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삼건축은 건축을 수많은 디테일로 치장된 작품으로 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그 속에서 편안하게 쉬고, 꿈꾸고, 성취하여 행복해지기를 바랍니다. 건축이 우리 삶과 문화를 담는 그릇으로 존재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입니다.
aloft hotel GanGnam
44
CONTENTS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WIDE ArchitectuReReport
2015.3-4
WIDE-DOCUMENT
Wide – Report 1
6
48
동화고 삼각학교 DH Triangle School
뎁스 리포트 01
네임리스 건축 | 나은중, 유소래
르포, 70년대 생 건축가의 리얼real 인터뷰 박창현
WIDE – COLUMN 33
Wide – Report 2
도시에서 석유 충격을 줄이려면
66
박병상
저성장 시대의 한국 건축 박정현
이종건의 COMPASS 41
70
35
패널 디스커션(Panel Discussion)
감히, 그래 감히 그리하고자 한다 이종건
한국과 영국의 젊은 건축가, ‘젊음’의 조건은 무엇인가 73 세계 건축 속의 한국 건축
WIDE – FOCUS
배형민
38 외국에서의 설계 작업 경험을 통한 한국 건축계의 잠재성과 문제점 진단 김종수
Wide – Report 3 75 Heritage tomorrow project 5
WIDE – DIALOGUE
헤리티지 투모로우 프로젝트 공모전 5 젊은 건축가를 위한 설계 공모전
41 동화고 삼각학교
적은 차, 나은 도시_
변화를 위한 작지만 의미있는 시도들
Less Cars, Better City
나은중, 유소래 76 헤리티지 투모로우 | 도킹 시티The Docking City
WIDE – CRITICISM 45
전진홍, 최윤희
동화고 삼각학교
77
시선의 극장
헤리티지 스피릿 | 공공공장_문제를 해결하는 다수가 만드는 도시
박정현
김대천, 한지수
심원문화사업회 8차년도(2015~2016) 사업
제8 회 심원건축학술상 [추천작] 발표 SIMWON Architectural Award for Academic Researchers
■ 공모요강
Ⓢ 수상작: 1편
1-응모작의 소개서(자유 양식으로 2매 이내 분량) 1부
1) 부상
2-응모자의 이력서(연락 가능한 전화번호, 이메일 주
1-1 미발표작이 수상할 경우
2) 별도 첨부 자료(A4 크기 용지 사용)
소 반드시 명기할 것) 1부
상패 및 상금(고료) 1천만 원과 단행본 출간 지원
[심사위원회(이하, 위원회)는 모든 응모작의 저작권 보호
1-2 발표작이 수상할 경우
를 준수할 것이며, 응모작을 읽고 알게 된 사실에 대하여
상패(저자), 인증서(출판사 대표) 및 상금 1천만 원(저
표절, 인용 및 아이디어 도용 등을 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
자)과 3백만 원에 상당하는 도서 매입(출판사) 그리고
함. 제출된 자료는 반환하지 않음]
수상 도서에 부착할 수상작 인증 라벨 지원 Ⓢ 제출처 Ⓢ 응모자격 내외국인 제한 없음, 단 1인 단독의 연구자 및 저자(출 판사 대표 포함)에 한함
서울특별시 마포구 양화로 175, 909호(동교동, 마젤란 21오피스텔) 간향 미디어랩 & 커뮤니티(121-816) (겉봉에 ‘제8회 심원건축학술상 응모작’이라고 명기 바람)
Ⓢ 응모분야 건축역사, 건축이론, 건축미학, 건축비평 등 건축인문 학 분야에 한함 (단, 외국국적 보유자인 경우 ‘한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
Ⓢ 응모작 접수 접수 마감: 2015년 10월 31일(우편 소인 분까지, 기간 내 수시 모집)
물’에 한함) Ⓢ 추천작 발표 Ⓢ 사용언어 한국어
추천작 발표: 2016년 1월 중(《와이드AR》 카페 및 개 별 통지)
Ⓢ 응모작 제출서류
Ⓢ 수상작 선정
[미발표작의 경우]
예비심사를 통과한 추천작에 대하여 공개 포럼을 포함
1) 완성된 연구물(책 1권을 꾸밀 수 있는 원고분량으로 응모자 자유로 설정)의 사본(A4 크기 프린트 물로
한 소정의 본선 심사를 진행하며, 그 중 매년 1편을 수 상작으로 선정하여 시상함.
흑백/칼라 모두 가능)을 제본된 상태로 5부 제출. 2) 별도 첨부 자료(A4 크기 용지 사용)
Ⓢ 수상작 발표
1-응모작의 요약 내용이 포함된 출판기획서(자유 양
2016년 5월 중(《와이드AR》 2016년 5/6월호 지면 및
식으로 2매 이내 분량) 1부
인터넷 카페에 공지)
2-응모자의 이력서(연락 가능한 전화번호, 이메일 주 소 반드시 명기할 것) 1부
Ⓢ 시상식 별도 공지 예정
[발표작의 경우]
1) 초판 1쇄 발행일 기준 최근 2년(2014∼2015년) 사 이에 국내에서 출간된 도서여야 함. 제출 수량 5부
Ⓢ 미발표작의 출판일정 수상작 발표일로부터 1년 이내
(공모기간 중 출판사와 계약을 통해 단행본 출간 작 업 중에 있는 연구물의 경우, ‘미발표작’의 제출서류 와 동일하게 제출하면 됨)
주최
심원문화사업회
심사위원회 김종헌, 박진호, 우동선, 함성호 기획 및 주관 《와이드AR》·간향 미디어랩 & 커뮤니티 후원
(주)엠에스오토텍
문의
070-7715-1960
CONTENTS
그림字 06
건축가의 길 79
“선비는 재물을 탐하는 태도를 멀리하고, 좋아하는 일에 몰
헤리티지 스피릿 | 새로운 패러다임, 반응하는 도시
두하며, 이익을 위하여 의로움을 손상시키지 않고, 죽음을
조준호, 권현정
당한다 하더라도 그의 지조를 바꾸지 않습니다. 위험이 닥치
80
면 용기를 생각지 않고 그에 대처하며, 어려운 일이 생기면
헤리티지 챌린지 | 도심 보행 네트워크의 회복을 위한 블록 접속 장치
자기 힘을 헤아리지 않고 그 일에 착수합니다. 과거에 대하
우태식
여 후회하지 아니하고 장래에 대하여 미리 점치지 아니하며,
82 헤리티지 챌린지 | 서울 피노키오 이경택, 강동희
그릇된 말을 두 번 거듭하지 않고 뜬소문을 두고 따지지 않 습니다. 그의 위엄은 끊이는 일이 없으며, 계책을 미리 익히 는 법이 없습니다. 그들의 행위가 뛰어남이 이와 같습니다.” 예기禮記 유행편儒行篇의 한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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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스러운 세상, 환경, 사람들 사이에서도 소신껏 살아가려
심사평을 통해 본 다섯 제안들
면 어떤 경우에라도 일관되게 흔들리지 않는 자세를 지켜야 한다는 말입니다. 넉넉하든 쪼들리든, 압력에든 유혹에든, 뜻을 둔 지향을 향하여 나아가는 데에 의연한 마음을 유지한
Wide – Report 4 85 Strong Architect 06 | 우경국 관계, 흐름의 논리로서의 “관계 현상의 미학”
채 살아갈 수 있는 행동강령쯤 되는 것 같습니다. 건축가로 이 한 세상을 소신껏 잘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수주를 하고, 창작에 몰두하고, 살림도 해야 합니다. 그러려 면 일을 만들 수 있을 만한 사람들을 만나고, 골똘히 연구도 하고, 수지 계산도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양심과 품위를 지
Wide – Report 5 91 Power & Young Architect 06 | 신혜원 Architecture as “The History of Everyday Life.” “일상의 역사”로서의 건축
WIDE-EYE 1 안철흥의 문화 편들기 96 인간이라는 괴물, 지구라는 디스토피아
문학이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
WIDE-EYE 2 건축 책 96 서서히 벗겨지는 건축의 전설들 전진삼
키고, 즐기고 나누기도 하고 싶습니다. 이 바람이 가능하려 면 건축가의 행동강령이 나름대로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세파 에 흔들리지 않고 늘 마음을 가다듬으며 지향하는 바를 추구 하며 살아갔을 선비들처럼 말입니다. 글 | 임근배(간향클럽 대표 고문, 그림건축 대표)
2015. 3-4 no. 44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WIDE ArchitectuReReport
wide -
document 5
와이드 AR no.44 | Wide AR no.44
WIDE-DOCUMENT
동화고 삼각학교 DH Triangle School 네임리스 건축 | 나은중, 유소래 NAMELESS Architecture | Na Unchung, Yoo Sorae 사진 남궁선 본지 전속사진가(별도표기 외)
위치: 경기도 남양주시 도농동/용도: 교육연구시설/대지 면적:35,008m2/건축 면적: 999.36m2/ 연면적: 2,628.68m2/규모: 지상 3층, 지하 1층/높이: 11.2m/건폐율: 20.62%/용적률: 52.65%/ 구조: 철근 콘크리트조/외부 마감: 노출 콘크리트, 스틸루버, 투명복층유리/ 내부 마감: 노출 콘크리트, 테라조, 석고보드/구조 설계: 미도구조컨설턴트/시공: ㈜도림건설 (박상범 소장)/ 기계 전기 설계: ㈜ 수양/설계 기간: 2011.05-2013.10/시공 기간: 2013.11-2015.01/ 건축주: 동화고등학교/설계 담당 : 임 정택, 백현국(제이플러스), 오현진, 이정호, 김왕건, 박동진, 윤재민(네임리스)
네임리스 건축의 나은중과 유소래는 각각 홍익대학교와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UC 버클리를 같은 해 졸업하였다. 뉴욕에서 네임리스 건축(NAMELESS Architecture)을 개소한 후 서울로 사무실을 확장하였으며, 예측불허한 세상 속에 단순함의 구축 을 통해 이 시대의 건축과 도시 그리고 문화적 사회현상을 탐구하고 있다. 일상에서의 근본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단단한 건축 의 유형을 만드는 동시에 공공예술과 설치작업등을 통해 건축의 유동성을 실험하고 있다. 뉴욕현대미술관(MoMA), 뉴욕건축 센터, 파슨스 더 뉴스쿨, 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서 건축작업을 선보였으며, AIA뉴욕건축가협회상, 미국건축연맹젊은건축가상, 미국건축가협회 뉴프랙티시스뉴욕(NPNY) 대상,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 그리고 Architectural Record의 Design Vanguard 어워드를 수상하였다.
6
WIDE – DOCUMENT
삼각학교는 북측의 학교 운동장, 동측의 뒷산, 서측의 기존 건물에 대응하여 서로 다른 얼굴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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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4 | Wide AR no.44
건물 정면은 투명한 스킨을 바탕으로 적절한 조도와 시선 차단을 위한 수직 루버가 설치됐다.
사진 노경 10
WIDE – DOCUMENT
중학교 시설과 마주보고 있는 부분은 기능적 분리를 위해 콘크리트 벽을 기본으로 3개층을 관통하는 삼각형 창으로 상호 간섭을 최소화했다.
서측 입구의 캐노피. 사진 노경 11
와이드 AR no.44 | Wide AR no.44
2, 3층은 일반교실이 배치되고, 건물 내부는 중정 중심으로 동선이 순환되며, 복도는 다양한 행위와 상호작용이 가능해진다.
중정의 삼각형과 외부 삼각형의 어긋남으로 만들어지는 수직 틈. 이 틈은 각 층을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시키며 어느 위치에서든 열린 시야를 확보한다.
1층에는 교사실, 특수교실, 다목적홀이 위치한다. 12
삼각
WIDE – DOCUMENT
2, 3층에는 하늘을 향한 중정이 있다.
진다.
아이들에게 이곳은 빛과 바람을 만날 수 있는 작은 정원이다.
야경. 빛을 발하는 거대한 면을 통해 삼각학교는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인다. 사진 노경( 좌) 13
와이드 AR no.44 | Wide AR no.44
transparent garden glass Roof floor
Skin concrete wall triangle window vertical louver
entrance
hallway
3rd floor
classroom
subject laboratory
courtyard hallway
Courtyard
courtyard
crushed stone pennisetum alopecuroides
hallway
2nd floor
classroom
subject laboratory
1st floor
library teachers’ room entrance hall entrance
plan diagram C1
C1
C1
C3
C3
C2
C2
C1
Column size C1
C2
C2
C4
C1: 600X600 C2: 600X400 C3: 600X300 C4: 600X300
C1 C1
C3
C4
C1
C3
C1 C2 C1
G1: 400X600 G5: 600X600 B1: 600X300 B2: 600X300
G5 B1 G1
G1 B2 G5
G5 B1 G1
G1 B2 G5
G5 B1 G1
G1 B2 G5
Structure
Garden has a greenhouse on its three sides to capture solar radiation.
Position of heating greenhouse
Vertical and horizontal louvers are dispersed the light.
Louver system
Pennisetum alopecuroides and crushed stone
The room for self-directed learning.
Grasses and stone chair Soft and flowerscape
Public space
In-between space
The ventilation is exchanged through the garden to produce user comfort conditions in the school.
Maximum shaded area in summer Maximum shaded area in winter
Annual sunligh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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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den landscaping
Ventilation
Rainwater usage
Aromatic plants and pebble
WIDE – DOCUMENT
1층 평면도
지하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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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4 | Wide AR no.44
3층 평면도
2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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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 DOCUMENT
북측 입면도
동측 입면도
서측 입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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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4 | Wide AR no.44
단면도-1
단면도-2
단면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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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3-4 no. 44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WIDE ArchitectuReReport
wide -
arcade
s
amhe
architects group 좋은 건축, 행복의 건축, 위대한 건축을 향한 공동체
㈜삼희건축사사무소 a. 인천광역시 부평구 갈월서로 4(갈산동, 삼희빌딩 4층) t. 032-519-0015 f. 032-519-0017
www.MASILWIDE.com
마실 | 서울시 마포구 서강로 133(노고산동, 병우빌딩) 901호 T.02-6010-1022 F.02.6007.1251 E-mail. masil@masilwi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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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D Publishing NEW BOOK
가격: 13,000원 건축의 지역성을 다시 생각한다 지역주의는 21세기 한국건축에서 여전히 중요한 과제이다. 정답의기준이있는것은아니지만지난20세기때우리는아직 수긍하고 만족할만한 우리 만의 지역주의를 얻지 못했다. 시대는 흘러 이제 새로운 개념의 지역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지역주의는 전통이나 민족주의와 동의어이던 시대는 지났다. 21세기는 20세기 백년을 더해서 매우 확장된 레퍼토리가 조합하고 충돌하고 융합하는 다원주의 시대이다. ‘한국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이런 21세기에 우리의 위치와 상태를 찾고 정의하는 작업이다. 한 마디로 요약하 면 이제 한국 사람들이 ‘한국인은 누구인가’라는 큰 명제 아래 분야별로 한국적인 것을 찾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한국적인 것’에는 20 세기의 현대화된 요소도 반드시 들어간다는 것이다. 전통과 20세기가 서로에게 이분법적 타자가 아니고 2013년 현재의 한국인을 구성하는 공 통 요소로 서로 마주보고 섞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건축에도 이런 작업이 필요하다. ‘한국 건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답을 해야 할 때이다. 그 답은 21세기의 새로운 지역주의, 즉 창작 지역주의가 될 것이다. 창작 지역주의의 조건은 ‘진정한 보편성’이다. 20세기 민족 지역주의의 논리 구도인 종속과 투쟁, 표절과 자폐의 이분법을 극복한 지역주의이다. 혹은 이런 극북에 이르는 방법론으로서의 지역주의이다. 창작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의 가치이기도 하다. -임석재, 강미선(이화여대 건축학부 교수)
WIDE – COLUMN
WIDE - COLUMN
도시에서 석유 충격을 줄이려면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게 살았다. 노예라 부르던 시종이라 칭하든, 고관대작도 그
다. 저녁 뒤 운동화로 아파트 일색인 동네를 몇 바퀴 돌려
랬겠지. 한데 우리는 지금 노예가 없다. 인건비 감당을 할
해도 온갖 약속이 발목을 잡으니 아침에 한 시간 정도 일찍
수 있는 부자가 아니라면 집안일을 남에게 맡기지 못한다.
집을 나서는데, 신축성 있는 구두 밑창이 얼마 버티지 못한
대신 석유와 전기 같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값싼 에너지가
다. 밑창을 몇 차례 바꿨더니 옆이 더덜더덜해졌다. 아내의
노예인 셈인데, 에너지가 없다면 우리는 지금과 같은 삶을
핀잔을 듣고 갈아 신었는데, 편한 구두가 사라졌다. 새 구두
누릴 수 없다. 에너지는 언제까지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
에 익숙해져야 한다.
을까?
청소년 시절, 우리는 운동화 한 켤레면 충분했다. 날씨와 관
석유자본이나 산유국의 압력에서 자유로운 전문가들은 세
계없이 등하교는 물론 축구와 농구, 달리기와 등산을 해결
계 석유자원은 고갈이 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발굴하는
했다. 대학 시절 이웃 가게에서 맞춘 구두는 낡아 버릴 때까
유정은 드물 뿐 아니라 퍼낼 수 있는 양도 얼마 되지 않는다
지 갈아 신지 않았는데, 지금 대학생들은 부모가 백화점에
고 덧붙인다. 유정이 바닥을 드러낸 건 아니지만 퍼 올리는
서 사준 구두는 거의 신지 않는다. 용도에 따라 선택하는 운
비용이 적지 않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소비보다 모
동화와 슬리퍼, 비 내릴 때와 걸을 때를 구별하는 런닝화와
자라면 가격이 오르고 가격이 올라 경제성이 생기면 석유
등산화까지 각양각색이다. 아내의 다채로운 신들까지, 신
를 더 퍼 올리겠지만 한계가 있을 터다. 머지않아 석유산업
발장은 꽉 찼다. 현관에 널린 신발, 신발들. 잔칫집처럼 널
은 곤두박질할 것으로 예측한다. 석유가격이 오르자 미국
린 신발 중 스스로 만든 건 없다.
과 캐나다에서 막대한 오염물질을 내뿜거나 지상의 생태계
우리는 지금 어떤 왕보다 근사하고 다양한 신발을 신는다.
를 황폐화하며 모래 틈과 지하 바위틈에서 샌드오일과 셰
어디 신발뿐이랴. 옷은 얼마나 쌓아두었던가. 음식도 마찬
일가스를 퍼 올리지만 그 역시 오래 버티지 못하리라 전망
가지다. 구중궁궐에서 산해진미를 맛보지 못하지만, 겨울
한다.
에 딸기를 먹고, 열대과일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버리는
수 억 년 전 생성된 석유는 본격 소비한 지 불과 100년 만에
음식이 한 해 20조 원에 육박한다고 소비자단체는 주장하
고갈을 예고한다. 풍부해 보이는 석탄도 500년 만에 사라
는데, 한 번 입고 버리는 옷은 얼마나 될까? 버리고 또 버려
질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한다. 그와 같은 화석연료를 태워
도 채워지는 옷과 음식재료와 신발들…. 누가 그렇게 거듭
생산하는 전기도 예외일 수 없을 것이다. 파멸을 부르는 우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소비는 불가능하다. 그
라늄도 지금과 같은 전기 소비의 추세를 보장하려면 고갈
를 위해 원자재와 에너지가 막대하게 사라지겠지….
될 날이 머지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우리는 에
아침에 전등을 켜고 냉장고의 물을 마신다고 전기 소비가
너지 노예의 수를 대폭 줄여야 하거나 잃을 수 있다는 건데,
갑자기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비데를 가동해도 많은 전기
에너지가 주는 편의에 길들어진 처지라도 늦기 전에 대책
가 필요하지 않겠지만 헤어드라이어 스위치를 누르는 순
을 마련해야 한다.
간, 적산전력계는 빨리 회전할 게 틀림없다. 그 전기를 노예
무엇보다 의식주가 가장 큰 걱정일 것이다. 충격적이고 끔
가 자전거 바퀴를 돌려 생산해야 한다면 몇 명의 노예를 부
찍한 상황은 가까운 후손에 황망하게 닥칠 수 있는데, 우리
려야 할까? 미국은 가구당 평균 200명 훨씬 넘는 노예가 필
는 에너지 노예가 물러간 뒤의 삶을 대비하지 않고 있다. 그
요하다는데, 우리도 100명은 넘어야 하리라.
때 어떤 과학기술이 새로운 에너지원을 값싸고 안전하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노예를 부렸기에 역대 왕은 호화스럽
공급해줄 거로 막연히 기대하면서 아이들을 낳고 기를 따
WIDE - COLUMN
하루 만보를 채우려 해서 그런가, 캐주얼인 구두가 쉬 닳는
33
WIDE - COLUMN
와이드 AR no.44 | Wide AR no.44
름이다. 여전히 많은 신발과 옷을 입히고, 냉난방 자동 조절
의 구조가 그럴 수밖에 없다.
되는 집과 자동차가 계속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수기 완비
자장면 배달부의 출입을 통제하는 고층이나 초고층아파트
된 학교에서 기름진 음식과 수입과일을 거리낌 없이 먹는
에서 공동체를 만들기 어렵다면 골목에 평상과 돗자리 깔
학생과 교사들도 새로운 과학기술의 등장을 믿어 의심치
리는 동네는 가능성이 높은데, 요즘 그런 골목은 아파트와
않는다.
다세대주택에 밀려 거의 사라졌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요즘 과학기술은 전에 없이 거대하다. 거대한 과학기술일
골목을 승용차로 사납게 채우는 다세대주택들이 어느덧 낡
수록 막대한 에너지 소비 없이 가동될 수 없다. 지구온난화
아 재건축을 요구한다. 이참에 다시 이웃의 정이 흐르는 골
와 기상이변, 전쟁과 온갖 사고의 원인은 자본이 지배하는
목으로 만들면 어떨까? 삭막한 도시에 지친 이들을 그 골목
과학기술이 저질렀는데, 새로 등장할 과학기술은 다를까?
안으로 초대하면 어떨까? 말랑말랑한 건축이 실력을 발휘
거대한 과학기술은 독과점을 노리는 자본이 좌지우지하는
할 순간이 다가온다.
데, 더욱 거대해질 과학기술은 어떤 내일을 안내할까?
돈과 나이의 크기, 종교와 학력을 가리지 않는 이웃이 태양
과학기술이 제공한 온갖 편의에 젖어 늘어날 대로 늘어난
광으로 에너지를 어느 정도 자립하는 마을은 유럽의 도시
이 땅의 인구는 대부분 도시에 산다. 이웃이 없어도 사는 데
에 많다. 우리도 지붕으로 모은 빗물을 활용하는 텃밭을 이
지장 없다고 착각하게 하는 아파트는 점점 커지고 높아진
웃과 함께 일궈 채소를 나눌 수 있지 않겠나. 그런 공간에서
다. 단절된 삶을 연명케 하는 양판점은 정들었던 동네 가게
의지를 모아 일자리를 만들며 더불어 살아간다면 석유가
들을 몰아낸다. 위아래와 옆집에 누가 사는지 관심 없어도
고갈되는 신호에 크게 움츠러들지 않을 것 같다. 에너지 노
되는 주거환경에 살가운 이웃을 만나기 어렵다. 주차 시비
예가 줄어들어도 서로 힘을 합쳐 극복할 수단을 모색할 것
로 낯붉히는 공동주택에서 경비원은 나이와 관계없이 얕잡
같다. 살가운 이웃이 있으므로 석유 충격은 크게 완충 될 것
힌다. 구매하는 에너지의 크기로 지위가 구별되는 사회에
이다. 그런 상상력이 현실화될 수 있는 계획에 건축이 나서
서 사이코패스가 성행할 수 있어도 공동체는 쉽사리 구성
길 기대하고 싶다.
되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 석유가 사라진다면? 우리 사회는 재앙을 피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런 끔찍한 상황을 피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돈이 많든 적든,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도시를 꿈꾸는 이들이다. 그들은 공동체를 구상한다. 따뜻 한 이웃이 모이는 동네에서 아무도 소외되지 않는 삶을 모 색하고 실천한다.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할 수 없는 이웃이 모여 공동주택을 짓고 식당과 거실과 빨래방과 서재들을 공유하며 어울린 다. 육아와 교육은 물론, 노인 봉양도 힘을 모은다. 이웃과 어울리는 도서관, 찻집, 식당 들을 공동 출자로 개설하고, 극장을 만들어 연극도 같이 공연한다. 하지만 그런 주택도 에너지와 물과 음식은 거의 자급하지 못한다. 동네와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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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건의 COMPASS
이종건의 COMPASS 41
감히, 그래 감히 그리하고자 한다 이종건 간향클럽 고문, 경기대학교 대학원 교수
리해서 <건축평단>을 널리 알려주기를 요청한 여러 매체들
디어 창간호를 세상에 내어놓았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창
에게 이렇게 밝혔다. “역사·이론·비평 계간지 <건축평단
작과 비평>의 건축 버전 출판을 지난 이십여 년 내내 생각
>은 누구나 참여하여 운영할 수 있는 비평 공동체로서, 게
하고, 가끔 그리 할 수 있는 분들에게 권유도 하고 홀로 저
재된 모든 글에 대해서나 그와 상관없이 별도로 공론화하
지를 생각도 몇 번 했지만, 이제야 마침내 그것이 현실화되
고자 하는 것에 대해 누구나 자신의 의견·표현을 개진할
었다. 비록 딸랑 한 권이지만, 거기에 든 여러 분들의 많은
수 있도록 하며, 이례적인 경우로 판단되지 않는 한, 납득할
염려와 수고와 애정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 감회가 크
만한 정도에 이르지 못하거나 대치되는 논점이 일방적으로
고 깊지만, 그에 대해 더 말할 자리는 아니다. 다만 <건축평
봉합당하지 않게 함으로써 우리 건축사회의 공론장을 형성
단>의 의미 혹은 가치는 이때를 빌어, 물론 필자 사견에 국
해 나갑니다.” 이러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건축평단>은 글
한된 것인지만, 뭇 세상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싶다.
의 주제와 분량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그보다 우선, 발행 의도를 좀 밝힌다. 또 하나의 큰 불만은 ‘나쁜’ 밀착이다. 역사적으로 어느 사 내가 생각하는 바의 건축가는, 세상에 대해 불만하는, 그래
회도 평등한 적이 없으니, 게다가 특히 문화적 불평등은 도
서 더 나은 세상으로 바꾸기를 꿈꾸고, 생각하고, 기획하고,
리어 바람직하니, 문제삼을 바도 아니고 삼을 수도 없다. 문
행동하는 사람이다. <건축평단> 또한 정확히 그 맥락에 위
제는 그것이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어찌 되었든 서로가 이
치한다. 돌이켜 보건대, 90년대는 건축매체 전성시대였다.
로우니 밀착하겠지만, 매체와 매체 등장인물들 간의 ‘나쁜
소위 자본가들 곧 매체의 주인들은, 그 당시 돈벌이도 좀 되
끼리끼리(우리가 남이가?)’의 밀착은, 빈번한 출현이 곧 문
었고, 문화권력의 맛도 짭짤했다. 그런데 그때도, 그리고 상
화적 중요성의 지표가 되는 세상을 강화하고 떠받치면서
황이 완전히 바뀐, 그러니까 돈벌이가 아니라 무조건 돈을
가치와 의미로써 담론화, 문화화, 역사화하는 길을, 그리고
낭비해야 하고 문화권력도 미미하기 그지없는 지금도, 모
자유로운 개인이 자신이 이루어낸 것에 따른 온당한 사회
든 이슈나 주제 곧 다루는 모든 내용은 한결같이 일회성이
적 몫을 받는 길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공공성의 문제가 심
었다. 심지어 특집이라는 것도, 한 번 하고 끝내는 그런 것
각하다. 그리해서 이렇게 밝혔다. “<건축평단>을 통해 우리
이었다. 어떤 매체도 어떤 주제도, 깊이도 대개 얕았지만,
가 이루고자 하는 바는, 우리 건축사회에 비평문화가 건강
진득하게 끝장을 내겠다는 태도를 보인 적이 없다. 모든 것
하게 착근될 수 있도록 육성하는 것, 일회성에 그친 비평·
은 그저 일회성 소비용이었다. 그리고 글쓰기 특히 비판·
평론이 지니는 문제들을 극복하는 것, 전문적 식견이 아니
비평 글쓰기는 매체들에게 선택되어야 가능했고, 늘 무엇
라 반복된 매체노출 효과로 가치가 매겨지는 대중영합주의
에 따라붙거나 무엇을 채워주는 역할에 그쳤다. 심지어 모
에 대항해 탁월한·위대한 건축업적을 끈질기고 엄격하게
종의 큰 힘에 검열당해 게재가 거부되기도 했다. 결국 건축
탐문·탐구·논구함으로써, 우리 현대건축의 역사를 온당
을 독립적으로 사유하는 사람들은, 이 또한 돈 없는 사람은
하게 일구어나가는 것입니다.”
COMPASS 41
<건축평단>을 만들어내기로 마음을 먹은 지 일여 년 후, 드
결코 쉽지 않은데, 책을 내는 길밖에 없었다. 그러니 공론의 책임과 역할은 누구도 떠맡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우리 건
불만이 이쯤에서 그치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탁월성에
축사회는 지금까지 공론장 하나 변변하게 만들어내지 못했
대해 왈가왈부의 여지도 있고 그에 대해 변론할 수 있겠지
다. 나는 그것이 지독하게 허무했고 크게 불만스러웠다. 그
만 접고, 꿈 혹은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감히’ 하고자 할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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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몇 개 밝히면 이러하다.
는 역사라는 말이 이미 철이 지났다고, 쓸모없다고, 심지 어 방해된다고 했고, 어떤 이는 미스 반 데어 로에를 참조하
1) 책이 소멸되는 시대에 감히 아날로그 책을, 그것도 감히
고 불러들이는 것마저 시대에 맞지 않다며 손사래 쳤다. 세
그림이 없는 책을, 게다가 감히 지금까지 가장 어렵다 할 만
상의 대세를 이루는 것이라고 해서, 그것이 포스트모던이
한 건축 책을 내어, 우리 건축사회를 생각하는 집단체가 되
든 무엇이든, 혹은 권력자나 권위자나 유명세나 관습에 따
도록 하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
오늘날, 특히 우리사회는
르는 일은, 혹은 그것을 사유와 감성의 틀로 잡는 일은 감히
다이제스트 정보에 길들여져 어려운 사유가 혐오의 대상이
결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지배적인 사회의 힘에 거치적거
되어 거부되는, 그뿐 아니라 종이 책이 죽음의 노정에 들어
리는 것을 감히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모름지기 문화란, 적
선 것이 거의 확실한 상황을 감안하면, 거의 무모한 일이다.
어도 돈과 상품과 시장과 선정성과 인기와 거대집단과 큰
2) ‘주인 없는 세상’은 세상 사람 모두 아름답고 좋지만 그
힘이 구조 짓는 작금의 상황에서 문화란, 지배적인 문화에
저 꿈이라고들 한다. 주인, 특히 자본가 없이 시작해서 세상
맞서는, 그래서 반문화라 불리는 것이 온당하다. 불온하지
종말까지 다중이 주체가 되기를, 그리고 모든 돈을 오직 책
않은 글은, 그런 점에서 감히 가치 없는 글이라 해도 옳다.
만들기에 씀으로써 자본으로부터 철저히 자유로운 존재기
도덕과 격렬하지 않고 출현하는 윤리가 어디 있던가? 바깥
되기를 감히 시도한다. <건축평단>의 가치에 공감하고 그
의 힘들이 아무리 세든 혹은 그 정체가 무엇이든, 오직 비판
것을 지켜내고자 하는 다중의 출현을 고대한다. <건축평단
적 이성에 기초해서 오늘날 우리가 지향해야 마땅한 건축
>의 이념(?)에 동참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든(‘나쁜 끼리끼
의 의미와 가치와 대질시켜 궁구하고, 궁리하고, 논의하고,
리’는 없다!), 운영에 동참하기를 청하고 환영한다.
토론하며 모색해 나갈 것이다.
3) 오직 ‘지금 여기’ 우리 사회에 소중한 삶의 가치와 의미
4) 그리함으로써 모든 파당적 견해와 지배적 힘들에 맞설
를 천착한 채, 감히 모든 시류를 무시할 것이다. 촌스럽다,
터인데, 정확히 그리할 것인 까닭에 나 자신(우리) 속에 웅
구시대적이다, 보수적이다, 더 나아가 해롭기까지 하다는
크리고 있는 파당성과 지배 욕망을, 비합리적 독단과 억견
말들은, 토론과 숙고와 해명의 대상으로는 삼아도 검열이
을, 생각의 오류와 한계를 때때로 되돌아보며 감찰할 것이
나 비판의 잣대로는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이
다. 그리하기 위해 모든 조언과 의견과 비판에 귀 기울일 것
COMPASS 41
주1
이다. 타자의 말들을 고맙고 냉정하게 듣고, 꼼꼼히 생각할 것이다. 1.
5) 비판의 개념, 곧 그 의미와 실천방식은 초역사적이지도
한때 가장 잘 나가던 어느 출판사 사장님은, 그것도 오래 전에, 필자에게
초사회적이지도 않다. 그리고 부정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
이렇게 말했다. “책을 딱 펼쳐서 그림이 없거나, 문장이 길거나, 잘 모르
만도 아니다. 도리어 부정 때문에, 마땅히 긍정해야 할 것들
는 낱말이 여러 개 나오면 팔리지 않습니다.” 연합뉴스는 오늘 “‘책 안 읽 는 대학생’...학교도서관 대출 3년째 내리막”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
을 놓치는 것은 큰 과오다. 그러니 긍정하고 추동해야 할 사
는데, 그에 따르면 작년 대학 재학 중인 학생 1명당 8권도 채 대출하지 않
안들은 마땅히 용감하게 내어놓고 긍정하고, 주창하고, 옹
았다. 10명 중 4명은 한 권도 빌리지 않았다. 독서 소홀은, 전자자료 이용 률의 중가(전국 대학도서관 자료구입비 중 전자자료가 61퍼센트 차지) 와 학생들이 일찌감치 취업 준비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대학도서관의 소
해명하는 것을 또한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장도서도 충분하지 않다. 지난해 서울대, 경북대 등 재학생 2만 명 이상의
6) 유행하는 것, 독자가 원하는 것, 혹은 심지어 생존에 유
상위 20위권 대학도서관의 평균 소장 도서는 북미연구도서관협회의 최 하위권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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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할 것이다. 그리고 그 근거를 제시하는 것을, 그 까닭을
리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마땅히 진득하게 붙들어야 할 가
이종건의 COMPASS
장 기본적인 건축적 문제들과 주제들을 핵심과제로 삼을
한 삶은 어디 호불호뿐이겠는가. 삶의 중심을 자기 자신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현실과 초연한 거리를 유지하
게 두면 외부의 시선들로부터, 평가로부터 자유로워 남들
는 데 머물지 않고, 개입해야 온당한 현실의 문제와 성과는
의 언행에 일희일비하는 감정으로부터 벗어나 주체적인 삶
깊이 다룰 것이다.
도 살 수 있을 것이다.
7) 마지막으로, 저널의 위상을 세워 유지할 것이다. 내어놓 을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다는 판단이 들면, 미움을 받거
그런데, 저널을 만들고 내어놓는 일은 홀로 하는 일이 아니
나 곤란에 처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내어놓지 않을 것
니, 함께 하는 일이니, 자신과 더불어 주변도 돌아봐야 하는
이다.
일이니, 참 어렵고 곤란한 형국이다. 함께 가는 이가 몇 있 다 하나, 영역을 조금만 넓혀 봐도 홀로나 다름없다. 해서 이 곤란은, 다른 사람들의 정직한 견해와 비판을 존중하고,
부터 잠시 떨어져서 보니, 현실로부터 지나치게 멀어진 것
곰곰이 생각하고, 그 타당성에 따라 언행을 조정해 가며 행
같다. 세상의 현실과 크게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니 공감
동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세상에는 좋은 사람은 아주 적고,
하기보다 비판할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 여긴다. 그런
나쁜 사람은 아주 많다. 그러니 악의의 언사도 당연히 더러
데 어찌 하겠는가. 이것이 정직한 내면의 모습인 것을. 돌이
있는데, 그에 대해서는 냉정하고 단호히 반박할 것이다. 창
켜보면, 글로써 세상과 불화하지 않은 때가 거의 없었던 것
간호가 나간 지 이제 겨우 일주일 지났다. 어떤 건축가는 배
같다. 불화는 결코 의도한 바가 아니다. 자신에게 정직하고
달된 책을 읽느라 잠을 못 잤다며 ‘강추’했고, 어떤 교수는
자 한 생각이, 그것에 따른 글이 불화를 불렀을 뿐이다. 어
‘살갑게 다가오지 않는 존재 이야기’가 별 의미없다 했다.
