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 AR vol 23,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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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Report 23 | 2011.09-10 |엣지 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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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Report 23 | 2011.09-10 |엣지 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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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사 구술 총서 <예술인・生>

박용구 朴容九 1914년~ | 한반도 르네상스의 기획자 002 전혁림 全爀林 1915~2010년 | 다도해의 물빛 화가 003 장민호 張民虎 1924년~ |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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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ed & designed by 수류산방 樹流山房 Suryusanbang 02 735 1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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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도가도비상도(圖可圖非常圖)가 던지는 도시 건축의 메시지 “폐하, 폐하의 손짓 한 번에 따라 하나밖에 없는 마지막 도시의 성벽들이 흠 하나 없이 높이 세워지는 동안, 저는 그 새 도시에 자리를 넘겨 주기 위해 사라졌을 다른 가능한 도시, 다시 세워지거나 기억될 가망이 없는 그 도시의 재를 긁어 모을 겁니다. 그 어떤 보석으로도 보상할 수 없는 불행의 잔재들을 인식하실 수 있을 때에만 폐하께서는 마지막 다이아몬드가 가져야 하는 정확한 캐럿을 계산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폐하의 계산에는 처음부터 실수가 없을 겁니다.”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 중에서, 수정과 같은 재료와 완벽한 설계로 이루어졌으나 늪 속의 시체처럼 썩어 가는 제국의 운명을 늘상 걱정하는 쿠빌라이 칸에게 마르코 폴로가 건내는 말이다. 진정한 도시의 면 모는 도시의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찾을 수 있으며, 보이지 않는 가능성이 도시를 훨씬 값어치 있게 해 준다고 한다. 올해 광주디자인비엔날레(총감독 승효상)의 한 섹션은 10개의 폴리가 만든다. ‘광주폴리’라 불리는 이들은 옛 읍성 의 유허를 따라 세워지고, 폴리를 잇는 둘레길은 사라진 읍성의 영역을 드러낸다. 어떤 것은 원래 읍성의 문이 있던 자리에서 문의 기능을 한다. 혹은 읍성이 돌아가는 모퉁이에서 읍성의 경계점을 표시해 준다. 어떤 것은 쉼터가 되어 현재의 사람들로 하여금 기능을 불러 넣도록 한다. 그리고 어떤 것은 도시의 자그마한 갤러리가 되기도 한다. 노자의 도덕경에서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는 길이 무엇인지를 묻고,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도가도비상도(圖可圖非 常圖)가 디자인이 무엇인지를 되묻는다면, 쿠빌라이 칸과 마르코 폴로의 대화에서처럼 광주폴리는 도시가 무엇이고 건축이 무엇인가를 되묻고 있다(도가도비상도(都可都非常都)). 그래서 이러한 물음은 현대 도시를 만들어 온 수많은 이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여겨온 것들에 대한 비판적 선언과도 같아 보인다. [진행 | 강권정예(본지 객원기자), 관련 자료 제공 | 2011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사진 김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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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폴리 보이지 않는 것들의 재현 26 / 27


사라진 읍성과 10개의 폴리 옛 광주읍성의 둘레길은 2.2km에 이르는데, 읍성의 모퉁이와 성문으로 추정되는 위치에 10개의 폴리(큐레이터 김영준, 라 몬 프랫)가 세워졌다. 광주읍성은 고려 후기에 지어져 구한말까지 존치되어, 읍성 내에는 전통적인 마을 구조가 남아 있었 다. 1908년부터 1916년경까지 누문을 마지막으로 읍성과 성문이 모두 헐리고, 그 자리에 도로가 건설되었다. 그러면서 성 밖으로 도시 공간이 확대, 결국 도시 영역이 확장되는 계기가 되었다. 사라진 광주읍성의 영역은 현재 공사 중인 아시아문 화전당(옛 전남도청 자리) 영역과도 교차하는데, 요시하루 츠카모토의 ‘잠망경과 정자’[10번]에서 프란시스코 사닌의 사랑방’[9번]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다. 들어서는 아시아문화전당 내에서는 이 같은 읍성 길의 흔적은 사라진 것으로 보인 다. 그리고 광주폴리의 공간적 특성은 파빌리온에 가깝다. 거기에 가로 시설물로서 공공 기능이 더해져 있고 그 자체로 장 식적인 역할을 아우른다. 그러면서 전체를 하나의 대상으로 보아 건축가의 아이덴티티를 불어 넣은 라빌레뜨 공원의 폴리 와는 또 다른 접근을 보인다. 비교적 규모가 작고 서로가 볼 수 없는 곳에서 충분히 떨어져 있는 상태이니, 형태가 서로를 간섭하지 않는다. 그래서 폴리마다 통일성을 갖기보다는 그 자체가 주변과 어울리는 것이 중요해진다. 광주폴리를 이루는 핵심적인 요소들은 바로 공간과 장소, 그것을 이용하는 시민들과 시민들의 행위들로, 이 요소들이 어떠한 결합을 이루는 지에 따라 조금씩 다른 성격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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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장동 사거리,

➏ 황금로 입구,

<소통의 오두막>,

<열린 장벽>,

후안 헤레로스 Juan Herreros

정세훈+김세진 S. H. Jung+S. J. Kim

➋ 제봉로 김제규 경찰학원 앞,

➐ 황금로 콜박스 사거리,

<서원문 제등>,

<기억의 현재화>,

플로리안 베이겔 Florian Beigel

조성룡 Sung-Yong Joh

➌ 대한생명 사거리,

➑ 옛 광주시청 사거리,

<광주 사람들>,

<열린 공간>,

나데르 테라니 Nader Tehrani

도미니크 페로 Dominique Perrault

➍ 금남공원 앞 인도,

➒ 광산길 보도,

<유동성 조절>,

<사랑방>,

알레한드로 자에라 폴로 Alejandro Zaera-Polo

프란시스코 사닌 Francisco Sanin

➎ 충장로 파출소 앞,

➓ 대성학원 앞 파고라,

<99칸>,

<잠망경과 정자>,

피터 아이젠만 Peter Eisenman

요시하루 츠카모토 Yoshiharu Tsukam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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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도가도비상도(圖可圖非常圖)가 던지는 도시 건축의 메시지 현장 스케치

디자인이.디자인이면.디자인이.아니다.desing.is.design.is.not.design. ⓦ 1관부터 시작되는 전시는 램프와 브릿지로 다음 전시장으로 연 결되어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동선이 고려되었 다. 또한, 제1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매니페스토 아키텍처(Manifesto Architecture PC)의 ‘The Bike Hanger’ 작품처럼 전시를 ‘관 람’하는 것 외에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부분까지 고려하여 관람객 들이 전시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색다른 재미를 선사 하고 있다. ⓦ ‘The Bike Hanger’는 자전거를 수직 행거에 걸어 좁 고 긴 공간에서도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도록 하여 기존의 수평 방 향의 자전거 보관 시 발생됐던 공간 활용 문제를 해결한 획기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자전거를 올리고 내리는 과정에서 직 접 페달을 밟아 행거를 움직이므로 전기를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 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 이번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전시는 광 주 시내에 세워진 ‘광주폴리 프로젝트(어반폴리)’의 작품이다. 한 국, 일본, 스페인, 독일, 프랑스, 미국의 대표적인 건축가 10명에 의 해 진행된 어반폴리 프로젝트는 공공 기능의 시설물로 도시의 장 ⓦ 지난 9월 2일 ‘2011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개최됐다. ‘도가 도비상도(圖可圖非常圖) — 디자인이.디자인이면.디자인이.아니 다.desing.is.design.is.not.design’란 주제로 개최된 이번 비엔날 레는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여 다음달 10월 23일까지 총 52일 간 의 일정으로 광주비엔날레 전시장과 광주시내 일원에서 진행된다. ⓦ 이번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디자인 총감독으로 국내 건축가 승 효상 씨와 중국의 아티스트 아이웨이웨이 씨가 공동 감독으로 선임 되어 국내외 건축 관련 전문 큐레이터 9명과 함께 전시를 기획/담 당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에서 진행되는 전시와 광주 시내 일원 에 설치된 어반폴리 프로젝트에는 설치, 미디어, 그래픽, 조경, 건 축, 공연 등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디자이너들이 참여하여 어느 때 보다 흥미롭고 다채로운 볼거리들을 제시하고 있는 중이다. ⓦ 광 주비엔날레 전시장에는 ‘주제전, 유명, 무명, 커뮤니티’를 테마로 비엔날레 주제 ‘도가도비상도’를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하여 보여 주고 있다. 철학적 의미와 디자인과의 연관성을 관람객들이 이해하 고 전시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주제전과, 디자인에서 ‘이 름’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되짚어 생각해 보는 <유명>전, 원시 적인 기술에서 생명공학까지, 디자인의 의미를 다양하고 넓은 영 역으로 확장한 <무명>전, 장소와 비장소, 생산과 소비, 참여와 미학 사이의 상호 관계 속에서 디자인의 의미를 재고찰하는 <커뮤니티> 전까지 이들 테마에 맞는 작품들이 한데 어우러져 총 4개의 전시실

식적인 역할 뿐만 아니라 도시 재생에 기여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 었다. ⓦ 10명의 작가들은 장소가 갖는 역사적인 의미와 현재적 관 점에서 해석되는 장소의 특성을 작품에 반영하였다. 그리하여 광 주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레 폴리 작품들을 관람하고 이용하 면서 폴리를 통해 광주 구도심의 재생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루 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각각의 작품이 내포하는 의미와 간단한 정보를 읽을 만한 안내판이 없다는 것이 조금은 아쉬운 부 분이다. 작품마다 간략하게나마 작가, 작품명, 현 장소에서 폴리가 갖는 의미에 대해 알 수 있다면 시민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참여하 고 관심을 둘 것이라 생각한다. ⓦ 어반폴리 프로젝트는 도보로 약 1시간 정도면 관람이 가능하다. 브로슈어의 지도를 보고 찾아가거 나 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해 제공되는 ‘2011 광주비엔날레’ 어플리 케이션을 무료로 다운받아 활용하면 작품의 위치를 좀더 쉽게 찾 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시에 관한 간략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 다. 또한, 단체 관람객의 경우, 주최측에 미리 문의하여 신청하면 도슨트의 자세한 설명과 함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버스 터미널 과 기차역에서 무료로 셔틀버스를 운행하여 비엔날레 전시장을 찾 는 관람객에게 편의를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 ‘디자인 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궁금하다면, 지금, 광주 로 가 보길 권한다. ⓦ 글 | 최효진(본지 객원 기획PD)

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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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장소, 사람들, 그리고 사람들의 행위들 첫 번째로 읍성의 영역을 말해 주는 모퉁이에 위치하면서 장소적 특성에 반응하는 폴리들이다. 그중 하나는 옛 광주읍성의 기 점이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위치한 후안 헤레로스의 ‘소통의 오두막’[1번 장동 사거리]으로, 낮에는 기존의 나무들과 어우러진 조형물로서, 밤에는 사람들의 다양한 활동을 비추어 주는 가로등과 같은 조명 역할을 한다. 그러면 서 교통섬과도 같던 장동사거리 자투리 공간의 인지도를 높이고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자유 곡선형의 조형물은 세 개의 기둥 과 케이블에 매달려 지지되고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슬래브가 일정한 바닥 패턴을 만들면서 공간을 점유한다.

➊ 후안 헤레로스 Juan Herreros의 ‘소통의 오두막’[1번 장동 사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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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도미니크 페로의 ‘열린 공간’[8번 구 시청 사거리]은 이와 유사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자세를 취한다. 역시 읍성의 다른 모퉁이 지점에 위치하지만, 상업 지구로 유동 인구가 많아 이 곳의 폴리는 개방된 박스 구조의 형태를 취한다. 한국 고건축물 의 나무 기둥, 누각과 처마에서 형태를 차용하였다. 황금색 메탈 패브릭 처마가 접혔다 펼쳐졌다 하는 것이 마치 포장마차와 도 비슷해서 상업 지구의 사거리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생기를 대신한다.

➑ 도미니크 페로 Dominique Perrault의 ‘열린 공간’[8번 구 시청 사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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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데르 테라니의 ‘광주 사람들’[3번 대한생명 사거리]은 강철봉 구름처럼 공중에 떠 있는 수평 구조물로, 좁은 도로 와 다양한 스케일의 건물군들 사이에서 가로수의 이미지로 흡수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 구조 원리 또한 나뭇가지에서 비 롯된 텐서그리티(장력 조합) 구조로 최가철물점에서 제작하여 현장 시공한 것이다.

➌ 나데르 테라니 Nader Tehrani의 ‘광주 사람들’[3번 대한생명 사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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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알레한드로 자에라 폴로의 ‘유동성 조절’[4번 금남로 공원]은 기존 도시 조직과 좀더 강력한 연계를 이룬다. 금남로 공 원은 5・18 민중항쟁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었던 곳인데, 폴리 ‘유동성 조절’은 두 가지 구조물을 설치한다. ‘지렁이(Worm)’ 이라 불리는 구조물은 지하 상가의 캐노피로 보행을 방해할 정도로 방치되었던 시설물들을 덮고 시선이 공원으로 향하도록 한다. 그리고 공원을 향한 계단식 구조물 ‘하하(Haha)’가 공원과 지하 상가를 이어 준다.

➍ 알레한드로 자에라 폴로 Alejandro Zaera-Polo의 ‘유동성 조절’[4번 금남로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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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룡의 ‘기억의 현재화’[7번 황금동 콜박스 사거리]는 ‘지워진 기억’의 관문으로 서 있다. 이 곳은 광주읍성의 서문 자리 이기도 하지만 현재의 광주 시민들에게는 콜박스 사거리로 불리는 젊은이들의 거리에, 폴리 ‘기억의 현재화’는 지나간 역사 와 현재의 새로운 기억들을 형성한다. 원래 계획은 하늘로 치솟은 기둥 조형물이었다. 법적으로는 차량 통행이 금지된 장소 이지만, 실제로 차량 유입이 빈번하여 통과 차량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기둥 조형물을 없애고 콘크리트 마운드가 낮게 자리하게 되었다. 마운드 위에는 옛 광주읍성과 현재의 광주 구도심의 가로가 표현되어 방향 감각을 잃은 이들에게 나침반 역할을 하기도 한다.

➐ 조성룡 Sung-Yong Joh의 ‘기억의 현재화’[7번 황금동 콜박스 사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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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하루 츠카모토의 ‘잠망경과 정자’[10번 대성학원 앞]는 새로 건립될 아시아문화전당과 옛 읍성의 터까지를 조망하는 25m 높이의 잠망경이 설치됐다. 읍성의 성벽이 헐리고 나서 점차 그 자리를 고층 건물들이 대신함에 따라 우리의 시야가 점 점 더 좁아지는 상황을 말해 준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시간이 경과하면서 도로변 파고라를 덮고 있던 당쟁이 넝쿨이 타워를 휘감아 올라 푸르게 변모하는 잠망 타워를 기대하게 된다.

➓ 요시하루 츠카모토 Yoshiharu Tsukamoto의 ‘잠망경과 정자’[10번 대성학원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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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아이젠만의 ‘99칸’[5번 충장로 파출소]은 도로에 면해 있는 상가, 내부와 외부가 만나는 곳에 구조물이 공간을 재구성 하한다.

➎ 피터 아이젠만 Peter Eisenman의 ‘99칸’[5번 충장로 파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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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당선작인 정세훈-김세진의 ‘열린 장벽’[6번 광주세무서 사거리]은 옛 읍성 벽의 일부였던 벽돌을 나타내는 오브제 들을 들어 올려 과거의 벽을 여는 제스처를 취한다.

➏ 정세훈-김세진 S. H. Jung+S. J. Kim의 ‘열린 장벽’[6번 광주세무서 사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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➋ 플로리안 베이겔 Florian Beigel의 ‘서원문 제등’[2번 제봉로 김제규 경찰학원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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➒ 프란시스코 사닌 Francisco Sanin의 ‘사랑방’[9번 광산길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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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선, 쐐기, 손가락, 네트워크(폴리의 패턴) 광주는 줄곧 읍성이 있던 구도심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성장해 오다가, 광주의 남동쪽에 있는 무등산으로 인해 반대편 북서 방 향으로 팽창해 왔다. 특히 1980년대 말부터 외곽으로 주거 지구와 상업 지구를 개발하고 많은 공공 기관들이 상무 지구나 첨단 지구 등으로 이전하면서 빠르게 성장해 왔는데,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를 통해 들어서게 된 10개의 광주 폴리는 2014년에 완공 될 아시아문화전당과 어떠한 상호 작용을 하게 될지가 주목된다. 향후 매년 10개의 폴리가 새롭게 도심으로 들어서게 되는데, 이후 폐선로(푸른길)를 따라 선적인 구성을 취하며, 구도심에서 광주 전체의 남동쪽에 위치해 있는 무등산 영역 쪽으로 폴리 가 확장, 구성될 계획이다. 그 다음 단계로 전남방직과 광주역, 그리고 비엔날레 홀을 거점으로 하는 구도심에서 북서쪽으로 이어지고 양동시장, 상무지구, 공항 등 도시 거점들을 잇는 폴리가 구도심과의 연계성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게 된다. ⓦ

동명동 농장 다리, 승효상 서석교회 앞 인도, 비토 아콘치 조선대학교 앞 사거리, 아이웨이웨이 계림동 광장, 미정

상수동 파고라, 미정

남광 철도, 미정 대남로, 미정 주월동 빅마트 플라자, 미정

광복길 입구, 미정 미정,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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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도가도비상도(圖可圖非常圖)가 던지는 도시 건축의 메시지 인터뷰 | 승효상

개인의 가치가 전제된 마이너플랜의 실험 — 승효상 | 2011 광주 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 종합건축사사무소 이로재 대표 디자인의 본질과 배후 ⓦ 올해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는 전시장에서 도시 공간으로 확장되었고, 폴리와 같은 건축 프로젝 트를 포함할 만큼 주제가 특별해 보인다. ⓦ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의 주제인 ‘도가도비상도(圖可圖非常圖)’는 2500년 전에 중국 노자의 도덕경 그 첫 구절에서 따왔다. 원래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는 ‘길이 길이라고 불리는 길은 길이 아니다’라는 뜻인데, 길을 그림이라는 글자로 바꾸어 ‘디자인이라고 하는 것이 다 디자인이 아니다’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요즘의 디자인 생태계가 전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달라져 있고, 달라진 환경에서 디자인은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이다. 19세기 산업혁명의 산물로서 대량 생산을 전 세계에 유포하고자 만든 전략이 디자인이었 지만, 지금은 디지털 환경의 발달로 인해 아무나 디자인할 수 있게 되었고 특별한 장소가 필요 없게 되었다. 이 시대에 디자 인에 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고, 다 함께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주제로 정해졌다. 그리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두 가 지 키워드를 제시하였다. 이름과 장소인데, 디자인과 이름의 관계(유명, 무명), 디자인과 장소(광주폴리, 커뮤니티)의 관계 를 묻는다. 장소성이 있는 디자인을 설명하기에는 건축이 가장 좋은 예다. 그리고 제한된 기간 안에 완성할 수 있는 간단한 시설물인 ‘폴리’라는 프로젝트 타입을 생각해 낸 것이다. 폴리를 설치하게 된 옛 광주읍성을 생각한 것도 다시금 그 장소를 발견하기 위한 것이다. 여러 건축가들이 장소 특성에 맞는 디자인을 하였다. 굉장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 이 시대의 디자 인이 무엇인지, 어떠해야 하는지를 묻는 또 다른 측면은 디자인을 만드는 배후를 묻는 것이라 했는데, 도시와 건축의 환경 에 대한 물음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 같다. ⓦ 도가도비상도는 디자인은 물론, 본질적인 것에 대해 되묻는 것이니 건축이나 도시, 삶이나 어디든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이 시대의 디자인이 무엇인지, 어떠해야 하는지를 묻는 것이고, 달라진 디자인 생태계에 디자인과 디자인을 만드는 배후를 묻는 것이다. 도시와 건축의 환경에 대한 물음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 이다. 현재 건축은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가라고 했을 때, 도시의 모습에 대한 책임의 대부분은 건축가에게 있다. 도시를 만드는 그 일선에 있었던 사람들이 건축가였기 때문이다. 건축의 직능이 유기되는 것에 윤리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자칫 건축을 윤리적이라고 한다거나, 나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가 했을 때 그런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와 건축계가 너무 파행으로 일관해 가고 있다. 국가와 제도가 이를 보장하면서 파행을 이루고 있으니 헤어날 길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더 절망스러운 것은 젊은 건축가들이 너무 쉽게 윤리 의식을 져버리는 것이다. 먹고 산다는 핑계로 너무 쉽 게 타협해 버린다. 한번 포기하기 시작하면 앞으로 계속 포기하게 되고, 대단한 참회가 있기 전에는 되돌아오기도 어렵다. 디자인 문제가 형태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건축에서는 시스템까지도 포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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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도가도비상도(圖可圖非常圖)가 던지는 도시 건축의 메시지 인터뷰 | 승효상

디자인의 자극과 환기 ⓦ 광주폴리가 주는 장소적 메시지는 어떠한 것인가. ⓦ 광주읍성에 대해서는 광주 시민들도 잘 모 르고 있었다. 일차적으로는 폴리를 통해 옛 광주읍성 둘레길이 현재적으로 복원이 되고, 그 존재 자체를 인식하게 되었다. 읍성 자체를 기억하는 것으로만 굉장히 중요하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읍성의 안과 밖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 것이 판별 이 될 것이다. 그리고 원도심과 새로운 도심이 구분되고, 어떻게 도시 재생을 해야 하는가가 드러난다. 그것이 도시 공공 영 역에 관한 것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존재 자체를 인식하게 되고, 도시의 역사적 사실을 환기시켜서, 새로운 도시에 조그만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기능을 주변의 맥락에 맞게 부여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목적을 성취하는 것이다. ⓦ 그러면서 궁극 적으로는 삶의 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게 되는데, 디자인이 기여할 수 있는가. ⓦ 폴리는 작은 시설이지만, 자극을 통해 주변 을 변화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예컨대 후안 헤레로스가 설계 한 장동 교차로의 ‘소통의 오두막’은 아무도 가지 않아 교통 섬과도 같은 곳이었다. 그 곳에 바닥을 새로 깔고, 그 위로 설치된 구름 같은 작은 조형물은 소리와 빛을 만들어 낸다. 그리 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뒷편의 부동산 소개소에서는 업종을 바꾸어 봐야겠다고도 하는데 그 곳의 공간 영역에 맞는 것들을 고민하게 된다. 그것이 자극을 주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도시와 개개인의 삶이 좀더 윤택해지지 않겠는가. 바로 스 스로의 삶을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현재의 삶에 대한 자극이 윤택함을 불러오고, 그 이후는 주민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 이다. 특히 지금처럼 개인의 삶 하나하나가 중요하고, 삶의 결정권을 스스로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시대에 전체 건축가, 도시 계획가, 관에서 해야 하는 일은 그 사람들이 삶을 결정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몇 가지 장치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공공 인프라를 심어 주변에 자극을 주어서, 인근 주민이 영향을 받아 스스로 바꾸는 것이다. 과거처럼 전체 를 다 도려내고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것은 원주민의 정착율도 낮을 뿐더러, 새로운 사회 문제를 계속 유발시킨다. 좀더 나 아가자면 이러한 변화를 유도시키는 것이 도시의 재개발 방식이고, 공공 시설물들이 가져야 하는 임무라고 생각되는 것이 다. 물론 일반 건축물의 목적 역시도 공공성 확보에 있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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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도가도비상도(圖可圖非常圖)가 던지는 도시 건축의 메시지 인터뷰 | 승효상

마스터플랜이 아닌 마이너플랜 ⓦ 하지만 현재, 사회에서 공공 미술, 공공 건축이나 시설이 결과적으로 많은 폐해까지 줄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 사실 공공 디자인은 성립 자체가 되지 않는 말이다. 공공이 디자인한다는 것인지, 공 공을 디자인한다는 것인지, 뜻이 분명치 않다. 말이 분명치 않으니 행위가 확실치 않다. 영어식 표현으로 쓰는 퍼블릭 디자 인은, 위키피디어에서는 ‘Created by yourself’라고 설명한다. 퍼블릭이 디자인이 하는 것이 퍼블릭 디자인이다. 많은 사람 들이 얘기하는 것은 공공 시설의 디자인이었지, 공공 디자인은 아닌 것이다. 예쁜 가로등과 벤치로 도시가 디자인되겠는가. 공공 시설의 디자인으로는 도시를 디자인할 수가 없고 공공 디자인이라는 말은 오히려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도시의 본질, 도시 디자인의 본질은 공공 영역을 어떻게 조직하느냐에 있다. 도시를 디자인하고 싶다면 공공 영역 디자인이 바른, 본질적 인 말이다. 공공 영역 디자인을 해야 확실한 목표가 선다. 공공 영역이란 것이 익명성을 전제로 하는 도시민들이 모여 서로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나타나는 것이고, 도로나 광장 그리고 도시의 빈틈들에서 어떻게 생활해야 할 것인가를 합의해야 한 다. 규칙이나 법규가 필요하고 디자인이 그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그런 관점으로 지금의 서울을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일어 나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 그렇다면 광주에서의 실험을 일반화할 수 있는 가치들이 있을까. ⓦ 광주폴 리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방식의 문제’로 확장할 수 있다. 옛날엔 전체가 중요했지만 지금은 한 개인이 중요하다. 개인 의 가치가 전체의 가치와 맞먹는 게 지금의 시대다. 마이너가 메이저와 같은 가치로 맞먹는 걸 인정해야 한다. 도시를 대하 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도시 계획을 할 때 뭉뚱그려서 평균치 인간이 아닌, 1부터 100분위까지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 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어려우니 전제를 두고 2가 되는 것 하나씩만 만들어 놓으면, 그것이 영향을 주어 3이 되고 4가 된 다. 다른 시설물이 세워질 것이다. 이런 식이 도시 계획이 되고 재개발이 되어야 한다. 전 시대의 마스터 플랜이 필요한 것 이 아니고 마이너 플랜이 필요하다. 도시마다의 역사나 지리, 여러 가지 고유한 특성을 하나하나 보살피고 거기에 맞는 건 축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뭉뚱그려서 말할 시대는 이미 지났다. 광주폴리를 확대하면 그런 의미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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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원도시아카데미세미나 젊은건축가포럼 제1전시 공개 좌담회 리뷰>

SUSTENANCE, 12개의 건축적 시선 I —생태적 관점으로 본 우리 주거—

Issue 2

[일시 및 장소] 2011년 8월 11일 오후 5시, 원도시건축 지하 강당 [참석자] 이스트포(EAST4) 박준호 소장, 엔진포스(ENGINE FORCE) 윤태권 소장, 광장건축 이현욱 소장, 가와건 축 최삼영 소장, 원도시건축 허서구 사장(게스트 크리틱), 월간 <건축문화> 이경일 편집장(사회) [글] 유승리(간향건축저널리즘워크숍 2기, 한동대 4학년), [사진] 진효숙(본지 전속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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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시선 1 : ‘특별하지 않은 특별함’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

오늘날만인의관심사인생태(Eco)는그리스어‘Oikos(household)’

는 선택의 문제

에서 비롯된 단어로 넓게는 가정, 식구, 집안 살림 즉, 경제의 의미

패시브하우스를 설계한 엔진포스 윤태권 소장은 본래 패시브 디

까지 포함한다. 생태학(Ecology)은 ‘Oikos(집)’와 ‘Logos(학문)’

자이너가 아니었지만 건축주의 요구에 의해서 이 프로젝트에 참

가 합쳐져서 생긴 말로 본래 ‘주거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여하게 된다. 윤 소장이 이번 기획에 동참하게 된 배경은 설계 및

의미를 가진다. 생태라는 것 자체가 옛 사람들에겐 집이고 가정이

시공 과정 중에서 패시브하우스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소소한 것

며 경제였던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어원은 하나지만 보는 관점에

들을 건축하는 동료들과 나누기 위함이다. 그는 패시브하우스를 ‘

따라 생태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첫 번째 전시에 초대된

특별하지 않은 특별함’이라고 잘라 말한다. 어떤 특별한 요소를 가

네 팀의 작가(EAST4 박준호+이승연, Engine Force 윤태권, 가

지지 않고 건축에서 다루는 요소들만 가지고 눈에 띄는 가시적인

와건축 최삼영, 광장건축 이현욱)는 건축가라는 것 외에는 좀처럼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IPHA라는 독일 패시브 협회에서 정의하

공통점을 찾아낼 수 없으리만치 서로가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는

는 패시브하우스는 단위 면적 당 연간 난방 에너지 요구량이 15kw

작가들이다. 그런 그들이 ‘생태적 관점에서의 주거’라는 공동 관심

이하인 건축물(석유 에너지 1.5리터)을 의미한다. 고단열/고기밀,

사 안에서 모일 수 있었던 것은 지극히 사소한 것에서부터 모든 만

고효율 창호 및 환기 장치 이 세 가지 요소만 가지고도 기존 주택

물을 존중함으로써, 그리고 ‘생태’의 본래 의미에 대해 누구보다도

대비 1/10로 에너지 소비 감량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치열하게 현장에서 고민하고 행동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그렇다고 오직 이런 장점들만 부각시켜 패시브하우스가 최고의 답

한 가지 주제 안에서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네 건축가의 세계를

이다, 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윤 소장은 이를 선택의 문제라고 말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기획은 충분히 흥미로웠다.

한다. 예를 들어 벽체에 철저한 단열을 하면 소비 에너지를 95%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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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시킬 수 있지만 반면 두꺼운 벽에 의해 집 안의 면적이 줄어들

시선 2 : 건축가와 건축주가 함께 지어가는 스위트홈

게 되는데, 윤 소장 본인은 집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건축가가 만들

판교주택을 설계한 이스트포 박준호 소장의 이야기는 참 따뜻했

고 싶은 것을 실현하면서도 에너지 부분에서 또한 긍정적인 시너

다. 들으면서 무엇보다 집을 짓는 내내 건축가인 박 소장과 건축주

지를 이끌어 내는 쪽을 선택하겠노라고 했다. 사람들은 보통 ‘환경

인 P씨, S씨 가족 모두가 참 행복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

적’인 것에 대해 논할 때 ‘집의 구조나 단열이 잘 되어 따뜻하다’는

없이 계속되는 만남 속에서 그들은 건축가와 건축주의 관계와 친

등의 정성적인 표현에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패시

한 친구 사이를 넘나들었다. 박 소장은 자기 얘기를 하기보다는 건

브하우스에서는 정량적인 부분의 설명도 그만큼 중요시된다. 에너

축주인 P씨와 S씨의 가족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였다. 건축주들

지 효율에 관한 문제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주택이 얼마

의 지극히 사소한 요구들까지 놓치지 않기 위해 설문지를 만들어

만큼의 에너지를 소비하는지에 대한 답과 또 이를 찾기 위한 솔루

그들의 원함과 필요를 헤아리고자 했다. 작업 과정에서 좋은 친구

션 또한 계속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스스로가 패시브하우스에 대

가 된 건축주 가정을 진정으로 사랑했기에 그들에게 ‘최선의 최선’

하여 문외한이었다고 말하는 윤 소장은 꾸준한 연구와 노력으로

을 다해 주고 싶었다는 대목에선 내심 건축가가 필시 객관성을 잃

햇빛과 그 열기를 오래 머금을 수 있는 그야말로 몸도 마음도 ‘따

었을 법하다고까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같은 과정 속에 박 소

뜻한’ 그리고 ‘경제적인’ 생태 주거를 탄생시키는 주역이 되었다.

