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 AR vol 27,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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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Report 27 | 2012.5-6 | 엣지 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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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심원건축학술상 당선작 발표 SIMWON Architectural Award for Academic Researchers

Ⓢ 당선작|도리 구조와 서까래 구조—동아시아 문명과 목조 건축의 구조 원리

_이강민(국토연구원 부설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국가한옥센터장) Ⓢ 시상식 및 당선 작가 초청 강연회 일시|2012년 6월 15일(금) 오후 3시 장소|배재학당 역사박물관 3층 소강당

심원문화사업회는 건축의 인문적 토양을 배양하기 위해 만든 후원회로서 지난 2008년 건축 역사와 이론, 건축 미학과 비평 분야의 전도유망한 신진 학자 및 예비 저술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심원건축학술상>을 제정하여 시 행해 오고 있습니다.

심원건축학술상은 1년 이내 단행본으로 출판이 가능한 완성된 연구 성과물로서 아직 발표되지 않은 원고(심사 중이거나 심사를 마친 학위 논문은 미 발표작으로 간주함)를 응모 받아 그중 매년 1편의 당선작을 선정하며, 금회부 터 당선작에 대하여 1천만 원의 고료를 부상으로 지급합니다.

심원건축학술상은 지난 1, 2회에 걸쳐 당선작을 선정한 바 있으며, 현재 제1회 당선작 『벽전』(박성형 지음), 제 2회 당선작 『소통의 도시』(서정일 지음)를 발간하였고, 내년 6월 제4회 당선작의 발간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심원건축학술상 운영위원회는 배형민(서울시립대 건축학과 교수), 안창모(경기대 대학원 건축설계학과 교 수), 전봉희(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전진삼(<와이드AR> 발행인, 간향미디어랩 대표) 4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주최|심원문화사업회 Ⓢ 주관|심원건축학술상 운영위원회 Ⓢ 기획|격월간 건축리포트<와이드AR>・간향미디어랩 Ⓢ 후원|(주)엠에스 오토텍 Ⓢ 문의|02-7715-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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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013년]

제5회 심원건축학술상

SIMWON Architectural Award for Academic Researchers

~ ~

Ⓢ 당선작 고료 1천만 원

신진 학자 및 예비 저술가들의 많은 도전을 기대합니다.

~

공모요강

Ⓢ 당선작 : 1편|상패 및 고료 1천만원과 단행본 출간 Ⓢ 응모 자격|내외국인 제한 없음.

Ⓢ 응모 분야| 건축 역사, 건축 이론, 건축 미학, 건축 비평 등 건축 인문학 분야에 한함.

(단, 외국 국적 보유자인 경우 ‘한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한함)

Ⓢ 사용 언어|한국어 Ⓢ 제출 서류|

W

1) 완성된 연구물(책 1권을 꾸밀 수 있는 원고 분량으로 응모자 자유로 설정)의 사본(A4 크기 프린트 물로 흑백/ 칼라 모두 가능)을 제본된 상태로 4부 제출. 단, 제출본은 겉표지를 새롭게 구성, 제본할 것. 2) 별 도 첨부 자료(A4 크기 용지 사용) : ① 응모작의 요약 내용이 포함된 출판 기획서(양식 및 분량 자유) 1부. ② 응모자의 이력서(연락 가능한 전화번호, 이메일주소 반드시 명기할 것) 1부.

*운영위원회(이하, 위원회)는 모든 응모작의 저작권 보호를 준수할 것이며, 응모작을 읽고 알게 된 사실에 대 하여 표절, 인용 및 아이디어 도용 등을 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함. 제출된 자료는 반환하지 않음.

Ⓢ 제출처|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56-2 마젤란21오피스텔 909호 간향미디어랩 (121-816) (겉봉에 ‘제5회 심원건축학술상 응모작’이라고 명기 바람) Ⓢ 응모작 접수 기간|2012년 10월 15일~11월 15일(1개월 간) Ⓢ 추천작 발표|2013년 1월 15일(<와이드AR> 2013년 1/2월호 지면) Ⓢ 추천인단 운용 및 추천작의 자격 기한|위원회는 추천인단이 추천한 응모작과 일반 공모를 통해 응모된 연 구물에 대하여 소정의 내부 심사 절차를 진행하며, 그 가운데 매년 1편을 당선작으로 선정하여 시상함. 최종 당선작 심사에서 탈락한 추천작은 추천일로부터 2년 간 추천작의 자격이 유지되어 총 2회에 걸쳐 최종 심사의 대상이 되며, 이 경우 심사평을 반영한 수정된 원고(수정의 범위와 규모는 응모자 임의 판단에 맡김)를 위원회가 요구하는 기한 내에 상기 응모작 제출 서류(완성된 연구물 사본 4부)와 동일한 형식으로 재제출해야 함. Ⓢ 당선작 발표|2013년 5월 15일(<와이드AR> 2013년 5/6월호 지면 및 대한건축학회 등 인터넷 게시판) Ⓢ 시상식|별도 공지 예정 Ⓢ 출판 일정|당선작 발표일로부터 1년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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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O ONE architects www.101architec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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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자연을 위한 건축공간을 창조합니다.” Design group vine은 1995년 설립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꿈과 쉼이있는 노인,장애인주거시설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현재 종교건축,노인복지시설,장애인 및 의료시설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기위해 UD(Universal Design)연구소를 설립운영하고 있으며 인간과 자연의 회복을 위해 생명력있는 공간 창조를 꿈꾸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Care 전문회사입니다.

인천 아트플랫폼

효성중앙교회

2010년 제33회 한국건축가협회상(특별상) 2010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최우수상(국무총리상)

DESIGN GROUP V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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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수구 송도동 15-12번지 코오롱 송도 더 프라우 102동 213호 www.vinenet.co.kr Tel: 032) 432-8111~5 fax: 032)432-8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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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SA 아카데미 특강

이종건 교수의 건축 비평 강의

강좌 개설 의의

6강│ 6월 2일(토) 오후 2시

건축 저널리스트와 건축 비평가를 꿈꾸는 이들이 있습니다. 정작 대

우리 건축 비평을 위한 제언 —우리 건축이 글로벌 건축과 맺고 있

부분의 대학 내 커리큘럼은 비평의 이해는 물론 글쓰기의 방법론과

는 관계의 특수성과 보편성이라는 다소 지정학적인 틀 안에서 논구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어 소수이지만 장래에 이 길을 희망하는

함으로써, 우리 건축에 요청되는 비평의 향방을 논의할 것이다.

이들이 마땅한 배움의 기회가 절실한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 <와이드 AR>이 운영해오고 있는 ‘와이드AR 건축 비평상’도 햇수로 3년을 맞

강사

이하고 있지만 응모자의 수적 열세의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응모작들

이종건(경기대 교수, 본지 편집고문)

의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에 본지는

조지아 공과대학 건축대학에서 역사・이론・비평으로 Ph.D를 받고

‘와이드SA 특별 강좌—이종건 교수의 건축 비평 강의’를 개설하여

귀국한 해부터 각종 건축 저널의 지면들에 다수의 비평문을 기고했

건축 평단의 내일을 준비하는 디딤돌을 놓고자 합니다.

고, 그 다음 해 <해방의 건축>이라는 본격적인 비평서를 발간했으며, 그 이후 십칠 년 동안 각종 건축가협회와 각종 매체들과 콘퍼런스들

주요 내용

을 통해 우리 건축에 대해 비평 행위들을 지속해 왔다. <중심이탈의

본 강좌는 한국 건축 평단의 상징적인 얼굴이자, 건축 상황에 대한 날

나르시시즘>과 <텅 빈 충만>등의 비평서를 냈으며, 현재는 새로운 비

카롭고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고 있는 이종건 교수를 초빙하여 건축

평서 <건축 없는 국가>를 집필 중이다.

비평의 목표와 학문적 범주의 이해, 그리고 비평의 방법론, 글쓰기의 전략 등을 배우고 경험하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강좌 개요 강의 일정│2012년 5월 18일~ 6월 2일, 연속 3주 6회 강의.

강의 계획

매주 금요일(오후 7시)과 토요일(오후 2시).

1강│ 5월 18일(금) 오후 7시

장소│토즈 신촌본점

왜 건축 비평인가? —이 질문은 “건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

수강 대상│대학(원)생과 잡지사 기자 및 편집자, 건축 비평에

체적 이해 안에서 해명될 수 있는데, 결국 논의의 핵심은, 건축이라 는 분과에서 비평이 차지하는 자리와 의미의 문제로 귀착될 것이다.

관심 있는 일반인 등 수강 인원│최대 20명 강의 회수│총 6회(강의 시간 : 1회 2시간)

2강│ 5월 19일(토) 오후 2시

참가비│20만 원

건축 비평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작업과 비평 간의 자율성・

*최소 참가 인원 5인 이상시 강좌 개설

기생성의 변증적 관계 안에서 비평이 작동하는 방식을 풀이해 내는 가운데, 비평의 존재의 터를 밝혀냄으로써 윤곽을 찾을 수 있을 것

신청 및 등록 방법

이다.

신청 기간│2012년 4월 16일(월) ~ 5월 11일(금) 신청 방법│

3강│ 5월 25일(금) 오후 7시

1) 네이버카페 <와이드AR> 게시판 공고문 덧글 란에 <신청자 이름>,

건축 비평은 어떻게 하는가? —전적으로 강의자 개인적인 방편을

<소속> 등록 후 아래 계좌로 입금 완료하면 됨

드러내어 하나의 논의의 대상으로 삼아, 다각적인 분기들을 형성하

2) <와이드AR> 공식 이메일 widear@naver.com으로 <신청자 이름>,

거나 차이들을 모색해 볼 것이다.

<소속> 송신 후 아래 계좌로 입금 완료하면 됨

4강│ 5월 26일(토) 오후 2시

등록 계좌

실제 사례의 분석과 평가 1 —실제의 비평을 앞에 두고, 비평이 겨

국민은행, 491001-01-156370, 예금주 : 전진삼(간향미디어랩)

냥하는 것에서부터 심지어 문단과 문장을 구성하는 글쓰기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꼼꼼히 붉은 펜으로 체크해 가며 강의할 것이다. 주최│간향미디어랩

5강│ 6월 1일(금) 오후 7시

주관│와이드SA

실제 사례의 분석과 평가 2 —4강의 연장

기획│와이드AR 문의│070-7715-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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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와이드AR 건축 비평상 공모 ⓦ 본지는 2010년 이래 꾸밈건축평론상과 공간건축평론신인상 수상자들의 모임인 건축평론동우회와 손잡고 <와이드AR 건축 비평상>을 제정하여 신진 비평가의 발굴을 모색해 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 건축 평단의 재구축은 물론 건축과 사회와 여타 장르를 연결하는 통로로서 건축 비평의 가치를 공유하는 젊은 시각의 출현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우리 건축계를 이끌어 갈 역량 있는 새 얼굴들의 많은 관심과 응모를 바랍니다.

공모 요강 시상 내역

당선작 발표

•당선작 : 1인

• 2013년 1월 초 개별 통보 및 <와이드AR> 2013년 1/2월호

• 기타(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당선작 외에도 가작을 선

지면 및 네이버카페 <와이드AR> 게시판에 발표

정할 수 있음) 심사 위원•수상작 발표와 함께 공지 예정 수상작 예우 •당선작—상장과 고료(100만원) 및 부상

시상식•2013년 2월(예정)

•가작—상장과 부상 •공통 사항

작품 접수처•widear@naver.com

1) <와이드AR> 필자로 우대하여 집필 기회 제공 2) ‘건축평론동우회’의 회원 자격 부여

기타 문의•대표전화 : 070-7715-1960

응모 편수

응모요령

•다음의 ‘주평론’과 ‘단평론’을 동시에 제출하여야 함.

1. 모든 응모작은 응모자 개인의 순수 창작물이어야 함. 기

• 주평론과 단평론의 내용은 아래 ‘응모 요령’을 반드시 확

존 인쇄 매체(단행본, 잡지, 신문 등)에 미발표된 원고여

인하고 제출 바람.

야 함.(단, 개인 블로그 게시글로서 본 건축 비평상의 취지

1) 주평론 1편(200자 원고지 50매 이상~70매 사이 분량

에 맞게 조정하여 응모된 원고는 가능) 수상작 발표 이후

으로, A4용지 출력 시 참고 도판 등 이미지 포함하여 7매

동 내용으로 문제 발생 시 수상 취소 사유가 됨.

~10매 사이 분량)

2. ‘주평론’의 내용은 작품론, 작가론을 위주로 다루어야 함.

2) 단평론 2편(상기 기준 적용한 20매 내외 분량으로 A4

3. ‘단평론’의 내용은 건축과 도시의 전 영역에서 일어나는

용지 출력 시 3매 분량)

시의성 있는 문화 현상을 다루어야 함. 4. 응모 시 이메일 제목 란에 “제3회 와이드AR 건축 비평상

응모 자격•내외국인, 학력, 성별, 연령 등 제한 없음.

응모작”임을 표기할 것. 5. 원고는 파일로 첨부하길 바라며 원고 말미에 성명, 주소,

사용 언어 • 한글 사용 원칙—내용 중 개념 혼동의 우려가 있는 경우 에만 괄호( ) 안에 한자 혹은 원어를 표기하기 바람.

전화번호를 적을 것. 6. 원고 본문의 폰트 크기는 10폰트 사용 권장. 8. 이메일 접수만 받음. 9. 응모작의 접수 여부는 네이버카페 <와이드AR> 게시판에

응모 마감일•2012년 11월 30일(금) 자정까지

서 확인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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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ers for 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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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ter Benjamin Brian Elliott 지음 이경창

옮김

발터 벤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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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ERS FOR ARCHITECTS

Benjamin for 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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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창 옮김

9,800 won

ISBN 978-89-5592-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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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ing Information Technology in t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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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ERS FOR 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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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택 옮김

9,800 won

ISBN 978-89-5592-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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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ers for 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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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ques Derrida Richard Coyne 지음 임기택

옮김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SINCE 2006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3’: New POwer ARchitect|

다섯 번째 주제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3’>는 우리나라의 차세대 건축을 리드할 젊은 건축가들을 초대하여 그 분들이 현재 관심하고 있는 건축의 주 제와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듣고 묻는 시간입니다. 땅집사향은 2011년에 이어 올해에도 국내외에서 맹활약하는 ‘젊은 건축가’에 시선을 맞추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 <와이드AR> 독자님들의 뜨거운 성원과 관심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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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욱(oddaa 건축 대표)┃

5월의 초청 건축가

주제 | 내가 건축하는 사연|일시 | 2012년 5월 16일(수) 저녁 7시|장소 | 그림건축 내 안방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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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월의 초청 건축가┃정의엽(AND 건축 대표)┃ 주제 | Paradoxical Architecture|일시 | 2012년 6월 13일(수) 저녁 7시|장소 | 그림건축 내 안방마루

주관 |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AR>┃주최 | 그림건축, 간향미디어랩┃장소 | 그림건축 내 안방마루┃도서 협찬 | 시공문화사 spacetime, 수

류산방┃와인 협찬 | 삼협종합건설(주)┃후원 | 김영준도시건축연구소┃문의 | 02-2231-3370, 02-2235-1960┃*<땅집사향>의 지난 기록과 행사 참여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카페(카페명 : 와이드AR, 카페 주소 : http://cafe.naver.com/aqlab)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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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술가를 기린다는 의미가 무엇일까를 땅과 건축과의 관계에서 생각한 조성룡 선생의 의도를 책으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를 고민한 프로젝트. 한 방(?)으로 드러 낼 수 없는 조성룡 선생의 건축을 풍경을 매개로 하여 이응노라는 예술가의 맥락과 연 결시키기 위해 단순한 컬렉션 모음집을 지양하고 영화처럼 여러 방으로 긴장과 조화를 드러내는 방법을 택했다. 전체 화면은 컬 렉션과 건축과 풍경이 서로 스며들고 길항하면서 스쳐 지나가게 하고, (지질이 다른 인터미션 부분을 제외하고) 텍스트는 자막 처럼 아랫단으로만 배치했다. 표지는 얇은 종이를 먼저, 두꺼운 종이를 그 뒤에 배치한 이중 구조(더블 스킨)로 조직했는데, 흔 히는 자켓이 표지에 붙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겠고, 옷을 한 풀 벗기고 속살로 들어가라는, 겉모습에서 핵심으로 들어가 자는 권유의 장치이기도 하다. (수류산방 펴냄, 200쪽, 225×297mm, 값 2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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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ro d uc e d & de s i gn e d b y 수류산방 樹流山房 S ur y u s an b a n g 02 735 1085

조성룡의 이응노의 집, 이야기


ⓦ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 > (약칭,

와이드AR

)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 통권 27호 2012년 5-6월호 ⓦ 2012년 5월 15일 발행

Issue 24

ⓦ <와이드 칼럼 | 임근배> 마차푸차레를 닮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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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PASS 24 | 이종건> 건축이냐 삶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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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이드 포커스 | 박인수> 친환경, 이제 제자리를 찾아야

Work 35

이은영│슈투트가르트 시립 도서관 Stuttgart City Library ⓦ 질서와 전통 속의 시 Bibliothek 21 | 김미상 ⓦ 인터뷰—건축가에게 듣다

New POwer ARchitect 66

ⓦ 뉴 파워 아키텍트 파일 15 | 박창현 + 이진오 + 임태병 | SAAI Weather Report

72

ⓦ 뉴 파워 아키텍트 파일 16 | 김성욱 | 가장 보통의 존재

Report 80

ⓦ <와이드 리포트 1 | 제4회 심원건축학술상 당선작 발표 | 이강민> 도리 구조와 서까래 구조 — 동아시아 문명과 목조 건축의 구조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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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과 보고 | 전진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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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사평 | 배형민, 안창모, 전봉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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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작 요약문 | 이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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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 건축 탐사 27 | 손장원> 근대 건축물은 박물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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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이드 리포트 2 | 와이드SA 유럽 도시 건축 아카데미 | 강사 김정후> 21세기 첫 10년의 유럽을 해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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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더하기 건축 06 | 나은중+유소래> 일상성과 비일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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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rdinary and the Extraordinary —파올로

벤츄라Paolo Ventura

ⓦ <와이드 리포트 2 | 서울시 공공 건축가 제도> 서울시 공공 건축가 제도—건축계의 문제를 풀어 가는 순기능으로 작동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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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진삼의 FOOTPRINT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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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구독 신청 방법

21

ⓦ 와이드 레터 | 정귀원

ⓦ 표지 이미지 | 건축가 이은영의 슈투트가르트 시립 도서관 투시도 ⓦ 표2 | Gansam ⓦ 표3 | NES KOREA ⓦ 표4 | Samhyub ⓦ 1 | HAEAHN ⓦ 2-3 | SIMWON ⓦ 4 | Seegan ⓦ 5 | ONE O ONE ⓦ 6 | 가가건축 ⓦ 7 | IROJE KHM ⓦ 8 | VINE ⓦ 9 | Woojung ⓦ 10 | VITA Group ⓦ 11 | Dongyang PC ⓦ 12 | UnSangDong ⓦ 13 | UrbanEx ⓦ 14 | WIDE SA ⓦ 15 | WIDE AR ⓦ 16 | Spacetime ⓦ 17 |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 18 | Suryusanbang ⓦ 19 | 목차 ⓦ 20 | 구독신청서 ⓦ 21 | 판권 및 와이드레터 ⓦ 22 | Suryusanbang ⓦ 128 | U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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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향미디어랩 은 “건축하는 후배들에게 꿈을, 건축인에게 긍지를” 주자는 목표 아래, “지방(locality), 지역(region), 소수(minority), 진정성(authenticity)”에 시선을 맞추고 `건축 기반 미디어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간향미디어랩 의 사업 영역은 와이드 AR | 격월간 건축리포트<와이드> 발행┃와이드SA | 각종 워크숍, 강좌, 아 카이브, 아키버스 주관┃와이드aBRIDGE | 세미나, 건축상, ABCD파티 등 건축과 사회의 연결┃와이드BEAM | 온오 프라인 도서 기획 및 편집, 출판

간향미디어랩 은 현재┃월례 세미나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건축가들의 이슈가 있는 파티 <ARCHITEC-

TURE BRIDGE [ON AIR] CREATIVE PARTY>┃건축 역사/이론/비평의 연구자 및 예비 저자를 지원하는 <심원건 축학술상>┃내일의 건축저널리스트를 양성하는 <와이드SA 저널리즘워크숍>┃신예 비평가의 출현을 응원하는 <와이 드AR 건축비평상>┃국내외 건축과 도시를 찾아 떠나는 현장 저널 <아키버스>┃색깔 있는 건축 도서 출판 <AQ북스 >┃그 밖에 <건축유리조형워크숍>, <건축영화스터디클럽> 등의 연속된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또는 파트너들과 함께 진 행해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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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7 | 엣지 Edge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약칭, <와이드 AR>)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 발행편집인실— 발 행인 겸 편집인 | 전진삼—발행편집자문단장 | 김연흥—발행위원 | 박민철, 박유진, 손도문, 신창훈, 안용대, 오섬훈, 황 순우 ⓦ 편집실—편집장 | 정귀원—편집위원 | 김영철, 박인수, 최상기, 최춘웅—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박상일 ⓦ 고문 실—상임고문 | 임근배—운영고문 | 곽재환, 김정동, 이일훈, 임창복, 최동규—편집고문 | 구영민, 김원식, 박승홍, 박철 수, 이종건 ⓦ 자문단—자문위원 | 강병국, 김재경, 김정후, 김종헌, 김태일, 나은중, 손승희, 손장원, 박종기, 박준호, 안 명준, 안철흥, 윤창기, 이영욱, 이용범, 이충기, 임지택, 임형남, 장윤규, 전유창, 정수진, 조경연, 조남호, 조정구, 조택연, 함성호—대외협력위원 | 김기중, 김종수, 김태성, 박순천, 조용귀, 최원영—전속 포토그래퍼 | 남궁선, 진효숙—제작 코 디네이터 | 김기현—로고 칼리그래퍼 | 김기충 ⓦ 디자인—수류산방 樹流山房 Suryusanbang—디자이너 | 변우석—전 화 | 02-735-1085, 팩스 | 02-735-1083 ⓦ 서점유통관리대행—(주)호평BSA—대표 | 심상호, 차장 | 정민우—전화 | 02-725-9470~2, 팩스 | 02-725-9473 ⓦ 제작협력사—인쇄 및 출력 | 예림인쇄—종이 | 대림지업사—제본 | 문종문화사 ⓦ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 통권

27호 2012년 5-6월호 ⓦ 2012년 5월 15일 발행 ⓦ 2008년 1월 2일 창간 등

록, 2008년 1월 15일 창간 ⓦ 2011년 1월 19일 변경 등록, 마포 마-00047호 ⓦ 낱권 가격 10,000원, 1년 구독료 55,000 원 ⓦ ISSN 1976-7412 ⓦ 간향미디어랩 GML—발행처 | (121-816)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56-2 마젤란21오피스텔 909호—대표 전화 | 02-2235-1960—팩스 | 02-2235-1968—독자지원서비스 | 070-7715-1960—공식 이메일 | widear@ naver.com—공식 URL | http://cafe.naver.com/aqlab—네이버 카페명 | 와이드AR ⓦ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 본지에 게재된 기사나 사진의 무단 전재 및 복사, 유포 를 금합니다.

신비의 비밀을 찾아가는 길목에서

ⓦ 1999년 설계 공모 당선작인

슈투트가르트 시립 도서관이 작년 10월 마침내 개관하자 우리나라 매체들도, 거의가 유리 블록의 정입방체 상부 한 구석 에 새겨진 ‘도서관’이라는 한글을 이슈 삼으며, 한국인 건축가가 만들어 낸 백색의 건물에 주목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이 신비로운 건물의 진정한 매력이 외부로부터 견고해 보이는 큐빅 속에 담겨진 풍요로운 건축 텍스트들에 있음을 알지 못한다. ⓦ 고전에서 발견되는 건축 유형의 탐구는 건축의 “본연성 혹은 방향 감각”을 상실한 시대에 보편적 가치를 찾게 하며, 건축의 순수성, 완전성은 현대 건축의 가장 본질적 작업이란 게 이은영 건축의 요지이다. 따라서 그의 건축에는 오랜 시간 누적된 문화의 흔적이, 경험하지 못한 놀랄만한 감흥이 배어 있다. ⓦ 현실적 요구에 대한 해법으로 서의 건축에 집중돼 있는 듯한 한국의 현대 건축은 “건축가들이 새로운 개념을 생성해 내기보다는 기존의 건축적 아이디 어를 소비해서 현실적 요구들을 충족시키는 데 몰두”한 결과로 평가받기도 한다.(정인하, <건축⋅도시⋅조경의 지식 지형> 중) 이로 인해 “건축의 중심이 비어 버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엄청난 건설 물량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건축을 생성해 낼 잠재성의 주제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 이처럼 현실계에 발을 단단히 붙들어 매고 서 있는 우리의 눈엔 (서 양) 건축의 역사 속에서 차용된 참조들이 그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본지 김영철 편집위원의 말처럼 “신비의 비밀을 찾아가는 데 주저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이번 호 와이드AR의 작품 ‘슈투트가르트 시립 도서관’을 통해 잊고 있었던 건축의 역사와 가치를, 건축의 순수함을 기억해 내자. 우리로부터 더욱 더 멀어지기 전에. ⓦ 글 | 정귀원(본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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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자와 한국 연극 오십년 1962~2012 | 이 책의 한국 연극 50년사는 한국 연극사의 모 든 것을 아우르지 않습니다. 한국 연극의 수많 은 다양한 역사 가운데 배우 박정자의 50년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거나, 함께 나란 히 보며 기억해 볼 만한 50년의 주요 사건들을 편집부와 필자의 임의로 선정한 것입니다. 이 책에 선정되거나 기록되지 않은 더욱 중요한 수많은 연극들과 배우, 연극인, 연극계의 사건 들이 오늘날 한국 연극을 만들어 온 토대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편집부에서는 배우 박정자 의 50년을 정리하는 이 시도가, 연극이 단지 한두 사람으로 성립되는 것이 아님을, 함께 해 온 시대와 사람들을 다시 기억하는 통로가 됨 을 널리 새기고자 했습니다. 또한 박정자의 50 년을 통해서 지금 이 시대를 사는 많은 사람들 이 그때 우리 연극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돌아 보고 생각하기 시작하기를 바라는 뜻을 책과 제목에 담았습니다.

| (수류산방 엮고 펴냄, 252쪽, 225×297mm, 값 3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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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7 | Wide Architecture Report 27 | 2012. 05-06

2012•05-06 -

Is su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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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칼럼

마차푸차레를 닮고자

임근배 026 이종건의 <COMP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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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냐 삶이냐

이종건 028 와이드 포커스

친환경, 이제 제자리를 찾아야

박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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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2012 05-06 | 와이드 칼럼

마차푸차레를 닮고자 임근배 | 본지 상임고문, 그림건축 대표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 마차푸차레(Machapuchare)는 네팔 사람들에게는 영산(靈 山)입니다. 히말라야 산맥에서 줄 이은 7~8천 미터의 수많은 봉들을 다 제치고 7천 미터가 채 안되면서도 당당한 자태로 신성하게 여겨져 히말라야 산 중 유일하게 등반이 금지된 산입니다. 이 산을 배경으로 포카라 (Pokhara)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포카라는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서쪽으로 200km 정도 떨어진 네팔 제 2의 도시이며 히말라야 등산과 트래킹을 시작하는 서쪽 출발점으로 교육과 관광의 도시입니다. 이 산을 정면 으로 바라보는 땅에 집을 짓는다고 와서 봐달라는 요청이 있어 지난 4월 이 땅을 밟았습니다. ⓦ S수녀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입니다. 프랑스에 모원을 둔 이 수녀원은 1888년 미지의 나라 조선에 네 명 의 수녀들을 파견합니다. 굶주리고 못 배운, 없는 이들을 돌보는 사명을 띠고 이 땅을 밟습니다. 그 일을 하 며 이 땅에서 수도자를 양성하여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가장 식구가 많은 수녀원이 되어 교육, 의료, 사회 복 지 사업을 하며 종교적으로 사회적으로 세상에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그 때 받은 도움을 이제는 돌려 줄 수 있게 되어 우리보다 못한 사람들을 찾아 나섭니다. 120여 년 전 프랑스 수녀들이 어려운 우리를 찾은 것처럼. ⓦ 오랫동안 우리 주요 고객인 S수녀원은 해외 전교 및 구제 사업의 일환으로 3년 전에 네팔에 진출하여 이 곳 사람들에게 필요한 사업을 찾는 중입니다. 우선 빈민을 대상으로 의료 사업,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방과 후 교실을 운영하며 간식으로 아이들의 모자라는 영양분을 보충하는 일에 중점을 두기로 했답니다. 새로 지 을 집은 이 사업을 위한 것이랍니다. 집의 구상을 위하여 네팔에 머무는 4박 5일 동안 가급적 많은 것을 보고 많은 사람을 만나서 이 곳 실정과 그 목적 사업이 진행될 모습을 그려 가며 파악을 하는 것이 이 여행의 목표 입니다.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이동 진료소에 갔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초등학교 방과 후에 빈 교실을 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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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로 진료소를 차립니다. 몸이 아픈 온 동네 사람들이 몰려와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립니다. 진료가 시작될 무렵 반가운 얼굴들이 들어옵니다. 한국인들입니다. 진료를 도우러 파견된 여성들로 KOICA(한국국제협력 단) 단원들이랍니다. 외국에서 동포를 만나면 반갑습니다. 그것도 그 곳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기에 더욱 자 랑스럽습니다. ⓦ 우리나라는 한국 전쟁 후부터 해외 원조를 받기 시작합니다. 그 원조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다시 일어설 동력을 얻었고 그를 기반으로 경제 성장을 이룩합니다. 이제는 세계가 우리나라에 원조의 적극 적인 참여를 바랍니다. 그럴 만큼 성장했고 안정되었다는 평가입니다. 우리나라는 국제 원조의 중요 공여국 (供與國)이 되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 원조 역사상 수원국(受援國)에서 공원국(供援國)으로 변신한 나 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합니다. 그것도 50년이라는 짧은 세월에. ⓦ KOICA는 해외 원조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국가 기관입니다. 여러 국가 기관과 민간 차원의 많은 원조 프로그램이 있어 왔지만, 보다 효율적으로 원조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하여 1991년 외교부에서 KOICA를 설립합니다. 1996년 OECD에 가입한 우리 나라는 2009년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합니다. DAC는 사상 초유의 원조 성공 국가인 우리나 라의 경험을 중시하여 원조 프로그램의 모델로 삼고 프로그램 개발에도 적극적인 참여를 바라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승승장구하는데… ⓦ 얼마 전부터 해외 여행을 하며 뭔가 달라진 느낌을 갖게 되었습니다. 여행하 며 만나는, 혹은 지나치는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들은 점점 더 우리에게 호감을 표 현하고, 부러워함까지 느껴집니다. 제가 처음 해외 여행을 할 때의 느낌과 천지 차이입니다. ⓦ 저는 중동 건 설 붐이 일던 1980년대에 중동 회교국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근무한 적이 있 습니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해외 여행의 자유가 없던 시기로 우리나라가 세상에 별로 알려지지도 않았거니 와 안다 하여도 전쟁, 빈곤, 독재, 데모, 무례함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해 서 그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습니다. 멸시에 가까운 시선을 받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잔뜩 주눅이 들어 경직 된 마음으로 해외 여행을 했었습니다. ⓦ 지금은 전혀 다릅니다. 개발도상국, 저개발국 사람들은 물론이고 유럽, 미주인들도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상당히 호의적이고 말이라도 걸고 싶어하는 눈치입니다. 왜일까요? 그동안 한국인들은 국내외에서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밤낮없이 일했고 물불 가리지 않고 덤볐습니다. 그 래서 이룬 경제 발전과 기술, 인적 자원의 질적 향상 등의 성과로 잘 살게 되고 나라의 위상이 격상되었음을 알고 그것을 배우고 싶은 것입니다. 최근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모두 한국 기업이 지었습니다. 전 세계 주요 도시 광고판에서 소니와 토요타가 내려지고 그 자리에 삼성, LG, 현대자동차가 붙었습니다. 한국산 첨 단의 전자 제품과 자동차뿐 아니라 한류, K-pop 등의 영향도 있겠다 싶습니다. 우리에 대한 그들의 눈이 불 과 20~30년만에 멸시에서 호감과 부러움의 시선을 받는 대상으로 바뀐 것입니다. ⓦ 선진국형 5대 산업, 즉 자본, 기술, 인적 자원의 기반이 튼튼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사업을 말하는데, 그것은 IT 및 전자, 자동차, 조선, 항공, 철강입니다. 그 중 4개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1,2위 등 상위권을 다투고 있습니다. 이것에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한몫 했음은 간과할 수 없습니다. 한류, K-pop 등 한국의 대중 문화는 전 세계를 휩쓸 고 있고, ‘세계의 얼리어댑터(Early Adapter)’, ‘아이디어의 보물 창고’ 등의 수식어를 만들어 내며 온 세계 가 우리나라의, 그리고 한국인의 움직임에 경탄하며 추종하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의 일인당 GNI(국민 총 소득)가 2007년 처음으로 20,000달러를 넘었고, 이후 세계적 경제 불황으로 등락을 반복하지만 작년에 다시 22,000달러를 넘겨 기록을 갱신했습니다. 한국의 대표적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휴대폰을 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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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으로 최근 5년 사이 영업 이익을 3배나 올렸습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45조 원이 넘었고 영업 이익은 6 조 원 가까이 내어 작년 대비 매출 22% 증가, 이익 98% 증가의 사상 최대의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 그런 데, 기업은 이렇게 승승장구하는데 국민은 다들 어렵다합니다. 왜 그럴까요? GNI는 제자리 걸음이고 대기 업들의 이익은 크게 늘고 있으니, 당연히 서민들의 소득은 줄고 있다는 얘기지요. 그렇다면 대기업은 열심히 일했고 힘들다는 국민은 놀았다는 얘기가 되나요? 강 건너 불 구경 ⓦ 건축 분야 역시 어렵습니다. 일감이 없습니다. 사실은 없는 게 아니라 편중되어 있는 것 이지요. ⓦ 최근 용산국제업무지구 설계자가 공개되었습니다. 28조 원의 예산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은 23개 건축물로 구성되는데, 설계는 국내 대형 설계 사무소 다섯 회사를 비롯하여 외국 건축가들이 참여하여 모두 18개 업체가 이리저리 연합하고 나누어 수행한답니다. 국내 업체는 모두가 각각 많게는 8개 지역에 적게는 4개 지역에 참여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설계자가 선정되는 것이 공정할까요? 법적 제도적으로는 한 치 의 오류도 없도록 처리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를 놓고 볼 때 누구나 정말 공정하다고 생각할까요? ⓦ 현대 시장은 신자유주의의 흐름으로 무한 경쟁을 추구합니다. 질보다 양이며, 내용보다 우선 싼 것을 제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승리를 위해서는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습니다. 도덕은 필요 없고 승리 만이 미덕인 것입니다. 목숨을 건 전쟁터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다들 기치로 내세우는 것은 보다 아름답고 안전하며 인간적인 삶과 사회를 지향한다는데 정말 그럴까요? ⓦ 공정을 무엇보다 큰 가치로 여겨야 할 지 금 제일 앞에서 맞닥뜨려야 할 위치인 공직자들을 믿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품위를 지키는 데에 앞장서 달 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 아직 경제 발전 일로에 있는 우리나라가 위상을 더 높이고 굳히기 위해서는 보 다 더 섬세함과 다양함을 추구하여 고급화, 전문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작은 기업과 개인이 마음껏 역 량을 발휘할 수 있는 풍토가 시급합니다. 과거 우리나라가 어려움을 딛고 경제 발전을 이루는 데 적극적으로 기업을 도와 성과를 냈듯이 이제는 작은 곳에 눈을 돌려 그 역할을 해 줄 것을 정부에 부탁하고 싶습니다. ⓦ 건축계가 이렇게 어려워진 후 많은 사람들이 사태를 평가, 분석하여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개선책을 제시 하고 조치를 요구해 왔습니다. 다 옳은 말입니다. 그러나 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은 전혀 반응이 없고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악화일로에 있습니다. 앞으로도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해 보입니다. 마냥 주변의 인식이 나아지기만 기다릴 수도 없습니다. 방법은 하나, 우리 건축인들 스스로 자구 책을 찾아내야 합니다. ⓦ 건축 설계 분야의 업역이나 업태는 다른 분야에 비하여 변화가 없습니다. 예나 지 금이나 별반 다름없이 선배들이 하던 방식 그대로 답습하고 유지해 왔습니다. 그 길이 과연 괜찮는 걸까요? 자성의 시간을 가져봄직 합니다. 날이 갈수록 업역이 축소되는 제도와 조치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는 늘 팔짱 끼고 탄식만 늘어놓았습니다. 몇몇 용감한 동료들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희생하면서 앞장서서 개선 해 보려 안간힘을 쓰곤 하나 건축인 자신들은 이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얼마나 있었나요? 탄식과 불평, 남을 탓함은 상황을 개선하는 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배워야 한다” ⓦ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주최국 중국은 금메달 199개, 금,은,동 합 하면 416개의 메달을 획득하여, 금메달 76개, 금,은,동 합하면 232개로 2위를 차지한 대한민국에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큰 기쁨에 온 나라가 들떠 있는 중국에 찬물을 끼얹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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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의 사회학자로 기억하는데, 경기 폐막 후 종합 평가를 하는 프로그램에서였습니다. 그는 사실상 1위는 대 한민국이라는 충격적인 말을 시작했습니다. 한국과 같은 성과를 중국이 얻으려면 인구 비례로 볼 때, 금메달 을 2,000개쯤 땄어야 했다며, 자신들이 갖지 못한 한국인에게만 있는 덕목을 언급하며 “우리는 이것을 배워 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덕목이란 바로 ‘투지’라 했습니다. ⓦ 전쟁으로 잿더미가 되어 50년만에 세계 굴지 의 잘 사는 나라로 일어선 민족. 세계 역사상 유일하게 원조 수원국에서 공원국이 된 나라. 선진국형 산업 5 개 분야, 즉 IT, 자동차, 철강, 조선, 항공 분야에서 항공만 빼고는 수위를 다투는 나라. 한류, K-pop, 디자 인, 아이디어 등 문화 분야에서 새로운 리더가 되어 가고 있는 나라.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다른 나라 사 람이 우리에게서 읽어낸 ‘투지’가 아닐까요? 아마도 ‘절망’을 모르는 유일한 민족이 있다면 우리 민족일 것입 니다. 도무지 터널 끝이 안 보이는 막막한 현실을 살아 내려면 우리 특유의 투지를 또 다시 살려야 하지 않을 까요? ⓦ 건축 관련 위정자의 문제 인식과 개선 의지가 있다면 이런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 만 거기에 목을 걸고 마냥 기다릴 수는 없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당사자인 우리 건축인들이 위기를 기회 삼 아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아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일, 환경과 사람들에게 더 이로운 건축 방법, 소규모로 몸이 가벼운 자유로운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 여태까지 무심코 보아 넘기던 일들을 놓고 머리 맞대고 새로운 밭을 찾아내고 일구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동안 주변 환경의 변화에 건축계는 너무나 많이 시달리고 갈피를 못 잡아 왔습니다. 건축인의 희망을 향 하여 모두가 한마음되어 마차푸차레의 당당한 자세로 투지를 살려 어려움을 정면으로 맞음이 어떨까요! ⓦ