떤 이는 세상과 불화하기 싫어, 세상의 모든 이로부터 환대
찬사보다는 비판에 마음이 훨씬 더 많이 쓰인다. 나도 굳이
받기 위해 혹은 세상의 어떤 이로부터도 미움받지 않기 위
어렵게 쓰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다. 또 어떤 건축가는 어떤
해 중립을 택하기도 한다. 그리하면 적어도 미움으로부터
교수의 글에 대한 댓글에서 글 쓰는 사람이 자신도 모르는
자유로울 수는 있을 것이다. 형식적인 환대도 얻을 수 있을
글을 썼을 것이라며 빈정거리는데(그가 필자를 차단한 탓
것이다. 그런데 미움이나 환대의 농도와 강도는 약하지 않
에 볼 수 없지만, 그에 대한 그 어떤 교수의 댓글로써 충분
을까. 널리 퍼져 있으면, 접면이 넓으면, 당연히 그러한 것
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자신이 제기한 어이없는 먹물
이 물리니까 말이다. 친한 친구가 수십 명이라는, 아니 수
주의 비판에 대해 내가 비판한 탓일 것이다. 참 졸렬하다.
COMPASS 41
이렇게 홀로 내면을 응시하며 써놓고 보니, 그리고 쓴 글로
백 명이라는 사람의 삶이 그렇지 않을까. 물론 이 또한 그저 추측일 뿐이니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거꾸로 친한 친구가 한 사람이거나 두 사람이라면, 그 우정은 깊지 않을 까. 이 또한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럴 개연성이 높을 것 같 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러하다. 호불호가 명확하면 명확할수록 호와 불호가 정확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 농도 와 강도 또한 높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사태가 그러하다 면 가급적 명확한 호불호의 삶을 택해 농도 짙고 강도 높은 삶을 사는 쪽이 낫다는, 더 살아볼 만하다는 말이다.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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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의 설계 작업 경험을 통한 한국 건축계의 잠재성과 문제점 진단 김종수 원도시건축 이사
필자는 지난 몇 년간 외교부에서 국유화 사업의 일환으로
한 제도나 정책, 특히 사회 통념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
추진하고 있는 외국 공관 설계에 참여해 왔다. 국유화 사업
다. 더불어 토지는 그 특성상 소유의 개념과 더 나아가 영토
의 초기에는 참여 건축가를 초청의 형태로 진행해 왔으나,
(주권)의 개념으로 확대해 이해 될 수 있다. 과거에 사회주
20여 년 전부터는 공관 설계에 경험이 있는 건축가를 대상
의나 독재의 경험이 있는 경우 토지에 대한 사유권 행사에
으로 지명 현상설계 형태로 전환하여 진행해 왔으며, 최근
어느 정도 국가의 개입이 잔재하다거나, 외국인 소유에 대
에는 국유화 대상 국가가 중앙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으
한 보수적인 절차적 장치가 있는 경우, 토지에 부속된 건축
로 확대되면서 현지 설계 실적이 있는 사무소를 대상으로
물도 이러한 사회·문화적 배경에 의해 이해될 수 있겠다.
WIDE - FOCUS
하거나, 참여 건축가에 제한을 두지 않고 누구에게나 기회 를 주기도 한다. 이 경우 건축 신예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이러한 특징이 잘 보이는 단계가 인허가 과정이다. 건축 행
수 있을 것이다. 해외에서 건축설계를 한다는 것은 국내에
위가 필연적으로 인허가의 대상이므로 그 사회의 특수한
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많은 것을 얻게 하는 기회이다. 국내
관료주의bureaucracy적 특성에 대한 이해 또한 필요하다. 대부
에 비해 상대적으로 설계비가 높다는 경제적 측면 외에, 향
분의 경우 어느 국가나 일정 수준의 관료주의는 존재한다.
후 건축 설계 시장의 다각화 등 미래를 대비한다는 면에서
후진국일수록 불투명하고 자의적인 인허가 절차가 있고,
도 그러할 것이다. 특히 젊은 건축가들에게는 그들의 인지
선진국이라도 단계별 절차의 엄격함으로 또 다른 관료주의
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기회이자, 국내 건축
행태를 경험하게 된다. 국내에서는 허가권자가 법적 테두
설계 환경의 열악한 조건을 감안 하면 확률적으로도 도전
리 안에서 어느 정도 보조적 지위만을 가지고 있는 반면, 몇
해 볼 일이다.
몇 국가의 경우 건축 행위 각 단계 마다 중요한 권한을 행사 하기도 한다. 국내의 건축 행위(특히 설계 단계)가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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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으로 보면 해외 건축 설계라는 것이 언어적 벽을 넘
와 건축주의 합의에 의해 주로 결정되는 것과는 달리 그런
으면 어느 정도 부딪쳐 극복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
국가에서는 허가권자의 의견도 동시에 중요한 역할을 하
상 그 이면에는 살펴보아야 할 것들이 분명 존재한다. 사전
게 된다. 이러한 절차적 개입이 건축 계획안의 내용을 강제
에 살펴보아 할 것 중 하나가 상대국의 건축 전반에 대한
적으로 변경하는 행위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이러한 절차를
역사·문화적 배경의 이해다. 우리가 예측하기로, 한 사회
무시하고는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단
의 건축 환경 수준이 타 분야의 그것과 비슷하거나, 적어도
계별 규정의 준수 조항이 결국 건축가에게는 많은 시간과
예측할 수 있을 정도의 척도에 의해 이해되리라고 생각한
비용의 부담을 의미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항 중 하나
다. 하지만 경제적 수준 및 정치적 환경과 달리 건축 환경이
가 선진국으로 갈수록 국내의 심의에 해당하는 절차가 많
나름의 역사적 배경에 의해 체계화되어 왔다는 것이다. 과
고 까다롭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 반영하고 변경
거 식민 지배의 경험이 있는 나라에서 현재의 경제적 수준
해야 할 사항들이 국내에서의 경험과는 아주 다른 부분들
과 다른 선진화된 건축 설계 시스템을 자지고 있다거나, 중
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 나라는 건축 설계 비용에
앙아시아 국가들처럼 오랜 시간 구소련의 건축 시스템 속
이러한 리스크가 충분히 반영된 체계들을 가지고 있는 것
에 있던 나라들이 독립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전 시스템
이다. 이러한 이해의 과정들은 한편으로는 또 다른 역사·
을 유지시켜 오고 있는 사실들이 그것이다. 또한, 건축물은
문화적 경험이면서 낯선 환경에 대한 기분 좋은 긴장감이
근본적으로 토지에서 시작하므로, 각 나라들의 토지에 대
될 수 있을 것이다.
WIDE – FOCUS
건축 전반에 있어 국내와 국외의 가장 큰 차이 중의 하나
축가Local Architect와의 관계설정이다. 대부분의 경우 법적이
가 내역서를 작업하는 일련의 과정이라 말할 수 있다. 국내
나 절차적으로 국내 건축가가 외국 현지에서 인허가를 진
의 경우 물가 정보, 표준품셈, 일위대가, 조달청 단가 등 공
행할 수 없고, 나라에 따라서는 설계 도면도 현지화시켜야
식적으로 적용되는 객관적 데이터가 존재한다. 또한 국내
할 경우가 대부분이다. 처음으로 낯선 나라의 설계사무소
의 건축은 내·외장 재료뿐만 아니라 설비, 전기, 토목 관련
를 선택하는 일은 현지 대사관의 도움 없이는 현실적으로
장비들의 국산화율이 매우 높다. 자국의 국산 자동차 브랜
어려운 일이다. 주변의 인적 네트워크를 빌어 소개받는다
드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생각보다 적은 것처럼, 건축 분야
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결국 현지 대사관의 정보를
에도 건축 재료를 거의 국산으로 처리할 수 있는 나라가 생
활용해야 한다. 다만 어떤 경우에도 본인이 직접 현지 건축
각보다 적다는 것이다. 각 국의 국내 내수 시장의 한계에 의
가와의 면담 등 여러 가지 확인 작업을 거쳐야만 비로소 현
해 국산화의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은 건축 설
지 파트너를 찾을 수 있다. 서로 다른 건축적 환경을 가진
계에 많은 이로움을 가져다주었다. 특히 공사비 산정에 있
건축가와의 협업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경험적으로 본다면
어 풍부한 데이터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해외에
양쪽 중 어느 한 나라를 기준으로 삼고 다른 나라는 보조적
는 이러한 데이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모든
인 일을 맡아 업무의 중복을 최소해야 한다. 국내 설계도면
가격 산정은 각 생산 업체 및 시공자 측의 견적에 의지할 수
이 그대로 현지 인허가에 사용될 수 있는 경우, 당연히 현지
밖에 없는데, 국내에서는 쉽게 인정할 수 없는 방식인 것이
에서는 번역 등 최소한의 업무로 보조적 지위를 갖게 해야
다. 이런 과정에 의해서 산정된 내역서는 국내 건축주에게
효율적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디자인 외의 모든 것을 현지
는 매우 불합리한 정보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해외는
화해야 하는데, 이 경우가 두 나라의 건축 문화 차이에서 빚
견적 업무가 견적 사무소의 고유영역이며 가격 결정의 방
어지는 쉽게 극복할 수 없는 어려움의 시작이다.
법이 그 전문 영역으로 포함되어 있어 건축주는 그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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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현지에서 인허가 및 실시설계를 하게 될 현지 건
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과연 국내 상 그중에서 몇 가지를 보면, 설계비의 차이, 설계 기간, 설계
황으로 이해될 수 있을까? 반대로 우리의 상황을 현지에 설
범위, 견적 방법, 시공사의 선정 방법 등 실로 뿌리부터 다
명하면 현지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재료의 가격
른 것들의 연속이다. 현실적 측면에서 해외 건축설계의 참
과 인건비가 강제적으로 정해져 있다는 시스템을 이해하
여 방법을 보면, 해외의 현상설계에 직접 참여할 수도 있겠
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량과 인건비가 같은 상황에서 예정
지만, 많은 경우 국내 정부 및 기업에서 해외에 건설하는 건
가격의 근사치로 시공사를 정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축 설계에 참여하는 경우 일 것이다. 어떤 경우이든 핵심은
것이다. 국내의 그런 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건축
현지에서 허가를 득하고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한 일련의
시공비의 산정 기준들이 왜곡돼 있을 경우 합법적으로 공
과정인데, 국내 건축주를 상대로 필요한 설계도면을 현지
사비 상승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설계사무소에게 작성하게 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한 일 인 것이다. 국내 건축 환경에 익숙한 건축주의 요구 조건들
해외에 비해 우리의 건축 환경은 누구나 쉽게 건축물을 신
을 위해서는 국내 건축가의 또 다른 추가 업무가 필요하다
축할 수 있도록 제도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건축 관련법은
는 것이다.
점차 쉬워지는 반면, 그 반대의 규제들은 점점 약화되고 있 다. 이러한 특징들은 우리 건축 산업에 대한 국가적 인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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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비롯된다. 우리에게 건축은 주로 국가가 주도하는 산업
체를 할 수 없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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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었고 경제 산업 발전의 도구로 인식되어 온 것이다. 가능 한 짧은 시간 안에 건축 행위가 진행되어야 하고, 참여 시공
몇 년 전 동남아의 어느 공관을 설계할 때 70년대 국내 건
사는 확실히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구조를 원했던 것이다. 이
축가에 의해 설계된 현지 한국 대사관을 방문했다, 화단에
는 건축 환경의 객관적 표준화로 언뜻 보기에 최적화된 합
놓인 초석에 그 당시 설계사무소 이름이 쓰여 있었다. 40여
리적인 시스템처럼 보이지만 실상 건축비 상승, 시공사 및
년이 지난 지금 내가 가져온 새로운 설계가 앞에 놓인, 곧
허가권자의 편의주의, 건축가의 전문성 및 위상의 저하 등
철거된 그것에 비해 규모 말고 무엇이 달라졌는지 조용히
사회적 모순들을 가져왔다. 이러한 제도가 없는 국가에서
자문해 보았는데…, 그 당시 기억에 그리 내놓을 만한 답이
는 건축 산업이 국가의 의도된 구조적 시스템보다는 건축
없었던 것 같다.
에 직접 관련된 전문가들의 개인적 역량에 의해 발전의 방
여기에서 언급된 내용들은 그동안 동남아, 중동, 중앙아시
향이 정해진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건축 산업의 다양성과 각
아에 속한 나라들에서 진행한 중규모 정도의 업무시설 경
나라만의 고유성의 문제인 것이다.
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임을 밝힌다. 이후에 다른 여러 나 라의 경험들이 계속 추가된다면 해외 건축설계를 준비하는
예전에 이스라엘 현지 설계사무소를 방문한 기억이 있는 데, 사무실로 쓰는 건물은 전통시장 내의 허름해 보이는 상 가 건물이었다. 설계사무소는 겉보기와 다른, 분위기 좋은 아뜰리에였다. 젊은 건축가 4명이 멋진 블랙 정장 슈트에 어울리는 흰 셔츠 차림 있었다.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건축 가로서의 프라이드와 현재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열 정으로 가득 차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작은 공장 건축물과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는 작은 일일수도 있으나 이들의 열정 은 마치 새로움을 창조해내는 듯한 열정으로 자신들의 프 로젝트를 소개하고 있었다. 이곳은 내가 경험해 보지 못했 지만 그럴 것이라고 상상하던 멋진 작업실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들에게는 우리와 비교해 높은 설계비와 충분한 설계기간, 사회 전반에 녹아 있는 분야별 전문가에 대한 믿음이 있는 것이다. 어느 대사님께서 왜 한국의 대형설계사무소가 조그만 관저 설계를 기대만큼 하지 못하는지 물으셨다. 대사님께서는 그 당시 큰 설계사무소가 기본적인 간단한 주택 설계를 잘 못하는지가 궁금하셨던 것이다. 그에 대해 나는 한국의 대 형설계사무소에서는 경제적 이유 때문에 단독주택 설계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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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에게 값진 정보가 되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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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고 삼각학교
변화를 위한 작지만 의미있는 시도들 나은중, 유소래 네임리스 건축
1.학교건축
형을 답습해왔다. 최근 이러한 모습과 기능에서 탈피하기 위한 몇몇 건축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의 제약
출발. 한국 교육시설에 대한 생각
과 제도권의 관행 때문에 여전히 많은 학교가 기존의 一자 형 혹은 뿌리가 같은 T자형, ㄷ자형 등의 선형적 평면을 유 지하며 획일적인 학교건축을 양산하고 있다. 최근 교육시
사 지붕과 벽면에 달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강당
설 설계를 통해 한국 학교건축이 갖는 다양성의 부재를 다
에도, 장방형 운동장에도 달빛은 눈부시게 쏟아지
시 한 번 경험하게 되었고, 새로운 학교건축을 위해 요구되
고 있었다.…(중략)…초를 칠하고 돌로 갈고 닦고
는 사회적, 건축적인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마른 걸레질을 하여 반들반들 윤이 나는 긴 복도,
되었다.
그리고 정적, 정지된 시간, 겨울철이면 양말을 신 을 계절이면 짓궂은 학생들이 미끄럼을 타면서 캑
학교 건물의 역할에 대해
캑 웃던 복도, 수업이 시작되어 지나가는 학생들
만일 한 개인이 자신의 삶을 기대는 장소가 집이라고 한다
은 없었고 상의는 그 복도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면, 학생들에게 학교는 집과 같다. 특히 한국의 대다수 고
-박경리, 『토지』 중에서
등학생들은 이른 아침부터 방과 후 자율학습까지 1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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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벽돌의 구식 건물, 그러나 암팡져 보이는 교
이상을 학교에서 보낸다. 그들에게 학교는 일상의 공간이 장방형 운동장과 그 주변을 둘러싼 건물, 그리고 건물 안 교
자 친목의 장소로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최초의 장소
실을 일렬로 줄 세우던 긴 복도, 학창시절 공간에 대한 기억
이다. “학교 건물이 가르친다”라는 이탈리아 건축가 조르지
이다. 이 기억은 초등학교를 거쳐 중고등학교에 이르기까
오 폰티의 말처럼 잘 디자인된 건축은 그 자체로서 교육이
지 크게 달라지지 않았던 탓에 그 시절을 가로지르며 각인
다.주2 배움의 공간을 잘 만드는 일은 단순히 좋은 교육공간
되었다. 박경리 소설 토지의 마지막 권에서 묘사된 학교 건
을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 형성과 체험의 지혜
물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어느 한 시대, 특
를 배울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그리고 이는 교육이라는 행
정 지역에서의 경험이 아닌 근대화 이후 대한민국 전역에
위의 본성을 고려할 때 현재의 인프라라기보다 미래를 위
서 교육 받은, 다수의 집단화된 기억이라는 점에서 그 특이
한 공공재가 될 수 있다.
점이 있다. 시대성과 지역성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국 초
한국의 교육열은 전 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다. 그러나 정작
중고등학교의 교육환경이 이토록 동질성을 유지하는 데는
교육이 행해지는 공간에 대한 관심은 부재하였다. 연일 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스를 달구는 어린이집 학대, 학교폭력 등 교육 관련 문제에
한국 학교의 평면구성은 1970년대 후반까지 일제의 교육
다양한 관심과 해법이 쏟아지고 있고, 건축 또한 이 문제점
시설 표준설계도에 의해 계획되었다.주1 이것은 현재까지 도 관행상 교실과 복도가 선형적으로 배치된 일자형 평면 이 많은 학교에 적용되고 있다. 관리와 감시 그리고 학업공 간의 효율성을 목적으로 나열된 장소에서 학생들은 한 곳 만을 바라볼 수 밖에 없다. 한국의 학교건축은 일방향의 지 식을 습득하는 장소라는 인식에서 과거의 획일적인 공간유
1. 유영주, 『일본 초등학교의 평면구성에 관한 건축 계획적 연구』, 2007. 02, p. 1. 2. 김경인, 『공간이 아이를 바꾼다』, 중앙북스, 2014. 02, pp. 6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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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4 | Wide AR no.44
Leutschenbach School, 전경
Leutschenbach School, 투명한 교실
IM Birch School, 교실
IM Birch School, 입면
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지점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명유리로 되어 있다. 공부, 식사, 놀이, 실내 체육 활동 심
논의 밖에 있는 점이 아쉽다. 예로 최근 논란이 된 어린이집
지어 선생님들의 업무까지, 학생들과 학교 구성원들의 일
의 문제점은 CCTV를 법제화하는 등의 소프트웨어적인 해
상적인 행위가 건물 전체에 투영된다. 취리히에서 가장 큰
결 방식보다 교육공간 자체의 투명성과 열림을 건축적으로
공립학교인 <IM Birch School>(설계: Peter Märkli)주4 역
접근하면 좀 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
시 이와 다르지 않다. 외피의 투명성은 물론 교실과 복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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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는 내부 벽들도 대부분 유리로 되어 있다. 필요에 따라 학교건축의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찾은 단서
서 커튼 등을 사용하여 투명도를 조절한다. 시각적인 분리
‘투명성’에 대해
가 필요한 공용공간의 경우에는 반투명한 유리블럭을 사용
교육시설의 질적인 향상을 위해서 학교건축의 새로운 공
하여 시선을 차단하지만, 빛을 통과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실
간 개념과 그에 따른 평면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다음에 제
내의 깊숙한 공간까지 조도를 유지하고 학교 구성원 간의
시하는 몇 가지 키워드는 학교건축의 변화를 모색하기 위
시선을 열어주고 있다.
한 단서이며, 사례 분석을 통해 그 가능성을 구체화할 수 있
학교 공간의 투명성은 아이들의 학습 공간에 머물지 않는
다. 첫째,
투명성transparency이다.
투명성은 이 시대 교육공간
다. 교사들의 공간 역시 열린 구조를 지향함으로써 학생들
의 핵심 요소이다. 투명성은 더 이상 오피스 건물이나 열림
과 소통을 촉진시킬 수 있다. 또한 급식을 준비하는 공간
을 지향하는 공공시설에 한정되지 않고, 학생들을 위한 교
이 투명하게 열려있다면 안심 먹거리 해결은 물론, 아이들
육공간에까지 확장될 필요가 있다.
이 배움과 감사의 마음을 갖고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 것이
과거 많은 교육시설의 경우는 벽돌로 이루어진 단단한 입
다. 더 나아가 건물의 기계설비 공간 자체도 투명할 수 있
면과 적은 개구부가 폐쇄적 입면을 만들었다. 학습 집중도
다. 영국의 중고등학교인 <The Langley Academy>(설
를 높인다는 명목 하에 그마저 있는 창도 사용자에 의해 불
계: Foster+Partners)는 화장실 등에서 사용되는 중수도
투명하게 처리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학생들에게는 교실
graywater
내에서 칠판을 바라보는 좁은 시야만 주어질 뿐, 창밖의 풍
투명하게 드러냈다. 과학박물관의 전시 플렛폼을 연상시키
경이나 복도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번잡함을 바라보는 것은
는 이 설비실은 자신들이 사용하고 있는 오수가 어떻게 재
허락되지 않았다. 이러한 공간의 폐쇄성은 다양한 문제를
사용되는지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과학적, 환경적인 지속
애써 외면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어린이집, 학교폭력, 왕따
가능성을 교육하고 있다. 이렇듯 교육공간에서의 투명성은
등 교육시설에서 발생되는 사회적 문제들은 당연히 공간
열린 대화의 기반을 만들며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주기도
폐쇄성이 큰 원인으로 지목될 수 밖에 없다.
한다.
재처리 설비를 숨기지 않고 1층 공용공간에 유리로
투명한 학교 건축의 사례 선진화된 교육 담론을 만들어가고 있는 스위스의 취리히 소재 공립학교 <Leutschenbach School>(설계: Christian Kerez)주3 은 투명성을 단순히 건축적 장치 이상의 교육적 인 매개체로 만들고 있다. 초중등 교육시설로 사용되는 이 학교는 외부로 노출된 구조 트러스 너머 6층 건물 전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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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Leutschenbach school(초, 중학교) | 위치: 취리히, 스위스 완공: 2009 | 건축가: Christian Kerez(크리스티안 케레즈) 4. Im Birch School(초, 중학교) 위치: 취리히, 스위스 | 완공: 2004 | 건축가: Peter Märkli(피터 마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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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angely Academy, 내부 공용공간
New School in Thal, 입면
New School in Thal, 테라스
또 다른 단서 공공영역에 대해
는 공간이다. 즉 학생들이 주체가 되는 작은 사회이자 큰 시
교육시설에서 교실을 제외한 장소, 즉 공용공간의 가치는
작점이 될 수 있는 장소이다.
과거와 다른 위상을 가진다. 교육시설의 목적은 수업이 이 마지막 단서 유연함flexibility
하는 공공영역에서도 이루어진다. 하지만 다양한 공용공간
한국 사회는 예측불허의 관계 위에 놓여 있다. 사회, 문
을 확보하기 힘든 한국 교육시설의 현실을 감안할 때, 현관
화, 경제의 급속한 변화는 삶의 행태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에 해당하는 1층 로비를 제외하면 복도는 학습시설 내 거의
있으며, 교육 역시 그 변화 속에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유일한 공공영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실이 방이면
2013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최근 23년간 초중고 학
복도는 거실인 셈이다. 하지만 법규로 제한된 2m 내외의
생수는 절반 수준으로 줄었으며, 최근 저출산율로 인해 그
복도 폭은 학생들의 사회적 공간이 되기에는 한참 비좁다.
속도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교육에 대한 개념도 변화할 수 밖에 없으며, 학교건축도 변화의 요구에
사회적 공간으로 기능하는 학교 공용공간의 사례
유연하게 대처해야만 지속가능할 것이다.
공용공간이 학교 구성원의 사회적 공간으로 기능하는 좋 은 예는 런던 근교에 위치한 중고등학교 <The Langely
유연함을 위한 지침과 사례
Academy>(설계: Foster + Partners) 이다. 건물 로비와
스위스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학교건축 설
마주하는 3층 높이의 아트리움은 각 층 복도와 계단 그리고
계 지침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왔고, 이 개념이 적용된 설계
교실 등을 가로지르며 전체 교육 공간의 구심점이 되고 있
공모를 통해 다수의 학교 건물을 만들고 있다. 지침의 요구
다. 이곳은 학생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대공간인 동시에 예
사항은 이렇다. 첫째, 공간을 구획하는 벽은 언제든지 다시
체능수업 등 각종 교과수업과 전시, 과외 활동 같은 교류가
배치할 수 있게 하중을 받는 구조를 내부의 마감 벽과 분리
이루어진다. 학생들은 자유롭게 모이고 흩어지면서 토론과
시켜라.Keep the load-bearing structure separate from the finishes to enable
논쟁을 벌이고 배움을 경험한다. 공용공간은 자율성을 바
rearranging walls.
탕으로 상상력과 창의력, 그리고 서로에 대한 배려를 이끄
기계, 설비의 동선을 단순화하며 그 크기를 충분하게 설계
주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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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어지는 교실뿐 아니라 구성원 간의 상호적 관계를 형성
둘째, 차후 증축에 따른 승강기 설치를 위해
하라.Design utilities and technical installation with easy access and enough space to permit later additions in elevator shafts.
5.
셋째, 공간에서 고정되
는 벽과 시설들을 최소화하라. 될 수 있는 한 가구로 공간
The Langley Academy(중, 고등학교)
을 정의하고 구획하라.Minimize specialized fittings and infrastructure.
위치: 슬로우, 런던 | 완공: 2008년 | 건축가: Foster + Partners(노만 포스터)
Define the use of the space by furniture alone as much as possible.주6
6.
이러한 지침으로 완성된 학교는 스위스 전역에서 볼 수 있
Changing school architecture in Zurich ISSN 1609-7548, PEB Exchage 2008/3 By Mark Ziegler and Daniel Kurz, City of Zurich Real Estate Management 7. New school in Thal(초등학교) 위치: 탈, 스위스 | 완공: 2013 | 건축가: Angela Deuber(안젤라 뒤버)
등이다.
으며, 최근 완공된 <New School in Thal>(설계: Angela Deuber)주7, <Leutschenbach School> 등이 대안 학교건 축의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이 학교들의 공통점은 하중을 받는 구조체를 대부분 외부로 노출시킴으로써 실내는 기둥 없이 자유로운 평면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교실을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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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4 | Wide AR no.44
하는 벽은 가구나 비내력벽으로써 공간 사용의 변화가 요
한다. 이것은 마치 시끄러운 시장과 같은 장소로서, 통제와
구될 때 쉽게 내부 구획을 바꿀 수 있다.
절제보다는 자율성이 강화된 학생들의 사회적 공간이다.
2. 동화고 삼각학교
삼각학교의 또 다른 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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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4년의 설계와 시공 과정을 가로지르며 교육 관계자, 삼각학교가 삼각형인 이유
교육 시스템, 제도권의 관행 등 다양한 관계를 통해 학교건
삼각학교는 세 면의 다른 상황에서 출발했다. 이 새로운
축의 차이를 만드는 어려움과 가능성을 동시에 경험할 수
학습동은 오래된 학교캠퍼스 안에 자리잡고 있는데, 건물
있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관계자들과 소통 공감대가 없다
이 인접한 세 면, 즉 북측의 운동장, 동측의 뒷산 그리고
는 것은 큰 아쉬움이었지만, 실체가 들어선 지금, 다행히도
서측의 중학교 견물은 건물의 배치를 일자형이 아닌 삼각
학교측 사람들과 학교건축의 투명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
형으로 이끌어내며, 각기 다른 방식의 입면과 평면을 만
기 시작했다. 또 사회적 장소로서 넓은 복도, 공간의 불확정
들어냈다.
성을 의도했던 다목적 공간 등의 활용에 대해 실제 사용자 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투명한 중정의 역할
더 나은 학교건축, 근본적인 배움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가
일자형이 아닌 삼각형 배치는 건물 안쪽에 오픈 중정 계획
야 할 길은 많고도 멀지만, 소수 건축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세 면이 모두 다른 외부의 복합적인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 그러나 현재 시스템 안에서도 변화
성격과는 달리 교실이 위치한 2, 3층의 내부는 이 투명한
할 수 있는 가치들과 작지만 의미있는 건축적 시도들은 분
중정을 향해 동일하게 열려 있다. 투명유리로 구획된 이 외
명 힘을 가질 수 있다. 건축의 힘은 실체라는 것, 그리고 그
부공간은 학습공간에 일정한 조도를 제공하면서 빛과 바람
장소를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있다. 밑바닥으로부터 시작되
을 만날 수 있는 안마당 역할을 한다.
는 작은 움직임이 여러 곳에서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서로 어긋난 삼각형이 만드는 틈 중정으로 활용되는 내부 삼각형은 외부 삼각형과 각도가 서로 어긋나 있다. 이 틀어짐은 층간에 수직적인 틈을 만들 어 교실이 위치한 2, 3층을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시킨다. 중정의 투명성과 함께 이 수직 틈은 층간 구분을 넘어 공용 공간 어느 곳에서나 열린 시야를 가능하게 한다. 다양한 폭의 복도에서 바라는 것 중정에 면한 내부 복도, 즉 공용공간은 2.4m에서 5m까지 의 다양한 폭을 가지며 중정을 중심으로 순환하는 동선을 만든다. 그러나 이 복도는 내부동선의 역할을 넘어 학생들 이 토론하고 떠들며 배움과 놀이를 확장시키는 장소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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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 CRITICISM
WIDE - CRITICISM
동화고 삼각학교
시선의 극장 박정현 본지 편집자문위원, 건축평론가, 도서출판 마티 편집장
디아그람
릴 수 있는 얼마되지 않는 곳이었다. 이 구도는 지금도 변함
학교는 불행하다. 2015년 한국에서 행복을 자신있게 말할
이 없다.
수 있는 공간이 있을지 의문이 들긴 하지만 말이다. 학원과 푸코는 이 억압과 해방, 규율과 자유가 한데 뒤섞여 주체를
은 끊이지 않는다. 온갖 대안과 보완책이 난무하지만 철옹
형성하는 기제를 일컬어 디아그람diagramme이라 불렀다.주1
성인 대학서열화 앞에서는 별무소용이다. 학교 가운데서
푸코에 관한 가장 훌륭한 주석가인 들뢰즈는 “더 이상 듣거
도 고등학교, 그중에서도 고3은 학교를 정상화(?)하기 위한
나 볼 수 있는 아카이브가 아니라 지도, 즉 사회 전체의 장
갖은 시도의 예외지대다. 초중고등학교 12년, 아니 교육이
과 동일한 외연을 지니는 지도 제작법”이자 “추상 기계”로
란 이름으로 18년 동안 했던 모든 행위의 성패가 갈리는 1
디아그람을 정의한다. 디아그람은 형태를 추상화한 것도,
년은 정작 교육적인 모든 것을 유예해도 되는 기간이다. 고
구체적인 형태를 만들어내기 위한 밑그림도 아니다. 담론
3이 이 일 년을 보내는 공간을 짓는 일은 어떤 것일까? 건
과 비담론적인 것이 구분할 수 없을 만큼 결합되어 있는 것
축가는 백약이 무용한 이 현실에 어떻게 개입할 수 있을까?
이다. 초월적 이념이나 이데올로기 같은 상부구조나 경제
수手일지
적 하부구조와도 다르다. 오히려 디아그람은 힘 관계이다.
라도 여기에서 실마리를 찾지 않는다면, 학교 건축을 둘러
힘이 먼저 있고 관계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오직 관계를 통
싼 논의 역시 별무소용이기 십상이다.
해서만 권력은 작동하게 된다.주2
아마 가진 패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은
WIDE - CRITICISM
학교의 위상은 역전된 지 오래고, 공교육 위기에 대한 진단
학교를 예로 들자면, 학교의 편복도형 평면이나 교과 과정 건축가의 의도를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있는 대학교와 달
에 따른 배치 방식 등이 디아그람이 아니라 학교 자체가 디
리 중고등학교 건물은 수십 년 동안 건축가의 포트폴리오
아그람이다. 학교는 여러 말들이 교차해 빚어내는 교육에
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우학교>나 <밀알학교>처
관한 담론, 법과 제도,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이데올로기와
럼 대안학교나 특수교육기관이 아니면 건축가가 할 일이
물리적인 공간과 시설 등으로 짜여 있다. 학교, 작업장, 군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제한된 예산, 획일적인 대지, 더 획
대 등은 구체적인 배치로 학생, 노동자, 군인 같은 특정한
일적인 타이폴로지, 그리고 이 모든 현실적인 조건을 지배
주체를 만들어내고 이 배치는 국가, 나아가 전지구적 시장
하는 교육 이데올로기는 학교 설계에서 운신할 수 있는 가 능성을 제한해왔다. 잘 알려져 있듯이 운동장-스탠드-교 실로 이어지는 한국 초중고등학교 건물의 모델은 연병장과
1.건축에서 흔히 통용되는 다이어그램과 같은 단어다. 그러나 푸코가 말하
병영이다. 학교는 시간표와 공간에 맞추어 신체를 재조정
는 디아그람은 설계 과정의 한 단계나 수단으로서의 다이어그램과 비교하
하고 언어와 담론으로 시민(또는 국민)을 형성하는 곳이라
기 힘들 정도로 포괄적인 개념이다. 이 글에서는 푸코의 용어임을 강조하
는 점에서 특정한 유형의 인간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물론
그람으로 판옵티콘을 제시했다. 푸코의 디아그람을 제레미 벤담의 원형 감
학교가 전적으로 규율과 억압의 공간일 뿐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학교는 제도와 규율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해방의 공간이기도 하다. 100여년 전 일본이 식민지배를 위해 본격적으로 도입한 신식 학교도 욕망을 발현할 수 있 는 공간이었다. 특히 기독교 계열 학교는 여성이 자유를 누
기 위해 영어 대신 프랑스어를 음독한다. 푸코는 근대 사회의 원형적 디아 옥만으로, 특히 그 형태만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건축에서의 다이어그 램이 최근의 현상이 아니라 근대건축의 시작과 함께 했음을 밝히는 책으로 는 배형민, 『포트폴리오와 다이어그램』(동녘, 2013), 특히 7장 ‘과학적 관 리론과 다이어그램의 담론’을 참고하시오. 2. Deleuze, Foucault (Minneapolis: Minnesota University Press, 1988), p.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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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4 | Wide AR no.44
과 통합된다는 것이 푸코 그리고 들뢰즈의 진단이다.주3
이기에 형광등에 의지해야 하는 낮시간에도 삼각학교는 내
2015년 한국의 현실을 떠올리면 이런 분석에 굳이 다른 부
부가 훤히 들여다 보인다. 건축가의 생각은 분명하다. 2-3
연 설명을 더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층의 교실과 1층 교무실이 동일한 빛의 조건에 처하게 하
WIDE - DIALOGUE
는 것이다. 투명한 고3건물은 투명한 대학 건물과 다르다. 삼각형과 투명성
권력 관계가 작동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삼각학교
1950년 도농학원으로 개교했을 무렵 가파른 스탠드 위에
에서 학생과 교사 모두 자신들을 그대로 드러내게 된다. 보
올라앉은 교사동은 시골의 전원풍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는 자와 보이는 자의 구분은 여기서 흐려진다. 다소 과장해
지금은 재개발 아파트가 제2의 자연이 되어 학교를 에워싸
서 말하자면 보이지 않으면서 자신은 모든 것을 보는 중앙
고 있다. 학교에는 대략 20년 터울로 지어진 건물들이 전체
의 타워가 사라진 판옵티콘이다. 모두가 같은 시선에 노출
를 이루지 못하고 제각각 서 있다. 급속히 인구가 팽창한 근
된다. 고3의 생활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극장, 아니 더 정확
현대사의 흔적이 학교의 무질서한 확장에 고스란히 묻어난
히 말하면 스크린인 셈이다. 교실에서는 시선이 일방향적
다. 학교 앞 아파트 단지 외벽에 그려진 산수화풍의 수퍼그
이라면, 중정은 시선이 무수히 교차하는 자리다. 편복도 타
래픽은 순식간에 신도시로 탈바꿈한 이곳의 풍경에 초현실
이폴로지를 따랐다면 투명한 입면은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적 색채를 입힌다. 네임리스가 직면한 과제는 이곳에 고등
것이다. 관객의 눈이 닿지 않는 공간이 배우와 극장에 필요
학교 3학년을 위한 건물을 삽입하는 것이다. 건축가의 의도
하듯, 삼각학교에도 시선이 분산되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는 건축물의 형태만큼이나 분명하고 효과적이다. 운동장,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사라지고 내부에서 서로를 향하
중학교, 산이란 서로 다른 세 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동
는 시선은 삼각학교를 구심적 공간으로 만든다. 중정은 하
시에 건축 형태의 완결성을 보장하는 삼각형을 배치했다.
