자전거의 공존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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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공존을 말하다 자전거도로와 자동차, 보행자의 삼각달리기

진행 배경진 월간 더바이크 편집부장

패널 (이름 가나다순) 김정호 자전거21 연구개발팀 간사 이재용 한국교통연구원 전문연구원 임영제 커뮤니티 도싸 회장

미디어 (이름 가나다순) 함문수 월간 더바이크 기자

일시 2014년 2월 12일 PM. 2:00 ~ PM. 4:00

장소 서울 금천구 가산동 디폴리스 B동 25층 (주)나눅스네트웍스 서울사무소 트레이닝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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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바이크는 자전거와 보행자, 자전거의 공존이라는 주제로 지난 2월 12일 서울 (주)나눅스네트웍스 서울사무소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에는 자전거21 연구개발팀의 김정호 간사와 한국교통연구원의 이재용 전문연구원, 커 뮤니티 도싸의 임영제 회장이 참석하였다. 남산공원 진입문제, 여의도와 인천의 자전거 도로 문제, 보행자와 자전거 의 문제와 같이 현실에서 일어난 사례를 바탕으로 앞으로 자전거 문화가 나아가야 할 길을 짚어보기로 했다. editor 함문수 photo 이성규

법적인 지위와 상관없이 여전히 자전거를 보행자에 가까운 것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자동차에 준하는 것으로 인식할 것인가의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으로 남아있다.

과 10년의 세월 동안 자전거 문화는 일대 약

1. 남산공원 남측순환로와 자전거

진을 거듭했다. 레저스포츠와 라이프스타일

의 한 갈래로서 자전거는 대중적인 10년의 세월 동

배경진 : 오늘 우리는 자전거와 자동차, 그리고 보행

안 자전거 문화는 일대 약진을 거듭했다. 레저스포츠

자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모였습니

와 라이프스타일의 한 갈래로서 자전거는 대중적인

다. 먼저 지난해 뜨거웠던 이슈 중 하나였던 남산 공

부흥기를 맞았다. 또한 정책적으로 친환경사업이라

원 남측순환로 문제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본지는

는 명목 아래 자전거는 그 역할을 재조명했다. 그 결

지난 2월호에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바가 있습

과 자전거는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 잡았으며 자전

니다. 아시다시피 지난해 6월 남산공원 남측순환로에

거도로 및 기타 인프라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그

서 사고가 발생했고 이 때문에 남산공원측은 행정소

러나 급성장에는 부작용이 있었다. 하드웨어적 성장

송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산공원은 공사

과 달리 자전거를 바라보는 인식은 더디게 바뀌었다.

를 이유로 지난 7월부터 자전거 통행을 금지시켰습니

또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요구는 다른 여러 이해

다. 그러나 보수공사가 끝났음에도 지금까지 남측순

관계와 상충하면서 수세에 몰리게 되었다. 지난 남산

환로의 자전거 통행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에 대

공원에서 자전거 진입금지 문제나, 인천의 자전거도

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로 축소, 여의도의 자전거도로 문제는 이러한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또한 법적인 지위와 상관없이

임영제 : 먼저 남산에서 발생한 자전거 사고에 대해

자전거를 보행자에 가까운 것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이야기해야 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자전거를 타다가

자동차에 준하는 것으로 인식할 것인가의 문제는 여

개인의 실수로 문제가 생기면 보상을 바라지 않는 것

전히 진행형으로 남아있다.

이 일반적인 통념입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거액의 행 www.thebik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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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송이 발생했고, 차후에 생길지 모르는 불상사를

태가 좋지 않겠지요. 그렇지만 이마저도 명백한 행정

봉쇄하고자 자전거 통행을 금지한 남산공원의 입장

잘못은 아닙니다. 잘못이 있다고 해도 일부분 정도만

도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차단을 결정하기 전에 엄밀

인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히 따져야 할 부분이 있는데도 남산공원측은 그러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네요.

배경진 : 그렇지만 실제로 자전거가 많이 유입하는 곳이고, 남측순환로의 도로상황이 열악하다는 것도

김정호 자전거21 연구개발팀 간사

배경진 :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사실 아닙니까?

임영제 : 과연 그곳에서 사고가 나면 누구의 잘못인

이재용 : 그렇습니다. 때문에 올해 4월부터 남측순환

가? 자전거 운전자가 과속을 했는가? 과속이 예상되

도로를 재공사할 예정입니다. 이전처럼 파인 골재를

는 구간이었다면 사전에 CCTV를 설치해 시비를 가

때우는 방식이 아니라 골재가 파이지 않게끔 기초부

리려는 노력을 했는가? 이러한 질문에 답을 하지 못

터 다시 공사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도로가 예전

한 상태에서 무작정 통행금지부터 한다는 것은 조금

처럼 패이거나 갈라지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경계

성급해보입니다.