←마차푸차레 산과 포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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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2012 05-06 | 이종건의 <COMPASS 24>

건축이냐 삶이냐 이종건 | 본지 편집고문, 경기대학교 교수

건축의 ‘힘’에 대해 의기 충천할 정도로 낙관의 믿음을 지녔던, 현대 건축의, 따라서 건축을 하는 우리 모두의 건축적 아버지이자 현대 건축의 불후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가 던졌던 질문 “건축이냐 혁명이냐”에 비해, 심 지어 구차하기조차 해 보이는 이 질문은, 68 이후 일상의 사소한 것들로 관심을 옮긴, 지적이고 문화적인 도 도한 흐름과 상관없이, 지금 이 땅에서 건축으로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면하고 있는 실존적 성격을 띤다. 구체적으로, 예기치 않았던 한 제자의 변화 때문인데, 이것은 아마도 그에게 국한된 것은 아닐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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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이제 열정이 다 사라졌네요 대학원 스튜디오 학생 때 그는, 똘똘했고 손이 빨랐으며, 디자인 감각 또한 뛰어났다. 졸업한 지 딱 십 년이 지났는데, 몇 년 전까지 대형 설계 사무실에서 그러한 자질에 걸맞은 일을 해 오다가 소위 갑의 입장에서 설 계를 관리하는 대기업에서 근무 중인데, 얼마 전 오래간만에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무심하게 주고받은 말들 중 특히 마음을 툭 건드려, 지금까지 뇌리에서 서성이는 내용을 간략히 말하면 이렇다. 사전 조사를 충분히 한 후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건데, 그 사업이 건축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 별 감정 없이 꺼낸 그의 이야기에, 그와 가장 가까운 선배가 확인 사살하듯 덧붙였다. “그래, 그러고 보니, 너 디자인이 예 전 같지 않더라. 반짝거리던 게 다 어디로 갔는지…….” “그러게요. 이제 열정이 다 사라졌네요.” 담담하게 대꾸하는 그를 보니, 건축의 똘기가 정말 사라져 버린 듯했다. 불혹의 나이를 목전에 둔 그는, 아직은 건축으 로 먹고살고 있지만, 이미 건축을 포기하고 (건축을 떠난)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래, 건축을 위해 삶을 희생할 수 있겠니? 뉴욕발 금융 위기로 초래된 경제 침체로 힘겨운 와중에, 연이어 터진 유럽 국가들의 국가 부도 상황으로 인 해 거의 극단까지 내몰린, 소위 99퍼센트에 속한 이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벌인 ‘점령하라’ 운동이 남의 이야 기로 들리지 않는 것은, 우리도 그들과 그리 다르지 않기 때문이리라. 왠지 모르지만 자신의 몸에 분명 무엇 인가 잘못되고 있거나 이미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병원 가기를 두려워 하는 것처럼, 우리 사회도 언 제고 터질 버블이 두려워 정확한 진단을 하지 않거나, 했지만 내어놓지 않거나, 혹은 떨어지는 아파트 값(담 보가의 60퍼센트 이하의 경매가 사례의 증가)과 같은 단발성 뉴스가 나와도 대체로 둔감하다. 암담한 경제 뉴스들을 너무 오래 들어온 탓에 쌓인 피로감 때문일 것이다. 우리 건축 사회도 99퍼센트에 속한 이들의 삶 은 나날이 고단하고 불안정하다. 내일이 되어도 더 좋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질 예감밖에 없다. 사태가 이러 하니, 어떻게 건축을 포기할 수 있느냐는 둥, 건축의 열정을 다시금 회복하라는 둥, 좀 더 견뎌 보라는 둥, 많 이 지치고 힘들거든 잠시 여행을 떠나든 좀 쉬든 한 후에 다시 생각해 보라는 둥의 충고가 아예 내 머리에 없 었다. 재능도 있고, 학부생 시절을 합쳐 근 이십 년의 세월을 건축가가 되기 위해, 공모전도 하고, 대학원 스 튜디오 작업들도 몸 사리지 않고 해 왔고, 직장에서도 정상적인 삶을 포기한 채 야근과 특근으로 정진해 왔 으니 그렇게 충고해야 마땅하겠지만, 나의 입에서 주저 없이 떨어진 말은 이러했다. “그래, 건축을 위해 삶을 희생할 수 있겠니? 건축도 다 살기 위해, 혹은 더 잘 살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겠니? 희한하게도 건축만큼 관 성이 지독한 게 없어서 다들 비인간적인 조건에 처해 있으면서도 건축을 버리지 못하는 게 도리어 문제가 아 니겠니?” 건축을 버리고 삶을 택하는 너의 결정이 옳다는 추인이었다. 그와 동시에, 예전에 제자들에게 가끔 사석에서 금과옥조라도 되는 양 던졌던 내 자신의 말(“건축은 말이야, 오래 버티기만 해도 해 먹을 수 있어. 사십이 되기 전에 초겨울 낙엽 떨어지듯 대부분 떨어져 나가고, 오십이 되면 남아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서 그저 부지런히 일하며 견디기만 하면 좋아져.”)을 거두어들이는 순간이기도 했다. 물론, 다른 말(“사람들 이 한 입으로 두 말 하면 안 된다고들 하지만, 더 좋은 언행이 생각나거든, 신실성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뱉 은 말을 미련하게 붙들고 있지 말고, 미안함을 표하면서 더 나은 것으로 이전의 자신의 언행을 뒤집는 게 낫 다.”)도 하긴 했지만, 지금 나는 그들에게 무척 죄송하다. 고로, 그들을 포함하는 우리 건축 사회의 99퍼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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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속하는 이를 위해, 이 기회에 우리의 현실 문제를 정직하게 풀어 보고 싶다.

건축 사회의 99퍼센트에 속한 이들의 삶 건축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문제를 나누어 접근해 보자. 탁월성을 통해 자신의 명예를 만들어 나가거나, 감 성이든 생각이든 자신의 내면을 물질화하는 작업을 통해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경우, 그러니까 흔히들 말하 는 사회에서 ‘인정받는’ 건축가가 되기 위해 건축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건축을 순수한 벌이의 방편으로 삼 는 사람들로 말이다. 편의상, 전자를 ‘건축가’, 후자를 ‘건축 직능인’으로 호명하자.

건축가를 꿈꾼다면 건축가 집단의 경우, 문제의 핵심은 열정이다. 건축가의 삶이란, 종교 혹은 (자기) 세뇌의 수준이든 도저히 누를 수 없는 강력한 내면의 갈망이든, 다른 모든 것을 다 채비해도 열정 없이는 도저히 살아낼 수 없기 때문 이다. 한 마디로, 열정만 끈질기게 유지할 수 있다면, 다른 모든 문제들은 부차적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열 정을 유지하는 것이 생각만큼 그리 쉽지 않다. 주변의 모든 조건들을 무시한 채 독력으로 버티는 것은, 인간 의 조건을 간과하는 무모한 태도다. 혈연으로 묶인 사람이 아닌 한,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사랑이 정상적 인 정신으로는 오래갈 수 없듯, 열정이라는 불을 꺼지지 않도록 지켜 주는 것은, 타자의 인정이라는 기름인 까닭에 적어도 자신의 건축적 탁월성에 대해 냉철한 점검이 필요하다. 점검은 간단하다. 근력 운동에 빗대면 이렇다. 들어올리던 역기의 무게가 어느 날 가벼워져서 조금 더 무거운 것을 들어올리게 되는 것이 근력의 증강을 뜻하듯, 자신이 도전 과제로 삼았던 다른 건축가의 작업이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게 (혹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고, 그러다 또 어느 순간 공인된 건축가의 작업을 자신도 해낼 자신감이 생기면 탁월성은 문제 될 바 없다. 자신의 탁월성에 대한 확신이 파라노이아 수준으로 강하면 타자의 인정 없이 열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상적으로는, 타자의 인정이 열정 유지에 필수적이다. 그러므로 아주 가끔씩이라도 자 신을 공적 공간(매체든 전시장이든)에 ‘제대로 잘’ 내어놓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그리고, 타자(들)가 자신 을 알아 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 ‘선제적’ 행동을 취해야 한다. 전 진삼이 가장 좋다. 그는 지면과 포럼과 전시 등의 기회를 줄 수 있는, 건축 사회에 절실히 필요하고, 그러한 요구에 부응해 주는 고마운 존재다.

건축 직능인들에게 건축 직능인에 속하는 집단은 문제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우선, 자신들이 건축을 하는 목 적이 가장 효율적인 (그리고, 혹자에 따라 즐거울 수도 있는) 방편으로 생활비를 버는 데 있다는 사실을 정 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앞서 말했듯, 건축은 희한하게도 관성력이 지독하리만치 크다. 따라서 이 집단에 게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그러한 관성에 의식적으로 맞서서 더 효율적인 방편이 있거나,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언제든 건축을 그만둘 수 있을 마음을 단단히 지니는 것이다. 건축의 특성상 디자인에 대한 견 해나 관점의 차이로 종종 벌어지는 갈등을 염두에 두건대, 집단 내부에서 건축적인 이슈로 자신의 직업 환경 을 괜히 어렵게 만들지 말고, 그러니까 한때 가졌던 건축적 열망이 아직도 남아 있다면 그것을 빨리 취미 수 준으로 조정해서 그러한 관심과 미련의 에너지를, 틈틈이 시간을 내어 더 나은 방편을 찾고 그에 충분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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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을 갖추기 위한 자기 계발로 돌려야 한다. 가급적 오랫동안 건축을 하고 싶어도 자기 계발은 필요한데, 이 경우도 역시 경제 원칙(가급적 적은 인풋으로 가급적 많은 아웃풋을 얻기)에 따라 적은 노력으로 큰 효과를 얻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보다는 ‘잘’ 혹은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반짝하고 사 라지는 그래서 계속 업데이트해야 하는 기술이나 지식이 아니라, 더디지만 습득하는 정도에 따라 적층되고 오래갈 수 있을 기술이나 지식을 쫓아야 한다. 물론, 예컨대 조만간 무조건 건축 직능의 필수 기술이 될 레빗 처럼, 시대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 학습도 필요하다. 이 모든 현실적인 대응에도 불구하고, 이 집단에 정작 본질적이라 할 수 있을 문제는 자신의 내적 갈망을 심각하게 경청하고 추구하는 일인데, 이것은 죽음을 앞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내어놓는 가장 큰 후회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진실로 하고 싶은 어떤 일을, 어 떤 이유나 핑계에서든 하지 않았다는 것이야말로, 삶을 가장 뼈아프게 낭비한 짓이라는 것을 우리 또한 뒤 늦게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건축은 다종다양한 활동 중의 하나일 뿐 건축가와 건축 직능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성공 가능성의 확률 때문이라면, 항차의 삶이 란 본디 누구나 예단할 수 없는 것이니, 자신이 내린 결정을 믿고 온몸으로 부딪혀 살아가 볼 일이다. 진정한 삶이란 바로 그렇게, 기쁨이든 슬픔이든, 즐거움이든 고통이든, 외로움이든 좌절이든, 살아가는 노정에서 발 생하는 모든 것을 온몸으로 끌어안고 깊이 느끼는 것이지 않겠는가? 다만, 건축가의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해 서는, 건축적 탁월성보다는 그 이외의 요소들, 예컨대, 결혼 생활에 대한 아이디어, 인적 네트워크, 언변, 체 력(건강), 최소한의 경제력 등이 더 요구된다는 사실을 생각할 필요가 있겠다. 적어도 우리 건축 사회는, 갖 가지 연으로 얽힌 패거리 문화가 판치고 있긴 하지만, 탁월성 하나만은 제대로 인정할 수 있는 공정성이 제 법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보다는, 회화나 음악과 달리 건축은 독불장군 형국으로는 도저히 해 나갈 수 없 는, 집합이 만들어 나가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다른 형태의 삶도 녹녹한 것은 결코 아니겠지만, 특히 건축가 의 삶은 엄청난 희생과 헌신이 요구된다. 희망이라는 양식으로 살아가는 건축가와 달리 건축직능인은, 미래 를 담보로 오늘을 희생하기보다 ‘지금 여기의 순간’을 아끼고 즐길 수 있는 선(禪)의 지혜가 필요하다. 건축 은 건축 안에서만 대단하게 보일 뿐, 그것을 벗어나면 그저 다종다양한 활동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건축이 혁명을 대신할 수 있다고 믿었던 대가의 주장은, 부분 집합이 그것을 포함하는 집합을 포함한다고 믿은 착각 이거나 자기 세뇌에서 비롯된 과대망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축가의 미련으로 힘들다면, “후기 자본주의 조건 하에서는 진실로 가치 있는 건축이 실현될 수 없다는, 아마도 심지어 생각조차 할 수 없을 것” 이라는, 그래서 “그러한 시도를 포기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으로, “글을 쓰지 않는 작가, 침묵하는 음악 가, 짓지 않는 건축가”에 매혹되었던 시대의 지성 타푸리를 한 번 떠올려 보면 어떨까? 그의 말처럼, “오늘날 건축이라는 프로젝트 그 자체와 실현이 대기업의 손에 달렸”으니, 건축을 버림으로써 우리의 삶을 우리가 주 제하는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실로 가치 있는 삶이지 않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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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2012 05-06 | 와이드 칼럼

친환경, 이제 제자리를 찾아야 박인수 | 본지 편집위원, ㈜파크이즈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에피소드 ⓦ 몇 해 전 독일인 친구와 함께 국내 모 건설사 임원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당시 그 건설사 는 국내에서 친환경 분야로 앞서가는 굴지의 회사였고, 담당하는 분 또한 친환경 쪽으로 상당히 해박한 지식 을 갖고 있었다. 독일과 유럽의 발전된 친환경 기술과 제도 등에 귀를 기울였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그 독일인 친구가 맨 마지막에 이런 말을 했다. “에너지를 줄이고, 효과를 높이고, 비용이 얼마에 해당하고 다 좋은데요, 무엇보다 사람에게 좋아야죠.” 처음부터 끝까지 효율과 비용에 초점을 두었던 대화에 던진 한 마디였다. ⓦ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개인적으로 잘 아는 교수의 말이다. “요즘 친환경 한다고 난리인데, 그 래도 난 분뇨 처리를 집 안에서 해서 메탄가스를 만들며 지내진 않을 거야. 난 깨끗하게 지내고 싶다고.” ⓦ 최근 동료 건축가 한 분은 “소규모 건축에서 친환경 인증을 받는다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다. 인증 기준이 모 두 대규모 건축물에 해당하는 것들만 있어서 소규모 건축물이 인증을 받으려면 건축이 훨씬 힘들어지고 부 담이 너무 크게 돌아오게 된다.”고 말하면서, 좋은 취지로 건축주에게 친환경을 설득한 것이 인증이란 제도 의 폭탄으로 돌아오게 되었다고 했다. ⓦ 또 다른 친환경 전문가는 “한국의 친환경 제도는 세계적으로 알려 진 각종 친환경 기준을 모두 긁어모아 가장 강력한 제도를 만들어 낸 것”이라며, 자신도 친환경 업무를 하고 있지만 이해할 수 없다고 하였다. 사람이 빠진 친환경 ⓦ 이 이야기들은 현재 우리 주변에서 이뤄지고 있는 친환경 관련 이야기들을 함축적으 로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건축가로서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있어 개인적인 노력도 하고, 설계할 때 친 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설계를 하려고 하지만, 각종 제도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경향이 있다. 아무리 친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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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설계를 하여도 이를 알아 주는 인증 기준은 없고, 오히려 정해진 틀에 맞추어야만 하는 획일적 기준으로 전 락하고 말았다는 생각이다. ⓦ 혹시 우리의 친환경이 과도한 성과주의와 전시 행정의 산물은 아닌지 다시 생 각해 보게 된다. 결국 사람을 위한 친환경에, 정작 사람이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친환경이란 국제적 이슈에 논개처럼 온몸 던져 몰입한 것은 아닌지 뒤돌아 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물론 친환경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 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형식에 얽매이는 친환경이라면, 우리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다시 묻고 싶은 것이다. 국제 기준 때문에, 협약 때문에? 적어도 우리에게 필요한 친환경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영화 <말하는 건축가>에서 고(故) 정기용 선생이 무주의 태양광 전지판 설치를 두고 “한국의 친환경을 대표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고 표현하며, 등나무에 그늘을 만든 태양광 전지판과, 주민 자치센터 지붕의 태양광 전지판을 혹평하였다. ⓦ 친환경의 원론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런 데도 왜 이렇게 문제를 삼는 것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는 필자가 작은 공동 주택 설계를 진 행하면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 속에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필요 이상 과한 제도들과 문제점 ⓦ 현재 국내에서 실행되는 친환경 관련 제도에 ‘친환경 건축물 인증’(환 경부/국토해양부), ‘건물 에너지 효율 등급 인증’(지식경제부/국토해양부), ‘주택 성능 등급 인증’(국토해양 부), ‘친환경 주택 성능 평가’(국토해양부), ‘청정 건강 주택 건설 기준’(국토해양부), ‘건축물 에너지 소비 총 량제’(서울특별시) 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혹시 더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복잡한 친환경 관련 제 도들을 살펴보면, 그 목표가 정확하다. 에너지를 감축하자는 것이다. 냉난방 부하를 줄이고, 가급적 건축물 자체의 능력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하자는 것이다. ⓦ 그런데, 이런 제도들이 줄지어 나오게 된 것은 혹 시 친환경을 두고 그 성과에 대해 서로 경쟁했기 때문은 아닐까? 서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마구잡이로 만 들어 낸 것은 아닐까? 그래서 필요 이상 과한 제도들이 양산된 것은 아닐까? ⓦ 게다가 이 제도들을 따라가 다 보면 적지 않은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특히 단지형 건물이 아닌, 하나의 필지에 지어지는 중소규모 건축 물일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예를 들어 단지의 비오톱 설치나, 단지 내 보행자 길, 자전거 도로 등을 설치할 수 없는 규모에서는 원칙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기준들이 너무 많다. 또, 단열재도 단열 성능을 올리기 위해 소위 ‘스티로폴’이라고 불리는 단열재를 200mm 이상 두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다 보니, 환경 호르 몬이 가장 많다는 스티로폴을 엄청나게 사용하여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이는 건축물의 에너지를 줄 이는 데 기여하겠지만, 스티로폴 생산이라는 측면에서는 엄청난 공해를 만들어 내고 있는 셈이다. 또한 단열 재의 두께가 두꺼워지니 관련 면적과 구조체의 비용이 증대하게 된다. 뿐만 아니다. 규모와 상관없이 정해져 있는 친환경 기준들은 소위 ‘중간 지대 건축’을 말살하게 된다. 적은 공사비 예산으로 지어지는 건축물에서 친환경 인증을 받기 위해 각종 자재와 설비를 설치하게 되면 건축의 품질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러니 친환경 기준을 통과하고 인증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현재보다 더 나쁜 건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모순된 현행 제도의 원인 ⓦ 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되었을까? 우선, 이 모든 게 국제적 이슈에 대한 맹목적 동참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내의 여건과 처지는 뒤로 한 채 산업화를 필두로 친환경을 적용한 데서 오 는 부작용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1970년대 개발 위주의 정책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친환경과 정반대 의 방식으로 전개된 셈이다. ⓦ 두 번째는 사회적, 정치적 합의와 대국민 정서의 합의 없이 정부 주도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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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아간 결과라는 것, 즉 친환경이라는 대의적 명분으로 모두의 생각을 모아가려는 정부의 의도가 여건과 현 실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소위 ‘녹색’이 그야말로 겉을 녹색으로 칠하는 것 으로 전락한 것은 아닐까. 전술했듯이 단열재는 두껍게 쓰지만, 단열재 생산은 가장 비친환경적으로 이뤄지 고 있는 실정이다. ⓦ 세 번째는 과도한 성과주의와 그것을 위한 부처 간 경쟁이다. 앞서 언급한 ‘명분’을 얻 은 후에는 과감한 실행 정책으로 모든 공공 건물과 공동 주택 등에서 결과물을 일사불란하게 얻어냈으며, 실 행 부서들은 성과와 결과를 위해 서로 경쟁하듯 일사천리로 일을 처리해 나갔다. 원의를 살릴 수 있는 제도로 성장해야 할 때 ⓦ 한국에서 이렇게 진행되고 있는 동안, 우리의 모범인 미국 의 친환경 제도는 최근 스스로 모순된 문제점들을 자각하고, 스위스의 미네르기(Minergie, 스위스의 미네 르기 제도는 인증 제도이지만, 민간이 추진하여 만들어진 제도로 미네르기 인증 건물은 부동산 시장에서도 10% 가량 고가의 매매가 이루어진다. ‘단순히 에너지를 절약하는 차원을 넘어 삶의 질을 더 높이는 기술’ 로 여겨지고 있다.) 등 다른 국가의 좋은 제도를 본받아 더 발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한국 의 제도와 기준들도 보다 섬세하고 원의를 살릴 수 있는 제도로 성장해야 할 시점에 온 것은 아닌가 생각한 다. ⓦ 이제 친환경은 다양한 분야의 합의와 여러 분야의 결과로 나타나야 할 것이다. 건축의 주도로 이뤄지 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가치 기준으로 변경되어야 할 시기에 와 있다. 제도와 인증, 인센티브로 이뤄 지는 친환경에서 이제는 생활의 가치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 사회 전반적인 인식의 공유가 필 요하다. ⓦ 학교의 교육에서부터 사회, 정치적인 이슈가 되는 가운데 친환경도 건강하게 자리매김하게 될 것 이다. 그러므로 작고 가깝고 의미 있는 일로부터 실행되어야 한다. 바로 사람을 위한 친환경이 필요한 이유 이다. ⓦ 끝으로, 건축 분야는 각종 건축물 인증 이전에 인증에 들어가는 종이와 불필요한 제출물을 줄이는 등 실행 가능한 것에서부터 친환경적 업무를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업무가 친환경적이지 않은데, 어떻 게 결과가 친환경적이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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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7 | Wide Wide Architecture ArchitectureReport Report2727| |2012.5-6 2012.5-6 워크 Work 슈투트가르트 시립 도서관 Stuttgart Stuttgart City City Library Library| |이은영 이은영Yi YiEunyoung Eunyoung 진행 | 정귀원(본지 편집장), 사진 및 도면 | 이 아키텍츠 제공

슈투트가르트 시립 도서관

이은영

Yi Eunyoung Stuttgart City 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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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7 | Wide Architecture Report 27 | 2012.5-6 워크 Work 슈투트가르트 시립 도서관 Stuttgart City Library | 이은영 Yi Eunyoung

도서관의 심장. 사진 Min Gi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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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슈투트가르트 시립 도서관에 대한 독일의 영향력 있는 건축 비평가 팔크 예거(Falk Jaeger)의 텍스트와, 건축가 이은영이 직접 기술한 작품론에서 자못 의미 있는 문장 을 경험하고 나면 한동안 잊고 있었던 근본에 대한 사유의 근거를 다시 찾게 된다. “아마도 이 도서관은 건축의 관점에서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 면 한국인 건축가 이은영에 의해 건축된 이 도서관은 이젠 더이상 흔하게 경험하 기 어렵지만, 하나의 건축물이 가질 수 있는 힘이 그 작품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 다.”(Falk Jaeger, Verblüffende Offenheit, in: Stuttgarter Nachrichten, KulturArchitekturkritik, 2011.12.31) 마지막 결론에서 이 비평가는 “새로운 시립 도서관은 기능을 위한 유리와 콘 크리트 블록 이상의 것이다. 대단한 에너지를 가지고 스스로의 가치를 예술로 드러내는 건축적 선언의 작품이다. 게다가 이 건축물의 가치는 건축을 공간 예 술로 이해하고 그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데에 있다. 여기에서 얻는 체험은 대 단히 강도 높은 것이며, 스털링의 슈투트가르트 국립미술관 이후 다시는 얻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강도 때문에 이 도서관의 건축가는 모든 사람의 입 맛에 맞추고 있지 않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할 필요도 없고, 건축가로서는 왜 그렇게 하는지 해명할 필요도 없다. 분명한 것은 그 건축가가 자신의 건축물 을 슈투트가르트 시가 제공할 수 있는 열두 작품의 건축물 대열에 세워도 비난 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Falk Jaeger, 같은 글)라고 말하고 있다. 열려 있는 가능성으로서의 공간, 그리고 그 공간의 가치를 기하학적 질서에 서 찾으려는 노력과 집념, 나로서는 이 의지의 실천이 ‘원칙의 구현’으로 번 역되는 아르키텍토니케(Architektonike)라는 그리스어의 본의라고 이해한다. 이은영은 작품의 창작 과정에 대해 “모든 시대를 넘어선 가치를 지닐 수 있을 만큼 보편화시키고, 오직 우리의 순수한 정신만이 투영될 수 있을 때까지” 정 제의 과정을 거쳤다고 했다. 이 작품에 현존하는 가치는 그것을 사유의 영역 으로 옮겨 놓아 그 신비의 비밀을 찾아가는 감상자의 몫이리라. 글—김영철(본지 편집위원, 건축평론동우회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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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7 | Wide Architecture Report 27 | 2012.5-6 워크 Work 슈투트가르트 시립 도서관 Stuttgart City Library | 이은영 Yi Eunyoung

이은영 | 1956년생으로 서울고, 한양대학교 건축학 과를 졸업하고 1990년 아헨공대(RWTH Aachen) 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O.M. 웅어스, J. 쉬 어만 설계 사무소에서 근무했으며, 독일연방건축 사 자격을 취득한 후 1994년부터 지금까지 독일 쾰른에서 이 아키텍츠(Yi Architects)를 운영하고 있다. 이때부터 아헨공대 건축학과에 출강해 왔으 며, 2000년부터 2010년까지 한양대학교 안산캠퍼 스 건축학부 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주요 작품으로 슈투트가르트 도서관(1999 유럽 공개 현상 설계 1 등 당선, 2011 완공), 남경도서관 계획안(1999 국 제 지명 설계 우수작), 쾰른 이슬람중앙사원 계획 안(2006 국제 현상 설계 가작), 튀빙엔 대학교 마 스터플랜(2009 유럽 공개 현상 설계, 5등 입상), 하 노버 주의회 의사당(2010 유럽 공개 현상 설계 1등 당선),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 중앙수광장(2002), 헤이리 소담갤러리(2003), 함양 수해 이주민 단지 (200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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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7 | Wide Architecture Report 27 | 2012.5-6 워크 Work 슈투트가르트 시립 도서관 Stuttgart City Library | 이은영 Yi Eunyoung

4.85m×4.00m의 기본 요소가 9×9의 격자로 가지런히 배열된 입면. 사진 Stefan Müller. 푸르고 하얀 빛을 발산하는 야경. 사진 Stefan Müller. 콘크리트와 젖빛 유리블록의 모노리스. 사진 Stefan Mü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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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 파사드. 사진 Stefan Müller. 내부에서 바라본 외부 파사드. 사진 Min Gi Hong. 이중 파사드의 틈새 공간. 사진 Stefan Mü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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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7 | Wide Architecture Report 27 | 2012.5-6 워크 Work 슈투트가르트 시립 도서관 Stuttgart City Library | 이은영 Yi Eun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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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7 | Wide Architecture Report 27 | 2012.5-6 워크 Work | 슈투트가르트 시립 도서관 Stuttgart City Library | 이은영 Yi Eunyoung 질서와 전통 속의 시 Bibliothek 21 | 김미상 글

질서와 전통 속의 시 Bibliothek 21 글—김미상(본지 편집고문, 단우도시건축학 연구소 소장)

슈투트가르트 시립 도서관은 1998년 국제 설계 경기에서의 그랑프리 수상안을 실현한 것이다. 수상 이후 건립되기까지 약 13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고, 그 기간 중 작가 이은영은 적잖은 시간을 국내에서 교육에 매진하며 작가로서, 교 수로서 후학과 건축계에 진정한 의미에서의—아직까지도 불완전하고 미진한 단계로 이해되던—고전주의, 합리주의 건 축의 토양을 마련하였다. 국내에서 그는 한양대학교 안산 캠퍼스의 파빌리온 등의 설계로 주목을 끌었으며, 이후 슈투 트가르트 시립 도서관을 마무리짓고자 다시 독일로 건너가 활동 중이다. 슈투트가르트 시립 도서관은 엄밀하고 엄격한 기하학이 지배하는 지하 2층, 지상 9층의 육면체 건물이다. 파사드는 가 로 4.85m, 세로 4.0m의 직사각형 유니트를 이어 배치함으로써 수평, 수직 방향으로 각각 9개의 베이(bay)와 9개의 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9개 층의 파사드에 옥상층의 파라펫이 더해져 전체 파사드는 정육면체를 떠올리게 한다. 이곳에서는 합리주의 예술과 고전 미학의 지고한 종착점이자 가장 원초적 원형의 하나인 사각형을 평면과 파사드 등에 고루 사용하 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입체 구조 속에, 다시 말하면 전체 구조에 전반적으로 적용했음을 발견한 수 있다. 그 구조는 인형 속에 단계적으로 축소되는 일련의 또 다른 인형들이 들어 있는 마트료시카(Matryoshka) 인형처럼, 또는 여러 켜를 지 닌 양파처럼 일차적 외양만으로 단숨에 판단할 수 있는 일의적 매스(一義的 mass) 건축의 개념을 허물어 버리는 것으로 그 성격은 단면을 살펴봄으로써 훨씬 더 확연히 밝혀진다. 밖으로부터 내부, 그리고 지하로 이어지는 일련의 표피—틈 새—볼륨—틈새—핵, 그리고 하부의 지하 요소 등은 완연한 ‘건축술’적 요소들(architecktonischen Elementen)로서 건물 내에 순차적으로, 그리고 구심적으로 내장되어 있음이 발견된다. 슈투트가르트 시립 도서관에서 칸트의 ‘건축술’ 적 개념은 단면뿐만 아니라 전체를 지배하는데, 이와 관련하여 완전미학주의의 산물이라고 지칭해도 적절할 이은영의 건축물들은 최소한의 돌출물, 즉 기능적이거나 무시할 수도 있을 법한 최소 스케일의 요소조차도 이종적인 것은 엄격 히 제거하여 그 완전미학의 개념을 강하게 강조하곤 한다. 부분이 전체를 웅변하며, 전체는 부분으로 구성될 뿐만 아니라 부분과 유사(analogous) 관계를 갖는 자기-닮음(selfsimilrarity)의 미학은 현대의 프랙탈 이론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언급된 칸트의 ‘건축술’ 개념은 정통 전통 주의적이자 고전주의적 사고로서 여타 다양한 개념들의 외삽(外揷)이 이루어지는 것이지 서양의 신학적 믿음에 가까운 전체 속의 전체 개념과 거리가 먼 별개의 것이 아니다. 건축의 예를 들면 집 속의 집, 공간 속의 공간에서 질적으로 동 일한 성상의 요소들의 구심적 반복이 전제된다면 한층 더 완결적인 개념에 도달할 것이다. 이은영의 도서관에서 각 공 간은 자기 완결성을 지녀 자율적 공간의 성상을 획득하고 있는데, 수직 방향으로는 원형 극장-지구라트(지하 회의실), 판테온(심장), 원형 극장-지구라트(상부 열람실) 등 서양 건축 문화적 원형들이 내포되지 아니하고 나열됨으로써 통사 론적 연결(syntactic connections)을 이루고 있다. 이에 이은영은 공간의 자율성이나 자기 완결성을 이루는 동시에 상 호 교통을 위한 효율적이고 ‘똑똑한’ 장치를 창안하여 적용하고 있다. 건물 내 판테온 외측의 계단실, 그리고 파사드 표 피 후면과 건물 내부 사이에 위치하는 좁은 통로, 일명 이중 외피(double skin)들은 그를 두르고 있는 주위 공간을 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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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테온 공간을 추상화한 심장 공간. 사진 Stefan Mü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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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7 | Wide Architecture Report 27 | 2012.5-6 워크 Work | 슈투트가르트 시립 도서관 Stuttgart City Library | 이은영 Yi Eunyoung 질서와 전통 속의 시 Bibliothek 21 | 김미상 글

시키고 완결적으로 만들기 위한 고안물로서 공간과 공간, 주가 되어야 할 공간들을 부수적 공간들로부터 절연시키도록 기능하며 상하, 그리고 수평 방향의 시공간적 경험의 장치로 병용되고 있다. 칸트의 사상과 아울러 근대 이후 건축 사상의 근저를 이루던 완전미학의 토대는 데카르트의 등질적, 등가적 균질 공간 개념과도 상통하는데, 슈투트가르트 시립 도서관에서는 판테온(심장 공간)이 이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 개념 은 단지 공간 요소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최상부의 4각형 원형 극장, 혹은 엎어 놓은 지구라트(Ziggurat) 형상의 보이드 부분은 천창을 통해 개념적으로 등질의 햇빛을 골고루 받아들임으로써, 즉 등가와 등질의 면채광(面採光)으로 써 절대미학적 연출이 행해져 공간이 한층 힘을 얻는다. 지하의 인공조명은 이와 비슷한 성상을 지니는 반면, 단면의 중 앙이자 평면의 중심부를 차지하는 핵, 즉 판테온(심장)은 하나의 사각(四角) 천창(oculus)으로써 점적 채광원(採光源) 을 형성한다. 엄밀한 의미에서 이은영의 판테온 공간은 등방향성과 균질성을 지녀 강한 감각적 감동을 주기에 효율적 인 점광원에 의지함으로써 질적인 상대주의에 물들게 되었고, 건물 전반에서 보아 미학적 충돌을 야기하게 되었다. 부 차적인 조명 시설이 전혀 없다면, 혹은 그 효과가 약할수록 감동과 경험은 한층 더 강하게 어필될 것이다. 역사 속에서 언급할 가치가 있는 점광원의 기원을 찾아 가까운 시대로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이은영이 참조물로 언급하고 있는 비교 적 큰 규모의 직사각형 천창을 가진 에티엔느-루이 불레(Etiennen-Louis Boullée)의 도서관 계획안 천창, 불레가 언 급한 돔 상부 랜턴으로 빛이 들어와 이중 셸을 통과하는 파리의 팡테옹(Panthéon), 좀더 근원적으로는 건축가들이 최 상의 모범으로 생각하고 사랑하여 온, 어두운 공간에서 서치라이트마냥 강한 컨트라스트로써 감동을 생산하는 직설적 채광원을 지닌 고대 로마의 판테온에 이르는 것으로, 이은영의 건축이 미학적으로 완전한 고전주의를 수용하는 동시에 양식적 고전주의를 완벽히 재현하고 있음을 증언하는 역사적 증거물들이다. 그러나 이은영의 판테온이 개념적으로, 그 리고 근원적으로 로마의 판테온을 참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빛의 유입과 연출에 관한 한 근대의 것에 한층 더 가깝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근대 건축물들을 비교함으로써 직접적이고 직설적인 돔으로부터의 빛의 유입을 비판한 인물은 바 로 불레였으며, 그는 앵발리드(Invalides)나 팡테옹 등의 건축물을 비교, 언급하며 이중 셸로써 연출되는 고양된 효과 를 옹호한 바 있다. 이은영의 판테온은 옥상 천장과 원형 극장 공간, 그리고 천창을 통과함으로써 거대한 스케일의 필 터링이 이루어져 로마보다는 근대 고전적 건축에서의 연출과 맥을 같이 하게 된 것이다. 이은영이 양식적인 고전주의의 전통에 의지하고 있는 사실은, 비록 논리적 건축적인 분석은 아니나, 그가 최초로 발표 한 계획안에서 로마시대 토가(toga)를 입고 있는 삽화적 인물들로써도 암시가 되곤 한다. 도면 속의 로마인들은 불레 의 계획안에 있는 것을 옮긴 것으로 그의 계획안에서도 전혀 낯설지 않게 느껴짐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불레는 도서관 을 논하며 외부나 파사드를 묘사한 도면뿐만 아니라 내부의 공간, 그리고 그 장면을 도면에 제시하였다. 불레의 도서관 내부 광경, 좀더 정확히는 바닥과 서고 공간에 배치된 토가를 입은 사람들은 마치 고대 로마의 포룸이나 로지아, 바실 리카 등 시민들의 민주적 토론이나 행사 공간을 연상시키는데, 이은영의 도서관에서 중심부에 접하는 모서리 주변 공 간은 후면 서고가 벽으로 기능하여 한 면이 광장으로 열린 스토아, 혹은 어느 시대가 되었든 광장의 로지아, 테라스 등 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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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서의 기념 공연. 사진 Stuttgart City. │

심장 공간 둘레의 계단. 사진 Stefan Müller.

