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 AR vol 5,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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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원문화사업회>(이하 사업회)는 한 젊은 건축가를 통하여 건축의 세계를 이해하고 애정을 갖게 된 기업가가 단명한 건축가와의 인연을 회억하며 건축의 인문적 토양을 배양하기 위하여 만든 후원회입니다.

제1회 심원건축학술상 ⓢ <심원건축학술상>은 사업회가 벌이는 첫 번째 후원 사업으로 건축 역사와 이론, 건축미학과 비평 분야의 미래가 촉망되는 유망한 신진 학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마련되었습니다. ⓢ <심원건축학술상>은 1년 이내 단행본으로 출판이 가능한 완성된 연구 성과 물로서 아직 발표되지 않은 원고(심사 중이거나 심사를 마친 학위논문은 미 발 표작으로 간주함)를 응모받아 그 중 매년 1편의 당선작을 선정하며, 당선작에 대하여는 단행본 출간과 저술 지원비를 후원합니다. ⓢ 응모작 접수 일정 ⓢ 1차 모집 | 2008년 9월 1일 ~ 10월 10일 ⓢ 2차 모집 | 2008년 11월 1일 ~ 12월 10일 ⓢ 추천작 발표 일정 ⓢ 1차 추천작 발표 | 2008년 11월 15일(격월 간 건축리포트 <와이드> 2008년 11-12월호 ⓢ <제1회 심원건축학술상> 공모 요강

지면) ⓢ 2차 추천작 발표 | 2009년 1월 15일(격월간

ⓢ 당선작 | 1편

건축리포트 <와이드> 2009년 1-2월호 지면)

ⓢ 부상 | 상패 및 상금 500만 원과 단행본 출

ⓢ 추천제 운용 방식 | 1/2차 추천작을 중심으

간 및 인세 지급 ⓢ 응모 자격 | 내^외국인 제한 없음

로 운영위원회는 소정의 내부 심사 절차를

ⓢ 응모 분야 | 건축역사, 건축이론, 건축미학,

통하여 원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별도

건축비평 등 건축인문학 분야에 한함 (단, 외

의 프로그램을 지원함. 그 가운데 매년 1편

국 국적 보유자인 경우 ‘한국을 대상으로 한

을 당선작으로 선정하여 시상함. 최종 당선

연구’에 한함)

작 심사에서 탈락한 추천작은 추천일로부터 3년간 추천작의 자격이 유지됨.

ⓢ 응모작 제출 서류

ⓢ 최종 당선작 결정 | 1/2차 추천작 중 1편을

ⓢ 1) 완성된 연구물(책 1권을 꾸밀 수 있는 원고

선정함

분량으로 응모자 자유로 설정)의 사본(A4 크

ⓢ 당선작 발표 | 2009년 5월 15일(격월간 건축

기 프린트 물, 흑백^칼라 모두 가능) 4부 ⓢ 2) 응모자의 이력서 1부(연락처 명기) 별도 첨부 ⓢ (운영위원회는 모든 응모작의 저작권 보호 를 준수할 것이며, 응모작을 읽고 알게 된 사 실에 대하여 표절, 인용 및 아이디어 도용 등 을 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함. 제출된 자료는 반환하지 않음.) ⓢ 제출처 | 서울시 중구 신당동 377-58 환경포 럼빌딩 1층 간향미디어랩 (100-834) (겉봉에 ‘심원건축학술상 응모작’이라고 명기 바람)

by W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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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REPORT no.5 : september-october 2008

리포트 <와이드> 2009년 5-6월호 지면) ⓢ 시상식 | 별도 공지 예정 ⓢ 출판 일정 | 당선작 발표일로부터 6개월 이 내 ⓢ 건축학술상 운영위원 | 배형민(서울시립대 교수), 안창모(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 전 봉희(서울대 교수), 전진삼(격월간 건축리포 트 <와이드> 발행편집인)

ⓢ 주최 | 심원문화사업회 ⓢ 주관 | 심원건축학술상 운영위원회 ⓢ 기획 및 출판 | 간향미디어랩 ⓢ 후원 | (주)엠에스 오토텍 ⓢ 문의 | 02-2235-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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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인종합건축사사무소 서울 서초구 반포 4동 107-24 서인빌딩 E-mail : seoinn@korea.com www.seoinndesign.com

by SEOINN Design Group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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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gan Architects WIDE ARCHITECTURE REPORT no.5 : september-octo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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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n, Pilyun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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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콤시티

34번째의 아름다운 건물

저 아름다운 건물을 누가 세 웠을까? 사는 사람까지도 아 름다워 보이는 건물을 설계 하는 것이 건축가의 능력이라 면 그 아름다운 건물을 완성 하는 것은 건설 회사의 능력 입니다. 건물이 갖추어야 할 다양한 기능들과 그 안에 머 무는 사람들의 생활을 편리하 게 만드는 각종 첨단 설비를 한 치의 오차 없이 완벽하게 갖추고 있으면서, 건물이 추 구하는 아름다움과 예술성까 지 조화롭게 완성할 때 건물 은 건물로서의 가치를 드러 낼 수 있습니다. 고도의 시공 시술과 탁월한 예술 감각으 로 우리 나라의 아름다운 건 물들을 완벽하게 완성시켜 온 삼협건설 — 사람들의 마음을 잡고 발길을 멈추게 하는 아 름다운 건물 뒤에는 늘 삼협 건설이 함께 합니다.

삼협종합건설(주) 아름다운 건축물의 완성, 삼협건설

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동 770-7 홍성빌딩 4층 Tel : (02)575-9767 | Fax : (02)562-0712 www.samhyub.co.kr

Welcomm City by Samhyub WIDE ARCHITECTURE REPORT no.5 : september-octo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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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gyang PC, inc.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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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MEI Architects & Associates WIDE ARCHITECTURE REPORT no.5 : september-octo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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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KMAX Korea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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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ta Group WIDE ARCHITECTURE REPORT no.5 : september-octo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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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설계 | 안전진단 | 구조물 보수^보강

(주)건우구조엔지니어링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 197-5 삼성 IT밸리 802호 T. 02-2028-1803/4 F. 2028-1802

by Kunwoo Structural Engineers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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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Wes Architects WIDE ARCHITECTURE REPORT no.5 : september-octo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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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3 Publishing Co.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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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개척하는 힘, 행복과 꿈을 설계합니다.”

안동 온천

(주)고덕종합건설은, 고품질 시공을 위한 굳은 신념으로 건설의 正道를 걷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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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DUK CORPORATION WIDE ARCHITECTURE REPORT no.5 : september-octo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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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류산방 樹流山房의 책 bo o k o f Sury us a n b a n g

도시마 : 스스로 제자된 자들이 만든 책 T O SH I MA : From the Pers pec tives of Se lf - procla imed St ude nt s

2008년 10월 초 출간 예정. 고향을 떠나 20여 년을 에스파냐 그라나라에 머물며 온전히 창작에만 집중했던 화가 도시마 야스마사. 생전에 그를 만난 이들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사후에 이야기로만 그를 접한 사람들조차 모두 자신이 이 깡마른 백발의 사내에게 깊이 매료되었음을 자랑스럽게 고백한다. 이 화가의 무엇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그토록 깊이 흔들어 놓은 것일까. 한국어, 일본어, 영어, 스페인어 4개 국어로 편집한 이 책은, 스페인에서 그와 함께 생활한 포토그래퍼 정세영의 체험을 모티프로 하여 도시마 선생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기억과 작품, 사진 등을 엮은 것이다. 아들, 대학 시절을 함께 보낸 벗, 올해 가을 도쿄에 ‘도시마 야스마사 미술관’ 오픈을 준비 중인 후원자 등 그를 기리는 여러 사람들의 글을 통해 독자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흐트러짐 없이 자신의 예술 세계와 정면으로 승부하다 간 한 화가의 삶과 정신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마 화백의 그림과 그가 남긴, 그가 가장 존경했던 조각가 권진규에 대한 추모글 또한 흥미로운 볼거리다.

by Suryusanbang 14

WIDE EDGE


건축 리포트 <와이드>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제1권 05호, 2008년 9-10월호

WIDE WORK

21

건축가 정현아의 섬세함이 빚은, 깊이 있는 집 2제 | <신사동 근생>과 <평창동 주택>

WIDE EDGE

26

스타일리스트가 아닌 디자이너를 꿈꾸는 젊은 건축가의 가능성

5

Samhyub

집담회 | 작지만 의미 있는 연주를 오래도록 하고픈 원맨밴드 | 정현아, 박혜선, 천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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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yang PC, inc.

리뷰 | 건축가 정현아의 <신사동 근생>, <평창동 주택> 작업 그리고 정현아적 가능성 | 천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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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mei Architects & Associates

8 MakMax Korea 9

Vita Group

WIDE ISSUE 1

10

Kunwoo Structural Engineers

57

‘작지만 강한’ 강소(强小) 건축설계사무소, 어떻게 가능한가?

11

EaWes Architects

박유진, 박인수, 손도문, 신창훈, 전진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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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3 Publishing Co.

13

Goduk Corporation

WIDE ISSUE 2

76

제11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

파주출판도시를 다시 기억하다

90

Critical Topic : Pajubookcity as Culturescape

14 도시마 : 스스로 제자된 자들이 만든 책 | Suryusanbang 16

Future is... | Cho, Taigyoun

18 건축가 초청 12강의 — 나의 건축, 나의 세 계 | WIDE

WIDE DAILY REPORT

20 L2S, flysky

98

김정후의 <유럽의 발견 05> | 카슬포드 브리지, 희망과 가능성을 잇다

55 제3접속 the Third interface | Oh, Seom-

102

손장원의 <근대 건축 탐사 05> | 우리 나라 근대 수도 시설

104 강병국의 <건축과 영화 05> | 비정한 여인(L’Inhumaine, The Inhuman Woman) | 감독_마르셀

hoon 56 ‘조경’과 건축 | Lee, Youngwook

레르비에(Marcel L’Herbier)

56

구름 위에서 보는 세상 | Jeagal,Youp Spacetime

이병일의 <블랙 앤 화이트 05> | 서울역 앞 고가도로(1975년)

75

이용재의 <종횡무진 05> | 취묵당(醉墨堂)

94 궁궐의 현판과 주련 1,2,3 + Traditional

110

내가 좋아하는 건축 잡지 05| a+u Architecture and Urbanism | 안웅희

Korean Crafts : 18세기 조선의 일상과 격

112

와이드 書欌 | 궁궐의 현판(懸板)과 주련(柱聯) 1^2^3 | 문화재청 엮음, 수류산방 발행

조 | Suryusanbang

115

김재관의 <인물 열전 03> | 나의 보쓰 건축가 곽재환 1

118

WIDE PRO 젊은 건축가 FILE 1 | Float 환경 교육 센터 | 윤창기+장 샤오이(Xiaoyi Zhang)

126

이종건의 <COMPASS 02> | 장이머우, 샤로운, 그리고 정기용

WIDE 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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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레터 | 정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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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구독 신청 방법

~ ~ ~ ~

causeway 방문센터 | Concept Design Process | 손세형

W

!

122 WIDE PRO 젊은 건축가 FILE 2 | 중국 서안 국제 공항 터미널^Giant’s Lair : 북아일랜드 Giant

~ ~ ~ ~ ~ ~ ~ ~

107 108

D E

128 와이드 칼럼 | 선진국 타령 | 임근배 표4

Mooyoung Architects & Engineers

표2

Venice Biennale Korean Pavilion 2008

표3 MS Autotech Co., Ltd. 1 제1회 심원건축학술상 공모 요강 2

Seoinn Design Group

3

Seegan Architects

4

Ahn Pilyun Exhibition ⓦ 로고 글씨 | 김기충 ⓦ 표지 이미지 | 정현아의 <신사동 근생>

WIDE ARCHITECTURE REPORT no.5 : september-octo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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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is...

by Cho, Taigyoun 16

WIDE EDGE


editor’s letter

와이드 레터 | 역시 디테일! 개인적으로 별 신통한 일 없었던 2008년 여름을 서태지의 새 노래 ‘모아이’와 함 께 보냈다. 엠피쓰리 플레이어에 ‘모아이’와 그것의 리믹스 버전만을 담고 계속 반 복하여 한 달 넘게 들었으니 그리 과장된 말도 아니다. 나는 서태지를 대장이라고 부르는 세대도 아닐 뿐더러 그의 이전 곡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대중 음악 에 관심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그 노래에 대한 때늦은 집착을 조목조목 설명할 수 도 없다. 이전 음악과는 달리 ‘대중적 친화력을 가져서’라고 누군가의 평을 빌어 분석해 보지만, 그 많은 ‘대중적 음악’ 가운데 왜 하필 ‘모아이’인가! 아무튼 그 노 래는 골백번 들어도 질리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새롭다.

8월 중순, 두 분의 선생과 함께 건축가 정현아가 설계한 집을 방문했다. 몇 해 전 그의 리노베이션 작품을 보긴 했지만, 아무래도 건축가의 생각을 가늠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이번의 답사는 그가 처음으로 완성한 신축 건물 두 채였는데, 솔직히 작품의 완성도는 그다지 기대가 되지 않았다. 컨셉트가 좋고, 작업을 통해 드러나는 건축적 사고가 건강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아직 경험 이 많지 않은 건축가에게 현실 안에서 세세한 디테일(detail)을 해결하는 일은 그 리 녹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때 젊은 건축가들의 처녀작만을 보 러 다닌 적이 있었는데 건축주/시공자와의 관계, 외주 업체와의 협업, 민원과 비

격월간 건축 리포트 <와이드>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 발행편집인단 발행편집인 고문 | 김정동 임근배 임창복 최동규 발행편집인 겸 대표 | 전진삼 운영위원 | 박민철 박유진 박종기 손도문 오섬훈 이영욱 제갈엽 조택연 편집장 겸 대표 | 정귀원 편집자문위원 | 곽재환 구영민 김병윤 송인호 편집자문위원 | 윤인석 이일훈 편집위원 | (수도권) 박혜선 손장원 이충기 장윤규 김진모 | (중부권) 김종헌 송복섭 한필 원 황태주 | (남부권) 김기수 안용대 안 웅희 송석기 | (유럽권) 김정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박상일 전속 사진가 | 이병일 진효숙 정세영 로고 글씨 | 김기충 ⓦ 광고 마케팅 및 판매 대행사 광고 영업 대행 | 아크비즈 Agency 이사 | 박종호, 담당 팀장 | 이나영 대표 전화 | 02-2235-1968, 팩스 | 02-2231-3373 유통 관리 대행 | (주)호평BSA 대표 | 심상호, 담당차장 | 정민우 대표 전화 | 02-725-9470~~2, 팩스 | 02-725-9473 ⓦ 제작 지원사 디자인 | 수류산방(樹流山房, Suryusanbang) 담당 디자인 | 박상일 + 朴宰成 협력 디자이너 | 노희영 대표 전화 | 02-735-1085, 팩스 | 02-735-1083 필름 출력 | 두산출력 인쇄 | 예림인쇄 | 박재성

용, 건축 기술의 한계 앞에서 디테일의 많은 부분이 포기된 경우를 여러 번 목격할 수 있었다. 더구나 그런 외적인 장벽 이전에 건축가 스스로가 디테일과 관련된 작 은 부분들을 놓치는 경우도 허다했다. 모형상의 컨셉트가 좋아 보여도 막상 현장 에 가면 실망하게 되는 이유다. 그러나 놀랍게도 정현아의 건축은 섬세한 디테일 이 엮어내는 풍요로움으로 우리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았다.

대중 음악에 문외한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모아이’의 풍부함과 쉬이 질 리지 않음도 디테일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보컬의 노래 뒤에서 다채로운 전자 사운드들이 저마다의 특징과 섬세함을 드러내고 그것이 한데 모여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디테일에 치중하여 전체의 컨셉트를 잃 어버린다면 곤란하겠지만, 음악이든 건축이든 작품의 개념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역시 디테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

| 글 | 정귀원(편집장)

격월간 건축 리포트 <와이드> 제1권 04호 7-8월호 2008년 7월 15일 발행 2008년 1월 2일 등록 서울 마-03187호 정가 8,000원 ISSN 1976-7412 ⓦ 간향미디어랩 GML 발행처 주소 | 서울시 서대문구 현저동 200 극동상 가 502호 (120-796) 편집실 주소 | 서울시 중구 신당동 377-58 환경포 럼빌딩 1층 (100-834) 대표 전화 | 02-2235-1960(관리) 02-2235-1968(편집) 팩스 | 02-2231-3373 공식 E-mail | widear@naver.com, widear@gmail.com 공식 URL | http://cafe.naver.com/aqlab, http://widear.blogspot.com ⓦ 격월간 건축 리포트 <와이드>는 한국간행물윤 리위원회의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 본지에 게재된 기사나 사진의 무단 전재 및 복 사를 금합니다.

WIDE ARCHITECTURE REPORT no.5 : september-octo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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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초청 12강의 — 나의 건축, 나의 세계 <건축가 초청 12강의 — 나의 건축, 나의 세계>는 매월 한 분의 건축가를 초청하여 그 분의 건축 이야기를 듣고 묻는 시간 입니다. 열두 분의 건축가를 만나가면서 우리 건축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① 9월의 초청 건축가 | 윤승현(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

주제 |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설계 방법론

일시 | 2008년 9월 24일(수) 저녁 7시

장소 | 그림건축 내 안방마루(문의 : 02-2231-3370/02-2235-1960)

② 10월의 초청 건축가 : 김진숙(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

주제 | 비물질 건축(Immaterial Architecture)

일시 | 2008년 10월 22일(수) 저녁 7시

장소 | 그림건축 내 안방마루(문의 : 02-2231-3370/02-2235-1960)

* <땅집사향>의 지난 기록과 행사참여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카페(카페명 : AQkorea, 카페 주소 : http://cafe.naver.com/aqlab)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최 : AQkorea, 격월간 건축 리포트 <와이드> 주관 : 그림건축, 간향미디어랩 GML 협찬 : 우리북, 디자인그룹 L2S, 시공문화사 spacetime

by WIDE 18

WIDE EDGE


건축 리포트 <와이드>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정기 구독 신청 방법 안내 ▶ 신청서 작성 시 기입하실 내용 > 책 받을 분 이름 > 책 받을 주소 > 휴대폰 번호 및 직장(또는 자택) 전화 번호 > 구독 희망 호수 및 기간 > 기증하실 경우, 기증자 이름 > 입금 예정일

▶ 구독신청

> 이메일 : widear@naver.com > 팩스 : 02-2231-3373 > 전화 : 02-2235-1960

▶ 연간 구독료 및 입금방법

> 1년 구독료 : 45,000원 > 2년 구독료 : 90,000원 > 입금계좌 : 국민은행 491001-01-156370 [예금주: 전진삼(간향미디어랩)] > 구독자와 입금자의 이름이 다를 경우, 꼭 상기 전화나 이메일로 확인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 니다.

▶ 정기구독을 하시면,

> 전국 어디서나 편안하게 책을 받아보실 수 있 습니다. > 독자 대상 사은품 증정 등 행사에 우선 초대해 드 리며, 당사 발행의 도서 구입 요청 시 할인 및 다 양한 혜택을 드리고자 합니다. ⓦ 정기 구독 관련 문의 : 02-2235-1960

WIDE ARCHITECTURE REPORT no.5 : september-octo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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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ysky는, 여행을 컨셉으로 하는 디자인 문구입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여행의 추억을 flysky 제품과 함께 그려보세요~

L2S는, 한국 고유 문화의 독창성과 아름다움을 재해석하고 재창조하는 디자인 브랜드로 작가 임성민이 운영하는 디자인 집단입니다.

작가 임성민(본명 임상순)은, 홍익대 산미대학원(무대디자인전공)을 졸업하고, 서일대에서 겸임교수, 상명대, 한성대, 계원조형대, 협성대, 숭의여대 등에 강사로 출강했으며, 한국디자인학회 및 한국무대예술가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 문양 : 우리 민화에 등장하는 호랑이 문양 A/B ⓛ 소재 : 고급소가죽, 새턴(satain) ⓛ 사이즈 : 가로 10.5cm, 세로 8cm ⓛ 수납 공간 : 카드 수납 3개, 명함 약 30~40장 수납 가능 tel. 031-977-8338 | 이메일 l2sgb@naver.com 홈페이지 : http://club.cyworld.com/design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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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 your dream with flysky Have your dream with it, Draw your dream with it, Keep your dream with it, Make your dream true with‘fly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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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5호 | WIDE work 건축가 정현아의 섬세함이 빚은, 깊이 있는 집 2제 | <신사동 근생>, <평창동 주택>

Architecture 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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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REPORT no.5 : september-october 2008

Hyuna Chung + DIA, 정현아는 1970년에 태어났으며 홍익대 건축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미국 콜롬비아 대학(Columbia University) 대학원 과정 (M.Arch)을 마쳤으며, 에이 엠 스턴(Robert A.M. Stern Architects, LLP.) 사무실과 난디니 푸칸(Nandinee Phookan Architects) 사무실에서 실무를 쌓았다. 한도시건축, 창조건축 등에서 일한 바 있고 서울대, 홍익대, 중앙대, 이화여대, 연세대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현재 디아건축연구소 소장으로 건축 작업 중이다.

스타일리스트가 아닌 디자이너를 꿈꾸는 젊은 건축가의 가능성 | 정현아, 박혜선, 천의영


↓ <평창동 주택>의 선큰 가든이 있는 배면.

건축가 정현아가 처음 발표하는 신축 프로젝트 2제를 둘러보면서 답사 참가자들은 그 섬세함에 적지 않게 놀랐다. 대개 처녀작들은 완성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편견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그런데, 모두가 여성적인 섬세함을 칭찬할 때 그는 오히려 덤덤한 표정이다. 마감이나 재료의 선택, 디테일 등도 건축에서 필요한 요소지만, 지금 그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건축의 주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작업 과정상에서 지속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축 작업 방법도 콤포지셔널(compositional)한 것이 아닌 콘디셔널(conditional) 한 것을 지향하며, 조형적으로 덩어리를 만들어 조합하는 방식보다 주제에 따라 여러 조건들을 어떻게 세팅할 것인가를 더욱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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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Hyuna CHUNG + DIA


↓ <신사동 근생>의 계단실.

