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e! The Future Challenge! The Perfection Inspire! The World
경주화백컨벤션센터 Gyeongju Hwabaek
International Convention Center (HICO)
45
목차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2015.5-6
document
review
6
34
표지작
와이드 COLUMN
스케일링 하우스, Scale-ing House
국가는 상태이다 | 고영직
12
36
카사 지오메트리카 Casa Geometrica
이종건의 COMPASS 42 DDP라는 이름의 징후 | 이종건
표지작가
39
이정훈 | JOHO Architecture
와이드 FOCUS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향하여 | 김정후
arcade
42
표지작 DIALOGUE 재료에서 볼륨까지 | 정귀원
edge 97 와이드 EDGE: 안철흥의 문화 편들기 무엇을 할 수 있는가(What Can Be Done?) 101 와이드 EDGE: 고충환의 아트포스트 선혈처럼 붉은, 침묵보다 어두운 108 WIDE 건축영화공부방 101 간향클럽 소개 111 땅집사향(101-102) 112 판권
45
표지작 CRITICISM 댄디(Dandy)한 건축 실험 | 송하엽
심원문화사업회
제8회 심원건축학술상 공모 SIMWON Architectural Award for Academic Researchers
■ 공모요강
2- 응모자의 이력서(연락 가능한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반드 시 명기할 것) 1부
Ⓢ 수상작: 1편
[심사위원회(이하, 위원회)는 모든 응모작의 저작권 보호를 준
1) 부상
수할 것이며, 응모작을 읽고 알게 된 사실에 대하여 표절, 인용
1-1 미발표작이 수상할 경우
및 아이디어 도용 등을 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함. 제출된 자료
상패 및 상금(고료) 1천만 원과 단행본 출간 지원
는 반환하지 않음]
1-2 발표작이 수상할 경우
상패(저자), 인증서(출판사 대표) 및 상금 1천만 원(저자)과 3
Ⓢ 제출처
백만 원에 상당하는 도서 매입(출판사) 그리고 수상 도서에 부
(121-816)서울특별시 마포구 양화로 175
착할 수상작 인증 라벨 지원
(동교동, 마젤란21오피스텔 909호) 간향 미디어랩&커뮤니티
Ⓢ 응모자격
(겉봉에 ‘제8회 심원건축학술상 응모작’이라고 명기 바람)
내외국인 제한 없음, 단 1인 단독의 연구자 및 저자 (출판사 대표 포함)에 한함
Ⓢ 응모작 접수 접수 마감: 2015년 10월 31일
Ⓢ 응모분야
(우편 소인 분까지, 기간 내 수시 모집)
건축역사, 건축이론, 건축미학, 건축비평 등 건축인문학 분야에 한함
Ⓢ 추천작 발표
(단, 외국국적 보유자인 경우 ‘한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물’에 한함)
추천작 발표: 2016년 1월 중(《와이드AR》 카페 및 개별 통지)
Ⓢ 사용언어
Ⓢ 수상작 선정
한국어
예비심사를 통과한 추천작에 대하여 공개 포럼을 포함한 소정 의 본선 심사를 진행하며, 그 중 매년 1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하
Ⓢ 응모작 제출서류
여 시상함.
[미발표작의 경우]
1) 완성된 연구물(책 1권을 꾸밀 수 있는 원고분량으로 응
Ⓢ 수상작 발표
모자 자유로 설정)의 사본(A4 크기 프린트 물로 흑백/칼라 모
2016년 5월 중(《와이드AR》 2016년 5/6월호 지면 및
두 가능)을 제본된 상태로 5부 제출.
인터넷 카페에 공지)
2) 별도 첨부 자료(A4 크기 용지 사용)
1- 응모작의 요약 내용이 포함된 출판기획서
Ⓢ 시상식
(자유 양식으로 2매 이내 분량) 1부
별도 공지 예정
2- 응모자의 이력서 (연락 가능한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반드시 명기할 것) 1부
Ⓢ 미발표작의 출판일정 수상작 발표일로부터 1년 이내
[발표작의 경우]
1) 초판 1쇄 발행일 기준 최근 2년(2014~2015년) 사이에
국내에서 출간된 도서여야 함. 제출 수량 5부(공모기간 중 출판 사와 계약을 통해 단행본 출간 작업 중에 있는 연구물의 경우, ‘미발표작’의 제출서류와 동일하게 제출하면 됨)
2) 별도 첨부 자료(A4 크기 용지 사용)
1-응모작의 소개서(자유 양식으로 2매 이내 분량) 1부
주최
심원문화사업회
심사위원회 김종헌, 박진호, 우동선, 함성호 기획 및 주관 《와이드AR》·간향 미디어랩 & 커뮤니티 후원
(주)엠에스오토텍
문의
070-7715-1960
45
그림字 07
목차
100번의 땅집사향
report
‘땅집사향’은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의 줄임말입니다. 땅이 생명을 낳고 집을 허락하며, 사람이 땅에서 살면서 땅 을 닮으며, 집이 지은 사람을 닮고 앉은 땅을 닮으며, 사람이
50
그 땅, 그 집에서 흙 냄새 나무 냄새를 많이 맡고 살다보면
와이드 REPORT 1
사람에게서 나무냄새, 흙냄새가 나게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
건축가 날개 달기 프로젝트 점검을 통한 건축 생태계를 말하다
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해서 땅과 집과 사람이 건축을 이루
| 기획 좌담회 | 박정현, 이기옥, 이정훈, 정영한, 전진삼 62 와이드 REPORT 2 건축생산워크숍 | 정귀원 70
고 건축을 의미 있게 해주는 세 요소라 여기고 싶어, 언젠가 는 이 말들이 들어간 이름을 써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 각했습니다. 건축을 하며 목말랐던 것은 내게 모자라고 신기한 것, 궁금 하고 모르는 것들을 어떻게 찾아야하나 였고, 그런 것들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물어보고 어설픈 생각을 나누어 세련되
와이드 REPORT 3
게 다듬을 수 있을 데가 어디 없을까 였습니다. 해서 생각과
아직 침묵하는 건축가 김중업, 한·프 건축전 | 이성민
말을 격의 없이 마음껏 펼치고 나눌 데가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습니다.
75 와이드 REPORT 4
그러던 어느 날, 일로서 건축 이야기를 하는, 그 한 갈래로
건축가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
건축 잡지를 만드는 동지 전진삼과 생각이 맞아떨어져, 늘
OCA 20년 전 | 전진삼 78 와이드 REPORT 5 세월호와 건축의 상관관계를 묻다 | 공을채 81 와이드 REPORT 6 Strong Architect 07 | 박승홍 장소, 체험 그리고 계획 체험, 의례, 경험 | 박성용
건축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마당을 하나 만들게 되었습니다. 2006년 10월 그 첫 자리를 열어 ‘땅집사향’이란 이름을 붙 이고 시작하여, 달마다 한 번씩, 한 사람의 한 가지 이야기가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난 4월로 100명의 100가지 이야기가 쌓이게 된 것입니다.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로 ‘땅집사향’은 100회를 성취했고, 그 관심과 참여가 계속되는 한 계속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택일을 하라면 ‘땅집사향’ 200회의 성취보다는, 다른 여러 곳에 많은 이야기판이 생겨나 건축에 관한 활발한 사유의 나 눔의 마당이 펼쳐졌으면 좋겠습니다. 우후죽순처럼! 글 | 임근배(간향클럽 대표 고문, 그림건축 대표)
89 와이드 REPORT 7 Power & Young Architect 07 | 우의정 Typology, Morphology 그리고 Decorum 질서와 혼돈 사이 | 박성용
document 표지작 Cover Work 06 스케일링 하우스 Scale-ing House
012 카사 지오메트리카 Casa Geometrica
표지작가 Architect
이정훈 JOHO Architecture 성균관대학에서 건축과 철학을 공부하고 프랑스 낭시건축대학에서 건축재료 석사, 파리 라빌레뜨 건 축 대학에서 프랑스 건축사를 취득하였다. 파리 시게루 반Shigeru Ban 및 런던 자하 하디드Zaha Hadid 오 피스를 거쳐 2009년 서울에 조호건축을 설립하였다. 2010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하였으며 2013년 미국 <Architectural Record>에서 수여하는 세계건축을 리드할 차세대 10대 건축가 Design Vanguard Award에 선정되었다. 2014년 독일 Fritz Höger 건축상, 서울시 건축상, 경기도 건축문화상을 수상하였으며 2015년 영국 Wallpaper Architecture Directory로 선정되었다. 현재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작 으로 용인 헤르마 주차빌딩, 남해 처마하우스, 용인 곡선이 있는 집 등이 있다.
WIDE Architecture Report 45 5
COVER WORK
표지작 | COVER WORK
스케일링 하우스 Scale-ing House 비늘의 집
디자인팀 조호건축 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908-10
용도
단독주택
대지 면적 256.3㎡ 건축 면적 127.98㎡ 연면적
213.69㎡
규모
지상 2층
재료
현무암 벽돌, 전벽돌, STS panel(mirror type)
완공일
2013년 9월
시공
채동진(동림종합건설)
사진
남궁선(본지 전속사진가)
7
와이드AR no.45 | Wide AR no.45
전경. 현무암 벽돌, 전벽돌, 그리고 스테인레스 스틸로 구성된 외관
2만여 장의 현무암 벽돌은 각도에 따라 이등분되어 전벽돌과 함께 입면에 재조합된다. 5개의 각도에 따라 나뉘어진 현무암 벽돌은 5도부터 45도까지 5등분 되어 입면의 방향에 따라 각기 달리 수평적으로 배열된다.
현무암이 지니는 공극의 거친 표면과 기존 소성 가공된 전벽돌(구운 벽돌)의 대비 8
COVER WORK
고측창으로 유입된 자연광에 의해 일상의 시간과
북측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고자 주요
계절의 변화를 실내공간에서도 느낄 수 있다.
실인 안방과 거실을 북측에 배치하였다.
다양한 형태의 자연채광이 가능하도록 상부 지붕의 높이를 다르게 배치하고 동측과 남측, 그리고 서측에서 여러 각도로 지붕선의 차이에 의한 자연광을 유입시키고자 했다.
9
10
COVER WORK
7
3 3
6
4
2 5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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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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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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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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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light section
does not permit summer sunlight(76.5°)
20. Low angled winter sun (29.5°) permits infiltration of
natural sunlight
21. Summer sun(76.5°)
11
12
COVER WORK
표지작 | COVER WORK
카사 지오메트리카 Casa Geometrica 기하학의 집
디자인팀 조호건축 위치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27-6
용도
사무소
대지 면적 572.6㎡ 건축 면적 179.8㎡ 연면적
435.72㎡
규모
지상 2층, 지하 1층
재료
벽돌, 대리석, 블랙 STS
완공일
2014년 6월
시공
채동진(지음건설)
사진
남궁선(본지 전속사진가)
13
와이드AR no.45 | Wide AR no.45
14
COVER WORK
주택은 기존 천장재를 제거한 후 공간의 개방감을 확보하여 최대한 임대 편의성을 고려하였다.
기존 차고의 공간은 다양한 용도로 공간활용이 가능하게 계획됐다.
용적률과 관계없이 증축할 수 있는 지하공간을 주요 공간으로 설정했다. 이곳은 주차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하 공간에서 연계된 다양한 형태의 외부공간으로 사용 가능하다.
15
와이드AR no.45 | Wide AR no.45
주차공간 상부의 루버 안에는 유니트별로 LED가 매입되어 있어 주차장의 용도 이외에 지하 영역으로부터 확장될 수 있는 야간의 다양한 행위가 가능하다.
주차공간의 영역성을 확보하기 위해 스틸 루버 패턴의 각도 변화에 따라 상부의 루버와 하부의 석재는 패턴화되어 교차, 배열된다.
16
COVER WORK
붉은 기와와 벽돌로 이루어진 기존의 기하는 블랙 스테인리스의 잿빛 사면체와 맞물리게 되면서 서로의 질감과 질료의 감성들을 대립시킨다.
87개의 블랙 스테인리스 정사면체 블럭은 기존 조적벽 외피를 감싸는 기본적인 유니트 형태이다. 블랙 스테인리스 정사면체 외피는 제작 공정상 다시 530여 개의 삼각형 및 마름모 유니트로 제작된 일종의 스킨 덩어리이다. 이 패턴들을 다양한 양과 질로 구성된 외부의 빛을 내부로 필터링한다. 빛은 재조직되고 공간은 새롭게 재편된다. 과거 흔적은 기하학으로 재구성되고 공간은 다시 기하학적 빛의 변화에 의해 시간성을 부여 받는다.
17
와이드AR no.45 | Wide AR no.45
18
COVER WORK
1
2 12 ,2 1
10,13
12
,2
1
10,15
a' a''
10,15
3
,2
1
10,13
12 ,2 1
12
1단계 8,61
26 ,6 3
,6
3 8,62
26
26 ,6 3
d'
26
8,62
a
,6
b'
3
8,61
2단계 0,17
50
50
b
0,17
0,17
d
50
50 0,17
3단계 23 ,2 4
7,33
23
,2
4
d'
23 ,2 4
5
7,34
7,34
4
23
,2
4
7,33
4단계
b''
12 ,2 8
10,03
10,05
12
,2
8
10,03
12
,2
8
10,05 1 2, 28
c
5단계 5, 9
18,74
1. 스포트 라이트
갤러리 벽돌 스터디
c''
18,74
5, 9
9
c'
9 18,77
18,77
5,
5,
6단계
패널 유형 디테일
패턴변형
2. 벽돌벽 3. 조명 4. 루버 5. LED 조명
G
L H
K
I J A
C
E
B D
패널 유형
19
와이드AR no.45 | Wide AR no.45
기존 1층 평면도 1. 입구
4
3
5
2. 로비
3
3. 사무실
3
4. 창고
2
3
6
5. 화장실 6. 발코니 7. 벽돌(기존건물) 8. 기존 붉은 기와지붕에 페인트 9. 벽돌벽에 T1.6 검은색 스테인리스 스틸 타공 패널
변경후 2층 평면도
3
5
3 3
4
2
4
1
3
5
4 4
3
3
3
3
변경전 1층 평면도
3
2
1
변경후 1층 평면도
8
7
9
변경전 정면도
20
변경후 정면도
3
arcade c4 Architecture Bridge c3 삼협종합건설 c2 OCA건축 1 해안건축 3 심원문화사업회 22 이로재 23 제효건설 24 Kc Architectural Lab 25 ONE O ONE Architects 26 마실WIDE 27 KARO Architects 28 동양PC 29 이공건설 30 유오스 Knollkorea 31 Goodhaus 32 운생동
WIDE Architecture Report 45
www.MASILWIDE.com
마실 | 서울시 마포구 서강로 133(노고산동, 병우빌딩) 901호 T.02-6010-1022 F.02.6007.1251 E-mail. masil@masilwide.com
www.masilwide.com
review
34 와이드 COLUMN 36 이종건의 COMPASS 42 39 와이드 FOCUS 42 표지작 Cover Work DIALOGUE 45 표지작 Cover Work CRITICISM
WIDE Architecture Report 45
와이드AR no.45 | Wide AR no.45
와이드 COLUMN
국가는 상태이다 고영직 문학평론가
“저건 광주잖아” 억압된 것들의 귀환이라고 해야 할까. 최근 문학에서 가장
왜 작가들은 1970~1980년대 현대사에 주목하는가. 작가
첨예한 쟁점은 역사소설의 귀환이다. 특히 1970~1980년
한강이 『소년이 온다』에서 다음처럼 술회하는 대목은 지
대의 한국 현대사를 재조명하는 소설 작품이 연이어 출간
난 연대를 기억하고 상상하려는 최근 소설의 내밀한 욕망
되고 있는 현상을 꼽을 수 있다. 지난 연대(年代)의 참혹한
과 서사의 문법을 잘 요약하는 문장이 될 것이다. “2009년
국가폭력의 기억을 상상하고 복원하려는 소설들의 목록이
1월 새벽, 용산에서 망루가 불타는 영상을 보다가 나도 모
퍽 길다. 2014년 한 해에만 한강의 『소년이 온다』, 성석제
르게 불쑥 중얼거렸던 것을 기억한다. 저건 광주잖아. 그러
의 『투명인간』, 이기호의 『차남들의 세계사』, 권여선의 『토
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
우의 집』 같은 가작들이 출간되었다. 작가들은 위 작품에
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피폭이 아직 끝
1970~1980년대 국가폭력의 문제
나지 않았다. 광주가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었다. 덧나고
와 자본권력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인혁당
폭발하며 피투성이로 재건되었다.” 위의 진술에서 알 수
재건위 사건(권여선), 1980년 광주 5・18(한강), ‘투명인간’
있듯이, 지금 여기의 작가들은 용산에서, 밀양에서, 평택에
이 되어버린 우수마발 인생의 남루한 일상(성석제), 1985
서, 제주 강정에서, 광화문광장에서,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년 부산 미문화원 방화 사건(이기호) 같은 소재를 통해 강
국가폭력을 응시하며 지난 연대에 일어난 국가폭력의 사
요된 침묵의 역사적 진실을 문학적 실감으로 복원하고자
건들을 소환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 당시 국가에 의해 자
한다.
행된 국민보도연맹 사건의 진실을 문학적으로 최초로 서
이밖에도 마이너리티의 관점에서 1930년대 이후 삼대에
사화한 조갑상의 『밤의 눈』에 등장하는 ‘옥구열’이 1979년
걸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최민석의 『풍의 역사』를 비롯해
부마항쟁을 목격하며 다음과 같이 술회하는 장면은 최근
한 개인의 관점에서 1980년대 전두환 독재정권을 다룬 이
역사소설이 지향하는 지점을 집약한다.
서 현재의
전사前史로서
COLUMN
해경의 『사슴 사냥꾼의 당겨지지 않는 방아쇠』 같은 목록 을 빼놓을 수 없으리라. 이보다 앞서 출간된 김원일의 『푸 른 혼』(2005)과 조갑상의 『밤의 눈』(2012) 같은 한국 문 단의 거장들이 쓴 비슷한 계열의 작품을 포함한다면 한 국 현대사를 제재로 취한 역사소설이 문학판에서 우세종 을 이룬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 소설은 목하 ‘플래시백’ flashback
삼매경에 빠져 있다고 말해도 좋으리라. 그러나 이
독재 타도 소리가 흘러나왔다. 한 사람의 시민이면 되었다.
러한 플래시백 현상이 퇴행적 복고 취미를 의미하는 것은
식당에서 소주를 마시며 할 말을 하는
아니다. 예를 들어 김원일의 작품은 저 유신 시대인 1975
국민이고 싶었다.”
년 4월 9일 ‘사법살인’으로 희생된 인혁당 재건위 사건 희 생자들의 삶과 못다 이룬 꿈을 집중 복원하고 있으며, 조갑 상의 소설은 한국전쟁 당시 수만 명의 민간인이 희생된 국 민보도연맹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려는 문학적 기 억투쟁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34
“처음으로 그의 입에서 유신 철폐,
WIDE – EDITORIAL
이것이 국가인가
폭탄의 짐을 온갖 궂은 일을 하며 끝내 감내하는 ‘만수’의
최근의 역사소설은 지금 여기의 참혹과 비극을 다시 확인
모습을 보라. 문제는 ‘만수’는 그런 사회 구조적 폭력 문제
하고 검토하기 위한 문학적 우회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
에 대해 그저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생각할 뿐 구조
이러한 서사적 문법을 통해 지금 여기의 작가들은 이것이
에 대한 성찰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쩌면 작가는
국가인가를 다시 묻고 있으며, 이것이 인간인가를 근원적
작품 속 ‘만수’로 대표되는 인물을 통해 베이비부머 세대
인 차원에서 되묻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이
의 정치적 무감각과 강자와의 동일시 현상을 꼬집으려 한
사는 곳에서는 오직 ‘인간’만이 진실이고 답일 수 있음을,
것인지도 모르겠다. 성석제가 「작가의 말」에서 “현실의 쓰
인간적인 ‘인간성’을 확증하는 답 또한 오직 인간만이 찾을
나미는 소설이 세상을 향해 세워둔 둑을 너무도 쉽게 넘어
수 있다는 점을 소설을 통해 부조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역
들어왔다”고 한 발언한 맥락도 그런 이유와 무관해 보이지
사소설이 묻고 있는 문제의식은 바로 이 점이다. 특히 광주
않는다.
5・18을 서사화한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문제적이다.
다시, 작가는 왜 역사소설을 쓰는가. 최근 1970~1980년대
『소년이 온다』는 성석제의 『투명인간』의 문법이 그러하듯
를 소재로 한 역사소설의 득세 현상은 지금 여기의 부조리
이, 다중多衆 시점과 현재 시제 그리고 현재와 과거가 만나
한 현실의 기원 찾기의 의미를 지닌다고 말할 수 있을 법
는 구성 같은 다양한 서사적 장치들을 통해 지금도 여전히
하다. 이러한 글쓰기는 국가State의 상태state를 심문審問하는
계속되는 ‘너’(동호)의 고통이 ‘나’의 고통일 수 있다는 점
글쓰기의 일종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 지금 여기의 작가들
을 강력히 환기한다. 이 점에서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더
은 국가의 상태에 따라 국민 속의 ‘비국민’이 되어버리는
이상 항쟁의 희생자들을 타인의 고통 같은 방식으로 환원
존재들을 소환하여 더 이상 강요된 침묵이 아니라 ‘증언자’
하지 않으려는 문학적 고투의 산물이라고 보아야 옳다. 항
로서의 영역을 확보해주고자 한다. 어쩌면 그런 증언자를
쟁 당시 중학생으로 참여해 도청에서 희생된 ‘동호’가 더 이
복원하는 것 자체가 이 폐허를 응시하며 스스로 질문을 던
상 ‘보여지는 자’가 아니라 ‘보는 나’의 주체로서 등장하는
지며, 국가폭력의 희생자와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의 연대
모습에서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라고 할 수 있으리라. 결국, 문제는 국가의 상태였던 것이
‘동호’는 작품에서 항쟁 당시 동호와 함께한 사람들의 기
다! 이와 관련해 김원일, 조갑상, 한강, 이기호 같은 작가들
억과 삶 속에서 여전히 되살아나고 있다. 1980년 5월 27일
의 문학적 성취를 결코 간과할 수 없을 터이다.
도청에서 죽은 ‘정대’의 영혼 속에서, 1985년의 ‘은숙’의 삶
다시, 문학은 무엇이고, 역사는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
과 기억 속에서, 1990년 끝내 자살을 선택하는 ‘진수’의 비
다. 2015년은 해방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러나 해방 이
극적인 삶과 악몽 속에서, 그리고 2000년과 2010년 ‘선주’
후 우리 역사는 과연 어떻게 전개되었는가. 지금 여기의 작
와 ‘동호 어머니’의 삶과 기억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
가들은 국가의 상태에 따라 국민/비국민이 되는 역사의 가
쉬고 있는 존재이다. 그리고 마침내 2013년 소설을 쓰는
혹한 전개과정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인간은 무엇인가를
작가 한강의 생생한 현재의 삶과 글쓰기에서 ‘소년이 오고
묻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성석제가 쓴 다음 문장은 역사
있다’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그들이 희생자라고 생각했던
를 상상하고 기억하려는 문학의 윤리가 무엇인지 생각하
것은 내 오해였다. 그들은 희생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기
게 한다. 그것은 바로 ‘있어줌’의 윤리라고 확언할 수 있다.
