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 AR vol 2,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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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Kunwoo Structural Engineers I D E D G E

건우구조기술사사무소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 197-5 삼성 IT밸리 802호 T. 02-2028-1803/4 F. 2028-1802

by Kunwoo Structural Engineers 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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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gan Architects 2

WIDE EDGE


by EaWes Architects 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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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gyang PC, inc. 4

WIDE EDGE


by Vita Group 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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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MPlus Construction I D E D G E

안전 점검, 보수 보강, 리모델링 전문 업체

(주)엠플러스 건설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951-11 우승빌딩 201호 Tel 02-582-3894~5 Fax 02-582-3896

by MPlus Construction 6

WIDE EDGE


건축 리포트 <와이드> WIDE Architecture Report 제1권 02호, 2008년 3-4월호

WIDE WORK

12

김효만 | 주택 작품들

WIDE EDGE

14 26

아시아가 주목하는 김효만의 건축 수법 | 건축주를 줄 세우는 주택 설계를 중심으로

9

와이드 레터 | 정귀원

집담회 | 김효만 건축의 여전함에 대한 오해와 이해 | 김효만, 구영민, 김재관, 함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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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구독 신청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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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1 | 모호성 해체(Deconstruction of Ambiguity) | 구영민

128 와이드 칼럼 | 서울역에서 청와대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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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 | 새로운 얼굴 | 함성호 표4

Mooyoung Architects & Engineers

WIDE ISSUE 1

표2

Samhyub

47

에너지 위기 시대에 빛나는 착한 건축

표3 Iroje

48

에너지 위기 시대에 건축에 요구되는 변화와 새로운 가능성 | 김종헌

1 Kunwoo Structural Engineers

52

재생 에너지 건축, <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 | 이일훈

2

Seegan 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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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너지형 건축,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

3

EaWes Architects

69

한국형 패시브 하우스를 짓는다 | 이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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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yang PC,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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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ta Group

WIDE ISSUE 2

73

미래의 건축사를 위한 결단

건축사 직능 3단체의 통합 이슈, 수면 위로 떠오르다

김정동

6 MPlus Construction 8 조선 사대부의 고아한 취향을 엿보다 <Traditional Korean Crafts 18세기 조선의 일

5년제 건축학 국제 인증 시대로의 돌입, 문제는 무언가?

74

당신의 이름은 ‘건축사’입니까?

78

‘(가칭)통합건축사협회’를 위한 합의와 협약, 다시 설립을 향하여

8

Future is... | Cho, Taigyoun

건축단체통합혁신위원회 위원장 김광현 교수에게 듣는다

44

구름 위에서 보는 세상 | Jeagal,Youp

WIDE ISSUE 3

83

대한민국 건축^도시 공공 기관 1

아름다운 공간이 아름다운 사람을 만든다 | 문화관광부 문화정책국 공간문화팀

84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이, 실천입니다 | 한민호

상과 격조> | Suryusanbang

45 One Archipelago & Multiple Archipelago | Oh, Seomhoon 46 건축하는 배포와 꿈이 내 곁에 있어 행복하 다 | Park, Mincheol 71 The Grammer of Architecture(원제) 도판 으로 이해하는 세계 건축사 | Spacetime 72 ‘물’과 건축 | Lee, Youngwook

WIDE DAILY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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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후의 <유럽의 발견 02> | 스코틀랜드 국회 의사당, 건축의 합목적성에 의문을 던지다

96

이중용의 <플래너 02> | 때로는 정직하게 뚫고 나가자

97

진효숙의 <시티 사파리언 02> | 효자동 ‘MK2’ 카페

98

이용재의 <종횡무진 02> | 삼청각

100

예비 건축사 02 | 이 팀장의 하루 — 몽환의 테서랙트(tesseract) | 별찌

101

이병일의 <블랙 앤 화이트 02> | 진양상가

102

내가 좋아하는 건축 잡지 02| 독일어 권의 건축 잡지 <아키플러스 arch+> | 김영철

104

임형남, 노은주의 <건축 만담 01> | 공중에 떠있는 빈 액자, 종로타워

106

남소영의 <도시 동네 늬우스 02> | 지금은 숭례문이 아닌 것들을 이야기할 때

109

강병국의 <건축과 영화 02> | 마천루

112

손장원의 <근대 건축 탐사 02> | 건조물 보존과 수리의 원칙

114

주택 계획안 100선 02| 양구 BIRCH HOUSE | 이충기

123

와이드 書欌

126

20대의 건축 여행 01 | 신참 공병장교의 유럽 만보기 | 전병구

90 조선 5대 궁궐에 숨은 뜻을 읽는다 <궁궐의 현판과 주련> | Suryusanbang

ⓦ 로고 글씨 | 김기충 ⓦ 표지 이미지 | 김효만의 도헌 스케치.

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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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books of Suryusanbang I D E D G E

조선 사대부의 고아한 취향을 엿보다 Traditional Korean Crafts 18세기 조선의 일상과 격조

공예는 그 자체로 예술이며 또한 삶을 비추는 증거물이다. 공예품에서 우리는 대를 걸쳐 축적한 지혜와 삶이 녹아든 솜씨, 그리고 삶의 깊은 가치를 읽는다. 2007년 미국 뉴욕의 UN 본부에서 열린 한국 전통 공예 UN 전시와 함께 발간한 이 책은 무형 문화재와 공예가 등 우리 시대 최 고의 장인들이 18세기 조선 사대부 일상의 문화를 재현한 작품들과 함께 본문을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 일본어, 에스파냐 어 4개 국어로 담 았다. 쉽고 뛰어난 번역, 아름다운 작품 사진은 이 책이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 한국 문화를 해외에 소개하고 싶은 이들에게 좋은 길 잡이가 되도록 만들어 준다.

수류산방 樹流山房 Suryusanbang의 책 by Suryusanbang 8

WIDE EDGE


W editor’s letter I D E D G E

와이드 레터 | ‘로벌’한 잡지 어느 날 발행인이 내게 말했다. “우리는 로벌(Lobal)을 지향합시다.” 이건 또 무 슨 뚱딴지같은 소리? 멀뚱히 바라보는 눈빛에 ‘글로벌(Global)도 글로컬(Glocal) 도 아닌 로벌’이라고 덧붙이는 그의 말인즉 세계화를 추구하기 이전에 우리의 것 을 먼저 존중하는 잡지가 되자는 것이다. 이미 사회나 기업, 지식 분야에서 국경 없는 활동과 경쟁은 반드시 필요한 전략이 됐고, 이를 부정하는 일은 곧 고립주의로 통한다. 하지만 이러한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도 충분하게 이루어 놓지 않은 채 글로벌리제이션, 곧 세계화란 단어를 자기 분야의 선전 문구로 삼는 것 또한 그리 바람직하지는 않다. 반면 “사고와 전략은 글로벌하게, 행동과 운영은 로컬하게” 해야 한다는 글로컬 리제이션은 세계화를 하되 각 지역의 풍토를 존중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글로컬 환경은 ‘세계 문화의 보편성과 한국 고유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문화’로 우리 문화 정책의 단면을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글로벌 혹은 글로컬한 사고는 건축계 여기저기에서도 드러난다. 특히 <와이드>

격월간 건축 리포트 <와이드>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 발행편집인단 발행편집인 고문 | 김정동 임근배 임창복 최동규 발행편집인 겸 대표 | 전진삼 운영위원 | 박민철 박유진 박종기 손도문 오섬훈 이영욱 제갈엽 조택연 편집장 겸 대표 | 정귀원 편집자문위원 | 곽재환 구영민 송인호 이일훈 편집위원 | (수도권) 박혜선 손장원 이충기 장윤규 김진모 | (중부권) 김종헌 송복섭 한필 원 황태주 | (남부권) 김기수 안용대 안 웅희 송석기 | (유럽권) 김정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박상일 전속 사진가 | 이병일 진효숙 정세영 로고 글씨 | 김기충 ⓦ 광고 마케팅 및 판매 대행사 광고 영업 대행 | 아크비즈 Agency 이사 | 박종호, 담당 팀장 | 이나영 대표 전화 | 02-2235-1968, 팩스 | 02-2231-3373 유통 관리 대행 | (주)호평BSA 대표 | 심상호, 담당차장 | 정민우 대표 전화 | 02-725-9470~~2, 팩스 | 02-725-9473 ⓦ 제작 지원사 디자인 | 수류산방(樹流山房, Suryusanbang) 담당 디자인 | 박상일 + 朴宰成 대표 전화 | 02-735-1085, 팩스 | 02-735-1083 필름 출력 | 두산출력 인쇄 | 예림인쇄 | 박재성

와 동종 업계랄 수 있는 건축 출판사의 경우는 이미 자사의 건축 잡지들을 세계화 시대에 맞는 양상으로 변모시켜 왔고, 또 앞으로도 계속 그럴 모양이다. 물론 그 들이 우리 건축으로 향한 시선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글로벌이 너무 앞서 상대적으로 로컬이 뒤쳐져 보인다고 말할 수 있겠다. 바로 <와이드>가 글로 컬이 아닌 로벌을 지향하겠다는 이유다. 이번 호 <와이드>는 ‘로벌’한 잡지답게 우리 건축계의 다양한 이슈들을 전한다. ‘ 토종 건축가’로 정평이 나 있는 김효만의 주택 작품 속에서 그만의 독특한 언어들 을 발견해 보고, 에너지 위기 시대에 대처하고 있는 이 땅의 건축을 찾아보는 지 면을 마련했다. 또 역사적인 건축 3단체 통합의 여정을 쫓는 것은 미래 한국 건축 사회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와이드>의 로벌리즘(Lobalism)은 쭉~ 계속된다. 기대하시라. ⓦ | 글 | 정귀원(편집장)

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격월간 건축 리포트 <와이드> 제1권 02호 3-4월호 2008년 3월 15일 발행 2008년 1월 2일 등록 서울 마-03187호 정가 8,000원 ISSN 1976-7412 ⓦ 간향미디어랩 GML 발행처 주소 | 서울시 서대문구 현저동 200 극동상 가 502호 (120-796) 편집실 주소 | 서울시 중구 신당동 377-58 환경포 럼빌딩 1층 (100-834) 대표 전화 | 02-2235-1960(관리) 02-2235-1968(편집) 팩스 | 02-2231-3373 공식 E-mail | widear@naver.com, widear@gmail.com 공식 URL | http://cafe.naver.com/aqlab, http://widear.blogspot.com ⓦ 격월간 건축 리포트 <와이드>는 한국간행물윤 리위원회의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 본지에 게재된 기사나 사진의 무단 전재 및 복 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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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is... W I D E D G E

by Cho, Taigyoun 10

WIDE 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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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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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O R K I kim, hyoman’s D housing architectural method E

김효만 1999

아카시아 건축상(ARCASIA AWARD)은 아시아건축사협의회가 매 2년마다 수여하고 있는 건축상으로 용도 별 8개 부문에 대해 시상하고 있다. 이 상의 2005-2006년 다가구 주택 부문을 건축가 김효만의 조린헌이, 2007-2008년 단독 주택 부문을 혜로헌(2004)이 수상함으로써 골드메달을 2회 연거푸 거머쥐는 쾌거를 이뤘 다. 와이드가 새삼스레 준공된 지 몇 년씩 지난 그의 주택 설계들을 다시 열어 보게 된 이유다. 물론 단순히 수 상에 의미를 두기보다 아시아 사회의 국제 건축협회가 김효만 건축의 무엇에 주목했는지가 궁금했다.

김효만, 임거당.

사실 건축가 김효만은 임거당(1999년) 이후 지난 10여 년 동안 주택 건축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집 들을 설계하고, 또 지어 왔다. 와이드는 그 가운데 이미 주목을 받았던 일련의 작품들, 즉 임거당(1999, 설계년 도 기준)에서 아카시아 건축상을 받은 혜로헌(2004)에 이르기까지 8개의 작품과 최근의 계획안을 소개한다. 또 건축가와 세 사람의 건축 전문가가 하루 동안의 동행으로 와선재와 녹성헌, 그리고 조리헌을 답사하면서, 그의 건축에서 지속적으로 드러나는 건축적 태도와 언어를 살펴보는 시간도 마련했다. (편집자) | 작품 사진 및 자료 | 이로재김효만건축사사무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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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KIM, HYOMAN


W 와이드 워크

아시아가 주목하는 김효만의 건축 수법 | 건축주를 줄 세우는 주택 설계를 중심으로 |

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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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O R K I kim, hyoman’s D housing architectural method E IMGEODANG

임거당 1999

임거당 | 설계 개요 | 위치 :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장항동 803-6 | 지역 지구 : 전용 주거 지역 | 주요 용도 : 단독 주택 | 대지 면적 : 231.6㎡ | 건축 면적 : 107.77㎡ | 연면적 : 199.22㎡ | 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 | 구조 : 철근콘크리트구조 | 내부 마감 : 노출콘크리트, 색락카, 미송판/무광락카, 한지, 온돌용 목재 후로링 | 외부 마감 : 노출 콘크리트, 미송판, 검정콩자갈 심기, 잔디, 미송판/오일스테인

2F→ 1F↘ B1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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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KIM, HYOMAN


W O R K I kim, hyoman’s D housing architectural method E HOYUJAI

호유재 2000

호유재 | 설계 개요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475-27 | 지구 지역 : 도시 지역, 전용 주거 지역 | 주요 용도 : 단독 주택 | 대지 면적 : 450㎡ | 건 축 면적 : 197.45㎡ | 연면적 : 364.46㎡ | 규모 : 지하 2층, 지상 2층 | 구조 : 철근콘크리트 구조 | 내부 마감 : 노출콘크리트, 벽지, 온돌용 목재 후 로링, 미송판/무광 락카, 한지 | 외부 마감 : 노출 콘크리트, 라인징크판, 삼목/오일스테인

B1F↑ 1F↓

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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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O R K I kim, hyoman’s D housing architectural method E SANGSUNJAI

상선재 2001

상선재 | 설계 개요 | 위치 : 서울시 서대문구 북아현동 1번지 595호 | 지역 지구 : 일반 주거 지역, 자연 경관 지구 | 주요 용도 : 단독 주택 | 대지 면 적 : 324㎡ | 건축 면적 : 96.60㎡ | 연면적 : 244.92㎡ | 규모 : 지하 1층, 지상 3층 | 구조 : 철골조 | 내부 마감 : 압출 성형 시멘트판, 미송판/무광락 카, 벽지 | 외부 마감 : 내후성 강판, 스테인리스 거멀접기

1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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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F↓

3F↘

WIDE WORK : KIM, HYOMAN


W O R K I kim, hyoman’s D housing architectural method E LIGHT HOUSE

라이트 하우스 2001

라이트 하우스 | 설계 개요 | 위치 :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26-41외 2필지 | 지역 지구 : 일반 주거 지역, 주차장 정비지구 | 주요 용도 : 사무실, 스 튜디오, 주택 | 대지 면적 : 247.10㎡ | 건축 면적 : 148.11㎡ | 연면적 : 746.23㎡ | 규모 : 지하 1층, 지상 6층 | 구조 : 철골조 | 내부 마감 : 미송 합판, 색락카, 베이스 패널, 온돌용 목재 후로링 | 외부 마감 : 드라이비트, 알루미늄 타공판

5F↑ 6F↓

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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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O R K I kim, hyoman’s D housing architectural method E WASUNJAI

와선재 2002

와선재 | 설계 개요 | 위치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궁내동 327-4 | 지역 지구 : 자연 녹지 지역, 자연 취락 지구 | 주요 용도 : 단독 주택 | 대지 면적 : 515㎡ | 건축 면적 : 200.66㎡ | 연면적 : 275㎡ | 규모 : 지상 2층 | 구조 : 철근 콘크리트조 | 내부 마감 : 노출 콘크리트, 온돌용 목재 후로링, 미 송 합판/색락카, 석고보드/색락카 | 외부 마감 : 내후성 강판, 드라이비트

1F↖

18

2F↗

WIDE WORK : KIM, HYOMAN


W O R K I kim, hyoman’s D housing architectural method E JORINHUN

조린헌 2003

조린헌 | 설계 개요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 15-152 | 지역 지구 : 도시 지역, 일반 주거 지역, 문화재 주변 지역 | 주요 용도 : 다가구 주택 | 대지 면적 : 169.67㎡ | 건축 면적 : 100.28㎡ | 연면적 : 447.85㎡ | 규모 : 지하 1층, 지상 5층 | 구조 : 철근 콘크리트조 | 외부 마감 : 익스펜디드 메 탈, 노출 콘크리트, 드라이비트 | 내부 마감 : 노출 콘크리트, 석고보드/ V.P.

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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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O R K I kim, hyoman’s D housing architectural method E NOKSUNGHUN

녹성헌 2004

녹성헌 | 설계 개요 | 위치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 지역 지구 : 일반 주거 지역 | 주요 용도 : 단독 주택 | 대지 면적 : 608.6㎡ | 건축 면 적 : 272.96㎡ | 연면적 : 329.76㎡ | 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 | 구조 :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 마감 : 압축 성형 시멘트판, 징크판, 적삼목 | 내부 마감 : 징크판, 색락카, 오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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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KIM, HYOMAN


1F↑ 2 F↓

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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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O R K I kim, hyoman’s D housing architectural method E HYEROHUN

혜로헌 2004

혜로헌 | 설계 개요 | 위치 : 광주광역시 북구 일곡동 | 지역 지구 : 제2종 일반 주거 지역 | 주요 용도 : 단독 주택 | 대지 면적 : 594㎡ | 건축 면적 : 168.63㎡ | 연면적 : 269.07㎡ | 규모 : 지상 3층 | 구조 : 철근 콘크리트조 | 내부 마감 : 노출 콘크리트, 색락카, 합판 | 외부 마감 : 노출 콘크리 트, 적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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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KIM, HYOMAN


1F→

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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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O R K I kim, hyoman’s D housing architectural method E DOHUN

도헌 2006

도헌 | 설계 개요 | 위치 : 경기도 가평 | 지역 지구 : 관리 지역 | 주요 용도 : 단독 주택 | 대지 면적 : 955㎡ | 건축 면적 : 357.74㎡ | 연면적 : 893.45 ㎡ | 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 | 구조 : 철근 콘크리트조 | 내부 마감 : 노출 콘크리트, 색락카 | 외부 마감 : 노출 콘크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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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KIM, HYOMAN


↑1F ↙2 F

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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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O R K I kim, hyoman’s D housing architectural method E

와선재에서

와이드 워크 | 집담회

조린헌에서

김효만 건축의 여전함에 대한 오해와 이해

집담회 참석자들 : 위 왼쪽부터 김재관(무회건축연구소 대표), 함성호(시인, 건축가), 구영민(인하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김효만(이로재김효만건축사사무소 대표). | 인물 사진 | 진효숙(전속 사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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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KIM, HYOMAN


탐색 ● 툴(tool)에 관해 ● ⓦ 김재관 | 그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10년 전쯤인가요?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현 장 인부들과 협의 중인 김효만 선생님을 처음 보았었죠. 그 때도 지금처럼 검은 자켓을 입고 있었습니다. ⓦ 김효만 | 아, 기억나네요. 아마도 임거당을 지을 때였을 거예요. ⓦ 김재관 | 그 때 손으로 그린 실시 설계 청사진 도면이 참 인상적이었지요. ⓦ 김효만 | 그래요?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캐드(cad)가 막 도입되었을 때니 여전히 손으로 도면을 그렸었겠죠. 당시에는 컴퓨터 작업을 그다지 환영하지는 않았으니까요. ⓦ 김재관 | 직접 툴을 다루지는 않나요? 건축가들이 손으로 스케치를 하고 스태 프(staff)들이 그것을 캐드로 그리면 다시 체크하는 예전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 는 건지요? ⓦ 김효만 | 내 경우는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주택입니다. 그런데 주택 설계는, 다 들 아시겠지만 전문성이 의외로 깊어서 아주 디테일한 것까지 혼자서 결정을 해 야 해요. 스태프들에게 맡길 수는 없지요. 또 스케치 작업은 공간 시절부터 습관 적으로 해왔던 거구요. 더구나 규모가 큰 사무실이 아니기 때문에 모형으로 작 업 프로세스를 진행할 수는 없지요. 자연히 스케치를 통해서 나의 생각이나 공간 감 등을 포착하고 있습니다. 클라이언트(client)를 위한 프리젠테이션(presentation)용은 구상 과정 중 스케치 해오던 것을 모아서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더하는 식으로 준비하지요. ➊ ➋ (임거당 스케치)

ⓦ 김재관 | 아, 그렇군요. 저의 경우는 캐드를 이용하여 직접 드로잉을 하는 경 우도 많습니다. ⓦ 김효만 | 나도 그러고는 싶었지요. 하지만 캐드 배울 시간에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더 유용하지 않겠느냐고, 옆에서 충고들을 하더라구요. ⓦ 김재관 | 선생님의 주택 작품에는 디테일(detail)이 참 많습니다. 한 마디로 말 하면 도면이 많이 필요한 집이라는 거죠. 그런데도 곰곰이 보면 즐겨 사용하는 혹 은 비슷한 유형의 디테일들이 있습니다. 반복되는 디테일들을 프로젝트마다 다 시 그리는 것보다는 캐드로 데이터베이스(database)화시켜 놓으면 매우 유용할 것 같은데요. 그리고 그것이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 을 확보하는 방법이 아닐는지요. ⓦ 김효만 | 공감합니다. 감리를 하면서 대부분의 디테일을 그리는데, 사실 새로 운 디테일들은 흥미롭지만 예전에 했던 것과 비슷한 디테일들을 다시 그리는 것 은 낭비라고 생각해요. 차라리 예전의 것을 찾아서 쓰는 것이 시간적으로도 유 리하지요. 하지만 너무 많아서 도무지 찾을 수가 없더라구요. 대부분 트레이싱

(tracing)지에 스케치한 것들이라…. 하지만 그 때마다 디테일을 연구하고 또 그 것들을 캐드 도면으로까지 옮기는 작업이 내게는 너무 비경제적입니다.

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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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O R K I kim, hyoman’s D housing architectural method E

여전함 ●● 작은 방들과 풍성한 사이 공간 ●● ⓦ 함성호 | 오늘 와선재, 녹성헌, 조린헌 등을 보면서 김효만의 건축은 변하지 않 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미 임거당에서부터 자기의 방법론들을 확고하게 세 우고, 이후에는 그 방법들을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는 건축가 김효만을 새삼 확인 하는 시간이었어요. 와선재에서도 공간과 공간 사이를 계속해서 연장해 놓고 끌 고 가는 방식이 보입니다. 방들은 여전히 작고요. 작은 방들은 김 선생님 주택에 서 볼 수 있는 특이점이기도 합니다. 특히 침실들이 그래요. 대신 그 작은 방과 방 을 연결하는 사이 공간은 굉장히 풍성하지요. 자신의 방법론들을 더욱 확고하게 밀어붙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 김효만 | 방이 작은 것은 방의 용도를 잠만 자는 기능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에 요. 우리의 한옥에서 볼 수 있는 안방처럼 거실을 겸한 방이 아니라 순수하게 잠 만 자는 방으로요. 침실이 커지면 상대적으로 거실 등 다른 공간들의 기능적 순 수성도 모호해질 것 같고, 또 설계한 집들이 규모가 작아서 면적 배분 상 그렇게 된 점도 없지 않습니다. ⓦ 함성호 | 임거당이 책으로 묶여졌을 때도 제가 이런 이야기를 작품 해설 란에 서 한 것 같은데요. 침실 같은 기능적인 공간들이 있잖아요. 그 기능적인 공간들

김효만은 1955년 서울생으로 단국대학교 건

사이를 쭉 연장하다 보니까 장황하게 늘어지는 면이 있어요. 또 연장의 질서가 유

축공학과를 졸업했다. 공간종합건축사사무

지되어야 하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오히려 상당히 어지럽다는 생각을 했구요. 와

소의 김수근 선생에게서 사사했으며 1991년 이로재김효만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여 운

선재에서는 특히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많이 거슬렸어요. 주변이 목재로 마감

영해 오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남강빌딩

되어 있는데 굳이 스틸을, 그것도 색으로 스틸이란 점을 확 부각시킨 것은 좀 뜨

과 학익재를 비롯한 일련의 주택들이 있으며

악했지요. 이 대목에서, 공간과 공간 사이를 연장할 때 실질적으로 일어날 수밖

한국 건축문화대상, 경기도 건축문화상, 서

에 없는 장황스러운 것들은 정리되어야 할 대상인지, 아니면 일부러 의도한 것들

울시 건축상, 제3회 크리악 어워드 올해의 비 평건축상 등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한 바 있

인지가 궁금합니다.

다. 특히 조린헌과 혜로헌으로 아시아 건축가

ⓦ 김효만 | 나는 공간적 시퀀스(sequence)의 연출을 김수근 선생의 공간에서 배

협회가 수여하는 아카시아 건축상(ARCASIA

웠어요. 처음에는 외부 공간의 시퀀스를 배웠죠. 마당을 나누고 마당끼리의 스토

AWARD) 골드메달을 2회 연속(2005-2006,

리를 만드는 것은 김수근 선생이나 한국 전통 건축의 외부 공간을 연구한 선배들

2007-2008) 수상, 주목을 받았다.

이 고민했던 문제이기도 해요. 외부 공간에 대한 관심은 내부 공간의 연결 과정으 로 이어졌죠. 내부 공간의 시퀀스, 이를테면 거실에서 침실로 진입하기 전에 욕실 과 각종 수납 공간, 파우더 룸(powder room) 등을 두는 수법들은 침실의 부속 프 로그램이기도 한 완충 공간을 사이에 두어 또 다른 스토리를 엮기 위한 복선인 거 예요. 그러다 보니 부득이하게 침실이라는 주요 기능의 면적이 축소될 수밖에 없 죠. 침실이 가지는 취침 기능보다는 거실과 침실이라는 극단적인 두 공간의 경계 를 강조함으로써 각각의 공간 성격을 차별화하자는 의도인 것이죠. ⓦ 함성호 | 김 선생님 주택의 복도를 보면 기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점에 서 복도라는 이름 대신 다른 이름이 부여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 김효만 | 임거당 2층을 예로 들면, 복도에서 각각의 침실로 들어가기 전에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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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KIM, HYOMAN


부방 혹은 드레스룸, 파우더룸 등을 거쳐야 합니다. 그리고 복도에도 도서 복도

라는 이름을 붙여 책꽂이를 설치했지요. 중앙에 대청 마당이 있어서 복도를 두는 것이 불가피한데, 통로의 기능으로만 쓰기에는 아까웠기 때문이에요. 나 자신도 모더니즘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서 그런지 공간에 대해서는 늘 합리적인 면적 과 쓰임을 생각하게 됩니다. 설계한 주택에 복합된 기능의 공간이 자주 눈에 띄 는 이유지요. ➌ ➍ ⓦ 함성호 | 그런데 그런 공간에서 창의 위치는 모두 눈높이 아래, 허리 정도에 와 있습니다. 오늘 본 와선재에서도 그랬구요. ⓦ 김효만 | 조린헌의 집주인은 창이 너무 많다고 하지요. 장단점이 있을 거예요. 조린헌은 면적이 45평밖에 안 되는 작은 대지 위에 서 있어요. 대지 규모가 작은 집에서 창이 부여하는 개방감, 실제로 체감되는 공간감, 시각적인 다양성 등은 장 점일 수 있겠죠. 대신 냉난방 부하가 클 수 있다는 것은 단점이겠구요. 창을 많이

두다 보니 창에도 공간처럼 시퀀스의 연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환한 빛 이 들어오는 공간을 지나면 어두운 공간이 등장하는 빛의 반전, 그리고 창을 통 해 볼 수 있는 바깥 풍경의 변화를 꾀하려는 의도 등이 다분히 시도되었지요. 아 마 임거당의 도서 복도에 큰 창이 달려 있었다면 그 과정적 공간의 맛이 좀 무의 미했을 겁니다. 수법으로서의 어휘 ●●● 관통과 관입 ●●●

ⓦ 김재관 | 좀 오래전 일이긴 합니다만, ‘관통과 관입의 순환—김효만 초청 강연 회’란 제목의 포럼을 방청한 적이 있습니다. 전통 건축에서 나타나는 공간 구성 방법이 작업에 어떻게 적용되는가를 학익재와 임거당 중심으로 강연하셨는데, 저는 관통과 관입이란 단어가 한 건축가의 건축 전체를 대신할 만한 어휘인가 하 는 의구심을 가졌더랬어요. 부분적인 수법이나 즐겨 사용하는 방법론으로서 풀 이된다면 몰라도 말입니다. 그러한 어휘들은 오히려 김 소장님 작품이 가지고 있 는 다른 부분들을 퇴색시키거나 후속 작업의 방향성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소장님께서 설계한 주택들을 둘러보면서 김효만 건 축이 다른 것과 차이를 느끼게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생각을 해보았는데, 우선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은 건물의 배치 형식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대지를 점유하

는 측면에서 본다면 보통의 경우처럼 대지의 일부분에서 시작하여 점차 확산시 키는 것과는 달리 건물을 대지의 바깥 부분부터 채우고 있는 듯합니다. 중앙을 포 위하듯 말이죠.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그 속은 비워지게 되는 것이죠. 여기서 중요 한 것은 그 수법의 목적이 에워쌈 그 자체인가 혹은 에워 쌓여진 안쪽 부분인가 하 는 것입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방식이 건물의 배치에서뿐만 아니라 단면에서도 발견된다는 것입니다. 건물의 속을 들여다보면 대개의 경우 지붕이 있는 위치가 내부적 기능에 의해 결정되기보다는 땅으로부터 허용하는 한 최대

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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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O R K I kim, hyoman’s D housing architectural method E

한을 하늘로 들어 올리고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건물의 배치 방식처럼 말이죠. 그 리고 그 안에 빈 부분을 만든 후 그 곳에 까치집을 짓듯 뭔가를 집어넣기 시작하는 거지요. 결국 평면이나 단면을 통해 집체를 이루는 방식이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러한 시도가 지속적으로 반영되는 것 아닌가 싶고, 그것이 바로 ‘김효만표 건축’의 한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김효만 | 나는 건축 철학을 하나의 어휘로 미리 내걸고 작업하는 건축가가 아 니고, 관통과 관입이란 단어도 나의 발명어가 아니지요. 그러한 어휘는 한국 전 통 건축에서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시각적, 공간적 현상인 것입니다. 다만 이런 이 야기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건축적 태생이 공간이고, 전통 건축의 공간에 관심을 가진 김수근 선생의 영향을 받은 사람입니다. 한창 실무를 익히던 당시는 건축뿐만 아니라 문화계 전반의 화두가 전통과 현대에 관한 것이었어요. 더욱이 김수근 선생의 대표작인 공간사옥에서 지냈던 사람이기 때문에 내 건축의 근간 은 공간사옥을 뿌리로 한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공간사옥이 가진 특유의 스 케일과 공간감이 몸에 배게 되었지요. 이를 바탕으로 전통건축의 외부 공간에서

구영민은 코넬 대학교에서 건축 석사 학위

볼 수 있는 특성들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요. 물론 관통과 관입이란 단어는 당

를 취득한 후 미국 fox & fowle, SOM 등에

시 몇몇 작업을 정리하여 집약적으로 표현해 내야 했기 때문에 도입한 표현이지

서 10여 년간 건축가로 활동하였다. 현재 인 하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파

만, 그것들은 직설적으로 저의 건축에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를테면 임거당 2층

리 발데센 건축대학과 하바로프스크 태평

부모방과 아이들방 사이 옥상 마당벽의 뚫림, 와선재에서 한옥의 존재를 강조하

양 국립대학교에서 교환교수로 활동 중이다.

는 프레임(frame), 마당을 나눈 펜스(fence)와 그 위의 개구부 등등은 전통 건축

2006년 UIA celebration cities 공모전(제4

에서 매력적으로 느낀 공간적, 시각적인 요소들이에요. 오늘 제대로 보진 못했지

지역)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2회의 개인전을 통해『poetics of crack』 과『imageable plateau』등의 작품집을 발간하였다.

만 와선재에는 우리 전통 건축에서 앞마당과 뒷마당을 서로 연결하는 대청마루 라든가, 또 뒷마당으로 오픈된 툇마루와 그 개구부를 통해 풍경을 볼 수 있는 회 화적인 프레임 등이 차용되어 있어요. 우리가 흔히 보는 것이긴 하지만, 개인적으 로 전통 건축에서 받은 매우 강렬한 인상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요소들 이 요구되지 않았는데도 건축가의 감성 혹은 취향 때문에 일방적으로 쓰일 수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완성한 주택 프로젝트의 대부분은 매우 작은 규모에요. 임거 당만 하더라도 대지 면적이 70평이니까요. 작은 땅에서 최대한의 마당 면적을 만 들어낼 수 있는 배치로서 ‘띄움’은 유효한 것이지요. 띄워서 아래쪽에 ‘비움’을 얻 는 것이지요. 또 위치가 일산의 전용 주거 단지였기 때문에 막힌 담장을 할 수 없 다는 규정이 있었어요. 자연스럽게 도시로 열려 있는 산만함과 경계 없음을 구분 짓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마당을 중앙에 두고 건물로 대지 경계 를 둘러싸는 개념을 갖게 되었어요. 정리하자면, 경계 없음에 대한 요구, 경사 지 붕에 대한 형태 의무, 작은 땅이지만 마당을 가지고 싶어 하는 현대 도시인의 욕 구 등, 기능적 요구들이 마당을 품은 전통 건축의 감성적 매력과 부합되고 맞물 려 구체적인 형태로 실현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건축가 혼자서 주 관적으로 건축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만들고 나니까 공간감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 환경에 따라, 재료에 따라, 스케일에 따라 공간성이 모두 다른 겁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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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KIM, HYOMAN


다. 이후 여러 작업에서도 시도하게 되었지요. 따지고 보면 함 선생 말처럼 아직 같은 수법을 쓰고 있는 건축가인 거죠. 그러나 제가 근래 설계하고 있는, 전원을

W O R K I review 1 : koo, youngmin D kim, hyoman, wasunjai & E

jorinhun

배경으로 하는 큰 규모의 주택에서는 그 같은 수법이 적용될 수 없음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공간 연출의 방법은 건축의 환경과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생

리뷰 1 | 와선재와 조린헌, 그리고 마당 | 구 영민

각하게 되었습니다. 말이 옆으로 샜는데, 어쨌거나 저는 철학적인 명제를 거창하 게 내걸고 건축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건축 역사학자나 비평가가 정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함성호 | 일부러 안 하시는 건가요?

모호성 해체 Deconstruction of Ambiguity

ⓦ 김효만 | 아뇨.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정리의 필요성 때문입니다. 그

김효만의 건축에는 굵은 선이 있다. 그 선은

때 그 포럼을 준비하다 보니까 그야말로 정리가 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아, 내

당당하고 솔직하지만 때론 우둔할 정도로 선

가 이랬구나 싶은 게. 뒤돌아보고 정리하면서 집약적인 단어로 내 것을 표현해 보

입(先入, preconception)적이다. 그가 전통

는 일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지요. 그런데, 다른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건축가 가 고정된 어휘로 작업을 하는 것은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건축성에 맞지 않는

과 현대를 오가며 몇 가지 선결정적인 요소 들을 가지고 공간의 윤곽을 잡고 있기 때문 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언어들이 만들

다고 봐요. 가령 예를 들면 다니엘 리베스킨트(Daniel Libeskind)나 프랭크 게리

어 내는 익숙한 시퀀스를 지적하려는 것이

(Frank O. Gehry)처럼 작품만 봐도 누구 것인지 금방 알 수 있는 기호를 가진 건

다. 굵은 윤곽선을 따라 펼쳐지는 약간씩 불

축가의 작업은 개인적으로 별로 흥미가 없어요. 헤르조그 & 드 뮤론(Herzog & de Meuron)처럼 북경에서는 올림픽 주경기장을 그렇게 하고, 영국에서는 테이

필요한 내러티브가 간혹 부담이 된다는 것이 다. 그는 굵은 선의 주변을 따라 부유하는 요 소들을 총체적으로 ‘노마딕한 건축’이라고 명

트 모던(Tate Modern) 갤러리를 또 그렇게 하는, 문제에 따라 환경에 따라 해법

명한다.(각주 1 : 김효만은 오섬훈과의 대담에

을 그때그때 달리하는 건축가가 흥미 있지 않나요?

서, “안식처로서 안정된 대지에 ‘노매딕한 건 축’의 형식이, 안정되지만 변화로운 삶의 프

건축적 태생 ●●●● 김수근 건축과 공간

로그램을 기대할 수 있게 한다”고 언급한다. 김효만, 오섬훈, 상선약수. 대담, C3 Korea

●●●●

0112, 2001, p36.) 그런데 그가 언급하는 노마

ⓦ 김재관 | 선생님께서 언급하신 전통 건축의 이미지가 공간에서부터 작게는 디

딕(nomadic)한 건축이 일종의 통로나 움직

테일에까지 드러나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핸드레일이나 철망 같은 디테일을 보면 옛날 가구에 사용되던 꺽쇠의 느낌을 주는 것들이 있습니다. ⓦ 김효만 | 물론 있겠지요. 건축이란 것은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것

임을 직역(直譯, literal)한 것이 아니라면, 그 래서 그 움직임을 따라 일정한 내러티브가 형 성되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언외( 言外)의 의미를 책임져야 할 것이다.

이니까요. 와선재에서 붉은 색을 칠한 미송 합판을 내부 마감재로 사용한 것이라 든가, 임거당에서 목재판과 목재판의 연결부에 T형의 접합 철판을 사용한 것 등 은 한국적인 맛을 은유적으로 느끼게 해 주려는 의도가 다분히 있지요. 또 조린헌

그의 주택을 감싸고 있는 보편화된 동적 요소 들은 주거라는 컨텍스트 속에서 자체적으로 변전(變轉)과 변화를 일으킴으로써 원래의

의 익스펜디드 메탈(expended metal) 판의 큰 틀 코너에 두른 띠도 불필요한 것

프로그램을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고 있기 때

이긴 하지만 동일한 의도가 있었고, 와선재의 내후성 강판 벽에 부분적으로 검은

문이다.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동적인 불확정

색 페인트를 칠한 것도 고가구와 그 철물을 연상하게 하려는 은유적 느낌에 대한 의도가 있었습니다. T형 철판은 구조적인 쓰임새가 있지만 나머지는 지극히 장

성은 형이상학적 주거에 대비되는 ‘유목민적’ 사고 체계를 은유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각주 2 : 동적 불확정성이나 ‘유목민

식적이지요. 노골적이지 않게 은유적으로 오래된 기억을 상기시킬 수 있는 표현

적’ 사고 체계는 조르주 바타이유가 지적한

을 하고 싶었습니다. ➎ ➏ (임거당)

기표와 기의의 관계를 은유한다. 이들의 관계

ⓦ 김재관 | 선생님께서는 그 동안의 프로젝트를 통해 줄곧 한국 전통 건축의 공

는 항상 미끄러지면서 그 의미가 확정되지 않

간을 이야기하셨는데, 공간보다는 비주얼한 측면에서 더 많이 인용되고 있다고

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고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의 고리가 형성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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봅니다. 더러는 그 둘을 혼용하든가요. ⓦ 김효만 | 물론 나는 건축을 공간으로 풉니다. 하지만 장식 또한 공간을 구성하 ➐

는 일부이고, 공간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 김재관 | 다니엘 리베스킨트(Daniel Libeskind)나 프랭크 게리(Frank O. Gehry)의 예처럼 고정된 어휘를 가지고 작업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 지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장님의 건축은 일정한 스타일을 유 지하거나 견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가령 둔중한 매스를 만든 후 다시 어딘가는 뚫고 어딘가는 높여서 그 물체를 스펀지처럼 만들고, 그 공극을 느슨하 게 채우는 대립적인 수법을 통해 김효만표 건축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죠. ⓦ 김효만 | 그런 건 있겠죠. 분명한 자기 색깔은 가지고 있어야 할 거예요. 다만 상황에 따라 변화할 줄 아는 건축가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내가 만약 어 딘가를 뚫었다면 공간을 향한 건축적 지향에 의해서가 아니라 건축가의 요구에 의한 것이에요. 그런 다음 건축주를 감동시키는 프로그램은 무엇인가를 생각하

죠. 작지만 두 배의 규모로 느끼게 한다든가, 자투리땅도 버림이 없도록 만든다든 가, 등등. 뚫음은 답답한 규모에 안마당으로 숨통을 틔우기 위해서고, 높임은 재 미없는 규모에 수직적으로 공간적 흥미를 더하기 위해서입니다. 절대적으로요. 그리고 주택이라는 것과 작은 규모라는 공통점이 유사성을 말해 주고 있고요. ⓦ 김재관 | 그런 식으로 오래 유지된 고정적인 부분이 있다면 변화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 김효만 | 그건 나도 궁금한 부분이에요. 임거당은 지금도 학생들이 답사를 많 이 하고 있고 오늘 이 자리에서도 자꾸 임거당을 언급하게 되는데, 그만큼 조건 이나 환경을 잘 풀어 내고 공간적 성취도가 가장 높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설계한 것 중에서 말이죠. 그렇다면 임거당 이후 10년 동안 후속 작업들을 통해 나는 과 연 발전을 하였는가를 따져 보면 아직은 별로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굳이 변명 을 하자면, 주택이라는 정해진 프로그램의 한계가 있었고 건축주와의 관계도 있 지 않았나 싶어요. 건축은 대지의 조건과 건축주의 문화, 의지에 굉장히 많이 좌 우되지요. 캔버스(canvas)가 있다면 이미 캔버스 반이 채워진 상태에서 건축가 의 그림이 완성된다고 할 수 있어요. 또 주어지는 프로젝트의 성격은 건축가가 발 전, 변화하는 기회가 되겠죠. 아직까지는 그 변화의 동기가 없었다고 생각해요. 아직 부족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계 속 진전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알 수 있겠죠.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의 계기 가 주어질 수도 있겠고요. 아마 그것은 ‘발전’이라기보다 또 다른 건축을 향한 관 심이 만드는 ‘변화’라고 해야 맞을 것 같습니다. 직능의 관점에서 ●●●●● 와선재의 연출 ●●●●● ⓦ 구영민 | 직능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 보죠. 김 선생님의 작품을 보면 상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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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KIM, HYOMAN


격렬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돼요. 와선재의 경우도 그랬구요. 개인적으 로 내후성 강판(코르텐 강)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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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rinhun

ⓦ 김효만 | 나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재료지만 와선재에서는 적절한 재료였다 고 생각해요. 새로 지은 헌집이라는 측면에서 말이죠.

