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 AR vol 25,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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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심원건축학술상 SIMWON Architectural Award for Academic Researchers Ⓢ 추천작 발표 (접수번호/응모자/응모작 순) S-4-1-B 이강민, 도리구조와 서까래구조-동아시아 문명과 목조건축의 구조 원리 S-4-1-C 차지언, 이상 소설의 인문 지리학적 연구-장소(Topos)를 중심으로

Ⓢ <심원문화사업회>(이하 사업회)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한 건축가를 통하여 건축의 세계를 이해하고 애정을 갖게 된 기업가가 그와의 인연을 회억하며 건축의 인문적 토양을 배양하기 위하여 만든 후원회입니다. Ⓢ <심원건축학술상>은 사업회가 벌이는 첫 번째 후원 사업으로 건축 역사와 이론, 건축미학과 비평 분야의 미래가 촉망되는 유망한 신진학자 및 예비 저술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마련되었습니다. Ⓢ <심원건축학술상>은 1년 이내 단행본으로 출판이 가능한 완성된 연구 성과물로서 아직 발표되지 않은 원고(심사 중이거나 심사를 마친 학위논문은 미 발표작으로 간주함)를 응모 받아 그 중 매년 1편의 당선작을 선정하며, 당선작 에 대하여는 단행본 출간과 저술지원비를 후원합니다.

제4회 심원건축학술상 공모요강 Ⓢ 당선작 : 1편 부상: 상패 및 상금 500만원과 단행본 출간 및 인세 지급 Ⓢ 최종 당선작 결정 Ⓢ 당선작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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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 추천작 및 전회 추천작(최종 심사 진출작) 중에서 심사하여 1편을 선정함 2012년 5월 15일(격월간 <와이드AR> 2012년 5-6월호 지면) Ⓢ 시상식 Ⓢ 출판일정

당선작 발표일로부터 1년 이내 Ⓢ 운영위원회

배형민, 안창모, 전봉희, 전진삼

Ⓢ 주최 | 심원문화사업회

Ⓢ 주관 | 심원건축학술상 운영위원회

Ⓢ 기획 및 출판 | 격월간 건축리포트<와이드>・간향미디어랩 Ⓢ 후원 | (주)엠에스 오토텍 Ⓢ 문의 | 02-2235-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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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공지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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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O ONE architects www.101architec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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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와이드 AR 건축비평상 발표 간향미디어랩은 지방(locality), 지역(region), 소수(minority), 진정성(authenticity)에 시선을 둔 격월간 건축리포트<와 이드>(이하 ‘와이드AR’)의 창간3주년을 맞이하여 꾸밈건축평론상과 공간건축평론신인상 수상자들의 모임인 건축평론동 우회와 손잡고 2010년 5월 제1회 <와이드AR>건축비평상을 제정하고, 2011년 두 번째 공모를 통해 한국 건축평단의 재 구축과 새 활력을 모색코자 하였습니다.

심사 결과 발표 ⓦ 당선작 : 없음

당선작가에 대하여 상장과 상금(100만원)을 수여하며, <와이드AR> 필자로 우대함과 동시에 , ‘건축평론동우회’의 회원 자격을 부여하는 제2회 <와이드AR>건축비평상을 2011년 7월 공모하고 같은 해 11월 30일 응모작 접수마감 후 심사위원 회를 구성하여 심사한 결과, 시행 두 해째 임에도 당선작을 선정하지 못하여 주최자로서 안타까움이 큽니다. 금회 응모자 들의 이해를 돕고, 향후 본 비평상의 예비응모자들을 위하여 다음과 같이 본 비평상을 공모요강 중심으로 리뷰코자 합니 다. (본문 <와이드ISSUE> 김영철의 ‘심사총평’ 글 참조) <와이드AR> 건축비평상은, 응모방식에 있어서,

▲ 주평론 1편(200자 원고지 50매 이상~70매 사이 분량으로, A4용지 출력 시 참고도판 등 이미지 포함하여 7매~10매

사이 분량), ▲ 단평론 1편(상기 기준 적용한 15매 내외 분량으로, A4용지 출력 시 2매 분량, 이미지 불필요)을 제출케 하였습니다. 응모자격에 있어서, 내외국인, 학력, 성별, 연령 등 제한을 두지 않았으며, 제출본에 있어서, 주평론 및 단평론(내용은 작품, 인물 등 소재 중심뿐 아니라 건축의 전 영역에서 일어나는 시의성 있는 문화현상을 다 루는 것이라면 모두 가능함) 응모작은 각기 다른 대상을 다뤄야하며, 각각 3부씩 출력하여 제출토록 한 바 있습니다. 또한 모든 응모작은 기존 매체(개인 블로그 등 온라인매체 게시글은 제외)에 발표되지 않은 응모자 개인의 순수 창작 물이어야 하는 기준을 적용하였습니다. 본지는 금회 당선작 선정을 위한 심사위원회를 건축평론동우회 5대 회장단(회장 함성호, 총무 김영철) 2인으로 구성하고 심사 전 각자 독회를 거쳐 최종 판단을 위해 지난 해 12월 28일 시내 모처에 모여 심사를 마쳤습니다. 불행히도 작년 1회 에 이어 금년에도 본 비평상의 주인공을 찾지 못하여 신진 비평가를 맞는 일은 2012년도 제3회 <와이드AR>건축비평상으 로 미뤄지게 되었습니다. 올해에도 예비 비평가 여러분들의 분발과 많은 참여를 기대하는 바입니다.

주최 | 간향미디어랩 주관 | 와이드AR 후원 | 건축평론동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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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자연을 위한 건축공간을 창조합니다.” Design group vine은 1995년 설립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꿈과 쉼이있는 노인,장애인주거시설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현재 종교건축,노인복지시설,장애인 및 의료시설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기위해 UD(Universal Design)연구소를 설립운영하고 있으며 인간과 자연의 회복을 위해 생명력있는 공간 창조를 꿈꾸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Care 전문회사입니다.

인천 아트플랫폼

효성중앙교회

2010년 제33회 한국건축가협회상(특별상) 2010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최우수상(국무총리상)

DESIGN GROUP V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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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수구 송도동 15-12번지 코오롱 송도 더 프라우 102동 213호 www.vinenet.co.kr Tel: 032) 432-8111~5 fax: 032)432-8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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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건축사사무소 이 일 공 오 서울특별시 서초구 양재동 250-5 정미빌딩 3층/ TEL 574 2105/ FAX 574 2156 3rd floor, Jung Mi bldg. 250-5, Yangjae-Dong, Seocho-Gu, Seou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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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SA 저널리즘워크숍

[2012년도 제3기 모집]

The 3rd Journalism Workshop, WIDE School of Architecture 2012

2010년, 2011년 두 해에 걸쳐 건축저널리즘워크숍 1, 2기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데에 힘입어 와이드에서는 2012년도를 맞아 다음과 같이 [와이드SA 저널리즘워크숍]으로 체제를 정비하고 다음과 같이 제3기 과정을 모집합니다.

모집 요강 워크숍 기간 및 강의 장소

신청 서류

2012년 4월~11월 (개강 및 수료식 포함 8개월 총 10+2회 워크숍)

1) 자기소개서(양식, 다운로드 받아 활용)

강의 코스

2) 지원 동기서(양식, 상동 )

코스 1_기초반 : 4월~6월_ 월 1회×3개월= 총 3회

3) 재(휴)학 증명서

코스 2_집중반 : 7월~8월_ 월 2회×2개월= 총 4회+2회

신청 서류 양식 다운로드 방법

코스 3_심화반 : 9월~11월_ 월 1회×3개월= 총 3회

네이버카페 <와이드AR> ‘저널리즘워크숍’ 게시판에서

강의 시간 및 장소

다운로드 가능

코스별 매 강좌는 2~3시간 분량의 강의 및 실습으로 구성됨

서류 제출 방법 및 주소

강의 장소 : 서울, 본지 편집실 및 각 취재 현장

이메일 제출로 한함. e- mail 주소 : widear@naver.com

수강생 모집 개요

워크숍 등록

모집 인원 5인~10인

신청 기간 2012년 2월 27일(월)~3월 10일(토)

등록 완료함 (미 입금 시, 예비 합격자에게 자격을 부여함)

전형 방법 서류 심사

1차 합격자 발표 3월 17일

(예금주: 전진삼(간향미디어랩))

(네이버 카페_‘와이드AR’ 게시판 발표 및 개별 통지)

1차 합격자 등록 기간 3월 17일(토)~3월 21일(수)

메뉴에서 카드 결제 가능

1) 합격자는 워크숍 참가비를 아래 지정 방법을 통해 입금함으로써 2) 통장 이체 시 : 국민은행, 491001-01-156370 3) 카드 결제 시 : 네이버카페 <와이드AR> 저널리즘워크숍 등록

추가 합격자 발표 3월 24일(발표: 전과 동)

(카드 결제를 통한 등록 완료 후에는 환불 불가를 원칙으로 함)

추가 합격자 등록 기간 3월 24일(토)~3월 28일(수)

강사진

최종 합격자 발표 3월 31일(발표: 전과 동)

워크숍 총괄 전진삼(본지 발행인, 와이드SA 저널리즘워크숍 디렉터)

* 최소 모집인원 미달 시 워크숍은 폐강될 수 있음.

강사진 본지 발행편집인단 구성원을 포함한 국내 건축·미술·디자인

워크숍 목표 및 추진 방안

잡지 데스크 및 주요 매체에서 활약해 오고 있는 기자, 칼럼니스트,

1) 학생에게 건축 잡지사를 포함한 주요 언론사 입사를 위한 준비과정

비평가, 건축 책 저자 및 대학교수로 구성 예정

을 제공해 주고, 각 언론사에는 기자로서의 소양과 저널리즘에

워크숍 프로그램 개요

입각한 윤리의식 및 실무 능력에도 충실한 인력을 공급하고자 한다.

코스 1 (총 3회)

2) 지방대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학기 중 주말을 이용한

4월 7일(토) 입교식 및 1강(저널리즘 및 대중 매체의 이해)

강의로 진행하며, 방학 중엔 현장실습을 감안, 주중에 워크숍을

5월 19일(토) 2강(기초 취재 연구)

진행코자 한다.

6월 23일(토) 3강(비평서 독해 및 발표)

수료자 특전 등

코스 2 (총 4회 외 땅집사향 2회 참가)

1) 최종 과정 수료 시 ‘수료증’ 발급

7월 19일(목) 4강(건축 사진 강의 및 실사 평가)

2) 성적 우수자에 한하여 언론사 취업 시 ‘추천서’ 발급 (단, 전체

7월 20일(금) 5강(주간지, 월간지 기자 초청 집담회)

워크숍 과정 중 70% 이상의 출석자에 한하여 ‘수료증’이 발급됨.)

8월 9일(목) 6강(일간지 기자와의 만남 및 건축 잡지사 탐방)

워크숍 등록비

8월 10일(금) 7강(단행본 출판사 및 인쇄 공장 견학 및 1, 2기 초청 만찬)

40만 원

코스 3 (총 3회)

(용도 : 워크숍 진행비, 강사료 및 자료비로 쓰이게 되며, 과정 중 발생

9월 8일(토) 8강(현장 비평가와의 만남)

되는 개인별 필요 경비(교통비 등)는 각자 부담함을 원칙으로 함)

10월 6일(토) 9강(건축 이론 세미나)

신청 자격

11월 23일(금)10강(인문학 강의) 및 수료식

대학 3학년 재학생(휴학생 포함) 이상으로서 건축, 도시, 디자인, 조경, 인테리어 관련학과 전공생에 한함

참조 및 전화 문의 http://cafe.naver.com/aqlab

02-2235-1960, 070-7715-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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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SINCE 2006 |다섯 번째 주제|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3’ : New POwer ARchitect|<건축가 초청 강의 ‘시 즌 3’>는 우리나라의 차세대 건축을 리드할 젊은 건축가들을 초대하여 그 분들이 현재 관심하고 있는 건축의 주제와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듣고 묻는 시간입니다. 2012년 1월로 6차년도를 맞는 땅집사향 은 당분간 국내외에서 맹활약하는 ‘젊은 건축가’에 시선을 맞추고자 합니다. <와이드AR> 독자님들의 뜨거운 성원과 관심을 기대합니다.|주관 :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주최 : 그림건축, 간향미 디어랩|장소 : 그림건축 내 안방마루|도서 협찬 : 시공문화사 spacetime, 수류산방 |와인 협찬 : 삼협종합건설(주) |문의 : 02-2231-3370, 02-2235-1960|* <땅집사향>의 지난 기록과 행사 참여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카페(카페명 : 와이드AR, 카페 주소 : http://cafe.naver.com/aqlab)에 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63 ⓦ 1월의 초청 건축가|권형표+김순주 (B.A.U 건축 공동대표)|주제 : Ambivalence|2012년 1월 18일(수) 저녁 7시

64 ⓦ 2월의 초청 건축가|최진석 (one o one 건축 실장)|주제 : Process|2012년 2월 15일(수) 저녁 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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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군 홍북면 중계리 홍천마을은 고암 이응노 선생이 태어난 생가 터입니다. 선생은 열일곱 살 때 고향을 떠나기 전까 지 이 곳에서 자라며 그림에 뜻을 품었습니다. 수려한 용봉산과 월산에 싸인 평온한 마을 풍경은 소년을 예술로 이끌어 준 스승 이자 벗이었습니다. ● 평생 서울, 일본 도쿄와 유럽으로, 넓은 세계로 나아가 새로운 예술을 탐구하는 동안 고향 마을은 언제나 작품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유럽 예술계에서 동양 예술의 정신으로 높이 인정받았지만, 고암 이응노 선생은 암울한 시대에 고 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끝내 타향에서 눈을 감았습니다. ● 홍성은 고암 이응노 선생을 다시 고향으로 맞이합니다. 이 집과 주 변 마을은 건축가 조성룡 선생이 정성을 다해 지었습니다. 기증과 구입을 통한 다양한 컬렉션을 갖추어양 동의 전통 시서 화와 서양 현대 미술을 아울러 낸 활달한 예술 세계를 시대별 작품에서 살필 수 있습니다. 선생이 쓰시던 유품과 고향 홍성 스 케치는 우리를 예술가의 생생한 삶 속으로 이끕니다. 옛 모습의 시골길은 초가와 대숲, 밭과 연못으로, 다리로 구불구불 이어집 니다. 고암 선생의 마음 깊이 든든한 뿌리가 되어 준 풍경 속에서 작품을 보며, 선생이 작품으로 표출한 인류 평화와 화해의 염 원을 되새기는 곳이고자 합니다. ● 이 땅에서 태어나 20세기를 치열하게 살고 간 한 예술가, 한 인간의 삶과 마음의 길을 따라 천천히 들어 오십시오. 굽고 비탈져, 어쩌면 조금 거칠지도 모를 이 길을 찬찬히 걸으며 묵향의 여운, 고향의 풍경 한 자락 마음

p ro d uc e d & de s i gn e d b y 수류산방 樹流山房 S ur y u s an b a n g 0 2 7 3 5 1 0 8 5

에 담아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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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 > (약칭,

와이드 AR

)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 통권 25호 2012년 1-2월호 ⓦ 2012년 1월 15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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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1 | 제2회 <와이드 AR> 건축비평상 ⓦ 심사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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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2 | 2011 원도시아카데미세미나 그리고 젊은건축가포럼 전시 사업 ⓦ 미래학강좌 그리고 SUSTENANCE, 12개의 건축적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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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3 | 차이를 인정하고 배려를 권하는 건축교실 ⓦ 문화도시연구소 부설 K-12 건축학교

53

wIde Issue 4 | 조경과 건축의 경계에서 ⓦ 광주공원 시민회관 재조성 사업 | 설계 경기 당선에 부쳐 조경가 김아연 교수에게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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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5 | 제2기 간향건축저널리즘워크숍 리포트 2011 ⓦ 10개의 계단, 그리고 우리는 ‘꿈’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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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Depth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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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 건축 탐사 25 | 손장원> 근대식 교량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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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PASS 22 | 이종건> 나는 가수/건축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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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더하기 건축 05 | 나은중+유소래> Self-Portraits자화상—루이사 람브리 L u i s a L a m b r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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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de Focus 18> 『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 그 이후 | 임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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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de Focus 19> ‘덕수궁 궁역’의 복원이 급선무 | 김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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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임근배 ⓦ 여주 샬트르 성바오로수녀원 / 장성 글라라수녀원 ⓦ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New POwer ARchitect 110

ⓦ 뉴 파워 아키텍트 파일 11 | 양성구 | 에테르쉽을 젓는 네 개의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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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 파워 아키텍트 파일 12 | 김호민 + 유승우 | 과잉, 새로운 가능성의 장

ⓦ 와이드 레터 | 정귀원 ⓦ 정기구독 신청 방법 122

ⓦ 와이드 칼럼 | 정치와 건축 | 최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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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진삼의 FOOTPRINT 04

ⓦ 표지 이미지 | 임근배의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 표2 | Wondoshi Architects Group ⓦ 표3 | NES KOREA ⓦ 표4 | Samhyub ⓦ 1 | DMP ⓦ 2 | IROJE ⓦ 3 | SIMWON ⓦ 4 | ONE O ONE ⓦ 5 | 제2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 결과 발표 ⓦ 6 | Seegan ⓦ 7 | Dongyang PC ⓦ 8 | UrbanEx ⓦ 9 | Woojung ⓦ 10 | UnSangDong ⓦ 11 | 조병수 건축연구 ⓦ 12 | VITA Group ⓦ 13 | 가가건축 ⓦ 14 | VINE ⓦ 15 | GNA PARTNERS ⓦ 16 | 2105 Group ⓦ 17 | 저널리즘워크숍 제3기 모집공고 ⓦ 18 | Spacetime ⓦ 19 |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63·64 ⓦ 20 | Suryusanbang ⓦ 21 | 목차 ⓦ 22 | 구독신청서 ⓦ 23 | 판권 및 와이드레터 ⓦ 24 | Suryusanbang ⓦ 128 | U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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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약칭, <와이드 AR>은 단순 히 종이로 만드는 건축 잡지가 아닙니다. 건축하는 선후배들과 건축을 좋아하는 익명의 팬들이 오프라인에서 만나서, 함 께 새로운 사건을 만들어 내는 저널입니다. ⓦ 월례 세미나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 건축가들의 이슈가 있는 파티 <ARCHITECTURE BRIDGE>, ⓦ 예비 저널리스트를 양성하는 <간향건축저널리즘워크숍> ⓦ 예비 비평가의 출현 을 응원하는 <와이드 AR 건축비평상> ⓦ 국내외 건축과 도시를 찾아 떠나는 워크숍 <ARCHI-BUS>, ⓦ 건축 신인 발 굴 프로젝트 <W-A-R>, 등의 연속된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또는 파트너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상기와 같은 <와 이드 AR>이 지향하는 건축저널리즘은 구독자님 개인과 기업 및 단체의 광고 후원자님들에 의해 완성됩니다.

정기 구독(국내 전용) 신청 방법 안내 ⓦ <구독자명(기증하 실 경우 기증자명 포함)>, <배송지 주소>, <구독 희망 시작 월호 및 구독 기간>, <핸드폰 번호>, <이메일 주소>, <입금 예정일>을 적으시어 ⓦ <와이드 AR> 공식 이메일 : widear@naver.com ⓦ 팩스 : 02-2235-1968 로 보내 주시면 됩니 다. 책은 입금 후 보내드리게 됩니다. 정기 구독을 하시면 전국 어디서나 편안하게 책을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당사가 독자 대상으로 벌이는 상기 각종 행사에 우선 초대됩니다. ⓦ 정기 구독 관련 문의 : 070-7715-1960 ⓦ 연간 구독료 ☞ 1년 구독료 55,000원 ☞ 2년 구 독료 105,000원 ☞ 3년 구독료 150,000원 ☞ 4년 구독료 190,000원 ☞ 5년 구독료 225,000원 ⓦ 무통장 입금 방법 ☞ 입 금계좌 : 국민은행, 491001-01-156370 [예금주 : 전진삼(간향미디어랩)] ☞ 구독자와 입금자의 이름이 다를 경우, 꼭 상 기 전화, 팩스, 이메일로 확인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카드 결제 방법 ☞ 네이버카페 : <와이드 AR> 좌측 메뉴판 에서 <정기구독 신용카드 결제>란 이용하시면 편리합니다. ⓦ 광고 문의 : 02-2235-1960 ⓦ <와이드 AR>의 광고는 본 잡지를 함께 만드는 건축(가)네트워크를 지원합니다. 지면 위에서의 1차적 홍보 효과를 넘어 실질적 수익 효과의 창출을 위해 데스크가 함께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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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약칭, <와이드 AR>)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 발행편집인실 ⓦ 발 행인 겸 편집인 | 전진삼 ⓦ 발행편집자문단장 | 김연흥 ⓦ 발행위원 | 김기중, 박민철, 박유진, 손도문, 신창훈, 안용대, 오 섬훈, 황순우 ⓦ 편집실 ⓦ 편집장 | 정귀원 ⓦ 편집위원 | 김영철, 박인수, 최상기, 최춘웅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박상 일 ⓦ 고문실 ⓦ 상임고문 | 임근배 ⓦ 운영고문 | 곽재환, 김정동, 이일훈, 임창복, 최동규 ⓦ 편집고문 | 구영민, 김원식, 박승홍, 박철수, 이종건 ⓦ 고문 | 곽재환, 김정동, 이일훈, 임근배, 임창복, 최동규 ⓦ 자문위원 | 구영민, 박승홍, 박철수, 이종건 ⓦ 자문단 ⓦ 자문위원 | 강병국, 김재경, 김정후, 김종헌, 김태일, 나은중, 손승희, 손장원, 박종기, 박준호, 안명 준, 안철흥, 윤창기, 이영욱, 이용범, 이충기, 임지택, 임형남, 장윤규, 전유창, 정수진, 조경연, 조남호, 조정구, 조택연, 함 성호 ⓦ 대외협력위원 | 김종수, 김태성, 박순천, 조용귀, 최원영 ⓦ 전속 포토그래퍼 | 남궁선, 진효숙 ⓦ 제작 코디네이터 | 김기현 ⓦ 로고 칼리그래퍼|김기충 ⓦ 디자인 | 수류산방 樹流山房 Suryusanbang ⓦ 디자이너 | 이숙기, 도움 | 변우석 ⓦ 전화 | 02-735-1085, 팩스 | 02-735-1083 ⓦ 서점유통관리대행 | (주)호평BSA ⓦ 대표 | 심상호, 차장 | 정민우 ⓦ 전화 | 02-725-9470~2, 팩스 | 02-725-9473 ⓦ 제작협력사 ⓦ 인쇄 및 출력 | 예림인쇄 ⓦ 종이 | 대림지업사 ⓦ 제본 |

호 2012년 1-2월호 ⓦ 2012년 1월 15일 발행 ⓦ 2008년 25 1월 2일 창간 등록, 2008년 1월 15일 창간 ⓦ 2011년 1월 19일 변경 등록, 마포 마-00047호 ⓦ 낱권 가격 10,000원, 1년 문종문화사 ⓦ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 ⓦ 통권

구독료 55,000원 ⓦ ISSN 1976-7412 ⓦ 간향미디어랩 GML ⓦ 발행처 | (121-816)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56-2 마젤 란21오피스텔 909호 ⓦ 대표 전화 | 02-2235-1960 ⓦ 팩스 | 02-2235-1968 ⓦ 독자지원서비스 | 070-7715-1960 ⓦ 공 식 이메일 | widear@naver.com ⓦ 공식 URL | http://cafe.naver.com/aqlab ⓦ 네이버 카페명 | 와이드AR ⓦ 격월간 건 축리포트 <와이드>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 본지에 게재된 기사나 사진의 무 단 전재 및 복사, 유포를 금합니다.

<기억의 풍경>으로의 초대

ⓦ 특별할 것도 없는 지난 연말의 일상 속에 유독

기억에 남는 일이 하나 있다. 12월 23일 금요일 정독도서관의 작은 밥집에서 가졌던 도시건축집단 ubac(group urbanistic architecture)의 ‘송별 모임’이다. ⓦ 2006년 대학로 유리빌딩에서 의기투합한 조성룡도시건축과 기용건축은 사실상 정기 용 선생이 고인이 되기 전까지 이 이름 아래서 동지적 연대 관계에 있었다. 그동안 삼청동으로 한번의 사무실 이전이 있었 고, 두 수장이 성균관대학교 건축도시설계원의 석좌교수로 임명되기도 했다. 프로젝트는 물론 여행과 답사를 공유했고, 기쁜 일과 슬픈 일을 함께 나눴다. ⓦ 그런 만큼 이별의 아쉬움도 크다. 오비, 와이비 ubac인들은 스스로를 위로하고 서 로를 응원하기 위해 “소주라도 한 잔 기울이는” 자리를 만련했다. 기왕에 모이는 자리, 기록으로 남긴 사진이라도 보면서 좀더 의미를 부여해 보자는 취지가 더해졌고, 기왕에 준비한 자리, 기록하는 자를 불러 증인으로 세우자는 의견이 나왔다. 감사하게도, 내가 그 증인이 되었다.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땐 조금 황당한 일이라고 생각했으나, 또 언제 그런 자리에 초대 를 받을까 싶어 재고의 여지도 없이 승낙하고 말았다. ⓦ <기억의 풍경>. 2006-2011. 술잔을 앞에 놓고 그들의 기억 속으 로 잠시 들어갔다 나온 소감을 한마디로 전하자면, 건축은 사랑이란 것이다. 인간에 대한 사랑 없이는 건축과 관련된 그 어떤 것도 말해질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전부다. ⓦ 슬라이드의 컷 중, 2006~∞가 쓰인 부분을 보면서 잠시 침묵이 이어 졌던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누군가의 외침 “마음만은 무한대”라는 말을 마음 속에 담았다. ⓦ 이들은 이제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기용건축은 평창동으로 조성룡도시건축은 명륜동으로 이전하여 또 다른 시대를 열 것이다. ⓦ 글 | 정귀원(본지 편집장)

Wide Architecture Report 25 | 2012.1-2 | 엣지 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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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사 구술 총서 <예술인・生>

박용구 朴容九 1914년~ | 한반도 르네상스의 기획자 002 전혁림 全爀林 1915~2010년 | 다도해의 물빛 화가 003 장민호 張民虎 1924년~ |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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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ed & designed by 수류산방 樹流山房 Suryusanbang 02 735 1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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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5 | 엣지 Edge


제2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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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총평 비평 그리고 비평가 | 응모 작품을 읽고 | 당선작 없음

심사위원 | 함성호・김영철 글 | 김영철(본지 편집위원・건축평론동우회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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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그리고 비평가 ⓦ <와이드AR> 건축비평상이 제정된 목적은 잠재력을 갖춘 비평가들을 발굴해서 한국 건축평단의 재구축과 한국 의 건축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었다. 이 상은 앞으로 우리의 건축계를 이끌어 갈 준비가 되어 있고, 역량이 있는 신진 비 평가들을 위한 등용문인 것이다. 건축 비평이 현재 한국의 건축계에서 더 큰 역할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해 더 많은 새로운 건축 비평가들 이 발굴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 주장은 분명히 이 사회를 건축과 도시의 차원에서 의식을 갖고 책임지려는 우 려와 자성의 소리이다. 그런데 왜 이러한 부추김의 생산적인 주장에 대해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은 그 힘을 스스로 보이려 하지 않는 것 일까? 의아스럽다. 기성의 건축평론동우회 동인들은 많은 새로운 인재들이 등장하기를 기대하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제2회 응모에는 단지 두 지원자가 있었 을 뿐이었다. 심사위원들에게 지원자의 수가 적은 것도 놀라운 현실이었고, 더 놀라운 것은 두 작품에서 보여준 문제의식과 내용이었다. 두 공모 작품에서 어느 경우에도 비평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건축의 정의, 그 의미에 근거한 주제 의식을 찾아보기 어려웠 다. 단지 건축에 관계된 글을 비평이라고 여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비평이 무엇인지, 어떠한 형식을 갖추어야 하는지 숙 고할 필요가 있다. 비평가는 자신을 객관화한 상태에서 주제를 선택하고 다루어야 한다. 이것이 비평이 갖게 될 영향력의 원천이다. 현상을 왜곡하거나 논 리의 이름하에 주관적 연상을 펼쳐 무리하게 끼워 맞춰서는 안 된다. 비평은 분명히 하나의 성과를 의미와 가치의 측면에서 평가하는 일 이다. 따라서 비평가는 평가하려는 작품—여기에는 실제 창작의 작품뿐만 아니라 추상적인 개념도 포함된다—에 대해서 그 작품을 파 악할 수 있는 입장에 서 있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그 대상은 대면하고 있는 사람에게 그 자신을 스스로 내보이지 않는다. 누군가가 작 품이 하는 대답을 진정으로 듣고 싶다면, 그는 그 작품이 요구하는 대로 그것에 다가가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대상으로 설정한 작 품에 대해서 우리의 태도를 설정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단지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특정한 조건에 맞물려 있는 것이기 때문 이다. 이 사태를 이해하는 것이 비평을 하기 위해 비평가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사항이다. 비평이 언제나 비난의 개념과 혼동되는 이유는 그 스스로 내세운 비교의 방법에 근거한다. 그런데 비평의 의미를 올바로 이해하면 거기 에는 반드시 채워져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가치의 위계이며, 여기에서 비평은 하나의 명료한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진정한 비평 이란 언제나 가치에 대한 봉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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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모 작품을 읽고 ⓦ 첫 응모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그리고 아파트>는 제목에 근거해서 판단할 때, 문학과 건축을 아우를 수 있 는 좋은 주제였음에 틀림없다. 심사위원들에게 이 제목은 커다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지만, 정작 내용에서는 저자의 문학예술 형식에 대한 이해도, 건축 본질에 대한 이해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적었다. 게다가 비평의 대상이 되고 있는 아파트 개념에 대해서 저자에게 는 분석적으로 파악하려는 시도가 없었으며, 그 현상에 대한 주관적이고 부정적인 서술에서는 새로운 인식도, 아파트 형식에 대한 대안 도 찾기가 어려웠다. 단지 특정한 아파트의 공간 형식, 즉 “납작하다!”라는 주장의 반복(이 주장의 근거가 제목의 소설에서 인용한 것이 아니라 김훈의 묘사라는 것이 심사위원들을 더욱 실망스럽게 하였다)을 통해 아파트 개념을 획일화하고 있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동일 저자의 단평론 <다시 훈데르트바서를 생각하며>에서는 인상 기록 이외에 비평의 요소를 찾기 어려웠다. 인상 기록이 비평은 될 수 없다. 훈데르트바서의 건축관을 구체적으로 거론해서 자신의 입장과 건축에 대한 이해를 분명하게 드러내기를 기대했지만 만족스럽게 채워지기가 어려웠다. 비평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장식 개념, 기하학적 질서의 의미 등이 필자에게 충분히 이해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 기 어려웠다. 두 번째 응모작 <근린주구 이전의 아파트, 가로 활성화를 위한 아파트 단지 경계부의 디자인>에서는 한 편의 ‘논문’이 갖추어야 할 요소 를 갖추고 있었다. 문제 제기, 주제 설정, 현황 분석, 해결안의 제시. 이 응모작은 도시 계획 분야에서 ‘근린주구 이론’이 다시 ‘생활 가로 의 개념’으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근린주구 이론’이 가지고 있다는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단지계획의 사례를 공간 구 성과 이용 차원에서 분석하려는 저자의 시도는 긍정적이다. 아쉬운 점은 여기에서 문제로 제시되고 있고 대비를 이루는 주제어, 즉 ‘생활 가로 개념’이 어떻게 ‘근린주구 이론’과 등가를 이룰 수 있는지, 더 나아가 ‘방법’과 ‘이론’ 개념을 어떻게 동일시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 명이다.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료를 분석해 나간 점은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되지 않고, 또 문제 해결안으로 제시한 공간의 형식을 특정한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 또한 수긍하기 어려웠다. 이 기고문은 학술적 가치의 연구 논문에 속하며, 제시한 문제에 대해 실증적 방법을 통해 하나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형식이다. 그런데 논 증의 과정에서 갖추었어야 할 문제의식은 개념을 다루는 기술이 부족하였기 때문에 다소 모호하였다. 그리고 전체의 논리적 구성은 아 쉽게도 단순한 편이었다. 오히려 ‘근린주구 이론’과 ‘생활 가로 개념’에 집중해서 진지하게 분석하고 각각의 문제를 밝혀냈으면 하는 아 쉬움이 남았다. 비평문은 연구 논문과는 성격이 다르다. 비평은 그 진의를 스스로 파악하고 있다면 일반적으로 텍스트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한다. 그런 데 이 글에선 그러한 감흥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두 번째 응모작의 단평론 <경쟁과 유교 문화, 대한민국 현상 설계에 대한 단상>은 성급히 서술되었고 충분히 사유되지 못한 글이라는 인 상을 주었다. 더군다나 한국에서 현상 설계의 문제가 유교 문화에서 기인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떤 근거도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설 득력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심사위원으로서는 이 주장이 위험하다고 판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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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없음 ⓦ 심사위원들은 2011년의 응모작에서 당선작을 내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두 응모작에서 비평의 의미와 과제, 그리고 방법 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 작품은 모두 아직 거친 건축의 세계에서 여전히 보호되어야 할 성장 가능의 미완성이 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등점에 스스로 도달하는 노력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주었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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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원도시아카데미세미나 그리고 젊은건축가포럼 전시 사업

미래학강좌 그리고 SUSTENANCE, 12개의 건축적 시선

Issue

2

지난해 원도시아카데미세미나는 본 강좌와 전시 지원 사업, 두 개의 장을 동시에 운용하였다. 본 강좌는 미래학강좌로 기획되어 첫 번째 주제를 ‘환경과 공간’으로 정하였다. 전시 지원 사업은 ‘젊은건축가포럼’의 명칭 하에 2개월 단위로 연속된 3개의 프로그 램을 전시에 올렸다. 이 글은 2011원도시아카데미세미나를 총정리하는 의미와 함께 젊은건축가포럼 1, 2, 3 전시의 의미를 되새기 고 끝으로 제3전시 공개 좌담회에 초대된 건축 작품들의 디자인 이슈를 전달하는 것이 될 것이다. 글 | 전진삼(본지 발행인, 2009・2011 원도시아카데미세미나 코디네이터), 사진 | 남궁선(본지 전속 사진가, 별도 표기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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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강좌 : 환경과 공간

2020년. 멀지 않은 근미래의 시간은 21세기의 개막과 함께 세계 여

“생태계에서 어느 한 종이 사라진다면 다른 많은 종이 위기를 맞

러 나라 정부와 각급 도시에서 미래 환경과 생활 공간, 삶의 질 개

는다. 따라서 생태계는 많은 종과 개체들이 서로 돕는다. 배려하는

선, 도시 개발, 경제 발전 등의 1차 목표 지점으로서 앞으로 10년

거다. 생태 사회도 그렇다. 다양한 의견이 존중될 때 건강하다. 생

의 잔여 시간만을 남겨 두고 있다.