석은 유지됩니다.

김정호 : 이번 사태를 보면 남산공원측이 보행자의

배경진 : 김정호 간사님이 말씀하신대로 도로가 안전

권리를 우선하는 정책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져도 자전거는 달릴 수 없다는 말이군요?

되었습니다. 그 근거는 새로 만들어진 경계석에 있습 니다.

김정호 :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원칙적으로는 가지 말 아야 할 길입니다. 실제로 자전거로 올라가다보면 버

배경진 : 경계석에 무슨 의미가 있죠?

스와 실랑이가 잦은 곳이기도 하죠. 더구나 자전거가 도보를 침범하는 것도 작은 문제는 아니지요.

김정호 : 남측순환로에 높이 5cm 남짓한 경계석이 세워졌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기

배경진 : 일각에서는 이번 남산이슈가 나쁜 선례가

위해서라는데, 사실 버스는 바퀴가 크기 때문에 얼마

될 수 있기 때문에 물러나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

든지 경계석을 넘을 수 있습니다. 도로폭 때문에 코너

습니다. 일단 남산공원 진입이 통제당하면 다른 도로

일정 구간마다 순환로

를 돌려면 어쩔 수 없이 도보를 침범해야 하기도 합

에서도 통제가 가해지지 않을까요?

우측에 양보로를 만들어

니다. 하지만 자전거는 5cm의 경계석도 위협적입니

버스가 올라오면 피해주는

다. 경계석이 생기면 버스를 피해 도보로 올라오는

임영제 : 분명 그런 문제도 있습니다. 일단 서울에서

거지요. 이렇게 되면 최소한의

자전거를 차단하는 효과가 생깁니다.

전례가 생기면 지방정부는 이를 따르는 경향을 보이

도로 가장가리에 양보용 퇴피로를 설치하는 겁니다.

비용으로 자전거와 버스가 도로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거든요. 하지만 이번 문제에 관해서라면 자전거를 타 배경진 : 그러니까 자전거 통행을 금지시키긴 이유도

는 사람들도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분분합니다. 일단

보행권을 우선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라는 말씀이시

도싸 회원들만 보더라도 남산통제에 대해 찬반이 상

군요. 이재용 연구원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떤

당히 엇갈립니다.

이유에서건 남산공원에서 자전거의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 옳다고 보시는지요?

배경진 : 그렇군요. 그렇다면 자전거 진입을 통제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이재용 : 원칙적으로 가능합니다. 현재 남산공원은 관광버스를 제외한 모든 외부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이재용 : 우스갯소리입니다만 어떤 네티즌은 버스가

있습니다. 자전거도 예외가 아니지요.

출발하고 5분 동안만 자전거 통행을 허용하라는 의 견도 있습니다. 정상까지 5분대에 주파 못하는 사람

배경진 : 그렇다면 남산공원 관리사업소측에는 문제

은 내려서 걸어서 가라고.(웃음)

가 전혀 없나요? 김정호 : (웃음)저는 자전거로 올라가긴 힘들겠군요. 이재용 : 만약 남산공원 남측순환로가 자전거도로라 면 일반도로보다 엄격한 기준을 들어 행정 잘못을 가

이재용 : 현실적인 방법도 있긴 합니다. 지금 문제는

릴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길은 자전거도로가 아

자전거와 보행자, 버스가 함께 다니기에는 도로폭이

니지요. 노후에 의해 골재가 떨어져나갈 수 있고, 염

너무 좁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보행자만 다닐 수 있는

화칼슘을 지속적으로 뿌리는 길이면 더더욱 도로상

새로운 통행로를 만들고 기존의 도보를 자전거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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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로 고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남

배경진 : 왜 그렇죠?

산에 새로운 길을 내야 하는데, 환경 단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이재용 : 자전거 이용자가 드문 외곽도로에서는 자동 차로 인해 생기는 모래와 먼지가 가장자리로 모이기

배경진 : 그것도 쉽지 않겠는데요.

때문입니다. 거기에다가 펜스까지 설치하면 이물질이 흩어지지 않고 자전거도로에 쌓이게 되죠.

