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 AR vol 31,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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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설계에 부합하는 발주 방법이 없습니다.

국계법 개정과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이 필요한 이유 놀랍게도 건축 설계의 특성을 살려 건축 설계를 발주하는 방안이 없다. 현재는 건설

기술관리법(이하 건기법)과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이하 엔산법)에 의거 건축 설계 가 발주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그 법령의 내용을 살펴보면 모두 ‘건축사법에

의한 건축 설계’를 다루는 법이 아니다. 따라서 건축 설계는 건설 기술의 하나로 혹

은 엔지니어링의 일부로 발주되고 있는 실정이다. 즉, 건축 설계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건설 기술의 일부나 엔지니어링의 일부로 취급되고 있다. 공식적으로 건축 설계를 발주하는 방안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건축사법은 건축 설계를 “계획, 중간, 실시 설계”로 정의하고, 엔산법은 “계획과 실시 설계”로 규정하고 있다. 건축을 이

해하지 못하는 법이다. 건축 설계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발주 방식의 정리가 필요 한 이유다. 더 나아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계법)에는 ‘

공사, 용역, 구매’의 세 가지 방식으로만 정의하고 있다. 어느 하나 건축 설계를 정확 하게 담아내고 있지 못하다. 제일 근접한 것은 ‘용역’이다. 하지만, 건축 설계는 일반 용역과 다르다. 건설 기술 용역은 건설기술관리법으로 별도 발주하고 있지만, 건축 설계는 그렇지 못해 건설 기술에 포함시켜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계법에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이하 건진법)에 건축 설

계 발주를 넘겨 줄 수 있는 조항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어 건진법에서 건축 설 계 및 감리 등을 발주하고 관리할 수 있는 구체적 내용이 정리되어야 한다. 이 모두 건축계에서 이뤄 내야 할 일이다.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가 건축 설계의 의미와 사회

적 역할을 강화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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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WON Architectural Award for Academic Researchers

제5 회 심원건축학술상 [2012~2013년] Ⓢ 당선작 고료 1천만 원 신진 학자 및 예비 저술가들의 등용문, 심원건축학술상 제5차년도(2012~2013년)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심원건축학술상 소개 Ⓢ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젊은 건축가를 통하여 건축의 세계를 이해하고 건축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된 한 기업가가 졸지에 유명을 달 리한 그와의 인연을 회억하며 건축의 인문적 토양을 배양하기 위하여 만든, 속 깊은 후원회가 심원문화사업회(이하 사업회)입니다. Ⓢ 사업회가 벌이는 첫 번째 후원 사업인 <심원건축학술상>은 건축 역사와 이론, 건축 미학과 비평 분야의 미래가 촉망되는 유망한 신 진 학자 및 연구자의 저작 지원 프로그램으로 마련되었습니다. 1년 이내 단행본으로 출판이 가능한 완성된 연구 성과물로서 세상에 발표되지 않은 원고를 응모 받아 그 중 매년 1편의 당선작을 선정하며, 당선작에 대하여는 단행본 출간과 저술 지원비를 후원하는 프 로그램입니다. Ⓢ 사업회는 1차년도(2008~2009년) 사업을 통해 박성형의 『벽전』, 2차년도(2009~2010년) 사업을 통해 서정일의 『소통의 도시—루 이스 칸의 도시 건축 1960~1974년)』를 당선작으로 선정하고 출판한 바 있으며, 4차년도(2011~2012년) 사업을 통해 이강민의 『도 리 구조와 서까래 구조』를 당선작으로 선정하고 올 6월 발간을 목표로 작업 중에 있습니다. Ⓢ 지난 4차년도의 특기할 만한 후원 사업으로 정재은 감독의 건축다큐멘터리영화 <말하는 건축가>를 제작 지원한 바 있습니다. 영화를 매개로 건축과 사회의 다리를 놓는 의식 있는 작가이며, 건축과 도시 공간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사유하고, 생산해 내는 젊은 감독에

심원건축학술상 공모 개요

Ⓢ 공모 요강 발표 홀수년도 6월, 당선작 시상식과 함께 발표 Ⓢ 당선작 발표 홀수년도 4월 중(2013년 1월 현재, 심사 중)

Ⓢ 주최 심원문화사업회 (이사장: 이태규 , 사무장: 신정환)

Ⓢ 주관 심원건축학술상 운영 위원회 (위원: 배형민, 안창모, 전봉희, 전진삼) Ⓢ 기획 및 출판 격월간 건축리포트<와이드>, 간향미디어랩 Ⓢ 후원 (주)엠에스 오토텍 Ⓢ 문의 070-7715-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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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모작 접수 짝수년도 10월 15일 11월 15일(1개월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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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작:1편 부상: 상패 및 고료 1천만원과 단행본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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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보내는 박수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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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효에서 지은 집 건축가 상상 속의 건물을 구현하다 | www.jehyo.com

이태원 5-5 | 이반건축 정선화 | 사진 문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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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건축사사무소 612-020 부산시 해운대구 센텀 중앙로 78 (센텀그린타워 507호) T.051.516.4875~6 F.051.516.4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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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040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97-3 범산빌딩 6층 (주)건축사사무소 한울건축 TEL. 02-595-5100 FAX. 02-595-5106 www.hanular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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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BRIDGE 공고

NES Ⓦ 건축 영화 스터디클럽 ⓦ NES ⓦ 건축영화스터디클럽 <시즌2>, 2월 개막합니다. 참가를 원하시는 분은 아래 일정을 꼭 확인 바랍니다.

ⓦ 장소 서울 마포구 서교동 399-13 NES사옥 3층 NES舍廊 ⓦ 강사 강병국(동우건축 소장, 2011 서울국제건축영화제 부집행 위원장) ⓦ 참석 대상 고정 게스트 20인 및 본지 독자와 후원 회원 중 사전 예약자 포 함 총 30인 이내로 제한함

사전 예약 방법 ⓦ 네이버카페 <와이드AR> 게시판에 각 차수별 프로그램 예고 후 선착순 예 약 접수 (*참가비 없음) ⓦ 참석자는 반드시 10분 전까지 입실 완료해야 함

주요 프로그램 (*본 프로그램은 주최 측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음) ⓦ 1st — 2월 4일(월) 7:00pm <삼사라 Samsara>, 론 프릭(Ron Fricke) 2012년 ⓦ 2nd — 4월 1일(월) 7:00pm  <어버나이즈드 Urbanized>, 게리 허스트 윗(Gary Hustwit) 2011년, 85분 ⓦ 3rd — 6월 3일(월) 7:00pm ‘버스터 키튼(buster keaton) 단편 모음’ <일주일 one week> House>

+<일렉트릭 하우스 The Electric

1920년, 25분

|<허수아비 The Scarecrow> 1920년, 19분

1922년, 19분

ⓦ 4th — 8월 12일(월) 7:00pm ‘도시에 쏟아내는 분노의 표출—단편영화 제’  <로베르토: 개미 건축가 Roberto_Insect Architect> 11분36초 +<작은 벽돌로 만든 집 La Maison en Petits Cubes> 2008년, 12분 5초+< 픽셀 Pixels> 2010년, 2분 34분+<Portal - No Escape> 2011년, 6분 57초+<Plan Of The City> 13분 35초+<5 Cities, 5 Places, One Day> 13분 53초+<The Third & The Seventh> 12분 28초 외 2편 ⓦ 5th — 10월 7일(월) 7:00pm  <빌딩 173 Building 173>, 페터 엘딘, 샬 ⓦ 1월 상영작 <삼사라 Samsara>

롯 미켈보그 2009년, 52분 ⓦ 6th — 12월 2일(월) 7:00pm  <밤의 이야기 Talea of the Night>, 미셸 오슬로 2011년, 84분 ⓦ 주최 와이드AR ⓦ 주관 와이드aBRIDGE ⓦ 후원 NES코리아(주), 간향미디어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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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4th Journalism School of WideAR 2013

와이드AR 저널리즘스쿨 [2013년도 제4기 교육 내용] 2010~2012년에 걸쳐 건축저널리즘워크숍 1~3기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데에 힘입어 본지는 2013년도를 맞아 제4기 교육에 돌입합니다. 올해는 이 론과 실제를 결합시킨 현장 중심의 교육과정을 강화시키기 위해 이전까지의 강의중심 워크숍 체제에서 한걸음 나아가 [와이드AR 저널리즘스쿨]로 체제 를 재정비하고, 기획—취재—연구—편집—제작—마케팅에 이르는 통합적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코스별 교육 내용 ⓦ 코스 1: 입교식 및 기초 과정 1강(저널리즘 및 미디어의 세계) | 2강(비평적 시선과 글쓰기) ⓦ 코스 2A: 집중 과정 3강(기자란 누구인가?) | 4강(건축 사진의 세계) | 5강(일간지, 주간지, 월간지 기자 초청 집담회) | 6강(건축 잡지사 탐방 ⓦ 코스 2B: 심화 과정 7강(저널 제작 기획 회의) | 8강(취재 기 사 작성, 편집 디자인 워크숍 1) | 9강(저널 제작 편집회의) | 10강(취재 기사 작성, 편집 디자인 워크숍 2) ⓦ 코스 3A: 실무 과정 11강(취재 기사 작 성, 편집 디자인 워크숍 3)| 12강(인쇄 작업 현장 방문, 편집 디자인 워크숍 4) ⓦ 코스 3B: 수료식 13강(1년 과정 리뷰, 저널 품평회) 및 수료식

강의 및 실습 교과 개요 ⓦ 저널리즘 세미나 1) 저널리즘 매체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신문 저널리즘, 방송 저널리즘, 인터넷 저널리즘, 잡지 저널리즘 등 매체의 특성과 제작 과정 등을 학습한다. 2) 저널리즘의 취재보도 영역 전반에 대한 이해 즉, 사진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외에도 사회/문화/예술/과학 각 영역 고유의 보도/제작 기법과 글쓰기 방법 등을 익힌다. 3) 기자로서 알아야 할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및 저널리즘 이론을 사회 이슈와 관련시켜 학습한다. 4) 언 론이 공익을 위해 보도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인권과 명예를 훼손하지 않으려면 어떤 주의가 필요한지를 실제 사례를 비추어 공부한다. 또 기자가 지 켜야 할 직업 윤리에 대해 국내외 언론사의 윤리강령 등을 중심으로 알아보고 토론한다. ⓦ 인문 교양 및 사회 교양 세미나 기자로서 한국 사회를 해석하는 데 요구되는 인문학적 교양을 높여 논술・작문의 기초를 다지는 강좌이다. 한국 사회 를 해석하는 코드를 찾아내고 학생들의 비판 의식과 역사 의식을 고양한다. ⓦ 현대건축세미나 1) 기자로서 알아야 할 건축학에 대한 역사, 이론적 배경을 재정립한다. 2) 글로벌 건축 이론과 역사 및 한국 건축의 역사 이론을 학 습한다. 3) 건축 비평의 세계를 경험하고, 저널리즘 비평에 준한 글쓰기와 토론을 유도한다. ⓦ 건축 현안 세미나 최신 건축 현안을 신문 및 방송보도를 중심으로 정리하고, 관련된 쟁점과 찬반논리를 이해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에서 문 제를 바라보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한다. ⓦ 취재 실습 1) 저널취재 실습 인터뷰/말하기/정리하기: 취재와 글쓰기 등 기자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대인관계와 말하기의 기법을 익힌다. 2) 현장 취재의 요령과 기사 작성의 기초 원리를 배우고 각종 유형의 기사를 통해 이를 숙달한다. 인터뷰, 기획기사, 현장 칼럼의 취재와 기사 작성 요령을 학습함으로써 저널리즘 글쓰기의 기초를 다진다. 3) 문학적 기법이 가미된 이야기체 기사쓰기의 여러 유형을 망라한 기사쓰기 방법론을 익힘으로써 내러티브 저널리즘의 원리와 기법을 전반적으로 학습한다. 4) 탐사 기획 보도 실습: 예리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사회의 흐름을 짚어내는 기획 보도와 심층 탐사 보도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필수적인 취재 보도 기법을 배운다. 정보청구권, 공공부문 소장 자료 활용과 온라인 검색, 제 보자 활용 문제 등 다양한 방법론과 국내외 보도사례를 익힌다. ⓦ 작문 및 자료 구축 실습 1) 축약형의 글쓰기, 심층취재나 특집용의 긴 글(Feature Story)을 쓰는 능력을 기른다. 때로는 마음을 움직이는 감각적 표현 도 녹여 쓰는데 이런 기법들을 일반적인 작문 요령과 함께 배운다. 2) 글쓰기 실력은 프로페셔널 기자가 갖춰야 할 기본 중 기본이다. 강사진의 첨삭 지도를 통해 글의 관점과 전개, 철자법에 이르기까지 자세히 가르친다. 3) 한국 사회의 주요 건축 이슈들을 둘러싼 논의의 허상을 벗겨내고 논점의 핵 심에 접근함으로써, 학생들이 이슈를 분석하고 논평하는 통찰력을 키운다. 개인DB 구축 방법을 배우고 그것을 어떻게 칼럼에 활용하는지 터득하며 첨삭 지도를 통해 칼럼 쓰는 능력을 높인다. ⓦ 잡지 기획과 편집 디자인 워크숍 기사의 가치 판단, 제목 붙이기, 지면 배치 등 잡지 편집 실무와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디자인 기법 등을 오랜 경험 을 쌓은 중견 크리에티브 디렉터와 잡지 디자인 전문가로부터 배운다. ⓦ 실제 저널 제작 참여 실습 1) 저널리즘 교육은 지식이나 부분적 기능 교육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고 적응력 순발력 기획력 등 다양한 능력과 소양을 필 요로 한다. 2) 워크숍을 통해 배운 지식과 기능을 현장에서 적용해 보고 언론활동에 직접 참여하면서 기자의 길을 모색해 보는 과정이다. 3) 실제 저널 제작의 기회를 부여하며, 개개인의 포트폴리오로 활용 가능케 한다.

ⓦ 문의 02-2235-1960 | 070-7715-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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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여섯 번째 주제를 가지고 재개합니다.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땅집사향 SINCE 2006] 2006년 10월 31일 첫 모임 이래 만 6년 2개월(2006년 10월 2012년 12월)에 걸쳐 쉼 없이 달려온 땅집사향은 매월 한차례, 세 번째 주 수요일 저녁 7시, 그림건축 안방마루에서 개최되어 왔습니다.

ⓦ 1차년도(2006~2007년) 12회 동안은 국내의 건축책의 저자들을, ⓦ 2차년도(2007~2008년) 6회 동안은 국내의 건축, 디자인, 미술 전문지 편집장 및 일간지 문화부 데스크를, ⓦ 3차년도(2008~2009년) 20회 동안은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1>로 30대 중반 40대 초반에 걸친, 국내의 젊은 건축가들을 초청, 그들의 건축 세계를 이해하는 시간 <나의 건축, 나의 세계>로 가진 바 있습니다. ⓦ 4차년도(2010년) 12회 동안은, 3차년도의 연장선에서 40~ 50대의 중견 건축가들을 초대하여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2: POwer ARchitect—내 건축의 주제>를 기획한 바 있습니다. ⓦ 5차년도(2011~2012년) 24회 동안은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3>로 기획된 <New POwer ARchitect>의 타이틀 하에 차세대 한국 건축의 리더로 부상하고 있는 신진 건축가들을 초대하여 그들이 현재 관심하고 있는 건축의 주제와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듣고, 물었습니다. ⓦ 2013년의 개막과 함께 ‘모처럼의’ 1, 2월 두 달 간의 휴지기를 갖는 땅집사향은 저간의 기획물을 되돌아보고, 형식과 내용 면에서 새로이 정비한 후 3월에 재개합니다. 이전까지와 마찬가지로, 이후에도

<와이드AR> 독자, 후원자 여러분의 큰 성원 바라마지 않습니다.

ⓦ 주관 격월간 건축리포트<와이드> ⓦ 주최 그림건축, 간향미디어랩 ⓦ 문의 02-2231-3370, 02-2235-1960 ⓦ <땅집사향>의 지난 기록과 행사 참여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카페(카페명: 와이드AR, 카페주소: http://cafe.naver.com/aqlab)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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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

건축비평상 당선작 발표 ⓦ 본지는 꾸밈건축평론상과 공간건축평론신인상 수상자들의 모임인 건축평론동우회와 손잡고 2010년 <와이드AR 건축비 평상>을 제정하여 신진 비평가의 발굴을 모색해 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 건축평단의 재구축은 물론 건축과 사회와 여타 장르를 연결하는 통로로서 건축 비평의 가치를 공유하는 젊은 시각의 출현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3년의 기 다림 끝에 금회에 비로소 와이드AR 건축비평상의 첫 수상자를 배출하게 됨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낙선한 응모자에겐 위 로를, 당선 작가에겐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당선작 ⓦ 서울시청사: 유리벽에 마주 서다(주평론) ⓦ 비평의 언어: ‘비평의 죽음’ 이후의 글쓰기(단평론) ⓦ 시장과 욕망의 변증법: 코엑스와 라페스타(단평론) 당선 작가 ⓦ 박정현

ⓦ 심사위원 김영철(본지 편집 위원, 건축평론동우회 동인) ⓦ 시상식 2013년 1월 말 2월 초(예정) ⓦ 주최|간향미디어랩 ⓦ 주관|심와이드AR ⓦ 후원|건축평론동우회 ⓦ 관련 내용은 본문, ‘와이드AR 건축비평상 당선작 소개 및 심사평과 당선 작가의 수상 소감’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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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ft +Design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110-240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53 해영회관 5층

CRAFT & DESIGN MAGAZINE OF KCDF

공예+디자인

T. 02 398 7900 | F. 02 398 7999

www.kcdf.kr

수류산방에서 새로이 기획과 디자인을 맡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계간 매 거진 <공예플러스디자인>. 공예플러스 디자인은 세 가지 섹션으로 이루어지며, 각각 의 기사는 섹션의 성격에 따라 유기적으로 구성됩니다. 짝수 페이지는 짝수대로, 홀수 페이지는 홀수대로 이어지기도 하며 본문 중에 주석이 필요한 부분은 박스로 연결하여 더 깊은 설명을 붙였습니다. 이런 방식은, 로고의 의미와 마찬가지로, 공예의 마음과 디 자인의 정신이 서로 어깨동무하며 유기적으로 삼투한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함입니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고 불편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조금은 마음을 모아서 한 계절 동안 곁에 찬찬히 읽고 다시 우려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여름호

녹색은 수년 전부터 세계 디자인과

가을호

해가 저물고 낙엽이 진다고 해서

영문판

여름호와 가을호의 통합본으로 한

건축, 예술계의 가장 뜨거운 키워드 가운데 하

모든 것이 숨 죽이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생

국의 공예와 디자인을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

나입니다. 최근에는 도시 농업이 도시 안 여러

명은 떨어진 낙엽으로 지붕을 하고 무게를 견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지요.

디지 못해 가지를 놓친 열매를 식량 삼아 겨울

최근 이러한 움직임이 공공 정책 속에서 어떻

을 살고 삶의 뿌리를 내일 것입니다. 결국 자연

게 논의되고 또 어떤 가능성을 보여주는지 도

의 순환이란 서로가 함께 숨 쉴 수 있도록 도와

시농부 섹션에서 다루어 보았습니다. 진정한

주는 것이 아닐까요? 사람과 사람이 도우면 어

업사이클링이란 무엇일까요? 과거를 버리지

느 한 사람 놓치는 일 없이 모두 이 세상에 각

The name of our magazine, CRAFT+DESIGN indicates neither‘crafted design’ nor ‘craft and design’. This name was given in an attempt to emphasize the mutual relationship between craft and design in which both can be benefit each other. In fact, many modern designs are based on traditional crafting skills. Innovative designs illuminated in valuable crafts have been transmitted over time. Such a relationship is not limited to solely craft and design. The struggles between human and nature, tradition and modern, culture and technology as well as the old and young helped us deepen our understanding of seemingly opposing values. By placing ourselves in the position of others, Koreans have learned that helping others is the way to help ourselves.

않고, 또한 과거로 남겨두지도 않고 관점과 태

자의 숨길을 내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도를 바꿈으로써 새로운 생명력과 멋진 미래

아니 최소한, 내가 나 자신부터 도울 수는 없

를 끄집어 내는 것이 아닐런지요. 이에 <대합

는 걸까요? 공예플러스디자인 가을호에서는

실 프로젝트> 개관전을 연 문화역서울284와

이러한 질문의 답을 고민해 봅니다. 또한 장난

서울이 보석처럼 간직한 업사이클링 디자인,

감과 집의 경계를 허문 바우하우스의 플레이

서울어린이대공원의 ‘꿈마루’를 찾아가 보았

하우스, 그리고 문화역서울284의 <인생사용

습니다.

법>전에 참여한 건축가 신혜원과 건축 사진가 김재경의 옥탑방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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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 (약칭,

와이드AR

)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 통권 31호 2013년 1-2월호 ⓦ 2013년 1월 15일 발행

Issue 26

ⓦ <와이드 칼럼 | 김정동> 어제 오늘이 다르다. 옛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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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PASS 28 | 이종건> 승자와 패자, 그리고 성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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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이드 포커스 1 | 이명주> 살아감에 있어 필요한 그 이상의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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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이드 포커스 2 | 박인수, 임현성, 조준배, 황순우> 劈頭討論 건축의 기획—왜 우리는 기획을 이야기하는가

New POwer ARchitect 44

ⓦ 뉴 파워 아키텍트 파일 23 | 하태석 | SC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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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 파워 아키텍트 파일 24 | 노휘 | 디지털 건축가란?

Work 52

ⓦ 제주 조랑말 박물관 Jeju Horse Museum 윤웅운+김정주(제공건축) Yoon Woongwon+Kim Jeongjoo( Jegong Architects)

Report 72

ⓦ <사진 더하기 건축 11 | 나은중+유소래> 도시와 욕망 Cities and desire—마이클 울프 Michael Wo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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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DE eye | 전시> | 현실 천착으로 만들어지는 일본 건축의 힘, 그리고 한국 건축의 과제—김정은 <와이드 리포트 1 | 제3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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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이드AR 건축비평상 심사평—김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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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이드AR 건축비평상 당선작 주평론 | 서울시청사: 유리벽에 마주서다—박정현 <와이드 리포트 2 |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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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환기의 한국 건축과 4.3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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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럼의 배경, 목천건축아카이브와 현대건축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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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환기의 한국 건축과 4.3그룹>이 보여준 건축 현대사 연구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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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발표문 1—시대와 4.3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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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발표문 2—4.3그룹과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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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럼 관전기 <와이드 리포트 3 | 2012 원도시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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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 세상과의 대화 —김진석+박진호, 정재은+전진삼, 민현식+전봉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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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진삼의 FOOTPRIN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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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구독 신청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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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이드 레터 | 정귀원 ⓦ 표지 이미지 | 윤웅운+김정주의 제주 조랑말 박물관 ⓦ 표2 | NES코리아 ⓦ 표3 | 유오스 ⓦ 표4 | Samhyub ⓦ 1 | PARKiz 생각 나눔 ⓦ 2 | Wondoshi ⓦ 3 | SIMWON ⓦ 4 | dmp건축 ⓦ 5 | ONE O ONE ⓦ 6 | Seegan ⓦ 7 | Jehyo ⓦ 8 | KAGA ⓦ 9 | 솔토건축 ⓦ 10 | UrbanEx ⓦ 11 | 상지건축 ⓦ 12 | 한울건축 ⓦ 13 | Dongyang PC ⓦ 14 | 제1회 건축영화스터디클럽 2013 공고 ⓦ 15 | VINE ⓦ 16 | Journalism Workshop ⓦ 17 |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 18 | 시공 문화사 ⓦ 19 | 와이드AR 건축비평상 당선작 발표 ⓦ 20 | Suryusanbang 1 ⓦ 21 | 목차 ⓦ 22 | 구독신청서 ⓦ 23 | 판권 및 와이드 레터 ⓦ 24 | Suryusanbang 2

Wide Architecture Report 31 | 2013. 1-2 | 엣지 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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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향미디어랩은 “건축하는 후배들에게 꿈을, 건축인에게 긍지를” 주자는 목표 아래, “지방(locality), 지역(region), 진정성(authenticity)”에 시선을 맞추고 건축 기반 미디어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간향미디어랩의 사업 영역은 와이드AR┃와이드ACADEMY┃와이드aBRIDGE┃와이드BEAM으로 구분되며, 건 축가와 비평가들이 함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이 땅의 건축 저널리즘을 뿌리내리는 데에 한 마음으로 기여하고 있습니다.

간향미디어랩은 현재┃월례 세미나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건축가들의 이슈가 있는 파티 <ABCD PARTY>, <ICON PARTY>┃건축역사 이론 비평의 연구자 및 예비 저자를 지원하는 <심원건축학술상>┃내일의 건축저널리스트를 양성하는 <와이드AR 저널리즘스쿨>┃신예 비평가의 출현을 응원하는 <와이드AR 건축비평상>┃국내외 건축과 도시를 찾아 떠나는 현장 저널 <와이드 ARCHI-BUS>┃색깔 있는 건축 도서 출판 <와이드BOOKS>┃그 밖에 <건축유리조형워크숍>, <건축영 화스터디클럽> 등의 연속된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또는 파트너들과 함께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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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1 | 엣지 Edge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약칭, <와이드 AR>)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 발행편집인실— 발행인 겸 편 집인 | 전진삼—발행편집자문단장 | 김연흥—발행위원 | 박유진, 안용대, 오섬훈, 황순우 ⓦ 편집실—편집장 | 정귀원—편집 위원 | 김영철, 박인수, 장정제, 최상기, 최춘웅—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박상일—와이드 빔 실장 | 김정은 ⓦ 고문실—상임 고문 | 임근배—운영고문 | 곽재환, 김정동, 이일훈, 임창복, 최동규—편집고문 | 구영민, 김원식, 박승홍, 박철수, 이종건 ⓦ 자문단—자문위원 | 강병국, 공철, 김기중, 김재경, 김정후, 김종수, 김종헌, 김태일, 나은중, 박민철, 박준호, 손도문, 손승 희, 손장원, 신창훈, 안철흥, 이충기, 임지택, 임형남, 전유창, 정수진, 조경연, 조남호, 조용귀, 조택연, 최원영, 최창섭, 함 성호—대외협력위원 | 김기중, 김종수, 김태성, 박민철, 박순천, 손도문, 조용귀, 최원영—전속 포토그래퍼 | 남궁선, 진효 숙—제작 코디네이터 | 김기현—로고 칼리그래퍼 | 김기충 ⓦ 디자인—수류산방 樹流山房 Suryusanbang—디자이너 | 변우 석, 김영진, 심지수—전화 | 02-735-1085, 팩스 | 02-735-1083 ⓦ 서점유통관리대행—(주)호평BSA—대표 | 심상호, 차장 | 정민우—전화 | 02-725-9470~2, 팩스 | 02-725-9473 ⓦ 제작협력사—인쇄 및 출력 | 서울문화인쇄소—종이 | 대림지업 ⓦ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 통권

31호 2013년 1- 2월호 ⓦ 2013년 1월 15일 발행 ⓦ 2008년 1월 2일 창간 등록, 2008

년 1월 15일 창간 ⓦ 2011년 1월 19일 변경 등록, 마포 마-00047호 ⓦ 낱권 가격 10,000원, 1년 구독료 55,000원 ⓦ ISSN 1976-7412 ⓦ 간향미디어랩 GML—발행처 | (121-816)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56-2 마젤란21오피스텔 909호—대표 전 화 | 02-2235-1960—팩스 | 02-2235-1968—독자지원서비스 | 070-7715-1960—공식 이메일 | widear@naver.com—공식 URL | http://cafe.naver.com/aqlab—네이버 카페명 | 와이드AR ⓦ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 회의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 본지에 게재된 기사나 사진의 무단 전재 및 복사, 유포를 금합니다.

창간 5주년과 건축비평상 ⓦ 여전히 “건축가는 건축 작품으로 보여 주면 된다. 설명은 사족이다”라고 입장 표명하는 건축가들이 더러 있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말로 설명되는 건 축은 이미 소통에 실패한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소통을 위해서 건축에 설명이 필요하기도 하다. 물론 이때의 설명은 단순 히 건축물을 소개하는 수준의 설명이 아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건축물을 보며 좋고 나쁜 감정에 닿을 수 있도록 고도의 스 킬이 필요한 비평 혹은 해석 작업이다. ⓦ 우리에겐 건축의 비평과 담론이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건축 비평/담론지 를 표방하는 저널의 에디터로서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순간이다. 그럴 때마다 비평할 만한 대상을 만나기 어렵고, 혹 만 난다 해도 핵심을 제대로 짚어줄 비평가를 찾을 수 없다는, 무능을 드러내는 말로 상황 모면할 따름이다. ⓦ‘건축가와 비 평가들이 함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이 땅의 건축 저널리즘을 뿌리내리는 데 한 마음으로 기여’하고자 2008년 1월 창간한 <와이드AR>이 다섯 해를 넘겼다. 솔직히 말해, 힘에 부치거나 기운 빠진 날도 많았고, 스스로 내걸었던 모토가 무색하게 기 대에 못미친 기사들도 없진 않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전방위로 끊임없이 응원을 보내준 고마운 분들이 많았기에 다행히 넘어지진 않았던 것 같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 창간 5주년이 되는 이번 호에는 <와이드AR 건축비평상>이 제정된 지 3년만에 당선작을 실었다. 새로운 건축 비평가를 만났다는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약간의 과장을 보태서, <와이드AR>을 보다 더 강화된 건축 비평과 담론의 장으로 만들라는 계시처럼 들리는 것은 왜일까. ⓦ 글 |

정귀원(본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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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사 구술 총서 <예술인・生> : 박완서 돈암동의 작은 한옥에서 잠실 아파트에 이르기까지—2011년 작고한 박완서가 남긴 구술은 격변했던 한국 근현대사를 살아 온 소시민의 삶을 통시적으로 드러냄과 동시에 서울 주거 공간의 역사를 파노라마처럼 증언한다. 300여 개에 이르는 주석과 도판 자료를 통해 입체적으로 읽는 박완서의 생애와 작품 세계 속 서울의 풍경. (수류산방 펴냄, 384쪽, 319항목의 주석, 58점

produced & designed by 수류산방 樹流山房 Suryusanbang 02 735 1085

의 도판 자료, 올 컬러, 값 2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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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1 | Wide Architecture Report 31 | 201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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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6 와이드 칼럼—어제 오늘이 다르다 옛 것은 없다 [김정동] 029 이종건의 <COMPASS 28>—승자와 패자, 그리고 성탄일 [이종건] 033 와이드 포커스 1—살아감에 있어 필요한 그 이상의 무엇! [이명주] 036 와이드 포커스 2—[대담] 劈頭討論 건축의 기획, 왜 우리는 기획을 이야기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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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이 다르다 옛 것은 없다 이슈 2013 01-02 | 와이드 칼럼 김정동 | 본지 운영 고문, 목원대 건축학부 교수

ⓦ 와이드AR 창간 5주년에 부쳐—<와이드AR>이 창간된 지 5년이 되었다고 한다. 장충동 언덕에서 시작해 지금은 홍대 앞에 둥지를 틀고 있다 한다. 주재자 전진삼과 정귀원은 잡지 만드는 게 일인 사람들 같다. 젊은 날의 모든 날들을 온통 잡지 만드 는 데 투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정도 남다르다. 지칠 법한데 지치지도 않는 모양 이다. ‘뭐 먹고 사냐고’ 몇 번이나 물어도 ‘그냥 견딜 만하다고’ 답한다. 그들의 사명 감이 마음 속에 전달되어 온다. ⓦ 그들이 달려온 길은 우리 건축 잡지 역사의 행로 이다. 마음의 행로, 건축의 행로, 기억의 행로가 겹쳐 있다. 잡지 한 권 한 권은 그들 이 만들어 준 좌판에 건축가와 글쟁이들이 차림새를 올려놓은 것이다. 건축물이 실 려 있고 그것이 오늘의 우리 도시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 기억의 장치가 어려운 세월 속에서도 ‘와이드(WIDE)’하게 계속되고 있다. 어려움 속에 분발하길 바란다. 감사할 따름이다. ⓦ 짧은 역사의 도시는 오늘의 것이 역사—지금 어느 도시에서나 이익 단체의 소리가 드높다. 매체는 다양하다. 직간접 소통 시대이다. 좀 시끄럽기 는 하나 이것도 도시 민주화의 한 길이려니 하면 참고 들어 봄직도 하다. 그러나 대 부분 그 소리의 저변에는 지나친 소수 이기주의, 즉 “내 것 내 맘대로 하는데 웬 잔 소리냐”는 속셈이 깔려 있어 듣는 이 당혹스럽다. ⓦ 한발 뒤로 두면, 사람의 생명은 제한되어 있고 부의 축적 역시 삼대(三代)를 넘기 힘들다는데, 우리 살아 있는 모든 사람의 눈을 평화롭고 즐겁게 해주는 데 외침의 목표가 있어야 함께 사는 의미가 있 는 것 아니겠는가. ⓦ 도시의 인상은 주민이 만드는 것이다. 도시는 그 속에서 태어 나고 살아온 사람들이 만든 것이다. 그 속에 아름다운 것, 추악한 것이 공존하며 도 시를 이뤄 내고 있는 것이다. 도시와 건축은 사람들의 기억을 담는 그릇이다. 그릇 의 주인은 마을 사람 즉, 이웃 사람인 것이다. 사람마다 자신만이 갖고 있는 도정(道 程)이 있듯이 도시도 자신만이 갖고 있는 특성이 있다. 도시는 아름다워야 하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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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깃거리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역사인 것이다. 짧은 역사의 도시는 오늘의 것이 역사인 것이다. 미국의 짧은 역사는 오늘의 모든 것이 역사이듯이 근대화된 시점에 생성된 도시들의 짧은 역사도 지금부터가 모두 역사인 것이다. ⓦ 주민이 도시를 버 리고 떠날 때 도시는 폐허가 된다. 도시의 물리적 파괴는 주민의 정신적 파괴로 이 어진다. 임자 없는 도시, 주인 없는 도시로 화해 버리며 우리는 우리가 살던 지난날 의 모습을 다 잃고 만다. 노인들이 세상을 떠나듯 건물도 늙어 자꾸만 사라져 버린 다. ⓦ ‘잘살아 보세’의 끝—도시 발전의 미명(美名) 아래 우리의 도시는 급격히 탈 바꿈해 왔다. 우리는 지난 세기 고속 성장의 터널을 지나왔다. 그것은 오직 ‘잘살아 보는 것’에 대한 욕구만이 제1가치였던 때였다. 경제 성장의 간판 자리엔 고층 아 파트 콘크리트 숲이 괴물처럼 버티고 서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10층을 보고 자랑 스러워 했고, 층높이를 더해 가며 긍지를 갖기도 했다. 모든 것이 커지고 비대해지 므로 우리는 마음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메말라 가고 있는 것이다. ⓦ 어릴 적 살던 고향을 찾게 되면 우리는 너무도 변해 버린 모습에 황당해 한다. 추억 어린 뒷동산 은 불도저에 깎여 사라져 버렸고, 조그만 골목길, 이마를 깨곤 하던 이웃집 낮은 지 붕, 학교, 교회들은 엄청난 땅값에 매료된 사람들의 손에 의해 빌딩으로 변하기 일 쑤다. 신작로에 있던 어제 그 은행, 관청들은 모두 헐리고, 낮선 거리엔 상점과 간판 같은 낮선 얼굴들만 배회하고 있다. 고무신짝에 송사리와 미꾸라지를 잡아 놓고 신 나 하던 개여울에는 공장 폐수가 흘러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어렸을 때 꿈꾸던 과거를 잃게 된 것이다. 꿈을 키우고 씩씩한 기상으로 자라나라고 말씀하시던 선생님의 목소리는 이제 더이상 들리지 않는다. ⓦ 미개함을 벗고, 개 성 있는 도시를 만드는 실천적 노력이 필요—좀 다른 예를 하나 들어 보자. 로마 사람 은 아직도 로마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들은 천재적인 자질로 도시의 아름다움을 창 출하고 오늘도 보존한다고 한다. 그들은 역사를 아끼지 않는 민족을 미개인으로 본 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5천 년이란 역사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남기지 못하 고 있으니 우리가 그런 사람이 아닌가. ⓦ 변명은 가능하기도 하다. 전쟁과 가난으 로 우리는 우리의 것을 가꿀 수가 없었고 말발굽과 포화로 역사는 무너져 버렸다고 말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선대(先代)를 욕되이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오늘날의 우 리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외국의 저명한 건축가가 얼마 전 한국에 들렀을 때, 당 국자가 그에게 한국 도시의 발전상을 한참 설명하고 있는데 그는 말을 막고, “…그 러면 한국 서민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았다는 것입니까. 나는 그곳을 보고 싶습니 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고층 빌딩은 세계 도처에 있고, 또 우리보다 더 크고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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름다운 구조물이 세계 도처에 있기에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한국적 건 물, 즉 한옥을 보고자 했던 것이다. ⓦ 외국의 한 도시 계획가는 개성 있는 도시를 만 드는 7가지 기준을 이야기한 바 있다. 우리도 그 방안을 대체하여 다음과 같이 설정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❶ 역사적 유산을 잘 보존하고 ❷ 형태적 질서를 소중히 여기고 ❸ 지역의 지형적 특징을 존중하며 ❹ 공원과 녹지대를 확보하며 ❺ 하천과 연못, 호 수 등을 아름답게 연출하고 ❻ 사람들의 만남의 장을 더 확보하고 ❼ 보행자가 안전하 고 기분 좋게 걷도록 한다. ⓦ 위정자들은 이와 같은 방안을 하루속히 실천에 옮겨야 한다. ⓦ 오늘의 욕망이냐 미래의 꿈이냐—지방 도시의 욕구는 점차 팽창하고 있다. 대선, 소선, 가리지 않는 정치 바람 탓이다. 촌민들의 마음 속엔 서울과 같은 대도 시의 꿈만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두 가지 사례만 봐도 그렇다. ⓦ 제주시 건 축 역사의 하나인 옛 제주시청 청사가 헐리고 있다고 한다(「옛 제주시 청사 철거」, 경향신문, 강홍균 기자, 2012.12.27). 박진후의 설계로 지어진 이 건물은 제주도가 참 어려울 때 세워진 것이다(1959.10). 김중업의 옛 제주대학 본관과 쌍벽을 이루 는 건물이었다. 철거되는 뉴스를 보면서 그 건물 참 재밌게 만들어 잘 사용할 수 있 을 텐데……, 해 본다. 넋두리에 불과하겠지만. ⓦ 세종시 같은 곳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서울에서 과천에서, ‘본의 아니게 내려오는’ 공무원들과 그 가족들은 참 황 당해 하는 것 같다. 건물들 설계는 모두 외국식이다. 건물들은 어린이 장난감 꽈리 를 틀듯 길게 펼쳐져 누워 있다. 건물들은 국적이 없다. 물론 아파트, 상가는 여기저 기 다 똑같다. 문제될 게 없을 것 같다. 이미 익숙해져 있으니……. 하여튼 그 공무 원과 가족은 새 둥지에서 행복을 누려야 되는 것 아닐까? ⓦ 땅값이 폭등하고 그 혜 택으로 소유자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일까. 어제 오늘이 다르다. 옛 것은 없다. 도시는 또 혼탁해지고 환경은 오염될 뿐이다. ⓦ 외국에서는 1백만의 인구를 갖는 도시를 대도시라고 한다. 비정상적인 비대 도시를 정상으로 보는 시민의 시각 이 잘못된 것이다. 현재 자리잡고 있는 도시의 모습을 개발, 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계속 파괴하고 덮어 버린다면 그것은 후대에 부도덕한 행위로 지탄받게 될 것이다. 더 큰 상실은 우리 모두 미래의 꿈을 잃게 되는 것일 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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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와 패자, 그리고 성탄일 이슈 2013 01-02 | 이종건의 <COMPASS 28> 이종건 | 본지 편집 고문, 경기대학교 교수

ⓦ 승패를 가른 2012년 마지막 이벤트—며칠 전, 올 한 해 최고의 이벤트가 마무리 되었다. 그녀는 승자로, 그는 패자로 끝났다. 그리고 내일은, 한 영화의 대사가 들려 주는 어떤 민족의 믿음에 따르면, 이 날만큼은 그저 정직해야 한다고 하는 특별한 하루인 성탄일이다. ⓦ 승패가 나뉘는 일은 늘 인간의 눈과 귀를 붙잡는다. 스포츠 가 단적인 예다. 승패의 결과에 붙박인 인간의 호기심은, 둘 혹은 양 진영 간에 주고 받는 공격과 방어가 거칠고 험할수록 강하고 질기다. 그럴수록 더 끊을 수 없다. 물 론 승패가 없으면서도 인간의 뜨거운 주목을 받는 사건처럼 보이는 것도 있다. 빛과 어둠과 상관없이, 오직 사건의 크기와 강도에 달린 것처럼 말이다. 허나, 이 또한 공 시적이 아니라 통시적일 뿐, 경쟁이긴 매한가지다. 이전보다 더 끔직한 사건, 더 큰 사고, 더 희귀한 생존 등, 눈과 귀를 쏠리게 하는 것은 비교급과 최상급의 상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코나투스(생명체든 제도든 존재하는 것은 존재하기 위해 온 힘 을 쓰고, 존재 기반이 마련되면 더 크고 강하게 존재하기 위해 온 힘을 쓰도록 하는 것)의 존재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거꾸로 코나투스가 결핍된 존재는, 인간이 아 니라는 말이다. ⓦ 악한 자가 이기고 선한 자가 지면, 인간은 무조건 부정의 감정에 사로잡힌다. 선악의 크기가 클수록 더 강하게 사로잡힌다. 싸움의 당사자거나 당사 자에 대한 거리가 가까울수록, 더욱더 그러한데, 이 경우 양쪽이 다 선이면서 악이 다. 안에 선 자는 선이고, 밖에 선 자는 악이다. 당사자(들)과 전혀 관계없는 제삼자 만 초연할 수 있다. ⓦ 신념과 희망을 품은 자들의 절망. 산화—이번 대선을, 혹자는 독재자의 딸과 인권 변호사 간의 싸움이라 했다. 굳이 독재자의 딸로 명명한 것은, 딸이 아버지의 독재의 역사를 청산하지 않고, 정도는 다르지만 여전히 잇고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보수와 진보 간의 싸움이라 했다. 엄정한 의미에서 양 쪽 어디도 보수와 진보의 개념에 맞지 않지만 말이다. 혹은 좌파 혹은 종북주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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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싸우는 싸움이라 했다. 좌파라는 말 또한, 전술적 용어와 실제의 인식 내용 둘이 모호하게 겹치지만 말이다. ⓦ 패자와 패자 진영에 속한 이들은 몸과 마음의 후유증 이 크다. 당사자야 당연히 그러하겠고, 신념과 열정과 희망을 안고 대선에 임한 사 람들의 파장이 감당키 어렵다. 이십여 년을 미국에서 거주하고, 이제는 이 땅에서 살기 위해 귀국을 준비하던 한 제자의 아내는, 선거 결과에 대한 실망으로 귀국하 려던 마음을 접었다. 이 정도는 그나마 낫다. 아비와 어미의 아들이자 아내의 남편 이자 두 아이의 아빠인, 전국금속노동조합 한진중공업지회 최강서(35세) 조직 차 장은 “가진 자들의 횡포에 졌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선이 끝 난 이틀 후다. 그리고 엊그제, 울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이운남(42세) 은 자신의 임대 아파트에서 투신으로, 광운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한, 서울 민권연대 소속 최경남(41세)은 연탄불로 자살했다. ⓦ 희망할 힘을 모두 잃은 인간의, 처음이 자 마지막 인간적 결단—예수는,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 가르쳤다. 지는 것이 이 기는 것일 수 없다. 지금은 져도 그 날이 오면 모두 이기는 자가 된다는 말이다. 마음 이 가난한 자가, 그 때 상급을 받아 부유할 것처럼 말이다. 그게 아니면 패배를 평화 나 열락으로 바꾸어 사는 명상가의 길밖에 없다. 오늘을 현실적으로 살아야하는 자 들, 그리고 때가 되면 이를 것이라는 복음을 믿지 않는, 믿음이 없는 자들에게 무의 미하다. 석가모니는, 진정한 싸움은 자기 자신과 벌이는 것으로, 그로써 결국 싸우 는 자도 싸움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얻기를, 곧 해탈하기를 가르쳤다. 싸 움이 없는 세상을 경험하지 않은, 삶이 모두 경쟁인 세상의 인간들에겐 탈속의 대안 밖에 없는 가르침이다. ⓦ 힐링이 올해의 키워드라니, 진 자의 상한 마음을 힐링할 방도가 궁금하다. 블로흐는 이렇게 말했다. “희망이 있는 곳에 종교가 있다. 그러나 종교가 있는 곳에 반드시 희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절망의 한가운데에서 희망을 찾을 방도는 무엇일까? 그의 ‘아직-아닌-존재학’에 따르면, 우리가 존재한다고 말 할 때 그것은 우리가 존재하는 ‘도중’에 있다는 것, 그래서 그 바깥으로 나가지 않았 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늘 “다른 어떤 것으로 되어 가는 도중”에 있다. 한마디로 인간은 미래를 선취함으로써 살아가는 미래적 존재인 동시에 ‘희망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자살은 바로 그 희망할 힘을 모두 잃은 패배한 인간의, 처음이자 마지막 인간적 결단이다. 두 전직 대통령, 노무현과 전두환을 가 르는 지점이기도 하다. 전두환이 살아남아 있는 것은, 그가 ‘희망하지 않는’ 존재이 기 때문일 것이다. 살아남는 자가 강자라 믿는 속인들의 ‘살아있으되 죽은 존재’의 표상이다. ⓦ 불의를 비판하지 않으면 지식인일 수 없고, 불의에 저항하지 않으면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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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일 수 없다.—내가 아는 한, 극단적인 패배자의 모형은 시지푸스다. 그는 온 힘을 다해 무거운 돌을 굴러 올리는 행위가 무의미로 끝날 뿐 아니라, 바로 그러한 무의 미한 행위를 반복하는 운명에 묶여 있다. 그를 더 힘겹게 하는 것은 자신의 행위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그가 알고 있다는 인식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자신의 무의미 한 행위와 그에 대한 인식으로써 그는 자신의 운명에 앞선다. 비록 신에 의해 무의 미한 행위를 반복하도록 저주받았지만, 무의미한 행위를 하는 주체의 자리는 자신 의 것이기 때문이다. 까뮈가 선언한다. “그는, 그가 굴러 올리는 바위보다 더 강하 게 된다… 그의 고통을 구성하는 평정은 그와 동시에 그의 승리를 가져다 준다. 경 멸에 의해 극복될 수 없는 운명은 없다.” ⓦ 진 자들의 희망은 어디에서 오는가? 얀 아모스 코메니우스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은 그에게 희망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희망은 그에게 세상을 주었다.” 세상의 패자는 희망으로써 세상을 얻는다는 말이 다. 사르트르는 그것을 연대성에서 찾는다. 진정한 자유는 항상 특정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목표들에 대한 관계 속에서 추구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자 유가 다른 사람들의 자유에 의존하고, 그들의 자유가 우리의 자유에 의존한다는 것 을 발견한다. “내가 다른 사람들의 자유를 목표로 삼을 때에만 자유를 나의 목표로 삼을 수 있다.” 그러므로 까뮈는 이렇게 말한다. “그것은 전 인류 위에 최초의 가치 를 설정해 준다. 나는 반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절망의 한 가운데서 큰 사람 들이 열어 보인 길이 한결같이 그러하다. 톨스토이 왈, “진실과 정의 그리고 아름다 움을 지키는 것이 문학의 길이다.” 타골 왈, “작가는 모든 비인간적인 것에 저항해 야 한다.” 빅토르 위고의 말이고, 노신의 말이다. 불의를 비판하지 않으면 지식인 일 수 없고, 불의에 저항하지 않으면 작가일 수 없다. 조정래가 옮긴 다산 정약용의 말이다. “나랏일을 걱정하지 않으면 글(시)이 아니요, 어지러운 시국을 가슴 아파 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요, 옳은 것을 찬양하고 악한 것을 미워하지 않으면 글이 아 니다.” ⓦ 나의 평화는 오롯이 내가 일군 것인가?—“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가 임하는 성탄일이지만, 엄동설한에 난방하지 못하는 이들이 평화로울 리 없다. 대선 결과로 인해, 요 며칠 새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남은 자들이 평화로울 수 없다. 인 간으로 살아남기 위해, 가진 자들과 가진 자를 위해 존재하는 사회 제도에 맞서 투 쟁하는 이들에게 평화가 깃들 리 없다. 가슴 아픈 현실이다. 그리고 내가 가진 것들 과 가진 방식들에 대해, 적어도 성탄일에는, 한 번쯤 정직하게 물어야 할 때다. 나 의 평화는 오롯이 내가 일군 것인가? 나의 평화를 위해 애쓴 이들을 위해 내가 한 일 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내가 가진 시간과 공간과 돈은 또 어떠한가? 다른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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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의 노고와 아무 상관없는 소유들인가? ⓦ 갖지 않은 자를 위로하고 배려하는 사 람. 이태석 신부와 건축가 정기용—역사는 승자의 역사다. 오직 이긴 자에게만 역사 를 (다시) 쓸 수 있는 펜이 쥐어진다. 같은 방식으로 건축 또한 승자를 위한 공간이 요, 기념이다. 돈이 없고, 권력이 없는 자에게 돌아가는 건축은 없다. 패자의 건축이 존재한 적은 없다. ⓦ 그렇지만 말이다. 적어도 말이다. 엄동설한에 밖에서 떨고 있 는 자들에게, 길고 크고 짙은 응달이 아니라 한줌 따스한 햇볕 좀 쬘 수 있도록, 찌 는 무더위로부터, 뜬금없는 소나기로부터 잠시 피신 좀 할 수 있도록, 급한 생리적 용무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 줄 수는 없겠는가? 더 크고 더 화려하게 보이려 애쓰지 않을 수는, 아니 좀더 요구컨대, 크고 많이 가졌으니 도리어 적고 수수하게 보이려 고 애쓸 수는 없는가? 또 좀더 요구컨대, 자신의 소득의 십분의 일 곧 십일조를 신 께 바치듯 자신의 땅 한 뼘은, 자신의 공간 몇 평은 자신이 아닌 이웃들, 그리고 타 자들이 쓸 수 있도록 공용을 위한 것으로 내어놓을 수는 없겠는가? ⓦ 더 요구컨대, 가진 자의 시녀가 아니라 가진 자의 것을 조금씩 덜어 내어 갖지 않은 자를 위해 쓰 는, 가진 자의 것으로써 갖지 않은 자를 위로하고 배려하는, 그로써 결국은 가진 자 와 갖지 않은 자 모두를 섬김으로 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멸하는 데 작은 힘을 보태 는, 화평케 하는 자가 될 수는 없겠는가? ⓦ 다들 경기가 어렵다고, 그래서 살기가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건축계도 예외가 아니다. 상당 부분, 더 그렇기도 하다. 그런 데 말이다. 힘든 이들을 걱정하고 배려하고 돕는 우리 주변의 선한 이들은, 그들이 정작 쓰고 남아서 그리하던가? 그리고 모두 알다시피, 돈으로만 그리하던가? 인간 의 소유가 어디 돈 뿐인가? 나의 삶의 역사에서 말하건대, 신비하게도 없는 자를 돕 는 이는 늘 있는 자가 아니라 없는 자였다. 성탄일을 맞는 오늘, 유독 두 사람이 떠 오른다. 이태석 신부, 그리고 건축가 정기용. 그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 미 가슴이 따뜻하고, 말없이 희망을 다진다. 땅에 거하는 모든 이들에게 하늘의 평 화가 임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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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감에 있어 필요한 그 이상의 무엇! 이슈 2013 01-02 | 와이드 포커스 1 이명주 | 명지대학교 건축대학 교수