장은 건축가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동시에 디자인 면에서 수준급의 패시브하우스를 완성시킴으로써

예전엔 단순히 건축주들을 교육시키는 것만이 건축가의 역할이라

형태론적으로나 공간미학적으로 패시브하우스의 잠재성을 유감

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그들을 교육할 뿐만 아니라 건축의 목표를

없이 발휘시킨 공로를 인정받을 만하다.

향해 함께 나아가는 동반자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 P-하우 스와 S-하우스 두 집에 대한 세세한 설명 중 기자의 마음을 훈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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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감동시켰던 것은 다름 아닌 S-하우스 두 딸의 요구로 화장실에

시선 3 : 집은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친절한 건축에 관하여

나란히 놓인 두 개의 세면대 대목에서였다. 어린 아이들의 허투루

민마루주택은 가와건축 최삼영 소장이 자신의 가족을 위해 직접

내뱉는 극성이라고 일축하면 그만이었을 작은 것에까지 건축가의

설계하고 지은 집이다. 전시에 초대된 민마루주택 연작은 오가는

촉수가 닿아 두 꼬맹이들의 사소한 원함도 고려 대상에서 제외되

길에 이 집을 눈여겨보아 온 주변 사람들의 설계 요청으로 인접 대

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흥분되는 것이었다. 그 아이들에게는 이제

지에 한 채, 두 채 지어지며 자연 발생적으로 생겨난 우리 옛 취락

건축가 아저씨와의 행복한 만남과 건축적 경험이 생겼음에 틀림없

지와 유사한 특징을 지닌다. 최 소장은 ‘관계형 주택’을 설계하기

다. 건축이 하나의 재미있는 놀이로, 건축가가 한 명의 친근한 아

를 좋아한다. 그래서 그가 설계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도 단연 ‘

저씨 혹은 삼촌으로 기억될 수 있지 않았을까? P-하우스는 설계를

관계’에 모아진다. 집을 짓기 전후의 관계, 그리고 거주자와 땅과

시작하여 완공 단계에 이르는 시점에 새 생명이 태어나는 흔하지

의 관계를 어떻게 맺어 줄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다. 한 예

않은 과정을 경험한다. 이 또한 지극히 ‘생태적인’ 감동을 주기에

로 집과 나무와의 관계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무를 있는 모습 그

충분한 사건이었다. 태어난 아기가 그새 성장하여 완공된 집에서

대로 보존하기 위해 나무가 원래 심겨진 그 자리에 그대로 두기도

기어다니는 것을 보니 ‘건축이 살아서 웃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하고, 심하게는 나무 위에 까치집까지 그대로 보존하는 등의 노력

들 정도였다. 택지 구획이 되어 평지에 바둑판처럼 놓여진 건조한

을 한다. 우리 조상들이 집과 자연과의 관계를 견고히 하기 위해

대지 위에서 건축가의 따뜻한 시선이 주택을 만드는 도시의 생태

집을 지을 때 많은 생각을 했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이를 본받아 나

학으로 자리잡는 한 방식을 경험한 사례가 아닐 수 없었다. 박 소

무 한 그루의 소중함을 건축을 통해 보여 주고 싶다고 말한다. 최

장은 집을 짓는 것이 건축가만의 몫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었을

소장의 건축에는 나무가 유난히 많이 등장한다. 그가 설계한 집 이

뿐만 아니라 건축주 가족과 함께 하는 과정이 오히려 훨씬 행복할

름 또한 ‘벚나무 집’, ‘소나무 집’ 등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어린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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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 자연 속에서 뛰어놀며 행복했던 경험이 건축가가 된 지금까

시선 4 : 건축가와 행복하게 동행할 권리

지 영향을 미쳐서 그것이 한 그루의 나무를 살리고, 집에 자연스

최근 많은 매체를 통해 주목 받고 있는, 어쩌면 건축가 ‘이현욱’이

레 스며드는 빛을 살리고, 사람까지 살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라는 이름보다 더 유명한 ‘땅콩집’에 대해서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

는 어려서부터 서쪽 하늘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집을 항상 꿈꿔

보았을 것이다. MBC ‘집드림’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건축인이

왔고, 그 꿈이 민마루주택에 고스란히 실현되어 서쪽으로 큰 창을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땅콩집은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되었다. 이렇

내기도 했다. 덕분에 7살 난 막내는 어려서부터 서쪽 하늘을 마음

게 주목을 받다 보니 그에 따른 다양한 관심과 반응들이 하나 둘씩

껏 감상하며 자랐다. 누군가가 가르쳐 주어서가 아니라 아이는 창

생겨나게 되었다. 이 소장은 디자인보다는 시스템을 연구하는 건

으로 내다보이는 서쪽 하늘과 나무, 그리고 새들과 자연스레 관계

축가로서 주택 상품 개발을 건축가들이 아닌 건설사가 도맡아 하

맺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아이의 창의력 교육은 억지로 어떠

는 현실의 한계점을 발견하고 2007년부터 우리나라에 적합한 주

한 존재와 관계를 맺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다

거 방식을 직접 연구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모은 월급까지 아끼지

가가 친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훨씬 현명한 부모가

않았다고 말한다. 직접 고민하고 설계하여 지은 집에 들어가 ‘마루

되는 길이 아닐까? 그는 오랜 건축 경험 동안 건축과 관계에 대해

타’로서의 삶을 자청하기까지 했다니. 그의 세 번째 시도인 땅콩집

수없이 많은 생각을 했을 테지만 결국은 ‘사는 사람에게 그리고 원

은 통상의 집,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소장은 땅콩집이 탄생

래 있었던 땅에 대해서도 최대한 친절한 건축을 하자’는 것으로 요

하게 된 배경을 명쾌하게 압축하여 말한다. 어린 아이를 둔 대개

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의 30~40대 젊은 부부들이 용기를 내서 단독 주택의 꿈을 꾸고 움 직일 수 있는 돈의 규모를 추산해 보니 2억 5천에서 3억 원 정도였 다는 것. 그 정도면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에서 아파트를 떠나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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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주택을 지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복병 하나. 그들 대부

드는 과정에서의 행복한 동행을 거부하는 시스템에 익숙해 있기

분은 그와 같은 목돈을 현금으로 준비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 그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땅콩집의 경우 디자인 능력이 있는 개

이유로 아파트에서 아파트로 이사는 쉽지만 아파트에서 단독 주택

성 만점의 건축가에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이 땅콩집을 문

을 지어 이사하기가 어려운 실제적인 문제에 봉착하는 순간 단독

화 생태학적 주거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

주택에 사는 꿈을 접고 만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다. 이 때 누군가

다. 이 소장은 이제 또 다른 주거 시스템을 연구하기 위해 젊은 건

한 달 만에 집을 지어 줄 수 있다면? 그래서 그가 생각해 낸 것이

축가 일곱 명을 땅콩집 프로젝트에 참여시키고 그 자신은 한 발을

바로 목조 주택이다. 목조 주택은 공정만 잘 짜면 한 달 안에 완성

뺀 채 새로운 주거 공급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

할 수 있는데 우기에도 공사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살릴 수 있다는

했다. 그의 한 가지 소망은 땅콩집 시장이 계속 커지고 점점 더 많

것. 마지막 한 가지, 냉난방 효율은 높이고 관리비는 줄일 수 있을

은 젊은 건축가들이 유입되어서 이를 통해 그들이 설 수 있는 튼튼

까? 3억으로 땅부터 인테리어까지 해결해야 하는 터라 특수 기술

한 베이스가 생겨나는 것이라고 희망을 전했다.

을 쓸 여유가 없기에 목조의 본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창문을 작게 내어 열손실을 최대로 줄일 수 있도록 하자, 또한 각 층간 단

맺음말 : 생태적 관점, 그리고 그 이면의 철학 ‘Sustainability’

열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겨울철의 경우 낮에는 1층만 불을 때고

생태 주거에서 화두가 되는 여러 가지 요소들 중 중요한 것을 꼽

밤에는 2층만 때는 등의 난방 시스템을 활용하여 겨울철 난방비를

으라면, 단연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이다. 이에 대한 정의 또

10만 원대로 낮출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땅콩집은 ‘싼

한 수없이 많겠지만, 제이슨 F. 맥레넌(Jason F. McLennan)의 저

집이 아니라 합리적인 집’이다. 땅콩집은 건축가가 클라이언트들

서 <The Philosophy of Sustainable Design>에 따르면 지속 가능

하고의 직접적인 소통의 구조를 통해 만드는 집이므로 대형 건설

한 디자인이란 “지어진 환경의 질은 극대화하고, 자연 환경에 대한

사들의 진입이 여의치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건설사는 집을 만

부정적인 영향은 최소화하거나 없애는 하나의 철학”이다. 이 정의 는 매우 유용하다. 왜냐하면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하나의 철학으 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부터 지금까지 ‘생태 디자인(ecodesign)’, ‘그린 건축(green architecture)’ 등의 단어가 너무도 잘 못 쓰여져 왔다. 외관이 생태적인 모습이라고 해서, 환경 영향을 낮추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고 해서 ‘그린 빌딩’, ‘생태 건축’이라 고 절대 말할 수 없다. 지속 가능성은 특성(feature)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 이면에 보다 깊은 철학을 가지고 있다. 생태적 관점의 주거는 만물에 대한 존중(respect)에서 시작된다. 자연에 대한 존 중, 장소에 대한 존중, 생활 주기에 대한 존중, 에너지와 천연 자원 에 대한 존중, 그리고 과정 자체에 대한 존중이 지속 가능한 디자 인을 가능케 하고, 생태적 관점의 주거를 가능하게 한다. 앞서 본 전시의 초대된 네 명의 건축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생태적 주거에 대한 자신만의 해법을 찾아 나갈 때 무엇보다 힘을 써야 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것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지도록 노력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네 팀의 초대 작가들은 ‘생태적 관점에서의 주거’가 무엇인지, 그것을 위해 어디에 주력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건축가들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의 내면에 생태적 주거에 대한 철학을 가지게 된 후부터 그들은 건축으로 사 람들을 자연스럽게 설득할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이 실제로 사람들 의 삶에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되었음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 미를 부여할 수 있는 기회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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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 개발 계획 이게 최선입니까? 명동성당 진입부 광장 조성과 교구청 신관 증축 등 명동성당 개

또 명동성당 일대의 도시와 일상, 문화에 끼치는 영향력을 고

발 계획 1단계 사업 공사가 시작됐다. 서울 중구는 명동성당이

려, 계획의 미진한 부분을 보완 및 수정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

제출한 ‘명동성당 특별계획구역 세부 개발 계획’ 건축 허가 신

었다. 토론회는 서울교구에 의견서를 제안하여 더 나은 계획안

청을 관련 부서 협의를 거쳐 9월 1일자로 처리하였고, 이에 따

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써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계획

라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9월 16일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교구

이 작성되는 시점부터 준비됐다고 한다. 대략의 진행 상황은,

장인 정진석 추기경 주례로 ‘명동성당 종합계획’ 1단계 기공식

명동성당 개발 계획의 진행 현황 경과 보고에 이어 김정동(목원

을 거행했다. 명동성당 특별계획구역은 명동관광특구 제1종지

대 교수), 김정신(단국대 교수), 유걸(아이아크 대표) 등이 발

구단위계획구역 내 중구 명동2가 1-1번지 일대 4만 8,845.4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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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하고, 이후에는 김용미(금성건축사사무소 대표), 노형석(한

규모에 달하는 대규모 지역이다. ⓦ 이 지역에는 사적 제258호

겨레 신문사 기자), 박은선(리슨투더시티 디렉터), 우상호(제

인 명동성당을 비롯하여 종교ㆍ역사ㆍ문화ㆍ건축적으로 의미

17대 국회의원) 등이 참석한 지정 토론이 있었다. ⓦ 대략의 내

있는 건축물들이 밀집해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명동성

용을 살펴보면, “명동성당은 1978년 6월항쟁을 겪으며 민주화 운동의 성지라는 역사적 의미와 더불어 약자의 편에

당 전면 우측에는 국내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서

서서 그들을 보호했던 고 김수환 추기경을 통해

양식 벽돌조 건물인 구 주교관(1890년 건축)이

카톨릭 정신과 가치를 실천하며 종교적 의미

있고, 바로 옆에 같은 양식의 구 주교관 별관 (1920년대 건축)이 있다. 명동성당 뒤편의

를 극대화했다. 또한 많은 시민들의 추억

샬트르성바오로수녀원 구내의 구 서울관

과 일상을 간직하고 있는 장소적인 의미

구 성당(1930년 건축)과 구 일본인 성당 (1928년 건축) 및 베타니아집(1954년 건

도 매우 크다. 이러한 면면이 명동성당을

Issue 3

구성하고 있는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

축), 그리고 국내 최초의 알루미늄 커튼

하고 개발 계획은 편리함과 실용성, 경제

월을 사용하는 등 초기 근대 재료와 건축

적인 이점을 내세워 기존의 가치와 의미를

공법을 상징하는 구 성모병원(1963년 건축, 현 가톨릭회관), 명동의 역사와 함께했던 언덕 길, 성모 동굴 등도 포함된다. 이러한 것들은 문화 재로 등록이나 지정이 되어 있지 않아 언제든지 소멸될 수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 뤘다. 명동성당이 관광특구 내에 포함되어 있 다는 것 역시 성지나 성전으로서의 장소보다는 관 광지로서 개발하겠다는 의도를 다분히 표출하고 있음으로

있다는 우려를 안고 있다. ⓦ 명동성당 특별계획구역 세부 개발

분석했다. ⓦ 본지는 이 특별 토론회가 개최될 즈음에 건축계의

계획은 이 지역을 체계적으로 재단장해 명동성당의 위상을 재

내부의 의견을 들어 보는 기획을 동시에 진행했다. “많은 사람

정립하고 계획적인 개발을 유도하기 위한 사업으로 2029년까

들이 순전히 본인 입장에서 의견을 피력하는 데 급급한 것도 문

지 총 4단계로 추진된다. 명동성당 재개발 1단계 공사는 2014

제고, 보다 객관적이고 포괄적인 시각을 수렴하는 것이 중요하

년까지 명동성당 입구 녹지와 지하 주차 공간을 조성하고 주차

다”는 일부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 도코모모코리아 토론

장 부지에 지하 4층, 지상 10층 규모 교구청 건물을 신축하는

회를 통해 발표된 의견을 우선으로 몇 분의 이야기를 정리하여

내용이 포함돼 있다. ⓦ 기공식이 있던 날, 다른 한쪽에서는 문

게재한다. 실제로 의견을 들어본 전문가의 수는 여기에 게재된

화재 전문가들과 시민 단체들이 사적인 성당의 훼손이 불가피

것보다 조금 많지만, 지면의 한계로 비슷한 내용들은 제외시켰

하다며 사업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은

다. 또 오프더레코드를 전제하고 들었던 이야기들, 일부 극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초 지상 13층의 종합계획안을 서

적인 의견들, 사실 확인되지 않는 부분은 과감히 덜어냈다. 어

울대교구가 내 놓을 때부터 개발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목소리

쩌면 덜어낸 이야기 속에 우리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뼈아픈

가 높았고, 12월에는 안이 일부 수정돼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교훈이 담겨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한다. 하지만 객관적인

통과하자 도코모모코리아 등이 성명서를 내기도 했었다. 올 6

전달에 어려움이 있을 정도로 건축계 내부에 생채기가 많아 다

월초 지하 4층, 지상 10층으로 수정된 안이 서울시 심의를 통과

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언젠가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

하였을 때는 즉각적으로 도코모모코리아가 특별 토론회를 열기

제임에는 틀림없다.

도 했다. 반대측은 물론, 개발 찬성 쪽의 의견을 들어 보고 명동 성당의 미래 방향을 공개적으로 논의해 보자는 취지에서였다.

[진행 | 백상월(프리랜서 건축 기자), 정귀원(본지 편집장)]


<명동성당의 건축 역사> • 1890년 주교관 완공

ⓦ 김정동(목원대 교수) ⓦ “코스트 신부가 세운 명동성당은

• 1898년 명동성당 본당 축성식

한국 천주교의 새 시대를 열었다는 의미 외에도 건축적으로 우

• 1900년 수녀원 교육관 준공

리나라에 고딕 양식을 전하는 계기가 됐다.”

• 1927년 사도회관 건립 • 1944년 대보수공사(오공무소) • 1977년 2월 26일 명동성당 대지(4,370평) 및 건축물(성당본관, 구 주교 관) 국가사적으로 문화재위원회 의결 • 1977년 11월 22일 명동성당 본관(439.5평)만 국가사적 제258호 지정 관보 고시

명동성당 개발계획과 관련하여 위젠느 쟝 조르쥬 코스트(EugneJean-Georges Coste) 신부에 주목하자. 그가 명동성당을 건축하 면서 한국 천주교에 끼친 영향력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코스트 신

• 1979년 사제관, 수녀원, 소성당 및 사무실 신축(삼양건설)

부가 세운 용산신학교, 약현성당(1892), 답동성당(1897), 명동성

• 1981년 명동성당 현황조사(예비조사)(윤장섭, 김문한, 홍성묵)

당(1898)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붉은 벽돌 가톨릭 건축물로서

• 1982년 지붕 동판 재보수공사(설계 광장, 시공 삼양건설), 명동성당발전 위원회 발족, 실측조사 착수(은하건축)

모두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다. 우리나라 근대유산 지정문화재 총

• 1983년 명동성당보존보수공사(건축문화연구소, 진덕산업)

36개 중 8개가 성당인데 그 중에서 4개가 코스트 신부가 세운 것

• 1995년 명동성당 축성 100주년 기념 건축설계 현상공모(8.10.)

이다. 이러한 사실은 코스트 신부가 우리나라 건축사 및 문화재에

• 1996년 명동성당 축성 100주년 기념 건축설계 심사결과 발표(당선작 없

일조했음을 부인할 수 없게 한다. ⓦ 1885년에 입국한 코스트 신

음. 4.29.)

부는 1890년 명동에서 가장 높은 종현 언덕(종이 걸려 있는 언덕)

• 2 002-2009년 명동성당 외벽 보수공사 • 2 009년 11월 27일 서울교구 명동대성당 특별계획구역 지구단위계획(세

에 주교관(현 구주교관)을 세우고 1892년부터 명동성당을 건축 했다. 선종할 때까지 11년 동안 체재하면서 조선에 가톨릭을 전파

부개발계획)결정을 요청 • 2010년 1월 29일 국가지정문화재(명동성당)주변 현상변경 등 허가 신청 • 2010년 2월 24일 명동성당 계획부지 문화유적 지표조사를 착수(한울) • 2010년 3월 5일에는 현상변경 현장설명회

하며 우리에게 ‘가톨릭은 곧 고딕’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었다. 현 존하는 명동성당의 ‘코스트홀’과 정동 ‘코스트의 집’은 이러한 의

• 2010년 4월 1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심의(1차) 보류

미를 기리기 위한 장소라고 할 수 있다. ⓦ 나는 코스트 신부의 고

• 2010년 4월 6일 자문위원회 구성

향인 프랑스 몽타르노를 직접 방문하여 그의 흔적을 좇으며, 그가

• 2010년 4월 8일 지문위원회 1차 회의

다녔던 대신학교 내 성 피에르 성당과 안느 성당에서 명동성당과

• 2010년 7월 28일 자문위원회 2차 회의 • 2010년 10월 13일 자문위원회 3차 회의

유사한 양식(창문, 종탑, 입구, 내부 기둥, 볼트 등)을 발견할 수

• 2010.10.26. : 정밀안전진단보고서 최종 보완 제출

있었다. 이는 성지인 성당에 허가 없이 입장할 수 없어 사진 자료

• 2010년 11월 4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심의(2차) → 보류

로 확인한 바이다. ⓦ 코스트 신부는 조선교구의 당가(唐家) 신부

• 2010년 12월 2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심의(3차) → 통과(조건부) • 2010.12.22. 도코모모코리아 기자회견 [성명서] ‘명동성당, 재개발이 아

로서 건축 일을 담당했기 때문에 명동성당 역시 그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또한 그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전에 머물렀던

닌 세계문화유산을 위한 성지로’ • 2011년 3월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자문회의(1차)

베트남과 홍콩의 성당에서도 비교할 수 있는 요소들을 찾아냈다.

• 2011년 3월 가톨릭센터 등록문화재추진

비록 그가 성당들을 직접 세우지는 않았지만 그 과정을 지켜보며

• 2011년 4월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자문회의(2차) • 2011년 4월 가톨릭센터 등록문화재추진 철회 • 2011년 4월 7일 서울교구 명동성당 문화재위원회에 지하 4층 지상 10층

터득했던 경험이 전해졌을 가능성이 있다. ⓦ 이처럼 코스트 신부 가 세운 명동성당은 한국 천주교의 새 시대를 열었다는 의미 외에 도 건축적으로 우리나라에 고딕양식을 전하는 계기가 됐다. 1970

으로 재심신청 통과(조건부) • 2011.6.8.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명동성당 특별계획구역 세부개 발계획」심의 • 2011.6.9.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명동성당 특별계획구역 세부개

년대 이후 도시 차원에서의 난개발과 몇 차례의 보수를 거치면서 훼손된 부분도 많지만, 여전히 큰 의미를 지닌 명동성당 개발계획 에 대한 보존 정비안의 수립은 반드시 필요하다.

발계획」결정 발표. • 2011.6.23. <명동성당 개발 계획 ‘관광특구인가, 성지인가’ 특별토론회 > 사단법인 도코모모코리아(한국근대건축보존회, 회장 김종헌) 주최로 열림 • 2011.7.11. [문화유산연대, 도코모모코리아], 서울시 중구청, 문화재청 에 명동성당 <구 주교관>의 문화재 지정 신청서 제출 • 2011.7.14. 문화재청, 명동성당 <구 주교관>의 문화재 지정 신청에 대해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 • 2011.7.14. 서울시, 명동성당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1단계) 결정

ⓦ 김정신 (단국대 교수) ⓦ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제안한다.”

및 지형도면 고시. • 2011.8.24. 명동성당 서울교구, 재개발 기공식 예정 발표

세계 교회사에서 유래 없는 특징을 지닌 한국 천주교회는 다양한

• 2011.9.16. 명동성당 재개발 기공식

문화유산을 지니고 있다. 200여 년의 역사를 통해 문화재로 등록

→ <명동성당 및 명동관광특구 재개발 반대> 대책위원회 보도자료 참고

된 성지와 교회 건축물의 수는 다른 유형의 근대 건축물에 비해 압

Wide AR no.23 : 09-10 2011 Issue 3


명동성당 변경 전.

명동성당 변경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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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적이다. 또한 천주교회의 건축은 서양의 건축 양식을 직접적으

것 자체는 설사 등재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문화 유산을 보존하

로 수용했다는 점, 토착화(한옥 성당)와 외국 선교 단체를 통해 다

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명동성당의 역사적, 종교적, 건

양한 건축 양식의 특징을 지녔다는 점에서 건축사적 의미가 있다.

축적, 문화적 흔적들을 그대로 보존할 수 없다면 충분한 사료를

이러한 한국 천주교 교회 유산의 대표인 명동성당이 관광 특구로

조사해 부분적으로나마 되살릴 수 있는 기법들이 실시 설계에 반

지정되고 무리한 개발 계획에 의해 곧 착공될 위기에 놓였다. 이

영돼야 한다. 보는 각도에 따라 서로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에 문화 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 세계문화

입장을 존중하면서 최대공약수를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

유산 등재 추진을 제안한다. ⓦ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

된다. 이러한 논의가 전달되어 명동성당(서울교구) 내에서도 심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충족해야

각성을 절감하고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 ⓦ 명동성당이 지니고

하며, 이를 위해 진정성(Authenticity)과 완전성(Integrity), 충분

있는 의미와 가치, 사람들에게 갖고 있는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현

한 보호 및 관리 체계가 필수적이다. 이밖에 10개의 세계 유산 등

실적인 문제 또한 간과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명

재 기준에 비춰 명동성당의 가치를 열거하면 최초의 교회 공동체

동성당 개발계획에 대한 범 분야의 논의와 토론이 더욱 중요하고

가 설립된 유서 깊은 장소성, 로마네스크 양식의 구조와 순수한

시급한 것이다. 도코모모코리아의 토론 등을 통해 개발 계획을 중

고딕 양식의 공간 체계, 국내에서 생산된 벽돌과 전돌의 의장 기

단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의견이나 단서가 도출되지는 못했지만

법을 응용한 이형 벽돌 사용으로 유럽 중세 성당의 조각적 장식을

많은 사회 구성원들이 반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보다 절실

벽돌조로 표현한 점, 120여 년 동안 한국 천주교 신앙의 중심지가

하게 공유할 수 있었다. 사회적 합의 없이 결정된 개발 계획이 위

된 점 등 다각적으로 탁월하다. 하지만 1970년 이후 지어졌거나

에서 제안된 사항들을 최대한 반영하여 수정 보완되길 간절하게

개축된 건물은 건축 양식에 맞지 않고 보호 구역이 설정되지 않았

바란다. 나아가 매번 뒤늦은 대응으로 현실을 탓하는 건축인들도

으며, 현재 결정된 개발계획이 진정성과 완전성에 심각한 훼손을

소극적이고 방관적이었던 자세를 반성하고 보다 현실적인 참여와

자행할 것이라는 적지 않은 문제점들이 있다. 또한 탁월한 보편적

행동에 대한 자구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가치(중국의 천주교 유산과 유사), 진정성(부분적 훼손과 본래의 양식과 다른 복원), 완전성(개별적 건물 보존 및 구체적이지 못 한 전체 사적의 맥락), 보전 관리 정책(교구의 실질적인 지침 부 재) 등의 문제들 또한 산재한다. ⓦ 다음의 제안은 문제점들을 보 완하여 수립한 세 가지 추진 전략이다. ⓦ 제1안 : 명동성당을 비

ⓦ 유걸(아이아크 대표) ⓦ “무분별한 개발도 문제지만 무조

롯해 약현성당, 전동성당, 화산성당, 양화나루 잠두봉 유적지를 ‘

건적인 보존도 정답은 아닐 것. 장소가 갖고 있는 불편함을 해

한국 천주교 문화유산’으로 등록하여 가능성을 높인다. 이를 위해

소하면서 동시에 장소의 가능성을 최대한 구현해야 한다.”

서는 주교회의 문화위원회와 문화재청의 주도 아래 관련 지자체 와 연계하여 통일성 있는 추진이 필요하며, 현재 명동성당 개발계

건축의 모든 것은 사람을 위한 효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획에도 조정 및 보완이 필요하다. ⓦ 제2안: 전주교구는 방인(邦

또한 귀한 자원은 단순히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귀하게 여기며 충

人)교구의 전통과 전동성당을 비롯하여 동양 건축과 서양 건축이

분히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경제 논리를

융합된 한옥 성당 등 좋은 사례가 많다. 더불어 지역의 지방문화

앞세운 무분별한 개발도 문제지만 명동성당의 무조건적인 보존도

재 및 등록문화재를 포함하여 추진하면 가능성이 있다. ⓦ 제3안

정답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장소가 갖고 있는 불편함을 해소

: 천주교 단독으로 기준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면 성공회 및 개신

하면서 동시에 장소의 가능성을 최대한 구현해야 한다. 나아가 장

교의 주요 사적과 연계하여 범 그리스도교회 차원에서 검토해 볼

소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

수 있다. 전국적인 조정 체계가 확립된 천주교가 주교회의를 중심

러므로 명동성당의 개발계획은 건축됐을 당시의 의미와 현재 시

으로 앞장설 필요가 있다. ⓦ 명동성당을 비롯한 천주교 문화 유

점에서 명동성당이 갖는 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수정되어야

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일은 당면과제이다. 이러한 관

한다. ⓦ 『건축, 우리들의 초상』이라는 책 제목처럼 건축은 우리

점에서 명동성당의 개발계획은 개발보다 보존과 정비의 개념 중

가 사는 모습 그 자체이다. 과거 명동성당은 시각적, 형태적, 의

심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이미 심의를 통과했지만, 실시 설계에

미적으로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건축물

는 구조적 안전성을 위한 단계적 추진, 역사적 흔적(지형, 우물,

이었다. 종교적으로는 천주교도를 비롯하여 명동성당을 세운 코

진입로, 계단, 석축 등) 및 구주교관의 원형 복원, 보호 구역 설정

스트 신부의 선교에 대한 꿈과 열망이 녹아 있는 곳이다. 하지만

등을 반영해야 한다. 나아가 개발 계획의 기본 개념을 실용주의에

1960년 이후 급격하게 성장한 도시와 함께 당시의 의미와 가치를

서 역사성 보존으로 선회해야 할 필요가 있다. ⓦ 사실 현재의 명

잃어가고 있다. 건축의 힘은 현실에 뿌리박고 있으며, 현실을 살

동성당을 그대로 보존한다고 해도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가능성은

아가는 사람들에 의해 유지된다. 그러므로 명동성당 역시 동시대

희박하다. 하지만 이번 개발 계획이 진행되고 나면 가능성은 전혀

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지역 주민으로부터 새로운 힘을 얻어야 할

없게 된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고려하여 개발 계획을 추진하는

것이다. 하나의 방법을 예로 들면, 스위스에 있는 베드로 성당 지


하에 로마 유적이 발견되어 지하를 개발하는 대수선을 한 적이 있 다. 당시 공사의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감탄했지만 더 놀라운 것 은 100년 후의 수선을 위해 모금함을 지속적으로 운영한다는 것

ⓦ 이주연(공간사 편집 총괄 이사) ⓦ “크지 않고, 과하게 모

이었다. 그 곳이 사람들에게 중요한 장소라면 사람들 역시 장소를

뉴멘탈하지 않으며, 너무 위압적이지 않은, 가톨릭 정신을 살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개념에서 출발한 것이다. 명동성당이

릴 수 있는 건축적 풍경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서울 시민들과 나아가 그 곳에서의 기억과 의미를 갖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중요한 곳이라면 그들 역시 명동성당을 지키기 위한

이번 사안에 대한 도코모모코리아 구성원들의 생각이 모두 똑같

실천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 개인적으로 그릴 수 있는 장소에

지는 않다. 다만 문제 의식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사실

대한 미래는 1995년에 있었던 명동성당 현상설계에 잘 나타나 있

에 동의하고, 명동성당 주변 시설들—구 주교관을 비롯하여 계성

다. 그 곳에 빈 공간을 만드는 계획이었다. 오픈스페이스를 확보

초등학교와 가톨릭회관으로 쓰는 옛 성모병원까지—의 가치를 존

해 성당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 되게 함

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생명력이 없다면 몰라

으로써, 도시적 맥락에서의 가능성을 최대한 구현하면서도 동시

도, 아니 없다고 하더라도 생명력을 불어넣어 다시 살려야 할 판

대 사람들에게 새로운 의미를 갖게 하였다. 그러한 것이 명동성당

이데, 생명력 있는 건물들을 무시해 버리는 것은 건축 혹은 사회

이라는 건축이 가질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 믿었다.

에 대한 태도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질서를 존중하고 도시환경을 개선하면서 교구가 필요로 하는 공간을 확보하는 방법이 지금의 방법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이 사안과 관련된 도코모모코리아의 토론회 또한 다른 방법에 대한 가능성을 논의 해 보자라는 취지에서였고. 발제자들의 제안이나 토론자의 지적

ⓦ 김용미(금성건축 대표) ⓦ “거대한 건물을 짓는 개발계획

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 내용들이 교구에 전달돼서

에 반대하면서도 어떤 방법으로 해결해야 하는지, 우리 건축계

클라이언트가 일정 정도 수용을 하면, 전문가들은 보완을 할 수

는 모색해 본 적이 없다.”