‘사건’과 다름 아니다.) 다시 말해서 그가 제 시하는 주거용 프로그램이 보편적 공간으로

ⓦ 구영민 | 새로 지은 헌집, 세월이 지나면 코르텐 강의 색깔이 변한다는 것도

서 거주자들의 의도에 따라 항시 다른 용도나

나중에 알았지요. 그것보다도 나는 그 재료로 인해 건물이 주변의 정리된 콘텍스

프로그램으로 전이되어 새로운 사건의 고리

트에 비정상적인 것, 이질적인 것으로 비춰지면서 오히려 언캐니(uncanny)한 풍

를 형성한다면, 그의 ‘노마딕한 건축’의 의도

경을 살리지 않았나 싶어요. 예전에 코르텐 강을 사용한 작품을 비평할 때, ‘도시

가 어느 정도는 맞아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다. 문제는 그의 주거 속에서 항상 등장하는

와의 이상(異常)적 관계 맺기를 통한 장소성의 회복 의지’라는 말을 쓴 적이 있는

‘마당’이다. 대부분의 그의 주택에서 마당은

데, 그 개념과 비슷한 거죠. 한 가지 의구심이 이는 것은 정면의 커다란 프레임을

중심 공간이 된다. 그래서 모든 유목적 개연(

통해 내부의 기존 한옥을 보여 주고자 한 점인데, 굉장히 순진한 의도라고 생각해

蓋然)이 역동적인 활주의 공간을 지속적으로

요. 지적(知的)인 면에서는 마당이라는 개념을 프레임하여 수직적으로 보여 주려

생성시키지 못한 채, 마당이라는 필연(必然) 에 맞닥뜨리게 된다는 것이 문제다.

는 의도가 아닐까 생각도 해봤습니다. 배치도에서 볼 수 있듯이 기존 한옥의 배치 가 도로에 대해 45도 각도로 틀어져 있다는 점에서도 마치 엑소노매트릭의 세팅

와선재의 경우도 기존의 한옥을 마당에 담은

을 읽는 것 같아서 아예 19세기 조선 화가들이 그려 넣은 일종의 투시도라는 생각

형상을 가지고 도시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

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 기법은 상선재의 경우에서도 드러나더군요. 그래 서 선생의 트레이드마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코르텐 강은 사용한

나 이 마당은 선례의 경우와는 좀 다르다. 기 존의 한옥을 둘러싸는 마당 공간을 다시 보이 드로 에워싸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마

면적이 얼마인가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죠. 와선재는 큰 면적을 코르텐 강이 감싸

당의 식역(limina)이 스스로를 해체하고 있

고 있어서 자칫 폭력적인 느낌을 줄 수 있었는데, 이를 다소 누그러뜨리는 오프닝

다고 볼 수 있다. 아른하임(Rudolf Arnheim)

들, 특히 뒤의 기와집을 볼 수 있는 전면의 큰 오프닝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 다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많은 선배 건축가들이 고정 관념으로 써 온 관

의 피겨(figure)와 그라운드(ground) 연구 (각주 3 : Rudolf Arnheim, Art and Visual Perception)를 빌어 자세히 들여다보자. 도

통과 관입, 마당 같은 언어보다는 오히려 기존 한옥을 어떤 지점에서 어떻게 보이

시 공간적으로 이 마당은 주변에 대해 피겨의

도록 했는지가 궁금했어요. 특히 공간사옥처럼 시각적 경험을 몸으로 추스를 수

역할을 한다. 시^지각 이론에서 밀폐된 표면

있도록 하는 방식들이 어떻게 구현되었는지가 이 오프닝이 가질 수 있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물론 작은 예산이나 건축주의 성향 등이 세세한 연출에 걸림

(Enclosed Surface)은 피겨의 경향으로 인식 되는 반면에 그것을 에워싸는(Enclosing)면 은 그라운드로서 인지된다. 흰 백지 위에 그

돌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처음 집을 들어서면 시작되어 끝나는 동선들이 붓으로

려진 동그라미를 인식할 수 있는 것은 동그라

일획을 긋는 듯한 느낌을 와선재에서 받았어요. 다른 주택들처럼 공간을 빼내는

미 선 안쪽 지역과 바깥 지역이 가지는 시각

방법으로 집 내부를 외부로 잠입시키는 바람에 ‘통과 동선’과 ‘간섭’을 보여 줘야

적인 밀도 차이 때문인 것과 같은 원리다. 즉,

한다는 강박적 룰이 와선재에서도 보인다는 것은 아쉬웠지만요. 그러고 보니 아 까 언급된 스틸 계단도 부조화라기보다 긴 통과 동선에 ‘건축’적 연출을 가해야만

원의 내부(마당)를 피겨로서 그 주변(일차적 으로 와선재의 벽, 이차적으로 주변 컨텍스 트)을 그라운드라고 간주한다는 것이다.

한다는 의도적 제스처로 보이네요. ➐ ➑ 그런데 여기서는 내후성 강판의 전면부에 뚫

옛것과 새것의 조화 ●●●●●● 가장 현대적인 제스처

려진 거대한 오프닝이 전술한 논리를 전복시 킨다. 벽면의 구멍(hole)으로서 이 넓은 개구

●●●●●●

부 역시 벽속의 구멍인 동시에 넓은 장(場) 위

ⓦ 김효만 | 옛것과 새것이 같이 사는 방법은 무엇인가가 와선재 설계의 키(key)

에 놓여 있는 피겨라고 정의할 수 있기 때문

였어요. 기존의 한옥 옆에 아주 모던한 양옥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까, 였죠.

이다. 여기서 아른하임의 얘기는 이렇게 정리

ⓦ 구영민 | 유럽을 보면 기존의 콘텍스트가 모두 세팅(setting)되어 있는 상태에

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될 수 있다. 창문을 벽면의 구멍으로 인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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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새로운 것을 집어넣는 방식인데, 와선재의 경우는 그 반대인 것 같아요. 대지 가 위치하고 있는 분당 외곽 지역은 집을 지을 당시 아마도 개발이 안 되어 있었 ➒

겠죠. 수도권 다가구 주택 개발 붐을 타고 지금처럼 집들이 들어섰을 테고 말입 니다. 그런데, 먼저 집을 지은 다음 다른 것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성공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아무도 범접하지 못 할 위엄, 즉 코르텐 강의 강렬한 조형 때문에 주변 건물들이 오히려 굉장히 약해 지는 것 같아요. 스스로 장소성을 지키려는 욕심(단독적인 장소, Locus solus)이 더 강해졌을 법도 한데요, 스스로 장소를 창출한다는 의미에서 좀 더 욕심을 내 어도 되었을 것 같습니다. ⓦ 김효만 | 극히 현대적인 제스처로 옛것과 어울리기를 원했어요. 시각적으로, 시간적으로 극단적인 형태가 서로 어울리게 하는 것이 문제였지요. 미송 합판 에 자색 스테인을 바르는 친근한 제스처도 있지만 코르텐 강이나 노출 콘크리

트, 스틸 계단 등의 사용은 극단적으로 현대적인 방법들이에요. 한옥은 양옥과 함께 있을 때 진면목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양옥은 양옥대로의 매력이 더욱 부 각되고요. ⓦ 구영민 | 너무 극단적이어서 넘치는 부분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 김효만 | 그렇다면 그건 내 능력의 문제겠죠. 완성도의 문제고요. 무엇보다 한옥 옆에 한옥과 비슷한 형태로 순응하게 하는 소극적인 조화를 원하지는 않 았어요. ⓦ 구영민 | 아무튼 한옥의 병풍처럼, 담장처럼 서 있는 지금의 양옥으로 충분한 것 같습니다. ➒ ➓ 정의되지 않은 장치 ●●●●●●● 풍경을 거르는 담 ●●●●●●● ⓦ 김재관 | (와선재의 배치도를 칠판에 그리며) 와선재는 기존의 한옥에 대해 새

로 지은 양옥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것인데요. 혹시 설계를 다시 한다면 지금과 다른 배치 방법을 생각할 가능성도 있나요? ⓦ 구영민 | 스탠리 타이거맨(Stanley Tigerman)이 갑자기 떠오르는데, 그의 교 외주택에서 옥수수밭을 향한 입면은 전면 유리로, 서측부의 진입 도로 쪽은 완전 벽면으로 처리해서 아주 극단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도시로 향 한 스킨은 내후성 강판과 노출 콘크리트로, 집안을 향한 패브릭은 투명한 유리로 한 것과 관련된 물음인지요? ⓦ 김재관 | 그것과 좀 다르다고 봅니다. 김효만 선생이 마당이라고 부르는 외부 공간의 모호함에 대한 질문입니다. 이 경우 한옥에서 본다면 빙 둘러쳐진 양옥 건 물은 한옥의 담장에 해당할 것입니다. 그런데 묘한 것은 양옥 건물과 한옥의 사이 에 실제의 담장이 또 하나 있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하나의 집에 두 개의 담장 이 있거나 한 개의 마당에 또 다른 담장을 만들어 둘로 구분하고 있는 것인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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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은 어떤 의미인지요. ⓦ 김효만 | 공간적 취향이겠죠. 그 곳은 오래 전부터 기존 한옥의 마당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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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rinhun

시간성이 있는 장소로서 분리한 곳입니다. 한 번 더 거른 마당이라고 볼 수 있는 데 전혀 가치 없는 사족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구미동의 녹성헌도 그렇지만,

다면 이는 벽면에 대해 당연히 피겨가 된다. 그런데 벽 자체 역시 그 주변을 둘러싸는 배

싫어 하는 공간 구성이 현관문을 열면 거실, 식당, 침실까지 전체를 한눈에 알아

경과 대치될 때 피겨의 개념을 갖는다는 것이

버리게 하는 집이에요. 똑같은 면적이라도 다양한 장소로서의 공간을 만드는 데

다. 이러한 모호성은 솔리드와 보이드 중 어

는 건축가의 능력이 필요하겠지요. 이와 같은 마당은 잘못하면 다른 공간의 면적

느 것이 피겨로 나타날 것이냐 하는 상대론적

에 대해 희생을 강요하면서 취향을 연출한 것이 될 것이고, 다행히도 사는 사람

지배성을 자극시킨다. 와선재에서는 평면적 인식과 수직적 인식이 각자의 식역을 침범함

에게 다양한 일상의 삶을 줄 수 있다면 굳이 좋고 나쁨의 평가를 받을 이유는 없

으로써 피겨와 그라운드, 솔리드와 보이드의

다고 봐요.

역할이 상호 의존적(Interdependent)이 되

ⓦ 함성호 | 누구나 같은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한 덩어리 땅이지만 그

고 있다. 이러한 모호성은 평면적으로나 입

담으로 해서 내부에서 보는 한옥이 한 집으로 느껴지지 않고 담 너머 또 하나의

면적으로 기존의 한옥을 다시 보게끔 해준다. 이 집은 개인적으로 와선재 공간 구성의 생

풍경으로 인식된다는 것은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성원이 되는 동시에 집합적으로는 장소를 사

ⓦ 김효만 | 반대로 넓게 트인 하나의 공간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몇

회화하는 구실이 되기 때문에 공공으로부터

개의 사건으로 나누어 걸러 보는 것은 바뀌지 않을 내 취향이기도 해요.

개인 영역으로 전개되는 켜들을 좀더 복합적

ⓦ 구영민 | 건축주가 원한 것은 아니었나요?

으로 조직할 수 있게 해준다. 한옥이 놓여 있 는 형상과 이를 둘러싸는 형상을 통해 “인간

ⓦ 김효만 | 아뇨. 그렇지는 않았어요.

의 마음과 정치성(자율성과 타율성의 의미에

ⓦ 구영민 | 내 생각에는 타임 존(time zone)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

서)”의 양극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좀더

어요.

극적으로 표출할 수 있다는 말이다.

ⓦ 김효만 | 네. 예전부터 한옥의 마당이었던 존을 분리한다는 의미도 들어 있습 니다.

앞서 ‘굵은 선’이 갖는 양면성을 지적했던 것 은 ‘옛것과 새것의 공존’이라는 보편적 논리

ⓦ 구영민 | 다른 제스처를 제안해 본다면, 담을 쌓는 대신 의도적으로 드라이

에 휩싸여 재료의 선택이나 요소의 배치와 같

에어리어(dry area)처럼 지하를 파는 것은 어땠을까요? 일종의 조닝을 암시하

은 관례적인 행위로 마무리되는 김효만의 매

는 것 같이 말이죠. 코르뷔지에(Le Corbusier) 초기작을 보면 조닝(zoning)을 하 기 위한 벽들을 세우면서 계단을 뒤에 숨겨 놓거나 아예 프로그램을 나누는 벽

너리즘을 경계하기 위해서였다. 와선재나 조 린헌에서 나타나는 도시 건축의 양면성, 즉 한국이라는 정체성(이상)과 상황적이고 실제

들을 설치하기도 하지요. 와선재에 지하실이 있었다면 한 번 생각해 볼 수도 있

적이며, 실증적이고 기억에 남겨질 수 있는

지 않았을까요?

우리네 맥락과의 상충(相衝)을 진부한 내러

ⓦ 김효만 | 충분히 평면적으로 넓은 대지가 주어졌는데도 지하를 파거나 지상 을 높이는 것으로 공간을 복잡하게 할 수는 없었어요. 공간을 무리하게 만드는 것

티브로 무마시키려는 김효만의 고집 속에서 또 다른 영역을 만들어 낼 잠재력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당과 골목길’이 부

은 건축가의 일방적인 자세입니다. 임거당이나 조린헌의 경우는 수평적으로 좁

여하는 권력적 시선을 전복시키고, 오히려 다

은 대지이기 때문에 수직적인 공간의 시퀀스가 드러나 있어요. 하지만 와선재는

층적인 응시(gaze)를 유도하는 “전통적인 중

수직적인 공간의 변화 대신 평면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짠 겁니 다. 와선재의 한옥은 담장 없이 거실에서 바로 보이게 할 수도 있었겠지만, 조금 차단함으로써 호기심을 일으키고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해 내부 동선을 따라가게

간 지대”를 확보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응 시는 독단적 사고를 소속된 영역으로부터 제 거하여 발가벗긴 후, 또 다른 사건을 발생시 키는 동기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

하고 한옥의 대청마루에 도달해서야 비로소 한옥의 안마당을 인식하게 해준다면 사용자에게 그 의미가 또 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그 담은 벽이면서 오브제(objet)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고, 또 그런 구분을 위해 코르텐 강의 외부 벽

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 글 | 구영민(편집자문위원, 인하대 건축학 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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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과 달리 하얀 페인트칠을 한 거지요. 어쨌든 나는 회화적 프레임에 대해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흰 담에도 역시 개구부가 뚫려 있지요. 그 프레임을 통해 한옥 마

W O R K I review 2 : haam, D what is housing? E

seongho

당에서 이루어지는 삶의 살아 있는 그림, 변화하는 그림이 보이길 원했죠. 리뷰 2 | 집이란 무엇인가? | 함성호

사고의 전환 ●●●●●●● 진입 공간

새로운 얼굴

●●●●●●● ⓦ 구영민 | 와선재는 정면의 대문과 우측면의 옆문으로 진입이 가능합니다. 그 런데 공간적인 재미는 옆문으로 들어갔을 때가 더한 것 같아요.

현대인에게 있어 집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 리고 건축가에게 있어 집은 무엇일까? 나는 요즘 이 두 가지 의문을 품고 다니게 되었다.

ⓦ 김효만 | 대문에서 현관까지의 가장 짧은 거리, 그래서 대문 열고 몇 계단 오

여기에서 집이란 무슨 거창한 건축학의 자리

르면 현관에 도달하는 기능적인 동선 계획이 좋은 진입이라고 교과서에서 배운

에서 얘기하는 건축 일반에 대한 얘기가 아니

세대에요. 그런데, 학익재 훨씬 이전에 성북동의 주택을 할 때였어요. 역시 대문

라 우리가 자고, 먹고, 싸는, 그리고, 생각하

에서 입구까지 가장 짧은 거리의 노정을 만들었지요. 어느날 여주인이 이렇게 말 하더군요. 일상 생활에서 우리 집의 외관을 볼 수 있는 각도가 하나도 없다고요.

고, 휴식하고, 일하고, 즐기는 집, 즉 살림집 을 뜻한다. 다중이 사용하는 관공서나, 사무 용 건물, 박물관이나 미술관 같은 집은 공공

대문 열고 들어와서 정원에서 건물 한 번 보고 다시 현관으로 들어가는 과정적인

의 영역에 놓여 있으므로 건축가에게는 일반

루트(route)가 좋지 않겠느냐고요. 이후 임거당에서도 그런 말을 들었지요. 요즘

해가 존재한다. 다시 말하자면 그 집이 지어

은, 특히 조금 규모가 큰 집을 하면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대문에서 현관까지 집 의 중요한 부분을 진입의 과정에서 잘 볼 수 있도록 만들어요. 비 오면 어떻게 하 느냐고 걱정하는 집주인도 있지만 좋은 경험에 대해서는 사람이 바뀌며 적응하

지는 분명한 사회적 목적과 거기에 반드시 따 라야 하는 기능 등 건축가는 여러 가지 다이 어그램들을 그려 가며 그것들이 만나는 교집 합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라구요. 평소에 경험하지 못한 공간의 세계를 건축가가 제안하고, 또 건축주가 거기에 적응하도록 만드는 것이 문화적 역할이 아니겠어요?

그러나 살림집은 한 개인, 혹은 한 가족이라 는 특수하고 유일무이한 요구와 만나야 한다. 다중이 이용하는 공간을 설계할 때 건축가는

해법으로서의 건축 ●●●●●●●● 조린헌의 위장

아주 특수한 요구들은 배제해 버릴 수 있다.

●●●●●●●●

가령 3미터가 넘는 장신의 체구를 가진 사람

ⓦ 구영민 | 건축주의 문화에 대해 자주 언급을 하셨는데, 조린헌의 경우 건축주

이 있다고 치자. 그럴 때 건축가는 그런 특수

가 주어진 장소를 아주 현실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아이들이 장

한 키를 가진 한 사람의 보폭을 고려해 다중 이 이용하는 건물에 계단의 단 높이를 일반적

난감을 가지고 아주 여러 가지로 놀듯이 말이죠.(웃음) 사실 건축가가 제안한 공

인 높이 이상으로 설계 할 수 없다. 그 사람에

간을 건축주가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집’이라는 것이 만들어지는, 의미화

게는 편할지 몰라도 더 많은 다수의 사람들이

되는 것이겠죠.

불편을 겪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림집에서는

ⓦ 김효만 | 처음에는 그 정도로까지 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건축주도 다세대 주

그렇지 않다.

택이 그렇게 다양한 내부 공간의 모습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 못했을 것

만약 3미터의 키를 가진 사람의 살림집을 짓

이고요. 최대 용적의 다가구 주택으로 시작했지만, 건축 기획이 각 세대마다 독

는다고 생각해 보자. 그 사람이 키가 크다고

립성과 자신만의 풍요로운 공간을 갖는 다양성 있는 집으로 변화하면서 가져다

가족들 모두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경

준 결과지요.

우 건축가는 3미터의 키를 가진 사람이 특수 한 예라고 해서 배제할 수 없다. 말인즉슨 살

ⓦ 구영민 | 조린헌은 대지 자체가 범상치 않습니다. 꼭대기 층의 눈높이에서

림집에서는 특수한 예와 일반적인 예가 다 같

보면 남산하고 거의 비슷한데, 올라가는 과정에서 다른 레이어(layer)들을 모두

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

경험하고 나면 마지막 로프트(loft)의 침실에 이르러서 절정의 스펙터클(spec-

니다. 만약 또 다른 3미터의 키를 가진 사람이

tacle)이 펼쳐지지요. 이 집의 로프트에는 유유자적의 개념이 흐르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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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고 하자. 그렇다고 해서 앞의 사람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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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시 김 소장님의 극단성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싶어요. 외적으로는 부유해 보 이지만 내부에서는 가난한 느낌의 로프트가 주 공간이 된다는 것, 그런데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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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외부의 풍경이 내부를 시각적으로 장식함으로써 오히려 이 방의 주인을 ‘건방 진’ 부자로 보이게 하죠.(웃음) 풍요로움이 항상 감춰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가 뒤의 사람의 예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얼굴이 다 다르듯이 개성

런데, 이 집을 뒤덮고 있는 철망은 혹시 기능적인 건가요? 담쟁이 넝쿨 같은 것을

또한 다 다르다. 살림집을 설계하는 것은 매

덮는다는 것을 예상한 것인지 궁금하군요.

번 새로운 미지와 마주하는 것이다. 전에 했

ⓦ 김효만 | 맞습니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처음에는 주변에 기와집들이 아

던 작업은 아무 소용이 없다.

주 많았죠. 이 집도 한옥을 부수고 만든 것이니까요. 아무튼 정통 한옥을 비롯한

이제 처음의 의문으로 돌아가자. 현대인에게

적지 않은 한옥들과 부분적이지만 서울 성벽이 남아 있는 이 지역에 4~5층의 건

있어 집은 무엇인가? 점점 더 복잡해지는 현

물을 세운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었어요. 와선재와 마찬가지로 전통과 현대

대 사회에서 살림집은 단순히 먹고, 싸고, 자

의 조화라는 문제에 직면한 것이지요. 그래서 선택한 것이 비건축적 매스(mass)

는 공간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집에서 잠

에요. 건축이 아니라 땅이 변형된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것이었죠. 건축주의 동의

만 자기를 원하며 어떤 사람들은 재화의 가 치로 생각하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오랜 꿈

아래 익스펜디드 메탈 판으로 이중 피막을 만들었는데 담쟁이를 심는다면 더욱

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런 생각들이 어느 한

자연을 닮은 건축으로 보일 겁니다.

생각을 기둥으로 모두 거기에 매달려 있다는

ⓦ 구영민 | 처음부터 담쟁이를 심기로 결정한 것인가요?

데 있다. 그리고 이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

ⓦ 김효만 | 새 집일 때는 고려 대상이었을 뿐인데, 지금은 그렇게 하기로 했어

이다. 인간은 복잡하지만 인간의 욕망이라는 것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요. 추위도 막고 단열도 되니까. 내부 안마당이나 지하 마당 등의 조경과 함께 보

욕망이란 ‘이것 하나면 된다’라는 것보다는 ‘

다 자연적인 건축을 이루어낼 수도 있겠죠.

모두 다’ 쪽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이것도

ⓦ 구영민 | 사실 외부 스킨(skin)이 소프트(soft)하지 않았다면 주변에 대해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 것이다.

굉장히 이기적인 건축이 되었을 겁니다. 콘크리트 표피 위로 철망의 더블 스킨 (double skin)을 덮은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건축가의 문화적

살림집에서 건축가는 이 욕망과 마주해야 한 다. 현대인에게 집의 의미는 무엇일까? 하는

손길이 필요한 것이지요.

질문에 정답은 없다. 아주 복잡하기 때문이

ⓦ 김효만 | 법적인 제약 때문이기도 했어요. 다세대 주택의 경우 옆집이 2m 이내

다. 이 복잡성에는 뭔가 풀리지 않는 구석이

로 보이는 창은 차양막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방이 거의 포위되다시피 한 입면 에 일일이 차양막을 할 수도 없고 해서 익스펜디드 메탈을 입혀 시선을 여과시킨

있다는 게 아니라, 다양하다는 말이고, 그 다 양함이 서로 겹쳐서 존재한다는 말이다. 그 러니까 그것은 풀어야 할 수학 문제가 아니라

것이죠. 그나마 건축주가 흔쾌히 이를 받아들인 것이 다행스러워요.

받아들여야 할 현상이다. 여기에서 건축가에

ⓦ 구영민 | 단순히 울타리처럼 거칠게 이루어진 점이 조금 아쉽긴 합니다. 더 부

게 집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이 나온다.

드러운 패브릭을 썼다면 집이 아닌 언덕 같은 느낌을 주었을 텐데요. 그리고 그 속에서 아련하게 빛나는 가구들의 불 밝힌 창이 좀 더 시적 감성을 던져 줄 수 있 었을 겁니다.

건축가는 이 복잡한 욕망의 얼굴들을 정리해 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은 괴물이 되어버 린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어떤 칼로, 건축가 는 이 얼굴들을 정리해 갈 것인가? 건축가에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 ●●●●●●●●● 외부 공간이냐, 전통 마당이냐 ●●●●●●●●●

게서 집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은 이 기준에 대해서 묻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이 칼자루 는 건축가가 쥐고 있지만 그것은 건축주가 쥐

ⓦ 함성호 | 개인적으로 김효만 건축에서 가장 큰 불만은 마당입니다. 물론 신경

어 준 것이다. 그래서 ‘당연히’는 ‘당연히’가

을 많이 썼겠지만 적절한 해결법이 아직도 찾아지지 않은 것 같아요.

아니게 된다. 이 욕망의 얼굴들을 좀더 사회

ⓦ 김효만 | 중요한 말 같군요. 어떤 의미에서 그렇습니까?

적인 얼굴로, 사회적인 가치를 간직한 얼굴

ⓦ 함성호 | 김효만 주택의 마당은 계속 보는 마당이에요. 녹성헌나 와선재의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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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만들어 달라는 요구이기 때문이다.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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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에 오브제가 있잖아요. 이것에 대해 나는 건축적 진법이라는 말을 만들어 이야 기하는데, 즉 진을 펼치듯이 오브제를 두어 심리적 거리, 공간적 거리, 물리적 거 리 등을 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것들과 더불어 마당의 효용, 우리의 전통 마당이 집이라는 공간과 맺고 있는 강한 친화력을 와선재 같은 곳에서도 좀 살아 나게 했더라면 더할 나위없었을 것 같아요. (위 임거당, 아래 녹성헌) ⓦ 김효만 | 나도 마당은 절대로 쓰이는 마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의 전통 건축에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겠죠. 그런데 쓰이 는 마당이 되려면 마당에 대한 접근성과 프로그램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것이 고려되어 있는 마당이라 하더라도, 주택의 경우는 집주인의 라이프스타일 (lifestyle)에 따라 쓸 수도, 안 쓸 수도 있는 거겠죠. ⓦ 함성호 | 내가 말한 기능은 고추를 너는 것과 같은 기능이 아니라 마당에 내 려서고 싶게 만드는 걸 의미합니다. 기능과 미학의 관점에만 머무는 비움과는 다 른 것이죠. ⓦ 김효만 |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나는 쓰는 사람의 문화라고 생각해요. 의도

건축가 김재관은 1962년 충청북도 옥천생으

된 마당이 아니더라도 이 시대의 도시 한 복판에 몇 평 안 되는 마당이 주어진다

로 강정교회, 충신교회 등 몇 개의 교회와 주

면 내려와서 앉고 싶은 것이 본능일 텐데, 그러한 장치를 만들어 주었음에도 쓰지

택을 설계했고 한두 곳의 학교에서 설계를 가 르치고 있다. 현재 무회건축연구소 대표이며, 웹사이트 moohoi.com을 운영하고 있다.

않는다는 것은, 물론 건축가의 어떤 한계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분명히 쓰는 사람 의 문화가 다르기 때문일 겁니다. 예로 임거당의 마당은 그 동네의 가장 큰 마당 이었기 때문에 항상 동네 가족 파티의 장소가 되었고, 심지어는 공원처럼 동네 사 람들의 약속 장소로까지 쓰였다고 합니다. 조린헌에서는 4층에 거주하는 집주인 이 실내와 실외를 터서 쓸 수 있는 큰 스윙 도어를 설치하면서까지 좁은 테라스를 이용하려고 하지요. 마당이 많이 있어도 쓰지 않는 사람과는 다릅니다. 이상적인 마당, 사람을 밖으로 나오게 하는 마당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요즘 한국 건축계에서 마당, 비움이란 단어는 도리어 지겨움으로 통하고 있지 않나요? ⓦ 함성호 | 정말 우리는 마당, 하면 지겹게 많이 들었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우 리 사회는 해결책을 내놓지도 못하면서 지겹다고 폐기해 버리는 것이 많아요. 지 겨운 것이라 하더라도 저는 여기서 마당의 관계성에 대해 한 번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 김효만 | 함소장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마당은 무엇인가요? ⓦ 함성호 | 잘 아시다시피 그냥 한옥의 마당이에요. 주거 공간의 일부분으로 확 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의 마당 또한 땅과 건축의 관계지요. 마당도 하나 의 재료라는 겁니다. 이를테면 중세 도시의 돌이 깔린 길과 돌로 쌓은 성벽을 이 야기할 수 있겠네요. 기능만이 강조된 것도 아니고 단순한 외부 공간도 아닌, 건 물과 땅이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가의 문제를 가진 공간입니다. 땅에 대한 논 리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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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인 마당 ●●●●●●●●●● 땅과의 관계,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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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영민 | 마당의 도상화가 문제인 것 같아요. 마당, 하면 평평하고 네모난 공간 을 먼저 떠올리지요. 사실 나도 골목길과 마당은 관계에 대한 문제가 아닐까 생각

나 건축주에게는 어느 하나 아프지 않은 얼 굴이 없다. 어느 한 얼굴을 만지기 위해서는

돼요. 궁극적으로 공공 공간이랄 수도 있는 이와 같은 공간은 인간의 삶과 어떻

끝없이 그 얼굴과 다른 얼굴들에 대해 얘기해

게 관계 맺는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겠죠. 골목길 하면 의례건 구불구불한 좁은 담

야 한다. 때로는 그렇게 해서 불쑥 정체를 나

벼락을 연상하게 되는데, 사실 골목길이란 것은 일종의 매개 공간으로 아주 큰 공

타내는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건축주도 괴롭

공 공간으로부터 프라이버시의 문턱과 닿은 공간이라고 할 수 있죠. 고딕 도시의

고, 건축가도 괴롭다. 왜냐하면 그것은 건축 주의 얼굴이지만 건축가의 얼굴이기도 하니

공공 건물로 연결되는 긴 계단과 중정은 골목길과 마당의 다른 모습일 겁니다. 우

까. 그렇다 해도 문제가 이런 일방적인 방식

리도 이러한 측면에서 개념적인 변형에 대한 연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으로만 나타나면 그나마 그것도 쉬운 일일 것

ⓦ 김효만 | 정의된 마당이나 골목길의 향수에 묶여 있는 것은 무의미하겠죠. 건

이다. 문제는 다른 데서 나타난다. 그것은 바

축가의 공간적 감성을 담은 외부 공간이라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진화할 수 있

로 건축가가 가진 욕망의 얼굴들이 눈을 희 번덕 뜨며 순식간에 나타나는 때이다. 뭔가

는 접근 방법이 아닐까요?

해보고 싶고, 저지르고 싶은 욕망. 그것이 건

ⓦ 구영민 | 한옥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사람은 아니지만, 우리네 사고에서 외부

축적으로는 의미가 있는 일인지는 모르지만,

공간과 내부 공간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일은 별로 없었다고 봅니다. 대청마루와

사실 건축주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을 수도 있

툇마루 같은 전이 공간이 있으며, 마당은 실내와 단절된 또 다른 영역이 아니라 생활을 연속하게 해주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건축가의 감성을 담은 외부 공간이라는 것도 결국은 또 다른 디자인의 대상이라는 말처럼 들리는데, 이는 어

다. 그럴 때 집은 건축가의 집이 된다. 땅은 일구고, 즐기는 사람의 것이어야 한다. 마찬 가지로 집은 거기에서 사는 사람의 것이 되 어야 한다.

디에 서 있는가에 따라 매우 상대적인 관점이라고 생각됩니다. 반면, 서양의 경우 는 인도어(indoor)와 아웃도어(outdoor)의 구분이 명확하지요. 우리의 마당 개 념을 독립적인 도상으로 정형화하기보다는 변형의 적용 범위를 늘리는 것이 다

건축가는 없는 얼굴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있는 얼굴을 드러내는 사람이다. 건축은 관계의 예술이다. 땅과 집의 관계, 땅과 사람

양한 의미를 가진 외부를 인정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의 관계, 집과 사람의 관계, 사람과 사람의 관

ⓦ 김효만 | 내 프로젝트에 나타나는 것은 마당보다 외부 공간이라는 표현이 더

계를 만들어 내는 예술이다. 그래서 건축가는

가까워요. 임거당의 마당을 보면 둘러싸인 성격의 포근한 외부 공간을 한국적인 마당의 공간성과 결부시킨 것 이상의 의미는 없지요. 객관적인 성격의 땅에 의미

조율자로 존재한다.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내 는 일? 그것은 건축에서는 새로운 관계를 만 들어 내는 일일 것이다. ⓦ

가 부여되면 장소가 되는 것 아닌가요? 한국의 전통적 외부 공간이 가지는 특질 에 맞는 것이라면 마당의 개념을 끌고 올 수도 있겠지만, 필요와 요구에 의해 그

| 글 | 함성호(시인, 건축가)

에 맞는 외부 공간을 조성한다는 의미로 편하게 디자인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또한 그 공간은 집주인의 색깔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공간이지요. 아주 작은 대 지에서 나의 마당은 프라이비트(private)한 공간을 만들어 주는 과정 중에 등장 합니다. 또 그것을 가운데로 한꺼번에 모아 땅의 낭비가 없도록 하지요. 거기에 전통 마당의 이상적인 혼까지 성공적으로 불어넣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앞으로 더 노력을 전개해 봐야 할 이야기고요. 임거당에서는 작은 공간이지만 서 로 다른 공간성의 마당을 8개 만들었죠. 좋게 말하면 다양성의 구현일 수도 있는 데, 와선재의 경우는 평면적 공간 구성이 가능한 대지여서 임거당 같은 복잡한 수 직적 공간 구성의 전개가 필요 없었어요. 작은 땅에 다양한 외부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기획적인 의도는 건물을 띄우기도 하고, 외부 공간을 한 군데로 집중시키기

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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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O R K I kim, hyoman’s D housing architectural method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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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KIM, HYOMAN


위해 건물을 바깥으로 두르기도 합니다. 건축가의 취향에서 발단된 것은 결코 아 니고요. 그래도 임거당은 공간적 특성에서 전통 건축의 공간성이 잠재해 있던 것 같아요. 관통과 관입도 그렇고, 마당도 소통을 위한 용어지요. 폐기해서는 안 되는 문제 ●●●●●●●●●●● 전통적 개념들 ●●●●●●●●●●● ⓦ 함성호 | 나는 우리 건축가들이 1990년대 중반까지는 근대적 개념이나 전통 적 개념을 매우 열심히 연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귀가 따갑도록 골목길, 마 당 같은 개념들에 대해 논쟁을 벌이다가 어느 순간 툭 털어버리고 말았죠. 지겨 우니까요. 근대 사전 하나 만들지 못하고 모든 기록들을 쓰레기통에 내다 버린 거예요. 아무리 유행이 좋고 트렌드(trend)가 좋아도 그보다 선행해야 할 작업 이 아닌가요? ⓦ 김효만 | 참 좋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트렌드를 외면할 수는 없 다고 봐요. 사실 김수근 선생은 한국 전통 건축의 보이지 않는 차원인 공간을 표 현하신 분이지요. 한국 건축계에 엄청난 이정표를 남기셨다고 할 수 있어요. 김수

시인이며 건축가인 함성호는 1963년 강원도

근 선생 이후에는 괄목할 만하게 완성된 것이 아직 없지요. 우리의 현대 건축은

속초 생으로 강원대학교 건축과를 졸업했다.

전통과 현대를 서로 논하고 싸우다가 어느 정도 내재된 힘을 바탕으로 자체 해결 기미를 보이는 순간에 FTA 물결의 파고 속에 휩싸이고 말았죠. 골목길, 지겹지만

시집『성 타즈마할』 『56억 , 7천만 년의 고독』 , 『너무 아름다운 병』 과 산문집『허무의 기 록』 , 만화 평론집『만화당 인생』등의 책을 냈

아직 철거되지 않은 산동네의 골목길에서 발견되는 공간의 매력은 대단한 것이

다. 시 쓰는 선후배들과 <21세기 전망> 동인

에요. 수평적, 수직적 꼬임이 필요에 의해 자생적으로 얽힌 모습이 말이지요. 의

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요즘은 개인 건축 설

도되지 않은 신선함에서 오는 잠재적인 매력입니다. 지겨워하면서도 아직 완성

계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틈틈이 방송에도 출 연하고 있다.