필자는 오래전부터 ‘공간 복지’와 ‘녹색 복지’를 이야기했다. 21세기 복지 브랜드가 주민 자치, 세대 친화, 에너지 절약, 무장애라고 강의하였고, 지금도 이 주제가 필자 의 연구와 설계 주제이기도 하다. 이런 사고의 발원은 독일에서 공부했던 시기가 아 니라 독일을 떠나 한국에 도착했던 날부터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오랜 시간 독일의 거리를 걸었고,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이용했고, 슈퍼와 병원을 다녔고, 그들이 설계 하고 시공했던 집에서 살아 봤기에 귀국 후, 모국에서 부딪치는 도시와 건축 공간은 혼란 그 자체였다. ⓦ 불합리한 삶에 대한 경험이 공간 복지를 말하게 하다—2008년 (사)한국여성건설인협회와 함께 연구하여 대통령자문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 원회에 제출했던 ‘공간 복지 증진을 위한 여성 건설인 활용 방안 연구’에서 ‘공간 복 지’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공간 복지란 공간과 복지의 합성어로 각 개인 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인간의 삶의 질을 담아내는 건강한 공간 상태를 의미한다. 즉, 지금껏 인간은 자신의 삶과 무관하게 수동적으로 공간을 지각하고 이용해 왔다면, 이제는 공간이 인간의 삶의 질 향상과 연계하면서 진화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 간 복지를 논하면서 항상 그 중심에서 필자 자신의 아련한 미래를 염려하고 있었다. ⓦ 상가 건물 몇 개 있는 아파트 대규모 단지에서 문화와 스포츠・여가 생활의 결핍 은 스스로가 사회적으로 고립되었다고 느꼈던 항목이었다. 집을 나서면 똑같은 아 파트들이 밤에는 유령처럼 서 있고, 내 집인지 남의 집인지 모를 착시만을 불러일으 키는 듯했다. 차가 없으면 커피 한 잔 마시러 나가기도 힘든 아파트 단지에서 더 깊 은 외로움과 공허함을 느끼곤 했다. 자전거 타기도 힘든 경사면에 위치한 단지였기 에 겨울철에 눈이 오면 집에 갈 일도 나갈 일도 걱정해야 하는 곳이었다. 바퀴로 다 니는 휠체어와 유모차가 서로 다르지 않고, 누군가의 손을 의지해야 하는 아이와 지 팡이를 의존하는 노인이 서로 다르지 않은 데도 불구하고 한국의 아파트 단지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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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 사는 동네가 아니라, 사람을 채워 넣은 단지’였다. 노후 준비는 연금 저축이 아니 라 내가 살아야 할 공간을 바꾸는 일에서 시작된다고 믿었던 필자의 이러한 불합리 한 삶에 대한 경험은 ‘공간 복지’를 주장하는 데 있어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 건축 환경과 건축 물리, 그리고 녹색 복지—집은 살 만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집의 위치와 집값 그리고 값비싼 인테리어에만 돈을 써야 한다고 믿고 있다. 비록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고, 보일러를 끄는 순간 추워지고, 에어컨 없이는 살 수 없으며, 윗집과 시끄럽다고 싸우는 한이 있더라도 내 집의 집값은 오를 것이라는 믿음만을 부여안 고 참고 살아야 하는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발코니와 유리창 쪽 에서 물이 새고, 집안 곳곳에서 곰팡이와 전쟁을 선포하고, 유리창에 결로가 생기는 것은 모든 집에서 생기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왜 살 만하지 않고, 쾌적하 지도 않는 집에서 참고 살고 있을까? 이 질문 또한 교수로 임용되던 2003년에 시작 된 것 같다. 학교 근처에 있는 작은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그리고 몇 년을 그 집에서 살아 보면서 되뇌고 또 되뇌인 질문이었다. 따라서 녹색 복지에 대한 키워드가 필자 의 설계 철학이 된 것은 매우 당연하다고 지금도 믿고 있다. 어떻게 설계하고 시공하 여야 사람이 ‘사람을 대접하는 집’에서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구하기 시작 했다. 대한민국 건축가가 ‘건축 환경’과목을 접하지 못한 것도 아닌데 책 내용이 전 혀 고려되지 않는 집들로 가득했다. 아니, 건축가가 모르지 않는다면 무시했다는 것 이다. ⓦ 『건축 물리』라는 독일 책에 건축물이 외단열을 해야 하는 이유가 첫째는 인 간의 건강을 위해, 둘째는 건축물의 수명 연장과 구조체 보호를 위해, 셋째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지구의 건강을 위해서다,라고 적혀 있다. 단열 하나만으로도 네 가지를 충족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앞서 문제 제기했던 바를 모두 해 결해 줄 수 있는 묘약이라고 생각했다. ⓦ ‘건축 환경’이 건축물을 둘러싼 기후 환경 과 건축물로 인한 주변 환경에 대한 영향 유무를 주 내용으로 다룬다면 ‘건축 물리’ 는 건축물의 부위별 물리적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자재 선택, 그리고 자재들 간 의 디테일에 대한 논리를 세우면서 건물 에너지 최소 손실과 최대 획득에 초점을 맞 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단열은 그중 한 단원임에도 불구하고, 단열을 해야 한다가 아니라 어떻게 단열을 해야 하고, 부위별 단열에 필요한 자재의 특성은 무엇이며, 방 수와 방습을 동시에 고려한 건축물 부위별 디테일을 물리적 관점에서 파악하되 벽 체 고유의 특성인 전도에 의한 열손실을 최소화하자는 논리를 체계적으로 세워가고 있다. 따라서 건축 물리는 건축가가 디테일을 그리기 위해 꼭 배워야 할 과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전히 건축 환경과 건축 물리에 대한 개념 정립도 부족할 뿐만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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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짓고 있는 집의 수준도 ‘사업성 확보와 행정 민원 최소화’라는 목표에만 맞춰 흘 러가고 있다. 더불어 시간도 흘러가고 있다. ⓦ 살 만한 집을 만드는 방법과 기후 변 화에 적응하는 집을 짓는 해법은 일맥상통한다—2008년 8월 15일 이후 국가 로드맵 이 ‘저탄소 녹색 성장’이 되면서 국내에서는 에너지 절약형 건축물과 제로에너지 건 축물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다. 물론 예측할 수 없는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산천만을 괴롭히지 않았다. 폭풍이 불면 유리창에 신문지를 붙여야 했고, 홍수가 나 면 튼실하지 못한 지하가 부력에 못 이겨 떠내려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했다. 지하 단칸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집을 잃었고, 추운 날 촛불과 연탄을 피우다가 집을 태웠다. 불량 전기 제품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 여름철에는 폭염 때문 에 에어컨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했고, 집을 등지고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많아졌 다. ⓦ 아이러니하게도 살만한 집을 만드는 방법과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집을 짓는 해법은 일맥상통한다. 즉 지금껏 해 오던 방식으로 건축물을 설계하거나 시공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최소한 겨울과 여름철에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따뜻하고 시원 한 집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적으로 설계에 임해야 한다. 에너지 절약형 건축물이 에 너지만을 절약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선택해야 하는 옵션처럼 보이겠지만, 에너지를 절약하는 건축물로 만들기 위해 고려하는 디테일과 시공 방법이 사람들에 게 좀더 쾌적하고 건강한 집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국가 정책이 나갈 방향이 ‘복지’이건 ‘녹색 성장’이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집’을 짓는 데 몰두해 야 할 것이다. ⓦ 공간 복지, 녹색 복지 실현이 기대되는 고덕강일지구 국민 임대 아 파트—고덕강일지구 국민 임대 아파트 현상 설계가 끝났다. 기존의 아파트와는 달 리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 삶의 질 확보, 장수명 아파트, 친환경 저에너지 아파트 단 지를 천명하였다. 현상 설계 과정도 투명했으며, 무엇보다도 아틀리에 건축가들의 대거 참여가 돋보였던 현상 설계였다. 그러나 한편으론 선정된 작품들이 기존의 고 정 관념을 깬 작품들이기에 설계 지침서에 명시된 목적이 쉽게 달성될 거라는 믿음 으로 방관해서는 안 된다. 건축가가 못한 일을 에너지와 친환경 인증이 해결해 줄 거 라는 믿음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진정한 ‘공간 복지’와 ‘녹색 복지’ 실현은 설계 초기 단계에서부터 중요 쟁점으로 다시 다루어져야 한다. 설계 단계에서 이루지 못한 목 표는 절대로 실현시킬 수 없다. 인간의 삶에 대한 건축가들의 명철한 분석과 자연 현 상의 이해, 그리고 열교 없는 설계 디테일, 건축가를 뒷받침할 행정적, 물리적 지원 그리고 시공 전문가들의 지적이고 양심적인 시공이 가미될 때만이 고덕강일지구가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하고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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劈頭討論 건축의 기획 왜 우리는 기획을 이야기하는가 이슈 2013 01-02 | 와이드 포커스 2 대담 박인수(본지 편집 위원, 파크이즈 대표) 임현성(건축도시공간연구소 연구원) 조준배(영주시 디자인관리단장, aandd 건축소장) 황순우(본지 발행 위원, 바인건축 대표)

작년 한 해 동안 회의나 취재를 통해 심심찮게 등장했던 주제가 ‘건축의 기획’이었 다. 주제로서 테이블에 올려 놓은 것은 아니었고, 주로 어떤 사안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도달하는 문제가 이 ‘건축의 기획’이었다. 이에 본지는 이것을 주 제로 기획 기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기획이 잘 된 좋은 사례와 기획 부재의 나쁜 사례를 취재하여 증거물로 제시해 보겠다는 포부는 현장 답사 한번 못하고 좌절되 고 말았다. 사례를 뽑아내기도 어렵거니와 이런저런 이유가 많아 해당 항목들을 세 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본지는 준비하던 기획을 잠시 접고 ‘건축의 기획’과 관련있 는 네 분의 전문가를 모셨다. 이들의 진단 속에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가늠해 보기 위해서다. ⓦ 진행—김정은(와이드beam 실장)+정귀원(본지 편집장)

건축의 기획, 왜 필요한가

사례이다. 죽어 있는 공간들은 결국 기획 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은 기획 설계”라고 나와 있다. 그러면서

박인수—좀 일반적인 얘기를 해 보자. 왜

조준배—건축가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넘

인문사회과학이 발달할 수 있는 유일한

건축 기획을 해야 하는가. 이런 이야기가

어서는 정책적 기획도 있다. 내용이 없

방법이 기획 설계라고 한다. 기획 설계

중요하다. 우리에겐 지금까지 건축 기획

는 데도 지역 문화 자산으로 과시용 미

란 것은 다면체다. 건물이 되기 전단계이

이 없지 않았나.

술관/박물관을 무조건 만들고 보는 지자

니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 다르게 볼 수

황순우—건축 기획이 가지는 경제적 효

체들이 많다.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한국의 공

과도 중요하지만, 사용자에 대한 부분도

황순우—겸재미술관에 겸재 그림이 없

공 건축물은 공무원이 짓고 있다. 건물에

중요하다. 그동안은 건물을 만들어서 제

는 경우이다. 기획에서 잘못 끼운 단추를

들어가야 할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물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

공만 하면 됐다. 그런데 공간이 적절하지

건축가가 뒤늦게 들어가서 수습하는 것

의 지식이 빠져 있는 상태에서 짓고 있

않은 경우가 너무 많은 거다. 우리는 460

도 한계가 있다. 그러면 그걸 우리가 방

는 것이다.

억 들인 박물관의 1년 관람객 수가 만 명

치할 것인가.

임현성—기획이 필요한 이유는 사회적

밖에 되지 않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흔한

박인수—영국의 한 서적에 “민간이 건

요구 때문인 것 같다. 기획은 행정 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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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먼저 생겼다더라. 기획이 필요한 이유

부터 엇나가기 시작하는 것은 큰 문제이

소규모 설계사무실에서는(개발업자 제

는 불확정성 때문이다. 건축도 얼마 전까

다. 가장 적합한 곳에 건물이 자리를 잡

외) 건축 기획의 업무 영역이 없으니까

지 시공이나 설계에 많이 집중되어 있었

아야 하는데, 전혀 엉뚱한 곳이 선택되기

내용 파악이 안 되고 벌이도 안 된다. 단

다. 왜냐면, 확실하니까. 지으면 팔리니

도 한다. 도심에 있어야 할 것이 산 속에

지 수주를 하기 위한 것으로 끝나니까 문

까 기획이 필요 없었다. 그러고 보면 설

들어앉은 사례도 있다. 또 하나는 사람과

제가 된다.

계 이전에는 짓기만 하면 됐다. 그런데

관련된 것이다. 누가 사용을 하느냐, 사

임현성—민간 건축 영역에서는 기획을

이제는 설계를 잘해도 잘 안 팔린다. 건

용자를 철저히 분석하는 것은 운영의 문

잘 했느냐 못했느냐에 따라서 운영 수익

축 기획은 시대적 흐름의 요구이다. 일본

제이기도 하다. 그 다음으로 시간에 대한

에 영향을 많이 미치기 때문에 오히려 민

건축 기획 책 서문에는 대부분 사회의 불

거다. 패러다임의 변화를 어떻게 시간 속

감하다. 조사한 바로는 대형 건설사에서

확정성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건물을 잘

에서 예측하고 읽어낼 것인가. 5년, 10년

큰 프로젝트 기획을 3년까지 하는 경우

팔기 위해서, 또 건물이 잘 활용되기 위

의 시간 속에서 공간을 어떻게 재구성할

도 있다. 그러나 공공 건축 영역에서는 3

해서 기획으로 무게중심이 쏠릴 수밖에

것인가. 예전에는 프로그램을 모두 제공

개월, 길면 6개월이다.

없다는 것이다.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공간의 패러다임

조준배—그것도 연구소에 용역을 맡겨

조준배—왜 오늘 기획을 이야기해야 하

이 변화하면서 새로운 기획이 요구되고

서 가능하면 타당성 좋은 방향으로 만든

는가! 불확정성과 관련하여, 사업을 확실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미술계는 탈공간

다. 그걸 가지고 사업을 시작한다.

히 하기 위해서 BIM이 기획 단계에까지

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미

박인수—서울시청만 봐도 기획 업무가

오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리고 또 한 가

술관을 그리고 있다. 경제성에 관한 문제

얼마나 엉터리인지 알 수 있다. 중요한 건

지, 우리가 가난해졌다는 사실이다.(웃

도 있다. 라이프사이클 속에서 이것을 어

물이 그 정도니 다른 건 말할 것도 없다.

음) 먹고 살려다 보니까 기획 쪽으로 가

떻게 재편하고 움직일 것인가, 하는 문제

조준배—졸속 개관 문제로 시끄러운 공

는 거다. 또 삶의 질이란 측면에서 공공

등등. 이러한 문제들의 공통분모 속에서

공 미술관들이 있다. 다 건축 기획의 부

디자인, 공공 건축의 퀄리티에 관심이 높

건축가의 역할은 굉장히 크다. 건축가들

재 때문이다.

아졌는데, 자연히 기획의 문제와 엮이게

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된다.

관점에서 얘기했다.

건축 기획의 범위

공공의 기획 vs 민간의 기획

황순우—경기도와 철원에서 발주한 프

임현성—건축 사업 때 불확정성을 결정 하는 세 가지 요인이 크게 토지, 자본, 수 요라고 한다. 토지, 자본, 수요가 점점 불

로젝트에서 건축 기획을 하고 있다.

확정할수록 기획을 많이 고민할 수밖에

박인수—건축 업체들은 지금까지 기획

임현성—타당성 조사인가?

없는 거다. 거기에 공공성, 퀄리티 등이

업무로 수주를 해 왔다. 큰 회사들은 특

황순우—아니다. 기본 구상인데, 거의 기

더해지면서 기획이 더더욱 필요한 시점

히 기획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일과

획 업무다. 어떤 법령을 가지고 할 것인

이 된 것은 아닌가 한다.

직결되니까.

지, 기본 전략이나 개념 도출을 어떻게

조준배—공공이나 사회 약자를 위해 건

임현성—연구소에서는 공공 기관에서 발

할 것인지 등, 기본 계획 이전 단계이지

축가들이 한 일은 거의 없었다. 아주 개인

주하면 공공 건축 영역으로, 기업이든 개

만 일부 용역에서는 기본 계획까지 조정

적인 작업들, 몇 분의 희생에 의해서 이루

인이든 공공이 아닌 곳에서 발주하면 민

을 하기도 한다.

어진, 거의 운동의 차원에서 산발적으로

간 건축 영역으로 구분한다. 공공과 민간

조준배—기획 설계라는 이름으로는 안

이루어진 작업 말고는 없었다. 그런데,

의 건축 기획은 다르다. 공공의 경우 거

하시는지.

기획은 당장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

쳐야 하는 절차에 따라 금액이 정해져 있

황순우—기본 계획에서 기획 설계를 담

지만, 사용자의 측면이 반영된다는 점은

지만 관행대로 되거나 잘 안 되고, 민간

아 준다.

결국은 공공성이고 사회와의 관계이다.

은 발주자의 의지에 따라 기획의 기간이

박인수—기획 설계는 설계로 포함되어

황순우—건축의 기획과 관련된 생각을

나 내용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있어서 기획 설계라는 별도의 이름으로

정리해 보면, 하나는 땅에 대한 문제가

조준배—큰 프로젝트일 경우, 민간은 수

는 발주되지 않는다.

있다. 어디다가 지을 것인가에 대한 기획

익과 관련이 있어서 열심히 한다. 문제

임현성—제도적으로 본다면 용역을 낼

이다. 타당성 조사하면서 장소를 정할 때

는 알아서 열심히 하는 쪽이 아니다. 중

수 있는 것이, 설계 이전 단계에서 세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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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로 나눠지는데 기본 구상, 타당성 조

은 건축 기획이다. 건축 기획이란 것은

다 마찬가지이다. 지역의 정치색에 의해

사, 기본 계획이다. 여기서 공식적으로

이미 사업이 결정된 상황에서 사업을 좀

사업이 결정된다. 아무리 시민 사회가 제

공공이 발주해서 비용을 지불하고 맡길

더 충실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것뿐만

동을 걸어도 소용없는 일이다. 지자체의

수 있는 것은 타당성 조사밖에 없다. 타

아니라 정책적으로도, 저는 그걸 정책적

병폐이다. 결국 의회의 견제에 기댈 수밖

당성 조사는 일정 규모 이상일 경우 의

기획이라고 얘기한다.

에 없다. 또 의회 기능이 아니면 그런 정

무적으로 해야 한다고 법적으로 정해져

임현성—우리는 그걸 사업 기획이라고 하

보를 우리가 가질 수도 없고….

있다. 다만 기본 구상은 발주자의 의지

고, 사업 기획과 설계 기획으로 나눈다.

에 따라 자기 돈을 들여서 하는 거다. 아

조준배—정책적 기획이라고 하는 것은

마도 대부분 큰 프로젝트가 여기에 해당

(공공) 사업이 만들어지기 전에 단체장

될 것 같다. 작은 프로젝트는 예산도 없

등이 사업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단계

조준배—시의회에서 어떤 지위로 일을

고 근거도 없으니까 대부분 하지 않는다.

이다. 이 사업 기획을 정책적 기획이라고

하셨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타당성 조사도 건너뛰고 기본 계

하는 것은 합리적 근거나 판단에 의해 사

황순우—예산, 결산 검사를 했다. 전부

획이 대부분 기획을 커버하는 식으로 진

업이 결정되기보다 정책적 판단에 의해

회계사, 세무사들로 구성되는데, 1998년

행된다. 기본 구상은 어쨌든 여유가 있으

훨씬 더 많은 것들이 기획되고 결정되기

부터 건축사의 한 자리를 얻었다. 시의회

면 하는데 지침은 없다. 할 수 있다는 정

때문이다. 저희가 논의하는 수준은 대부

에서 끝까지 싸운 결과였다. 예산, 결산

도로만 명기되어 있기 때문에 임의로 기

분 그 다음 단계이다. 타당성 조사 같은

에 대해 건축사가 뭘 알겠나. 그래도 정

획되는 부분이 많다.

것은 그 중간 단계이고, 그것도 사업 결

말 열심히 했다. 처음 참여했을 때 인천

황순우—공공에서 하는 프로젝트도 건

정이 난 후 예산이 투입돼서 이루어진다.

의 예산이 5조 원이었고, 그중에 내가 봐

축적 영역이 있고, 엔지니어링 영역으

정책적 기획도 논의를 통해 같이 기획이

야 하는 분야가 ‘도시계획건설교통분야’

로 넘어가는 것이 있다. 절차상의 문제

돼야 하지만 몇몇 사람에 의해 폐쇄적으

였다. 회계사나 세무사는 그것을 돈으로

도 그렇고, 담아내는 내용의 방법도 그

로 이뤄진다. 나는 첫 단계부터 전문가가

보지만, 건축사는 그 이상을 볼 수 있다.

렇고, 매우 다르다. ⓦ 최근 인천시립미

투입되어서 역할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

건축사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술관 TF팀으로서 기획을 하게 됐다. 보

다고 생각한다. 정책적 판단의 비중이 너

보여 준 계기가 됐다.

통 타당성 조사로 시작한다. 대개 타당성

무 크기 때문에 어떻게 이것을 열어서 공

박인수—서울시에서도 정말 필요한 일

조사는 예산 확보를 위해 형식적으로 하

정성을 가지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다.

는데 연구원에서 한다. 하지만 연구원에

박인수—사실 그것이 기획의 핵심이다.

황순우—그런데, 예산의 낭비가 학술 용

전문가가 거의 없다. 적합한 연구원이 없

정책적 기획의 문제는 의회 기능이 없기

역부터 시작되더라. 타당성 조사 등 학술

다보니, 틀을 만드는 작업에서 제대로 읽

때문이다. 사업의 결정이 밀실에서 이뤄

용역에서 기술 용역까지 오면서 예산이

어내지 못하는 게 문제다. 그래서 미술관

지더라도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엄청 증가한다. 나중에는 공사비에 구멍

이 다 똑같다. 복사를 하니까 그렇다. 전

내용이 부실해도 예산을 승인해 준다.

이 생기는 거다. 그래서 ‘학술용역심사조

국 지자체의 미술관 기획 내용이 모두 같

황순우—시의원은 아니고, 시의회의 임

례’를 만들게 됐다. 또 용역 발주 시 심사

은 것이다. 각 지자체마다 갖는 독특한

명으로 의회 활동을 10년 한 경험이 있

를 하는데 시의원, 전문가들 속에 건축사

특성, 이를 테면 장소성 같은 것을 담아

다. 행정 절차상에서 결정권자는 어쨌든

가 포함되도록 만들었다. 시도의 지방 행

내야 하는데 우리나라 지역 미술관을 보

시장이다. 그리고 견제 기능을 가지고 있

정에 건축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명

면 규모나 내용 면에서 다 똑같다. 대규

는 것이 의회이다. 그런데 이미 결정 단

확하게 구조를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개인의 노력

모 건축물이 다 똑같을 때도 있다. 반면,

계에서 양측의 합의가 있기 때문에 쉽

조준배—기획 업무를 제대로 검증하는

민간에서는 직원들이 직접 기획을 한다.

게 진행이 되는 거다. 그래서 아예 의회

역할을 하셨다. 영주시는 시 전체 사업

정말 열심히 한다.

에 들어가서 자리를 만들어 검토하고 자

기획을 하는 데는 아직 못 들어갔다. 연

문하면서 나름의 역할을 해 왔다. 문제는

구 용역 심의도 자체적으로 이미 갖춰져

의회의 당파성 때문에 제대로 논의되지

있고….

정책적 기획과 건축 기획

않고 정책 결정이 되어버리는 경우이다. 조준배—임현성 연구원이 이야기한 것

비단 인천뿐만 아니라 대구, 부산, 광주

건축의 기획에서 전문가의 위치

Wide AR no.31 : 01-02 2013 Issue : 劈頭討論 건축의 기획, 왜 우리는 기획을 이야기하는가 대담


임현성—두 분 다 기획에 적극적으로 참

니까 서열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역할은

황순우—건축가만큼 기획 관련 업무을

여하는 경우이다. 기획을 만드는 역할에

전체를 통괄하고 조정하는 부시장급의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실제 내용

가담할 것인가, 아니면 그런 기획을 검

역할인데, 지위가 그 아래로 들어가게 되

과 운영 면에서 약하기 때문에 공부를 해

증하는 역할에 들어갈 것인가로 나눠 볼

면 일하기 힘들다. 사실 시장님과 그 문

야 한다. 또 학교에서 공부를 시켜야 한

때, 황순우 소장님은 검증하는 역할로 들

제에 대해 협의를 하다가 현 상황에서는

다. ⓦ 나는 법으로 용역 발주를 바꿔야

어간 경우이다. 기본적으로는 공무원들

위촉으로 그냥 있자는 결론을 냈다. 현재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기득권을 갖고

이 건축 기획을 맡을 만한 역량이 되는

는 위계도 없고 라인도 없다. 시장님과

있는 사람들, 힘있는 설계 사무소들의 입

가가 문제의 발단이다. 현재로서는 공무

직접 이야기하기 때문에 다른 공무원이

장에서 생각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오히

원들의 기획 업무 수행 역량이 조금 부족

개입할 여지가 없다.

려 틀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 상황에서 공

황순우—어떤 일을 위촉받으셨나.

회의가 든다. 설계 업무에서 할 수 있는

무원들이 건축 기획 업무를 발주하고, 또

조준배—디자인관리단장으로 위촉되어

기획이 법으로 보장된다면 방법은 다양

직접 하기도 한다. 물론 그 이전에 비전

있다. 2년 계약의 위촉직으로 월급을 받

하게 열어 놓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문가인 단체장들이 임의로 결정하는 판

는다.

매뉴얼화해서 적용하고 공모하고 입찰

단의 문제가 있다. 황 소장님은 건축사의

임현성—영주시의 장기적이고 일괄적인

하고, 그러다보면 늘 똑같은 사무소들만

영역 이상을 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건

건축물을 조성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된

하게 된다. 오히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

축사가 그런 역할을 할 수가 없다. ⓦ 조

다. 그게 공공 건축 연구하면서 초기에

들이 참여를 못한다. 또 MA, MP제도라

준배 소장님도 기존 건축가보다 훨씬 더

나왔던 아이디어이다. 한편으로는 사업

는 게 있는데 사람으로 작업하는 것이 중

많은 것을 요구받고 있어서 힘이 들 것이

이 수익적인 면에서 타당한지에 대한 여

요할 것 같다. 결국 기획은 사람이 하는

다. 시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조언을

부도 중요한 부분인데 건축가들에겐 그

것이다.

해 주는 걸로 알고 있다. 타당성에 대한

런 전문성이 없다. 또 지방제정법이라든

박인수—나는 전문가가 모든 실력을 두

것들은 외부 용역으로 내 보낼 수도 있

지 법 제도에 대한 전문성도 없다. 이를

루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만, 영주시 사정상 혹은 프로젝트의 규

전반적으로 갖춘 전문가가 시장과 공무

그럴 필요는 없고, 다만 그 조직을 서포

모에 따라 내부적으로 검토할 일이 훨씬

원을 도울 수 있도록 행정 조직에 직접

트할 수 있으면 되는 거다. 그래서 사람

많다는 거다. 물론 예산 검증 과정에서

적으로 투입되는 것도 상당히 필요한 부

도 필요하지만 조직도 필요하다고 생각

걸러질 수도 있겠지만, 그 이전에 기획

분이란 생각이 든다. 예산 심의 과정에서

한다. ⓦ 서울시에는 서울시 공공 건축

안 자체의 내실화가 안 되어 있는 상태라

건축 관련 전문가들이 개입되는 것도 좋

가들이 있어서 기획, 자문, 설계 업무를

서…. 공무원들이 하기에는 역량이 부족

은 일이다.

하는데, 실제로 기획에는 거의 참여 못한

하니 전문가가 필요한데, 좀 독립적인 위 치에 있을 필요가 있다. 조준배 소장님은

다. 간혹 정책 회의에 참여하게 되는 경

시스템인가 개인인가

중립적인 위치, 그러니까 공과 민 사이에

우가 있는데, 공무원들과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 공공 건축가라고 이름 붙였을 때

있다. 민간이 아니니까 용역으로 받아들

조준배—기획은 누가 하는가,란 문제로

는 기획의 업무를 고려했을 텐데, 아쉬운

일 수 없고, 공무원이 아니다 보니 직책

얘기가 좁혀질 것 같다. 결론은 전문가가

부분이다.

으로 힘을 발휘할 수도 없지 않나.

필요하다. 초기 정책적 기획이든, 실질

임현성—건축도시공간연구소(이하 아

조준배—건축가가 공무원이 될 수는 있

적 기획이든 전문가가 들어가서 역할을

우리)에서 공공 건축에 대한 관심과 연

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하지 않는 게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

구가 먼저 시작됐다. 공공 건축가의 역할

좋다고 생각한다.(궁극적으로는 들어가

다. 어떻게 보면 황 소장님은 스스로 개

을 보았을 때 기획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

야 하겠지만) 그 이유가, 전문직으로 예

척을 해서 기반을 만들고 있지만, 그것이

여야 하는데 그보다는 설계나 자문 쪽으

산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직급이 전문가 ‘

좀더 보편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시스템

로 포지셔닝을 했다. 왜냐하면 기획은 공

가’급인데, 과장급과 비슷하거나 약간 위

이 어떻게 가능한지, 그랬을 때 시스템에

무원들의 업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급, 국장 밑이다. 만약 전문가 가급의 공

들어가는 전문가가 어떤 자격을 갖춰야

다. 공공 건축가의 역할은 태생적으로 시

무원으로서 역할을 하게 되면 국장이나

하는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전반의 건축/도시 기획과, 프로젝트 베

부시장의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

얘기해 봐야 할 것 같다.

이스의 초기 기획 두 가지로 나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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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 그마저

험했다.

는 일에 부정적이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도 설계나 자문에 치중되어 있다. 명색이

조준배—그것 또한 아트플랫폼 프로젝

‘대형 사무소 일 몰아주기’밖에는 안 된

공공 건축가인데도 초기 단계에서의 권

트라는 큰 사업 속에서 이루어진 특수한

다. 오히려 사회에서 건축가들의 역할은

한은 없고, 이미 결정된 일을 뒷수습하는

경우라고 생각한다. 지속적인 프로젝트

무엇인지를 재정립해야 할 때라고 본다.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와 권한이 있어야 계속될 수 있는 것이

내가 의회 기능에 들어가고 시민사회에

조준배—영주시는 경관 및 디자인 조례

다. 그게 좀더 일반화되었으면 좋겠다고

참여하는 이유이다. 그 안에서 잘못된 문

를 만들어서 디자인관리단장의 역할을

생각한다.

제점들, 일개 부서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명기하고 그 직위에 해당하는 예산을 확

황순우—나는 건축가의 전문성과 지위

적 현상과 정치 구조의 문제와 지자체의

보해 놓았다. 최근 충남 서천의 공공 건

를 확보해 주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축 사례는 아래로부터 시민들의 의견이

생각한다.

반영되면서 위로 올라간 경우인데, 그 과

조준배—MA, MP는 프로젝트가 진행

검증을 통한 인식의 변화

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담당 공무원

되는 동안은 시장이 바뀌어도 유지될 수

의 빈번한 교체였다고 한다. 1년에 끝낼

있는 가능성이 많다. MA, MP는 프로젝

임현성—건축 기획은 그 필요성에 대한

일을 3년 걸쳐 하게 된 원인이다. 그 이야

트 단위이고, 개별 건축가로서 프로젝트

동의가 필요하다. 특히 발주자가 기획의

기를 접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디자인관

를 끌고 가는 것은 부담이 적은데, 한 건

필요성을 알아야 가능한 부분이다. 민간

리단장인 나의 역할은 지속적이고 일관

축가가 시로 들어가서 지속적으로 MA,

발주자는 건축주가 될 거고, 지자체의 공

적이어서 공무원이 바뀌어도 사업 콘트

MP를 한다는 것은 시장하고 서로 협의

공 건축 발주자는 단체장이 되겠다. 민간

롤이 된다는 것이다. 밑에서 주민들과 협

가 돼야 하는 부분이다.

전문가의 도입과 제도 개선 등에 대한 그

의한 내용을 반영하면서 지속적으로 진

황순우—기획 업무는 프로젝트 베이스

들의 인식이 없으면 실효성 없는 얘기로

행될 수 있도록 시에서 누군가 받쳐주면

라고 생각한다. 이것저것 기획하는 것

끝날 수밖에 없다.

일이 원활하게 잘 될 수 있다고 생각한

은 공무원 신분으로 가는 것이고…. 그

조준배—제대로 된 기획을 하는데 3년

다. 그러니까 밑에서 올라오는 시스템을

것이 건축가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걸린다. 그런데, 6개월 만에 해야 하는

받는 시 조직 내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라고 본다.

관의 입장에서는 3년이나 걸리는 일에

중요할 것 같다. 디자인관리단장도 건축

조준배—한 프로젝트는 그게 맞다. 조례

관심을 보이기 어렵다. 그들에게 3년의

도시공간연구소에 재직할 때 영주 시장

로 MA가 프로젝트를 끝까지 끌고 갈 수

시간과 열정이 특수하게 보인다는 게 문

님과 작업하면서 몇 년간 호흡을 맞췄기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

제다. 그것을 일반화해서 설득할 수 있는

때문에 상호 신뢰가 생겨서 가능한 일이

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 개별 프로젝트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좋은 사례도

었다. 그런 배경도 없이 조직 속에 들어

여러 장소에 효율적/합리적으로 들어갈

필요하고, 그런 사례를 지속적으로 보여

가서 디자인 단장 역할을 하겠다고 하면

때 위치나 프로그램 선정의 단계, 그러니

줄 필요도 있고, 또 공무원이 변할 수 있

누가 받아주겠는가. 그러니까 특수한 경

까 그 이전의 단계도 잘 되어야 한다고

는 여건, 그러니까 조기 발주 때문에 기

우에서 일반적인 상황으로 넘어갔을 때,

생각하는 거다. 개별 프로젝트의 개별 총

획도 없이 무조건 발주해야 하는 상황을

이것을 어떻게 만들어 내고 도와줄 수 있

괄 계획가와 지역 총괄 계획가의 기획에

없애고 그 기간도 늘려주면 생각할 여지

는가, 또 이것을 누가 할 것인가의 문제

대한 역할의 차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를 가질 것이다. 결국 건축의 기획을 정

가 중요한 것이다.

황순우—좀 다른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착시키기 위해서는 타깃과 전략이 각각

황순우—조직 안에 들어가면 부정적, 긍

건축사들이 기획 업무를 무조건 일로서

달라야 하는 거다. 아직까지 기획이 필요

정적 측면이 있을 것이다. 나는 공조직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건

하다, 중요하다, 기획을 하면 좋은 작품

에 들어가기 보다는 건축가로서 독자적

축 기획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이끌

이 나온다, 정도만 얘기한다. 누구를 공

인 지위를 확보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

어내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발전시켜 나

격해야 하는지, 공격의 대상도 없다. 황

다. 그래서 MA제도나 MP제도를 염두에

가야 하는데, 기획 업무의 ‘업무’에 집중

소장님 혼자서 고군분투하셔서 얻은 것

뒀고, 2004년에 인천시장으로부터 MA

하는 것 같아서다. 마치 밥그릇 챙기기로

들도 서로 교환하고 알려야 할 필요가 있

로 임명을 받았다. 그러면서 세 사람의

비춰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

는데 논의의 장이 없다.

시장, 다섯 명의 국장, 수많은 직원을 경

다. 그래서 단체가 노멀한 매뉴얼을 만드

임현성—건축 기획의 효과를 수치적으

Wide AR no.31 : 01-02 2013 Issue : 劈頭討論 건축의 기획, 왜 우리는 기획을 이야기하는가 대담


로 보여 줘서 인식을 바꾸게 하는 것이

서 그 자료를 정책적으로 옮기는 역할을

전진삼—바꿔서 생각하면, 제대로 교육

가장 좋겠지만, 실제로는 어렵다. 왜냐

해야 한다. 전문성은 당연히 인정을 받아

되지 않은 사람들이 스스로 총체적 학문

하면 건축 기획에 대한 관심이 건축도시

야 하는 부분이고, 누가 통합적으로 어떤

을 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간연구소도 5년 정도밖에 안 됐고, 그

타깃을 향해서 정책을 만들 것인가는 정

기획의 핵심은 경험에 있지 않을까. 우리

래서 기획을 잘 했을 때 얼마만큼의 경제

책 연구소인 아우리가 해야 한다고 생각

가 받았던 커리큘럼 안에서 건축과 행정

적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기 어렵다. 일본

한다. ⓦ 아무튼 건축 기획에서는 각자

의 관계라든가, 법이 어떻게 생성되는지

구마모토 아트폴리스나 미국의 사례들

의 역할이 있을 것이다. 혼자서 모든 것

등, 기획 자체의 배경에 대한 공부를 한

은 15년에서 20년이 지났다. 그들도 처

을 다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나는 그것

번도 시킨 적이 없다. 새롭게 커리큘럼이

음에는 기획을 왜 해야 하는지 공감이 안

이 아주 안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왜

조성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특히 5년제

된 상태에서 시작을 했다. 그 상황에서

냐면 그럴 경우 기획가가 사라지면 그것

까지 된 상황에서 말이다.

일을 계속 반복하다 보니까, 비용의 절감

으로 끝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주 특수

조준배—정기용, 조성룡 선생님이 만드

이 눈으로 확인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한 경우이다. 비근한 예로, 너무나 존경

신 성균관대 설계원 대학원의 커리큘럼

기획을 잘 세웠을 때 어느 정도의 공사

하는 분이지만, 정기용 선생님의 10년간

은 기본적으로 공공에 집중되어 있다. 실

비가 감소되는지를 나타낸 자료가 있는

의 노력이 그렇다. 그렇다고 건축가 개인

제적인 업무에 대한 교육도 이뤄지고 있

데, 미국의 경우를 가져와서 만든 것이긴

의 노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대략의 효과는 알 수 있다. 그래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고, 그것을 보완하

임현성—우리 연구소에서도 최소한 한

도 여전히 공감을 불러일으키진 않는다.

기 위한 조직도 필요하고, 법을 바꾸고

과목 정도의 편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조준배—영국도 10년간 연구 축적된 것

정책을 만드는 전문가도 필요하다. 또 그

를 했었다. 외국 사례들은 자세히 들여

으로 판단을 한다. 한 프로젝트의 사례

런 역할을 통합할 수 있는 조직도 필요

다보지 못했지만, 프랑스의 프로그래미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축

하다. 여기 황 소장님의 역할과 나의 역

스트 제도를 보면 3년의 전문 과정이 있

적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사례별로 따

할과 아우리 임현성 연구원의 역할과 박

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프로그래미스

지기 시작하면 이런 이유, 저런 이유로

인수 소장님의 역할이 서로 소통이 되는

트 전문대학을 다시 들어가는 것이다. 그

너무나 다양하게 평가되기 때문이다.

경계를 만들고, 각자 역할 내의 한계점

리고 7년가량의 실무 경험이 있어야 프

임현성—국가공공건축지원센터가 공공

을 드러내고, 또 그 한계점을 누가 보완

로그래미스트 자격을 준다. 물론 다양한

건축만이라도 선도적으로 기획 업무를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앞으로) 좀

전공을 인정한다. 굳이 건축, 도시 전공

잘 해보자라는 취지로 만들어진다. 센터

되면 좋겠다.

자만 뽑지 않는다. 기획이 다양한 분야와

를 통해 기획 업무를 지속적으로 하려는 것은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효과를

엮여 있기 때문에 각자의 전공을 살리면

건축 기획가의 소양과 교육

서 코디네이터 역할을 강조하는데, 현장 에서 검증을 거친 다음 기획 전문가로 인

검증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조준배—검증의 결과가 무엇이어야 하

전진삼(본지 발행인)—지금 30대 초반

정을 하는 것이다. 국가마다 기획이 담당

는가, 무엇을 타깃으로 하는가가 중요하

에서 중반 넘어가는 친구들이 민간 차원

하는 역할과 전문가들이 모두 다르긴 하

다. 결국은 법 문제이다. 법이 바뀌지 않

에서 기획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작게는

겠지만, 프랑스의 사례가 커리큘럼을 편

는 한, 예를 들어서 건축가의 기획에 대

전시, 출판, 사업 기획까지. 그런데 이 친

성하거나 전문 자격을 인정할 때 참고할

한 (독립적인) 용역비는 회계법이 바뀌

구들이 대학에서 기획 교육을 받지는 않

만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공통적인 건축

지 않는 이상 만들기 어렵다.(특수한 상

았다.

교육과 차별적으로 실무 경험을 전제한

황에서 특수하게 이루어지는 일들은 제

황순우—대학에서는 건축가가 그런 역

교육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겠다.

외하고) 또 건축 기획비를 들여서 제대

할을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그

황순우—건축과는 학제는 5년제인데 모

로 하는 것이 예산을 10% 깎는 것보다 더

런데 사회에 나오는 순간 설계에 파묻혀

두 설계만 가르치고 있다. 설계는 그중에

이득이란 것을 증명하지 않으면 바뀌기

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금 건축

서 10%만 가르치고 나머지는 다른 분야

어렵다. 그런 점에서 건축도시공간연구

가가 할 수 있는 일은 너무 많다. 구석구

를 가르쳐도 되는데, 지금 보면 설계자

소의 역할이 클 것이다. 기술적인 부분보

석 배치되어야 하는데, 아직은 군데군데

인증 제도 같다. 각 분야별로 전문 분야

다는 데이터들을 꾸준히 모으고 검토해

있어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의 커리큘럼이 나눠져야 된다고 생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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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렇게 해서 사회에 나오지 않으면

조금 이전 단계로 가면 좀더 많은 전문가

다. 그러면 발주자들이나 시민들이 기획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가 필요할 것이다.

의 필요성을 인식한다. ⓦ 또 영주시 같

조준배—나는 전문가의 역할을 건축가

박인수—건축가가 그런 능력과 자질을

은 사례들이 선도적인 사례가 될 수 있겠

들이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자리도 없

가지면 제일 좋겠지.(웃음)

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사례들은 겉으로

지만, 자리가 주어져도 전문가로서 역할

황순우—건축이라는 속성 자체가 종합

보기에 건축물이 멋있는 경우에 시선을

을 할 수 있는 소양이 많지가 않아서 굉

적이고 다양성을 가지는 학문이기 때문

많이 받았다. 사람들은 ‘저렇게 하려면

장히 어려웠던 것 같다. 그 소양은 다양

에 학교에서 다른 과에 비해 그만큼 열심

어떻게 해야 돼? 그럼 좋은 건축가를 구

한 전문가와 협의할 수 있는 소양이라고

히 훈련받고 있다. 조금만 수정을 한다면

해야 돼.’ 이렇게 피상적 수준에서 그쳤

생각한다. 그것이 필요하다. 건축가에게

코디네이터 역할은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다. 반면 영주시는 시스템에 집중했다.

모든 능력을 필요로 하는 것 같지는 않

거라고 생각한다.

지난 3~4년 동안 조준배 소장님이 지자

다. 여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서로가 전 문가로서 자기 영역 안에서 토론하고 협

체의 현실에 맞게끔 팀을 만들고, 정례화

건축의 기획 페스티벌을 기대하며

의할 수 있는 장의 마련과, 장에 들어갔

된 시스템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겉으로 볼 때 눈길을 끄는

을 때 얘기할 수 있는 소양, 통합하고 협

임현성—영국에는 아키텍처 잡북(Ar-

결과물이 안 나왔다. 지금쯤 영주시에서

의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추는 것이 더 요

chitecture Job Book)이란 게 있어서 건

좋은 공공 건축물이 결과물로 나와서 활

구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축물의 기획부터 사용까지 건축가의 역

용도 잘 되고, 사람들이 좋은 건축물이라

임현성—실무에서 건축과 졸업생이 할

할들이 나열되어 있다. 프리퍼레이션

고 여기기 시작한다면, 영주시 시스템을

수 있는 역할 자체가 제한적이기 때문

(preparation), 이것이 기획 단계인데,

벤치마킹하여 참고할 거라고 생각한다.

에 대학에서 많은 공부를 했음에도 불구

건축가의 역할만 있는 게 아니라 발주처

조준배—포항의 사례가 파급 효과가 떨

하고 실제로 활용되지 못하는 문제점도

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구조 기술자는 무

어지는 이유는, 개인에게 집중되었기 때

있겠지만, 사회에서 요구하는 수준을 대

엇을 해야 하는지가 규모별로 나눠져 있

문이다. 굉장히 많은 것을 만들었고 많은

학에서 받쳐주지 못 하는 것도 일부 있

다고 한다. 실제로 이행이 되는지, 책을

일을 했는데, 개인이 특화되면 개인밖에

는 것 같다. ⓦ 사실 설계한 사람만 기획

소개해 준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나를 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벤치마킹하려고

하는 건 아니다. 15개 정도 분야의 조직

상하게 보더라. 당연한 일을 왜 그렇게

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아까 앞

혹은 기관에서 기획을 담당하는 사람들

묻느냐는 거다. A부터 Z까지 건축가의

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정기용 선생님

(CM업무, 건설사, 연구소, 설계 사무

역할을 인정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부

이 돌아가시면서) 아까운 10년이 한순간

소 등등)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적

러웠다.

에 날아갔다. 선생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이 있다. 다들 본인이 하는 게 기획이라

황순우—피(fee)를 인정해 주는 문제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반해를 만들어야 한

고 얘기하고 또 잘한다고 생각하더라. 반

그렇다. 자문 역할도 사례비로 환산되어

다는 말이다.

이상은 건축 전공이 아니다. 그런데 사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없다. 허가 받고 도

전진삼—질문을 연장하면, 대중음악 기

실 그런 사람들이 기획을 더 잘하는 경

면 그리는 정도의 일에 대한 피만 인정

획사가 케이팝을 통해 확산되지 않았나.

우도 있다. 사회적 경험이 결정하기 때문

이 된다.

결국 보여 주는 방식에 대한 문제 같다.

이다. 축적된 경험이 기획을 판가름 짓는

전진삼—말씀하신 영국의 경우는 민도

얼마 전에 영주시가 인사동 갤러리에서

다. 기획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어떤 전

가 높다. 우리 사회는 그렇지 못한데, 이

전시하고 포럼하는 정도의 행정적 프로

공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

에 우리가 대비하기 위해서는, 물론 교육

그램을 했었다. 이것으로 민도를 넓히려

더니 대부분 기획가의 역할은 코디네이

도 있겠지만 몇 가지 제안할 수 있는 게

면 보여 주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할

터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있을 것 같다.

것이다. 무주의 경우는 영화로도 보여

기획가를 바라보는 방향은 일치하는 것

임현성—아까 한번 언급은 되었는데, (

졌고, 정기용 선생님이 돌아가시면서 보

같다.

본격적으로) 기획을 잘 하면서 15~20

여 준 것도 있다. 영주시의 사례도 그러

조준배—어떤 기획이냐에 따라서, 그러

년 정도 기획을 제대로 운영했을 때 그

한 분위기 속에서 부각된 면도 있을 것이

니까 사업적인 기획이냐 건축 기획이냐

에 대한 경제적 이득이나 사회적 효과를

다. 여러 사례들이 산재되어 있을 텐데,

에 따라서 훨씬 더 건축 쪽에 투여되고

공공 기관에서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

그것들을 모아서 페스티벌을 한다든지,

Wide AR no.31 : 01-02 2013 Issue : 劈頭討論 건축의 기획, 왜 우리는 기획을 이야기하는가 대담


한꺼번에 모아서 보여 준다든지 하면 세

지자체에서 기획하고 있는 것을 수집하

상을 움직일 수 있는 방안이 있지 않을

는 게 가능할 것 같다. 그것을 한꺼번에

까? 이를 테면 ‘건축기획대전’ 같은 것으

보여 주는 것도 가능한데, 지금은 과연

로 말이다.

그런 시스템을 갖추고 돌아가는 지역이

임현성—처음에 조 소장님과 함께 공공

많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국가건축

건축 연구를 시작했을 때, 정기용 선생

정책위원에 있을 때 공공 건축가라는 이

사례가 안타깝다고 생각하면서 시스템

름으로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이 포항시

을 만들려는 노력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

였다. 테라노바팀이 엄청 잘 나갔다. 하

리고 그 성과의 하나로 (조 소장님이 지

지만 시스템이 안 갖춰져서 생긴 문제들

자체에 가 계시기도 하지만) 국토해양부

이 많다. 겉으로 보면 굉장히 있어 보인

에서 ‘국토환경디자인시범사업’이란 것

다. 그런데, 문제가 수정되지 않은 채 제

이 생겼다. 지자체에서 단일 건축물로 좋

도들이 파급되기 시작하면 막을 수 없다.

은 공공 건축물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

황순우—중앙정부의 시범사업 때문에

만, 장기적인 비전과 계획 아래서 공공

지방정부에 좋지 않은 것들이 많이 파급

건축물이 효율적으로 잘 되면, 장기적으

되지 않았나. 1년 동안 평가도 해 보았는

로 기획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는 취지

데, 일회성으로 반짝하고 끝나는 것들이

였다. 이는 다분히 영주시의 사례를 통해

많았다. 그것이 영주처럼 제도적으로 정

서 확장된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광

착되는 기회가 있으면 좋은데, 거의 90%

양시의 사례를 보고 깜짝 놀랐다. 현재

가 일회성으로 습관처럼 끝나 버린다.