태계에서 ‘다양성’은 사회에서 ‘개성’이 되고, 생태계에서 ‘순환’은

지난 10년 동안 지구가 겪은 인종, 종교, 이념의 갈등과 폐해는 상

사회에서 ‘배려’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건강한 ‘생태 사회’는 “개

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지구상 총인구도 지난해 10월 31일부로

성이 배려되는 사회”가 된다. 키가 크든 작든, 술을 잘 마시든 그

70억을 뛰어 넘었다. 그중 10억 명 이상은 현재 기아에 허덕이고

렇지 않든, 종교와 정파, 나이와 학력, 피부색이나 인종, 돈이 많

있으며, 매년 500만 명이 굶주림에 죽어 가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

든 적든, 어떤 직업을 가졌든,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하지 않는 사

서 발생한 지진, 해일, 폭우로 인해 수많은 인명이 목숨을 잃었거

회가 생태 사회다.

나 난민의 신세를 지고 있다. 불과 10년 전 자본주의의 상징탑으로

‘우승열패’(優勝劣敗)의 사회는 제국주의 시대의 철학이다. 총과

불렸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비행기 공중 테러 한방에 무

균과 쇠를 먼저 쥔 자가 그렇지 않은 자를 당연한 듯 지배하며 착

너져 내리며 세계 경찰국가 미국의 자존심과 위상이 크게 손상되

취했고, 그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진다. 아프리카의 풍부한 자원이

었다. 크고 작은 전쟁은 지구촌 곳곳에서 잦아들지를 않고 일본 대

약탈되고 기름진 농토를 빼앗겨 굶주리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

지진에 의한 방사능 누출 공포는 곧장 지구민 전체를 위협하는 강

이다. 많은 불행이 잉태되었고 환경은 불안해졌다. 우승열패라는

력한 쓰나미가 되어서 돌아왔다.

불안한 사회에서 경쟁은 불가항력이다. 경쟁에 이기는 개성만이

이렇듯 공상이 현실로 재현된 지난 10년의 기록을 천재(天災), 인

간택되기에 획일적으로 길들여지는 개성에 서열이 정해지고, 그

재(人災)로 구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왜 그런가? 2011원도

로 인해 위화감과 질시는 반목과 적대적 행동으로 이어지기 십상

시아카데미세미나의 미래학강좌는 그 이유를 따라잡는 인문적 성

이다. 불안을 조장하며 유지되는 우리의 교육 환경, 투자 환경, 교

찰의 기회로 삼고 향후 10년의 장기 기획으로 마련되었다. 첫 주

통 환경이 그렇다. 수질, 대기, 소음과 진동, 그리고 영향 평가에

제 ‘환경과 공간’의 강의는 생물학자 박병상(인천 도시생태ㆍ환경

그런 측면이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박병상, 제1강 ‘환경,

연구소 소장)박사가 맡아 주었다. 다음은 그의 주제별 강의 핵심

생태계 그리고 생태 철학’)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지구 온난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식량 위기의 징후가 흉흉하고 에 너지와 자원은 바닥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당면한 우리의 문제는 한반도의 인구가 자급 기반 이상으로 늘어난 마당인데 세계 인구 가 여전히 늘어난다는 데 있다. 목하 벌어지는 지구 온난화 위기 의 원인은 어디에 있던가. 에너지 낭비를 일삼는 기득권의 행태와 무관하지 않건만 기득권들은 자신의 삶의 방식을 바꿀 생각이 조 금도 없고, 기득권의 삶의 방식을 추종하는 세계 인구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기만 한다. 합하면 세계 인구의 3분의1이 넘는 ‘친디 아’(Chindia, China+India), 다시 말해 중국과 인도의 에너지와 자원 소비가 최근 급격하게 커지며 위기는 더욱 증폭될 것이다. 현재 세계 인구의 20퍼센트에 가까운 13억4천600만 명을 기록하 는 중국은 혹독한 산아 제한에도 불구하고 인구가 늘어나기만 한 다. 역시 개인위생과 소득 수준의 증가가 견인하는 평균 수명 연장 덕분일 것이다. 현재 12억에 가까운 인도의 인구는 그 증가 속도 가 중국을 능가한다. 세계 인구가 91억을 초과할 것으로 추산되는 2050년이면 14억 이상일 중국을 추월해 16억 이 넘을 것으로 전문 가는 점친다. 인도도 같은 추세로 이어지겠지만, 중국의 고령화 추 세가 벌써 진행되기 시작하였다. 그 사실에 세계, 특히 우리는 경 각심을 가져야 한다. 산아 제한의 유지를 요구하라는 뜻이 아니다. 고령 사회로 옮겨가는 중국의 속도가 사상 유래 없는 우리나라보 다 훨씬 빨리 진행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동의하는데, 그에 대한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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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저 우리처럼 생산 인구 증가를 위한 아이 더 낳기로 이어진다

일화를 추구하는 과학이 환경 변화에 대한 우리의 적응력을 위태

면 세계의 지구 온난화와 환경 위기는 돌이킬 수 없게 심화될 수

롭게 하는데, 뚝배기에 쏙 들어가는 닭을 35일 만에 생산하는 과

밖에 없을 것이다. 강력했던 한 자녀 운동을 고액 벌금으로 조금씩

학 축산은 젖소의 유방을 몸무게의 8분의1로 확대하려할 뿐, 살처

완화하는 중국이 본격적으로 산아제한을 푼다면? 상상하기 두려

분을 조금도 애처로워하지 않는다. 내일을 살처분하는 획일주의

운 사태가 국제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국가

가 몹시 두렵다.

가 중국의 인구 정책을 참견할 수 있으랴. 미국에 유학 다녀온 이

잘 살려면 잘 먹어야 하겠지만, 잘 먹는 일은 지나치게 많이 먹지

가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주도권을 쥐고 미국을 맹종하는 나라

않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리고 잘 싸고 잘 자야 한다. 생

들은 참견할 자격이 없다

태계의 건강을 위해 사람도 좀 쉬어야 하고, 순환에 동참할 수 있

세계 속에 한국이 존재하는데, 세계 인구는 줄이고 우리 인구만 늘

을 정도의 폐기물을 생태계에 잘 방출해야 사람도 잘 살 수 있다

려야 한다는 논리는 기후 변화 시대에 설득력을 잃는다. 한계를 드

는 뜻이다. 해마다 더욱 강력한 모습으로 되풀이되는 황사는 생태

러내는 지구에서 내내 살아가야 하는 후손을 생각한다면 생산 운

계 순환 범위를 벗어난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 그리고 대량 폐기

운하며 인구를 늘리자는 주장은 무책임하다. 내일을 먼저 생각한

의 피할 수 없는 부메랑이다. 부메랑을 극복할 가장 근본적이며 바

다면 노인의 일자리를 적극 배려하면서 인구를 줄이는 인구 정책

람직한 대안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스스로 흔쾌히 가난해지는

을 펼쳐야 하지만 그에 앞서 삶을 생태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

삶, 나누는 기쁨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생태계

리는 이제까지 지구의 자원과 에너지를 낭비하며 살아왔다. 자본

는 사람 생명의 터전이기 때문이다.”(박병상, 제3강 ‘탐욕이 견인하는 획

이 마련한 기준에 소외되지 않으려 발버둥치며 허상을 좇았다. 한

일화의 필연적 폐해’)

데 행복은 허상에서 오지 않는다. 지구의 지속성을 파괴해 온 삶

“2003년 유럽의 지독한 여름 더위로 희생된 3만 명 가까운 목숨들

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 (박병상, 제2강 ‘생태계 포용 한계 밖의 인구 문제’)

은 주로 에어컨이 없는 계층의 노약자였다. 서서히 돌이킬 수 없는

“미국식 생활을 글로벌 표준으로 단정하는 정부는 우리에게 한미

수준으로 온난화되는 요즘, 어느 순간부터 노약자의 희생이 시작

FTA를 받아들이라고 성화다. 가축을 비롯한 생물종은 점점 획일

되겠지만 결국 희생자의 폭은 확대될 것이다. 문제는 서서히 익숙

화되는데 환경 변화는 종잡을 수 없다. 미국식 생활을 선진이라 치

해진 환경은 그만큼 돌이키기 어렵다는 점이다. 겨울에 덥고 여름

부하는 인간의 획일적이며 거침없는 개발로 생태계가 단순해졌기

에 추운 에너지 과소비형 생활습관을 고치지 못하는 건 시민들만

때문이다. 우리는 다양성이라는 완충 장치를 잃었다. 우리의 삶과

이 아니다. 기업과 정부도 멀지 않았던 과거로 돌아가길 한사코 거

언어와 의식마저 획일화가 강요되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견딜 수

부한다. 그래서 그런가. 온난화는 온실가스 증가보다 지구 자전축

있을까. 자본이 지휘하는 획일주의, 그 획일주의를 숭배하는 과학

변화 때문이라는 전문가의 주장이 이따금 제기돼 석유 산업체가

기술은 언제까지 인간만의 안락한 삶을 보장할 수 있을까. 거대한

열광한다. 하지만 그런 연구는 대개 석유 산업의 지원과 편협한 자

축사 같은 인큐베이터는 예측 불가능하게 변화하는 환경 하에서

료를 근거로 작성되었다는 게 나중에 밝혀지곤 한다.

속수무책일 경우가 더 많은데.

인류는 어떤 대안을 찾아야 하나. 이미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놓

살처분은 유전자가 단순한 가축에 한정되는 게 아니다. 부메랑으

쳤다고 멸종의 숙명을 당연시하는 지식인들과 달리 “어두운 생각

로 작용할 살처분은 결국 인간 자신의 내일을 살처분하는 것이다.

의 유혹”에 진저리치는 다이앤 듀마노스키는『긴 여름의 끝』에서

예측 가능한 사육은 과학 축산의 전유가 아니다. 기업을 위한 인

수많은 인류의 선조 중에 호모 사피엔스로 이어진 직계만이 살아

재를 양성하려는 교육은 아니 그런가. 유치원까지 내려간 선행 학

남은 사실을 주목한다. 10세기 그린란드에 정착해 5000명까지 증

습은 가축의 속성 사육과 무엇이 다른가. 아직 인간의 품종 개량

가했던 노르웨이 인들이 기온이 다시 내려가자 400년 만에 사라

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좋은 유전자를 획일적으로 치환하겠

진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자연에 순응하는 이누잇의 삶을 외면하

다는 생명공학에 대한 환호는 우생학을 섬뜩하게 예고한다. 개성

고 유럽 방식의 삶을 고집한 데 있었다는 걸 지적하며, 이제껏 외

을 무시하면 서열이 득세할 텐데.

면했던 도덕적 사고의 회복을 바탕으로 ‘지구적 행동’이 필요하다

조류 독감은 중국의 철새가 옮긴, 단순한 현상일 수 없다. 생태계

고 다이앤 듀마노스키는 호소한다.

를 획일적으로 재단한 우리가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그까짓 동물

조상의 유연성 있는 유전자를 물려받은 인류는 “현대 문화가 인간

죽이는 게 대수인가. 대수다. 동물의 생명을 우습게 여기면 인간

으로 살아가는 유일한 길도, 최선의 길도 아님”을 직시하고, 삶의

의 생명도 결국 가벼워진다. 우리는 현 환경에 적응돼 있는데 환

방식을 한시바삐 바꾸자고 다이앤 듀마노스키는 진정성 깊게 제안

경은 요사이 무섭게 변한다. 이런 추세로 50년이 지나면 현존하는

하는데, 현재 이 지나치게 많은 인구는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까.

생물종의 3분의1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태학자들은 경고한다. 획

삶의 방식을 온난화 없었던 조상처럼 획기적으로 바꿔야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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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까지 모두 견딜 수 있을까. 과학 기술과 온갖 개발이 제공한 편

문이지만 파충류에서 각각 분화한 조류와 포유류는 공룡이 사라진

의에 길들여진 인류가 지구 온난화 충격에 완충력을 가지려면 자

후에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어 다양하게 분화한, 비교적 진화의 역

신의 인구부터 급하게 줄여야 하는 게 아닐까.“(박병상, 제4강 ‘삶의 방

사가 짧은 생물종이다.

식을 위협하는 기후 변화’)

혹자는 2011년 10월 31일을 기해 70억 명으로 인구가 늘어난 인

“자본이나 권력의 이해에 민감할수록 과학 기술은 규모가 크다. 시

간을 홀로세의 공룡이라고 말한다. 백악기 말에 멸종한 공룡은 한

장 독점이나 패권 쟁취를 도모하는 경쟁적 자본과 권력은 그 도구

종이 아니었는데, 홀로세의 공룡은 오직 한 종이다. 공룡은 자신

로 과학 기술을 이용하고, 과학 기술은 이제 ‘거대과학’이 되었다.

의 의지와 관계없이 교란된 환경에 의해 멸종된 것이었지만 홀로

생명 공학이나 핵 관련 과학 기술이 그 두드러진 예로, 다국적 기

세 공룡은 스스로 자신의 환경을 교란하고 있다. 백악기 공룡들은

업과 패권 국가의 이익에 충성한다. 정보 통신 기술도 이미 거대화

만 년도 안 되는 지극히 짧은 기간 동안 한 종도 남기지 못하고 대

되었고 나노 기술도 그 가능성을 예고한다. 나무를 바라보는 개개

량 멸종 되었는데, 환경을 본격적으로 교란한 지 500년 만에 제6

의 연구자들은 개별 연구 결과를 ‘밀실’에서 집대성하는 핵심 연구

의 멸종을 걱정하게 만들 정도로 많은 생물종을 멸종시키고 있는

자들의 의도에 접근하기 어렵다. 자본과 권력이 최종적으로 구상

홀로세의 공룡은 태풍도 예보하지 못하는 알량한 과학 기술을 믿

하는 산물에 대해 굳이 관심을 가질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순진한

고 기고만장하고 있다. 생명공학을 개발해 놓고 천년만년 살겠다

개별 연구자들은 숲을 볼 수 없다.

고 버틴다. 홀로세의 인간은 과연 안전할 수 있을까.”(박병상, 제6강

동서양을 막론하고 먹을거리로 지나친 돈벌이를 할 때 심각한 저

‘진화로 본 인간의 환경’)

항이 뒤따랐다. 금싸라기 특허를 위한 유전자 조작은 오로지 돈이 다. 한시적일 수밖에 없는 돈벌이를 위해 후손의 생명을 위협하는 기술인 것이다. 대안은 자원 과소비를 부추기는 개발을 지양하는 일과 제철 제고장 농산물로 자급자족하고 질병을 일으키는 환경 오염을 예방하며 생태계 질서를 보전하는 것이다. 돈벌이를 위한 농업을 생명을 위한 농업으로 되살리는 길이다. 생명 공학 자본이 조작하여 특정 농작물에 들어간 이질 유전자는 그 농작물에서 꼼짝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유채에 들어간 조작 유 전자는 꽃가루를 타고 다른 식물에 옮겨질 수 있다. 이미 그 증거 는 흉흉할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중금속을 잘 흡수하는 올챙이 유전자는 생명 공학자에 의해 현사시나무에 옮겨졌지만, 그 유전 자는 다른 식물에 옮겨갈 수 있으므로 위험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올챙이 유전자는 사람에게 전이될 수 있다. 봄철 꽃가루 알레 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주의해야 할지 모른다. 유전자 조작된 식품 에 들어간 이질 유전자가 음식을 통해 사람의 유전자를 돌연변이 할 가능성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을 100퍼센트 배제하 지 못한다.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생산 공급하는 자본은 수만분의 일 정도로 낮은 확률이라고 무시하지만, 우리가 먹는 농작물은 수 만 개가 아니다. 그보다 훨씬 많다.“(박병상, 제5강 ‘과학 기술은 환경 문 제의 대안일 수 없다’)

“지금 지구 생태계에 분포하는 생물종은 지구 생태계의 역사 안에 서 고작 0.1%의 존재에 불과하다. 단순하게 계산한다면 400만 년 마다 지구 생태계는 새롭게 일신했고, 1.3년 만에 적어도 하나의 생물종이 멸종했거나 종분화한 것으로 계산할 수 있다. 400만 년 전 생물종은 지금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화석 을 검토할 때 지구 생태계의 생물종은 다윈 식으로 서서히 증가하 거나 규칙적으로 진화 멸종된 것이 아니다. 환경 변화에 따라 생물 종 분포의 급작스런 변동이 있었다. 원인은 환경 변화 때문으로, 현존 생물종은 조상 생물종들의 멸종 이후에 비로소 분화한 것이 다. 생물종 분화의 역사상, 오래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아메바 나 지렁이와 같은 생물종은 자신의 환경이 거의 바뀌지 않았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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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지원 사업 <젊은건축가포럼> 리뷰 ⓦ

2011원도시아카데미세미나 전시 지원 사업은 지난해 7월부터

제1전시에 초대된 4개의 작품은 환경 생태학적 주거의 관점이 투

11월 사이 2개월 단위 릴레이 전시의 형식으로 개최되었다. 세

영된 패시브하우스(양평주택, 윤태권 설계), 도시 생태학적 주거

개의 전시를 묶는 타이틀은 ‘서스티넌스(Sustenance)’로 ‘생계

의 관점이 투영된 판교주거 연작(P 하우스와 S 하우스, 박준호, 이

; 생활 ; 생명(력)을 유지하는 물건 ; 음식・먹을 것 ; 자양물 ; 지

승연 설계), 문화 생태학적 주거의 관점이 투영된 듀플렉스 하우

지・유지 ; 내구(耐久)・지속’ 등의 사전적 의미를 지닌다. 지속

스(땅콩집, 이현욱 설계), 자연 발생학적 관점이 투영된 주거 연작

가능한 건축의 태도를 포괄하면서 ‘지금, 여기’에서 범용화한

(민마루주택 외, 최삼영 설계) 등이다.

건축의 실체를 드러내 보이고자 기획된 전시였다. 전시는 크게

윤태권의 양평주택은 에너지 절감형 친환경 주택의 표본으로 읽히

3개의 소주제전으로 분류되어 각각 4명(혹은 팀)의 건축가 집

는 패시브하우스가 갖춰야 할 조건들을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형

단이 생산한 특정 작품을 지명 초대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태론적 공간감과 미학적 관점의 가치를 놓치지 않고 있다는 면에

3개의 전시 주제는 ‘생태적 관점으로 본 우리의 주거’, ‘매체적

서 종전까지 다수의 패시브하우스가 보여주었던 디자인을 포기한

관점으로 본 건축 복합체’, ‘윤리적 관점으로 본 우리 시대 건

듯한 반미학적 태도에 경종을 울린 사례로 주목될 만한 것이다.

축’으로 분류되는데 여기에 초대된 작품들은 공히 지난 수년 간

박준호, 이승연의 판교주택 연작은 대규모 주거 단지 개발의 일환

젊은 건축가들의 디자인 창의와 상상력의 소산으로서 현단계

으로 바둑판처럼 획정된 단독 주택지에서 건축가의 디자인 역할

우리 건축의 주요한 관심사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론을 새삼 돌아보게 한 사례로 주목되었다. 이들은 도시 주거의 풍 경 만들기에 휩쓸리기보다는 주택의 실사용자 가족 구성원들과의 소소한 내용에 이르는 대화를 통한 공간 프로그램의 완성에 주목 한다. 기획, 설계 단계부터 시공 과정에 이르는 한 가족의 일화가 각각의 내부 공간에 스토리텔링으로 구축되는, 평범하지만 진솔 한 디자인 전략은 외재적이지 않은 내부적으로 포근한 공간의 형 식성을 지니며 나타난다. 최삼영의 민마루주택 연작은 건축가 자신의 가족을 위해 직접 설 계하고 지은 집이 빚어낸 독특한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집짓는 과 정을 죽 지켜보아 온 주변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최 소장에게 집의 설계와 시공까지 맡기게 되면서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마 치 의도된 것 이상으로 작은 동네가 형성된 것이다. 그가 말하는 관 계의 미학을 중시하는 디자인 수법을 구사함으로써 건축과 대지, 자연, 이웃과 어울리는 건축을 구현하는 건축가로 평가되고 있다. 이현욱의 땅콩집은 2011년 건축과 주택 시장의 신조어이자, 최고 유행어로 자리잡은 두 세대가 하나의 내부 벽을 공유한 채 외부 마 당을 함께 쓰며 이웃집의 관계를 넘어, 보다 친밀한 가족 공동체로 거듭나게 만든 듀플렉스 하우스의 우리말 버전이다. 어린아이들을 아파트 주거 문화의 획일적이며, 몰개성적인 공간으로부터 해방시 키자는 일념으로 그가 개발 보급한 주거 시스템인 땅콩집은 동일 면적 아파트 주변 시세가만으로 마당이 있는 자기 집을 지을 수 있 다는 희망을 전국민에게 심어준 하나의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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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전시에 초대된 4개의 작품은 마을의 정자와 같은 구실을 하는

김종진, 김자영의 Light Chapel은 남해 한적한 섬마을에 기획된

시설물(Y 하우스, 장영철, 전숙희 설계)과 임시 가설 구조물(포이

가상의 프로젝트다. 동네의 기억을 모아둔 장소, 영적 쉼터. 어둠

동 공부방, 장영철, 전숙희+김지호 설계), 환경 조형물로 기획된

의 공간을 수놓는 빛의 화음이 주제인 이 집은 공적으로는 마을의

구조물(오션스코프, 안기현, 이민수 설계), 시골 마을의 작은 영

역사를 간직한 곳이자, 사적으로는 개개인 영적 치유를 받는 장소

성 쉼터이자 마을 정령의 아카이브(Light Chapel, 김종진, 김자

로도 기능한다. 세계적으로 비정형의 건축 형태와 첨단 디지털 도

영 설계), 한강 고수부지 내 간이 쉼터(파빌리온 연작, 전유창, 김

구로 잠식되어 가는 건축 공간의 트렌드를 일부러 멀리 한 채 내부

성욱 설계) 등이다.

공간으로부터 외부 공간으로의 시각적 변위를 꾀하면서 건축된 공

장영철, 전숙희는 자신들이 거주하며 작업 공간으로 사용하는 집

간의 진정성에 올인하려는 건축가의 의지는 존중될 만한 것이다.

의 1층 일부에 평상을 설치하여 마을 주민들의 쉼터로 제공하는

전유창, 김성욱의 한강 파빌리온 연작은 대학에 기반을 둔 교수 건

등 공간을 나눠 쓰는 남다른 실천을 보여 왔다. 또한 불의의 화재

축가가 기존 사회와 대학생들의 작업을 연계시키는 가교 역할의

로 이재민이 된 포이동 꽃동네 아이들의 공부방을 임시 가설 구조

실체를 확인시켜 준다는 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제껏 강의

물로 제안한 프로젝트에서 보여지듯 이들의 건축 행위의 수혜자는

실과 작업실은 페이퍼 건축을 양산하는 통로였을 뿐 실전에 대한

종종 사회적 문화적 빈곤충에서 찾아진다. 건축이 우리 사회의 마

대학생들의 실험 의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장으로서는 역부족이었

이너리티를 향해 어떻게 공조할 것인가를 모색하는 일련의 실천적

다. 그들은 아카데미즘 안에서 설계하는 건축가로서의 자존감을

행위가 도드라진 작품이 아닐 수 없다.

회복하고 또한 학생들의 디자인 의지를 독려하는 응원자로서 사회

안기현, 이민수는 인천대교 전망대 내 환경 조형물의 디자인을 통

와 매개하는 방식에 대하여 고민한 결과를 보여 주었다.

해 건축과 공공장소의 설치물이 갖는 의미를 재발견하고 있다. 인 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 내 해안 경계선 가장자리에 위치한 대지는 거대 자본의 상징적이며 기념비적인 초고충 오피스와 주상 복합 아파트 단지를 배후에 두고 있다. 중고 컨테이너 박스를 주요 소재로 기획된 오션스코프는 송도국제도시라는 기념비성 어바니

임재용

김원진

문훈

이정훈

즘에 대한 반사판과 같은 거울 효과를 지닌다.

웃 시장 레이아 제3전시 전

↑↗ 제3전시 전시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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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전시 공개 좌담회

ⓦ 원도시건축 젊은건축가포럼 제3전시 공개 좌담회는 2011년 11월

시피 해왔다. 그는 이 같은 비판적 시선을 주차 빌딩의 공간 구성

8일・11일 전시를 바탕으로 2011년 12월 8일 개최되었다. 임재용

과 스킨 디자인을 새롭게 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는 방도를 찾아낸

(OCA건축), 문훈(문훈발전소), 이정훈(조호건축), 김원진(YKH

다. 그 결과 페르마 주차 빌딩은 주야로 시각적 볼거리를 제공하는

디자인랩) 등 4인의 건축가와 허서구(원도시건축, 게스트 크리

미디어 박스로 등장하게 되었고, 임대성 극대화 및 도시 공간의 활

틱), 김능현(홍익대, 사회)이 참여했다.

력을 불어넣는 좋은 건축으로 평가받기에 이른다.

제3전시에 초대된 4개의 작품은 우리나라 현대 건축의 유산에 인

문훈의 정선 펜션 ‘락있수다’는 그가 추구하는 ‘재미난 건축’의 일

접하여 지은 위험물 취급소(서울화학 주유소, 임재용 설계), 공공

단이 시골 동네 펜션과 만날 때 어떻게 다른 모습을 보여 줄 수 있

주차장 건물의 혁신 사례(페르마 주차 빌딩, 이정훈 설계), 시골 동

는가라는 관점에서 기획 단계로부터 설계, 시공 전 과정에 걸쳐

네 펜션의 재미난 건축(락있수다, 문훈 설계), 공공장소의 아이디

건축인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그는 특유의 희화적 제스처와 만

어 및 상업 공간 옥상의 반전(잠실 지하철 출입구 외부 공간 계획

화경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건축 공간의 내러티브를 구축한다. 정

및 부산 L백화점 옥상 리모델링, 김원진 설계) 등이다.

선 땅의 아이덴티티에 작가적 상상력이 묻히기보다 전환적 계기

임재용의 서울석유 주유소 건물은 우리나라 현대 건축 1세대 거장

를 부여하여 도리어 오래된 지역 정서가 이 건물을 내재화시킬 수

건축가로 손꼽는 김수근의 대표작 경동교회에 맞붙어 있다. 경동

있는 공감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의 건축적 위트가 한껏 묻어

교회는 내외부 공간과 형태적 측면에서 우리나라 교회 건축의 한

나는 이 집은 건축이 무거워지는 것을 경계하며 가볍지만 장소의

획을 그은 중요한 지점에 놓여 있는 작품이다. 통상 주변 컨텍스트

추억을 생산하는 매개체가 되어야 한다는 그의 디자인 의지를 엿

를 중시하는 건축계의 논리로 보아선 이 경우 어떠한 건축적 제스

보게 한다.

처도 잘했다는 평가를 받기가 쉽지 않은 터다. 더욱이 건축적으로

김원진의 지하철 진출입구 상부의 소광장 디자인과 부산 L 호텔 옥

존재감이 큰 경동교회 옆에 혐오 시설이랄 수 있는 주유소 빌딩을

상 리모델링 계획안은 우리가 쉽게 놓치고 사는 공적 공간에 대한

설계하게 됨으로써 건축가로서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그

디자인 가치와 단순 녹화 사업으로 단장하고 끝내는 상업 시설 옥

는 주유소 건물의 외관 형식을 최대한 절제하는 방안과 건축된 내

상에 대한 도발적 제안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우선

부 공간에서 경동교회를 향한 시선의 축을 설정하는 수법으로 난

지하철 진출입구 상부의 소광장 전략은 공공 디자인적 관점에서

국을 정면 돌파한다.

제고의 여지가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그것이 대중에게 흥미로운

이정훈의 ‘페르마 주차 빌딩’은 공공의 이름을 앞세운 도심 주차

공간을 제공한다는 면에서 주목되었다면 L 호텔 옥상 리모델링은

빌딩들이 지닌 가로 경관의 표정을 일그러뜨리기 일쑤인, 천편일

이 또한 공공 디자인적 관점에서 옥상 공간이 제3의 생산적 공간

률적 입면 형식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을 펼치게 한 점이 주목되었

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아이디얼한 관점에서 주목되었다. 이를 통

다. 빌딩 형태의 공공 주차장들은 종종 주차면의 확보에만 신경을

해 공공 영역에서 건축가의 역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젊은 건축

쓴 채 건물 자체의 효용성 저하와 외관상 도심 내 흉물로 방치되다

가의 바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임재용 전시

이정훈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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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는 글

ⓦ 2009, 2010년 연속으로 ‘EXIT, 한국 건축의 길을 찾다’ 시리즈로

세기말 세기 초 프로젝트로 1999년 원도시건축이 구상하고 출범

현 단계 우리 건축의 문제적 시선과 잠재성을 중견 건축학자와 건

한 원도시아카데미세미나는 건축과 인문사회학, 문사철의 중견 작

축가들의 연구 성과와 작업 결과를 통해 들여다보았던 전작의 연

가 및 석학들이 줄줄이 마이크를 잡았고, 아시아의 도시와 건축을

장선에서 지난해 ‘젊은건축가포럼’이란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한

깊이 들여다보는 등 건축사사무소가 기획한 프로그램으로는 특별

원도시아카데미세미나는 미래학강좌의 장기적 시선과 젊은 건축

한 의미를 다져왔다. 그 사이 플로어에서 이 공간을 경험한 건축 후

가 발굴 지원이라는 두 개의 장르를 통해 코앞에 다가온 2020년의

배들이 국내외에서 수학하고 주목받는 젊은 건축가로 되돌아와 세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미나의 무대에 초대되는 이색 풍경의 현장이 되었다. 이는 지속적 인 본 프로그램이 건축계에 끼친 여러 성과 중 하나일 것이다. 원도 시아카데미세미나는 이제 10년의 고개를 넘어 다시 10년의 다리 를 놓아가고 있다. 그 지점에 2020년의 시계가 걸려 있음이다. ⓦ

↑ ↑ 제3전시 공개 좌담회(왼쪽부터 김능현・임재용・이정훈・문훈・김 원진・허서구). 사진 진효숙. ↑ 김원진 전시 ← 문훈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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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를 인정하고 배려를 권하는 건축교실

문화도시연구소 부설 K-12 건축학교

Issue

3

‘기초 건축 교육’은 국민을 대상으로 한 건축 교육으로서 건축기본법 시행령이 정하고 있고 건축정책기본계획의 과제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이러한 기초 건축 교육의 실행과 건축 문화 저변의 확산을 위한 밑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 어린 이・청청소년 혹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건축 교육 프로그램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회적이긴 하나 건축 단체의 축제 속에 서, 문화예술 기관의 기획 프로그램 속에서 기초 교육 형태의 건축 목록을 간헐적으로 발견하곤 했었다. 그런데, 이와는 별도로 근 10 여 년을 꾸준히 어린이・청소년 대상 건축 교실을 열어온 단체가 있어 우리의 주목을 끈다. 건축가들의 열정과 신념이 이루어 온 ‘문화도시연구소 부설 K-12 건축학교’가 그것이다. 본지는 이 학교의 홍성천 교장을 만나 건축 교실의 시작과 그간의 시행착오, 그리고 주요 프로그램과 결과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건축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 우리 건축의 미래를 위 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서이다. 진행 | 정귀원(본지 편집장) 자료 제공 | K-12 건축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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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A의 건조 환경 교육 지침과 외국의 기초 건축 교육 사례

K-12 건축학교 홍성천(엑토건축) 교장의 책상 위에는 세계건축가 연맹(UIA)의 건조 환경 교육 지침(UIA Built Environment Education Guidelines) 번역본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이 연맹의 교육 네트워크에 가입도 되어 있지 않은 현실에서 순전히 개인적으로 번 역한 책이란 말에 어린이・청소년 건축 교육을 향한 진득함과 열정 이 느껴진다. 이 건조 환경 교육 프로그램 지침서는 건축 교육에 대한 국제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UIA가,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에 대한 건 축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1999년 6월 북경의 세계건축가연맹 회의에서 ‘건축과 어린이(Architecture and Children)’를 연맹 활 동 프로그램으로 채택하고 2002년에 만든 책이며, 2008년에는 2판 이 발행되었다. 주요 내용은, 프로그램이 시행될 지역의 특성과 다 양한 교육 환경을 고려하여 건조 환경 교육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 보다 세 가지 방향의 일반적인 지침, 즉 학교에서 건축가와 교사, 학 생들이 효과적이며 실용적으로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지침, 커리큘 럼, 교사 교육에 대한 지침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건축 관련 전문 단체에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교육 파트를 신설하여 그 들과 서로 연대하고 교육 지침을 만들어 나가야 할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외국의 경우는 건축 관련 전문 단체가 실무뿐만 아니라 교육에 대한 기준 을 동시에 제시하고 있지요. 또 건축 재단의 형식으로 기초 건축 교육에 중 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요.”