있는 것이다. 결국은 교구의 의지가 관건이라 하겠다. ⓦ 문제 의 식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문제

우리가 명동성당이란 장소를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단면적으로만

를 이슈화하고, 그것이 건축계 내에 공론화되어 건축 바깥으로 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명동성당을 정

당성 있게 전달되어야 한다. 그것이 다시 건축계 안으로 혹은 사

신적 휴식처, 오아시스라고 이야기하는데 막상 가보면 그러한지,

회 안으로 번져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마침내 달라지는 모습이 보

과연 명동성당이 성지인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빈 공간의 대

여야 한다. 그리하여 점점 건강하고 발전된 모습으로 변해야 한

부분을 자동차가 점령한 모습은 나 또한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

다. ⓦ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에겐 그러한 과정이 없다. 그것은

이다. 그곳을 지날 때마다 ‘자동차들이 모두 없어지고 아름다운

건축계의 문제, 근본적으로는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개인이

공간으로 남을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명동성당

얼마만큼 그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남의 일이 아닌 내 일로, 또

의 언덕과 전면만 보고 전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난잡한 뒷면

내 개인이 아닌 우리 일로 그것을 공공화할 수 있을까? 이는 비단

을 보라. 쓰레기 더미와 간판들이 널려 있고, 생뚱맞은 테니스 코

명동성당만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나 국가 프로젝트들에 건축이

트도 있다. 이것 또한 명동성당의 모습이고, 전체는 전혀 조화되

어떻게 개입되어야 하는가, 어떻게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입

지 못한다. 이런 것들을 지하로 넣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고자 하

되어서 그 전문성을 발휘하여 우리가 말하는 공동선에, 공공의 가

는 욕구는 사제들도 그렇고 우리도 충분하다. 지상의 자동차가 사

치에 부합되도록 할 것인가, 의 문제이다. ⓦ 사실 어제오늘의 얘

라지고 좀 더 많은 녹지가 확보될 수 있다면 지하 공간을 개발하

기는 아니지만, 그것이 어떤 집단이 됐든(이런 언론 매체를 포함

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 분명한 것은 명동성

하여), 용기 있게 누군가가 현장에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당의 수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역사 유적지에 무언가

아주 미미하더라도 그것들이 모여 작은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면,

를 지어야 한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완전한 보존론자도, 완전한

누구나 조금씩 지향하는 방향으로 걸어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들 수

개발론자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심각한 것은 거대한 건물을 짓는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한편으로는, 이미 여러 과정을 거쳐 합

개발계획에 반대하면서도 어떤 방법으로 해결해야 하는지, 우리

법적으로 진행되어 온, 허가가 나고 기공식을 치른 마당에 뒷북

건축계는 모색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우리가 반대할

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서양 속담 중에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잘못을 고치는 데 늦는 법은 없다”는 말이 있다. (‘잘못’이란 단 어가 민감한 것 같아 말하기 좀 조심스럽지만)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 시간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 다. 현재 계획안대로 가더라도 잘 따져 보면 설계 변경이 생길 수 도 있고, 공사하다가 부득이하게 샵드로잉으로 변경해야 하는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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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도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기왕에 처음부터 여러 대안들을 가지

한다. ⓦ 그런데, 오히려 벽돌로 된 주변 별관이 손상될 위험성이

고 검토해서, (물론 검토를 많이 했겠지만) 여러 전문가들이 문제

더 클 듯싶다. 주변으로 지하를 더 깊이 파는 것으로 되어 있음에

라고 지적하는 바로 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여러 대안들도 같

도 불구하고 사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안전 진단 등이 간과되고 있

이 논의해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 개인적으로, 굳

기 때문이다. 실제로 진단 보고서에는 별관 등은 배제되어 있다.

이 고층이 아니라 저층 고밀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저층 고밀도로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는 공동체 같은, (그렇다고 서양의 오밀조밀한 집합 주거와 광장과 교회를 생각하는 건 아니다) 그 터가 갖고 있는 허용 용적과 개발할 수 있는 땅을 최대한 잘 활용 하여 기존 질서를 유지하면서도 덧붙여 가는, 저층 고밀도로 법규

ⓦ 김광현(서울대 교수) ⓦ “건축되는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구릉지가 가지고 있는 지형도를 얼마든

또 도시 환경을 얼마나 이해하고 이 문제를 풀어나갔는지에 대

지 살리는, 저층 고밀도로 충분히 필요한 용적을 얻을 수 있는, 바

한 부분은 충분히 어필될 필요가 있다.”

로 그러한 대안! 지하 또한 개발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개발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조적조인 명동성당 본당 자체에 해가 가지

개인적으로 2003년 명동개발특별위원회에 관여됐었고, 명동성

않는 범위 내에서 하자는 것이고, 사전에 그것을 충분히 검토하

당 개발을 이야기하려면 이 위원회의 활동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자는 것이다. ⓦ 그런 측면에서 교구가 건축 전문인들의 전문성을

(2003년 11월 서울대교구는 당시 교구장이었던 정진석 추기경의

인정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

주례로 명동개발특별위원회 위촉장 수여 미사를 거행한 바 있다.

리고 교구의 발전에 오히려 긍정적인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면 그

이날 정 추기경은 수여 미사 강론을 통해 “명동대성당 터는 한국

것을 수용하지 말란 법도 없다. 그렇게 오랫동안 준비해 왔는데,

천주교의 얼굴이며 신앙의 중심지”이고 “이 터전의 새로운 개발

일정 맞춰서 조급하게 갈 필요가 없지 않을까. 좀 더 생각해 보고

을 추진하는 직무는 후손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차대한 임무”라

좀 더 많은 의견을 들어보고 좀 더 확실한 대안을 마련해서 좋게

며, “후손들에게 기념비적 유산이 되는 공간으로 만들어 달라”는

갔으면 한다. ⓦ 10층이란 규모는 어쩌면 서울 도심지 안에 묻혀

당부의 말을 남겼다.(가톨릭신문, 2003.11.16) 이 위원회는 ‘명동

버릴 수도 있는, 그다지 큰 건물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명동이

성당 일대를 제삼천년기 문화의 시대에 걸맞는 문화 공간으로 조

란 지역에서만 보자면 매우 거대한 존재이다. 그것이 들어섰을 때

성하고자’ 설립된 것인데, 이 때부터 명동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

우리는 명동성당을 세속과 구분되는 곳, 가톨릭의 성지라고 말할

작되었다, 라고 볼 수 있다. ⓦ 당시 교구장(현 추기경)은 체육관

수 있을까? 교구가 가지고 있었던 애초의 지침, 즉 크지 않고, 과

같은 곳를 빌려서 사제 서품식을 거행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고,

하게 모뉴멘탈하지 않으며, 너무 위압적이지 않는, 가톨릭 정신을

또 매일 미사는 드리지만 뭔가 다른 쓰임의 성당이 필요하다고 생

살릴 수 있는 건축적 풍경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각하셨던 것 같다. 특히 약 5,0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대성당 에 대한 의지가 있으셨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반대 의견을 표 명했지만 가톨릭회관과 주차장 사이에 5,000명 규모의 성당 계획 이 추진되기도 했었다. 한편으로는 가톨릭회관 부분에 광장을 둬 서 오픈스페이스를 만들자는 계획이 있었는데, 가톨릭회관을 부

ⓦ 권기혁(서울시립대 교수) ⓦ “중요한 것은 정확한 공사라

분적으로 덜어냈을 때 그만큼의 용적을 어디서 충당할 것인가, 라

고 할 수 있겠다. 이상 징후가 있을 때는 모든 공사를 중단하

는 고민이 뒤따랐었고 그 때 물색된 자리가 현재 10층 건물이 계

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획된 자리이다. 사도회관이 앞에 있어서 제약 조건이 따를 것임은 분명했지만,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땅이 거기밖에 없었기 때

명동성당 개발과 관련하여 구조적인 안전성은 시뮬레이션 등을

문이다. 이밖에도 이전된 계성초등학교에 납골당 계획이 제안되

통해 수치적인 해석으로 증명이 되었다. 하지만 인간이 하는 일에

기도 했다. ⓦ 그런데, 그 곳이 용적을 찾을 수 있는 자리임은 틀

완전한 것은 없다. 땅속은 직접 파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이다. 지

림없는데 배치가 이상할 것이라는 생각은 했었던 것 같다. 사도회

표 조사를 하고 구멍을 몇 군데 뚫어서 땅의 형질을 판단하다고 하

관이 인접해 있는 것도 그렇고, 땅이 무척 좁았기 때문에 건물이

지만 구멍 뚫은 바로 몇 센티 옆이 허당일 수도, 암반일 수도 있는

들어선다면 주변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

것이다. 사고에 관한 부분도 예측되는 것이 아니다. 실수의 확률

지만 초점은 가톨릭회관 쪽의 광장에 맞춰져 있었고, 그 곳으로의

은 언제나 내재되어 있다. 물론 가장 안전한 것은 행위를 하지 않

어프로치가 주안점이었기 때문에, 부족한 용적을 충당하는 방법

는 것이겠지만, 절차상 결함이 없고 안전 진단에 문제가 없기 때

의 대안은 실제로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물론 구체적인 밑그림도

문에 실행 못할 이유 또한 전혀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정확한 공

없었다. ⓦ 명동성당 개발은 단순히 건축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

사라고 할 수 있겠다. 이상 징후가 있을 때는 모든 공사를 중단하

한다. 도시 환경과 관련이 있고, 또 주변의 역사적인 건물을 어떻

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물론 다시 진단하고 안전성 평가를 해야

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도 걸려 있다. 10층 규모의 건물을 짓는


것도 규모 자체의 문제보다는 무엇을 목적으로 짓는지를 먼저 생 각해 봐야 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도시 계획적인 측면, 즉 도심에 서 명동성당으로의 어프로치와 차량 동선을 고려한 계획이 전제

ⓦ 김영섭(성균관대 교수) ⓦ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가 성전

됐었고, 가톨릭회관 쪽에 광장을 만들면서 용적을 확보해 주기 위

을 정화한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 유일하게 소위 ‘폭력’이란

해, 도시 공간을 확보해 주기 위해 그 자리에 그만한 규모가 제안

걸 행사하신 장소로 성전을 점령한 장사치들에게 교회는 하느

되었던 것이다(물론 꼼꼼히 검토된 것도, 확정된 것도 아니었지

님의 집이고 기도하는 장소라는 걸 강조하셨다.”

만). 어쨌거나 도시 환경을 얼마나 이해하고 이 문제를 풀어나갔 1983년도의 명동성당 리노베이션할 때 책임 건축가로 참여한 바

는지, 그 부분이 충분히 어필될 필요가 있다.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에 따른 준비의 일환으로 보존 보수 차원에서 그 일을 했었고, 그때 자문을 했던 분이 고 윤일주 교수이다. 유럽의 보존 보수 분야의 학자들과 미팅도 가졌었고, 자료도 수집해 가면서 일을 진행해었는데, 보존 보수 외에 중요하 ⓦ 김란기(문화유산연대 공동대표) ⓦ “개발에 대한 모니터링

게 생각했던 것이 (특별한 성소 혹은 폐쇄된 성역이 아닌) ‘세상

과, 명동성당 외의 역사적 건축물을 문화재화시키는 일은 지

을 향해 열린 교회’였다. 그것은 요한 바오로 2세가 세상을 향해

속되어야 한다.”

당당히 그리스도인인 것을 선포하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에 있다. 또 그 당시 주임 신부가 항상 강조했던 것은 “교회는 가난했을 때

단도직입적으로 나는 개발 자체에 반대하며, 오히려 복원할 것을

가장 힘이 있었다, 그리고 교회는 민중의 지지를 받았고, 또 그리

제안한다. 예전의 땅의 모습 그대로 불필요한 건물을 제거하고 역

스도가 가장 비천하고 억압받는 자에게 오셨듯이 교회도 그 역할

사적인 건물들은 원형대로 하는, 마치 우리가 경복궁을 복원하듯

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알다시피 1960년대 말 박정희 대통령

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증축된 가톨릭회관은 옛

의 유신 통치 때부터 전두환 정권이 정권을 탈취하는 과정에서 많

모습으로 되돌리고 주변 건물을 좀 정리하여 시야를 터 주어야 하

은 억압이 있었는데, 당시 유일한 등불이 명동성당이었다. 일종의

지 않을까. ⓦ 서울대교구는 2010년 1월 29일 서울시에 제출한 국

피난처이기도 했던 그 곳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성소라기보다 금

가지정문화재(명동성당) 주변 현상변경 허가 신청에서 구 주교관

소의 역할이 강했다. 우리는 민주화를 이룬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

을 웨딩채플로 리모델링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고, 문화재위원회

에 한발 더 나가서 명동성당이 시민들에게 열린 장소로 거듭 태어

는 이를 계획안에서 제외시켰다. 웨딩채플이라니, 상식밖의 제안

나야 된다고 생각했다. 또한 주임 신부는 교황의 방한으로 더 많

이다. ⓦ 기공식을 앞 둔 지금 우리는 할 수 있는 일들은 주저없이

은 사람들이 모일 것이니 이 기회에 그러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 첫 번째가 밀착, 감시이다. 모니터링이라

장소를 만들자고 했다. 그래서 나온 안이 성당 뒷부분의 보일러실

고도 하는데, 문화 시민 단체의 역할 중 비중있는 일이다. 공사 현

을 지하화시켜 광장으로 만들고 앞의 광장과 통일시킨 안이었다.

장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종종 벌어질 수 있다. 공사 도중

그 결과 명동성당 주변으로 한 1만여 명이 운집할 수 있는 공간이

발굴 조사가 필요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기존의 역사적 건물

조성됐다. ⓦ 그 다음으로 주임 신부는 그 앞의 사무동이나 덕지

에 대한 훼손이 부지불식간에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덕지 붙어 있는 건물을 전부 헐어버리고 주교좌 성당으로서 교회

공사 현장의 상황, 심지어 미세 먼지서부터 진동까지 모두 체크돼

를 드러내 보이기를 원했다. 나는 지금도 당시 주임 신부의 생각

야 한다. ⓦ 두 번째는 명동성당 외의 역사적 건축물을 사적으로

이 명동성당 건축의 큰 원칙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주인보다 종

든, 등록문화재로든 문화재화하는 일이다. 대표적인 것이 1890년

들이 더 커져서 오히려 주인의 존재를 없애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완공된 구 주교관(사도회관)이다. 이 건물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

참으로 우스꽝스럽기 때문이다. ⓦ 열린 교회에 대한 개념은 1995

된 근대 건축물 중 하나다. 영국풍 르네상스 양식으로 특히 지붕

년 명동성당 축성 100주년 기념 건축설계 현상 공모전을 할 때도

쪽을 받치는 목조 부재는 중세 유럽 양식을 살짝 변형시킨 색다른

하나의 대안으로 존재했다. 높은 건물을 짓기보다는 지평을 넓혀

얼개로 건축사학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77

시민들에게 휴식처가 되는 교회, 그래서 현대적 교회가 망각하고

년 2월 문화재위원회 회의에서 명동성당 사적 지정을 의결할 당

있는 사명들을 다시 일깨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명동

시, 명동성당과 함께 지정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뚜렷한 이유

성당 앞에 움푹 꺼져 있는 주차장 부분을 채워 올리고 성모동산

없이 제외된 일은 납득할 수 없다.

있는 쪽과 가톨릭회관 자리를 도심 방향으로 오픈시켜 도시에서 성당이 드러나 보이면 좋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었다. ⓦ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가 성전을 정화한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 유일하게 소위 ‘폭력’이란 걸 행사하신 장소로 성전을 점령한 장사치들에게 교회는 하느님의 집이고 기도하는 장소라는 걸 강조하셨다. 그것 은 오늘날 상징하는 바가 많으며, 특히 명동 개발에 중요한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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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 개발 계획안 단면도.

이다. 명동성당은 한국을 대표하는 성전의 의미가 크고, 만약에

임 소재 및 원인 규명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 이는 관련된 사람들

여러 가지 부속 기능이 필요하다면 계성초등학교 등을 이용하면

로 하여금 책임감을 갖고 올바른 선택을 하게 할 것이다. 안정성

될 터이다. 굳이 거기에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건축 행위를 하는

문제 등 과거 대성당 보수 때부터 발생했던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

것은 일단 복음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 건축이란 행위는 수영

되지 않은 시점에서 무작정 밀어붙이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사고

장에 잉크 한 방울 떨어뜨리는 행위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를 야기할 수 있다. 사실 안정성의 문제만 놓고 보면 상용하지 않

잉크 한 방울이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된다. 사

는 것이 최선이다. ⓦ 그리고 시민들과 전문가의 의견, 문화적이

향 1g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코를 자극하는지 프랑스의 향수 연

고 사회적인 의미를 수렴하지 않은 채 법정 한도까지 개발하는 태

구가에게 들은 적이 있다. 그것들은 결코 회수되기 어려운 것들이

도는 개발업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절대적인 공간 부족을 이유로

다. 건축과 도시를 만드는 작업도 일단 한번 손을 대면 그것이 잘

들지만, 그렇다면 성당과 분리된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 사용하면

못 되더라도 자자손손 봐야 하는 굉장히 위험한 작업이다. 그런

될 일이고, 그 이전에 공실률과 부서별 공간 점유율을 조사해 볼

측면에서 건축가들이 건축 행위를 단순히 일로서만 생각하는 세

필요도 있을 것이다. ⓦ 예수께서 성전을 정화하신 이야기는 신약

태는 문제라고 본다. 물론 클라이언트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측면

의 4대 복음서에 일관되게 드러나 있다. “그리고 성전에 소와 양

에서 가톨릭 교회가 경쟁적으로 큰 교회를 짓고 위용을 과시하려

과 비둘기를 파는 자들과 환전꾼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끈

고 하는 모습들을 볼 때면 뭔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

으로 채찍을 만드시어 양과 소와 함께 그들을 모두 성전에서 쫓아

게 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교회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닮

내셨다. 또 환전상들의 돈을 쏟아 버리시고 탁자들을 엎어 버리셨

아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씁쓸하다(이를 테면 시어머니를 미워하

다. 비둘기를 파는 자들에게는, ‘이것들을 여기에서 치워라. 내 아

다 자기도 모르게 닮아버리는 며느리처럼 개발지상주의로 치닫는

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 하고 이르셨다.”(요

우리 사회를 보면서 교회가 그걸 닮아 가는 것이다).

한 복음서) ⓦ 이러한 정신을 교회가 잊어 버린 것인지, 명동성당 이 대기업 단지로 변하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 ⓦ 나의 소견으로 는 개발이라는 단어 자체를 붙이지 않았으면 한다. 개발은 폭력이 다. 인간의 편리성과 경제적 이득을 위한 행위일 뿐이다. 명동성 당 자체에 대한 고려 없이 개발 계획을 ‘친환경 개발’이라고 표현

ⓦ 김원(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 ⓦ “극악스러운 개발을

하는 것은 과거 독재를 위해 자행됐던 ‘인간적인 고문’과 같다. 개

유보하고 최선의 보수를 위한 계획이 재수립되어야 한다.”

발 대신 ‘명동성당 성역화 또는 보존 계획’으로 개념부터 제대로 세워야 한다. 극악스러운 개발을 유보하고 최선의 보수를 위한 계

나는 1981년 시작된 명동성당 개보수, 계성 초등학교와 계성여고 등의 보수 작업을 진행했었다. 당시 기본 원칙은 ‘보존’이었고, 어 떻게 하면 기존의 것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처음 명동성당 벽돌 보수를 의뢰받았을 때는, 최대한 원형 그대로 보존 하기 위해서 명동성당 벽돌 샘플을 분석하기도 했다. ⓦ 명동성당 개발의 과정은 정확한 기록으로 남겨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책

획이 재수립되어야 한다. ⓦ


와이드 AR 23 | Wide Architecture Report 23 | 2011. 09-10

와이드 23호 뎁스 리포트

060

ⓦ <COMPASS 20 | 이종건> 우리 건축 사회에는 사고(事故)가 그립다

062

ⓦ <종횡무진 23 | 이용재> 통영 세병관

064

ⓦ <근대 건축 탐사 23 | 손장원> 커피와 함께하는 강릉의 근대 기행

067

ⓦ <사진 더하기 건축 03 | 나은중+유소래> 사진-행위Photography–Act—이명호Myoung Ho Lee

070

ⓦ <와이드 書欌 21 | 안철흥> 십자군 이야기 1

071

ⓦ <미래(未來)의 지래(知來) 짐작 03 | 조택연> 개의 집과 고양이 집의 차이

074 076

ⓦ <Wide Focus 16 | 김영철> 건축 아카이브는 어떻게 소용되는가 : 건축 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단상

077

ⓦ <Wide Eye 02> 5개의 건축에 담긴 시간의 켜—배재학당역사박물관 개관 3주년 기념전

078

ⓦ <주택 100선 21> 고모리주택 | 정기정

ⓦ <Wide Eye 01> 서울의 건축 이슈,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 풀어놓다—2011서울건축문화제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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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SS 20 | 이종건

우리 건축 사회에는 사고(事故)가 그립다 거의 모든 대중 악기들을 판매하는 미국의 가장 큰 악

욕 베드포드 소재, 1946)이 2,000,000달러(20억쯤)였다.

기 회사 기타 센터가 내어 놓고 있는 가장 비싼 클래식

이 글을 쓸 즈음, 한국 포털 사이트에는 100,000달러(1억)

(컬) 기타는, 몇 년 전에 사망한 명장 마누엘 로드리게즈

자피로 이리듐 면도기, 그리고 페라리를 타다 사고가 나면

가 만든 MSRBRZ로, 17,999달러다. 세금이 약 10퍼센트

수리비가 3억을 넘는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이니 우리나라 돈으론 2천만 원쯤 호가하는 셈이다. 복권 만 당첨되면 하나 사야지 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입버릇처

거장의 혼이 담긴 소위 명작 혹은 명품을 돈으로 매겨

럼 말하며, 그 엄청난 가격이 뿜어 낼 소위 명품의 아우라

가치를 정하는 것이 달갑진 않지만, 이미 여러 번 기사

를 상상하며 괜히 흐뭇해 하곤 하는데, 어느 날 커피를 마

가 나왔듯, 심지어 처녀성도 공개적으로 내어 놓고 파는

시며 또 다시 그 이야기를 끄집어내자 한 지인이 자신의

이 냉엄한 세상에 등을 돌린 채 자신만의 굴 속에서 아웅

아이폰을 보라며 들이밀었다. 아이폰 화면에는 얼굴이 잘

하지 않는 한, 나와 전혀 상관없는 현실을 수긍할 도리밖

린, 귀티가 나는 옷을 입은 여인이 하얀 장갑을 낀 손으로

에 없다.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그래서 팔 수도 살

빨간 가방을 자신의 배 앞에 들고 서 있었는데, 그것을 보

수도 없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 건축(혹은 예술이

는 순간 말 그대로 잠시 충격에 빠졌다. 사진 밑에 눈에 확

나 기타 특정한 형식의 삶의 내용)에 삶을 올인한 채 오

띄는 가격 때문이었는데, 놀라지 마시라, 무려 129,000달

늘도 힘겨운 일상을 묵묵히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야

러! 붉은 악어 가죽으로 만든, 그 유명하다는 에르메스의

응당 분노할 일이겠지만, 건축은 철저히 돈으로 성립하지

버킨 핸드백이란다. 세금을 포함해서 우리나라 돈으로 환

않은가? 기껏해야 잘 나가는 건축가는 돈을 더 받고 노동

산하니 조그만 가방이 무려 일억 오천만 원쯤 되었다. 충

할 뿐, 기본적인 삶의 원리는 별 다르지 않다. 노동비 제대

격으로 말문을 잃은 지 며칠 후, 혹시 그보다 더 비싼 가

로 챙겨 받고, 건축가 대접 제대로 좀 받아 가며 살고 싶은

방이 있을지 찾아봤는데, 역시 세상은 엄청났다. 에르메

마음이야 건축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군들 갖고 있지 않으

스 푸른 가죽 버킨은 280,000달러로 3억이 넘고, 일본 디

랴? 건축이 돈으로 성립한다고 말한 또 다른 논지는, 이놈

자이너 긴자 타나카가 제작한 핸드백은 1,630,000달러로

의 자본주의 세상은 돈을 쏟아 부어 넣지 않은 건축은 아

20억 가량, 모우와드(Mouwad) 지갑은 심지어 3,800,000

예 건축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용이야 어찌 되

달러로 40억이 넘었다. 이쯤 되니, 이제 충격은 호기심으

었든, 결과물이 물질적으로 근사해야 하고, 사진 이미지가

로 변해 건축은 과연 어떨까 궁금했다. 건축을 판다는 사

확실히 때깔이 나야 비로소 건축이 될 기회가 생기는데 그

이트(Architecture for Sale)가 눈에 띄었다. 나의 학부 시

러자면 거긴 유별나게 돈이 많이 투여되어야 하기 때문이

절 교과서에 실렸던 두 작품이 올라와 있었는데, 현대 건

다. 건축은 문화적 가치를 획득한 대상에 부여되는 명칭이

축의 거장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유명한 섬유 블록 주

니, 아무리 건축가 혼자서 혹은 특정 집단이 분명코 건축

택 밀라드(Millard, 캘리포니아 파사데나 소재, 1923)가

이라고 우겨 봐도 별 소용없다. 어찌 되었든 문화 그물망

4,995,000달러(50억쯤), 그리고 가장 장기간 명예를 한껏

에 걸려들어야 건축이 되는데, 이러한 현상은 한국도 별

누린 건축가 필립 존슨의 유리 집(Booth/Glass House, 뉴

반 다르지 않다. 사진빨이 안 좋다는 이유로, 굳이 용기를

Wide AR no.23 : 09-10 2011 Depth Report


내고 시간을 내어 잡지사에 알리고 현장까지 동행해 가며

우리 세상 바꾸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가? 그런데, 문

열심히 자신의 작품을 설명했지만, 결국 게재 불가라는 씁

제는 이것이다. 누구도 총대를 메려 들지 않는다는 것,

쓸한 맛을 삼켜야 했던 경우를 나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

그리고 그러한 비이기적 가치를 위해 시간이나 열정을 쓰

다. 뭐, 현실이 그러하니, 그러한 세상이 진실로 마음에 들

지 않는다는 것 말이다. 단체는 도대체 왜 존재하는가? 단

지 않거든, 그 맘에 안 드는 세상 적어도 바꾸려고 애는 써

체가, 거기에 속해 어떤 형태로든 이권을 도모하는 소수의

봐야 하지 않겠는가? 세상을 바꾸자! 좀 더 살기 좋은 세

인간들을 위해 존재하는가? 국가든 여느 작은 집단이 이

상을 만들자! 그런데, 마이클 잭슨 등 대중 스타들을 위시

룬 모임이든, 단체란 모름지기 적어도 개인이 할 수 없는

해서 소위 사회 지도자들이 모조리 대단한 구호처럼 부르

일, 그러니까 초개인적인 일들을 하기 위해 개인들이 모

짖는 이놈의 세상 바꾸기가 왜 그리 어려운가? 돈도 권력

여 만든 것이 아닌가? 또 다른 문제는 소통의 어려움이다.

도 갖지 못한 이들은 어려운 게 아니라 불가능이라 해야

도대체 공적인 일을 이성적으로 논의할 만하지 않거든, 왜

옳겠다. 세상은 몰라도 건축 세상은, 아니 세계는 몰라도

단체의 일을 하려 드는가? 논문은 논문을 심사할 만한 학

우리 건축 세상은 좀 바꾸어 볼 수 없을까?

문의 능력을 지닌 사람이 심사하고, 작품은 작품을 볼 만 한 눈을 가진 사람이 거론해야 할 일이다. 민주주의라는

우리 건축 세상 바꾸기와 관련된 나의 제언은 이러하

기치 아래 돌아가며 기회를 주는 사회는, 민주주의를 이용

다. 세상사 다 그러하듯, 건축의 규칙도 하늘에서 떨어지

한 무능자, 기회주의자, 아첨 드는 자, 무개념자들이 정당

지 않았으니, 우리가 우리의 입맛에 맞도록 바꾸면 그만이

하게 세상을 어지럽히도록 만드는 저질 사회다.

다. 그렇다고 우리끼리만 건축하고 살 것이 아니니, 우리 맘대로 건축을 정의하고 우리 맘대로 가치와 의미를 매길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다 알겠지만, 며칠 전 한예슬이 사

순 없는 노릇이다. 복잡한 언설은 여기서 그만두고, 무엇

고를 쳤다. 한예슬이 잘했느니 못했느니, 옳으니 그르니

보다 우선 이미지의 독재에서 좀 벗어나자. 때깔 좋은 놈

등도 다 중요하겠지만, 한 개인과 조직(혹은 시스템) 간에

은 때깔 좋은 게 가치이니 그냥 두고, 한 마디로 주어진 조

갈등이 생겼을 때, 도대체 무엇이 가장 중요한 이슈이겠는

건들을 뛰어나게 엮어 결과적으로 상당한 수준을 보인 작

가? 그러한 사고를, 조직을 좀 더 진보시킬 수 있을 기회로

품을 제대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비범한 능력으로 공간의

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웬만하면

효용이나 재산의 가치를 비범하게 상승시킨 결과물이나,

조직을 질타하는 것이 우선이다. 개인이 조직에 맞서는 일

재료는 싸지만 뛰어난 구성이나 공간의 질을 생산한 결과

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이 어떤 조직이든, 조직

물이나, 그저 평범한 결과물이지만 그 속에 의미심장한 뜻

에 속한 개인은 자신에게 돌아올 상당한 불이익을 감수하

이 담겨 있는 결과물 등 다양한 가치를 지닌 작업의 결과

지 않고서는 감히 대립각을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

물들을 다 지면에 게재할 만하고, 수상권에 올려 논의할

고 어떤 사고가 터지면, 특히 그러한 것이 공적인 성격을

만한 대상으로 보자는 말이다. 혹 이러한 나의 생각에 동

띠고, 그리하여 여타 사람들에게 불이익(혹은 폐해)이 발

의할 경우, 적어도 소위 우리 건축 권력이라 이름 붙일 만

생할 일이라면, 반드시 잘잘못과 시시비비를 가려 짚어서

한 자리에 있는 양반들, 그러니까 몇 단체(건축가협회, 대

같은 사고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은

한건축학회, 건축역사학회, 건축사협회, 새건축사협의회

가? 이 뻔하디 뻔한 생각이 우리 땅에는 왜 그리도 뿌리를

등)의 회장을 위시한 임원들, 그리고 몇 지면(공간, 건축

내리지 못하는가? 아니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우리 건축

과 환경, 와이드 등)의 편집 책임자들이 그렇게 움직이면

사회에는 왜 사고 하나 터지지 않는가? 가끔 터지는, 더러

그만이다. 혹, 내 생각이 맘에 쏙 안 들거나 내 제안에 수

운 돈 먹은 교수 이야기들 말고 말이다. ⓦ

정을 가하고 싶다면,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나 단체(들) 가 논의할 만한 자리를 만들어 다른 생각들을 모아 가면 될 일이다.