진행 중인데, 크게 보면 도시 재생이나

조준배—다행히 (아우리의) 국토환경디

기획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이것이 지역

자인시범사업이 마스터플랜을 만들게

의 수준에 맞춰서 다양화되어야 하는데,

되어 있지 시설비를 주지 않는다. 또 중

마치 영주시의 사례가 모범 답안처럼 재

앙정부에서 하는 모든 시범 사업을 평가

탕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사례들이

해서 앞으로 일회성 사업으로 하면 아무

지금 나오고 있다. 많은 지자체들이 자체

의미도 효과도 없이 끝나버린다는 것을

역량이 안 되니 좋은 사례들을 그냥 일회

보여 주기 위한 연구를 올해 시작한다고

성으로 받아들여서 바로 확장시킨다. 영

들었다. 그래서 아우리를 많이 도와줬으

주시가 아주 좋은 사례라고 생각하지만

면 좋겠다. ⓦ 지금까지 건축가들이 루트

지역의 특수성이 많이 반영된 사례이다.

를 못 찾았다. 늘 업역에 관한 이야기로

지자체의 특성에 따라서 조직의 변화나

만 비춰졌지, 조금 더 확장되어 정책에

기획의 방향도 많이 달라져야 하는데, 지

반영되진 않았는데, 지금은 조금 루트가

금은 그런 역량을 기대할 만한 지자체의

있는 것이다. 이것을 잘 활용해서, 단순

수준이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하게 업역이나 이익의 문제가 아니라 국

조준배—그 다음 단계가 사람인 것 같다.

토 환경이나 퀄리티까지 얘기하면서 좋

조금 관심 있을 때 역량이 되는 사람이

은 명분과 실제적인 일들로 확장할 수 있

가서 그것을 살려내면 되는데, 적절한 사

는 기회를 만들면 좋겠다. 아직까지도 루

람이 없으면 그냥 덮고 만다.

트를 몇 사람만 알고 있는 것이 문제긴

임현성—지자체의 자체 역량이 생기고,

하지만. ⓦ

황순우 소장님의 경우처럼 민간에서 활 동하는 경우가 많아지면, 기획에 대한 시 각에 다양성이 생긴다. 그래서 지자체에 자체적인 흐름이 생성될 것이다. 그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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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석 | RIBA. 새로운 미디어와 테크놀로지를 통해 융합적 디자인을

New POwer ARchitect 파일 23

추구하는 그는 2010년에 건축 도시와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의 경계

하태석 Hah Tesoc

를 넘어 융합하는 작업으로 베니스비엔날레, 서울대학교미술관, 경남 도립미술관, 인천 국제 디지털 아트페스티발 등에서 전시하였다. 2005 년부터 최근까지 아이아크건축가들의 공동 대표로 아이아크의 디자인 컴퓨테이션그룹과 지속가능디자인그룹을 이끌며 성균관대학교 건축 학과와 서울대학교 디자인대학원 석박사 과정 등을 지도해 왔다. 젊 은 건축가들의 사회적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젊은건축가포럼 코리아 를, 여러 예술과 디자인 분야의 협업을 촉진하기 위해 크리에이터 커 뮤니티인 Janchi를 운영하며 2012년 IT와 건축의 융합 작업을 위해 SCALe을 설립했다. 성균관대와 영국의 Architectural Association을

하태석 SCALe

졸업하였고, 2006년 신인건축가상을 수상한 바 있다. www.scale.kr

스케일 ⓦ 건축은 스케일과 관련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건축은 스케일에 의해 인간과 관련되어 있다. 1968년 찰스와 레이 임스는 우주의 상대적 크기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 10의 힘(Powers of Ten) 이라는 제목의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휴먼스케일인 1m에서 시작하여 건축 스 케일인 10m, 100m 를 거쳐 마을 스케일인 1000m, 도시 스케일인 10000m로 점점 커지면서 지구 스케일, 태양계 스케일 그리고 갤럭시 스 케일까지 간다. 이 스케일은 다시 작아지며 휴먼스케일보다 작은 세포 스케일 나노 스케일 그리고 원자 스케일까지 진행이 된다. 이 영화는 우리의 세상이 스케일이 다를 뿐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곧 휴먼스케일-건축 스케일-마을 스케일-도시 스케일-국가 스케일-지구 스케일 등은 다른 영역이 아니라 모두 연결시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스케일적 관계성은 프랙탈의 영역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프랙탈 기하학은 거시적 그리고 미시적 스케일하에서도 일관된 패턴과 디테일을 가지며, 스케일을 넘나들며 작동한다. SCALe의 작업은 건축에 프랙탈적 속성을 갖추어 다른 스케일에서의 컨셉적 일관성과 해상도를 추구한다. 하나의 건축적 개념은 여러 스케 일에서 또는 스케일이 없는 넌스케일에서 구현된다. 더이상 전통적 영역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 건축이 제품으로 가구로 공공 디자인으로 마스터플랜으로 도시로 또는 미디어아트, 앱, 프로그램으로 불려질 뿐, 모두 건축이다.

융합 ⓦ 건축 안에는 모든 종류의 예술이 담겨 있다. 아니 사실 100년 전만해도 그랬었다. 우리의 전통 사찰 건축은 목재로 이루어진 건축 외에 단청과 회화로 이루어진 건축이 함께 있다. 단청과 회화는 목재의 건축만큼이나 중요시됐다. 단청과 회화는 건축과 융합된 미디어 인 터페이스이다. 이 미디어 인터페이스를 통해 건축은 사람과 만난다. 우리의 전통 건축이 그랬듯이 고딕 건축 또한 모든 예술 장르를 건축 에 통합시키고 있다. 고딕 건축은 건축과 구조, 조각, 회화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를 분리할 수 없는 형태로 건축 안에 용해시키고 있다. 특 히 고딕은 음악까지도 포용한다. 곧 건축이 악기로 작동한다는 점은 더욱 흥미롭다. 고딕에서의 융합은 신이라는 초월적 목적이 존재하기 에 가능했을지 모른다. 가우디의 위대한 건축도 신을 위해 존재한다. 우리에겐 신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인류적 목적이 필요할지 모른다. 이 새로운 인류적 목적은 지속가능한 휴머니티이다. | 1919년 발터 그로피우스는 바우하우스 매니페스토를 발표한다. 그것은 20세기 건축 디자인 및 예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바우하우스의 존재 목적을 알리는 선언문이었다. 이 글은 다음의 문장으로 시작된다. “모든 시각 예술의 궁극적 목적은 건축이다!” 바우하우스는 모든 예술의 융합을 건축 안에서 꿈꾸었다. 하지만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건축 학교인 바우하우스는 사실 이러한 융합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20세기는 바우하우스의 염원과는 달리 극단적인 전문화의 길을 걸었고, 현대적 의 미의 건축은 지나치게 축소되어 버렸다. 이제 건축은, 심지어 건축의 내부마저도 다른 분야가 되어 익스테리어 디자인과 같은 급격히 축소 된 이상한 양태로 전락되어 버린 듯하다. | 21세기에 비로소 모더니즘은 바우하우스의 염원을 실천할 수 있는 기술적 토양을 쌓았다. 이제 다시 융합의 시대가 찾아왔으며, 융합의 윤활유 또한 준비되었다. 모든 종류의 예술은 다시 공간적으로 건축적으로 융합될 준비를 갖춘다. 건축의 본질은 바로 이것이다 모든 종류의 예술과 기술을 공간 안에서 품는 것이다. 이 ‘품음’을 통해 창발성이 획득되어진다. 이 창발성을 우리는 다른 말로 문화, 감동, 아름다움 또는 지속가능한 휴머니티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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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1 | Wide Architecture Report 31 | 2013.1-2 New POwer ARchitect 파일 23 하태석 Hah Tesoc

Differential Life Integral City 2010 ⓦ 2010년 발표된 <미분생활 적분도시>는 도시 디자인에 거주민들을 참여시키는 집단 지성 도시 디 자인 작업이다. 스마트폰앱으로 입력된 거주민들의 라이프스타일 정보는 거주민들에게 자신만의 맞춤화된 주거를 제공하고 실시간으로 도 시 건설에 참여하여, 도시는 다양한 거주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품으며 적분도시화되어 간다.

SCALe Hexagon City 2012 ⓦ 2012년 작업인 SCALe의 육각체 사무실은 현대 사무 공간의 다양한 요구 조건에 맞추어 실시간으로 변하 는 특징을 갖는다. 여러 종류의 센서들, 프로젝터, LED, 가변 스크린, 컨트롤 앱 등은 이곳을 업무 공간이며 회의실, 세미나실, 컨퍼런스룸, 미디어갤러리, 몰입 공간, 공연장 그리고 디제이클럽 등으로 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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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stal Waves 2012 ⓦ 코스탈웨이브는 해변을 지형 위로 증식시킨다. 증식된 해변은 여러 스케일로 분화된다. 이로써 해변은 여러 프로그 램을 수용하며 스케일적 변이를 이루고, 퍼블릭 해변과 함께 모든 주거에 프라이빗 해변을 제공한다.

Fractal Waves 2012 ⓦ 프랙탈 물결은 동부산 해안가의 지형적 특징을 건축적으로 확장한다. 완만한 곡률의 산과 바위로 이루어진 복잡한 해안선 지형의 중간 지대는 인공적 자연으로 연결된다. 산에서 시작한 완만한 곡선은 해안선으로 가면서 기복이 심해지며 모든 호텔과 콘 도 유닛에 최대한의 바다 조망을 제공해 주며 동시에 프라이빗한 야외 테라스 공간을 마련해 준다. 곡률이 커지는 사이 공간들은 공공 영역 으로 사용된다. 이로써 프랙탈 물결은 동부산의 지형적 특성을 담아 주변 컨텍스트에 들어맞으며 자연 경관의 일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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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indie 2012 ⓦ 씬디는 인디음악을 위해 태어난 도시 생물체이다. 홍대 지역의 중심부인 주차장 사거리에 거주하며, 인디음악을 세상에 널 리 알리는 것을 삶의 목표로 태어났다. 씬디의 피부색은 친구들의 스마트폰앱으로 소통하며 친구들에게 맞추어진다. 씬디는 매우 인기가 많 아서 인디밴드들은 씬디 앞에서 공연을 하며 친구들은 씬디에게서 클럽 공연 소식을 전해 듣기도 한다.

↑SCALe Webcity 2012 ⓦ SCALe 웹도시는 SCALe의 건축 공간을 경험하는 도시 블록이다. 이 블록들은 매우 다른 스케일의 세계로 경험

자를 안내한다. 각각의 블록에는 전혀 다른 크기의 스케일의 세계가 숨겨져 있다. ↗ Collective Museum 2013 ⓦ <Collective Museum: 함께 만드는 미술관>에서는 관람자의 참여에 의해 실시간으로 증식되며 분화되는 미

술관을 바텀업으로 구현하게 된다. 관람자는 자신의 기호에 대한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전시에 참여하게 되는데, 많은 사람들의 참여는 전시 물의 결과물인 미술관의 형태와 분화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미술관을 함께 만드는 경험을 공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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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1 | Wide Architecture Report 31 | 2013.1-2 New POwer ARchitect 파일 24 노휘 Roh Hwi

노휘 | S.O.M과 KPA건축사사무소, 정림건축 등을 거쳐 현재 N.U.D.L 건축연구소 대표로 있으며 서울시 디자인 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LIG 넥스원 연구소, 라운지 제 이, 화성종합경기타운 성화대 및 게이트, 국회의사당역 출 입구, 국립 프린스 설탄 대학 연구소, 삼양 이노켐 행정동, 만도 브로제 송도 생산동 및 홍보관 등을 작업하였고, <미 지의 풍경>(2012, 갤러리 자작나무 개인전), <Maximum

Living for Micro Studio>(2012, 강남디자인트렌드센터 개인전), <Twin Motion>(2012, 강남디자인트렌드세터 그 룹전), <올해의 건축가 100인 국제전>(2013, 문화서울역 284) 등의 전시회를 가진 바 있다.

노휘 디지털 건축가란? 단편적으로는 어떤 괴리감이 있는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늘어만 가는 현란한 ‘디지털’ 이미지들은 항상 숙제였다. 정확히 알고 하는 것 같 지도 않고 흉내만 내는 것 같은, 이미지가 강조된 건물들과 이것을 이론적으로 설명해 보려는 몇몇 단편 기사 혹은 책들이 발간되기는 했지 만, 그렇다고 핵심을 시원하게 파악해 주지는 못했다. | 건축은 지극히 실증적인 분야이다. 필요한 건물을 지어내기 위한 작업이다. 그러나 애초의 필요성이 바뀌어도 매우 오랫동안 남아서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 때문에 우리는 학교에서 매우 엄정한 스튜디오 교육으로 우리 의 아이디어를 다각도로 검증 받고 사회에 배출된다. 나도 여러 학교에서 스튜디오를 진행해 왔지만 어떤 스튜디오에서든 동료 건축가들의 크리틱 내용은 꽤 유사하다. 창조적인 태도를 매우 권장하지만 사회적 책무를 동시에 가져야 한다는 바탕은 항상 비슷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가 추세에 있는 매우 과장된 설계 안들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는 동료들을 찾기가 힘들었다. 정확하게는 미지의 세계 였다.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 어떻게 마무리해서 정리하는지, 정작 어떤 의미를 가지고 사회와 소통해야 하는지 아는 동료는 드물었다. 대 부분 흐름만 좇아가다 보니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있지 못한 건 당연했다. 비평은 없고 생존을 위해 다양화라는 명분으로 합리화만 하는 것 으로 보였다. 쉽게 얻었으니 쉽게 버릴 수도 있으며, 문화에 대한 책임감도 얄팍하다는 말이 된다. |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작정하고 속을 파보기로 했다. 그냥 두기에는 저들의 활동과 세력이 늘어만 가고 있으니까! | 지난 4년여 동안 집중적인 연구의 기간을 가졌다. 우선 결론 부터 말하자면, 속에는 꽤 괜찮은 가능성과 미래를 변화시킬 요소들이 내재되어 있어 천만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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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1 | Wide Architecture Report 31 | 2013.1-2 New POwer ARchitect 파일 24 노휘 Roh Hwi

ⓦ 디지털을 응용할 때 건축에 근본적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관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유기성이다. 그래픽 툴에서 곡선을 표현 할 때 제어점(control point), 차수(degree)의 관계가 이를 잘 설명해 준다. 차수는 점을 움직일 때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를 조정할 수 있게 해 준다. 아날로그 세계에서는 이런 조정이 불가능하다. 단순히 점들의 집합일 뿐이다. 반면 디지털 세계에서는 모든 점들이 서로 유기적으 로 연관되어 있으며 영향력 또한 조정이 가능하다. 이처럼 영향력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원하는 결과물을 조정하는 다양한 장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것을 시스템화 할 때 차수와 같은 것들을 변수(parameter)라는 조정자로 설정하는 것이다. 이것을 디자인에 응용하 는 것을 파라메트릭 디자인(parametric design)이라고 하고 있으며, 좀더 나아가 변수들 간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을 알고리즘(algorithmic) 디자인이라고 한다. | 특히 국회의사당역을 설계하면서 이런 알고리즘의 가능성을 확인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3차원 공간에서 반 사판을 제어하기 위해서 단순한 모델링이 아닌 프로그램 자체를 디자인했다. 판과 판 사이의 간격을 요동치는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조정하 면서 정리할 수 있었다. |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연계의 현상처럼 부분과 전체가 유기적으로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히 구성 요소가 모 여 있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인 제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건축에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까?

↑국회의사당역 천장 반사판과 디지털 곡선의 파라미터, 곡선의 디지털 구성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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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은 형상, 공간, 빛과 재료가 복합되어 있긴 하지만 이러한 구성 요소들이 목적 자체는 아니다. 추상적 기하학이 목적이 아님에도 불구 하고 기하학적 해법에만 치우치면 디지털 툴의 활용은 형상 제어에 머물게 된다. 디지털 툴이 그 동안 시도하기 어려웠던 조형의 가능성을 열 어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디지털 툴은 형상 정보 처리 능력 뿐만이 아니라 변수를 조정하는 능력을 갖춤으로써 환경 영향, 구조 영향, 경제 지표 등 형상 이외에도 디자인 변수들을 가지고 건축이 미치는 다양한 영향력을 함께 판단해 주기 시작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디 자인 프로세스의 변화이다. 볼륨을 정한 후 엔지니어링으로 마무리하던 일방향 과정이 아니라 구조, 설비와 경제적 가치가 동시에 고려되는 양방향적 프로세스로의 전환이다. | 라운지 제이에 설치한 파도(wave)벽과 수선화(hyacinth) 기둥을 디자인함에 있어서 재료가 가지는 물성 을 파악하여 형상 제작이 가능한 곡률을 분석하면서 디자인을 조정하였다. 이러한 프로세스 자체의 변화는 건축가의 영역이나 역할을 재정 의할 것을 요구한다. 형상이나 공간이 아닌 다른 가치 체계로도 디자인의 정체성이 확립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건축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순수한 기하학적 의도나 기준으로 다 해결할 수 없다. 소위 친환경 건축이나 최적화(optimization) 과정을 거치려는 건축은 이런 디지털 툴 의 발전과 속도를 같이 할 것이다. 과거 근대화를 거치면서 건축이 산업화된 후 기술의 창작적 지위는 사라졌고 생산적 지위만 남아 있었다. 디지털 툴의 발전은 다시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의 경계를 허물고 통합화화면서 기술의 창작적 지위를 회복시키게 될 것이다.

↑파도벽 곡률 분석 및 수정과 라운지 제이의 파도벽.

↑수선화 기둥 곡률 분석과 라운지 제이의 수선화 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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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오슝 복합 문화 시설의 매스 형태는 그림자가 지는 형상, 바람에 따른 환기 방향 등을 분석하면서 결정하는 통합적 과정을 시도하였 다. 이 같은 디자인과 기술의 패러다임 변화는 건축가에게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을 분리해서 보지 않고 통합적 틀 안에서 조정할 것을 요구 하며 형상과 공간 이외의 나머지 요소들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통찰력을 요구한다. 방법론의 변화는 건축가의 역할을 또 한번 재정의할 것이다. 디지털 건축가는 조형의 혼란기를 지나서 또 다른 가치를 찾아내어 새로운 질서를 확립할 것이며, 이것이 내가 집중적인 연구 기 간 동안에 발견한 것이다. ⓦ

↑가오슝 복합 문화센터 투시도.

↑가오슝 복합 문화센터의 태양 궤적.

↑여름・겨울의 풍향 분석과 여름・겨울 환기 분

석.

↑에코 튜브 반사광 분석과 가오슝 복합 문화센터 의 그림자 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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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1—워크 Work—진행 정귀원(본지 편집장)—사진 윤준환(건축 사진가) 제주 조랑말 박물관 Jeju Horse Museum—윤웅원+김정주(제공건축) Yoon Woongwon+Kim Jeongjoo( Jegong Architects)

제주 조랑말 박물관 윤웅원+김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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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1—워크 Work—진행 정귀원(본지 편집장)—사진 윤준환(건축 사진가) 제주 조랑말 박물관 Jeju Horse Museum—윤웅원+김정주(제공건축) Yoon Woongwon+Kim Jeongjoo( Jegong Architects)

Work

제주 조랑말 박물관 윤웅원+김정주 제주 조랑말 박물관 개요 ⓦ 대지 위치: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 대지 면적: 5,050.0m² 건축 면적: 569.88m² | 연면적: 476.36m² | 건폐율: 11.28%(법정 20%) | 용적률: 9.43%(법정 60%) | 규모: 지상 2층 (주차 6대) | 구 조: 철근 콘크리트조 | 주요 재료: 재생 유로폼, 노출 콘크리트 | 설계 담당: 방정은 | 전시 인테리어: 유경

윤웅원은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및 프랑스 Paris La-

김정주는 연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및 건축공학과를

Villette 건축학교를 졸업했다. 프랑스 국가 공인 건축

졸업했다. 이후 프랑스 Paris La-Villette 건축학교에서

사(D.P.L.G.)로 제공건축사사무소 대표로 활동하며

수학했으며 프랑스 국가 공인 건축사(D.P.L.G.)를 취

연세대학교 건축학과 겸임 교수를 맡고 있기도 하다.

득했다. 현재 제공건축사사무소 대표, 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과 겸임 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한강 나들목 디자인, 근생 건물의 평범함을 찾아본 정릉근생, 빛에 대한 해석인 명필름사옥, 설계 방법론 ‘앙상블 건축’의 탐구인 명동성당 100주년 현상 설계 계획안, 도시 농업을 공원 디자인에 도입한 행복도시 중앙 녹지 공원 계획안, 공원에 있어서의 인프 라스트럭처 구조 해석인 용산중앙공원 현상 설계 계획안, 동탄 2 신도시 워터프론트 설계 공모안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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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오름은 높이에 의해 독특한 공간 경험을 할 수 있다. ↓↓75번 국도에서 연결된 진입로를 따라 올라가면 목초지로 조성된 대지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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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규칙한 벽들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필로티 공간. 방문객과 일꾼, 초원을 이용하는 동물들까지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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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랑쉬 오름처럼 둘레를 산책하는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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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정원과 연결된 수직 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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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랑말 박물관은 링 형태의 전시 공간이 불규칙한 콘크리트 벽들 위에 올라탄 건물 형태로 디자인되었다.옥상을 한 바퀴 돌면 사방을 조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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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 당당한 건축 제공건축의 윤웅원 소장은 <제주 조랑말 박물관>을 얘기하기 전에 “건축가들은 미디어에 쉽게 드러나고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독특한 형태에 여전히 집중한다”고 운을 뗐다. 보다 건축 본연에 가깝고 사회적인 측면으로 정향된 작업이 필요한데도 그만한 역량이나, 그것을 할 수 있는 기회 혹은 사회적인 분위기 형성이 부재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에 “그 이유가 뭐라 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으로 인터뷰의 시작을 열었다. “수입상들에겐 한국적 상황이 중요하지 않고, 어디서 수입했건 간에 얼마나 정교하게 원본을 잘 구현하느냐가 관건” ⓦ 윤 웅원: 저희가 프랑스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시점이 1997년 IMF 경제 위기가 시작될 즈음이었습니다. 유학하고 외국 사무실에서 경력을 쌓은 건축가들이 한창 들어와서 자리를 잡기 시작할 즈음이었죠. 그들을 중심으로 학교가 만들어지고 새로운 것들이 활발하게 도모되던 시대였습니다. 건축 책으로만 보던 스타일들의 건물이 자연스럽게 등장하기 시작했죠. 그러고 나서는 두 가지 큰 흐름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하나는 눈길을 사로잡는 특이한 형태의 건물들과, 또 다른 흐름은 디테일의 완성도에 주력하는 건물들의 흐름이 형성됐던 것 같아요. ⓦ 김정주: 그 당시 우리에겐 콤플렉스가 있었던 것 같 아요. 외국 건축 책에서 보던 근사한 건물을 우리도 갖고 싶은 욕망이 있었죠. 지금도 나이키 운동화를 처음 신었을 때가 기억나요. 지금 보면 촌스럽지만 그 근사함이란 표현 못할 욕망의 대상이었어요. 사실 특이한 형태와 완성도 있는 디테일 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은 건축가의 벗어날 수 없는 특성입니다.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닌 거죠. 다만 형태와 디테일을 벗 겨 냈을 때 남겨지는 것이 없는 건물이 되다면 당황스러운 일이에요. ⓦ 와이드: 사실 건축에서도 1970~80년대 전통에 대한 탐구에 지친 이후에 이전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작업들이어서 아마도 더 환영받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 윤웅원: 외국에서 체득한 스타일을 우리 땅에 그대로 실현해 보는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기도 합니다. 사실 모든 문화는 그런 식으로 다른 문화에 전파되니까요. 하지만 그 시기를 지나면 현지화되는 과정을 겪게 되죠. 유럽 대부분의 나라는 프랑스 의 크루아상과 비슷한 형태의 빵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다 달라요. 역설적으로 가장 멀리 떨어진 우리나라의 크루아상이 제일 비슷하죠. 김정주: 순식간에 샤니에서 파리 크루아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은 놀라워요. 수입상에 가깝죠. 수입상 들에겐 한국적 상황이 중요하지 않고, 어디서 수입했건 간에 얼마나 정교하게 원본을 잘 구현하느냐가 관건이지요. ⓦ 윤 웅원: 굳이 사회학적으로 얘기하자면, 성형이 많은 나라 혹은 패스트 팔로워가 성공하는 기업 문화에 빗대게 됩니다. 성형 으로 빨리 예뻐지고 싶은 욕망과, 남의 것을 베껴서라도 성공하겠다는 의지는 크게 다르지 않지요. 근데 역설적으로는 그 게 경제적으로는 우리나라가 성공한 한 요인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댈 전통이 없다는 것 때문에 더 가능하고, 또한 그래서 그 이상을 넘어서기가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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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전형적인 시골 마을 초지 위에 위치한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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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상황 속의 현재성에 뛰어들다” ⓦ 와이드: 두 분의 말씀을 듣고 보니, 본지 통권 제7호(2009년 1-2월호)에 서교 동 365번지 프로젝트와 행정복합도시 중심 공원 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쓰신 글의 서문이 생각납니다. “…공간에 모여 있 는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공기 속의 떨림, 바로 그 ‘현재적 정서’다…(중략)… 가끔 격투기를 하는 선수들의 몸짓에서 어떤 심미적 의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무용수의 동작보다 더 아름다운 제스처를 볼 때가 있다. 그것은 상대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 서로 변화하는 상황에 빠르게 반응하며 생겨나는 의도되지 않은 제스처다. 즉 움직이는 상대방에 반응하는 것이다. 샌드백이 아닌 상대방은 언제나 움직이고 나는 그 변화에 끊임없이 반응해야 한다. 서울처럼 계속해서 변화하고 이질적인 요소들이 동시에 존재하는 도시에서 건축을 한다는 것은 정형화된 형식이나 형태를 찾는 것보다 특정한 상황에 반응해서 그것들 사이의 균형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위한 필요조건은 건축에 존재하는 어 쩌면 관습적인 태도, 공간과 스타일에 대한 표현적 태도를 배제하고 순수한 주어진 상황 속의 현재성에 뛰어드는 것이다.” 아마도 제공건축이 추구하는 바를 가장 함축적으로 드러낸 글이 아닐까 싶은데요. ⓦ 김정주: 지난 우리 사무실의 10년도 우리나라 건축이 변화되는 과정을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 유학할 때 익혔던 것을 그대로 써먹으려고 했던 시기가 있었고 그것들에 대해 자성하는 시기도 있었죠. 그러다가 외국에서 배운 것을 그대로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풍토 내에서 우 리가 익힌 것을 잘 발휘하여 새로운 것을 해 보자,는 생각을 갖게 된 거예요. 우리의 현재를 인정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 니다. 최근에 아파트 현상을 했는데 판상형 아파트를 긍정적으로 보자는 아이디어였습니다. 몇 십년 동안 지속적으로 우리 도시에 자리잡은 것은 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와이드: 자연스럽게 <제주 조랑말 박물관>으로 이야기를 넘기겠 습니다. 이 프로젝트 또한 앞서 말씀하신 태도가 반영된 작업 중의 하나겠지요? ⓦ 김정주 : 그렇죠. 그 장소에서 가장 중 요한 것, 그 건물이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 기타 여러 조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그 장소의 현재성’을 찾고자 했던 작업이 에요. ⓦ 와이드: 장소가 고려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국내 최대 말 산지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먼저 프로젝트의 배 경을 말씀해 주세요. ⓦ 윤웅원: 제주도 중산 간에 위치한 표선면 가시리 마을은 귤 농사가 주 소득원인 제주도의 전형적 인 시골 마을이에요. 가시리 마을의 주민들은 농업 이외에 마을 공동체를 활성화시킬 방법을 찾아 왔는데, 그 첫 번째 사업 이 목축 박물관을 만들어 가시리의 목축 전통을 보존하고 알리는 일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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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랑쉬 오름처럼 둘레를 산책하는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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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동선의 해석+산책로를 가진 아주 작은 오름” ⓦ 와이드: 무엇보다 링 형태의 전시 공간이 불규칙한 콘크리트 벽 위에 올라탄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그 자체로도 여행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할 것 같은데요, 건물 주변의 오름(작은 화산 언덕)들과 연관성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윤웅원: 넓게 펼쳐진 가시리 지역의 초지에는 오름들이 군데 군데 있습니다. 그런데, 오름 위에 올라가 보면 높이에 의한 공간적 경험을 할 수 있지요. 제주도의 대부분은 평지에 가까 와서 작은 돌무덤 위에만 올라가도 느낌이 아주 다릅니다. 아래에서는 모르던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지요. 이런 공 간적 경험이 우리로 하여금 ‘아주 작은 오름’이라고 이름 지은 박물관을 계획하게 했습니다. 특히 오름들 중에서도 다랑쉬 오름은 정상 부분이 움푹하게 파여져 있고 그 둘레를 산책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링의 형태로 계획해서 옥상을 한 바퀴 돌 면 사방을 조망할 수 있게 한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 김정주: 부연하자면 <조랑말 박물관>은 지역민은 물론 여행객들이 여정에서 만나게 되는 구조물입니다. 그래서 여행자들의 특별한 경험을 염두에 두고 그들이 건물과 조우하게 되는 순차적 인 프로세스를 생각해 보았지요. 도로에서 바라보는 원경, 접근하면서 보게 되는 필로티 공간, 또 지붕이 덮여 있는 상황 에서 조망하게 되는 풍경, 환형 동선의 2층 전시 공간, 계단을 오르면 만나게 되는 환형의 옥상 산책로 등, 길게 보면 이 또 한 여정의 일부인 셈이고요. ⓦ 윤웅원: 그것은 마치 한라산에 올라가면서 겪는 공간의 변화와도 같습니다. 평원을 지나서 숲이 나타나고, 숲을 지나면 바다가 보이는 들판이 나타나고 그 끝에 백록담에 이르게 되는 한라산처럼, 가려지고 트인 공 간의 변화, 1층의 벽 사이를 통과해서 옥상 전망대에 이르는 공간의 변화를 의도했습니다. 물론 긴 시퀀스 안에는 박물관 / 미술관에 관한 우리의 해석이 담겨져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미술관 동선은 어떤 복잡한 미술관에서도 한 번의 관람을 위 한 것이지요. 가장 단순화 시킨다면 아마도 써클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전시장을 관람한다는 것은 결국 하나로 연결된 긴 선을 따라가는 거고, 모든 전시 동선을 단순화해서 입구와 출구에 해당하는 양 끝을 이으면 결국 원이 된다는 박 물관 동선의 해석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오름의 형태가 합쳐져서 도너츠 모양이 나온 거고요. ⓦ 와이드: 링 형태의 전시 장 아래에는 불규칙한 벽들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필로티 공간이 있습니다. 특별한 용도가 있는 것인지, 링 구조물이 직접 땅에 닿지 않도록 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윤웅원: 우선 링 모양의 덩어리를 땅 위에 그대로 올려 놓으면 들판 의 공간을 막는 게 됩니다. 연속적인 초원의 수평성을 훼손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땅 속에 넣을 수는 없고, 결국 무리스럽지만 들어 올린 겁니다. 또 다른 이유는 기능적인 측면인데, 제주도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박물관을 방문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목장에서 일하는 일꾼들, 이 초원을 이용하는 동물들까지도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자 했어요. 아쉽 게도 지금은 건물 둘레가 펜스로 둘러쳐져 있지만…. 가축의 분뇨를 일일이 치울 수 없어서 마을에서 결정한 일이라고 해 요. 실제로 비오는 날 가 봤더니 소들이 처마 밑에 바글바글하더라고요. 동물과 사람이 함께 어울리는 목가적 풍경을 예상 했지, 똥 바다가 될 줄은 몰랐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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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1층 평면도. (가운데) 2층 평면도. (오른쪽) 옥상 평면도.

사무실

전시장

조망데크

까페

↓다이아그램. 전시, 카페테리아, 로비가 단일한 원형 공간 안에 존재한다. 한 바퀴를 돌면 로비, 전시, 카페테리아를 차례로 거치게 된다.

→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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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1—워크 Work—진행 정귀원(본지 편집장)—사진 윤준환(건축 사진가) 제주 조랑말 박물관 Jeju Horse Museum—윤웅원+김정주(제공건축) Yoon Woongwon+Kim Jeongjoo( Jegong Architects)

“세련된 건물에 대한 욕망을 걷어내고 제주도의 상황을 받아들인 결과” ⓦ 와이드: 저예산 박물관으로 알고 있습니다. 처 음 봤을 때 의도적인 거칠음, 낯섬을 느꼈는데 그보다는 제한된 예산의 결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윤웅 원: 재생 유로폼과 지역 시공사의 숙련되지 않은 기술력이 거친 콘크리트 마감과 단순한 디테일로 나타난 거죠. 투박하고 거친 건물의 마감은 최소한의 예산 안에서 선택된 결과입니다. 와이드: 하지만 처음 봤을 때 넓은 초지에 무표정한 콘크리 트 구조물이 무척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심미적 의도가 없진 않았겠지요? ⓦ 김정주: 개인적으로 광활한 자 연 속에서 저수조나 창고 같은 낡은 콘크리트 덩어리를 발견하는 일이 즐거워요. 또 공사 과정에서는 골조까지 완성된 상 태가 좋고요. 골조에 뭔가 덧입혀지면서 오히려 느낌이 안 좋게 변해 버린 경우가 많아요. 그런 기호들이 작용했던 것 같습 니다. 그것과 더불어 비용 문제, 박물관이라는 프로그램, 장소 등의 조건을 고려하여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에요. ⓦ 윤웅원: 거칠고 투박한 건물이 이 장소에 더 잘 어울릴 것이라는 믿음은 있었습니다. 물론 미끈한 노출 콘크리트에 식상하 기도 했고요. 오래된 토목 구조물처럼 시간과 함께 주변 자연에 동화되어 갈 거라고 봤죠. 하지만 예술가들이 의도적으로 거칠게 하는 행위는 분명히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 것에는 관심도 없고, 윤리적이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굳이 이름 붙이자면, “그 장소의 현재성”에서 나온 미학이지요. ⓦ 김정주: 거칠어 보이는 효과를 내기 위해서 돈을 더 많이 들 이는 경우를 볼 때도 있어요. ⓦ 윤웅원: 저예산과 고예산의 프로젝트는 분명히 다를 겁니다. 그 다른 상황까지도 컨텍스 트겠죠. 저가의 건물을 짓는 것도 건축가의 중요한 이슈이고요. 그럴 때 저절로 민낯이 보입니다. 성형을 하지 않은 우리 의 모습을요. 지역 업체의 거친 시공 능력과 적은 예산은 팩트고 리얼리티예요. 그런 상황에서 건축가의 욕망을 드러내기 보다는 상황의 현재성에 뛰어들자는 겁니다. 세련된 건물에 대한 욕망을 걷어내고 제주도의 상황을 받아들이면 더 날것의 뭔가가 나올 수 있거든요. 여기서는 평당 한 270만 원쯤 들었는데 그런 예산에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장 과 외장을 하지 않는 것이었어요. 골조, ‘노출 콘크리트’가 아닌 말 그대로의 건축 골조로 집을 지었을 때 유일하게 그 비용 으로 건물을 지을 수 있었던 거죠. 다행히 제주도는 벽단열을 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찾아냈기 때 문에 이런 결과가 나타난 거라고 봐요. ⓦ 와이드: 앞에서 군더더기를 제거하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 건축에 대한 안타까 움을 전하셨는데요, <조랑말 박물관>은 그 반대의 경우가 아닌가 합니다. 군더더기를 붙이면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리는…. ⓦ 윤웅원: 군더더기 없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핵심은 순전히 심미 의식만을 갖고 간다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그보 다는 건축가가 최대한 상황에 집중해서 플러스 알파를 만들어 내는 것에 관심이 있어요. 건축가로서의 과도한 욕망을 자 제해야 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게, 간혹 우리는 윤리와 디자인이 충돌하는 것을 보게 되죠. 이를 테면 생태건축을 하면 서 디자인에 집중된 안들, 에너지 절약을 생각한다는 건축에서 디자인 욕망을 거리낌없이 드러내는 건축을 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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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링 형태의 전시장. 전시장을 관람한다는 것은 결국 하나로 연결된 긴 선이고, 단순화해서 입구와 출구에 해당하는 양 끝을 이으면 결국 원이 된다는 박물관 동선의 해석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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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1—워크 Work—진행 정귀원(본지 편집장)—사진 윤준환(건축 사진가) 제주 조랑말 박물관 Jeju Horse Museum—윤웅원+김정주(제공건축) Yoon Woongwon+Kim Jeongjoo( Jegong Architects)

“한국 사회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는 영화처럼” ⓦ 와이드: 한마디로 상황과 조건 속에서 해답을 찾는 건축으로 보 면 될까요? 김정주: 네. 가능하면 모든 조건을 고민하여 해답을 “찾아간다”는 의미에서 그렇습니다. 뭘 만드는 게 아닌 거 죠. 그래서 프로젝트마다 각기 다른 스타일이 나타나는 것은 아닌가 싶어요. ⓦ 윤웅원: 얼마 전에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영화 <아무르>를 봤어요. 모든게 정교하게 맞아 떨어지고 절제된 영화를 보면서 이상하게 김기덕 감독이 생각나더라고요. 둘다 최고의 감독들이지만 작품은 매우 다르죠. 영화의 기술적인 완성도는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김기덕 감독은 한국 사 회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의 거칠고 불편한 영화는 한국 사회를 왜곡없이 날것으로 보여 준다고 생각합니 다. 감독 자신이 갖고 있는 인정받고 싶은 욕망까지도 포함해서요. 비교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건축가들도 우리 수 준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들여다보고, 현재의 상황을 솔직하게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수입상으로서 의 건축가는 이젠 좀 창피하죠. 차라리 촌스러운 게 더 나아요. ⓦ 김정주: 사실 영화계도 세련된 감각이나 기호를 가진 감 독들을 좋게 평가합니다. 대중들도 선호하고요. 그래서 김기덕에 대한 평가는 대개 유보하는 입장인 것 같아요. 날것을 보 려고 하지 않고, 외국에서 수입할지언정 세련된 것을 좋아하는 습성은 건축 분야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 ⓦ 와이드: 건 축 매체들이 화려하고 세련된 건축물, 속칭 ‘사진빨’ 잘 받는 건축물을 선호하는 것, 인정합니다. 볼거리, 읽을 거리 풍성한 취재원이 반갑긴 하죠. 하지만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치는 것은 우리도 경계하는 부분이에요. 이 땅에서 발견되는 문제와 해답이 분명 존재하고, 어쩌면 그것을 찾는 일이 완성도 높거나 스펙터클한 건축보다 더 중요하겠지요. ⓦ 윤웅원: 우리나 라 건축가들도 이제 건축으로 자기 얘기를 해야 하는 수준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건축가들이 말은 하지만 자기 얘기가 아닌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어디서 이미 들은 이야기들이에요. 외국의 것을 가지고 오더라도 자기 것으로 만들어 야 할 거고요. 세상의 모든 건축가들은 조금씩 서로 영향을 받습니다. 디테일도 수입할 수 있는 거겠죠. 그런데 심지 굳은 사람이 들여오는 경우와 그 반대의 경우는 매우 다를 겁니다. 요즘 땅을 하나 사서 제주도에 집을 짓고 있어요. 드디어 우 리 마음대로 한번 해 볼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설계가 쉽지 않아요. 건축주 핑계도 댈 수 없는데 설계는 안되고 좌절하고 있습니다.(웃음) 오랫동안 좋아하고 파고 들면 뭔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다가도, 이렇게 오랫 동안 했는데 안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생각도 합니다. 그래도 노력도 안 하고 빨리 성공하고 싶어서 성형하는 행위는 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 다. 저희 취향이 아닙니다. 예쁜 여자보다 요리 잘하는 여자가 좋다는 말도 있잖아요.(웃음) ⓦ

Wide AR no.31 : 1-2 2013 Work


와이드 AR 31 | Wide Architecture Report 31 | 2013. 1-12

2013 • 1-2

트 포 리

072 <사진 더하기 건축 11 | 나은중+유소래> 도시와 욕망 Cities and desire —마이클 울프 Michael Wolf 080 < WIDE eye—전시> 현실 천착으로 만들어지는 일본 건축의 힘, 그리고 한국 건축의 과제 —김정은 086 <와이드 리포트 1—제3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 > 086 심사평 김영철 088 당선작 주평론 서울시청사 : 유리벽에 마주서다 —박정현 094 <와이드 리포트 2—전환기의 한국 건축과 4.3그룹 > 096 포럼의 배경, 목천건축아카이브와 현대건축연구회 097 <전환기의 한국 건축과 4.3그룹>이 보여준 건축 현대사 연구의 가능성 100 주제 발표문 115 포럼 관전기 118 <와이드 리포트 3 | 2012 원도시 아카데미 >

건축, 세상과의 대화 — 김진석+박진호, 정재은+전진삼, 민현식+전봉희 123 전진삼의 FOOTPRIN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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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사진 더하기 건축 11—나은중・유소래(본지 자문 위원, NAMELESS 공동 대표)

도시와 욕망 Cities and desire

마이클 울프

Michael Wo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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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는 그의 저서 『보이지 않는 도시(Invisible Cities)』에서 가상의 도시 제노비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도시가 어떤 필요나 교훈, 욕망을 만족시켜 주었는지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아마도 이 도시는 처음부터 지속되어 온 수직적 중첩과 지금은 해독 불가능 한 계획을 통해 성장해 온 것 같습니다.… 이는 제노비아가 행복한 도시로 분류될 만한 지 아니면 불행한 도시로 분류될 만한지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의미합니 다. 도시들을 구분한다는 것은 이러한 두 종류가 아니라 다른 두 가지 종류에서 의미를 지닙니다. 세월과 변천을 통해 계속해서 자신의 형태를 욕망에 부여하는 도시들과, 그 안에서 욕망이 도시를 소멸 시키거나 혹은 욕망이 소멸되는 도시입니다.” “There is no telling whether it (what need or command or desire) was satisfied by the city as we see it today, which has perhaps grown through successive superimpositions from the first, now undecipherable plan... This said, it is pointless trying to decide whether Zenobia is to be classified among happy cities or among the unhappy. It makes no sense to divide cities into these two species, but rather into another two: those that through the years and the changes continue to give their form to desires, and those in which desires either erase the city or are erased by it.” – Italo Calvino, 『Invisible Cities』, Thin Cities 2, 1972. ⓦ 근대 이후 현대 도시는 거대한 밀도와 사회적 긴장감 사이에서 제노비아와 같은 도시의 양적 팽창을 경험하였다. 도시의 확장은 지평선의 경계를 벗어나 겹겹이 쌓아 올린 마천루의 풍경을 생성하였고 그에 따른 삶의 적층된 무게 역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화되었다. 마이클 울프(Michael Wolf, 1954)는 이러한 현대 도시 의 풍경과 그 안에서의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그가 기록하는 풍경은 극도로 사실 적이기에 오히려 비현실적이며, 친숙한 도시의 욕망에 압도당하는 낯선 장면을 만들 어 낸다. ⓦ 마이클 울프의 많은 작업들은 중국과 홍콩, 일본 등 주로 아시아에서 진행 되었다. 1954년 독일 뮌헨에서 태어나 미국, 유럽, 캐나다에서 자라고 UC버클리(UC Berkeley)와 독일의 폴크방 스쿨(Folkwang School in Essen)에서 사진을 공부한 그는 보도 사진가로서 사진 작업을 시작했다. 1995년 새로운 변화를 위해 한 번도 가본적 없 던 아시아에서의 삶을 계획하고 홍콩으로 이주한 그는 스턴 매거진(Stern Magazine) 의 기자로 새로운 도시를 탐구하며 이방인으로서 아시아의 이미지를 기록하게 된다. 이러한 외부인으로서의 시선을 통해 특정 장소의 일상성 혹은 확장되는 지역성에 대 해 <Architecture of density>, <100x100>, <Copy Art/Real Fake Art>, <Transparent City>, <Tokyo Compression> 등의 이미지를 통한 해석을 시도해 왔다.

Architecture of Density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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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 no.31 : 1-2 2013 Report Architecture of Density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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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도의 건축(Architecture of density) ⓦ <밀도의 건축(Architecture of Density)> 연작은 극단적인 밀도의 홍콩 고층 건물 들을 기록한 사진이다. 700백만 인구의 홍콩은 거친 산세와 지형으로 인해 25%의 면적만이 개발되고 대부분이 산과 녹지로 이루 어져 있다. 경제 성장과 맞물려 극적으로 개발되는 도시의 변화를 목격하며, 그는 지평선이 보이지 않는 도시의 밀도와 스케일에 주목하였다. 특히 그가 바라본 대상은 수직적 삶의 공간인 아파트이다. 주거 면적의 절대적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개발되는 홍콩 의 고층 아파트는 그 삶의 밀도만큼이나 강렬한 수직성을 드러낸다. 마이클 울프는 이 대상을 하늘, 땅과 같은 최소한의 주변 상 황 마저 배제한 채 수평적 시점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높이를 가늠하기 힘들 만큼 거대한 아파트의 켜들을 사진의 프레임 안에 여백 없이 담아냈다. 이러한 사진적 구조로 인해 수평, 수직으로 반복되는 고층 건물에서의 삶의 단위는 사진의 틀 안에서 무한 히 확장되며 하나의 추상적인 평면으로 변환된다. 현실을 기록했지만 도시의 양적 팽창을 드러내는 극단적인 상징성으로 인해 이미지는 기호화되어 그 의미를 증폭시킨다. ⓦ 사실 그의 ‘밀도의 건축’을 처음 접했을 때는 우선 그 엄청난 밀도에 놀라지만 천 천히 사진을 들여다보면 창틀에 걸려진 빨래들, 서로 다른 색과 모양의 커튼들, 그 사이로 비치는 희미한 사람들의 실루엣이 보 이기 시작한다. 무표정의 패턴으로 읽혀지는 콘크리트 이면에는 역시나 삶이 존재한다. 한참을 보면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이 작 은 차이들은 시각적으로 보이는 건조한 패턴의 아름다움을 넘어 수없이 반복되는 프레임 안에 있는 이들의 삶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 투명한 도시(Transparent City) ⓦ <투명한 도시(Transparent City)> 연작은 ‘밀도의 건축(Architecture

The Transparent City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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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 density)’의 연장선상에 있다. 아시아에서 오랜 기간 작업을 진행해 오던 마이클 울프는 2006년 전시를 위해 시카고를 방문하 게 된다. 시카고는 고층 건물들로 유명한 도시이지만 아시아의 급격한 변화를 작업의 화두로 고민해 오던 그는 도착하기 전 다른 문화권의 도시 풍경에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공항에서 도심으로 들어가면서 그는 시카고가 가진 투명성에 매료되어 사진 작업을 결심한다. 우선 시카고 마천루의 투명성은 그가 작업해 오던 콘크리트의 폐쇄적인 도시 풍 경과는 대조적이었다. 하지만 사진 행위의 장소가 아시아에서 미주 지역으로 변화한 것을 제외하고는 작업 방식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는 이전과 동일하게 지평선과 하늘이 사라진 구도로 고층 건물들의 풍경을 기록했다. 그러나 다른 장소성은 사진 의 시각적인 결과뿐 아니라 그로부터 파생되는 이야기에도 큰 차이를 만들었다. 시카고 도심을 점유하고 있는 고층 유리 건물에 는 사람들의 집과 일터가 공존하고 있었다. 그는 고층 건물의 상층부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초저녁 맞은편 건물들이 조명으로 내 부가 밝은 조도를 유지할 무렵 사진을 찍었다. 이전 홍콩에서의 ‘밀도의 건축’이 대상에서 한 발짝 물러나 도시를 하나의 장면으 로 물성화시키는 해석을 시도했다고 하면 시카고의 투명한 건물들에서는 도시 풍경과 함께 그 안에서의 삶의 모습을 재현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 투명한 도시 디테일(Transparent City Details) ⓦ 유리로 된 건물은 해가 지고 내부에 불이 켜지기 시작 하면 투명성이 극대화된다. 마이클 울프의 프레임밍을 통해 하늘과 땅이 사라지고 건물만이 들어찬 사진에서 시선의 유일한 탈 출구는 투명한 창이 된다. 그는 촬영한 후에 결과물을 200배 확대하여 유리 건물 내부 공간과 사람들의 행위를 살펴보기 시작했

The Transparent City #87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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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parent City Details #04

Transparent City Details #06

다. 컴퓨터 앞에서 머리를 쥐어짜며 고민하는 사람, 거실에서 TV를 보는 사람, 창가에서 혼자 밥을 먹는 사람, 옷을 갈아있는 사 람, 책상에서 졸고 있는 사람 등 집과 일터에서의 건조하고 무표정한 도시인의 삶의 단면이 포착되었다. 이 외로운 사람들의 모 습은 미국 도시인들의 삶을 황량하게 그려낸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작품의 인물들과 무척이나 닮아 있 었다. 마이클 울프는 아예 이 장면을 확대하여 <Transparent City Details>시리즈로 이미지화하였다. 그리고 전시회를 통해 확 대된 사람들의 사진과 건물 전체 사진을 유사한 크기로 병치시킨다. 이것은 관객으로 하여금 도시의 외피와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삶의 행위들을 거시적, 미시적 관점에서 동시에 바라보게 함으로써 관객의 관음적인 욕망을 펼쳐 보여 준다. ⓦ 도쿄 압박(Tokyo Compression) ⓦ 마이클 울프의 2010년 최근작인 <도쿄 압박(Tokyo Compression)>에서는 건축이 아닌 특정 도시 공간과 사 람의 상호 작용을 통해 이전 작업들과 동일하게 도시의 엄청난 밀도를 개념적인 방식으로 보여 준다. 서울 못지 않은 일본 도쿄 의 출퇴근길 지하철 내부가 사진 행위의 장소이다. 그는 출퇴근시간 도쿄 지하철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 로 담았다. 지친 듯이 눈을 감고 지하철 문에 기대어 있는 사람, 뿌연 창 사이로 멍하니 밖을 응시하는 사람, 군중에 밀려 얼굴을 창문에 밀착시킨 사람 등 더이상 움직일 틈도 없이 벗어날 수 없는 이 좁은 공간에서의 사람들의 무표정한 응시와 행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 대도시의 밀도와 취약성을 함축하고 있다. ⓦ 마이클 울프는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람과 도시 그리고 그 사이의 상호 작용을 해석하고 있다. 그가 포착하는 장면은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행위와 관계들임에도 불구하고 늘 낯설고 불안하게 느껴진다. 마치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기로에서 선택권을 강요받고 있는 듯하다. 이탈로 칼비노가 상상의 도시 제노비아를 통해 언급한 행복한 도시와 불행한 도시 사 이에 구분 짓기의 모호함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세계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현대의 도시는 여전히 욕망을 매개체로 진화 중 이며 도시는 그 욕망을 매개로 사람들을 진화시켜왔기 때문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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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yo Compression #05 Tokyo Compression #54

Tokyo Compression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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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yo Compression #84


WIDE eye | 2012 한일현대건축교류전 : 같은 집, 다른 집 2012년 11월 16일 ~ 12월 9일, 토탈미술관 (서울)

2012 한일현대건축교류전 : 같은 집, 다른 집

현실 천착으로 만들어지는 일본 건축의 힘, 그리고 한국 건축의 과제 글 | 김정은(와이드 beam 실장)

← 전시장 모습. ↙ 2012년 12월 8일 열린 클로징 토크 모습.

