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 AR vol 30,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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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chitecture Report 30 | 2012. 11-12 | 엣지 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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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심원건축학술상

신진 학자 및 예비 저술가들의 많은 도전을 기대합니다.

공모요강 Ⓢ 당선작 :1편|상패 및 고료 1천만원과 단행본 출간 Ⓢ 응모 자격|내외국인 제한 없음.

Ⓢ 응모 분야| 건축 역사, 건축 이론, 건축 미학, 건축 비평 등 건축 인문학 분야에 한함. (단, 외국 국적 보유자인 경우 ‘한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한함) Ⓢ 사용 언어|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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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작 고료 1천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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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WON Architectural Award for Academic Researchers [2012~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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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출 서류|1) 완성된 연구물(책 1권을 꾸밀 수 있는 원고 분량으로 응모자 자유로 설정)의 사본(A4 크기 프

린트 물로 흑백/칼라 모두 가능)을 제본된 상태로 4부 제출. 단, 제출본은 겉표지를 새롭게 구성, 제본할 것. 2) 별도 첨부 자료(A4 크기 용지 사용) : ① 응모작의 요약 내용이 포함된 출판 기획서(양식 및 분량 자유) 1부. ② 응모자의 이력서(연락 가능한 전화번호, 이메일주소 반드시 명기할 것) 1부. *운영위원회(이하, 위원회)는 모 든 응모작의 저작권 보호를 준수할 것이며, 응모작을 읽고 알게 된 사실에 대하여 표절, 인용 및 아이디어 도용 등을 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함. 제출된 자료는 반환하지 않음.

Ⓢ 제출처|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56-2 마젤란21오피스텔 909호 간향미디어랩 (121-816) (겉봉에 ‘제5회 심원 건축학술상 응모작’이라고 명기 바람) Ⓢ 응모작 접수 기간|2012년 10월 15일~11월 15일(1개월 간) Ⓢ 추천작 발표|2013년 1월 15일(<와이드AR> 2013년 1/2월호 지면) Ⓢ 추천인단 운용 및 추천작의 자격 기한|위원회는 추천인단이 추천한 응모작과 일반 공모를 통해 응모된 연구 물에 대하여 소정의 내부 심사 절차를 진행하며, 그 가운데 매년 1편을 당선작으로 선정하여 시상함. 최종 당선 작 심사에서 탈락한 추천작은 추천일로부터 2년 간 추천작의 자격이 유지되어 총 2회에 걸쳐 최종 심사의 대상 이 되며, 이 경우 심사평을 반영한 수정된 원고(수정의 범위와 규모는 응모자 임의 판단에 맡김)를 위원회가 요 구하는 기한 내에 상기 응모작 제출 서류(완성된 연구물 사본 4부)와 동일한 형식으로 재제출해야 함. Ⓢ 당선작 발표|2013년 5월 15일(<와이드AR> 2013년 5 /6월호 지면 및 대한건축학회 등 인터넷 게시판) Ⓢ 시상식|별도 공지 예정 Ⓢ 출판 일정|당선작 발표일로부터 1년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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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건축사사무소 612-020 부산시 해운대구 센텀 중앙로 78 (센텀그린타워 507호) T.051.516.4875~6 F.051.516.4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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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효에서 지은 집 건축가 상상 속의 건물을 구현하다 | www.jehyo.com

2012 한국건축문화대상 일반주거부문 본상 수상 모켄펜션 | 이뎀건축 곽희수 | 사진 윤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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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BRIDGE 공고

NES Ⓦ 건축 영화 스터디클럽

12월 건축 영화 스터디클럽 개최 요일이 <월요일>로 변경되었습니다. 참가를 원하시는 분은 아래 일정을 꼭 확인 바랍니다. 장소|서울 마포구 서교동 399-13 NES사옥 3층 NES舍廊 강사|강병국(동우건축 소장, 2011 서울국제건축영화제 부집행 위원장) 참석 대상|고정 게스트 본지 발행편집인단 위원과 초청 게스트(건축가, 아티스트 등 건축과 영화 애호가 중 개별 초대) 및 본지 독 자와 후원 회원 중 사전 예약자로 총 30인 이내로 한정함 사전 예약 방법 ⓦ 네이버카페 <와이드AR> 게시판에 각 차수별 프로그램 예고 후 선착순 예약 접수 (*참가비 없음) ⓦ 참석자는 반드시 10분 전까지 입실 완료해야 함 주요 프로그램(*본 프로그램은 주최 측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음) ⓦ 1st — 4월 3일(화) 7:00pm ‘꼬르뷔지에와 창문과 사람’  <성가신 이웃> ⓦ 2nd — 6월 5일(화) 7:00pm ‘당신이 그 유명한 렘 콜하스 입니까?’  <콜하스 하우스 라이프> ⓦ 3rd — 8월 7일(화) 7:00pm ‘미래—85년의 간극‘  <메트로폴리스>(조르지오 모러더 버전) ⓦ 4th — 10월 8일(월) 7:00pm ‘도시에 쏟아내는 분노의 표출’  <증오> ⓦ 5th — 12월 3일(월) 7:00pm ‘송구 2012 영신 2013’  <크로노스>(론 프릭 감독) 주최|와이드AR 주관|와이드aBRIDGE

ⓦ 12월 상영작 <크로노스>

후원|NES코리아(주), 간향미디어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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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 건축전 성균관대학교 동문 건축사회 졸업 작품전과 동문 건축사 작품전을 함께하는 <성균 건축전>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성균 건축전>은 선후배가 서로 소통하고, 같이 배우고 격려해 주며, 함께 성장하는 자리입니다. 이 소중한 전통이 계속 이어져 우리 성균 건축인이 더욱 성숙해 가는 데 밑거름이 되었으면 합니다.

성균관대학교 동문 건축사회 회장 김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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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4th Journalism School of WideAR 2013 [2013년도 제4기 모집]

와이드AR 저널리즘스쿨

2010~2012년에 걸쳐 건축저널리즘워크숍 1~3기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데에 힘입어 본지는 2013년도를 맞아 다음과 같이 제4기 수강생을 모집합니다. 이론과 실제를 결합시킨 현장 중심의 교육과정을 강화시키기 위해 이전까지의 강의중심 워크숍 체제에서 한 걸음 나아가 [와이드AR 저널리즘스쿨]로 체제를 재정비하고, 기획—취재—연구—편집—제작—마케팅에 이르는 통합적 경험의 기 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모집요강

ⓦ 교육 기간 및 시간—2012년 2월~11월 [입교 및 수료식 포함 10개월 총 13회 과정] | 코스별 매 강좌는 2~3시간 분량의 강의 및 실습으로 구성 ⓦ 강의 장소—서울, 본지 편집실 및 각 취재현장 ⓦ 강의 코스—코스 1 | 기초과정 : 2~3월 [월 1회×2개월=총 2회] 코스 2 | 집중과정Ⅰ: 4~7월 [월 1회×4개월=총 4회] | 심화과정 Ⅱ : 8월 [월 4회×1개월=총 4회] 코스 3 | 실무과정Ⅰ: 9~10월 [월 1회×2개월=총 2회] | 실무과정 Ⅱ : 11월 [월 1회×1개월=총 1회]

ⓦ 수강생 모집 개요—신청 자격 | 대학 2학년 재학생 이상으로서 건축, 도시, 디자인, 조경, 인테리어 관련학과 전공생 [휴학생 및 졸업생 포함]에 한함.—모집 인원 | 10~15인 [*최소 8인 이상 등록 시 개강]—신청 기간 | 2012년 12월 1일(토)~2013년 1월 13 일(일)—전형 방법 | 서류심사—1차 합격자 발표 | 1월 19일—1차 합격자 등록기간 | 1월 19일(토)~1월 23일(수)—추가 합격자 발표 | 1월 25일—추가 합격자 등록기간 | 1월 25일(금)~1월 28일(월)—최종 합격자 발표 | 1월 31일— *합격자는 네이버카페 <와이드AR> 게시판에 발표 및 개별 통지하고, 최소 등록인원 미달 시 개설하지 않을 수 있음. ⓦ 교육 목표 및 추진 방안—1) 학생에게 건축 잡지사를 포함한 주요 언론사 입사를 위한 준비 과정을 제공해 주고, 각 언론사에는 기 자로서의 소양과 저널리즘에 입각한 윤리 의식 및 실무 능력에도 충실한 인력을 공급하고자 한다. 2) 지방대 학생들의 참여를 독 려하기 위해 학기 중엔 주말을 이용한 강의로 진행하며, 방학 중엔 현장 실습을 감안, 주중 강의를 진행코자 한다. ⓦ 수료자 특전 등—1) 최종 과정 수료 시 ‘수료증’ 발급 [*단, 전체 교육 과정 중 70% 이상의 출석자에 한함] 2) 수료 성적 우수자에 한하여 언론사 취업 시 ‘추천서’ 발급. 3) 실제 <저널>(가칭) 제작 기회 부여하여, 최종 수료자 포트폴리오로 활용. ⓦ 제출 서류와 방법—1) 자기소개서 [네이버카페 <와이드AR> ‘저널리즘스쿨’ 게시판에서 양식을 다운로드 받아 활용] 2) 지원동기 서 [양식 : 상동] 3) 재(휴)학 또는 졸업증명서—*이메일 widear@naver.com 제출로 한함. ⓦ 워크숍 등록 및 등록비—1) 합격자는 교육과정 등록비를 아래 지정 방법을 통해 입금함으로써 등록 완료함. [*미 입금 시, 예비 합 격자에게 자격을 부여함] 2) 통장이체 | 국민은행, 491001-01-156370 [예금주 | 전진삼(간향미디어랩)]—등록비 | 50만 원 [*단, 과정 중 발생되는 개인별 필요 경비(교통비 등)는 각자 부담함을 원칙으로 함] ⓦ 강사진—총괄 | 전진삼 [본지 발행인, 와이드AR 저널리즘스쿨 디렉터)—강사진 | 본지 발행편집인단 구성원을 포함한 국내 건축 · 미술 ·디자인잡지 데스크 및 주요 매체에서 활약해오고 있는 기자, 칼럼니스트, 비평가, 건축 책 저자 및 대학교수로 구성 예정. ⓦ 문의—02-2235-1960 | 070-7715-1960—교육 프로그램 등의 상세 내용은 네이버카페 <와이드AR> ‘저널리즘스쿨 게시판’을 참 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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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SINCE 2006 다섯 번째 주제|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3’: New POwer ARchitect|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3’>는 우리나라의 차세대 건축을 리드할 젊은 건축가들을 초대하여 그 분들이 현재 관심하고 있는 건축의 주 제와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듣고 묻는 시간입니다. 땅집사향은 2011년에 이어 올해에도 국내외에서 맹활약하는 ‘젊은 건축가’에 시선 을 맞추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 <와이드AR> 독자님들의 뜨거운 성원과 관심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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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석(SCALe 대표)┃주제 | 스케일 (SCALe)|일시 | 2012년 11

11월의 초청 건축가

월 14일(수) 저녁 7시

12월의 초청 건축가┃노휘(시성 N.U.D.L 대표)┃주제 | 상상공작(Make the imagination real)|일시 | 2012년 12월 12일(수) 저녁 7시

주관 |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주최 | 그림건축, 간향미디어랩┃장소 | 그림건축 내 안방마루┃도서 협찬 | 시공문화사 spacetime, 수류

산방┃와인 협찬 | 삼협종합건설(주)┃문의 | 02-2231-3370, 02-2235-1960┃*<땅집사향>의 지난 기록과 행사 참여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네 이버카페(카페명 : 와이드AR, 카페 주소 : http://cafe.naver.com/aqlab)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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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사 구술 총서 <예술인・生> : 박완서 돈암동의 작은 한옥에서 잠실 아파트에 이르기까지—2011년 작고한 박완서가 남긴 구술은 격변했던 한국 근현대사를 살아 온 소시민의 삶을 통시적으로 드러냄과 동시에 서울 주거 공간의 역사를 파노라마처럼 증언한다. 300여 개에 이르는 주석 과 도판 자료를 통해 입체적으로 읽는 박완서의 생애와 작품 세계 속 서울의 풍경. (수류산방 펴냄, 384쪽, 319항목의 주 석, 58점의 도판 자료, 올 컬러, 값 29,000원)

produced & designed by 수류산방 樹流山房 Suryusanbang 02 735 1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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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 > (약칭,

와이드AR

)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 통권 30호 2012년 11-12월호 ⓦ 2012년 11월 15일 발행

Issue 26

ⓦ <와이드 칼럼 | 김미상> 에우리디케, 혹은 망부석(望夫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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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PASS 27 | 이종건> 싸이의 강남스타일,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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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이드 포커스 1 | 이영범> 공공 건축가 그리고 동네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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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이드 포커스 2 | 김정은> ‘일상’ 건축 담론의 재부상 —‘집짓기’ 바람과 ‘동네 건축가’의 유행으로 본 건축가와 대중의 소통 접점 변화에 관하여

Work | 전 쟁과 여성인권박물관 장영철+전숙희 & 윤동주 문학관 이소진 The Museum of War & The Woman’s Rights Jang Young+Chun Sookhee & Poet Yoon Dongju Memorial Museum Lee Sojin 61

ⓦ 와이드 잡담 | 과거를 담고, 미래를 품은 집—이소진,전숙희+구영민, 김백영, 전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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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학자의 시선 | 역사적인 것과 미적인 것—전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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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학자의 시선 | 패턴화된 보이드, 우상화된 보이드—구영민

New POwer ARchitect 84

ⓦ 뉴 파워 아키텍트 파일 21 | 안기현+이민수 | 몽당과 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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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 파워 아키텍트 파일 22 | 박인수 | 전남 전문건설회관을 통해 본 전문 건설업과의 협업

Report 96 100

ⓦ <사진 더하기 건축 10 | 나은중+유소래> 카메라 옵스큐라 Camera Obscura—아벨라르도 모렐 Abelardo Morell ⓦ <와이드 리포트 1 | 아이콘파티(ICON PARTY) 출정의 이유 > 언제까지 지방 도시의 취약한 구조를 방기할 것인가—전진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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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이드 리포트 2 | 부산오페라하우스 공모전 > 노르웨이 스노헤타, 부산오페라하우스 설계 맡는다—방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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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이드 리포트 3 | 어반 인스톨레이션(Urban Installation) 1:1공모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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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이드 리포트 4 | 기고 > MORE THAN GREEN 프로젝트 : 지속가능성은 ‘그린’ 그 이상이다

지방의 한계를 넘지 못한, 그래서 더 아쉬운—전진삼 —이반 카프데빌라+빈센트 이보라(Iván Capdevila+Vicente Iborra, PLAYstudio, Spain) 112

ⓦ <WIDE eye | 전시> | 건축 사진가들, 다시 출발선에 서다 : <건축도시기행> 사진전—정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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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진삼의 FOOTPRINT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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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구독 신청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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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이드 레터 | 정귀원

ⓦ 표지 이미지 | 장영철+전숙희의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 이소진의 윤동주 문학관 ⓦ 표2 | PARKiz 생각 나눔 ⓦ 표3 | NES KOREA ⓦ 표4 | Samhyub ⓦ 1 | Wondoshi ⓦ 2 | Mokchon Architecture Archive ⓦ 3 | SIMWON ⓦ 4 | Seegan ⓦ 5 | ONE O ONE ⓦ 6 | KAGA ⓦ 7 | Jehyo ⓦ 8 | VINE ⓦ 9 | Sunpark ⓦ 10 | UrbanEx ⓦ 11 | Woojung ⓦ 12 | UnSangDong ⓦ 13 | Dongyang PC ⓦ 14 | WIDE aBRIDGE ⓦ 15 | Sungkyunkwan Univ. ⓦ 16 | Journalism Workshop ⓦ 17 | ICON party ⓦ 18 | Spacetime ⓦ 19 |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 20 | Suryusanbang 1 ⓦ 21 | 목차 ⓦ 22 | 구독신청서 ⓦ 23 | 판권 및 와이드 레터 ⓦ 24 | Suryusanbang 2 ⓦ 128 | U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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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향미디어랩 은 “건축하는 후배들에게 꿈을, 건축인에게 긍지를” 주자는 목표 아래, “지방(locality), 지역(region), 소수(minority), 진정성(authenticity)”에 시선을 맞추고 건축 기반 미디어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간향미디어랩의 사업 영역은 와이드AR | 격월간 건축리포트<와이드> 발행┃와이드SA | 각종 워크숍, 강좌, 아카 이브, 아키버스 주관—와이드aBRIDGE | 세미나, 건축상, ABCD파티 등 건축과 사회의 연결┃와이드BEAM | 온오프 라인 도서 기획 및 편집, 출판

간향미디어랩은 현재┃월례 세미나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건축가들의 이슈가 있는 파티 <ARCHITECTURE BRIDGE [ON AIR] CREATIVE PARTY>┃건축 역사/이론/비평의 연구자 및 예비 저자를 지원하는 <심원건축학술상 >┃내일의 건축저널리스트를 양성하는 <와이드SA 저널리즘워크숍>┃신예 비평가의 출현을 응원하는 <와이드AR 건축 비평상>┃국내외 건축과 도시를 찾아 떠나는 현장 저널 <아키버스>┃색깔 있는 건축 도서 출판 <AQ북스>┃그 밖에 <건 축유리조형워크숍>, <건축영화스터디클럽> 등의 연속된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또는 파트너들과 함께 진행해 오고 있 습니다.

와이드AR 정기 구독(국내 전용)신청 방법 안내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 <구독자명(기증하실 경우 기증자명 포함)>, <배송지 주소>, <구독 희망 시작 월호 및 구독 기간>, <핸드폰 번호>, <이 메일 주소>, <입금 예정일>을 적으시어 ⓦ <와이드 AR> 공식 이메일 : widear@naver.com ⓦ 팩스 : 02-2235-1968 로 보 내 주시면 됩니다. 책은 입금 후 보내드리게 됩니다. 정기 구독을 하시면, 전국 어디서나 편안하게 책을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당사가 독자 대상으로 벌이는 상기 각 종 행사에 우선 초대됩니다. ⓦ 연간 구독료 ☞ 1년 구독료 55,000원┃2년 구독료 105,000원┃3년 구독료 150,000원┃4 년 구독료 190,000원┃5년 구독료 225,000원 ⓦ 무통장 입금 방법 ☞ 입금계좌|국민은행, 491001- 01-156370 [예금주 |전진삼(간향미디어랩)]┃구독자와 입금자의 이름이 다를 경우, 꼭 상기 전화, 팩스, 이메일로 확인하여 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 ⓦ 카드 결재 방법 ☞ 네이버카페 <와이드AR> 좌측 메뉴판에서 <정기구독 신용카드결재>란 이용하시면 편 리합니다. ⓦ 정기 구독 및 광고 문의┃070-7715-1960┃<와이드AR>의 광고는 본 잡지를 함께 만드는 건축(가)네트워크를 지원합 니다. 지면 위에서의 1차적 홍보 효과를 넘어, 실질적 수익 효과 창출을 위해 데스크가 함께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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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약칭, <와이드 AR>)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 발행편집인실— 발행인 겸 편집인 | 전진삼—발행편집자문단장 | 김연흥—발행위원 | 박유진, 신창훈, 안용대, 오섬훈, 황순우 ⓦ 편집실—편 집장 | 정귀원—편집위원 | 김영철, 박인수, 최상기, 최춘웅—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박상일 ⓦ 고문실—상임고문 | 임 근배—운영고문 | 곽재환, 김정동, 이일훈, 임창복, 최동규—편집고문 | 구영민, 김원식, 박승홍, 박철수, 이종건 ⓦ 자 문단—자문위원 | 강병국, 김재경, 김정후, 김종헌, 김태일, 나은중, 손승희, 손장원, 박종기, 박준호, 안명준, 안철흥, 윤창기, 이영욱, 이용범, 이충기, 임지택, 임형남, 장윤규, 전유창, 정수진, 조경연, 조남호, 조정구, 조택연, 함성호—대 외협력위원 | 김기중, 김종수, 김태성, 박민철, 박순천, 손도문, 조용귀, 최원영—전속 포토그래퍼 | 남궁선, 진효숙—제 작 코디네이터 | 김기현—로고 칼리그래퍼 | 김기충 ⓦ 디자인—수류산방 樹流山房 Suryusanbang—디자이너 | 변우석, 송우리, 김영진, 심지수—전화 | 02-735-1085, 팩스 | 02-735-1083 ⓦ 서점유통관리대행—(주)호평BSA—대표 | 심상 호, 차장 | 정민우—전화 | 02-725-9470~2, 팩스 | 02-725-9473 ⓦ 제작협력사—인쇄 및 출력 | 예림인쇄—종이 | 대림 지업사—제본 | 진성 B&M ⓦ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 통권

30호 2012년 11- 12월호 ⓦ 2012년 11월 15일 발행 ⓦ 2008년 1월 2일 창간 등

록, 2008년 1월 15일 창간 ⓦ 2011년 1월 19일 변경 등록, 마포 마-00047호 ⓦ 낱권 가격 10,000원, 1년 구독료 55,000 원 ⓦ ISSN 1976-7412 ⓦ 간향미디어랩 GML—발행처 | (121-816)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56-2 마젤란21오피스텔 909호—대표 전화 | 02-2235-1960—팩스 | 02-2235-1968—독자지원서비스 | 070-7715-1960—공식 이메일 | widear@ naver.com—공식 URL | http://cafe.naver.com/aqlab—네이버 카페명 | 와이드AR ⓦ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 본지에 게재된 기사나 사진의 무단 전재 및 복사, 유 포를 금합니다.

<전환기 한국 건축과 4.3그룹> 심포지움

ⓦ 1992년 12월,

젊은 건축가들의 전시회가 동숭동 인공갤러리에서 열렸다. 1990년 4월 3일 첫 모임 후의 건축 세미나, 건축 기행, 초청 인사 세미나 등에서 오갔던 논의들을 공개적으로 펼쳐 보이는 4.3그룹의 건축전이었다. 회원은, 알려지다시피 곽재환, 김병윤, 김인철, 도창환, 동정근, 민현식, 발철린, 백문기, 승효상, 우경국, 이성관, 이일훈, 이종상, 그리고 조성룡 등 14 인. ‘이 시대, 우리의 건축’을 주제로 당대를 주도할 “건축적 좌표”와 “실천적 정신”을 함께 모색해 보자는 의도에서 마 련된 자리였다. ⓦ 그로부터 딱 20년의 시간이 지난 오늘, 목천건축아카이브와 현대건축연구회가 공동 주관하는 <전환기 의 한국 건축과 4.3그룹> 심포지움이 열린다. 건축 학자와 비평가들이 4.3그룹의 활동을 통해 한국 건축의 전환기를 새 롭게 성찰하고자 하는 이번 심포지움은 9개의 주제 발표로 이루어지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체험과 파편의 언어(배 형민) / 4.3그룹과 건축 교육(전봉희) / 세기말과 시대정신(우동선) / 함께하는 말, 홀로 서는 말(최원준) / 정체성과 시 대의 우울(박정현) / 비움, 차이, 삶 : 4.3그룹의 ‘비움’의 의의와 논쟁점(백진)/건축가, 세속적이면서 고매한(이종우) / 4.3그룹의 모더니즘(김현섭) / 동시대 4.3밖의 지평(송하엽) 등.” ⓦ 오는 12월 6일 오후 2시에서 6시까지 서울 인사동 KCDF 갤러리 3층에서 진행되며, 4.3그룹 아카이브 전시가 동시에 열릴 예정이다. 4.3그룹은 목천건축아카이브의 세 번째 아카이빙 대상이기도 한데, 지난 2011년부터 작업해 온 4.3구성원들의 구술 채록과, 글 / 사진 / 동영상 등과 같은 기록물, 4.3그룹전 당시 방명록, 물품, 기념품들은 이번 전시의 아이템이기도 하다. ⓦ 1990년대 이후 한국 건축 담론 의 헤게모니를 장악했던 4.3그룹에 대한 평가는 건축 담론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그 가능성을 전 유하고 다양한 담론 생성을 차단했다는 이유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것이든 간에, 충실한 자료와 탄 탄한 연구/해석 작업으로 이들의 활동과 작업을 들여다보는 것은 당대의 현대 건축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 글 | 정귀원(본지 편집장)

Wide Architecture Report 30 | 2012. 11-12 | 엣지 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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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창제에서 한글의 미래까지 수류산방이 배재학당역사박물관과 공동으로 기획한 전시 <스물여덟자의 놀이터 : 한글 보급과 배재 학당>이 10월 26일 오후 3시 문을 열었다. 근대기 한글 보급 과정을 중심으로 훈민정음 창제부터 모 바일 자판에 이르기까지 566년 한글 통사를 28개의 주제로 나누고 각 주제를 28장의 감각적인 포스 터로 재해석하여 펼쳐 보이는 전시다. 한 공간에 펼쳐지는 566년 한글 역사 ⓦ <스물여덟자의 놀이터 : 한글 보급과 배재학당>은 한글의 탄생부터 모바일 자판에 이르기 까지의 발전사를 한 전시장 안에 펼쳐보인다. 한글과 관련된 전시는 대부분 한글의 단면에 초점을 맞추었을 뿐 한글 역사 전체를 단 일한 공간 안에서 일변하는 전시는 없었다. 이번 전시는 한글의 제자 원리와 보급 과정, 위기, 한글을 연구하고 교육하기 위해 힘쓴 인물 등 한글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을 시간 순서에 따라 크게 다섯 파트로 나누고, 그것을 다시 한글 자모의 수에 맞춘 28개 유니 트로 나누었다. 하나의 유니트는 각각 한 장의 포스터, 한 점의 관련 유물, 한 부의 해설 리플릿으로 구성된다. 소논문처럼 자료를 소 개한 총 9부의 리플릿(1부는 개괄)을 전시를 관람하는 동안 모두 모으면 한글에 대한 하나의 책이 되며 이를 통해 한글에 대한 전반 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다.

한 글 된 국 문 이

류양희

박우혁

정재완

김용한

안상수

타자기와 자판

발전사

26 캘리그라피, 한글의 예술적 가능성

활자의 변천 한글

사전

광복 이후 한글 교육과 교과서

28 남북 을연 결하 는끈 ,한 글

통일안 발표 한글 맞춤법

배재와 한글 문학

국어

27

21

20

↑ 전시장 입구.

문의 ⓦ T. 02-319-5578, 070-4015-8792~4 (배재학당역사박물관 학예연구실) | 관람 시간 ⓦ 오전 10시~ 오후 5시(매주 월요일 및 공휴일 휴관) 참여 작가 ⓦ 전진삼, 이지송+수류산방, 조성룡+SKAi, 김나무, 박우진, 김리완, 김기조, 이상훈, 노희영, 변우석+송우리, 나은중+유소래, 김수영, 노상용, 곽희수, 박찬신, 김병조, 이기옥, 안기현, 진달래, 이수경, 이민수, 나은민, 노은유, 류양희, 박우혁, 정재완, 김용한, 안상수, 김선기

사진 김재경

ㅜ 노은유

교육

외국인이 본 한글

선교사들과 배재학당의 교육 삼문출판 사와 한글 의 확산

훈민정음 창제

운동

ㅏ 나은민

회 학 어 선 조

ㅗ 이민수

16

말모이와 사전의 시작

15

↑ 28개의 유닛.

보급

17 13

의 최초

24

18

정책 조선어 일제의

10

11

번역

1

7

문학 선교와

원리

문서

글 한

한글 의

한글

문법서

9

8

과 작 시

따른

한글 교과서와

의 쇄 인

이치 를

19

신문 와 독립 인식 변화

4

6 식 대 근

우주 의

교육

22

대한 한글에

12 조선의 한글

작품들

3 <용비어천가>를 시작으로 인쇄된 한글 책들 2

14

되다

배재의 한글

글이

사진 김재경

공병우의 한글

23 한글 ,백 성의

한글의 미래

25 5

문학

수경

<스물여덟자의 놀이터 : 한글 보급과 배재학당>

한글 전>과 <홍길동

배재학당역사박물관+수류산방

배재학당역사박물관 개관 4주년 기념 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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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0 | 엣지 Edge


와이드 AR 30 | Wide Architecture Report 30 | 2012. 11-12

2012•11-12 -

Issue

026

와이드 칼럼

에우리디케, 혹은 망부석(望夫石)?

김미상 029

이종건의 <COMPASS 27>

싸이의 강남스타일, 그리고

이종건 032

와이드 포커스 ①

공공 건축가 그리고 동네 건축가

이영범 036

와이드 포커스 ②

‘일상’ 건축 담론의 재부상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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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2012 11-12 | 와이드 칼럼

수많은 지적 활동, 그러나 여전히 배고픈 ⓦ 요즘 책방에

………… ……… ……. …… …………… ……

가면 수없이 많은 신간 서적들이 출간되고 있음을 볼 수 있

………………… ………… …… …… … … ………… ……. ………(…) …………… ………… ……………… ……………. ………… …… … ……………… ……. …… ……… …… ……

다. 며칠 전 독일에 갈 일이 있어 그곳에서 들른 책방에는 우 리나라의 서적과 전문 간행물들이 자리를 잡고 있음을 발견 하고 새삼 솟아오르는 즐거운 마음을 한껏 즐길 수 있었다. 우리에겐 단군 이래 이토록 많은 출판물과 지적 활동이 외 부로 활발히 표출된 적이 없다고 느낄 수 있을 만큼 가시적

……… ……… ……… ……… ……… …….

인 결과물들이 우리 눈앞에 제시되고 있다. 추측컨대 출판

… ………………………… …………. …………

양의 측면에서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그리 뒤지지 않을 만

……………… …………… ……….

큼 그 위세가 대단해졌음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

………………… ………. …….

들이 느끼듯 질적인 측면에서 평가한다면 아직도 배고픔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

몰이해와 오역, 오판이 공공연한 건축 번역서 ⓦ 필자는

………… …△… ……. …… …………… △…

에우리디케, 혹은 망부석(望夫石)? ………………… ………… …… …… … …

………… ……. ………(△) ……△… ………… ……△……… ……………. ………… …△ …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으나 지금도 건축 전공 수업에 들어 가자마자 많지 않았던 우리말 전공 서적 가운데 의욕적으로 접했던 검은색 표지의 일본 서적 번역본 때문에 일었던 당혹 감, 그리고 그러한 류의 서적이 다수라는 사실로 인한 절망 감으로 답답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저자 이름으로 ‘골뷰제’

……………△ ……. …… ……△ …… ……

라고 인쇄된 것을 보며 킬킬대기 시작하여, 소위 골뷰제(Le

……… …△… ……… ……… ……… …….

Corbusier) 선생이 저술하였다는, 필독서로 널리 알려져 있

… ………………………… …………. …………

던『빛나는 도시(Ville radieuse)』라는 책이『오늘날의 장식

…△………… ……△…… △…….

예술(L’Art décoratif d’aujourd’hui)』에 제목을 잘못 붙인

…………△…… ………. …….

것임을 발견하고 황당감에 어이가 없어 하던 것으로 끝을

………△…….

맺은 경험이 있다. 이어서 이 책과 함께 시리즈로 발간된 책 들, 그리고 또 다른 많은 번역서들이 근본적으로 읽기가 불 가능하거나 내용이 부정확함에 한층 더 깊이 개탄하게 되었

……×… …×… ……. …… …×……… ×…

다. 그 이후 우리는 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은

……×………… …×…… ×… …… … …

돈과 시간, 노력을 들여-타 언어 원전을 영어로 번역한 것조

…×…… ……. ………(×) ……×… ……×…

차 모두 원서(原書)라는 애매한 명칭의-영어 서적을 독파하

……×……… ……×……. ×……… …× … ……………× ……. …… ……× …… …… ×…… …×… …×… ……× ……… ×….

여야만 함을 깨달았다. 이 단계에선 내용의 몰이해와 오역, 오판은 개인적인 것으로 머물고 있었지만, 1980년대 초부터 급작스레 문을 개방한 대학원이 석사 과정 학생들로 넘치게 되었고, 이들은 ‘하면 된다’는 국가적 캐치프레이즈에 보조

… …×………×……×… …………. ………×

를 맞추어 왕성하고 용감하게 번역물들을 양산하기 시작하

…×………× ……×…… ×…….

였다. 당시 어리게는 20대, 그나마 익었다 싶은 사람들은 30

…………×…… ………. …….소장 김미상 | 단우 도시건축학 연구소

대 초중반의 인물들이 대부분이었던 이들은 돌이킬 수 없는

………×…….

많은 실수가 담긴 번역서들을 남겼으며, 필자가 아는 한, 초

Wide AR no.30 : 11-12 2012 Issue


판 발행 이후 수년 후에 이루어진 한 건의 교정본을 제외하

ⓦ 이처럼 저급한 수준의 실수와 모자람들에만 지적과 언급

곤 지금까지 고쳐지지 않고 있어서 선생질을 했을 땐 미리

의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인, 학자들로 알려진 사람

경계경보를 울리거나 일일이 지적하고 고쳐 주는 데몬스트

들의 비교적 비중이 있는 논문 및 서적에 있어서 그것이 번

레이션을 해야만 했다.

역물인지 종합물인지 그 경계와 정의, 자기 것으로서의 시 작과 마무리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다. 이것은 끊임없

비빌 언덕이라도 만드는 것이 낫다? ⓦ 그 중 도무지 잊을

이 제기되는 독창성, 모방, 복사의 문제에 해당하는 아주 중

수 없는 심한 예의 하나는 1980년대 초반의 것으로 첫 부분

대하고 복잡한 문제이다. ⓦ 그리고 비교적 언어를 잘 구사

부터 긍정을 부정으로, 부정을 긍정으로 번역함으로 시작되

하는 사람들에게도 종종 문제점이 발견된다. 세밀한 용어의

어 뒤의 내용까지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오역으로 점철된 수

선택과 구사가 전제되어야 하는 학문적인 성격의 서적이나

준의 것이다. 그가 계속 발행한 후속 번역서 가운데 하나에

글이 특정한 뜻을 지시하지 못하는 상이한 단어들로 이어져

서는 중세 및 근대 라틴어, 이태리어, 프랑스어, 독일어, 그

정확성과 학술적인 권위를 한없이 추락시키고 있는 경우도

리고 때로는 고대 그리스어 원문이 증거로 제시되며, 각각의

많이 발견된다. 이 경우 성실상과 학문적 정교함, 엄격함이

내용이 일일이 분석되고 종합되는 근대의 건축 이론을 다루

요구됨은 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학문을 하는 사람이나

고 있는 까다로운 이론 서적을 특유의 ‘하면 된다’ 정신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최소한 자기의 글에 대한 책임감이 요

밀어붙이고 있는데, 영락없이 책의 맨 첫 부분인 원저자의

구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므로 그들은 논문이나

감사 글에서부터 끝 부분까지 내용이 거꾸로 변하거나 오역

서적의 내용을 이미 명확히 알고 있으며 전반적인 진행의 기

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이런 책들은 금서로 분류

본적 틀을 어느 정도 정해 놓고 시작한다고 여겨지곤 한다.

되어야 할 것이다(다행히 그의 책은 도서관에 다소 남아 있

그러나 학문과 작품을 영위하고 이루려는 사람들은 각자의

을 뿐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이 분은 건

특성에 맞추어 진행 방식이 다를 수 있음도 받아들여야 할

축에 관한 열정이 남다르다. 알려지기로는 건축계를 위시하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이는 완벽주의자로 온갖 이론과 전

여 건축계 외의 사회에서 대중적인 지지를 얻으며 부활하고

후 사정을 가능한 한 최대한으로 습득하고 자기화하여 비교

있다. ⓦ 걱정스럽게도 이러한 상황을 현시대의 젊은 세대,

적 늦게 생산물을 내는 반면, 준비가 덜 되었더라도 글과 작

중진 세대가 계속하여 잇고 있는 모습도 발견되고 있다. 주

품을 속성으로 진행하며 완성시켜 나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

로 양적 업적을 목표로 하는 이들에게 질적인 측면에 대한

이다. ⓦ 하지만, 다작을 하는 우리나라 작가들에 대부분 해

관심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어떤 이는 상황 논리를 앞세워

당된다고 추측되는 후자의 경우, 그 시작과 마무리가 이상

그리고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다는 등을 비빌 언덕이라도 만

해진 경우를 보게 된다. 단행본으로 이루어진 것 가운데 같

드는 것이 가치가 있는 것이노라 정당화할 뿐만 아니라, 자

은 내용의 문장이나 서술이 이곳저곳에서 반복되며, 사소한

신이 지닌 그러한 약점과 잘못을 담담하고 천연덕스레 고백

예지만 콜로뉴(Cologne)를 쾰른(Köln)과는 전혀 다른 곳

하는 모습에 놀라게 된다. 국가적으로 그리고 사회, 역사적

으로 서술한 후 내용을 억지로 이어 붙이는 것과 같은 코미

으로 보아 비극적 씨앗을 뿌리고 있는 이들에게, 그리고 다

디를 연출하기도 한다. 이것은 오역의 문제가 아닌, 내용 파

작으로서 그 위용을 떨치는 이들에게, 그 글의 수용 여부와

악에서의 문제이며 문화적 경험과 안목, 그리고 신중함의 문

관계없이, 불행하게도 본지(本誌) <와이드 AR>을 포함한 온

제에서 다루어져야 할 항목이다.

갖 매스 미디어와 학문의 전당들은 그 진입의 문턱이 낮아 져 좋은 활동 무대가 되곤 하는데, 사회에서 앞장서고 교단

‘무식하기에 용감한’ 저돌적 저술가들의 ‘열심’으로 인하

에 자리잡으며 집단을 이룰 때 그 그림자는 너무도 길고 강

여 생기게 되는 부작용 ⓦ 이러한 예 가운데 심각하게 드러

해질 것임은 명확해 보인다.