명상적 체험의 공간인 심장. 사진 Min Gi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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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방문객을 제외한 모든 것이 극도로 추상화된 초현실적 열람실. 사진 Min Gi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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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적, 중성적 공간, 좀더 심하게는 허(虛)의 공간을 구체성을 지닌 실(實)의 요소, 즉 구체적인 물리적 요소로서 작용 토록 하는 것은 건축가들에게 낯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은영의 도서관에서는 이런 연출이 다른, 좀더 깊은 의미를 지 닌다. 우선 슈투트가르트 도서관은 외부에서 보아 유클리드 기하학의 형태를 하고 있는, 기하학적 가소성이 강한 오브 제로 지각된다. 명확한 윤곽선과 기하학적 형태로써 생성되는 가소성은 르 코르뷔지에가 건축 전범(典範)의 하나로 정 의함으로써 모더니즘 건축에 있어서 필수적 기본 조형 원리가 되었다. 그러나 슈투트가르트 도서관의 경우 적어도 면 의 구성에 관한 한 그러한 순수 형태의 명확성은 격자 틀과 유리 블록, 그리고 유리창의 반복으로 인하여 어느 정도 유 린되고 있다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작가의 디자인 의지에 의한 것이지만 일체성을 지닌 육면체의 매스가 주게 될 중량감은 두말할 필요 없이 감소되어 색다른 분위기를 가져다 준다. 매스 각 면의 중앙에 뚫린 출입구를 통하여 내부로 진입하면 일정 거리의 완충 공간, 즉 핵을 에워싼 회랑 너머에 벽체가 보이고 이어서 핵, 즉 판테온(심장)으로 진입하게 된다. 판테온에 들어서면 외측에서 감지할 수 없던 육면체 피복으로 에워싸인 공간, 다시 말해 허의 육면체가 압도하며 그것을 실체로서 접하게 된다. 최상부의 열람실도 동일하다. 열람실 을 원형 극장 또는 원형 경기장으로 생각하면 그 자체가 허의 공간이 주체가 되므로 별 어려움 없이 인지할 수 있지만, 이를 허의 지구라트로 생각하면 보이드가 실체가 되어 의식적인 인지의 전도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연출 덕에 외부에 서 보는 관자와 내부 방문객은 천양지차의 경험, 자각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사상가, 사변적 이론가들에게조차 식상 할 상투적이고 진부한 개념 도구인, 서로 만날 수 없는 연장실체(res extensa)와 사유실체(res cogitans) 간의 변별적 경 험과 두 개념의 전도 과정을 보게 되는 것도 흥미로운 것이다. 이은영은 이런 것을 가리켜 네가티브 모노리스(negative monolith, 음의 일체식 (석)구조물)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서양식 개념에 근거하여 디자인 요소를 극단적으로까지 밀 어붙여 그것의 원형(原型, 혹은 元型 : archetype)을 동원하여 작업하는 그가, 허가 실이자 실이 허임을 주장하는 장자 (莊子)식 논법의 디자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근대 서구 미학을 대표하는 불레의 건축에서는 테제 간의 상황 도치가 쉽게 발견된다. 뉴턴 기념관(Cénotaphe pour Newton)의 거대한 구체 상부의 표피, 즉 하늘을 상징하는 천장에는 별자리를 나타내는 작은 구멍들이 뚫려 있고, 내부 허공에는 중심부에 강력한 조명체가 설치된 천구의가 매달려 있다. 주간엔 구체 표피의 구멍을 통과하는 햇빛으로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구현하며, 야간엔 천구 중앙의 발광체가 빛나 인공적인 주간 환경을 조성한다. 이은영의 경우 이러한 연출은 유사하지만 좀더 복합적이다. 낮에는 폐쇄적 판테온에서 푸른색으로 빛나는 오클루스(oculus)로써 강력한 시 각적 인상을 받고 상부 열람실에선 자연광으로 듬뿍 목욕을 한다. 흰색이 압도적인 열람실은 그 크기에도 불구하고 정 갈함이 어필되며 흰색의 색채, 채광, 조명 등으로 그림자조차 지워져 차원감을 느끼기 어려운 몽상적 분위기, 초현실적 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빛은 깔때기 형상의 열람실 공간을 지나 판테온의 오클루스를 통하여 주공간인 판테온으로 유 입된다. 상부가 한껏 열린 건물은 주간엔 햇빛을 받아들이는 태양광의 수용체이지만 밤이 되면 모든 현대 건물들이 그 러하듯 발광체로 변신하는데, 파사드의 백색과 푸른색의 조명 효과로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사인보드처럼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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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7 | Wide Architecture Report 27 | 2012.5-6 워크 Work 슈투트가르트 시립 도서관 Stuttgart City Library | 이은영 Yi Eunyoung

오클루스가 있는 5층부터 상부로 갈수록 점점 넓게 전개되는 중앙 열람실. 사진 Stefan Mü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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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학, 정확히는 유클리드 기하학이 지배하는 이은영의 건축에서 완벽한 대칭 수법은 건축사에서 악몽으로 기술되곤 하는 보자르(Beaux-arts)식 디자인을 연상시킨다고 하지만, 그것의 형식주의적 특성과는 색다른 수법과 시각을 발견할 수 있다. 이상화된 비현실적 상상의 대지 위에 전체로부터 디테일한 건축물의 작은 요소에까지 획일적으로 하나의 법칙 을 적용하던 보자르와는 달리 그는 대지의 활용에 관한 한 현실에 대한 감각과 고려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그 이후에 조형성과 공간성이 강한 건축물, 또는 전체 대지 내에서의 공간 창조에 역점을 둔다. 이은영의 작품들은 모더니즘 시대 까지 서구에서 절대적인 것으로 여겨지던 선험적 기하학을 채용한 때문인지 몰라도 현실을 무시한 추상적 건축이라는 비난도 자주 등장하였다. 실질적인 건축 행위를 고려할 때 이러한 언급은 개념적 차원에 머무르고 있을 뿐이며, 프락시 스(praxis, πρᾶξις), 곧 건축에 있어 복잡하고 복합적인 실행의 측면이 제거된 질문이다. 역으로, 비교적 비난의 화살로 부터 안전지대에 있는 건축가들, 특히 전위적 건축가들의 이데올로기화된-현실과 실제가 거의 고려되지 않는-최신 미 학 숭배와 그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실제 조건 고려에 대한 평가는 후한 편으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생각 된다. 슈투트가르트 도서관에 관한 감상과 의견, 비평은 다양할 수밖에 없는 사실도 수용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열 람실에서 백색의 구조물은 건축물 자체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으며 수장된 서적, 서가들 때문에 그 아름다움과 존재감 이 훼손되지 않는다. 열람실에서 주체가 되는 서적은 영롱한 장식처럼 보여지고 이용자의 의상과 왕래는 장소에 시각 적, 공간적으로 생동감을 주어 생명의 숨을 불어넣음으로써 도서관은 사회적 생산물, 다양한 활동과 생활을 수용하고 생산해 내는 유기적 생물처럼 기능한다. 이은영의 슈투트가르트 도서관은 미학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역사 및 양식의 측면에서 고전주의의 진수를 모두 충족시 키고자 한다. 감각적 요소를 배제하지 않고 채용함으로써 이성과 감성적 접근을 종합하고 고양된 미를 제시하는 그는 숭고한 고전주의자라는 명칭을 피할 수 없다. 아울러 단어가 지니는 문화적 컨텍스트와 의미로 인해 오해의 소지가 없 진 않으나, 필자는 사석에서 그를 가리켜 ‘Latest Modernist’라고 부른 적이 있음을 언급하고자 한다. 최신의 모더니스 트, 혹은 가장 늦게 나타난 모더니스트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 이 말은 실은 그를 향한 개인적 연민 까닭에 지칭한 것 이었다. 아마도 그가 적어도 1980년대 초, 혹은 그 이전에 동일한 건축물을 제시했다면 그 여파는 훨씬 더 컸을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는 고전주의의 전통이 생생히 살아 움직이고, 그 아름다움의 진수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유럽 대륙에서 활동하고 있다. 더더욱 고양되고 숭고한 작품의 실현과 아울러 좀더 많은 작품들이 우리 곁에서 숨쉴 수 있기 를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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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7 | Wide Architecture Report 27 | 2012.5-6 워크 Work 슈투트가르트 시립 도서관 Stuttgart City Library | 이은영 Yi Eunyoung

최상층의 카페테리아. 사진 Min Gi Hong. │ 유리 지붕 하부의 격자판은 빛을 거르고 확산시킨다. 사진 Min Gi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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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에네 불레의 왕립중앙도서관을 연상케 하는 중앙 열람실. 사진 Stefan Müller. 오클루스를 통해 중앙 열람실로부터 유입되는 빛. 사진 Günther Mars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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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면 투시도( 상층부│ 하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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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7 | Wide Architecture Report 27 | 2012.5-6 워크 Work | 슈투트가르트 시립 도서관 Stuttgart City Library | 이은영 Yi Eunyoung 인터뷰—건축가에게 듣다

#1 정신적 구심점으로서의 표상 ⓦ 이 도서관은 ‘슈투트가르트21’이라 불리는 신도심 개발 지역의 중심을 형성하게 될 마일랜더 플라츠(Mailänder Platz)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지역에 대한 소개와, 이 도서관을 통해 시민들이 기대했던 것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 파리에서 부 다페스트에 이르는 유럽 고속철 동서축의 계획에 부응하여 슈투트가르트 중앙역의 철로를 지하로 끌어내리고, 중앙 역사를 개조하며, 기존의 철로 지역에 신도심을 형성코자 하는 도시 개조 계획이 현재 ‘슈투트가르트21’이라는 프로젝트로 진행 중입 니다. 이 신도심의 중앙에 위치하는 마일랜더 광장의 구심점으로서 시립 중앙 도서관이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 지역의 유일 한 시 자체의 프로젝트이기도 하지요. “도서관은 소비와 쾌락의 세계 및 그에 따른 경박함과 우발성이 지배하는 사회에 대한 반역학적 역할을 한다. 단순 명쾌하고 강인한 인상의 이은영의 설계는 주변의 상업적 건물군과 명료한 경계를 지으며 새로운 도서관의 위상을 돋보이게 한다”는 볼프강 슈스터 시장은 “우리는 기존의 지 구단위계획을 수정해서라도 이 특별한 건물의 실현이 가능하도록 지원할 것 이다” 라며 당선안을 환영했고, 이어 “건축사에 대한 총괄적 이해를 바탕으 로 나온 작품”, “그저 단순하고 매끈한 설계가 아니고, 갖다 대고 볼을 부비 고 싶을 정도의 매력을 지닌 설계안” 등 언론의 평을 받으며 시민들의 큰 기 대를 받아 왔습니다. 이러한 정서는 ‘슈투트가르트21’이 난항을 거쳤던 지난 10여 년간에도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공사 과정에서 완고한 형태에 저항 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비판 및 그에 따른 토론들이 자주 있었으나, 완공된 후 에는 저항적 분위기의 토론보다는 건강한 건축 문화적 토론이 많이 일고 있 습니다. 일반 시민들은 외부의 형태에 대해선 의견이 갈라지고, 내부 공간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좋아하고 즐기고 있는 편이지요. ⓦ 새로운 건물은 “단호할 정도로 명료한 모노리스적 형태”를 취하고 있습 니다. 주변 상황과 무관한, 오히려 도시 구조와 대조되는 두드러진 모습인 데요. 도서관의 외형적 특징과 의도를 말씀해 주세요. ㉧ 공모 작업을 하면 서부터 주변의 신개발 지역에 상업적 건물이 많이 들어서게 되고, 형태, 재 료, 색채적으로 우발적인 것이 많이 생김으로 인해 산만해질 도시 공간에 대 한 우려를 적잖이 했습니다. 시대의 유행이나 조류에 휩쓸리지 않고 도시의 조용한 구심점을 형성해야 할 도서관에는 기하학적 기본율을 순수하게 따르 는 건축적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강 렬하면서도 자기주장 없이 기본 질서에 충실한 정입방체 속에는 존귀함과 도 덕성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과거 교회나 궁전,시청 등이 한 도시의 중심을 형성하였던 데 비해 개개인의 의미가 더욱 중요해진 현대 사회에서는 도서 관이 한 도시의 구심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잠재력이 강해졌습니다. 한 도시를 살아가는 인간 집단의 일상적 삶을 끌어들이 는 흡인력을 갖고, 정신적 구심점으로서의 표상이 되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할 만큼의 건축적 농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사고 의 출발이었죠. 그것이 주변의 일부 건물과 융합된 블록으로 계획된 당초의 도시 계획에서 벗어나, 도서관 건물을 주변의 도 시 구조 내에서 두드러지는 개체로서, 단순하게 정제된 건물 형태로 계획하게 된 연유입니다.—콘크리트와 젖빛 유리블록으 로 구성된 이 건축물은 하나(monos)의 돌(lithos)로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마치 하나의 돌덩어리와 같은 인상을 드러내고 있 습니다. 모든 면으로 똑같이 4.85m×4.00m의 기본 요소가 9×9 의 격자로 가지런히 배열된 입면에는 4 방위로 정중앙에 각 각 하나의 입구가 음각으로 새겨지듯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명료한 모노리스(Monolith)적 형태나 중앙의 집중된 입구 등의 형상이 에티에네 불레의 <뉴튼기념관>을 연상케 하는 것은 전혀 우연이 아니지요. 실제로 그러한 순수하고 강렬한 인상을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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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7 | Wide Architecture Report 27 | 2012.5-6 워크 Work 슈투트가르트 시립 도서관 Stuttgart City Library | 이은영 Yi Eunyoung

여하기 위해 유리블록 면과 콘크리트 면, 철 난간 면 등이 절대적으로 매끈한 하나의 면을 형성케 하고, 색상과 재질감에 동질 성을 주는 데 특별히 신경을 많이 썼죠. ⓦ 형태와 관련하여 혹자는 ‘책의 감옥’같다고 하고, 혹자는 ‘도서 신전’이라고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평가 팔크 예 거는 이 도서관의 개방성에 놀랐다고 말하지요.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대문을 열어 놓고 있는 점을 들면서요. 또, 이곳 도서 관 관장은 “모든 시민이 사용할 수 있는 민주적인 장소”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설계하시면서 특별히 염두에 둔 부분인가요? ㉧ 개방성, 민주성 등으로 토론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동서남북 네 방향의 중앙에 입구가 형성된 데에는, 어떤 절대성을 가진 한 표상적 물체와의 만남은 우주 전체의 질서를 포괄하는 동시에 자체의 형성 질서를 바탕으로 설정되어 야 한다는 명제가 깔려 있습니다. 일차적으로는, 마치 양파의 구조와 같이 겹겹이 싸인 공간에 균일한 조건의 관입이 이뤄질 때, 가장 합리적인 소통의 공간이 된다는 데 착안한 개념이지요. 한 가지 더욱 중요한 것은, 기하학적 기본형의 건축물은 기학 적 논리에 처음부터 끝까지 충실할 때에 강한 아우라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동서남북으로 정확히 향하고 있는 입방체 의 정중앙을 관통하는 입구의 구멍은 어떤 신비로움까지 느끼게 해 줍니다. 마치 천체와 대화하며 생명을 잉태하려는 듯한. 이 주변은 앞으로 10년은 계속 개발되어야 할 지역으로 도시 공간에 많은 변화를 겪게 될 것입니다. 그럴수록 이 건물은 기능적 으로나 도시 조형 및 공간적으로 구심점이 되는 동시에 좋은 휴식처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강한 조형적 인상, 가까이 다가올수 록 부드러운 외벽의 재질감, 내부 공간의 빨아들이는 힘 등으로 인해 그 역할을 충분히 감당하게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 콘크리트와 반투명 유리블록의 외피는 낮에는 은은한 느낌으로 아름답고, 밤에는 희고 푸른 빛으로 신비롭습니다. 이 단단 한 외피 안에 투명하고 가벼운 내피가 있고요. 말하자면 ‘더블 스킨’인 셈인데요. 친환경적 환기와 열 관련 장치를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단단한 외피 속에는 가볍고 투명한 내피가 있고, 그 안 쪽으로 다시 경량의 벽, 그 안으로 탄탄한 콘크리트 벽, 마치 양파의 겹과 같이 안으로 중첩해 들어가는 공간의 가장 깊은 속에는 다시금 음각의 모노리스가 형성됩니다. 우주에 존재 하는 물질적 개체들의 생성 원리 혹은 생체적 형상에 관련한 은유, 공간의 중첩 등은 제가 항상 관심을 갖는 테마입니다. 특히 슈투트가르트 도서관에서는 이것을 건물 전체를 지배하는 테마로서 설계의 중심으로 끌어왔지요. 주공간과 주공간 사이의 틈 새 공간은 내부의 순환 공간으로 설정되어 전 건물에 끊이지 않는 연결을 이룹니다. 콘크리트 구조체와 유리블록으로 구성된 외벽과 내부의 투명 유리로 이루어진 이중 파사드는 바로 외피와 속살 사이의 틈새 공간으로, 이러한 공간 연출의 출발점이지 요. 이 사이 공간은 로지아와 같이 외기에 면한 휴식 및 소요 공간이 되지만, 이런 공간 설정으로 인해 효율적인 자연 환기가 가 능토록 한 것입니다. 이 테마가 나온 김에 한 가지 부연하면, 이 건물에는 친환경적 에너지 컨셉트가 적극적으로 구사되어 있습 니다. 지열을 이용한 낸난방, 태양열 집열판을 이용한 에너지 사용 뿐 아니라 건물 골조 에너지 저장 시스템 등이 그것이지요. ⓦ 완전한 큐브 형태를 위해 지붕(옥상 공간)은 어떻게 처리했는지 궁금합니다. ㉧ 유리 지붕 상부의 루버는 직사광을 막고 태양광의 에너지를 모으는 역할 외에 다섯 번째 파사드라고 할 수 있는 지붕 면을 정돈하여 입방체로서의 매스 형태를 완성시 켜주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옥상 전면은 독서 테라스 혹은 슈투트가르트 시내 및 주변 산세를 두루 바라볼 수 있는 전망 공 간이 되는데, 엘리베이터 상부 매스가 솟아오르지 않게 지붕 면을 철 격자판 바닥으로 1.5 미터가량 올려서 엘리베이터실 상 부 면, 난간의 상부 면, 중앙 유리 지붕의 루버 상부 면 등이 모두 같은 높이가 되게 하였지요. 이곳 역시 모두 재료와 색상을 콘크리트 색조와 같은 톤을 줘서 외부 면의 느낌을 균일하게 마감하였습니다. 공공 건물에서의 자살 및 사고 방지를 위해 높 은 난간, 이중 난간 등으로 설계되었는데, 요소의 반복을 통해 조형 의도의 시각적인 상승감을 얻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지요. #2 큐빅 속 공간들 ⓦ 내부로 들어서면, 또 다른 모노리스를 만나게 됩니다. ‘네가티브 모노리스’, ‘심장 공간’이라고 말씀하셨던 이 큐빅 홀에 대 해 소개해 주세요. ㉧ 새로 형성되는 복합적 도시 컨텍스트에서의 건물 매스 설정, 정보 전달 수단의 커다란 변환기를 맞고 있 는 시대의 도서관 건축에 대한 유형적 고찰 등, 복합적이고 난이한 문제가 많았지만, ‘심장’이라는 공간 역시 무척 어려운 테 마였어요. 도서관 측은 여러 요구 사항 중에 아무런 기능이 없으면서 도서관 전체의 구심이 될 수 있는 공간을 포함시켰는데, 그것을 설계의 핵심적 테마로 끌어 온 것은 나의 결정이었죠. 강한 구심성의 공간은 늘 나를 매료시켰고, 나의 건축에서는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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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7 | Wide Architecture Report 27 | 2012.5-6 워크 Work | 슈투트가르트 시립 도서관 Stuttgart City Library | 이은영 Yi Eunyoung 인터뷰—건축가에게 듣다

어놓기 어려운 테마이지요.사면에서 출입이 가능한 도서관에 들어서면 순환형의 입구 홀을 맞게 되고, 중심부의 ‘ㄱ’자형 순 환식 계단을 통하여 건물의 상하부로 연결되게 됩니다. 그 내부는 건물 외부 형태의 근원과도 같은 역상의 정방형 공간으로 형 성되어 있는데, 이곳이 바로 ‘심장’이라고 불리는 명상적 체험의 공간입니다. 1층에서부터 4층에 이르는 가로, 세로 각 14m, 높이 14m 의 이 공간은 바닥, 벽, 천장의 구분이 안 갈 만큼 동일한 재질과 색으로 다뤄졌으며, 바닥 한가운데에는 1m×1m 크기의 작은 돌판에 조그만 샘물을 흘러나오게 했어요. 일상의 피상성에서 벗어나 자기 성찰로의 회복을 찾을 수 있는 공간으 로, 오랜 인간의 역사와 함께해 온 건축의 한 기본형을 현재로 해석시킨 것입니다. 넒은 상부의 천창을 통해 중앙 열람실로 들 어오는 빛은 유리블록을 통해 하부의 심장 공간으로 스며 들어가고, 내부 벽의 작은 개구부들을 통해 들어오는 빛들과 어우러 져 어스름한 빛 연출을 이루게 됩니다. 일상의 공간을 오고가며 자연스레 마주치게 되는 그런 현상학적 체험을 통해 많은 이 들이 잊고 있던 존재감을 새롭게 자각할 수 있는 그러한 공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그런데, 비어 있는 중심(심장)은 명상적 체험의 공간이라는 측면에서 어떻게 보면 동양 철학과 연관시킬 수도 있을 것 같 습니다. 젠, 미니멀리즘 같은 동양 사상과 결부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또 슬라이딩 도어라든가, 외피에 적용 된 반투명 유리 블록이 한국의 전통 한지창에 비교되는 것에서 서구(유럽)에서는 한국인 건축가(동양인)로서 감성을 표출하 는 방식으로 이야기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공유의 가치에의 혼돈을 겪고 있는 현 시대의 건축가로서 문화권을 초월한 보 편적 가치에 우선적 관심을 갖고 있지만, 건축하는 장소의 문화적 뒷배경을 하나의 장소의 혼(genius loci)과 같이 크게 존중 하며 작업합니다. 그런 면에서 작업 당시 관심의 초점은 유럽 문화의 근원적 공간 유형이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태어나고 성장 해 온 문화권의 많은 것들이 나의 핏속에 녹아들어 있을 것이고, 많은 기억 속의 인상들이 나의 작업에 무의식적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우리를 존재케 하는 모든 현상의 총체적 가치들이 내 인지의 폭 안에서 형상화 될 때에 피해 갈 수 없는 하나의 물 질화의 과정에 관한 것입니다. 나의 건축 수업의 과정을 돌아볼 때 그것은 분명 플라톤의 이데아 혹은 임마누엘 칸트의 인식론 이 관계되고, 건축적 테마의 도출 과정에는 장 니콜라 루이 듀랑, 칼 프리드리히 슁켈의 사유가 관련되며, 물질로 정제되는 과정 에는 건축 장인의 집념과 같은 것이 깊이 개입되어 있음이 틀림 없을 것입니다. ‘심장’ 공간을 설계하는 과정에는 유형론적 변환 뿐 아니라 현상학적 인지가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 만큼 서양적 사유의 physic-metaphysic 의 상호 관계를 넘어 불가의 ‘공’과 ‘색’의 개념 또한 무의식적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그 외 에도 성장 과정에서 사유와 사물의 인지에 영향을 준 성리학, 노 장지학 등의 독서나 한국적 문화적 환경에서의 일상의 체험들이 밑바닥에 많이 깔려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건축가의 작업은 그 러한 모든 것의 경계와 상관성을 논리적으로 분해해 낼 수 있는 선을 저만치 넘어서는 총체적인 작업이며, 설혹 그것이 가능하 더라도 스스로 자기 해부를 하는 데 정력을 소진하기보다는 작업 의 완결성에 더욱 정진하는 것이 올바른 모습이라는 생각이므로 내 스스로가 더 이상 세세한 언급을 하는 것은 피하고 싶습니다. ⓦ 이 ‘심장’ 공간의 윗부분인 5층부터는 상부로 갈수록 점점 넓 게 전개되는 중앙 열람실입니다. 아래로 구심성을 갖는 형태인데 요. 한편으로는 극도로 절제된 백색의 공간이 에셔의 초현실적인 그림을 연상케 합니다. 또 어떤 비평가들은 “차가운 느낌” 때문

60 와이드 AR 27 | 워크 Work | 이은영 Yi Eunyoung


와이드 AR 27 | Wide Architecture Report 27 | 2012.5-6 워크 Work 슈투트가르트 시립 도서관 Stuttgart City Library | 이은영 Yi Eunyoung

에 “친숙해지기에는 불가능한 분위기”라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이 중앙 열람실 안에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는지 궁금합니다. ㉧ ‘심장’ 공간 주위와 도서관의 틈새 공간으로는 나선형으로 계단이 감아 올라가며, 4 개 층에 걸쳐 각 도서관의 공간에 연결 되고, 각 층에서는 이 ‘심장’ 공간의 단순함 속의 다양한 변화를 관찰할 수 있지요. 계단이 끝나는 5층에서는 심장 공간의 오클 루스(oculus)를 초점으로 상방으로 계단식으로 확산해 나가는 중앙 열람실을 만나게 됩니다. 또 하나의 정방형 공간의 유형인 이 공간 역시 역사 속에서 그 연원을 찾아 설정한 것입니다. 바로 1785년 에티에네 불레가 설계한 <왕립 중앙 도서관> 공간이 지요. 부수적인 다른 것들이 아닌 오직 책으로 둘러싸여 지적 활동의 희열을 만끽하는 장소, 수천 년의 인간의 지적 행위에 대 한 경외감을 발견하는 장소로 추구하였습니다. 이 역시 백색의 정방형 공간으로 전이하며, 난간, 천창, 책꽂이 등 모든 요소들 을 단순화시켜, 진열될 책과 방문자 외에는 모든 것이 극도로 추상화되어 돌아 올라가는 계단들과 물려 거의 초현실적 장면이 연출되도록 했습니다. 유리 지붕 하부의 격자판은 빛을 거르고 확산시켜 내부 공간을 밝으면서도 은은함이 있게 하고, 또 내 부로는 공간을 유형적으로 깔끔하게 정리하는 역할을 하지요.—공간을 추상화시켜 현실 속으로 초현실성을 끌어들이는 것은 나의 지속적 관심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공간에서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며 에셔의 그림을 연상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지요. 건축가로서 할 수 있는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일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인간으로 하여금 우리가 현실에서 만나는 제 현상 자체를 넘어선 존재성을 인지케 할 수 있는 그 무엇을 할 수 있다면, 그보다 의미 있는 일은 없겠다고 늘 생각해 왔습니다. ⓦ ‘심장’ 하부의 다목적실을 포함하여, 도서관 내부를 구성하고 있는 다른 공간들도 소개해 주세요. ㉧ 심장 공간 하부에 자 리잡고 있는 다목적의 강당은 천장고에 비해 넓직한 평면으로서 납작한 정방형의 공간 유형을 형성케 해 건물 하부로부터 상 부로 향해 납작한 정방형의 공간, 완벽한 정방형의 공간, 상부를 향해 넓게 퍼져 가는 공간의 순으로 정사각형의 공간 유형의 변용을 테마화하였습니다. 가변 슬라이딩 패널 벽으로 중앙을 분할해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누어 쓸 수 있는 이 홀의 모든 가구 는 이동식으로, 필요 시 가구 없는 빈 공간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극단적 판상 의 공간이 명료하게 읽혀질 수 있도록 천장고를 필요 최소치로 하고, 바닥, 벽, 천장 면 은 창이나 문, 전등 등에 의한 굴곡이 한 군데도 없도록 철저하게 매끈하게 처리하였습 니다. 이것은 전체 건물에 일관하는 조형 원리인데, 건축 테마상의 핵심적 공간에는 더 욱 철저히 구사하였습니다. 도서관 공간 전체의 색상은 흰색 혹은 백회색으로 일관하고 있으나, 화장실, 유아실, 다목적실 등 닫혀지는 폐쇄적 공간은 마치 주머니의 속 면처럼 전혀 다른 개별적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다른 색상을 개입시켰지요. 약간의 깜짝 쇼와 같은 효과랄까요. 그런 맥락에서 이 다용도홀은 파란 파스텔톤으로 통일되어 있습니다. 설계 공모작에서 암시되었듯이 파란색은 이 작품의 이미지에 지속적으로 동행되는 색 조입니다. 야간 조명, 심장 오클루스 조명, 일부 앉는 가구 등에 나타납니다. #3 건축 수법들 ⓦ “우주와 자연의 본질적 형상”과 “중첩”은 선생님께서 늘 관심 갖고 있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가장 깊은 곳의 ‘심장’ 공간으로부터 여러 겹의 공간을 거쳐 외피에 이르는 개 념과도 관련 있는 것인지요? ㉧ 앞서 얘기했듯이 물론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적 개체들 의 생성 원리 혹은 생체적 형상에 관련된 은유, 공간의 중첩 등은 제가 항상 관심을 갖 는 테마입니다. 건축적 속성이 이러한 은유와 좀더 살아있는 공명을 이룰 수 있도록 구 체적으로 재료 설정, 치수 설정 등에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이를테면, 생명력의 원천인 심장 혹은 자궁의 두터운 육질과 같은 생체적 은유를 위해 심장 공간의 벽은 구조가 요 구하는 것보다 더 두터운 벽으로 설정하고 두드려도 속이 빈 느낌이 없도록 각별히 신 경을 썼다든가, 외피의 단단한 겉껍질 속의 엷은 속껍질 은유를 위한 젖빛 유리블록의 반투명성, 속 유리의 유리 고유의 녹색조 제거, 창틀의 두께 설정 등이 모두 그런 맥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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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7 | Wide Architecture Report 27 | 2012.5-6 워크 Work | 슈투트가르트 시립 도서관 Stuttgart City Library | 이은영 Yi Eunyoung 인터뷰—건축가에게 듣다

의 것이지요. 굳이 임마누엘 칸트의 인식론을 거론하지 않고서라도, 유형론적 설계 방법론 외에 은유나 유추 등이 나의 설계 프로세스의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음을 언급해 두고 싶군요. ⓦ 정방형의 공간, 사각의 형태 등 오늘날 찾아보기 힘든 기하학적 원형들이 차용됐습니다. 건축에서 기하학의 질서가 미의 개념과 등가이거나 미의 개념을 대신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우주 질서의 이해에 관한 학문의 진보 혹은 변화와 무관하게 유클리드 기하학적 질서는 인간이 자기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고 설정하는 데에 여전히 중요한 원리입니다. 우리가 발 딛고 사 는 세계는 여전히 지구상에 있고, 그 위에서 피와 살을 가진 생명체로서 미를 찾으며, 건축 행위를 하는 한 그것이 구축의 기 본율이 됨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한 가지 분명히 구분해 이해해야 할 것은, 그것은 단지 원리의 결과로서 드러나는 형상일 때에 중요한 것이지, 단지 조형을 위한 인위적 설정 속에는 보편적 가치가 결여되게 된다는 점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루이스 칸이나 마리오 보타의 입면 구성에서 나타나는 것 같은 그러한 기하학적 형태의 구사와 저의 건축에서 기하학이 갖는 의미는 매우 다른 것이지요. ⓦ 모노리스(Monolith)와 단일함(Einfachheit)은 공간의 개념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간과 같은 위상을 갖는 건 축 개념인가요? ㉧ 이 건물이 세워진 후의 여러 반응을 보며,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초반부에 원시인 들이 갑자기 나타난 모노리스 하나를 둘러싸고 반응하는 모습이 연상된다고 하면, 슈투트가르트 시민들이나 동시대 다수의 건축인들을 모욕하는 것 같겠지만, 이 작업 뒤에는 실제로 상당히 농도 있는 문명사적 연계가 있습니다. 큐브릭이 문명사를 어 떻게 이해하고 무슨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지는 그의 몫이겠지만, 모노리스라는 테마가 인간 집단이 엮어 가는 문명의 본질 적 속성에 깊이 관계되어 있다는 인식만큼은 내 작업 세계와 공유되는 부분으로 받아들여집니다.—형상과 공간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건축의 당위적이고 자연스러운 테마입니다. 근대 이후 건축이 형상을 피해 가려 몸부림치다 궁극에는 일그러진 형상 이라는 자충수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근간의 일련의 현상에서 가능한 한 빨리 해방되어 본연의 본질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 한국을 비롯한 극동아시아의 문화권은 유럽 문명권처럼 기하학의 세계라기보다는 균형 관계를 중시하는 대수학의 세계( 조셉 니담의 표현입니다)라고 한다면, 이 상이한 근원과 세계관의 차이가 교수님의 진로에 영향을 주었는지요? ㉧ 동서양의 문화를 그렇게 분류해 설명하는 데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단순하게 분류하기에는 동양이나 서양의 문화 모두 복합 적이지요. 인류가 이렇게 가까워진 우리 시대에는 그러한 분류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차이보다는 공유의 가치에 관심이 많 습니다. 유학의 동기에서부터, 이국에서의 투쟁의 과정에 일관되게 내재된 의식은 세계인으로서의 시각이고, 지속적 관심사 는 인간이라는 총체적 현상입니다. 그러한 공유점 안에서 어떤 향기와도 같이 한 개인의 문화적 내력이나 한 장소에 내재된 정신 등이 드러날 수 있을 것입니다. ⓦ 비평가 팔크 예거는 이은영 건축의 장점으로 “공간과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으로서의 감각”을 들고 있습니다. 연출 된 공간 속에서 사용자들은 건축을 공간 예술로 이해하고 인상적인 체험을 제공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평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또 이와 관련된 레퍼런스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팔크 예거가 그의 인지도에 걸맞게 중요한 사실 을 포착해 내 언급했습니다. 주어진 장소와 과제가 요구하는 건축을 공간 유형적으로 포착해 나가는 것은 나의 모든 설계 작 업의 중심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포착되면 그 공간의 유형이 다다를 수 있는 극단까지 정제시키고, 매력과 향기를 부여 하기 위해 인류에게 누적된 모든 선험적 비밀들을 능력이 허용하는 한 구사하는 것이 내 설계 작업의 모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평면과 단면, 특히 단면으로 가장 오랜 시간 씨름을 하는 것도 그런 연유이지요. 실제 건축 시에는 벽, 개구부, 바닥, 천장, 계단, 난간 등 공간을 형성하는 요소의 상호 상관관계 및 비례에서의 섬세함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게 되지요. 그 리고 공간을 형성하는 표면의 질감, 색감 그리고 그것과 빛의 만남 등이 건축 유형론적 컨셉트에 어느 정도 충직한가가 중요 한 관심사이죠.—말씀하시는 팔크 예거의 평론은 저도 읽어 보았는데, 글 말미에“제임스 스털링의 <국립 미술관> 이후 처음으 로 강한 농도의 건축 작품이 나타났다. 조만간에 이 도시의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주요 건축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라 평 했습니다. 좀더 많은 시간이 지나 봐야 진정한 평가가 가능한 얘기겠지요. 실제로 슈투트가르트는 벤츠, 보쉬 등 기계 산업의 정수를 이뤄낸 곳답게 철저한 합리적인 사고가 사회를 지탱하는 도시이고, 헤겔, 쉴러 등으로 대변되는 지성적 뒷배경도 상당 히 탄탄한 곳이지만, 건축적으로는 근대 여명기의 <바이센호프 단지>, 포스트모던 시기의 제임스 스털링의 <국립 미술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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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7 | Wide Architecture Report 27 | 2012.5-6 워크 Work 슈투트가르트 시립 도서관 Stuttgart City Library | 이은영 Yi Eunyoung

의 비상한 건축을 잉태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도시입니다. 이러한 땅에서 건축 행위를 한다는 것은 하나의 도전이 되기 도 하고 동시에 무한한 즐거움이기도 했습니다. #4 고전에서 찾는 가치 ⓦ 순수하고 본질에 충실한 건축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어떤 논의가 일어나기를 기대하신 건가요? 2001년 발간된 『우리 시대 엘리트의 몫』이란 책을 통해 “노스텔지어도 아닌 생명 없는 복제도 아닌 우리 시대의 비전을 보여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러한 논의들은 우리 시대의 비전과 관계가 있는 것이겠지요? ㉧ 논의가 일어나는 것은 필요한 과정입니다. 그러나 나의 작 업의 목표는 건축 담론이 아니고, 시대가 던진 숙제에의 구체적 건축으로의 대답입니다. 나의 모든 글들은 그것을 이해시키기 위한 보조 도구일 뿐입니다.—모던 이후 건축이 본연의 본질성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공허한 지성의 유희로서 건축을 추구하 며 오리무중 속을 헤매는 오류를 수십 년간 범해 오면서도 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자충수에 빠져 있습니다. 이것은 시민 사 회, 산업 사회, 자본주의 사회의 새로운 미학을 모색하는 세기의 작업이 대중 매체와 교묘히 결합되며 일어난 과정으로, 대중 매체의 상업적 타락과 더불어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뿌리 깊은 병입니다. 원시 시대의 인간들이 동굴을 파거나 가구식 움집 으로 거주지를 마련할 때에는 근본적 존재의 문제에서 출발하는 것이었고, 또한 천체 속에서의 엄숙한 현존재의 자각이 건축 행위의 중심 테마였습니다. 그들은 하늘과 대화를 하며 건축을 하였고 자연의 현상과 대화를 하며 건축을 하였습니다. 그러기 에 그들의 건축은 놀라울 만한 본질적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시대에도 자체의 논리성에 충실한 건축, 본질 에 충실한 건축을 통해 우리의 세계를 아름답고 감동스러운 것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때에야 비로소 우리의 도시도 원시 건축이 발하는 그 후광을 우리의 빛깔로 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자판대 위에 올려져 호객하고 있는 일회용 상품 들로 가득 찬 시장의 논리와는 전혀 다른 생명력의 이야기입니다. ⓦ 비슷한 개념의 <남경도서관>에서도 그렇고, 최근의 <니더작센 주 의회의사당>에서도 그렇고, “고전 속에서 발견되는 건축 의 유형을 우리 시대의 보편적 정서로서 추상화하는” 일련의 시도들이 보입니다. 어쩌면 고전 속에서 현대 건축이 나아갈 방 향을 찾는 건지도 모르겠는데요. 선생님께 고전은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 동서를 막론하고 고전 속에서 발견되는 건축의 유형을 우리 시대의 보편적 정서로서 추상화하는 일련의 시도는 수천 년간의 선배들의 지혜의 축적과 그 당연한 것들의 완벽 한 성취를 향했던 소박한 집념에 대한 최소한의 존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인간 문화의 점진적 승화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 로 하는 것입니다. 건축의 기본형을 추구하며, 그 본질적 가치에 매달리는 것은 얼핏 진부하고 궁색한 작업인듯이 보일 수 있 으나, 그 안에 들어 있는 풍요로운 가치를 보아야 합니다. 건축에 있어 프로포션에 관해서나, 공간의 순수성에 관해서나, 유형 의 명료함에 관해서 보편성과 완성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것은 현대 건축이 추구하여야 할 가장 본질적인 작업 중의 하나입니 다. 그것은 수다스러운 조급함이 아니라 기본 원리에 입각한 사고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 <판테온>과 불레의 작품 등, 고전 건축과의 은유적 연계를 강조하는 것은 “건축의 기본형” 추출과 연관이 있는 것인지요? 그런데, 형태적으로 더욱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어 보이는 게리니(Guerrini, 입면은 게리니의 ‘사각 콜로세움’을 연상시킵니 다), 테라니(Terragni), 혹은 웅어스(O.M. Ungers)의 작업들을 언급하는 대신 로마 건축과 18세기 프랑스 건축을 인용한 특 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 게리니나 웅어스 등을 언급하지 않을 특별한 이유는 없고, 단지 그들도 고전과의 연결 고리 상에서 작업을 하고, 불레, 듀랑 등의 선행 작업이 그 발판이 되기에, 나의 작업의 밑바탕으로서 유럽 문화에 있어 고전의 근원이 되 는 그리스, 로마의 건축과 르네상스의 건축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모던의 여명기에서 작업하였던 듀랑, 불레 등을 명하는 것 입니다. 물론 직접적 영향을 받은 웅어스 뿐 아니라 알도 로시, 그라씨 등의 선행 작업이 내 작업의 곳곳에 거름으로 깔려 있 을 것입니다. 1930년대의 건축가 중에서는 테라니 뿐 아니라 피아센티니(Marcello Piacentini), 테세노(Heinrich Tessenow) 등에게서도 나의 작업의 연결 고리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도 하지 않았던 나만의 도그마를 바탕으로 하는 작업을 하 겠다고 생각하며 건축을 대하지 않습니다. 시대를 넘어서는 인류 공동의 가치를 건축으로 빚어내기 위해서는 과거 건축가들 의 선행 작업을 발판으로 한다거나, 함께 호흡하며 한다는 것은 거의 당위성이라 할 수 있겠죠. ⓦ 언급된 역사적 레퍼런스들은 백색의 정방형으로 추상화되었습니다. 추상화 작업이 갖는 의미는 근대성의 부여입니까, 아 니면 그 자체가 20세기 건축의 한 유형의 참조입니까? ㉧ 추상화 작업 속에 들어 있는 의미는 보편성의 부여입니다. 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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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7 | Wide Architecture Report 27 | 2012.5-6 워크 Work | 슈투트가르트 시립 도서관 Stuttgart City Library | 이은영 Yi Eunyoung 인터뷰—건축가에게 듣다

근대성과 같은 맥락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근대성의 부여 가 그 목표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근대의 연 장 속에서 동시대의 풀지 못한 숙제를 풀고자 노력하는, 엄 연히 얘기하면 동시대 건축가 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 요즘 한국의 건축가들은 현실적 요구들의 충족에 몰두하 고, 그러다 보니 주변을 둘러싼 현상들에 집중할 수밖에 없 는 것 같습니다. 그런 입장에서는 ‘건축의 원형질에 대한 탐 구’가 현실적 상황에서 일관되게 유지되는 것이 불가능하다 고 말합니다. 구축이 되더라도 현실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죠. 한편, 팔크 예거는 슈투트가르트 도서관의 조형 과 정에서 보여 주는 건축가의 일관성에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피라네시의 판테온, 1790년. │ 불레의 왕립중앙도서관, 1785년.