김정호 : 이런 방법은 어떨까요? 도로 가장자리에 양 보용 퇴피로를 설치하는 겁니다. 일정 구간마다 순환

배경진 : 그렇다면 자전거도로를 일괄적으로 건설할

로 우측에 양보로를 만들어 버스가 올라오면 피해주

것이 아니라 적재적소에 알맞은 도로를 건설하는 것

는 거지요. 이렇게 되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자전거와

이 중요하겠군요?

버스가 도로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재용 : 그게 난점입니다. 지역 특성에 맞는 자전거 배경진 : 유용한 제안입니다.

도로 유형을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이 아직 존재하지 않거든요. 지역자전거도로를 건설하는 지방정부는 이

김정호 : 실제로 유럽에서는 이런 방식을 많이 사용

런 전문적인 역량이 아직 부족한 상태입니다.

합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에서는 자전거가 교통 약 자라는 인식이 사람들의 뇌리에 확실히 박혀있습니

배경진 : 최근 자전거도로를 철거 중인 인천의 경우

다. 그래서 차로에 자전거가 들어서면 자동차가 추월

는 어떻습니까?

배경진 본지 기자

하지 않고 자전거와 같은 속도로 뒤따라갑니다. 이재용 : 철거의 일차적 원인은 자전거 통행량이 지 배경진 : 자전거 선진국답군요.

극히 적은 곳에 자전거도로를 설치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도로를 구축하려면 자전거 통행이 많은 곳에

김정호 : 물론 자동차가 일방적으로 배려하는 것은

우선적으로 구축해야 합니다.

아닙니다. 교통체증이 생기기 전에 속도가 더 빠른 자동차에게 양보를 해야 하지요. 그래서 생긴 것이

배경진 : 반대로 인프라가 먼저 구축되어야 자전거 통

자전거 양보로입니다. 도로 구간마다 여분의 공간을

행량이 늘어나는 측면도 있지 않을까요? 인프라가 먼

두어 자전거가 자동차에게 차선을 양보할 수 있게 만

저인지, 아니면 자전거 통행량이 먼저인지는 애매해

들어둔 공간이지요.

보입니다.

배경진 : 자전거와 자동차 모두 만족할 수 있겠군요.

이재용 : 지난 정부가 강력한 자전거 정책을 펴면서

남산공원 남측순환로가 아니더라도 다른 도로에도

자전거도로는 양적으로 상당히 팽창했습니다. 그러

유용한 방법입니다. 자전거와 자동차의 갈등 문제와

나 안행부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자전거 교통 분

더불어서 다음 화제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담률을 2.1%로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요. 이것

반대로 인프라가 먼저 구축되어야 자전거 통행량이 늘어나는 측면도 있지 않을까요? 인프라가 먼저인지, 아니면 자전거 통행량이 먼저인지는 애매해보입니다.

으로 보아 단순히 자전거도로가 많아진다고 자전거 를 타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2. 자전거도로와 자동차 배경진 : 그렇군요. 도싸에서는 자전거도로에 대해 어 배경진 : 최근 인천에서 자전거길을 축소하고 있다고

떻게 생각합니까?

합니다. 한편 여의도 자전거도로과 같이 자동차가 주 정차 용도로 침범하여서 사실상 자전거도로가 유명

임영제 : 사실 우리 입장에서는 자전거도로에 대해

무실화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자전거와 자동차

크게 관심이 있지 않아요. 알다시피 자전거는 레져용

사이의 갈등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도와 생활용도로 나뉘어져 있고, 도싸 회원은 주로 레저용 자전거를 탑니다. 그런데 자전거도로는 생활

이재용 : 저는 도심 내부 자전거도로에는 펜스 설치

용 자전거에 초점이 맞추어진 사안이거든요. 다만 체

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여의도 자전거

감상 예전에 비해 인식이 상당히 개선된 것 같기는

도로처럼 주차장으로 변질될 여지가 농후하기 때문

합니다.

입니다. 하지만 외곽에서는 반대로 펜스를 걷어내야 합니다.

배경진 : 어떤 부분이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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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제 : 불과 5년 전만해도 자전거가 도로로 다닌

3. 보행자와 자전거

다는 것을 생각도 못했습니다. 심지어 경찰이 자전거 타는 사람더러 도로에서 타지 말고 인도로 올라가라

배경진 : 이제 논점을 자전거와 보행자로 옮겨보도록

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그에 비하면 지금은 인식이

하겠습니다. 많은 지자체가 보행자자전거겸용도로를

많이 좋아졌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봅니다. 자전

만들고 있습니다. 현행 제도가 적절한가요?