외국의 건축 교육은 일반적으로 ‘건조 환경 교육’의 형식으로 운영 되고 있다. 몇몇 사례를 소개하자면, 우선 Arkki는 핀란드의 어린 이와 청소년을 위한 건축 교육이다. 1993년 설립되어 시각 미술, 음 악 교육 등과 함께 기본 예술 교육에 관한 국가적인 교육 프로그램 에 포함되었으며, 교육 프로그램은 당해 교육부에서 제정한 건축 에 대한 국가적인 교육 프로그램 기준에 따라서 시행되고 있다. 매 년 3세에서 17세에 이르는 800명 정도의 어린이・청소년들이 참여 하고 있다고 한다. 또 미국건축가협회(AIA) 역시 건축 교육과 실무에 대한 정책을 제안 하고 있는데, 특히 K-12 과정의 정책 제안과 후원을 하고 있다. 구체 적으로 AIA가 인정한 K-12 건축 교육 프로그램의 사례를 든다면, 오 레곤 포틀랜드에서 시행하는 <Architecture as a Basic Curriculum Builder>와 AIA 미시건의 <Architecture:It’s Elementary!>, 시카 고 건축재단의 <Schoolyards to Skylines:Teaching with Chicago’s Amazing Architecture> 등이다. 그밖에도 미국의 많은 대학들이 고 등학생을 위한 여름학기 건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 어린이・청소년 건축 교육 프로그램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대체로 이벤트의 목적이 강하고 일 회적인 성격을 띄고 있어서 상기한 외국의 사례들과는 비교 가 어렵 다. 지난 2002년 시작되어 올해로 만 10년째를 맞이하는 K-12 건 축학교의 활동이 유독 돋보이는 이유이다. ↑ 서천중학교, 모둠 공간 완성. ↗ 작은도서관 건축학교, 청개구리 어린이 도서관의 아지트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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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12 건축학교의 시작

2002년 강원 철암초등학교 5학년을 대상으로 진행된 어린이 건축 교실은 K-12 건축학교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것은 지 역 사회와 함께 만드는 교육 대안의 일환으로 당시 철암지역 건축 도시 작업팀이 정규반(5학년) 토요 격주로 실시했던 어린이 건축 교실 프로그램이다. 이듬해에는 1년간의 건축 교실 진행 결과를 토 대로 프로그램을 좀더 체계화하고 지속화시키기 위해 철암지역 건 축도시팀과는 별도로 주대관((사)문화도시연구소 대표), 조정구(구 가도시건축), 홍성천(엑토건축), 장성렬(이안디자인건축) 등 4인이 K-12 건축교육 모임을 결성(2003년 2월 20일)하였다. “<철암 어린이 건축교실>은 자체 내 평가도 꽤 괜찮았어요. 그래서 이걸 좀 체계화시켜 봐야겠다고 생각했고, 이듬해 사무실 근처 성북초등학교 교 장 선생님을 무작정 찾아 갔지요. 아무런 연고도 없이, 그렇다고 딱히 자 료나 실적도 없이 말이죠. 더구나 우리는 명망있는 건축가도 아닌데.(웃 음) 그런데, 일이 되려고 했던 것인지 흔쾌히 허락을 해 주셔서 5학년 한 반 35명을 대상으로 한 학기 동안 건축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어 요. 끝나고 나서는 학교 측에서 너무 좋다고 2학기도 마저 해 달라는 거예 요. 덕분에 유일하게 한 반을 1년 동안 (15회) 운영한 프로그램이 됐어요.”

이후 2004년에는 문화관광부에서 후원하는 지방 문예회관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 지원 사업에서 신라대학교 예술연구소와 공동 기획 참여하여 미술, 건축, 공예 분야 우수 교육 프로그램으로 선정되기 도 했다. 대부분이 음악, 미술, 연극, 공연 쪽에 치우쳐져 있는 우리 나라의 예술 교육, 창의성 교육의 현실에서 무척 고무적인 일이었다. “<2004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마켓>이란 행사였는데, 문화 예술 관련 프로 그램들을 공모하는 사업이었어요. 선정된 우수 프로그램들을 시장 개념의 전시장에 내걸고 문화 예술 단체들이 사 가게 하는 방식이었죠. 음악, 미술, 공연 등의 분야에서 거의 175개 가량의 프로그램이 응모하여 96개 프로그 램을 선정한 걸로 기억됩니다. 그중에서 우수 프로그램 8개를 뽑았는데, 건 축 프로그램은 딱 하나, 우리 프로그램이 들어갔어요. 평도 굉장히 좋았죠.”

이후 2006년 1월에는 사단법인 문화도시연구소가 창립되면서, K12 건축교육 모임은 문화도시연구소의 부설 K-12 건축학교로 확 대 개편되었다.

인터뷰에 응해 준 홍성천 교장은 서울시립대 건축공학과 및 대학원을 졸업 하고 건축문화 설계사무소에서 재직하였으며, 2001년부터 엑토건축을 운 영하고 있다. 또한 2002년부터 K-12 건축학교 교장으로서 어린이와 청소 년들을 위한 건축 교육 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대표 작품으로 는 서울시립대 조형관, 나남수목원 인포센터 및 카페테리아, 판교 S주택, 한강공원 플로팅 카페(11동), 상암동 J 빌딩 등이 있다. ↓ 서천중학교, 아지트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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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통한 교육(Learning through Architecture)

K-12란 ‘from Kindergarten to 12 grades’의 약자로, 유치원에 서 12학년에 해당하는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교육을 의미한다. 이 K-12 건축학교의 핵심은 건축을 위한 교육(Learning in Architecture)이 아닌 건축을 통한 교육(Learning through Architecture)이 라는 것에 있다. 다시 말해 “건축적 기술 및 표현력 자체를 가르치 는 것이 아니라 건축적 이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사회를 이해하 는, 보다 넓은 의미에서 개인적, 사회적 맥락 속에 위치한 교육”이 라고 정의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이 7차교육과정을 거쳐 창의인성교육으로 옮겨가 면서 ‘창의성’은 교육의 화두로 매우 중요하게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기에 ‘건축’은 그 자체의 전문성에 인문사회적인 배경, 풍 부한 상상력,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공학적 지식과 경제학적 고려 가 더해진 통합적인 산물로서 창의적 교육과 통합교육을 위한 매우 우수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 “건축을 매개로 한 교육은 창의성을 높이고, 아이들로 하여금 다름과 차이 를 인정하는 법을 배우게 합니다. 또 체험을 통한 건축 교육은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지요. 그뿐인가요? 팀 작업을 하기 때문에 공공성을 습득 하고 협력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요. 사회성이 결여된 요즘 아이들, 특히 외동인 아이들에게 아주 효과적이지요. 물론 팀작업을 위해 아이들을 설득 하는 일이 만만치는 않지만요.(웃음) 하지만 서로 협력하여 1:1 스케일의 결과물을 만들고 나면 대단히 큰 성취감을 얻게 됩니다. 고된 시간을 겪고 나서 맛보는 성취감이죠. 이처럼 건축이 갖고 있는 효과는 무척 많아요.”

기본적으로 K-12 건축학교의 건축 교실 프로그램은 체험 학습에 초점을 두고 있는 프로젝트 기반의 교육을 지향한다. 주제를 정하여 만들고, 그리고, 답사하는 프로젝트는 활자 교육에 찌든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데, 직접 살아가는 공간 위주로 교육 내용이 짜 여져 있어서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 또한 갖고 있다.

서천중학교, 모둠 공간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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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과 초중고 건축교실의 사례

[ae80] 은 그동안 시행된 프로그램들을 체계화하고 보급하기 위해 K-12 건축학교가 자체적으로 만든 건축 교육 프로그램이다. (2005 년 저작권 등록) 이 [ae80] 프로그램은 창의성과 공동성이라는 두 개의 주제 아래 일곱 개의 소주제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를 실습 프 로젝트에 투영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그 일곱 개의 소주제란, 건조 환경 전반에 대한 이해, 공간적 상상력과 창의적 사고, 합리적 이며 통합적인 사고, 지역성과 역사성의 이해, 공간사회학적 인식, 합의적 결정과 그 이행, 협력과 노동과 성취 등이다. 또 그에 따른 프로젝트로서 건축가 역할놀이, 외부와 내부, 신문지 공간의 탄생, 빛과 색깔이 있는 공간, 동화 속의 건축, 과학이 있는 놀이터, 마을 지도 만들기, 우리 마을 다리 만들기, 건물 만들기, 도시 만들기, 아 지트 만들기 등이 있다. 그밖에도 비밀의방 만들기, 도형과 기하학, 이상적인 학교 만들기, 우주기지 만들기, 화성에 도시 만들기, 건축 답사 등은 확장 프로그램으로 설계됐다. 이 [ae80] 프로그램은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등학교까지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난이도 조절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초등학 교 3학년 이하의 경우는 내용뿐 아니라 실습 프로젝트의 난이도 조 절도 고려됐다. 그것은 수년간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하면서 얻어 진 노하우다. “2002년에 프로그램을 처음 만들고 나름 준비를 잘 하고 갔다고 생각했는 데, 막상 초등학생들은 칼질이 안 된다는 거예요. 안전 문제 때문에 아이들 이 칼을 못 쓴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할 수 없이 박스를 가위로 자르니 까 엉망이 되는 거죠. 아이들의 집중력은 15분을 못 넘기더라고요. 설명할 때 이용하는 슬라이드도 몇 컷 정도로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걸 그때 깨달 았지요. 실습 프로젝트 시 재료의 선정과 아이들의 도구 이용 능력을 고려 해야 된다는 것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알게 된 거예요. 그걸 조금씩 수정 하면서 여기까지 온 거고요.”

그래도 가르치기에는 초등학생들이 가장 재미있고 즐겁다고 한다. 반면 제일 힘든 대상은 소위 질풍노도 시기의 예민한 중학생들이다. 머릿속으로 되고 안 되고를 판단하는 능력이 생겨 버려 초등학생에 비해 사고도 자유롭지 않고, 모든 게 삐딱하다. “요즘엔 사춘기가 빨라져서 초등학교 6학년만 되더라도 진행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5학년과 6학년은 참 많이 다르죠. 그래도 건축 프로그램이 삶 자 체의 공간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해도는 높은 편입니다. 또 우리가 권

ⓦ K-12 건축학교 사람│홍성천(엑토건축 대표ㆍK-12 건축학교 교장) 주 대관(문화도시연구소 공동대표) 조정구(구가도시건축 대표) 장성렬(이 안디자인건축사사무소 대표) 박민수(에이치앤이 기획총괄본부장) 강승 희(노바건축 대표) 이재인(명지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김도한(E.A.N.건 축디자인 대표) 김진호(인서울건축 대표) 박진철(길건축 소장) 이진욱( 이진욱건축 소장) 차상우(엑토건축 소장) 정기황(문화도시연구소 상임 연구원) 윤희진(경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허윤선(서울대학교 농업생 명과학대학 조경학과 조경계획 설계연구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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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한 학기에 여덟 번 정도, 초등학교 기준으로 4교 시 정도 되는데, 초반의 주제 강의 시간 15분을 제외한 나머지 만들기 시간 에서 아이들이 보여 주는 집중도는 굉장히 놀라워요. 아마도 이만큼 집중 도를 보이는 수업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어요.”

2011년 하반기에는 <용인청덕중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의 학생 27명과 함께 특별활동 방식으로 4번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여름 방학 때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주관한 초중고 교사 연수에 참여했 던 교사로부터 힘들고 예민한 아이들의 정서에 좋을 것 같으니 한 번 체험하게 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어렵게 진행한 경우이다. 한편, 입시 전쟁을 치르는 고등학교에서 건축 교실을 운영하기란 쉽지 않다. 그동안 단 한 번의 건축 교육 프로그램만이 실행됐는 데, <2006년 청심국제고등학교 건축교실>이 그것이다. 고 1~고 2 과정 교과 재량 활동으로 편성된 전문 교과 중의 하나가 ‘과제 연 구’ 활동이다. 건축교실은 이 과제 연구 활동의 일환으로서 학생들 의 연구 계획서에 의해 건축 교육 프로그램을 선정하여 확장 프로 그램으로 운영됐다. “처음엔 학교에서 4명이라고 해서 좀 당황했어요. 학교까지의 거리도 멀 고, 고맙지만 힘들겠다고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선생님이 학생 4명을 데리 고 저희 사무실로 찾아 오셨더라고요.(웃음) 그동안의 결과물이랑 자료를 준비해서 교장 선생님을 일단 뵈었지요. 교육 내용이 너무 좋다고 하시면 서 학생을 10명으로 늘려 줬어요. 1학년 10명을 대상으로 특별활동 형식 으로 1년간 13회 진행했고, 최종적으로 영어 보고서를 만들었지요. 이후로 고등학교 건축 교실은 거의 운영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상황이 좀 달라진 것 같아요. 입시 제도가 수시 모집으로 바뀌면서 후반기에 학생 들의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인데요. 그러한 시간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 해 볼 수도 있을 거예요.”

나는야! 꼬마건축가, 2006 평촌 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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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을 지향하는 건축학교

이처럼 K-12 건축학교의 건축 교육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공교육 을 지향하고 있으며, 학기 중에 초중고 공교육 기관 중 한두 군데서 진행이 됐다. 또 방학 때는 주로 공공 문화시설에서 워크숍 형태로 운영하였다. 특히 공교육 안에서는 재량 활동과 특별 활동, 방과후 교육 시간의 확보가 가능한데, 건축 프로그램을 운영해 본 결과 재 량 활동 시간을 활용한 운영이 교육적 성과가 가장 좋은 것으로 확 인되었다. 이 재량 활동 시간은 정규 수업으로서 창의 재량 교육을 위해 초등학교의 경우 69시간, 중고등학교의 경우 34시간(재량 활 동 중 교육이 가능한 창의 재량) 정도가 배정되어 있다. 한 학기에 회당 4시간씩 8회로 총 32시간의 교육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K-12 건축학교 규정에 부합하는 시간이다. 세계 건축가 연맹 또한 건조 환경 교육 지침에 건조 환경 교육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교육화되 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연간 60시간 정도의 교육을 권장하 고 있다. K-12 건축학교 입장에서는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학교 안 교육, 특히 재량 교육 시간을 활용한 교육에 역점을 두고 싶지만, 교육 시간의 확보가 그리 녹록하지는 않다. “창의 재량 교육은 보통 미술, 음악, 컴퓨터, 영어 등을 우선으로 하지요. 우리가 하게 되면 그 시간을 다 쓸 수밖에 없는 거고, 또 이게 학부모들의 동의도 있어야 하는 거라서 더 어려워요. 컴퓨터나 영어를 하려고 하지 누 가 건축 교육에 관심을 가지겠어요? 그래도 왠만하면 정규 수업의 형태로 가려고 해요. 특별 활동 형식은 한 달에 한 번 꼴이 배정되므로 8회의 프 로그램을 1년 단위로 보아야 하죠. 학생들의 지원 형식도 학년별로 다양하 게 구성되고요. 학년이 혼재되니까 준비물 전달 같은 기본적인 사항도 잘 지켜지지 않아요. 완성도와 교육 성과에 있어서도 정규반 단위의 수업보 다 낮았습니다. 또 특별 활동의 경우 정규반 단위의 수업과 달리 담임 교 사들이 수업에 참관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의 통제에 어려움이 있어요. 강제성이 없다 보니 아이들의 참여도도 들쭉날쭉이구요. 굳이 특별 활동 이나 방과후 활동을 이용할 경우에는 학교와의 긴말하고 체계적인 협조가 필요합니다. 사실 방과후나 특별 활동 시간을 활용하는 건축 교실은 수요 가 많아요. 그래도 이러저러한 이유 때문에 정규 수업인 창의 재량 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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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화의 활성화와 건축 교육

워크숍 형태의 건축 교육 프로그램은 학교 밖 교육으로서 지역 문화 예술 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교육 및 전시 활동으로 그 교육적 성과 를 인정받아 왔다. 공교육에서의 특별 활동 형식와 유사한 점이 많 은 이 형식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학교의 학생들이 참여한다는 것이다. 이는 워크숍 교육이 건축 교육을 보다 넓게 확산시킬 수 있 다는 가능성을 나타낸다. 또한 공공 문화 시설의 인적 자원과 우수 한 시설들은 공교육에서 다루지 못하는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고, 일반 대중들의 참여를 쉽게 이끌어 낼 수 있다. 반면, 초등학교 1학 년생부터 중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동시에 참여하므 로 교육 내용의 수준을 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도 하다. “<2011작은도서관 어린이 건축학교>(인천문화재단 주최)는 인천 지역의 9 개 작은 도서관을 대상으로 3단계로 진행됐습니다. 1차 워크숍에서는 도서 관 실무진을 모아 놓고 실습 프로젝트를 한 후 도서관별 건축학교 프로그 램을 짜도록 했고, 2차 기획 워크숍에서는 각 기획안 발표 시간에 전문가 들이 멘토링을 해 주었지요. 이후 두 달간 각각의 도서관에서 프로그램대 로 어린이 건축학교가 운영되었고요. 그사이 5명의 건축가(홍성천・박민 수・강승희・차상우・정기황)들은 지속적인 관리와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마지막 이틀 동안은 9개 도서관의 학생들 약 50명을 대상으로 도시 만들기 라는 통합 프로그램을 완성했어요.”

이처럼 공공 시설이나 문화 시설 등에서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결 합한 운영은 지역의 시설들이 지역 전체의 교육을 담당할 수 있고, 기초 건축 교육의 중심점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게 한 다. 특히 작품 완성 후 일정 기간 동안 전시를 개최함으로써 아이들 에게 자긍심을 심어 주고 학습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데, 이는 지역 의 공공 문화 시설의 활성화란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참여한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이 전시를 통해 교육 결 과물을 공유하는 것은 건축의 전반적인 인식을 높이는 데 크게 도움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2004년 아티누스 갤러리>에서의 프로그램은 지도 건 축가의 작품과 학생 작품 결과물을 한 달간 전시를 했더랬지요.”

더구나 건축 교실 프로그램은 그 지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설 계된 프로젝트를 포함한다. 일례로 답사 등을 통한 <우리 동네 지 도 만들기>를 들 수 있겠는데, 홍 교장은 지역 사회의 어디가 되든( 학교든 설계사무소든 단체든) 그들과 함께 이것을 운영한다면 건축 전문가가 사전 답사를 해야 하는 소모를 줄이고 훨씬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한다. 좀 다른 경우지지만, 기초 건축 교육은 지역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 으키거나 지역 이미지 제고를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2006 충남 서천중학교 건축교실>은 지자체의 지역 마케팅 사업의 일환으로 교 육과 행정이 접목된 사례이다. 2006년 3월부터 12월까지 격주 토요 일로 서천중학교 특별활동반(40명)을 대상으로 운영됐다. “<서천중학교 건축교실>은 특수한 경우예요. 서천 재래시장 재개발을 앞 두고 주민 홍보가 필요했는데 그것을 교육을 통해 실현해 본 거지요. 아이 들과 도시 만들기를 하고 그것을 전시하면 부모들을 비롯한 지역 주민들이 보게 될 것이니 홍보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어요.”

↑ㆍ ↓ 나는야! 꼬마건축가, 2006 평촌 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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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교사들과의 협력

그런데, <작은도서관 어린이 건축학교>를 이야기하던 중 홍성천 교 장은 건축 교육의 공교육화를 위해서는 교사들이 직접 건축 교실 프 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이상적이며, 장기적인 파급 효과 또한 기 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기본적으로 교사들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야 건축 교육이 더욱 확산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일 반 교사들이 건축 관련 교육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예를 들어 신문지 공간의 탄생(신문지를 단단히 접어 프레임 구조의 3차원적 공간 을 만들어 보는 것에서 구조의 합리성에 대해 이해하고 구조와 공간 간의 관계 를 체험한다 —편집자 주) 프로그램은 먼저 구조에 대한 것, 건축물이 어떻 게 서 있는지에 대한 강의를 15분 정도 해 줍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전문 가에게는 쉬운 것이지만 교사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만들기보다 어렵지요. 공간, 형태, 구조 같은 단어도 우리에겐 익숙하지만 그들에겐 생소하기 그 지 없는 것들이죠. 별도의 교육이 필요할 텐데, 교사들의 직무 연수 교육을 활용하는 방안이 가능할 수 있을 거예요.”

학교 안의 전문 인력인 미술이나 디자인 관련 교사・일반 교사들과 의 협력은 기초 건축 교육 프로그램이 학교의 교과 과정에 통합되 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 또 폭넓은 교육의 실행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자연스럽게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체계적인 전문 교사 양성과 연수 시스템이 요구되는데, K-12 건축학교가 전국미술교과 모임이나 서울문화재단 등에서 틈틈이 매개자 교육을 시행해 온 이 유도 그 때문이다. “솔직히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진 못했습니다. 대략 4번 정도였는데, 진정한 의미의 전문 인력 양성이라기보다는 소개 단계였다고 할 수 있어요. 작년 에는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주관하는 양성 프로그램을 두 번에 걸쳐 시행 했습니다. 1차 연수는 창의인성교육 컨설턴트 양성 연수로서 교사들을 대 상으로 아이들이 하는 프로그램 두 가지(찰흙으로 집 만들기, 신문지 공간 의 탄생)를 체험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너무들 좋아하시더라고요. 한국과 학창의재단 측의 평가도 좋았고요. 그래서 실습 대신 소개 정도만 하는 연 수를 또 한 번 하게 됐지요.”

작년 초에는 책 『건축가와 함께하는 어린이 건축교실 [ae80] 프로 그램』(걷다 출판사, 문예진흥기금의 지원)을 출간했다. 지금까지 의 성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면서 동시 에 일종의 교사용 가이드 북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용어 해설과 학 생들에게 직접 질문하면 좋을 항목들, 학생들의 예상 답변이 수록 되어 있기도 하다.

↓ 혜화초등학교, 과학이 있는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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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 시스템과 운영

지금까지 K-12 건축학교의 건축교실 프로그램은 건축가들이 이끌 어 왔으며, 여전히 많은 건축인들의 교육 참여가 요구된다. 그러나 건축 전문가들이 숫적으로 많다고 해서 인력 확보가 쉬운 것은 아니 다. 아이들을 다루는 일은 건축학과 대학생을 가르치는 것보다 훨 씬 어려운 일일 수 있기 때문인데, 건축 관련 전문 인력들에 대한 연 수 시스템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서 건축가들의 참여는 자원봉사 형태이다. 그것은 프로그램의 운영 재원과도 관련이 있다. 즉 K-12 건축학교에서 프로그램의 운 영 재원은, 특히 공교육에서는 이처럼 자원봉사 시스템(건축가와 지도 도우미)을 구축하여 학교와 협력하여 교육을 진행하는 방안 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와 달리 워크숍 프로그램 등 학교 밖에 서의 건축 교실은 실비(강사료와 기본 도구, 재료 구입비 등)를 받 아서 운영한다. 이때 건축가의 강사료는 K-12 건축학교 후원금으 로 다시 환원되어 공교육 프로그램의 특수 재료비, 이를 테면 ‘살 고 싶은 도시 만들기’라든가 ‘아지트 만들기’의 비용 재원으로 쓰인 다. 실습에 필요한 대부분의 재료들은 학생들이 준비할 수 있지만, 준비하기 어려운 재료들에 대해선 학교 예산의 투입이 사실상 불가 능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운영은, 주로 공교육 기관의 건축 교실이었기 때문에, 거의 자원봉사 시스템으로 이뤄졌어요. 참여한 분들의 귀중한 시간과 노력의 결 실이죠. 2011년에는 초등학교 한 군데, 중학교 한 군데, 인천 <작은도서관 어린이 건축학교> 등 3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였지만 인적 자원면에서 한 계가 있었어요. 건축 교실을 운영해 달라고 하는 곳은 많은데, 쉽게 말해 서 갈 사람이 없지요. 아마도 시간을 일부러 내야 하므로, 누구나 좋은 일 이라고 공감은 하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 같아요.”

K-12 건축학교는 교사와 전문가 외에 프로그램의 운영에 도우미 학생(건축 관련 전공자)이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들은 대부분 건축 관련 전공의 대학생들로 일반적으로 2명, 프로젝 트의 성격에 따라 4명으로 구성되기도 한다. 주요 역할은 전문가와 학생들 사이를 중재하고 수업을 돕고 과정과 결과물을 기록・수집 하는 일이다. “아이들은 소통이 원활한 언니, 누나같은 대학생들을 좋아합니다. 그런 데, 외국에서는 이와 같은 교육 활동 참가에 학점을 인정하고 있어요. 우 리도 건축학과 5년제가 되면서 그럴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사회봉사 커리큘럼이 있는 학교도 봤구요. 참고로, 미국 ‘The American Institute of Architecture Students’에서 운영하는 엑타(ECTA, Educating Children Through Architecture)는 대학원생들이 건축가의 자문을 받아 교육의 주축이 되기도 합니다.”

↑ 작은도서관 건축학교, 성지 어린이 도서관의 빨대로 건물 만들기. ↓ 나는야! 꼬마건축가, 2004 아티누스 갤러리.

건축학과 전공자에게도 다양한 길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문화예술 교육에서는 문화 예술 강사라는 게 있다는 데, 건축에서도 전문적 인 교육 강사를 필요로 하게 될 날이 조만간 오게 될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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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부모의 평가

실제로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만족도는 어느 정도일까? 홍성천 교 장은 설문 조사 등을 통해 무엇보다 실행활과 밀접한 교육 내용이 창의성 향상에 도움이 되고, 체험 학습에 따른 성취감이 크다는 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몸을 움직여 땀 흘려 작품을 완성 했을 때의 성취감은 크다. 아이들이 가장 힘들지만 가장 만족스러 운 프로그램으로 아지트 만들기(목재로 구조를 만들고, 여러 가지 재료를 이용하여 지붕과 벽을 설치하는 작업으로 공간을 직접 만들 어 보는 프로그램)를 꼽은 것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또 협동심 의 고취도 빠뜨릴 수 없겠다. 서로 협동하여 만드는 과정을 통해 협 동심의 소중함을 인식케 하는 것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2004년 서울 아티누스 갤러리에서 <나는야! 꼬마 건축가>(5・6학년 대상 18개학교 21명 참석)를 5일 동안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다 마치고 나서 막 연하게 디자인에 관심을 가졌던 한 아이가 건축 이야기를 많이 하고 건축 가가 되고 싶어 한다면서 고마움을 표시한 부모가 있었지요. 건축가가 되 든 안 되든 아이가 꿈을 갖게 됐다는 것은 부모의 입장에서 무척 기분 좋 은 일일 겁니다. 같은해 전주에서 진행됐던 <나는야! 꼬마건축가>는 두 달 간 토요일마다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죠. 하지만 마지막 날 책거리 때 부모들이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모습은 왠지 감동이더라고 요. 이러한 소소한 보람들은 우리가 열악한 조건에서 봉사할 수 있는 원 동력이 되지요.”

이처럼 교육을 통해 건축이 무엇인지를 비단 아이들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곁에서 함께 참관하는 부모들은 아이들이 즐거우니 좋고, 또 건축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과 이해를 높일 수 있어서 이롭다. 그 러고 보면 이들의 어린이 건축 교육은 일반 대중 교육으로 확장될 수도 있을 것 같다.

↓ 혜화초등학교, 과학이 있는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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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지만 가야만 하는 길

K-12 건축학교가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기초 건축 교육을 체계적 이며 종합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지원센터의 건립, 대학교 내 K-12 건축교육 과정 신설, 도우미 학생들의 학점 인정 제도의 도입, 초중 고 교사들의 연수 교육, 연구 시범 학교의 운영 제안, 범 부처 간 협 력을 통해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 구축 등, 이루어 야 할 일이 많은 것이다. “기초 건축 교육이라는 것이 건축기본법에 명시가 되어 있습니다. 특히 2011년 국가건축정책위원회 1년 정책 과제였고요. 정책적으로 다룬 것은 거의 처음이지요. 개인적으로 자문을 하기도 했는데, 올해부터는 정책들이 좀 활성화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좋은 건물이나 환경의 구축은 건축가나 도시계획가의 역할 뿐 아니 라 그것을 실제로 향유하는 사람들의 인식 없이는 안 된다. 그러므 로 그들의 인식 고양을 위해서는 전문가들이 발 벗고 나설 필요가 있는데, 특히 미래의 삶을 향유하고 만들어 갈 어린이・청소년들의 교육은 더더욱 그렇다. K-12 건축학교가 공교육 기관에서 일차적 으로 건축 교육이 이루어지길 소망하는 이유이다. “건축가들은 늘 직업적・학문적인 자격을 갖추고 사회에 특정한 기술들을 제공해 왔습니다. 건조 환경의 지속가능한 개발과 문화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지요. 미래의 우리가 살아갈 환경의 질은 오늘날의 어린이들 에 의해서 결정될 것입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미래에 대한 결정 능력 은 단순한 미학적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라 일상의 삶이 녹아 있는 건조 환 경으로부터 얻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것이 ‘왜 어린이와 청소년들 의 교육에 건축을 포함시켜야 되는가’에 대한 해답이며, 건축 문화 창조 자로서 건축가들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건축 교육의 주체가 되어야만 하 는 이유인 것입니다.”

건축이 가지는 힘을 알고 기초 건축 교육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사 람들은 많아도 막상 그 방식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이는 많지 않다. K-12 건축학교의 거침없는 실천에 박수를 보내며 10년에 걸친 그 들의 활동이 널리 알려져 더욱 많은 힘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서 자신의 삶의 환경에 여전히 무관심한 일반 인의 인식을 바꾸는 일에, 좋은 환경 만들기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일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기관이 됐으면 좋겠다.

↑ 나는야! 꼬마건축가에 참여한 어린이. ↓ 혜화초등학교, 찰흙 작업. → 서천중학교, 신문지 공간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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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도서관 건축학교, 4단계 통합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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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야! 꼬마건축가, 2004 아티누스 갤러리. ↓ 국제청심고, 아지트 완성, 공간 체험. → 건축교실 수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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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공원 시민회관 재조성 사업 설계 경기 당선에 부쳐 조경가 김아연 교수에게 듣다.

조경과 건축의 경계에서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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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인터뷰 | 김정은(도시건축 전문 기자, 서울대학교 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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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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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건축과 조경, 도시 업역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아니, 국내에서 발주되는 프로젝트의 성격이 변하고 있다는 설명이 적절할 수도 있겠다. 수명을 다한 공업 용지, 폐선부지, 반환되는 미군 기지, 오래된 공원 등 재활용을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가 많아지고, 여기에 재 생을 통해 쇠락한 구도심을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이 더해졌다. 그러면서 도시 전체를 바라보는 관점과, 영역을 넘나드는 새로운 아이디 어가 절실해졌다. 최근 굵직한 공원이나 도시 계획 공모전의 초청 작가 라인업에서 국내외 건축가와 조경가, 도시 전문가들이 팀을 이 룬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땅을 파는 토목 작업에서부터 건축을 염두에 두거나, 건축과 조경 설계가 선적인 과정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고민되어야 작금의 도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분야 간의 협업은 필수적인 조건이 되어가고 있는 듯 보인다. 여기에 시민 참여가 이루어져야 진정 활기 있는 장소가 이용자를 위해 만들어진다는 논리는 당위가 되었다. 논리적으로는 무리 없는 결론이다. 그러나 현실로 들어가 보면 일제강점기 이후 공간과 환경을 다루는 분야는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면서 각자의 이론과 실무를 정교화해 왔다. 따라서 현재의 업역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각 분야는 배타적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되었고, 분야 간의 이해나 소통은 자칫 상대방 의 업역을 넘보는 위협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전문가와 일반인 사이에 놓인 언어의 장벽과 멀어진 눈높이는 시민참여를 또 다른 장애물로 여기게 만든다. 필연적으로 가깝게 작업할 수밖에 없는 건축과 조경 분야에서도 상대 영역에 대한 몰이해에서 빚어지는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선 유도 공원>과 같은 건축과 조경의 행복한 만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협업의 성공 사례로 일컬어지는 선유도 공원 역시 많이 회자된 만큼 누가 리더십을 가지고 있었는가에 대한 미묘한 오해도 있었음이 사실이다. ‘나무 심는 것이 조경의 전부가 아니다’라는 항 변이 여전한 가운데 서로의 영역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 절실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얼마 전 조용히 발표된 <광주공원 시민회관 재조성 설계 경기>는 건축가와 조경가의 공동 작업을 유도했다는 점에 서 주목할 만하다. 공모 대상지는 광주시의 첫 번째 공원이자 근대 건축의 자산인 시민회관이 위치한 역사적인 장소이지만, 지금은 활 기가 쇠잔한 곳이다. 따라서 최근 분야 간 협력을 통해 재활용이 고려되는 여러 사이트의 전형적인 특성을 보이는 장소이다. 이에 이 번 지면에서는 광주공원 시민회관 공모 당선 작가인 조경가 김아연(서울 시립대) 교수를 만나 공원과 건축, 역사와 장소, 건축가와의 협업 및 작업의 반경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김아연 교수는 <순천만 국제 정원박람회 마스터플랜 설계 경기>, <제주 서귀포 혁신도시 도시기반시설 조경 설계 현상 공모>, <한강공원 여의도권역 특화 국제 설계 경기> 등 조경 공모에 참여하여 당선한 바 있고, <서울 경춘선 폐선부지 공원화 현상 설계> 등에서 건축 및 도시 분야와의 협업으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젊은 조경가이다. 따라서 조 경 실무에 대한 화두와 협업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리라 기대하고 김아연 교수를 만났다.

김아연 |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와 동대학원 및 미국 버지니아대(University of Virginia) 건축대학원 조경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Stephen Stimson Landscape Architects와 (주)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 (주)디자인로직에서 일했으며 국내외 정원, 공원, 캠퍼스, 공원 및 대규모 단지의 조경설계를 담당하였다. 조경 설계실무와 설계교육 사이를 넘나드는 중간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및 스튜디오 테라 대표(STUDIOS terra)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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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도 및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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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광주평상을 바라본 전경.

2층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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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 개요 ⓦ 명칭

광주공원 시민회관 재조성 사업을 위한 지명 초청 설계 경기

목적 1. 1972년 건립된 광주공원 시민회관의 사회적ㆍ구조적 노후화에 따른 리모델링 방안의 제시와 리모델링될 시민회관 과 함께, 이를 통한 새로운 문화 공간 조성을 위한 광주공원의 계획을 목적으로 함. 2. 광주광역시는 시민회관을 광주 건축 역사의 기념비적이고 상징적이며 예술성과 창의성을 두루 갖춘 시설로 재조성할 수 있는 계획안이 선정될 수 있 도록 ‘지명 초청 공모’ 방식의 설계경기를 추진키로 함. 3. 광주광역시 제 1호 근린공원으로서의 역사적 측면과 그 안 에서 다양한 시민들의 기억 속에 적지 않은 무게를 가지고 있는 시민회관을 노인들과 젊은이들을 비롯한 광주시민의 다양한 계층이 이용하는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함. 위치

광주광역시 남구 구동 21-1번지 일원

면적

대지 면적 47,923m2, 건축 면적 3,800m2(기존 시민회관 건축 연면적)

추진 경과

2010년 2월 23일

광주 시장, 시민회관 철거 지시

2010년 3월 9일

공원녹지과, 시민회관 철거 방침 결정

2010년 4월 16일

광주시의회, 시공유 재산관리계획 반영 원안 가결

2010년 4월 23일

시민회관 철거공사 실시설계 용역 완료

2010년 4월 28일

도시공원위원회, 광주공원 조성계획 변경 결정

2010년 7월 30일

시민회관 철거 공사 실시

2010년 9월 14일

언론보도, 시민회관 전면철거 제고 등

2010년 10월 5일~

시민회관 정밀 안전 점검

2011년 11월 5일

2010년 12월 10일

2010년 12월 16일~ 시민 아이디어 공모

2011년 1월 26일

2011년 5월 9일

광주공원 시민회관 재조성 사업 건축 설계 경기 연구 및 관리 용역팀 선정

2011년 8월 11일

설계 경기 공고

2011년 8월 23일

참가 등록 및 현장 설명

2011년 10월 25일

작품 제출

2011년 10월 28일

심사 및 당선작 발표

초청 작가

(※초청작가 팀은 설계 경기와 관련하여 건축+조경의 컨소시엄을 구성하여야 함)

김아연(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 + 김광수(이화여대 건축학부 교수)

양성구(Ether Ship 대표) + 김창국(urban JUNGLE 대표 디자이너)

정욱주(서울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 서현(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조민석(매스스터디스 건축사무소 대표) + 하성한(솔토조경 대표)

조성호(광주공간 건축사무소 대표) + 최신현(CTOPOS 대표)

시민회관 보전 방법 등 방침 결정

시상 당선작 실시설계권(시민회관 재조성 계획 및 설계 1.5억)+감리 0.4억+공원조성계획변경업무 0.3억

우수작 각 팀 500만원

심사 위원

(※전문 심사위원 7인 + 시민 심사위원 100인)

1. 전문 심사 위원 | 민현식(건축가, 한국종합예술학교 건축과 교수) 김인철(건축가, 중앙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황 순우(건축가, 바인건축사사무소 대표) 강남구(건축가, 한국건축가협회 광주지회장) 김도경(경희대 조경학과 교수) 강동진(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 박찬국(밀머리 대안학교 디렉터)

2. 시민 심사 위원단 | 공개 모집 후 추첨으로 결정, 시민 심사위원단의 한 표는 전문 심사위원 1인표와 동일

공개 심사

각 팀별 10분 발표, 5분 질의

심사 진행 팀별 발표 후 1차 투표 후 2팀 선정, 2차 결선 투표를 통해 당선작 결정. 전문 심사위원 7표+시민 심사위원단 1표, 동 표 나올시 시민 심사위원단 표가 가점. 당선작

광주의 판과 그린콘서트(김아연+김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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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타닉 가든에서 본 시민회관.