ⓦ 지난해 11월 16일부터 12월 9일까지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는 ‘같은 집, 다른 집’을 주제로 한국과 일본의 젊은 건축가들이 참여하는 전시회가 열렸다. 2011년 요코하마에서 있었던 <한국 건축의 새로운 지평>전의 연장선상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주택’ 이라는 구체적인 주제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이슈를 비교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자리였다. 2011년 전시는 (혹은 그 이전의 유럽 4 개국 순회전이었던 <메가시티 네트워크 : 한국현대건축>전도 마찬가지로) 한국 건축가들의 작업을 일방적으로 보여 주는 전시 였다. 반면 이번 전시는 한일 양국 각각 다섯 팀의 건축가들이 두 팀씩 조를 이뤄 공통의 이슈를 발굴하고자 했기 때문에, 전시 내용뿐만 아니라 오프닝과 클로징에 맞추어 열린 세미나와 토론 자리에서도 양국 건축가 간의 태도와 건축 문화의 확연한 차이 를 읽을 수 있었다.

Wide AR no.31 : 1-2 2013 Report 2012 한일현대건축교류전


문제의 현장에 뛰어드는 일본 건축가 ⓦ 경제 불황, 에너지 위기, 인구 변화 등 사 회적 조건은 일본 건축가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특히 지난 2011

전시 주제 및 참여 건축가

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 사회에 ‘생활의 질’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대대적인 각성을 불러일으켰다. 따라서 그간 논의되어 왔던 거주 공간의 질, 자연과의 공

Surrounding Tales

생, 공동체와 소통 등의 이슈는 힘을 받기 시작했고, 이러한 시대적 과제 앞에서 건축계는 그 해결의 실마리로 ‘집’을 지목하고 있다. 현재를 ‘쇠퇴(degeneration) 의 시대’로 자가 진단하고 있는 일본 사회에서 건축가들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 지만, 생활 속에 뛰어들어 새로운 비전을 모색하려 한다. 따라서 이번 전시에서 는, 우리와 비슷한 사회ㆍ경제적 상황에 대해 일본 건축가들이 어떤 아이디어로

에이엔디 (AND : 정의협) + 이키모노건축사 (Ikimono Architects : 후지노 타카시)

접근하고 있는지, 젊은 건축가들이 이 어려운 시절을 어떻게 헤쳐 나가고 있는지 가 참여 건축가들이나 바라보는 이들 모두에게 관심사였다. ⓦ 이 글의 목적은 양 국 건축가들의 작업을 비교하는 데 있지 않다. 이번에 참여한 한국 건축가들의 작 업은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많이 소개되기도 했고, 한국과 일본의 건축 문화를 동등하게 비교하는 것이 어렵다는 생각이 이번 전시를 통해 굳혀지기도 했기 때 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토면적은 2배, 인구는 4배, GDP도 2배에 달하는 일본 은 시장의 규모나 경제력 면에서 한국과 차이가 크다. 건축적으로도 서양의 근대 건축을 우리보다 앞서 받아들였으니 현대 건축의 수준도 몇 십 년의 간극이 있다 는 주장에 수긍하는 사람도 많지 않은가. 교육면에서도 아직 서양 건축의 직접적 인 수혈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건축계와 달리, 일본의 건축학도들은 더이상 유 학을 떠나지 않는다. 이제는 서양 건축이란 토대 위에서도 독자적인 ‘일본 건축 의 색깔’이 보인다는 평도 쉽게 들을 수 있다. 데이터를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에이엔디의 SKINPACE (사진제공 : 새건축사 협의회, 사진 김용관).

확언하기 어렵지만, 이번 전시의 라인업을 보면 이러한 ‘직관적 이해’가 그리 틀 린 것은 아닌 듯하다. <한국 건축의 새로운 지평>전에서 기획을 맡았던 일본 측 커미셔너 마사시 소가베(Masashi Sogabe)는 35세 전후의 유망한 인재들을 지역 적 안배를 고려해서 참여 건축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즉, 도쿄뿐만 아니라 군 마, 기후 등 지방에서 활동하는 건축가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전시 도록에 소개된 이들의 프로필에는 유학 경험이 없으며, 실제 이들의 작업에서 자국 선배 들의 아이디어를 계승하거나 확장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반면, ‘젊은건 축가상’ 수상자 및 주목받는 신진 건축가들 가운데서 선정된 한국의 참여 건축가 들은 모두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부분 북미와 네덜란드에서 수학

↑이키모노건축사의 텐진야마 아틀리에 (사진제공

한 경험이 있다. 다소 비약해서 이야기하면, 한국 건축계의 강한 (혹은 유일한)

: 새건축사협의회).

근거지는 서울이며, 여전히 그들의 작업에는 교육적 배경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 다는 점에서 양국 건축 문화의 지역적 다양성이나 정체성의 차이를 드러낸다. 따 라서 이 글은 그간 가깝지만 의외로 구체적이고 포괄적으로 조망할 기회가 적었 던 일본 건축가들의 작업과 그 배경이 된 일본 건축계 안팎의 흐름을 탐색하는 데 중점을 두고자 한다. 이를 통해 양국 건축계에 축적된 문화적 차이가 무엇인지 미 루어 짐작해 보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찾는 편이 모든 작품을 일일이 소개하 는 것보다 유익할 것이다. 쉐어 하우스 : 무엇을 공유할 것인가 ⓦ 와이즈 건축과 나루세 이노쿠마 아키텍츠 는 한 조를 이뤄 ‘모여살기’와 ‘쉐어 하우스(share house)’를 주제로 전시를 구성 했다. 와이즈 건축이 동네가 해체되는 재개발의 현실을 보여 주는 데 주력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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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공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면, 나루세 이노쿠마 건축 설계 사무소는 무엇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 나루세와 이노쿠마는 새로운 건축 개

모여살기, Shared House in Nagoya

념으로 ‘공유(share)’를 제시하고, 나고야에 건축 예정인 13가구의 쉐어 하우스를 전시했다. 쉐어 하우스란, 이웃과 관련을 맺지 않고 살아가는 공동주택과는 달리, 생활을 공유하는 거주 형식으로 개인 공간은 최소화하고, 욕실이나 주방, 거실 등 의 공용 공간을 확대한 주택을 일컫는다. 주로 기숙사나 연립주택, 단독주택 등을 리노베이션해서 활용하지만, 신축의 경우 (공용)공간을 크고 입체적으로 구성하

와이즈 건축 (WISE : 장영철, 전숙희) + 나루세 이노쿠마 건축설계사무소 (Naruse Inokuma Architects : 나루세 유리, 이노 쿠마 쥰)

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쉐어 하우스는 최근 일본에서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 는데, 공간을 공유하면서 혈연이나 지연과 무관한 새로운 관계맺기를 지향한다. 이는 원룸과 비교했을 때 거의 차이가 없는 임대료, 그리고 개인 공간은 작더라도 넓은 공용 공간을 활용하는 편이 좁은 아파트보다 가치있다는 생각이 일본 젊은 이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 히 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나 오타쿠 문화를 탄생시킨 일본인들은, 개인적이고 타 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일본 에서는 인구가 감소하고 독신률이 높아지면서, ‘고독하고 외로운 삶’에 대한 불안 감이 ‘공유’에 대한 욕구를 만들어 냈다. 여기에 5~6년 전부터 소셜 네트워크 시 스템이 확산되면서, 웹상에서 무언가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움직임이 드러났다. 이를 주거 공간에 적용하면서 이전에는 개인적으로 또 각 세대별로 이루어지던 생활의 일부를 타인과 공유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즉 외부 공간을 공유한다거나

↑와이즈 건축의 Y-House (사진제공 : 새건축사협

창고를 나누어 쓰는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일상을 공유하는 현상은 결국 번

의회, 사진 황효철).

거로운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욕망이기 때문이다. 특히 2011년 동일본 지진 이 후, 이웃과 협력해야 하며, 기계적인 보안이 아니라 커뮤니티에서 형성되는 안정 감이 중요함을 일본 사회가 실감했다는 점이 이러한 흐름을 더욱 확산시켰다. 나 루세는 쉐어 하우스가 아직 도쿄를 중심으로 활성화되어 있으며, 주택 시장 전체 로 볼 때 점유율이 1%에 불과하지만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 전한다(지난 2012년 9 월 LG경제연구원에서 내놓은 「Japan Insight」에 따르면 수도권에만 약 1만 6천

↑나루세 이노쿠마 건축설계사무소의 Share House

세대의 쉐어 하우스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주택뿐만 아니라 공방이나

(사진제공 : 새건축사협의회).

사무실을 공유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단지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물건, 정보, 자료 등을 함께 공유한다는 것이다. 공방에서는 공구뿐만 아니라 도면을 공유하고, 주방을 공유하며 파티 메뉴를 공개 자료로 남 기고, 오피스를 공유하면서 다양한 협력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한다. 따라서 건 축계 안팎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있으며, 사람들의 관심사와 공간을 매칭하기 위 해 인접 산업과의 협력도 긴밀해지고 있다.

↑쉐어 하우스(사진 제공 : 새건축사협의회).

Wide AR no.31 : 1-2 2013 Report 2012 한일현대건축교류전


원시적 건축 & 패시브하우스 : 환경과 어떻게 관계맺을 것인가 ⓦ 이키모노건축사

The Ways of Being Together,

(生物建築舍)의 텐진야마 아틀리에는 건축과 이를 둘러싼 환경과의 관계를 ‘비바

Inducing Communication

람을 즐길 수 있는 건축’이라는 신선한 아이디어로 풀어냈다. 면적이 약 62m2 밖 에 안 되는 작은 공간 내부에는 나무가 자라고 있고, 천장 전체가 유리로 덮여 있 다. 따라서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날씨와 계절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는 원시적 인 건물이다. 텐진야마 아틀리에는 이키모노건축사의 사무실로 쓰이고 있는데, 직원들은 외부의 온도와 습도에 따라 창을 열고 닫으며 사무실의 컨디션을 조정

디자인 그룹 오즈 (Design Group OZ : 신 승수, 임상진, 최재원) + 스페이스스페이스 (SPACESPACE : 카가 와 타카노리, 키시가미 쥰코)

한다. 부엌 옆에는 허브를 심어 식재료로 활용하기도 하고, 계절에 따라 사무실 에 풍기는 꽃향기가 달라진다. 마치 온실과 같은 실내 환경은 거주자로 하여금 오 감을 동원하여 민감하게 주변 세계를 느끼고 건축의 존재 의미와 가능성을 찾게 한다. ⓦ 또 흥미로운 것은 ‘작은 집’ 혹은 ‘작은 공간’에 대한 일본적인 감각 혹은

↑디자인 그룹 오즈의 House Crossover (사진제공 : 새건축사협의회). ↑텐진야마 아틀리에(사진 제공 : 새건축사협의회).

본능이다. 후지노 타카시는 독립하기 전에 키쇼 구로카와가 설계한 캡슐하우스 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는 공간이 좁을수록 외부가 크게 느껴지 고, 변화하는 환경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끊임 없이 변화하는 환경과의 관계를 고민하는 건축을 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내에 나무를 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들의 건축을 자연에 대한 예찬이나 숭배로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하다. 오히려 자연을 포함한 주변 세계와의 ‘관계’ 나 ‘소통’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좋겠다. ⓦ 반면 스페이스스 페이스의 ‘Ground and Above Roof House’는 일종의 패시브하우스로 환경 기 술을 활용하여 물리적 환경에 대응한다. 연면적 61.92m2 규모의 이 집은 2층 목 조 주택으로, 1층에 콘크리트 언덕을 만들어서 겨울에 남쪽 창으로 들어오는 태

←↑Ground and Above Roof House (사진 제공 : 새건축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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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스페이스의 D-APARTMENT (사진제 공 : 새건축사협의회).


양광을 축열한다. 콘크리트 언덕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정확하게 계산하기는 어

Living IN.EX Urban,

렵지만 현재는 기존 전기세의 70% 가량을 내고 있다고 한다. 내부에 욕실이 배치

Diving into the Scene

된 이 언덕은 텔레비전을 향해 앉으면 소파가 되고, 현관에서 실내가 보이지 않도 록 차단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며, 물건을 놓아두거나 아이들의 놀이터로 사용할 수 있다. 자연 에너지를 활용하는 데 기술적 장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공 간적 요소로 활용한 실험적 발상이 흥미롭다.

디아 건축 (DIA : 정현아) + 다이켄엠이티 (Met Architects : 누노무라 요코, 히라노 카츠마사)

움직이는 건축 : 도시의 쇠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디아건축과 다이켄엠이 티는 변화하는 도시의 상황에 대응하는 건축을 선보였다. 정현아가 밀도가 급속 도로 변화하는 신도시의 현실에 내향적인 건물로 방어적 태도를 보였다면, 다이 켄엠이티는 쇠퇴하는 도시 중심부의 빈 공간을 활용하여 마을을 변화시키는 적 극적인 제안을 보여 주었다. ⓦ 다이켄엠이티가 거점으로 삼고 있는 기후는 도 쿄와 오사카 사이의 지역으로 중심부에 공터가 늘어나고 있었다. 사람들이 교외 로 분산됨에 따라 중심부가 쇠퇴하는 현상은 비단 기후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2005년 즈음부터 일본의 인구는 감소 추세로 돌아섰고, 그 결과 여전히 인구를 빨아들이는 도쿄를 제외한 여러 지방에서는 임대가 되지 않아 어정쩡하게 남겨 진 토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다이켄엠이티는 이런 빈터를 필요에 따라 이동하면

↑디아 건축의 대전한의원 (사진제공 : 새건축사협 의회).

서 점유할 수 있도록 컨테이너를 활용한 ‘주사위 하우스’와 ‘주사위 오피스’를 소 개했다. 사회 선생님이었던 주사위 하우스의 건축주는 정년 퇴임 후 살 곳을 정 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에, 원하는 때 원하는 곳으로 옮겨갈 수 있는 주택을 설계 한 것이다. 이동을 위해 트럭으로 운반할 수 있는 컨테이너 유니트 세 개를 연결 하여 집을 완성했다. 다이켄엠이티의 사무실로 쓰이는 주사위 오피스는 철골 프 레임 안에 중고 컨테이너를 넣어서 조립한 건물이다. 즉 가건물을 활용하여 사 용할 수 없던 토지를 사용 가능한 토지로 전환하고 궁극적으로는 침체하는 마을 에 활기를 불어넣자는 것이다. 이런 일시적인 혹은 이동 가능한 주택의 선례는 시게루반의 페이퍼테이너 혹은 동일본 지진 후 이재민을 위한 컨테이너하우스에 서도 실험된 바 있다. ⓦ 인구 감소나 재개발로 인해 사용이 유예된 토지나 건물 을 일시적으로 활용하려는 아이디어는 앞으로 우리 도시에 적용해 볼만한 유용 한 방법으로 여겨진다. 일례로 최근 타이페이에서도 도시 재개발 과정에서 방치

↑다이켄엠이티의 주사위 하우스 (사진제공 : 새건 축사협의회).

된 공간을 일시적이나마 오픈스페이스로 활용하는 사례가 정책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Chen-Yu Lien, Learning from indigenous wisdom : Building people-nature relationships, 2012 The 8th International Conference of the

← 주사위 오피스 (사진 제공 : 새건축 사협의회).

Wide AR no.31 : 1-2 2013 Report 2012 한일현대건축교류전


← 다이켄엠이티는 전시장 바닥에 기후 지방의 건물과 도로를 보여 주면서, 빈 터를 붉은 색으로 칠해서 가능성의 공간

20m2, Context Emerged from the Architectural Process

으로 표현하였다.

Pacific Rim Community Design Network 발표 논문). 또 일본 건축가 마사타카

사이 (SAAI : 박창현, 이진오, 임태병) + 류지 후지무라 건축설계사무소 (Ryuji Fujimura Architects : 후지무라 류지)

바바(Masataka Baba)는 ‘도쿄 R 부동산(www.realtokyoestate.co.jp)’이라는 색 다른 웹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빈 건물들을 중개하고 직접 리노베이션을 하기도 한다. 이 웹사이트는 오래되어 쓸모없어 보이는 건물이나 리노베이션의 가능성 이 있는 공간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즉 부동산, 건축, 미디어가 결합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빈 공간을 알리면서 가치를 창출해 낸 것이다. 앞으로 신축보다는 리모 델링이 늘어나게 될 테고, 지방에서는 이미 잉여 인프라의 활용 문제도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때 영구적인 공간이나 시설 대신 가볍고 일시적인 건축이 도시에 활 기를 불어넣을 처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젊은 건축가의 사회 참여를 기대하며 ⓦ 일본 사회는 성장 위주의 기존 질서에 깊 은 회의를 느끼고 있다. 도쿄대 교수인 히데토시 오노(Hidetoshi Ohno)는 지난 2011년 3월 7일 도쿄에서 열린 HOUSE VISION 세미나에서 앞으로 인구 감소 는 세수의 부족으로 이어지고, 이는 공공 서비스의 부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 적했다. 따라서 공동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따뜻한 인프라’가 그 부족함 을 채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뜻한 인프라란 사회 복지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 근대 이전에는 지역이나 혈연 공동체가 수행했던 일들이다. 이제는 그 역할을 사 람과 사람을 잇는 느슨한 관계망이 대신해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의 사회에서 무엇을 매개로 관계를 맺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 리 앞에 놓인 여러 문제는 여기서 풀리지 않겠는가. 이러한 생각에 동의한다면, 사회와 사람들의 삶, 그리고 욕망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건축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 우리 사회 역시 저성장의 긴 터널을 통과할 것이 자명하 다. 달리 생각하면 건축의 내용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

↑사이의 20m2 (사진제공 : 새건축사협의회).

었다. 우리는 사적 재산인 주택이 가장 보수적으로 변화하는 건축이라고 이해해 왔다. 그런데 이번 전시에 참여한 후지무라 류지는 급변하는 시장의 변화가 건축 가에게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일본 건축가들 역시 시 장과 법규, 환경적 조건에 따라 거의 자동적으로 생성되어 온 주택에 어떻게 접근 할 것인가 고민해 왔다. 그런데 사회의 변화를 목도하면서 주택을 통해 실험을 해 야 하며, 우리의 삶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로 보건데 일 본의 젊은 건축가들의 작업은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조건에서 출발한다. 문 제의 언저리에서 난해한 개념으로 길을 잃거나, 문제 해결과 동떨어진 웰메이드 건축으로 마무리하지 않는다. 이제 건축계 내부에서만 통하는 말(개념)로 대중 을 상대하기보다는 실제 사람들의 생활에 천착해야 할 것이다. 한국 건축의 미래 는 현실 문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게임의 룰을 바꾸는 젊은 건축가들에게 달 려 있을 것이다. 이들은 건축이 삶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삶에 맞추 어 건축을 해야 하는 세대가 아니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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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 후지무라 건축설계사무소의 스터디모델.


와이드 리포트 1 | 제3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

제3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 ⓦ 당선작

ⓦ 당선 작가 | 박정현

— 서울시청사 : 유리벽에 마주서다 (주평론)

ⓦ 주최 | 와이드AR

— 비평의 언어 : ‘비평의 죽음’ 이후의 글쓰기 (단평론-1)

ⓦ 후원 | 건축평론동우회(회장 함성호)

— 시장과 욕망의 변증법 : 코엑스와 라페스타 (단평론-2)

ⓦ 심사 위원 | 김영철(와이드AR 편집 위원, 건축평론동우회 총무)

ⓦ 지면 관계로 이번 호에는 주평론만 게재합니다. 단평론-1,2는 다음 호(32호)에 수록됨을 알립니다.

ⓦ 응모작 심사평 ⓦ 심사 위원 | 김영철(본지 편집 위원, 건축평론동우회 동인)

ⓦ 올해로 와이드AR 건축비평상이 제정된 지 3년이 된다. 이

의 죽음’ 이후의 글쓰기”와 “시장과 욕망의 변증법: 코엑스와

상의 목적은 건축 비평 분야에서 활동할 재량 있는 인물들을

라페스타”의 응모자이다. ⓦ 당선자의 비평 중 첫 기고문 “비

발굴해서 한국 건축 평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것

평의 언어 : ‘비평의 죽음’ 이후의 글쓰기”는 건축, 비평, 언

이다. 새로운 비평가의 탄생을 기대하는 이유는 한동안 건축

어와 다른 한편으로 역사와 이데올로기, 유토피아의 개념들을

비평가의 생산에 우리 사회가 소홀히 해 왔기 때문이기도 하

다루었다. 그들의 상관관계가 특히 타푸리의 관점에서 비교적

고, 다른 한편으로는 건축계에 의미 있는 가치 판단의 척도들

날카롭게 다루어졌다. 건축 개념과 건축 작품 개념이 분리되

이 더 다양하게 제시되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어서 논리를 전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고, 역사와 건축의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 실재하는 세계이지만 여기에 새로운

관계 설정에서 이데올로기, 계획, 비판성, 유토피아 등의 개념

충격 하나는 분명 그 파장으로 인해서 기존 변화의 불변을 다

층위를 설정한 것은 한편으로는 설득력 있는 시도였지만 이를

시 재편의 과정으로 이해되도록 만들어 갈 것이다. 이 충격이

통해 건축 개념 자체의 정립에 기여하고 있는지는 의구심이 든

그 규모에서 큰 것이라고 하면, 이는 우리 건축계에서 단지 하

다. 그러나 건축의 의미 영역을 규방의 존재로 설정하고 있는

나의 새로운 활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지진을 겪은 이

것은 탁월하다. 글의 마지막 부분을 이루는 유토피아에 관한

후처럼 있어야 할 것이 더욱 확고하게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도

질문에서 비평의 과제를 규방을 드러내는 일, 그래서 우리 인

록 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 이 상은 앞으로 우리의 건축

간이 규방 안에 있음을 밝히는 일이라는 진단은 대단히 훌륭하

계를 이끌어 갈 준비가 되어 있고, 역량이 있는 신진 비평가들

다. 이 과제에 좀더 시선을 집중했으면 하고 바라는 이유는 필

을 위한 등용문이다. 아마도 건축 비평이 현재 한국의 건축계

요하지 않은 질문이 앞으로 기대되는 이 응모자의 사유를 흐트

에서 더 큰 역할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더 많은 새로운 건

러뜨리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대단히 압축력이 높

축 비평가들이 발굴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보다 커진 이유일

은 글 마지막 부분에서 응모자가 제기한 질문, 즉 규방 너머

것이다. 이제는 새로운 평론가의 탄생을 알려야 할 순간이다.

에 무엇이 있는지를 묻는다면 이미 시선은 본질에서 벗어나 있 고, 이 일로 창작을 위한 힘이 소진되기 않기를 기대하기 때

ⓦ 제3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 수상자는 주평론 “서울시청

문이다. ⓦ 두 번째의 단평론 “시장과 욕망의 변증법: 코엑스

사: 유리벽에 마주서다”, 두 편의 단평론 “비평의 언어: ‘비평

와 라페스타”에서는 건축과 도시 분야를 각각에 필요한 시점

Wide AR no.31 : 1-2 2013 Report 제3회 와이드 AR 건축비평상


과 간격을 적절히 유지하면서 구체적 대상지를 비판적 시각으

고, 경우에 따라서 특정 형식들을 거부하려는 의도는 무모하

로 읽어 나간 것과 의미 영역에서 주체의 의미와 기능을 설정

다. 기존 형식 논리들이 부정되고 오히려 재료의 개념을 통해

한 것이 돋보였다. 대상 작품의 구조를 단순히 물리적으로 읽

서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면 형식과 물질성이 등가의 개념으

어 나가거나, 구체적 현상 이면의 경제 논리를 다루기보다는,

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를 두 번째 응모작에서처럼 세계는 균

응모자는 독특하게도 개인의 욕망이라는 카테고리를 설정하

질화되어 가고 있고, 이를 극복하려면 물질성을 통해 지역성

고 심리적 차원에서 대상지들의 의미를 공간의 차원으로 옮겨

을 획득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도 마찬가지로 형식론의 관점

서 분석하고 있다. 구체적인 공간의 구조와 이를 대상으로 관

에서 물질성과 지역성을 등가로 설정하는 논리에 스스로조차

찰하는 주체의 관계를 벤야민과 발자크의 눈으로 비평하고 있

자신의 물질적 무게에 눌려 현대의 변화를 도시적으로 수용하

는 것도 뛰어나다. 욕심이 있다면 벤야민의 입장뿐만 아니라

지 못한 채 반쪽짜리 도시’가 되어 가고 있다고 주장할 때, 이

게오르크 짐멜의 대도시 논의가 함께 대비되었으면 하는 것이

를 받아들여야 할지, 응모자의 주장에 동의되기보다는 의구심

다. 벤야민을 읽는 사람은 짐멜도 읽어야 한다고 하고, 또 제목

이 더 많이 든다. 두 번째의 응모작에서는 응모 요령이 명시되

에서 암시받는 것처럼 대립 구도라면 문제가 더욱 또렷하게 드

어 있었지만 이것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 유감스러웠다. 모두

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 주평론 “서울시청사: 유리벽에 마

세 편이 아닌 두 편만이 응모되었고, 모두 기준을 초과한 분량

주서다”는 응모자가 우리 건축계가 기대하는 비평가의 역할을

이었다. 비평가는 한 사회의 구성원이고 그의 규약은 한계가

할 수 있음을 보여 주어서 만족스러웠다. 자칫 주관적 감상이

아니라 전체의 자유를 위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자유가 아니

대상을 온전하게 마주하지 못하게 할 우려가 큰 소재이지만 응

라 속박이라고 이해한다면 동의하기 어렵다. 문장상의 오류들

모자는 차분히 건축가와 작품 사이, 여러 기존 비평문들 사이

도 유감스러웠다.

에서 자신의 독특한 시점을 근대 건축의 이념과 발전의 차원에 서 다루어 가고 있다. 특히 투명성을 형태론과 공간론 사이에

ⓦ 세 번째의 응모작, “건축의 한 반(半)도. 통일 후 건축가의

서 균형을 잡는 매개로 파악한 흔적은 높이 평가한다. 관찰자

역할 변화 예측과 한반도의 건축 이론 발전을 위한 초고”, 두

의 시점을 설정하고 대상 작품을 도시적 맥락에서, 또 건축적

단평론, “전통 건축의 물질적 탐구, 스큐어모피즘(Skeuomor-

맥락에서 읽어 나가는 과정에서 유리 재료의 속성에 너무 오래

phism)”, “하우스 푸어(House poor)라고? 난 하우스 퓨어

머무른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투명성은 단순히 재료의

(House pure)”는 시사성을 반영하기도 하고, 또 여러 개념들

속성이나 재료의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응모자는 여기에서 의

의 해명을 다루는 글이었다. 단언적 정의들과 응모자가 설정

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지만-사회의 구조에서도 보여지

하고 있는 대상을 보는 위치를 염두에 두었을 때, 과연 응모자

고, 정치에서도 실천되어야 할 이념이며, 이것이 물리적으로

는 비평가로서 끊임없이 부딪히게 될 저항의 현실을 인내하고

실현될 수 있다면 그것은 곧 원칙의 구축으로 이해되는 건축의

그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단

이념이기 때문이다.

순한 우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인상이 아직 남아 있다. 서술의 형식과 내용이 건축 이론에 더 가깝다는 것도 아쉬움

ⓦ 두 번째의 응모작 “Form and Materiality in Architec-

이다.

ture(건축에서의 형식과 물질성)”은 응모자의 의욕에 비해서 주제의 해명이 미흡하였다. 형식과 역사를 등가의 개념으로

ⓦ 지난해에 우려한 것, 즉 비평이 비난의 개념과 혼동되거나

설정하거나 형식을 물질성에 대립하는 자연으로 이해하거나,

주관적 입장에서 감정적 판단을 내세우는 글, 사실이나 상황

문화나 시스템 혹은 이성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이 만약에

의 수집을 벗어나지 못하는 글이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이

타당하다면, 이를 해명하는 일이 40여 쪽의 짧은 논문에서 가

에 해당하는 응모작은 올해에는 없었다. 지난해에 비해 확실

능하리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다음의 주장, 즉 “역사가 제시하

히 내용면에서 진전이 있었고, 응모자들이 비평의 의미와 과

는 형식과 물질성의 관계를 살피기 위해서는… 그들의 역사에

제를 더 많이 이해하고 있었다. 조금 더 기대해도 된다면, 반

대한 논쟁들을 간략하게나마 살펴볼 필요가 있다”(응모작 21

드시 비평에서 채워져야 하는 것, 즉 가치의 위계를 보여 주

쪽)는 비평에서 요구되는 문장, 혹은 비평가의 문장이 아니다.

었으면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비평은 명료한 기준을 제시하

‘형식과 내용’이라는 주제가 진부하게 들릴지라도 건축의 긴

고 있어야 한다. ‘진정한 비평이란 언제나 가치에 대한 봉사’

역사는 이들 주제를 가지고 씨름해 왔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응

이기 때문이다.

모자가 제시하는 비판적 형식론은 그 근거를 확인하기가 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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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작 주평론 — 박정현

서울시청사 : 유리벽에 마주서다 박정현 ⓦ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건축의 소음과 인문학의 침묵”으로 AURI 인문학포럼 논문 공모에서 대상을 받았다. “정체성과 시대의 우울” 등의 글을 발표했으며, 『포 트폴리오와 다이어그램』(배형민 저, 근간) 등을 번역했다. 서울시립대, 단국대, 홍익대 등에 출강했으 며, 도서출판 마티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현재 “1980~90년대 한국 현대 건축의 담론 구성”을 주제로 박사 학위 논문을 준비 중이다.

ⓦ 무엇보다도 동적인 공간은 넓게 트여 있어야 한다. 이런 열

들에게 건축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 무척 흥미롭다며, 현

린 공간은 열린 사회를 이루는 데도 도움이 된다.

재 이어지는 논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건축가의 의도와

현재 자리에 짓는 새 시청사는 ‘이게 과연 시청 건물이냐’고 할

그 실현, 그리고 이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일치하지 않고 어긋

1

정도로 놀랄 만한 명품으로 만들겠다.

나는 일 자체가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비평적 관건은 이 어긋

ⓦ 근 한 달간의 입주를 끝내고 2012년 10월 13일 서울시청

남을 건축가와 대중 사이의 쉽게 메워지지 않는 간극을 재확

사는 공식 개청했다. 7여 년에 걸쳐 여섯 차례나 설계가 바뀌

인하고 서울시청사에 대한 개인적인 호불호를 언명하는 데 그

는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서울시청사는 모습을 드러낸 순간

쳐서는 안 된다. 쏟아지는 무수한 말들을 정교한 담론의 장으

부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입주를 꼭 해야 하느냐”는 박원

로 길어 올리기 위해서는, 이 어긋남이 어디에서 일어나는지,

순 시장의 볼멘소리에서, 쓰나미 파도나 프린터복합기를 닮았

논란과 별개로 서울 시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공공 건축물일

다는 비아냥,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 아니라 하나의 장막, 최

수밖에 없는 서울시청사의 건축적 의미를 섬세하게 짚어 보아

후의 막내림”이라는 비판, 주변의 역사와 환경을 무시한 무례

야 한다. ⓦ 서울시청사에 대한 많은 비판은 형태적 낯섦에 집

한 유아독존의 태도라는 비난까지 다양한 목소리들이 쏟아졌

중된다. 프로그램, 기능, 구조, 시공의 완성도 등을 이해하기

다. 논란의 중심에 선 건축가는 완공되어 일반에 공개되기 2

이전에 감각적인 인상으로 포착되는 형태에 먼저 압도되기 때

년 앞서 “앞날이 심히 염려되는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된다고

문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주요 공공 건축물에 대한 평가

우려를 표명하며 서울시청사의 운명을 예견하는 듯 보이기도

는 형태가 무엇을 연상시키는지, 그리고 이 연상이 대중이 납

2

3

했다. 하지만 이는 건축가의 의도가 제대로 구현되기 어려운

득할 만한 것인지에 달려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삿갓

턴키 방식으로 진행된 설계・시공 과정에 대한 걱정이었을 뿐,

을 떠올리게 하는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방패연을 모티

유걸은 시청사 설계에 대해서는 확고하고 분명한 입장을 시종

브로 삼았다는 상암 월드컵 경기장 등 그 연상이 한국적인 것

일관 견지하고 있다. 또 “평가야 어떻든 간에 새 청사가 대중

으로 받아들여지면, 건축의 의미는 건축계의 평가와는 무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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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한국 사회 속에서 안착한다. 설령 그 모습을 실제로 보지 못 하는 것이라고 해도 말이다(상암 월드컵 경기장 막구조의 방 1) 유걸, 『+Architect 01 Yoo Kerl』 (공간사, 2008), 20쪽. 2) 오세훈 인터뷰, <문화일보>, 2006년 6월 2일. 3) “박원순, ‘신청사 꼭 입주해야 하나’”, <문화일보>, 2012년 7월 30일; 임 근준, “서울시 신청사에 대한 난상 토론”, <건축신문>, vol.3 (2012. 9), 11면; 김규원, “‘무례한’ 서울시 새 청사 좀 더 친절할 수 없겠니?”, <한 겨레신문>, 2012년 6월 18일. 4) 유걸, “벽 없는 공간 만들기”, <공간> 514호 (2010. 9), 55쪽.

패연 모양은 항공 사진으로밖에 확인할 길이 없다). 이는 단 순히 속류 포스트모더니즘의 역사주의로만은 이해될 수 없는 현상이다. 건축이 시각적 경험의 대상이 되는 사례가 흔치 않 은 한국 사회에서 특별한 건축은 언제나 다른 무엇을 떠올리

Wide AR no.31 : 1-2 2013 Report 제3회 와이드 AR 건축비평상


게 해야 한다. 이는 건축이 재현적 맥락 속에 있기 때문이지 특

울시청 광장은 시청사의 정면성을 확보하는 축을 형성해 주지

정 건축 사조와 관계가 있기 때문이 아니다. 자다 일어나 눈을

못한다. 강렬한 정면성을 마주하고 차츰 거리를 좁혀 나가며

감고도 화장실을 찾아가는 것처럼 일상의 공간은 발터 벤야민

광장을 가로질러 건축물에 접근하는 싱켈의 알테스 뮤지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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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지적대로 지극히 촉각적이다. 추상적인 건축을 독해할 수

는 다르다. 서양 고전 건축의 기념비성은 건축 하나의 가치이

있는 역사적 배경도 지적 훈련도 부족한 한국 사회에서 일상

기도 하지만 건축과 도시의 만남에서 확정된다(성 베드로 성

의 영역을 벗어나는 건축은 랜드마크, 기념비, 스펙터클 등 시

당과 베르니니의 열주랑이 빚는 강렬한 축, 포폴로 광장과 무

각적 소비의 대상이 된다. 그렇기에 적어도 공공 건축물로는

한 소점에 가까운 로마의 가로 등). 베를린의 알테스 뮤지엄이

유사한 것을 찾아볼 수 없는 서울시청사를 두고 닮은꼴 리스

하나의 특권적인 시점을 설정한다면 서울시청은 그렇지 못하

트가 무수히 이어지는 현상에 낯설어 할 필요는 없다. 더구나

다. 플라자 호텔 쪽에서의 접근은 시청역 6번 출구에서 나오지

건축가 스스로 건축물의 상단부는 한국 전통 건축의 처마에서

않고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서울시청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

형태를 차용했다고 설명하지 않았던가. 지금의 논란이 문제라

선은 시청과 특정한 관계를 갖지 못하고 분산되며, 대개는 빗

면 처마가 처마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겨서 있다. ‘메뚜기 눈’의 연상은 정확히 프레스센터에서 시청

우리는 형태 논리 너머의 지점을 살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으로 내려오는 관찰자의 것이다. 기타 무수한 촌평들 역시 모

서울시청사의 특이성을 포착하지 못한 채 소모적 논쟁으로 그

두 건축 외부에서 느낀 인상에 기대고 있다. ⓦ 이에 비해 유걸

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의 위치는 건축 내부에 있다. 서울시청사는 유걸 건축의 핵심 적인 장치들이 되풀이해서 사용되고 있다. 외부와 내부를 비 교적 분명하게 구분해 내부에 대형 공간을 마련한 다음 그 안 에 인공 자연을 도입하고, 내부에서 여러 동선을 교차시켜 다 양한 움직임을 담아내려는 시도는 배재대학교 국제교류관, 벧 엘 교회, 대덕 교회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유걸의 전매 특허다. “유걸이 설계한 광대한 공간을 걷는다.…이곳들을 거 닐다 보면 이전에 이런 곳에 온 적이 있었나 하고 스스로에게

↑프레스 센터에서 서울시청 쪽으로 걸어가면서 만나게 되는 ‘메뚜기 눈’ (왼쪽)과 서울시청사의 정면.

질문을 던지게 된다.”6 우리가 서울시청사에서 느끼는 경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9층까지 개방되어 있

ⓦ 서울시청사를 두고 불편해 하는 사람들, 메뚜기 눈, 에스프

으며 눈앞에 수직으로 뻗는 그린월은 방문객을 압도한다. 한

레소 머신, 쓰나미, 복합기 등을 떠올리는 사람들은 과연 어디

국의 공공건물에서 이런 내부 공간을 만난 적이 있던가. 서울

에서 이 건물을 바라볼까? 또 열린 공간이 열린 사회를 만들기

시청사를 관찰하는 특권적인 시점을 설정한다면, 그것은 외부

를 희망하는 건축가는 어디에 서서 건축의 꿈을 꾸고 있을까?

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다. 그것도 내부에서 유 리 표면으로 바깥의 광장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린월에

ⓦ 서울시청과 시청 앞 광장은 분명 남쪽과 서소문로 방향으

압도되고 하늘로 열린 상층부를 올려다보는 시점이다.7 포획

로 열려 있다. 하지만 차를 타고 지나가며 시청을 바라보는 것

당한 시선은 건축 내부에 머문다. 그렇기에 건축의 주체를 내

이 아니라면, 사람들이 남대문 쪽에서 시청의 정면을 바라보

부 공간이라고 여기는 건축가의 의도는 여기서 탁월한 수준으

고 접근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종로, 청계천, 광화문 등

로 성취된다. 유걸 건축의 힘이 남김없이 발휘되는 지점이다.

시청의 북쪽에서 광장으로 걸어 들어 오는 이들이 훨씬 더 많

ⓦ 이 지점에서 서울시청사를 둘러싼 시차(視差)를 확인할 수

다. 광장은 남쪽으로 열려 있지만 광장으로의 유입은 주로 북

있다. 즉각적인 외부 인상으로 건축을 규정하는 대중과 내부

쪽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많은 경우 시청

의 강렬한 경험을 중시한 건축가의 간극은 바라보는 위치의 차

의 뒷부분과 옆모습을 먼저 만나게 된다. 광장과의 관계를 고

이를 정확히 반영한다. 이 시차는 동일한 대상을 서로 다르게

려하면 새 청사는 수직으로 올라가는 매스보다 수평으로 퍼 진 것이 더 적절하다는 건축가의 판단은 적확하다. 그러나 서

5) Walter Benjamin, “Work of Art in the Age of Reproducibility (Third Edition),” in Selected Writings, volume 4, 1938-1940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 2005), p. 268.

6) 배형민, “건축의 불안전한 경계”, 『+Architect 01 Yoo Kerl』 (공간 사, 2008), 6쪽. 7) 사실 시청 1층에서 광장을 내다볼 수 있는 곳 자체가 그리 많지 않다. 새 청사의 절반 가량은 구청사에 가려져 있으며, 원안과 달리 광장으로 개 방된 부분에 출입구가 생기면서, 정작 광장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은 동 쪽 끝 부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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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악하는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관점의 차이가 아니다. 시점의

상(fantasy)이다. 유리 표면 안에 별도의 구조와 외피로 지탱

8

차이가 동일한 사물을 서로 다른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되어야 하는 콘서트홀에서 덕수궁이 설령 보일 수 있다 하더

어쩌면 유걸과 대중은 다른 대상을 두고 자기의 이야기를 하

라도, 음향을 완전히 무시하지 않는다면 콘서트홀의 내부 마

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울시청사는 관찰자가 서야 할 특권적

감을 유리로 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기에 이 장면은 투명성

인 위치를 설정하지 않는, 아니 더 정확히 말해 관찰자인 외부

을 극적으로 보여 주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공중에 매달려 고

자가 아니라 점유자이자 참가자라는 내부자를 염두에 둔 건물

궁을 바라보며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해 주는 가벼운 구조와

이다. 유걸이 꿈꾼 열린 공간은 건물의 바깥에서 서성이지 말

유리의 투명성으로 건축가가 전달하려고 한 것은 무엇일까?

고 안으로 들어오라는 손짓일까? ⓦ 잃어버린 투명성을 되찾기 위해 우리가 역사를 고치거나 무 너뜨리지 못할 것도 없다.9 ⓦ 유걸은 외부 공간과의 관계를 정교하게 설정하기보다는 광 활한 내부 공간의 역동성을 마련하는 데 열중한다. 조망 조건 이 나쁘지 않은 대학 캠퍼스에서도(배재대학교), 일산의 가장 중요한 공공 공간인 미관 광장에서도(벧엘 교회) 바깥으로 공 간을 여는 데 무척 인색하다. 안으로 닫힌 공간은 장소와 무관 하다고 해도 좋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유걸도 서울광장의

↑시청 최상층에 자리한 콘서트홀 계획안 렌더링.

무게 앞에서 주춤한다. 도시를 포기했다고까지 과격하게 말하

ⓦ 여섯 번이나 설계가 뒤집어지면서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지만, 시청과 광장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면 건물 전체를 뒤덮은 유리 커튼월이다. 오세훈 전 시장이 주

다. 도시를 향한 손짓의 건축적 표현은 다름 아닌 투명성이었

도한 디자인서울의 주요 사업 중 하나였던 세빛둥둥섬 역시 유

다. 구청사를 통해서 새 청사로 출입하게 되어 있었던 애초의

리가 주요 외장재였고 서울시의 공공 건축물 가이드라인에서

계획에서 광장과의 소통은 전적으로 시각적이었다. 여기서 두

강조하는 것이 개방감임을 고려한다면 투명한 유리 커튼월은

번째 어긋남이 빚어진다. 첫 번째 어긋남이 시차에 따른 건축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권위주의의 오랜 폐해에서

가와 대중의 차이였다면, 두 번째 어긋남은 유걸 건축 내부에

아직도 자유롭지 못한 한국 사회에서 투명성은 진정성과 함께

서 빚어지는 갈등이자 현대 건축사에서 유리와 투명성이 만들

모든 판단의 최종심급이다. 건축에 좀처럼 상징적 의미를 부

어 내는 파열음이다. ⓦ 턴키에 의해 어그러지기 전인 2008년

여하지 않는 유걸조차 “사무 공간 전면의 수직 공간을 통해 시

에 발표한 유걸의 프레젠테이션에서 가장 이질적이고 비현실

행정은 시민에게 개방되며, 서울시청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표

적인 장면은 시청사 상부에 자리잡은 콘서트홀을 묘사한 렌

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11 물론 정치, 행정, 민원의 투명성과

더링이다. 문제의 ‘메뚜기 눈’에서 서울시향 상임 지휘자 정

건축의 투명성은 별개이지만,12 정치의 수사적 표현과 건축의

명훈이 서울시향과 피아니스트를 이끌고 협주곡을 연주하고

물리적 성격이 이처럼 강력하게 결합한 예는 한국에서 찾아보

있고, 그 너머로 덕수궁이 선명하게 보인다. 육중한 구조는 가

기 어렵다. 우후죽순처럼 신축된 지방자치단체와 각종 관공서

는 선으로 대치되었고 유리는 수정 같이 투명하다. 현실 속의

청사 건축물에서도 유리 커튼월은 획일적이라고 할만큼 사용

모습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 렌더링은 환

되었지만, 용인시청사처럼 도심에서 떨어져 있거나 부산시청

10

사, 경기도 경찰청사처럼 상층 사무실은 커튼월, 저층 민원부 8) 시차라는 개념은 물론 지젝에서 빌어온 것이다. Slavoy Žižek, Parallax View (Cambridge MA: MIT Press, 2007) p. 4-5; 슬라보예 지젝, 『시 차적 관점』 (마티, 2009), 14 -15쪽. 지젝의 논의를 빌리지 않더라도 관 찰자의 시점에 따라 동일한 건물의 비평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경우는 현대 건축사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미스의 바 르셀로나 파빌리온에 대한 José Quetaglas와 Robin Evans의 비평이다. José Quetaglas, “Fear of Glass : the Barcelona Pavilion,” in Architectureproduction, edited by Oakman & Colomina (New York, NY : Princeton Architectural Press, 1988); Robin Evans, “Mies van der Rohe’s Paradoxical Symmetries,” AA Files, No.19 (Spring, 1990) 9) 장 스타로뱅스키, 『장 자크 루소: 투명성과 장애물』 (아카넷, 2012), 33쪽. 10) 유걸, 『+Architect 01 Yoo Kerl』 (공간사, 2008), 138쪽.

는 석재 마감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민원으 로 청사를 방문한 이들을 제외하고는 대중의 일상적 삶과 유 리되어 있다. 더구나 이들 공공건물은 군사 정권 시절 지어진 권위적인 관공서만큼이나 천편일률적이고 익명의 모습이어서

11) 유걸, 『+Architect 01 Yoo Kerl』 (공간사, 2008), 60쪽. 12) 노먼 포스터의 독일의회와 런던시청사에서 볼 수 있듯이 정치와 행정 의 중요한 결정이 일어나는 곳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은 건축을 통한 정치의 스펙터클화이다. 이때 시각적 투명성은 첨단 보안 장치를 동원 한 엄격한 물리적 구분을 전제한다.

Wide AR no.31 : 1-2 2013 Report 제3회 와이드 AR 건축비평상


ⓦ 수상 소감 ⓦ 당선 작가 | 박정현

ⓦ 18세기 말 프랑스의 건축 이론가 캥시는 ‘유형은 과거의

황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 위함이다. 무엇이 이 불가능성의 조

예술이 더이상 지금의 예술가에게 구속력 있는 모델로 작용

건을 만드는지를 먼저 짚어 보는 것이 비평의 호출에 답하는

하지 못하는 순간에 부상한다’고 말했다. 비평과 이론의 위상

한 가지 방법이라고 여겼다. 물론 짧은 세 편의 글에서 저 거

도 유형의 운명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거칠게 말하면 비

창한 목표를 달성했을 리 만무하다. 일종의 비평론이었던 “비

평과 이론, 뭉뚱그려 글의 힘이 발휘되던 때는 과거를 바라보

평의 언어: ‘비평의 죽음’ 이후의 글쓰기”와 다른 두 글 “서울

는 것만으로 미래를 그려 보일 수 없는 시대, 동시에 건축을

시청사: 유리벽에 마주서다”와 “시장과 욕망의 변증법: 코엑

관장하는 보편적인 원리나 근거를 찾으려는 열망은 남아 있

스와 라페스타” 사이에 건너지 못할 모순과 불일치가 도사리

던 시절이다. 이때 글은 형태의 (의심스러운) 길잡이였던 것

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건축의 외연이 확대되고 경계가

이다. 물론 타푸리라면 이를 실무적 비판이라 폄하하겠지만,

흐려졌듯이, 건축을 대상으로 삼는 글 역시 예전과 같을 수 없

길지 않은 비평의 역사에서 비평이 특정한 가치의 정찰대나

다고 위안을 삼을 뿐이다. 주저함으로 가득한 글의 가능성을

파수꾼이 아니었던 때가 얼마나 있었던가? 그러나 상대주의

평가해 주신 김영철 심사 위원님과 지면을 할애해 함께 읽을

와 취향의 개인주의가 판단의 최종 잣대가 된 지 오래인 지금

기회를 주신 전진삼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더불어

누가 깃발을 들고 서 있으려 할까. 비평은 사후적으로 대상을

언어와 건축 사이의 간극과 접점에 대한 예민한 감각과 사려

평가하고 공유할 만한 의미를 길어 내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깊은 관찰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준 배형민 선생님께

하지만 별점 주기로 축소된 영화 평론과 등단 제도라는 산소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표하고 싶다. ⓦ

호흡기를 떼지 못하는 문학 평론의 예에서 미루어 판단할 수 있듯, 요즈음 비평이란 글쓰기 양식의 위상은 보잘 것 없다. ⓦ 대자보와 유인물의 시대였던 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는 꾸밈건축평론상과 공간건축평론신인상 수상자들의 모임 인 건축평론동우회와 <와이드AR>이 제정한 <와이드AR> 건 축비평상에 당선되었다. 한국 건축계에서 비평의 가치와 필 요성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발언해 온 선배들의 호출에 응 답한 셈이다. 하지만 1,2회 모두 당선작이 없었기에 당선작을 통해 이 비평상이 지향하는 방향과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 지 분명히 알지 못한다. 또 고백하자면, 비평이란 존재의 당 위와 역할, 비평이란 무엇이며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고 한 믿음이 없다. 수상 소감이 즐거움과 감사의 표현으로 이어 지지 못하는 것도 이 무지와 불확신 때문이다. ⓦ 안팎의 사 정이 이런 데도 비평상 공모에 굳이 글을 써낸 까닭에 대해 해 명을 해야 할 것이다. 궁핍한 변명은 비평의 불가능성이란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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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적 상상력을 조금도 자극하지 못한다. 서울시청사는 이들

부 공간이 상호 관입하는 것을 극적으로 보여 주는 도구였다.