최상층의 카페테리아 ‘레스바Les-bar’가 그러한 일관성 때 문에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기 어려운 공간이 됐다고 지적합 니다. ‘현실의 상황’과 추구하는 ‘건축의 순수함’ 사이의 간 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건축의 순수함이 아무런 현실의 여과 없이 구현된 적은 역 사상 없고, 그 어느 순간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현실 에는 눈을 감은 채 이상형만을 추구한다거나, 오직 현실 조 건에만 반응하는 건축으로는 그것이 아무리 지성적이라 하 더라도 한 시대의 공유의 가치를 빚어내지 못할 것입니다. 혹은 이상과 현실을 분리시켜 생각하며 ‘이상에 현실적 조건 을 반응시킨다’는 사유를 바탕으로 하는 작업은 반드시 딜레 마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현실과 이상은 상호 충돌해야 할 사항이 아닙니다. 현실의 모든 조건, 시대의 모든 상황들이 선험 적 가치들과 함께 건축의 본질적 요소로 이해되며 생성되어 나오는 건축만이 한 시대의 원형으로 정착하게 될 것입니다.—카 페테리아는 호텔의 로비와 같은 용도로 설계된 곳이 아닙니다. 방문자들이 잠시 휴식하는 장소로서 눈에 잘 띄며, 외부의 경 관과 도서관의 중심 공간을 좌우로 느낄 수 있는 곳에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공간 개념에서는 부수적인 것이 되도록 하였습니다. 도서관 고유의 공간과 정신적 구심 공간에 초점을 맞추는 과정에서 나온 자연스런 결정이지요. 모든 필요 사항들 이 우선순위 없이 나열되는 설계는 상상도 할 수 없지요. 건축 작업의 과정에 개입되는 모든 현실의 조건들을 이상과의 괴리 로 받아들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것은 소화시키고 결정해야 할 대상들일 뿐이지요. ⓦ 좀 포괄적인 질문이긴 합니다만, 건축에 대한 태도, 건축의 방식 등은 웅어스의 그것과 무관하지 않을 듯합니다. 그로부 터 배운 것은 무엇입니까? ㉧ 젊은 날에 웅어스 선생의 문을 노크한 것은 거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과정이었습니다. 올바른 건축에 다다르고자 하는 갈증이 나를 우리 문화의 허리를 꿰뚫고 들어온 서구 문명의 본류를 찾아 유럽으로 향하게 했고, 유 학 초기의 많은 시간을 우리 시대의 공동의 가치가 무엇인지라는 질문과 씨름하며 보냈습니다. 학교 수업과 실무를 거의 반 반씩 하며 나의 질문의 해답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만나가려던 시절이었습니다. 타협으로 가득찬 세계에 많이 상처 받고, 1980년대 말기의 공허한 건축의 흐름에 많은 회의를 느끼던 시절 거의 마지막 보루와도 같이 그의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그 가 보여준 건축에 대한 진지한 태도, 건축 작업의 농도 등은 바로 나를 외롭지 않게 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배운 구 체적인 내용보다는 건축을 향한 그의 모습이 아마도 내겐 평생 피곤함을 모르게 하는 힘이 될 것입니다. 그의 문하를 떠난 이 후 가능한 한 그의 영향이 없는 나만의 건축을 하고자 애썼던 시간도 얼마간 있었으나, 그것이 건축가가 지녀야 할 본연의 모 습에 대한 오해라는 것을 깨달으며 많이 자유로와졌습니다. 건축은 한 개인의 작품이라는 차원을 훨씬 넘어서서 시대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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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7 | Wide Architecture Report 27 | 2012.5-6 워크 Work 슈투트가르트 시립 도서관 Stuttgart City Library | 이은영 Yi Eunyoung

서는 인류 공동의 가치를 물질로 빚어내 가는 엄숙한 작업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인류의 총체적 유산이나 동시대 건축가의 선 행 작업에 들어 있는 가치에 마음을 많이 열게 되었죠. 그 모든 것을 발판으로 삼은 나의 소명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5 에피소드 ⓦ 독일의 공공 건축은 발주/진행 방식에 있어서 우리와 어떤 다른 점이 있는지요? ㉧ 공공의 건축은 자유 수주는 없고 기본 적으로 경쟁 설계에 의해 진행됩니다. 공개 경쟁 설계일 경우도 있고 지명 경쟁 설계일 경우도 있으나, 우리나라와의 중요한 차이는 건설사를 중심으로 혹은 우선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전혀 없고, 그러한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설계 공 모에 의해 설계안과 건축가가 정해진 후 시공사 입찰이 이뤄지는 것이 기본 과정입니다. ⓦ 지역 주민과의 논의/협의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요? 예를 들어 정확하게 네 방위를 가리키는 입면 외벽에 한국어 표 기 ‘도서관’을 제안했을 때 어떠한 반응을 보였는지, 또 어떤 수용 절차를 거쳤는지 궁금합니다. ㉧ 계획 설계, 건축 허가, 실시 설계 등 개개의 설계 과정이 마무리될 때마다 전시나 시민 설명회 등의 과정을 거치며 진행되었습니다. 물론 그럴 때마다 대중 매체의 밀착 보도 및 비판, 토론 등이 병행되었죠. 동서남북 네 방위를 상징할 만한 언어로 도서관이라는 글씨를 북쪽에 독일 어, 서쪽에 영어, 남쪽에 아랍어 그리고 동쪽에 한국어로 부조로 새기자고 했을 때 시민의 의견이 직접 개입될 기회는 없었습 니다. 그 과정에는 약간의 에피소드가 있어요. 동쪽을 정할 때 시장을 비롯한 일부 정치인들은 중국어를 생각하기도 했고, 일 부 문화인들 사이에선 건축가의 모국어인 한국어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내가 집에서 그런 얘기를 꺼냈을 때 집사람을 비롯한 아이들이 모두 유럽 한복판의 문화 건물에 한국어가 쓰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그것을 간곡히 원하더라고요. 유럽 땅에 한국인의 긍지를 심어 넣는 이 작은 일이 가족과 나의 조국을 향한 선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정하는 회의에서 한국어로 쓸 것을 주장했고, 결국은 그러한 나의 뜻이 모두에게 기꺼이 받아들여졌습니다. ⓦ 마지막으로, 1999년 유럽 설계 공모 당선된 이후 완성되기까지12년이 걸렸습니다. 공사비로만 7900만 유로가 투입되었고 요. 왜, 어떻게 그렇게 진행되었는지 궁금합니다. ㉧ 설계 공모 당선 몇 달 후 공교롭게도 ‘슈투트가르트 21’ 프로젝트의 공동 참여자인 중앙 정부, 주정부, 철도공사, 시 등 기관의 몇몇 결정권자의 교체로 도시 프로젝트 자체가 난항을 거치게 되었습니 다. 자연히 그 안에 포함되는 도서관의 건축도 보류된 거고요. 그후 여러 해 동안 계속된 토론, 협상 등으로, 전체 도시프로젝 트의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슈투트가르트 시장과 도서관장의 도서관 프로젝트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습니다. 이런 기 간이 3년 정도 지난 후 시에서는 도서관만큼은 단계적으로라도 프로젝트 진행을 하겠다고 결정했던 것이지요. 이후 약 6년에 걸쳐 계획 설계, 건축 허가, 실시 설계, 견적, 공사 발주 등이 차근차근 진행되었고 마침내 2008년 가을 착공하게 되었습니다. 개관식 행사 때 “결정적 가치가 있는 것은 반드시 실현된다. Das Entscheidende geschieht trotzdem” 라는 니체의 『짜라투스 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속 구절을 인용하며 소감을 얘기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설계 공모 당선 후 3년의 기다림의 시간들, 이후 6년간에 걸쳐 길게 늘어졌던 계획 및 실시 설계의 과정, 신도심 개발 지역의 견인차와 같은 유일한 시 자체의 프로젝트 로서 줄곧 여론의 화살 받이가 되었던 3년의 공사 기간 내내 마음 속으로 되뇌었던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주변의 상황들에 노 심초사하기보다는, 내가 준비하고 있는 일이 진정 결정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붙들고 씨름했고, 정녕 그것에 다 다르기 위해 내게 주어진 시간들을 후회 없이 쏟아붓고자 했습니다. 완벽하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많지만, 내게 이 소 중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 역사 앞에 부끄럽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 정리—정귀원(본지 편집장)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이루어졌으며, 질문항은 본지 편집위원(김영철, 박인수, 최춘웅)과 사전 논의를 거쳐 작성 됐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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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7 | Wide Wide Architecture ArchitectureReport Report2727| |2012.5-6 2012.5-6 New POwer ARchitect ARchitect 파일 파일15 15 박창현 + 이진오 + 임태병 Park Park Changhyun Changhyun++Lee LeeJinoh Jinoh+ +Yim YimTaebyoung Taebyoung

박창현 +

이진오 +

임태병

박창현 | 1972년 부산생으로 광안리 해변의 파도 소리와 함께 자랐다. 부산대학 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가구 디자인에 관심을 두고 경기대학교건축전문대학원 에서 건축과 인문학에 눈을 떴다. 위가건축과 두이건축에서 실무를 익히고 2005 년 이진오와 함께 SAAI를 설립한다. 경기대학교와 홍익대학교에서 가르치며, 미 술의 본질과 철학적 담론에 관심을 두고 건축을 실천하고 있다. | 이진오 | 1970 년 서울생으로 벽돌 공장이 이웃한 변두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홍익대학교 와 위가건축에서 건축의 가치와 기본기를, D.P. J&Partners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에서는 건축가로서의 열정과 사고방식을 배웠다. 건국대학교 산업디자인과와 연 세대학교에서 가르치며, 전업 건축가로서 자본의 간섭에서 독립된 사회적 건축 을 시도하고 있다. | 임태병 | 1969년 대전생으로 어린 시절 서울로 이사해 한옥 처마의 빗물 소리와 잠실 저층 아파트의 감성을 함께 지니며 성장한다. 경원대 학교를 졸업하고 A.I.건축과 옴니디자인, M.Y.A 와 Blue Studio에서 인테리어와 건축을 익히고 홍대 앞에서 개인 작업을 하다가 2007년 SAAI에 합류한다. 건국 대학교 산업디자인과에서 가르치며, 공간과 디테일에서 균형감 있는 건축을 지 향하고 있다.

SAAI Weather Report (주)건축사사무소 SAAI | 작업 과정의 열린 태 도를 통해 보편성을 기반으로 하는 건축 집단이 다. 이천 SKMS연구소, 분당주택, 가평주택, 성 산동 다가구주택, 서교동 408-10증축, 임광빌딩 공용 공간 리뉴얼, 봉천동주택 등 말이 앞서지 도예박물관 개념 및 모형

않는 좋은 물건으로서의 건축 작업과. 이를 바 탕으로 <디자인로드 홍대>전 이후 매년 지속적 인 전시와 학술 활동을 통해 가치 있는 담론의 생산을 실천하고 있다. http://www.saai.co.kr/ 현재 구성원. 봉천동 음악가의 집에서(오른쪽 끝에 서 반시계 방향으로 이순표, 유승민, 임태병, 전우진, 박창현, 이진오, 조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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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7 | Wide Architecture Report 27 | 2012.5-6 New POwer ARchitect 파일 15 박창현 + 이진오 + 임태병 Park Changhyun + Lee Jinoh + Yim Taebyoung

Weather Report ⓦ 1. 미국의 퓨전 재즈 그룹. 음악의 형식이나 연주 기법만이 아니라 멤버 간에 주고받는 인터플레이(interplay)와 임프 로비제이션(improvisation, 즉흥 연주)에 대한 방법들을 새롭게 제시했다. 2. 기상 통보. 기상청에서 재해 대책 본부나 방 송국, 신문사 등 정기적으로 기상에 관한 각종 정보나 예보를 알리는 일. 제65차 땅집사향에서 우리는 보편성을 지향하는 기존 작업 방식, 태도와 함께 완성된 건축가로서 개인을 드러냄으로써 SAAI의 스펙트럼의 확장을 예보한다. 일기 예보가 항상 맞는 것은 아니지만 계측한 시점의 상황과 의지가 유지된다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2011년 초 우 리는 한 건축 전문지(SPACE 201103)와의 인터뷰에서 “후배들에게 보통 가정에서 자라 국내에서 실무를 경험하고 아틀리에 사무실을 운 영하며 꾸준히 좋은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는 위험한 발언을 했다. 그리고 “덕분에 희망을 얻었다”, “앞으로도 잘 해 나 가기를 응원한다”, “너희는 탄광의 카나리아다” 같은 부담스러운 반응을 직간접적으로 들었다.—왜일까?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우리 현실의 척박함 때문일 것이다. 상식을 지키는 저변의 든든한 보통의 사무실로 남는 것, 그래서 다음 세대에서는 더 이상 부담스럽지 않기를 바란다.—우리는 작업의 제안이 들어올 때 사무실을 경제적으로 유지하게 하는 재정(Fund), 작업 과정에서의 의미와 재미(Fun), 다음 일 을 지속할 수 있는 명성(Fame)의 3F 중 둘 이상을 만족시켜야 일을 수락한다. 그리고 계약 이전에는 상담 외에 설계 작업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설계 안을 보고 계약을 원할 경우에는 작업 실비를 받는다. 덕분에 쓸데없는 야근이 없고 늦은 출근과 느긋한 점심시간을 즐 길 수 있다. 그리고, 거창하지는 않지만 일을 하는 자세로 꾸준히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러나, 당연해 보이는 이 원칙을 지키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전후 조급한 욕심에 이 원칙을 지키지 않았고, 사무실 식구들이 무급 휴가를 갖고 해체될 위기에 놓였다. 이후로 이 원칙은 더욱 공고해지고, 천천히 그리고 정직하게 사무실을 이어오고 있다.—SAAI는 함께해 온 여러 사람이 만들었다. 시간, 공 간, 관계의 사이 중에 사람 간의 관계가 가장 우선이었다. 사람이 SAAI다. 우리 모두가 작업의 과정과 결정에서 함께 상의하는 것을 행복해 하기 때문에 SAAI다, 보편적인 건축이 우리를 안심시켰기에 현장에 집중할 수 있었다. 상식을 지키면서 당연한 건축을 좋은 품질로 완성하 는 데 집중해 왔다. 현재는 이 관성을 유지하면서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무실을 만드는 일로 고민한다. 가까운 미래에는 구성원 각자가 독립된 건축가로서 활동하면서도 든든하게 존재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 생각이 많은 만큼 고민도 많다. 불안이 우리의 태도를 잠식하 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원칙을 지키면서도 유연한 변화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우리를 디자인해 주리라 생각한다.

Weather Report의 <Heavy Weather> 앨범 자켓, 197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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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7 | Wide Architecture Report 27 | 2012.5-6 New POwer ARchitect 파일 15 박창현 + 이진오 + 임태병 Park Changhyun + Lee Jinoh + Yim Taebyoung

임태병 ⓦ “공적 공간으로서의 광장을 일본의 도시는 끝내 만들어 내지 못했다…(중략)…현대 일본의 도시에서는 공공시설보다 차라리 상 업 시설의 계단이나 통로, 아케이드 같은 곳에서 ‘광장’ 같은 성격을 느낀다.” —안도 다다오, 『건축을 꿈꾸다』—“누구나 마음에 드 는 카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카페를 점찍어 운명을 같이 한다면 그 카페를 ‘소유’한 것이나 다름없 다.” —노엘 라일리 피치, 『파리 카페』 지난 10여 년 간 꽤 많은 수의 카페 관련 작업—SAAI와는 무관한 개인적인 인테리어 작업임을 미리 밝힌다—을 진행하면서 지속적으로 가 져왔던 관심은 (상업 시설이 지닌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대한 극복이 아니라) 공적 공간으로서의 카페가 지닌 잠재적 가능성이었다. 카페란 애초에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이며 그 사이의 물리적인 매개체는 테이블, 의자, 조명, 그리고 이와 관련된 아주 세심한 디테일들이다. 이 디 테일에는 각각의 미묘한 스케일과 재료가 지닌 물성, 감촉, 그것들을 점유하고 사용하는 갖가지 방식 등이 포함되며, 그 지향점은 결국 카페 를 이용하는 사람 간의 소통과 공유를 위한 것이다. b-hind로부터 가장 최근의 kiosque_toast와 kiosque_garosoo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작 업들은 이러한 ‘소통’과 ‘디테일’에 대한 지속적인 시도와 학습의 반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그 결과물로 만들어진 공간에서 처음의 의 도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그리고 즐겁게 공유하며 소통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너무나 근사한 경험이다. “누구라도 카페에 오 면 따듯한 온기와 의자와 테이블, 종이, 전화, 음료수, 그리고 쾌적한 화장실의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커 피 한 잔 값이면 충분하다는 사실” 이라고 노엘 라일리 피치는 이야기 했다.—나는 이 사실에 함께 경험하고 소통하는 사람들의 행복한 모 습을 더하고 싶다.

café the table(왼쪽)과 café d’avant┃ café b-hind┃

café kiosque_to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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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7 | Wide Architecture Report 27 | 2012.5-6 New POwer ARchitect 파일 15 박창현 + 이진오 + 임태병 Park Changhyun + Lee Jinoh + Yim Taebyoung

박창현 ⓦ 예견하지 못한 사건에서 얻는 작은 깨달음과 즐거움 ⓦ 나는 부산에서 오랫동안 살아오다가 서울로 왔다. 그 때문인지 서울에 서는 경상도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다르게 생각하고, 부산에 가면 서울내기처럼 변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게다가 난 미술을 전공했고 그 후 건축을 해 오고 있다. 여기에서도 어떤 면에서는 미술과 건축 사이에 있는 중간자로 보는 듯하다. 그런데, 어디에서나 내쳐지거나, 어떤 공동체 밖에 세워져 있게 되면서 자연스레 양쪽에서 상대방을 볼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그러한 위치에서 다양한 관계들이 개입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SAAI는 나 이외에 두 명의 소장과 스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 몇 가지 작은 사건들 에서 주위를 더 둘러보고 건축에 있어서 외부성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다.—근대에 들어오면서 표상 욕구에 따라 계획대로 조작하고 바 라는 대로 조형하는 내용을 담게 되었다. 그러한 의지들은 건축에서 대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대상에 자신의 생각과 욕구를 부여하거 나 나아가 강요하게 만든다.—그러는 한 건축은 더욱 고립되거나 자기 내부에 갇혀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과정을 겪는다. 결과물에서 내가 의도하지 않은 사건들의 개입은 종종 나를 당황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것에 대해 감추거나 또는 거부해 왔다. 그러나 건축은 행위가 이루어 지는 틀이며, 그 틀 속의 사건은 우연성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자기 완결적이고 의미 부여적인 작업이 아니라 타자와 외부성을 불러들이는 열린 표현의 시도를 하면서 우연성의 개입을 위한 틈과 형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그것은 결과물을 구성하는 다양한 매개 방식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며, 나와 함께 나의 밖에 있는 것들과 관계 맺으려는 시도를 하게 만든다.—건축은 가능성을 기대하는 과정이며, 결코 목표 에 도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건축가 자체가 완결된 결과를 만들어 내기보다 개입될 수 있는 어떤 가능성을 가능하게 만드는 행 위의 매개체로 바라볼 수 있기를 나 스스로에게 기대한다.—우리를 매혹시키는 것은 언제나 ‘가능성’ 자체이다.

pleinitude par le vide 비움으로 가득 채워짐, 2010년.(시인 이상을 위한 설치 작업, http:// www.yisang.fr)

성산동 복합 주택, 2011년. (건축주와 시공자의 표현)

서교동 도심형 생활 주택, 2012년.(미술 설치 작업과 거주자의 만남) 사진 진효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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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7 | Wide Architecture Report 27 | 2012.5-6 New POwer ARchitect 파일 15 박창현 + 이진오 + 임태병 Park Changhyun + Lee Jinoh + Yim Taebyoung

이진오 ⓦ 나는 건축을 두 번 그만두려고 했었다. 나는 학창 시절 잘하는 친구들에게서 열등감을 느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 다. 건축하는 태도와 열정을 배우면 된다는 생각으로 고되고도 재미난 밤을 보냈다. 잡지에 나오는 건축가처럼 되면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문화적 환경의 멋진 삶을 살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대학 졸업반이던 겨울, 국가가 1997년 IMF 구제 금융을 겪으면서 거의 대부분의 동기들이 직원을 채용하는 사무실을 찾을 수 없었다. 일단 ‘뭐든 다 할 수 있는 사람’인 것처럼 능력을 부풀린 명함을 만들고, 그래픽 관련 아르바이트로 졸업 후 반 년을 지냈다. 불안감을 떨칠 수만 있다면, 그럭저럭 지낼 만했다.—여자친구의 결별 선언을 계기로 적극적 구직을 결심하고 민선주 선생의 위가건축에 합류했다. 건축 실무는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젊은 스텝의 생각을 존중해 주는 열린 사무실 분위기가 나를 능동적으로 일하게 했다. 사무실과 현장을 집처럼 여기며 3년의 시간을 보낸 나는 회사 재정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근무 태도 불량’을 이유로 정리 해고됐다.—이후 D.P. J.&Partners, Korea로 자리를 옮기고, 한 번에 4개 프로젝트를 진행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나는 신혼이었다. 휴일도 없는 평균 퇴근 시간은 새벽 1시. 몸과 마음이 지치고, 무엇보다 아내의 외로움을 지켜보기 힘들었다. 직업으로서 건축 에 회의가 들었다. 건축과로 다시 학교에 입학했지만 당시에는 시간을 벌며 다른 직업을 모색하고 있었다. 서른 넘어, 두 번째 방황의 시절 에는 건축 설계보다 영화 미술 작업과 순수 미술 작업, 그리고 동료들과의 술자리로 밤을 보냈다. 어렵사리 졸업을 하고도 앞으로 건축을 계 속할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다만 내게 성취감을 주는 일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고, 다른 분야도 직업으로서 뚜렷한 미래를 보장해 주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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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7 | Wide Architecture Report 27 | 2012.5-6 New POwer ARchitect 파일 15 박창현 + 이진오 + 임태병 Park Changhyun + Lee Jinoh + Yim Taebyoung

않는다는 생각에 이르렀을 때, 친구와 함께한 지역 박물관의 제안 보고서가 운 좋게도 실제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그러면서 서른다섯 나이 에 삼청동에서 사무실을 시작하게 됐다. 고군분투하며 서툰 손으로 처녀작 방산자기박물관을 만들어 완성했지만, 파트너와의 디자인 주도 권을 놓고 갈등 끝에 결별하고 말았다.—이후 위가건축에서 만나 그 좋던 분위기를 함께 경험한 박창현과 홍대 앞 빈집을 수리해서 SAAI를 시작했다. 인테리어 작업들로 한두 해 지내다가 SKMS연구소를 계기로 학부 시절 작업실을 같이한 인연이 있는 임태병과 함께 3인 대표 체 제의 사무실을 구성하게 됐다. 법인을 만들고 인원을 보강하고 열린 태도의 공동 작업을 실천하고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작업을 완성해 나 갔다. 2008년에는 SKMS연구소를 완공했는데, 이 작업으로 건축가협회상을 받고 건축계에 알려졌다. 그러나 계속되는 일은 없었다.—어느 날 전시 제의가 들어왔다. 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디자인 사무실들을 조명하는 시리즈 전시였다. 전시 행사 집담회에서 우리는 서울에서 작 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우리가 잘 알아서, 잘 할 수 있는 홍대 앞의 동네 건축가가 되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우리를 주목 한 와이드AR은 ‘홍대 앞의 동네 건축가’로 SAAI를 소개했다.(2009, 9-10월호) 신기하게도 홍대 앞에서 일이 들어왔다. 지금까지 SAAI는 서교동, 성산동, 홍대 앞에서 4개 작업을 완공 또는 진행하고 있다. 요즘은 지방의 보편적인 건축, 사회적 공공 건축과 관련된 일이 들어온 다. 개인적으로 마음을 다지면서 사회적 건축 연구소를 시범 운영 중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호기심이 앞선다. 정기용 선생님도 떠나셨고, 누 군가 할 일이라고 기다릴 만큼 나는 비겁하지 못하다. 운명처럼 다가온 상황에 성실히 반응하고, 그 과정을 긴 호흡으로 즐길 생각이다. ⓦ

책상 풍경(왼쪽부터 학부, 대학원, 임시 작업실, Office AT 삼청동, SAAI 서교동 376-7, SAAI 서교동 376-5)

방산자기박물관. 사진 송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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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7 | Wide Architecture Report 27 | 2012.5-6 New POwer ARchitect 파일 16 김성욱 Kim Sungwook

김성욱 가장 보통의 존재 김성욱 | 홍익대학교와 예일대학교 건축대학원을 거쳐 스미스그룹, 라파엘비뇰리 건축사무소에서 프로젝트 디자이너・매 니저로서 활동하였고, 제13회 대한민국 건축대전 대상(1994), AIA Foundation Award(2001), 행정복합도시 국립도서관 현 상설계 3위(2010) 등을 수상했다. 현재 아주대학교 건축학부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aDLab+ 건축 연구소 공동 대표

도예박물관 개념 및 모형

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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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경계에서 버무려지다 ⓦ 건축의 정의에 대한 모범 답안 중의 하나는, 땅과 사람과의 관계를 맺어 주는 과정으로서 해석하는 것이다. 군더더기 없는 이 정의를 둘러싸고 건축주의 요구와 주변 상황, 기타 조건들이 섞이게 되고, 이를 통해 땅과 사람의 관계를 완성한 다. 이러한 현실적 구축의 차원 이외에도 건축가에게는 다른 차원이 존재하는데, 이는 현실에 맞닿아야 할 의무가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영 역으로, 개인의 기억과 경험, 욕심 등이 순서 없이 뒤섞인 ‘자신의 설계 행위’에 대한 차원이다. 좋든 싫든 현실적 구축의 차원과 개인적 차원 은 언제나 충돌한다.—이러한 두 차원의 충돌에서 건축도, 건축가의 생각도 언제나 간섭을 받기 마련이다. 항상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주변의 영향을 끊임없이 받는 존재, 그 영향권 안에서 필사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고수하려고 노력하는 존재—그 자체로 숭고한 완전체일 수 없는 이러한 특성들을 버무려서 ‘보통의 존재’라고 편하게 묶어 본다. 두 차원의 충돌이 만들어 내는 경계의 공간과 그곳에서 벌어지는 사건 들은 언제나 흥미롭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 『불멸』에서 현실 속의 한 사람의 손짓 하나에서 소설 속의 주인공이 탄생하고, 주인공의 지인들 이 현실 속 사람들과 만나게 되며 두 세계가 서로 얽히게 되듯이, 경계를 매개로 현실과 건축가 내면의 차원은 서로 넘나들며, 주변환경, 기억 과 경험들은 경계에 도달하면서 완전히 다른 존재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건축가는 이러한 공간 속에서 스스로를, 스스로의 건축을 규정한다.

경계의 인간 : 행군 중인 훈련병들, 1996년.

경계 공간—Wall Project, 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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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 “과거의 사소한 사건들이 현재와 혹은 미래와 엮이는 방식은 참으로 오묘하다”라는 이 당연한 이야기의 건축적 확인은, 나의 경 우 주로 스케치에서 나타나는데, 별 생각 없이 끄적거렸던 예전의 스케치가 갑자기 현재에 살아나서 영향력을 발휘하거나, 새롭게 진행하는 일이 예전 기록을 뒤적이면서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될 때, 또 시간 때우기 낙서로 끝나서 잊혀질 기록들이 현재의 작업을 통해 다른 낙서들보다 특별한 지위를 획득하게 될 때, 그것이 감탄이든 낄낄거림이든 상관없이 건축적 에너지가 되고, 벌인 일들의 의미가 모호 할 때 내게 위로(합리화)가 된다. 낙서는 의도하지 않게 흘리고 다니는 얼룩 같은 것들로, 의식적인 자료 보관 및 정리에 익숙하지 않은 나 를 돌아보고 재구성하는 데 다소의 도움을 주곤 한다. 스토리 ⓦ 거대한 자연에서 뛰노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볼 때 느끼는 것은 인간의 미미함이 아닌 작은 존재의 다채로움과 소중함이다. 개인 의 몸짓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내가 세상과 접하고 있는 경계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기억과 경험의 버무려짐이 어떤 커다란 대의의 조각이 아니라 그 자체로 흥미롭게 작동하고 소통함을 정확히 인식하는 지점이, 스스로 다양하고 미시적인 스펙트럼으로서의 건축을 즐길 수 있고, 거창하지 않은 이야기라도 나만의 이야기들을 건축 작업에 담아낼 수 있는 커다란 동력의 한 축이 아닐까 생각한다.

도예 박물관(1994) : 전시 성격에 따른 빛의 조절.

Hudson Waterfront Gallery : 두 영역의 만남과 그 경계 공간. AIPAC 오피스와 도시의 연결 : 옥상 Moon Ter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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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의 인간을 작동시키는 세 가지 축 ⓦ 현재 진행되는 건축 작업들은 세 가지 축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편의에 따라 구분했을 뿐 축 사이의 경계는 매우 모호하다. 1 — 협력적 투쟁 ⓦ 협력은 언제나 중요하다. 완벽한 실무인도, 완전한 이론가・연구자도 아닌 채로 불완전한 경계인의 입장에서 협력이라 는 연결 접속을 통하여 어떤 실체를 드러내게 되는데, 설계사무소와 협업, 특히 직업적 관계가 아닌 두터운 친분 관계에 기반한 협업은 때 로 매우 재미있는 초현실적 충돌을 경험하게 해 준다. 2007년에 국내 현상에 대하여 잘 모르는 개인과 현실을 이해하고 있는 회사와의 관계 로 시작된 협업(주로 오월건축의 류연철 소장과의)은 훌륭한 건축 공간을 완성하고자 하는 공통분모의 테두리에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 주 충돌하고, 때로 현실과 만용 속에서 역할과 주장이 완전히 뒤바뀌고 섞이면서 뭔가 끈적한 건축의 영역을 만들어 놓았다. 때론 성공하고, 많은 경우 좌절을 낳기도 했지만, 보다 깊은 인간관계와 건축에 대한 넓은 이해는 확실한 성과라고 할 수 있겠으며, 여전히 즐거운 진행형 이다. 작품들의 소개는 기회가 된다면 오월건축의 몫으로 남겨 둔다.

진주 여성가족웰빙센터, 2008년. 행정복합도시 국립 도서관 모형 및 개념 스케치,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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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aDLab+ ⓦ 전유창 교수와 2010년부터 운영중인 건축 설계 연구소 aDLab+의 성격은 다양한 각도로 디지털 건축의 방법론과 설계 구 축, 그리고 공공성 사이의 교차점을 찾는 집단이다. aDLab+의 작업들은 디지털 프로그래밍을 포함한 다양한 디지털 설계의 방법론을 기본 으로, 구축화하기 위한 규칙들 및 작동 원리를 규정하고 실제화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실무와 상아탑의 경계 공간에 위치한 정체성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건축가로서 교육자로서 연구자로서의 성격을 규정해 주는 가장 중요한 놀이터라 할 수 있다. 2010년 부터 시작된 파빌리온 연작 시리즈는, 서울시와 캐나다우드, aDLab+ 삼자의 협업으로 진행되었고, 매개 변수를 활용한 스크립팅을 설계 수 단으로, 정해진 재료, 인력, 기간, 이동성 등 요구된 조건을 이용한 최적의 구법을 고안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건축 프로그램을 담아 공공 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단면의 반복과 변화를 통해 외적으로 발산하는 유기적 형상을 만들어 내거나 일정한 결구법에 따라 목 재를 배치, 픽셀링 효과를 통해 내부 공간을 디자인하는 등 기존 목재가 가지고 있는 물리적 성격을 재해석하고 최적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으며, 보다 다양한 재료 및 구법의 활용을 시도하고 있다.

뚝섬공원 W-Pavilion 2011.│ 여의도공원 W-Pavilion 2010 과 단면 프로그래밍 다이어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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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Personal Adrenaline ⓦ 모든 작업은 누군가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하지만, 어떤 결과물들은 조금 더 개인의 생각을 담고 있고, 조금 더 무책임하다. aDLab+ 이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개인적인 건축 시도들은 때론 느슨하게, 때론 절박하게 진행되어 왔고, 좀더 공공의 목적 에 부합하고 방법론의 체계화가 가능할 때는 aDlab+ 프로젝트로 진화하기도 하고, 거꾸로 aDLab+의 프로젝트가 개인의 영역으로 내려오기 도 한다. 물론 개인의 생각을 좀더 담고 있다고 해서 철저한 개인 작업일 수 없으며, 팀원들과 의뢰인, 주변의 모든 상황들의 복잡한 조합과 소통의 즐거운 산물임과 동시에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것은 틀림이 없으나, 이 경우 체계가 다소 산만하고, 분석과 결정은 개인적인 경험 과 이기적 직관을 더 많이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들은 여러 가지 수단을 통해 드러나는데, 건축적으로는 아이디어 공모전이라든가 최 근의 주택 설계 등을 매개로 표출되고 있다. 이러한 작업에서도 역시 과거의 생각과 스케치들은 끊임없이 되돌아오며, 현재의 감각을 심각 하게, 그리고 흥미롭게 오염시킨다. 큰 건물이든 작은 건물이든 도시의 질서와 내부의 프로그램이 충돌하는 지점에 흥미로운 경계 공간이 생기게 되고, 사이 공간의 가능성은 한 층 흥미로운 건축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지축동 H주택에서 보이는 공간의 연결, 거실/식당 공간 을 중심으로 나선형으로 상승하는 내부 및 외부 산책 공간이 때론 외부의 도시공간과 경계의 공간을 만들어 내며, 때론 단절로, 때론 다소 수줍은 연결을 통해 주변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경계 공간이 만들어 내는 도시와 주택 내부와의 이러한 밀고 당기기가 주택이 가진 공간의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왼쪽 상단부터 반 시계 방향으로—지축동 H 주택 전경과 모형, 2층 평면도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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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7 | Wide Architecture Report 27 | 2012.5-6 New POwer ARchitect 파일 16 김성욱 Kim Sungwook

가장 보통의 물고기 ⓦ 언제나 나의 설계 작업들은 변화하는 사회적, 문화적 그리고 개인적 환경의 영향을 받고, 지나간 경험과 기억에 의 해 간섭을 받는다. 이러한 수많은 노출들에 의해 가치는 끊임없이 오염되는데, 그렇게 우연과 필연의 사건들이 끊임없이 충돌하며 만들어 내는 경계 공간 속을, 소통하고 고민하고 감사하면서, ‘가장 보통의 물고기’의 모습으로 유유히 헤엄쳐 나가고 싶다. ⓦ

Metropolitan Veil : 휴게 공간, 2009년. 홀로코스트 기념관 현상 설계,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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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7 | Wide Architecture Report 27 | 2012. 05-06

2012•05-06 -

트 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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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이드 리포트 1 | 제4회 심원건축학술상 당선작 발표 | 이강민 >

도리 구조와 서까래 구조 — 동아시아 문명과 목조 건축의 구조 원리 094

ⓦ <근대 건축 탐사 27 | 손장원> 근대 건축물은 박물관인가

098

ⓦ <와이드 리포트 2 | 와이드SA 유럽 도시 건축 아카데미 | 강사 김정후> 21세기 첫 10년의 유럽을 해부하다 110 ⓦ <사진 더하기 건축 07

| 나은중+유소래 >

일상성과 비일상성 The Ordinary and the Extraordinary —파올로 벤츄라Paolo Ventura 114

ⓦ <와이드 리포트 3 | 서울시 공공 건축가 제도 >

서울시 공공 건축가 제도—건축계의 문제를 풀어 가는 순기능으로 작동돼야 124

ⓦ 전진삼의 FOOTPRINT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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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리포트 1 | 제4회 심원건축학술상 Simwon Architectural Award for Academic Researchers

제4회 심원건축학술상 당선작 발표

도리 구조와 서까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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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문명과 목조 건축의 구조 원리 이강민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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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시상식 및 당선 작가 초청 강연회 일정 ⓢ 일시 : 2012년 6월 15일(금) 오후 3시 ⓢ 장소 : 배재학당 역사박물관 3층 소강당

Wide AR no.27 : 05-06 2012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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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과 보고]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한 젊은 건축가를 통하여 건축의 세계를 이 해하고 건축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된 기업가가 졸지에 유명을 달리한 건축가와의 인연 을 회억하며 건축의 인문적 토양을 배양하기 위하여 만든, 속 깊은 후원회가 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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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업회(이사장 이태규, 이하 사업회)이다. ⓢ 2008년 발족한 사업회가 벌이는 첫 번째 후원 사업인 <심원건축학술상>은 건축 역사와 이론, 건축 미학과 비평 분야의

미래가 촉망되는 유망한 신진 학자 및 연구자의 저작 지원 프로그램으로 마련되었다. 1년 이내

단행본으로 출판이 가능한 완성된 연구 성과물로서 세상에 발표되지 않은 원고를 응모 받아 그 중 매년 1편의 당선작을 선정하며, 당선작에 대하여는 단행본 출간과 저술 지원비를 후원하는 프로그 램이다. ⓢ 사업회는 1, 2차년도 사업을 통해 박성형의 『벽전』, 서정일의 『소통의 도시—루이스 칸의 도시 건축 1960~1974』를 당선작으로 선정하고, 출판한 바 있다. 3차년도에는 아쉽게도 당 선작을 선정치 못하였는 바, 4차년도를 맞은 금회에 세 번째 수상자를 선정하게 되어 기쁨이 더욱 크다. ⓢ 2편의 추천작을 놓고 벌인 최종 심사는 지난 4월 19일(목) 늦은 밤, 서울 강남 서래마을 카페베네에서 이루어졌으며 당선작은 상기와 같이 결정되었다. 당선 작가에게는 상금 500만 원과 향후 1년 내에 단행본 출간의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금회 최종심에서 낙선한 작품에 대하여는 향후 2년간 계속해서 추천작의 자격을 유지하여, 어렵사리 수상권에 든 원고들을 재론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것은 심원건축학술상만의 고유한 특징이다. ⓢ 금번 제4회 심원건축학술상의 최종 심사도 전년과 마찬가지로 ‘3인 심사위원회’(배형민, 안창모, 전봉희)로 구성하여 추진하였다. 수개월에 걸친 응모작과 추천작의 독회가 손쉬운 일은 아니었음에도 시종일관 최선을 다하여 꼼 꼼하게 원고를 살펴준 심사위원들께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더불어 매회 추천작 선정 및 최종 심사회의에 배석하여 진행 과정을 꼼꼼히 지켜보며 우리 건축계의 보이지 않는 후원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심원문화사업회 이태규 이사장과 신정환 사무장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 이 제 사업 시행 5차년도(2012~2013)를 맞아 본 심원건축학술상도 의미 있는 변화를 모색한다. 첫 째는 최종 심사에 오른 추천작의 경우 당해 연도 포함 2년간 추천작의 자격이 유지된다. 지난 4회 에 걸친 경험을 토대로 자격 기한을 현실화(3년에서 2년으로 축소)시키기로 한 것이다. 둘째는 이 전까지 당선작에게 주어지던 상금 5백 만 원과 단행본 출간 직후 인세 지급의 방식(총 700~750 만 원 선)을 개선하여 1천만 원 고료로 상향, 시상식 당일 일괄 지급하는 새로운 방식을 택하게 된 것이다. 심원건축학술상을 준비하고 있는 신진 연구자, 학자 및 예비 저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이라 사료된다. ⓢ [글 | 전진삼(본지 발행인, 심원건축학술상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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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1. 배형민(서울시립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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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심사에 올라 온 『이상 소설의 인문 지리학적 연구』와 『도리 구조와 서까래 구조』, 두 논문의 주 제가 무척 매력 있다. 건축계가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던 주제이면서도 그 동안 연구가 미진했던 부 분들을 채워 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논문들이다. 동시에 모두 학위 논문이기 때문에 일반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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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갖추어야 할 체제로 재집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것은 단지 장과 절을 재구성하는 것 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논문의 기반이 되는 이론과 입장에 대한 치밀한 재점검이 선행되 었을 때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S-4-1-B> 이상 소설의 인문 지리학적 연구 이상은 우리나라 건축계가 오랫동안 동경해 왔던 인물이면서도 그를 어떻게 읽어 내야 하며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가 구체적으로 제시된 적이 없었다. 그가 한때 건축 공부를 했다는 이유 때문만이 아니다. 건축에서 모더니즘을 설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상의 문학 작업과 그의 삶 자체가 하나의 텍스트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 이상 소설의 인문 지리학적 연구』는 이상을 공간과 장소로 읽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왜 집이 아니라 방인가, 그리고 왜 아내의 방과 내 방은 나뉘어져 있는가?”라는 저자의 질문은 학문 영역을 망라하고 폭넓은 사유를 열어 주는 질문이다. ⓢ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데 현재의 원고는 아직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원고는 지리적 위치, 가족 관계, 근대적인 개인 공간이라는 세 가지 주제에 따라 장별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서두에는 세 가지 주제에 대한 역사적인 배경과 이론적인 틀을 소개한다. 지리적 위치에 대해서는 경성부 도시 구조 에 대한 설명, 가족 관계에 대해서는 당시 전통적인 가족의 해체와 핵가족과 퇴폐적 문화의 등장, 그리고 개인 공간에 대해서는 근대 이후 동서양에서 개인 공간의 등장에 대한 개괄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개괄 내용과, 이 상과 직접 관련된 텍스트와의 관계가 모호하여 전체적인 글의 짜임새가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개인 공간의 사례(페 트라르카, 부드와, 다실, 자금성 양심전)가 너무나 이질적이며 당시 상류층과 귀족들의 개인 공간에 한정되었다. 이상 이 기거하고 있는 하숙방도 개인 공간이겠지만 전자의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이론과 역사 간의 교감이 이루어질 수 없 다는 것은 자명하다. 이상의 문학과 그의 성장 배경을 잇는 심리주의적 해석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해야 한다. ⓢ 또 하나의 문제는 분석의 결과가 지나치게 기계적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이상 소설을 가 정의 해체 과정에 따라 3단계(“전근대적인 가족 관계의 와해를 그리는 작품” “비정상적인 부부 생활을 그리는 작품” “연애하는 개인을 그리는 작품”)의 시기로 나눈 <표 3-1>이나, 개인 공간을 하나의 고정된 공간 영역으로 규정하는 < 표 5-1>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개인과 공동, 정상과 비정상 등의 개념은 모두 상대적인 개념으로서 관계의 입장에서 접근해야 함이 마땅하다. (어떤 장소나 작품에 공존하기 마련이다.) 또한, 이상과 그의 지인의 글을 통해 당시의 지적 과 도시적 상황을 재구성하는 작업이 학문적으로 흥미로울 수 있으나 단순히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확인된 장소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서술되어야 독자들이 그 추적 과정을 함께 따라 갈 수 있을 것이다.