거도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김정호 : 사실상 대부분의 자전거도로가 보행자겸용 김정호 : 자전거도로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입니다

도로입니다. 자전거가 달리는 길 중 전용도로의 지위

만, 매년 정부가 발표하는 자전거도로 연장길이는 실

를 가진 경우는 상당히 드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제 연장길이와 차이가 있어요. 일반적으로 도로는 왕

자전거전용도로라고 알고 있는 탄천변 자전거도로는

복 차선 1km를 1km 연장으로 칩니다만, 자전거도로

전용도로가 아닙니다. 대부분은 공원 이용물 정도의

는 연장길이를 잴 때 왕복 차선이 아니라 편도 차선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으로 잽니다. 이렇게 재면 실제로 자전거도로는 왕복 1km를 연장한 것이지만 수치상으로는 2km를 연장했

이재용 : 만약 지방정부가 자전거도로로 고시하면 그

다고 나옵니다.

만큼의 책임을 져야 합니다. 관리 및 보수면에서 부담 이 커집니다. 그런데 공원 내 부속물 정도라면 관리책

이재용 한국교통연구원 전문연구원

배경진 : 지차체가 자전거도로 연장길이를 이중으로

임이 공원 관리측에게 있게 됩니다. 앞서 말한 남산공

재는 이유가 있나요?

원 남측순환로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재용 : 차로는 왕복차선이 합쳐진 형태가 기본입니

배경진 : 그러면 현존하는 보행자자전거겸용도로는

다. 그런데 자전거도로는 그렇지 않지요. 도로 양 가

어떻습니까?

장자리에 편도 일차선씩 있는 경우도 있고, 왕복 차

도로에 자전거도로가 있는데 보행자겸용도로를 포함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선이 도로 한쪽 가장자리에 세워진 경우도 있습니다.

김정호 : 안타깝게도 전시행정에 가까운 사례가 많긴

또는 왕복 차선이 도로의 양 끝에 설치되기도 합니

합니다. 예를 들어 보행자자전거겸용도로를 만들었는

다. 이러면 연장길이를 판단하기 어려우니까 일단 길

데, 가로수가 길을 막고 있어 실제로 달릴 수 없는 경

을 놓은 길이만큼 일괄적으로 재는 겁니다. 중복이

우도 있습니다.

되도 일단 연장한 것은 맞으니까요. 임영제 : 보행자도로 색이 중구난방인 것도 문제입니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실은 이는 상당히 합리적인

배경진 : 어떤 지방에 가보니 보행자겸용자전거도로

다. 어떤 곳에서 자전거도로의 색은 빨간색인데, 어떤

정책입니다.

를 설치해놓고 그 밑에는 자동차자전거겸용도로를

곳은 그렇지 않거든요. 보행자자전거겸용도로를 명백

설치해두었더군요. 이 경우에도 둘 다 연장길이에 포

히 인지할 수 있도록 도로 색깔을 통일해야 하지 않

함이 되는 건지요?

을까요?

이재용 : 포함됩니다. 이미 도로에 자전거도로가 있는

이재용 : 공식적으로 자전거도로는 도로의 물성을

데 보행자겸용도로를 포함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

그대로 따라서 아무 색도 칠하지 않도록 권장합니

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실은 이는 상당히 합

다. 다만 보도와 자전거도로의 색이 서로 유사한 경

리적인 정책입니다.

우 차이를 두기 위해서 빨갛게 칠하는 경우는 있습니 다. 다만 이것은 권고사항이지 필수사항은 아닙니다.

배경진 : 어째서 그렇습니까?

그러다보니 일부 지자체에서는 여전히 자전거도로를 붉은색으로 칠하기도 합니다.

이재용 : 보행자겸용자전거도로와 자동차자전거겸용 도로는 쓰임이 다르니까요. 만 13세 이상은 보행로로

배경진 : 어떤 도로는 외관상 자전거전용도로인데, 법

자전거를 탈 수 없습니다. 어른도 위험을 느끼는 게

적으로는 보행자겸용도로로 지정된 곳도 있지 않습

도로 주행입니다. 그런데 보행자겸용자전거도로와 자

니까?

동차겸용도로가 함께 있으면 연령과 속도에 따라 길 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보행자겸용도로와 자전거전

이재용 : 특히 조깅하는 사람들이 자전거도로를 선호

용도로를 함께 설치하는 것은 오히려 권장만한 방법

하는 경향이 있지요. 자전거도로 위에서라도 자전거

입니다.

는 보행자를 배려해야 합니다. 보행자에 비하면 자전 거는 절대적으로 열세입니다. 상대적으로 교통강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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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되지 때문에 법적으로도 불리합니다.