때문에 거기 남았다”라는 한강의 문장에서 작가의 이러한
“소설은 위안을 줄 수 없다. 함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뿐.
인식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함께 느끼고 있다고, 우리는 함께 존재하고 있다고 써서 보
4대에 걸친 이야기를 모두 현재형으로 쓰고 있는 성석제
여줄 뿐.”
COLUMN
WIDE REVIEW
의 『투명인간』 또한 역사소설의 형식을 취한 기억의 글쓰 기라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작품 속 ‘만수’는 제목처럼 어디에서도 존재감 없는 ‘투명인간’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 다. 작가는 70여 개의 이야기 조각들을 활용한 일종의 모 자이크식 구성을 통해 베이비부머 세대인 ‘만수’의 생애사 를 섬세하게 복원한다. 이른바 착한 사람의 전형인 ‘만수’ 의 삶은 고난에 찬 삶 그 자체였으나, 국가권력과 자본권력 은 그런 만수의 삶 자체를 조롱하고 경멸한다. 나라(자본) 가 버린 사람의 전형이라고 해야 할까. 위장폐업을 한 사
고영직 문학평론가.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주요 저서로
업주 측이 ‘만수’를 비롯한 노동자들에게 지운 무거운 벌금
『경성에서 서울까지』(공저) 등이 있다. gocritic@naver.com
『천상병평론』(편저), 『희망의 예술』, 『행복한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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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 no.45 | Wide AR no.45
이종건의 COMPASS 42
DDP라는 이름의 징후 이종건 본지 논설고문, 경기대학교 대학원 교수
COMPASS 42
지난달 DDP 개관 일주년에 맞춰 찬사일색 기사들이 터져
다. 한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목하 성완종 리스트에 올라
나왔다. 애물단지가 보물단지로 바뀌었다는 둥, 서울의 랜
정치생명이 위태로운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예산
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는 둥, 동대문의 브랜드가치가 올
지원 중단 결정에 등교 거부로 맞섰다. DDP를 기획한 전
랐다는 둥, 심지어 스페인의 빌바오를 세계적 도시로 만들
시행정 챔피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
었다고 (환원시켜 잘못) 믿는 게리의 구겐하임 미술관에
에 시장 자리를 걸어, 자신이 친 덫에 걸려들어 자진사퇴했
비견까지 했다. ‘흥행 성적’에 합격점을 준 근거는 방문객
다. 홍지사가 거부한 지원금의 액수는 643억 원이며, 오시
수와 수익금이다. 일 년간 방문객 수가 목표치를 넘긴 850
장이 명운을 걸었던, 서울시 초등학교 5~6학년 20만여 명
만여 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몰린다는 루브
의 무상급식 예산은 695억 원이었다. 그런데 돈 문제를 빼
르 박물관에 버금간다고 했다. 서울디자인재단에 따르면,
고 나면, 글램핑과 DDP는 세속적으로는 둘 다 한눈에 매
지난해 213억 원의 지출에 비해 수입이 223억이어서 백
력적이다. 자연을 내 집처럼 편히 즐길 수 있는 것이나, 낯
퍼센트 재정자립도 이루었다고 한다. DDP 개관 시점을 둘
설면서도 육감적인 매끄러운 곡면 덩어리와 그것이 빚어
러싼 시점에 제기되었던 여러 비판들과 우려를 생각하면,
내는, 어디서도 경험해 보지 못한 거대한 비선형 공간이 서
정말 놀라운 변화다. 그런데 정말 합격일까? 합격이어서
울 한복판에, 그것도 패션상업 중심부에 있다는 것이 그렇
이제는 비판의 대상에서 물려야 할까?
다. 역사성과 문화적 맥락성의 관점에서 비판하는 소위 건 축 ‘전문가’들도 DDP의 형태, 내외부의 매끄러운 접합, 구
얼마 전 인천 강화군에서 글램핑 화재로 가장 두 명과 아
축적 완성도, 곧 건물의 물리적 차원의 탁월성은 비판하기
이 세 명이 졸지에 참변을 당했다. 글램핑에 머문 사람들이
어렵다.
어디 그들뿐이었겠는가. 세월호 참사가 정확히 그러했듯, ‘그때 거기’에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저 다행한 일이라
글램핑과 DDP는 또한, 찾는 사람이 갈수록 는다는 공통점
는 것이 개탄스럽다. 누구도 예고하지 못한 죽음은 늘 안타
을 지닌다. 매혹을 느껴 찾는 사람이 늘수록 장사가 잘 된
깝다. ‘글래머러스’와 캠핑을 합친 글램핑은 관능적인 혹은
다는 것, 게다가 매혹의 성분 혹은 즐기는 내용이 피상성에
매혹적인 캠핑이라는 뜻이겠지만, 비싸고 화려한 귀족 야
머무는 것도 그러하다. 자연을, 동일화를 거부하는 절대타
영으로 회자되어 찾는 사람들이 매년 증가했다. 익히 보았
자로서 대면하기보다, 집 같은 공간에 가볍게 옮겨놓아 오
듯, 정부는 잠재적 불행이 현실화되자 전국 캠핑장 전수 조
락의 대상으로 즐기게 하는 것이나, 옷을 사러간 김에 혹은
사와 엄격한 기준 마련 등, 사후약방문 대책들을 곧바로 쏟
단순한 관광용으로,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아주 잠시’ 희한
아냈다.
한 풍경에 눈요기를 하며 쉬운 사진을 얻어내는 것이나, 피 상적이기는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글램핑과 DDP는, 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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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램핑과 DDP를 비교하는 것은 규모와 성격을 포함해 거
섬뜩하게는, 속이 어떻든 상관없이, 아니 정확히 말해 속
의 모든 측면에서 엉뚱하다. 그런데 징후의 견지에서 보면
은 보이지 않아 제대로 보이지도 않고 볼 생각 또한 없으
전혀 그렇지 않다. 이상하리만치 양상이 흡사하다. 둘 모두
니, 외양상 잘 되어가고 있어 보였고, 지금도 그리 보인다.
를 성립시키는 데 큰돈이 든다. DDP 공사비는 문화재 발
우리사회 어느 영역이 그리 다르겠냐만, 한국건축도 거기
굴 등 부대비용이 합쳐져 5,000여억 원이라고 하는데, 본
서 크게 다르지 않다. <세월호 이후의 건축> 포럼에서 공감
디 잡은 예산의 두 배인 4,000여억 원도 엄청난 시민 혈세
했듯, 교육과 직능윤리를 포함한 모든 영역이 문제투성이
WIDE – EDITORIAL
다. 다르다면, 사고로써 속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글램핑
로 잡혀 있는 서양 건축사처럼 2학년 과정으로 옮기고 싶
과 달리, DDP와 한국건축은 사고 날 일이 결코 없다는 점
었는데, 사태가 복잡해 어렵다는 교수들의 반대 이견에 부
이다. 그런 까닭에 비판은 힘을 갖지 못할뿐더러, 갖는다
딪혀 어찌할 수 없었다고 했다. 거의 유학파로 채운 한국
한들 현실 권력의 견제로 실행력을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건축사회의 허리 건축가들뿐 아니라, 현격히 줄어든 소위
불구하고 DDP와 건축은 공적 영역에 속하는 까닭에, 과연
토종 건축가들마저 유학파 선생들에게 학습한 탓에, 대개
엄청난 혈세에 온당한 값을 하는지, 한국의 사회적 공간을
서양건축 역사에도 무심하지만 우리문화의 가치와 소중함
제대로 책임지고 있는지, 묻고 또 묻지 않을 수 없다.
에 별 관심 없다.
DDP는 일차적으로 주체성의 문제를 던진다. 작금의 세상
DDP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에게 하나의 건축적 도전
이 글로벌리즘과 유리된 채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은 삼척
이다. 그런데, 그 도전에 제대로 응전하는 건축가는 아직
동자도 알 만하니, 서구문화 유입을 새삼 문제 삼을 바 아
그리 똑똑히 본 바 없다. 여러 층위에서 비판적인 건축가들
니다. 외국 건축가들의 작품들은 이미 도처에 있다. 그것들
이 분명히 있을 터인데, 매체가 그것을 제대로 포착해내지
은 문화와 기술의 학습과 교류의 장이 될 뿐 아니라, 대체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이왕지사 DDP를 언급하는 지면이
로 더 나은 것을 욕망하게 하는 계기가 되어 좋다. 건축뿐
니 몇 가지만 다시 건드려보자. 우선 하디드의 실수다. 그
이겠는가. 옷이며 음식이며 가구며, 우리의 삶을 영위하는
녀는 세상에서 가장 큰 비선형 공간을 만들면서 스케일 문
데 소용되는 것들이 죄다 그렇다. 그런데 건축은 다른 것들
제를 고려하지 못했거나 무시했다. 그녀의 비선형 공간은
과 달리, 한 사회와 국가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핵심
하나의 열린 공간으로 쓸 때, 그러니까 공간을 칸으로 막
역할을 떠맡는 까닭에, 상업건물은 몰라도 랜드마크나 공
지 않고 써야 제맛인데, 그 점을 놓쳤다. 나누어 쓰는 분리
적인, 게다가 공적이면서도 상징적인 건물은 한국 건축가
된 공간들은 조명을 포함한 모든 점에서 비선형의 논리를
가 디자인하는 것이 타당하다. 미국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수용하기 어려워 데카르트 좌표를 따를 수밖에 없게 되었
‘2015년 꼭 가봐야 할 세계 명소 52곳’이라는 기사는, 그
으니 말이다. 그 다음, 자연 채광과 자연 환기의 무시는 더
와 유사한 것들이 다 그렇듯, 선정성으로 눈을 끌려는 일회
큰 문제다. 익히 아는 건물 이미지로부터 급진적으로 벗어
성 낚시질이다. DDP 곳곳에 비치는 하디드 영상은 DDP
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리한 것 같은데, 그러한 몸짓이 지
가 ‘하디드 작품’이라는 인식을 끊임없이 강조하는데, 아마
구적 차원의 환경윤리보다 더 가치가 있을지 의심스럽다.
도 어디서 본 적 없는 이 우스꽝스러운 짓 또한 호객의 몸
게다가 특히 지하철에서 접근할 때 더 그러한데, 외부의 경
짓이 분명하다. 한국의 문화적 고유성이나 탁월성에 대한
관으로부터 철저히 차단된 모노크롬 일색의 내부공간은
인식은 기술력 이외에는 자리가 없다. 주체성의 문제는 건
마치 잠수함이나 거대한 고래 배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으
축 전반에 심각하다. 순전히 외세에 밀려 5년제로 늘린, 그
로 우리를 현실로부터 유리시켜 오직 진열된 사물들, 그러
러면서도 여전히 한국의 역사를 경시하는 건축학 프로그
니까 상품들에 주목하게 함으로써 건축을 기꺼이 자본의
램은, 3분의 일에도 못 미치는 졸업생들이 설계분야로 나
제물로 바치는 형국이다. 건물과 지형의 통합도 재고할 일
가는 형국인데도, 교육인증제에 묶여 표준화된 인증용 학
이다. 들뢰즈의 내재론 철학 이후 소위 ‘매끈한 공간seamless
습을 지속한다. 모 건축가는 대학교수로 재직할 때, 5학년
space’이
2학기 선택과목으로 잡혀 있는 한국 건축사를 필수과목으
과 지형의 차이, 구분, 경계 등을 없애거나 흐리멍덩하게
COMPASS 42
WIDE REVIEW
혁명성은 살균된 채 새로운 패션으로 둔갑해,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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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 no.45 | Wide AR no.45
COMPASS 42
만들어 (주로 이미지로) 건물과 지형을 하나로 통합하고
는 것이 사실이라 한들, 그것이 외국 스타 건축가 덕이라
자 하는 경향은 언제부터인가 선도적 건축가들의 대세적
면, 마냥 그리 반길 일도 아니다. 게다가 그것이 잠깐의 눈
흐름이 되었다. DDP 설계경기는 특히 기존의 장소가 지닌
요기에 그치는 껍데기에 그친다면, 반길 일이기는커녕 나
이미지와 형상, 그리고 공원 프로그램으로 인해 그 경향을
쁘다. 주체성과 건축의 이미지화 문제는, 심사에 나선 소
더 부추겨, 참여한 건축가들 대부분 지형과 건물을 공간적
위 학자들과 지식인들에게 언제든 반드시 묻고 따져야 할
으로나 이미지로 통합하려 애쓰거나, 건물이 두드러지지
일이다. 일주년 즈음에 다시 DDP를 방문했다. 토요일 오
않도록 처리했다. 그리고 거의 모두, 적어도 덩어리와 동선
후 참 좋은 날씨였다. 방문객들은 낯선 곡면 덩어리 앞에
의 배분에서는, 충분히 맥락적이다. 2등으로 낙점된 조성
서 사진 몇 컷 찍고, 곧바로 메이드인 차이나를 포함한 세
룡 안은 다른 안들 중에서도 유독 하디드의 안과 흡사한데,
계 각국의 상품들에 눈을 돌렸다. 유물들은 안중에 없었
구조적이든 여타 현실적 문제로 인해서든, 결국 건물과 공
다. 마치 억지로 가져다 둔 보릿자루 같았다. 모두 등을 돌
원의 통합이 거의 이미지로 남게 된 하디드의 안에 비해,
려 앉았거나, 외면했다. 혁신적이라는 미명으로 창문 하나
그동안 늘 그리했듯, 선형기하학에 기초한 자신의 건축 현
없이 온통 기계 환기에 의존하는 이상한 곡면 덩어리는,
존성을 더 약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러니까
드라마틱한 새로움 혹은 새로움의 이미지만 있을 뿐 환경
‘매끈한 공간’ 개념을 약함과 사라짐 혹은 숨김으로 물길을
문제도, 역사성도, 건축적 깊이도 그리 없다. 시민의 혈세
바꿔 ‘여성성의 건축’의 한 길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를 바친 대가로, 브랜드 이미지를 쫓는 ‘참을 수 있는’ 존
건축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는데, 스타건축가의 강력
재의 가벼움만 있을 뿐 정신도, 윤리도, 심미적 경험도 그
한 이미지 연출에 마음을 빼앗긴 이들로 인해 세상의 빛을
리 없다. 관능적인 형태로 현혹하는 DDP는, 내면은 살피
보지 못하게 된 것은, 아쉽기 그지없다.
지 않은 채 겉모습에 집착하는 한국사회의 징후인데, 거 기에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건축은 여타의 어떤 예술보다 사회적이며 공적인 속성을 띤다. 그러한 까닭에 사회적 삶을 더 낫게 하는 데 복무해 야 마땅하다. 새로운 건물은 주변과 소통하고 상생하는 관계를 도모해야 하고, 지역의 역사성을 보존하고 계승하 는 책무를 떠맡아야 한다. 한 개인에게 돌리는 창작의 공 과는 ‘그 안에서’ 판단하는 것이 온당하다. 의류상가가 밀 집한 곳이라, 늘어난 방문객 수가 DDP의 힘 때문인지는 적잖이 의심스럽다. DDP 자체의 콘텐츠 관람객 수는 십 분의 일도 못 미친다. 한국건축가는 꿈도 꿀 수 없는 예산 증액과 행정적 관대함의 목표가, 대관료와 온갖 잡동사 니 상업 콘텐츠들로 재정자립이나 하려는 것도 아닐 것이 다. 프로그램의 성격과 규모도 명확히 잡지 않은 채 닫힌 행정으로 껍데기부터 덜렁 지은 것은, 재차 지적하건대 분명히 큰 잘못이다. 설령 DDP가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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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 EDITORIAL
WIDE REVIEW
와이드 FOCUS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향하여
20세기 중반을 지나면서 후기산업도시들은 커다란 도전에
주원인이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었다. 따라서 향후 어떤
직면했다. 도시학자인 피터 로버츠Peter Roberts는 ‘기능’과 ‘변
방식으로 도시발전을 추구할 것인가가 가깝게는 21세기,
화’로 이 상황을 설명한다. 도시는 전통적으로 휴식처, 보
멀게는 인류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으로 간주되었다. 결
호, 교류, 위락, 상거래, 서비스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데
국 도시재생은 저탄소 사회를 지향하는 시대적 요구와 어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기존의 기능이 더 이상 필요치 않
우러져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성취하는 방향으로 더욱
거나 다양한 차원의 새로운 기능을 필요로 한다. 도시는
공고히 자리 잡았고,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조화가 구체적
이처럼 새로운 역할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변
인 실천 원리로 등장했다.
화를 겪는다.
후기산업도시들이 공통적으로 겪은 변화 과정에서 주목
사회적 방법론과 민주적 절차
할 점은 기존 도심의 광범위한 쇠퇴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시행하는 실질적 방법을 논할 때
다. 쇠퇴는 경제구조의 붕괴, 실업률 폭등, 인구 감소, 범죄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는 커뮤니티, 파트너십, 참여, 공유 등
율 증가, 공동체의 해체, 환경오염 등 전 분야에 걸쳐 도시
이다. 이러한 키워드는 도시재생이 사회적 개념에 깊숙이
의 근간을 흔드는 수준으로 진행되었다. 결국 이와 같은 절
뿌리내렸음을 의미하고, 나아가 과정을 중시한다는 측면에
박한 상황에서 도시의 쇠퇴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새로
서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무엇을 성취하는가와 더불어,
운 활력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개념이 ‘도시재생Urban
아니 그 이상으로 어떻게 성취하는가가 중요하다. 조금 더
Regeneration’이다.
구체적으로는 쇠퇴를 개선하는데 있어서 공공과 민간은 물
도시재생이 도시의 미래를 위한 중심 아젠다로 빠르게 자
론이고, 각종 이해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함으로써 문
리매김하면서 나타난 흥미로운 현상은 도시의 활성화가 더
제를 해결하는 주체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이는 곧 사
이상 도시계획이나 디자인의 범주에 머무르지 않고, 정치·
회적 방법론과 민주적 절차가 도시재생을 성취하는 길잡이
경제·사회·문화·환경·지리·역사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
임을 의미한다.
되었다. 왜냐하면 후기산업도시들에서 나타난 쇠퇴 현상
도시재생에서 사회적 방법론과 민주적 절차가 얼마나 중요
을 정확히 이해하고, 진단하고, 최선의 해결안을 찾기 위
한가는 도시재생에서 성공한 도시들을 통해서 확인할 수
해서 과거와 다른 차원의 가치 정립과 통섭적 접근이 절
있다. 적어도 지난 수백 년 동안 보편적 관점에서 유럽의 발
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도시 쇠퇴에 대한
전은 런던, 파리, 베를린, 비엔나, 바르셀로나 등과 같은 주
해법이 단순한 물리적 차원의 건조환경 개선을 넘어섰음
요 대도시들이 선도했지만 도시재생은 상당히 다른 양상으
을 의미한다.
로 전개되었다. 글래스고우, 리버풀, 빌바오, 스톡홀름, 코
도시재생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었던 계기는 20세기 후
펜하겐, 로테르담, 취리히, 헬싱키, 뒤스부르크 등과 같은
반의 시대상황과 밀접히 연관된다. 20세기 중반부터 심각
유럽의 중소도시들이 주역으로 등장했다. 특히 주목할 점
한 수준의 경고가 시작된 기후변화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
은 이 도시들은 도시재생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삶의 질을
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20세기 후반에 전 세계가 기후변
중시하고, 공동체를 유지하고, 공공성을 극대화하고, 지역
화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녹색성장을 위한 단계적 실천 강
의 정체성을 존중하고, 에너지를 절감하고, 자연을 보호하
령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수백 년 동안 에
는 측면에서 오히려 기존에 유럽을 대표하는 대도시들을
너지를 무분별하게 소비하며 진행된 도시화가 기후변화의
능가하는 성과를 낳았다. 한마디로 철저하게 사회적 방법
FOCUS
김정후 간향클럽 자문위원, 런던대학 UCL 지리학과 펠로·한양대 도시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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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 no.45 | Wide AR no.45
FOCUS 40
론과 민주적 절차를 존중하면서 지속가능성의 원리를 구현
어려울 만큼 압축 성장을 거치는 동안 우리나라가 추구한
한 것이다.
개발 방식은 도시의 건강한 진화를 어렵게 만들었고, 결과
이와 같은 도시재생의 새로운 경향이 시사하는 바는 높은
적으로 경제적 성장에 걸맞은 수준의 삶의 질을 성취하기
수준의 사회적 방법론과 민주적 절차를 통해 과거와 같이
는커녕 오히려 역행하는 결과를 낳았다. 분명히 냉철한 비
거창하고, 화려하지 않더라도 부유하고, 행복하고, 안전한
판과 반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시행착오로 말미암
도시를 창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나아가 더욱 의미있
아 개발과 재생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양
는 부분은 일관된 도시재생의 시행을 통해 확고하게 자리
산할 따름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합리적 개
잡은 사회적 방법론과 민주적 절차가 다음 단계의 성장을
발로서의 도시재생이 자리 잡도록 하는 노력이다.
견인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시재
예를 들어 재개발이나 고층건물을 건립하는 행위가 더 이
생에 성공한 도시의 미래가 더욱 밝음을 예측하는 것은 결
상 우리 도시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아니라는 주장은 오히
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려 편협한 시대착오적 논리다. 왜냐하면 재개발이나 고층 건물의 건립 또한 상황에 따라 쇠퇴한 도시를 재생하는 효
합리적 개발로서의 도시재생과 정책
과적인 도구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재
“이제는 개발이 아니라 재생의 시대다!” 이 같은 구호는 우
개발이나 고층건물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도시재생의 동력
리나라를 포함해 개발도상국에서 흔히 등장한다. 일정 기
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는가이다. 조금 다른 각
간 동안 박차를 가한 경제우선 기조를 통해 적어도 외형적
도에서 설명하면 성공적 도시재생을 위한 절대적 혹은 보
측면에서 도시가 크게 성장했으나 그 과정에서 역사적, 지
편적 원리는 존재할 수 없다. 왜냐하면 쇠퇴의 원인과 진행
역적, 문화적 가치를 상실한 것에 대한 반성에 기인한다. 더
과정이 동일할 수 없고, 쇠퇴를 해결하기 위한 방식 또한 지
불어 도시재생이 현 시대를 관통하는 아젠다로 자리 잡았
역적 조건과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기에 시대논리를 적극적으로 따르려는 경향도 간과할 수
그렇다면 도시재생을 어떻게 합리적 개발 방식으로 정착시
없다.