<S-4-1-C> 도리 구조와 서까래 구조 『도리 구조와 서까래 구조』는 몇 가지 큰 장점을 갖고 있다. 첫째, 연구의 의의가 한국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 동아시 아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 둘째, 동서양을 아우르는 이론적인 관심(텍토닉스)이 주제라는 점, 그리고 셋째, 주제 자체의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독해가 비교적 수월하다는 점이다. 국내외에 목구조/양식을 논하는 글들이 대개 구조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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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 자체를 설명하고 분류하는 데 치우쳐 있는 반면 이 글은 역사 문헌을 이용하여 이를 개념화하려고 했다. 특히, 동 아시아 건축사학에서 양식론, 구축 체계와 장식/공간 체계와의 관계에 대한 서술은 그 어느 논문에 비해 명쾌하다. 이 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논문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은 그 주제가 ‘구조 원리’에 대한 것이냐는 질문이다. 논문이 기대고 있는 목구조의 적층 원리와 입가 원리의 구축 체계가 다르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구조적인 원리에 기반 을 둔 것인지는 논증되지 않았다. 논문의 후반부에 가서 구축 시스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목구조에서도 쌓는 원리 와 끼우는 논리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점은 매우 흥미로우나 석조나 벽돌조의 쌓기와는 분명 다른 논리의 구 분이다. 이 문제가 분명해질 경우 논문의 입장이 더욱 명쾌해질 것이며 연구의 파장이 훨씬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종합 두 논문 모두 저술로 재집필할 경우 이론적인 기반과 테제를 재점검하면서 책의 체제와 내러티브의 흐름을 조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상 소설의 인문 지리학적 연구』는 장소성에 대한 신념을 하나의 실천 양식으로 수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장소성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주체와 객체를 나누어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인데 지금의 원고 구성은 기계적으로 주관적 관찰과 도시와 사회의 상황을 분리시켜 놓았다. 재편된 내러티브는 대개 세 가지 방향이 있을 것 이다. 이상과 그의 지인들이 세상을 보는 입장, 역사가의 시선, 그리고 장소성의 철학에 입각한 언어를 찾아가는 방법 이 있을 것이다. 논문의 저변을 이루는 기본적인 개념(근대, 공간, 장소, 커뮤니티)이 이미 규정된 것이 아니라 연구 의 과정에 따라 지속적으로 재고찰되는 열린 개념으로 접근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 『도리 구조와 서까래 구조』는 구조 원리에 대한 논문이기보다 구축 체계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라고 생각한다. 저서로 접근했을 때 동양의 목구조에 국한하지 않고 (공간 질서를 포함한) 건축의 구축 원리를 소개하는 것으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경우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적층 원리(도리 구조)와 입가 원리(서까래 구조)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보다 정확하고 포괄적으 로 그 의미를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이론과 내용이 확장되면서 다른 한편으로 많은 기술적인 내용들이 축 약될 수 있을 것이다. ⓢ 두 논문이 모두 잠재력이 크지만 현재의 원고 상태에서 저술로 옮겨가는 데 『도리 구조와 서 까래 구조』가 보다 수월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상 소설의 인문 지리학적 연구』는 내러티브의 구조뿐만 아니라 글쓰 기 방식 자체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기 때문에 재집필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상하기 매우 어렵다. 상대적으로 『도 리 구조와 서까래 구조』는 연구의 깊이와 폭을 확장해야겠지만 글쓰기 방식이 바뀌어야 할 필요가 없는 원고이다. 이 러한 점에서 『도리 구조와 서까래 구조』를 금회 심원건축학술상의 당선작으로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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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2. 안창모(경기대 대학원 건축설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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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4-1-B> 이상 소설의 인문 지리학적 연구 2010년에 이상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많은 행사가 있었다. 문학계의 다양한 행사는 물론이고 미 술계와 무용계 그리고 타이포그래피계에서도 이상의 탄생 100주년을 기렸다. 이상이 갖고 있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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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을 새삼스레 확인하는 기회였다. 건축계에서도 작은 행사를 치렀기에 최소한의 구색은 맞췄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행히 필자는 이들 행사 중 일부에 직간접으로 관여할 일이 있어서 모처럼 이상에 대해 몰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대부분의 행사가 건축계 밖에서 이상을 기념하는 행사였기에 건

축 내부의 시선으로는 볼 수 없는, 상상하기 어려운 이상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다. 당시에 가졌던 의문 하나가 건축계에서는 ‘왜, 이상에 주목하지 않는가?’ 하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상에 대한 건축계 밖의 많은 관심 은 이상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매우 중요한 척도의 하나겠지만, 지나치게 자체적인 논리로 접근하다 보니 해당 분야에 서의 이상에 대한 논의가 마치 근친상간의 부작용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들었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이상 소설의 인문 지리학적 연구』는 무척 반가운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유행처럼 학제적 연구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고, 실제로 행해지고 있지만, 정작 이상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행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건축과 함께하는 연구는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상의 연구에 장소를 매개로 인문 지리학적 연구를 행한 본 연구 의 가치는 매우 소중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기대도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 소설의 인문 지리학적 연구』를 읽는데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았다. 이유는 글의 곳곳에서 연구자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내용들의 오류 와 가정에 대한 회의 때문이었다. ⓢ 학제 간 통합 연구에서 주요한 점은 통합 연구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일 텐데, 각 분야의 기초 연구가 튼튼할수록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통합 연구의 시너지 효과가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상 소설의 인문 지리학적 연구』는 이상에 대한 인문학적 연구에 도시 공간과 장소를 도입 한 참신함으로 이상의 소설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전제가 되는 기초 연 구의 부실함으로 인해 글을 읽어 갈수록 신뢰도에 의문이 생겨났다. 특히, 선행 연구의 미진한 부분을 직접 검증하고 성과를 더해 가는 노력도 있었지만, 많은 부분에서 가정을 한 후 가정이 맞는다는 전제 하에서 자신의 논리를 합리화 시키는 과정이 보였는데, 그것은 논문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S-4-1-C> 도리 구조와 서까래 구조 전통 건축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필자가, ‘동아시아 문명과 목조 건축의 구조 원리’라는 부제를 달고 ‘도리 구조 와 서까래 구조’라는 큰 틀 속에서 매우 제한된 문제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이 독특한 제목의 연구 성과를 한달음에 읽 었다. 필자는 근대 건축을 업으로 하고 있어서인지 전통 건축에 대한 관심 역시 근대의 입장에 기초하고 있고, 기존의 전통 건축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대부분의 의문은 전통 건축에 대한 공부가 부족한 필 자의 어리석음 때문이었겠지만, 필자가 갖고 있는 의문 중에는 우리의 근대 건축을 공부하는 사람이기에 가질 수 있는 의문이 많다. 그러나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전통 건축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서 구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오랫동 안 해왔다. 전통 건축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해 볼 수 있는 상대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리 구조와 서까래 구조』를 읽으면서, ‘필자의 생각’을 바꾸어야겠다는 생 각을 했다. 필자가 전통 건축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의문을 풀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이 글에서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도리 구조와 서까래 구조』는 매우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는 주제이지만, 동시에 동아시아 건축 전체를 아우르는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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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있어야 해법에 접근할 수 있는 주제다. 이 주제는 많은 공부가 있어야 제기할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하지만, 자신 이 제기한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노력과 노동을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는 나름의 결론에 도달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기에 보다 폭 넓고 깊이 있는 연구를 필요로 하는 연구 성과를 읽으면서 연구자의 건축에 대한 인식이 우리 건축의 틀 속에 묻혀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주제였다는 생 각을 지울 수 없었다. 주제를 본격적으로 전개하기에 앞서 연구자가 정리한 동아시아 건축 역사 연구의 큰 얼개는 본 주제를 다룰 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다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여전히 본 주제가 갖고 있는 무게를 생각할 때, 본 주제에 대한 결론은 오랜 시간 동아시아 건축 전반을 아우르면서 끊임없이 회의(懷疑)하면서 다지고 다진 후 에, 그리고 다시 한 번 미쳐 못 다한 것은 없는지 살핀 후 조심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주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연구자는 해냈다. 학위도 취득했으니 관문을 통과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주제에 대한 연구가 일단락되 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 본 연구가 출판되면 연구자의 주장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 아닌 검증의 시도가 있 을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그런 시도는 활발할수록 좋다. 그 과정에서 본 연구는 앞으로 전통 건축 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많은 자극과 새로운 상상력을 가져다 주면서 우리의 건축 역사학의 외연을 더욱 넓히고, 깊이 를 더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종합 위와 같이 심사 소견을 정리하며, 『도리 구조와 서까래 구조』를 2012년 심원학술상 당선작으로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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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3. 전봉희(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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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4-1-B> 이상 소설의 인문 지리학적 연구 이 논문은 이상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장소와 그가 실제 살았던 장소들에 대한 연대기적 추적과 장소 성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전통의 시대에서 근대로 이행되어 가는 과정 속에 어떻게 공동체의 공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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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고 개인의 공간이 등장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 논문의 구성 역시 먼저 2장에서는 이상이 실

제 생활하였던 장소, 즉 경성의 통동, 관철동, 입정정 그리고 동경의 간다(神田) 등 네 곳에 대해 구 체적인 자료를 발굴하면서 실증적으로 재현하고 있고, 3장에서는 그의 소설들, 즉 『십이월십이일』, 「

지주회시」, 「날개」, 「동해」, 「실화」 등 다섯 편에 묘사되어 있는 인물들의 성격을 분석하여 전통적인 가족(부부) 관계 가 해체되고 자유로운 개인이 등장하는 과정으로 설명하며, 4장에서는 이와 같은 근대적 개인의 탄생 과정이 그가 실 제 살았던 장소 그리고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장소들의 성격과 일치함을 논증하고 있다. 나머지 1장은 서론, 5장 은 본론의 종합이며, 6장이 결론이다. ⓢ 필자가 밝히고 있듯이 이 논문은 한 편의 ‘소설론’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등 장하는 근대적 개인의 탄생 과정을 구체적인 공간의 변화와 연결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도시론의 시각을 발 견할 수 있고, 더욱이 그 중간의 연결 고리로서 작가 이상이 실제로 생활하였던 장소들을 탐색해 나가는 과정은 그의 추론이 결코 상상에 기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게다가 이미 문학계에서는 작가 이상에 대하여 많은—아마 도 가장 많은 비평서가 대상으로 하고 있는 작가일 것이다—논문이 나와 있어, 그의 소설 자체에 대한 이야기나 연보 에 대한 추적은 일부 구체적인 장소에 대한 추론을 제외하곤 새로울 것이 없고, 따라서 이 논문의 독창성은 구체적인 공간의 재현과 장소성에 대한 논의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 실제로 이 논문이 가지는 힘과 약점 모두 이 지점에 있 다. 그가 5장에서 정리한 주거 형태의 근대적 변이, 즉 ‘전통 한옥—셋방1 / 유곽—셋방2 / 하숙방’의 3단계 구분과 ‘ 가족-부부-개인’라는 인간 관계의 변화 단계는 놀라울 정도로 잘 연결되어 있다. 즉 전통 한옥은 대가족으로, 불완전 한 도시 주거의 유형은 당시 막 등장한 부부로 이루어진 단독 가족으로,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근대 주거 유형인 하 숙방(과 아파트)은 근대적 개인의 공간으로 호응한다. 중간 단계인 셋방1과 유곽은 조금 어색해 보이는데, 이는 이상 이 실제로 생활하였던 공간이라기보다는 소설 속에서 재구성한 공간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셋방1은 전통 한옥 과 같은 형태이지만—물론 소재지의 위치는 성 안과 성 밖으로 서로 다르다—주인공들의 주관적 상황에 따라 구분한 경우이고, 유곽은 주거와 비주거의 중간에 놓이는 근대적 도시 공간을 임의로 설정한 경우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중간 단계로서 오히려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 이처럼 이 글은 잘 짜인 플롯을 가지지만 굳이 결점을 찾는다면, 저자에 의 한 새로운 사실의 발굴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과 당시의 시대적 상황, 특히 도시와 건축의 상황을 상정하는 부분에 서 잘못된 서술과 오류가 일부 눈에 띤다는 점이다. 이는 저자가 기왕의 근대 도시 건축 연구 업적에 대한 충분한 독 서가 부족하며, 몇몇의 연구자가 낸 논쟁적 성과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롯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불과 6~7년의 기간에 집중된 한 작가의 작품들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간상, 주거상이 실제로는 여러 세대에 걸쳐 진 행된 시대적 변화를 과연 대변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 있고, 작가의 다른 단편들을 함께 고려하면 어떠한 정리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S-4-1-C> 도리 구조와 서까래 구조 이 논문은 부제 ‘동아시아 문명과 목조 건축의 구조 원리’에서 알 수 있듯이, 동아시아 목조 건축의 구조 원리가 도리 구조와 서까래 구조의 두 가지 원형적 모델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두 가지 구성 모델이 서로 경쟁적으로 작용하며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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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목조 건축의 역사를 만들어 왔음을 밝히려고 하고 있다. ⓢ 도리 구조와 서까래 구조의 구분은 상부의 지붕틀 을 지탱하는 방식에 대한 연역적 추론에서 비롯된 가설이며, 이와 같은 원형적 구조 모델을 낳은 원리로서는 적층의 원리 및 입가의 원리를 들고 있다. 즉 목조 건축물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방식은 쌓아서 만드는 법과 짜서 만드는 법이 원리로서 존재하며, 이것이 구체화된 원시 모델로서 도리 구조와 서까래 구조를 들고 있는 것이다. ⓢ 이 논문은 이와 같은 기본적인 원리와 모델을 이용하여 동아시아의 목조 건축 일반에 대한 광범위한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공간적으 로 한국, 중국, 일본 및 베트남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시간적으로도 선사 및 고대의 유적에서 중 세 말까지의 유적을 두루 상고하고 있으며, 고대 경전에 묘사되어 있는 건축 구조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이와 같 은 분석에 따라 고대에는, 목재가 풍부한 동아시아 남부에서는 서까래 구조가 우세하였고 황하 중류와 황토 고원 지 대에선 도리 구조가 우세하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중원 지역에서 발원한 고대 문명이 점차 주변으로 확산되어 가는 과정에서 도리 구조가 점차 강화되었고, 서까래 구조는 하나의 건물 전체를 지배하기보다는 건축물의 일부에 채용되는 작은 단위로 분화되었다는 가설이 저자의 주장이다. ⓢ 도리 구조가 확산되어 가는 과정에서 중국의 정치적 통일이 큰 역할을 하였으나, 당(唐)대에 이르러서는 약화되었던 서까래 구조의 장점을 대폭적으로 수용함으 로써 중국식 목가구조의 전형을 이루어 내었다고 보고 있다. 가령, 차수와 탁각과 같은 합장재나 하앙과 같은 서까래 방향의 지지재는 모두 서까래 구조의 모델에서 비롯된 것이며, 뒤늦게 채택된 것이다. ⓢ 건축물을 만드는 기본적인 원리에서 출발하여 역사적 현상을 환원주의적으로 고찰한 이 연구는, 기존의 물건 중심의 귀납적 추론에 의지하였던 목조 건축론의 연구에 하나의 전환점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하여 동아시아의 목조 건축은 ‘적층 식 가구조’라는 점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것은 단지 가구조, 조적조라는 다분히 나무와 돌에 기반을 둔 구 분법으로는 해석하기 어려웠던 동아시아 건축의 특성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다만,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부분이 적지 않은데, 이와 같은 두 가지의 원리와 두 가지의 원형적 모델로 전 역사 기간에 걸친 수많은 현 상들을 설명해 나가는 데 있어서 저자의 판단과 심사자의 생각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명・청대의 건 축에서 볼 수 있듯이 정면 칸에 인방재가 중첩되어 가는 상황이나 공포의 역할이 축소되어 가는 상황은 도리 구조가 강화되는 상황으로 볼 수 있겠지만, 그것이 과연 입가의 원리가 강화된 것이냐 아니면 적층의 원리가 강화된 것이냐 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 다시 말해, 대부분의 거대 담론이 늘 그렇듯이, 이 논문 역시 큰 틀에서는 동의할 수밖에 없는 원리와 모델을 제시하지만, 각론에 들어가서 세세한 현상들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여전히 그 거대 담론이 정밀하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종합 이상과 같이 두 편의 작품은 모두 일정한 성과와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두 편의 대상 논문 모두 기존 논문들에 서 볼 수 없는 신선한 주장을 펼치고 있어서 심사자로서는 매우 즐거운 마음으로 심사에 임할 수 있었다. 작년 이맘 때 적당한 수상 논문을 찾지 못하여 ‘당선작 없음’을 결정하면서, 심사위원들은 스스로의 능력에 자괴하고 건축학 분야 의 발전에 대해서도 암울한 전망을 떨칠 수 없었다. 이번에 이렇게 수작 두 편을 두고 고민하는 것은 말 그대로 행복 한 고민이었다. ⓢ 실제로 두 작품 모두 시상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원칙을 지켜 나가자는 논의가 우선하였고 결국 한 편을 당선작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은, 학문적 성과와 파급 효과를 우선하지 않을 수 없 고, 그래서 우리 학계에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지적 체계에 하나의 대안을 제시하고 목구조론에 새로운 활력을 넣 을 것으로 기대되는 『도리 구조와 서까래 구조』를 이번 해의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심사위원 전원의 의견이 모아졌 음을 알린다. 수상자는 더욱 분발하여 책으로 묶어 내는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주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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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리포트 1 | 제4회 심원건축학술상 당선작 요약문

도리 구조와 서까래 구조 — 동아시아 문명과 목조 건축의 구조 원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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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민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국가한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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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민은 1975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 득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서울대 대학원 건축과, 홍익대 건축대학, 건국대 건축대 학 등에 출강하였으며 현재는 국토연구원 부설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국가한옥센터장으로 재 직하고 있다. 『3칸×3칸 : 한국 건축의 유형학적 접근』(2006), 『한국 건축 답사 수첩』(2006), 『화성 성역 의궤 건축 용어집』(2007), 『한국 문화는 중국 문화의 아류인가』(2010) 등 7권의 공저와 『임원경제지 본리지』(2009)의 공동 역자로 참여했다.

● I. 동아시아 각국에서 별도로 시작된 건축사 연

도 다양한 건축 문화를 인식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문명

구는 길게는 100여 년의 시간을 두고 발전해 왔다. 초기

었던 것이다. 특히, 유교와 불교라고 하는 보편 종교의

에는 주로 양식사 연구에 착안하였고, 이후 건축 기술에

전파, 이들 경전을 통해 공유하고 있었던 한자 문학의 성

대한 연구로 발전하였으며, 최근에는 건축 행위 이면의

숙, 천자국과 제후국의 관계로 구성되었던 외교 관계는

배경과 의의를 추적하는 단계로 심화되었다. 이 과정에

소위 동아시아 중세 문명의 바탕을 이루었다. 민족 건축

서 점차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건축사학은 개별적인 사례

의 특수성은 바로 이러한 문명 차원의 보편성 아래서 설

의 축적과 정리를 통해 온전한 건축사를 구성할 수 있다

명되어야 하는 것이다. ⓢ 동아시아 건축사 연구 중에서

는 오해를 유발하였다. 하지만 민족 건축사의 연구가 누

도 목구조 연구는 줄곧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해 왔다. 역

가 먼저이고, 언제 도입되었고, 독자적인 발전이 있었는

사적으로 동아시아 건축에서는 구조 부재 자체가 시각적

지에 대한 사실 근거에만 관심을 갖는 한, 문명권적 보

인 의장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여겨졌으며, 또 목구조 연

편성 속에서 동아시아 건축을 바라보는 관점은 성립되기

구에서 출발하여 장식의 문제, 공간의 기법, 사회상의 반

힘들다. ⓢ 중국 일부 지역의 선진 문명이 동아시아 지역

영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

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했을 시기를 제외하면, 한 지역은

이다. 여기서 문제는 목구조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반성

여러 건축 문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고, 실제로

이 없었다는 것이다. 동일한 재료를 사용하는 구조라고

권 차원의 공통점이 인지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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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더라도 그것을 구성하는 방식, 또 의미를 부여하고 정

가 항상 공존하고 있지만, 지역에 따라 원리가 발현되는

당성을 획득하는 과정은 지역의 역사 문화적 배경에 따

강밀도(强密度)의 차이가 있으며, 이러한 차이가 지속적

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동아시아 전

으로 반복되면서 구조 방식의 태도를 형성하였고, 지붕

각의 목구조는 서양의 목구조와는 달리 지나칠 만큼 웅

구조의 유형을 만드는 기반이 되었다고 추정된다. ⓢ 그

장하고, 개설서의 표현과는 다르게 영원함의 기념비성을

중 자연환경과 건축 재료의 특징에서 비롯한 원시 건축

표현하고 있는 것 같으며, 거대하고 무거운 지붕을 굳건

의 구조는 비교적 일관된 원리가 구현된 것으로서 건축

히 받치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어서 나무의 재료적 성격

구조의 기본 개념을 만드는 모델로 작용하였다고 판단된

을 감추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 이 연구는 위와 같은

다. 적층 원리에 기반해서 부재를 쌓아 나가는 도리 구조

인식에서 출발했다. 연구 대상을 개별적인 사실 근거의

와 입가 원리에 기반해서 부재를 세우고 끼우는 서까래

수집과 정리의 차원에서 보편적인 입장과 관점의 문제로

구조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지붕 구조의 유형일

확장하고, 나무로 지어지는 건물의 구조 원리를 다시 검

뿐만 아니라, 구조 원리 스펙트럼의 양극단에 위치하여

토하여, 다양한 건축 태도들 사이의 공통성과 특수성을

이후 발생한 복잡한 유형의 특성을 비교할 수 있는 좌표

인지할 수 있는 근거들을 확인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

계를 만들면서, 두 구조 원리의 적용 태도를 이끄는 인자

렇지만 이는 동아시아 민족 건축사학의 거대한 성과들의

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도리 구조와 서까래 구조.

시비를 각각 가리고자 하는 시도까지는 아니며, 오히려 이들 성과들을 일관성의 구도에서 이해할 수 있는 관점 을 모색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동아시아 문명과 건축.

도리 구조의 모델로 설명할 수 있는 건축 문화는 적층 원

● II. 먼저 동아시아 건축 문화의 공통성과 특

리를 응용해서 지붕 구조를 발달시켜 온 경향이다. 동아 시아 건축에서 가장 특징적인 구조와 형태를 보여 주는

수성을 동시에 인지할 수 있는 기준으로서, 구조 원리가

공포(栱包)는 도리를 받치기 위한 구조로 시작되었고,

적용되는 태도에 의해 지붕 구조의 유형이 형성되고 변

정면의 처마도리를 받치면서 중요한 의장 요소가 되었

모하는 모습을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기존의 목구조 유

다. 한대 유물에서 보이는 도리 구조는 거대한 사각형 프

형학의 단절된 구분법을 벗어나 연속성의 관점을 고려한

레임을 형성하고 있었고, 이후 공포의 발달과 함께 2개의

것이 특징이다. ⓢ 건축 구조를 중력에 반하는 방향으로

도리 사이에 공포가 삽입되는 방식으로 대체되었는데,

인공물을 확장시키는 것으로 정의할 때, 그 방식은 부재

모두 적층 원리에 기반한 발달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를 쌓아 높이를 달성하는 적층 원리(積層原理)와 부재를

ⓢ 한편, 서까래 구조의 모델로 설명할 수 있는 건축 문화

세워 높이를 달성하는 입가 원리(立架原理)로 나누어서

는 입가 원리를 통해 지붕 구조를 발달시켜 온 경향이다.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의 구조에서는 이 두 원리

많은 학자들이 서까래 구조의 시원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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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서까래 구조의 형태를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동아시아 건축 문화를 주도했던 중원 지역이 도리 구조를 중심으로 발달해 왔기 때문이다. 즉 도리 구 조와 비대칭적으로 결합한 서까래 구조는 분화되어 부분 적인 요소로 사용되었다. 인(人)자 모양의 구조는 지붕 구조의 중심에서 마룻대를 받치는 역할과 정면 구성에 서 패턴을 만드는 역할을 하였다. 또 도리의 위치가 좌우 로 이동되는 것을 막기 위한 보조 장치로도 이용되었다. 동아시아 건축의 구조와 의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서 까래 구조인 하앙(下昻)은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하여 처 마를 돌출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앙은 서까래 구조 의 분화에서 발생한 새로운 기법으로, 중원 문화의 고대 유물에서는 발견되지 않으며, 납작한 가로 부재를 층층 이 쌓은 구조와 결합한 형태로 출발하였다. ⓢ 도리 구조 와 서까래 구조의 비대칭성은 문자로 기록된 사회적 인 식을 통해서도 파악된다. 각각 별도의 이름을 갖는 도리 들로 구성된 오가옥(五架屋) 개념은 고대의 예제에 부합 할 뿐만 아니라, 높으면서 동시에 넓은 지붕을 만드는 효 과적인 해법이었기 때문에 향후 동아시아 건축 지붕 구 조의 전통을 만들어 냈다. 도리 구조의 발달 (송소조묘의 석곽, 5세기말). 5개의 도리를 갖는 예제 공간으로서 오가옥 구조. 돈황석굴 제172굴(성당 시기) 벽화 중 하앙이 있는 불전.

● III. 동아시아 건축에서 도리 구조와 서까래 구조의 발달 과정은 실제로는 두 지붕 구조형의 결합 과 정으로 이해된다. 이 과정은 단순한 형태적 조합이 아니 라 각각의 모델이 근거하고 있었던 구조 원리의 교환으 로 파악할 수 있다. 당대 이전까지의 결합 과정은 느리게 진행되었지만, 도리 구조에 편입된 서까래 구조는 마룻 대를 받치는 기본 구조가 되었고, 입면 의장의 필수 요소 가 되었으며, 더구나 난액(闌額)이라고 하는 끼우는 가 로대가 보급되는 과정을 매개했다. 두 지붕 구조형이 결 합하는 과정에는 보편화되지 못한 실험들이 있었으며, 대표적으로 두 구조를 아래 위로 결합하려던 시도들의 흔적도 볼 수 있다. 서까래 구조의 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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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구조와 서까래 구조의 결합.


중원 지역에서 두 지붕 구조형의 결합은 당나라 때 완성

다. 공간 형식과 구조 부재의 결합 방식도 체계적으로 정

되었다. 기존의 공포 형태가 도리와 평행한 평면적인 모

리되기 시작했다. 송대 『영조법식(營造法式)』은 이와 같

습이었다면, 7세기 초당 시대에 들어와 앞으로 돌출하는

은 구조 기술과 개념을 이론적으로 집대성한 저작으로

모습이 나타나고 8세기 성당 시대에 하앙이 결합한 모습

평가된다. 부재의 단위를 통해 일관된 구조의 묘사가 이

이 등장한다. 이 때 하앙은 7세기 일본 건축의 사례와는

루어지고 있으며, 공포와 하앙의 결합 방식에 대한 균형

다르게 2개가 적층되어 있는 형태로 바뀌어 있다. 하앙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적용되는 방식은 지역적, 시대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초기 용례와 원리적인 추론을 통해 발달을 추정해 보면, 점차 아래로 내려오고 길이가 짧아져서, 결과적으로 공 포 속으로 삽입되는 과정을 거친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 한 결합은 도리 구조가 건물의 중심을 담당하고 서까래 구조가 처마부를 담당하는 역할 분담으로 일단락되었다. 또 당대의 법령에 간가(間架) 개념이 명문화되었다. 칸( 間)은 기둥 사이의 공간을 지칭하는 단위로서 정면 의장 과 관련되는 개념이다. 한편 가(架)는 지붕 구조에서 도 리의 개수를 세는 말로서 건축 구조와 관련되는 개념이 다. 이 두 개념은 당나라의 수도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법 령으로 제정되었으며, 이후 전통 시대 말까지 유지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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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가 개념의 성립.


『영조법식』의 전당식(殿堂式)과 청당식(廳堂式) 구조는

는 일종의 들보 역할이 강해졌다. 예를 들어 중국 건축에

서로 다른 구조 원리에 의해 구축되었지만, 도리를 기준

서 하앙이 적층되는 경향, 한국 건축에서 추녀 결구 기법

으로 운용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서로 교환이 가능한 구

의 변화, 일본 건축에서 길목(桔木)을 사용하는 방식 등

조였다. 이는 하앙의 도입을 매개했던 정간식(井幹式)

은 모두 서까래 구조에서 하중을 견디는 경사보의 기능

적층 구조가 분해되어 공포대로 바뀌거나 두터운 들보

이 강화되는 모습을 보여 준다. 도리 구조에서는 공포가

로 대체되면서 가능해졌다. 이와 같은 지붕 구조형의 결

차지하던 비중이 낮아지고 단순한 뼈대 구조로 이행하

합과 구조 원리의 교환은 간가 개념의 형성과 함께 동아

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더 이상 하앙을 사용하지 않게

시아 건축의 보편성의 근거를 제공한 이후 또다시 그와

된 지역에서도 서까래 구조의 모티브는 장식으로 지속되

같은 규범적 시스템은 등장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고 있었다. 명청대 건축의 가앙(假昂)이나 한국 건축의

● IV. 이후 각각의 상황에 맞추어 개성이 드러

쇠서는 모두 하앙의 흔적을 유지하려는 노력이다. ⓢ 이

나는 동아시아 건축의 목구조는 다시 지역적 특수성이

대로 도리 구조의 상징성은 공고해져 갔다. 중국과 한국

점차 강해지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서 도리를 기준으로 하는 구조 단위는 명청대 혹은 조

이들 발달의 여러 변이들은 고전적 구조 공간 시스템을

선 시대에 더욱 확고해졌다. 예를 들어, 청대 『공정주법

만들어 갔던 지붕 구조형의 변화 과정으로 해석이 가능

칙례』에서는 들보의 길이를 표현하는 데 상부에 걸리는

하다. 도리 구조에 입가 원리가 도입되고, 서까래 구조에

도리의 개수를 이용하기도 했다. 또 실제 건물과 고대 경

적층 원리가 적용되는 등 구조 원리의 응용은 건축 구조

전에 표현된 목구조 명칭과의 모순적 상황에서 고문 해

의 해법을 크게 늘렸고, 지역적 개성으로 설명되는 특징

석의 논리를 바꾸어서라도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들을 만들어 냈다. 다만 서까래 구조와 도리 구조의 결합

노력도 발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도리 구조의 사회적

이 비대칭적으로 이루어진 점을 고려할 때 서까래 구조

정당성은 더욱 공고해졌으며, 도리 구조가 발달시켜 온

의 변화가 더욱 가시적으로 드러났을 것이라는 점은 쉽

기둥을 생략하거나 이동시키는 기법들을 통해 보편적인

게 예상할 수 있다. ⓢ 적층 원리가 적용된 서까래 구조

구조 방식으로 지속될 수 있었다.

러한 모습들은 구조 공간의 규범을 느슨하게 했지만, 반

구조 원리의 상호 작용과 민족 건축의 특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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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상대적으로 중원 문화의 영향이 적었던 지역에서

젊다는 이유에서 한국 상황의 발표를 맡게 되었고, 한국에서의 아시

는 서까래 구조의 전통이 보다 강하게 표출되었다. 일본

아 건축사 연구사를 진단하기 위해 지난 활동을 되돌아볼 기회를 가

의 합장조(合掌造) 민가나 장쑤성 북부의 금자가(金字

졌습니다. ⓢ 주지하다시피 한국에서 아시아 건축사를 연구하는 학

架) 구조 등은 서까래 구조가 면면히 유지되어 오고 있 는 사례이다. 베트남에서는 고급 건축에서도 이와 같은

자는 많지 않습니다. 나아가 아시아 건축사만을 전공으로 삼는 학자 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시아 건축에 큰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는 학자들조차 실제로는 더 많은 시간을 한국에서의 과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북부 베트남 전각의 구조 발달의

제와 교육을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연구의 범위가 지

역사는 중국에서 수입한 적층 원리에 기반한 지붕 구조

역적으로는 가까운 나라들, 즉 중국과 일본의 건축사에 집중되어 있

가 점차 서까래 구조로 대체되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고, 주제로 보아도 한국 건축사 연구에 시사성이 높은 분야에 한정되

서까래 구조의 회복—베트남 사찰(쭈어 미어, 1634).

