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은 자연이다 인간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에게 가장 건강한 먹을거리는 햇볕과 비바람을 맞으며 흙 속에서 자란 재료로 만든 음식이다. 산과 들, 강과 바다, 논과 밭에서 자생한 식재료로 만들어져 수천 년 동안 손끝에서 손끝으로 전해져온 음식이 한식이다.
회혼례도 결혼 60주년을 맞아 노부부가 다시 혼례를 치르는 그림이다. 작자 미상의 18세기 작품으로 예복을 갖춰 입은 자손들이 부모 앞에 나란히 앉아 독상을 받는 장면이 잘 묘사되어 있다.
기다림 …… 발효의 맛 오랜 기다림 끝에 맛보는 음식이 한식이다. 느리게 먹는 음식 속에 깊이가 있다. 한식의 대표적인 발효음식은 장과 김치다. 장은 주재료인 콩을 가공하고 저장하는 동안 분해, 발효, 숙성을 거쳐 은은하고 곰삭은 맛이 탄생한다. 한식의 맛은 바로 이들 간장, 된장, 고추장을 기본으로 해서 이루어진다. 김치는 날 것이나 익힌 것이 아닌 삭힌 맛을 낸다. 삭힌 맛은 오랜 기다림이 없으면 맛볼 수 없는 자연이 빚어낸 제3의 맛이다.
장독대 장독대는 대체로 햇볕이 잘 드는 마당 동편에 마련한다. 흙과 불의 조화로 만들어진 숨 쉬는 그릇인 독 안에서 간장, 된장, 고추장, 그리고 김치는 비로소 제 맛을 내며 익어간다.
[장] 한식의 기초 가을에 나온 햇콩을 잘 삶아 찧은 뒤 메주를 만든다. 겨우내 실내에서 말린 메주를 봄에 깨끗 이 씻어 항아리에 소금물을 넣고 띄운다. 40일에서 60일이 지나면 발효된 메주와 액체가 분 리된다. 액체를 끓여 걸러내면 간장이 되고, 남은 메주는 숙성을 시켜 된장을 만든다. 고추장 은 이와 별도로 3~4월에 찹쌀, 메주가루, 밀가루, 보리, 고구마 등의 재료를 이용해 담근다.
[ 김치 ] 발효과학의 결정체 대표적 발효식품인 김치는 계절에 따라 그 종류가 수백 가지에 달한다. 그 중에 가장 많이 담 가 먹는 배추김치는 배추 이외에도 무, 고추, 파, 마늘, 젓갈 등의 재료를 더해 맛과 영양이 풍 부하다. 비타민과 무기질, 그리고 발효 과정을 통해 생겨난 엄청난 수의 유산균은 암세포 증 식을 억제하고 비만과 피부노화를 예방하며 면역력을 강화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국] 그릇 속에 담긴 노스탤지어 국은 채소나 어패류, 고기 등을 넣고 양념과 함께 물을 많이 부어 끓인 음식으로 건더기보다 국물이 제 맛이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육수나 장국에 간장 또는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건더기를 넣어 끓인 맑은장국과 장국을 된장 또는 고추장으로 간을 맞추고 건더기를 넣어 끓인 토장국, 고기를 푹 고아서 고기와 국물을 같이 먹는 곰국 등이다.
[탕] 진한 국물의 미학 밥과 국은 독립적인 평형관계를 이루지만 탕은 밥과 함께 섞여 혼합된 관계를 이룬다. 국은 맑고 산뜻한 맛으로 밥의 미각을 살려주는 역할을 하지만 탕은 걸쭉하고 진한 국물의 세계로 밥을 끌어들임으로써 스스로 주인공의 위치에 올라선다. 한식의 대표적인 탕 종류로는 갈비 탕, 설렁탕, 삼계탕 등이 있다.
