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 AR vol 41,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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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원문화사업회 7차년도(2014~2015)

공모 요강

제7 회 심원건축학술상

SIMWON Architectural Award for Academic Researchers

■ 공모 요강

2- 응모자의 이력서(연락 가능한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반드시 명기할 것) 1부

Ⓢ 수상작 : 1편 1) 부상 1-1 미발표작이 수상할 경우

[심사위원회(이하, 위원회)는 모든 응모작의 저작권 보호를 준수

상패 및 상금(고료) 1천만 원과 단행본 출간 지원

할 것이며, 응모작을 읽고 알게 된 사실에 대하여 표절, 인용 및 아

1-2 발표작이 수상할 경우

이디어 도용 등을 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함. 제출된 자료는 반환

상패(저자), 인증서(출판사 대표) 및 상금 1천만 원(저자)과

하지 않음]

3백만 원에 상당하는 도서 매입(출판사) 그리고 수상 도서 에 부착할 수상작 인증 라벨 지원

Ⓢ 제출처 서울특별시 마포구 양화로 175, 909호

Ⓢ 응모 자격

(동교동, 마젤란21오피스텔)

내외국인 제한 없음, 단 1인 단독의 연구자 및 저자(출판사

간향 미디어랩 & 커뮤니티(121-816)

대표 포함)에 한함

(겉봉에 ‘제7회 심원건축학술상 응모작’이라고 명기 바람)

Ⓢ 응모 분야

Ⓢ 응모작 접수

건축역사, 건축이론, 건축미학, 건축비평 등 건축인문학 분

접수 마감:

야에 한함

2014년 11월 15일(우편 소인 분까지, 기간 내 수시 모집)

(단, 외국국적 보유자인 경우 ‘한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물’에 한함)

Ⓢ 추천작 발표 추천작 발표:

Ⓢ 사용 언어

2015년 2월 중(《와이드AR》 카페 및 개별 통지)

한국어 Ⓢ 수상작 선정

Ⓢ 응모작 제출 서류

예비 심사를 통과한 추천작에 대하여 공개 포럼을 포함한 소정의 본선 심사를 진행하며, 그 중 매년 1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하여 시

[미발표작의 경우]

상함.

성된 연구물(책 1권을 꾸밀 수 있는 원고분량으로 응모자 자유 1) 완 로 설정)의 사본(A4 크기 프린트 물로 흑백/칼라 모두 가능)을 제

Ⓢ 수상작 발표

본된 상태로 5부 제출.

2015년 5월 중

2) 별도 첨부 자료(A4 크기 용지 사용)

1- 응모작의 요약 내용이 포함된 출판기획서(자유 양식으로 2매 이내 분량) 1부

(《와이드AR》 2015년 5/6월호 지면 및 인터넷 카페에 공지)

2- 응모자의 이력서(연락 가능한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반드시

Ⓢ 시상식 별도 공지 예정

명기할 것) 1부 Ⓢ 미발표작의 출판 일정 [발표작의 경우]

수상작 발표일로부터 1년 이내

1) 초판 1쇄 발행일 기준 최근 2년(2013∼2014년) 사이에 국내에서 출간된 도서여야 함. 제출 수량 5부(공모기간 중 출판사와 계약을 통해 단행본 출간 작업 중에 있는 연구물의 경우, ‘미발표작’의 제 출서류와 동일하게 제출하면 됨) 2) 별도 첨부 자료(A4 크기 용지 사용) 1-응모작의 소개서(자유 양식으로 2매 이내 분량) 1부

주최

심원문화사업회

심사위원회

김종헌, 박진호, 우동선, 함성호

기획 및 주관 《와이드AR》·간향 미디어랩 & 커뮤니티 후원

(주)엠에스오토텍

문의

070-7715-1960


41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WIDE ArchitectuReReport

2014.09-10 포커스

FOCUS

공동주택 4제

도시와 대화하고 이웃끼리 소통하는 집 62 도시에 말 걸기 <상계동 주거복합 프로젝트> 김성우+김상목 72 공용 공간을 내 집처럼 <조은사랑채> 박창현 82 15형의 유니트와 통로길

이슈

ISSUE

23 와이드 COLUMN 지난 십 년 동안 | 임형남 26 이종건의 COMPASS 38 죽은 지식의 건축사회 30 전진삼의 PARA-DOXA 10 배우(俳優)가 되려는 건축전문가

<신정동 도시마을주택> 박인수 92 도시 공동체를 위한 공적 영역의 집합 시너지 <가양동 협동조합형 공공주택> 이은경


CONTENTS

그림字 03

오마주 투 파파 지난 여름 가톨릭의 교종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나라를 방문하였다. 교황은 즉위 때부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찾아 함께 아파하고 상처 를 어루만져 주는 행보를 이어가 전 세계가 이를 반겼다. 때마침 우리 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면에서 나아갈 방향을 잃고, 여러 가지 사건들로 아픈 마음을 치유해 나갈 동기가 필요했다. 4박 5일의 짧은 기간에 교황은 종교적인 관점을 제쳐놓고 보더라도 우리 이 시대에 필 요한 많은 말을 남기고 갔다. 그중 내 마음을 두드린 말이다.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 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 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빕니다.”

작업

WORK

아! 그렇지! 물질적인 가치 체계 말고 또 다른 가치 기준도 있지! 모든 것이 물질적인 가치로만 평가되는, 그래서 물질적인 이득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지금 우리 사회를 질타하는 말이었다. 도

신형철의 <생명의 빛 예배당> 36 이성을 설복시킨 스펙터클 | 이종건

덕적으로 부당해도 이득만 많으면 면책되고, 극단의 이득을 위해서는 남을 짓밟고, 동료들끼리도 경쟁을 시켜 서로 싸우게 하는 우리 사회 에 교황은 다른 가치도 있다는 것을 깨우쳐 주고 싶었나 보다. 굳이 멀 리 볼 것 없이 우리 건축계는 어떤지, 그 안에 있는 나는 어떤지 되짚 어 봐야겠다 싶었다. 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수주한 일 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가치를 둔 곳은 어디였나? 그저 돈벌이였나, 건 강한 환경을 만드는 데에의 동참이었나를 생각해봐야겠다. 일을 따기

37

위해서 경쟁자를 따돌리려고 반칙의 지름길을 택하지는 않았는지, 일

생명의 힘과 빛을 찾다 | 박민철

을 수행하면서 부당한 이득을 위해 적당히 타협하지는 않았는지를 되 짚어 봄에 부끄러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42 말씀이 육신이 되어 거하는 건축 | 황인 47 인터뷰 | 교회 건축의 영성-빛과 상징

문화를 일으키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가라앉히기 위해 나부터 변화해 야겠다. 글/임근배(간향클럽 대표고문, 그림건축 대표) Hommage au Pape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4 Strong Architect 03 104 김인철 | 空間 그리고 共間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4 Power & Young Architect 03 114 박진택 | 영화적 건축

3





(주)제효에서 지은 집 건축가 상상 속의 건물을 구현하다 | www.jehyo.com Boutique Hotel M | Studio ZT_김동원 | 사진 남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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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희망이 있는 건, 우리에게는 우리의 건축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좋은 건축가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이 다. 기자가 시간의 횟수를 더하다 보면 좋은 건축가를 만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 인지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그들은 숨은 듯 그렇게 조용히 자신의 자리에 존재해 있다. 어지럽고 바쁜 도시의 일상을 부유하듯 다다른 토요일 늦은 오후, 좋은 건축가 한 사람을 만난 기쁨을 같이 하고 싶다. - 본문 중에서 후원 운생동건축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문의 정예씨(JEONGYE publishing Company) 전화 070.4067.8952 팩스 02.6499.3373 이메일 book.jeongy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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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9. 21. 오후 11:53


건축 없는 국가 이종건 비평집

이종건의 말·말·말 1장. 건축과 국가, 그리고 존재 여기서 내가 요청하는 것은, 우리 삶 속에 타자를 적극 불러들이는 것이다. 한 국적인 것에 대한 논의의 가능성은 그 때 비로소 희미하나마 새벽빛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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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건축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건축 사회는 오랫동안 아키텍처의 세계를 접했고, 그래서 비스듬하게 그 언어를 체득하고 구사해왔다. 그런데 우리 건축 사회가 알고 구사하고 있다고 믿는 그 언어는, 토마스 한의 표현을 빌리자면 “변이/훼손”된 언어다. 3장. 건축 없는 국가 김효만의 건축은 극히 비현실적인 공간을 상상하도록 하는 공간, 혹은 그러한 공간적 감성마저 현실적인 토대에서 구축된다. 이것이야말로 서구 자본주의에 점령된 우리 사회에서 작업하는 우리가 따르고 지켜야 할 귀중한 덕목이 아닌

우리 건축 사회에 속한 이들은 누구나 알고 느끼듯,

가 싶다.

우리 건축의 문제는 늘 비평의 부재다. 비평 작업은

4장. 국가 없는 건축

그리고 비평가로 사는 것은 고달프고 외로울 뿐이다.

조민석은 문화 전쟁에서 벗어나 있다기보다 다른 형식의 문화 전쟁을 치르고

그런데 말이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의 세상이

있다고 말하는 게 옳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에서 배제된 모종의 무엇에 목

건축비평을 원하거나 필요로 하지 않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소리를 부여함으로써 기존의 방식으로 분할된 감각 혹은 감성을 재분배시키기 를 요구하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말이다.

더 이상 ‘비판성criticality’이 작동할 수 없는 사회가 아닌지 모르겠다. 비평의 공급이 아니라 비평의 수요를

경기대학교 교수. 저서로 『건축의 존재와 의미』, 『 해체주의 건축의 해체』, 『해방의 건축』, 『중심이탈의 나르시시즘』,

이종건 비평집

히 요구되는 곳에서마저, 비평이 늘 요청/초대받지 못했다.

저자 이종건

를 말하는 것이다. 건축에 대한, 오늘날의 건축에 대한, 오늘

비평이 늘 요청/초대받지 못했다.

건 아닌지 모르겠다. 더 이상 ‘비판성criticality’이 작동할 수 없는 사회가 아닌지 모르겠다. 비평의 공급이 아니라 비평의 수요

인식과 지식이 분명히 요구되는 곳에서마저,

것은 고달프고 외로울 뿐이다. 그런데 말이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의 세상이 건축비평을 원하거나 필요로 하지 않는

오늘날 우리 건축에 대한 좀 더 나은 안목과

우리 건축 사회에 속한 이들은 누구나 알고 느끼듯, 우리 건축의 문제는 늘 비평의 부재다. 비평 작업은 그리고 비평가로 사는

말하는 것이다. 건축에 대한, 오늘날의 건축에 대한,

날 우리 건축에 대한 좀 더 나은 안목과 인식과 지식이 분명

건축 없는 국가

1. 오후 11:53

간향 미디어랩 & 커뮤니티 <건축비평 총서> 제1탄

『텅 빈 충만』 등이 있고, 역서로 『기능과 형태』, 『추상과 감통』, 『차이들: 현대 건축의 지형들』, 『건축 텍토닉과 기술 니힐리즘』, 『건축과 철학: 건축과 탈식민주의 비판이론, 바바』 등이 있고, 작품으로 한국건축가협회 초대작가 전에 출품한 <삼가>가 있다.

간향 미디어랩 & 커뮤니티


제5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 공모 본지는 2010년 이래 꾸밈건축평론상과 공간건축평론신인상 수상자들의 모임인 건축평론동우회와 손잡고 《와이드AR 건축비평상》을 제정하여 신진 비평가의 발굴을 모색해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 건축평단의 재구축은 물론 건축과 사회와 여타 장르를 연결하는 통로로서 건축비평의 가치를 공유하는 젊은 시각의 출현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역량 있는 새 얼굴들의 많은 관심과 응모를 바랍니다.

주최

간향 미디어랩 & 커뮤니티

[당선작 발표]

주관

와이드AR

2015년 1월 중 개별통보 및

후원

건축평론동우회

《와이드AR》 2015년 1/2월호 지면 및 2015년 1월 초 네이버카페

공모요강

《와이드AR》 게시판에 발표

[시상내역] 당선작 1인

[심사위원]

기타(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당선작 외에도 가작을

수상작 발표와 함께 공지 예정

선정할 수 있음) [시상식] [수상작 예우]

2015년 3월(예정)

당선작 상장과 고료(100만원) 및 부상 가작

상장과 부상

공통사항

[응모작 접수처] widear@naver.com

1) 《와이드AR》 필자로 우대하여, 집필 기회 제공 2) ‘건축평론동우회’의 회원 자격 부여

[기타 문의] 대표전화: 070-7715-1960

[응모편수] 다음의 ‘주평론’과 ‘단평론’을 동시에 제출하여야 함.

[응모요령]

주평론과 단평론의 내용은 아래 ‘응모요령’을 반드시

1. 모든 응모작은 응모자 개인의 순수 창작물이어야

확인하고 제출바람

함. 기존 인쇄매체(잡지, 단행본 기타)에 발표된 원

1) 주평론 1편(200자 원고지 50매 이상~70매 사이 분

고도 응모 가능함.(단, 본 건축비평상의 취지에 맞

량으로, A4용지 출력 시 참고도판 등 이미지 포함하여 7매~10매 사이 분량) 2) 단평론 2편(상기 기준 적용한 20매 내외 분량으로, A4용지 출력 시 3매 분량)

게 조정하여 응모 바람) 2. ‘주평론’의 내용은 작품론, 작가론을 위주로 다루어 야함 3. ‘단평론’의 내용은 건축과 도시의 전 영역에서 일어 나는 시의성 있는 문화현상을 다루어야 함

[응모자격] 내외국인, 학력, 성별, 연령 등 제한 없음

4. 응모 시 이메일 제목 란에 “제5회 와이드AR 건축 비평상 응모작”임을 표기할 것 5. 원고는 파일로 첨부하길 바라며 원고 말미에 성명,

[사용언어]

주소, 전화번호를 적을 것

1) 한글 사용 원칙

6. 원고 본문의 폰트 크기는 10폰트 사용 권장

2) 내용 중 개념 혼동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괄호( )

7. 이메일 접수만 받음

안에 한자 혹은 원어를 표기하기 바람

8. 응모작의 접수여부는 네이버카페 <와이드AR> 게 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음

[응모마감일] 2014년 11월 30일(일) 자정(기한 내 수시 접수)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올해로 9년차를 맞이한 땅집사향은 향후 2년여에 걸쳐

(약칭, 땅집사향)

지고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4’>로 그분들이 관심하는

홀수 달은 선배 건축가들이 ‘Strong Architect’의 이름으로 초대되며 짝수 달은 후배 건축가들이 ‘‘Power & Young Architect’의 이름으로 초대됩니다.

우리 건축의 선후배 건축가들을 가로지르는 기획을 가 건축의 주제를 듣고 묻는 시간으로 꾸립니다.

[땅집사향_소개의 글] 땅집사향은 2006년 10월 이래 매월 한차례, 세 번째 주 수요일 저녁에 개최되어 왔습니다.

9월(제93차)과 10월(제94차)의 이야기손님과 주제의 방향

> 1차년도(2006~2007)

12회에 걸쳐 국내의 건축책의 저자들을,

> 2차년도(2007~2008) 6회에 걸쳐 국내의 건축, 디자인, 미술 전문지 편집장 및 일간지 문 화부 데스크들을, > 3차년도(2008~2009) 20회에 걸쳐 30대 중반~40대 초반에 걸친, 국내의 젊은 건축가들 을 초청하여, 그들의 건축세계를 이해하는 시간 <나의 건축, 나의 세 계>로 갖은 바 있습니다. > 4차년도(2010)

12회에 걸쳐, 3차년도의 연장선상에서

40대~50대의 중견건축가들을 초대하여

‘시즌 2: POwer ARchitect_내 건축의 주제’를 기획한 바 있습니다.

> 5차년도(2011~2012)

2014년 9월 제 93 차 Strong Architect 04

24회에 걸쳐 <건축가 초청강의 ‘시즌 3’>로 기획하여

이야기손님 이성관(한울건축 대표 건축가)

차세대 건축을 리드할 젊은 건축가들을 초대,

일시

9월 17일(수) 7:30pm

장소

그림건축 안방마루

주제

상황 속에 열린 생각

그들이 현재 관심하고 있는 건축의 주제와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듣고 물었습니다. > 6차년도(2013~2014) 전반기 6회에 걸쳐 ‘건축기획’에 초점을 맞춘 6회의 강좌를 진행하여 이 분야의 연구자, 활동가, 행정가의 현장 이야기를 들었 습니다. 후반기 6회에 걸쳐 <건축사진가열전>(시즌1)로 국내의 내로라하는 건축사진가를 초청하여

‘이미지 건축의 거처’ 주제로 건축 사진의 세계를 접했습니다.

[행사 당일 시간표]

7:30pm-9:30pm 발표 및 질의응답

9:30pm-10:30pm 뒷풀이

[참가 신청방법]

사전 예약제(네이버 카페 <와이드AR> 게시글에 신청)

2014년 10월 제 94 차 Power & Young Architect 04 이야기손님 김형종, 우대성, 조성기

[참가비]

(오퍼스건축 공동대표)

5천원(현장 접수, 사전 예약자에 한함.

일시

10월 15일(수) 7:30pm

*사전 예약 없이 현장에서 등록할 경우: 1만원)

장소

그림건축 안방마루

주제

건축가 오퍼스의 ‘어울림’

|주관: 격월간 건축리포트<와이드>(약칭, 와이드AR) |주최: 그림건축, 간향 미디어랩 & 커뮤니티 |문의: 02-2231-3370, 02-2235-1960

*<땅집사향>의 지난 기록과 행사참여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카페 (카페명: 와이드AR, 카페주소: http://cafe.naver.com/aqlab)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NES Ⓦ 건축영화스터디클럽

NESⓌ건축영화스터디클럽 <시즌3>, 10월 16차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참가를 원하시는 분은 아래 일정을 꼭 확인 바랍니다.

주최 간향 미디어랩 & 커뮤니티

◇ 장소: 장소: 서울 마포구 동교동 157-1(KT사옥 5층)

주관 와이드AR

후원 NES코리아(주)

◆ 14th: 6월 3일(화) 7:00pm 상영작: 오브젝티파이드(Objectified)

토즈홍대점 1번 방

◇ 강사: 강병국(본지 자문위원, WIDE건축 대표)

게리 허스트윗 감독, 2009

◇ 참석대상: 고정 게스트 20인 및 본지 독자와 후원회원 중

개관: 일상의 디자인에 관한 영화

사전 예약자 포함 총 30인 이내로 제한함

◆ 15th: 8월 12일(화) 7:30pm 상영작: 비주얼 어쿠스틱스(Visual Acoustics)

● 사전 예약 방법: 네이버카페 <와이드AR> 게시판에 각

에릭 브릭커, 2008

차수별 프로그램 예고 후 선착순 예약접수

개관: 세계적인 건축 사진작가 줄리어스 슐먼에 관한

(참가비: 5천원, 현장접수)

다큐멘터리

◇ 주요 프로그램

(*본 프로그램은 주최 측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음)

◆ 16th: 10월 7일(화) 7:30pm 상영작: 푸르이트 아이고(Pruit-Igoe)

◆ 12th: 2월 10일(월) 7:00pm

차드 프리드리히 감독, 2011 개관: 근대건축의 종지부를 찍는 역사적 사건을 다룬

상영작: 마천루(Fountainhead) 킹 비더 감독, 1949

건축 다큐멘터리

개관: 건축영화의 영원한 고전!!

◆ 17th: 12월 2일(화) 7:00pm ◆ 13th: 4월 7일(월) 7:00pm

상영작: 홀리루드 파일(The Holyrood File)

상영작: 레이크 하우스(Lake House)

스튜어트 그릭 감독, 2005

알레한드로 아그레스티 감독, 2006

개관: 스페인 건축가 Enric Miralles의 작품 스코틀랜드

개관: 전형적인 헐리웃 건축가 영화

의사당 건축에 얽힌 정치적 마찰과 스캔들을 다룬 영화


에디토리얼

아름다운 작업들 아름다움의 추구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에서 나온

현, 박인수, 이은경)의 작업까지, 이로써 각자의 지적 역

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보편적이면서도 절대

량에 기초한 아름다움이 지면 위에 펼쳐졌다.

적인 미의 존재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 장자

이중 재불 건축가 신형철의 국내 첫 작품인 <생명의 빛

는 당시 사람들이 인정한 최고의 미인 여희를 두고 “인간

예배당>은 기증받은 러시아 홍송을 치밀하게 엮어내어

에게는 미인으로 보이는 것이라 해도 물고기와 새에게는

탄생시킨 영성의 공간이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원형

단지 두려운 존재일 뿐”이라고 했다. 또 움베르토 에코는

의 예배당으로 충만한 빛과 의미있는 상징들이 방문객의

<미의 역사>에서 아름다움이란 절대 완전하고 변경 불가

신심을 한층 끌어올리며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 예배

능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시기와 장소에 따라 다양한

당을 함께 답사한 이종건 교수는 “이성을 설복시킨 스펙

모습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터클” 이란 표현으로 건축 감상평을 남겼다. 그런데, 우리

한편 고대 그리스의 미학은 애초에 미(美)와 선(善)을 를

는 건축이 보는 이의 이성을 설복시키는 데 그만한 노력

동일하게 보는 시각이 주류였다. 가장 정확한 것이 가장

과 희생이 따른다는 것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안다. 실제

아름답다, 한계를 지켜라, 오만함을 증오하라, 등 델피 신

로 건축가 신형철은 엄청난 학습과 “소의 되새김질” 같은

전 벽에 새겨진 네 개의 금언에 따라 그리스인의 미에 대

숙고의 시간을 가졌음을, 수천 장의 도면을 그리며 6년의

한 이상이 세워졌다. 플라톤의 <향연>은 부재가 ‘선에 관

시간을 공들였음을 고백했다.

하여’지만 미를 다루고 있다. 특히 그는 미의 가치를 다

또 다른 작업들인 공동주택 4제는 주어진 여건이나 상황

섯 가지로 분류하였는데 적합성으로서의 미, 실용성으로

은 다르지만 도시 내 공동 주거로서 도시와 소통하거나,

서의 미, 눈과 귀에 즐거움을 주는 것으로서의 미, 그리고

세대 간 단절을 지양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만족할 만한 유용성으로서의 미였다. 즉 사물이 아름다우

부분적으로 닮은 작품들이다. 특히 기존 단지형 아파트가

려면 목적을 위해 실용적이거나 바라보기에 즐거운 것이

가지는 폐해와, 열악한 도시 주거 환경 속에 살아가는 도

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물이 목적하는 바에 따라 적합하

시 서민들의 무미건조한 삶을 통찰력 있게 진단하고 앞

게 쓰일 때 아름답다는 주장은 소크라테스도 마찬가지다.

으로 우리 주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심스럽게 제시

특히 소크라테스는 아름다움은 지식이란 명제를 남겼다.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지식이 없는 의견은 맹목일 뿐이네. 눈먼 장님이 길을 걸

2017년까지 8만 채의 공공 임대주택 공급, 가용할 택지

어가는 것과 같은 뜻이지. 자네는 굳이 눈먼 내게서 아름

가 부족한 상태에서 자투리 시유지 땅을 복합개발한 장

다움이나 빛에 대해 들으려는가?”

기전세주택이나 행복주택 공급, 대규모 전면철거 위주의 정비방식을 지양하고 기존 도시구조를 유지하는 방식의

이번 호 와이드AR은, 전문가 3인의 문제 제기를 제외하

도입으로 늙어가고 있는 강북의 수많은 단독주택과 다세

면 대략 건축가 7인의 작업을 소개하는 페이지로 꾸려졌

대/다가구들, 그들의 미래에 대한 해법 등 복잡하게 산재

다.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땅의 논리를 새로운 관점

한 과제가 눈앞에 놓여진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작지만

에서 다루려는 김인철의 작업을 비롯하여, 설명될 수 없

야무진 대안을 펼쳐 내보이는 이 건축가들의 작업이 더

는 건축의 특성과 인간의 감성적 측면/삶의 내적 측면을

욱 값지고 아름답다.

소통 가능하게 하는 박진택의 영화적 건축, 손이 만들어

글 | 정귀원

내는 진정한 스펙터클로 그동안 우리 건축에서 잊혀졌던 건축의 경이로움을 다시 일깨워준 신형철의 예배당, 도시 환경은 물론 세대 간 단절을 심화시킨 공동 주거에 대한 비판적 의식으로 이웃과 소통하고 도시와 대화하는 ‘함께 사는 집’을 제안한 소장파 건축가들(김성우+김상목, 박창


와이드 COLUMN

지난 십 년 동안 임형남 간향클럽, 가온건축 대표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지만, 지금은 일 년도 안 되는 시간에 강산뿐 아니라 사

Issue

람까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십 년이란 시간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나이 를 열 살 더 먹는 시간이며, 정권이 두 번 바뀌고, 새로운 대통령 세 명이 우리 앞으로 지나가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럭비공 튀듯 요란하고 복잡하게 튀어 대는 여

ISSUE

러 가지 사회적 변화의 파도에 휩쓸려 다니는 시간이다.