한다. 그러고 보면 주제와 관련하여 논리를 획득한 재료와 디테일이 그의 건축적 완성도를 더욱 높인 것은 아닐까도 싶다. 이처럼 주제와 조건을 전제로 하는 건축가 정현아의 작업은 항상 변화하며 늘 다른 모습으로 드러날 것이다. 물론 수많은 사람들이 의사 결 정 과정에 개입이 되고 현실적인 제약이 힘겨운 장애물이 되는 상황에서 그만의 것을 잘 해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긴 호 흡법으로 ‘결과물로서의 스타일을 추구하기보다 구축하는 과정으로서의 방법적 연구를 지향’하겠다는 그의 의지 안에서라면 별로 어려울 것은 없어 보인다. | 진행 | 정귀원(편집장), 사진 | 진효숙(건축 사진가, 별도 표기 외)

WIDE ARCHITECTURE REPORT no.5 : september-octo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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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동 주택>의 배면 전경.

평창동 주택 건축 개요 | 대지 위치 :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523-4번지 | 지역 지구 : 도시 지역, 제1종 전용 주거 지역, 일단의 주택 단지 조성 사업 지역, 대공 방어 협 조 구역 | 용도 : 단독 주택 | 대지 면적 : 377.00m2 | 건축 면적 : 126.29m2 | 연면적 : 260.62m2 | 지상층 연면적 : 197.89m2 | 건폐율 : 33.50%(법정 50%) | 용적률 : 52.49%(법정 100%) | 규모 : 지하1층, 지상2층 | 구조 : 철근 콘크리트조 | 외부 마감 : 노출 콘크리트, 모노쿠쉬 | 주차 대수 : 2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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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Hyuna CHUNG + DIA


↓ <신사동 근생>의 주변 콘텍스트와 어울리면서도 유니크한 외관.

신사동 근린생활시설 건축 개요 | 대지 위치 :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94-6 | 지역 지구 : 도시 지역, 제2종 일반 주거 지역, 대공 방어 협조 지역 | 용도 : 주택, 근린생 활 시설 | 대지 면적 : 193.80m2 | 건축 면적 : 109.92m2 | 연면적 : 515.42m2 | 지상층 연면적 : 386.17m2 | 건폐율 : 56.72%(법정 60%) | 용적률 : 199.26%(법정 200%) | 규모 : 지하1층, 지상5층 | 구조 : 철근 콘크리트조 | 외부 마감 : 노출 콘크리트, 동판 | 주차 대수 : 4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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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아는 1970년에 태어났으며 홍익대 건축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미국 콜롬비아 대학 (Columbia University) 대학원 과정(M.Arch) 을 마쳤으며, 에이 엠 스턴(Robert A.M. Stern Architects, LLP.) 사무실과 난디니 푸칸(Nandinee Phookan Architects) 사무실에서 실무를 쌓았다. 한도시건축, 창조건축 등에서 일한 바 있고 서울대, 홍익대, 중앙대, 이화여대, 연세대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현재 디아건축연구소 소장으로 건축 작업 중이다.

<신사동 근생>을 둘러보고 <평창동 주택>

건축주, 가깝고도 먼 이름

1층 데크에 앉아 소박한 대화를 시작하다

ⓦ 천의영 | 보통 첫 작품을 할 때 가장 힘

ⓦ 천의영 | 경치가 참 좋은 곳에 위치한 집

든 것이 건축주와의 관계지요. 건축주를 설

이군요. 어떻게 이 집을 설계하게 되셨는지

득하고 자신의 생각대로 계획안을 실현하는

요?

과정이 만만치가 않아요. 그래도 정 소장님

ⓦ 정현아 | <평창동 주택>은 건축주가 작은

의 <신사동 근생>이나 <평창동 주택>을 보

주택을 사무실로 변경한 제 작업을 우연히

면, 초기 작품 치고는 완성도가 매우 높습니

보고 의뢰한 것입니다. 애초의 계획은 집을

다. 분명 진행 과정에서 나름의 어려움들이

고치는 정도였으나 배관들이 너무 낡고 신축

있었을 텐데요. 그것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

과 보수의 비용 차이도 얼마 나지 않아서 신

갔는지 궁금합니다.

축을 하게 된 것이고요. 기존의 집은 향이나

ⓦ 정현아 | <평창동 주택>의 경우, 주요 외

전망과 상관없이 대지 한가운데 놓여 1층에

장재가 노출 콘크리트와 모노쿠쉬입니다.

거실과 안방이 있고 2층에 다른 방들이 위치

그런데 건축주 입장에서 노출 콘크리트는

한 일반적인 집이었어요. 특히 전망이 가장

매우 생경한 재료였어요. 차갑고 무거운 느

좋은 곳에 화장실이 놓여 있었는데, 제일 안

낌에 대한 선입견도 있었을 거고요. 밝고 부

타까운 부분이었죠.

드러운 질감의 모노쿠쉬를 함께 쓴 이유이기

ⓦ 박혜선 | 화장실이 명상의 공간이기도 했

도 합니다. 어땠든 붉은 벽돌의 예쁜 집을 상

겠네요?(웃음) 사실 현재 계획된 화장실에서

상하고 있었던 건축주를 설득해 나가는 것이

볼 수 있는 전망도 꽤 좋은 편인데 창이 좀 높

쉽지만은 않았어요.

이 달려 있는 건 아닌가, 생각했어요. 욕조에

ⓦ 박혜선 |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셨는데요?

앉아서 바깥 경치를 감상할 수 있게 해도 좋

ⓦ 정현아 | 아직 대처 방법에 대한 훈련이

았을 것 같은데요.

덜 되어 있어서 단순히 그냥 밀어붙였어요.(

ⓦ 정현아 | 창의 위치를 높인 건 뒷집과 마

웃음) 그러다가 갈등의 순간도 있었습니다.

주 보고 있어서였기도 했지만, 원경의 봉우

건축주 입장에서 보면, 저 건축가가 나를 위

리가 아니라 바로 도로의 전신주가 드러나

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구나,

는 것도 문제였어요. 무엇보다 건축주가 바

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더라고요. 자꾸 긴장

깥 시선이 허락되는 욕실 창문을 편안해 하

이 팽팽해져서 스스로 오만했다고 판단하

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고, 조심스럽게 일을 풀어 나가려고 했어요.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주택 작업의 경우 집 주인이 아니라고 하면 가치가 없는 것이 되 니까요. 요즘은 건축주가 이 집에서 어떤 공 간이 좋은지를 가끔씩 말씀해 주시는데, 끝 까지 진심을 다하면 결국 나중에는 건축주가 알아 주는 것 같아요. 아무튼 작업 자체에 몰 입해서 건축주와 교감하려는 노력을 간과하 고 있음을 깨닫는 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 박혜선 | 그래도 <평창동 주택>을 보면 건축주가 꽤 신뢰를 한 것 같은 생각이 듭니 다. 또 어떤 어려움들이 있었고, 어떻게 대처

← <평창동 주택>의 1층 데크에서.

했는지 궁금하네요.

집담회 | 천의영, 박혜선, 정현아

작지만 의미 있는 연주를 오래도록 하고픈 원맨밴드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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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동 주택>의 마당.

ⓦ 정현아 | 지금까지 해 온 인테리어에 비 해 신축 작업은 상대적으로 호흡이 길어서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평창동 주택>을 들 어서면 마주하게 되는 1층 식당 앞 데크도 식당이 확장되어 실내 공간이 될 뻔했지요. 또 침실 창문은 아파트처럼 바닥끝까지 내 려올 뻔했고요. 골조가 이미 끝난 상태였는 데, 나중에 뜯어도 되니까 일단은 계획안대 로 한 번 해보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주로 말 로 설득을 하고 비슷한 경우를 보여 주는 방 식이었죠. ⓦ 박혜선 | 모형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었 을 텐데요? ⓦ 정현아 | 모형도 어려워했습니다. 완공 후의 이미지를 3D로 작업할 수도 있었겠지 만, 개인적으로 CG 이미지와 물성이 있는 실 제 재료로 구축된 공간의 느낌은 완전히 다 르다고 믿는 편입니다. 재료는 직접 보여 주 고, 시공된 사진을 꼴라주하는 방법을 주로 취했습니다.

박혜선은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노인 복합 시설 세대 간 교류 공간 계획에 관한 연구」 (2007) 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일본 츠쿠바 대학 (筑波) 예술연구과에서 디자인학 석사(1991) 학위를 받은 후 일본 이찌우라(市浦) 하우징 & 플래닝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귀국 후 정림건축, 단우모람건축, 공간건축을 거쳐 현재 인하공업전문대학 건축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천의영은 서울대 건축학과를 마치고 하버드대 디자인 대학원을 졸업했다. 계원조형예술대학을 거쳐 현재 경기대 건축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경기도 도시계획위원, 도시건축 공동위원, 서울시 서울디자인위원회 위원으로서 현대 도시 ^건축 도시 이론과 실무, 디자인 리서치와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 노블레스애드 사옥>과 <경기대 건축대학원 신축 스튜디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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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동 주택> 전경. 1층 식당 앞 데크의 풍광이 눈길을 잡아끈다..

정현아, <평창동 주택> Hyuna Chung, <Pyungchang-dong Res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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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Hyuna CHUNG + DIA


↓ <평창동 주택> 동쪽 도로에서 바라본 모습. 노출 콘크리트의 무채색 질감을 대조시키며 매스를 수평적으로 분할, 정적인 느낌을 부여했다.

↑ < 평창동 주택>. 2층의 튀어나온 매스는 옆이 비워진 ㄷ자 형태여서 위에서 잡 을 수 있도록 파라펫 높이만큼 보 사이즈를 키웠다. (사진 박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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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많은 데크 상부의 콘크리트 캔틸레버

라도 지반 상황이나 예기치 못한 상황이 있

번 탁 터주는 나름의 맛도 사라지겠지요. 어

ⓦ 박혜선 | <평창동 주택>은 대문을 들어섰

을 수 있기 때문에 시공자 쪽에서는 불안했

쨌든 그 일을 겪으면서 건축가의 작업 범위

을 때 1층 식당 앞 데크의 풍광이 일단 눈길을

던 거예요.

(work scope)나 건축주-시공사-협력업체

잡아끕니다. 건축가가 가장 ‘보여 주고 싶은

ⓦ 천의영 | 정말 그러네요. 그럼 역보는 얼

사이에서의 직업적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공간’이 2층의 거실이었다면 아마 여기 데크

마나 올라갔지요?

고민하게 되었어요. 공간적으로 좋은 것과

는 가장 ‘머물고 싶은 공간’이란 생각이 듭니

ⓦ 정현아 | 파라펫 높이만큼 보 사이즈를

하자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이

다. 아마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집주인의 요

키웠어요. 위에서 당기게 되는 거죠. 옆을 비

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건축가의 현실을 보

구대로 식당을 확장했다면 매우 무미건조한

웠기 때문에 위에서 잡고 있을 수밖에 없는

았기 때문이었죠.

집이 되었을 겁니다.

거예요.

ⓦ 정현아 | 사실 데크 상부로 튀어나온 거

ⓦ 박혜선 | 집을 돌아보면서 실내에서나 실

실의 매스는 구조적으로 상당히 취약한 부분

외에서나 2층 거실이 툭 튀어나온 부분을 바

입니다. 콘크리트 캔틸레버(concrete can-

라보았을 때 조금 더 길었으면 좋았지 않았

tilever)지요.

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약간 어중간하

ⓦ 박혜선 | 철골이 아니고요?

다고 할까요? 비용이 좀 들겠지만 철골로 과

ⓦ 정현아 | 네. 저도 처음엔 철골조로 풀어

감하게 했어도 좋았을 것 같아요.

가려 했는데 구조 쪽에서 RC조로 해결해 줘

ⓦ 천의영 | 두 가지 이상의 구조를 혼용하

서 의아했어요. 철골조가 비용 면에서 비싸

는 것에 대해 구조 쪽에서 꺼려하는 측면이

기도 했지만 두 가지 구조가 섞이면 효과적

없지 않지요. RC는 RC대로, 철골은 철골대

이지 않다는 것이 더 큰 이유였죠. 그런데 창

로 구조 프로그램이 있는데 혼합 구조는 별

문 때문에 ㄷ자의 옆이 트여지니까 큰 보처

도의 매뉴얼이 없어요. 아마도 그래서 특수

럼 잡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시

한 해를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를 별로 좋아

공자도 이 부분이 매우 취약하다고 판단하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이 때문에 한국 건축에

고 어떤 식으로든 보강을 하자고 했어요. 결

서 새로운 구조의 시도가 힘든 것이 아닐까

국은 역보를 두게 됐죠. 그럼에도 시공자는

싶어요. 비용의 측면에서도 현재 구조의 외

여전히 불안하게 생각했는데, 구조적으로

주비로는 하이브리드 구조를 별도 계산하는

는 문제가 안 생길지 몰라도 살짝 쳐지면서

것이 어려운 일일 테고요.

방수층이 깨질 수 있다는 거였어요. 어떻게

ⓦ 박혜선 | 디자인하는 사람들이 구조에서

해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내민 길이를 60cm

좌절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에요. 구

줄이는 것으로 생각을 굳혔습니다. 공간감

조에서 안 된다면 반박할 수 있는 여지가 별

을 위해 좀 과감하게 나간 것에서 60cm를

로 없지요.

줄이게 된 거죠. 그런데, 그렇게 하자고 회의

ⓦ 정현아 | 아무튼 2층 거실부의 내민 부분

하러 갔더니 시공자 측에서 웃더군요. 그들

은 여러 가지 사연이 많았어요. 앞서 말한 이

나름대로 처질 것에 대비하여 혹시라도 문

유로 길이를 줄인 것 외에도 건축주가 1층을

제가 생기면 기둥을 세우려고 이미 기초 작

함께 내밀어서 실내로 만들자고 한 것도 그

업까지 해 놓았는데 길이를 줄이게 되니 핀

렇고, 경사진 대지를 되메운 것이라서 지내

트가 안 맞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겁니다. 시공

력이 정확히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자로서는 이론만 아는 건축가나 구조 엔지니

집의 지하 벽을 부분적으로 토류판 대신 이

어를 믿기 어려운 거죠. 이론상에서 아무리

용한 것도요. 그 내민 부분이 없다면 실내에

구조적으로 안전한 치수더라도 시공상의 오

서 바깥으로 보는 전망이나 매스의 떠 있는

차는 있는 것이고,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더

느낌도 없어지고, 대문을 일단 들어서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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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Hyuna CHUNG + DIA


↑ <평창동 주택>. 이쪽저쪽의 툭 튀어나온 부분이 밋밋할 수밖에 없는 형태에 포인트가 되고 있다. ↗ <평창동 주택> 배면의 선큰 부분. ← <평창동 주택>. 안과 밖의 경계 부분이 세심하게 처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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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교차가 일어나는 공간

동양적인 느낌이 드는 이유

느껴지는 것이긴 한데, 하여튼 저는 느낌이

ⓦ 천의영 | <평창동 주택>은 이쪽저쪽의 툭

ⓦ 천의영 | 어쨌든 <신사동 근생>이나 <평

젠 스타일 쪽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

튀어나온 부분이 밋밋할 수밖에 없는 형태에

창동 주택>이나 동양적이고 섬세한 여성적

니다. 아마 집주인의 명상에 대한 관심과도

포인트가 되고 있습니다. 즉 단순한 박스 형

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신사동 근생>은 한

관련이 있겠죠. 그리고 그런 공간의 느낌이

태에 돌출된 박스나 테라스가 만들어짐으로

국적인 느낌의 중정이 입체화되면서 공간에

동양적인 주거 공간과 잘 맞는다는 생각입

써 형태들이 흥미로운 변화를 보여 주는 점

재미가 부여되었다면, <평창동 주택>은 부

니다.

이 좋습니다. 그 외에 또 다른 의도가 있다

분적으로는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개인

면 무엇입니까?

적으로는 약간 동양적인 젠(zen) 스타일의

ⓦ 정현아 | 우선은 일조를 최대한 받기 위

인상을 받았습니다.

해서였어요. 아래 부분에 외부 공간이 생기

ⓦ 박혜선 | <평창동 주택>이 더 섬세한 느

는 이점도 있고요. 또 한 가지 이유는 내밀어

낌이 들기는 하죠.

진 부분을 통해 시선의 교차가 계속 일어나

ⓦ 정현아 | 애초에 건축주는 명상 공간의 요

게 하고 싶었어요. <평창동 주택>의 대지 조

구와 함께 막연하게 젠 스타일에 대한 언급

건은 일조나 전망을 생각했을 때 대지의 가

을 하였습니다. 나름대로 젠 스타일이 무엇

운데는 안 좋고 바깥으로는 좋은 편이었어

인지에 대한 규정이 필요했어요. 근데 건축

요. 가운데는 뭔가를 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

주가 말한 것은 공간적 요구라기보다는 분

니어서 가운데 동선을 두게 된 거고 바깥쪽

위기나 스타일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래

으로 실을 배치하게 된 것이지요. 중앙에서

서 저는 그것을 공간에서 움직이는 속도로

는 움직임이 있고 끝에 가서는 머무르며 시

바꿔 생각해봤습니다. 느리게 걷는 방식이

선을 바깥으로 향하게 한 겁니다.

랄까…. 2층 거실로 오르는 것을 단계적으로

ⓦ 박혜선 | 1층의 공간 구성과 거실의 위치

방향을 바꾸면서 좀 천천히 올라가도록 하여

가 2층이란 점이 독특하다고 느꼈습니다. 도

수평적인 느낌을 고려하고, 걸어온 길을 다

면을 보면서 거실의 남쪽을 막고 북쪽을 열

시 바라보게 만드는 식이지요. 또 외장도 모

은 것에 대해서 나름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

노톤의 질감으로 제한해서 풀어야겠다는 생

각했는데, 역시 전망을 고려한 것이더군요.

각을 그때 했습니다. ⓦ 박혜선 | 저 역시 재료에서 느껴지는 것 은 있는데 공간 자체에는 아닌 것 같습니다. 좀 의아한 것은 젠 스타일의 창문이라면 다 소 낮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일반적 인데 <평창동 주택>의 창들은 높은 위치에 놓여 있어요. 앉아서 경치를 조망한다는 측 면에서도 내외 공간의 소통 부분이 현재보다 좀 낮았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 정현아 |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데, 저는 창을 통한 조망이란 부분에 있어서 시선을 멀리 가져갈 것이냐, 가까이 놓을 것 이냐를 생각했어요. 결국 시선을 멀리 가져 가고자 한 건데 그것이 창의 높이와 혹시 관 계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 천의영 | 조경이나 재료 마감 등에서 더 ↑ <평창동 주택> 1층 서재에서 홀을 엿보다. (사진 박찬우) ↖ <평창동 주택> 2층에 마련된 간이 주방. (사진 박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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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Hyuna CHUNG + DIA


↑ <평창동 주택> 계단실. 동선이 집의 중앙에 위치한다. (사진 박찬우) ↗ <평창동 주택> 지하 룸에서 선큰을 바라보다. (사진 박찬우) ↓ <평창동 주택> 1층 주방. (사진 박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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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뒤돌아보게 되는 공간

여성적이고 섬세한

때론 과감한 것을 하고 싶은 욕망

ⓦ 정현아 | 외부 공간과의 관계는 명상과도

ⓦ 천의영 | 그래서 여성적인 섬세함과 더

ⓦ 정현아 | 작업을 끝내고 나면 사진을 찍어

관련이 좀 있어요.

불어 동양적인 느낌이 드는 건지도 모르겠

보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작업을 하

ⓦ 박혜선 | 아까 <평창동 주택>을 돌아보면

군요.

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솔직히 그

서 일본말로 ‘후리가에루(ふりかえる: 뒤돌

ⓦ 정현아 | 여성적인 섬세함이란 어떤 것

럴 때 너무 착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더 과

아보다)’란 단어가 생각나더군요. 지나치면

입니까?

감하게 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기

서도 자꾸 뒤돌아보게끔 하는 공간들을 만들

ⓦ 박혜선 | 건축가가 설계한 주택 가운데는

도 해요. 말씀하신 섬세함이 그런 소심함과

어낸 것 같아서요.

바깥의 매스가 주는 느낌과는 달리 안에 들

도 관계가 있는 건지요?

ⓦ 정현아 | 네. 집의 어느 공간에 있건 집의

어서면 실망스러운 집도 많습니다. 안에 들

ⓦ 천의영 |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저는

또 다른 한 공간이 바라보이게 하고 싶었어

어가면 별로 볼 것이 없다는 이야기죠. 그런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쩌면

요. 동선을 이끌기도 하고, 돌아온 길을 다시

데 <신사동 근생>이나 <평창동 주택>에는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될 수 있지도 않을까

보게 하기도 하고…. 매스가 앞뒤로 돌출된

내부에서도 눈이 가는 데가 많아요. 하나하

요?

또 다른 이유이지요. 앞마당을 ㄱ자로 감싸

나 신경 쓴 데가 많다는 거죠. 여성적이란 표

ⓦ 정현아 | 너무 잘 하려고 애쓰느라 다듬

면서 진입한다거나, 선큰(sunken) 같은 곳

현이 반드시 적합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고 다듬다 보니 이렇게 된 건 아닐까 싶기도

도 계단을 양쪽에 두어 올라가고 내려가게

굉장히 섬세합니다.

하고, 한편으로는 거칠고 투박한 것, 과감한

한다거나, 바깥으로 돌아가서도 안마당으로

ⓦ 천의영 | 사람마다의 차이가 있겠지만 아

것을 하고 싶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현장의

올 수 있게 한다거나 하는…. 의도한 바가 잘

무래도 여성과 남성의 차이도 있겠죠.

디테일이 완벽하지 않을 때, 시공 현실 탓만

표현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 정현아 | 여자고, 동양-한국 사람이고, 뉴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역이

ⓦ 박혜선 | 일본에서 작은 주거 단지를 현상

욕에서 공부했고, 30대고…. 그러한 조건들

용하여 더 거칠고 과감하게 할 수는 없을까,

설계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일반적인 아파

이 만들어내는 나만의 오리지낼러티(origi-

하고 말이죠.