늘의 이미지와 빛을 반사할 뿐 주위의 문맥을 지운다. 삼각
삼각형은 2-3층에 걸쳐 있는 중정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학교는 시각적 투명성에도 불구하고 바깥과 적극적으로 교
바닥에서 뚜렷하게 읽히는 삼각형은, 중정 내부 입면의 유
류하지 않으며, 운동장을 향해 빛을 뿜지만 내향적 공간이
리면에서 흩어진다. 서로를, 그리고 하늘과 바닥을 반사하
다. 건축가는 분명 자족적인 유토피아를 꿈꾸었을 것이다.
며 투영하는(자신과 친구의 모습을 쉼없이 비춰줄) 유리면 은 60도 예각의 답답함을 없애버린다. 이 덕분에 그리 넓지
물론 이 모두는 지금으로서는 가설일 뿐이다. 학생들이 이
않은 중정은 물리적 면적을 넘어서는 시각적 크기를 확보
공간을 점유하고 어떻게 전유할지는 아직 속단할 수 없다.
한다. 기능을 해결할 때는 불리하게 마련인 삼각형 모서리
블라인드가 커튼월을 가려 한순간에 불투명한 건물이 될
는 당연히 설비를 위한 짜투리 공간 몫이다. 이런 여러 장치
지, 공감과 소통 대신 폭력이 중정의 에토스로 자리잡을지
들 덕으로 이름과 평면도에서 인식하는 것과 같은 거의 온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건축가가 공간을 통해 행위를 유도
전한 정삼각형이란 인상은 옅어진다. 삼각학교를 흥미롭게
할 수는 있어도 온전히 제어할 수는 없는 법이니. 더구나 하
만드는 것은 삼각형 평면이 아니라, 이 평면 효과를 배가하
나의 목표를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해도 용인되는 시간
고 학교 건물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긴장감을 부여하는 시
이 고3 아니던가. 시간이 흐른 뒤 삼각학교의 성패를 대학
선의 관계망이다. 이는 장치이자 디아그람으로서의 학교에
진학률로 평가하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예전과 완전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를 준다.
히 달라진 환경, 한 학년만 사용하는 조건 등은 이런 비교를 부추길 것이 뻔하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완고한 기계이자
삼각학교는 일반 학교 가운데 보기 드물게 투명하다. 학교
디아그람인 학교에 삼각학교는 작은 생채기 하나 낼 수 없
정문에서 삼각학교로 향할 때 정면에서 비켜서서 접근하게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학생들이 새로운 시선의 공간
되기는 하지만 삼각학교는 상당히 강한 정면성을 지니고
에서 권력 관계의 네트워크를 흐릿하게나마 감지하기를 바
있다. 이 정면성은 투명성을 배가한다. 투명성 덕에 맞은 편
랄 뿐이다. 우리는 기하학의 완결성보다도 정확히 여기에
의 학교 본부뿐 아니라 학교를 에워싼 아파트에서도 교실
내기를 걸어야 한다. 미래가 그 어느 때보다도 불투명한 지
안에서 일어나는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할 수 있을 정도다.
금, 건축을 작동시킬 힘은 이 미약한 낙관론이기 때문이다.
삼각학교의 정면에 해당하는 운동장과 마주한 면은 북향이
삼각학교에서 1년을 보낼 동화고등학교 3학년생의 건투를
다. 빛을 발하는 거대한 면이 될 일몰 후뿐만 아니라, 북향
빈다.
3. Deleuze, op. cit., p. 36.
46
2015. 3-4 no. 44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WIDE ArchitectuReReport
wide -
REPORT 1
와이드 AR no.44 | Wide AR no.44
WIDE - REPORT 1
[뎁스 리포트 01]
르포, 70년대 생 건축가의 리얼real 인터뷰 박창현 간향클럽 멤버, a round 대표
박창현은 2005년 ‘건축사사무소SAAI’를 공동 설립하여 <SKMS 연구소 >로 제32회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하였고, 2013년 ‘에이라운드건축’을 설립하여 <미얀마 아웅산 순국사절 추모 공원><아틀리에 나무생각>등을 설계하였다. <조은사랑채>로 2014년 서울시건축상을 수상하였고, 지금은 <제주무진도원><상수동주택><젊은 건축가와 대화> 등 설계와 리서치 작 업을 함께 하며 경기대와 고려대 건축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WIDE - REPORT 1
www.aroundarchitects.com
48
70년대 생 건축가 그들은 젊다. 오늘날 건축 사회에서 3~40
Interview 1 –
대 중반에 걸쳐 있는 기성세대를 지칭하는 젊다는 수사가
인터뷰의 시작
늘상 희망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이 땅의 건축계에서 ‘젊 은’ 건축가는 여전히 마뜩한 정의의 우산을 받고 있지 못하
1.01 2005년
다. 신진으로서 기회의 세대임과 동시에 중견세대와 확연
2005년은 이진오 소장과 함께 사이라는 이름으로 사무실
하게 구분되는 중간세대로서 시행착오를 통해 건축가로서
을 처음 시작한 해이다. 햇수로 치자면 벌써 10년이 되었다.
의 일신을 세워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은 외로운 존재
온전한 나(우리)의 시간을 갖기 위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
다. 건축가 세대의 층위가 두터워지고 있는 세태를 반영하
고 나왔기 때문에 무엇으로부터 시작할 것인가에 대해 많
듯 이들 젊은 건축가들은 한국건축의 중심세대로 부각되면
은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30대 초반이었던, 주변의 또래 친
서 조차 존재감 면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3~40대를 달려나
구들은 직장 생활을 계속하고 있거나 해외 유학 중이라 자
간 직전 세대에 한참 밀려난 형국이다. 더욱이 그닥 밝지 않
신의 사무실을 시작한 예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까
은 국내외 경제상황이 저들의 활동 폭을 옭아매고 있다. 그
닭에 사무실을 시작하면서 처음 했던 일은 비슷한 연배의
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건축에 대한
일본의 젊은 건축가 리서치 작업이었다. 그러면서 자연스
식을 줄 모르는 열정과 건축의 성과들이 하나, 둘씩 세인의
럽게 일본의 동년배 건축가들이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성
시선을 사로잡아가고 있다. 저들은 분명 가까운 미래 우리
격을 지니고 있으며, 나아가 건축가 사회의 관계 지도를 이
건축세계의 주역으로 등장할 터이다. 저들은 응원을 필요
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의 일본 건축계는 여전히 도제
로 한다. 본지는 올해 줄곧 젊은 건축가, 그들을 향한 의미
식으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었고, 20세기 초부터 시작된
있는 기획을 연속으로 선보이고자 한다. 첫 포문은 70년대
계보가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사무실이나 학교의 선생님 또
생, 동 세대 건축가 박창현이 자의적으로 기획하고, 지난 수
는 선배와의 위계가 명확하였다. 이는 21세기 초입인 지금
년에 걸쳐 행동으로 집적해온 젊은 건축가(집단)의 인터뷰
까지도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특징을 확인할 수 있
를 매개로 이 시대 이 땅의 젊은 건축가들의 꿈과 고민을 담
었다.
아내고자 한 리얼 인터뷰, 중간 보고서다. (편집자)
이후 2012년 ‘한일현대건축교류전-같은 집·다른 집’ 서울
WIDE – REPORT
전시(2012.11.16~12.9, 토탈미술관)에서 만난 일본의 젊
책 제목에서 보이는 ‘1995년’은 윈도우95가 출시된 연도이
은 건축가들 중 몇몇을 인터뷰하게 되면서 ‘예상했던 것보
고 컴퓨터의 보급과 정보 인프라의 가능성을 보인 해이기
다 일본 건축계의 토대가 넓고 탄탄하구나’라는 생각에 내
에 이때를 중심으로 세대를 구분하여 제목을 달았고, 그 세
심 좀 더 깊이 알아보고 싶은 욕구가 발동했다.
대의 중심에서 만날 수 있는 젊은 건축가들이 위에 언급한 이들이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책에서는 그 시대에 건축
1.02 2013년
을 배우기 시작한 건축가들이 점점 사회와의 접점을 잃어
동경에 들러 근처에 있는 후지모토 소우藤本壮介주1가 설계한
버린 세대로 언급하고 있고, “인터넷으로 커뮤니케이션이
무사시노 미술대학 도서관에 들렀다. 도서관의 한쪽에 건
늘어난 부분도 있지만, 익명성으로 오히려 생산적인 건축
축 책이 있었고, 그중 서가 구석에 한단 정도 한국 건축 관
논의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주3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련 책들이 가지런하게 꼽혀 있었다. 그 책들 대부분은 일본
의 인식하에 후지무라 류지는 인터뷰를 시작했고, 결과적
어로 번역된 것들이었고, 양으로는 50권이 채 되지 않아 보
으로 섬세하고 역동적인 논의를 일궈내어 책에 담을 수 있
였다. 눈에 띄는 것은 그 중 약 1/5 정도가 재일교포 건축가
었다. 젊은 세대가 안고 가는 각각의 고민을 공유하고 일본
이타미준 선생이 70~80년대에 쓴 한국미술과 한국 전통 건
경제의 장기 불황에서의 돌파구를 찾아가는 다양한 시도와
축에 관한 책이었다. 한국과 관련된 책의 양이 적다는 사실
방식이 책 전반에 걸쳐 꼼꼼히 정리되어 있어서 동년배 일
에 적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지만, 동시에 저술 당시 자신
본 건축가들의 세계를 이해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
의 건축작업만으로도 바쁜 일정을 소화했어야만 했을 이타
회가 되었다.
미준 선생이 ‘한국 건축과 미술을 일본에 전달하기 위해 많 1.04 2014년
로부터 우리 세대의 젊은 건축가들은 후배들을 위해 어떤
대중들의 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인지, 해마다 건축
준비를 하고 있는지 자문하는 계기가 되었다.
과 관련된 전시나 출판과 관련된 일들이 폭발적으로 늘어 나고 있다. 건축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는 별나라 이야
1.03 1995년 이후
기인 듯, 개인이나 여러 단체에서 다양하고 많은 이야기가
그때 동경에서 또 다른 반가운 책을 만났다. ‘한일현대건축
기획되었고, 또한 기획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의 정체를 확
『1995
인해볼 요량으로 전국 각처에서 활동하는 70년대 생 건축
년 이후』’(2009년 발간)라는 책을 우연히 보게 된 것이다.
가들과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이야기와 생각을 구
이 책은 1971년에서 1983년 사이에 출생한, 일본 전역에서
체적으로 들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극히 개인적
활동하는 32명의 건축가들과의 인터뷰를 실은 책이었다.
인 호기심에서 출발한 인터뷰는 2014년 여름을 시작으로
교류전’ 전시에 함께했던 후지무라
류지藤村龍至주2의
WIDE - REPORT 1
은 노력을 하셨구나’ 라는 생각에 존경심이 끼어들었다. 그
현재까지 서울, 대구, 부산(동경, 오사카, 런던, 리스본, 포 르토 등 해외에서 진행한 인터뷰도 다음 기회가 있으면 전 1.
달하려 한다)의 건축가 약 20여 명과 진행하였는데, 본고에
1971년 홋카이도에서 태어났다. 동경대학 건축학과 졸업 후 게이오 기주쿠
서는 그때 나눴던 내용 중 일부를 떼어내어 우리가 처해 있
대학과 도쿄 이과대학의 강사로 재직 중이다. ‘이즈의 요양시설’(2003), ‘안
는 상황과 관심주제 그리고 작업 과정에서의 고민 등 구체
나카 아트 포럼 국제설계 공모전’ 최우수상(2003년), ‘T하우스’(2005년), ‘파 이널 우든 하우스’(2008년) 등의 작업이 있고 저서로 ‘원초적인 미래의 건 축’, ‘건축이 태어나는 순간’(디자인하우스) 등이 있다. 2.
적 내용을 압축하여 전달하고자 한다. 미리 밝혀두는 것은 인터뷰가 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자기한계를 가지고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터뷰 대상자 선정과 그 내
1976년 동경 출생으로 동경공업대학 대학원 졸업하였다. 베를라헤 인스튜티
용이 편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또한 필자 자신이 전문 인
드에서 수학하였고 ISSHO건축설계사무소 공동 주임을 마치고 후지무라류
터뷰어의 경험이 일천하기에 내용의 수준과 빈약한 질문이
지건축설계사무소를 개소하였다. 지금은 설계사무소를 운영하면서 토요대학 건축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실무와 강의를 병행하며 자신의 담론을
한계였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동시대에 작업하고 있는 또래
실천하고 있다. “Facility for Ecology Education”(2014), “APARTMENT
건축가들의 여러 고민들을 잡지, 사진 또는 피상적인 글이 아
N”(2014), “House HOUSE”(2012), “Shed HOUSE”(2011), “Storage
닌, 작업을 직접 둘러보고 대면하여 그에 대한 생각과 구체적
HOUSE”(2009), “HOUSE in Tokyo Suburvia”(2009), “BUILDING K” (2008)등의 건축작업이 있다. www.ryujifujimura.jp
내용을 심도 있게 서로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판단한 다. 전체 인터뷰 내용은 이후 별도의 저작물을 기획하고 있는
3. 『1995년 이후』 / 후지무라 류지, TEAM ROUNDABOUT / XK / 2009 / p. 04
바 이 글이 강호의 여러 고수들로부터 따끔한 지적과 제언을 들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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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2 – 세대의 변화와 환경 2.01 2세대 이후의 세대 앞서 사무실에서 했던 리서치를 통한 일본에서의 세대 구분과 마찬가지로 한국 건축계에서도 변화가 보이는 세 대가 있었다. 이종건 교수의 책에 세 대의 구분과 관련된 글이 있는데 “한 국 현대 건축의 계보로 보자면 김수 근과 김중업(이 둘이 우리 현대건축 을 본격적으로 개시한 지점으로 보
그림 1
고 1세대 건축가)과 이들의 영향권에 직·간접적 영향을 받은 건축가가 2 세대 건축가로, 그리고 그들의 영향 권에서 벗어난 건축가들을 3세대 건 축가로 칭하자.”주4라고 하면서 세대 를 구분 짓고 있다. 인터뷰를 하면서
WIDE - REPORT 1
나타난 내용에서도 정확하게 세 부류 의 세대로 구분되는 경향이 보였는데, 그것은 시대와 함께 자연스러운 변화 라고 생각된다. 60~70년대에 가장 왕 성한 활동을 했던 김수근(1986년 작 고), 김중업(1988년 작고)이 해방· 건국부터 두 분이 작고하는 1980년 대 중반까지 약 40년을 1세대. 그리고 김수근의 ‘공간’과 함께 1세대의 직·
그림 2
간접적으로 영향받은 4.3그룹을 포함 한 건축가를 2세대라고 한다면, 3세대 건축가들은 선배들
었다. 먼저 선생님이나 선배의 언급이 적어지고, 해외유학
과의 연결이 아주 미약하거나 단절되어 있는 세대로 보여
의 경험이나 외국 사무소에서의 경험이 더 중요한 밑바탕
진다. 그들은 이전 세대에서 경험한 격렬했던 80년대 민주
이 되었다. 인터뷰했던 건축가의 60%가 유학을 경험하였
화 운동이 거의 끝날 무렵 대학에 들어오게 되고, 오렌지족,
고 그때의 경험을 언급하고 있으며 또한 자신의 작업을 연
X세대라는 단어와 함께 해외유학이 절정에 이르던 시기와
관시켜 설명하고 있다. 2세대 건축가와의 직접적인 연관을
맞물리게 된다. 이는 1989년 ‘해외여행자율화’가 가져온 큰
경험한 건축가는 대략 20%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선배 건
변화 중 하나였다. 굳이 해외 유학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이
축가와의 단절은 큰 변화 중에 하나로 비쳤다. 이런 분위기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자율적 해외여행이 가능하게 되고,
는 상대적으로 유연하고 가벼운 접근으로 건축을 바라보는
윈도우95의 보급과 함께 인터넷 사용이 생활화된 것도 주
경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과 일치한다. 그리고 또 하
효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도면을 캐드로 그리면서 이전
나의 큰 차이는 미학적인 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한다기보다
에 손으로 도면을 그리던 설계 사무소의 풍경을 경험해보
시각 중심적인 경향이 두드러져 보이기도 하는데 이것 또
지 못한 세대가 등장하게 되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의 결
한 인터넷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 그리고 이를 향한 쏠림에
과는 세대를 구분해 바라볼 수 있을 만큼 분명한 이유가 되
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인다. 내용보다 건축 물의 이미지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것은 몇몇 해외 사이 트에 올려진 이미지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된다.
4. 『건축 없는 국가』 / 이종건 / 간향 미디어랩 / 2013 / p. 58
50
“2세대 건축가는 형이상학적이고 근본주의적이고 언어적
WIDE – REPORT
이고 도덕적이고 구심적이다. 반면에 3세대 건축가는 기술
있다는 것은 매우 행복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수많은 상황
적이고 자유주의적이고 비언어적이고 윤리적이고 원심적
에서 결정하기 전에 ‘이 스승은 어떻게 할까? 아니면 저 스
이다. 2세대 건축가는 건축 행위를 뒷받침할 모종의 명분
승은?’이란 상상을 통해 하나 하나 해결해 나갑니다. 다른
을 필요로 하는데 그러한 명분을 우리의 역사를 읽어내든
젊은 건축가들에 비해 창조적인 결정이 부족할지는 몰라도
한국의 전통문화라고 알려진 것을 차용하든 혹은 옛것에
숨비건축이 하고자 하는 것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긴 실무
서 찾고 그것을 섬기고 주창하고 퍼트린다. 반면 3세대 건
과정을 지나고 비교적 늦게 독립해서 이것저것 실험을 하
축가는 그러한 인식의 무거움으로부터 비껴가 있다. 명분
기보다는 완성도 있는 건축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감
을 필요치 않고 따라서 건축 바깥의 언설보다 건축술 그 자
이 있죠.” 또한 김수영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디테일에 대한
체에 집중하고 그래서 교설적이라기 보다 사물적이다.”주5
내용에서도 알바로 시자의 고전적이고 기본에 충실한 디자
라는 내용과 나은중(네임리스건축)그림1은 “선배건축가와의
인 어휘를 통해 완성도를 올려나가는 것이 자신이 받은 중
대화에서 종종 ‘너희들의 철학이 뭐냐?’라는 질문을 듣습니
요한 영향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경우로 민우식(민워크샵)
다. 그러나 그때 철학을 말하면 빈틈을 지적하십니다. 그 빈
그림3은
틈이라는 것이 젊은 건축가들만의 특권이지 않나 생각이
의 아버지 감각과 공간감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는 이야
듭니다. 젊은 건축가들은 이 허접함, 검증되지 않은 상황들
기를 하면서 자신이 어떤 곳에서 어떤 경험을 하였는지가
이 훨씬 젊은 건축가다워 보입니다. 우리도 언어로 얘기하
지금 현재 사무실 운영에 있어서의 작업방식과 태도에 많
“스티븐 홀의 사무실 운영 방식과 구조 그리고 자신
지만, 규정된 철학은 부재(유
이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느
동적)하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소정
있습니다.”에서 엿볼 수 있듯
(OBBA)
이 이전 세대의 무거움에서 벗
에 있을 때 PM, 팀장, 직원, 인
어나 자유롭고 시각적인 것에
턴의 관계구도가 어떤 하향식
관심을 더 가지는 것 또한 세
지시체계를 의미하는 게 아니
대를 구분하는 주요한 관점 중
라, 각각의 파트에 있어 각각
에 하나로 보여진다.
의 전문가 개인이 모인 집단
그림4은
“제가 OMA
2.02 이전 경험의 영향
그림 3
니다. 모두가 각자의 파트에서
앞서 이야기한 내용에서와 같
전문가의 자세를 취한 채 바라
이 3세대 건축가들은 선배들
보는 공동의 목표점이 있기에
과의 관계나 영향이 적어 보이
결과물이 잘 나올 수 있지 않
는 경향도 있지만, 그 중 김수
았나 싶었습니다. ‘개개인에게
영(숨비건축)그림2은
조금 다른
욕심을 가지게 하는 것은 무엇
입장을 취한다. “저는 좀 전에
인가?’ 라고 한다면, 결국 좋은
언급되었고 직접적으로 함께
프로젝트인 것 같습니다.” 이
작업했었던 세 명의 스승을 가
들은 이전에 경험했던 사무실
지고 있습니다. 김준성, 김종
에서의 일 자체의 성격보다 구
규, 알바로 시자 입니다. 숨비 건축에서 보이는 건축적 영향
WIDE - REPORT 1
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
성원의 전문가적인 시스템이 그림 4
도움되었다 라고 말하고 있는
이나 작업의 종류에 대해서는
데, 이 내용은 대구에서 활동
별개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하는 우지현(오피스아키텍톤)
것 같고, 현재 건축가로서 활
그림5에게서도
동하고 있는 스승이 존재하고
들을 수 있었다. 각자의 경험
똑같은 톤으로
들은 자신의 사무실에 직·간 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사무실 5.
마다 독특한 풍경과 분위기를
『건축 없는 국가』 / 이종건 / 간향 미디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어랩 / 2013 / p. 58
그림 5 51
와이드 AR no.44 | Wide AR no.44
는 그 사무실의 철학을 이루는 토대가 되며 작업의 결과물
생계형 건축가로 인식되기도 하는데 실제로도 ‘살아남기’
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를 목표로 연명하는 사무소가 대다수인 것은 부인하기 어 렵다. 사무소의 수는 많아지지만 오래 버티지 못하는 악순
2.03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것들
환이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이
3세대로 불리는 세대들은 4.3그룹이 교육에 관심을 가지면
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거치면
서 만들었던 교육의 틀을 통해 다양한 관점의 접근과 논리
서 사무실을 시작한 한국의 젊은 건축가들은 항상 ‘위기’라
적 과정을 경험하였다. 학교에서의 내용이 부족하다고 느
는 심리적 부담을 떠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적
꼈던 90년대의 일부 학생들은 서울건축학교나 경기대와 건
인 것은 그들 모두 자신만의 생각과 내용을 담기 위한 고민
국대 건축전문대학원 그리고 선경스튜디오와 같은 다양한
들을 지속하고 있음을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
장소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그러
었다는 점이다.
WIDE - REPORT 1
한 교육을 받고 실무경험 또는 유학으로 무장된 초보 건축 가들이 세상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누구에게서도 들어보거
2.04 좋은 결과물은 좋은 환경에서 만들어진다
나 경험해보지 못한 많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무실
1962년 한국건축작가협회(이후 한국건축가협회), 1965년
을 개소하면서 경황없이 시작된 일들이 학교에서 배운 것
대한건축사협회, 1967년 대한건축학회, 마지막으로 2002
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 결국, 난감한 환경에 처해
년 새건축사협의회가 생기면서주6 제도적으로 좋은 건축환
진 우리 자신을 보게 된 것이다. 건축주를 어떻게 만나야 하
경 조성을 위한 많은 노력이 이어져 오고 있다. 하지만 규모
는지? (영업에 대한 정확한 이야기를 전해들은 사람은 거
가 작은 아틀리에 사무소에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건축주를 만났다 하더라도 어떻게
확률은 일부 특정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아주 어렵다. 좋은
응대해야 하는지? (우리는 대부분 건축주보다 어리기에 더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우
어렵다) 설사 이야기가 잘 되어 계약하는 시점에서는 설계
리에게는 시간이 필요하고 좋은 관계(시스템)가 필요하다.
비를 어떻게 책정하고, 계약서를 준비해야 하는지(10년 전
김수영과의 인터뷰에서 공감하는 내용이 있었다. 그는 “먼
이나 지금이나 아틀리에 사무소의 설계, 감리비는 거의 변
저 우리나라의 건축 베이스는 근본적으로 일본 혹은 유럽
함이 없다) 조차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개업하게 된다. 이
과는 다릅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건축
러한 사례별 경험들은 누구도 이야기해주지 않지만, 그것
가가 해야 될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건축가의 역할이 어떤
만으로 끝이 아니다. 규모도 작고 인지도도 낮은 아틀리에
것을 예쁘게 만드는 디자이너 정도라 생각하면 다른 문제
사무소는 함께 일할 직원을 뽑기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긴 한데, 책임질 것이 너무 많습니다. 그것은 건축가의 사
직원과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도 어렵기는 매양 마찬가
회적인 책무를 논하기에 앞서 건축을 만들어내는 영역 내
지이다. 또한 현장에서도 내가 해야 할 일의 영역을 어떻게
에서의 책임과 역할 그리고 소통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정할 것이며, 시공사는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현장 규모
앞섭니다. 건축 내에서조차도 불분명하고 이야기되지 않는
가 작고 지방 공사라면 더욱 더 어렵다) 도면의 수준은 어
데 건축 외부적인 것을 함께 논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고
느 정도가 적당한지? 현장과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고 진행
생각합니다. 건축가의 책무 자체도 모호한 상태에서 그에
해야 하는지? (적대적 관계 또는 동반자적 관계 둘 다 어렵
딸린 수많은 협력업체들은 정말 말할 것도 없죠. 건축가만
기는 마찬가지다) 등의 설정이 더욱 어렵다. 모두가 잘 준
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축적인 가치들을 건축주, 시공
비되지 않으면 바로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나중에는 법적
사, 협력업체에 이해할 것을 강요하고, 외국 건축물 사진을
인 상황까지도 내몰리는 형국이다. 이것보다 더 어려운 것
보여주며 왜 이렇게 못하냐는 물음 자체가 미안할 뿐입니
은 경영이다. 아무리 구멍가게 규모의 작은 사무소라 하더
다. 한마디로 건축은 내부적으로 너무 빈약합니다. 건축가
라도 돈과 관련된 부분은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세
가 원하는 건축물의 가치에 도달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들
무와 관련된 내용은 처음 사업자등록증을 내면서 봉착하
이 너무 많고 심지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도 힘들
는 문제이다. 이렇게 수많은 중요한 내용들을 혼자 헤쳐나
죠. 일본이나 유럽처럼 명확하게 구분된 책임과 역할을 토
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이것들을 학교나 사무소의 선배들이 이전에 쌓아 놓은 경험(그것이 꼭 성공 담은 아니다)을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구걸하듯 듣고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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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조금씩 만들어나가지만,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라고
6.
입을 모은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젊은 건축가는 싸잡아
/ p. 13
”한국의 건축운동, 어떻게 볼 것인가” / 김성홍 / 《건축과 사회》 25호 / 2013
WIDE – REPORT
대로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면서 갈 수 있 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외국의 상황과 같지 않기 때문이라고 불 평만 할 수는 없는 것이고 이러한 상황을 껴안고 가는 수밖에는 없는데 만만치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라도 건축 을 직능으로 삼고 있는 건축가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한국적으로 다시 규정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건축가를 직능으로 봐주는 사람 들이 얼마나 되는가를 생각해보면 알 것 입니다. 또한 건축가를 직능으로 생각하 는 건축가가 얼마나 되는가 하는 것이죠.
그림 6
이런 건축 구조에서 사회의 요구에 대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사회적 인식은 내부적인 시스템의
어내곤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은중은 한발 더 나아
부재와 연결되어있다. 이에 대해 김수영은 그런 상황에 대
가 “일본은 물리적인 시공이나 그 자재를 컨트롤하는 다양
해 잘 설명하고 있다. “능동적으로 건축가의 의도를 파악하
성은 이미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한
려는 시공사나 협력업체가 적기 때문에 더욱 명확한 치수
국에서는 ‘기둥의 이질적인 배치나 기둥을 얇게 쓰고 싶다.’
원칙들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공사나 협력업체
안 되거든요. 일본에서는 쓰는 기둥인데 이것이 왜 안되냐?
가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해가 갑니다. 시공사는
다 제한해야 된다는 거에요. 일본에서 100만 원인 것이 한
저가 수주에 시달리고, 협력업체는 저가 설계비에 시달리
국에서 하려면 구조하시는 분이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 능동적으로 되기 어려운 구조입니
설계는 제대로 했겠지만, 시공을 하려고 견적을 뽑아 보면
다. 건축가의 위상도 빈약한데 협력업체의 위상은 말할 것
실제는 대부분 수공예적으로 시공해야 하고, 그러면 거의
도 없습니다. 점점 빈약해져만 가는 건축생태계를 생각하
5배 정도의 비용이 나온다고 말합니다. 수입을 해서 일본
면 고민이 많이 됩니다. 이 모든 출발이 건축가의 역할에서
의 자재를 가져와도 비슷하다는 것이죠. ‘100만원짜리 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가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
물 신축이 일본에선 가능한데, 한국에서는 5배 예산이 있어
해서는 다른 나라 건축가보다 더 많은 역할들을 수행해야
야 가능하다.’ 제가 생각하는 이 시스템이라는 것이 저희 내
한다. 지금의 건축가들은 이전의 건축가보다 일의 영역 폭
부적으로는 중요하지만,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프로세스
은 현저하게 좁아졌고, 역할도 줄어들었다. 반면에 일의 폭
자체가 전혀 사회적으로 구축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줄어들었음에도 사회적으로 건축가를 포함해 전문가라
라고 말한다. 시스템(환경)이 뒷받침되어있지 않은데 우리
고 할 수 있는 위치의 각 분야 사람들이 전문가로서 인정받
가 원하는 것을 현장에서 요구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우
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먼저 우리 스스로 전문가답게 행
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어떤 태도와 역할을 취해 나가야 할
동하고 협력업체도 전문가로 인정하면서 대하는 것이 변화
지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 드는 대
의 출발점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공감을 하였다.
WIDE - REPORT 1
반응 혹은 결과물의 질은 매우 낮거나 잘못된 방향을 만들
목이다. 스스로가 인식하고 그것을 개선해나가기 위해 노 력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Interview 3 –
맴돌다 이내 사라진다.
단어들
2.05 처한 현실
3.01 다양한 재료와 디테일
앞서 소개한 내용에서 선진국과의 비교는 차치하고서라도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건축가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고 관심
이전 선배들과의 비교에서도 현실적으로 좋은 것만 있는
가졌던 단어들이 재료와 디테일과 관련한 것이다. 유행처
것은 아니다. 내부적인 시스템의 어려움과 함께 전반적인
럼 사용되거나 관심 가지게 된 재료들도 있고, 그 재료들의
사회적 인식도 좋은 상황이 아니다. 건축가의 위상도 좋지
사용에 있어 어떻게 새로운 디테일로 마감을 할 것인가의
않은데 젊은 건축가가 사회적으로 신뢰받기에는 쉽지 않아
실험이나 스터디가 공통된 내용이었다. 그러면서도 자신만
53
와이드 AR no.44 | Wide AR no.44
설명하였는데, 자신이 사용하는 재료들을 각 프로젝트마다 다르게 사용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더 확인하 고 준비하는 자세로 작업에 임한다고 말했다. 이정훈(조호 건축)은 “대지에서 적합한 재료를 찾아 소재로 삼되, 제 나 름대로는 다양한 재료를 실험해 보고 있는 과정이에요. (중 략) 벽돌도 쓰고 다른 소재들도 다시 가공하여 변형하는 데, 예를 들면 단면을 끊어버린다든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 로 도장을 하는 등 변형을 많이 해보려고 해요.” 그는 다양 그림 7
의 어휘와 관점으로 재료를 다시 보기도 하고, 재해석해 표 현하기도 한다. 어느 시기인지 모르겠지만 몇 년 전부터 외 부마감에서 외단열시스템과 벽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 다. 다양한 쌓기 방식과 기능에 좀 더 가까이 가기 위한 방 편으로 디자인된 외장재료는 그 숨어 있던 재료의 가치가 다시 알려지고 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재료들 중 ‘무엇을 쓸 것인가’보다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가치가 경제적인 현실과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면서도 또
WIDE - REPORT 1
한가지 아쉬운 부분은 각 선택된 재료가 가지고 있는 획일 화가 지역의 색과 특징을 지우고 있는 상황도 동시에 엿보 였다. 어디에서나 비슷한 재료의 사용 사례를 볼 수 있게 되 어버린 지금, 또 한가지의 질문인 무엇을 쓸 것인가도 같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정현아(디아건축) 그림6 는 자칭 ‘아마추어리즘’이라는 단어로 자신의 작업 방식을 그림 10
한 재료의 실험과 함께 대지에서의 인상이 형태와 재료 선 택에 많은 영감을 준다고 말한다. 그리고 재료를 탐험하는 관심을 실험이나 구체적인 방법에 적합한 디테일로 만들어 나감으로써 작업을 구체화 시키고 있었다. 최진석(원오원 건축)은 “내가 생각하는 디테일에 대한 경험 중 우리가 배 워야 할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것은 기술적인 뒷받침이 된 디테일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쾰른에 줌터가 한 건물을 보러 갔었는데 내부에 있는 핸드레일을 잡아 보았어요. 그 그림 8
런데 이게 어떻게 안 흔들릴 수 있지? 통상 콘크리트에 핸 들을 꽂았을 때 분명히 이 정도 강도를 가지려면 보이지 않 는 곳까지 콘크리트 칠 때부터 무엇인가 정착을 해놨을 것 이라는 거죠. 그리고 문을 열면 손잡이가 있잖아요. 보통 독 일 창들도 열면 딱 5mm 정도 살짝 젖혀야 열리잖아요. 피 터 줌터는 그 정도보다 훨씬 얇은데, 그런 느낌이 전혀 없 어요. 바로 열려요. 미쳐 버려요. 뭔가 있는 거죠! 이런 것만 봐도 기술의 뒷받침과 동시에 사용할 때의 느낌들까지 통 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좋은 디테일은 그것이 수반 된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차이는 따라갈 수 없다는
그림 9 54
WIDE – REPORT
것이다. 디테일에 있어서 기술에 대한 중요성을 말하는 것
의 주관적인 설정이죠. 물론 우리는 꼬르뷔지에의 돔-이노
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 반면에 앞서
시스템 이후로 슬라브, 기둥, 계단 등으로 요소를 나누는 경
언급한 바와 같이 비슷한 내·외부재료가 사용되고 있는
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물성으로 요소를 나눌 수도 있고, 계
것에 대해서 권형표(바우건축) 그림7는 “대부분의 건축주는
단만 하더라도 더 세부적 요소로 나눌 수도 있습니다. 이번
안전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 같습니다. 안전하다는 것은 이
2014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렘 콜하스가 보여준 요소도 생
미 최근 검증된 방향으로 쉽게 편승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각보다 훨씬 더 세분된 다른 방법이었다고 보여집니다. 저
그 이상을 원하는 건축주는 드물죠. 편승을 할지, 조금 더
는 이 모두 작가의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정해진 요소라는
적극적인 제안과 시도를 할지는 결국 건축가의 몫입니다.”
것은 없죠. 제가 보고자 하는 부분은 요소를 어떻게 분류할
권 소장은 그 선택을 건축주와 함께 결정해 나가는 것이 하
것이냐의 문제는 아니고, 요소 자체와 그 요소들을 엮는 일
나의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
종의 문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략) 저는 강의
했던 건축가들 대부분은 좀 더 진취적이고 공격적인 방법
와 건축 현장 모두 기본적인 요소 혹은 문법에 충실합니다.
으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욕구를 버리지 않
그리고 그런 문법을 약간씩 어기며 만들어내는 변형들, 혹
고 있었다.