지난 십 년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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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건의 COMPASS 38

죽은 지식의 건축사회

30 전진삼의 PARA-DOXA 10

정보와 자본이 만드는 기우뚱한 균형 지난 십 년 동안 아주 빠른 속도로 정보화가 이루어지고, 스마트폰이라는 극단적인 기 기를 통해 삶의 형식도 많이 바뀌었다. 누구나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물 리적인 거리로 생기는 지역적 편차가 많이 해소되었다. 외견상으로 사회가 바야흐로 정보에 대해 평등해지고, 더불어 이상적인 민주사회로 가는 길에 들어선 듯 보인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정보와 자본이 한 곳으로 모이는 과점 현상이 극심하게 나타 났다. 조금 더 냉정하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우리를 정보의 세계로 들어가게 해 주는 단말기는 마치 불편한 현실을 깨닫지 못하도록 계속 들여다보게 만드는 만 화경 같은 요물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그런 면에서 21세기에 접어들기 직전 개봉되었던 영화 <매트릭스>는 무척 상징적이었지만 가장 정확한 미래에 대한 통찰 이었다.온라인 구매 등 유통수단을 개선하여 신속하게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판매하고 편리 한 부대시설로 사람들의 소비를 주도하는 대형 매장들과 온라인 매장들로 인해, 동 네의 상권이 거의 다 무너지고 결국 동네라는 것 자체도 이제 좀 어정쩡한 개념이 되 어 버렸다. 이것을 한때 우리는 앞선 소비 형태이고 미래 지향적인 경제 패턴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희미하게 사라지고 있는 존재는 동네 슈퍼나 책방뿐이 아니고, 그걸 보고 있는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신자유주의의 폐해 우리의 건축도 이런 현실에서 한 치도 비껴나지 못하고 같은 상황을 겪고 있다. 내가 학교를 졸업하고 설계사무소에 들어가던 무렵인 80년대 후반엔 건축계가 호황 이었다. 물론 그것이 질적인 성장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그때의 활기는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잔치의 대가였는지 90년대 중반 이후 갑자기 불어닥친 IMF 사태 로 인해 건축계는 무척 어려워졌고 많은 변화도 이루어졌다. 정보화 시대로 거대한 패러다임이 옮겨가면서 설계사무소에서도 제도판을 놓고 전지 크기의 트레이싱지를 깔고 연필로 도면을 그리던 것을 컴퓨터로 그리며 여러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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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와이드 COLUMN | 임형남

배우(俳優)가 되려는 건축전문가


Wide Issue | 와이드 이슈

나누어서 진행하던 많은 기능이 컴퓨터로 수렴되던 시절이었다. 무언가 큰 변화가 일 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 구체적인 형태에 대해서는 억측만 구구했고, 여전히 설계사무실들은 크고 작은 설계를 적당히 배분해서 공존하고 있었다. 그런데 세기가 바뀌며 탄생한 참여정부는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며 “모든 권력은 시장 으로 넘어갔다”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마치 출 발을 알리는 총소리를 들은 달리기 선수들처럼 눈치 빠른 기업들이 뛰어나가기 시작 했고, 커다란 지각변동이 시작되었다. 모든 경제적인 생태계가 요동쳤고, 시장이라는 구체적이지만 또한 무척 추상적인 단 어가 점령군처럼 모든 경제의 말단부터 훑어나가기 시작했다. 신자유주의 경제에서 의 시장이라는 것이 결국 약육강식의 정글이라는 것은 경험해 보고 나서 잘 알게 되 었다. 그것은 마치 양과 사슴과 토끼 등의 초식동물과 사자, 호랑이, 늑대 등의 포악 하고 엄청난 식성을 가진 맹수를 한 우리에 집어넣는 것처럼 무책임한 일이었다. 절대적 우위에 선 맹수들, 즉 대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너무나도 아이러니하게 참여정부의 정치적 기반이자 중요한 축 중 하나였던 중소기업들이 ‘시장의 질서’에 의해 상상 이상의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건축시장의 기형화와 요상한 발주 방식 건축계도 그에 따라 요동쳤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부동산 가격을 잡는다는 명목으 로 비장하게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 그때마다 공교롭게도 부동산은 ‘잭의 콩나무’ 없곤 했던 것이다. 예를 들어 200m2가 넘는 건물에 부과된 ‘기반시설부담금’ 제도는, 필요 이상의 개발 수요가 억제되어 그로 인해 벌어지는 개발의 난맥상이 해결될 것 이라는 기대로 출발했을 것이다. 그러나 작은 개발에 대한 개인의 이익이 기반시설 부담금으로 치환되어 나라의 금고로 들어가게 되자, 건축설계 시장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던 ‘동네 일’들, 즉 민간 발주의 주택이나 근생 등의 일들이 사라졌다. 그리고

와이드 COLUMN

처럼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 대책이라는 것이 ‘선무당이 사람 잡듯’ 영 허술하기 그지

그 돈들은 아파트나 다른 투기의 대상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풍선처럼 한쪽을 쥐 면 다른 쪽이 커지듯, 부동산이라는 대한민국 자본의 총아는 더욱 거대해지고 튼튼 해졌다. 아랫돌을 빼내서 윗돌을 괴었지만, 결국 우리의 건축시장은 기형적인 모습 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후 고비용 고소득의 상징인 ‘주상복합 아파트’가 유행하고, 대규모 공공발주 사업 등이 이어지면서, 대형 사무실들은 그런 일들을 수행하기 적합하게 몸집을 키우기 시작했다. 마치 스모 선수가 몸을 불리듯 생각을 줄이고 식성을 불려서 몸을 산만큼 키운 다음, 시장으로 뛰어들어 상대편을 무지막지하게 밀어내기만 하면 된다. 이삼백 명 정도의 인원이었던 사무실이 금세 천여 명 규모의 사무실로 확장되었다. 그건 높고 견고한 진입장벽을 쳐 놓은 대규모 사업에 끼어들기 위해서는 입장권과도 같은 회사의 규모와 실적이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이 얼마나 얼빠진 바보짓인가.그리고 정해진 각본에 의해 극이 진행되듯 거의 모든 사업들, 행정도시개발, 공공기 업 지방 이전 등 좋은 명분의 사업들까지도 턴키나 PF 등의 편리하고도 이상한 발주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일을 던져주기만 하면 개발을 위해 결성된 ‘컨소시움’에서 알 아서 다 해결하니 일단 발주처 측에서는 편리하기 그지없고, 개발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순진하면서도 무책임한 발상으로 시작 된 그 방식은 한국의 건축계에 큰 그늘만 만들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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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1 | Wide AR no.41

커지는 조직, 낮아지는 격 설계사무소들은 대형화되고 덩치가 커졌지만, 새로운 생태계에서의 위치는 공공기 관-개발 시행사-건설회사의 순으로 내려오는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로 전락하게 된 다. 힘 안 들이고 설계를 수주하고, 별 어려움도 없으며, 결과와 상관없이 설계비를 받는, 이를테면 몸 불리며 땅 짚고 헤엄치는 사이에 건축가의 격은 한없이 낮아졌다. 그리고 그때 만들어진, 졸부의 거실을 채우고 있는 몰취미의 가구처럼 번쩍거리고 으스대기만 하는 커다란 덩치의 그런 건물들을 일부에서는 ‘턴키양식’이라는 무척 자조적인 이름을 지어주기도 했다. 건축설계는 건설의 수단으로, 건축가라는 직능은 단지 개발을 위한 환상을 투사해 주는 역할로 전락했다. 마치 사막의 신기루처럼 논과 밭 위에 대규모 공공청사의 영 상을 그려 내고, 낡고 오래된 동네 위로 휘황찬란한 고층 주상복합의 영롱한 이미지 를 그려 내는 일을 해내는 것이 건축가의 직능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약육강식의 법칙에 사라지는 사무실 그 사이 일거리가 끊어진 작은 사무실들은 견디고 견디다 결국 문을 닫고 대형사무 실로 피난을 가거나, 다른 분야의 일을 찾아보거나 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었다. 사무 실을 열어 놓아도 일 년 동안 한 건을 못하는 건축가들이 수두룩해진 것이다. 2000년대 후반 건축사사무소의 숫자는 8천여 개소 정도 되었고 건축설계 시장은 4

와이드 COLUMN

조 정도의 규모였다. 그중 상위 30개 사무실이 물량의 60% 이상을 가져가고 수천 개 의 사무실이 나머지 물량을 나누는, 아주 이상하지만 시장의 논리에 충실하고 약육 강식의 법칙에 적합한 형태의 시장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결국 공룡이 되어 버린 대형 사무실들은 위가 커져서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파져 만 성 영양실조와 빈혈에 시달리게 되고, 건축계 전반은 실핏줄은 없고 동맥과 정맥으 로만 이루어진 이상한 몸이 되어 시름시름 앓고 있다. 기반이 약해져서 건강하게 성 장하지 못하고, 경쟁력을 잃어버리고 모두 방향을 상실한 채 파도에 휩쓸리는 나룻 배 처지가 된 건축계로서는, 아무도 시장 안에서 살아남지 못하게 되었으며 모두 패 배하는 이상한 게임이었다. 방황하는 건축학도 나는 대학에 다닐 때 미래나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나의 졸업 후 모습 은 그냥 어딘가 설계사무소에 입사하여 제도판에서 도면을 그리는 모습이고, 조금 지 나면 설계사무소를 개업하여 크거나 작거나 건물을 설계하는 아주 단순한 그림이었다. 그리고 그런 미래를 이루기 위해서 해야 하는 단기 목표는 학교 다닐 때 설계를 열심 히 하고 선배의 작업을 많이 도와주는 것이었다. 설계사무소의 취직은 성적이나 시 험을 거치기 보다 선배들의 소개와 그들의 평가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였기 때문이 다. 말하자면 ‘사회적 신망’이 그 사람의 스펙이며, 별도의 자격증이나 포트폴리오 그 리고 학점은 참고하는 정도였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대학 때 생각했던 대로 ‘닥치고 설계’만 하면서 지내고 있다. 사 실 미래라는 것은 아주 단순한 것이어서 콩을 심으면 콩이 나오고 팥을 심으면 팥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시절과 비교할 때 지금의 대학생들 앞에 놓인 건축계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 침체되고 직업적인 긍지도 많이 사라졌고, 무엇보다도 시작해야 하는 출발선이 누군 가에 의해 지워져 있다. 어디에서 출발해야 하는지를 몰라 엉거주춤하게 서 있고 우 왕좌왕하며 이리저리 쓸려다니고 있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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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 와이드 이슈

여전한 문제들 지금 대학의 건축교육은 5년제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내 기억으로는 아마 90년대 말 쯤 시장 개방에 대비해야 한다며 국제적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5년제로 하루 속히 바꿔야 한다고 볼멘소리가 나왔고, 몇 년의 준비 끝에 5년제가 시행된 것으로 알 고 있다. 대학 측에서는 손해 보는 것이 없으므로 당연히 반겼고, 건축계에서도 막연 히 건축가의 위상이 높아진다, 국제적 경쟁력이 생긴다며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제도가 시행된 지 어언 십 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대다수의 학교들이 5년 제 건축대학으로 재편했다. 그동안 우리 건축교육의 경쟁력이 얼마나 올라갔는지 객 관적인 수치는 알 수 없다. 다만 건축가가 되기 위해 5년제 학제로 들어와서 졸업할 무렵이 되면 정작 건축설계를 하겠다는 학생이 아주 드물다는 이상한 상황을 만나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보수가 안정적인 건설회사나 공공기관에 들어가고자 하는 학생 이 압도적으로 많고, 이도 저도 안 될 때 마지못해 설계사무소에 들어가려 한다. 그러면 건축설계 교육을 강화한 5년제 커리큘럼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혹 필요 도 없는 거품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싶다. 한국 건축계가 5년제를 수용하지 않는 다면 세계시장으로 진출하지 못해 금세라도 망할 것처럼 이야기하며 그 제도의 도입 을 강변하고 강행한 사람들은 대체 누구인가. 더불어 이해하기 어려운 제도 중 대표적인 것이 사용승인을 위한 특별검사원 제도이 다. 물론 공무원보다 더 전문성이 있는 건축사가 직접 꼼꼼히 챙기는 것은 일견 장점 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결국 건축가가 건축가를 규제하고 검열하는 이상한 제 심각한 자괴감이 든다. 또한 지금 일부 단체에서 시행을 서두르고 있는 ‘공영감리제도’ 역시 설계자와 감리 자를 분리함으로써 건물의 완성도가 저하될 것이라는 심각한 우려의 소리가 들린다. 지난 십 년 동안 대형 건축물들이 발주 방식으로 인해 수준이 낮아진 것처럼, 이 제도 를 통해 겨우 활성화되고 있는 소형 건축물까지도 심각한 타격을 받지나 않을까 많

와이드 COLUMN

도적 결함이 자꾸 노출되고, 심지어 이상한 추문도 들린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은 건축가들이 걱정하고 있다. 지난 십 년 동안 이런 일이 벌어지도록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무능하면서 탐욕적인 국가일까, 어떤 특정한 개인일까, 아니면 아무런 비전도 없고 아무런 의지도 없는 건 축계를 둘러싼 단체들일까. 나는 그중에서도 시대적 변화에 대처하고 앞으로 나아가 기보다는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본의 그늘에 안주하고자 한 우리들 건 축가 자신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건축을 할 수 있는 시기의 도래 십 년 동안의 파도를 헤쳐 온 건축계는 어수선하다. 화수분 같았던 아파트들이 이제 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밉상의 천덕꾸러기들이 되어 버렸고, 공공발주도 많이 축소되었고, 그런 일에 관계하던 공룡들도 이제는 영양실조로 하나씩 쓰러지기 시작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발에 관한 흥분상태에서 조금씩 깨어나기 시작했다. 요즘 건축인들이 그런 각성 상태에서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한 것은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영웅의 시대도 물량의 시대도 다 지나고, 역설적으로 이제 우리는 삶에서 비롯하는 진정한 건축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를 맞게 되었다. 우리의 터전을 우리가 가꾸지 못하고 우리가 지키지 못한 채 스스로 자존감을 잃어 버렸던 시절에 대해 반성하고, 모두 자중자애하며 다시 원점으로부터 시작하여, 생 각을 건축에 집중하며 활로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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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1 | Wide AR no.41

이종건의 COMPASS 38

죽은 지식의 건축사회 이종건 간향클럽 고문, 경기대학교 대학원 교수

얼마 전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 1951.7.21~2014.8.11)가 세상을 떠났다.

Issue

내가 그랬듯,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로 인해 <죽은 시인의 사회, 1989>를 떠올렸을 것이다(나는 <Awakening, 1990>도 떠올렸다). 그와 동시에 나는, 얼마 전 함성호 건축가 시인이 뜬금없이 촉발시킨 ‘삶과 유리된 지식’ 문제를 반추한다. 성급히 단언컨대, 우리 건축지식은 모두 죽었다(그러니, 건축지식인의 부존재는 말할 나위도 없다). 죽어도 오래전에 죽었다. 감히 지식이라고 부르기에 얼추 모든

이종건의 COMPASS 38

글들이 형편없어 낯간지러운데(뒷사람들은 앞사람들의 말들과 글들을 비판 없이 반복한다), 모든 지식(논문과 책과 학적 언설)은 기껏해야 생존 도구로 머문 채 자 폐 회로를 그릴 뿐이다. 겨냥하는 것은 오직 생존이다(재임용으로 겁박하여 젊은 교수들에게 가혹한 논문 편수를 요구하는 대학 시스템은 살인 기계다). 건축사회 에서 글은, 그리고 모든 형태의 (현?)학적 발언은, 허공에 잠시 머물다 사라질 뿐, 현실에 가닿지 않는다. 역사는 현재에, 이론은 실무에, 비평은 각종 억견doxa에 무 력하다. 물론 일차적 책임은 교수를 비롯한 학문 공간에 연루된 각 형태의 지식산업 종사자 들에게 돌리는 것이 옳다. 먼저 우리가 현실의 힘을 지닌, 생생하게 살아있는 글을 쓰지 못한 것이 문제다. 사유의 힘을 키워 내기는커녕, 어디에든 있는 지식들마저 현실에 치열하게 담금질 해 오지 않은 것이, 현실과 대질시켜 충분히 검토해 보지 않은 것이 과오다. 그리 했으니 우리 지식인(여기서는 단순히 각종 형태로 지식 생 산에 관계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데 그친다)은 마땅히 설 자리가 없다. 서울시청 건 축포럼 의장은 건축가(김인철)다. 건축 전문지를 표방하는 <공간>은 건축비평을 종 종 건축가에게 돌린다(이 행태는 오래 묵은 것으로 딱히 공간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뿐 아니다. 지식인마저 지식인으로 대하지 않는 얄궂고 슬픈 일이 문제의식 없이 반복된다(예컨대, 교수가 지휘를 하는 설계경기에도, 그것도 개념 검토가 중심에 놓 인, 그래서 마땅히 지식인이 개입해야 할 서소문 유적 설계경기 심사에도, 지식인은 깡그리 배제된다). 지식인은 고작, 그것도 아주 간헐적으로, 건축가의 작품(?) 뒤에 따라붙는 소모적인 이차적 존재거나 각종 지면의 특집을 꾸며 주는 일회적 존재에 불과하다. 인간은 모두 세계-내-존재인 까닭에, 진실로 큰 정신이 아니고서는 세계(혹은 상 황)에 묶인다. 한 마디로 세계의 변화 또한, 또 다른 소리 없는 원인자라는 말이다. 작금의 세계의 지적 지형은 구조주의며, 마르크스주의며, 현상학이며, 후기구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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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십 년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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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건의 COMPASS 38

죽은 지식의 건축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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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삼의 PARA-DOXA 10

배우(俳優)가 되려는 건축전문가


Wide Issue | 와이드 이슈

의며, 해체주의며, 큰 사상(가)들이 이루었던 여러 봉우리들이 어느덧 배경으로 물 러나면서(우리 또한 그때는 잠시 격렬했다), 몇몇 작은 둔덕들이 듬성듬성 배치된 평원으로 변했다. ‘급진적으로 새로운’ 사유(담론)의 힘으로 세계를 바꾸려는 이론 적 기획도, 이념을 통한 사회변혁의 실천적 운동도, 그와 함께 기력을 잃었다. 건축 의 지형도 그러했다. 특히 1960년대에 모던 건축의 비판에 집중된 격렬한 힘들은 마침내 포스트모던 건축이 무대를 온전히 장악하게 되면서 서서히 기세를 잃었다 (이로써 건축은 사회공학 프로그램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었다). 해체주의 건축은 다시 한 번 피어난 마지막 불꽃이었다(4.3그룹의 태동은 포스트모던 건축 이후 곧 이어 밀어닥친 해체주의 건축에 대한 일종의 반동이었다). 건축을 포함한 세계의 문화적 지형의 장을 이런 식으로 몰아붙인 것은, 지금은 거 의 다 동의하다시피 소비 자본주의라는 파죽지세의 벡터다. ‘감각을 즐겨라!’고 (그 러하지 못하는 사람은 마치 초자아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처럼) 부추기 고, 재촉하고, 닦달하는 소비사회의 언명은, 쾌락의 존재방식이 그러하듯 개인주의 를 극한까지 몰고 간다(베버가 기대한, 개인의 자기 자신의 고유한 정령 혹은 가치 에 대한 복종은, 자본주의의 번성을 도울 뿐이다). 쾌락에는 그 고유의 속성상 하등 의 전복적 요소가 없다. 게다가 자본주의 바깥의 도래는 현실적으로 추측조차 불가 능하다. 콜하스를 포함한 세계의 영민한 건축가(와 지식인)들은 지극히 자연스럽게 ‘저항’으로부터 ‘선제적 행동proactive architecture’으로 전략을 급선회해서 자본주의의 항하지 않는다). 건축에서 ‘저항’은 사라졌다. 어쩌면 사회변혁의 과제를 둘러싼 모 든 이념들이 포스트모더니즘에 의해 탈정치화된 상황에서, 세계-내-존재가 생각해 낼 수 있는 유일한 지적 대안은, 내부로부터의 변혁 곧 ‘수용(혹은 체념) 속의 극복’ 이라는 이중적 전술(바티모의 언어로 Verwindung)밖에 없을지 모른다(콜하스의 작업 은 권위에 저항하기보다 그 내부에서 훼방질한다). 사유의 전투는 자연히 일상성으

이종건의 COMPASS 38

‘소여들’을 전폭적으로 껴안았다(콜하스와 그의 건축은 소비문화의 탐닉에 거의 저

로 귀결된다(이제 온당한 지적 주제는 성과 대중문화다). 이글턴의 말처럼, “오늘날 섹시한 것은 섹스 그 자체밖에 없다.” ‘욕망’의 담론은 거기에 정초한다. 그리고 유일한 대안처럼 나타난다. 도구적, 기술 적 합리성으로 구조화된, 혁명이 불가능한 시대에서, 68혁명의 쓰리엠 중의 하나였 던 마르쿠제가 모색한 사회(후기 자본주의) 변혁의 도구는 욕망(의 해방적 속성) 이다. 들뢰즈와 카타리가 <반-오이디푸스>에서 역사유물론을 발전시키고자 한 토 대 또한 욕망(의 생산적 속성)이다. 그런데 욕망 담론의 근본적 장애는, 아이러니하 게도 욕망 그 자체다. 마르쿠제가 지적했듯,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들은 지배 계급이 만들어낸 ‘허위 욕망’을 자신들의 자율적 욕망이라 믿고, 보편화된 상품 세 계가 도래시킨 평준화된 삶의 양식으로 인해 오직 개인적인 이익과 쾌락에만 전념 하기 때문이다(노동자도 자본가가 즐기는 것과 꼭 같은 영화, 스포츠, 승용차, 햄버 거를 즐길 수 있는데, 그것의 여부는 전적으로 개인의 능력 차이지, 사회 모순의 결 과가 아니다. 따라서 자기계발을 통해 자신의 상품 가치를 상승시키는 것이 급선무 다. 이 지점에서 헤겔의 ‘이성의 간지’를 다시금 불러내는 것은 우스꽝스럽다). 하버 마스 식으로 말하면, 노동자 계급과 중간 계급은, 기술적 사유양식이 초래한 관료제 통제와 한층 세련된 대중매체로 인해 조작된 욕구와 소비 상황에 묶여, 정치력이 위 축된 채 물질적 안정에 기대어, 반역적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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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1 | Wide AR no.41

그런데, 설령 사태가 그렇다 한들 지식인은 결코 물러설 수 없는 법이다. 설령 한 사 람의 생명일지언정, 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써 가라앉은 배 속에 들어가 그를 구출 하려 사력을 다하는 것이 진실로 인간적인 인간(혹은 사회와 국가)이듯, 진정한 지 식인은 읽어낸 생각들을 모든 방편으로 현실과 가혹하게 대질시켜 그것들의 가능 성(과 한계)을 치열하게 헤아려 보는 것이 옳다. 나는 지금, 우리 건축뿐 아니라 모 든 탁월한 건축에 대해, 예컨대 콜하스(우리시대의 르 코르뷔지에) 건축 읽기(수용 하기) 또한 그리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제대로 그리 한 적이 없다는 말이다. 그의 건축과 어휘들에, 누군가가 쓴 대로 들뢰즈의 언어들을 관계시킨다(들뢰즈의 개념들 중 상당수가, 예컨대 ‘기관 없는 신체’, ‘미끄러운(홈 파지지 않은) 공간’은 말 그대로 개념인 까닭에, 돈과 권력과 욕망이 구조화하는, 건축물을 포함한 구체적 인 현실 세계에는 적용/작동 불가능하다). 그가 자유(속박, 구조, 정형화된 모델, 이 데올로기, 질서, 프로그램, 계보 등 다양한 속박으로부터의 자유)라는 “단 하나의 문 화적 목표”를 겨냥해서 디자인을 그 도구로 변형시킨다는 주장을, 심지어 논문에서 조차 치밀하게 따져 보지 않고 (재)서술한다. 그의 건축이 실제로 자유의 효과를 지 니는지, 그리고 그러할 경우 그 자유는 우리의 ‘생활 세계’ 안에서 어떤 가치를 지니 는지 헤아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예컨대 <What ever happened to urbanism?>에 서 그가 도시설계를 가혹하게 폐기 처분해야 한다는 주장은, 기하급수적인 인구라 는 조건에서만 타당성을 띠고, 따라서 우리의 도시 상황에는 개입 불가능하다). 우

이종건의 COMPASS 38

리의 지식은 죽었다. 서소문 설계경기에 심사자로 참여한 건축가 김준성에게 후배들 건축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제일 아쉬운 게 어휘의 부족이다…. 표현만 다를 뿐이지…전부 같 은 어휘로…그런데 표현은 엄청 세련되었다.” 표현이 무슨 뜻이냐고 재차 묻자 “시 나리오들이 있는데, 그것을 전달하는…그런데 시나리오의 맥락이 다 비슷하다.” 그 는 새로운 사고(어휘)가 없이는 새로운 건축을 만들 수 없다고 했다. 우리(후배들) 의 건축이 희한하게 다 비슷하다면, 그리고 지적, 감성적 자극제가 되는 데까지 나 아가지 못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다음과 같은 대타자의 암묵적인 ‘건축 교지’가 우 리에게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형태든, 색이든, 재료든, 공간 조직 방식이든, 맥락성이 든, 튀는 것은 금기다. 반듯해야 한다. 주변에 잘 들어맞아야 한다. 주어진 프로그램 도 잘 소화하고, 기술로써 잘 만들어야 한다.’ 아는 것만 하고, 알지 못하는 것은 꿈 도 꾸면 안 된다. 금기된 것의 정체는 무엇인지, 왜 금기인지, 그리고 건축으로써 고 민하고 다루어야 할 것이 그것밖에 없는지, 따지고 도전하고 묻는 것을 아직은 본 적이 없다(콜하스는 2004년의 한 인터뷰에서 구축해야 한다는 것으로부터 자유로 우면, 건축은 하나의 사유 방식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우리 건축사회는, 지식도 죽었지만 건축도 죽었다(물론 이 주장은 논지가 다소 지 나치고 표현이 과장스럽지만, 기분은 딱 그렇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대사 한 마 디가 새삼 울린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걸음을 걸어라/ 나는 독특하다는 것을 믿 어라/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 길을 가거 라/ 바보 같은 사람들이 무어라 비웃든 간에.” 단독자의 삶은 깊은 사유 없이 불가 능하다. 로빈 윌리엄스(의사)가 <Awakening>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로버트 드 니 로(환자)를 깨워 내지만 그가 다시 희한한 식물 상태로 돌아가는, 가슴 아팠던 장 면이 떠오른다. 어쩌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깨어나는 것이 두려워 지금 그 상태로 머물기를 원할지도 모른다(나와 아주 가까운 어떤 이는, 자신이 도무지 알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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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 와이드 이슈

지극히 낯선 작품들을 마주하는 것이 고통스러워 미술관 가는 것을 적극 피한다). 슬프고 안타깝다. 주어진, 그래서 익숙하고 편한 것들(삶의 방식, 사회 제도, 언어, 지식, 욕망) 안에 서 사는 것이, 거기에 편입해서 사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다만 그것들을 필연적인 (정당한/진정한) 것으로 받아들여 거기에 온전히 정착한 채(세상의 어떤 언설이든, 그것을 그 자체로 자명한 것으로서 간주하는 순간, 지식은 생명을 잃는다) 그 사이 를, 그 너머를 (헤아려) 보려고 하지 않는 것이, 그리하여 나(우리)의 언어를, 욕망 을 심각하게 찾으려 하지 않는 것이, 지식(인)의 근본 문제다. 언어와 욕망의 실천지 phronesis를

상고하지 않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다. 푸코는 자유란 ‘실천’의 한 형태라

는 것(자유롭기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받는 것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 쳤다. 이 지점에서 콜하스의 건축은 충분히 비판받아 마땅하다(콜하스 건축의 유일 한 문화적 목적은 자유라고 주장하는, 콜하스 건축의 적극적 옹호자인 킵니스에 따 르면, 자유는 그의 건축에서 하나의 특정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감각과 경험의 잠정 적 효과인 까닭에, 통상적인 개념의 ‘사회적 책임을 진 건축’과 대개 모순된다). 승 효상이 아름답게 썼듯, 지식인은 오직 자신을 추방함으로써(따라서 마땅히 불편하 고, 마땅히 고독하고, 마땅히 힘겨운 삶을 무조건 견디며 살아냄으로써), 그러한 바 로서 존재할 수 있는 존재다. 그리해야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범인으로서는 거의 불가능한 까닭에, 자신을 비출 타자의 얼굴이 절실하다). 그리 식하지 않고서야 어찌 그 크기와 역능을 키울 수 있단 말인가. 건축의 한계는 무엇 인가? 콜하스 건축의 한계는, 우리(건축)의 한계는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가?