이종건 | 경기대학교 건축대학원 교수이며 본지 자문위원이다. 해박 한 인문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우리 건축계 안팎의 다양한 이슈들을 엮 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책으로 역서 『건축과 철학—건축과 탈식민주의 비판 이론』(시공문화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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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23 | 이용재

통영 세병관

통영 세병관. 국보 제305호. “아빠, 왜 이 동네 이름이 통영이

왜놈들이 계속 들이댄다. 내 이것들을. 바닷가에 거북이 한 마리

야?” “1603년 해군 총사령부인 삼도수군통제사영이 여기 있었

가 왔다리 갔다리 한다. 좋다. 얘들아 거북선 만들어라. “장군, 사

걸랑. 전라, 경상, 충청도를 지키는. 통제사영을 줄여 통영이라고

천포에 또 왜놈들이 나타났습니다.” “가자.” 왜놈들 혼비백산. 뭐

부르는 거야.” “여기 충무시 아니야?” “1995년 충무시와 통영군

라 거북이가 총을 쏴. 신이 노했군. 돌아가자. 왜놈들 일본에서 대

이 합치면서 통영시가 됐어.” “충무는 이순신 말하는 거야?” “응.

책 회의. 이순신은 거북선 안에 앉아 일기를 쓴다. 까불고 있어.

이순신의 시호.” “시호(諡號)가 뭔데?” “위대한 선비가 돌아가신

이게 이른바 『난중일기』. 국보 제76호. “그 요상하게 생긴 게 배

후 왕이 그의 공덕을 기려 내리는 영광스러운 이름.” “충무(忠武)

냐 거북이냐?” “배 아닌가요. 이번엔 함선을 두 배로 늘려 가죠.”

는 뭔 뜻인데.” “충성스러운 군인.” “그럼 왜 서울에 충무로란 동

해군 총사령부 한산도 전면 공격. 왜군 전멸. 거북이 맞네. 이제

네가 생긴 거야?” “중구 인현동, 지금의 명보극장 근처에서 이순

전쟁으론 안 되겠고. 왜놈들은 정치력을 발휘한다. 이순신 모함.

신이 태어났걸랑.” 이순신(1545~1598). 본관 덕수. 문과 급제자

이순신 투옥. 다시 공격. 해군 총사령관 원균 전사. 이순신 없는

105명. 청백리 2명 배출한 명문가. 이율곡도 덕수 이씨. 21개 이

거북이는 힘을 못 쓴다. 우리 주인님을 잡아갔다고라. 이순신 장

씨 중 인구 5만 명으로 랭킹 7위. “아빠, 센 집안의 기준이 뭐야?”

군 돌아오니 거북이는 달랑 12척. 해남의 항구 어란포에서 133척

“첫 번째 청백리 수. 두 번째 문과급제자 수. 세 번째 인구 수.”

의 왜선 출발. 뭐라 이순신이 돌아왔다고라. 이순신은 폭 484미

1593년 이순신은 최초의 삼도수군통제사로 통영시 한산도 도착.

터의 명량해협에 쇠줄을 걸고 12척을 일렬로 세운다. 이 명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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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 물살 속도는 시속 79킬로미터로 아시아 최고로 빠르다. 어

는디유.” 현판을 쓴다. 洗兵館. 명필. 글이 흐르는 바다와 같다.

어, 하는 사이에 왜선들 쇠줄에 걸린다. 물살이 너무 빨라 제어가

학문이 높군. “장군 세병이 뭔 뜻입니까.” “안득장사만천하(安得

안 되는 거다. 함포 사격. 왜선 31척 침몰. 왜군 1만 명 잠수. 안

壯士挽天河), 어떻게 하면 힘센 장사를 얻어 하늘의 은하수를 끌

올라옴. 아군 2명 사망. 역시 이순신은 유유자적 일기나 쓴다. 자

어다가, 정세갑병장불용(淨洗甲兵長不用), 병기를 씻어 내어 길

식들, 인마 전쟁은 머리로 하는 거야. 인생도 그렇고. 1598년 노

이 사용하지 못하게 한단 말인가!”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인데.”

량해전에서 전사.

“두보 왈.”

1603년 해군 총사령관 이경준은 사령부를 두릉포에서 통영으로

세병관 덕에 인구 13만의 통영은 3인의 명인을 배출한다. 박경

이전시킨다. 어라 초가집밖에 없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여황산

리, 김춘수, 윤이상. 센 도시죠. 리아스식 해안의 통영. 장관. “아

자락에 사령부 신축 시작. 내 이 건물을 충무공에게 바치겠다. 수

빠, 리아스식 해안이 뭐야?” “하천에 의해 침식된 육지가 침강하

석 건축가는 4성 장군 이경준. “아빠, 군인이 설계도 해?” “응. 그

거나 해수면이 상승해 만들어진 해안.” 우리 시대 아빠는 모르는

만큼 학문이 높았걸랑. 인문학적인 군인. 전 세계에서 유일한.”

게 없어야죠. 유인도 41개, 무인도 109개. 섬만 150개. 신안군 다

건축의 건자도 모르던 4성 장군은 아랫 것들 몰래 여수 진남관을

음으로 섬이 많은 동네. 절경이라 1968년 이 곳은 한려해상국립

찾았다. 진남관은 국보 제304호. ‘남쪽의 왜구를 진압해 나라를

공원으로 지정. 한산도와 여수를 잇는 아트. 세병관 위에서는 파

평안하게 하는 집.’ 밤새 베꼈다. 뭐야 이거. 기둥 쭉 세우고 지붕

도가 치고 한산도 앞바다에서는 새가 우나니.

얹었군. 별 거 아니네. 통영으로 돌아 온 4 성 장군 역시 기둥 세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戍樓)에 혼자 앉아 / 큰 칼 옆에 차고

우기 시작. 전면에 9개, 측면에 5개. “얘들아 기둥이 몇 개냐?”

깊은 시름 하는 적에 /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

“50개이옵니다.” “됐네. 지붕 올려라.” “장군.” “뭐야.” “진남관

아빠 일성호가(一聲胡茄)가 뭐야?” “한 곡조의 피리 소리.” 정말

과 너무 비슷한 게. 저작권법에 걸리지 않을까요.” “이런 무식한

애를 끊게 하는 군. 왜 미처 이걸 몰랐을까. 지천명에야 아니. 최

놈 같으니라고. 야, 마루에 올라와 봐. 자 여기서 바다를 봐라. 같

근 통영시는 1,600억을 투입해 왜놈들이 소실시킨 세병관 주변

냐?” “완전 다르네유.” 여기서 보이는 갈매기 날아다니는 바다의

의 관아 건물들 복원 사업 착수. 왜놈들 또 오기만 해 봐라. 참,

풍광이 건축이죠. 혼잣말로 투덜투덜. 베낀 거 같긴 한데. 나 원

세병관 안 가 본신 분 손들어 봐유? (주소 : 경남 통영시 문화동

참. 계급이 딸리니. 지붕 올리고 마루 깔기 시작. “얘들아 중앙의

62-1) ⓦ

3칸은 10센티 올려라.” “왜유.” “야. 인마 그럼 내가 너희들하고 같은 마루에 앉을까?” “아, 그렇군요.” 천장은 소란반자(격자천 장). 3칸만 분합문을 달았다. 추우면 창 내리고. 나만 따뜻하면 되 지 뭐. 기분 나쁘면 승진해라. 1605년 완공. 후임 해군 사령관 서유대 통영 도착. “이 건물 이름이 뭐냐.” “없

이용재 | 건축 비평하는 택시 드라이버로 유명하다. 이전에도 몇몇 책 을 썼으나 특히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 여행』으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는 전업 작가로 나서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이용재의 궁극의 문화 기행—이색박물관 편』과 『이용재의 궁극의 문 화 기행 2—건축가 김원 편』(도미노북스)을 연이어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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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건축 탐사 23 | 손장원

커피와 함께하는 강릉의 근대 기행 커피 도시 강릉 ⓦ 커피 박물관과 커피 거리가 있는 강릉 근대 건축 답사의 주제는 커피다. 커피 박물관에는 국내 유일의 커피나무 농 장이 있고, 강릉항(구 안목항)에는 횟집 대신 커피숍이 들어선 커피 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이 곳에는 무려 14개의 커피숍이 영업 중 이고, 유명 커피 체인점이 개점 공사를 하고 있다. 10월의 마지막 밤에는 커피 축제도 열린다. 강릉이 이처럼 커피 도시가 된 것은 국 내 최고의 커피 마스타가 이 곳에 터를 잡았기 때문이다. ⓦ 커피는 여름 한철의 관광객들을 사시사철 강릉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이 러한 커피 열풍은 비단 강릉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지난해 커피 수입액이 처음으로 4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하며, 이를 커피 잔으로 환산하면 대략 성인 한 사람이 지난 한 해 동안 312잔의 커피를 마신 꼴이라 한다. 커피 수입량의 폭발적 증가와 더불어 선호하는 커피 의 형태도 인스턴트 커피에서 원두 커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 대부분의 개항장이 그렇듯이 내가 사는 인천도 근대 건축물이 밀 집된 지역은 대표적인 구도심으로 상권이 매우 위축되어 있다. 100년 넘게 인천의 공공 업무, 상업 중심지였던 이 곳은 1985년 인천시 청이 다른 곳으로 옮긴 뒤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던 곳에 최근 몇 년 사이 한 집 건너 하나 꼴로 커피숍이 들어섰다. 구도심 에 사람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점포가 생기고 그로 인해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이 자칫 밀물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한순간의 유행으로 스쳐 지나 버릴까 걱정이 앞선다. ⓦ 커피 도시 강릉에는 그 이름에 걸맞게 상당히 유명한 커피숍의 분점이 근대 건축물을 리모델링하여 운영되고 있었다. 쓸모를 잃고 낡아 가는 근대 건축물을 재활용하는 새로운 방식 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릉에는 눈길을 끄는 근대 건축물이 적다. 이러한 아쉬움은 동해안을 따라 연결된 묵호, 주문진, 속 초에 설치된 등대를 보면서 위안 삼을 수 있다.

01. 강릉 테라로사.

02. 강릉군도(강릉군, 『군세일반』, 1929년, 출처 : 국사편찬위원회, 한 국사데이터 베이스).

03. 강릉자혜의원 정면도(1921년경, 출처 : 국가기록원).

04. 함흥지방법원 강릉지청 정면도(1920년대, 출처 : 국가기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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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공간의 변모 ⓦ 대륙의 도시는 인근에 위치한 개항장을 통해 근대 문물이 전래되었다. 광주에 목포가 있었고, 전주에 군산이 있 었던 것처럼 강릉에는 원산이 있었다. 그러나 원산과 강릉 사이에는 태백간맥이 가로놓여 있고, 거리 또한 상당히 멀어 근대 문물 전래 는 다른 지방에 비해 상당히 늦었다. 강릉에 중국인과 일본인이 본격적으로 터를 잡기 시작한 것은 원산 개항(1881년)으로부터 20년이 지난 러일전쟁 이후의 일로 그들은 남문동, 명주동 일대에 터를 잡았다. ⓦ 외국인이 강릉에 정착하던 초기에는 그 영향이 크지 않았지 만, 일제의 강제 지배가 지속되면서 도시 공간 구조가 변모하였다. 고려 시대 이래 관청이 들어서 있던 성내동 일대가 가장 타격을 받 았다. 일제는 민족 문화를 말살할 목적으로 고려 시대 이래 강릉의 상징적 건물이던 임영관에 초등학교를 설치했다. 이로써 매달 두 차 례 이뤄지던 궁궐례가 폐지되고 천여 년의 역사가 훼절됐다. 일제는 초등학교로 쓰이던 임영관의 수많은 전각을 잇달아 없애고 정문인 객사문(국보 51호)만 남겨 놓았다. 임영관 주위에는 강릉군청, 강릉우체국 등 관공서가 자리를 잡았고, 강릉면사무소, 식산은행 강릉 지점도 잇달아 들어섰다. ⓦ 전통 건물이 사라진 자리에는 일본풍 서양식 건물이 들어섰다. 성내동 일대는 공공 업무 지구로 탈바꿈했 고, 그 아래에 해당하는 성남동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상업 지구는 동쪽으로 연결된 임영동까지 확장되었다. 성내동과 성남동의 서 쪽 지역인 명주동 일대에는 주택가가 형성되었다.

↑06. 남문칼국수 : 전면 도로보다 약간 높은 곳에 기단을 만들고 건물을 올린 지하 1층 지 상 2층 목조 건물이다. 원래의 용도는 정확하지 않으나, 많은 방을 두었다는 데서 여관 등의 숙박 시설로 지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1층이나 우측으로 약간 치우친 곳에 2층을 두어 비대칭 구조를 만들었다. ↑ 05. 강릉 임당동성당 : 강릉 지역은 다른 곳에 비해 다소 늦게 성당이 만들어졌다. 1921년 본당 이 만들어진 뒤 1923년에 신리면 교향리에 본당 건 물이 세워진다. 강릉객사가 있는 임영관지 건너편 (동쪽 방향)에 위치한 이 성당은 1951년 부지 매입 을 거쳐 1954년에 만들어졌다. 1950년대에 세워진 대부분의 성당이 그렇듯이 강릉 임당동성당의 외 관도 적벽돌과 회색 벽돌로 지어진 초기 성당과 다 르다. 성당 외벽은 모르터 뿌리기로 마감했고, 기 둥에는 미색 계열을, 벽면에는 회색 계열의 파스텔 톤으로 칠했는데, 이러한 마감 방식과 색감은 옥천 성당, 태백성당도 비슷하다.

→ 07. 조병재 씨 가옥(좌)과 하슬라커피숍(우) : 하슬라커피숍으로 사용되는 건물은 1950년경에 지어진 태양화물주식회사 사무실을 리모델링 한 것이다. 근대 건축물 리모델링은 전시관이나 창작 스튜디오라는 고답적인 방식에 새로운 시각을 준다. 커피, 생두, 원두 가격도 저렴하고 커피 맛도 빠지지 않는다 하니 일석이조다. 조병재 씨 집은 연면적 29.04㎡의 작은 규모이다. 함석을 올린 맞배지붕의 일본식 목조 주택으로 강릉영림 서 관사로 지어진 건물이다. 건물 좌측에는 폭 900㎜의 툇마루가 있고, 그 위에 눈썹지붕을 달았다. 단층 건물이나 다락방이 있고, 도코노마와 오 시레의 흔적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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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구역의 변천 ⓦ 도시의 공간적 변화와 함께 행정 구역 개편이 단행되어 지역적 정체성과 역사 문화 환경이 위기를 맞게 된다. 1910년 9월에 공포된 ‘조선총독부 지방 관제’에 따라 1913년 강릉군의 행정 구역이 대대적으로 개편되었고, 군내면이 만들어진다. 군 내면은 1916년에 강릉면으로 개칭되었다. ⓦ 1938년에는 중심 시가지 417호에 상수도가 공급되어 근대 도시가 갖춰야 할 기본적 인프 라가 구비되기도 했으나, 강릉의 도시 계획은 강릉면이 읍으로 승격된 1931년에서 10년이 지난 1940년 12월이 되어서야 공식화되었 다. 강릉을 영동 지방의 거점으로 만들려는 목적을 갖고 있었던 일제는 57,000명을 목표 인구로 설정하고 전체 행정 구역 21.5km2 중 6.54km2를 시가지 계획 구역으로 설정했다. ⓦ 1929년에 발간 된 강릉군 『군세일반』의 기록을 살펴보면 당시의 정황을 짐작 할 만한 통계 자료가 있다. 이 기록에 따르면 당시 강릉에 거주 하던 일본인은 157호 438명이 공무(公務)와 자유업에 종사하 고 있었으며, 그 다음으로는 56호 286명이 상업과 교통업 분야 에서 일하고 있었다. 또한 중국인은 16호 53인이 상업 및 교통 업에 종사했고, 농사는 1호 3명만이 지었다. 이에 반해 우리나 라 사람들은 11,523호 66,588명이 농업, 944호 4,687명은 상 업 및 교통업, 어업 및 제염업에는 915호 4,954명이 몸담고 있 었다. ⓦ 도시 지역인 강릉에는 한국인 1,103호 5,653명, 일본 인 167호 590명, 중국인 6호 24명, 주문진읍에는 한국인 526호 2,715명, 일본인 56호 242명, 중국인 8호 23명이 거주했다. 이 는 중국인과 일본인의 82% 이상이 도시 지역에 거주하였고, 우 리나라 사람은 7% 정도만 도시 지역에서 살았음을 보여 주는 수치이다. ⓦ 즉 중국인과 일본인은 도시 지역에 거주하면서 사

08. 중화당대약포(中和堂大藥鋪) : 1932년 한의사 정연무가 세운 건물로 나중에 ‘중화당한의원’으로 개칭하였다. 1986년 식당으로 용도가 바뀌었 다. 건축 당시 1층에 진료실과 주거 공간을, 2층에 약 창고를 배치하였고, 환자와 거주자의 동선을 분리하여 기능상 문제가 없도록 했다. (사진 : 강 릉 문화의 집, 강릉디지탈 in)

회의 주류를 이루는 공공 업무와 서비스업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도시 지역에서 1차 산업인 농업 과 어업에 종사하면서 기층민으로 살았다. ⓦ 그런데 당시 강릉 에 살던 중국인 가운데 공무(公務)와 자유업에 종사하는 이는 한 명도 없는 것이 특이하다. 지금처럼 당시에도 중국인이 공무 원으로 일하는 것은 쉽지 않았던 듯하다. 강릉에 살던 중국인들 은 ‘비단장수 왕서방’이란 말에 걸맞게 포목점과 염료점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일부는 한의원을 운영했다. ⓦ 또한 자유 업이라는 업종에 눈길이 간다. 이는 식산은행에서 저리로 돈을 빌려 우리나라 사람들을 상대로 고리대금업을 하면서 무위도식

↑09. 하슬라커피숍 내부. 10. 커피숍(칠사당 근처) : 칠사당에서 남문 동 칼국수집으로 이동하다 우연히 발견한 커피숍이다. 전면을 전통 양식으 로 장식한 커피숍에서 강릉의 과거와 현재가 중첩되어 있는 켜가 보인다.

하던 일본인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건물명

원래 용도

소재지

건립 시기

목록화보고서 수록여부

강릉의 근대 건축 ⓦ 일제 강점기를 거친 강릉에도 관공서, 상

임당동 천주교회

천주교회

임당동 159

1954년

상가

강릉극장

성내동 12-1

1930~40년대

×

업 시설과 주택 등 많은 근대 건축물이 세워졌다. 그런데 특이한

하슬라커피숍

태양화물 사무소

용강동 51-1

1950년경

가구점

노다상점

성내동 18-1

1940년 10월

것은 강릉에는 다른 지역에 비해 현존하는 근대 건축물이 적다

창하한정식

대한여관

성남동 109-2

1936년 10월 21일

×

중화당 대약포

한약방

성남동 109-2

1932년

×

는 점이다. 이 시기에 세워진 관공서는 거의 사라졌고, 상업 건

고단칼국수

일본인 치과

명주동 12-2

1940년경

남문칼국수

일본인 주택

남문동 156-1

1940년경

물과 주택도 그 수가 적은 편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인지 2003

점포

일본인 상가

남문동 138

1915년경

조병재씨 주택

강릉영림서 관사

용강동 51-4

1920년경

년에 실시된 『근대건축물목록화 사업보고서』 강릉시 부문에 “

심영색씨 주택

주택

남문동 154

1940년경

임당동 천주교회 독거노인거소

일본인주택

교동

?

×

강릉시에는 근대 문화 유산의 대상이 되는 것이 거의 남아 있지

개인주택

일본인주택

연곡면 동덕리

?

×

않다”고 서술하고, 8개만의 근대 건축물을 기록하고 있다. ⓦ

<표> 강릉의 주요 근대 건축물

강릉에 현존하는 주요 근대 건축물은 임당동 천주교회, 고단칼국수집, 남문칼국수집, 하슬라커피숍, 심영색 씨 주택, 조병재 씨 주택, 강릉극장, 노다상점, 중화당 대약포 등과 몇 채의 일본식 주택과 상업 건축물이 있다. ⓦ 문화재청에서 발간한 『근대건축물목록화 사 업보고서』는 우리나라 근대 건축물을 집대성한 것으로 근대 문화 유산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를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으나, 충분 한 조사가 부족했다는 평가도 있다. <표>에서 보는 것처럼 상당수의 근대 건축물이 누락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전국 근대 문화 유 산에 대한 재조사의 필요성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 손장원 | 본지 고정칼럼위원으로 재능대학 실내건축과 교수이다. 근대 건축 답사를 통해 우리 나라의 근대 건축, 특히 개항장 중심의 근대 도시를 기록하고 정리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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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더하기 건축 03 | 나은중+유소래 >

사진-행위(Photography–Act) — 이명호(Myoung Ho Lee)

이명호, <Tree #3>, 종이에 잉크, (H)1240×(W)1040mm,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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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2. 하늘과 땅 그리고 바람의 기운이 느껴진다. 3. 행위가 시작된다. 4. 나무 전체를 가릴 만한 큰 흰색 천이 준비된다. 5. 크레인과 비계를 사용하여 비워진 캔버스를 설치한다. 7. 풍경과 나무가 분리된다. 8. 카메라의 셔터가 눌려진다. 이명호의 <나무(Tree)> 연작은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그래서 하 찮게 생각되는 나무 한 그루를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게 한 다. 공사 현장에서나 볼 수 있는 비계와 크레인을 이용한 그의 구 축 행위는 풍경의 일부였던 나무를 장소와 분리시키며 동시에 장 소와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낸다. 일상적인 풍경에 묻혀 있던 객체로서의 나무는 작가의 이성적 사고를 통해 소외되었던 가치

큰 스케일로 자신을 드러내며 관객을 압도하는 방식보다 작은 대

를 드러내며, 최소한의 개입으로 이전부터 거기에 있음을 새로움

상을 통해 압축적으로 관객과 소통하려는 작가의 의지이기도 하

으로 탈바꿈시킨다. 이는 예술의 근원인 ‘재현’이라는 거대한 담

다. 작업 과정에서의 이런 일관된 태도는 언어의 수식을 통해서가

론을 너무나 단순한 방식으로 풀어나감을 의미한다.

아니라 그의 사진 속 나무 한 그루를 통해 드러나게 된다.

절제하다 ⓦ 이명호의 나무는 단순하다. ‘단순하다’라는 건 흔히

행위하다 ⓦ 그렇지만 정작 이명호 자신은 보이는 결과물, 즉 한

무언가가 과하지 않아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이다. 이는

장의 사진보다는 그것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 더 소중하다고 말

외부 세상과의 최소화된 관계로 인해 분석되고 해석되기보다는

한다. 그런 연유로 자신의 작업을 사진-행위(Photography–Act)

자연스럽게 수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명호는 자신이 보여

라고 명명한다. 나무, 바다 연작을 포함한 그의 작업 전체를 아우

주고 싶은 것을 온전하게 보여 주기 위해 덜어 내고 또 덜어 내서

르는 이 언어는 세상과 작가 사이의 관계 설정일 것이다. 이는 외

더 이상 덜어 낼 게 없는 상태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이야기한다.

부 세상에 대한 일련의 창조적 행위가 단순히 사진 찍는 행위 너

그리고 이를 절제라는 단어로 압축한다. 나무 한 그루를 찍기 위

머의 작업 방식임을 드러낸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해 벌이는 한바탕 소동을 하얀 캔버스에 응축시키는 행위는 그의

생긴다. 사진가의 ‘행위’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 전통적으

아름다움에 대한 관점을 극명히 드러낸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을

로 우리는 사진가에 대한 매우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어쩌

미학적인 관점 너머 삶의 태도와 작업 방식 더 나아가 대중과 소

면 구도를 잡고 셔터를 누르는 행위는 이제 더 이상 사진가의 영

통하는 방식으로 확장시킨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발표한 <나

역이 아닐 수도 있다. 그 또한 카메라를 매개체로 결과물을 만들

무(Tree)>는 총 15작품이다. 이러한 많지 않은 작업을 통해 그는

뿐이지 사진이라는 규정된 틀로 자신을 가두지 않는다고 이야기

의도적으로 관객과 거리를 두고 작품이 숙성되고 충분히 음미되

한다. 오히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진이라는 결과보다

기를 기다린다. 또한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요구되는 사고의

는 사고하고, 실행하는 과정이며, 더 나아가 그 행위 자체를 결

과정과 물리적 행위의 큰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진은 전시

과로서 인식한다.

장의 큰 벽면을 채우지 않는다. 이는 현대 사진의 특징 중 하나인

모호하다 ⓦ 그가 이토록 중요시하는 행위라는 게 사진가 이명호

이명호, <Sea #1>, 종이에 잉크, (H))840×(W)2580mm,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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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호의 <Tree> 작업 과정.

를 모호하게 한다. 그는 현재 해외의 <나무(Tree)> 연작과 함께

진가라 규정된 수식이며, 그렇다면 예술가이자 건축가이자 철학

<바다(Sea)> 연작을 작업 중이다. 바다는 그의 두 번째 연작으로

가이자 동시에 사진-행위를 통해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 가는 한

사막의 거대한 지평선에 바다를 만드는 작업이다. 사진 속 광활한

사람으로서 그를 바라보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사막에 숨어 있는 인공의 바다는 바라보는 이를 현혹시킨다. 이미

이명호는 그만의 속도와 호흡으로 다음 작품들을 준비하고 있다.

그의 나무 사진을 경험했던 사람이라도 사전 지식 없이 무엇이 진

사진-행위라는 기치 아래 사진과 건축, 설치, 행위, 철학 사이를

짜 풍경이고 무엇이 가짜 풍경인지 짐작하기 쉽지 않다. 이 작업

넘나들며 자신의 또 다른 이야기를 세상 속에 던질 것이다. 그의

은 수십 혹은 수백 명의 현지인들과 협업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

행위 앞에 ‘사진가는 사진 찍는 사람’이라는 수식화된 언어는 더

들의 행위를 통해 수 킬로미터에 이르는 광목천을 사막에 드리워

이상 유효하지 않다. 예측 가능한 이야기가 있다면, 그가 바라보

진짜와 가짜 사이의, 동시에 행위와 결과 사이의 일련의 과정을

는 세상은 고정되어 있기보다는 유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스

만들고 있다. 그가 꿈꾸고 있는 또 다른 이야기를 들어보자. <바

펙트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사진의

다(Sea)> 작업 중 만나게 된 러시아 툰드라의 거대한 바위 둔덕을

한계를 실험하고 있는 그의 태도는 이 시대의 건축가들이 세상과

이야기한다. 단일 바위인데 너비가 150여 미터에 높이가 50여 미

소통하는 방식에 의문을 던져 준다. 이 시대의 건축가는 도대체

터가 되는 역사조차 없는 알 수 없는 그 거대한 존재를 조우했을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

당시 그는 어떤 신성함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재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광학적 재현이 아닌 물리적 재현이다. 작은 스케치와 평면보다 거대한 마스터플랜이 요구될 것 같다. 그는 이 물리적 구축의 과정을 하나의 다큐멘터리로 만들 생각이다. 물론 사진기를 통한 기록도 동반될 것이다. 그는 이렇게 일상적인 아름 다움 넘어, 작가의 개입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세상을 실체로 구축 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그를 모호하게 만드는 것은 어쩌면 사

나은중, 유소래 | NAMELESS의 공동 대표이다. 뉴욕과 서울을 기반 으로 건축, 예술 그리고 문화적 사회 현상을 탐구하고 있다. 급변하는 시대의 패러다임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Fragile Architecture’ 로 그들의 작업을 정의하며 2011년 뉴욕건축연맹이 수여하는 뉴욕 ‘젊 은 건축가상(The 2011 Architectural League Prize for Young Architects)’과 미국건축가협회의 ‘뉴욕건축가협회상(2011 AIA New York Design Award)’ 등을 수상했다. www.namelessarchitec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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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書欌 21 | 안철흥

『십자군 이야기 1』 — 시오노 나나미 지음, 송태욱 옮김, 문학동네 펴냄

원래는 시오노 나나미의 역사 이야기를

일반적인 통계에 비춰볼 때 교회에 매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사실부터 고백하

출석하는 신자는 10여만 명 조금 안 되는

고 시작해야겠다. 반쯤이 내 독후감 탓이

수준이리라. 이에 비해 인구의 11%가 이

라면 나머지 절반은 저자의 이력이 주는

민자로 이루어져 있고, 이중 이슬람교도

선입견 때문이다. 시오노 나나미가 국내

는 10만 명이나 된다. 이슬람교도 중에는

에서 인기 작가로 떠오른 것은 장기 베스

라마단을 철저히 지키는 독실한 신자가

트셀러로 독서계를 평정했던 『로마인 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르웨이에서 교

야기』 때부터다. 장장 12년에 걸쳐 출간되

회에 출석하는 기독교도와 라마단을 지키

었고 책깨나 읽는다는 사람들 사이에 회

는 이슬람교도의 숫자가 비슷하거나 이슬

자되었던 이 책을 나는 두어 권쯤 읽어 봤

람 쪽이 더 많을 수 있다. ‘광신도’의 눈에

다.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다. 이름 외우기

노르웨이가 이슬람 국가로 넘어가는 상황

도 어려운 장군과 황제의 영웅담을 반복

이 충분히 그려졌을 법하다. 그가 십자군

해서 들춰 보기가 불편했다고나 할까.이 ‘

을 참칭한 표면적인 이유는 그거다. 하지

소설’을 마치 정통 역사책처럼 읽어 내는

만 성(聖)과 속(俗)의 거리는 생각보다 가

풍토까지 맘에 들지 않았다(『로마인 이야

깝고 서로 얽혀 있어서 성은 일본어 혼네

기』의 원제가 『ロ-マ人の物語』인데, 物語

와 다테마에의 관계처럼 속을 감추고 본

(ものがたり)라는 말 자체가 전설이나 이

탐닉한 뒤 이윽고 남은 미개척지가 바로

질을 은폐하는 장치로 기능하는 수가 많

야기 등 창작물을 뜻한다). 더구나 가쿠슈

중세이고, 중세의 꽃이라면 십자군 시대

다. 역사, 특히 서양사가 대체로 그렇다.

인(學習院) 출신이라는 그녀의 배경이 나

일 테니. 그런데 운명일까, 우연일까, 십

이슬람교도에 대한 분노의 이면에는 늘어

의 부정적인 선입견에 쐐기를 박았다. 일

자군은 서점가의 책갈피 속에서만 숨쉬고

나는 이민 노동자들이 노르웨이 젊은이들

본 황족과 귀족들의 고등 교육을 위해 설

있지 않더라는 거다. 아네르스 베링 브레

의 일자리를 빼앗고, ‘공짜 복지’를 누린

립한 이 대학에서 그녀가 어떤 교육을 받

이비크라는 희대의 살인마, 노르웨이의

다는 극우 정치 이데올로기가 숨어 있었

았는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전형적인

청소년 캠프에서 93명을 총으로 쏴 죽인

다. 그리고 숨어 있는 그놈이 사태의 본질

일본인이면서, 로마인보다 더 로마인’ 같

극우 사이코패스가 현대의 십자군을 참칭

인 경우가, 대체로 많다.

은 수식어가 떠올랐다

했었다. 그 사건이 난 게 대한민국에서 시

성속의 변증법은 천 년 전 십자군 시대에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가 올여

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가 출간되

도 여실히 적용된다. ‘카놋사의 굴욕’ 이

름 서점가를 강타했다. 아니 십자군이 재

고 삼주쯤 후다. 고고한 인문주의 취향의

후 신성로마제국 황제 하인리히 4세에게

림했다고 해야 하나. 교보문고에는 아예 ‘

독자들이야 둘을 절대로 연결해서 상상하

핍박받아 떠돌던 교황은 십자군 전쟁으로

십자군 코너’가 마련되어 있어서 시오노

지 않겠지만, 나는 발칙하게도 브레이비

역전의 전기를 마련한다. “신이 그것을 바

나나미의 책뿐 아니라 김태권의 동명 만

크의 미친 짓을 뉴스로 접하면서 시오노

라신다”라는 말 한마디로 교황 우르바누

화 등 여러 종의 십자군 이야기를 전시해

나나미의 책이 사고 싶더란 말이다.