킬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실마리는 도시재생이 일정 정도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재생의 본질에서 벗어난 단편적 발
안정적 궤도에 올라선 도시들에서 찾을 수 있는데 바로 ‘정
상이다. 개발과 재생은 양극단에 자리한 상반된 논리가 아
책Policy’이다. 앞서 언급한 유럽의 주요 대도시들은 물론이
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재생은 산업화를 성취한 도
고, 도시재생을 통해 새롭게 부각된 중소도시들의 공통점
시들이 필연적으로 마주한 쇠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등
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일련의 프로젝트와 별개로 치
장한 개념으로써 이 역시 개발의 한 양상이다. 다만 재생
밀한 정책 수립에 오랜 시간과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는 점
은 도시의 외적 성장을 중시하는 일방향적 실행이 아니라
이다.
내적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철저한 ‘합리적 개발Rational
도시학자인 매튜 카모나Matthew Carmona는 예측 불가능할 만
Development’이라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를 지닌다.
큼 복잡한 양상을 드러낸 현대도시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이
개발과 재생을 대척점에 놓음으로써 뒤따르는 더욱 심각한
한두 명의 거장에 의해 디자인될 수 없고, 대신에 체계적
문제는 개발을 천시하거나 나아가 죄악시하는 그릇된 경향
인 정책의 틀 속에 계획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즉 정책은 앞
이 만연하는 것이다. 이미 우리니라에서도 이러한 징조가
서 강조한 경제적·사회적·환경적 맥락을 아우르며 도시재
나타나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생에 참여하는 전문가와 비전문가 모두를 안내하는 일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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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므로 치밀하고 정교 한 수준의 정책을 보유하는 것은 곧 도시재생이 어느 한 방 향으로 치우치지 않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한 합리적 개발로 향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 더욱이 앞서 강조한 바와 같이 도 시재생이 사회적 방법론과 민주적 절차를 근간으로 시행되 어야 한다는 점에서 정책이야말로 이 같은 원리를 제시하 는 지침서라 할 수 있다. 기회와 위기의 경계에서 집중한다는 점에서 그 동안 결과와 외형에 치중해온 우리 에게는 무척 어려운 도전임에 틀림없다. 또한 우리는 아직
FOCUS
도시재생이 결과보다 과정을, 외형보다 내실을 다지는 데
치열하게 논의하고 합의를 통해 대안을 도출하는 방식에도 익숙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도시재생은 선 택이 아닌 필수다. 왜냐하면 지난 반세기 동안 만들어온 우 리의 도시는 그다지 지속가능한 모습을 갖추지 못했을 뿐 만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고 계획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도시재생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즈음에 한 걸음, 아니 두 걸음 멈추 고 돌아보기를 제안한다. 도시재생은 단거리가 아니라 장 거리 경기다. 당장 조금 뒤쳐졌을지라도 승부에 전혀 영향 을 미치지 않는다. 어설픈 전략이나 유행에 편승해 뛰쳐나 간들 종착점에 무사히 도착할리 만무하고, 중간 즈음에서 착오를 알아차린들 되돌리기도 어렵다. 도시재생은 도시 의 물리적 환경과 사회적 제도를 동시에 발전시키는 기회 가 될 수 있는 반면에 지난 시대의 오류를 답습하는 위기 로 전락할 수도 있다. 기회일지, 위기일지는 지속가능한 도 시재생의 본질을 얼마나 정확하게 간파하고, 움직이느냐 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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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작 DIALOGUE
재료에서 볼륨까지 건축가 이정훈
머티리얼-메트리
해 드러났다. 양각과 음각의 형태, 다양한 각도로 재조합된 현무암 벽돌은 빛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깊이를 보여준다.
용인 헤르마 주차 빌딩 이후 더욱 풍부해진 건물 표정으로 스킨skin을 향한 일관된 관심을 드러내 왔다. 그동안 작업
반면 카사 지오메트리카에서는 블랙 스테인리스가 기존
을 간략히 소개해 달라.
조적벽 외피를 감쌌다. 검은 철판의 기하학적 형태와 패턴 이 그 어느 것보다 강렬하다.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이정훈: 대표적인 것을 들어보면, 벤딩 알루미늄으로 기존
DIALOGUE
농가 건물을 리모델링한 남해 처마하우스(2011.7), 전벽
이정훈: 87개의 블랙 스테인리스 정사면체 블럭이 기본적
돌·노출콘크리트·스테인리스의 대비와 조화를 보여주는
인 유니트 형태이다. 하나의 유니트는 다시 530여 개의 삼
커빙 하우스(Curving House, 2012.11), 현무암 벽돌의 다
각형과 마름모 유니트로 제작되었다. 530여 개의 기하학
양한 조합으로 존재를 드러내는 스케일링 하우스(Scale-
적 사면들은 상하부의 타공판과 레이저 컷팅된 중앙부 삼
ing House, 2013.9), 낡은 벽돌·새 벽돌의 어우러짐으로
각형으로 분할되어 재조합된다. 패턴은 무려 20여만 개의
시간적 교감을 부여한 타임 스태킹 하우스(Time Stacking
타공 원형면과 1만 5천 개의 기하학으로 이루어졌다. 이
House, 2014.3), 그리고 옛 기와지붕의 물결 패턴에 맞춰
철판을 통해 외부의 빛이 내부로 필터링된다.
기존 벽돌벽을 블랙 스테인리스 패널로 감싼 카사 지오메 트리카(Casa Geometrica, 2014.6) 등으로 이어진다. 얼
엄청난 작업이다. 철판 두께 1.6t는 이만한 크기에서 강성
마전 젊은 건축가 런던전시에 참여하면서 이 작업들을 ‘머
을 가지기 힘들 것 같은데….
티리얼-메트리Material-Metry’라는 하나의 주제로 엮어 보았 다. 간단히 말하면, 지오메트리를 재구축하는 하나의 유니
이정훈: 처음에는 불안해서 지지재를 대고 설계했다. 그런
트를 재료의 물성에서 찾는 것이다. 즉 벽돌의 유니트 같은
데 3번 정도 목업하면서 한번 접어봤더니 강성이 생기더
기하학 유니트를 하나 찾아내서 그것을 조합하는 방식으
라. 덧대었던 부제를 제거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이 일
로 하나의 지오메트리를 형성하고, 그것을 적층시켜 스킨
을 하면서 잡철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고 나름 표준 디테일
을 만들고, 또 스킨을 볼륨으로 전환시키는 방식에 대한 얘
을 만들게 되었다.
기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외벽보다 지붕이 더 인상적이다. 이번에 소개된 스케일링 하우스도 벽돌의 변형과 조합으 로 입면에 다채로운 표정을 부여했다.
이정훈 : 이 집은 리모델링 작업이다. 내부는 원래 느낌 그 대로 놔두고 꼭 필요한 부분만 리모델링했다. 외부 역시 전
이정훈: 거기에 사용된 것은 현무암 벽돌이다. 현무암 원
체를 덮을 수 있었지만, 질서정연한 패턴이 기억의 흔적을
석을 벽돌 형태로 가공하여 사용한 점에서 일반적인 소성 가
남기며 좋은 감성을 불러일으켜서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공된 벽돌과 차이점이 있다. 재료의 본질적인 의미를 보존한
대신 블랙 스테인리스로 또 다른 기하를 더하여 질서를 재
건데, 현무암이 지니는 공극의 거친 표면과 기존 소성 가공
구축하고 새로운 감성을 부여하고자 했다.
된 전벽돌(구운 벽돌)의 차이가 재료의 표면적 대비를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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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주의 이해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 작업하면서 어렵지는
고 예산도 변수이긴 하지만, 정해진 예산에 따라 우선적으
않았는지.
로 요구하는 사항을 해결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스케일링 하우스는 조망에 대한 고려가 있었다. 북측으로는 청계산
이정훈: CF 작업을 하는 건축주는 생각보다 훨씬 건축공간
이 보이는 전망이지만 남쪽으로는 이웃 건물과 접하는 폐
에 대하여 자신만의 신념이 있었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디테
쇄적인 조망을 가지고 있었다. 이럴 경우 거실과 안방의 배
일에 대한 정확한 요구사항이 있었다. 그런데, 헤르마 주차
치가 고민될 수밖에 없다. 결론은 안방과 거실을 북향으로
빌딩을 보고 이미 집을 의뢰할 생각이 있었다고 하더라. 본
배치하면서 뷰를 얻고 남향의 빛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작동
인의 감성과 맞는다고 생각했고, 또 그것을 존중할 마음이
방식을 고민했다. 그리고 지붕에 경사와 고저차를 두어 틈
있었던 터라 작업 내내 어려움은 없었다.
을 내서 빛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전체적으로 집의 내부에 빛이 들어오게 한 것이다. 이로써 2층에서는 고측창으로
외피들은 내외부 경계를 구분한다기보다 오히려 확장을 염
유입된 자연광에 의해 일상의 시간과 계절의 변화를 실내
두에 두고 있는 듯 보인다.
공간에서도 느낄 수 있게 됐다. 또한 상부에 설치된 자동창 은 여름철 데워진 내부공간의 열을 대류현상을 통하여 상
이정훈: 영역을 구분하지만 경계짓기보다 모호하게 여지를
부로 배출하는 역할을 하고, 남측과 북측에 창호를 배치하
두려고 한다. 표피의 형태, 질감, 각도에 따른 독특한 감성이
여 맞통풍이 가능하도록 계획하였다.
경계를 모호하게 흐트릴 수 있다고 본다. 조명으로 이미지 를 변화시킨다든지 블러blur된 느낌을 구현한다든지 파라메
기능적인 부분, 환기와 채광에 공을 많이 들이는 것 같다.
트릭한 패턴의 변화를 꾀한다든지…. 엄격한 하나의 이미지 로 구축되는 것을 거부하는 편이다.
이정훈: 천창, 고창을 자주 활용하는 편이다. 내부는 비교
용인 헤르마 주차 빌딩을 매체에 발표하면서 논문 주제인
구한다. 내게는 공간 분할을 통해 사용자의 난방비를 줄여
가감법 얘기를 나눈 기억이 있다. “스킨이 공간이 되고 공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간이 스킨이 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건축 방법론”에 대 한 것이었다. 그런데, 아직은 그것을 구현할 만한 규모의 프
카사 지오메트리카처럼 지하공간을 확장하여 공간을 재구
로젝트를 만나지 못한 듯하다.
축하기도 한다.
이정훈: 물론 그 주제는 작업의 지향점이다. 볼륨 혹은 볼륨
이정훈: 용적률과 관계없이 증축할 수 있는 지하공간을 주
을 구축하는 외피를 정의하는 것에서 작업이 시작됐다. 하
요 공간으로 설정하였다. 주차장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
지만 직접 적용해 보려면 건물 규모나 비용이 뒷받침되어
뿐만 아니라 지하 공간에서 연계된 다양한 형태의 외부공
야 한다. 아직은 스킨에 천착 중이고 스킨으로 더 익스트림
간 사용이 가능하다. 스틸 루버 패턴의 각도 변화에 의해
extreme하게
작업하고 있다. 알루미늄 패널과 조명을 이용한
상부 루버와 하부 석재가 패턴화되어 교차, 배열된다. 주차
리모델링 작업인데, 패턴 작업이 지금까지의 것보다 좀더
공간의 영역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상부의 루버 안에
강렬하다.
는 유니트별로 LED를 매입하여 야간에 다양한 행위가 가
DIALOGUE
적 간결한 어휘를 사용하고, 기능적이고 합리적인 것을 추
능하도록 했다. 기능적이고 합리적인 내부 공간 재료의 끝, 또 다른 세계 워낙 형태가 강렬해서 집의 겉모습에 이야기가 집중된다. 하지만 작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부 공간에 대한 고민도
철학을 공부하고 프랑스로 건너가 건축 재료를 공부한 이
많이 보인다.
력이 독특하다. 아마도 작업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이정훈: 헤르마 주차장을 보고 스킨 작업을 의뢰하는 건축
이정훈: 철학을 공부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엄청난
주들이 있다. 주로 리모델링 작업이다. 하지만 대부분 내외
철학의 세계에서 내가 아는 것은 적지만 논리적 사고에 도
부를 모두 고민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프로그램마다 다르
움이 많이 됐다. 건축과 철학은 서로 맥이 닿아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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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물론 프랑스에서 공부할 때 철 학 배경의 건축 수업을 듣는 데도 도움이 됐고. 또 철학에 서 사물의 본질을 묻듯 건축의 본질을 생각하면서 재료에 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후 프랑스 낭시건축대학에서 건 축 재료로 유리를 공부했는데, 주로 답사를 다니면서 유리 제조 과정을 직접 확인하고 유리가 뭔지를 고민하면서 고 정관념을 깨게 됐다. 스위스 바젤Basel을 여행하면서 헤르 조그Herzog의 프로젝트도 많이 봤다. 유리의 물성을 완전히 바꾸거나 유리의 투명도를 높이려는 건축가의 의도를 이 해하게 되니까 세상이 달리 보였다. 하나의 재료라도 끝까 지 가 보면 진리가 있겠구나, 또 다른 세계가 있겠구나 싶 었다. 그러고 보니 유리를 활용한 작업을 아직 없는 것 같다. 이정훈: 하고는 싶지만 기술적 한계도 있고 예산의 문제도 있다. 그보다는 표면 코팅에 대한 이해를 높인 게 더 큰 수 확이다. 지금은 더욱 왕성한 활동이 급선무겠지만, 언젠가는 꼭 이 DIALOGUE
루고 싶은 목표가 생길 것이다. 현재 바라보는 지향점이 있다면. 이정훈: 조금씩 작업의 권한이 커지는 상황이니 잘 만들어 가면서 전 단계에 하지 못한 것을 시도해 보려고 한다. 다 음주에 카사 지오메트리카를 들고 이탈리아 밀라노를 간 다. 이탈리아의 한 잡지
어워드The Plan Award의
카사 지오메트리카 주차장 패턴 디테일
최종 후보에
올랐다. 월페이퍼에서도 관심을 갖고 취재해 갔다. 이런 기 회를 통해 우리만의 감성을 찾으면서 조금씩 활동 무대를 키워보고 싶기도 하다. 정리 | 정귀원(본지 편집장) Brickwork Pattern Variation Convex - Odd Row
Concave - Odd Row
Odd row arranged longitudinally with alternating convex angle Convex - Even Row
Concave - Even Row
Even row horizontally arranged
Even row horizontally arranged
스케일링 하우스 벽돌 패턴 변형 44
COVER WORK
표지작 CRITICISM
댄디Dandy한 건축 실험
CRITICISM
송하엽 중앙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용인 헤르마, 사진 진효숙
건축가 이정훈은 철학과 재료 등 정신세계와 물질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 앞에서 밤새는 것도 머리쓰기
대한 관심을 융합하려 한다. 현재는 이런 관심을 통해 종종
로 간주하자. 그만큼 현대인들은 관습적인 방식의 리서치
이론의 틀에 갇히는 오류를 범하지 않고 직업적인 선입견
와 설계에 익숙해 있다. 이에 더하여, 이정훈은 현장에서 몸
과 혜안에 충실한 건축을 구사하고 있다. 관심을 해결하기
소 작업하는 양도 꽤 많은 것 같다. 물론 많은 건축가들이
위해 주변적인 것을 그저 알고 끝내는 것이 아닌, 해결 방법
현장작업을 하지만, 이정훈은 용접, 벽돌쌓기 등을 통해 작
을 위한 백 가지의 경우를 공부하는 자세에서 비롯된 것이
업자와 대화가 많은 듯하다. 이런 노력들을 거쳐 그가 완성
리라 본다. 인터뷰나 그의 글에서 보이는 지적 탐구와 설계
한 건물들은 기존의 도시건물에 비해 텍토닉적으로 차별화
에 드러나는 집요함은 몇 년 안 된 그의 건축 활동보다 앞으
된 댄디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건물로서 충실한 개성을 지
로의 활동에 더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필자를 비롯
니고 있다는 말이다. 또한 그의 건축은 빛의 반사와 굴절로
해 주변의 지인들 그리고 학생들에게서 느껴지는 공통점은
인해 변화무쌍한 모습을 지니며, 시공의 흔적이 보이고 또
머리쓰기는 좋아하지만 몸쓰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삶을
숨겨지는 끝없는 현장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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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 no.45 | Wide AR no.45
건축가의 현장 정신과 기술
하는 이유는 인류는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가져다 준 이후
20세기에 들어서 현장 작업에 충실한 건축가들은, 일일이
로 끊임없이 기술을 발전시켜야하는 운명에 있고, 건축가
알지 못하더라도, 라이트Frank Lloyd Wright의 수제자들이 탈
도 기술의 발전을 앞당기는 위치에 있다는 사실 인식에서
리에신Taliesin을 짓는 장면의 사진에서 단적으로 볼 수 있
비롯된다. 그 기술은 편리를 위한 상품적 발전도 있지만, 새
다. 탈리에신을 지었던 파울로 솔레리Paolo Soleri, 찰스 임스
로운 가공이나 조합에 의한 윤리적 또는 시적 감성의 발전
Charles Eames
으로도 향할 수 있다.
등의 건축가들은 수련 이후 독특한 조형과 텍토
닉으로 승부한 전설이 되었다. 부정적인 의미의 댄디가 아 니라, 디자이너로서 댄디한 건물과 가구를 만든 것이다. 사
열린 시스템의 변형
무소를 공방으로 운영한 프랑스의 장 푸르베Jean Prouve 역시
이정훈에게 제일 가까운 건축가적 모델은 필자가 보기에
몸을 쓴 대표적인 건축가로, 댄디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장 프루베인 것 같다. 공교롭게도 그가 공부한 낭시Nancy지
그는 스스로 “나는 오랫동안 가죽 앞치마를 입었다”라고 할
방이 프루베가 작업한 곳이다. 프루베는 그의 금속 공방에
정도로 공방 정신을 몸소 실천하였다. 재료에 대한 실험은
서 디자인을 실제로, 또 모형으로 직접 만들어 작업했으며,
미국 텍사스의 건축가들에게도 그 맥이 흐르고 있다. 현대
모든 작업자들이 직위에 관계없이 일하는 참여 작업 방식
일본 건축가들 사이에도 뚜렷한 경향이 보인다. 이렇듯 전
을 운영에 도입했다. 하나의 프로젝트에 모두가 스스로 결
세계에 걸쳐 재료에 대한 실험과 텍토닉의 탐구는 건축가
정을 내렸고,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과 명성을 함께 나눴다.
의 기본이다. 안도 타다오의 사무실도 콘크리트 타설하는
이는 당시 미국의 대량생산 체제인 포드주의Fordism나 이를
날 다들 출동한다고 하지 않던가.
모델로 했던 알버트 칸Albert Kahn 건축사무소의 위계 조직과 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주1
결을 달리하여 서울의 건축을 보자. 논란이 되었던 DDP 건
CRITICISM
물과 국제 공모 당시 2등안이었던 조성용의 안은 무엇이 다
프루베가 제작한 건축 부재들은 구조체와 건축 외장이 합
를까? 1, 2등안의 배치는 거의 유사하였고, 2등안이 동대문
쳐진 복합체였다. 프루베는 항공기 제작 기술을 건축 시공
운동장의 부분을 남기는 등 개념적으로는 더 우수했을지도
에 실제로 적용하였으며, 외장 패널에는 디자인이 중심이
모른다. 다른 한편에서 어떤 정치적인 선입견을 떠난 외국
되는 표준화를 추구하였다. 프루베의 패널들은 표상적 기
인 심사위원의 눈에 건축기술의 진보라는 측면이 크게 부
능 이외에도 건물 외장이 스스로 구조적으로 완전할 수 있
각되었고, 나름 새로운 건축언어 구사를 굉장히 높이 평가
는 구축적인 완성도를 확보하고 있다. 1m×4m의 규격을
했을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도 2등안에서는 벽의 기술적인
가진 <민중회관>의 패널들은 하단과 상단에서 서로 맞물
진보가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DDP는 외벽 알
려 고정되며 철재 앵글을 통해 슬래브 상단에 부착된다. 건
루미늄 패널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제작 방식을 탐구하다
물 구조에서 독립하여 패널들은 구조적으로 스스로 자립
가 금속 성형과 절단 장비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이
해 있다.
기술도 중국에서 복사하여 더 싼 값에 팔고 있다고는 하지 만, 시공 과정에서 패널 한 장 한 장 오차가 날 때마다 떼고
외벽 시스템이 구조와 분리되어 독자적 형식으로 발전하는
다시 성형하여 붙이며 건물을 말쑥하게 우주선처럼 보이게
경우, 건물의 디자인은 비행기나 자동차 디자인과 유사해지
만들었다.
며 시공도 조립에 더욱 가까워진다. 프루베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기성 제작되어 구입 가능한 재료와 부재를 디
또 다른 번외 얘기를 하다 보면, 현재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자인의 기준으로 삼는 ‘열린 시스템’ 시공 방식에 동의할 수
설계경기에서 나름 신기술을 적용한 안들이 번번이 떨어지
없다. 이 방법은 오직 개개의 부재들을 이미 완성된 디자인
며 필자가 학생 때 했던 것과 다름없는 구성을 가진 안전한
과 건물에 적용해 다양성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만 유용할
안들이 당선되는 경우가 많다. 설계경기를 하는 목적은 다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건물의 부재를 개별 건물의 디자
양한 진보를 이루기 위한 방법이지만 유독 기술과 재료에
인에 맞춰 생산하는 ‘닫힌 시스템’이라는 더 충실한 방식을
대해서는 판단 유보이거나 의심의 눈초리만 보내게 된다. 결국 이런 현상은 60대 건축가들의 건축언어를 후배 건축 가들과 심지어 학생들까지 따라하게 만드는 신드롬을 만들 었다. 물론 모든 건축 작업이 진보적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다양한 실험에 근거한 건축 작업의 창의성을 필자가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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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송하엽, 최원준 역, 『표면으로 읽는 건축(Surface Architecture)』, 2009
COVER WORK
남해 처마하우스, 사진 남궁선
틸의 이용이 돋보이며 독보적이다. 남해 주택에서 알루미 늄 바를 절개하여 둔각으로 접어서 스크린 월을 만들고 기 존 주택을 업그레이드한 방법은 추후 그의 작업 방향의 모 멘텀이 되었다. 알루미늄 바의 절개면은 거침없다. 커터 날 의 흔적이 그대로 보이며 도장도 하지 않았다. 프루베보다 는 시공 사실을 그대로 노출했던 브루탈리스트Brutalist의 면 모도 보인다. 사회적인 상황이 이유라기보다 압출 성형된 알루미늄 바의 가공에서 딱히 다른 방법이 없는, 어쩔 수 없 는 현실을 보여준 것이다. 그 사이에 비가 오고 눈이 오고 거미줄이 쳐지고 먼지와 낙엽들이 낄지라도 이정훈 소장은 별다른 마감을 하지 않았다. 시골집에 이런 범상한 스크린 이 있다는 게 의아하지만, 스크린이 있는 데크에서 고추나 무말랭이를 말리는 것을 상상해 보아도 재미있는 광경일 것 같다. 이쯤되면 이 스크린은 주택에 프라이버시를 주는 것 이상으로서 곧 주택의 얼굴이다. 사람의 얼굴도 그 자체 에 대한 관심을 통해 내면과 행동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듯 이, 건물의 얼굴도 바로 뒤 공간에서 일어나는 행위에 대해 궁금하게 하고 추측하게 만든다. “마치 무슨 일이 있을 것 처럼”의 가정법이 핵심이다.