이종건의 COMPASS 38

해야 자신의 한계를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축이든 우리 자신이든, 한계를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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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삼의 PARA-DOXA 10

배우(俳優)가 되려는 건축전문가 전진삼 본지 발행인

“바그너가 어디에 속하는지를-음악의 역사에는 속하지 <않음을>, 그러나 그럼에도

Issue

불구하고 그가 음악사에 대하여 어떤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습니다. 그것은 <바로 음 악 속에서의 배우의 등장>입니다. 생각하게 만들고 공포감까지 주는 중요한 사건입 니다. 공식화한다면 <바그너와 리스트>라 하겠습니다. 아직까지 이보다 더 위험하게 음악가의 성실성이, <진정한> 음악가가 도마 위에 올려진 적은 없었습니다. 사람들 은 명백히 알 겁니다. 커다란 흥행, 대중에 대한 성공이 진정한 음악가의 것은 아니라 는 것을. 이러한 것을 얻으려면 배우가 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빅토르 위고와 리하

전진삼의 PARA-DOXA 10

르트 바그너, 이 두 사람의 의미는 똑같습니다. 몰락하는 문화 속에서 대중의 손에 결 정권이 주어져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소위 진정함이라는 것은 불필요하고 해로우 며 시대의 흐름을 저지하는 것이 되어 버립니다. 배우만이 <커다란> 감격을 불러일 으킵니다. 이로써 배우들에게는 <황금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그에게, 그리고 그라 는 종족에 유사한 모든 사람에게도 도래한 것입니다. 바그너는 북과 피리를 울리며 연주 예술가, 공연 예술가, 감상 예술가들의 맨 앞에 서서 행진합니다.” 이 다소 긴 문장은 F.니체의 글 ‘바그너의 경우’에서 인용한 것이다. 여기에는 오늘 날 한국건축계의 단면을 들여다보기에 족한 내용이 담겨 있다. 전문가 사회에 배우 열풍이 등장하게 되는 배경의 설명이 그렇다. 요즘 우리 건축계는 국내외적으로 무성하게 사건을 만들고, 화제를 낳고, 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이전의 어느 시기에서도 경험해 보지 못한, 그래서 늘상 붕 떠 있 다는 표현이 적절하리만치 오늘날의 문화판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건축’의 위상은 한껏 부풀려져 있다. 중앙과 지방의 크고 작은 도시 공히 행정의 선단에서 건축가의 모습이 쉽게 포착되 고, 이들의 도시 비전과 건축적 아이디어가 정책에 옮겨지면서 오래전부터 많은 건 축가들이 꿈꿔 오던 이상적인 도시 구현을 위한 전문가의 공조 체제가 가시화되고 있다할 것이다. 서울시는 초대 총괄건축가city architect로 승효상 이로재 대표를 선임하여, 서울의 도 시공간을 관리하는 최고 책임자가 시장에서 그를 보좌하는 대리인 체제인 민간 건 축전문가로 선회함을 공식화했다. 이미 선정 운용하고 있는 공공건축가들의 대표성 을 강화했을 뿐 아니라 서울의 도시 비전을 개인 건축가의 이미지와 철학에 의존한 다는 천명이기에, 공인 승효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향후 전 개될 양상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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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COLUMN | 임형남

지난 십 년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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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건의 COMPASS 38

죽은 지식의 건축사회

30 전진삼의 PARA-DOXA 10

배우(俳優)가 되려는 건축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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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주요 건축단체들은 경쟁적으로 지자체 또는 공공기관과 손잡고 유수 의 세계대회를 유치하면서 한국 건축의 글로벌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처럼 보 인다. 2017년 UIA 세계건축대회 서울 유치는 대표적이며, 9월 19일 개막한 제13회 도코모모 세계대회는 그 서막을 알린다는 면에서 상징적이다. 문제는 세계대회를 치루는 과정에서 한국건축계의 역량이 강화되는 순기능만큼 역 효과도 예상된다는 점이다. 일회적 이벤트의 성과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라면 어 떤 형태로든 행사는 진행될 것이고, 한국건축의 연보에 그럴 듯하게 포장되어 기록 될 것이고, 미미한 수준이더라도 건축에서의 국제경쟁력이 강화되었다,라는 허명을 덧씌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UIA 서울 세계건축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조차 한국건축의 숙원 과제 중 하나인 건축사 직능3단체의 통합이 이익집단의 벽을 허물지 못한 채 요원한 과제로 남는다거나, 세계대회 추진 및 준비 과정에서 회원 간 불신과 반목으로 단체 내 갈 등이 위기감으로 고조된 바 있는 도코모모코리아의 경우, 서울 도코모모 세계대회 이후 단체 존폐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날 수 있다는 분위기에서 건축계에서의 세계 대회 유치와 실행의 과정은 기형적 한국건축의 상황을 표면화시키는 악재惡材이자 동시에 곪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약재藥材로 작동할 수 있음을 환기시킨다. 눈 깊은 이들은 모두冒頭에서 이미 간파했겠지만, 작금의 한국건축계에는 이상 기류 가 흐르고 있다. 개인의 명성에 기대고, 개인주의로 닿을 수 있는 최정점을 향해 치 사소한 것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결정해야 근성이 풀리는 수장에게 질질 끌려가는 모某단체는 조직과 연대에 대한 기본 인식의 부재로 고사枯死 상태에 직면해 있다. 리 더십에 대한 경험과 지혜가 부족한 까닭이다. 입으로는 공공성을 강조하지만 행동 은 자기중심적이며 독선적인 리더십이 문제다. 조직 내에 견제 세력도 없다. 정부 기관과의 유착이 개인의 리더십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 되긴 하겠지만 그로써 조 직문화를 견인하려는 발상은 우매한 소치가 아닐 수 없다.

전진삼의 PARA-DOXA 10

달으며 일희일비하는 일부 건축계 인사들의 행보가 주변인의 눈을 거스르고 있다.

지금 이 사회는, 미디어는 건축가를 배우로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마치 바그 너가 그랬듯이 건축의 황금시대를 여는 길목에서 일부 건축가는 팝스타처럼 변장 한 자신의 모습에서 경쟁력을 확인한다. 언론의 힘에 기대어 스타 탄생을 기도한다. 권력을 탐하고 줄서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사명감으로 치장된 화려한 옷을 걸치고, 그렇게 배우가 되어가는 모습에서 희열을 느낀다. 이에 장년과 노년의 구분이 없다. 건축가가 모여 있는 곳이면 온통 사명감으로 넘쳐흐르고, 사적 네트워크가 공공의 이름으로 강화된다. 은연중에 건축가의 활동은 부의 축적과 분배의 시각으로 판단되었고, 사회적으로 받 는 예우의 문제에 집착하기에 이르렀다. 건축전문가라는 자격에 대한 보상심리와 신 비주의, 배타성으로 인해 공공선이나 사회적 책임보다 엘리트 의식에 쉽게 빠져든 채 대중과 유리되어 왔던 이전까지의 직능의 한계를 자각하게 된 것은 긍정적인 변화로 받아들여지지만, 건축의 업역 또한 신자유주의의 경쟁적 시장 체제에 노출되면서 건 축가(집단)의 사회적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살벌한 경쟁 과정의 산물로 자리매김 한 결과였다. 건축의 진정성 논의는 시장 논리에 파묻혀 버리고 건축가의 지위는 어느 새 사업가의 이미지로 대체되고 권력 지향적이 되어갈 뿐더러 제도 순응적 건축서비 스 공급자로 물러앉은 정황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는 건축 분야에서 사회적 정의 라는 공동체적 가치의 추구를 통해 건축가 스스로를 정위함이 어려운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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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1 | Wide AR no.41

그런 연유로 일부 건축전문가가 저 스스로 배우로 드러나기 위한 전략을 강구하고, 공적 조직을 사유화하고, 미디어를 통한 자기선전에 급급하는 등 정신분열적 행동 을 보이는 것을 당사자 개인에 대한 유감이라고 일축하기엔 우리 건축계가 앓고 있 는 병증病症이 심히 우려스럽다 아니할 수 없다. 대학에서의 예비 건축가 교육이 여전히 소수의 엘리트를 키워 내는 과정이고, 성공 한 사례 중심으로 강의되고 있는 터라 정치적 수완이 리더십으로 작동하는 건축사 회의 운용 방식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이 가당치 않을 수 있다. 더욱이 저들의 리 더십에 투명성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사적 이익과 공공선을 구분하지 못 하는 리더십과 그것에 강력하게 저항하지 못하는, 시대에 역행하는 행태가 가능한 것은 건축인의 삶으로부터의 공공성에 대한 의식이 무르익지 못한 까닭이다. 그런 면에서 이제까지의 공공성이 정부에 속해 있었기 때문이란 진단은 곱씹을 만하다. 입으로는 공공성을 담지만 행동은 여전히 개인주의 성향에 머물러 있는 우리 건축 계의 한계적 상황도 여기에 근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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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전문)가, 당신은 배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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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빛 예배당 신형철 Tchely Shin Hyung-Chul

위치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설곡리

105-15임, 105-14임

용도

종교시설

대지 면적 7,490.0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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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면적 1,489.40m2

진행 정귀원 본지 편집장 사진 진효숙 본지 전속사진가

재불 건축가 신형철의 국내 첫 작품인 <생명의 빛 예배당>은 기증받은 러시아 홍송을 치밀하게 엮어내어 탄생시킨 영성의 공간이다. 국내에서는

4,109.61m2

규모

지하1층, 지상 3층

보기 드문 원형의 예배당으로

높이

28.9m

충만한 빛과 의미있는 상징들이 방문객의

구조

철골, 철근 콘크리트

외부 마감 thk12폴리카보네이트 패널

신심을 한층 끌어올린다.

(단파론), 노출 콘크리트,

본지는 이 예배당을 두 번 방문했다.

thk24 LOW-E 복층유리,

한 번은 준공 즈음해서 미술 평론가와

내부 마감 홍송, 도장 설계 기간 2009.2-2014.5

동행하였고, 또 한 번은 지난 6월 몇몇 건축

공사 기간 2011.4-2014.6

전문가들과 답사 여행 중에 함께 하였다.

설계

신스랩(shinslab), 신형철, 신 Claire +이색(IISAC)

그리고 낯선 광경 앞에서 모두가 감탄을

구조 볼링거 & 그로만(Bollinger & Grohmann)

자아내는 순간을 목도하였다. 예배당을 마주한

전기 기계 지아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건 무엇이었을까.

조명

헤펙

시공

이랜드건설, 케이돔

감리

서광건축, 신형철, 문보현

모형

신스랩

CG

신스랩

건축주

남서울은혜교회

그들의 소감 혹은 단상을 들어본다.

WORK

연면적

신형철은 1974년 생으로 1980년 이후 지금까지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는 재불 건축가이다. 1999년 베르사유 (versailles) 국립 건축대학을 졸업하고(D.P.L.G) 라 빌레트(Paris La Villette) 건축대학(ENSAPLV) 도시 계획과 강사, 베르사유(versailles) 건축대학(ENSAV) 미술과 부교수를 거쳐 현재 그르노블(Grenoble) 건축대학 (ENSAG) 디자인과 정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shinslab(신스랩, www.shinslab.net)은 프랑스와 한국에서 활동하는 프랑스 건축사 설계 연구소로 공간 속에 인체가 중심인 설치 미술, 패션 디자인, 건축, 도시계획 등을 실험하는 사무소다. 신형철(Tchely Shin Hyung-Chul, 프랑스 건축사)을 비롯하여 신 Claire Shin(프랑스 건축사), 신혜리 Shin Heirie(패션 디자이너), 정이녹 Jeang Inock (대표) 등으로 구성되었다. 미술평론가 황인과 함께한 신형철(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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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을 위한 공간들. 1층 (다목적) 소예배당 및 식당, 2층 숙소, 3층 미술관

지붕과 건축의 선들은 지역의 산세를 따랐고, 남향을 향한 주요 경사에 맞게 정입면은 필로티로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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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 부분의 전경. 유리와 폴리카보네이트로 마감된 건물이 다소 가볍게, 크게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자연 속에 앉았다.

옥상의 조망 공간.

겉모습은 마치 식물원을 연상시키지만, 속에 <생명의 빛 예배당>을

24개의 차임벨(독일 Rinker Gmbh)로 이루어진 종탑

품고 있는 성스러운 건물이다. 안쪽에 홍송으로 둘러싸인 예배당이 비친다. 35


와이드 AR no.41 | Wide AR no.41

리뷰1

이성을 설복시킨 스펙터클 이종건 간향클럽 고문, 경기대학교 대학원 교수

내가 이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감탄하게 된 것은, 눈을 사로잡는 스펙터클(무수한 동일한 존재 들의 발레와 같은 군무) 때문이었다. 이 대단한 광경 앞에서, 그 속에서,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 가?(내가 보기에, 함께 간 모든 이들이 그러했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시각의 경이가 정신 의 경이로 곧바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둘 사이에 놀라운 감정이 왕복한다. 그런데 눈 은 우리의 다른 어떤 감관들보다 이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그러한 강 도의 느낌을 설명할 수 없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거꾸로, 거기서 멈추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러니까, 지금까지 적어도 이 땅에서 가끔 보아 온 스펙터클은 설득당하지 않는 이성으로 인해 졸지에 깊이가 사라졌다. 그리하여 짧은 순간의 빛 놀이에 그쳤다. 이 공간이 나의 이성을 설복시킨 것은 순전히 존 러스킨의 『건축의 칠 등(Seven Lamps of Architecture, 1849)』에 대한 학습(기억) 때문이다. 어쩌면, 그 역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바로

WORK

이 공간이, 내 머리 속에 오랫동안 꺼져 있던 건축의 칠 등의 불을 밝혔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둘의 교접이다. 러스킨은 ‘좋은 건축’의 요건을 다음의 일곱 개의 등으로 해명했다. 1)희생의 등(신에 대한 인간의 사랑과 복종의 가시적 증거물로서, 신에게 바치는 인 간의 수공예); 2)진실의 등(재료와 구조의 수공예적이고 정직한 현시); 3)역능의 등(자연의 숭 고성을 향하는 매스들의 배치/구성); 4)아름다움의 등(신의 피조물인 자연으로부터 도출한 장 식으로 표현한 신을 향한 열망); 5)생명의 등(기계가 아니라 인간의 손들로써 만들어져 제작의 기쁨이 표현의 자유와 맞물리는 것); 6)기억의 등(건물을 발전시킨 문화의 존중); 7)복종의 등 (독창성을 위한 독창성이 아니라 기존이 최상의 가치들에 일치하는 독창성). 생명의 빛 예배당 이 하나의 진정한 스펙터클로 현상하는 것은, 대체로 이 칠 등에 의해서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의 인식 때문이다. 이 공간의 광경은 자본의 구조를 벗어나 선물(반-자본)로 공여된 물질이 건축가의 헌신의 기예와 대가代價없는 노동에 의해 다스 려진 까닭에, 돈이 축척되어 이미지로 변한 기 드보르Guy Debord의 스펙터클 곧 ‘눈에 멈춘 광휘’ 의 차원과 전적으로 다르다. 그것은 구축의 질서로써 가촉성tactility과 운동성motility의 이미지를 획득하여 텍토닉스의 시詩에 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 빨리 움직여 멈춘 것으로만 보이는 빛의 경(광경)은, 보이지는 않지만 늘 움직이는 것으로만 느껴지는 바람의 경(풍경)을 기꺼이 초대한다. 모처럼 눈과 정신 둘 모두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강도 높은 경험이다. 세월호 참사가 몰고 온 국가적 차원의 슬픔과 고통은, 그것이 모든 인간적인 가치들을 돈의 신 에 헌납한 단 하나의 결과라는 것을 총체적으로 인식시켰지만, 꽉 막힌 불통의 정치를 보건대 구속救贖; redemption의 가능성은 여전히 깜깜하다. 소통과 윤리의 회복이, 정의의 구현이 절박하다. 그런데 어쩌면 그만큼, 아니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은, 인간을 비로소 인간으로서 존재하게끔 하 는, 절대타자 곧 원시적 성스러움이 아닐까 싶다. 생명의 빛 예배당 공간은 거기에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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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와이드 워크

리뷰2

생명의 힘과 빛을 찾다 박민철 간향클럽, AGE건축 대표

누가 설계하고 누구의 교회인지 덮어 둔 채 다가선 ‘생명의 빛’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건축은 오 히려 평범하고 일상적인 종교건축이다. 푸른 자연을 반사하며 유리로 둘러싸여 있는 교회의 조 형적 어휘는 도시적 표정과 디테일을 가진 교육 문화 시설에 가까워 보인다. 그래서인지 깊은 계곡 끝자락에 이렇게 낯선 교회가 무슨 사연으로 이곳에 세워졌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별다른 형식 없는 출입구에 들어섰더니 벽에 건축가가 쓴 이 교회를 설계하게 된 사연이 걸려 있다. 일상적인 성경 이야기가 아니라 어느 작은 소년의 꿈과 동화적 기억을 기도하듯 써 내려 간 벽화 같았다. 교회가 성경의 말씀보다 이 건축가의 글을 통해 믿음과 신념에 대한 존경과 존 엄을 더 자랑스럽게 내세우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궁금한 발걸음으로 천천히 탐색을 시작한다. 마치 옛 동굴에 들어가 길을 찾듯 이곳저곳 헤매다 결국 평범한 내부 공간이 서로 막힘이 없고 닫히지 않고 실용적으로 공간과 공간의 경계를 갖고 러리가 넓게 펼쳐져 있다. 교회라는 장소를 금새 잊고 작품을 감상하는 그곳도 역시 문이 없다. 뭔가 있지 않나 하는 찰나에 예배당이 저만치 보인다. 들어서자마자 마치 거대한 빛을 품은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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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 않다는 것을 발견한다. 낯선 느낌이다. 3층에는 평범한 교회에서 만나기 어려운 근사한 갤

주처럼 뻥 뚫린 커다란 공간 앞에서 잠시 말문이 막힌다. 늘상 보던 예배당의 모습이 아니다. 왜,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멈추고 거칠고 낯선 건축가의 디자인 본능에 매료된다. 이 예배당은 벽과 천장의 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엄청난 빛에, 거대한 열주 같은 홍송의 아름드 리 나무들이 예배당을 둘러싸고 호위한다. 그것도 건축이 가진 일반적인 기둥과 벽, 그리고 천 장의 연결 구법을 무시한 채 서 있다. 건축가는 늘 교회의 빛을 찾는다. 그리고 그것을 신성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거친 빛의 구사는 로마의 판테온 성당에 들어온 빛의 연출과는 정반대의 역 설적 표현이다. 하지만 느낌은 강렬하다. 또한 지하에 숨은 그리스도인들이 애절하게 기도하는 공간, 카타콤의 느낌으로 만감이 교차한다. 예배당은 가운데 제단을 놓은 전통적 옛 형식을 취해 낯설음을 더하고, 작은 십자가를 중심으로 하는 신자들의 소박한 자리는 하나님에게 더 가까이 다가선 듯 긴장하게 만든다. 이곳에서는 일 상의 건축적인 관념과 형식과 생각을 일단 내려놓게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예배당에 들어선 모든 이의 모습이다. 신자도, 이름 모를 방문객도, 뭔가를 찾 는 건축가들도 이곳에 담겨진 낯설은 빛과 침묵, 그리고 공간에 매료된다. 이 공간을 만들고 구현하는 데 쓰였던 기술과 구법은 어쩌면 완성된 공간의 신선함과 거침에 별 의미없어 보인다. 보편적 건축의 논리와 기술을 무상하게 하는 이 공간의 매력은 이대로 충격적 인 완성체임을 발견한다. 그제서야 이 교회의 낯선 것들이 하나하나 이해가 된다. 열리고, 경계가 없고, 비우고, 놀고, 배우며 하나님의 뜻을 찾는 곳, 평화로운 공간이 바로 <생명의 빛 예배당>이다. 이를 만든 건축가의 순수 함이 우리 건축계에 없는 소중한 생명이다. 그는 흙 속에 묻혀 있는 생명의 힘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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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과 외벽 사이의 복도. 늘어선 홍송 기둥들이 집 속의 집에 궁금증을 더한다.


미술관에서 바라본 예배당. 왼쪽 벽에 고 신성희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다. 예배당 입구. “스스로의 세계를 생성”하듯이 외부에서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내재된 공간을 숨겨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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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석 규모의 원형 예배당은 수직으로 매달린 수백 개의 묵직한 나무 토막에 의해 반구형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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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3

말씀이 육신이 되어 거하는 건축 황인 미술 평론가

육신과 하나 되는 장소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곧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요한복음 1장1절). 말씀은 로고스다. 따라서 말씀인 하나님 역시 로고스다. 로고스는 우리의 몸이 지각하는 세계를 초월한, 우리의 몸과는 무연한 인식의 엄정한 세계다. 말씀(로고스)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말씀은 일인칭인 나와 내 몸이 기거하고 나의 지각perceptual이 미치는 땅의 세계(장소; place)를 초월한 곳에 존재한다. 그곳은 하늘이고 공간space이다. ‘나’라고 하는 1인칭과 ‘그’라고 하는 3인 칭의 대상성(die Gegenständlichkeit; 서로 마주서서 보는 상태)이 사라진 채 안팎이 하나로uni 터져버린verse 무인칭無人稱의 균질공간universal space에 ‘말씀’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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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말씀이 담긴 성경을 들고서 굳이 몸소 예배당에 간다고 하는 건, 예배당 안에서 예배 를 드린다고 하는 건, 하나님이신 그 말씀 곧 인식을, 무인칭의 인식이 아닌 일인칭의 지각으로 더 잘 감수하기 위함이 아닐까. 예배당이라고 하는 집은 왜 필요한가? 육신을 초월하여 존재하 는 인식의 로고스가, 하나님이신 말씀이 육신에 더 잘 지각되고 필경 육신과 하나 되는 ‘장소’ place가 따로 필요했기 때문은 아닐까.