된 것이 없기 때문에 매달리고 있는지도 몰라요. ⓦ 함성호 | 렘 콜하스(Rem Koolhaas) 들어오니까 나도 저런 것 해야 하는 거 아 닌가 생각하게 되고.(웃음) ⓦ 김효만 | 가장 트렌디(trendy)한 도구로 한국적인 것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에요.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landscape architecture)는 개인적으로 매 력을 느끼고 있는 개념이지요. 그러한 개념처럼 아주 트렌디한 입장에 서서 우리 것에의 성찰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아요. 누군가로부터 한국 건축가는 브랜드가 없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독창적인 건축가가 없다는 것의 우회적인 표 현이라 생각해요. 물론 그러한 것들을 고민하기에 우리는 너무나 처절한 현실 속 에서 살고 있죠. 1년에 4~5개의 프로젝트만 할 수 있어도 행복한 건데, 갑자기 일 이 끊기면 그런 사치스런 개념들이 무슨 소용 있나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프로젝트가 주어지면 또 다시 이어가고…. 건축가의 전문성을 인정해 주는 꿈 많 은 건축주가 나타나면 그동안 공부를 덜했던 것에 또 후회감이 들지요.(웃음) 어 찌 보면 건축가는 일이 없을 때 냉정하게 자신을 정리해 보며 새로운 변화를 위한 공부를 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 | 정리 | 정귀원(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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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Jeagal, Youp I D E D G E

구름 위에서 보는 세상 2

하늘에서 세상 들여다보기 언젠가 아들과의 대화에서 하나님은 내가 하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신다고 하여, / 어떻게 그걸 알았어? 하고 물었더니, / 왜냐하면 하나님은 하 늘 위에서 우리를 보고 있으니까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을 잘 알 수 밖에 없다는 대답을 했다. / “땅에서 보는 하늘은 무한한 가능성, 미지의 경외감, 변화 무상, 예측불허 등의 개념이지만, / 하늘에서 보는 땅은 제한적, 실제적, 유한성의 개념” / 언제부턴가 나는 위와 같은 생각에 의 구심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가장 실제적인 것이 그렇지 않고,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나를 편안하게 하고 / 한시적이지만 정신적인 만족을 주기도 하기 때 문이다. 이번 밴쿠버에서 시애틀로의 1시간 여의 비행이 그랬다. / 대형 제트 비행기에 익숙한 내게 소형 쌍발 프로펠러 비행기는 불안(날아오를 수 있는가에 대한)하기까지 했다. 잠시 후 굉음의 엔진이 매캐한 냄새를 동반하고 비행기를 움직이기 시작했고, / 연이어 사뿐이 활주로를 이륙 했다. 대형 장거리 비행기는 8,000m 이상의 상공을 비행하기에 아래에 보이는 것이 온통 구름이거늘, / 이 작은 비행기는 1,000m 이하의 세상을 매우 선명하고 자세히 보여 주었다. / 정말 각각의 개성 있는 섬들이 손안에 쥐어지고, 섬 사이를 가르는 배들은 마치 미꾸라지들이 나의 손 아귀를 빠져나가는 듯했다. 생각하지 못한 당황스런 상황이 나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다 주었기 때문이다. | 글 | 제갈엽(운영위원, A.ma 건축 대표)

by Jeagal, Youp 44

WIDE EDGE


Topographic Archipelago in Mokpo

Programatic Archipelago in Incheon

W Oh, Seomhoon I D E D G E

One Archipelago & Multiple Archipelago 4,5년 전에 목포를 대상으로 서울건축학교 워크숍을 한 적이 있다. 유달산, 내항, 삼학로, 구시가지 등을 돌면서 군도(archipelago) 사이를 돌아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중에 점차 알게 된 일이지만, 목포 라는 곳이 처음에는 섬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조선 시대, 식민지 시대 등을 거치면서 매립되고 철도가 놓여 현재의 목포가 형성되었다고 한 다. 그런 중에도 군도로 이루어진 처음의 지형들이 어느 정도 윤곽을 유지하고 있어서 목포의 도시 정체성은 점진적 변화를 가진 듯하다. 송도, 청라, 영종도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인천의 거대 도시 구조 개편은 많은 기대를 낳는다. 동북아의 허브라는 컨셉트로 도시 조직과 프 로그램을 형성시키고 있다. 도시의 성장은 산업의 발전과 삶의 터전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갖는다. 이런 관점으로 새로이 형성되는 송도, 청 라, 영종도 외에도 기존 도심의 주요 지점에 프로그램 블록이 형성된다. 어찌 보면 인천에는 새로운 프로그램적 군도(programmatic archipelago)가 형성되어 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지형적 특징, 인프라 구축, 어반 프로그램(urban program)은 도시 정체성 형성에 중요한 요인이라 생각된다. 새로이 매립된 송도 등은 뚜렷 한 지형적 특성을 가지기보다는 주어지는 어반 프로그램과 인프라 시스템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오랜 시간을 두고 기억과 프로그램들이 누적되어 온 구도심과 새로이 매립된 신도시들, 그리고 구도심 곳곳에 발생하는 도심 재생 사업들은 프로그램적 군도의 여지를 만들 수 있다. 적절한 매립과 시스템들이 고립된 섬들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을 한 목포처럼 인천의 경우 또 다른 윤 활 시스템, 즉, 도시 삶의 이벤트와 각 영역의 어반 프로그램의 구조와 흐름이 잘 작동된다면 다거점의 이질성을 바탕으로 한 여러 개의 인천 이 커다란 하나의 인천 이미지를 만들어 낼 것이라 기대된다. | 글 | 오섬훈(운영위원, 건축사사무소 어반엑스 대표)

by Oh, Seomhoon 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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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Park, Mincheol I D E D G E

건축하는 배포와 꿈이 내 곁에 있어 행복하다 남아프리카와 인도를 다녀왔다. 이 한겨울에 검게 그을린 나의 얼굴은 남들이 보기에 따스한 어느 나라에 가서 골프와 썬텐을 열심히 하고 왔 나 오해할 정도이다. 하지만 나는 정말 건축하는 행복에 얼굴 타는 줄 모르고 남아프리카와 인도의 작렬하는 하늘 아래에서 열심히 대지를 밟 고 검게 되었을 뿐이다. 20여 시간을 가야 하는 남아프리카 스와질랜드 땅은 기독교 대학과 에이즈 등의 질병을 치료할 병원을 설계하기 위해 다녀왔다. 또 설계한 자동차 공장이 이미 세워져 생산을 하고 있는 남서 인도 대륙 첸나이에는 지난주 건축 설계와 개발, 신규 사업을 위한 법인 설립 준비를 위해 다녀왔다. 나도 모르게 세상을 보고 대하는 배포가 이렇게 넓고 클 줄은 몰랐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것은 건축을 한창 배우던 이공건축 시절 류춘수 소장님이 가르쳐 주신 세상을 보는 스케일과 인간을 다루는 치밀함의 건축 실천 사상에서 시작되었다고 믿는다. 작은 체구로 백두산에 서서 하늘과 땅을 가슴에 안아 보기도 하고 일본 땅에 찰스 무어와 새로운 일본 주거 문화를 만드는 데 미쓰이건설 설 계팀과 함께 참여하도록 일본에 직원들을 파견하는가 하면, 중국 해남에 초고층 868타워라는 초고층 주거+오피스를, 세계적 규모의 2020플 라자 가든 설계를 서슴없이 하셨던 그 때, 나는 그 곁에 있는 행운이 있었다. 비록 형편은 늘 어려웠지만 정말 꿈만 먹고 살던 그 때가 나에게 엄청난 힘이 되어 지금까지 지탱해 줄지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더구나 오스트리아 베르지젤 스키점프 경기장을 전천후로 사용하는 국제 아이디어 현상 설계 경기에서 아시아 팀 유일 1차 심사를 통과하는 기록을 세운 것도 처절한 도전의 결과였다. 그 밖에도 말레이시아 사라와크 메인 스타디움, 싱가포르 테니스 경기장 등등…. 그러나 지금, 현실의 어려움 때문에 우리는 우리 자신도 모르게 우물 안에서 작은 하늘로부터 비가 내려 주기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 가 돌이켜본다. 단지 해외 건설과 개발에 덧없이 따라가는 그림과는 좀 다른, 뭔가 자생력이 더욱 돋보이는 건축의 배포와 꿈이 우리 곁에 있었으면 한다. 그래서 건축하는 모든 이가 행복했으면 한다. | 글 | 박민철(운영위원, 간향건축 대표)

by Park, Mincheol 46

WIDE EDGE


W I S S U E 1 D E

I 와이드 이슈

1

에너지 위기 시대에 빛나는

착한 건축

에너지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편리함’ 의 시

요성이 부각되고 정치가 디자인을 말하기 시작한 요

대다. 하지만 인류가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이용하는

즘, 정작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할 환경 또는 에너지

자원은 실로 얼마 남지 않았다. 전 세계가 사이좋게

문제는 터부시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부

나눠 쓴다면 석유는 40년, 천연 가스는 60년쯤 남았

쩍 늘었다. 외양에 신경을 과하게 쓰다 보면 내면 가

다고 한다. 석탄은 200년 정도라고 하지만 대신 각종

꾸는 것을 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오염 물질을 동반해야 한다. 위태로운 원자력도 우라

1962년 생태 보호주의자 레이첼 카슨은『침묵의 봄

늄의 양은 반세기 사용량에 불과하다. 반면 소비는 계

(Silent Spring)』 이라는 다소 과격한 제목의 책을 발

속 증가 추세다. 특히 한국의 에너지 소비는 세계 평

간하였다. 이 책은 ‘새 봄이 찾아와도 새소리를 들을

균보다 훨씬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석유만 놓고 보

수 없는’ 환경 오염의 재앙을 경고하고 있는데, 45년

더라도 석유 수입국 세계 4위, 석유 소비 증가율 세계

이 흐른 지금 다행히 그녀가 우려했던 상황은 현실로

2위다. 에너지 위기에 대한 불감증은, 여전히 성장을

나타나지 않았다. 이 점에 대해 일부 환경 낙관론자들

부르짖으며 에너지 위기를 과학 기술이 해결해 줄 것

은 카슨의 책이 심하게 과장된 것이라 주장하기도 한

이라 굳게 믿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 1위다.

다. 하지만 반대로 카슨의 책에 충분히 공감하는 사람

에너지 위기 시대의 문제 해결에 있어서 건축의 역할

들은 그러한 경고들이 미리 있었기에 오늘날 ‘침묵의

은 매우 중요하다. 인간 활동의 90%가 건물 내부에서

봄’은 재현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MIT의 그릭스만(Leon R.

와이드는 45년 전 레이첼 카슨의 경고에 인식을 새로

Glicksman) 교수는 주거와 상업 시설에서 미국 주

이 했던 사람들처럼 에너지 재앙의 경고에 귀를 기울

요 에너지의 40%를 쓰고 있고, 전기 자체만 볼 때에도

이고 있는 건축인들을 만나 그들이 환경과 에너지 문

3/4을 건축에서 쓰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건축물을 통

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들

한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계획이 필수적이라고 하

여다보았다. 문제에 대한 심각성은 공유하되 그 대안

였다.(본문 참조)

들은 제각각 틀렸지만 미래를 생각하는 착한 건축이

우리 나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디자인의 중

라는 데에는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편집자)

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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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I S S U E 1 D energy crisis and architecure E

에너지 위기 시대에 건축에 요구되는 변화와 새로운 가능성 글쓴이 김종헌은 고려대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과 한국건축역사학회 이사를 역임했다. 제1회 꾸밈건축평론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주 연구 분야는 한국 건축사로 양식사, 기술사, 생활사 등의 다양한 관점을 통해 전통과 근대, 현대를 연속성의 개념으로 풀어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는 미국 MIT 대학에서 동서양 건축을 비교 연구하였다. 현재 배재대학교 교수로 있으며, 도코모모 코리아 부회장이기도 하다. 저서로는『역사(驛舍)의 역사(歷史)』 『대한민국 , 등대 100년사(공저)』등이 있다.

근대 주거는 효율적이고 기능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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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9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기 전망 보고서’를 통해 ‘5년 내에 석유 위기’가 올 것이라고 밝혔 다. 앞으로 다가올 위기는 1970년대 석유 생산량에 의해 제기된 석유 파동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에너지 위 기는 생산량의 문제가 아니라 절대량의 부족으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을 요구할 것이다. 산업 혁명 이 후 우리 삶은 소비를 통해 생산이 이루어져 왔고, 소비를 촉진시킴으로써 생산이 이루어져서 경제가 발전하 여 왔다. 지금까지 효율적인 생활로 여겨지는 직장과 주거가 분리된 현재의 주거, 즉 근대 주거는 이러한 소비 중심의 사회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낮에는 집에 사람이 살지 않고, 저녁에는 사무실이 비게 되는 근대적 삶 을 통해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공간을 비효율적이고 비기능적으로 소비해 오고 있었다. 따라서 집과 사무 실 공간을 연결하기 위해 교통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었고, 이를 위해 또 다시 우리에게 주어진 에너지 와 시간을 소비하여야만 하였다. 에너지 절대량의 부족에 의해 야기되는 에너지 위기는 산업 혁명 이후 비효 율적인 우리의 근대 주거와 삶의 방식에 대대적인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당면할 에너지 문제 는 산업 사회의 문화 속에서 길들여졌던 우리의 삶 방식에 대한 큰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가? 최근 한국 현대 건축은 4면 모두가 유리로 뒤덮이고 있고, 디자 인이라는 미명 하에 그 동안 전해졌던 남향에 대한 선호 사상을 건축 환경의 획일화에 대한 주범으로 몰아붙 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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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ure E ID W

에너지 소비의 시대에서 에너지 보존의 시대로

급속히 발전하는 세계에 대한 에너지(Energy for a

2005년 11월 14일 MIT 대학 중앙 도서관인 헤이든

rapidly Evolving World) 등 3부분으로 나누어 앞으

기념 도서관(Hayden Memorial Library) 지붕에

로의 에너지 연구 방향에 대한 종합적인 마스터플랜

12,000와트(watt)의 42개 태양열 집열판이 설치되었

을 발표하였다.

다. 이는 MIT 박물관과 학생회관에 이은 3번째의 태

특히 이 포럼에서 MIT 건축과 내 건축 기술 프로그램

양열 집열판으로 가장 큰 규모다. 이후 교정뿐만 아니

(Building Technology Program)의 그릭스만(Leon

라, 캐임브리지 시를 비롯 워터타운(watertown), 알

R. Glicksman) 교수는 인간 활동의 90%가 건물 내

링턴 등 인근 도시의 학교, 사무소, 주택 등에 40여 개

부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문제해결에

의 시스템을 설치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는 태양열을

있어서 건축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그는 주거와 상업

이용하기 위한 단순한 설치 작업이 아니라 에너지 문

시설에서 미국 주요 에너지의 40%를 쓰고 있고, 전기

제의 해결에 대한 MIT의 적극적인 노력을 대내외적

자체만 볼 때에도 3/4을 건축에서 쓰고 있다고 주장

으로 선언한 것이다.

하면서, 건축물을 통한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계획

MIT 대학 16대 총장인 수잔 호크필드(Susan Hock-

이 필수적이라고 하였다. 그는 건축 설계 초기에서부

field) 박사는 2005년 5월 그녀의 취임사에서 세계가

터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며, 건축 재료의 개발과

당면하고 있는 문제, 특히 에너지 문제의 해결에 MIT

함께 자연 환기 기술의 중요성을 내세웠다. 이제 에

가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당부하였다. MIT 최초

너지 문제는 단순히 과학자들의 연구 주제로서가 아

의 여성 총장으로서 그녀는 예일 대학에서 신경 과학

니라 새로운 에너지의 개발에서부터 최종적으로 사

을 연구하던 명성 있는 학자였다. 전 세계가 18세기,

용하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 에너지 문제를 야기시

19세기에 미지의 세계로 탐험을 하면서 식민지를 개

키는 지리적,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원인에 이르기

척해 나가듯이 생명 과학에 몰두하고 있는 이 시점에

까지 제반 문제의 해결을 위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

세계적인 신경 과학자가 갑자기 에너지 문제를 제기

한 시기이다.

하는 것에 대하여 당시로서는 다소 이해가 되지 않았 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이후 부시 행정부에서는 원

에너지 위기 시대에 건축의 역할은 있는가?

자력 발전소 설치 등 에너지에 대한 심각한 논의를 진

수잔 호크필드 총장은 2006년 5월 3일이 MIT 역사에

행하였다. 당시 카튜리나와 리타 등의 허리케인의 영

서 매우 의미 심장한 날이라고 주장하면서 왜 하필이

향이기도 하지만, 세계 최고의 부유 국가인 미국의 대

면 에너지에 대한 문제인지(Why energy)? 또 왜 MIT

통령이 국민들에게 에너지 문제를 이유로 여행을 자

가 해야 되는지(Why MIT)? 또 왜 지금 해야 하는지를

제해줄 것을 당부하였다.

(Why now)? 설득력 있게 전달하였다. 이후 2007년

이후 MIT 대학은 건축, 도시, 경제, 사회, 인문, 경영,

에는 3월 9일에서 10일까지 500여 명의 에너지 산업

기계, 전기, 전자, 재료, 생명 등 모든 전공이 참여하

의 지도자, 투자자, 연구원, 학생들이 모여 지구의 에

는 에너지 위원회를 만들어서 각계 전문가를 초빙하

너지 문제에 대해 실제적이고 각 학문과 실무가 연계

여 수시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학생들로부터는 에너

된 해법을 모색하는 에너지 컨퍼런스가 ‘Energy 2.0

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등 다각적인 방향을

-Solving Tomorrow’s Energy Challenges’란 주제로

모색해 왔다. 또 에너지 관련 커리큘럼을 만들고, 에

개최되었다. ➊ 생물학 에너지, ➋ 미국의 기후 정책,

너지 관련 학위 과정을 만들었다. 또 2006년 5월 3일

➌ 태양 에너지, ➍ 비재래식 오일, ➎ 하이브리드와

에는 “도전에 대한 극복(Taking on Challenge)”이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Hybrid and Plug-in Hybrids)

는 구호 아래 에너지 포럼(Energy Forum)을 개최하

➏ 풍력 에너지 등의 6개 분과로 나누어 개최되었고

였다. 이 에너지 포럼에서는 ➊ 깨끗한 에너지의 미

올해에는 좀더 구체적인 접근을 시도하여 4월 11일부

래에 대한 과학과 기술(Science and Technology for

터 12일까지 ‘Solutions that Scale to Meet the En-

a clean Energy Future), ➋ 오늘날의 에너지 시스

ergy Challenge’라는 주제로 ➊ 탄소 방출 억류, ➋ 에

템의 개선(Improving Today’s Energy System), ➌

너지 소비 효율성, ➌ 에너지 전달 체계의 기본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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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I S S U E 1 D energy crisis and architecure E

➊ MIT 대학 도서관에 설치된 태양열 집열판 ➋ 메사츄세츠주 알링터에 위치한 주택에 MIT 대학이 설 치한 태양열 집열판 ➌ 2007년 4월 에너지 컨퍼런스의 열기 ➍ 에너지 컨퍼런스에 참여한 어린이들 ➎ 생물학 에너지(Bio-fuel) 개발을 잠재적 투자자에게 설명하는 모습 ➏ 2007년 에너지 컨퍼런스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는 MIT 총장 수잔 호크필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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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rastructure), ➍ 지열, ➎ 자동차, ➏ 원자력 등 6

에너지 위기와 근대도시의 붕괴 그리고 새로운 건축

개의 분과로 나누어 개최될 예정이다. 그런데 이렇게

낮에는 주거 공간이 비고 저녁에는 사무실이 비게 되

거창한 이슈보다도 필자의 관심을 끄는 것은 MIT 대

는 등 지구가 갖고 있는 공간과 우리에게 주어진 시

학의 에너지 절약을 위한 프로젝트를 50만 불(약 4억

간 그리고 이를 연결하기 위한 교통 시스템은 과도한

5천만 원)의 상금을 걸고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에너

에너지 소비를 요구해 왔다. 에너지 위기는 앞으로 우

지 문제에 있어서 큰 윤곽을 그리는 것과 함께 자신이

리에게 새로운 삶의 모습을 요구하고 있다. 단순하게

생활하는 실제적인 환경에서의 개선책을 찾아나가는

새로운 에너지 개발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근본적인

이들의 모습에서 그들이 그리고 있는 학문적 방향과

태도를 바꾸게 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산업 혁명 이

실제적인 생활과의 연계성을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

후 주로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생활했던 우리의 생활

면 과연 에너지는 실질생활에서 건축과 어떤 관련성

방식의 급격한 변화를 의미한다. 즉 주거에서 직장으

이 있는 것일까?

로의 출퇴근, 또 교통이 편리한 도시 중심의 삶이 에

2001년 미국 그린 빌딩(green building) 협회의 자료

너지 위기와 정보 통신의 발달에 힘입어 도시 구조 자

에 따르면 전체 에너지 이용의 37%를 건물에서 이용

체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교통이 담당했던 기능

하고 있고 전기 소비의 65%, 그린하우스 가스 방출의

을 과감하게 정보 통신으로 대체하여야 한다. 에너지

30%, 천연 자원의 30%, 쓰레기 방출량의 30%(연간 136

를 써 가면서 몸이 직접 움직이는 시대에서 정보가 움

million tons/year), 이동용 물의 12%를 건물에서 사

직이는 시대로 바뀌어져야 한다. 개개인의 삶과 일이

용하고 있다고 한다. 또 미국 에너지부(Department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사무실과 주거가 분리되

of Energy) 자료에 의하면 미국의 주요 에너지 소비

면서도 동시에 연결되어 있는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량에 있어서 건물이 37%, 산업이 36%, 교통에 의한 것

주거는 일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던 산업 시대의

이 28%로, 이를 통해 건물로 인한 에너지 소비량이

도시 모습을 완벽하게 바꾸어 놓을 것이다. 정보화 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

대 그리고 에너지 위기의 시대에 있어서 도시는 지금

에 근대 사회의 발전으로 야기된 교통과 건축을 연결

처럼 사무실이 밀접된 공간이 아니라 옛날의 시장에

시키면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65%가 근대 사회의 시

서처럼 인간적 접촉과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

스템에 의해서 야기된 것이다. 또 미국의 경우 2005

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일은 집에서 해야 한다. 도시

년도 탄소 방출량의 30% 이상이 교통에 의해 발생되

는 업무를 보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예술과 문화, 여

며, 이 교통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98.1%의 석유를

흥이 있어 사람들과의 관계가 보다 긴밀해질 수 있는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교통 이용에 의한 에너지 소

공간으로 바뀌어져야 한다. 이는 정보화 사회의 장밋

비 시스템을 정보 통신을 이용하여 대처해 나가면 현

빛 청사진이 아닌 삶의 생존에 관한 실존적 문제인 것

격하게 에너지 소비량을 줄여나갈 수 있다.(2007 MIT

이다. 이를 위해 에너지를 소비해 나가는 방식으로 만

Energy Conference Booklit, U.S Climate Policy,

들어진 도시 구조와 가옥 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 산

p.12)

업 혁명에 의해 우리의 삶에 대한 양식이 변한 것처럼

그렇다면 연구 역량과 자본, 또 인적 인프라가 부족한

에너지의 위기는 지금까지의 삶에 대한 총체적 변화

우리가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대안을

를 요구할 것이다. ⓦ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우리는 다행스럽게도 세계 최

| 글 | 김종헌(편집위원, 배재대 건축학부 교수)

고의 정보 통신 기술을 향유하고 있다. 이제 정보 통 신의 문제는 통신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삶의 방 식으로 어떻게 전환시킬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이제 교통이 담당했던 기능을 과감하게 정보 통신이 담당 해야 한다. 몸이 직접 움직이는 시대에서 정보가 움직 이는 시대로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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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에너지 건축, <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 설계 | 이일훈(후리건축) 건축가 이일훈은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를 나와 실무를 익히며 건축 평론을 병행하기도 했고, 경기대 건축전문대학원 대우 교수를 지낸 바 있다. ‘불편하게 살기’, ‘밖에 살기’, ‘늘려 살기’를 근간으로 하는 <채나눔>을 주창하며 기찻길옆 공부방을 비롯하여 궁리채, 재색불이, 가가불이 등의 주거 건축과 자비의침묵 수도원, 하늘 담은 성당 등 종교 건축, 문학과 지성사, 청년사, 세계사 등 출판사 사옥 외 다수의 작업을 진행했다. 서울시 건축상, 크리악 어워드를 수상하고, 몇 권의 공동 저서와 건축작품집『가가불이』 , 에세이『모형 속을 걷다』 를 펴냈다.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이천리에 위치한 <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은 많은 가치를 담고 있는 실험적인 집이다. 난방 에너지 문제와 쓰레기 처리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였고, 나무와 흙을 주재료로 사용하여 환경친 화적인 건축을 구현하고 있으며, 제재하지 않은 통나무 구조를 쉽고 단순한 결합 방식으로 견고하게 엮어 냈 다. 또한 채나눔을 통해 작고 풍요로운 삶을 이야기하며, 자연과 조화되는 건축을 실천하고 있기도 하다. 의미 있는 전제 조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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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건축적 표현 의지를 읽는 대신 더 중요한 가치를 깨닫게 하는 <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은 지속 가능한 미래 사회에 대한 건축주와 건축가(후리건축 이일훈)의 남다른 의식에서 비롯됐다. 평소 에너지 문제와 환경 문제, 그리고 미래를 살아가는 방식에 관심이 많았던 건축주는 ‘난방과 구조는 지정하는 방식으로 할 것, 내외 벽 재료는 현장 제작된 황토 벽돌을, 주요 마감재는 옻칠 및 옻칠 제품을 사용할 것’ 등을 포함하여 몇 가지 전 제 조건을 건축가에게 제시하였고, 건축가는 공간 배치와 형태 및 디테일 설계에 상당한 제약이 있었음에도 이를 환경적 화두가 담긴 가치 있는 실험의 대승적 차원으로 이해하여 받아들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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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소각하여 열을 얻다

따라서 우리 나라는 이러한 플라스틱과 같은 석유 화

전제된 조건 중에서 가장 큰 의미는 낯선 난방 방식

합물 쓰레기를 일단 분리 수거로 모두 거둬들인다는

에 있었다. 지정된 방식의 열 공급 장치는 재생 에너

방침을 가지고 있다. 정제탑에서 다시 끓여 원유를

지를 생산하는 것으로 ‘분자로’라고 한다. 거의 모든

얻거나 재가공하여 다른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겠다

현대 건축물들이 화석 에너지로 난방을 해결하는 현

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플라스틱을 모으는 것도 상당

실에서 환경 오염과 지구 온난화, 에너지 고갈 문제는

히 큰일이다. 붙어 있는 상표도 떼야 하고 내용물 세

건축 분야와 전혀 상관없는 일로 느껴질 정도다. 그런

척도 해야 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적지 않게 발생된

만큼 건축 난방을 재생 에너지로 공급한다는 것은 매

다. 정부에서 보조를 해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어차

우 뜻 깊은 일이라 할 수 있다.

피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플라스틱이라는 것은 환

<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의 모든 건축물에 적용된 분

경에 해가 될 뿐이니까. 다행히 다이옥신도 700℃ 이

자로의 시작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연한

상에서는 분해가 가능하다. 벤젠 고리에 염소가 네 개

기회에 전원 주택을 짓게 된 건축주는 사전 작업으

붙은 형태의 다이옥신은 어느 한 부분이 끊어지면 더

로 전원 주택이 갖고 있는 단점들을 조사했다. 그러

이상 해를 끼치는 물질이 아니다. 이것은 새로운 난

자 외롭고 교통이 불편하다는 점 외에 에너지 과소

방장치 ‘분자로’를 고안할 수 있었던 가장 기본 원리

비와 쉽지 않은 쓰레기 처리가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이기도 하다.

이러한 단점들을 해결하지 않고서 집을 짓는 것은 무 의미해 보였다.

고열에 분해되는 다이옥신

먼저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서 단지화가 필요하다

분자로의 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폐목재나 화목을 태

고 생각한 그는 다음으로 에너지에 대한 문제를 고민

울 때 생기는 열로 가정에서 나오는 각종 플라스틱 병

했다. 전원 주택에서는 벽난로와 보일러 난방이 일반

이나 비닐 봉투, 폐유 등을 녹인다(열 발생을 위해 때

적인데, 벽난로는 대개 사용하지 않고 보일러도 부분

는 화목은 일반 벽난로의 소비량과 비교할 때 매우

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상례인 듯했다. 벽난로를 이용

적은 양이다). 이 때 발생되는 가연성 가스는 폐목재

하여 집 전체를 따뜻하게 데울 수는 없을까? 건축가의

가 타는 곳으로 다시 들어가는데, 가연성 가스는 목

궁리는 거기서 시작됐다.

재와 동시에 연소되면서 재까지 남김없이 태우는 고

일부 가정용 쓰레기를 벽난로에 태우는 모습들이 목

열을 만들어 낸다. 이 열로 데워진 물이나 공기는 난

격되면서 건축주의 고민은 자연스럽게 쓰레기 처리

방이나 온수로 사용되며, <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

문제로 이어진다. 전원 주택에서 나오는 쓰레기들은

의 건물들에는 방바닥을 덥힐 수 있도록 조립식 구들

수거가 잘 안 되기 때문에 더욱 골칫거리다. 그나마

이 설치되었다.

양심 있는 사람들은 분리 수거를 할 수 있는 곳까지

물론 지금까지 약 20여 채의 건축물에 분자로를 설

차로 실어 나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주변의 산

치, 가동시키는 과정 속에서 시행 착오도 겪을 만큼

과 들에 내다버리기 일쑤다. 그렇다고 마냥 집에서 태

겪었다. 처음에는 폐유를 끓여 녹여도 봤고, 분해된

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환경법이 쓰레기를 태울 때

다이옥신이 구들 속에서 다시 재결합하는 현상을 경

발생되는 다이옥신을 규제하고 있어서 집에서는 쓰

험하기도 했다. 거의 없어졌어야 할 다이옥신이 기준

레기를 맘대로 소각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다이옥신은

치만큼 측정되었던 것이다. 환경관리공단을 통해 다

질소 화합물, 황산 화합물과 더불어 대기 오염의 주범

이옥신의 끊겼던 고리는 300~400℃가 되면 다시 재

이며 자연 상태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분해가 되지

결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결 방법을 생각해야

않기 때문에 대기나 물, 토양 등에 침적한 후 채소나

했다. 소각로에서처럼 불완전 연소된 것을 다시 태우

육류, 우유, 생선, 조개류 등의 식품을 통해 다시 인간

기 위해 비싼 가스를 쓸 수는 없었고, 대신 물통을 설

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사람의 몸

치하여 온도를 150℃로 떨어뜨리는 급냉 방법을 썼

속에 들어가면 내분비계를 교란시켜 생식 이상, 기형,

다. 다행히 다이옥신 측정치가 일본 소형 소각로 기

각종 암을 유발시킨다는 것이다.

준치의 1/70 정도로 떨어졌는데, 이만하면 아주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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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치였다. 또 적용 가능한 집의 크기도 60평으로

야말로 자연에 대한 배려다.

만족할 만한 규모다. 앞으로 <우리 안의 미래> 연수

살림채, 여름채, 겨울채, 나눔채로 구별되는 집들도

원의 분자로는 개선해야 할 사항들, 이를테면 작동

저마다 많은 이야기를 자연과 나누고 있다. 집의 구

소리와 청소 문제, 일정한 시간마다 목재를 투입해

조를 통해 자연과 계절을 나는 법을, 온실을 통해 자

야 하는 번거로움, 초기 화목량의 최소화 등을 해결

연과 호흡하는 법을, 마당을 통해 자연과 가까워지는

하기 위해 ‘임상 시험’의 여정을 지속적으로 기록하

법을, 잔디 지붕을 통해 자연과 함께 걷는 법을 배우

게 될 것이다.

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기술의 통나무 결합 방식

에너지 위기 시대, 과학 기술만이 능사인가?

‘목조 주택용 통나무 구조재 제작 및 골조 설치 방법’

여기까지 이야기가 흐르면 <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

은 <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의 또 다른 실험적 공법이

을 관통하는 건축 정신이 대략 무엇인지 짐작이 가능

다. 집이 들어설 땅의 주변에 자라 있던 큰 나무들이

하다. 더 깊이 있는 내용으로 접근하기 위해 이 집의

베어져 나가는 것을 본 건축주가 아까운 마음으로 시

가장 생경한 방식, 분자로의 명칭에 딴죽걸이를 해

작한 일이다. 옛날에도 큰 나무를 가지고 집을 지었는

보자. 왜 이 작은 소각로에 어마어마한 장치가 연상

데, 장비와 기술 가지고 그것 하나 못 할까, 싶었다.

되는 ‘분자로’란 이름이 붙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

기술은 의외로 단순하다. 목재에 구멍을 뚫어 강봉을

면 ‘원자로’에 대척적 입장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인

끼우고 프리스트레스로 조이는 원리를 이용, 미리 너

류는 지금까지 적외선 계통의 에너지를 받아 왔으며,

트와 볼트를 넣어 접착 고정시켜 현장에서 기둥과 보

핵에서 얻는 방사선 계통의 에너지는 인위적인 것이

를 조립하는 방식이다. 우리 전통 건축에서 목재의 이

다. 지구상의 생명체는 태양이 방출하는 빛 에너지 중

음과 맞춤은 복잡한 홈이나 턱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파장이 긴 빛인 적외선을 선호했을 뿐, 살갗을 태우

구조적, 경제적 취약성이 있다. 반면 이 새로운 방식

고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짧은 파장의 자외선

은 조립을 위한 약간의 턱이 있을 뿐 가공되지 않고,

복사를 멀리해 왔다. 더구나 오존층은 대부분의 해로

제재하지 않은 통나무를 사용하기 때문에 구조적으

운 자외선이 지구상의 생명체에 도달하는 것을 막아

로 튼튼하다. 또 단순한 구조는 경제성을 높일 수도

주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제는 인간이 대기권 내에서

있다. 단지 조금씩 틀어져 있는 자연 그대로의 통나무

이와 비슷한 핵에너지, 원자력을 만들고 있는 것이

를 사용하다 보니 기둥과 보의 축을 맞추는 것이 문제

다. 라듐, 토륨, 우라늄과 같은 원소의 원자핵 분열을

가 되었으나, 이것 역시 자체적으로 장비를 고안하여

통해 엄청난 에너지를 얻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만큼

해결해 냈다. 이로써 지붕도 목조 건축에서 흔히 보는

방사능으로 인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므로 모

경사 지붕이 아닌 평지붕을 올릴 수 있었고, 그 위에

든 생명체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런 위험천만

잔디를 심어 단열 효과도 높이면서 자연에 더 가까이

한 일 대신 다른 재생 가능 에너지들을 지속적으로 찾

다가서는 건축물을 만들 수 있었다.

아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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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에는 태양열, 태양광 발전, 바이오 매스, 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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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이야기를 나누는 집

력, 소수력, 지열, 해양 에너지 등의 재생 에너지가 개

그러고 보면 <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에는 자연을 배

발 중에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러한 대안 에너지

려하고 자연과 조화하려는 몸짓이 곳곳에서 보인다.

도 자칫 허구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그리고 그

현장 제작이 전제 조건이기도 했지만 땅을 조성할 때

보다 미래의 우리 삶의 방식에 대한 고민이 먼저 선

나온 황토로 내외 벽체용 황토 벽돌을 만들고, 주요

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과학 기술주의에 빠져 그

마감재로 천연 수지인 옻을 사용한 것은 재료 차원의

것을 만능으로 여기거나, 외국의 기술에 의존하여 검

조화다. 단지 내에 볼록자리, 우묵자리, 억새구릉 등

증 없이 들여온다거나, 어떻게든 선점해야 하는 사업

자연 그대로의 장치와 능소화가 자라는 목재 조형물,

상의 아이템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분명 지양해야 할

잔디와 풀의 자리를 비워준 길과 마당의 포장 등은 그

점이다. 또 지금까지의 생활양식에 대해서 반성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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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한 규모의 재생 가능 에너지 기술과 적정한 규모

“지속 가능한 미래를 생각하면 그 실천의 화두는 ‘불

의 에너지 소비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이 필

편’이리라.” ⓦ

요하다. 기술주의에 빠지는 것에 대해서 항상 경계해

| 글 | 정귀원(편집장)

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은 이름 그

* 글의 내용은 책『불편을 위하여』 (이일훈 지음, 키와

대로 미래에 우리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묻고 있는 집

채 펴냄)와 <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과 관련하여 에

이다. 그리고 우리 전통의 오랜 지혜에서 그 해답을

너지^환경 문제에 대해 조언을 해 주신 분의 이야기

찾을 것을 권하고 있다. 실로 옛 사람들의 생활을 보

를 참조했다.

면 적당한 규모의 집을 자연에서 얻은 자재로 주변의 자연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지었으며, 그 속에서 사 는 삶은 검박하고 꾸밈이 없었다. 그것은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편리함과는 다소 거리가 먼 방식이다. 불편,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실천의 화두 <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 공사가 끝난 후 건축가는 이 집의 에너지, 구조 방식, 건축적 의미를 한 권의 책 속 에 담아 냈다. 그런데, 책의 제목이『불편을 위하여』 다. 모든 사람이 편하고자 하는 세상에서 불편을 위 하자니! 그러고 보면 이 집은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 가 아니다. 흔히 건물 한 동이면 끝나는 연수원을 채 나눔하여 사용과 운영에 불편함을 주고, 길과 마당은 매끄러운 포장 대신 콘크리트 폐패널을 재활용하여 걷기에 불편함을 준다. 폐목재 등의 연료를 운반하고 두 시간에 한 번씩 목재를 직접 투입해야 하는 분자 로도 역시 불편한 존재다. 이에 대해 건축가는 불편 하게 살기의 정신은 <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의 건 축과 에너지 공급 방식(분자로)의 근간이며, 이 때의 불편하게 살기란 편안하게 살기의 반대가 아니라 편 안함보다 더 값진 의미로서의 권유할 만한 불편함이 라고 역설한다. 어떻게 하면 더욱 편리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를 궁리하는 시대다. 그러나 편리한 삶은 지금 우리가 당 면한 지구 온난화와 환경 오염, 화석 에너지 고갈이란 문제를 낳았고 과소비적 습성을 길러 왔으며 미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둔감한 의식을 형성해 왔다. 과연 우리는 어떠한 대안을 가질 수 있을까? 건축가는 사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해법이고, 편리함이 아닌 ‘자발적 불편함’에 그 답이 숨겨져 있다고 말해 준다. 그리고 <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을 통해 전하려고 했던 내용 을 의미심장한 한 마디로 압축하여 책의 말미에 다음 과 같이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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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훈 | <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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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우묵자리에 누워 여름채 지붕을 보다. ➋ 대지는 동서 방향의 긴 타원형이다. 중앙 부분에 길을 내고 마당을 내고 집터를 잡으니 주변의 남겨진 잣나무 숲이 단 지를 에워싼 형국이다. 단일 건물 내에 기능을 통합하지 않고 나누어 흩은 ‘불편한’ 배치이다. 걷기와 움직임이 많이 요구되는, 마치 하나의 마을처럼 구성된 단지는 볼록자리, 우묵자리, 억새구릉 등과 같은 외부 공간을 갖고 있다. 사진에 표시된 도면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3채의 지원 시설, 볼록자리, 겨울채, 살림채, 3채의 나눔채, 우묵자리, 나눔채가 위치해 있다. | 전체 사진 | 서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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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채 <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

➊ 연수원에 상주하는 살림꾼들의 집이다. 살림꾼들의 생활을 위한 사적 공간과 방문객들을 위한 공적 공간이 ㅁ자형 중정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살림채의 방들 은 때에 따라서 다양하게 쓰인다. ➋ 마당은 밖에서는 보이지 않고 하늘로만 열려 있다. 여러 가지 공간 연출이 가능하지만, 주로 살림꾼들이 이용하는 은밀한 공간 이다. ➌ 분자로의 가동으로 구들바닥이 덥혀지는 유리 온실이다. 높은 기둥을 세울 수 있는 목구조 방식을 활용하여 천정을 높였다. 특히 온실과 붙어 있는 다목적 실에서 온실의 유리벽과 유리천정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빛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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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

겨울채

➍ 큰 강의실을 가진 겨울채는 행사, 강의, 강연, 토론 등 프로그램의 내용이 실내 공간을 필요로 할 때 쓰인다. 마당과 길이 만나는 경계의 격자형 구조물은 영역확 장의 역할을 하는데, 구조체를 따라 넝쿨 식물이 자라나 구조물의 형태감에 변화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➎ 지붕의 형태에서 볼 수 있듯이 겨울채 내부 공간은 천정이 높은 부분(주공간)과 낮은 부분(툇마루)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사이의 수평창으로 주공간의 안쪽 깊은 곳까지 빛이 스며든다. 잔디로 덮인 지붕은 2층에서 보면 거닐 수 있는 넓고 평평한 잔디 마당이다. ➏ 남쪽 마당과 만나는 부분에는 긴 툇마루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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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채 <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

➊ 여름에 더 적극적인 쓰임새를 갖는 집으로 외부 공간을 중심에 놓고 만들어졌다. 우리 전통 건축의 대청마루, 툇마루 같은 마루 공간처럼 외부를 향해 열린 공간 을 갖는다. ➋ 회랑으로 둘러쳐진 마당은 여름채의 공간적 중심이다. 다양한 행위로 채울 수 있는 비움이 곧 중심이다. ➌ 여름채 회랑은 진입과 전이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하지만 그 자체로 반 외부 또는 반 내부의 독립된 공간이다. ➍ 숲이 방으로 들어오다. 마당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관람석의 연장이 되기도 하고 무대가 되기 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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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

나눔채

➎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머무는 집이다. 측면(계단실이 있는 부분)에 설치된 분자로가 보인다. 총 4채이며, 현관의 위치는 향을 따르지 않고 마당과 길에서의 접근 성을 우선했다. 마당이 북쪽이면 현관도 북쪽이고 마당이 남쪽이면 현관도 남쪽이다. 오래된 마을에서 볼 수 있는 지형과 건축이 만나는 방법이다. ➏ 나눔채 2층 으로 오르는 내부 계단. ➐ 중앙의 공동방(거실)은 남과 북으로 두 개의 툇마루를 가진다. 2층의 방들은 서로 떨어져 있는데 그 사이로 잔디마당이 깔려 있다. 마치 별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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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목구조 결구 <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

➊ 억새구릉에서 서쪽을 바라본 전경. ➋ 콘크리트 폐패널을 활용한 길과 마당의 포장 형태가 눈길을 끈다. ➌ 연수원에서 사용된 목구조 결합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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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

분자로

➍ ➎ 연수원에서 시도된 재생 에너지 난방 장치. 쓰레기를 태워 열 에너지를 얻는 방식이며 다이옥신 배출 등의 환경 문제를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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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구릉^볼록자리^우묵자리

➊ 억새구릉. 동서 방향의 가시 거리를 더 길게 하기 위한 장치이다. 단지 서쪽에서 진입을 하면 억새구릉 너머 잣나무 숲으로 시선이 흐른다. ➋ 볼록자리. 있는 그 대로 손대지 않고 내버려 두기 위해 만든 외부 공간 장치이다. 저절로 생겨나거나 변화하는 식물들을 보게끔 하려는 것이다. ➌ 우묵자리. 움푹 들어간 지형으로 적 당한 기울기를 가졌다. 지표면보다 낮은 웅덩이가 있다면 연수 프로그램 한 가지는 더 개발이 가능하리라는 생각에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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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

그리고 여러 가지

➍ 여름채에서 바라본 겨울채. ➎ 조형물 아래 넝쿨식물 능소화를 심다. ➏ 켜켜이잔디지붕. 잔디지붕이 켜켜이 숲으로 이어지다.