카사 지오메트리카, 사진 남궁선
잉여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주차장위의 공간에 놓인 알루미 늄 바에는 LED 가 내장되어 옆 임대공간의 행사를 위해 사 용될 수 있는 무대장치와 같은 틀로 쓰인다. 마침 고급 옷집 이 임대하여 바겐세일을 할 수 있는 장소로도 사용될 수 있
CRITICISM
알루미늄 바는 카사 지오메트리카에도 적용되었다. 일견
다. 앞으로 있을 일을 위해 한 벌은 말끔히 걸어놓고 그날을 준비하는 댄디한 모습이다. 투명과 굴절 따라야 한다.” 프루베의 이러한 생각은 기계들이 일반적으로
투명과 더불어 금속 빛의 굴절, 반사와 불투명성의 탐닉은
한 곳에서 생산된 부품들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에 기반하고
현대를 살아가는 건축가에게 끊임없는 화두이다. 물론 이
있었다. 그는 건축, 특히 개인 주택의 시공은 닫힌 시스템으
정훈에게는 그가 공부한 프랑스의 환경도 영향을 줬으리
로 이루어질 수 있으며, 닫힌 시스템을 따르는 건축가들은 더
라. 프랑스는 금속과 유리의 건축이 먼저 적용된 나라이기
이상 엔지니어들에게 부재 디자인을 의존하지 않을 것이고,
때문이다. 장 푸르베의 영향과 더불어 장 누벨Jean Nouvel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건축과 엔지니어링이 결국은 하나로 통
건축도 자연의 빛에 대한 사고가 한 틀 자리하고 있다. 에
합될 것이라 믿었다. 프루베에 따르면, 가장 좋은 방법은 건
펠탑도 금속과 투명한 공기가 어우러져 있는 것이 장관인
축가가 엔지니어가 되는 것일 거라고 했다. 그러나, 현실이
것처럼 말이다. 프랑스 대혁명의 민주적 정신이 사회의 투
그러한가? 외주와 하청이 빠른 게 현대 기술의 경향이다. 프
명성을 원한 것처럼 금속과 유리는 불투명한 돌과 벽돌을
루베의 의도는 구조에서 독립된 외벽 시스템까지 현대적으
대신하여 쓰였다. 현재는 너무 투명해져서 한병철 교수의
로 인정이 가능하며 닫힌 시스템은 좀 무리가 있다.
“투명사회”라는 시각적 투명함과 시스템에 의해 컨트롤되 는 사회에 대한 불안감이 표출되기는 하였지만, 자연 앞에
실험적 외피
서 인간이 만드는 구조체가 한없이 투명하고 싶은 것도 참
이정훈의 작업으로 돌아와서 보면, 헤르마 주차장, 카사 지오
신함을 추구하는 건축예술의 한 방향이기도 하다. 이정훈
메트리카, 남해 주택에서 알루미늄 바의 변형 작업과 스테인
의 작업에서는 유리보다는 금속이 돋보인다. 금속이 만드
리스 스틸과 같은 잡철의 이용, 그리고 블랙 스테인리스 스
는 기하학적인 패턴 그리고 금속면을 통한 반사와 굴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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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 no.45 | Wide AR no.45
더 중요하다. 그를 한국에 알린 헤르마 주차장은 플렉시글
용적인 건물보다는 특이한 유형의 건물에 관심있는 클라이
라스와 금속 그리고 개구부를 통해 한 화면을 보는 데도 다
언트에 의해서일 경우가 많다. 다른 경우는 작년 럭스틸의
양한 투명과 반사, 굴절 등이 결합되어 있다. 금속면의 반사
전시처럼 철강회사의 재료에 대한 실험일 수도 있다. 어쨌
와 굴절은 마치 박물관에 있는 청동경을 보듯 정확하지 않
든 그가 구사할 수 있는 재료 목록은 아직 반도 못 푼 것 같
지만 주변의 모습도 비춰 보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흐
다. 그는 오래전 건축학도로서 현실의 건축에 대한 불만의
려진다. 사실 패널화 작업에서 금속 작업은 비교적 중성적
대상을 정신세계와 재료 그리고 표상에서 찾았다. 지금 그
인 재료의 선택이고 때로는 싸 보이는 효과 때문에 국내에
것은 건축가로서 현실을 해결하려는 노력으로 자리매김하
서는 많이 쓰이지 않았지만, 서구에서는 재료값의 변화에
고 있다. 좋은 집보다는 필요한 이가 찾는 집, 창의적인 것
따라 21세기에 종종 사용되었다. 네덜란드, 프랑스, 미국 등
을 원하는 이가 찾는 집, 새로운 표상을 줄 수 있는 집을 설
에서 많이 쓰인 양상이 보인다.
계하는 일은 대다수를 만족시키는 건축 방식과는 다르다. 또한 이 모든 것을 재료의 성질에 대한 재발견에서 시작하
CRITICISM
굴절에 의한 자체면의 색과 그림자의 변화는 한 물질을 다
는 것은, 건축인들이 어렴풋이 알고 있는 재료의 본성을 표
르게 보이게 하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또한 사람의 움직임
현하려는 것과는 다르다. 우리가 배운 재료의 본성은 엄밀
을 통해 달라지며 전체적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히 보면 물리적 성질로 제한되는 것은 아니며, 재료에 담긴
1950년대의 후기모던건축에서 거울과 금속면의 반사를 이
관습적인 의미까지 의심해 보는 것을 필요로 한다. 그래야
용한 건축적 실험은 리차드 노이트라Richard Neutra 등 몇몇 건
만 재료와 그 적용에 대하여 재정의하는 것이 가능하다. 금
축가들에게 의해 이루어졌으며, 거울을 통한 반사는 무대
속도 이어붙이고 타공하는 것만이 아닌, 벽돌과 같이 쌓아
에서의 나르시스적인 모습의 강조와 더불어 상업적인 문
보고 금속이 아닌 것처럼 여기며 실험을 해 보는 것이 필요
화 확장 상태의 심리를 표현하는 면도 있었다. 항상 그렇지
하다.
만 서양에서 근대 이후의 환영적인 모습은 세속화된 생활
댄디한 건축가, 댄디한 건물이 익명적인 일상에 어떤 변화
의 우아함이나 탐닉을 극대화하는 요소이다. 우리의 상황
를 유도할까? 실험체로서의 이정훈의 작업이 원숙해지고
도 그리 다르지 않지만, 미국과 다른 점은 도시공간의 밀도
완성체로 되어 가면서 어떤 색을 지니게 될까? 초기의 프랭
에 따른 공간 확장의 허상이라도 필요하다는 점이다. 우리
크 게리와 현재의 프랭크 게리가 다른 것처럼 그의 작업도
의 도시형 주택이 고밀도 지역에 프라이버시를 위해 ㅁ자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겪을 것이지만, 그가 재료 목록을 늘
형 중정을 가지듯 거울이나 반사면을 통하여 공간을 확장
려가며 선구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한국건축에 하나의 방향
되게 보이는 것은 어찌보면 그 동기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을 만드는 것이라 본다.
않다. 그런 공간에서 찰나의 순간을 경험하는 것은 주어진 크기를 넘게 느끼게 한다. 건물의 댄디한 모습은 일반적으 로 택하는 재료의 구성을 넘어서서 반사와 굴절, 그리고 야 경을 통해 끝나지 않은 현장으로 남게 한다. 한계와 가능성 이정훈 소장은 댄디하다. 건축과 예술계에서는 군대용어인 아방가르드가 창의성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지만 댄디는 그 리 쓰이지 않는 용어로 흔히들 멋쟁이를 지칭한다고 보면 된다. 댄디는 자기 멋에 빠진 부정적인 모습보다는 자기부 정에서 시작한다. 남과는 다른 자기 개성을 자기부정에서 출발하여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다. 아방가르드는 뒤쳐진 시대를 이끌고 앞으로 전진하는 짐을 진 모습이라면, 댄디 는 다양성 속에서 자기부정을 통해 개성을 시각화하는 작
48
업을 한다.
송하엽
앞으로 이정훈의 금속에 대한 노하우는 더해질 것이다. 그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건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필라델피아에서 건축가
러나 작업이 커지며 그의 재료 목록의 비중도 어떻게든 변
로 활동하며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스튜디오 강사로, 드렉셀 대학에서 디자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의 작업 범위를 볼 때 금속으로 실
의 한국 건축과 4.3그룹』, 『표면으로 읽는 건축』이 있다.
인 크리틱으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랜드마크; 도시들 경쟁하다』, 『전환기
report 50 와이드 REPORT 1 건축가 날개 달기 프로젝트 점검을 통한 건축 생태계를 말하다 | 기획 좌담회 박정현, 이기옥, 이정훈, 정영한, 전진삼 62 와이드 REPORT 2 건축생산워크숍 | 정귀원 70 와이드 REPORT 3 아직 침묵하는 건축가 김중업, 한·프 건축전 | 이성민 75 와이드 REPORT 4 건축가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 OCA 20년 전 | 전진삼 78 와이드 REPORT 5 세월호와 건축의 상관관계를 묻다 | 공을채 81 와이드 REPORT 6 Strong Architect 06 | 박승홍 장소, 체험 그리고 계획 체험, 의례, 경험 | 박성용 89 와이드 REPORT 7 Power & Young Architect 07 | 우의정 Typology, Morphology 그리고 Decorum 질서와 혼돈 사이 | 박성용
WIDE Architecture Report 45
와이드AR no.45 | Wide AR no.45
와이드 REPORT 1 | 기획 좌담회 1
건축가 날개 달기 프로젝트 점검을 통한 건축생태계를 말하다. 일시 2015년 4월 13일(월) 5:30~9:30pm 장소 누리레스토랑 문간방 참석 박정현(비평가, 본지 편집자문위원, 도서출판 마티 편집장)
이기옥(건축가, 필립건축 대표)
이정훈(건축가, 조호건축 대표)
정영한(건축가, 아키홀릭 대표)
전진삼(본지 발행인, 사회)
REPORT 1
전진삼(이하 전발): 문화관광부(이하 문광부)가 주최하 고 한국건축가협회(이하 가협회)와 새건축사협의회(이 하 새건협)가 주도하는 ‘젊은 건축가상’, 국립현대미술관 이 주최하고 현대카드가 후원하는 형식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AP)’. 본지가 주최해오고 있는 건축세미나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약칭 땅집사향), 지난해 새건협 과 서울의 5개 대학이 함께 만든 젊은 건축가 초청강의 ‘10by200’, 새건협이 주관하는 해외 순회 건축전, 가협회 의 젊은 건축가위원회를 주축으로 추진하는 ‘HauShow’, ‘국제건축문화교류사업’ 및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들 모 임인 ‘젊은 건축가포럼 코리아의 컨퍼런스 파티’, 정영한 대표가 기획 운용해오고 있는 ‘최소의 집’ 연작전시와 함 께 서울시 공공건축가 제도가 만들어지면서 작금에 이 르러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의 건축가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대학교수와 건축가들이 모여있는 ‘도 시건축포럼B’, 인천에서는 본지가 개입해온 ‘아이콘 초 이스’ 등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지역 내 젊은 건축가들 의 동향을 주시해오고 있으며, 기업의 후원 프로그램으 로 유니온스틸의 건축가 지원사업, 아모레 퍼시픽 건축 가 지원사업 등 상대적으로 젊은 건축가들을 향한 지원 10by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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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들이 그 어느 시기에 비하여도 양적으로 많아진 게 사실이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분들 각자는 앞서
WIDE REP0RT
말한 사업들 가운데에 한두 개 이상의 프로그램에 직간접 적으로 관여하였던 분들이기에 각자의 경험담을 통해 그 것들이 건축가들의 날개 달기 프로젝트로써 얼마나 유효 했는지를 점검해보는 것으로 이야기를 풀어갔으면 한다. 최근 새건협 주도의 런던 전시 ‘아웃 오브 디 오디너리(Out of the Ordinary, 이하 런던 전시)’에 큐레이터 및 초대작 가로 참여한 박정현 편집장과 이정훈 대표의 이야기를 듣 는 것으로 좌담을 시작하기로 하자. 박정현
박정현(이하 박편): 전진삼 발행인이 오늘의 좌담을 위해 사전에 보내준 자료를 보면, 건축가 지원 프로그램들이 많 은 것 같습니다만, 한편으로는 젊은 건축가에 국한되어 있 는 것은 의외로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젊은 건축가 상’은 제일 큰 프로젝트이고, ‘YAP’의 경우 국립현대미술 관이 개입되어 있지만 MOMA와 현대카드가 함께하는 프 로젝트로 국내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새 건협에서 주도했던 ‘10by200’는 일회성 프로젝트이고, ‘런
이기옥
던 전시’ 역시 올해는 젊은 건축가를 중심으로 하였지만, 과거 해외교류 전시의 경우는 건축가 세대 전체에 해당하 는 전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앞서 제시한 건축가 날개 달 REPORT 1
기 프로젝트들이 젊은 건축가에만 국한된 것인가 하는 의 문이 든다. 하태석 대표의 젊은 건축가포럼 컨퍼런스 파티 나, 정영한 대표가 주관하는 ‘최소의 집’ 연작전시는 개인 적 차원에서 해오고 있는 것이다. 젊은 건축가가 부각되는 현상은 분명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의외로 공적 자금이 투여되어 젊은 건축가들을 띄어주는 경우가 많은 것 같지
이정훈
는 않다. 한편 상대적으로 다른 세대의 건축가들을 위한 지 원 프로젝트들이 있는데, 우리가 모르는 건지, 아니면 모든 건축계의 지원과 활동이 젊은 건축가에 집중되어 있는 것 인지는 궁금하다.
45세 이기옥(이하 이기): ‘지원’이라는 개념은 부족과 결핍에 따
전진삼
른 사회적 보완책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제 성장기에 사무 실을 열었던 기성세대는 상대적으로 부족과 결핍을 느끼 지 않았고, 개인적인 성향을 강하게 나타낸 그들 세대에게 는 공적 지원의 필요성이 대두되지는 않았다고 볼 수 있다. 9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70년대 생은 이제 40대가 되었 고, 그들로부터 시작된 ‘젊은 건축가’들은 시대적인 상황을 이유로 하나의 세대로 묶을 수 있는 집단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민주화와 국제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던 시대에 대학 생활을 한 세대는 이전 세대가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
정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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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 no.45 | Wide AR no.45
럭스틸 전시 Endless Triangle
REPORT 1
을 통해 또 다른 세대로 성장하였지만, 그들이 사회에 나와 건축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인 2000년대 말 이후부터 의 경제적인 현실로 인해 상대적인 결핍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정영한(이하 정영): 매번 젊은 건축가를 화제로 이야기를 할 때 의문이 드는 것이, 45세 규정이 등장하곤 하는데 여 기서 ‘45세 이하’라는 세대 구분론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를 짚어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이기: 우선 공통적으로 45세 이하라는 기준이 적용되고 있 는 사례를 먼저 짚어보는 것이 유용할 듯하다. 문광부의 젊 은 건축가상과 사협회의 신진건축사대상이 그 기준을 45 세 이하로 하고 있고, 서울시에서 위촉하는 공공건축가 중 신진건축가의 기준도 45세 이하로 되어있다. 그러다 보니 다른 단체나 행사에서도 이 숫자를 젊은 건축가의 기준으 로 삼고 있다. 유추해보면 ‘45세’라는 나이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시대적 상황이 만들어낸 기준이 아닌가 싶다. 현재 나이 45세, 즉 9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세대는 이전에 비 해 유학을 많이 가기 시작한 세대이기도 하다. 유학을 가서 학업을 마치고 현지에서 경험을 쌓으면 대략 5~6년 정도 의 시간이 걸린다. 그 뒤에 한국으로 돌아와 이런 저런 경 런던 전시 Out of the Ordin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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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REP0RT
험을 쌓고, 사무실을 여는 나이는 자연스럽게 마흔을 훌쩍
계조직에서는 무분별하게 외국 건축가들과 조인하고 그들
넘기게 된다. 그 선봉에 서있는 이들의 나이가 우리나라에
의 디자인을 수입해서 경쟁하던 때였다. 당연히 외국 설계
서 젊은 건축가의 기준이 되었고, 그들 중 일부는 이미 기
회사의 효과적인 관리를 위하여 외국 유학 경험의 친구들
성 건축가로 편입되었다. 그러나 최근 일어나고 있는 건축
이 필요했다. 대형설계사무실에서는 외국어가 되고, 해외
계의 변화를 감안해 보면 이 45세라는 기준이 계속 지속될
경험도 있고, 말이 통하던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 역
것 같지는 않다. 2000년대 말부터 해외로 유학 가는 학생
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유학을 한 친구들이었고,
들의 비율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건축가 한 사람의 인생에
그들은 건축가의 역할이 아닌 코디네이션을 주된 업무로
서 유학이라는 기간이 빠지거나, 최소한의 실무경험 후 작
취업하게 되었다
업을 시작하는 20, 30대라는 정말 젊은 나이의 건축가들의 등장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전발: 이정훈 대표가 한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대형설계사
이정훈(이하 이정): 90년대에 대학을 다닌 세대로서 돌이
원 프로그램이 개입한 것이라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동
켜보면 그 당시 건축과의 경쟁률이 타과에 비해 무척 높았
시에 일부 젊은 건축가들에게서 그 같은 네거티브한 방식
던 기억이 난다. 91년부터 96년 즉 IMF 직전까지 대학사
의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반발심과 저항 의지가 생겨나게
회에서 건축과의 인기는 절정에 이른 황금기였다. 하지만
되면서 젊은 건축가로서의 독립의지를 불태우게 되는 배
아이러니컬하게도 지금껏 건축을 하고 있는 사람은 친구
경이 되었다고 할 것이다.
들 중에 손에 꼽을 정도이다. 이 세대의 사람들은 유학도
젊은 건축가상이라든지, 여타의 지원사업이 만들어지는
많이 나간 특징을 공유한다. 건축에 관한 한 호경기 속에
배경에는 그 사회가 안고 가는 부정적인 시스템에 대한 저
서 자연스럽게 유학을 간 경우가 많았다. 공부에 대한 욕심
항의 발로에서 기인하는 공적 프로그램이라는 특징을 공
도 많았던 세대였다. 하지만 이들이 유학에서 돌아올 시점
유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이정훈 대표가 말하는 젊은
에 국내사정은 돌변했다. IMF의 혹한기를 지나오면서 한
건축가들의 기성 사회에 대한 반발 심리는 나름 설득력이
국의 건축설계시장은 턴키 시장 중심으로 재편되었고, 건
있는 발언이다.
축가라는 집단이 건설사 밑으로 예속되는 상황이 벌어졌 다. 실력이 좋았던 친구들이나 선배들은 대부분 아틀리에
이정: 젊은 건축가상 제도가 2008년에 제정되었다. 내가
를 등지고 대형사무실에 들어가서 턴키를 수행하고 있었
수상할 당시의 전과 후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확인
다. 이런 걸 가까이서 지켜보게 된 젊은 건축가들의 내면에
하게 된다. 개인 사무실을 오픈했던 수만 놓고 비교해보면
‘반발’이라는 키워드가 자라났다고 할 수 있다. 누구보다도
초기 지원자에 비해 근년에 지원한 젊은 건축가들이 사무
프라이드가 강했고 밀도 있게 공부하며, 멋있는 건축가 선
실을 오픈한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배들을 보면서 자기의 꿈을 키웠던 세대가 맞닥뜨린 현실
저들 대부분이 사무실을 오픈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에
은 턴키가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었다. 건축 본연에 대한
하나는 대형설계사무실에서 더 이상 좋은 조건으로 유학
고민과 이상을 꿈꾸는 것은 무모한 세태였다. 그러다 보니
파를 뽑아가지 않았던 요인도 작용했을 것이다.
REPORT 1
무실에서 유학파 세대를 불러모으는 방식에서 모종의 지
일종의 반발 심리가 커졌던 것 같다. 자연스레 이대로 가다 가는 자멸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대형사무실과 거
이기: 젊은 세대들이 큰 조직 안에서 경험 쌓기를 거부하
리를 둔 젊은 건축가들이 하나, 둘 사무실을 오픈하면서 건
고 각자 사무실을 차리는 이러한 현상을 일종의 ‘조급함’으
축생태계의 자정 작업과 함께 새로운 세대의 부상을 알리
로 해석하는 기성세대의 시각이 존재한다. 이러한 시각 차
는 물꼬를 튼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로부터 세대 간의 소통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본다.
이기: 말씀한 내용은 젊은 건축가뿐만 아니라, 소규모 사
이정: 지금의 상황은 젊은 건축가들이 일정 기간 수련을
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모든 건축가에게 해당하는 이야기
하고 자기가 선택해서 갈 수 있는 시장이 없다. 내 주변 친
가 될 것 같다. 턴키 제도의 혜택을 입은 건설사와 몇몇 대
구들을 보면 대부분 사무실을 오픈했다. 그 이유가 우리
형 설계사무소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건축계의 모든 사
보다 전 세대 선배들은 교수를 하거나 대형사무실의 간부
람이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
로 들어갔다. 두 경우를 놓고 보면, 지금 우리 세대는 교수 가 되고자 한다 해서 쉽게 될 수 있는 세대도 아니다. 또한
이정: 부연하자면 턴키가 대세이던 시절, 한국의 대형 설
대형사무실을 선택하였던 선배들의 모습도 그렇게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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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 no.45 | Wide AR no.45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본질로 돌아가서 왜 건축을 시
상황에서 생산된 작업들이기에 작품의 수준을 논하기 전,
작했느냐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개인
나름의 치기 어린 과정을 통해 생산된 작업을 동시대에 활
사무실을 여는 동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약하고 있는 젊은 건축가들 그리고 이론가, 패널과 다음 세 대를 이어갈 학생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이기: 이러한 현상은 80년대와 확연히 구분되는, 90년대에
있는 자리였다.
한국이 처했던 아주 특별한 상황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2000년대 초반에 열악한 상황에서 독립했던 몇 안 되는 이
볼 수 있다.