그 집은 장소에 서 있기는 하되 몸이 기거하기만 하는 소박한 장소의 집屋, 家이 아닌, 몸이 장소 에서 공간의 질서로 우뚝 수신修身하려는 거룩한 집(堂; 예배당, 성당)이 되려 할 터이다. 대부분의 개신교 예배당은 말씀의 건축임을 내세워 그 형태가 매우 밋밋하다. 부지불식간에 말 씀의 공간인 균질공간을 향하려 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구조에 그쳐버리고 만다. 예배당 건축에 있어 말씀의 공간과 육신의 장소라는 양자택일의 대립이 있다면 대개는 장소를 배제하고 공간 을 선택하는 쪽을 취한다. 말씀과 육신의 연결 요한복음 1장 14절로 나아가보자.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 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 말씀이 육신이 되는 경지다. 신형철의 예배당 건축은 말씀의 건축이기는 하되 ‘육신이 된 말씀’의 경지를 지향하는 건축이 다. 우리 가운데(장소에) 거하시는 육신이 된(신체성을 가진) 말씀(진리; 하나님)의 건축이다. 장소와 공간은 지각의 한계점인 소실점을 경계로 하여 유한과 무한의 세계로 나뉜다. 그리고 그 세계는 전혀 다른 별개의 차원이다. 사람의 세계와 하나님의 세계라는 차원의 엄청난 차이이다. 예배당은 사람의 아들이 하나님의 아들이 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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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장소의 아들’이 ‘공간의 아들’로 되는 곳이다. 이건 육신이 말씀을 향하는 곳이라 할 수가 있 다. 그런데 다시 그 ‘말씀이 육신이 된다'는 건 무얼 뜻하는가. 무인칭의 균질공간이 1인칭인 내 속에서 터진다는 뜻이다. 즉 공간이 장소 속에서 돋아난다는 역설이다. 부분(장소, topos, locus, place, der Ort)과 전체(공간, space, der Raum)가 뒤집힌 상태 혹은 부분과 전체가 하나로 통합되어 버린 상태이다. 안팎(안:장소, 밖:공간)이 터져버린 깨 달음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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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inture spatiale, 2000, 200×200×10cm, coton, Acrylique, 신성희

Microcosme,1999, 150×150cm, coton, huile, acrylique 신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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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이 설계한 경기도 가평군 설악리 <생명의 빛 예수마을 선교센터> 건축은 균질공간성을 지향하는 개신교의 일반적인 예배당과는 달리 밀도를 달리하는 장소성이 도드라진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는 상태의 건축을 그가 꿈꾸고 있기 때문이리라. 초월적인 이데아 를 최고로 여기는 플라톤보다는 질료와 형상의 결합을 더 중시하는 아리스토텔레스를 흠모하는 신형철은 자신의 건축에서 말씀과 육신이 절연이 아닌 연결의 구현이 되도록 예배당 속에 공간 (하늘), 경계(철골 구조), 장소(나무 원목)라는 여러 요소들을 원근법적인 순차로 이어지게 배 치하였다. 화가 신성희 신형철의 부친은 화가 신성희(1948-2009)다. 재불화가였던 신성희는 누아주(Nouage; 엮음) 회화라는 독특한 양식을 창안한 작가다. 누아주는 평면인 캔버스를, 찢어서 즉 면을 선으로 환원 하여 이를 다시 엮어 나가는 조형 방식을 말한다. 미술가들에게 있어 캔버스란 미니멀 아트에서 보듯이 인식이 전개되는 가상의 ‘공간’일 수도 있고, 단색화가(70년대 한국의 모노크롬 화가)들 이 그랬듯 몸의 지각과 행위가 수신修身을 향해 반복적으로 담기는 구체적 ‘장소’일 수도 있다. 도널드 져드의 작업에서 보듯 미니멀 아티스트들은 캔버스 위에 공간적 질서의 선line을 설계도 그리듯 작도하였다. 이때의 선은 순수한 균질공간을 향한 공백성blankness의 선이다. 그러나 신성 희의 찢어진 캔버스는 구체적인 물질의 선이기에 적재성loadedness을 피할 수가 없다. 균질공간의 지점을 외면한 채 장소의 분열과 통합을 꾀한다. 전자가 육신을 벗어난 말씀의 세계 즉 인식의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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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를 공간 속에서 구현한다면, 후자는 육신이 거하는 지각의 세계를 장소 속에서 실험하고 있다. 신성희의 회화가 캔버스라는 장소 위에 반복적인 신체성을 가함으로써 몸을 수신修身의 단계로 상승시키고자 했던 당대 한국의 단색화가들과 달랐던 건, 캔버스를 공간의 차원과 장소의 차원 으로 나누어 인식하고 거기서 장소가 내재하고 있는 사건의 충돌성을 찾아내고 이를 도모했었 다는 점이다. 그는 캔버스라는 2차원 평면 공간을 1차원 선으로 환원하여 이를 엮어냄(누아주) 으로서 3차원(이긴 하나 평면과 입체의 중간쯤인)의 미묘한 입체 공간을 만들어 내었다. 이때 엮어지는 선은 순수한 1차원 공간의 공백성의 선이 아니다. 공허 속의 개념적인 직선의 기 하학적인 교차가 아니다. 물성을 담보한 적재성의 선이 매순간 밀도를 달리하는 결절의 엮음과 꼬임을 갖기에 그 선의 향방은 불규칙하며 심지어 무질서하기까지 하다. 선이 엮이고 꼬이는 지 점마다 마치 어떤 특이한 사건에 엮이듯 우발성eventuality의 엄청난 노이즈가 발생한다. 공간성을 의식했으되 시간성과 사건성의 작업에 더 가까웠다. 생장과 성장을 동반하는 통시적 세계의 선 신성희, 신형철 그리고 패션디자이너인 신혜리 가족은 Shin’s라는 팀으로 공동 작업과 발표를 하였다. 2001년에는 서울의 갤러리현대에서 전시를 가진 적이 있다. 미술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가족이 비슷한 주제를 공유하며 각자의 독립된 장르의 작업 혹은 공동 작업을 하는 팀이다. 이들이 공유하고 발현하는 문화적 유전자인 밈meme의 근저에는 무엇이 있을까, 오랫동안 이 점 이 궁금했다. 일견, 그들의 작업에서는 선이라는 조형적 구조, 선의 정체성에 대한 사유가 공유 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선이라는 게 기하학적인 솔리드한 선이 아닌 섬유와 같은 유연하고 리 퀴드liquid한 선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 본다. 물질성이 전혀 없는 기하학적인 선은 생명체처럼 자라나지 않는다. 출발점(원인)과 무한히 동떨어진 끝점(결과)이 한방에 연결된다. 즉 원인이 곧 결과인 공시적共時的 同時的; synchronic 세계의 선이다. 인식의 세계에서나 가능한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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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비해 생장과 성장을 하는 유기적인 섬유질의 선은 통시적通時的; diachronic 세계의 선이다. 원인이 결과를 만들고 결과가 다시 원인이 되는, 시간 속에서 피드백이 반복되면서 조금씩 변형 되어 가는 기운생동의 선이다. 그러면서 노이즈로 숨겨져 있던 세계의 면모가 조금씩 돋아난다. 우리들 육신이 몸담고 있는 현실적인 장소에서의 적재성의 선은 이런 사건성의 양상을 띤다. 적 재성의 선 특유의 사건성과 시간성은 대개의 조형작가들이 간과하기 쉬운데, Shin’s 팀의 작가 들은(가족들은) 이것을 예민하게 잡아내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나는 판단해 본다. 하늘에서 땅으로 이어지는, 혹은 땅에서 하늘로 솟아나는 이번에 완공된 설악면 선교센터 속의 예배당은 내부에서 보자면 돔 형식이다. 투명한 천장은 무 한대 하늘로 열려 있다. 그리고 그 하늘과 예배당 중간에는 두 개의 레이어가 있다. 하나는 선들 이 교차하는 그리드 형식의 외부 지붕이고, 또 하나는 예배당 내부로 연결되는 느낌의 원목과 실제적으로 기둥 역할을 하는 나무들이다. 두 번째 레이어는 상당히 복잡하다. 크기를 각각 달 리하는 나무들의 불균질한 적재성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 천장의 선과 선의 밋밋한 교차를 밀도 가 다른 엮음이라는 다양한 사건으로 변환시켜 이끌어 내었다. 무한대 공간인 하늘과 빛을 잡으려는 유리 천장 그리고 천장에 달려 있거나 바닥으로까지 이 어지는 원목들의 배치는 말씀과 육신 사이의 머나먼 여정을 말하는 듯하다. 그러나 예배당 속 에 들어가는 순간, 건축적인 집중력으로 인해 소실점 너머의 말씀(하늘, 공간)과 우리들의 육신 (땅, 장소)이 안팎으로 터져 하나가 된 거룩한 지경을 느낄 수가 있다. 예배당을 포함하여 모든 건축물은 구조를 피할 수 없다. 또한 모든 구조는 기하학geometry을 동 metry의

영역이다. 계산을 쉽게 하기 위해서는 재료의 균질성을 확보하고 이들의 수치화가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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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한다. 엄밀하게 말해 기하학은 땅geo이 아닌 균질적인 가상표층인 레이어에서 행해지는 계산 된다. 동원된 나무 원목은 834개. 여기서 바닥과 연결되는 나무기둥 192개를 빼면 나머지는 모두 허 공에 매달려 있다. 이 구조의 완벽한 계산은 독일의 구조 계산 회사인 볼링거 앤 그로만Bollinger & Grohman이 맡았다. 렌조 피아노 등 세계적 건축가들이 신뢰로 일하는 구조 회사다.

그런데 이 나무들은 목재wood로 균등하게 가공된 것이 아니다. 일정한 규격으로 가공된 목재는 아무래도 구조적인 계산에 순응하기가 쉽다. 가상표층인 공간성을 지향하는 모습이다. 대신 장 소성을 담보하고 있는 나무tree들의 본래의 울퉁불퉁한 형태를 유지하려 했다. 나무들이 제가 자 라난 땅에서 서 있던 본래의 모습과 형태를 최대한 원형대로 살리면서도 구조공학적인 측면을 함께 구현하다 보니 여기에 필요한 도면만 7,000여 장이 되었다. 불균질한 물성의 적재성이 만드는 사건 기하학적인geometry 건축보다 지리학적인geography 건축을 더 좋아한다고 신형철은 말한다. 기하 학이 공간을 향해 상승하려 한다면 지리학은 땅으로 하강하려 한다. 구조만을 놓고 따지자면 천 장과 바닥을 잇는 프레임은 물리적인 하중의 계산이 효율적으로 수행된 그리드 방식의 철골구 조만 있으면 충분하다. 여기에 굳이 나무라고 하는 장소성과 불균질한 물성의 적재성loadedness이 더해진 데서 그의 지리학적인 시선,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사유를 읽을 수가 있다. 신성희의 주특기인, 평면인 캔버스를 선으로 찢어 엮어 나가는 누아주 작업에서 선이 엮일 때마 다 예측불허의 사건성이 발생하듯, 신형철의 건축에서 구조를 지탱하는 프레임의 선들은 무심 히 기계적으로 교차하는 게 아니라 이들이 유의미하게 엮이면서 사건의 현상학phenomenology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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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하게 돌출해 나가고 있다. 이를 충직하게 연출하는 것이 유리 천장에서 적극적으로 잡아낸 빛이고 또 엄청난 숫자로 동원된, 크기와 굵기가 다른 나무들이다. 본질인 말씀이 현상을 틔우는 빛phenon이 있으라 하니 빛이 있었고(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 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창세기 1장 3절) 또 빛에 의해 지각이 발생하고 나무가 드러났었다. 이는 시간 속에 존재하고 사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인 생명체가 처한 본연의 모습이다. 그리고 필경 그 말씀은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려고 한다. 그리하여 드디어 안팎이 트인 전일全一의 세계가 구현될 것이다. 기독교인으로서 누구보다도 독실한 신심의 그에게 말씀이 육신이 되어 거하는 멋진 건축이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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듭 탄생하는 보람이 거두어지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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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컨셉과 설계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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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교회 건축의 영성-빛과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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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소예배당 한쪽에 설치 중인 장 파트리스 울몽의 홍송 원목을 이용한 작품

예배당 옆 미술관 가평 설악면 설곡리 깊숙한 곳에서 이런 예배당을 보게 될 줄 몰랐다. 어떻게 시작된 프로젝트 인가. 건물이 위치한 곳은 설곡리 길이 끝나는 보리산의 중턱 숲 속이다. 남서울 은혜교회에서 은퇴한 선교사들을 위한 마을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중앙에 위치한 예배 공간을 먼저 짓게 된 것이다. 예배당뿐만 아니라 <생명의 빛 예수마을 선교센터>로서 강당, 식당, 숙소 등 여러 기능이 복합 적으로 들어가 있다. 어떤 용도로 계획되었는지 설명해 달라. 예배당은 주일 예배뿐만 아니라 수시로 조용히 묵상과 기도를 드리는 곳이다. 또 이곳은 애초 에 청소년 수련원으로 허가를 받았다. 수련의 장소로서 교육관은 물론 방문객들이 며칠 머물며 모임을 가질 수 있도록 숙소와 식당 등을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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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 예배당 중심에 목회자의 자리 대신 원형 수조와 십자가가 세워졌다. 십자가는 얇고 허약하고 섬세하고 빈약하게 디자인되어 예수의 고난을 표현하며, 한가운데 물은 예수님께서 베풀어 주신 세례의 물을 상징한다.

주일 예배 중인 예배당. 원형은 연합을 상징하고 성직자와 평신도의 분리를 평등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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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 받은 홍송의 일부는 기둥으로 쓰고, 나머지는 천장에 매달아 부활을 상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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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 옆의 미술관이 색다르다. 우리가 갔을 때는 신성희 선생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었다. 이 공간은 어떻게 운영이 되나. 미술관은 처음부터 설계 조건 중의 하나였다. 이 교회 목사님이 예술을 무척 좋아하시고, 또 작 가들을 많이 돕기도 하신다. 미술관은 소장품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되었고, 준공 기 념전으로 신성희 작품전(Nouage, 엮음의 공간)이 기획된 바 있다. 1층 소예배당의 한쪽에는 프랑스 조각가 장 파트리스 울몽(Jean Patrice Oulmont)의 홍송 원목 을 이용한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작품이 놓인 곳의 천장 부분에 원형으로 별도 마감된 부분이 눈에 띈다. 위치상 3층 예배당의 중앙 수조와 연결되는 부분이라고 하는데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보통 공사하는 과정에서 설계자가 의도했던 부분들이 포기되기도 한다. 원래 여기 천장의 둥근 모양은 3층 예배당 중앙 수조와 같은 크기로 계획됐다. 십자가가 꽂혀 있는 물의 공간을 통해 1 층까지 빛을 비추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려면 투명한 유리 바닥을 둬야 하는데 구조적인 어려움도 있고 해서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지금처럼 천장에 표시만 남은 채 공사되고 말았다. 표현이 안 되어서 얘기를 잘 안 하는 부분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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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교회 건축을 다시 생각하다 우선 대지에 진입하면 수련을 위한 공간들-1층 (다목적) 소예배당 및 식당, 2층 숙소, 3층 미술 관-과 먼저 만나게 된다. 전체적으로 유리와 폴리카보네이트로 마감된 건물이 다소 가볍게, 크 게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경사진 땅에 잘 앉아 있다. 교회측은 자연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자연 속에 파묻진 느낌을 희망하였다. 건축 면적 500여 평 규모의 건축물이 자리잡기 위해 그 지역에서 가장 경사가 완만한 곳을 선택하였고, 남 향을 향한 주요 경사에 맞게 정입면을 필로티로 띄웠다. 지붕과 건축의 선들은 지역의 산세를 따랐고, 외피는 자연을 반사하며 동시에 투과하는 유리와 폴리카보네이트를 선택했다. 남측 입면을 따라가다가 건물 모퉁이를 돌아서 경사진 길을 오르다 보면 어느새 건물 서쪽 3층 입구에 다다르게 된다. 겉모습은 마치 식물원을 연상시키지만, 속에 <생명의 빛 예배당>을 품고 있는 성스러운 건물이다. 입구 안쪽을 슬쩍 들여다 봤을 뿐인데도 홍송으로 둘러싸인 예배당의 아우라가 장난이 아니더라. “스스로의 세계를 생성”하듯이 외부에서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내재된 공간을 숨겨 두었다. 잘 알다시피 이 프로젝트는 2008년 당시 남서울은혜교회 담임목사인 홍정길목사에게 러시아와 한 국을 오가며 사업하는 분이 큰 규모의 러시아산 홍송을 기증함으로써 시작 되었다. 자연히 홍송 의 활용은 프로젝트의 전제 조건이 됐다. 건축가에게 재료를 지정해 준다는 것은 매우 불리한 조건이다. 건축가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 가 축소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맡게 된 또 다른 이유가 있나. 개인적으로 교회 공간과 인연이 많다. 졸업 작품도 예배당이었고, 지금까지 제일 많이 설계한 것이 교회다. 덕분에 개신교의 공간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특히 6살 때부터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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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구조물에 홍송 토막들을 끼워 매달았고, 폭이 얇은 스틸 격자 선으로 통나무 하단을 다시 한 번 잡아 줘서 흔들림을 방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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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형 천장과 벽면에 (입구를 포함하여) 원형으로 움푹 패이거나 뚫린 부분은 모두 12개로, 열두 제자 혹은 이스라엘 12지파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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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살면서 아름답고 성스러운 가톨릭 교회 공간을 많이 접할 수 있었는데, 동시에 이것과 비교 되는 개신교 교회 건축에 적지 않은 의문을 갖게 됐다. 최선을 다한 공법과 시간, 재료를 투자하 여 가장 귀하게 지은 성당에 비해 개신교 건축은 대개가 무미건조하고 메말라 있다. 이는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요즘의 한국 개신교 교회들은 점점 사치스럽 고 대형화되고 있지 않나. 그런 측면에서 종교인으로서, 건축가로서 뭔가를 해 봐야겠다는 생각 을 늘 하고 있었는데, 마침 기회가 온 것이다. 아무래도 이 프로젝트와 관련된 교회측 사람들을 설득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성경을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공부했다. 비록 신인이지만 예배당 공간에 대해 주장해야 할 부분 은 거침없이 얘기했던 것 같다. 기존 공간에 대해 비판도 많이 했다. 요악하자면 이런 내용이다. 가톨릭과 달리 개신교는 종교 개혁을 통하여 조형적 사물을 우상숭배와 견주어 회화나 조각, 건 축을 절제하고 특별한 공간이나 장소의 거룩성을 자제하였으며 각 성도들이 모두 거룩한 성전 이 되어야 할 것을 개혁의 핵심으로 삼았다. 즉 개신교는 말씀 위주다. 말씀을 갖고 있는 분이 목 사님이니 목사님 위주로 예배가 진행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목사님만 바라보고 앉아 있는 거다. 자연히 공간 구성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고, 대신 음향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나는 그것 에 우리 교회의 허점이 있음을 피력했다. 몇몇 교회를 두고 ‘목사 우상화’란 말이 나오기도 하지 않나? 다른 교회 목사님들과 얘기하는 자리에서 (부패된 교회를 두고) 심하게는 회화, 조각을 없앤 자리에 목사님 스스로 앉아 계신 건 아닌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술적 감동을 위하여 개신교의 핵심 안에서 예배당 공간을 검토하고 상징적 표현을 구상해 보려 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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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곳이 하나님을 만나는 거룩한 장소가 되기를 소망하였다. 예배 의식과 철학과 영성과 예

예배당의 상징적 표현들 예배당 공간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자. 무엇보다도 평면의 형태를 원형으로 만든 점, 원형 공간의 중심에 목회자의 자리 대신 원형 수조에 십자가를 세웠다는 점, 아니 그보다 목회 자의 자리를 따로 만들지 않았다는 점 등은 논란을 일으킬 만하다. 건축주와 의견 대립이 가장 많았던 부분이다. 사실 원형 예배당은 칼빈(Calvin)도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형태이다. 이것은 초대 교회의 정신과 종교 개혁의 이념에 기초한다. 원형은 연합을 상징하고 성직자와 평신도의 분리를 평등화시킨다. 개신교 교리상 만인제사장설은, 신자는 누 구나 하나님께 직접 예배하고 교통할 수 있음을 선포하는 것이다. 사실 전쟁 때문에 프랑스에 남아 있는 개신교 건물의 수는 많지 않지만, 그중 원형의 흔적을 보여 주는 것은 꽤 된다. 원의 중심은 기독교의 상징인 오직 십자가만 설 수 있고 그 외의 아무도 그 자리에 설 수 없다. 모든 예배자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십자가로 향하게 된다. 십자가는 얇고 허약하고 섬세하고 빈약하게 디자인되었다. 그것은 예수의 고난을 표현하며 알루미늄 봉을 지지고 파내고 긁어서 시공하였다. 그러나 알루미늄의 반짝임으로 부활의 기쁨과 환희는 밝은 빛으로 발한다. 십자가 는 샘물 한가운데 있다. 그 물은 이스라엘 백성이 홍해와 요단강을 건너 가나안에 들어 갔으며 예수님께서 베풀어 주신 세례의 물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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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석 규모의 원형 예배당은 수직으로 매달린 수백 개의 묵직한 나무 토막에 의해 반구형을 이 룬다. 구멍이 숭숭 난 돔의 형태다. 이 구멍 사이로 들어온 빛이 예배당 구석구석을 비춘다. 반구 형 형태의 공간을 제안하게 된 배경은 뭔가. 돔 형태는 로마 시대의 판테온과 르네상스의 많은 사례를 보면 세상을 상징한다. 또한 이번 프로 젝트에는 창세기에 나오는 ‘궁창’이라는 신비스러운 일종의 하늘, “위의 물과 아래의 물”을 갈라 주는 경계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건축적으로 표현해 보았다. 하늘의 빛이 궁창의 홍송 사이로 내려와 마치 빛이 중력을 입은 듯 채광으로 매우 밝은 공간을 만들기를 원했다. 한편으로 원형 은 신의 속성인 완벽성perfection과 초월성transcendance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는 형태이기도 하다. 834개의 홍송 통나무들이 모두 수직으로 서 있는 형태이다. 가장 먼저 구조를 어떻게 해결했는 지 궁금하다. 물론 나무 토막들이 반구형을 이루며 서 있으려면 많은 힘이 필요하다. 834개 중 192개가 압축 력을 받는 기둥으로 쓰였고, 이 기둥 위에 인장력에 대응하는 상부 스틸 격자 구조물을 얹었다. 격자 프레임 구조는 3D 툴로 구상을 하고 구조 회사Bollinger & Grohman의 검토를 받은 후 설치하 였다. 이 스틸 구조물에 나머지 홍송 토막들을 끼워 매달았고, 폭이 얇은 스틸 격자 선으로 통나 무 하단을 다시 한 번 잡아 줘서 흔들림을 방지했다. 이로써 베어져 땅에 누운 나무가 살아 숨쉬는 생명 있는 나무처럼 다시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WORK

서게 되었다. 결국 이곳의 834개 통나무 덩어리는 부활을 상징하는 셈이다. 부활을 상징하는 수직의 나무들, 예수의 고난을 표현한 십자가, 세례수를 상징하는 수조의 물 등 종교적 상징성을 가진 요소들이 눈에 띈다. 이밖에도 반구형 천장과 벽면에 (입구를 포함하 여) 원형으로 움푹 패이거나 뚫린 부분이 모두 12개로, 이 또한 열두 제자 혹은 이스라엘 12지 파를 상징한다고 들었다. 앞서 ‘상징적 표현 구상’을 공표하기도 했지만, 다시 한 번 이러한 상징 성의 의미를 말해 달라. 건축주와 원활하게 대화하기 위해서 종교와 관련된 공부를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보다 구체적 인 상징적 표현들은 그분들과 대화하는 과정 속에서 나온 것 같고…. 아무튼 예배당 공간은 상 징성과 의미 그리고 이미지를 포함해야 영성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영성이란 게 상징에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이를테면 가톨릭의 성당은 그 자체로 하느님 말씀의 기록 이다. 교회 관계자분들께 “서 있는 것은 부활이고 생명이고, 누워있는 것은 죽음이다. 그러한 의 미에서 나무의 수직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상징한다”는 식의 얘기를 들려 드릴 때마다 재미있어 하셨고, 나 또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그러한 상징성에 감동되기도 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공존 홍송 나무 토막의 숫자만 봐도 엄청난 작업이었음이 짐작된다. 더구나 전체가 돔 모양이 되도록 나무 토막을 하나하나 다르게 잘랐을 테니 도면의 양도 만만치 않았을 테고…. 834개 나무의 위치와 높이를 정하고 절단 각도를 지정해 주려면 적어도 834장의 도면이 나와 야 한다. 형태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시공을 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천 장의 도면을 그렸다. 공법이나 비례를 고민하면서 프레임에도 수없이 많은 변화가 생겼고, 자연히 나무의 간격과 높이와 두께 이런 수치들도 여러 번 함께 바뀌었다. (물론 기본적인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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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와이드 워크

은 변함 없었지만) 대략 6년 동안 학교 강의 나가는 것 외에 도면 붙잡고 씨름하는 일이 거의 전 부였다고 보면 된다. 또 필요한 사이즈가 나오지 않아서 러시아를 직접 방문하여 필요한 홍송 을 더 얻어오기도 했다. 도면은 3D 작업으로 그렸지만 가공은 일일이 손으로 했다. 덕분에 공간에서 손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손으로 자르고 대패질하고…. 기계가 할 수 없는 테크닉을 보여 준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완벽 한 형태의 기하학적 원구형이 비정형 형태 혹은 손맛과 대비를 이루는 지점이다. 시스템은 있지 만 비정형 형태를 포함하는 것, 어떤 복합적인 여유를 가지고 있는 것, 그런 게 나는 좋다. 극히 반대의 요소가 함께 공존하는 것이 참 재밌다고 생각한다. 아날로그하면서도 디지털한, 기계도 있고 손도 있고…. 더구나 나무에 방부 처리를 하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나무 자체의 느낌이 손맛을 더해 주는 듯 하다. 나무가 발산하는 은은한 향기도 좋고. 그런데, 아무래도 원목이다보니 변형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화학 약품 대신 올리브 기름을 한 번 발랐다. 로마시대부터 이용되었던 방법이라고 한다. 색깔 도 그렇고, 나무에 대한 보호가 원시적이지만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리고 홍송을 기증한 분이 설치된 것을 보시고, 지금까지 이미 많은 변형이 이루어졌고 앞으로 미미한 정도의 변화만이 있 건 내부에서 계속 건조가 이루어지고 있고 UV코팅된 폴리카보네이트가 자외선을 차단해 주고 있기 때문에 그리 큰 변화는 없을 거란 사실이다.