철거된 트러스를 활용한 플레이 가든. 철거 중 살아남은 계단과 수생식물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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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시민 주도 프로젝트의 탄생 ⓦ 이번 공모에서 건축 부문(시민회관 리모델링)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조경가가 지명된 배경이 궁금했다. 애초 평범한 공원으로 리노 베이션될 예정이었던 광주공원은 지난 1943년 광주시의 제1호 공원으로 지정된 이래 70여 년 동안 시민들과 질곡의 역사를 함께 해 왔지만, 지금은 노인들과 노숙인들만이 찾는 도시의 음지가 되었다. 공원 안에 자리잡은 광주시민회관 또한 1971년 당시 전남대학교 건축공학과 임영배 교수의 설계로 건립되어 각종 행사장이자 예식장, 영화관으로 광주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 오다가, 40여 년의 세월 만큼 낡아 버린 시설로 이젠 시민들에게 철저히 외면을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광주시는 지난 2010년 3월 시민회관을 철거하고 시민공원을 새단장하여 광주시 그린 네트워크의 일부로 편입할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막상 건물이 철거되기 시작하자 일부 건축 관 련 전문가와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이것이 시민들의 반대로 이어졌다. 결국 2010년 12월 광주시는 시민회관을 보존하기로 결정하기에 이른다. 실무적으로 본다면 주무 부서인 광주시 공원녹지과는 계획된 공원 설계안 대신 건축 리노베이션 안을 만들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공모를 기획하던 초기 단계에서는 40대 젊은 건축가들을 초청해서 신 선한 아이디어를 얻어 보고자 했다고 한다. 그런데 공원 내 시설이라는 특성에 주목한 이효원 전남대 건축학부 교수와 조동범 전남 대 조경학과 교수 등 ‘광주공원 내 시민회관 재조성 사업 건축 설계 경기 연구 및 관리 용역팀’의 의견에 따라 조경가에게도 기회를 주 고 두 분야 디자이너의 협업을 조건으로 내걸게 된다. 이것이 이번 공모전의 복잡한 성격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그 결과 3명의 건축가 와 2명의 조경가가 지명되고, 이들은 각각 조경가, 건축가와 협업하여 안을 만들게 되었다. 그 두 명의 조경가 중 한 명이 김아연 교수 이고, 김 교수는 이화여대의 김광수 교수와 한 팀을 꾸리게 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이번 공모전의 특수성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도시의 유산을 보존하면서 재생을 유도하는 최근 프로젝트들의 전형적인 탄생 과정이기도 하다. “흥미롭게도 역사적인 건물의 철거를 막는 데는 어느 나라든 시민들의 힘이 크다.” 김아연 교수는 뉴욕의 버려진 고가철도가 시민들의 힘으로 살아남아 하이라인 파크로 재탄생했듯이 광주시민회관도 시민들의 관심으로 구사일생하여 참신한 아이디 어를 구하는 새로운 돌파구 찾기에 이르렀다며, 시민들의 힘을 평가한다. 더불어 이번 심사는 소위 ‘나가수’ 방식의 심사로 주목을 받았 다. 이 프로젝트의 출발에 광주 시민들의 힘이라는 화두가 있었던 만큼 심사에도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광주시의 아이디어였다. 100명의 시민 평가단이 구성되어 전문 심사위원의 한 표와 동일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광주 시민들의 화제를 모으는 데 성공하였다.

건축가와의 파트너십 계기 ⓦ 김아연, 김광수 교수의 협업 관계는 행복도시 중앙부 오픈스페이스 공모에서 시작됐다. 행복도시 디자인 샤렛(charrette)에서 만났 던 인연으로 반쯤은 우연히 함께 하게 되었는데, 당시 공원과 공원의 건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고, 그 후로는 각자 건 축과 조경의 파트너가 필요할 때 서로 찾는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지난 몇 년간의 관계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이 두 조경가와 건축가는 서로 제법 잘 맞는 파트너라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공 모 과정 중 처음으로 서로의 차이에 주목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한다. 그간의 작업은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태도로 일관돼 있었다. 서로가 좋은 건축을 하고 좋은 조경을 하는 디자이너라는 믿음을 가지고, 각자 좋은 디자인을 해서 함께 좋은 결과물을 내는 협업의 과 정이었다. 민감하게 서로의 가치가 부딪히는 일이 없었던 것이다. 건축가의 민감한 요구는 “여기까지가 테라스 선이니 잘 지켜주세요” 정도였고, 건축가가 정원의 식재 같은 조경가의 영역에 관여하지 않는 식이었다. 그런데 건축과 공원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광주공원의 초반 작업에서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관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김아연 교수는 이러한 상황이 오면 대개의 건축가들은 헤게모 니를 행사하려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반면 김광수 교수는 솔직하게 논의의 예민함을 드러내면서 허심탄회하게 관점의 차이를 설명 했다고 한다. 공원을 건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건축을 공원의 시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는지, 전문가의 시선으로 바라보아 야 하는지, 시민들이 선호하는 것을 강조해야 하는지 등이 이 프로젝트가 만들어 낸 화두였다. 그리고 김아연 교수는 이러한 관점의 차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이번 설계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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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점(starting point)의 차이가 낳은 제스처의 차이 ⓦ 두 분야의 접근 방식의 차이는 공원의 레이아웃을 잡으면서 드러났다. 광주시민공원에는 지난 40년 역사의 파편이 산재해 있다. 충혼 탑, 신사 터, 4・19기념비, 시비, 시민회관 등 온갖 오브제들이 남아 있는데, 두 사람은 그 파편화된 현실을 받아들이자는 전제에 동의했 다. 그런데 조경가 김아연 교수에게 공원의 레이아웃을 잡는 과정은 공원의 큰 틀을 잡은 후 동선 계획을 하고, 그에 따라 주요 공간들 을 규모와 프로그램에 맞춰 잘 배열하고, 녹지에 대한 컨셉트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반면 건축가 김광수 교수는 여러 오브제들이 산재 한 상태를 공원의 주요 레이아웃으로 받아들인 것처럼 보였다. 즉 공원을 하나의 판으로 놓고 그 안의 단위 공간들을 평면적인 레이아웃 으로 바라보는 듯 싶었다는 것이다. 땅을 우선적으로 사고하는 디자이너와 오브제를 먼저 고려하게 되는 디자이너의 입장 차이였을까? 또 시민공원이 추후 사직공원과 연결되면 주출입구의 위치가 바뀔 것이라 예상했는데, 조경가는 바뀐 출입구에서 건물까지 마치 레드 카펫과 같은 길을 시민들의 참여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문제는 이런 길이 놓이게 되면 배치상 출입구에서 건물로 이어지 는 축이 만들어지는데, 이런 제스처는 건축가에게 용납되기 어려운 것이었다. 조경가의 입장에서는 도시와 공원 속 건물을 잇는 산책 로(promenade)를 만들자는 프로그램적인 아이디어였는데, 건축적으로 본다면 축선을 만드는 개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건축가의 입장이 되어 본다면, 출입구와 건물을 잇는 축은 오랫동안 권력을 표상하는 직설적인 방법이었고, 독창적인 방법으로 기억과 역사를 다루고자 하는 건축가로서 기념비성을 강조하는 전형적인 방식을 수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러한 건축가의 “본능적 인 거부감”에 김아연 교수는 “오히려 즐거운 반전이 되지 않을까? 예전에는 이런 축의 끝에 현충탑이 있거나 오브젝트가 있었지만, 여 기서는 축 끝에 내가 있고, 숲과 공원이 있을 것”이라고 설득했다. “연예인들이 레드카펫을 밟고 가서 사진 찍는 모습을 동경해 왔다. 그래서 시민들이 인생의 하이라이트를 시민공원에서 맞는 것 같은 체험을 하게 해 주고 싶었다. 또 산책로 끝에 새로 만든 건물이 포인 트로 있는 것도 나쁠 것 같지 않았고, 시민들은 그런 곳에서 사진 찍기를 즐겨 한다.” 프로그램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이러한 요소들이 부담스럽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건축에서 터부시되는 것에 대한 편견이 없으니 이런 제안도 할 수 있던 것 같다는 말이다. 그래 서 “왜 나쁜가?”라고 김광수 교수에게 되물으며 의견을 조율해 갔다고 한다. 그 결과 산책로는 건물과 빗겨나서 만나는 자리로 옮겨져 아이디어는 살아남았다. 과거 시민회관에서 결혼식이나 이벤트를 가졌던 시민들에게 벽돌을 기부 받아 길을 만드는 제안이다. 그래서 이름도 ‘메모리얼 프롬나드’라고 붙였다. 필자가 보기에는 서로 다른 학문적 배경이 각자 다른 출발선에 서게 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공간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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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view point)의 차이가 낳은 개념의 차이 ⓦ 김아연 교수와 김광수 교수의 당선작에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은 ‘판’이다. 배치도에는 ‘광주평상’과 ‘광주카펫’ 이렇게 크게 두 개의 판이 부각된다. 조경가는 핵심 키워드로 ‘카펫’이란 단어를 주장했고, 건축가는 ‘판’을 고집했다. “처음에는 롤 카펫을 생각했다. 일반 적으로 포장된 바닥에서는 세팅된 느낌을 받기 어렵지만, 무언가 규정된 곳에서는 연극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사실 그것은 김광수 선생이 말하는 판의 의도와 같다. 멍석 깔 듯이 춤추면 춤판, 연극판이 되는 개념이다. 시민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뭐든 할 수 있는 세팅만 하겠다는 의도이다.” 두 사람 모두 규정되지 않은 자발적인 행위들이 일어났으면 하는 기대를 담은 것으로, 유사한 의도를 담고 있지만 선호하는 단어의 어감이나 미묘한 개념차가 있다. 사실 비슷한 의미라면, 서로의 단어를 받아들이는 것이 왜 이렇게 쉽지 않을까? 김아연 교수와 김광수 교수는 각각 쓴 소개글이나 발표 원고를 비교해 보면서 농담을 나누곤 했다고 한다. “김광수 선생은 저에게 닭살스럽다고 하고, 저는 김광수 선생에게 어쩜 그렇게 건축 가들은 어렵게 쓰느냐고 놀리곤 했다.” 김아연 교수는 이런 차이를 디자이너가 시민과의 눈높이를 어떻게 맞추는가에서 찾는다. “개인적 으로 공공의 일을 많이 하게 된다. 사실 시민참여를 좋아해서라기보다는 조경 분야에서 맡는 일의 특성상 시민들의 의견을 묻고 이야 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소통을 제대로 해 본 기억은 없다. 대체로 형식적이기는 하지만, 대화를 나누어 보면,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전문적인 이해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느끼게 된다. 일례로 공원은 시민들에게 편안한 휴식과 여가, 재미와 즐거움, 문화, 행복감을 줘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시작하게 되면 설계할 때부터 일반인의 언어를 쓰게 된다. 나이가 40이 넘어가다 보니 쓸데 없이 어려운 말을 쓰지 않는 태도가 굳어졌다. 길을 내더라도 예전 같으면 뭔가 상징적인 관계나 의미를 먼저 찾았을 텐데, 요즘은 여 기서부터 여기까지 가는데 계단이 있나 없나, 이런 것부터 생각하게 된다. 아이를 키워 보니 유모차 끌 때 계단 하나만 있어도 공원에 가기 싫더라. 또 노인 분들은 뭐하나 살펴보고, 이러다 보면 조금은 시민들의 입장에서 보게 된다. 이것은 개인적인 작업 방식이라기보 다 공원을 작업하는 조경가의 기본적인 태도일 것이다. 워낙 불특정 다수를 다루고 규모감 있는 땅을 다루다 보니, 뭔가 오브젝트로 집 중되는 것보다는 어디로 이동하고, 쉬고, 쉴 때는 뭐하고, 이런 것들을 중점적으로 고민하게 된다.”

광주카펫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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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을 통해 ‘판’으로 수렴된 솔루션 ⓦ 이러한 두 디자이너의 조율 과정을 통해 탄생한 당선작 <광주의 판과 그린콘서트>는 시민들의 활동을 담는 두 개의 판을 제공하고, 정 자의 개념을 도입한 건축물(시민회관)과 시민참여를 중시하는 외부 공간 계획을 중심으로 산재된 역사적 요소들을 새롭게 엮어 주는 안이다. 공원 속 건축 혹은 공원으로서의 건축에 대한 해석을 전통 건축의 정자로 풀어낸 것이다. 정자, 즉 열린 공원으로 해석된 시민 회관은 벽체의 상당 부분을 털어냈다. 그리고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판(광주평상)을 삽입했다. 이와 대조되는 또 하나의 판(광주카 펫)은 5・18 당시 시민군의 전투 훈련장으로 이용되었던 아스팔트 광장을 활용한 것이다. 이 판은 시민회관 주차장의 흔적, 광주 민주 화운동 시민군 훈련장의 흔적이 누적된 것으로, 시민들의 참여가 가능한 보타닉 가든으로 계획되었다. 건축물에서 철거된 트러스, 철 거 도중에 남겨진 계단 등은 공원 곳곳에서 다시 활용되어 기억을 자극한다. 광주카펫 옆으로는 시민참여의 방식으로 광주시민이 직접 자신들의 추억을 새겨 넣을 수 있는 메모리얼 프롬나드가 자리잡았다. 또한 파편처럼 흩어진 여러 장소들과 정원, 시민회관을 엮어 주 는 이야기 길을 만들어 새로운 내러티브를 형성했는데, 이 길은 다양한 연령대를 배려하여 계단 없는 경사로로 조성된다. 건축물의 프 로그램은 인디밴드를 지원하려는 운영팀의 계획에 따라 공연장 기존 객석 2층에 소규모 공연장을 온실 형태로 제안하고, 연습실과 공 연 아카이브 등 공연 문화를 활성화하고 공연 문화의 메카를 형성하기 위한 각종 지원 시설을 제안하였다. 특히 커튼을 이용한 가변적 인 공간 계획을 통해 다양한 행사의 규모에 맞게 변화하는 유연한 공간 운영이 핵심이다. 이렇게 시점과 관점을 통과한 각자의 의지는 당선안으로 수렴되어 공원의 솔루션으로 형상화되었다.

광주카펫 — 2

광주평상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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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함께 만들어 갈 프로젝트 ⓦ 사실 협업은 건축가와 조경가 사이에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김아연 교수는 “좋은 작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좋은 디자이너와 좋 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직까지 공공 부문의 조직이 분야 간 공동 작업을 하기에는 경직되어 있다는 현실에 대한 우려 표 명일 것이다. 따라서 주무 부서인 광주시의 공원녹지과에게도 이번 프로젝트는 새로운 도전이다. 건축물을 만드는 부서와 협력해야 하 는 과제가 남겨졌고,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협의 방식을 고민하는 일도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번 공모가 시민참여의 공개 심사로 이 루어진 점은 희망적이다. 심사 방식이 남달랐던 만큼 응모안에 대한 발표도 시민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고민이 필요했다. 김아연, 김 광수 팀과 함께 최종 2팀으로 선발된 조민석 팀은 청중과 대화하듯이 진행한 반면, 김아연, 김광수 교수는 발표 당일 새벽까지 대본을 맞춰 읽는 방식을 택했다. “공원은 온전하게 시민들이 쉬고, 노는 등의 여가 활동을 하는 곳이다. 시민들이 이런 기회를 통해서 공원에 대해 알게 되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이 공개 심사의 미덕일 것이다.”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본다면 시민 들에게 설계안이 공개되면서 ‘우리가 뽑은 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많은 현상 설계안들이 실시 설계 과정 에서 현실적 제약에 따라 수정을 거치면서 결국 형태적 유사성만 남게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반면 시민들의 심사를 거친 안은 시민들의 힘으로 그 개념을 유지하기 수월할 것이라 기대된다.

광주평상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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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 이제 우리가 처한 도시의 상황은 의도하지 않더라도 분야 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요구한다. 그런데 분야를 뛰어넘 는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일이 개개의 영역이 합쳐져서 누구나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학제 간 연구 혹은 통합 학문에 대한 고민들이 이러한 협력적 관계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류학자인 김광억 교수는 통합적 학문 연구라는 새로 운 패러다임을 표방하면서, 학문이 지니는 전문성의 경계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생각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역설적으로 자신 의 전문 분야에 충실하여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인정할 때 타인의 협력이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김아연 교수 역시 이와 비슷 한 이야기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자신의 분야를 잘 알고, 자신감이 있을 때 오픈마인드가 되는 것 같다. 일례로 공원의 본질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압박에 대해 훨씬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또한 타인에 대한 존중과 다른 영역에 대한 존중감도 중요하다.” 결국 자신과 타인에 대한, 즉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평범한 원칙이 실무의 최전선에서도 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지면은 그간 건축지에서 자주 접하기 어려웠던 조경 분야에 대한 관심에서 기획된 것이다. 따라서 공원에 대한 조경가의 시각과 조경가의 입장에서 바라본 협업 관계 등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보니 함께 작업한 김광수 교수의 의견을 직접 듣지 못한 점이 아쉬움 으로 남는다. 앞으로 조경과 건축의 활발한 소통이 지속될 것을 기대하면서 다음 기회를 기약하고자 한다.

광주평상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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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기 간향건축저널리즘워크숍 리포트, 2011

10개의 계단, 그리고 우리는 ‘꿈’을 보았다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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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난해 4월부터 11월 사이 10주 프로그램으로 운영된 제2기 간향건축저널리즘워크숍의 현장 기록이다. 건축 잡지와 일반 언론에 대해 관심이 많고,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건축계 전반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자 하는 소수의 대학 생들을 선발하여 강의실과 현장수업을 병행한 워크숍이었다. 2010년 12월 1기를 배출한 이후 수료자 중 3인이 건축 잡지 기자의 길을 택하여 세상에 발을 들여놓았다. 바라기는, 그들을 포함하여 더 많은 이들이 일간지, 주간지, 방송 등 미디어에서 저널리즘의 깃발 아래 건축의 목소리를 담아냈으면 좋겠다. 본지가 주관하는 건축저널리즘워크숍은 끊김 없이 그 다리를 놓을 것이다.(편집자 주)

글・사진 | 김혜영 외 5인(제2기 간향건축저널리즘워크숍 수료생) 2기 수료자 | 김혜영・신은별・유승리・이상민・이철호・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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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6. 도대체 무엇이 우리를 이끌었을까?

방의 입에서 끌어내는 것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사전에 콘티를 준

4월. 개성 강한 이야기보따리를 둘러맨 동기생 여섯 명이 <와이드

비해 대화를 매끄럽게 이어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기

AR> 동교동 편집실에 모여들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하여 걱정

자에게 필기란 당연히 갖추어야 할 기본이며, 녹취해 정리하는 방

하던 중 운명처럼 끌려온 이, 가까운 선배의 권유로 신선한 충격을

법도 있다. 주제에 관한 사전 리서치를 통해 정보를 입수하고, 개

받고 워크숍에 매료된 이, 학문적 건축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저널

성 있는 포맷으로 각 주제별 자료박스를 만들어 자신만의 기자수

리즘을 선택한 이 등 다양했다. 1차 합격자 발표 뒤 한 달의 공백

첩을 관리해야 한다. 좋은 표현을 수집하고, 항상 최근 간행된 사

기간은 서로에 대한 궁금증을 더했고, 드디어 첫 만남의 날이 다가

전을 곁에 두고 정확한 글쓰기 습관을 기른다. 좋은 기자란 배려

왔다. 어색하게 둘러앉은 탁자에서 시종 깔깔대며 상견례의 시간

깊은 자세로 대화를 이끌 줄 아는 사람이다. ⓦ 전진삼 발행인의

을 가졌다. 저마다의 독특한 캐릭터를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이론 수업 후 서울 원서동에 위치한 공간사옥으로 자리를 옮겨 일

는 쉽게 하나가 되었고, 상기된 표정으로 강의에 몰입할 수 있었

본 관서지방 건축가들의 내한 전시 개막식에 예비 저널리스트 자

다. ‘건축저널리즘 입문’과 관련한 전진삼 <와이드AR> 발행인의

격으로 참가했다. ‘KANSAI 6: ONOMATOPOEIA’전은 건축가

강의 요점은 다음과 같다. ⓦ “건축가와 기자는 서로의 만남을 중

6인이 여섯 개의 의성어(JIWAJIWA, GUNGUN, GURUGURU,

요시 여겨야 한다. 대중 저널리즘에서 건축계에 지닌 선입견은 대

ZIGZAG, MAZEMAZE, GUIGUI)를 가지고 각자의 건축 작업

부분 이해관계에서 생겨난다. 사회가 건축가를 필요로 할 때 참여

을 전시하는 형식이었다. 막상 취재 현장이라고 생각하니 엄두가

하지 않고, 언론을 자기변론의 도구로만 사용하려 한다면 기자는

나지 않았다. 그러나 전시장 안에서 기자라는 희미한 의식을 건져

저항해야 마땅하다. 이런 선입견을 줄이기 위해 건축가와 기자는

올리는 성과가 있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20110521. 건축은 인문학을 담는다 5월. 주간지 <시사IN> 문화부 기자를 지낸 안철흥 강사와 함께하 는 두 번째 수업. ‘인문학+주간지 기자되기’ 강의는 인문학이 필 요한 이유와 더불어 기자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덕목, 저널만의 문체를 구사하는 방법 등에 대한 담화로 진행됐다. 플라톤과 공자 의 비교를 통해 동서양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인문적 정서에 대하 여 강론한 강사는 르네상스시대 이래 삶의 가까운 곳에서 가장 쉽 게 영향을 받는 건축이 인간의 생각과 역사가 농축된 ‘인문학’을 담 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쉼 없이 읽고 쓰기’를 강조한 베테랑 기자의 요점 정리식 글쓰기 노트는 쓰기에 약하고 논리적 생각의 구조화에 허술한 우리에게 큰 자극이 되었

일본 관서지방 건축가 전시장.

다. 나아가 저널 글쓰기 비법은 기사 하나를 작품으로 만들 수 있 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 “질문형 문장을 피하고, 접 속 부사의 95%는 없어도 무방하지만 섬세하게 구사해야 하고, 외

20110817. 건축을 사진에 담는 마음학

국어를 직역해 놓은 듯한 조사 표현은 경계하고, 문장의 긴장도를

8월. 집중강의 1일차 첫 번째 프로그램. 건축 사진가 김재경의

떨어뜨리는 ‘~도’는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건축 사진의 이해’ 강의로 집중 코스의 첫 막이 올랐다. 강의를 통 해 우리는 건축을 사진에 담는 방법만이 아닌 건축을 사진에 담는 마음을 배웠다. 또한, 사진가의 시선과 철학이 관찰자를 변화시킬

20110618. 기자가 지녀야 할 기본 소양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18세기, 기계가 사람의 손을 대

6월. ‘기초 취재 연구’를 통해 기자가 지녀야 할 태도를 상기하는

신하기 시작한 산업혁명 이후 ‘사진’은 건축을 대신하는 최상의 표

시간이었다. 일반적으로 보통 사람들은 상대방을 마주보며 말하

현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최초의 사진 <르 그라시의 집 창에서 내

고, 웃고, 화내는 순간의 자기 얼굴 표정을 직접 볼 기회가 거의 없

다본 조망(1827)> 속에도 건축이 등장한다. 이로써 ‘사진’과 ‘건축

다. 마주 앉은 취재원에게 최대한 호의를 표하며 원하는 바를 끌

사진’이 탄생을 함께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과 건축은 인간

어내는 능력은 기자에게 빼놓을 수 없는 덕목이다. 그런 의미에

의 보편적 생활을 담아낸다는 점은 같지만, 2차원의 그림을 3차원

서 상대방의 눈은 좋은 거울이 된다. 인터뷰를 진행할 때 상대방

의 그림으로 만드는 작업이 건축인 반면 3차원의 건축을 2차원의

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바를 상대

건축으로 환원하는 작업이 사진이란 면에서 다르다. 건축 사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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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에 따라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하나는 ‘(주문자가 있어

결국 <건축과 환경>이라는 ‘착한 이름’으로 창간하게 되었다는 뒷

서) 매체에 개재되는 건축 사진’으로 잡지나 신문, 해당 건축가의

담화를 들을 수 있었다. 현재 <C3 Korea>는 다른 건축 잡지와 달

홈페이지에서 접할 수 있다. 이런 건축 사진은 극적인 표현과 과장

리 건축 형태가 아닌 건축 맥락과 관련된 주제에 접근한다는 차별

된 공간감이 필요하다. 왜곡이 일반인에게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

화된 전략과 세계 속에 한국 건축을 알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

으키고 이슈가 될 수 있는 요건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진가

다고 말했다. 수년 전부터 잡지의 해외 수출을 시작한 이래 현재 7

가 선호하는 작업은 ‘사진 영역으로의 건축 사진’이다. 과장과 왜

개국의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이우재 편집장은 건축을 다

곡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삶이 담긴 사진. 그 안에는 장소만 등장

음과 같이 정의 내리며 그것이 곧 <C3 Korea>의 근간을 이루고 있

하기도 하지만 삶의 방식이 담겨 있고, 집주인과의 이해관계가 보

다고 말했다. ⓦ “건축이란 상황과 주체의 관계이다. 따라서 우리

이고, 손때 묻은 흔적들이 보인다. 제2의 관찰자에 따른 다양한 해

는 건축 맥락에 관련된 주제에 접근하고자 한다.”

석이 존재할 수 있다.” ⓦ 두 번째 프로그램을 위해 땅집사향(땅과 집과사람의 향기)이 열리는 서울 중구 신당동 그림건축으로 향했 다. 어둑어둑한 공간에 오밀조밀 배치된 좌석, 강사와 청중의 거

20110819. 인쇄공장 방문 학습 그리고 1기와의 만남

리는 1m도 채 되지 않았다. 58번째 ‘New Power Architect’로 초

8월. 집중 강의 3일차 프로그램. 현장 학습의 날이다. 서대문 형무

대된 최춘웅(고려대) 교수는 건축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떻게

소 앞 독립문공원 인근의 건축 전문 서적 출판의 메카로 불리는 시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풀어낸 작업들을 소소

공문화사를 찾았다. 어젯밤 늦게까지 이어진 뒤풀이 탓에 우리들

한 웃음에 담아 전달했다. 처음 접한 땅집사향은 이색적인 강의 풍

의 만남은 소란스러웠다. 모두들 무사하다는 것이 확인된 후, 김기

경만큼이나 뒤풀이 자리도 특별했다. 젊은 건축가를 만날 수 있다

현 대표의 인솔 아래 파주출판단지에 위치한 책 제작 공장을 찾았

는 공통의 관심사로 모여 서로의 살이 닿을 듯한 작은 공간 안에

다. 공장을 가득 메운 기계 소음 속에서 한 장 한 장의 종이는 마음

서 끈끈한 강의를 듣고 난 후, 서로를 미약하게나마 알고 헤어지

의 양식이 되어 태어났다. 인쇄된 종이를 접지 기계에 넣고 표지

자는 의미 있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여느 자리에서나 함께 모이면

와 간지, 책갈피 등을 다음 기계에 장착하고 나니 완성된 책이 완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지만, 이 날의 흥미로운 광경은 한 회사의

품 기계에서 폴짝 튀어 나왔다. 그것들을 모아 압축기로 누르면 제

대표나 호기심에 찾아온 학생이나 모두 같은 방식으로 자신을 소

본된 부분들이 견고하게 접착되고, 포장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공

개한다는 점이었다.

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제작 공장의 견학을 마쳤다. 또 다른 인쇄 전문 공장을 찾아 경기도 용미리 부근으로 이동했다. 도심과 멀리 떨어진 한적한 외곽에 인쇄 공장들이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인터

20110818. 건축 기사는 시(詩)여야 한다

넷과 매체가 발달하면서 더 이상 자료 파일을 직접 옮기지 않아도

8월. 집중 강의 2일차 첫 번째 프로그램. 서울 중구 순화동에 위치

되기 때문이다.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책의 제작 공정을 직접 눈으

한 중앙일보 로비에서 정재숙 에디터(중앙일보 문화부 부국장)와

로 보고 체험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 하루 반나절의 강

만났다. 건축 저널리즘의 분야를 일간지와 월간지, 저술의 행태로

행군과 어젯밤 뒤풀이의 후유증으로 몸은 많이 피곤했지만 또다

나누고 그 중에서도 일간지의 건축 기자가 되는 비법을 전수해 주

시 기다려지는 밤이다. 오늘 현장 학습 후 뒤풀이는 지난해 워크숍

었다. ⓦ “일간지에서의 건축 기자는 수명이 오래가지 못한다. 약

을 거쳐 간 1기들과의 공식적인 만남이었다. 몇몇은 이미 알고 지

간의 전문 지식을 가지고 효과적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쉽지

내왔지만 서먹함이 없을 순 없다. 하지만 오고가는 많은 대화 속에

않거니와 독자의 흥미를 이끌 수 있는 요소가 한정적이기 때문이

서 1년이란 시간의 갭은 쉽사리 휘발됐고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다. 예전 일간지에서 건축 전공자를 특채로 고용하기도 했지만 그 문은 더욱 좁아지고, 현재는 공채(일명 언론 고시)를 통해 입사하 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앙SUNDAY> 같은 특별지를 공략하는

20110820. 건축도 디자인도 글쓰기도 미쳐야 한다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목표를 위해 그 끝을 어느 한곳에 정해 놓

8월. 집중 강의 4일차 프로그램. 건축저널리즘워크숍 집중 코스의

지 말고 어디든 도전하며, 그동안 끊임없이 글을 써야 한다. 마지

마지막은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내 전시장에서 시작됐다. 벽 전

막으로 기자는 인간에게 묻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건축 기

체에 펼쳐진 어린이들의 미술 솜씨를 감상하고 있는데 오늘 ‘편집

사는 시(詩)여야 한다.” ⓦ 두 번째 프로그램을 위해 2시간 가까

디자인의 이해’ 강의를 맡은 수류산방의 박상일 방장이 마치 아이

운 정재숙 기자와의 만남을 뒤로 하고 송정역 인근에 위치한 월간

들의 그림 속에서 걸어 나온 듯 해맑게 웃으며 다가왔다. 일행은

<C3 Korea>의 이우재 편집장을 만나러 갔다. 군사 정권 시절 <건

정부청사 근처 ‘김씨도마’로 자리를 옮겨 거한 점심 식사 대접을

축과 비평>이라는 제호로 창간하려던 현재의 <C3 Korea>는 ‘비평’

받았다.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한식집, 메뉴판도 한눈

이라는 반정부적 성향의 단어로 심의에 걸렸고, 다시 신청한 <건축

에 들어왔다. 툭툭 던져진 듯한 자판 레이아웃과 그 밑에 무뚝뚝하

과 사회>라는 제호도 ‘사회주의자’라는 딱지를 금기시하는 바람에

게 쓰인 설명이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계속 넘기며 한 줄 한 줄 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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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보니 언제 먹고, 어디서 먹고,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등의 내용 이 쏙쏙 들어왔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 강한 명조체의 친절 한 메뉴판은 수류산방의 작품이었다. ⓦ 제천막걸리를 곁들인 푸 짐한 점심 식사를 마치고 서촌지역을 지나 수류산방으로 향하는 도중, 사진가이자 산악인 이한구 씨가 직접 한옥을 수리해서 운영 하고 있는 ‘류가헌’(사진 전문 갤러리)에 들렀다. 한옥 두 채가 작 업 공간과 갤러리로 꾸며졌고, 우리는 그 사이에 위치한 마당에서 하늘을 보며 차를 마셨다. 조용하고 따뜻한 서촌의 분위기를 물씬 품은 공간이다. 1시간 가까이 머물다 잰걸음으로 도착한 수류산방 둥지에서 안치운(호서대 교수) 연극 평론가를 만날 수 있었다. 머 리로는 터득할 수 없는 선배들의 진득한 인생담을 귀동냥하며 시 간가는 줄 몰랐다. 제본소 탐방. 20110924. <W-아키버스>타고, 광주를 걷다 9월.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현장 ‘도가도비상도圖可圖非常圖’를 몸소 체험하기 위해 사당역 인근 공영 주차장에 모였다. 여덟 번 째 만남은 간향미 디어랩에서 주관하는 <W-아키버스> 프로그램 에 참가하는 것이었다. 현역 건축가 선배들, 학생들, 워크숍 1기 선배들, 일반인을 포함해 20여 명 남짓 모여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전시장으로 향했다. ⓦ 전시장에서 도슨트를 쫓아 6개의 주제(유 명, 무명, 장소, 비장소, 커뮤니티, 아카데미)로 전시된 작품들을 둘러보았다. 관람을 마친 뒤 마치 트레킹이 연상되는 코스로 광주 시내 옛 광주 읍성을 따라 배치된 11개의 어반 폴리(일명 광주폴 리)를 보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늦은 여름의 막바지 더위로 숨이 목에 차올랐지만, 다 큰 어른 스물 댓 명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광 주 시내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우리는 폴리를 보고, 광주 시민들은 우리 일행을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당일치기 여행은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여독을 푸 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20111022.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를 허물자 생활이

예술이 되었다

10월. 건축저널리즘워크숍 마지막 수업. 개항장 도시 인천에서 근 대 도시의 시간성을 경험하는 날이다. 비가 내리며 때 이른 추위 서촌 걷기.