은 자연스럽지만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무언가, 결국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묘한 느낌들이 있습니다. 작가 적 태도와 과정으로 보면 두 가지가 상반된 것처럼 보일 수
인터뷰했던 건축가들의 대학시절 분위기는 다양한 교육과
있으나 제가 흥미롭게 보는 부분은 결과적 상황 혹은 분위
경험이 시작되는 시기였다. 국내에서는 선배 건축가들의
기? 그런 것입니다. 대단히 일상적이고 당연해 보이지만 뭔
관심으로 새로운 건축교육에 대한 시도와 열망이 있었고,
가 이상하고 어딘가 어색한 것? 그런 것이겠죠.” 서 소장은
외국에서는 포스트 모더니즘을 넘어 해체주의 건축과 같
요소의 다양한 접근과 그 요소들의 교묘한 만남을 문법으로
은 수많은 시도의 건축가 활동이 두드러졌던 시기였다. 그
만들어가는 것에 대해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어색한 만남
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했던 건축가 대부분은 모더니즘의
은 결국 독특한 분위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선상이나 포스트모더니즘과 연결되어 있었다. 공간에 있어
보고 그것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반면 다수의 인터뷰했던
구성적이고 구축적인 어휘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현상학
건축가들의 공통적인 상황은 아직은 이러한 자신만의 내용
적인 경험이나 공간감에 대한 관심이 공통적으로 나타났
을 글 또는 말로 정리해 진행하고 있지는 않은 듯했다. 베니
다. 부산에서 오신욱(라움건축) 그림8의 작품 ‘들띄우기’에서
스 비엔날레에서 피터 아이젠만이 문법 없는 언어의 나열을
보이는 겹의 벽이나 옥상으로 연결되는 계단의 시도는 지
보는 듯하다고 렘 콜하스를 비판하면서 문법의 부재를 아쉬
역에서 보이는 지형과 관련지어 설명한다. 서승모(사무소
워하지만, 한편으로 인터뷰했던 건축가는 ‘그렇게 문법을 만
효자동) 그림9의 ‘공간의 분절’은 기능과 사용성이 다양한 공
드는 것을 건축가 자신이 해야 하는 것인가?’ 라고 반문하
간의 분절과 함께 구축적인 형식의 여러 시도 중 하나라고
기도 한다. 그것에 의식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경직된 태도
이야기될 만하다. 또한 민우식이 이야기하는 절대 감각의
로 연결될 수 있다고 경계하는 의견도 있었다. 그렇지만 자
공간감에 대한 유지는 철저하게 현장과 긴밀하지 않으면 얻
신만의 고유 언어를 찾고 정리하는 과정은 필요하다는 것에
기 힘든 결과를 의미한다. 이렇듯 많은 건축가들이 비례와
대부분이 공감하였다. 단지 시간에, 일에 쫓기듯 지내고 있
공간감에 대해 구현하려는 관심은 어느 정도 결을 같이 하
다 보니 그럴 여유가 없다고 이유를 대신했다.
WIDE - REPORT 1
3.02 공간감과 구성
고 있어 보인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공간의 연결에서 나타 나는 구성과 각 공간에서의 공간감을 유지하거나 구현하기
3.04 전통과 한국성
위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모더니즘의 관점에 맞닿아있다.
우리에게는 참 쉽고도 어려운 단어다. 한국성이나 전통성 에 대한 관심은 가지고 있지만, 그것에 대한 해석의 폭은 각
3.03 문법과 어휘
자가 다르다. 외국에서 생활했던 경험이 있거나 한국을 잠
건축 작업 내용에서 구축적인 모습이 보이면서 자연스럽
시 떨어져 지냈던 건축가들의 시선, 그리고 국내를 떠나지
게 요소와 문법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건축에
않았던 건축가 모두가 이것에 관심을 두는 것은 마찬가지
서의 요소는 구조와 함께 다양한 해석이 있었는데, 서재원
지만 선배들이 고민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정
(에이오에이건축) 그림10은 “건축은 기본적으로 자의적이라
훈은 “사실은 ‘전통’ 이라는 단어를 꺼내 드는 순간 어마어
고 생각합니다. 요소를 말씀하셨는데 요소들을 쪼개는 방법
마한 언어의 책임이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단
도 많습니다. 어디서부터 요소로 볼 것인가 하는 것도 본인
어이기는 합니다.”라며 전통이나 한국성에 대한 부담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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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4 | Wide AR no.44
말했다. 또 다른 관점에서 서재원은 “사실 그 부분은 이미
없어요. 우리는 그것이 없는 것이고 일본은 그것이 있는 것
지역을 떠나서 너무나 보편적인 형식이기 때문에 그런 부
의 차이이지요.” 비슷한 생각으로 서승모는 “카즈요 세지마
분에 대해 의도적으로 반감을 가지고 앞서 말씀하신 우리
까지 나오면 다른 게 뭐 나오겠어? 했는데, 이시가미 준야
것으로부터 끄집어내는 태도, 예를 들면 한국적인 고유의
가 나오고, 다음이 나오겠어? 하면 뭐 또 다른 이가 나올 거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거나 하는 사명감을 가져야 하는지
에요. (웃음) 저는 후지모토 소우가 등장하는 정도는 그냥
는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이정훈은 다시 좀 더 유
그럴 수 있다고 보는데, 이시가미 준야가 나왔을 때 어떻게
연하게 이야기하는데 “’한국성’이라고 하는 것이 전통도 있
이런 것이 나오나? 그런데 일본에서는 그런 게 연결되는 룰
겠지만 결국에는 이 땅에 살고 있는, 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 있어요.”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꼬집어서 설명하는 말이
것들이 공유될 수 있다는 접점에서 풀어가는 방 법이 저는 ‘한국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성’ 이라고 하는 것이 이 땅에서 살아남는 것 자체 가 ‘한국성’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건물을 지어 서 그것을 구현해 내는 것이 ‘한국성’이라고 생 각합니다.” 많은 건축가들의 인터뷰에서 나타 난 ‘이질적이라고 느끼는 것’ 자체는 그 땅과 상 황에 적절하지 않은 것이라 정리할 수 있었고, 대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빚어진 결과는 자연 스럽게 한국성이 따라온다고 것으로 압축할 수
WIDE - REPORT 1
있었다.주7 3.05 담론(화두)에 대하여
그림 11
전통이나 한국성과 관련된 질문과 함께 인터 뷰이들이 가장 어렵게 생각했던 질문 중 하나 가 자신이 생각하는 화두나 담론과 관련된 내 용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문법과 비슷하기 도 하지만 시기상 아직 이야기하기 어려운 부 분도 있었고, 그중에서도 여러 다양한 생각과 관점이 드러났다. 담론이라는 것 자체가 우리 의 상황에서는 나오기 힘든 토대라는 견해도 채집되었는데 이정훈은 “일본이 그것을 너무 잘해 놓은 거에요. 그래서 그 후배들은 그 컨텍 스트 속에서 조금만 덧붙이면 ‘담론’이라는 것 이 만들어지는 거에요. 그런데 ‘담론’이라는 것
그림 12
이 하나도 형성이 안 되어 있으면 덧붙일 말이 아닐 수 없다. 한편으로 해외 건축가들 중 성격을 만들어 나 가는 방법에 대해 이정훈은 “그것이 바로 건축의 방향이라 7.
는 것입니다. 그 방향에 대해 자하 하디드가 너무 심플하게
김중업과 김수근의 제자 세대인 4.3그룹은 주로 전통건축을 공간요소로 접
정리를 한 것이죠. 그것이 운이었든 실력이었든 잘 모르겠
근했고 전통을 어떻게 현대화 시키는가에 골몰해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전통에 대한 이 지속적인 열정은 90년대 초 명동성당 설계 경기 공모를 계기 로 급격하게 식어갔다. 역시 건축에서도 예외 없이 해외 유학파들이 명동성
과 자기의 성향을 지속적으로 보여 왔고, 그러한 것들이 시
당 설계 경기에 대거 참여했기 때문이었다.... 이 해외유학파들은 일단 전통에
대적인 컨텍스트에 맞춰져 묘하게 잘 맞아 떨어졌습니다.
대해 부채 의식이 없었고 건축에 접근하는 방식이 구체적이고 즉물적이며 논 리적이었다. 세대로 이어지던 영향력의 자장이 일순간에 깨져버리고 한국건
굉장히 힘들었겠지만 자하 하디드는 결국 그걸 넘어섰고,
축은 혼돈에 가까운 백가쟁명의 시대를 열었다. 전통은 더 이상 심도 깊게 논
저는 그것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시게
의되지 못하고 사실상 폐기 되었다. 이때 한국건축은 전통을 버렸다. 《와이드 AR》 40호(2014년 7-8월호)/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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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 자신이 앞으로 가야 될 방향에 대해서는 분명한 색깔
루 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분의 특징은 자신이 생각하는
WIDE – REPORT
건축에 대한 화두가 있어요. ‘나는 이게 건축이다’ 라고 생
3.07 사회 구조 모순의 대응 자세
각하고, 처음에 누가 그것에 대해서 ‘이건 말도 안 되는 것
마지막으로 우리가 설계를 수행하면서 만날 수밖에 없는
이다.’ 라고 이야기하겠지만, 그것으로 자신만의 미학을 만
고착화 된 사회 시스템과의 관계이다. 이는 대관 업무를 하
들어내는 겁니다. 하나의 미학을 만들어내면 그것에 대해
는 과정에서도 튀어나오고 공공프로젝트에서는 더 많이 풀
동의하는 사람도 있고 안 하는 사람도 있겠죠. 그것이 예술
어야 할 숙제처럼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몇몇 건축가들
이에요. 그것이 건축이고요. 루이스 칸을 모든 사람이 좋아
에게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질문했는데 하나는 자신의 경험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사람만의 화두가 있었고 그것을 가
중 행정에서 나타난 구조적 모순이나 불합리한 상황에 대
지고 자신의 건축을 쌓아나가는 것입니다. 그 방향이 한국 사
하여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저마다 해법
회에서 모더니즘이라고 했던 것은 사실 토대가 좀 약하지 않
은 여러 층위를 이루었다. 먼저 나은중은 이런 상황을 삼각
았나 싶어요. (중략) 중요한 것은 역시 건축적 화두인 것 같
학교 프로젝트 때 경험하였다고 말하면서 “싸울 것이냐, 파
아요. 자기가 어떤 모티브를 갖고 시작을 했고 어떤 모티브를
도타기를 할 것이냐? 젊은 사람들은 싸우는 것이 맞는 것
끝까지 조금씩 조금씩 진화시켜 나가느냐. 지금 작품이 평생
같습니다. 이분법적이지는 않아요. 처음에 이 시스템을 알
걸작이 될 수는 없는 것이고 어차피 그것이 쌓여가는 것입니
았다면 효율적으로 끌고 갈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사회적
다. 그것을 자기화시키는 습득 시간이 필요한 것이고 지금이
인 시스템에서 내가 어떤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서 취해야
저는 그 시간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자신의 작업에서 화두
하는 관계들을 무시하고 가면 과정이 너무 어려워지는 것
에 대한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각자가 생각하는 작은 실마리
같아요. 만약에 인지하고 있다고 하면 활용해서 목적을 달
를 중간에 멈추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이야말로 우리
성하는 것은 사회적 관계로 이용해야 되는 건 분명합니다.
에게 필요로 한 내용이 아닌가 싶다.
제가 볼 땐 과정상에 우선은 싸우는 것이에요. 파도타기라 는 것으로 안되는 게 더 많습니다. 알아도 고정된 시스템에 서 안 이루어지는 것이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최교식(오
인터뷰 과정에서 다양하게 분출되었던 내용 중에 하나는
우재건축) 그림11은 “어떻게 보면 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해서
자신의 논리와 감성을 어떻게 작업과 연결시킬 것인가에
또 다른 시스템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인데요. 결국은 뭔가를
대한 관심이었다. 구분하자면 자신만의 방식으로 전개시
굉장히 빠른 시간 내에 고칠 수 있는 것을 바로 잡을 수 있
켜 나가는 태도와 선배의 작업 분석을 통해 목표를 향해 나
는 것은 정치이고 행정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아가는 방법이 있었다. 김수영은 이것에 대해 “거장들은 두
사실은 이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받아들일 수
단어에 대해 모순적이라기보다 오히려 그 적확성 때문에
있는 시스템이 생겨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비슷한
시적이고 감성적인 공간들이 연출된 것이라 확신합니다.”
내용이지만 윤재민(제이엠와이아키텍츠) 그림12은 “여느 건
라면서 감성적인 공간들을 정확한 의도와 연결시켜야 함
축가나 마찬가지로 느끼겠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뭔가 다
을 역설했다. 한편으로는 “작업의 내용이 절대 논리적으로
른 건축을 하고자 하면 결국 원하는 사람이 피해를 보는 구
만 진행되지는 않지요. 이런 소통의 과정에서 분명히 개입
조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좀 더 잘 만들어진 것을 하겠다
하게 되는 것이 직관적인 작업입니다. 땅을 대하고서 불현
는 의지는 그 사회와의 싸움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건
듯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기도 하고, 스케치하던 중에, 건
축계의 구조, 자재시장의 공급, 그리고 건축가 작업 자체에
축주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문득 떠오르는 무엇이 있는
관한 것들까지 상충되고 조율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습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직관적인 작업도 결국은 논
니다.”라고 말한다. 같은 질문에 대해 김순주는 “싸운다고
리적인 것과 균형을 이뤄야만 구축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대수는 아닌 것 같아요. 그 사회의 구조가 무조건 부정해야
생각입니다.” 김순주(바우건축)의 말이다. 이 내용에서 그
만 하는 것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가 많긴 하지만 어
녀는 직관적인 상황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도구가 적절하
느 부분을 받아들여야만 다음으로 나갈 수 있죠. 무조건 부
게 대응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최영준(오피스아키텍톤)은
정하는 것이 아니라 타협점을 찾고 그 안에서 좋은 대안을
리노베이션 작업과정을 통해 논리적으로 구축되어 있는 옛
만들어야 하는 것이 저는 진정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조체에서 다시 새롭게 만들어낼 결과물과의 만남을 한쪽
원활한 진행을 위해 협의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
으로 치우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자신만의 감성으로 시간
이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고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이 문
을 연결시키는가에 대한 방법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
제에 대해 누구라도 쉽게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떤 건
양한 내용이었지만 각자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조율하면서
축가는 우리가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는 문제도 있다 말하고,
색깔을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반대로 무거운 문제나 큰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어느
WIDE - REPORT 1
3.06 논리와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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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4 | Wide AR no.44
정도의 사회적 위치에 있는 경험 많은 선배 건축가들이 해
대 일의 시간은 향기가 없다. 오늘날 우리에게 일하는 시간
결해 주고 만들어 주기를 기대하는 건축가도 있었다. 각자
외에 다른 시간이 없다. 일의 시간은 오늘날 시간 전체를 잠
의 위치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피하지 않고 변화시켜
식해 버렸다. 긴장의 이완 역시 노동력의 재충전에 기여한
나간다면 조금씩 변화된 좋은 환경을 후배들에게 물려 줄
다는 점에서 일의 한 양태에 지나지 않는다”주8라고 한병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은 말한다. 바쁘게 일을 해내며 지나간 시간들은 다시 돌아 오지 않는다. 이토록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자신의 작업
Interview 4 –
을 되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들을 가진다면, 그 시
2015년
간들은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된다. 이제 시작했다고 위 로하지만, 어느덧 시간이 흐르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4.01 조급함
다른 위치와 연령대에 들어서 있을 것이다. 앞서 말한 조급
20여 명의, 한국의 70년대 생 건축가들을 인터뷰하면서(짧
함을 가지고 빨리 달려나갈 길을 찾기보다 자신이 어디로
게는 3년, 길게는 10여 년 동안 사무실을 유지해온 방식은
가고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볼 수 있다면 그 조급함을
각자 다르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하고 한편으로는 수없이 현
조금이라도 덜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자문해본다.
WIDE - REPORT 1
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공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언어와 생각을 좀 더 다듬
4.03 인터뷰 후기
고 실천하는 과정은 여러 선배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건강
지금까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는 ‘사무소를 시작한 지 3년
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인터뷰를 진
이상 유지되어온 건축가, 그리고 1개 이상의 완공된 작업,
행하면서 무의식중에 언제든지 힘들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
마지막으로 대학에 적을 두고 있지 않은 건축가들’ 중 먼저
과 초조함이 묻어 나오는 정황도 포착했다. 적지 않은 나이
1970년대 생으로 한정하다 보니 생각의 정리가 안된 상태
에 심적, 물질적, 기회적 부담을 안고 사무소를 개업하지만,
에서 대화를 이어나간 부분도 많았다. 필자는 인터뷰를 처
현실적으로도 일이 계속하여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
음 시작하면서 당장 질문에 적합하지 않는 답을 하거나 힘
은 것이 현실이다. 현재 한국의 저출산 문제, 고령화 문제와
들게 애써서 답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단지
앞으로의 불투명한 경제 상황에서 어찌 보면 이러한 인식은
시간이 지난 뒤 답하지 못했던, 그리고 인터뷰 당시에는 적
당연하다. 그렇다면 반대로 일이 없는 시간에는 무엇을 하
합하지 않았던 질문과 답변들이 스스로 또는 서로에게 또
는지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은 거의 없다. 우리는 일이 없는
다른 질문과 답변으로 엮일 수 있다면 이 인터뷰가 절반은
시간 동안 초조해 하고, 자신의 주변과 비교하게 되면서 심
성공한 것이라고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한국은 지금 여러
리적으로 더 압박을 받는다. 그런 중에 만약 설계 문의가 들
기획자에 의해 다양한 전시의 움직임이 있다. 후지무라 류
어오면 앞뒤 보지도 않고, 상황 판단이 흐려져 덥석 일을 물
지가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 세대는 건축 안팎으로 다양한
고 보게 되는데, 그 결과는 우리를 더더욱 곤경에 빠뜨리게
생산적인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에 동의한다. 다양한
도 한다. 좋지 않은 예를 들긴 했지만, 지금의 조급함이 멀리
접근과 방식은 우리 세대에 익숙한 방식이며 주체적이고,
본다면 우리를 더 어렵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조급함을 역
자발적인 대화는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
으로 해석하자면 현실적으로 안정적이기 위한 것인데, 이것
을 선배들은 보여주었다.
역시 자신의 위치를 교란시키는 주범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미 인터뷰했던 건축가를 3년
세대에게 지금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조급함이다.
또는 5년 후에 다시 인터뷰를 하고 싶다. 그리고 나아가 60 년대와 50년대 생 선배들의 소중한 경험과 깊은 지혜를 듣
4.02 우리가 달려온 시간들
기 위한 인터뷰를 진행해 보고 싶다는 희망으로 지루한 글
우리는 꾸준하게 일이 이어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을 마치고자 한다.
바빠 왔다. ‘왜 우리는 늘 시간이 없고 시간에 쫓길까? 왜 시
인터뷰 진행 도움 한수정(경기대), 정연재(홍익대),
간은 그토록 빨리, 그토록 허망하게 지나가 버리는 것일까?
김승택(홍익대)
그토록 바쁘게 일을 하며 지내왔지만 어째서 우리에게 남 은 것은 아무것도 없을까?’ 라는 생각들을 하면서 살아가는 우리네 시간의 무게는 말할 수 없이 가벼워졌고, 그만큼 빠 르게 흘러가고 있다. “우리 사회는 시간을 일에 묶어 두고, 시간을 곧 일에 국한된 시간으로 고착시켜 버린다. 단언컨
58
8. 『시간의 향기』 / 한병철 , 김태환 / 문학과지성사 / 2013 / p. 5
2015. 3-4 no. 44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WIDE ArchitectuReReport
wide -
REPORT 2
와이드 AR no.44 | Wide AR no.44
WIDE - REPORT 1
OUT OF THE ORDINARY Award-winning Works by Young Korean Architects 2014 한국현대건축 해외교류전
The CASS Bank Gallery, London
2015. 2. 6 - 2. 28 진행 정귀원(본지 편집장)
WIDE - REPORT 2
사진 신경섭(별도표기 외)
60
지난 2월 6일부터 28일까지 한국 젊은 건축가들의 전시가
년 전에 비슷한 경험을 했던 영국의 건축계와 서로 나눌 만
메트로폴리탄대학교 카스 뱅크 갤러리The CASS Bank Gallery에
한 주제였기 때문이다.
서 열렸다. 런던 동부의 주요 교차로에 위치한 이 건물의 대
이를 위해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첫째는 젊
형 유리창에는 디자인 연구자 박해천과 그래픽 디자이너
은 건축사상 수상자 가운데 9팀을 선정하여 한국 사회의 변
홍은주, 김형재가 제작한 인포그래픽 작업이 전시되어 오
화하는 가치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는 작품들을 전시한
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부동산 지표나 경제 성장률,
부분이고, 둘째는 사진작가 신경섭과 티에리 소바지Thierry
인구 통계 자료 등 경제, 사회, 건축의 변화를 다양하게 보
Sauvage가
여준 그래프들은 그 자체로 다이나믹한 한국 사회를 대변
한 물리적, 사회적 맥락을 담아내어 한국의 작업 환경을 직
하는 듯했다. 이 인포그래픽을 사전 지식으로 삼은 관람객
접적으로 보여준 사진전이다. 세 번째는 앞서 언급한, 한국
들은 빠른 변화와 불안정한 시대에 새로운 방법으로 대응
사회를 한눈에 읽어낼 수 있는 인포그래픽 전시이다. 아홉
해 나가는 한국의 젊은 건축가들의 작업을 진지하게 대면
팀이 제각각 설정한 대략의 전시 컨셉트를 아래에 간략하
할 수 있었다.
게 소개한다.
영국 최초의 한국 건축 전시 <Out of the Ordinary>는 중
유타건축의 김창균은 작은 집과 휴게공간 등 매일 접하는
국, 일본, 프랑스 등에서 개최된 바 있는 한국현대건축 해외
소규모 건축물들과 일상의 장면에 주목하여 이것이 도시,
교류전의 2014년 사업이다. 새건축사협의회와 문화체육관
자연 혹은 사람들과 만나는 다양한 방식들을 선보였다. 특
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식 후원하는 이
히 재료의 솔직한 표현으로 풍성한 일상의 모습이 만들어
번 전시는 ‘젊은건축가상’의 수상자들과 그들의 작업을 소
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개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것은 2008년 세계금융 위
단열용 ‘뽁뽁이’를 지붕 재료로 사용한 초저예산 프로젝트
기 이후, 어려온 현실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돌파구를 찾기
와 순댓국밥집 리노베이션 등 작은 건축 중에서도 대체로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은 젊은 건축가들의 전략과 열정을
기존 건축가들이 잘 하지 않는 영역의 일을 소개한 제이와
보여주기 위해서였고, 한편으론 ‘젊은 건축가’로 이미 삼십
이아키텍츠(원유민, 조장희, 안현희)는 집의 각 부분들에
찍은 독자적인 사진들, 즉 건축가들의 작업이 속
WIDE – REPORT
WIDE - REPORT 2
전시장 홀
Scrutable Landscape Series No.001, 2014, Pigment Print 사진 신경섭. 이애오 건축의 경기도 성남 판교 빌딩 주변
Thierry Sauvage, Untitled, 2014, Pigment Print 경기도 부천 제이와이아키텍츠 포레스트 하우스 주변
61
1 와이드 AR no.44 | Wide AR no.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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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 REPORT 2
Note: All white backgraounds need to be transparent
simulation 박해천/홍은주/김형재의 인포그래픽
오우재와 이애오 건축의 작업이 전시된 부분 62
조호건축의 스틸 플레이트 설치물
WIDE – REPORT
에 주목한다면, 디림건축(임영환, 김선현)의 작업은 건축 의 전(기존 건축물, 비어있는 대지, 곧 철거될 건축물)과 후 의 파동이 만나 전혀 새로운 파동을 생성하는 것에 관심을 둔다. 특히 이 새로운 파동은 다양한 변수에 의해 전혀 다 른 형태로 변형된다는 게 그들의 지론이다. 남산공원에 위 치한 안중근기념관, 서울의 대표적 젊음의 거리 홍대 앞 H&M, 슬럼화된 우시장 도축창고를 개조한 스타덤엔터테 인먼트사옥 등, 디림건축의 이번 전시 작품들은 건축의 전 과 후가 서로 유기적인 자양분이 되는 ‘infra-position’의 관 배형민 큐레이터가 이끈 기자간담회
계들로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반면, 오우재(김주경, 최교식)의 전시 작품들은 낯선 땅(영 월, 청산도)의 보다 복잡한 조건들을 풀어나가는 방식을 보 여주었다. 강원도 영월 장릉마을의 마을회관이나 일련의 청산도 작업들은 자연/문화적 환경을 고려하고(마을회관) 기존 폐교를 재활용(청산도 프로젝트)해야 하는 조건을 이 방인 건축가가 이해하는 과정에서 고스란히 도출된 결과물 이다. 오우재의 작품들과 마주하는 벽은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 들기 프로젝트’ 일환인 대구 경북여고, 서산운산초등학교,
외국 기자들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와이즈건축
었다. 사용자들과 함께 학교 공간에 대한 고민과 그 해결책 을 찾아보려는 과정에서 건축가(이애오 건축 임지택)가 프 로젝트 조정자의 역할을 하는 경우를 잘 보여준 사례였다. 때론 건축가는 시공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도 한다. 조호건축의 이정훈은 숱하게 화제를 모았던 용인 헤르마
WIDE - REPORT 2
서산 가사초등학교 등의 휴식공간, 다목적 공간이 전시되
주차빌딩과 벽돌공의 장인정신이 돋보였던 곡선이 있는 집, 까사 지오메트리카 등에서 쉽고 합리적인 시공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한 바 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이 작품들과 함께 ‘Material–Metry’란 개념으로 재료와 형태에 천착하 는 자신의 건축을 잘 보여주었다. 특히 작년에 송원아트센 터에서 치렀던 개인전 전시 작품 ‘Endless Triangle’를 축 소 설치하기도 했다. 와이즈건축(장영철, 전숙희)은 보다 일상적인 재료들, 이를 담긴 고민과 이야기를 통해 한국의 현실을 전달하고자 했
테면 콘크리트, 나무, 철, 비철금속, 유리, 벽돌 등의 가능성
다. 실제로 평범한 일에서 특별함을 만들어내기 위한 그들
에 주목했다. 특히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ABC빌딩 등을
의 노력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사례로, 흔한 동네 풍경을 구성하는 단골 재료이지만 구현
로컬디자인의 신혜원은 ‘최소’라는 조건이 비단 집의 규모
하는 방식에 따라 사람들의 경험 속에서 물리적 한계를 확
에만 달리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는 최소한의 시간,
장하는 ‘벽돌’을 전시 주제로 삼았다. 흥미로웠던 것은 서울
최소한의 예산, 최소한의 환경을 가지고 과장되지 않은 단
의 벽돌 건물 풍경을 런던의 벽돌 건물 풍경과 병치시켜 놓
순한 제스처로 주어진 대지 위에 건축가의 생각을 담고 최
은 책이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와이즈건축이 별도 제작한
대의 다른 가치들을 만들어낸 작업들(부여하우스, 파주 신
것으로서 서울과 런던의 벽돌 풍경 속에 자신들이 만든 또
영사 사옥, 한강 나들목 통행로, 옥탑방 프로젝트, 백사마을
다른 벽돌 건축을 이식하여 새로운 풍경을 만듦을 전달하
프로젝트 등)을 전시했다.
기 위해서였다.
신혜원의 작업이 주어진 조건들로 큰 파장을 일으키는 것
마지막으로 최-페레이라 건축(최성희, 로랑 페레이라)은
63
WIDE - REPORT 2
와이드 AR no.44 | Wide AR no.44
전시장 홀의 인포그래픽
조호건축과 디림건축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
64
WIDE – REPORT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을 통해 건축이 한 예술가의 작품에
번씩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들이 참여하는 국제 전시회를
어떻게 영감을 받는지, 수려한 자연 환경과 인공물이 어떻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의 말을 조금 더 인용
게 조화를 이루는지, 풍경과 미술품이 공간 안에 어떻게 수
해 보자. “작년의 파리 한국 현대 건축전 <Point-Counter
용되는지를 보여주었다. 이로써 그들 스스로 언급했듯이,
Point>와 영국의 <Out of the Ordinary>를 개최하면서
건축에도 미술이나 음악처럼 (찰나의) 인식의 순간이 존재
느꼈던 것은 한국의 현대건축이 그 수준에 비해 상대적으
함을 증명해 보이고자 했다.
로 덜 알려져 있다는 것입니다. 국제 전시는 한국의 젊은 건 축가들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뿐
큐레이터 배형민 교수가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
만 아니라 한국 내에서의 건축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그 역
은 바로 다재다능함, 섬세함, 강인함 등을 적절히 조합하여
할을 변화시키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본인이 처한 환경에 잘 응답했다는 사실 뿐이다”라고 밝혔
한국의 건축 생태계는 점점 다양해지고, 국제 교류의 중요
듯이 이들의 방법론이나 결과물에서 공통의 이슈를 찾기는
성은 더욱 강조되는 이때, 우리 자신의 특장점을 잘 반영하
어렵다. 또 작품 운반의 한계를 이해하지만, 이미지 위주의
는 또 다른 젊은 건축가들의 작업을 찾아내어 국제 건축 사
전시(모형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에 아쉬움이 없었던 것
회에서 서로 나누는 일이 빈번해지길 기대해 본다.
도 아니다. 그러나 다른 데서 찾아지는 이 전시의 성과, 즉 힘겨운 작업 환경 속에서도 건축의 다양한 가치를 찾아내 고자 노력하는 한국 젊은 건축가들의 열정을 다른 나라에 알리고, 한국 사회에 대한 사려깊은 성찰로 국제 교류에서 나눌 만한 무언가를 끄집어내어 탁상 위에 올려 놓았다는 자체는 이런 아쉬움마저도 흠으로 만들지 않는다. WIDE - REPORT 2
실제로 아키텍처럴 리뷰The Architectural Review를 비롯한 아이 콘Icon, 도무스Domus, 디진Dezeen 등 많은 외국 매체들은 무엇 보다도 한국의 건축 작업 환경에 주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무엇인지를 궁금해했다. 또 전시를 통해 전반적인 한 국의 건축 지형을 알 수 있었다고 평가하면서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에너지 넘치는 한국 젊은 건축가의 작업이 매혹 적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2월 7일 오후에 진행되었던 패널 디스커션은 이 전시의 성 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박정현 어소시에이트 큐 레이터의 주제 발제를 시작으로 양국 젊은 건축가들의 고 충이 청중들에게 전해졌고, 신구 건축가의 차이라던가 저 예산 건축일지라도 담보해야 할 ‘시詩’의 부재 등이 논해지 기도 했다. 객석에 있던 로버트 뮬 학장(메트로폴리탄대학 교 건축대학)의 한마디, 즉 아키그램 같은 과거의 젊은 세 대들은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도 기존의 건축 담론을 뛰어
유타건축의 전시
넘는 비전을 제시했다면서 한국의 젊은 건축가들에게 비전 을 묻는 대목에서는 단번에 토론장이 술렁였다. 영국의 상 황에서는 건축과를 졸업하면 대학등록금으로 빚을 지게 되 는 게 보통이고 또 건물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도 적은데 혁 신을 요구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젊은 건축가의 반격이 있었다. 물론 어떤 해답을 구하는 자리는 아니었으나 한국 과 영국 양쪽의 건축가들에게 충분히 자극의 시간이 되었 음은 틀림없는 듯하다. 새건협의 국제전시위원장이자 이번 전시의 총괄 커미셔너 한만원은 본지 앞으로 보낸 글을 통해 앞으로 3년마다 한 제이와이아키텍츠가 전시한 건축의 부분 이미지(좌) 65
와이드 AR no.44 | Wide AR no.44
저성장 시대의 한국 건축
주1
박정현 Out of the Ordinary 어소시에이트 큐레이터, 건축평론가
1.
되지 않는 문어였다. 한국에서 가장 큰 학회가 건축학회이
지난 2013년 두 중견 건축학자는 비슷한 제목의 책을 펴냈
고 건축가 관련 단체만도 여럿(어쩌면 여러 문제의 핵심이
다. 이종건의 『건축 없는 국가』와 이상헌의 『대한민국에 건
다) 있지만 건축은 건축계 내부에서만 유효한 통화였다. 일
WIDE - REPORT 2
축은
없다』이다.주2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건
반인의 세상살이에는 건설, 집, 부동산 등이 건축을 거의 온
축 역사・이론・비평 프로그램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이들
전히 대체하고 있었다. 건축이란 단어가 건축계를 떠나서는
은 나란히 한국에는 건축, 정확히 말하면 서구에서 말하는
잘 쓰이지 않았기에 건축가라는 단어 역시 생소하기는 마찬
architecture가 없다고 진단했다. 이종건은 세계 건축계에
가지였다.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architect는 번역해야 할 때
의해 인정받고 편입되어야 할 architecture가 있어야 비로
마다 골칫거리였다. architect를 건축가라고 번역해서는 일
소 건축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 과정을 상상계에서
반 대중들에게 쉽게 의미 전달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워쇼
상징계로의 진입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우리는 아키텍처의
스키 남매의 <매트릭스 2: 리로디드>(2003) 마지막 장면에
변두리에 위치해 있다는, 그러니까 서사를 만들고, 선택하
서 네오는 매트릭스를 설계한 architect와 대면한다. 한국
고, 유포할 위치도, 그렇게 할 권력이나 능력도 없다는 다소
의 영화 번역가는 이를 뭐라고 옮겼을까? 놀랍게도 어떠한
뼈아픈 자각에 이르게 된다. 한마디로 우리에게는 아키텍처
번역어도 택하지 않고 ‘아키텍트’라고 음독했다. 가상이기
에 개입/관여/간섭할 문화의 자리/위치가 없”으므로 한국에
는 하지만 세계 전체를 창조해낸 이 인물의 직업을 한국에
서 이루어지는 건축 행위는 대문자 Architecture와 무관한
서는 ‘건축가’라고 부를 수 있다고 상상하지 못한다(서구에
일이다. 한편 이상헌의 진단은 다소 다른 지점을 가리킨다.
서는 architect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비슷한 예는 또 있
이상헌에 따르면, 서구적 개념인 architecture는 “철학과 미
다. <인셉션>(2010)에서 주인공 레오나르도 디 카프리오는
학, 예술과 기술, 공학과 사회학이 광범하게 얽혀 있는 융합
다른 이의 꿈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꿈을 설계해 줄 사람을
적 학문”인데 반해, 한국에서는 기술, 예술, 과학, 인문학, 사
찾는다. 대학 시절 은사(칠판 가득 고전 건축 그림을 그려놓
회학이 각각 단편적으로 존재한다. 이는 식민지 시기를 거
고 주인공을 맞는)는 젊은 architect를 소개해 준다. 꿈이긴
치면서 근대 학문을 파편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기 때
하지만 도시와 건축을 마치 실제로 있는 것처럼 만들어야
문이다. 그래서 “서구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 건축은 항상 무
할 인물 역시 architect가 아니면 누구겠는가? 자막 번역가
언가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건축이 없다고 판단하는 근거
가 이번에 선택한 단어는 ‘설계사’이다. 인간이 사는 환경 전
는 다소 다르지만, 두 사람 모두에게 가치의 판관은 서구의
체를 관장하고 창조하는 이라는 의미가 단지 도면을 그리는
대문자 Architecture다.
사람으로 축소된 것이다. 더구나 한국에서 설계사 앞에 붙
그들이 상정하는 대문자 Architecture가 지금도 유효한지,
는 말은 디자인이나 건축인 경우보다 ‘보험’일 때가 압도적
최근 탈식민주의 논의처럼 식민지와 제3세계의 건축들로
으로 더 많다. 설계사 역시 architect의 의미를 거의 전달하
서구 건축의 신화를 해체하는 것이 지적으로 더 흥미로운
지 못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일생 동안 건축가를 직간접적
시도가 아닌지와 같은 여러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으로 만날 수 있었던 이들이 극소수였고 사회적 발언도 빈
그러나 이들의 지적과 함께 확인할 수 있는 분명한 사실은
약했기에 번역가가 ‘건축가’를 선택하지 않은 건 어쩌면 당
그동안 건축이 한국 사회에서 제도적으로, 나아가 사회적으
연한 일이다. 사정이 이러니 한국에는 건축이 없다는 말이
로 하나의 독자적인 영역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했다는 점이
지나친 엄살만은 아닌 셈이다.주3
다. 단적으로 얼마 전까지 ‘건축’은 일상생활에서 거의 발화
66
WIDE – REPORT
의 영역에 편입시키기 위해 노력한 인물인 김수근이 정부투
건축이라는 개념은 부재했을지 몰라도 한국의 현실은 건설
자회사로 개발계획을 독점한 한국종합개발공사의 2대 사장
과 개발의 열풍에 휩싸여 있었다. 수없이 많은 건물을 지었
이었다는 사실은 한국에서 건축과 개발이 얼마나 밀접한 관
고, 건물에 문화적 가치를 부여하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건
계를 맺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대한 반발도 당연
물을 동원하는 일은 끊이지 않았다. 이 일들은 대개 민족성
히 있었다. 개발과 가능한한 연루되지 않고 건축의 자율성
과 한국적인 것의 구현이라는 깃발 아래 이루어졌다. 1967
을 찾으려 한 이들도 있었다. 국가 프로젝트를 수행하려면
년 부여박물관이 일본의 신사를 닮았다는 논쟁이 불거진 이
군부 독재 정권과 관계를 맺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민주화
래로 한국의 공공건축물은 한국적인 것을 얼마나 잘 구현해
이후 90년대초 한국 현대건축의 새로운 흐름을 이끈 이들은
냈는지에 성패가 달려 있었다. 주4 국립중앙 박물관, 국립극
자본과 권력과 거리를 두려는 의식을 공유했다.주6
장, 세종문화회관, 전국의 문화회관, 독립기념관, 지방정부
일군의 건축가들은 개발을 이끌어온 토건과 분명한 선을 긋
청사, 심지어 올림픽과 월드컵 경기장 등도 한국적인 것의
고 건축의 학문적, 미학적, 경제적 영역을 확보하려 했다. 그
표상이어야 했다. 만프레도 타푸리는 경제 공황에 대처하기
러나 건설 산업이 국내 총생산의 25퍼센트에 달했던 만큼
위해서 국가 개입주의가 노골화되는 1931년 이후 현대건축
누구도 국가 주도 개발의 유혹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
은 종언을 고했다고 주장했다. 건축이 맡아야 할 이데올로
았다. 대형 설계사무소나 아틀리에 모두 토건에서 흘러나
기적 역할을 국가의 계획이 빼앗아 갔다는 분석이다. 타푸
온 자본에 기대고 있었다. 대형 설계사무소들이 전국에 똑
리는 파시즘, 스탈린주의, 케인즈주의, 복지국가 등이 개입
같이 지어진 대규모 아파트 설계로 다른 프로젝트를 수행할
하기 이전, 그러니까 양차 세계대전 사이에 섬광처럼 타올
몸집을 키웠다면, 아틀리에는 재개발과 아파트 단지에 뒤따
랐던 아방가르드를 근대 건축의 정점으로 간주한다.주5 한국
르기 마련인 근생과 교회, 문화시설 등으로 자신들의 건축
의 사정은 이와는 완전히 다르다. 아방가르드 없는 근대 건
을 실험했다. 아파트값의 지속적인 상승이 만들어낸 금융자
축이 특징이기도 하지만, 한국에서는 국가의 계획 없이는
산이 부동산 시장 전체를 떠받들었던 것이다. 단기간에 부
건축 자체가 불가능했다. 1962년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 계
를 축적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으로 자리잡은 아파트
획과 함께 본격적인 근대 건축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는 단순한 주거 건물의 한 유형이 아니었다. 여러 정치경제
아니다. 한국 근대 건축의 신화적 아버지이자 건축을 예술
적 모순에도 불구하고 아파트에 대한 비판적인 분석은 공적
1.