스는 자신이 바라는 것을 이루었다. 성전

놓고 있다. 몇 종의 십자군 이야기가 동시

위키백과에 따르면 브레이비크가 살고

에 나선 중세의 영주들에게도 신의 뜻보

에 출간된 점이 우연은 아닐 터다. 우리

있는 노르웨이의 인구는 460여만 명이다

다 더 큰 세속의 욕망이 있었다. 이집트

의 인문학 시장이 고대 그리스 로마를 넘

(2006년 통계). 그중 85% 정도가 기독교

의 시아파 아랍인들이 수니파 투르크족을

어 르네상스를 거쳐, 바로크니 로코코니

신자라고는 하지만 그 가운데 약 2% 정

물리치기 위해 십자군과 연대를 제의하는

고전주의니 낭만주의니 하는 사조를 모두

도만이 착실하게 교회에 다닌다는 유럽의

장면에서는 현대 중동 정치의 전사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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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듯하다. 전쟁 중에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은 진실이다. 시오노 나나미가 이 유명

미래(未來)의 지래(知來) 짐작 03 | 조택연

한 경구를 증명하고 싶어 했는지는 모르 겠으나, 그녀의 탁월한 자료 수집과 복기 덕분에 우리는 그 점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시오노 나나미는 탁월한 이야기꾼 임에 틀림없다. 현재 1권이 출간되었고, 내년까지 3권으로 마무리된다는 『십자군

개의 집과 고양이 집의 차이

이야기』는 대하소설보다 더 재미있게, 중 세 유럽판 삼국지처럼 읽힌다. 나는 오랜 만에 책 속에 깊숙이 빠질 수 있었고, 그녀

인간과 비교한다면, 개와 고양이는 거의 비슷한 생명체라 할 수 있지만, 이들 두 종이

의 재능에 감탄했음을 새삼 고백한다.

자신의 집에서 살아가는 생존 전략은 이들과 인간 사이의 차이만큼이나 다른 것이라

그녀는 이 책을 출간한 직후 한국 언론과

볼 수 있다. 고양이가 자신의 서식 영역을 활용해 살아가는 생존 전략은 개가 살아남기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역사적 사실과

위해 취하는 방식과 전혀 다르다. ⓦ 고양이에게 자신의 영토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

역사적 인식은 엄연히 다른 것이고 주체

존 자원을 제공해 주는 물리적 영역을 의미한다. 이 곳에서 고양이는 생존을 보장해 주

에 따라 인식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는 먹이를 구할 수 있고, 자손을 낳기 위해 짝짓기 할 암컷을 만날 수도 있으며, 적의 공

고 말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격을 피해 안전하게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고양이에게 물리적 영토는 자신을 지킬 수

된다. 그렇더라도 아쉬운 점은 있다. 그녀

있는 강력한 보호 장치이다. 그래서 고양이는 자신의 배설물로 영토에 다가오는 침입자

는 시종일관 모든 사건을 유럽인의 시각

에게 끊임없이 경고를 보낸다. 나는, 내가 표시한 배설물의 숫자만큼이나 이 곳을 잘 알

으로 관찰한다. 그녀는 “이슬람은 자신이

고 있는 원주민 고양이다. 네가 잘 모르고 있는 이 곳에 들어오는 순간, 이 곳에 대한 공

우세한 시기에 대한 기록은 남겨도 열세

간 전략적 정보를 완전히 파악하고 있는 나에 의해 엄한 징치를 받게 될 것이다. 이 곳에

였던 기록은 남기지 않았다”라고 말했지

절대 들어오지 마라. ⓦ 이러한 고양이들은 새로운 공간으로 옮겨가는 것을 몹시 두려워

만, 이 말은 지적 오만이나 상상력의 빈곤

한다. 새로운 공간에서 만나게 될 잠재적인 적은 그 공간의 전략적 구조를 훤히 알고 있

을 고백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아랍 출신

기 때문에, 그 곳에서 싸운다면 자신보다 훨씬 강한 공격력을 발휘할 것이다. 새로운 장

의 프랑스 작가 아민 말루프는 방대한 아

소에서 이들을 만나 위험에 처하는 것보다, 조금 궁핍해져도 물리적 구조를 훤히 꿰고

랍 자료를 섭렵한 끝에 ‘프랑크인의 침략

있는 자신의 영토에서 오래도록 살아가는 것이 생존에 유리함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

전쟁’(십자군 전쟁을 아랍인들은 이렇게

이다. 그래서 고양이는 최대한 넓게 자신의 영토를 설정하고 이를 지킨다. ⓦ 이런 생존

부른다)을 세세하게 복원한 바 있다. 한국

습관이 기록된 유전자를 가진 현대의 고양이는,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공간에 익숙해

에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원

지면 그 곳을 자신의 영역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모래 바닥 한 곳에 열심히 영역 표시를

제, The Crusades Through Arab Eyes)

하며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한다. 고양이에게 아파트에서 오래도록 함께 살고 있는 주인

으로 번역 소개된 논픽션에서 아민 말루

은,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의 영토를 침범하는 귀찮은 존재에 불과하다. 수직으로만 길고

프는 10만 권이 넘는 장서를 소장한 도서

털도 없이 흉측하게 생긴 생명체는 저녁만 되면 자신의 영토에 무례하게 침범한다. 오랜

관과 잘 정비된 우편 체계와 상하수도와

경험을 통해 이 생명체가 자신의 먹이를 빼앗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종합 병원이 구비되어 있었던 문명 세계

래도 자신의 영토를 공유해야 하는 인간이 불편하고 귀찮다. ⓦ 고양이는 이 주인이라는

가 프랑크인들의 무자비한 침략으로 폐허

생명체를 다루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주인이 자신에게 위협적인 시선을 보이면, 가끔

로 변해 가는 과정을 눈물겹게 서술했다.

눈을 커다랗게 뜨고 같이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주위를 맴돌아 준다. 그러면 이 생명체는

역사의 진실은 이렇게 양쪽의 시각을 두

엄청난 양의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지 흥분하면서 사냥 준비를 한다. 그리고 조금 있으

루 갖춰야 온전하게 볼 수 있다. ⓦ

면 반드시 사냥에 성공해 내 앞에 참치 캔 하나를 자랑스럽게 물어다 놓는다. 이럴 때는

안철흥 |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월간 『말』지와 시사주간지 『시사저널』, 『시사IN』 에서 20년 가까이 기자 생활을 했다. 그 동안 정치부와 문화부에서 거의 절반씩 밥을 먹었 는데, 건축계 쪽을 여전히 기웃거리는 것은 그 때 어설픈 곁눈질로 사귀어둔 ‛인맥’ 덕분 이라고 한다. 본지 고정칼럼위원으로 서장을 기꺼이 지켜주고 있다.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데, 종아리를 꼬리로 감싸면서 한 바퀴 돌아주는 칭찬에 인간 은 거의 이성을 잃어버린다. 고양이와 달리 개의 생존 영역은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물리적 영토가 아니라 이들이 속한 집단이다. 무리를 지어 먹잇감을 사냥하고 적의 공격에 맞서면, 못 잡을 먹이가 없 고 쫓아 버리지 못할 적이 없다는 것을 우연하게 배운 개들은 능동적 군집 생명체가 되 었다. 취약한 먹잇감에 불과했던 한 마리의 개는, 개 떼가 되어 사회 집단을 형성하면서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 거기서 한걸음 더 진화 해, 각각의 구성원들이 집단 내에서 위계를 가짐으로써 더 강하게 적에 맞서고 더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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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 먹잇감을 사냥을 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두머리의

리를 찾아 가기 전에 잡아먹히거나, 새로운 무리를 찾았다고 해

지휘에 따라 빠르게 상태가 변하는 사냥감에 기민하게 반응함으

도 그 무리에 받아들여지고 그 안에서 살아남아 적응할 가능성은

로써, 시시각각 변화하는 공격과 방어, 분산과 집중의 전략을 구

거의 없다. 개에게 주인과 가족이 바뀌는 것은, 개의 유전적 습성

사해 사냥 효율과 공격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개 떼의

에서 보면 지금까지 자신이 확보하고 있던 모든 생존 자산을 포

구성원으로서 이제 개의 생존 공간은 물리적 영토가 아니라 이들

기하고, 그 불안하고 험난한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구축해 가야

이 속한 군집의 구조이다. 군집의 구성원으로만 남아 있으면 생

하는 두려운 상황이다.

존을 보장받을 수 있으므로, 생존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전략은

개는 생존 알고리즘으로 고도의 사회성을 채용한 최초 조상의

쫓겨나지 않고 집단의 구성원으로 오래 남아 있는 것이다. ⓦ 이

자손이며, 인간의 영장류 조상 역시 이들로부터 분화되어 나왔

제 개 떼(자연에서 늑대와 같은 개과 동물들)는 누구도 건드리지

다. 그래서 인간은 끊임없이 개의 생존 습성을 드러낸다. 정치가

못하는 막강한 전투력을 지닌 집단 생명체이므로, 이들은 새로운

들이 집단의 우두머리가 되려고 그토록 발버둥치는 것은, 인간의

공간으로 옮겨가면서 만나게 될 적들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어졌

먼 조상이 개일 때 얻어 현대 인류에게 물려준 생존의 본성 때문

다(당연히 무리를 지은 집단은 많은 생존 자원을 소비하므로 이

이다. 개 떼의 대장이 되면 사냥의 전면에 나서지 않아 위험에 직

들이 사라지면 새로운 생존 자원을 찾아 떠난다). 따라서 이들은

접 노출되지 않고, 더 안정적으로 먹이를 확보하며, 더 많은 암컷

더 풍부한 먹이를 찾아 끊임없이 돌아다니고, 집단의 생존에 필

을 독점해 개체 보존과 종족 유지를 유리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요한 자원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는 곳을 발견하면 종족을 보존

생존 알고리즘이 욕망이 되어 시시때때로 발휘되기 때문이다. ⓦ

하기 위해 사냥감이 사라질 때까지 그 곳에 머무는 생존 전략을

여성들이 명품 가방에 집착하는 이유 역시, ‘내가 너보다 더 잘났

택했다. ⓦ 이러한 생존 방식에 적응한 유전자를 가진 개는 현대

으니 언젠가는 내가 너희들을 물리치고 알파 독이 될 거야’를 상

의 주거 공간에 어떻게 적응하며 살고 있을까? 개에게 어디에 살

대방에게 끊임없이 각인시키기 위함이다. 잡식의 잉여 영양분 덕

고 있는가의 물리적 장소성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되지 못한

에 커다란 두뇌의 기억력을 갖게 된 개는, 자신이 학습해서 두뇌

다. 정작 개에게 중요한 생존 공간의 요소는 ‘누구와 집단을 이루

에 저장한 기억 정보를 신뢰하도록 진화하였다. 이러한 개들은

며 살고 있는가?’이다. 아파트에 사는 개에게 그 집의 넓고 좁음,

상대의 기억 영역에 끊임없이 자신의 우월성을 학습시켜, 후일에

화려함 소박함, 조망과 고저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생존을 결

알파독이 될 기회가 주어졌을 때 암묵적 지지를 끌어내려는 고도

정하는 것은 집의 물리적 상태가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주인으

의 권모술수이다. ⓦ 고가의 핸드백은 나의 경제적 우월성을 나

로부터 신뢰받고 가족의 구조에 녹아들어 그 일원이 되었는가에

타내기에 더 없이 좋은 아이템이므로 이것을 사용하면 상대에게

있다고 믿는다. ⓦ 개에게 제공되는 공간의 시각 정보는 후각 정

열등감을 각인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현대의 여성들은 개로부터

보에 비해 덜 관심을 유발시키고 금방 잊어버리게 되는 정보이

물려받은 습성의 영향으로, 오늘도 도시에서 자신의 우월성을 과

다. 개에게 물리적 공간으로서 집은 자신이 속한 집단이 먹이를

시하기 위해 명품 핸드백을 흔들어 댄다. 그러면서 그들의 잠재

찾아 떠도는 사냥 공간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개에게 집의 공간

의식은 ‘아, 나는 오늘도 조금 더 알파 독 자리에 가까이 올라서

은 주인을 따라나서는 산책길의 공간과 별반 다름이 없다. 그래

고 있어, 그래서 생존가능성이 높아졌다. 아, 흐뭇해!’ 라며 즐거

서 자신의 집에만 똥을 누는 고양이와 달리, 주인과 함께하는 곳

워한다. 하지만 이것은 착각이다. 그들이 명품 가방을 흔들어 보

이라면 개는 어디에서나 시원스럽게 똥을 쌀 수가 있다. 개에게

이며 학습시킨 대중들은 다음에 다시 볼 기회가 전혀 없는 지하

똥은 영역을 표시하는 귀한 재료가 아니라 어디에나 버려도 되는

철의 동승자일 뿐이다.

가치 없는 배설물이다. ⓦ 하지만 공간의 시각적 그리고 청각적

오늘날의 아파트는 고양이의 생존 영역을 흉내 내서 지은 주거

의미에 비해 가족의 위계에 대해서는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한다.

공간이다. 물리적 경계 영역을 설정하고, 이를 두꺼운 벽으로 차

누가 알파 독(α Dog, 우두머리 개)이고 누가 오메가인지 집단의

단해 누구도 자신의 영토에 침입하지 못하게 하며, 자신 또한 절

서열과 위계를 파악하는 것은 고양이가 자신의 영토에 있는 생

대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는 고양이의 생존 특성을 반영한 주거

존 자원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즉, 가족에서

방식인 것이다. 고양이는 벽 너머의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

누가 엄마이고 누가 아빠이며 누가 무시해도 되는 아이들인지에

는 동물이다. 반면, 자신의 영토에 대해서는 강한 집착을 보인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재빠르게 그 구조를 파악하며 결코 잊어버리

이는 고양이가 자신의 영토에서 모든 생존 자원을 독차지하고, 이

지 않는다. 아빠 앞에서는 절대 복종을 다짐하고, 먹이를 주는 엄

를 홀로 구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 산업 혁명의 결과물인

마에게는 꼬리를 치며 애정을 표현하고, 알파 독이 애정을 보이

현대 도시에는 직장으로서의 거주 공간과 집으로서의 주거 공간

는 아이들을 귀여워 하지만, 가끔 알파독이 보고 있지 않거나 아

이 분리되어 분포한다. 생존 자원을 확보하는 수단이 농경 생산

이들이 귀찮게 하면 무시한다. ⓦ 고양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에서 산업 생산으로 바뀌면서, 일터로서의 거주 공간에서 생존 자

이 자신의 영토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주하는 것이라면, 개에

원을 생산하는 밀도가 극적으로 증가되었다. 그 결과, 노동자를

게 가장 두려운 것은 생존 집단으로서의 가족이 바뀌는 것이다.

고밀도로 수용할 수 있는 거주 공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동료를 잃은 떠돌이 개는 살아남을 확률이 아주 낮다. 새로운 무

공간을 소비하는 주거공간은 이로부터 멀리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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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집과 사냥 그리고 농경까지, 생존 자원을 공급하는 토지의

을 느끼면서 행복해하고 불행해한다. 그러한 TV 속 친구를 현실

생산력은 극히 낮았다. 채집과 사냥으로 먹이를 구하기 위해서는

공간에서 만나면 너무 반가운데, 정작 그 친구는 나를 모른다.

적어도 몇 km2의 거주 공간이 필요하고, 농경은 이것에 비해 생

고양이의 집에서 개의 집으로 ⓦ 그러면 현대 혹은 가까운 미래

존 자원의 생산성을 혁명적으로 증가시켰지만 여전히 수 천 km

2

의 도시에 나타날 개의 후손을 위한 집은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

의 경작지를 필요로 한다. 이렇게 주거 공간과 비교할 수 없이 넓

어야 할까? 앞서 이야기한 것을 정리해 보면, 아마도 탈 영토성

은 거주 공간을 필요로 한 농경 시대까지는 자연스럽게 생존 자

을 전제로 한 시스템 공간과 관계 지향성으로의 회기를 가능하게

원의 협동 생산에 필요한 최소 인원이 함께 거주할 수 있는 마을

하는 주거 공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탈 영토성에 의한 시스템 공

단위로서 독립되었다. 부락의 단위는 세계적으로 공통인데, 대략

간이란, 공간의 물리적 소유보다 공간과 자신의 관계에 더 많은

150~200명으로 과거 수렵과 채집시대 집단의 크기와 동일하다.

관심을 갖는 개의 후손의 공간 특성에 맞춘 공간 사용법이다. ⓦ

ⓦ 부락 단위의 주거는 개로부서 진화한 인간이 마음 편히 지낼

한 장소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그 공간의 지리와 생물 정보를 습

수 있는 한 가지의 주거 방식을 가지고 있다. 낮에는 농작물의 경

득하는 고양이와 달리, 개는 집단이 어울려서 떠돌아다니므로 특

작에 서로 협력하고, 밤이면 사랑방에 모여 수다를 떨면서 서로

정 장소에 대한 기억보다 공간이 가진 보편성으로서의 정보, 즉

가 견고한 집단의 구성원임을 확인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는

공간의 질서를 더 잘 이해한다. 지금까지 자신이 머물렀던 공간

개에서 출발해 무리지어 사냥하는 생존 알고리즘을 선택한 인간

의 보편적 질서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지의 모든 공간에

이 자신과 집단 사이의 견고한 관계 유지함으로써 생존을 보장받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예측 구조로서 공간 정보의 대칭성을

으려는 진화적 습성과 일치한다. ⓦ 하지만 산업화와 이를 유지

이해해 유니버설하게 적용한다. ⓦ 고양이가 익숙한 공간에 호감

하기 위해 출현한 도시에서의 거주와 일치하는 주거 공간을 노동

을 느낀다면, 개는 지금까지 살펴본 공간이 보편적으로 가진 질

자가 자체적으로 소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산업사회에서는 거

서를 투영하고 있는 공간에 호감을 느낀다. 따라서 인간이 좋아

주 공간이 생산해 낼 수 있는 생존 자원의 밀도가 극적으로 높아

하는 공간은 보편적 질서 안에서 조금씩 변화하는 공간이다. 만

지면서, 거주 공간이 수용한 노동자가 필요로 하는 만큼의 주거

일 여러분이 타워팰리스나 아이파크 같은 거대 집합주거에 살고

공간을 거주 공간의 경계 주변에 배열할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있다고 생각해 보자. 매일 자신의 집 한 곳으로 돌아가는 것도 좋

그 결과, 근현대의 주거 영역은 거주 영역과 분리되었고, 자연스

겠지만, 그 빌딩 전체가 여러분의 것이어서 매일 다른 집으로 퇴

럽게 주거는 협력의 바탕이 아닌 이웃에 대한 어색함과 경계(警

근하는 것도 즐거울 것이다. 마치 긴 여행처럼, 물론 그 곳에서는

戒)를 바탕으로 구축되었다.

가족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오랜 방랑에 적응한 인간은 유목

개에게 지어준 고양이의 집 ⓦ 개는 고양이와 달리 친구를 필요

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고, 그러한 본성에 맞춰 현대화한 것이

로 하는 생명이다. 친구와 두터운 신뢰를 유지해, 위험에 처했을

여행이다. ⓦ 여행을 제공하는 집은 현대 건축의 패러다임에서는

때 도움을 받아 위기를 극복하는 생존 방법을 오랜 진화를 통해

불가능한 모습이므로 지금까지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금단의

배우고 실행한 동물인 것이다. 이러한 생존 알고리즘은 매우 성

영역이었지만, 디지털 정보와 결합해 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공적이었고, 이를 더 발전시킨 그들의 후손, 영장류가 세상을 지

여러 방식들이 이미 출현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그러

배하고 있다. 이들의 후손인 인간은 특히 친구를 사귀는 다양한

면 나의 영역성은 어디에 있냐고. 개의 마음 속에는 영역성이 없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 ⓦ 친구와 갈등이 있으면 불안해하고 이

다. 그들은 방랑자(Nomade)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마음

를 빨리 해소하며, 친구가 도움을 필요로 하면 반드시 그를 도와

은 영역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아주 작은 일부이다. 아마 1%

주고, 친구로부터 받은 친절은 반드시 같은 양으로 돌려주고, 자

도 안 되는 마음이 자신의 영역을 갈망하고, 다른 99%의 마음은

기보다 연장이거나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는 친구에게는 존경을

방랑을 꿈꾼다. 다만 기술과 경제력에 얽매인 건축의 상상이 이

표하고, 모르는 친구를 경계하고, 잘 알고 있는 친구에게 친밀감

를 받혀 주지 못해, 인간은 고양이의 집에 갇혀 사는 개의 신세가

을 느끼고, 친구의 슬픔에 감정을 이입시키고, 친구와 함께하면

된 것이다. 인간의 욕망을 모두 반영한 주거에 사는 미래의 인류

두려움마저 사라지는 것 등이다. ⓦ 하지만 현대의 주거는 고양

는 영토에 대한 주장과 속박에서 벗어날 것이다. 우리는 스마트

이의 습성을 도식화해 놓은 구조물로, 개들의 후손인 현대인들이

디지털 환경의 도움으로 세상의 모든 집이 내 것이어서 마음대로

그들의 생존 습성을 발휘하려는 것을 차단한다. 일단 자신의 영토

사용하는 주거 공간에서 살게 될 것이다. ⓦ

에 들어서면, 밖으로 나설 필요를 느끼지 않아 이웃을 볼 기회조

조택연 | 본지 편집위원으로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이다. 3억 개 의 폴리곤을 연산하는 디지털 공간, 64비트로 확장된 두뇌, 9시간 동 안 산악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근육, 5.10c 5피치 인수봉을 오르는 호기 심, 2개의 세상을 함께 보는 통찰, 10년 후를 바라보는 3개의 꿈……. 그 꿈을 이루려는 욕심을 내려놓으니 꿈을 따라 가는 것이 더 즐겁다는 그. 부끄러움이 사라지고 조금 뻔뻔해지는 나이, 행복한 50대에 지래 (知來)로서 내일을 짐작하기 시작했다. 마침 2011 영화 <권법>의 세상, 2050년 서울로의 여행도 예정되어 있어 더욱 기대된다.

차 박탈당한다. 그래서 현대인은 자신의 영토에서 외롭다. 특히 수컷들은 더 외롭다. 수컷들에게 친구와 친구 사이의 신뢰는 가장 중요한 생존 자산이다. 이를 더 많이 확보한 수컷은 생존 가능성 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그래서 서울의 수컷들은 집에 돌아가 기를 거절하고, 친구들과 함께 밤 문화 속에서 방황한다. 암컷 역 시 외롭기는 마찬가지다. TV 프로그램 속 친구에게 신뢰와 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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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Focus 16 | 김영철

건축 아카이브는 어떻게 소용되는가? — 건축 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단상

근대 건축 탄생의 사상적 배경을 주제

구에 새로운 장이 열려서 슈마르조가 건

로 니체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스위스 바

축 이론을 구축할 때의 시대적 환경, 독자

젤 대학 도서관(Universitätsbibliothek

적 이론의 학파 형성 과정, 또 왜 교수직

Basel)과 독일 바이마르 소재 니체아카이

을 자의로 그만두었는지, 대학 행정상 박

브(Nietzsche-Archiv)를 오간다. 니체가

사 학위의 저작권 소유 문제, 예술학 이론

코지마 및 리하르트 바그너와 어떻게 교

체계의 성립 과정에서 인접 학문 간의 연

류하였는지, 바젤 대학의 동료였던 역사

계 문제 등 슈마르조 지적 전기를 서술할

학자 부르크하르트와 건축가 젬퍼를 어

미발굴 사료들의 접근이 가능해졌다. 12

떻게 평가했는지, 특히 그의 양식론(Der

개의 기관에서 이 주제에 관련한 사료를

Stil)을 어떻게 수용하였는지 등의 내용

보관하고 있다.

을 밝혀 주는 사료가 이 곳에 소장되어 있

시야를 넓혀서 건축의 사료가 어떻게 학

기 때문이다. 니체의 저술에서 철학과 음

문 연구에 조직적으로 활용되는지는 취

악의 근본 개념들이 왜 건축 개념들의 유

리히 연방공과대학 건축학과의 경우가 잘

추인가라는 질문도 그 곳에 보존된 사료

보여 준다. 1967년 대학 내 건축역사이

들, 즉 니체의 저서 및 그 초안들, 서신

론 연구소가 탄생할 때 사료 보관소 개념

교환, 메모들, 일기 등에서 해답이 찾아

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지만 대학 도서관

질 것이다.

으로부터 젬퍼아카이브를 넘겨받는 계기

근대 건축의 주제를 공간으로 이해하

를 통해 먼저 공간이 확보되면서 제도화

는 건축 역사가나 이론가에게 가장 중

되었다. 이 곳에 수많은 건축 분야 사료들

웅어스 아카이브.

료로서 인정되면 이들이 연구 등의 자료

요한 인물인 아우구스트 슈마르조(Au-

이 1970년대 이후 점증적으로 수장되었

로 활용될 수 있도록 보관의 기능을 수행

gust Schmarsow)의 사료들은 처해진 상

다. 젬퍼의 도면들, 원고들, 칼 모저, 지

하는 장소이다. 국내에서 건축 아카이브

황이 니체의 경우와는 다르다. 그가 활동

크프리트 기디온, CIAM의 사료들이 보

가 구축된다면 이곳에 수집될 자료들은

(1893-1919)했던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관되어 있으며, 현재 이 곳은 단순히 보

건축 역사가나 건축학자 혹은 행정의 전

보관하던 자료들은 제2차 세계대전 중 파

존의 기능만이 아닌 연구 및 출판의 기능

문인 등이 판단하고 제안할 것이다. 법적

괴로 인해 많은 부분이 소실되었다. 전쟁

도 수행한다. 사료 보관소가 도서관과 박

으로 되어 있는 사료화 가능성의 기간이

이후 복구 과정에서 남아 있던 사료를 대

물관 및 연구소와 함께 단일 체계로 효율

인물의 경우 사후 30년 혹은 탄생 후 110

학 도서관에서 분류해 보관하였다. 1989

적으로 연계된 후 매년 200여 연구자들이

년 등의 외국의 조항을 국내 건축계에서

년부터 본격적으로 개선 작업이 시작되었

방문해서 연구 활동을 한다. 문제는 공간

도 지켜야 하는지는 법 제정안의 사항이

지만 도서관에서 관리하던 자료들의 사료

의 규모가 한정되어 있고 유고나 자료들

지만 국내 근현대 건축가들의 자료가 장

보관소 이관이 마무리된 것은 최근의 일

의 양들이 기부와 기증을 통해 늘어가고

소의 문제로 인해 방치되거나 소멸되는

이다. 이러한 현실이 건축 이론 분야에서

있기 때문에 새로운 공간을 찾아내는 노

것을 막는 일은 시급하다. 아카이브가 무

슈마르조에 관한 연구를 어렵게 했다. 그

력을 기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엇보다도 공간적 개념(archeion)이라는

런데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독일

는 사료의 재분류를 통해서 일정량을 폐

사실을 주목하면 자료들이 보관될 장소를

에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300여 개의 도

기하기도 한다.

확보하는 것은 중요하다.

서관, 박물관, 사료 보관소들의 통합 포르

건축 아카이브는 건축 분야의 자료들이

자료와 사료는 분명히 서로 다르다. 정

탈이 구축되었다. 이로 인해 슈마르조 연

수집, 분류, 체계화되는 과정을 거쳐 사

의에 따르면 아카이브는 더 이상 운영, 실

Wide AR no.23 : 09-10 2011 Depth Report


아카이브에서 자료 분류.

BAM—독일 내 도서관, 사료 보관소 통합 포탈.

클레베시 아카이브의 슈마르조 사료.

무 혹은 행정상의 과제 수행에 필요하지

학교, 행정부 등의 공식 서류와 자료들은

로미터, 시립아카이브가 2-5 킬로미터라

않는 자료, 즉 기록물이 수집, 체계화, 평

일정 시간이 후 아카이브로 옮겨져야 한

고 한다. 뮌헨 공과대학의 경우처럼 기존

가 이후 보존되어 이용 가능하도록 하는

다. 최근에는 민간 차원에서 개별 건축가

박물관에서 소장하던 건축 자료들이 아카

기관이다. 여기에서 사료 선별의 원칙은

의 자료들도 아카이브화하려는 움직임이

이브로 이전되어 연구자들의 접근, 활용

변형 불가능, 장기간 보존 및 활용 가능,

있고 일반인의 접근이 허용된다면, 보관

이 용이해진 것과 같은 예가 우리 국내 건

반복적 사용 가능 등이다. 자료가 아카이

된 사료들의 내용 정보 공개와 활용 가능

축계에도 고무적일 수 있다. 즉, 지금까지

브의 사료로 인정되기까지 절차상 서고와

방법이 중요하다. 국내에서 건축도시공간

방치되었던 국내 근현대 건축가들의 중요

임시 아카이브(Registratur; filing cabi-

연구소(AURI)에서 추진하려는 것처럼

한 자료들이 새롭게 분류되고 여러 아카

net)를 거친다고 하면 국내 건축계에서

아카이브들의 네트워크 구성이 실현되면

이브 공간에 소장되어 연구자들에게 개방

아직 전문 아키비스트의 숫자가 극소수

무엇보다도 건축과 도시 분야 연구자들은

된다면 한국 건축 역사 연구와 서술은 훨

임을 고려할 때, 아카이브 업무의 효율성

물리적 공간 이동의 많은 수고를 덜 것이

씬 더 효율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질 것이 다. ⓦ

을 위해 엄밀하게 선별된 사료가 주어지

다. 최근 독일 내에서는 칼수루에 대학과

는 것이 중요하다. 아카이브의 과제는 사

베를린 국립도서관 포탈(Kalliope)이 이

료의 평가 및 분류이지만, 가장 중요한 업

역할을 수행하며, 스위스 취리히공대 아

무는 폐기(Kassation; cassation)라고 하

카이브는 로잔 공대와 멘드리시오 아카데

기 때문이다.(폐기 근거 : ISO15489) 여

미아의 아카이브와 연계하고 있다.

기에서 남게 되는 것이 보관된다.

일반 아카이브의 규모는, 독일의 예를 보

공공 기관, 즉 건축 분야의 협회, 기관,

면 주립/국립아카이브가 20-40 서가 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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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 건축평론동우회 동인, 베를린 공과 대학교 건축학과 박사과정(건축 이론 전공) 에서 「아우구스트 슈마르조의 건축 이론과 그 수용」을 연구했다.


WIDE eye 01 |

서울의 건축 이슈,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 풀어놓다 — 2011서울건축문화제 프리뷰

현재도 한창 공사 중에 있는 서울 동대역

로벌 영 아키텍츠(Global Young Archi-

다. 형식은 깨고, 리버럴한 행사로 뿌리

사문화공원 내 이벤트홀과 디자인갤러리

tects)전이 열리며, 행사 기간 내내 건축

를 내리겠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시민에

및 옥외 잔디 광장에서 2011서울건축문

토크쇼를 즐길 수 있는 건축 다방이 꾸려

게 다가가면 건축의 관심도 또한 높아질

화제(9월 22일~10월 1일)가 열린다. 올

진다.

거라는 얘기다. 그 같은 기류는 행사 전부

해의 대주제는 ‘서울, 공감’. 한국건축가

서울건축문화제는 특히 시민 체험 행사

터 일부 포착되었는데 대학생들을 대상으

협회가 경쟁 응모하여 실행을 맡았다.