난 것 하나를 들자면 어느 운동을 국가별, 인물별 등의 시리 즈로 출판하는 경우 저자의 무지, 그리고 오로지 목표를 향

논문과 전문서에서 발견되는 독창성, 모방, 복사의 문제

한 의욕이 앞섬으로써 선후 관계를 파악하지 못하고 제 1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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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제 2국으로부터 시작하거나 국

논하고자 하는 경우 다른 분야의 예술인에 비하여 당황스러

가나 권력의 힘의 정도에 의하여 분류, 순서를 정하는 경우

울 정도로 철학을 들먹임을 발견하는데, 기본적인 용어의 개

가 있다. 이 경우 일견, 그리고 혹시라도 외견상 그 구성이

념, 그의 사용과 구사 등에 있어 매우 부정확한 차원에서 함

아무리 견고해 보일지언정 지적 작가로서의 지식과 이론의

부로 언급되고 있음을 자주 경험한다. 이런 모든 책임은 일

독창성 및 담지력에서 그 헐풋한 정체를 발견하여 거론할 수

차적으로 그런 사람들에게 있지만, 이론을 담당하고 전달하

밖에 없다. 더 나아가 이런 경우 제 2의 운동으로부터 파생

는 사람들에게 근원적인 책임을 돌릴 수 있다. 외부의 이론

되거나 제 1의 움직임과는 상관이 없는 지엽적인, 그러나 때

을 소화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어 전달하거나, 번역을 통하

때로 어느 정도 또는 희미하게나마 상관성을 찾을 수 있기도

여 대중들에게 널리 전달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사태의 일차

하는, 제 3의 운동이 제 2의 운동을 강화하고 보족함으로써

적인 책임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차원에서 정신세계를 구축

제1의 운동이 지니는 원래의 성격을 흩뜨리고 비낀 방향으

하는 윤리적 책임도 직시하여야 한다.

로 호도하여 그 연결이 어정쩡하게 되고 있음이 발견되곤 한 다. 이러한 문제들은 위에서의 언어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확한 지식 소통을 위해서는 두텁고 견고한 지식 기반

학문적 역량이 모자라거나 아직은 그가 다루고 있는 부분에

이 전제돼야 ⓦ 다른 큰 문제의 하나는 위에서 암시되었지

‘무식하기에 용감한’ 저돌적 저술가들의 ‘열심’으로 인하여

만 정확한 지식의 소통이다. 원전을 통한 근원적이고 올바

생기게 되는 부작용이다. 이런 잘못을 고치고자 할 때 요구

른 지식의 취득이 전제되지 않은 2차, 3차 자료로 얻은 지식

되는 것은 작가 자신들의 각성과 연마, 노력이 가장 기본이

과 지혜는 이미 특정 방향으로 그 방향성이 정해지게 될 뿐

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이런 잘못을 지적하고 꾸짖을 뿐만 아

만 아니라 오해의 가능성 역시 가지게 된다. 우리나라의 짧

니라 교정할 수도 있는 능력을 지닌 다수의 지적 대중의 자

은 학문적 연륜, 그리고 매우 바쁘게 진행되는 흐름에의 추

율적 생성 및 배양과 양성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종 성향은 이러한 위험성의 생성에 아주 적합한 환경을 만 들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인물들의 노고는 대부분 생명력

지식의 실천이 이루어지는 지적 현장의 상황도 마찬가지

이 길지 못한 일시적이고 일회적인 운동에 그치는 경우가

ⓦ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런 상황은 건축계에서만

많았는데, 이것의 근본적 원인은 대부분 두텁고 견고한 지

발견되는 고립적인 예가 아니다. 어찌 보면 가장 정확한 인

식의 기반이 존재하지 않는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기본

문학적 역량과 바탕을 지니고 있으리라고 추측되는 철학 분

적으로 정확하고 올바르며 두터운 지식의 경험 전통과 이를

야에서조차, 특히 지금으로부터 2~30년 내의 비교적 최근

통한 통찰력이 전제되지 않는 한 이런 문제의 해결은 불가

의 서적에서, 그리고 의외로 번역과 전달에 있어 명문대의

능하다. ⓦ 실행(praxis)의 측면이 전제되는 건축 분야에서

교수가 내놓은 번역서에서조차, 놀라운 수준의 어색함과 엉

는 순수 인문학이나 사변적인 측면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

터리들을 꽤 발견할 수 있으며, 철학과 병행되거나 대항적

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피상적이고 올바르지 못한 사상의 구

이자 경쟁적인 신학 서적을 들쳐 보면 원뜻과는 상관없는 인

축과 전파는 오히려 심한 해만을 끼칠 뿐이다. 건축물, 예술

접 유사어가 그 사회에서만 관행어로 사용되고 있음을 발견

에 관한 사소한 토론에서조차 중심을 잡지 못하고 논쟁으로

할 수 있고, 문장이 알쏭달쏭하고 풀 수 없이 복잡하게 얽힌

이어지거나 구렁이 담 넘어가듯 개인적 취향의 다양성으로

곳에선 영락없이 부정확함과 실수들을 다수 발견하곤 한다.

봉합하곤 하는 태도들 역시 이러한 잘못되거나 짧은 읽기와

ⓦ 지식의 실천이 이루어지는 지적 현장에서의 상황을 거론

해석과 판단의 결과임을 발견하곤 한다. 개인적 바람이 있

한다면 이런 현상은 더욱 어두운 부분이 부각될 수 있다. 희

다면 <와이드 AR>은 적어도 이런 잘못만은 용납하지 않을

한하게도 건축을 비롯한 예술의 이론적 바탕을 다루는 대부

수 있는 역량을 조속히 키우길 바라며 가능하면 올바른 문

분의 교과 과정은 십중팔구 논의의 대상이 되는 작품 자체

화 및 사상적 전통의 기준점과 출발점이 될 수 있는 기반을

의 분석보다는 현학적이고 사변적인 체계 구성에 몰입되고

마련했으면 한다. ⓦ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리고 필자는 건축가들과 작품을

Wide AR no.30 : 11-12 2012 Issue


이슈 2012 11-12 | 이종건의 <COMPASS 27>

ⓦ 자칭 ‘12년차 신인’ 가수 싸이가 사고를 제대로 쳤다. 5억 을 넘어선 유튜브 클릭 수며, 빌보드차트를 비롯한 세계 각 국의 음악 사회의 경이적 인기며,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그 의 각종 기록 행진들을 굳이 열거하지 않겠다. 모를 이가 없 을 테니 말이다. 단군 이래 처음으로 두 번의 군복무를 마 친 싸이의, 따라서 한국의(그는 외국 채널에서 “대한민국 만 세”라며 한국에 영광을 돌렸고, 한국은 그에게 문화 훈장까 지 수여할 태세다), 역시 단군 이래 처음 있는, 이 문화 세계 지배 현상 앞에서 우리는 그저 놀라워하며, 자부심과 자신감

싸이의 강남스타일,

에 들떠 있다. 그의 음악이 음악적 가치가 없다 한들, 그의 행 태나 인격이 천하다 한들, 강남스타일이 일으키고 있는 문화 돌풍의 사건은, 심지어 당사자를 포함해서 누구도 예상치 못 한 지구 뭇 대중들의 빅뱅 반응은, 아무도 경시하거나 업신 여길 수 없을 것이다. 도리어 뭔가 생각할 점을 찾아보는 것 이 마땅하지 않나 싶다.

그리고

ⓦ 강남스타일이 온 지구를 달구며 대히트한 요인들은 제 법 밝혀져 있다. 서방인들은, 약간 멍청이 같은 채 즐기는 것 을 근본 이유로 꼽았는데, 한심한 놈이 한심한 짓을 하는 한 심한 비디오를 찍고 싶었다는, 뭔가 모자라다 싶은 놈이 발 악하듯 즐기는 웃음을 주고 싶었다는 싸이의 의도에 부합하 는 진단이다. 독서량이 극미하고 아는 게 별로 없다고 한 본 인의 고백을 포함해, 유학을 빌미로 아버지를 속여, 노는 데,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데 학비를 썼던, 엄친 아 반대편의 인간인 싸이의 삶의 방식과도 일관된다. 심각하 게 고민하거나 열심히 공부해서 이루어낸 성과가 아니라, 세 상의 모든 어렵고 무거운 것들은 외면한 채, 원시적인 쾌락 원칙(물론 ‘승화된’ 형태다)의 놀이의 삶을, 그리고 그것을 문화 상품으로 만들어 내어놓은 결과인데, 전략이 근본적으 로 클래식하다. 보들레르가 ‘웃음’이라는 에세이에서 해명했 듯, 그리고 모든 코미디물이 거의 다 그러하듯, 평생 스포트 라이트 한 번 받지 못하는 삶을 사는 대중들은 특히, 자신들 보다 모자라 보이는 이들의 골빈 짓거리를 볼 때, 쾌감을 느 끼기 때문이다. 게다가 온 세상이 풀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 는 막막한 경제에 찌들려 고단하고 희망 없는 일상을 살아가 는 와중이니, 아무 생각 없이 낄낄대며 말춤 추며 노는 얼간

이종건 | 본지 편집 고문, 경기대학교 교수

이의 쉬워 보이는 해방의 삶을 은밀하거나 은밀하지 않게 동 경하지 않겠는가? 퍽퍽한 현실 원칙의 삶을 잠시 툭 내려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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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한번 따라해 보고 싶지 않겠는가? 또 하나의 큰 요인은,

고흐의 <신발 한 켤레>가 존재론적 깊이를 지녔다면, 엑스레

새로운 전파 매체에 있다. 문화의 힘은, 콘텐츠도 그러하거

이 사진 같은 앤디 워홀의 <다이아몬드 먼지 신발>은 깊이가

니와, 기실 전파력에 있기 때문이다. 이미 분석했듯, 페이스

불가능한 시대 앞에서 존재의 깊이를 의도적으로 없앤, 그래

북이나 유튜브와 같은 SNS가 없었으면, 아마 그렇게 짧은

서 ‘깊이 없음’의 깊이를 보여 준다)이, 좀더 정확히 말해, 깊

시간에 그리고 널리 퍼져 나갈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있는 ‘깊이 없음’이 이제 깊이 없는 ‘깊이 없음’으로, 그야 말로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99퍼센트의 인간 세상의 한 편

ⓦ 여기까지가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세계적인 열풍에 대한

린으로 편입되었다. 다른 식으로 말하면, 깊이 없음이 깊이

정통적 분석이라고 한다면, 이제 다른 측면들을 좀 생각해

를 가지기 위해서는 그것이 깊이 있는 세상 안에 거해야 한

보자. 작금의 세상은 문화라는 이름의 모호한 무엇이 지배하

다는 말이다. 거꾸로 말해, 강남스타일을 상고할 때, 혹 그것

는 형국이라고 하니, 그리고 건축가들 또한 그 문화라는, 손

이 깊이나 의미를 지니고 있는 느낌이 든다면, 그것은 곧 그

에 딱 잡히지 않는 희한한 삶의 현상으로부터 벗어날 재간이

것에 반하는 세계가, 그러니까 마구잡이가 아니라 격식이 완

없으니 말이다. 하나는 몇 개월 전에 자취를 감춘 ‘아큐파이’

비된, 모자람이 아니라 성형 미인과 같은 엄친아 세상이 99

운동의 관점에서다. 세상의 경제를 떠받치면서도 바로 그 경

퍼센트를 억누르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것이다. 설령 깊이로

제의 수혜로부터 철저히 소외된 99퍼센트의 가난한 인간들

볼 수 없다손 쳐도, 그러한 것을 억압하는 그 반대의 사회적

이, 특권의 위치에 있다는 이유로 공적 자금이든 사행으로

내용과 형식이 그로 인해 음각/양각화되는 것은 틀림없다.

축적한 사적 자금이든 천문학적인 금액의 돈을 차지해서 어 이없이 써 대는 1퍼센트의 지나치게 부유한 비윤리적 자본

ⓦ 사태의 진상이 어떠하든, 나는 여기서 두 가지를 상고한

주의 인간들을 상대로 벌인, 자발적으로 터진 거대한 항의의

다. 국가나 특정 문화의 경계가 무의미할 만큼 많은 이들을

물길 말이다. 한 마디로, 강남스타일의 폭발은 넘칠 만큼 가

끄는 힘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이 건축가

졌고 그래서 사회적으로 잘난 이들에 밀린, 없고 못난 이들

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초국가적 스케일로 엄청나

이, 서툴고 어리석한 이의 모자라는 듯한 짓에서 느끼는 측

게 많은 사람들을 끄는 것들이, 둘러보면 좀 있다. 파리 루브

은지심/공감/감통이 아닐까, 그러니까 유유상종이라는 뇌관

르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의 태반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

때문에 폭발한 게 아닐까, 싶다는 말이다.

나리자>를 보기 위해 방문하고, 뉴욕 현대미술관에는 반 고 흐의 <별이 빛나는 밤> 앞에 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서성거

ⓦ 다른 하나는, 포스트모던의 깊이의 상고다. 현대의 대중

린다. 두 예술가의 위대한 능력이야 상식이니 넘어가고, 유

문화, 곧 문화(정통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 고급문화와 대중

독 그 두 작품에 온갖 나라와 문화에 속한 숱한 사람들이 관

문화 간의 구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모든

심을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 둘은 우선, 성상이 바뀌어

문화는 대중문화라는 말이다)는 단연코 99퍼센트 인간군이

도 여전히 신비한 매력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뜨겁게 불어

주역이고 주인인데, 그들은 깊이를 음미하지 않는다. 나의

오는 한여름의 열풍처럼 이내 사라질 강남스타일과 인기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음미할 수 없는 까닭에 깊이

지속성이 다르다. 또한, 쾌락 원칙뿐 아니라 심지어 현실 원

있는 것들을 고통스러워하고, 그래서 싫어한다. 진득한 공

칙까지 넘어 성스러움, 곧 초월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부와 상당한 수준의 이성(역사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현상

(리자 부인을 모델로 했지만 미완으로 그치고 결국 그녀의

에 대한 비판적 안목)과 사치스러운 시간과 공간을 요구하

아름다운 영혼을 보편적 숭고미로 바꾼 <모나리자>, 그리고

는 깊이는, 다른 말로 어려움은, 그것마저 자본으로 환원하

화면의 삼분의 이를 차지한, 정적인 마을 풍경과 달리 회오

는 1퍼센트의 인간군에 속한 세계로서, 자신들의 삶과 유리

리치는 역동성으로 차 있는 하늘과, 그에 닿고자 하는 신성

된다. 99퍼센트와 1퍼센트가 나뉘기 전에 오늘날의 문화, 곧

한 시푸러스 나무의 몸짓이 전경에 배치된 <별이 빛나는 밤

포스트모던을 특징짓기 위해 제시한 프레데릭 제임슨의 “고

>), 쾌락 원칙에 철저한 강남스타일과 질적으로 다르다. 둘

안된 깊이 없음(contrived depthlessness)”(그에 따르면 반

에 공통적이면서 강남스타일과 다른 것은 또 있다. 영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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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영화감독 피터 그린어웨이의 견해(기억에 의존하면

훈장 수여는 비문화적인 혹은 반문화적인 작태일 뿐이다. 한

이렇다.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두 동기가 있는데, 하

류는 철저히 자본주의의 소산이고, 싸이의 강남스타일 또한

나는 로맨스/문학이요, 다른 하나는 포르노다. 여기서 포르

개인의 끼와 자본이 합쳐 이룬 의외의 성과일 뿐, 기실 그것

노는 섹스 행위 그 자체를, 로맨스는 그것을 하기 위한 모든

들은 한국 문화의 전통이니 정체성 등이니 하는 것들과 아

그 이전의 언행들을 지칭한다)에 기초해서 표현하면, 둘은

무 상관없다), 먼저 우리의 건조 문화를 응시하고, 그리고서

로맨스(모나리자는 여자가, 별이 빛나는 밤은 하늘의 별이

지배적인 것을 찾아 그것에 맞서든지, 혹은 소수로 존재하

주제이니)의 감정을 야기하는 반면, 강남스타일은 로맨스라

는 것들이나 싹수는 보이나 아예 발도 못 내밀고 있는 것들

기보다는 포르노에 가깝다. 모더니즘은 추상을 수단으로 현

의 불씨를 살려야 할 터인데, 내가 보기에 우리에겐, 미니멀

실과 거리를 두는 문화, 포스트모더니즘은 직접적인 감각(

리즘과 같은 고급미학이나 엘리티즘도 턱없이 빈약하고, 그

프레데릭 제임슨과 케네스 프램프톤이 오늘날의 시각 문화

렇다고 왁자지껄한 재래시장의 싸구려 저급 미학도 거의 없

를 포르노로 규정한 사실이 즉각 떠오른다)을 매개로 현실

고, 그야말로 제대로 된 것이 별 없다. 그러니, 싸이처럼 자

에 들러붙는 문화라는 견해에 따르면, 결국 세상이 달라졌

신을 믿고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것들을 자신의 성깔에 따

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라 작업하되, 완성도만 끌어올려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래 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강남스타일은 없고 싸이스타일이

ⓦ 싸이가 혹 건축가라면, 그는 어떤 건축을 할까? 아마도

있듯, 우리건축 스타일에 우리건축 스타일이 아니라 우리스

현학적이거나 합리적인 건축보다는 좀더 감각에 직접적이

타일 건축이 있으면 되지 않을까? 싸이가 터뜨린 초대형 사

면서, 우리 건축 사회를 여전히 지배하는 깔끔하고 중성적

고를 보며 든 소박한 생각이다. 그런데 내 눈에는, 강남스타

인 모노톤의 미니멀리즘에 경도된 고급 미학을 비웃으며, 그

일도 김기덕의 피에타도, 비호감이고 저급이다. ⓦ

것의 정반대에 위치한 속물주의와 에로티즘의 건축을 하지 않을까? 직각을 벗어나 막 생긴 형태, 혹은 형태에 무관심한 채 대부분의 에너지를 물성에 쏟아 붓는(니체의 미학이구 나!) 그런 건축을 하지 않을까? 점잖고 품격을 갖춘 고급스 러운 건축이 아니라, 그것을 조롱하듯 유치찬란한 원색을 마 구 끌어 쓰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아니라 재래시장 같은 그런 싸구려 건축을 하지 않을까? 재래시장의 검정 비닐백, 녹색 플라스틱 바구니 등처럼 천하고 시끄럽고 못났지만, 바 로 그것을 제멋으로 알아 부끄럼 없이 제 흥에 겨운 쉬운 건 축을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모든 측면에서 뭔가 모자란 듯 한 그런 건축을 하지 않을까? 건축에 공부가 그리 대단한 역 할을 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마치 많이 배우신 양반들의 대척점에 섰던, 그로써 그것을 풍자하고 조 롱했던 민중들이 생산한 어릿광대 놀이 건축 같기도 하다.

ⓦ 그런데, 문화는 이것저것이 섞인 곳에서 새로운 생명을 낳는 법이니, 그리고 문화는 근본적으로 무지개빛처럼 다양 성으로 인해 생명력을 유지하는 법이니(그러니 한류든 싸이 든, 국가가 나설 일은 결코 아니다. 국가가 장려하고 기획하 는 문화는 이미 문화를 부정하거나 죽이는 반문화다.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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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2012 11-12 | 와이드 포커스 ①

건축가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해 본 적이 있는가 ⓦ 공공 건축가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먼저 공공 건축 가는 공공과 건축가가 결합된 조어(造語)이다. 그러다면 생

공공 건축가 그리고 동네 건축가

기는 의문은 ‘공공=건축가’라는 등식이 성립하는가,이다. 누 구나 건축가는 건축주의 필요에 의해 돈을 받고 집을 짓는 전문가라고 생각하기에 생길 수 있는 의문이다. 언제부터 건 축가가 ‘공공’이란 무거운 단어를 짊어지고 갔는가? 언젠가 베니스 건축비엔날레의 주제가 ‘덜 미학적인, 그리고 더 윤 리적인’이었던 적이 있다. 건축은 늘 그렇듯이 작가성이 우 월한 이미지를 갖는다. 건축물은 멋있고 건축가는 늘 현학 적이다. 어려운 개념으로 무장되어 있고 건축은 대중이 이 해하기에 난해하다. 사회성과 공공성을 늘 강조하지만 건축 가들은 작가성을 결코 손에서 논 적이 없다. 그래서 건축가 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해 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 질 수밖에 없다. 건축가는 근본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건축가에 의해 지어 지는 건물이나 공간은 직접 사용하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의 삶의 내용에 직간접으로 개입되거나 영향을 주 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가들이 다루는 사회성 과 공공성이 강한 프로젝트마저도 작가성에 의해 포장되어 사회나 일반 시민들이 이해하기도 어렵고, 사용하기엔 더더 욱 불편한 경우를 초래한 적이 많다. 현실에서 건축을 통한 공공성 실천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행정에 의해 주도되는 공공 건축가냐, 공공의 가치를 위해 일하는 전문가 시민이냐 ⓦ 그런 건축이 공공 건축가를 들고 나왔다. 건축가들도 건 축의 공공성을 공공 건축가라는 하나의 제도화된 틀에서 실 천해 보고자 하는 노력을 시작했고, 행정도 지역의 공공 공 간과 공공 건축의 질을 높이려는 목적을 갖고 공공 건축가 제도를 도입했다. 그래서 포항시나 영주시에는 시정 건축가 나 총괄 계획가로서 공공 건축가 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서울시에서는 공공 건축가 풀을 조성하여 서울시 공공 건축 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공공건축가제도’를 도입했다. 성과 도 얻었지만 여전히 제도상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서울시 공공건축가제도의 경우, 공공으로서의 행정에 의해 주도되

이영범 | 경기대학교 건축대학원 교수

는 것이 공공 건축가 제도의 취지에 어울릴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공 건축가는 흔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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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소규모 공공 프로젝트를 일감으

리고 공공 건축가라는 제도를 도입한 까닭일 것이다. 공공

로 받아 디자인을 통해 공공성을 진작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

성과 전문성이 결합하여 공간 환경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으로 인식된다. 즉 공공이란 단어가 앞에 붙어서 행정에 종

데 기여하는 것이 공공 건축가의 역할이자 임무이다. 공공

속된 공공 건축을 디자인하는, 소극적이고 하향식의 전문가

건축가를 강조하지만 정작 공공 건축가들은 시민들에게 어

로서의 활동을 해야만 하는 것이 공공 건축가라면, 이는 공

떤 공공성을 보여줬는지도 사실 의문이다. 그러다 보니 공공

공도 잘못된 것이고 건축가도 잘못된 것이다. 흔히 공공 건

건축가와 공공 건축 디자인의 질의 향상은 서로 상관관계가

축가는 행정을 위해 일하는 시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

있는가,라는 질문이 꼬리를 문다. 좋은 예가 있다. 건축가가

한다. 그렇다면 공공 건축가의 정체성은 무엇이어야 할까?

공공성을 위해 어떻게 했는지를 보여 주는 좋은 예인데, 영

공공 건축가는 공공의 가치를 위해 일하는 전문가 시민이

화 <말하는 건축가>에서 보여 준 정기용 선생의 무주 건축은

어야 한다.

공공 건축가를 대변한다. 목욕탕을 집어 넣은 안성 면민의 집이나 등나무를 심어 주민들에게 그늘을 준 공설 운동장의

필요한 이유에서 비롯되는 공공 건축가의 다양한 오류

스탠드는, 말 그대로 주민들과의 감응을 통해 나온 공공 건

ⓦ 전문가 시민으로서의 공공 건축가를 논하려면, 왜 공공

축이다. 전문성은 공공성을 일상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는

건축가가 필요한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공 건축가는 건

편안한 디자인 언어로 표현해 낸 경우를 말한다.

축가가 공공이란 영역에서 건축 수주의 가능성을 넓히기 위 해 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건축가가 스스로 사회적 활동을

자생적 활동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동네 건축가

통해 공공성에 기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인가? 이것도 아니

ⓦ 이제는 행정이나 제도의 틀에 얽매인 공공 건축가에만 매

라면 시민들의 보편적 삶의 문제에 개입된 공공성을 함께 해

달릴 일이 아니다. 자생적 활동의 가능성으로서의 동네 건축

결해 나가는 전문가 파트너십으로 필요한 것인가? 물론 이

가가 필요하다. 동네 건축가로서 지역과 결합한 자생적 활

세 가지가 다 복합적으로 결합된 가치를 만들어 낸다면 금

동의 가능성은 우리 눈앞에 이미 펼쳐지고 있다. 물론 동네

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공공건축가제도는 자치

건축가로서의 업무의 규모, 내용, 금액의 문제로 지속성과

단체 행정이 공간 행정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가로서

자생성 확보 여부가 관건이긴 하다. 최근 도시 재생에서 주

의 건축가의 힘을 빌리는 것으로, 밖에서 이해될 수밖에 없

민 공동체가 있는 동네를 잘 살려서 사는 움직임이 시작되

도록 운영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공공 건축

면서 집수리, 주거지 관리, 근린 재생 등의 영역에서 동네 건

가의 오류가 발생한다. 공공 건축가를 권력이나 비즈니스로

축가의 역할이 중요하게 대두되기도 했다. 그럼 과연 누가

이해하는 건축가, 행정에 의해 예속된 공공성의 틀 안에서

동네 건축가인가?

만 일하는 건축가, 공공성의 의미와 가치를 말로만 이야기하 는 건축가, 공공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포용하지 못하는 건축

동네를 살리는 ‘살림—집’을 짓는 사람들

가, 건축을 절대 우위에 둔 배타적인 건축가, 디자인의 힘으

ⓦ 동네를 살리는 ‘살림집‘을 짓는 건축가들이 있다. 여기서

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건축가 등이 그 예이다.

말하는 살림집이란 살림을 하는 집보다는 의미상으로 동네

물론 소수의 경우이겠지만 이런 오류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를 살리는 집에 더 가깝다. 표현을 ’살림-집‘으로 하는 게 더 타당할지 모른다. 건축의 완성된 조형미와 그로 인해 드러

공공 건축가를 대변하는 정기용 선생의 무주 건축

나는 작가성에 집착하지 않고 일상의 소박하고 즐거운 공간

ⓦ 도시 건축에서 이야기하는 공공성은 공공의 가치이다. 공

을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는 공간의

공성은 시민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공간을 통해 실현되고 체

사회성을 건축의 가치로 추구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 살림

험되어야 그 의미를 갖는다. 공공성의 비용대비 가치를 증

집을 짓는 건축가들이다. 말은 건축가라고 하지만 실제 건축

가시키기 위해서는 공공성만을 강조해서는 될 일이 아니다.

사 라이센스를 딴 건축가들이 여기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건축가와 같은 전문성이 결합되는 것이 필요하다. 그

동소문동 한옥을 재개발의 위기에서 온몸을 던져 막고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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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한옥에서 사는 즐거움을 누리는 벽안의 이방인 피터 바 르톨로뮤도 동네를 살린 건축가이다. 서울시 마을 공동체의 롤 모델로 회자되는 성미산 공동체의 주민들도 동네의 살림 집을 짓고 사는 동네 건축가들이다. 동네 건축가 황두진과 East 4 ⓦ 동네, 일상, 살림의 건축, 사회성. 동네 건축가와 맞닿아 있는 단어들이다. 그래서 동네 건축가를 공공 건축가의 중요 한 표상으로 볼 수 있다. 동네 건축가를 자처하며 사는 이가 건축가 황두진이다. 그는 강남 서초동의 사무실 공간을 처

↑ East4의 홈페이지.(http://east4.org)

어로 생각을 모으고 최종 결과물인 공간은 주민 누구에게나 열린 오픈 스페이스가 되게 만든 이 프로젝트는 동네 건축 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문화 예술과 일상이 결합된 동네의 살림집과 기획자들 ⓦ 홍대는 클럽이 유명하다. 홍대 클럽데이를 만들고, 홍대 의 지역 문화와 클럽이란 상업 문화가 결합된 도시 문화 예 술 공동체를 만들고자 했던 공간문화센터의 최정한 대표도 동네 건축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명장이다. 홍대에는 다 ↑ 건축가 황두진의 홈페이지.(http://www.djharch.com)

양한 문화 기획자들이 많다. 와우북 페스티벌은 홍대에서 벌

분하고 강북 통인동의 단독 주택으로 옮겨와 1층은 사무실

어지는 사회적 대중성을 확보한 문화 예술 축제이다. 매년

로, 2층은 살림집으로 쓰면서 동네 건축가로서 흥미로운 건

10월이면 홍대 주차장 골목을 비우고 출판사들을 모아 책 페

축 설계를 하고 있다. 동네에 터를 잡고 서울의 정체성과 도

스티벌을 벌이는 와우북의 이채관 대표도 동네 살림집 건축

시의 역사성을 일상을 통해 경험하면서 동네에 어울리는 건

가이다. 홍대에는 상업 공간인 레스토랑을 활용해 지구촌 공

축, 동네에 오래 사는 사람들의 건축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동체 문화를 공유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다문화

서울에는 지역의 장소성에 관심을 갖고, 동네에 터를 잡고

레스토랑인 오요리가 있다. 또 카페 슬로비는 사회 재정착을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며 사회적 이슈와 건축을 결합하는 다

하려는 젊은이들을 위해 요리사를 키우는 영 쉐프 프로그램

양한 시도를 하는 동네 건축가 집단이 늘고 있다. 공동 작업

을 운영하면서 동네와 사회와 소통을 하기도 한다. 이는 비

공간(Co-working Space)을 앞세워 성북동에 자리잡은 East

단 건축의 힘만을 빌어서 사회의 문제를 공간으로 해결하는

4는 오픈 프로젝트, 오픈 스페이스, 오픈 아이디어를 앞세

시도는 아니다. 이들은 문화 예술이 다양한 일상의 힘과 결

워 다양한 지역 기반형 공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2012년

합되어 사회적 공공성을 실현해 내는 동네의 살림집들이다.

공공디자인 우수상을 수상한 East 4의 종로구 행촌동 공용

이런 공간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이들은 동네 건축가를 넘

주차장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동네 건축의 모범 사례에 해당

어 사회를 건축하는 공공 건축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된다. 오래된 공용 주차장을 오픈 프로젝트, 즉 리모델링 프

있는 셈이다. 우리가 사는 인구 천만의 도시 서울에는 이렇

로젝트에 흥미를 갖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를 신청

듯 동네를 살리는 공공의 동네 건축가들이 곳곳에 뿌리내려

받아 며칠 동안 동네에 어울리며 주민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거대 도시의 삭막함이 동네의 문화

주차장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낸 사례이다. 진행 방식은 누

예술의 다양성으로 인해 조금은 숨통이 트이지 않나 싶다.

구에게나 열려 있는 오픈 프로젝트로, 내용은 오픈 아이디

Wide AR no.30 : 11-12 2012 Issue


동네 공동체를 건축하는 사회적 동네 건축가

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노력을 한다. 그래서 빈 가게를 열

ⓦ 봉천동에는 ‘골목바람’이라는 착한 부동산이 있다. 20,

어 주민들의 동네 문화 쉼터로 운영하려는 새로운 가능성을

30대 젊은이들이 운영하는 이 부동산은 말 그대로 착한 부

찾아간다. 골목바람이나 빈집공동체들은 공간을 매개로 주

동산을 실천한다. 지역적으로 젊은이들이 원룸을 많이 찾는

민과 소통하고 동네를 건축하고 공동체를 지향하는 다양한

이곳에 부동산을 열어 젊은이들을 위한 부동산 중개만을 하

‘살림—집’들이다.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사회적 동네 건축

는 것이 아니라, 이곳을 통해 임대한 집에서 사는 젊은 친구

가들인 셈이다. ⓦ

들을 위한 공동체를 만들어 함께 장도 보고 요리도 같이 하 며 지역 내 저소득층을 위한 봉사 활동도 같이 하는 공동체 의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지역 내 저소득층을 위해서는 무 료로 중개해 주고 다문화 가정을 위해서는 지역의 공공 서 비스와 연계될 수 있는 위치에 주택 임대를 알선하는 노력 을 한다. 동네를 말 그대로 건축하는, 그것도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동네 공동체를 건축하는 일을 골목바람이 하고

↑ 골목바람의 홈페이지.(http://www.golmokbaram.com)

↑ ‘해방촌 빈집’의 홈페이지.(http://binzib.net/xe)

있다. 해방촌에는 ‘빈집공동체’가 있다. 젊은이들이 집을 자 본의 틀에서 해방된 것으로 이해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함 께 사는 공동체를 실천하는 노력을 하는 곳이 빈집이다. 동 네의 빈집을 싸게 임대해서 함께 어울려 공동체로서의 삶 을 사는 것이다. 그려면서 동네와 소통하고 동네에서 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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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2012 11-12 | 와이드 포커스 ②

변화의 조짐 ⓦ 땅콩집이 단독 주택에 대한 관심을 촉발한 이후, 최근 인

‘일상’ 건축 담론의 재부상

문학적 집짓기, 유쾌한 집짓기 등 소위 대중을 위한 집짓기 가 주목받고 있다. 한편에서는 자칭ㆍ타칭 동네 건축가들도 언론을 통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건축계 안팎의 분위기 를 반영하듯 지난 10월 ‘서울ㆍ마을ㆍ일상’을 주제로 개최된 ‘2012 서울건축문화제’에서는 <동네 건축가>전(주제 기획 전)이나 ‘건축 상담소’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되었다. 이러한

‘집짓기’ 바람과 ‘동네 건축가’의 유행으로 본 건축가와 대중의 소통접점 변화에 관하여

↑ 동네 건축가전, 2012 서울건축문화제.

↑ 건축 상담소, 2012 서울건축문화제.

현상의 공통점은 건축가들이 대중의 눈높이에서 소통하고, 보편성에 기반한 일상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혹은 김성홍( 서울시립대) 교수가 저서 『길모퉁이 건축』에서 그 필요성을 주장했듯이 그간 건축가의 손길이 미치지 않았던 소위 ‘중

김정은 | WIDE beam 실장

간 건축’에 건축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사례로 볼 수도 있다. 실제로 ‘보편성’이나 ‘보통 건축’과 같이 우리 주변에서 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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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인 ‘인문학적 집짓기’와 ‘유쾌한 집짓기—HausStyle’가 시작되었다. 이름도 비슷하고 참여 건축가도 비슷한 범주 에 엮여 있는 이 두 가지 기획에는 땅콩집의 대중적 성공이 큰 참고가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아파트 한 채 가격으 로 마당이 있는 단독 주택에 살 수 있다는 메시지는 대중들 에게 강렬하게 다가섰다. 이들의 호응에 건축계 일각에서 ‘ 적정한’ 비용으로 신뢰할 수 있는 건축가와 시공자를 연결 해 집을 짓는 원스톱서비스의 단독 주택 브랜드를 만든 셈 이다. ⓦ 지난 5월 건축비평가이자 파워블로거인 이용재 씨 의 블로그에는 ‘집장사’를 몰아내고 10명의 건축가들과 함 께 ‘인문학적 집’을 지어준다는 공지가 떴다. 여기서 ‘인문

↑ 박철수ㆍ박인석, 『아파트와 바꾼 집』, 동녘, 2011. ↗ 김성홍, 『길모퉁이 건축』, 현암사, 2011.

학적 집’이란 “풍광 좋고 바람 잘 통하고 하자가 없는 집”이

히 볼 수 있는 일상의 건축을 자신의 주요 화두로 이야기하

는 건축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 가운데 흥미로운 지점은

과거에도 ‘일상(성)’이 건축과 도시 담론의 키워드로 주목받 았던 때가 있었지만 추상적인 담론에 머물렀던 반면, 현재의 이야기들은 평당 공사비나 설계비와 같이 내놓기 꺼려했던 실제적인 이야기들이 좋은 집을 논하는 주제 가운데 하나(『 아파트와 바꾼 집)(2011, 박철수ㆍ박인석)가 되었다는 점이 다. 또한 과거에는 폄하의 대상이거나 잘못된 건축 문화의 주범으로 여겨졌던 ‘집장사’의 시스템을 배워야 한다는 이 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작년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가 많은 인기를 얻으며 정치를 대중적 관심사로 만들어 가는 현 상을 보면서, 그 소통 방식을 벤치마킹하여 건축의 대중화를 꾀하는 방도를 고민하는 건축인들도 있었다(많은 분야에서 그런 생각을 했음을, 이후 급작스럽게 많아진 팟캐스트의 수

↑ 인문학적 집짓기 블로그. 조남호, 조정구, 조한, 윤재민, 정기정, 문 훈, 서현, 김창균, 정수진, 정현아, 김주원 등 10명의 건축가가 참여한 다고 한다.

와 분야를 보면 알 수 있다). 또 사회적으로 토크콘서트가 인 기를 끌면서 건축계에서도 토크콘서트 형식을 빌려 대중과

다. 참 쉽고, 어찌 보면 집의 기본적인 조건인데, 그간 집장

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한두 번의 강연이나 새로운 브

사의 시스템으로는 충족되지 않아 소수를 제외하고는 넘어

랜드 창출로 건축의 대중화가 진전되거나 그것이 바람직한

서기 어렵던 이야기이다. 대중의 입장에서는 고개가 끄덕여

방향이라고 서둘러 판단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건설

지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평당 공사비를 600만 원

과 문화 사이에서 평행선을 그리던 대중과 건축가의 관계에

으로 못 박았고, 설계 및 감리비는 3천만 원으로 고정시켰

서 소통의 언어와 형식이 변하고 있음이 감지된다는 점이다.