이재용 : 한편으로 자전거인들이 너무 자신만을 생각 하지 않았나를 반성해봅니다. 다른 시민단체와 연합

김정호 : 특기할만한 사례가 하나 있습니다. 일전에

할 수 있는 고리도 존재하거든요. 예를 들어 환경단

울산에서 보행자와 자전거가 부딪혀 사망사고가 난

체는 자전거에는 우호적이지만 자전거도로 연장에는

적이 있습니다. 보행자겸용도로에서 발생한 사고였는

반대합니다. 자연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거죠. 자전

데, 보행자에게도 일정부분 책임이 인정되어 가해자

거가 달리는 길이 반드시 포장도로여야 할 필요는 없

가 집행유예 처분을 받은 케이스였지요.

습니다. 우리가 반듯하게 포장된 도로에만 집착하지 않는다면 환경단체와 함께 해볼 여지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4. 변화의 실마리를 찾아 배경진 : 그렇군요. 지금까지 우리는 자전거와 사람, 배경진 : 자전거도로를 침범한 보행자에게도 문제가

자동차의 공존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있다는 것이군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보행자에게

논의를 끝맺으면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는 도보를 이용할 의무가 있지 않나요?

면 한마디씩 부탁합니다.

김정호 : 모든 문제는 인식의 개선이 미흡해서 발생

이재용 : 지난 정권 이후 자전거 정책은 반성의 시기

하는 일입니다. 법제도의 개선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에 접어들었습니다. 정책적으로는 주춤하는 추세입니

사람의 마음입니다.

다만, 확실히 예전에 비해 자전거 인구가 늘었다는 것

임영제 도싸 회장

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외국의 사례로 비추어보면 자 배경진 : 그렇다면 어떻게 인식을 바꿀 수 있을까요?

전거 이용률 6%를 기점으로 자전거 문화가 획기적으 로 변화합니다. 국내 자전거 이용률은 아직 6%대에

김정호 : 현재 자전거21에서 진행하는 중요한 사업

미치지는 않습니다만, 문턱까지 와있는 것은 확실합

중 하나가 바로 자전거 안전교육입니다. 중학생을 대

니다.

상으로 자전거를 안전하게 타는 법, 또는 자전거를 배려하는 방법을 익히는 겁니다. 교육의 효과는 탁월

김정호 : 인식을 변화하는 가장 확실하고 쉬운 길은

합니다. 그 학생들도 언젠가는 어른이 될 테니까요.

홍보와 교육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방정

법을 바꾸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도끼로

부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자전거 정책은 장기적인 안

바꾸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임영제 : 도싸는 정기적으로 자전거 안전 캠페인을

목으로 다루어야 할 분야입니다. 눈앞의 정치적 이해

서류로 바꾸는 방법입니다.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이 관심을

를 떠나 좋은 정책이 있다면 승계하고 발전시키는 정

갖는 것은 아닙니다. 동호인들조차 자신을 보호하는

부의 태도를 기대합니다.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애석할 따름입니다. 임영제 : 법을 바꾸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 이재용 : 그러고 보면 자전거 단체는 집결력이 그렇

나는 도끼로 바꾸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서류로 바

게 좋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단체끼리도 의견이 분

꾸는 방법입니다. 도끼로 바꾸는 방법은 강한 목소리

분하니까요.

를 내어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방법입니다. 서류 로 바꾸는 방법은 그것을 왜 해야 하는지 원리원칙을

임영제 : 일전에 광화문 사거리에 자전거 도로 설치

조목조목 따져서 설득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입장에

를 추진한 적이 있습니다. 결국은 무산되고 말았습니

서는 이 두 가지를 모두 동원해야 하는 형편입니다.

다만, 하나 배운 것은 있습니다. 제도를 바꾸려면 자

인터넷에서 이 사람 저 사람이 떠드는 것만으로 부족

전거를 타는 사람이 먼저 단결해서 여론을 형성해야

합니다. 바깥으로 나와 실천해야 합니다. 올해부터 저

한다는 것입니다.

는 다른 자전거 커뮤니티 운영진들과 만나 정책적 변 화를 위한 실질적 방안을 검토해볼 예정입니다.

김정호 : 자전거를 타는 사람끼리도 이해가 부족하다 는 것이 단결을 저해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레저 동호인 따로, 생활 자전거인이 따로 움직이니까요. 정 치적인 이슈로 확산시키려면 전문적인 동호인뿐 아니 라 생활자전거를 타는 사람들까지 아우를 수 있는 의 제를 다루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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