는 경향이 있습니다. ⓢ 저 역시 한국 건축사 연구자로서 아시아 건 축에 접근했던 것이고, 현재도 국가한옥센터장으로서 한옥 문화 진 흥을 위한 연구 사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모든 나라에 대해 전문 연구자를 가진 일본 건축 사학계를 한때 부러워했던 적도 있었 지만, 우리나라 학계에도 희망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모든 아시아 건 축 연구자가 동시에 한국 건축 연구자라는 사실은 적어도 한국 건축 과 아시아 건축의 긴밀한 관계를 규명하는 데 유리한 조건이 되며, 나아가 문명권 차원에서 아시아 건축사를 정리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리라고 예상합니다. ⓢ 저는 20세기 말부터 21세 기 초까지 건축사 교육을 받았습니다. 당시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본 격적인 해외 조사 연구가 시작되던 시기였고 어리고 들뜬 마음으로 참여했던 해외 조사들이 연구 지평을 넓히는 데 큰 계기가 되었습니

● V. 요컨대 구조 원리의 적용 방식이라는 측면

다. 또한 외국을 손쉽게 드나들 수 있게 되면서 개인적으로 다녔던 여행들도 결국 연구의 근간을 이루었던 것 같습니다. 또, 대학원 시

에서 고찰한 동아시아 목조 건축은 구조 원리의 모델로

절 당대 최고의 학자들에게 수준 높은 건축사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서 도리 구조와 서까래 구조라는 고대의 지붕 구조형이

것은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여건에서 공부했

지속적인 구조 방식의 태도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 준

음에도 아직 걸맞은 성과를 내놓지 못해 스승들과 선배들에게 죄송

다. 또 도리 구조를 중심으로 서까래 구조를 편입시킨 모

한 마음입니다. ⓢ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했었던 공부들을 하나의

습은 다양한 건축 주체의 공동 기여를 의미하지만 문명

방향으로 정리한 것은 사후의 일입니다. 처음에 지도 교수님과 한국

중심지의 건축 태도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지붕 구조형의 결합은 구조 공 간의 규범을 만들어 동아시아 건축의 보편성의 근거를

건축을 유형학적으로 고찰해 본 연구가 『3칸×3칸』이라는 책으로 출 간되고 나서야 구조와 공간의 관계가 어렴풋이 이해가 되는 듯했고, 한국·중국·일본·베트남을 묶는 아시아 건축사의 연구 또한 박사 학위 논문을 제출하고 나서야 조금 더 상이 뚜렷해지는 느낌입니다. 그후 문명이라는 개념에 천착하면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얻었고 그

되었다는 점에서 건축사적 의의를 지닌다. ⓢ

결과를 더해 이번 제4회 심원건축학술상 출판 지원 사업에 응모하게

~

~ ~

~

만들어 내었고, 이후 다양한 지붕 구조 유형의 참조점이

W

[당선 소감 | 이강민] 2010년 가을 일본

된 것입니다. ⓢ 이 모든 과정에 함께 계셨던 분이 지도 교수이신 전 봉희 교수님이십니다. 천방지축 어린이였던 시절부터 이젠 종종 강 의도 한 번씩 할 수 있는 학자가 되기까지 15년이 넘는 세월을 이끌 어 주셨습니다. 당선 소감이라는 글을 적다 보니 고마운 분들이 너무 도 많이 떠오르지만 이번에는 지도 교수님께 우선 영광을 돌리고자

기타큐슈에서 개최된 학회에 초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아시아 각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술의 기회를 주신 심원문화사업회와 건축 리

국의 학자들이 모여 해외 건축사 연구의 성과와 과제를 공유하는 자

포트 <와이드> 및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주어진

리였습니다. 저는 만 3년 간 베트남 목구조를 연구한 경력과 비교적

시간 동안 글을 잘 다듬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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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 근대 건축 탐사 27

근대 건축물은 박물관인가 손장원 | 본지 자문위원, 재능대학 실내건축과 교수

ⓦ 지난 4월 26일 인천에 ‘짜장면 박물관’이 들어섰다. 중국에서 들어와 국민 음식으로 자리잡은 짜장면을 최초로 판매한 것으로 알려진 구 <공화춘> 건물에 박물관을 개관함으로써 인천은 개항장 일대에 위치한 근대 건축물을 보수하여 만든 세 번째 박물관 을 탄생시켰다. 허물어지는 근대 건축물을 보수하여 새 생명을 불어넣고 현대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분명 가치가 있다. ⓦ 2006년 처음으로 구 <일본 제18은행> 인천 지점 건물에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이 열릴 때만 해도 국내에서 보기 드문 시도 라는 점과 아이디어의 신선함에 눈이 갔지만, 2010년 ‘인천개항장 박물관’ 개관에 이어 몇 년째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활용 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과거를 답습하는 것은 재고되어야 마땅하다. ⓦ 규모가 작은 근대 건축물 에 박물관 기능을 부여하다 보니 관람 동선이 매끄럽지 못하고, 부대시설은 고사하고 박물관으로서 응당 갖추어야 할 변변한 수장 고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자치 단체장의 과욕과 몇몇 오피니언 리더의 의견에 휩쓸려 박물관이 건립된다 는 점이다. 가치 있는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추진된 탓에 전시장은 모조품으로 채워지기 일쑤고, 시간에 쫓겨 턱없이 비 싼 값으로 유물을 구입해야 하는 일도 벌어진다.

↑ Cafe History—인천에서는 최근 개인 차원의 근대 건축물 활용 빈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는 근대 건축물 밀집 지역을 문화 지구 로 지정하고 지원 조례를 운영하고 있다. <Cafe History>는 지원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던 3년 전에 만들어졌다. 인천 자유공원 안 홍예문 근처에 위치한 건물로 홍예문에 설치된 계단을 통해 들고 난다. 1930년대에 세워진 일본식 문화 주택을 리모델링하여 1층은 주택으로 2층은 카페로 사 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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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llery por_R—인천광역시 중구청이 마련한 지원 제도에 따라 지원을 받은 첫 사례다. [원 용도 : 하역회사(大和組) 사무소+주택, 현 용 도 : 근린 생활 시설+주택, 소재지 : 중구 관동1가 17번지, 양식 : 일본식 마찌야(町家), 건축 시기 : 1890년대] 근대 개항기에서 일제 강점기 까지 인천항에서 하역업을 했던 사무소이다. 일제 강점기에 이 건물이 위치한 일대는 이러한 중개업소가 많이 있다 해서 ‘중정(仲町)’이란 이름 을 갖기도 했다. 이 건물의 소유주였던 히로이케 데시로는 1885년에 인천으로 와서 당시 조운업(하역업)을 하는 아까마 조합에서 근무하다가 야마토 조합을 세워 독립한 사람이다. 이 일대에는 이러한 회사 건물이 많았지만 한국 전쟁 때 인천 상륙 작전으로 대부분 소실되었고, 이 건물 만 남아 있어 역사적 가치가 더 크다. 근대 일본 점포 주택 유형 가운데 하나인 정가(町家, 마찌야)로 1층은 사무소, 2~3층은 주거 공간으로 구 성되어 있다. 건축 후 상당한 세월이 흘렀으나, 구한말 발행된 사진 엽서에 등장하는 건물 모습과 거의 비슷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인근 에 세워졌던 대부분의 건물이 2층이었던 것에 비해 이 건물은 3층으로 만들어져 있다. 내부 공간의 일부는 용도가 바뀌면서 모양이 변했지만 대 부분 원형을 유지하고 있어 우리나라에 세워진 일제 강점기 점포 주택사 연구에 중요한 건물이다. 특히 인근에 위치한 해운 회사(일본우선회사 인천지점, 군회조점 등)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하역 회사 사무실이라는 점에서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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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 삼덕상회의 정면(←)과 후면(↑). 공사 전의 삼덕상회(맨위).

↑ Cafe 삼덕상회—대구에서는 코디네이터, 건축 설계, 인테리어 설계, 작품 설치, 기획, 총괄로 구성된 팀이 모여 대구 북성로 근대 건축물 리 노베이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덕상회는 4개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대구시 중구 북성로 2가 49-1에 위치한 건평 25.75㎡, 2층 규모의 건 물이며, 폐허로 변한 근대 건축물을 보수하여 카페로 활용한 사례이다. 사진 제공—(사)시간과 공간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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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인천만의 사정이 아니다. 다른 근대 도시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더구나 근대 건축물 활용에 대한 연구 논문에서조 차 박물관으로 개조하는 것을 가장 일반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획일적인 대안에는 여러 가지 문 제가 따른다. 근대 건축물 활용 방식에 대한 보다 다양하고 효과적인 대안을 생각하는 기회가 필요하다. ⓦ 유네스코 창의도시네트 워크(UNESCO Creative Cites Network)의 13번째 도시로 지정된 호주 멜버른의 근대 건축물 활용 방식은 실로 다양하다. 그 곳 에서는 근대 건축물을 보수하여 건물의 위치나 성격에 따라 대학 건물, 호텔, 호텔 로비와 라운지, 상업 시설, 교회, 은행, 주거 시 설 등으로 사용한다. 서울에서도 허물어질 위기에 처한 명치좌(明治座, 1934)를 국가가 매입한 뒤 보수를 거쳐 명동예술극장으로 새롭게 개관하여 명동을 되살리는 계기로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에 대한 심층적 연구를 토대로 근대 건축물 활용에 있어 보 다 다양한 방식이 도출되길 기대한다. ⓦ 근대 건축물이 공공 자산으로서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이유는 장소성과 정체성을 근간 으로 그 도시의 독특한 역사 문화 환경을 구성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으로의 획일화는 도시의 정체성을 해치 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는 ‘근대 건축물은 곧 박물관’이라는 등식을 깨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 근대 건축물 활용의 다양성 확보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한몫을 한다. 많은 근대 건축물은 구도심에 위치하고 있어 낙후된 구 도심 활성화의 방편으로 근대 건축물 활용이 대안으로 등장한다. 이는 문화 유산이 가진 정체성을 바탕으로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도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역사 보존의 경제학』의 저자로 알려진 국제유산전략연구 소 대표 도노반 립케마가 2010년 서울에서 열린 ‘유네스코 아시아 태평양 근현대 도시 문화 유산 보존 국제 포럼’에서 주장한 문 화 유산 보존의 경제적 가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조지아 주의 경우 역사 건축물 보존 활동에서 생기는 일자리 창출 효과 가 다른 경제 활동에 비해 현격하게 높았으며, 이러한 결과는 역사 문화적 환경이 다른 노르웨이에서도 비슷하게 나왔다고 한다. 도노반 립케마의 주장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문화 유산 보존이 중소 기업과 개인의 경제 활동에 더욱 이롭게 작용한다는 점이 다. 이는 근대 건축물 활용 주체를 민간 영역으로 확대할 수 있는 배경이다. ⓦ 근대 건축물 활용의 초기 단계에는 주로 공적 영역 에서의 접근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민간의 활동도 증가하고 있다. 민간 영역의 등장에 따라 활용 방식에도 변화의 움직임 이 생기고 있다. 즉 공공 기관이 박물관을 선호하는 데 비해 민간에서는 커피숍이나 음식점과 같은 영업장의 형태로 표출된다. 근 대 건축물 활용 분야의 민간 참여는 활용 방식의 다양화는 물론 구도심의 정주 인구를 늘리는 효과로 이어져 도심 공동화를 해결 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런데 근대 건축물 리모델링에는 초기 투자비가 많이 필요하므로 민간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지원 제 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 국내에서는 ‘서울특별시 한옥 보전 및 진흥에 관한 조례’(2002년 제정), ‘군산시 원도심 활성화 지원 조례’(2007년 제정), ‘인 천광역시 중구 인천개항장 문화 지구 관리 및 육성에 관한 조례’(2011년 제정)가 있다. 이들 조례에는 지원 규모, 업종과 절차 등 을 정하고 있다. 이 중에서 지원 대상 업종은 활용 방안의 다양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근대 건축물 활용 방안과 관련 하여 가장 주목할 부분이다. 하지만 가장 최근에 제정된 ‘인천광역시 중구 인천 개항장 문화 지구 관리 및 육성에 관한 조례’에 규 정된 권장 업종조차 문화예술진흥법의 문화 및 영업 시설, 예술 단체 활동 관련 업종, 장인·수공예 업종으로 매우 제한적이다. 이 러한 업종은 일반적인 문화 지구에 적용되는 업종으로 근대기 생활 문화와의 관련성이 적어 근대 건축물 활용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다. ‘군산시 원도심 활성화 지원 조례’는 인천시 중구가 정한 지원 대상보다 훨씬 더 협소해 규칙에서 정하는 근대 건축물과 공 연장, 전시장, 미술관 등 교육 문화 복지 시설의 건축, 개축, 외부 수선에 국한하고 있다. ⓦ 지원 대상의 범위가 제한적인 이유는 문화 지구 지정의 근간이 되는 문화예술진흥법에 제시된 업종을 중심으로 지원 대상을 정했기 때문이다. 근대 건축물 활용을 단 순히 문화 예술 진흥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시각에서 탈피하여 지역의 역사 문화 환경에 적합한 업종으로 범위를 확대시키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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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리포트 2 | 와이드 SA 유럽 도시 건축 아카데미

21세기 첫 10년의 유럽을 해부하다 강사 | 김정후(도시사회학 박사)

도시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으로 여겨지는 요즘, 건축은 도시의 경쟁력을 가름하는 잣대이자 도시 정치의 주 요 요소로 자리잡았다. 20세기 후반 경제 활동의 지구화가 가속화되면서 한국의 도시도 역시 이러한 분위기에 몸 을 실었다. 그리고 세계의 움직임은 실시간으로 수입되면서 우리 도시와 건축의 지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번 강좌는 김정후 박사가 지난 10년 동안 유럽 현지에서 활동하면서 직접 체험한 자료를 토대로 구성되었다. 특 히 세계적인 건축가들과 실제 도시를 만들고 이용하는 정치인, 시민들과의 대화는 쉽게 포착하기 어려운 유럽 도 시와 건축의 본질적 문제에 접근하도록 도와 주었다. 더불어 김정후 박사는 건축학, 도시학, 사회학, 지리학을 아 우르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최근 유럽에서 생산되는 이슈와 이를 통해 현재 우리의 좌표를 짚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정리, 글 | 김정은(도시건축 전문 기자, 서울대학교 박사 과정)] [사진 제공 | 김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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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강] 유럽 도시와 건축의 이슈와 키워드 (2012.04.06.) 첫 번째 강의는 최근 유럽의 도시와 건축의 이슈에 대한 큰 그

다. 문제는 유럽의 건축가들이 아시아에서 세계화의 개념을 곡

림을 그려 보는 시간이었다. 지난 10년간 김정후 박사는 유럽에

해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이용하는 현실에 있다. 따라서 “세계

서 이슈를 생산해 내는 여러 사람들과 만났다고 한다. 그 범주

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외국을 상대해야 하는가?” 하는 것은 우

에는 건축뿐만 아니라 도시학, 사회학, 지리학, 경제학 관련 학

리에게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자들과 정치인들이 포함되었는데, 사람들의 삶과 복잡하게 얽 혀 있는 도시와 건축에 관련된 이슈는 그 학문적 경계 안에서

‘세계화’에 대한 오해는 도시 ‘브랜딩’에 대한 오해로도 이어진

풀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과 나눈 대화를 통해 15

다. 유럽의 많은 도시들은 각자 고유한 특색을 가지고 있기 때

개의 키워드를 도출했다.

문에, 쉽게 말해 ‘간판을 걸면’ 사람들이 인정을 해 준다. 친환

① 세계화,

경적 도시를 표방하는 스톡홀름의 경우도 도시 브랜딩을 통해

② 정체성(지역성),

갑자기 친환경 도시로 전환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축적된 친

③ 공공 공간(공공성),

환경적인 사고 방식이 도시 브랜딩으로 이어진 것이다. 즉 ‘브

④ 지속 가능성,

랜딩’이란 이미 도시가 지니고 있는 강력한 특색 혹은 정체성

⑤ 재생,

을 인식시키는 방법이다. 도시의 역사와 고유성을 돌아보기보

⑥ 친환경,

다는 외국의 성공 사례를 그대로 모방하는 것으로 세계화와 브

⑦ 브랜딩,

랜딩을 실현하려는 한국 도시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⑧ 박물관, ⑨ 초고층 건축물,

‘공공 공간’ 혹은 ‘공공성’이란 키워드도 정책면에서 우리에게

⑩ 랜드마크,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럽에서 광장이나 거리 등의 공공 공간은

⑪ 창조 도시(창조 산업),

도시 디자인(urban design)의 오래된 주제이며, 지금도 강화

⑫ 커뮤니티,

된 개념으로 지속되고 있다. ‘어떻게 도시의 공공성을 높일 것

⑬ 문화 예술,

인가’는 도시 디자인의 핵심이며, 공공성은 이미 디자인에 내재

⑭ 보존(전),

된 개념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공공 디

⑮ 경관

자인(public design)’이라는 조어를 슬로건화해서 특정 시장의

등이 그것이다. 이 키워드들은 개인적 대화에서 추려진 것이므

재임 기간에 특화된 정책으로 부각시켰다. 전임자의 정책이 폐

로 이론적 위계를 가지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20세기 후반부터

기되곤 하는 우리 정치 현실에서 본다면 목적보다 수단이 강조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이슈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으며, 나

되어 도시 정책이 왜곡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비슷한 경우는 ‘

라와 도시에 따라 강조되는 키워드가 조금씩 다를 뿐이다. 김정

커뮤니티’ 관련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지자체에 불고 있

후 박사가 제시한 키워드들은 사실 우리에게 새로운 것들은 아

는 ‘마을 만들기’ 열풍을 보면 주객이 전도되어 있음을 알 수 있

니다. 그는 이런 키워드들에 대해 우리 사회가 지닌 오해나 편

다. 마을 만들기는 도시 재생의 한 부분인 커뮤니티 구축을 위

견에 대해 지적하고, 현재 유럽에서 이러한 이슈를 어떻게 풀

한 하나의 방법인데 국내에서는 마치 마을 만들기가 최종 목표

어가는지 설명하고자 했다.

처럼 여겨진다는 것이다.

첫 번째로 꼽은 키워드인 ‘세계화’는 우리에게 아주 익숙해서

전체 강의를 통틀어 중요하게 부각되었던 키워드는 바로 ‘지속

이제는 유행에서 벗어난 듯 느껴진다. 서구에서 ‘세계화’의 개

가능성’이다. 우리 현실에서는 지속 가능성이 단지 환경적인 측

념은 경제학에서 출발한 것인데, 특정한 도시가 문호를 개방하

면을 넘어선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측면을 고려한 개념이란

여 더욱 특화된 능력을 가지게 되고, 그 힘이 국가와 맞먹을 정

점을 이해하고 있다 하더라도 실무나 정책적 차원에서는 친환

도로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는 단순히 문호를 개

경, 저탄소로 치환되기 마련이다. 김정후 박사는 지속 가능성

방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개방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

을 좀더 사회적인 개념으로 이해할 것을 주문한다. 일례로 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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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되는 한옥 활성화 논의를 살펴보면, 1970~90년대 주거 형

창조 도시를 이야기한 찰스 랜드리(Charles Landry), 일상적

식의 단절을 겪었던 우리 도시에서 전통 한옥을 그대로 옮겨오

문제를 중요한 도시적 이슈로 탈바꿈시키는 사회학자 리차드

는 것이 지속 가능한가 논의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

세넷(Richard Sennett ↙),

가 우리 내부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검증받고 비판받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귀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그런 맥락에서 김정후 박사는 세계의 도시에 대해 비교 연구 를 하는 몇몇 도시학자들을 소개했다. 우선 세계 도시와 관 련해서 ‘세계화’라는 개념을 주창한 (↙)사스키아 사센(Saskia Sassen), 『Toward an Urban Renaissance』를 통해 도시의 공공성을 강 조한 건축가 리차드 로저스(Richard Rogers) 등을 소개했다. 김정후 박사는 일련의 키워드에 대한 유럽과 우리의 이해를 비 교하면서 이러한 주요 이슈들이 결코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서 로 맞물려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공공 공간, 지속 가 능성, 재생, 브랜딩, 커뮤니티, 보존, 경관 등의 키워드들은 여 도시를 평가하는 기준을 등장시킨 피터 테일러(Peter Tayler),

전히 유럽에서 강조되고 있는, 진화하는 개념이다. 특정 시기

생활과 밀접한 지표를 통해 세계의 도시를 줄 세워 본 리키 버

나 정권의 슬로건이나 이슈로 흘러가 버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뎃(Ricky Burdette ↗) 등이 그들이다. 우리는 남의 인정이나

도시에서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가치들이란 것이다. 그러한

경제력 비교 때문에 도시의 순위에 민감하지만, 정작 그러한 데

맥락에서 김정후 박사는 오세훈 전임 시장의 정책에 대해 이런

이터는 ‘질’의 측면에서 도시 간 비교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

저런 비판이 많지만 그가 도시에서 디자인에 관한 이슈를 끌어

서 중요하다. 문제는 이런 세계적 논의에서 우리의 도시가 대

냈다는 점은 평가받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1999년 리처

체로 소외되어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미 국내에 세계적인 계획

드 로저스의 『Toward an Urban Renaissance』가 나온 후 2005

가와 디자이너들이 진출되고 있지만 그들의 작업은 세계적으

년 이를 보완하여 『Towards a Strong Urban Renaissance』가

로 전혀 논의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도시의 미래에 대한 치열

나왔다는 점에 주목해 보자. 정책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전임

한 논의가 부족하고, 그들의 책임감이나 실험 정신도 고취시키

시장이 만든 디자인 가이드라인에도 현 시장이 강조하는 ‘마을

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 도시의 문제를 세계적 논의의 장

만들기’ 챕터가 있다. 결국 전 시장과 현 시장 주변에서 조언하

으로 끌고 나가자는 그의 제언이 설득력을 얻는다. 더불어 랜

는 전문가들은 유사한 사람들이고 이들이 중요시하는 가치나

드마크와 공공 공간에 대해 연구한 지리학자인 에드워드 소자

방향도 비슷하기 마련이다. 다만 시장이 달라짐에 따라 강조하

(Edward W. Soja ↙),

는 수단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김정후 박사는 과거의 정 책을 폐기하고 새로운 이슈를 끌어내려는 우리의 정치적 지형 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더불어 이러한 문제를 개선 하기 위해서는 디자인 정책을 유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 언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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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강] 21세기 유럽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2012.04.13.) 두 번째 강의는 랜드마크(landmark)에 관한 것이었다. 고층 빌

공은 독창적 형태의 건축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쾌적한 공공 공

딩이나 스펙터클한 형태의 건축물로 대변되는 우리식 랜드마

간이 제공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크를 떠올린다면, 두 번째 강의의 주제가 최신 경향에 속하는 지 의문을 가질 법도 하다. 그렇지만 강의가 계속되면서 김정 후 박사는 이런 랜드마크에 대한 편견을 비판적으로 살펴보면 서 사실은 랜드마크의 개념에 공공성과 지속 가능성이 내재해 있음을 전하고 있었다. 랜드마크의 원래 뜻을 거슬러 올라가 보 면 옛날에 탐험가들이 자신이 지나간 길을 잊지 않기 위해 땅 (land)에 남겨놓은 표식(mark)이다. 이 개념이 도시 계획가에 의해 특정 도시와 장소를 상징하는 건조물과 공간을 일컫는 말 로 진화했다. 그리고 한 단계 더 진화한 랜드마크는 정치와 밀 접한 관계를 맺게 된다. 김정후 박사는 유럽 도시의 여러 시장들이 “랜드마크를 짓고 자 하는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토로한다고 전한다. 많

같은 맥락에서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조성된 테이트

은 정치인들은 시각적으로 두드러지는 건축물을 업적으로 남

모던(Tate Modern)의 성공도 살펴볼 수 있다. 테이트 모던이

겨 사람들이 쉽게 기억할 수 있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 방식은

등장했을 때 화력 발전소를 박물관으로 개조한 사실이 화제

바로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과 같다. 프랭크 게리가 빌바오

가 되었다. 그런데 테이트 모던이 랜드마크로서 가치를 획득

에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한 이후 전 세계에서 그와 같은 건

하는 지점은 런던의 역사적인 랜드마크인 세인트 폴 대성당

축물을 설계해 달라는 요청을 300여 차례 받았으며, 그 절반은

의 돔을 테이트 모던 레스토랑(↓)에서 편안하게 볼 수 있게

아시아에서 온 것이란 이야기는 놀랍지 않다. 그리고 한국에서

된 점이다.

는 7개 도시에서 구겐하임 미술관 분관을 유치하고자 했다고 한다. 이는 학계에서는 랜드마크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지 않을 지 몰라도 실무 혹은 도시 정치적 차원에서 중요한 이슈임을 반 증하는 예이며, 랜드마크란 시각적 스펙터클이라는 일반적 이 해를 보여 주는 예이다. 흥미롭게도 스페인의 도시학자들은 빌바오 구겐하임 완공 1년 후에 “다른 도시에 빌바오 구겐하임의 복제가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컨퍼런스를 열었다. 결론은 ‘불가능하다’였다고 한다. 세계 많은 도시에 빌바오 구겐하임에 필적할 만한 미술관이 있 지만, 그만큼 도시적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시스템에 대 한 검토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빌바오의 경우 10년이 넘는 기 간 동안의 논의를 통해 “어떻게 시민들의 자존심을 회복하면서 공공성을 가질 것인가? 또 어떻게 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킬 것인 가”를 고민했고 그 수단으로 박물관을 중심으로 한 공공 공간 을 조성한 것이다. 실제로 빌바오 구겐하임 주변에는 관광객 보다 시민들이 더 많다고 한다.( ↗ ) 즉 빌바오 구겐하임의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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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새로운 형태의 실내 공공 공간으로 변신한 ‘터빈홀’ 덕택

변신을 꾀하는 방식이 유행하던 때 버려진 시설을 활용하여 새

이다. 테이트 모던의 터빈홀(↓)은 테임즈 강변에서 비용을 지

로운 기능을 부여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는 철강 도시

불하지 않고 누구나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유일한 실내의 공공

라는 기존의 상징성을 문화적 가치와 중첩하여 새로운 랜드마

장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크를 만든 경우이다. 또 내가 사는 지역에서만 고철을 치워 버 리면 친환경이 아니라는 새로운 인식도 불어넣었다. 이제 뒤스 부르크의 고철 덩어리가 조명에 비친 풍경은 독일에서 가장 사 랑받는 야경 중 하나가 되었다. 이렇듯 랜드마크라는 키워드는 지역의 정체성, 브랜딩, 시각적ㆍ생태적 지속 가능성, 공공성 등과 연계됨을 알 수 있다.

오스트리아 그라츠의 쿤스트하우스(Kunsthaus)의 의미도 비 슷하다. 피터 쿡(Peter Cook)과 콜린 포니어(Colin Fournier) 가 설계한 쿤스트하우스는 유선형의 파격적인 형태와 파사드 로 인해 시선을 잡아끈다. 그런데 랜드마크로서 쿤스트하우스 의 가치는 강을 사이에 두고 분리된 구도심과 신도심 주민들을 이어 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 있다. 독특한 파사드도 결국 시 민들을 향한 사인보드로 지역 통합에 역할하고 있다. 건축물만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런던의 밀레 니엄 브릿지(Millennium Bridge)(→)는 테이트모던과 세인 트 폴 대성당을 연결하면서 랜드마크로서의 가치를 확보한다. 밀레니엄 브릿지는 테이트모던 앞마당부터 피터스 힐(Peter’s Hill)까지를 공공 공간화하면서 다리보다는 거리로 기능한다. 또 테이트모던과 마찬가지로 세인트 폴 대성당을 바라볼 수 있 는 새로운 시점을 제공한다. 밀레니엄 브릿지를 통해 공간적 연계와 시각적 연계를 이루는 것이다. 즉, 랜드마크라는 것이 독보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다는 주장이다. 친환경에 대한 개념 전환으로 랜드마크에 대한 인식을 바꾼 사 례도 있다. 뒤스부르크 환경 공원(Duisburg landschaftspark) 은 제철소를 공원으로 재생한 것이다. 조경가 피터 라츠(Peter Latz)는 기존의 것들을 모두 밀어버리고 녹지를 만들어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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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강] 성공적 도시 재생 전략과 프로젝트 (2012.04.20.) 세 번째 주제인 도시 재생은 김정후 박사가 가장 강조하는 키

되었을 때 당시 시장은 “지금은 이 건물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

워드였다. 유럽에서 도시 재생(urban regeneration)의 개념은

르겠지만 후손들이 잘 써 줄 것이다”라며 산업 유산으로 보존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파괴된 도시를 재건(urban reconstruc-

할 것을 결정한다. 가소메타는 1896년 처음 가스 탱크로 건설

tion)하고, 재개발(redevelopment)하는 단계를 지나 1970년

할 때부터 마치 성당을 짓듯 고전 건축의 모티브를 반영하여 만

대 전후 도시의 질을 좀더 높이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다. 최

들어져 비엔나의 다른 건축물들과 조화를 꾀했다. 이러한 태도

근에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개념으로 어반 르네상스(urban

가 가소메타가 지가가 높은 지역에 위치했음에도 불구하고 보

renaissance) 개념과 실천이 등장하는 역사적 맥락을 보인다.

존을 결정하고, 비엔나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이 되었을

유럽의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하는 재생(community based re-

것이다. 더불어 유럽에서 산업 유산을 재생하는 많은 경우 문화

generation)은 도시 계획과 건축 디자인에 주민들의 의사가 최

시설로 전환하는 반면, 가소메타는 지역에 필요한 주거 단지를

대한 반영되고, 또 그 과정에 주민이 참여하여 영향을 미치는

만들었다는 점에서 유럽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이다. 이는 장 누

것에 중점을 두게 된다.

벨(Jean Nouvel)이나 쿱 힘멜블라우(Coop Himmelblau) 등 스타 건축가들이 참여해서 만들어 낸 공간의 독창성보다 중요

반면 국내에서 도시 재생은 10년 남짓 논의되었으나 이미 유행

한 것이 지역과 주민의 필요라는 점을 주지시킨다.

이 지난 용어로 치부되면서 재생의 단계를 건너뛰고, 어반 르 네상스를 정책화하는 흐름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우리의 커 뮤니티 개념도 유럽과는 조금 다른데, 사람들 간의 안락한 관계 를 유지하고 또 (전통 사회와 유사한) 관계를 회복하려는 것으 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생이 도시와 건축의 질에 대해 고려한다는 점에서, 또 경제적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정치적 연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제 재생을 논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고 설명한다. 아직 재생의 필요성이 나 결과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부족했으므로 재생의 목적인 도 시의 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유럽에도 재생의 목적이 불분명하여 실패한 사례가 많 다. 건축적으로 주목받았던 런던의 밀레니엄 돔(Millennium Dome)이나 경제 중심지를 이동한 카나리 워프(Carnary Wharf)를 사회적 맥락에서 보자. 복합 문화 예술 시설이란 모 호한 계획으로 타겟이 불분명했던 밀레니엄 돔은 현재 대중에 게 외면당하고 있다. 카나리 워프는 공공 공간이나 주변 슬럼가 에 대한 고려가 없는 상태로 계획되어 지금은 업무 시간 외에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지역이 되었다. ‘인간적 도시’, ‘인간적 지역’, ‘전통의 흐름’ 등 유럽 혹은 런던이 추구하는 가치, 공간 적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 실패의 원인인 셈이다. 반면 19세기 말 건설된 가스 탱크를 주거 단지로 재생한 비엔나 의 가소메타 시티(Gasometer City)(↗)는 목적과 방법 면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86년 가소메타의 가동이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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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건축물의 이미지가 강한 파리에도 재생 사례가 많다. 다

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주변에 화랑가가 조성되면서 예술가촌이

만 파리를 홍보하는 데 활용되지 않아서 우리가 잘 모르는 것뿐

형성된 경우이다. 즉 자본을 전혀 투입하지 않으면서 도시를 바

이다. 파리 13구에 위치한 베르시 빌라주(Bercy Village)(↓)

꾸는 또 다른 방식으로 주목할 만한 사례이다.

는 창고를 쇼핑 센터와 전시 공간으로 전환한 사례이다. 기존 단층 창고 시설을 그대로 활용하여 이벤트를 위한 공간과 산책 로 등을 추가했다. 결과적으로 일반적인 쇼핑 센터 조성비의 20 분의 1 정도를 투입하여, 전체를 쇼핑 센터로 만들었을 때와 동 일한 경제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기존 시설의 고유한 정체성 을 유지하면서 축제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추가하여 유 럽 최초로 ‘쇼퍼테인먼트(Shopper-tainment)’ 개념이 만들어 졌다고 한다. 김정후 박사는 베르시 빌라주를 통해 지역의 전통 적 정체성을 진화시키면서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 도시 재생의 본질이며, 전면 재개발과 다른 점이라고 설명한다. (↓)

와이드AR(통권 제7호)에도 소개한 바 있는 레 프리고(Les Frigos)는 버려진 창고를 예술가들이 활용하면서 재생이 이루 어진 사례이다. 이 사례에서 정부의 역할은 버려진 시설을 내 버려 둔 것 외에는 없으며, 전위 예술가들이 모이고 교류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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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후 박사는 도시 재생에서 일반 대중의 역할이 가장 크다는

거로부터 연속되는 흐름을 보려는 자세가 현재 우리에게 부족

점을 강조한다. 우리나라의 재생과 관련된 사업의 현장에서 흔

한 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겐 무엇이 있는가?’라는

히 간과하기 쉬운 것이 재생의 주도권이 주민에게 있다는 점

질문을 할 수 있다. 김정후 박사는 최근 아파트의 재활용 방식

을 인지하는 것이다. 런던의 낙후 지역인 페캄에 윌 알솝(Will

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전한다. 지금은 흉물로 여겨지는 농

Alsop)이 설계한 페캄 도서관(Peckham Library)(←)은 주민

촌의 나홀로 아파트 조차도 무조건 없애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커뮤니티

흐름 속에서 보고 재활용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베이스의 재생을 실현한 사례이다. 런던의 우범 지대인 페캄의

또한 우리의 주거 형태에 대해 아파트에 관심이 모아져 있는데,

당면 과제는 재생이었고, 건축가 알솝은 도서관이라는 용도의

최근 유럽의 학자들은 국내의 다가구 주택에 대해 놀라움과 흥

결정부터 내부 공간의 세세한 아이디어를 모두 주민과 함께 결

미를 표한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 도시의 상당 부분을 뒤덮고

정했다. 현재 페캄 도서관은 평상시에는 빈틈을 찾을 수 없을

있는 다가구 주택은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도시 문화의 한

정도로 많은 지역민들이 이용하고 있으며, 도서관 주변의 범죄

부분이며 가능성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이러한 생각을

율이 5% 가량 줄어드는 성과를 거두었다. 즉 도서관의 상징성

구현하는 일은 건축가나 도시 계획가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앞

이 지역 주민의 인식과 이미지를 바꾸는 결과를 낳았다.

서 언급했듯이 정치와의 연계가 필연적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전문가뿐만 아니라 『A Vision of Britain:

한편 영국 요크셔 카슬포드 브릿지(Castleford Bridge, 와이드

a Personal View of Architecture』를 써서 유럽 도시 재생의 전

AR 통권 제5호 소개)는 미디어를 통해서 재생을 일궈낸 사례

환점을 만들었던 찰스 왕세자(Charles Prince of Wales)와 같

이다. 대체로 도시 재생의 혜택이 소도시까지 미치기 힘든데,

은 정치인이 필요할 수 있다.

이 곳의 주민들은 영국 방송국 채널 4 의 프로그램을 통해 기 업의 스폰서를 받아서 에어강에 보행교를 건설한다. 고립된 이 지역에서 다리의 건설은 꼭 필요한 일이기는 했지만 실제로 사 람들의 관심은 ‘다리가 어디에 놓이는지’, ‘그 주변의 지가가 올 라갈 것인지’ 등이었다. 다리를 건설하는 과정은 주민들이 서 로를 설득하고 의견을 모으면서 커뮤니티가 화합하게 되는 과 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지저분한 하천이었던 에어 강이 주민들 의 노력으로 깨끗해지고, 지역 전체에서 도시 재생 효과가 드 러나게 된다. 페캄이나 요크셔의 사례는 우리가 왜 커뮤니티 중심의 재생에 주목해야 하는지, 결국 중요한 것은 디자인이 아니라 지역의 필 요를 세심하게 수렴하여 충족하는 일임을 알 수 있다. 사실 도 시 재생이란 것은 뭔가 특별한 건축물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어 도 된다. 이탈리아의 볼로냐는 600~700년 역사를 지닌 회랑을 보존함으로써 공방을 지켜 도시의 정체성을 강화했고, 포르투 칼의 리스본은 트램(→)을 유지하여 결과적으로 골목길을 보 존하는 결과를 낳아 관광 산업 측면에서 재생에 성공했다. 결 국 도시 재생이란, 거창한 전통에서 비롯되거나 특별한 무언가 를 삽입하는 일이 아니라 기존에 가지고 있는 도시의 맥락 등을 잘 살펴서 도시의 활력을 찾아내는 일이다. 그리고 이렇게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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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강] 지속 가능한 유럽 도시와 건축의 미래 (2012.04.27.) 마지막 강의는 궁극적으로 유럽이 지향하는 바가 어디에 있으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건물이 주변과 시각적으로 어떻

며, 우리는 어떤 방향을 취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

게 어우러져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게 할 것인가에 있다. 역

되었다. 김정후 박사는 다시 최근의 ‘마을 만들기’ 열풍을 지적

사적 지속 가능성이란, 도시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확장, 발전,

하면서, 이 이슈가 몇 년이나 지속될는지 질문한다. 도시에 관

진화, 쇠퇴 등의 원인과 결과를 이해하면서 찾을 수 있다. 따라

한 가치들이 유행처럼 번졌다가 다른 화두로 대체되는 현상을

서 도시의 강정과 약점이 무엇인지에 관한 끊임없는 연구가 필

꼬집는 질문이다. 우리 도시에서 재생이 중요한 화두라면, 커

요하다. 이론적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 역시 도시의 흐름을

뮤니티 중심이나 마을 만들기가 도시를 발전시키는 데 있어 목

이론화하여 발전의 토대로 삼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

표가 아니라 수단이라면, 우리의 목표는 무엇인가? 김정후 박

한 것이 사회적 지속 가능성이다. 이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

사는 여기서 ‘지속 가능성’을 제시한다. 흔히 우리 사회에서 지

려, 공간적 분배의 문제 등 건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속 가능성을 이야기하면 기술이나 재료를 통한 지속성을 떠올

문제에 대한 고려를 말한다.