다. 총감독(PM) 역할을 맡은 이용재 씨가 개인블로그를 통 해 의뢰를 받으며, 블로그나 매체를 통해 공사 과정과 공사 비 내역, 설계비까지 모두 공개하겠다고 한다. 그간 건축가

인문학적 집짓기와 유쾌한 집짓기

들의 건축 과정은 베일에 싸여 있던 부분이고, 집장사의 집 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기 힘들었던 부분을 손쉽게

ⓦ 올해 비슷한 시기에 건축가 풀을 구성해 주택을 짓는 사

살펴보고 판단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 한편 지난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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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론칭한 ‘유쾌한 집짓기’의 경우는 좀더 조직적이다. (주)

행을 개선한 대안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이러한 과정은 집

하우스스타일(김주원 대표, HS코디네이터)는 건축가 24명

장사 역시 하던 것이지만, 적정한 마진율을 보장하여 소위 ‘

(팀)과 시공사와의 건강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디자

뒷돈’없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이다. ⓦ 대중을 상대로 한

인 플랫폼을 표방한다. 하우스스타일의 집짓기 시스템은 이

집짓기에서 뜨거운 감자는 바로 비용 문제이다. 김주원 대

렇다. 하우스스타일을 통해 단독 주택의 의뢰를 받으면 건

표가 밝히는 하우스스타일의 (불분명한 용어이기는 하지만

축주와 건축가를 연결해 주고, 설계 도면에 따라 검증받은

가장 쉽게 와 닿는 지표인) 평당 공사비는 500~600만 원 선

시공자를 소개하고, 마지막 인테리어와 마감재 선택까지 도

이다. 오랫동안 주거 문제에 천착해 왔던 박인석(명지대), 박철수(서울시립대) 교수는 건축가 조남호와 함께 ‘살구나 무집’을 지으면서 ‘보통 수준의 공사비로 지은 건실하고 품 격 갖춘 집’ 짓기에 도전했다. 그 실험 보고서인 『아파트와 바꾼 집』에서 두 교수는 건축가가 설계한 집들의 공사비는 평당 650~750만 원 수준, 그리고 세칭 다가구 주택 등 집장 사 집의 공사비는 평당 250~300만 원 수준이라고 탐문 결 과를 밝히고 있다. 보통집이란 중산층이 감당할 수 있는 비 용이 들어야 하는데, 결론적으로 평당 460~480만 원 수준 을 건강한 방식으로 지을 수 있는 보통집의 공사비라고 제시 하고 있다. 따라서 공사비만 본다면 하우스스타일의 시장은 김성홍 교수가 주장하는 보편적인 ‘중간 건축’에 해당한다. ⓦ 또 다른 민감한 문제는 설계비이다. 김주원 대표는 설계 비는 국제적 관행으로 보아 공사비의 10% 정도가 적정하다 고 설명한다. 지금 드러나는 주택 수요는 2~3억 원 사이의 공사비가 드는 규모와 예산의 집이며, 이것이 하우스스타일

↑ 유쾌한 집짓기 홈페이지. 권형표+김순주, 김개천, 김동희, 김창균,

이 참여하고자 하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소위 중견 건축가

문훈, 서승모, 서현, 신희창, 오영욱, 유현준, 윤재민, 이강수+강주형,

들이 설계비를 4천만 원 이상 받고자 하면 4억의 공사비가

이중원+이경아, 이충기, 이현욱, 임형남+노은주, 장영철+전숙희, 정

드는 집인데, 이는 이미 고급 시장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건

기정, 정수진, 조남호, 조재원, 조정구, 지정우+서주리, 최성희+로랑 페레이라 등 24팀의 건축가가 참여하고 있다.

축가들이 현재의 시장을 이해하고 이에 적정한 서비스를 제 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와준다. 인문학적 집짓기와 마찬가지로 유쾌한 집짓기는 대 중들이 쉽게 만나 보기 어려웠던 소위 스타건축가(언론에 소개되었거나 각종 건축상을 수상한)를 만날 수 있는 창구

‘집짓기’ 사업과 일상 건축

를 만들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리고 시공사 선정 과정에 서 시공비 총액을 비교하는 비딩 과정을 없앴다고 한다. 현

ⓦ 인문학적 집짓기와 유쾌한 집짓기가 건축 문화에 어떤

재는 설계 도면을 검토하여 스펙 작업을 한 후 두 개 시공사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건축가들의 생각이 갈라진

를 제안하여 건축주로 하여금 선택하게 한다는 것이다. 궁

다. 김주원 대표는 하우스스타일에 참여하는 건축가들이 재

극적으로는 시공사를 먼저 선정하여 자문을 받으며, 시공을

정적 측면에서 큰 도움을 받긴 어렵겠지만 ‘대형 설계 사무

고려한 설계가 이루어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김주원 대표는

소와 아틀리에 사이에서 무너진 중소 설계 사무소를 주택을

시공비에는 이미 시장가가 형성되어 있는데, 경쟁 과정에서

통해 활성화해 보자’는 사회 운동적 성격을 강조한다. 좋은

가격을 낮추다 보면 시공의 질이 떨어지게 되는 현재의 관

집에 살아본 경험을 많이 제공하면 수요를 바꿀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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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 공급도 따라서 바뀐다는 논리이다. 건축계 한편에서

면 소수의 건축가들이다. 이들에게 사회 운동적 의의만으로

는 이러한 집짓기 사업을 통해 설계비가 공개된 사실 자체를

소위 ‘중간 건축’에 지속적인 참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반기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설계비’는 여전히 집을 짓

도 있다. 동시에 사람들은 여전히 언론에 알려진 소수의 건

는 데 고려하지 않던 추가 비용이기 때문이다. ‘디자인과 이

축가들에게 설계를 의뢰하고 싶어하므로 어려움을 겪고 있

슈’(신준호, 이승택, 황효철 진행)라는 팟캐스트 방송에서는

는 다수의 건축가들에게도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는 희망도

이러한 ‘집짓기’ 사업들이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매개로 이루

불투명한 기대이다.

어지는 현상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주기도 했다. 건 축주가 가진 돈으로 어느 정도 수준의 집을 지을 수 있는가 를 보여 주는 장소로서 쉽게 접근 가능한 온라인 매체가 유 용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이다. 이러한 온라인 매체가 건축가 와 작업을 보여 주는 포털로 발전했으면 하는 기대도 내비쳤

집장사와 건축가 사이, 그리고 동네 건축가

다. ⓦ 그렇지만 이러한 시도가 선배들이 어렵게 형성해 놓

ⓦ 최근 대중과의 소통의 다른 양상은 ‘동네 건축가’로 볼 수

은 설계비의 수준을 내려 버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우려

있다. 부르는 사람에 따라 동네 건축가는 동네에 일상적 서

도 있다. 언뜻 생각하면 각자 자신의 경제력과 취향에 따라

비스를 제공하는 건축가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소통의 출발

건축가를 선택하고 설계비를 지불하며, 건축 문화의 다양성

공간으로서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 주목하는 건축가를 말

에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건축

하기도 한다. 전자의 의미라면 지금까지는 ‘집장사’가 점유

주들이 싸고 좋은 집(건축)을 짓고 싶어한다”는 한 대형 설

하고 있는 영역이라고 하겠다. 최근 새롭게 호출 당하고 있

계 사무소 대표의 고백 아닌 고백은, 비용을 적게 들이고 싶

는 이 ‘집장사’는 1930년대 건양사 등의 주택 건설업체들이

어하는 마음은 건축물의 규모와 상관없는, 또 건축주의 경

가회동을 중심으로 (현재 도시형 한옥이라 불리는) 한식 주

제적 능력과는 상관없는 국내 현실을 여실히 보여 준다. ‘단

택을 대량으로 건설하면서 생긴 명칭이다. 건축사 자격 면허

독 주택을 짓고자 하는 사람들이 설계비 천만 원을 더 지불

가 생긴 것도 이 즈음이라고 하니(장기인, ‘건축시공 30년’,

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인가’, ‘설계비 2천만 원이 건축가가

『대한건축학회지) 19권, 65호, 1975년) 이 땅에서 주택이 상

건강하게 설계를 재생산하는데 도움이 되는가’ 등의 목소리

품으로서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집장사와 건축가라는 직능

도 있다. 이런 류의 주장은 대중이 설계에 대해 몰이해하고

이 함께 등장한 셈이다. 이후 건축가에 비해 집장사는 대중

있는 현실을 건축가들의 ‘희생과 봉사’로 감당하는 것이 과

의 수요에 발빠르게 대응해 오며 그 명맥을 이어왔다. 그리

연 건축 문화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 하는 의문이다.

고 이 집장사들이 김성홍 교수가 말하는 가장 보편적인 일

설사 그것이 좋은 건축을 경험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하

상 공간의 ‘중간 건축’을 담당해 오고 있었다. ⓦ 최근 원서

더라도, 이 시장이 사회 전체에 반향을 일으킬 만큼 큰 시

동에서 삼청동으로 사무실을 옮긴 신아키텍츠의 신호섭ㆍ신

장인가 하는 의문도 설득력이 있다. 양극화된 우리 사회에

경미 소장은 동네 건축가로 불린다. 신호섭 소장은 ‘동네 건

서 그나마 단독 주택을 짓고자 하는 사람들도 소수라는 이

축가’란 미디어에서 만들어 낸 이미지이며, 현재 진행 중인

야기다. 따라서 ‘집짓기’ 사업이 제시하는 기준이 잠재적 건

작업에서 동네와 연관된 프로젝트도 그리 많지 않다고 말한

축주들에게 설계비에 대한 기준선을 낮게 잡도록 하는 참조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아키텍츠가 동네 건축가라고 불리

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이다. 또한 설계비나 시공비에

는 이유는 <동네사람들 건축을 말하다>와 같은 소식지를 발

따라 설계의 수준이나 들어가는 노력을 조절하는 것은 건축

행하면서 거창한 건축 개념보다는 ‘보통’분들과 교감을 원

가로서의 가치관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간과하기 힘들다. ⓦ

하고 있기 때문이다. ⓦ 한남동 재개발지구에 자리잡은 노

그런 면에서 하우스스타일의 네트워크가 지속가능한가, 라

보아키텍처의 류성헌 소장도 비슷한 입장을 보인다. 한남동

는 의문도 든다. 하우스스타일에 참여하고 있는 건축가들은

에 자리를 잡은 지 1년 남짓, 지난 11월 초 벌써 세 번째 ‘한

주목받는 신진 혹은 중견 건축가들로 우리 건축계 전체로 보

남동 골목 점거 커피 잔치’를 열었다. 잔치라고 해봐야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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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일례로 요즘 진행 중인 <2013 정림 학생건축상>의 주제는 ‘일상의 건축: 삶과 공간의 회복을 위 한 건축’이다. 그리고 “구체적인 인물(건축주)과 공간(건축 물)을 정하고, 그들을 인터뷰하여 디자인 협의를 다져 나갈

↑ 노보아키텍처의 한남동 골목 건축제.(2012.11.09.)

에 자리잡은 사무실의 문을 열어 다과를 차려 놓고 동네 주 민들에게 대접하는 자리다. 여기에 덧붙여 집수리나 건축 상 담, 어린이 건축 교실, 한남 7경 경관 투표와 같은 소박한 프 로그램도 마련했다. 류성헌 소장은 사실 동네일을 수주하기 ↑ 2013 정림학생건축상 포스터.

위해 이러한 행사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동네의 일원으로서 동네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스스로 일상의 즐거 움도 느끼고, 주민들에게 낯선 존재인 건축가나 설계에 대 해 한번쯤 들려주는 자리라는 것이다. ⓦ 신호섭 소장이나 류성헌 소장 모두 동네 주민들이 자신들을 만만한 사람으로 느끼길 바란다고 말한다. 즉 젊은 건축가들 가운데 스스로 자신의 위상을 재조정하고 소통의 창구를 열어서 자신이 속 한 일상의 세계에 몸담고자 하는 태도의 변화가 있는 것이 다. 동네, 즉 보편적인 삶의 공간이 개선되려면 건축가들이

것”을 설계 조건으로 달고 있다. 공모전이 아니라 실제 건축

동네의 진정한 일원이 되고, 사람들을 이해하고, 애정을 품

과정에서 건축가가 건축주와 소통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

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건축가가 공간의 문제를 해결하

다. 그런데 최근 그 대상이 아니었던 중간 지대의 건축이 이

는 능동적인 해결사 혹은 좀더 나은 삶에 기여하는 기획자

슈화되면서, 우리 주변의 보편적 건축과 그 안의 사람들이

라면 말이다. 이 지점에서 과거의 집장사와 동네 건축가 사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시장의 관점

이에 선을 그을 수 있겠다.

에서 본다면, 그간 막연하게 ‘대중’으로 뭉뚱그려 분류되었 던 이들 가운데 잠재적 건축주군이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집짓기’ 사업들은 이들에게 수용가능한 이야기를 소

건축가가 보는 이용자의 변화

통의 출발점으로 삼는 시도이다. 이를 단지 대중의 표층적 취향에 영합하는 것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 최근 건축가

ⓦ 이러한 주변과 동네에 대한 관심을 중간 건축이라 부르든

와 건축주가 집을 구상하고 짓는 과정에서 주고받은 이메일

보통 건축이라 부르든 혹은 일상의 건축이라고 부르든 주목

을 엮은 책 『제가 살고 싶은 집은』(이일훈ㆍ송승훈, 2012)도

할 만한 점은 추상적이고 일반화되어 호명하던 대중 혹은 이

조용히 화제가 되었다. 이 대화를 통해 건축주는 건축에 대

용자(user)가 아니라 개별적이고 구체적 현실에 몸담은 사

해서 이해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가 현실적 조건 안에서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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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일훈ㆍ송승훈, 『제가 살고 싶은 집은』, 서해문집, 2012.

떻게 건축화되는지 이해하게 된다. 건축가 역시 대화를 통해 건축주의 삶을 이해하고 건축주와 건축가의 관계를 넘어 인 간적 교류를 하는 과정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이 책의 서문 에서 건축가 이일훈은 “나는 어떻게 짓는가보다 어떻게 사 는가를 먼저 묻는 게 건축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이 당 연한 말이 새삼스레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우리의 현실이 그러하지 못함을 반영하는 것일 터이다. 그러나 또 이 대화 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된다면 우리 사회 또한 이러한 소 통을 갈구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일 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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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기울여 오늘날 우리에게 웅숭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와이드 AR 30—워크 Work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The Museum of War & The Woman’s Rights 장영철+전숙희 Jang Young+Chun Sookhee

올해 나란히 준공되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은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과 <윤동

그 방식은, 억눌려 왔던 가슴 아픈 진실과, 절대 순수 시인의 숭고한 정신을 기억한다

귀기울여 오늘날 우리에게 웅숭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The Museum of War & The Woman’s Rights • Jang Young+Chun Sookhee

장영철+전숙희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건축 개요 ⓦ 대지 위치—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39-13 —지역 지구—도시 지역, 1종 전용 주거 지역 —용도—문화 및 집회 시 설(박물관) —대지 면적—345m2 —건축 면적—144m2 —연면적—지상 308m2, 지하 234m2(법정 100%) —층수—지상 2층, 지하 1층 —높이—8m —구 조—연와조—외부 마감—전벽돌, 열연 강판—준공 연도—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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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진행 정귀원(본지 편집장)—사진 진효숙(본지 전속 사진가)

와이드 AR 30—워크 Work 윤동주 문학관 Poet Yoon Dongju Memorial Museum 이소진 Lee Sojin

주 문학관>은 각각 독특한 방식으로 기억을 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는 점에서 사뭇 다르다. 하지만 과거를 고착화/도구화시키지 않고, 타인의 목소리에

이 있다. 진행 정귀원(본지 편집장)—사진 진효숙(본지 전속 사진가)

윤동주 문학관 Poet Yoon Dongju Memorial Museum • Lee Sojin

이소진

윤동주 문학관 건축 개요 ⓦ 대지 위치—서울시 종로구 청운동 3-100 —용도—문학관 (구 청운가압장)—공사 유형—리모델링—발주처—종로구청 공 원녹지과 —연면적—233.5m2 —구조—철근 콘크리트, 철골 보강 —외부 마감—모노쿠쉬, 노출 콘크리트 —건축 설계—아뜰리에 리옹 서울 —설계 담 당—김현석, 정소영, 김용, 유정환, 양한열 —전시 자료 제공—윤인석(성균관대 교수) —전시 컨텐츠 계획 및 스토리텔링—(주)브랜드스토리 —건축 시공—(주)제선 엔지니어링—준공 연도—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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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0—워크 Work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The Museum of War & The Woman’s Rights 장영철+전숙희 Jang Young+Chun Sookhee

전숙희, 장영철 장영철은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U.C. Berkeley에서 수학하였다. (AIA) 이로재, Steven Holl Architects, Rafael Vinoly Architects 에서 실무를 하고, 현재는 전숙희와 함께 WISE 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파주 출판단지(Paju Book City) 마스터 플랜 디자인 가이드 라인 매뉴얼 작성, Linked Hybrid in Beijing, Brooklyn Children’s Museum in New York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전숙희는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Princeton University에서 수학하였다. (AIA) 이로재, Gwathmey Siegel & Associates Architects 에서 실무를 하고, 현재는 장영철과 함께 WISE 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웰콤사옥(Welcomm City), 3 Tress House, Evans Residence, Museum of Contemporary Art in Maimi등에 참여하였다. 근작으로 서울 Y House와 뉴욕 Chesterfield Penthouse가 있고, 통인동 이상의 집 건축 작업 및 아티스트들과 함께하는 Mobile Gallery등을 기획, 전시한 바 있다. 최근 역삼동ABC 사옥을 완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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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0—워크 Work 윤동주 문학관 Poet Yoon Dongju Memorial Museum 이소진 Lee Sojin

이소진 건축가이며 도시 계획가인 이소진은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파리의 UPA 7 에서 건축사 과정을 거쳐 1997년에 프랑스 국가 공인 건축사로 인정을 받았다. Renzo Piano Building Workshop에서의 첫 실무 경험을 거쳐, 스승이었으며 현 프랑스 대표 건 축가도시계획가인 Yves Lion 과 1997년부터 10년간 다양한 규모의 건축 및 도시 프로젝트들을 진행해 왔고, 2003년 이후 Yves Lion 의 파트너로서 활동해 왔다. 파리 대표작으로 파리 리브 고슈의 마쎄나 부르네소 도시 개발 프로젝트(Paris rive gauche, secteur Massena Bruneseau), 회교도의 성지 메카의 칸다마 프로젝트(Khandama development project), 파리의 지구 과학 연구소 등이 있 다. 2007년 이후 한국에서 아뜰리에 리옹 서울(Ateliers Lion Seoul)의 대표로 활동 중이며, 국내 대표작으로는 한강 나들목 환경 개 선 사업(금호나들목, 마포종점나들목 등), 국토해양부 시범 사업인 영주 삼각지마을 마스터플랜 및 지구단위계획 수립, 문화로 아름 다운 학교 만들기 사업,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 리모델링 사업, 윤동주 문학관 등이 있다. 현재 서울시 공공 건축가이며 이화여자대 학교 겸임 교수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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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테라스를 개조한 추모관.


윤동주 문학관, 열린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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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0—워크 Work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The Museum of War & The Woman’s Rights 장영철+전숙희 Jang Young+Chun Sookhee

↑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의 전경. 전체적으로 같은 재료를 써서 2단으로 구성된 건물처럼 만들었다. ↓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서측 길에서 대지와 건물의 높이가 같아지는 곳에 위치한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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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0—워크 Work 윤동주 문학관 Poet Yoon Dongju Memorial Museum 이소진 Lee Sojin

↑ 윤동주 문학관의 전경. 동네 주민들의 눈에 익숙해진 것을 고려해 건물의 외양을 최대한 살렸다. ↓ 윤동주 문학관. 윗쪽 정원에서 보면 덧대어 올린 벽이 안전벽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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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0—워크 Work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The Museum of War & The Woman’s Rights 장영철+전숙희 Jang Young+Chun Sookhee

↑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스크린 벽을 세워 기존 주택의 모습을 없앴다. ↓ 전쟁과 여성 인권 박물관의 전경. 익명의 동네에 자리잡은 익명의 집을 리모델링했다. 기존 주택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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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0—워크 Work 윤동주 문학관 Poet Yoon Dongju Memorial Museum 이소진 Lee Sojin

↑ 윤동주 문학관의 제1전시실. 건물 정면에 큰 창을 내어 청운동과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내다보일 수 있도록 했다. ↓ 윤동주 문학관. 앞부분의 신축 공간은 안내데스크와 로비로 사용된다. 기존 청운수도가압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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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0—워크 Work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The Museum of War & The Woman’s Rights 장영철+전숙희 Jang Young+Chun Sookhee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건물의 외벽과 옹벽 사이 의 ‘쇄석길’. 오래된 옹벽에는 검은 형상의 소녀들 이 그려졌고, 반대편 벽에는 슬픈 할머니들의 얼굴 이 부조로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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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0—워크 Work 윤동주 문학관 Poet Yoon Dongju Memorial Museum

윤동주 문학관의 열린 우물. 기존 물탱크의 슬래브는 걷어 내고, 벽을 덧대 올려 빛의 보이드를 만들었다.

이소진 Lee So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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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0—워크 Work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The Museum of War & The Woman’s Rights 장영철+전숙희 Jang Young+Chun Sookhee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의 수직의 전시실. 색다른 벽돌 위 에 새겨진 글귀들은 피해자 할머니들이 전하는 분노와 희 망의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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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0—워크 Work 윤동주 문학관 Poet Yoon Dongju Memorial Museum 이소진 Lee Sojin

윤동주 문학관의 닫힌 우물. 기존 개구부에서 유입되는 빛과 사다리를 걷어 낸 자국이 어우러져 겸허한 분위기 의 공간을 만든다.

2012.11-12 | Wide Architecture Report 30


와이드 AR 30—워크 Work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The Museum of War & The Woman’s Rights 장영철+전숙희 Jang Young+Chun Sookhee

↑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의 1층 공간. 폴딩 도어를 사이에 두고 마당과 연결되어 있다. ↓ 오픈 바닥을 가운데 두고 마주 세운 기부자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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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0—워크 Work 윤동주 문학관 Poet Yoon Dongju Memorial Museum

윤동주 문학관. 닫힌 우물의 야경.

이소진 Lee So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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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0—워크 Work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The Museum of War & The Woman’s Rights 장영철+전숙희 Jang Young+Chun Sookhee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의 마당. 야생화 뜰로 꾸며진 치유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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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0—워크 Work 윤동주 문학관 Poet Yoon Dongju Memorial Museum 이소진 Lee Sojin

윤동주 문학관. 시인의 언덕에서 바라본, 열리고 닫힌 물탱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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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0—워크 Work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The Museum of War & The Woman’s Rights 장영철+전숙희 Jang Young+Chun Sookhee

1. 전시실 -1 2. PIT 전시실 3. 계단실

기존 벽체

지하1층 평면도 신설 벽체 철골 구조

지하층 평면도 0

1

3

5(m)

1. 전시실 -1 2. PIT 전시실 3. 계단실

기존 벽체 1. 전시실 -1 신설 벽체 철골 구조 2. PIT 전시실

지하층 3. 계단실 0

평면도

1

3

5(m)

지상1층 평면도

4

4. 쇄석길 5. 무명의 방 (입구/홀) 6. 인포센터 4. 쇄석길 5. 무명의 방 (입구/홀)

7. 사랑방 (기획전시실) 6. 인포센터

7. 사랑방 (기획전시실) 8. 복도 8. 복도 9. 테라스 9. 테라스 10. 자료실

10. 자료실 11. 수장고 12. 화장실(여)

11. 수장고 13. 화장실(남)

14. 계단실 12. 화장실(여) 15. 정원

13. 화장실(남) 14. 계단실 철골 구조

15. 정원 지상1층 평면도 0

1

2

3

4

5(m)

지상2층 평면도 18

17

17

14. 계단실 14. 계단실 16. 복도

16. 복도 17. 기부자의 벽 18. 전시실 -3 17. 기부자의 벽 19. 전시실 -4

20. 추모의-3 공간 18. 전시실 21. 대표 / 회의실

19. 전시실 22. 사무실-4 23. 화장실

20. 추모의 공간 벽체 21. 대표 /기존회의실 신설 벽체

22. 사무실철골 구조 지상2층 23. 화장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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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평면도 3

5(m)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윤동주 문학관 와이드 집담

아뜰리에 리옹 서울 대표 윤동주 문학관 설계

이소진

와이즈 건축 대표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설계

전숙희

와 이 드 집 담

과거를 담고, 미래를 품은 집 윤동주 문학관 1. 청운수도가압장을 리모델링하다 구영민• 우선, 첫 번째 답사했던 <윤동주 문학관>부터 이야기 해 보자. 사실 개인적으로 리모델링되기 전부터 이 집을 눈여겨 봐 왔었다. 계단이 있는 하얀 집이 혼자 떨어져 있어 신비로운 장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여기 오는 내내 문학관으로 재 생된 모습이 궁금했다. 또한 수도 가압장을 리모델링했다고 하 니 2년 전 졸업 설계 테마로 서대문 수도 가압장을 리모델링한 학생과 힘들게 작품을 했던 생각이 났다. 비슷한 주제의 프로젝

인하대 건축학부 교수 건축학자

구영민

트가 실현된 것을 보니 너무 반가웠다. 이소진• 원래 집의 용도는 수도가압장이었다. 청운아파트가 생기면서 물을 공급하기 위해 1974년 만든 것이라고 한다. 낡 고 오래되어 2008년 용도 폐기됐다가 2011년 6월 윤동주 시인 을 기리는 문학관으로 리모델링이 시작됐다. 하지만 여전히 외 관은 친숙한 모습 그대로다. 한 자리에서 40년 동안 자리를 지 켜 동네 주민들의 눈에 익숙해진 것을 고려해 건물의 외양을 최

광운대 교양학부 교수 도시사회학자

김백영

대한 살리면서 건물 정면에 큰 창을 내어 청운동과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내다보일 수 있도록 했다. 구영민• 청운수도가압장이 있었던 지역은 윤동주 시인과 어 떤 관계가 있는가. 이소진• 가압장의 위치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시인이 연 희전문학교 재학 시절에 인왕산 자락의 누상동 하숙집에서 생 활한 적이 있고, 그 시절에 <서시>, <별 헤는 밤>, <자화상> 등의 명시를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하여 문학관 뒷쪽에

부산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역사학자

전진성

는 ‘시인의 언덕’이 앞서 2010년에 조성됐다. 김백영• 문학관 팸플릿을 보면 윤동주 시인의 삶의 흔적을 따 라가 본 지도가 있다. 상설 전시실에도 이런 내용이 소개가 됐 으면 좋지 않았을까, 한다. 일본 도시샤 대학에 윤동주 시비가 있다는 것, 중국 용정 명동촌에 시인의 생가가 있다는 것 등을 함께 엮었다면 시인이 젊은 시절 이곳에 머물렀다는 사실이 좀 더 부각됐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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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0—워크 Work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장영철+전숙희 윤동주 문학관—이소진

이소진• 못 넣어서 팸플릿에 넣은 거다.(웃음) 안 그래도 그 부

가 많이 따랐다. 설비 계획 시 내부적으로 함께 고민하면서 답

분을 지적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막상 넣으려니 관련된 분량

답해 하던 중, 확 뚜껑을 열어 버리자는 의견이 나왔고, 처음에

이 많아 컨텐츠 기획자와 고민하다가, 작은 공간에 전시 내용이

는 진지하게 생각하기에는 그 일이 너무 벅차 고민하다가 결국

너무 산만해질 수가 있어 인간 윤동주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

두 개 중 하나는 옥외 공간으로 만들고 나머지 하나는 원형을

구영민• 윤동주 시인이 누상동에 얼마나 살았는지 상관없이

살리면서 영상 전시실로 활용하는 방안이 결정됐다.

그의 아우라를 빌려와서 그 자리에 장소성을 만든 것이라 생각 한다. 그런데, 앞 부분의 조그만 볼륨은 신축한 것인가?

윤동주 문학관 3. 빛과 어둠의 보이드

이소진• 그렇다. 기존에도 거의 쓰러져 가는 비슷한 볼륨이 있 었는데 필요에 의해 다시 만든 공간으로 안내데스크와 로비의

구영민• ‘빛’과 ‘어둠’ 의 보이드가 공존, 좀더 적확하게 말하

역할을 한다. 오른쪽 가압장 기계실 시설을 리모델링한 부분이

자면 서로 맞물려 있는 모습(interlocking)이 인상적이다.

제1전시실이다. 윤동주 시인의 명동 소학교 졸업 사진, 친필 원

이소진• 원래 모습도 무척 근사했다. 바닥 면적 약 55m2, 높

고, 노트 등을 통해 시인의 일생을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하

이 5m에 달하는 깊고 좁은 공간이었다. 관리인들이 드나들던

지만 스물 여덟 해 짧은 생을 증거하는 물건이 많지는 않다.

600×600의 개구부는 두 물탱크에 각각 하나씩 있었는데, 그 개 구부를 통해 들어오는 빛이 무척 아름다웠다. 다행히도 물탱크

윤동주 문학관 2. 우연히 발견한 두 개의 물탱크

가 두 개여서 그 빛을 느낄 수 있게 하나는 그대로 보존할 수 있 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개구부를 남긴 채 슬래브는 걷어

구영민• 전시실을 둘러본 후, 구석의 검은 철문을 열고 나가

내고, 벽을 덧대 올리면서 보를 안보이게 설치해 구조적으로 보

만나게 되는 탱크 속의 외부 공간은 그야말로 이 시설물의 압권

강을 하였다. (덧댄 벽은 건물 윗쪽 정원에서 보면 안전벽의 역

이다. 아무런 기대감 없이 만나게 되는 이 텅 빈 공간이 주는 충

할을 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물탱크의 벽은 오랜 세월 빚어

격은 엄청나다. 개축된 기존 기계실 공간은 그저 안내문 정도로

낸 물자국과 위쪽의 흰 벽이 대비를 이루면서 자연스럽게 시간

전락시킬 정도다. 사실 이 보이드를 만나고 나서야 건축가의 전

의 흔적을 연출하게 됐다. 바닥 레벨은 닫힌 물탱크의 바닥 레

략적 감각을 알 수 있었다. 그야말로 모든 감각이 집중돼 있는

벨이 원래 바닥 레벨이다. 장애인 진입을 위해 오픈된 물탱크의

것 같았다.

바닥을 전체적으로 올릴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벽은 더 높아

이소진• 처음에는 가압장 기계실만을 설계하는 프로젝트였다.

졌지만 자연스럽게 기존의 비례가 비슷하게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런데 거의 기본 설계가 마무리되어 갈 때쯤 기계실 뒷편에 속

구영민• 조형 욕심을 최소화하고 세심한 터치로 말 없이 말을

이 텅 빈 물탱크 공간을 발견하게 됐다. 나란히 붙어 있는 물탱

건네는 것은 굉장한 내공을 필요로 한다. 물이 차 있던 흔적과

크 두 개였다. 배수구가 없어 정체가 불분명했던 건물 뒤의 옹

드나들던 흔적, 물이 차있지 않았어도 늘 습기로 차 있어 바랜

벽이 물탱크 벽이었던 것이다. 보물을 발견했다고 볼 수 있다.

부분, 그리고 새로 작업을 한 부분, 사다리를 걷어 낸 자국 등,

이미 기본 설계는 거의 마친 상태였지만, 물탱크 공간을 재활용

이런 흔적의 레이어들은 지붕을 열지 않았다면 제대로 인지하

하여 문학관을 확장 설계하자는 의사를 전달했고 종로구청은

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세 개의 레이어들이 이 물탱크의 역사

이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를 말해 주고 있다. 그건 아랫 동네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최소

구영민• 보통은 그런 게 발견되면 실내 공간으로 덧대어 쓰지

한의 인프라였다는 점과 그 물을 먹고 살았을 그 당시 사람들

않나. 어떻게 오픈시킬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의 일상을 헤아려 보게 한다. 이 레이어들은 고대의 시간을 말

이소진• 물론 처음에는 최대한 원형을 살려서 실내 전시 공간

해 주는 화석의 층과 다름없다. 건축가의 내공은 바로 이런 것

으로 쓰려고 했다. 하지만 단열도 안 되어 있고 부분적으로 땅

아니겠는가. 많이 건드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적절하게 보여

에 묻혀 있는 물탱크를, 원형의 벽을 두고 내부 공간으로 사용

주는 것, 그리고 보잘 것 없는 인프라의 단면을 통해 일상의 역

하기 위해서는 24시간 항온항습기를 틀어 놓아야 하는 등 무리

사를 드러냄으로써 도시의 구조를 보여 준다는 것에 매력을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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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윤동주 문학관 와이드 집담 과거를 담고, 미래를 품은 집

윤동주 문학관. 뜯어 낸 사다리와 사다리 흔적.

윤동주 문학관. 기존 청운수도가압장의 모습.

안한 마음에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 보기도 하면서, 결국 구조 계산을 전부 다시 해서 눈에 안 보이게 보강을 했다. 새로 덧댄 벽의 높이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도, 더 높이 올릴 수도 있었지 만, 앞에서 언급한 소심함에 관람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윗 정 원에서 걸어다니는 사람들의 머리가 보이지 않는 선에서 높이 를 결정했다. 구영민• 과감하게 비운다는 것 자체가 디자인이다. 공간이 스 스로 말하게끔 배려해 준 것이다. 이소진• 공사 중에 관계자들을 비롯해서 비움 자체를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조각이라도 갖다 놓든가 뭔가를 걸어야 하지 않냐는 것이었다. “아닙니다”라는 말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고, 다행히 큰 충돌없이 믿어 주었고 공사 후에는 모두가 만족해 했다. 구영민• 만약에 뭔가로 채웠더라면 이 두 개의 보이드가 만나 고 있는 조그만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죽어 버렸을 것이 다. 그 빛 자체가 이미 공간을 채운 것이다.

윤동주 문학관 4. 시(詩)적 비움 전숙희• ‘열린 우물’의 벽에 지는 나무 그림자가 무척 아름답 다. 그 자체로 시다. 이소진• 팥배나무인데, 가지도 꽃도 예쁘지만 팥알같은 열매 도 정말 예쁘다. 처음부터 꼭 살리고 싶었고 공사 중 쓰러지지 않도록 은근 신경을 많이 썼는데 잘 견뎌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윤동주 시인의 시상과 너무 잘 어 울린다. 사실 지붕을 걷어 낼 때는 팥배나무가 이렇게까지 멋지 게 드리워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전진성• 그런데, 이 공간은 무엇을 재현하려고 한 것인가. 이소진• 사실 어떤 재현을 의도하지는 않았다. 우연히 물탱크

낀다. 두 물탱크를 원래대로 놔 두면서 하나를 열었다는 것 자

가 발견되고 그중 하나를 열게 되면서 엉켜 있던 고민들이 풀리

체가 전략적인 감각이라는 말이다.

고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공간들이 윤동주 시인의

이소진• 사실 슬래브를 걷어 내는 것뿐 아니라 둘 중 어느 것

자화상의 우물, 하늘, 바람, 별과 시 등의 시어와 연결이 되면서

을 걷어 내느냐도 힘들게 결정했는데, 그러고 나서도 내심 불

관람객들은 공간에 명명된 ‘열린 우물과 닫힌 우물’이란 제목만

안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당연한 선택이긴 했지만, 우선 내가

보고도 대충 느낌으로 이해하는 것 같다. 그래서 굳이 많은 설

이 인왕산 산자락에 감히 벽을 올려도 되는 것인지 소심하게 고

명이 필요없게 됐다.

민했고, 또 구조적인 고민도 뒤따랐다. 슬래브가 뒷산의 압력

김백영• 윤동주 시인은 남성이지만 여성성을 띈다. 순수 청년

을 받고 있는 데다가 도면조차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불

으로 전쟁에 아무런 저항없이 희생 당하셨다. 그것이 고스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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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0—워크 Work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장영철+전숙희 윤동주 문학관—이소진

시어로 나타나 있으니까 누구든 바로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이소진• 특히 영상 전시실인 닫힌 우물은 칠흑같이 어두운 곳 에 한줄기 빛이 들어오는 공간이다. 윤동주 시인이 후쿠오카 감 옥에서 희생 당하셨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인을 아는 사람들 은 굉장히 겸허해질 수밖에 없다. 절망과 함께 그곳에서 한줄 기 희망도 느낄 수 있다. 김백영• 독립기념관에서 고문의 재현을 관람하는 것보다 서 대문 형무소 암실에 잠깐 들어가 보는 것이 훨씬 더 실감이 난 다. 이곳은 컴컴하다는 것 외에 물탱크의 축축한 느낌, 냄새, 소 리의 울림까지도 그러한 체험에 한몫하는 것 같다. 이소진• 흔하게 경험하기 힘든 공간과 울림이 영상에 집중하 는 데 도움이 된다. 사실 만들기 전에는 습하고 환기도 안 되고

덕분에 다행히 환기도 잘 되고 습한 것도 견딜 만한 정도이다. 오히려 습한 느낌 자체가 좋다고도 한다. 구영민• 사실 건축가가 이 공간에 대해 무엇인가를 말하려 했 거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다면, 이 곳에 오는 사람들이 느 껴야 할 소중한 개인적인 감흥을 빼앗을 수도 있었다. 중요한 것 은 건축가가 말하기 전에 이 특별한 공간이 우리에게 말을 건다 는 것이다. 이 빈 공간이 가진 신비로움을 서사화한 것이라고 생

윤동주 문학관. 팥배나무와 그림자.

불쾌할 거라고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나름 신경쓴

각한다. 이 두 개의 보이드가 이미 장소를 결정하고 있다. 프로 젝트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지만 장소를 보고 어떤 식으로 사용할 것인지를 듣고, 모두가 얼

이소진• 가까운 선배님이 그러시더라. 건축가 혼자의 프로젝

마나 진지하게 사업 진행을 하는지 본 후에는 마음을 바꿔 주셨

트라기보다 시인과 멋진 장소, 기획자, 시공사, 발주처, 건축가

다. 공사 중에 조언도 해 주고 자료도 기증해 주셨는데, 그게 아

등등의 완벽한 궁합이 만들어 낸 프로젝트라고. 맞는 말이다.

니었다면 정말 껍데기뿐인 문학관이 될 뻔했다. 너무 감사하다.

현장 감리를 맡는다는 조건으로 시작을 해서, 공사 현장에서 엄

발주자인 김영종 종로구청장이 건축가 출신인 것도 큰 행운이

청난 시간을 보내며 현장에서 풀어낸 것들이 많았는데, 건축가

었다. 일반적으로 너무 짧은 시간이 주어져 능력이 있어도 설계

를 신뢰해 주는 시공자를 잘 만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

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고민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기

는가 싶다. 현장 소장님은 전적으로 우리 의견을 존중해 주었고

다려 주셨다. 예산은 조경을 포함해서 10억. 물론 관공서 10억

변경 사항을 수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주셨다.

이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지만 부족하지 않게 썼던 것 같다.

또 전시는 성균관대 건축과 윤인석 교수님(윤동주 시인의 조카)

되돌아 보면 힘은 들었지만 예산이 너무 많지 않았던 것도 다행

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컨텐츠가 너무 없어서 처음에는 스토

이 아니었나 싶다.