4.
이 글은 <Out of the Ordinary> 전시와 함께 발간된 도록 『Out of the
1967년은 일본에서 독립한 지 22년이, 큰 반발과 논란 끝에 한일기본조약(국
Ordinary: Award-winning Works by Young Korean Architects』(edited
교정상화)이 체결된 지 3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후 한국 건축에서 일본의 영
by Junghyun Park and Hyungmin Pai [Copenhagen: The Architectural
향은 가급적이면 드러내지 않아야 하는 것이었다.
WIDE - REPORT 2
2.
Publisher B, 2015], pp. 80-83)에 수록된 “Korean Architecture in the Age of Post-growth”의 한국어 버전이다. 또 이 글은 2014년 하반기 이화여자대
5.
학교에서 개최된 젊은 건축가 강연 시리즈 “10 by 200: Conversations with
Manfredo Tafuri, 『Architecture and Utopia: Design and Capitalist
Students”에 맞추어 확장된 버전으로 『건축과 사회』 (28호, 2014 특별호)에
Development』(Cambridge MA: MIT, 1976).
수록되어 있다. 런던전시는 젊은건축가상을 받은 건축가를 대상으로 했고 10 by 200 강연 시리즈는 젊은건축가상을 받은 건축가를 가급적 배제했기 때문
6.
에, 전시와 강연에 동시에 참여한 건축가는 적지만(제이와이아키텍츠가 유일
군부 정권이 주도한 대형 국가 프로젝트에 대한 반발은 1994년 개관한 ‘전쟁
하다) 두 행사 모두 최근 회자되는 ‘젊은건축가’ 현상을 중간 점검하는 계기가
기념관’을 둘러싼 기묘한 논쟁을 낳았다. 일군의 건축가들은 전쟁을 기념하는
되었다.
것이 윤리적으로 타당한지를 물으며 전쟁기념관 프로젝트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서는 『4.3그룹 구술집』 (마티, 2014) ‘이성관 편’을 참조하시오. 한편 박정
2.
희 정권 시절 시국 사범을 감금하고 고문하기 위한 건물을 설계한 이가 김수근
이종건, 『건축 없는 국가』 (간향, 2013); 이상헌, 『대한민국에 건축은 없다』 (효
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재평가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는 조한, 『서
형출판, 2013)
울, 공간의 기억, 기억의 공간』 (돌베개, 2013), 216-231쪽.
3. “~이 없다”는 누구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따져 물으면 실제로는 없거나 그 존재가 미미하다는 역설적인 표현이다. 이 표현은 한국 출판계에서 널리 쓰 이는데, 그 시작은 전여옥의 『일본은 없다』(지식공작소, 2003)이다. 이 책은 백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였으나 표절로 판정난다. 저자 전여옥은 이 책 을 통해 인지도를 쌓은 후 친일 성향이 강한 보수당 국회의원이 되는 데 성공 한다.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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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담론으로 부상되지 않았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재산
원하는가’ 토론회에 따르면, 20-34세 청년층이 바라는 미래
증식의 장이자 욕망과 질시의 대상이었기에 함부로 말할 수
상은 ‘지속적인 경제성장’ (23퍼센트 응답)이 아니다. 이들
없는 숭고한 대상sublime object이었다. 아파트값은 너무 올라
이 바라는 것은 ‘붕괴, 새로운 시작’(42퍼센트 응답)이다.주9
도 문제였고, 안 올라도 문제였다. 90년대 이후 한국의 정치
경제성장의 둔화, 건설 시장의 축소, 부동산 가격의 하락 등
는 아파트 공급량과 값을 어떻게 조절했는지에 달려 있었다
의 영향은 젊은 건축가들의 작업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아
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주7 한국의 아파트에 대한 포괄적인
파트가 더 이상 자산을 묶어두는 거대한 저수지가 되지 못
분석과 비판이 한국인이 아닌 프랑스 사회학자에 의해 나온
하자 다른 주거 유형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수백만 채의 아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파트에도 불구하고 평면 유형은 표준화된 몇 개에 불과할
WIDE - REPORT 2
만큼 아파트 유니트는 획일화되어 있었다. 생활의 획일화와 3.
몰개성을 부동산 시장에서의 보편성과 환금성이 보상해주
아파트의 신화는 IMF위기의 파고도 극복하고 이어지다
는 식이었다. 이 평형 관계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걸
2010년 언저리에 이르러서야 와해되기 시작한다. 세계금융
깨달아도 다른 대안은 쉽게 부상하지 않았다. 서울시에는
위기의 여파가 한국의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한국경제
중산층이 구입할 수 있는 단독주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
가 고도 성장을 멈추기 시작하는 시점, 더 정확히 말하면 국
을 뿐 아니라, 아파트를 처분해야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기
가의 성장이 가계의 소득으로 이어지지 않는 시점이었다.
에 주택을 신축할 때까지의 기간도 큰 문제였다. 아파트를
정점에서 추락하기 시작한 아파트값은 반등할 기미를 보이
떠나기 위해서는 여러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했다. 이에
지 않았고 기존의 도시를 밀어내고 백지 위에서 시작하는
대한 해법으로 부상한 것이 공사기간이 비교적 짧은 2 by 6
재개발이 점차 효력을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시각에 따라
경량 목구조를 이용한 주택이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수도권
선순환과 악순환을 오가는 개발-아파트-건축의 매듭이 헐
신도시 택지 지구에는 천여 채의 경량 목조 주택이 들어섰
거워진 시점, 거시적인 상황의 변화를 직감한 이들이 나타
다.주10 경량 목조 주택 없이는 사무실을 운영할 수 없을 만
났다. 한국에서 젊은 건축가가 새로운 세대로 호명되기 시
큼 젊은 건축가들의 주요 프로젝트로 떠 올랐다. 아파트의
작하는 때는 정확히 이 지점이다.
환금성 대신 마당과 다락방을 선택한 30-40대 중산층 젊은
근대 건축의 역사가 짧았기에 1960년대 한국에는 ‘늙은’ 건
건축주들은 젊은 건축가들과 함께 새로운 주택 유형을 만들
축가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국회의사당 설계경기에
어내고 있는 중이다. 성장의 둔화가 역설적으로 한국사회에
서 수상하고 실시 설계에 참여한 건축가들 역시 당시 3-40
건축의 다양성을 가져왔다.
대에 불과했다. 또 20여년 전 일군의 3-40대 건축가들은 어
최근의 현상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한국 사회 전반에 걸
느 때보다 분명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아무도 이들을 당
쳐 ‘건축’이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JYA의 저소득층 주
시에 딱히 ‘젊은 건축가’라고 부르지 않았다. 2010년 이후
거 지원 사업, 순대국밥집, 합기도장은 말할 것도 없고, 수도
젊은 건축가들을 호명하는 양상은 그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
권 신도시와 전국의 소형 주택과 주차장 건물, 한강의 연결
다. 한국의 근대화 과정과 생애가 완전히 일치하는 1930년
통로 역시 예전에는 건축가의 일이 아니었다. 집장사, 건설
성장이었다.주
업자나 토목이 최소한의 기능만을 해결하면 그만이었던 일
1950년대에 태어나 1990년 전후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
들이 건축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스펙터클과 기념비가
한 건축가들은 민주화 이후의 한국에서 건축의 순수성과 자
아닌 일상에서 건축을 발견하기 시작한 대중이 처음으로 건
율성을 탐색하며 문화적 헤게모니를 장악해나갔다. 암중모
축가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건축의 역할이 무엇인지
색과 머뭇거림이 없지 않았으나 이들의 젊음은 패기를 뽐냈
를 깨닫고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건축과 건축이 아닌 것
고 앞으로 펼쳐질 시대가 자신들의 것이 되리라고 확신했
사이의 경계가 재설정되고 있다. 이 경계를 탐험하는 이들
다. 급변한 한국 현대사의 부침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엇갈
이 한국의 젊은 건축가들이다. 경제적 이유로 건축가를 찾
리기도 했지만 이들은 여전히 ‘성장하는 시대’의 감수성을
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이들을 만나기도 하고, 미술관과 공
지니고 있었다.
공 미술의 현장에서 대중과 교류하고 있다. 90년대 4.3그룹
이와 달리 최근의 젊은 건축가들은 더 이상 인구는 늘고 경
이 자본과 이념에 때묻지 않은 건축의 영역을 확보하려 했
제는 성장하고 아파트 값은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
다면 지금의 젊은 건축가들은 이 영역을 확대하는 중이다.
다. 한국의 현대사에서 단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던 일, 즉
물론 젊은 건축가들이 처한 환경과 전략이 동일하지는 않
모든 것이 줄어들 일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는 정서다. 최근
다. 그들의 작업을 외부 조건의 변화로 모두 설명할 수 있는
KAIST 미래전략대락원이 주최한 ‘한국인은 어떤 미래를
것도 아니다. 실제로 이번 전시에 참여한 9팀 사이에도 상당
대생 건축가들에게 개인의 성장은 곧 국가의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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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 REPORT
한 편차가 존재한다. 이 글은 이 편차가 2011년을 기점으로 생긴다고 주장한다. 2011년 이후 한국 사회가 돌이킬 수 없 이 변했다는 것이 아니라, 젊은 건축가들이 호명하는 방식 이 달라졌다는 말이다. 어쩌면 이 방식을 통해 거시적 징후 가 더 명확하게 드러나는지도 모른다. 담론의 구도가 세대 를 중심으로 짜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영화 번역가들은 이 제 아키텍트를 건축가로 옮길까? 또 한국에는 이제 건축이 존재하게 된 것일까? 두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부정적이 다. <매트릭스>나 <인셉션>의 예처럼 창조자에 버금가는 이 를 건축가로 옮기는 데는 여전히 주저할 지 모른다. 한국에 서 건축은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지 못한 채 여전히 엔지 니어와 인문학 사이에 끼어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한국 에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건축가를 일상 속에서 만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어느 때보다 많은 건축가들이 배출되고 있다. 불안정한 경제 상황과 급격한 인구 변동 속 에서 이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지만, 젊은 건축 가들의 작업은 한국 사회에서 건축이라는 기표에 새로운 의 미의 덧붙이고 있다. 한국 건축의 세대 변동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WIDE - REPORT 2
7. 대표적인 사례 두 가지를 꼽자면, 마지막 군인 출신 대통령이었던 노태우는 주 택 200만호 건설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를 5년 임기 동안 달성했다. 반 면 역대 가장 진보적인 대통령이라고 평가받는 노무현은 선거 전 공약이었던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를 당선 후 철폐해 큰 비난에 직면했다. 노무현 집권기 는 아파트 값이 가장 크게 오른 시기다. 8. 중대형설계사무소의 설립자인 30년대생 건축가들의 인생은 한국 근대화의 건 축편 그 자체다. 이들의 생애에 관한 대표적인 자료로는 『김정식 구술집』 (마 티, 2013), 『윤승중 구술집』 (마티, 2014), 『건축 속에 그려진 전문가의 반세기: 범건축 강기세 회장의 자전적 에세이』 (세계로 미디어, 2004) 등이 있다. 9. 미래를 전혀 낙관하지 못하는 것은 한국의 젊은 층이 느끼는 일반적인 위기감 이다. 5-60대는 대개 젊은 세대의 무기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내일이 오늘 과 같거나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한 세대가 공유하기는 지금이 처음이다. 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여러 위기의 징후 가운데 가장 치명적이다. 지금의 출산 율이 이어질 경우 2750년이면 한국의 인구는 완전히 소멸한다. 10. 경량 목조 주택이 인기를 끌게 된 결정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는 한국에서 거의 유일한 일간지 건축전문 기자였던 구본준과 건축가 이현욱이 함께 쓴 『두남자 의 집짓기』(마티, 2012)이다. 땅을 선택하고 집을 짓는 전 과정을 기록한 이 책 은 신문, 잡지, 방송 등 거의 모든 매체로부터 집중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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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 디스커션 Panel Discussion
진행
플로리안 베이겔(Florian Beigel, 건축가)
비키 리차드슨(Vicky Richardson, Director
필립 크리스토(Philip Christou, Co-Director
of Architecture, Design and Fashion at
of the Architecture Research Unit)
the British Council)
엘리스 우드먼(Ellis Woodman, 건축평론가)
Generation A: What it means to
패널
이 글은 2015년 2월 7일 2시부터 4시까지 런던
be a young architect in Korea and
박정현(어소시에이트 큐레이터, 건축평론가)
메트로폴리탄대학교 건축학과(Cass Faculty
전숙희(와이즈건축)
of Art, Architecture and Design) 2층 홀에
신혜원(로컬디자인)
서 열린 패널 토론을 요약한 것이다.
한국과 영국의 젊은 건축가, ‘젊음’의 조건은 무엇인가
the UK. Is it possible to identify a specific condition of being ‘young’ in architecture?
스테파니 로즈Stefanie Rhodes, Gatti Routh Rhodes Architects)
비키 리차드슨: 오늘 우리는 ‘영국과 한국의 젊
비키 리차드슨: 주제를 설정해 줘서 감사합니
은 우리가 그 전문성에 대해 비평할수록 존재
은 건축가’ 토론을 위해 흥미로운 사람들을 모
다. 우선 영국 건축평론가 엘리스 우드먼에게 묻
가 점점 어려워질 것입니다. 작년 골드스미스
셨습니다. 이 토론은 이번 전시 디렉터인 배형민
겠습니다. 오늘날 영국에서 젊은 건축가의 의미
대학교 신축 프로젝트가 제게 흥미로웠던 것
교수가 기획했는데, 그는 영국의 상황을 고려하
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저에게 젊은 건축
은 어떻게 그 세대가 향후 5~10년 동안 그것을
고 영국에서 젊은 건축가들이 아이디어를 어떻
가는 일종의 카테고리이고, 하나의 새로운 아이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고, 특히
게 발전시키는지를 들여다보면, 한국이 배울 것
디어입니다. 그렇다면 영국에서는 이 카테고리
그들이 현재 도시 분야와 협업하고 다른 규모의
이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가 어떻게 적용될까요?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모든
WIDE - REPORT 2
영국이 한국의 경험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
70
작업들은 도시 계획, 특히 공공 공간과 깊게 관
을 것으로 봅니다. 저는 우선 이번 전시의 어소
엘리스 우드먼: 영국의 젊은 건축가들이 몇십
련이 있습니다. 하지만 영국은 이러한 도시 디자
시에이트 큐레이터인 박정현에게 묻고 싶습니
년 동안 겪었던 상황은 매우 다릅니다. 영국에서
인 개념에서 점차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다. 이 전시는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친 이후의
건축가들은 40세가 될 때까지 상당한 규모의 건
개별 건물의 규모를 넘어서서 생각해야 합니다.
한국 이야기이고 한국 건축 전체 구조에 관한
물을 짓는 것이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우리는
이야기입니다. 한국 건축에서 새로운 방법의 작
영국의 젊은 건축가들이 외국에서 대다수의 흥
비키 리차드슨: 다음으로 건축가 신혜원의 이
업을 야기시킨 요인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미로운 작업을 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일례로
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저는 도록에 실린 에세이
제임스 스털링, 자하 하디드, 리차드 로저스 등
에서 당신이 건축가로서 협업을 통해 현재적인
박정현: 2008년부터 한국 젊은건축가상이 시작
을 들 수 있는데, 그들은 성장해서 다시 영국으
어떤 것을 표현한다고 썼습니다. 이것은 지금 젊
됐습니다. 공교롭게도 2008년은 세계 금융위기
로 돌아왔습니다. 한국은 더욱 더 그러하겠지만,
은 세대들의 중요한 움직임인 것 같습니다. 작업
가 닥친 해입니다. 우리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
영국은 젊은 건축가에게 중요한 무대를 제공해
과 함께 이와 관련한 얘기를 해주십시오.
서 전 세계에 걸쳐 젊은 건축가 현상은 공통적
주고 자신감을 키워주는 방식으로 재능 있는 사
인 것이지만 한국의 특수성은 어떤 것인가를 밝
람을 성공적으로 찾아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
신혜원: 한국에서 회사를 차렸던 2006년 상황
히는 데 주목했습니다. 각 시대마다 젊은 건축가
게 함으로써 디벨로퍼나 다른 클라이언트들에
이 전시와 그대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사실
들은 늘 존재하는데, 지금 한국에서 젊은 건축가
게 믿음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유럽 안에서도
한강 프로젝트의 일환인 ‘통행로’ 작업은 젊은
들이 호출되는 양상을 보면, 그들의 작업이 특별
특히 런던은 이러한 모델에 익숙합니다. 젊은 건
세대의 프로젝트입니다. 이 작업은 기반시설에
하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1960년대 한국에서는
축가들은 졸업 후 5년, 10년, 15년 동안 건축에
관한 것이자, 서비스 디자인 혹은 공공 디자인
국회의사당을 30~40대 건축가가 설계했습니다.
대해 좀더 특별한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한국
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공원이나 설치 프로젝
1990년대도 4.3그룹 같은 젊은 건축가들이 한
에서는 건축가들이 빨리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트와 같은 예술 작업 등은 사회 커뮤니티 프로
국에서 처음으로 건축의 자율성을 주장하면서
공공 프로젝트를 제공해 줍니다. 영국에서는 그
젝트와 관련 있습니다.
큰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들을 젊
런 종류의 메카니즘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한때 젊은 건축가들은 파주와 헤이리에서 건축
은 건축가라 부르지 않았고 그들 역시 스스로를
제 생각에 명백한 공통의 이슈는 ‘동일한 관심’
프로젝트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젊은 건축가들
젊은 건축가라고 여기지 않았습니다. 최근에 젊
인 것 같습니다. 이것은 실질적인 집합 형태의
이 파주와 헤이리에서 첫 번째 건축 프로젝트
은 건축가들을 호출하는 한 가지 방식은 지금까
스튜디오를 만들어 작업을 엮어냅니다. 많은 건
를 한다는 것은 매우 좋은 여건이었습니다. 저
지 한국에서 건축가들이 작업하지 않았던 영역
축가들이 회사에서 10년씩 일하려고 하지 않지
도 헤이리 가이드 라인을 만드는 작업을 도운
들을 주로 다루는 이들을 일컫는 것입니다. 이번
요. 종종 배움과 훈련은 그 자체로서 프로젝트가
적이 있습니다만, 당시 활동하던 젊은 건축가,
전시에서 볼 수 있듯 아주 제한된 예산으로 한
됩니다. 이러한 작업들은 도시 공공 공간에서 찾
즉 제 바로 이전 세대들은 지금 가장 성공적인
작업들, 전시 같은 건축 외의 작업들을 동시에
을 수 있고, 결과물을 떠나 작업 자체가 즐거움
건축가 되었습니다. 다음 세대인 우리는 우리
하는 사람을 젊은 건축가로 호출하는 경우가 많
이란 가치를 지니곤 합니다.
만의 방법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습니다. 저는 이들 젊은 건축가들과 함께 한국에
커뮤니티와 함께하는 사회 참여적 작업들이 기
경제위기가 모든 면에서 이슈였고, 우리는 한
서는 건축이라는 단어가 새롭게 정의되는 현상
본적인 프로젝트입니다. 내가 묻고 싶은 것은 다
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중 하나인 ‘통행로’ 프로
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 세대입니다. 공동 작업이라는 비즈니스 모델
젝트라는, 좀 작은 활동을 하면서 뭔가를 모색
WIDE – REPORT
해야 했습니다. 물론 새로운 공공 영역으로 들어
업계에 불어넣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는 방법을 찾는 것은 매우 힘들었습니다. 작업
박정현 큐레이터가 언급했듯이, 이전 세대들은 파주 출판단지에서 건축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을 분담하여 3개월 안에 25개의 터널을 리노베
비키 리차드슨: 건축가 전숙희에게 질문하고 싶
스스로 젊은 건축가라고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
이션해야만 했습니다. 발주처가 기대했던 것은
습니다. 정말로 자신이 젊은 건축가라고 생각하
때 부코디네이터로 활동했던 건축가 김영준을
아마도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5개의 유형
나요? 이번 전시는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와이
기억합니다. 아주 놀랍게도 그는 당시 30대 후
이었던 것 같습니다.
즈건축은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을 지었고 몇
반이었고, 스스로를 젊은 건축가로 전혀 생각하
그들은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타
몇 주택 프로젝트와 <ABC사옥> 등을 설계했습
지 않았습니다. 저는 우리 세대에 더 많은 가능
일을 디자인하던가 색채를 계획할 것이라고 생
니다. 반면 영국의 젊은 건축가들은 개인 주택이
성이 있다고 봅니다.
각했습니다. 우리는 협업과 분업을 통해 모두 다
나 부엌 등을 다른 스케일로 확장시키는 것 같은
르지만 좋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방
임시적인 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에서
비키 리차드슨: 이번에는 스테파니 로즈에게
법을 제공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젊은 건축가가 하는 일의 범위가 궁금합니다.
마이크를 넘기겠습니다. 작고 새로운 작업 경험
이로써 더 많은 아틀리에가 참여하게 되었습니
에 대해 얘기해 줄 수 있을까요? 영국의 트렌드
다. 저는 우리 세대가 협업을 통해 작업하는 것
전숙희: 큐레이터팀과 건축가 9팀이 처음 모였
는 기계적으로 큰 규모의 계획들에 참여하면서
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서울시
을 때, 우리가 정말 젊은 건축가인지 토론을 했
일을 늘려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와 공공 건축가들의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습
습니다. 저는 마흔 살입니다. 그리고 젊은 건축
니다. 사람들은 점점 작은 프로젝트와 공공 프로
가로서 지금 런던에 있습니다. 이것은 정말 환
스테파니 로즈: 저희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기
젝트를 다룹니다. 수익성은 없지만 분명히 기회
상적입니다. 왜냐하면 40대가 여전히 젊은 건축
때문에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떤 회
는 있습니다. 또 더 많은 공모전이 우리 세대들
가로 불리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사들은 몇년 동안 공공 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
을 위해 나오고 있습니다.
젊은 건축가로 부르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저는
는 것 같습니다. 소규모 작업들이 없으면, 젊은 건축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석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MoMA 디렉터는 다
이러한 현상들은 지난 2~3년 동안 일어났습니
마이크를 넘기겠습니다. 저는 일종의 젊은 건축
른 연령대의 다섯 건축가를 초대했습니다. 그들
다. 여전히 일을 찾는 것이 어렵습니다. 대부분
가라는 카테고리에 관심이 많은데, 꽤 좋은 주제
중 한 명은 40대로 건축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
매우 큰 건축주들이고 리스크도 큽니다. 우리는
인 것 같습니다. 지금 많은 젊은 건축가들이 졸
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는 가장 어린 건축가
어떻게 일을 얻을 것인지, 작업들(경험)을 어떻
업과 동시에 비즈니스를 배우고자 합니다.
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게 보여줄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와 같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필립 크리스토: 저는 무엇보다 4.3그룹의 활동
제 경력은 한국에서 꽤 전형적입니다. 개인 작
비키 리차드슨: 플로리안 베이겔을 소개하자면
이 생각납니다. 제가 1994년 처음 초대되어 같
업을 하기까지는 총 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는
그는 영국에서 유명한 실무자로 지난 20년 동안
이 작업할 때 4.3그룹은 전시회를 했었습니다.
데, 그 기간 동안 저는 세 번의 경제 위기를 겪었
한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전시를 개최하
그들은 지금 성공한 건축가들이고 한국에서 매
습니다. 제가 학교를 졸업하던 해에 한국은 IMF
는 등 많은 교류를 했습니다. 플로리안, 한국에
우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당시 그들은 프로젝
금융위기를 겪었습니다. 당시 졸업생들은 직업
서 일한 경험에 비추어 이곳과 다른 점을 말해
트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전시를 기획하기도 했
을 구하기 어려웠고 건축사무실 설립의 기회마
줄 수 있을까요?
습니다. 스스로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한 도전이
저 거의 없었습니다. 운 좋게도 저는 승효상의
었고 동시에 혁신이었습니다.
이로재에서 일할 수 있었고, 미국으로 가기 전 3
필립 크리스토(플로리안 베이겔을 대신해서):
그들은 또한 학생들을 위한 여름학교도 열었습
년 동안 그곳에서 인턴십을 했습니다. 또 미국
영국과 한국의 건축, 그리고 건축 환경은 매우
니다. 한국을 여행하면서 한국 건축에 대해 소개
에서는 9.11테러를 겪었고, 이후 직업이 없다가
다릅니다. 영국의 건축가들은 건설 현장에서 실
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여름학교는 건
다른 회사에서 5~6년 동안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수가 발생하면 그것을 반드시 건축가가 바로잡
축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얻었습니다. 하지만 2008년 더 큰 경제 위기와
아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시
당시 그들은 젊고 전문적인 건축가로서 스스로
맞닥뜨렸습니다. 개인 작업을 시작하던 시기였
공자가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국에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또한 업계에 새로운 분위
습니다. 주방, 목욕실 또는 펜트 하우스 같은 부
서는 젊은 건축가들을 고용하는 것이 리스크가
기,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는 것도 그들의 역할이
분 작업들로 시작했지만, 저는 다른 기회를 잡았
더 적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디자인을 하고 시
었습니다.
습니다. 중간 시장이 있습니다.
공자와 협상을 합니다. 그리고 시공자가 예스인
1998년에는 아시아 경제 위기가 있었고 한국은
영국에 노먼 포스터, 자하 하디드처럼 많은 직원
지 노인지 결정합니다. 건축업계에서 일종의 룰
IMF를 겪었습니다. 이로 인해 건축가들의 일이
을 가진 큰 회사들과, 5~10명 정도가 모여 작업
입니다. 우리가 한국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이
하루 아침에 사라졌습니다. 어떤 건축가도 일하
하는 아틀리에가 공존하는 것처럼 한국도 마찬
아닐까 합니다.
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파주출판도시가
가지입니다. 삼우와 희림 같은 건축회사들에는
계획됐습니다. 그것은 다른 많은 건축가들을 초
300~500명의 직원이 있습니다. 굉장히 많은 작
비키 리차드슨: 이번 전시에서 실험적인 기술
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파주에는 출
업을 하지요. 그러나 동시에 한국에는 두터운 젊
을 사용하여 실제로 거의 시공자의 역할을 한
판사 건물과 개인 건물이 많이 계획되었기 때문
은 건축가 층이 있습니다. 그들은 저희처럼 작은
건축가들을 볼 수 있습니다. 조호건축이 수작업
입니다. 그들은 젊은 건축가들을 장려했고 그들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만 최근 건물을 지을 수 있
으로 조립한 건축이 그 사례입니다. 또 메탈을
에게 기회를 주었습니다. 제 관점에서 젊은 건축
는 기회를 갖기도 합니다. 상당히 좋은 퀄리티의
접어파사드를만든 JYA건축의 작업도 있습니다.
가들의 역할은 새로운 삶과 새로운 공기를 건축
작업들을 해냅니다.
WIDE - REPORT 2
2006년도에 뉴욕에서 개최됐던 심포지엄에 참 비키 리차드슨: 이번에는 필립 크리스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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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4 | Wide AR no.44
박정현: 오우재, JYA, 조호건축 등의 작업은 이
젊은 건축가가 당시 큰 프로젝트를 디자인할 수
전의 건축가들이 잘 하지 않았던 프로젝트입니
있도록 도왔습니다.
대했었습니다. 청중 2: 변화, 기대, 열망…. 사람들이 집을 떠
다. 신도시의 주차장을 건축가들이 맡아 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 일을 맡아서 건설업자와 어떻게
신혜원: 한국에서는 도대체 왜 우리가 좋은 퀄
나지 않는 건 떠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세
다르게 할지 노력하는 과정에서 지금의 결과들
리티가 아닌 집에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아무도
상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없습니다.
이 나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지금 추구 하고 싶은 것입니다. 우리는 유교 문화가 여전히
비키 리차드슨: 만약 젊은 건축가들이 큰 프로
플로리안 베이겔: 그런데, 오늘 건축의 퀄리티
팽배한 한국사회에서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젝트를 할 수 있다면, 그들은 그 작업을 할 것인
에 대한 얘기는 없습니다. 특히 건축의 예술성에
것을 비평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형 사무소들은
지 아니면 여전히 작은 프로젝트들을 더 즐겁게
대해 말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설명해 줄 수 있
좋은 건축에 도전하고 선도해 나가야 합니다. 또
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한국 젊은 건축가들이 규
을까요?
우리는 그들이 설계한 큰 규모의 작업에 대해
모가 큰 건물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갖는지요?
비평적으로 토론해야 합니다. 신혜원: 그 차이는 아마도 다음과 같은 이유 때
박정현: 관심들이야 있겠지요. 하지만 그런 기
문입니다. 저의 부여하우스나 JYA의 프로젝트
로버트 뮬(메트로폴리탄대학교 건축대학 학장)
회가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한국의 대형 프
경우는 제한적인 예산으로 작업해야만 하는 불
: 젊은 건축가들의 설명이 흥미로웠습니다. 모두
로젝트들은 거의 다 정부 주도의 개발사업이었
가피한 상황을 헤쳐나가야 했습니다. 건물을 건
작은 것, 호전성에 관한 것이고 이것은 또 다른
습니다.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두 자리수 이상
축가의 작업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했습니다.
책임과 관련된 것입니다. 아키그램 같은 과거의
오를 때 가능했던 일입니다. 이번 전시의 인포그
JYA는 에어캡 같은 재료를 사용했는데, 비록 우
젊은 세대들은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도 기존의
래픽을 잘 보시길 바랍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
리가 겨울에 단열을 위해 유리창에 이것을 붙이
건축 담론을 뛰어넘는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한
장 빨리 늙어가는 국가이고 인구는 앞으로도 급
기도 하지만 건축 재료는 아니었습니다. 이 재료
국의 젊은 건축가들은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격히 줄 것이기 때문에 대규모 개발사업은 이제
를 지붕에 사용한 것은 정말 획기적인 일입니다.
궁금합니다.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청중 1: 영국에서 젊은 건축가들은 오랜 기간
필립 크리스토: 큰 회사의 체계적인 시스템 안
동안 공격을 받았습니다. 아마도 우리는 문화의
에서 일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여기서 크다
플로리안 베이겔: 사실 이 작고 싼 것들이 아주
관점에서 건축을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는 의미는 100~500명 정도의 직원이 있는 회사
큰 효과를 내는 것은 아주 좋습니다. 더욱이 작
저는 영국에서 어떠한 순간에도 도전하는 젊은
를 말합니다. 프로젝트를 할 때 문화에 대한 꿈
은 요소들이 주변과 긴밀한 맥락을 맺는 게 무
건축가들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남미, 아
을 꾸면서 현실적인 작업을 하는 것은 어렵습니
것poetic
프리카, 멕시코 아마도 한국은 매우 다른 환경
다. 영국과 한국이 잃은 것은 재미라고 생각합니
을 갖고 있습니다. 20~30대의 건축가들은 프로
다. 한국 공간그룹의 김수근은 건축가였고 한국
젝트를 꽤 즐겁게 작업합니다. 그리고 더 안전한
의 문화 대사였습니다. 그는 훌륭한 건축가였을
엘리스 우드먼: 젊은 건축가들에게는 여전히
스튜디오를 설립하기를 원하고, 더 큰 작업을 지
뿐 아니라 문화를 다루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것
도전이란 측면이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끊임없
속적인 방법으로 찾기를 원합니다. 이것은 정말
은 교육입니다. 그는 잡지를 만들어 공간을 공부
이 만드는 일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요?
흥미로운 일이지만 영국에서 어떻게 지속적으
했고, 좀더 넓은 영역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저
좀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면서도 가능한한
WIDE - REPORT 2
최상의 퀄리티가 나오도록 노력합니다.
척 매력적입니다. 이것이 바로 시적인 입니다.
로 작업을 할 것인지 의문입니다. 만약 할 수 없
는 건축가 승효상이 그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스테파니 로즈: 이것은 제 관점인데, 런던은 실
다면 영국 건축가들은 외국으로 나가야 합니다.
서 이러한 김수근의 방법을 전통적으로 이어가
험적이더라도 생산적이지 않으면 자유롭지 못
왜냐하면 자하 하디드는 재미있게 작업을 했고,
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승효상은 중간 시장인 파
한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재정적인 부
멕시코도 즐겁게 그녀에게 일을 주었습니다. 왜
주마을 프로젝트를 만들었고 그는 젊은 건축가
분은 정말 어렵습니다.
영국에서만 작업을 해야 하나요?
들에게 기회를 주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 은 정치적인 쇼케이스가 아니라 사람들을 끌어
비키 리차드슨: 사실 젊은 건축가들이 회사를
비키 라치드슨: 왜 젊은 사람들이 공격받았다
모으는 것이었습니다. 이전 세대는 젊은 건축가
차리는 것은 열정적인 일이지만, 간혹 독단적으
고 생각하는지요?
들을 도우면서 대형 회사들이 잃어버린 것을 다
로 보이기도 한다는 면에서 조금 걱정이 됩니
시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다. 그들은 수입을 보충하기 위해 힘들게 강의
청중 1: 건축학교를 졸업하면 죽을 때까지 사
등을 해야 합니다. 도시에 잠재적으로 영향을 미
용할 파운드를 벌어야 합니다. 졸업 후 일을 구
비키 리차드슨: 다른 관점으로 이 주제를 바라
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가진 큰 회사들은 어떤
하지 못하면 어디에서도 살 수가 없습니다. 이러
보면서 토론에 임해 준 패널들에게 감사합니다.
가요? 마스터 플래닝 프로젝트, 아파트, 사무실
한 것들이 독립한 젊은 전문가들을 힘들게 합니
빌딩을 다루는 큰 사무실에서 젊고 유능한 사람
다. 70년대와는 달라요.
정리 이근혜
에는 여전히 큰 규모의 집을 건축하는 계획들
비키 리차드슨: 이것은 매우 재미있는 주제입
이근혜는 런던예술대학교 첼시 칼리지에서 “Developing
이 있었고, 구세대가 젊은 세대들을 지지해주는
니다. 젊은 세대들은 변화, 기대, 열망이 아마도
멘토쉽이 있었습니다. 젊고 유능한 건축가들에
키워드인 것 같습니다. 저는 18살 때 집에서 행
게 신뢰를 얻은 기성 건축가들이 있었고, 그들은
복하게 있는 것보다 집을 떠나서 사는 것을 기
들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1960년대, 1970년대
72
space design through ‘smart’ materials:How everyday repetition reflects on space design within a Korean contemporary context’로 박사 과정 중에 있다.
WIDE – REPORT
세계 건축 속의 한국 건축 배형민 Out of the Ordinary 큐레이터,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1.