트 단지의 겉모습에는 겉과 안이 있잖아요.

nality)를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

ⓦ 천의영 | 물론 한 작가가 계속 같은 작업

밤이 되면 건물의 남쪽은 밝고 북쪽은 어둡

에 대한 어떤 규정이나 질문을 받게 되면 끊

을 반복할 필요는 없겠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다는 것을 없애기 위해 남과 북을 모두 얼굴

임없이 묻고 싶어집니다.

자기 브랜드를 갖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한

로 만들고자 했던 기억이 나요. 일본말로 미

ⓦ 천의영 | 일본의 여성 건축가 세지마 가

측면에서 섬세함과 정제미 같은 것이 정 소

마모라레루(見守られる: 돌보아 지킴) 주택

즈요의 건축 공간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가

장님의 캐릭터가 될 수 있다는 거예요. 말씀

이란 컨셉트였는데, 외부 공간이 안의 내부

늘고 슬림하고 경쾌하고 그런 느낌들이 있지

하신 과감한 것을 하고자 하는 욕망은 누구

공간에 의해서 감싸진다고 할까요? <평창동

요. 쿠마 켄고의 건축도 가늘고 슬림하지만,

나 다 있겠죠. 가끔 자신의 캐릭터 속에 어

주택>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안에 있

베이징의 뱀부 하우스(Bamboo House) 같

느 순간 거친 것이 보일 수는 있을 거예요.

으면 밖에서, 밖에 있으면 안에서 서로 잡아

은 것을 세지마의 공간과 비교해 보면 같은

저는 작가만의 아이덴티티, 캐릭터를 특개

당겨 주는 느낌, 자꾸 뒤돌아보게 하는 느낌

선적인 모티브를 끌어와도 그들은 서로 좀

성(singularities)이라고 보고 있어요. 작가

말이죠.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개성이란 말이죠. 작

ⓦ 박혜선 | 세지마가 이토 토요의 사무실에

업들을 하나하나 반성하면서 다른 것에 도전

있을 때, 그 사무실의 가장 섬세한 작품들을

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드러난

대부분 그녀가 담당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

특징들을 조금 더 내 것, 내 아이덴티티로 만

기도 하더군요.

들면서 거기에 다른 살을 붙여 나가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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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Hyuna CHUNG + DIA


↑ <평창동 주택> 2층 거실의 오른편 창 너머로 침실 앞 발코니가 보이듯, 내밀어진 부분을 통해 시선의 교차가 계속 일어난다. (사진 박찬우) ← <평창동 주택> 2층의 거실. 거실의 위치가 2층인 점이 독특하다. (사진 박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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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깊이를 더하는 작고 섬세한 디테일들

시 말하면, 작고 섬세한 디테일들이 스케일

ⓦ 박혜선 | 섬세하다는 것이 잘다는 의미

이 상대적으로 작은 주택 프로젝트에서 깊

는 아니었어요. 놓치기 쉬운 부분까지 신경

이를 만드는 것이지요. ‘섬세함’이라는 표현

을 썼다는, 결국은 디테일에 관한 이야기입

을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읽혀지는 레이어

니다. 이 작은 디테일들이 모여 큰 그림을 완

가 많다’는 말로 표현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

성했을 때의 느낌이란 정말이지 표현할 수

리고 각각의 설정된 레이어들은 섬세하게 다

없는 것이겠죠. 그런 의미에서 정 소장님의

듬어지는 것이 중요한데, 정 소장님의 두 작

섬세함은 충분히 브랜드화가 가능할 것 같

품은 초기작이라고 하기에는 놀라울 정도로

아요. 뒤편의 선큰만 보더라도 그저 데크를

잘 다듬어진 ‘정제된 다켜층(refined multi-

깐 것이 아니라 정원으로 꾸며 놓았는데 역

layer)’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본인

시 섬세한 맛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평

의 건축 작업이 가진 놀라운 장점이니 잘 살

창동 주택>도 그렇고 <신사동 근생>도 그렇

려 주시길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고 외부 공간과 집과의 관계가 아주 긴밀하 고 짜임새 있게 잘 표현되어 있어요. 실제로 학생들에게 주택 설계를 과제로 내주면 건물 만 가지고 전전긍긍하지요. 조경도 같이 고 려하라고 하면 나무만 심어요.(웃음) 외부도 내부 못지않은 공간감을 가질 수 있는데, 그 것의 가치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아요. 일본 의 경우 공동 주택의 1층 주변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데, 우리의 건물 바깥은 곧바로 조 경이란 다른 분야가 되지요. 섬세하다는 느 낌은 이 외부 공간의 처리에서 많이 받았어 요. 안과 밖의 경계 부분이 세심하게 처리되 어 있어서 자꾸만 눈이 가는 것 같아요. ⓦ 정현아 | 그건 조경하시는 분이 도와 주신 부분이죠.(웃음) ⓦ 천의영 | 물론 건축 이외의 다른 분야의 개입이 있었겠지만, 결국은 건축가가 함께 협의한다는 것이 중요하겠죠. 조경이나 가 구의 선택 등등에서 말이지요. 저를 포함해 서 건축가들이 가끔 반성해야 하는 것 중의 하나는 작은 부분을 몰가치로 여긴다는 거예 요. 매스나 큰 공간만을 고민하면 되는 줄 아 는 거죠. 모형이 시공된 것 같은 느낌의 집들 을 본 적이 있겠지요? 디테일이 없는 집, 속 에는 들여다볼 것이 없는 집, 영화를 줄거리 만 보고 만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영화 속 의 상이나 음악, 미술 등의 볼거리를 놓치고 플 롯만 고민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아요. 다 ↑ <평창동 주택> 각 실들은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외부 공간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고 려하여 그곳에서 머무르며 시선을 바깥으로 향하게 했다. (사진 박찬우) ↑↑ <평창동 주택> 거실의 북측면 통창 밖으로 북한산의 봉우리들이 펼쳐진다. (사 진 박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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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Hyuna CHUNG + DIA


↑ <평창동 주택> 정면도. ↓ <평창동 주택> 좌측면도.

WIDE ARCHITECTURE REPORT no.5 : september-octo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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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동 주택> 1층 평면도. ↓ <평창동 주택> 2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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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Hyuna CHUNG + DIA


↑ <평창동 주택> 지하층 평면도. ↓ <평창동 주택> 종단면도.

WIDE ARCHITECTURE REPORT no.5 : september-octo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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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동 주택> 횡단면도 1. ↓ <평창동 주택> 횡단면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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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Hyuna CHUNG + DIA


건축가의 에필로그 <평창동 주택>

대상지는 서쪽으로는 가파른 경사를 평지로 조성하여 도시로의 원경을 가지고, 북쪽으로는 북한산 봉우리의 조망이 가능한 대지였다. 반면, 동쪽으로는 도로에 면하고, 남쪽으로는 덩치 큰 3층 집에 가로막혀 그리 좋은 조건을 가지지 못하였다. 하 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기존 건물은 1970년대 주택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정남향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건축주의 개축 계 획이 신축으로 바뀌면서, 우선 전통적으로 선호되는 일조 방향과 완전히 상반된 대지의 전망을 내부 공간 구조와 어떻게 연 계할 것인가를 고민하였다. 또한 혼자 사는 건축주의 라이프스타일로 공간의 위계보다는 각 실들의 개성이 중요하였고, 실 들의 독립성보다는 개방감을 살려야 했다. 각 공간은 가족 누군가를 대변하는 공간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쓰임에 따라 느 슨하게 규정되는 공간으로서 의미가 있었다. 전망을 고려하여 거실을 2.5층으로 들어 올리고, 매스를 돌출시켜 일조와 전망을 동시에 해결하고자 하였다. 대지 진입에서 데크 공간을 거쳐 거실로 오르는 한 바퀴 반 도는 동선을 대지 가운데 배치시키며 2층으로 오픈하여 실들은 상대적으로 조 건이 양호한 대지 모서리로 놓았다. 각 실들은 동선의 연속된 흐름 속에 있으면서도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외부 공간으로 확 장될 수 있도록 고려했다. 지하 선큰, 식당 데크, 침실 테라스, 거실 테라스 등의 외부 공간은 각기 다른 레벨에서 다른 방향 으로 연장되며 각 공간들을 차별화시킨다. 스킵된 레벨과 돌출된 매스, 다양한 외부 공간은 대지 안쪽에서는 시선을 재빨리 다른 공간으로 유도하고, 대지의 모서리에서는 시선을 최대한 사방으로 확장하려는 것이다. 외장재로 선택된 노출 콘크리트와 모노쿠쉬의 흐름은 위계나 앞뒤 관계 없이 이어지는 내부 공간을 외부로 살짝 드러내고 자 함이고, 재료의 무채색 질감을 대조시키며 매스를 수평적으로 분할, 정적인 느낌을 가지려 한 것은 명상을 즐기는 건축 주의 취향과 무관하지 않다. 주택 설계에 있어서 이웃으로부터 혹은 가족으로부터의 완전한 독립된 공간을 요구받지만, 동시에 주택만이 가질 수 있는 마당이나 넓은 데크 등 외부 공간과의 관계를 통하여 도시로 적절하게 열린 포즈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외부 공간 을 ㄱ자로 감싸 안는 동선이나 걸어온 길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공간 배치는 완전한 나만의 공간이 아닌 관계 속의 나의 공 간으로 살며시 내딛고자 함이다. ⓦ 글 | 정현아

WIDE ARCHITECTURE REPORT no.5 : september-octo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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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사동 근생> 거실에서 바라본 중정. (사진 박찬우)

정현아, <신사동 근생> Hyuna Chung, <Sinsa-dong Res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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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Hyuna CHUNG + DIA


↓ <신사동 근생> 전경. 외피에 동판을 사선 형태로 배치했다. ↓↓ <신사동 근생> 1층 입구 부분. (사진 박찬우)

WIDE ARCHITECTURE REPORT no.5 : september-octo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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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동 근생>, 건축가의 상상력이 빚어낸

아틀리에를 육성시키는 것이 현재 우리 건축

겉모습에 동판을 두르기까지

도시의 새로운 풍경

문화에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박혜선 | 외장재로 동판이 쓰였는데, 어

ⓦ 박혜선 | 근린 생활 시설과 주택이 결합된

ⓦ 정현아 | <신사동 근생>은 집장사들의

떻게 선택한 것인가요?

건축은 공간을 다양하게 풀어내기가 쉽지 않

다세대에 둘러싸인 조건을 가진 아주 작은

ⓦ 정현아 | 이 건물은 주변의 다세대 건물들

지요. 그런데 <신사동 근생>을 보면 3개 층의

필지 위에 세워졌습니다. <평창동 주택>보

로부터 완벽한 시선 차단을 요구받았기 때문

상업 공간 위에 마당을 가진 주택을 얹음으

다 훨씬 우리 도시의 현실적 조건들과 직면

에 북쪽과 동쪽, 남쪽으로 창문을 거의 만들

로써 매우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

한 프로젝트였지요. 늘 있는 문제이지만 임

수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외피에 텍스

역시 건축가의 섬세함이 느껴지는 부분이기

대를 극대화시켜야 한다는 프로그램적인 것

처(texture)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텍스

도 하고요. 남북측의 외벽으로부터 채광을

도 있었고, 토목 비용으로 높아진 공사비도

처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이슈였어요. 그

제대로 받기 힘든 상황을 ㄴ자로 덜어낸 공

문제였습니다. 무엇보다 첨예한 주변의 민

다음으로는 주변이 모두 붉은 벽돌이기 때

간, 즉 중정에서 해결하고 있지요. 이 프로젝

원과 맞서 싸워야 했는데, 걸림돌이 참 많았

문에 붉은 벽돌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재료를

트 역시 중정이라는 외부 공간과의 소통으로

지요. 건물의 폐쇄적인 성격과 최상층 주택

고민했지요. 그래서 처음에는 나무를 생각

주택 내부가 훨씬 풍부한 공간이 된 것 같습

의 중정으로의 과도한 오픈은 그 때문에 출

했습니다. 그런데 나무는 단가가 비싼 것도

니다. 아쉬운 점은, 중정을 중심으로 한 쪽의

발한 것이지요.

문제였지만, 원했던 스테인(stain)하지 않은

창문은 들어올리거나 열어젖힐 수 있는 문으

나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츰 변색되어

로 했으면 중정과의 관계가 더욱 긴밀해지고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데 건축주가 이를 받

개방적인 공간이 되지 않았을까요?

아들이지 못했어요. 대안으로 나온 것이 제

ⓦ 정현아 | 저도 그런 생각을 했지만 슬라이

주석, 검은 벽돌 등이 있었고, 최종적으로 주

딩 도어로 했을 때 창문 중간에 두꺼운 바가

변과 어울리는 동판으로 결정하게 되었어

가야 해서 그 계획은 접을 수밖에 없었어요.

요. 또 1^2^3층과 4^5층을 따로 갈 거냐, 다

ⓦ 박혜선 |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비교적

같이 갈 거냐에 대한 문제도 있었지요. 근린

넉넉한 공용 계단의 폭입니다. 좀 줄여서 상

생활시설이지만 건물의 작은 규모나 주변과

업 공간에 내주지, 하는 마음도 들었으나 그

의 관계를 생각해서 같이 가는 쪽을 택하게

정도 여유를 둔 것이 오히려 편안한 주택의

되었어요. 층층이 다른 것이 바깥으로 드러

어프로치로 전체적인 인상에는 플러스가 되

나는 것보다는 한 덩어리가 통일성 있게 보

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어요. 결과적으

ⓦ 천의영 | 현재 한국 건축의 경우 소규모

로 무엇을 하나 두른 것 같은 느낌이 되었습

프로젝트들이 다수 사라짐에 따라 아틀리에

니다. 수직 계단은 그와 반대 방향으로 감겨

(atelier)형 건축가들이 굉장히 위축되고 있

올라가고요. 건물은 다른 방향으로 휘감긴

어요. 또 도시가 지구 단위 계획에 의해 수

계단과 스킨으로 구성되고 있습니다.

퍼 블록 프로젝트로 되다 보니 도시의 단독 필지의 집들은 집장사들에 의해 다가구, 다 세대 주택으로 채워지고 있고, 단독 주택은 교외 외곽으로 밀려나서 별장형 주택이 되 고 있지요. 그런 추세 속에서 <신사동 근생 >은 주거 복합의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이 됩니다. 즉 디자 인과 건축가의 상상력을 통해 도시의 새로운 풍경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말이지요. 그러 고 보면 직원이 많지 않은 젊은 건축가들의 ↑ <신사동 근생>. 저층부의 매스와 외피 사이 로 끼어든 일자 계단은 도시의 움직임을 2층까 지 자연스레 연장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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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Hyuna CHUNG + DIA


← <신사동 근생> 2층 침실로 올라가는 계단. → <신사동 근생>. 총 29평 규모의 4,5층 주택 현관부. (사진 박찬우) ↓ <신사동 근생>. 침실 쪽으로 부분 2층을 형성하면서 새로운 스케일과 비례의 공간이 체험된다.

WIDE ARCHITECTURE REPORT no.5 : september-octo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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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지 않으면서도 유니크한

스타일과 디자인은 다르다

새로움을 위한 다양한 시도

ⓦ 박혜선 |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군요.

ⓦ 천의영 |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관심이나

ⓦ 박혜선 | 그러기 위해서는 과정상에서 여

ⓦ 정현아 | 다음에는 동판을 어떤 식으로

화두가 있나요? 아직 없을 수도 있겠고, 아니

러 가지 대안들이 제시되어야 할 텐데, 경험

배치시킬 것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옮겨갔는

면 잡다하게 많을 수도 있겠지만요. 또 아직

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나름의 한계가 있을

데, 지금 방식 말고도 동판 접힌 선들로 구성

미리 정하실 필요도 없겠지만, 그래도 자신

것 같아요.

된 불규칙한 패턴을 만드는 방식 등의 시도

을 사로잡고 있는 또는 자신을 사로잡고 있

ⓦ 정현아 | 그렇죠.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

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빗물의 처리나 비용

는 생각 같은 것이 있는지요?

는 상황들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

증가, 시공성 등을 이유로 타협해야만 했지

ⓦ 박혜선 | 디아(dia)라는 사무실 이름에서

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늘 가난하고,

요. 사실 지금의 방식은 많이 쓰인 방식이라

유추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다이얼로

늘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구조도 그렇고

서 조금 조심스러웠어요. 그런데, 함께 일하

그(dialogue), 다이어그램(diagram)의 dia

재료도 그렇고, 해보지 않은 것을 새로 시도

는 직원이 많이 쓰인 것은 왜 안 되느냐고 반

라고 한다면 가로지르다, 관통하다의 의미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요. 개인 프로

문한 것이 귓가에 맴돌더라고요. 주변 상황

가 있을 텐데요.

젝트나 저예산의 프로젝트에서는 더구나 말

이나 논리적으로 맞고, 건축주도 좋아하는

ⓦ 정현아 | 마감이나 디테일을 잘 하곤 싶

이죠. 내부적으로 목업(mock-up)할 수 있는

데 왜 안하려 하는 것일까? 갈등했죠. 그러다

지만, 그게 제 건축의 화두는 아닌 것 같아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것도 아니고, 시공 전

가 건축가의 작품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언젠가 신문에서 우연히 제품 디자인을 하

에 내 맘대로 한번 해보기도 쉽지 않죠. 새로

를 위해 그냥 보편적으로 좋은 것을 해야 한

는 유럽의 그래픽 디자이너의 글을 읽은 적

운 이노베이티브(innovative)한 생각들은

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굳히게 되었어요. 하

이 있습니다. 그는 스타일과 디자인은 다르

여러 대안 속에서 나올 법도 한데 아직 셋업

지만 지금도 볼 때마다 잘 선택한 것인지에

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프라다폰은 쿨(cool)

(set up)이 많이 안 되어 있어요. 지금은 셋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어요. 한 번 더 뒤

한 스타일이긴 하지만 이노베이티브(inno-

업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고 있습니다. 선배

집어서 생각해 봤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vative)한 디자인은 아니라고 했지요. 뭔가

건축가들에게 물어 봤더니 한 시공사와 계속

아쉬움도 있고요.

에 한 방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나

관계를 유지하면서 파트너십을 형성하라고

ⓦ 박혜선 | 재료를 선택하고 적용하는 것은

도 마감과 디테일을 해결하면서 예쁘고 끌리

조언을 하더라고요. 현장에서 실험할 수 있

매우 어려운 일이지요. 특히 면이 큰 부분의

는 스타일리쉬(stylish)한 것을 만드는 데 집

는 기회들이 있다고…. 아무튼 아직은 어떻

외장재는 늘 고민이 되는 것이기도 해요.

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되더라고요.

게 해야 할까 생각만 있습니다. 시스템을 갖

ⓦ 천의영 | 아까 말씀하신 빨간 벽돌들의 주

그 때부터 과정 혹은 처음의 생각이 쉽게 읽

추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변 콘텍스트와 무척 어울리는 것 같아요. 물

히면서 잘 전달되는 좀더 오리지널한 것을

ⓦ 박혜선 | 그건 프로젝트가 커져도 마찬가

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청록으로 색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다이

지일 것 같아요.

이 변하겠지만, 그 또한 재미있는 변화일 테

어그램과 연관이 있다면 있겠지요. 여기서

ⓦ 정현아 | 비용 면에서 여유가 있고 기간도

고요. 느낌이 좋습니다. 반면 여기 신사동 일

의 다이어그램은 도구적 의미보다는 건물

길고 하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대의 새로운 건축물들은 주변의 건물과 차별

을 좀더 추상적, 성격적으로 보는 관점이라

ⓦ 천의영 | 작은 프로젝트를 하면서 조금

화된 튀는 외장 재료를 쓰는 것이 보통이지

고 생각합니다. 말랑말랑한 초기 과정의 개

씩 큰 프로젝트를 경험하는 것이 퀄리티 측

요. 주변으로부터 독립하여 나는 완전히 따

념적인 것이 쉽게 전달되는…. 물론 그 속에

면에서나 새로움을 추구하는 면에서나 더 좋

로 논다는 식으로, 어쩌면 다르면서도 같은

서 마감이나 디테일, 섬세하고 여성적인 터

지 않을까요? 작은 프로젝트를 통해 여러 가

게 있어 도시 맥락을 맞추지만 독자성을 갖

치가 가미되어 완성이 되겠지만 말이죠.(웃

지 작은 실험들을 시도하면서 점점 커다란

는 절묘한 선택이라 생각됩니다.

음) 다시 말하면 멋진 공간을 지닌 건물을 짓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가는 것이 이상적이라

ⓦ 박혜선 | 어울리면서도 굉장히 유니크

는 것이 아니라 건물이 제시하는 ‘상황적 성

고 생각됩니다. 이탈리아의 경우 작은 가구

(unique)하기도 해요. 건축주가 디자인을

격’으로 잘 살아 남는 건축을 하고 싶습니다.

에서 시작해 상점의 스토어 프런트 디자인

하시는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가능

그리고 주택으로 확장되며 자연스럽게 재

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보통의 건축주

료, 예산, 구조, 시공 등 다양한 요소들을 경

들은 자신의 건물이 확 튀기를 원하죠.

험해 나가는 것이 보통이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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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Hyuna CHUNG + DIA


← ←← <신사동 근생>. 1층 공간은 창호에 의해 열린 서재가 되기도, 개인 방이 되기도 한다. (사진 박찬우) → <신사동 근생> 침실 부분의 접이식 창호. (사진 박찬우)

← <신사동 근생> 주택은 중정을 입체적으로 감싸면서 구성된다. 내부로의 오픈을 극대화한 경우다. (사진 박찬우)

← → <신사동 근생>. 개방적인 중정형 주거는 기존의 도시 한옥 주택을 2층으로 입체화한 공간의 가능성을 보여 주기도 한다. (사진 박찬우)

WIDE ARCHITECTURE REPORT no.5 : september-octo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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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혜선 | 사실 큰 프로젝트에서 실험을

남의 품으로 보낸 내 님 같은 집

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 같고, 작은 프로젝

해보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일 거예요. 머니

ⓦ 천의영 | 혼자서 모든 일을 일일이 챙기면

트 속에서 도시적인 제스처를 취할 수 있는

(money) 게임인 데다가 검증된 게 아니면

서 몰입을 하니까 좋은 퀄리티의 작업이 가

것이 끼어들었으면 좋겠어요. ⓦ

쓰지 않으니까요.