리텔링을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스토리’와 조금은 억지스럽게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작업을 하다가, 결국은 윤인석 교수님이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1. 작아도 큰 존재감을 갖는 집

자료를 제공해 주셨다. 처음에 교수님은 이 사업을 기뻐하지 않 으셨다. 이런 사업을 윤동주 시인이 당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것

구영민•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은 물리적으로 익명의 동

을 부담스러워 하고 겸연쩍어 하실 거다, 라는 게 요지였다. 하

네에 자리잡은 익명의 집을 일종의 인스티튜션(institu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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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윤동주 문학관 와이드 집담

또한, 건물이 커 보일 수 있도록 같은 재료를 쓰고 동선을 길게 돌려 놓았다. 짙은 회색 전벽돌의 담은 마치 옥상 정원을 가진 건물의 외벽과도 같다.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2단으로 구성된 건물처럼 보인다. 또 이 전벽돌 옹벽은 박물관 서측 길에서 대 를 시작하는 조그만 방.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요일 티켓을 받고 투어

과거를 담고, 미래를 품은 집

지와 건물의 높이가 같아지는 곳에 위치한 작은 문까지 길게 이 어진다. 일부러 막다른 골목 쪽으로 동선을 돌려 놓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내부의 동선도 많이 돌려 놓아서 건물의 가장자리 를 다 둘러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소진• 중앙이 아니라 건물 배면에서 전시 동선이 시작되는 이유겠다.

ized—기관화(機關化)으로 개조한 작업이다. 성미산 자락의 조 용한 주택가에 자리잡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2. 서술적 공간—기억과 추모

전숙희• 이보다 먼저 서대문 독립공원 안에 이 박물관이 계획 된 적이 있었다. 김희옥 선생님이 설계를 했는데, 실시 설계까

전숙희• 측면 입구의 조그만 방에서 (요일마다 다른 할머니의

지 납품한 상태에서 무산이 됐다. 순국 선열에 대한 명예 훼손,

사연이 소개되는) 요일 티켓을 받고 투어를 시작하게 된다. 철

부끄러운 역사라는 이유에서였다.

제 쪽문을 열면 군화 발자국 소리와 함께 좁고 긴 사잇길을 마

전진성• 굉장히 마초적인 발상이다.

주하는데, 건물의 외벽과 옹벽 사이의 ‘쇄석길’이다. 뒷집과의

전숙희• 그렇다. 이후 또 한 2년을 흘러 보내면서 새 터를 찾

단차 때문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6m 높이의 오래된 옹벽에는 검

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 규모 350m 의 대지를 매입하여 이곳으

은 형상의 소녀들이 그려졌고, 반대편 벽에는 슬픈 할머니들의

로 오게 된 것이다. 이 일은 피해자 할머니들과 한국정신대문제

얼굴이 부조로 걸렸다. 길 위에 깔린 쇄석이 내는 거친 소리는

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에겐 마음의 상처가 됐다. 지명 설계

지하의 방으로 가는 계단까지 이어진다. 근사한 진입구, 훤칠한

공모전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11년 8월, 일본대사관 문 앞에서

로비, 친절한 안내 공간 대신, 이처럼 불친절하고 어디로 가는

할머니들과 시민 단체 참가자들, 어린 학생들과 함께 ‘수요시

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시퀀스는, 실제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위’에 참가한 적이 있다. 한 시간이 넘도록 시위가 진행됐지만,

전쟁 속으로 끌려 들어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경험과 흡

대사관의 폐쇄 회로 카메라만이 시위를 주시할 뿐 아무런 반응

사하다.

도 찾아볼 수 없었다. 비지땀을 흘리며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

전진성• 지하 전시실은 원래 보일러실이었나. 특유의 축축한

과, 붉은 벽에 굳게 닫힌 일본대사관의 모습을 보면서, 작아도

느낌과 냄새가 남아 있는 것 같다.

큰 존재감을 가질 수 있는 박물관을 세우고 싶었다. 그것이 그

전숙희• 그렇다. 불친절하고 투박한, 의외의 공간을 통해 대

들의 마음을 쓰다듬는 우리 나름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리 체험을 기대한 측면이 있다. 또 지하 전시실은 자연 암실이

김백영• 집의 외관과 조경, 진입로 등이 색다르고 인상적인 것

므로 애초부터 영상실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관람객이 들어

과 관계가 있을 듯하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서면 자동으로 영상이 작동되는데, 할머니와 대화를 하는 세팅

전숙희• 집의 형태는 주변 집들과 차별되지만, 그렇다고 위압

으로 설치됐다. 요일별로 할머니 한 분이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

하지는 않는 방향으로 정돈됐다. 우선, 담장은 조금 더 낮추고

신다. 현재는 다섯 분의 영상이 제작됐고, 앞으로 점차 늘릴 계

외벽은 경사지붕이 안 보이는 정도(45cm)까지만 들어올렸는

획이라고 한다.

데, 그러한 까닭에 경사지붕이 멀리서는 보이지만 보행자가 걸

전진성• 더 좁고 낮은, 또 다른 방 안에도 영상물이 전시되어

어다니는 지점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지붕을 가릴

있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건가.

수 있는 계산된 방법이었다.

전숙희• 들어가서 앉을 수도 있지만 대개는 들여다 본다. 처

2

2012.11-12 | Wide Architecture Report 30


와이드 AR 30—워크 Work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장영철+전숙희

가 반대했다. 이곳에 재현된 위안소는 전쟁통의 그것과는 완 전히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위안소의 어떤 것을 재현하 고 싶은지 물었더니, 협소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 그 래서 문을 없앤 PIT실을 위안소로 치환된 공간으로 사용하자 고 제안했다. 언젠가 할아버지 한 분이 여기에 앉아 계신 적이 있다. 만주로 징병되어 갔다온 분이셨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존재를 알고 계 셨다. 울분을 터뜨리시는 걸 보고 실제로 경험한 세대들이 아직

하 영상 전시실.

음에는 일본군 위안소를 재현한 공간을 요청 받았지만, 우리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보일러실을 개조한 지

윤동주 문학관—이소진

까지 남아 있단 걸 깨닫게 됐다. 이소진• 지하 전시실에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은 후 2층 상 설 전시실로 곧장 올라가게 되어 있다. 그런데, 계단이 놓인 곳 의 벽면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오래된 벽돌을 노출시킨 것 같은 데, 어떠한 처리도 안 한 것인지 궁금하다. 전숙희• 흙이 계속 떨어져서 황토 칠을 더했다. 기존 계단을 뜯어낸 자리, 배관을 걷어낸 흔적이 거친 벽면과 더불어 오랜 시간의 흐름을 나타낸다. 벽면은 햇빛을 받으면 얼기설기 얽거

꼭 사용하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수직의 전시실을 만들게 됐다. 벽면 군데군데 박혀 있는, 색다른 벽돌 위에 새겨진 글귀들은 피해자 할머니들이 전하는 분노와 희망의 메시지이다. 구영민• 2층에 위치한 전시실은 확 트인 밝은 공간이다. 중앙 에 놓인 2개의 벽 등으로 지하 전시실, 계단의 벽면과 사뭇 다른 느낌이다. 전숙희• 가운데 바닥을 오픈시키고 기부자 벽을 마주 세웠다. 기부로 지어진 집답게 약 8000명 정도의 기부자 이름이 3만여 글자로 빼곡히 채워졌다. 놀랍게도 일본인이 3000명이다. 지 금도 일본의 많은 단체들이 추모 여행으로 꾸준히 찾아오고 있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문을 없앤 PIT실의 협소한 방.

나 심하게 상처 입은 사람의 얼굴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것을

다고 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3억 5천만 원이라는 극히 적은 예 산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정작 기부자들을 위한 벽은, 외벽에

를 연상 한다면 좀 과장일 수 있을까. 하지만 사피로의 그림에서

테라코타로 새겨 만들려고 했던 기부자 벽돌담에서 열연강판

여성의 존재는 부유하는 직물의 이미지로부터 새로운 저항과

에 공업용 레이저마킹을 하여 내부로 들어오게 됐다. 지금은

자유를 얻는 듯이 보이며, 구멍이 나 있는 직물은 감금 당한 여

이 기부자 벽을 중심으로 환형으로 돌면서 2층 전시를 관람하

성(procreative women)의 신체를 기호화하고 있다. 그림 속에

게 된다.

서도 건축적 세팅을 통해 감금하는 장소로서의 집과 궁전을 암

구영민• 발코니로 나가면 직물을 짜듯이 열림과 닫힘이 반복

시하고 있다. 직물과 정원, 그리고 남성에 대한 여성의 거주를

되는 전벽돌 스크린 벽이 있다. 이 가면 장치에서 미리엄 사피로

연상하는 것이 좀 의아하지만, 가면과 같은 익명의 스크린 벽에

(Miriam Schapiro)의 1972년 작품인 <in Lady Gengi’s Maze>

서 볼 수 있는 뚫림과 막힘의 관계가 직물화된 패턴으로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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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윤동주 문학관 와이드 집담

론 클라이언트의 요구가 배경이 되었겠지만 말이다. 돌에 새겨진 할머니들의 사진과 이름.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추모관 스크린 벽의 벽

과거를 담고, 미래를 품은 집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3. 서술적 공간—기록과 치유 김백영• 자료실은 있는지, 열람이 가능한지 궁금하다. 전숙희• 1층에 있고, 열람도 가능하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우 리 자료보다 일본 자료가 더 많다. 전쟁 위안부에 대한 연구는 우리에겐 생소한 분야지만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연구가 진행되 어 왔다고 한다. 사실 이곳에서 자료실은 매우 중요한 공간이 다. 지금은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이라는 다소 육중한 이름

며 밀폐된 자아와 열린 자아의 대치를 보여 주는 것 같다.

을 가진 조그만 규모의 박물관이지만, 결국 소통의 장소로 남지

전숙희• 테라스를 확장하여 마련한 추모관이다. 스크린 벽을

않겠나. 그런 맥락에서 아카이브가 더 커질 것이라 보고, 자료

세운 것은 주택의 모습을 없애고 싶어서였는데, 원래는 두 겹이

실을 1층에 두어 보다 적극적인 열람을 유도했다.

었으나 예산 문제가 있었다. 스크린 벽의 윗부분은 막지 않고

이밖에도 1층에는 인포메이션 센터, 수장고, 그리고 기획 전시

일부러 열어 놓아서, 서 있는 벽으로서 도시를 경계하는 장치로

혹은 세미나 등을 개최할 수 있는 다목적실이 마련되었다. 원

남기를 원했다. 그리고 벽돌 한 장 한 장에는 할머니들의 사진

래는 거실이었던 부분인데, 마당 쪽으로 폴딩 도어를 설치하고

과 이름, 돌아가진 날짜가 적혀 있다. 사진이나 이름이 없는 벽

2층 테라스에 맞춰 단을 내어 이벤트가 있을 때는 반외부 공간

돌, 또 아무 것도 적혀 있지 않는 벽돌(앞으로 이름이 채워질 벽

처럼 쓸 수 있게 했다.

돌이므로)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프다. 관람객들은 벽돌과 벽돌

마당은 박물관의 맨 마지막 공간으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

사이의 구멍에 헌화할 수 있다. 비가 올 때면 전벽돌의 검은 색

각했던 부분이다. 전쟁과 추모 관련 기념관은 보통 기억과 기

이 더욱 짙어지기도 하고, 헌화를 많이 하는 날이면 마치 벽에

념, 추모, 기록 등의 공간은 있지만, ‘치유’의 공간은 좀처럼 보

불이 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기 어렵다. 야생화 뜰 개념의 평범한 마당은 이 박물관의 치유

조금 다른 이야긴데, 2층에서 홍대 쪽을 바라보는 뷰가 좋다.

공간이다. 화려한 꽃 대신 사시사철 다른 꽃을 피우는 야생화를

상수동 일대부터 홍대까지 도시의 정수리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심었다. 진입부에 의외의 공간을 배치했다면, 마지막은 편안한

일부러 쪽창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관람자 동선을 지하에서 곧

공간으로 마무리한 셈이다.

장 2층으로 보낸 이유 중 하나로 볼 수도 있겠다. 이 안은 너무 조용하고 평화롭지 않나?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4. 젊은 건축가들의 지명 공모 당선작

구영민• 가정집이라는 익명의 작은 공간을 위장한다는 것은 더욱 더 익명의 장소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거나, 어쩌면 장소

이소진• 신인 건축가들의 경쟁 공모를 통해 당선된 안이다. 젊

자체를 주변으로부터 튀게 하는 행위일 수도 있겠다. 사실 계획

은 건축가상 수상자를 대상으로 공모안을 배포하고 참가팀을

되고 지시적인, 그래서 남성적이기까지 한 진입부를 지나 안으

결정하여 당시 주목을 끌었었다. 얼마 동안 작업을 하였나.

로 들어가면 좁은 쇄석길, 보일러실을 이용한 지하 전시실, 계

전숙희• 응모 권유를 받고 2주 정도 작업하고 당선됐다. 그러

단의 벽, 추모관 등 의외의 장소들을 구석구석에서 발견할 수

고 나서 계약이 되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계약이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한가운데 확 트인 오픈 스페이스와 거대

되고 나서는 한 3개월 설계 작업하고 공사도 3개월 반만에 끝

한 기부자 벽을 마주하면서 이 전까지의 모든 감성이 깨지고 만

냈다. 시간이 없어서 굉장히 힘들었다.

다. 이 기념비적 공간이 건축가가 애써 끌고 가려고 했던 원래

김백영• 작업 과정이 녹록하지 않았겠다.

의 느낌과 충돌을 일으키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

전숙희• 어떤 측면에서는 좋은 사례가 됐다. 4팀이 참여를 했

2012.11-12 | Wide Architecture Report 30


와이드 AR 30—워크 Work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장영철+전숙희 윤동주 문학관—이소진

고, 정해진 예산과 공간으로 짧은 시간 동안 작업을 진행해야만 했다. 그때 심사 위원장이었던 조성룡 선생님이 말도 안 되는 스케줄이라고, 당선자를 내면서 스케줄을 조정하라고 일러 주 셨다. 다른 선생님들이 탄력을 받아 스케줄을 조정해 줘서 다행 히도 일정을 더 받을 수 있었다. 심사 위원까지 똘똘 뭉쳐서 건 축 당선자를 도와주는 것은 드문 일 아닌가? 공모전을 주관한 새건축사협의회의 한만원 선생님과 한형우 선생님이 중간에서 많이 도와주셨다.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5. 박물관이자 사무국, 그리고 교육장 이소진• 아직까지 이런 주제로 세워진 또 다른 기념관은 없는 전숙희• 정대협으로부터 여성 인권에 대한 박물관은 세계적 으로 전무후무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만약에 정말로 그렇다 면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김백영• 정대협 사무실이 박물관 안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인가. 전숙희• 그렇다. 사실은 설계할 때 힘들었던 조건이다. 박물관 내용만 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사무국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충 족시켜야만 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사무국의 요구를 모두 들 어주기에는 공간상 제약이 너무 컸다. 박물관 면적을 거의 다 써야 할 정도였으니까. 현재는 기존에 사용했던 50평에서 30평 으로 몸집을 줄이고 들어와 있다. 어느 시점에서는 분리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진성• 전시 내용이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런데, 관람 자에게 궁극적으로 주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물론 피해자 할 머니들의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세계 다른 나라 여성들의 인권, 이를 테면 코소보 분쟁 같은 전쟁 중 여성 인권에에 대한 부분 도 있더라. 민족주의, 반전, 평화, 여성의 인권 등이 모두 담겨 있는 듯하다. 그러나 명확하지는 않은 것 같다. 전쟁과 인권은 언뜻 보면 연결되는 것 같지만 굉장히 다르다. 두 가지를 섞어 서 이야기하기 때문에, 그냥 보면 몰라도 따지고 보면 메시지가 뭔지 뚜렷하지 않다. 전숙희• 왜 박물관 안에 시민단체가 있을까, 에서 그 해답이 있을 듯싶다. 사실 박물관의 컨텐츠 대부분이 시민 단체의 목소 리이다. 그런데, 비판적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이, 이름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에서 박물관이 지향하는 미래를 읽을 수 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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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밝은 분위기의 1층과 2층 전시실.

지 궁금하다.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윤동주 문학관 와이드 집담 과거를 담고, 미래를 품은 집

때문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만을 위한 박물관이 아닌 것이다.

이소진• 비록 확장된 메시지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우리 또한 이 곳이, 전쟁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한 피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구구절절한 사연은 이

해자 할머니의 절규처럼, 역사의 공부방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루 다 말할 수 없는 것들이고, 굉장히 불편하면서도 뭔가 울컥

공간으로 쓰이길 기대하고 있다.

한, 격한 감정을 일으키는 가슴 아픈 진실들이다. 그러한 사실

김백영• 전시 내용에서 추측컨대, 여성의 관점으로 여성이 체

은 버거울 정도로 많은 양의 자료들과, 계단의 상처투성이 벽처

험하였던 전쟁이 무엇인지 보여 주려는 게 박물관 전체의 메시

럼 아픔이 느껴지는 공간을 통해 새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오

지인 듯하다. 한편으론 공간의 규모를 생각했을 때는 한국의 위

히려 정갈하게 정리된 전시였다면 그 느낌이 덜했을지도 모른

안부 할머니와 관련된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생각한

다는 생각이 든다.

다. 나머지 것들은 여백으로 둬서 보는 이의 상상에 맞기거나

김백영• 그 말도 맞는 말이다. 2층에 전시된 내용들은 일단 밀

자료실에서 학습할 수 있는 정도였으면 좋지 않았을까. 사실 <

도가 굉장히 높다. 예를 들어, 일본 제국 판도 내에서 어느 지역

윤동주 문학관>은 비움을 통해 공간을 느끼게 한 것이 좋았다.

에 어느 정도의 위안부가 동원됐는지를 보여 주는 상황판은 매

반면,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은 진입부, 지하 전시실과 달리

우 중요한 자료이다. 그것은 학습 효과 또한 크다.

2층 전시장에서 너무나 많은 메시지들을 소화해야 해서 부담스

전진성•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에 <윤동주 문학관>의 시적

럽기도 했다.

인 비움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과거의 기억

전숙희• <윤동주 문학관>이 시적인 공간이라면 <전쟁과 여성

은 도큐멘트로 전달될 수도, 비움을 통해 전달될 수도 있기 때

인권 박물관>은 역사소설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프면 아픈 대

문이다. 그것은 사안마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로 고스란히 드러내어 보여 줘야 하는 공간이다. 전시해야 할

전숙희• 사실 정대협이나 할머니들에게 박물관 자체는 활동

내용들이 정돈이 안 될 만큼 정말 많았다.

에 큰 힘이 된다. 박물관을 배경으로 내는 목소리는 조그마한

원래 2층에는 4개의 창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3개가 막혔다. 한

사무실에서 내던 그것과는 다를 것이다. 실제로 컨퍼런스, 기타

번에 많은 내용을 전시하려고 창을 다 막아버린 것이다. 심지어

모임이나 펀딩에도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아무튼 20년

기부자의 벽 뒷면까지도 전시 공간으로 활용이 됐다. 결과적으

간의 모금과 9년 간의 산고 끝에 어느 시민 단체도 하지 못한 것

로 관람객들은 많은 양의 데이터를 한꺼번에 소화해야 하는 상

을 이뤄냈고, 사회적 이슈도 만들어 냈다. 그만큼 앞으로의 꿈

황에 직면하게 됐다. 물론 우리는 그 과정에서 매우 강하게 창

도 클 수밖 없다.

을 막아서는 안된다고 주장을 했었다. 전시 계획은 선택과 집

김백영• 어렵게 이뤄 낸 대단한 성취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

중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내용을 어떻게 추리면 좋을지에 대

이드를 만드는 호사를 누릴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하나라도

해 계획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역사 박물관이라고 하더라도 역

더 전시하여 알리는 것이 중요했을 것이다.

사의 시작부터 끝까지 다 보는 것은 아니니까, 전체 맥락을 보 고 다음에 또 찾아와서 그 다음 켜를 보고 또 그 다음 켜를 볼 수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7. 일상의 집과 박물관 사이

있는 것이니까. 우리는 차라리 전시 내용들을 디지털 매체로 짜임새 있게 압축

구영민• 집 안의 공간들이 피해자 할머니 관련 전시로 대부분

하여 그때그때 보여 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했다. 전시품이

할애된 것은, 앞서도 말했지만 익명의 집을 억지로 인스티튜션

육필 원고나 실제 사진이 아니라 대부분 출력물이어서 디지털

(institution)으로 개조했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니까, 전쟁으

매체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인데, 받아들여지

로 집을 떠나 집단 시설 같은 곳에서 지옥같은 생활을 하고 돌

지 않았다. 그나마 지금 남아 있는 1개의 창문도 거의 한 달 동

아온 할머니들에게 이 집은 그때와 다를 바 없는 인스티튜트 같

안 삼고초려해서 얻어낸 결과이다.

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작은 스케일의 공간에 많은 컨텐츠를 넣은 것에서 당시 조그마한 공간에 감금돼 있던 할머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6. 도큐멘트로 전달되는 기억

니들의 상황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인지 심기가 적이 불편하다.

2012.11-12 | Wide Architecture Report 30


와이드 AR 30—워크 Work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장영철+전숙희 윤동주 문학관—이소진

물론 프로그램이나 전시 내용 등은 이미 결정된 사항이었겠지

에 이르면서 그 의도가 갑작스럽게, 그리고 허무하게 드러났으

만, 그냥 평범한 집의 공간처럼 (작지만) 편안한 건축이면 어땠

며, 더이상 공간의 패턴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중

을까 싶다. 시적인 공간과 역사 소설같은 공간이라고 했는데,

앙의 열린 공간은 컨텐츠로 가득차 있고, 대부분 정보 전달을

공간 자체가 그렇게 분류될 수 없다고 본다. 다만 너무 많은 각

위한 프로그램이다. 패턴화와 정보화는 거의 반대의 의미를 가

본을 써서 어찌 어찌 보이도록 하려는 의도적인 공간은 패턴화

질 정도로 다른 특성을 가진다. 지하 공간의 패턴이 중앙 홀을

되지 않으므로 오히려 말이 없어지고 만다. 방문객들에게 자발

만나면서 너무 성급하게 정보를 드러내는 바람에 이 기념관은

적인 감흥의 여지를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건축가가

일반적인 자료 전시실 정도의 성격 밖에 가지지 못하게 됐다는

그렇게 하라고 해서 방문객들이 건축가의 의도대로 감흥을 느

것이다. 정보의 생명은 순수성과 정확성에 있기 때문에 한번 폐

끼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 이 자리에서

쇄된 회로를 벗어나 드러나는 순간 그 생명은 소멸되는 것이다.

익명의 가정집을 기념관이라는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전환하려

그러나 패턴은 정보보다는 ‘이야기’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기

는 건축적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 분들이 자신의 과

때문에, 공공연한 이야기는 유통되면서 많은 변형을 겪게 된다.

거를 드러내어 전쟁과 압박의 굴레를 폭로하려는 것은 은폐하

즉, 정보는 누설되는 순간 최대의 실용성을 발휘하고 소멸해 버

고픈 내적 욕망을 스스로 끊어낸 것이다. 그런데 집 한가운데를

리지만, 역사의 굴곡진 명암을 안고 있는 이야기들은 시간과 장

뻥 뚫어 오픈 스페이스를 제공한 것이 왠지 그 분들에게 또 다

소를 통해 회자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

른 상처를 주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방문객들의 발

그래서 이전 단계에서 상상력을 자극시키며 반복적으로 스스로

길을 억지로 지하 공간으로 유도하고, 그곳으로부터 계단을 통

의 부피와 속내를 늘려나가던 이야기가 중앙 공간을 만나게 되

해 올라오는 번거로운 여정(旅程)이 그 밝고 훤한 오픈스페이스

면서 더이상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로 인해 한 순간에 의미없게 돼 버리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도

전숙희• 원래 공간의 흐름은 달랐다. 지금은 수직의 전시실을

사실이다. 이 제도적인 공간과 아래 층의 작고 소외된 공간의

올라가면서 1층이 들여다 보이는데, 처음 의도는 그게 아니었

대비가 너무 지시적(didactic)이며, 심지어 작위적이라는 인상

다. 작은 보일러실에서 길쭉한 수직의 전시실을 지나 넓은 링

도 지울 수 없다. 비평을 떠나서 공간 여정을 통해 얻은 감흥을

모양의 2층 전시실에 도달하면 최초로 아랫 공간을 볼 수 있는

말하자면 그렇다는 얘기이다.

시퀀스였다. 화덕 안의, 우물 안의 뭔가를 들여다 보듯이, 그것

전숙희• 공모전 계획안에는 전시 안내 데스크 자리가 할머니

은 발견이라는 의미를 담는 것이었다. 그런데 1층에서 이미 모

의 방으로 계획되어 있었다. 나눔의 집 할머니들이 항상 여기에

든 것을 봐 버린 거다.

와서 관람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랑방이었다. 하지만 할머니

구영민• 패턴을 만든다는 것은 방문객들로 하여금 지정된 회

들이 생활하는 곳인 나눔의 집과, 공공을 위한 공부방인 박물관

로를 따라 움직이며 건축가가 의도한 목표에 다다르게 한다는

의 쓰임새를 철저히 구분하고 싶어한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즉

것이 아니다. 패턴은 드러나는 것일 뿐이지 무엇을 드러낸다고

각 대응해야만 했다. 빠르게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속도에 능동

섣불리 단정할 수 없어야 한다. 패턴은 일종의 ‘열린 필연성’이

적으로 대처하면서 빠른 시간 안에 가장 좋은 솔루션을 내야 된

다. 그러므로 패턴화된 공간 속에서는 주변과 끊임없이 상관함

다는 생각을 가지고 설계에 임했었다. 그래도 심하게 고쳐 쓰지

으로써 자신의 형태를 갖추어 가는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할 수

않은 것이 차라리 다행이다.

있다. 방문객들에게 작은 시나리오를 어렴풋이 발견할 수 있도

구영민• 그건 솔루션에 시비를 거는 것이 아니며, 클라이언트

록 해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발견된 시나리오와 시나리

와의 관계를 말하려는 것은 더욱 아니다. 오히려 공간에 대한

오를 패턴화하는 작업을 통해 관계성을 파악하게 해줌으로써

시나리오가 너무 의도적이고 연속적(sequential)이다 보니 다

또 다른 이야기들을 상상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른 이야기나 공간이 끼어들어 만들어 내는 일종의 패턴이 보이

이 익명의 집이 스스로 장소성을 갖게 된다는 것은 상당히 즐거

지 않는다는 점을 말하려는 것이다. 처음 진입부터 지하 공간에

운 일일 것이다. 내러티브의 구조 자체가 인식의 원형으로 작용

이를 때까지 일종의 시나리오를 구상한 듯한데, 문제는 중앙 홀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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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윤동주 문학관 와이드 집담 과거를 담고, 미래를 품은 집

아까부터 내 얘기가 열린 공간에 집착하고 있는 것도 이 수직의

보이드로 남기고 미지의 영역으로 남기는 작업이 필요할지 모

열림이 모든 패턴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은 공간

르겠지만, 지금은 설명이 많이 되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가려져

은 더 작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 물론 건

있는 것이 문제이다. 기념/기억에 대한 재현에서 사실은 역사적

축주 자체가 목적을 가진 단체이므로 어떻게든 인스티튜트 같

인 도큐멘트화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자칫 쓸데없는 보이드는

은 모양새를 원한 듯한데, 일본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를 ‘전

기억을 더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다.

시’한다는 망칙한 발상을 역이용해 수치스러운 역사를 기억하

우리가 본 두 기념관은 서로 다른 재현 방식을 띈다. <윤동주 문

는 공간으로 기획을 했더라면, 기념관과 같은 제도적인 장치로

학관>이 시적인 내러티브라면,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은 역

서가 아니라 본질과 현상을 보완해 주는 아우라를 가진 장소로

사적인 내러티브이다. 그런데, <윤동주 문학과>은 앞선 언급에

만들 수 있었을 것 같다.

서 예외의 경우로 볼 수 있다. 역사와 관련은 있지만, 때묻지 않 고 순수한, 한 시인을 기리는 기념관이기 때문이다.

과거를 재현하는 방식과 보이드

김백영• 맞다. 윤동주 시인은 그런 논의에서는 예외적이다. 더구나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의 시에는 모든 사

전숙희• 개인적으로 <윤동주 문학관>은 보이드 공간이 참 좋

람의 마음을 울리는 시어들이 있다. 언제든 시적 채용을 할 수

다. 심하게 컨텐츠로 사람을 괴롭히는 미술관/박물관은 정말 별

있게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로다. 관람객에게 휴식이 되는 공간이라면 자꾸 찾아갈 수밖에

구영민• 오래 전부터 건축가들은 시인의 동생이기를 자처했

없다. 이슈가 있어서 찾기도 하지만, 반복해서 찾게 된다면 더

다더라. 시인의 언어는 절제, 그 자체 아닌가. 시를 짓는 것처

없이 좋은 공간 아닐까.

럼, 절제된 언어로 공간을 만들기란 참 어려운 작업이다. 그래

구영민• 보이드는 흔히 쓰는 말이지만, 알고 보면 정말 복잡한

서 적재적소에 보이드적인 요소를 배치하는 것은 여백의 공간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것은 항상 비어 있는 것이 아니다.

을 남겨 두는 것만큼 매우 유용한 전략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

비어 있기도 하고 꽉 차 있기도 하지만, 지속적으로 채워지기도

들이—건축가든 학생이든—보이드를 그냥 빈 공간으로 정의하

한다. 보이드를 설명하기 위해 종종 비엔나의 미하엘러플랏츠

는데 이는 위험하다. 왜, 어떻게 비워야 하는지에 대한 사유(思

(Michaelerplatz)의 예를 들기도 하는데, 이 보이드는 시대에

惟)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보이드는 우리말로 공허부라

따라 다른 것들로 채워져야 하는 운명적인 틈새 공간이다. 그러

고 간단히 번역되며, 보이드의 반대말은 솔리드(solid)라고 쉽

니까 이 틈은 그냥 ‘비어 있음’이 아니라 ‘잃어버린 실체로 채워

게 정의된다. 그러나 내 생각엔 정의할 수 없는 말이기에, 그냥

진 비어 있음’이라는 것이다. 그 안쪽으로 로만 카스트룸(Ro-

‘낫 보이드(not void)’라고 남겨 두는 것이 낫다고 본다.

man Castrum)의 족적(Footprint)이 새겨져 틈을 따라 보이도

전진성• 홀로코스트에서 보이드는 산업화되는 경향이 있다.

록 되어 있는데, 이것이 ‘지속적으로 채워지는 보이드’의 대표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것이 건축적으로 옳은지는 잘 모르겠지

적인 경우다. 또, 알베르티나플랏츠 (Albertinaplatz)의 공지는

만, 기본 사실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예술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폭격으로 파괴된 아파트 부지를 빈

적인 표현은 그 자체를 신비화함으로써 오히려 가리는 게 있다.

땅으로 남겨둔 것이다. 반쯤은 폐허로 남겨진 이 보이드는 시간

전숙희• 적합한 말로 어뮤즈(amuse)가 있지 않을까. 나 또한

이 담겨 있는 보이드로서 도시 속 ‘DMZ’이다.

현대 건축이 남용하는 것 중의 하나가 유리이고, 또 하나가 보

전진성• 보이드는, 우리나라가 과거를 기억하는 방식에서 많

이드라고 생각한다.

은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홀로코스트의 경우에 보이드가 강조

전진성• 미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정치적 의미가

되는 것은, 설명하기 힘들고 표현하기 어려운, 논리적으로 설명

있을 수 있다. 관습적 사고를 깨뜨린다면 또 모를까, 어떤 맥락

되지 않는 부분을 별도의 영역으로 남기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도 없이 심미화되니까….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예술가들의 자

도 과거의 기억에서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있겠지만, 사실은 더

기 자랑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시간이 더 흐른 후에

김백영• 건축을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고, 다만 최근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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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0—워크 Work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장영철+전숙희 윤동주 문학관—이소진

나라 기념관을 보면서 ‘타협’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건축가

처해 했다. 예산상 그냥 평범하게 페인트 칠할 것을 권했는데,

개인의 뜻대로만 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우리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내부 전시는 예산이 부 족한 대로 꾸려갈 수 있다, 내부는 인적 자원으로 채워갈 수 있

시적 내러티브와 역사적 내러티브

지만 건물은 제대로 틀을 만들어 놓지 못하면 절대로 좋은 박물 관을 가질 수 없다, 라고 설득하는 데 많은 시간이 들었다.

전진성• 좀 다른 얘기지만, 넓은 의미에서 <윤동주 문학관>도 인권 박물관의 범주 안에 넣어 볼 수 있지 않을까? 감옥을 연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계승할까

상시키는 영상관(닫힌 우물) 등에서 실마리를 찾아볼 수도 있 겠다. 그런 측면에서 민족주의적 서사를 가진 영상물의 내용이

김백영• 크리틱한 내용일 수 있지만 한국 전쟁 때 국군에도 위

살짝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것보다는 윤동주 시인을 통해

안부가 있었다. 그런 내용까지는 못 다루고 있지 않나? 지금 단

전쟁과 문학과 한 사람의 인권 등을 얘기해 보았다면 어땠을까,

계는 우리가 전쟁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억하는 수준을 보여 준

싶었다.

다.

김백영• 영상의 내용에서 민족주의적인 색깔을 조금 지우면

전진성• 사실 여성 인권과 관련된 박물관이고 공간에서 읽어

공간과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는 것은 여성적일지 모르겠으나 정작 메시지 자체는 여성적

이소진• 사실 오프닝 때 선배님 한 분이 이거 어울리지 않게

이지 않다.

뭐냐? 라고 말씀하셨다.(웃음) 공간에 비해 영상이 시적이지

전숙희• 그것은 자체 검열됐다기보다도 한국군 위안부라는

않다는 이야기였을 거다. 에이, 그 정도는 양보를 해야지요, 하

카테고리 자체가 만들어진 적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일본군 위

고 넘어 갔는데, 사실 정말 다양한 대중이 오는 곳이기 때문에

안부 피해자 할머니들도 자발적으로 그 사실을 밝히신 분들만

이해하기 쉽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방법으로 영상을 만드는 것

리스트되어 있다. 그 이야기는 숨어 있는 분들이 엄청날 거라는

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얘기다. 문서 자체가 남아 있지 않으니까 밝혀 내는 것도 쉽지

전숙희•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은 정반대인 것이, 주택가

않을 테고.

한가운데로 찾아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작정하지 않으면 오기

전진성• 두 건물이 내러티브 자체는 다르지만, 그것을 체험하

어렵다. 대개는 목적을 가지고 와서 하루종일 있다가 간다. 그

는 관람객의 입장에서 보면 피해자와 스스로를 동일시한다는

런 측면에서 처음에는 사용자 그룹에 대한 이해가 조금 부족했

공통점이 있다. 윤동주 시인과 할머니들은 선한 피해자고 사람

었던 것 같다. 공간으로 충분히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과신했

들은 피해자와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자기 확인, 이를 테면 민

었다. 하지만 실제로 이 박물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카이브

족적 확인 같은 것을 전달받는다. 피해자와 동일시하고 가해자

였다. 건축주는, 좋은 아카이브가 있어서 순례객들, 소위 시즌

와 동일시 않는 것, 그것은 자기 면죄일 수 있다. 이것은 앞으로

만 되면 찾아오는 분들께 정말 내실 있는 것들을 내어주는 것이

기념관을 만들 때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과거를 기억

필요했던 것이고, 그것을 의무라 생각했다.

하는 방식에서 다른 대안적 내러티브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김백영• 그런 의미에서 다용도의 복합공간일 수밖에 없다는

구영민• 맞다. ‘전쟁기념관’을 통해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자

생각이 든다. 모습만 봐서는 일본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작은

는 것인지, 승전을 기리자는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 전쟁은 일

평화 인권 박물관과 같은 느낌이었다. 2층 전시실처럼 많은 자

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료들로 꽉 채워진, 교육적인 공간을 가진….

전진성• 알다시피 박물관은 민족 국가가 등장하면서 그것을

전숙희• 그러한 이유로 우리는 건물 외부에 더 집중했던 것 같

정당화하는 기관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정치적 차원의 역할은

다. 새로운 디테일이나 정돈된 외관, 주택가에서 흔히 발견되는

도덕적 논의, 문화적 차원으로 확대되었고 홀로코스트에서 전

재료로 독특한 것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 등등…. 처음에는

환점을 이룬다. 그런데, 한국의 상황은 좀 다를 것 같다. 특히

건물 외관에 예산을 많이 들인다는 이유로 건립 위원회에서 난

개인의 차원을 이야기하는 것은 맞지 않을 듯한데, 예를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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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윤동주 문학관 와이드 집담

거친 벽면이 오랜 시간의 흐름을 나타낸다.