이미 준비를 시작했던 전시다. 그는 남미를 여러 번 방문했
2009년 가을 당시 뉴욕 MoMA의 건축 수석 큐레이터였
고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있었다. 1955년 MoMA에서 개최 되었던 남미 건축전의 60주년을 겨냥하여 5년 이상의 기획
추 아트 소사이어티 후원으로 이루어진 건축 투어를 기획하
기간을 두고 준비했고, 버그돌이 MoMA를 공식적으로 떠난
고 또 동행하면서 그를 알게 되었다. 투어에서 찾아갔던 수
2년 후에 전시가 개최된다.
백당(승효상)과 자하재(김영준)의 모형을 MoMA 컬렉션
MoMA의 일화에서 보듯이 “한국” 건축이든 “브라질” 건축
에 갖고 들어갈 만큼 이를 계기로 한국 건축에 대한 관심이
이든 언제나 타자와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MoMA
분명해졌다. 최근에는 한국에 있는 외국 건축가의 작품으로
는 특히 긴 호흡으로 전시 준비를 하고, 보수적이고 자기(서
OMA의 도곡동 타워 프로젝트, 안양공공미술프로젝트에
구)중심적으로 바깥 세계를 바라보는 조직이다. 크고 작은
설치되었던 LOT-EK의 오픈스쿨, SOIL의 국제 갤러리 신
사건, 짧고 긴 시간의 리듬, 다양한 주체들이 만드는 관계가
관 모형이 MoMA 컬렉션에 들어갔고, 곧 매스스터디스의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규정되는 것이다.
제주 다음사옥 모형이 들어간다.
한국 건축이 이 지점까지 온 것도 반세기 동안 커다란 변화
한국을 처음 방문했던 당시 버그돌이 바로 성사시키고 싶
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 속에서 한국 건축을 이야기하
었던 프로젝트가 YAP 코리아였다. 이듬해 국립현대미술관
기 시작한 것은 이제 20년 정도 되었다. 90년대 이전의 한국
서울관의 설계안들을 심사하면서 그곳이 YAP 코리아의 개
은 외부 세계로부터 폐쇄된 사회였다. 해외에서 일정한 인
최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을 수도 있다. 버그
지도를 가진 건축가는 김수근 밖에 없었고 주로 일본의 시
돌은 2013년 갑작스럽게 수석 큐레이터직을 그만두었지만
선에 한정되어 있었다. 김수근이 활동했던 시기의 가장 중
한국에 대한 그의 관심은 국립현대미술관과 MoMA가 공
요한 담론이 한국성과 전통이었다. 1967년 부여박물관 왜색
동으로 주최하는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AP)이 만들어지
논쟁에서부터 최순우와의 만남, 그리고 이를 계기로 한국미
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그런데, 수백당과 자하재를
를 발견했다는 이야기는 전설로 전해져 온다. 이러한 한국
MoMA 컬렉션으로 갖고 들어가고 YAP 코리아를 진행하
미는 적어도 일제 강점기에서부터 형성되었던 담론의 세계,
면서 그가 “한국성”을 논하는 것을 나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야나기 무네요시가 규정했던 한국미가 고유섭, 최순우를 거
MoMA가 건축 전시를 기획하는 방식에 대해 버그돌과 이
쳐 김수근에게까지 전해져 온 것이다. 에드워드 사이드가
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MoMA에서 한국 현대건축전이
『오리엔탈리즘』에서 주장했듯이 타자의 눈이 자기 규정의
개최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본 적이
일부가 된 것이다. 인식의 관계는 진실과 거짓의 문제가 아
있었다. 한국 건축에 대한 풍부한 책과 자료라고 아주 간단
니라 권력 구조의 문제이고 입장과 실천의 문제이다.
WIDE - REPORT 2
한국을 처음 방문하였다. 청
던 베리
버그돌Barry Bergdoll이
하게 대답했다. 한 명의 큐레이터(그의 영향력이 아무리 크 더라도)의 확신과 경험, 그리고 유명한 한두 명의 건축가의
2.
존재만으로 전시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 버그돌의 설명
1990년대 이후 한국 건축의 안과 밖이 바뀌기 시작한다. 서
이었다. 한국 건축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술관장에서
비스 시장이 개방되면서 성장하는 국내 건축 시장에외국 설
부터 큐레이터진이 폭넓게 한국 건축에 대한 이해를 공유
계사무소들이 본격적으로 진입하였다. 시장 개방 초창기 부
하기 위해서 좋은 (영문) 책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
동산 활황기에 외국 건축가들은 한국을 기회의 땅으로 보았
시 말해서 건축전시를 향한 과정은 오랜 시간의 학습이 필
을 것이다. 비즈니스 상대로, 그리고 로컬 아키텍트를 콘트
요하다는 것이다. 전시 주제에 대한 MoMA 내부의 이해가
롤하는 데에는 관심이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이것을 한국 건
충분하지 않으면 전시가 성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축에 대한 관심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외국 건축사무소 또
전혀 과장이 아니다. 며칠 후 MoMA에서 대규모 남미 현
한 대부분 기업형이어서 건축 담론 생산자로서 가지는 역
대건축전 <Latin America in Construction: Architecture
량도 전혀 없었다. 다른 한편, 9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전시
1955–1980> 이 열린다. 버그돌이 한국을 처음 방문할 당시
를 통해 한국 건축을 해외 무대에 내보일 기회가 하나씩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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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4 | Wide AR no.44
들어지기 시작한다. 동경 갤러리 마에서 김수근전과 한국의 젊은 건축가(김인철, 조성룡, 김기석)전이 개최되었고, 1995 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이 설립됨으로써 2년마다 한 번 씩 한국 건축이 세계적인 무대에 등장할 기회가 생겼다. 2000년대에 들어와 베를린의 아에데스 갤러리에서 파주출 판도시, 승효상, 김종성, 김수근, 서울시 건축 프로젝트 전시 가 이어졌고, 펜실베니아대학교(승효상, 민현식)와 하버드 대학교 등 미국 대학에서도 한국 현대건축 전시가 열렸다. < 메가시티네트워크>를 기점으로 문화부가 매년 후원하는 해 외 전시 시리즈가 만들어져 이번 <Out of the Ordinary>전 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한국 건축과 세계 건축 간의 교감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인식의 문제는 권력의 문제라 한다면, 분명 한국 의 국력이 달라졌고 건축적인 역량이 달라졌다. 우리의 눈 과 그들의 눈이 함께 바뀐다. 한국 건축은 신비한 한국성을 간직한 대상이 아니고, 돌봐 주어야할 측은한 대상도 물론 아니며, 이제는 프로젝트의 보고 또한 아니다. 그래도 외국 의 건축가들은 관심을 갖고 한국 건축 커뮤니티와의 교류를
WIDE - REPORT 2
찾고 한국의 건축, 도시, 사회를 이해하려고 한다. 2008년 건축 시장 규모는 급격하게 줄어들었지만 한국 건 축의 생태계는 훨씬 다양해졌다. 세대 구성의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원로 건축가에서 젊은 건축가까지 모든 세대가 한 시대에 함께 활동하는 것을 처음으로 목격하고 있다. <Out of the Ordinary>전이 런던에 올라갈 수 있었던 기반이자 명분이다. 2008년을 “젊은 건축가 탄생의 해”라 하자. 문화 부가 후원하는 젊은 건축가상이 시작되었고 저성장기에 건 축을 해야 하는 새로운 경제 사회 환경이 자리 잡은 해이다. 영국은 삼십 년 전에 이미 경험했던 시대 양상이고 젊은 건 축가 육성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시도한 현장이기에, 런던 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한국 건축전으로서는 적절한 주제 다. <Out of the Ordinary>의 여러 가지 성과 중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런던의 다양한 주체들, 런던 메트로폴 리탄 대학, 전시 디자인을 한 가티 로즈Gatti Rhodes, 영국문화 원, 영국의 PR 회사 카로Caro 등과의 교감과 협업을 통해 이 루어졌다는 점이다. 주제와 조직을 공유하며 한국 건축전을 런던 커뮤니티와 함께 올린 전시라 하겠다. 2014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한국관이 황금사자상을 탈 수 있었던 것도 세 계 건축 커뮤니티 속에서 한국관을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런던의 <Out of the Ordinary>와 베니스의 <Crow’s Eye View: The Korean Peninsula> 모두 한국적인 현실을 미 화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떨쳐버린 전시다. 모두 우리 스 스로를 바라보고 남에게 나를 내보이는 지속적인 과정의 한 모멘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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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 REPORT
WIDE-REPORT 3
Heritage tomorrow project
5
헤리티지 투모로우 프로젝트 공모전 5 젊은 건축가를 위한 설계 공모전
적은 차, 나은 도시_ Less Cars, Better City 헤리티지 투모로우 : 전진홍, 최윤희 <도킹 시티> 헤리티지 스피릿 : 김대천, 한지수 <공공공장> 헤리티지 스피릿 : 조준호, 권현정 <새로운 패러다임, 반응하는 도시> 헤리티지 챌린지 : 우태식 <도심 보행 네트워크의 회복을 위한 블록 접속 장치> 헤리티지 챌린지 : 이경택, 이동희 <서울 피노키오> 심사위원 : 조민석, 박경 운영위원장 : 김봉렬 전시 : 2015.3.7-4.5 아름지기 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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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4 | Wide AR no.44
헤리티지 투모로우
도킹 시티The Docking City 전진홍, 최윤희
Up-go
Verti-go
A
B
C
SHOP
SHOP
ESCALATOR(12º~) MOVING WALK(8~12º) BARRIER-FREE RAMP(0~8º)
A _ Ai-go inserted inside a step B _ Ai-go pulled up C _ Ai-go stacked horizontally D _ Safety yellow demarcation
D
E
컨셉 적은 차, 나은 도시 | 차량 수가 줄어든
중교통 수단은 일방향 마을 버스이다.
다면, 더 나은 도시 환경이 보장될까? 어
이러한 환경에서는 근거리 이동 및 운송
찌하면 도심 내에서 차량 수를 줄일 수
수단이 자연스럽게 발달되었으며, 용도
부분, 점진적 변화 | 지역 발전의 잠재
있을까? 물론 정부의 개입으로 도로 폭
와 사용자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 이용
동력이 될 수 있는 다섯 지점을 중심으로
을 축소하거나 차량 제한을 하는 방법이
되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개인 이동수
부분 개발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며,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비포장도
단, 야쿠르트 카트, 이동식 포장마차 등
문화, 상업, 커뮤니티 시설과 함께 새로
로, 비좁은 도로, 경사지 등의 물리적 제
의 모습을 관찰, 기록하며 미래의 대체
운 주거 유형까지 등장하여 점진적으로
약으로 차량 수가 자연적으로 줄어든 곳
교통수단의 단서를 찾아본다.
변화되는 우사단로의 모습을 기대해 본 다. 서울의 구릉지가 지닌 가장 큰 가치
이 있다면? 정말 차량 수 조절만으로 더 ‘5 Go’ System | 미래의 이동수단으
인 전망과 공동체를 재발견하고, 기존 도
로 전동식 개인 스쿠터인 아이-고Ai-go,
시의 가치를 존중하며 도시적 삶의 질을
우사단로 10길 |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이를 보관하며 쉽게 설치 가능한 위-고
향상시키는 대안적 제안이 되길 바란다.
이태원 우사단로 일대는 자연발생적으
We-go를
로 생긴, 한강대로 변에 유일하게 남은
사지 계단과 언덕을 쉽게 오를 수 있는
공모전 참여 및 진행 | 초기 타이틀이었
달동네이다. 구릉지가 많은 서울의 특성
업-고Up-go, 그리고 수직적 이동이 가능
던 ‘Mobile Docking Station’은 제안하
나은 환경이 제공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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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제안하고자 한다.
제안한다. 이와 함께 가파른 경
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지만, 십여 년
한
통해 ‘5
는 다섯 가지 Go System 중 하나의 요
째 묶여 있는 재개발로 낙후된 환경, 혼
Go’ 시스템을 도입한다. 지연되는 재개
소로 포함되었고, 이는 ‘The Docking
잡한 주차 및 교통, 유휴지의 발생 등 여
발 계획으로 환경개선조차 어려워 방치
City’라는 새 타이틀을 필요로 하게 되
러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져 있다.
되는 지역에 유연한 교통시스템이 적용
었다. 내용상 크게 세 가지가 변화하는
되고, 만약 재개발이 해제되는 가정 아
데, 공간 적용 범위 및 시간 프레임의 확
이동수단 | 수많은 비좁은 골목과 언덕
래라면, 새로운 근거리 이동수단, 인프
대와 캐릭터 인물들의 등장이다. 쓰이지
길로 연결된 우사단로 10길의 유일한 대
라시스템, 건축물의 도입으로 보다 나은
않는 주차공간을 활용화하는 초기 아이
버티-고Verti-go,
돌-고Dol-go를
WIDE – REPORT
디어에서 대지 특성상 발생하는 유휴지 인 빈집, 옥상공간을 활용화하여 경제적 창출 효과까지 고려하게 되었고, 24시간 동안의 유연적 공간 활용flexibility에 대한 제안에서 초 단위로 변형이 가능한 이동 수단 개발과 연간 단위의 점진적 도시변 화를 바탕으로 변화되는 커뮤니티를 반 영한 미래 시나리오가 작성되었다. 1차 당선 이후 약 4개월 동안 3차례 이 상의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다소 일회적 이거나 일방향적 성격이 강할 수 있는 공모전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었고, 단 순한 아이디어 구상에 머물러 있던 생각 을 소통을 통해 프로젝트로 발전시켜 나 갈 수 있었다. 미래의 이동수단 및 교통 시스템의 도시인프라 연결 등 건축 공모 전에서 흔히 다루지 않는 흥미로운 주제 를 통해 다양한 스케일 및 시각에서 보 다 나은 도시환경 구축을 고민할 수 있 는 계기가 되었다.
전진홍, 최윤희 전진홍은 AA School을 졸업하고, 네덜란드 OMA 와 한국 공간건축에서 실무를 쌓았다. 도시, 건축,
헤리티지 스피릿
예술 및 지역활동가와 협업하여 <촉촉어반아트> <
공공공장_ 문제를 해결하는 다수가 만드는 도시
크로싱우사단로> 기획 및 전시를 진행하였다. 현재 B.A.R.E. 대표 및 소장이며,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에 출강하고 있다. 최윤희는 캠브리지대학교와 AA School을 졸업하고 영국건축사를 취득했다. 영국 Wilkinson Eyre Architects와 Jason Bruges Studio
김대천, 한지수
그리고 황두진건축사사무소에서 다수의 공공 및 예 술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현재 B.A.R.E. 소장이며, 한국예술종합대학교와 고려대학교에 출강하고 있 다. B.A.R.E.(Bureau of Architecture, Research & Environment)는 2014년 전진홍, 최윤희에 의해 설 립되었으며, 리서치를 기반으로 건축과 예술이 만 나는 접점에서 공간을 탐색/제안하고, 오래된 것의 가치 위에 새로움을 더하는 작업 태도를 견지하는 건축 집단이다.
공공공장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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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으로 시작한 부분 은 계획안을 발전시키면서 보행 약자와 다수를 위한 안으로 조정하였다. 차량의 출입을 기본으로 하는 도시와 건축에서 자동차를 대체하는 새로운 이동수단을 다방면으로 검토할 수 있었다. 압축해 놓 은 개념들이 심사위원과의 소통으로 다 듬어지고 정리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슬라이드
대상지는 충정로 삼거리를 중심으로 3
남은 것은 나눈다. 만들고 나누면서 쌓
개의 구가 만나는 아현동 일대이다. 서
인 지식은 아카이빙되어 또 다른 누군가
울의 대표적인 장소로 가는 경로이며,
의 해결책이 된다.
2014년 서울 최초의 ‘아현고가도로’가 철거되었다. 고가도로가 철거된 이후의
슬라이드, P.U.V.Personal Utility Vehicle –
도시는 재개발·재건축·재정비 등으
보행하는 도시
로 인근 지역이 모두 아파트가 되고 있
공공공장을 통해 공유경제가 이루어지
다. 적은차-철거된 아현고가 이후는 나
고 새로운 이동매체(슬라이드)와 이동
은 도시를 필요로 한다. 아파트는 자기
수단(P.U.V.)은 인소싱하는 서울의 아
가 살고 싶은 집과 도시를 타인에게 맡
현동을 만든다. 보행하기 시작한 도시는
겨버린다. 아파트는 차량을 늘리고 더욱
경사지가 갖는 레벨을 극복하기 위해 겨
대량생산에 의존하게 할 것이다.
울에도 미끄럽지 않은 완만한 이동매체
사이트
를 필요로 한다. 슬라이드는 경사지의 공공공장 – 보행하게 만드는 도시
레벨차를 이용한 건물과 건물이 관계를
그들이 만들면Outsourcing 필요하고, 우리
맺으며 다양한 장소로 사용된다. 자동
가 만들면Insourcing 줄어든다. 동네를 기
차를 대체할 새로운 근거리 교통수단인
반으로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것을 우리
P.U.V.는 폐쇄적인 자동차와 달리 개방적
스스로 생산할 수 있다면, 모든 길을 시
이고 개인의 목적에 따라 변형가능하다.
속 60km로 달려야 할 이유가 없다.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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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천, 한지수 김대천은 계원조형예술대학교에서 건축디자인을
적의 대량생산과 공공공장, 공공농장으
헤리티지 투모로우 공모전을 진행하며
로 직접 생산하면서 대량 삶으로 빼앗긴
공모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
시간과 공간을 되찾는다. 보급형 첨단기
의 피드백과 참가팀과의 만남 자체가 계
술들은 악조건에서도 작물을 자라게 하
획안의 발전과 동시에 긍정적인 영향
고 뭐든 만들 수 있게 해준다. 아현고가
을 주었다. 초기안은 개념 설명 위주의
다. 한지수는 잦은 이사로 ‘집은 삶이 안주하는 곳’
도로가 철거된 후 40m 도로의 절반은
제안서였다. 개념적인 이야기를 구체적
이라 생각하던 11살 이래 큰 변동 없이 건축학과로
차도로 남고, 나머지 절반은 공공공장이
으로 풀어나가는 데 시간이 많지 않았
공부할 때는 실무가 하고 싶고, 실무를 하면 세미나
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공
지만, 욕심 또한 적지 않았다. 어반스킹
장에서 만들고 그것을 공유한다. 쓰다가
Urbanskiing,
파쿠르Parkour같이 이동하는 것
전공하고 학점은행제로 건축공학사를 수료했다. 마 디종합건축에서 실무를 거치고 현재 건축과 모든 사회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집에서 혼자 나와 살면서부터 자생하는 삶, 자생하는 건축, 자생하는 사회와 구조를 실험하고 실천하려고 항상 노력한
진학하여 1년 전 공주대학교 건축학사를 받았다. 가 하고 싶고, 세미나를 하면 공모전이 하고 싶어지 는 청개구리파의 일원이다. 언제나 꿈꾸는 것이 있 고, 욕심내는 삶을 목표로 한다.
WIDE – REPORT
헤리티지 스피릿
새로운 패러다임, 반응하는 도시 조준호, 권현정
계획 개념
공간을 위한 장소의 역할을 한다
행자 중심의 도시공간 유형을 제시하고
현대인들의 도시공간을 점진적인 패러
Better City | 주거지역에서 주거 용도
자 했다. 또한 전기자전거 및 전기자동
다임으로 변화시키고, 보행과 자전거를
가 밀집된 영역은 자동차 쉐어링시스템
차 쉐어링 주차장을 포함하는 허브스테
통한 적극적인 소통의 공간, 마을 지역
을 통해 차량 통행을 제안하여 보행자
이션은 다세대주거의 주요 문제점으로
공동체 의식이 살아 있는 도시공간으로
우선 지역으로 변경한다. 이로써 ‘편리
인식되어 온 소통 부재에 대한 대안으로
회복하고자 한다
한 불행’을 ‘불편한 행복’으로의 바꿔 나
다양한 소통의 공간을 위한 장소로 추가
갈 변화의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또한
제안했다.
Site | 신사동 가로수길의 주변 지역은
기존 차량 점유공간을 다양한 커뮤니티
2차 워크샵을 거치며 Less Cars를 통한
다세대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이 어우러
공간으로 변경하여 단절된 소통을 회복
Better City 개념을 정리하면서 각 제안
진 전형적인 도시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고 지역 단위 경제활동 기반을 마련
의 계획안을 구체화했다. 특히 가로수길
상업지역의 발달은 점차 주거지역을 잠
한다. 상업지역인 가로수길은 물류의 운
을 위해 제안된 시간 선택제 보행자 전
식하고 있으며 주거지역의 정체성마저
송 등이 고려된 시간 선택제를 적용하여
용도로에는 움직이는 유니트, 움직이는
잃어가게 하고 있다. 주거지역과 상업지
탄력적인 보행자 도로를 제시한다. 또
벤치, 움직이는 정원 등으로 보행과 차
역을 두고, 하나의 통합된 관점에서 차
기존 차량 공간에 대해서는 ‘움직이는
량의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위한 ‘보행
량 점유공간에 대한 두 가지 다른 시선
유니트movable unit, 움직이는 벤치movable
자의 선택적 공간 점유방식’을 가로수길
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bench, 움직이는 정원movable garden’ 등을 통
의 주요 개념으로 제안했다.
해 보행과 차량의 효율적인 공간활용을 Less Cars | 신사동 가로수길 주변은
가능하게 하는 ‘보행자 선택적 공간 점
교통이 발달된 지역으로, 기존 광역시스
유방식’을 도입한다. 그리하여 자동차가
템과 연계하여 자전거의 단점을 보완한
아닌, 보행자가 직접 만들어가는 도시를
문가 과정을 졸업하고 프랑스공인건축사(DPLG)
전기자전거를 소규모 공공 이동수단으
제시하고자 한다.
을 취득하였다. Djuric-Tardio Architectes, Ateliers
로 제안한다. 이로써 일부 주거지역(마
조준호, 권현정 조준호는 전북대학교 건축공학과 학사와 석사를 졸업한 후 파리 라빌레뜨 건축대학 및 도시설계 전
Jean Nouvel, dmp건축 등 파리와 서울에서 실무를 경험하고 현재는 Atelier Xspace 소장이다. 권현정
을) 내 차량 이동을 부분적으로 제한하
워크샵 진행 과정의 변화 | 초기 제안은
였다. 마을 단위로 ‘전기자전거 쉐어링
신사동 다세대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새
시스템’을 모듈화한다면, 마을과 마을을
로운 교통시스템을 적용하고 차량 점유
실무를 경험하였으며 철도청 디자인 심의위원을 지
연결하고 서울시 전체로 확장시켜 하나
공간을 분석함으로써 도시주거의 '결핍'
냈다. 세종대학교, 인하대학교에서 교육하였고 현
의 네트워크로 연결할 수 있다.
과 '필요'에 대한 가능성을 모색했다.
또한 전기자전거 및 전기자동차 쉐어링
1차 워크샵에서는 주거지역에 상업지
주차장을 포함하는 허브스테이션은 다
역인 가로수길을 추가하여 하나의 통합
세대주거의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된 관점에서 두 가지 다른 개념의 공간
소통 부재에 대한 대안으로 다양한 소통
점유방식을 제안했다. 이로써 새로운 보
은 대구대학교 주거환경학과 및 건축공학과를 졸업 한 후 파리 라빌레뜨 건축대학을 졸업하고 프랑스 공인건축사(DPLG)을 취득하였다. 동우건축에서
재는 Atelier Xspace 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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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티지 챌린지
도심 보행 네트워크의 회복을 위한 블록 접속 장치 우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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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농경사회의 ‘거주’와 현대사회의
상 과거처럼 ‘동네’에 살지 않는다. 이미
관점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
‘거주’는 그 형태와 사회구조가 많이 변
서울의 주거지역은 ‘동네’라고 부르기
게 사람들이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무는 업
화되었다. 가족 구성원만 보더라도 과
힘들 정도로 ‘XI’, ‘래미안’ 등 대기업 브
무 지역으로 눈길이 옮겨졌다. 제안하는
거처럼 대가족 중심이라기보다는 3-4
랜드의 단지마을이 즐비하다. 그들은 그
이 프로젝트가 실현된다면, 도시 블럭 내
인 규모로 핵가족화 되었고, 1-2인 가구
곳에서 ‘자부심’을 느끼며 살고 있고, ‘동
부를 자유롭게 거닐 수 있게 될 뿐만 아
또한 증가하고 있다. 또 과거처럼 마을
네’보다 살기 편하다며 이사갈 마음이
니라, 넓게는 청계천 주변 블럭 전체와
이라는 공동체에 묶여있기보다는 개인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서울의 도시구
연결될 수 있다. ‘동-서’로는 정동-덕수
적 삶을 중요시하며 살고 있다. 그렇다
조가, 현대인의 행태가 이미 빠르게 변
궁-시청광장-다동/무교동–을지로2가
고 거주의 근본적인 의미가 변했다는 것
화했다.
를 잇고, ‘남-북’으로는 명동-롯데백화
은 아니다. 하지만 ‘거주한다는 것’의 뜻
나는 그런 그들에게 ‘꼭’ 주거지역 주변
점-다동/무교동–청계천–종로–광화
이 건축화한 공간에서 인간의 삶이 전개
에 ‘거주’할 수 있는 ‘동네’를 만들어야
문(또는 인사동)을 이어줄 것이다. 사람
되고 주변과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라면,
한다고 강요하고 싶지 않다. 그들이 가
들은 그 길을 따라 거닐며 공간을 점유하
그것의 중심이 꼭 과거처럼 ‘집’이 기준
장 활발히 활동하는 곳, 그들이 가장 많
고, 시간을 소비하며 관계를 맺고, 사람
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누
은 시간을 보내는 곳, 그곳에서 그들이
들과 소통하며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
구에게는 ‘회사’가 기준이 될 수도 있고,
‘도시 공간 속에서 인간의 삶을 전개하
라 기대한다. 시간이 ‘많은’ 사람들은 파
어떤 이에게는 자주 방문하는 이태원의
며 주변과 관계’ 맺을 수 있도록 만들어
티를 즐기고, 도시를 거닐고, 공원 벤치
‘경리단길’이, 어떤 이에게는 ‘강남’이 될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에 한가롭게 앉아 커피를 마신다. 하지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더 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거주’에 관한 다른
만, 시간이 ‘적은’ 사람들은 바삐 걷고 뛰
WIDE – REPORT
며, 시간을 벌기 위해 일을한다. 그들은 출퇴근 버스 안에서야 한숨을 돌리고, 창 밖으로 스치듯 지나가는 도시를 바라본 다. 창 밖으로 보이는 도시가 그들에겐 도시의 전부이다. 그러다 우연히 100년 이라는 시간을 얻게 된 주인공은 처음으 로 한가로이 벤치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
파트1 접속 장치
하고, 도시를 둘러보고 하늘을 보게 된 다. 영화 <인 타임>의 한 장면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도시는 차창 밖 으로 스치듯 지나가는 것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걷고 싶어도 걸을 수 있는 거리 를 잃어버린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차 로가 단절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지만, 인도가 중간에 사라지고 단절되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되었다. 그나마 남 은 인도마저 자동차에 점유당한 지 오래 다. 이런 도시에서는 ‘관계’가 형성되기 힘들다. 관계란 공간을 점유하고 시간을 소비해야 형성될 수 있으며, 그렇게 형 성된 ‘관계’ 속에서 우리는 편안함을 느 끼며 사람들과 소통하며 거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대화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 속에서 지상의 수평적 보행로의 연결에 중점을 두었었던 나의 생각은, 지하와 지상 그 리고 여러 프로그램들까지 연결하여 엮 어 줄 수 있는 입체적인 생각으로 확장 되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현실적이기 를 원했고, 가장 적은 노력으로 우리 도 시가 변화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파트2 분석 우태식 건축에 관한 기본적 소양과 토대는 충북대학교 심규 영 교수에게서 사사했고, 건축과 도시에 대한 이해와 깊이는 한국예술종합학교 故이종호 교수에게 지도 받 았다. 어릴 적부터 호기심이 많아 영화, 사진, 미술, 글 쓰기,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 다양한 경험을 했고, 그러 한 경험으로 고등학교시절 청소년영화 제작을, 대학 시절에는 2004, 2005 병영문학상, 2006 대한민국 글 로벌 미술대전, 모란 현대 미술대전 특선, 2007 대한 민국 디지털 미술대전 특선, 2008 서울 바라보기 사진 공모전 우수상, 2009 Eco-Urban Filter 건축공모전 동 상, 2010 경기도시공사 수필공모전 입선, 2011 Art in Village 국제건축공모전 대상 등을 수상하였다. 현재 는 JHW IROJE에서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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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티지 챌린지
은마아파트 내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마 상가 위에
서울 피노키오
4,000여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을 제안했다.
이경택, 강동희
다. 마치 거짓으로 길어지는 피노키오의 코와 같이. 그래서 우리는 새롭고 창의적인 결과물 을 제안하기보다는 상실의 시대를 살아 가는 우리와, 기억상실에 걸린 도시, 서 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 한 동에 하나만 있는 엘레베이터로 주민들이
련하고 싶었다. 마치 피노카오가 사람이
아침마다 치루는 엘레비이터 쟁탈전에 대응해
되고자 모험을 떠나듯, 이 프로젝트는 서
새로운 수직 동선을 접목시켰으며 이는 동과 동사이를 연결시키는 수평 동선으로 확장된다.
울을 서울답게 만드는 정체성을 찾아가 는 과정이다. 그 과정 안에서 각자가 만 들어 가는 다양한 결과물이 바로 <서울 피노키오>다. 목각 인형 피노키오가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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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포세대
서울피노키오
오포세대(5포세대)란 연애, 결혼, 출산,
2004년 공간국제학생건축상 <서울 시
인간관계 네 가지를 포기한 사포세대에
나리오>(심사위원 MVRDV)를 통해 서
내 집 마련까지 더해 총 다섯 가지를 포
울의 정체성을 고민한 적이 있다. 그리
기한 2030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그런
고 10년이 지났고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오포세대에게 자동차는 사치일지도 모
남대문이 전소되었고 DDP가 지어졌다.
른다. 매일 아침 넘겨 보는 신문 사회면
서울시장이 바뀌었으며 용산국제업무지
상력을 바탕으로 한다.
은 여느 때와 같이 시끄럽다. 사건 사고
구는 백지화가 되었다. 그리고 김수근의
미래의 도시상을 정확히 파악하기란 아
가 끊이질 않는데, 그중 더욱 심해지는
공간사옥은 주인이 바뀌었다. 얼마 전 현
빈부격차와 그로 인한 사회적 소통의 단
대자동차는 한전 부지를 10조 원에 매입
절, 그리고 다양한 글로벌 이슈 등이 관
했다. 향후 각종 기부채납 및 건물 시공
심을 끈다. 물론 이것은 오늘날만의 단편
비까지 합치면 모두 15조 원이 넘게 들
적인 상황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
어갈 것이다. 마천루의 저주가 우려된다.
는 사회 현상을 직시하고 이것이 도시 공
이는 부동산 경기가 상대적으로 좋을 때
간 형성에 어떻게 작동하는지 총체적으
의 낙관적 전망 아래 추진된 초고층 건
로 점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물 프로젝트가 경기 침체기에 완공돼 어
번 아름지기 공모전에서 이런 고민을 결
려움을 겪는 현상을 말한다. 이미 서울은
과물에 과감하게 담아보고자 했다. 우리
고층빌딩이 갖는 우려를 고스란히 보여
가 살고 있는 주거 아파트, 자동차, 그리
주고 있다. 잠실에 건설 중인 롯데타워는
고 도시 서울을.
많은 문제를 야기시키지만, 그것을 교묘
에서 건축을, 동대학원에서 도시설계를 공부했다.
하게 감추며 하늘을 향해 끝없이 길어진
크고 작은 다양한 주택단지 시설을 진행하며 설계
년이 되고 싶어 푸른 요정을 찾아 긴 모 험을 떠나듯, <서울 피노키오>는 재개발 로 기억상실에 걸린 도시 서울에서 살아 가는 우리가 서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한 편의 시나리오이다. 이 이야기의 결말은 도시에 대한 다양한 상
이경택, 이동희 BASEMENT BASE는 2014년 서울에서 설립되었 다. 이경택은 홍익대학교에서 건축과 디지털 미디 어 디자인을 전공했다. 학부를 마치고 공간사에서 건축저널리스트로 근무했다. 이동희는 홍익대학교
와 현장을 병행했다.
WIDE – REPORT
무리 뛰어난 전문가일지라도 불가능할 만큼 어려운 일이다. 도시는 한 장의 ‘그 림’ 모양, 한 시점 위에서 임의로 그려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지능과 노 력은 역사와 전통 속에 집적되어 왔고, 앞으로도 무한한 변모를 이룩해 나갈 것 이다. 도시는 생활개선이라는 인간 의욕 의 원심력 방향으로 자꾸만 뜯어 고쳐지 지만, 전통에 대한 애착과 생활의 보수성
리프트에서 내려다본 은마아파트 단지
옥상층을 연결하는 리프트
에 기인하는 구심력 방향의 정착성도 동 시에 내포하고 있다. 서울은 지금까지 변 화해 온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변화할 뿐
갖는 다양한 이슈, 그중 자동차로 인한
아니라 그 변화의 속도와 규모는 지금보
문제를 주시했고 우리가 써 내려가는 <
다 더 경이적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서울 피노키오>는 그렇게 시작된다. 4개
그려내는 도시에 대한 자유로운 착각 속
월간의 워크샵은 우리에게 기나긴 항로
에서 속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였고 그 긴 여행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유년시절의 기억을 되짚어 오랜 기억을
있었다. 프로젝트를 발전시켜가며 떠오
간직한 한 곳을 다시 추억했다. 35년이
르는 많은 아이디어를 과감하게 정리하
넘는 오랜 기간 동안 서울시 강남구 대치
고 다듬는 과정에서 우리의 결과물은 명
동의 상징으로 남아있는 은마아파트가
료해졌고 강해졌다.
심사평을 통해 본 다섯 제안들
재단법인 아름지기가 주최한 헤리티지 투모로우 프로젝트
옥에서 결과물 전시 오프닝과 함께 시상식을 치렀다.
5는 기존의 성장 지향 도시에 대한 반성과 ‘자동차 중심의
강북의 경사지 주거지역 두 곳과 강북의 도심 고밀도 업무
도시’에 대한 재고에서 출발한다. 구체적으로 가까운 미래
지구, 강남의 아파트 단지와 강남의 다세대 주거 지역 등,
에 자동차 이용이 줄어들면서 요구되는 서울시의 새로운
각각의 특징있는 도시 공간을 치밀하게 관찰하여 이동의
보행 중심 도시 공간 개념과 디자인을 찾고자 했다. 이러한
문제를 제시하고 대안적 도시 사용법을 상상한 다섯 팀은
방향은 헤리티지 투모로우 프로젝트의 기획 의도, 즉 사라
대부분 결과물로서 자동차를 대체하는 새로운 이동 수단
져가는 가치있는 거주 공간과 도시 문화유산 보존 등의 연
과 기능적/사회적 인프라 구축을 제안했다. 그리고 이 결
장선상에서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지 않는 것”을 이야기해
과물들은 상의 순위보다 충돌과 교류를 통해 발전되어 온
보기 위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과정에 더 큰 의미를 둔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인 박경의 심
응모자들은 <적은 차, 나은 도시>라는 주제 아래 특이성을
사평을 토대로 각 제안의 내용을 살펴보자.