능한 것이겠죠. 하지만 작업한 열정과 노력

정리 | 정귀원(편집장)

ⓦ 정현아 | 그 부분이 딜레마에요. 건축가

에 비해 두 작품의 설계비는 그리 많지 않았

들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지

을 것 같아 걱정이 되는데요?(웃음)

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도에 동반

ⓦ 정현아 | 설계비, 감리비 합해서 부족하

되는 과다한 비용이나 예상치 못한 문제들에

긴 했지만 아주 형편없진 않았습니다.(웃음)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까요.

ⓦ 박혜선 | 대가보다는 애착과 열정으로 한

ⓦ 천의영 | 빨리 정 소장님만의 브랜드를 만

것이겠죠.

드는 것이 좋겠어요. 작가성을 가지게 되면

ⓦ 천의영 | 자식 같은 느낌이 들었을 거예요.

오히려 정 소장님만의 개성이 있는 실험적인

ⓦ 정현아 | 자식 같다기보다는 애인 같았어

것을 원해서 찾아오는 사람도 생길 겁니다.

요. 애인을 사랑하다가 다른 사람과 결혼시

ⓦ 정현아 | 새로운 것을 할 때 건축주의 입

킨 거 같은 거죠.(웃음)

장이나 비용도 문제지만 건축가가 준비해야

ⓦ 천의영 | 스턴(Robert A. M. Stern) 사무

하는 것도 있겠지요. 아까 말한 리서치가 가

실에서 일한 적이 있었지요? 현재 작업에 어

능한 사무실 혹은 사회적 상황을 성장시켜야

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한다고 생각해요.

ⓦ 정현아 | 영향을 받기보다는 한 번 해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목조 구조로 된 집인데요, 조만간 기회가 생길 듯도 합니다. 일반인들 은 전원 주택하면 목조 주택을 떠올리는데, 그런 관점에서 재해석된 목조 주택을 한 번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외에는 문화도 다르고 여러 가지 상황이 달라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아요. ⓦ 박혜선 | 그밖에 특별히 하고 싶은 프로 젝트가 있나요? ⓦ 정현아 | 처음 사무실을 시작할 때, 작게 오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원맨밴 드(one man band)를 유지하면서 작은 프 로젝트를 오래 해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한편으로는 개인의 프로젝트를 건축주와 밀접한 관계 속에서 진행하다 보니 까 건축가라는 직업이 가지는 사회적인 측면 을 간과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합 니다. 사회적인 측면들을 고민할 기회가 별 로 없는 것이죠. 그래서 요즘은 하고 있는 프 로젝트에 퍼블릭(public)한 성격을 가지는 프로젝트가 더해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 져 봅니다. 온전히 퍼블릭한 프로젝트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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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Hyuna CHUNG + DIA


↑ <신사동 근생> 정면도. ↓ <신사동 근생> 좌측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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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사동 근생> 1층 평면도. ↓ <신사동 근생> 2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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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사동 근생> 4층 평면도. ↓ <신사동 근생> 5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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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사동 근생> 종단면도. ↓ <신사동 근생> 횡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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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Hyuna CHUNG + DIA


건축가의 에필로그 <신사동 근생^주택>

치솟는 지가의 강남 한복판, 이 곳에서는 건물의 초기 모습과 무관한 프로그램 변이와 혼재가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주택으로 지어진 집들이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은 지 오래고, 다시 카페로 상점으로 개조된다. 이는 공간의 구조적 성격보다 경제 논리가 우선한다는 엄연한 사실이고, 우리의 생각보다 공간의 프로그램적 유형이 느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지는 블록 안쪽에 위치하고 다세대 주택들이 좁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 상권의 확장이 예상되었기 에, 계획 건물의 프로그램은 초기의 다세대 주택에서 근생 주택으로 바뀌었다. 이에 건물 성격을 당장에 규정하기보다는 주거-사 무실-상점의 중간쯤 어디에 위치할 것인가 정도로 놓았고, 건물의 외피는 내부 공간의 성격을 밖으로 드러내는 방식보다는 외부 에서는 통일된 하나의 성격으로 읽히는 방식을 취하였다. 58평의 협소한 대지에 5층 규모를 놓으면서 일조 및 도로 사선에 의한 사선 매스의 한계를 피하고자 살짝 풀어진 계단과 회전하 며 성장하는 매스를 생각하였다. 매스와 계단의 오르는 방향이 반대가 되면서 그 사이로 작은 틈새들이 생겨난다. 저층부의 매 스와 외피 사이로 끼어든 일자 계단은 도시의 움직임을 2층까지 자연스레 연장하려는 것이다. 계단은 3층으로 오르면서 기능적 인 코어 방식으로 슬며시 바뀌고, 4^5층에 이르면 다시 속도를 늦추면서 흐름을 주택 내부로 연장한다. 하나로 이어지는 수직 동 선이지만 반복적이지 않아 속도의 완급이 가능하고, 각 층의 공간과 만나는 방식의 차이로 층마다 차이 나는 도시의 요구를 수 용한다. 다세대와의 충돌을 우려한 건물의 폐쇄적 성격은 외피에 텍스처를 부여하도록 하였고, 대신 건물의 최상층에 중정을 놓 아 내부로의 오픈을 극대화했다. 4^5층을 합하여 29평 밖에 되지 않는 주택은 중정을 입체적으로 감싸면서 구성된다. 맞벌이 부 부를 위한 집이라 주방-식당은 축소하였고, 실들의 구분은 모호하게, 위계는 동등하게 풀었다. 이는 공간의 성격을 보다 중성적 으로 만들어 다른 프로그램으로의 변용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우리 도시의 이른바 근생 주택은 고밀도 도시 주거의 생존력 있는 대안이라 생각한다. 반면, 근생 주택은 임대 면적 최대, 시장 의 불확정성, 주거의 프라이버시 문제 등을 안고 있다. 딱딱한 이중 외피의 설정, 층마다 약간씩 다르게 가져간 동선과 임대 공 간이 만나는 방식, 그리고 안으로 열린 최상층은 우리 도시의 근린 생활 시설이 직면하고 있는 이러한 가능성과 한계로부터 출 발하고 있다. ⓦ 글 | 정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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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제외하면 상당히 축소되고 있다. 그나마

조권 북면 사선 제한에 의해 설정된 최소한

review

강북에서 단독 주택을 유지하는 곳도 성북

의 법적 여지만을 남겨둔 채 최대한의 용적

글 | 천의영(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

동, 평창동, 한남동 일부를 제외하면 도심 재

볼륨으로 개발되고 있는 상황이라 볼 수 있

정비의 재개발 재건축과 뉴타운 개발 등으

다. 이러 고밀도화 복합화의 도시적 압력 속

로 고층 아파트로 바뀌어가는 실정이다. 하

에서 건축가는 크게 구리판이라는 새로운 재

<신사동 근생>과 <평창동 주택>은 서울이

지만 건축가 정현아가 주택을 설계한 강북의

료로 다소 폐쇄적인 외피의 패션을 두른 다

대도시에서 소규모 아틀리에 형 건축가들

평창동은 그나마 아름다운 북한산의 봉우리

음 내부에는 저층의 상업, 업무 시설과 상층

이 맡게 되는 강남북의 중요한 프로젝트의

들로 훌륭한 조망점을 이루면서 단독 주택들

의 다소 개방적인 중정형 주거를 도입하고

유형이라는 점에서 상당이 흥미가 있고, 시

이 자리를 잡은 지역들이다. 따라서 <평창동

있다.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상부의 주

사하는 바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안타까운 점

주택>은 ‘조망의 공간화와 형태화’가 설계의

택이 기존의 도시 한옥 주택을 2층으로 입체

은 대도시는 물론 중소 도시들도 점차 대규

출발점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2층에서의 조

화한 공간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것이다. 스

모 단지화와 고층 고밀도화를 진행하게 되

망이 특히 양호하기 때문에 거실 겸 명상의

케일도 도시 한옥처럼 작은 공간이면서 그

면서 소위 렘 콜하스가 이야기하는 XL의 프

공간을 맨 위층에 배치하였으니 말이다. 이

것이 일부 침실 쪽에서 부분 2층을 형성하면

로젝트는 증가하는 반면 건축가의 명망을 유

는 통상적인 주택들이 출입 현관과 거실을

서 복도의 공간비가 좁고 높게 나타남에 따

지시켜 주던 S에 해당되는 소규모 도시 주택

같은 층에 두는 방식과 비교하면 상당히 다

라 새로운 스케일과 비례의 공간을 체험하

들은 거의 사라져가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

른 기능 역전의 배치 방식이기도 하다. 주택

는 점과, 작은 하늘 마당을 사이에 두고 거실,

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은 건축물을 설계

의 맨 아래 쪽에 지하 유희형 거실과 지상 맨

다이닝, 주방으로 이어지는 LDK 공간과 침

하는 건축 사무소의 개편으로도 이어지고 있

위쪽에 명상형 거실을 두고 그 사이에 각 실

실 쪽을 서로 응시하는 공간 구조를 형성하

다. 5인 이하의 소규모 사무실이 80%를 이루

과 서재, 식당 등 다른 기능 실을 두는 방식

고 있는 점 등이 새롭고 흥미롭다고 생각된

던 주류의 건축사 사무실 구조가 매출 1,000

이어서 기능의 재배치가 새롭기도 하다. 한

다. 이러한 정현아적 실험들은 일견 사소하

억대의 300여 명 이상의 대규모 설계 집단

편 평창동 주택의 형태와 재료는 다소 심플

고 일상적이어서 그다지 적극적으로 시도되

이 증가하면서 설계 사무실의 양극화도 거세

하다. 동서 방향으로 놓인 장방형의 박스에

지 않았으나, 정현아의 공간들을 체험하면

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공공 부

서 남북 방향으로 몇몇 돌출된 박스에 의해

서 아주 신선하고 중요한 가능성의 경험이

문과 민간 부문에서 T/K(턴키), BTL, PF 프

‘L’자형이 일부 형성되는 형상이다. 그 주요

라고 생각되었다.

로젝트들이 증가함에 따라 대형 건설사들

재료도 노출 콘크리트와 모노쿠쉬가 결합되

이 기실적이 있는 대형 설계 사무실들을 더

면서 딱딱하고 엄격한 이상보다는 부드럽고

물론 건축가야 마감에서 디테일 그리고 공

욱 선호하면서 이러한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

섬세한 느낌을 준다. 이는 물론 노출 콘크리

간 구조상 여러 아쉬움과 걱정, 미진함을 토

는 실정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중소형 사무

트에 거부감을 갖고 있던 건축주를 배려한

로하겠지만 그래도 정현아의 주택과 근린

실들은 축소하여 원-맨-오피스 체제를 유지

산물이라고 하지만, 이를 통해 기존의 갤러

생활 시설을 보면서 섬세하고 동양적인 공

하거나 네트워크화, 합병 등의 형식을 통해

리와 노출 콘크리트 주택과는 일정 거리를

간적, 형태적 가능성의 단서들을 보여 주고

대형화하여 대규모 설계 사무실로의 편입을

두면서 정현아적인 주택이라는 가능성을 보

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건축계는 커다란

서두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

여 준다.

재원을 얻었다고 생각된다. 아직은 많은 부 분 낯설고 힘이 들겠지만 이런 정현아적 작

게 변화하는 상황 속에 정현아는 ‘원 맨 댄스 (one man dance)’라 일컫는 소규모 설계 사

한편 <신사동 근생>의 경우도 아파트와 오

업의 가능성을 통해 우리 건축의 실험과 발

무실의 디자인적 가능성을 모색하며 중소 규

피스로 형성된 강남의 도시 조직(urban

전이 지속된다면, 우리 건축의 세계화의 가

모의 근생과 주택으로 자기의 색채와 주장을

fabric) 속에 남아 있던 단독 주택들이 상업

능성은 훨씬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생각된

펼치려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주목하고자

지역의 침투와 함께 다세대나 근린 생활 시

다. 정현아적 가능성을 찾기 위해 더욱 노력

하는 것이다.

설로 전환되면서 고밀도화 되고 있는 프로

이 기울여지기를 응원하고 싶다. ⓦ

젝트의 하나라고 이해된다. 따라서 주변에 서울 도심의 주택 지역들도 일부 보존 권역

는 건폐율과 용적률, 그리고 도로 사선과 일

건축가 정현아의 <신사동 근생>, <평창동 주택> 작업 그리고 정현아적 가능성 54

WIDE WORK : Hyuna CHUNG + DIA


↑ 이은전, 살 벗기, Pencil and water Color on paper, 39×54cm, 2007

제3접속 the Third interface 사무실 앞에 ‘GaGallery’란 곳이 생긴 지 얼마 안 된다. 끼니때가 되어 근처를 오가면서 가끔 궁금해 하던 중, 오늘은 저녁 식사 후 약간 여유로 운 마음으로 그 곳에 들어갔다. 전시장 형식이 전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차나 커피도 파는 듯한 포메이션(formation)이다. 약간 다르다는 느낌 을 가지고 2층으로 올라갔다. 들어서자마자 왼쪽 벽에 조그마한 여인네 그림이 무심결에 보였다. 뚱뚱한 벗은 여자와 가느다란 벗은 여자가 이 리저리 보였다. 자세히 보니 뚱뚱한 벗은 여자는 가느다란 벗은 여자의 또 다른 껍질 같은…, 뭐 그런 표현이었다. 큰 아이디어가 아닐지는 몰 라도 우리의 행동거지나 사고를 되돌아보게 한다. 좀 폭을 넓히면 이사람 저사람 모여서 사는 우리네의 집단적 도시 삶도 다르지 않을 듯싶다. TV에 비춰지는 촛불을 통해서 대리 생각을 하고, 인터넷에서 또 다른 느낌과 생각으로 누군가를 접속하고…. 그 모두가 다 실체일지 모른다는 느낌이다. 단순히 뚱뚱한 벗은 여자의 껍질이 아니라 그것이 또 다른 실체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스쳐간다. ‘말코비치 되기’가 아니라 ‘뚱뚱녀 되기’, 어느 것 하나 정해진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면 우리 도처에 일상의 소통과 접속은 훨씬 더 복합적이고 이질적인 양상을 깔고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이 아닌, 또 다른 형태의 제3인터페이스가 잠재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의도될 수 없음이 의도될 것이다. | 글 | 오섬훈(운영위원, 건축사사무소 어반엑스 대표)

by Oh, Seomhoon WIDE ARCHITECTURE REPORT no.5 : september-octo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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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 바젤의 재활 센터

↓ 앙드레 시트로엥 공원

‘조경’과 건축 조경(造景)의 사전적 의미는 “아름답고 유용하고 건강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인문적^과학적 지식을 응용하여 토지를 계획^설계^관리하는 예술”이라고 정의되어 있으며 영어로는 ‘landscape architecture’라 쓰고 있다. 21C 초, 아직도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고 있는 현대 건축에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게 되었다. 즉, 건축과는 별개로 확연히 구분되어 자기만의 모 습을 보여 주는 조경 또는 건축의 한 부분으로서 종속적인 역할이 전부였었던 과거의 조경이 다른 모습으로 건축과 만나는 시도를 보여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용어의 선정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최근 각종 매체에서 조경이라는 표현보다는 경관이나 풍경이라는 단어를 더 자 주 접하게 되는 데서도 알 수 있다. 1995년 현상 설계에서 당선이 되어 2002년에 준공된 일본의 요코하마 국제 여객 터미널(Yokohama International Passenger Terminal)의 설계자인 F.O.A(Foreign Office Architects)는 여객과 물류 수송의 기능을 수행하는 건축물을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새로운 풍경으로 바꾸어 놓음으로써 이제 ‘landscape architecture’가 조경(造景)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가 경관(landscape) 건축(architecture) 즉, 조경이 건축과 대등한 위치에서 건축 자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현재 국가적으로 ‘도시 디자인’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2010 세계 디자인 수도(WDC)’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서울시가 도심 가로의 간판 정비, 공공 디자인의 다양화 등을 통하여 도시 경관을 새롭게 하는 것을 보고 다른 지자체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중이다. 서울시의 경우 금년 10월에 잠실 운동장에서 ‘서울 디자인 올림픽’을 개최한다. 이런 기회를 통해 우리도 세계에 보여 줄 수 있는 경관 건축을 많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마치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 나라가 좋은 성적을 내고 국민들에게도 많은 기쁨을 주었듯이! | 글 | 이영욱(운영위원, 공학박사, (주)지디엔지니어링 상무)

↑ 요코하마 여객 터미널

↑ 프랑스 국립도서관

by Lee, Youngwook 56

WIDE WORK : Hyuna CHUNG + DIA


와이드 5호 | 데일리 리포트 WIDE ARCHITECTURE : DAILY REPORT no.5 : september-octo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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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슬포드 브리지, 희망과 가능성을 잇다 김정후의 <유럽의 발견 05>

강은 도시 발전을 위한 핵심 중 하나다. 농업과 어업을 위한 기반이며, 각종 물류 수송을 위한 통로 역 할을 하기 때문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강이 젖줄로 여겨지는 이유다. 그러나 강은 도시나 마을을 분 리시키는 치명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따라서 남북이든, 동서든 간에 강을 경계로 분리된 두 지역이 비 슷한 성격을 갖거나 동시에 번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렇게 분리된 두 지역을 연결하는 장치가 ‘다리’ 다. 다리는 지리적 통합을 넘어서 사회적 통합을 위한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기능적, 공학적 대상으로 주로 여겨졌던 다리는 미학적 관심의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즉, 다리는 당대 최고 의 기술력과 디자인이 결합된 결정체라 할 수 있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건축가들이 다리 디자인에 큰 관심을 갖게 된 이유다. 결과적으로 런던의 밀레니엄 브리지(Millennium Bridge), 로테르담의 에라스 무스 브리지(Erasmus Bridge), 프랑스의 미요 브리지(Millau Viaduct) 등을 비롯하여 21세기 들어서 세 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유럽의 다리는 무수히 많다. 규모나 관심면에서 이와 같은 다리에 견줄 수는 없 지만, 의미만큼은 뒤지지 않는 다리가 지난 7월에 완공되었다. 주인공은 영국 북부 요크셔 지방의 작은 마을 카슬포드에 완공된 ‘카슬포드 브리지(Castleford Bridge)’다. 미디어 주도 지역 재개발 ⓦ 카슬포드는 인구 4만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이다. 에어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카슬포드는 한때 광업과 직물 산업이 크게 번성했었다. 세계적인 조각가 헨리 무어가 이곳 출신 이며, 그 역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카슬포드는 198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급격히 쇠퇴하여 요 크셔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으로 전락했다. 20%에 육박하는 실업률로 인하여 많은 젊은이들이 인근 대 도시로 이주했고, 도시는 더 이상 활력을 찾을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001년 영국의 방송사 인 채널 4가 카슬포드 재개발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채널 4는 유럽에서 널리 알려 진 ‘그랜드 디자인’을 비롯해서 건축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건축과 디자인을 선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텔레비전 방송의 특성상 채널 4에 등장하는 이슈들은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 곤 한다. 채널 4는 낙후된 지역 재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몇 개의 적합한 후보 지역을 선정했 다. 이는 단순히 지역을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서 자금 조달, 디자인 선정, 실행 등의 모든 과정을 지원 하는 도전적인 작업이다. 오랜 논의 끝에 우선적으로 선정된 도시가 바로 카슬포드다. 프로그램의 진행 자인 케빈 맥클라우드가 카슬포드를 찾았을 때, 활력을 잃은 마을은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마을의 기 반 시설이 취약한 것은 물론이고 주민들 역시 마을의 발전에 대해서 별다른 희망이 없었다. 패배 의식 에 젖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케빈은 담당 공무원 및 전문가, 주민, 잉글리쉬 파트너십, 케이브 등의 조언을 받아서 지역을 재개발시 킬 수 있는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을 계획했다.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가장 절실한 것은 에어 강 을 건너는 다리였다. 남쪽에 주요 상업 시설들이 위치해 있으므로 북쪽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수시로 에 어 강을 건너야 하는데, 이를 위한 다리는 놀랍게도 단 하나밖에 없었다.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 다리의 보행로는 두 사람이 겨우 통과할 정도로 비좁고 위험했다. 에어 강은 그야말로 마을을 둘로 나 누는 심각한 장애물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에어 강은 아름다운 지형 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 고 수십 년 동안 마구잡이로 버려진 각종 쓰레기로 인하여 완전히 죽은 강으로 전락했다. 케빈을 포함 한 전문가들은 카슬포드 재개발에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함을 절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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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초기부터 주민들을 계도하고 참여를 유도했다. 특히, 이 지역 토박이자 은퇴한 주부인 웬디 레이너 의 헌신적 노력은 절대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마스터플랜 하에 11개의 주요 프로젝트가 결정되었고, 그 출발점으로 2003년에 순수한 보행자교를 위한 카슬포드 브리지 현상 설계가 개최되었다. 여러 안 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디자인은 레나코 베네데티가 제안한 강에 떠 있는 다리다. 그의 디자인 은 초기 예산인 40억을 훨씬 초과하여 거의 두 배에 달했지만 기존 보행자교와 구별되는 신선함으로 인 하여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선정되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을 뿐, 다리가 놓일 부지 매입 과정에서 주변 거주자들의 심각한 반대에 직면했다. 이들의 동의없이는 다리 건설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러 한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2005년에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경험할 수 없었던 폭우 가 쏟아졌고, 이로 인하여 에어 강 상류에서 많은 쓰레기가 떠내려왔다. 결정적인 타격은 폭우에 화물 선이 떠내려와 정확히 다리가 놓일 예정인 위치에 걸친 것이다. 이 모습을 지켜본 주민들과 베네데티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만약 최종안대로 강에 떠 있는 다리가 건립되었다면 화물선과 다 리가 충돌했음은 불을 보듯 자명한 사실이다. 베네데티의 디자인은 취소되었는데, 결과적으로 별다른 진전 없이 5년의 시간을 허비한 셈이다. 다시 디자인에 착수한 베네데티는 화물선이 통과할 수 있는 충분한 높이를 확보하면서 우아한 S자형 곡 선을 가진 전혀 새로운 모습의 다리를 선보였다. 마치 강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의 부드러운 모습을 연상 시키는 형태는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진다. 총 길이 130m인 카슬포드 브리지는 3개의 단순한 V자형 앵 커에 의하여 지지되며, 그 위에 얹혀진 상판은 목재 데크로 이루어졌다. 목재는 유선형 다리와 함께 따 뜻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마치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목을 잘라 만든 다리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 함 같다고 할까. 핵심 중의 하나는 데크 위에 20m에 달하는 벤치가 설치되었다는 점이다. 즉 카슬포드 브리지가 단순히 강의 남북을 연결하는 것이라 하나의 공간으로 계획된 것이다. 이로 인하여 주민들은 강 위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편안하게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카슬포드 브리지는 명실공히 주민들 을 위한 새로운 공공 공간으로 탄생했다. 이와 같은 카슬포드 브리지는 주민들조차 그 동안 잊고 지냈 던 카슬포드의 아름다움을 재인식하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었다. 바로 카슬포드 브리지가 마을의 아름 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환상적인 조망 지점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카슬포드의 새로운 미래를 기대하며 ⓦ 지난 7월 화창한 여름날, 카슬포드 브리지가 문을 열었다. 앞서 열거한 세계적인 다리들에 비하면 동네를 연결하는 조그마한 다리에 불과하지만 카슬포드 주민들의 열기는 대단했다. 다리가 건설되는 동안 이미 환경 단체와 주민들이 협심하여 강과 주변에 대한 대대적 인 정화 작업을 실시했다. 그 결과로 강의 수질과 주변 환경은 몰라보게 개선되었다. 개장식을 하는 날 인터뷰에서 웬디 레이너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노인들에서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다리 위에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며, 자신 역시 카슬포드에 사는 평범한 주부였지만 지난 8 년 동안 만큼은 이 다리의 건립을 위하여 투사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이룬 것이 어 찌 다리 하나겠는가. 그녀는 패배 의식에 사로잡혀 있던 카슬포드 주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 다. 카슬포드 브리지는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현재 카슬포드에는 초기 마스터플랜에 따라서 나머지 프 로젝트들이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처음에는 지역 주민들조차 거들떠보지 않는 무 관심 속에서 진행된 반면, 지금은 영국 전역의 관심과 지원 속에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카슬포드 브리 지는 연말에 시행될 각종 건축 및 공공 시설물 수상작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려놓은 상태다. 개인적으 로 판단컨대, 최고의 공공 건축물로 평가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카슬포드 브리지가 에어 강을 연결했 기 때문이 아니라, 닫혀진 주민들의 마음을 희망과 가능성으로 연결시켰기 때문이다. 카슬포드 브리지 가 그 어떤 다리보다 아름다운 이유다. ⓦ