과거를 담고, 미래를 품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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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0—워크 Work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장영철+전숙희 윤동주 문학관—이소진

일제 강점기는 개인의 도덕성을 논하기 이전에 역사적인 맥락 을 짚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다루지 않고 가해자와 피해자 를 얘기할 수는 없다. 아니,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분선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 피해자들 내부는 다시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누 어지지 않나. 구영민• 수많은 도시 프로그램들 사이에 끼어 있는 오늘날의 기념관들은 무엇을 위한 수단인지조차 애매해졌다. 도시 프로 그램적인 면에서 본다면, 일종의 테란 바그(Terrain Vague)를 하나 만들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프로그램적 테란바 그, 어떻게 보면 관념적 보이드일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그려 갈 것인지가 중요하다. 전진성• 박물관/기념관의 정체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은 해야 할 것이다. 전숙희• 이소진 소장님과 함께 시인 이상을 위한 새로운 개념 의 기념관을 한 적이 있다. 그때 기념관이라는 성격에 대해 고 민을 많이 했었다. 참여한 4팀 모두 일상적인 공간이면서 잘 활 용되는 공간이었으면 좋겠고, 기념을 위해 박제된 공간은 지양 하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번 작업은 재밌는 화두를 던져 준 것 같다. 박물관은 박제화 된 것들의 무덤으로 인식되곤 하는데,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 관>은 진행형의 공간, 그러니까 어떤 목적을 가지고 활동을 수 행해 나가는 공간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 해서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곳이 아니 라 미래를 도모하는 곳이란 사실은 흥미롭다. 전진성• 새로운 활동을 모색하면서 진화해 나가는 것은 박물 관의 세계적 추세이다. 이 박물관 또한 ‘인권 박물관’으로서 활 동의 영역을 넓히면서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정리—정귀원(본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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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윤동주 문학관 역사학자의 시선

역 사 학 자 의 시 선

역사적인 것과 미적인 것 글—전진성(부산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역사는 지켜지지 못한 약속들의 공동 묘지이다.”—폴 리쾨르, 『과거라는 수수께끼—기 억, 망각, 용서』

진실에 대한 객관적 인식을 추구하거나, 과거와 미래의 시적(詩的)인 결합을 성취하거나 역사는 상식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단순히 과거의 사실들을 엮은 이야기가 아니다. 적어도 서양에서 전래된 근대적 의미의 역사란 거센 변화의 흐름에 의해 초래된 과거, 현재, 미래 사이의 벌어진 틈, 달리 말해 시간성의 모순을 보다 높은 차원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마련 된 선험적 범주이다. 온갖 종류의 혁명과 혁신으로 점철된 ‘근대’의 현실에서 미래에 대한 기대와 과거의 유산, 주관적 가치와 현실의 객관적 인식 등은 서로 갈등을 빚는 바, 역사는 바로 이러한 갈등을 자신의 총괄적 체계를 이루는 각각의 계기들로 순치시킨다. 역사라는 선험적 범주를 매개로 미래에 대한 주관적인 희망은 시간의 머나먼 지평선을 거슬러 올라 가 이미 지나 버린 동떨어진 과거에서 가능성을 발견한다. “역사가는 과거에 대한 예언자” 라는 낭만주의자 슐레겔(Friedrich Schlegel)의 유명한 정식은 바로 이를 지적한 것이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것은 역사가 근대 특유의 갈등의 산물이라는 점인데, 이로부터 역사 는 하나의 선형적 궤도를 구성하는 계기를 얻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등은 완전히 불식 되지 않는다: 과연 과거를 거울삼아 우리 자신의 소망을 말해도 되는 것일까? 이는 과거를 그저 우리 좋을 대로 이용하는 편법에 불과하지 않은가? 우리의 기억은 진정으로 옛 사람 들이 품었던 기대와 통하고 있을까? 정녕 이 모든 것이 하나의 궤도를 이루고 있다고 장담 할 수 있는가? 올해 개관한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과 <윤동주 문학관>은 각자 독특한 방식으로 역사의 궤도를 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양자는 모두 일제 시대의 아픔을 다루고 있다 는 점에서 공통적이지만, 잃어버린 과거의 뼈아픈 ‘진실’과 시대를 가로질러 빛을 발하는 ‘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사뭇 대조적이다. 한쪽은 많은 것을 증언하려는 데 반해, 다른 한쪽은 침묵하고자 한다. 한쪽은 일관된 의미를 전달하려는 반면, 다른 한쪽은 오히려 의미를 묻는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편이 진정한 의미에서 ‘역사적’이라고, 즉 과거를 더 잘 ‘예언’했다고 할 수 있을까? 본래 ‘역사적인 것(the historical)’이란 모든 존재의 일시성과 변화의 항구성을 가리키는 존재론적 범주이다. 그것은 영구불멸의 궁극 질서에 대한 믿음에 기초한 신학적, 자연법적 전통에 배치되는 지극히 근대적인 범주로, 모든 것이 과거로 휩쓸려 지나가다 못해 심지어 미래까지도 과거로 전락해 버리는 자기모순에 직면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종의 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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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0—워크 Work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장영철+전숙희 윤동주 문학관—이소진

적 역발상을 통해 시간성의 모순을 수미일관한 역사 이야기로 재편하는 와중에 ‘역사적인 것’은 필연적으로 ‘미적인 것(the aesthetic)’과 만난다. 그럼 과연 어떠한 것을 ‘미적인 것’ 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 잠시나마 숨을 멎게 하는 예술품, 눈부신 자연의 경이, 혹은 연인 의 촉촉한 시선이 우리에게 안겨 주는 감동은 쇼윈도의 명품이 자극하는 욕망 따위와는 판 연히 다를 것이다. 얄팍한 이해타산이나 평범한 호불호의 감정, 상식적인 판단을 넘어설 때 비로소 가능해지는, 모든 것을 포괄하는 직관, 마치 계시처럼 깨닫게 되는 존재의 전혀 색 다른 연관! 바로 이러한 것을 두고 ‘미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면, 이는 시간을 총체적으로 재구성하는 역사 이야기와 상통하는 면이 있다.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과 <윤동주 문학관>은 모두 과거-현재-미래의 색다른 연관을 일 깨워 주는 곳이다. 우리의 삶을 올곧게 꾸려 나가기 위한 전망을 과거에서 찾아보도록 고 취시키는 이 장소들에서 시간의 일상적 질서는 힘을 잃고 과거와 미래는 서로의 거울이 되 어 상대방을 비춘다. 윤동주가 살았던 시대는 칠흑같이 어두웠으나 우리는 거기서 ‘별 헤는 밤’처럼 눈부신 미래를 발견한다. 여기서 과거는 미래를 비추고 있다. 역으로 종군 위안부 라는 고난의 시절은 우리 삶의 밝은 전망마저 의심스럽게 만든다. 여기서 우리는 자신의 미 래도 항상적으로 국가 폭력에 노출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면서 타인의 고통스런 과거에 공 감하게 된다. 윤동주의 앳된 모습이 우리에게 희망을 떠올리게 한다면, 할머니들의 주름살 에서 우리는 사라지지 않는 과거의 망령을 보고 몸서리친다. 아득한 과거로부터 끝을 알 수 없는 미래에 이르기까지 끈덕지게 관철되는 역사의 궤도는 우리를 때로는 희망에 들뜨게, 때로는 부담스런 과거의 짐에 짓눌리게 한다. 그러나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과 <윤동주 문학관>은 종래의 기념관들과는 확실히 다른 면이 있다. 비록 역사의 궤도를 벗어나 있지는 않지만, 이들 두 장소는 시간성의 모순에 대 한 색다른 해결책들을 제시한다. 양자는 과거를 현재적으로 활용하려 들지 않는다. <전쟁 과 여성인권 박물관>이 가능한한 현재적 관심의 월권을 막으면서 과거의 ‘진실’에 대한 ‘ 객관적 인식’을 추구한다면, <윤동주 문학관>은 과거와 미래의 새로운 연관, 가히 ‘시적(詩 的)’인 결합을 성취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기념관들과는 달리 이 두 장소에서만큼은 옛 사람들이 품었던 기대, 염려, 고통, 기억이 그저 우리에게 현재적 의미를 주고자 활용되 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의 독자적인 권리를 주장한다. 실로 역사에는 수많은 윤동주들과 위안부 할머니들의 “지켜지지 못한 약속들”이 소리 없이 묻혀 있다. 이 드넓은 “공동 묘지” 를 덧없는 약속들이 다시금 부활하여 아우성치는 광장으로 재편하기 위해서는 역사의 선 형적인 궤도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과 <윤동주 문학관>은 각자 ‘역사적인 것’과 ‘미적인 것’의 새로운 규정성과 상호 관계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역사적 맥락보다 삶의 무게에 주목 인간 삶과 사회 현실의 부조리함을 간파하는 예민한 감각을 지닌 시인과 예술가들이 대체 로 역사에 반감을 보여 온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역사는 인간 세상의 모든 것을 자 신의 총괄적 체계 내에 종속시키려는 가히 편집증적인 충동을 지닌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 는 천인공노할 악행도, 필설로 다할 수 없이 극심한 고난도, 원천적으로 불가해한 운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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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윤동주 문학관 역사학자의 시선 역사적인 것과 미적인 것—전진성 글

변전마저도 역사에서는 일정한 좌표 아래 위치되고 그에 걸맞는 의미를 부여 받는다. 역사 의 선형적 궤도는 물론 나름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한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열정과 의도 와는 상치되는 역설적이며 장기적인 결과들을 펼쳐 보임으로써 인간 세상의 오묘한 이치를 깨닫게 하는 것이다. 이런 장점을 십분 인정하더라도 적어도 현실의 패배자나 권력에 의해 희생된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고난을 상위의 목적 아래 정당화하는 역사의 승자적인 논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종군 위안부라는 절체절명의 체험은 민족적 수난이나 제국주의・군국주의의 폐해, 마초이 즘, 여성 인권, 사회적 평등, 세계 평화 등 어떠한 수사로도 결코 충분히 대변될 수 없다. 성 폭력의 피해도 그렇지만, 과거의 멍에를 짊어진 그 이후의 굴곡진 삶 또한 필설로 다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과연 그분들을 위한 ‘박물관’은 무엇을 기억하고 재현할 것이며 어떠한 의미를 전달해야 하는가?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이 택한 길은, 적어도 재현된 공간을 기준으로 볼 때, 명칭에서 예상되는 바와는 상당히 다르다. 과거의 거울을 통해 현재의 정 치적 지향성을 공고화하는 종래의 기념관 방식을 어느 정도 탈피하여 다른 무엇으로도 보 상받을 수 없는 고통의 진실 그 자체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좁다란 입구에서부터 관람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낯선 동선과, 거창한 명칭과는 사뭇 대조적인 가정집의 사적(私的)인 분위 기가 관람자로 하여금 거대한 역사적 맥락보다는 할머니들의 깊게 파인 주름살에 깃든 삶 의 무게에 주목하도록 만든다. 격자 모양의 회색 외벽이 마치 카메라 조리개처럼 빛을 단속 하기에 수줍게 자신을 감추고 있는 듯 보이는 이 박물관은 할머니들의 삶과 죽음을 아주 조 심스럽게 펼쳐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은 과연 역사의 궤도를 벗어났다고 할 수 있는가? 비록 상식적인 기념관의 모습을 탈피한 것은 분명하지만, 이는 ‘역사적인 것’의 규정성을 확대 혹은 변모시킨 것으로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 트(Sigmund Freud)가 제시한 “우울(Melancholie)”과 “애도(Trauer)”의 논리를 검토함 으로써 보다 분명해질 수 있다. 프로이트는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던 대상을 상실했을 때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해서 대상에 집착하게 되는 심리 상태를 “우울”이라 규정한다. 과거가 사라지지 않고 우리의 내 면에 강박적으로 반복될 때 우리의 현재는 마비되어 버린다. 프로이트가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는 해법으로 제시한 것이 다름 아닌 “애도”이다. 애도란 지나간 과거의 일이 어차피 우리에게는 불가항력적이라는 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되 상실을 잊지 않고 지속적으로 기 억하려는 태도를 일컫는다. 프로이트는 오로지 상실의 적극적 인정을 통해서만 우리는 상 실된 대상을 오히려 지속적으로 기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에 대해서는 반론이 가능하다. 만약 내가 사랑하던 대상을 너무나 쉽게 잊고 위로받을 수 있다면, 이는 나의 사랑이 위선이었음을 반증하는 것 아닌가? 내 마음이 정말로 아프다면, 나는 과연 고 인의 희생과 부활,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더 낳은 미래의 건설을 강변할 수 있을까? 우울 한 심리는 비록 현재의 나에게 손해가 될지언정 훨씬 인간적이지 않은가?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해가 갈수록 그 수가 줄어드는 할머니들을 애도하며 그분들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규정하기에 앞서 실로 그 어떠한 의미로도 결코 충족될 수 없는 고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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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0—워크 Work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장영철+전숙희 윤동주 문학관—이소진

진실을 증언하고 함께 아파하고자 하는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은 나름의 도덕적 정당성 을 지닌다. 이 새로운 박물관은 ‘역사적인 것’의 본령을 거대한 맥락으로부터 구체적인 개 인의 주름살 위로 옮겨 놓음으로써 포괄적 직관에 기초하는 ‘미적인 것’과는 가장 반대편 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동주 문학관, 희망과 절망의 공간적 표현 “아우슈비츠 이후 시를 쓰는 것은 야만스럽다”는 유대계 독일 철학자 아도르노(Theodor Adorno)의 유명한 언설이 표명하듯, 타인의 고통을 미적으로 재현하는 것은 부도덕한 일 이다. 흔히 유일무이한 절대적 참극으로 간주되는 홀로코스트(Holocaust)만이 아니라 여 타의 그 어떤 고통도 그럴 듯한 의미에 실려 손쉽게 ‘심미화’되어서는 안되는 법이다. 이런 점에서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이 어설픈 예술적 형상화에 매몰되지 않은 것은 지극히 옳은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심미화’를 거부하면서 고통을 재현할 수 있는 대안적 원리를 찾던 아도르노가 제시한 것 은 다름 아닌 “숭고(das Erhabene)”의 미학이었다. 아도르노가 말하는 숭고란 미의 이념 이 부정되는 지점이다. 그것은 고통스런 현실과의 거짓 화해를 거부하고 그것의 재현 불가 능성을 부정적인 방식으로 보여 주며, “부정의 부정”을 통해 도달되는 긍정성마저 거부하 는, 그야말로 “절대적 부정성”이다. 실제로 비극적인 문학 작품이나 영화 혹은 추모비들 중 많은 경우는 그 아름다운 형태로 인해 오히려 과거의 상처를 덮어 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것은 진정으로 희생자를 기리기보다는 대체로 애도하는 이들의 자기 위안이나 정당화에 불과하다. 따라서 어떠한 정당화나 화해의 가식도 없이 고통을 고통 그 자체로 보여 주는 재현의 전략이 요청된다. 그러나 아도르노 식의 숭고의 미학은 홀로코스트라는 특유의 사 건을 기억하는 데는 유용할지 모르나 적어도 한국과 동아시아의 역사적 비극을 재현하는 데는 뚜렷한 한계를 노정한다. 무엇보다 고통을 초래한 역사적 맥락이 사상됨으로써 자칫 가해자와 피해자가 혼동되고 참극의 구체적인 원인이 덮여질 위험이 발생한다. 따라서 손 쉬운 심미화는 물론, 숭고의 미학과도 구별되는 독창적인 재현의 전략이 절실하다. <윤동 주 문학관>이 이목을 끄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윤동주라는 인물은 그 자체로 독특하다. 분명 역사의 비극적인 희생자이건만 우리는 그에 게서 고통보다는 희망을 발견한다. 가혹한 강제 노역과 생체 실험의 희생자로 알려진 그는 어쩌면 아우슈비츠의 희생자와도 다를 바 없고, 남다른 정치적 활동없이 조선인이라는 이 유로 고난을 겪었다는 점에서는 위안부 할머니들과도 닮아 있지만, 그는 ‘절대 순수’의 시 상(詩想)을 통해 민족의 고통과 영혼의 자유, 그리고 저 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꿈을 증언했 다. 이처럼 유일무이한 민족 시인을 기억하는 장소가 시적인 형상을 이루는 것은 어쩌면 너 무나 당연한 일이다. 시인이 ‘별 헤는 밤’을 실제로 체험하고 작시(作詩)한 지역에 근접한 종로구 청운동의 옛 수도가압장 시설을 리모델링하여 등장한 <윤동주 문학관>은 협소한 오 르막에 위치한다. 작은 전시실과 더불어 한밤의 별을 셀 수 있게 천장을 거둬 낸 네모꼴의 흰색 공간과, 오로지 천장 한 구석에서만 빛이 내려오는 감옥을 연상시키는 어두침침한 공 간이 마치 태극처럼 맞물려 있다. 시인의 희망과 절망이 이보다 더 명징한 공간적 표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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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윤동주 문학관 역사학자의 시선 역사적인 것과 미적인 것—전진성 글

얻을 수는 없을 듯싶다. 그야말로 시적인 공간이다. <윤동주 문학관>은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과는 달리 예술적 형상화를 시도했다. 그럼에 도 이를 고통스런 현실과의 거짓 화해로 폄하할 여지는 전혀 없다. 단지 이곳이 윤동주 시 인을 기리는 곳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에는 의외로 역사가 살아 있다. 할머니들의 주름 살과는 달리 앳된 문학청년의 수줍은 미소는 밝은 미래의 은유일 수 있다. <전쟁과 여성인 권 박물관>에서 과거와 미래가 날선 긴장 관계를 이루고 있다면, <윤동주 문학관>에서는 과 거와 미래가 직관적으로 결합한다. 이는 이질적인 시간들의 총체적 결합이라는 점에서는 역사적인 동시에, 그 결합이 직접 감성에 호소한다는 점에서는 지극히 심미적이다. 나지막 한 언덕의 오르막에 걸터앉은 이 소박하기 그지없는 장소에서 ‘역사적인 것’과 ‘미적인 것’ 은 모처럼 새로운 결합의 가능성을 얻고 시인의 지켜지지 못한 약속들은 다시금 최초의 기 대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전진성 — 고려대학교 사학과 졸업, 독일 훔볼트 대학교 박사. 독일 현대 지성사 및 역사 이론을 전공 했다. 주요 저서로 『보수혁명』, 『박물관의 탄생』, 『역사가 기억을 말하다』 등이 있으며, 기억과 문화적 재현의 문제에 천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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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0—워크 Work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장영철+전숙희 윤동주 문학관—이소진

건 축 학 자 의 시 선

패턴화된 보이드, 우상화된 보이드 글—구영민(본지 편집 고문, 인하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윤동주 문학관, 누구든지 이 집을 회고할 때는 물탱크의 훌륭한 변신에 대해 언급할 것 같 다. 그리고 이렇게 강하고 격렬한 보이드가 (획일화되고 단명한) 건축 공간과 맞물리면서 이미 누설된 정보를 다시 미궁 속으로 몰아넣는 신비한 광경에 대해 서로 다른 체험담을 얘 기하게 될 것이다. 건축에서 정말로 규명하기 어려운 보이드의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상 상에서 상상으로 반복적으로 회자되며, 이 두 개의 텅 빈 공간은 스스로의 부피와 속내를 늘려 나갈 것이다. 식상하게 들리지만, 이 공간들을 그냥 단순하게 빛과 어둠의 보이드라고 해 두자. 누군가는 이 빛의 보이드를 바람, 비, 눈, 그리고 하늘의 이미지를 담아내는 일종의 그릇이라고 표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표현은 매우 추상적이며 서정적으로 위장될 위험이 있다. 그 러나 약간만 구체적이 된다면, 이 보이드가 자연(나무나 풀이 아닌 절대적 추상으로서)의 세계를 무정형의 형상으로 명시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즉, 메마르고 야수적인 외부 세계로 부터 자연이라는 대우주를 정화하여 담아내는 그릇. 이는 자연을 주거의 영역으로 한정하 여 들여다보게 하여 실리적이고 유물론적인 인간의 욕구를 지속적으로 유지시켜 주는 가능 성을 던져 주는 유일한 장치인 것이다. 혹자는 건축가가 이 물탱크로 횡재했다고 수군거리기도 한다. 그런데 만일 이 탱크가 먼저 발견되어 이를 재구축하는 작업이었다면 어땠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가압장 기계실 을 개축하는 단순한 프로젝트에서 물탱크로 전이되는 과정이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아 슬아슬하고 흥미롭다는 것이다. 범인(凡人)들은 가뜩이나 허술해 보이는 기념 ‘관(館)’ 식 의 공간을 연장하기 위해 이 거저 얻은 공간을 전시 프로그램으로 채우려고 각고의 노력을 했을 것이다. 여기서 ‘보이드’에 대한 각별한 이해가 프로젝트의 운명을 좌우하기 시작한 다. 다행스럽게, 정말 다행스럽게 건축가는 ‘드러냄’과 ‘은폐’를 통해 두 개의 보이드를 시 (詩)의 여백으로 공간화하고 있다. 이미 습득된 정보를 패턴으로 되돌려 버리게 함으로써 방문객들을 잠깐이나마 시인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그런 장소를 제공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보이드는 일종의 ‘열려진 필연성’으로서 건축 자체를 페이드아웃(fade out)시키는 틈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속으로 지속적인 상상의 지형도를 그리게 함으로써 특 정 시간을 보존하는 ‘신비의 장소’를 기원하게 해 준다. 그 신비함은 어둠의 보이드를 가로 지르는 빛줄기로 다시 태어난다. 두 개의 탱크가 맞물리 는 상황을 한 획으로 그은 것과 다름없는! 사람들은 다시 이야기를 전파한다. 빛의 보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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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윤동주 문학관 와이드 집담 시선 건축학자의 패턴화된 보이드, 우상화된 보이드—구영민 과거를 담고, 미래를 품은 글 집

는 윤동주 시인이 읊는 하늘, 바람, 별 등을 담아내는 공간이며 어둠의 보이드는 그가 갇혀 지냈던 일본의 감옥이라고. 또는 그 어둠을 뚫고 들어오는 빛이 바로 윤동주의 영혼일 것이 라고까지 과장하여 이야기를 부풀리게 될지도 모른다. 이 빛과 어둠의 연동(interlocking)은 이 집을 신화의 장소가 되게끔 하는 패턴의 패턴 구 실을 하고 있다. 즉, 이 한줄기 빛은 드러나기 전까지 빙하 시대 빙퇴석 밑으로 깔려 버린 화 석 같은 시간 속으로 멈춰 버린 ‘틈’이 되어 해석의 여지를 다양하게 남겨 주는 것이다. 건 축가는 이 보이드가 스스로 드러난 것뿐이지 무엇을 드러낸다고 섣불리 단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메타 패턴이 주는 편차(variation)를 통해 주변 세계와 끊임없이 상관하게 함으로 써 스스로 형태를 갖추어 나가는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하게 한다. 탱크 안쪽 벽에 선명하 게 드러난 세 개의 선을 유심히 보자. 물이 차 있던 흔적과 드나들던 흔적, 물이 차있지 않았 어도 늘 습기로 차 있어 빛바랜 부분, 그리고 새로 덧댄 부분의 레이어들이 이 물탱크의 역 사와 누상동의 기억을 연결시켜 준다. 이 탱크가 당시로서는 아랫동네에 물을 공급하기 위 한 최소한의 인프라 장치였다는 점과, 어렵게 그 물을 먹고 살았을 그 당시 사람들의 일상 을 헤아려 보게 한다. 이 레이어들은 지붕을 열지 않았다면 제대로 인지하기 어려웠을 것이 다. 건축가는 ’드러냄‘이라는 단순한 행위를 통해 텅 빈 공간으로 하여금 변화하는 모든 것 의 역사와 그 지형도를 말하게 하고 있다. 보잘 것 없는, 유기된 인프라 공간의 단면을 통해 일상의 역사를 드러냄으로써 도시의 구조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게 된다. 또한 이 레이어가 만드는 시간의 구조는 이 집과 물탱크가 만나는 접점의 디테일에서도 암시되 고 있다. 철문이 지나는 자리에 선명하게 드러난 과거 콘크리트 벽의 일부와 새로 덧댄 스 킨의 켜, 그리고 유리를 통해 투사되는 철문의 통로 등이 공간적 전이를 재연해 주고 있다. 윤동주 문학관은 기억(past)과 꿈(immanence)이 공존하는 부재의 공간, 그래서 현존의 의 미를 간직한 반쯤 완성된 프로젝트, 또는 반쯤은 폐허로 남겨진 보이드, 시간이 보이드 되 었으므로 침범할 수 없는 과거로 돌아간 존재, 그러나 언제나 현재에 있기를 원하는 부재 하는 장소인 것이다.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은 주제부터가 모순적이다. ‘전쟁’, ‘여성’, ‘인권’, ‘박물’이 어떻 게 패턴화되고 있는지에 온통 관심이 쏠리게 하는 프로젝트다. 더욱이 일제 강점기를 배경 으로 종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할머니들의 특수한 얘기(singularity)를 소재로 일반적인 여 성의 인권을 재현(generality)한다니 작업이 매우 추상적이어야 할 것 같다는 우려가 들기 도 한다. 다행히 이 프로젝트가 자리잡은 장소가 모든 우려를 걷어 내고 있다. 기존의 기념관이나 박 물관과 달리 이 집은 (다시 찾아가기 힘들 것 같은) 익명의 동네 어딘가에 있는 ‘익명의 집’ 이라는 점을 개념으로 삼을 수 있어서 그렇다. 이럴 때, 반사적으로 ‘여성성’이라든가 페미 니즘에 구원을 요청하게 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페마주(Femage—여 성과 콜라주가 합성된 말 : female+collage)1)의 창안자인 페미니스트 작가 미리엄 사피로

1) 여기서 ‘페마주’의 의미는 단순히 콜

(Miriam Schapiro)를 참조하여 감흥의 포인트를 잡아 가고자 한다.

라주를 행하는 여성의 작업을 말하는 것

그녀에 의하면, 기존의 콜라주가 엘리트 남성 위주의 고급 예술이었던 것에 반해 페마주

이 아니라 콜라주를 통해 여성의 전통과 경험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는 주로 여성들의 패턴 메이킹 작업, 즉 쪼가리 모음(patchwork), 바느질(needle work)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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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0—워크 Work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장영철+전숙희 윤동주 문학관—이소진

을 통해 기존의 캔버스 위에 텍스추어를 콜라주하는 작업이다. 특히 여기서 사용되는 패턴 이나 문양 등은 상징성을 띠는데, 혼합된 상징 안에서 익명적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 특 징이다. 이때, 익명성은 가장 중요한 개념인데, 익명성을 통하여 작품의 원전을 식별할 필요 없이 관찰자로 하여금 그 익명적 구조에 동참하도록 유도한다. 즉, 익명적 구조는 통합적이고 완전한 주체를 상정하거나 어떤 목적을 갖는 기존의 태도를 탈피하려는 의도를 갖는다. 즉 미리엄은 페마주 작업을 통해 ‘혼재된 하나’인 익명적 주체를 만들어냄으로써 사이보그 (Cyborg)나 키메라(Chimera)와 같은 맥락에서 읽혀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979년 발표 한 “여성은 익명적이었다(Anonymous was a Woman)” 에서는 아예 여성과 익명성을 동질 로 보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도 건축가는 다양한 상징을 통해 관람 동선이나 분위기를 각별하게 연출하 려는 것 같다. 입구로부터 지하 공간까지의 여정 속에서 관람객으로 하여금 작은 시나리오 를 습득하게 하고, 발견된 시나리오와 시나리오를 패턴화하는 작업을 통해 전체적인 관계 를 파악하도록 하려는 노력으로 보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구석구석까지 너무 세심한 각본 으로 짜여 있어 자칫 공간 자체는 침묵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여백의 공간이나 모퉁이가 없어서 절박한 심정이 들기도 한다. 더욱이 그런 노력이 충만한 지하 공간마저 종 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기록을 전시하는 방들로 구성돼 있어 자율적으로 시나리오를 구성할 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남성 위주의 주거 공간을 여성의 관점에서 주거의 장소로 재구성했다면, 그리고 각 방의 전시를 여성의 관점에서 주제화하여 주거 자체를 새롭게 조 명하려고 했다면, 앞에서 말한 모순적 접근, (구체적) 정보와 (일반적) 패턴의 상반된 속성 을 유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더욱이 지하 공간으로부터 지상층의 훤하게 뚫린 오픈 스페이스로 나오면서, 그나마 구축 되었던 비밀스런 시나리오가 누설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윤동주 문학관에서 보았던 패턴의 전개와 전혀 반대되는 입장이다. 그러므로 이 집은 건축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단 순히 정보관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모든 이야기가 “저기 밖에서”가 아니라 “여기 안에 서”, “드러냄(disclosure)”이 아니라 “폐쇄(closure)”를 통해 발화되기 때문이다. 즉, 중앙 홀은 정보의 전달과 유통을 담보로 상부층까지 열려 있기 때문에, 이전의 공간 여정(旅程) 이 패턴으로서가 아니라 정보의 정확성을 유지해 주는 폐쇄 회로의 메커니즘으로서 기능하 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내부의 보이드는 ‘완성’의 절망을 가져다 줄 뿐 만 아니라, ‘ 여성’이라는 일반성을 종군 위안부 할머니라는 ‘특수한 소재’로 대체시켜 하나의 ‘기관’으 로 만들어 버린 셈(institutionalize)이 되었다. 민족적 서사로부터도 은폐되고 서대문 독립 공원으로부터도 배제된 절박함이 ‘익명성’이라는 기회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집은 장 소화되지 못하고 있다. 건축주의 정치적인 의도가 탈중심적 요소들과의 대화를 단절한 채, 자아 중심적인 존재를 인정하기 위함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집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직물처럼 얼기설기 짜 맞춘 가면과 같 은 전벽돌 입면과 ‘텅 빈 정원(empty garden)’이다. 이 전벽돌의 입면은 가면으로서 작동 하며 희생자들의 사진으로 짜여진 매트릭스를 은폐하고 있다. 여기서 여성의 존재는 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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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윤동주 문학관 와이드 집담 시선 건축학자의 패턴화된 보이드, 우상화된 보이드—구영민 과거를 담고, 미래를 품은 글 집

하는 직물의 이미지(전 벽돌의 입면)로부터 새로운 저항과 자유를 획득한다. 감금 당한 여 성(procreative women)의 신체는 지하 공간으로부터 이 발코니로 이르게 되면서 사실상 이를 감금하는 중앙홀의 기하학적 구조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통로를 경험하는 것이다. 한편 관람객들은 이 추모의 공간에서 잃어버렸을 것이라고 걱정했던 어린 시절, 어머니에 대한 기억의 네트워크와 익명적 서사를 재구성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래위로 열 린 중앙 홀이 우상화되면서 이 집이 누릴 수 있었던 생성의 과정, 즉 여성의 이미지는 사라 졌다. 남은 과제가 있다. 부분 부분에서 시공간을 익명으로 넘나드는 ‘진리’를 연장하는 일이다. 애매한 주제가 암시하는 전쟁과 여성, 그리고 인권이라는 상상과 실제에 얽힌 이해 구조를 풀어나가게 해 주는 여백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즉, 우상화된 정보의 본질을 제어할 수 있을 정도로 나긋나긋하고 역동적인 동시에, 산란한 현상(여성성의 아우라)들을 한곳에 모을 수 있을 정도로 굵고 안정된 줄기를 유지하는 패턴을 재구축해 가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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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0 | Wide Architecture Report 30 | 2012.11-12 New POwer ARchitect 파일 21 안기현 + 이민수 Ahn Keehyun + Lee Minsoo

안기현 + 이민수 | AnLstudio라는 이름 하에 건축・도시・인테리어・가구 등의 다양한 스케일 에 뉴 테크놀로지・뉴미디어,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 등을 공간에 적용하고, 이들 간의 경계를 허 물어 가며 색다르고 실험적인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2010년 컨테이너를 이용한 전망대 <오션 스코프Oceanscope>로 2010 레드닷어워드에서 베스트오브베스트를 수상하였다. 또 호주 브리스 번에서 개최된 Asia Pacific Design Triennial에서 <Lightwave>라는 메인 파빌리온을 완공하였으 며, 최근에는 종로에 협소 주택 <몽당>과 인테리어 <비당>을 완공하였다. 현재는 다양한 스케일로 작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신민재 소장을 영입하여 다음 도약을 준비 중이다. | 안기현은 한양대 학교 건축공학과와 U.C.Berkeley 건축대학원 졸업 후, 이민수는 국민대 실내 디자인학과와 NYU TISCH 예술대학원 졸업 후, 각자의 뉴욕・유럽・중동 등에서의 실무를 토대로 2009년 뉴욕에서 AnLstudio를 설립했다. 현재는 서울에서 작업 중에 있다. 각각 국민대학교 건축학과/실내 디자 인과에 출강 중이며, CJ 공간 복합화팀에서 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

안기현+이민수 몽당과 비당 ⓦ 2011년 여름부터 시작한 종로 누하동의 협소 주택이 완공되고 큰 숨을 고르며 다음을 생각하던 무렵 바로 71차 땅집사향에 초대되었 다. 서울에서 아니 한국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연면적 15평의 3층 집을 ‘15달’ 동안 진행한 뒤 처음으로 작업을 이야기하는 자리였 다. <몽당>을 진행하면서 구축에 임하는 자세와, 만드는 과정 속에서 생각해야 할 것들과, 놓치고 아쉬운 것들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고, 동시 진행한 인테리어 프로젝트 <비당>도 같은 시기에 완공한 상태였다. 그런 연유로 당연히 땅집사향의 발표 주제는 두 프로젝트와 관련 된 것이었다. 새삼 우리 스튜디오가 또 한 단계를 넘어선 것은 아닐까,하는 기대감과 후련함으로 가볍지만 경박하지 않게 땅집사향에 섰 던 기억이 난다. ⓦ AnLStudio는 인천 송도 신도시에 ‘Brand New’와는 역설적인 재활용 컨테이너를 이용한 전망대 <오션스코프Oceanscope>를 시작으 로, 같은 해 호주 브리스번에 <라이트웨이브(Lightwave)>라는 인터랙티브 키네틱 인스톨레이션, 그리고 이후 임시 구조물 C-tent 등 짧 은 시간에 적지 않은 구축을 구현(혹은 실험)해 보았다. 이 일련의 작업들은 사용된 소재(material)의 기본적인 관성 습관으로부터 탈피 하여 그것들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하여 관람하는 사람, 주변 환경 혹은 그 오브제 자체를 새롭게 인식하게 하려는 의도로 디자인하였다. 또한 이를 통해 건축(조형)물을 포함한 주변과 사람 사이의 관계까지도 새롭게 설정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과 의도가 있었다. 디자이너 스스로에게도, 그리고 외부적으로도 좋은 성과(Red Dot Award 2010 Best of Best, 호주 파빌리온 1등 당선 등)를 얻었다. 조형적인 결과 물들(공간으로 표현되기보다는 조각으로 표현된) 이후 실제 공간 건축의 작업에서 실험해 보길 원했었고, 그런 AnLstudio 스스로의 과제 를 처음으로 풀어내 볼 수 있었던 두 개의 주거 공간(건축과 인테리어)의 과정과 결과물을 이야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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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夢堂) ⓦ 종로구 서촌, 누하동에 위치한 몽당(夢堂)의 대지는 대략 길이 6m, 폭 5.5m

어른 혼자 누워도 꽉 차는 방

정도의 10평 남짓한 비좁은 땅이다. 건축 한계선과 일조권 보장을 위한 사선 제한의 법 규정

다 펼쳐 놓을 수 없는

을 감안하여 대지에 구축 가능한 최대의 부피에 주택으로 디자인되었으며, 그에 따른 결과

꿈을 층층이 쌓는다

로 1층 바닥 면적은 약 4m(가로), 5.5m(세로)이며, 2층과 3층은 가로 길이가 2.5m로 축소

3층 단칸방

됐다. 계획 초기 건축가 스스로도 ‘과연 이 좁은 공간에서 평소의 일반적인 삶을 영위할 수

필통 속에서 굴러다니다

있을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되뇌였고, 실제로 대지 위에 1:1사이즈로 방과 계단을 그려

오뚝이처럼

누워 보기까지 했다. 그만큼 좁은 공간 제약에 어려움을 느꼈었다. 이에 건축주는 “채워 가

인왕산 돌멩이처럼

고 키워 가는 것보다 비워 내고 덜어 내는 삶이 더 중요하다”며 고민하는 건축가에게 확신을

곧추선 몽당연필이

심어 주었다. 정확히 말하면, 이 집은 훌륭한 건축주와 같이 작업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먼 산을 바라본다 바람도 낮달도 야채차 확성기 소리도 온종일 바쁘게 드나들다 밤이면 별들까지 다리를 뻗고 함께 눕는다 우주가 누워도 두 뼘쯤 남는 집 — 정채원 (이 시는 정채원 시인이 조선일보에 실 린 몽당 기사만을 보고 영감을 받아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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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좁은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주거의 기능을 수직적으로 쌓인 3개의 방(1층 거실/주방, 2층 침실, 3층 욕실/서재) 개념으로 제안 하였고, 정원(1층), 1층과 2층으로 동시에 열려 있는 수납 공간, 테라스, 비정형의 창, 그리고 하늘을 향한 천창을 통해 모든 공간을 시각 적・청각적으로 연결하였다. 폭이 작고 기다란 창으로 보이는 한옥 지붕과 인왕산의 풍경, 건물 내 어디서든 인지 가능한 원형 계단과 빛을 유입하는 사선 창 등을 통해 시선을 한 곳에 머물지 못하게 하여, 좁을 공간을 상대적으로 넓고 크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1층 과 2층 사이에 위치한 수납 공간은 좁은 공간을 최대한 이용해야 하는 이 집의 특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일조 사선에 의한 부산물이기도 하 다. 또한 이 공간을 이용하여 1층 천장과 2층 바닥을 연결하여 공간적 재미와 함께 1, 2층을 시각적 청각적 후각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였다. 인왕산을 바라보며 사색을 즐기고 싶은 건축주의 열망을 담아 3층에는 큰 창과 욕조, 그리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천창을 배 치하였다. 마치 스마트카를 디자인하듯, 하나하나의 기능을 작은 공간 안에 배열하는 작업은 평면을 들고 이삼십 번씩 건축주와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서로의 꿈을 일치시켜 나가는 작업과 다름 없없다. | 건물의 외형은 묵직하고 단단한 바위산의 한 조각을 따온 것처럼 대지를 둘러싸고 있는 풍경에 자연스럽게 융화될 수 있도록 디자인하였다. 외장 재료은 벽이 두꺼워지면 질수록 내부 공간이 줄어드는 상황 때문 에 최대한 얇은 재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 이슈 중 하나였다. 대지에 접근하는 길목에서 인왕산을 배경으로 서 있는 건물은 시간이 지 남에 따라 조금씩 더 인왕산에 가까워지는 모습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 몽당이란 이름은 단순히 몽당연필을 연상시킬 수 있지만, 건축 주가 꿈꾼 집, 혹은 집을 꿈꾸다를 의미하며, 기능적인 편리함과 크기에 따른 부의 가치만을 중요시 여기는 현시대의 주거 형태에 새로운 꿈을 불어넣고 싶은 건축가의 바람이기도 하다.