소박함 …… 고향의 맛 한식에는 꾸미지 않고 자연스럽게 우러난 소박함이 있다. 갖가지 수산물과 축산물, 채 소류 등을 넣어 끓인 국과 탕의 진한 국물 맛은 더할 나위 없이 소박한 고향의 맛이다. 한국 음식은 고체로 된 건더기와 액체로 된 국물이 어우러져야만 비로소 완성된다. ‘음 (飮)’은 마시는 것이고, ‘식(食)’은 씹어 먹는 것이다. 국물 맛을 내는 대표적인 한식이 국과 탕이다. 진한 국물 맛의 여운 속에서 우리는 기억 속에 살아 있는 고향을 생생하 게 재현해 낸다.
가마솥 가마솥은 음식을 끓이거나 밥을 짓는 데 쓰는 무쇠로 만든 조리기구이다. 장작불로 가마솥에 끓 인 물은 오랫동안 식지 않기 때문에 국과 탕의 깊은 맛을 내는 데는 더없이 유용하다.
생명력 …… 계절의 맛 봄이 되면 자연은 그 강인한 생명력으로 천지사방에 먹을 것을 토해낸다. 겨우내 얼어 있 던 대지를 뚫고 올라오는 새싹은 보기만 해도 신비롭다. 산과 들은 나물의 천국으로 먹 을 수 있는 나물이 수도 없이 많다. 갖가지 채소류 또한 풍성하기 이를 데 없다. 나물과 채소류는 비타민A, B, C의 중요한 공급원으로 특히 비타민 C가 많다. 온갖 종류의 푸성 귀로 화려하게 차려진 한식을 먹는 건 곧 자연을 통째로 먹는 것과 같다.
두릅 이른 봄 대지를 뚫고 올라오는 새순의 기운은 자연의 신비로운 에너지다. 산과 들과 밭에서 나는 식물의 꽃과 잎과 뿌리를 먹는 것은 이와 같은 자연의 에너지를 먹는 것이다.
[쌈] 산과 들이 토해낸 녹색 보석들 잎이 있는 채소는 모두 쌈이 된다. 상추, 깻잎, 배춧잎 등을 한 손에 펼쳐 놓고 그 위에 밥이 나 고기, 생선과 함께 고추장, 된장 등을 얹어 잘 싸서 입에 넣으면 입안에서 아삭거리며 식 재료들이 혼합되어 자연의 맛을 창조해 낸다. 한식의 쌈은 세상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품어 안는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 나물 ] 참기름 한 방울의 마술 산이나 들에서 나는 식용 풀과 신선한 제철 채소를 생으로 무치거나 데쳐서 양념한 것을 통 틀어 나물이라고 한다. 나물을 만드는 방법에는 기름에 볶아서 간하는 방법과 데쳐서 양념을 넣고 무치는 방법이 있다. 양념으로는 간장, 깨소금, 파와 마늘 다진 것 등을 쓰는데 잘 볶거나 버무린 나물에 참기름 한 방울 똑 떨어뜨리면 그 고소함이 입 안 가득 진동한다.
[전] 정성 없이는 맛볼 수 없는 음식 지짐 판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재료를 얇게 썰거나 다져 고른 모양새를 만든 다음 밀가루를 묻힌 후 달걀옷을 입혀 지져낸 음식을 전이라 한다. 육류, 어패류, 채소류 등 각종 재료가 넓게 쓰이며, 반상은 물론 잔칫상이나 주안상에도 잘 어울린다. 녹두전, 파전, 김치전을 가장 즐겨 먹는데, 제사 와 잔치가 있는 날이면 상에 꼭 오르는 음식이다.
[찜] 명절이나 생일날만 먹는 별미 요리 찜은 어패류, 육류, 채소 등을 비롯한 각종 재료에 갖은 양념을 한 뒤 약간의 물을 붓고 오랫 동안 끓이거나 뜨거운 수증기로 쪄서 만든 음식이다. 집안에 잔치가 있거나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차리는 상을 교자상이라고 한다. 교자상의 대표적 음식인 찜 의 종류로는 갈비찜, 아구찜, 전복찜 등이 있다.