가 찾아왔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 달 사이로 서울, 광주, 인천 등 전국 곳곳에서 동기들을 만나니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으랴. 1 기 기장 이지선과 고경국이 동행했다. 첫 만남 장소인 인천아트플 랫폼을 자유 여행 한 뒤 일행은 5분 정도를 걸어 100년 전통의 신 포시장으로 향했다. 시장 밖에서 우리를 맞은 이는 대물림 떡집 주 인장 이종복 시인・향토 연구가였다. 그의 안내로 시작된 재래시 장 탐사에서 신포리의 역사를 들을 수 있었다. 리모델링한 시장 풍 경 사이로 숨겨진 시간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업소 간판에 감춰 진 3층 규모의 국내 최초 주상 복합 시설이 그곳에서 숨쉬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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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디자인비엔날레 관람.

다. 2, 3층에 위치한 시장 속 쪽방은 군색한 삶의 터전이었다. 내

나가고 있었다. ⓦ 어느덧 밖은 어둑해졌고 일행은 좀더 삶에 밀착

부 통로는 쇠락한 달동네 골목길을 연상시켰다. 일행이 마주한 현

된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동네의 명물 주점인 ‘개코막걸리’로

실은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했

향했다. 밖에는 가을비가 내렸다. 7~80년대 풍경을 담고 있는 개

다. ⓦ 신포시장의 여운을 뒤로 하고 배다리로 향했다. 산업 도로

코막걸리에서 인천탁주 소성주의 십이간지 상표를 모아 보자는 호

건설 공사로 마을이 존폐 위기에 처해 있었던 배다리는 주민들이

기로 밤 깊은 줄 모르고 술과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가을 소낙

힘을 모아 지켜낸 사례로 유명하다. 그 중심에 배다리 헌책방의 산

비가 우박으로 바뀌었다.

증인인 아벨서점이 있는데, 우리는 짧은 시간이나마 그곳의 곽현 숙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그녀가 굳이 올라가봐야 한다고 안내 한 아벨서점 2층 다락방에서 우리는 배다리 헌책방 거리의 시간의

20111126. 열 번의 만남, 그 이상의 관계

단층을 엿볼 수 있었다. ⓦ 배다리의 또 다른 마을 지킴이 ‘스페이

11월. 예정된 8개월 10주의 워크숍 시간이 훌쩍 지나 수료식에서

스 빔’을 찾았다. 대안 미술 활동 공간으로 명명된 옛 양조장 건물

의 마지막 만남. 섭섭함이 앞섰다. 2기 전원 무사히 수료할 수 있

에서 민운기 대표와 듬직한 양철 로봇이 우리를 맞아 주었다. 미술

어 축하한다며 1기 선배들이 우르르 찾아 주었다. 건축저널리즘워

을 기반으로 한 젊은 작가, 기획자들이 근대 역사 문화가 위협 받

크숍을 이끌어준 전체 강사진과 수료식을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지

던 배다리 현장에 둥지를 틀고 공공성, 지역성, 자율성을 모토로

만 우리끼리였기에 진솔한 담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현장이었다. 스페이스 빔은 배다리 지역

없이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와이드AR> 편집실에서 워크숍 전 과

의 다양한 맥락과 현안에 개입하며 주민들과 함께 마을을 만들어

정을 반추하며 각자 감회를 나눴다. ⓦ 유일하게 10주 전 과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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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어반폴리 트레킹.

뒤풀이를 참석한 이철호는 “매 순간이 행복했고, 소중한 추억을 만 들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남들보다 불성실한 이유로 이곳에 와 있다고 생각했던 임훈은 뒤늦게 후회를 했으며, “서먹 했던 사이가 갈수록 변해 이제는 아쉬울 정도인데 그래도 좋은 사 이종복 시인과 함께.

람들을 만나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했다. 올해가 일생일대의 방 황기였다는 신은별은 “이해관계가 아닌 작은 도전 하나로 모인 이 곳이 인생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주었 다”고 소감을 전했다. 학교 선배(1기 최다은)를 통해 워크숍에 참 여하게 된 유승리는 “첫 직장으로 발돋움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

리의 첫 만남에서 함께 찾아보기로 했던 한국적인 저널은 찾았는

었고, 혼자였으면 만날 수 없었던 귀한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었

지, 저널리즘의 존재 이유는 알게 되었는지, 현존하는 저널리즘을

던 값진 경험이었다”고 했다. 워크숍 합격 소식에 눈물을 흘렸다

평가할 만큼의 내공은 키웠는지, 마지막으로 각자 ‘나’를 찾기 위

는 김혜영은 “지원 자체가 큰 도전이었고, 집중 코스가 함께한 이

해 모였던 우리 모두는 ‘나’를 만났는지 아직은 모른다. 앞으로도

들과의 만남을 끈끈하게 해주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기 때문에 3기

꾸려질 이야기가 더 많은 우리들은 비록 공식적인 만남은 막을 내

의 만남에 동참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우연한 기회에 워크숍

렸지만, 아직 마침표를 찍지는 않았다. ⓦ

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는 2기장 이상민은 “매월 설레는 하루를 기 다리며 1년을 보람차게 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고, 꿈을 향 한 일을 경험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 지난 4월,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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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5 | Wide Architecture Report 25 | 2012. 1-2

와이드 25호 뎁스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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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 건축 탐사 25 | 손장원> 근대식 교량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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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PASS 22 | 이종건> 나는 가수/건축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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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더하기 건축 05 | 나은중+유소래> Self-Portraits자화상—루이사 람브리L u i s a L a m b r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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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de Focus 18> 『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 그 이후 | 임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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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de Focus 19> ‘덕수궁 궁역’의 복원이 급선무 | 김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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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건축 탐사 25 | 손장원

근대식 교량을 찾아서

ⓦ 경남 창녕군 영산면 동리에 위치한 만년교 옆에 남천석교비(1780년 건립)가 있다. 이 비석에 “여량(輿樑)은 만백성이 편리하게 건

너다니는 곳이며, 왕정(王政)의 한 가지 일이다” 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다리를 놓는 것은 국가 대사로서 치세의 하나로 여길 정도였 다. 또한 다리를 만드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기 때문에 불가에서는 월천공덕(越川功德)이라는 이름으로 다리 놓기를 권장했다. ⓦ 장마가 오면 나무로 만든 다리는 쉽게 떠내려가기 때문에 돌다리를 선호했지만, 공력과 비용이 많이 드는지라 교 통 요지에나 돌다리가 만들어졌다. 나무다리와 돌다리가 대부분이던 우리나라에 철근 콘크리트 다리와 철골 다리가 등장한 것은 서양 근대 문물의 영향이다. 개항 이후 부두에 배를 대기 위해 만든 잔교(棧橋)가 있었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다리가 근대식으 로 만들어진 것은 아마도 1897년에 착공하여 1990년에 준공된 한강철교가 처음일 것이다. 이렇게 우리 곁에 찾아 온 근대 교량은 철 도와 신작로가 개설되면서 전국 곳곳에 세워진다. ⓦ 문화재청이 2001년 7월부터 근대 문화유산에 대한 등록문화재 제도를 시행한 이 후 2010년 말까지 등록된 문화재는 모두 466건이다. 이 가운데 근대식 다리는 총 13건이 지정되어 있다. 그 수가 적어 드러나지 않고, 미적 측면보다 안전에 맞춰 세워진 탓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근대식 교량을 찾아 길로 나서 보자. ⓦ 근대식 다리를 쉽게 보기 위해서는 낙동강이 관통하는 경상도 지역을 찾는 것이 좋다. 그런데 지난 여름 장마로 왜관철

01. 영동 노근리쌍굴다리(永同 老斤 里雙窟다리) : 이 다리는 1934년 충북 영 동군 황간면 노근1길 3-2의 개근천(愷勤 川) 위에 축조된 아치형 쌍굴 교각이다. 마 치 터널처럼 생긴 이 다리는 1950년 7월 26 일부터 29일까지 4일간, 인민군에 밀려 패 퇴하던 미군이 영동읍 주곡리, 임계리 주 민과 피난민들을 굴다리 안에 모아 놓고 집단 학살을 벌인 곳이다. 지금도 교각 곳 곳에 그대로 남아 있는(사진의 ◯, △) 총 탄의 흔적이 과거의 아픈 역사를 말해 주고 있다.—2007년 이상우 감독은 영화 <작은 연못>을 통해 순박한 마을 사람들이 영문 도 모른 채 죽어 간 안타까운 사연을 애절 하게 담아냈고, 배우들은 노 개런티로 출 연하여 시대의 아픔을 연기했다.

02. 울산 구삼호교(蔚山 舊三湖橋) : 울산에는 축조 시기에 따라 구삼호교, 삼호교, 신삼호교 등 3개의 삼호교가 있다. 시기적으로 가장 앞선 1924년 5월 25일에 세워진 구삼호교는 일제가 부 산~울산 간 군수 물자 수송을 위해 만들었다. 총 길이 230m, 폭 5m, 높이 7m의 다리로 울산시 무 거동1035-1 일대에 위치하고 있다. 울산 지역 최초의 근대식 철근 콘크리트조 교량인 구삼호교는 1990년대 신삼호교 건설로 다운동 방향의 교량 20m쯤이 철거되어 현재는 원래의 모습과 약간 차 이가 있다. 사진은 건립 초기의 삼호교 모습이다. 일제는 자신들의 치적으로 여기는 것들을 사진 엽 서에 담아 판매했는데, 울산 삼호교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한편, 구삼호교가 위치한 태화강에는 울산~장생포~삼산비행장을 연결하기 위해 1935년에 건설한 울산교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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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호국의 다리)와 남지철교가 무너졌다. 둘 다 4대강 사업 구역 내에 위치한 다리로, 건설 이후 끄떡없던 다리가 준설 공사로 하상이 낮아져 한순간에 허물어졌다. 시간의 켜가 중첩되고 삶의 애환이 담긴 문화의 흔적을 업신여긴 채 전국 곳곳을 공사판으로 만들어 버 린 정부의 입장에서는 그까짓 철교까지 염두에 둘 필요는 없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지난 6월 25일 새벽, 한국전쟁 발발 61 주년 만에 왜관철교가 다시 무너진 것은 역사를 무시하는 후손들에게 주는 조상의 경고가 아닐까 한다. 이 다리는 파죽지세로 내려오 던 북한군의 예봉을 막아 내고 전세를 뒤집는 계기를 마련한 의미 있는 장소로 ‘호국의 다리’라는 이름도 이 때문에 붙여졌다. ⓦ 이 다 리의 붕괴에 이어 4대강 사업 구역에 포함된 여러 개의 다리가 무너졌고, 8월 23일에는 창녕 남지철교가 붕괴되었다. 치수를 목적으로 진행된 토목 사업 때문에 사람들이 안전하게 물을 건널 수 있도록 해 주는 다리가 무너지는 얄궂은 일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답 답하다. ⓦ 근대기에 세워진 교량의 상당수는 기차 운행을 위해 만들어졌고 구조는 철근 콘크리트 교각 위에 철재 트러스를 올리는 방 식이었다. 달리는 기차의 무게를 온전히 견디기 위해서는 튼튼한 구조물을 만들어야 했지만, 콘크리트 기술이 발달되지 않아 지금과 같은 지름이 큰 교각을 만들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근대식 교량의 교각은 2개의 기둥을 세워 이를 연결하여 하나의 교각을 만들었고,

03. 남지철교(南旨鐵橋) : 1931년에 착공하여 1933년 3월 9일에 완 공된 다리로 창녕과 함안 사이를 가로지르는 낙동강 위에 놓여 마구국도 (馬邱國道)를 연결한다. 규모는 길이 391.4m, 폭 6.0m이며, 창녕군 남 지읍 남지리 961일대에 위치한다. 다리가 놓인 주변은 경관과 풍치가 뛰 어나 남지팔경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데, 2011년 여름 장마로 다리의 일부가 무너져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04. 금강산 전기철도교량(金剛山 電氣鐵道橋梁) : 전동차는 전기 를 동력으로 하여 운행되는 열차이다. 우리 나라에 전동차가 도입된 것 은 1899년 동대문과 흥화문 사이를 운행하던 전차가 처음이지만 시내 교통망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광역 교통망으로서의 본격적인 전기 열차 시대는 1924년 8월 1일 철원과 김화 사이의 28.8km구간이 개통 되면서 시작되었다. DC 1,500V를 동력으로 하던 이 전기 선로는 1931 년 7월 철원과 내금강을 연결하는 116.6km 전 구간이 개통되어 금강산 관광과 강원도 개발을 앞당기게 된다.—해방 후 북한의 군수 물자 수송 을 위해 사용되기도 했던 이 선로는 한국전쟁의 종전과 함께 운행이 중 단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05. 철원 승일교(鐵原 昇日橋) : 높이 35m, 길이 120m, 폭 8m의 다 리로 철원군 동송읍 장흥리 725, 갈말읍 내대리 산61-1일대에 위치하고 있다. 철원은 해방 후 남북 분단으로 북한에 속했던 지역이다. 1948년 8 월에 착공된 이 다리는, 일제강점기에 일본 규슈공전을 졸업하고 철원 농업전문학교 토목 교사로 근무했던 김명려(金明呂)의 설계에 따라 소 련식 공법으로 기초와 교각을 세웠으나, 한국전쟁 발발로 공사가 중단 되었다. 정전 이후 이 지역을 관할하게 된 우리 나라 정부가 공사를 재 개하여 1958년 12월에 완공하였다.—남한과 북한이 합작해 완성한 다 리라는 뜻에서 이승만의 ‘승(承)’과 김일성의 ‘일(日)’을 따와 ‘승일교( 承日橋)’라고도 하며, 문화재청도 이렇게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 다 리의 실제 이름은 ‘승일교(昇日橋)’이다. 명칭은 같지만 한자가 다른 이 이름은 영천전투에서 공을 세운 뒤 한탄강을 건너 북진하다가 장렬히 전사한 박승일 대령을 기리기 위해 붙여진 것이다. 1985년에 세운 ‘昇日 橋’라는 이름이 새겨진 화강암 기념비가 이를 반증하고 있다. 1995년에 는 이 다리의 이름을 ‘承日橋’로 표기한 출판사를 상대로 박대령의 유족 측이 출판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더욱 유명한 다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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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H자 모양의 교각이 탄생하게 되었다. 근대기에 세워진 다리라고 해서 모두 이처럼 튼튼한 구조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 다. 교통의 요로에서 벗어난 도로와 연결된 다리는 나무다리로 만들거나, 밀양 남천교처럼 주교(舟橋)를 놓기도 했다. ⓦ 다리는 안전 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고 그다음으로 경제성을 감안하는 탓에 미적인 고려는 뒷전으로 밀린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변 환경과의 조화 는 물론 교량 구조물 자체가 갖는 미적인 측면에 대한 관심과 배려도 높아지고 있다. 행정복합도시로 건설되는 세종시는 하천 위에 세 워지는 교량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금강, 미호천, 제천, 방축천 등에 놓이는 37개 다리의 형태를 다르게 하여 볼거리로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 경우는 약간 다르지만 다리를 관광 자원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다른 곳에서도 추진된 적이 있 다. 몇 년 전 경북 고령군은 1955년에 세워진 옛 고령교에 다리 박물관을 세우는 사업을 추진했다. 이 다리는 달성군 논공읍과 고령군 성산면 사이에 위치한 낙동강 위에 놓인 것으로 길이 300m, 폭 7m 규모이며 건설 이후 30년간 교량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 다리가 주 목을 받은 이유는 현대건설이 세운 첫 번째 다리로서 건설 중에 여러 차례 구조물이 유실되는 등 많은 곡절 끝에 완공되었다는 점에서 였다. 현대건설은 이 다리 건설로 많은 손해를 봤지만, 정부로부터 시공 능력을 인정받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만으로 이 다리에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구체적인 콘텐츠와 관련 자료를 확보하지 않은 채 박물관 건립에만 목적을 두는 전시 행정은 당장 멈춰야 하지 않을까. ⓦ 손장원 | 본지 자문위원, 재능대학 실내건축과 교수

06. 태백 장성이중교(太白 長省二重橋) : 삼척탄광은 남한 최대의 탄광으로 1935년부터 개발이 시작되어 우리 나라의 석탄 산업을 이끌 었다. 태백에서 가장 오래된 태백 장성이중교는 강원 태백시 장성동 222 일대에 위치한 다리이자 석탄 관련 시설로서 두 개의 다리로 구성되어 있다. 윗다리는 석탄 수송용 전기 기차 운행을 위해 만들었고, 아랫다 리는 사람과 자동차가 오가도록 했다. 면적은 상부교 361.9 m2, 하부교

07. 문경이중교(聞慶二重橋) : 이중교는 상판이 두 개가 있는 다리 라는 뜻이다. 근대기에 세워진 이중교는 하나의 교각 위에 상판을 2개 놓는 경우와 인근에 별도의 교각을 세우고 상판의 높이를 다르게 하는 경우가 있다. 문경 가은읍에 위치한 이 다리는 석탄 수송용 열차 운행을 위해 다리의 일부에 상판을 높게 만든 이중교이다.

225.0m2이다. 최근에 바로 옆에 또 하나의 다리가 놓여 3중교가 되었다.

08. 삼랑진철교(三浪津鐵橋) : 삼랑진과 김해를 연결하는 교량으로 길이 602m, 폭 4.3m 규모로 1935년에 세워졌다. 1943년부터 철도 교 량으로 쓰이다가 1962년 12월 22일 낙동강철교 개통으로 철도가 이설 된 뒤에는 보수 공사를 거쳐 일반 도로용 다리로 쓰였다. 그러나 원래 철도 교량으로 만들어진 다리인 탓에 폭이 좁아 자동차 운행에 어려움 이 많았다. 이 때문에 새로운 다리 건설이 추진되어 1998년 인근에 신삼 랑진교가 놓였다. 현재는 간간이 차량이 오가는 한적한 다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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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SS 22 | 이종건

나는 가수/건축가/다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가 말이 많다. 가수들의 서바이벌 게임을 보여 주는 MBC 프로그램에 대해 사람들 입 방아가 심하다. 물론 요즈음은 순전히 적우 때문이다. 그녀가 대부분의 대중들에게 생소할 뿐더러, 화려하게 등장한 첫 경연과 달리 두 번째 경연에서 꼴찌를 했기 때문이다. 발단은, 내가 보기에 순전히 그녀의 역량 탓이다. 어떤 이유 에서든, 누가 봐도 그녀의 가창력은 실망스러웠다. 음정도 불안정했고, 고음처리도 답답했으며, 다른 가수들에 비해 주어진 곡을 새롭게 해석한 느낌이 전혀 없었다. 심사위원, 자문 위원, 청중 평가단, 그리고 시청자들, 그야말로 모든 이들이 그녀의 공연에 불만족스러웠을 것이다. 대부분의 대중 가수들의 면면을 전혀 모르는 나의 눈에는, 그녀가 첫 등장 때부터 거슬렸다. 창법도, 모습도, 음색도, 수십 년 전에 흘러넘치던, 그야말로 구식인데다, 다른 가수들에 비해 격이 떨어지는 밤무대 이류 가수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태가 이러다 보니, 의구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잘 알려진 가수든 혹은 초야에 묻혀 있는 무명의 가수든, 노래 잘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 하필 저 사람을 저 자리에 세운 건, 분명히 모종의 비루함이 내밀하게 숨겨 져 있을 거라는 짐작 말이다. 급기야 그를 추천했다는 한 자문 위원에게 화살이 꽂혔고, 그는 탓을 PD에게 돌렸다. 여 기저기 글을 쓰는 식자 몇몇은, ‘합리적인 듯’한 논조로, 경연이니 결국 청중 평가단이 결정할 문제라 일축하지만, 그 자리에 설 수 있는 기회만으로도 그녀는 이미 엄청난 호혜를 입었다. 결국,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열광한 대한민 국 국민들은, 스캔들을 발굴했다. 한 대중문화 비평가는, 백설공주 신드롬을 일으켜 뒤진 시청률을 만회하고자 한 성 급한 MBC를 때렸고, 한 네티즌은 <적우의 두 얼굴, 가식과 거짓으로 점철된 충격적 의혹의 진실(http://www.instiz. net)>이라는 제하로 엉터리 백설공주의 정체를 까발렸다. 이 네티즌이 쓴 글이 크게 틀리지 않는다면, 적우의 등장은 분명히 모종의 권력과 유착된 꼼수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내가 <나가수>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적우의 출연이나 자질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내 개인적 취향으 로만 말하자면, 윤민수의 한결같은 질질 짜는 창법 또한, 애써 굵은 음을 눅진눅진하게 밀어 가며 부르는 진득거리 는 적우에 비해 별 나을 바 없다. 비록 그가 최근에는 좀더 극적인 느낌을 주는 뮤지컬식 공연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 고 있긴 하나, 어떤 곡이든 우는 창법으로 부르는 그의 음악성은 나가수의 무대에 설 자질을 의심케 한다. 여기서 나 의 관심은, 앞의 원고에서 잡스를 통해 미국에서 건축가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듯, <나가수>에서 한국에서 건축가로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객관적으로 연결지어 보는 것이다.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다섯 그룹으로 나누 어 각 그룹별로 성비에 맞추어 100명씩 안배한 <나가수>의 청중 평가단은, 우리 나라 대중의 속성을 제법 잘 반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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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SS 22 | 이종건 | 나는 가수/건축가/다

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먼저, 실패한 가수들에게서 한 수 읽어 보자. 가장 가깝게는 바비킴이 그랬듯, 순수하게 노래에만 집중하면 거의 성 적이 하위권에 맴돈다. 그리고, 인순이가 그랬듯, 새로운(흔히 실험적이라 부른다) 공연 스타일은 청중의 호응을 얻 기가 무척 어렵다. 청중들은 놀고 싶어하고, 즐기고 싶어한다. 그들은 뭔가를 느끼고, 생각하고, 그래서 쉽고 편하고 즐거운 감각을, 그동안 좋아했던 감성을 잠시나마 던져 버릴 혹은 잠시 괄호에 넣어 둘, 그리하여 지금까지 음악을 대 해 온 자신의 태도를 반성해 볼 마음이 전혀 없다. 한마디로 그들은 예술이 아니라 쇼를 보고 싶어한다. 그러니 <나가 수> 가수들은, 내가 하고 싶은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좋아하는 공연을 해야 한다. 좀 심하게 말하면, 자신 이 추구하는 음악을 할 것이 아니라, 재롱을 한껏 발휘해 청중을 만족시켜야 한다. 건축적으로 직역하면, 대한민국에 서 살아남으려는 건축가는 건축에 중심을 두면 안 된다. 건축에서 개념은, 특히 지적이고 어려운 개념은 독이다. 물 론, 개념 자체가 금물이라는 것은 아니다. 대중이 잘 알아먹을 수 있는, 뜯어보면 정작 아무 내용도 없지만 뭔가 있어 보이는, 겉보기에 화려한 개념들은 응당 먹힐 것이다. 청중들은 이창하를 대단한 건축가로 보지 않던가? 건축 공부는 많이 그리고 깊이 할수록 불리하다. 웬만하면 하지 말고, 굳이 하려거든 수박 겉 핥기가 최선이다.

그 다음에는, 성공한 가수들에게서 한 수 읽어 보자. 내가 보기에 <나가수>에서 최고로 성공한 사람은 타고난 가수 박정현이다. 우선, 그녀는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한다. 자우림도 이 점에서는 별다를 바 없다. 이들은 바이브레이션이 섬세해서 간드러지는 느낌을 주고, 고음도 저음처럼 정확하고 맛깔나게 표현하고, 음의 강약과 흐름을 매우 리듬감 있게 조절해 감성을 파고 든다. 한마디로, 임재범 또한 비슷한 경우인데, 진짜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대중에게 어필한 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객관적으로 해명할 수는 없지만, 그리고 자신들은 수준이 턱없이 낮지만, 마치 별 똑똑하지 않은 학생들도 희한하게 뛰어난 선생을 알아보는 눈이 있듯, 사람들은 뛰어난 사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 고 찬사를 보낸다. 여기서 자우림은 좀 독특하다. 자우림은 번번히 그들이 하고 싶어하는 ‘실험적인’ 음악을 하면서도 상당히 안정된 위치를 확보하기 때문이다. 물론, 군계일학처럼 뛰어나기 때문에 용서도 되고, 호응도 얻는다고 생각 한다. 인순이 또한 뛰어나지만, 그녀는 이미 너무 많이 들었고 보았고, 그래서 새로운 공연의 기대감이 거의 없어 실 험적인 것이 잘 먹히지 않는다. 결국, 실험적인, 좀더 정확히 말해, 대중의 눈과 귀를 크게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추 구하는 바를 하려면, 그에 걸맞는 뛰어난 역량과 일정한 낯섬의 거리가 담보되어야 한다. 디테일도 시공 방식도, 그리 고 실제로 드러날 공간과 매스의 감각에 대한 예감도 뛰어난, 그야말로 역량을 제대로 지닌 건축가는, 마치 잡스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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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했듯, 대중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진정한 가수는 굳이 몸까지 흔들 필요가 없지 않은가. 실험적인 작업을, 그리 고 심오한 개념 구사도 오직 그들의 몫이다. 새로운 건축을 시도하려거든, 우선 자신이 진정한 선수가 먼저 될 일이다.

그리고 그동안 청중들의 호응 방식을 보면 알 수 있듯, 학뿐 아니라 닭들도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 은 다름 아닌, 한계에 이를 정도로 최선을 다해 공연하는, 소위 몸부림 비법이다. 청중들은 필사적으로 공연하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박수를 보낸다. 음역도 다스릴 수 있을 만큼 가급적 크게 잡고, 표현도 드라마틱하게, 흔히 말하 듯 뮤지컬처럼 극적으로 편곡하고, 몸도 열심히 흔들고, 노래도 있는 소리 없는 소리 다 끌어모아 열창을 하면 청중 의 마음을 얻는다. 지난 십여 년간 건축 스튜디오에서 가르치면서, 내가 학생들에게 버릇처럼 한 말이 있다. 선생의 마음을 얻는 학생은 세 부류다. 무조건 뛰어난 놈, 미친 듯 작업하는 놈, 그리고 인간적으로 매력 있는 놈. 물론, 뛰어 난 놈이나 미친 듯 작업하는 놈도 당연히 인간적으로 매력이 있지만, 그보다는 남을 헤아리는 마음과 대의를 위해 기 꺼이 희생하는 정신과 약한 자의 편에 서고 최선을 다해 공정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전문적인 능력과 상관없 이 아름다운 사람이지 않은가?

내가 체류하고 있는 여기 엘에이에, 일곱 명의 후배들이 내년 6월을 목표로 전시 준비에 한창이다. 삼십 초에서 사 십 초의 나이에 이르는 이들은, 여기서 유학을 마치고 수십 년 이래 보기 힘든 경제적 난국의 미국 상황에서 살아남 아, 지금 설계 사무소에 다니며 육체적으로 벅차고 경제적으로 빠듯한 일상을 쪼개어, 모든 것을 독불장군처럼 순전 히 자력으로, 건축 세상에 내밀려고 하고 있다. 어떤 이는 그야말로 죽을 힘을 쏟고, 어떤 이는 이력서 한 줄 쓸 만큼 의 에너지만 할당하는 듯하다. 육 개월 후 ‘나는 건축가다’ 라며 공적으로 나섰을 때, 그래 ‘너야말로 진정한 건축가 다’ 라고 우리가 고개를 끄덕일, 그런 후배들이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하다. ⓦ 이종건 | 본지 편집고문, 경기대학교 건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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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더하기 건축 05 | 나은중+유소래 >

Self-Portraits(자화상) — 루이사 람브리(Luisa Lambri)

“저는 건축에 관해 아는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공간을 느끼고 내 자신이 공간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그것은 건축 자체의 이 야기라기보다는 사람에 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 루이사 람브리(Luisa Lambri)는 1969년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Como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하였으나 예술이나 사진, 건 축에 대한 어떠한 정식 교육도 받지 않았다. 다만 어려서부터 여러 장소를 여행하며 자신과 새로운 공간이 결부되는 경험을 소중하게 여겨왔다고 한다. 그렇게 발견된 공간들은 사진을 통해 기억되기 시작한다. ⓦ 얼핏 유사한 사진들의 나열인 것처럼 느껴지는 그녀의 사진은 특정 장소에서 공간의 변화를 포착한 순간의 기록이다. 루이사 람브리의 일시적 인 장면들은 건물의 물리적 특성이나 장소의 기록성에 집중하는 보편적인 건축 사진의 영역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 외부로부터 건축물의 형태, 재 료 등을 바라보는 시선은 건축물의 구축 방식을 보다 객관적으로 드러내는 반면 그녀의 시선은 이와는 반대로 안으로부터 시작한다. 주로 개인적 이고 사적인 공간인 ‘집’이 주된 작업 대상이며, 특히 외관보다는 실내를, 공간의 전체적인 이야기보다는 사소하고 일상적인 요소인 창과 빛, 문, 캐 비닛, 손잡이, 모서리 등에 집중한다. 르 코르뷔지에, 알바 알토, 루이스 바라간, 카를로 스카르파 등의 모더니즘과 그로부터 파생된 지역주의, 더 나아가 SANAA 등 동시대 건축가의 작업에 이르기까지 현대 건축의 신화적 장소들은 그녀의 경험을 통해 투명함과 섬세함으로 다시 재구성된다. 분위기(Atmosphere) ⓦ 루이사 람브리는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프레임으로 일련의 장면을 기록한다. 멕시코 시티에 위치한 루이스 바라간의 ‘Barragan House’를 기록한 여러 장의 작품들은 이러한 작업 방식을 잘 드러낸다. 이 사진들은 동일한 위치에서 네 개의 여닫이 문으로 이루어진 창의 열림과 닫힘, 그리고 그 사이를 비우고 채우는 빛, 그리고 시간의 흐름이라는 고정되지 않은 요소들의 삼중주를 포착한다. 이 변화들은 아주 섬세하게 조정되어 각 이미지의 미세한 명함차를 통해 쉽게 읽히지 않는 장소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 이 차이를 포착하기 위해 그녀는 창의 열림과 닫힘을 조정하며, 동시에 조도가 다른 시간대에 수백 장의 사진을 같은 위치에서 찍는다. 그리고 그중 소수의 이미지들만이 결과물로 남게 된다. 동 일한 프레임의 사진들에 기록된 장면은 작가 혹은 거주자가 경험했음직한 감정 변화를 보는 이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며, 대상이 된 건축물 안에서의 삶을 상상하게 한다. 이렇게 관객은 미세하게 조정된 사진들을 통해 건축의 물리적인 현상을 바라보기보다는 장소나 공간의 분위기(atmosphere) 를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연유 때문인지 그녀의 사진은 감각기관을 통해 새겨진 어렴풋한 장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어릴 적 살았던 집이나 옛 동네를 되새길 때 전체적인 윤곽이나 집의 모양, 방의 형태가 떠오른다기보다는 집앞 골목길의 그림자, 다락방으로 올라가던 작은 문, 걸어 다 니면 삐걱거리던 마루바닥이 영상처럼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과 유사하다.

Luisa Lambri Untitled (Barragan House, #01), 2005 Laserchrome print 33 7/ 8×37 3 /4inches (86×96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Luhring Augustine, New York.

Luisa Lambri Untitled (Barragan House, #11), 2005 Laserchrome print 33 7/ 8×37 3 / 4inches (86×96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Luhring Augustine,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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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중・유소래 | 본지 자문위원, NAMELESS 공동 대표

자화상(Self-portrait) ⓦ 람브리의 사진은 건축 공간의 사실적 묘사를 통해 유형학적 관계를 드러내는 캔디다 회퍼(Candida Hofer)나 토마스 스 트루스(Thomas Struth)의 사진과도 명확히 구분된다. 그녀는 역사적인 건물들을 객관적으로 기록하기보다는 장소에서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감 상적인 공간의 경험을 묘사하려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작가의 감정, 지각, 기억이 표출된, 건축의 원형과는 다른 재현의 결 과이다. 이는 건축을 피사체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상보다 오히려 그녀 자신을 드러내는, 다시 말해 그녀의 자화상(self-portrait)이라고 이 야기될 수 있다. 또한 작가는 모든 작품의 제목을 무제(untitled)라고 명명하지만 사진의 대상이 된 건물의 이름 또한 부제로 명기한다. 이러한 이 미지 외적인 표현 방식은 대상이 된 건축이 그녀에게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며 없는 것도 아니라는 모호한 의도를 전달한다. 건축물이라는 장소를 빌려 자신의 이야기를 할 뿐이며, 이것은 공간이라는 실체 위에 또 다른 실체를 짓는 루이사 람브리의 장소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보편적인, 그러나 너무도 개인적인 ⓦ 그녀의 추상화된 사진 작업은 때로는 건축가의 어휘와 문법을 완전히 지우기도 한다. 즉 사진의 대상이 어 떤 건물인지 좀처럼 알 수 없는, 익명의 보편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는 피사체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건축물임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오 랜 기간 거주했거나 그 건물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이가 아니라면 사진을 처음 본 순간 이것이 어떤 건물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다. 어쩌면 설계자 그 자신조차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록 대상은 명확하지만 작가의 개인적 경험의 틀은 공간의 이야기 자체를 변화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어쩌면 작가가 찍은 건물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보다도 주목해야 될 사실은 그녀의 작업에서 보이는 보편성과 주관성, 이 둘 사이의 긴장감이 원형인 건축과 재현의 결과인 사진의 관계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 루이사 람브리의 사진은 그 장소를 실제 마주한다 해도 무심코 지나쳤을 수 있는 공간의 경험을 포착한다. 안으로부터 밖을 바라보게 하는 그 녀의 시선은 비록 건축의 틀을 흐리며 일상적 요소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상하리만큼 장소가 가지고 있을 진짜 이야기를 드러낸다. 이는 공간을 상 상하고 건물을 짓는 이들에게 무엇이 그곳을 채우게 되며 또한 무엇이 그곳을 부재하게 만드는 지를 전하고 있는 듯하다. 건축은 그 자리에 서있 는 고정된 덩어리의 구조물이 아니라 그곳을 점유할 이들의 개인적인 경험과 수많은 관계들의 중첩을 담고 있는 것이라는 가장 소중한 삶의 이야 기로 되돌아간다. ⓦ All Barragan House images: © Barragan Foundation, Switzerland, owner of the copyright on the work of Luis Barragan Morfin

Luisa Lambri Untitled (Barragan House, #31), 2005 Laserchrome print 33 7/ 8×37 3 / 4inches (86.04×95.89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Luhring Augustine, New York.