를 중요시하는데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올

로 20명 내외로 모집한 서포터즈 공모에

해 서울시건축상을 수상한 주요 작품들을

120여 명이 응모하여 치열한 선발 경쟁을

찾아가는 건축 답사, 평상시 손쉽게 접근

벌이기도 했다.

지는데 주 전시장 격인 이벤트홀에서는

할 수 없는 공관 등 건축물들을 시민들에

금번 2011서울건축문화제는 서울시가 역

서울시건축상, 대학생아이디어공모전워

게 개방하는 오픈 서울(Open Seoul) 등

점을 두고 추진 중에 있는 2017세계건축

크숍, 강소주택공모전 등의 수상작 전시

과 어린이, 청소년, 가족 단위로 참여하는

가연맹 총회 서울 유치전과 맞물려 있어

를 필두로 국내외 건축가가 바라보는 서

한옥 구조 만들기, 그리고 행사기간 내내

서 행사 기간 중 여러 외국 건축가들의 방

울스케치전, 패션을 소재로 한 건축 영상

전시장을 방문한 관람객과 건축가가 어울

문도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메가시티 서

전시는 두 개의 공간으로 구분하여 펼쳐

전, 서울시건축상 수상자를 대상으로 만

려 얘기를 나누는 건축 다방 및 건축 취업

울의 위상에 걸맞는 시민들의 건축에 대

든 건축가 다큐멘터리 영상전 그리고 포

상담소를 운영한다.

한 이해를 증진하고 다국적민들의 융합된

르투갈 현대건축전이 초청 전시된다. 또

곽재환(건축가, 칸건축 대표) 집행위원장

삶의 터전으로 발돋음한 서울이 공간 환

한 디자인갤러리에서는 기획전으로 ‘글로

은 서울건축문화제가 일회적 소모성의 행

경적으로 바람직한 소통의 구조를 만들어

벌 건축가 서울과 소통하다’전과 국내외

사가 아닌 지속적이며 생산적인 행사로

가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는 기

에서 해외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한

발전해 나감에 있어 다양한 계층의 시민

회가 될 터이다. 관람료는 무료. ⓦ

국인 젊은 건축가 22개 팀을 초대하는 글

들과 호흡하는 축제가 될 것이라고 말한

Wide AR no.23 : 09-10 2011 Depth Report


WIDE eye 02 |

5개의 건축에 담긴 시간의 켜 배재학당역사박물관 + 아이아크 — 배재학당역사박물관 개관 3주년 기념전

아이아크 건축가들이 건축 전시의 새 장

첨부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이 전시

해 나가듯 자연스럽게 알게 하겠다는 전

을 열었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관장 김

는 디지털 미디어를 매개로 전시 공간의

시 전략이 숨어 있다. ⓦ 그동안 여타의 미

종헌, 배재대 건축학과 교수) 개관 3주년

제한된 면적을 극복하는 반응체로서의 공

술관, 박물관 등 전시 휴공간 내에서 개별

에 맞춰 배재대학교 캠퍼스 내 아이아크

간으로 완성시키고 있다. ⓦ 전시장 3면의

휴대 기기를 이용한 음성 안내를 통하여

컬렉션이라 불러도 좋을—국제교류관, 국

벽과 바닥에 나타나는 100여 컷의 이미지

전시물과의 관계를 맺는 방식이 일반화되

제언어생활관, 하워드기념관, 아펜젤러기

와 정보들은 배재학당 126년의 역사를 통

어 왔다면, 이번 전시는 반응 기계로서의

념관, 이것들은 실제로 대전 지역을 대표

하여 분류된 것들로 건물, 인물, 유물, 사

현대 건축의 한 양상을 시각화한 전시 수

하는 한국 현대 건축의 순례 코스로 주목

건 등이 천장 귀퉁이에 설치해 놓은 4개

법으로 전용함으로써 제한된 공간 안에

받고 있는데—주요 현대 건축물과 배재고

의 행동 감지 센서에 의해 벽과 바닥면은

서 무한 공간(시간의 켜)의 묘미를 만끽

다목적홀을 중심으로 126년 역사의 배재

실시간으로 관람자의 움직임에 반응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

학당과 연결하는 다차원적 미디어 전시를

끔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전시 콘텐츠를

바닥 면적 8평 남짓 되는 전시에 설계 및

100% 즐기기 위해서는 한번에 3~4인 그

장비 구입 등 총 1억 원이 넘는 비용이 지

룹으로 관람하는 편이 좋다. ⓦ “1885년

불되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방식을 실험해

‘종전과 다른 전시 방법은 없을까?’(유

아펜젤러 선교사로부터 시작된 전인 교육

보고자 하는 아이이크 건축가들의 디자인

걸) ⓦ 외부의 힘을 빌리지 않고 순전히

과 근대적 민주 교육이 수많은 사람들과

의지를 수용하고 적극 지원한 역사박물관

아이아크 건축(대표 건축가 유걸) 스태프

연결되어 사람, 책, 제도, 언어, 그리고 장

측의 협조는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전

펼치고 있음이다.

들만의 전시 기획과 설계로 일궈 냈다는

소 등과 관계를 맺으면서 새로운 사람들

시는 2012년 8월 31일까지 1년간 상설 전

점에서도 이 전시의 의의는 각별하다. 통

을 만들어 내고, 사건을 형성하고, 또 다

시된다. 관람료는 무료. (사진 제공 : 아

상의 건축과 연관된 전시가 모형 또는 패

시 장소를 만들어 온 것이 배재학당 126년

이아크 건축) ⓦ

널, 조금 났다 싶으면 동영상 PPT 자료를

역사”(김종헌)라는 것을 관람자가 게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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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100선 21 | 정기정

고모리주택

대지 위치 : 경기도 포천시 소홀읍 743-5 | 대지 면적 : 518m2 | 건축 면적 : 98.37m2 | 연면적 : 176.25m2 | 용도 : 단독 주택 | 규모 : 지상 2층 | 구조 : 철근 콘크리트조 | 이 계획안은 협력사 의 대표가 부부만을 위한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들기 위해 조심스 럽게 의뢰한 프로젝트인데 계획안에 따라 주택을 짓기엔 대지가 다소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 하에 새로운 대지를 알아보는 관계로 현실화되진 못했다. 남쪽이 높고 북쪽이 낮으며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 계획 대지 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경사면에 조성된 5개의 필지 중 하 나로 각 필지들은 동쪽 도로를 따라 이어져 있다. 서쪽과 동쪽으 로는 울창한 나무가 바로 눈앞에 보일 정도로 가까이 있으며, 이 로 인해 건물을 높이 계획하지 않는 이상 원경을 보기에는 다소 어

Wide AR no.23 : 09-10 2011 Depth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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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운 대지 조건이다. 아직 공사 중인 남쪽 주택 ⓦ 약 1.5m 높은 남쪽의 인접 대지엔 2층 주택이 미완성인 채 사용되고 있으며, 대지 경계에 최대한 붙 어 있는 관계로 계획 대지에서 보이는 모습은 흉물이 따로 없다. 언제 마무리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러한 이웃집의 모습을 어 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무척이나 중요했다. 찜질방과 텃밭과 서재, 그리고 세 부분으로 구분된 프로그램 ⓦ 건축주는 일반적인 주택 프로그램에 부부가 함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찜질방과 남편의 서재 공간을 특별히 요구했다. 찜질방은 텃밭과 가까이 있어서 내외부 공간의 연속적 사용을 고려해야 했 고, 약간 독립적인 접근 동선과 이용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했다. 주 택의 규모는 135m2(40평) 미만이기를 원했는데 이는 그리 넉넉하 지 않은 예산 때문이다. 그리하여 사용의 패턴을 고려하여 세 부 분으로 프로그램을 구분하고 가급적 공간을 최대한 사용할 수 있 도록 하였다. 거실, 식당, 주방 및 보조 주방을 한 공간으로, 부부 침실, 부부 욕실, walk-in closet을 한 공간으로, 찜질방, 서재, 공 용 화장실을 또 한 공간으로 구분하였다. 들어올리기—수직적으로 구분된 세 개의 프로그램 ⓦ 세 부분의 프로그램을 수평적으로 연결하기보다 수직적으로 연결하여 대지 조건의 열악함을 해소하고자 하였다. 대지 안에 수평적으로 병렬 되었을 경우 인접 대지 주택과의 프라이버시 및 외부 공간 처리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여 수직적으로 쌓아 보기로 한 것이다. 약간 절토된 계획 대지에 찜질방 영역을, 그 위에 거실 영 역을 배치하고 두 수직적 영역 사이에 부부 영역이 끼어 있도록 하 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들어올려진 부부 영역 볼륨 아래에서 주차 장과 주출입구 부분이 해결될 수 있었고, 거실의 지붕면은 부부 침 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지표면이 될 수 있었다. 이웃 주택을 벽으로 생각하다 ⓦ 보기 흉한 인접 주택을 하나의 물리적 벽으로 생각하여 일정한 거리를 확보하고 건물을 배치하 였다. 이에 따라 외부 공간 구성도 두 개의 영역으로 나뉘어 사용 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외부 공간은 집의 출입구를 인 지시킬 수 있는 벽에 의해 두 개의 영역으로 나뉘는데, 즉 숲의 연장이며 중정의 형식을 띠는 시각적 대상으로서의 정원과 hard paving에 의해 구성되는 영역으로 구분된다. ⓦ 정기정 | 서울시립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주)창조 건축, (주)테제건축, (주)해안건축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04년부 터 (주)건축사사무소유오에스를 운영하고 있다. 강원대, 충주대 등에 서 특강을 한 바 있고, 2008년부터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에서 겸임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10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 하는 제3회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퇴촌원 당리주택(2009), 동대문구제천수련원(2009)이 있으며, 현재 가평주택 (2011)을 설계하고 있다.

Wide AR no.23 : 09-10 2011 Depth Report


1층 평면도.

2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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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찜질방

다용도실

서재

단면도 1.

식당

화장실 서재

단면도 2.

Wide AR no.23 : 09-10 2011 Depth Report


와이드 AR 23 | Wide Architecture Report 23 | 2011.09-10 워크 Work 미루재와 살구나무집 | Miroo Jae & Salgunamu House 조남호 Cho Nam-ho

조남호 건축가 조남호의 주택 신작 <미루재>와 <살구나무집>을 소개한다. 이번 호에는 마치 집을 답사하듯 도판 중심으로 작품을 설 명했다. 하이브리드 구조로 평범함 속에서 변화를 찾아가는 그의 건축 수법과, 새로운 현실의 요구에 귀기울이는 건축가로 서 그가 실천한 ‘보편적 집짓기 방식’을 공감해 보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진행 | 정귀원(본지 편집장), 사진 | 남궁선(별도 표기 외)

조남호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를 졸업하고, 정림건축에서 실무를 익혔다. 현재 솔토건축 대표로서 (사)도코모모코리아 이사로 활동하고 있 다. 2003년 우덕갤러리 <건축가 10인전>에 참가하였고, 2007년 독일 건축박물관(DAM), 한국현대건축전(‘Megacity Network’)에 전시 작가이 자 전시 코디네이터로 참여한 바 있다. 이후 2008년 독일건축센터(DAZ), 2009년 에스토니아 건축박물관(MEA), 2009년 바로셀로나 건축센 터(COAC), 2009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가졌다(주제 : 현대 건축의 보편적 구법과 전통으로부터 수용한 구법을 새로운 건축 유형에 융합하는 작업). 대표작으로는 신원동 주택, 교원그룹 도고연수원, 게스트하우스, 교원 비전센터, 알즈너코리아 사옥/연구소,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증축, 감중리 예술인마을, 서울시립대 강촌수련원 등이 있다.

83 2011.09-10 | Wide Architecture Report 23


[미루재 배치도] 1. 2. 3. 4. 5.

주출입구 신축 건물 중정 주차장 출입구 경사 화단

주변 환경에 겸손한 집 ⓦ 이 집의 이름은 두루 널리라는 뜻의 미(彌)자, 누추하다 할 때의 루(陋)자 를 써서 미루재이다. “이름에 담긴 뜻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세상에 드러나지 않고 겸손하다는 뜻으로 쓰인다.”(조 남호) 실제로 건축주는 주변 환경에 겸손한 집, 튀지 않는 집을 처음부터 요구했다. 주요 마감재로 거친 벽돌과 목재를 쓰고, 소박한 담장으로 공간을 한정하여 이 요구에 잘 응답하고 있는 듯하다. [사진 박영채] 대지 위치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1-67번지 지역 지구 : 도시 지역, 보전 녹지 지역 용도 : 단독 주택 대지 면적 : 1,068.00m2 건축 면적 : 213.04m2 연면적 : 475.91m2 건폐율 : 19.95% 용적률 : 28.76% 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 구조 : 철근 콘크리트조+철골 구조+중목 구조+경골 목구조 외부 마감 : 시다목 사이딩, 치장벽돌 주차 대수 : 2대 설계 담당 : 김아름

84 와이드 AR 23 | 워크 Work | 조남호 Cho Nam-ho


와이드 AR 23 | Wide Architecture Report 23 | 2011.09-10 워크 Work 미루재와 살구나무집 | Miroo Jae & Salgunamu House 조남호 Cho Nam-ho

미루재

85 2011.09-10 | Wide Architecture Report 23


삼대가 교류하는 집 ⓦ 이 집은 건축주 내외가 거주하지만 삼대에 걸쳐 지속적인 교류가 이 루어지는 집이다. 마당과 이층에 이르는 공간을 좋아하는 손주들이 주말마다 찾아와 집은 늘 북적인다고 한다. “아이들 이 중학교만 가도 이런 상황은 기대하기 어려울 텐데, 앞마당과 뒷뜰, 계단과 이층을 쉴 새 없이 오가며 자기들만의 방 식으로 기억의 저장고에 할머니 할아버지를 함께 새겨나갈 것이라며, 얼마나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인지를 건축주가 전 해 주었다. 적어도 삼대에 걸쳐 정신적 공유 영역이 있을 때 가계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고, 그 가계를 물리적으로 담는 공간이 집일 것이다.”(조남호) [사진 박영채]

86 와이드 AR 23 | 워크 Work | 조남호 Cho Nam-ho


하이브리드 구조 ⓦ 미루재는 그동안 일관되게 적용해 왔던 몇 가지 원칙의 하이브리드 구법을 구 사하고 있다. 지하층과 1층 공유 영역(거실, 식당과 서재 겸 손님방) 부분은 철근 콘크리트 구조를, 거실과 식당에는 부분적으로 목재와 복합 철골 구조 기둥을 두었으며, 1층 안방과 2층 침실 존에는 목구조를 사용했다. “이 집이 지어진 후 이 분들이 가장 크게 기뻐하는 것은 심신 모두 건강해짐을 느낀다는 점이다.”(조남호)

[미루재 주단면도] 1. 욕실 1 2. 드레스룸 3. 안방 4. 방 3 5. 욕실 2 6. 식당 7. 부엌 8. 다용도실 9. 방 1 10. 외부 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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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골 구조 기둥과 입면 ⓦ “개구부가 큰 창이 필요한 거실과 식당에 부분적으로 목재와 복합 철 골 구조 기둥을 두어 담장에 의해 세분되어 있는 마당과 내부 공간이 더 적극적으로 만날 수 있게 했다. ㄷ자 형태의 철 골 사이에 목재가 끼워져 있는 기둥은 단열 성능이 있어 구조를 노출시키면서 유리창과 같은 면에 쓸 수 있다.”(조남호) 콘크리트 기둥이었다면 단열재를 넣고 외피를 싸야 하므로 더 커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노출된 철골 기 둥과 창의 면이 일치된다. 수법은 다르나 살구나무집에서도 이와 같은 입면 처리 방식(필로브 창)을 엿볼 수 있다.

빛 ⓦ 장치들을 통해 유입되는 빛은 해가 뜨고 질 때까지 깊은 평면에 다양한 표정을 만든다. 2층 난간 부분에 벽을 세우고 윗부분에 유리를 덧댄 것은, 2층을 사용하지 않을 때의 에너지 문제를 고려해서다.

88 와이드 AR 23 | 워크 Work | 조남호 Cho Nam-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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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과 마당 ⓦ 담장을 대지 경계 안쪽으로 들여 쌓아 불규칙한 형태의 대지를 정리했다. 건축가의 원래 의 도는 큰 나무들을 담장 밖에 심어 담장 자체가 좀더 강한 인상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었으나 조경에서 담장 안쪽에 나무 를 많이 심는 바람에 그 의도가 다소 희석되었다. 담의 외곽은 인접 대지, 도로와 자연스런 레벨 조정이 되도록 경사면 으로 두었다. “마당은 하늘을 담는 작은 그릇이다. 각각의 마당은 각각의 내부 공간과 짝을 이룬다. 일상의 공간인 내부 는 이 마당들과 연결되면서 하늘과 만나고 초월적 시학이 된다.”(조남호) 들여 쌓은 담은 T자 형태로 배치된 집을 경계 로 4개의 마당—진입 마당, 거실 뒤편의 마당, 서쪽 산쪽 즉, 식당에서 연결되는 마당, 그리고 앞의 마당 등—을 만든 다. 연속적으로 흐르는 담이 군데군데 끊어져 있는 이유도 마당의 단위를 좀더 명확하게 해 주기 위해서다. 물론 내부 공간과의 관계가 전제됐다. 그렇다면, 건축가 조남호가 마당에 천착하는 이유는 뭘까? “가급적 실내 공간을 기능적으 로 바라보는 태도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일상적이고 편안한 공간을 의식하면서 공간의 성격을 만들 때는 외부와의 관 계도 중요할 것이며, 그런 측면에서 내부와 외부를 강하게 엮어 주고자 하는 태도가 있는 것 같다. 그렇게 하면 내부가 가지고 있는 평범성이 좀 극복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조남호) 그렇다고 내외부의 관계가 완전히 통합되는 것은 아 니다. 무엇보다 그의 건축에서는 내부 공간의 내밀함, 편안함이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90 와이드 AR 23 | 워크 Work | 조남호 Cho Nam-ho


공간에 활력을 주는 요소들 ⓦ “이 집은 단정한 박공 형태와 내밀하고 질서가 강한 평면 구 조를 가지고 있지만, 활력있는, 특히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로 가득하다. 거실 내부의 커다란 실린더와 조형적인 계단이 내부 공간의 활력을 주고, 이층으로 동선을 유도한다.”(조남호) 실린더의 1층 부분은 화장실로 쓰이며, 2층은 기 도실이다. 잉여 공간이라 하더라도 시각적으로 극대화시키면서 동시에 기능적인 역할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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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과 후정의 관계 ⓦ 규모가 작은 거실 뒤편의 후정은 벽면 아래 쪽에 창을 냈다. 적극적인 뷰 를 가진 마당은 이미 거실 앞쪽에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조남호의 마당은 바라보는 것을 염두에 두고 시점을 설정하 는, 관조하는 마당이 아니다.

2층 복도와 기도실 ⓦ 기도실은 주로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 된다. 조남호의 건축은 평범한 속에 숨어 있는 질서를 그대로 따르거나 틀 안에서 약간의 변형을 통해 풍부함을 얻는다.

92 와이드 AR 23 | 워크 Work | 조남호 Cho Nam-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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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와이드 AR 23 | 워크 Work | 조남호 Joh Nam-ho


천장이 만드는 2층 공간의 다양한 표정들 ⓦ “천장은 평행하게 가로지르 는 긴 집성목을 매개로 겹지붕과 노출된 보조 구조용 서까레가 개개의 실들의 개성 있는 천장을 만든다. 단순한 박공 지 붕인데 이 안에는 또 하나의 겹지붕이 있다. 스판을 구조적으로 조정하는 역할도 하고 공간별로 별개의 천장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조남호) [ 사진 박영채]

지하의 잉여 공간 ⓦ 지하 음악 감상실 옆의 작은 외부 공간은 실내 환기에 도움이 된다. 비가 떨 어질 것에 대비하여 바닥은 거친 쇄석으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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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재 1층 평면도]

[미루재 2층 평면도]

1. 데크 2. 방 1 3. 다용도실 4. 부엌 5. 식당 6. 후정 7. 현관 2 8. 거실 9. 화장실 10. 방 2 11. 안방 12. 드레스룸 13. 욕실 14. 중정

1. 2. 3. 4. 5.

[미루재 지하층 평면도]

데크 방3 가족실 방4 발코니

5

96 와이드 AR 23 | 워크 Work | 조남호 Cho Nam-ho

1. 2. 3. 4. 5. 6. 7. 8.

음악 감상실 창고 1 기사 대기실 골프 창고 창고 2 창고 3 주차장 주차장 출입구


와이드 AR 23 | Wide Architecture Report 23 | 2011.09-10 워크 Work | 미루재와 살구나무집 | Miroo Jae & Salgunamu House | 조남호 Cho Nam-ho

두 집을 이해하는 두 개의 키워드 하이브리드 구조 전문가 ⓦ ‘목조 건축의 가능성’이란 제목으로 국내 포털

보편적 집짓기 방식의 실험 ⓦ 두 건축학자와 그 가족들의 집 <살구나무

사이트에 소개되기도 한 건축가 조남호는 흔히 목조 건축 전문가로 알려져

집>은 보편적 집짓기 방식의 실험이라는 데 또 다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있지만, 정확하게는 하이브리드 구조 전문가이다. 특히 철근 콘크리트 구

“미국이나 일본, 유럽 어느 곳을 가든 그 지역의 보편적인 집짓기 방식이

조와 목구조를 결합하거나, 경골 목구조와 중목구조를 혼합하는 방식에서

만든 고유한 풍경이 있다. 그런데 우리에겐 그러한 보편이 존재하지 않는

그렇다. ⓦ “처음했던 것은 1999년에 완성된 <신원동 주택>이다. 콘크리크

상황이다. 기꺼이 배경이 되어 주는 집, 평범한 형태 언어를 갖고 있어서

구조와 목구조가 결합되었을 때의 느낌을 염두에 둔 건데, 두 재료가 마치

이웃에서도 쉽게 동의하고 따라서 할 수 있는 모범이 되는 집이 되길 바랬

충돌하듯이 이루어져서 한편으론 거칠고 엉성해 보이기도 한다. 그 땐 좀

다.” ⓦ 보편적 집짓기 방식이 없다는 것은 평당 400만 원과 750만 원 사이

무모했던 것 같기도 하다. 작년에 완공된 <평창동 주택>은 철근 콘크리트

의 공사비, 다시 말해 실망스러운 수준이거나, 고비용으로 접근이 쉽지 않

구조와 경골 목구조, 중목구조를 혼합한 집이다. 경골 목구조는 벽식 구조

은 소위 ‘작품’ 사이의 주택이 부재한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이에 살

개념이어서 실이 구획된 형태의 평면을 만드는 데 유리한 대신, 개구부의

구나무 아랫집의 주인 박철수 교수(서울시립대)는 건축가들의 집이 값비

크기와 개방적인 평면을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반면 중목구조는 평면

쌀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사석에서 건축가들이 원

을 자유롭게 한다. 공간이 나중에 무엇으로 쓰이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

하는 단독 주택 공사비 수준을 물어 본 적이 있다. 대략 평당 650만 원에

도록 기둥보 구조로 가변적인 내부 공간을 만들려고 한 것이다. <강촌수

서 1,350만 원이 나오더라. 그런데,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도 수긍할 만한

련원>(아래 왼쪽 사진) 은 <평창동 주택>(아래 오른쪽 사진) 개념의 연장

내용들이었다. 기본적으로 벽량이 많은 홑집이다 보니 자재의 양도 전반

으로 볼 수 있다. 본관은 강의실, 홀, 식당 등 세 개의 영역이 큰 공간 안에

적으로 많다(집장사집의 1.5배에서 2배다), 높은 수준의 작업자가 일을 하

가변적인 형태로 담겨 있다. 정사각형 단면(170×170)만으로 구성된 각재

기 때문에 인건비도 올라간다, 기성품이 아니므로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다

로 전체를 싸고, 구조적으로 불리한 부분은 트러스 형태로 보완했는데, 여

시 제작할 수도 있다, 하자 보수에 대한 책임도 높다, 등등이다. 소위 ‘건축

기서 구조 부재들은 배경면과 같은 느낌의 색상으로 처리되고 조인트 부

가’의 작업이라면 시공자가 으레 알아서 공사비를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

위의 철물도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목구조가 오브제로 보이지 않고 내피

이다.” ⓦ <살구나무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평당 500만 원을 넘지 않아야

와 하나로 섞여져 공간 요소로 보이길 원했다.” ⓦ 가변성을 고려한 단순

한다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시공사를 통해 받은 공사비 견적은 700

한 평면의 공간이 목구조에 의해 차이 혹은 통합된 느낌들로 채워지는 것

만 원대 후반의 금액이었다. 시스템 창호를 저가 제품으로 바꾸고 벽지는

이 흥미롭다. 최근의 <미루재>와 <살구나무집> 역시 그가 일관되게 적용해

초배지만 바르기로 하는 등 모든 재료에서 비용을 줄여 보았지만 결과는

왔던 몇 가지 원칙의 하이브리드 구법을 적용하며, 공간을 가르는 수벽들

여전히 500만 원대 후반에 머물렀다고. 게다가 수준마저 실망스러운 것이

과 집 속에 집을 이루는 겹지붕 등으로 합리적이고 평범한 평면을 조금씩

었다고 한다. 급기야 내역에서 조절할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한 건축가와

변화시켜 나간다. ⓦ 한편, 그의 건축에서는 단열재가 채워지고 합판과 외

건축주는 접근 방법을 달리하는 것에 동의했다. “시장에서 짓고 있는 평당

장재가 붙으면 그 모습이 감춰지는 목구조 지붕을 아쉬워 하여 괜한 치장

380만 원의 다세대 주택 견적서를 급히 구해 이를 기준으로 비교 견적하기

으로 나무를 덧대는 행위를 볼 수 없다. 그의 목구조는 자기 건축을 위한

시작했다. 시공자에게도 양해를 구했는데, 만약 현장에서 초과 비용이 발

소재가 아니라 합리적인 방안의 제안이기 때문이다. ⓦ “나는 기본적으로

생할 것이 우려된다면 감리자의 말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자청했다.” ⓦ

철근 콘크리트 경사 지붕에 동의하지 않는다. 비용도 많이 들고 번거로운

물론 목구조 지붕, 징크, 고기능성 창호 등 건축가의 의지가 반영된 항목은

일이다. 여러 가지 유해한 성분들도 마땅치 않고 단열 효과도 별로다. 지극

주저없이 고려됐다. 그런 과정을 거쳐 나온 금액이 평당 476만 원, 이것저

히 불합리한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목조건축의 디테일을 부담스럽게 생

것 더해서 최종적으로 평당 500만 원이다. 그리하여 <살구나무집>은 “작

각하는 것 같은데, 디테일이 어려운 것은 방수와 단열 문제 때문이다. 오히

품 주택이라 불리는 아키텍트가 디자인한 주택과 이름 모를 누군가가 설

려 목조 자체는 단열 성능과 가공성이 좋기 때문에 내가 보여 주고자 하는

계한 집장사 집의 중간 쯤에 있는 집”이 됐다. (박철수 교수는 그동안의 에

것에 집중할 수 있다. 또 일단 굉장히 짧은 시간에 이뤄지기도 하고 콘크

피소드가 포함된 <살구나무집>의 집짓기 이야기를 책으로 썼다. 책 속에는

리트에 비해 날씨의 변화에도 자유롭다. 실제로 공사비에서 경쟁력이 있

건축주로서 답답했던 부분들, 특히 설계비에서 제세공과금까지 경비와 관

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련된 사항을 세세하게 기록해 놓았다.) 더 나아가 건축가는 <살구나무집> 짓기의 경험을 통해 평당 500만 원으로 양질의 주택을 어렵지 않게 지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성능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비슷한 재료와 공법의 반복 적 사용은 시장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비용을 낮추기도 한다. 건축가 개인 차원의 문제라기보다는 좀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의 공감과 합의가 필요한 장기적인 과제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대전, 판교 등지의 작업은 물론, 이후의 작업에 응원을 보내고 싶은 이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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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 윗집(1393-1번지) 대지 위치 :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 1393-1번지 지역 지구 : 제1종 전용 주거 지역, 지구 단위 계획 구역 용도 : 단독 주택 대지 면적 : 408.00m2 건축 면적 : 143.13m2 연면적 : 327.94m2 건폐율 : 35.08% 용적률 : 57.87% 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 구조 : 철근 콘크리트조 + 경골 목구조 지붕 외부 마감 : 스터코, 치장벽돌 주차 대수 : 2대 살구나무 아랫집(1393-7번지) 대지 위치 :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 1393-7번지 지역 지구 : 제1종 전용 주거 지역, 지구 단위 계획 구역 용도 : 단독 주택 대지 면적 : 337.50m2 건축 면적 : 134.26m2 연면적 : 263.29m2 건폐율 : 39.78% 용적률 : 59.11% 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 구조 : 철근 콘크리트조 + 경골 목구조 지붕 외부 마감 : 스터코, 치장벽돌 주차 대수 : 2대

동네 풍경에 보탬이 되는 집 ⓦ 길을 오가는 사람들은 옹벽 트인 부분을 통해 계단과 거친 느낌 의 벽면, 살구나무 등을 엿볼 수 있다. 오래된 살구나무를 옹벽으로 가리지 않은 것도, 정원의 배롱나무와 장미 꽃대가 밖으로 넘나들게 한 것도 집이 동네 풍경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보안이나 프라이버시에 문제가 없 는 선에서, 담장의 부분적인 슬릿들과 난간을 통해 내외부의 시선을 열어 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98 와이드 AR 23 | 워크 Work | 조남호 Cho Nam-ho


와이드 AR 23 | Wide Architecture Report 23 | 2011.09-10 워크 Work 미루재와 살구나무집 | Miroo Jae & Salgunamu House 조남호 Cho Nam-ho

살구나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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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 윗집과 아랫집 ⓦ 딱 그 만큼의 높이를 가진 벽과 집터 옆 살구나무를 경계로 윗집 과 아랫집으로 나뉘어진 살구나무집은 주거 건축을 전공한 두 건축학자의 살림집이다. “일상적 형태 언어와 기능적이 고 합리적인 평면을 유지하되 존재감이 자연스럽게 드러나 길 희망했다”는 건축주의 요구대로 경사지를 따라 고즈넉 히 앉은 집은 동네의 새로운 풍경이 되고 있다.

겹집 혹은 겹집+부분 홑집 ⓦ 살구나무 윗집은 ‘밭 전(田)’ 자 형태의 평면이 겹쳐진 온전한 겹 집으로 아랫집에 비해 엄정한 기하학적 질서를 갖는다. “아파트 평면 같이 깊은 평면의 겹집은 내밀하고 편안한 집을 만들어 주고 다른 한편으로 외벽면율을 줄여 에너지 절감 효과를 기대한다.”(조남호) 이와 달리 살구나무 아랫집은 겹 집에 부분적으로 홑집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밑변이 넓은 대지 형상에 따라 겹집+부분 홑집으로 배치되면서 내외부 공간 간의 관계가 중요해졌다. 모든 공간은 대지의 길이와 평행한 방향으로 내외부 공간이 연속적으로 흐른다. 이러한 공간의 흐름은 공간의 유용성을 극대화한다.”(조남호) 100 와이드 AR 23 | 워크 Work | 조남호 Cho Nam-ho


살구나무가 자리잡은 대지 서측 ⓦ 두 필지의 대지 서측은 건축을 할 수 없는 공원 용지 이거나 경주김씨 종중의 선산으로 몇 개의 봉분과 오래된 살구나무가 자리잡고 있다. 이 살구나무는 집주인들이 이 곳 을 집터로 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건물이 들어설 염려가 없으므로 거칠 것 없이 오래도록 살구나무 풍광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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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 입면 ⓦ 남쪽으로는 넉넉한 벽량이 확보되어 실용적이다. 이것 때문에 갤 러리를 둔 화가의 집으로 오해받기도 한다고. 레벨 1은 대문(좌측)과 주차장 게이트이다. 송 판 무늬 노출 콘크리트 옹벽과 파벽돌, 철제 난간, 스터코, 징크, 목재 등의 다양한 재료가 어 우러져 새로운 길가 풍경을 만들어 낸다.