ROOF TOP

HATCH TO ROOF TOP BATHROOM / LIBRARY (3F) BATHROOM CLOSET LADDER TO ROOFTOP LIBRARY SHELF

TERRACE (2.5F)

MASTER ROOM (2F) SPIRAL STAIR SKIP FLOOR (1.5F) POWDER / CLOSET

AIR-CONDITIONER

KITCHEN / BATHROOM (1F) BATHROOM SHOE SHELF GARDEN (OUTDO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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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 AnLstudio 디자인팀 : 안기현, 이민수, 권용석 협력 설계 : 건축사 사무소 크레파스 위치 : 종로구 누하동 용도 : 단독 주택 대지 면적 : 34.53m2 건축 면적 : 19.21m2 연면적 : 49.12m2 건폐율 : 55.63%(법정 60%) 용적률 : 142.25%(법정 200%) 규모 : 지상 3층 구조 : 철근 콘크리크조 외부 마감 :엑스콘EXCON(노출 콘크리트 패널) 내부 마감 :견출 콘크리트, 온돌마루 구조 설계 : 박정현 구조설계 전기 설비 설계 : 청효하이택 시공 : KR 디자인(소장 김기덕) 빌트인 퍼니처 : 세진 인테리어 설계 기간 : 2011.8 ~ 2012.2 공사 기간 : 2012.4 ~ 2012.8 사진 : 윤성환, 구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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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당(飛堂) ⓦ 종로구 낙원동, 올해로 45살을 맞이한 낙원상가 빌딩 10층에 위치한 비당(飛堂)은 여느 아파트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집이 었다. 이 전형적인 79m2(약 24평) 넓이의 아파트를 주거와 일을 병행하는 홈오피스 공간으로 리노베이션해 달라는 한 아티스트의 의뢰에 ‘날개 달린 집’ 비당이 계획되었다. 비당은 낙원(樂園)이라는 건물 이름과 집주인의 자유로운 성격에서 날개 이미지를 떠올렸고, 집에 날 개를 달아 주고 싶은 의지가 반영된 이름이다. 이와 더불어 제한된 좁은 공간에 일과 주거라는 두 가지의 다른 라이프스타일이 공존한다 는 측면에서 제안된 윙(wing) 스트럭처는 두 개의 다른 라이프패턴이 부딪히는 경계를 시각적 인지를 통해 구별한다는 목표에 의해 설계 되었다. 즉 윙 구조체가 지나가는 곳은 공적인 공간인 ‘일하는 곳’을 의미하고, 나머지는 사적인 공간인 ‘사는 곳’이 되는 것이다. 기존의 안방과 주방, 화장실은 그대로 두고 거실과 왼쪽의 작은 방을 터서 일하는 공간으로 활용하였다. 일하는 공간의 천장 드롭실링을 뜯어내 고 구조를 노출시켜 공간감을 살리고, 콘크리트 구조가 가스관, 전기 배선을 그대로 드러낸 천장에 윙을 설치했다. ⓦ 윙의 이미지에서 비행기의 기계적인 구조의 모습을 차용하였고, 그 분절된 기계적인 모습은 엘리베이터를 통해 아래층에서 실어 올릴 수 있는 크기를 위해서였다. 기계적으로 보이는 부분의 슬릿과 모서리 부분을 이용해서 직 간접 조명으로 기능성을 부여하였다. 또한 윙 구조물은 현관에서 출발해 집 내부로 두 날개를 뻗어 가며 빛을 뿌려 주는 형상인데, 왼쪽 윙은 작은 방을 터서 만든 서재로 향하고, 오 른쪽 윙은 거실 가운데에서 오른쪽으로 사선을 그리며 날아가다 창문 앞에서 벽을 타고 내려가 아래로 접혀지며 책상으로 변신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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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0 | Wide Architecture Report 30 | 2012.11-12 New POwer ARchitect 파일 21 안기현 + 이민수 Ahn Keehyun + Lee Minsoo

디자인팀 : 안기현, 이민수, 권용석 시공 소장 : 구희본 위치 : 종로구 낙원아파트 내 용도 : 홈오피스 면적 : 79m2 사진 : 윤성환, 구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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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0 | Wide Architecture Report 30 | 2012.11-12 New POwer ARchitect 파일 22 박인수 Park Insoo

박인수 | 숭실대학교 건축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AA School DRL을 수료했다. (주)범아건축을 거쳐 현재 (주)파크이즈건축사사무소 대표 이사를 역임하고 있다.“건 축 설계 저작권은 설계자에게 있다” 공정위 소송 승소(대 한건축사협회)의 태스크포스팀의 일원으로 활동했으며, “자연형 환경조절용 샤프트”로 특허(특허청)를 획득한 바 있다. 2012년 서울형 공공 건축가로 위촉되어 항후 2년간 활동 예정이며, 이와 관련하여 현재 신정동 장기 임대 주 택을 진행하고 있다.

박인수 전남 전문건설회관을 통해 본

전문 건설업과의 협업 가격 입찰 경쟁 최적가 당선작 ⓦ 전남 전문건설회관은 출발부터 좀 특별했던 경험이었다. 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한 18개 회사를 초청해서 가격 입찰을 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약 7억 5천만 원 정도의 설계・감리 업무를 가격 입찰로 결정한다는 게 쉽사리 납득되진 않았지만, 그 래도 건축문화대상 수상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 수긍이 가기도 했다. 어쨌든 개인적으론 거의 처음 하는 입찰이라서 입찰에 대해 공 부를 상당히 많이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국 금액에 대한 확률 게임이었고, 그 내용을 생각하니 건축물을 이런 식으로 발주하는 것은 좀 성의 없어 보였다. 하지만 금액을 써 낸 결과, 내가 최적가로 당선되었을 때는 깜짝 놀라서 어안이 벙벙했고, 입찰의 불합리 같은 생각 을 지속할 겨를이 없었다. 전문 건설업이 빛나게 공사할 수 있는 설계 ⓦ 처음 만났을 때 발주처는 주로 임대 사업을 위한 건물이었으므로 특별한 주문을 하지 않 았다. 게다가 위치는 전남 목포 옆 새로운 도청사가 들어선 남악 신도시라는 곳이었다. 처음 현장을 방문했을 때의 느낌이 지금도 생생하 다. 도시를 만들었다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도로만 있었다. 삶의 흔적도 없고, 역사도 없고, 기억도 없었다. 신도시 가장자 리는 아파트가 자리잡았지만, 중심부는 도청과 근생 건물 한 개를 제외하면 황량하기 이를 데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첫 번째 든 생 각이었다. ‘이런 경우 무얼 해야 하지?’…. 한동안 고민하다가 결국 발주처의 주관 업무인 전문 건설업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전문건설 회관이니, 이 건물에서 전문 건설업이 빛나게 공사할 수 있도록 설계를 해야겠다’ 라고 마음먹었다. 이후 여러 가지 시도가 있었지만, 여 기서는 대표적인 몇 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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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계절을 담는 3D 커튼 월 ⓦ 시작은 엉겁결에 하였으나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임대 오피스 공사비로 책정된 사업 예 산은 특별한 것을 할 수 있는 예산은 아니었다. 그래서 여러 안을 놓고 고민하던 중, 같은 면적의 평면에서 정사각형 평면의 외피 면적이 가장 작은 것을 발견하였고, 이는 당시 생각했던 안들 중에서 외피 면적이 가장 큰 안과 비교했을 때 약 18% 정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 다. 물론 이는 외기와 접하는 면적도 줄게 되어 환경적으로도 유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 그래서 처음에는 커튼 월 계획부터 시작하 였다. 일반적인 커튼 월에서 공사비를 18% 정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계 시작 전부터 생각해 오던 3D 커튼 월 을 적용하기로 결정하고 디자인을 시작하였다. 디자인을 진행하면서 커튼 월이 태양의 각도에 따른 음영으로 시간대별로 다른 모습을 가 질 수 있다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하였고, 유리를 선택하면서는 구름의 모양이 파편으로 반사되어 입면이 매번 다르게 보임을 알 수 있었 다. 그래서 이 건물의 외부 커튼 월은 시간을 담고, 계절을 담을 수 있으며, 날씨의 변화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 업무 는 커튼 월 컨설턴트도 중요했지만, 일진 알루미늄의 훌륭한 엔지니어들 덕분에 실현될 수 있었다. 언제나 창의적이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골고루 갖춘 좋은 사람들이었다. F.G.보드를 이용한 예술 장식품 ⓦ 그리고 오피스에서 중요한 1층 로비에는 특별한 것을 하여 처음부터 예술 장식품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물론 로비가 면하는 부분이 가로 공원이라 공원의 전면부로서도 특별한 면이 되길 바랐지만, 예전부터 건축의 한 파트로 예술품이 될 수 있으면 훨씬 통합적이고 좋은 환경이 될 수 있으며 예산도 절약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벽을 예술품처럼 디자인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으나, 구체적으론 예산의 문제에 부딪혔다. 특별하게 예산이 없었던 터라 어떻게든 저렴한 재료 로 만들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음향 반사체 재료인 F.G.보드를 이용해서 바탕면을 만들기로 하고, 지금처럼 완성하게 되었다. 물론 진행 과정은 절대 녹록하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삼선 엔지니어링에서 매우 전향적으로 생각해 줘서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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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리오스탯을 이용한 에코 샤프트 ⓦ 또 하나는 에코 샤프트를 개발하게 되었는데, 당시 친환경 아이템에 대한 건축주의 의견이 있었고, 건축주는 태양광 전지패널을 쓰자고 하였다. 하지만 그 패널은 당시 나온 데이터로 별로 효율이 없는 것임을 파악하고, 다른 아이템을 찾 던 중 국립중앙박물관 중정에 핼리오스탯(Heliostat)이 사용되었음을 확인하였다. 그런데 그곳에 사용된 것들은 기계적으로 참 훌륭한 장 비였지만, 이미 중정에는 충분한 광량이 확보되어 있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고 보았다. 그래서 오히려 좀더 취약한 곳에 이것을 쓰면 좋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전남 전문건설회관이 중앙 코어 방식이라 중앙부가 환경적으로 취약해 빛을 넣는 샤프트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 하게 되었다. 그래서 건축주에게 제안을 다시 하였고, 공사비와 효율 등을 감안하여 이것을 결정하였다. 건축주에게 가장 고마운 것은 언 제나 건축가의 말을 믿어 주고 신뢰해 주었다는 것이다. 예산을 제외하면, 건축가에게 믿고 맡겨 준 것에 대해서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한 다. 아무튼 추가적으로 이 샤프트를 통해 환기도 가능할 수 있다고 믿고 현재의 에코 샤프트를 만들어 내게 되었다. 또 반신반의하면서 특 허를 신청해 보았는데, 특허도 받을 수 있게 되어서 개인적으로는 또 다른 인생의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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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사용한 BIM ⓦ 마지막으로 BIM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로 하고 이 건물에 들어가는 모든 도면을 특정 프로그램으로 생 산하게 되었다. 전면적으로 BIM을 시작하게 된 배경에는 만일 실패할 경우 ‘캐드로 다시 그릴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고, 우리팀에 BIM 에 능숙한 팀장이 있었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의 우려와 불안 속에 묵묵히 그려가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시작부터 문제였다. 팀원들의 실 력이 고르지 않아 진도가 나가지 않았고, 컨설턴트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게 됐다. 설득이 뒤따랐지만, 사실 그분들은 별도의 설득이 없었어도 오랫동안 함께 일한 동료이자 건축가가 부탁하는 것이니 그냥 해 주었을 것이란 걸 잘 안다. 암무튼 우여곡절을 겪으며, 완성에 들어갈 무렵 소문을 듣고 소프트웨어의 미국 본사에서 엔지니어들이 결과물을 보러 왔다. 사실 그들은 자신들이 한 것을 한국에 홍보하 려고 들고 온 것인데, 우리 것을 보고는 가져온 것은 펴 보지도 못했다. 오히려 나는 완성도 안된 소프트웨어를 팔면 어떡하냐, 고 컴플레 인을 하기도 했다. 물론 힘들고 오류가 있어서 그렇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났으니, 또 많이 좋아지지 않았을까? 분명 BIM의 시대는 오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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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계약자 공동 도급 공사 ⓦ 이렇게 설계를 마치고 납품을 하여 공사를 시작했는데, 일반적인 도급이 아니었다. 일반적이라면 원도급자 가 전문 건설업체들과 공사를 해 나가는 것인데, 총공사비의 일정 비율 이상인 전문 건설업체가 원도급자와 공동으로 발주처와 계약하는 ‘주계약자 공동 도급’의 대상이 되었다. 물론 전문건설공제조합에서 발주한 건물이니 당연히 전문 건설을 우대해야겠지, 라고 생각했고, 최근 선진국의 건설 산업에서 원도급자 없이 설계 사무소가 컴퓨팅을 매개로 직접 전문 건설업체와 건설을 하는 경우도 종종 검토해 오 고 있었던 터라, 오히려 잘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 하지만 계약 과정부터 이것은 꿈일 뿐, 엄청난 시련을 겪게 되 었다. 우선 시공자 입찰에 모두 지역 제한을 두어 전남 지역 업체로 하였고, 입찰에서 결정된 업체들과 처음 미팅을 했는데, 그 날부터 설 계에 뭐가 빠졌고, 설계가 잘못되었고, 도면이 왜 이렇게 되었냐, 내역에 형광등이 없다, 등등 즐거운 마음으로 회의를 갔다가 황당해져서 돌아오게 되었다. 그 다음부터 우리는 BIM 파일을 노트북에 넣고 가서 회의를 하였다. 뭐가 빠졌다 그러면 바로 실시간으로 수량과 개수 를 파일에서 찾아서 알려 주었다. 그리고 도면상의 위치와 도면 번호 어디를 보라고 알려줄 수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시 프로그램 형편상 모든 것이 되지 않았던 것은 아쉽다. 아무튼 그렇게 대응을 하면서부터는 시공사들이 도면에 대한 내용보다는 발주처 쪽에 도면이 어렵다, 알 수가 없다, 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토공사를 한창 하던 중, 공사를 맡았던 주계약자가 부도가 나서 몇 개의 전문 건설업 체와 함께 시공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이후 건축주가 이 건물의 시공을 위해 지역 제한을 하면 지을 수 없겠다고 판단을 하여 지역 제 한을 풀고 (일부) 새로 입찰을 받아 건설하여 2011년 12월 준공하였다. ⓦ 개인적으로도 특별한 경험이었던 이 전문건설회관 건물은, 설계할 때 비교적 솔직하게 건축 관련 상황을 살피던 개인적 습관에서 비롯 된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 상황에서도 끈질기게 도시의 상황과 프로그램과 대지가 가진 여건을 가지고 풀어볼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 다. 그러나 오히려 전문 건설이란 발주처의 특성에 주목하고, 그들이 가장 빛나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는 생각은 매우 유 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건물의 건축가로 부족한 나를 만나 고생했던 모든 기술자들께 이 지면을 통해서 감사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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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11- 12 -

트 리포 096

ⓦ <사진 더하기 건축 10 | 나은중+유소래 >

카메라 옵스큐라 Camera 102

Obscura

— 아벨라르도 모렐 Abelardo

Morell

ⓦ <와이드 리포트 1 | 아이콘파티 ICON PARTY 출정의 이유 > 언제까지 지방 도시의 취약한 구조를 방기할 것인가

105

ⓦ <와이드 리포트 2 | 부산오페라하우스 공모전| 방주연 >

노르웨이 스노헤타 SNθHETTA, 부산오페라하우스 설계 맡는다 109

ⓦ <와이드 리포트 3 | 어반 인스톨레이션 Urban Installation 1:1 공모전 > 지방의 한계를 넘지 못한, 그래서 더 아쉬운 112

ⓦ <와이드 리포트 4 | 기고 | 이반 카프데빌라+빈센트 이보라 > MORE THAN GREEN 프로젝트

115

ⓦ <WIDE eye | 전시 >

건축 사진가들, 다시 출발선에 서다 122

ⓦ 전진삼의 FOOTPRINT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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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 사진 더하기 건축 10

카메라 옵스큐라 Camera Obscura

아벨라르도 모렐

Abelardo Morell

나은중・유소래 | 본지 자문 위원, NAMELESS 공동 대표

카메라(Camera)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광학적 기계 장치 혹은 스마트폰의 한쪽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작은 렌즈의 모습을 상상할 수도 있지만, 그 어원을 따져 보면 카메라는 라틴어로 방(room)을 의미한다. 어쩌다 ‘방’이라는 단어가 사진 찍는 도구 의 고유 명사가 되었는지는 카메라의 원리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 카메라의 어휘는 원래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에서 차용되었다. 카메라 옵스큐라는 라틴어로 ‘방’(camera)과 ‘어둠’(obscura)의 합성어로 어두 운 방을 의미한다. 이는 어두운 방이 한줄기의 빛을 만났을 때 만드는 기이하지만 사실은 단순한 자연 현상에서 출발한다. 빛 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방에 작은 구멍을 뚫으면 반대편 벽에 외부의 모습이 거꾸로 맺히는 광학 현상이 발생한다. 이때 구 멍을 통과한 상이 거꾸로 투영되는 이유는 빛의 직진성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구멍을 통과한 빛은 외부의 윗쪽 모습을 내부의 하부에 도달하게 하고, 외부의 아래쪽 모습은 내부의 상부에 상을 맺게 한다. 기원전 중국의 철학자 묵자(墨子, BC 470-391) 와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BC 384-322)에 의해 개념적으로 언급된 이 어둠과 빛의 관계는, 르네상스 이후 레오나르도 다 1. A drawing by Leonardo da Vinci from the manuscript Codex Atlanticus, 1508 2. The earliest known drawing of a camera obscura by physician Gemma Frisus, 1544

빈치(Leonardo da Vinci)를 필두로 많은 예술가들, 특히 풍경을 다루는 회화 분야의 작가들에게 정확하게 현실을 묘사하는 도구로 사용되어 왔다. 더 나아가 영사기와 카메라 발명의 기초가 되었으며, 이 원리를 이용해 프랑스의 조셉 니세포르 니엡 스(Joseph Nicephore Niepce)와 루이 다게르(Louis Daguerre)는 투영된 장면을 은판 위에 영구 정착시키는 과학적 실험을 통해 19세기 초 사진을 발견하게 된다. ⓦ 1948년 쿠바 태생의 아벨라르도 모렐은 이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 즉 어두운 방이라는 사진의 기본 원리를 사 용하여 시각적인 현상을 탐구한다. 비록 많은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이 이해하고 사용해 왔던 방법이며, 사진가들은 이 원리를 통해 다양한 사진을 찍었지만, 정작 그 현상 자체는 제대로 이미지화 된 적이 없었다. 그의 연작 초기작인 <light bulb, 1991> 를 보면 카메라 옵스큐라, 즉 어두운 방과 빛 사이에 일어나는 현상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5와트의 백열전구가 켜지고 그 수평선상에 종이 상자가 설치된다. 그리고 두 사물 사이에 놓인 렌즈의 작은 구멍을 통해 전구의 모습이 상자의 안쪽 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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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 Bulb, 1991, Courtesy of Abelardo Morell

거꾸로 맺힌다. 모렐의 이 시도는 예술의 재현성과 사진 이미지의 제작 역사를 단순하지만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이 사진은 많 은 이들이 알고 있었지만, 시각적으로 표현이 된 적 없는 사진의 원리를 미학적으로 보여 준다는 점에서 단숨에 평론가들과 대 중을 사로잡았다. 작가는 <light bulb>에서의 상자 크기를 실제 방으로 확장하고 다양한 장소와 풍경을 통해 일련의 작업을 시 도하고 있다. ⓦ 그의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는1980년대 중반 학교 교실에서 시작되었다. 대학에서 사진 수업으 로 교실 전체를 어두운 방으로 만들어 학생들과 사진의 원리를 시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시도를 하였다. 교실의 창을 모두 막아 외부로부터 빛을 차단하고 벽에 작은 구멍을 내어 어두운 실내에 외부의 풍경이 맺히게 함으로써 마치 빛바랜 영화와 같 은 장면이 교실 안에 펼쳐지게 하였다. 건물과 나무, 교실 앞을 지나는 사람과 달리는 차 등의 외부 풍경이 어두운 벽에 거꾸 로 투영되어 움직이는 것을 볼 때, 사진과 영상에 익숙한 젊은 학생들이라 할지라도 탄성을 자아내곤 했다. 그는 후에 작은 구 멍을 통해 투사되는 외부의 풍경을 좀더 선명하게 기록하기 위해 작은 구멍에 렌즈를 설치하여 초점 거리와 조리개의 조정을 통해 보다 완성도 높은 작업 결과물을 얻게 된다. ⓦ 1991년의 작업 <light bulb> 이후 그는 어둠과 빛의 시각적 경험을 사진의 결과물로 재현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곧바로 보스턴에 위치한 자신의 집을 어두운 방으로 만든다. 그의 거실, 아들의 침실, 그리고 여행 중의 호텔방 등이 실험을 위한 거대 한 카메라이자 사진을 담아낼 무대가 된다. 1994년의 작업,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Camera Obscura Image of the Empire State Building in Bedroom>은 여행자의 일상 공간인 호텔방에서 대도시의 마천루를 기록한 사진이다. 작은 방을 가득 채운 침대와 서랍장, 램프 그리고 벽에 걸린 작은 거울까지 우리네 여관방과 다를 바 없는 이 볼품없는 공간은 작가의 어두운 방 (Camera Obscura) 행위를 통해 대도시의 풍경을 재현하는 캔버스가 된다. 뉴욕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주변 건물들과 함께 호텔방의 벽을 따라 거꾸로 서 있고 빌딩의 높이로 인해 건물의 상층부는 침대로 흘러내려와 있 다. 대도시의 엄청난 밀도와 속도를 대변하는 랜드마크가 피곤함을 드러내며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는 듯한 이 장면은 렘 콜 하스의 저서 『광기의 뉴욕(Delirious New York, 1978)』 초판 표지에 사용된 드로잉(Madelon Vriesendorp, Flagrant Delit, 1975)과 연장선상에서 혼미한 도시와 아늑한 공간 사이의 묘한 긴장감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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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a Obscura Image of the Empire State Building in Bedroom, 1994, Courtesy of Abelardo Morell

구축 과정 ⓦ 일반적인 사진 행위에 있어 대상은 여러 사물일 수 있지만 프레임은 이들을 하나의 장면으로 제한한다. 하지만 카메라 옵스큐라를 통해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외부와 내부, 즉 고정된 장소로서의 방과, 유동적이며 변화하는 풍경으로 구분 된다. 이로 인해 그의 작업의 시작은 두 개의 장소, 즉 사진에 담을 풍경을 정하고, 그것을 투영시킬 방을 찾는 데서 시작한 다. 적당한 풍경과 이를 기록할 방을 찾게 되면 그는 외부에 면한 모든 창들을 검은색 플라스틱과 테이프로 덮어 완전한 어둠 을 만든다. 그 후 방으로 들어오는 빛의 유일한 통로인 작은 구멍을 만든다. 이때 빛이 들어오는 구멍이 커지면 커질수록 상은 흐려지고 작아질수록 상이 선명해진다. 그는 수많은 시도를 통해 일반적인 상황에서 3/8 인치 (0.95cm) 정도의 크기가 적절 한 노출 시간을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을 알아냈다. 이 구멍을 통해 아래 위가 뒤바뀐 밖 의 풍경이 방 안에 투영되게 된다. 마지막 단계로 그는 삼각대를 설치하고 대형 카메라로 이 장면을 촬영하게 된다. 작업 초반 한 장의 사진을 위해 대략 8시간 정도의 노출을 필요로 했다고 한다. 빛의 양이 극도로 적은 상태에서 높은 피사계 심도를 위 해 최대한 카메라의 조리개를 닫고 기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하나의 방, 즉 거대한 핀홀카메라 내부를 촬영하 는 데 보통 수일의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그의 카메라 옵스큐라는 단순히 프레임을 잡고 셔터를 누르는 사진가의 행위라기보 다는 장소와 시간 그리고 빛이 만드는 상호적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2006년의 작업 <대서양 위의 일출, Camera Obscura Image of the Sunrise Over the Atlantic Ocean: July 14th ‐ 5:20AM to 7:00 AM. Rockport, MA>에서 이러한 상호적인 행위 의 의미를 좀더 쉽게 읽을 수 있다. 사진을 기록한 카메라는 내부의 벽과 평행으로 마주하고 있다. 흰 벽에 위치한 것이라고는 방 문과 두 개의 작은 콘센트가 전부이다. 하지만 벽을 수평으로 분할하는 어두운 면과 그 아래 벽과 바닥을 가로지르는 광채 는 단순한 빛과 그림자의 관계가 아니다. 짐작했듯이 어두운 상부는 바다가 투영된 모습이고 그 위를 (실제 사진에서는 상이 뒤집힌 결과, 반대로 아래이다) 가로지르는 빛의 광채는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태양의 괘적이다. 작가는 사진의 제목에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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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a Obscura Image of the Sunrise Over the Atlantic Ocean: July 14th – 5:20 AM to 7:00 AM. Rockport, MA, 2006, Courtesy of Abelardo Morell

소와 함께 2006년 6월 14일 5:20am ‐ 7:00am이라는 촬영 날짜와 구체적인 노출 시간까지 상세히 드러냄으로써 행위의 의미 와 해석의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낯설게 하기 ⓦ 사실 아벨라르도 모렐의 사진에 기록된 방들은 대부분 특별할 것 없는 호텔방이나 집의 실내 공간이다. 방에 투영된 풍경들 역시 바다와 숲 등 자연 풍경과 에펠탑,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타임스퀘어 등 우리들에게 친숙한 도시의 상징 적 표상들이다. 특히나 현대 사진의 피사체로는 보편적이다 못해 진부한 이 대상들은 유독 그의 사진에서는 왠지 모를 특별함 이 느껴진다. 이는 공간과 사물을 낯설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그 사진의 몇 가지 특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 우선 그의 사진 에서는 공존하기 힘든 두 개의 장소가 한 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가장 사적인 영역이라 여겨지는 방의 내부를 바라보는 관음증 적인 시선은, 동시에 창 밖의 공공의 영역을 바라보고 있다. 그가 바라보는 곳은 외부이자 내부이며 동시에 관음적이며 공공적 이다. 이러한 장소의 양면성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머무는 방이라는 곳에 예상치 못한 신선함을 던지며, 장소의 의미를 되짚게 한다. 또한, 반듯한 내부 공간과 빛의 성질에 의해 거꾸로 매달려 있는 외부 풍경 사이의 긴장감 또한 우리의 시지각을 낯설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다. 흔히 중력에 반하는 형상이나 이미지를 통해 불안감을 경험하게 되는 이치일 것이다. 그가 만드는 풍경은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장소의 편견을 무력하게 한다. 내부가 외부가 되고, 도시가 방이 되고, 방은 다시 도 시가 되고, 하늘은 바닥에 떠 있는…. 사실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어둠과 빛 그리고 빈 공간이 만들어 내는 매우 자연스러 운 현상이다. 일상은 늘 거기에 있지만, 일상에 신선함을 던져줄 수 있는 사실들도 늘 그곳에 있다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사진 가의 시선은 분명 이미지 너머 물리적 공간에 대한 유동적 시선으로 확장되었다. 그가 만드는 세상은 가짜가 아닌 실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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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 101 Camera Obscura Image of Manhattan View Looking South in Large Room, 1996, Courtesy of Abelardo Morell


와이드 리포트 1 | 아이콘파티(ICON PARTY) 출정의 이유

언제까지 지방 도시의 취약한 구조를 방기할 것인가 글 | 전진삼(본지 발행인)

왜 하필 인천에서 건축을 앞세운 컨퍼런스 파티를 주최하고 있는가? ⓦ 아이콘파티는 ‘인천 건축·미술·디자인·도시 컨퍼런스 파티’의 머리글자를 조합하여 재구성한 명칭이다. 포스터의 개념인즉 인천(ICN)을 풍선처럼 붕붕 띄운다(O) 는 의미를 담고 있다. 촌스럽다고 비꼴 분도 있겠지만, 필자의 작품이다. 첫 포스터(ICON PARTY 001) 작업을 하여 페 이스북에 띄웠을 때 지인이 그랬다. 999회까지 기대된다고. 1년에 34회 개최를 예정하고 있으니 줄잡아 100년은 이어 져야 달성할 수 있는, 또 다른 별에 태어나서나 그 결말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획이다. 그러한즉 아마도 앞서의 응원은 ‘은 하철도999’의 공상을 염두에 둔 격려이자,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에서 기인한 것일 수 있다. ⓦ 그런 주위의 배경을 안고 이 글을 적는다. 나는 왜 하필 인천에서 건축을 앞세운 컨퍼런스 파티를 주최하고 있는가? 서울에서는 이미 정착 단계에 접어든 철 지난 프로그램의 아류라고 해도 피해갈 길 없는 이 행사를 인천에서 펼치려고 하는가에 대하여는 솔직히 편집 실 내부 구성원들에게서조차 전적인 동조 의사를 끌어내지 못한 채 일부터 벌이고 있는 상황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인천 지역 사회 내부에서도 심드렁하기는 마찬가지다. 세상의 기획자연하는 이들이 다들 그러하겠지만 나름 그럴듯한 이유, 명분, 치레로 포장하는 이유의 절반은 저들의 무관심과 무시에 대한 저항의 표현일 테다. 필자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가 사회의 활동이 부재한 불안한 도시 ⓦ 지역 내부로 눈을 돌려 보자. 인천은 지방 도시라고 하기엔 너무나 큰 도 시이다. 지역 고유의 역사성은 물론이고, 지역 경제의 규모와 인구, 면적에서조차 전국 2, 3위권의 대도시다. 그 안에서 건축 설계를 업으로 하고 살아가고 있는 직능인들(대표자 중심)도 무려 300개 사무소를 넘나든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개발에 따른 공간적 확장과 구도심 재생에 따른 사업 현장들로 지난 십오륙 년 내내 공사판을 방불케 했고, 지금은 2014 년 인천아시안게임의 수행을 위한 경기장 시설 공사로 인해 여전히 공사 차량이 도시 내부를 활보한다. ⓦ 하지만 언론 에 드러나는 인천은 늘상 불안하기 짝 없는 도시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는 시정부는 부도 직전의 상황에서 자연 공간 을 침해하는 대단위 개발을 전제로 한 국내외 유력 자본의 유치를 위하여 공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건건이 시민단체 및 환경단체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최근의 GCF(녹색기후기금) 사무국의 송도 유치에서 보여 주었듯이 당장의 효 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2020년을 목표로 하는 기금 조성의 불확정적 요인까지를 끌어안고 건물 무상 임대와 천문학적인 초기 운영비까지 떠안은 모양새는 이 도시가 얼마나 다급한 상황에 처해 있는가를 웅변하는 것이다. 또한 외국 투자자를 영입하여 영종지구 용유—무의도를 (실패한) 두바이처럼, 그러나 두바이와 다르게 (성공적으로) 특화된 문화관광레저 복합도시로 개발한다는 ‘에잇시티(8-City)’의 경악스런 마스터플랜까지 시장이 앞장서서 마이크를 들고 홍보하고 있는 정황이고 보니, 작금의 인천은 세계적 불황의 긴 터널을 자력으로 빠져나가기 위한 최후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 모습처럼 비친다. ⓦ 중앙 정부가 등을 돌린 분권형 지방 정부의 약점을 고스란히 떠안고는 국제적 스포츠 행사를 기획·운용하는 폐단을 바로잡지 못하고, 막연한 도시 미래의 청사진에 볼모로 잡혀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는 인천의 보다 근본적 인 문제는 정치권과 행정부가 주도하는 일방통행로에 전문 직능인들의 개입이 미천하고, 그나마 개입하려 드는 이들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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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는 실로 생존을 위한 입질에 불과한 형편이란 점에 기인한다. 돌아보면 도시의 미래를 궁구하는 전문가 사회의 활동 부재가 이 도시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대적하기엔 그 실체의 끝을 알 방도가 없는 우리 안의 ‘괴물’을 키워온 셈이다. 두더지로 살아가는 지역의 전문가들 ⓦ 괴물의 정체는 무언가? 그것은 전문 직능인들의 나약한 자존감이 반영된 것에 다름 아니다.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권력에 순응하는, 저항력을 잃은, 등등의 수식에서 자유로운 지역 내 건축과 도시 전문 분야 구성원들이 몇이나 될까? 대학교수, 건축사, 프리랜서 건축가 그룹, 도시 연구자 저마다 그들이 안주한 경계 선 밖으로 스스로 걸어나와 지역 사회를 위해 발언하지도, 머리를 맞대고 행동하지도 않는다. 이유는 분명하다. 그럴 필 요가 없기 때문이다. 일부러 나서지 않아도 전문가랍시고 심의 위원, 자문 위원 등등의 명패를 들고 찾아 주는 각급 지 자체의 요청에 부응하기도 벅차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활동함에 있어 품위를 유지한 채 실속을 차릴 수 있고, 실제적인 도시 건축의 사안에 결정권도 쥘 수 있는 폼나는 자리에서 전문가로서의 발언과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으니 그 정도면 지역 사회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 물론 이 같은 정황을 대놓고 발설하는 이는 없다. 누군들 제 얼굴 에 소금을 뿌리랴. 그러다 보니 중앙 무대에서는 가끔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대학교수도 지역에선 두더지로 살아간 다. 인천 시민들이 이름을 들어 알고 있는 건축(공)학과, 도시 관련학과 교수는 있는가? 그들은 몇이나 되는가? 학생들 도 지역 바깥의 이슈에는 밝은데 정작 지역 내 이슈에는 어둡다. 그 분야에서 누가 활동하고 있는지, 대세가 무언지 무 감하다. 대학의 문제를 예로 들었지만 각 사무소, 단체 구성원들의 처지는 더더욱 척박하여 적어도 저들 스스로 각자의 자리에서 귀감을 삼을 만한 선배도 찾지 않을뿐더러 정작은 창창한 미래를 꿈꾸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연히 지역 내 산재한 여러 도시 건축의 문제에 대하여 무관심으로 침묵하고 발을 빼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배고픈 건축쟁이 로 불리기보다 월급쟁이로 불리더라도 등만 따스하면 된다는 저들의 외침이 들려오는 듯하다. 저들의 무력감을 탓하기 에 앞서 그 같은 환경을 조성한 선배들에게 잘못이 있었음을 뉘우쳐야 한다. 실제로 뉘우치는 자가 얼마나 되겠냐마는.

목표는 이웃 전문가 사회와의 공동 전선 ⓦ 아이콘파티의 출발은 이러한 지역 내 건축과 도시 전문가 사회의 배경을 바 탕에 깔고 시작한 것이다. 그나마 미술과 디자인 분야는 사정이 조금 나은 셈이다. 그래서 그들과의 협력 구도를 꾸리기 로 작정했다. 당장은 건축판의 독무대처럼 비춰지겠지만 단계별로 이웃 전문가 사회와의 공동 전선이 아이콘파티를 통 해 이뤄질 것이다. ⓦ 지난 9월 25일 스페이스 빔에서 개최된 첫 행사는 나름 의미 있게 치러졌다. 올해 인천건축문화제 전체 주제인 ‘공유(SHARE)’를 수용한 ‘공유+(플러스)’로 인천과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섯 팀의 신진·중견 건축가 를 초대하여 각각 20분의 주제 발표 시간을 가졌다. ⓦ 참여 건축가1)는 황순우(바인건축 대표), 이윤정(현일건축 대표), 홍덕기+장익수(nHAUS 소장), 권형표+김순주(바우건축 공동 대표), 오섬훈(어반엑스건축), 안기현+이민수(AnL스 튜디오 공동 대표)씨였고, 민운기(스페이스 빔 대표) 씨와 필자가 공동 사회를 맡았다. ⓦ 2012인천건축문화제 특별 초 청 행사로 준비된 아이콘파티 두 번째 행사는 11월 6일 인천아트플랫폼 C동 공연장에서 동일 주제, 동일 형식으로 진행 되었으며, 김태만(해안건축 디자인 부문 사장, 2012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초대 작가), 박유진(시간건축 대표), 박진 택(AA Dipl(hons) RIBA, 2012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초대 작가), 손정민(XECT건축 대표), 신호섭+신경미(신아키 텍츠 공동 대표), 오장연(GoodHaus 대표) 씨가 초대되었고, 필자와 권형표(바우건축 대표) 씨가 공동 사회를 보았다.

1) 첫 번째 아이콘파티 참여 건축가들. 왼쪽부터 황순우, 이윤정, 홍덕기, 장익수, 권형표, 김순주, 오섬훈, 안기현, 이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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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파티 두 번째 행사는 11월 6일 인천아트플랫폼 C동 공연장에서 열렸다.

잠재력 있는 도시의 비상, 그 시작 ⓦ 시행 초기 여러 면에서 많이 부족하다. 객석에 참여하는 열기에 비해 운영의 미숙 함 지적도 피해갈 수 없다. 적어도 동종, 동급의 프로그램을 서울에서 경험해 본 이들이라면 아이콘파티가 얼마나 촌스 럽게 진행되며, 이슈 또한 평범한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기획자로서 굳이 변론하자면 당장은 형식성과 연 속성에 초점을 맞추었고, 다음 단계(2013년 봄 이후)에서는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나설 것임을 밝힌다. 전문가 각인의 디자인 이슈뿐 아니라 지역의 현안을 공개적으로 드러내 놓고 전문가들의 지혜를 나누게 될 것이다. 지역에서 공부하고 활동하는 선후배 건축인들을 강의실과 사무실 밖으로 끌어내게 될 것이다. ⓦ 그러기 위하여 아이콘파티는 다섯 명으로 구성된 당 위원회(Party Committee :권형표, 김정숙, 손도문, 손장원, 전진삼)를 조직하여 2013년도의 프로그램을 준 비하고 있다. 인천건축재단과 인천광역시건축사회는 아이콘파티의 지속성을 위한 든든한 버팀목으로 역할해 주리라 믿 어 의심치 않는다. 전술했지만 인천은 지방의 작은 도시가 아니다. 건축과 도시 분야에서 일할 충분히 좋은 인재들이 많 고, 이미 지역에서 배출되어 국내외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이들이 많은 도시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들의 시선 과 역동성을 발판으로 삼아 이 분야 (예비) 전문가들의 자발적 사회 참여의 동기 부여를 통해 구조적으로 취약한 지방 도 시의 오명을 벗어 내고 인천의 건축 문화 지형을 새롭게 구축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아이콘파티를 출정시킨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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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리포트 2 | 부산오페라하우스 공모전

노르웨이 스노헤타 , 부산오페라하우스 설계 맡는다 SNθHETTA

부산오페라하우스 국제 지명 초청 설계 경기 당선작, 노르웨이 스노헤타.