들 중 일부는 유명 건축가 아틀리에에서 출발하여 독립한 이들, 또는 서울건축학교(sa)를 졸업한 이들과 같이 국내
박편: 사회학에서는 80년대 학번과 90년대 학번을 완전히
에서 수학한 건축가들이 있었으나 그들을 지금의 호칭처
별개의 종족으로 구분한다. 386세대 학자들이 제시하는
럼 하나의 젊은 건축가 세대로 묶기는 애매했다. 다양한 성
세대 구분론에 따르면 80년대는 진정성의 시대이고, 90년
격으로 집단화되어 있었고 개중에는 나이와 상관없이 독
대에는 동물의 시대이다. 완전히 다르다는 이야기이다. 나
립한 이후에도 첫 작품이 없는 이들 그리고 젊은 건축가
아가 80년대 말, 90년대 초에 대학생활을 한 세대와 90년
상 수상과 관계없이 여전히 열악한 상황에서 작업의 기회
대 중반 이후에 대학생활을 한 세대 또한 전혀 다른 문맥
를 모색하는 이들 모두가 동시대의 젊은 건축가인 것이다.
위에 놓여 있다.
젊다는 것보다 이러한 제한적 현실에서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 자신의 건축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과거 한두 개의 작품으로 시대를 풍미하고 묘연히 사
호명
라진 선배 건축가들의 모습에서 한때 난 우리 건축의 미래 를 본 적이 있었고 그러한 상황은 지금도 다르지 않다고
REPORT 1
전발: 화제를 돌려보자. 민간차원에서든 공공차원에서든
생각한다.
건축가 지원 프로젝트가 근년에 집중적으로 몰려있다는
10여년 전 지금 활동하고 계신 50년대 중후 반부터 60년
것은 중요하게 바라봐져야 하지 않을까? 동시에 기성세대
대 생 건축가들이 파주 북시티나 헤이리 아트밸리를 통해
건축가에게 기회가 주어지기 보다 젊은 건축가 중심으로
등장했을 당시 그 누구도 그들을 ‘젊은 건축가’라고 호칭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 분위기 자체가 이야기의 초점이 될
하지 않았으며 또한 그들을 ‘생존’의 프레임에 가두지 않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더라도 각각의 프로젝트들이 결과적
았다. 물론 IMF이후 건축적 호황이라고 불릴만한 시대였
으로 젊은 건축가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프로젝트인지 아
지만 당시 그들도 우리와 같은 만45세 전후의 젊은 건축
닌지, 다른 의미에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 같다.
가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근거로 보았을 때 10
10by200에 호명된 건축가 중에 상당수가 건축 본연의 실
년 전에 비해 현재 젊은 건축가들에게 주어진 현실은 냉혹
제 프로젝트가 아닌 외연을 탐구하고 있음이 주목되었다.
하지만 외연의 작업을 통해 또 다른 건축적 성취의 과정은
신진건축가들한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이 생존을 위
의미 있다고 본다. 특히나 우리와 같은 젊은 세대가 필요로
한 다각적인 접근이 강하다는 점이다. 그 지점을 고민했던
하는 레퍼런스 아키텍쳐reference architecture가 부재한 이러한
입장에서 정영한 대표의 생각은 어떠한가.
현실에서 젊은 건축가들의 움직임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 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실 속 생존만을 위한 몸부림이 아
정영: 말씀하신 건축 본연의 실제 프로젝트가 아닌 외연
닌 생존을 넘어선 움직임이라 봐야 할 것이다.
탐구를 주목하는 이들 중 나를 호명한 것에 대해 조금은 의아했다. 물론 현재 본인이 기획한 최소의 집 전시에서 대
전발: 10by200의 젊은 건축가 중 1인으로 정영한 대표 자
중과의 만남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고는 있지만 2013년 이
신이 지목된 이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까지는 실제 프로젝트만을 지속해 왔다. 30대 초에 독립 하여 현재까지 작은 아틀리에를 약 12년간 지속해왔기 때
정영: 그 부분은 오히려 박정현 편집장에게 묻고 싶다. 어
문에 10by200에 호명된 건축가들에 비해 작업 수가 많았
떤 기준에 의해서 호명되었는지.
다. 그러나 그 작업들을 했던 당시를 떠올려 보면 지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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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보다 더 열악한 상황이라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생
박편: 호명하게 된 주체는 새건협의 《건축과 사회》 편집위
존을 언급하기 전, 젊은 건축가에게 프로젝트를 진행할 기
원들이었다. 처음에는 젊은 건축가상을 받은 사람들을 중
회조차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으며 그러한 어려운
심으로 세우려 하였지만, 그분들은 이미 기성세대에 편입
WIDE REP0RT
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와이즈 건축의 전숙희 소장을 부르
들에 비해 작업한 양과 성과도 다르고 자기 건축을 전개해
려고 했는데 잘 알려진 건축가였기에 패널로 바꾼 것이다.
나가는 방식에서 차별화되었다. 공교롭게도 정영한 대표
그렇다 보니 젊은 건축가상을 받지 않은 알려진 건축가를
가 제일 연장자였고, 오히려 예외적으로 보일 정도였다. 대
불러내기로 했다. 말하자면 알려지지 않아서 모르는 건축
부분의 젊은 세대 건축가는 다작의 설계를 통해 집을 지으
가를 어떻게 알고 초대하느냐는 딜레마가 있었다.
면서 정보를 습득하는 세대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전발: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불림 받은 건축가들 공히 실
정영: 결국 레퍼런스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우리 건
물로 완성된 건물이 많지 않다 보니 건축의 외연에 관심하
축가들의 작업이 세계적 수준으로도 동시성을 지닐 만큼
고 있는 것을 이들 세대 하나의 현상으로 읽을 수 있을 것
유효한 것인지부터 또는 그것들을 지속적인 비평을 통해
같은데, 저들이 건축의 경계 안팎을 넘나드는 것에 대해 현
서 필터링 되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지 자문해야 마땅하
장을 지켜본 비평가 입장에선 어떻게 바라보았나?
다고 본다. 현실적으로는 기라성 같은 앞선 선배들의 작업 이 여전히 전 세계의 공통어로서의 건축이 유효한지에 대
박편: 나는 이전 세대 건축가들과 최근의 젊은 건축가 세
해 세대 간의 관심이나 소통이 전혀 없다는 것이 내부적으
대와의 가장 큰 차이를 건축에 대한 태도에서 찾을 수 있
로 가장 큰 문제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그러한 영향들을 세
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4.3그룹 건축가들부터 시작해서, 그
대 물림 할 수 없으니 우리라도 먼저 자리를 마련하여 세
전 세대는 무언가를 이야기할 때 늘상 건축으로 말하기를
대 간의 소통을 넘어 사회와 그리고 대중과 소통할 다양한
즐겨 했다. 단체활동이나 사회참여 활동에서조차 ‘건축으
방법들을 모색해야 한다.
과 설치와 전시 등을 구분해서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건
이기: 소통의 부재라는 한국 사회의 화두는 건축계 내부에
축이 반드시 설계하고 집 짓는 일에 국한되어야 한다고 여
서도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다. 급격히 근대화를 맞은 한국
기지 않는다.
사회는 짧은 시간대 안에 여러 세대가 촘촘히 공존하고 있 으나, 다른 세대가 가지고 있는 사고의 차이에 대한 인식은
이정: 이전 세대에게 건축은 엄숙하고, 경건하고, 무거운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각각의 세대가 경험한 시대에 대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입장 차이를 인식하고 공유하는 것이 여러 세대가 소통하
우리 세대에게 건축은 더 이상 엄숙하지도, 무겁지도 않다
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REPORT 1
로 말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젊은 건축가들은 집 짓는 일
고 하는 것이 맞다. 정영: 세대 구분론을 이야기하기 전에 한국 건축 안에서 박편: 지금 이야기하는 젊은 건축가 세대의 또 다른 특성
명확한 세대 구분이 있느냐라는 측면에서 접근해 볼 필요
이라면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지만 사회에 나와서 설계
성이 있다. 세대를 구분하는 키가 공존이라는 포괄적인 개
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는 점이다. 나처럼 출판사
념에서 찾는 것이라면 사실 젊은 건축가라는 것은 의미가
편집장도 있고, 미술관 큐레이터도 있고, 기획자도 있다.
없다고 본다.
설계를 하지 않으면서 건축계에서 발언한 사람들이 우리 앞세대에 얼마나 있었나? 하고 살펴보면, 별로 눈에 띄지
박편: 내 생각엔 한국건축에 세대 구분론이 존재한다고 본
않는다. 이 같은 현상 또한 건축 내부의 다양성이라는 측면
다. 재료를 사용하고 프로그램을 해석하는 입장에서도 차
과 연결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이가 있지만, 단적인 한 가지 예가 건축주의 변화다. 2008 년 이후 전국적으로 땅콩집 짓기 열풍이 몰아치면서 생애
정영: 건축가들 또한 사회 참여도가 높아졌다. 과거에는
최초의 자기집을 장만하려는 건축주의 나이가 무척 젊어
대부분 개인 클라이언트의 집과 건물에 해당하는 민간 프
졌다. 대중매체와 인터넷 미디어의 효과가 작용한 것이겠
로젝트가 공공 프로젝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다. 그렇
지만 건축을 접하는 건축주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다 보니 건축가들은 대체로 관념적인 건축 언어를 도구화
짚어보면 아파트 주거 문화에 대한 반발심리와 대안을 모
하여 건축을 탐구하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색하는 사회문화적인 배경도 참조할 수 있다. 아파트 값이 붕괴 하면서 아파트 이외의 주거형태와 아이들의 참교육
박편: 10by200 열 번의 시리즈 중에서 건축적으로 제일 진
환경으로서 주거형태에 대한 젊은이들이 자각이 두드러진
지했던 분은 당연 정영한 대표였다라고 생각한다. 다른 이
것도 이유가 된다. 이들 젊은 건축주는 대개 또래의 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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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에게 설계를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젊은 건축가가
야 하는 정도는 아니었나?
많이 생겨날 수 있는 경제적 조건인 셈이다. 건축주와 건축 가가 관계하는 방식도 분명히 달라졌다.
정영: ‘최소의 집’ 출발은 집을 소유하고자 하는 이들의 라 이프스타일은 다양하게 변화되고 있지만, 정작 대중들은
REPORT 1
정영: 건축주의 세대 변화론은 이해되지만, 건축계 내부의
그들에게 맞는 적정공간의 이미지가 없었으며 그들의 생
세대 구분론에 대해 대중들은 특별한 관심이 없다. 건축하
활이야기가 밀착된 다양한 공간의 이야기를 제시할 건축
는 이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본다면 본질적인 세대 구분의
가들이 부재한 현실에 주목했다. 불과 10년전까지 집이란
의미는 없다는 것인데 가까운 일본의 경우를 들어보자. 일
아파트와 일부 계층에만 국한되어 있는 개인 주택(호화 주
본의 젊은 건축가들은 학교를 졸업하면서 곧바로 주택시
거)으로 주택시장이 양분화되어 있었으며 건축가에게 주
장에 뛰어든다. 그들은 이미 학교에서 그들의 레퍼런스 아
어진 기회는 큰 규모의 개인 주택을 통해 자신들이 추구하
키텍쳐를 통해 영향을 받고 현실로 나아가 실제로 수련을
는 건축언어를 실험하고 생활이야기와 괴리되어온 것이
쌓으며 자신의 언어를 구축해 나간다. 나는 그것 자체가 결
당시의 현실이었다. 그렇다 보니 우리의 제한적인 주거환
국 세대 구분론을 대체한다고 여기는데 우리나라에는 신
경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전시를 기획하
진 세대 건축가가 자연스레 사회로 인입되는 공식이 없다
게 된 것이다.
는 것 자체가 문제라 생각한다. 건축계 안에서는 여전히 5,
애당초 전시장 안에서의 대중과 소통의 괴리가 심각할 것
60대 건축가들도 3, 40대 젊은 세대도 경쟁으로서만 건축
이라고 예상했다. 대부분 전시를 보러 오는 이들의 질문에
을 하는 풍경이 지속되어 오고 있다. 클라이언트 층이 젊어
는 아파트와 비교해서 어느 정도의 공간 크기인지 그리고
지고 건축 외부의 환경도 바뀌었지만 그것 이상의 세대론
평당 얼마인지 등에 대한 질문들 마치 대형 건설사의 모델
의미를 찾아볼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젊은 건축가에서 기
하우스에서 오고 가는 질문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따라서
성 건축가로 편입되는 명확한 시점의 기준이 필요하다. 현
이 전시를 통해 라이프스타일의 이해와 분류, 분석 과정을
실 속에서 다양하게 성취해온 작품의 수가 아닌 작업의 일
통해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집중하기로 했다. 예비 클라이
관된 태도와 자신만의 이론을 정립해 나가는 일련의 모든
언트들이 자신에게 맞는 생활이야기를 하지 못한다면, 결
과정까지 포함되어야 그들을 기성 건축가라 호칭할 수 있
국 방의 개수 밖에 언급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전시 기획
지 않을까 싶다.
에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점이라면 대중과의 밸런스를 맞 춰가되 그들에게 다양한 건축과 건축가의 정보를 전달해
박편: 과거에는 토건과 아트로서의 건축을 구분했다. 하지
주는 동시에 집의 본질적인 가치를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
만 이제는 다르다. 젊은 건축가들에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다. 이러한 방향으로 지속하다 보면 대중의 건축에 대한 인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건축계가 나서서 토건의 몫으로 남
식의 변화와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 있는 주택시장을 노려야 한다. 그 시장을 차지해야 한다 는 말이다. 우리의 건축상황도 곧 일본이 겪은 길을 따라갈
박편: 그건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
것이다. 점차 인구가 줄어들고 수요가 적어지니 아파트 재
파트에 몰리던 관심이 줄어들었지만, 동시에 서울시에 단
개발 재건축 사업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기대할 수도 없
독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자연
다. 자연히 도시에 잔존한 중소 규모 주택을 가지고 재생을
히 LH에서 분양하는 신규 택지에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게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다. 작은 프로젝트 위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택지 크기는 70평으로 모양
주로 시장이 재편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건축의 일이 아
은 직사각형으로 똑같고, 주변의 맥락은 거세된 필지라는
니라고 치부해온 시장을 되찾는 것이 건축계 전체의 매우
것이다. 기준은 결국 얼마에 지었느냐 식의 얘기만 입에 올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리게 되는 것이다. 아파트 중심의 사고가 단독 주택에도 그 대로 이어진 것이니 시간이 걸릴 것이다.
소통
이기: 탈 아파트라는 시대적인 변화로 인해 새로운 시장이 생겨났고, 경제적인 집, 작은 집에 대한 주문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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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발: 정영한 대표는 ‘최소의 집’ 전시 기획으로 대중사회
이는 이전의 고급주택에 대한 주문과는 그 내용을 달리하
와 계속 호흡을 해오고 있는데, 현장에서 마주친 관객들의
고 있으며, 경제적인 여유가 그리 넉넉하지 않은 건축주들
수준은 어떠했나? 앞으로 연작 시리즈 기획에 변화를 주어
이 젊은 건축가를 호출하고 있다. 비슷한 위치, 비슷한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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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 대지에 경제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건축주의 주문에 따른 결과물들은 이전 세대와는 다른 건축 색깔을 띠고 있 지만, 다른 의미로 공통점이 있기도 하다. 정영: 내가 ‘최소의 집’ 전시를 시작하게 된 이유도 집이 가 지는 수많은 가치 중 그 크기와 비용에 한정 지어 생각하 는 것. 그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이었다. 싼 것, 작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집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과 본질적인 것들을 대중과 어떻게 공유하고 이 시대에 활동 하는 건축가들이 집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한 세 대 간의 인식의 변화를 위한 움직임이 나에겐 더 중요하다 고 생각했다. 건축계 내부에서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외부 의 대중과 건축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균형을 갖지 못 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보았다. 집 짓기의 갑작스러 운 열풍으로 대중이 좀더 쉽게 집을 소유하는 방식에 대해 서는 공유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집에 대한 인식과 가치를 공유하기엔 아직 해야 할 일 들이 많이 남아 있다. 집은 항 상 부동산의 가치로 회자되다 보니 당연 대중들의 시선은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이나 그들의 고민보다는 토건으로 그 관심이 몰려 갈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사회적 협력주거라는 모델이 최근에 나오고 있지만, 우리 나라는 아직 공유에 대한 개념이 서툴다. 우리가 아무리 좋 은 모델을 제시해도 그것을 경험하려는 사람들의 인식 구 조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면, 그것은 성공할 수 없다. 인 식 구조의 변화를 위한 사회적 시스템의 개편도 중요하겠 지만 사회의 다양한 공유 모델을 위한 건축가의 실천영역 또한 확장되어야 할 것이다 최소의 집 전시
전발: 이정훈 대표가 철강회사 럭스틸의 지원을 받아 수행 한 설치작업은 넒은 의미에서 건축과 일반사회와의 관계 를 여는 작업이었다고 본다. 작업 자체에 대한 건축가 스스 로의 평가가 궁금하고, 대중사회와의 연결 고리라는 관점 에서 건축가의 설치작업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었는지 궁 금하다. 이정: 건축이라는 직종은 경제에 상당히 많은 액티비티를 일으키는 중요한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떻게 보 면 마켓을 리드하는 사람들이고, 마켓에 양질의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 가치를 제시하는 사람들인데 실제론 그런 대 우를 받지 못한다. 먹이사슬이 전무하다. 럭스틸에서는 건 축가와의 협력작업의 결과물이 단순히 자사의 제품을 홍 보하는 것이 아닌 건축계의 반향을 일으켰으면 좋겠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왔다. 경험으로나 역량으로나 굉장히 부 담스러운 기회였지만 이러한 기업의 펀드를 오히려 적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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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서 얘기했지만 우리가 리드하는 마켓의 시장은 매우
이정: 공적 기관까지는 아니지만, 단체에서 해줘야 하는
크다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경기가 좋았을 때 기업으로부
역할이라는 게 있다. 그런 역할이 미흡했다고 생각한다. 럭
터의 펀드 개념을 이용하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놓았더
스틸이나, 현대카드가 건축을 매개로 하여 마켓을 확장하
라면 다양한 수요를 소화해낼 수 있는 구조가 되지 않았을
고 대중과 소통하려는 것이 최근의 흐름인데 그와 같은 프
까 싶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이 같은 시장의 가치를 파악
로그램이 왜 나왔느냐에 주목해야 한다.
하고 잘 활용하고 있다. 신선한 디자인이 나오면 그것을 가 지고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의해서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
박편: 우리나라 직능단체의 문제는 이익단체로서 제 역할
그게 다시 시장에서 선순환이 되는 먹이사슬의 구조를 알
을 다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협회라면 응당 구성원의 이익
고 적절히 이용하기 때문에 건축가를 무시할 수 없는 사회
을 위해서 움직여야 하는데 그것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세
구조가 안착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개의 단체 중 실질적으로 세력이 크고, 예산도 가장 넉넉한 사협회의 이미지는 설계를 하는 사람들의 협회가 아니다. 대척점에 가협회가 있지만, 건축계에 이렇다 할 영향력을
플랫폼
발휘 못한다. 재정적 문제도 있지만, 직능을 위해 아무것도 할 제도적, 법적 힘이 없기 때문이다. 영국의 RIBA가 힘을
전발: 대중과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분의 작업들이 있
가진 이유는 이익단체로서 영국사회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다. 이러한 가운데 단체활동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제도
있기 때문이다.
권 안에 있는 단체와의 거리를 두는 이유나, 단체에 대하여
역사적으로 예를 들어보자. 아돌프 로스의 로스하우스가
가지고 있는 인상들에 대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한때 빈 사회에서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설계 변경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을 때, 오스트리아 건축가협회가
REPORT 1
이기: 나는 가협회 소속 젊은건축가위원회에서 주관하는
보여준 태도는 인상적이다. 건축가가 한 일을 가지고 왜 논
Haushow 프로젝트와 문광부에서 주관하는 ‘국제건축문
란을 만드냐며, 직능단체로서 설계 변경에 보이콧을 선언
화교류사업’의 진행을 맡았다. Haushow는 2013년부터 시
한다. 우리나라에서 서울시 신청사 공모전의 결과를 둘러
작한 프로젝트인데, 건축계 내부의 건축잡지가 아닌 대중
싸고 숱한 공방이 오고 갈 때 우리나라의 건축3단체는 구
잡지를 파트너로 정했다. 일반 대중과의 소통을 목표로 삼
성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3단
았기 때문이다. 40대로 구성된 6명의 건축가들은 공모를
체가 하나의 단체로 합치기 전에는 이런 일이 반복될 수밖
통해 선정된 클라이언트와 1대 1로 만나 7개월에 거쳐 설
에 없다. 젊은 건축가들은 늘어나는데 이 단체에 유입되는
계를 진행했고, 이 과정을 《여성중앙》에 게재했다. 이후 그
이들은 많지 않다.
결과물을 일반인과 학생을 대상으로 토크쇼를 통해 공개 하였다. 그리고 그중 한 개의 프로젝트는 실제로 지어지게
이기: 어느 단체나 늘 묵묵히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 있고,
되었고, 건축가와 건축주의 새로운 관계에 대한 가능성을
그런 사람들에 의해 단체가 유지되어 나간다고 생각한다.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현재는 30대 젊은 건축
하지만 그들이 상황에 지친 나머지 하나, 둘 빠져나갈 때는
가 7팀의 ‘옆집탐구’ 전시회를 시작으로 작년부터 <시즌2>
많이 아쉽기도 하다. 최근 몇 년간 젊은건축가위원회를 운
를 진행 중이다. 또 일반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집짓기 교
영해 오면서, 외부에서 단체를 바라다 보는 시각 역시 세대
육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가기 위
간 시각 차이의 연장선 상에 있다고 본다. 이러한 의미에서
해서는 기획을 위한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
젊은 건축가 그룹의 적극적인 활동이 더욱 필요하다.
로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그에 비해 작년에 처음으로 시작된 국제건축문화 교류사업은 문광부로부터
정영: 나는 일찍이 그러한 건축 단체의 구조를 알았기 때문
충분하지는 않지만 예산을 지원받고 있어, 여건이 좀 나은
에 애초부터 ‘최소의 집’ 전시를 기획하면서 단체의 후원을
편이다. 이 사업을 통해 9팀의 젊은 건축가를 선정해 해외
원하지 않았다. 세 개의 협회가 합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건
문화 탐방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그 결과물들을 정리해 출
축가들은 직능 단체로부터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고 본다.