➏ 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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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너지형 건축,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 자료를 제공하고 인터뷰를 한 건축가 이윤하는 생태건축연구소 및 건축사사무소 노둣돌 대표이다. 생태환경건축아카데미 원장을 지내고 있으며 경희대 건축대학원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도 있다. 올해 처음 조직된 한국건축가협회 환경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며, 2008년은 이 위원회의 활동이 기대되는 바다. 제1,2회 한국목조건축대전 본상, 제1회 대한민국생태건축상 설계 부문 수상, 2005 한국생태환경건축학회 작품상 등의 수상 경력이 있고, 작품으로 < 조태일문학관>, <세진당>, <광주어깨동무어린이집>, <대전국제화센터>, <물아당>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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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보고서에 따르면 건축 산업은 국내 전체 재료 소비의 40%, 에너지 소비의 24%, CO2 배출량의 42%, 전 산업 폐기물의 30%, 그리고 불법 폐기물의 60%를 발행시키는 환경 저해 산업이라고 한다. 이는 우리가 건축 산업 을 전체적으로 통제할 새로운 건축 계획에 관한 연구를 게을리 할 수 없는 근거다. 그러므로 도시 계획 단계에서부터 건축물 설계 단계에 이르기까지 에너지 저감을 위한 친환경 건축물에 관한 지표를 설정하고 관리해 나가야 한다. 또한 설계, 시공, 유지 관리, 폐기 등 일련의 맥락을 통합적으로 계획하 여 에너지에 대한 환경 부하 저감과 거주 쾌적 성능에 대한 로드맵 속에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유럽을 중심으로 연구^보급되고 있는 것이 저에너지형 건축물 또는 패시브 하우스 (Passive House)라는 것이다. 생태 환경에 대한 디자인 기법은 크게 패시브(passive) 디자인과 액티브(active) 디자인으로 나뉜다. 우리 나라에서는 생태주의 건축의 기법 중에서도 건강과 관련된 재료적 접근이 가 장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설사 에너지적 측면이라고 하더라도 테크놀로지 위주인 액티브적 접근이 고, 실제 설계 단계에서 패시브적인 에너지 저감에 관한 연구는 미흡한 실정이다.


Architecture E ID W

패시브 하우스란?

대한 명확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패시브 하우스라는 개념은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

기존 지형 및 태양과의 관계성, 도시의 건축적 상황,

서 보급 중인 고효율, 저탄소 주택을 일컬으며 난방

대지 위에 놓인 인공적 덩어리로서의 존재성 등의 어

에너지 소비량이 연간 평방미터당 15kwh(1.5리터) 이

휘가 매끄럽고 품위 있는 형태를 위해 도출되었고, 확

하로 설계된 집을 말한다. 이 집은 설계 단계부터 고

장된 테라스와 근처 공원을 향한 조망의 위치를 가지

단열과 고기밀성이 기본이다. 설계 기법을 살펴보면,

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선 에너지 손실이 많은 외벽과 지붕, 바닥 등의 단

하지만 무엇보다도 주거 단지 내 건축물의 연간 에

열을 강화하여 패시브 하우스 기준(독일의 패시브 하

너지 기준값이 평방미터당 31kwh로, 인증서를 받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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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 인증 기준은 열관류율 0.13W/m .K 이내)에 맞게

다는 데 주목하자. 오스트리아 의회가 주도한 ‘미래

설계한다. 이로써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에서

의 주택(House of the Future)’ 연구 프로젝트이기

부터 시작한다. 또한 열교(heat bridge) 현상 차단을

도 하다.

하기 위한 설계와 시공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특히 틈 새로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최대한 막기 위해 고기밀

3리터 하우스를 비롯한 패시브 하우스의 국내 연구

의 시공이 뒤따른다.

우리 나라도 패시브 하우스의 개념 안에서 산자부와

다음은 고단열 창호의 선택이다. 일반적으로 사용하

대림산업 등이 연구용으로 만든 3리터 하우스가 있

는 복층 유리의 약 세 배 정도의 단열 효과를 얻을 수

다. 말 그대로 바닥면적 1m2 당 연간 3리터(30kwh)의

있는 3중 유리와 단열 성능을 향상시킨 창틀로 창호

난방 오일을 소비한다. 지금 우리 나라 기존 주택 에

를 고성하고 기밀 시공을 한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너지 사용(175~200kwh) 대비 약 1/7의 연료비가 절

관리하게 되는 밀폐된 공간에 신선한 외부 공기를 공

감되는 것이다(현재 독일에서는 1리터 하우스까지 구

급하면서 내부 에너지를 80~95% 교환해 주기 위해

현된 상태). 지난 2005년 12월 경기도 용인에 들어선

열교환용 환기 시스템을 설치하면 패시브 하우스의

이 초에너지 절약형 건물의 주요 적용 기술은 고성

기본 구조가 갖추어진다. 물론 지역에 맞는 설계 기

능 창호, 수퍼 단열, 이중 외피, 폐열 회수 환기 시스

준을 설정하고 건축물의 용도와 사용자의 선호도에

템, 연료 전지, PCM(Phase Changing Material) 등

맞추어서 기준을 낮출 수도 있다.

의 에너지 절약 및 발전 요소로 구성되었다. 이외에 도 여러 정부 부처와 공사(公社) 등에서 패시브 하우

오스트리아 브레겐쯔의 저에너지 건축물

스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더 나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인 오스트리아 브레겐쯔(Bre-

가 이른 시기에 법제화에 대한 필요성이 강력히 대

genz)의 <잔트구르벤베그 주거 단지 프로젝트(Sand-

두되고 있다.

grubenweg Residential Park)> 저에너지 건축물

이를 우리 건축 시장에 접목하여 실용화하기 위해서

(Lower Energy House)을 소개한다. 이 작품의 프로

는 우리 나라의 지역적 상황과 주생활 문화가 결합된

세스는 계획 단계에서부터 통합적으로 ‘의도된 계획

실험적 결과를 토대로 하여 패시브 하우스 개념의 건

(deliberate planning)’이다. 기본 계획안에서 건축

축물들을 꾸준히 건설하면서 모니터하고 보정할 필

가가 제시한 ‘또 다른 계획(order plan, 컴퓨터와 커

요가 있다. 그리하여 패시브 하우스를 점차 우리의 건

뮤니케이션 기술을 포함한 설비적 부분과 원하는 재

축 문화로 자리매김해 나가야 할 것이며, 더불어 지구

료 및 페인트를 명기한 특별 계획)’을 소비자가 선택

환경의 지속성을 위해 에너지와 이산화탄소 배출 저

하는 옵션형으로 계획되었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그

감 노력에 건축계가 감당해야 할 부분을 실현해 나가

들의 방의 벽을 적게 또는 많게 계획하는냐에 따라 비

야 할 것이다. ⓦ

용의 감소 또는 추가가 있다. 이러한 감소나 추가는 ‘

| 자료 제공 | 이윤하(생태건축연구소, 건축사사무

또 다른 계획’에서 소비자의 협조하에 조정된다. 이러

소 노둣돌 대표)

한 방법으로 앞으로 거주자가 될 사람들은 주택의 포 괄적인 그림을 이해할 수 있고 프로세스 초기 비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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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잔트구르벤베그 주거 단지 프로젝트 ➋ ➌ 팀버 컨스트럭션 스쿨(Timber Construction School Building), 패시브 하우스 ➍ 패시브 하우스의 이중외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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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윤하 한국형 패시브 하우스를 짓는다 친환경자재를 사용하고 우리 나라 풍토에 적합한 패

다. 에너지 절약형이어야 하고, 재료는 친환경적이어

시브 하우스가 경남 밀양의 작은 전원 주택에서 실

야 하고. 유럽의 경우 일반 상업 건물들에서는 에너지

험 중이다. 오랫동안 우리 건축계에 생태 건축을 설

적인 측면만 고려하고, 주거 건물은 어차피 타운 하우

파해 온 <노둣돌건축>의 이윤하 대표가 설계를 맡은

스 개념이 발달되어 있어서 목재를 많이 사용한다. 그

이 집은 국내에 패시브 하우스를 법제화하기 위한 첫

래서 그쪽 사례를 많이 보고 배우고는 있지만 확실히

걸음이기도 하다. 건축가를 만나 그 과정과 의미를 들

한국적인 디테일을 풀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자재

어 보았다.

와 시스템이 좋다고 마구 수입할 수는 없지 않나. 그 래서 한국형이라는 이름을 붙인 거다. 또 생활 습관의

패시브 하우스의 개념을 쉽게 설명한다면?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난방은 적게 하고 냉방은 거의

저에너지 건축물의 설계 기법을 말한다, 즉 냉난방 부

안 하고 사는 그들과 우리는 참 많이 다르다.

하 저감과 여름에는 빛을 차단하고, 겨울에 빛을 어떻

실제로 패시브 하우스 개념이 적용된 건물을 설계해

게 많이 받을 것인가, 들어온 빛을 어떻게 머물게 할

본 적이 있나?

것인가, 즉 냉난방 부하 저감이 기본 원리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밀양의 전원 주택은 그 개념이 적

패시브 하우스는 지을 때 비용이 많이 드는 것으로 안

용됐다. 그러고 보면 건축주를 참 잘 만났다. 설계를

다. 이에 대한 의견은?

한 2년 정도 했는데 친환경 생태 주택, 즉 흙하고 나

보통 10~~15% 더 든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패시브 하

무만 가지고 쾌적성만 담보하자고 했던 것을 디자인

우스는 건물 자체에서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냉난방

이 끝난 시점인 작년 초에 방향을 틀었다. 에너지 절

비용이 줄면 몇 년 안에 본전 뽑지 않을까?(웃음) 좋

감을 생각하자는 취지였고, 처음에는 복토(覆土) 주

은 생각, 좋은 마음으로 출발해서 본전 뽑을 수 있다

택을 고려했었다. 그런데 해결할 문제점이 많으니까

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나. 참고로 패시브

비용이 너무 오르더라. 그래서 패시브 하우스로 가보

하우스는 주거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어떤 용도, 어

자, 한 것인데 건축주가 많이 기다려 줬다.

떤 방법이든 가능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건물인가?

<패시브 하우스 에너지 체계 설계 및 집단 에너지 연

30평 규모의 작은 단층집으로 한국적인 생활 습관이

계 방안 연구>라는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한 것으로

고려됐다. 물론 에너지 위기 시대에 나쁜 생활 습관

안다. 어떤 내용인가?

은 버려야 하겠지만 이번 것은 최초 시뮬레이션 값

한 마디로 말하면, 한국형 패시브 하우스에 대한 연

을 한국형에 맞추었다. 그러다 보니 1.5리터 정도의

구다. 패시브 하우스는 콘크리트로 하면 굉장히 쉽다.

유럽식 기준은 불가능하고, 3리터 정도가 되었다. 그

하지만 우리가 늘 하고 있는 생태 건축 작업의 연장에

래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고 있는 30리터(300kwh)

서 패시브 하우스를 구현하고자 하니까 어려운 것이

에 비하면 무려 1/10을 줄인 셈이다. 집의 형태는 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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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인데, 보통 박스형인 패시브 하우스에 비해 ㄱ자형

우리 나라 건축인들의 친환경 건축, 생태 건축에 대한

은 1.5리터를 만들기에 더욱 힘든 구조다. 또 우리 나

관심은 어디까지 왔는가?

라 사람들은 열손실이 많은 창을 좋아한다. 뒤창은 되

올해 건축가협회에 환경위원회가 처음 만들어져서

도록 작게 했지만 조망을 중시하는 우리의 정서를 고

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지난 2월 21일 한국건축가협

려해 거실 창은 좀 크게 냈다. 친환경적인 것을 고려

회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는 ‘(친)환경 건축 선언문’

해 주재료로 사용한 흙과 나무도 기밀성이 많이 떨어

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관심 있는 건축가들도 늘어나

지는 재료다.

고 있고. 그런데 자꾸 오해들을 하시는 것 같다. 생태

어떤 시스템이 적용되었나?

건축은 흙집과 나무집만 있는 것이 아니다. 노만 포

열 회수용 환기 장치를 들 수 있다. 실내 온도가 많이

스터(Norman Poster)는 유럽의 생태 건축가고, 그의

올라가면 공기 중의 부유물이 분해되어 냄새가 난다.

63층 건물이 생태 건축이라고 하는 시대다. 생태 기후

그래서 환기를 시켜야 하는데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

적 원리에 입각해 디자인을 하는 켄양(Ken Yeang) 같

키다 보면 열이 빠져 나가게 된다. 열 회수 환기 장치

은 건축가도 있다. 그는 설계하는 건물에 바람 유도벽

를 설치하는 이유다. 신선한 공기는 들어오고 더러워

을 세우는데 훌륭한 디자인 요소이기도 하다. 또 다른

진 공기는 밖으로 나가면서 교차 지점의 열 회수 환기

재미있는 요소들이 건물에서 많이 보인다. 프렌들리

장치를 통해 열이 회수된다. 따뜻하고 더러워진 공기

(friendly), 즉 친환경은 생태 건축으로 가기 위해 기

를 빼낼 때 공기만 내보내고 열은 뺏어서 안으로 들어

본이 되는 단계다. 지금 총체적으로 지구 환경을 살릴

오는 공기에게 밀어 주는 원리다.

방법이 없으니까 작지만 ‘친’하게 가는 거다. 거기에

이번 패시브 하우스 프로젝트의 완성은 어떤 의미를

는 시스템도 결합되어야 하는 것이고. 미국은 지금 친

갖는가?

환경 건축물 인증 제도인 리드(LEED)를 만들어서 건

준공이 되면 자료를 공개할 예정이다. 법제화의 기초

축물에 적용하고 있다. 당연히 친환경적인 개념이 들

가 될 수 있는 연구 논문도 발표할 생각이고. 이미 독

어간 사고와 솔루션(solution)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일 등의 유럽 국가에서 패시브 하우스는 많은 발전을

있다. 우리 나라도 그와 같은 분위기로 바뀌어져야 한

했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시작 단계다. 사

다. 최근에 완성된 건물 중에는 우정사업본부의 <포

실 여러 기술들이 포함되기 때문에 패시브 하우스는

스트타워>가 눈에 띄는데, 지열 이용, 중수도 시스템

비싼 집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외국의 경우는 재건

등 굉장히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앞으로 송도 국

은행을 통해 융자를 해 주고 있다. 결국은 국가가 사

제업무단지 내에 신축하는 22개 건물을 리드 인증에

는 방법이니까. 우리도 국가가 지원해 주는 단계까지

필요한 공법으로 시공할 계획이라고 하니 기대를 해

이를 수 있도록 꾸준히 실험하고 시행 착오를 스스로

보는 것도 좋겠다.

극복해 나갈 계획이다.

| 인터뷰어 | 정귀원(편집장)

아무래도 건축가의 표현 의지와 간극이 있을 법하다. 어떻게 극복하는가? 친환경 건축과 에너지 절약형 건축, 그리고 내가 원하 는 건축이 결합되어야 하니까 어렵다. 어떤 때는 과감 하게 버려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내 것을 포기하더 라도 대승적으로 생각하면 뿌듯함을 많이 느낀다. 게 다가 지금 우리 나라의 건축 설계는 형태 지향으로 가 고 있는데, 미안한 얘기지만 대부분이 근거 없는 형태 가 아닌가 싶다. 시각적인 요소일 뿐이지 디자인이 기 능하지는 않는다. 이유 있는 디자인, 즉 기능이 미적 인 것으로 공고해지고 나아가 전통이 되는 건축,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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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토적 건축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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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 The Grammer of Architecture(원제) 신간 | 도판으로 이해하는 세계 건축사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건축에 눈을 뜨고자 하는 일반인들에게 이 책만큼 간명하게 건축의 광대한 세계를 전달하는 책이 없었다. 각 시대별로 연대기적인 체제하에 아름답고 섬세하게 그려진 동판화와 양식을 특징짓는 건축요소와 형태적 특징들을 풍부한 그림과 도면으로 묘사하고 있는 이 책은 각각의 건물들에 서린 영감을 상기시켜주는데 모자람이 없다. Emily Cole 편저, 유우상^장지을 공역, 24,000원 구입 문의 : tel. 02-3147-1212 | fax. 02-3147-2626 |www.spacetime.co.kr

by Spacetime 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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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water and architecture I D E D G E

‘물’과 건축 돈을 흥청망청 헤프게 쓰는 모습을 빗대어 만든 우리 속담에 ‘돈을 물 쓰듯 하다’라는 말이 있다. 아마도 우리 조상들이 물은 늘 풍족할 뿐만 아니라 공짜라는 생각에서 만든 속담이었을 것이다. 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면 조선 시대 한양의 물장수들은 삼청동에서는 청룡수( 靑龍水), 인왕산에서는 백호수(白虎水), 남산에서는 주작수(朱雀水)를 길어다가 팔았는데 물에 대한 감각이 남달랐던 우리 조상들은 청룡수 (靑龍水)로 술을 빚고 백호수(白虎水)로 약을 달이고 주작수(朱雀水)로 차를 우렸으니 이렇듯 물을 구별해서 쓰는 민족은 아마도 전 세계에 서 우리밖에 없을 듯싶다.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해마다 이 날이 가까워지면 각 매체에서는 우리 나라가 이미 지난 1993년 유엔 산하 국제인구행동연구소로부터 ‘물 부족 국가’로 지정되었고 물 부족에 대한 대비가 없을 시에는 2025년에 ‘물 기근 국가’가 될 전망이 있다는 기사들을 내보내곤 한다. 지구상의 물 가운데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은 지구 전체의 물 중 1% 미만이고, 식용 가능한 물은 0.0024%에 불과하다. 유엔에 의하면 2007년 현재 세계 인구는 66억 7천만 명 정도이며 2025년에는 83억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5년에 최대 9억 여 명이, 2050년에는 24억여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물 분쟁’도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가 잘 아는 메콩 강은 중구,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무려 6개국을 흘러 바다로 나간다. 그런데 중국과 라오스에서 댐 건설을 시작한 이후로 하류에 위 치한 베트남과 캄보디아는 물 부족뿐만 아니라 상류에서 유입된 오^폐수로 인해 농업과 생활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물 부족은 이제 지구온난화와 함께 21세기 인류의 새로운 재앙으로 다가 올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나라의 1인당 하루 물 소비량은 평 균 400리터 내외로 프랑스(281) 영국(323) 일본(357)보다 많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도 한 발 앞서서 ‘물’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는 까닭이다. 기존 건물의 노후화된 급^배수관을 교체하고 신축 건물에 절수기기 등을 설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조경수와 세차 그리고 화장실 변기 청소물 로 빗물을 사용하는 중수도 방식의 도입 등이 적극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건축적인 해법을 위해 건축인들이 앞장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 지만, 그보다 우선 시 되어야 할 것은 우리 모두 ‘물’을 아끼고 보존하고자 하는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 후손들에게 맑은 물이 흐르는 금 수강산과 함께 ‘물’을 사랑하는 마음도 물려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 글 | 이영욱(운영위원, 공학박사, (주)지디엔지니어링 상무)

by Lee, Youngwook 72

WIDE EDGE


W I S S U E 2 D E

I 와이드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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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건축사를 위한 결단 건축사 직능 3단체의 통합 이슈, 수면 위로 떠오르다. 5년제 건축학 국제 인증 시대로의 돌입, 문제는 무언가? 1990년대 중반, 국내 건축 설계 시장의 개방과 함께

로와 중견 건축인들 모두는 통합의 중재자 김광현(

찾아온 건축 교육 개혁의 바람과 국제 인증을 대비

서울대 교수) 씨의 감동적인 협약서 낭독을 경청하

해야 한다는 문제의 제기가 있었다. 그리고 10년 뒤,

며 건축계의 오랜 숙원 과제가 풀리는 분위기에 동

2008년 대학 졸업식장에는 5년제 건축학 전공자들

참했다. 뒤따라오는 익명의 건축 후배들을 향하여 그

의 학위 수여식이 뒤따랐다. 2002년 5년제 건축학 전

날 행사장을 물들이던 휘파람과 박수 소리는 상대적

공자를 선발하고 첫 졸업생이다. 불행히도 이들 모두

으로 젊은층 건축인들로부터 들려 왔다. 건축계 대선

가 국제 인증을 받은 교육 기관의 수혜자는 아니다.

배 그룹은 젊은 세대의 열정에 따뜻한 미소로 응원해

예상했겠지만 전국의 대다수 5년제 건축학 졸업생들

주는 느낌이 컸다.

은 국제 인증과는 무관하게 학사모를 쓰게 된 것이

<와이드>는 이 같은 건축계 대변혁의 시대가 추진되

다. 문제는 이미 5년제 국제 인증을 획득한 대학의 졸

어온 지난 과정을 되짚어보고, 여전히 풀리지 않은

업생조차 법률적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심하

문제들과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보는 자리를 만들었다.

게 말하면 우리 건축 교육계가 헛발질을 해온 것임

통합건축사협회의 앞날을 예측하며 건축인들이 함께

에 틀림없다. 그 배후에 건축사 직능 단체들의 분열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이며, 또한 대학에서의 5년제

과 급박하게 변화해온 국내외 제도에의 이해 부족,

건축 교육의 의의와 제도적 미비점을 들춰 내어 현실

현실 건축의 정황에 대한 미온적 태도가 불러온 화(

을 바로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다. 실용 정부가

禍)가 자리한다.

들어서고 부처 간 업역이 혼재되어 있는 작금의 정황

지난 2월 21일 저녁, 한국건축가협회 창립 50주년 기

을 미루어볼 때 그 어느 때보다도 건축계 내부의 한목

념식장. 대한건축사협회^새건축사협의회^한국건축

소리가 절실할 때며, 대학과 업계의 유기적인 협력이

가협회 3단체장의 (가칭)통합건축사협회 통합 협약

기초가 되어 건축 교육과 건축사 자격의 국제 인증 프

서의 조인식이 거행되었다. 어느 누구도 불가능할 거

로그램에 대응하는 힘을 길러야 할 때임을 자각하는

라고 예단했던 건축사 직능 3단체의 통합 물살이 본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편집자)

격화된 것이다. 같은 날 그 자리를 지켰던 건축계 원

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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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은 ‘건축사’입니까?

건축계가 안으로 뜨겁다. 세상 밖의 센서는 감지 이전의 상태. 이익 집단 내부의 일로 국한시키는 모양새라야 맞을 것이다.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건축사 직능 3단체(‘대한건축사협회’ 와 ‘한국건축가협회’ 및 ‘새건축사협 의회’)의 대통합’이라는 건축계의 오랜 숙원이 가시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구랍 14일, ‘2007 한국건축단 체연합(FIKA) 송년회’ 자리에서 전격적으로 3단체장이 협정서에 날인 하던 광경을 단순 해프닝으로 이해했던 사람들은 기분 좋게(?)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그리고 지난 2월 21일 오후 6시 30분, 한국건축가협회 창립 50주 년 기념식장에서 각 단체 이사회의 승인 하에 3단체장이 협약서에 서명하는 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비로소 6 월 30일까지 통합건축사협회(가칭)의 출범을 목전에 두게 되었다. 어렵게 한 걸음 뗀 것에 불과하지만 그로써 건축계를 바라보는 바깥의 시선을 교통 정리해 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현재 대학의 건축학 전공자들에게도 낭보가 아닐 수 없다. 두 개의 이름(‘건축사’와 ‘건축가’)으로 호명되던 건축 설계자의 이름이 하나로 정리될 개연성이 커지면서 사회적으로도 직업에 대한 분명한 선이 그 어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부분의 젊은층 건축 설계 종사자들이 느끼는 열악한 근무 조건이 획기적 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통일된 하나의 직업 명칭이 가져올 여진은 생각 외로 클 것이다. 당장 힘이 실리는 건축 설계 전문직의 통합 명칭은 ‘건축사’다. 건축사법의 법적 보호 아래 예의 변호사, 의 사 등과 함께 ‘사(士)’자 전문직의 대오에서 어깨를 펼 기세다. 하루 아침에 ‘건축가’라는 이름이 사라질 리야 없겠지만 힘 빠진 이름에 기생할 이들이 있을까? 기존 사협회 회원이었던 등록 건축사들은 별 문제가 없다. 이전까지의 영문 이니셜이 KIRA(Korea Institute of Registered Architects)에서 KIA(Korean Institute of Architects)로 정비되는 정도일 테니 상황은 나아진다. 한글 명칭은 그대로 쓴다. 문제는 가협회 회원의 절반 이 넘는 비건축사들의 향방이다. 이들은 법적으로 보호되는 건축사가 아니므로 현재 가시권에 들어온 명칭은 ‘명예 회원 또는 준회원 건축사’다. 영문으로는 Associate KIA(Assoc. KIA)쯤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가 협회 차원에서 통합의 일익을 담당해온 곽재환(<와이드> 편집자문위원, CAAN건축 대표)씨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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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서에 조인. | 사진 제공 | 대한건축사협회 프레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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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되는 협회의 이름은 ‘사단법인 대한민국건축사

령의 언설은 2007년 1월 의원 입법 후 뜨뜻미지근하

협회’로 가닥이 잡혔다. 기존의 명칭, 대한건축사협

게 추진되어오던 건교부의 행보에 힘이 실리면서 부

회와 한국건축사협회(가협회와 새건협이 2단체의 통

처 간 줄다리기를 해온 건축문화진흥법, 디자인문화

합을 전제로 제시했던 중도안)를 망라하는 포괄적인

진흥법 등이 우여곡절 끝에 정리가 되었고 급기야 건

이름이다. (통합 단체의 명칭에 관한 한 건축사통합

축기본법이 제정되기에 이른다.

혁신위원회의 몫으로 남아 있다.) 실제로 사회에서

도대체 건축기본법 제정이 무엇이관데 건축계가 이

통용될 때는 이전과 같이 약칭으로 불려질 것이 관망

렇게 호들갑을 떠는 건가? 건축기본법 제정에 혁혁

되므로 무리가 없어 보인다. 겉으로 드러나는 통합 단

한 공로가 인정되는 김진애(대통령자문 건설기술^

체의 형식과 내부 구성원을 조직하는 큰 틀이 마련되

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 초대 위원장) 씨의 말을 들어

었으므로 다음은 3단체가 각각 기존의 조직에서 벗어

보자.

나 실질적인 하나가 되는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실리

“건축기본법은 건축 관련 산업 육성과 보전 그리고

구조를 어떻게 탄력적으로 운용하느냐의 문제가 아

퀄리티를 높이는 방법, 건축 문화 진흥 등 그 동안 우

닐 수 없다. 원천적으로 ‘헤쳐모여’가 불가했던 과거

리가 하지 못했던 것을 거의 다 할 수 있을 겁니다.

지사로부터 교훈을 삼을 일이다. 대의를 위하여 실리

나아가 건축사 사무소 문제 등까지도 공론화시킬 수

를 포기하는 3단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있을 겁니다. 건축이 이제는 설계나 사업 차원이 아

를 조정하기 위하여 구성된 건축사통합혁신위원회

닌 정책의 위상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특히 중요합

위원장 역은 대한건축학회 부회장인 김광현(서울대)

니다.”

교수가 맡았다. 3단체 통합의 대회전을 주도한 김 교

건축을 정책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이 분야가 진정으

수의 역량이 이후의 남은 과정을 무리 없이 이끌어 내

로 도약, 발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앞으

리란 기대가 크다. 또한 미제의 건축사등록원의 설립

로 시행령이 만들어지고 나면 건축계에 엄청난 파급

과 건축사의 국제 기준을 적용시키는 과정에서 국내

효과가 있을 거라고 자신하고 있다. 김 위원장 특유의

건축사 보호 차원의 국제적 마찰을 최소화시키기 위

정책 주도형 리더십이 빛을 본 것이다.

한 주도 면밀한 방비도 동시에 주문된다고 보는 것이

다음은 건축기본법 <제5장 건축 문화의 진흥> 관련

맞을 것이다. 국제적 건축사 인증 시스템과 물려 있는

내용의 일부. 정부는 건축 문화 관련 시설의 설립 및

건축사법의 개정에 있어서 건축계 일각이 무난한 해

운영, 출판^전시^축제 등 건축 문화 관련 사업, 국민

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의 건축 이해 증진을 위한 교육, 건축 관련 해외 진출

상황이기 때문이다.

및 국제 교류, 건축 디자인 기준 설정 및 시범 사업과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업에 대하여 국고 보조 등 재정

이상의 케케묵은 건축사 직능 3단체의 통합이라는 극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같은 건축 문

적인 반전 프로그램을 가능케 했던 배경에 건축기본

화 진흥을 실현시키기 위하여 제4장에서는 국가건축

법의 제정이 자리하고 있다. 준비 과정에서 기본법의

정책위원회의 설치 조항을 두고 있다. 건축계가 안

정신을 극대화시키려는 연구진과 국가건축정책위원

정적 성장을 위한 법률적 보호막을 두를 수 있는 계

회 설립을 위한 전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발주 부처

기가 마련된 셈이다. 건축과 사회를 연결하는 브리지

의 이유 있는 주문으로 수차례 고비를 넘어온 것으

가 동시에 입체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형국이

로 파악되고 있는 건축기본법이었기에 이것을 바라

다. 활용하기에 따라서 건축판의 대대적인 지각 변동

보는 건축인들의 감회는 범상치 않다. 이것은 분명 노

이 예상된다 하겠다. 특히 강소(‘작지만 강한’) 건축

무현정권이 건축계에 끼친 대단한 역작이 아닐 수 없

설계 사무소를 만들어 내는 정책 입안을 기대한다면

다. ‘건축은 기본이고, 문화는 포함하라’ ‘문화를 별도

공허한 발상인가?

로 다 루면 장식적인 것이 된다. 건축의 기본을 세우 고, 문화가 녹아들어야 정도다’. 대통령 어록에서 건

해묵은 기성 건축인들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될 조짐

축을 정의내린 명구로 오래도록 회자될 노무현 대통

이 보이는 것과 관련해서 5년제 건축학국제인증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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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수면 위로 부상해 있다. 이미 서울대, 서울시립

교육 제도가 허용되었으며, 시행에 들어가게 되었다

대, 명지대, 서울산업대, 강원대, 부경대, 영남대, 충

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대단한 쾌거였다고 임 교수

남대, 홍익대 등의 대학 건축학과가 2006년과 2007

는 강조한다. 금년으로 5년제 교육 제도를 이수한 첫

년에 걸쳐 한국건축학교육인증원(KAAB, 원장 김진

졸업생이 배출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임 교수는 감회

균)으로부터 5년제 국제 인증을 획득한 상태다. 2002

에 젖었다. 임 교수의 말을 더 들어보자.

년 이래 전국 대부분의 종합대 건축학과가 4년제에서

“5년제 건축 교육 제도의 채택과 동시에 건축 교육에

5년제로 학제 변경을 감행한 상태이고, 벌써 많은 학

서 국제 인증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인식한 것이

생들이 5년제 국제 인증과 관계없이 졸업을 하고 있

2002년 7월 베를린 UIA 총회에 참가하면서의 일이었

는 실정이다. 다행이도 1년의 과정 확대를 통해 건축

어요. 시기를 놓치면 안 되겠다 싶어 귀국 후 곧장 한

설계 교육의 시간을 조정하고, 궁극적으로 실무 능력

국과학재단의 지원을 받아 <건축학교육인증제도 모

을 키운다는 합목적에 부합되는 건축 교육을 수행한

색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게 되었던 겁니다. 국제 세

다는 기조 하에 배출된 5년제 건축학과 졸업생들의

미나와 공청회 등을 거친 뒤 ‘한국건축학교육인증원

행보가 아직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는 않다.

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게 되었고, 2005년 2월 건

해당 학교의 5년제 국제 인증 이전에 졸업한 학생들

설부 인가로 한국건축학교육인증원(KAAB)을 등록하

에 대한 소급 적용 구제책에 대하여 뚜렷한 방책 없이

게 됩니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라는 편의적 해석에 의존해 있

그 결과 2006년에 외국의 건축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

는 현재의 무사안일적 문제 인식이 큰 화를 불러올 수

운데 서울대, 서울시립대, 명지대 등 3개 대학에 국내

도 있는 정황이 아닐 수 없다. 당장은 국제적으로 인

최초로 5년제 건축학 국제 인증(인증의 결과는 5년 인

증된 대학의 5년제 건축학과를 졸업한 것과 아닌 것

증, 3년 인증, 조건부 인증의 단계로 구분된다)을 부

과의 사회적 대우가 크게 다르지 않은 데서 오는 이유

여하게 된다. 돌이켜보면 한국 건축 교육 제도의 변화

있는 공허한 침묵만이 캠퍼스에 맴돌고 있을 뿐이다.

필요를 인식한 후 장장 10년의 시간이 흘러 온 것이

건축학교육인증과 관련하여 국내 대표자 자격으로

다. 2007년 이후 현재는 국내 전문가들로 구성된 실

국제 무대를 누벼온 임창복(<와이드> 발행편집인 고

사단을 통해 인증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KAAB는

문, 성균관대 교수) 씨의 회고담을 들었다.

2008년 개최되는 시드니 회의에서 비로소 ‘시드니 어

“지난 반세기 동안 별다른 의심 없이 지켜오던 한국

코드’를 준비하는 당사국으로 참여할 예정이라며 저

건축 교육 제도에 변화가 촉발된 배경은 1995년 1월

간의 힘들었던 과정을 되새기는 임 교수다. 한국이 국

WTO 가입 후 전개된 각 분야에서의 국제화 추세라고

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한 결과라고 자평하는 그

봐야 맞겠지요. 개인적으로는 1998년 12월 국제건축

의 어깨가 잠시 들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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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맹 UIA 워싱턴 전문가 실무위원회(Profess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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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ctice Commission) 회의에 참여하면서 건축 교

겉으로 보기에 이상에서 제시한 것처럼 건축계의 해

육의 국제화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묵은 과제 해결의 기미와 한국 건축 교육 제도의 국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감지하는 초기 과정이 엿보이

제적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으로 충분히 희망을 논할

는 대목이다. 종종 외압에 의한 수동적 변화라는 건

수 있는 사회 분위기다.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그렇다

축 교육 제도 개선의 일반적 수식에 제동을 걸고 있음

고 해서 무엇 하나 깔끔하게 정리되었다고 볼 수 없

이다. 임 교수의 말이 이어진다.

는 것이 현실이다. 도처에 불씨가 남아 있음이다. 통

“1999년에는 건설부의 의뢰로 건축 3단체가 함께 참

합건축사협회(가칭) 회원 자격 시비와 ‘건축사’(건축

가하여 <건축사 자격 제도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를

가 포함) 명의의 도용 범위에 대한 해석, 기존 국내 건

수행하면서 건축학 교육의 전문 학위 제도 및 인증 제

축사 자격의 국제 인증에 따른 제반 조건의 합의 난

도 도입을 강력히 촉구했지요.”

항 및 5년제 국제 인증 이전 졸업생들에 대한 확실한

그 때의 연구 결과가 교육부에도 전달되면서 정부로

구제책 미비 기타 등등 속 시원하게 풀린 것이 없다

부터 내부 검토 결과 2002년 3월부터 5년제 건축학

는 얘기다. 이들 꺼지지 않은 불씨가 건축계를 바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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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시키고 있다.

고 판단한다. 정황이 이러할진대 건축사 3단체의 대통합을 바라보

한편 기업형 구조의 대형 건축사 사무소가 누리는 일

는 건축인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

의 포만감 뒤에 감춰진 불평 불만도 만만치 않다. 대

다. 대의명분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무관심이다. 건축

형 건축사 사무소들은 현행 1군 건설사들이 주도하는

의 제도 변화와 함께 건축에 대한 민도의 수준을 높여

턴키 베이스의 설계 프로젝트의 제도적 폭압(?)에 시

야 한다는 말없는 항변이기도 하다. 작은 건축을 배척

달려온 과거를 하루빨리 지우고 싶어 하는 기류다. 최

하는 사회 분위기와 개발 만능주의에 물든 부동산 배

근 제1금융권이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는 PF(Project

금주의 현상의 피해가 고스란히 자신들의 몫으로 전

Financing) 제로의 이행은 건축을 생산하는 주체의

가되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한편 일부 현장의 건축

변화가 빠른 속도로 변화해 가고 있음을 알려 준다.

사들은 보다 강화된 건축 디자인 심의 제도의 불편을

그러나 이것 또한 선투자자의 주체가 대형 건설사에

실토한다. 심의위원이라는 계급장으로 말미암아 심

서 금융권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빼면은 작은 건축사

지어는 동료 건축사가 다른 건축사의 설계안을 감놔

사무소들이 설 자리는 여전히 넓어 보이지 않는다. 그

라 배놔라 하는 현재의 지형도는 디자인 코리아 입국

런 의미에서 중소 규모 건축사 사무소들의 입장은 건

의 ‘재앙’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좋은 안을 만들기

축사 직능 3단체의 통합이 자신들의 직접적인 문제라

위한 절차상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고, 현재의 건축사

고 생각하는 눈치는 아니다. 통합을 추진하는 이들의

제도가 양산한 ‘불량 건축사’들로 말미암아 심의 제도

면면도 그렇지만 배부른 자들의 호기일 뿐이라는 시

의 빌미를 제공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앞으

큰둥한 반응도 접한다. 피부로 느끼는 차이는 있지만

로도 현재의 제도를 이어가야 한다는 것은 어딘지 불

이는 대형 건축사 사무소에서도 동일하게 포착되는

합리하다. 디자인 코리아의 공간 문화는 총괄 건축가

분위기다. 갑자기 오늘의 이 도도한 흐름이 누구를 위

MA(Master Architect) 또는 총괄 계획가 MP(Master

한 것인가, 라는 생각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지

Planner)로 불리는 전문가와 그들 그룹을 통해 도시

금의 우리 세대가 아닌 후배 건축인들을 위한 것이어

건축의 큰 틀이 구체적 지침서로 주어지고 또한 주기

야 합니다.” 김광현 교수의 말이다.

적으로 업데이트 되어, 건축사들은 그 틀 안에서 자유

국내에서 건축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젊은 건축인들

롭게 디자인 경쟁하는 시스템을 유지하는 방안도 가

이 피부로 느끼는 네거티브 요인으로 설계 업무에 따

능한 대안이다.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는

른 스케줄 조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꼽는다. 말인즉

현재와 같은 대규모 재개발 프로젝트를 지양하고 단

설계 심의 등 허가 업무와 건축 수주 관련한 불확정

위 공간의 건축 행위를 권장하는 사회 풍토를 조장하

성 등이 저들의 목을 죄어 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 마

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민도가 진작되는 것도 같은

디로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효과가 얼마만큼 유익할

무게로 필요하다.