글 | 방주연(건축사신문 기자)

해양 수도 부산의 대표 문화 예술 아이콘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부산오페라하우스가 국제 지명 초청 설계 경기 결과 발 표로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사)부산국제건축문화제조직위원회(위원장 허남식)는 지난 10월 11일 노르웨이 스노헤타 (SNθHETTA)사의 작품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북항 재개발 지역의 해양문화지구(34,928m²)내에 들어서게 될 부산오 페라하우스는 1,800석 규모 오페라 전용 극장과 300석 규모의 회의실 등을 갖추게 된다. 부산시가 건립의 본격적인 추진을 선언(2010년 2월)한 지도 어느덧 2년여, 설계 경기가 끝나고 2018년 5월 완공을 목표로 새롭게 시작하는 부산오페라하우 스는 이제 첫 단추를 끼웠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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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오페라하우스 어떻게 진행되어 왔나? ⓦ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논의는 2008년 5월 15일 부산시와 롯데그룹의 건 립 기부 약정식을 통해 시작됐다. 약정식은 롯데그룹이 문화 예술 진흥을 위한 부산시의 문화 공연장 건립 요청을 받아 들여 이루어진 것으로, 롯데그룹은 1천억 원을 기부 채납하기로 했다. 이후 2010년 10월, 동의대 정량부 총장을 위원장 으로 건축 예술계, 시민 단체 등 관계 전문가 15인으로 이루어진 ‘오페라하우스 건립 추진 위원회’가 구성됨에 따라 부 산시는 “오페라하우스는 동북아 문화 예술의 거점 도시로서 부산의 위상을 높일 것”이라며 건립을 공식화했다. ⓦ 부산 시의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오페라하우스보다 시급한 문화 시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왜 오페라하우 스인가를 비롯해 통상 건립비의 8~10%에 달하는 유지 관리 비용의 조달 방안에 대한 시민 인지 및 동의 과정의 필요 성 등이 제기되었다. 2011년 5월, 부산시의회 본회의에서 이경혜 의원은 약 5천 억 원에 달하는 공사 자금 조달책에 대 한 비판을, 같은 해 이해동 의원은 <부산국제건축문화제 계간지>를 통해 오페라하우스의 향후 문화적 효용 가치 및 지 역 사회에서의 역할 등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이러한 끊임없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부산시는 당년 6월 실무 TF팀 을 구성하는 등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박차를 가했다.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국제 아이디어 현상 공모 ⓦ 이에 앞서 공고(2011년 4월 11일)된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국제 아이디어 현상 공모(참가 등록 4월 25일~5월 25일, 작품 접수 8월 3일까지)는 총 62개국 699팀이 참가하는 경이적인 기록을 낳았다. 공모전은 학생 부문과 전문가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특히 전문가 부문에 547팀(국내 159팀/국 외 388팀)이 등록하는 등 세계 각국 유명 건축가들의 관심을 받았다. ⓦ 최종 제출된 작품은 총 43개국 302점(학생 부 문 62점·전문가 부문 240점)이었다. 8월 12일, 5명의 심사 위원(한국의 김종성, 미국의 데이비드 레더바로, 프랑스의 로랑 샬로몽, 이탈리아의 마우로 갈란티노, 일본의 야스히로 야마시타 교수)은 학생 부문 1등 1점, 2등 3점, 3등 10점, 장려 10점 및 다수의 입선작을, 전문가 부문 1등 5점, 2등 5점, 장려상 10점을 선정했다. 다만, 전문가 부문의 1등 5팀 이 실질적 건축 디자인을 위한 ‘국제 지명 초청 설계 경기’에 초청됨에 따라 공모 결과가 최종 설계 경기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수상작은 공개되지 않았다. 부산오페라하우스 국제 지명 초청 설계 경기 ⓦ 2012년 6월, 국제 지명 초청 설계 경기에 초청된 건축가는 총 10개 팀 이다. 1차 국제 아이디어 현상 공모 1등 5개 팀-건축스튜디오 불란트 & 바일저(오스트리아), IaN+건축사무소 & 엔지 니어(이탈리아), 페레토 건축사무소(영국),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한국), 자히 건축사무소 & PEZ 건축사무소(이스라 엘)-, 그리고 선정 위원회를 통해 지명 초청된 5개 팀-DMP(한국), 포스트 & 파트너 건축사무소(영국), 헤링라센(덴마 크), 스노헤타(노르웨이), 자하 하디드(영국) 등. 모든 참여 팀은 공고일(6월 29일) 이후 심사에 이르기까지 약 3개월 간 의 일정에 만전을 기했다. ⓦ 10월 8일, 마침내 최종 심사가 시작됐다.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간 진행된 심사는 기술 심 사, 공개 작품 발표, 본 심사 등으로 이루어졌다. 심사 위원으로는 민현식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사), 알란 발포(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 건축대학장), 타카히코 야나기사와(TAK 연합 건축사 대표), 이윤택 감독(전 서울예술단 예술감 독), 유길준 부회장(대한건축학회, 동아대 건축학과), 김용승 회장(한국문화공간건축학회)이 초빙되었다. ⓦ 한편, 심 사 과정에는 공정성 확보를 위해 ‘시민 참관단’이 처음으로 도입 운영됐다. 시민 및 전문 단체의 추천을 받아 구성된 참 관단은 10일 부산디자인센터에서 개최된 공개 작품 발표회에서 10개 팀의 발표를 참관했다. 이날 발표회에는 참관단 이 외에도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관심이 있는 시민, 건축가, 학생 등 200여 명이 함께했다. 시민 참관단으로 참석한 김덕부 (새부산건축) 씨는 “공공 건축은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나갈 때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이런 측면에서 시민 참관단 제도의 도입이 반갑다. 하지만 건축 용어가 생소한 일반 시민의 경우, 당일 즉석에서 진행되는 발표에 대한 이해 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향후 시민 참관단 운영 시, 이를 유념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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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오페라하우스 국제 지명 초청 설계 경기 당선작, 노르웨이 스노헤타.

노르웨이 스노헤타(SNθHETTA),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과 오페라를 담다 ⓦ 이번 심사에서 중요하게 고려된 요소들 은 북항이라는 특수한 장소성에 대한 해석 및 건축적 제안, 오페라하우스의 전문성과 복합 문화 공간으로의 가능성, 부 산 시민에의 개방성, 부산의 랜드마크로서의 상징성, 공간의 예술성 및 창발성, 도시적 경관 및 친환경성 등이다. 당선 의 영광을 안은 스노헤타는 노르웨이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및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등의 작품을 선보이며 건축 계에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세계적인 팀으로, 이번 설계 경기에는 지명 초청되어 부산의 (주)일신설계 종합 건축사 사 무소와 함께 작업을 진행했다. ⓦ 스노헤타의 작품은 장소가 갖는 자연 인문적 조건을 이해하고, 그것을 건축적으로 가 장 잘 조직해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접근성이 좋도록 지면과 지붕을 경사지게 연결한 것이 특징인데, 방문자는 건물 외 부를 걸어 지붕으로 올라가 주변 경관을 조망하거나 야외 공연까지 즐길 수 있다. ⓦ 심사 위원장인 민현식 교수는 당선 작에 대해 “부산의 산과 바다 그리고 하늘을 연계하는 상징성을 갖는 건축물로, 오페라는 물론 자연의 감동을 함께 만 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세계적인 오페라하우스로서의 성장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특히, 지붕에 마련된 전망대는 자 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새로운 경험의 장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 설계자인 토마스는 “무엇보다도 소통 통로의 다양화 에 유념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탄생한 ‘심리스 스페이스(seamless space)’는 건물 내외부가 서로 이어져 구분 없이 하 나로 이어지는 형태로, 심사 위원들은 이러한 공간 구성을 통해 방문자가 끊임없이 아름다운 풍경과 예술을 향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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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등작, (주)종합건축사사무소 디자인캠 프문박디엠피(DMP) : ‘Proscenium to the city(도시로 향하는 무대)’를 주제로 9개의 풍경, 7개의 니치(9 Proscenia, 7 Niches)라 는 주요 개념을 설정했다. 땅이 가지고 있는 360도 풍경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풍경 9 개를 선정해 그쪽으로 열리는 창을 만들고, 그것을 (오페라)극장 등의 앞 무대를 뜻하는 ‘Proscenium(proscenia)’에 비유했다. 방문 자는 건물 내부에서 서로 다른 9개의 프레임 속 풍경이 주는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로 툰다로 지칭된 중앙 공간에서 각 시설로 연결 되는 명쾌한 동선도 높이 평가되었다.

부산오페라하우스에 거는 기대와 바람 ⓦ 당선작 공개 이후, 종래의 독특한 형상의 건물들과는 달리 주변 환경과 대지 의 특질이 잘 반영됐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스노헤타의 전작인 오슬로 오페라하우스와의 유사성 및 국내 참여 팀의 공모 결과(DMP 2등, 삼우건축 3등)에 대한 아쉬움 등이 제기되고 있다. 3000억 원으로 추정되는 사업비(추정 공사비 2400억 원, 추정 설계비 120억 원) 확보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부산시는 오는 2014년 4월까지 실시 설계를 진행, 그해 하반기에 착공하는 등 예정대로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시드니 나 코펜하겐, 오슬로와 같은 아름다운 오페라하우스가 건립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청사진에 앞서 필요한 것은 많은 이들의 관심과 참여일 테다. ⓦ 부산오페라하우스 국제 건축 심포지엄 개최(2011년 8 월), 부산오페라하우스 기본 계획 수립(2012년 2월~2012년 5월),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위한 시민 공청회(2012년 5월) 개최 등 그간 부산시도 오페라하우스의 성공적 건립을 위해 노력해 왔다. 추후 국제적 명성을 지닌 해외 오페라하 우스와의 MOU체결을 통해 건물 건립 및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마련할 방침이라고 한다. ⓦ 그런데, 이러한 시의 노력 도 무관심 속에 진행된다면 무용지물이 될 터. 부산시를 대표하는 공공 건축물을 기대하는 만큼 관계 전문가와 시민들 의 참여 또한 중요하다. 오페라하우스가 완공되는 그날까지 모두가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부산오페라하우스가 부산을, 나아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이 될 수 있 기를, 무엇보다도 진정으로 부산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완성되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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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리포트 3 | 어반 인스톨레이션(Urban Installation) 1:1 공모전

지방의 한계를 넘지 못한, 그래서 더 아쉬운 <어반 인스톨레이션(Urban Installation) 1:1> 공모전 글 | 전진삼(본지 발행인)

임시 설치를 목표로 한 실물 제작 공모전 ⓦ ‘1:1 공모전’이다. 통상의 대학생(부분적 신진 건축인 포함)을 대상으로 한 아이디어 공모전과 다르게 금번 한국건축가협회 대전건축가회가 주최한 제23회 대전광역시 건축대전은 실물 제작을 전 제로 한 것이 특징이다. 참가자가 선별한 대전 시내 특정 지역에 임시 설치를 목표로 하는 이 공모전은 장소의 문제 인 식과 디자인적 해제의 적절성을 묻고 있다. ⓦ 1:1 공모전의 기획 의도가 전국적으로 흥미를 끌만도 했는데 정작 출품 된 작품의 수는 30개를 넘지 않았다. 응모작 수와 응모자의 면면을 보면 대전, 충남 지역 내 잔치라는 이전까지의 오명 도 벗지 못했다. 성격을 기존 방식과 현저하게 다른, 입상작에 한하여 1:1 실물 설치를 목표로 한다는 점이 호기심을 자 극할 만했음에도 응모자의 반응이 저조하여 주최측이 당혹해 했음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 결과적으로 첫 RED2 공모전에서 심사 위원회(이종건, 전유창, 전진삼)는 대상 수상작 카드를 뽑아 들었다. 주최측은 이 과정을 지켜 보면서 또 한 번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 이유는 뒤에서 밝힌다). 심사 위원회는 본 공모전 기획 의의의 조기 정착과 확 산의 필요성에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2회에 걸쳐 대전을 방문하여 패널과 축소 모형으로만의 평가(예비 심사)가 아닌 1:1 설치물의 평가(본 심사)라는 현장성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심사에 집중하였다. 첫 RED 2 공모전 심사평1) ⓦ 건축은 어쩔 수 없이 도시를 형성하지만, 도시는 소리 없이 건축을 배반한다. 도시와 건축 은 그래서 연속적이면서도 불연속적이다. 건축은 기성의 것들 속에 입지하지만, 그로써 기성의 것들을 때로는 세게/약 하게, 때로는 시끄럽게/소리 없이 흔들기도 하고, 그것들에 묻혀 맥을 못 쓰기도 한다. ⓦ 건축은 여러모로 현존한다. 어 떤 이는 마치 블랙 버드를 본 월리스 스티븐스처럼 건축을 무지개빛보다 더 많은 열 셋의 방도로 상고한다. 조각, 기계, 몸, 풍경, 모형, 아이디어, 정치, 성(과 속), 주체성, 기억 등으로서. 물론 안과 밖, 위와 아래, 경계 혹은 이곳과 저곳의 사이 혹은 접점이나 접선 등 위상 기하학으로도, 기계, 건물, 풍경/대지의 관계로, 혹은 기계, 가구, 건물, 도시 등의 스 케일 뒤집기/섞기 놀이로도, 그리고 그림이나 중력 놀이로도 해석되기도 한다. ⓦ 건축은 무조건 물질로 존재한다. 그 런데 희한하게도, 물리적인 크기가 줄어들면 들수록, 그 농도가 짙어진다. 마치 음악처럼 순수성에 근접한다. 하여, 건 축이라는 다리로써 닿고자 하는, 자본주의로 희미해졌거나 혼탁해졌거나 실종되었거나 두절되었던, 인간의 욕망이 좀 더 극명해진다. RED 2 라는 이름의 프로젝트가 진실로 아름다운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불멸의 욕망, 무한에 이르고자 하는 욕망, 성스럽고자 하는 욕망, 날고자 하는 욕망, 높은 곳에 오르고자 하는 욕망, 땅 속으로 파고들고자 하는 욕망, 끊고자 하는 욕망, 건너고자 하는 욕망, 숨고자 하는 욕망,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 기대고자 하는 욕망, 부상하고자 하

1) 이하 내용은 이종건(심사 위원장, 경기대 교수)이 대표 집필하고 전유창(심사 위원, 아주대 교수)과 전진삼(심사 위원, 본지 발행인)이 일부 보완, 합의된 심사 총평으로, 공모전 주최측에 전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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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욕망, 훔쳐보고자 하는 욕망, 그림이 되고자 하는 욕망, 근사하게 쉬고자 하는 욕망, 그리움을 그립게 하는 욕망 등,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욕망들이 비로소 오롯이 고개를 들고, 그리하여 물질을 오직 그러한 것에 복무토록 닦달한다. 우리는 그러한 순수 건축의 닦달의 끝을 기다리며 오랜만에 저으기 설레었다. 도시와 설치를 잇는 아주 작은 건축에 대 한 주문은 여러모로 즐거운 놀이이기 때문이다. ⓦ 그런데, 아마 ‘세상에서 처음 요구한 진실로 건축적인’ 요구 때문인 지 응모작들은 한결같이 어딘가에 갇혀 다소 갑갑한 결과물들을 내어놓았다. 우리는 그중에서 그나마 덜 갑갑하고, 조 금은 건축적인 몸짓이 묻어난 작품들을 일차로 골랐다. 물리적 한계를 벗어난 것들도 스케일 조정/조절로 살려 낼 수 있 으면 긍정했다. 키치적이지만, 꿈보다 해몽 덕으로 우리의 심금을 건드린 것도 있다. 공간의 생산 주권을 사용자에게 돌 린 것도, 텍토닉에 주목한 것도 제법 좋았다. 시선놀이도 그럭저럭 발전시킬 여지가 있었다. 크게 만족스럽지는 않았지 만, 이럭저럭 적어도 발전시킬 만하다고 판단했다.

마지막 심사는, 인생사가 거의 다 그렇듯, 의외였다. ⓦ 기대했던 버스 정류소 구조물이 모든 측면에서 실망스러웠고, 파편화된 도시 풍경의 의도가 나무 깔기 정도에 그쳤으며, 반영물 구조물은 크기뿐, 효과는 물론이고 모양도 구축 방식 도 나빴다. 각재덩이 조형물은 그나마 사람들이 애용하는 것을 보아 좋았지만, 초기에 비해 별 발전되지 않았다. 크게 기 대를 했던 레디메이드 리싸이클링 공간 사용자 주권 프로젝트는 일차 안에 비해 더 경직되어 많이 아쉬웠다. 전반적으 로 재료와 구축 방식의 활용이 일상적인 인식에 머물러 있었으며, 그 결과 사용자의 감각을 일깨우며 새로운 경험을 제 공하기에는 부족한 작업으로 보여졌다. ⓦ 그에 반하여 우수상인 김선미의 <FOR WE, FOR CITY>는 목구조물의 기본 형식성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규모 제한의 공간 안에서 구조물에 의한 시각적 변주 시도는 이 작품이 지니는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바닥면의 디테일 처리가 미흡한 것이 흠결이나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구조물로 현재화시키고 있는 점이 부 각되었다. ⓦ 대상작으로 선정한 서수성, 이희명의 <URBAN BOUNDARY INTO BUILDING AND OBJECT 2012> 작품은 애초의 우려를 다소 불식시켰다. 단 하나의 모듈로 구축하는 공간의 정치성과 다양성이 훌륭했고, 그로써 그것 을 둘러싼 상황에 유동적으로 대응하는 잠재성이 뛰어났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브랜드 광고와 일상 환경 디자인 간의 빅딜이라는 애초의 작품 아이디어는 여전히 혁신적이고 탁월했다. ⓦ 글 모두에 사족을 다소 길 게 붙인 것은, 일대일 스케일 프로젝트의 기회가 찾아오거든 자본주의로 인해 멀어졌거나 한동안 망각한 순수 건축으로 돌아가, 좀더 자유롭게 혹은 유쾌하게 작업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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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모전의 향후 발전 가능성에 대한 제언2) ⓦ 대전 시내 특정 지역을 선정하고 그 장소에 어울리는 프로그램까지 응 모자가 제안하여 종국엔 1:1 실물 제작을 전제로 한다는 본 공모전의 성격이 여타 지자체 및 단체와 기업이 운영하는 대 학생 및 신진 건축인 대상의 공모전에 비해 참신했던 반면, 패널과 모형의 예비 심사를 통해서 드러난 응모작의 수준은 전반적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전술했듯 이는 사전에 응모작을 검수했던 주최측이 최종 심사 결과에 대하여 반신반의했 던 이유가 된다. ⓦ 문제는 이렇게 진단된다. 응모자 저마다가 대상지 선정에 따른 비판적 시선이 약하다 보니 각각의 장소에 개입시키려는 프로그램이 신선할 리 만무했다. 자연히 응모자가 제시하는 구조물의 형태도 그 영향에서 벗어나 지 못한 채 억지스럽게 표현되었다. 기존 도시를 바라보는 분석적 자세 결여가 자초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 응모자 의 건축 제안에 따른 장소의 재해석 또는 재발견 식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넘쳐나기를 기대한 공모전 주최측의 입장 과는 달리 응모자 개개인의 경우에서는 장소를 통한 문제 제기의 어려움을 피하여 구조물의 파격적(또는 키치적) 디자 인 제안으로 덮으려고 한 양태가 주를 이루었다. 나아가 구조물의 독창성보다는 복제성이 심한 경우도 발견되었다. 대 체로 형태의 조악함 내지는 구조적 기술의 고려를 무시한 채 과도한 또는 과장된 형태 언어에 집착하는 폐단을 노정시 키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었다. ⓦ 3m×3m×3m(가로×세로×높이) 체적의 범위 내에서 주최자가 제시한 제한된 비용(100만 원 선으로 지역 건축 사무소의 자금 및 자문과 기술 지원을 받는 것이 특징)으로 1:1 실물 제작에 임 해야 한다는 공모 요강 지침을 무시한 응모작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지침을 준용하는 것은 공모전에 임하는 기본자세 에 해당되는 것인 바, 금회에 한하여 심사 위원들의 권고로 제작 단계에서 규모 조정을 요구하는 편법을 동원했지만 향 후 응모자들의 주의를 요하는 대목이다.

맺음말 ⓦ 서울 등 대도시 권역에서 본 공모전과 유사한 프로그램의 대학생 워크숍 결과물들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 가 많다.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할 때 금회 공모전의 응모작 접수 결과는 여러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전국적으로 우수 한 인재들이 경합을 벌일 수 있도록 공모전 주최측 입장에서는 기획 단계부터 홍보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 다. 특히 대학생 일변도의 응모자 구성에서 벗어나 신진 건축인들이 대거 참여할 수 있는, 특화된 홍보 방안에 대하여 고심해야 한다. ⓦ 동시에 지방 도시에서 개최하는 공모전의 공간적 제약 요소를 최소화 시킬 수 있는 사전 분석된 대 상지의 자료 제공은 필수다. 금회는 응모자가 스스로 대상지를 선별해야 하는 장치를 전제하여 자율성을 보장한 양상이 었으나, 결과는 타 지역 응모자들의 상대적 열패감을 조장하는 부정적 효과를 드러냈다. 더불어 무엇보다도 주제 설명 은 간단명료할 필요가 있었다. 당연히 지문은 압축적이되 동시에 추상적이면 곤란하다. 즉 응모자가 세계 모처에 있든 공간·지리적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기회의 균등과 보다 선명한 공모 과제 제시의 풍토가 자리잡아야 한다. ⓦ 아울러 예비 심사 결과 통지 후 입상자들에게 주어진 실물 제작까지의 기간도 충분해야 한다. 또한 본 공모전의 특색 중 하나로 기록될 만한, 예비 심사 통과자들에 대하여 지역 내 건축 사무소의 물적, 기술적 지원과 자문, 협력의 체계도 보다 명확 한 매뉴얼 하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 이상과 같은 소소한, 그러나 매우 중요한 내용들이 잘 정리된다면 이 공모전 의 향후 발전 가능성은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 금회 공모전은 주최측의 의욕만큼 신나는 과정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수고한 공모전 주최측 기획자들이 필요 이상으로 위축되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도모한 공모전의 방향성은 신 선했고, 도발적이리만큼 유쾌한 것이었다. 지방이라는 공간적 한계를 극복함과 동시에 전국의 수많은 공모전 중에서 자 기 성격을 공고히 하기까지 ‘절대 시간’도 요구된다 할 것이다. 공모전 운영 전반에 대한 폭넓은 리뷰를 통해 충분히 지 금의 한계 상황을 극복해 내리라 믿고 싶다. ⓦ

2) 예비 심사를 마치고 작성한, 공모전 기획 내용과 출품작 전반을 아우르는 필자 개인의 강평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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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리포트 4 | 기고

MORE THAN GREEN 프로젝트 : 지속가능성은 ‘그린’ 그 이상이다 글|이반 카프데빌라+빈센트 이보라(Iván Capdevila+Vicente Iborra, PLAYstudio, Spain) 번역|김정은(WIDE beam 실장)

More Than Green은 PLAYstudio(Iván Capdevila+Vicente Iborra)와 김정인이 주도한 프로젝트로 스페인에서 열린 제8회 Iberian‐American Biennial of Architecture and Urbanism에서 발표된 바 있다. 본지는 이 유럽 건축팀의 프로젝트를 통해 그들이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이해하고 고민하는지, 지속가능성을 위해 어떠한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를 짧게 들여다본다. 기고문의 청탁과 접수는 박인수 편집 위원의 도움이 있었음을 밝힌다.(편집자 주)

“지속가능한 개발이란, 미래 세대의 욕구 충족 능력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현재의 요구를 충족하는 개발이다.”1) 우리는 이 사실을 알고 있지 않은가? ⓦ 이 정의가 등장한 순간부터, 지속가능성의 이슈는 유행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가 능성에 대한) 인식은 이러한 단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는 심지어 16세기로 돌아가서 에티 엔느 드라 보에티(Étienne de la Boétie, 1549)를 언급할 수 있다. 어쨌든 좀더 최근에는 우리 도시의 지속가능한 개발과 천 연 자연과의 조화에 관해 폭넓게 연구한 저자들도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엘리제 르클뤼(Elisée Reclus, 1895), 패트릭 게데스 (Patrick Geddes, 1923), 프레더릭 소디(Frederick Soddy, 1921), 루이스 멈포드(Lewis Mumford, 1956), 크리스토퍼 알렉 산더(Christopher Alexander, 1965), 유진 P. 오덤(Eugene P.Odum, 1969), 이반 일리치(Ivan Illich, 1973), 로이 라파포트 (Roy A. Rappaport, 1977) 혹은 머레이 북친(Murray Bookchin, 1984)을 기억한다. 현재의 상황에서 진보한 새로운 건축의 리더로서, 1950~60년대 벅민스터 플러(Buckminster Fuller), 요나 프리드만(Yona Friedman) 혹은 프라이 오토(Frei Otto) 의 건축 작업은 특별히 언급되어야 한다. ‘환경 문제’를 최초로 고려하기 시작한 때는 1972년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인간 환경 회의에서이다. 정치가들은 그때부터 거의 매년 우리의 미래에 관한 토론을 벌였다. 그 가운데 스톡홀름(1972), 제네바(1979), 몬트리올(1987), 리우 데 자네이로(1992), 알보그(Aälborg, 1994), 교토(1996), 헤이그(2000), 코펜하겐(2009), 혹은 더반(2011)을 강조할 수 있다. ⓦ 그리고, 그들은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 협약, 선언, 헌장, 가이드…. 그리고 아무것도 없었다. 그 가운데 실질적인 협정은 부재했다. 그 사이 에 우리는 계속해서 지구를 오염시켰고, 온난화를 가속화했으며, 천연자원을 못쓰게 만들었다. 이 모든 것들은 가까운 미래에 사막화와 기근 등으로 우리를 인도할 것이다. 우리는 이 또한 알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 사실, 2007년 처음으로 세계 인구의 절반이 도시에 살게 됐다. 이들은 지구의 천연 자원의 80% 이상을 소비한다. 그들은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인 이산화탄소 배출에 75~80%의 책임이 있고, 거대한 싸움이 도시의 영토에서 일어날 수 있다. 우리의 도 시는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우리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 오늘날 중국은, 절대적 기준으로 말한다면, 더 오염된 국가이다. 중국은 온실가스의 16.4%를 배출한다. 그러나 이것은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국가이며, 동시에 가장 큰 수출국이라는 점으 로 볼 때 삐딱한 해석이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이 다른 나라에서 소비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1인당 배출량 2) 을 고려한다면, 좀더 현실적인 해석이 될 것이다. 즉 천연자원의 소비자를 가려낸다면, 우리는 미국이 오스트레일리 아와 함께 각각 18T로 순위를 이끌고 있음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그러나, 똑같은 목록에서, 한국은 놀랍게도 6위(12T)를 차 지하는 반면, 일본은 8위(9T) 그리고 중국은 14위(6T)를 차지한다.3) 놀랍지 않은가? 그러나 훨씬 나쁜 것은, 미국은 전체의 28.8%를 차지하며 역사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 목록을 주도하고 있다.4) 그리고 우리는 미국의 도시와 경제적 모델을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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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옮겨 쓰고 있으며, 그 환경적 문제까지도 모방하고 있음이 명확하다. 이에 반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겉보기에는, ‘녹색’이 우리의 죄로부터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는 인식이 폭넓게 퍼져 있다. 심지어 우리는 백지위임장과 다름없는 LEED, BREEAM 혹은 CASBEE 5) 라는 객관적 방법으로 우리의 ‘선(goodness)’ 을 측정한다. 이것들은 우리에게 미래의 끝없는 소비와 개발의 보증으로서 ‘녹색’과 소위 ‘소비 제로’를 돋보이게 한다. ⓦ 위 선적으로, 우리는 이것을 가능성으로 보기를 원한다. 우리의 정부는 그들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인증’해 주는, 소위 전문가에 게 많은 돈을 지불한다. 그리고 분명 녹색의 관점에서 출발한다. 다소 보완이 필요한 특정 사기업도 동일하게 해당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것이 있으며, 그것은 우리의 미래에 좀더 결정적일 것이다. 브라이언 에드워 즈(Brian Edwards)가 『지속가능성에 대한 개략적 안내서(Rough Guide to Sustainability)』에서 새로운 것의 효율성보다는 기존의 것의 개선을 이미 이야기한 바 있다. 이 주제의 진정한 ‘전문가들’이 재사용, 재생, 재활용, 절감(Reuse, Rehabilitate, Recycle and Reduce)의 4R 정책으로 방어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사실 남아 있는 것들은 정말로 ‘지속가능하지 않다.’ 과연 새로움 의 요체는 무엇인가? More Than Green은 도시가 문제의 일부가 아닌, 해결책의 일부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 이러한 관점에서 드디어 정치 가들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지 못함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믿음을 전문가들과 공유할 수 있다. 사실 원인은 외부에 있 다. 우리의 경제 모델뿐만 아니라 현재의 사회적 습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성은 폭넓게 이해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공유되고 있다. 이제 좀더 환경친화적으로 행동해야 할 시점이다. 지속가능성은 4가지 다른 관점에서 이해되어야만 한다.6) ⓦ 첫째, 환경적 지속가능성은 천연자원과 수단을 합리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촉진하는 방법이다. ⓦ 둘째, 사회적 지속가능성은 사회적인 상호 작용과 공공 공간을 공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주의에 반해서 좀더 집단적인 삶의 모델을 촉진하는 것이다. ⓦ 셋째, 경제적 지속가능성은 경제적 자원을 합리적으로 이용하고 경제적 자본 내에서 자연을 고려하는 것을 촉진하는 것이 다. ⓦ 마지막으로 문화적 지속가능성은 기존의 것에서 배우고, 각 사회의 정체성과 문화적 가치를 인식하고 추정하는 것에 서 출발하는 새로움을 촉진하는 것이다. More Than Green 은 녹색을 넘어, 열린 자세로 사회적ㆍ경제적ㆍ환경적ㆍ문화적으로 지속가능성을 이해하기 위해 애쓴다. 건축, 예술, 기술,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치 등 각기 다른 작업 영역으로부터 말이다. ⓦ 각각의 지속가능성은 독립적인 개체 로 작동해야만 한다. 가장 좋은 것은 그들 모두 환경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서로에게 미치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가나 공공 기술자와 같이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리는 모든 사람들은 어떠한가? 투표를 하고 미래를 결정하는 전체 사회는 어떠한가? 새로운 정책은 전체적인 사회의 자각을 만들어 내는 것의 필요성에 대해 말한다. 다원화된 전략이 시도되지만 여전히 성공적 이지 못하다. 적어도 정보의 60%가 인터넷을 통해 전송되는 선진국의 정부는 결론적으로 이를 발견한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학계에서도 지식을 전송하기 위한 디지털 플랫폼을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위키피디아, 블로그 등). ⓦ 우리의 사회는 잘 정보 화되었고, 이를 자랑하고 있다. 비판적인 자각은 어떤 사회에서도 인적 개발을 위해 필요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소통의 극단적 인 문제점이 있다. 우리는 정부가 이러한 당대의 도구를 지속가능한 아이디어를 전송하기 위해 사용하지만, 불행하게도 접근 불가능한 형식을 사용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우리는 직접적인 이미지, 비디오, 압축된 텍스트(트위터, 페이스북, 유투브 등)에 유리하도록 거대한 이론이 삽시간에 사라지는 곳에서 살고 있다. ⓦ 이것이 의사소통하는 방법이다.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고, 우리는 이로부터 배워야만 한다.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사용한 몇 가지 예는, 단지 지속가능성의 ‘녹색’ 이해에만 초

1) 그로 할렘 브룬틀란(Gro Harlem Brundtland)이 이끄는 위원회에서 처음 쓴 표현이다. 『우리의 공통의 미래에 대한 보고서(Report on Our Common Future)』 (1987~1988). 유엔. 2) 사람들이 연간 방출하는 총 이산화탄소를 톤으로 환산한 수. 이는 생산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소비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도 계산한다. 이는 대부분 의 선진국들이 그들의 공장이나 산업을 제3세계 혹은 개발도상국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꼭 고려되어야 한다. 3) 출처 :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2010. 4) 출처 : 국제에너지기구, 1850~2007년 자료. 5) 요즘 가장 인기 있는 환경 평가 방법들이다. CASBEE는 특히 일본에서 인기 있다. 6) 이러한 이해는 펠릭스 가타리(Felix Guattari)의 ‘세 개의 생태학들(Three Ecologies)’ 이론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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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을 맞추고 있다. 결론적으로 그것들은 유행이 지났다. ⓦ 다른 한편, 교육자로서 우리는 교육을 하고 사람들이 사례를 통해 자각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완벽하게 알고 있다. 게다가 메시지의 수용기가 됨으로써 영향력 있고 유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을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경우, 전체로서 사회는 당신이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만약 정책이 이러한 방식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이상하고, 혼란스러우며, 비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하지 못할 것이다. More Than Green 은 사회 전체가 명확하고 접근가능한 언어와, 좋은 사례를 통해 좋은 실무를 설명하기 위해 멀티미디어 콘 텐츠를 활용하는 데 분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More Than Green프로젝트는 격렬한 분노와 분개에서 탄생했다. 왜냐하면 미래의 정치적인 현실과 현재 사회의 현실 사이에 커다란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More Than Green는 아직까지 ‘최선’이 남 아 있다는 신념 뿐만 아니라 열정과 낙관주의로부터 제안을 개발한다. ⓦ 우리에게는 여전히 시간이 남아 있다. 다른 이들이 하는 좋은 일들에서 배우기 위해 일시적으로 중지하고 있다. 이것이 More Than Green이 원하고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 이반 카프데빌라(Iván Capdevila Castellanos) BArch, MArch, PDipArch, DAS. 1978년 스페인 생. 그는 스스로를 미지의 것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 창조와 혁신을 위한 절대적인 사랑을 가진 사람으로 설명한다. 이러한 태도는 런던 바틀렛 스쿨(피터 쿡의 지도)과 스페인 알리칸테 대학교[호세 마리 아 토레스 나달( Jose Maria Torres Nadal)의 영향]를 다니면서 형성된 것이다. 그는 2007년 알리칸테 대학교 교수를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또한 스페 인, 영국,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생활하며 건축 디자인을 가르쳐 왔다. 빈센트 이보라와 함께 플레이스튜디오(http://www.playstudio.es) 와 More Than Green project(http://www.morethangreen.es)의 창립 멤버로서 50여 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디자인했고, 여러 잡지와 신문에 작업이 실리기도 했다. 또한 런던, 비엔나, 마드리드, 로마 혹은 아테네 등지에서 전시를 가진 바 있고, 강의 및 컨퍼런스 등도 꾸준히 수행해 왔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실무, 교육, 연구 등 세 가지 영역 안에서 이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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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eye | 전시

건축 사진가들, 다시 출발선에 서다 <건축도시기행>전, 2012년 10월 26일~11월 21일, Gallery MOA 글 | 정귀원(본지 편집장)

ⓦ 건축 사진은 무엇인가. 건축물을 찍기 때문에 건축 사진인가. 아니면 건축가의 컨셉트를 시각적으로 표현해 주는 것 이 건축 사진인가. 그런데, 과연 건축 사진이란 장르가 있기는 한 건가. ⓦ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포츠 사진가, 패션 사 진가, 과학 사진가, 천체 사진가처럼 전문성이 강조된 건축 사진가 또한 분명히 하나의 장르로서 존재한다. 실제로 우리 나라에도 지난 40여 년 동안 건축과 도시를 사각의 프레임에 담아 온 건축 사진가들이 있다. 대부분이 건축가 혹은 건 축 잡지사로부터 의뢰를 받아 작업해 오거나, 건축과 도시의 기록자로서 개인 작업을 해 온 이들이다. 하지만 짧지 않 은 역사에 비해 이들의 존재감은 부각되고 있지 못하고, 작업의 내용 또한 뚜렷한 개성을 담거나 해석의 여지를 보여 주 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반면, 시각 예술 안에서 애호가들은 언제나 바라보는 관점을 바꿀 수 있고, 관점의 다양성에 대 한 기대를 결코 저버리지 않는다. ⓦ 지난 10월 26일부터 11월 21일까지 헤이리 아트밸리에 위치한 Gallery MOA(관장 이양호)에서 <건축도시기행> 사 진전이 열렸다. 본지가 후원한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건축 사진가 17인이 건축과 도시를 테마로 촬영한 작품 들을 각각 2회(전반부 10월 26일~11월 9일 건축 테마전, 후반부 11월 9일~11월 21일 도시 테마전)에 걸쳐 선보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 참여 작가는 김태오, 김재윤, 남궁선, 윤재혁, 유현민, 이재성, 최충욱, 신경남, 진효숙, 이인미, 윤준환, 박영채, 박재영, 조명환, 김철현, 김재경, 염승훈 등, 현업에서 혹은 개인적으로 사진 작업을 하며 건축과 도시 를 기록해 온, 길게는 30년, 짧게는 10년 안팎의 경력을 지닌 이들이다. ⓦ “한국 건축 사진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아 그 지점이 어딘지 알고, 그 발전의 계기를 위해 광장으로 나가려고 한다”는 기획 의도(기획자 김재경)대로 이번 전시는 단순히 사진 작업을 보여 주는 데 그치지 않았다. 전시 내용들을 단행본(건축도시기행—한국 건축 사진가들, 시공문화 사)으로 엮거나 별도의 세미나를 개최하여 건축 사진의 이슈를 이끌어 내려고 시도하였는데, 아마도 이 전시가 가지는 또 다른 의의일 것이다. ⓦ 도시 테마전이 시작된 11월 9일, 헤이리의 Gallery MOA 전시장 안은 한국 건축 사진의 현주소와 미래를 논하는 열 기로 가득찼다. <건축도시기행>전의 일환으로 진행된 세미나 자리였다. 이날 세미나에는 사진 작가이자 평론가인 진동 선(현대사진연구소 소장) 씨와 건축가 나은중(본지 자문 위원, NAMELESS 공동 대표) 씨가 패널로 참석하였고, 6인의 전시 작가가 발제자로 나섰다. 발제의 내용은 주로 작업의 주제와 프로세스에 관한 것이었지만, 토론은 건축 사진과 건 축 사진가가 가지는 의미와 딜레마를 들여다 보는 것으로 진행이 되었다. ⓦ 우선, 진동선 씨는 “발제자들의 용어가 상 당히 지엽적이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건축 사진가들이 건축이란 대상 앞에 섰을 때에는 사진 행위 안에서 건축의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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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도 따라와 줘야 한다는 것이다.(이를테면 모더니즘이나 포스트 모더니즘 안 에서의 언어들) 또 시각 예술과 공유하고 있는 용어가 적은 것에도 아쉬움을 드 러내며, 오히려 파사드나 타이포, 토포처럼 건축에서 나온 현대 사진의 용어들 을 건축 사진이 장악하고 있지 못하는 게 의문이라고 말했다. ⓦ 이에 “많이 보 고 듣는 용어지만 내 것이 아닌 것 같아서”라는 어느 건축 사진가의 해명과 함 께 건축 사진 교육이 부재하다는 현실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건축 사진가 대 부분은 “건축 사진에 관한한 특별한 고등교육의 수혜자가 아닌 자생적, 자구적 교육 프로그램으로부터 출발”(전진삼, 건축도시기행 서문)했고, 이후에도 별도 의 교육 환경이나,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가지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나는 과연 사진가인가,라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는 한 건축 사진가의 고백처럼, 대 부분의 작업이 상업 사진에 가까운 건축 사진가들 스스로가 위축되었던 것도 사 실이다. 당일 참여 작가로 세미나 현장에 있었던 김철현(경민대 교수) 씨는 “용 어는 금방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숙제로 남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 렵더라도 후배들에게 건축 사진을 위한 교육의 장을 넓혀 주는 게 필요하다”라 고 힘주어 말했다.