판하고 웹사이트를 통해 공유할 예정이다. 3,40대의 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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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들이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관련단체에서 주도적
이정: 처음 젊은 건축가포럼 코리아의 프로그램을 준비하
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면서 이야기했던 부분은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말고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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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리 판을 만들고 플랫폼을 제시하자는 것이었다. 젊은 건
시에 긍정적 시선으로 들여다봐야 할 것이고, 그들을 단체
축가들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도 마땅
내로 끌어들이려 도모하기보다는 각각 프로그램의 고유성
한 창구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 창구를 만들게 된
을 지켜봐 주면서 단체가 어떤 형식으로 지원해 줄 수 있
것이다. 젊고 새로운 작업을 한 건축가에게 발표의 기회를
을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주고, 그것을 성장하는 학생들이 보고 자신의 미래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된다면 가라앉은 건축계의 분위기를 상승시
이정: 의외의 말로 들리겠지만 건축판에도 적당히 거품이
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되도록 집단주의를 멀
끼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보자. 외국에서의
리하고 모임의 구성원들도 건축가가 중심이긴 하지만, 다
일인데, 어떤 부유한 클라이언트가 주택을 짓고자 하는데
른 분야의 사람들을 섞어서, 새로운 멤버들을 찾으려고 의
건축가가 바빠서 못 간다고 하니 헬기를 보내오더라는 얘
도했다. 이제 포럼이 시작된 지 몇 해가 지났다. 개개인의
기를 들은 바 있다. 이런 게 거품처럼 들리고 허무맹랑한
권위에 의지하는 것이 아닌, 구성원 각자의 자발적 참여가
소리 같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생각이 드냐면, 사회라고 하
포럼을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다.
는 곳이 비전을 사고파는 곳이지 않은가. 외국 건축가의 사 무실에서 함께 일하던 일본의 어떤 친구 얘기도 떠오른다.
정영: 기존에는 그와 유사한 시스템이 전무후무했다. 건축
언젠가는 구마 겐코가 되고 시게루 반이 될 수 있다고 생
가들의 자발적 참여와 자생적으로 풀어나가는 움직임에
각하며 열심히 하고 있다고. 꿈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누
대한 모습이 상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젊
구를 롤모델로 하고 싶지? 라고 했을 때, 우리에게 그 ‘누
은 건축가포럼은 그런 측면에서 건축계의 한 단계 진화를
구’가 있냐는 것이 핵심이다. 과연 한국에서는? 선뜻, 없다
알린 신호탄이라 생각한다.
는 것이 절망적인 부분이다. 생태계가 무너진 까닭이다. 그 런 측면에서라도 일정 정도의 거품이 우리 건축 사회에 있 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봤다. 젊은 건축가들을 찾아서 전화해보면 그들은 대부분 적극적으로 포럼에 참여 의지를 밝히곤 했다. 그때마다 느
정영: 우리 모두 10년 뒤에는 생물학적인 이유만으로도 젊
낀 것이 열망이 엄청나구나 하는 동류 의식이었다. 그때나
은 건축가의 호칭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는 있다. 그러나
지금이나 젊은 세대가 공히 할 이야기는 많은데 플랫폼이
10년 뒤 지금 우리와 같이 활동할 또 다른 세대의 젊은 건
부족하다.
축가들조차도 우리가 겪고 있는 열정의 희생을 강요당하
REPORT 1
이정: 개인적으로 몇 번에 걸쳐 젊은 건축가포럼을 진행해
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 많은 젊은 건축가들이 단지 젊다는 이기: 가협회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구성원은 대부분 나
이유만으로 많은 희생과 재능기부를 강요받고 있다. 젊다
이가 50대 이상이다. 젊은건축가위원회가 젊은 세대와 기
는 것을 경제적 논리로 삼아 열정 페이(저가의 설계비)를
성세대 간의 작은 연결고리가 될 수 있길 바라본다.
사회가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한국에서는 제대로 실무를 할
이정: 해외에는 건축가라고 하는 집단이 다층화되고 있다.
곳도, 건축가에게 사사하는 개념도 없다는 것을 적시해야
저급한 수준의 건축가도 존재하지만 일반 클라이언트 사
한다. 기댈 곳도 없고, 배울 이도 없는 것이 답답한 현실이
회에 특A급의 건축가에 대한 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건
다. 자연히 죽기 아니면 살기로 자기 일을 해야 하는 환경
축 집단을 높게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조성되어 있다.
에 처해 있는 것이 안타깝다. 정영: 건축가의 노쇠현상은 지금보다 훨씬 빨리 올 것이 이기: 누가 누구에게 날개를 달아줄 것인지, 또 그 날개를
다. 젊었을 때 세인의 관심과 주목에 휘둘리다 보면 정작
달고 가야 할 곳은 과연 어디인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자기 건축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러 힘을 쓰지 못하고 멍 해지는 구조에 빠질 수 있다. 그리고 다른 한가지는 한국도
정영: 단체가 이런 변화되는 현상에 개입하고자 한다면 반
점차 유학파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전과
드시 행동이 달라져야 한다. 과거에는 단체가 주가 되어 휘
다르게 레퍼런스가 없기 때문에 저들 대부분의 젊은 세대
둘렀던 시대가 있었다면,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라, ‘젊
건축가들의 출발은 많이 힘들 것이 예상된다.
은 건축가포럼’이 되었든, ‘최소의 집’이 되었든, 박창현 소 장이 하는 ‘인터뷰’든 게릴라식의 움직임을 객관화하고 동
이정: 그래도 최근 런던 전시를 다녀와서 조금 긍정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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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게 되는 측면이 있는데 하나는 외국에서 한국이라는 나
가 작업을 통해서 건축을 생산해 낸다면, 비평가들은 글쓰
라를 주목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어떤 시스템이 도입되느
기라고 하는 도구를 통해 현실에 자극을 줄 수 있는 무언
냐에 따라 건축판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점에의 확신이
가를 생산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들었다. 정영: 건축문화가 성숙하려면 건축가, 이론가, 비평가 서로 정영: 나는 그런 시스템의 도입을 기대하지 않는다. 오히
의 작업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출발하고 끊임없는 자극을
려 자체적으로 우리가 후배들을 위한 건강한 무브먼트를
통해 그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축가
만들어 줘야 좋은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스스로가 이론을 무장하고 현실적으로 건축작업을 생산하
다. 이러한 다양한 움직임은 과거에 없던 것이기 때문이다.
는 과정에서 그 수위를 유지함이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건축가의 작업을 객관화하여 들여다보는 생산적인 비평의 글쓰기가 요구되지만 한동안 그러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
비평
다. 이러한 작금의 현실에서 《건축평단》의 등장은 좋은 현 상으로 보인다. 다만 비평의 대상이 될 작품을 선정하는 과
전발: 파리에서의 전시나 런던 전시는 새건협이 주도적으
정 또한 건축가들로부터 능동적 참여를 유도할 분위기를
로 개입하여 수행하였지만, 협회 내 자체 인력으로 이뤄낸
만들었으면 좋겠다. 참여의 방식이 달라지면 비평의 내용
것은 아니다. 대학의 역사이론 교수나 비평가들이 동참하
또한 누구와 공유하는 것이 중요할 텐데 개인적으로는 사
여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결과적으로도 좋은 평가
용자 (또는 거주자)들까지 그 범위가 확장되어 비평의 결
를 받았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에 계간지 《건축평단》이 창
과가 또 다른 건강한 건축의 생산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라
간되었다. 비평공간의 필요성을 느끼는 비평가들이 세력
는 기대를 해본다.
화되면서 건축계에 어떤 형태든지 개입하려는 입장을 표 REPORT 1
명하고 있다. 오늘 좌담의 마지막 화제로 비평이 가져야 하
이정: 건축 글쓰기를 통한 대중과의 연결고리라는 점에 있
는 건축계 안에서의 방향성이나 위상 이런 점들을 함께 이
어서 최근 들어 그 역할을 일간지 기자들이 하고 있는 것
야기하면 어떨까.
으로 보인다. 중요한 건 다양한 계층이 필요한 것이다. 나 는 비평이야말로 건축판에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
이정: 프랑스에서의 짧은 경험이지만, 비평가들을 만날 수
냐하면 건축가로서 자기가 작업하는 게 어느 위치에 있고,
있는 기회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비평이 굉장히 중요한
앞으로 어떻게 가야하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건축가 스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비평이라는 것이 사회의 프레임
로가 자기점검을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비평
을 제공하기도 한다. 비평의 존재 이유는 비평을 위한 비평
이 그 역할을 해줌으로써 건축가로 하여금 단계 상승을 위
이 아닌, 대중에게 좀더 서비스된 의미에서 프레임을 제시
한 환경조성이 가능할 수 있다. 외국건축가들도 이런 단계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문의 독해가 가능해야 한
를 거치면서 언어적 훈련을 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비평은 독해가 어렵다. 그
들이 내놓은 키워드가 당대의 중요한 메시지가 되고 메시
러한 비평은 깊이 있는 비평이라는 영역에서는 필요할지
지가 타 분야를 리드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되어서 굉장히
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비평이 그렇게 되면, 비평의 창구
생산적인 구조를 만들어 주었다. 그런 면에서 비평의 역할
역시도 없어지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에서 비평
이 파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시장을 이끌어 가기
의 지평이 다양하지 못한 것은 이 같은 얇은 층위에서 오
위해서는 거시적이든 통시적이든 비평의 역할이 반드시
는 것 같다. 깊이로서의 비평과 친절한 비평이 있어야 한
필요하다.
다. 그게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미 있음에 대해 적절하게 설명해주는 비평이 절실하다.
정영: 비평 자체가 가지는 스펙트럼이 커져야 할 것이다. 앞서 논의한 건축계 내의 세대 구분론과 더불어 비평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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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 언제부터인가 비평은 죽었다거나, 비평의 필요성 자
건축계로 진입하는 다양한 세대의 건축가들에 대한 객관
체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입장도 있다. 이는 비평이 건축의
적 시선과 비평을 아끼지 말았으면 하고, 지속적인 비평 문
현실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하고 생명력을 잃어가고
화를 위한 그들의 생산적인 비평과 글쓰기를 위해 좀더 건
있기 때문이 나온 얘기가 아닐까 싶다. 지금의 건축 현실에
축가들은 건강한 작업들을 생산할 수 있게 노력하여야 하
맞는 새로운 비평의 역할이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건축가
며 동시에 그러한 작업들이 세상과 만날 수 있는 사회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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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또한 기대해 본다. 과거에는 없었던 다양한 젊은 건
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젊은 세대 건축가들의 현재와
축가들과의 포럼, 전시, 협업 등은 생존을 위한 건축 외연
꿈의 일단을 짚어볼 수 있었다. 좋은 시간 함께 할 수 있어
의 활동으로만 볼 것이 아닌 서로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객
서 감사 드린다.
관적 시선을 갖는 비평의 또 다른 출발이라고도 생각한다. (녹취 및 정리: 공을채 외래기자, 감수: 박정현 본지 편집자 이정: 비평이 활성화되어 건축가의 작업을 생산적 방향으
문위원)
로 이끌어준다면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박편: 분명한 것은 저널리즘과 비평은 구분해야 한다는 점 이다. 이 둘은 역할이 다르다. 비평이 힘을 지니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젊은 건축가들이 쏟아져 나오는 수에 대응 할 수 있을 정도의 역사이론 연구자들이 많지 않는다는 것 이다. 5년제로 바뀌고 나서 공부하려는 이들이 더 줄었다. 그리고 건축에 관한 글을 쓰는 사람들이 현장을 잘 모른다 는 것도 지적할 수 있다. 건축가 사회와 비평가 사회의 제 일 큰 괴리가 일어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이론비평 을 공부하는 대학원생들은 잡지를 거의 보지 않는다. 우연 히 비평을 할 기회가 생기기 전에는 나 역시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미술 시장의 흐름과 미술가의 자율성을 전제하는 미술과 도 사정이 다르다. 공부하고 살펴야 할 것들이 훨씬 더 많 다. 글을 생산하는 매체의 책임도 피해갈 수 없는데, 《와이 드AR》이나 《SPACE》 등 몇몇 지면들 공히 글을 생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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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글을 대상으로 삼는 문학 비평과 건축 비평은 다르다.
내기 위한 시간과 비용을 충분히 주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좋은 글이 나올 수 없다. 좋은 글이 생산되지 않으니 건축 가들 또한 저널리즘에 관심이 없다. 악순환이 반복된다. 건 축가와 비평가가 오랜 시간 동안 관계를 유지할 때 생산적 인 비평이 가능하다. 프로젝트를 보고 즉각적으로 반응해 비평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인상 서술에 그칠 공산이 크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국건축담론에서 제일 시급한 것은 비평이 아닌 역사다. 한국현대건축의 역사는 건축가에게 도, 공부하는 이들에게도 모두 미답지로 남아 있다. 자신의 작업 또는 비평의 대상을 역사의 흐름 속에 위치시킬 수 있는 문맥이 매우 약하다. 정영한 소장이 말한 레퍼런스는 역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전발: 장시간에 걸쳐 우리 건축판의 건축가 날개 달기 프 로젝트에 대한 의미와 성과,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한국 건축의 생태계를 점검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본지는 2015년 연중 기획으로 젊은 건축가들과 그들의 움 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 호(44호)에 박창현(a round 건축) 대표의 ‘르뽀, 70년대 생 건축가의 리얼 인터뷰’ 글 에 이어서 이번 호에는 여러분들의 좌담을 통해 우리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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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REPORT 2
건축생산워크숍 Architecture Production Workshop
구축적 공간체: 가벼움과 무거움 Tectonic Space: Light and Heavy Wood REPORT 2
일시
지난 4월 3일~ 4일 양일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이하 문
2015.3.27~29, 4.2~3
화전당)은 국내외 석학 및 전문가들이 참여한 ‘2015 국립아시
장소
아문화전당 비전포럼’을 개최했다. 오는 9월 4일 문화전당의 정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정보원 지하 4층 로비
식 개관을 앞두고 하나둘씩 공개되고 있는 컨텐츠 가운데 하나 로서 포럼 기간에는 문화전당 투어를 포함한 다채로운 부대행
총괄기획
사가 동시에 진행됐다. 이중 ‘건축생산워크숍’은 포럼의 상설 프
배형민
로그램이다. 3월 26일부터 4월 2일까지 목구조체 생산을 위한
건축가
워크숍이 진행되었고, 4월 3일에는 워크숍의 총괄기획자인 배
조남호+황동욱
형민(서울시립대)과 참여 건축가인 조남호(솔토지빈건축), 황 동욱(SSP 건축)을 비롯하여 이강민(국가한옥센터), 황경주(서
협력
울시립대), 김찬중(더시스템랩), 이정훈(조호건축), 알레한드로
(주)한치각
자에라 폴로(AZPML), 쿠마 겐고(도쿄대) 등이 발표·토론자로 나선 세미나가 열렸다. 또 이와 함께 워크숍의 결과물이 공개되 었다. 진행 | 정귀원(본지 편집장) 사진 제공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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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보원 건축 아카이브 컬렉션 <건축의 요소와 체계> 먼저 내용을 들여다보기 전에 이 과정은 왜, 어떻게 기획되었는지 알아보자. 문화전당에는 5개원-민주평화교류원, 문화창조원, 문화정보원, 예술극장, 어린이문화원-이 있다. 이중 문화정보원은 지식 인프라가 되는 곳으로 문화 자원을 수집, 리소스 형태로 제공하고 콘텐 츠 생성에 디딤돌 역할을 하고자 개원되었다. 특히 여러 형태의 사업 중 아시아 근현대건축 을 주제로 한 건축 아카이브 컬렉션은 건축인들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아시아 근현 대건축이 갖는 특수성을 탐구하고 건축의 보편적 원리를 재발견하기 위해 구축된 이 컬렉 션은 ‘건축의 요소와 체계’, ‘아시아의 도시건축’, ‘아시아 근대사와 건축’이라는 세 가지 주 제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건물의 요소와 체계’이다. 이것은 건물의 부분을 이루는 요소나 디테일 실물을 수집·제작하여 근현대 건축 의 구축 원리, 재료적 속성 등을 보여 주는 컬렉션으로 건축생산워크숍은 이 주제와 연계· 기획되었다. 제1회 워크숍 건축생산워크숍은 실물 크기의 건축물 혹은 일부분을 설계하고 직접 제작해 보는 프로젝트 다. 이 과정을 통해 참여자들은 건축의 본질적 원리와 사회적 속성, 구조와 공간의 구축성, 재료와 기술의 다양한 확장성 등을 탐색하게 된다. 이번에는 주로 건축가와 학생들로 이루 어졌지만 참여자의 범위도 다양하다. 건축가, 전문 컨설턴트, 시공자, 장인 등이 학생 및 지 결과물 발표 시간을 갖는 방식이며, 매년 새로운 주제를 선정, 국외 건축가를 초빙하여 지 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그 첫 회는 ‘가벼움과 무거움’이란 주제로 진행되었다. 이는 현대 목조건축의 구축 원리에 대한 것으로 가볍게 만들어야 가장 이상적인 목조 구조물과, 구조적 불합리성에도 불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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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거주민과 공동체를 구성하여 직접 구조물을 짓는 과정을 거친 후 마지막 날에 세미나와
고 오랜 세월 무거움을 유지해온 한국 전통 목구조 사이의 상반된 특성을 나타낸다. 이 주 제에 따라 워크숍에 초대된 건축가 조남호와 황동욱은 광주대, 목포대, 서울대(조소과 포 함), 서울시립대 대학원, 전남대, 조선대 등 6개 대학 학생들과 함께 실물 크기의 목조 구 조체를 직접 제작해봄으로써 가벼움과 무거움이라는 특징을 탐색하고, 더 나아가 건축 고 유의 ‘구축성’에 집중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물론 구조와 외피의 관계라든가, 재료가 만드 는 분위기, 바닥·벽·지붕·기둥 등 건축 요소가 갖는 경계 혹은 확장의 의미는 덤으로 주어 진 탐구 과제다. 이는 조남호가 워크숍을 위한 글에서도 밝힌 바 “인간 중심의 도시와 건축 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건축의 물리적 생산과정의 변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대량생산과 분업화된 제작 등 산업화에 의해 고정된 건축의 생산방식을 성찰하고 재료, 구축술, 그리고 작업자들 간의 사회적 관계를 개선해 건축을 좋은 기반 위에 서게 해야 한다”는 보다 근원 적인 목표에서 출발한다. 재료의 선택에서 구축적 공간체에 이르기까지 워크숍은 건축가에 의해 사전 계획된 목구조체를 학생들이 협업으로 제작하면서 그 과정을 서로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5개 팀으로 나뉘어진 참가자들은 이번 주제 ‘가벼움과 무거움’에 따라 60×60mm 경량 각재를 간단한 접합 방식의 반복으로 ‘단위 모듈’인 육면 체 상자를 만들었고, 이 모듈의 조합을 통해 다양한 크기의 ‘유니트’를 생성했으며, 이것을 조합시켜 구축성과 공간을 함께 갖는 ‘구축적 공간체’를 완성했다. 유니트와 유니트가 만나 면서 생기는 무거움은 부재 수(1개, 2개, 4개)에 따라 구조체에 자연스러운 위계를 형성했 다. 4개로 조합된 기둥과 보는 가장 무거운 존재지만, 커넥터에 의해 벌어진 30mm 틈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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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 60mm 경량 각재로 단위 모듈을 만들고, 모듈을 조합하여 유니트를 만들고, 유니트를 조합하여 구축적 공간체를 만든다.