WORK

을 것이며 그 범위 내에서 비교적 잘 버틸 것 같다고 했다. 조금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확실한

폴리카보네이트 얘기가 나왔으니 재료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 전체적으로 건물의 외벽은 150 공간을 사이에 두고 안쪽은 한 겹의 유리로, 바깥쪽은 폴리카보네이트로 구성이 됐다. 그런데 예배당 건물은 그 반대의 구성을 취한다. 즉 안쪽엔 폴리카보네이트가, 바깥쪽엔 유리가 건물을 감싸고 있다. 폴리카보네이트를 선택한 이유와 이와 같은 구성 방식을 취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 달라. 외장재 선택에 있어서 덥고 추운 기후에 대한 고려가 있었다. 또 빛을 많이 들여오면서 단열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폴리카보네이트를 선택한 이유이다. 빛과 단열을 모두 해결 하는 이 재료는 공간을 사이에 두고 유리와 함께 사용되어 단열의 효과를 배가시킨다. 게다가 유리의 설치는 층간 방화나 소음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이중유리로 된, 바깥이 보이는 부 분을 제외하고 모든 부분이 이런 구성이다. 실제로 이 건물은 올해 여름을 보냈는데, 사용자에 의하면 빛이 많이 들어오면서도 생각보다 덥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피라미드 형태의 예배당은 열이 위에서 자연적으로 배출되는 구조다. 완전히 찜통을 예 상했던 사람들은 의외로 단열이 잘 되는 것에 놀랐다고 한다. 반대로 바깥에 유리를 설치한 이 유는 지붕재로서 폴리카보네이트가 가지는 방수 및 소음(빗소리)에 대한 취약함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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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1 | Wide AR no.41

신형철 건축의 동력 결과적으로 대단히 낯설고 독특한 건물을 만들어 냈다. 작업 과정의 특징이랄까, 설계에 임하는 태도랄까, 비교적 (건축적으로)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더구나 종교 건축에서 이와 같은 대담 한 발상을 구현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인가. 나는 건축주에게 보여 주기 위한 스케치는 하지 않는다. (물론 작업 과정에서의 스케치는 수도 없이 하지만) 스케치를 하면 그것에 매이는 경우가 너무 많고, 머릿속에 넣어두고 더 이상 생각 을 발전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든 조건들이 머릿속에 입력이 되고 그것을 고민하고 곱씹은 후에야 설계가 나오는 것이라 믿는다. 사실 그러고도 여러 조건, 예기치 못한 상황 때문에 많은 변화를 겪기도 하지만…. 나는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경험은 필요없다. 대신 많은 걸 버리고 실험을 하는 게 더 중 요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또 내 스스로 조금 안다고 생각되는 것은 부정하고, 이전의 경 험으로 굳어진 생각들은 버리려고 노력한다. 경험은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게 하기 때문이다. 아 마도 내가 경험에 의존하는 사람이었더라면 이 예배당을 짓지 못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이것을 짓는 과정에서 유경험자들의 비관적인 조언을 많이 듣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누아주(Nouage, 엮음)의 창시자 신성희 선생이 부친이다. 어떤 식으로든 작업에

WORK

영향을 받았을 것 같은데. <생명의 빛 예배당>은 나의 첫 작품이다. 설계는 많이 했지만 끝까지 시공된 것은 우리나라에선 이게 처음이고, 프랑스에도 한 두 개 빼곤 없다. 1999년 건축학교를 졸업하고 곧장 패션 쪽 일 을 했기 때문에 첫 작업이 좀 늦었다. 4,5년 동안 옷만 만들었다. 디자인하고 꼬매고 붙이고…. 이후 다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건축을 시작하게 됐다. 꼭 패션 쪽 일뿐 아니라 뭔가 손이 포함된 예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아 닐까, 생각해 본다. 아버지가 하셨던 캔버스를 찢어 다시 접고 묶어 엮어내는 작업들, 뭔가를 만 지고 자르고 메꾸고 꼬매고 다시 붙이고 하는 일련의 작업들을 보면서 손으로 하는 일에 애착을 갖게 된 것 같다. 그게 이번 작업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아버지는 또한, 그러한 과정을 통한 예술이 누구나 봤을 때 좋아야 한다는 것, 나를 알건 모르건 남녀노소 모두가 봤을 때 자신만의 공감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좋은 예술이라는 사실을 가르쳐 주셨다. <생명의 빛 예배당>을 보고 누구든 그만의 공감을 가질 수 있다면, 나는 건축가 로서 행복할 것 같다. 정리/정귀원(본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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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도

단면도 1

단면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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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하늘마당

지붕층 평면도

2.예배당 3.미술관

3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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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세미나실 5.(소)세미나실 6.강사실1 7.강사실2 8.(여)샤워실 9.(남)샤워실 10.방

2층 평면도

11.소예배당 12.카페테리아 13.주출입구 홀 14.사무실 15.알람제어반실 16.식당 17.주방 18.기계실

1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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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4 제 도시와 대화하고 이웃끼리 소통하는 집

상계동 주거복합 프로젝트 김성우+김상목 조은사랑채 신정동 도시마을주택 박인수 가양동 협동조합형 공공주택 이은경 진행 정귀원 본지 편집장

여기 소개되는 공동주택 4작품은 주어진 여건이나 상황이 분명 다르다. 특히 앞의 두 작품은 민간 사업이고 뒤의 두 작품은 공공이 발주한 사업이란 점에서 차이는 더 명확

FOCUS

박창현

해진다. 그러나 한편으론 적지 않은 공통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우선 도시 내 공동 주거란 점 이 그렇고 ‘단지’가 아닌 ‘단일 건물’이란 점이 그렇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도시와 소통 하거나, 세대 간 단절을 지양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분적으로 닮았다. 얼마 전 서울시는 2017년까지 8만 채의 공공 임대주택을 공급한다고 공표했다. 그리 고 가용할 택지가 부족한 상태에서 자투리 시유지 땅을 복합개발해 장기전세주택이나 행복주택 등으로 공급하는 대안을 확정·추진하기로 했다. 뉴타운·재개발·재건축 같은 대규모 전면철거 위주의 정비방식을 지양하고 기존 도시구조를 유지하는 방식이 도입된 지도 오래다. 늙어가고 있는 강북의 많은 다세대/다가구들이 법규든, 도시 계 획이든, 대안 주거든 언젠가는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여전히 대 규모 단지형 아파트 건설 소식이 들려오고, 도시 소필지 주거 지역을 단지화 전략으로 공략하겠다는 야심이 전해진다. 단지형 아파트를 반성하고, 작지만 야무진 대안을 펼 쳐 내보이는 이 건축가들의 작업이 더욱 값져 보이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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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계동 주거복합 프로젝트 김성우+김상목 N.E.E.D. 건축사사무소

설계

N.E.E.D. 건축사사무소(김성우, 김상목, 이양재, 박승진, 권숙희)

구조 설계 아이맥구조 전기 설계 대경전기설계사무소 기계 설계 우원엠앤이 토목 공사 시지이엔씨 시공

씨앤오건설주식회사(이규환, 안정룡, 이은행)

건축주

최정자 외 2인

위치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341-5

용도

제2종 근린생활시설,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대지 면적 418.00m2 건축 면적 249.09m2 연면적

1,999.39m2

건폐율

59.59%

용적률

340.46%

규모

지하 3층, 지상 8층

구조

철근 콘크리트 구조

마감

컬러 노출 콘크리트(송판무늬), 복층유리, 알루미늄 시트

설계 기간 2011.5 - 2012.3 공사 기간 2012.3 - 20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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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신경섭


Wide Focus | 와이드 포커스

서울 주요 도심과 30분 이내에 연결되는 지상철 노원역 1 번 출구를 나오면 바로 마주치는 건물이 <상계동 주거복합 프로젝트>이다. 철도와 인접해 있는 북측을 제외하면, 주 어진 용적률을 모두 소비한 탓에 6층을 넘지 못하는 고만 고만한 상가 건물들이 주변을 형성하고 있다. 까다로운 법 규와 주변 환경의 소음/시각적 공해를 해결해야 하는 여건 속에서 도시형 생활주택을 계획하는 것 자체가 건축가로 서는 굉장한 도전이었을 것이다. 저층부를 들어 올려 주거 환경을 확보하다 저층부 상업 프로그램의 접근성 한계가 지상 4층까지라는

N.E.E.D. 건축사사무소는 2008년 ENYA(Emerging New York Architects) 국제현상설계 당선을 계기로

판단에 따라 지하 1층과 지상 1,2층은 건축주가 운영하는

2011년에 김성우, 김상목이 각각 서울과 뉴욕에 개소한

커피 전문점이, 3,4층은 상가 임대 공간이, 5층 이상은 주

건축설계사무소다. N.E.E.D. 건축사사무소는 삶의

거 시설이 자리를 잡았다. 주목할 것은 외관에서도 한눈에

불안정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일상의 이슈를 진지하게 탐구함과 동시에 그것의 다양성을 받아들여

파악되는 저층부의 높이다. 이것은 적절한 주거 환경을 확

현실에 반영하려 노력한다. 건축주와 사용자의 필요에서

보하기 위한 해법으로, 저층부의 층고를 높게 들어올리고

시작하여 시대가 요구하는 건축을 만들고자 노력하며, 스케일/스타일에 얽매이지 않으며, 건축에만 한정하지

층간을 연결하는 수직 보이드를 삽입하여 5층 이상의 주거

않고 도시, 랜드스케이프, 인테리어 등 경계 없는

영역이 주변의 소음과 시각 공해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날

탄력적인 스펙트럼 안에서 작업하는 건축사무소이다.

수 있게 하였다. 덕분에 3개 층에 걸친 넓은 카페는 여유 롭고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고, 특히 지상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의 원두 로스팅 기계가 ‘카페의 뜨거운 심장부 기능’을 담당하면서 유니크한 공간을 구성하고 있

micro-scale urban housings

housing +commercial facilities

void insertion

setbacks

unit composition

terraces

mater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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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은 층고를 높게 들어올리고 층간을 연결하는 수직 보이드를 삽입하여 5층 이상의 주거 영역이 주변의 소음과 시각 공해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게 하였다.

저층부는 상업시설을 두었다. 외부로 활짝 열린 1층 카페는 도시와 적극적인 대화를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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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Focus | 와이드 포커스

상부 매스의 주거 유니트 구성을 경사지게 처리하여 주변 건물과의 느슨한 관계를 만들었다.

다. 이 카페는 애초부터 건축주가 염두에 두었던 프로그램

도시와 소통하기

이다. 건축가는 이와 연동하여 상층부 초소형 주거 입주자

한편, 테라스는 “<상계동 주거복합 프로젝트>가 ‘단지’가

들이 어느 때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확장된 거실’이나

아닌 ‘단일 건물’로서 도시 속 주거가 어떻게 도시와 관계

커뮤니티 공간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다.

를 맺어야 하는가” 라는 실험과도 관련이 있다. “제한된 용 적률 속에서 완화된 높이 제한을 활용함으로써 상부 매스

테라스 딸린 초소형 주택

의 주거 유니트 구성을 경사지게 처리하여 주변 건물과의

5층부터 시작되는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은 모두 21

느슨한 관계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주거 공간에 도시와 적

세대로 초소형 원룸에서 투룸형, 테라스형, 복층형 등 다양

극적으로 관계할 수 있는 중간 영역으로 넓은 테라스를 갖

한 유형을 갖고 있다. 유니트의 선택 범위가 넓은 것은 여

도록 시도한 점이 기존의 소형 주거와 차별화된 점이다.”

러 형태의 삶을 수용하기 위해 애초에 의도된 바이기도 하

(건축가의 글 중에서) 주거 공간의 테라스 외에 작은 발코

지만, 정갈한 입방체 모양의 건물 형태와는 다른 다양한 내

니, 상가 임대 공간의 발코니와 테라스, 외부로 활짝 열린 1

부를 구성하려는 건축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층 카페 등도 도시와의 적극적인 대화를 시도하기 위한 장

그중 테라스형은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잘 읽

치이다.

어낸 것으로 눈길을 끈다. 총 7세대에 주어진 테라스는 대 부분 방보다 크다. 초소형 주택에서도 넓은 테라스를 가질

주변 건물과 차별성을 갖는 외관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으로, 테라스는 원하는데 큰 평형의

건물이 도시와 만나는 이 접점들은 솔리드한 벽면과 창호

집은 부담스러운 수요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기존 원룸형

와 어우러져 열리고 닫힌 입면의 패턴을 구성한다. 특히 주

에 비해 3~40만 원의 웃돈에도 불구하고 가장 빨리 소비

거 공간에 삽입된 좁은 발코니들이 저층부의 상업 영역까

되었다고 한다.

지 확장되어 통일된 입면을 구성하고, 창호의 가볍고 차가 운 알루미늄 시트와 함께 단순한 변화만으로도 입면의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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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1 | Wide AR no.41

넓은 테라스를 가진 초소형 주택

쾌함을 살렸다. 이로써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게 구축된 건 물의 입면은, 사방에서 대면하는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다른 표정을 짓고 있다. 즉 철도와 면한 북측은 소음에 대응하고 자 다소 폐쇄적이며, 정반대쪽인 남측과 카페의 전면인 서

주거 내부 공간. 상층부는 초소형 원룸에서 투룸형, 테라스형, 복층형 등 다양한 유형을 가진 주거 영역이다.

측은 도시를 향해 적극적으로 열려 있다. 건물 외관에 의한 주변 건물과의 차별화는 재료의 물성에 의해 더욱 심화된다. 특징없이 번잡한 상업 건물과 달리 차 분하고 묵직한 노출 콘크리트가 외부 마감재로 선택되었 고, 특히 검은색 안료를 섞은 컬러 노출 콘크리트는 재료 가 가지는 진부함과 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었 다. 언뜻 목재 널판 마감이 연상되는 까닭은 더글러스 송판 무늬 패턴을 넣어 수직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나무 무늬 가 새겨진 검은색 노출 콘크리트는 날씨와 시간에 따라 전 혀 다른 질감을 보여 준다. 비가 오는 날이면 검은색은 더 욱 짙어지고 마르기 시작하면 점점 옅어지가다 빛을 정면 으로 받을 땐 거의 회색에 가까운 느낌을 자아낸다. 해질 무렵 빛을 측면에서 받으면 나뭇결이 한결 살아나기도 한 다고.

복층형 주거의 2층 66


Wide Focus | 와이드 포커스

인터뷰 도시에 말 걸기 소형 주거 공간에 딸린 테라스와 저층부 카페가 도시 가로 와 직접 대면한다. 이것이 ‘단지 방식’이 아닌 ‘필지별 건 축 방식’으로서 도시와의 관계에 주목한 결과임은 익히 알 고 있다. 이와 같은 실험을 하게 된 배경을 말해 달라. 도시와 단절된 도심 속 주거를 반성하면서 시작됐다. 오래 전 한때, 계단실이 바깥에 매달려 있는 다가구주택 유형이 있었다. 면적이 건폐율에 포함되지 않다 보니 빠르게 증식 하던 유형이었다. 이것의 계단은 일종의 중간 영역으로서 주거 공간이 도시와 소통할 수 있는 여지를 갖게 해 주었 다. 그런데 이것을 인정해 주지 않으면서 다가구주택은 코 아형이 되고 점점 폐쇄적으로 바뀌고 말았다. 다가구 패턴 이 진화한 원룸 형식들, 즉 서울의 도심 블록 안에 들어서 있었던 쪽방, 고시원, 원룸텔 등 이름도 모호한 초소형 주 거 유형의 경우는 폐쇄성이 이보다 더 심하다. 철저하게 도 시와 단절된 비좁은 주거공간은 열악한 주거환경이라는 낙인을 받았고 개인 가구의 잠재된 수요와는 상관없이 없 어져야 할 주거 유형으로 분류되고 법규 개정을 통해 사라 져갔다. 도시와 적극적으로 관계할 수 있는 중간 영역으로서의 테라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도시형 생활주택인가?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것에 빨리 대응하자는 취지에서 주차 장을 완화해 주는 도시형 생활주택을 만들었다. 이는 일련 의 소형 주거 형태들을 같은 이름으로 통합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2011년에는 고시원에 대한 규제 강화가 시행 되기도 했다. 주거 지역에 불법 숙박용 시설이 건축되는 것 을 방지하기 위하여 고시원 바닥 면적의 합을 1000m2에서 500m2 미만으로 축소하고 제2종 근린생활시설에 해당하 는 고시원을 근린생활시설군에서 영업시설군으로 변경하 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니 고시원은 더 이상 번성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두 가지 타입이 있는 것으로 안다.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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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1 | Wide AR no.41

2층 평면도

5층 평면도

4층 평면도

1층 평면도

지하 1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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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평면도


Wide Focus | 와이드 포커스

7층 평면도

옥탑층 평면도

6층 평면도

단면도1

8층 평면도

단면도2

단면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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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1 | Wide AR no.41

지하 1층은 바닥의 랜드스케이프가 변화하며 영역 을 다양하게 나누어 주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3개 층에 걸친 넓은 카페는 여유롭고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지상 1층은 중앙에 커피 생산공장인 ㅁ자형 주방이 자리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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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Focus | 와이드 포커스

금 얘기한 것이 원룸형라면 또 하나는 단지형 연립/단지형

내 주거 영역의 가로 공간이 자동차로 들어차게 됐다. 또

다세다이다. 필지별 다세대/다가구주택으로는 주차장이

이런 획일적인 형태로만 풀다 보니까 새로운 대안을 제시

나 놀이터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니 여러 필지를 모아 300

하지는 못해 왔다. 사실 저층부는 상업 시설을 두는 게 가

세대 이하의 단지를 만들어서 해결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

장 효과적이지 않나?

해 소필지 조직의 와해를 불러와 우리 도시에 더 큰 문제

마포에 설계하는 것은 이보다 규모가 더 작다. 단독주택 필

를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아무튼 이 프

지를 다가구주택과 근생시설로 바꾸는 프로젝트이다. 5층

로젝트는 ‘단일 건물’로서의 도시 주거이니 원룸형에 한해

규모를 저예산으로 진행하고 있다. 1,2층은 카페 등으로

서 질문한다면, 도시형 생활주택의 입법이 초소형 주거 개

계획했고, 위의 3개 층은 투룸형, 테라스 혹은 다락방이 딸

선에 미친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고 보는 건지?

린 원룸형 임대 주거로 계획했다. 상계동 프로젝트의 축소 판이랄까.

기존의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1,2인 가구 에 양질의 주책을 공급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고개

주차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 같은데?

가 갸우뚱해진다. 최소 주거 공간에 대한 검토, 단위 주거 의 집합 방식, 주거 속 공공 공간 등은 세밀하게 조정하지

작은 규모는 1층 공간을 조금만 할애하면 연접주차가 가능

않고 주차 법규만 풀어 준 셈이다.

하다. 물론 일본에서처럼 차고지 증명제를 도입하여 동네

대안 주거가 파급력을 가지려면 내용이 달라야 한다. 학습

마다 유료 주차장이 생겨나면 좋겠지만…. 일본에서는 도

도 병행되어야 하고 유형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제안도 해

시를 다공질화해야 한다는 표현을 쓰는데, 공동 주차 스팟

야 하는데(기존의 법규 안에서 풀거나, 법규를 뛰어넘어

은 다공들 중 하나가 된다.

새로운 제안을 하는 방법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

새로운 도전은 리스크risk를 수반하지만 분명 그것을 찾는

부분에 있어서 건축가나 도시 계획가가 많이 못 하고 있는

수요가 있다. 하지만 리스크의 부담 때문에, 특히 공공에서

것 같다.

도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공공에서 이제 더 이상 주거 공급을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여

상계동 프로젝트는 도시와의 접점을 찾아 주는 방식으로

러 가지 유형을 개발하고 그것에 투자하는 게 맞다고 본다.

단위 주거를 집합시키고 개인 테라스를 부여하였다. 그런 데 테라스를 전 세대가 다 가진 건 아니다. 이 넓은 개인

다시 상계동 프로젝트로 돌아와 보자. 개인적으론 흑색 노

테라스를 공용 공간으로 함께 쓰는 방식을 고민하진 않았

출 콘크리트의 묘한 느낌이 먼저 와 닿았다.

는지 궁금하다. 검은색 노출콘크리트로 결정은 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솔직히 그 당시에는 공유에 대한 생각을 못했다. 그보다는

까맣게 물성을 바꾸는 방식은 싫었다. 그리고 일부러 나무

각 세대를 어떻게든 열어 두자, 도시와 만나는 중간 영역,

의 느낌을 더 강조했다. 버닝 브러시, 즉 더글라스 송판을

즉 테라스나 발코니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해 보자는 생각

태워서 표면을 브러시로 밀어 송판결을 더 세게 만든 것이

이 있었다. 그 프로젝트에서 제일 중요한 테마가 무엇인지,

다. 현장에서 6번 정도 테스트했다. 판과 색상를 모두 달리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했고, 즉각적이고 명

하면서…. 실험 한 번 할 때마다 레미콘 한 차를 불러야 했

확하게 사람들에게 전달되도록 구현하는 것이 중요했다.

는데, 시공사도 잘해 보려고 그만큼 공을 들였다.

그렇게 조금씩 다른 시도들이 모여 도시 속 다양한 풍경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혹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실 공유에 대한 개념은 지금 현재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서 적용해 보고 있기도 하다.

실이 작아서 창고를 지하층에 추가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 레이아웃이 도저히 안 되어서 포기했다. 또 옥상 정원을 제

좀더 구체적으로 소개해 준다면?

대로 쓰지 못하는 것도 아쉽다. 옥상이 꽤 근사한데 불안해 서 그런 것 같다. 운영이 안 된다는 것, 불안감을 갖고 있다

중곡동에 짓는 것으로 1~3층은 역시 근생시설이고, 상층

는 것은 계획이 잘못됐다는 이야기다. 적극적으로 쓸 수 있

부는 다양한 유형의 임대주택이다. 보통 1층을 필로티로

게 더 잘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띄우면 높이 완화를 받게 되는데, 이 때문에 우리나라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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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사랑채 박창현 에이라운드건축

위치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50-77

용도

다세대주택

대지 면적 458.47m2 건축 면적 225.36m2 연면적

905.24m2

건폐율

49.15%

용적률

143.01%

규모

지하 1층, 지상 4층

구조

철근 콘크리트 구조

마감

STO 외단열시스템

설계 기간 2012.5 - 2013.2 공사 기간 2013.5 - 2014.2

경사진 대지를 이용, 하얀집은 주차장을 기단 삼아 올라 앉은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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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진효숙 본지 전속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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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세대 주택 <조은사랑채>는 얕은 산을 배경으로 서쪽을 향해 앉은 하얀 집이다. 흰색 벽면이 빛을 받아 골목을 비추 니 칙칙한 골목이 다 훤하다. 산과 이웃하는 동쪽을 빼고 도 시를 향한 세 면의 조망은 그리 나쁘지 않다. 그러나 각 면 의 개구부는 꼭 필요한 부분에만 설치된 듯, 입면의 표정이 극히 절제되어 있다. 남쪽 상황은, 공사 예정된 인접 건물에 일조권이 고려된다면 지금보다 좋아지겠지만, 현재는 거의 붙어 있는 것과 다름없어 남향 선호를 무색케 한다.

박창현은 2006년부터 7년 동안 ㈜건축사사무소 SAAI에서 공동대표로 활동하였다. 그 동안 SKMS 이천 연구소로 제32회 건축가협회상을 수상하였 고, 2013년 ㈜에이라운드건축을 설립하여 창원

적당한 면적과 분배 그리고 옵션 경사진 대지를 이용, 집은 주차장을 기단 삼아 올라 앉은 형태이다. 주차장 벽면의 나란한 세로 슬릿과 현관 입구의

g cafe, 아틀리에 나무생각, 덕두원251복합주택 등

목재 우편함 가로 널이 간결하면서 개성있는 주거 공간을

을 설계하였다. 2014년 서울시건축상을 수상하였

기대하게 한다. 두께가 족히 20cm는 될 법한 육중한 철제

고, 지금은 제주 무진도원, 한국의 젊은건축가 인터 뷰 등 설계와 리서치 작업을 함께 하며 경기대와 고

현관문을 밀고 들어가면 좀 전의 어두운 입구와는 전혀 다

려대 건축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른 환경과 만나게 된다. 이곳은 네모난 천창에서 빛이 쏟아 져 들어오는 밝은 계단실이다. 이 집은 1, 2층에 각 3세대씩 총 6세대의 임대 주거를 갖추 고 3,4층에 부모와 딸이 각각 위아래 거주하는 주인 세대 로 계획됐다. 임대 세대는 침실1(혹은 2), 주방 딸린 작은

산과 이웃하는 동쪽. 중정과 테라스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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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집 앞에는 나무로 만든

포스트의 앞면에는 초인종을 달고

포스트를 세웠다.

사인(sign)을 새겼으며, 뒷면엔 조명을 설치했다.

주차장 벽면의 나란한 세로 슬릿과 현관 입구의 목재 우편함 가로 널이 간결하면서 개성있는 주거 공간을 기대하게 한다.