과는 상황이 다르다. 도심 속 유일한 광장, 자발적인 시민들의

기디온에게 유리면은 추구해야 할 목표가 아니었으며 유리의

활동과 자연스러운 모임이 동원된 단체의 이데올로기적 구호

투명성도 그 자체로는 미학적 가치를 지니지 못했다. 20여 년

가 뒤섞이는 서울광장에서 대면하는 거대한 유리면은 서울 시

후 콜린 로우는 저 유명한 “투명성 : 문자 그대로의 그리고 현

13

민들이 여태껏 만나 보지 못한 건축적 장치이다. ⓦ 그러나

상적”에서 기디온을 비판하며 유리의 투명성을 저급한 투명성

유리의 투명성은 일종의 신기루이다. 유리는 투명하기도 하지

이라고 일축해 버린다.15 현대 건축의 역사에서 가장 큰 영향

만 동시에 거울처럼 어떤 빛도 통과시키지 않고 반사하기도 한

력을 미친 몇 편의 글에 꼽힐 이 글은 유리에 대한 콘크리트의

다. 유리를 지탱하기 위한 거대한 철 구조물은 관찰자의 위치

승리를 공언한다. 이는 벽과 파사드의 복귀를 알리는 승전보

에 따라 이 투명성을 원천 봉쇄하는 장애물이 된다. 그렇기에

였다. 대상을 한 번에 파악하기보다는 계속해서 관조하고 살

유리의 투명성은 매혹의 대상으로 숭배되기도 했고 변덕스런

피게 하는 과정 자체(정확히는 이럴 때 우리 머릿속에서 일어

저급한 재료로 폄훼되기도 했다. 이는 근현대 건축사를 관통

나는 인식 능력들의 유희)가 미학적 경험이라는 칸트 미학16에

하는 주제이지만, 낯설지만 때늦은 서울시청사의 도래를 설명

기대고 있는 로우에게 단박에 투명함을 읽을 수 있는 유리면은

하기 위해서는 건축사의 주요 국면들을 경유할 필요가 있다.

수준 낮은 소재이자 기법이었다. 얼핏 보기엔 막혀 있지만 공 간의 중첩과 관계를 담고 있는 벽이야말로 의미의 저장고라는

ⓦ 흔히 유리는 철, 철근 콘크리트와 함께 현대 건축을 대표하

것이다. 우리는 이후의 담론에서 존재론적이고 본질적 의미를

는 재료로 꼽힌다. 하지만 기념비 건축물로 범주를 좁히면 사

추구하는 건축, 현상학적인 경험을 말하는 건축, 지역적 특이

정은 크게 달라진다. 현대 건축의 수호성인이었던 기디온은

성을 지향하는 건축, 자본의 파고에 저항한다고 주장하는 건

누구보다 먼저 20세기 기술이 선사한 새로운 공간에 열광했

축, 시적 만듦의 세계로 돌아가려는 건축 모두가 언제나 강한

다. “새로운 건축은 두 가지 근본적인 개념을 산산조각 내버린

물성을 드러내는 벽돌과 노출 콘크리트 등을 사랑했음을 알고

다 : 공간이냐 조형성이냐. 이 낡은 용어로는 새로운 상황을 이

있다. 유리 건축의 자리는 현대 건축사에서 주변부였다. 한때

해할 수 없다! 코르뷔지에의 주택은 공간적이지도 조형적이지

유리 건축은 20세기 초 독일 표현주의 건축가들에 의해 유토

도 않다. 공기는 그들을 관통해서 흐른다. 공기가 구성적 요소

피아의 표상으로 전유되었으며 미스 반 데어 로에에 의해 현

가 된다! 공간도 조형적 형태도 중요하지 않다. 오직 관계와 상

대 기술 사회에서 건축의 가능성을 탐침하는 시험지가 되기도

14

호 관입이다! 단 하나의 구분할 수 없는 공간이 있을 뿐이다.”

했다. 개인의 징표이든 진정한 삶의 자취든 흔적을 남기기 힘

『프랑스의 건축, 철 건축, 철근 콘크리트 건축』이라는 제목의

든 유리의 속성에서 벤야민은 개인적인 취향의 체취를 손길이

책에서 기디온은 새로운 공간을 설명하기 위해 에펠탑에서부

닿는 모든 곳에 남기는 부르주아적 주체의 대안을 발견하기도

터 코르뷔지에의 여러 건물까지 수많은 예를 다루지만 그의 관

했다.17 하지만 2차 세계 대전 이후 벤야민의 기대와 달리 유

심은 정확히 구조에 집중되어 있다. 철과 철근 콘크리트가 가

리 건축은 상업 건축, 고층 사무소 건물의 대명사가 되었다.18

져다 준 가능성에 환호한 것이다. 여기서 유리의 자리는 이 구 조를 가리지 않고 내외부를 구분해 주는 막으로 부차적인 중

ⓦ 한국을 비롯한 제3세계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가소성이

요성을 가질 뿐이다. ⓦ 훗날 『공간, 시간, 건축』에서 그로피

뛰어난 콘크리트는 좇아가야 할 모더니즘과 강하게 남아 있는

우스의 바우하우스를 피카소의 회화와 비교함으로써 투명성

전통의 잔해를 한데 아우르기에 적합한 재료였다.19 추상적으

논의의 중요한 장을 열지만 이때도 유리의 투명한 면은 내외

로 말하자면 근대성이라는 보편성과 전통이라는 특수성의 물 질적 매개체가 콘크리트였던 셈이다. 프랑스 대사관, 부여박

13) 이종건은 서울시청사의 건설 과정을 지적하며 건축가 유걸을 옹호하 지만 정작 건축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다고 말한다. “투명성(투명성 과 프로그램의 관계나 현대 미학으로서의 투명성)의 시각에서는, 이 미 한참 전에 김빠진 맥주의 새삼스러운 등장에 다름 아니다.” 건축사 의 관점에서 정당한 지적이지만, 여기서 관건은 김빠진 맥주가 아니라 “새삼스러운 등장”이다. 이 새삼스러운, 또는 뒤늦은 등장이 1967년 부여박물관 왜색 논란 이후 가장 뜨거운 건축적 토론의 기회를 제공 하기 때문이다. 이종건, “누가 유걸을 탓하는가?” 『와이드AR』, 29호 (2012. 9 -10), 30쪽. 14) Siegfried Giedion, Building in France, Building in Iron, Building in Ferro -concrete (Santa Monica, CA: 1995), p. 169. 독일어 초 판은 1928년.

15) Colin Rowe, “Transparency: Literal and Phenomenal (with Robert Slutzky),” in The Mathematics of the Ideal Villa and Other Essays (Cambridge MA, MIT Press: 1976), p.159 -183. 16) 콜린 로우는 이 미적 경험을 “사변에 빠져들게 한다” (to indulge in such speculation: p.167), “지적 세련화” (cerebral refinement: p. 170) 등으로 표현한다. 이런 이해는 전후 미국 모더니즘 비평의 일반 적인 입장이기도 했다. 쉽게 이해되는 산문보다 의미를 파악하기 힘 든 시가 훨씬 더 미적 가치가 있다고 본 신비평(New Criticism)이 대 표적인 예이다. 18) Frederick Jameson, Postmodernism, or, the Cultural Logic of Late Capitalism (Durham, NC, Duke University Press: 1990), p. 38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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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관, 절두산 성당 등 한국 현대 건축사의 기념비적 건물은 한

체의 과대망상과 만나 턴키로 빚어낸 애물단지들과는 분명히

결같이 콘크리트의 가소성을 십분 발휘해 강렬한 조형성을 과

다르고, 다른 한편으로는 형이상학적 침잠과 시적 엄숙주의에

시한 것이다. 지난 세기 때때로 유령처럼 출몰하던 한국성 논

빠진 건축과도 다르다. 여러 사람들이 지적하듯 서울시청사의

의는 모두 이 매개의 방편을 둘러싸고 벌어졌다고 해도 지나친

완성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서

말이 아니다. 이에 반해 유리 건축은 대기업, 오피스, 상업 시

울시청사는 노먼 포스터나 렌조 피아노의 정교한 디테일과 역

설의 전유물이었고 진지한 학문적 관심의 대상이 되지도, 대

사적 유산과 하이테크의 공존에 미치지 못하며, 렘 콜하스의

20

중의 호기심을 자극하지도 못했다. 강남을 뒤덮은 고층 사무

명쾌하고도 참신한 다이어그램에 도달하지 못한다. 시대를 조

실의 유리 커튼월은 아파트 단지의 콘크리트 더미와 보조를 맞

금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도시를 반사하고 투영하면서 긴장

춘 일상의 보이지 않는 배경이었다. 장세양이 설계한 공간 신

을 불러일으킨 미스의 커튼월에도 견주기 힘들다. 그러나 서

사옥은 유리의 투명성을 극도로 강조하며 화제를 불러일으키

울은 런던, 파리, 시카고가 아니다. 역사와 과거의 유산에 대한

긴 했으나, 언제나 블라인드가 드리운 채로 구사옥의 신화를

분명한 제스처를 취하기에 덕수궁은 고립된 섬이다. 구청사

더욱 강조하는 데 그쳤다. 투명한 유리 상자는 블라인드의 도

와 광장을 동시에 껴안기에는 세종대로, 무교로, 세종대로20

움 없이 업무 공간이 될 수 없었다. 반면 강남역 일대를 장악한

길에 에워싸인 대지는 협소하다. 더구나 구청사와 광장 사이

삼성사옥은 거대한 거울 입방체로 어떠한 시선의 투과도 허용

에는 어떠한 공간적 연계도 없다. 여기에 유걸은 요동치는 유

치 않는다. 적어도 한국에서 유리, 그리고 그것의 물성(투과와

리벽을 끼워 넣고, 내부에 수직으로 공공 공간을 마련했다. 이

반사)은 마주하는 미적・인식론적 대상이 아니었다.

공간이 도서관으로 변모한 구청사와 함께 서울시청과 광장에

21

새로운 활력으로 작동할지 아직 가늠하기 힘들다. 스펙터클이 참여를 독려할지 방해할지 역시 미지수다. 벤야민은 브레히트 를 따라 흔적을 말소하는 유리의 급진성에 주목했지만, 70여 년이 지난 우리는 삶의 체취를 담지 않는 유리 건축이 자본주 의의 첨병이었음을 안다. 건축은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서울시청사는 서울 시민의 공공적 삶의 투명하게 담 ↑유리의 투명성과 불투명성: 공간 신사옥(왼쪽)과 강남역 삼성타운.

는 그릇일 수도, 도시의 냉소를 반사하는 거대한 거울일 수도

ⓦ 한국 현대 건축사에서 서울시청사는 대중의 관심과 비평적

있다. 서울 시민들은 싫건 좋건 신청사를 앞으로 적어도 수십

관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최초의 유리 공공 건축이다. 기

년간은 시청 앞 광장과 함께 공공 공간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형적인 턴키 제도를 통해서 탄생한 유리-(반)투명성-기념비적

서울시청사의 파도치는 유리벽과 내부의 오픈 스페이스가 정

공공 건축-탈형태 논의-탈엄숙주의의 낯선 조합은 여러 관점

치인과 건축가가 희망한 ‘투명성’과 ‘열린 공간’으로 기능한다

에서 다양한 논의와 토론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어지

면, 결국 이는 관찰자가 아닌 점유자의 역할이다. 이때 우리는

는 논란은 건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건축 담론

건축의 미학이 아닌 윤리학에 대해 논할 수 있을 것이다. ⓦ

에 생산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서울시청사 는 건축가 유걸의 입지만큼이나 한국 건축계에서 독특한 위치 를 점한다. 한편으로는 한국 유수의 대형 설계 사무소가 지자

19) 물론 철근 콘크리트가 유리와 철골에 비해 낮은 수준의 생산 양식에서 도 비교적 손쉽게 생산할 수 있었다는 점도 지적해야 할 것이다. 등으로 표 현한다. 이런 이해는 전후 미국 모더니즘 비평의 일반적인 입장이기도 했 다. 쉽게 이해되는 산문보다 의미를 파악하기 힘든 시가 훨씬 더 미적 가치 가 있다고 본 신비평(New Criticism)이 대표적인 예이다. 20) 유리 건축이 학문적 관심의 대상에 벗어나 있었던 것은 비단 국내만의 사정은 아니었다. 유리와 하이테크 건축을 통한 도시의 재생과 공공건물의 기념비화와 스펙터클화의 물꼬를 튼 파리의 그랑 프로제 역시 아카데미의 사각지대였다. 이에 대한 분석으로는 Annett Fiero, The Glass State: the Technology of the Spectacle, Paris, 1981-1998 (Cambridge MA, MIT Press: 2003)을 참조하시오. 21) 한국의 중산층은 유리의 투명함을 거실 발코니 전면창을 통해 체득한 지 오래다. 넓은 전면창은 중산층의 욕망을 투사하는 장치이자, 그 폭은 외 부에서 평수를 가늠하게 해 주는 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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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리포트 2—포럼

전환기의 한국 건축과 4.3 그룹 장소—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 일시—2012년 12월 6일 주최—목천김정식문화재단—공동 주관—현대건축연구회, 목천건축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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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2월 동숭동의 한 갤러리에서 젊은 건축가들의 전시회가 열렸다. 30,40대 소 장파 건축가 조성룡, 민현식, 동정근, 우경국, 김인철, 백문기, 방철린, 이성관, 이종상, 곽재환, 승효상, 이일훈, 도창환, 김병윤 등 14명의 4.3그룹전이다. 전시 이후, 비록 활 동 시기는 짧았지만 작가주의를 내세우며 이전과는 다른 정체성과 건축적 목표를 지 향한 이들의 행보는 한국 건축에 강렬하고도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 그로부 터 20년이 지난 2012년 12월, 민현식, 이일훈, 도창환, 김병윤을 제외한10명의 4.3그 룹 구성원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였다. 목천건축아카이브와 현대건축연구회가 4.3그 룹과 더불어 한국 건축의 전환기를 새로이 성찰하고자 마련한 자리였다. 목천건축아 카이브가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현대건축연구회의 학자들이 연구한 9개의 주제가 발 표되었고, 발표자들과 4.3그룹 멤버를 포함한 청중들 사이에 자유로운 의견과 질문이 오고갔다. ⓦ 무엇보다 이번 <전환기의 한국 건축과 4.3그룹> 포럼은, 적어도 4.3그룹 의 의의와 한계를 어렴풋이 짐작하는 건축인들에겐, ‘본격적인 분석과 조명’에 대한 기대 혹은 어느덧 기성세대의 주류로 자리잡은 이들에 대한 ‘날선 비평과 반성’에 대한 기대가 있었던 듯하다. ⓦ 그러나 현장의 토론에서도 아쉬운 목소리들이 많았고, 실제 로는 연구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점, 무엇보다 현대건축연구회의 작업이 건축 아카이 브의 활용 연구라는 또 다른 취지를 갖는다는 점에서 다소 무리한 기대가 아니었는가 싶다. ⓦ 이에 본지는 김미현 목천김정식문화재단 사무국장과 배형민 교수로부터 이 번 포럼의 배경을 들어보고, 아카이브를 활용한 연구가 어떻게 드러났는지 알아보기 위해 주제 발표문을 요약/게재한다. 또 현대건축연구회의 연구 모임이 어떻게 결성되 고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연구자의 한 사람인 이종우의 글을 통해 알아 본다. 당일 토론 에서 지적된 문제점들은 청중으로 참여한 이종건 교수의 글로 갈음했음을 밝힌다. ⓦ 진행 정귀원(본지 편집장)—사진 및 자료 제공 목천김정식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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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의 배경, 목천건축아카이브와 현대건축연구회

면서 건축 아카이브 사업에 대한 확신이

다.”(배형민)

서자 그 사이 배형민(운영 위원장), 전봉

4.3그룹 아카이빙은 운영 위원들을 중심

희, 조준배, 우동선, 최원준, 김미현 등을

으로 진행이 되더라도 해석 작업은 별도

포함하는 목천건축아카이브 운영위원회

의 연구 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재단

가 꾸려졌다. 2011년 6월 17일에는 김정

사무국의 의견에 따라 현대건축연구회

식 구술 채록집 발간과 함께 목천건축아

가 발족되기에 이른다. 배형민, 전봉희,

카이브의 개회를 알리는 자리가 어린이

우동선, 백진, 송하엽, 최원준, 김현섭,

대공원 꿈마루에 마련되기도 했다.

박정현, 이종우 등 9명의 연구원으로 구 성된 현대건축연구회는 2011년 7월부터

4.3그룹 아카이빙과

채집된 4.3그룹 아카이브 자료를 공유하

현대건축연구회의 발족

고 수차례의 연구 모임을 거쳐 개별 연구

원자료를 체계적으로 모으고 관리하는

주제를 발표하였고, 연구가 진행되는 과

것이 아카이브의 기본 역할이니만큼 일

정에서 포럼을 열었다.

민간 건축 아카이브

종의 자료 생성 작업인 구술 채록은 아

“1980년대 말~1990년대 초를 재조명하

목천건축아카이브는 2011년부터 4.3그

카이브 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

고,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룹 구성원의 개별 구술 채록과 글, 사진,

다. 목천건축아카이브도 김정식 아카이

주류 건축가들의 아카이브를 연구한 결

동영상, 각 구성원 소장의 4.3그룹 관

브를 비롯하여 안영배, 윤승중, 원정수/

과라는 측면에서 관심을 끌 수 있을 거라

련 기록물, 학계와 지인들의 인터뷰 등

지순, 그리고 4.3그룹 아카이브를 추진

고 생각했다. 사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겐

을 수집해 왔다. 포럼은 이 ‘4.3그룹 아

하면서 꾸준히 구술 채록 작업을 해 오

4.3그룹 자체가 낯설기도 할 것이다. 아

카이브’를 활용한 연구의 중간 보고쯤에

고 있고, 결과로서 각각의 구술 채록집이

카이브 작업을 하고 연구를 진행하는 우

해당된다.

발간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그 가운

리도 그 시대의 주변 관계들이 생각했던

“목천건축아카이브는 2006년 설립한 목

데 ‘4.3그룹 아카이브’는 현재 활동하고

것보다 훨씬 더 넓다는 것을 공부하면서

천김정식문화재단에서 한국의 근현대 건

있는 기성세대 주류 건축가를 대상으로

인식하게 됐다. 결과물이 책으로 엮이게

축을 기록화하는 작업이다. 이로써 우리

자료를 수집하면서 해석 사업을 병행하

될 때쯤이면 아마도 내용들이 상당히 풍

근현대 건축사를 조명할 수 있는 1차 자

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1차 자료의 수

요로와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배

료를 체계적으로 모아 보고자 한다.”[김

집 및 보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원자료

형민)

미현—목천김정식문화재단 사무국장(이

연구를 통해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하 생략)]

지속적으로 연구 과제를 추출해 내는 ‘문

재단과 연구회의 관계

국립현대미술관이나 건축도시공간연구

화 생산자’로서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학자들의 연구 조직이 관료화되지 않고

소(건축도시아카이브센터)의 아카이브

것이다. <전환기의 한국 건축과 4.3그룹

자율성을 보장받으려면 든든한 후원자

사업에 비하면 규모는 작지만, 개인 재

> 포럼과 발간 예정인 4.3그룹 구술 채

가 필요할 것이다. 목천김정식문화재단

단이 운영하는 아카이브가 우리나라 20

록집, 자료+비평집도 그러한 역할 수행

과 현대건축연구회의 관계, 즉 민간 재단

세기 건축에 대한 기록 보존, 연구/출판,

의 일환이다.

과 자발적 연구 모임의 보기 드문 관계에

전시 등의 사업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적

“2011년 초 안영배 선생의 구술 채록을

주목하게 되는 이유이다. ‘재단’은 ‘연구

지 않은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4.3그룹 아카이브

회’가 자율적이고 (반)독립적인 형태로

“2010년 4월 한국 건축아카이브를 만들

를 제안했다. 은퇴하거나 작고한 분들뿐

운영될 수 있는, 또한 연구자들이 마음

자는 취지 하에 전봉희, 조준배, 우동선,

만 아니라 현재 활동하는 건축가들까지

놓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

이병연 등이 모였다. 점점 작고하는 분들

도 아카이브 사업의 대상일 수 있다는 것

드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것은

이 많아지고, 건물이 헐리는 경우도 잦아

에 이미 위원들끼리의 잠재적인 동의가

“재단에서 아카이브를 통해 학자들에게

지니 관련 자료들이 사라지기 전에 수집

있었다. 사업의 타당성과 실효성이 논의

연구 아이디어를 제공”하면 “연구를 원

해 놓자는 것이 계기가 됐다.”(김미현)

된 후 사업 실행이 결정됐고, 아카이브 활

하는 학자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재단

시범적으로 ‘김정식 아카이브’를 시작하

용 연구를 위해 일단의 연구자들이 모였

은 다시 “학자들의 모임을 지원하는”(김

Wide AR no.31 : 1-2 2013 Report 4.3그룹 포럼


미현) 방식이다. 그리고 이 같이 출발한

그룹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 이

연구 모임은 아카이브와 관계를 가짐으

밖에도 이 아카이브는 건축 전문가와 일

로써 더욱 힘을 얻기도 한다. “사견이지

반 대중과의 문화적 교류를 위한 온라인

만, 우리의 비평 문화가 결여되었던 것은

웹 서비스와 실물 건축 자료관을 구상하

탄탄한 자료 위에서 담론이 펼쳐지지 않

고 있다. 남겨지긴 했지만 잊혀질 수 있

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간혹 비평가

는 수집물들이 학술 자료로 활용될 수 있

나 학자들의 말이 공허한 것으로 치부되

게 하고, 더 나아가 건축 문화에 대한 사

기도 한다. 현대건축연구회는 목천건축

회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아카이브의 자료들을 기반으로 학술/비

한다. 그동안 사전 작업 격인 원자료 디

평 작업을 해 나가기 때문에 명분과 힘을

지털화 사업, 이를 테면 김정수 서울역사

동시에 얻을 수 있다.”(배형민)

박물관 기증 자료 디지털화, 정인국 서울

<전환기의 한국 건축과 4.3그룹>이 보여준 건축 현대사 연구의 가능성

글│이종우(파리에스트 대학교 건축학 박사,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강사)

역사박물관 기증 자료 디지털화, 김중업

목천건축아카이브의 또 다른 일

교육개발원 기증 자료 디지털화 사업이

“목천건축아카이브의 역할은 크고 작은

수행됐고, 그 결과물이 웹상에 곧 공개될

현대사 또는 동시대사(contemporary

건축 아카이브가 만들어지는 데 씨를 뿌

예정이라고 한다. ⓦ

history)는 사건의 주역들이 생존해 있

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김미현)

는 과거에 대한 이해이며, 현재를 사는

목천건축아카이브는 최근 건축 관련 기

우리들에게 아직도 경험과 기억의 대상

록물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산되

으로 남아 있는 역사의 영역이다. 따라

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 문화 재단이 할

서 현대사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고 별

수 있는 역할을 찾고 방향 설정을 해 나

도의 설명이 필요없는 자명한 것으로 여

가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정기용 아카이

겨지지만, 실상 개인과 집단들의 불완전

브가 국립현대미술관과 같은 공적 기관

한 기억과 이해관계 속에 왜곡된 상태로

에 구축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기도

남아 있는 미지의 대상이다. 이러한 사

했다. 사실 건축 아카이브가 역사를 연구

실은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 군사 정

하는 데 근거가 되기 위해서는 주목 받는

권의 역사를 거치며 힘들게 태동된, 그

것에서 소외되는 것까지 가리지 않고 대

리고 서구의 건축에 대한 편중된 관심 속

상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검

에서 조명을 받지 못했던 한국 현대 건축

증/선택된 자료가 우선시되는 경향이 있

사가 갖는 특수성 속에서 더욱 분명해진

다. 특히 국가 예산이 개입되는 공적 기

다. ⓦ 작년 12월 6일에 개최된 <전환기

관의 경우는 건축물의 역사 평가를 전제

의 한국 건축과 4.3그룹>을 제목으로 한

로 한 선별적 수집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

포럼은 이러한 우리 건축의 현대사 연구

는데, 상대적으로 민간 주도 아카이브가

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알리는 기획의

광범위한 자료 수집에 더 자유롭다. 이

일환이었으며, 근현대 건축 역사 연구자

런 측면에서 목천건축아카이브는 자체

들이 <현대건축연구회>(가칭)라는 이름

아카이브 사업 이외에도 잘 알려지지 않

하에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자료 수집과

은 건축/건축가의 자료가 왜 아카이브의

정기적인 연구 모임을 통해 얻은 결과물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를 알리고, 필요하

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연구 모임과 포

다면 검증 작업을 통해 공공 아카이브 안

럼에 참여했던 연구자로서 첫 만남에서

으로 편입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이

부터 포럼의 개최에 이르는 진행 과정을

같이 “훨씬 더 민첩하고 진지하게 이슈

되돌아보고, 이 다소간의 새로운 기획이

를 생산하는 일, 비판적인 컨텐츠를 조

오늘의 한국 건축 속에서 갖는 의미를 짚

성하는 일”에 현대건축연구회 같은 학자

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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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작업과 연구 세미나의 진행 과정

부터 자율성을 가지며 아카이브를 활용

건축의 흐름 속에 4.3그룹의 활동을 위

한 연구 모임으로 확장되어 질적 변화를

치시키려는 시도가 있었던 반면에 4.3그

포럼에서 발제한 9명의 연구자들은 각자

겪게 된 것이다. ⓦ 7월 4일의 첫 모임

룹 내부에서 일어났던 논쟁, 이해관계 등

가 진행해 온 연구 방향이 갖는 상당한

에서 그간 구축된 아카이브의 열람과 사

에 대한 세세한 관찰에서 출발하려는 미

차이들에도 불구하고, 한국 현대 건축 연

본의 공유가 이루어졌고, 12월로 예정된

시적 접근이 이와는 대조적으로 발전되

구의 필요성과 의무감을 절감하고 모였

포럼에서 4.3그룹을 대상으로 한 개별적

었다. 또한, 세미나가 진행되면서 4.3그

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연구 진행 과정을

인 연구 발표라는 목표이자 기한이 부과

룹 멤버들의 설계 작업과 그들의 언술 활

살펴보면, 먼저 4.3그룹을 주제로 한 연

되었다. 그리고 5개월이라는 길지 않은

동 간의 관계에 대한, 더 나아가서 ‘건축

구 모임이 시작되기 이전에 연구의 기반

기간 동안 여섯 차레의 정기적인 세미나

과 언어의 관계’에 대한 연구자들 사이

이 될 사료의 수집과 그룹 멤버들의 구술

속에서 각자의 연구 주제를 발전시켜 나

의 입장 차이가 표면화되기도 했다. 간

채록을 통한 사료 생산의 과정이 있었으

갔다. 현대건축연구자들의 모임이 부재

략히 설명하자면, 건축 활동 속에서 언

며, 이 아카이빙 작업은 배형민, 전봉희,

하다시피했던 상황 속에서 이 연구 모임

술 행위가 갖는 자율적 힘에 주목하는 입

우동선, 최원준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은 연구자들에게 즐겁고 유익한 경험이

장과, 언술 행위를 ‘건축적 본질’에 결부

이들은 2011년 중반부터 목천건축아카

었다. 더군다나 동일한 역사적 사건을 대

되는 부수적인 것으로 보는 입장의 차이

이브라는 틀 속에서 4.3그룹과 관련된

상으로 하여 각기 다른 시각 속에서 개별

가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각종 문서와 시청각 자료, 전시회 관련

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세미나를 통해 서

도면 및 모형수집과 멤버들 및 관련 인

로의 주제에 대해 토론한다는 특수한 경

포럼과 그 이후

물들과의 인터뷰와 구술 채록을 진행하

험을 제공하는 장소가 되었다. 연구 주제

포럼을 1주일 앞둔 11월 30일의 마지막

였다. 이번에 수집된 자료들 중에서 4.3

의 다양성은 또한 4.3그룹의 특수성에서

세미나에서 포럼의 진행을 위해 9개의

그룹의 멤버였던 김인철이 당시에 촬영

도 비롯되었다. 4.3그룹의 멤버들은 20

연구 결과(이 주제에 대한 연구와 출판

하고 보관한 동영상이 귀중한 사료가 되

세기 전반 유럽의 아방가르드 운동을 주

이 완료된 것이 아니기에 중간 결과라고

었다. 특히 18회에 걸쳐 2년여간 진행된

도했던 그룹들과는 달리 공통의 입장과

부르는 것이 더욱 정확하겠다)가 두 가

내부 크리틱 세미나와 김광현 교수의 근

이념을 공유한(혹은 하려고 했던) 것이

지 섹션, 즉 ‘시대와 4.3그룹’과 ‘4.3그룹

대 건축을 주제로 한 강연회는 출판된 전

아니라, 오히려 1980, 90년대가 포스트

과 언어’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자유롭

시회 도록을 통한 피상적 이해를 넘어서

모더니즘이 만연했던 시기라는 사실이

게 발전된 연구 주제들이 이러한 분류에

4.3그룹의 구체적인 활동을 연구하는 데

보여 주듯 멤버들 각자의 세계관을 만

완벽하게 들어맞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필수적인 자료였으며, 동시에 이번 아카

들어 갔으며, 오늘날의 연구자들에게 “

민현식의 건축론을 철학적으로 성찰한

이빙 작업 중에 진행한 구술 채록과의 비

이러한 이질성으로 충만한 단체의 활동

백진의 글은 두 개의 카테고리 중 어디

교검토 속에서 개개인의 활동 동기 및 구

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에도 포함시키기 힘든 성질의 것이었다.

성원들 간의 입장 차이를 이해할 수 있도

인 문제를 던졌다. ⓦ 9월 모임부터 그동

행사를 위한 조율에 있어서 발제자로서

록 해 주었다. 4.3그룹 아카이브 구축 작

안 영국에 가있던 배형민이 복귀하면서,

가졌던 작은 불만은, 길지 않은 행사 시

업은 목천건축아카이브가 이전부터 진

그리고 4.3그룹 연구를 이미 축적해 온

간과 청중들의 ‘지루함 방지’를 위해 발

행했던 특정 건축가를 중심으로 한 전형

박정현이 합류하면서, 그리고 무엇보다

표자 각자에게 할당된 9분이라는 매우

적인 아카이빙과는 구별되는데, 인물이

도 포럼 날짜가 임박해 오면서, 자유로운

촉박한 시간이었다. 발표 내용이 충분히

아니라 비교적 단기간 동안 진행된 특정

주제 탐색이 끝나고 각자가 선정한 주제

전달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각각의 발제

집단의 활동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이다.

와 내용에 대한 본격적인 토론이 이루어

가 20분 이상의 시간을 필요로 했음에도

이러한 사료 수집과 확보가 완료된 시점

졌다. 12월 포럼에서의 발제와 발제문이

불구하고 강행된 ‘9분의 법칙’은 이 포럼

에서, 2012년 7월 4일에 백진, 송하엽,

결과물로서 보여 주듯이, 6차례의 세미

이 학술 발표와 대중적인 건축 행사 사이

김현섭과 필자가 합류하여 가칭 <현대건

나를 통해 4.3그룹에 대한 접근에서 몇

에 위치하려 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

축연구회>의 활동이 시작되었다. 즉, 아

가지 중요한 차이가 연구자들 사이에서

번 행사가 대중성을 갖는 문화적 기획으

카이브 구축으로 시작된 4.3그룹을 대상

확인되었다. 그중 몇 개를 소개하자면,

로서의 성격을 갖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

으로 한 프로젝트는 아카이브 작업으로

거시적 관점을 가지고 1990년대 세계적

당했던 것은 조준배가 주도적으로 준비

Wide AR no.31 : 1-2 2013 Report 4.3그룹 포럼


했던 전시회였는데, 이 전시회가 반나절

사를 다루는 현대사 연구가 당면하게 되

연구 모임 하나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이라는 짧은 시간 속에서 포럼과 함께 진

는 것인데, 4.3그룹에 대한 연구가 잊혀

는 자명한 사실을 재확인하면서, 이번 기

행되어 충분히 관람되지 못했던 것은 큰

진 역사적 사실에 대한 ‘발굴’이 아니고

획이 건축학계와 일반인들에게 한국 현

아쉬움으로 남는다. ⓦ 포럼은 많은 사람

당시 건축계에 매우 영향력이 있었고 현

대 건축과 이것에 대한 연구의 가능성을

들의 관심과 참여 속에서 마무리되었고

재도 그러한 인물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보이고 관심을 일으키는 하나의 계기가

여러 가지 반응을 이끌어 냈다. 포럼 중

점에서 더 첨예해진 문제였다. 이미 포럼

되었기를 바란다. ⓦ

에 진행된 토론 속에서, 그리고 이후의

개최 전부터 연구 발표 소식이 전해지자

여러 의견 중에서 이번 연구의 성격에 대

‘자랑이 아닌 반성을’, ‘칭송이 아닌 비판

해 가해진 몇 개의 비판이 특히 흥미로워

을’과 같은 주문과 바람이 건축계에서 있

보이는데, 그것은 (건축) 현대사 연구가

었음은 4.3그룹 역사의 ‘현재성’을 잘 드

만들어 내는 쟁점을 잘 드러내기 때문이

러낸다. 즉, 4.3그룹에 대한 연구가 단지

다. ⓦ 먼저, 포럼에서의 발제 이후 토론

학술적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

에서 연구의 편파성과 제한성의 문제가

재의 사안들과 긴밀히 엮여지는 뜨거운

지적되었는데, 그 근거로서 4.3그룹 멤

주제임을 확인시켜 준다. ⓦ 한 가지 분

버들과의 구술 채록 자료의 활용이 부각

명한 사실은 연구 발표의 내용들이 이미

되었다. 현대사의 연구는 아직 공개되지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한 단순한 ‘재조명’

않은 공식적인 문서들로 인해 다른 시기

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모두가 너무도 익

의 연구에 비해 자료의 부족 문제를 갖는

숙하게 접해왔으나 그 실체에 대한 이해

반면, 생존해 있는 당사자들로부터 구술

가 부족했던 대상을 학술적 가치를 담고

채록과 같은 다양한 비공식 자료의 활용

있는 사료들을 바탕으로, 작게는 구체적

및 생산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따라서 현

인 역사적 정황들 속에서, 넓게는 4.3그

대사 연구 방법에 있어서의 쟁점은 연구

룹과 맞닿을 수 있는 국제적 맥락 또는

대상자들이 제공하는 사료의 이용 여부

이론적 배경 속에 위치시키는 것, 그리하

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들이 사료

여 이들의 활동에 대한 보다 정확한 역사

를 사용함에 있어서 연구 대상자들의 주

적 인식을 제안하는 것은 모든 연구자들

관적 입장에 매몰되지 않고 역사가의 객

이 지향했던 목표였으며 여기에 대해 소

관성을 확보하는 데에 있다. 더 정확히

기의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

말하자면, 구술 채록과 같은 방법을 통

도 불구하고, 건축학계보다는 건축계 일

해 당사자들의 입장과 내면세계에 관심

반의 차원에서 90년대 이후의 한국 건축

을 가지고 다가가는 것과, 이들의 활동을

계를 대표하는 이들을 집중적으로 다루

더 일반적이고 역사적인 또는 이론적인

었다는 점만으로도 ‘홍보 효과’를 만들

맥락 속에 위치시키고 객관화하는 거리

어 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은 연구

두기 작업이 함께, 그리고 성공적으로 이

모임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예상하고 우

루어졌는지가 쟁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려했던 점이기도 하다. ⓦ <현대건축연

따라서, 구술 채록의 활용이 전통적인 역

구회>는 이러한 우려를 4.3그룹 연구의

사 연구 방법을 벗어난다는 이유만으로

기획 단계에서부터 밝힌 입장, 즉 ‘1990

비판받을 수는 없다. ⓦ 필자가 보기에

년대 한국 건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상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는 특정 그

인 4.3그룹은 연구회가 행할 일련의 연

룹에 한정된 다수의 연구 발표가 만들어

구의 첫 번째 대상일 뿐 ’임을 앞으로 새

낼 수 있는 ‘홍보 효과’의 위험성으로 보

로운 연구 활동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해

인다. 이 문제는 이번 연구 발표에 국한

소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되는 것이 아니라 아직 완결되지 않은 역

건축의 현대사를 정립해 가는 일은 특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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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이 떠나간 빈자리가 커다란 공백이

만, 이들은 서구 근대건축을 ‘선택적으

었는데, 해외에서 밀려오는 포스트모더

로’ 취했다고 할 수 있다. 로스에서 출발

니즘과 해체주의의 흐름, 그리고 거대 자

한 점이야 세기말에 대한 인식으로 인한

본과 권력이 잠식하는 대형 프로젝트나

귀결이며, 코르뷔제와 칸의 탁월한 업적

도시 난개발로 인한 현란한 상업 건축물

을 생각하면 두 거장에 대한 천착은 자연

의 자극적 몸짓은 이들의 정체성을 위협

스런 일이다. 특히 이들의 작품이 진하

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 가운데 갓 독립

게 발산하는 빛과 침묵의 메타포, 그리고

한 3,40대의 젊은 건축가들은, 전 세대

건축의 본질과 영속적 가치는 4.3의 건

의 선배 건축가들과 구별될 자신들만의

축가들을 고무하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여기엔 필연적으로

❹ 4.3그룹이 서양의 모더니즘, 혹은 근

그들의 존재를 확인하고 도드라지게 부

대건축을 선택적으로 취했다는 사실은

각시킬 배경, 혹은 타자가 수반돼야 했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비록 서양 건축

다. 그것이 바로 그 ‘시대’다. 그들은 그

전반에 대한 이들의 인식과 수용에 한계

[1]

시대를 세기말의 혼돈적 상황으로 ‘진하

가 있었고 개인의 편차도 상당했지만,

4.3그룹의 모더니즘

게’ 채색한다. 그런데 그 세기말은 건축

여기서 세계의 주요 흐름에 대한 주체적

김현섭(고려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가 개인의 외적 조건만이 아니었다. 각

수용의 의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개인의 건축관의 불명확한 혼돈과 불안

들은 발터 그로피우스의 표준화된 생산

❶ 4.3그룹 건축가들은 여러 세미나에서

역시 이들이 등을 돌려야 할 내적 세기말

이나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제안한 강철

의 상호 크리틱과 전시 출판을 통해 각자

이었던 것이다.

과 유리의 고층 건물을 논외로 했다. 이

의 건축을 개념화하고 건축관을 피력했

❸ 이미 암시된 바지만, ‘또 다른 세기말’

런 류의 건축은 오히려 그들에게 극복해

다. 개인의 상황과 역량에 따라 큰 차이

에 대해 4.3그룹은 근대건축에 대한 학

야 할 대상이었다. 4.3그룹의 건축가들

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나, 여기서 우리

습과 천착으로 대응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은 이미 근대화 이후 빈약하나마 ‘한국

는 그들이 인식했던 세계 건축사, 특히

모더니즘을 제대로 경험하지 않은 채로

적 모더니즘’을4) 거친 토양에서 자라난

서양 모더니즘의 양상과 이에 대한 비판

포스트모더니즘을 논하는 것, 해체할 대

이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근대화의 결실

적 대응을 일정 정도 엿볼 수 있다. 본고

상이 없는데도 해체를 논하는 것은 그들

을 누렸지만 그 폐해를 맛본 건축가들이

는 이 지점을 착목한다. 즉, 그들의 모더

에게 온당치 않았다. 따라서 그들은 다

기도 하다. 따라서 이들의 서양 근대건축

니즘에 대한 천착과 인식과 대응을 고찰

시 근본으로 돌아가길 원했고, 모더니즘

수용에는 당연히 여러 겹의 필터가 작동

함으로써 그들이 과연 역사의 어느 지점

이 그 출발점이었다.2) ⓦ 상당 부분 체

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 “근대건축은

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간략하게나마 가

험과 직관에 근거했던 4.3그룹 건축가들

비인간적이므로 실패했다는 주장은 소

늠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1990년

의 모더니즘 인식에 이론적 토대를 마련

위 국제주의 양식의 건축과 모더니즘 건

대의 한국건축을 세계사적 흐름과 소통

해 준 이는 김광현이다. (그러나 김광현

축을 동일시하는 시각이다. 재해석의 첫

시키기 위한 한 걸음이 될 것이다.

은 ‘모더니즘’이라는 용어를 한정적으로

대상은 모더니즘이다. 여기서 얻은 결론

주제 발표문 1 │ 시대와 4.3그룹 [1] 4.3그룹의 모더니즘│김현섭 [2] 정체성과 시대의 우울│박정현 [3] 세기말과 시대정신│우동선 [4] 동시대 4.3그룹 밖의 건축적 지평│ 송하엽 [5] 4.3그룹과 건축 교육│전봉희

3)

은 비판적 모더니즘이나 비판적 전통 건

❷ 1990년대에 진입한 시점에서 4.3그

만 사용했다.) 그는 4.3의 멤버들에게

룹은 자신들의 시대를 세기말로 규정했

근대건축에 대한 철저한 학습을 요구했

축으로 대응하여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다. 그 이후에야 비로소 포스트모던이든

(4.3그룹, 1992 / 1994년) ⓦ 이 인용문은

을 상당 부분 공유한 듯하다. 4.3그룹

해체든 현대적 상황에 맞는 비판적 건축

각각 서로 다른 세 건축가의 문장을 가져

의 건축가들이 자신의 시대를 세기말로

가로 바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아돌프

다 조합한 것이다. 첫 문장은 근대건축

규정한 데에는 몇 가지 중요한 근거가 있

로스와 르 코르뷔제는 그 학습의 첫 관문

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채 외래 사조를

다. 대외적으로라면 세계화의 진취적 분

이었고, 변하지 않는 건축의 본질에 대

무분별하게 수입한 한국 현대 건축의 혼

위기가 시장 개방 압력과 함께하며 우리

한 탐구는 루이스 칸에 대한 학습과 답사

란을 꼬집은 이종상의 말이고(「1992.12

건축계의 미성숙에 대한 열등감을 자극

로도 이어진다. ⓦ 4.3그룹의 학습과 성

서울」, 1992년), 민현식의 둘째 문장은 ‘

했다. 그리고 김중업과 김수근이라는 두

찰을 고찰컨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

주체적 재해석’이 요구되는 기성 가치의

으며, 건축계 전반에서도 그러한 인식 1)

Wide AR no.31 : 1-2 2013 Report 4.3그룹 포럼


첫 번째 대상으로 모더니즘을 지목한 것

(reflective) 모더니즘의 흐름과 함께 하

이며,(「지혜의 시대, 우리의 건축」, 1994

고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문제는 이들

년), 마지막 문장은 우경국이 각종의 독

이 이 같은 비판적 개념을 얼마만큼 ‘더

Loos>, 1992.5.30) “근대 건축에서의 새로움은 근

서와 학습을 통해 터득한 바를 자신의 건

논리적으로’ 결구하여 아이디어의 날을

대 건축에 대한 의식의 방향성에 있다. 즉, 근대 건축

축 행로를 위한 결론으로 피력한 말이다

벼렸었던가와 그것이 건축적으로도 얼

(「흐르는 회색 공간」, 1994년). 비록 각

마나 설득력 있게 형상화될 수 있었던가

축建築’을 벗어나기 위해」, 1992년)

각이 나온 미시적 콘텍스트는 다르지만

에 있다고 하겠다.

4) 김중업과 김수근 등 전 세대가 갈무리한 결과를

큰 그림으로 볼 때 이 문장들은 4.3그룹

❺ 4.3그룹 건축가들 각자의 언설이 상

이 공유했던 개념을 가장 명쾌하게 요

당히 모호하고 느슨한 부분을 포함함에

선상에 있음은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당시의

약해 준 말이라 하겠다. ⓦ 요컨대 이들

도 불구하고 이를 압축하여 종합한다면,

이들은 의도적으로 전 세대와 결별하며 다소간 거리

은 서양의 모더니즘을 비판적으로 수용

이들의 건축적 개념에서 지역의 고유성

하길 원했다. 그리고 그들의 비판적 필

에 뿌리내린 비판적 모더니즘의 일면을

터에는 우리의 ‘무엇’이 차용됐다. 1992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점이 4.3그룹

즘을 반형식적인 것으로 단정하고 역사적 양식을 표 면에 첨가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모더니즘의 단절 일 뿐, 연장은 아니다.” (<근대건축 세미나 II: Adolf

에 대한 의식적인 비판이 없이는 현대 건축의 새로 움은 성립되지 않는다는 말이다.”(「‘규방閨房의 건

잠정적으로 이렇게 칭해 보자. 본고의 주제인 ‘4.3그 룹의 모더니즘’이 바로 이 ‘한국적 모더니즘’의 연장

를 두고 있는 우리의 전통이나 서구의 선례에서 참 조점을 찾고자 했다. 5) 김광현, 「‘규방閨房의 건축建築’을 벗어나기 위 해」, 『이 시대 우리의 건축』, 4.3그룹, 1992 & 김원, 「4.3그룹 건축전시회를 보고」, <건축가>, 1993.2.

년의 카탈로그를 참조한다면, 그 ‘무엇’

건축가들을 20세기 끝자락의 세계 건축

은 마당의 비움(민현식)이기도 했고, 전

사 가운데 위치시킬 수 있는 근거일 터이

통 마을의 군집성(방철린)이기도 했으

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건축에

며, 현대 도시의 풍경(조성룡)이기도 했

처음부터 내포했던 한계를 간과할 수 없

[2]

다. 또한 여기엔 우리네 옛 감성이 절제

다. 그것은 그들이 구사했던 초월적 ‘유

정체성과 시대의 우울

되어 녹아든 ‘서정적 추상’(승효상)이 자

토피아의 언어’가 테크놀로지와 역사에

박정현(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 박사

리해야 했다. 하지만 그 같은 필터는 ‘왜

대한 ‘비판적 이해’를 보다 철저히 담지

과정)

곡된 민족주의’나 ‘감상적 한국성’으로

못했다는 사실과, 그러한 센티멘탈리즘

치달아서는 안 되며, 여전히 ‘세계적 보

이 낡은 현실을 혁파하는 데에 그다지 유

❶ 자신의 이름을 걸고 건축을 시작하려

편성’을 내포해야만 한다. 민현식은 글

용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있다. 민현식

는 한 사람의 건축가가 자신만의 ‘정체

을 통해 ‘맹목적인 근대 추종’과 ‘로맨틱

이 언급한 ‘우리의 현실’에 대한 이해의

성’(identity)을 확보하려는 욕망은 당연

한 서구 부정’ 모두를 경계하는 가운데

정도와 참여의 정도는 이들이 곧 각자 걷

한 것이다. 특히나 건축을 자율적이고 전

모더니즘을 주체적으로 재해석해야 함

게 될 이후 행로의 스펙트럼이 된다. 이

문적인 고유한 직능으로 인식하지 못했

을 강변한다. 그것은 ‘다시 근원으로 돌

같은 한계에 대한 직시는 4.3그룹의 건

던 1980년대의 사회적 풍토에서 이들의

아가는’ 행위이자 ‘우리의 현실’에 뿌리

축에 대한 역사적 이해에 적절한 균형추

욕망은 더욱 복합적이었다. 건축이 정치

내리는 행위다. 이에 대한 대안적 사례

로 역할할 것이다. ⓦ

나 사회와 관계 맺는 방식 그리고 건축

5)

을 정의하는 방식에서 선배 세대와는 다

로 북유럽, 포르투갈, 멕시코, 인도 등의 현대 건축가들에 눈을 돌리는데, 왜냐하 면 거기서 오히려 ‘초기 모더니즘의 순 수함’과 ‘전통적 삶의 본원적 가치’를 쉽 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소 산만

각주 1) <공간>은 1990년 5월호와 8월호에 ‘세기말과 세

른 길을 찾고 싶어했으며, 동시에 같이

기초: 건축 환경의 변화와 대응’이라는 특집을 마련

길을 떠난 동료와는 뚜렷이 구별되고 싶

했고, 이후의 건축담론에 ‘세기말’은 종종 등장하는

어했다. 말하자면 그들은 건축의 보편성

메뉴가 된다. 강혁은 <건축문화> 1993년 7월호에 「 세기말의 문화적 위기와 아돌프 로스」라는 글을 출

(universal)과 단독성(singularity)이 공

한 논지의 전개에도 불구하고 흥미롭게

판하는데, 4.3그룹의 세기말 인식에 대한 뒷받침의

존하는 길을 찾았다.

도 민현식이 주장하는 바는 조목조목, 심

자료로도 읽힌다.

❷ “21세기를 눈앞에 둔 오늘날, 우리는

지어 ‘현대 문명의 중심지에서 벗어나 있

2) 승효상에 따르면 모더니즘을 공부하게 된 까닭 은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논리의 근간이 필요했기

는’ 건축가들을 대안적으로 제시한 것까

때문이다. 목천건축아카이브, <승효상 구술 채록>,

지, 케네스 프램프턴의 ‘비판적 지역주

2011.11.10.

의’(1983/1992)를 연상시킨다. ⓦ 무엇

미래에 대한 희망을 서서히 상실해 가고 있다. 또한 우리는 여러 가지의 세기말 적 징후가 이 세기를 주도하여 온 모더

3) 김광현은 모더니즘을 포스트모더니즘과 대비할 때 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며, 더 포괄적으로 ‘근

니즘에 대하여 심각하게 도전하고 있음

보다 1990년대 초의 한국 건축가가 당

대 건축’이라는 용어를 채택했는데, 이는 ‘현대 건

을 여기저기에서 느끼고 있으며, 동시에

시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던 반성적

축’과 구별된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오류는 모더니

분열과 반역과 혼돈의 시대적 소용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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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에서 19세기 말 한국의 지성인들이 겪

책은 거의 회자되지 못하는데 이 역시 어

스트모던화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1992

었던 것과 유사한 의식의 혼란에 새로

쩌면 당연한 일이다. 1960년대 이후 한

년 말까지 한국 사회의 지식인들이 공유

이 맞서고 있다”1) ⓦ 건축가들의 수사

국 건축계를 양분해왔다고 해도 좋을 김

한 우울은 불확실함에 사로잡힌 주체의

를 있는 그대로 진지하게 믿는 것은 위

수근과 김중업의 잇따른 타계(각각 1986

근심이다.

험한 일이지만, 위 인용문은 앞에서 언

년과 1988년)와 한국 사회의 변혁과 그

❹ 4.3그룹 건축가들은 예전과 달리 건

급한 독해를 방해하는 장치로 가득한 발

에 따른 건축 시장의 변동에 맞서야 했던

축을 강제하는(억압하는) 외부의 힘은

문의 한 대목으로 세기말의 결핍감과 불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와 상업주의와

사라졌지만 건축가 욕망대로 트레이싱

안감으로 가득하다. 이 글이 발표된 때

대중문화 중심으로 완전히 담론의 구도

지 위를 활주할 수는 없는 상황, 그렇다

는 1992년이다. 그렇다면 1992년에 감

가 완전히 재편된 1994년 사이에는 큰

고 범람하기 시작하는 자본의 파도에 몸

돈 세기말의 기운은 무엇일까? 이 글이

골이 존재한다. 한 마디로 1994년은 그

을 맡길 수는 없는 난처함을 토로한다.