가진 도시 공간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곳의 가치와 문제점 을 충분히 이해하여 간략한 제안서를 제출했으며, 그 가운
전진홍, 최윤희는 <도킹 시티>를 통해 보광동 구릉지 일대
데 선정된 다섯 팀은 약 4개월 간 네 차례의 공동 워크숍과
에 어디든 이동 가능한 PUV를 제안하고 공공장소들을 엮
수시로 진행된 개별 미팅을 통해 제시한 대안들을 구체적
어냈다. 그리고 2022년까지 지역 커뮤니티가 장기적으로
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그리고 지난 3월 7일 아름지기 사
스스로 발전해 가는 지속가능한 커뮤니티 시나리오를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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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4 | Wide AR no.44
안하였는데, 심사위원 박경은 특히 이 부분을 높이 샀다. 실제로 건축가들은 이 지역에 실험적인 건축 갤러리를 설 립하고 도시 설계 프로젝트와 리서치 작업, 전시 등을 해오 고 있다. 박경은 이들이 지역 커뮤니티와 맺어온 친밀감과 유대 관계가 놀라운 자산과 헌신이라 말하며, 이번 헤리티 지 투모로우 프로젝트 5에서 이들의 작업이 가장 높은 평 가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구릉지 거주 문제를 다룬 김대천, 한지수의 <공공 공장>은 아현동 일대에 공공공장과 새로운 이동수단을 제 안하여 인-소싱 장소 개념을 도입한 프로젝트이다. 여기서 공공공장은 하나의 인터페이스 공간으로서 지역의 연결을 강화시키고 교통 허브의 역할을 담당한다. 새로운 도로와
사진 진효숙
순환체계는 ‘슬라이드’라는 장치가 해결한다. 심사위원은 이 프로젝트의 힘은 슬라이드라는 ‘실’을 통해 다양한 장 소와 사람을 서로 엮어 더 많은 커뮤니티 활동을 장려하고 ‘뜨개질하듯’ 커뮤니티를 결합하는 데 있다고 평했다. 반면, 워크숍 과정에서 큰 변화와 발전을 보여줬다는 조 준호, 권현정의 <새로운 패러다임, 반응하는 도시>는 가로 수길의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에 자전거 시스템을 도입하여 그로써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자유로움과 편리함을 설득력 있게 제안하였다. 이것은 지역 교통 체계의 가장 적합한 해 결책으로 다양한 디자인과 기능이 접목되어 수많은 가능 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 밀도 높은 고층 건물이 들어선 무교동, 다동, 을지로입구역
사진 진효숙
주변 지역을 선정한 우태식의 <도심 보행 네트워크의 회복 을 위한 블록 접속 장치>는 대상지 선정부터 흥미를 끈 제 안이다. 맛집 골목을 더 걷고 싶은 거리로 개선하고 주변 지역으로 연결시키려는 이 프로젝트는 특히 블록에 대한 인상적인 분석으로 서울 전반에 존재하는 저층부 지역에 대한 잠재력을 보여준 작업으로 평가 받는다. 다만 심사위 원은 건축가가 크게 모험을 하지 않아서 이 작업에 창의적 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다소 부족한 점을 아쉬움으로 남겼다. 유년시절의 기억을 간직한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배경인
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 성과가 실질적인 공동 의지로 확장
이경택, 이동희의 <서울 피노키오>는 도시 전체에 컨베이
되기를 바랐다. “이러한 공동 의지를 통해 양적 성장과는
어 벨트가 그물처럼 매달려 있는 장면으로 심사위원들을
또 다른 종류의 성장, 다시 말해 도시 문화의 성숙을 이룰
매료시켰다. 이 도시 미래에 대한 판타지는 창의적인 결과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이것이 ‘미래의 유산’을 위한 토대가
물이라기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 서울을 다시금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의의를 지닌다.
이 다섯 개의 제안은 아름지기 사옥에서 오는 4월 5일까지 공개 전시될 예정이다. 이들이 워크숍 형태의 공모전을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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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이후
해 어떤 공동 목표를 가지고 ‘왜’ ‘어떻게’ 문제를 제기하고
끝으로 헤리티지 투모로우 프로젝트5의 심사위원을 맡아
풀어나갔는지, 전시를 통해 확인해 보는 것도 즐겁고 의미
다섯 팀의 다섯 제안들을 함께 고민하며 도시 서울을 반성
있는 일일 것이다.
하고 종국에는 낙관할 수 있도록 이끈 건축가 조민석은 다
정리 정귀원(본지 편집장)
WIDE – REPORT
WIDE - REPORT 4 : Strong Architect 06
우 경 국 관계, 흐름의 논리로서의 “관계 현상의 미학”
모든 생물은 씨앗이 성장한 것이며 성장과정은 무의식적인 것이다. 생물의 형식은 이러한 과정 에 의해서 스스로 결정된다. 이것을 자율적 형
빌라 로툰다 안드레아 팔라디오 1566년 설계
식이라고 하는데, 모든 사물에서의 관계는 이러 한 자율성을 보장시켜 준다. 현대의 많은 건축들 이 주어진 형식을 파괴하면서 모든 사물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출발하기 위해 통상적이고 규칙적 인 지각의 해체를 추구하고 있는 것은 창작의 속 성인 새로움을 추구하기 위한 하나의 도전이기도 하다. 그러나 수십 년 이상 기계론적 세계관에 뿌 리내린 사회구조 속에 나타난 문화의 빈약함과 세속화 과정은 그대로 지속되고 있으며 그 형식 의 근원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자본주의 테제Thesis가 부추긴 소비성 건축은 건축의 근원
우경국
을 망각한 체 기호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허구
이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겸임교수로 활
의 시대로 떨어져 가고 있다. 이는 건축에 있어 영
동하고 있다. 한국건축가협회 명예이사이자 헤이리 아트밸리
원성에 대한 반란이었고 가치의 하락을 종용하는 의식의 퇴락이었다.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주)예공아트스페
프로젝트 21 및 파주 북시티 섹터 건축가이기도 하다. 주요 작품으로는 몽학재와 평심정, 아크로스 빌딩, MOA+시 경당, 백순실미술관, 한양 아고라 등이 있고, 한국건축문화대 상(2회), 강구조작품상, 한국건축가협회상(4회)), 대한건축
건축에 있어 균질화, 단순화, 개별화, 기계미학 등 을 추구하였던 이성주의 건축은 오히려 체험의 축소, 감성의 황폐화를 초래하기에 충분하였다.
학회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2008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 초 청전시를 했고, 2014년에는 프랑스 리용 한국학 연구소에서 한국의 현대건축에 대해 강연하기도 했다. 또한 그가 건축한 헤이리 MOA는 ‘죽기 전에 꼭 보아야 할 세계 건축 1001(영 국 유니버스사)’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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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인간의 존재를 한쪽 방향으로 치우치게 하 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는데, 애초에 인간은 기 계가 아니고 생물적 존재이다. 인간의 오판은 인 간이란 존재를 다른 생물과 차별적 존재로 인식 하는 데서부터 발생한 것이다. 즉, 정신과 육체를 가진 존재로 인간을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 한 관계 속의 하나인가 하는 총체적 관계 속의 하 나의 인자로 정의 내려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존 재를 다루는 건축은 결국 인간의 존재를 재확인 하는 작업이 되는 것이다. 관계란 어떤 사물의 무형적 내용이 갖고 있는 힘 에 의해 또 다른 존재가 생명력을 얻는 것으로 둘 이상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에너지이다. 즉, 사물 자체의 물리적 특성보다 사물간의 유기성으로 그 형상은 수평적, 수직적 흐름을 수반하는 눈에 보 이지 않는 타원의 에너지를 지니게 된다. 여기에 존재하는 흐름은 에너지의 이동이며 시간과 공간
빌라 로툰다 안드레아 팔라디오 1566년 설계
STRONG ARCHITECT 06
속에서 변화하며 존재한다. 그것은 전체 순환체계 속의 일부분이며 과정으로 주체가 아니면서 주체의 역할을 하나 그곳에는 경계도 없이 생성과 소멸의 반복 속에서 공존과 차이가 나타나게 된다. 때로는 모순과 공존을 공 유하게 되는데 전체적으로는 역동성인 동시에 비 역동성도 발생시킨다. 그 속에 나타나는 흐름은 선형적이기보다는 비선 형적이고 질량의 크기, 중력의 차이에 의해 이동 하는 유기체적 에너지일 뿐 형태나 공간적으로 없으면서 동시에 비가시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시시각각으로 존재를 통합하여 시간에 따른 시 지각의 연속성적 흐름을 유발하게 된다. 때때로 그것은 방향성을 상기시키기도 하며 건축적으로 는 비한정적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을 유 도하거나 시선의 움직임이 여백을 통해 또 다른 무無의 공간으로 확장되는 “존재와 무존재 사이의 관계”가 곧 흐름의 효과이다.” Amos Ih Tiao chang. 『건 축 공간과 노자사상』 현대 도시건축에서 나타나고 있는 건축과 건축 의 단절, 인간의 소외 현상을 유기체적 흐름의 도 시적 경관으로 회복하기 위해 땅과 장소의 정신 화, 시간적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 으로써 데카르트나 뉴턴의 기계론적 사고로부터 해방될 수 있고, 인간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이러한 유기성은 흐름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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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Traditional Popular Painting
WIDE – REPORT
며 이 상호 연관성의 전체적 조화가 전체 그물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면서 외부는 언제나 내부가 되
구조로 결정한다”는 생각이나 카오스 이론, 또는
듯이 모호함의 합리성을 갖게 된다. 이러한 관계
‘나비이론’ 등 새로운 과학이론과 철학에서 방향
는 논리적 모순을 내포하게 되나 건축이란 그러
을 전환하고 있음도 이성 우월주의의 한계를 인
한 개념을 감성화하는 행위이지 이론을 형식화하
식한 것이다. 모더니즘이 주장하는 보편적 진리
는 것이 아니다.
는 이제 수정되어야 한다.
근대 건축의 실패는 바로 형식화된 이론을 통해
관계론 적 사고란 이미 수천 년 동안 동양의 정
사회를 지적으로, 물리적으로 재구성하려고 한데
신세계를 지배해 온 힌두교, 도교, 불교, 유교 천
서 온 결과이다. 즉, 인간의 감성을 형식화된 기
부사상 등에서 일상화되어 있고 실제적으로 사
능으로 해결하려고 한데서 온 모순이었다. 생물
회, 문화, 정치, 예술, 과학분야에 보편적 사고로
학적 관점에서 인간을 다시 볼 때 이성적 판단 이
자리하고 있다. 이 시대에 그러한 사고를 재론하
전에 직관에 의한 감동과 감흥, 편안함과 긴장감,
는 것은 그것이 동양적 사고이기 때문도, 한국적
기분 좋음 등은 느껴지는 것이며 이해되는 것이
이기 때문도 아니라 변화된 세계 속에서 새로운
지 사고에 의한 것이 아니다. 집은 살기 위한 기
가능성에 대한 탐구이고 또한 필연성으로 다가오
계도 아니고 지적 게임에 의한 형식화된 공간 조
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통건축에서 보여주
직이 아니듯이 손과 머리(이성)만으로 이루어진
고 있는 공간개념이나 조선시대 민화의 기법 속
작품은 인간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불충
에서도 관계론적 사고에 의한 구법임을 쉽게 발
분하다. 인간은 처음부터 자유로운 존재이기 때
견할 수 있다. 조선민화 중 ‘책거리 그림’은 다 시
문에 형식화된 삶을 제공한 근대건축적 방법은
점, 다 시각의 특이한 기법을 보여주고 있다. 민화
스스로 한계점을 증명한 셈이다. 이러한 모순적
속에 나타나고 있는 대상물은 책과 책장, 문갑, 화
해결의 실마리는 비기능적, 비합리적이라고 여겨
병, 안경, 붓, 먹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화초
왔던 기능 밖의 것들과 기능 사이, 확정적 공간과
나 과일류 등 문방의 여러 요소들이 구성된 화면
비확정적 공간 사이의 경계영역을 없앰으로써 새
속에 등장한다. 이 구성은 첫째로 시간개념을 초
로운 관계를 설정할 수 있다. 현대과학에서도 그
월하고 있다. 그것은 서구의 입체파 화가들이 즐
동안 학문의 기초를 이루어온 뉴턴이나 데카르트
겨 사용하는 3차원적 개념을 2차원적 화폭으로
의 기계론적 세계관으로는 더 이상의 새로운 가
표현하는 것과 유사하나 보는 시점을 이동하면서
능성이나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음
공간과 시간을 초월하여 표현하고 있어 보는 이
을 인식하고 있다. 현대 물리학자나 철학자들은
의 주체(인간)와 장소가 소멸되고 있음을 볼 수
모든 것이 상호 연결된 고리 속에 살고 있기 때문
가 있다. 그림이 사람을 보는 것과 같이 역 투시
에 지금까지의 분리개념으로부터 전일적 개념으
(앞이 좁고 뒤가 넓음) 효과를 노리고 있다든지
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며(프리초프 카프라
시점의 높이가 대상물에 따라 달라 어느 높이에
『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전환』, 1995) 생태학적
서 일정하게 본 원근화법이 아니라 자유자재로
접근을 통해 본질에 근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높이를 이동하여 봄으로써 인간의 잠재되어 있는
이러한 사고의 전환은 모든 것이 한쪽으로 치우
모든 세계를 일시에 체험토록 하고 있다.
STRONG ARCHITECT 06
환으로 기능 안에 있는 것과 기능 밖에 있는 것의
친 데서 오는 비상식적 결과에 따른 불균형과 직 선적이고 중심적 결과만을 얻어낸 데서 온 반발
둘째는 이 그림이 보여주고 있는 내용은 인간과
이다. 단편적 경향을 지니게 되는 합리적 지식과
대상 간의 주종관계가 아니라(투시도 기법)문방
비직선적인 전일적이고 종합적인 직접 경험을 기
의 책거리 그림을 통해 인간과 사물과의 관계와
반으로 하는 직관적 지식의 합일을 도모함으로써
문방공간 이라는 본원적인 것을 암시하고 있다.
모든 사물에 대한 새로운 구조를 파악하려 한다.
따라서 책거리 그림의 주체는 인간이 아니라 '사
이는 관계론적 사고로 구두끈 철학에서 보고 있
물과의 관계'임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는 “우주는 상호 연관된 사건의 연관적 그물이며
원근법 개념이나 현상적 개념으로 보았을 때 이는
이 그물의 어떤 부분의 특성도 근본적인 것이 아
회화적 기본이 없는 사람의 그림으로 이해되기 쉬
니고 그들 모두는 다른 부분의 특성을 따르게 되
우나 우리의 일상적 개념을 뛰어넘는 본질을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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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 ARCHITECT 06
Korean Traditional Popular Painting
소쇄원도, 1755년 영조31
한 것으로 생각된다. 다시 말해 4차원적 내용을 3
정원이라는 특수상황이라 할지라도 그곳에는 현
차원적 형식을 통해 평면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재 필요로 하는 모든 방법론이 산재해있다. 입구
이러한 기법은 동귈도나 소쇄원 목판화에서도 나
의 대나무 숲은 수직적 공간 요소에 약간의 어두
타나는데 이러한 사고는 집을 배치하거나 건축하
움을 주면서 긴장감을 유발시키며 숲을 빠져나와
는 데에서도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있다.
확 트인 길에 갑자기 나타나는 담은 드라마틱하 다. 사회적 영역과 사유영역을 자연스레 분리시
집은 하나의 오브제가 아니기 때문에 터가 지니
키고 있는 방법은 경계를 확정 짓는 것이 아니라
고 있는 속성과 잠재력을 파악하고 그 위에 집이
경계영역을 허물어 내는 방법이다(모순어법적 수
지녀야 할 여러 요소들을 자리잡게 한다. 따라서
사). 담을 따라 이동하면서 나타나는 시각적 대상
채는 하나의 개체로부터 여러 개의 채로 분절되
물(애양단)과 꺽어짐, 자연의 흐름을 중심으로 관
며 채와 채는 장소성을 지니면서 그사이에 관계
류시키는 방법, 다시 돌아 내려와 제월당에서의
가 형성된다. 이렇게 관계된 채 가 모이면서 집합
풍경 끌어안기, 광풍각에서의 회유 등 건축과 자
체적 관계성을 이루게 되는데, 그렇게 하여 현상
연과 인간의 관계가 유기적이다. 그것은 건축적
(표출된)한 것이 집이다. 이 집은 인간, 자연, 건
산책로가 아닌 산책로적 건축, 회유적 건축을 통
축, 또는 우주적 질서체계 속의 한 인자로 관계된
해 기존 의 자연을 다른 언어로 치환시키고 있다.
그물망 속의 한 부분이 되는 것이다. 현대 물리학
소쇄원과 같은 사례를 볼 때 공간이란 행위의 규
자들이 20세기 후반에 활발히 연구, 실험하고 있
정을 명확히 할 수 없는 특성을 지니게 된다. 그럼
는 그물망 이론이나 총체적 접근 형식과 하나도
에도 불구하고 현대건축은 훈련되고 관습화되어
다를 것이 없다. 굳이 서구건축을 재론할 필요 없
있는 행위에 적합한 공간을 확정 지음으로써 가
이 건축행위란 분리된 개념 속에서 하나의 오브
장 합리적이고 기능적이라는 명분으로 이 시대를
제적 개체를 만들어 나가는 행위가 아니라는 것
지배해 왔다. 이는 땅이라는 속성, 또는 행위에 따
이 분명하다. 물질과 정신이 상호의존적이고 연
른 관계의 소산이라기보다는 용도에 따른 강요된
관되어 있으며 물질도 의식도 아닌 더 높은 실재
공간이기 때문에 공간과 공간의 관계 맺음을 상
의 상호 함축된 실재라고 본다면 관계론적 사고
실하게 된다. 이와 같은 기존의 패러다임을 전환
란 새로운 가능성이기 보다는 상실되었던 것을
하기 위해 소쇄원이나 연경당 등, 고전건축 속에
되찾는 일이다.
내재되어있는 개념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전환하 고자 하는 것이 나 자신의 건축적 논리이다.
소쇄원을 참고로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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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 REPORT
해인사 전경, 사진_우경국
충효당 안채, 사진_김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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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_장경각에서 대웅전쪽으로 가는 통로문, 사진제공_예공건축
연경당_안채, 사진제공_예공건축
즉 인본주의 보다는 탈인본주의로, STRONG ARCHITECT 06
인간적 메커니즘 보다는 자연적 메커니즘으로 기능의 조직에서 관계의 조직으로, (직선적 사고체계보다는 순환론적이고 총신의 체 적 사고로) 결정론적 사고에서 모호함으로, (확정성보다는 비확정성을) 기능적 편리함보다는 유용한 불편함을 물리적 기능의 제공보다는 시간에 따른 행위의 점유를 머무름에서 흐름으로, 빠름보다는 느림을 일원성에서 총체적 개념으로. 채움보다는 쓸모 있음의 없음을(비움) 시각중심에서 오감으로, 오브제 만들기에서 장소 만들기로, 밖에서 보이는 시각중심을 안에서 외부를 보는 시각으로 내부에서의 행위보다는 외부에서의; 행위확대를
마당공간, 사진제공_예공건축
등등의 총체적 관계의 그물망 속에서 건축과 인 간, 건축과 자연, 인간과 자연, 인간과 공간, 건축 과 건축(도시)의 관계를 통해 사물을 인식하며 그것들이 서로 관계하고 현상하고자 하는 작업이 관계와 흐름의 논리이며 “관계현상의 미학”인 것 이다. 글 우경국((주) 예공아트스페이스 대표) 대청마루, 사진제공_예공건축 90
WIDE – REPORT
WIDE - REPORT 5 : Power & Young Architect 06
신 혜 원
부여주택 엑소노메트릭
Architecture as POWER & YOUNG ARCHITECT 06
“The History of Everyday Life.” “일상의 역사”로서의 건축
부여주택 배치도
로컬디자인Lokaldesign을 비롯해 건축가들은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 사이에서 무척 어려운 지경에 처하곤 한다. 최근 들어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 의 경계조차 흐려지고 서로 중첩되니 말이다. 그
신혜원
러나 로컬디자인이 공공 영역에 관심을 기울이
런던, 베를린, 홍콩 등에서 실무를 익히며 학생들을 가르치다
는 까닭은 그 동안 건축가들이 사적 영역에 치우 쳐왔다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세상이 점 점 더 사유화되면서, 공적인 것에 대한 의식도 옅
가 귀국하여 2006년에 로컬디자인(lokaldesign)을 열었다. 2006년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2007년 홍콩-셴젠 비엔날레, 2011년 에데스 갤러리 베를린 등에 작가로 참여했 다. 대표 작업으로는 한강 나들목 환경 개선 사업, 문화로 행 복한 학교 만들기 사업, 광주 사직 공공 프로젝트 등이 있다.
어지고 있다. 정부, 공공도로 같이 예전에는 의
한편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제주 가시리 문화센터 등 꾸준
심의 여지 없이 공적인 것이라고 믿어왔던 것들
한 공공프로젝트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강 나들목 작업으
도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바이러스에 굴복하고 있
축가상을 수상했다.
로 ‘대한민국 공공 디자인대상’ 최우수상과 2013년 젊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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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 YOUNG ARCHITECT 06
부여주택 사진 Thierry Sauvauge
다. 소비하고 팔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상품화되고
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건축사사무소는 인력을 줄
있다. 그러나 도시와 그 속의 건축은 공적인 것이
여야 했고, 이는 많은 젊은 건축가들이 어려운 현
든 사적인 것이든 다른 어떤 기록들보다 더 정확하
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생존전략과 창의적
게 일상의 삶을 표현하고 있다. 모든 이들의 생각
인 에너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대부분의 건
과 행위는 아주 구체적인 현실이든 덧없이 사라지
축가에게 주어진 환경이나 상황들은 최소의 요구
는 것이든 고스란히 도시에 배어들기 마련이다. 도
이다. 최소한의 예산과 시간을 가지고 좁은 대지에
시의 거리와 우리의 시선을 통해서 일상의 삶은 영
건축가의 생각을 담고, 이 작은 것들이 모여 큰 파
화처럼 도시 이곳 저곳에서 스스로를 드러낸다. 시
장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최소의 조건
간의 흐름은 존재하는 모든 이와 모든 것들의 상호
과 최대한 만족을 말하는 것이 아닌 최소의 상황을
관계를 온전히 삼차원적으로 기록하고 있는 저장
통해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고다. 이 덧없고 흘러가는 풍경 속에서, 로컬디자 인은 최소한으로 존재하는 건축을 만든다. 영웅적
Min, 시간
이고 과장되고 자기애에 빠진 상찬을 단호히 거부
Max, 공간
하고 미묘하고 단순한 제스처를 취한다. 로컬디자
3m×8m 주택은 최소의 예산과 일정으로 지어진
인의 작업은 겸손하고 진실되며 굳건하다. (박경,
젊은 건축주의 임시주택이다. 기존 세 채의 주택과
『Out of the Ordinary』2015)
담으로 둘러싸여 작은 마당이 있는 대지였다. 처음 건축주는 기존의 주택을 모두 철거하고 새로운 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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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mal &
테이너 주택을 만들고 점차 주택을 확장해가고자
Maximum
했다. 건축가는 마당과 둘러싸인 주택 간의 풍경을
로컬디자인은 Minimal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한
유지하기 위해 기존 주택을 철거하지 않고 새로운
국의 경제 상황과도 맞물린다. 2008년 세계 금융
주택을 만드는 방법을 제시했다. 2주의 짧은 공사
위기 이후 급격히 변한 한국의 경제 상황은 건축에
기간을 위해 이동 가능한 컨테이너 형태의 목조 주
WIDE – REPORT
옥탑방, 사진 김재경
옥탑방 다이어그램
인생사용법 전시장 2012. 10.13-11.4, 3
6
사진 박기영
옥탑방
택을 고안했고, 최소한의 예산 속에서 최대한 공 간을 계획했다. 이번 작업은 지난 옥탑방 프로젝 트의 평면을 실현해 볼 수 있는 작업이었다. Min, 상황 Max, 지속가능성 옥탑방 프로젝트는 주변의 옥탑방들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며 그 공간의 가능성을 일상적이고도 건 축적인 관점에서 모색해 본 프로젝트다. 옥탑방 은 비공식이고, 덧붙여진, 그리고 노출돼 있지만 숨겨지길 원하는 공간으로써 건물 옥상에 설치 된 ‘최소한의 주택’이다. 주거 시설로서의 옥탑방
가졌다. 로컬디자인은 옥탑방에 건축/디자인이
은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도심 속 마당이라
개입했을 때 옥탑방이 기존의 비공식적인 모습을
는 낭만의 공간이기도 하고, 학생이나 사회 초년
지니면서도 지속가능한 주거와 다양한 삶의 모습
생의 처음 독립해 지내는 주거 공간이기도 하다.
을 담을 수 있을지를 모색하고자 했다. 옥탑방의
최소의 공사비만을 들이기 마련인 옥탑방의 임시
연구, 전시를 위한 자료들은 우연히 다음 프로젝
적인 모양새는 자연스럽게 도시 이면의 삶을 담
트에 연결이 되었다.
게 된다. 한편 옥탑방은 도시에서 쉽게 소유하기 힘든 외부 공간을 누릴 수 있는 일종의 단독 주
Min, 달동네
택 공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삶의 이야기들이 다
Max, 보존
양한 물리적 형태로 드러나면서 도시 풍경에 자
백사마을은 서울에 마지막 남은 달동네로, 50년
연스럽게 덧붙여져 있는 모습에 건축가는 관심을
전에 청계천에서 이주해온 이주민들이 직접 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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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 YOUNG ARCHITECT 06
백사마을 배치도
백사마을, 사진 Thierry Sauvauge
백사마을 터
백사마을 1층 아이소매트릭
백사마을 전경, 사진 김재경
백사마을 2층 아이소매트릭
단면도
디테일 다이어그램
마을이다. 서울시에서는 기존의 모든 필지를 지
는 잘 짜인 지침대로 디자인을 하면서, 스스로 디
우고 아파트를 만드는 방식의 개발이 아닌, 건축
자인의 방향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곤 한다. 이 프
가가 참여하여 기존의 주거지가 가진 특징을 간
로젝트를 시작하는 방식은 이전 프로젝트들에서
직한 임대주택을 만드는 방식을 제안하였다. 이
땅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진행했다. 기존 지형들
민아 건축가의 주거지 보전구역 가이드라인을 기
을 그려내고, 하나하나 기존의 집들을 덧붙여 새
반으로 12명의 건축가가 참여해, 입주민의 상황
로운 주거공간을 만들어냈다. 각 터에서 집들과
을 고려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전의 빠르게
지형의 관계, 배치상황과 땅과 건물과의 관계를
진행되었던 개발 방식과는 다른 방식을 취하고
그려내 가면서 로컬디자인만의 건축적인 꿈을 디
있어 의미 있는 프로젝트다. 백사마을 프로젝트
자인했다.
는 기존의 주거가 가지고 있던 지형과 길, 터를 유 지하면서 지침에 맞게 디자인해야 한다.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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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 REPORT
POWER & YOUNG ARCHITECT 06
백사마을 배치도(재배치)
신영사, 사진 Thierry Sauvauge
Min, 예산
건물 앞쪽에 있는 오렌지색 마트에 대응하도록
Max, 유연성
했다. 다른 한 면은 추후에 옆 대지와 대응할 수
신영사 사옥은 파주출판도시 2단계 프로젝트에
있도록 움푹 파인 테라스 공간으로 제시했다. 건
속한다. 1단계와 달리 2단계에는 각 영역을 담당
물의 1층은 워크숍을 할 수 있는 공간, 2층은 출
하는 총괄 건축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준다.
판사 사옥, 3층은 임대사무실이다.
초창기 4개의 필지를 같이 지어서 지하주차장을
정리 공을채(외래기자)
공유하는 아이디어였지만, 적은 예산으로 무산되 었다. 건물의 외관은 스투코와 메탈릭 페인트를 이용하게 심플하게 디자인했다. 이 두 가지 재료 는 저렴하지만 단열 등의 성능은 뛰어나다. 입구 가 있는 입면은 무표정하면서 단순하게 처리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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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EYE 1 안철흥의 문화 편들기
인간이라는 괴물, 지구라는 디스토피아
『탐욕의 울타리』 (박병상 지음, 이상북스)
두 명의 캐나다 청년 미첼 모피트와 그레고리 브라운이 운영하는 유 튜브 채널 에이셉사이언스AsapScience에 지난 1월 말 흥미로운 콘텐츠 가 하나 올라왔다. ‘지구에서 인간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란 제목 의 4분 9초짜리 애니메이션은 인간이 멸종한 뒤 지구에서 일어나는 변화상을 시간대 순으로 보여준다. 먼저 수 시간 만에 발전소 가동이 멈추면서 전기가 끊긴다. 세상은 암흑에 빠지고, 15억 마리의 소와 10억 마리의 돼지, 200억 마리의 닭이 우리에서 풀려난다. 이들 가축은 대부분 굶어 죽거나 5억 마리 WIDE - EYE 1
이상으로 추정되는 개와 고양이의 먹이가 된다. 하지만 개와 고양이 처럼 인간에 의해 개량된 동물들 또한 야생에 적응하지 못하고 상위 먹이사슬에 있는 늑대나 코요테, 살쾡이 등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결국 인간이 멸종한 지 백여 년 만에 지구는 사라지지 않는 몇 가지 흔적들(플라스틱 등 화학적 결합물과 전자파 등)만 남긴 채 인류 탄생 이전 상태로 되돌아간다고 이 애니메이션은 전한다. 겨우 ‘백여 년’ 만에, 인간이 경작을 시작한 지 1만 500년 동안 한 땀 한 땀 이어왔던 인류의 문명이, 길게는 1만 년부터 짧게는 2 천 500년까지 한 울타리에서 살아온 인간과 가축 및 애완동물의 결연이, 허무하게 소 멸해버리는 것이다. 인류 멸망 이후를 다루는 수많은 SF 창작물들은 인간이 사라지거나 지구의 지배자 로 군림하지 않는 미래를 황량한 디스토피아로 묘사한다. 에이셉사이언스의 애니메 이션이나 데이비드 드 브리스가 2008년에 만든 <인류 멸망 그 후> 같은 과학 다큐멘 터리 등의 결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부터는 다른 이야기다. 생물학 박사이면서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를 이끄 는 생태학자 박병상은 『탐욕의 울타리』에서 인류 멸망 이후가 아니라 현재의 지구가 이미 디스토피아임을 일깨운다. 지구 생명체인 돼지 가족의 이야기에서 엄마돼지와 아기돼지 삼형제는 더는 등장하지 않는다. ”새끼만 낳아야 하는 적은 수의 암퇘지와 죽을 때까지 정액만 쏟아야 하는 극소수의 수퇘지, 그리고 오로지 고기용으로 얼른 키워 어린 나이에 일제히 도살되는 나머지 대부분의 돼지”들은 목숨이 붙어있다는 의미에서만 생명체일 뿐이다. “숨 쉬는 햄버거”가 돼버린 소의 운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선택 받은 일부 송아지는 태어난 순간 어미에게서 떨어져 햇빛이 차단된 좁은 울타리에 갇힌다. 철분이 제거 된 연유만 먹는 탓에 이들은 되새김질할 수도 없고 근육이 제대로 발달하지도 못해 어린 나이에 서서히 죽어간다. 더 잔인한 건 송아지가 저절로 죽기 직전에 도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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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맛있는 고기를 얻을 수 있다는 걸 인간이 알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축산과학이 이룩한 ‘성과’다. 공장식 축산과 거대 식품가공 산업으로 무장한 현대 자본주의 체제 는 동물들을 오래 사육할 필요가 없다고 가르친다. 닭은 7주 만에 도축된다. 소는 20 개월, 돼지는 140일~180일, 삼계탕용 병아리는 불과 28일이 ‘적정’ 생존 기간이다. 인간의 먹이가 되는 가축들만 지구라는 지옥을 견디는 것은 아니다. 실험실의 생쥐 와 침팬지, 동물원 울타리에 갇힌 맹수, 본성을 억압당한 채 새로운 품종으로 한없이 개량되는 반려동물까지 모든 지구 생명체가 인간이 이룬 디스토피아의 구성원들이 다. 박병상은 나아가 프린스턴 대학 분자생물학 교수였던 리 실버의 섬뜩한 예견을 소개하는 것으로 인간 또한 희생물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서기 2350년이면 인간 은 두 부류의 계층으로 나뉠 것이다.…사료 많이 먹지 않을 정도로 작고, 말도 잘 듣 고, 예쁘지만 머리가 적당히 퇴화된 애완용으로 보통 유전자 계층을 육종할 것이라 는 망측한 예측도 가능하다.” 인간과 동물이 ‘평등하게’ 디스토피아를 경험하게 된다 면, 그게 다 과학과 산업이라는 이름의 괴물, 그 배후에 버티고 선 인간의 탐욕과 몰 염치 덕분이리라. 『탐욕의 울타리』의 일독을 끝낸 지난 2월 초,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사육사가 사자 에 물려 숨졌다는 뉴스를 봤다. “동물은 인간이 만든 울타리 안에서, 인간은 자본과 권력이 쳐놓은 울타리에 갇혀, 서로 닮아간다. 그래서 세상은 거대한 동물원이다”라 는 책 뒤표지의 카피가 새삼 눈에 들어왔다.
『투명인간』(성석제 소설, 창비)과 『차남들의 세계사』(이기호 소설, 민음사)
문학이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
역사소설을 읽던 시대가 있었다. 『장길 산』 『임거정』 『토지』 『태백산맥』 등 열 권 이상씩 되는 대하소설이 베스트셀러 서 가를 장식하던 시절, 민초들의 가슴은 영 웅 서사에 푹 젖었다. 영웅들은 비단 문학 작품 속에서만 존재하지 않았다. 거대담 론은 조감도처럼 세상을 내리비추고, 지사적 열변은 사회 저변에 눅진하게 배어있었 다. 1970년대와 1980년대가 그런 시대였다. X세대와 서태지, 버블경제와 금융위기가 연달아 몰아닥치면서 거대담론과 영웅서 사의 시대는 썰물처럼 밀려났다. 젊은이들의 관심은 취직과 ‘먹고사니즘’에서 한 발 짝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남에 대한 관심, 우리에 대한 성찰이 철지난 유행가 취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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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받는 시대가 찾아왔다. 대하역사소설은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없어졌다. 후일담 소설 이 한때의 유행처럼 흘러간 뒤 ‘나’를 주인공으로 한 일인칭 소설들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이 이런 시대였다. 아니 지금도 이런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고 할 수 있겠다. 지난해 한국문학은 몇 권의 징후적인 소설들을 출산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 성석제의 『투명인간』, 이기호의 『차남들의 세계사』 등이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계엄군에 맞서 싸우던 중학생 동호와 주변 인물들의 고통 받는 내면을 그린 장 편이다. 『차남들의 세계사』에는 1980년대라는 광기의 역사 속에서 스스로 의지와는 상관 없이 파괴되고 상처 입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투명인간』은 산업화 시대를 배경으로 비정 한 현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끝내 투명인간이 되어야만 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다. 문학이 다시 역사를 호출하기 시작했다. 이런 걸 역사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들 소 설은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에 연루된 주인공을 다루거나(『소년이 온다』는 빼고), 실존 인 물을 형상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존 역사소설과 다르다. 이들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은 역사 연표에 등장하지 않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잘 보이지 않거나 보이지 않게 된 인간 들이다. 『투명인간』의 김만수는 사회에서든 집안에서는 한 번도 주인공이 되어 본 적이 없 는 인물이다. 『차남들의 세계사』의 주인공 나복만도 김만수 못지않은 투명인간이다. 소설 주인공이 된 베이비부머 이야기를 우리의 주인공 김만수 씨와 나복만 씨에게 좁혀보자. 『차남들의 세계사』 주인공 WIDE - EYE 1
나복만은 1953년생이다. 『투명인간』 김만수는 1960년생이다. 우리는 이들 세대를 베이비 부머라고 통칭한다. 미국의 베이비부머나 일본의 단카이(団塊) 세대처럼, 전후 재건 시기 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잉태되어 단번에 인구 그래프의 배불뚝이 부분을 차지하게 된 세대. 한때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주인공이었지만 지금은 치약 튜브처럼 배불뚝이 그래프 상태 그대로 위쪽으로 밀려 올라와서 이제는 사회의 부양계층으로, 초고령 사회의 주인공으로 서서히 늙어가는 세대. 그래서 ‘엑티브 에이징’이니 ‘50플러스’니 하는 각종 노인정책의 대 상자로 객체화되고 있는 세대. 숫자가 많아서 거대한 표밭으로, 유권자로 대접받는 세대. 『투명인간』의 주인공 김만수와 『차남들의 세계사』의 주인공 나복만은 모두 베이비부머 세 대에서 흔한 캐릭터들이다. 김만수는 명절이나 신년 신문 특집 면에 소개되곤 하는 ‘평균 한국인’에 근접한 이력을 가진 사내다. 나복만은 고아 출신에 문맹이라는 점에서 ‘평균 한 국인’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택시운전사로 안온한 가정을 꿈꾸며 사는 사내라는 점에 서 우리 이웃의 장삼이사와 다르지 않다. 아주 평범한,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을 이들이 왜 산업화와 민주화, 속도전과 광기로 대변되는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의 주인공으로 불려 나와야 했을까. 1980년대의 주인공으로 우리는 흔히 ‘386세대’를 호출한다. 그때를 보통 운동권의 시대였 다고 한다. 당시 대학생들이 모두 학생운동을 했다는 듯. 그러나 학생운동이 왕성했던 내 가 다녔던 대학의 동기들 중 운동권 학생은 10분의 1 정도도 안 되었을 것이고, 그게 다른 대학이라고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대학생 대다수는 ‘일반학우’였고, 또 일반학우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학번을 갖지 못한 젊은이들이 사회 곳곳에 널려 있었다. 그들, 일반학우와 학 번을 갖지 못한 수많은 1970~1980년대의 젊은이들, 베이비부머들에게 지상 최대의 가치 는 무엇이었을까. 다른 사람은 모르되, 김만수와 나복만에게는 가족(혹은 가정)이었다. 3남3녀의 차남이었던 김만수(그러니까 김만수도 차남이었다!)는 집안의 기대를 한몸에 받 던 형 백수가 베트남전에서 사망한 뒤 알코올 중독에 빠진 아버지를 대신해서 가장이 된 다. 연탄가스 중독으로 바보가 된 누나, 자기만 아는 동생, 그리고 부모에게서 버림받은 조 카 태석까지 그가 책임질 가족은 계속 늘어간다. 그가 다녔던 공장의 동료 노동자들도 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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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는 넓은 의미의 가족이었다. 천성이 착하고 약한 자들의 편이었던 김만수가 구사대가 되 었다가 나중에는 노조원들과 마지막까지 남아 손해배상의 폭탄을 뒤집어쓰고 빚쟁이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성석제는 김만수 주변인들의 시각으로 전한다. ‘어디선가 누구에 게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홍반장’처럼 가족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던 그 의 몸이 닳고 달아 투명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원주의 1년차 택시운전사 나복만의 꿈은 애인 김순희와 어엿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었다. 운전 중 사소한 사고를 낸 뒤 그가 굳이 경찰서로 찾아가 자진 신고한 이유는 그게 꼬투리 가 되어 직장에서 쫓겨나고 애인과의 결혼이 깨질 수도 있음을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하 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던가. 안기부 직원 정 과장에게 월북한 아버지를 둔 나복만 은 만만한 먹잇감이었다. 전두환과, 그의 말단 수족인 정 과장이 잔인하고 비열한 카인이었 다면 나복만과 ‘형제의 집’ 출신 고아들은 희생자가 될 숙명을 지닌 아벨 ‐ 우린 모두 형제 들이고, 이세상은 두려운 한 명의 형과, 두려움에 떠는 수많은 동생들로, 차남들로 이루어 진 것이라고. (p.289) ‐ 이었을 뿐이다. 유신과 80년대를 호출하는 방식에 대하여 가족을 지키려다가 빚쟁이가 된 김만수와 가정을 잃지 않으려다가 고정간첩이라는 덫에 걸려든 나복만의 이야기는 1970년대와 1980년대라는 속도전과 광기의 시대가 남긴 우리 들의 또 다른 자화상이다. 거대서사와는 거리가 먼 주인공을 등장시켰지만, 결국은 스스로 의지와 상관없이 거대한 역사의 아귀 속으로 빠져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인간의 아이러니 라니. 이게 바로 『투명인간』과 『차남들의 세계사』가 유신과 1980년대를 기억하고 호출하 성석제와 이기호라고 하면 얼른 떠오르는 이미지가 이야기꾼이다. 소설가가 이야기꾼 아 니냐고 말한다면 요즘은 무식쟁이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언제부터인가 순문학, 본격문학 은 대중문학과 다른 무엇을 뜻했다. 작가들은 파스칼 키냐르나 마루야마 겐지 같이 시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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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방식이다.