102 와이드 AR 23 | 워크 Work | 조남호 Cho Nam-ho


적당한 트임, 적당한 차폐 ⓦ 두 집은 옹벽으로 완전하게 구분되지도, 그렇다고 경계가 모호하지도 않다. 아랫집에서 서너 단의 계단을 오르면 윗집 지하 작업실의 마당과 만나게 되는데, 작업실의 문을 활짝 열면 이 마당은 모임 공간이 되기도 한다. 살구나무 아랫집 지하층의 주차장/창고와 더불어 두 건축주의 은퇴 후 커뮤 니티 공간이 될 가능성을 담고 있다. [ 사진 박영채]

벽돌과 스터코 마감 ⓦ 고벽돌은 두 가족이 한목소리로 제시한 재료이다. “여성들에게 발트하우스의 붉은 파벽돌과 흰 줄눈은 이상적인 이미지로 다가오는 것 같다.”(박철수) 살구나무집의 벽돌 줄눈은 현장에서 시험 시 공되었다. 뿜칠이 아닌 붓칠로 마감된 스터코 벽면과 비슷한 색상이다. “처음에는 목재 사이딩이 제안되었지만 시공비 등의 문제로 스터코로 대치되었다. 스터코 붓칠은 느낌도 좋지만 탈락 부위의 보수를 용이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조 남호) 103 2011.09-10 | Wide Architecture Report 23


살구나무 윗집 전경—순리에 따른 형태 ⓦ “살구나무집 설계에서 일상적 가치는 중요한 단서가 되었으며, 박공지붕을 가진 벽돌집은 전원주택에 대한 통속적 로망이라고 비하할지 모르지만 자연에 대항 하지 않고, 순리에 따르는 방법”이라고 건축가는 역설한다. “집은 어떤 꼴이어 야 할까, 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두 가족이 이미지로 만들어 낸 것은 박공 지붕 에 적절한 깊이의 처마를 가진 집이다. 그것은 거의 첫 번째 설계 요구 사항으로 채택되었다(박철수).”

104 와이드 AR 23 | 워크 Work | 조남호 Cho Nam-ho


동서로 열린 집 ⓦ 남측 전면 가까이 초등학교가 위치해 있 고 대지 형태가 사다리꼴인 까닭에 남향이 여의치 않자 건축가는 동서 방향의 활용 을 제안했다. 물론 건축 불가능지가 서쪽에 있는 것도 한몫했다. “깊은 처마 없는 단 독 주택에서 남쪽의 대형 창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과거에 비해 여름 은 더욱 혹독해지고 겨울은 덜 걱정스러워진 지금, 건축 또한 옛 한옥처럼 깊은 처 마를 가질 상황이 못 된다.”(조남호) “동서 방향, 정확하게는 동쪽 빈 터에 집이 들 어설 것을 고려하여 동남 방향으로 뷰(view)가 열리도록 했다.”(박철수) 건축가의 표현대로 다소 지루한 남향의 빛에 비해 상대적으로 동향의 빛은 다이나믹하다. 거 실 앞 데크에 그늘이 지기 시작하는 오후 두세 시는 테이블을 내다 놓고 차 한 잔 마 시기 딱 좋은 시간이다. 필로브(Filobe) 창호 ⓦ 필로브 창은 국내에서 개발된 창호로 단열 성능이 좋고 프 레임은 얇다. 덕분에 입면은 단정하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105 2011.09-10 | Wide Architecture Report 23


106 와이드 AR 23 | 워크 Work | 조남호 Cho Nam-ho


수벽 혹은 겹지붕에 의한 공간의 변화 ⓦ 살구나무 아랫집의 거실에서 식당 을 본 모습( ← )과 살구나무 윗집의 식당에서 거실을 바라 본 모습( )이다. 이처럼 조남호의 건축에서 콘크리트 벽체 에 의해 한정된 공간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목구조로 된 지붕에 의해 공간은 자기 영역들을 가진다. “외형적으로 평범 한 형태들은 내부 공간에서 박공의 끝 부분을 수벽으로 분절시키거나 겹지붕을 두는 방식으로 공간의 성격을 변화시킨 다.”(조남호) 수벽 등으로 기능상 구분되는 공간, 이를 테면 식당과 주방, 혹은 식당과 거실을 막는 이유에 대해 박철수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개인적인 건축관일 텐데, 조남호는 집 안의 단위 공간 하나하나가 스스로 완결한 입방체 이길 원한다. 공간이 서로 트이고 흐르는 것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것 같다.”(박철수) [ 사진 박영채]

2층으로 오르는 계단과 하부 공간 ⓦ 계단 너머 책장이 있는 부분이 서재와 안 방을 잇는 복도이다.( ) 계단 하부의 창은 한식 담장으로 구획된 마당(집 안에 들어섰을 때의 느낌을 위해 한식 담 장으로 마당을 나눴다)으로 시선을 머물게 한다. 강판을 접어 그 위에 자작나무 합판을 덧댄 계단 디테일 또한 눈에 띈 다. [ 사진 박영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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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학적 질서의 천장, 연속적으로 흐르는 생활 공간의 대비 ⓦ 살구나무 윗집의 내부 공간. “각각의 공간들은 평면 상부에 분절된 정사각 평면 위에 박공 천장면을 갖는다. 기하학적 질서의 천장과 연속적으로 흐르는 일상적인 생활 공간이 대비되어 나타난다.”(조남호) [ 사진 박영채]

108 와이드 AR 23 | 워크 Work | 조남호 Cho Nam-ho


집 속의 집 ⓦ 박공의 형태를 가진 2층 화장실은 말 그대로 집 속의 집이다. 살구나무 아랫집 2층 화장실( )과 윗집의 화장실 내부( ). 생경한 공간들이 밋밋한 공간에 재미를 더한다. [ 사진 박영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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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집 평면도 level 1]

아랫집 지하1층 평면도 1. 보일러실 2. 주차장

[살구나무집 평면도 level 2]

윗집 지하1층 평면도 1. 작업실 2. 보일러실

아랫집 지상1층 평면도 3. 4. 5. 6. 7.

안방 서재 주방 식당 거실

110 와이드 AR 23 | 워크 Work | 조남호 Cho Nam-ho


[살구나무집 평면도 level 3]

윗집 지상1층 평면도 1. 2. 3. 4. 5. 6.

드레스룸 침실 1 안방 거실 식당 주방

아랫집 지상2층 평면도 7. 침실 1 8. 침실 2 9. 가족실

[살구나무집 평면도 level 4]

윗집 지상2층 평면도 1. 2. 3. 4. 5.

가족실 침실 2 침실 3 서재 서가

아랫집 지붕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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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집 전체 배치도]

윗집

[살구나무집 단면도]

1. 2. 3. 4. 5.

파우더룸 가족실 침실 1 거실 작업실

아랫집 6. 침실 1 7. 서재 8. 현관 9. 다용도실 10. 식당 11. 보일러실

112 와이드 AR 23 | 워크 Work | 조남호 Cho Nam-ho


와이드 AR 23 | Wide Architecture Report 23 | 2011.09-10 New POwer ARchitect 파일 07 조한 Joh Hahn

조한 조한 | 홍익대학교 건축학과와 예일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하였고, 2009년 젊은 건축가상, 2010년 서울특별시건축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이며, 한디자인(HAHN Design) 대표로서 건축/철학/종교/영화의 생성적 경계에서 생성(시간)/생태(공 간) 등에 관한 다양한 건축적 실험을 하고 있다. 대표 작품으로는 M+, P-house, LUMA, White Chapel, Geomorphology(경계적 지형) 등이 있으며, 다양한 작품과 글을 통해 ‘건축 철학(철학-건축에 글쓰기)’과 ‘철학 건축(건축-철학에 집짓기)’을 시도하고 있다.

관념과 감각의 사이 그리고 생태성 — ‘건축, 철학, 영화, 종교…’의 ‘생성적 경계’에서 건축가, 건축 이 론가, 교수, 학생으로 디자인하고, 이론하고, 가르치고, 배우고, 살 아가며 ‘감동’ 찾기! 113 2011.09-10 | Wide Architecture Report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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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건축은 사유이자 감동이다. ⓦ 질 들뢰즈(Gilles Deleuze)와 펠릭스 가타리(Felix Guattari)는 『철학은 무엇인가?(What is Philosophy)』(1994)>에서 철학은 개념을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며, 과학은 기능(지식)을, 예술은 감각(감동)을 만들어 내는 것이 목적이라 하 며 철학과 과학, 예술 간의 리좀적인 관계에 의한 비위계적인 생성적 사유의 방식을 제안하였다. 철학과 과학과 예술? 개념과 기능(지식) 과 감각(감동)? 그것들은 바로 우리가 건축을 하기 위한 기본적인 사유의 체계이자 실천의 방식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건축은 철학이며 과 학이고 또한 예술이며, 개념과 기능(지식), 감각(감동)을 만들어 내는 사유의 체계라고 할 수 있다. ⓦ 학창 시절, 건축은 나에게 철학이 자 곧 종교였다. 절대적인 건축 철학을, 건축 디자인 방법론을 찾던 내게 노르웨이 건축가 겸 이론가 크리스천 노르베르그 슐츠(Christian Norberg-Schulz)의 『장소의 혼 : 건축의 현상학을 위하여(Genius Loci : Towards A Phenomenology of Architecture)』(1984)와 『서양 건축의 본질적 의미(Meaning in Western Architecture)』(1975)>, 건축가 김준성의 <토네이도 하우스(Tornado House)>(1993)는 나에게 현상학적 의미의 건축 이론과 실천을 보여 주었고, 포스트 모더니즘 건축 이론가 찰스 젱크스(Charles Jencks)의 『기호, 상징, 건축(Signs, Symbols, and Architecture)』(1980)은 나에게 기호학적 의미의 건축을, 지그프리드 기디온(Sigfried Giedion)의 『공간, 시간, 건축(Space, Time, and Architecture)』(1969)은 과학과 예술의 변증법으로서 건축을, 『건축 공간과 노자 사상(The Tao of Architecture, Amos Ih Tiao Chang)』(1984)은 동양 사상과 현대 건축의 관계를, 『현대 물리학과 동양 사상(The Tao of Physics)』(1975)을 통해 현대 과학과 동양 사상 의 관계를, 스피노자의 『윤리학(Ethics)』을 통해 철학과 수학적 관점에서 신학을 고민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특히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 다(Jacques Derrida)의 『철학의 여백(Margins of Philosophy)』(1982)은 나로 하여금 해체주의 철학에 탐닉하게 만들었고, 건축가 피터 아 이젠만(Peter Eisenman)과 베르나르 츄미(Bernard Tschumi)의 건축/철학적 실험들은 나의 3학년 작품 <The Story of Cretan>[그림 1] 과 졸업 작품 <The Trace of Ruins>[그림 2]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였다. 이렇듯 건축은 나에게 철학적 사유인 동시에 종교적 믿음이었다. ⓦ 하지만 나에게 진정한 의미의 ‘건축의 철학되기’ 또는 ‘철학의 건축되기’는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가능했 다. 처음에는 어느 건축학도의 ‘리좀’ 개념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됐고, 이후 건축가들이 사용하는 ‘폴드’와 ‘다이어그램’에 대한 학 술적 호기심으로, 그리고 들뢰즈의 ‘일의적 존재론’ 자체에 대한 철학적 호기심으로. ⓦ 어느 순간엔가 나는 ‘생성적 경계’, ‘이접적 종합’, ‘ 시간 형식’들의 단어들을 너무 자연스럽게 디자인에서 글에서 강의에서 생활에서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들뢰즈를 통해 세상을 보고, 생각 하고, 행동하고, 감동하고 있었다.

[그림 1] The Story of Cretan.

[그림 2] The Trace of Ru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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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적 경계와 소외된 건축 요소 찾기 ⓦ 특히 수천년간 철학적 헤게모니를 유지해 온 플라톤주의의 초월적 본질론과 이분법적 사유 체계 를 전복하고자 하는 들뢰즈를 통해 나는 칸트, 스피노자, 니체, 베르그송을 새롭게 만날 수 있었다. 절대적인 건축 철학을 찾고자 했던 나 의 믿음이 플라톤주의 형이상학의 허상이었으며, 완벽한 디자인 개념이 완벽한 디자인을 창조할 것이라는 믿음 역시 플라톤의 이데아론에 서 시작된 형이상학의 본질과 현상, 관념과 감각, 주체와 객체, 정신과 육체, 형상과 질료, 인간과 자연의 이분법적 사유 구조에 의해 조작 된 것이었다. 특히 들뢰즈는 플라톤주의 형이상학이 개념적인 동일성, 지각적인 유사성, 논리적 대립성, 판단의 유비성 등의 이분법적 사 유를 통해 존재에 내재한 차이와 반복의 생성적 메카니즘을 오히려 파생적인 오류로 치부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즉 플라톤주의자들은 생명 체의 다양한 형태를 각 생명체에 내재한 차이와 반복의 생명력에 기인함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생명체 간에서 발견되는 형태적인 유사 성을 이상적인 원형, 즉 초월적인 생명력의 증거로 판단하였던 것이다. 들뢰즈에 의하면 본질, 관념, 주체, 정신, 형상, 인간 등에서 본질을 찾는 플라톤주의적 사유 체계 내에서 소외되어 온 바로 그 곳, 본질과 현상, 관념과 감각, 주체와 객체, 정신과 육체, 형상과 질료, 인간과 자 연의 ‘생성적 경계’에서 우리는 진정한 생명력, 창조의 힘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그림 3] ⓦ 나에게 새로운 건축은 더 이상 형태에서도 공 간에서도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새로운 건축은 바로 디자인에서 소외되고 있는 바로 그곳, 피난계단, 주차장, 마당, 골목길, 전이공 간 등에서 시작되는 것이다.[그림 4, 5, 6]

[그림 4-1] 엠플러스(M+)의 생성적 경계 공간은 사회적 생태적 관계의 공간이다.

[그림 3] 플라톤주의 이분법적 사유와 들뢰즈의 생성적 경계. 플라톤주 의의 위계적인 이분법적 구조(위)와 들뢰즈의 비위계적인 생성적 경계( 아래).

[그림 4-2] 엠플러스(M+)의 생성적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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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형식’의 공명과 ‘시간감’ 그리고 ‘감동’ 찾기 ⓦ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은 ‘시간성’은 공간 속의 물체들의 운 동을 통해 파악되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실체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하였다. 베르그송은 『지속과 동시성 : 베르그송과 아인슈타인의 우주, Duration and Simultaneity: Bergson and the Einsteinian Universe)』(1922)에서 아인슈타인의 시공 연속체(space-time continuum) 개 념은 시간을 3차원적인 공간에 부가된 4차원적인 것으로 보는데, 이는 시간을 공간에 종속된 시간 또는 공간적으로 표상된 시간, 즉 ‘공간화 된 시간(spatialized time)’으로 보는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베르그송은 이렇게 시간이 공간에 종속되는 전통적인 공간과 시간의 이분법적 인 구조를 반대하며, 추상적인 ‘공간화된 시간’을 대체하는 실체적인 시간성 개념으로서 ‘지속(Duration)’ 개념을 제안하였다. 들뢰즈는 자 신의 『칸트 비판 철학(Kant’s Critical Philosophy)』(1963)에서 “시간이 경첩을 벗어나 제멋대로 돌아다닌다(The time is out of joint)”는 세익스피어 비극 『햄릿』의 대사를 차용하며, 시간이 더 이상 운동에 종속되지 않고 오히려 운동이 시간에 종속되어 있다고 주장하였다. 즉 시간은 공간 속에 존재하는 물체의 움직임에 종속되는, 또는 움직임에 의해 파생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물체들의 움직임을 통해 파악하는 운동적인 시간이나,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목적지로 가기 위해 걸리는 단위적인 시간, A에서 B로 흐르는 연속적 인 시간, 1년이 365일로 하루가 24시간으로 나눠질 수 있는 시간은 공간적인 사유의 틀 안에서 추상적으로 파악되는 공간화된 시간이다. 이 러한 시간 개념은 정량적이며 추상적인 시간으로, 다른 매체에 의해 간접적으로 표상된 시간인 것이다. 들뢰즈는 『차이와 반복(Difference and Repetition)』(1994)에서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 : I think therefore I exist = I think myself)” 를 시간이 소거된 추상적 공간에서 스스로를 사유하는 전형적인 플라톤주의적인 ‘공간적 사유’라고 비판하며, 실존은 ‘나(I)가 시간 속에서 자아(Self)를 느끼는(I feel therefore I exist = I feel myself) 시간 형식’이며 이를 바탕으로 ‘시간적 사유’를 주장하였다. 즉 감동하는 나는 곧 이러한 ‘시간 형식’을 경험하는 존재인 것이며, 시간 형식이 곧 감동하는 존재의 구성 방식인 것이다.

[그림 6-1] 사회적/생태적 생성적 경계의 탐구. B-Housing ALT 1.

[그림 5] 엠플러스(M+)는 생성적 경계이며 이접적 종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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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건축에 있어 ‘시간’은 무엇인가? ⓦ 우리는 멋진 건축적 공간을 표현할 때 종종 ‘공간감’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공간감은 공간과 경험하는 주체가 시간 속에서 경험하는 감각이기에, 오히려 ‘시간감’이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닐까? 베르그송은 공간화된 시 간이 아닌 실체적인 시간으로서 ‘지속’을 제안하는데, 들뢰즈는 베르그송의 시간 개념을 바탕으로 영화를 운동과 시간이 내재한 비주체적인 (non-subjective) 새로운 문화적 현상으로 파악하며, 『시네마 1 : 운동-이미지(Cinema 1, Movement-Image)』(1986)>와 『시네마 2 : 시간이미지(Cinema 2, Time-Image)』(1989)>에서 운동-이미지와 시간-이미지 개념을 제안하였다. 특히 시간-이미지의 ‘수정-이미지(CrystalImage)’와 ‘일탈적 운동(Aberrant Movement)’ 등을 통해 플라톤주의적인 공간적 사유를 극복하고 시간적 본질에 경험하고 표현하고 사유 하는 시간적 사유의 가능성을 제안하였다. ‘공간적 사유’에 갇혀있던 나의 건축적 사유가 드디어 ‘시간적 사유’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더 이상 플라톤주의적으로 분화된 직종에 연연하지 않는다. ⓦ 내가 원하는 것은 건축가에도 건축 이론가에도 교수에도 학생에도 없 다. 나는 더 이상 플라톤주의적으로 분화된 영역에도 연연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것은 건축에도 철학에도 영화에도 종교에도 없다. 나는 건축과 철학과 영화와 종교 등과의 생성/생태적 경계에서 건축가, 건축 이론가, 교수, 학생으로 디자인하고, 이론하고, 가르치고, 배우고, 살아가며 ‘감동’하고 있다. 들뢰즈의 말을 빌리면 무엇(What)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How)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내 가 영화를 만들지는 누구도 모를 일이다. ⓦ

[그림 6-2] B-Housing ALT 1 : 사회적/생태적 생성적 경계 스터디.

[그림 7] 로베르 브레송의 시촉각적 공간 <소매치기>(Haptic Space of Robert Bresson’s <Pickpoc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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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8] 일탈적 운동과 시간 이미지(Kill Bill 1 Chapter 5 : Showdown at the House of Blue Leaves).


와이드 AR 23 | Wide Architecture Report 23 | 2011.09-10 New POwer ARchitect 파일 08 최춘웅 Choi Choon-woong

최춘웅 최춘웅 | 하버드 GSD와 UC 버클리에서 공부하고 건국대 건축전문대학원, 컬럼비아 대학원, 파슨스 디자인 대학에서 가르쳤다. 현재 고 려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대미술관 서울관 아이디어 공모전, 어린이대공원 교양관 리노베이션 등의 작업이 있다.

인티머시(Intimacy)

2010 미디어시티.

1. Intimacy ⓦ 건축은 매력적이다. 그 매력에 끌려 건축가의 길을 걷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성적인 판단으로는 불가능한 삶을 살고 있 는데, 그 근본적인 이유는 건축이 갖고 있는 감성적인 매력 때문이다. 은은한 사랑을 이해할수록 그 감정이 오래 지속되는 것처럼 건축의 감성적 매력을 이해하고 경험한 건축가들은 작업의 순수함이 오래 유지되는 것 같다. 흔히 수학도 잘하고 미술도 잘해서 건축과를 선택 했다는 학생들이 많은데, 사실은 수학도 못하고 미술도 못하지만 계속 배우고 싶은 것이 건축이다. 의지력으로 버티는 과정이 아니다. 논 리적으로 실질적인 이유를 설명할 수 없지만 포기할 수 없는 것이 건축 작업이다. 나의 건축 작업은 대체적으로 건축만이 갖고 있는 매력 을 정의하는 과정인 것 같다. 건물과 공간을 친밀하게 경험할 수 있고, 사람과 건축이 긴밀하게 교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 다. 건축을 통해 감성이 자극되고, 건축이 단순한 배경이 아닌 적극적인 유혹의 매개체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 그 수단으로는 시각적인 질감과 감성적인 기운을 들 수 있다.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이 우리를 유혹한다. 건축에서도 시각적 자극이 가장 직접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형태적인 시각 효과는 순간적이고 언어적인 기억 속으로 사라지는 반면, 질감과 색감을 통해 전달되는 표피적 시각 효 과는 지속적인 추상적 기억 속에 자리잡는다. 인공적으로 조작된 질감보다 시간의 흐름이 묻어 있는 질감의 경우 더욱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다. 눈에 보이는 것 외에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공간의 기운, 또는 분위기이다. 공간의 비율이나 빛의 조율을 통해 조성되고 후 각, 청각, 촉각을 통해서 그 효과가 보강된다. 건축물에 숨겨져 있는 각종 설비, 조명, 그리고 동선적인 요소들이 공간의 기운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물질적인 요소들 외에도 건축 작업에 담겨 있는 여러 생각들과 정성, 그리고 숨겨진 의도들은 공간 속에 작 가의 감성을 삽입시키고, 그 결과물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고 확실하게 짚어낼 수 없는 차별화를 실현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118 와이드 AR 23 | New POwer ARchitect 파일 08 | 최춘웅 Choi Choon-w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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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Boudoir ⓦ 건축만이 갖고 있는 고유의 매력과 유혹의 가능성을 19세기 프랑스 건축가들은 잘 이해하고 있었다. 당시의 건축에서 나타 난 성향 중의 하나로, 점차적으로 확실한 용도를 갖고 방들이 분리되었는데, 사적 공간과 사교의 공간이 구분되고, 남자의 공간과 여자의 공 간이 차별화되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나타난 방의 종류 중 가장 흥미로운 곳이 부두아르(boudoir)인 것 같다. 특히 건축의 역사와 깊은 연 관이 있는 방이다. 1970년대 타푸리(Tafuri)는 『부두아르의 건축』을 통해 건축을 독립된 언어적 영역으로 격리시키고 그 자체의 즐거움에 몰입하는 당시 건축가들의 작업을 부두아르 속의 유희에 비유했다. 19세기의 책 중에 부두아르가 주인공적인 역할을 하는 책 두 권을 고른 다면, 하나는 Marquis de Sade의 『부두아르의 철학』이고 또 하나는 Jean Francois de Bastide의 『작은 집』이다. 두 책이 갖고 있는 공통점 은 건축의 역할이 이야기의 배경이 아닌 주인공인 점이다. 특히 Bastide의 소설은 마치 건축 계획론의 형식으로 쓰여져 있는데, 작은 집의 외형으로부터 시작하여 점차적인 공간적 시퀀스를 상세하게 서술했다. 남녀 간의 심리적 줄다리기가 공간과 엮여서 단계적으로 발전되고 치밀하게 계획되는 감성적 유혹의 과정에서 부두아르는 줄거리의 절정을 이끌어 내는 주도적 역할을 한다. 방에서 방으로 이동하며 감정의 겹이 두터워지고, 주인공의 견고했던 의지가 결국 부두아르의 매력 앞에서 무너진다. ⓦ 이렇게 주도적인 유혹의 매개체였던 건축은 그 자 리를 점차적으로 패션과 산업 디자인에게 빼앗기고 수동적인 배경 속으로 후퇴했다. 은은했던 건축의 유혹은 현란하게 변질된 형태로 상업 건축에서 그 맥을 유지한다. 20세기 모더니스트 건축가들의 관심은 유혹에서 계몽으로 옮겨 갔고 건축을 통한 사회적 변화와 제도적 상징 성을 추구하게 된다. 80여 년에 걸친 좌절과 환각의 반복 이후 오늘날 사회가 기대하는 건축가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건축가 자신들도 우 리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일까? 나 또한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정체성의 고민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대학 시절 무대 디자 인을 배우며 건축보다 더 직접적이고 순간적인 무대의 매력에 빠졌었고, 대학원 시절에는 건축의 역사에 이끌려 건축 분야를 학문으로 접 근하는 가능성에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내가 건축을 시작한 근본적인 이유도 건축의 고유한 매력이었고, 그 주변에서 파생된 매력의 잔재를 찾는 것보다 건축의 가장 본질적인 방식을 통해 깊이 속으로 파고들고 싶었다.

MARTEC 정관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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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Absorption ⓦ 현대 사회에서 건축적 공간이 가장 본질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내부 공간은 미술을 담고 있는 전시 공간이다. 전시 공간 은 특성상 주위의 환경으로부터 단절되어야 한다. 현실에서 이탈하여 독립된 공간 속에서 미술품과 관람객이 서로 교감하는 공간이다. 미술 작품과 관람객을 한 공간으로 엮어 주는 전시 공간은 관람객이 작품에만 몰두할 수 있는 사색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겉으로 드러나 지 않지만 세심한 공간적 조율을 통해 집중력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반대로 건축으로 인해 혼란과 잡음의 공간이 만들어질 경우 미술 품과 관람객의 내면적 교류 관계를 방해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두 경우 모두 건축적 공간이 우리의 심리 상태에 영향을 주는 것은 확 실하다. 따라서 전시 공간의 구성 요소는 조형적, 구조적 건축이라기보다 심리적이고 감성적인 건축이다. 먼저 시각적 조율을 통해 관람객 의 시야를 선택적으로 제한하거나 확장하여야 한다. 시각적 집중이 가능한 공간 속에서 청각, 후각, 촉각의 조율이 뒷받침될 경우, 공간의 성격은 더욱 뚜렷해진다. 일방적인 고요함보다는 집약과 이완, 닫힘과 열림, 집중과 분산의 지속적인 리듬이 전시 동선을 따라 의미있게 엮 어질 경우 관람객은 전시를 전체적인 공간을 통해 경험하게 된다. 공간의 배열이 작품의 배치와 의미있게 연결되고, 각 작품의 영역이 전시 공간 속에 정립될 때 전시 공간은 관람객이 현실로부터 이탈하여 개인의 감성을 긴밀하게 느낄 수 있는 몰두의 공간으로 변화된다. ⓦ 건축 이 미술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이유는 건축의 매력과 미술의 매력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건축과 미술 간의 경쟁 구도에 서 탈피하려면, 건축의 본질적인 힘과 고유한 특성을 인지해야 한다. 건축적 맥락을 확장된 문화의 적극적인 참여자로 인지하고, 미술과 동 등한 위치에 서서 새로운 문화적 담론의 매개체 역할을 해야 한다. 전시 내용의 주제와 그에 따른 자체적 무게를 유지시키면서 작품 간에 자유로운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관람객들의 움직임에 유동성을 주는 것이 전시 공간을 조성할 때 주목적이 되어야 한다. 2008년 광주비엔 날레 전시 공간은 이 같은 목표를 갖고 홀로 서 있는 파티션들이 막다른 길 없이 공간 속에 설치적 요소로 세워졌고, 각 전시 구역들의 비례 와 개방성은 전시 내용의 고유한 특성에 맞게 조절되었다.

역삼동 다가구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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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Gaze ⓦ 시각적인 요소를 사용하여 설계를 할 때 아직도 투시도 속의 렌즈를 통해 일방적인 시선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공간 속에서 유혹의 시선은 거울을 들여다보듯 서로 마주치고 비켜가는 것이 중요하다. 건축의 매력을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 다. 공간 속에서 움직이며 시선이 이동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과 엇갈리기도 하지만, 때로는 건축물 자체를 마주보기도 한다. 2006년 완공된 점촌중학교 프로젝트는 학생들의 시선과 시야에 초점을 두고 설계되었다.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 경관은 반복되는 창을 통해 부분적으 로 노출되고,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경우 각 창에 한 명씩 앉아 있는 학생들은 건물 표면의 일부가 된다. 벽돌 벽의 재질은 황토색과 노란색 이 불규칙하게 섞여 창 속에 난반사된 뒷산의 이미지와 함께 묻히게 된다. 내부의 교실이나 중정에 앉아 밖으로 향하는 사색의 시선은 열린 운동장에서 보는 풍경과 차별된다. 2010년 하이트갤러리의 권진규 전의 전시 공간은 시각의 움직임이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된 예이다. 아 트리움을 사이에 두고 ‘ㄷ’자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 전시실은 진입과 동시에 먼 시선과 가까운 시선이 상호 작용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에 따라 공간 중간에 시야를 막는 벽을 세우는 대신 모든 전시물을 수평면에 눕혀 배치했다. 각 테이블들은 떠도는 동선을 유도하는 섬의 역할 을 하고, 놓여진 작품에 따라 다른 높이로 맞춰져 있다. 작품의 높이가 달라지면서 관람객과 작품이 마주보는 각도가 달라지고, 시야의 높 낮이가 변하면서 벽이 없이도 집중적인 공간이 가능해진다.

점촌중학교.

기무사 무위를 위한 초대.