거실, 화장실이 전부인 소형 주택이지만, 불리한 조건들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 이를테면 상대적으로 어두운 1층 남향 공간은 2세대를 복층으로 구 성하여, 한 세대는 거실/주방을 1층에서 갖지만 대신 정원 과 빛이 좋은 2층 침실을 제공 받고, 또 다른 세대는 밝은 거실/주방을 갖되 잠만 잘 수 있는 1층의 방을 쓰도록 공 간을 적절히 분배하는 것이다. 이밖에 북동향이면서 집 뒤 쪽에 놓인 2층의 어떤 세대는 베란다를 얻기도 하고, 1층 의 모든 세대는 직접 외부 공간을 쓸 수 있기도 하다. 이 같 은 외부와 직접적인 관계맺기는 주인 세대도 예외는 아니 어서, 부모가 사는 3층에는 극적으로 뒷산을 대면할 수 있 는 중정을 냈고 딸이 사는 4층에는 거실과 분리된 작업실 에 테라스를 붙였다. 육중한 철제 현관문을 밀고 들어가면 밝은 계단실 홀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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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 공간은 풍부한 빛과, 낙산과 도시를 가로지르는 바람을 담아낸다.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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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바람과 풍경을 담은 복도 이처럼 적당한 면적과 분배, 그리고 무엇을 더 제공할 것인 가에 대한 건축가의 고민은 각 임대 세대를 하나의 줄기로 엮고 있는 중앙 복도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우선, 이 복도에 넉넉한 폭을 부여하고 시원한 풍광-앞쪽으로 도시의 풍경, 뒤로 낙산 일부의 풍경-을 펼쳐 놓았다. 그리 고 지하층에서 2층까지를 부분적으로 오픈시킴으로써 수 직의 열린 공간을 조성해 냈다. 이로써 복도 공간은 풍부 한 빛과, 낙산과 도시를 가로지르는 바람을 담아낸다. 입주 자는 주차장 혹은 현관에서 자신의 집까지 이 빛과 바람과 풍경을 동행자로 삼는 셈이다.

1층 계단에서 본 도시로 향한 풍경

손맛 나는 디테일 또 하나 <조은사랑채>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각 세대의 현 관문 앞에 세워진 사각 포스트post이다. 포스트의 앞면에는 초인종을 달고 사인sign을 새겼으며, 뒷면은 파 내어 조명 을 집어 넣었다. 별도의 조명 기구 하나 없이 깨끗하고 하 얀 천장과 벽과, 층층마다 색깔이 다른 유리를 섞어 마감 된, 살짝 반짝거릴 뿐인 콘크리트 바닥은 목재 포스트와 조 명의 따스함을 더욱 부각시킨다. 또는 이와 반대로, 내외부 가 흰색과 회색톤으로 마감되어 자칫 가볍고 건조하게 보 일 수 있는 공간 분위기에 (목재 우편함의 친근한 질감, 손 으로 만들어진 현관문 가죽 손잡이의 촉감 및 무게감과 더 불어) 이 포스트는 신체와 접촉하는 부분으로서 균형감을 부여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길게 이어진 수직 동선

3층 복도. 4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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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용 공간을 내 집처럼 이 집은 빛과 바람을 끌어들이고 넉넉하고 여유있는 공용 공간이 설계의 주안점인 듯하다. 적절한 곳에 천창을 두거 나, 아예 구멍이나 틈을 내어 빛과 바람을 유도하고 있다. 특히 임대 세대와 연결된 1,2층 복도는 반외부 공간이나 다름없다. 기존에 있던 자연의 흐름을 방해하지 말고 열어 둘 데는 더 열어서 환기가 자연스럽게 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자는 게 핵심이다. 산에서 내려오는 바람이 많은 동네인데, 그것 을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건물이나 사람, 자연 모두에 좋 지 않다고 생각했다. 물론 겨울에 좀 추운 건 사실이지만, 넉넉한 폭의 복도, 풍부한 채광, 낙산 일부와 도시의 풍광, 그리고 그 둘 사이를 가로지르는 바람은 공용 공간의 질을 높인다고 믿는다. 공용 공간의 환경이 입주자들의 마음에 여유를 줄 거라고 생각한다. 복도 바닥의 일부를 뚫어 지하 1층 주차장까지 연결한 아 이디어가 좋다. 주차장은 방범 문제 때문에 셔터를 달아야 하지만, 너무 칙 칙하지 않았으면 했다. 지하라서 습한 편이기도 하고…. 벽 면의 세로줄 오프닝과 함께 천장의 열림이 비교적 쾌적한 주차장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공동주택에서 공용 공간에 대한 입주자들의 무관심은 주 지되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공용 공간의 부족과 전용 공 간 확장 문제를 들고 나오기도 한다. 우문이지만, <조은사 랑채>에서 공용 공간에 특별히 공을 들인 배경이 궁금하다. 공동주택의 임대 세대를 오로지 경제적인 접근으로만 생 각하는 사람들의 얘기다. 하지만 꼭 최대 면적이 최대 수 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 전용 면적이 커지더라도 기능에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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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과 분리된 작업실에 테라스를 붙인 4층

극적으로 뒷산을 대면할 수 있는 3층 중정 78


Wide Focus | 와이드 포커스

도움되지 않는다면 경제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보다는

오랫동안 관계해 왔고, 앞으로도 관계를 맺게 될 이웃에 계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공간의 질과 특징을 잘 전달하는

획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반응하여 각 방향에서 들어오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는 요구를, 충족하여야 할 조건과 함께 녹여 나갔다. 우선 주

대다수의 공동주택 입주민들은 1층 현관에서 엘리베이터

민들의 의견을 들어 보니, 좁은 도로에서 건물이 너무 위압

를 타고 공용 공간을 거쳐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부

적으로 다가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 또 밝은 골목길

터가 자기집이라고 인식한다. 공용 공간은 자신의 영역이

을 만드는 것에 일조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하얀 벽면에 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세대 간 단절이 생기는 것은 자

딪힌 햇빛으로 골목길을 비추게 하고, 지하층을 기단 삼아

명한 일이다. 나는 사람들이 느끼는 집의 영역을 공용 공간

건물 1층을 셋백시키고, 도로에서 보이지 않게 4층을 다시

까지 확장해 나가는 것이 세대와 세대를 연결해 주는 중요

뒤로 물리게 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배려하고자 했다.

한 고리라고 생각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구체적인 방법 을 고민하기 시작했던 것이고….

그런데, 동쪽을 제외한 세 면은 개구부가 거의 최소화됐

그것은 특별한 것은 아니다. <조은사랑채>만의 목재 우편

다. 그게 자칫 폐쇄적인 집으로 보이게 하는 요인이 될 수

함을 설치한다든지, 가죽 손잡이를 잡고 제법 무거운 입구

도 있을 것 같은데.

현관문을 몸으로 밀고 들어서게 한다든지, 동선을 길게 유 도하여 자연을 경험하게 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한때는 빛

이 집은 여러 가지 문제로 거의 설계를 다시 한 프로젝트

과 바람이 매우 좋으니 세대마다 식물을 선물할까도 생각

이다. 건물이 완성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

했었다.(웃음)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사는 사람들의 마음

는 남북은 물론이고 서쪽까지 조망이 꽤 좋아서 개방감 있

에 변화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그러고 보니, 이

게 많이 열어 놓았었는데, 각 대치되는 주변 건물 거주자

프로젝트를 통해 공용 공간 안에서 건축가가 제안할 수 있

의 요구를 그대로 반영하여 입면을 전면 수정하였다. 물론,

는 범위에 대해 고민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더 적극적으

그래도 꼭 필요한 부분에는 창을 내었고, 대신 건너편 집

로 개입할 것인가, 아니면 조금 뒤로 물러서서 관망할 것인

이 보이지 않게 창에 수직의 날개를 달았다. 그런데, 이 날

가. 그 고민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개가 빛을 또 튀겨 내어 내부로 끌어들이는 반사판 역할을 하더라. 의도하지 않은 디자인 요소다.

각 세대마다 세워진 포스트를 포함하여 디테일이 모두 공 예품에 가까운 것들이다. 친근함의 표현인가?

‘세대 간 단절 극복’을 주제로 공용 공간에 힘을 실어 주는 프로젝트로 이해됐다. 준공작이든 계획안이든, 주제를 공

물론 그런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내 것, 다른 집에서는

유하는 또 다른 프로젝트가 있는지 궁금하다.

볼 수 없는 우리만의 것이 특별한 애착과 마음을 줄 수 있 는 도구라고 생각했다. 신체를 통해 오랜 시간을 거쳐 완성

경기도 오산에 훨씬 도전적인 작업을 한 게 있다. 마당을

된 결과물은 그것을 대하는 사람들에게 그 가치가 고스란

매개로 두 개 내지 세 개의 세대를 묶고, 이 묶음들의 몇몇

히 전달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것을 만든 과정과 만든

을 조합한 집이다. 따로 살기를 원하지만 가까이 살고 싶은

이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속에 내포된 가치는 무엇

욕구를 읽은 작업이다. 1층에는 주차장과 함께 주거와 직

과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포스트의

사인sign은

그래픽디

접 연결되는 상가를 두었다. 오래된 점포들이 사라지면 동

자이너가 일일이 손으로 판 것인데 그 과정을 동영상으로

네 역시 활기를 잃는다는 것에 착안, 동네의 흔한 소규모

찍고 입주자들에게 보여 주고 사진 촬영한 것을 입구에 붙

점포들을 활성화시켜 다시 작은 동네를 형성하겠다는 의

여두기도 했다.

도가 배경에 깔려 있다. 계획안까지만 진행되어 아쉬울 뿐 이다.

아파트는 물론이고 요즘은 다세대/다가구조차도 삶의 모 습은 닫혀 있고 소통되지 않는다. 그러나 골목길, 나아가 서 도시와의 관계를 고민하는 것은 보다 나은 동네, 도시 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일 것이다. <조은사랑채>는 골목길 을 포함하여 주변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갔는지 궁금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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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

2

3

3

5

3

1

1.테라스 2.출입구(3층)

6

3.홀 4.중정 5.보이드 6.주차장

단면도

서측 입면도

남측 입면도 ELEVATION 1

ELEVATION 2

동측 입면도

ELEVATION 3

북측 입면도 ELEVATION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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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1

1

2 1

3

2

4

1.침실 2.거실 3.복도 4.주계단

2층 평면도

1

2

1

1.거실

2 1

2

3

2.테라스 4

5

3.식당

6

4.복도

1

1

7

2

3

8

9

10

5.출입구 6.주방

4

1.침실

7.침실

2.거실

8.욕실

3.복도

9.중정

4.주계단

10.기계실

1층 평면도

4층 평면도

1

2

1

3

4

2

5

6

6

1.테라스 2.침실

3

1.주차장 4

2

7

3.중정

2.창고

4.거실

3.로비

5.출입구

4.우편함

6.주방 7.주계단

지하층 평면도

3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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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동 도시마을주택 박인수

사진 진효숙 본지 전속 사진가

파크이즈건축사사무소

위치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정동 1289-2

지역 지구 제3종 일반주거지역 / 제1종 지구단위계획구역 대지 면적 2,569.20m2 규모

1개동/지하 2층, 지상 8층

연면적

9,688.64m2(지하 3,630.29m2, 지상 6,058.35m2)

건축 면적 1,261.41m2 건폐율

49.10%

용적률

226.03%

세대수

15유형 92세대

구조

라멘 구조

주차

65대(법정 61대)

인근 고등학교 옥상에서 바라본 전경. 테라스와 옥상정원이 단위 주거 공간과 결합되어 단조롭지 않은 형태를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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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동 도시마을주택은 서울시 공공원룸주택 시범단지(연 남동/문정동/신정동) 중 하나로 신혼부부를 위해 개발된 공공 임대 주택이다. 건축가는 오늘날의 아파트가 가지는 문제점을 전제로 점차 1~2인 가구 주택으로 바뀌어 가는 가족 구성의 변화와 달라지는 생활 양식에 주목한다. 그리 고 이 프로젝트를 통해 단독주택에서 다세대/다가구, 단지 형 아파트로 진화해 온 서울의 도시 주거 유형의 다음 단 계를 고민하고자 하였다.

박인수는 숭실대학교 건축학과 및 동 대학원을

도시와 연속성을 가지는 도시 내 주택

졸업하고 AA School DRL을 수료했다.

대지는 원래 양천구의 제설 창고가 있었던 곳으로 도로에

(주)아이아크건축사사무소 파트너를 거쳐

면한 진입 부분(북쪽)은 길이가 짧고(그러다보니 상대적

(주)파크이즈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로 작업 중이다. (사)새건축사협의회 부회장,

으로 복잡한 도로측에서 건물을 인지하는 게 쉽지는 않다)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동쪽과 서쪽은 긴 형태며 남쪽과 동쪽은 중고등학교가, 서 쪽은 서울경찰청 시설이 위치하여 좋지 않은 조건을 형성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정동 아파트는 ‘나 홀로 단절된 아파 트’가 아닌 도시와 연속성을 가지는 도시 내 주택을 지향하 고 있다. 구체적인 전략으로, 우선 세대와 외부 공간을 적 극적으로 결합시켰다. 이격거리 적용에 따른 형태를 활용 하여 약30% 세대에 테라스를 제공하고, 1층 세대는 텃밭 서측의 외부 길.

등으로 이용 가능한 전면 마당을 갖게 하였다. 또한 1층 복 도는 외부 동선과 연계되는 골목길로 제안하였으며, 어린 이집을 도로변에 배치하여 입주자 뿐만 아니라 주변 이웃 이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두 층고 높이로 수직 적 공간을 제안한 코아 로비 두 곳은 외부 공간으로 활짝 열려 있다. 평면의 획일성을 거부하다 이 집은 지하 2층, 지상 8층 규모로 1개동 92세대(세대당 면적 39m2)가 2개의 코아에 의해 다양하게 엮여져 있는데, 모두 15개 유형의 유니트를 갖는다는 게 특징이다. 규모는 작아도 획일적인 단위 주거 평면 구성에서 벗어나고자 했 음을 알 수 있다. 이 15개의 유니트 형태는 7m×7m의 정 사각형 모듈을 변형시킴으로써 얻어진다. 즉 하나의 모듈 은 원룸의 형태고 이것을 둘로 나눠 2bay유니트를 구성할 수 있으며, 이것을 수직으로 올리면 복층이, 직각으로 배치 하면 ㄱ자형이 되는 것이다. 복층형과 일반형은 대체로 섞 어 놓았는데, 불리한 1층은 2층 침실을 가질 수 있도록 복 층형의 수를 늘리고, 3~5층은 일반형을, 조망이 좋은 6~8 층은 복층형과 테라스형을 배치하였다. 층마다 자리한 커뮤니티 시설들 유니트 사이사이 다양한 공용 공간을 배치한 것은 <신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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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모두 15개 유형의 유니트를 갖는다는 게 특징이다. 조망이 좋은 6~8층에 배치된 테라스형

도로에 면한 진입 부분(북쪽)은 길이가 짧아서 상대적으로 복잡한 도로측에서는 건물을 인지하는 게 쉽지 않다.

도시마을주택>이 가지는 또 하나의 특징이다. 2층의 다용 도 커뮤니티 시설은 소규모 유니트에서 공간이 부족할 경 우 사용할 수 있는 곳이다. 이를테면 일가친척이 방문했을 때 게스트룸으로 쓸 수도 있고(물론 경비실이나 관리사무 실에 미리 사용을 예약하고 입주자 협의로 결정된 소정의 비용을 지급하여 항상 관리가 될 수 있게 유도), 각 유니트 에서 만든 음식을 가져 와 대가족의 식사가 가능한 식당이 될 수도 있다. 이밖에도 3층에 실내 어린이 놀이시설, 6층 에 피트니스 센터 등을 끼워 넣었고, 아직 특별한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커뮤니티 시설 공간을 복도 중간중간에 배 치하였다. 원래는 건축가가 이 공간들의 구체적인 쓰임새 를 정해 놓았지만, 건축주 측에서 입주자들의 자율적인 활 용을 요구하여 빈 공간으로 남게 되었다. 따라서 앞으로 입 주자들의 의견이 어떻게 모아지느냐에 따라 공용 창고 혹 은 도서관, 사무실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이 가능하다. 또 한 위층과 아래층의 외곽선 차이에 의해 생성된 공간에 조 경을 하여 지상과 같은 경관을 느낄 수 있도록 한 옥상정 원도 이 아파트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내외부의 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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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형

두 개 층 높이로 수직적 공간을 제안한 주출입구 부분은 외부 공간으로 활짝 열려 있다.

채광과 통풍에 문제없는 복도와 계단실_에코 샤프트 이와 같은 공용 시설이나 옥상정원 등은 두 개의 코아를 중심으로 연결된 복도에 잘 엮여져 있다. 복도가 길이라면, 그 길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포함하고 있는 셈이다. 자연히 입주자들의 적극적인 활용을 위해 복도와 계단실의 환경 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이 아파트의 복도는 중 복도로서 1.8m의 넉넉한 폭을 가지고 있고, 어떤 구간에서 는 편복도이기 때문에 어둡지 않고 비교적 통풍도 잘 되는 편이다. 더구나 지하 2층 주차장까지 밝은 빛과 공기가 유 입될 수 있게 설치한 에코 샤프트Eco shaft는 수직 동선인 계 단의 이용율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 라멘 구조, 차음과 단열을 만족하는 새로운 외벽 재료 이 공동주택의 하늘 위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비행기가 뜬 다. 따라서 외벽의 차음은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됐다. 우선 건축가는 라멘 구조의 건식 공법을 선택하였고, 차음과 단 열 두 개의 기준을 만족하는 자재가 국내에 없자 CRC 보 드를 조합한 패널을 직접 제작하여 성능 인증을 받고 구조 체에 끼워 넣는 것으로 벽체를 마감했다. 외벽 공사가 6개 월씩 걸린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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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용 시설이나 옥외 테라스 등이 복도에 잘 엮여져 있다. 중복도지만 이와 같은 옥외 공간 때문에 어둡지 않고 통풍도 비교적 잘 되는 편이다.

1층의 두 개 층고로 구성된 복도(좌). 1.8m의 넉넉한 폭을 가진 복도는 중복도와 편복도가 혼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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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5 형의 유니트와 통로길 계단실. 에코 샤프트의 영향으로 밝고 쾌적하다.

대안 주거의 고민이 공공의 임대주택 시범사업을 통해 제 안되었다.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그동안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민간 주도였다. 공공은 땅을 준비하고 분배하는 정도의 일을 했었다. 적극적으로 도시 문제를 해결하거나, 도시의 질을 고민하지 못해 왔다는 얘 기다. 이제 아파트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시 검토해야 한다. 지하 2층 주차장까지 밝은 빛과 공기가 유입될 수 있게 에코 샤프트를 설치했다.

아파트를 짓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지을까를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공공 임대 주택은 물량을 공급하기 위한 사업이 아니다. 새로운 아파트 건축 문화를 이끌거나 새로운 대안 주거를 제시하려면 기존의 것보다 훨씬 차별화되어야 한다. 나는 아파트 분양 방식이 선분양에서 100% 후분양으로 바 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공 임대주택은 후분양에 가깝 다.(‘협동조합형’을 제외하고) 반면 민간 사업은 선분양이 다. 도면과 모형 정도는 보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을 만족할 수는 없다. 물론 후분양을 하면 건축가의 역할 이 커진다.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고 위험 부담도 더욱 분산시킬 수 있다. 도시-단지-주거동으로 이어지는 단지형 고층 아파트들이 공간적 격리를 부추겼다는 반성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라고 들었다. 아파트에 관심을 가진지는 오래 되었다. 꾸준히 현상설계 에 참여하면서 관심을 놓은 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이 일 을 맡게 되었다. 내가 아파트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도시와의 관계이다. 아파트의 외부 공간은 도시에 기여해 야 하고, 함께 모여 사용하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 이다. 도시의 섬과 같은, 녹지 위의 고층 주거는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고층 아파트는 고밀화의 가장 보편적인 수단으로 알 려져 있는데 그건 공사비를 아끼려는 허언일 뿐이다. 저층

위에서 내려다 본 에코 샤프트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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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의 실내 어린이 놀이시설

아직 특별한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커뮤니티 시설 공간은 앞으로 입주자들의 의견이 어떻게 모아지느냐에 따라 공용 창고 혹은 도서관, 사무실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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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얼마든지 고밀화할 수 있다. 이 집도 8층으로 92세대

공유 시설을 포함하는 평면의 구성 방식이 아파트는 함께

를 수용했다. 저층으로 도시와 적극적인 관계를 맺고 가

모여 사는 공동주택임을 강조하는 듯하다.

게 하는 것이 도시의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할 거라 믿는 다. 이제 더 이상 아파트를 ‘단지’로 접근하는 것은 무의미

함께 모여 살면 얻는 것은 무엇일까? 뭐가 재미있을까?

하다.

아무런 이득도 없는데 같이 살 이유가 뭐가 있나? 가격도 싸지 않은데 무슨 장점이 있을까?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신정동 프로젝트는 좁고 불리한 조건의 대지 탓에 외부 공

할 문제이다. 아파트에는 분명 ‘함께 모여 사는 삶’이란 개

간 활용이 적은 반면, 실내에 많은 공용 공간을 계획하였

념이 포함되어 있다. 함께 모여 살면서 상호 간의 효율을

다. 더구나 어느 한 층(특히 지상 1층)에 몰아 둔 것이 아

높여 좀더 쾌적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 아파트에

니라 각 층마다 다양하게 분포시킨 것이 특징이다. 특별한

살면서 ‘내 집’, ‘나의 삶’에 집중하여 단독주택과 유사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가치를 꿈꾸는 것은 커뮤니티를 파괴하고 이웃 간의 불행 을 초래하는 길이다.

1층에 커뮤니티 시설을 두고 상층부에 주거를 얹는 형태 보다 시설과 주거가 서로 섞여 있어야 위아래 층의 관계가

공용 공간과 더불어 15개 타입의, 굉장히 다양한 유니트에

생기고 계단이나 복도같은 요소가 중요해진다. 그리고 모

주목한다. 평준화/획일화된 아파트의 평면에서 벗어나려

든 층에 시설이 하나둘 있으면 지속적으로 복도에서 입주

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결국 배경에는 가족 구성의 변화,

민들의 만남을 유도할 수 있다. 다행히 적당한 높이와 자연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등이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입

채광을 가진 계단이 사람들로 하여금 계단 이용의 욕구를

주자가 신혼부부로 제한되어 있는 것은 조금 아쉽다.

북돋우며 더욱 활발한 움직임을 이끌어 내고 있다.

주거 공간은 크게 일반형, 복층형, 테라스형으로 구분되고, 이것이 변형된 총 15형의 유니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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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도

사실 딱히 신혼부부가 아니더라도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 다. 1~2인 세대, 독거 노인들에게 매우 적합하다. 상황에 따라서는 두 개의 유니트를 쓸 수도 있다.(예를 들어 성인 자녀가 있는 경우) 물론 벽을 털어 내어 두 집을 합체하여 오피스로 쓸 수도 있을 것이다. 3.5×3.5 모듈을 이어나가 면서 증축도 가능하고. 가족의 구성과 해체 그리고 새로운 가족의 등장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젊은 독신자들이 늘어나고 노년의 생활 은 길어지며 자녀의 수는 줄고 있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사람들의 생활 패턴에도 변화가 많다. ‘쉐어’ 개념이 관심 을 모으기도 하지 않나. 아파트를 중심으로 유니트 내부의 가족 구성과 생활을 지원하는 방식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 다. 따라서 이에 따른 건축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라멘 구조를 선택하고 모듈을 이용한 변주가 유니트의 다 양화에 도움되었을 것 같다. 벽식 구조가 아닌 기둥-보 구조를 사용하면서 유연성을 확보했다. 북유럽을 여행할 때 칸막이 설치없이 빈 공간만 덜렁 제공하는 아파트를 보았다. 벽 없이 그냥 쓰거나 벽으 로 막거나 하는 건 순전히 입주자의 몫이었다. 아파트를 떠 날 때 원상 복귀해 놓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자연히 모 든 공법이 건식으로 이루어지고 모듈이 중요한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 집이었는데, 가족의 구성 변화나 생활 패턴의 변화에 유리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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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도

배면도

좌측면도

우측면도

종단면도

횡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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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평면도

2층 평면도

1층 평면도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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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층 평면도

7층 평면도

6층 평면도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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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양동 협동조합형 공공주택 사진 진효숙

이은경

본지 전속 사진가

이엠에이 건축사사무소

설계 담당 차미정, 박수지

위치

서울시 강서구 가양동 1494-3번지

구조 설계 (주)서울구조건축사사무소

용도

공동주택, 노유자시설, 자동차 관련시설

시공

대지 면적 1,261.80m2

(주)신한공영

기계 설계 (주)세아엔지니어링

건축 면적 415.96m2

전기 설계 (주)대일이앤씨기술

연면적

2,588.15m2

조경

규모

지하 1층, 지상 6층

설계 기간 2012.12-2014.5

주차

34대

공사 기간 2013.9-2014.8

높이

19.18m

(주)환경디자인아르떼

건축주

SH공사

건폐율

32.97%

발주처

서울시

용적률

154.99%

구조

철근 콘크리트 구조

외부 마감 스타코, 포쉐린타일

서울시가 공공임대주택에 협동조합 방식을 적용한 ‘협동조합형 공공임대주택’의 첫 번째 사례로, 육아 협동조합으로 계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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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서울시가 공공임대주택에 협동조합 방식을 적용 한 ‘협동조합형 공공임대주택’의 첫 번째 사례이다. 지역 공동체의 표본인 ‘성미산 마을’이나, 세대의 개성과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소행주’ 공동주택 등 민간의 사례를 공공으 로 끌고 온 것으로, 입주자가 공동의 목적에 부합하는 협동 조합을 설립하고 각 조합의 특성에 맞는 커뮤니티 시설을 설치해 비영리로 직접 관리/운영하는 방식이다. 즉 자율적 관리와 공동체 형성을 목표로 하는 수요자 맞춤형 임대주 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은경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졸업하고 건축사사무소 기오헌의 건축가 민현식 문하에서 건축 실무를 익혔다. 이후 네덜란드 베를라헤 인스티튜트(Berlage Institute)

입주민이 되기 위한 조건 성미산 공동체가 공동 육아 중심인 것처럼 <가양동 협동조

에서 엘리아 젱겔리스(Elia Zenghelis), 피에르 비토리오

합형 공공주택> 또한 육아 공공주택 협동조합을 지향한다.