리거나 역사적 지속 가능성 정도에 국한되어 있다. 따라서 지 속 가능성은 도시와 건축을 주도하는 아젠다가 되기 어렵다는

그렇다면 유럽의 경우는 어떠한가? 환경에 대한 논의를 세계

인식이 팽배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이 편협한 것이라면, 과

최초로 벌인 도시가 스웨덴의 스톡홀름이다. 산업화의 문제를

연 ‘무엇’이 지속 가능해야 하는가? 그의 주장에 따르면, 도시

치열하게 겪으면서 오폐수 처리 문제, 빗물 처리, 주거의 질 등

적ㆍ형태적ㆍ공간적ㆍ기술적ㆍ재료적ㆍ시각적ㆍ역사적ㆍ이

을 가장 심각하게 고민했던 도시 중 하나이고, 이를 가장 먼저,

론적ㆍ사회적 맥락에서 지속 가능성이 논의되어야 하고 도시

가장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1970년대 스카프넥(Skarp-

와 건축의 아젠다가 설정되어야 한다.

nack)은, 유럽에서 테라스하우스와 같은 공동 주택은 거주의 질이 낮은 주거 형식이라는 편견을 깨고 현대적인 방식으로 변

도시적 지속 가능성이란 거리나 광장 등, 도시에서 만들어지

환하여 지속 가능성을 고민한다. 현재 스톡홀름은 친환경적인

고 없어지는 모든 요소들이 하나의 흐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

도시 혹은 삶의 질이 높은 도시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명성은

다는 것이다. 도시의 발전은 완벽히 새로운 발명품으로 이루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고민과 실험을 통해 진

지는 것이 아니라 진화의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화해 왔다는 점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이전 단계의 도시 계획적 흐름이 무시될 때 난개발이 일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도시 계획 혹은 도시 디자인이라는 개념 자체 가 지속 가능해야 하는 것이다. 형태적(혹은 건축적) 측면도 마 찬가지이다. 앞서 한옥 활성화 경향에 대해 비판했듯이 우리가 시대 논리에 의해 잃어버린 공간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새 로운 시대 논리가 요청하고 압박한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공간 을 지속하면서 한발 한발 진화하는 것이 유럽의 논리이다. 반 면 기술적, 재료적인 지속 가능성이 목표가 될 경우는 기술 집 약적인 도시를 추구하게 된다. 이 때는 도시와 삶의 질이 낮아 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한국에서는 낯선 개념인 시각적 지속 가능성은 랜드마크 때문 에 나온 이슈이다. 테이트 모던은 런던에 지난 2000년간 존재 하지 않았던 새로운 조망점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시각적으로 지속 가능성을 만들어 내었다. 흔히 우리는 아름다운 모습을 고 착화하여 경관으로 이해한다. 핵심은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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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베드제드(BedZed)(↓)는 제로 에너지의 상징이 되었

유럽에서 이러한 지역의 공간적 전통을 계승하는 방식으로 지

다. 흔히 베드제드는 친환경 주거 단지로 평가받고 국내에서도

속 가능성을 실현한 사례는 스위스에서 찾을 수 있다. 프리츠

벤치마킹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고 한다. 그런데

커상 수상자인 피터 줌토르(Peter Zumthor)가 설계한 온천 <

쉽게 놓치는 부분이 베드제드의 핵심은 친환경 기술이라기보

테르메 발스(Therme Vals)>(↓)를 보자. 여기서 줌토르는 대

다 내외부 공간에 있다는 사실이다. 베드제드의 외부 공간이 영

지의 형상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건물 대부분을 땅 속으로 넣

국 사람들에게 편하게 다가섰던 이유는 공동 주택임에도 불구

고, 지역의 재료를 사용하며, 전통적 주택 구성 방식을 현대적

하고 영국인들에게 친숙한 마당(텃밭)을 넣어 공간적, 형태적

으로 전환한다. 이렇듯 김정후 박사가 피터 줌토르에게서 발견

지속가능성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한 지속 가능성이란 몸에 밴 지속 가능성이다. 이들에게 친환 경 디자인(eco-friendly design)은 오히려 생소한 단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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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장 누벨(Jean Nouvel)이 설계한 파리의 <케브랑리 박물관

이번 강연은 유럽의 도시와 건축의 현재를 통해 그들의 지향점

(Quai Branly Museum)>(←)은 형태적으로 흥미를 느끼기 힘

을 살펴보는 강의였다. 현재 유럽에서 생산되는 이슈와 프로젝

들지만 친환경의 의미를 재확인시켜 준다. 대부분의 박물관은

트의 큰 특징은 역사적 흐름 속에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를 많이 쓴다. 그런데 원시적인 분위기의 <케브랑리 박

이에 비추어 우리의 한계라면 도시 및 건축과 관련된 제도나 정

물관>에는 신기술이 쓰였다기보다는 가능하면 값싸고 친환경

치적 지형이 연속성을 유지하기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김정후

적인 재료를 사용하고, 설비도 노출되어 있으며, 녹지로 휩싸

박사는 강의 전반을 통해 도시와 건축의 이론과 실무가, 정치

여 있다. 기존의 자연과 자연스러운 조화를 추구한 이 박물관

와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제도와 밀접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

은 주변의 나무들이 자라면서 ‘자라는 박물관’처럼 보이기도

고 있다. 현재 우리의 도시와 건축을 다루는 전문가들은 사회

한다. <케브랑리 박물관>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5층 규모의

적 부분에 무관심한 채 분야 내부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반성에

행정동 북쪽 벽을 장식한 수직 정원(vertical garden)(↓)이다.

서 비롯된 이야기이다. 따라서 대중과 소통해야 하며, 도시, 건

식물학자 패트릭 블랑(Patrick Blanc)의 작품으로 벽을 땅으로

축, 사회, 지리학, 정치학 분야의 학자들과 함께 치열하게 논의

바꾸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그렇지만 김정후 박사는 이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우리 도시ㆍ건축의 전문가

를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한다. 왜냐하면 기술적으로 많은 장비

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김정후 박사가 지적하는 국내의 여러 문

를 동원하여 유지되는 이 수직 정원은 일견 친환경적으로 보이

제점들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본과 정치, 제도,

지만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지속 가능

건설 등 관련된 여러 분야의 역학 관계 속에서도 그러한 이슈를

성은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 준다. 따라서 이론과 기술, 지역의

생산하고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해결책에 갈증을 느낄

전통과 재료 등이 통합적으로 고려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성 혹

수 있다. 그래서 김정후 박사가 이야기하는 ‘소통’이 원론적인

은 친환경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이야기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김정후 박사 역시 이번 아카데 미에서 정책적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 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갤러리스트, 인테리어 디자이 너, 건축가, 교수, 연구원, 학생 등 다양한 참여자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전반적인 개관 및 생생한 정보 전달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는 한계가 존재했다. 짧은 강의 일정에 아쉬움도 있었지만, 김정후 박사의 ‘정책 아카데미’를 기약해 보며 첫 번 째 와이드 아카데미의 문을 닫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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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 사진 더하기 건축 07

일상성과 비일상성 The Ordinary and the Extraordinary

파올로 벤츄라

Paolo Ventura

나은중・유소래 | 본지 자문위원, NAMELESS 공동 대표

ⓦ The Automaton ⓦ “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인 1943년, 베니스에 위치한 유태인 격리 지구에 나이가 많은 시계 수리공이 살고 있었다. 나치가 유태인을 모두 잡아간다는 소문이 흉흉한 그 때 노인은 홀로 건물 안에 숨어 외로움과 불안함에 하루하루를 보내 고 있었다. 그는 그와 같이할 오토마톤, 즉 사람을 닮은 소년 인형을 만들기로 한다. 수십 년간 연마해 온 정교한 손기술로 탄생한 로봇 인형은 매일 저녁 6시 30분 식탁에서 팔을 들어 건배를 외치며 외로운 노인의 친구 역할을 하게 된다.”

Paolo Ventura, <The Automaton #09>, 2010, Digital C-Print, 129×103cm. Courtesy of Paolo Ventura and Gallery Ba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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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출신의 사진가 파울로 벤츄라(Paolo Ventura, 1968~)는 그의 최근작 <The Automaton, 2010>시리즈에 시계 수리공 과 그가 만든 소년 인형을 등장시킨다. 수염이 덥수룩한 노인과 그의 인형은 건조한 식탁 앞에 서로 마주하고 있다. 매일 저녁 치 러지는 이 행위의 장면은 그가 처한 시대적 배경과 메마른 궁핍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전한다. 하지만 관객이 좀더 쉽게 읽을 수 있 는 이야기는 역사적인 사건이나 시대의 비판적 견해라기보다는 이를 통해 재현된 한 인간과 장소의 위태로운 관계이다. 검게 그을 린 하지만 온기가 사라진 벽난로와 반쯤 열린 문, 그리고 귀퉁이 한 켠을 차지하는 작은 창 너머의 도시 모습은 폐쇄적이지만 동시 에 외부 세상을 향한 공간의 역설적인 욕망을 암시하는 듯하다. <The Automaton> 시리즈의 또 다른 사진 <The Automaton #15, Lonely Vista>는 이러한 일상의 욕망을 좀더 극적으로 드러낸다. 두꺼운 외투를 입고 모자를 눌러쓴 남성이 경사 지붕 위에 위태 로이 올라 있다. 그가 서 있는 곳은 건물의 내부도 아닌, 그렇다고 바깥 세상도 아닌 가파른 경사 지붕 위이며, 그가 응시하는 곳은 공허한 도시 풍경이자 동시에 비일상적인 그 자신의 삶의 모습이다. 전쟁이라는 비일상성 속에 놓인 주인공들의 일상은 불안한 공 간과 행위를 통해 모호한 장소의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Paolo Ventura, <The Automaton #15, Lonely Vista>, 2010, Digital C-Print, 103×129cm. Courtesy of Paolo Ventura and Gallery Ba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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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nter Stories ⓦ <The Automaton, 2010> 시리즈와 함께 <Winter Stories, 2007>, <War Souvenir, 2005> 등 그의 대부분 의 사진들은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할머니로부터 전해 들은 과거의 시간과 공간의 이야기로부터 출발한다. 실제의 경험이 아닌 아 닌 가상의 기억들은 작가의 상상력과 호기심으로 덧입혀지고 재구축된다. 다시 말해 이것은 허구에 기반을 둔 작가 자신만의 세상 이다. 2007년에 발표된 <Winter Stories> 시리즈에서 작가는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듣던 서커스 이야기를 바탕으로 ‘평생을 서커 스 곡예사로 살아온 남자의 마지막 기억’이라는 설정을 통해 이야기를 써내려 간다. 즉 사진 한 장 한 장의 장면들은 곡예사가 숨 을 거두기 직전 병상에 누워 자신의 일생을 돌이키며 떠올린 단편적인 장면들의 기록이다. 물론 그 곡예사는 실재하지 않는 가상 의 인물이다. ⓦ <Winter Stories> 시리즈 중 외줄을 타고 있는 곡예사를 묘사한 <Winter Stories #36, The Tightrope Walker, 줄 타기 곡예사>는 다시 한번 작가가 바라보는 일상적인 장소와 비일상적인 행위 사이의 관계를 보여 준다. 코트를 입은 구경꾼들을 뒤로하고 화면 가득한 하얀 하늘은 평범하지만 왠지 모를 긴장감으로 가득차 있다. 공간을 짓누르는 외줄의 탄성과 곡예사의 강 하지만 섬세한 움직임은 비워진 여백을 가로지르며 묘한 장소의 기운을 만든다. 또한 외줄타기라는 비일상적인 행위를 마주친 구 경꾼들의 흐릿한 뒷모습과 위태로운 곡예사의 잘려 나간 모습은 그들의 일상 사이의 간극을 어렴풋이 상상하게 한다. 또 다른 사 진 <The Balloon Seller, 풍선 상인>에서 작가는 좀더 모호한 상황을 재현한다. 실제 사람인지 인형인지 구분하기 애매한 존재가 풍선에 매달려 비상한다. 경쾌함과 가벼움을 드러내는 다양한 색의 풍선은 언뜻 서커스의 유쾌한 놀이 혹은 행위의 이야기를 드 러내는 듯하다. 하지만 기괴할 정도로 어두운 도시의 풍경과 축 늘어진 발끝에 묻은 흰 눈의 스산함은 밝음과 어두움, 즐거움과 고 통,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에 변증법적 유희를 만들어 낸다. 이처럼 역설적인 공간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사용된 매개체는 장소와 인물 그리고 행위의 디테일을 통해서이다.

Paolo Ventura, <Winter Stories #54, The Balloon Seller>, 2007, Digital C-Print. Courtesy of Paolo Ventura and Gallery Ba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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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편의 영화를 닮은 사진 ⓦ 파울로 벤츄라가 사진을 만드는 방식은 미감을 통한 사진 행위의 측면보다 플롯을 통해 구축되는 세상 이야기, 즉 영화와 닮아 있다. 우선 일련의 사진을 위한 큰 틀의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어떤 도시나 그 장소에서의 일상적인 인물 등, 좀더 세부적인 상황으로 치환된다. 그는 이 과정에서 특정 장면을 서술하기 위한 풍경으로서의 세트와, 장소를 구체화 시키는 소품들 그리고 인물, 즉 사람을 등장시킨다. 이를 통해 장소의 개념적인 사건과 행위들을 재배치시 키며 하나의 장면을 탄생시킨다. 특히 그는 장소와 행위의 관계를 매우 섬세하게 조정한다. 스케치를 통해 재현된 이야기와 이미지 는 상상을 구체적인 세상으로 끄집어 내는 도구가 되며, 이를 바탕으로 그는 정교한 디오라마(Diorama)를 제작한다. 그는 종이, 골판지, 폼보드, 플라스틱, 찰흙 등을 이용해 건물을 세우고, 도로를 만들며, 사람들의 옷과 표정의 미세한 변화는 물론 흙이 묻은 신발, 낡은 바지의 무릎에 덧댄 천조각, 반쯤 벗겨진 벽보, 눈이 녹아 눅눅해진 거리 등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부분까지 섬세하게 표현한다. 작가는 이러한 사소한 디테일이 사물을 지각하는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며 동시에 이야기를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라고 말한다. ⓦ 일상성과 비일상성 사이 ⓦ 파울로 벤츄라는 사진의 프레임 안에 특정한 시간과 공간을 구축한다. 이는 역사적 인 사건의 기록이라기보다는 장소와 시간에 마주한 도시, 건축, 그리고 그 공간에서의 삶의 기록이다. 그가 기록하는 일상은 비록 제한적인 시간과 공간에 한정되어 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대의 이야기와 큰 차이를 찾을 수 없는 듯하다. 작가는 “사 람들은 그들이 꿈꾸고 싶어하는 것을 본다”고 이야기한다. 어쩌면 그가 만드는 허구의 이야기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지금 여 기서 꿈꾸고 싶어하는 현실의 이야기와 닮아 있을지 모른다. 일상의 비일상성에 대한 믿음은 삶을 늘 예측 불가능하게 만든다. ⓦ

Paolo Ventura, <Winter Stories #36, The Tightrope Walker>, 2007, Digital C-Print. Courtesy of Paolo Ventura and Gallery Ba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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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리포트 3 | 서울시 공공 건축가 제도

서울시 공공 건축가 제도 ☞ 건축계의 문제를 풀어 가는 순기능으로 작동돼야 서울시는 지난 2월 13일, 역량 있는 민간 건축 전문가 77명을 ‘서울시 공공 건축가’로 위촉했다. 이들은 신진 건 축가 35명, 총괄 계획(MP/MA) 17명, 디자인 우수 인력 25명으로 구성됐으며, 향후 2년 동안 활동하게 된다. 주 요 업무로는 서울시와 산하 기관에서 발주하는 공공 건축물과 정비 사업 등의 기획·자문에 참여하고, 긴급을 요 하는 현안 사업 중 주변 경관과의 조화가 요구되는 3억 미만 소규모 공공 건축물에 대해 공공 건축가 풀 안에서 지명 설계 공모를 통해 직접 설계도 맡게 된다. 또한 재개발·재건축·뉴타운 등 정비 사업의 계획 수립과 자문 에도 참여해 사업성 위주가 아닌 지역 특성에 맞는 사람 중심의 계획 수립과 주변 도시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건 축을 유도할 예정이다. 본지는 여전히 수정·보완의 여지가 있지만 일단 시작이 된 ‘서울시 공공 건축가 제도’를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자 한다. 그것은 이 제도에 대한 이해를 돕자는 취지와, 앞으로 보완되어야 할 부분에 대해 서는 단단히 지켜보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포함되어 있다. 이 기사를 위해 본지 박인수 편집위원의 자문이 있었음 을 밝힌다. (편집자 주)

공공 건축에 대한 인식의 확산 ⓦ 공공 건축에 대한 정

이 세부 추진 전략으로 책정되기도 했다. 국토 해양부에

의는 일반적으로 발주 주체와 이용 여부에 따라 구분할

서는 건축기본법에 의한 건축디자인시범사업의 일환으

수 있겠지만, 서울시 공공 건축가 제도를 논하기 위해서

로 공공 건축 디자인 개선 사업(2009~2010)을 추진하

는 좁은 의미에서의 정의, 즉 중앙이나 지방 행정 부처

였고, 2011년부터는 공공 건축을 매개로 한 지역 만들기

에서 발주하고 관리·소유하는 건축물로 이해해야 한다.

사업으로 확산하여 도시 활성화의 원동력으로서 공공 건

ⓦ 2011년 중앙 정부의 공공 건축 관련 전체 예산 규모는

축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신축, 증축, 유지 관리에 4조 7,370억 원에 달하는 시설 이다. 그 자체로 민간 건축을 선도하는 선진국과 달리 질

공공 건축 조성 체계의 문제점 ⓦ 이처럼 공공 건축에

이 낮고 조성 과정 또한 열악함을 면하지 못했던 국내의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공공 건축 조성 체계에 대한 문

공공 건축은 2005년에 추진된 건설 기술, 건축 문화 선

제도 제기되었다. 우리나라는 공공 건축물의 기획 단계

진화위원회의 건축도시환경 진단을 통해 민간 전문가 활

에서 기본 구상은 강제 조항이 아니며, 기본 구상 업무

용 제도 도입이 거론되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이후 공

는 사실상 부재하다. 건설기술관리법 시행령 제38의 5,6

공 건축에 대한 논의가 다양하게 확산되었고, 2007년에

에 의거하여 500억 이상의 사업에 한해 건설공사기본계

는 건축기본법 제정으로 디자인의 가치를 정부와 지방자

획을 수립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공공 건

치단체의 정책에 반영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또 2009

축물은 기본 구상 및 타당성 조사가 실시되지 않는 것

년 수립된 제1차 건축정책기본계획에는 ‘공공 건축의 품

이 현실이다. 행정 부서의 업무 처리 능력, 즉 공공 건축

격 향상’과 ‘디자인 가치 향상을 위한 발주 방식 개선’ 등

의 기획에서 유지 관리까지의 업무 수행이 부실하다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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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공 건축가 제도에 대한 의견 ①

니 설계 공모를 통해 우수 작품을 선정하더라도 후속 공 정 진행 과정이나 공사 진행 과정에서 설계 변경되는 사

김광현 [서울대 교수, 심사위원]

례가 허다하다. 당초 계획과 전혀 다른 그림으로 준공되 는 것이다. 실시 설계나 공사 단계에서의 잦은 설계 변경 은 공사비 증가로 인한 예산 낭비로 이어진다. 또 기획 력의 부족은 지역 여건이나 수요에 맞지 않는 과대, 과 다 시설 계획을 낳기도 한다. ⓦ 설계자 선정에 있어서

ⓦ 서울시와 공공 건축가들 사이에 업무 범위에서 입장 차 이가 있는 것 같다. ⓦ 건축가들은 기획부터 관여하길 원

하고 공무원들은 일을 만들어 주겠다는 의도가 강하다. 공 공 건축의 기획 단계에 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이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공청회 등을 통해 여러 번

도, 서울시의 경우 5억 이상은 설계 공모, 3~5억은 약식

거론됐던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시가 모르는 바는

설계 공모, 3억 미만은 가격 입찰(PQ)이다. 그런데 실제

아닐 것이다. 단지 지금까지 없었던 방법이라서 받아들이

로 2008, 2009년도 서울시 운용 현황을 보면 가격 입찰

기 어려울 뿐이고, 또 그렇게 될 경우 전문가를 서포트할

이 전체의 80%에 달한다. 우수한 설계자를 선정할 수 없

또 다른 조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공공 건축

는 방식이다. 가격 입찰에 의한 대부분의 프로젝트(이를

가는 일정 기간 동안 서울시의 공무원 자격으로 일을 하는

테면 동사무소 청사나 공중 화장실, 소방서 등)는 외관

것이 가장 좋은데, 그 때는 하부 조직이 있어야 한다는 이

디자인의 고려 없이 기능성과 시공성에 치중돼 있다. 반

야기다. 물론 공청회 등을 통해 제기된 문제점들은 반영되

면, 현상 설계를 실시할 경우 기능성은 물론 외관 디자 인의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지만, 제출 서류 작성 등 의 고비용 부담으로 젊은 신진 건축가들의 참여를 유도 하기 어렵다.

지 않았다. 그렇다고 안 하겠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지 않 나? 진정한 의미의 공공 건축가로 출발하지 못했다고 하 더라도, 차선책으로 건축계가 일단은 이 제도를 밀어 줘 야 한다고 생각한다. ⓦ 심사위원으로 공공 건축가 선정에 관여했다. 개인적으로 특별한 기준이 있었는지. ⓦ 즉석에

서 결정된 거라 크게 의미는 없지만 심사위원장이었다. 선

외국의 사례 ⓦ 몇몇 선진국의 사례를 보자. 네덜란드

정 기준은 공공 건축가 모집 공고에 명시된 조건에 충실했

는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건축 지원 정책을 펼치는

다. 물론 기준은 엄격했다. 관에서 하는 일이 그렇게 만만

나라이다. 중앙 정부와 각 도시는 건축가를 공무원으로

하지 않다. 기억에 남는 건,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부부 건

임명해 건축물의 디자인을 관리하는 ‘국가 및 시 건축

축가가 함께 포함되는 것은 배제했다. ⓦ 이 제도의 도입이

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 및 시 건축가는 건축 관

갖는 성과는. ⓦ 무엇보다 당장은 공공 건축가라는 이름을

련 정책에 대한 자문에 응하고, 중앙 정부와 시는 자문 한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실천 계획과 예산을 결정한 다. ⓦ 영국의 공간환경위원회(CABE, Commission for Architecture and the Built Environment)처럼 공공

쓰게 됐다는 것이다. 사실 건축기본법에 국가 건축가와 공 공 건축가를 기재하려고 했었다. 국가 건축가라는 것은 조 금 더 국가적인 건축, 이를 테면 새만금 사업 같은 큰 사업 에 해당하고, 공공 건축가라는 것은 지자체의 일을 하는 민간 전문가를 지칭하는 것으로 위계를 정했다. 그런데,

건축 기획 단계에 전문가를 지원할 수 있는 전문 기관을

그 때 반대 의견을 가지 단체가 있어서 무산이 됐다. 대신

두는 나라도 있다. 공공 건축물 발주 과정 및 절차 개선

건축 관련 전문가란 이름을 써서 아쉬웠는데 공공 건축가

방안을 추진하며 공공 건축의 설계공모 제도를 운영하

란 명칭을 사용하게 된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고 있는 프랑스의 MIQCP(Mission Interministerielle

ⓦ ‘건축가’란 명칭을 쓰게 된 이유는. ⓦ 단순히 업태를 지

pour la Qualite des Constructions Publiques), 민간 부

칭하는 것 이상이기 때문이다. 직접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동산 기업처럼 운영되며 공공 건축물 조성과 임대 및 유

도 하지만 기획이나 자문의 일이 더 많을 수 있다. 개인적

지 관리 업무를 대행하는 미국의 PBS(Public Buildings

으로 공공 건축가들의 업무가 프로젝트 위주가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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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vice), 공공 기관 및 관공서 등을 대상으로 국가 소유

지구단위 2개)의 재개발 재건축 정비계획 수립에 설계자

건축물 설립, 관리, 자산 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 직간접으로 참여하고 자문 등을 하여 도시 경관 및 주

핀란드의 국유재산관리소(Senate Properties) 등이 대

거 품격을 올리고 다양한 주거 유형을 조성하자는 게 취

표적인 예이다.

지였다. 공개 모집 및 단체·협회의 추천을 받아 심사위 원회에서 선정한 총 18명이 활동을 했다. ⓦ 그런데 일

국내의 공공 건축가 사례 ⓦ 우리나라 지자체 중에서도

각에서 소수 독과점 등 특혜 시비가 일어났다. 특별경관

이미 공공 건축 관련 디자인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프로

설계자 18명 대상 지명 초청, 제한 공개 경기 진행에 대

젝트에 따라 민간 전문가를 채용하여 디자인 행정 업무

해 일반 건축사들로부터 독과점 및 특혜라는 민원이 제

를 총괄해 오는 곳이 있다. 그러나 그 업무에 있어서는

기됐다. 특별경관설계자 간에도 수임 실적에 심한 편차

공공 디자인 가이드라인 작성이나 일부 중앙부처가 지원

가 있었다. 최다 수임 실적이 7건인 설계자가 있는 반면

하는 디자인 시범사업 추진 등의 업무에 한정되어 있다

전혀 실적이 없는 설계자도 있었던 것이다. 설계자 선정

고 한다. ⓦ 포항시는 시정 건축가 제도를 도입하고, 각

과정에서 대형 설계 사무소들을 제외시킴에 따른 민원이

종 공공 기관 발주 현상 설계를 대행하는 전담 부서 테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컨소시엄 형태의 선정 방식

라노바 팀을 두었다. 민간 전문가의 내부 명칭은 ‘디자

이 나타났고, 그 진행 과정에서 로비나, 업무 범위에 논

인 전문위원’이며, 포항시 경관 조례 제31조(위원의 임

란이 일었다. 특히 업무 범위가 당초 정비계획 수립의 직

기 및 해촉)에 근거하여 임기를 2년으로 정하고 있으며

간접 참여 및 자문에서 실시 설계로 변질되었던 것이다.

1회 연임이 가능하다. 프로젝트별로 운영되는 자문위원

그러한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이화1구역 주택재개발,

과는 별도로 계약직 공무원 ‘가’급에 해당한다. 영주시

정릉골 주택재개발 지역 등의 특별경관구역의 재개발,

의 경우는 2010년부터 연구 용역으로 자체 ‘건축디자인

재건축 정비계획 수립에 참여, 결과적으로 서울 성곽과

기준’을 수립하여 운용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도시디자

인접한 지역/구릉지 지형을 이용한 배치, 기존 골목길 재

인과에 공공 건축가를 두어 공공 건축 및 공공 공간 사업

현 등 주민 커뮤니티를 충분히 반영하여 높은 평을 얻어

전반에 대한 총괄적인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공공에서

냈다. 그리고 이러한 높은 평이 서울형 공공 건축가 제도

발주한 모든 사업에 대한 설계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이

도입으로 이어졌는데, 이전 제도에서의 기대 효과를 한

공공 건축가는 도시디자인과의 ‘도시디자인관리단장’이

단계 발전시키겠다는 의지와 무관하지 않다.

라는 명칭 하에 위촉직으로 근무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러한 공공 건축가의 역할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

선정 기준 ⓦ 서울시 공공 건축가 제도의 도입 배경에는

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축 도시의 공공성 확보가 있다. 2008년 6월 건축기본 법 시행에 따른 건축의 공공적 기능 강화 토양을 마련하

전신으로서의 특별경관설계자 제도 ⓦ 서울시 공공 건

겠다는 것인데, 공공 건축물 및 공간 환경에 대한 시민

축가 제도는, 지난 2008년부터 구릉지, 성곽 주변 등 경

들의 인식 변화도 한몫을 했다. 제도 자체는 건축기본법

관 보호가 필요한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정비계획 수립

제23조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민간 전문가의 참여)

에 시범적으로 참여해 오던 ‘특별경관설계자’ 제도를, 모

서울시 공공 건축가의 선정은 응모 원서 및 자기소개서

든 정비 구역과 공공 건축물로 확대 적용한 개념이다. 이

서류 전형을 통해 이루어졌다. 임기는 위촉일로부터 2

제도는 구릉지, 서울 성곽 주변, 문화재 주변 등을 포함

년, 1회에 한하여 연임이 가능하며, 자격 요건은 건축 계

한 특별경관관리구역 15개소(재개발 7개, 재건축 6개,

획, 건축 디자인, 도시 계획, 정비 사업, 조경 분야 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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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이제 발을 뻗었으니 전 문가와 공무원 사이에 여러 가지 이아기들이 오갈 것이다.

서 조교수 이상의 직에 3년 이상 경력이 있는 자, 건축사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정말 바랐던 제도, 제대로 된 공공

사무소의 등록을 한 건축사(당해 사무소에 소속된 자 포

건축가의 상을 정립할 수 있지 않겠는가. 더불어 서울시

함)로 3년 이상 종사한 자, 4급(상당) 이상의 공무원으

의 사례가 다른 지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로 모집 분야와 관련된 업무에 3년 이상 재직한 자로서 건축 계획(기획) 및 디자인 능력이 검증된 전문가, 공공 기관 시행 건축 디자인 시범사업에 참여 실적이 있는 자, 서울시 건축상 수상자, 중앙부처로부터 우수(신진)건축

구에서도 보면, 민간 전문가의 참여는 그저 자문 정도에 그치고 있다. 서울시가 좋은 모범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 부정적인 시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를 테면 서 로 잇속을 챙기기 위한 또 다른 집단에 불과하다, 라든가.

ⓦ 물론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면도 있을 수 있겠지. 하지

가로 선정된 자, 공공기관 및 국제 현상 공모 당선자, 정

만 한쪽 면이라도 좀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면, 당장은 만

비 계획의 수립 및 단지 설계 등 참여 실적이 있는 자, 정

족스럽지 않더라도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 옳은 방향으

비 계획의 총괄 계획가(MP,MA)로 참여 실적이 있는 자,

로 가도록 지속적으로 안을 내고 그러면 개선되지 않을까.

기타 디자인, 설계, 도시, 조경, 정비 사업 분야에 우수하

요즘은 중앙 행정 기관에서도 우리 건축과 도시 문화를 위

다고 인정된 자 등이다. ⓦ 이 제도의 목적에는 신진 건

해 잘해 보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다. 특히 국토해양

축가의 시정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우수 신진 건축가 발

부의 활약이 돋보인다. 최근에는 신진 건축사 발굴·육성

굴/육성하겠다는 목적이 있다. 45세 이하의 신진 건축가 를 당초 계획인 30명보다 많은 35명을 선정한 배경이기

방안(각주 1)을 확정하기도 했는데, 이 또한 민간 전문가 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

도 하다. 대형 설계 사무실 위주의 입찰 및 현상 설계 독

(각주 1) 신진 건축가 육성을 위한 한국식 ‘유로판(Europan)’ 사업.

점을 방지하고 건축가 개인의 능력뿐만 아니라 시의 지

유로판이란 유럽에서 40세 이하 건축사를 대상으로 2년마다 개최하

원으로 신진 건축가들이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

는 설계 공모전이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매년 45세 이하 건축사를 대 상으로 공공 건축 사업에 대한 설계 공모전을 시범 실시할 계획이다.

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울러 건축가 우대 문화를 조성 계획을 포함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순기능으로 작동하기 위해 ⓦ 애초의 ‘서울형’ 공공 건 축가 제도는 (공식적인 직함의 측면에서) ‘서울시’ 공공

서울시 공공 건축가 제도에 대한 의견 ②

이충기 [서울시립대 교수, 전 특별경관관리설계자]

건축가 제도로 명칭을 바꾸고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했 다. 오세훈 전 시장부터 시작된 일이지만, 참여를 더욱

ⓦ 서울시 공공 건축가 제도가 도입된 배경을 말해 달라. ⓦ

높이라고 독려하고 활동 범위를 공공 건축물에서 마을

서울시 공공 건축가 제도의 전신은 특별경관관리설계자

만들기로 확장하는 등, 공공 건축가 제도에 더욱 힘을

제도이다. 이 제도를 도입한 데는,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

실어 주는 이는 박원순 현 시장이다. ⓦ 그런데, 이 제도

았지만 건축 전문가들의 역할이 컸다. 실제로 공공 프로젝

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공공 건축가 제도가 되기 위해서 는 개선의 여지가 많다. 특히 현재로선 서울시와 견해차 가 있지만, 기획 단계에서의 참여는 꼭 필요한 부분이다. 공공 건축 조성 과정에서 기획 단계의 중요성은 건축기

트의 자문과 참여를 통해 국가 또는 지방 자치 단체의 실 무자들에게 좋은 건축 정책, 좋은 건축 제도를 지속적으로 제안해 왔던 것이다. ⓦ 또, 서울시에 남은 땅이라곤 구릉 지나 오래된 동네밖에 없는데, 거기마저 뉴타운 아파트처 럼 ‘성냥갑 아파트’로 해서는 안 된다는 자각이 있었다. 잘

본법 기획 제안 제도를 도입하면서 부각되었으나 여전히

알려진 조성룡 선생의 이화 제1구역 주택 재개발(2007)은

공공 건축의 기획 업무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시범 사업이었다. 결과적으로 용적

며, 현재 민간 전문가의 역할 또한 자문 형태에 국한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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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또 기획 업무에 따른 정확한 보수 기준도 마련되어 야 하며, 실질적인 활동을 위한 서울시의 지원 시스템도 필수다.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행정 체계의 든든한 뒷받 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서울시 공공 건축가 제도의

14년차 건축사가 바라본 서울형 공공 건축가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 중이라고 한다. 얼마 전 소방서 신축을 위한 첫 번째 공모전이 실시되었는데, 너 무 많은 참가자가 몰린 탓에 앞으로는 몇 개 조로 나누어 조별로 추천된 건축가의 약식 설계를 받아 선정하는 방 식을 논의 중에 있다는 것. ⓦ 많은 사람들이 이 제도의 성과에 갖는 기대가 크다. 지금까지 없었던 공공 건축가 제도를 통해 국내의 건축 관련 현안 문제를 해결하고, 공 공과 민간이 함께 건축 관련 업무를 진행하게 하는 ‘거버 넌스’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건축이 공공적 가 치에 부응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 서는 현 제도적 상황과 그간의 공공 건축 업무 행태를 감 안할 때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 내기도 한다.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진행상 의 문제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을 거란 입장이다. ⓦ 물론 이 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공공 건축가 제도가 각종 위원회의 하나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 소액 입찰을 대체한 ‘제안서 공 모 형식’이 또 다른 밥그릇 챙기기일 뿐이라는 불신, 그 리고 공공 건축가 선정 기준은 과연 공정하고 적합한가, 라는 의혹 등이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제 도 속 공공 건축가들의 다음 행보가 중요한 이유이다. ⓦ [참고 : 『국가 공공 건축 지원 센터 구축 및 운영 방안 연구(1)』, 서수정 외 지음, 건축도시공간연구소, 2011.]

2010년 12월 제도화 방안을 위한 공청회를 거쳐 지난 해 10월 선정된 ‘서울형 공공 건축가’가 지난 2월부터 활동 을 시작했다. 서울시는 보도 자료를 통해 ‘공공 건축가’ 제도가 프랑스, 일본,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선 보편화 된 제도라고 소개하면서 우수한 전문가를 공공 건축 또 는 도시 계획 분야에 참여토록 해 공공 건축물의 수준 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으며, 이러한 서울시의 의 지에 의해 마련된 정책이 서울형 공공 건축가 제도다. ‘ 서울형’이라는 표현을 썼으니 서울시에 대한 ‘맞춤형’ 공 공 건축가로 이해해야 될 것이므로, 서울시가 기존 지방 자치단체 행정 시스템에 있어 불합리하거나 부족한 부분 이 발견되어 그 부분을 보완하고 시민들에게 양질의 서 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해외의 선진 사례를 연 구, 검토하면서 ‘공공 건축가’ 제도의 도입을 제안하고, 국내 실정에 맞도록 그 역할과 직무를 부여했는지에 대 해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불합리하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해당 부분에 대한 원인 파악이 우선되어야 하 고, 그 대안으로서 현재의 ‘공공 건축가’ 제도가 최선책 인지 판단하고 ‘공공 건축가’라는 ‘직책'과 그 직책에 따 른 ‘직무’와 ‘역할’이 적정한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고 본다. 서울시가 밝힌 기존 제도의 문제점 ⓦ 서울시는 2010년 12월 서울형 공공 건축가 제도화 방안을 위한 공청회를 통해 ‘특별경관설계자’ 제도와 공공 건축물 기획 및 설계 에 대한 문제점을 제시하고 이를 공공 건축가 제도로 해 소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특별경관설계자 제도의 경우 ‘ 소수 독과점 등 특혜 시비’와 ‘특별경관설계자의 업무 범 위 논란’을, 공공 건축물 기획 및 설계의 경우 ‘기획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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률을 확보하면서도 기존과 전혀 다른 계획이 만들어졌고, 이러한 사실에 서울시도 무척 고무된 것으로 전해진다. 차 별화된 디자인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행정은 2008년 5월 정릉골 주택 재개발 정비 구역을 특별경관관리 시범 사업 으로 지정하면서, 내친김에 서울 시내 구릉지, 서울 성곽, 문화재 인근 지역 등 특별히 경관 관리가 필요한 지역에 대해 특별경관관리설계자 제도를 도입하게 된다. 이 제도 는 18명의 전문가로 구성이 됐으며, 이들을 대상으로 같은

에서의 기본 구상 및 타당성 조사 미실시(관련 업무 부

해 11월 지명 초청 설계 경기를 통해 정릉골 주택 재개발

재)’와 ‘소규모 건축물 설계에 대한 가격 입찰’, ‘고비용

정비 계획의 기본안이 만들어졌다. ‘문화를 담는 방식’으

설계 경기’ 등을 현안 문제점으로 봤다.

로 진행된 서촌 재개발 역시 서울시 특별경관관리설계자 를 대상으로 지명 초청 설계 경기를 치렀다. 권문성 교수 와 나, 안우성 온고당 소장 등 3명이 프로젝트 담당 건축가

● 특별경관설계자 제도의 문제점

로 선정됐고, 신중진 교수가 전체 사업 총괄 마스터플래너

① 소수 독과점 등 특혜 시비

(M.P)를 맡게 됐다. ⓦ 반면, 한남지구 재정비 촉진 사업

@ 특별경관설계자 18명 대상 지명 초청, 제한 공개 경기 진행

은 특별경관관리설계자와 ‘최근 3년 이내 단일 프로젝트

☞ 일반 건축사들로부터 독과점 및 특혜 시비 등 민원 제기

로 100 가구 이상의 설계 실적이 있는 사람이 콘소시엄 형

@ 특별경관설계자 간에도 심한 수임 편차

태로 진행된 경우다. 그것은 지구단위계획이라기보다 아

☞ 최다 수임 실적 7건(1명), 2건(2명), 1건(5명), 실적 없음

파트 현상 설계였고, 그러다 보니 특별경관설계자들의 역 할이 상대적으로 축소되는 경향을 보였다. 다음으로 진행

(10명)

② 특별경관설계자의 업무 범위 논란

된 내곡동 보금자리 주택 또한 같은 방식이었는데, 컨소시

@ 당초 업무 범위

엄을 이뤄야 하는 특별경관설계자를 사이에 두고 대형 설 계 사무소들 간의 경쟁이 치열했다. 자연히 문제가 생기

☞ 정비 계획 수립의 직간접 참여 및 자문

기 시작했다. ⓦ 그러는 와중에 한편으로 서울시는 소규

@ 실제 업무 사례

모 프로젝트에 건축가들의 참여를 시도했다. 설계비는 적

☞ 실시 설계권 요구로 조합 및 관계자 등과 민원 발생

었지만, 서비스의 개념으로 성의를 다한 결과가 좋은 평가

@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정비 계획 심의시 특별경관설계자 참 여 조건 부여

를 받게 되자 서울시가 먼저 했던 특별경관관리설계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그것이 바로 서울시 공공 건축가이다.