5. Housekeeping ⓦ 신축이 아닌 리노베이션 작업을 할 때 건축가로서 가장 의미있는 순간은 불필요한 요소들이 모두 철거된 후 숨겨져 있 던 옛 건물의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있던 건물의 원래 모습이 엿보이고, 벽과 바닥에 스며 있는 세월의 흔적들 이 나타날 때 어떤 인위적인 표면보다 매혹적인 내면의 모습이 드러난다. 눈으로만 볼 수 없고 손으로 만지고 싶은 벽을 만들기 쉽지 않다. 낡은 벽 위에 손을 얹을 때 마치 시간의 경계를 넘어 다른 장소와 연결되는 느낌을 받는다. 리노베이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이 시간 의 연결을 유지하는 것 같다. 단순히 깨끗이 청소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치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다. 청소하고 깨끗이 닦는 행 위 그 자체가 사실 가장 소중한 애정의 표현이다. ⓦ 기무사 내부에 전시된 <무위를 위한 초대> 설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청소였 다. 공간을 깨끗이 비우고 벽의 먼지를 털어 내고 바닥을 쓸었다. 비워진 공간 안에 햇살이 들어왔다. 창 밖의 정원도 청소를 하고 흙을 다 듬은 후 야채와 꽃을 심었다. 곧 사라질 공간이었지만 전시 기간 중 소중한 곳이 되었다. 모든 것이 정지된 사색의 공간 속에 앉아 지루함 을 소중히 여기려는 의도였다. 최근 완공된 어린이대공원 꿈마루도 가장 먼저 청소로 시작되었다. 지난 30년 동안 누더기처럼 더해진 각종 가설물들을 벗겨 내고, 그 뒤에 숨겨져 있던 위풍당당한 건축물을 드러낼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노화된 건물의 표면들은 생생한 아름다움 을 갖고 있었고, 새로 삽입된 건축 요소들이 그 표면들을 가리지 않도록 했다. 오래된 건물을 다시 새 것처럼 만들기보다 자연적 풍화 과정 이 지속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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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3 | Wide Architecture Report 23 | 2011.09-10 New POwer ARchitect 파일 08 최춘웅 Choi Choon-woong

6. Ensemble ⓦ 마지막으로 건축의 매력 중 하나는 건축 작업은 혼자서 할 수 없고 여럿이 어우러져 관계를 맺으며 완성된다는 것이다. 먼 저 건축주와 건축가의 관계가 있다. 건축가는 건물을 만들기에 앞서 건축주와 함께 미래를 상상한다. 설계 과정은 대화를 통해 서로를 배워 가며 진행되고,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을수록 더욱 만족스러운 건축물이 탄생된다. 건축물의 결과보다도 그 결과에 도달하기까지 지속된 인 간관계가 더욱 소중한 경우가 많다. 건축주 외에도 건축가는 다른 사람의 손에 시공을 맡기고 여러 사람의 협력으로 건물을 만든다. 결국 건 축의 본질은 건물이 아니라 건물이 만들어질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따라서 그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과정에 많은 사람들 이 개입되고 누가 시공하느냐보다 설계자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한 여러 프로젝트가 타 분야 간 협력 체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건축의 경계에 서서 타 분야와 협력 작업을 진행할 때 각각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절실해진다. 점차적으로 건축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는 상황에서 분야 간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지만, 각자의 작업 영역에 명확한 경계가 없으면 의미있는 협력 체계가 구축 되기 어렵다. 따라서 건축가로서의 역할과 영역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작가로서의 감성과 철학을 탄탄히 구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복잡한 협력 체계 속에서 건축가의 영역을 더욱더 확장할 수 있다. ⓦ

하늘숲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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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3 | 와이드 칼럼

잃어버린 대륙의 영혼을 찾아서 | 곽재환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를 따라가 본 내 기

떠올렸다. 평화와 독립을 위해 희생한 수

제주의 국가로 탈바꿈하고 있다. 러시아

억 속의 첫 영화 <카츄사>(1960년)를 통

많은 선현들의 넋이 떠도는 이 곳에 고려

인들은 이제 아무도 레닌 동상 앞에서 기

하여 시베리아를 알게 됐다. 그 후 러시아

인의 디아스포라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념 사진을 찍지 않는다고 한다. 빈곤층이

혁명의 격랑 속에서 펼쳐진 영화 <닥터 지

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 강제 이주

무려 4,000만 명이나 되는 몰락한 사회주

바고>(1968년) 를 보고는 사랑의 로망과

의 한이 서린 라즈돌로예 역을 돌아보고

의 국가 러시아를 대변하고 있는 현실이

함께 장중한 시베리아의 설원과 자작나무

신한촌 기념비와 독수리 전망대, 항구, 혁

다. 아! 레닌이 꿈꾸었던 이상 사회가 과

의 숲이 고교시절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명광장, 굼 백화점, 승리의 아치, 역사박

연 이것이었더란 말인가? 끝내 조국을 떠

그로부터 43년이 지난 2011년 7월 8일,

물관 등을 거쳐, 일행은 7월 10일 저녁, 3

나지 않았던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나는 바이칼까지 가는 시베리아 횡단 열

박 4일의 열차 여행 출발역이자 횡단 열차

고뇌와 희망은 무엇이었나? ⓦ 저녁 8시

차를 타기 위해 ‘유라시아철도 평화 대장

의 동쪽 끝 지점인 블라디보스톡 역에 모

경에 우리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TSR)에

정’ 일행과 함께 연해주의 블라디보스톡

였다. ⓦ 역 광장 건너편에는 한 손을 치켜

몸을 실었다.

공항에 도착했다.

든 레닌의 동상이 서 있었다. 1917년 4월, 레닌은 트로츠키 의장의 협력을 얻어 Red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톡을 잇는 동서

연해주는 한민족이 1860년대부터 이주

Army를 창설하고 무혈로 임시 정부를 물

횡단 철도는 그 길이가 무려 9,288킬로

역사가 시작된 곳이다. 일제의 침탈에 항

러나게 해 노동자 농민을 위한 10월 혁

미터나 된다.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다.

거하는 해외 독립 운동의 중추 기지 역할

명을 성공시겼다. ⓦ “하지만 왜 꼭 이걸

모스크바까지는 6박 7일, 이르쿠츠크까

을 수행했고, 1937년엔 한인들이 이 곳에

해야 하는데?” “혁명과 인민을 위해서.”

지는 3박 4일이 걸리는데, 38개의 역을

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당하였지만

“하지만 누가 혁명을 원한다고 그래?”

경과한다. 꼬박 72시간을 타고 가는 기차

소련 해체 이후 재이주한 한인을 포함하

“다들 원해. 다만 아직은 그걸 모르고 있

라 잠시 역에 정차할 때마다 모두들 내려

여 현재 약 4만여 명이 이 곳에 흩어져

을 뿐이야.” ⓦ 영화 <닥터 지바고> 속에

서 몸을 풀거나 먹을 것을 사기도 했다.

살고 있다고 한다. ⓦ 일행은 첫 행선지

서 ‘라라’와 ‘파샤’가 나누는 대사이다. 사

이 곳의 여름은 3개월에 불과하지만 하

인 우수리스크의 고려인 문화센터로 향했

회주의 종주국이었던 소련이 다시 러시아

루가 길었다. 새벽 4시면 밝고 오후 10시

다. 센터는 러시아 이주 140주년을 기념

민중들에 의해 무너지고 새로운 시장 경

가 돼서야 해가 졌다. ⓦ 차창 밖으로 끝

하여 (사)동북아평화연대가 우수리스크 고려인을 지원하여 건립한 시설이다. 그

딸찌 목조 박물관.

곳에서 ‘한·러우호의밤’에 참석한 총영 사와 우수리스크 부시장 등, 현지 고려인 의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 다음날 일행 은 독립 운동가 이상설 선생의 유허비가 있는 수이푼 강변으로 갔다. 그 동안 잘 알려지지 못했던 연해주 독립 운동의 대 부 최재형 선생이 살았던 가옥과 대한국 민의회 회의실을 둘러보니 죄지은 듯 마 음이 숙연해졌다. ⓦ 옛 발해 성터가 있던 언덕에 올라가 초원을 바라보니 그 옛날 이 곳을 호령하던 발해인이 어디선가 말 을 타고 홀연히 나타날 것만 같았다. 발해 절터의 주춧돌, 거북이 석상 등의 유적들 을 보고 고려인 정착촌인 우정마을을 방 문했다. 그 곳에서 최리키타 이장의 어눌 한 우리말 인사를 들으며 잠시 그 참담했 을 절망과 고통스러운 강제 이주의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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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3 | 와이드 칼럼 잃어버린 대륙의 영혼을 찾아서 | 곽재환

없이 이어지는 자작나무의 행렬과 철로변

시베리아의 대평원! 그 평원의 눈부신 태

제를 올렸다. 안중근이 「동양 평화론」을

의 도시와 촌락들. 이 곳의 시간은 더디게

양 아래 앉아 점심 식사를 하니 아련히 지

집필한 지 100년이 흘렀건만 동북아의 평

가는지, 내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돌아간

평선 너머에서 <라라의 테마>가 들려 오

화는 아직 요원하다. 뿐만 아니라 한민족

듯, 대부분의 건물들이 낡고 허름했다. 간

는 듯했다.

의 웅혼한 꿈과 기상이 이어지던 연해주

혹 마을 안에 공동 묘지도 보였으나 집집

의 드넓은 벌판과 역사를 잃어버리고 우

마다 울타리를 널판자로 막아 그 안에 채

알혼섬 원주민 브리얏트족은 생김새가

리는 남북이 단절된 섬 아닌 섬에서 대륙

마밭을 두었고, 창틀을 원색의 페인트로

우리와 흡사하다. 엉덩이에 몽고반점도

적 세계관마저 상실하였다. 한반도 종단

칠하거나 갖가지 무늬로 장식한 것이 특

있다 하고 일파인 코리족은 먼옛날 동쪽

철도와 시베리아 횡단 철도의 연결을 촉

징적이었다. 창을 장식하면 잡귀를 물리

으로 이동하여 만주 부여족의 조상이 되

구하는 ‘유라시아철도 평화대장정’은 대

칠 수 있다고 여기는 샤머니즘에서 비롯

었으며 훗날 고구려의 원주민이 되었다고

륙을 체험하고 한반도의 평화 통일 및 세

된 표현이라고 한다. ⓦ 좁은 열차 안에

한다. 딸찌 목조 박물관에는 18세기 이들

계 평화와 번영의 메시지를 국내외에 전

서 3일을 보드카에 젖어 비몽사몽 지내

이 거주하던 가옥, 학교, 성당 등이 보존

파하고자 기획한 행사다. ⓦ 유배의 땅이

다 보니, 어느덧 울란우데(최근 북·러 정

되어 있다. ⓦ 바이칼 호의 첫 인상은 바

었던 시베리아가 21세기에 동북아 공동

상 회담을 한 도시)를 거쳐 목적지인 이

다 같았다. 워낙 스케일이 장엄하고 짙푸

의 희망으로 새롭게 다가 오고 있다. 미래

르쿠츠크 역에 도착하였다. 이르쿠츠크는

르다. 담수호인 이 곳에 바다 생물인 물개

문명의 창조적 가능성을 탐색하고 실현하

시베리아 중심에 위치하는 도시로 중앙에

가 사는데 마치 이주한 고려인 신세 같다

기 위해서는 앞으로 이 지역의 관련 국가

앙가라 강이 흐르고 제정 러시아 때 지은

고나 할까? 수수께끼다. 이 호수에서 가

들은 단순 경제협력 차원을 넘어 혁신적

건축들이 아름다워 ‘시베리아의 파리’로

장 큰 섬이 바로 알혼 섬이다. 혹자는 이

패러다임으로 공생, 공영의 새 장을 열어

불리는 도시다. ⓦ 이 곳에서 모스크바에

곳을 한민족의 시원으로 꼽기도 한다는

야 되리라. ⓦ

서 출발한 서팀과 합류해 숙소에서 러시

데, 문득 얼·혼(魂)이란 우리말이 떠올

글 | 곽재환(본지 고문, 칸건축 대표)

아 사우나 ‘반야’로 피로를 풀고 다음날

랐다. 정신의 섬, 정신의 원점! 수많은 전

일행은 곧장 바이칼의 알혼섬으로 출발했

설이 깃든 샤먼의 성지다. ⓦ 이 곳에서 일

다. 길옆에 들꽃과 함께 광활하게 펼쳐진

행은 ‘유라시아철도 평화대장정’의 평화

바이칼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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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3 | Wide Architecture Report 23 | 2011.09-10

전진삼의 FOOTPRINT 02 이 란은 본지 전진삼 발행인의 ‘공적/사

 7월 7일(목)  오후 5시, 서울 신사

가)를 작업 중이다. 가깝게는 올해의 부

적’ 기록의 장으로 구성된다. 현장성에

동 원도시건축 지하 갤러리에서 2011원

산국제영화제 출품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

바탕을 둔, 건축계 이슈와 개인의 동선이

도시아카데미세미나 부대 사업으로 벌

다. 지난 수년 간 정기용 선생의 그림자가

이뤄 내는 건축과 문화판의 지형도를 전

이는 젊은건축가포럼 제1전시의 오프닝

되어 죽음을 앞둔 선생의 모든 것을 카메

달하게 될 것이다.

행사가 열렸다. 초대작가 4팀 중 이스트

라에 담아 놓은 그녀의 열정이 있어 우리

포(EAST4) 박준호 대표, 엔진포스(EN-

건축계에도 오래도록 사랑받을 건축 다큐

GINE FORCE)의 윤태권 대표, 가와건

가 생산되게 되었다. 내년 봄 극장 출시를

축 이기호 부소장이 참석하였다. 광장건

전제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심원문

축 이현욱 소장은 캐나다로 출국한 상태,

화사업회가 제작 지원에 참여한다. 정재

 7월 6일(수)  오후 4시, 서울 동숭동

가와건축 최삼영 대표는 유럽 일정이 끝

은 감독(사진)은 2001년 장편 영화 <고

한국건축가협회(이하, 가협회) 회의실에

나지 않은 탓에 참석하지 못했다. 저녁 7

양이를 부탁해>로 데뷔했다. 인천을 배경

서 2011서울건축문화제 3차 집행위원회

시, 박병상 박사의 미래학 강좌 세 번째 강

으로 스무 살 여성들의 우정과 성장을 다

의가 열렸다. 서울시건축상 심사위원 선

의가 이어졌다. 중앙집중적 획일화, 표준

룬 <고양이를 부탁해>는 미국, 영국, 일

정 예비 명단 작업과 동대문역사문화공원

화에 따른 먹거리 문제와 구제역 등 광범

본, 홍콩 등에서 극장 개봉했으며 MBC

전시장을 주무대로 하는 실행팀의 전시장

한 주제 의식을 가지고 강론했다. 전시는

영화대상 신인감독상, Rotterdam Tiger

구성안 등에 대하여 심의하였다. 특히 집

7월 8일(금) 공식 폐막.

Awards Competition, special mention,

행위 신창훈 위원의 제안으로 기획전 형

 7월 12일(화)  오후 4시 30분, 서

Berlinale Forum, KNF Awards Special

식의 국제 건축전(가칭, 글로벌 건축가의

울 강남역 부근 카페 ‘나무와’에서 심원문

Mention, Cinema Jove Film Festival,

서울 공감展)이 발의되었으며, 주제전으

화사업회 이태규 이사장과 영화감독 정재

Best Picture Award, Feminale, Int’l

로서의 전시 성격을 선명히 할 것이 주문

은(사진), 프로그래머 한선희(씨네마테크

Women’s Film Festival Cologne ‘Hori-

되었다. 곽재환 집행위원장과 집행위원 4

사업팀장)씨가 만났다. 정 감독은 현재 건

zons’ Debut-Prize를 수상했다. 2003년

인, 가협회 김능현, 정기정 씨 및 서울시

축가 정기용 선생의 건축 인생을 줄거리

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작한 옴니버

담당자 2인이 참석했다.

로 하는 다큐멘터리(가제 : 말하는 건축

스 영화 <여섯 개의 시선> 중 <그 남자의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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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3 | Wide Architecture Report 23 | 2011.09-10

전진삼의 FOOTPRINT 02 8월

사정>을 감독하고, 2005년에는 어그레시

는 조건영, 이상헌, 배형민, 김헌, 김영준,

브 인라인을 타고 서울을 가로지르는 도

최원준, 김재경 씨 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시 청년들에 대한 영화 <태풍태양>을 감

있었다. 책은 현실문화(대표 김수기)에서

독했다.

발행했으며, 행사는 홍성태 교수의 정기

 8월 2일(화)  저녁 7시 30분, 본

용 전집 출간의 경과 보고와 김병욱 기용

지 발행위원들의 정례 모임이 연희동 퓨

건축 소장이 책에 실린 대표작 13선의 해

전 중국 음식점 치노에서 열렸다. 김기중

설, 정재은 감독이 만들고 있는 건축가 정

(2105건축), 박유진(시간건축), 손도문

기용의 다큐 일부 소개로 이뤄졌다.

(비타그룹건축), 신창훈(운생동건축), 오

 7월 13일(수)  저녁 7시, 제57차 땅

출판기념회와 함께 ‘기념사업회 발족식’

섬훈(어반엑스건축) 위원이 참석하여 건

집사향이 서울 장충동 그림건축에서 열렸

(사진)이라는 행사 타이틀이 무색하게

축 전반에 관한 이슈를 기반으로 의견을

다. 조한(한 디자인 대표, 홍익대 교수) 씨

정기용의 건축적 동지라 불릴 만한 주요

교환했다. 본지 발행위원들의 모임은 <와

가 이야기 손님으로 초대되었으며, ‘관념

건축가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

이드AR> 발행 직후 정례적으로 열리며

과 감각의 사이 그리고 생태성’을 주제로

은 의외였다. 문화계와 건축계를 아우르

잡지의 운영과 건축계 이슈를 나누는 친

건축가의 성장 과정에서 만난 주요 텍스

는 선생의 인적 네트워크가 출발 지점에

목 성격으로 운용되고 있다.

트들과 자신의 건축 작업을 연결시킨 흥

서 다소간 불통의 연막을 띄운 것 같아 씁

 8월 3일(수)  낮 1시 30분, 제1회

미로운 발표로 이어졌다. 모든 건축인들

쓸했다. 주최 측에선 부랴부랴 당일의 행

건축가를 위한 스테인드글라스워크숍(가

이 종국에 감동을 짓는 전문인이 되기를

사가 기념사업회 발족식이 아니고 발족을

칭)을 위한 사전 모임이 동교동 HK스테

희망한다는 그의 메시지가 오래도록 귓전

위한 사전 모임의 성격이 컸다며 오해의

인드글래스(주) 회의실에서 열렸다. 일정

을 맴돌았다. 본지 <뉴파워아키텍트(New

소지를 지우려 했지만 공연한 불씨를 남

계획과 참가자의 범위 등 세부 사항을 논

POwer ARchitect) 시리즈> 조한의 게재

긴 셈이 되었다.

의하는 자리였다. 아트디렉터 손승희 씨

글 참조.

 7월 20일(수)  오전 10시, 서울 대학

가 참여했다.

 7월 14일(목)  오후 5시, W-아키버

로 모임 공간 민들레영토 4층 회의실에서

 8월 9일(화)  오후 3시, 대학생이

스 2차 여행 리뷰를 위해 최효진 객원기

서울건축문화제 4차 집행위원회가 열렸

발행하는 디자인 잡지 격월간 『디노마드』

획PD와 마주 앉았다. 실행 예산을 훨씬

다. 주행사장인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전시

(사진)의 이대우 발행인을 편집실로 초대

초과한 마이너스 성적표였지만 다음을

장과 외부 공간 활용안에 대한 브리핑을

하여 정보를 교환했다. 순수 대학생들만

기약하기로 했다. 3차 W-아키버스의 목

중심으로 진행되었고, 홍보 방안으로 강

의 재능과 자본으로 출발한 『디노마드』는

적지는 2011광주디자인비엔날레로 정하

남, 강북 최소 2곳 이상에 디지털 전광판

디자인 잡지 출판을 비롯하여 디자인 관

고, 9월 24일(토) 당일 코스로 기획에 들

을 활용한 서울시건축상의 공격적 홍보를

련 전시, 세미나, 워크숍, 컨설팅 등 다양

어갔다.

제안했다. 기타 신창훈 집행위원 발의 및

한 업역에 진출하고 있다.

제안의 국제건축교류전에 대한 의견 개진 이 있었다. 집행위원회(곽재환 위원장, 김 기환, 전진삼) 3인과 가협회 실행위원(김 능현, 정기정) 2인 및 서울시 담당자 2인 이 배석했다.  7월 15일(금)  오후 5시, 서울 대학

 7월 30일(토)  오전 10시, 서울 대

로 쇳대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정기

학로 KIA 회의실에서 <한국현대건축총

용 건축 작품집>(사진) 출판기념회와 정

람 2000-2009> 출판위원회 5차 필자 모

 8월 10일(수)  오전 10시, 2011서

기용기념사업회 발족식 모임이 열렸다.

임이 열렸다. 이선영(서울시립대) 출판

울건축문화제 5차 집행위원회가 KIA 회

문화연대가 주관한 이 행사에는 80여 명

위원장, 류중석(중앙대), 조익수(엄&이

의실에서 열렸다. 서울시건축상 심사위원

의 손님들이 함께 했는데 도정일, 김정헌,

건축), 이봉(개인 사무소) 등 일부 필자

및 대학생아이디어공모전워크숍 튜터 선

성완경, 안규철, 김민수 씨 등 사회·문

가 참석하여 집필 진행 상황 등 중간 점

정 작업 등 행사에 필요한 주요한 안건을

화계 인사의 면면이 보였고, 건축계에서

검을 하였다.

처리했다. 곽재환, 김기환, 신창훈, 임형

126 와이드 AR 23 | 전진삼의 FOOTPRINT 02


와이드 AR 23 | Wide Architecture Report 23 | 2011.09-10

전진삼의 FOOTPRINT 02 남, 전진삼, 김능현과 서울시 관계자 2인

를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는 5시간에 걸쳐 이뤄졌으며 저녁 7시 이

이 배석했다.

 8월 17일(수)  오후 3시 30분, 모

후 전년도 워크숍 1기생들과의 만남의 자

 8월 11일(목)  오후 3시, 서울 신사

임 전문 공간 토즈 홍대점 5층 강의실에

리가 독립문역 인근 영천시장 음식점에서

동 원도시건축 지하 전시실에서 2011원

서 제2기 간향건축저널리즘워크숍(이하

열렸다.

도시아카데미세미나 젊은건축가포럼 제

저널리즘워크숍) 집중코스 첫날 강의가 ‘

 8월 19일(금)  오전 11시, 서울역

2전시 초대작가 사전 모임이 열렸다. 장

건축 사진의 이해’ 주제로 사진가 김재경

사박물관 시청각실에서 서울건축문화제

영철(WISE건축),

이 진행했다.

6차 집행위원회가 열렸다. 이 날은 대학

김종진(건국대)이 참석하여 전시 공간

 8월 17일(수)  저녁 7시, 서울 신당

생아이디어공모전워크숍 지원자 서류 심

의 배분 및 전시물 설치 관련 의견을 교

동 그림건축 내 안방마루에서 제58차 땅

사가 집행위원회의 주도로 이뤄졌다. 같

환했다.

집사향이 열렸다. 뉴파워아키텍트 시리즈

은 날 오후 3시부터 동 건물 1충 강당에서

 8월 11일(목)  오후 5시, 원도시아카

여덟 번째 초대작가는 최춘웅(고려대)교

2011서울시건축상 최종 수상작 5점에 대

데미세미나 제1전시 초대 작가들이 참여

수로 ‘인티머시(INTIMACY)’를 주제로

한 공개 프레젠테이션 행사가 열렸다. 심

하는 공개 좌담회(사진)가 원도시건축 지

한 작가의 건축 세계관을 피력했다. 특히

사위원장 조성중(일건건축), 심사위원 김

하 소강당에서 열렸다. 초대 작가 박준호,

건축과 미술의 사이에서 건축가의 포지셔

인철(중앙대), 서현(한양대), 이은주(중

윤태권, 이현욱, 최삼영과 원도시건축 허

닝에 대하여 생각하게 하는 자리였다. 플

앙일보), 임근배(그림건축) 씨가 배석했

서구 사장이 패널로 동석했으며, 이경일

로어에는 70인이 넘는 참석자들로 만원을

고, 김기표(소리건축), 장기욱(보이드건

『건축문화』 편집장의 사회로 3시간에 걸

이루었다. 본지 최춘웅의 게재 글 참조.

축), 장윤규(국민대), 김종수(원도시건

이민수(AnLstudio),

쳐 진행되었다.

 8월 18일(목)  오후 2시, 저널리즘

축), 박태홍(토문엔지니어링) 등이 작업

워크숍 집중 코스 2일차 프로그램이 『중

배경을 중심으로 발표했다. 대상에 보이

앙일보』 정재숙 에디터(사진, 문화부 부

드건축의 서울대학교 사범교육협력센터

국장)와의 대화로 시작되었다, 정 부국장

(사진)가 선정되었다. (사진 제공 : 한국

은 “기자는 인간에게 묻고 생각하는 사람

건축가협회)

이다” “건축 기사는 시여야 한다” 등 정곡 을 찌르는 언설과 함께 일간지 내에서 건 축 전문 기자의 존재 가치와 기자 되기의  8월 12일(금)  오후 2시 30분, 독

기능성 등을 확인해 주었다.

일 슈투트가르트대학교에서 덕수궁 석조 전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김은주 씨가 편집실을 찾았다. 그녀의 논문은 이후 주  8월 20일(토)  저널리즘워크숍 집

요 언론사에 대서특필되며, 석조전 복원

중코스 4일차, 마지막 날 프로그램이 도

작업의 새로운 자료 발굴의 의의와 잘못 된 자료에 근거한 근대 건축물 복원의 현

오후 5시 김포공항 인근 건축잡지 월간

서 출판 및 기획 편집 디자인 전문 사무소

실을 낱낱이 드러내는 연구물로 주목됨과

『C3』로 이동하여 이우재 편집장을 만나

수류산방 박상일 방장의 주재로 오후 2시

동시에 근대 건축 사학계에 날선 신경전

얘기를 듣는 시간으로 진행되었다. 『C3

무렵 정부종합청사 인근 토속음식점 김씨

의 빌미가 되었다.

』 세미나가 끝나고 이 편집장이 초대하는

도마에서 시작되었다. 다음, 통인동 사진

 8월 13일(토)  오전 10시, 서울 대

워크숍 2기생을 위한 만찬회가 인근 음식

전문 갤러리 류가헌을 방문하여 두 채의

학로 KIA 회의실에서 ‘한국현대건축총람

점에서 열려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소규모 도시 한옥을 직접 개조하여 문화

2000-2009’ 출판위원회 6차 필자 모임

 8월 19일(금)  저널리즘워크숍 집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사진가이자 산악인

이 열렸다. 방철린(칸건축) 담당이사, 이

중 코스 3일차 프로그램은 시공문화사 김

인 이한구와의 만남을 가졌다. 이후 수류

선영 출판위원장, 권영(DA건축), 김태만

기현 대표의 인솔로 경기도 파주 용미리

산방에서 펼쳐진 모임에는 연극평론가 안

(해안건축), 류중석, 조익수 등이 참석하

및 인근 지역에 소재한 인쇄 및 제본 전

치운(호서대 연극과) 교수가 합류하여 제

여 목차 중심으로 집필자 상호 간의 정보

문 업체를 현장 답사하는 것이었다. 답사

자가 보내왔다는 진천 덕산막걸리를 함께

127 2011.09-10 | Wide Architecture Report 23


와이드 AR 23 | Wide Architecture Report 23 | 2011.09-10

전진삼의 FOOTPRINT 02 9월

나누며 이야기꽃을 활짝 피웠다.

행되었다. 첫 번째 강의에는 곽재환, 이일

 8월 25일(목)  오후 2시, 서울 포이

훈, 오섬훈, 박유진, 함성호, 김영철, 손도

동 새건축사협의회 홀에서 의미 있는 행

문, 조용귀, 김종수 씨 등이 수강했다.

사가 열렸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 8월 27일(토)  오후 2시, 서울 중구

 9월 1일(목)  오후 4시, 서울 정동 배

가 발주한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건립

청소년수련관에서 2011서울건축문화제

재학당역사박물관(이하 역사박물관)에서

을 위한 리모델링 설계 및 공사’ 공모전

대학생아이디어공모전워크숍(8월 26일

개관 3주년 기념 기획전이 ‘5개의 건축에

의 당선작 시상과 발주처와 주관처 새건

~27일, 무박 2일 코스) 결과물의 공개 심

담긴 시간의 켜’를 주제로 아이아크 건축

협 소속 건축가들과 공모전 참가자가 함

사회가 열렸다.(사진) 서류 심사를 통해

가들과 역사박물관 공동 작업전의 형식으

께 하는 집담회는 ‘개방적 공모전 심사에

선발된 30명의 대학(원)생들이 3인 1개조

로 개막되었다.(사진) 1885년 아펜젤러

이어 당선작 선정 후 공개 리뷰’(추진위원

로 편성되어 작업하였으며, 튜터는 최춘

선교사로부터 시작된 126년 역사의 배재

장 김희옥)라는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 냈

웅(고려대), 임지택(한양대), 조한(홍익

학당을 중심으로 2000년대에 새로이 건

다는 점에서 주목될 만하였다. 집담회는

대), 김형수(시디에스건축), 임성필(정림

축되며 화제를 뿌리고 있는 배재대학교

당선작가 WISE건축 장영철, 전숙희 듀오

건축) 씨가 초대되었다. 객원 심사 위원으

캠퍼스 내의 건축 컬렉션에 주목하여 시

(사진)의 작품 소개에 이어 여러 참석자

로 곽재환(집행위원장)과 곽석권(서울시

간의 켜 속에 농축된 건축, 인물, 유물, 사

들의 질의와 토론으로 이어졌다.

건축계획팀장), 전진삼이 참여했다.(사진

건들을 다차원적 반응체로서의 미디어 기

제공 : 한국건축가협회)

법을 활용하여 엮어낸 전시다. 박준석 팀 장을 비롯 6명의 아이아크 스태프들이 2 개월에 걸쳐 준비하였다. 전시 개막 테이 프컷팅에 앞서 아이아크 대표 건축가 유 걸 씨의 특별 강연과 국악 기념 공연이 1

본 공모전이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문광

시간에 걸쳐 야외에서 벌어졌다. 전시는

부 선정 2010/2011 젊은건축가상 수상자

1년간 상설 전시된다.(사진 제공 : 아이

들을 대상으로 제한 경쟁 설계 방식으로

아크건축)

추진되었다는 점에 있다. 신예 작가들만

 8월 31일(수)  낮 2시 30분, 『한겨레

을 위한 제한적 설계 경기의 기회를 만들

신문』 문화부 구본준 기자를 편집실에서

어 주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모았다. 부지

만났다. 현 단계 한국 건축계를 바라보는

위치는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39-13번지

날카로운 시선으로 건축 저널리즘의 역할

로 현재 주택으로 사용되고 있다. 전시 포

을 주문했다. 상식이 실종되어 가는 건축

함 총공사비 3억 5천만 원, 설계 감리비 4

사회에서 새내기들의 저널리즘이 길잡이

천만이 책정된 본 프로젝트의 준공 시점

가 되어야 할 것이며, 한 방편으로 우리 시

은 올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기념일로

대 건축을 리뷰하는 대형 기획물이 필요

맞춰져 있다. 이 집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하다고 주장을 폈다.

 9월 2일(금)  오전 10시 30분, 서울

해결과 세계여성인권회복의 전진 기지로

시 주택본부 대회의실에서 2011서울건축

기능하게 될 것이다.

문화제 추진 중간보고회가 열렸다. 김효

 8월 26일(금)  저녁 7시, 서울 동

수 주택본부장, 이상림 KIA 회장을 비롯

교동삼거리 부근 HK스테인드글래스(주)

실행팀의 이공희, 김능현, 정기정 씨와 집

지하 소강당에서 ‘20인 건축가가 함께 하

행위원 신창훈, 전진삼 등이 참석했다. 행

는 건축유리조형워크숍’이 개강하였다.

사는 9월 22일~10월 1일 동대문역사문

손승희(조형예술가, 남서울대 겸임교수)

화공원 실내외 전시 공간에서 열린다. ⓦ

씨의 스테인드글라스의 역사적 개관을 중

글 | 전진삼(본지 발행인)

심으로 1시간 강의와 질의 응답을 가진 후 장소를 옮겨 3시간 남짓 자유 토론으로 진

128 와이드 AR 23 | 전진삼의 FOOTPRIN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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