가에 대한 의구심이 생각 외로 깊다고 보면 된다. 건 축 문화의 진흥을 위한 프로그램이 건축의 외연을 확

대학에서 5년제 건축학 전공자들을 양산해 내었으나

장시키는 데에 기여할 것임은 분명해 보이지만 건축

이들의 국제 무대로의 진출이 미비할 뿐더러 정작 국

인들이 ‘건축사’라는 직업을 버리지 않고 용감하게 버

내용 건축사로도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면 이는 한국

텨 나갈 수 있는 현실 건축의 배경을 두텁게 만드는

건축 문화의 예고된 재앙이자, 디자인 코리아의 비전

것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구조적으로 노력한 결

이 무국적화로 치닫는 일임에 틀림없다. 건축 정책 입

과에 대한 수익률이 급락하고 있다고 말하는 소규모

안자들이 처음부터 나쁜 시나리오를 작성할 리야 없

건축사 사무소의 건축인들은 더 이상 이 땅에서 건

겠지만 시시콜콜해 보이는 사안에 이르기까지 세심

축 설계업을 통하여 먹고 사는 일이 가당치 않다는

한 관심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건축사라는 직업의 소

사실에 불안해 한다. 신자유주의 경제의 특수는 선택

명과 생활인으로서의 능력을 동시에 인정받는 때라

받은 굴지의 기업형 건축사 사무소의 몫일 뿐 자신

야 건축 문화의 부흥을 입에 담을 수 있을 터다.

들과 무관하며 이 같은 추세가 오래 지속될 것 같다

| 글 | 전진삼(발행편집인, 건축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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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칭)통합건축사협회’를 위한 합의와 협약, 다시 설립을 향하여 건축단체통합혁신위원회 위원장 김광현 교수에게 듣는다

가 만들어지기 전, 건축 아젠더를 만들기 위해 함께 일하던 사람들과도 3단체에 대한 이야기를 이따금 나 누고, 또 그 현실에 비판도 했다. 그 이후, 여러 가지 법령이나 제도가 바뀌게 될 때 건축사들이 별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그러할 것이 라는 생각은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하게 다가왔다. 언 젠가 문막에서 있었던 건축가협회의 워크숍에서 건 축사등록원에 대한 의견을 말했다가 상당한 비판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끝날 무렵에서는 변용 직 전 가협회 회장께서 간접적인 관심을 표명하셨던 기 억도 난다. 그러던 중 건축사협회 한명수 회장과는 한 김광현 위원장(서울대 건축학과)은 3단체 통합의 중

국건축문화포럼에서 사협회 정책위원장 자격으로 만

재자로 문제의 제기로부터 합의와 협약에 이르기까

남의 횟수가 잦았다. 의견을 토로하기도 하고, 때로는

지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달려온 이다. 대학에서 학

격한 언성으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두 사

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이기에 미래의 건축사들을 향

람 사이에는 많은 이해와 정이 쌓이게 되었다. 또 이

한 애정과 관심이 남다르기 때문이기도 할 터, 역시나

필훈, 권문성, 함인선, 이충기 선생과도 더불어 자주

건축 단체의 통합은 후학들을 위한 것임을 재차 강조

만남을 가졌는데, 그것은 젊지만 왠지 제도권 밖에 있

하기도 했다. 지난 2월 21일 협약에 이르기까지 급박

는 느낌을 주는 건축사와의 교분이었다. 그것이 나의

한 상황들을 주도적으로 헤쳐 온 김광현 교수로부터

행동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러는 사이 한명수 선생

합의와 협약에 이르는 과정과 향후 일정을 들어본다.

이 대한건축사협회 회장이 되었고, 고맙게도 취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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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가장 먼저 만나 주었다. 그 자리에서도 나는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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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1일, 3단체장이 통합 협약서에 서명하기까

자마자 회장이 가장 먼저 할 일은 건축 단체의 통합이

지 매우 숨 가쁘게 달려온 것으로 안다. 처음에 어떻

라는 말을 불쑥 꺼냈었다.

게, 왜 시작된 건가?

이후 ‘건축사등록기구설립추진위원회’의 위원장을

2년 전 변용 선생이 건축가협회 회장이 되셨을 때 마

지냈는데, 이름과는 달리 사무 조직이 없던 이 위원

지막 건축가협회 회장이 되셨으면 한다는 이상한 부

회는 등록원 문제를 빨리 풀지 못했고, 건교부는 이

탁을, 진언을 드린 적이 있다. 아마도 막연히 건축 단

위원회를 아무런 이유도 없이 폐기해 버렸다. 그러고

체가 통합되기를 바라는 생각에서였던 것 같다. 이러

나서 몇 달 동안은 모든 것을 잊고 지냈다. 그런데, 어

한 생각은 예전부터 있었다. 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

느 날 건축사법 개정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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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을 들었다. 12월 말(작년)까지 국회에 올려야 한다

미나실에서 밤 12시까지 며칠간 계속하여 회의를 했

면서 급박하게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이 돌고 있으며,

다. 많은 부분에 서로 동감이 가는 부분도 있었으나,

등록원만이 아니라 인증원까지 흐지부지 되고 있다

가장 큰 난관은 건축사등록원 설립에 관한 사항이었

는 말도 전해 들었다. 그 때 심우갑 건축학회 회장께

다. 그러고 건교부에 제출해야 하는 전 날에는 인증

서 학회 부회장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하여 문제를 해

원에서 류전희 교수, 조익수 가협회 이사 등과 이야

결해 보라고 말씀하셔서 그 때부터 다시 건교부의 건

기를 나눴는데, 결국 해답은 건축 단체 통합에 그 해

축사법 개정안에 의견을 낼 수 있게 되었다.

결이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그 날 밤 이

사단법인 건축학교육인증원은 법적 보장을 받지 않

상하게도 잠이 안 오다가 새벽에 눈이 떠졌다. 그리고

은 상태 | 그런데 건축사법 만든 것을 보니 문제가

오늘부터 건축 단체 통합을 주장하는 발언을 하기로

매우 심각하였다. 등록원과 인증원도 건축문화원이

마음을 먹고 각 단체 회장님들을 비롯한 어떤 분과도

란 것을 설립해서 기능만 그 안에 넣겠다는 계획이었

설득하여 이 일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 그 어느 때보

다. 건교부에서 용역을 받아 실무 수련에 관한 연구

다 강하게 들었다.

와 건축사등록원 설립을 연구한 책임자로서 정말 이

존재하지 않는 협회는 만들면 되는 것 | 건축사 등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개정안 속에는 개혁

록 업무 중에 인증에 관한 것이 연결되어 있다. 등록

된 건축 교육 제도도 반영이 안 되어 있고, 실무 수련

원이 안 생기면 인증원의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 그

에 관한 것도 예전의 경력 정도로 대체해야 한다는 말

런 상태에서는 학교에서 제 아무리 인증을 받았다고

까지 들었다. 참, 그렇지 않아도 건축계가 위기인데,

하더라도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되는 것이다. 결국 건축

이런 식이라면 대학이 왜 나서서 5년제를 했으며 인

사등록원을 가지고 3단체가 뭔가 합의를 이루지 않으

증은 무엇 때문에 했는지조차 모를 지경이었다. 지금

면 안 되겠다 싶었다. 등록원은 경력 관리만 하는 것

대학이 개혁을 하고 인증 준비에 모두가 노심초사하

이 아니라 건축계의 좋은 에너지를 모을 수도 있어야

고 있는 판인데, 이렇게 법을 만들면 되겠느냐고 수

하는데, 건교부에서 당시 건축문화원을 만든다는 구

차례 건의를 했다. 그러면서 건축기획팀에게 죄송하

상을 굳히고 있던 것 같다. 한편에서는 민간 주도라는

지만 법안을 민간에게 한 1주일간만이라도 시간을 주

측면에서 건축사협회가 건축사등록원을 만들기 위해

어 살펴보게 해 주었으면 좋겠고, 우리가 잘 만들어

자체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다른 단체들이

드리겠다는 말을 꺼내어 설득하였다. 다만 기한 내에

굳게 믿고 있었다. 소문에는 내가 냈던 건축사등록원

빨리 만들 것과 기존의 건교부에 만들어 놓은 골격

을 근거로 뭔가 다른 것을 만든다는 말도 들렸다. 이

은 절대로 흩트리지 말 것이라는 전제가 있기는 하였

모든 것은 사실이 아니었지만, 건축가협회나 새건축

지만, 건교부에서 이 의견을 받아 주었다. 참 다행이

사협의회 측은 이런 입장에 대해 강경할 수밖에 없었

었다. 하지만 이미 제출한 건축사등록원, 대학 개혁,

다. 모든 문제가 건축사등록원과 연결되어 이게 안 되

건축사의 사회적인 입장, 인증원의 입장에서 보면 문

면 법을 움직일 수 없는 데도 건축계의 의견은 정리되

제가 너무 많았다. 벌써 몇 개의 학교가 인증을 받았

지 않고, 건교부는 건교부대로 시간이 없다, 빨리 국

고 지금 신청한 대학도 상당히 있다. 그러나 현재도

회 의결 받아야 한다 그러고, 또 건축계는 아니다, 졸

그렇지만, 아직 사단법인 건축학교육인증원은 법적

속이다, 더 생각해 보자는 식이어서 도저히 일이 진

인 보장을 받은 상태가 아니다. 애초에는 이 인증 작

행될 것 같지 않았다. 그 때가 작년 12월 초였는데, 어

업을 소급해 준다고 대답했지만 법이라는 것이 그렇

느 날 문득 머리에 떠오른 생각이 ‘존재하지 않는 수(

게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가 잘 알지 않는가? 역

數)는 정의하면 된다’는 것처럼, ‘존재하지 않는 협회

시 법제처에서 소급이 안 된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는 만들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통합이 될 수

오히려 어떤 관리는 왜 미리 성급하게 5년제를 만들

는 있을까에 나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었느냐고 말할 정도였다. 이 정도로 문제는 상당히 복

3단체 회장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지난 12월 14일에

잡해져 있었다.

합의를 이뤄 냈다. 그 과정을 되짚어 달라.

사협회, 가협회, 새건협 대표들과 서울대 건축학과 세

먼저 건축가협회와 건축사협회 회장님께 전화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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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연히 두 분 모두 황

건축가협회 간사, 조상훈 새건축사협의회 간사를 포

당해 하셨다. 마침 프랑크푸르트 한국현대건축전 때

함하여 15명의 위원들이 수차례의 회의를 통해 각양

문에 독일에 있는 새건축사협의회의 이필훈 회장에

각색의 문제들을 토론했다. 그 과정에서도 깨질 기회

게도 전화를 걸어 여차여차 하니 오늘내일 사이에 빨

가 얼마든지 있었다. 협약서 문안을 만드는 과정도 지

리 결정을 하라고 말했다. 다행히 대한건축사협회의

난했다. 회장들과 간사들 사이에 문안들이 반복해서

한명수 회장이 제일 먼저 통합의 강한 의지를 보여

오고 갔다. 어쨌든 2월에는 건축가협회의 기념식 및

주었고, 며칠 후 새건축사협의회에서 긍정적인 의사

이취임식과 건축사협회의 정기 총회가 있기 때문에

를 보내왔다. 그러나 가장 큰 고민을 안고 있는 단체

협약서 날인을 종결해야 한다는 각오였다.

는 역시 한국건축가협회였다. 나는 이 가협회의 고민

‘통합 협약서’라는 이름으로 최종 문안이 만들어졌는

을 정말 십분 이해한다. 아무튼 단체장 3인의 개별적

데, 협약서에 서명하기로 한 하루 전 날 또 한 번 최

인 만남과 통화를 통해 최종적으로 3단체 모두 통합

대의 난관에 부딪히고 말았다. 협약서 중에 ‘(가칭)통

할 의향이 있음을 확인했다.

합건축사협회의 조직, 자본 등은 각 단체가 현재 보

2007년 12월 14일 FIKA 송년회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

유하고 있는 규모의 총합 이상으로 한다’라는 문안이

에 3개 단체 실무위원들이 모여 회의를 가졌다. 통합

문제가 되었다. 건축가협회에서 문제를 삼은 것이다.

에 대한 합의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최종 점검하고 합

조직이란 단어를 없애고 자본은 자산으로 바꿔달라

의서를 작성하는 자리였다. 막상 테이블이 마련되니

고 요구했다. 이미 정한 문안이 아니면 사인할 수 없

까 각 단체 나름의 막막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하지

다와 고쳐야 동의하겠다 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

만 누구든 결혼하려면 그 전에 청첩장부터 쓰지 않는

다. 그러나 만약 하루 전 날 이 일이 깨진다면 다른 때

가? 합의서는 청첩장과 같은 것이다. 다행히 이 말에

깨진 것보다 문제가 더 심각하다. 감정도 몇 배나 더

모두 동감해 주어서 송년회 개최 30분전에 합의서를

상할 것이고 충격도 클 터였다. 한 마디로 완전한 파

작성할 수 있었다.

경이었다. 곽재환 위원과의 장시간 통화 끝에 김창수

합의 후 구성된 건축단체통합혁신위원회의 전방위적

신임 회장과 통화를 하여 조직이란 단어는 건축사협

활약으로 협약서 날인에 이르렀다. 위원회가 어떤 일

회 지부 조직을 늘리는 것이 절대 아니다, 자본도 별

을 했는지 소개해 달라.

뜻없는 거다, 지금 합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라고 말

3단체 회장들의 서명이 이루어지고 ‘건축사통합혁신

씀을 드렸더니 금세 생각을 달리 해 주셔서 지금도 고

위원회’의 이름으로 시작하여 회의를 두 달인가 진행

맙게 생각하고 있다. 결국 2007년 2월 21일, 마침내 3

했다. 그 과정에서 혁신위원회의 이름을 ‘건축단체통

단체 회장들이 통합 협약서에 날인을 하게 되었다. 물

합혁신위원회’로 바꾸기도 했다. 면허가 없는 회원이

론 면허 없는 회원들에 대한 문제, 기존 단체의 정체

많은 건축가협회의 사정, 지회 문제, 자본과 재정에

성에 대한 문제, 무엇보다도 통합 단체의 명칭에 관한

관한 문제, 그리고 정말로 중요한 새로운 단체의 이름

문제 등 많은 문제가 남아 있지만 이름은 아기를 낳고

에 이르기까지 산재해 있는 문제들 때문에 처음에는

정해도 되는 것이 아닌가?

굉장히 까다로웠다. 심지어는 중재자로서 첫 모임에

이야기를 듣다 보니 통합 중재자로서의 역할은 건축

나가서는 한 협회에서 김광현 교수가 위원장이 아니

계의 여러 부분에 관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

었으면 한다, 라는 의견이 있었다는 말을 듣기도 하였

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건축 제도나 정책에 관

다. 하도 야속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을 터이니 알아

심이 많은 건가?

서 잘들 하시라고 말을 뱉고 회의장을 나올 생각도 했

내 전공과 관심사는 제도니, 법이니 하는 것과는 정반

다. 결국 위원장이 의사만 진행하고, 실력 행사를 하

대에 있음을 모두 잘 알고 계실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위원장을 맡긴 했다. 그 날 하

솔직하게 말하건데, 루이스 칸을 통해 ‘제도’에 대해

루는 참 떨떠름했다. 진행되는 과정에서 워낙 급박하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고매한 철학

게 돌아가다 보니까 그러한 조건은 무용지물이었다.

자와 유미주의자 같은 루이스 칸에게서 ‘제도’라니?

각 단체에서 5명씩 전영철 건축사협회 간사, 곽재환

아무튼 나는 최근 몇 년간 건축계 개혁과 이를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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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궁금하기도 했고. 조금

고 집단적으로 거짓말을 한 꼴이 된다. 이 얼마나 창

씩 관계들을 알게 되었고 특히 건교부에서 건축문화

피한 일인가? 5년제 학생을 모집하면서 싼 값에 그들

선진화위원회를 위한 아젠더를 작성하면서 많은 사

을 사용할 수 있어서 좋다는 말까지 들었다. 참, 개탄

람들을 만났다. 건축사등록원이나 실무 수련에 관한

할 말이고, 선배라고 할 수 없는 졸렬한 사고가 아닐

연구도 나름대로 진행해 왔다. 그리고 나에게 ‘건축

수 없다. 그것을 자랑이라고 내뱉을 수 있는가? 그것

기본법’ 연구는 내 생애에 가장 보람된 연구였다. 그

도 개혁을 한다면서 저질러 놓은 일이니 말이다. 3단

러나 내 공부는 건축의 ‘공동성’을 구현하는 일에 있

체가 통합하여 건축사등록원을 만들고 새로운 건축

다. 나는 이것을 바탕으로 공부하는 일로 다시 돌아

사법을 세우고 정신도 새롭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 기

갈 것이다.

존의 협회들이 미래 후학을 위해서라도 대승적인 결

사실 중요한 일임에도 건축인 대부분이 무관심하다.

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

피부에 와 닿는 사안이 아니라서 그런 건가? 3단체 통

작년에 마련된 건축기본법이 불씨가 된 것은 아닌지?

합은 왜 꼭 실현되어야 하는지 말해 달라.

건축기본법 공포의 효과에 대해 말해 달라.

건축계 전체로 보면 매우 중요한 일임에도 실무자들

절대적이진 않지만 경색 국면의 건축계에 좋은 돌파

이나 학생들이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구 역할을 할 것임에는 틀림없다. 정부가 선진국처럼

너무 급박하게 이루어진 일이고, 또 그것이 필요하게

건축 또는 도시 환경을 통해 풍족하고 유복한 사회

된 사연을 잘 알고 있는 사람도 드물다. 심지어는 건

를 고민하겠다는 이야기다. 거기에 건축사 직능 단체

축계의 중진들도 이 일련의 과정을 잘 모르실 것이다.

가 힘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찢어진 상

아마도 세 회장이 식사하다가 기분 좋아서 통합하자

태로 각각의 입장에서 나서게 된다면 무슨 힘을 발

고 서명한 것쯤으로 알고 계실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휘할 수 있겠는가? 참으로 건축기본법은 우리 건축

제부터 그 중요성을 조금씩 알게 될 것이다.

의 희망이다. 각 단체가 이 건축기본법의 정신을 중

하지만 한국건축학교육협의회 회장을 하면서 알게

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통합 협약서에도 새로운 건

된 문제는 실로 심각한 것이었다. 건축 5년제를 졸

축사협회는 “건축기본법 정신에 입각하여 개정되는

업한 사람이 몇 명인지 정확하게 셀 수 없지만 대략

새로운 건축사법에 의하여 설립되는 법인으로 한다”

1,000명이라고 하자. 인증을 받은 학교든 안 받은 학

고 되어 있다.

교든 어쨌든 5년을 졸업한 사람들이다. 거기에 대학

많은 사람들이 대한건축사협회는 건축사들의 직능

원 진학한 사람까지 쳐서 최소 2,000명으로 보자. 처

단체이고, 한국건축가협회는 건축 문화에 힘써온 단

음에는 5년제 좋다고 들어갔을 거다. 학교에서도 그

체로 알고 있지 않나?

렇게 홍보했을 테고. 하지만 이 사회는 그들을 위한

편견이다. 한국건축가협회가 건축 문화라는 측면에

어떤 보장도 해 주지 않고 있다. 심지어 믿었던 인증

서 많은 공헌을 해 온 것은 사실이다. 이와 반면 건축

원마저 엄밀히 말해 제대로 흘러가 주지 않고 있다.

사협회는 법정 단체고 건교부의 직접적인 지휘 관할

언젠가는 잘 되겠지, 라고 좋게 생각하고 싶지만 그

을 받기 때문에 사고가 경직된 단체로 폄하되기도 한

만큼의 세월에 교육은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 건축학

다. 하지만 이제 제도나 여러 정책들이 건축사 중심으

교육협의회는 필요 없게 되고 인증 사업도 탄력을 잃

로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FTA니 WTO니 하여

을 것이다. 학교도 크게 들썩일 것이다. 그 결과 건축

촉발된 건축학 교육의 혁신은 건축사를 배출하기 위

계는 새로운 제도와 혁신이 불가능해진다. 그러나 잘

한 교육에 관계된 것이다.

살펴보라. 한국 건축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곳이 어디

또 나는 개인적으로 건축 문화에 대해 좀 다른 생각을

인지 아는가? 그곳은 바로 대학이다. 대학과 그 건축

가지고 있다. 문화는 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한 것이다.

교육이 바로 건축계 전체를 개혁하는 원동력이다. 그

물론 제도 밖에서 좋은 이론과 건축물을 생산하는 것

런데 건축사의 직능 단체는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있는 것 같다. 만일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힘을 합쳐

의 모든 사람이 어떻게 하면 더욱 좋은 환경에서 더욱

후학의 진로를 막는 다양한 방법으로 그들을 우롱하

좋은 삶을 누리게 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닐까?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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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거의 제도로써 이루어진다. 또 건축을 하는 젊

다. 즉 통합 단체의 법인화는 법이 얼마나 빨리 통과

은 건축가들의 어려움, 소규모 건축가들의 위기 같은

되느냐에 달렸다.

문제도 엄연히 건축 문화의 한 부분이다. 그 또한 제

6월 30일이면 대체로 건축사법이 정리되어 제출할

도나 정책 안에서 고민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는

시점이다. 통합 단체의 설립을 보여 줘야 하는 시점

그래왔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직능과 문화

이기도 하다. 물론 통합이 되었다고 다 해결되는 것

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은 아니다. 새로운 내용에 대하여 일일이 설득하는 작

건축가협회에는 면허가 없는 회원이 많다. 새로운 단

업을 해야 한다. 이렇듯 비단 기존 건축사만이 아니라

체의 회원으로 문제가 있는가?

앞으로 건축사가 될 학생들과도 연관이 있는 것이기

협약서에 (가칭)통합건축사협회의 회원은 각 단체에

때문에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소속된 회원으로 구성하며, (가칭)통합건축사협회의

끝으로, 새로운 통합단체는 어떤 단체이길 바라는

정관에 의한다, 라고 되어 있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

가?

만 새 단체의 회원이 되는 것이다. 물론 국토해양부가

모든 사람들을 수용하는 단체가 되어야 한다. 회원들

승인할지는 미지수다. 정관 승인과 관련된 것인데 일

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만 고민하지 말고 건축을 통

단 노력을 해야 할 문제다. 내가 연구한 바로는 건축

해 건축사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우선으로 생각하여

사가 정식 용어가 되면 건축가라는 용어는 다소 부차

야 한다. 그 기본은 건축기본법에서도 강조하고 있는

적인 용어가 된다. 면허를 가진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건축의 공공성이다. 또 실효성 있는 실무에 대한 적

건축사고 건축가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극적인 지원, 교육과 법, 연구와 문화 활동 등 일의 폭

당연히 면허가 없는 사람은 건축사가 될 수 없으니까

을 정말로 크게 넓혀야 한다. 또한 회원들에게는 엄

건축가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안 된다. 건축사등록원

격한 기준이 필요하다. 그래야 힘 있는 단체이고, 공

이 하는 일 중에는 건축사의 명의를 보호하는 일이 있

공성에 기반을 둔 명분을 가진 단체가 될 수 있을 테

다. 면허가 없는 사람은 ‘건축가’를 비롯하여 ‘건축디

니까 말이다. 힘 있는 단체라는 것도 건축사의 직능

자이너’, ‘건축설계가’ 등의 유사 명칭을 쓸 수 없다.

만을 생각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그 힘이 사

역시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회에, 국민에, 쾌적한 공간 환경을 제공하는 데 필요

다른 사람 명의로 건축 활동을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하기 때문이다.

단지 건축사, 건축가 등의 명칭을 못 쓸 뿐이다. 어디

| 인터뷰어 | 정귀원(편집장)

까지 명의 보호의 적용이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 든 국민들에게 건축사를 보증해 주는 일이라 하겠다. 어렵게 온 것이니만큼 이후의 행보가 궁금하다. 어떤 일들이 남아 있는가? 통합 협약서의 통합 선언 항에 따르면 각 단체는 건 축단체통합혁신위원회에서 합의 작성한 내용과 같이 통합을 선포하고 2008년 6월 30일까지 (가칭)통합건 축사협회를 설립한다, 라고 되어 있다. 가장 먼저 정 관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런 다음 정관을 각각 통과시 키고 선포식을 하고 설립을 하는 순서다. 그게 6월 30 일까지다. 그러면서 건축사법도 중간에 진행을 해야 한다. 건축사법은 국회에서 언제 의결되느냐가 관건 이다. 우리가 건축사법을 만들어 제출한다고 하더라 도 국회가 알아서 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을 관 철시키는 데 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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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법이 통과되어야 법에 의한 단체로 등록을 하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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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협약서 날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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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와이드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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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 문화정책국 공간문화팀 아름다운 공간이 아름다운 사람을 만든다

문화는 인간의 삶속에서 형성되는 가치이고, 일상을

마 단계에 불과하다.

통한 사람들의 지속적인 경험적 차원은 문화의 핵심

2007년 12월, 건축 문화의 진흥을 도모하여 국민의 건

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일상성을 형성하는 가시

전한 삶과 복리를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건축기

적 매체인 건축은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첨병으로

본법이 제정됐다. 이는 정부가 국내 건축 문화의 수준

존재한다. 건축과 도시 문화가 한 나라의 문화 수준

을 끌어올려 풍요로운 공간 환경을 고민하겠다는 이

을 가장 먼저 드러내고 국가 이미지를 표상한다는 것

야기와 다르지 않다. 따라서 건축 문화 주체들 간의

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선진국들은 문

긴밀한 연계는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며, 정책 제도와

화 정책을 수립할 때 건축문화정책의 비중을 높게 두

기구 및 조직의 힘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고 있다.

이에 와이드는 기획 연재로 건축 문화 발전에 동참하

반면, 국민 소득 2만 불 시대를 넘어섰다는 대한민국

고 있는 공적 기구들의 역할과 활동을 소개하며, 이를

은 어떠한가? 삶의 질에 대한 요구가 점점 커지고, 보

통해 건축가가 기여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모색

다 나은 공간 환경에 대한 기대 또한 날로 높아 가고

해 보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편집자)

있지만 건축 문화 정책이나 지원 시스템은 아직 걸음

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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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I S S U E 3 D for the meaningful festival of architecture E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이, 실천입니다

문화정책국 공간문화팀의 한민호 팀장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과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에서 역사교육을 전공했다. 미국 Carnegie Mellon 대학 Heinz School 예술경영석사를 마쳤으며 성균관대학교 공연예술협동과정에서 박사를 수료했다. 한때 중등학교 교사를 지낸 바 있는 그는 제37회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주로 문화관광부 문화예술 관련 부서에서 일해 왔다. 역서로『You Are the Message』 (R. Ailes 지음, 도서출판 제제, 2004)가 있다.

“역점 사업으로는 젊은 건축가 지원 제도 마련, 건물 전면 공간 문화 공간화, 문화로 아름답고 행복한 학교 만 들기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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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문화팀은 문화관광부 문화정책국 5개 과의 하나로 2005년 8월 창설되었다. (나머지 4개 과는 문화정책 과, 국어민족문화과, 지역문화과, 국제문화협력과 등이다. 현재는 다문화정책팀이 하나 더 늘었다.) 공간 환 경 관련 정책 개발과 지원을 통해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하며, 건축과 관련된 구체적인 사업으로 대한민국 공 간 문화 대상, 일상 장소 문화 생활 공간화, 대한민국 건축제, 구 서울역사 문화적 활용, 구 서대문형무소 문화 적 활용 등을 들 수 있다. 또 영등포 공공 디자인 시범 사업을 비롯한 공공 디자인 관련 시범 사업들과 새건축 사협의회와 연계, 진행하고 있는 문화역사마을가꾸기 등의 사업도 있다. 그밖에 많은 강연회, 세미나, 심포지움, 워크숍 등, 예를 들어 <나의 기철학적 관점에서 본 21세기 공간 문화> 를 주제로 한 도올 김용옥 선생의 강연이나 <건물 전면 공간 문화 공간화 방안> 심포지움과 같은 다양한 학술 행사를 통해 사실상 건축의 외연을 키워 오는 데 큰 역할을 해 왔다. 그로써 마을 가꾸기나 일상 장소 문화 공 간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건축이 문화 정책의 중요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시대가 가능해졌다고 감히 말 할 수 있을 정도다. 앞으로 더욱 눈부신 활약을 통해 풍요로운 공간 환경 창출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 아 공간문화팀 한민호 팀장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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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공간 환경의 가치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과거에는 자연, 생태, 역사,

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먼저, 우리나

문화는 안중에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먹고살기 바빴

라의 공간 환경에 대해 진단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던’ 겁니다. 공간 문화 정책이 사실상 부재(不在)했다,

한 마디로, 인간과 문화는 소외되고 돈과 천민 자본주

이렇게 부끄러운 고백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의적인 물욕이 지배해 왔다고 봅니다. 일제의 식민지

이제는 과거 우리가 무시했던 그런 요소들의 가치를

지배와 6^25, 그리고 남북의 군사적 대치라고 하는

재발견하고 있습니다. 추상적인 수준에서가 아니라

환경 속에서 압축 성장을 추구하다 보니 불가피했던

구체적, 현실적인 수준에서 금전적인 가치로 환산해

측면이 있습니다만, 이제는 전면적인 반성이 필요한

서 그 가치를 보게 된 것이죠.

시점입니다. 도시의 무계획적인 확산 과정에서 온 국

요즘 중앙 정부는 물론이고 각 지자체가 공공 디자

토가 대부분 모습이 비슷한 성냥갑 아파트로 채워졌

인, 건축 문화, 간판 문화, 경관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습니다. 각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생태가 개발의 광풍

공간 문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점도

앞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건축은 투기의 대상

있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특히 지자체

일 뿐, 문화와는 무관한 것이었고, 지나치게 크고 많

의 장 같은 정책 결정권자와 몇몇 해당 분야 전문가

고 현란한 간판들은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심성을 삭

들이 정책의 입안에서 실행까지 전 과정을 일사천리

막하게 만들었습니다.

로 밀고 나가는데, 그래서는 결과물의 질(質)이나 지

제가 늘 인용하는 것이 바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속 가능성 등 여러 측면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특정

The Tipping Point (M. Gladwell)가 소개하는 ‘깨진

분야가 아니라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주

유리창 이론(The Broken Windows Theory)’입니다.

민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신중하게 한 발 한 발 내딛을

이 이론에 따르면, 동네에 깨진 유리창을 한두 장 방

필요가 있습니다.

치하면 사람들이 ‘그래도 되는가 보다’ 라고 느끼며

대한민국의 문화 비전을 담은 <창의한국>과 관련하

거칠게 행동하기 시작하고, 깨진 유리창이 늘어나며,

여 공간 문화 정책이 왜, 어떻게 부각되었는지 궁금

결국 동네가 슬럼으로 전락한다는 겁니다. 범죄 도시

합니다.

로 악명 높던 뉴욕의 범죄율이 1990년대에 들어 갑자

문화관광부는 2003년 7월부터 이듬해인 2004년 5월

기 반으로 뚝 떨어졌는데, 그 원인이 ‘깨진 유리창 이

까지 10개월에 걸쳐 정부 연구소, 현장 전문가, 그리

론’을 적용한 시 당국의 정책 때문이라고 합니다. 뉴

고 공무원들로 위원회를 구성, 무수한 논쟁과 토론 끝

욕시 당국은 빈발하는 강력 범죄가 아니라, 지하철 낙

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문화 비전을 만들어 <창

서와 전쟁을 벌이는 등 환경을 정비하고 무임 승차^

의한국>이라는 책자에 담아 발표했습니다. <창의한

노상 방뇨 등 경범죄를 단속하는 데 경찰력을 집중적

국>은 27대 추진과제를 제시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

으로 투입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그래도 되는가 보

가 ‘쾌적하고 아름다운 공간 환경 조성’입니다.

다’는 용납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범죄 단속이 아니

<창의한국>은 공공 디자인 정책을 27대 추진 과제의

라 환경을 바꾸는 데 주의를 기울인 것입니다. 그 결

하나로 포함시킨 이유를 “인간이 도시를 만들지만 도

과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그

시가 사람을 다시 만든다”는 데서 찾습니다. 우리 나

렇다면 우리의 공간 환경은 어떻습니까? 깨진 유리

라의 공간 환경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심성을 황폐

창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고 봅니다. 요즘 많이 나아

화하고 각박하게 하고 있다, 이제 공간 환경 정책은

지고 있습니다만.

인간의 정서와 행동에 미치는 공간 환경의 문화적 특

개발위주의 공간 정책에서 이제는 자연 생태 역사 문

성을 고려함으로써 개인과 사회의 창의성을 제고하

화 등의 새로운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적인 관점에서

고 사회적 소통을 원활하게 하며 지역 경제에도 도움

의 공간 정책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런 겁니다.

고 봅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과거 우리의 공간 문화

요약하자면, 공간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단지 생활 환

정책은 어떠했는지, 기존 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경의 외관을 ‘정비’함으로써 정서적 만족을 얻는 데

를 짚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개개인의 인격과 심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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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꾸고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 맺음의 양식을 바꾸자

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공간이 아름다운 사람을 만들 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든다는 원대한 철학과 비전이 담겨 있는 것이죠. 2005년 8월, 공간문화팀이 신설된 것으로 압니다. 그 배경과 과정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또 과제 탑승제의 도입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인지도요. <창의한국>은 우리 나라의 열악한 공간 환경의 원인 을 공간 환경 관련 법률의 부처 간 분산과 문화적 처 방을 제시하는 법률과 조직의 부재에서 찾았습니다. 이와 같은 문제 의식을 갖고 문화관광부가 2005년 8 월에 공간문화팀을 만든 것입니다. 당시 우리 부가 과제 탑승제를 활발하게 운영했는데, 행정 중심 복합 도시 건설이나 광화문광장 조성 등과 관련한 TF도 운영되었습니다. 이런 작업들이 모두 공 간문화팀의 창설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혹시 벤치마킹한 외국의 기관이 있는지요. 있다면 어 떤 기준들을 참고했는지 소개해 주세요. ➋

영국의 CABE(Commission for Architecture and the Built Environment)를 들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1999년에 설립된 법정 기구로서, 우리 나라의 문화관 광부에 해당하는 문화^매체^스포츠부(Department for Culture, Media and Sport)와 부수상실(Office of the Deputy Prime Minister)의 자금 지원을 받아 설립된 기구입니다. 건축, 도시 디자인, 공공 공간(public space) 조성 등 과 관련해서 정부에 자문을 해주고, 공공이나 민간이

주도하는 대규모 도시 개발이나 건축 프로젝트를 통 한 물리적 환경 개선과 도시 공간의 공공성 증진을 담 당하는 막강한 기구입니다. 이 기구는 다음과 같은 여 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일을 한다는 점에 서 특히 우리가 참고할 만한 점이 많다고 봅니다. 첫 번째, 도시 재개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가능 성. 두 번째, 도시 범죄 및 반사회적 행위를 줄일 수 있는 가능성. 세 번째, 지속 가능한 환경 개발의 가능 성. 네 번째, 누구에게나 열린 공공 공간의 개발 가능 성. 다섯 번째, 지역적 특성 발굴과 지역 주민들의 장 소 만들기의 가능성. 여섯 번째, 건물의 경제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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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서울역사 문화적 활용 문화 행사들 ➊ 홍승완 서울역 컬 렉션, 근현대 복식사 패션쇼(2007년 7월 6일) ➋ 제1회 전국 건축대학 작품전(2007년 9월 8일) ➌ 음악이 있는 서울역 나들이 (2007년 10월 13일)

를 향상시키고 보다 나은 경제 활동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 일곱 번째, 건축 미학과 매력적인 건축 문화 창조의 가능성을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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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공간문화정책의 방향과 공간문화팀의 역할 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공간 문화는 국민의 인격과 관계 양식을 포함한 삶 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적 요소입니다. 나아가 지식 정 보화 시대를 주도하는 창조적 계급을 유치하기 위해 서는 매력적인 도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리차드 플로리다 교수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 니다. 서울시가 지난해 <디자인 서울 4대 기본 전략>으로 제시한 “비우는 디자인, 통합 디자인, 더불어 하는 디 자인, 지속 가능한 디자인”은 공공 디자인, 나아가 공 간 문화 정책의 요체를 제시한 것이라고 할 만합니다. ➎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이, 실천입니다. 중요하고 급하 다고 해서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을 수는 없습니다. 또 한, 스스로 땀과 고민 없이 얻은 물건에는 애착을 갖 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 도 국민이, 구체적으로는 지자체의 주민이, 자신들의 생활 공간 개선을 위해 능동적^주체적으로 나서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공간문화팀의 역할은 이율 배반적입니

영등포 공공 디자인 시범 거리 조성 사업 ➍ 마스터플랜 ➎ 조형 계획

다. 한편으로는 공간 문화 정책을 열심히 추진하고 홍 보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천천히 주민들과 함께

가야 한다고 성급한 지자체들을 말려야 하기 때문입 니다.

광복로 시범 가로 조성 사업 ➏ 전 ➐ 후 ➑

얼마 전 오픈된 홈페이지(http://www.publicdesign. go.kr)를 통해 공간 문화 정책과 관련된 사업들을 엿 볼 수 있었습니다. 지면을 빌어 간략하게 어떠한 사업 들이 있는지를 소개해 주셨으면 합니다. 크게 서너 가지 범주로 나누어 말씀드릴 수 있습니

광복로 시범 가로 조성 사업 ➑ 전 ➒ 후

다. 첫째, 좁은 의미의 공공 디자인입니다. 여권(p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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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I S S U E 3 D E

port)을 시작으로 각종 공공 기관의 서식과 증명서를

쓰기 좋고 아름답게 만드는 일, 문화적인 가로 시설물 을 보급하는 일, 공공 디자인 엑스포 개최 등이 있습 니다. 영등포구, 안양시 만안구, 대구시 동성로에서 시범 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죠. 둘째, 간판 문화 정책입니다. 지난 2005년부터 3년에 걸쳐 부산 광복동에서 성공적으로 시범 사업을 마쳤고, 두 번째 후보지를 찾고 있습니다. 간판 디자인을 수집 또 는 개발해서 공개하고 있고, 간판 문화와 관련한 지자 체 컨설팅과 교육 등을 추진 중입니다. 셋째, 건축 문 화 정책입니다. 건축 문화와 관련된 민간 단체 활동 지원, 공간문화대상 시상, 젊은 건축가 지원 제도 마 련, 건물 전면 공간 문화 공간화, 문화로 아름답고 행

복한 학교 만들기 등의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넷째, 지역 사회 만들기(community design)입니다. 전국 의 평범한 일상 장소 가운데 신청을 받아서 문화적 공 간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컨설팅과 함께 종자돈을 대 주는 사업입니다. 그 중에서 눈에 띌만한 성과를 이루었거나 기억에 남 을 만한 사업이 있었다면 좀더 자세하게 소개를 해 주세요. 사실, 자랑하고 싶은 것들이 많습니다. 우선 여권 디

자인 개선 사업입니다. 외교통상부와 함께 지난해 5 월부터 약 9개월에 걸쳐, 우리 문화를 담은 새로운 여 여권 디자인 개선 사업 최우수작 ➓ 김수정 작 안상수 작

권 디자인을 만들어냈습니다. 몇 가지 의미가 있는데, 첫째, 일상 생활 환경의 디자인 개선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자는 거시 적^장기적 목적 하에 정부 차원에서 추진된 일입니 다. 국가적 차원의 공공 디자인 개발^보급 사업의 첫 성공사례라는 점에서, 2004년 자동차 번호판 교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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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러싸고 벌어졌던 난맥상과 대비됩니다. 둘째,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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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의해 여권은 외교통상부장관이 발급하도록 규

의 부재, 어둡고 악취가 나는 화장실, 바로 이 시간 우

정되어 있는바, 외교통상부와 문화관광부 간 협업을

리의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는 학교의 모습입니다. 학

통해 새로운 여권 디자인이 탄생했다는 점에서 바람

교를 이렇게 방치했다는 데 대해 기성 세대는 진심으

직한 정부 부처 간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

로 반성해야 합니다. 학업적 성취는 물론이거니와 아

습니다. 셋째, 우리 나라 디자인계를 대표하는 각 기

이들의 정서 함양에도 결코 기여하지 못하고, 이 공간

관^단체의 추천을 받아 10명의 전문 디자이너들을 선

에서 따뜻한 정을 찾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라고

정하고, 치열한 경쟁과 공정한 심사를 통해 최고의 디

할 수 있습니다. 학교 시설 개보수를 위한 예산이 없

자인을 선정한 과정 자체가 공공 디자인의 모범이 되

는 게 아닙니다. 문제는 예산을 ‘어떻게’ 쓰느냐, 라고

고 있습니다. 각 단계마다 참여한 디자이너들에게 보

봅니다. 기존의 학교시설 개^보수 공사가 말 그대로

수를 지급한 것 또한 ‘아이디어의 가치’를 공식적으

시설의 교체에 급급하여 학교 공동체 구성원들의 수

로 인정해 준 선례가 될 것입니다. 넷째, 이번 일을

요를 외면함으로써 야기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주관한 추진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을 통해 민관 협치

대안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물론 시범 사업도 병행할

(governance)의 바람직한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것이고요. 많은 관심과 나아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또 하나는 부산 광복동 간판 문화 개선 시범 사업을

일상의 공간 환경이 개선되기 위해서, 또 대중이 개선

들 수 있겠는데, 이 사업은 전국 지자체들의 벤치마킹

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문가와 일반

대상이 되었습니다. 특히 사업 초기부터 지금에 이르

인들을 상대로 공간 문화에 대한 인식의 수준을 높이

기까지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사업

는 일이 병행되어야 할 텐데요. 마지막으로, 그에 대

이 성공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 전략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2008년에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사업들이 진행될 예

몇 가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선 홍보입니다. 언

정인지요.