글쓴이 김정후는 2003년까지 한국에서 건축가와 비평가로 활동하며, 대학에서 설계 강의를 했다. 이후 영국 바쓰 대학 건축학 박사 과정과 런던 정경 대학 도시 계획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런던에서 도시 계획 튜터와 컨설팅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공간 사옥』 (공저, 2003),『작가 정신이 빛나는 건축을 만나다』 (2005),『상상/하다, 채움의 문화』 (공저, 2006),『유럽 건축 뒤집어보기』 (2007) 등의 저서가 있다.『조선일보』 와 ‘세계 디자인 도시를 가다’를 공 동 기획했고, 현재 KBS와 SBS의 디자인 관련 프로그램 자문을 하고 있으며, <희망제작소>의 ‘공공 디자인 유럽 연 수 프로그램’ 지도 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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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근대 수도 시설 손장원의 <근대 건축 탐사 05>

정부는 한동안 주춤하던 상수도 민영화를 ‘수도 산업 선진화 방안’이라

는 콘크리트로조의 원통형과 육각형이 있고, 벽돌조는 사각형으로 만

는 이름으로 다시 추진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수도 사업 민영화를 우

들었다. 원통형이나 육각형의 상부는 돔 지붕으로 처리하고 최상부에

려하지만 정부는 이를 밀어붙일 태세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이 땅에 근

는 파총 모양의 장식을 달았다. 제수변실의 외벽은 붙임 기둥과 가로 돌

대 수도 시설을 갖추고 물을 공급하기 시작한 지 정확히 100년이 되는

림띠로 입면을 분절하여 변화감을 주었다. 출입문 좌우에는 장식 몰딩

해이다. 1906년 8월에 착공한 뚝도 정수장의 완속 여과지 공사가 1908

을 설치하고 상부에는 페디먼트 장식이나 활모양의 석재 몰딩을 달아

년 8월 완공되어 9월 1월부터 서울 4대문 안과 용산 일대에 하루 12,500

고전적인 이미지를 연출했다. 개구부는 출입구와 창문이 각각 하나씩

㎡의 급수가 시작되었다. 이것이 우리 나라 근대 수도 시설의 시작이

설치되어 있다. 제수변실 내부는 바닥에 마룻널을 깔아 마감하고 지하

다. 이 정수장은 미국인 콜브란(C. H. Collbran)과 보스트윅(H. R. Bost-

밸브와 연결된 쇠막대와 이를 좌우로 돌리기 위한 핸들이 설치되어 있

wick)이 1903년 고종 황제로부터 받은 상수도 부설 경영 특허권을 조선

다. 대단한 것이 있을 것 같은 기대를 안고 들어간 내부에 달랑 핸들이

수도회사가 사들여 세웠다. 상수도의 시원을 따지자면 이에 앞서 부산

달린 철제 막대 밖에 없는 걸 확인하면 웃음이 난다.

(1895년)과 덕수궁(1905년)에 상수도 시설이 설치되었으나, 이들은 시

구한말 우리 나라는 근대 수도 시설을 설치할 만한 경제 여건을 갖추지

설이나 규모면에서 문제가 있어 근대 수도 시설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못하고 있었으나, 통감 정치가 시작되면서 이토 히로부미는 강제로 일

뚝도 정수장 완공 이후 상수도 사업은 인천, 부산, 평양 등으로 확대되

본흥업은행에서 차관을 얻게 한 뒤 이 비용으로 서울, 인천, 부산 등의

었다.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에 세워진 근대 수도 시설 가운데 11기가 문

일본 거류지에 상수도 공급을 위한 수도 공사에 사용하였다. 우리 정부

화재(시도지정문화재 2기, 등록문화재 9기)로 지정되어 있다.

의 차관으로 공사한 상수도는 대부분 일본인 차지였고, 우리 나라 사람

현존하는 수도 시설 가운데는 유독 배수지가 많은데, 이는 당시의 기술

들은 여전히 물을 길어야 했다. 대부분의 수도 시설은 개설 당시부터 일

수준과 깊은 관련이 있다. 펌프가 발달된 지금이야 원하는 곳으로 물을

본인이 관여한 탓에 일본의 것들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배수지나 정수

보낼 수 있지만 과거에는 각 가정까지 물을 보내기 위해서 물을 높은 곳

지가 설치된 언덕이나 산을 ‘수도산’이나 ‘수도국산’이라 부르는데 이

에 두어 위치 에너지를 만들어야만 했다. 상수도의 공급 과정을 간단히

는 수도 관련 시설이 있는 곳을 의미하는 것으로 일본도 비슷하다. 또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취수 펌프로 빨아 올린 물을 침전 여과지에서 정

한 일본에 세워진 취수탑, 배수탑, 제수변실 등은 규모상의 차이는 있으

수한 다음 송수 펌프로 배수지에 밀어 올린다. 이렇게 밀어 올린 물은

나, 돔형 지붕을 올린 원통형 구조물인 경우가 많고 장식 수법도 비슷하

배수지에 저장되어 수량을 조절하는 제수변(밸브)을 거쳐 가정에 보내

다. 특히 야마나시(山梨)현에 위치한 히라세(平瀨)정수장과 송현 배수

지게 된다. 제수변은 배수관의 단수나 유량 조절을 위해 설치하는 장치

지 제수변실의 형태는 매우 흡사하다.

로, 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이 배수지 제수변실이다. 제수변실은 그

경인수도 설계를 완성할 당시 일본 내무부 기사였던 나카지마(中島銳

깊이가 상당히 깊다. 좁은 공간에 많은 양의 물을 보관하기 위해서는 배

治, 1858~1925)는 일본 상하수도 분야에 많은 기여를 한 사람으로 일본

수지를 깊게 해야 했다. 송수관은 배수지 바닥 부근에 설치되며, 제수

각 도시의 상하수도의 원형을 만든 사람이다. 그가 관여한 일본 수도 시

변은 바로 이 송수관의 수량을 조절하는 장치이므로 깊은 곳에 위치한

설 중 노가타(野方) 배수탑, 코마자와(駒澤) 급수소 배수탑, 오야구치

다. 인천 송현 배수지(1908년 준공)의 경우 배수지의 깊이는 4.38m, 유

(大谷口) 배수탑 등이 현존하고 있으며, 형태는 원통형 구조체에 돔형

효 수심은 3.6m이었다. 우리 나라에 현존하는 배수지 제수변실의 형태

지붕을 올린 것이 대부분이다. ⓦ

글쓴이 손장원은 인하대학교 건축공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인천시립박물관 학예연구사를 거쳐 현재 재능대학 실내건축과 교수로 있으며, 본지 편집 위원, 인천광역시 문화재위원이기도 하다. 저서로『다시쓰는 인천 근대 건축』 『건축 , 계획(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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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뚝도 정수장 송수실(현, 수도박물관). ↓↓구, 뚝도 정수장 완속 여과지 내부. ↓↓↓인천 송현 배수지 제수변실 : 인천의 수도는 1905년 8월 노량진을 수원지로 급수 지역을 서울, 용산, 인천으로 하는 나카지마의 경인수도 설계가 완성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1906년 11 월 착공하여 1910년 10월 노량진 수원지에 정수 시설이 준공된 뒤 노량진~인천 사이에 32.64㎞ 의 수도관을 부설하고 같은 해 12월 10일부터 급수가 이루어졌다. 배수지와 제수변실은 1908 년에 완공되었다. 석조 기단 위에 원통형 무근 콘크리트조로 개구부 상부는 페디먼트 장식을 달았다. 출입구 상부에는 ‘萬潤百凉’이라는 글이 새겨진 현판을 달았다. ↓↓↓↓노량진 수원지 및 정수지

↓부산 복병산 배수지 : 성지곡 수원지에서 물을 끌어와 각 가정에 상수도를 공급하던 배수지이다. 지하에 저수조를 시설하고 그 위에 복토한 후 잔디를 심었다. 여과지 입구는 아치형으로 만들었고 상부에는 ‘山明水淸’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현판이 있다. ↓↓대구 대봉 배수지 : 가창 수원지에서 정수한 물을 끌어올려 급수하던 배수지이다. 1925년에 급수 수요 증가로 배수지가 추가로 세워졌다. 배수지와 관련 건축물이 있다. ↓↓↙청주 동부 배수지 제수변실 : 1911년 4월 1 일 착공하여 1923년 3월 31일 완공된 제수변실로 높이 3.5m정도이다. 벽체를 육각으로 만들고 그 위에 돔형 지붕을 올린 콘크리트 건물이다. 출입구 주위에 몰딩을 설치하고 상부에 다시 석조 장식을 둔 것은 통영 문화동 배수지 제수변실과 닮은꼴이다. ↓↓↘ 통영 문화동 배수지 제수변실 내부, 사진 중앙의 철제 장치가 제수변이다.

문화재로 지정된 근대기 주요 수도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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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 뚝도 정수장 완속여과지 송현 배수지 제수변실 부산 복병산 배수지 구 성지곡 수원지 군산 구 제1수원지 제방 대구 대봉 배수지 제수변실 청주 동부 배수지 제수변실 마산 봉암 수원지 철원 수도국지내 급수탑 통영 문화동 배수지 제수변실 동해 구 상수 시설

↓통영 문화동 배수지 제수변실 : 육각형 콘크리트조 건물로 지붕은 돔형이다. 출입구 주위에 인조석을 돌려 장식하고 상부에는 다시 석조 장식을 달았다. 육각형 모서리 부분과 수평 돌림띠는 인조석을 돌출시켰으며, 벽체는 모르터로 마감했다. 출입구 상부에는 ‘天祿永昌’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명판이 있다. 석조 명판의 음각 글씨는 시멘트를 발라 보이지 않고, 돔형 지붕 상부에 있던 파총형 장식도 철거된 상태이며, 이는 통영시민들의 반일감정의 발로다. 이 배수지는 지금도 통영시민들에게 물을 공급하고 있다. ↓↓ 통영 문화동 배수지 제수변실 내부 천장, 거푸집 모양이 그대로 드러난 형태가 이채롭다. ↓↓↓ 미용실(도쿄 하라주쿠), 원통형 건물의 외관을 붙임 기둥으로 분절한 방식이나 돔형 지붕을 올린 모습이 제수변실과 유사하다.

위치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642 인천 동구 송현동 23-55 부산시 중구 대청동1가 6-4 부산시 부산진구 초읍동 43 전북 군산시 소룡동 1071-3 대구광역시 남구 이천동 439 충북 청주시 상당구 대성동 150 경남 마산시 봉암동 88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사요리 409 경남 통영시 문화동 228 강원도 동해시 부곡동 251

건축 시기 1908. 8 1908 1910 1910 1915년경 1918 1923.3.31 1930 1936 -

문화재 구분 지방문화재 지방문화재 등록문화재 등록문화재 등록문화재 등록문화재 등록문화재 등록문화재 등록문화재 등록문화재 등록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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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한 여인(L'Inhumaine, The Inhuman Woman)M1* 강병국의 <건축과 영화 05> 감독_마르셀 레르비에Marcel L'Herbier1,19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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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료의 분류를 위하여 서두에 다음과 같은 약어를 추가한다. 알파벳 다음의 숫자는 해당 꼭지의 일련 번호이다. | Architect_건축가와 관련된 주제나 영화 | Building_건축물과 관련된 주제나 영화 | Producer_감독의 건축적 연관성을 언급한 영화 | Documentary_건축적 다큐멘터리 | City_ 미래 도시를 포함한 도시적 관점의 영화 | Miscellaneous_그밖에 건축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영화

데 스틸(De Stijl)에 푹 빠져볼 수 있는 영화. 우선 이 영화는, 감독인 마르셀 레르비에(Marcel L'herbier) 말고도 영화 제작과 관련된 중요한 몇 사람이 더 있는데 페르난도 레제(Fernand Leger), 말레 스테뱅 스(Robert Mallet Stevens), 피에르 샤로우(Pierre Chareau)가 그들이다. 피카소, 브라크와 더불어 입체파 2 화가로 잘 알려져 있는 레제 는 3 이 영화에서 실험실의 세트 를 디 4 자인했다. 포스터 와도 별반 다를 게 없는 실험실 세트의 모습은 레 제의 성향을 유감없이 표현하고 있 다. 레제는 이 '비인간'이 제작된 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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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해인 1924년에는 M. 레이와 협 력하여 직접 <발레 메커닉(Ballet

mecanique)>이라는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코르뷔지에와도 교분이 깊었으며, 특히 코르뷔지에와 거의 평생을 같이한 유명한 가구 디자이너 페리앙과도 여러 번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 말레 스테뱅스(Mallet Stevens)는 1920~30년대 프랑스에서 활동한 실험적인 건축가로서 이 영화의 전체적인 건축 디자인을 맡았다. 코르뷔지에의 '에스프리누보 관'으로 유명한 1925년 파리의 국제산 업^장식미술박람회(L'Exposition Internationale des Arts D coratifs et Industriels)에서 관광 안내 소(Pavilion for tourism)를 설계하여 멜르니코브(K.C.Melnikov)의 소련 파빌리온과 더불어 혁신적 인 경향을 견지한 근대 건축가로 자리매김한다. 이 박람회를 통해 '아르데코'와 '에스프리누보'라는 용 어가 고유 명사로 자리 잡게 된다. 현재 프 랑스 파리에는 그의 이름을 딴 말레 스테뱅 스 거리(Rue Mallet-Stevens)에 여러 개의 5 작품이 남아있다. 그의 대표 작품인 이에 르(Hyeres)에 있는 노아유(Noailles) 별장 6,7 (1923년) 은 1929년 맨 래이(Man Ray) 감 독의 영화 <주사위 성의 신비(Les Mystères du Château du Dè)>에서 배경으로도 사용 되었다. 마지막으로 영화 <비인간(L'Inhuma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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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가구를 담당했던 피에르 샤로우(Pierre Chareau) 역시 프랑스 건축가이자 인테리어와 가구 디자 8,9,10 이너이다. 그 유명한 CIAM 창립자 중의 한 사람이며, 그의 대표작 <유리의 집(Maison de verre)> 은 철골을 사용한 건식 구조로 그 혁신성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 1927년에 1, 2층이 호텔로 이용되던 3층 짜리 건물을 달자스(Dalsace) 박사가 구입하여 1, 2층을 3개 층의 주택으로 개조한 프로젝트이다. 1932 년 완료까지 4년이나 걸린 이 프로젝트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공사 중 매일 저녁 검은 외투를 입은 사람이 스케치를 하고 간다는 보고를 달자스 부인이 받는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코르뷔지에로 판 명되었고, 그 후 코르뷔지에의 클라르테나 포르트 몰리토르 집합 주택에서 그 유사성이 발견된다. 1917년 화가 몬드리안(Mondrian), 건축가 오우드(Oud)와 함께 데 스틸 운동을 창립한 반 되스부르그 11 (Doesbourg)는 1923년 파리에서 데 스틸 을 소개하는 전시회를 가졌다. 비대칭성, 경계의 상호관입 등 으로 표현되는 데 스틸은 엑소노메트릭과 빨강, 파랑, 노랑의 컬러로 코르뷔지에를 매료시켰다. 1930 년 무든(Meudon)에 건축된 되스부르그 자신의 집이자 데 스틸의 공동 스튜디오(피에르 샤로우와 공 동 작업)에 사용된 커다란 회전문 역시 코르뷔지에를 크게 사로잡았고 그의 추후 작품에 자주 등장하 게 된다. 마르셀 레르비에 감독을 제외한 말레 스테뱅스, 피에르 샤로우, 페르난드 레제 모두 영화가 제작된 1923 년경 코르뷔지에와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만큼 코르뷔지에도 이 영화를 보지 않았을까? 개인 적인 생각이다. 미녀 가수, 당대의 자유로운 여인 끌레르(Claire Lescot)는 세상 모든 남성의 눈총을 한눈에 받고 있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구속되기 싫어하는 성격으로 오히려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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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휴먼 공 학에 심취해 있는 에이나르 놀슨 (Einar Norsen) 역시 이 여인에 대한 사랑을 떨쳐버릴 수 없다. 끌레르에게 거절당한 놀슨의 절 망적인 선택, 자살…. 그의 자살 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강행한 여 인은 '비인간적'이라는 꼬리표를 떨어내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놀 슨은 살아 있었고, 끌레르는 오히 려 놀슨의 실험 대상이 되고 만 다. 인간적인, 오히려 너무나 '인 간적인' 사랑을 위하여…. 극중 나오는 포스터나 각종 장식, 가구, 그리고 건축물의 형태 역시 당시 유명한 건축가 스테뱅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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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영향으로, 모두 데 스틸의 영향을 강하게 보여 주고 있다. 레제와 더불어 당대 유명한 예술가 모두가 참여했다는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되었던 이 영화는 데 스틸 을 소개하는 모든 곳에 항상 등장하는 단골 메뉴이다. 참여 예술가의 면면을 살펴보자면, 장식을 담당 했던 까발깡티(Alberto Cavalcanti)는 브라질 태생으로 영화 감독, 제작자,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다. 제네바에서 건축학을 공부하고 프랑스 영화계에서 미술 감독으로 일했다. 그의 영화 <악몽의 밤(Dead of Night, 1945)>은 당시 표현주의 환타즘 영화의 최고 수준이라고 칭해지는 영화다. 역시 건축가가 등 장하며 EBS에서 1997년 상영된 적이 있다. 조경을 담당했던 오탕 라라(Claude Autant-Lara)는 장 르 누아르를 비롯한 여러 감독들을 도와 세트 장식과 의상 디자인의 경험을 쌓은 후 독자적인 영화를 제 작하게 된다, 의상을 담당했던 푸아레(Paul Poiret)는 패션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프랑스의 유명 한 의상 디자이너이다. 개봉 당시는 과도한 장식과 표현주의적 경향으로 냉소적인 비판을 받아 왔지만, 지금은 무성 영화 시대 에 유럽 예술의 아방가르드적인 과감한 시도로서 가치를 높게 인정받고 있다. 이 작품은 1986년 다리우스 미오(Darius Milhaud)의 오리지널 스코어 연주 음악과 색채를 더한 버전으 로 복원되었다. 그러나 영화를 구하기가 힘들어 보기 어렵다는 사실이 아쉬울 따름이다. 2002년 세네 프(Senef) 영화제에서 상영했던 적이 있다. ⓦ

글쓴이 강병국은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박춘명 선생의 예건축에서 실무를 쌓았고 한울건축과 신예거축을 거쳐 현재 ㈜동우건축 소장으로 있다. <포이동 성당>, <쌘뽈요양 원/유치원>, <장도박물관> 등을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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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앞 고가도로(1975년) 이병일의 <블랙 앤 화이트 05>

1970년대, 경부 고속도로의 전투적 완공 기술을 바탕으로 산업 도시화를 위해 3.1 고가도로, 아현 고가도로, 서울역 앞 고가도로가 개통되고, 전국 각지에서는 꿈을 간직한 채 서울로 서울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첫 관문인 서울역을 빠져나오면 거대한 장막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서울역 앞 고가도로. 공간적 두려움과 희망이 혼재되어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이제는 미관상 흉물이란 이유로 혹은 안전을 핑계로 더 이상 존재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하나 둘 사람들의 기억 너머로 사라지고 있다. ⓦ

사진가 이병일은 <건축세계>, <인테리어월드>, <건축인 poar>, <주부생활> 등의 사진기자를 거쳐 현재 <와이드> 의 전속 건축 사진 작가로 있다. 가장 사실적이며 객관적인 건축 사진을 지극히 주관적으로 작업 중이다. 건축 사진 전문 LEE STUDIO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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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묵당(醉墨堂) 이용재의 <종횡무진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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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0일 숭례문이 불타올랐다. 머야

정유사의 VIP 고객.