문장을 갖추거나, 황정은이나 김애란처럼 자기 내면의 심연을 관찰하는 저공비행에 능해 야 했다. 그런 시대에 역행하듯 성석제는 대중소설보다 더 잘 읽히는 글을 쓰는 ‘구라’꾼이 었고 이야기의 달인이었다.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재미나는 인생』 『내 인생의 마 지막 4.5초』 『조동관 약전』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같은 소설집 제목만 봐도 그의 대중 감각을 엿볼 수 있는데, 이번 책은 그의 소설 중에서 가장 진지한 축에 속할 것이다. 성석제가 어깨에서 힘 뺀 황석영이라면, 이기호는 작은 성석제라고 할 수 있겠다. 1999년 월간 《현대문학》에 신인추천으로 등단한 그의 첫 소설집 제목이 『최순덕 성령충만기』였다. 이후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김박사는 누구인가』 등 소설집과 장편소설 <사 과는 잘해요>를 발표했다. 비극의 현대사를 블랙 코미디 같은 구성과 속도감 있는 문장으 로 담아낸 『차남들의 세계사』는 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글 안철흥(간향클럽 자문위원, 번역가) 안철흥 <시사IN> <시사저널>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문화부 기자로 건축 기사를 쓰면서 건축계 인사들과 교류를 시작한 게 지금껏 이어져서, 현재 ‘간향클럽’ 자문위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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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벗겨지는 건축의 전설傳說들
『윤승중 구술집』 vs. 『4.3그룹 구술집』
지난해 말 《목천건축아카이브 한국현대건축의 기록》 4, 5권 이 동시에 출간(도서출판 마티 발행)되었습니다. 『윤승중 구 술집』과 『4.3그룹 구술집』이 그것입니다. 전자는 건축인생을 통틀어 영원한 2인자의 이미지로 남아 있는 건축가 윤승중 선 생님의 위치를 바로 세우는 중요한 전거가 되었고, 후자는 한 윤승중 구술집 표지
시대의 건축적 사건으로서의 4.3그룹의 형성 배경과 활동 상
(도서출판 마티 제공)
황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던 반면 그룹으로서의 허술
한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동시에 저들 증언의 행간을 통해 지난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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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약한 우리 건축의 구조적 한계의 최저점이 여전히 현재형이라는 시사점을 던져 주 었습니다. 1. 『윤승중 구술집』 한국현대건축지연의韓國現代建築志演義 먼저 『윤승중 구술집』의 경우, 한마디로 정리하여 출판물로써의 구술집의 가능성을 펼쳐 보인 수작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무엇보다도 구술자 선정의 중요성을 부각 해도 좋을 만큼 윤승중 선생님의 당대 건축계에서의 존재위치에 대한 연구팀의 확신 이 주효했다고 여겨집니다. 거기에 보태어 구술자가 간직해온 탄탄한 자료와 세세한 기억력이 밑받침되면서 건축 구술사의 가능성을 확인케 해주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향후 구술채록에 임하는 이들에게 충분히 교훈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게 했다는 점 에서 매우 유익한 결과를 도출해냈다고 평가할 수 있을 듯합니다. 만 4개월 총 10회에 걸친 구술과 채록, 그로부터 건져 올린 549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 손에 잡히는 책술의 묵직함. 이는 자체로 『윤승중 구술집』이 지닌 내적 충실도 와 비례합니다. 책장을 넘기기 전부터 밀려드는 구술자를 향한 선입견이 작동한 탓 이겠지만 그의 입을 통해 드디어 한국현대건축이 걸어온 지구 뒤편의 서사를 확인할 수 있겠다는 기대심으로 인해 다시 깨어나는 활화산의 분화구를 보는 양 하였다 함 이 적절한 표현일 겁니다. 김수근건축연구소의 2인자, 청년 윤승중은 일찍이 김수근을 한국의 스타건축가로 만들어내는 소명을 스스로에게 깊이 심었다고 회고합니다. 젊은 시절 자신의 기량에 도취될 만도 한데 그보다 우리 건축의 미래를 위해 스스럼없이 조역을 자처했던 그 의 정체를 궁금해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후 김수근으로 부터 독립하여 원도시건축을 설립하고 한동안 이 땅을 선도하는 중심 건축가집단으 로 발돋음 시킨 이력과 한국건축가협회장을 역임하는 등 줄곧 건축계 중심에서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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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범상치 않은 행보를 해온 그였음에도 여전히 윤승중 선생님의 진면목은 어느 시기에도 그가 1인자였다는 기억으로 회자되고 있지 않음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 니다. 혹자는 그러한 상황을 개인의 불행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단언컨대 그이 의 건축 평생에 1인자의 자리는 동시대의 인물 김수근이라는 선배 건축가를 향한 우 정과 충성심의 발로에 기인하는 것이기에 그것은 결코 불행으로 규정할 수 있는 것 이 아닙니다. 『윤승중 구술집』은 한국현대건축의 1세대 건축가들을 불러내는 한 편의 거대서사시 에 비견될만합니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갈음하여 한국현대건축지연의韓國現代建築志 演義라
명명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읽는 내내 장대한 구성의 실명건축소설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해도 과장이 아닐 듯싶습니다. 떨림과 울림이 교차하는 독서의 느 낌은 이 글을 적는 이 순간까지 지속되고 있습니다. 서서히 벗겨지는 1세대 한국현대건축의 진실들 1960년. 아마 5월정도 되었을 거 같아요. 박춘명 선생님이 그 당시 대표였기 때문에 그분이 설계 회사 사장이시고 을지로 3가에 사무실이 있었죠. 설계 위원이 그 당시에 현상 팀이 다섯 분이 공동 응모했거든요. 다 아시겠지만 박춘명, 김수근, 강병기, 정 경, 정종태, 다섯 분인데 그 중에서 정경, 정종태 두 분은 구조하시는 분이에요. 다들 동경대학교 학생들이셨고, 대학원 학생들이셨고, 근데 그 다섯 분들이 설계위원이고 그러고 그 위에 이제 설계 자문위원이 계셨는데 쟁쟁하신 분들 다 모여 있었어요. 내 어납니다. 뭐, 그 때 당시에 굉장한 사건 이어가지고 여기저기 국회의원 추천서 받아 서 오고, 박춘명 선생께서는 할 수 없이 받아주고 하여튼 직원이 한 60명이 됐어요. 설계위원이셨던 분들이 지금 생각나는 게, 이것도 백퍼센트 정확하진 않은데, 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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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5월 하순에 갔는데 30명 정도 있었어요. 그러다가 한 달 사이에 거의 60명으로 늘
수, 김중업, 엄덕문, 이런 분들 계셨고요, 그러고 구조설계 쪽에도 있었어요. 또 그 위 에 국회 사무처 안에 ‘국회의사당건설위원회’라는 게 있었어요. 거기는 이제 이천승, 김순하, 김창집, 김효경, 지철근 이런 분들. 김순하 선생님은 시공 쪽이시고 지철근 선생님은 전기설계, 김호경 교수는 설비, 그러고 아마 한두 분 더 계셨던 거 같은데 잘 기억이 안 나네요. 단계가 여러 가지 있는 거지요. 거쳐야 하는 단계가... 설계실에 서는 뜻밖에도 박학재라는 분이 설계 실장 격이었죠. 근데 박학재 교수는 소문이 굉 장히 무섭게 났는데 사실 그래요. 좀 엄격하고... 이분이 어떻게 좀 특이 하셨냐면, 상 세도를 한 30분 정도면 프리핸드로 그리세요. 엄청 잘 그리시는데, 스케일 없이 그냥 그리시는데 나중에 스케일로 재보면 거의 정확하게 맞아요. 그렇게 드로잉을 하시는 분이었고. 또 건축사, 건축연구에 정통하셔서 아주 말씀나누기가 어려운 분이었어요. 그분이 무섭게 좀 보였어요.(118쪽, ‘한국 국회의사당 설계사무소’ 회고 내용 중) 그가 담담하게 풀어내는 1960년 전후하여 남산 국회의사당에 관련된 한국 건축 설 계상황의 단편들은 지금 이 시대 건축인 대다수의 기억 밖으로 밀려나버린 초창기 현대건축의 지형을 복원해주고 있다는 면에서도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의 첫 수혜자로서 그가 걸어온 건축인생의 궤적은 당대의 한복판을 객관화시켜 바라볼 수 있는 바 로미터가 된다는 점에서 이번 구술집은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습 니다. 윤승중(목천김정식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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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중반 청년건축인 윤승중의 화려한 외출 나상진 씨와는 어떻게 인연이 되었느냐 하면은 그것도 재밌는 에피소드인데, 혁명 직후에 어느 날 갑자기 나상진 사무실로 갑자기 군인 세 명이 군복입고 들어오는데 큰 자루를 하나 들고 왔대요. 마대 같은 느낌의 보따리를 주면서, 나상진 선생 계시 냐, 그래서 깜짝 놀라서 그때만 해도 무서울 때니까요. 나를 왜 잡으러 왔을까, 어디 서 왔냐 하니까 중앙정보부에서 왔다는데 그 분들이 가져온 자루를 보니까 거기에 돈 다발이 들었다더라고요. 근데 이게 뭡니까, 그랬더니 우리 부장님이 보내는 거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혁명 전에 JP가 한창 어려울 때 어떤 술집에 갔다가 술값 시비가 붙었는데 나상진 선생님이 지나가다가 무슨 일이냐, 하고는 군인한테 왜 그러냐 하 면서 술값을 내줬대요. 연배가 비슷했을 거예요. 그러고서 잊어버렸다가 JP가 그걸 기억해 가지고 건축가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찾아냈어요. 그렇게 해서 빚을 갚고, 그 때부터 워커힐까지 그렇게 인연이 되었던 거죠. 그러니까 나상진 하나만 알고 있던 거지, JP가. 물어봤더니 김수근 선생은 잘 몰랐던 거 같아요. 그렇게 인연을 갖게 돼 서 워커힐 때 불려간 거죠. 61년 마지막인지 62년 초인지 겨울이었는데 그 때 갑자 기 김수근 선생님이 나하고 갈 데가 있다, 그래서 갔더니 건축가 선배님들, 김희춘 선 생님 계시고 나상진, 정인국, 엄덕문, 이희태 이런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인사드리고, 나는 그 때 그분들 대개 다 잘 아는 관계에 있었어요. 그랬더니 갑자기 트럭을 타라 해서 가는데 워커힐 야산이었습니다.(웃음) 그때는 야산이었죠. 가서 산 둘러보고 그 러다가 돌아왔는데 나중에 보니까 JP를 중심으로 한 세력들이 우리나라가 발전을 하 WIDE - EYE 2
려면 외화가 필요한데, 일본에 주둔한 미군들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그 당시에. 8군 군인들이 휴가를 일본이나 하와이로 가고 그러잖아요. 그 사람들을 한국으로 끌어들 여서 외화를 벌 수 있겠다, 뭐 그래 가지고 그 사람들을 위한 레크레이션 센터를 만드 는 것이 워커힐의 주목적인데, 주일 미군들 또는 주한 미군 돈을, 휴가 비용을 거둬들 이는 그런 식의 목적으로 지어진거죠. 그런 프로젝트 가지고 우선 땅부터 보고 왔는 데 그 때 미팅에서 뵌 분이 전부 여섯 분이었어요. 제일 원로셨던 김희춘 교수 계셨 고, 엄덕문, 나상진, 이희태, 강명구, 김수근. 여섯 분들로 구성을 해가지고 워커힐에 대한 프로젝트를 의뢰하게 됩니다.(152~153쪽, ‘워커힐 힐탑바와 JP 그리고 김수근 의 회고’ 내용 중) JP와 김수근의 만남은 5.16 직후, 일본에 다녀오던 김수근이 탑승한 비행기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김수근은 좌석에 앉아 스케치를 하며 구상 중이었는데 우연히도 동승 했던 JP가 그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고 김수근에게 당신 뭐하는 사람이냐고 묻는 것 에 답하여, 건축가며, 국회의사당 당선자라고 하면서 통성명을 하게 되었는데 이런 저런 얘기 끝에 JP가 나상진 씨를 아느냐고 물어 왔다고 합니다. JP는 국가 재건을 위한 건축가의 중요성을 깊이 헤아리고 있었던 데에 반해 알고 있는 건축가가 극히 제한적이었던 것이지요. 당시에 김수근 또한 나상진을 몰랐을 정도로 국내 건축판의 상황에는 어두웠던 편이었는데 상기 회고담을 통해 이후 워커힐 프로젝트를 통해 교 분을 맺게 된 정황을 당시 20대 중반의 청년 건축인 윤승중의 증언으로 확인케 된 점 또한 흥미로운 사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동시에 나상진 선생이 당대 권력중심에서 비롯된 주요한 프로젝트를 수임하는 배경을 추측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하게 된 것 은 구술된 내용을 빌어 덤으로 얻게 된 정보이기도 합니다. 앞서 소개한 두 편의 구술 내용은 이 구술집이 품은 수많은 얘기들 가운데 극히 작은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습니다. 구술자 윤승중 선생님의 정치한 기억공간에 기대어 한 국현대건축 초창기 선배 건축가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그분들이 활동했던 시대,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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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지 대체로 그 시대를 특별하게 인식하려들지 않았던 세태까지를 되짚어보는 것은 충분히 도타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서 이 구술집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 다면 원도시건축을 업계 최정점의 건축가 집단으로 끌어올리는 지난한 과정을 살펴 보는 것은 이 책이 품은 또 다른 가치를 발견하는 일입니다. 설계조직이기에 앞서 넓 은 의미의 건축아카데미를 열망했던 그의 사무소 운영철학은 수많은 프로젝트의 설 계경기에서 고배를 마시는 순간에서조차도 당락에 우선하여 건축 프로젝트의 과제 (진정성)에 당하여 최선을 다했는가를 판단의 척도로 삼았던 윤승중 선생님의 우직 愚直한
성품을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말입니다. 동시에 늘상 건축적인 이슈에 대
해 발전적인 프로덕션을 궁구했던 그는 한국건축가협회의 초기 구성원으로서, 훗날 에는 그 단체의 수장으로서 출판, 어워드, 전시 기획 등등에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건 축계의 미래를 준비했던 선구적 행동을 실천에 옮겼던 바 이는 윤승중 선생님의 면 모를 새삼스럽게 바라보게 하는 기초 자료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2. 『4.3그룹 구술집』 반면 『4.3그룹 구술집』은 구술 행위의 부정적 이미지를 적 나라하게 드러낸 문제적 채록집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듯합 니다. 한 차례의 사전 미팅을 포함하여 6개월에 걸친 열한 번의 집중 구술 채록 작업과 해를 넘겨 마무리한 한 번의 작 업을 포함하여 총 열두 차례의 구성원 상호 교차식 구술채 록 작업은 4.3그룹 구성원들의 서로가 조금씩 다른 기억과 의심의 여지없이 큰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습니다. 4.3그룹 구술집 표지 (도서출판 마티 제공)
구술 채록자의 자세에 대한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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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을 바탕으로 한 얘기를 끌어내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지불식 간 부정확한 기억에 의존한 구술은 1차적으로 채록자 를 부담스럽게 했겠지만 여러 면에서 독자의 눈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구술자보다도 채록자들의 자세와 태도에 의문을 갖게 하였습니다. 일 단은 구술자의 발언에 의지하여 채록하는 것이 통상의 방법론이겠지만 구술자의 발 언에 대하여 사전 조사에 의한 오류를 짚어가며 대화를 진행하거나, 또는 현장에선 놓친 사안의 경우 사후 보완이 되지 않은 채 고스란히, 오류를 정당화시켜 구술집에 담아내는 방식은 분명히 개선될 여지가 있는 것입니다. 이 구술집 총서를 이끌어가 고 있는 주체들이 단순 채록노동자가 아니라 역사를 전공한 이 방면의 내로라하는
1.우경국 2.김광현 3.김병윤&도창환 4.이성관 5.승효상 6.조성룡 7.동정근&이종상 8.곽재환&방철린 9.민현식 10.백문기11.김인철(목천김정식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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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들이기에 더욱 그러합니다.(설치미술가 최재은을 최재원으로, 모노파 화가이자 설치미술가 이우환을 이유완으로 표기하는 등 이 구술집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내 용들이 적잖이 눈에 밟힙니다.) 4.3그룹 멤버들의 기억력이 소진되기에 앞서 서둘러 구술채록을 통해 기록해야한다 는 기획 의도를 적고 있는바 행간에서 구술자와 채록자 쌍방이 공히 준비가 소홀했 구나 하는 점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긴 하지만 동시에 출간된 앞의 책 『윤승중 구 술집』과 단순 비교를 하게 되면서 그 정도가 심하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는 없다고 판 단되었습니다. 더욱이 4.3그룹이 주로 등장했던 시대상을 심도 있게 개관하지 않은 채 전적으로 저 들의 기억에만 의존한 받아쓰기형식의 구술채록은 이 구술집 시리즈의 문제점을 고 스란히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 20년의 시공간은 그렇 게 멀리 있는 과거사가 아닌 까닭임에도 아주 오래 전의 일인 양 당연시하고 접근하 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구술의 핵심을 놓친 채 당신이 4.3그룹 활 동의 주된 수혜자냐 아니냐 식의 문답의 함정에 빠져 있거나, 구술자 개인의 건축관 피력을 일방적으로 경청하고 있거나, 대세와 무관한 개인의 가십거리가 필요 이상으 로 부풀려져도 채록(연구)진행자가 제어하지 못한 채 무방비로 당하고 마는 형식성 은 이 같은 구술집이 지양해야 할 태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시대상황에 따른 구술자 와 그 주변에 대한 사전 연구 작업이 충실할수록 구술자의 진술이 후대에 좋은 영향 을 끼친다는 아주 단순한 논리가 금번 4.3그룹의 구술과정에서 아쉬운 점으로 드러 WIDE - EYE 2
났습니다. 3. 구술과 채록의 과정 자체가 역사며 교육의 연장 끝으로 구술채록 과정을 포함하여 공식석상에서 간과되고 있는 존칭 사용에 관한 얘 기를 해야겠습니다. 이는 구술집에도 종종 등장하는 것입니다만 선배와 만나서 대화 를 하는 후배 채록연구자들의 호칭과 어법에 대하여 순간순간 움찔해질 때가 많았습 니다. 개별적으론 (조)부모 뻘 이상의 구술자 앞에서 채록자 서로를 지칭하며 OOO 선생님, OOO교수님 등의 존칭 사용은 물론이려니와 대화상에 곧잘 등장하는 필요 이상의 (채록자 간)경어체 혹은 (구술자를 향한)반어체 사용은 이 작업을 선도해오 고 있는 당사자들이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는 고령의 참석자 기준으로 채록자와 4~50년 이상의 나이 차를 확인할 수 있는 구술집의 출판기념회 자리에서도 아무런 제지 없이 입으로 옮겨와 발설되곤 했는데 보고 듣는 이가 민망 할 정도였습니다. 구술집에 담긴 화자들의 언어 사용 하나하나까지도 당장의 후학들 은 물론, 후대에 걸쳐 오랜 시간 살아남아 그 시대를 증거하는 자료가 될 터, 적어도 채록자들 선에서 우리말 사용에 대한 예법이 존중된다면 이러한 구술채록 사업이 지 닌 교육적 효과가 증대될 거란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닐는지요. 이 글이 《목천건축아카이브 한국현대건축의 기록》을 주도하는 아카데미 기반 채록 연구자들의 노고를 무시하고 폄훼하려 준동한다고는 생각지 말아주십시오w. 여기 소개된 구술집 포함 4권의 구술집(『김정식 구술집』 『안영배 구술집』)을 통해 이미 우리는 그네들의 역할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는지를 익히 경험해오 고 있습니다. 감사할 밖에요.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사업으로 봐서는 초석을 놓은 단 계이나, 고개 내민 떡잎의 실체가 귀하고 귀한 존재감으로 다가오는 까닭에 오지랖 넓게 간섭하려 든 것이라 여겨주면 좋겠습니다.(끝) 글 전진삼(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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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건축평단│2015년 3월 5일 창간│ISSN 2384-020X│권별 정가 2만원(연간 정기구독 7만원) 정기구독 신청 jeongye.org/notice/496│문의 정예씨(JEONGYE publishing Company) 전화 070.4067.8952 팩스 02.6499.3373 이메일 book.jeongye@gmail.com
건축평단 2015 봄 - 창간호
좋은 건축이란 무엇인가 창간기념포럼 ‘세월호 이후의 건축’ 2015. 3. 21(토). 10:30~17:00 정림건축문화재단 라운드 어바웃 기획/주최_건축평단+정림건축문화재단 문의_02.3210.4991 lee@junglimfoundati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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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3. 9. 오후 12:05
“그의 연구들은 철저하게 공공적 가치를 우선으로 하는 것들이다. 프로젝트의 발주자들은 지자체로 대표되는 관(官)이었으나 그가 수행한 대개의 경우 발주처의 의도를 전문적으로 포장해주는 것과는 달랐다. 그에게 중요한 대상은 시장이나 군수가 아니었고, 그 지역의 주민과 문화였다. 강수미/김봉렬/김선정/김성우/김태형/박성진/변창흠/원흥재/ 이선철/이종우/전수환/장용순/정이삭/조명래 함께 지음 한국예술종합학교 도시건축연구소 기획 와이드AR 특별판 01호 | 15,000원 | 200쪽 | A4 변형 | 2015년 2월 21일 발행
때문에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가장 적절한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공동 연구를 행하면서,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합리적인 비전들을 무기로 시장과 군수를 설득하고 실무자들을 감동시켰다.” _서문에서
제6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 공모 본지는 2010년 이래 꾸밈건축평론상과 공간건축평론신인상, 와이드AR 건축비평상 수상자들의 모임인 건축평론 동우회와 손잡고 <와이드AR 건축비평상>을 제정하여 신진 비평가의 발굴을 모색해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 건축평단의 재구축은 물론 건축과 사회와 여타 장르를 연결하는 통로로서 건축비평의 가치를 공유하 는 젊은 시각의 출현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역량 있는 새 얼굴들의 많은 관심과 응모를 바랍니다.
주최
간향 미디어랩 & 커뮤니티
[응모마감일]
주관
와이드AR
2015년 11월 30일(월) 자정(기한 내 수시 접수)
후원
건축평론동우회 [당선작 발표]
공모요강
2016년 1월 중 개별통보 및 <와이드AR>
2016년 1/2월호 지면 및 2016년 1월 초 [시상내역]
네이버카페 <와이드AR> 게시판에 발표
당선작 1인 기타
기타(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당선작 외에
[심사위원]
도 가작을 선정할 수 있음)
수상작 발표와 함께 공지 예정
[수상작 예우]
[시상식]
당선작 상장과 고료(100만원) 및 부상
2016년 1월(예정)
가작
상장과 부상
공통사항
[응모작 접수처]
1) <와이드AR> 필자로 우대하여, 집필 기회 제공
widear@naver.com
2) ‘건축평론동우회’의 회원 자격 부여 [기타 문의] [응모편수]
대표전화 070-7715-1960
다음의 ‘주평론’과 ‘단평론’을 동시에 제출하여야 함. 주평론과 단평론의 내용은 아래 ‘응모요령’을 반드시
[응모요령]
확인하고 제출바람
1. 모든 응모작은 응모자 개인의 순수 창작물이어야
1) 주평론 1편(200자 원고지 50매 이상∼70매 사이 분
함. 기존 인쇄매체(잡지,단행본 기타)에 발표된 원고
량으로, A4용지 출력 시 참고도판 등 이미지 포함하여
도 응모 가능함.(단, 본 건축비평상의 취지에 맞게 조
7매∼10매 사이 분량)
정하여 응모 바람)
2) 단평론 2편(상기 기준 적용한 20매 내외 분량으로, A4용지 출력 시 3매 분량)
2. ‘주평론’의 내용은 작품론, 작가론을 위주로 다루어 야함 3. ‘단평론’의 내용은 건축과 도시의 전 영역에서 일어
[응모자격] 내외국인, 학력, 성별, 연령 등 제한 없음
나는 시의성 있는 문화현상을 다루어야 함 4. 응모 시 이메일 제목 란에 “제5회 와이드AR 건축비 평상 응모작”임을 표기할 것
[사용언어] 1) 한글 사용 원칙
5. 원고는 파일로 첨부하길 바라며 원고 말미에 성명, 주소, 전화번호를 적을 것
2) 내용 중 개념 혼동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괄호( )
6. 원고 본문의 폰트 크기는 10폰트 사용 권장
안에 한자 혹은 원어를 표기하기 바람
7. 이메일 접수만 받음 8. 응모작의 접수여부는 네이버카페 <와이드AR> 게시 판에서 확인할 수 있음
WIDE 건축영화공부방
2015년 <시즌4> 《WIDE건축영화공부방》이 노매딕 스크리닝으로 운영됩니다. 올해도 본지 독자 및 후원회원 여러분들의 변함없는 성원과 참여 기대하겠습니다. 참가를 원하시는 분은 아래 일정을 꼭 확인 바랍니다.
-노매딕 스크리닝 2
■ 제19차 상영작: 슈페어와 히틀러 (완결편)
-감독
하인리히 브렐뢰Heinrich Breloer
-제작
2005
-개관
히틀러, 슈페어, 이데올로기 3부작 집중 스터디 두 번째 시간
■ 일시
2015년 4월 6일(월) 7:00~10:30pm
■ 장소
ONE O ONE Architects 4층 최욱 홀
■ 방장
강병국(간향클럽 자문위원, WIDE건축 대표)
● 참석 신청 예약 총원
총 20인 이내로 제한함(선착순 마감 예정)
● 신청 예약 방법
네이버카페 <와이드AR> 게시판에 각 차수별 프로그램 예고 후 선착순 접수 *참가비 없음
주최
간향 미디어랩&커뮤니티
주관
WIDE 건축, 와이드AR
후원
유오스 Kollkorea
《간향 클럽, 미디어랩 & 커뮤니티》 GANYANG CLUB, Media Lab. & Community 우리는
우리는
건축가와 비평가 및 다방면 건축의 파트너들과 함께
격월간으로 발행하는 잡지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지방locality, 지역region,
월례 저녁 강의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땅집사향)》
청년youth, 진정성authenticity, 실용성practicality”에
건축가들의 이슈가 있는 파티 《Architecture Bridge(ABCD파티)》
시선을 맞추고, “건축을 배우는 후배들에게 꿈을, 건축하는
《ICON Choice》
모든 이들에게 긍지를” 전하자는 목표 아래 건축한다는
건축역사이론비평의 연구자 및 예비 저자를 지원하는 《심원건축학술상》
것만으로 반갑고 행복한 세상을 짓는데 함께 힘을
신예비평가의 출현을 응원하는 《와이드AR 건축비평상》
보태겠습니다.
내일의 건축저널리스트를 양성하는 《간향저널리즘스쿨》 색깔 있는 건축도서 출판 《간향間鄕》 《AQ Insight Books》
우리는
국내외 건축과 도시를 찾아 떠나는 현장 저널 《WIDE 아키버스》
건축계 안팎의 현안을 주시하며 이슈를 발굴-공론화하고, 나아
건축인을 위한 미술수업 《WIDE 건축유리조형워크숍》
가 건축동네의 계층, 세대, 업역 간의 골 깊은 갈등 구조를 중재
인간·시간·공간의 이슈를 영상으로 따라잡는 《WIDE 건축영화공부방》
하는 매개자 역할을 통해 우리 건축의 현재와 미래를 견인하는
어린이·청소년 건축학교 《AB스쿨》
지렛대가 되고자 합니다. 그로써 이 땅에 필요한 건강한 건축
등의 연속된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또는 파트너들과 함께 수행하며
저널리즘을 구현함은 물론 건축과 대중 사회를 연결하는 미디
우리 건축 문화의 켜를 기품 있게 다져 나가겠습니다.
어 커뮤니티가 되겠습니다.
간향 미디어랩 GANYANG Media Lab.
간향 커뮤니티 GANYANG Community
[와이드AR 발행편집인단 publisher partners & editorial camp]
[고문단 advisory group]
발행인 겸 편집인 전진삼
명예고문 곽재환, 김정동, 박길룡, 우경국, 이상해, 임창복, 최동규
발행위원 김기중, 박민철, 박유진, 손도문, 오섬훈, 최원영
대표고문 임근배
편집자문위원 김재경, 남수현, 박영채, 박인수, 박정현
고문 구영민, 김원식, 박승홍, 박철수, 이일훈, 이종건, 이충기
편집장 정귀원 편집팀
[후원사 patrons]
_전속사진가 남궁선, 진효숙
대표 김연흥, 박달영, 승효상, 이백화, 이태규, 장윤규, 최욱
_디자이너 노희영, banhana project _외래기자 공을채, MasilWIDE
[자문단 creative committee] 위원 강병국, 공철, 김동원, 김석곤, 김영철, 김정후, 김종수, 김태만, 김태일,
[와이드AR 유통관리대행 distribution agency]
박성용, 박준호, 박창현, 손승희, 손장원, 신창훈, 안용대, 안철흥, 이정범, 임
서점 심상호, (주)호평BSA+정광도서
형남, 장정제, 전진성, 조남호, 조택연, 최춘웅
직판 박상영, 삼우문화사 [협력기관 program partnerships] [제작협력 production partners]
심원건축학술상 심사위원회 위원 김종헌, 박진호, 우동선, 함성호
코디네이터 김기현, 시공문화사 spacetime
심원건축학술상 역대 수상자 박성형, 서정일, 이강민, 이연경
인쇄, 출력 및 제본 강영숙, 서울문화인쇄(주)
심원문화사업회 사무장 신정환
종이 신안지류유통 [계열사 project partner] 마실와이드 대표 김명규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땅집사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리 건축의
(약칭, 땅집사향)
‘건축가 초청 강의’(시즌4)로 그분들이 관심하는 건축의
선후배 건축가들을 가로지르는 기획을 가지고 주제를 듣고 묻는 시간으로 꾸립니다.
홀수 달은 선배 건축가들이 ‘Strong Architect’의 이름으로 초대되며 짝수 달은 후배 건축가들이 ‘Power & Young Architect’의 이름으로 초대됩니다.
[땅집사향_소개의 글] 땅집사향은 2006년 10월 이래 매월 한차례, 세 번째 주 수요일 저녁에 개최되어 왔습니다.
3월(제99차)과 4월(제100차)의 이야기손님과 주제의 방향
> 1차 프로그램(2006∼2007)
12회에 걸쳐 국내의 건축책의 저자들을 초대하여 관심주제를 공유했고,
> 2차 프로그램(2007∼2008) 6회에 걸쳐 국내의 건축, 디자인, 미술 전문지 편집장 및 일간지 문화부 데스크들을 초대하여 저널리즘의 세계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 3차 프로그램(2008∼2009)
20회에 걸쳐 30대 중반∼40대 초반 국내의 젊은 건축가들을 중심으로
‘건축가 초청강의’(시즌 1) “나의 건축, 나의 세계”를 펼쳤습니다.
12회에 걸쳐 40대∼50대의 중견건축가들을 중심으로
2015년 3월 제 99 차 Strong Architect 07
‘건축가 초청강의’(시즌 2) “Power Architect_내 건축의 주제”를
기획한 바 있습니다.
이야기손님 박승홍
> 4차 프로그램(2010)
> 5차 프로그램(2011∼2012)
24회에 걸쳐 ‘건축가 초청강의’(시즌 3)로 기획하여
차세대 건축을 리드할 젊은 건축가들이 현재 관심하고 있는
건축의 주제와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듣고 물었습니다.
(디자인캠프문박dmp 대표 건축가)
일시 장소
3월 18일(수) 7:30pm 토즈 홍대점 H1 방
주제
장소, 체험 그리고 계획
> 6차 프로그램(2013∼2014)
전반기 6회에 걸쳐 ‘건축기획’에 초점을 맞춘 6회의 강좌를 진행하여
이 분야의 연구자, 활동가, 행정가의 현장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후반기 6회에 걸쳐 ‘건축사진가열전’(시즌 1)로 국내의 내로라하는
건축사진가를 초청하여 ‘이미지 건축의 거처’를 주제로 건축 사진의
세계를 접한 바 있습니다.
[행사 당일 시간표]
7:00~7:30pm 등록 및 교류
7:30~9:30pm 발표 및 질의응답
9:30~10:30pm 뒤풀이
2015년 4월 제 100 차 Power & Young Architect 07 이야기손님 우의정(메타건축 대표 건축가)
[참가 신청방법]
일시
사전 예약제(네이버 카페 <와이드AR> 게시글에 신청)
장소 주제
[참가비] 1만 원(뒤풀이 자리after party에서 접수) |주관 격월간 건축리포트<와이드>(약칭, 와이드AR) |주최 그림건축, 유오스 Knollkorea, 간향 미디어랩 & 커뮤니티 |문의 02-2231-3370, 02-2235-1960
4월 15일(수) 7:30pm 토즈 홍대점 H1 방
typology와 morphology 그리고 decorum
*<땅집사향>의 지난 기록과 행사참여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카페 (카페명: 와이드AR, 카페주소: http://cafe.naver.com/aqlab)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와이드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ArchitectuReReport, Bimonthly
통권 44호, 2015년 3-4월호,격월간 2015년 3월 15일 발행, ISSN 1976-7412 2008년 1월 2일 창간 등록, 2008년 1월 15일 창간호(통권 1호) 발행 2011년 1월 19일 변경 등록, 마포 마-00047호 ⓦ 발행인 겸 편집인 전진삼 ⓦ 발행소 간향 미디어랩 Ganyang Media Lab. 주소|(121-816)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 175, 909호(동교동, 마젤란21오피스텔) 전화|02-2235-1960 팩스|02-2235-1968 독자지원서비스|070-7715-1960 홈페이지|cafe.naver.com/aqlab 네이버 카페명|와이드AR ⓦ 본지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 본지에 게재된 기사나 사진의 무단 전재 및 복사, 유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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