론 매체와 우리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노

기본적으로 지난해 했던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추진

력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시범 사업입니다. 제대로 된

할 것입니다. 특히 역점을 두고 싶은 사업이 몇 가지

공간 환경을 창출해 보임으로써 전국적으로 자극제

있는데, 젊은 건축가 지원 제도 마련, 건물 전면 공간

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는 심포지엄과 세미나,

문화 공간화, 문화로 아름답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가

기고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바로 그것입니다.

물론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

젊은 건축가 지원 제도는 프랑스의 <젊은 건축가 앨

합니다. 공무원은 공복(公僕)입니다. 많이 부려 주세

범>을 참고한 것입니다. 전문가들의 심의를 거쳐 뛰

요. 잘 하면 칭찬도 해 주시고, 부족한 게 있으면 언제

어난 젊은 건축가들을 선발하고 이들을 소개하는 책

든 질책과 함께 조언을 주시기 바랍니다.

자를 국^영문으로 만들어 국내외에 배포하는 한편,

| 인터뷰어 | 정마리(건축 프리랜서)

적어도 문화관광부가 관련된 건축 프로젝트에는 이 들에게 우선적으로 설계를 맡기는 방안입니다. 현재 심층적으로 검토 중인데, 조만간 발표를 하겠습니다. 건물 전면 공간 문화 공간화 사업은 작년 9월 KT아 트홀에서 심포지엄을 개최하면서 문제를 부각시키 는 데 그쳤지만, 올해는 체계적^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입니다. 문화로 아름답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 사업도 매우 시 급하고 중요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는 유^청소년기에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 이 상을 보내는 학교공간이 너무나 열악합니다. 병영의 막사나 교도소를 연상케 하는 공간 구조, 휴식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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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books of Suryusanbang I D E D G E

조선 5대 궁궐에 숨은 뜻을 읽는다 <궁궐의 현판과 주련>

1권 경복궁 편, 2권 창덕궁^창경궁 편, 3권 덕수궁^경희궁^종묘^칠궁 편 조선 왕조 500년의 숨결을 간직한 우리 궁궐에는 각각의 건물은 물론 드나드는 작은 문 하나에도 모두 저마다의 이름이 있고, 그 이름을 새긴 현판이 걸려 있다. 또 궁궐 안 수많은 전각 기둥에는 옛 경전에서 뽑은 구절이며 당대 문장가들이 지은 한시를 새긴 주련이 붙어 있다. 현판에 새긴 세 글자에는 해당 건물의 특성과 역할 뿐 아니라 당대 통치 이념과 철학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으며, 주련에는 멋과 운치를 즐기던 옛 사람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렇기에 궁궐의 현판과 주련은 궁궐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며, 그 속뜻을 이해하고 나면 궁궐은 더 이상 적막한 옛 건물이 아니라 전통과 역사의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는 살아 있는 공간으로 변 한다. 이 책은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을 위해 국내 최초로 조선 5대 궁궐과 종묘에 남아 있는 모든 현판과 주련의 글씨를 일일이 해석하고, 그 철학적 의미를 쉽 게 풀어 냈다. 또 인덱스 기능을 강화하고 각 항목마다 현판과 주련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를 넣어 궁궐 답사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1년여에 걸쳐 촬영한 풍 부한 사진을 통해 궁궐 구석 구석의 다양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이 책의 매력이다.

수류산방 樹流山房 Suryusanbang에서 나올 책들 at 06 Toshima : 스스로 제자된 자들이 만든 책 (가제, 근간) 글, 사진 정세영 | 에스파냐 그라나라에 머물며 20여 년을 오로지 자신의 그림과 싸우다 간 화가 도시마 야스마사. 생전에 그를 만난 이들은 모두 자신이 이 깡마른 사내에게 깊이 매료됐음을 자랑스럽게 고백한다. 도대체 그의 무엇이 사람들의 마음을 이리 도 깊이 흔들어 놓은 것일까. 생전에 또 그가 죽고 나서 스스로 제자된 이들이 들려 주는 ‘나의 스승, 도시마 상.’ 행동주의 : The Rem Koolhaas File (근간) 글, 사진 노리코 타키구치 | 일본 저널리스트가 밀착 취재한 세계적인 스타 건축가 렘 콜하스. 렘 콜하스 및 그의 동 료들을 취재한 다큐멘터리 기사와 인터뷰를 통해 렘 콜하스의 육성으로 생생하게 전하는 건축 이야기.

by Suryusanbang 90

WIDE EDGE


W I D A I L Y R E P O R T E

D 와이드 | 데일리 리포트 |

WIDE DAILY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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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I D A I L Y R E P O R T E 서양의 직접 민주주의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민주주의’라는 용어는 그 리스 어인 ‘데모크라티아(demokratia)’에서 유래했다. 데모크라티아는 시민을 뜻하는 데 모스(demos)와 지배를 뜻하는 크라토스(kratos)의 합성어다. 그러므로 시민의 의사 결정 에 의하여 국가를 다스린다는 의미다. 민주주의의 기틀을 확립한 인물로 평가받는 클레이스테네스는 기원전 507년경 아크로폴

스코틀랜드 국회 의사당, 건축의 합목적성에 의문을 던지다 김정후의 <유럽의 발견 02>

글쓴이 김정후는 경희대학교 건축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했고, 건축가와 비평가로 활동해왔다. 2003년 영국에 온 이후 바쓰 대학에서 건축학 박사과정과 런던정경대학에서 도시계획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도시계획 튜터와 컨설팅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공간사옥』 (공저, 2003),『작가 정신이 빛나는 건축을 만나다』 (2005),『상상/하다, 채움의 문화』 (공저, 2006),『유럽건축 뒤집어보기』 (2007) 등의 저서가 있다.

리스에서 서쪽으로 2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프 녹스(Pnxy) 언덕 위에 회의 장소를 만들었다. 국가의 주요 현안을 토론하는 장소로서 직접 민주주의 제도를 위한 최초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후 서양에서 지어진 국회 의사당의 공 간 배치와 형태는 상징적으로는 프녹스의 모 습을 따랐다. 프녹스의 핵심은 공간적 위계가 없는 평등한 장소에서 자유롭게 토론하여 국 가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것이다. 토론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침으로써 국가의 권력이 더 이 상 일부 지도자들에게 집중되지 않는다는 의 미다. 한편 국회 의사당은 국가의 최고 의사 결정 기 관이라는 기능과는 별개로 국가의 권위와 상 징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단순한 건물 이상 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국회 의사당은 도시 구 성에서 가장 중요한 구심점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서 부유한 나라가 아닌 인도와 방글라데 시가 당시 세계 최고의 건축가였던 르 코르뷔 지에와 루이스 칸에게 국회 의사당을 디자인 하도록 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 다. 그런가 하면 독일은 동서독 통일 후에 라 이히슈타크 국회 의사당 리노베이션을 통하 여 개방적이고 대중적인 이미지의 새로운 국 회 의사당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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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하여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집중시킨 건물 중 하나는 스코틀랜 드 국회 의사당이다. 스코틀랜드는 독자적인 전통과 제도를 가진 나라지만 1999년까지 약 300여 년 동안 독립 의회를 갖지 못한 채 영 국 의회에 편입되어 있었다. 민족적 자긍심이 강한 스코틀랜드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임에 틀림없었다. 오랜 논의 끝에 1997년에 국민 투 표를 실시했고, 압도적인 지지로 독립 의회가 부활하게 되었다. 비운의 주인공, 도날드 듀워와 엔릭 미랄레스 의회가 탄생하고 노동당 소속의 도날드 듀워 가 수상으로 선출되었다. 듀워는 스코틀랜드 의 정체성 회복을 위하여 새 국회 의사당 건 립을 추진했다. 수도 에든버러에서 역사적으 로 가장 의미 있는 홀리루드 공원에 부지를 정 하고 이듬해에 현상 설계를 실시했다. 리차드 마이어, 라파엘 비뇰리, 마이클 윌포드를 포함 하여 세계적인 건축가 70여 팀이 참석한 가운 데 스페인의 엔릭 미랄레스가 당당히 1등을 차 지했다. 미랄레스 디자인은 두 가지 측면에서 높은 평 가를 받았다. 첫째, 다른 참가자들과는 다르 게 그의 디자인은 서양에서 전통적으로 유지 해 온 의사당의 형태에서 과감히 탈피했다. 즉, 고전적 원리를 따른 형태나 배치 등과는 거리 가 멀었다. 그런가 하면 공간 디자인에서도 기 존의 의사당 건물에서 느껴지는 권위적 모습 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재료 사용을 통해서 도 드러났다. 오크, 화강암, 강철의 조합을 통 하여 이루어진 형태와 공간은 차별적인 디자 인을 원했던 스코틀랜드 지도자들에게 충분한 호소력이 있었다. 둘째, 높은 수준의 랜드스케 이프 디자인을 선보였다. 미랄레스의 개념 스 케치에서 볼 수 있듯이 나뭇잎과 가지에서 유 추한 분절된 작은 매스들은 기존 지형과 유기

↑concept sketch

적으로 어우러진다. 미랄레스는 강한 역사성 을 가진 대지에 그에 견줄 만한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은 기존의 장소성을 훼손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주변을 압도하지 않으면서 적절한 상징성을 지닌 디자인을 통하여 의사당이 갖 춰야 할 최우선 조건을 만족시킨 셈이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프로젝트는 곧바로 큰 어 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예 산 증가 및 디자인 변경과 그에 따른 공사 지연

WIDE DAILY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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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te p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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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이다. 의사당을 위하여 초기에 책정한 예산은

자에 해당된다고 그는 주장한다. 이를 뒷받침

약 1,000억 원 가량이다. 그러나 부지 확장, 구

하듯 지난 5년여의 시간 동안 이 건물은 국제

조 및 디자인 변경, 안전 시설 추가 등으로 인

적으로 권위 있는 건축상을 수차례 수상했다.

하여 두 배로 증가한 2,000억 원이 되었다. 이

건축계 내부의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나

후에도 수 차례에 걸쳐서 예산이 변경되었고,

는 다음의 두 가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최종적으로는 초기 예산의 무려 아홉 배에 달

첫째, 높은 수준의 상징성을 요하는 국회 의사

하는 9,000억 원 가량이 소요되었다. 중요한

당일지라도 초기 예산의 아홉 배에 달하는 비

사실은 예산 증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미랄

용이 투입된 건물에 대하여 과정은 덮어둔 채

레스의 추상적 디자인 때문이라는 점이다. 미

결과만을 가지고 박수를 칠 수 있을까. 둘째,

랄레스의 디자인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형

공간과는 별개로 건물 전체에서 사용된 과도

태, 디테일, 장식, 독특한 구조를 지녔다. 따라

한 장식과 디테일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서 도면상으로 이해하기가 어려울 정도였고,

이 두 가지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건축

상당 부분을 현장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을 판단하는 변하지 않는 기준인 ‘합목적성’으

논란 속에 2000년 6월에 공사가 시작되었다.

로 귀결될 수 있다.

그러나 공사 시작 한 달 만에 뜻하지 않은 사고

비용, 과정, 프로그램, 목적 등의 원칙을 무시

가 연이어 발생했다. 미랄레스가 뇌종양으로

한 채 단지 완성품의 건축적 혹은 미학적 가치

쓰러져 사망한 것이다. 그의 나이 불과 마흔다

만을 앞세워 스코틀랜드 국회 의사당을 대작

섯이었다.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많은

으로 평가한다면 동의하기 어렵다. 이 건물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신념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많은 건축상과는 별개로 대중들로 하여금 가

지원했던 듀워마저 예상치 못한 뇌출혈로 쓰

장 형편없는, 심지어 철거해야 하는 건물로도

러져 사망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스코틀랜드

수 차례 선정된 바 있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의 새 역사를 만들려던 두 주인공이 없는 상태

적어도 이 건물은 대중들이 가진 건축의 합목

로 2004년 7월에 국회 의사당은 완공되었다.

적성에 대한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음이다.

스코틀랜드 국회의사당, 대작인가 졸작인가

이것을 높은 수준의 건축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부는 공사가 진행 중이던 2003년 7월에 국

대중의 무지함으로 치부하는 건축계의 주장은

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21세기는 그 어느 때보

의사당 건립의 전체 과정을 조사, 발표했다.

다 높은 수준의 건축을 요구한다. 그러나 건축

책임자였던 프레이저 경은 이를 통하여 비용,

의 합목적성은 변하지 않는 가치이며 기준이

부지 결정, 디자인, 시간 계획 등 종합적 측면

다. 적어도 스코틀랜드 국회 의사당을 높게 평

에서 시작 단계부터 많은 문제점이 있음을 밝

가할 수 없는 너무나 분명한 이유다. ⓦ

히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음

| 글 | 김정후(유럽주재 편집위원, 런던대학

과 같은 의견을 동시에 피력했다. “어려운 결

(LSE) 튜터)

정이지만 국회 의사당과 같은 프로젝트에서 ‘질(quality)’과 ‘비용(cost)’의 문제가 상충한 다면 질적 측면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밖에 없다.” 결국 국회 의사당이 많은 문제에도 불 구하고 국가의 자존심을 세운다는 매우 예외 적인 논리를 바탕으로 지어졌다는 역설인 셈 이다. 건축사가 찰스 젱크스는 두 종류의 공공 건축 이 있음을 지적한다. 구겐하임 빌바오 박물관 과 같이 완공되자마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경우와, 에펠탑과 같이 완공 초기에는 비 난을 받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큰 사랑을 받는 경우다. 그리고 스코틀랜드 국회 의사당은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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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I D A I L Y R E P O R T E

때로는 정직하게 뚫고 나가자 건축계 바깥을 넘보는 젊은 건축인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 <플래너 02>

글쓴이 이중용(JINO)은 내러티브(narrative) 컨설턴트로 젊은이로서의 가능성과 세상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내러티브네트웍스’의 멤버이다. http://www.imagenarrative.com ; imagenarrativ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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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건축 바깥 분야 워크숍의 튜터

최대한의 객관성과 확신을 뽑아내는 기획 같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은 진공 포장 상태라고

(tutor)로 참여하게 되었다. 건축 쪽 워크숍처

은 작업을 하는 사람들도 신이 아닌 이상 결

나 할까, 이상적인 조건을 가정하고 배우게 된

럼 여러 튜터들과 학생들이 참여해서 커뮤니

과에 관한 한 ‘~하면 ~(할) 것 같다.’는 식으로

다. 하지만 현실은 수평자를 아무리 들이대도

티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특정 지역을 대상

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똑같은 말임에도 그

맞지가 않는다. 돈과 시간, 둘 다 넉넉한 프로

으로 디자인을 제안하는 내용이었는데, 무엇

둘 사이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 전자에는 ‘아

젝트는 분야를 막론하고 젊은이들이 기대하

보다 파티 기획 해달라는 사람 없어서 좋지만

님 말고’가 숨어 있다는 거다. “명도를 좀더 높

기 어렵다. 건축을 공부하면서 생각을 풀어 가

딱히 이해하는 사람도 거의 없는 ‘내러티브 컨

여봐. 좀더, 좀더, 좀더, 아니 다시 낮춰봐. 좀

는 과정과 작업의 질을 높이는 과정 모두의 중

설턴트’라는 직함을 처음으로 공식적인 자리

더, 조금만 더, 됐어. 근데 뭐가 좀 아닌 것 같

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많

에서 사용하게 된 기회였다. 하잘 것 없는 이력

아. 이건 버리자. 다음번엔 이번과 좀 다른 방

은 이들이 ‘현실을 이유로’ 작가가 된다. 작가

으로 튜터씩이나 된 걸 생각해 보면 이번 글은

식으로 만들어 보자.” 이렇듯 표현에 관한 문

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고, 정치가도 아닌 ‘

‘자신을 부풀리는 법’이나 ‘남들 눈에 잘 띄는

제는 총체적인 결과를 미리 예측하는 것보다

순간-정치가’가 된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철

법’을 주제로 하면 딱 좋겠지만, 그 내용들은

작업 과정에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게

저한 기획자 근성도 없고 끝을 보려는 작가 정

이 연재의 뒤쪽 어딘가에 꼬불쳐 두고 이번엔

중요한 것이다. 요걸 조렇게 바꾸면 재밌을까?

신도 없으면서 대의(大義)도 없이 다만 한 순

세상에 대한 넋두리나 좀 풀어 볼까 한다.

재밌을 때까지 하면 재밌게 되거나 아님, 마는

간을 위해 사람들의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는

워크숍 말미에 이르러 튜터들과 학생들은 대

거지 뭐. 또 다른 좋은 아이디어나 방법을 찾

사람이라면 말이다. 몇 가지 실례들이 생각났

상 지역에 뭘 할 것인가를 놓고 이야기하는 시

아보면 되니까.

지만 나부터도 부끄러움을 면치 못할 터라 차

간을 가지게 되었다. 국내외 사례들이 곁들여

나는 예술가나 디자이너의 사고 방식이 편협

마 적지 못하겠다.

진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고, 역시 짧

하다거나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

밤길을 걷다 심야 포장마차 곁을 지나면 간혹

은 기간에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워크숍 특

패를 두려워 않는 그들의 도전적인 사고 방식

그것이 꼭 지금의 젊은이들의 건축계 같다는

성상 아이디어가 곧바로 이미지가 되는 식의

은 뭔가를 표현해 내는데 매우 적합한 것 같고,

생각이 들곤 한다. 삼삼오오 희희낙락하며 밤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

머리로 이해하기는 쉬워 보이지만 아무에게나

을 보내지만 이루지 못할 희망이라는 쏘주는

이 포착되었는데, 다양한 분야(건축, 시각 문

주어지는 능력이 아니라는 것도 경험으로 잘

아침 속만 쓰리고 뒷골만 땡기게 할 뿐이니까.

화, 예술, 디자인, 내러티브)의 사람들이 모였

알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표현의

알 수 없지만, 다만 희망을 꿈꾸는 나와 같은

음에도 불구하고 생각하는 방식에서 쏠림 현

문제에 관해서일 뿐이다. 될 때까지 해보는 게

젊은이들이 외롭고 힘들더라도 때로는 정직하

상 같은 게 나타난다는 거였다. 결론부터 말하

작업이라면, 그걸 해야 할지 어떨지를 결정하

게 뚫고 나갈 수 있는 힘과 용기와 지혜를 달라

자면, 그 방에 모여서 토론하던 나를 포함한 모

는 것은 기획이다. 오히려 기획이라는 걸 하면

고 신께 기도할 뿐이다. ⓦ

든 이들이 작가처럼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있

서 될 때까지 해보면 되지 않겠냐는 식이라면

|글 | 이중용(이미지내러티브네트웍스)

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야말로 큰 문제다. 그리고 내가 궁금했던

‘뭘 갖다 두면 어울릴 것 같아요, 어떤 게 있으

건, 기획자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모였는데

면 좋을 것 같아요, 요걸 조렇게 바꾸면 재밌

작가 마인드로 문제를 풀어 간다는 것이었다.

을 것 같아요, ….’ ‘~하면 ~(할) 것 같다.’는 식

짧은 시간에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전제도

의 말투는 디자인 같은 주관적인 감각의 차원

그렇고, 타 워크숍도 다 고만고만한 거 잘 알고

에서 이야기할 때 주로 사용되는 것으로 무언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들

가를 표현하는 작업을 하는 이들(당연히 건축

마저 그렇다면, 건축계 바깥을 넘보는 젊은 건

인도 포함)에게는 매우 익숙한 표현이다. 물론

축인들이여,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춘설이 내린 어느 날

W I D A I L Y R E P O R T E

진효숙의 <시티 사파리언 02>

사진가 진효숙은 <건축세계> 및 <이상건축>, 월간 <건축인 poar>에서 사진 작업을 했고, <건축문화>에서 두 권의 건축물 단행본 작업을 했다. 현재 <와이드>의 전속 건축 사진 작가로 활동 중이며, 건축 설계 사무소 및 인테리어 사무실들과 다양한 사진 일을 하고 있다.

사각의 틀 / 햇살 아래 길게 놓인 의자 / 온기가 남아 있는 따스한 담요 / /사각의 창 너머 / 겨울 끝자락의 흔적을 얹은 지붕 / 두 개의 굴뚝과 낡은 청사초롱 / 회색빛 담벼락 입구의 커다란 간판 / /정직하게 표현된 틀 안에서 / 가장 풍경답게 보이는 풍경 / 마치 카메라의 프레임처럼. — 효자 동 ‘MK2’ 카페 안에서 바라 본 풍경

WIDE DAILY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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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I D A I L Y R E P O R T E “딸아, 삼청동 가자.” 오늘은 일요일. 딸과 답 사 가는 날. 엄마는 할인점 가고. 난 인문학 담 당이라. “아빠, 왜 이 동네 이름이 삼청(三淸) 이야?” “산청(山淸), 수청(水淸), 인청(人淸). 북악산 자락 산과 물과 인심이 맑아서.” 삼청터널 통과. 좌측에 바로 삼청각이다. 대원 각, 청운각과 더불어 대한민국 3대 요정의 하 나. “아빠, 왜 집 이름에 각(閣)자를 붙이는 거 야?” “크고 높다랗게 지은 집이라서. 주로 왕자

삼청각 이용재의 <종횡무진 02>

글쓴이 이용재는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명지대 건축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건축평론을 전공했다. 1984년부터 1990년까지 월간 <건축과 환경> 의 기자를 지냈으며, 월간 플러스 편집장을 거친 바 있다. 2002년 이후 택시를 운전하며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다.『좋은 물은 향기가 없다』 『왜 , 이렇게 살기가 힘든거에요』 『딸과 ,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등의 책을 썼다.

들 사는 집에 붙이는 거야.” 1972년 5월 이후락 중정부장 비밀리에 북한 방 문. 김일성과 역사적인 만찬. 분단 후 27년 만 의 해빙. 북한의 박성철 부수상 답방. 박통과 건배. 통일 3대 원칙 발표. 보자. 1. 외세에 의존하거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주 적으로 해결한다. 2. 무력 행사에 의거하지 않고 평화적 방법으 로 실현한다. 3. 사상과 이념 및 제도의 차이를 초월해 우 선 하나의 민족으로서 민족적 대단결을 도모 한다. 북한 옥류관에서 융숭한 접대를 받은 이후락 열 받았다. 왜 우린 저런 거대한 한옥 음식점이 없냐. 옥류관을 능가하는 음식점을 지어라. 남 은 시간은 3개월. “어디다 짓죠?” “북악산 아래 ➊

빈 땅 없냐?” “다 그린벨트라.” “풀어 인마.” 그래 지금의 북악산 아래 6천 평 그린벨트 해 지. 서슬 퍼런 박통 시절에나 가능한 얘기. 설 계는 라이온건축의 정재원. 군 공병대 투입. 공 사 감독관인 중정 요원은 권총 차고 눈을 부릅 뜬다. 빨리 지을래, 죽을래. 당시 도면은 중정 이 다 가져가 폐기. 현대건설의 왕회장이 오셨 다. “주어진 공사 기간이 얼마인 감유?” “딱 3 달.” “뭐 그렇게 길어.” 한 달 만에 일화당 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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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조 완공. 당연히 콘크리트로 한옥을 모사한 거

3. 비취빛 서늘함이 깃든 집 취한당(翠寒堂)➎

다. 그래 왕회장이다. 속도전의 달인. “한옥 별

4. 동녘의 밝은 집 동백헌(東白軒)

채도.” “난 한옥 몰라유.” 급히 대목장 박광석

5. 그윽한 그늘이 깃든 정자 유하정(幽霞亭) :

과 정대기가 불려왔다. “아빠, 대목(大木)이 뭐

이건 가짜 모사품.

야?” “집 짓는 목수. 가구 만드는 목수는 소목

“사장님 청와대에서 전화 왔습니다. 낼 각하

(小木)이고.”

오신답니다. 청천당에서 한 잔 하신다네요.”

마당엔 쓸 수 없는 자재만 산더미. 공사비는 10

청와대 경호원들이 들이닥쳤다. 모든 예약 취

억이 책정돼 있고. 4배 주면 한다. 아님 말고.

소. 정문에는 이런 안내문이 걸렸다. 내부 수

당시 목수 일당 2백 원이던 시절. 좋다. 인천 목

리 관계로 오늘 하루 문 닫습니다. 불만 없지

재소로 뛰어갔다. 어라, 굵은 국산 육송이 없

유! 널찍한 잔디마당 지나 일화당 들어서니 찻

네. 전부 수입재 구입. 1973년 대충 완공. 6월

집이다. 찻집 이름은 다소니. 와인 바이기도 하

삼청각 일화당에서 남북회담 환영 만찬. 부랴

고. “아빠, 다소니가 뭐야?” “사랑하는 사람.”

부랴 현판을 걸었다. 일화당➊ ➋. 남북이 하나

문 열고 테라스로 나가니 북악산 자락을 따라

되어 화평하게 살아가는 집.

한양성곽이 달린다. 완사명월형의 명당이군. “

곧 아줌마에게 매각. 고관대작(高官大爵, 지위

아빠, 완사명월형(浣絲明月形)이 뭐야?” “밝은

가 높고 훌륭한 벼슬을 가진 사람)들로 바글

달빛 아래 비단을 펼쳐 놓은 형상. 이런 터에서

바글. 주지육림(酒池肉林, 술이 연못을 이루

는 이름을 날릴 자손이 배출된단다.” “아빠, 우

고 고기가 숲을 이룬다)의 바다. 1980년대 들

리 이리 이사 오자.” “돈 없다.” 찻집 안으로 들

어 룸살롱들이 득세하면서 서서히 쇠락. 일본

어가니 한정식당 이궁(異宮, 왕족의 별장). 1인

단체 관광객들의 기생 관광지로 전락. 고관대

분에 10만 원짜리 궁중 요리. 외국인 바이어 접

작들은 발길을 끊고. 1996년 중국 음식점 <예

대하기에 안성맞춤. 바글바글. 봐라 대한민국

향>으로 변신. 경영난. 1999년 부도. 청운각도

의 인문학적인 건축의 위대함을.

부도. 대원각은 부처님에게 시주해 길상사로

1층 내려가니 전통 공연장 예푸리. 관람료 3만

살아나고. “아빠, 시주(施主)가 뭐였더라?” “원

원. “아빠, 예푸리가 뭐야?” “예술을 풀어내는

래의 주인인 부처님에게 돌려 준다. 이자 붙여

곳.” 에스프레소 시켜 놓고 창밖을 보니 저 멀

서.” “아빠, 왜 사찰을 절이라고 불러?” “사찰에

리 숙정문도 보이고. “아빠, 왜 우리 한옥은 안

가서 하도 사람들이 잘 살게 해 달라고 절을 해

마당을 훵하니 비워 두는 거야? 일본 가서 보

대서 아예 절이라고 부르는 거야.”

니까 안마당에 조경을 잘 해놔서 보기 좋던

1999년 성북구청에 허가 서류가 들어 왔다. 삼

데.” “우리 한옥 안마당은 조경하면 안 돼. 잔

청각의 전각들 다 때려 부수고 고급 빌라 짓겠

디를 깔아도 안 되고.” “왜! 돈이 없어서 그런

다. 뭐라. 유보. 서울시는 부랴부랴 삼청각을

가?” “아니. 안마당에 백토를 깔아 햇빛을 반

문화 시설로 지정. 큰일 날 뻔했다. 북악산 자

사시켜 깊은 처마 안쪽 방을 환하게 밝혀 주

락에 대한민국 최고의 빌라 지어 고관대작에

어야 되걸랑.”

팔아먹으려던 건설 회사 돌아버리고. 당시 고

나오다 보니 삼청각 주위로 머리에 무스 바른

건 시장이 뚝심을 발휘한 거다. 2001년 서울시

건장한 청년들이 쫙 깔렸다. 각하 오셨나! 이명

가 사들여 리모델링. 플라자호텔에 위탁 경영.

박 대통령 당선인이 박근혜와 취한당에서 오

매년 30억 적자. 2005년 파라다이스호텔에 재

찬중이라는 전언. 역시 명품은 알아보는군. 그

위탁. 이제 살아난다. 당시 삼청각을 운영했던

제나 이제나.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

자매는 회한에 잠겨 있다. 진작 시주할 걸.

다. 봄이 오셨나. 각하 대운하는 참아 주셔유.

주차권 뽑고 삼청각 진입. 30분에 3천원. 빨랑

자연이 아프걸랑요. ⓦ

나와야겠군. 엄청난 스케일의 가짜 한옥 일화

| 글 | 이용재(건축평론가)

당 기단을 바라보며 아래마당으로 내려갔다. 소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 5채의 별채 보자. 1. 봄의 물소리가 들리는 집 청천당(請泉堂)➌ 2. 영원하고 깊은 가을 집 천추당(千秋堂)➍

WIDE DAILY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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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팀장의 하루 — 몽환의 테서랙트(tesseract)

W I D A I L Y R E P O R T E

<예비 건축사 02>

글쓴이 별찌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아뜰리에 사무실에서 실무를 익혔다. 일하면서 틈틈이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기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는 그는 현재 프리랜서로 설계일을 하고 있다.

일이 없는 것보다는 그나마 있는 것이 나았다. 하지만 이번 일은 정말 그런 것 같지가 않다. 사람들이 모두 다 마다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지저분 하다고 내팽개치고 비웃은 일이었다. 정말 그들의 태도는 좋지 않다. 그리고 나도 건축인으로서 부끄럽다. 하지만 왜 하필이면 나인가? 그것도 모 르는 답답한 소장은 이 일을 ‘줏어’ 왔다. 명목 좋은 BTL 사업, 수완 좋은 교수님, 그리고 그 친구 소장, 다시 그 친구, 또 그 소장과 친구인 제3자. 이 일은 그렇게 건너왔다. 삼차원 테트리스(tetris) 예전에는 학교를 보면 앨리스(Alice)가 떠올랐다. 교실에서도 앨리스처럼 낮선 놀이터의 재미를 느끼게 할 수는 없을까? 아니면, 회로판 위의 전자 칩들처럼 이상한 세계로의 이끌림을 가질 수는 없을까? 그러나 지금은 고작 빡빡한 일정과 알 량한 면적 나부랭이로 박스만 그어대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헐벗고 억압된 박스를. 내가 그나마 할 수 있는 일, 난 이 박스들의 재미있는 구축법 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박스를 이용한 입체적인 퍼즐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건 테트리스처럼 다양한 조합과 구성을 가질 수 있고, 박스의 공백이 나 일정한 형태는 다른 공간감을 줄 것이다. 나는 정해진 시간과 기능, 규모 따위는 망각한 채, 이 공간 게임에 몰두했다. 그리고 드디어 이 퍼즐이 7개의 박스로 모인 테서랙트(사차원의 초입방체를 삼차원 입방체로 펼친 모양. 입체적인 십자가 모양을 하고 있음.) 형태로 조립될 수 있다는 것 을 깨달으며 다소 기괴한 대안을 하나 정리했다. 앨리스를 쫓아간 사각형들, / 테트리스 오락 속에 십자가를 만들다가 잠이 든다. / 제7학년의 교 실, 육면체로 접은 육면체가 있는 육면체의 아이들 / 널린 시계 위에 말판으로 놀다가 / 종소리로 깨어나는 슬픈 테서랙트. 사라진 에스컬레이터 (escalator) 신기한 모양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나는 급기야 꾸벅 하며 테서랙트 박스에 머리를 부딪쳤고, 테서랙트는 순식간에 무너지며 눈앞에 서 희한한 형태로 접혀 들어갔다. 나는 계단을 뛰어 내려가고 있었다. 건축사 시험지에 에스컬레이터를 그려 넣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내 답안을 가져간 사람을 찾을 수가 없다. 내가 그걸 왜 빠뜨렸을까? 그 에스컬레이터를 그리기 위해서는 또 다시 일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 때 수많은 사 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어떤 사람은 흐뭇한 미소에 가볍게 발길을 돌리고, 또 어떤 이는 무표정하고 알 수 없는 무거움으로 지나쳤다. 당장에라도 쓰러질 듯 창백한 사람에, 담배를 거꾸로 피워 문 사람도 있었다. 땀이 흘러내렸다. 결국 찾을 수 없는 건가? 난 시험 본부 앞에서 뒤돌아섰다. 컨 셉(concept)은 울긋불긋 나의 길은 에스컬레이터가 인도해 주지 않았다. 나의 길은 언제나 드라이비트 박스 안으로 계단을 타고 내려온 창고 안 에서 공무원이 인도해 주었다. 그 날도 어김없이 김 과장은 떠넘기기 식의 비교안을 요구했다. 이미 배치 계획은 5개가 넘었고, 두 개의 배치안에 서 각각 3개 대안이 제시되었다. 그런데 심의 일정을 연기하고, 더 많은 대안과 더 화려한 입면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협의가 끝나고 복도를 지 나면서 교수는 소근대듯 말했다. 알록달록, 울긋불긋, 그게 컨셉이야! 그 때 본 창밖에는 꽃들이 말 그대로 울긋불긋 흐드러지고 있었다. 사각형 을 위한 배치도 모든 배치도는 수많은 공간들의 풍경화다. 하지만 누구도 쉽게 다가서지 못한다. 해맑은 하늘에 날아든 무수한 사선(死線)들은 방 공의 견고한 사각형을 만들고, 나는 그 경직된 철창의 상자 안으로 숨어 버린다. 사각형들로 둘러싸인 이국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거기에는 법망 과 도시 계획의 사선이 비껴가고, 돈과 시간이라는 함수의 그물망이 쳐진다. 그래서 어떤 사각형은 삐뚤어지고, 어떤 것은 줄무늬를 친다. 낱개로 포장된 사각형도 있고, 똑같이 복제된 쌍둥이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삶의 영역을 자본의 산수문제로 단순화한 새로운 사각형 속에는 스스로 철 창의 얼개를 짜고 있는 건축가들이 보인다. 그럼 아이들은 어떻게? 공무원의 늑장에 성화가 난 것은 심의 위원과 실시 설계 쪽이었다. 다음 리조 트 건에 혈안이 된 사무실의 소장도 무조건 정리를 요구했다. ‘낮에는 리조트 일 하고, 학교 일은 밤에만 해!’ 하지만 어느 누구도 설계안에 대해 서는 관심이 없었다. 나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텅 빈 상자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 창밖에는 아이들이 버려진 축구공을 차고 놀았다. 며칠이 지났 는지 모른다. 다행히 마지막 계획은 김 과장이 아니라 그 윗선에서 결정되었다. 새로 부임한 학교장도 비교적 우호적이었다. 소장은 일을 마무리 하는 중에도 기어이 리조트 건으로 시간을 빼앗았고, 모형 아르바이트 외에 어떤 지원도 하지 않았다. 도면 한 장 쳐주는 사람 없이 온갖 천덕꾸 러기 일을 끝낼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한 가지 이유에서였다. 나는 이제 아무 생각이 없었다. 점심은 잊은 지 오래고, 소장이 내뱉는 기형의 말들이 귓가에 맴돌았다. 교장은 계단이 노란색인지 노란색이 계단인지, 커튼월은 하늘에 닿는데 먼지는 파랗고, 휘어진 매스는 아이들처럼 미술선생은 노래를 부르고, 학부형은 빗자루를 들고 서서 김 과장은 체육관의 천정을 재고, 교수는 창을 세고 그 창을 벌리고, 나는 창을 통해 다시 상자로 들 어갔다. 나는 바다로 갔다. 언제나 안식을 주는 건 넓은 수평선과 물결뿐이었다. / ‘그래도 학교는 하나 해봤잖아’, ‘설계는 할 수 있었잖아’ / 난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 파란 물에는 넘실대는 거품이 하염없이 아름다웠고 / 다시 떠오른 물위에는 / 땀에 젖은 이불 주위로 때 묻은 구두가 나뒹 굴고 있었다. ⓦ | 글 | 별찌(건축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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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진양상가

W I D A I L Y R E P O R T E

이병일의 <블랙 앤 화이트 02>

사진가 이병일은 <건축세계>, <인테리어월드>, <건축인 poar>, <주부생활> 등의 사진기자를 거쳐 현재 <와이드>의 전속 건축 사진 작가로 있다. 가장 사실적이며 객관적인 건축 사진을 지극히 주관적으로 작업 중이다. 건축 사진 전문 LEE STUDIO를 운영하고 있다.

나, 진양상가는 세운상가의 남측 끝 마른내길에서 퇴계로로 이어지는 장소에 위치한다. 한성부 시절서부터 지속되어온 기능적 가로 체계의 도시 구조 속에 거대한 장벽으로 홀로 고립된 채 40년을 버텨 왔다. 옛 도성의 남북을 잇는 산경축(山景軸) 위에 도시 속 도시 형태로 최초의 주상 복 합 건물이 탄생되었고, 그 7개 상가 중 하나인 나는 유일하게 형태와 기능을 유지한 채 곧 다가올 새로움을 기다리면서 침묵으로 꽃을 피우며 서 있다.

WIDE DAILY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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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I D A I L Y R E P O R T E

독일어 권의 건축 잡지 <아키플러스(arch+)> <내가 좋아하는 건축 잡지 02> 베를린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구독하였던 건축 전문지

글쓴이 김영철은 고려대학교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베를린 공과대학 건축학과 건축이론연구실에서 <아우구스트 슈마르조 건축 이론 및 그 수용 연구>를 수행했다. 건축평론동우회 동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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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베를린 공대 건축학과의 학생들에게 A151강의

히려 진지한 숙독에서 만족을 찾아야 했다. 내

을 불러 일으킨 마라톤식 진행이었던 이 인터

실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크다. 50여 명의 청

가 저자들이나 편집자들과 사유를 공유할 여

뷰를 통해 예술계의 현황을 긴장감 있게 청취

중을 수용하는 규모, 새로운 연구들이 소개되

지를 찾은 것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이후

하였다.

는 강연의 깊이, 초청된 건축가들이 작품과 건

이다. 15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처음 이 전문지

축관을 피력할 때 상상력과 감흥이 주는 공간

를 접했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119호(1993

이 전문지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이 저널의 취

의 넓이가 그러하다. 한스 샤로운이 설계하기

년 발행)를 다시 손에 들고 보니 당시 내가 처

지가 분명하고 충분한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

이전, 이 자리에는 미스의 정신적 지주이자 신

했던 난관은 그리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기도 하다. 1968년부터 실험 정신—실제로는

학자였던 로마노 구아르디니가 살던 집이 있

사건으로서의 건축—일상이 아닌 사건으로서

개혁 정신이다. 68세대라는 개념에 주목하면

었다. 이 강의실 모퉁이 외벽면에 그의 이름,

의 건축(하이데거적 개념에 근거)—이 다루었

놀라울 일이 아니다—에 근거하여 건축(arch)

이력 그리고 그의 가치를 기록해 놓은 동판은

던 주제이다. 철학의 개념들에 익숙해진 현재

과 도시, 문화 그리고 미디어(plus)를 다루고

어느덧 청색이 드리워져 있어서 이 장소가 가

의 시점에서는 어떤 맥락의 주제인지 어렵지

매년 4권을 발행한다. 이론과 실제의 문제와

진 의미 있는 시간의 크기를 가늠케 한다. 1993

않게 파악하지만 당시로서는 오해를 더 많이

현상들을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탐색, 탐지하

년 10월 나는 이 강의실에 처음으로 들어섰다.