책에 수록될 300여 장의 사진이 머리를 맴 돈

이거. 우리 나라에 국보 건축물이 몇 개더라.

출판사에서 편집 시안이 왔다. 사진이 맘에 안

다. 다시 갈까. 말까. 까지는디. 다시 출발. 어차

30년을 건축으로 밥을 먹은 나도 모르고 있으

드는 작품이 태반. 다시 전국 투어. “아빠, 초판

피 까진 인생. 불 지르기 전에 찍어 놔야지. 노

니. 인터넷 검색. 21개 군. 14개 가봤군. 아니 지

몇 권 찍어?” “3천 권.” “그럼 얼마 받아?” “다

자 선생에게 전화를 드렸다.

나가 본 거다. 명색이 건축평론가가 이 모양이

팔려야 5백만 원.” “여행비 얼마 들어갔는데?”

“아니, 선상님 국보에 불을 지르는 저 나쁜 인

니. 응징한 거다. 좋다. 딸 짐 싸라. 가자. 그럼

“1천 5백만 원.” “그럼 천만 원 적자네.” “응.” “

간들을 다 때려죽이면 지구에 평화가 오지 않

난 국민의 관심에 불을 지르겠다.

이제껏 책 몇 권 냈지?” “8권.” “그럼 흑자 난 책

을까유?” “인간 60억 중 반은 좋은 맨, 반은 나

다음날 딸과 전국 투어에 나섰다. 경상도를 시

있어?” “아니.” “그럼 8천만 원 까졌네. 그만해

쁜 맨. 그럼 30억 다 죽일래.” “그래야 편하게

작으로 전국 8도를 도는 긴 여정. 대부분이 절

라. 엄마 불쌍해.” “음.”

살 수 있지 않을까유?” “나머지 30억이 다시 반

아니면 왕궁. 머야 이거. 그럼 나의 국보 추가.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감고당 사진 있어유?

으로 갈라 나쁜 맨이 15억 생긴다. 그럼 또 죽일

병산서원이 수덕사 대웅전보다 못하다고. 나

머라. 여주로 달렸다. 사진 한 장 땜에 200킬

래?” “그럼 우찌해야 되남유?” “피해 다녀라.”

원 참. 이미 고등학교를 중퇴한 딸과 한 달을

로 왕복.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세병관 전

“아, 예.”

돌았다. 주행 거리 1만 킬로미터. 다시 한 달간

경 사진이 너무 밝은데유. 머라. 800킬로 왕복.

오늘도 숭례문 방화범은 감방에 앉아 혼자 중

매일 한 편씩 초고 작성. 다시 전국 투어. 초고

나 죽네. 가산은 거덜 나고. 출판사에서 연락이

얼거리고 있다. 재수가 없어 잡혔다. 다음엔

가 맞는지 확인해야 할 거 아니냐. 그래 난 모

왔다. 수덕사 거시기. 끝이 없군.

완전 범죄를 해야지. 남들은 잘 하던데. 왜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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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경지에 가지 못하는 걸까. 수양을 더 해야

작. 먼 뜻이지 알 수가 없네. 보자.

2년 만에 낙향. 고향 초막에 현판을 걸었다. 취

지. 나무아미타불. 자 이제 선현의 명구를 되

“하늘의 도는 반드시 착한 사람 편이라는 말이

묵당(醉墨堂). “아빠, 취묵당이 먼 뜻이야?” “

새기자.

있지만, 백이 같은 인물은 왜 그처럼 불행해야

깨어 있어도 입을 다물고 취해도 입을 다물어

“인간은 건축을 만들고, 건축은 인간을 만든다.”

했을까? 공자의 제자 중 가장 뛰어났던 안회는

야 재앙을 모면할 수 있으니 침묵을 금으로 여

우린 자녀들을 데리고 명품 건축에 가서 가르

끼니를 거를 정도로 가난하게 살다가 일찍 죽

기는 삶을 살겠다.” “딸아 혀 끝, 손 끝, 거시기

쳐야 된다. 건축가는 건물을 만드는 사람이 아

었다. 이와 반대로 도척 같은 이는 무수한 살인

끝 조심해라. 할부지의 유훈이다.” “알았어.”

니다. 인간의 인격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숭례

과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천수를 누렸다. 이렇

독수기(讀數記, 반복해서 읽은 책의 명부)에

문의 방화범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줬다. 무관

게 본다면 과연 하늘의 도의 섭리는 올바른 것

34편의 책 이름을 적었다. 반복 읽기 1만 번 이

심은 가장 큰 죄악이다. 내 평생 첨으로 전체

일까? 혹시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상의 책들. 그럼 평생을 책만 읽다 간 거다. 다

사진을 직접 다 찍었다. 이런 걸 최후의 발악이

“아버님 백이는 왜 굶어 죽었는감유?” “3번만

독보다는 숙독이 유리한 법. 80살에 가선대부

라고 한다. 낼 비가 오려나. 삭신이 쑤시네. 딸,

읽거라. 저절로 알게 되나니.” 3번을 읽어도 모

의 품계를 받았다. 종 2품. 월급 안 나오는 명예

괴산 가자. 어차피 까진 인생.

르것고. 머리에 물수건 두르고 반복 독서. <백

직. 갈 때가 됐다. 묘갈명을 직접 쓴다.

김치(1577~1625). 본관 안동. 부친은 부평부사

이전>을 11만 3천 번 읽었다. 음 이제 알겠군.

를 지낸 김시회. 진주대첩의 영웅 김시민 장군

기네스 기록. 부친은 한유의 <제악어문>을 사

재주가 남만 못하다고 스스로 한계 짓지 말라,

에게 입양. 왜놈들에게 가족이 몰살당해 대가

다 줬다. 산 넘어 산이군. 1만 4천 번 만에 뜻을

나보다 어리석고 둔한 사람도 없겠지만,

끊기게 생긴 거다. 1597년 알성문과 병과로 급

알았다. 좀 빨라졌군.

결국에는 이룸이 있었다.

제. “아빠, 알성문과가 머야?” “왕이 문묘를 참

“아빠, 가장 여러 번 읽은 게 몇 번이야?” “대학

모든 것은 힘쓰는 데 달렸을 뿐.

배한 걸 기념해 치르던 임시 과거 시험.”

시절 3번 읽은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11만 3

1604년 김득신 출산. 아들이 영 머리가 안 좋

천 번이면 하루에 30번 읽어도 11년 걸리는 세

네비게이션에 취묵당을 쳤다. 어라 안 나오네.

다. 우째 이런 일이. 10살에 첨으로 글을 깨치

월. 머야 이거. 인간이 아니군. 엄마야 <사기>

주소 검색. 충청북도 괴산군 괴산읍 능촌리 산

고. 나 원 참. 부친은 경상도 관찰사를 끝으로

주문해라. 예. 1662년 59살에 증광문과(나라에

4. 괴강을 따라 가다 네비게이션 먹통. 오지.

낙향. 20살에 음서로 참봉. 9품 말단 공무원.

큰 경사가 있을 때 치르던 특별 과거 시험) 합

농부에게 물었다. 이 근처에 취묵당이라고. 차

“아빠, 음서(蔭敍)가 머야?” “부친이나 조부가

격. 과거 급제자의 평균 연령은 35세. “아빠, 이

놓고 걸어 가세유. 길도 없고. 난 반바지. 종아

종 2품 이상의 벼슬을 한 경우 장남에 한해 벼

거 기록 아니야?” “박문규는 83세에 과거 급제

리 다 긁히고. 입간판도 없고. 충청북도 문화

슬을 공짜로 주는 거.” 김득신은 벼슬에 별 관

했어.” 조선판 17전 18기. 가족은 뭘 먹고 살았

재자료 제61호 취묵당을 우습게 보는군. 이게

심이 없다. 괴산읍으로 낙향. 집에 틀어 박혀

을까? 고단한 인생. 그래도 가야만 하고. “그럼

우리 현실. 난 취묵당에 앉아 넋을 놨다. 자연

독서. 읽고 또 읽고. 부친이 사마천의 <사기>

83세에 벼슬했단 말이야?” “아니 다음해 떠났

속에 들어가 자연을 완성하는 인문학적인 건

를 사다 줬다. 중국 3천 년의 역사를 기록한 장

어. 과거 급제가 목표였걸랑.”

축. 한 번들 가보시죠. 죽입니다. ⓦ

대한 전집. 첫째 장 <백이전(伯夷傳)> 읽기 시

머야 성균관 친구들이 너무 재주만 뽐내잖아.

글쓴이 이용재는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명지대 건축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건축평론을 전공했다. 1984년부터 1990년까지 월간 <건축과 환경>의 기자 를 지냈으며, 월간 플러스 편집장을 거친 바 있다. 2002년 이후 택시를 운전하며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다.『좋은 물은 향기가 없다』 ,『왜 살기가 이렇게 힘든거에 요?』 『딸과 ,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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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 Architecture and Urbanism <내가 좋아하는 건축 잡지 05 | 안웅희>

필자가 ‘내가 좋아하는 건축 잡지’로 소개하려는 잡지는 <a+u>이다. 아마 대부분의 건축인들에게는 너 무나 낯익은 것이어서 굳이 장황한 설명이 필요 없을 듯싶다. 필자의 입장에서도 이 책은 글의 꼭지 이 름처럼 ‘좋아하는’ 잡지라 하기보다는 ‘추억 깊은’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우리 나라에 개인용 컴퓨터도 인터넷도 없고, 외국 잡지가 원활하게 수입되지도 않던 시절에도 <a+u> 는 대학의 교수 연구실이나 설계 사무소의 소장실 서가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잡지가 늘 그렇듯이 정 기 구독을 하면서 순서대로 가지런히 꽂혀 있던 이 잡지는 1980-90년대에 건축을 공부했던 이들에게 매우 유용한 정보의 원천이었다. 특히 <a+u>에서 임시 증간호(Extra Editions)로 만든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작품집은 대부분 번역되어 학생들에게도 널리 보급되었고, 한때 <a+u> 1년치 정도가 번역되어 판매된 적도 있었다. 지금은 전 세 계의 다양하고 전문적인 잡지가 클릭 한 번으로 원문 검색은 물론 구매도 가능한 시절이지만 그 무렵에 이만큼 전파력이 있는 외국 잡지는 없었다. 1971년에 창간되어 매월 발행하여 2008년 9월 현재 456호에 이르는 <a+u>는 'Architecture and Urbanism'의 약호로서 일본의 'The Japan Architect'사의 글로벌 지향적인 건축 전문 잡지이다. 창간 이후 1970년대에는 이른바 저명한 근대 건축가들을 중심으로 소개를 하였지만, 가장 중요한 시기는 1980년 대 이후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a+u>는 이른바 동시대의 스타급 건축가의 작품과 필 력 있는 비평가의 글들을 시기 적절하게 게재함으로써 건축인들에게 충실한 정보 매체가 되었다. 2000 년대 이후에는 베이징 올림픽을 다루면서도 대만이나 칠레의 건축을 소개하는 등 폭넓은 시선을 보여 주면서 글로벌을 표방하는 리포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잡지의 특성을 일괄한다는 것이 무리일지 모르지만, 오랜 기간 독자의 입장에서 몇 가지 특징과 장단점 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구성상 신작 소개가 주조를 이루고 있는데 그 형식은 특정한 지역이나 도 시 그리고 건축가의 이름을 표제로 삼는다. 건축가의 작가주의에 초점을 맞춘다고 볼 수 있다. 유명 건 축가는 물론 잠재력 있는 신진 작가들도 임시 증간호로 발간했다. 특별한 작품집이 귀했던 시절에는 그 하나만으로 열렬한 반응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다지 특별한 것은 아니다. 다른 잡지에 비해 ‘해체주의’나 ‘지역주의’ 혹은 ‘미니멀리즘’ 등의 이데올로기나 사조에 대해서는 조심 스레 접근하는 입장이고, 매호마다 건축가에 초점을 맞춘다고 해서 이론과 비평적인 기초가 약한 것은 아니다. <a+u>의 별책(Special Issues)은 비록 1990년대 후반부터 임시 증간호와 구별이 애매해진 점은 있지만, 게재되는 비평(Criticism)과 에세이(Essays)의 내용은 이론 서적으로도 손색이 없다. 그 밖에 <a+u>의 특징을 꼽는다면 뛰어난 건축 사진을 들 수 있다. 사진의 배경이 되는 현장의 하늘과 구름, 낙엽, 도시의 불빛 등 모든 것들이 마치 작품을 주인공으로 연기하는 훌륭한 조연이 되는 사진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작품이 된다. 한편 또 하나의 특징은 모든 내용을 원어와 일어를 병기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일어를 병기하 는 것은 외국의 개념어에 대한 어감의 이해와 적절한 번역어를 모색할 경우 유효한 힌트가 되기도 한 다. 가끔씩 무리하게 차용하는 일어가 유포되기도 하지만 한자를 사용한 번역어가 문맥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제 우리네 잡지도 점차 고품질이 되고 있으니 언젠가는 국제 무대에서 자리 잡아 원 어와 한글이 병기된 글로벌 잡지 하나쯤 정기 구독을 하고 싶은 바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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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안웅희는 서울시립대학교 건축공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루이스 칸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2003년까지 정림건축에서 실무를 쌓았으며, 현재는 한국해양대학교 건축학부 교 수로 재직 중이다. 건축가의 현실 참여와 일상적 건축 설계를 지지하고 있으며, 특히 현대 건축의 현상과 의미에 대 한 존재론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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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의 현판(懸板)과 주련(柱聯) 1^2^3 문화재청 엮음, 수류산방 발행 <와이드 書欌 05>

ⓦ 옛 건축의 뼈대와 공간에 살을 붙인 첫 번째 책 ⓦ 건축 인문학의 진수를 보여 준 고매한 책 ⓦ 학제 간 연구 성과물의 방향을 제시한 기품 있는 책 미술 장식품 설치를 위한 ‘1%법’이라는 게 있다. 가로 경관의 품격을 위하여 총 건축비의 1% 범위 내에서 건물의 내^외부 장식용 미술품을 구입하 여 설치토록 한 법이다. 강제성은 있지만 건물과 가로와의 관계에서 공공성을 매개하는 미술의 역할(공공 미술)을 발견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 다. 생활고를 겪는 미술인들에겐 작업동기를 부 여받는 호기였다. 1970년대 초반 제정 이후 10여 이한구 사진

년 이상의 추진 과정에서 잡음도 많이 생겼다. 법 제정의 의미를 무시한 채 의무 방어로 전전한 시 행 초기엔 건물과 미술품이 따로 놀았고, 당연히 가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작품이 놓였다. 장 식품이 아니라 ‘공공의 쓰레기’라는 혹평도 들어 야 했다. 설치 위치도 편의적이었고, 작품의 크기와 특성과 무관한 규격화된 판단으로 말미암아 미술품 은 놓임과 동시에 흉물이 되었다. 그 틈을 비집고 미술품을 중개하는 전문 중간 상인들이 개입하기 시 작했다. 전반적으로 작품의 질과 설치 효과는 상승했지만 반면에 미술 시장의 논리가 이곳에도 고스란 히 적용되면서 이 시장은 중견 작가들의 투전판으로 전락하였다. 본의 아니게 특정 작가군을 먹여 살리 는 1%법은 만시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건축가는 자신의 건물이 미술품에 의하여 장식되어야 한다는 발상의 빈곤을 꼬집었다. 미술인들은 그 것이 미술계 전반에 고른 혜택을 줄 수 있어야 하며, 자본가들을 위한 미술이 아니라 일반 대중 사회를 위한 미술의 역할을 찾는 데 쓰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렇듯 건축과 미술계 안팎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시점에 공공 디자인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었다. 뒤집어보니 법 제정한 지 삼십 년이 흐른 것이다. 이제 미술 장식품이라는 생뚱맞은 용어보다는 가로 경관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 한 공공 미술과 공공 디자인의 입김이 거세졌다. 도시 갤러리니 가로 경관 개선을 위한 공공 미술 사업 등이 1%법의 보완재로 등장했다. 지자체장들은 스스로가 디자인 시장이 되겠다느니, 명품 도시 개발 주 식회사의 사장이 되겠다느니 개발 논리를 포장하는 주효한 화장품으로 공공 미술과 공공 디자인의 옷 을 챙겨 입고 거리로 나섰다. 가로에 깃들어 있는 역사성을 발견하고 보호, 숙성시키는 인식보다는 당 장의 눈요깃거리에 천착한 듯한 도시 디자인의 정치적 도구화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미술 장식품 설치를 위한 1%법이 폐단도 많았지만 긍정적인 면이 훨씬 컸다. 한때는 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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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제도의 일방적인 수용이었다는 관점에서 비판되기도 했다. 그러나 중심을 벗어난 비판은 늦게라 도 바로잡아야 한다. 건물과 공간을 미술품을 통하여 장식해 온 것은 우리 건축 문화의 한 특질이었다. 우리 옛 건축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고택이나, 서원, 사찰, 궁궐 등을 탐방하다 보면 보잘 것 없어 보이 는 단 칸의 작은 방 위에 붙은 편액으로부터 구중궁궐의 전각을 이름 짓는 현판과 마주하게 된다. 그뿐 인가? 옛집의 기둥에는 주련이 걸려 있어서 그 집안의 문향(聞香)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금 기준 으로 보아서 현판과 주련 모두가 건물을 장식하 는 도구임에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이것들로 말 미암아 크고 작은 전각의 의미가 공고해지고 권 역의 의미가 특별해진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땅의 옛 사람들이 일찌감치 눈뜬 장식 문화는 지금의 미술 장식품 설치 1%법과 겹치는 바가 많 다. 다르다면 그것이 법령에 의한 강제 혹은 권장 사항의 결과가 아니라 옛 지식인들의 삶에 묻어 이한구 사진

난 품격 높은 생활 문화의 자연스런 소산이었다 는 점일 것이다. 또한 오늘날의 무분별한 간판 문 화와 대비되는 훌륭한 전범을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크게 다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이렇듯 고매한 전통 문화가 현대인들의 생활 문화와 단절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서장지기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자 문화를 독해하는 수준이 저급(예외적 인 독자께는 죄송)한지라 현판과 주련에 담긴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단지 물리적 대상으로서의 건 물의 규모와 구축술, 의장기법과 공간의 표정만을 살펴왔다는 사실에 있다. 그 뿐인가? 옛집에 걸려 있 던 오래된 그림과 글씨들은 죄다 수거되어 미술관으로 박물관으로 위치 이동을 하였다. 그래서 늘상 찾 아보는 옛집에는 앙상한 목구조체와 그것들이 어울려 만들어내는 거친 공간의 숨소리가 전부인 양 호 흡하고 돌아왔던 것이다. 나날이 한자로 된 문화 유산과 거리를 두게 되는 시대 정서를 탓할 수는 없겠 지만 우리 건축의 문화적 깊이가 한자 문화에 대한 관심 부재로 인하여 외면당한 채 역사의 무덤 속으 로 덮여버릴 사태에 직면해 있었음은 실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옛 건축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많고, 그들의 노작이 쌓여서 고 택, 사찰 등을 방문하면서 적잖은 도움을 받곤 했지만 그런 와중에 도 특히 주련에 당하여서는 부끄럽게도 ‘문맹(文盲)의 고충’을 여러 번 경험하였다. 그래서 한옥을 연구하고 전파하는 지인들과 만나면 옛집에 남아 있는 편액과 주련의 ‘문향(文香)’을 화제로 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 안에 심히 광대한 세계가 펼쳐져 있음에 분명해 보 이는데 의미를 따라잡지 못하는 형국에서야 그 답답함이 얼마나 컸 겠는가?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문의 독해 능력뿐 아니라 주련을 읽 을 수 있는 초서(草書)의 해독력, 유교 문화와 텍스트에 대한 지식, 중국과 한국의 원전에 대한 이해와 컴퓨터를 활용한 자유로운 검색 능력’ 등을 겸비한 건축사학자를 찾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학제 간 통합 연구의 소산물로서 위의 책이 발 간된 소식을 전해 들었으니 그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현판은? ⓦ "유학의 이념은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사대부들을 실현 의 주체로 하고, 왕을 권력의 정점으로 삼아 덕치주의의 이상을 실현 하는 것이었다. 백성을 근본으로 삼되, 권력의 핵심이 왕이었기에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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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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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정치적 결정은 궁궐에서 이루어졌으며, 이러한 의미에서 궁궐은 조선조 문화의 절대적 공간이었다. 그래서 궁궐 건물의 공간 구조와 각 건물의 역할과 명칭에는 유교적 세계관과 도덕관이 그대로 반영되 어 있다. 유교 이념의 기초가 인류의 보편적 이성인 천명에 기초한 덕치주의, 음양오행에 기초한 자연 관, 민심을 천심으로 삼는 민본주의라면 궁궐의 현판에는 이러한 유교적 이념이 고스란히 실려 있다. 이 처럼 현판은 그 건물의 고유 이름표이면서 해당 건물의 특성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 판의 뜻을 알지 못하고서는 궁궐 문화를 제대로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다." (이광호, 2007, 머리말) 주련은? ⓦ "주련은 한시 구절이나 단편적인 산문 등을 널빤지에 양각 또는 음각으로 새기거나 써서 전 통 한옥의 기둥에 걸어놓은 장식물이다. 주련의 내용은 인격 수양에 도움이 되는 것, 수복강녕(壽福康 寧)을 기원하는 것, 아름다운 풍광을 읊은 것 등 다양하다. 여기에 쓰이는 글귀는 옛날부터 전하는 시문 을 많이 이용하는데, 때로는 새롭게 창작한 것을 새겨 놓기도 한다. 주련의 글씨는 선대(先代)의 유명 서가(書家)나 당대의 명필들이 쓴 것을 새겨서 예술 작품으로서의 가치도 지닌다. 우리 선인들은 이러 한 주련을 개인의 집이나 누정, 사찰, 궁궐 등 생활공간의 곳곳에 걸어놓아 수시로 보고 감상하면서 인 격 수양에 힘쓰고 멋과 운치를 누렸다." (이광호, 2007, 머리말)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 종묘, 칠궁에서의 현판과 주련을 찾아내어 그 위치와 형상과 의미를 도면과 사진, 출전 등으로 상세하게 해설하고 있는 이 책은 우리 옛 건축의 인문적 코드를 계측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깊다. 건축 대상의 권역별 위치와 담는 기능에 따라 수없이 많은 전각들에 붙여진 (현판의) 집자와 (주련의) 문장들로 인해 옛 건축의 상징성이 극대화 되는 방식이 우리 건축만의 고유한 특질은 아닐지라도 건축을 완성시키는 주체가 사용자라는 지극히 단순한 명제를 독자들에게 전 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기될 만하다. 책은 궁궐에 제한된 연구서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지만 이후, 전국 의 사찰과 서원, 고택 등에 남아 있는 편액과 주련 등의 해석과 설명으로 이어지리란 기대를 모은다. 책을 읽다가 발견하게 된 한 가지 사실, 궁궐의 출입문 격인 각 방위별 대문들은 당대의 문신이 아닌 무 관들의 글씨로 현판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자칫 문자 혹은 문장의 세계가 문신들의 전유물이었다고 여 기는 사람들에겐 난감한 정보가 아닐 수 없다. 도성이라는 작은 우주에서 성문은 외부와 소통하는 경계 지점이며, 그 지점의 권역을 지배하는 무관들로 하여금 현판을 쓰게 함으로써 권위와 책임을 동시에 안 겨 주었던 유교적 통치 방식을 이해하게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단지 현판의 뜻뿐 아니라 이처럼 누 구에 의해서 글씨가 씌어졌는가의 단서는 옛 건물의 복원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전문가들에게조차 전 달하는 의미가 작지 않다. 적어도 성문의 현판 글씨를 쓴 사람들은 당시 무관이었거나 무관의 지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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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득한 권력자를 표상한다는 추론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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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보쓰 | 건축가 곽재환 1