실린 4.3그룹 작품집은 김영삼이 대통령

들이 애초에 절감한 문제 설정이 더 이상

첫 전시회의 제목 “이 시대 우리의 건축”

으로 선출로 끝난 제14대 대통령 선거일

유효하지 않은 다른 세상이었다. 그러니

에서도 드러나듯 이전 세대와는 다른 시

(1992년 12월 18일)을 8일 전에 발간되

그들이 느낀 당혹스러움과 상실감을 살

대정신을 강조한 4.3그룹은 선배 건축가

었고, 전시회는 이틀 뒤인 1992년 12월

피려면 세기말로 가까이 나아가기보다

들과 다르다는 분명한 자의식을 갖고 있

12일에 개막해 같은 달 24일까지 이어졌

는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었다. 또 “선배한테 대들 수 있는 자유가

다. 얼마 남지 않은 1992년을 뒤로 하고

❸ 6월 항쟁의 열기로 사회 변혁의 움직

확실히 보장되어 있는” 모임이었지만,6)

1993년으로 넘어가면 한국 사회는 유례

임이 유례없이 폭발했던 1987년은, 여러

권력과 지나치게 얽혀 있어 부정적으로

없는 희망으로 들썩인다. 집권 초기 강

제도적 민주화를 이끌어냈을 뿐 아니라

여긴 기성세대 건축가들에 대한 적의를

력한 개혁 정책을 이끈 대통령에 대한 지

정치, 경제, 문화 전반에 걸쳐 향후 한국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이는 ‘

지율이 90퍼센트에 육박하던 시절이었

사회의 구조를 형성한 기점으로 평가 받

장유유서’를 중시하는 한국의 유교적 정

2)

3)

다. 군사 정권과 민주화 운동 세력의 대

는다. 문학과 미술 등 다른 문화 예술

서 때문일 수도 있고, 그들이 서구의 아

립 구도가 지배한 1980년대와는 다른 상

계와 달리 1980년대 동안 사회적 발언

방가르드들처럼 그다지 급진적이지 않

황이었다. 또 386세대가 정치 전면에 부

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건축계에서도 사

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정작 그들에

상하면서 우파와 좌파의 진영 논리가 오

회 변혁에 동참하려는 시도들이 1987년

게 더 절박한 문제는 ‘적’이 아니라 ‘중

히려 굳건해진 1990년대 말 이후의 상

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대표적

심’이었기 때문이다. ⓦ 포스트모더니즘

황과도 달랐다. 최근의 복고 열풍이 보

인 단체가 1987년에 창립한 청건협이다.

과 해체주의 등 서구의 경향에 대한 반발

여주듯 1990년대 초중반은 대중문화 황

ⓦ 반면, 급격한 개방과 동구권 붕괴에

이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논리가 부재한

금시대, 거품이 터지기 전 마지막 광채

따른 마르크스주의의 몰락이 빚은 1992

다는 사실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를 발휘하던 호시절이었다. 압축적 근대

년 무렵의 정서는 단연 위기감, 불확실성

4.3그룹이 하나의 가치관에 따라 일사분

화를 거쳐온 한국 사회는 매해가 역동적

에 따른 암중모색의 불안과 우울이었다.

란하게 대오를 형성한 모임이 아니었기

인 이행의 순간이지만, 우리가 특히 예

시인 김중식은 “활처럼 긴장해도 겨냥할

에 포스트모더니즘과 해체주의에 대한

4)

민하게 짚어야 하는 변곡점은 1987년 그

표적이 없다”라고 적었다. 운동권 출신

입장 역시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리고 1992년과 1993년 사이이다. 이 시

시인이 사회주의 붕괴 이후 느낀 ‘적의

하지만 중요한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기는 “80년대 말 90년대 초”라고 뭉뚱그

부재’를 토로한 것이지만, 실제로 부재

4.3그룹에게 중심은 재발견한 모더니즘

려 말하기 힘들 만큼 급변의 시기였다.

5)

하는 것은 ‘적’이 아니라 “중심”이었다.

이었다. ⓦ 4.3그룹이 모더니즘에 주목

1990년 4월 3일 첫 모임을 가진 4.3그룹

자신의 행위의 당위와 의미를 의심하지

하게 된 데에 큰 영향을 미친 김광현은

은 1992년 말에 전시회를 가진 후 활동

않아도 되도록 보장해 주는 주인 기표가

1992년 전시회 작품집 서문에서 “지나

이 예전 같지 못하다가 1994년 10월 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자각, 아니

치게 단순한 판단인지 모르나, 이들의 건

번째 책을 발간하고 사실상 해산하는데

더 정확히는 완전해 보였던 주인 기표가

축 언어는 기본적으로 모더니스트의 순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또 4.3그룹과

허구이자 텅 비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수 언어”라고 평가한다.7) 국가주의와 권

1990년대 건축을 논할 때면 빠지지 않고

되었을 때 느낀 상실감이다. 88년 올림

위주의와 결합한 공공 건축이든 강남 개

언급되는 첫 번째 작품집과 달리 두 번째

픽이 끝나고 난 뒤부터 한국 사회의 포

발에 편승한 상업주의 포스트모던 건축

Wide AR no.31 : 1-2 2013 Report 4.3그룹 포럼


이든 이전 세대의 건축이 스스로의 존재

기반이었다. 하지만 천 개의 고원이 펼쳐

4.3그룹은 1990년에 결성하면서부터 세

근거를 되묻지 않았다면(또는 않아도 괜

진 곳에서는 아르키메데스의 지렛대를

기말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세기말이

찮았다면), 4.3그룹은 이 물음을 외면할

놓을 수 없는 법이다. 1993년은 근대 건

라는 단어가 꼭 20세기말이라는 시간적

수 없었다. 건축/건축가의 자율성을 확

축의 이념과 이데올로기를 진지하게 물

의미 때문에 거론되는 것은 아니었다.1)

보하려고 했던 그들에게는 돌파하지 않

을 수 있었던 마지막 순간이었다. 4.3그

그들은 세기말에 대한 “시대 인식의 한

으면 안 되는 물음이었다. 모더니즘은 이

룹 역시 자신이 기거할 하나의 고원을 찾

계기를 마련하고자 1992년 1년에 걸쳐

위기의 원인이자 해결책이었다. 그들은

을 나설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19세기 말 건축 연구와 기행을 한 바가

포스트모더니즘과 해체라는 소란스러움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을 타진한 마지막

있고 그것이 4.3그룹의 전시회까지 이어

을 야기한 모더니즘의 한계를 비판하면

세대였다. 4.3그룹이 1990년대 한국 건

졌”다.2) 한편 세기말과 관련하여 4.3그

서도, 동시에 이를 극복하는 방편으로 모

축의 분기점인 까닭이다. ⓦ

더니즘으로의 복귀를 선택했다. 1980년

룹의 역사 인식에서 특히 주목하는 것은 ‘시대정신’이다. 이 연구는 세기말과 시

각주 1) 『4.3 Group: 이 시대 우리의 건축』의 발문, 안그

대정신을 핵심어로 삼아서 4.3그룹이 근

이론과 이념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형태

라픽스, 1992년.

대 건축을 바라보는 시각과 또 이를 통해

모방일 뿐이기에 오히려 천착해야 할 것

2) <매일경제신문>, 1993년 5월 12일 2면.

서 자신들의 위치를 설정하는 방식을 살

대에 유행한 포스트모더니즘은 굳건한

3) 김종엽, “분단체제와 87년체제”, 『87년체제론』, 창비, 2009년, 34쪽.

펴볼 것이다.3) ⓦ 1990년에 비롯한 4.3

도처에서 찾아볼 수 있다. ⓦ 김영삼 정

4) 김중식, “이탈 이후”, 『황금빛 모서리』, 문학과지

그룹은 자신들이 처한 20세기 말을 커다

부의 개혁 드라이브와 함께 모든 권위에

성사, 1993년, 40-41쪽.

은 모더니즘과 근대 건축이라는 인식은

5) 적의 부재라는 판단은 지나치게 이른 것이었다.

란 위기라고 보았고, 이와 동시에 유럽

그들의 적이었던 자본주의(경우에 따라 미제국주

19세기 말의 움직임을 주목하였다. 동인

체가 위세를 떨치던 1993년 초, 해체를

의)는 여전히 그대로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

지 『이 시대 우리의 건축』의 발문에서는

반대하고 모더니즘을 옹호한 것이다. 단

제는 ‘중심’이다. 물론 이 시인에게 중심은 다름 아

세기말적 징후를 강조하였는데, 자신들

대한 반발이 화두였고 마침 (광의의) 해

닌 80년대 현실 운동의 궁극적 지향점이었던 사회 주의, 모든 행위와 활동의 이념적 좌표를 부여했던

의 위기가 19세기 말의 한국과 유사하다

기에 먼저 이를 완성한 뒤 해체와 탈구

마르크스주의이다. 우리는 여기서 적의 부재에 대

고 보았다. 그런데 그 위기는 모더니즘

축을 해야 한다는 언명으로 들리기도 한

해 묻기보다는 중심의 부재가 야기한 우울에 초점을

을 위협하는 것이었다. 4.3그룹은 그 위

순히 온전한 모더니즘을 경험하지 못했

맞추어야 한다. 왜냐하면 적을 상실한 이들은 마르 크스주의자들이나 운동권이 아니라 오히려 “역사의

기 상황에 대한 대처 방식을 유럽의 19

입장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종말”을 호기롭게 외쳤던 자유주의자들이기 때문이

세기 말과 20세기 초에서 찾았다. ⓦ 민

이런 독해는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

다. 그 대표적인 예로는 프랜시스 후쿠야먀, 『역사의

현식은 글을 통해4) 세기말에서 역설적

다. 하지만 이를 이렇게 간단히 보수적인

종말』, 한마음사, 1992년. 6) 승효상, 『4.3그룹 구술 채록집』을 위한 제7차 구

희망을 보았으며, 모더니즘이 19세기 말

하는 우를 범하기 쉽고, ‘진정한 모더니

술 채록문, 목천문화재단, 미발표.

증후를 극복한 동력이 되었다고 지적하

티’가 무엇인지를 규범적으로 정의하려

7) 김광현, “‘규방閨房의 건축建築’을 벗어나기 위

였다. 또 다른 글에서는5) 모더니즘 정신

즘을 일직선적인 시간성의 논리로 파악

해”, 『4.3 Group: 이 시대 우리의 건축』, 안그라픽 스, 1992년.

은 19세기 말적 증후에서 구원의 길을 열

문이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근

8) 1990년대 초 한국 사회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기

었다고 하였다. 즉, 세기말과 모더니즘

대와 탈근대가 선후의 관계가 아니라는

수로 꼽히기도 했지만, 리오타르는 모더니즘과 포스

은 도전과 위협, 극복과 구원의 관계에

는 본질주의의 미궁으로 빠지기 쉽기 때

8)

것을 알고 있다. 1989년과 1993년 사이

트모더니즘이 중첩되어 있음을 일찍이 지적했으며(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 『포스트모던적 조건』 [이현

놓인다. 이러한 세기말 진단이 한편으로

의 국면에서 모더니즘에 대한 옹호와 회

복 옮김, 문예출판사, 1992년]), 브뤼노 라투르는 근

는 개항 이후에 전개된 한국 근현대 건축

귀는 부재하는 것의 상실감을 만회하기

대는 처음부터 이중적이었다고 지적한다(브뤼노 라

의 움직임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

위한 방편이었다. 근대 건축이 미리 온전

투르,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 [홍철 기 옮김, 갈무리, 2009년]).

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다. 이는 4.3그룹

하게 주어진 뒤, 해체의 논리가 생겨나는

이 한국의 근대화 과정과 개항이래의 한

것은 아니다. 메스를 들이대는 행위가 곧

국 근현대 건축을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

대상을 굳건히 정의하는 일이기도 하다.

[3]

로, 혹은 참고할 만한 것이 못 되는 것으

결국 당시에 부재한 것은 잔해이자 유산

세기말과 시대정신

로 인식하였음을 의미한다. 4.3그룹은,

이었던 모더니즘을 가를 수 있는 메스였

우동선(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학과 교수)

포스트모더니즘이 횡행하고 있는, 자기

고, 흔들리는 역사의 지반을 굳건히 해줄

시대를 세기말로 인식하고 있었고, 포스

102 / 103


트모더니즘과 맞서기 위해서는 모더니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근대 건축에 철

Art, to Art its Freedom)”을 보고 기뻐

즘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고 보았던 것이

저하고 그것의 형식과 내용에 철저한 자

하였다. 또 그 글귀가 쓰인 티셔츠를 사

다. ⓦ 세기말이라는 위기는 한편으로는

만이 포스트 모더니스트이거나 해체 건

서 입고 흐뭇해 했다. ⓦ 이렇게 근대건

기회이기도 했다. 그들은 한국에서 모더

축가가 될 수 있으며, 형식(언어)을 매개

축의 운동들에 대한 탐구는 자연스레 4.3

니즘 건축을, 곧 진정한 의미에서의 ‘근

로 하지 않는 한, 차연(差延)도 없고 불

그룹의 위상에 대한 논의로, 4.3그룹 전

대 건축’을 개척해야 한다는 소명을 의식

완정성도 없으며 문화의 비평성도 없다

시회로 이어졌고, 전시회의 제목을 ‘이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소명은 근대

고. 그러므로 다시 르 코르뷔제와 아돌

시대 우리의 건축’(1992년)으로 정하게

9)

건축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달

프 로스” 라고 적는다든지 했던 것이다.

하였다. 전시회보다 조금 앞서서 4.3그

성할 수 있는 것이었다. 지그프리트 기디

즉 김광현은 근대 건축에 철저한 이후에

룹은 시대정신을 주제로 하여 3번의 세

온이 “우리는 마치 이전에 아무 일도 없

야 비로소 포스트 모더니스트가 될 수 있

미나를 가졌다. ⓦ 이상에서 4.3그룹이

었던 것처럼 원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다고 보고 있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 아

동시대의 상황을 세기말의 위기라고 파

했던 것처럼, 민현식은 “지금 우리는 (

돌프 로스와 르 코르뷔제에 대한 연구를

악하고, 유럽 근대건축에서 시대정신을

10)

중략) 백지 상태 위에서 우리의 언어, 우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 4.3그룹은

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이

리의 예술, 우리의 도시와 건축을 만들

1992년 8월 1일에서 16일까지, “세기말

세기말의 위기라고 파악한 것은 포스트

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원점이

의 유럽 근대 건축 기행”을 다녀왔다. 그

모더니즘의 대두와 1990년대의 사회 경

란 두말할 것도 없이 세기말이었다. ⓦ

들은 세기말 유럽 근대건축에서 본 것과

제 상황 등을 말하는 것이며, 그들의 시

이미 1980~81년에 비엔나를 경험한 바

느낀 것을 <공간> 1992년 10월호에 실린

대정신이란 더욱 모더니즘에 충실해야

가 있는 승효상은 다시 비엔나로 가게 된

「특집 세기말 세기초 건축」에 수록하였

한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4.3그룹은

이유를 묻는 내게 이렇게 답하였다. “이

다. 특집의 서두를 「시대정신의 기행」이

제체션 관에 새긴 글귀를 토대로 ‘이 시

게 여러 가지 상황 파악하고, 아, 아돌프

라고 명명한 승효상은, “왜 선배들로부

대, 우리의 건축’이란 화두를 번안해 냈

로스를 처음부터 다시, 다시 공부할 필

터 세기말 건축의 가치에 대해서 전해 듣

고, 이를 전시회의 제목으로 삼았다. 두

요가 다시 있어서… 다시 비엔나로 가자

지 못했는가”하는 문제 제기로 글을 시

번째 책자 역시 『Echoes of an Era Vol-

고 (했다).” 그가 아돌프 로스를 주목

작했다. 4.3그룹이 선배 세대에게 갖는

ume #0』라고 하여 역시 시대를 전면에

하는 이유는 비엔나의 공허가 서울의 공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데, 김인철은 “그

내세웠다. 이렇게 세기말과 시대정신을

허와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세기말

때 4.3그룹이 만들어졌던 게 그 기성세

통해서 4.3그룹은 자신들의 과제와 주제

인식을 배경으로 4.3그룹은 1992년 5월

대의 리그에 대한 반발 같은 거였단 말

를 설정하는 데까지는 그룹으로 활동했

6)

7)

11)

~7월에 김광현에게 4차례의 근대 건축

이에요” 라고 말한 바가 있다. 이러한

지만, 시대정신을 토대로 작업하는 일은

세미나를 청해 들었다. 김광현은 세미나

불만이나 반발은 ‘분리 의식’이나 ‘고아

각자의 몫이었다. 시각을 달리하면, 각

때마다 5~6 페이지 분량의 핸드 아웃을

의식’과 연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김광

기 개성이 다른 4.3그룹 회원들의 공통

준비하였다. ⓦ 4회의 핸드 아웃은 근대

현은 “이 분리파의 分離라는 말은, 곧 과

점은 비슷한 연령대라는 점 이외에는 찾

건축의 동향을 충실히 요약하고 있는데,

거의 양식을 모방한 허식에 가득찬 세기

기가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에, 4.3그룹

김광현은 유럽 근대 건축에 빗대어 적소

말의 상황과 단절한다는 뜻을 가진 것”

회원들을 묶을 수 있는 주요한 개념은 “

12)

에서 한국 현대에 대한 문제 제기를 시

이었다고 했다.

ⓦ 세기말은 4.3그룹

이 시대”, “우리 시대”였다고도 할 수 있

도하였다. 예를 들어서, 비엔나 제체션

이 현재를 파악하는 방식이었다. 그들은

을 것이다. 그런데, “이 시대”, “우리 시

에서는 제체션 관의 설명 말미에 “근대

세기말의 위기를 극복한 유럽의 근대건

대”는 모든 시대의 사람들에게 공통하는

건축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오늘의 건축

축에서 시대정신을 구하고 있었다. 동정

개념일 것이지만, 그것이 자기 작업의 주

에 있어서 <제체션館>은 우리의 과제에

근에 따르면 “시대정신이라는 게 근대건

요한 근거가 되기 시작한 것은 근대에 들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겠는가?” 라고

축 초기에 나온 화두”였고 “우리 시대를

어서부터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4.3그

한다든지, 아돌프 로스의 공간 계획(라

우리가 알아야겠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

룹의 회원들이 말한 세기말과 시대정신

8)

13)

그래서 4.3그룹 회원들은 제체

은 근대인으로서의 자기 선언이었고, 건

움플란)의 설명 말미에 “포스트 모더니

이다.

즘이 만들어 낸 도시는 로스의 말을 빌

션 관에 새긴 “Der Zeit ihre Kunst, der

축가로서의 문제 의식인 셈이었다. 회원

면 <포촘킨의 도시>일 뿐이다. 그러므로

Kunst ihre Freiheit (To Every Age its

개개인이 세기말과 시대정신을 얼마나

Wide AR no.31 : 1-2 2013 Report 4.3그룹 포럼


인식하고 있었고, 또 그 인식을 작업에

[4]

으로 집장사들의 전략을 택했다. 1991년

반영하고 있었는가에 대한 정밀한 고찰

동시대 4.3그룹 밖의 건축적 지평

<청담동 프랑소와즈 빌딩 계획안>에서,

송하엽(중앙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향하는 “인간해방”을 이루는 예술 작품

14)

은 다음의 과제가 될 것이다. ⓦ

그가 건축 행위를 통하여 궁극적으로 지

각주

의 충격적 형식을 이루고자 했다.2) 단언

1) 민현식, 승효상, 「대담: 다시 ‘이 시대, 우리의 건 축’: 신도리코 기숙사×수졸당」, <플러스> 1993년 7

4.3그룹이 활동하던 90년대 초반의 한국

하면, 조건영이 원하는 대중에의 충격은

월호, p.153, 승효상의 말.

건축계에는 4.3그룹처럼 단체로 형성하

90년대에나 지금에나 그의 구조적인 명

지는 못했지만 그들과 비슷한 연배나 후

료성으로는 줄 수 없는 것이다. 그가 의

3) 이 연구는 지난 2011년 7월부터 같은 해 12월까

배들의 독자적 건축적 매니페스토와 건

미한 대중은 건축의 형태, 기능, 기술을

지 진행한 4.3그룹 구술 채록을 토대로 진행한 것

축 작업이 있었다. 이들은 건축적 메시지

이해할 수 있는, 즉 건축의 자율성을 이

4) 민현식, 「귀머거리들아 들어라—비인의 세체션

가 있는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며 1990

해할 수 있는 사람이 느끼는 충격을 염두

운동과 아돌프 로스에게서 배우는 것—」, <공간>

년대 한국 건축의 지평의 확장에 기여하

에 둔 것이다. <프랑소와즈 빌딩 계획안>

1992년 10월호, p.34.

였다. 대표적인 건축가들로는 조건영,

에서는 구조적인 실험이 그러하며, 동숭

김영섭, 김준성, 고 정기용, 고 장세양이

동의 <JS빌딩>에서는 트러스 구조가 그

집별책 建築, 建築士, 建築史』, 대한건축사협회, 2011

있다. 또한 긍정적 자극이 되어준 손학

러하다. 오히려 대중적 충격은 <후렛시

년, pp.386-387.

식의 작품도 있다. 이들의 글과 작업은

네사옥> 마감의 상투성을 깨뜨리는 거친

재인용. 지그프리트 기디온과 민현식의 글은 각기

동시대 4.3그룹의 글과 건축에 대한 수

시멘트 뿜칠, <JS빌딩>의 뿔과 같은 타워

다음에서 인용한 것이라고 한다.

용과 대응적 태도를 견지하며 1990년대

상부의 콘크리트장식 등 표현적인 부분

Noberg-Schultz, Architecture; meaning and

의 건축 저널을 통해 독자적 메시지를 전

에서 드러났다. 그리고 그의 건축 자율적

리얼리티 앞에 서서」, <플러스> 1995년 10월호,

달하였다. ⓦ 20년이 지난 현재의 관점

상품 건축은 94년의 창원의 <X Plus> 빌

pp.78-79.

에서 4.3그룹의 담론과 더불어 동시대를

딩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 조건영은 상

7) 승효상 구술 채록, 2011년 11월 10일, 이로재. ( )

산 건축가들의 담론이 총체적으로 현재

업화되는 현실에 용적률 최대화를 수용

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명은 현재를 사

하고, 그 안에서 최고의 상품가치를 만들

는 건축가들의 투쟁의 대상을 보다 적확

자는 주장을 하며, 구조적인 명료성과 별

2) 민현식, 승효상, 앞의 대담, p.153, 민현식의 말. 인용하면서 “작년”을 “1992년”으로 바꾸었다.

이다.

5) 민현식, 「또 다른 세기말에 서서」,(<건축사> 324 호, 1996년 4월호), 『건축사지 통권 500호 기념 특

6) 이종건, 『해방의 건축』, 발언, 1993년, p.137에서

place, NY; Rizzoli, 1988, p.23 민현식,「우리의

는 필자의 추정 보완. 8) 김광현, 「근대건축 세미나 I, 1992. 5. 2」, 핸드 아웃. 9) 김광현, 「근대건축 세미나 II, 1992. 5. 30」, 핸

1)

하게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뜻 없는 장식을 통해 마력을 더하는 근생

10) 김광현이 근대건축에 가장 철저한 건축가로 아

❶ 정돈된 혼성 건축 : 손학식 ⓦ 재미건

건축의 지평을 열었다.

돌프 로스와 르 코르뷔제를 들고, 그들에 대한 학습

축가 손학식의 작품인 <두손디자인플라

❸ 공동체 지향 건축 : 정기용 ⓦ 정기용

이 근대를 완성하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보았

자빌딩>는 92년 봄에 완공되며 건축가들

은 프랑스에서 경험한 다양한 건축적 진

데 중요한 참조점이 될 것이다. 이 여행 중에 김광현

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정면의 단정

보에 대해서 소개하면서, 동시에 전근대

은 아돌프 로스의 묘지를 찾으러 가기도 했지만, 찾

하며 파격적 요소를 담은 투명한 모습과

사회의 공동체를 재현하고 싶은 열망을

지 못했다. 김광현, 「아돌프 로스의 묘를 찾아간 이

혼성적인 재료의 조합, 옥상부의 지붕과

다양한 저작을 통해 발표한다. 또한 그는

11) 김인철, 구술 채록, 2011년 8월 3일, 아르키움.

같은 상징체와 Sunshading Device는 정

90년대의 건축적 상황을 도구화된 현실

12) 김광현, 「세기말과 세기초의 건축—장식과 침

돈된 정면에 자유로움을 더하며 근생 건

로 여기며, 아카데믹화한 건축의 자율성

묵—」, <공간> 1992년 10월호, p.31.

물에 지붕까지 있는 매력적인 유형을 제

에 대해서 색다른 제안을 하였다. ⓦ “건

목천건축문화재단.

시하였다. 본인의 한국과 미국 경력 -구

축의 자율성이란, 그것이 분석적 결과의

14) 시대정신을 두드러지게 내세운 서적으로는 다

조사와 프랭크 게리사무실에서 근무-을

산물이 아니라 시대의 당위적 결과물인

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승효상, 『빈자의 미학』, 미건

보여 주듯이 정돈된 혼성 건축으로 새로

것이다.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건축

운 지평을 열었던 것이다.

의 자율성이란 바탕 위에서 건축을 새로

시, 지혜의 건축』, (주)서울포럼, 1999년 / 민현식, 『

❷ 자율적 상품 건축 : 조건영 ⓦ 근생에

운 디자인의 신화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

건축에게 시대를 묻다』, 돌베개, 2006년.

대한 논리에서 조건영의 담론은 극단적

니라 대중 앞에 우리들의 가장된 이념을

인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는 강남의 근

고백하는 것이다.”3) ⓦ 2000년대의 건축

생 건물에 대한 건축적 대응에서 역설적

작업에서 정기용은 건축가의 ‘가장된 이

드 아웃.

던 점은, 1990년대 한국 현대 건축의 지형을 논하는

유」, <플러스> 1992년 10월호, pp.52-53.

13) 동정근, 이종상 구술 채록, 2011년 12월 15일,

사, 1996년 / 민현식,『땅의 공간—땅의 형상을 추상 화하는 작업』, 미건사, 1998년 / 승효상, 『지혜의 도

104 / 105


념’을 가장 솔직하게 고백하였다. 흙건

식을 드러냈다. 1990년대 초기의 일상

에게 관심을 쏟게 하였다. ⓦ <역삼동 주

축에서 시작된 그의 공동체에 대한 생각

생활에 그가 만든 건축적 지평은 주택과

택, Tornado>에서는 현대가족의 독립적

은 대지에 대한 그의 총체적인 사고에서

근생에서 주변 맥락의 입면과 공간보다

인 생활과 적절한 연관성을 가져야 하는

건축 행위가 시작되는 것을 고백한 것을

정돈되고 분화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윤리적인 필요와 더불어 중정형 주택의

보면 알 수 있다. ⓦ 1990년대에 형성한

김영섭은 그 스스로를 규정하듯이 “나의

중정을 과감한 회오리로 은유하고 콘크

그의 공동체 지향적 건축은 그가 건축가

경도된 설계 취향은 건물 속에 내재되어

리트의 기술적인 신기로 경사벽을 시공

로서 사회에 씨앗을 뿌리고 또한 가꾸어

있는 많은 다양성과 공간의 분화 등이 단

하였다. 신세대 가족윤리의 개념과 중정

가는 정원사와 같은 역할을 하며 끝없는

정한 질서라는 껍질 속에 담겨 있게 되는

의 유형적 발전,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

인간애로 건축의 시적, 그리고 사회적 역

것을 선택했다.”에서 명백히 자기의 설

지는 현상학적인 감각과 감성들의 결합

할의 지평을 개척하였다.

계에 대하여 단언했다. ⓦ 주택에서 추

은 설계개념, 유형, 기술, 현상의 조합으

❹ 학구적 공간 건축 : 장세양 ⓦ 장세양

구하던 맥락에 따른 현실적 건축 방법은

로 건축의 주제들이 효과적으로 구현되

은 ‘공간’에 남아서 4.3의 태동을 곁에서

<역삼동 대나무집>과 <양재동 연우빌딩>

는 건축적 지평을 열었다. ⓦ 4.3그룹 전

지켜보며 공간사무소의 리더와 동시에

에서 극명하게 주변의 혼잡에 대응하여

시회는 문제 의식을 느낀 건축가들의 민

저널의 발행자의 역할을 하며 작은 작품,

질서를 형성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이어

주적인 발기였다면, 다소 혁명적인 사건

큰 작품, 콤피티션 출품, 공간의 권두언

졌다. <연우빌딩>에서는 이태리 코모에

으로 세대와 그룹 간의 단절을 낳았으며,

쓰기 등등 집중이 요구되는 작업이 많았

있는 쥬세페 테라니의 정돈된 입면을 상

또한 건축계가 보다 넓게 포괄하지 못하

다. ⓦ 장세양은 공간사무소의 규모에 걸

상하며 말죽거리에 <카사 델 파쇼> 입면

는 현상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사회적

4)

맞지 않은 작품들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을 재현시켰다. 실내에서는 대지의 고저

문제에 대한 건축적인 숙고의 시작으로

개인적인 작가성을 확보하려 한 듯하다.

차에 의해 주차장과 병원을 잇는 계단실

4.3그룹은 또 다른 건축가 그룹의 형성

그의 독자적 디자인 방향은 <정릉 S씨댁

에 <카사 델 파쇼>와 같은 유리 블럭과

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들은 분명히 다른

>에서 토목 사업을 하는 건축주의 기호

비얀코 대리석으로 실내 공간을 풍부하

건축적 지평에 자극 받았고 그들의 작업

에 맞게 콘크리트로 디테일한 입면 처리

게 하며, 예각의 계단탑으로 공간 분화

도 건강하고 다양한 지평형성을 목적으

를 하면서 재료에 대하여 진지하게 모범

를 성공적으로 구사했다. 김영섭은 일상

로 했다. ⓦ 시대를 향한 작은 목소리들

적으로 다루는 것을 시도하였다. 대전의

건축에서 맥락에 대응하여 현재의 최선

이 결합되어 시대를 꿰뚫는 물줄기를 형

<두리예식장>에서도 정육면체와 원, 원

책을 찾는 방법을 가장 적확하게 구사한

성하듯이 다양한 곳에서 건축가들의 노

통의 조화를 통해, 보편화된 예식장에서

건축으로 하나의 전형을 이루었으며 다

력은 시작되었다. 4.3그룹 이전에 시작

벗어나고자 하였으며, 결혼식의 낭만을

재다능한 건축가의 이고(Ego)를 진지하

된 공간 학생 여름스튜디오, 민예총 건

구조적으로 표현하였다. ⓦ 장세양을 보

게 맥락에 따라 공간으로 분화하여 도시

축분과의 강의시리즈, 건축의 미래를 준

다 널리 알린 작품은 다름 아닌 <공간신

에 반응하고 올려놓은 듯한 건축 인상을

비하는 모임, 도시건축포럼의 형성 등등

사옥>이다. 신사옥은 “공간사무소”의 김

형성하였다.

건축 교육과 건축 단체들은 줄줄이 시작

수근 시대와 장세양 이후의 시대를 표현

❻ 현상학적 감성 건축 : 김준성 ⓦ 혜성

되었고 1990년대 말 건축 학교의 설립

하며 특징적인 사무소 콤플렉스를 창조

같이 등장한 김준성은 말 그대로 세계 건

으로까지 이어졌다. 윗글을 통하여 짚어

하였다. 다양한 스터디 이후 모범적인 답

축에서 실무한 경험을 한국에 전하는 해

보고자 한 점은 개발시대에 염증을 느낀

을 제시한 건축 디자인이었다. 장세양은

갈제와 같은 느낌이었다. 4.3그룹과 위

건축가들의 대응의 여러 갈래가 보다 종

건축사사무소의 규모에 따른 업역이 불

에서 열거한 건축가들에게서 느낄 수 없

합적으로 일어날 수 없었나 하는 의구심

분명한 시대에, 여러 방향을 추구하는 학

었던 세계적 수준의 재료 조합, 디테일

이었다. 건물이 하나의 씨앗이 되어 도

구적인 태도의 건축 작가로서 자리매김

링, 눈에 안 보이는 기술력 등을 그에게

시의 곳곳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은 정

하였다.

기대하였다. 그가 수련한 알바로 시자와

말 요원한 것인가? 하는 의문은 현재에

❺ 맥락적 현재 건축 : 김영섭 ⓦ 김영섭

스티븐 홀의 현상학적이며 진중한 모습

도 유효하다. ⓦ 1990년대 건축적 지평

은 미디어와 책, 그리고 여행에서 많은

을 그를 통해 한국에서 보고 싶었던 것

의 탐색을 통하여 얻는 교훈은 글과 건축

건축적 영감을 얻는 전형적인 건축가의

과 더불어 김준성이 한국에서 어떤 주제

을 통하여 건축의 다양한 주체들에 대해

태도를 견지하며 글과 대화에서 많은 지

에 몰입하여 작업할까 하는 기대심도 그

서 생각을 고무시켰다는 것이다. 언어를

Wide AR no.31 : 1-2 2013 Report 4.3그룹 포럼


통해 건축 개념을 설명하고 공간에 대해

교육에 대한 논의가 4.3그룹과 관련하여

활동이 어떠하였던 간에, 중기에 활발하

철학적, 유형적, 현상적 의미를 부여하

흥미를 끄는 것은, 결국 이에 대한 인식

게 진행된 이들의 활동은 전시회로 정점

기 시작했던 것이다. 건축을 통해 건축가

의 차이와 참여의 정도가 4.3그룹의 실

을 이룬다. 전시회가 의미 있는 것은 대

의 사회적인 성찰을 표현하기 시작했던

질적인 분열과 해체로 이어졌다는 점이

외적인 공개 행사였다는 점이고, 개인 학

것이다. 그들에게는 전달하고 싶었던 메

다. 기행과 전시는 같이 할 수 있어도 교

습의 종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전시는

시지가 있었던 것이다. 건축이 커뮤니케

육은 같이 할 수 없었던 것은 이념적 지

마치 시한에 맞추어 치러지는 졸업과 같

이션의 수단이 될 수 있을까? 개인적으

향을 살피지 않고 문제 의식만을 공유한

아서 이제는 더 이상 공개적인 학습은 허

로 궁금한 부분이다. 1990년대 건축가들

채로 시작하였던 단체의 숙명이 아닐까.

락되지 않는다.

을 건축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

❷ 4.3에 참여하였던 14명의 건축가들,

❸ 1991년에 경기대학교에 건축디렉터

각했던 것이다. 이것은 거대한 프로젝트

즉 1945년부터 1953년에 걸쳐 태어나

제도가 도입된다. 당시 ‘우연히 귀국한’

이다. 1990년대 후부터는 아이엠에프 이

서, 1964년부터 1972년에 걸쳐 대학에

김준성이 서울에 정착하게 되면서 주도

후 커뮤니케이션이 사라진지 오래다. 소

입학한 건축가들은 1960년대의 후반과

한 것인데, 교내의 정진원 교수가 가세

위 각론의 시대가 도래했고, 건축은 재주

1970년대의 초반에 걸쳐 건축 교육을 받

하여 도창환과 김병윤을 매개로 하여 4.3

1)

았다. 이들은 ‘학교에서 배운 게 없다’

그룹에 속한 건축가들을 튜터로 초빙하

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는 사람

였다. ⓦ 1990년대 초는 마침 학계의 오

들이고, 궁극적으로 독학의 세대라고 불

랜 원로 그룹들이 은퇴를 하는 시기이기

건축 작업과 유사한 규모의 건축으로 한정함을 밝

리는 데 큰 이견은 없을 것이다. ⓦ 따라

도 하였다. 4.3에 참여하였던 건축가들

혀 둔다.

서 이들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은 대개 이즈음부터 건축 교육의 현장에

외국의 유명 건축가와 대형 건축사무소

투입되기 시작한다. 동정근처럼 4.3의

충격에 의해 된다고 본다. 건축의 두 본질인 형태와

등 ‘외세가 침입’하기 시작하자 전래의

활동 기간 중에 적을 학교로 옮긴 사람

기능의 충격에 의해, 대중에게 즉각적인 충격을 일

방식만으론 대응할 수 없다는 사실을 현

도 나오고, 시차는 있지만 김병윤과 민

장에서 실감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위기

현식, 조성룡, 김인철도 결국 학교로 자

비문화의 바닷속에 침몰할 수밖에 없고 대중의 의식

감 속에 ‘이 시대 우리의 건축’에 대한 욕

리를 옮기게 된다. ⓦ 대학 바깥의 장소

은 깨어나지 못한다.”

구가 4.3 그룹을 만든 동인이 되었고, 여

에서도 이들을 중심으로 한 건축 교육 활

기에 급박함을 느끼지 못하였던 일부 건

동을 엿볼 수 있다. 1991년 여름 공간에

축가들은 초청은 받았으나 제자리로 돌

서 주최한 하계건축학교가 시초가 되겠

아갔다. ⓦ 이들이 첫 번째 활동 형식인

지만, 4.3의 활동이 거의 정지된 이후인

세미나를 통하여 자신들의 작품을 품평

1995년에 시작하여 1998년부터 본격적

[5]

하는 자리를 갖는 것은 자기의 현재 실력

으로 시작한 SA(서울건축학교)와 2000

4.3그룹과 건축교육

을 테스트하겠다는 과정이었고, 다양한

년에 제1기를 모집한 한국건축가협회의

전봉희(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학자들을 교외로 불러내어 강연을 듣는

SAKIA(한국건축가학교)는 제도권 밖

곳에서는 놓쳐 버린 교육 과정을 속성으

에서 행해진 대안 교육 프로그램의 대표

❶ 4.3그룹의 1990년부터 1994년에 걸

로 마무리하겠다는 고학생의 향학열을

적인 예이다. 2000년대 우리나라의 대표

친 활동과 그 영향을 건축 교육이라는 측

느낄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과정에

적인 두 대안 교육 프로그램의 활동 중

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서 그들이 중심적인 학습 테마를 세기말

심에 4.3그룹의 멤버들이 자리하고 있는

지난 1년여 간에 걸쳐 4.3그룹의 활동에

의 근대로 잡는 부분이다. 백 년의 시차

점은 4.3그룹의 발걸음이 어디를 향하고

참여하였던 건축가들과 인터뷰를 진행

를 무시하고 제대로 된 근대를 추체험하

있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

하면서 공통적으로 느낀 점은, 이들의

겠다는 태도는 어쩌면 20세기 한국의 지

할 만한 일이다. 학습을 위한 모임으로

모임이 대외적으로는 건축계의 환경과

식인에게 공통적인 대서구 열등감의 발

시작한 4.3그룹은 교육을 하는 자리에서

풍토를 개선하고 대내적으론 자신의 실

로이기도 하고, 미지의 길 앞에 선 스스

두셋으로 나뉘어 제도화된다.

력을 양성하겠다는 두 가지 방면의 의도

로를 근대의 개척자와 동일시하는 엘리

❹ 건축교육으로 야기된 분파는 과연 당

로 시작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 건축

트적인 태도도 엿볼 수 있다. ⓦ 초기의

파성으로 볼 수 있는가의 질문이 남는

를 부리게 됐다. ⓦ 각주 1) 건축가들의 지평을 설정함에 있어서 4.3그룹의

2) 조건영, <건축과 환경> 1991년 1월, <프랑스와즈 빌딩 계획안> “나는 그것[인간해방]이 건축에 의한

으킬 수 있는 아주 생생하고 아주 현대적이고 아주 대중적인 건축을 보여 주는 것이다. 격이 없이는 소

3) 정기용, <플러스> 1992년 10월, ‘건축의 도구화: 1990년대의 한국의 건축과 사회’. 4) 정기용, <건축문화> 1994년 9월, ‘미완의 모더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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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이들이 행하였

❺ 4.3그룹의 일부 구성원들이 가졌던

그러므로 4.3그룹에 대한 평가는 그들의

던 건축 교육의 내용을 살피지 않을 수

사회적 개혁 의지는 사회적 제도와 관

활동이 집중되었던 1990년에서 1994년

없다. ⓦ 대안 교육프로그램은 방학 기

행의 개선을 향한 범사회적인 차원의 것

에 걸친 4년만을 대상으로 하면 안 된다.

간을 이용하여 일정 기간 집중적인 트레

과 교육을 통한 건축 내부의 개혁이라는

또 참가자 개인의 건축적 성장 못지않게

이닝을 쌓는 집중 강좌 제도를 채택하였

두 가지의 모습으로 드러났다. 4.3그룹

4.3그룹에서 파생한 여러 건축가 집단의

다. 이러한 설계 캠프의 한 실험을 ‘공간

의 구성원들은 이 지점에서 그 참여 정도

사회적 활동이 우리 건축계에 미친 영향

아트아카데미91 하계건축학교’에서 볼

에 따라 두 개 혹은 세 개의 그룹으로 나

을 함께 고려하여야만 비로소 4.3그룹에

수 있다. 공간사에서 주최한 이 행사는

뉜다. 보다 직접적인 사회 개혁의 운동은

대한 정당한 역사적 평가가 이루어질 수

1991년 7월 31일부터 8월 4일까지 5일

건미준을 거쳐 민족건축인협의회나 문

있을 것이다. ⓦ 나는 그 가장 큰 파급 효

간 가회동을 대상으로 9명의 튜터와 40

화연대 등을 통하여 진행되었고, 정기용

과가 교육 부문에 있었다고 생각하며, 동

명의 학생이 참가하여 공간사옥에서 진

은 이 두 단체에 깊이 관여하였으며, 4.3

시에 교육 이슈를 선점함으로써 4.3그룹

행되었다. 튜터로 참여한 김광현, 김병

그룹 사람들과는 SA를 통하여 연결된

이 활동을 종료한 후에도 여전히 힘을 가

윤 도창환, 동정근, 민경식, 승효상, 우경

다. 짧은 방황을 거쳐 4.3그룹의 구성원

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교육으로 시작

국, 이상림, 조성룡 등 9명 가운데 6명이

중 많은 사람은 결국 교육을 통한 건축계

하여 교육으로 끝난 단체 4.3그룹은 말

4.3그룹에 속한 사람들이다. SA의 교육

개혁으로 방향을 잡았고, 일부는 ‘무리

하자면 하나의 학교였다. 이제 남은 것

은 전국의 각 도시를 순회하는 여름캠프

지어 다니는 것이 싫어’ 개인으로 돌아

은 학연인가 학풍인가? ⓦ

가 특징적이다. 말하자면 현지 밀착형의

갔다. 또 SA와 SAKIA로 대변되는 교육

스튜디오 형식이 되는데, 4.3그룹의 활

을 통한 개혁파 역시 미세하게 나누자면

동, 특히 그와 비슷한 시기에 ‘4.3 사람

조금 더 기존의 제도를 이용하는 쪽과 아

들이다 합류’하여 병행하였던 한샘건축

예 새로 판을 짜는 쪽으로 나눌 수 있다.

기행의 경험 등이 영향을 주었으리라 생

사람들을 중심으로 보면 이들의 갈래는

각한다. ⓦ 한편 SAKIA는 2000년에 본

기존의 건축 단체가 가졌듯 학연에 의한

격적으로 발족하여 1994년 사실상 활동

것으로 보긴 힘들다. 학연에 의한 집단화

을 중단한 4.3그룹과의 연계가 희미하지

는 최초 4.3그룹의 모임을 만들 때부터

만, 우경국과 도창환, 김병윤 등 역대 총

거부해야 구악으로 금기시한 것이었다.

괄 교수들은 경기대학에서의 건축 설계

그렇다고 3공화국과 유신체제 하에서 성

교육 경험을 공유하는 4.3의 구성원들이

장한 이들에게 선명한 이데올로기에 의

다. SA와 비교하여 SAKIA의 건축가학

한 구분이 있으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교 운영 방식은 4주 내지 6주라는 비교

그렇다면 이들 각각의 작품이 가지는 차

적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교육

이에 대해선, 작품론을 다루는 다른 이

장소로서 시내 대학의 시설을 이용할 수

들의 연구를 기다려야 하지만, 결국 개인

밖에 없고, 때문에 대학에 재직하는 현직

적 성향에 의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교수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 그

4.3그룹에 참여한 2년여의 집중적인 교

리고 한국건축가협회와 협력하여 그 부

류 경험은 이들에게 서로를 탐색하고 신

설학교의 지위를 갖는 등의 차이가 있으

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

나, 인문학자를 포함한 다양한 이론 강의

을 주었을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 깃발

를 포함하며 매번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

을 들면 ‘무조건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

을만한 이슈와 대상지를 총괄 교수가 조

고, 그 소그룹이 핵이 되어 운동성을 확

정하는 점 등에서는 서로 형식을 같이 한

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기존의 건축 단

다. 또 두 과정 모두 참여하는 튜터들의

체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이 작은

희생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열정이 높은

그룹들은 스스로 중심이 되어 건축계의

젊은 건축가들이 주된 교수진이 되었다.

지형 변화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였다. ⓦ

Wide AR no.31 : 1-2 2013 Report 4.3그룹 포럼

각주 1) 따옴표 안에 든 말은 4.3그룹 구성원의 구술 채록 집에서 인용한 것. 이하 같음. 2) 우경국 메모


그룹이 자신의 건축을 설명하는데 있어

설치와 전시 카탈로그는 언어와 매체에

서 이전 건축가와 달랐던 것은 “인용”에

대한 새로운 의식을 선보였다. 4.3 그룹

있었다. ⓦ 둘째, 4.3 그룹의 건축가들은

은 특히 분석적인 건축 드로잉을 적극적

자신들의 주체 의식을 강렬하게 내세웠

으로 내세웠고 전시 설치 방식을 평면적

다. 자기 사무실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

인 패널과 스케일 모형이란 통념적인 틀

이 4.3그룹 멤버가 되기 위한 기본 조건

에서 탈피시키고자 하였다. ‘작가 정신’

이었다는 것도 이러한 주체 의식의 발현

이 화두였던 당시, 확장된 세계가 제공

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주체 의식을 통

하는 많은 정보와 이미지들, 말은 주체

해 한편으로 커져가는 건축 시장을 지배

와 객체를 새롭게 대면할 수 있는 기제로

하는 기업형 사무실과 관료적인 사회 조

작용하였다. ⓦ 1990년대 초, 4.3 그룹

직과 스스로 차별화할 수 있었으며, 다른

의 활동을 통해 이렇게 객체(파편), 주체

한편, 어려운 민주화 과정을 거쳐 얻은

(체험), 그리고 언어(매체)가 각각 새로

새로운 자유에 대응할 수 있었다. 1970

운 방식으로 제기되었다. 이런 건축 담론

[1]

년대와 80년대의 경우 건축가들은 자신

의 세 가지 양상은 서로 대면하며, 많은

파편과 체험의 언어 : 4.3 그룹 의 담론 구도에 관하여

의 건축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하

경우 갈등 구조 속에서 서로의 성격을 규

였다. 4.3 그룹은 건축관을 스스로 전면

정하였다. 당대에서부터 지금까지도 4.3

배형민(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에 내세웠고, 그 시대적 당위성을 주장하

그룹에 대한 비판, 그리고 4.3 그룹 내부

였다. 이러한 주체 의식의 기반에는 새롭

에서의 자아비판은 객체, 주체, 언어 간

4.3 그룹의 활동은 한국 건축 담론사의

게 전개되고 있는 개인의 체험과 이에 대

의 갈등 구도에 기대어 진행되어 왔다고

중요한 기점을 제공하였다. 새로운 건축

한 의식이 깔려 있었다. 직접적인 체험의

할 수 있다. 이러한 갈등은 전형적으로

을 주장했고 새로운 건축 담론을 표방했

중요성은 이미 1980년대에 자리 잡았던

체험과 매체 사이에서 등장하였다. 통념

던 4.3 그룹의 건축가들은 1970년대와

중요한 한국 건축의 주제였다. 80년대에

적으로 매체는 일관된 체계로 구성되어

80년대의 건축 담론을 부분적으로 이어

소장 학자로서 한국 건축에 대한 답사 책

있다면 이러한 체계는 체험의 대상이 아

가기도 했지만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새

자를 펴냈던 김봉렬도 “건축사학의 연구

니라고 생각한다. ⓦ 매체를 체험의 양

로운 지평을 열었다. ⓦ 첫째, 4.3그룹의

에 선행되어야 할 작업이 실물답사”라는

식으로 접근하려는 태도는 4.3 그룹 담

담론은 이전 세대를 지배했던 파편의 담

확신을 갖고 있었다. 4.3 그룹이 함께 다

론의 중요한 특징이었다. 이러한 의식을

론을 이어갔지만 이들이 제기했던 단편

녀온 여행을 통해 우경국은 “실제로 보

잘 보여주는 예로 ‘이 시대 우리의 건축’

들은 전통 건축의 직설적인 파편에 한정

고 느끼고 몸으로 체험하면서 작가들의

에 출품했던 김인철의 도록 드로잉과 전

되지 않았다. 해외 여행이 자유로워져 건

이론과 실체를 체험하였다”고 한다. 그

시회 설치물이다. 김인철은 전시 도록의

축 답사가 활발해졌고 잡지와 책을 통하

리고 이러한 체험은 “그 동안 책을 통해

경우 책의 평면적인 논리에 따라 한 페이

여 해외 정보가 바로 전달되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내용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으

지에 하나의 건축 평면을 개제한 반면 전

서 경험과 인식의 대상들이 확장되었던

며 타인(평론가)의 생각에 세뇌되어 있

시 설치 기둥은 공간적인 체험의 가능성

주제 발표문 2 │ 4.3그룹과 언어 [1] 파편과 체험의 언어│배형민 [2] 건축가, “세속적이면서 고매한”│ 이종우 [3] 비움, 감각, 의미│백진 [4] 함께하는 말, 홀로 서는 말│최원준

1)

것이다. 넓어진 건축 환경과 정보량을

었음을 알게 되었다.” ⓦ 셋째, 강렬하

에 기대어 여러 개의 평면을 유리에 새겨

반영하듯 서양과 동양, 옛 것과 지금의

게 부각한 주체의 자의식과 넓어진 객체

서로 겹쳐 설치하였다. 전시 설치물이 개

것, 그림, 조각, 사진 등 다양하고 산만

의 세계를 잇는 언어의 세계, 또는 매체

념적인 독해의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한 대상들이 이들의 참조체로 등장하였

의 세계가 4.3그룹의 담론에서 제기되었

하나의 건축적인 체험을 제공해야 한다

다. 이 단편들이 건축가의 작업에 직설

다. 1960년대 이후 건축 출판물과 건축

는 취지에 맞추어 무거운 노출 콘크리트

적으로 사용된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전시회들이 대부분 건축가 자신의 작품

기단에 15개의 평면 드로잉이 중첩되는

작업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되었다. 이런

사진, 완성된 건물의 도면, 그리고 작품

투명한 유리면을 세웠다. 15개의 평면도

양상은 민현식, 방철린, 승효상의 담론

에 대한 변으로 구성되어 있었던 것에 반

를 다시 한 페이지에 모아 이를 원근법에

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지만 김병윤, 조

해 4.3 그룹의 글, 그리고 1992년 말에

따라 겹친 깊이 있는 공간으로 재구성하

성룡, 동정근의 글에서도 나타났다. 4.3

열렸던 “이 시대 우리의 건축” 전시회의

기도 하였다. 평면도는 보는 이의 머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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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에서 재구성해야 하는 개념도라는 통

은 이렇게 파편, 체험, 언어의 순환 고리

❷ 크리틱 세미나 및 잡지 기고를 통해

념에 반하여 건축 도면을 감각적인 체험

를 만든다. ⓦ

발전된 4.3그룹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

의 대상으로 만든 것이다. 같은 평면 매 체 양식이지만 이질적인 독해 방식을 병

중요한 정황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당 각주 1) 우경국, 흐르는 회색 공간, 『echoes of an era

시 ‘종합설계사무소’(토론 좌장 김봉렬

치시키려는 시도도 볼 수 있다. ⓦ 이렇

vol.#0』, 우경국 편 세 번째 쪽.