어머니 …… 손끝의 맛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어머니가 손으로 직접 만든 음식이다. 그것은 사랑과 정 성이 가득 담긴 마음으로 만든 음식이기 때문이다. 한식은 재료를 통째로 쓰지 않고 얇 게 썰거나 채로 썰어서 곱게 다져 손맛을 살려 조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한 식은 부드럽고 먹기가 쉽다. 명절이나 생일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전과 찜은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게 해주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전 부침 한식에는 튀김은 별로 없고 부침이 많은데, 전은 대표적인 부침 요리다. 얇게 두른 기름 위에서 노릇노릇한 빛깔로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익어 가는 전은 오감을 자극하는 음식이다.
어울림 …… 우주의 맛 한국인들이 우주 공간을 상징할 때 사용하는 오방색은 청(靑) 적(赤) 황(黃) 흑(黑) 백 (白)색이다. 이 다섯 가지 색은 공간과 계절을 나타내기도 한다. 미각에서도 한국인들 은 맵고 달고 시고 짜고 쓴 다섯 가지 맛에 익숙해져 있다. 한식에는 이 다섯 가지 색깔 과 맛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으며 서로 조화와 융합을 통해 어우러져 있다. 한식을 먹는 것은 우주를 먹는 것과 같다. 오색과 오미가 뒤섞인 대표적인 한식으로는 비빔밥과 오 곡밥 등이 있다.
오방색 한식은 우주를 상징하는 다섯 가지 색과 다섯 가지 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각기 다른 특징과 성질을 가진 재료들이 한데 모여 통합된 맛을 창조해내는 것이 한식이다.
[ 비빔밥 ] 오색과 오미의 조화 밥 위에 갖가지 나물과 고기를 볶아서 얹고 고명과 양념을 넣어 참기름을 두른 뒤 비벼 먹는 음식이다. 여러 가지 재료가 한 그릇에 고루 들어 있어 균형 잡힌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갖 가지 식재료가 한데 모여 오색과 오미의 조화를 이뤄내는 대표적인 한식이다. 각 지방의 특 색에 따라 비빔밥의 이름도 각기 다르게 불렸다.
[ 오곡밥 ] 에너지 넘치는 맛의 교향곡 찹쌀, 차조, 붉은팥, 찰수수, 검은콩 등 다섯 가지 곡식을 한데 섞어 지은 밥이다. 오곡밥은 장 수를 기원하는 음식의 하나로 한 해의 첫 보름달이 뜨는 날, 즉 음력 정월 대보름에 먹던 절기 음식이다. 오곡밥에는 그 해의 곡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 때문에 농사를 짓 는 사람은 농사지은 곡식을 종류별로 모두 넣어서 오곡밥을 지어 먹었다.
한식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예절을 갖춰 먹는 음식이다 • 한식 상차림: 한식의 기본 상차림은 밥과 반찬을 한데 차려내는 데 이를 반상이라 한다. 곡물로 지은 밥이 주식이고, 채소, 육류, 어류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반찬이 부 식이다. • 숟가락과 젓가락: 밥과 국물이 있는 음식은 숟가락으로, 다른 반찬은 젓가락으로 먹 는다. 젓가락은 엄지와 검지 사이에 끼워 사용하며 숟가락과 젓가락을 동시에 사용하 지 않는다. • 국과 찌개를 먹을 때: 국을 먹을 때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한다. 물김치나 찌개 등 을 먹을 때는 개인 접시에 원하는 양만큼 국자로 떠다가 먹는다. • 반상 위의 고요: 식사할 때 젓가락으로 상을 두드리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는다. 한식 은 재료를 제공하고 음식을 만든 이들에게 감사하며 예를 갖춰 먹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상차림 반상을 차릴 때에는 밥그릇이 왼편에, 국그릇이 오른편에 오도록 놓는다. 상차림은 독상을 원칙으 로 하되 겸상을 차릴 때는 음식의 배열을 달리하여 두 사람이 먹기 좋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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