Luisa Lambri Untitled (Barragan House, #33), 2005 Laserchrome print 33 7/ 8×37 3 / 4 inches (86.04×95.89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Luhring Augustine,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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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isa Lambri Untitled (Palácio dos Arcos, #03), 2003 Lasechrome print 20 3 / 8×23 5 / 8inches(51.8×60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Luhring Augustine, New York.


Wide Focus 18 | 임동우

『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 그 이후

ⓦ “2011년 12월 17일 오전 8시 30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 필자는 한국 시간으로 19일 오전에 그의 사망 소식을 접 했는데, 십수 년 전의 김일성 사망 소식보다는 현실적으로 다가왔지만, (어쩌면 김일성은 불멸의 독재자라는 인식이 강했는지도 모른 다) 사실 그 파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감이 오지 않는다. 아니, 그 파장은 끝끝내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많은 국내외 북 한ㆍ동아시아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조차도 김정일 사후에 많은 정치ㆍ군사ㆍ경제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 (김정일이 살아 있을 때부터) 예상해 왔다. ⓦ 『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는 북한의 변화를 전제로 쓴 책이다. 물론 그 변화는 김정일의 사망을 전제로 하는 정 치 군사적 변화는 아니었고, 다른 구공산권 국가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시장의 개방과 자본주의 요소의 도입을 전제로 하는 변화 였다. 책에서 핵심적으로 다루고자 했던 내용 중 하나는 평양이라는 도시를 정치적인 색깔을 가지고 보는 편향적 시각이 아닌 가능한 한 건축가로서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 노력이 앞으로 평양의 변화에 어떠한 가능성으로 존재할 수 있 을까에 대한 주관적 견해였다. 결국 이 책은 북한의 변화라는 객관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전제로 건축가가 가질 수 있는 개인적인 시각 을 담고자 했으며, 그 논리적인 근거로서 객관적인 눈으로 도시를 분석하고자 한 것이다. ⓦ 그리고 이 책이 출간된 지 반년 정도가 지 났다. 그 동안 (건축ㆍ도시 출간물 치고는)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았고 그와 함께 건축계뿐만 아니라 북한을 연구하는 전문가들, 나아가 일반인들의 관심을 감지할 수 있었다. 건축계에서는 오랜만에 북한과 관련된 서적이 나온 점에 대해, 북한 연구자들은 북한의 ‘도시’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 대해 흥미로워 하는 눈치였고, 일반인들은 평양이라는 도시를 조금 덜 딱딱한 관점에서 보여 주는 인 문ㆍ교양적인 요소들에 흥미를 느낀 듯하였다. ⓦ 이러한 반응들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독자(혹은 언론)들이 각자의 안경을 통 해서 이 책을 바라본다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혹은 언론)들은 평양의 현재 모습을 바라보는 데 주목하였고, 또 어떤 사람(혹은 언론) 들은 평양의 사회주의 도시 계획을 통해서 서울의 개발 지향적 도시 변화를 비판하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앞으로 다가올 평양의 변

평양 중심부와 대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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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방향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의 견해를 피력해 오는 경우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누구에 의한 반응이건 어떠한 시각의 반응이건 상관없이 이렇게 다양한 의견들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평양이라는 도시를 조금이나마 객관적으로 보려고 했던 그동안의 노력이 헛 되지 않음을 느끼게 되었다. 객관적인 평양의 모습을 테이블에 깔아 놓는 순간, 서로의 취향에 따라 취사선택하여 소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편향된 시각으로 도시를 바라본 책이었다면 그만큼 독자들의 반응도 다양하게 존재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 최근에는 『평 양, 그리고 평양 이후』와 관련한 몇몇 강연들에 초청을 받아 한국에 머물기도 했다. 5개의 강연 중 몇 개는 건축ㆍ도시 관련 기관에서의 강연이었고, 또 몇 개는 북한 연구 관련 기관에서의 강연이었다. 사실 앞서의 반응들은 간접적으로 접한 경우였고, 실제로는 이번 강연 들을 통해 여러 기관과 사람들을 만나면서 직ㆍ간접적인 반응들을 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사실은, 알게 모르게 건축계에도 꽤 많은 분들이 북한의 도시나 건축과 관련한 연구를 하였고, 또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 (건축계에 종사하는) 적지 않은 분들이 북 한의 평양 등을 다녀와서 자료를 많이 소장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새롭게 알게 된 이러한 사실들에서 새로운 문제점 을 짚어 볼 수 있었다. ⓦ 돌이켜 보면, 책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 중의 하나가 참고 문헌의 확보였다. 그런 이유에서, 여러 사 람들이 이미 연구를 하고 자료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왠지 억울한 마음마저 들게 했다. 물론 소장 자료를 공유하고 싶지 않다는 개인적 인 이유도 있겠지만, 모 교수님의 말씀에 따르면, 북한ㆍ평양 관련 연구나 자료 조사가 개인에 의해 단발적, 산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경 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한편으로는 북한에 대한 관심이 종종 건축가 (혹은 건축과 교수)들의 단순한 호기심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례로 여러 학회나 협회에서 북한 건축 관련 분과를 운영하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회원수는 남북 관계에 의해 달라진다 는, 다시 말해 남북 관계가 희망적일 때는 회원수가 늘어나다가 소원해지면 다시 빠져나간다는, 한마디로 무슨 콩고물이라도 없나 싶 어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관계자로부터 직접 전해 듣기도 했다. ⓦ 이러한 건축계 내부의 현실을 보면, (현장에 있건 학교에 있건) 왜 건축가가 북한을 연구하는 여러 집단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지 수긍이 간다. 개인적으로 이번 강연 기회를 통해 북한 관련 연구자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들 대부분의 전공 분야는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 등이었다. 물론 분야가 다르다 보니 이야기가 겉돌 때도 없지 않았지만, 그들은 각자 자신이 속한 분야의 시각으로 매우 날카롭게 북한 사회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한 개인의 능력 차이라기보다 여러 집단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북한 연구가 이루어져 왔기에 가능할 것이다. 우리가 북한의 현재와 과거 에 얽매여 있을 때 그들은 항상 ‘앞으로의’ 북한에 대한 논의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그만큼 준비도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분야를 초월해서 공동으로 연구하는 경우 또한 적지 않았다. 즉 북한을 연구하는 사회학자가 인류학자와 함께 연구하기도 하고, 경제 학자와 함께 작업하기도 한다. 반면, 건축ㆍ도시 분야에서는 (필자도 같은 상황이었지만) 대부분 자신이 속한 분야 안에서 연구를 진행 하려는 것 같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건축가가 북한을 주제로 하는 연구에서 무게감을 형성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 다. ⓦ 물론, 건축은 늘 실무를 수반하기 때문에 학문적으로만 접근하기는 힘들 것이다. 건축 학자들은 학자들대로 원래 연구하는 분야 가 있고, 실무 건축가들은 그들대로 연구보다는 실무에 집중하여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항상 ‘주장하듯’,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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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Focus 18 | 임동우 | 『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 그 이후

은 그 모든 학문과 문화와 기술이 집약되어 있는 분야가 아니던가. 다시 말하면 건축가가 앞으로의 북한 혹은 북한 도시들에 대해 이야 기할 때 어떤 한 축을, 또는 주도적인 역할을 형성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도시와 건축 관련 출판이 지금보다 훨 씬 활성화되어야 할 것 같고, 개인적으로는 그 출판이 논문보다는 일반 출판의 형식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는 사람들끼리 만 보게 되는 논문보다는 일반 출판을 통해 건축계뿐만 아니라 다른 집단의 독자들, 대중들에게 건축가가 바라보는 북한의 모습을 전 달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 그러기 위해서는, (앞서 잠시 언급한)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들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평양의 주요 녹지축. 주체탑에서 촬영한 대동강 동쪽 소단위 구역 계획 지역.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북한의 건축계와 직접 교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제일 좋겠지만, 일단은 국내에서만이 라도 최소한 누가 어떤 자료를 갖고 있고 어떤 전문 분야를 연구했는지가 공유된다면 좀더 북한의 도시와 건축을 연구하기 수월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러한 부분 역시 (인용만 철저히 한다면) 출판을 통해 많은 부분이 해소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단순히 북한의 건축 재료와 관련된 사진집일 수도 있고 북한 주거의 건축 평면만을 연구한 책일 수도 있다. 결국은 모든 것들이 조금씩 ‘자료화’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러한 자료들이 차츰 쌓여서 든든한 바탕이 되면 ‘앞으로의’ 북한에 대해 좀더 철저하게 준비할 수 있지 않 을까 한다. 출판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중국을 비롯한 외국에서도 북한의 건축과 도시에 대한 연구는 많이 진행되어 있지 않은 듯했다. 다시 말해, 지금 우리 건축계의 노력 여하에 따라 앞으로 그 분야를 주도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 김정일 사후 앞으로의 북한은 중대한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한국의 정부나 학계는 그 변화를 조금이라도 우리 에게 유리한 쪽으로 가져오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그것이 통일을 가정한 비전이든, 교류와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비전이든 국내의 여러 분야에서 각자의 논리로 그 비전에 대해서 논할 것이다. 그것이 예상되는 물결 속에서 건축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자문해 보지 않 을 수 없다. 과연 그 비전을 제시할 만한 내부적 논의가 충분히 되었는가 혹은 준비가 되었는가. 또한 우리는 그 비전을 제시하는 ‘갑’ 이 될 것인가, 아니면 정치인, 경제인들이 제시하는 비전만을 앗아가는 ‘을’이 될 것인가. 아마도 그것은 북한의 변화를 바라보는 건축 가들의 태도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안타까운 일이겠지만, 그 비전을 국내의 건축가들이 제시하지 못한다면 용산업무지 구 ‘사태’ 때처럼 우리는 그나마 ‘을’도 못 되고 ‘병’이 될지도 모르겠다. 임동우 | 임동우(『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 저자, 프라우드(PRAUD; Progressive Research on Architecture, Urbanism and Design)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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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Focus 19 | 김정동

‘덕수궁 궁역’의 복원이 급선무 | 덕수궁 명칭 변경에 대한 의견

덕수궁 평면도, 1910년 2월. (자료 출처 : 小田省吾, 『덕수궁사』, 이왕직, 1938년)

근대사가 담긴 궁, 덕수궁 ⓦ 사람들은 덕수궁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궁궐(宮闕)이라 마음 편히 발길을 하는 것 같다. 시청 광장이 있어 더한 것 같다. 반면 경복궁과 창덕궁 등 북촌의 궁궐은 목적 하에 가게 되는 곳이라 마음 부담이 있어 보인다. 실제로 궁궐이 주는 분위기도 그러하다. 궁궐이란 원래 궁(宮)과 궐(闕)의 합자(合字)이다. 국내 최대ㆍ최고의 고품질을 갖는 전통 건축 전시장이다. 제일의 건축ㆍ토목 기술자가 예술가와 장인들과 함께 이룬 국가적 브랜드인 곳이다. 물론 그중에서 제일은 법궁(法宮)인 경복궁, 창덕궁이다. 덕수궁을 찾는 사람들은 ‘덕수궁 돌담길’에 빠져들게 된다. 덕수궁을 휘감는 외곽의 길이기 때문이다. 해자(垓字)가 없는 궁장(宮墻) 을 끼고 돈다. 그러나 그 길은 지금 머릿속의 멋진 이미지와 달리 자동차와 장사꾼들로 매우 잡답(雜沓)한 길이다. 언제부턴가 서울시 청이 그 골목 속으로 끼어들어와 길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멀리 나가도 될 시청을 굳이 그 골목길 속에 몰아넣은 속셈을 모르겠 다. 거기다 매일 민원성 데모까지 겹친다. 플래카드와 마이크 소리……, 거의 절규다. 그런데, 우리는 그 담 바깥의 일정 지역이 덕수궁의 일부였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다. 1910년 2월 작성된 ‘덕수궁 평면도’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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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Focus 19 | 김정동 | ‘덕수궁 궁역’의 복원이 급선무

경운궁의 정문, 대안문. 1904년 4월의 불이 나기 전 2층의 중화전(오른쪽 큰 지붕 건물). 중간에 공사 중의 석조전 이 보인다. 일제 강점기 하의 덕수궁 경내. 석조전과 중화전이 대비를 이룬다. 중화전은 단층으로 축소 중건되어 있다. (자료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궁역(宮域)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미국 대사관과 영국 대사관, 성공회, 구세군, 정동극장, 예원여중 지역 등도 덕수궁 궁역이었다. 특 히 중명전(重明殿, Library Imperial)은 덕수궁과 미국 공사관의 접점이었다. 미국 대사관 너머 좀 멀리 경기여고 터도 덕수궁이었다. 덕수궁은 특히 격동기 구한말에 조선조의 전통 건축 속에 스며든 근대 서양 건축의 틈입이 매우 흥미로운 장소이다. 정관헌, 석조전, 미술관, 연와창고(煉瓦倉庫) 등이 순차적으로 들어선 이양관(異樣館)이다. 그중 석조전은 영국식 건축이 극동 가장 먼 곳에 자리잡은 예이다. 영국 대사관 내의 붉은 벽돌조 관저들과 자웅을 겨룬다. 이름 많은 궁 ⓦ 한양의 궁궐들이 임진왜란 1) 때 왜군에 의해 소실되었다. 피난지에서 한양으로 돌아온 선조는 덕수궁 터를 임시 행궁 (정릉동행궁)으로 사용했다. 원래 이곳은 성종의 형 월산대군의 사저였다. 이후 광해군은 이곳에서 즉위, 3년 후(1611) 궁명을 경운궁(慶運宮)으로 개칭했다. 그 후로도 여러 번 이름이 바뀌었다. 1618년에는 서궁(西宮)이라 했다. 도성의 서쪽에 있는 궁이라 하여 서궁이라 한 것이다. 즉조당(則阼堂)은 서궁 당시의 주당(主堂)이었다. 경운궁 보다는 서궁으로 불렸다. 인조반정 후는 명례궁(明禮宮)이란 이름으로 불렸다. 그로부터 3세기 후, 덕수궁의 운명은 고종의 운명과 함 께한다. 고종은 1897년 2월 러시아 공사관(俄館)에서 나와 새로 지어진 궁, 신궁(新宮, New Palace), 즉 경운궁으로 환궁(還宮)한다. 고종이 경복궁을 피하고 덕수궁으로 환궁한 데는 이유가 있다. 두 번에 걸친 일본(침략군)의 경복궁 습격 사건 때문이다. 1894년 7월 23 일에는 문화재와 재보(財寶)도 약탈했다. 이듬해인 1895년 10월 8일에는 명성황후를 시해(弑害)했다. 1896년 2월 11일 아관파천(俄 館播遷)하기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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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선은 『신판 조선역사』(동명사, 117쪽, 1945)에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2) “상(上)은 이 뒤 1년간 아관(俄館)에 유어(留御)하다가 아관 념희 경운궁(시방 덕수궁)을 수리하고 이듬 건양 2년(1897) 2월 10일에 이리로 환어(還御)하였는데…….” 경운궁과 덕수궁을 아 울러 쓰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념희는 ‘옆의’란 뜻으로 보인다) 1897년 10월 12일, 국호를 대한(大韓)으로 하고,3) 황제(皇帝)라 칭했 다. 한양은 황성(皇城)이 된다. 대한제국 선포 한 달 후인 11월 11일, 영은문(迎恩門)을 철거하고 독립문(獨立門)을 세운다. 덕수궁이란 명칭은 고종 퇴위 전과 고종 퇴위 후 상황으로 나눠 볼 수 있다. 1906년 7월 6일부터 대한문이 일제에 의해 봉쇄되었다. 이 날 궁금령(宮禁令)이 내려졌다. 고종은 궁 안에 ‘유폐된 황제’였다. 고종은 1907년 퇴위, 순종에게 양위하고 경운궁에 머물렀다. 이때 이름 지어진 것이 덕수궁(德壽宮, Duksoo Palace)이다. 어쨌든 덕수궁란 이름으로 개칭한 주체는 황실이었다. 그 덕수궁이란 궁명(宮 名)이 세기를 지나고 있는 것이다. 사적 덕수궁(사적 제124호, 1963.01.18 지정) 명칭에 대한 논란은 몇 년 전부터 간헐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대한문도 포함되는 것이다. ‘경운궁’으로의 명칭 변경을 요구하는 의견에서 경운궁이라는 명칭은 1611년부터 1907년 덕수궁으로 개칭되기까지 300여 년간 사용

1) 2012년은 임진왜란 420년이 되는 임진년이다. 1592년 4월 13일 왜의 15만8천 대군이 부산에 상륙, 20일만에 한양을 함락시켰고, 선조는 의주 국경까지 도피할 수 밖에 없었다. 7년 왜란은 궁궐도 황폐화시켜 놓았다. 2) 환궁일은 1897년 2월 20일이다. 3) 고종은 전주 소재 전주 이 씨의 시조 이한의 묘소에 친히 “대한조경단비(大韓肇慶壇碑)”라고 쓴 비를 내린다. 대한이란 이름을 직접 쓰고 있는 것이다. (전주 지 방기념물 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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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어 온 명칭이다.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도피했다가 경운궁으로 돌아와 대한제국을 선포, 대한제국 황실의 명실상부한 법궁으로 기능한 곳이다. 1907년 궁궐 명칭이 덕수궁으로 개칭된 것은 일본 제국주의의 압력에 의하여 고종이 황제 위를 순종에게 양위(讓位詔 勅, 1907.7.19)한 뒤, 이전 황제의 거처라는 의미를 갖는 것이므로 경운궁으로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덕수궁은 고종에게 바쳐진 궁 호에 불과하여, 개인의 궁궐로 인식되어, 경복궁 등 왕조의 궁궐과 격이 다르므로, 경운궁으로의 명칭 환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순 종황제는 8월 27일 경운궁에서 즉위하고 창덕궁으로 옮겼는데, 이때부터 덕수궁은 고종의 거처로 명명되었다는 것이다. 1995년, 민족정기론 ⓦ 16년 전 문화재위원회(1995.11.21)는 덕수궁과 대한문 명칭 변경에 대해, ‘일정한 기간 여러 사람에게 쓰이는 동안 강한 사회성을 갖게 되므로 명칭 변경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덕수궁과 대한문 명칭을 고수했다. 필자도 1995년의 의견을 존중 하고 싶다. 덕수궁의 명칭은 이미 100여 년 동안 사용되어 일반 국민에게 널리 알려져 정착되었기 때문에 명칭을 변경할 경우, 많은 사 회적ㆍ경제적 비용이 발생되기 때문에 현행 명칭을 유지하는 것이 옳다. 게다가 ‘덕수궁 돌담길’이라는 이미지가 시민들의 추억 속에 깃들어 있지 않은가. 경운궁(慶運宮)이란 명칭도 낯설다. 경복궁(景福宮), 경희궁(慶熙宮)과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창덕궁(昌德宮) 과 창경궁(昌慶宮)도 혼란을 불러오고 있다. 한문, 영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외국인에게는 더하다. 1995년 조선총독부 철거 당시 명분은 ‘민족정기 회복’이었다. 건물을 철거하는 데 민족정기까지 끌어들였다. 덕수궁(경운궁), 대한문 (대안문)도 처음 출발은 그것이었다. 원래 대한문은 정문(正門)이 아니고 동문(東門)이었으나,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환구단(還丘壇) 가는 길, 즉 ‘통천로(通天路)의 문’이라 하여 정문으로 삼았다. 당시 정문은 인화문(仁化門)이었다. 정동 덕수궁 돌담길에 있었다. 통천 로는 덕수궁 정문에서 환구단 입구까지를 칭하는데, 덕수궁 정문 쪽은 태평로를 만들면서 태평통(太平通)으로, 환구단 입구 쪽은 2대 총독 하세가와(長谷川好道) 이름을 따 하세가와미치(長谷川道)라 하며 없앴다. 지금의 소공동 길이다. 정문 대안문(大安門)이 대한문(大漢門)으로 바뀐 것은 1906년 2월이었다. 덕수궁에 불이 나고 고친 후였다. 대한문(大韓門)이 아니 고 대한문(大漢門)이었다. 이때부터 경운궁은 속칭 <대한문대궐(大漢門大闕)>이라 불리게 되었다.(문일평, 『호암 문일평전집), 223쪽, 1939) 대한문(大漢門)의 한자는 좋지 못한 이미지도 갖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필자도 대안문으로 가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은 있 었으나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문화재위원회(2011.7.13)는 한발 물러서 덕수궁 명칭 변경은 공청회 등 의견 수렴 절차 등을 거친 후 재심의하기로 했다. 문화재 청은 설문조사(9.19~26)를 실시 3,008명이 답신했는데, 덕수궁 유지 쪽이 914명(30.4%), 경운궁 변경이 2,015명(67%), 기타 79명 (2.6%)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즉 덕수궁을 경운궁으로 고치자는 측이 두 배를 넘고 있다. 이미 게임은 끝난 것이다. 경운궁으로 고치는 일만 남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덕수궁 이름을 빌려 졸저를 내 놓은 바 있는 필자는 소수 의견이라도 내야 할 것 같다. 덕수궁의 핵심은 정전인 중화전(中和殿)이다. 그런데 현재의 중화전은 2층에서 단층으로 축소된 것이다. 덕수궁 화재(1904.4) 후 복원 (1905.1)이 잘못된 것이다. 당시 여러 사정이 있었으나 일제는 단층으로 줄여 놓았다. 궁 안에는 현재 3개의 문, 6개의 전통 건축물, 3 개의 근대 건축물만이 남아 있다. 덕수궁은 정문을 포함, 4면이 줄어들고 졸아들었다. 3분의 1이 줄어든 것이다. 지금 덕수궁 이름을 바꿀 때가 아니다. 명분론에 따라 이름을 바꾸는 것은 결국 시대착오(anachronism)적 행위가 될 것이다. 어떤 경 우에도 바꾸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보다 덕수궁 궁역을 원래대로 복원하는 일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다년간의 노력 끝에 작년 가을 경기여고 터와 미국대사관 관저 일부가 덕수궁에 흡수되었다. 이제 덕수궁 궁역 찾기 중건 공사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 후에야 덕수궁과 대한문은 제자리, 제 이름 값을 하게 될 것이다. 김정동 | 본지 운영고문, 목원대 건축학부 교수

Wide AR no.25 : 1-2 2012 Depth Report


와이드 AR 25 | Wide Architecture Report 25 | 2012.1-2 워크 Work 여주・장성수녀원과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Yeoju・Jangseong Convent & Incheon Catholic Univ. College of Fine art & Design 임근배 Lim Keun Bae

임근배 이번 호 와이드가 선택한 건축 작품은 임근배의 <인천가톨릭대 학교 조형예술대학>이다. 토지문화관을 비롯하여 다수의 성당, 수도원 등을 자연 속에 ‘적절하고 알맞게’ 배치해 온 건축가의 도심 속 작품이라니, 궁금증은 더 커진다. 과연 그가 그간의 작 업을 통해 보여 준 건축 전략들이 이번 대상작에서도 여전히 유 효할 것인가. 이에 본지는 먼저 전작들에 드러난 건축가의 생각 을 들여다보고,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에 나타난 건 축 수법들과의 관계를 살펴보기로 한다. 진행 | 정귀원(본지 편집장), 사진 | 진효숙(본지 전속 사진가, 별도 표 기 외)

임근배 | 1957년생. 연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극동건설에 입사하 여 해외 프로젝트의 경험을 쌓고, (주)동우건축에서 대표이사 사장을 역 임했다. 2005년 독립하여 현재의 그림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본지 상임 고문으로 월간 건축인 POAR의 발행인, 계간 숨소리 편집자문위원을 역 임한 바 있다. 주요 작품으로 토지문화관, 연세대학교 동문회관, 오산노 인전문요양원, 장성봉쇄수녀원, 여주수녀원, 지구촌교회, 은혜와진리교 회 전원교회, 영월아프리카미술박물관 등이 있다. 가톨릭미술가협회 회 원이며, 등록 건축사로 한국건축가협회 및 새건축사협의회 회원으로 활 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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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샬트르 성바오로수녀원 /장성 글라라수녀원 ⓦ 여주 샬트르 성바오로수녀원(이하 여주수녀원)과 장성 글라라수녀원(이하 장성수녀원)은 모두 인적인 드문 자연 속 에 절집 같은 모습으로 설계됐다. “마당을 중심으로 채나눔을 하고 기능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전체 건물군의 주요 자 리에 성당을 배치하고 그 앞으로 마당과 회랑을 둔 형태와, 다른 기능들은 땅을 따라서 자연스럽게 흐트러뜨린 구성 또 한 두 집이 크게 다르지 않다. ⓦ 회랑으로 나뉘는 정적 공간, 동적 공간 ⓦ 여기서 회랑은 가톨릭 건축에서, 특히 수도 원에서 볼 수 있는 기능적인 역할이 있다. 절에서의 탑돌이처럼 천천히 거닐며 명상, 묵상을 하는 곳이다. 물론 여름에 그늘을 만들고 비를 피할 수 있는 기능도 빼놓을 수 없겠다. ⓦ 그런데, 두 수녀원의 회랑에는 건축가가 기대했던 더 많 은 효과가 있다. 우선, 검박한 목조 회랑은 성당 앞마당을 두 개의 연속된 공간으로 나눈다. 바로 앞의 마당은 성당으로 들어가기 전의 준비 공간으로서 정적인 공간이며, 절제된 정숙함이 의도됐다. 막힌 듯하면서도 뚫린 느낌의 공간이다. 반면 회랑 너머의 마당은 다른 성격을 지닌다. ⓦ “여주수녀원의 경우 성당 바로 앞은 잔디를 깔아서 굉장히 정적이 지요. 거기서 밖으로 한 단계 내려오면 주차창인데, 사실은 흙을 깔아서 수녀님들의 다이나믹한 활동이나 수도원 행 사 등을 유도했어요. 하나는 정적인 공간, 하나는 동적인 공간. 그것을 구분해 주는 데 회랑의 역할이 있는 거지요. 이밖에도 여주수녀원에는 각 채마다 위계나 성격이 다른 마당이 있어요. 또 그 마당을 만들면서 생긴 높이차는 무서 움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몇 단으로 나누어 화계를 조성하였지요.” ⓦ 프레임으로서의 회랑 ⓦ 회랑과 관련된 또 하 나의 효과는 바라봄과 관련이 있다. 그것은 마치 병산서원의 만대루가 입체감 없는 이차원의 경관 사이에서 프레임의 기능으로 원경에 깊이를 더하고 풍경을 재구성하는 역할에 비유될 수 있다. 원경(遠境)에 대한 시각적 프레임의 효과인 셈인데, 이때의 프레임은 꾸밈 없이 간결한 목구조를 채용하여 스스로에게 시선이 머무는 것을 원치 않는다. ⓦ 주변의 자연 경관을 바라보기 위한 장치는 수녀원의 다른 부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장성수녀원의 수도자 숙소동 양쪽 끝의 테라스나 적절한 위치에 뚫린 개구부들이 그것인데, 이와 관련하여 장성수녀원의 수녀님이 들려준 이야기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이십 대에 들어와서 20년 넘게 수도원 생활을 했어요. 물론 이 안에서 힘들 때도 많아요. 감정을 다스 릴 수 없을 때도 있고요. 그럴 때 건물의 이곳저곳에서 바라보게 되는 저 자연이 큰 위로가 됩니다. 자연 앞에서 우리는 작은 존재들이지요. 마음을 다스리는 데 자연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 박경리 선생의 토지문화관에서도 자 연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들이 있다. 그중 가장 극적인 시도는 제일 큰 정면의 산을 눈앞으로 가져오는 2층 의 누마루이다. ⓦ “도서관, 세미나실 등 군데군데 경치가 좋은 곳은 창으로 열어 놓았지요. 사시사철 무한히 변화하 는 그림을 얼마든지 볼 수 있게 한 겁니다. 우리의 선조들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집을 지었고요. 그런데, 이것은 우리 가 태생적으로 자연친화적인 민족이라서 그랬던 것은 아닌 것 같고, 이 땅에 살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것 은 아닐까, 싶어요. 우리나라 땅이 집짓기 편했다면 과연 그랬을까요?”

←・→ 여주수녀원. 전체 건물군의 주요 자리에 성당을 배치하고 그 앞 으로 마당과 회랑을 둔 형태이다. 사진 건축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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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5 | Wide Architecture Report 25 | 2012.1-2 워크 Work 여주・장성수녀원과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Yeoju・Jangseong Convent & Incheon Catholic Univ. College of Fine art & Design 임근배 Lim Keun Bae

안에서 밖을 보고 짓는 집 ⓦ 건축가의 생각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책 『여주수녀원』(2002, 시공문화사)의 내용을 끌 어와 보자. 이 책은 첫 장부터 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대평원에 자리잡은 유럽인들이 길과 광장을 만들기가 수월 했던 것에 비해 산으로 끝없이 이어진 우리나라에서는 길을 내고 집을 짓는 것이 만만치 않았는데, 이처럼 땅을 만만 하게 생각할 수 없었던 우리 민족은 나름의 지혜, 즉 자연을 경외하고 적응하고 더불어 사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한다. 그래서 꼭 필요한 만큼만 땅을 깎고 덮으면서 집과 길을 닦아 왔다는 것이다. ⓦ “그러다 보니 집과 자연, 집과 환경의 관계가 다릅니다. 서양 사람들은 평평한 땅 위에 집을 보면서 지었어요. 집에서 바깥을 내다봐도 주변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에요. 어떻게 앉히든 크게 달라질 것이 없으니까요. 그러니 집의 모양에 집착하게 되는 거죠. 반 면 우리는 밖을, 자연을 보면서 집을 지었어요. 어떻게 앉히냐, 어딜 보고 앉히냐에 따라서 집이 달라진다는 겁니다. 게다가 햇빛과 바람을 고려해야 했지요. 거기에 쏟는 에너지가 집짓는 데 반은 들어가는 거죠.” ⓦ 예전부터 터 잡기 가 집짓기의 반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하여 그는 서양식의 건축 3요소, 즉 기능, 구조, 미에 우리나라는 땅을 추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집, 땅, 터를 떠나는 순간 이미 그것은 이름을 잃으니, 집과 주변 환경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 다는 것이다. ⓦ “조경은 한자로 경치를 만든다는 의미인데 그것은 서양 사람들의 시각인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경 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맞춰야 하는 거예요. 자연이란 게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은 아닐 거란 얘 기입니다. 우리에게 자연은 오히려 쫓아갈 수밖에 없는 대상이지요. 어찌보면 굉장히 처절한 것이예요. 우리 건축은 수천 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그렇게 이어져 왔어요. 처음에는 정신없이 자연에 적응하기 바빴는데 나중에는 자연을 의도적, 능동적으로 끌어들이고 다듬을 수 있게 되어 간 것이지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훈련이 됐다고나 할 까. 이 땅에서 사는 방법을 나름 터득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 그래서 그의 말대로 신라 시대와 조선 시대의 목 조 건축을 양식론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할 지도 모르겠다.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등으로 발전되는 서양 건축 의 양식에 비해 그 발전과 변화는 너무 보잘 것 없기 때문이다. “천년의 시간에 이루어진 조형적 발전과 변화가 고작 이 정도라면 한국 건축을 읽는 잣대에 문제가 있는 것”이란 이야기다. ⓦ “서양 건축을 보는 양식론으로 한국 건축을 설 명하려니 잘 들어맞지 않는 것이죠. 우리 건축은 ‘시간의 흐름에 의한 양식이나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집이 들어설 장소에 대한 건축적 해법’이라고 말해야 설명이 됩니다. 즉 양식론이 아니라 장소론인 셈이지요. 땅을 제대로 읽는 다면 불국사가 조선 시대에 지어졌다고 해도 비슷했을 거란 생각을 해요.” ⓦ 그래서일까. 임근배의 건축은 내다보기 가 중요하고, 외형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즉 집을 ‘보면서 짓는 것’이 아니라 ‘건물 안에서 밖을 보고 짓기’ 때 문이다. 겉보기에 화려하지 않아도 들어가서 보면 기가 막힌 경치를 접할 수 있는 집, 그것이 그의 가장 큰 관심사이다.

← 장성수녀원. 백색의 정결한 이 미지의 성당. → 장성수녀원. 성당 앞 마당은 정 적인 공간이며, 절제된 정숙함이 의 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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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5 | Wide Architecture Report 25 | 2012.1-2 워크 Work 여주・장성수녀원과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Yeoju・Jangseong Convent & Incheon Catholic Univ. College of Fine art & Design 임근배 Lim Keun Bae

창의 또 다른 기능들 ⓦ 다시 작품으로 돌아오자. 수녀원에서 밖을 내다보는 개구부들은 청빈을 강조하는 수도자들의 생활에 기능적으로도 크게 도움이 된다. 가난한 삶을 지향하는 수도원에서 낮 시간의 전기 사용은 사치일 수 있다. 적절 한 위치의 창은 그러한 삶을 잘 알고 있는 건축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계획되어 자연의 빛을 한껏 유입한다. 반면 종교 건 물에서 빛은 숭고미와도 관련 있다. 경건함과 신비로움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쓰이기도 하는 것이다. ⓦ “성당은 밝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중에서도 제대 쪽은 가장 밝아야 하지요. 시선을 끌어야 하기 때문인데, 장성수녀원의 성당을 예로 들자면 신자석에서는 보이지 않게 측면으로 숨은 유리창과 천창들이 제대를 중심으로 해서 이뤄지는 전례, 즉 미사와 기도 시간에 빛을 가득 채워 줍니다. 빛이 어디서 들어오는지는 모르지만 빛이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주는 거 죠. 빛을 주제로 하여 그것을 아우를 수 있는 형태, 즉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와 관련해서 성당의 형태가 결정되기도 합니다.” ⓦ 여유와 격이 느껴지는 검박한 집 ⓦ 두 수녀원은 수도자의 덕목인 청빈, 정결에 따라 건축의 형태와 재료 또한 유난스럽지 않다. 오히려 소박함 속에서 여유와 격이 느껴진다. 비록 초기 의도와는 많이 달라졌지만, 토지문화관도 비슷한 이미지가 있다. 군더더기를 배제하는 선비의 이미지는 수도자의 그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 기 때문이다. ⓦ “개인적으로 단순하고 정갈한 이미지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례 공간에 집중할 수 있으 려면 나머지는 힘을 뺄 필요가 있지요. 또 한정된 예산과 수도자들의 삶을 이해한다면 건축가가 절대로 자기 고집을 부릴 수 없을 거예요. 그것이 저의 건축 철학이 되어 버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사용자들의 요구를 듣고 그 들이 편안하게 쓸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목적이었어요. 그러고 나서 멋을 낼 수 있으면 내고, 안 되면 말고요.(웃 음) 물론 지금까지의 작업이 주로 수도원, 성당, 학교 등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눈에 띄어야 하는 상업 건물을 한다면 또 달라질 테지만요.”