교수에 의해 대형건축사무소로 정정_편

게 4.3 그룹의 담론이 언어를 감각의 일

2) 박길룡, “현대건축”, 『한국건축사연구』, 발언,

집자 주)와 아틀리에형 건축연구소 간의

부로 보려는 실험으로 볼 수 있을 것이

2003년, 462쪽.

양분된 체제와 상호 간의 대립 구도이다.

다. 그러나 1990년대 초 4.3 그룹의 작

그리고, 이 두 체제 간의 대립 구도는 건

업에 대한 반응은 담론을 개념에 대응시

축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입장으로 연장

켜는 입장이 주를 이루었다. 언어와 체

[2]

된다. ⓦ 먼저 ‘종합건축사사무소’로 상

험의 주체로서 건축가를 설정한다면 언

징되는 건축가 집단은 건축 설계를 경제

인 것이다. 김광현의 주장에 의하면 이

건축가, “세속적이며 고매한” : 4.3그룹의 문화적 담론의 현실적 조건

말들은 이미 만들어진 것에 대한 일정의

이종우(한양대학교 건축학과)

의미, 특히 ‘작가’와 ‘예술 작품’등의 의

어와 체험의 대상이 존재하느냐는 질문

언어적 희구일 뿐 말이 새롭게 설정하는

적 논리의 실천으로 본다. 이러한 실용주 의적 입장을 표명하는 이들은 그 이상의 미를 설계 행위에 부여하는 것을 직접적

새로운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❶ 그동안 4.3그룹에 대한 다수의 평가

으로 비판하는 데 이른다. 실용주의적 입

그는 이 말들을 언어의 유토피아라고 불

는, 당시 한국 건축계에 토론의 장을 만

장의 건축가들이 작가주의적 건축을 비

렀던 것이다. 4.3 그룹의 건축가들도 이

들었다는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그

판하며 내놓은 주요한 논거 중 하나는,

러한 문제의 틀 속에서 자신의 작업을 바

들의 담론이 ‘자폐적’, 혹은 현실도피적

작가주의입장이 경제적 논리를 도외시

라보기도 하였다. ⓦ 4.3 그룹의 건축가

태도를 취했다는 비판을 기조로 하고 있

한다는 점이다.

들은 1990년대를 거치면서 마당, 벽, 땅,

다. 김광현은 1992년 12월에 열린 4.3그

❸ 아틀리에형 사무소의 운영을 멤버 선

길 등 구체적인 언어의 대상, 그리고 대

룹 전시회의 좌담회에서, 이들의 담론이

정의 주요 기준으로 삼았던 4.3그룹의

상의 언어를 설정함으로써 건축 담론을

상당히 ‘초월적’이며, 이러한 이유로 “이

멤버들은 그들의 초기 주요 활동이었던

열어갔다. 최근에 박길룡은 이 현상을 새

시대의 우리 건축이라는 현실을 설명하

내부 크리틱 세미나 및 건축 잡지 등 매

1)

로운 “개념의 시장”이라고 부른 바 있다.

는데 한계”가 된다고 진단하였다. 또

체 상에서의 언술 활동을 통해 건축 설계

새로운 건축 세대를 규정하려고 했던 당

한, 이정근은 4.3그룹 전시회를 주제로

에서의 ‘개념’ 또는 ‘건축에서의 주제’를

시의 건축 저널리즘이 “건축가들이 개별

한 1993년 2월의 글에서 “현실을 정확히

주요 화두로 다루었는데, 이들의 건축적

적으로 믿고 있는 가치와 방법”을 추궁

투시하지 못하고 딴청을 부린다거나 현

담론은 당시에 한국 건축계에 자리잡고

했던 것이라고 당시의 상황을 묘사하였

실 세계의 표피적인 현상에 안주하는 것

있던, 건축의 자율적인 성격과 가치를 주

다. ⓦ 박길룡의 통찰을 달리 표현한다

은 바로 4.3그룹전 심포지움에서 논의된

장하는 건축가 집단의 입장을 대변한다.

면 단편은 언어를 수반할 때 비로소 리얼

자폐증을 보여 주는 것이다”라며 강도

그런데 4.3그룹의 작업과 건축 담론을

2)

2)

리티가 생긴다는 것이다. 리얼리티가 고

높게 비판을 가하였다. 본 발표는 기존

관찰하면서 즉각적으로 드러나는 사실

정된 규범이 아니라 역사적인 현장에서

의 입장과 평가에 대한 재고에서 출발하

은, 위에서 설정한 현실적인 ‘종합건축

발현되는 것이라면 필자도 박길룡의 해

며, “4.3그룹이 개진한 담론이 진정으로

사사무소’와 이상적/작가주의적인 ‘소

석에 동의할 수 있다. 건축의 단편적인

비현실적이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규모 아틀리에’라는 단순한 도식에 비

시원들이 주관적인 체험에 예속되는 동

자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4.3그룹의

해 현실의 상황에서는 이 두 영역이 복

시에 건축 작업의 원동력이 된다. 건축가

작가주의적 혹은 ‘개념중심적’ 건축 담

잡하게 얽혀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는 자유롭고 임의적으로 단편을 자신의

론이 얼마나 건축계의 현실적 문제들과

4.3그룹 멤버들은 건축 작업은 현실도피

건축으로 만들지만, 동시에 그의 건축이

얽혀 있는가를 보임으로써, 이들이 당시

적이었다기보다는, 당시 ‘소규모 아틀리

부담해야 할 가늠자가 된다. 이제 건축의

한국 건축의 ‘현실의 확장’의 과정을 압

에’를 운영하기 시작하며 경제적 논리가

체험은 개념에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축적으로 드러낼 수 있음을 조심스럽게

지배적인 건축 시장에서 고유한 영역을

상황이 되었다. 주관화와 객관화의 과정

제안하고자 한다.

만들어가던 건축가들로서, 건축주가 요

Wide AR no.31 : 1-2 2013 Report 4.3그룹 포럼


구하는 경제적, 기능적 조건을 만족시키

지 방법으로,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당

획득에 대한 명시적인 적대감과, 이와 결

는 건축 작업 ‘속에서’ 이들로부터 자율

시의 입장이나 이후의 회고 속에서 경제

부되어 당시 주요 문학 장르의 고객이었

적인 개념을 발전시키려고 했다. ⓦ 이러

적 이익과 ‘개념적’ 건축 간의 대립 구도

던 부르주아 계층의 요구의 거부를 기반

한 상황 속에서, 4.3그룹 크리틱 세미나

가 설정되었음에 주목한다. ⓦ 기본적으

으로 함에 주목하였다. 즉 상징적 가치와

는 두 세계 간의 어렵고 거친 공존을 시

로 건축 설계에서의 개념 작업은 단순한

경제적 구조 간의 관계를 고찰하면서, 19

험하고 검증 받는 무대였던 것으로 보인

문제-해결식 설계 작업에 비해 더 많은

세기 순수문학의 출현을 “경제적으로 지

다. 그들이 맡은 주요 프로젝트들의 상

시간과 노력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비경

배를 당하지만 상징적으로는 지배하는”

당수가 1980년대 이후 당시 건축 시장으

제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4.3그룹 멤

뒤집힌 경제의 세계의 등장으로 설명하

로 성장한 도시 부르주아들이 발주하는

버들은 비경제성이 자신들의 건축 작업

였다.5) 실용적 측면을 지닐 수 밖에 없

소규모 상업 건물과 주택 등이었다는 점

이 초래한 부정적인 결과가 아니라 자발

는 건축 분야의 특수성으로 인해, 19세

은 문제를 더욱 심화시켰다. ⓦ 하지만

적인 선택이었음을 강조한다. ⓦ 4.3그

기 프랑스에서 ‘순수문학’의 등장에서처

이들 건축가들이 그들의 설계 작업 속에

룹 멤버가운데, 당시에 두 영역간의 대

럼, 작가들을 대상(고객)으로 하는 제한

개념적 내용을 담는 것에 대해 공통된 입

립구도를 가장 명시적으로 드러내고 자

된 시장의 순수문학과, 일반 대중을 대

장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그 중 두 입장

신의 건축적 담론의 기반으로 삼았던 것

상(고객)으로 하는 대중문학의 대립 구

을 비교해 보자면, 우경국이 “궁극적으

은 승효상이었다. <건축문화>가 1992년

도가 만들어질 수는 없었다. 그러나 4.3

로 주변의 상황이 어떠하든 자신의 순수

1월호 특집으로 기획한 “한국 현대 건축

그룹 건축가들의 경제적 이익에 반하는

한 어휘를 찾아내어 각자의 길을 가야한

의 반성과 발전”에서 승효상은 「한국의

자율적 개념의 강조가 단순한 현실 도피

다”면서 ‘작가주의적’ 입장을 강하게 피

건축 건축가 그리고 나」라는 글을 기고

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보다 확장된 의

력했던 반면에,3) 동정근은 주어진 현실

하면서 한국 건축을 다른 문화 예술 분야

미에서의 경제적 논리와 문화적 현실간

과 건축가의 의도 간에 일방적이고 배타

와 비교하며 비판하는데, 여기에서의 요

의 대립 구도 속에서의 위치 잡기(posi-

적인 것이 아닌 매우 역동적인 관계를 설

지는 건축 설계가 경제적 논리에 좌우되

tioning)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하였다. 그에게 “건축적 표현은 습관

고 있다는 점이다: 건축 시장에서의 그

공통점을 갖는다. ⓦ 경제 영역에서 상징

적인 형식 속에 부딪치는 현실의 저항에

의 ‘순수건축’ 영역 마련의 시도가 명시

영역으로의 중심 이동은, 이들이 설정한

도 불구하고 표현된다기보다 바로 그 저

적인 반(反)경제적인 입장을 바탕으로

건축의 ‘고객’, 혹은 건축 활동의 평가자

항에 힘을 입어(무거운 비행기가 공기저

한다는 것이다.

가 더 이상 건축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

항에 의해 날아가듯이) 완성되는 것”이

❹ 4.3그룹 멤버들 각각이 보이는 건축

니라 자신들의 동료들에까지 확장되었기

었다.4) 그러나, 이러한 다양성 속에서 공

관의 상이성에도 불구하고, 개념적 건축

때문에 가능했다. 그리고 이 두 번째 부

통적으로 파악되는 것은 두 세계의 대립

의 조건으로서의 반경제성은, 명시적 혹

류의 ‘고객’에게, 자신들의 작업이 갖는

성에 대한 이들의 인식이며, 그럼에도 이

은 암묵적으로, 이들의 건축적 입장의 저

가치로 제시되는 것은 경제성, 효율성이

두 세계를 공존시키려는 노력이다. ⓦ 당

변에 깔린 공통된 인식이었다고 판단된

아니라 오히려 이것에 반하는 것으로서

시 세미나에 초청받아 여러 차례에 걸쳐

다. 4.3 그룹이 만들고자 하였던, 그리

의 자율적인 개념의 존재 그 자체였다. ⓦ

참여한 김진애는 바로 이러한 두 세계의

고 주장하였던 것은 경제적, 상업적 요

어려운 공존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김

구로 점철된 설계 업무 속에 이러한 논리

진애가 이러한 의문을 던진 데에는, 건

들과 상반되는 자율적인 개념적 영역의

축가들이 작업의 대상으로 삼은 상업성

존재인데, 이러한 대립 구도와 모순적 상

이 강한 건물의 설계에서 ‘개념’을 추구

황은 프랑스 사회학자 부르디외(Pierre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 깔려 있

Bourdieu)가 19세기 순수문학의 출현

각주 1) 김광현, 4.3그룹 1차 심포지움 좌담회 녹취록, < 건축과 환경>, 9301, 112쪽. 2) 이정근, “시대정신이라는 이름의 지푸라기”, <건 축사>, 9302, 55쪽. 3) 우경국, “비논리적 합리주의를 기대하며”, <건축 문화>, 9201, 174쪽. 4) 동정근, 「젊은 건축가의 위상」, 『건축문화』, 9009,

다. 반면에, 우리는 같은 질문을 던지면

속에서 발견한 ‘뒤집힌 경제의 세계(un

서 이 두 영역 간에 무엇인가 긴밀한 관

monde economique a l’envers)’와 맥

5) P. Bourdieu, op. cit., pp.139-145. 부르디외에

계가 있지 않았겠느냐라는 가정을 해 본

을 같이 한다. 부르디외는 19세기 문인

따르면, 순수문학의 영역은 “뒤집힌 경제의 세계인

다. 그리고 그들의 건축 활동을 둘러싼 ‘

들의 순수문학, 혹은 예술을 위한 예술

현실’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하는 한 가

이라는 주장이 (단기적인) 경제적 이윤

110 / 111

61쪽.

데, 예술가들은 경제 영역에서 (적어도 단기간적으 로는) 패배함으로써만 상징 영역에서 성공할 수 있 다.”


[3]

에 먼저 어떤 상황 안에 놓여 있다. 겉으

비움, 감각, 의미 : 4.3 그룹의 비움의 의의 및 논쟁점

로는 능동적으로 보이지만, 이면에는 상

이나 바람, 또 그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황이 나를 보게 하고, 만지게 하고, 듣게

내는 감각 현상에 집중하고 있다. 문제

백진(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하는 나의 수동성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

는 그것이 ‘바람 자체’에서 ‘답답한 나의

에 지각의 능동성과 수동성 사이의 변증

가슴을 확 씻어주는 한여름의 산들바람’

민현식은 마이클 베네딕트의 “Direct

법이 있다. 보는 것과 보이는 것 사이의

의 차원까지 오르지 못하면, 감각 자체

aesthetic experience”라는 아이디어를

변증법이 있다. ⓦ 그런데 민현식은 빛

의 향유에 머무르고 끝난다는 것이다. 아

받아들이며, 불순하고 타락한 의미가 개

과 바람을 지각하는 감각적 경험을 개인

무리 순수하여도 그것은 건축가의 유희

입하기 이전의 ‘순수감각’ 또는 ‘순수경

의 주목의 결과로 이해한다. 즉 ‘나’라는

로 끝날 뿐이다. 다시 말하면 감각을 통

험’의 세계를 주장하였다. 그에게는 “

존재가 지향성의 주체로서, 지향성의 발

한 빛과 바람의 재발견이 일상에서 의미

형태…보다는 주변과의 반응 (바람, 빛

원점으로서 작동하고, 그 결과로 빛이 보

있는 수준으로 올라와야 된다는 것이다.

등)”(민현식)을 드러내고, “햇빛과 바람

이고, 바람이 느껴지고, 소리가 귀에 들

그리고 실은 이 단계가 궁극적으로 민현

과 조우하면서 엮어 내는 순간순간의 상

어오는 것이다. ⓦ 민현식의 글을 보면,

식이 추구하던 의미 회복의 완성이라고

황과 느낌”이 중요하였다. 필자가 여기

그가 눈을 감고 방을 돌아다니며 의도적

본다. 최상위의 의미는 이지러진 형태가

서 주목하는 바는 민현식이 주장한 ‘느

으로 감각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다는 사

난무하고, 시뻘건 색상이 자극적인 그런

낌’의 세계, 즉 ‘순수감각’ 또는 ‘순수경

실을 알 수 있다. 즉 그는 잠시 과학자와

환경 속에서 아무리 초라해 보여도 건축

험’의 세계이다. ⓦ 민현식에게 있어서

같은 태도로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일

적 창조를 통해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순수감각은 바람과 빛 등 고정된 형상이

상의 자연스런 삶의 태도를 지닌 것이 아

답답한 가슴을 씻어주는 바람을 잡아내

없는 원초적인 자연 요소를 재발견하고,

니라, 삶에서 잠시 벗어나 마치 실험실

는 것이었다. ⓦ 민현식이 감각과 일상의

또 이들 사이의 조응이 만들어 내는 감각

에 있는 과학도와 같이 극도로 반성적인

삶 사이의 관계를 명확히 전개한 적은 없

적 풍요를 지각하는 것이었다. 이는 이지

태도로 감각 경험이 어떤 것인지 탐구하

다. 하지만 그가 이 둘을 잇고 싶어 했다

러진 볼륨과 시퍼런 색이 난무하는 환경

고 있는 것이다. ⓦ 여기서 그는 한 가지

는 암시는 곳곳에 나타나 있다. 순수감

을 비판하고 본질로 돌아가고자 하는 태

오류를 범하고 있다. 즉 과학자처럼 반

각을 이야기하면서 그는 문득문득 사람

도가 깔려 있다. ⓦ 민현식이 지향하는

성적으로 감각 세계를 이해하는 것과 우

들이 모이는 길을 이야기하고 마당을 이

본질의 세계란 정화된 감각의 세계를 의

리의 일상에서 감각이 발현되는 방식과

야기한다. 순수감각과 함께 사람들이 모

미했다. 즉, 시각이 자극적인 형태와 색

의 차이를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이는 일상의 공간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깔에 중독이 되어 고통 받을 때, 이런 시

말하면, 일상의 삶의 지평에서 민현식이

는 불분명하지만, 나름대로 둘을 동시에

각을 정화하고, 시각을 넘어서서 촉각이

주장하는 것처럼 빛 자체, 바람 자체, 또

포용해내는 의미 체계를 꿈꾸었던 것으

나 후각, 청각 등의 감각을 통해 인지되

는 그것들의 만남이 이루어 내는 감각적

로 보인다. ⓦ 그런데 문제는 그가 글에

는 세상에 몸을 다시 열 것을 이야기하였

풍요 자체에 주목하는 경우는 거의 발생

서 보여 준 “마당은 쏟아지는 빛과 지나

다. 즉 형식화, 개념화를 통해 인식의 세

하지 않는다. ⓦ 민현식이 주장하는 것처

가는 바람이 적절히 조율되어 팽팽한 긴

계로 넘어오기 이전의 감각의 세계에 주

럼 내가 바람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냥 ‘

장감을 잃지 않는다”와 같은 표현을 어

목한 것이다. 현상학적 전통을 따르면,

나’라는 주체가 의도적으로 공기의 움직

떻게 이해할 것인가,이다. 그가 만약 빛

내가 무언가를 본다는 것, 또 무언가를

임에 주목하기 때문이 아니다. 느끼는 ‘

과 바람이 만들어 내는 멋들어진 풍경을

느낀다는 것은 나와 세계가 하나의 몸으

나’보다도 더위와 습기로 나를 엄습하는

의미한다면 이는 지극히 미학적으로 자

로 엮인 육화된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

어느 여름날이 먼저 있다. 그런 날 답답

신의 감각적 세계에 대한 관심을 마당으

한다. 주체와 객체가 분리된 세계가 아니

한 나의 가슴을 확 씻어주는 산들바람으

로까지 확대한 것이 된다. 일상의 삶에

라, 주체와 객체와 일체화된, 주, 객 분리

로 ‘나’는 느끼는 것이지, 바람 자체 또는

서 마당을 쓰는 사람들은 빛이 아름답기

이전의 교감의 상태를 의미한다. ⓦ 그

공기의 움직임 자체로 결코 경험하지 않

때문에 모이는 것이 아니다. 아직도 겨

런데 중요한 것은 이런 육화의 상태는 개

는다는 것이다. ⓦ 그가 감각 자체에 집

울 기운이 남은 초봄에 따스한 직사광선

인의 의지적인 지향성의 결과가 아니라

중하는 것은 미학적으로 세상을 바라보

이 그리워서 모여드는 것이다. 하이데거

는 점이다 즉 ‘나’는 주체로 존재하기 전

도록 훈련 받은 건축가이기 때문이다. 민

의 사고방식을 빌면, 이런 빛은 인간의

Wide AR no.31 : 1-2 2013 Report 4.3그룹 포럼

현식은 하이데거와 반대의 방향에서 빛


삶에 파고들어 일상을 지탱하는 윤리적

야기이지만—아침에 우리는 동의를 구

것이다. 그것은 시작일 뿐이고, 이 감각

빛이고, 이런 윤리적 빛은 아름다운 빛

하지도 않고 ‘날이 참 덥네요’라고 인사

세계가 구체적 일상의 삶과 연계되고, 사

이다. 그 반대가 아니다. 바람도 마찬가

한다—(감각과 공동체를 이어주는 공

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건드려서 재정

지다. 감각적 향유를 위해 바람 자체를

동 감각에 대한 중요한 의의를 담고 있

립하는 순간이 진정한 근원의 회복인 것

느끼려고 마당에 모여드는 이들은 없다.

다.) 이 대목은 하이데거의 현존재(Da-

이다. ⓦ

어느 무덥고 찌는 여름날이 사람들의 가

Sein)가 정확히 담아내지 못한 부분이기

슴을 답답하게 할 때, 산들바람을 쏘이

도 하다. 현존재의 초월적 구조, 즉 ek-

러 마당에 모여드는 것이다. 이를 바탕

sistere(out-standing)를 설명하면서 하

[4]

으로 의미의 체계를 다시 정리해 보면 아

이데거는 지향성이 작동하는 원리를, 여

함께 하는 말, 홀로 서는 말

래와 같다.

기에 이 몸을 가지고 선 ‘나’와 바깥의 대

최원준(숭실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상에 이미 다가가 합일을 이루고 있는 ‘ 감각의 틀로서의 건축-바람 자체 풍경1

나’, 이 두 ‘나’ 사이의 변증법적 관계로

❶ 1990년대 공유할 수 있는 가치와 기

설명한다. ⓦ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바

준이 사라진 상황에서 건축가들이 자신

람은 그냥 생기는 걸까? 허허벌판에 서

의 건축을 정박시킬 수 있는, 또 시장에

면 먼 산에서부터 발원하여 평원을 쓸어

서 자신을 차별화시켜 줄 수 있는 “자신

오는 자연적으로 생성된 공기의 휘몰아

의 어휘”, 건축관을 확립하는 것은 중요

침이 있다. 하지만 민현식이 이야기하

한 문제였다. 4.3멤버들이 그룹으로서

던 공동주택에 자리잡은 마당에서의 바

시작한 첫 활동이 서로의 작품에 대한 크

람은 다르다. 마당에서 바람이 생성되는

리틱이었다는 점은 당연한 것이었다.1)

것은 자연적인 조건들도 부합하여야 하

❷ 애초 모임의 목적이나 궁극적인 결과

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인간관계가 잘

물을 볼 때, 4.3그룹을 단일한 특성으로

조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집의 이

규정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쪽 창문과 저 집의 저 쪽 창문을 열고, 집

공통의 주제와 명분을 모색해 보자는 초

안에 있는 가변형 스크린 벽들을 열어젖

기 준비 과정의 모색은 실패로 돌아가

히고, 뒷문과 앞문을 열어 젖혀야 막혔

고,2) 결국 “이 시대 우리의 건축”이라는

풍경 5는 이전의 풍경들 4, 3, 2, 1과는

던 바람이 집 뒤로부터 불어 들어와 실

보편적 주제로 각자의 차이를 드러내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 이는 이 풍경이 처

내를 가로 지른 뒤 마당으로 나가고, 다

것으로 방향이 조정되었다. 비록 당대의

음으로 한 개인의 감각적 경험을 넘어서

시 반대편 집으로 들어가 한 바퀴 돌다가

많은 관람객은 그들이 집단으로서 가진

는 공동체의 경험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

단지 바깥으로 나간다. 방 안에 꼭꼭 숨

목소리를 듣기를 기대했고, 또 “이 시대

다. ‘나’만 등장하던 풍경에 ‘나’와 ‘남’이

어 에어콘을 켜고 있던 사람들이, 프라

우리의 건축”이라는 제목이 그러한 기대

등장하는 것이다. 이 풍경의 전제 조건

이버시와 산들바람의 축복 사이에서 갈

를 더욱 부추겼지만, 4.3그룹은 “전시회

은 덥고 습한 풍토적 상황을 ‘나’ 혼자만

등하면서 이리저리 건축 요소들을 조직

의 주제[가] 14개”3)임을 말하고자 했다.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남들도 동

해 나가는 것은 바로 인간관계의 조율이

❸ 4.3그룹에게 주제어의 설정은 대단히

일하게 그렇게 느낀다는 점이다. 즉 같

다. ⓦ 도식에서 보듯이 풍경 5를 이야기

의식적이며 구체적인 목표였다. 기존의

은 상황성 속에서 ‘나’만 수동적으로 그

하기 전에 이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

건축적 작명이나 추상적 표현들이 입지

분위기 안에 젖어 들게 되는 것이 아니

계 자체, 즉 풍경 6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나 건축의 형태적 특성에 초점을 맞추었

라, ‘남’도 같이 젖어 들게 되는 것이다.

안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민현식이

던 반면, 4.3멤버들이 제시한 키워드들

그러기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당으

순수한 감각의 세계에 주목한 이유는 이

은 그들의 건축적 목표에 관한 것이었으

로 모여드는 것이다. 상황성이란 실은 ‘

지러진 볼륨과 시뻘건 색깔의 형태들이

며 이를 통해 각자의 건축 철학을 통합하

나’만의 상황성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

난무하는 환경 가운데서 근원으로 돌아

고자 했다. ⓦ “이 시대 우리의 건축” 책

우리’의 상황성인 것이다. ⓦ 이런 상황

가고자 하는 회귀본능이었다. 그런데 이

자에 기록된 멤버들의 건축론은 내용적

성의 속성은 일상의 삶 속에서 당연한 이

감각의 세계는 실은 진정한 근원은 아닌

으로 크게 건축과 도시의 현실에서 출발

산들바람

한여름의 산들바람

풍경2 풍경3

답답한 나의 가슴을 씻어내는 한여름의 산들바람

풍경4

마당, 길나와 남의 답답한 가슴을 씻어내는 한여름의 산들바람

풍경5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풍경6

112 / 113


한 경우와 사변을 통해 건축의 본질을 탐

래한 시점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해야 했

우 “시대정신이라고 하는 것은 한 시대

구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조성룡과

던 젊은 건축가들에게 중요한 문제였고

의 문화를 주도적으로 리드를 해나가는

이종상 정도가 전자에 해당되기에 후자

김인철 등이 당시 자신의 중심 이슈로 회

하나의 이념이고 그것은 개인의 문제라

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전시회와 책자

고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아직 그러한 일

기보다는 글로벌해야” 되기에 홀로 구축

에 대한 비평을 보면 대부분의 초점이 이

관성이 무엇인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소통되어야 하

들에게 맞추어졌음을 알 수 있다. “로맨

것인지 언급되진 않지만, 분명한 것은 건

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시대정

티시즘이나 센티멘탈리즘”, “과장된 관

축 형태의 일관성이 아니라 작가의 일관

신, 즉 “빈자의 미학”을 설명하면서 역사

념의 설정” , “혼돈과 맹목으로 가려진

성, 즉 조형 언어가 아닌 건축론 차원의

적 지식의 단편, 과거 작품, 문학과 같이

이성의 태만을 감성으로, 직관으로 넘어

항성 확보였고, 그것은 논리를 통해 구축

독자가 공유할 수 있는 근거들을 이용하

4)

5)

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등 전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 다른 한편으

였다.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대단

시회의 내용에 대해서는 호의적이지 못

로는 건축을 둘러싼 당대 사회에 대한 문

히 추상적이었으나, 건축과 예술의 구체

한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을

제 의식이 존재했다. 1992년 2월 <건축

적 파편을 통해 그 의미를 전달하고 공감

4.3건축가 모두에게 적용하는 것은 무리

과 환경> “작가와 계획안” 초대건축가였

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 여기

가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도시적 현실

던 도창환은 현실인식으로 논의를 시작

서 논하고 있는 것은 각 건축가의 건축

에서 출발한 이도 있거니와, 본질에 대한

했다. 도창환에게 당시의 주요한 이슈는

론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전달되는 방

탐구에서 접근한 경우에도 그 소통 방식

건축계를 둘러싼 외부가 안겨 주고 있는

식이다. 4.3건축가들이 시대에 대응하는

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 먼저 곽재

문제였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 인식에 기

“작가 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점은

환, 도창환, 우경국 등의 글은 건축의 본

반하여 그가 “이 시대 우리의 건축”에서

분명하다. 다만 작가 의식의 개념, 혹은

질에 대한 사유에 있어 어떠한 체계화된

제시한 건축 개념은 “파동의 각”이었다.

그것을 확보하는 방식에 있어 인식의 차

외부 참조점도 갖지 않고 순수하게 추상

그런데 이 개념과 관련한 글은 대단히 추

이가 있었으며, 이는 건축론과 그 소통

적 기술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는 배

상적, 집약적, 수사학적인 표현의 연속

방식의 차이로 이어졌다. 문제 의식의 차

형민이 당대 건축의 말하기에 대해 언급

으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대담

원에서 본다면, 승효상의 문제 의식은 개

한 파편화된 역사나 체험 이 존재하지

을 통해 이해한 바, 개인적인 과거사와

인적인 목표를 넘어 시대정신이라는 가

않는다. 시 혹은 철학서에 근접한 이러

철학적 사유로 구성된 것이 그의 “작가

치로 확장되었고 구체성을 띤 담론은 공

한 표현 방식 은 독자가 우연히 같은 감

적 의식”이었고, 이를 대표할 수 있는 용

론을 유도했다. 반면 당대 건축계에 대한

성을 지니지 않은 한, 또 유사한 문제 의

어로 제시된 “파동의 각”이 4.3그룹 전

일반 인식이라는 사회적 문제로부터 출

식으로 같은 어휘들을 사용하지 않는 한

시회와 책자에 이어진 것이다. “작가적

발한 도창환의 문제 의식은 예술가로서

효과적으로 소통되기 어렵다. ⓦ 다른 한

의식”은 건축가에게 “도덕적 양심의 문

의 작가 의식으로 대응되었으며, 이는 지

6)

7)

편으로 건축의 근본에 대한 질문을 외부

제” 일 정도로 그에게 큰 가치를 지니며

극히 개인적이고 개념적인 언어로 기술

참조점을 통해 소통하고자 한 이들이 있

궁극적으로 한국의 척박한 건축적 현실

되어 함께 소통하기는 어려운 것이었다.

었다. 이들의 글에는 역사적, 예술적 인

을 해쳐나갈 기제였으나 소통이 쉽지 않

❹ “이 시대 우리의 건축”에서 승효상

용이 등장한다. 방철린, 이성관, 특히 민

은 추상적 개념으로 채워져 있었다. ⓦ

과 민현식이 다양한 인용을 통해 건축론

현식과 승효상의 글이 그러했다. ⓦ 전

반면 승효상이 “이 시대 우리의 건축”에

을 밝혔음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두 사람

시회의 주제인 ‘이 시대 우리의 건축’이

서 제시한 주제어는 “빈자의 미학”이었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승효

하나의 공통된 사고의 틀이었다면, 이러

다. 그에게 작가 의식은 자신만의 독창

상은 자신의 글 “빈자의 미학”에 대상과

한 차이는 건축가들마다의 시대 인식이

적인 내면적 사유를 통해 확보될 수 있

의미가 명확하게 기재된 이미지를 병치

달랐음을 의미할 것이다. 그들이 당시에

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프로그램,

시켜 사진과 글 사이의 분명한 연속성을

지녔던 문제의식들은 구체적으로 무엇

대지와 장소에 대한 해석을 넘어 시대에

꾀했고, 그 마지막 부분에서 작품 소개

이었으며 어떻게 달랐을까. ⓦ ‘항성’은

대한 이해와 의견을 통해 확보되는 항성

를 연속하여 시작함으로써 건축론과 디

자신의 어휘와 일관성에 대한 모색은 모

에 의해 구축되는 것이었다. 여기에 4.3

자인의 밀접한 연계를 보여주고자 했다.

든 작가가 초시대적으로 공유하는 것일

그룹 전시회와 출간의 키워드였던 “시대

한편 제목 없이 제시된 민현식의 건축론

테지만, 특히 다원주의적 문화시장이 도

정신”과의 연계점이 있다. 승효상의 경

은 인용한 사진과 글의 출처를 밝히지 않

Wide AR no.31 : 1-2 2013 Report 4.3그룹 포럼


았고, 이는 인용문과 직접 저술한 글 사

그룹의 활동에서 토론은 1992년 말 “이

이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흐리는 효과를

시대 우리의 건축”을 준비하는 과정까지

가져왔다. 던져진 말과 사진은 종종 단속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그 이후로는 간헐

적이었지만, 그들의 관계를 독자들이 스

적인 해외 답사와 이를 위한 사전 강의

스로 구축하지 못할 정도로 불친절하지

가 주를 이루었다. 토론의 장이 사라졌

는 않았다. 다만 건축관을 설명하는 글

을 때, 각자의 건축론이 어느 정도 틀을

과 건축 작품 사이의 간극을 억지로 메

형성했을 때, 모임도 사라졌다.8) ⓦ 4.3

우려고 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룹 활동의 정점이었던 “이 시대 우리

선행한 시대, 1980년대 건축 잡지의 작

의 건축”의 발언에는 건축가들 사이에,

품 소개에 게재된 건축가의 글은 대부

그리고 말과 디자인 사이에 다양한 간극

분 계획안과 설계 과정에 대한 기술이었

이 존재했다. 바로 이러한 틈을 노출시

포럼 관전기

글│이종건(본지 편집 고문, 경기대학교 교수)

다. 건축물의 공간과 프로그램 소개, 설

켰다는 것이, 그럼으로써 다가올 시대에

계 과정에서의 에피소드, 공사 과정에서

건축이 문화 시장에서 존재하는 방식을

의도와 다르게 바뀐 점에 대한 아쉬움을

형성했다는 것이, 집단으로서 4.3그룹이

‘이 포럼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일까?’

단편적으로 담고 있는 이들 글은 디자인

우리 건축계에 미친 가장 큰 영향이라고

포럼이 결말을 향해 가면 갈수록, 나는

이 이루어지기까지의 사고를 그대로 전

할 수 있다. ⓦ

무엇보다도 포럼의 목적이 수상쩍었다.

달하기에 디자인 이전과 이후의 말 사이 에 차이가 없다. 아무런 틈이 없기에 제3

바로 그 단 하나의 질문이 나의 머리를 각주 1) 목구회 등 과거의 건축모임도 초기에 회원 근작

자가 완전하게 자의적인 해석을 할 수는

에 대한 비평을 진행하기는 했지만 학연을 기반으로

있되 그 내부에 들어가 논의를 시작하는

한 모임에서 냉철한 비판을 기대하기는 힘들었으며

것이 불가능하다. ⓦ 민현식은 작품 이 전의 말, 작품, 작품 이후의 말이 충분히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을 인식했고,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친목도모를 위한 회동으로

채워 갔다. 몇 가지 이유를 들면 이러하 다. ⓦ 첫째, 연구자들의 발표들이 한결같이

그 역할이 축소되었던 터였다.

설익어서(연구자들은 연구 기간이 짧았

2) 우경국의 노트.

다는 변을 내어놓았는데, 그렇게 서둘러

3) 민현식, “4.3그룹 전시회 1차 심포지움”, <건축과 환경>, 1993년 1월호, p.112.

야 할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비판적

그러한 말과 건축의 간극이 생산적일 수

4) 김원, “4.3그룹 건축전시회를 보고”, <건축가>,

으로 논의할 만한 수준의 흥미로운 주장

있다고 생각했다. 그 간극들이 보는 사람

1993년 2월호, p.48.

거리나 결론이 없었다. 아홉 명의 연구자

의 해석을 유도하고, 건축이 직접 체험이

5) 김경수, “동면기 건축계에 던진 불꽃놀이: 4.3모 임 한마당”, <건축가>, 1993년 2월호, p.49.

아닌 방식으로 문화 시장 속에서 폭넓게

6) 배형민, “파편과 체험의 언어”, 『건축, 도시, 조경

향유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의 지식 지형』, 나무도시, 2011, pp.42-77.

❺ 4.3그룹의 활동은 멤버들에게 새로운

7) 도창환, “40대, 30대 건축가 지금 무엇을 생각하

들을 수렴시킬 수 있는 큰 그림도 보이지 않았을뿐더러, 개개 연구자들이 각자 설 정한 연구의 목적들이 제대로 드러나지

고 있는가” 설문, <공간> 1990년 10월호, p.67. 그는

않았다. 예컨대 첫 발표에 나선 김현섭

사회, 문화적 환경과 시장을 맞아 하나의

현단계에서 건축인 공통의 과제로 논의되어야 할 테

은 자신의 주된 관심이 4.3그룹 건축가

목소리를 찾기보다는 서로의 차이를 발

마로 “작가적 의식”을 언급했다

견해 가는 과정이었다. 대부분의 멤버들 이 이미 잡지에 활발하게 글을 발표해 오 던 터였기에 건축적 발언 자체가 새롭지

8) 1994년 발간된 4.3그룹 멤버들의 두 번째이자 마

들을 “역사의 지형 가운데 자리매김”하

지막 출간물인 『Echoes of an Era Vol.0』의 서문에

는 것이라 했지만, 자리매김의 아이디어

서 김광현은 멤버들의 차이에 대해 언급하면서 “어

는커녕 모더니즘에 대한 말끔한 규정도

떻게 해서라도 묶으려 하지 말고, 반대로 다른 점들 을 갈라 서로 확인하는 일이 있어야겠다”고 제의했

제시하지 않았고, 모더니즘에 대해 비판

는 않았다. 다만 근본적으로 필자가 독자

다. 이러한 차이를 발견하는 일은 볼륨제로와 같이

적 태도를 취했다는 4.3그룹 건축가들의

에게 던지는 일방적인 발언인 잡지 지면

각자의 주장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토론”을

모더니즘 이해와 비판의 정당성에 대한

과 달리, 함께 모인 자리에서 의견의 피

통해서 가능함을 이야기했으나 이루어지지는 않았 다. 볼륨제로는 멤버들의 논의를 지속해가겠다는 서

해명조차 변변히 하지 않았다. 예컨대,

드백이 이루어질 수 있는 토론이 이루어

두의 선언과 달리 결국 그룹의 소멸을 예고하는 기

그가 소위 비판적 필터로 제시한 마당이

졌다는 점이 중요했다. 이것이 서로의 작

록으로 남았다.

며 비움 등은 모더니즘에 대한 비판의 지

품에 대해 진행한 초기의 크리틱 세미나

점들로서의 논리 근거가 어디에도 없다.

가 지닌 의의다. 이 과정을 통해 서로의

오히려 그것들은 우리 문화의 고유성의

차이들은 언어로 구체화되어 갔다. 4.3

탐구의 결과라 보는 것이 더 적실할 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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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굳이 일차 자료에서 발굴한 ‘모더니

은, 텍스트의 모든 내용들을 마치 동일한

는, 아예 낌새도 없었다(나는 그 시점에

즘’에 온통 주목한 탓에 정작 우선 살펴

해석학적 무게를 지닌 자구들의 군집체

새롭게 출현한 건축 교육의 문제를, 전

야 할 우리 역사의 연관성, 그리고 그 지

로 대하는 경향을 초래시킴으로써 연구

봉희처럼, 4.3그룹 건축가들에게 한정

형 가운데 자리매김할 생각은 처음부터

자들로 하여금 각자의 관심 항목에 따라

하는 것은 제대로 균형 잡히지 않은 견

없었던 것 같다.

자구들을 재배열하는 수준으로 전락시

해로 본다. 예컨대 경기대의 디렉터시스

ⓦ 둘째, 거의 모든 연구자들은 4.3 그룹

켜 연구자의 독자적/창발적 통찰의 가능

템 도입의 촉발과 실행은 그들과 별 상

당사자들의 일차 자료에 지나치게 매인

성을 배제시켰을 뿐 아니라, 소위 4.3그

관없는 일로서 정진원 교수 개인이 조지

연구 방식을 택함으로써 기껏해야 일차

룹 건축가들의 언설들을 회의적으로 혹

아공대에서 당시 한국 유학생(들)을 통

자료의 재구성에 그치는 무의미한 작업

은 비판적으로 다루지 않는 치명적인 문

해 배운 혹은 제언받은 것을 단순히 실

결과들을 보였다. 콘텍스트를 제외시킨

제를 노정시켰다. 예컨대, 우경국의 “신

행에 옮긴 결과였기 때문이다. 내가 관

텍스트 연구는 건축을 포함한 모든 인문

비판적 지역주의” 발언(4.3 그룹은 프램

찰하기로는, 경기대에 관여한 건축가들

학의 분과에 본질적인 해석학적 시각을

프턴의 비판적 지역주의를 능가했다는

은, 그로써 서울건축학교에 관여한 건축

놓친다. 게다가 일차 자료를 지나치게 우

의심 가득한 주장)은 ‘현장에서 혹은 사

가들에 대한 대항문화 권력을 형성한 계

선시하는 연구 태도는 자칫 연구자의 학

후에’ 착안한 말일 가능성이 지극히 높

기로 삼았다). 한마디로, 현재적 관점이

문적 독자성을 훼손시킨다. 예컨대, 배

은 데도 불구하고, 더이상 파고들 수 없

결여되었으니, 역사화 작업의 일환이 아

형민의 경우, 언어가 매체라는 자신의

는 한계를 노출했다. 마치 4.3그룹에는

닌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4.3 그룹을

주장에 대해, 4.3그룹 건축가인 승효상

두 거장이 비운 문화 권력 자리 차지하기

태동시킨 그 이전의 건축적 사건들 혹은

이 언어는 자신에게 매체가 아니라 자신

의 욕망이, 누구도 발설하지 않았다는 이

정황들을 탐색하는 과거의 시점이 거론

의 작업을 단속시키는 객체라고 현장에

유로, 그림자도 비치지 않은 듯 지나가는

된 바도 없다. 또 그렇다고, 그들의 건축

서 반박하자 그는 자신이 언어를 매체로

것처럼 말이다. 연구자들은 적어도 다음

성과를 통해 모종의 이론을 발굴해 내려

본 것은 서구적 관점을 택했기 때문이라

의 논점을 한시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

는 연구자도 없었으니, 이론화 작업이 아

고, 그래서 비서구적 관점을 미처 생각하

다. 모든 언설 행위는 그 주체자가 자신

닌 것도 확실하다. 또 희한한 것은, 4.3

지 못했는데 참으로 흥미로운 관점이라

을 합리화하려 하고, 실제보다 더 낫게

그룹에 대해 쓴 다른 이들의 글들을 참조

고 답했는데, 이 장면이 바로 그 점을 상

보이게 하고, 그리하여 결국 자신에게 이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컨대 1994년에

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은 것이

롭게 하는 행위라는 점을 말이다. 따라서

나는, 4.3그룹과 우리 건축의 탈식민성

다. 왜냐하면 언어가 서구-비서구를 포

연구자는 그들의 글과 발언뿐 아니라 심

에 관한 논문을 역사학회에서 발표한 적

함한 모든 사회 문화적 차이를 가로질러

지어 이미지마저 회의의 시선을 유지한

이 있고, 그 다음 해에 조건영 건축과 민

모든 인간에게 무차별적으로 동일하게

채 읽어 내어야 한다는 것 말이다.

현식의 건축을 묶어 비평집으로 펴내었

작용하는 ‘매체’라는 점은 어느 정도 인

ⓦ 넷째, 4.3그룹을 지금 여기서 연구하

는데, 그것들에 대해 언급조차 없었다.

문학적 소양만 갖추어도 다 아는 기본 명

고 발표하는 개별 연구자들의 이유들, 혹

이상하지 않은가?

제이기 때문이다(그러니 배형민은 당연

은 한 무리가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이유

ⓦ 다섯째, 4.3그룹 건축을, 그나마 드물

히 알고 있을 터라 봐야 한다). 20세기의

가 무엇일까? 냉혹하게 묻자면, 4.3그룹

게, 새로움/고유성의 관점에서 해명하려

철학을‘언어적 전회(linguistic turn)’라

의 족적들을 이 많은 지식인들이 떼를 모

고 시도한 배형민의 작업마저 역사화나

명명한 것이, 인간은 무조건 언어라는 안

아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혹

이론화나 혹은 비평의 작업의 일환으로

경을 낀 채 세상을 보는데 그 동안의 철

있다면, 그것부터 제시해야 할 터인데,

서 별로 의미있는 내용을 보여 주지 못

학은 정작 그 안경에 대한 인식론적 반성

그러니까 현금의 시점에서 업적 혹은 성

한 바처럼, 결국 포럼이 대체적으로 용

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정도를 포

과라 부를 수 있을 것들을 먼저 추려 내

두사미의 형태를 드러내었다. 그는 4.3

함해서 말이다. 비트겐쉬타인 식으로 말

는 작업들이 선행되고, 그에 따라 그것

그룹 건축가들이 세 가지 측면에서 새로

하면, 인간은 언어 없이는 생각조차 불

들을 밝혀내기 위해 이력과 사실들과 정

운 지평을 열었다고 주장했는데, 1)이들

가능하다.

황들을 찾아내는 작업들이 후속적으로

은 이전 세대보다 더 다양하고 산만하고

ⓦ 셋째, 앞서 언급한 콘텍스트를 도외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러한 맥락에서의

넓은 범위의 대상들을 참조체로 썼다는

한 채 오직 텍스트에 매달리는 연구 방식

공과에 대한 논의는, 전봉희를 제외하고

것, 2)자기 사무실을 운영해야 한다는 기

Wide AR no.31 : 1-2 2013 Report 4.3그룹 포럼


본 조건을 보건대 주체 의식을 발현했다 는 것, 3) 언어의 세계를 담론에서 제기 했다는 것 등이 그러하다. 특히, 세 번째 경우를 다루면서 건축에서 개념이라는 것을 처음 개시한 세대라고 주장했는데, 이것은 현장에서 반박했듯이, 단순히 틀 렸다. 주지하다시피, 한국 건축의 고유 성을 작업해 내려고 애쓴 김수근 선생도 이미 네가티브 스페이스니, 자궁 공간이 니 등으로써 소위 건축 개념을 우리 사회 에 적극적으로 출현시켰기 때문이다. 그 리고, 두 번째 곧 주체 의식의 발현이라 는 주장도, 사실 그 이전의 두 대가 역시 충분히 그러했다는 사실로 인해 별 의미 가 별 없다. 그리고 나면 첫째 주장만 남 는데, 이 측면을 굳이 4.3 그룹 건축가들 에게 귀속시킬 이유는 없다. 이유는 두 가지다. 1) 앞 세대에 비해 ‘더’ 그러했다 는 정도의 차이를 두고 새로운 지평 운운 하는 것은 지나치다. 2) 4.3그룹 바깥의 건축가들은 그리하지 않았어야 하는데, 예컨대 마르크스의 견해를 참조한 조건 영처럼 사실은 그러하지 않았기 때문이 다. 많은 참조들의 출현은 도리어 포스트 모던 건축의 언어의 관점에서 수많은 개 념어를 등장시킨 젱크스 등처럼, 당대의 문화로 보는 것이 옳은 듯싶다. ⓦ 따라 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현대건축연 구회가 보여준 이 포럼은 도대체 무슨 의 미가 있을까? 내가 궁리해 낸 답은 단 하 나밖에 없다. 현대건축연구회라는 존재 를 세상에 드러내는 행위 말이다. 그게 문제가 되거나, 그것을 문제로 삼을 바는 전혀 없다. 다만, 아홉 명의 학자들이 내 어놓은 포럼치고 그 내용들이 지나치게 형편이 없어서, 그러한 행위를 수상쩍게 볼 여지가 생겼을 따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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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리포트 3 | 2012 원도시 아카데미 세미나

건축, 세상과의 대화 2012 원도시 아카데미 세미나

2012년 원도시 아카데미 세미나는 한국 문화의 트렌드로 급부상한 ‘건축’을 키워드로 세상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철학, 영화, 건축 분 야의 현장에서 비판적 성찰과 실천적 삶을 살아온 3인의 대표 인물을 초대하여 그들의 시선으로 오늘날 건축의 이슈를 함께 ‘해석’하

Ⓒ 전성원

Ⓒ 진효숙

고 ‘이해’하는 시간으로 진행되었다.

김진석은 인하대학교 철학과 교수이며, 계간 『황

정재은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를 1

해문화』 편집 위원이다.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

기로 졸업했으며, 졸업 작품 <둘의 밤>으로 1999

민현식은 1946년생으로 공간그룹과 원도시건축 에서 실무를 쌓았다. 1980년 이래로는 윤승중과

났고, 서울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했지만, 군 제대

년 영상원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도형일기>

원도시건축에서 파트너로 협업하였다. 1989년

후 학교를 자퇴하고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한국

로 제2회 서울여성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

부터 1년간 런던 AA스쿨에서 수학하였고, 1992

으로 돌아온 후 철학자와 문학 비평가의 길을 가

하며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고양이를 부탁

년부터 민현식 건축연구소(현재 기오헌寄傲軒)

는 동시에 정치로서의 삶과 직면해야 했다. 계간

해>(2001년), <말하는 건축가>(2011년), <고양

를 운영하였다. 최근까지 교수로 재직했던 한국

『사회비평』 편집 주간, 『인물과 사상』 편집 위원

이를 돌려줘>(2012년) 등을 연출했으며, 최근

예술종합학교 미술원의 건축과를 1997년에 설

을 역임했으며, 저서로 『탈형이상학과 탈변증

<시티: 홀>(2012년)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립한 주요 구성원이기도 하다. 주요 작품으로는

법』, 『초월에서 포월로』, 『니체에서 세르까지—

마당 깊은 집, 봉천동 아파트, 동숭교회, 서울과

초월에서 포월로 2』, 『이상현실・가상현실・환상

아산 및 중국 칭다오 등에 일련의 신도리코 건물

현실—초월에서 포월로 3』, 『폭력과 싸우고 근본

들, 국립국악중고등학교, 한국전통문화학교, 대

주의와도 싸우기』, 『소외에서 소내로』, 『포월과

전대학교, KIST 복합소재연구소 등 연구교육시

소내의 미학』, 『기우뚱한 균형』, 『우충좌돌 중도

설, 파주출판도시설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

의 재발견』 등이 있다.

주 기본 구상, 제주특별자치도 경관 및 관리 계 획, 수원화성역사문화도시 기본 계획, 가고 싶은 섬-매물도 등 도시 관련 프로젝트 등의 작품과 작업들, 그리고 4.3건축가 그룹, 건미준 등의 사 회 활동을 통하여 “비움의 구축”이라는 화두의 건축적 실천에 몰두하고 있다.