아우렐리(Pier Vittorio Aureli)의 지도 하에 도시건축

따라서 이 집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강서구 거주자, 3세 미

석사학위를 받고, 벨기에의 자비에 드 가이터 사무소(Xaveer de Geyter Architects), 일본의 리켄 야마모토 건축사무소(Riken

만의 아이가 있는 세대여야 하며 제시한 소득 수준을 넘지

Yamamoto & Field Shop)에서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않아야 한다. 또한 입주자들은 설계할 때 미리 선정되어 설

2011년부터 이엠에이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해 왔으며 한국건축 사, 네덜란드건축사이고 현재 서울시 공공건축가로서도

계 과정에 참여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 소통하며 좋은

활동하며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현 시대의 ‘도시

이웃으로 살아갈 준비를 하게 된다. 그리고 입주 이후에는

성’에 대한 질문에서 공공성을 넘어선 공유, 집합, 공동이라는

주택의 관리를 이웃과 함께 해 나가야 한다.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건축과 도시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육아를 위한 커뮤니티 시설과 아이들의 놀이터 <가양동 협동조합형 공공주택>은 총 24가구로서 모두 40 여 명의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을 위한 커뮤니티 시설은 무 상 제공되며 육아를 위한 공간, 방과 후 교실 등으로 사용 가능하다. 서울시의 애초 취지는 공공주택 주변에 거주하 는 아이들의 방과 후 교실, 즉 보다 확대된 오픈 커뮤니티 관계 형성을 포함하고 있으나 아직 논의 중이라고 한다. 실제로 1층에 마련된 공동육아 공간은 도서실, 다목적실, 주민 공동 주방을 포함한다. 방과 후 교실 등으로 사용될 다목적실은 생일파티나 돌 잔치 같은 주민 행사가 치러질 경우 24세대의 밥상이 함께 차려질 수 있도록 칸막이에 유 연함을 뒀다. 1층 전면의 데크형 복도는 작은 도서실 앞 휴 게 데크로 이어지며, 중앙에 펼쳐진 잔디 블럭 마당과 함께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지하층이 공영 주차장인 관계로 마당은 원래 주민 주차장으로 계획되었는데, 향후에는 입 주민들이 협의를 거쳐 마당으로 쓸 수 있도록 잔디 블럭을 깔아 여지를 남겨 두었다. 마당과 데크와 복도를 모두 한 방향에 이 마당은 모든 세대를 한 곳으로 집중시키는 구심점 역할 을 하고 있다. 이웃 아파트가 남향 일조권을 방해하고 세 면이 모두 도로와 접해 있는 상황은 ‘육아 공공주택 협동 조합’이 입지하기에 상당히 불리한 조건이다. 이에 건축가 는 빛을 가장 잘 받을 수 있는 동남쪽에 공용 공간, 즉 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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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서 바라본 남동측 입면. 중간중간의 플랜트 박스나 벽체가 밝고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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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용 발코니로 제안된 복도

마당과 데크, 복도를 한 방향에 집중시켰다.

와 마당 그리고 각 층의 복도를 모으는 방식을 택했다. 그 리고 이 복도를 발코니로 사용할 것을 제안하고 주민들을 어렵게 설득하였다. 사적 영역인 집 내부를 조금이라도 넓 게 쓰도록 하기 위해 모든 세대를 발코니 없는 확장형으로 만들고, 마당 쪽의 복도를 공용 발코니(복도형 발코니 혹 은 오픈형 발코니)로 사용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위험성에 대한 우려는 중간중간 플랜트 박스나 벽체(수직 구조체) 를 세워 해결하였고 이것에 밝고 따뜻한 색감의 페인트를 칠하거나, 현관 벽에 동물 캐릭터를 그려 넣어 아이들에게 좀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공동주택이 되기를 바랐다. 이 동물 캐릭터들은, 각자의 보물(이를테면 다람쥐에겐 도 토리)을 집 안에 숨겨둔 상황에서 그것을 찾으려면 열쇠가 필요한데 열쇠는 하나밖에 없다, 그래서 열쇠를 나눠 쓰면 서 보물이 든 집을 연다는 컨셉으로 구상됐다고 한다. 아이 들에게 함께 사는 법으로 ‘나눔’을 일깨워 주려는 건축가의 마음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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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 함께 사는 행복, 좋은 삶의 방식 등을 보여 주는 동네의 보물 창고같은 장소가 되기를 바랐다.

공적 영역에서 사적 영역으로 자연스러운 전이를 이루는 단위 주거 계획 발코니가 확장된 48m2 규모의 유니트는 2층에서 5층까지 각 층마다 다섯 집이 계획되었고, 6층은 옥상마당을 포함 하여 네 집이 배치됐다.(옥상마당은 또 하나의 주민 회합 공간이다) 모든 세대의 규모는 같고, 평면 구성은 각 층 양 끝의 두 세대만 방을 세 개 갖는다는 것 외에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안방과 거실은 도시 쪽을 향하고 주방과 아이방은 가로벽이 되는 건물. 도시와 직접적인 대면 관계를 가짐으로써 일상 행위들은 도시로 연장된다.

복도를 면하고 있는, 평면상 길게 펼쳐진 맞통풍 형태의 집 이다. 이로써 공유 마당→공용 발코니→아이와 엄마의 공 간→가족 공간으로 이어지는 공적 영역에서 사적 영역으 로의 자연스러운 전이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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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 마당. 어디나 아이들의 놀이터다.

도서실 앞 휴게 데크

진입 마당 쪽 입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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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시 공동체를 위한 공적 영역의 집합 시너지 이 집은 현상설계를 거쳐 완성하는 데 2년 정도 걸렸다.

설득해야 했다.

관련 기관들의 입김도 많았겠지만, 주변 아파트의 민원도

건축가들이 새로운 것을 지향하면서 실험적인 주거나 더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특히 필로티 위 4개 층이 5개 층으

좋은 공동체의 방식을 제안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인

로 늘어난 것도 민원 때문인 것으로 안다.

식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굉장이 지난하고 어려운 작업이 될 거란 생각이 든다.

대지는 당초 주차장으로 사용됐던 시유지다. 이 시유지의 인도 폭을 좁힌 것에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있었고, 이에 도

결국 선분양의 어려움이다. 임대주택으로서 선분양은 처

로 폭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건물을 도로 안쪽으로 옮

음 아닌가?

기면서 층수 완화를 받게 됐다. 원래 안은 바닥 면적이 조금 더 있는 ㄷ자 형태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대지 상황이 협소

모델하우스조차 없는 상태에서의 선분양이니 누구보다도

해지면서 ㄱ자 형태가 되었고, 엘리베이터를 두게 됐다.

당황한 사람은 입주자들이었다. 사실 집을 기획하고 만들 고 판매하는 입장에서 보면 후분양이 여러모로 편하긴 하

입주민을 미리 선정하여 설계 과정에 참여시켰다. 그 과정

다. 그런데,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만 열린다면 선분양은 시

에서도 민원이 넘쳐났을 것 같은데?

장을 따르지 않는, 뭔가 다른 게 가능하지 않을까?

일종의 커뮤니티 코디네이터가 입주민들이 서로 알아 나

물량 공급이 아닌 다른 방식을 찾기 위해 더 많은 고민이

가고 대화하는 과정에 개입됐다. 가장 먼저 협동조합에 대

필요할 것 같다. 아무래도 공공이 나서서 해야 하는 일일

해 몇 차례 교육하고 면담을 통해 최종 조합원을 선정했기

테고, 그것에 건축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겠다.

때문에 입주자들은 이 집의 목적이나 의미 같은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내 집에 관한 문제다. 더구

작든 크든 여러 규모의 공공임대주택 사업에 건축가들이

나 민간에서 생겨난 자발적인 자발성이 아니라 자발성을

참여해서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내야 하고, 이제 시작됐다

요구하는 상황이었다. 입주민 중에 적극적인 사람도 있고

고 생각한다. 나처럼 입주자와 함께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

아닌 사람도 있는 이유다. 아직도 유지 관리 방법이나 커뮤

에 참여하기도 하고, 또 누구처럼 다양한 단위주거 평면의

니티 시설의 용도 등에 고민이 많다.

디자인에 집중하기도 하고…. 매우 다양한 활동의 결과물 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물론 그에 대한 평가는 좀더 지

구체적으로 입주민들은 자신의 집에 어떤 것을 바랐나? ‘협동조합형’에 입주를 원하는 사람들인데도 기존 아파트 의 팸플릿에 너무 익숙해져 있더라. 집을 판단하는 기준 자 체가 기존 아파트였다.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일차적으로 삶의 질은 바닥 면적의 크기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 외에 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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켜봐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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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복도 2.아이방 3.마당(주민 주차장) 4.공영 주차장

단면도

아이들에게 함께 사는 법인 ‘나눔’을 일깨워 주는 현관 벽면의 동물 캐릭터

1층 공동육아 공간 전면의 데크. 아이들의 놀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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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복도 2.옥상 마당 3.주방/식당 4.거실 5.아이방 6.부모방

6층 평면도

1.복도 2.주방/식당 3.거실 4.아이방 5.부모방

2층 평면도

1.도서실 2.다목적실 3.주민 공동주방 4.휴게 데크 5.진입 마당 6.마당(주민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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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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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젝트의 목표 중 하나가 공동체 형성인 만큼 그에 맞춰 건축적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소통의 공간들(커뮤니티 시설과 발코니 등)이 마당을 향해 집중되어 있는 게 이해가 된다. 그런데, 도시 를 향해서는 별다른 액션이 없다. 어떻게 보면 등을 돌리 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작은 방을 세 개 가진 집

중정이 내부에 있다고 해서 도시로 등을 돌리고 있다고 생 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건물은 도시와 직접적인 대면 관 계에 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주거를 외부 공간과 바로 면 하게 디자인하여 일상 행위들이 도시로 곧장 연장되게 한 다. 즉 집 자체가 가로를 규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만약 지금과 다르게 일조권 사선 제한 적용하고 필로티 주 차장 만들고 면적을 최대한 활용하였다면 집은 대지 안으 로 들어갔을 것이다. 보통 이런 땅에서 나올 수 있는 전형 적인 해법이다. 필지가 너무 작으므로 안쪽으로 모으는 게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 사람들은 담을 쌓거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는 또 다른 장치를 요구할 것이 다. 마치 기존의 아파트가 그래 왔던 것처럼. 아니면 반대로 도시 가로를 향해 복도를 내고 주방을 배치 했다고 생각해 보자. 그게 오히려 “공적 냉소”(『아파트:공 적 냉소와 사적 열정이 지배하는 사회』, 박철수 지음)의 빌 미를 제공하는 게 아닐까. 복도는 단지 ‘현관문이 열리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내 집까지의 무의미한 통로가 될 뿐이

거실과 안방은 가로에 면해 있다.

다.(사실 부부 방이나 거실 등을 길 쪽에 면하게 하여 삶을 드러나게 하는 것에 SH공사의 반대가 있었고, 그것을 설득 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앞으로 <가양동 협동조합형 공공주택>이 이 지역에서 어 떤 이미지를 갖게 될 것인지,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 사뭇 궁금해진다. 혹 외딴섬처럼 고립될 것인지, 아니면 함께 사는 것의 행복이나 좋은 삶의 방식 등을 보여 주는 동네의 보물 창고같은 장소가 될 것인지…. 나 역시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싶은 부분이다. 공동체를 만 들기 위한 일종의 시범사업으로 커뮤니티 형성을 위한 장 치가 요구된 프로젝트였다. 조금 더 지나 봐야 알겠지만, 앞으로 입주자들이 어떻게 잘 이끌어갈 것인지가 중요하 겠다. 나에게도 아직 끝난 프로젝트는 아니다. 요즘은 어린이 동 화책을 구상하고 있는데, 한편으로 현관 벽에 그려진 일러 스트를 남기는 작업이기도 하다. 일러스트 작가의 저작권 을 존중해 주고 싶은 마음 위에 동물들의 의미, 집의 의미, 같이 모여사는 삶의 의미 등을 여기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 은 마음이 더해졌다. 물론 육아 협동조합에 부합되는 일이 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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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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空間 그리고 共間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4 : Strong Architect 03

<질모서리, 2012>. 법규를 제한 조건으로 삼기보다 대지에 주어진 기본 조건으로 풀어 독특한 형태를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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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 Kim In-Cheurl 아르키움 대표 건축가. 홍익대학교 건축과에서 건축을 공부했 고 엄덕문 문하에서 실무를 익힌 뒤 아르키움(archium)을 개 설하였다. 건국대, 홍익대 겸임교수를 거쳐 중앙대 교수로 재 직한 후 서울시립대 겸임교수로 후학을 지도하고 있다. 전통 과 풍토에 바탕을 둔 ‘없음의 미학’을 화두로 작업하며 <김옥 길기념관>, <웅진씽크빅>, <어반하이브>, <호수로 가는 집> 등 으로 건축가협회상, 김수근문화상, 서울시건축상을 수상했다. <한국건축3인전>, <헤이리아트밸리건축전>, <파주출판도시건 축전>, <한국현대건축전 megacity network> 등을 통해 작업 을 발표했다. 4.3그룹에 참여했고 국가건축정책위원으로 활동 했으며 서울건축포럼의 의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건축작품 집』, 『김옥길기념관』, 『대화』, 『공간열기』, 『바람을 품은 돌집』 이 있다.


땅에서 비롯된 물체, 물질, 물성 무중력의 우주는 무한한 비움의 공간이지만 중력이 작용하는 땅의 공간은 유한한 상태이다. 중력이 작용하는 한 생명의 기원이 바다인 것처럼 공간은 물과 같은 물질일 수 있다. 공간은 사물이 제대로 존재할 수 있게 자리를 형성하는 것이다. 공간은 바닥-땅을 바탕으로 성립된다. 물속과 달리 땅으로 올라온 생명은 존재를 위한 영역을 구축하게 된다. 구축된 공간은 형식이 되고 형태가 되어 곧 물체 가 된다. 건축의 시작인 것이다. 물체는 땅에서 얻어진 물질로 이루어진다. 같은 물질이라도 공간을 일으킬 땅의 조건과 경우에 따라 그 물성은 다르게 다루어진다. 공간의 일차적 요소인 물질은 그것 의 물성에 의해 공간의 질과 형식을 결정하는 원인이 된다. 땅에서 얻는 원초적인 재료인 흙과 나무 와 돌은 구조물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마감재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공간의 구축에 사용되는 물 질은 물성의 특질과 함께 환경의 조건이 결합되어 형식을 결정한다.

형태의 틀을 만들고 내용을 담는 경계를 안으로 숨겼다. 형식인 구조와 내용인 공간 사이가 안과 밖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잉여 공간’ 발코니다. 화분과 의자가 난간의 역할을 하는 게 이채롭다.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4 : Strong Architect 03

<질모서리>의 발코니. 이중외피 구조로써, 골격으로 공간과

도로 사선, 인접지 사선 등에 맞춰 용적률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를 찾아낸 <질모서리>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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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바탐방의 원불교 교당 <크메레스크, 2012>. 현지의 풍경에 더해진 또 하나의 풍경.

벽의 공간, 틀의 공간 공간을 이루는 방법인 건축의 형식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그 하나는 물체를 쌓아서 벽을 세우고 그 안에 공간을 구성하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물체를 엮어서 틀을 짜고 그 속에 공간을 형성하는 방 식이다. 조적조租積造와 가구조架構造로 대별되는 두 형식은 그것의 내용인 공간의 형성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생긴다. 벽의 공간은 우선 구조여야 하므로 견고해야 한다. 아울러 응력을 부담할 수 있을 정 도의 체적을 갖추어야 중력을 지탱할 수 있다. 따라서 그 공간은 두터운 벽으로 이루어져 폐쇄적인 상태가 된다. 한편 구조체로 완성되어 있는 틀의 공간에서 벽은 자립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므 로 얇고 가벼울 수 있다. 개방적인 형식이 되는 것이다. 부축벽으로 보강된 고딕양식이 나타나기 전 까지 구조인 벽에 채광과 환기를 위한 개구부를 만드는 것은 응력의 범위 내로 제한되었지만, 구조 체인 틀과 분리된 벽은 처음부터 필요에 따라 선택적인 개방이 가능했다. 닫힘과 열림 폐쇄와 개방의 상대적 형식으로 이루어진 구축 방법은 서로 다른 개념으로 공간을 정의한다. 닫힘은 공간을 안과 밖의 이분법으로 나누어진 내부의 의미로 한정하고 열림은 공간을 안과 밖의 구분이 없 는 연결의 상태로 확장한다. 그래서 나타나는 결과인 모양 또한 다르다. 벽의 공간이 물리적 경계로 보호되는 구체적인 형태라면 틀의 공간은 존재의 영역을 상징적으로 설정하는 형상을 구성한다. 땅 의 공간을 따로 떼어내어 다루는 결과와 자연의 공간에 또 하나의 공간을 삽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방법이다. 벽의 일부를 열어 풍경과의 관계를 조절하는 것과 풍경과 일체가 되어 공유의 공간을 이 루는 논리는 다른 결과를 만들 수밖에 없다.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은 그 체적이 정확히 계량되지만 틀 속에 형성된 공간은 한계를 설정할 수 없으므로 정량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물리적인 크기와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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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적인 질량의 차이는 개념과 방법론이 다른 만큼 서로 비교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상대적인 분석 의 기준으로 적용될 수 없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가능성과 한계 콘크리트를 철근으로 보강한 강접합의 가구조Rhamen는 전통적 조적조의 공간을 혁신시킨 방법이다. 구조의 부담으로부터 풀려난 벽은 자유로운 평면을 만들고 옆으로 긴 창을 갖게 된다. 근대건축의 시작은 가구조의 도입으로 출발한 것이다. 그러나 근대 이후 기술과 재료의 발달이 거듭되어 현대의 건축이 생산되고 있지만 그 바탕이 조적의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었기에 새로운 공간의 형식임에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구조의 해법이 바뀌었지만 벽은 여전히 공간을 가두는 장치로 역할 한다. 완전히 개방되어 투명성을 강조하는 건축이라 하더라도 투명한 재료를 이용해 견고한 경계를 만든 것이어서 시각적인 열림은 구했을지언정 열린 공간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적정한 실내 환경 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과 격리된 공간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공간이 마무리되면 건축은 결과로서 단절의 형식이 된다. 그것은 무기질로 이루어진 단절이다.

벽은 바람이 통하도록 최소한의 장치로 열어 두었다.

전체적으로 친숙한 분위기를 지향한 <크메레스크>. 이곳의 벽돌은 진흙을 구워 속을 비운 경량벽돌이다. 건축가는 이 벽돌의 쌓기 방향을 바꾸어 구멍을 보이게 하고 허튼 모양으로 쌓아 올려 숨 쉬는 벽을 만들었다.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4 : Strong Architect 03

<크메레스크>에 담긴 빛과 바람. 그늘을 만들기 위해 커다란 지붕을 씌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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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의 건축과 열린 공간 유기적 건축은 생물의 조직과 형태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이 호흡하도록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 다. 인위적 공간의 모태인 자연의 원原공간은 나누어지지 않는다. 건축으로 구획된 공간은 자연과 격리 된 것이 아니라 땅에 근거한 원공간의 일부로 존재하는 것이다. 원공간과 연속되려는 인위적 공간의 자세는 열려 있는 것이다. 단절된 형식으로는 경계를 초월하는 큰 공간을 이룰 수 없다. 부재를 조합해 이루어지는, 틀의 건축이 갖는 물리적 크기의 한계는 공간의 연속성으로 극복된다. 열어서 품게 되는 공간의 느낌은 땅이 제공하는 경우의 수만큼 무한할 수 있다. 바닥-m2를 일으킨 부피-m3가 정량의 공 간이라면, 열린 공간은 경우의 수-mⁿ를 갖는 통섭의 공간인 것이다. 내부의 용적을 공간空間이라 정의 한다면 외부와의 관계함수가 더해진 mⁿ는 다른 의미의 공간共間으로 규정되어야 한다. 공간은 그저 비 어있는 사이가 아니라 사이에 의해 함께 되는 관계인 것이다. 삼차원의 경계, 사이 공간 열린 공간을 형성하기 위해 주목하는 것은 공간을 결정하는 경계의 형식이다. 공간의 피질을 형성하 는 경계의 논리를 선과 면의 이차원 개념에서 더 나아가 부피를 가진 삼차원의 입체로 다루는 것이 다. 경계가 갖추어야 하는 구조적인 요소와 기능적인 요구를 하나의 켜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 을 해체해서 각각의 켜를 만들어 고유의 기능을 부여하고 그들에 사이를 두면 켜와 켜의 관계에 따라 결합과 이완이 발생할 것이며, 더불어 그 공간이 접하는 외부의 조건에 반응하고 그를 수용할 수 있

네팔 좀솜의 라디오 방송국 <바람을 품은 돌집, 2013>. “잠시만 허락되었던 청명한 밤하늘”을 배경으로 촬영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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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로부터 공간의 피질은 그 진폭에 의해 유동적인 두께를 형성하게 된다. 그렇게 형성된 사이는 외부일 수도, 내부일 수도 있지만 이분법의 관점을 버린다면 위치에 관계없이 그 또한 공간이 된다. 공간의 경계가 되는 공간인 ‘사이’는 자신을 테두리로 한정짓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웃으로 연속되 는 여백이 될 수 있다. 단단한 껍질이 아니라 소통이 가능한 여유가 되는 것이다. 이 땅의 논리를 새로운 관점으로 현대건축에서 구조의 형식을 따져 유형을 구분하는 것은 철근 콘크리트와 철골 구조가 보편화된 지금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주요한 것은 땅과 환경의 조건에 따라 줄기초의 벽과 독립기초의 기둥 이 세워졌듯이 건축이 발생된 근원으로 돌아가 공간의 본질에 충실한 결과를 만드는 방법론을 추 구하는 것이다. 건축의 이유가 공간을 이루는 것임을 의심하지 않지만 그동안 배우고 사용해온 ‘공 간-space’의 의미와 형식을 다시 생각해 보려는 것은 그것의 개념이 이 땅의 그것과 합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흙과 돌과 나무를 다듬어 공간을 세우던 방식에서 금속과 유리 등 첨단의 재료와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지금이다. 그동안 비합리적이고 기능적이 아니라서 치워 놓았던 이 땅의 논리를 그간의 공부와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관점에서 다룰 수 있는 여건은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 지식 은 모아서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는 자료가 되어야 한다. 도전과 실험은 그래 서 필요한 것이다. 닫힌 공간의 피질을 풀면 새로운 공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발견이

바람을 껴안고 산의 일부가 된 <바람을 품은 돌집>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4 : Strong Architect 03

란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있던 것에 새로운 의미를 더하는 것이라 믿고 있다.

<바람을 품은 돌집>은 현지의 땅과 환경의 조건을 결합시켜 새로운 해법을 찾아낸 건축이다. 특히 경계인 벽의 두께를 해체하여 각각의 켜를 만들어 고유의 기능을 부여하고(바람을 막는 돌의 벽과 실내를 거두는 유리의 벽) 그 안에 ‘사이’를 두었다. ‘사이’는 이 집의 주제이기도 하다. 109


박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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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적 건축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4 : Power & Young Architect 03 박진택 Park Jean-Taek 2006년 런던 AA스쿨을 명예(수석)졸업하고 2011년 영국왕립건축사를 취득하였다. 이후 2012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작가로 참여하여 영상 작품 <Ereignis(존재사건)>을 선보였으며, 대림미술관 개인전에서 처음 선보인 영상 작품 <어느 비오는 밤>은 파리와 베를린 단편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하였다. 구축을 통해 구축물과 거주자들이 어떻게 존재로서 의미화되는가에 관심을 두며 새로운 시공간의 차원을 모색하고 있다.