했을 듯싶다. 아이젠만의 수사학, 렘 콜하스의

되 독자적이며 새로운 이슈와 이론들을 다루

300여 평방미터가 됨직한 스크린 벽면을 가진

트랜스페리아, 츄미와의 인터뷰(공간의 활성

는 논쟁의 장소 역할을 하고 있다는 명성을 얻

공간, 따뜻한 미색의 목재 방음벽, 천정의 구

화), 토요 이토의 21세기의 커튼, 퀸터의 모델

고 있다. 발행 장소가 대학 도시 아헨과 통일

조체, 딱딱한 일렬의 접이식 연결 의자들이 주

이론 등의 내용은 편집자가 정한 제목, 즉 사

도시 베를린이라는 점에 근거, 학술적 측면에

는 인상은 곧 이 장소가 활발히 움직이는 건축

건이라는 개념을 내가 이해했던 것보다는 훨

서 지적 완성도가 높고 건축 논쟁의 측면에서

세계의 중심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졌다. 이 곳

씬 다양하고 포괄적이었다.

는 치열하다.

에서의 감흥은 15년의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이 전문지를 통해 다른 여러 주제들을 파악할

사료로 보관하고 있는 여러 호들이 나의 건축

도 여전히 가시지 않을 건축 생활의 생명력이

수 있었다.

관의 변화와 또 건축관의 영역들을 상기시키

아닐까 한다.

도시 계획의 제 문제들, 생태와 환경의 문제

는 것이어서 이 <아키플러스>지는 언제나 내

이 곳에서 처음으로 <아키플러스(arch+)> 전

가 본격적으로 다루어지기 시작하였고, 아시

가 다시 나의 안으로 들어가는 창과 문의 역할

문지를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

아—중국과 일본의 건축적 상황도 진지하게

을 한다. ⓦ

를 얻었다. 어느 날 이 곳 책상들 위에 여러 번

다루었다. 미스 반 데 로에 건축이 이해되어야

| 글 | 김영철(베를린 공대 건축학과 건축이

접혀 있는 광고문, A5 크기가 펼쳐지는 포맷

할 바와 오해를 사고 있는 부분이 다루어졌을

론연구실)

에 최근호의 소개, 정기 구독시 과월호인 율

때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유하기도

리우스 포제너 교수의 강의록『근대 건축사』

하였다. 모던의 모던, 투명의 건축, 근대적 공

(1976~~1978년 이 강의실에서 행했다는 것은

간 개념의 시원 등은 나의 연구에 직접 관련되

후에 알게 되었다) 5권(48호 이후)이 무상으

는 부분이었고 나의 시각을 분명하게 확인하

로 주어지는 장점이 기록되어 있었다. 건축

는 매체이기도 하였다. 평균율의 건축을 다루

이론 담당 노이마이어 교수에게서 자신이 건

었던 113호는 건축과 음악이 등가의 예술 형식

축의 정의를 배웠다는 명성 있는 학자이기도

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관심을 둔다. 반대로 키

한 포제너 교수의 강연록, 이 전문지에서 다루

버네틱과 시스템 이론, 기호학 등의 주제가 내

는 활발한 논의의 건축 테마들, 독일 통일 이

게 소원한 이유는 지금의 시대는 (30~40년이

후 베를린 건축 논쟁의 매체 역할, 렘 콜하스의

지난) 건축의 문제에 접근하는 더 나은 도구를

저술—그 중 유일하게 의미 있다고 하는『정신

가지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착란증의 뉴욕』 —을 발행하는 곳인 데다가 무

독일 현대 건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웅

엇보다도 학생의 신분이면 저렴해지는 구독료

어스의 80세 기념호(181/182), 또 웅어스의 강

등의 이유 때문에 내게 <아키플러스>라는 이

연록(179)을 발간했을 때, 다시 <아키플러스>

름은 큰 매력이 있었다.

지를 정기 구독하였다. 매호 다른 주제를 다루 는 편집 방식이어서 관심이 가는 주제호를 구

<아키플러스>지를 받았을 때, 적은 양의 광고

입하던 때였다. 2007년 카셀의 도큐멘타12의

와 불필요한 도안들이 없는 텍스트는 곧바로

전시회를 <아키플러스>가 주관, 렘 콜하스와

* 지난 호 <내가 좋아하는 건축 잡지>의 제목

나를 활자들이 안내하는 세계로 이끌었다. 시

옵리스트가 사회 겸 질문자로 나선 예술가들

을 ‘독일의 <아키테제>’에서 ‘스위스의 <아키

각적 즐거움의 기대치는 곧 수정해야 했고 오

과의 인터뷰도 한몫 하였다. 여러 사람의 관심

테제>’로 정정합니다.

WIDE DAILY REPORT

103


W I D A I L Y R E P O R T E 이것은 며칠 동안 우리가 일하는 <스튜디오 가

면 광화문을 대신하는 서울의 랜드마크 역할

온>의 책상에 앉아 일하면서 간간이 나눈 이야

도 잠시 했었지.

기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각자 한 장씩 꺼

| B | 정말 방글라데시 국회의사당 같은 걸작

내 놓은 이면지 위의 낙서가 늘어 간다. 우리가

이 하나쯤 서울에 있는 것도 좋았을 텐데. 랜드

하는 일은 주로 이런 식의 잡다하기도 하고 심

마크라면 사실 종로타워부터 따져 보는 것도

각하기도 한 이야기들이다. 우리가 나누는 이

괜찮지 않을까? 화신백화점 자리라서 아쉬움

야기 속에서 방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문이 세

도 컸던 곳이고.

워지기도 한다.

| A | 화신이 철거된 게 1987년인가 1988년인

우리는 한국에 파종된 외국 건축가의 씨앗들

가? 난 중학교 입학하자마자 종로 네거리에서

공중에 떠 있는 빈 액자, 종로타워 임형남, 노은주의 <건축 만담 01>

이야기를 나누는 A와 B는 <스튜디오 가온>에서 함께 일하는 부부 건축가 임형남과 노은주이다. 홍익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선후배 사이이자 1998년부터 10년째 설계 사무소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동업자다. 임형남은『나무처럼 자라는 집』 을 썼고, 둘이 함께 『행복한 만남』 이라는 책을 썼다.

화신백화점(스케치 임형남)

104

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제일 높았던 화신백화점 3층인가 4층인가에서

| A | 해외 건축가? 혹은 외국인이 설계한 건

교복을 맞춰 입었었어. 빤들빤들한 스마트학

물들? 일본인들이 뿌려 놓은 국적 불명의 찬란

생복 검정색 동복이었는데 그 질감이 아직도

한 돌 건물들부터 시작할까, 아니면 먹고 살만

생생하고 지금도 그 근처에 가면 그 촉감이 느

해지면서 자의로 설계를 맡겼던 현대의 건물

껴지는 것 같아.

들부터 시작할까?

| B | 내 기억은 교보문고까지는 있는데 그 다

| B | 용산 골목에 박혀 있는 나무로 만든 적

음 블록에 화신은 없네. 직접 본 적도 없고. 화

산 가옥들도 ‘남(적)의 것’이고, 퇴각 명령을 듣

신에 대해서는 건축과 들어와서 알았는데.

지 못한 채 엉거주춤 서 있는 서울시청사나 장

| A | 그 때 본 화신은 안팎으로 사람들이 그득

렬히 폭사한 중앙청 같이 오래된 건물도 있고.

하고 활기가 넘쳐났었지. 그리고 화신 옆으로

리베스킨드의 현대산업개발 사옥이라든가, 렘

뒤로 학원들과 서점 레코드가게 분식점이 빼

콜하스의 서울대 미술관 같이 따끈한 건물도

곡히 들어차서 아주 좋았는데.

있겠고. 도미니크 페로의 이대 캠퍼스 센터는

| B | 사실 일제 강점기 종로 상권이 조선인

아직 완공 안 된 것 같고, 자하 하디드의 동대

들 터전이었다는 걸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물

문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일 테고. 적지 않네!

이 바로 화신이었기 때문에 역사성을 생각해

| A | 학교 다닐 때 어떤 교수가 세종로 정부

서라도 남겨 두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종합청사를 이야기하며 당시에는 루이스 칸

| A | 숭례문도 태워 먹었는데 뭘 기대하겠

도 있었고 르 코르뷔지에를 비롯한 거장들이

어…. 이전에는 국보 1호라는 명칭이 과분하

모두 생존해 있던 시대였는데, 정보가 없다 보

다며 별로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막상 소실되

니 정부청사라는 당시로는 굉장한 프로젝트를

니까 다들 난리가 나서…, 있을 때 잘해야지.

미국에 있는 지명도도 없는 사무실에 맡겼다

그나저나 차 밀릴 때 올려다보이던 단호하게

며 개탄했었지. 물론 그 건물조차 지어질 당시

그어 내린 숭례문 공포(수서)가 아주 좋았었

는 대단한 건물로 받아들여져서, 왜 있지, 요즘

는데.

잘 안 나오는 이상용이라는 흘러간 개그맨, 그

| B | 그것도 금세 잊히겠지, 또…. 공교롭게

사람이 개그 소재로 썼을 정도였는데. 이를테

문화재 전도사 유홍준이 문화재청장으로 있을

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때 낙산사며 화성 서장대며 다 불이 나 버렸으

로통 건물들 옥상의 지저분한 모습도 마치 깨

니 참 사람 일은 모르겠네….

끗한 중국집 카운터 뒤로 보이는 기름때 낀 주

| A | 역사가 지워지는 건 한순간이야. 역사

방 모습 같아서 싫고. 그런 부조화가 실은 우

가 지워지는 아픔과 더불어 예전에 화신 옆에

리 도시 모습의 현재인 걸 인정해야 한다는 것

는 박흥식이 임시로 지어 놓았던 신신백화점

도 씁쓸하고.

도 있었어. 그 낮게 퍼진 건물은 내가 갔을 때

| A | 먼저 지어진 영풍빌딩과 나중에 생겨난

는 나간 집처럼 썰렁했는데 그 안에 패잔병처

제일은행 건물을 마주본 모습도 참 생뚱맞잖

럼 남아있는 녹색 그물이 드리워진 배팅볼 게

아. 그렇다고 2층으로 올릴 것까지 없었을 보

임장이 있길래 한 번 들어가 동전을 넣고 배팅

신각도 참 어정쩡하고. 그런 ‘부조화’를 인정해

을 하는데 타구에 빗맞는 바람에 안경이 무참

주는 우리들의 자유 분방한 관료들 혹은 급진

히 깨졌었고 무척 아팠지. 신신백화점은 지워

적인 도시관도 사실 흥미로워.

졌지만 그 아릿한 느낌은 내 눈두덩에 아직도

| B | 오히려 가끔 집회의 장으로 쓰이는 건물

남아 욱신거리곤 해.

앞 공간이 건물보다 더 유용하단 생각이 들 때

| B | 박흥식의 흥망성쇠도 우리 근대의 모습

도 있어. 지지난 대선 막판 유세에서 노무현이

을 돌아보게 하는 단편이지. 그 때 전국의 잡화

정몽준을 걷어찰 때도 거기에 한 천 명 넘게 모

점을 연계한다는 발상은 정말 신선했을 거야.

여 있었지. 보신각 타종 때는 아예 발 디딜 틈

화신이 세워진 게 1937년인데, 짓자마자 경성

도 없고. 그럴 때 보면 뭔가에 집중할 때 우리

최고의 명물이 되어서 당시 인구의 80%나 구

나라 사람들의 에너지는 정말 무서울 정도야.

경했다 하고. 건축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근

| A | 오히려 여백이랄지 틈이랄지 그런 것들

대 건축의 대선배인 박길룡 선생이 설계한 것

이 곳곳에 존재하기 때문에 그 곳을 채우는 에

이니 또 의미가 있고.

너지도 극대화되는 게 아닐까? 그래서 나는 종

| A | 글쎄… 그런 것 보면 건축이 참 부질없

로 타워가 좋아. 말하자면 ‘어반 프레임(urban

지. 요즘 인터넷에 화신 사진이라도 올라온 것

frame)’이랄까, 구름 아래로 하늘을 가두는 액

중에 드라마 세트장에 복원해 놓은 사진이 버

자가 생긴 거잖아. 동대문 어귀쯤에서 바라다

젓이 돌아다니더라고.

볼 때 숨통이 트여서 좋고, 덕분에 서울에서 길

| B | 라파엘 비뇰리가 설계한 지금의 종로타

을 잃지 않아서 좋고.

워에 대해서도 참 말이 많았지? 종로의 콘텍스

| B | 그건 그래. 나 같은 길치도 명동쯤에서

트에서 따지자면 족보도 없이 휙 날아와 박힌

바라다 보이는 종로타워를 보며 서울 시내의

돌이랄까?

스케일을 가늠하곤 하니까.

| A | 아니 가볍게 날아와 단단하게 박힌 민들

| A | 혹은 죽어 가는 도시에 바쳐진 꽃 한 송

레야! 사실 비뇰리가 손대기 전 우여곡절 끝에

이 같기도 하고, 혹은 묘비 같기도…. 그건 너

일본의 백화점 전문 설계 사무소가 설계하고

무 심한가?

골조를 올리다가 중단되었었지. 그 후에 비뇰

| B | 아니면 행선지를 못 찾고 지구에 비상착

리가 두 개의 어정쩡한 뼈대를 마치 끝말잇기

륙 중인 우주선? ⓦ

를 하듯이 이어받아 설계를 했는데, 건축주가 땅을 더 사서 보태는 바람에 두 개의 기둥 뒤에 삼각형을 이루는 기둥을 하나 더 받치고, 그 위 로 구름을 하나 얹고. 그 안에 종로를 배회하 찬 계획이었는데, 젊음은커녕 단단하고 팍팍 한 국세청이 제일 먼저 들어갔으니 참 웃겼지. | B | 탑 클라우드…. 이름은 멋진데, 골조가 그림보다 둔하게 나온 데다 올라가는 엘리베 이터가 전망 엘리베이터가 아니라서 싱거운 건물이 되었지. 비싼 돈 내고 들어가서 보는 종

WIDE DAILY REPORT

종로타워(스케치 임형남)

는 젊은 영혼들을 모두 끌어들이겠다는 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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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I D A I L Y R E P O R T E 버스를 타고 지나가는데 사람들이 모두 한 곳 을 보고 있다. 검게 탄 숭례문의 처참한 광경이 다. 뉴스에서도 봤지만 실제로 보니 더 참혹하 다. ‘숭례문에 불’이라는 속보를 접하고 잠들었 는데 일어나 보니 ‘숭례문 전소’라고 했다. 전 소라는 간단한 단어가 이런 풍경일 줄 몰랐다. 늘 있던 것이 그야말로 폭삭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곤 숭례문 광장에 그득한 사람들이 보였 다. 저렇게 광장에 사람이 많은 건 처음이다.

지금은 숭례문이 아닌 것들을 이야기할 때 <도시동네 늬우스 02>

글쓴이 남소영은 경원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 월간 <건축인 포아>에 입사, 기자로 활동했으며 이후 희망제작소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며,『시티스케이프(가제)』 란 제목의 책을 쓰고 있다.

밤새 생중계된 숭례문 화재 현장을 다들 직접 확인하고 싶었나 보다. 모두들 망연자실한 표 정. 아, 숭례문은 이토록 관심 받는 장소였구 나. …그런데 정말 그랬었던가? 애써 며칠을 되짚어 봐도 숭례문과 관련된 어 떤 기억을 찾을 수가 없다. 서울에서 삼십 년 가까이 사는 동안 남대문 시장을 드나들고 남 산을 오르내렸는데 숭례문에 대한 이미지는 방송 화면이나 신문 지상에 나왔던 화상들뿐 이다. 오히려 남대문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우리 세대에 복잡한 찻길 너머의 숭례문은 그 냥 그런 단편적 이미지들의 중첩이었던 모양 이다. 혹은 실체와 거리가 먼 상징이거나 말이 다. 긴 시간 숭례문이 지켜 온 서울의 역사나, 장소가 가진 이야기로서의 상징이 아니라 서 울 랜드마크로서의 상징, 남대문이라는 지명 의 상징이었다고 할까. 그렇게 머릿속 숭례문에 대한 기억을 찾다가 언젠가 답사 차 방문했던 수원 화성이 떠올랐 다. 숭례문 화재를 시작으로 문화재 관리의 문 제점 운운하며 거론되었던 곳이라서다. 문화 재 개방이 문화재 관리에 악영향을 미치며 그 런 차원에서 수원 화성도 위험하다는 내용이 었던 것 같다. 하지만 기억 속 수원 화성은 오 히려 수원 사람들 삶 속에 역사적 흔적으로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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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 이선철 사진 ⓒ 진효숙 사진

WIDE DAILY REPORT 107


우 친밀히 자리하고 있는 것이 큰 장점으로 보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광장은 그제야 제 역

는 것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숭례문이 복원된

였다. 손 뻗으면 닿을만한 곳에 몇 백 년의 기

할을 했다. 사람들이 모이고 굿판이 벌어지고

후까지 사람들은 사건을 기억하고 이 장소에

억을 담은 성곽과 건축물이 서 있다는 존재감

연일 집회와 행사가 열렸다. 마이크를 들고 잘

마음을 담을 것이다. 숭례문 광장엔 누구나 공

도 컸고, 사람들도 그 흔적을 삶의 영역 속 하

못을 각성하라며 외치는 사람, 제사상을 놓고

감할 만한 이야기가 생겼고 복원된 숭례문은

나로 당연히 받아들이는 듯했다. 물론 수원 화

통곡하는 아저씨, 구경하는 사람들, 모이고 또

역사적 맥락을 잃었지만 이전과 달리 이미지

성은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고, 서울

모여든다.

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과는 확실히 도시적 스케일도 다르지만 말이

숭례문 화재 현장엔 곧 높은 가림막이 둘러졌

숭례문을 논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다.

다. 그 안에선 화재 더미를 헤쳐 무너진 목재의

오히려 지금 논해야 할 건 수 없이 박제되어

하지만 숭례문은 아니었다. 도로 너머 경관 조

제 위치를 확인하고 복원을 위한 비계 설치가

있는 다른 문화재들이다. 동대문인 흥인지문 이나 멀뚱히 떨어져 있는 동십자각 등도 예외 가 아니다. 그저 ‘문화재다’ 하며 의미를 주입 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마음을 주고 역사의 흔적을 공감할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 다. 이제 그만 슬퍼하고 그것들을 이야기했으 면 한다. ⓦ

ⓒ 이선철 사진

| 글 | 남소영(건축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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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으로 휘황찬란한 주입식 국보 1호였을 뿐, 역

한창이다. 그리고 가림막 밖 광장에는 여전히

사와 이야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혼잡한 자동

사람들이 서성인다. 가림막의 작은 창으로 안

차 속 멀뚱히 서 있는 박제 같아 보였다고 할

을 들여다보고 옛 숭례문의 사진을 보고 광장

까? 그리고 몇 년 전, 환영 반, 우려 반 속에 숭

에 차려진 제사상을 구경한다. 갑작스럽게 생

례문 광장이 생겼다. 광장의 본래 기능과 문화

겨나 어색했던 장소에 이제야 공감할 만한 이

재 보호의 원칙이 부딪혀 광장에 나무를 심어

야기가 생긴 것이다.

야 한다, 말아야 한다의 의견이 분분했었다. 어

숭례문 화재 현장 가림막에는 시민들이 남기

쨌거나 광장이 열리고 숭례문은 사람들에게

고 간 글귀들이 빽빽하다. 화재에 대한 안타까

조금이나마 가까워지는 듯했다.

움, 행정에 대한 분노, 복원에 대한 염원 등 그

하지만 상징으로만 존재하던 숭례문이 손에

곳을 다녀간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져

닿을 수 있게 되었다고 사람들 마음까지 닿는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글귀가 하나가 보인다.

건 아니었나 보다. 주변 높다란 건물들 가운데

또박또박한 글씨로 쓰인 “숭례문아, 이제 와서

혼자만 다른 스케일을 가져 어색했던 숭례문

미안해.”

광장은 어느 샌가 찾는 발걸음이 점점 줄어들

맞다, 화재 소식과 현장을 둘러보며 느꼈던 슬

며 노숙인들의 장소가 되어 있었다. 숭례문도

픔과 분노의 일부는 미안함이었다. 국보 1호라

여전히 이미지로만 존재했던 것 같다. 그래서

해놓고 관심 갖지 않았던 미안함, 혼잡한 도로

였을까? 경비도 방범도 허술해진 건. 그 틈은

속 박제로 내버려 뒀던 미안함, 그 시간 동안

결국 이런 사건을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숭례문은 자신의 이야기를 잊고 지내온 역사

서울의 상징이라던 숭례문은 많은 사람들이

의 시간을 잃고 한낱 ‘문화재’라는 이미지가 되

지켜보는 가운데 활활 타올랐다. 뒤늦게 누구

었다. 역사나 국민의 장소가 아닌, 결국 한 개

는 통탄할 일이라 하고 누구는 밤새 눈물 흘렸

인이 사회적 분노를 내보이기 위해 불태워도

다지만, 그렇다고 되돌려지는 것은 아니다. 처

되는 ‘한낱 문화재’였던 것이다.

음엔 앞 다투어 죄송하다며 사과하던 관계 기

그렇게 숭례문이 소실되고 사람들은 안타까워

관들도 결국은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불에 탄

하지만 그래도 희망적인 건, 이제 그 곳에 사람

더미를 숨기기에 바쁘다.

들이 관심 갖고 공유할 만한 이야기가 생겼다

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W I D A I L Y R E P O R T E 아! 포스터의 유치찬란한 저 문구…. “전 세계 의 여성을 감동시킨 문제의 연애 거편” ……게 리-쿠-파, 파트리샤.닐, 킹. 뷔-디-감독 …… ➊ 하지만 내겐 너무 너무 정감 어린 포스터가 아 닐 수 없다. 칼로 도려낸 듯한 컴퓨터 그래픽과 흥미 일변도의 요즘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 든 감동과 순애보가 함께 어우러져, 몇 달 아니 몇 년이 지나도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장면

들을 제공하고 있으니 말이다.

마천루 A1● 강병국의 <건축과 영화 02>

글쓴이 강병국은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박춘명 선생의 예건축에서 실무를 쌓았고 한울건축과 신예거축을 거쳐 현재 ㈜동우건축 소장으로 있다. <포이동 성당>, <쌘뽈요양원/유치원>, <장도박물관> 등을 설계했다.

● 자료의 분류를 위하여 앞으로 연재될 내용의 서두에 다음과 같은 약어를 추가하려고 한다. 알파벳 다음의 숫자는 해당 꼭지 의 일련 번호이다. Architect_건축가와 관련된 주제나 영화 Building_건축물과 관련된 주제나 영화 Producer_감독의 건축적 연관성을 언급한 영화 Documentary_건축적 다큐멘터리 City_미래도시를 포함한 도시적 관점의 영화 Miscellaneous_그밖에 건축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영화

원작 마천루는 1946년에 제작되어 1949년에 배급되 었는데, 위의 포스터는 우리 나라에 1950년에 개봉된 것이다. 잘 알다시피 한국전쟁이 일어 난 그 경황없는 해에. 원작자인 아인 랜드(Ayn Rand)는 1905년 러시아 태생으로 철학과 역 사를 전공했으나,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 위 해 영화 예술 학교에서 수학하다가 1926년 미 국으로 건너온다. 아인 랜드는 이『Fountainhead』 를 쓰기 위해 설계 사무실에서 6년간을 근무했다고 한다. 지금도 미국에서 꾸준히 베 스트셀러를 유지한다는 이 책은 우리 나라에 서는 건축가 김원 선생이 번역(허종열 공역)하 여 출간된 적 있다. 물론 지금은 절판되어 구하 기 어렵지만 헌책방을 잘 뒤지면 불가능한 일 도 아닌 듯싶다. 잡지 <건축문화> 1993년 6월

호에 보면 김원 선생이 이 영화에 대해 쓴 논고 가 게재되어 있다. 감독과 배우, 그리고 미술 영화의 감독은 킹 비더(King Vidor). 전쟁과 평 화로 우리에게 익숙한 감독이다. 주연은 우리 부모 세대에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 한 당대 세계 최고의 배우 게리 쿠퍼이며 극 중 건축가인 하워드 록의 역할을 맡았다.➋ 상 대역 패트리샤 닐은 영화 이후 게리 쿠퍼와의

WIDE DAILY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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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스캔들로 지금까지도 헐리웃의 비화로 회자되

다. 새로움에 대한 갈망과 가치를, 인생을 통해

일의 시작이나 뿌리를 의미한다. 건축물을 이

고 있다.

이루어 나간다. 그 목표를 향해 어떤 시련도 어

용하는 유저 혹은 그 건물을 바라보는 모든 사

원래 하워드 록의 역할은 프랭크 로이드 라이

떤 고난도 견뎌 나간다. 그 고통을 누구보다도

람들 혹은 건축주까지 그 건물이 없어질 때까

트의 몫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이 영화를 위해

잘 아는 스승 헨리 카메론은 위의 대사처럼 죽

지 모든 것을 느끼고 경험하고 혹은 평가하고

킹 비더 감독은 라이트와 계약을 추진하려고

으면서까지 아끼는 제자에게 다른 길을 종용

공유한다. 마치 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처럼. 그

하였으나, 당시 잘나가던 라이트의 개런티는

하지만, 하워드 록의 의지는 단호하기만 했다.

러나 강이나 샘물도 ‘수원’이 있기에 비로소 인

전체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고, 결국 제

대중적인 기호와 싸워야 하며, 그 대중을 이끄

간에게 소중한 물을 제공하듯 건축물도 존재

작사는 라이트를 포기하게 된다. 은막을 통하

는 몇몇 비평가들과의 끝없는 논쟁은 오히려

하기까지의 원천은 결국 건축가에게서 창조

여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연기를 볼 수 있었

하워드 록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 뿐이었다.

된다. 건축가의 창의적인 사고를 의미한 이 원

영화의 배경은 뉴욕 맨하튼이다. 가장 유명한

제가 <마천루>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한건, 마

일간지 배너신문의 건축 비평을 주간하는 엘

치 테리길리엄 감독의 <Brazil(1985)>이 <여인

스워스 투히는 무엇보다도 대중적인 기호에

의 음모>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 만큼이나 아

집착한다. 그게 고전이든 아니면 여러 가지가

쉽다. 아마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뉴욕의 가

난잡하게 혼합된 양식이든.

장 높은 마천루 건축 현장에 있는 하워드 록을

맨하튼보증은행 현상 설계에 당선한 하워드

만나러가는 도미니크의 해피엔딩이 무척 강한

는 심의 위원회의 수정 요구에 반대한다. 기나

인상을 준 탓인 듯하다.

긴 싸움의 시작인 셈이다. 역시 그 배후는 엘

영화엔 또 다른『Fountainhead』 가 있다. 건축

스워스 투히. 여기에 깊숙이 관계를 맺는 여인

과는 별개로 영화 자체로서 내가 가장 연민을

이 있다. 자의든 타의든. 배너신문 사장인 와

느끼게 한 사람이기도 한, 바로 배너신문사의

이낸드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그녀는 당시 가

사장인 게일 와이낸드이다. 빈민가에서 태어

던 기회가 영원히 사라진 것이 아쉽기만 하다.

장 유명한 건축가의 딸로서 역시 배너신문에

나 자신만의 힘으로 배너를 세우고 권력을 손

덕분에 당시 미술 감독 에드워드 캐러리의 비

서 작은 건축 관련 칼럼을 쓰고 있었다. 엘스

에 넣은 인물. 돈과 명예와 힘과 권력 모든 걸

중과 노고는 배가되었다. 당연히 그가 참고한

워스와 밀착된 하워드의 친구 피터와 와이낸

가졌지만 사랑하는 여인 도미니크만은 영원히

모델은 라이트와 그 주변 사람이었고, 그에 의

드 그리고 그녀가 한눈에 반하게 되는 하워드

소유하지 못한 채 그녀를 위해 평생을 헌신한

해 재창조된 영화 속 건축 표현은 기성 건축가

록과의 복잡한 건축적 복선 속에서 애정의 문

다. 그녀의 남편으로 살면서도 자신의 모든 것

들 못지않을 정도이다. 영화 전반에 표현된 수

제 또한 강하게 가속되어 이 영화의 맛을 더

인 그녀를 갖지 못한 상실감, 자신을 위한 투쟁

많은 모형과 투시도를 보면, 60년을 뛰어넘는

해 주고 있다.

이라고 하지만 결국 그녀를 위한, 그래서 하워

시대적 간극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현대적이고

마지막에 하워드가 스스로를 변론하는 대사

드 록을 위한 외로운 투쟁을 지속해 나간다. 대

세련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➌ ➍

는, 지금까지도 건축적인 명대사로 남아있다.

주주들의 강압에 의해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

배너신문의 대표인 게일 와이낸드 주택➎에서

“예술적인 가치를 가진 건축가의 유일한 재

게 되는 게일 와이낸드. 그래서 자신을 용서할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

산… 그 디자인을 아무런 대가없이 박탈하고

수 없었던 그가 마지막으로 하워드 록에게 자

나온 건, 역시 그의 낙수장➏이 모델이기 때문

마음대로 변형한다면, 과연 그는 무엇으로 보

신의 꿈과도 같은 초고층 마천루 와이낸드 빌

이다. 이 뿐만 아니라 하워드록이 스승 카메론

상받을 수 있을까요?” “개인적인 가치가 대중

딩을 부탁하며 나눈 대사다.

의 유품을 정리할 때 보이는 한 건물의 투시도

이라는 다수로 불합리하게 위협받는다면, 그

“자네의 영혼을 담아 지어주게….”

➐는 시카고 트리뷴타워 현상 설계 당시 그로

시대의 문화는 과연 어느 자리에 서 있어야 하

“그러면 내 영혼도 담길 테니까….”

피우스의 계획안과도 유사하다.➑

는 건가요?”

영화 전반에 걸쳐 명대사가 헤아릴 수 없을 만

시놉시스

감상

큼 많이 등장하지만, 특히 피터 키딩이 하워드

“건물은 그 기능에 충실해야 해…” “새로운 재

50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로 말미암아 지금도

록에게 코틀랜드를 부탁할 때 하워드 록의 말

료는 새로운 형태를 필요로 하는 거야.” “또 건

공감하고 반성하고 또 가슴이 요동침은 흑백

도 기억해 두자.

물은 동시에 여러 가지 양식을 표현할 수 없

영화의 향수여서가 아니다. 조금은 유치한 영

“피터, 사람들을 위해 뭘 하기 전에….” “우선

어.” “사람이 다른 사람의 영혼을 가질 수 없

화 구성도, 연기자들의 어색한 말투도 탄탄한

네가 그걸 할 수 있는 사람부터 되어야 해.” “

는 것처럼…” “하워드! 세상은 매번 새로운 생

시나리오가 주는 건축적 공감 때문에 영원히

하지만 또 그전에, 그 일을 진정으로 좋아하는

각을 가진 인물이 끌어갔네.” “그리고 그게 얼

건축가의 단골 메뉴가 됨은 의심의 여지가 없

사람부터 되어야 해.” ⓦ

마나 큰 대가를 치러야하는 건지도 알고 있겠

다. 원작『Fountainhead』 의 뜻은 ‘원천’, ‘수

| 글 | 강병국(동우건축)

지?” 건축가 하워드 록의 건축 철학은 확고하

원’, ‘근원’ 등이다. 즉 물의 근원지, 혹은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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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I D A I L Y R E P O R T E 설 연휴가 시작되자 학교가 텅 비어버렸다. 혼 자 연구실 지키기도 민망하고, 허허로운 마음 도 달래 보려는 심산으로 김제와 익산 지역의 근대 건축물 답사를 다녀왔다. 지리적 인접성 을 고려해 답사 순서를 정하고 서둘러 인천을 떠났다. 이 지역은 벽골제가 만들어진 삼국 시 대 이래 많은 쌀이 생산되던 곳이라 일제 강점 기 일본인들에 의한 수탈의 흔적이 근대 건축 물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래서 일본인이 세

건조물 보존과 수리의 원칙 손장원의 <근대 건축 탐사 02 >

글쓴이 손장원은 인하대학교 건축공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인천시립박물관 학예연구사를 거쳐 현재 재능대학 실내건축과 교수로 있으며, 인천광역시 문화재위원이기도 하다. 저서로『다시쓰는 인천근대건축』 『건축계획(공저)』 , 등이 있다.

운 농장 사무실과 주택, 농림 학교나 수리 조 합 등 농업과 관련된 시설이 근대 건축물의 주 류를 이루고 있지만, 근대기에 세워진 종교 건 축물도 많아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관심을 갖고 보았던 ㄱ자형 교회인 금산교회와 두동교회는 참으로 많은 것을 느 끼게 했다. 남녀유별 사상에 근거한 ㄱ자형 교회의 문화 적 가치 1908년에 세워진 금산교회는 이씨 가문의 재 실(齋室) 5칸을 이축하고 거기에 직각으로 두 칸을 덧붙여 ㄱ자형으로 건축한 것이라 한다. 내부 공간은 5칸의 장변(남신도 석)과 2칸의 단변(여신도 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강단은 남신도 석을 향해 배치된 탓에 여신도 석은 부 ➊

속 공간처럼 보인다. 금산교회보다 21년 뒤인 1929년에 세워진 두동교회 또한 ㄱ자형 평면 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강단은 남녀 석 모두를 볼 수 있도록 배치된 점이 다르다. 지금은 호남 지역에 ㄱ자형 교회가 주로 남아 있지만, 과거 에는 우리 나라 여러 곳에 산재되어 있었다. 세계적으로 우리 나라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 진 ㄱ자형 교회가 생긴 배경은 유교적 관념인 남녀유별에 근원을 둔 것이라는 주장이 가장 큰 설득력을 갖는다. 즉 유교의 영향으로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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➋ ➌

된 남녀유별의 사고관은 가족 관계가 아닌 남

보일 정도의 틈이 생긴 회벽은 보는 이의 마음

녀가 한 공간에 머무는 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

을 무겁게 만든다. 근대 건축물 보수에 있어 벌

없었다. 이 때문에 초창기 우리 나라에 세워진

어지는 이러한 현상은 비단 이들만의 문제가

교회에는 남자 석과 여자 석을 구분해야만 했

아니다. 강경 북옥감리교회는 규모와 외양에

다. 신자 석 중간에 차단막이나 칸막이를 설치

서 소박한 느낌을 주는 아담한 교회였다. 그러

하여 남녀 석을 구분하거나 평면을 ㄱ자로 꺾

나 등록 문화재로 지정된 이후에 실시된 보수

어 별도의 공간을 만드는 방식이 도입된 것이

공사 시 출입문을 궁궐에나 있음직한 문짝으

다. 이러한 시대적 특성이 건축물에 고스란히

로 바꿔 달았다. 어떤 근거로 그러한 출입문을

스며들어 당시의 문화적 상징물로 작용하는

달았는지 알 수 없지만,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을 보면 건축물이 갖는 문화적 가치를 새삼

점은 나만의 기우이길 바란다.

느끼게 한다.

건조물의 보존과 수리에 대한 선언인 마드리

보수 공사로 인한 왜곡과 훼손은 더 이상 없

드 헌장(1904)과 베니스 헌장(1964)에는 수리

어야

기준에 대하여 당초의 양식을 의도하여 시행

그런데 최근에 보수된 두 교회는 겉으로 보기

해야 하며, 원래의 재료와 확실한 자료를 바

에 말끔하게 단장되어 있지만, 보수 공사로 인

탕으로 하고 추측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

해 건축물이 가져야 할 문화적 상징성이 훼손

고 있다. 이처럼 건조물의 보수에 대한 명쾌

되어 있었다. 금산교회의 경우 초기의 초가 지

한 원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수라는 이름

붕을 1970년대가 돼서야 시멘트 기와로 교체

으로 자행되는 훼손과 왜곡은 더 이상 없어야

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교회 뒤 우물

한다. ⓦ

을 사진처럼 화려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은 거

| 글 | 손장원(재능대 실내건축과 교수)

➊ 두동교회 내부, 좌측은 여신도 석이고 우측은 남 신도 석이다. ➋ 금산교회의 신관과 구관 ➌ 금산교회의 우물 ➍ 두동교회 외관 ➎ 두동교회 보수 공사의 흔적들, 그림ⓐ의 문짝 은 터지고, 문짝과 문틀 사이는 벌어져 있다. 그 림ⓑ의 중인방은 밖으로, 그림ⓓ의 중인방은 안 으로 휘었다. 그림ⓒ의 틈새를 들여다보면 내부 가 보인다.