Wide AR no.31 : 1-2 2013 Report 2012 원도시 아카데미 세미나


ⓦ 9월: 철학자의 시선—초대 손님: 김진

점에서 건축에 대해 말하는 일은 사실 간

근거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

석(인하대 철학과 교수)—진행: 박진호

단하지 않다. 피곤하고 짜증스럽기까지

고 초월적 상승이 기둥만으로 이루어지

(운영 위원, 인하대 교수)—일시: 9월 13

하다. 그리고 실제로 진리의 집, 아름다

고 포월적 상승은 판이나 돌쌓기 혹은 벽

일(목) 저녁 7시 ⓦ 10월: 영화 감독의 시

움과 바람직함의 공간이 사라진 상황에

돌쌓기만으로 이루어진다고 보기도 어

선—초대 손님: 정재은(영화감독)—진행

서 건축도 철학과 비슷하게, 아니 어떤

렵다. 비유적으로 보면, 그렇다는 말이

: 전진삼(와이드 AR 발행인)—일시: 10

점에서는 더 가시적으로 공간의 몰락과

다. ⓦ 수평적 움직임도 단순하지는 않

월 11일(목) 저녁 7시 ⓦ 11월: 건축가의

분열에 시달린다. 다시 말해, 인문학적

다. 기둥을 주축으로 한 고딕 건물과 르

시선—초대 손님: 민현식(건축가)—진

관점에서 보는 건축에도 분열이 있고, 또

코르뷔제의 빌라 스테인(Villa Stein)을

행: 전봉희(서울대 교수)—일시: 11월 8

실제 살아가는 공간과 바람직한 공간을

비교하면, 전자는 뚜렷하게 초월적 지향

일(목) 저녁 7시

보는 시각 사이에도 분열이 있다. 우리는

점을 추구하고 후자는 포월적 움직임에

건축을 두고 해체와 전복을 말하지만, 실

가깝다. 그렇다고 르 코르뷔제의 건축이

제 생활 속에서는 다르게 행동한다. 우리

단순한 수평적 움직임을 따른다고 하기

는 공사 중인 집에서는 살 수 없으며, 깨

는 어렵다.

ⓦ 김진석, 소내의 건축

끗하고 편안한 공간을 원한다. 대표적으 철학자, 건축에 관해 이야기하다 ⓦ 이

로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우리의 분열적

소외(疎外)의 관점과 소내의 관점 ⓦ

제까지 철학이 건축에 대해 어떻게 생각

인 사고를 보여 준다.

요즘 문화적으로도 소외라는 개념이 만 연해 있다. 소외란 중심을 전제한다. 즉

했는지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겠다. 또 기 본적으로 인간이 진리의 집, 진리의 건축

포월(匍越)과 소내(疎內) ⓦ 철학의 개

내부에는 안전하고 견고한 중심이 있고,

물 안에 사는 주인인 것처럼 전제하고 얘

념과 건축이 교차하는 점에 대해 말해 보

바깥으로 낯설어지는 것이다. 건축의 진

기하지 않겠다. 말로는 매우 중요하다고

자. 초월적인 것은 목적론적 사고에 기반

리와 미학에 대한 물음, 혹은 장소에 대

여겨지면서도 실제로는 민주주의나 대

한다. 만약 목적, 추구하던 방향에서 빗

한 존재론적인 물음은 이상적인 공간을

중문화만큼 중요하지는 않은 철학의 위

나가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일

전제하기 쉽고, 그 경우 건축은 소외된

상을 생각해 보자. 철학자로서의 나는 이

례로 건물에 빈 공간을 뚫어 넣는다면 건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 그런데 이런

추락이나 부서짐 혹은 몰락을 꽤 받아들

축적으로 굉장한 상상력이 동원된 것이

소외는 오래된 개념이다. 과거에는 병자

인다. 이 추락이나 붕괴 혹은 몰락을 받

다. 사람 간의 관계에서 포월을 생각해

나 쓰레기를 바깥에 버렸지만 이제는 버

아들일 때, 어떤 일이 생기는가? 진리와

보면, 상처와 아픔을 껴안을 때에만 넘

릴 바깥이 없다. 지구 자체가 닫힌 공간

진실의 주체로 말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어갈 수 있을 것과 마찬가지이다. ⓦ 초

이라 폐기물이든, 쓰레기든, 아픈 사람

분열의 주체로서 말하고 싶다. 그러나 진

월이 수직적 운동에 근거한다면, 포월은

이든 안에서 관리한다. 18세기 이후 불

리의 담론으로 역할을 하던 철학의 몰락

기본적으로 수평적 움직임에 근거한다.

쾌한 일이 생기더라도 안에서 관리하고

과 붕괴에 직면한 사람의 이야기는 아직

전자가 기둥에 근거한다면, 후자는 기

통제하고 분석해 왔다. 끊임없이 재건축

도 모호한 점이 있다. ⓦ 이런 철학의 관

둥보다는 판 혹은 돌쌓기나 벽돌쌓기에

이 이슈가 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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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바깥이 좁아진 대신 안이 커지

자. 도시와 자본, 건축이 만나서 만들어

과의 대화는 되도록 하지 않았다. 가급적

고 낯설어지고 있다. 즉 소내하는 경향

내는 일상적인, 우리의 상황에 맞는 이야

이면 영화의 세계 속 모순이나 오류는 안

이 강화된다.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건축

기를 해야 한다. ⓦ

전하게 포장해서 감춰 왔다. 그런데 다큐

은 그런 현상을 공간적으로 포획하기 위

멘터리를 만들고 나니 그러한 생각이 많

해서 직접적으로 필요했다. ⓦ 르페브르

이 깨졌다. 대화와 소통의 중요성을 깨

는 모더니즘이 이상적인 공간을 추상적

ⓦ 정재은, 사회와 소통하기

으로 환원시키고 균질화시켜 소외시킨

닫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말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한 사람의 삶을 감독의 개인

다고 했다. 나는 이러한 생각에 회의적

<말하는 건축가>, 다큐멘터리 영화에의

적 판단으로 취사선택하기 때문에 다큐

이다. 소외되지 않는 어떤 공간이 있는

도전 ⓦ 극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다큐

멘터리는 삶에 비해 불완전할 수밖에 없

가? 건축은 권력과 자본의 힘에 의해 형

멘터리를 만드는 것은 도전이었다. 외국

다. 영화 개봉 이후에 관객들은 다큐멘

성된다. 철학자들은 권력이나 자본을 비

의 감독들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영

터리에 드러나지 않은 그 사람의 이면을

판하기도 하지만 자본과 권력의 바깥은

역을 넘나들지만 국내에서는 이 두 가지

만나고 싶어한다는 것을 깨닫고, 관객과

없다고 본다. 1990년대 초 인문적인 관

를 구분하며, 극영화 감독이 다큐멘터리

의 대화를 60회 정도 했다. 다큐멘터리

점에서 자본의 흐름을 타다가 전복시키

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뿐만 아니라

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방식이 바로 관

기 혹은 빠져나오기 등의 이야기가 있었

다큐멘터리의 작업 과정은 극영화와 다

객과의 대화였던 것이다. ⓦ <말하는 건

다. 그럴듯하지만, 자본이 많이 개입된

르다. 시나리오대로 만들어지는 극영화

축가> 이후에는 빨리 극영화로 되돌아가

도시가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이

는 감독이 원하는 바를 구축하는 과정이

기 위해 단편 영화를 만들었다. 그런데

제는 자기 자신을 개입시킨 이야기를 할

다. 반면 다큐멘터리에는 현실이 존재한

배우들과 작업하는 것이 시시하게 느껴

필요가 있다. 인문적으로 추상적인 권력

다. 감독은 그 현실을 변화시킬 수 없으

졌다.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이

과 자본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고 구체적

며, 현실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기록

미 연기이고, 그들이 이미 배우이기 때문

인 도시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 소

할 뿐이다. ⓦ 다큐멘터리를 통해 현실

이다. 외국에는 사회적 배우와 그 직업

외된다는 관점에서는 공간을 보편적으

에 뛰어들게 되었고, 사람들의 욕망을 더

을 보여 주는 영화가 많다. 예를 들어 부

로 본다. 반면 소내의 관점에서는 세계

가깝게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더불어

랑자를 찍고자 하면, 실제 부랑자를 데

여러 도시, 도시마다 다르다. 안과 밖의

건축이라는 분야의 현실을 보면서, 영화

려와서 워크숍을 통해 사회적 배우로 만

구분이 모호해진다. 소내의 차원에서 일

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나의 직업과 위치

든다. 혹은 10년 전 자신을 연기하도록

단 인식되는 것은 외부가 내부로 흡수되

에 대해 새삼스럽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하기도 한다. 즉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고 통합되는 공간, 그리고 경제적인 이익

그렇게 보니 내가 일하던 영역은 연예 산

경계가 없는 영역이 있다. 내가 이런 혼

이 개체의 정체성을 크게 좌우하는 상황

업이었고, 이 산업의 핵심은 배우였다.

란스러운 영역에 관심이 생겼다는 것을

이다. 외부가 내부로 개입(開入)하는 상

즉 영화란 배우의 매력을 잘 포장해서 극

감지했고, 어려운 일이었지만 결국 이러

황의 한 예로 안도의 콘크리트 구조물들

장에서 관객들과 소통하는 것이었다. 한

한 내적 변화를 솔직하게 인정하게 되었

을 들 수 있다. 빛의 교회는 내부가 외부

편으로는 영화 산업이 현실 세계에서 얼

다. ⓦ 결국 대화, 소통하는 방식에 대해

에 의해 열리고 갈라지고 교차된다. ⓦ

마나 작은 부분인지, 건축이나 건설의 영

깨달은 것은, 먼저 내가 만든 세계의 불

소내의 차원에서 개별적인 건축물의 미

역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큰 부분을 차

완전함을 인정하고 세상의 다른 영역과

학이나 진리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개

지하는지를 현실적으로 배우게 되었다.

소통하는 것이다. 건축가 역시 마찬가지

별적인 구조물의 범위를 뛰어넘는 환경

그 전에는 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일 것이다. 설계 과정은 완전할 수 없다.

과 공간 속에서 건축의 펼쳐짐이나 전개

소통하면 그만이야, 라고 생각했다. 그

이 부족함을 인정해야지만 다른 사람들

가 더 중요하다. 예를들어 건축물 주변에

러나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산

이 끼어들어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나무를 심는 것은 조경이 아니라 상호 텍

업과 사회가 굴러가는 본질적인 메커니

다. 이것이 건축이 사회와 소통하는 방

스트적(intertextual)인 것이다. ⓦ 이제

즘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식일 것이다.

혹은 선진국의 이상적인 이야기를 하기

소통의 방식 ⓦ 나는 원래 영화 자체가

소통의 기반 ⓦ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모

보다는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

이미 소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관객

든 영화는 영상 자료원에 보관된다. 위

자본과 권력에서 벗어난 이상적인 공간,

Wide AR no.31 : 1-2 2013 Report 2012 원도시 아카데미 세미나


대한 영화 몇 편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대부분이다. 건축계에는 어떤 방식의 지

ⓦ 어린 시절 이발소 그림을 보고 저 푸

영화가 기록으로서 가치를 지니고 있고,

원이 필요할까? 그 사람의 위치에서 그

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싶다

당대의 사회를 반영한다고 생각하기 때

고민을 그 사람답게 풀어 내도록 지원해

는 꿈을 꾸었다. 이후 건축이란 단어를

문이다. 영상자료원은 이러한 자료를 모

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건축 산업의 덩

사전에서 찾아보니 인상적인 의미가 있

아 두고, 수시로 다른 카테고리로 묶어

치는 엄청나게 크지만, 그에 걸맞는 진

었다. “부분들을 질서 있게 배열하는 것:

서 상영을 한다. 이것이 새로운 소통의

흥책은 없다. 건축계에도 영화계와 같은

구조(Orderly arrangement of parts;

단초가 된다. 반면, 건축계에서 기록되

지원이 사회적ㆍ국가적으로 또 공식적

structure)” 여기서 말하는 질서란 만든

는 건축은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

으로 정착해야 할 텐데, 문제 제기가 없

사람의 의도가 반영된 것을 말한다. 만일

나 실제로는 무수히 많은 건축이 존재한

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세상에 널려져 있는 말들을 골라서 질서

다. 이들을 기록하고, 어떤 순간 어떤 카

있게 배열하면 시가 되고, 소리를 질서

테고리를 꺼내서 경험하고 공부할 수 있

차기작, <시티: 홀> ⓦ 다음 다큐멘터리

있게 배열하면 음악이 되고, 색을 모으면

도록 하는, 즉 소통의 기반을 만드는 것

의 소재로 서울시청을 다루게 된 것은,

그림이 되는 것이다. 존 버거는 저서 『다

이 중요하다. ⓦ 어린 시절의 경험 역시

서울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건축물을

른 방식으로 보기(Ways of seeing)』에서,

중요하다. 영화의 경우, 어릴 때부터 비

어떻게 보아야 할지 의문스러웠기 때문

하늘의 별에는 선이 보이지 않지만 사람

디오나 캠코더를 접할 수 있고, 동아리

이다. 서울시청에 대한 이런저런 비판이

들은 선을 그어서 이야기를 만든다고 했

에 참여하기도 한다. 영화를 배우는 것

많지만 사람들에게 좀더 깊이 있는 관심

다. 즉 하늘은 변함이 없지만 하늘을 보

자체가 영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

을 끌어내고자 했다. 지난 2011년 11월

는 사람들의 시선, 생각이 변함에 따라

는 좋은 영화를 이해하는 기초가 된다.

12일부터 시작했고, 극장 개봉 시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건

건축도 어릴 때부터 교육하는 것이 중요

2013년 3월 정도가 될 것이다. ⓦ 놀라

축을 만드는 방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

하다. 따라서 중고등학교 교과에 건축이

웠던 것은 설계 결정 당시부터 지금까지

다. 대입해 보면, 건축이란 공간을 잘 배

어떻게 포함되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

계속 일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점이

열하여 시퀀스를 만드는 일이다. ⓦ 건

하다. ⓦ 영화계에는 문예진흥기금도 있

다. 그 사이 시장님도 바뀌고, 건설사나

축 비평가 폴 셰퍼드(Paul Shepheard)

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이 돈으로 저예산

감리사도 바뀌었다. 그 결과 모든 사람

는 『건축이란 무엇인가?(What Is Ar-

영화, 예술 영화 등을 다양한 형태로 지

들이 자신이 참여한 부분밖에 알지 못하

chitecture? An Essay on Landscapes,

원한다. 초기 기획 개발, 프로덕션 인력,

고, 자신의 일 외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

Buildings, and Machines)』(1994)란 책

홍보비, 후반 작업, 극장 임대비 등을 지

서 건축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의 서문에서 건축에 대해 질문한다. 건축

원하고, 한국 영화를 외국에 소개하는 데

렇게 중요한 건물을 만드는데, 모두들 회

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의심이다.

도 쓰인다. 제작비가 몇 백억 원씩 드는

사의 일이니까 한 거예요, 라고 말한다.

이는 지금까지 있어 왔던 생각과 정체성

영화는 그 자체의 유통망으로 굴러갈 수

이러한 현실이 직장인의 비애처럼 보이

을 의심하는 것이고, 실은 끊임없이 차이

있지만 저예산 영화는 그럴 수 없으므로

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직장인에 의해 이

를 만드는 변화에 대해 관심 가지는 것이

이러한 제도가 한국 영화의 균형을 맞춰

사회가 굴러가는 것 같기도 하다. ⓦ 서

다. 그리스의 철학자인 헤라클레이토스

준다. 나 역시 문예진흥기금으로 사무실

울시청은 우리에게 건축의 문제, 건축의

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

공간을 지원받았다. 이렇듯 많은 다큐멘

한계, 건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다”고 했다. 즉 세상에 변하지 않는 진리

터리들이 영화진흥위원회를 통해 성장

지 알려 주는 건축물이므로 가치가 있다.

가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가치가

한다. 거대 배급망이나 유명 배우들이

많은 스토리 속에서 어렵게 탄생했고, 그

변하고 생산된다는 의미이다. 한스 샤로

있는 곳에서는 나오기 힘든 새로운 이야

것이 한국의 건축 문화이자 한계이고 가

운은 베를린 필하모니 홀을 설계하면서

기들,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들은 이런 곳

능성일 테다. ⓦ

음악당을 어떻게 만들까,가 아니라 음악

에서 탄생한다. 반면 건축계는 혹독하게

이란 무엇인가,부터 고민했다. 그 결과

스스로를 단련하는 것 같다. 건축계에도

무대와 객석을 분리하지 않은 음악당이

작은 아이디어지만 그를 실현하고자 하

ⓦ 민현식, 건축에 대한 세 가지 질문

는 젊은이들이 있을 것이다. 공모전이란 제도가 있지만 만들어지지 않는 것들이

탄생했다. 알도 로시 역시 모데나의 묘 지를 설계하면서 죽음이란 무엇인가부

건축, 부분들을 질서 있게 배열하는 것

120 / 121

터 질문하기 시작하여 역투시도 공간이


이, 실제로 내가 짓는 집이 자본의 시녀

는가? 몇 년 전에 ‘가고 싶은 섬’ 프로젝

가 아닌가, 고민하게 된다. 그게 나쁜 것

트 때문에 매물도에 가보았다. 그 섬의

두 번째 질문, 건축은 권력의 시녀? ⓦ

만은 아닌데, 그렇다. ⓦ 1960년대 가장

집들은 모두들 각 집에서 가장 근사하게

“건축은 항상 그 시대를 지배하는 권력

유명했던 건축계의 스캔들은 시드니 오

보이는 바다로 열려 있다. 놀라운 발견이

의 종속물이 되어 왔다(Architecture has

페라하우스였다. 요른 웃손이 설계한 이

다. 그리스의 산토리니도 마찬가지 질서

always been subservient to the ruling

오페라하우스는 자본과 권력 대신 문화

를 가지고 있다. ⓦ 토속 건축의 중요한

authorities in human society)” 2000년

와 예술이 지배하는 좋은 사회를 만들자

질서는, 그 땅의 자연환경에 굉장히 복종

유럽의 문화 수도로 선정된 브뤼셀 시에

는 의의에서 시작되었다. 시드니 오페라

적이라는 데 있다. 그 풍토에 이 집이 적

서 건축학교 베를라헤에 의뢰해서 받은

하우는 그후 오스트레일리아의 많은 도

응하느냐, 이 집이 자연환경과 행복한 관

보고서 첫마디이다. ⓦ 고대의 건축은,

시들이 오페라하우스를 짓는 계기를 마

계를 맺는가,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스톤헨지나 피라미드를 보아도 알 수 있

련했다. 파리의 미테랑 프로젝트 역시 문

또 다른 예로 제주도의 건축가는 바람이

듯이, 인간적인 스케일을 넘어서는 거대

화 도시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최

다. 바람에 적응한 디자인이므로 집들은

하고 완전한 형태, 특정 요소의 끊임없

근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프랭크 게리가

모두 조금씩 차이가 만들어진다. ⓦ 루

는 반복 등을 통해 초월적인 힘과 권력

설계한 빌바오 구겐하임 뮤지엄이다. 그

이스 칸이 설계한 솔크 인스티튜트의 마

을 표상했다. 중세 도시는 중앙이나 가

럼에도 다소 허망한 생각이 든다. 모든

당에서도 큰 감동을 받았다. 이곳의 초기

장 높은 곳에 당시 권력을 상징하는 교회

뮤지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소장

스케치를 보면, 원래는 마당에 나무가 식

가 자리잡았다. 세월이 흘러 교회의 권력

품이다. 소장품이 훌륭하다면 건축물이

재되어 있었다. 당시 루이스 바라간은 마

이 작아지고, 시민의 힘이 커지면 시청이

허름해도 상관없이 훌륭한 미술관이 될

당을 태평양을 향해 열어서 이 공간이 태

중앙을 차지하게 된다. 권력의 중심을 찾

수 있다. 근데, 이 빌바오는 소장품을 전

평양의 끊임없는 변화와 연동되는 공간

는 것은 도시를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이

적으로 구겐하임에 의지하고 있다. 결국

으로 만들자고 칸에게 충고했다고 한다.

다. 바르셀로나를 보면 권력의 중심이 사

이러한 문화란, 문화라는 가면을 쓴, 문

이곳에 다녀오고 나서 한국 건축을 보는

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에 있었다. 오랫동

화로 장사를 해보겠다는, 또 다른 형태의

눈이 조금 바뀌었다. 이미 자연이 만들어

안 이 성당보다 높은 건물은 지을 수 없

한층 악날해진 자본주의의 한 모습이 아

놓은 거대한 공간에 내가 만든 인공의 공

었다. 그런데 산업 시대 이후 문화를 통

닌가,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란 독창적인 공간을 설계했다.

간을 놓고, 이 두 가지가 어떻게 행복한 관계를 맺도록 하는가? 이러한 생각으로

해 도시를 재생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 면서 장 누벨이 설계한 아그바타워가 세

세 번째 질문, 윤리적 건축 ⓦ 새로운

조선 시대 선비들이 만든 집을 보니, 소

워졌는데, 이 건물은 성당보다 높게 올

시대라고 생각하는 2000년, 그 해 베니

위 그림 같은 집에 대한 생각은 없어지

라갈 수 있었다. 즉 종교가 지배하는 사

스 비엔날레의 포스터에서 ‘덜 미학적

고, 왜 이 공간이 이렇게 놓였으며, 이 공

회에서 문화가 지배하는 사회로 옮겨가

인, 더 윤리적인(less aesthetics more

간이 대면하고 있는 자연은 무엇이고, 이

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20세기가 만든

ethics)’ 이 문구를 보고 감동받았다. 이

자연이 변화함에 따라 이 공간이 어떻게

대표적인 현대 도시 뉴욕은 그리드로 되

제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이 아

변하는가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일례로 병

어 있어 도시 공간의 우열이 없다. 오래

니라, 건축에서 미학이나 랜드마크, 상

산서원의 만대루는 전통적인 비례의 관

된 도시들은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위계

징성 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과

점에서 보면 형편없지만, 일단 집에 올라

가 낮아지는데, 뉴욕에는 중심이나 위계

자연을 생각해야 한다는 선언이다. ⓦ

프레임을 통해 보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가 없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

한국 건축가들의 성지가 되어 있는 하회

낙동강의 풍경을 볼 수 있다. ⓦ 이제 자

는 권력은 없는 듯 보이지만, 실은 이 도

마을. 산에 올라 이 마을을 내려보면 모

연과 인간의 삶이 전면에 나서도록 건축

시를 지배하는 권력은 자본이다. 자본주

든 집들이 각기 제멋대로 불규칙하게 놓

은 뒤로 물러서 배경이 되어야 하지 않을

의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반성하고 개선

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여기

까 생각한다. 지금도 건축을 하면서 이렇

하는데, 그 개선의 목표가 삶의 가치에

에는 중요한 질서가 있다. 마을 주변에

게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돈을 더 벌

는 산이 둘러싸고 있는데, 이 집들 모두

던지고 있다. ⓦ

고, 소비를 촉진하는 데 있다. 그래서 우

는 각기 봉우리 하나씩을 바라보고 있다.

리가 현대 사회에서 설계하는 모든 집들

눈물겨웠다. 세상에 이렇게 근사할 수 있

Wide AR no.31 : 1-2 2013 Report 2012 원도시 아카데미 세미나


와이드 AR 31 | Wide Architecture Report 31 | 2013.1-2

전진삼의 FOOTPRINT 10 이 란은 본지 전진삼 발행인의 ‘공적/사적’

4.3그룹’ 프리미팅이 열렸다. 김정식 재단

가베(일본) 씨가 각각 커미셔너로 역할한

기록의 장으로 구성된다. 현장성에 바탕을

이사장을 비롯하여 김인철, 이성관, 백문

이 그룹전에 정의엽(AND), 장영철, 전숙

둔, 건축계 이슈와 개인의 동선이 이뤄 내는

기, 곽재환, 방철린, 승효상, 김병윤 씨 등

희(WISE), 정현아(DIA), 신승수, 임상진,

건축과 문화판의 지형도를 전달하게 될 것

4.3 회원들과 배형민, 전봉희, 우동선, 김

최재원(디자인그룹 오즈), 박창현, 이진

이다. 또한 본지 편집위원들의 ‘공적 동선’

현섭, 송하엽, 최원준, 박정현, 이종우 씨

오, 임태병(SAAI) (이상, 한국 측)와 후지

이 박스 기사로 제공되어 한층 강화된 뉴스

등 포럼을 주관하는 현대건축연구회 관계

노 타카시(이키모노 건축), 나루세 유리,

지면으로서 독자들을 찾아가게 된다.

자 및 구본준(한겨레신문), 이영희(중앙일

이노쿠마 쥰(나루세 이노쿠마 건축), 누노

보), 정귀원(와이드AR), 심영규(SPACE),

무라 요코, 히라노 카츠마사(met), 카가

현유미, 전효진(C3) 등 저널리스트와 김

와 타카노리, 키시카미 쥰코(spacespace),

미현 재단 사무국장 등이 참석하여 행사

후지무라 류지(류지 후지무라 건축) (이

11월

준비 상황을 보고 받고, 본 행사의 성공적

상 일본 측)가 참가했다. 문신규, 함인선,

개최를 위한 의견 교환을 하였다.

최문규, 배형민, 장윤규, 신창훈 등 100여

 11월 8일 (목)  오전 10시 30분, ‘이

명이 궂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하객으로

가최가’ 건축드로잉 전 사전 모임(2차)이

참석하여 늦은 시각까지 전시 개막을 함

사당동 BS디자인 이관직 대표 작업실에서

께 즐겼다.(본문 ‘와이드 ISSUE’ 김정은

열렸다. 12월 12일 서교동 카페 소소&갤

의 글 참조)

러리에서 개막하는 두 건축가 최삼영(가와 건축), 이관직의 드로잉 선별의 방향성과 전시장 배정 및 책자 발간에 따른 내용과 일정 등에 관하여 의견을 교환했다.  11월 8일 (목)  저녁 7시, 원도시건

 11월 14일 (수) 저녁 7시, 서울 신당

축이 주최하는 2012원도시아카데미세미

동 그림건축(대표 임근배) 안방마루에서

나 세 번째 프로그램이 무대에 오르는 날

제73차 땅집사향이 열렸다. 건축가 초청강

이다. ‘건축, 세상과의 대화’ 세 번째 강사

의 <시즌3> ‘New Power ARchitect’ 시리

는 민현식(기오헌)대표. 그가 밟아온 건축

즈 23번째 이야기 손님은 하태석(SCALe)

 11월 17일 (토) 낮 2시, 강남 선릉

여정의 학문적 배경을 엿볼 수 있게 한 자

대표. 아이아크건축가들에서 독립 후 활

부근에 신축한 ABC사옥에서 장영철, 전

리였다.(본문 ‘와이드 REPORT3’ 참조)

동 영역이 두드러지게 커진 그의 건축 주

숙희(WISE, 설계자) 씨가 초청한 새 건물

 11월 9일 (금)  저녁 7시, 서래마을

제와 관심 영역이 시종 진지하게 전달되었

투어&오찬 파티가 개최되었다. 김인철(

에 둥지 튼 김정임 소장의 서로아키텍츠와

다.(본문 ‘New Power ARchitect’ 하태석

아르키움), 승효상(이로재), 임형남, 노은

최상기(서울시립대)교수의 작업실 SCA

의 글 참조)

주(가온건축), 최욱(one o one), 강미선(

디자인이 한 천장을 공유하게 됨을 공개

 11월 15일 (목)  오후 4시, 케이블TV

이화여대), 김일현(경희대), 신혜원(로컬

적으로 알리는 날이다. 유걸(아이아크건

홈스토리 이소림PD가 편집실을 방문했

디자인), 하태석(SCALe), 김소라(서울

축가들), 이성관(한울건축), 김종헌(배재

다. 최동규(서인건축) 대표가 주선한 자리

시립대), 정의엽(AND), 이진오, 임태병

대), 하태석(스케일), 김찬중(시스템랩),

다. 본지와 더불어 건축 관련한 홈스토리

(SAAI), 최소연(테이크아웃드로잉) 등 50

전성은(SAN), 김기중(2015건축), 김용관

의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의 가능성을 여러

여 명이 참석하여 축하했다.

(아키라이프) 등 100여 명이 넘는 하객들

각도에서 점검하였다.

이 다녀갔다.(같은 글, ‘최상기 편집 위원

 11월 16일 (금)  저녁 7시, 평창동 토

BOX’ 참조)

탈미술관에서 새건협(회장 함인선)이 주

 11월 13일 (화)  저녁 7시, 서울역사

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석유, 이화

박물관 1층 콩두에서 목천김정식문화재단

여대가 후원한 ‘한일현대건축교류전: 같

이 주최한 현대건축연구회+목천건축아

은 집, 다른 집’ 전시 오프닝 파티에 참석

카이브 심포지엄 ‘전환기의 한국 건축과

했다. 양국에서 임재용(한국), 마사시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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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1 | Wide Architecture Report 31 | 2013.1-2

전진삼의 FOOTPRINT 10

 11월 19일 (월)  오후 3시, 독립문역

지수, 안승혜, 김이슬이 수료증을 받았고,

부 공개 형식의 심포지엄이라는 형식성과

1기 중 이대우, 손민희는 디자인 잡지 창

자체 인력을 통한 연구 성과를 외부 전문

간 및 본지가 주최하는 아카데미 수료 등

가 풀을 통해 검증받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 활동이 인정되어 뒤늦은 수료증의 주인

도 주목되었다. ‘1부: 토문 도시 디자인 되

공이 되었다. 이어진 뒤풀이에서는 저널리

돌아보기(마스터플랜을 중심으로)’, ‘2부:

즘워크숍 1, 2, 3기 전원이 참석하여 흥겨

오래된 도시의 어제와 오늘(왕십리 뉴타

운 시간을 나눴다.

운, 흑석재정비촉진지구)’, ‘3부: 대단위

인근 시공문화사에서 ‘이가최가’展의 주인

 11월 27일 (화)  저녁 6시, 서교동 카

주거지의 계획과 삶(과천 신도시, 상계 신

공 이관직과 최삼영 두 건축가와 출판사

페&갤러리 소소에서 초미니 전시 ‘원피스

시가지)’로 주제 발표가 이루어졌고, 김인

김기현 대표 간의 만남을 주선했다. 그림

(One Piece)’展이 열렸다. 전통 바느질로

철(아르키움), 김승배(피데스개발), 손세

원고의 자료 상태 및 글 원고 관련한 프리

떠낸 이일훈의 가가불이 배치도가 작품의

관(중앙대), 김효수(서울시립대), 최막중

뷰와 책 작업 일정 등을 공유했다.

소재다. 건축가 이일훈(후리건축)의 환갑

(서울대)이 패널로 참석했다.

 11월 21일 (수)  오후 5시, 소설가이

을 기념하여 본지 정귀원 편집장이 반년의

자 동화 작가인 이정범 씨가 신간 다큐소

구상과 2개월의 각고 끝에 완성하여 이일

● 최상기 편집 위원

설 보조국사 지눌의 일대기를 그린 『그대

훈 대표를 초청, 최단시간 전시 후 작품을

 11월 9일 (금)  김정임 소장의 서 로아키텍츠와 최상기 교수의 SCA디

마음이 부처라네』(김영사 발행)를 들고 편

전달하는 이벤트다. 곽재환(CAAN건축),

집실을 찾았다. <건축인POAR> 및 <와이

최삼영(가와건축), 김정은(와이드BEAM)

자인이 서래마을에 각각의 오피스를

드AR> 초창기 인터뷰어로 참가하여 건축

이 배석하여 축하했다. 작품 전달 후 일행

마련하면서 함께 오프닝 파티를 열었

가의 라이프스토리 등 많은 원고를 집필,

은 인근 주점 보난자로 이동하여 뒤풀이를

다. 유걸, 이성관 등 원로 건축가들을

발표한 그다.

즐겼다.

비롯한 100여 명이 넘는 건축계 인사

 11월 22일 (목)  오후 2시, 인천 송

들이 새벽 3시까지 즐거운 시간을 함

도동 컨벤시아 대회의실에서 국가건축정

께하며 두 사무실의 새로운 출발을 축

책위원회가 주최하는 전국 순회 세미나 건

하해 주는 자리를 가졌다. 다음날 85

축・도시 정책포럼(수도권) 마지막 프로

개의 빈 와인병이 발견되었다는 소

그램이 인천의 도시와 건축을 주제로 열렸

식.(사진 제공: 최상기)

다. 1, 2부로 나뉘어 구영민(인하대) 교수 와 오장연(굿하우스) 대표의 발제가 이어 졌고, 황순우(바인건축), 김지엽(아주대), 오경은(피아건축), 민운기(스페이스 빔), 이희환(시민대안연구소), 전진삼 등이 토

 11월 29일 (목)  오후 3시, 토문엔지

론자로 참석했다. 이상정(국가건축정책

니어링건축(대표 최두호) 주최 2012 토문

위원장), 김교흥(인천시 정무부시장), 제

건축심포지엄(주제: ‘토문은 도시 주거를

해성(건축도시공간연구소장) 등이 참석

이렇게 디자인한다’)이 서울 장지동 가든

했다.

파이브 TOOL동 10층 대회의실에서 열렸

 11월 16일 (금)  조재원 소장, 구

 11월 23일 (금)  오후 6시, 홍대 토

다. 건축 사무소가 기획한, 흔하지 않은 외

승회 소장, 김광수 교수의 작업 공간

즈점에서 제3기 와이드SA 저널리즘워크

인 이태원 커튼홀에서 ‘탁구전/부추

숍 마지막 강의와 수료식이 열리는 날이

전’이라는 이색 모임이 열렸다. 최근

다. 10주차 마지막 강의는 이지선, 유승리

탁구에 몰입한 세 명의 주관 하에 지

(C3) 기자가 맡았다. 각각 본 워크숍의 1,

인들이 모여 탁구 토너먼트를 벌이며

2기 수료생인 그들의 잡지사 신입 기자 1

막걸리와 부추전을 나누었다. 평소

년의 ‘좌충우돌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강

사무실에서 웅크리고 있던 건축인들

의 후 이어진 수료식에서 제3기 정지혜, 심

Wide AR no.31 : 1-2 2013 Report


와이드 AR 31 | Wide Architecture Report 31 | 2013.1-2

전진삼의 FOOTPRINT 10 12월

결과 보고회’가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렸다. 참여한 건축가들과 학교 관 계자들이 함께하는 자리였고, 의미 있

● 박인수 편집 위원

는 결과물들을 선보였다. 관련 내용은

 11월 23일(금)  2013 젊은 건축

전시회를 겸해 볼 수 있었다.(사진 제

가 출판 기념 파티를 겸한 작은 전시

공: 박인수)

회가 서울 삼청동 빔 갤러리에서 열렸 다. 올해도 어김없이 좋은 젊은 건축 이 모처럼 녹슨 몸을 풀어 보았는데,

가들이 선발되었다. 무엇보다 축하하

패자 부활전까지 거치며 선전한 김광

고, 앞으로 건축계에 좋은 발언과 행

수 교수(사진)는 4위에 머문 반면, 프

동을 보여 주길 기대한다.

로 못지않은 솜씨를 뽐낸 연대 이상

 12월 17일 (월) 포드캐스트 ‘디

윤 교수가 아마추어로는 최고인 2위

자인과 이슈-건축가를 부탁해’에 와

를 차지하였다.(사진 제공: 최상기)

이즈건축 장영철 소장과 함께 패널로

 11월 22일 (목)  한국예술종합

참여하였다. 소규모 건축물의 설계와

학교의 크리틱에 참여하는 것은 언제

감리를 분리하는 법안에 대한 토론이

 12월 28 (금)  sa/as 송년파티가

나 신선한 경험이다. 이번 졸업 설계

있었다. 제도권 하에서도 이러한 중

테이크아웃갤러리에서 열렸다. 서울

크리틱도 예외 없이 학생 한 명당 한

요 이슈의 논의가 활발했으면 좋겠

건축학교의 건축가 모임이 서울건축

쪽 벽을 빈틈없이 채우는 엄청난 양

다. 누구는 법 만들고, 누구는 반대하

인회의로 명칭을 변경하고, 향후 사

의 프로덕션에서 감동을 받았다. 이

는 건축계의 폐단이 새해엔 없어졌으

업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100여 명

지은, 이은경, 크리스찬 슈바이처, 신

면 좋겠다.(사진 제공: 박인수)

의 많은 건축가들이 참여하여 성황을

혜원 등 여러 선생님들의 노고가 느

이루었다.

껴졌다. 게스트 크리틱으로 초대받은

 2013년 1월 3일 (목)  2013 새건

정현아 소장과 함께 저녁 식사를 나누

축사협의회의 신년 하례식을 겸한 첫

었다. 비록 디지털과 효율성의 시대

상임위원회의가 협회 사무국에서 열

이지만, A1 켄트지 여러 장에 그려진

렸다. 건축계의 현안과 구체적인 실행

두 학기 동안 고민의 흔적이 주는 감

을 위한 회의였다.

동을 대체하지는 못한다.  12월 8일 (토)  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과 3학년 학기말 과제인 공동

 12월 18일 (화)  서울건축학교와

주택 디자인 크리틱에 이민아 소장,

과천시 의회가 공동 주관한 인터 스

윤웅원 소장과 함께 게스트 크리틱으

튜디오 결과물 전시회(“전원도시 과

로 참여했다. 이번 학기는 강미선 교

천, 지속 가능한 비전을 그리다”)에

수, 이윤희 교수, 이동훈 교수 등 전임

참석하였다. 1기 신도시인 과천의 재

교수들이 전담하여 지도한 학기로,

건축, 재개발 방법에 대해 여러 학교

교육 과정 중 하우징에 부여한 중요

의 다양한 학제 간 연구가 발표되는

성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최근 들어 큰

자리였다. 과천의 성공은 신도시 개

대외적 행사 주최를 통해 상승된 학교

발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

 12월 1일 (토)  오전 10시 30분, 인 천 송도동 바인건축을 방문하여 12월 21 일 개막 예정인 그룹전시 ‘어떤 동네 이야 기’를 기획, 준비하고 있는 황순우 대표와 만났다. 인천 동구 만석동 괭이부리마을을 대상으로 건축가, 사회 운동가, 작가 5인 이 함께 벌이는 가난한 동네의 기록 전시 다. 전시는 인천아트플랫폼 B동 전시장에 서 개최된다.  12월 3일 (월)  저녁 7시, 서울 서교

의 위상과 학생들의 자신감을 읽을 수

대를 모았다.

있어서 좋았다.

 12월 27일 (목)  문체부에서 주 관하는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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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NES코리아 사옥 3층 NES사랑에서 제 5회 NESⓦ건축영화스터디클럽 송년 프 로그램이 강병국(동우건축) 소장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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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삼의 FOOTPRINT 10 PORT2’ 이종우, 이종건의 글 참조)  12월 12일 (수)  낮 3시, 서울 서교동 카페&갤러리 소소를 찾았다. ‘이기최가’ 展이 개막하는 날이다. 저녁 같은 시간의 주관 행사 제74차 땅집사향과 겹쳐 서둘러 방문한 전시장은 공식 초대 시간을 4시간 앞두고 벌써부터 복작대었다. 이미 작품의 판매 예약을 알리는 빨간 스티커가 곳곳에 붙어 있는 ‘진기한’ 풍경. 이관직, 최삼영 소개와 감상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상영

 12월 6일 (목)  오후 2시, 서울 인사동

작은 론프릭 감독의 바라카(BARAKA, 은

KCDF 갤러리 3층 홀과 세미나룸에서 목

총). 대박! 영화 감상을 마친 참석자 전원

천건축아카이브와 현대건축연구회가 공

일치의 평가. 임창복(GS건설, 건축학인

동주최하는 심포지엄 “전환기의 한국 건

증원장), 박유진(시간건축), 김재경(건축

축과 4.3그룹”이 포럼과 동시에 전시(당

사진), 진효숙(건축 사진), 공철, 홍현정

일에 한함)의 형식을 갖추고 진행되었다.

(Kc건축), 김정은(와이드BEAM), 전연재

전시에는 동영상(1992년 인공갤러리 전시

두 작가와 남들 몰래 이른 건배를 하고 자

(dmp), 안명선(SC건설), 차영민(NES코

풍경 및 2011 2012 구술 인터뷰 영상), 4.3

리를 떴다. 전시 개막과 함께 두 사람이 함

리아) 등 고정 게스트와 일반 신청자가 자

그룹전 당시 방명록, 당시 물품 및 기념품

께 지은 책『최삼영, 이관직의 건축화담』(

리를 함께했다.(사진 제공: 김재경)

들, 사진 자료, 서면 조사 자료가 선보였

시공문화사)이 발행되었다.

 12월 5일 (수)  저녁 7시, 서울 인사

고, 전시의 레이아웃은 당시 상황을 재현

 12월 12일(수)  저녁 7시, 서울 신

동 누리레스토랑에서 제5차년도 심원건축

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포럼은

당동 그림건축 안방마루에서 제74차 땅

학술상 운영위원회의가 열렸다. 심원문화

김봉렬(한예종)의 사회로 1부(김현섭, 박

집사향이 열렸다. 건축가 초청강의 <시

사업회가 주최하는 제5회 심원건축학술상

정현, 우동선, 송하엽, 전봉희), 2부(배형

즌3> ‘New Power ARchitect’ 시리즈 24

의 응모율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인 것

민, 이종우, 백진, 최원준)로 나뉘어 ‘시대

번째(최종회) 이야기손님은 노휘(시성

에 대한 내부 논의가 이뤄졌다. 배형민,

와 4.3그룹’ ‘4.3그룹과 언어’가 발제되었

NUDL) 대표. 정림건축 재직 시 이끌었

안창모, 전봉희, 전진삼(이상, 운영위원)

고, 이후 객석에서 함께한 4.3그룹 멤버들

던 팀 NUDL의 연장선상에서 독립 사무

과 이태규(이사장), 신정환(사무장)이 동

과 건축학자, 건축가, 건축 저널리스트들

소를 운영하게 된 그는 ‘상상공작(Make

석했다.

과의 종합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공식 행

the imagination real)’을 주제로 그가 쌓

 12월 6일 (목)  정오, 서울역 KTX 대

사 후 인근 음식점에서 관계자들이 함께

아 온 건축 디자인의 경험을 소상하게 전

합실에서 김정동(목원대) 본지 운영 고문

한 뒤풀이가 이어졌다.(본문 ‘와이드 RE-

달하였다. 이후의 행보가 특히 기다려지는

을 마중했다. 회의 참석차 대전에서 올라 온 김 고문과 인사동으로 자리를 옮겨 점 심 식사를 나누며 건축 잡지의 부침과 현 재 건축의 상황 등에 대하여 의견을 교환 했다. 한국건축역사학회 2012년도 추계학 술발표대회에서 발제한 ‘김수근 건축, 25 년 재고’(김정동) 논문을 중심으로 최근 여러 매체에 등장하고 있는 김수근과 그의 건축에 대한 비판적 언설의 경향성과 무대 응, 무반응의 건축계 분위기에 대하여 갑 갑함을 토로했다.

Wide AR no.31 : 1-2 2013 Report


와이드 AR 31 | Wide Architecture Report 31 | 2013.1-2

전진삼의 FOOTPRINT 10 건축가. 이종건, 임근배, 박창현 등 비평가

성호, 이하 동우회) 송년 모임이 열렸다.

와 건축가가 동참했다.(본문 ‘New Power

본지가 주최하고 동우회가 후원하는 ‘와이

ARchitect’ 노휘의 글 참조)

드AR 건축비평상’의 상금모금 방안을 논

 12월 13일(목)  오후 2시, 서울 강

의하고, 건축 바깥의 사안들에 대하여 훈

남 삼성동 디자인캠프문박(dmp)건축의 5

훈한 얘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이일훈, 이

층 디엠피 오픈 월 앞에서 두 번째 원피스

공희(국민대), 함성호, 김종헌(배재대),

(One Piece)展이 개막되었다. 작가는 전

김영철, 전진삼이 참석했고, 심영섭(호서

연재(dmp건축 팀장), 공식 초대 손님은

대), 이한종(2105건축), 이선희(SD디자

박승홍(dmp건축 사장, 본지 편집 고문).

인), 조인철(원광디지털대), 신동훈(인중

전 팀장은 ‘dmp open wall exhibition’(

헌건축) 등은 연말 약속 건으로 불참을 통

이것은 dmp건축의 독특한 기업 문화 프

보해 왔다.

로그램 중의 하나다)의 선정 작가로 <the

 12월 20일 (목)  오전 10시 30분. 인

SCAPE>을 2012년 11월 19일 개막하고

천 구월동 상지건축을 방문했다. 인천건축

세 번의 전시 갈아타기(01_BodyScape,

사회 부회장과 인천건축문화제 조직 위원

02_FaceScape, 03_HouseScape) 끝에 12

장을 역임하고, 현재 인천아시안게임 주경 기장, 남동경기장 등 다수의 대형 프로젝

을 수행해야 했다. 각자의 성격에 맞는 ‘

트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한병익 대표와

큐-액션’을 보여 준 신나는 자리였다.

만나 환담했다.

 12월 29일 (토)  오전 11시, 인천아트

 12월 26일 (수)  오후 4시, 본지 편집

플랫폼 B동 전시장을 찾았다. 황순우(바

실에 국내외 건축 디자인 잡지에 건축 저

인건축, 본지 발행 위원, 사진), 정상희(큐

널리스트로 맹활약 중인 임진영 기자가 방

레이터)가 공동기획하고 신태수, 유동훈,

문했다. 1월 19일 경동교회에서 결혼한다

김봄, 김혜지, 황순우가 참여했다. 재개발

는 소식을 전했다. 뒤늦게 도착한 그녀의

몸살을 앓고 있는 인천 동구 괭이부리마을

남자, 염상훈(건축가)과 함께 ‘찾아가는

을 소재로 한 동네, 사람, 풍경에 관한 다섯

월 12일(수) 막을 내렸다. 두 번째 원피

결혼기념 사진’을 찍는 깜짝 이벤트에 정

가지의 예술적 시선을 보여 주는 전시다.

스展은 그녀의 개인전 성료를 축하하며, 그

귀원 편집장과 함께 출연했다.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자 지난 12월 3

 12월 26일 (수)  저녁 6시, 서울 현저

일(월)에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돌발적으

동 영천시장 입구에 위치한 우리식당에서

로’ 기획되었다. “누군가 작가의 작업을 소

2012년 시공문화사(대표 김기현)가 주최

중히 받아줄 이가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하는 ‘spacetime 저자클럽’ 송년 모임이 열

따뜻한 마음의 통로로서 작품 또한 새로이

렸다. 이종건(경기대), 장정제(숙명여대),

탄생하는 기쁨을 나눌 수 있을 터이니”. 그

강소연(경기도 디자인총괄추진단) 등 저

렇게 시작된 전시다. 전시 작품은 시칠리

자와 전성은(SAN), 국현아(국디자인) 씨

아섬의 소도시 ‘Siracusa’(작품명)에서 찍

가 옵저버(예비 저자)로 초대되었다.

 12월 31일 (월)  오후 3시, 서울 서래

은 지중해 바다. 바다 도시에서 태어난 작

 12월 27일 (목)  저녁 7시, 서울 청담

마을 입구 커피점에서 최동규(서인건축,

가는 ‘행복의 충격’으로 다가왔던 지중해

동 최춘웅(고려대, 본지 편집 위원)의 작

본지 운영 고문) 대표와 마주 앉았다. 건

의 바다를, 그 끝없이 드넓은 망망대해를

업실 CCA에서 본지 편집 위원 쫑파티가

축가들의 설계비 산정 방식에 대한 무지

자유로이 항해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선배

열렸다. 최상기, 박인수, 김영철, 정귀원,

를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그간 적어 온

건축가 박승홍에게 ‘One Piece’를 건넨다

김정은, 진효숙이 참석했다. 이 날의 빅이

원고를 보여 주었다. 올 상반기 중 건축가

는 깊은 의미를 담았다.

벤트는 어제의 용사들, 임진영과 염상훈의

를 대상으로 한 ‘와이드ACADEMY’ 특강

 12월 14일 (금)  저녁 6시, 홍대 앞

재등장. 모든 참석자들은 예외 없이 예비

을 통해 저간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방식에

주점 보난자에서 건축평론동우회(회장 함

신혼부부의 결혼기념 사진의 ‘용역’(사진)

대해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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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31 | Wide Architecture Report 31 | 2013.1-2

전진삼의 FOOTPRINT 10 2013년 1월  1월 2일 (수)  낮, 제3회 와이드AR 건 축비평상 당선작을 공식 발표했다. 김영철 (본지 편집 위원, 건축평론동우회 동인) 이 단독 심사한 결과 박정현(도서출판 마 티 편집장)의 ‘서울시청사: 유리벽에 마주 서다’(주평론), ‘비평의 언어: '비평의 죽

대) 도코모모 재팬의 회원은 “일본의 근대 건축 보존 운동과 도코모모 재 팬의 역할”, 조성룡(성균관대) 교수 는 “한국 근대 건축의 진화: 선유도공 원에서 꿈마루까지”, 김종헌(배재대) 교수는 “서양 근대 건축의 발전에 있 어서 동아시아 전통 건축의 영향”을 주제로 발표하였다. ⓦ

음' 이후의 글쓰기’(단평론 - 1), ‘시장과 욕망의 변증법: 코엑스와 라페스타’(단평 론 - 2)가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시상식 은 1월 하순 2월 초순에 개최 예정이다.( 본문 ‘와이드 REPORT1’ 박정현, 김영철 의 글 참조)

● 김영철 편집 위원  12월 16일 (일)  동숭동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창무사상 체계 에 관한 대토론회(사진)가 열렸다. 창 무추진위원회가 김매자 교수의 창무 세계를 하나의 사상적 체계로 정립하 고자 하는 행사였고, 임학선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일본의 와타나베 (모리아키 교토조형예술대학교 무대 예술연구센터) 소장, 중국의 장동(중 국예술원 무용연구소) 부소장이 주제 발표를 했고, 그 동안의 워크숍에 관 한 소개 및 창무이즘을 김원식 박사 가 발표하였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 관의 축사에 이어 창무 “봄날은 간다” 의 공연이 이루어졌다.(사진 제공: 김 영철)  12월 21일 (금)  도코모모 코리 아와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서 주최 한 2012 도코모모 코리아 한중일 국 제 세미나에 참석하였다. 이주연 부 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세미나에서 리 우 케쳉 (시안건축기술대) 도코모모 차이나 회장은 “중국의 사회 변화와 근대 건축”을, 겐지 와타나베(도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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