← 장성수녀원. 회랑은 프레임의 역 할로 풍경을 재구성한다. → 장성수녀원. 신자석에서는 어디 서 들어오는지 모르지만 빛이 있다 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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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5 | Wide Architecture Report 25 | 2012.1-2 워크 Work 여주・장성수녀원과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Yeoju・Jangseong Convent & Incheon Catholic Univ. College of Fine art & Design 임근배 Lim Keun Bae

친밀감을 위한 요소 ‘위트’ ⓦ 한편, 여주수녀원이나 장성수녀원 모두 엄숙함보다는 편안함, 친근함에 가까운 감성을 보여 준다. 친밀감 돋는 따뜻한 이미지는 수도자들의 요구 사항이기도 했다. 그리고 친근함은, 건축가의 표현대로라면 ‘위트’로써 더욱 내밀해진다. 장성수녀원에서는 발코니 핸드레일의 나뭇가지 문양, 대문의 문양, (솟을 대문과도 같은) 회랑 지붕의 변화 등에서 찾아지는 요소이다. ⓦ “수도자의 생활이라고 해서 그렇게 무겁고 심각하지만은 않아요. 근 데, 집을 검박하게 짓다 보면 자칫 지루하고 무미건조해질 수 있어요. 위트라고도 할 수 있는 요소들은 그걸 깨기 위 한 방편이에요. 수녀님 방은 전부 똑같은 입면으로 연결되는데, 그것을 헝클어뜨리고 싶었지요. 대칭적이거나 반복 되는 요소에 포인트를 준 겁니다. 결과적으로 수녀님들이 좋아하시더라고요. 디자인은 제가 직접 했고, 제작은 용접 공이 ‘적당히’ 모자라면 모자라는 대로, 길면 긴 대로 같다 붙인 거예요. 적당히란 말, 우리의 정서에 딱 맞는 말이지 않나요.” ⓦ 원초적 적당주의 ⓦ 건축가는 전혀 비례도 맞지 않고, 의외의 곳에 창문이 나 있고, 창호의 정교함도 집요 하지 않는 우리나라 옛집의 특징을 전통의 미와 연관시킨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 책에서 더욱 자세하게 해설을 하고 있다. 즉 “대부분의 살림집, 절집 등 보통 사람들이 살던 집은 주춧돌에서부터 서까래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건축 부 재 하나하나에서 정형의 재료를 일관되게 사용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이것은 기술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필요 이상의 행위에 의미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이것을 적당주의로 표현하며 “적당히라는 말을 많 이 쓰는데 이 적당이란 낱말의 참뜻은 알맞게 꼭 맞추어서 더도덜도 말고 딱 그만큼의 중용의 의미를 품는 말”이라고 덧 붙인다. 우리가 이 땅에 맞춰 살아오며 터득한 알맞은 삶의 방식은 한마디로 이 ‘적당’이란 말보다 적절하게 표현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건축은, 한국의 문화는 적당주의이다. 조금 더 정확히 원초적 적당주의”이다. 그의 건축 이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이유를 어쩌면 여기서 찾을 수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 장성수녀원. 측면으로 숨은 유리창과 천창들이 빛을 가득 채운다. → 장성수녀원. 검박하고 밝은 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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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5 | Wide Architecture Report 25 | 2012.1-2 워크 Work 수도원 2제와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 ? 임근배 Lim Keun Bae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건축 개요 대지 위치—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동 9-3번지—대지 면적—15,577.40m2—건물 용도—교육 연구 시설(대학교)—지역 지구—제3종 일 반 주거 지역, 산업단지 사업 지구, 제1종 지구단위계획 구역—규모 강의동・행정동 지하 1층, 지상 5층 성당 지하 1층, 지상 4층—건축 면 적 4,316.91m2—연면적 20,592.62m2—용적률 산정용 연면적 13,809.36m2—높이 강의동・행정동 28.75m 강당동 28.8m—건폐율 27.71% (법정 30%이하)—용적률 88.65% (법정 150%이하)—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및 철골조—주차 대수 105대—조경 3,586.42m2 —외부 마감 T60 금속 복합 패널(동판 마감), 0.5B 적벽돌 치장쌓기, T3 알루미늄 쉬트 불소수지 도장, T50 화강석 톱썰기, T24 칼라 복층 유리— 지붕 재 T0.5동판 거멀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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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이하 조형예술대학)>이 위치한 송도국제도시 인천대입구역 부근은 여전히 황량하기 만 하다. 하지만 대지 주변으로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서 그나마 동네의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지명 현상 설계를 통 해 이 아파트 단지 하나를 뒷배경으로 동측에 해송고등학교와 전면에 공원(미추홀 공원)을 가진 작은 땅이 건축가에게 주어진 조건이다. 그 위에 성당(강당동)과 강의동/실습동, 행정동으로 구성된 대학을 설계하는 문제가 제시됐다. 문제 풀이의 핵심 전략은 ‘전통적 방법에 의한 외부 공간의 해결’. 토지문화관과 여주/장성수녀원에서도 줄곧 해 왔던 수법 으로, 건축가에게 있어서 이것은 “떼어 놓고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 “조형 예술대학과 관련하여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을 해 봤습니다. 그런데, 여주/장성수녀원의 외부 공간 풀이와 같은 방식의 사고의 틀 안에 있더군요.” ⓦ 인공대지의 조성 ⓦ 서쪽에서 동쪽으로 성당 건물의 북측 벽을 따라오다가 정 문에 이르면, 예상 외의 풍경—레벨을 달리하는 땅과 필로티로 띄운 건물, 그 사이로 탁 트인 뒷편 아파트 풍경-에 시 선이 머문다. 무엇보다 성당 레벨보다 높은 대학 건물군의 땅은 인공대지로서, 지하를 파기 어려운 매립지에 한정적인 재원이라는 제약 속에서 건축가가 선택한 차선책이라는 데 눈길이 간다. ⓦ “예전에 다녔던 사무소에서 길 건너 공 원 건너편의 땅에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여기 땅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지요. 매립지 밑으로 바닷물이 드나드는 상태에서 땅을 파서 지하층을 만드는 것이 내키지 않았고, 무엇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선뜻 선 택할 수 없었어요. 기존 대지 레벨을 지하층으로 활용하고, 한 개 층을 들어올려 인공대지, 마운드를 좀 만들어야겠 다고 생각한 이유죠.” ⓦ 굳이 땅을 인공적으로 조성한 데는 대지 면적 15,577m2, 즉 5000평이 안 되는 좁은 땅을 넓 게 쓰기 위한 전략이 숨어 있다. 그 전략이란, 평평한 대지 위에 단조롭게 건물을 구성하는 것보다 땅의 레벨 차이를 이 용하여 변화감 있고 짜임새 있게 건물을 구성하는 것, 그리고 주변의 풍경을 내부화하여 건물의 배경으로 존재케 하는 것이다. ⓦ “다른 응모안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마당을 가운데 하나만 두는 방식으로 풀었더라고요. 대지가 넓지 않 기 때문에 마당을 건물로 에워싼 형태를 선택한 것이지요. 하지만 그럴 경우 한눈에 파악이 되다 보니까 굉장히 협 소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평면 구성이 간단하면 아무리 큰 공간도 넓어 보이지 않고 오히려 복도를 이용하여 적당 한 구성을 하면 면적상 그보다 작은 공간도 넓어 보이게 되는 것처럼, 좁은 대지도 적당이 가려져서 저쪽이 예측되 지 않을 때 더 넓게 인식되는 것이겠죠. 그래서 먼저 외부 공간 구성에 레벨 차이를 이용하였고, 필로티를 띄워 시선 의 트임을 유도했습니다.”

← 성당 북측 전경. → 인공 대지를 만들고 필로티를 띄 워 시선의 트임을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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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영역은 전통 공간의 행랑채에 해당한다.│↓성당 내부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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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5 | Wide Architecture Report 25 | 2012.1-2 워크 Work 여주・장성수녀원과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Yeoju・Jangseong Convent & Incheon Catholic Univ. College of Fine art & Design 임근배 Lim Keun Bae

필로티와 풍경 ⓦ 정문에서 마주하는 행정동은 두 개 층을 비워 필로티 형태로 인공대지 위에 서 있다. 그것은 우리의 절집에서 경험하게 되는 누하진입(樓下進入)의 형태를 연상케 하며, 여주・장성수녀원의 회랑처럼 ‘바라봄’의 프레임으 로서 뒷편 풍경을 재구성한다. ⓦ 재미있는 것은, 아파트와 학교 간 경계 없음이 시각적인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 제로도 그 사이의 녹지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래부터 있었던 녹지는 시의 소유지만, 시와 아파트 측을 설득하여 학교 레벨에 맞춰서 녹지를 높이고 조경을 하였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아파트 주민들은 학교를 쉽게 드나들 수 있게 되 었고, 학교로서는 더욱 넓은 캠퍼스를 얻은 것은 물론 ‘지역사회로 열린 위대한 미술 공간’ 개념에 한걸음 다가서게 됐 다. ⓦ “이 학교는 담장이나 울타리가 없습니다. 대신 대지경계선 근처에서 소공원이나 야외 작업장을 볼 수 있을 거 예요. 야외 작업장은 돌이나 금속을 재료로 하는, 좀 묵직한 작업을 위한 공간이지요. 실내에서 하기 어려운 작업들 이라서 별도의 외부 공간을 필요로 합니다. 조형예술대학의 야외 작업장은 대지경계선까지 잘 이용한 경우라고 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 현행 법규에 따르면 건물과 바깥 경계선 사이에 있는 땅은 전혀 무의미한 게 되어 버리죠. 법규 에 의해서 희생되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건물을 가장자리로 배치하는 것은 땅을 잘 쓰는 방법이 아닌 거예요. 조형 예술대학은 건물 배치에서 그러한 조건을 잘 활용한 예입니다.” ⓦ 적절한 위계를 가지는 마당과 영역 ⓦ 인공대지 로 레벨 차이를 만든 땅은 그 활용에 있어서 앞서 언급한 ‘전통적 방법에 의한 외부 공간의 해결’에 따라 마당과 선큰으 로 적절한 위계와 시퀀스를 이룬다. 마당으로서는 성당 앞 마당과 행정동 필로티 아래의 빈 공간, 그리고 행정동과 강 의동이 ㄱ자 형태를 이루며 감싸안은 ‘조각 마당’ 이 있고, 기존 대지 레벨에서 단층 규모로 계획된 전시실/대형 강의실 매스는 성당과 강의동 사이에 각각 선큰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조각 마당’은 두 동의 건물을 연결하는 오픈 스페이스 이자 이 대학의 중심 공간으로 기능하며, 선큰은 돌과 쇠 같은 무게가 있는 조형 작업 공간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건축 가는 이러한 외부 공간과 영역을 구획할 때 전통에 대한 생각, 이를 테면 안마당, 바깥 마당 등과 같이 마당의 성격에 따 른 위계 등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 “우리나라 집들을 보면 행랑채와 사랑채와 안채가 있습니다. 안채는 주인의 영역이고 사랑채는 바깥 주인이 일을 보고 사람을 만나는 영역, 행랑채는 사랑채와 안채에 접근할 일이 없는 사람들 의 영역이지요. 이처럼 이 학교는 미사만 드리러 오는 사람들을 위한 성당 영역과 행정적인 업무를 보기 위한 행정 영역,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이 생활하는 다소 사적인 강의・실험 영역으로 나눌 수 있을 거예요.”

← 리듬, 물결, 바람’ 이란 컨셉트가 적용된 입면 구성. → 강의동 서측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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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전체의 직선적 이미지와 달리 반원형의 유리 매스 계단실.│↓배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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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5 | Wide Architecture Report 25 | 2012.1-2 워크 Work 여주・장성수녀원과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Yeoju・Jangseong Convent & Incheon Catholic Univ. College of Fine art & Design 임근배 Lim Keun Bae

중성적 공간, 아트리움 ⓦ 5개 층의 강의동은 아트리움을 중심으로 강의실과 실기실 등이 나란한 엮인 형태이다. 중앙 의 깊숙한 아트리움은 온종일 전후면의 유리창과 꼭대기의 천창・측창을 통해 유입되는 빛으로 가득하고, 이 빛은 다시 바닥면의 3중 접합 유리판(장당 크기 1.2m×2.4m)을 지나 지하 실기실의 복도를 비춘다. ⓦ 아트리움을 에워싼 3m 폭 의 복도 난간에 마치 매달린 듯한 긴 계단은 강의동의 주요 수직 동선이다. 복도와 더불어 흰색으로 마감된 단순한 형 태가 공간에 밝은 기운을 보태며, 이용자들의 움직임에 역동성을 더한다. 필요에 따라서 이 계단과 복도는 전시 공간의 순환로 기능을 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아트리움 공간은 강의・실기동의 중앙 홀로서 협동 작업이나 대형 작품의 전시 같 은 다양한 행위가 유도되고, 실기실은 가변적인 벽을 조작하여 강의 규모나 성격에 따라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다. ⓦ “미술대학 학과들의 경계가 점점 사라진다고 합니다. 한때는 여러 분야로 세분화되었지만 최근 다시 그 벽을 허물어트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화가들이 평면 작업만 하는 건 아니지요. 그래서 이곳 강의동이 폐쇄 적인 곳이 아니라 열린 공간이 되기를 기대했습니다. 시원하게 뚫린 아트리움과 순환적인 계단은 선생과 학생, 선배 와 후배, 이쪽 전공과 저쪽 전공을 모두 소통하게 하는 장치예요. 학생들은 오고가면서 타 학과의 작업을 자연스럽 게 볼 수 있고, 또 생각을 함께 나누면서 공동 작업을 도모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해요.” ⓦ 바깥을 바라보기 ⓦ 그런 데, 한편에서는 개방적인 공간과 순환로가 이용자의 입장에서 파놉티콘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 되기도 한다. 소통을 위한 공간을 의도했으나 그것이 너무 과하면 억압된 공간, 즉 한눈에 감시되는 감옥 같은 공간으로 반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아트리움으로 쪼개진 강의동의 두 매스는 나란히 배치됐지만, 자세히 보면 길이를 달 리한 형태, 그러니까 한쪽은 좀 앞으로 나오고 다른 한쪽은 뒤로 밀려나 있는 형태이지요. 그 매스의 끝에 아트리움 과 면하지 않는 폐쇄적인 공간을 두었습니다. 사적인 용도의 공간들이 필요하게 될 경우를 대비한 것이죠.” ⓦ 강의 동은 3, 4층에서 브릿지로 행정동과 연결된다. 일부분을 필로티로 할애한 행정동의 1, 2층은 학생 자치 공간으로 사용 되며, 3층은 중복도 형태의 일반적인 사무 공간이, 4층은 식당과 매점 등이 자리잡았다. 특별할 것 없는 평면 구성이지 만, 조망하기 좋은 4층에 휴게 공간을 두어 길 건너 공원을 바라보게 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아트리움 3층 복도에서 강 의동 전면 창을 통한 바라보기와, 화장실의 막다른 복도 벽면 창을 통한 바라보기 등과 더불어 건축가의 ‘바라봄’에 대 한 고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 “자연의 풍광이든 도시의 풍경이든, 그것을 향한 바라보기는 나의 주된 관심사입 니다. 구체적으로는 안에서 내다봄, 프레임을 통한 들여다봄이지요.”

→ 천창을 통 해 유입된 빛 은 다시 바닥 면의 3중 접합 유리판을 지나 지하 실기실의 복도를 비춘 다.

← 선큰은 외 부 작업장으로 도 활용된다. → 기존 대지 레벨의 전시실 로 향하는 나 선형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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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행정동 지하1층, 강당동 지상1층 평면도.│↓강의행정동 지상1층, 강당동 지상2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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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5 | Wide Architecture Report 25 | 2012.1-2 워크 Work 여주・장성수녀원과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Yeoju・Jangseong Convent & Incheon Catholic Univ. College of Fine art & Design 임근배 Lim Keun Bae

겉모습과 위트 ⓦ 기존 대지 레벨에서 선큰을 사이에 두고 강의동과 나란하게 위치한 전시실・대강당은 행정동 필로티 아래 쪽에 별도의 계단실을 가진다. 그런데 이 계단실의 형태가 재미있다. 캠퍼스 전체의 직선적 이미지와 달리 반원형 의 유리 매스에 스파이럴(spiral) 계단을 뒀다. 건축가는 이 부분에 대해 여주・장성수녀원에서 언급한 ‘위트’를 다시 상 기시켰다. ⓦ “강의동 전면에서 층마다 길이를 달리하고 있는 테라스 역시 위트예요. 물론 2층의 테라스는 캐노피 역할 이라는 기능도 있지만요.” ⓦ 이처럼 부분적으로 ‘위트’는 있지만, 전반적인 형태와 입면의 구성에는 여지없이 ‘적당주 의’가 반영됐다. 연세대학교 미술 동아리 화우회의 일원으로 지금까지 붓을 놓지 않고 있음을 알고 있기에 비례라든가 창의 랜덤한 배치라든가 행정동 입면에서 보이는 정면성의 강조라든가 하는 것으로 그의 남다른 감각을 발견해 보고자 하는 노력이 시도됐으나 “외관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라는 일관된 대답만을 들었을 뿐이다. 다만, 건물의 주외 장재인 동판이 소금기 머금은 바람으로 빠르게 부식되고 있고, 언젠가는 구릿빛에서 녹색으로 모습을 탈바꿈할 것이라 는 게 예측되는 가운데 동판 위 창문의 불규칙한 패턴에 관한 에피소드를 들려 주었다. ⓦ “사실 많이 봐 온 것이기도 해서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각 층마다 기능이 다 다르고, 미술학도들이 사용하는 집이기 때문에 줄 맞춰 그리기 싫었다는 이유가 있지요. 그래서 일부러 흐트러뜨리고 필요한 부분에 창문을 낸 거예요. 다행히 지명 현상 설계를 진행하면서 설정한 ‘리듬, 물결, 바람’이란 컨셉트와 잘 맞았지요. 컨셉트를 그렇게 해 놓으니까 굉장히 편하고 실리적이더라고요. 성당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요즘 도심 성당들은 수직으로 올라가면서 층마다 기능이 달 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처럼 입면에서 수직 방향으로 줄 맞춰 창을 내는 것이 힘들어졌지요.” ⓦ 이 땅의 해 법으로 발전되는 건축 ⓦ 토지문화관부터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에 이르기까지 건축가 임근배의 작업은 땅에 서 시작되어 전통으로 꿰어진다. 땅과 전통은 별개가 아니라 땅을 다루다 보니 우리 문화, 우리 전통 건축의 수법에 깊 이 빠질 수밖에 없고, 그것은 모자람도 넘침도 없는 적당주의의 미관과도 관련이 있다. 그리고 우리 조상들이 이 땅에 살면서 찾았던 건축의 해법, 그것의 시행착오와 답습을 통해 변화를 모색해 왔듯이 그 역시 이 땅의 해법으로 자신만의 건축을 변화 발전시켜 보고자 하는 것이다. ⓦ “전통 건축은 답습의 결과물이 아닙니다. 생생하게 오늘을 살아나가는 것이예요. 오랫동안 이어져 온 전통은 현대의 기술, 현대의 관습에 맞춰 또 다른 명맥을 이어나가지요. 그것에 대한 해답, 솔루션을 찾는 것이 나의 건축입니다.” 정리│정귀원(본지 편집장)

← 강의동과 행정동이 ㄱ자 형태로 조각 공원을 감싼다. → 안마당에서 바라본 필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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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행정동 지상4층,강당동 옥탑층 평면도. ↙ 횡단면도. ↘ 종단면도. ↓ ↓ 대지종횡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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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구 양성구 |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와 하버드 건축대학원에서 수학했으며, 스위스 헤르조그 & 드뮤론, 미국 마차도 실베티에서 실무를 익혔 다. 2006년 UIA 국제공모전 전문가부문 대상을 수상하였고, 같은 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작품을 전시하였다. 또한 2009년에는 뉴욕 건축 연맹이 주최하는 공모전 ‘뉴욕 영 아키텍츠 어워드(2009 New York Young Architects Award)’를 수상한 바 있다. 보스턴과 한국을 오가며

Museum of Fine Arts, Taipei City, Taiwan, 2011.

건축 작업은 물론 다른 예술 장르와의 교류를 활발하게 해 오고 있다.

(Ethership)

에테르쉽을 젓는 네 개의 노 110 와이드 AR 25 | New POwer ARchitect 파일 11 | 양성구 Yang Sung-g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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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노 — 대지의 가치 높이기 ⓦ 프로젝트가 진행될 대지의 가치를 디자인을 통해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한다. 사이트가 가지는 물 리적인 컨텍스트를 비롯하여 정치・사회적으로 관계되는 이슈들, 자연・역사・지리학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과 가치 등을 읽어 내고, 변화 의 방향과 정도를 판단하여 디자인을 통한 가치 상승을 이끌어 낸다. 사이트의 성격에 따라 새만금처럼 사회적, 정책적인 방향이 주요 지점 이 되기도 하고, 두바이 사막의 경우는 자연, 지리적 특성이 주요 변수가 되기도 한다. 또 <시티타워>는 도시 전체의 장소들이 영향을 주었 고, <필름팩토리>의 경우 도시의 발전 진행 방향이 주요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각 대지에서 주요한 성격을 읽어 낸 이후에는 ‘이미지’의 관점에서 디자인 방향을 고민한다. 이미지는 가변적이고 사실과 다른 방향으로 보 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비전문가 집단들까지 아우르는 공통적인 집단사고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집단의 인식을 이용하여 대중들이 받 아들이고 혹은 의아해 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간다. 그리고 건축 디자인이 가지는 외형적, 경험적, 풍경적 장면들이 그러한 이미지를 잘 드 러내도록 해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개념적 중요도만큼 형태의 조작이 매우 중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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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itower, Incheon, 2008. Film Factory, 2003. 부산의 수변 공간을 주제로 한 부산국제건축공모 전 1등 수상작. (배형두 공동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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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노 — 독립적인 디자인 리서치 ⓦ 대지가 가질 수 있는 힘들에 관계하지 않고, 건축물 혹은 공간 자체만 들여다보고 실험하고 시도 해 본다. 이러한 테스트들은 기본적으로 별도로 진행하는 리서치들이 근간이 된다. 그 예로는 패턴 스터디, 현대 수학에서 탐구하는 각종 리서치들, 파라메트릭 디자인 툴, 스크립트, 애니메이션 기법들, 흥미를 가져다 주는 구축법 등이 있다. 이러한 리서치들은 사이트와의 관 계보다 프로젝트 자체의 격발 요소들이 강할 때 사용해 오고 있다. 또는 사이트가 가정되지 않고 진행되는 작업들도 리서치를 근간으로 한 다. <힐사이드 공동 주거>의 경우에는 패턴의 건축화 자체를 고민하였고, <보그 패션하우스>와 <포그 패션런웨이>의 경우는 가정 사이트 없 이 의뢰된 작업들이었으며, 광주비엔날레 전시 작품이나 기타 파빌리온 작업들의 경우에는 사이트의 힘보다 그 자체의 구축법과 디자인 툴 이 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이러한 방식의 작업들은, 그러하기에 보다 더 능동적으로 비건축 분야와의 연계를 시도하게 해 준다. 현대 수 학의 많은 연구 분야들은 건축 설계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어 보이나, 대지의 격발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는 컨텍스트에서는 에네퍼서피스, 멀티플필드 등의 수학적 정의들을 건축화해 볼 수 있었고, 애니메이션의 모핑 기법들 또한 설계의 테스트 법칙으로서 시도해 볼 만했다. 이 러한 시도들은 결과적으로 나오는 디자인들이 신선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높혀 주고 있으며, 지금도 건축 작업과 별도로 다른 분야의 리서 치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Hillside Continua Housing, Boston, 2005. GSD 스튜디오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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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노 — 도심 생산 공간 ⓦ 도시 자체가 기능하는 현상 자체를 기준으로 도심 공간들을 생산과 소비로 구분해 본다. 그 기능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도시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그 공간들은 생산 공간들이 될 것이고, 문제가 발생해도 도시 자체가 기능하는 데 무리가 없다면 그 공간들은 소비공간이 된다. 이는 생산이 더 중요하고 소비가 덜 중요하다는 문제가 아닌, 도시 자체를 놓고 봤을 때 구분될 수 있 는 또 하나의 판단 근거이다. 이러한 기준에서 발전소, 정수장, 인프라스트럭쳐, 소각장 등이 생산 공간에 해당되고, 나머지 공간들인 상업 시설, 주거 공간, 문화 시설 등이 소비 공간에 해당된다. 그런데, 도시가 커지면서 대규모화되고 집약된 생산 공간들은 도시 바깥으로 밀려 나게 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생산과 소비 공간의 극명한 단절이 야기되고 부작용이 발생된다는 점이다. 생산 공간의 문제는 도시 전체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고, 생산 공간 자체를 혐오 시설로 인식하게 만들었으며, 대도시의 도심이 자체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근거를 없애고 있 다. 이러한 판단을 근거로 다시 도심 생산 공간들이 소규모화되어 도심 속으로 재편성될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은 오 염 물질 배출을 줄일 수 있으며, 이로 인한 소규모화의 가능성은 동 단위 혹은 단지 규모에서 생산, 소비의 순환 체계를 가능하게 해 준다. 생산 공간의 재편성은, 곧 도심의 각 지역들이 자체적으로 생산과 소비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며, 이는 다른 도심의 문제 발생 시에도 주변 도심들이 서포트를 함으로써 보다 건강한 대도시를 만드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물 정수 기계, 소규모 정수 유닛 등이 그 결과물들이다. Vogue House, Seoul, 2008. 소규모 정수 유닛. Depth of Suicide, 에테르 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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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노 — 에테르 아트 ⓦ ‘건축은 사기다.’ 일반적으로 경제 활동이 이뤄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완성된 제품을 가지고 구매자가 직접 테스트해 보고 맘에 들면 구입을 한다. 현실적인 이유들 때문에 건축은 완성품이 없는 상태에서, 하나의 계획안만 가지고 거래를 하게 되고 이를 통해 이윤을 얻는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가지고 이윤을 쟁취하는 건축 행위는, 그래서 사기일 수 있다. 이는 동시에 건축의 근본적인 특성이 허구일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구축이 되기 전까지의 모든 과정들은 결국 이러한 허구적인 건축의 특성에 기대고 있다. 이는 마치 지 금은 그 존재의 의미가 사라져 버린 에테르라는 물질과 닮아 있다. 허구의 과정에서 보이는 또 하나의 특성은 대부분의 비전들이 선택되지 못하고 버려진다는 점이다. 허구적 비전들은 현실적인 기준에 의해 재단이 되지만, 그 과정에서 포기된 많은 비전들은 건축의 본질적 특성 을 잘 보여 주는 의미있는 상상들이다. 그래서 나는 이 허구적 비전들을 현실적 장벽에서 탈피시켜 아트워크로 발전시킨다. 에테르쉽은 프 로젝트를 진행할 때 버려지는 많은 상상들을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 증폭, 재생산시켜 에테르 아트로 만들어 간다. 이렇게 만들어진 에테르 아트는 또다시 에테르쉽에서 진행하는 다른 건축 프로젝트에 좋은 영감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Memory of Dream, 에테르 아트. Yellow Submarine, 에테르 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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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5 | Wide Architecture Report 25 | 2012.1-2 New POwer ARchitect 파일 12 김호민+유승우 Kim Homin + Chris S. Yoo

김호민+유승우 김호민 | 영국 왕립 건축사(ARB, RIBA)로 서울대학교와 AA스쿨에서 공부했다. 런던 Ciro Najle Architects와 런던 FOA를 거쳐 현재 폴리머(poly.m.ur Ltd.) 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유승우 | 네덜란드 SBA. 오클랜드 대학교와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고, 로 테르담 NOX, 런던 REID, FOA 등에서 실무를 쌓았다. 현재 폴리머(poly.m.ur Ltd.) 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폴리머의 주요 작품으로는 제주대 문화교류관 현상 설계, 군포 당동 모델하우스 현상 설계, 부여 전통문화학교 기예능공방 현상 설계, 충주 중원유물보관센터 현상 설계(이상 1등 당선) 등이 있으며, 현재 동대문 메리어트 호텔 외관 설계를 비롯하여 다수의 주택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

과잉, 새로운 가능성의 장 ⓦ 2007년 사무소를 시작하면서부터 현재까지 우리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라면, 면적과 효율성 사이에서 해답을 요구하는 브리프 내에 서 어떻게 새롭고 창의적인 건축적 시도들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고민은 자연스럽게 ‘효율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과잉을 어떻게 새롭게 정의할 것인가의 문제로 연결되었다. 이 글을 통해 ‘과잉’의 개념을 1차적인 레벨에서의 잉여 상태나 여 분의 개념을 넘어, 확장된 테두리 안에서 2차, 3차적 재원을 발생시키는 도구로서의 개념으로 이해해 보고, 그렇게 함으로써 건축의 범주 내에서 효율성에 대한 가치를 다시 한번 재고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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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5 | Wide Architecture Report 25 | 2012.1-2 New POwer ARchitect 파일 12 김호민+유승우 Kim Homin + Chris S. Yoo

ⓦ 과잉(redundancy)은 잉여나 여분(surplus)이 필요 이상으로 중첩되어 나타나는 것으로서 잠재적인 상태에서 안주하던 존재들이 현실적 인 상태로 나타날 수 있게 하는 메커니즘이다. 유기체에서 양적 증가로 인해 임계점을 넘어서며 다양한 상태 변화들이 유도되는 것과 마찬 가지로 생명력이 충만한 물질의 장도 과잉과 결핍의 상태를 반복하며 다양한 질(質, quality)적 변화들을 이끌어 낸다. 이와 같은 이해 하에 과잉을 현대의 도시 환경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질적 변화를 수용하고, 시스템의 우발성을 조절함으로써 복잡성까지 제 어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효율성으로 제안하여, 건축적인 맥락에서 가능성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절대적인 균형을 이데올로기로 여기 던 시기에서는 잉여가 단지 극복해야 할 장애물로 인식되었다면, 차별화를 요구하는 시기에서는 그것이 현대인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다룰 수 있는 요소로서 더욱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여기서 우리가 주시하고자 하는 과잉의 개념은 절대적인 효율성의 오류에 빠지지 않으 면서도 더욱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유도하는 유동성을 내포하고 있는 장치로서, 아직 건축의 범주 내에서 형식화 되어 있지 않은 이런 과 잉의 유동적 효율성을 몇 가지 예로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 일반적으로 경제적인 효율의 관점에서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과잉 상태는 더 큰 스케일에서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의 사전적 의미에 ‘전체 시스템의 붕괴를 방지하기 위한 긍정적인 복제’’라는 뜻 이 포함되어 있듯이 자연계에서의 과잉은 생명 존속의 수단으로서 다수의 개체 복제를 통해 종을 유지하는 메커니즘이고, 언어에서의 과잉 은 무한한 양의 정보를 시스템 내부에 갖고 있음으로써 정보 전달 시 오해나 오류를 방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데이터 사회에서도 바이러스나 시스템 붕괴 등을 우려해 데이터 복재를 통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며, 인프라를 포함한 현대의 광범위한 네트워크 분야에서조 차 평소에 불필요해 보이는 여분을 갖고 있음으로써 짧은 시간 동안 흐름이 집중되었을 때 과부하를 막기 위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 다. 이러한 예들에서 보여지듯 과잉은 복잡성을 다루기 위한 효율의 한 형태로 폭넓게 존재하여 왔고, 어떤 시스템 내에서 유동성을 발생시 켜 일시적 효율보다 시스템 전체에 미치는 다차원적 효율을 발생시키는 성질로서 이용되어 왔다.

AA 스쿨 작업

118 와이드 AR 25 | New POwer ARchitect 파일 12 | 김호민+유승우 Kim Homin + Chris S. Yoo


와이드 AR 25 | Wide Architecture Report 25 | 2012.1-2 New POwer ARchitect 파일 12 김호민+유승우 Kim Homin + Chris S. Yoo

ⓦ 과잉을 시스템에서의 효율과 연관지어 생각할 때, 도시의 역사는 인프라의 영역을 통해 그것이 어떻게 작동해 왔는지를 명료하게 보여 준다. 인프라는 항상 유동적이고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흐름을 제어해야 하는 과제를 잉여의 생산을 통해 다뤄 왔다. 그로 인해 도시의 인 프라는 ‘더 적을수록 더 많아진다’(The less, the more)의 논리로부터 ‘더 많을수록 더 많아진다’(the more, the more)의 절대적 이상주의 에 치우치지 않는 방법의 구축을 통하여 발전하여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양을 증가시킴으로써 얻어지는 수용력의 증가를 통한 효율성 증가의 측면보다 과잉을 통해 발달해 온 인프라라는 시스템 내에서 어떤 구조적, 질적 변화가 동반되어 왔으며 그런 변화가 가져오 는 새로운 효과들에 대한 관찰이 더 흥미롭다. 도로의 예에서는 각 도시마다 도로의 폭, 인터체인지 사이의 거리, 간선 도로의 수 등을 효율 성의 확보를 위해 여러 방식으로 제어함에 따라 도시 구조의 잠재적 특성에도 변화를 가져오며, 나아가 도시 구조의 성격을 형성하여 도시 의 삶의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는 미시적인 레벨에서 다른 요구들을 발생시키고 거시적인 스케일의 잉여의 제어에 영향을 줌으로써 또 다른 도시 구조로 현실화되는 피드백의 고리를 형성한다. 이런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양과 질, 수축과 팽창, 공간과 시 간, 오브제와 과정 사이의 차이들이 생성되고 이런 과정을 관리하는 차별화된 전략들을 통해 뉴욕의 그리드(grid)나 런던의 웹(web)과 같 은 구체적인 결과가 나타나며, 이는 궁극적으로 도시 위에 올려지는 건축과 그 위에서 벌어지는 삶의 모습의 차이로까지 연장됨을 볼 수 있 다. 베니스는 흐름의 효율을 위해 과잉을 다루었던 방식과, 그것이 도시와 건축에 끼쳐 왔던 차이를 볼 수 있는 또 다른 좋은 예이다. 홍수 방지의 목적을 위해 점차적으로 증가해 온 수로는, 평상시에는 운송 통로로 이용되고 물 위에 건축을 지어나가며 베니스 고유의 삶의 모습 을 탄생시켰다. 비단 이 예들 뿐만이 아니라 근대화 과정에서 많은 도시들의 급속한 성장이 낳은 의도되거나 의도되지 않은 잉여와 과잉의 형태들이 각각 지역의 성격에 맞는 도시의 문화적 공간적 모습과 성격들을 만들어 낸 사례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 요약하자면, 과잉은 도시 환경과의 연관성에서 보여지듯 양의 증가를 통한 효율의 향상이라는 기능적인 면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생겨나는 다양한 파급 효과를 통해 또 다른 형태의 효율성들을 생산해 내는 성질로서 바라볼 수 있다.