ⓦ 기록으로서의 작품, 크리에이티브적 요소가 가미된 작품, 그리고 건축가의 컨셉트가 반영된 지극히 상업적인 작품 등 개인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인 이 번 전시에서는 사진가의 고집과 관점을 드러낸 사진들이 무엇보다도 관객의 시 선을 사로잡았다. 다음은 발제자들의 발표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 본 것이다. 박영채 : 주택 2제와 광화문의 스카이라인을 소재로 한 작업이다. 우선, 자연을 배경으로 자리잡은 사 진 속의 두 집은 각각 자연 앞에서 건축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를 묻고 있다. 나의 작업은 그것을 이 미지로 드러내는 작업이며, 이로써 사진의 역할은 또 어디까지인가를 되묻고 있다. 도시 사진 <스카 이라인>은 건축물의 생성과 소멸로 늘 변화하는 도시의 스카이라인과, 쉽게 변하지 않는 산의 스카이 라인을 속도감 있게 포착하여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 서울을 표현하고자 했다. 최충욱 : 건축 잡지사의 기자, 에디터의 시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으며, 사람과 공간의 관계에 주 목하고 있다. 그래서 공간을 담은 사진 속에는 스케일이나 행위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고, 소소 한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이인미 : 건축과 도시를 주제로 4개의 시리즈—시티스케이프(Cityscape), 어너더 프레임(Another Frame), 캠프 하야리야, 영도 브릿지- 작업을 해 오고 있다. 도시 작업은 대부분 내가 속해 있는 부산 을 대상으로 한다. 초현실주의를 연상케 하는 초고층 건물들과 그 아래의 일상에 초점을 맞추기도 하 고, 프레임을 통해 일상적 장면을 낯설게 만들기도 하면서, 또 사라져 가는 도시의 한 부분을 순수하 게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면서, 있는 그대로 묵묵히 투영된 도시 부산의 사진들이 누구든 자신이 살고 있는 장소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이다. 조명환 : 양서류의 시각이란 타이틀로 도시와 문명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인간은 과연 물을 떠나서 살 수 있는가. 물에서 탄생한 생명체가 진화하여 육지로 올라오고 또 그 생명체 중 인류라는 종이 뭍 의 지배자가 되어 문명을 이루는 긴 시간의 과정을, 물에서 태어나서 아가미 호흡을 하다가 성체가 되면 허파 호흡을 하며 육지에서 생을 마감하는 양서류의 짧은 생애에 함축시킨 개념이다. 절반은 물 을 걸치고 나머지 절반은 도시를 바라보는 모습으로 작업을 했으며, 대략 70일 동안 세계의 주요 도 시를 돌며 촬영을 진행했다. 2010년도에 처음으로 부산 해안선 곳곳을 다니면서 부산의 모습을 일차 적으로 작업했는데, 몇몇 분들이 좀더 공감대가 형성되는 작업이면 어떻겠느냐고 해서 누구나 알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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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욱, Roof, 30×20inch, Digital C-Print, 2009년.

박영채, Skyline01, 10×8inch, Digital C-Print, 2012년.


한 상징물을 가진 도시를 찾아 찍기 시작한 것이다. 부산의 해운대, 뉴욕 맨하탄, 베이징 올림픽 주 경기장(경기장 주변의 인공 하천에서 찍은 것),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아테네 포세이돈 신전, 홍 콩 등을 바라보는 양서류의 시선은 물 속에서 문명이 솟아오른 것 같기도 하고 물 속으로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남궁선 : 나의 작업은 건축 디테일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보통 건물 외관이나 공간을 찍지만, 찍 을 수록 디테일에 대한 고민은 늘어난다. 헬렌 비넷이 찍은 피터 줌터의 발스 온천 사진은 내가 생각 하고 있던 건축 사진의 틀을 바꿔놨다. 그 전에는 구조가 만나서 이루는 공간을 주로 담았다면, 지금 은 재료에 의해 구성되는 공간의 느낌과 경험을 전하는 데 관심을 가지게 됐다. 김재경 : 첫 번째 사진은 건축의 상징성에 관한 이야기로 꼴라주한 사진이다. 배경 사진과 전면에 나 선 사진이 충돌하기를 바랐고, 풍자를 의도했다. 참고적으로 뒤에 보이는 사진은 필름없이 인화지 에 찍은 것으로 일종의 캘로타입이다. 도시가 확장되면서 도시 근교에 마구 생겨난 ‘건축가 없는 건 축’을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라는 관점에서 바라봤다. 두 번째 사진은 도시 주거에 대한 이야기이 다. 안양 덕천 마을의 주거에 대한 기록으로, 건축 사진가에겐 사물로서의 집을 자료로 남기는, 기 록의 능력이 있다.

ⓦ 특히 조명환 씨의 작업은 이날 패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마치 양서 류처럼 물 속에서 다양한 도시를 촬영한 그의 작업은 “대단한 수준작으로 희망 을 엿볼 수 있다. 노력, 시각, 열정, 철학의 측면에서 글로벌한 작품이다”(진동 선), “한국의 현대 건축 사진 분야는 과연 해석을 하고 있는가, 자기 컨셉을 이 야기하는 작가들이 얼마나 되는가, 란 의문을 해소시켜 준 작업이다. 이것은 건 축 사진가들이 자기 영역을 구축하는 방법일 수 있다”(나은중)라는 평을 패널 들로부터 들었다. ⓦ 또한 그들은 조명환 씨의 작업이 기존의 건축 사진 영역의 바깥, 그러니까 아트워트 안에서 이루어졌고, 클라이언트의 커미션 없이 순전 히 사진가의 개인 작업으로 완성됐다는 사실에 더욱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러나 건축 사진가가 자신의 작품을 다른 건축주나 건축가들에게 어필하지 않는 것에 대해선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카테고리로서 향후 건축 사진에 또 다른 도약을 가져다 줄 것이라 기대한다. 그런데, 사진가는 이처럼 새로운 비전 을 보여 주고 더 큰 영역을 확보할 수 있는 작업들을 선보이는 게 중요하다. 개 인의 작업, 개인의 전시로 그칠 게 아니라, 그렇게 해서 건축 사진가들의 역량을 알릴 필요가 있다.”(진동선)

ⓦ 다른 한편, 현실적으로 건축 사진가들이 자신의 작업을 어필하지 못하는 까 닭으로 김철현 씨는 사회 문화적인 이유를 들었다. 한국 사회, 특히 건축 사회 에 전문가를 인정하는 풍토가 형성되지 못하고, 오히려 전문성보다는 네임밸류 에 연연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는 것. 그러고 보면 건축 사진가들에게 가장 나 쁜 것을 요구하는 클라이언트가 건축가와 건축 잡지 아닐까, 싶다. “작가에게서 무한대의 서비스 정신을 요구”(전진삼, 상기 책)하거나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진을 위해 사진가로부터 해석의 자유를 애초부터 박탈하는 클라이언트, 심지 어 앵글과 구도까지 잡아 주는 친절(?)한 건축가가 있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도 않다. 건축 사진가들이 “그에 맞서서 작업을 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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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미, Dadaedong02, 80×120cm, Archival Pigment Print, 2009년.

조명환, EMPHYBIOUS EYE PROJECT Hongkong 01, 90×5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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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가?”(전진삼, 상기 책) 이에 대해 나은중 씨는 “건축가와 사진가 사이에 시너 지가 발생할 수 있는 지점은 두 장르의 자율성이 확보된 바로 그 지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 참으로 척박하고 도무지 나아질 것 같지 않는 건축 사진계임에도 불구하고, 사진 평론가의 다음과 같은 응원의 메시지는 건축 사진가들에게 희망을 갖게 한 다. “한국 사진계도 너무 힘들었다. 1990년대 후반까지 막막했다. 우리끼리 전 시하고 우리끼리 한탄하고….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았고, 방법론을 모색하던 중 가나아트를 만났다. 가나아트와 6년 동안 콜렉터들을 설득시키고 우리 수준 을 알리는 작업을 해 나갔다. 그런 와중에 2005년 엘튼 존이 배병우 작가의 금 강산 소나무 대작을 샀다. 이후 한국 사진계는 크게 성장했고, 지금은 1억을 호 가하는 작품을 보게 됐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엘튼 존의 사진 구입 이전에 사 진가들 스스로 꾸준히 물을 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지속적 으로 보여 주고 교육하고 설득시킨다면, 또 옆에서 칭찬하고 격려해 주면서 건 축 사진 환경을 함께 만들어 나간다면 가랑비에 옷 젖듯이 한국 건축 사진도 조 금씩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 희망적인 얘기가 오가는 중에 카셀 도 큐멘타 같은 사진가들의 축제의 장이 제안되기도 했다. 기록 사진도 좋고 아트 워크도 좋으니 주기적으로 건축 사진 도큐멘타를 개최하여 스스로 목표 의식도 고취시키고 홍보도 하고, 또 외국 건축 사진가들과 교류도 하자는 것이다. 이에 Gallery MOA의 설계자 우경국 선생은 내년이라도 커뮤니티하우스를 빌려서 사진 축제를 연다면 적극 돕겠노라고 즉석에서 공표하였다.

ⓦ 비록 유명무실하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한국건축사진가협회란 게 존재한다. 자기 앞가림 하기도 벅찬 데다가 혼자 작업하는 건축 사진가들의 특성 때문에, 그래서 “연대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이 협회는 그동안 별다른 활 동을 해 오지 못했다. 좀더 폭넓은 건축 사진 영역을 포함하고자 했던 이번 전시 도 협회 차원의 움직임은 아니었다. 그러나 전시 참여 사진가 대부분은 적어도 자신들의 생각을 보여 주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였고, 협회를 중심으로 건축 사진 교육과 홍보 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전 시 참여자로서, 기획자를 도와 <건축도시기행>전을 진행한 최충욱 씨는 “상업 편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현시점의 한국 건축 사진가들이 조금이나마 작가적 정신을 고수하고자 하는 의지를 외부에 표출하기 시작한 것으로 본다. 그런 측 면에서 이 전시는 한국 건축사와 사진사에서 분명 긍정정인 평가를 받게 될 것 으로 보인다”라고 조심스럽게 관측했다. 물론 건축 사진가 스스로 성장하는 것 도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개인의 노력으로 판을 키우고 입지를 굳히고 건축 사 진가의 위상을 높이려고 애쓰는 사진가들이 있다. 그러나 보다 더 넓은 지평을 위해서는 “벽돌 한 장 올리는 마음”으로 함께 꾸려 나가는 일 또한 필요할 것이 다. “그러다가 일정한 시기에 도달하면 사진가로서 그 또한 행복한 말년에 이를 수 있을 것이기에.”(전진삼, 상기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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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안양7동(덕천마을)—016, 119×85cm, Archival Pigment Print, 2010년.

남궁선, Han River, 100×42cm, Archival Pigment Print,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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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삼의 FOOTPRINT 09 이 란은 본지 전진삼 발행인의 ‘공적/사

계 선후배들이 온라인상에서 의기투합하

된 이날 세미나에서 ‘철학도 건축도 불만

적’ 기록의 장으로 구성된다. 현장성에

여 구성한 <골목을 보다> 탐사팀과 중구

족스럽다’며 포문을 연 김 교수는 건축과

바탕을 둔, 건축계 이슈와 개인의 동선

청 앞 ‘카페 팟알’에서 합류, 인근 중국집

철학이 교차하는 지점에 대한 논점을 통

이 이뤄 내는 건축과 문화판의 지형도를

으로 자리를 옮겨 함께 저녁을 나누며 이

해 초월, 포월, 소외, 소내의 미학에 대하

전달하게 될 것이다. 또한 본지 편집위

야기꽃을 피웠다.

여 설명했다. 자본과 권력의 바깥은 존재

원들의 ‘공적 동선’이 박스 기사로 제공

 9월 12일 (수)  저녁 7시, 제71차 땅

하지 않으며, 따라서 철학적·개념적 관

되어 한층 강화된 뉴스 지면으로서 독자

집사향이 서울 신당동 그림건축 내 안방

점에서 자본에 저항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들을 찾아가게 된다.

마루에서 열렸다.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규정한 그는 그것들에 선을 긋기보다는

3>, New POwer ARchitect 21번째 작가

자기 자신을 적극적으로 대입시킬 줄 알

로 AnLstudio의 안기현, 이민수 씨가 초

아야 한다고 강론했다. 도시와 건축에 관

대되어 최근 완공한 소형주택 <몽당>과

하여는 공간적 소내, 즉 함께 섞일 수 있

세운상가 내 아파트 입주세대 리모델링

는 건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건물 하나

<비당>을 중심으로 발표했다.(본문 ‘New

하나가 아닌 관계의 관점에 주목해야 한

 9월 8일 (토)  오후 3시, 와이드SA

POwer ARchitect’ 안기현, 이민수의 글

다고 말했다.

저널리즘워크숍 여덟 번째 강의가 있는

참조)

 9월 18일 (화)  오후 3시, 서울 지하

날이다. 교육 장소는 인천 배다리 스페이

 9월 13일 (목)  저녁 7시, 서울 강

철 3호선 경복궁역 1번 출구 앞, 목천빌딩

스 빔. 격월간 <시각> 편집 주간이자 미술

남 신사동 원도시건축 지하 소강당. 2012

7층에 위치한 목천김정식문화재단을 방

기획자며, 토건 행정에 맞서서 배다리역

원도시아카데미세미나 첫 시간이다. 올해

문하여 김미현 사무국장과 만났다. 12월

사문화마을 공동체의 구현을 위해 수년째

의 대주제는 ‘건축, 세상과의 대화’로 철

초순, 1992년 4.3그룹의 출정을 알리는

한 자리를 지켜 오고 있는 민운기 선생이

학자, 영화감독, 건축가의 시선을 모아 보

전시회로부터 정확히 20주년 되는 시기

오늘의 강사. 이 날은 행동하는 지식인으

는 기획이다. 9월 첫 강좌는 김진석(인하

에 ‘전환기의 한국 건축과 4.3그룹’의 대

로서 그의 성장사를 듣는 기획이었다. 오

대 철학과) 교수를 초대하여 ‘철학자가 말

주제 하에 재단 산하의 목천건축아카이브

후 5시 조금 지나 수업을 마친 일행은 김

하는 건축세상’에 대하여 듣는 시간. 박

와 현대건축연구회 회원들이 주관하는 기

란기 선생을 주축으로 건축, 디자인, 문화

진호(인하대 건축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

념 심포지엄 및 전시 행사 준비 상황을 듣

9월

고 실행 관련 자문 및 상호 업무 협약을 논 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본지는 본 행사의 미디어 후원사로 참여하게 된다.  9월 18일 (화)  저녁 6시, 시공문화 사 저자 클럽 모임이 서대문구 현저동 주 점에서 열렸다. 이종건(경기대)교수, 장 정제(숙명여대) 교수와 김기현(시공문화 사) 대표가 함께 자리했다.  9월 20일 (목)  오후 1시 30분, 이화 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제12회 김옥길기 념강좌가 개최되었다. 이화여자대학교 공 학융합연구원 주관 하에 치러진 이날 행 사는 ‘건축의 지역성을 다시 생각한다’는 대주제 하에 승효상(한국), 니시자와 류 에(일본), 왕슈(중국) 3인의 건축가가 초 대되어 각자 건축 주제 발표와 질의응답 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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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0 | Wide Architecture Report 30 | 2012.11-12

전진삼의 FOOTPRINT 09  9월 25일 (화)  저녁 6시, 제1회 아

가로 참가하고 귀국한 터였다. 그의 주된

진) 대표, 최삼영(가와건축, 사진)대표를

이콘파티(ICON PARTY, 사진)를 개최

관심사인 ‘영화적 건축’을 화제로 1시간

만났다. 이들은 12월 12일 같은 장소에

여 대화했다.

서 ‘이가최가 드로잉전’을 여는데 그 사전

 10월 5일 (금)  낮 12시, 제23회 대

모임이었다. 1980년대 중후반 김수근 선

전광역시 건축대전 예비 심사를 위해 대

생의 공간연구소에서 만난 이들은 사내에

전대 입구 음식점에서 관계자들을 만났

서도 그림과 문학적 소양이 남달랐다. 최

다. 금번 심사는 이종건(경기대) 교수,

근 활발한 페이스북 드로잉 게시로 일명

전유창(아주대) 교수가 함께 했으며, 대

페북작가로도 불리는 이 대표와 헤이리에

전광역시건축가회가 주관하는 이 공모전

서 갤러리 소소를 운영하는 부인과 더불

의 주제는 ‘Urban Installation’. 1:1 실

어 미술판에 발을 얹어 놓은 최 대표는 일

물 제작을 특색으로 한다. 입상작은 대전

찍부터 그림과 사진에 뛰어난 재능을 보

광역시 엑스포시민광장 내 무빙쉘터에서

여 왔다. 그들이 대 후반의 중견 건축가

하였다. 인천 배다리 스페이스 빔(옛 인

개최되는 2012 대한민국건축대전 출품작

가 되어 일상에 시선을 둔 드로잉을 통

천양조장 건물) 고두밥실에서 열린 이날

들과 동시에 전시된다.(본문 ‘와이드 RE-

해 건축가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관조,

의 행사는 인천 건축, 미술, 디자인, 도

PORT’ 전진삼의 글 참조)

관찰하며 건축의 의미를 새기는가를 보여

시 전문가들의 컨퍼런스 파티의 형식을

 10월 8일 (월)  오전 10시 30분, 서울

주게 된다.

갖추고, 6팀의 작가들이 각 20분씩 할당

 10월 8일 (월)  저녁 7시, 제4회 NES

된 시간 내에 최근의 작업을 소개하는 시

사랑 건축영화스터디클럽 모임에 참석했

간으로 마련되었다. 오섬훈(어반엑스) 대

다. 서교동 NES코리아 3층 NES사랑에서

표, 홍덕기+장익수(DN hAUs) 소장, 권

격월 짝수 달 첫 주에 개최되는 이 행사는

형표+김순주(BAU건축) 공동 대표, 황순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장소가 협소하

우(바인건축) 대표, 이윤정(현일건축) 대

여 선착순 30명으로 참가자를 제한한다.

표, 안기현+이민수(AnLstudio) 공동 대

강병국(동우건축) 소장이 진행하는 이 클

표가 연사로 참여했다. 참가자들 공히 인

럽의 네 번째 상영작은 M. 카소비츠 감

천 내에 프로젝트를 성사시킨 경험이 있

독의 <증오>. 도시에 쏟아 내는 젊은이들

는 건축가들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본

의 분노를 담은 작품이다. 다음 모임은 12

문 ‘와이드 REPORT’ 전진삼의 글 참조)

월 3일(월) 저녁 7시며, 11월 넷째 주 네

 9월 27일 (수)  오전 10시, 제8차 편

이버카페 <와이드AR> 게시판을 통해 참

집 위원회의가 본지 편집실에서 열렸다.

마포구 서교동 가와건축 1층 카페 소소에서

가자를 선착순 모집한다.(참가비 : 무료)

박인수(파크이즈건축) 대표, 최상기(서울

건축가 이관직(비욘드스페이스건축, 사

 10월 11일 (목)  저녁 7시, 원도시아

시립대) 교수, 최춘웅(고려대) 교수가 참 석했다. 공식적인 회의 이후 편집실 인근 에 건립 중인 김인철, 황두진 씨 작업의 근 생 건물을 함께 둘러보았다.

10월  10월 4일 (목)  오후 3시, 박진택 씨 가 본지 편집실을 찾아 주었다. 2012베니

카데미세미나 10월 강좌를 진행했다. 영

스비엔날레 국제 건축전 한국관 초대 작

화감독 정재은이 말하는 건축 세상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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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0 | Wide Architecture Report 30 | 2012.11-12

전진삼의 FOOTPRINT 09 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사진)이다. ‘건축,

작의 전시는 11월 2일(금) 인천종합문화

세상과의 대화’ 두 번째 시간. 정 감독은

예술회관 전시장에서 개막하는 인천건축

올 한해 극장과 건축판을 뜨겁게 달군 건

문화제 여타 기성 작가들의 출품작과 함

축다큐멘터리 영화 <말하는 건축가> 작업

께 전시된다.

의 전후 과정과 영화감독의 사회적 지위

 10월 15일 (월)  오후, 제5차년도

등에 대하여 말했다. 극영화 대신 다큐멘

심원건축학술상 추천인을 대상으로 응

터리 영화를 제작하면서 일, 산업, 사람

모자 추천 안내 및 추천을 독려했다. 금

의 본질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

회로 5회째를 맞이하는 심원건축학술

하며 특히 정기용 선생의 다큐를 제작하

상은 당선작의 고료를 1천만 원으로 상

면서 큰 사회를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고

향 조정하여, 신진 연구자, 예비 저자를

강조했다. 그녀는 건축이라는 산업의 구

찾는다. 11월 15일 응모작 접수 마감.

조에 대하여 의문했다. 소통을 힘들게 하

 10월 16일 (화)  저녁 6시, 배재학

는 이유는 무언가? 영화판과 조목조목 비

당 역사박물관 3층 세미나실. 배재학당역

교하며 건축판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이

사박물관 개관 4주년 기념 기획전(배재학

예사롭지 않았다. 그녀도 이미 건축인의

당역사박물관+수류산방 공동 기획)으로

한 사람이 다 되어 있었다.

마련된 <스물여덟자의 놀이터> 초대 작가

 10월 13일 (토)  오후 2시, 인천문학

사전 모임(사진)에 참석했다. 한글자모

경기장 북문 광장 그늘마당에서 열린 제14

28자를 건축가, 사진가, 디자이너 등이 한

회 건축백일장 행사장을 방문했다. 2012

글자씩 분담하여 포스터를 작업하는 일이

인천건축문화제의 시민 참여 행사로 열린

다. 건축계에선 조성룡, 전진삼, 곽희수, 이기옥, 나은중+유소래, 안기현, 이민수

● 박인수 편집 위원  10월 5일 (금)  서울시 신청 사에서 서울시 공공 건축가들의 의 견을 서울시장 이하 고위 공무원들 이 듣는 자리가 열렸다. 서울시 건 축 정책 간담회. 이런 일이 벌어지다 니 너무 놀라운 상황이었다. 건축가 신승수, 김상길 씨의 발제가 있었고, 동석한 여러 건축가들의 의견과 토 론이 이어졌다. 서울시 인터넷 티브 이에서 생중계를 하였다. 박원순 시 장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서 조 금씩 서울의 건축이 나아지지 않겠 냐?”며, “여러 제도적 문제들은 서 울시가 중앙 정부와 풀어 가면, 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간만 에 경험한 흐믓한 간담회.  10월 8일 (월)  영주시의 공공 건축 관련 역할과 방향을 짚어 보는 토론회(사진)에 패널로 참석했다.

씨 등이 참가했다. 디자인계에선 안상수, 박우혁, 김용한 씨 등이 참여했다. 전시는 10월 26일(금) 개막하여 2년간 상설 전시

영주시에 둥지를 튼 조준배 씨가 영 주시의 공공 건축물의 수준을 높이 고, 지역에 기여하는 건축물을 기획

건축백일장(사진)은 인천 남구청 직원들

하는데 노력한 결과물을 만날 수 있

이 행사를 주관해 오고 있다. 1998년 월

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여러 패널이

간 <건축인 POAR>를 발행할 때 처음 시

참석하여 공공 건축가의 역할과 책

작한 이 행사는 건축 모형 집짓기 체험 행

임, 향후 전망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사로서 폐품, 폐지 등을 주재료로 권장하

나누었고, 동시에 공공 건축(가)의

며 집과 환경, 재생 등의 인식을 공유케

영역에 대한 신중진(성균관대) 교수

하는 행사다. 5인 이내 가족, 학교 및 동

의 뼈아픈 지적도 들을 수 있었다.

네 친구들이 팀을 이뤄 34시간의 제한된

(사진 제공 : 박인수)

시간 내에 경연을 벌이게 됨으로써 집이

 10월 19일 (금)  올해 서울시

란 공통의 주제 하에 가족, 이웃, 마을 공

교육청 주관으로 젊은 건축가들의

동체에 대한 인식도 키우는 행사다. 입상

재능 기부 프로그램이 추진되었다.

Wide AR no.30 : 11-12 2012 Report


와이드 AR 30 | Wide Architecture Report 30 | 2012.11-12

전진삼의 FOOTPRINT 09 그 일환으로 ‘장안초등학교 키즈 카 페’ 인테리어 설계를 맡게 되었고 오 늘 드디어 완공 테이프를 끊는 날이 다. 대단히 큰일을 한 것도 아니고 일답게 마무리 지은 것도 아닌데 감 사패까지 받았다. 교장선생님 이하 어린 학생들의 평은 너무도 좋아 민 망한 마음이 컸다.  10월 23일 (화)  처음으로 국토 해양부 기술기준과란 부서와 회의를 하였다. 이 부서는 건축 기본법을 비 롯 각종 기준을 만드는 국토부의 명 실상부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곳이다. 건축 설계 발주를 건축 기본 법에서 분리하기 위한 건축 단체의 움직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운 이 들은 분리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며 건축 기본법 내에서 풀어 가야 한다 는 기술기준과의 입장을 표명했다. 향후 추진에 매우 중요한 시작점이 될 것이라 판단된다.  10월 24일 (수)  서울시 건축기 획과에서 각 자치구의 건축 발주를 담당하는 국장급 공무원 십여 명과 함께 공공 발주와 공공 건축가의 활 용 방안 등을 논의하는 회의에 참석 하였다. 이날 특히 공공 건축가 운영 방안에 대하여는 ‘설계 수임을 주업 무로 하는 것보다 발주 전 기획에 무 게를 싣자’는 것에 의견이 모아졌다.

설회관을 중심으로 건축계가 공유해야

가지로 이종건, 전유창, 전진삼 3인이 심

할 여러 관점을 전달했다. ‘건축가의 산

사 위원회를 구성하여, 1:1 설치물의 현

업적 위치를 생각하자’고 주장한 박 대표

장에서 응모자들과의 비평적 대화로 진행

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에코 샤프

하였다.(본문 ‘와이드 REPORT’ 전진삼

트(실내 환경 조절용 샤프트)로 특허 출

의 글 참조)

원을 하는 등 채광과 환기를 서비스 공유

 10월 24일 (수)  오후 3시, 본지 창

차원에서 일반화시키기 위한 기술 집약적

간 이후 줄곧 연재물을 기고해 오고 있

연구 과제를 수행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는 손장원(재능대, 본지 자문 위원)교수

본문 ‘New POwer ARchitect’ 박인수의

가 서울대병원에 입원하였기에 위로차 다

글 참조)

녀왔다. 최근 완공하여 지역 안팎에서 주

 10월 18일 (목)  저녁 6시, 제2회 아

목받고 있는 인천 중구청 앞 근대 건축물

이콘파티(Vol.2)의 지역 신문 홍보를 시

리모델링작 ‘카페 팟알’의 산파로서 수고

작했다. 지적 활동으로서의 건축 문화 저

한 그다. 학자, 교육자, 답사가, 문화재 지

변이 취약한 인천에서 이 방면 전문가들

킴이로서 쉼 없이 바쁘게 달려온 그에겐

의 정기적인 포럼 형식을 통해 사회와 만

오랜만에 맞이한 휴식이 아닐 수 없다. 쾌

나게 하는 프로그램, 두 번째 기획이 2012

유를 빈다.

인천건축문화제 초청 행사로 선정되어 11

 10월 26일 (금)  오전 11시, 인천

월 6일(화) 저녁 6시 인천아트플랫폼 C동

아트플랫폼. 11월 6일 개최될 아이콘파티

공연장에서 개최된다.

(Vol.2) 관련 자료 전달차 일시 방문했는

 10월 18일 (목)  저녁 7시, 서울 강

데 마침 어반엑스건축(대표 오섬훈)의 직

남 학동역 부근에 새로 둥지를 튼 심원문

원 워크숍이 공연장 옆 강의실에서 열리

화사업회 서울 사무소 개소를 축하차 방

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의 MA로 활약한

문했다. 신정환 사무장의 개인 작업실을

황순우(바인건축) 대표로부터 ‘플랫폼의

겸한 이곳은 향후 심원건축학술상 운영

생성과 소멸’이라는 주제 강의를 들은 이

위원회의 회의 장소로도 쓰일 예정이다.

들은 강화도로 이동하여 1박 2일의 연례

 10월 19일 (금)  낮 12시, 제23회 대

워크숍을 진행한다고.

전광역시 건축 공모전 본심사(1 :1 실물

 10월 26일 (금)  저녁 6시, 헤이리

심사)를 위해 대전시 엑스포시민광장 무

갤러리 MOA에서 열린 한국 건축 사진가

빙쉘터(김억중 설계)를 찾았다. 이날 오

들의 <건축도시기행>전 오프닝에 참석했

후 4시 동 장소에서 2012대한민국건축문

다.(사진) 김재경을 필두로 김재윤, 김철 현, 김태오, 남궁선, 박영채, 박재영, 신경 남, 염승훈, 유현민, 윤재혁, 윤준환, 이인

된다. 개막일을 하루 앞둔 10월 25일(목)

미, 이재성, 조명환, 진효숙, 최충욱 씨 등

저녁 6시, 초대 작가들이 참여하는 프레스 오프닝 행사(사진)가 열렸다.  10월 17일 (수)  저녁 7시, 제72차 땅집사향이 서울 중구 신당동 그림건축 안방마루에서 열렸다.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3>, New POwer ARchitect 22번 째 이야기 손님으로 박인수(파크이즈건

화제 개막식이 열린다. 대전광역시건축가

축 대표) 씨가 초대되었다. 이야기 주제

회와 한국건축가협회가 공동주최하는 행

는 ‘전문 건설업과의 협업’. 전남 전문건

사다. 본 심사(사진)는 예비 심사와 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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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0 | Wide Architecture Report 30 | 2012.11-12

전진삼의 FOOTPRINT 09 한국의 내로라하는 17인의 건축 사진가가 참여한 이 전시는 건축(1부)과 도시(2부) 로 구분하여 두 번에 걸쳐 전시된다. 11월 9일(금) 2부 전시의 개막과 더불어 동 장 소에서 진동선(사진 평론가), 나은중(건 축가, 본지 자문 위원), 정귀원(본지 편집 장, 사회)씨가 참여하는 사진 세미나가 열 린다. 스페이스타임(시공문화사)에서 금 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사진 작업과 에세이를 엮은 책이 발간되었다. 우경국 (예공건축) 대표, 전성은(세상숲건축네트 워크) 대표, 조한(홍익대) 교수, 김용관 (건축 사진가) 씨 등이 우정 참석했다.(본 문 ‘와이드EYE’ 참조)  10월 27일 (토)  오후 4시, 와이드SA 저널리즘워크숍 아홉 번째 강의가 함성호 (스튜디오 EON, 사진) 대표를 초대한 가

 10월 29일 (월)  저녁 7시, 제4회

에 한두 번 본지의 지면을 통해 소개된 건

운데 토즈홍대점에서 진행되었다. 건축

ABCD파티(사진)를 주관했다. Architec-

축가, 필자, 후원자 등을 초청하여 저간의

가, 건축 평론가, 시인, 만화가, 만화 평론

ture Bridge <On Air> Creative Dinner

노고를 위로하고 정보를 나누는 자리다.

가, 미술 평론가, 공연 기획가, 방송인 기

Party의 줄임말인 ABCD파티는 삼협종합

올해는 서울플라자호텔 4층 오키드홀에

타 등등 음악가만 빼고 걸쳐 있지 않은 장

건설(대표 김연흥)이 주최·후원하고 본

서 본지 발행 위원을 포함한 48인이 참석

르가 없다는, 그래서 스스로를 ‘오지래퍼’

지가 공동으로 주최·주관하는 행사로 지

한 가운데 성료되었다. 특히 참석자 중 10

라며 발칙하고 생뚱맞은, 그러나 썩 잘 어

난 2010년 가을에 첫 모임을 가졌다. 1년

인이 자율적으로 준비해 온 아이디어 피

울리는 신조어를 퍼뜨리고 사는 그다. 수 강생들은 2시간 내내 쉼 없이 쏟아지는 말

의 향연에 취하여 비오는 날의 오후를 즐

● 김영철 편집 위원

프스키에게서는 어떻게 수용되고 어

 10월 20일 (토)  한국건축역사

떻게 분기의 성격을 갖게 되는지, 또

학회 10월 월례 학술 대회에 발표자

그의 학문의 주제어인 도상학은 이

로 참석하였다. 동국대 건축공학과

론 구축과 역사 서술의 차원에서 어

원흥관에서 열린 이 대회는 건축 역

떤 위상을 차지하는지를 비판적으로

사의 발전적 연구를 위해 다양한 방

논구하였다. 뒤이어 김인성(엔이이

법론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 날의

디건축) 대표는 ‘과학과 문학 사이

중심 주제는 ‘시간의 해석’으로 ‘건

에서 시간과 건축을 연구하다’의 주

축사 연구 방법론’의 가능성을 논의

제를 발표하였고, 이종우(프랑스 파

하였다. 정진국(한양대) 교수의 사

리에스트대 건축학) 박사는 ‘건축가

회로 진행되었으며, 본인은 첫 발표

구술 채록의 활용과 현대 건축사 서

자로서 ‘쟁점과 분기, 파노프스키의

술의 가능성’ 주제를 발표하였다. 건

예술학 근본 개념 비평’의 주제를 다

축 역사학 분야의 중요 연구가들이

루었다. 근대의 예술학 정초 과정에

참석한 이날 행사는 질의응답 시간

서 이론가들이 설정하였던 시간 개

까지 열기가 이어지며 건축 역사학

념을 포함한 근본 개념들이 후세대

의 발전을 위한 생산적인 대화의 시

의 중요 역사가이자 이론가인 파노

간을 가졌다.

겁게 만끽했다.

Wide AR no.30 : 11-12 2012 Report


와이드 AR 30 | Wide Architecture Report 30 | 2012.11-12

전진삼의 FOOTPRINT 09 치(Idea Pitch) 이벤트는 시종 흥미롭게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서울시건축문화제

대표, 안상훈(2012인천건축문화제) 조직

진행되었다.(사진 제공 : 진효숙)

에서 보여지듯 동네 투어와 건축 전시를

위원장 등 문화계 인사, 일반 시민, 학생,

함께 엮은 <동네건축>전, 평상시 쉽게 접

건축인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사진 제

근할 수 없는 지역 내 주요 건물을 시민에

공 : 김정은)

게 공개하는 오픈시티 프로그램 등은 눈 여겨볼 것들이다. 건축문화제가 행사를 위한 행사에 머무르기보다 시민이든, 전 문가든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남아야 하 지 않을까.  11월 6일 (화)  저녁 6시, 인천아트 플랫폼 C동 공연장에서 제2회 아이콘파 티(Vol.2, 사진)가 열렸다. 인천 건축, 미 술, 디자인, 도시 전문가들의 컨퍼런스 파

11월

티다. 2012인천건축문화제 공식 초청 행

 11월 5일 (월)  오전 11시, 2012인

서 활발하게 활동해 오고 있는 유명 건축

천건축문화제가 열리고 있는 인천종합문

가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공동의 주제 하

화예술회관 전시장(사진)을 찾았다. 인천

에 준비해 온 자료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광역시건축사회가 지역 내 대학과 고등학

자리이다. 김태만(해안건축) 사장, 박유

교 교원, 건축사무소 대표, 관계 공무원을

진(시간건축) 대표, 박진택(베니스비엔날

아우르는 조직 위원회를 구성하여 준비

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초대 작가, 손정민

한 금회 문화제의 주요 프로그램인 <인천

(ZECT건축) 대표, 손호섭(신아키텍츠)

광역시건축상 수상작>전, <인천건축학생

대표, 오장연(굿하우스) 대표가 연사로

공모전 수상작>전, <건축백일장 입상작>

참여했고, 권형표(BAU건축) 대표와 전진

전, <지역 대학 및 고등학교 우수 작품>전,

삼이 공동 사회자로 참여했다. 구영민(인

<도시건축사진>전, <건축도자>기획전 등

천건축재단) 대표, 조동욱(인천광역시건

의 전시물들이 함께 전시되었다. 월요일

축사회) 회장, 박상문(인천의제21) 상임

사로 진행된 아이콘파티는 지역 기반 건 축 전문가들의 발굴과 서울 등 타 지역에

낮, 우천임에도 학생, 직장인 등 몇몇 관 람자가 눈에 띄었다. 시민들의 건축에 대 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전시물의 콘텐츠나 전시 방식 등은 진부하게 다가 왔다. 시민과 함께하는 건축문화제이지 만 행정 중심의 틀은 여전히 견고해 보 였다. 금요일 낮의 개막식은 대표적인 사 례. 내용적으로는 건축백일장과 건축영 화제와 같이 시민을 찾아가는 행사의 다 변화와 참여의 폭을 넓히는 데에 적극적 일 필요성이 제기된다. 본지와 인천건축 재단이 공동주최하는 아이콘파티가 조직 위원회가 초청한 외부 행사로 뒤늦게 가 세했지만 이 같은 류의 프로그램은 좀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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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8 | 엣지 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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