구축적 공간체
수료식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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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가벼움의 언어를 획득하기도 한다. 기둥과 보가 아닌 목부재들은 맞춤과 적층의 방식으 로 조합되었고, 외피는 15×20mm 크기의 부재로 짜여진 750mm 간격의 문살로 구성되었 다. 이 문살은 탈착이 가능하도록 클립으로 유니트와 결합된다. 가장 마지막 단계인 피막 은 창호지에 풀을 발라 부착했다. 공간체를 이루는 여러 결합의 위계 중 가장 낮은 단계인 셈이다. 같은 크기의 가벼운 부재, 반복되는 모듈이란 점에서 ‘민주적인 구조체’이자 조합 방식에 따른 무게감의 경중으로 ‘위계를 가진 구조체’는 향기, 소리, 표면의 상태 등 재료의 본질적 요소가 공간의 성격에 미치는 영향, 재료(목재와 경질 우레탄)와 공간 분위기의 관계를 생 각해 볼 수 있는 ‘공간체’이기도 하다. 이러한 성찰은 대지와 프로그램이 소거되고 재료가 단일화된 조건에서 가능한 것으로 ‘문화정보원 건축 아카이브 컬렉션’ 연계 기획의 성과물 이라 할 수 있다. 오는 가을 쿠마 겐고가 진행하는 워크숍의 결과물과 함께 이 ‘구축적 공간 체’는 아카이브 컬렉션의 콘텐츠로 문화정보원에 수장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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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외피 클립
모듈
유니트
유니트의 조합
구축적 공간체
피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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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민주적 방식의 가벼움, 위계적 체계의 무거움
조남호
평소 건축 생산 체계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물론 건축가들이 현장의 일에 관여하고 재료를 직접 선택하여 생산방법을 연구하기도 하지만 그것과 결이 다른 것 같다. 조남호(솔토지빈건축 대표) : 생산 방법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성찰에 가깝다. 구축과 관련된 일, 목수와 같은 직 능이 건축에서 소외된 것과 관련있다. 구축의 문제는 근대 이후의 분업화 산업화로 인해 도구적 수단에 머물러 있 는 것이 사실이다. 언젠가 장수마을을 지나다가 인상적인 장면을 봤다. 시멘트 벽돌로 집을 짓는 풍경을 정말 오랜만에 본 것인데, 꽤 단정한 옷을 입은 작업자가 시멘트 벽돌로 작업하는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돌이켜보면, 90년대 초만 하더라 도 작은 건물들을 지으면 으레 개구부만 남기고 시멘트 벽돌로 벽을 채우는 방식이었다. 그러다가 점점 콘크리트 가 그것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장수마을 현장을 보면서 이제는 대형 구조물, 효율 위주의 가치들에 반성을 하는 시 대이니만큼 다시 이런 것의 회복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구축성의 문제와 관련하여, 콘크리트 대체 이후의 폐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조남호 : 콘크리트에 건식화된 외장 재료를 붙이는 것은 굉장히 무모한 일이다. 일정하지 않은 콘크리트 면 때문 에 상 하나 대고 외장재를 붙인다. 그리고 안쪽에는 단열재를 대기 위해서 내부에 상을 또 댄다. 과한 일이다. 나는 재료와 물성의 고민은 비단 표피뿐만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구축되는가의 고민이 같이 따라줘야 한다고 생각한 다. 재료의 솔직함을 말하는 게 아니다. 구축 방식, 시장에서 작업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얘기다. 설계가 그렇게 되어 있으니 현장에서는 그대로 지을 뿐이고. 구축에 대한 환기는 건축생산워크숍의 취지이기도 하다. 실물 크기로 만들어진 ‘구축’물은 건축 고유의 성질만 남 았다. 학생 워크숍이란 과정과 전시를 통해 ‘구축’에 대한 정보 습득의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조남호 : 학생 워크숍이지만 그것에 큰 의미를 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대 건축이 과거에 비해 좀더 효율적이고 쉬운 방식을 취한다는 점에서, 그러한 방식으로 참가자들이 현장에서 서로 관계를 맺으며 실제로 구현해 보는 게 중요했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원칙을 정했는데, 재미있는 작업이려면 조금은 어려울 것, 과정 자체가 숙련의 과정이 어야 하므로 반복 작업일 것 등이었다. 따라서 참가자들은 몇 가지 디테일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가짓수들을 머릿 속에 넣고 이해해야만 했다. 그러나 작업 자체가 아주 어려운 건 아니어서 반복 작업으로 곧 익숙해졌다. 효율적이고 쉬운 방식으로 채택된 게 목조건축인가.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조남호 : 아시다시피 목조건축은 가볍게 만들어야 가장 이상적인 구조물이다. 가벼운 목조의 원리는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일관성 있게 적용되어 왔다. 경제성과 효율을 중요시하는 현대건축에서 이러한 특성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특히 경골목구조는 경제성과 효율성이 가장 좋은 구조물로서 단순하고 반복되는 작업으로 많은 작업자 들에게 열려있는 공법이다. 작은 부재들이 힘을 균등하게 나누어 받는다는 점과 모두에게 열려 있다는 점에서 ‘민 주적’인 구축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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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이란 말이 재밌다. 조남호 : 이러한 민주적 특성은 생산의 주체인 학생들이 몇 개 조로 나뉘어 유니트를 제작하고 그 유니트를 연결 해 전체를 만드는 생산 방식에서도 나타난다. 부재의 크기 등은 어떻게 결정되었나. 조남호 : 목구조 중에서도 경골목구조를 3개월 과정으로 공부하고 우연한 기회에 다시 1년 과정을 밟게 됐다. 국 민대 삼림공학과와 연계된 과정이다 보니까 나무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교육을 많이 했다. 나는 그게 너무 좋았다. 덕분에 나무란 재료에 대해서는 미세한 차이까지도 늘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재료의 크기에 따라 물리적 성질이 어떻게 다른지, 그게 어떤 구성을 가능하게 하는지…. 이번 작업에서 60mm 각재를 선택한 것도 이런 경험에서 나 온 것이다. 이것이 구조재로서 거의 최소 단위라고 생각했다. 경골목구조 40×90mm은 60×60mm과 단면적이 같 으므로 대체해도 무방하다고 봤다. 가벼움과 더불어 무거움도 이번 워크숍의 주제이다. 주제 해제를 보면, 우리의 전통적인 목조건축은 무거운 부재 와 무거운 지붕 원리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가벼운 목재를 주로 사용하는 현대건축의 풍경에서 무거움의 주제를 어떻게 흡수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어떤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조남호 : 우리는 무거움을 ‘위계’로 해석했다. 한옥의 부재가 굵은 기둥과 보, 사잇기둥과 인방, 그리고 창과 문살 로 구성된 위계 구조를 이루는 것에서 착안한 것이다. 경골목구조에는 이런 위계가 없다. 물론 여전히 이러한 위계 가 현대에서도 유용한 것인가에는 의문이 있다. 부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같은 목재의 반복적 사용으로 민주적인 방식을 취한 ‘구축적 공간체’의 위계는 어떻게 이루어졌나. 조남호 : 학생들이 5팀으로 나뉘어 만든 여러 개의 유니트를 조합하는 과정에서 4개가 모이면 하나의 기둥이나 보 가 형성된다. 부재의 크기가 60mm이고 커넥터 연결 부위가 30mm 이니 도합150mm 크기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 기둥과 보는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생성된다는 점이다. 커넥터에 의해 조합된 기둥과 보가 큰 단위의 결합이라면, 그 아래에 전통건축의 결구법인 맞춤에 의한 결합이 있고, 다음으로 클립에 의해 고정된 문살이 있고, 맨 마지막에 풀 로 바른 창호지가 있다. 물론 어떤 외피인가는 선택의 문제인데, 여기서는 피막같은 약한 외피를 선택했다. 다시 말해 민주적 방식의 균등한 단위가 모여 위계를 이룬 셈이다. 단위를 지배하는 방식이 아니라 균등한 체계의 단위가 결합하여 위계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마치 한 그루의 나무처럼, 세포 혹은 단위는 각기 다른 역할을 하며 동일하게 존재하지만, 그것이 모여 이룬 전체는 위계를 갖는다. 무엇보다 위계는 이미 자연이 가르쳐준 지혜이지 않나. 내부의 독립적인 기둥도 위계에 포함되는 요소인가. 마지막날 세미나에서 이 기둥에 대한 얘기가 많았었다. 중심 성, 상징성 등…. 그만큼 어떤 힘을 가진 듯 보였다. 조남호 : 처음에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단지 외피의 위계였다. 그런데 공간의 위계까지 확장되어 더 많은 논의가 있었다.(웃음) 네 개의 유니트를 모은 다음 기둥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비워내면서 공간 구성에 대한 의지가 생겼 지만, 사실 처음에는 순수하게 시스템만을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워크숍의 제목이 구축적 ‘공간체’이다. 이미 제목에서 공간 체험의 기회를 의도한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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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호 : 원래는 문화정보원 건축 아카이브 컬렉션 <건축의 요소와 체계>의 콘텐츠로서 작년 베니스비엔날레 주 제관 <건축요소>전의 파사드와 연계되는 작업이었지만, 여러 여건상 스스로 완결성 있는 독립적인 구조체가 되면 서 공간을 갖게 되었다. 부재나 기술 얘기 외에 공간의 질, 분위기 같은 표현이 등장한 이유다. 아마도 순수하게 파사드만을 위한 작업이었다면 좀더 구축적 논리만 보여주려는 의도가 명확했을지도 모른다. ‘체’와 ‘공간’은 굉장히 모순된 말이지만, 구축의 정보를 직설적으로 보여주면서 공간으로서의 가치를 동시에 지니 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좋겠다. 이 구축적 공간체는 휴게 공간 같은 용도를 가질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1/3 정 도의 일부가 파사드로 설치될 수 있다. 이것이 딱 최소한의 공간을 수용할 수 있는 크기로 계획된 것인지, 어떤 컨셉을 가지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조남호 : 5250×6000×4500mm은 구축을 전략적으로 가장 잘 보여주는 최소한의 크기라고 생각했다. 나는 프로 젝트마다 유일한 답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대안 작업을 잘 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지만 씨줄날줄 계속 엮다 보 면 전체적인 질서를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주차장 입구 혹은 주방 위치 선정 같은 사소한 문제들은 어느새 윤곽을 만들고, 생성된 질서들은 전체와 연결이 된다. 구축적 공간체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몇 가지 패턴을 보여주기 위한 전략으로 한정되었지만, 평면은 물론이고 입 면상으로도 무한히 펼쳐지는 구조물의 한 부분이다. 건축생산워크숍에서 요구된 것은 완결체가 아니라 하나의 조 각이었으므로 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전체 크기는 독립된 기둥, 묻힌 기둥, 적당한 깊이로 채워진 부분 등 을 고려하여 결정한 크기이다. 학생 워크숍으로 진행됐다. 모두가 이해하고 참여하는 과정이었나. 조남호 : 학생 워크숍이라고 해서 미숙하게 끝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경험이어야 했다. 워크숍 초반부에는 거의 팀이 와해된 분위기였다.(웃음) 몇 사람만 관심을 갖고 움직였을 뿐이 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팀원 전원이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개중에는 적극적인 친구도 있었고 보조 역할을 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어쨌든 대화를 통한 학습과 반복적 작업을 진행하면서 점차 익숙해진 것만은 확실하다. 워크숍 과정 중 기억나는 순간이 있다면. 조남호 : 작업으로 무거워진 결과물을 들어올릴 때 느끼는 묘한 기분이 있다. 실제로 학생들은 가운데 유니트를 들어올리면서 환호성을 내지르기도 했다. 보기엔 쉬워 보이지만, 사실 그 정도면 실제 건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임 시 파빌리온과는 다른 난이도가 분명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능력을 조금씩 키워가면서 작업을 완성시키는 과정에는 어떤 감동이 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실존화하는 과정은 건축가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참여 학생 전원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몇몇에게 이 워크숍은 건축가로 성장하는 데 좋은 기억을 남 겼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까 학생 워크숍에 큰 의미를 두진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분명 얻어가는 것이 많았을 것이다. 구축 과 정을 직접 몸으로 체험해 본 것도 그렇고. 조남호 : 요즘은 건축가가 어떤 형태를 제안하면 그걸 구현하기 위해 가장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을 찾는다. 기 술자는 물론 세계적으로 글로벌화된 회사와 협업 체계를 만들기도 한다. 현 사회 체제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 데, 나의 관심은 현장에서 어떤 작업자들이 어떤 역할로 일하는가에 더 집중돼 있다. 나는 산업사회가 작업자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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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으로부터 소외시켰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자들을 건축 안으로 다시 끌어들이는 것을 생각해 봤다. DDP를 예로 들어보자. 건축가가 스스로 기술을 완벽하게 조절했다기보다 누군가가 건축가의 설계안을 구현하기 위해 동원된 양상이다. 건축의 기술은 단지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나는 과정상의 기술을 중요하게 생각한 다. 건축가가 과정과 기술을 이해할 때 새롭고 창의적인 설정도 가능한 것 아닐까. 건축은 결국 물리적 실체이고 건축가는 그것을 계획하고 만드는 사람이다. 작업자는 건축가일 수도 있을까. 조남호 : 만약 누군가가 건축 작업을 통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그를 건축가로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 가 라이센스에 매이지 않고 그것이 가능하도록 열려 있을 때 다양성이 생겨나지 않을까 한다. 마지막으로 구축적 공간체와 실제 조남호 건축의 연관성이 궁금하다. 조남호 : 작업을 하면서 구축이나 기술에 관심을 갖지만 그것이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무엇을 얻 고 무엇을 하려는가란 질문에 가까울 수 있다. 반면, 나는 작은 생각이라도 그것을 정확하게 작동시키는 데 관심이 많다. 구축적 공간체와 동시에 진행된 캐나다 알버타주 파빌리온(알펜시아 리조트 소재)은 이와 유사한 개념을 갖고 있다. 특히 철물을 대체하는 재료로 선택된 경질우레탄 커넥터가 여기서도 사용되었다. 이것은 목조 건축의 조인트 부분을 철골조처럼 설계했을 때의 단점 (단면 손실, 결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로써 이 소재의 확대 적용 가능성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정리 | 정귀원(본지 편집장)
건축가 조남호는 초기 이미지부터 즉석 디테일까지 바로바로 해결 가능한 그리드 있는 노트를 즐겨 쓴다. 건축생산워크숍의 진행 과정도 여기에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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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REPORT 3
아직 침묵하는 건축가 김중업 <여기, 이어지다 : 한·프 건축전> 리뷰 지금은 김중업박물관이 된 (전)유유산업의 공장 외부계단에 앉아 지역 주민의 민원으로 굴 뚝에 쓰인 ‘㈜유유’라는 세 글자가 지난 50년 산업의 역사와 함께 쓱싹쓱싹 지워져 가는 모 습을 바라보던 기억이 떠올랐다. 장소를 회복하려던 공공의 노력과 문화의 상상력도 고급 주거지 표준에 부속되는 것만 같았다. 다른 산업유산이 남긴 공공시설인 삼덕공원에서 이 미 철거되었다가 잘려서 돌아온 굴뚝이 애매하게 자리 잡고 있었기에 그나마 기둥뿌리째 뽑히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했다. 건축의 외형은 보존하지만, 건축이 담았던 근 현대 도시산업의 기능과 노동, 생활의 시간을 삭제하거나 모른 체하는 일들이 빈번히 일어 난다는 것은 여전히 아이러니다. 이 곳이 안양시가 애초 계획한 ‘안양복합문화관’에서 ‘안양천년문화관’을 거쳐 유유산업 안 양공장 설계자 김중업의 이름을 딴 ‘김중업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개관을 결정하였을 때 아직 많이 연구되지 못한 건축가 김중업에 대한 자료가 공개되어 이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 기들 특히, 장소가 가진 근현대 산업의 역사가 건축과 함께 펼쳐지리라 내심 기대했었다. 그러나 2014년 4월 개관 당시 4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의 전시와 안양사 터에서 발굴된 유물로 역사를 조명하는 상설전시가 김중업의 생애를 담은 상설전시와 함께 열린 바 있지 만 건축박물관으로서의 김중업박물관에 대한 관심과 조명은 충분치 못했다. REPORT 3
이 때문에 지난 1년간 김중업에 대한 자료를 추가로 수집하여 등록하고, 건축포럼 <건축의 재탄생>과 어린이 건축학교 등 건축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 온 김중업박물관이 개관 1주년 기념 기획특별전으로 <여기, 이어지다: 한·프 건축전>(커미셔너 백승만)을 마련했 다는 점은 의미가 새롭다. 김중업박물관 리모델링 사업기록, 4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이지아, 2013
<여기, 이어지다 : 한·프 건축전>은 “김중업 건축의 토대가 되는 프랑스와 한국의 건축을 연계하고 2015~2016년 한국과 프랑스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열리는 전시”(백승만)이다. 프랑스건축사회 소속 한국 건축가들과 국내에서 프로젝트를 실현하거나 계획한 프랑스 건 축가들이 초대되었고, 2004년부터 주한 프랑스대사관이 마련한 ‘장 프루베-김중업 건축장 학금’ 수혜자들이 특별전시에 합류했다. 전시는 총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시간, 이어지다’에서는 통일신라시대 중초사, 고려시대 안양사, 조선시대를 거쳐 (전) 유유산업 안양공장에서 김중업박물관으로 이어지는 장소의 시간대가 간략히 소개되었다. 2부 ‘사람, 이어지다’에서는 ‘장 프루베-김중업 건축 장학금’을 받은 젊은 건축가 12명의 건축 모형으로 전시되고 있다. 그 중 다가구주택 유닛 내부의 높이 차이와 변화를 이용해 면적만으로 집의 가치를 계량하는 관습에 대한 의문을 제시한 건축가 천경환의 ‘Chinese Boxes’와 건축가 유주헌이 설계한 비정형의 유리매스가 돋보였던 지엘컴사옥의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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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en to the Senses’이 시선을 끌었다. 본 전시라고 할 수 있는 3부 '건축, 이어지다'는 다 시 ‘공간 중심의 근대적 건축 정착’, ‘근대건축과 지역적, 유미적 형태의 결합’, ‘새로운 디테 일로서의 건축’, ‘하이테크 기반의 건축’ 등 총 4개의 부문으로 나뉘어 전시되는데, 프랑스 건축사회의 한국건축가와 한국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한 프랑스 건축가 15명(팀)이 참여하 고 있다.
여기, 이어지다 : 한·프 건축전,
REPORT 3
김중업박물관 ©나대선, 2015
한성백제박물관 모형, 김중업박물관 ©이성민, 2015
‘공간 중심의 근대적 건축 정착’ 부문에서는 김용미, 정진국, 정재헌, 로랑 살로몽Laurent Salomon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기하학적인 볼륨의 구성, 연속적인 공간적 경험, 다양한 빛의
유입 등 근대 건축의 공간 개념이 현대 한국의 건축에 어떻게 이어져 오는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김용미는 이번 전시에서 광주광역시청(1996)과 한성백제박물관(2008), 숲체원 (2007)의 건축모형을 전시하였다. 광주광역시청은 건축가가 공간 시나리오의 개념을 도입하여 건축에서의 공간 전개 방식을 설정하고 설계한 공공건축물의 사례로, 백색의 기하학적인 볼륨이 엮여 만들어내는 내부의 풍부한 공간감이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축물이다. 지형에 대지의 야트막한 둔덕을 살려 자 연지형 아래 건물을 묻고 대지에서부터 지형의 연장으로 이어진 지붕을 따라 걷는 산책로 를 구성한 한성백제박물관에서는 광주광역시청에서의 강렬한 조형의식이나 내부 공간에 집중된 이야기 전개방식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지역의 정서나 자연적인 지형에 유기적으로 반응하며 내부에서 외부로 확장된 공간적 여정과 순환 방식이 인상 깊었다. 특히, 전시된 백색의 모형에서 공간의 구성과 배치뿐만 아니라 흙을 층층이 쌓아 올려 수평층위가 드러 나는 토성을 만들었던 백제의 방식을 건축적 컨셉트로 활용했던 건축가의 의도가 잘 표현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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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국은 이번 전시에서 단순하고 엄격한 입방체의 외관을 가진 곤지암주택(2005), 토포 하우스(2005), 소금항아리(2010) 등을 소개하였다. 그는 자신의 저서 『상자의 재구성』(픽 셀하우스, 2010)에서 근대건축의 대표적인 유형인 입방체 볼륨인 ‘상자’가 가진 공간의 구 축적 질서와 대상과의 관계, 내부 공간의 개방감과 운동성에 대한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언 어이며 계획안인 기적의 상자(1950)를 통해 ‘부석사, 소쇄원, 종묘 정전’을 기술하고, 현대 건축에서의 실천으로 전시된 세 작품을 소개한 바 있다. 김용미 역시 한국 전통건축과 서양 근대건축에 대하여 “우리의 전통건축이 고정된 시점 구성으로는 경험할 수 없는 시간 축 선 상에서 전개되는 공간 구성으로 되어 있다는 점에서 서양 근대건축의 공간개념과 맞닿아 있다.” (김중업박물관 개관 1주년 기념강연 ‘근대건축의 공간적 재해석’ 강연자료집 p13) 라고 밝히고 있어 흥미롭다. 다만, 시간과 장소를 넘나드는 서양의 공간적 분석과 사고가 한국의 전통적인 공간을 인식하는 과정과 태도를 새로이 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질 수 있 지만, 다소 광범위한 범위의 설정이 주는 보편성 때문에 많은 성과가 해석 위주의 담론으로 묶일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근대건축과 지역적, 유미적 형태의 결합’ 부문에서는 이은석의 작품들이 단연 돋보였다. 전시된 총신대학교 서울캠퍼스(2014), 오산교회(2014)의 모형과 LA 한미문화예술센터 (1995)의 드로잉 등은 이번 전시에서만큼은 그 자체가 매체로서의 언어로 오롯이 작동하 고 있었고, 전시의 또 다른 형태라 할 수 있는 강연을 통해서 전시 주제에 대한 명료한 대응 과 함께 미학적인 즐거움도 제공했다. 그는 “자유로운 평면과 입면, 풍토성의 현대적 해석 등의 측면에서 김중업의 여러 작업들이 매우 르 코르뷔지에 적이다.”(‘근대건축의 공간적 재해석’ 강연자료집 p26)라고 평가하면서, 각기 다른 시간대와 분리된 장소에서 세 명의 건 REPORT 3
축가, 르 코르뷔지에, 김중업, 이은석에 의해 설계된 건축물을 다양한 방향에서 잘라내 파 편화된 정보들을 생산하고 이를 서로 연계하여 재배열하였다. 이를 통해 도출해 낸 7가지 의 개념, ‘단순한 볼륨’, ‘공간의 가치’, ‘자유로운 평면’, ‘기능에서 프로그램으로’, ‘고딕의 첨 탑으로부터의 자유’, ‘자연 친화에 대한 생각’, ‘건축기행, 새로운 건축 개념의 모색’은 르 코 르뷔지에의 일가에 대한 한 편의 서사를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에피소드들이다. 예를 든다면 르 코르뷔지에의 빌라 사보아(1931)과 김중업의 제주대학교 본관(1964), 이은석의 점촌교 회(2004)는 “시간의 개념에 대한 건축적 표현은 르 코르뷔지에 건축의 중대한 키포인트여 서 경사로와 공중 브리지의 건축적 활용은 르 코르뷔지에 일가의 매우 강한 전통이 되었다” (‘근대건축의 공간적 재해석’ 강연자료집 p29)는 이야기의 소재나 단서가 된다. 일가를 구 성함으로써 일원이 된 ‘a, b, c’는 서로를 닮았지만 그 자체로 대신할 수는 없으며, 다른 시 간대와 장소에서 ‘d, e, f…’ 들과 만나거나 각각의 일가를 이루며 발전하는 가계도가 상상 이 됐다. 여기, 이어지다 : 한·프 건축전, 김중업박물관 ©나대선, 2015
LA 한미문화예술센터 드로잉, 김중업박물관 ©이성민, 2015
총신대학교 서울캠퍼스 모형, 김중업박물관 ©이성민,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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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업 건축수첩, 김중업박물관 ©이성민, 2015
프랑스대사관 도면, 김중업박물관
전시를 보는 내내 프랑스에서 건축을 전공한 한국건축가들 특히, 르 코르뷔지에를 연구한 건축가들의 작업에 서양의 근대 건축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혹은 프랑스건축가들의
REPORT 3
©이성민, 2015
작업이 한국에서 어떻게 펼쳐지는 가를 살피는 반면, 김중업이 프랑스에서 실무를 익히며 르 코르뷔지에와 유럽 건축으로부터 받은 건축적이고 문화적인 영향을 김중업의 작품을 통해 정면으로 살펴보지 않은 것이 왜일까 궁금했다. ‘김중업 건축의 토대가 되는 프랑스 와 한국 건축의 연계성’을 객관적인 증거를 가지고 엄밀히 연구하거나 새로운 상상력으로 탐구하는 것이 선행되지 않았다면, 혹은 이번 전시에서 그러한 실험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전시는 어떻게 이해되어야 하는 걸까? 김중업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프랑스와 한국 건 축의 상호교류전이 김중업박물관에서 열리는 것이라면 이번 전시에 대한 아쉬움은 크게 남을 것이다. 정인하 교수는 김중업이 파리의 르 코르뷔지에 사무소에서 머물면서, 서구 건축을 직접 익 힌 사실은 한국건축이 본격적으로 현대건축의 흐름에 능동적으로 뛰어들게 되는 계기가 되 었다는 점에서 한국건축사에서 매우 큰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1952년부 터1955년까지 김중업이 파리에서 체류하며 르 코르뷔지에에게 받은 영향에 관한 연구 (파 리 체류시 김중업이 르코르뷔지에에게서 받은 영향에 관한 연구, 정인하, 대한건축학회 논 문집, v.13 (1997-01) p45-56)를 진행한 바 있는데, 그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원 자료가 박 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김중업의 건축 수첩과 르 코르뷔지에 재단에서 전 32권으로 발간한 책 『The Le Corbusier Archives』(London and Paris: Garland Publishing, Fondation Le Corbusier, The Le Corbusier Archive, 1982~84)에 실린 김중업의 도면들이었다. 서양의 고전건축, 한국의 전통건축, 르 코르뷔지에의 근대건축 어휘들이 융합된 김중업의 대표작 프랑스 대사관이1962년에 완공되었다는 것을 상기하면, (전)유유산업의 안양공장이 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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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에 준공하였을 당시는 건축가 개인에 있어서는 비슷한 건축언어와 문법이 사용될 수 있 는 시기였다는 것을 전제로 현재 디지털 파일로 남아 있는 안양공장 도면들을 해석해 보는 시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이후 김중업은 프랑스대사관과 제주대학교 본관 (1964)으로 프 랑스정부로부터 문화훈장을 받았다. 군사정권의 개발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1971년 11월 프랑스로 추방당한 뒤 1978년 귀국할 때까지 김중업의 작업과 생활은 거의 밝혀진 바가 없 다. 때문에 김중업의 일생에서의 프랑스 체류에 대한 다른 접근,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연구 가 가능할 것이다.