(왼쪽부터) 남양주호텔 | 등촌도서관 | 베이루트 House of Arts

119 2012.1-2 | Wide Architecture Report 25


와이드 AR 25 | Wide Architecture Report 25 | 2012.1-2 New POwer ARchitect 파일 12 김호민+유승우 Kim Homin + Chris S. Yoo

ⓦ 그렇다면 인프라로부터 비롯된 건축의 영역에서 과잉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가. 정도가 다를 뿐 인간이 동굴에 거주의 공간을 마련했 을 때부터 현대 건축에 이르기까지, 과잉은 잠재적으로 혹은 의도적으로 늘 존재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물질계에서는 차이화가 진행될수록 잉여는 과정의 결과물로서 축적된다. 과잉은 물질의 차이 생성을 통해 축적되어 온 잉여의 부산물로서 체계화가 진화할수록 잉여를 축적하 고, 과잉 상태가 되었을때 질적 변환을 도모하게 된다. 건축에서 또한 잉여는 어떤 형태로든 프로그램, 구조, 재료 등, 건축 안에 얽혀 있는 여러 요소를 다뤄 체계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며, 특정한 실제적 결과물로서 나타나게 되어 있다. 인프라에서 흐름을 다루기 위해 생 산된 잉여가 결국 다이나믹한 삶의 패턴으로 펼쳐지는 것처럼 건축에서 과잉은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건축에 서의 통로는 흐름의 통제와 연결성의 효율성에 그 일차적 목적을 두지만, 그 잉여의 정도에 따라 다양한 행위들을 유발시킬 뿐만 아니라 미 래에 잠재되어 있는 다른 가능성들을 포함하기도 한다. 또한 보이드 혹은 비움이라 정의되는 공간들은 일차적이고 직접적인 효율의 관점에 서 공간의 낭비나 과잉으로 여겨질 수 있으나, 효율의 정의에 따라 그것은 공간에 풍부함을 불어넣어 일차적 효율의 실보다 훨씬 큰 이차, 삼차적 효율성의 득을 낳기도 한다. 그 좋은 예가 아트리움일텐데, 용적률의 관점으로 보았을때 부정적인 잉여의 상태, 즉 ‘과잉’이라고 할 수 있으나 보이드 공간을 통해 발생하는 환경적 공간적 질의 향상은 양으로 환산하기는 어려울지라도, 일차적인 면적 손실에서 오는 비효 율성보다 더 큰 상업적이고 환경적인 효율을 낳기도 한다.

스크린하우스

(위・아래) 제주도문화교류관

120 와이드 AR 25 | New POwer ARchitect 파일 12 | 김호민+유승우 Kim Homin + Chris S. Yoo


와이드 AR 25 | Wide Architecture Report 25 | 2012.1-2 New POwer ARchitect 파일 12 김호민+유승우 Kim Homin + Chris S. Yoo

ⓦ 정리하자면, 이미 건축의 패러다임이 기존의 공간을 규정짓는 행위의 범위를 넘어 정보와 물질 체계를 아우르는 관리자(organizer)의 영 역으로 확대되고, 또한 근대주의적 효율성이 더이상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확장된 의미의 그것으로 일대일 대응할 수 없다는 자각 하에 이 미 건축적 사고의 영역은 더 광범위하고 많은 단계의 체계들을 넘나들게 되었으며, 건축에서 더이상 어떤 정형화된 해답을 찾을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는 건축이 어떤 이상적 가치를 추구하기에는 그것을 둘러싸고 또 영향을 주고받는 환경이 이미 너무 다면적이고 유기적 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치 자연계가 죽은 공간이 아닌 살아 숨쉬는 것으로서 절대적인 상태의 균형은 존재하지 않 고, 과잉(redundancy)과 결핍(deficiency)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점을 찾으며 진화해 가는 것처럼 우리 도시도 정해진 이상을 향해 진보 해 왔다기보다는 끊임없는 균형점의 추구를 통해 진화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건축 또한 어떤 문제에 대한 일차적 해답 을 추구하기보다는 건축 속에 잠재되어 있는 여러 가치들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표출될 수 있도록 가능성의 장을 구축하는 것이 더 의미있 는 방식일 것이며, 과잉의 개념이 이런 탐구를 위한 한 가지 방향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과잉은 위에서도 논한 바, 복잡한 체계내에서 아직 실제화되지 않은 현상들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로서 폭 넓게 존재하여 왔지만 아직 건축적 맥락에서 이해되고 활용되기에 는 그 가치와 적용 방법이 정립되어 있지 않은 듯하다. 아마도 과잉이 내재하고 있는 모호함과 불확실성이 건축 안에 형식화되기에 어려움 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더이상 근대주의적 이상주의가 현실에 적용될수 없고, 현대 건축이 위치한 현재의 환경 은 일괄화된 이상이 아닌 다양함 속의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관점과 시각은 다각화되었으며, 가치와 판단 또한 어느 때보다 모호해져 있 는 시점에, 우리는 더이상 모호함과 불확실성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그 안에 잠재된 가능성을 보기도 한다. 이제 우리가 바라보는 ‘과잉’에 대한 시선을 가능성을 통한 새로운 효율의 생산자로서의 측면으로 확대할 수 있다면, 과잉의 모호함과 불확실성이 새로운 건축의 영역을 탐구해 볼 수 있는 잠재성을 제공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위) 카오슝 포트터미널 | (아래 둘) 동대문메리어트호텔

121 2012.1-2 | Wide Architecture Report 25


와이드 AR 25 | 와이드 칼럼

정치와 건축 | 최동규

나는 평생 C일보와 J일보 등 소위 보수 언론이라고 하

민간 건축의 일들은 규모는 작고, 설사 규모가 크더라도

는 신문을 보고 살아왔다. 그리고 항상 보수 정치인들에

공공 건축 설계비의 절반 아니면 삼분지일의 가격으로 설

게 투표했다.

계를 해내야 하는 삭막한 시장이다. 그에 반해 공공 건축

이삼 년 전에 스마트폰을 구입한 후 우연히 알게 된 팟 캐

은, 물론 대형 조직끼리의 경쟁도 치열하지만 일단 당선

스트 방송을 재미로 듣다가 놀랄 만큼 자유로운 정치 방

되면 민간 건축의 3배 정도는 되는 설계비를 받아가며 즐

송을 접하게 되어 팟 캐스트에 저장된 모든 방송을 듣게

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게임에서도 승자는 늘 몇

되었다. 현실 정치에 대한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쏟아

개의 대형 조직이다.

내는 그들의 말들에 통쾌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 속에 담

내가 만나는 작은 아틀리에 사무실들의 건축사들은 항상

겨진 몇 마디의 말들이 뒤늦게 사실로 드러나는 것을 보

기가 죽어 있다. 큰일은 못 하는 현실에 아예 적응이 되어

게 되었다.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다 보니

그리고 계속 이어진 서울 시장 선거에서도 막강한 위력

나도 자연히 팟 캐스트의 소위 삐딱한 방송에 귀 기울이

을 발휘하는 것을 목도했다. 항상 보수정치에 강력한 편

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을 드는 아내는 내가 그런 방송을 즐겨 듣는 것을 보고는 기겁을 한다. 마치 북한의 불온 방송을 듣는 것쯤으로 생

그래서 그런지 나는 대통령이 여기저기 외유를 하며 아

각한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그 방송을 들으며 스스로 균

랍 에미리트의 원자력 발전소나 T-50고등 훈련기를 파

형을 잡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는 계약을 했다는 등의 굵직한 일들이 신문에 게재되어도 마음속 저변에서는 “그래서 누가 그 일을 하게 되는데”,

늘 만나게 되는 내 주변의 친구들 앞에서는 소위 진보 정

“그래서 그게 나랑 무슨 관계가 있는데“하는 냉소가 마음

치인들을 칭찬하는 말들은 감히 하기 힘들다. 그리고 소

깊은 속에 깔려 있게 된다.

위 대한민국 정부도 감히 어떻게 못하는 S그룹에 대한 험 담은 더더욱 하기 힘들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팟 캐스트

이번에 시장 선거도 의외의 인물이 당선된 후 여당에서는

의 잘 나가는 ‘나꼼수’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이 시대 엄동

소위 난리가 났다. 20・40대에서 배신을 당했다느니 하면

설한의 벌판에서 겁 없이 싸우는 사람들이고 나름 그들

서도 뚜렷한 대책은 없다. 나는 정치인들이 소위 선거철

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 강한 사람들이다. 나는 여

에만 집중적으로 가가호호 찾아다니며 악수하고 웃음을

기서 굳이 그들을 두둔하려고 이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팔다가, 막상 당선되면 느긋해 하다가 다시 선거철이 되 면 표를 찾아다니는 이런 행태 속에서는 우리의 상황이

건축계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편을 가른다면 1:99의 논리

하나도 나아질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가 건축계에도 성립한다. 큰일들에 접촉이 가능한 그리고 그동안 많은 큰일들을 원 없이 했던 대형 조직과, 그저 민

그래서 건축계에는 왜 이런 정치판의 ‘나는 꼼수다’ 같은

간 건축의 일부에 빨대를 대고 즙을 빨아먹고 사는 불쌍

강력한 언론이 없는가 하고 아쉬워하게 된다. 정식 언론

한 건축인들로 나뉠 뿐이다.

으로 인정받지도 않고, 그래서 제재도 받지 않는 수단으 로 서울 시장 선거까지 간여하며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122 와이드 AR 25 | New 와이드 POwer AR 25 ARchitect 파일 11 | 양성구 최동규 Yang Sung-goo | Wide Column


와이드 AR 25 | 와이드 칼럼 정치와 건축 | 최동규

건축계에도 이런 식으로 마구 말을 쏟아 내기 시작하는

는 한이 있어도 응모자의 경제력이 감안된 제출물이 선

언로가 터져 있다면 소위 99%의 작은 사무실에서 나오는

택되어야 한다. 이상하게 변질된 한국의 설계 경기 관행

장탄식이 하늘을 찌를 것이다. 전국에 있는 사무소의 숫

은 이제는 고단수의 상태로 변질되어 간다. 그리고 심사

자가 대략 8천 개라고 하니 1%는 80개가 되며, 얼추 1:99

자들에 대한 좋지 못한 소문도 무성하다. 왜 이런 일들이

라는 비율이 맞는 것 같다.

계속 반복될까?

이번에 20・40대가 등을 돌렸다고 하는데 그동안 정치권 에서 그들을 살갑게 대하고 언로를 트고 속내를 읽어 보

많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공공 건축 경기에 제

려고 하는 노력을 신문이나 방송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

한된 사람들만 응모하는 현재의 행태는 반드시 시정되어

다. 소통 부재의 대통령이라고 하는데 그 말은 정말 맞는

야 한다. 그것은 사악함 그 자체다. 조달청의 그 무슨 기

것 같다. 늘 대통령이 재벌들하고 포도주잔 기울이며 건

술자 보유 현황이니 재무 구조니 어쩌구저쩌구 하는 안전

배하며 국가 경제를 논하는 사진만 보면 나는 매우 언짢

판은 설계자가 선정된 후 실시 설계로 진행될 시점에서나

아진다. 내가 보기에 그들은 가만 놔두어도 잘 될 사람

적절한 방법으로 적용해도 될 것 아닌가? 국민이 힘들어

들이다.

하는 제도를 덧씌워 이득을 보는 소수를 위한 제도는 혁

소위 잘 나가는 장남이다. 그러면 차남이나 삼남의 생활

파되어야 마땅하다.

을 들여다보고 살펴보아야, 그들을 위한 살가운 정책이

글│최동규(본지 운영고문, 서인건축 대표)

계속 나와야 마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다른 분야는 걱정하지도, 알고 싶지도 않다. 건축계 에서 집중해서 일을 할 시간도 홀수 해만 남았다고 생각 하는 편인데 건축계가 정말 올바른 방향으로 전진하고 있 다는 징후가 없기도 하고, 설사 있다 해도 너무 느리다. 아픈 사람 치료받으려고 기다리다가 지레 죽겠다는 생각 이 든다. 그래서 이 나라가 아직도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 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정부에서 의료계는 제약 업계와 리베이트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강력한 제도가 효 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건축계에도 정말 고질적인 관행의 타파, 즉 공공 건축의 규모에 관계없이 소규모의 사무실도 자유롭게 응모하고 선정될 수 있는 기회균등의 제도가 하루빨리 도입되어 야 한다. 그리고 응모하는 서류도 간편하게 하여 최소한 의 비용으로 감당이 되도록 해야 한다. 심사가 오래 걸리

123 123 2012.1-2 2012.1-2 || Wide Wide Architecture Architecture Report Report 25 25


와이드 AR 25 | Wide Architecture Report 25 | 2012.1-2

전진삼의 FOOTPRINT 04 이 란은 본지 전진삼 발행인의 ‘공적/사

주대 건축학과 4학년 스튜디오 중간 크리

적’ 기록의 장으로 구성된다. 현장성에

틱에 조정구(구가도시건축) 씨와 함께 참

바탕을 둔, 건축계 이슈와 개인의 동선

석했다. 크리틱은 제주시 및 서귀포시 중

이 이뤄 내는 건축과 문화판의 지형도를

심가로 재생프로젝트에 대한 논의를 중심

전달하게 될 것이다.

으로 전개됐다.  11월 16일(목)  저녁 7시, 서울 신

11월

당동 그림건축 안방마루에서 제61차 땅집

 11월 4일 (금)  오후 3시, 인천종합

온) 시인 건축가를 첫 번째 이야기 손님으

문화예술회관 전시장(전관)에서 2011인

로 초대한 이래 매월 셋째 주 수요일 저녁

사향이 열렸다. 땅집사향(땅과집과사람의 향기)은 2006년 11월 함성호(스튜디오 이

천건축문화제가 개막됐다. 지역의 건축계

마다 개최해 만 5주년이 되는 ‘기념행사’

인사들과 건축백일장, 도시건축사진전 등

의 성격도 가미됐다. 당일 땅집사향의 이

문화제에 참여한 시민 등 200여 명이 행사

야기 손님으로는 ‘건축가 초청강의 <시즌

를 반겼다. 강성익(대한건축사협회 회장),

3> 뉴파워아키텍트 시리즈’의 12번째 건

임근배(그림건축, 본지 고문), 황순우(바

축가로 양성구(Ethership) 대표가 초대됐

인건축, 본지 발행위원), 손도문(비타그룹

다. (본문 ‘New POwer ARchitects’ 양성

건축, 본지 발행위원), 김민배(인천발전연

구 글 참조)

구원장), 윤세한(해안건축) 씨 등의 모습

 11월 21일 (월)  저녁 7시, 서울 장충 위부터 임재용, 문훈, 이정훈, 김원진 작품.

동 웰컴사옥 2층 레스토랑 <그안>에서 제3

 11월 7일 (월)  낮, 서울 신사동 원

 11월 10일 (목)  저녁 6시, 2011원

Creative Dinner) 파티가 열렸다. 삼협종

도시건축 지하전시장에서 2011원도시아

도시아카데미세미나 젊은건축가포럼 제3

합건설(김연흥 대표)이 주최하고 본지가

카데미세미나 젊은건축가포럼 제3전시 초

전시의 공식 오프닝행사가 초대작가들과

주관하는 이 행사에는 40여 명의 건축가들

대작가들의 설치작업이 한창이다. 임재용

건축 잡지 기자 및 원도시건축 구성원들이

이 참석했으며, 공식게스트로 강병국(동

(OCA건축), 문훈(문훈발전소), 이정훈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7시부터는 세미나

우건축, 서울국제건축영화제 부집행위원

(조호건축), 김원진(YKH건축 디자인랩)

의 본강좌인 미래학강좌 최종회가 <진화>

장) 씨가 초청되어 얼마 전 성공적으로 막

4인의 그룹전으로 기획된 제3전시의 소

를 중심으로 한 박병상 박사의 강의로 이

을 내린 2011서울국제건축영화제의 출품

주제는 ‘윤리적 관점으로 본 특이시설’이

어졌다. 그는 인간이 진화하면 안 되는 이

작 하이라이트와 기획단계 뒷이야기들을

다. 전시는 11월 8일(화)부터 일반에 오

유에 대하여 조목조목 캐묻는 방식으로 강

들을 수 있었다. 고기웅(고기웅사무소) 곽

픈된다.

론했다.

재환(칸건축) 권형표(B.A.U 건축) 김기중

 11월 11일 (금)  오후 2시, 서울 목

(이일공오건축) 김순주(B.A.U 건축) 김

동 예술인회관 지하전시장에서 2011대한

원진(YKH 디자인랩)김자영(고려대)김정

민국건축문화제가 개막됐다. 이상림 회장

임(아이아크건축) 김종수(원도시건축) 김

을 비롯해 조계순, 임창복, 곽재환, 최동

종진(건국대) 김호민(poly.m.ur) 나은중

규, 한종률, 최삼영, 곽희수, 이기옥, 고흥

(NAMELESS) 노은주(스튜디오 가온) 문

권, 장정제 씨 등 200여 명의 건축가들과

훈(문훈발전소) 박유진(시간건축) 박준호

대학생공모전 수상자들이 함께했다.

(EAST4) 손도문(비타그룹건축) 안기현

 11월 12일 (토)  오후 4시30분, 김

(AnL studio) 오섬훈(어반엑스건축) 유

태일(제주대), 김형섭(아키 제주), 이영식

소래(NAMELESS) 유승종(희림건축) 윤

(도시디자인) 씨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제

태권(엔진포스) 이민수(AnL studio) 이

이 보였다. (본지 2011년 11-12월호 <와 이드EYE>란 참조)

124 와이드 AR 25 | 전진삼의 FOOTPRINT 04

차 ABCD(Architecture Bridge_On Air_


와이드 AR 25 | Wide Architecture Report 25 | 2012.1-2

전진삼의 FOOTPRINT 04 영욱(한국예건) 이정훈(조호건축) 이진

한다. 이 자리에는 워크숍 1기 수료생인

남구 관내 OCI 본관 및 극동방송부지 문

오(S.A.A.I) 임근배(그림건축) 임재용

고경국, 이지선, 손민희, 정사은 등이 참석

화예술창작공간조성 연구용역 자문회의

(OCA.건축) 임형남(스튜디오 가온) 정수

하여 축하했다. (본문 <와이드 ISSUE> 김

에 참석했다. 이 프로젝트는 동양화학부

진(S.I.E 건축) 조용귀(그림건축) 최원영(

혜영의 글 참조)

지 아파트단지개발사업에 따른 기부채납

유오스) 최춘웅(고려대) 함성호(스튜디오

 11월 28일 (월)  오후 5시, 심원문화

형식의 가상대지에 성격을 부여하기 위한

이온) 등이 참석했다.

사업회(이태규 이사장)가 주최하는 제4회

사전작업의 성격이 강했다. 연구용역 책임

심원건축학술상의 운영위원회가 <와이드

자 박신의(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공

AR> 편집실에서 개최됐다. 운영위원 전봉

동연구자 구영민(인하대)의 중간보고회

희, 안창모, 전진삼이 참석했고, 사업회에

를 겸한 당일 모임에는 박우섭 남구청장을

서는 신정환 시무장이 배석했다. 총 6편의

비롯하여 국장급 포함 20여 명의 남구청

응모작을 대상으로 진행될 심사일정 및 세

직원들이 배석하여 의견을 청취했다. 자

부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문위원으로는 강현주(인하대 시각디자인

 11월 29일 (화)  오후 4시, 원도시

과), 민운기(스페이스빔) 씨가 함께했다.

사진 제공│진효숙

건축의 변용 회장을 방문 면담했다. 김종

 12월 2일 (금)  오후 3시, 서울 마

 11월 23일 (수)  오후 3시, 아주대

수 실장이 배석했으며, 12월 6일부터 원

포구 상수동 공철건축연구소를 방문하여

학교에서 건축학부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

도시건축 지하전시장에서 열리는 군산대

건축계 전반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하여

로 <내가 건축가를 사랑하는 법>이라는 주

학교 산업디자인학과 2학년생들의 <Pet

환담했다. 건축설계 외에 여타의 외부 활

제로 특강을 하였다. 본 프로그램은 장정

House>전(이중용 기획)과 애완동물에 대

동을 자제해온 그의 입장과 ‘건축과 뉴미

제(숙명여대), 전진삼, 이성관(한울건축)

한 사회적 이슈에 대하여 의견을 교환했다.

디어’에 대한 최근의 관심사를 확인할 수

이 3주 연속 진행하는 형식으로 건축이론

 11월 29일 (화)  저녁 7시, 인천건축

있었다.

과 설계, 저널리즘의 현실인식을 키워주는

재단(대표 구영민)의 임시모임이 인하대

 12월 2일 (금)  저녁 7시, 서울 송파

시간이었다. 전유창, 김성욱, 한지형 교수

공대 교수회의실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

구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린 건축

가 동석했다.

는 중국 베이징 기반 건축부동산개발회사

사진가 김재경의 사진전 <MUTE-2: 봉인

 11월 24일 (목)  저녁 6시, 미국 보

의 샤오 웨이 부사장이 동석했는데, 그는

된 시간>을 관람했다. 사라지는 골목길의

스톤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젊은 건

당일 동 대학에서 건축학과 학생들을 대상

현장을 노블렉스 135U 파노라마 카메라

축가이자 저술가 임동우 씨가 내방했다.

으로 건축특강을 한 연후였다. 구영민, 전

로 잡아 보여주는 작가의 서사적 구성력이

저서 <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효형출판,

진삼, 손장원, 손도문, 이윤정, 권형표, 이

돋보였다. (본지 2011년 11-12월호 <와이

2011)> 발간 후 북한학 관련 국내 여러 단

태상, 김정숙 등이 참석했다.

드 EYE> 글 참조>

체 및 연구기관으로부터 동시다발로 강연

 11월 30일 (수)  오후 2시, 과거 진

 12월 6일 (화)  오후 2시, 원도시건

요청을 받고 일시 귀국한 터였다. 효형출

생치킨으로 먼저 알려지고 최근 메니페스

축 지하전시장에서 군산대 산업디자인과

판 최지훈 편집장, 장영선 에디터와 본지

토로 조직의 이름을 바꾼 안지용, 이상화

2학년생들의 과제전시 <Pet House>가 오

편집실 정귀원 편집장, 강권정예 객원기자

공동대표가 <와이드 AR> 편집실을 내방했

픈했다. 기획자 이중용(군산대 외래교수)

가 동석했다.

다. 이전 시기 진생치킨의 작업공간을 통

의 한 학기 강의콘텐츠를 담은 전시장 벽

 11월 26일 (토)  오후 2시, 제2기 간

해 뉴욕 기반 젊은 건축가들의 샘터 기능

면에는 강의 목표와 의의 그리고 최종 결

향건축저널리즘워크숍 수료식이 <와이드

을 담당했던 강소 건축집단의 열정을 느끼

과물의 전시를 목표로 숨 가쁘게 준비해

AR> 편집실에서 열렸다. 4월부터 11월 사

게 해주었다.

온 과정이 꼼꼼하게 담겨 있었다. 건축비

이 10주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2기 워크숍 에는 6명(김혜영, 신은별, 유승리, 이상민, 이철호, 임훈)이 참가하여 전원 수료했다. 1기 이지선, 2기 유승리는 2012년 1월부 터 월간 <C3>에서 건축잡지 기자로 데뷔

전공자인 산업디자인과 학생들에게 공간

12월

에 대한 인식과 경험을 더해준 이 전시는

 12월 2일 (금)  오전 10시, 인천시

장됐다.

오히려 건축전공자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전달해주었다. 전시는 12월 말일까지 연

125 2012.1-2 | Wide Architecture Report 25


와이드 AR 25 | Wide Architecture Report 25 | 2012.1-2

전진삼의 FOOTPRINT 04  12월 6일 (화)  저녁 7시, 간삼건축

의 심사는 조경분야 배정한(서울대), 미

귀국과 동시에 국내까지 영토를 확장한 그

<G -포럼> ‘아듀 2011’ 프로그램에 참석했

술분야 반이정(평론가), 건축분야 전진삼

는 런던을 기반으로 하는 유승우 씨와 느

다. 2개월에 한번 꼴로 개최된 행사는 ‘간

이 진행했다. <ELA> 백정희 편집장과 박

슨한 연대형식으로 공동 작업을 펼쳐 오

삼 스타일’의 구현을 지향하며 이광만 회

광윤 기자가 배석했으며, 총 10편의 응모

고 있다. 발표에서는 어긋남, 불일치의 미

장에 의해 주도되어온 지식과 예술이 결합

작 심사결과 당선작 없는 4편의 가작을 선

학적 관심사를 건축사적으로 조망하며 자

된 퓨전문화 프로그램이다. 플로어의 참석

정했다.

신들의 작업의 의미를 설득력 있게 전달

자들은 주로 30~50대 외부 인사로 구성

 12월 12일 (월)  오전 11시, 삼협종

했다. (본문 ‘New POwer ARchitects’ 김

되며, 간삼건축의 협력사 임원 또는 잠정

합건설 김연흥 대표와 독대하고 2012년도

호민 글 참조)

적 클라이언트 및 건축의 팬들로 보였다.

<와이드AR> 운영에 따른 발전적 방안에

 12월 16일 (금)  오후 1시30분, 건국

대하여 관심사를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대 건축전문대학원 김준성+박준호 스튜

김 대표를 초대 발행편집자문단장으로 위

디오 파이널 크리틱에 구영민, 정현아(디

촉했다. 김 단장은 향후 <와이드 AR>과 긴

아건축)와 함께 참석했다. 학부 건축비전

밀한 관계를 가지고 회사 간 윈—윈 전략

공 졸업 후 3년제 대학원에 입학한 학생들

을 도모하게 된다.

의 1년 과정을 결산하는 자리였다.

 12월 12일 (월)  오후 1시30분, 서울

 12월 16일 (금)  저녁 7시, 서울 홍대

강남구 역삼역 4번출구 앞 스타벅스에서

앞 주점 보난자에서 건축평론동우회 송년

사진 제공│진효숙

이경일(건축문화 편집장), 건축애니메이

모임이 열렸다. 이일훈, 함성호(회장), 김

 12월 7일 (수)  오전 11시, 서울 마포

터 한정훈, 디자이너 최안성 등과 만났다.

영철(총무), 이선희, 김종헌, 전진삼이 참

구 서교동 NES코리아(대표 차영민)를 방

건축만화의 신 영토를 개척해 나감과 동시

석해 건축평단의 활성화를 위한 작은 노력

문했다. NES코리아는 조명에 관한 토탈

에 건축, 인테리어, 일러스트, 디자인 등

들의 필요성에 대하여 공감했다.

서비스를 목표로 무대, 경관, 인테리어, 친

제 영역에서 발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 12월 20일 (화)  오후 1시30분, 이

환경 LED조명 설계, 디자인 및 컨설팅을

‘디자인헌터스’를 꾸리는 젊은이들이다.

로재 건축사사무소에서 승효상 대표와 짧

주요 업무로 하는 해외 유명 조명기기의

 12월 13일 (화)  오후 2시, 토즈 홍대

은 시간 면담했다. 2011광주디자인비엔날

수입업체로 향후 한국을 대표하는 조명그

점 5층, 광운대 건축과 5학년생들의 그룹

레 후 모처럼의 휴식기를 보내는 중이라

룹으로서의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나아가

스터디룸에서 곽재환(칸건축) 대표를 초

고 했다.

본지와 공동으로 건축가를 위한 조명아카

청해 그의 스승인 김중업 선생의 작업과

 12월 20일(화)  오후 2시30분, 서

데미 등의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태도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본 특강

울 종로구 혜화동 운생동 건축을 방문하

 12월 8일 (목)  저녁 7시, 원도시아카

은 한국현대건축 1세대 건축가에 대한 비

여 장윤규(국민대), 신창훈 대표와 환담했

데미세미나 전시사업 젊은건축가포럼 제3

공개 맞춤형 교실로 한 학기 10주 프로그

다. 지난 12월 초 일본 요코하마 BankART

전시 작가 초대 공개좌담회가 서울 강남구

램으로 운영됐다.

1929 전시장에서 열린 <한국건축의 새로

신사동 원도시건축 지하소강당에서 열렸

 12월 14일 (수)  오전 11시30분, 서

운 지평> 그룹전시(임재용 외 16팀 참가)

다. 김능현(홍익대)의 사회로 초대작가 임

울 강남구 조병수건축연구소를 방문하여

참여 이후 두 사람은 <신건축>, <A+U>,

재용, 문훈, 이정훈, 김원진이 작품설명과

조병수 대표를 만났다. 그는 건축저널리

< JA> 편집장들과 한자리에서 만나 운생동

토론에 임했으며, 게스트 크리틱으로 허서

즘의 편집자적 시각에서 건축 작업이 리뷰

의 작업내용을 전달하고 왔다고 전했다.

구(원도시건축) 씨가 동석했다.

되는 방식을 선호한다며 향후 작업에 대한

글로벌 건축 집단으로서의 부상을 끊임없

 12월 10일 (토)  오전 11시, 서울역

저널리즘 비평에 관심을 표했다.

이 준비하는 두 건축가의 철저함이 묻어나

앞 중식당 만복림에서 열린 대한민국조경

 12월 14일 (수)  저녁 7시, 서울 중구

는 소식이었다.

비평대상 심사에 참여했다. 조경비평의 진

신당동 그림건축 내 안방마루에서 제62차

 12월 21일 (수)  오후 5시30분, ‘젊

작을 위하여 월간 <ELA(환경과 조경)>사

땅집사향이 개최됐다. 이야기손님은 김호

은건축가포럼코리아’ 창립모임을 준비하

가 당선작 상금 500만원 포함 총 800만

민(poly.m.ur건축) 씨로 ‘misfit’에 대하

고 있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갤러리 빔

원의 상금을 내걸고 공모한 조경비평대상

여 발표했다. 영국에 사무소를 설립하고

을 찾았다. 공식행사가 7시부터 예정되어

126 와이드 AR 25 | 전진삼의 FOOTPRINT 04


와이드 AR 25 | Wide Architecture Report 25 | 2012.1-2

전진삼의 FOOTPRINT 04 있던 까닭에 식전에 방문하여 응원한 셈이

던 집수리를 마친 끝이었다. 근년에 교회

동삼거리 카페베네에서 제2회 와이드 AR

다. 그 자리에서 하태석, 유현준 등 운영위

건축에 대한 설계의뢰가 부쩍 많아졌다고

건축비평상 심사가 함성호, 김영철(건축

원과 만나 모임의 이후 활동방향에 대하여

하는 그에게 내년은 틈틈이 유명 건축가들

평론동우회 5대 회장단) 2인이 참석한 가

들을 수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해

을 직접 인터뷰하여 정리해 놓은 원고(가

운데 이뤄졌다. (본문 <와이드 ISSUE> 김

온 ‘젊은건축가상’ 수상자들이 주축이 된

제, 『이 시대 건축사로 살아가기』)를 단행

영철의 글 참조)

모임은 ‘건축의 사회적 소통’, ‘문화자산으

본으로 묶는 해가 될 것이다.

 12월 28일 (수)  저녁 7시, 서울 동

로서의 젊은 건축가 지원 및 육성’, ‘창의

 12월 26일 (월)  저녁 8시, 인천 송도

교동 <와이드AR> 편집실 인근 음식점에서

적인 정책과제 발굴’ 등의 아젠다 실현을

동으로 터전을 옮긴 바인건축을 방문, 황

상임고문 임근배 대표와 이상분, 김은주,

위해 활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순우 대표와 장시간 환담했다. 한해 내내

진효숙, 손승희 씨 등과 함께 단출한 내부 송년모임을 가졌다.  12월 29일 (목)  오후 2시, 인천 주안 역 인근 남구청소년미디어센터 4층 회의 실에서 열린 남구 OCI 문화공간조성용역 최종 보고회(발표 : 박신의, 구영민)에 강 현주 교수, 민운기 대표와 함께 자문위원 으로 참석했다. 보고회에는 인천시 시의원 및 남구청 구의원 등이 참석했다.  12월 29일 (목)  저녁 7시, 서울 서대 문구 독립공원 부근 시공문화사(대표 김 기현)에서 2012년 3월 12일을 기점으로 발족예정인 ‘스페이스타임 저자클럽’의 발기인과 함께하는 송년모임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발기인 중 1인인 장정제 씨 의 숙명여대 전임교원 임용도 축하했다.

사진 제공│이오주은

2012년 1월

 12월 21일 (수)  저녁 7시, 서울 중

골치를 썩인 병원 프로젝트를 일단락 지은

구 장충동 안가(평안도 족발집)에서 <와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사무소 이전과 동

이드 AR>의 고문, 발행위원, 대외협력위

시에 작업실 한쪽에 암실을 차려놓고 목하

원 중심의 발행편집인단 송년모임을 개최

사진작업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골목길을

 1월 6일 (금)  낮 12시, 서울 인사동

했다. 2012년도 운영방안 보고회 겸 신임

주제로 작업된 사진들을 기초로 내년 가을

누리레스토랑에서 제4회 심원건축학술상

편집위원 4인(김영철, 박인수, 최상기, 최

사진전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천작 선정을 위한 운영위원회가 신년인

춘웅)을 소개하는 자리었다. 임창복, 임근

 12월 27일 (화)  오후 2시30분, 서

사회를 겸하여 열렸다. 운영위원 안창모,

배, 오섬훈, 박유진, 신창훈, 손도문, 박순

울 강남구 삼성동의 디엠피건축을 방문하

전봉희, 전진삼과 사업회 신정환 사무장이

천, 박상일이 참석했다.

여 박승홍 사장을 만났다. 최근 신축되고

참석했다. 총 6편의 응모작 가운데 2편이

 12월 22일 (목)  저녁 6시, <와이드

있는 잠실 롯데초고층타워 내 공연장 건축

최종심사에 오르게 될 추천작으로 선정됐

AR> 편집실에 조택연(홍익대 미대) 씨가

프로젝트의 수임을 위해 외국 출장을 다

다. 안식년 차 영국에 머물고 있는 배형민

내방하여 최근 관심사인 ‘마음 디자인 연

녀온 터였다. 직장과 집 구분 없이 작업을

교수는 서면으로 대체했다. ⓦ

구’에 대하여 환담했다.

해오고 있는 그가 유일하게 휴식으로 삼

글 | 전진삼(본지 발행인)

 12월 23일 (금)  오후 2시30분, 서울

는 건 주말 동안 집에서 하는 드로잉 작업

서초동 서인건축을 방문하여 최동규 대표

이라고 한다.

와 만났다. 오랫동안 손대지 않고 살아왔

 12월 28일 (수)  오후 4시, 서울 동교

127 2012.1-2 | Wide Architecture Report 25


128

와이드 AR 25 | 엣지 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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