☞ 기존부터 참여하고 있는 설계자와 추가 설계비 분쟁 및 사 업 지연 등 발생

ⓦ 특별경관관리설계자였지만 서울시 공공 건축가 풀 안에 들지 않았다. ⓦ 나는 서울시 심의위원이기 때문에 공공 건

축가 제도 안에 들 수 없다. 참고로 특별경관관리설계자들

● 공공 건축물 기획 및 설계의 문제점

은 심의위원을 동시에 지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럴 경우

① 기획 단계에서의 기본 구상 및 타당성 조사 미실시

문제가 발생하더라. 독점이나 로비와 같은. 특별경관관리

@ 현상 설계 이후 실시 설계 및 공사 단계에서 잦은 설계 변경

설계자가 자문은 물론 직접 설계를 하면서 심의까지 하게 되니까. ⓦ 처음에 ‘서울형’이란 말을 붙인 이유는. ⓦ ‘공

☞ 공사비 증가로 인한 예산 낭비

공 건축가’라는 큰 범위 안에서 부분적인 역할을 하는 민

☞ 당초 건축사의 디자인 컨셉트에 어긋난 짝퉁 건축물 탄생

② ‘디자인’과 관계 없이 ‘가격’에 의해 선정되는 소액

간 전문가의 풀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진정한 의미의 공공 건축가와는 차이가 있다. 당시 오세

설계 용역

훈 전 시장의 관심도 그랬고, 건축가에 의한 좋은 참조들

@ 서울시 공공 건축물의 약 80%가 단순 가격 입찰(PQ)에 의

이 필요했던 것 같다. 몇몇 좋은 건축물을 생산해 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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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설계자 선정 ☞ 건축물을 단순 용역이 아닌 문화와 예술성을 겸비한 작품 으로 인식 필요

③ 고비용 설계 경기 @ 젊은 신진 건축사 등의 참여 기회 미확보

● 서울형 공공 건축가 도입 기본 방향 구분

현안 문제점

개선 방향

공공 건축물

기본 구상 및 타당성 조사 미실시

<제도 개선>

기획 단계

기본 구상 등 타당성 조사 업무

공공 건축가 참여

<제도 개선>

소규모 설계

가격 입찰(PQ)

저비용 약식 현상 설계 제도로 전환

※일부 시범 사업 : 공공 건축가 참여

정비 사업

인원

18명(소수 독점)

‘공공 건축가’ 풀로 확대

업무 범위

불분명(정비 계획+실시 설계)

정비 계획 수립—설계자는 공공 관리 제도에

대상 지역

특별 건축 구역 디자인 시범 사업

의해 선정

구릉지 등 특별 경관 구역 시 전체 정비 구역으로 단계적 확대 2011년부터 특별 건축 구역 지정 특별 건축 구역 디자인 기준 설정

디자인 시범 사업 수행

하지만 서울시가 제시한 개선 방향은 공공 건축가 제도

명 초청 설계 경기나 재개발 정비 사업 참여는 또 하나의

의 도입 목적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입 장벽으로 인식될 수 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건축 사만 해도 4,300 여 명이다. 18명이나 77명이나 소수이

특별경관설계자 제도의 확대 개편, 문제점의 근본적 해

기 때문에 선발의 당위성, 필요성 등에 대한 타당성이 확

결과는 무관 ⓦ 서울시는 2008년 5월부터 시행된 특별

보되지 않는 한 형평성 등의 특혜 시비는 피할 수 없다.

경관설계자 제도를 확대 개편하면서 소수의 독과점 및

동등 자격을 갖춘 건축사들에 대한 설득이 필요하다. 45

특혜 시비를 해소하기 위해 77명의 공공 건축가를 선발

세 이하의 신진 건축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계 경기의

했다. 실적과 연령으로 제한된 인력 풀을 대상으로 한 지

경우는 나름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인력 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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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급했던 것이다. 제도나 정책보다는 좋은 본보기, 이 를테면 동사무소 프로젝트 같은. 특별경관관리설계자들을

에서의 소수를 대상으로 한 현상 설계가 아닌, 전국 또는

통한 민간 전문가의 활용에 자신감도 한몫했다. 하지만 무

서울 지역 내 해당 연령층의 건축사들을 대상으로 해야

엇보다도 당시 김효수 서울시 주택본부장과 같은 공직자

한다. LH 공사나 K-Water 등 공공 기관의 경우 인력 풀

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 이 제

을 운영하지 않고 연령 제한만으로 일부 설계 경기를 진 행하고 있다. ⓦ 한편, 기존 특별경관설계자 제도의 문제 점 중 핵심은, 선발된 18명 인원 중 10명은 수임 실적이 전무하고 1명이 총 10건의 업무 중 7건의 업무를 수임했

도의 의의를 말한다면. ⓦ 이전에도 국가 혹은 지자체의 공

공 건축에 민간 전문가의 참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 지만 이 제도 속의 공공 건축가는 시가 공식적으로 임명한 사람을들이다. (특별경관관리설계자와 달리) 시가 위촉상 을 주고 공식적인 직함을 부여했다. 그 전까지는 그저 용

다는 사실이다. 이는 선발 과정이나 업무 진행 과정 등

역 업자로 치부되던 건축가가 어쨌든 시의 도시 건축 정책

제도의 시스템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지, 선발된 특별

의 중요한 파트너로 편입된 것이다. ⓦ

경관설계자의 인원수와는 관계없다. 업무를 담당할 선발 대상의 인원수를 늘린다고 시스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엉뚱한 처방으로 보인다. 또한 소규모 건축물의 가격 입찰 문제는 공공 건축가 제도의 도입과 관계없이 진행할 수 있는 사안이다.

서울시 공공 건축가 제도에 대한 의견 ③ 건축대학원 교수, 서울시 공공 건축가( 천의영 [경기대 총괄 계획 분야)]

공공 건축물 설계 평가, 철저했는가? ⓦ 공공 건축물의 경우 기획 단계에서 기본 구상을 정확하게 수립하고 예

ⓦ 서울시 공공 건축가 제도의 취지는. ⓦ 서울시의 작은 프로젝트들은 낙찰에 의해 진행되니까 그것만 전문적으

산의 적절한 집행을 위한 충실한 설계 지침의 마련이 근

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최저가로 질이 담보되지 않는 상

본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기획 단계의 결정 사

황에서 공공 건축물이 최악으로 치닫는 원인이다. 그렇다

항이 반영됐는지를 평가할 때 철저한 확인이 이루어지지

고 현상을 할 만한 규모는 아니고 시간도 없고. 그런 부분

않는다면 기본 구상과 설계 지침은 무의미해진다. ⓦ 지

들을 긍정적으로 해소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난 해 12월 포항시 중앙도서관 현상 설계 지침 내용 중

ⓦ 어떤 방식으로 운영이 되고 있는지. ⓦ 김영섭 선생을 위

당선작이 실시 설계를 진행하면서 공사비를 초과할 경우

원장으로 해서 운영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운영 방식에 대

업무 방해로 고발할 수 있다는 조항으로 인해 SNS가 한

한 것은, 아직 공개할 만한 확정적인 것은 만들지 못했다.

동안 시끄러웠다. 발주처인 포항시가 현상 설계 이후 설 계 변경으로 인해 당초 안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짝퉁 건축물이나 공사비 증가 등에 대해 설계자의 책임을 묻 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었다. 설계 변경과 공사비 증가는

일을 진행하면서 계속 수정해 나갈 예정이지만, 현재의 운 영 원칙과 방향은, 좀 의미 있는 일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 모든 작업은 상시 기록하고 그래서 공평하게 하고 투명하 게 해서 그 결과를 공개하고 이 부분들에 문제점이 있으면 그것을 개선한다”는 내용에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한 기록

불명확한 기본 구상과 부실한 설계 지침이 원인이 될 수

과 문건화는 운영위원회를 통해 논의되고 있는 부분이다.

도 있겠지만, 그간 현상 설계 당선작들이 설계 지침에서

ⓦ 팀을 나눠서 각 팀에 간사를 두고 팀별로 추천된 건축가

제시된 공사비를 훨씬 초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던 것

에게 제안서를 받아 선정하는 방식을 논의 중이라고 들었

또한 사실이다. 발주 기관이나 심의 위원이 기본 설계 도

다. ⓦ 현재로서는 그렇게 시범 운영을 해 볼 작정이다. 아

서만으로 공사비 적합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이로 인

마 이번에 선정된 첫 번째 공공 건축가들은 거의 시범적

해 사업비에 맞춰 실시 설계 시 계획안이 변경되거나 사

인 일만 하게 될 것 같다. 한두 해는 규칙을 만들고 셋업하

업비 증가라는 결과로 귀결되는 것이다. 사실 현상 설계

는 시기가 되지 않을까. 시범적인 일을 통해 서울시 공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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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하면서 제시된 공사비를 감안하다 보면 디자인을 진

5년제 후학들을 위한 ‘건축사’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

행하는 데 제약이 많이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결국 디

건축가라는 용어의 사용 역시 혼란을 준다. 건축사와 건

자인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자명하고, 공사비에 개의

축가의 논쟁, 지구상 어느 나라에도, 선진국과 개발도상

치 않은 경쟁작에 밀릴 수밖에 없게 된다. 이것이 낙선으

국 어느 나라에도 이 같은 논쟁은 존재하지 않는다. 유일

로 이어지고, 이러다 보니 현상 설계에서 (당선을 위해

하게 국내에만 존재한다. 영어인 ‘Architect’의 한글 표

서는) 공사비 고려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현을 놓고 본다면 당연히 ‘건축사’라는 표현이 옳다. UIA

하지만 공정한 현상 설계가 되기 위해서는 지침의 준수

에서 정의하고 있는 ‘Architect’의 조건을 만족하는 국내

와 지침에 의한 철저한 평가가 필수적이다. 이를 컨트롤

자격은 ‘건축가’가 아닌 ‘건축사’다. ‘건축가’는 자칭, 타

하지 못한다면 ‘공공 건축가’ 제도 하에서도 설계 변경과

칭으로 문화적, 관념적인 사회 인식 등을 바탕으로 인정

공사비 증가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

되는 용어일 뿐이다. ⓦ 이같은 상황에서 공공 기관의 ‘ 건축가’ 명칭 사용은 철학의 문제이고 의지의 문제다. 기

‘공공 건축가’라는 명칭, 적합한가? ⓦ ‘공공 건축가’

본적으로 ‘건축사’ 자격을 취득한 개인, 즉 ‘건축사’ 자격

라는 용어는 ‘공공(公共)’과 ‘건축가(建築家)’라는 단어

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수익자 스스로가 해결해야 될

의 합성어다. ‘공공(公共)’의 앞 글자 ‘공(公)’은 ‘나누다,

숙제임은 틀림없다. 누군가가 건축 설계와 관련 더 많은

나누어짐’을 뜻하는 ‘八’와 ‘개인, 자기, 사사로운 욕망’

기대 수익을 위해 ‘건축사’ 자격을 취득 했다면, 건축사

을 의미하는 ‘私’의 옛 글자(古字)인 ‘厶’의 조합으로 이

자격을 통해 혜택을 보는 사람이 해당 자격의 가치를 지

루어졌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사사롭지 않고 공

키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건축사만 지위가 높아지고 수

평하다’ 혹은 ‘사(私)가 없이 공평함’을 뜻한다. 이는 결

익이 증가하는가? 해당 건축사가 활동을 하게 될 사회는

국 ‘사(私)적인 것과 반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뒷 글자

전혀 수익이 생기지 않는가? ⓦ 국민 개개인은 고등교육

‘공(共)’은 ‘함께 하다, 같게 하다’를 의미한다. 결국 서

을 받음으로써, 더 나아가 ‘전문직’에 편입되면서 더 높

울시 행정에 있어서 ‘공공’의 의미는 ‘사적 가치나 의지

은 급여(수익)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개인의 수익만

를 배제하고 다수의 시민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공정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사회

한 기준과 가치에 의한 관련 업무의 정리’를 의미한다고

에 많을수록 그 나라의 국가 경쟁력은 높아질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그러므로 ‘공공(公共)’이라는 용어를 사

기대할 수 있고 전문직에 의한 해당 업무의 처리를 통해

용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담보되어야 하는 것이 ‘공정

사회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이는 특정 업무 처리의 권

성’이고 사사로운 판단과 사익(私益)이 철저하게 배제되

한을 해당 전문직(국가 자격 보유자)에게만 부여하고 권

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사롭고 사익(私益)의 추구

한 못지않은 사회적 책임과 의무 사항을 철저하게 관리

와 관계되는 특정 프로젝트에 대한 설계의 수행은 ‘공공

하여 부적절하고 부실한 업무 처리에 의한 수요자의 피

(公共)’이라는 용어의 사용과 모순된다고 볼 수 있다. 서

해와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서 개인

울시가 긴급을 요하는 현안 사업에 대해 지명 초청 설계

의 급여(수익)가 높아지는 것은 ‘사적 수익률’ 개념이고

공모 실시를 통한 설계권 부여 계획을 밝히고 있기 때문

국가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과 사회적 리스크의 최소화

에 ‘공공(公共)’이라는 용어의 사용은 불가하다는 것이

등은 ‘사회적(공적) 수익률’ 개념이다. 국가는 개인인 수

필자의 판단이다.

익자와 똑같은 수익자가 되므로 고등교육을 통한 전문직 의 가치 유지에 대한 책임이 있게 되는 것이다. ⓦ 2005 년 현역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모 인사에 따르면 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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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제도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공무원들과 대화를 통 해 조금씩 제도를 개선해 나가려고 한다. ⓦ 지금까지 진행

깝게도 우리나라는 이런 사회적 수익률을 측정하고 있지

된 업무들이 있다면. ⓦ 장기 전세 주택 설계, 공공 원룸텔

않다고 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사회적 수익률이라는

설계, 정책 자문단이나 포럼 등에서 12건의 일을 했다. 주

개념 자체가 정부 내에 없다고 한다. 국회 대정부 질문에

로 주택 정책 기획의 일들이다. 좋은 건축가들이 작은 일

서 사회적 수익률에 대해 질의했으나 당시 정부의 대답 은 사회적 수익률 측정 통계에 개념도 결과도 없었다는 것이다. 해외로 눈을 돌려 보면 2000년대 중반 미국에서 측정한 사회적 수익률은 사적 수익률보다 조금 높아 국

들을 열심히 해 주는 게 참 고맙다. ⓦ 업무 진행에 어려움 은 없었는지. 특별한 성과를 꼽는다면. ⓦ 공공 건축가 풀

의 두 건축가가 에스에이치 공사 일을 시범적으로 진행해 봤다. 그런데 대상지 자체가 신축 불가능한 땅이어서 공모 를 통해 완성된 설계안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어디에 지

가가 개인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유럽의 경

을 것인가도 건축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설계 이

우는 사회적 수익률이 개인의 사적 수익률의 두 배 가량

전에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준 사

높은 경우도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의 철

례이다. 전문가들이 기획 단계에 참여를 하면 설계 이전

학적 빈곤이 느껴지는 부분인데 서울시가 그대로 답습하

에 좋은 프로그램을 짤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 공공 건축

고 있는 형국이다. ⓦ 서울시의 ‘공공 건축가’ 제도, 전

가들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 또 친환경

술한 내용과 같이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어찌 보면 빛 좋

관련 시설 기준을 위해 제출해야 하는 도면이 대부분 800,

은 개살구요, 겉은 요란하데 속은 비어 있는, 실속 없는

1000세대 이상에 해당하는 것들이었다. 50, 80세대 규모

전시 행정으로 치부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끝으로 건축학 5년제 인증 심사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건축학교육인증 원(KAAB) 정관에 적시된 설립 목적을 소개한다. 과거

에서는 외주비가 엄청 커지게 된다. 맡아 줄 업체도 여의 치 않거니와 설계비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거의 남는 게 없다. 평 단가 개념으로 설계비를 책정하는 게 합리적 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런 부분들은 정확하게 얘

WTO의 파고와 현재는 FTA를 마주하고 있는 국내 건축

기해서 바꿔 나가는 것이 필요하겠다. 사실 설계비는 10년

계의 발전을 생각한다면, 대한민국의 중앙 정부와 국내

전과 비교했을 때 크게 오르지 않았는데도 친환경 기준이

지방자치단체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해

라든지 BIM 기준이라든지 이런 것은 막 늘어나고, 제출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 “인증원은 건

물도 계속 늘어난다. 궁극적으로는 그런 구조를 바꿔나가

축학 전문 학위 교육 과정을 위한 교과 기준과 교육 지

보자는 것이다. ⓦ 서울시 공공 건축가 제도를 통해 기대하

침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인증 및 자문을 시행함으로써

는 것. ⓦ 조금이라도 가치 있는 일을 누군가 시작하고, 그

건축학 교육의 발전과 건축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이해

래서 좋은 방향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

를 높이고 건축사가 되기 위한 기초 지식과 함께 실력을 갖춘 건축학 인력을 배출하며, 건축학 교육의 국가 간 상 호 인정을 위한 제반 여건을 조성함을 목적을 한다.”[한 국건축학교육인증원 정관 제2조(목적)]. ⓦ [글 | 백민석 | (주)건축사사무소 더블유 대표이사]

은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서울시 공공 건축가 제 도는 우리 건축에서 개선되어야 할 문제들을 조금씩 시도 해 볼 수 있는 기회란 점에서 중요하다. 공공 건축의 기획 단계에 건축가를 투입시키는 일, 적은 설계비에서 도면 제 출 조건이라든가, 외주비 부분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 구하는 것, 아니면 설계비의 비율을 좀 올려서 적어도 손 해를 보지 않게 하는 것 등, 시스템을 바꿔 보자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다른 지자체로의 파급 효과 또한 기대하고 있 다. 나는 그런 개선에 관심이 있는데, 개량주의자로서 작 지만 실제적 개선에 주목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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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7 | Wide Architecture Report 27 | 2012.05-06

전진삼의 FOOTPRINT 06 이 란은 본지 전진삼 발행인의 ‘공적/사 적’ 기록의 장으로 구성된다. 현장성에 바탕을 둔, 건축계 이슈와 개인의 동선 이 이뤄 내는 건축과 문화판의 지형도를 전달하게 될 것이다. 또한 본지 편집위 원들의 ‘공적 동선’이 박스 기사로 제공 되어 한층 강화된 뉴스 지면으로서 독자 들을 찾아가게 된다.

3월  3월 8일 (목)  오후 2시, 그림건축을 방문, 임근배(본지 상임고문) 대표와 만났 다. 한 주 뒤 그는 1주일 여정으로 네팔에

(엔진포스건축), 김광유(HAUS), 김길령

구영민(대표), 손장원, 김정숙, 강정윤, 이

다녀온다고 말했다. 현지 수녀원 건립을

씨 등이 동참했다. 대중 종합 잡지 월간 『

윤정, 김승환, 이호원, 박혜선, 김소라(학

위한 부지 선정 및 설계안 조정 건으로 현

뮤인(MUINE)』이 이 날의 풍경을 취재하

생 간사) 씨 등이 참석했다.

장 방문을 하는 것. 설계 시장의 위기감이

고 기사화(4월호, 사진)했다. (본문 ‘New

 3월 29일 (목)  오후 2시. 강남 논현

나날이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 업무 차 떠

POwer ARchitects’ S.A.AI 건축 글 참조,

동 해안건축 김태만 사장실에서 면담했다.

나는 해외 출장에도 마음이 무겁다고 속내

사진 제공 : 주리아)

한국건축가협회가 발간한 『2000~2009

를 내비쳤다.

 3월 17일 (토)  와이드 SA 저널리즘

한국현대건축총람』 공동 필자의 연으로 만

 3월 9일 (월)  저녁 7시, 월간 <C3>

워크숍 제3기 1차 합격자(정지혜, 최석재,

난 뒤 처음으로 사석에서 만나는 자리였

이우재 편집장이 본지 편집실을 방문하였

심지수, 김이슬, 안승혜) 5인과 예비 합격

다. 잡지 운영 및 건축 잡지 저널리즘에 대

다. 유리 조형 예술가 손승희(본지 자문위

자(신명균, 박진근) 2인을 발표했다. 올해

한 폭넓은 대화의 시간으로 이어졌다.

원) 씨가 동석한 뒷풀이 자리에선 두 잡

부터 5인 정원제를 도입하였으며, 1차 합

지의 연대 방향 등에 대하여 의견을 교환

격자 중 등록자 우선으로 23일 최종 합격

했다.

자를 발표하며, 미등록자 발생 시 예비 합

 3월 12일 (월)  오후 6시, 서대문구

격자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현저동 시공문화사(대표 김기현)에서 창

 3월 23일(금)  오후 3시 30분, 강남

립 19주년 맞이 조촐한 파티에 참석했다.

신사동 원도시건축 1층 회의실에서 2012

 4월 3일(화)  오후 2시, 동교동삼거

이종건(경기대), 장정제(숙명여대) 씨 등

원도시 아카데미세미나(이하, 원도시 세미

리 카페베네에서 월간 『J.J.매거진』 서재

<spacetime 저자 클럽> 멤버들이 모여 함

나) 기획 협의 모임을 가졌다. 원도시건축

우 기자의 인터뷰에 응했다. 서 기자의 관

께 축하하였다.

허서구 사장, 홍재정 상무, 김형수 이사가

심사는 ‘땅집사향’. 지난 2006년 10월 이

 3월 14일 (수)  저녁 7시, 서울 중구

동석한 자리에서 기존의 1인 코디네이터 중

래 66개월에 걸쳐 한 달의 쉼도 없이 꼬

신당동 그림건축 내 안방마루에서 제65차

심으로 운영되어 온 원도시 세미나를 복수

박꼬박 진행되어 온 저녁 건축 강의의 실

땅집사향이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건축가

의 운영위원회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방안

체에 대하여 궁금해 했다. 땅집사향은 ‘

초청 강의 <시즌 3> New Power Architect

에 대하여 제안하였다.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의 약칭으로 건축

시리즈 15번째 이야기 손님으로 초대된

 3월 27일 (화)  저녁 7시, 인천 학익

가들의 초청 강의를 특색으로 하며, 현재

S.A.A.I 건축의 임태병, 이진오, 박창현

동 인하대 후문 인천건축재단 사무실 인

는 30~40대 젊은 건축가들의 릴레이 강

소장은 각자 발표의 형식을 취하여 이야

근 카페베네에서 재단 정례 모임이 열렸

의로 진행되어 오고 있다. 이 날의 인터

기 주제 ‘Weather Report’를 소화했다. 장

다. 건축과 아트 컨퍼런스, 저널 발간 등

뷰를 바탕으로 한 특집 기사는 『J.J.매거

영철 전숙희(WISE 건축), 민우식, 윤태권

2012년도 사업 구상을 중점 논의했으며,

진』 5월호(통권 82호)에 제65차 땅집사향

Wide AR no.27 : 05-06 2012 Report

4월


와이드 AR 27 | Wide Architecture Report 27 | 2012.05-06

전진삼의 FOOTPRINT 06 의 이야기 손님이었던 S.A.A.I건축 건축

2층 전시실과 그릴, 컨퍼런스룸 등에서 연

가들을 함께 소개하는 형식으로 6쪽에 걸

이어 개최된다. 김수근 선생 생전의 건축과

쳐 소개되었다.

문화를 잇는 공간 인맥이 망라된 버라이어

 4월 3일(화)  저녁 7시. 서교동

티 쇼라 할 만하다. 4월 3일 오픈한 개관전

NES코리아 사옥 3층 NES사랑에서 제

은 6월 15일까지 계속된다.

1회 건축 영화 스터디 클럽이 오픈했다.

천의영 씨 등이 참석했다.  4월 17일 (화)  저녁 8시, 정림 건축회의실에서 건축문화정책포럼( 김광현 교수 주관)이 ‘설계 사후 관 리’를 주제로 열렸다. 국토해양부 건 축문화기획과가 함께한 이 날의 포럼

짝수 달 첫 번째 화요일 저녁 7시에 개

에서 조익수(엄&이 건축) 씨가 발제

최하는 이 모임은 영화 상영 후 와인 파

하고 이재림, 박인수 씨가 패널로 참

티로 이어지는 소규모의 ‘영화 공부+파

여했다.

티’(사진)의 형식을 취한다. 첫 번째 시 간인 이 날의 상영작은 <성가신 이웃>으 로 아르헨티나의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

 4월 9일 (월)  오후 3시 30분, 강남

한 주택의 창문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

신사동 원도시건축에서 2012 원도시 아카

상의 풍경과 사건을 다룬 영화다. 강병국

데미세미나 기획 협의 미팅에 참석했다.

(강사), 김재경, 공철, 홍현정, 손승희, 안

 4월 5일 (목)  오후 3시 30분, 중구 신

원도시건축 홍재정, 김형수 이사가 참석

철흥, 오섬훈, 최삼영, 차영민, 전진삼 등

당동 간삼건축 사옥에서 오동희 사장과 면

하여 1인 코디네이터제에서 집단 운영위

이 참석했다. 6월 7일 두 번째 모임부턴

담했다. 건축 잡지 저널리즘에 대하여 폭넓

원회로 변화되는 원도시세미나에 대한 원

본지 독자들 중 10인 이내에서 선착순으

은 대화가 오갔으며, 잡지 광고 지원 등 협

도시건축 내부의 긍정적 분위기를 전달해

로 초대할 예정이다.(네이버카페 <와이

력 방안 등에 대해서 논의했다.

주었으며, 이후 운영위원회 구성에 따른

드 AR> 게시글 참조, 사진 제공: 김재경)

 4월 6일 (금)  저녁 7시, 동교동 모임

외부 인사 인선 및 운영위의 세부 운영 방

전문 공간 ‘토즈’ 홍대점 H1 강의실에서 ‘

안 등 보완된 내용으로 회의를 진행키로

와이드 SA 유럽 도시 건축 아카데미’가 개

하였다.

강됐다. 지난 3월 29일 1개월 체류 여정으

 4월 13일 (금)  저녁 7시, ‘와이드 SA

로 귀국한 김정후(런던대학 UCL) 박사가

유럽 도시 건축 아카데미’ 두 번째 강의에

4주에 걸쳐 매주 금요일 저녁 한 차례씩 강

참석했다. 제2강의 주제는 ‘21세기 유럽을

의하는 프로그램이다. 전체 주제는 ‘21세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프로젝트 소개를 중

 4월 5일(목) 오전 10시 30분, 광운대

기 첫 10년의 유럽을 해부하다’이며 첫 번

심으로 각각에 담긴 랜드마크의 의미에 대

건축학과 4학년 학생들과 문화역서울284

째 강의의 주제는 ‘유럽 도시와 건축의 이

하여 짚어 보는 자리였다. 김정후 박사의

개관전 <오래된 미래> 전시 관람 및 새로

슈와 키워드’였다. 19명의 수강 등록자 전

강의는 시민이 중심이 되는 도시 재생의 현

이 건축된 공간 투어에 참석했다. 2011년

원과 본지 편집실 4인이 동석한 첫 강의는

장성에 주목하였다. 프랭크 게리의 빌바오

김수근 선생 타계 25주기를 맞아 독일 베

시종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진행되었다.(본

구겐하임 미술관, 헤르조그 & 드 뫼롱의 테

를린에서 전시된 <모더니티의 숲을 걷다

문 ‘와이드 리포트’ 김정은의 글 참조)

이트모던 뮤지엄과 카이자포럼, 피터 쿡의 쿤스트하우스, 노만 포스터의 밀레니엄 브

: 김수근 전>(사진)의 귀국전과 <승효상의 문화 풍경>전, 젊은 건축가들 17팀이 참

[● 박인수 편집위원]

릿지와 베를린 국회의사당 돔, 리처드 로저

여한 <건축한계선>전이 동시에 열리고 있

 4월 7일 (토)  서울시 공공 건축

스의 웨일즈 국회의사당, 피터 랏츠의 뒤스

다. 또한 건축가 민현식(강연 : 건축과 문

가 운영위원회가 성균관대 건축과 회

부르그 환경 공원, 닐 포터의 다이애나 추

화), 문화기획자 강준혁(전시 및 공연 : 문

의실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선 서울

모 분수 등이 도시 사회학자의 비평적 시선

화그릴 강준혁), 디자이너 안상수(전시 :

시 건축물의 기획 자문 설계에 대해

으로 주목되었다.

미래로 보내는 기억들)와 조각가 금누리(

공공 건축가들이 어떻게 일할지에 대

 4월 14일 (토)  오후 2시, 본지 편

전시 : 누리.글길.과.누운.모나.리자.다.빈

해 논의했다. 김영섭(위원장), 박인

집실에서 ‘와이드 SA 저널리즘워크숍’ 제

치.43400913-43450402)가 엮어 내는 여

수, 신승수, 이소진, 인의식, 임재용,

3기 입교식 및 첫 번째 강의가 ‘저널리즘 과 건축, 건축 저널리즘’을 주제로 진행되

러 형태의 전시와 포럼, 공연이 동 건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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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7 | Wide Architecture Report 27 | 2012.05-06

전진삼의 FOOTPRINT 06 었으며 본지 전진삼 발행인이 강의를 맡

트맨쉽에 대한 여전한 동경과 신뢰가 보였

녘에서는 최근 『알기 쉬운 전통 조경 시설

았다.

다. 동료 교수이자 aDLab+ 파트너인 전

사전』(김영모 지음, 사진)을 출간하였다.

 4월 17일 (화)  오후 3시, 종로구 원

유창(아주대), 이진오(SAAI건축), 정의엽

책에는 기존에 알려져 있는 시설은 물론

서동 가든타워 18층 이로재 김효만건축연

(AND건축) 등 젊은 건축가가 함께했다.

옛 그림 자료와 사료에 나타나는 300여 우

구소(사진)를 방문했다. 같은 장소에서 10

또한 부부 건축가 권형표, 김순주(BAU건

리나라 전통 조경 시설을 각각 기능별 쓰

년을 오롯하게 지켜 내며 성공적인 미니

축) 씨는 감사하게도 땅집사향 뒤풀이 자

임과 특징으로 구분하여 충실하게 담고 있

건축사무소의 전형을 구축한 인물로 평가

리에서 쓰라며 와인잔 한 박스를 보내왔

다.(사진 제공 : 도서출판 동녘)

되고 있는 김효만 대표는 본지의 비판적

다. (본문 ‘New POwer ARchitect’ 김성

 4월 20일 (금)  저녁 7시, ‘와이드 SA

애독자로도 정평이 나 있는 건축가다. 건

욱의 글 참조)

유럽 도시 건축 아카데미’ 세 번째 강의에

축 설계 시장의 흐름과 건축 잡지 저널리

 4월 19일 (목)  저녁 9시, 서초동 서

참석했다. ‘성공적 도시 재생 전략과 프로

즘의 비평적 태도에 대하여 거침없는 대

래마을 초입 카페베네에서 제4회 심원건

젝트’를 주제로 발표한 김정후 박사는 도

화가 오갔다.

축학술상 최종 심사회가 열렸다. 안식년

시 재생의 성공적 프로젝트로 가소메타시

차 영국에서 머물고 있는 배형민(서울시

티(비엔나), Bercy Village와 레프리고(파

립대) 교수의 일시 귀국으로, 안창모(경기

리), 페캄 도서관(런던), 카셀포드 다리(

대), 전봉희(서울대) 교수와 함께 3인 심

요크셔 지방) 등을 소개하였는데 이들은

사가 성사되었다. 심원문화사업회 이태

공히 도시 공동체의 회복을 통한 사회적

규(이사장), 신정환(사무장)씨가 배석하

의미를 획득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프로

였으며, 2편의 최종 심사작 가운데 이강

젝트들이었다. (본문 <와이드 리포트> 김

민 박사의 응모작 『도리구조와 서까래구

정은의 글 참조)

조—동아시아 문명과 목조 건축의 구조 원

 4월 24일 (화)  오후 6시, 본지 편

리』가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본문 <와

집실에서 제4차 편집위원회의가 개최되었

 4월 17일(화)  오후 4시, 가든타워 8

이드 리포트> ‘제4회 심원건축학술상’ 관

다. 김영철, 최상기, 최춘웅 3인과 정귀원

층에 위치한 아키라이프를 방문, 건축 사

련 글 참조)

편집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 중인 5-6월

진가 김용관 씨의 스튜디오에서 독립 편집

 4월 20일 (금)  오후 5시 30분, 도서

호(통권 27호) 내용 파악과 보완을 위한

디자인 사무소를 운영 중인 이재원 대표와

출판 동녘 이상희 부장과 김보경 씨가 본

의견 교환이 이뤄졌고, 동시에 7-8월호(

만났다. 17년에 걸쳐 월간 『C3』 편집 디

지 편집실을 내방했다. 동 출판사의 저자

통권 28호) 및 9-10월호(통권 29호) 뎁

자이너 및 편집부장을 역임한 바 있는 그

이기도 한 김정후 박사의 ‘유럽 도시 건축

스리포트의 아이템 회의를 가졌다. 장소

는 김용관과 함께 건축 단행본 『MENIS』

아카데미’ 3차 강의에 앞서 귀국 환영 인사

를 바꿔 인근 레게 치킨집에서 편안한 분

의 편집 책임자로도 활약하며 존재감을 발

차 찾아온 것. 김 박사가 『유럽의 발견』저

위기에서 뒤풀이를 겸한 아이디어 회의로

휘하였다.

작 과정에서 영국 체류 중이었던 터라 정

이어졌다.

 4월 18일 (수)  저녁 7시, 서울 신당

작 담당 편집자인 이 부장과는 첫 대면이

 4월 25일 (수)  효형출판에서 서현(

동 그림건축 내 안방마루에서 제66차 땅

이루어졌다며 쑥스러워 했다. 도서출판 동

한양대) 씨의 새 책, 『사라진 건축의 그림

집사향이 열렸다.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3> New POwer ARchitect 시리즈 16번째 건축가로 김성욱(aDLab+, 아주대) 교수 가 초대되었다. ‘가장 보통의 존재’를 주 제로 발표한 그의 화제는 대학시절, 유학 시절, 그리고 귀국 후 대학에 둥지를 틀고 학생들과 함께 작업해 온 전 과정에서 일 관되게 발견되는 건축가의 임상기가 인상 적이었다. 그렉 린을 통하여 디지털 디자 인 작법에 눈을 뜬 그에겐 동시에 크래프

Wide AR no.27 : 05-06 2012 Report


와이드 AR 27 | Wide Architecture Report 27 | 2012.05-06

전진삼의 FOOTPRINT 06 자』(사진)를 출간했다. 우리 전통 건축의 가옥을 건축가의 예리한 시선과 건축학자 특유의 추리로 따라잡는 관찰력이 돋보이 는 책이다. 죽은 목수의 현장성을 주목하 고 있는 서 교수는 전통 건축의 평가에 깃 들어 있는 통념의 유미주의를 거부한다. 그 대신 사물의 구성과 구축의 원리에 주 목한다. 현장에서의 방편 설법을 진화라는 이름으로 깨우고 있는 것이 이 책의 덕목 이다.(사진 제공 : 효형출판)  4월 26일 (목)  낮 12시 30분, 인사동 누리레스토랑에서 공철(Kc건축), 강병국 (동우건축), 홍준표(dill크리에이티브) 씨 의 미팅을 주선했다. 서울국제건축영화제 를 중심으로 현황과 활성화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한 자리였다. 올 해로 4회를 맞이하는 이 영화제는 대한건 축사협회의 주최로 10월에 개최 예정이나 현재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 지 못하다.  4월 27일 (금)  저녁 7시, ‘와이드

서울 개최 지원서 작업을 수행했다, 도코모모인터내셔널은 1990년 네덜 란드의 도시 아인토벤(Eindhoven) 으로부터 시작해서 매 2년마다 모더 니즘에 관련된 주제를 정해서 국제 회의를 개최해오고 있으며 지금까지 파리, 뉴욕, 데사우, 이스탄불, 멕시 코 등의 도시에서 국제회의가 열렸 다. 도코모모코리아(회장 김태영)에 서는 2014년 제13차 국제회의를 서 울에서 개최하고자 준비위원회를 구 성하였고, 국제회의를 위한 주제를 ‘ 충돌과 확장(Conflict and Expansion)’으로 정하고 세부 사항을 구 체화하였다. 올해 2012년 8월 핀란 드 에스포(Espoo, Finland)에서 개 최되는 제12차 도코모모인터내셔널 총회에서 국제회의 서울 유치 의지 와 서울 회의를 위한 주제 내용을 발 표할 예정이다.

5월  5월 2일 (수)  오후 4시, 서울 이화 동 스튜디오 메타를 방문 이종호(한예종 건축과) 교수를 만났다. 교직에 몸을 담 은 지 8년차, 대학에서 도시·건축연구소 (IUA)를 운영하며 지역과 도시의 제반 문 제를 파악하고 연구해 온 그의 작업 파일 은 다수의 색깔 있는 프로젝트로 넘쳐났 다. 연구의 단계를 지나 실질적인 대안(디 자인 전략 및 정책) 제시의 단계로 접어들 기 위해 저간의 결과물들을 중심으로 책 작업을 예비하고 있다고 이 교수는 말했 다. 만남의 후반부는 비공식적으로 나돌 고 있는 2012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커 미셔너 김병윤, 대전대 교수)의 작가군 예 비 명단을 화제로 건축계의 분위기와 한 국문화예술위원회의 움직임 그리고 저널 의 대응 등에 대해 대화했다.  5월 3일 (목)  오후 5시. 강남 신사

SA 유럽 도시 건축 아카데미’ 마지막 강

동 원도시건축에서 2012 원도시아카데미

의에 참석했다. 네 번째 강의 주제는 ‘지

 4월 30일 (월)  오후 4시 30분, 인

속 가능한 유럽 도시와 건축의 미래’. 김정

천시청 장미홀에서 부평 미군 부대(Camp

터 1인 코디네이터 체제에서 6인 운영위

후 박사는 지속 가능성을 논할 때 다음의

Market) 반환 공여 구역 주변 지역 등 시

원회 체제로 탈바꿈하게 되는 원도시세미

9가지 관점을 투영시켜야 할 것을 주문했

민참여협의회(이하, 시민협의회) 1차 모

나의 운영위원은 박진호(인하대 교수), 전

다. ① 도시적 ② 형태적(=건축적) ③ 공

임에 참석했다. 송영길(인천시장), 조명우

봉희(서울대 교수), 전진삼(와이드 AR 발

간적 ④ 기술적 ⑤ 재료적 ⑥ 시각적(랜드

(공동위원장, 행정부시장), 최용규(공동

행인, 위원장), 허서구(원도시건축 사장),

마크와 연계) ⑦ 역사적 ⑧ 이론적 ⑨ 사

위원장, 변호사), 박인규(인천시민사회단

홍재정(원도시건축 상무), 김형수(원도시

회적. 그는 각각의 설명을 통하여 우리 사

체연대 지방자치위원장), 박상문(인천의

건축 이사)로 구성되었으며, 첫 모임에서

회에 만연된 지속 가능성에 대한 통념, 즉

제21 상임대표), 곽경전(부평미군부대 공

는 지난 10년의 과정 리뷰 및 원도시세미

친환경적, 저탄소, 에너지 세이빙 등에 대

원화 추진시민협의회 집행위원장) 및 시

나의 내외부적 위상의 판단, 그리고 2012

한 편견이 왜 깨져야 하는지를 강론하였

의원 및 구의원, 부평구 부구청장과 지역

년도 사업의 미션과 비전에 대하여 논의하

다. 강의 종료 후 인근 음식점으로 이동하

주민 대표 및 전문가 등 20여 명의 인사들

였다. 내용과 형식면에서 새로이 정비된

여 종강 파티 겸 김 박사의 환송 파티를 겸

로 구성된 시민협의회 첫 모임에서는 2016

원도시세미나는 9월에 개막 예정이다. ⓦ

한 늦은 밤의 뒤풀이 모임을 끝으로 한 달

년 반환 접수 예정으로 있는 부평 미군 부

간의 유럽 도시 건축 아카데미는 대단원의

대의 현황, 발전종합계획, 도시관리계획

막을 내렸다.

결정 현황, 선도 사업 추진 상황, 조기 반 환 협의 진행 현황, 당면 현안 사항 및 미

[● 김영철 편집위원]

군 부대 주변 지역에 대한 환경 기초 조사

 4월 28일 (토)  도코모모코리

의 결과 등에 대한 저간의 경과보고를 받

아 주최, 제13차 도코모모 국제회의

고 가벼운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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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운영위원회가 소집되었다. 올해부


128

와이드 AR 27 | 엣지 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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