곽재환 그림

김재관의 <인물 열전 03>

이 글은 건축가 곽재환 선생님에 대하여 극히 주관적이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한 것입니다. 충청도에서 쓰는 말 중에 ‘가직끈’이라는 사투리가 있다. 이 말의 뜻은 ‘이미 충분한’ 혹은? ‘최고’ ‘최상’ 라는 최상급의 의미로 사용된다. 가령 어떤 사람이 출세를 하면 이를 두고 ‘그 사람 가직끈 됐다’라고 하고 배부르게 밥을 먹고 나서도 ‘가직끈 먹었다’라고 말을 한다. 그렇듯이 사람에게도 이 말을 붙인 다. 만약 나의 보스였던 곽재환 선생에게 그 말을 쓴다면 아마 ‘애초부터 가직끈 어른이었던 사람’이라 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적자(嫡子) 1980~90년대 한국의 건축계는 두 사람의 대가가 있었다. 김중업과 김수근 선생이다. 그들에게는 소위 제자라고 불리는 리더들이 있었는데 공간에는 민현식, 장세양, 승효상, 이종호 씨였다. 하지만 김수근 선생께선 누구 하나를 지칭하여 제자라고 부르지는 않았다고 한다.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말이다. 하지 만 개인적인 관계에서는 달랐다. 그러다 보니 제자 혹은 적통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반면 김중 업 선생은 제자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 듯하다. “내가 비록 몸이 아팠지만 나의 제자들이 밤을 다퉈 가며 알뜰한 안을 만들었고….” 물론 여기서 말하는 제자들이란 김수근 선생이 말하는 소수의 리더를 의미하기보다는 직원들에 대한 애칭이다. 그 칭호는 선생의 컨디션에 따라 ‘알뜰한 제자’에서 ‘공룡 시대의 콘크리트보다도 못한 대가 리를 가진 자’로 둔갑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제외된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나의 보스인 건축 가 곽재환 선생이다. 많은 제자의 무리 중에서 그만을 구분하는 호칭은 바로 ‘곽君’이었다. “곽君. 어느 날은 높은 사람이 날 부르더니 워커힐 호텔 뒤에 있는 그라나다 홀을 설계하라는 거야. 근 데 거기가 머 하는 곳인가? 알다시피 그렇고 그런데자나. 서양 것들 불러다가 말이지. 그걸 내가 어떻게 하겠는가 말이지. 당장 거절을 했지 머야.” “코르뷔지에 선생님과 챤디갈에 있는 의사당 건물을 할 때였어. 그걸 내가 맡았거든. 어느 날 오셔서는 지붕을 공중에 띄우자고 하시는 거야. 그 무거운 걸 말이지.” 마치 아들을 대하는 듯한 살가움이 느껴진다. 이사를 다닐 때 보스가 직접 챙기는 물건이 있다. 중판 사이즈의 검은 파일과 똘똘 뭉친 서류 꾸러미들 이다. 그것은 김중업 선생님의 개인 자료들이었다. 그 속엔 선생께서 불란서 말을 공부했던 단어장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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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코르뷔지에와 나눴던 이야기가 적힌 일기장과 피카소 풍의 습작들로 가득했다. ''살고 싶어져야 하잖은가? 빛이 있고….'' 그리고 도면들이었다. 평화의 문, 케이비에스 방송국, 육군박물관…. 김중업 선생의 후기 작품들로 보 스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었다. 특히 '평화의 문' 스케치에는 흑연의 광택들이 아직도 반짝였다. 보스는 그 유품들을 참으로 아끼셨다. 그는 지금도 김중업 선생을 말할 적이면 표정부터 먼저 공손해진다. 말 하자면 그 둘은 서로를 '가직끈' 대한 것이다. 첫 대면? 1980년대 초 건축계의 가장 큰 이슈는 독립기념관 현상 설계였다. 그 당시 설계로 밥을 먹는 사람이라 면 국민의 의무인양 응모했던 큰 행사였다. 그러나 김중업건축연구소는 선생께서 심사위원이었기 때 문에 참여할 수가 없었다. 보스는 하는 수 없이 개인의 자격으로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과 합작을 하며 만나게 됐다. 물론 그에 대한 소문은 이전부터 듣고 있었다. 프리 핸드로 원을 그려도 콤파스로 돌린 것 보다 더 똥그랗다거나 일주일을 자지 않아도 끄떡없다거나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겁이 난 사모님이 무 섭다고 전화를 했지만 한번 털은 집에 다시 도둑이 들겠냐며 사무실에서 밤샘을 했다는 식이었다. 지금 들어 보면 웃음 나는 이야기들이지만 그 때 당시는 우리 집에도 도둑이 들길 은근히 바랄 만큼 영향력 이 있었다. 그런 살아 있는 신화가 사무실에 오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왔어, 왔어. 바로 저 사람이야.” 보스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사무실을 돌았다. “이건 자네가 보는 책인가?” 그는 의자를 끌어 내 옆에 앉았다. 책상 위에 있던 내 책을 발견한 것이었다. 부인을 도둑으로부터 보호 하지 않았다는 무자비한 소문에 비한다면 참 잘생긴 얼굴이었다. 콧잔등은 눈자위의 아래부터 시작되 어 산맥처럼 우뚝했고 무엇인가를 씹는 듯 어금니를 우물거릴 때마다 턱의 근육이 빗살처럼 움찔거렸 다. 그리고 포개진 그의 다리 아래로는 뽀얀 양말이 환했다. “저기요. 책을 볼 때 주로 멀 보시나요?” 느닷없는 질문을 받자 책을 덮고 지긋이 나를 바라보았다. 눈빛이 식물처럼 온순했다. “책은 말이지 이렇게 보는 거야. 구석구석 샅샅이 봐야 해. 걸레받이, 가구 그런 모두를 말야. 또 편집의 흐름도 봐야 하고 사진의 배치하며 모든 것을 말이지….” 목소리도 굿이었다. 그 날 이후 나는 심복을 자처했다. 모두들 퇴근을 하고 나면 그의 옆에 쪼그리고 앉아 꼴랑 밤을 샜고 을지로의 골목을 쏘다니며 순대도 사 날랐다. 소문은 사실이었다. 일을 하는 동안 잠을 자지도 않았고 좀체 먹지도 않았다. 그저 다리를 꼰 채 제도판에 앉아서는 마치 땅콩을 집듯 연필의 끄트머리를 모아 쥐고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그렸다. 대개 그 모양은 동그라미들이 많았지만 그것이 평면인지 입면인지 혹은 자신만의 척도로 사용하는 어떤 기호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런 동그라미들이 무수히 반복되어 그려지다가는 어느 순간이 되면 한 톨의 미련도 없다는 듯 말끔히 지워버렸다. 그리고 또 다시 그려졌 다. 어찌 보면 소모적으로 보이는 반복적 행위들은 단지 그림을 그리는 것만은 아닌 듯도 했고, 또 어 찌 보면 생각과 몸이 따로 분리되어 움직이는 듯도 했다. 가끔은 가사 없는 노래도 불렀고 꺼이꺼이하 며 혼자 웃기도 했다. “근데 넌 왜 집에 가지 않니?” “그냥요.” 집에 갈 수가 없었다. 신기하고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쉼 없이 일을 했고 나는 쉼 없이 무언가를 물어댔다. “건축이 무언가요? 학교 다닐 때 공부는 잘 했나요?….” 그는 미학의 소용됨을 말했고 육안과 심안을 구분했고 감성과 이성의 차이를 말했었다. 그리고 광복과 독립의 차이를 말했고 그것의 궁극이 자유에 대한 추구이므로 독립기념관은 마땅히 그러한 이념을 담 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때론 먼 하늘을 응시하는 듯 말했고 때론 무언가를 움켜쥐듯 했으며 때론 살금 살금 말하기도 했다. 얼마나 근사한 모습이든가. 그 당시 내가 앉는 자리는 암모니아 냄새가 가득한 청사진 기계의 바로 옆이었다. 말하자면 그 사무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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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가장 쫄병이었다. 내가 하는 일은 이른 아침에 출근하여 청소를 하거나 실장이 부르면 쪼로록 달려가 청사진을 굽거나 선배들의 연필 따위를 깎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것도 욕을 먹어가면서 말이다. “야! 김재관이 연필 이렇게밖에 못 깎어?” 물론 도면도 가끔은 그렸다. 굴뚝이나 칠판, 목재문틀 등 수십 년을 묶어도 변치 않는 디테일들 말이다. 그것도 고래적 선배들이 그린 도면을 아래에 깔고 트레이싱지를 덮어 베끼는 일이었다. 슬래브 배근도 를 그리는 사람은 일년 선배였고 화장실을 그리는 사람은 2년 선배였으며 단면도를 그리는 사람은 5년 선배였고 입면을 그리는 사람은 손가락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그런 걸 세노라면 나의 앞날은 금새 어두 워졌다. 그 때 그가 나타난 것이었다. 그에겐 이상한 힘이 있었다. 독립기념관의 작업이 중반으로 넘어갈 무렵이었다. 여기저기서 크리틱을 왔다. 안영배, 주남철, 이상해 교수 등이다. 어쩌면 크리틱이라기보다는 곽선생의 분방한 배치에 불안 해 했던 사무실 소장님의 사주였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이것저것 딴지를 걸었는데 대부분이 전통 건축 을 운운하면서였다. 부석사의 꺾인 축과 마당, 처마, 하이어라키(위계)라는 말이 빈번하게 인용됐다. 한 마디로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반면 곽선생께서는 자유를 말했고 인간의 심원한 의지와 건축 적 감동에 대하여 말했다. 한 마디로 그렇게는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예의상 하나 정도는 받아들일 만 한데도 그들의 훈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방문객들은 기분이 좋았다. “잘해보게…” 참 희한한 일이었다. 거절을 당하고도 저렇게 기분 좋아하다니 말이다. 격려까지 해가면서 말이다. 내 가 마음속으로 크게 박수를 보낼 때 그의 나이는 넉넉잡아 서른두 살 때였다. 그 때 이미 ‘가직끈’ 어른 이 된 것이다. 보쓰(Bossssss) “나는 말이지 김 선생님께서 스케치를 하나 주시면 오래도록 들여다봤지. 도대체 어떤 뜻이 담겨 있을 까 하고 말이지. 나는 그렇게 일을 해결했다네.” 내가 이 이야기를 들은 것은 그로부터 여러 장의 스케치를 받고도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했던 내 나이 서른두 살 때였다. 선생의 말처럼 오래도록 들여다보기도 하고 두 눈을 부릅뜨기도 하고 거꾸로도 보 고 뒤집어도 봤다. 하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그의 화려한 서른두 살을 이미 목격했던 나로서는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당시 나에겐 다부진 하나의 목표가 있었다. 그로부터 스케치를 건네받지 않고 오로지 나의 생각만으 로 일을 마무리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의 서른두 살 때처럼 말이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한 유일한 방 법은 보스가 스케치를 하지 않아도 될 만한 아이디어를 미리 내는 것뿐이었다. 다행히도 새로운 프로젝 트는 보통 나에게 맡겨졌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가 할 수 없는 생각을 해야 했다. 만약에 그것이 어렵다 고 한다면 가능할 수 있는 모든 생각을 앞질러서 흔적이라도 남기고 싶었다. ⓦ (다음 호에 계속) * 글의 느낌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구어적으로 이르는 말이나 기호, 표준어가 아닌 말, 외국어를 소리 나는 대로 옮긴 말 등을 수정 없이 게재했음을 밝힌다.(편집자 주)

글쓴이 김재관은 충청북도 옥천의 무회마을에서 태어났다. 무회건축연구소란 사무실은 고향마을에서 유래한 이 름으로 1997년도에 만들어졌다. 그 이후 뜻하지 않게 강정교회, 충신교회, 성만교회 등 교회를 연달아 설계하여 건 축문화대상이나 지방에서 주는 이러저러한 몇 개의 상을 탔고 더러는 아파트나 오피스와 민박집도 지었다. 마흔 다 섯의 나이에는 친구들의 꼬임에 빠져 영국의 옥스퍼드 브룩스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그 덕에 지금은 몇몇의 대학에서 설계를 가르친다. www.moohoi.com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영국유학 이렇게 하면 안 된다’라 는 글을 절찬리에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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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at 환경 교육 센터 <WIDE PRO 젊은 건축가 FILE 1 | 윤창기 + 장 샤오이(Xiaoyi Zhang) >

↑ 4곳의 대지 ↑↑ 투시도 → 단위 유닛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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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 구조 ↑↗ 튜브 구조 → 구조 단위 유닛 → 동선 다이어그램 ↘ 대지 위치 ↓↘ 메이플라워

프로젝트의 배경 ⓦ 역사적으로 런던 템즈 강의 남쪽은 항상 홍수와 이민자들의 빈민촌으로 고통 받던 곳이다. 특히 홍수로 인해 자주 침수되기 때문에 살기 좋은 곳으로 발전하기 어렵다. 자연히 신흥 지역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몇몇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강 북쪽에 비해 낙후된 도시 인프라와 인종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 환경 도 강 북쪽의 지역보다는 여건과 인프라가 많이 떨어진다. 새로운 시도 ⓦ 현장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전 세계적으로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상호 교류(인터랙티브)를 통한 새 로운 교육이 시도되고 그러한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테크놀로지와 과학 환경의 발전이 이룩된다 고 하더라고 국가의 예산으로 펼쳐지는 공교육은 사교육이나 집중된 기관의 교육 환경에 비해 여전히 교과서 위주 의 학습과 학교에서 벌어지는 실습 교육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물론 다른 나라 에 비해서 영국의 런던은 미디어와 디자인의 천국이며, 훨씬 더 좋은 교육 환 경을 가지고 있지만 상호 교류적인 행동을 통해 학습될 수 있는 교육 센터의 필요성를 보여 주기 위해 건축물 자체가 100% 산 교육의 집합체가 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시도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위의 두 가지 전제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도록 템즈 강 남쪽 과 역사적인 지역을 위주로 대지를 선정하고, 건축물 자체가 인터랙티브한 공 간이자 구조가 될 수 있도록 새로운 건축을 시도해 보았다. 프로젝트의 세 가지 목적 ⓦ 첫째는 건물이 강 위에 떠 있어야 한다는 것, 둘 째는 건축 프로그램을 따라 4군데의 대지를 이동하면서 건물의 기본 골격이 변화하여 수변 환경과 프로젝트의 목적에 맞는 변형이 가능한 일체화 건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건축물 자체가 교육이 가능한 덩어리가 되어 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 교육 센터(Float)의 건축물은 강 위에 떠 있는 부유 구조체이다. 부유한 다는 점은 물보다 비중이 가벼워야 한다는 것과 동시에 항상 변화하는 수변 환경에 대응해야 하는 환경 대응적 건축물이어야 한다. 정교하게 3차원적으 로 짜인 튜브 그물이 건물의 구조 시스템이 되고, 그물 사이에 삽입되는 셀은 공기나 물로 채워진다. 셀은 튜브를 통 해 공기와 물을 공급받게 되고, 공간의 기능에 따라 각각 다른 존으로 나누어진다. 건물의 형태가 지역적인 조건에 변화할 수 있도록 셀에 공기와 물의 양이 조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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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플라워 현황 사진 ↑ ↑ 사이즈 변화 ↑↗ 이동 다이어그램

→ 물 에너지관 서큘레이션 ↓ 물 정화관 ↓↘ 풍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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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유하는 건물의 프로그램은 교육적으로 낙후된 동네에 새로운 환경 교육을 제공하는 교육의 장이다. 과학과 환 경 수업을 제공하는 환경 교육 센터는 석 달에 한번씩 새로운 위치로 이동하여 일년에 네 군데의 장소를 순회한다. 대지로 선정한 네 장소들은 각각 다른 환경 요소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라임하우스 계류장으로 항상 일정한 수위 와 안정적인 기후를 가지고 있으며, 벅솔(Beuaxhall)이라는 장소는 조수간만의 차이에 의해 수위가 계속 바뀌는 불

↖ 건물 에너지 다이어그램 ↖↑ 입면도 ↑천정도 ↙ 기능 다이어그램

안정한 곳이며, 그리니치 천문대가 위치한 그리니치(Greenich)는 과학과 기술을 자랑하는 상징적인 장소이다. 본 프로젝트의 대지 위치는 메이플라워 가든(Mayflower Garden)이라는 곳으로 사우 스워크(Southwark)에 위치한다. 항상 다양한 환경(햇빛, 바람, 템 즈 강의 수의 변화)과 기후에 따라 반응한다. 그래서 환경 교육 센 터는 기후에 따라 여러 단계의 공간들을 재현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슈는 건물이 위치 이동을 하는 것에 따라 각 각의 물리적인 조건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 위에 떠 있어야 한다는 점 외에 런던의 오래된 무수한 다리를 통과해야 한다는 것 과 도착했을 때 안정적으로 플러그 인과 아웃이 쉽게 되어야 한다 는 것 등이다. 다리를 통과하려면 건물의 사이즈(size)가 변경되어 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구조가 필요하며, 이 구조는 변형이 되어야 한다. 이 때 건물의 사이즈가 늘어나고 줄 어드는 한계를 -80%~+120%로 놓고 건물의 스페이스 프로그램을 정하였다. 플러그 인을 위해서 자연계에 존재하는 안정적인 부유 식물의 구조를 연구하여 적용시켰다. 건물의 구조 시스템은 살아있는 전시 역할을 맡아 사용자들이 물리적인 서피스(surface)들과 상호 작용하는 것을 유발한다. 체험 교육은 사용자들간의 협력 소통을 증가시키고 리더쉽, 협상과 독립적인 생각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사용자들의 모든 감각이 이용될 때 최상의 교육이 이루어진다. 내부 공간은 크게 세 가지 존으로 나누어진다. 물의 에너지 재생(제일 하부 공간, rigid 부분), 물 정화 연구소(중간 공간, semi-rigid 부분), 공기 역학의 힘(상부공 간, flexible 부분) 등이 그것이다. 그물의 밀도가 여러 가지 상태를 재현 가능하게 하고, 모든 환경은 진행되는 프로 그램에 따라 조정된다. 이에 따라 환경 교육 센터는 세 가지 공간인 물 에너지관, 물 정화관, 풍력관으로 나뉜다. 물 의 순환은 환경 교육 센터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물탱크에서 아래층으로 흐르는 수력 파이프는 건물 의 전기를 공급한다. 물 정화관은 물의 순환과 물의 정화 과정을 체험 교육으로 방문객에게 가르친다. 방문객은 정화의 과정뿐만 아니라 또한 템즈 강물에 있는 독소에 관해서도 배우게 된다. 풍력관은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구조 시스템은 방문객이 직접 기후의 변화에 따라 각 셀의 부피와 패턴이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환경에 변화에 따라 같이 반응하고 변화하는 시스템은 안정적인 구조를 만든다. 결론 ⓦ 환경 교육 센터는 환경 교육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교육을 추구하는 전문가(교육자 및 환경 전문가)들과 일 반인(학생과 일반인) 모두를 위한 공간이다. 또한 이러한 장은 방문객에게도 더 나은 지속 가능한 교육 전략을 개발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

건축가 윤창기는 엄이건축에서 실무를 쌓고 영국 AA스쿨에서 수학했다(Master of Architecture and Urbanism). 현재 (주)종합건축사사무소경암 대표로 건축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으며, 홍익대학교 건축대학에서 학생들을 가 르치고 있기도 하다.『The Reform』 이란 제목의 책을 낸 바 있고, 조만간 자신의 작품을 모은 단행본이 발간될 예 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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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안 국제 공항 터미널 Giant’s Lair : 북아일랜드 Giant causeway 방문센터 Concept Design Process <WIDE PRO 젊은 건축가 FILE 2 | 손세형 >