영화적 건축(Cinematic Architecture)은 AA School에서 파스칼 쇼닝Pascal Schöning이 1983년부터 2008년 은퇴하기까지 추구했던 실험적 건축이론이다. 이 글에서 영화적 건축이 무엇이고, 필자가 그중에 무엇을 받아들이고 반대로 버렸으며, 현재 필자의 작업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우선 2006년 AA School의 졸업 작품인 <강렬한 공간>을 통해 영화적 건축을 다루고, 2012 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작 <Ereignis(존재사건)>을 통해 건축 실무에서 영상이라는 매체의 가능성을 볼 것이며, 마지막으로 마포석유비축기지 공모전 제출안인 <숭고>를 통해서 영상을 만들 었던 경험이 어떻게 영상 매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서 건축디자인 프로세스에 적용되는지 보이고자 한다. 영화적 건축이란 영화적 건축을 통해서 쇼닝이 추구했던 것은 현대건축에서 사라진 감성 공간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현대건축에서 감성이 사라졌다고 말하는 것은, 하나의 장소로서 인간의 육체와 영혼이 돌아 가 쉴 수 있는 고향집과 같이 안락한 곳과 공동체의 집합적 정신을 담은 상징적인 곳이 건축에 희박 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사무실에서, 공장에서, 아파트 블록의 공간 속에서 인간이 하나의 존재로 서 드러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건축과 도시 디자인은 인간의 삶을 기계 부품처럼 작동시키며 컨 트롤하려 한다. 현대의 건축이 인간을 중심에 놓고 시작하기보다는 면적 및 요구되는 프로그램을 해 결하고, 낙후된 곳을 재개발하는 문제해결 방식이나, 수익성을 높이는 것 위주로 진행되고 있기 때 문이다. 또한 건축의 심미적인 판단은 투시도, 단면, 평면 등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도면이 아름답더라도 실제로 지어진 곳을 가보면 형태와 공간감이 도면과 괴리가 커 실망스러운 경우가 태 반이다. 영상은 기존의 매체가 갖지 못하는 전혀 다른 차원을 건축디자인 프로세스에 포함시킨다. 영상에는 반드시 나를 대신하여 시공간을 경험하는 주체가 있다. 영상 안에는 나레이터가 있을 수 있고, 영화처 럼 주인공이 있을 수 있으며, 이들이 없더라도 카메라를 들고 움직이는 누군가가 반드시 있다. 그리고 관람자는 그 누군가를 통해 자신을 영상에 이입시키며 시공간을 경험하게 된다. 이와 같이 경험되는 시공간은 베르그손H. Bergson과 들뢰즈G. Deleuze가 말한 지속Durée/Duration이란 개념에 의해 구체화되는데 이것은 영상이 아닌 2D 드로잉이나 도면, 다이어그램으로는 표현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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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보라

이러한 영상 속 시공간의 경험은 건축적 경험과 비견될 수 있는데, 그래서 쇼닝은 만약 하나의 영상이 어떤 시공간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게 하는 거라면 그 영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4 : Power & Young Architect 03

<강렬한 공간>,

상은 이미 건축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영상이 어떠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고 관객을 그 속에 빠져들게 하 고 체험하게 한다면 그 영상은 바닥, 기둥, 지붕 없이 영상 그 자체로서 건축이 된다는 뜻이다. 시네마Cinema는 필름 Film과

달리 하나의 장소에 다수의 관객이 모여 필름에 투

영되는 빛(이미지)을 같이 보는 ‘집단적 시공간의 경험’을 포함하는데 이것은 건축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이다. 쇼닝은 현대의 삶은 실재인 만큼 허구와 같다고 말했고, 발 라드J. G. Ballard는 현대사회에서 실재는 허구와 같기 때문에 허구를 통해 실재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 는 허구는 가상의 세계라기보다 철저하게 현실에 기반을 두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영화적 건축 프 로젝트는 그랬다. 실제 현상이나 사건, 물질을 실사 촬영하 여 몽타주, 쇼트, 프레임에 의해 각색하고 재편성한다.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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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공간>, 물보라벽

<강렬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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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류의 방향

통적인 방식인 도면이나 다이어그램처럼 개념을 돋보이게 하는 물질의 추상화가 없다. 반면에 실사 촬영된 영상은 비록 시청각적 매체이지만 오렌지를 보면 입에 침이 고이듯 촉각, 미각까지도 공감각 적으로 전달해 낼 수 있다. 영화적 건축은 전통적인 건축요소인 바닥, 벽, 지붕으로 이루어진 공간을 조직하기보다 에너지와 물 질이 시간 속에서 변형되어 가는 과정, 시공간의 질을 생성하는 것에 관심을 둔다. 결국 시간 속에 변 화하는 물질과 에너지의 흐름을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잘 전달할 수 있다. 치수에 의해 규정되는 공 간의 양적 변화보다는 질적 변화에 따른 인간의 감정적 변화를 드러내고자 한다. Project 01. 강렬한 공간 이 프로젝트의 대지는 지중해의 로크브륀 캅 마르탱Roquebrune-Cap-Martin이다. 코르뷔지에가 이곳에서 오두막을 짓고 말년을 보냈고, 그 오두막 뒤의 해변 길은 ‘코르뷔지에의 산책로La Promenade Corbusier’라 고 불린다. 프로젝트는 이 곶串이 처한 동쪽과 서쪽의 국지적 기후에 주목했는데 동쪽이 일시적이라 도 매우 거친 바람과 파도가 몰아치는 동안 오두막이 자리한 서쪽은 매우 고요했다. 이곳에 주된 바 람과 해류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오기 때문이다. 코르뷔지에는 이곳에서 익사하기 전에 ‘태양을 헤엄 치면 죽는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말을 남겼다. 나는 이 건축가가 말년을 보낸 이곳의 물리적 환경 이 그의 내면세계와 상호 연관되어 있다고 보았다. 이 프로젝트 <강렬한 공간>에서 코르뷔지에가 선택한 한 서쪽은 ‘텅빈 시간’으로 묘사된다. 이 시간 속에서는 주목할 만한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긴장하지 않고 이완되어 지난 과거 에 대한 회상이 잘 일어나는 공간이 된다. 반면 거친 바람과 파도가 몰아치는 동쪽은 ‘꽉찬 시간’을 가진다. 끊임없이 파도가 물보라의 벽과 기둥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곳에서 과거를 추억 할 수 없다. 그래서 과거의 모든 경험과 기억들은 현재 속에 응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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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공간>은 고요한 오두막이 자리한 서쪽과는 달리 바다에 접한 곶의 동쪽 끝부분의 평지에 바닷물을 끌어들 이며 형성됐다. 그럼으로써 사람들이 물보라 속에 직접적 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물보라가 다양한 타 <존재사건>, 지도

입으로 만들어질 수 있게 했으며 물보라가 언제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게 하였다. 이곳에서 과거는 현재의 시간 속에 응축될 뿐만 아니라 미래도 현재의 순간으로 응축된다. 과 거와 미래가 없는 이러한 공간은 ‘영원한 현재’이다. 이러 한 시간이 언제나 일어나는 것은 아니며 또한 영원히 지속 될 수 없지만, 그러한 경험의 기억 속에 자리잡아 영원히 지속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중에서도 도면 이나 CG, 다이어그램을 봤을 때 가졌던 선입견은 영상을 공간에 대한 확신이 든다는 언급이 기억에 남는다. 이는 영 상이 다른 매체, 즉 도면, 모형, 텍스트 등이 표현하지 못하 는 시공간의 차원을 드러내고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상이 보여준 것은 바로 시간의 지속과 지속된 시간의 편집, 가감 없는 물성의 표현, 그리 고 그 물질의 변형 과정이다. Project 02. Ereignis(존재사건) <Ereignis(존재사건)> 프로젝트는 황제가 사라진 황후를 찾아서 경복궁에서 국립서울현충원까지 이어지는 남북축 을 따라 여행하는 이야기 구조이다. 황제는 한국 사회의 지 성인을, 황후는 급속한 현대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잃어버 린 혹은 바로잡지 못했던 것을 상징한다. 황제의 여행은 끊 어지고 고립된 남북축 위의 장소들을 연결하는데, 이것은 동시에 실제 현실세계에 내놓는 보행자 길의 제안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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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나서 완전히 사라졌으며, 영상을 통해 제안된 물보라

하다. 영상을 통한 보행로의 제안은 실제 건설하는 기술이 나 현실성을 타진한 것이 아니라 몽상의 이야기로 연결하 였다. 여기에서는 <강렬한 공간>에서처럼 국부적 장소의 물질적인 변형이 아니라 도시적인 스케일에서 끊어진 장 소들을 연결하는 것에 좀 더 무게를 두었다. 몽상으로 진행되는 영상은 실제 제안을 함축적으로 보여 준다. 이 프로젝트는, 경복궁은 을미사변 기일에 인공의 안 개를 발생시켜 무거운 공기를 드러내서 경복궁을 관광지 로 박제화하지 말고 그곳에 있었던 역사와 사건을 현재화 하는 것; 전소된 숭례문의 경우 발생했던 화재 사건을 지 워 버리듯 급하게 복원하지 말고 어느 정도 그냥 불꽃으로 남겨두어 사라진 것과 다시 새롭게 채워지는 것에 대한 의 미를 현재의 관점에서 좀 더 심사숙고해서 때가 되면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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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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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될 수 없는 것들의 길

<존재사건>, 무거운 공기의 궁

하자는 것; 용산 미군기지의 경우는 마스터플랜을 짜고 또 무엇을 어떻게 개발하지 말고 폐허로 남겨 DMZ처럼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자연이 그 원형을 회복하면서 몇 백 년에 걸쳐 점진적 으로 완성해 가자는 것; 현충원은 국립중앙박물관까지 이어지는 보행자 다리를 만들어 의례행렬 이 지나가도록 해서 순국이라는 것, 그리고 매우 중요한 사건임에도 도시 속에 숨겨져 있는 죽음 을 드러나도록 하자는 것을 보여 준다. <강렬한 공간> 프로젝트에서는 산책로를 걷다가 마주치는 물보라 공간을 실제로 제안하였다면, <존재사건>에서는 경복궁에서 현충원까지 보행자 축의 실제 대상지에 어떤 것을 구체화시켜 나 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공간의 차원을 불러오기 위해 영상을 사용하였다. 다시 말해 영상을 뭔 가를 만들어 내는 생성기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영화가 무엇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 되는 것이라면 건축이 될 수 있다는, 즉 ‘영화가 건축이다’라고 말하는 쇼닝의 입장과 분명한 차 이가 있다. 나는 영화적 경험이 건축적 경험에 비견되는 강렬함을 가졌다 하더라도 물질의 촉감 과 공간의 크기, 걷고 앉고 움직이는 몸의 육체를 사용하는 건축적 경험과 다르다고 여기기 때문 이다. 영상은 그 자체가 건축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영상은 새로운 세계를 보게 하는 인식의 틀로 작용한다. 특히 영상은 전통적 건축 표현 방식으로는 소통할 수 없었던 것들을 직접적으로 증거하고 표현할 수 있다. Project 03. 숭고 마지막 작업인 <숭고>는 앞의 두 프로젝트와 달리 영상 작업이 아니다. 그럼에도 여기에 소개하는 이유는 영상을 만들며 건축가로서 고민했던 흔적들과, 건축은 어떠해야 한다는 믿음들이 많이 녹 아들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간과 비용 제약이 따르는 현상설계에서 영상 작업 없이 디 자인 프로세스를 진행했지만, 마치 영상을 만들 때처럼 하나의 장소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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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나 그 공간의 스케일, 사건, 혹은 공간의 드라마들에 주 목하였다. 그리고 기존의 건축시스템 안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영상 작업이 가져올 수 있는 가능 성과 극복해야 할 숙제를 남겼다. 먼저 탱크의 공간을 만듦에 있어서 그대로 유지되는 탱크 <숭고>,

와 새롭게 단장되는 탱크들 사이에 평면이나 단면은 통일

Seoinn+Ctopos+JTPA 공동작업, 조감도

정에서 평면이나 단면으로 스케치하면서 디자인을 정제된 도면으로 만들기보다 탱크 안에 들어갔을 때의 이미지, 다 시 말해서 마치 카메라를 들고 영화 속의 공간을 상상하듯 이 프로젝트를 진행시켰고 그러한 공간의 이미지가 주어 진 프로그램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가에 집중하였다. 그 래서 평면이나 단면의 통일성은 이차적인 것으로 보았다. 도면상에서 정제되고 아름다워 보이는 디자인과 실제 공 <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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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있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즉, 공간을 구상하는 과

간을 경험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아름다운 도면이

Seoinn+Ctopos+JTPA 공동작업,

아름다운 건축을 보장하지 않는다. 문제는 실제 건물을 직

배치 모형

접 경험하지 않는다면 건축의 이해는 도면에 의존한 명료 한 개념 표현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이렇게 개념 을 보여 주는 도면이 중요한 시절은 현대건축 이전에는 없 었을 것이다. 두 번째로 탱크와 탱크를 진입하고 연결하는 방법에서 일 관된 건축적 요소를 사용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확연 한 건축적 제스처를 자제하였다. 현장 답사 때 인상적이었 던 것은 각각의 탱크가 땅속에 묻혀 있어 지붕까지 올라가 서 다시 탱크 외벽과 옹벽 사이를 통해 계단으로 내려오는 과정이었는데, 이러한 방식을 모든 탱크에 그대로 유지하 기에는 새롭게 요구되는 프로그램을 기능적으로 만족시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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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없어, 단 하나의 탱크만이라도 기존의 진입 방식인 지붕 에서 옹벽 사이를 계단으로 내려오는 방법을 취했다. 그리 고 그 과정이 시적으로 아름답게 이루어져야 했다. 인포센 터와 상설전시를 겸하는 5번 탱크에서 기획전시로 계획된 4번 탱크로 이동하는 과정은 계단 광장, 어두운 동굴 속을 빠져나오는 듯한 독립된 엘리베이터 샤프트, 탱크 지붕을 연결하는 다리, 옹벽을 느낄 수 있는 계단, 암반을 통과하 는 터널 등 매우 다양하다. 마지막으로 중요했던 것은 노출된 암반과 두꺼운 콘크리 트 옹벽과 탱크의 강철판의 물성을 어떻게 드러내어 보여 줄 것인가였다. 탱크 하나를 이전하여 암반을 노출시켰으 며, 지면 레벨은 거의 2.5m가 넘는 콘크리트 옹벽에 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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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을 만들었고, 이전하는 탱크는 그대로 복원하지 않고 접 합부를 띄어서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오게 하였다. 매봉산 바 위의 견고한 물성과, 그것을 뚫고 들어가 오일탱크를 만든 인간과 자연의 물리적인 충돌에 주목하였고 그 물질적 사 건을 드러내어 보여 주는 것이 중요했다. 하나의 탱크는 다 른 곳으로 이전하여 재조합함으로써 사라진 것과 생성되 는 것을 하나의 사건에 대한 양면성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이것은 무조건적인 보존보다는 새로운 미래에 대한 유연 함이기도 했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은 사항이 숙제로 남았는데 카메라

<숭고>,

를 들고 영화를 찍듯 시공간의 경험을 상상하는 것과 하나

Seoinn+Ctopos+JTPA 공동작업,

의 스타일로 정제된 도면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동시에 가

투시도

능한가? 개념을 표현하는 과장된 건축적 제스처 없이 건축 의 질은 소통될 수 있는가?, 대지를 구성하고 있는 물성에 대한 태도와 사건을 어떻게 건축화시켜 나가는가? 등이다. 영화적 건축 프로세스 영화적 건축의 프로세스는 시나리오를 들고 촬영 장소를

<숭고>,

찾는 것이 아니라 우선 장소에 가서 촬영하면서 시나리오

Seoinn+Ctopos+JTPA 공동작업,

를 완성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무엇을 말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거기에 맞춰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촬영하 는지 모른 채 대지에 가서 인상적인 것을 찾고 촬영을 시 작하는 것이다. 즉 아직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미지에서 시작한다. 이 단계에서 영상은 어떤 대 상에 대한 인식의 틀이다. 그리고 왜 그것이 강렬한 인상 을 남기는가? 왜 그것이 흥미로운가? 왜 나는 그것에 끌리 는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시나리오를 쓰게 되며 편집 을 시작하고 재촬영을 반복한다. 이 단계에서 영상은 사유 의 틀이 된다. 주관적인 직관이나 감정에서 시작하지만 결 국 모두에게 공유되고 이해될 수 있는 시공간을 만드는 것 이 영화적 건축의 프로세스이다. 116

단면 모형


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현실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의식이 이미지이고 그 이미지를 설명하는 것이 개념이라면, 현실 세계는 이미지보다 더 많은 것을 담고 있고 이미지는 개념보다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그래서 본인은 이렇 게 이미지 혹은 어떤 이미지에 대한 욕망에서 시작하는 것이 언어로 관념을 정리하고 그것을 공간 형태로 구체화시키는 것보다 더 창조적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언어로 정리된 관념을 공간 형태로 구 체화시키는 과정은 대부분 그 보다도 더 협소한 기존의 건축언어나 관습 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 다. 영화적 건축의 프로세스는 개념을 정리하고 시작하는 일반적인 건축 프로세스를 완벽히 전복시 킨다. 다시 말해 일반적인 건축 디자인 프로세스는 개념 → 다이어그램 → 공간 형태 → 재료 → 이미 지로 진행이 되고, 영화적 건축 프로세스는 이미지 → 재료 → 공간 형태 → 다이어그램 → 개념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프로세스의 비교가 매우 임의적이고, 실제로 디자인 프로세스가 깔끔하게 정리될 수 없는 매 우 복잡한 과정임을 감안해야겠지만 이러한 비교는 영화적 건축이 매우 혁신적인 디자인 프로세스 를 담고 있음을 알려 준다. 영화적 건축에서 개념은 건축을 설명하는 방식이지 설계의 시작점이 아 니다. 심지어 영상을 통해 제안하는 시공간이 충분히 경험될 수 있다면 구태여 개념을 만들지 않아 개념은 사라지고 그것이 품고 있는 시공간의 질에 의해서 생명력이 유지되는 것은 아닌가? 글을 마치며 여기까지 영화적 건축의 창시자인 쇼닝의 지도 아래서 만들었던 <강렬한 공간>에서부터 서울의 끊 어진 장소들을 연결시키고 의미화시키려고 했던 <Ereignis(존재사건)>, 그리고 영상을 만들었던 경 험을 바탕으로 한 <숭고>를 살펴보았다. 이 글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 영화적 건축인 가?”라는 학술적 정의나 혹은 “영화가 건축인가?”라는 논쟁이 아니라 영상이 그 고유한 매체적 특성 때문에 기존의 표현 기법인 스케치나 도면, 투시도가 표현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 원래 건축이 가지 고 있었지만 잊혀진 건축의 특성들을 다시 불러올 수 있으며 아직 발견되지 않은 무궁무진한 시공간 의 문을 열 수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그것은 시공간 안에 담겨 있는 거주자 개인의 감성적 측면과 인 간의 삶의 내적 측면을 다수의 관객과 소통가능하게 한다. 더군다나 서울과 같이 역사의 흔적이 많 이 사라지고 겉보기에 모두 똑같아 보이는 인공의 구조물로 꽉 찬 도시에서 영상은 도시 공간에 전 혀 새로운 방식의 건축 차원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4 : Power & Young Architect 03

도 된다고 본다. 하나의 건축이 완성된다면 개념에 의해서 생명력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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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향 클럽, 미디어랩 & 커뮤니티》 GANYANG CLUB, Media Lab. & Community 우리는

우리는

건축가와 비평가 및 다방면 건축의 파트너들과 함께

격월간으로 발행하는 잡지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지방(locality), 지역(region), 진정성

월례 저녁 강의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authenticity)”에 시선을 맞추고 “건축을 배우는 후배들에게 꿈을,

건축가들의 이슈가 있는 파티 《아키텍처 브리지》 《ICON 초이스》

건축하는 모든 이들에게 긍지를” 전하자는 목표 아래

건축역사이론비평의 연구자 및 예비 저자를 지원하는 《심원건축학술상》

이 땅에 필요한 건강한 건축 저널리즘을 구현함은 물론,

내일의 건축저널리스트를 양성하는 《와이드AR 저널리즘스쿨》

건축한다는 것만으로 반갑고 행복한 세상을 향해

신예비평가의 출현을 응원하는 《와이드AR 건축비평상》

나아가고자 합니다.

건축의 인문 사회적 토양을 일구는 《와이드AR 아카데미하우스》 색깔 있는 건축도서 출판 《북스 간향》 《아크인사이트》 국내외 건축과 도시를 찾아 떠나는 현장 저널 《W-아키버스》 건축인을 위한 《W-건축유리조형워크숍》 인간·시간·공간의 이슈를 공부하는 《NESⓌ건축영화스터디클럽》 인천 어린이·청소년 건축학교 《AB스쿨》 등의 연속된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또는 파트너들과 함께 수행해오고 있습니다.

《간향 미디어랩 Ganyang Media Lab.》

《간향 커뮤니티 Ganyang Community》

[와이드AR 발행단 publisher partn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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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위원 김기중, 박민철, 박유진, 손도문, 오섬훈, 최원영, 황순우

명예고문 곽재환, 김정동, 박길룡, 우경국, 이상해, 임창복, 최동규

대표 전진삼

대표고문 임근배

[와이드AR 편집실 editorial board]

고문 구영민, 김원식, 박승홍, 박철수, 이일훈, 이종건, 이충기

편집장 정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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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남수현, 박정현

대표 김연흥, 박달영, 승효상, 이백화, 이태규, 장윤규, 차영민, 최욱

사진편집위원 김재경, 박영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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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속사진가 남궁선, 진효숙

《Architecture Bridge》 김정숙, 박인수, 손도문, 장정제

디자인 노희영, banhana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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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심상호, 정광도서

용대, 오동희, 이중용, 이정범, 임형남, 전유창, 전진성, 정수진, 조경연, 조남

직판 박상영, 삼우문화사

호, 조택연, 최상기, 최창섭, 최춘웅

[단행본 디자인 및 유통협력 book design & distribution partners]

《NESⓌ건축영화스터디클럽》 강병국

디자인 심현일, 디자인 현

《School of the Archi-Bus(AB스쿨)》 곽동화, 오장연, 이승지, 황순우

판매대행 박종호, 시공문화사

《W-아키버스》 김인현

[제작협력 production partners]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조용귀

코디네이터 김기현, spacetime

《심원건축학술상 심사위원회》 김종헌, 박진호, 우동선, 함성호

인쇄, 출력 및 제본 강영숙, 서울문화인쇄(주)

《심원문화사업회》 신정환

종이 홍성욱, 대림지업사

《와이드AR 건축비평상》 김영철, 박정현 《와이드AR 저널리즘스쿨》 구본준, 김기현, 김재경, 안철흥 [청년단 youth club] 《와이드AR 저널리즘스쿨 기장클럽》 이지선, 이상민, 정지혜, 박지일 [홍보 파트너 public relations partner] 《마실》 김명규, 공을채


『사람의 가치건축저널리스트 최연숙의 글모음』 서평 정예씨 刊, 2014

추천, 젊은 이론가들의 북리뷰

타는 목마름으로

이기도 했는데, 난 대학원에 진학해 건축 이론을 공부했지 만, 누나는 실무에서 탄탄한 저널리스트로 성장했다. 그 저 널리스트로서 삶의 기록이 『사람의 가치 - 건축저널리스트 최연숙의 글모음』(2014년, 정예씨)라는 한 권의 책으로 묶 여 나왔다.

대학 시절, 한 달에 한 번 있었던 동아리 집회가 끝나면 어김 없이 학교 앞 술집으로 향했다. 지금과는 달리 당시엔 술집

“시간은 강물이 흐르듯, 자연의 섭리에 따라 똑같이 흘러왔

에서 단체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는데,

다. 단지 우리가 빠르다고 느낄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

몇 개의 허름한 방안 술집에서 한참 술과 대화가 이어지고

리의 의지에 따라 그 흐름을 정지시키거나 느리게 할 수 있

나면, 마지막으로 한 명씩 돌아가며 이야기랑 노래를 부르

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게 아닌가.”(최연숙, 「더함도 덜함도

곤 했다. 우리는 어떤 어떤 강의나 책보다 술자리의 대화를

없는 적당한 경계 지점에서의 속도감」, p.18)

통해 그리고 사람 사는 세상을 얘기했던 선배들의 말과 노 래를 통해 배웠다. 당시 누나는 항상 이 노래를 불렀다.

개인의 기록이 아닌 공적인 기록이 된, 건축계의 기자로서 다양한 건축계의 활동을 기록한 글부터 기자를 커뮤니케이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도 너를 잊은지 너무

터로 칭하며 “다양한 계층과 전문가 집단 사이의 소셜 코디

도 오래, 오직 한 가닥 타는 가슴 속 목마름에 기억이... 네 이

네이터social coordinator로서의 역할”(p.72)을 고민한 저널리스

름을 남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트의 포부, 생태와 장인적 건축 및 사회적 활동과의 연대에 대한 건축계에 대한 못다 풀어 놓은 비전까지 읽노라면 그

그래서 나는 누나하면 항상 이 노래가 같이 연상된다. 작은

사람의 눈은 건축을 넘어 사회와 사람을 향해 있음을 알 수

체구지만 또렷한 목소리와 야무지게 주먹을 내려 쥐고 부르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인연들을 만나며 튼튼하게 둥

던 노래에는 젊은이의 청아함과 시대의 간절함에 같이 묻어

지를 일구었구나 생각하니 놀랍기만 하다. 특히나 많이 반

났다. 그리고 참 많이 지났다. 이 노래는 이제 누나를 잊고

복되는 단어, 사람과 소통. 그리고 “인간의 삶과 따로 생각할

살았던 우리를 탓하는 노래, 누나를 추억하는 노래가 되었

수 없기에 더욱 주요한 가치”인 “시간성”이라는 말은 새롭게

다. 그 세월을 잊어버릴 만큼 우린 간절함이 바뀌었지만 또

발견해 낸 단지 좋은 단어들이 아니라 대학 시절부터 참으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은 변하지 않은 채로 아쉽게만 남아

로 많이 강조했던 오랜 품성에서 길러낸 말들이다. 이 말들

있다.

은 소박하지만 20여 년 우리 건축의 현장을 지켜본 이의 정 수가 담긴 말이며, 감히 말하건대 여전히 우리 건축이 밟아

대학 시절 건축 동아리 활동과 건축공학과 편집부 활동을

보지 못한 경지일 것이다. 우리는 과연 일상의 세월을 거슬

겸하면서 학생회 활동을 겸했으리만큼 참으로 바지런했으

러 우리의 의지에 따라 시간의 흐름을 정지시켜고 지난 인

며 재능 많고 똑부러진다는 말이 참으로 잘 어울렸던 누나

연을 목마르게 되낼 수 있을까. 그 인연에 대한 기억의 공유

는 졸업 후 건축잡지사에 기자로 취직했다. 특유의 낙관적

를 넘어 그 사람이 추구했던 가치를 어떻게 시간을 뚫고 오

웃음과 풍부한 감성, 치열함이 참으로 저널리스트에 잘 어

늘의 일상에 솟구치게 할 수 있을까. 간절히 바랬던 사람의

울렸던 것 같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덕분에 대학 시절 막

가치를….

연하게나마 비평에 관심을 가지고 비평가를 꿈꾸게 된 원인

글/이경창(자유기고가)


ArchitectuReReport, Bimonthly

통권 41호, 2014년 09-10월호, 격월간 2014년 9월 15일 발행, ISSN 1976-7412 2008년 1월 2일 창간 등록, 2008년 1월 15일 창간호(통권 1호) 발행 2011년 1월 19일 변경 등록, 마포 마-000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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