의 없다. 또한 보수 공사를 마친 두동교회의 창 문을 지지하는 중인방은 안팎으로 휘어져 있 고, 기둥의 곡면과 만나는 사각형 창문틀은 글 겅이질(그렝이질)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엉 성하게 연결되어 있다. 더구나 내부가 들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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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I D A I L Y R E P O R T E | 와이드 | 계획 대지 양구에 대하여 개관해 주세요. | 이충기 | 대지가 위치한 양구군은 고성군, 화천군과 함께 북한과 접한 3개 군 중의 한 곳 입니다. 서울에서 차로 4시간여를 달려야 도착 할 수 있는 산고수명의 오지입니다. 5분 거리 에 파로호가 있고 동서측으로 산이, 그리고 동 측에 진입 도로와 나란히 작은 계곡이 있습니 다. 처음 방문한 시기가 작년(2007년) 1월 27일

양구 BIRCH HOUSE | 이충기 <주택 계획안 100선 02> 현재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건축가 이충기는 건축대전 초대 작가(1998~현재), 푸랑크푸르트의 DAM 초청 전시(2007), 홍콩 센젠 비엔날레 전시 (2007), 당인리 문화 공장 전시(2006), 서부 접경지 평화 특구 전시(2004) 등의 전시 활동과 동국대, 한양대, 서울대, 성균관대 등에서 강의 활동을 겸하면서 경주실내체육관(1999, 포스코강구조상), 가나안교회(2001,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 인삼랜드휴게소(2001,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옥계휴게소(2005,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 제주전문건설회관(2006, 제주특별자치도 건축문화대상 본상), 진광교회(2006, 인천시 건축대상 우수상), 금동주택, 동다주택 등의 대표작을 내었다. 아울러 마을 가꾸기, 공공 디자인 등의 활동과 건축 기본법, 건축사법, 건축 교육 인증원, 건축사 등록원 등의 법^제도 관련 활동, 새건축사협의회 활동 등 사회^공공적 분야에서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었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산, 물, 자작 나무, 그리고 눈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산이라 는 것이 우리가 서울이나 경기도 일원에서 보 는 멀리 있는 산이 아니라 바로 코앞에 있는 산 이었습니다. 상상이 가시는지요? 주변에는 주 말 주택과 원주민 주택이 하나 있고 5분 거리 의 파로호 인근에 10여 가구가 있는데 그 마을 에 1960년대를 연상케 하는 인상적인 폐교가 있습니다. 물 맑고 공기 좋은 무공해 청정 지역 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와이드 | 양구 BIRCH HOUSE(자작나무집)이 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나요? | 이충기 | 저는 우리 나라에 자작나무 군락이 그렇게 크게 형성되어 있는 것을 처음 보았습 니다. 대지 진입로 주변이 거대한 자작나무 군 락의 산으로 둘러져 있어서 계획 시에 마당주 변에 자작나무를 많이 심으려 했습니다. 내부 마감에도 일부 자작나무 합판을 계획했구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자작나무집이라 했습니다. 물론 건축주도 동의했구요. | 와이드 | 이 집의 주요 재료로 흙이 채택되고 있는데 배경이 궁금합니다. | 이충기 | 건축주가 재료에 대해 특별한 의 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흔한 전원 주택으로 생각하고 있었지요.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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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관심이 많은 그분에게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흙건축을 제안했고 그분이 흔쾌히 받 아들였습니다. 몇 년 전에 수원 화성에 흙다짐 벽으로 주택을 설계해서 지은 적이 있었는데 공사비 부족으로 마무리가 제대로 안되었지만 흙벽 공사는 완성도가 좋아서 다음 기회를 기 다리게 되었지요. 이번이 기회다 싶어 다시 제 안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흙건축연구회 이사 로 참여하고 있고 그 동안 흙건축학교에서 특 강도 몇 번 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건축주 | 와이드 | 건축주는 어떤 분인가요? | 이충기 | 회갑 넘으신 부부입니다. 단열재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사업을 하고 계시는데 우리 사무실 빌딩 주인이고 우리 사무실 위층 에 사십니다. 두 분 다 경상도 분이신데 자수성 가하신 분들로 보였습니다. 성공하신 분들의 공통점이 그렇듯이 근검하고 정확하고 분명하 신 분들입니다. | 와이드 | 설계 요구 조건상의 가족 관계는 어땠나요? | 이충기 | 건축주의 가족은 부부와 3남매인 데 큰아들과 셋째인 딸은 결혼해서 분가했고 둘째아들은 미혼이지만 분가해서 두 부부만 제사무실 위층에 살면서 매일 같이 회사로 출 퇴근하시는 부지런한 분들입니다. 양구 주택 은 두 부부가 은퇴하면(1,2년 내로 은퇴하신답 니다) 그 곳에서 살다가 생을 마무리 하실 생각 으로 지을 계획을 했답니다. 그런데 상무룡리 는 겨울이 되면 눈이 많이 와서 춘천이나 서울 로 나오지 못하고 고립되기 때문에 비워둘 거 라는 것과 아들딸이 주말이나 휴가 때 와서 쉴 수 있도록 하고 친구 분들도 놀러 와서 자고 갈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 와이드 | 건축주 가족의 성향이 설계에 영향 을 끼치나요? 이 집에선 어떻게 작용했나요? | 이충기 | 당연합니다. 결혼한 아들 내외와 아이들 그리고 친구 분들이 이 오지에 오게 되 면 한 사람이 아니라 가족 단위로 오게 될 것이 분명하고 그래서 방 하나는 독립된 숙식이 가 능하도록 별동으로 계획을 했습니다. 아드님 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지요. | 와이드 | 건축주는 어떤 이유로 귀하를 설계

계획안 모형

자로 선정했다고 생각하나요? | 이충기 | 글쎄요, 이전에 공장 지을 때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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른 데서 설계하셨다는데 우리 사무실에서는 공장 같은 것은 안하고 매우 크거나 고급 건 물만 설계하는 줄 아셨답니다. 우리 사무실 위 층에 사시니까 오며 가며 우리 사무실 분위기 를 보셨겠지요? “이 소장, 주택 같은 쪼그만 것 도 설계하나?” 이것이 첫 질문이었습니다. 다 른 데 주기에는 임차인에게 미안하다고 여긴 탓도 있을 테구요. 건축 자금 및 설계비 | 와이드 | 의뢰인은 주택 건립을 위한 자금 확 보에 힘들어 하지 않던가요? | 이충기 | 항상 부딪히는 문제입니다. 자금 확보 때문에 힘들어 한다기보다는 처음에 정 한 예산 이상을 들이려 하지 않겠다고 하셔서 제가 힘들었지요. 공장 공사비를 비교 대상으 로 삼을 수는 없다 하더라도 대충 평당 얼마 이 렇게 예산을 잡아놓고 원하는 수준은 최고로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듯 이것도 예외는 아 니었습니다. 그 오지에 정한 금액 이상을 더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 와이드 | 개략 건축비에 대해서 말씀해 주 시죠. | 이충기 | 3억 5천에서 4억 정도, 가구나 조명 등의 수준에 따라 변화가 있습니다. | 와이드 | 주택 설계의 설계비 산정은 어떻 게 하나요? | 이충기 | 공사비에 다른 비율, 규모, 감리비 중 등을 고려해 정합니다. 주택의 경우 최하 5 천만 원 정도는 받아야 밑지지 않을 겁니다. 그 런데 건축주 입장에서는 공사비의 10% 이상을 설계비로 준다고 하면 너무 아깝다고 생각하 지요. 주변에 5백만 원만 주어도 하겠다고 줄 을 서는데 5천만 원이면 공사비에 보태는 것이 훨씬 낫겠다고 생각합니다. 주택 설계 일반 | 와이드 | 주택 설계는 사무실의 운영에 도 움이 되던가요? | 이충기 |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다만 좋은 작품으로 탄생할 경우 잡지에 소개되면 다음 프로젝트에 영향을 주는 간접 마케팅은 되겠지요. | 와이드 | 주택 설계 시 디자인의 시작은 어떻 최종안 모형

게 이루어지나요? | 이충기 | 저는 첫 현장 답사 때 거의 안을 다 그리는 편입니다. 스케치북이나 메모지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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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합니다. 그런 이후에 모형으로 만들면서 스 터디하고 디벨롭(development)하지요. | 와이드 | 이전에 설계한 주택과 이 집에서 의 설계 수법에 큰 차이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 이충기 | 큰 차이는 없습니다. | 와이드 | 주택 설계 시 가장 공을 들여 디자 인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 이충기 | 몸에 체득된 것이라 생각되는데, 저는 태어나서부터 오랜 기간을 전통 한옥에 서 생활했습니다. 그래서 칸이 분명하고 대청 을 중심으로 안방 건넌방 등으로 구분되는 기 능적 배치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 서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공간을 확실히 구분 합니다. 그리고 진입 시의 움직임, 즉 동선을 매우 신경 씁니다. 두어야 할 시선을 분명하게 유도하고 그런 장치들을 하게 되지요. 이번 경 우 진입부에 설치한 긴 벽이 그런 역할을 합니 다. 방문한 사람이 그 벽으로 시선을 두면서 진 입부임을 확인하여 움직이게 되고 그 벽에 서 면 다시 벽을 따라 유도되는 시선 방향으로 진 입하고 그 끝에는 다시 시선을 끄는 오브제 같 은 무엇을 배치하고 뭐 이런 식입니다. 그 다음 마당을 많이 고려합니다. 대지가 허락하면 저 는 안마당과 바깥마당으로 구분합니다. 저희 시골집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이라 생각합니 다. 저는 학생들한테도 마당이 집을 앉히고 남 은 자리가 아니라 방과 같은 가치를 지닌, 계 획된, 의도된 공간이어야 한다고 강조를 합니 다. 바깥마당은 공적 공간, 안마당은 사적 공 간으로 구분하여 안방, 건넌방 구분하듯 계획 을 합니다. 주택 설계의 전범 | 와이드 | 가장 인상에 남는 국내외 건축가의 주택 작품을 예시한다면? | 이충기 | 빌라 사보아와 깝 마르탱의 쁘띠 메 종, 둘 다 코르뷔지에의 작품인데 하나는 주택 하나를 가지고 그렇게 많은 공간적 요소와 빛 의 향연을 연출한 공간 백화점을 만들었다는 점, 또 하나는 최소한의 그리고 무소유의 생활 공간을 실천한 대가가 생의 마지막을 살다간 자신의 집이라는 점. | 와이드 | 한국 전통 건축(주택)의 특질은 무 엇이라고 생각하며 그 중 선호하는 것을 말씀 해주세요. | 이충기 | 전통 건축의 특징은 영역의 명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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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te plan


구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건물은 임금 과 신하, 아버지와 아들, 남편과 아내 등 그를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그 영역을 분명하게 설 정하고 있습니다. 주거에 있어 남자의 공간인 사랑채와 여자의 공간인 안채 공간으로 명확 히 구분되고 그 동선 또한 엄격합니다. 그 구분 은 차별적 구분이 아니라 존중의 구분입니다. 한옥의 여자 공간인 안채가 사랑채보다 크고 높으며 집의 중심 공간으로 여겨지는 것이 그 이유가 될 것입니다. 가구 디자인 | 와이드 | 가구의 선택에 관여하신건가요? | 이충기 | 시공에 들어가면 관여를 할 것입 니다. | 와이드 | 선호하는 가구(업체 또는 브랜드) 가 있다면? | 이충기 | 특별히 없습니다. 가능하면 시골, 전원, 흙집에 맞는 최소한의 가구를 선택할 것 이며 가능하면 직접 디자인해서 현장 제작할 것입니다. | 와이드 | 가구 디자인을 직접 하시는 편인가 요? 주택에서 가구 디자인에 건축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편인가요? | 이충기 | 사정이 허락하는 경우는 그렇게 합 니다. 건축주가 인정해 주고 목공팀의 솜씨가 좋으면 굉장히 효과가 좋습니다. 가구는 주택 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지요. 당연 히 건축가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설계와 시공 | 와이드 | 시공 단계에서 현장의 조정률을 몇 퍼센트 정도로 예견하나요? 그 경우 어떤 이유 가 주가 되나요? | 이충기 | 주택의 경우는 시공자의 능력에 따 라 달라집니다. 10% 정도 미만. 나의 경우 그래 도 도면에 많이 의존하려 하고 그래서 비슷한 규모의 사무실이나 또래 건축가들보다 도면을 많이 그리는 편입니다. 그것이 지금껏 생존해 온 나의 경쟁력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현장 에서의 감리 또한 디자인의 연장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고 있는 건축가가 훨씬 더 품질이 우 수한 건축을 생산하는 것을 많이 봐 왔습니다. 최종안 모형

예전에 다른 건축가의 주택 도면을 본 적이 있 었는데 매우 실망했지만 시공 상태는 전혀 반 대였지요. 그 이유는 시공자가 알아서 잘 처리 해 준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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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ment floor plan ↓first floor p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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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일수록 현장에 많이 기대고 선호하는

고 필요한 곳에 창을 두되 여백의 미를 많이

때 안방에서 남향의 햇빛과(이 곳은 골이 깊어

시공자가 반드시 있기 마련입니다.

생각합니다.

하루 해가 매우 짧습니다. 여름이라도 오후 4,5

| 와이드 | 주택의 경우 특별히 공사를 맡기는

| 와이드 | 개구부의 크기 결정에 따른 건축가

시면 어두워지니까요.) 욕실 욕조에서 동쪽 산

시공 업체가 있나요? 이 집에서는?

만의 독특한 기준은 있나요? 이 집에서만의 특

의 아름다운 경관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이충기 | 있기는 한데 주택 설계가 워낙 기

수해가 있었다면 기술해 주세요.

| 와이드 | 정면 3칸(3-bay)×측면 3칸은 전통

회가 많지 않습니다. 이번의 경우는 흙다짐 공

| 이충기 | 주변 경관과 향을 고려하여 필요

주택의 축조 형식을 띄고 있어 흥미롭지만 반

법의 경험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업체가 한정

한 곳에는 최대한 크게, 기능상 작아도 되면 아

면 드러난 평면의 형태는 무척 단조롭게 느껴

되어 있습니다.

주 작게 합니다. 이 집에서도 남향으로는 크게,

집니다.

흙 건축으로서의 주택

그리고 경관이 좋은 쪽은 욕실이라도 크게 계

| 이충기 | 흙다짐 공법은 특성상 흙과 석회,

| 와이드 | 흙 건축을 설계하면서 특히 얻은

획했고 나머지는 기능상 필요한 만큼만 두었

물 3가지를 섞어서 다지는 특수한 공법입니다.

부분이 있다면?

습니다.

그래서 공사가 까다로워 벽체를 복잡하게 하

| 이충기 | 흙다짐 벽으로 시공된 집을 보면

주요 내장재

면 시공이 어렵기 때문에 공사비가 많이 나옵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흙은 지속 가능

| 와이드 | 주요 실의 벽과 천장, 바닥 내장

니다. 공사비를 고려했습니다. 그리고 흙벽 자

한 건축 재료입니다. 흙은 그 지역의 것을 가

재 계획(색채 계획 포함)에 대하여 말씀해 주

체로 하중을 견딜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구조

져다 쓸 것이고 나중에 수명을 다하면 다시 땅

세요.

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으로 돌아 갈 것입니다. 이 나이에 자연스럽게

| 이충기 | 실내의 벽은 흙벽 노출과 전벽돌,

지붕

그런 일을 시도하는 것이 너무나 기쁜 일이라

그리고 황토 미장이고 천정은 자작무늬 합판

| 와이드 | 평소 귀하의 건축 디자인에 있어서

생각합니다.

과 자작무늬 널판으로, 그리고 바닥은 강화 마

지붕은 중요한 요소인가요? 이 집에서의 적용

| 와이드 | 황토 흙다짐과 벽돌 그리고 콘크리

루판으로 계획했습니다.

사례는 어떤 경우에 해당하나요?

트 벽을 혼용하고 있는데 이유라면?

배치 및 평면

| 이충기 | 건축가라면 누구나 지붕을 중요

| 이충기 |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두께 40센티

| 와이드 | 소위 ‘채 나눔’ 공간 배치를 하고 있

한 디자인 요소로 생각할 것입니다. 지붕뿐만

미터의 흙다짐 벽, 그리고 흙벽돌, 전벽돌, 물

는데, 현실적 이유와 더불어 건축가의 철학을

아니라 모든 부분이 다 중요한 요소겠지요. 이

쓰는 공간의 시멘트 벽돌이 벽 재료고, 콘크리

얹어서 말씀해 주신다면?

곳은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라 경사 지붕을 도

트 벽은 산을 절토한 부분의 토목 옹벽입니다.

| 이충기 | 이미 위에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입했습니다.

이 토목 옹벽은 돌망태인 가비온 월로 바꾸는

그러나 저는 필요에 의해서 채나눔을 하지, 의

가격 경쟁력

것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든 흙벽은 구조용

도된 채나눔은 하지 않고 또 채나눔으로 일부

| 와이드 | 이 같은 흙(다짐)건축의 주택이 지

벽입니다. 흙벽은 40센티미터 정도만 되면 압

러 불편하게 할 생각도 없습니다. 원래 초기 계

속적으로 보급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나요?

축력은 충분히 확보됩니다. 그러나 단열 성능

획은 건축주가 대지 조건을 잘못 알려 주는 바

그렇다면 이유는?

은 강원도 양구 같은 지역에서는 부족하기 때

람에 나누어져 있어도 거의 한 동으로 붙어 있

| 이충기 | 그렇습니다. 친환경적이며 지속 가

문에 외주부 벽은 모두 단열재를 넣은 공간 벽

는 안이었으나 대지 조건이 달라져 어쩔 수 없

능한 건축이고, 그래서 건강한 주택이기 때문

으로 해서 안쪽에 벽돌을 사용했고 나머지 내

이 별채로 나누어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설계

입니다.

벽은 모두 흙벽입니다.

한 기존의 주택들도 채가 구분되어 있어도 ‘ㄱ’

| 와이드 | 일반 주택과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

| 와이드 | 흙 건축의 단열 효과 등 에너지 절

이나 ‘ㄷ’자처럼 별동으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

에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경쟁력

약 차원에서의 자료 검토가 있었나요?

니라 붙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을 찾는다면?

| 이충기 | 당연합니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 와이드 | 본채의 경우 서향에 현관, 북향에

| 이충기 | 조금 비싸더라도 건강하고 친환경

흙건축연구회는 꾸준히 연구와 실험을 하고

쪽문을 두고 있는데 주출입구 설정에 별도의

적이라는 것이 경쟁력이겠지요. 이미 우리 사

있고 그 데이터도 가지고 있습니다.

뜻이 있나요?

회 모든 분야가 그렇지 않나요? 입는 것 먹는

| 와이드 | 이 집의 주된 난방 방식은 무엇인

| 이충기 | 대지의 동쪽 경계에 도로가 있고

것 모두가 친환경이 우선입니다. ⓦ

가요?

그 너머에 개울이, 그리고 산이 있습니다. 그

| 이충기 | 전기를 이용한 초절전 코일 난방입

리고 대지 서쪽에 바로 급경사의 산이 있구요.

니다. 가스 배달이 안 되는 지역입니다.

집을 남향으로 앉히고 현관과 안방을 배치할

주택의 외관

때 당연히 안방의 위치가 서쪽보다는 동쪽으

* 지난 호 <용인 동백 지구 주택>에 대한 와이

| 와이드 | 평소 주택 외관(입면)의 결정은 어

로 하는 것이 좋고, 현관 진입도 개방된 동쪽보

드의 질문 중 ‘집 내부 엘리베이터’는 초기 계

떻게 정리하나요?

다는 심리적으로 한쪽이 산으로 가려지는 서

획 당시 있었던 내용으로 최종안에서는 실현

| 이충기 | 단순하게, 그리고 세련되게, 그리

쪽이 안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했을

되지 못했음을 밝힙니다.

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south facade ↓north facade

↑east facade ↓west facade

121

WIDE DAILY REPORT

WIDE ARCHITECTURE no.1 : january-february 2008

121


↑section 1,2 ↓section 3

양구 BIRCH HOUSE 건축 개요 대지 위치 :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상무룡리 24번지 | 지역 지구 : 관리 지역 | 용도 : 단독 주택 | 대지 면적 : 650.00m2(196.62평) | 건축 면적 : 163.39m2(49.43평) | 연면적 : 248.49m2(78.78평) | 건폐율 : 25.13% | 용적률 : 38.23% | 규모 : 지하 1층, 지상 1층 | 구조 : 철근 콘크리트조, 흙 벽조 | 계획 주차 : 2대

122

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W I D A I L Y R E P O R T E 이달의 서장 키워드 ⓦ 인문학적 건축을 쓰고 말하는 건축가들의 책 ⓦ 고착화된 건축 정보의 선입견을 뒤흔드 는 책 ⓦ 건축과 에너지에 대한 고민을 담은 책 ⓦ 도시 건축과 정치의 관계를 날카롭게 파헤 치는 책 ⓦ 건축과 환경, 녹색 운동에 대한 예 지로 엮은 책 ⓦ 독서의 즐거움을 주는 책

와이드 書欌 «건축은 예술인가», 열화당 발행

«불편을 위하여», 키와채 발행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 여행 3», 플러스 발행

«유럽 건축 뒤집어보기», 효형출판 발행

«김진애의 공간 정치 읽기», 서울포럼 발행

«마음의 눈으로 세계의 도시를 보다», 조경 발행

건축 판에서 글 잘 쓰는 건축인들을 꼽으라면 아마도 이번 호 <와이드 서장>에 소개되는 분 들이 아닐까 싶다. 이 분들, 명성에 걸맞게 좋 은 책들이 쏟아져 나와 서장에 등재할 책 고르 는 맛이 남다른 두 달을 보냈다. 이미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 건축 동네 밖에서 더 많은 독자 층을 확보하고 있는 이용재 님과 김진애 님, 언 제나 맵씨 있는 건축 글과 그 안에 살아 있는 세 상에 대한 엄격한 눈으로 문화 예술계 지인들 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아온 김원 님, 건축 철학 을 실천적으로 보여 주며 늘 건축물과 더불어 글을 만들어내는 이일훈 님, 국외에 머물면서 국내 저작물을 냄으로써 건축 동네 게으른 몇 저자들을 바짝 긴장시키며 내로라하는 인문학 출판사들의 콜을 받기에 바쁜 김정후 님, 그리 고 조용히,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을 법한 학자 의 풍모를 유감 없이 보여 주는 이규목 님 등 여 섯 분의 새 책이 뿜어 내는 열기라니.

WIDE DAILY REPORT

123


이일훈 님의『불편을 위하여』 (키와채)는 ‘우리

김진애 님의『공간 정치 읽기』 (서울포럼)는 정

안의 미래’ 연수원 단지 설계와 개별 건축의 의

당인으로서, 정치적 야망을 불태워온 여성 건

미를 기록한 건축서인데 여기까진 일반 사항.

축인의 선 굵은 배포와 도시 공간의 문제점을

사실 이 책의 의미는 건축과 에너지에 대한 조

명쾌하게 해부하여 시민들에게 전달하는 날선

응의 리포트이며 그 안에 한 발명가에 의해 특

칼럼니스트로서 저자의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

허 출원된 ‘분자로’의 시연 기록집이자, 또한

주고 있다. 그녀가 4월 총선에 출사표를 내놓

현대화한 가구식 목구조 특허 방식을 적용한

았다. 지난 총선에서의 고배를 극복할 수 있을

현장 보고서라는 게 맞다. 통상의 건축물이 가

까? 그녀의 정치적 배경이 되어야 할 주변 상황

동되기 위해서 적용되는 화석에너지를 기피하

은 더욱 악화되었다. 그렇담 책을 믿어 보자.

고 예의 발명가(<와이드> ‘이슈’ 기사 참조요

이 책에 소개되는 대부분의 글들은 이미 <오마

망)가 고안해 낸 재생 에너지 활용 기술로 난방

김원 님의『건축은 예술인가』 (열화당)는 평생

이뉴스>와 월간 <인물과사상>에 게재되어 독

시스템을 해결해 낸 ‘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은

세상을 향하여 깨어 있는 건축가로 살아가는

자들의 호응을 얻었던 것들이다. 제목부터가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이산화탄소 저감 정

선배 건축인의 당당한 모습의 정체가 어떤 것

이채롭다. 공간 정치라니. 공간을 대상으로 펼

책의 한 가지 명쾌한 대안으로 의미를 부여할

인가를 보여 준다. 서장지기가 너무 싱겁게 결

쳐지는 정치라고 저자는 말한다. ‘좋은 공간 정

만한 것이자, 고갈되는 화석 연료의 대체재로

론을 내려서 책 읽는 흥을 떨어뜨리는 것이 될

치’와 ‘나쁜 공간 정치’의 분수령을 아주 구체

서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는 점에서 탁월한 것

지 모르겠지만 이 책의 결론인즉 건축은 예술

적인 사례를 들어 가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

이다. 특히 이일훈 님의 ‘불편하게 살자는 건축

이 아니다, 라고 정의하자. 그러나 정작 이 책

당의 입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저자에 대

철학’이 개입된 특유의 설계로 완성된 연수원

은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의 기록집이기보다

하여 알고 있는 건축인들 다수는 그녀의 여의

단지의 건축 개념 또한 우리 건축의 전통적 공

는 ‘아니다’의 근원을 묻는 건축 사유의 보고서

도 입성에 맞춰 이 책의 의의를 곧추세운다. “

간 구성에 대한 님의 풍부한 이해와 사유를 통

다. ‘내일의 한국 건축을 위한 열세 개의 단상’

일 잘 하는 김진애를 국회로!” 그녀는 노무현

한 결과라서 흥미를 더한다. 두 권의 책이자 동

이란 부제는 그러한 책의 의의를 잘 드러낸다.

정부의 대통령 자문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

시에 한 권의 책임을 암시하는 ‘불이(不二)’식

건축가로서 김원 님의 행적을 익히 알고 있는

화위원장을 역임하며 건축과 도시 공간의 선

제책의 방식도 특이하며 ‘고화질’ 흑백의 사진

사람이라면 이 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전통

진화를 위한 미션을 훌륭히 소화해 내었다. 그

으로 인쇄된 내용의 검박함이 돋보인다. 굳이

건축의 구축과 개념들에 대한 사상의 궤적을

런 저자에게 부탁이 있다면 좋고 나쁨의 공간

흠결을 찾으라면 시종일관 심심하게 전개되는

훑고 지나가는 선생의 책을 낯설어하거나 아

정치 경계(사이)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전문가

편집 기술인데 그것도 읽는 이에 따라서는 판

니면 ‘청년 김원’의 과거를 회상해 내는 도구로

로서의 정치적 입장을 보여 달라는 것.

단이 다를 수 있다. 서장지기의 결론은 이렇다.

이 책의 의미를 새길 만하다. 이 땅의 건축이

ⓦ 구입 문의 : 02-514-9838

이런저런 이유로 이 책과의 만남의 기회를 놓

환경을 존중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며 땅

친다면 당신은 분명 크게 후회할 것이다.

의 지혜를 궁구하는 과정의 소산이라는 환경

ⓦ 구입 문의 : 02-741-6651

건축을 향한 보편 타당한 일성과 저자의 입장 을 구분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겠다. ⓦ 구입 문의 : 031-955-7000

124

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김정후 님의『유럽 건축 뒤집어보기』 (효형출 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유럽 건축에 대한 편 견을 바로 잡아 준다. 30대 건축 평론가로서 가 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는 김정후 님 은 현재 런던에 거주하고 있다. 그의 첫 책『작 가 정신이 빛나는 건축을 만나다』 (서울포럼) 도 그랬지만 이번 책은 저자의 늦깎이 유학 도 중에 발간한 것이다. 그래서 기쁨이 두 배다. 오늘 현재도 국내 유명 출판사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그에게 최근 영국과 미국 유 이용재 님의『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 여행 3』 (

이규목 님의『마음의 눈으로 세계의 도시를 보

력 출판사들에서도 손짓을 해오고 있단다. 그

플러스)은 동명의 책이 세 권으로 늘어나며 그

다』 (조경)는 자전적 포토 에세이집이다. 30년

는 이번 책에서 맹목적 유럽 예찬의 태도를 벗

사이 몰라보게 자란 딸과의 사진이 책의 표지

에 걸친 마흔한 번의 세계 도시 기행을 하며 찍

어 던지고 오늘날의 유럽을 지탱하고 있는 근

를 장식하고 있다. 언제 저만큼 컷누? 미술 도

은 1만 컷의 사진 자료 중 엄선된 140컷의 슬라

본적인 문화의 뿌리를 찾아 내려는 노력을 해

서시장에 평론가 이주헌이 있다면 건축계엔

이드와 각각의 장소를 읽어 주는 저자의 짧은

보인다. 유럽의 도시를 모델로 우리 도시의 단

이용재라는 말이 만들어질 법하다. 두 사람은

글로 정리되었다. 이 책은 각 도시의 역사 깊은

점을 부각시키기보다는 그 도시의 잘된 건축

저자로서 출세하는 길이 묘하게 겹치는데 이

가로와 특색 있는 길들 그리고 시장 혹은 광장

을 있게 한 사회 시스템을 찾아 내고 있는 것이

주헌 님이 가족과 함께 떠난 유럽 미술(관) 여

과 도시 속의 건축물, 조각이나 조형물 등 도시

다. 바로 이러한 저자의 태도가 출판사 기획자

행이 흥행몰이를 하며 그를 돈방석에 앉혔다

의 상징물을 채집한 도시 조경학자의 여행 보

들을 사로잡는 매력 포인트인지 모른다. 건축

면 이용재 님은 이 책이 그와 같다고 해야겠다.

고서이다. 여행의 기술이 보편화된 오늘날 어

과 도시 계획을 연계하여 깊이 공부하고 있는

어쨌거나 두 사람 공히 ‘이씨’ 성을 가진 필자

지간한 여행서가 독자의 손에 잡히는 사례는

그가 귀국을 고려하고 있을까? 그 시점이 언제

이니 같은 게 한둘이 아니다. <호텔 라궁>부터

드물다. 이규목 님의 책이 특별한 느낌으로 와

일까? 아니면… 여러 정황으로 보아 출국 전 그

<제주 포도호텔>까지 가는 곳곳마다 칙사 대

닿는 것은 세계 도시와 장소를 포획하는 시선

가 내뱉은 일성이 귀를 간지럽힌다. 그 곳 대학

접을 받으며 ‘전업 건축책 저술가’로서의 확실

의 진중함과 약술된 엽편의 본문에 묻어나는

이 유색인 교수를 기피한다고 하지만 한계를

한 대접을 받았다는 후문에 귀가 솔깃해지는

소박한 진술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아주 가

넘어 깊게 뿌리를 내려 보겠다는.

것은 그의 남다른 이력과 건축 글을 만들어 내

볍게, 그러나 아주 눈 깊게 동서양의 시공간을

ⓦ 구입 문의 : 031-955-7600

는 데 들이는 성실한 공력을 사회가 인정했기

넘나들게 하는 매력 말이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잡지 <와이드>에서

ⓦ 구입 문의 : 031-955-4966

도 특유의 문체로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 는 저자의 글쓰기가 끊임없이 대작을 생산해 내기를 기원한다. ⓦ 구입 문의 : 02-515-4434

WIDE DAILY REPORT

125


W I D A I L Y R E P O R T E 5년간의 건축 공부와 동시에 지난 2년간 R.O.T.C를 하느라 여유 없이 10학기를 보내오 던 내게 군 입대를 앞두고 ‘가족과 함께 떠나는 유럽 여행’의 기회가 주어졌다(2008년 12월 15 일~23일). 독일,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등 4 개국을 다니는 빡빡한 일정이었다. 건축 공부 를 하면서 항상 책 속의 화려한 사진으로만 접 하던 건축물을 직접 가서 만나 볼 수 있다는 생 각에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내내 흥분되었다.

신참 공병 장교의 유럽 만보기 <20대의 건축여행 01>

글쓴이 전병구는 광운대 5년제 건축학과에 입학(2003)하고, 이후 학군단에 입단(2006)하여 명예위원장(대대장) 후보생을 역임했다. 금년 3월 R.O.T.C 장교로 임관하여 따끈따끈한 대한민국 육군 공병 장교로 복무 중이다. 대학에선 현대건축연구실(2004) 멤버로 치유환경공모전 장려상(2006), 광운대총장상(2008)을 수상했다.

많은 기대를 가지고 처음 도착한 장소는 독일 의 프랑크푸르트. 독일의 가장 큰 공항은 아니 었지만 각국의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전 같으면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 있는 카페테리 아나 면세점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낼 터였 지만, 대학에서 건축 공부한 5년이라는 시간은 내게 새로운 곳을 응시하게 만들어 주었다. 창 을 통해 보이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건 축 상황은 화려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거친 콘 크리트의 입면을 투명한 유리로 감싸 주면서 서로 다른 재질의 절묘한 교감을 만들어 내고 있었고, 두 재질이 만나는 사이 공간을 통로로 만들어 사용하였다.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실용적인 공간과 건축을 완성하는 이들의 건 축 역량을 느끼면서 독일인의 기계적 태도와 철학을 떠올리게 되었다. 1시간 가량 비행기를 타고 여행 첫 날의 숙소가 있는 프랑스 파리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 려 짐을 찾기 위해 공항 내부를 걷는 도중에 나 는 정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독일의 공항 건 물과는 다르게 천장 설비 시설의 라인 하나하 나까지 디자인하여 만든 정제된 모습을 보고 프랑스 사람들의 건축과 예술에 대한 깊은 관 심의 크기를 느낄 수 있었다. 숙소에서 휴식을 취한 후 첫날의 프랑스 파리

126

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여행을 시작하였다. 첫 번째 장소는 루브르 박

에펠탑을 본 후 샹제리제 거리를 거쳐 파리의

‘전통적’이라는 단어조차 사용하기를 기피하

물관. 건축인들뿐만 아니라 건축을 전공하지

명물인 개선문을 향해 걸어갔다. 샹제리제 거

고, 심지어는 그 같은 명제를 사용하는 사람에

않은 일반 사람들이 꼭 한 번 가고 싶을 정도

리는 패션의 중심지인 만큼 건축물 또한 우리

대해 비판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많이

로 엄청난 규모의 박물관이다. 아이오 밍 페이

나라의 간판으로 뒤덮인 상업 건물과는 다르

보아 왔다. 물론 비판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들

(Ieoh Ming Pei)가 설계한 루브르 피라미드의

게 각기 개성을 자랑하고 있었다. 과거의 흔적

이 잘못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그들이 주장하

건축 공간 정보를 되새기면서 유리 피라미드

이 현대의 문화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는 거

는 이론과 바탕은 여러 가지 근거로 무장되어

속으로 들어갔다. 건축가 페이에 의하면 장엄

리를 지나 개선문이 바라보이는 로터리로 걸

있었으니까. 하지만 우리 나라의 건축이 유럽

한 분위기가 감도는 구 박물관 건물 외관에 손

어갔다. 엄청난 규모의 건축물과 표면에 만들

의 여러 선진 건축 문화를 지닌 나라와 같이 일

상을 끼치지 않도록 가볍고 투명한 구조를 채

어져 있는 조각상들은 삭막한 도시 서울에서

반 사람들에게조차 주된 논의의 관심사가 되

택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빛과 볼륨은 이 건축

태어난 내게 경이로움을 가져다 주었다.

는 문화 저변을 일구기 위해서는 무의미하다

의 기본 요소가 되고 있다. 길이 220m, 폭 110m

건축은 그 도시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남

싶을 정도의 토론과 논쟁이 끊임없이 지속되

의 나폴레옹 뜰과 기하학적 측면에서 조화를

아 있는 공간이다. 프랑스에서의 바쁜 일정으

어야 할 것이다. 그 때 비로소 건축의 기본이

가장 잘 이룰 수 있는 규모는 피라미드 형태인

로 흡족할 정도로 도시와 건축을 느껴 보지는

세워지는 것은 아닐까? ⓦ

데, 순수 기하학적 형상이면서 가장 적은 공간

못했지만, 이 도시가 지닌 대표적인 건축물을

| 글 | 전병구(대한민국 육군 공병 장교)

을 차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유

방문하면서 적어도 프랑스 국민들의 건축에

리 피라미드는 한 변의 길이 30m, 높이 21.6m,

대한 자부심과 그들의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

각도 50.71° 로 완성되었다. 피라미드 주위는

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물이 끊임없이 흐르는 연못으로 둘러싸여 있

파리에서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가족 일행은

고, 작은 피라미드는 분수와 어울리면서 중앙

이탈리아로 이동하였다. 첫 장소는 로마 시내

피라미드와 절묘한 음, 양의 조화를 창출하고

가 한눈에 내려 보이는 피렌체였다. 고대 건축

있다. 또한 투명한 유리 건물에 내비치는 각국

물들이 보전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도시 이미

관광객의 실루엣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각

지가 하나의 색상으로 조화를 이루면서 혼잡

나라 사람들의 에너지 흐름을 밖으로 그대로

한 도시가 아닌 조화된 도시를 이루고 있었다.

드러내 줌으로써 항상 과거에 머무는 루브르

로마시청 건물이 있는 곳으로 다시 차를 타고

가 아닌 시간과 함께 변해 가는 루브르의 독특

이동하였다. 시청 건물이라고 해서 도시의 상

한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징적인 공간에 돔형식의 웅장한 기품을 자랑

다음에 찾은 장소는 현대 파리의 상징인 에

하는 건물일 것이라고 상상하였지만, 예상과

펠탑이다.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것보다 거대

달리 아주 오래된 유적 위에 새롭게 시청 건물

한 규모의 철골 건축물이 관광객들을 맞이하

을 올려서 사용하고 있었다. 숭례문 화재가 발

고 있었다. 1889년 프랑스 정부가 프랑스 혁명

생하고 시민들의 안전을 핑계 삼아서 서둘러

100주년 기념 박람회를 계획하면서 이에 적합

가림막을 설치하는 우리 나라 행정 당국과는

한 기념물의 설계안으로 공모한 에펠탑은 건

확연히 비교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청에

축되어질 당시 도시 경관에 악영향을 줄 수 있

서 내려다보이는 로마 시대 발굴 현장은 도굴

다는 이유로 거센 반대에 부딪혔었다. 하지만

과 심한 훼손으로 많은 부분이 사라진 상태였

박람회 기간 중 임시 사용될 건축물이란 명목

지만 그들은 아직까지 남아 있는 당시의 현장

으로 건립될 수 있었다. 또 탑이 완성된 후에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관광 자원화하면서 다시금

세계 각국 사람들에게 주목 받는 파리의 상징

로마의 역사를 이탈리아의 역사로 만들어 가

이 되면서 그대로 남겨지게 되었다. 그 후 지속

고 있었다. 우리 나라 또한 이들과 같이 도시

적인 추가 작업으로 지금과 같은 아름다운 에

현대화의 과정을 거치며 많은 건물의 철거와

펠탑이 되었는데 나는 이 과정을 주목하면서

도시를 보존하는 방법과 태도에서 역사적 과

초기 에펠탑을 거부한 프랑스인들의 이유 있

오들이 발생하였지만, 이 곳에서 내가 보고 느

는 건축적 철학과 훗날 대중의 사랑을 받는 파

낀 점은 역사 유적을 대하는 선진화된 시민의

리의 상징적인 건축물로 발전시킨 태도야말로

식과 제도적 장치들의 견고함이었다.

우리가 진정으로 배워야 할 건축 환경 문화의

짧은 유럽 여행의 일정 속에서 지난 5년간 대

수용적 태도라고 생각하였다.

학에서 건축을 배우고 디자인 공부를 하면서

WIDE DAILY REPORT

127


W WIDE Column I D E D G E

서울역에서 청와대까지

E 와이드 엣지 | 칼럼 |

국민학교(현재의 초등학교) 때 부모님 손을 잡고 처음 서울에를 와 보

계신 곳이라 했다. 대통령 하면 이승만이고 박사 하면 이 박사일 때였

게 되었다. 가족이 모두 인천에서 서울로 이사하게 된 연유였다. 나는

다. 감히 눈도 못 돌릴 때였다.

인천 송림국민학교에서 서울 미동국민학교로 전학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서울의 메인 축’을 본 이후 어언 세월이 흘러 오늘에 이르렀다.

5학년 때까지 정든 친구들과도 이별이었다. 아마 50년 전쯤의 일인 것

그런데 며칠 전 그 남대문에서 불이 났다. 내가 처음 본 전통 건축물이

같다. 당시 경인선은 인천에서 출발하여 각 역을 다 쉬며 서울로 왔다.

었는데….

아마 지금 경인 전철역이 대충 그 때 그 역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서

불 난 것을 중계 방송으로 본 것도 처음이었다. 옛날 이 모 아나운서가

제물포—주안—소사 등의 역 이름은 지금도 내 맘에 아련한 추억으로

있었으면 아마 멋지게 중계 방송했을 것이다. “지금 2층이 활활 타고 있

남아 있다.

습니다. 2층이 아래층을 깔아뭉갰습니다. 꼴~인했습니다.”

도착한 서울에서 처음 본 건물은 서울역이었다. 붉은 벽돌의 엄청난 건

불난 집 불구경하듯 관전평이 끝도 없이 계속되고 있다. TV, 신문 뉴스

물이었다. 내가 태어나 처음 본 큰 건물이었다. 역 주변에는 사람도 많

는 중구난방(衆口難防)을 계속하고 있다. 백가쟁명(百家爭鳴)이다. 전

았지만 역 앞도 번화했다. 눈 가리고 코 베가는 서울이라 했던가.

문가도 아닌 전문가가 수없이 명멸하고 있다. 불똥 튀길까봐 근처에 가

역을 벗어나 처음 본 것은 남대문이었다. 이전까지 전통 건축물을 본 적

기도 어렵다. 나 자신도 며칠 후 열린 문화재위원회 가는 길에 잠시 스

이 없는 나에게 그 집체는 놀라운 것이었다. 돌 성벽 위로 2층짜리 목

쳐봤을 뿐이다.

조 건물이 올라서 있었다. 어떤 장군이 내게 호령하는 듯 했다. “왜 서

며칠 지난 지금 일상은 전례대로 말없이 흘러가고 있을 뿐인데….

울에 왔냐”고.

그런데 웃기는 일 아닌가. 서울역의 허리 옆 잔등에는 이상한 물체가 2

문 주위로는 전차와 자동차가 막 다녔다. 어쨌든 주변의 남대문 시장과

차에 걸쳐 잔뜩 붙어 있어 서울역 건물은 망가져 버렸는데 아무도 말

어울려 시끌벅적한 것이 뭔가 활기가 넘치는 것 같았다. 당시는 그것은

이 없다가…. 또한 서울시청은 지금 난장판이 되어 가고 있는데, 서울

그냥 ‘서울의 문’이었지 무슨 곡절이 있는지 난 전혀 몰랐다.

역과 마찬가지로…. 잔등에는 이질적 물체가, 그 옆으로는 신관이라는

남대문을 벗어나자 멀리 웅장한 건물이 보였다. 가까이 가 보니 큰 돌 집

고층 건물이 들어서려는데…. 국회의사당은 앞 도로 확장으로 한 스팬

이었다. 아버지는 이것이 서울시청이라 했다. 어딘가 무서웠다. 덕수궁,

이 잘려 나가고.

국회 의사당과 함께 촌놈에게 큰 겁을 주기 충분했다. 기마 경찰이 우리

조선총독부 건물은 민족 정기를 살린다고 없앴는데…. 광화문은 가림

옆을 지나갈 때는 난 엄마 치마폭으로 꼭꼭 숨어 버렸다. 조금 전 본 서

막으로 쳐지고…. 저 멀리 청와대는 경무대의 흔적도 깡그리 없애 버렸

울역, 남대문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고, 이상한 전통 건축물이 들어서 북악산을 가로 막고 있는데….

조금 더 걸어가자니 더 큰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꺼멓게 불탄 조

그러면 이 짓은 다 누가 벌린 짓인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사실 따져

선총독부 건물이었다. 텅 빈 채였다. 창문 구멍은 시꺼먼 채였다. 을씨

보면 책임질 사람 아무도 없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년스러웠지만 규모는 지금까지 본 것 중 최고 규모였다. 감히 우리 같은

서울역에서 경무대까지 지금이라도 다시 잘 살리자. 나 같은 또 하나의

졸물들은 접근할 수 없는 건물 같았다.

촌놈을 위해서라도…. 나까지 끼어들다니…. 쯧쯧. ⓦ

건물을 끼고 효자동 길로 스며들었다. 효자동 먼 친척 집에 가는 중이었 다. 저곳에 경무대가 있다고 했다. 구중궁궐 뒤 궁궐, 이승만 대통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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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김정동(발행편집고문, 목원대 건축학부 교수)

WIDE ARCHITECTURE no.2 : march-april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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