중국 서안 국제 공항 터미널 ⓦ 단계별 개발 계획을 포함한 마스터플랜과 제3터미널 디자인 현상 설계이다. 영국의 유명한 엔지니어 회사인 오브 아럽(Ove Arup)과 내가 근무하고 있던 Llewelyn Davies Yeang이라는 건축 디자인 회사가 함께 조인트 벤처(joint venture)로 참가한 국제 현상 프로젝트이다. 당시 나는 공항 프로젝트의 전문 시니 어 디자인 아키텍트(Senior Design Architect)였고, 팀의 리더로서 이 프로젝트의 디자인을 수행했다. 따라서 항공 마스터플랜(Aviation Masterplan)과 터미널 기능 등의 엔지니어 측면보다는 터미널 건물 형태 디자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지붕과 그 구조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하고자 한다. 원초적인 형태는 건축과 구조적 개념들이 통합되어 나온 것으로 디자인의 주제는 ‘비단의 가벼움(Lightness of Silk)’ 또는 ‘비행의 흥분(Excitement of Flying)’이다. 지붕 구조에 대한 참고(reference)는 역사적인 실크로드에 서 서안이 다한 역할로부터 출발했는데, ‘하늘에 펄럭이는 비단의 가벼움(lightness of silk floating in the sky)’ 이 그것이다. 전체 지붕의 윤곽인 펄럭이는 효과는 꼬임(weaving) 효과와 함께 천의 다이나믹한 움직임을 포착한다. 그 움직임 은 터미널 전면부의 얇은 기둥들과 후면의 ‘중정 기둥’에 의해 지지된다. 리본 같은 혹은 천의 밴드와 같은 지붕 요 소는 빌딩의 전면부에서 일부 흘러 내려와 일련의 가벼운 캐노피(canopy)로 연결되어 건물의 출입자와 차량의 승 하차 구역에서 적당한 스케일감을 조성한다. Giant’s Lair : 북아일랜드 Giant causeway 방문 센터 ⓦ 이 프로젝트 역시 국제 현상 프로젝트로 북아일랜드의 유 명한 관광지인 자이언트 코즈웨이(Giant Causeway) 방문 센터 제안 프로젝트이다. 피터 쿡(Peter Cook)과 함께 협 력 디자이너(co-designer)로서 쿤스트하우스(Kunstahaus Graz)를 설계하고 현재 바틀렛(Bartlett)의 교수로 있는 콜린 푸르니에(Colin Fournier)가 동참한 작업이다. 당시 나의 소속사인 Llewelyn Davies Yeang 사장의 AA School 학창 시절 담당 튜터였던 콜린이 함께 하자고 요청하여 그는 프로젝트 매니저(project manager)로서, 나는 프로젝 트 디자이너(project designer)로서 참여하였고, 그의 제자 두어 명이 함께 일했다. 실무자가 아닌 학생들과 교수와 의 작업은 나름대로 실험적인 접근을 하는 데 적당한 환경이 되었다. 사이트(site)는 두 가지 성격을 지니고 있었는데, 스코틀랜드 거인과 아일랜드 거인의 갈등 신화를 지닌 자연 관광 지라는 점, 그리고 기능적인 성격을 가지는 관광지의 방문 센터라는 점이 그것이다. 이는 신화를 상징적인 디자인 요소로 사용하게 된 배경이 되었다. 해안가 측의 입구는 과장된 스케일로 자연적 언덕에 위치해 있으며 실제 후면에 배치되어 있는 시설 및 공간을 드러내지 않고 혼란스런 스케일감을 줌으로써, 아기 옷으로 분장하여 자신이 북아일 랜드 거인의 아기라고 속여 덩치가 큰 스코틀랜드 거인을 쫓아 보낸 신화를 암시하고자 했다. 수려한 자연 환경 속 에 인공적인 건물을 우뚝 세우는 것 대신 해안 언덕의 프로파일(profile)을 해당 제안 공간을 규정하는 전체 외피의 레퍼런스로 삼아 자연과 인공의 융합이 일어나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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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ept Design Process ⓦ 프로젝트 매니저와 프로젝트 디자이너가 따로 존재하는 프로젝트 팀 구성 방식을 가 진 영국의 회사에서 시니어 디자인 아키텍트(Senior Design Architect)로 업무를 하며 프로젝트 진행 상의 어려움 을 겪기도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툴(tool)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에서 콘셉트 디자인 프로세스(Concept Design Process)를 고안해 냈는데, 거의 1년 가까이 각 팀 매니저와 회사의 모든 임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여 만들어 낸 작업이다. RIBA(영국왕립건축가협회)가 권장하는 매니지먼트(management) 상의 프로세스와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디 자인 상의 프로세스를 병합하는 것으로 출발했으며, 기존의 일방향적인 프로세스 를 지양하고 대략적인 단계를 입 체적이고 효과적인 시스템으로 바꾸는 데 집중하였다. 조직적이고 계통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한 이 프로세스는 프로젝트의 논리적인 접근과 진행을 도우며, 결과적으 로 각 단계별 체크리스트(Check List)로 활용됨과 동시에 클라이언트와의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을 비롯 한 팀원들간의 보다 효과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툴이 되었다. 2004년도에 완성된 후 내가 담당한 거의 모든 프 로젝트에 효과적으로 활용되었으며, 2006년부터는 영국의 심의 절차에 제출 도서로 추가된 디자인 스테이트먼트 (Design Statement)를 작성하는 데 크나큰 도움이 되고 있다. 현재 건원에서 디자인 2본부를 담당하며 진행하고 있는 두 프로젝트에도 이 프로세스를 적용, 진행 중에 있으며, 앞 서 설명한 여러 가지 면에서 효과를 보고 있기도 하다. ⓦ

건축가 손세형은 영국 건축사^영국 왕립 건축사(RIBA)이다.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AA (Architectural Association)에서 수학했다. 이후 영국 Llewelyn Davies Yeang 디자인 코어팀 선임 디자이너 및 Broadway Malyan UK팀 선임 디자인 건축가를 거쳐 올해 귀국, 현재는 건원건축 상무(디자인 2본부장)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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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머우, 샤로운, 그리고 정기용 이종건의 <COMPASS 02>

장이머우. 그를 아끼던 많은 팬들에게 실망스러운(중국 체제를 고발해 오던 그의 이단아의 검은 역할을 벗어던진 탓에…,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차원에서 서구의 스펙터클을 중국 고유의 시각으 로 글로벌 영토에) 첫 포탄을 날린 <영웅> 이후, 소위 중화주의 블록버스터로 세계의 육감을 단숨에 사 로잡은 57세 세계의 명인 영화 감독. 그가 헤르조그의 새둥지에서 연출한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은, 온 세상을 주목시킨 놀라운 이벤트였다. 미국 미디어계의 거물 앵커 탐 브로커로 하여금 “숨이 막힐 정도 (breathtaking)”이면서도 “무서움에 떨게(terrifying)” 한 이 엄청난 사건의 창출에는, 1,000억이라는 거금의 위력도 한 몫했겠지만, 그리고 중국이 낳은 또 한 사람의 세계적 예술가 카이(50세)의 폭발 연출 도 적지 않은 위력을 일조했겠지만, 역시 공간을 다루는 장이머우 특유의 탁월한 재능이 중심을 차지했 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얼마 전 항주 서호 호수 위에 펼쳐진 그의 쇼를 보며 그가 지닌 상상력 과 스케일의 크기를 이미 일별해서 가히 짐작을 했지만, 첨단 디지털 기술과 무려 만 오천 명에 달하는 인간 떼 간의 기계적 정합성과 공간 장악력, 그리고 상상치 못한 아이디어들이 주는 충격이 아직도 생 생하다. 중력에 맞선 춤, 경기장을 가로지르는 스케일, 짐작치 못한 서스펜션 동작과 디지털 아트, 가장 최근의 디지털 인터액티브 건물 파사드보다 더 역동적인 공간 조작, 그리고 그것들을 운전하는 뭇 인간 떼들. 장대하다 못해 경이롭다는 표현이 더 적실할지 모르겠다. 내가 장이머우를 거론하는 것은, 이데 올로기 비판을 일단 비켜서서, 건축(곧 서구의 건축)의 본질이란 결국 스펙터클한 시각의 질로 일상의 차원을 넘어서는 경험을 창출하는 데 있다는 견지에서, 한 마디로 경이로움(larger-than-life), 그러니 까 현실 초월의 차원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껏 몇 번쯤 그러한 비일상적 경이의 순간을 체험했을까? 잠 시나마 우리의 사소한 삶의 한계를, 그리고 필멸의 조건을 벗어나는 경험을 말이다. 정기용. 대장암을 선고받은 후 차라리 암과 더불어 살기로 한 후 일상성을 회복했다는, 그리하여 정말 누구보다 더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독재정치 그늘에서 서울 미대를 마친 후 프랑스에서 건축을 학습한, 그러면서도 전문적인 건축 지식을 습득하지 못해 자신이 출판했고 출판하는 책들은 건축인이 아니라 대중을 독자로 삼는다고 말하는 우리의 건축가. 얼마 전, 6월 여름 어느 저녁 베를린 독일건축 센터(DAZ) 한국현대건축전시회 개막식에서 한 그의 프리젠테이션 내용이 머리에 맴돈다. 자신의 건축 이 목표로 하는 바는 좀더 인간적으로 살 수 있게 할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 말하며, 어느 (초등?)학 교 운동장에 그늘을 만들어 준 사건(일련의 미러클 도서관 프로젝트도 같은 선상에 놓인다)을, 뭇 독일 인들에게 서툴지만 충분히 소통 가능한 영어로 설명하는 그의 건축이 몸서리치게 처절하고 소박하다. 공간의 스펙터클로 보는 자의 눈들을 포획하여 (종교든 정치든 자본이든 어떤 것이든 그) 권력의 구도 안에 굴복시키는 (서구) 건축의 정반대 지점에 당당히 위치시키는, 그로써 권력을 등지고 인간 삶의 기 본조건을 응시하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민중 건축가 정기용. 그가 한스 샤로운 건축과 만나면서 내보인 건축적 열망의 에너지가 한여름의 저녁바람처럼 싱그럽다. 세계적 명작 베를린 필하모니가 설 계경기에 당선되었을 때 그의 나이가 만 63세(그리고선 만 70세에 완공), 우리 나라 나이론 64/65세 곧 정기용 선생의 나이이니 새로운 결의를 표하는 것이 결코 어색하지 않다. 한스 샤로운. 환갑을 넘기고서야 기회를 잡아, 70에 이르러 실현하게 된, 그러면서 때늦은 표현주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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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례 혹은 하나의 선구적 작업이라는 엇갈린 평가 속에 “일반적으로 서툴고, 시대에 맞지 않고, 두 드러진 고립이 심하다는” 비방을 받아온 그의 필하모니가, 오랜 간과 끝에 불후의 명작으로 역사적으 로 회복된 것은, 프랭크 게리가 디즈니 홀 경기설계를 위해 작업의 출발점으로 선택한 덕이다. 17세 때 의 꿈을 50년이 지나 현실화시킨, 건축 역사상 가장 어려운 완공작들 중의 하나로 간주되는 피라네시적 작품. 이를 통해 그가 목표로 한 바는 두 가지 곧 진정한 도시 랜드마크와 새로운 세기의 음악 연출에 적 합한 공간을 창조하는 것인데, 이것은 “건물의 형상은 그것이 목적으로 하는 바인 도시와 사회와 공명 해야 한다.”는 그의 오랜 확신에 따른 것이다. 본디의 부지가 바뀌어 히틀러와 그의 건축가 스페어가 계 획한 승리의 대로에 따라, 폭탄이 조성한 허한 평지에 처음 들어선, 아도르노가 “오케스트라 음악을 위 한 이상적인 조건을 창조하기 위해 음악에서 빌려오지 않은 채 음악에 유사해지는 까닭에 아름답다”고 칭송한 필하모니는, 그의 주장처럼 내부에서 외부로 향한다. 음악을 닮기 위해 '포도밭 테라스'라 부르 는 청중석 블록 단편들로 조직한 내부 공간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공학을 수용하면서 그것을 넘어 자 연의 경(景)을 끌어온다. 샤로운의 표현이다. “하나의 계곡으로 보이는 청중석, 그리고 이웃하는 비탈 언덕의 사면을 따라 기어 올라가는 포도밭에 둘러싸여 있는 바닥의 오케스트라 패턴이 이루는 지경(地 景, landscape)을, 텐트를 닮은 천장이 마치 천경(千景, skyscape)처럼 만난다.” 그러니까, 필하모니의 생명은 한 마디로 그것이 떠맡는 역할의 미메시스에 있다는 것인가? 죽기 얼마 전 밝힌 자신의 건축적 소망을 그는 이렇게 쓰고 있다. “생명의 운동이 조숙한 경직성에 의해 질식되지 않기를…. 심지어 기술 의 영역에서조차 성급한 완성이 없게 되는 것이 우리의 소원이다. 완성 대신 즉흥성이 널리 퍼져 차후 의 진화의 길을 보여주기를.” 애어른이 아니라 어른애가 되기를 소원한다는 것이 아닌가? 도사 연 폼 잡 지 말고, 직관을 통해 평생 탐구하라는 조언처럼 들린다. 장이머우의 스펙터클의 잔상이 머뭇거리는 와중에, 몇 가지 불미스러운 사건이 불거졌다. 오성홍기가 입장할 때 천사의 목소리로 열창하여 보는 이들의 시선을 붙잡은 9세 여자 아이 린 먀오커가 립싱크를 했다는 것이다. 노래의 실제 주인공 7세 양 페이가 이빨이 못생겨 예쁜 린을 앞세웠다는 것. 개막식 직 전 천안문 광장에서 출발하여 메인 스타디움으로 걸어간 거인 발자국 폭죽도 가짜였다. 리허설 도중 추 락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중국 최고의 무용수 류옌의 소식도 안타깝다. 30대 초 먹고 살기 위해 10년 간의 고된 건축사 사무실 경력을 팽개치고 저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프랑크푸르트 짜이퉁의 샐러리맨으 로 입사한 크라카우어는, 몇 년 후 쓴 아티클 <대중 장식>(아도르노에게 헌사하는 자신의 책 제목이기 도 하다)에서, 기계처럼 움직이는 인간 떼의 미학, “여자들이나 스타디움 청중들뿐 아니라 수많은 종류 의 사람들을 연출시키는 그러한 엄청난 스펙터클들은… 국제적 입지를 얻어 미학적 관심의 초점”이라 전제한 후, 수천의 무성(無性)의 육체들로 구성된, “단순한 건물 블록들에 불과한 요소들”로 이루어진 그러한 대중 장식은, 모든 실체적 내용이 비워짐으로써 이루어지는 패턴으로, 자본주의가 몰고 온 당대 상황의 구조 곧 커뮤니티와 개성(인격)의 소멸을 반영한다고 썼다. 그런데 그에 따르면, 기능의 장식화 와 장식의 기능화인 대중 장식 기하학은 “열등한 본성의 우둔한 표현”이다. 티벳의 과도한 무력 진압과 서방인의 출입 금지, 그리고 엄청난 과시 등을, 중국의 콤플렉스의 반영으로 읽는 타임지 글들도 주목해 야 하겠지만, 장이머우의 스펙터클이야말로 전체를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는 전체주의의 이데올로기의 방편이 아닐까 더 우려스럽다. 심지어 영국 여왕도 특별한 좌석을 차지할 수 없었다던 필하모니의 내부 공간도 예사롭지 않거니와, 뭇 청중들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보고 보이게 하는 비선형적 단편화 공간들 로 엮인 사회적 공간이야말로 더 장관이다. 가장 맡고 싶은 프로젝트는, 바로 그러한 인간들이 함께 모 이는 순간을 극화시키는 문화 시설이라 고백하던 정기용 선생. 그에게 넉넉한 설계비와 함께 근사한 프 로젝트가 조만간 떨어지길 나보다 더 큰 논 존재들에게 진실로 간청한다. 선생과 동행한 시간들도 그러 하지만, 그와 나의 베를린 초행길을 행복하게 해주었던 이종호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

글쓴이 이종건은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이자 우리 시대 가장 소중한 자리를 지키는 비평가다.『해방의 건축』 『중 , 심 이탈의 나르시시즘』 『텅빈 , 충만』등을 썼다. 한국 현대 건축의 중심과 주변을 넘나드는 이야기의 주제와 평문들 은 언뜻 날을 세우고 있는 듯하지만, 기실 따뜻한 시선의 깊이로 문제의 핵심을 잘 집어올리고 있다.

WIDE DAILY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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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5호 | 와이드 칼럼 선진국 타령 | 임근배 WIDE ARCHITECTURE : WIDE Column no.5 :september-octo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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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올림픽이 끝났습니다. 우리 나라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예

의대생들이 전공을 선택할 때에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는 추세라는 말을

년에 비하여 다양한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내었습니다. 소위 선진국형으로

들었습니다. 성적이 좋은, 그래서 우선권이 주어진 순서대로 성형외과, 안

가고 있다고들 말합니다. 참 다행이며 희망적인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예전

과, 피부과 등 상대적으로 위험 부담이 적은 쪽, 응급 환자가 없는 쪽, 돈이

에는 몇 가지 종목에서만 무더기로 메달을 따 조금은 억지로 목표를 이루고

좀 되는 쪽을 선호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를 자연스런 사회의 발전적 추

기쁨에 들떴었습니다. 올림픽의 성적 순위에 따라 국가 간의 서열이 정해지

세라 해야 할까요? 이렇게 가다가 언젠가는 어렵고 위험한 외과수술을 우

는 것처럼 거기에 온 힘과 정성을 쏟았었습니다.

리 나라에 취업해 온 후진국 의사들에게 맡겨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도 있 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살 집도 외국인 취업자들이 설계하는 세상이

저희 사무소에는 설계직이 필요하여 오래 전부터 구하고 있는데, 도통 지원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게 우리가 그리는 선진국의 모습인

자가 없습니다. 일이 많은 것도 아닌데 그 나마 그 일을 처리할 인원이 모자

지 참 걱정입니다.

라 힘이 듭니다. 요즘 저희 사무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무소가 겪는 어 려움이라 합니다. 작은 데, 큰 데 할 것 없이 모두가 인력난을 겪고 있습니

선진국이란 ‘앞서 나아가는 나라’쯤으로 일컬어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다. 설계 전문직들이 다 어디로 간 것일까요? 예전에는 건축과를 졸업하면

선진국이란 힘 없는 사람도 여러 가지 혜택을 함께 누리며 살 수 있는 나라

설계 사무소나 건설 회사 그것도 아니면 연구소나 학교로 진로를 선택하였

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조금 앞선 사람들이 조금 뒤쳐진 사람들을 돌보며

습니다. 아주 단순한 직업 체계였습니다. 건축을 한다면 으레 설계를 하는

공동의 행복을 위하여 모두가 힘쓰는 사회이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최선의 선망이었습니다. 창작이라는 덕목 때문이지 싶습니다. 그러나

천박한 경제 일변도의 동물적인 사회는 아닐 것입니다. 물론 지금의 소위

이제는 건축을 전공하면 할 일이 많습니다. 사회가 복잡하게 발전함에 따

선진국들의 그러한 노력은 자국민들을 위해서만 유효하고 인류라든가 세

라 설계 말고도 부동산 개발, 금융, 투자, IT 분야 등으로 진로의 선택 폭이

계라는 더 큰 대상에 대해서는 야만에 가까울 정도로 냉정하고 야비하기까

상당히 커졌습니다. 보수도 예전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높아졌습니

지 한 것이 아쉽기는 합니다.

다. 건축 전문직도 선진화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박봉에, 격무에, 보장된 미 래도 모호한 과거의 건축 설계직에 비하면 상당히 나아진 조건입니다. 그

얼마 전 타계하신 소설가 박경리 선생께서『문학을 지망하는 젊은이들에

런데 젊은이들이 설계직을 마다하고 새로운 다른 분야를 선호하게 된 배경

게』 라는 책을 낸 적이 있습니다. 그 책은 강의록을 묶은 것입니다. 선생은

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창작의 범주에 들어가는 건축 설계가 이미 기피 직

그 강의에서 작가인 당신이 작가가 되려는 젊은이들에게, 문학을 왜 하는

업의 대열에 끼이게 된 것이라 보는 견해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

지, 어떻게 하는지에 대하여 당신의 경험과 생각으로 젊은 지망생들에게 사

다. 건축은 어떤 소기의 행위를 담는 그릇입니다. 설계는 그 해법을 만들어

명과 동기와 희망을 심어 주고 있습니다. 건축 또한 문학 못지않게 한 사회

내는 일입니다. 온갖 조건들과 그 목적에 대하여 가시적인 솔루션을 제시

의 삶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여건입니다. 사람 살 만한 나라를 만들어 가는

하는 일이 그 과정에서 골머리를 앓아야 하는 일입니다. 세상의 일이 그렇

데에 건축인 또한 고유의 역할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의 미래의

게 풀어지지 않는 일이 어디 있을까마는 왠지 설계라는 일을 기피하는 현

그릇을 지을 젊은 건축 지망생들에게 사명과 동기와 희망을 심어주는 일은

상이 두드러져 가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그 노력에 비하여 대가가 따라 주

우리 건축인들의 몫입니다.

질 못하는 현실 때문일까요? 아니면 일의 특성상 예민하게 신경 쓰면서 끈 질기게 물고 늘어져야 하는 데에 대한 단순한 거부감일까요? 창작이라는 가

글 | 임근배(발행편집인 고문, 그림건축 대표)

치를 능가하는 새로운 가치 기준이 생긴 걸까요? 어렵고 고된 작업을 거쳐 잉태의 희열을 느끼게 되는 환희가 있다는 것을 우리의 젊은 건축 지망생 들에게 알려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제 앞으로 우리 삶을 담는 그릇은 누가 만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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