김중업 건축수첩, 김중업박물관 ©이성민, 2015
피에르 슈날Pierre Chena이 만들었던 모던건축에 대한 3개의 필름 중 <Batir>(1930)에는 Y형 REPORT 3
의 초고층 건축물인 ‘The Cartesian Skyscraper’의 모형을 돌리는 르 코르뷔지에가 서 있 다. 외부 풍경에 놓여 포토제닉한 재현을 통해 연출된 모형은 새로운 시대에 구축하는 청사 진, 신 기술과 재료의 혁명, 살기 위한 기계의 개념에 빛을 투영하는 상징적인 매체로서 영 상에 다시 포착된다. 한편, 김중업이 프랑스로 떠나기 직전 프랑스 영상작가 아이보리 코 스트와 4개월간 제작하였다는 영상 <건축가 김중업>(1971)이 김중업박물관에서 연속해서 상영되고 있다. 가장 첫 장면에서 등장하는 것이 제주대학교 본관의 모형이다. 이어서 제주 도의 바다 풍경을 배경으로 건축물이 실체를 드러낸다. 모형은 여기에서는 형태와 색 등 그 자체의 요소들로 건축을 완벽히 재현하는 역할을 하였다. 부드러운 경사로, 빛의 파편, 끊 임없는 자연의 공연에 초청된 관객, 공공장소에서 일어나는 즉흥적인 사건들의 연속들, 건 축은 영상에서 다시 ‘시’로 표현된다. 백색의 모형으로 가득한 전시장에 이들의 음성이나 움직임이 추론을 대신하는, 떠돌아다니는 현신으로 함께 있어도 좋았을 법하다. 진열장에 갇힌 자료가 더 많은 공공에 다가가기 위한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공개되었을 때, 건축가 김중업의 침묵 혹은 김중업에 대한 침묵은 보다 많은 연구자들과 관람객들의 이 해와 글과 말, 또는 행동을 통해서 깨질 수 있을 것이다. 글|이성민(독립 기획자, 삼삼오오 디렉터)
이성민 건축과 미술이론을 전공하고, 건축기자와 디자이너로 일했다. 이후 독립 기획자로 활동하며 4회 안양공공예술프 로젝트(APAP) 「김중업박물관 리모델링프로젝트 기록사업」(2012-2013), <프로그램의 공간화>(2013), <삶의 질 >(2014), <기어가는 서랍-책>(2014), <건축어바니즘: 서울/멜버른>(2014), <합창과 독백>(2014-2015) 등을 기획 하였다. 현재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 창조원 개관 전시 <국가를 묻는다(가제)>(큐레이터 성완경)의 협력자로 일하고 있으며, 근현대 산업 공간과 노동, 지역 문화와 건축 아카이브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편집한 책 중에는 『공공 도큐멘트 2 누가 우리의 이웃을 만드는가?』(미디어버스, 2013)등이 있다. ljsungm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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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REPORT 4
건축가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 임재용의 OCA건축 설립 20년을 자축하는 전시가 2015년 3월 7일(토)~15일(일) 서울 경인미술관 제1전시실에서 열렸다. 정확하게는 단행본 『OCA』 20주년 작품집 출판 기념 전시회다. 2개 층의 전시장 1층은 발간된 책 중심으로 건축가 집단 OCA 의 건축유형별 탐문의 기록이, 2층은 건축설계 과정에 집적된 도큐먼트 및 모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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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는 주제전의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OCA는 Office of Contemporary Architecture의 이니셜을 조합한 사무소 명칭으로 당대 건축의 최전선에서 자신들의 건축이념을 짚어나가겠다는 의지를 엿보게 한다. 임재용은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도미, 미시건대학교에서 건축 석사과정을 밟 았다. 그 후 재미 건축가 손학식과 에릭 오웬 모스Eric Owen Moss 건축사무소에서의 실 무 경험은 현재의 임재용이 보여주는 건축기질과 무관하지 않다. 그의 건축의 일단 은 논리적 프로세스를 통한 형태의 해체와 재구성, 건축 프로그램에의 의심과 재해 석으로 이어지며 도시풍경에 성공적으로 개입하기에 이른다. 전시 오프닝 파티 자리에서 임재용의 20년 회고담은 좌중의 폭소를 자아내기에 충 분했다. “그동안 몇 차례 큰 배가 들어온 것 같은데 집에선 한 번도 배 들어온 기억 이 없다는......” 그의 부인을 향한 염치없음을 고백하는 건축가의 일성에 애교가 묻 어 있었다. 사무소 창립기념 전시회가 지닌 통속성을 지녔음에도 선명하게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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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전달하는 전시기법으로 인해 전시장 분위 기는 훈훈했다. 전시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 중에는 50여 명에 이르는 OCA건축의 OB들 또한 20년 족적의 증인들로 대거 참석하여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임재용은 프로그램 본연에 대한 의문과 제안을 통하여 건축 시설 유형의 고정관념을 깨고 새 로운 타입 개발에 매진해왔다. 대표적으로 도 심 오피스 겸용 주유소 제안은 발상의 전환으 로 일궈낸 성공적 프로그램으로 평가받는다. 전시회가 끝난 뒤 그의 사무소를 찾았다. 그 의 사무소는 현재 국내외 여러 곳에 건립할 공장설계로 바쁘다고 말한다. 스태프들의 한결같은 소망이 공장설계팀 작업에서 벗어나는 일이라고 할 만큼 당장은 “공장시대”를 지나가고 있다고 했다. 건축설계 경기가 불황기라고들 하지만 그의 사무소가 체감하는 온도는 사뭇 다르다고 할 것 이다. 사무소 내부에는 금번 전시장에서 볼 수 있었던 건축모형들이 여러 곳에 분산되어 REPORT 4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임재용은 사무소를 오픈한 이래 줄곧 (특히 주택의 경우) 1/20~1/50 축척의 모델작업을 중시해온 사무소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다보니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모형 하나하나가 지닌 부피가 장난이 아니다. 그러한 작업 태도가 금번 전시에서 특히 돋보였다. 설립 20주년을 자축하는 건축전시였음에도 일부러 이 전시를 위하여 새로 제작한 모형이 없었다. 당연히 전시의 준비과정 또 한 효율적으로 운용된 셈이다. 기왕의 작업 용도로 제작되었던 모형들의 먼지를 털 어내는 정도에서 전시의 한 축을 해결하였으니 건축가로서는 가장 거북할 수 있었 던 모형제작에 신경을 끊음과 동시에 전시의 내실을 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시 기획은 2개월 여 1~2인의 설계실 직원을 투입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반면 금번에 출간된 책 작업에는 2년여의 시간을 투입하였다고 하는 걸 보면 임재 용의 건축스타일이 얼마나 가치 지향적이며 효율을 높이 고민하는가를 감지케 한 다. OCA 출판사 등록으로 설계집단 브랜드의 역량을 강화하고 내친 김에 미디어를 통한 사무소의 홍보 전략을 체계적으로 접근하겠다는 의사표명이 읽힌다. 돌아보면 동시대 건축 집단의 한 특징이랄 수 있는 것이, 건축사무소 내부에 출판등록을 하여 자체 생산의 도서 발간 시스템을 통한 기업홍보기능을 앞세우고 있는 곳이 대형 건 축사사무소의 한 패턴이었는데 오래전부터 아틀리에 유형의 건축사무소에서도 자 체 출판사를 두고 건축설계 업무의 부산물 또는 기획 도서를 제작하는 경우가 부쩍 늘어났다. 그것이 꼭 바람직한가는 재론의 여지가 있지만 전술했듯 사무소의 브랜 드 역량 강화라는 측면에서 하나의 트렌드라 할 것이다. OCA건축도 그 대오에 가 담한 것이다. 다섯 권 1조의 책은 콘텐트의 다름(다양한 삶의 방식, 진화하는 주유소, 바다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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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풍경, 공장의 재해석 등)은 기본이고, 레이저 커팅으로 책등의 일부를 잘라낸 책 은 소장자들의 행위에 기대어 순서를 달리하면서 각기 다른 단면의 조합을 구성함 과 동시에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내는 바 이것은 건축가에 의해 의도된 건축적 풍경 의 알레고리에 해당한다. 책을 꽂는 순서와 장소에 따라 표정이 바뀜을 계산에 넣 은 것이다. (이미 국내외적으로 제책의 과정을 통해 여러 결의 실험들, 즉 구멍을 뚫 고 자르고 붙이고 등의 행위가 있어왔기에) 독특한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임재용의 OCA건축이 지닌 건축태도의 연장선상에서 충분히 동의되는 작업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선 흥미이상의 효과를 끌어내었다고 보인다. 임재용의 머릿속에서는 교회의 공공성을 정리하는 일을 다음 책의 주제로 정한 듯 하다. 적지 않은 수의 교회건축의 사례를 일일이 점검함과 동시에 앞으로의 시대 에 요구되는 교회건축의 공공성에 대한 제안을 담겠 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그에게 책은 OCA건축사 무소가 걸어온, 또는 걸어갈 건축의 향방을 포집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단순 기록의 차원을 넘어서서 건축의 시설별 특성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을 정리함 으로써 사무소의 지속가능 프로그램을 작동시킨다는 작은 사무소의 경영전략이 숨어있다.
시, 오프닝에 보여준 건축계의 폭발적 관심은 이례적 이라 아니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새건축 사협의회 회장으로서 임재용의 공적 동선과 사적 관 계망의 중첩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손 치더라도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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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전시장으로 고개를 돌려보자. 토요일 오후 다섯
전시에 몰려든 건축계 인사들의 면면은 정치적 동선 의 합이라기보다 20년의 세월, 남들과 똑같이 어려운 시기를 지내온 임재용이 대학교수 등에 곁눈질 안 주 고 오롯하게 현장 건축가의 포지셔닝을 지켜오고 있다는 태도의 선명성과 그가 일 궈낸 건축실험실로서의 사무소 내력에 대한 응원의 발로에 기인한다고 함이 근접한 설명이 될 것이다. 임재용은 새건협 4대 회장으로 재임하는 기간 중 회원들의 자발적 동참 구조를 만 들기 위해 역량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절 전임 회장들이 제도관련 정책 제안 단체의 성격으로 새건협의 위상을 강화해왔다면 앞으로는 사회·문화적 동인 및 참여형 모형 계발에 힘쓸 것이라고 말한다. 안산시에 설치한 세월호 기억 저장소 1, 2호관 작업은 상징적이다. 건축가, 시공자, 작가 및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재능기 부의 형식으로 우리 사회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건축의 외연 확장에 새건협의 정 신이 닿아 있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음이다. 글/전진삼(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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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REPORT 5
세월호와 건축의 상관관계를 묻다 계간 《건축평단》 창간기념 10 Issues 첫 집담회, ‘세월호 이후의 건축’ 사진 제공 | 정림건축문화재단
REPORT 5 10 ISSUES 포스터 (디자인 studio fnt )
지난 3월 21일(토) 건축비평공동체 건축평단과 정림건축 문화재단(이하 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10 Issues’ 토요집 담회(이하 집담회)가 서울 통의동에 있는 재단 사무실 라 운드 어바웃에서 열렸다. 연간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집담 회는 최근 사회적으로 건축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증가하 였지만, 대중의 인식은 여전히 저급한 수준에 머물러 있음 을 주시하며, 건축내부에서 자극제가 되는 전문비평 또한 저조한 상황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일군의 비평가들이 논의 주제어를 발굴하고 끝장 토론 형식의 깊이 있는 대화 를 통해 담론의 구축과 행동하는 건축판의 분위기를 조성 하고자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향후 총 10회에 걸쳐 한국건 축의 주체성과 정체성, 전통, 지역성과 보편성 등에 대해 논의를 전개하고 이를 심화하는 자리가 될 집담회는 매달 마지막 토요일(10:30-17:00)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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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담회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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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평저널 《건축평단》의 창간 기념 포럼이기도 한 집
했다. 이곳은 304명 희생자들의 유품이 전시되는 장소로
담회의 첫 번째 이슈는 ‘세월호 이후의 건축’으로 두 가지
활용된다. 건축의 공공적 역할을 상기시키는 일을 새건협
의미를 시사하고 있다. 하나는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건
의 건축가들이 행동에 옮김으로써 건축계는 그나마 체면
축계의 시선이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직후 건축가(사
을 살렸다.
회)는 어떻게 대처했는지,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 되짚어 보는 시간이었다. 다른 하나는 건축을 단순히 건물로서 바
다시 물어보자. 건축계는 왜 세월호 참사에 침묵했을까?
라보는 것이 아닌, 학문의 분야로서 의미를 확장하고자 하
이는 건축계의 오랜 관행으로 굳어진 “옆집에서 무엇을 하
는 자리였다.
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라는 배타적 태도와 직결되는 것 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전문가적 입장에서 ‘세월호 이
지난해 4월 16일 오전,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
후의 건축’을 논의함은 시기적으로 한참 늦었지만 마땅히
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여 승객 304명이 사망,
거쳐가야 할 과정이었다.
운데 172명만이 구조되었고, 11월 11일 수색이 종료됐지
기조연설자로 나선 민현식(기오헌 대표 건축가)은 “세월
만, 9명은 이제껏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세월호에는
호 이후의 건축을 논한다는 것은 바로 좋은 건축을 논하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
것과 같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좋은 건축은 무엇인가?
교사 14명, 일반인 104명, 선원 33명이 탑승하였다고 알려
라는 질문은 석연치 않다. 왜냐하면 이 질문은 좋은 건축이
졌다. 선체의 침몰과정에서 내려진 어이없는 행동지침과
라는 것이 실제 있다, 라는 전제하에 하는 질문이기 때문이
미흡한 초기 대응으로 희생된 어린 학생들이 대다수여서
다.”라고 말하며 집담회에서의 논의가 보다 정치할 필요성
특히 충격이 컸다. 현재 정부는 세월호 인양을 위해 세월호
이 있음을 완곡한 어투로 환기시켰다. 이어서 패널로 참석
인양추진과를 설치하는 등 조직을 재정비하고, 인양에 따
한 4명의 비평가들은 각자 세월호와 건축의 상관관계에 대
른 다각적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해 이야기했다.
이 사건으로 사회, 정치,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움직임
임성훈(동명대 교수)은 세월호를 계기로 큰 관계가 없었
이 포착되었다. 희생자와 그의 가족들을 위해 영화를 만들
던 생명(과학)과 법(권력)이 마주쳤고, 그 사이에서 맥락
거나, 희생자의 꿈이 담긴 노래를 만드는 등 적극적인 움직
이 형성되었다고 적시했다. 이경창(비평가)은 공동체의 질
임이 있었다.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전문저널들에서는 세
서를 묻지 않고 절대 복종을 강요한 것이 세월호 사태의
월호 기획 특집으로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반면 건축계
핵심이라면, 공공의 자금으로 건물을 완성한 후 어떻게 사
(저널 포함)는 거의 침묵에 가까웠다. 사건 초반에 성균관
용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선 건립, 후 운영방안 모색’의 반
대 조성룡 석좌초빙교수는 그의 대학원생들과 함께 세월
反건축적
호 모형을 만들어 해경에게 전달하였고, 그 모형은 실제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건(경기대 대학원 교수)은 세월
구조작업에 활용되었다고 전한다. 그 후로 더 이상의 움직
호 참사를 통해 현재의 우리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비
임은 확인된 바 없다. 동일본 지진 때 이재민을 위한 임시
판성 임을 강조했다. 송종열(비평가)은 세월호 참사에 대
주거지를 설치한 시게루 반과 연신 비교를 당했음에도, 건
한 건축계의 침묵은 건축인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낸
축가들은 진도체육관에서 프라이버시 침해를 당연시하며
것이라며 그 지점으로부터 공공성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비통한 생활을 하고 있던 희생자의 가족들을 위하여 임시
말했다.
REPORT 5
실종된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이 사고로 탑승객 476명 가
사회적 몰이해로부터 세월호와의 상관성을 찾을
공간에 대한 제안 조차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발제가 끝나고 김영철(배재대 교수)의 진행으로 객석의 그사이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민
참가자들도 함께한 열린 토론이 시작됐다. 토론의 가장 큰
네트워크의 요청에 부응하여 새건축사협의회 회원들이 재
핵심은 세월호와 건축이 어떤 상관관계를 가질 수 있냐는
능기부의 형식으로 동참하여 희생자들의 유품과 사고 관
것이었다. 이종건 교수는 세월호 사태와 건축을 일대일 대
련 자료들을 보관할 수 있는 세월호 기억저장소 1호관을
응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세월호 사태에 대해서 현
지난해 8월 하순에 완성한 것이다. 지난 4월 11일에는 새
대성의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고 성찰적 현대성으로 바
건협이 좀더 주체적으로 나서서 희생자를 상징하는 304기
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회 이론과 계층론 분야에
의 도자기 기억저장함을 설치한 기억저장소 2호관도 완료
서 널리 알려진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가 현대성과 탈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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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 no.45 | Wide AR no.45
대성의 논쟁에 대한 비판을 통해 성찰적 현대성을 새로운 이론적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음을 상기케 하는 대목이다. 정리하면 성찰적 현대성은 비판의지를 통해 나타나며 권 위나 인습,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는 비판적 태도를 통해 더욱 성숙한 사회를 예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향점을 우리에게 제시해준다.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이것이 집담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압축할 수 있는 명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현식
오전 10시 반부터 시작된 집담회는 (점심시간 포함) 오후 6시가 넘어서까지 말의 향연으로 이어졌다. 집담회에 참여 한 이들이 구하고자 했던 바는 무엇이었나? 그것은 세월호 이후 건축의 문제점을 시각화 해보자는 의도에 다름 아니 다. 이전에는 건축이 가진 소통의 부재, 건축가의 사회 참 여의 문제가 파편적으로 드러났다면, 세월호 이후의 건축 은 그것이 자정, 치유되는 단계로 성숙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원인과 이유가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변화 하지 못하는 사회는 죽은 사회와 다르지 않다. 건축계의 가
이종건
장 큰 문제는 내부적으로 계층간, 세대간 소통의 부재 그리 고 외부 세계와의 소통이 원활치 않다는 것이 종종 지적되 REPORT 5
어왔다. 그러하기에 첫 번째 집담회의 이슈 선정도 그렇고, 총 10개월에 걸쳐 펼치는 연속 프로그램으로서 집담회가 기획된 이유도 소통부재의 한국건축을 깨우기 위한 성찰과 행동의 필요성을 나눠 갖기 위함이라고 보면 좋을 것이다. 글 | 공을채(본지 외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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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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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REPORT 6 STRONG ARCHITECT 07 | 박승홍
장소, 체험 그리고 계획
STRONG ARCHITECT 07
서울시청 스케치
박승홍 박승홍은 독일 베를린대학을 거쳐 미 국 미네소타 건축대학, 하버드대학교
지난 6년간 큰 규모의 현상설계에 참여한 바 있는데 저간의 주요 프로젝트를 정리하면서 체험 이라는 단어를 추출하게 되었다. 오늘 발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인 체험은 공간, 건축, 장소에 대
건축대학원을 졸업했다. I. M. Pei and
하여 이 방면에 전문적 식견을 바탕에 깐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 아닌 일반인들의 수준에서 느끼
Partners와 Anshen and Allen, San
는 경험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Fransico 등에서 Design Principal로 활 동한 후 귀국하여 정림건축 디자인 대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면 일차적으로 장소를 주고, 주어진 프로그램에 의거한 장소에 대한 해
사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디엠피건축
석이 들어가고, 일어날 상황을 전제로 한 설계를 하게 되며 그 결과가 건물로 만들어지는 프로
대표이사이다. 주요 작품으로 한강 예술 섬 서울공연예술센터, 송도아트센터, 국
세스를 거치게 된다. 시민들은 그제야 비로소 건물을 체험하게 된다.
립중앙박물관, 청계천문화관, NC Soft사
오늘 발표하게 될 서울시 신청사, 한강예술섬 프로젝트, 경기도청사 프로젝트에서 공히 사용자
옥, 현대해상화재보험 광화문사옥 등이
의 관점에서 체험이라는 것을 미리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장소의 해석이라
있다.
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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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조감도
STRONG ARCHITECT 07
서울시청 배치도
서울시청 모형
서울시청 중정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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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전면사진
세 번째로 치러지는 설계경기에 참여하면서 그 시점까지 만들고 버려진 새 청사 계획안의 수가 40 개 가까이 되는 걸 알았다. 40개나 되는 디자인이 있었는데 왜 또다시 설계경기를 치르는 건가? 대 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 새 시청을 짓는 것 자체가 문제인가? 시청이 자리 잡고 있는 주변은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예상되는 고밀도를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곳
STRONG ARCHITECT 07
서울시 신청사
이다. 도시 블록을 빽빽하게 형성하는 중·고층의 건물들로 인해 복잡해 보이지만 도시공간의 조직 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오히려 사람과 차를 위한 도로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는 곳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장소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우선이 되면서 동시에 많은 사람에게 추억이 되는 골목들이 있 었던 근대도시의 성격을 품고 있다. 이처럼 근대도시의 중심에 있는 시청은 서울시민에게는 긴 세월 시청으로서 강렬한 이미지가 각인 되어왔다. 서울광장은 때로는 차도로, 광장으로 사용되면서 2002년 한일월드컵 때에는 붉은 악마의 응원 메카가 되는 등 서울 시민의 마음속에, 그리고 전 국민의 기억 속에 여전히 정신적인 중심공간 으로 남아 있다. 우리는 서양, 특히 유럽의 도시를 방문하면서 옛 건물과 새 건물이 조화롭게 공존하고 상생하는 멋 과 삶을 항상 부러워한다. 돌이켜보면 6.25전쟁을 겪으면서 모든 것이 폐허가 되었고, 전후 재건시 기를 거치면서 산업화 과정에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었기에 깊은 가치나 영구성 없는 건물을 대거 짓고는 다시 부수고 새로 짓는 행위를 반복해왔다. 따라서 서양의 도시에서 만나는 신구 공존의 기 회는 아예 없었는데 이 신청사 프로젝트가 신구 공존의 가치를 인식하는 기막힌 기회가 되었다. 시청이 자리한 도시 블록은 종로, 청계천이 속한 도시의 일부이다. 광장은 남쪽으로만 트인 오픈 공 간이지만 시청 건물은 도시 맥락의 일부로서 주변 건물과 함께 사람들의 일상을 만들고 있다. 많은 시민이 광화문과 청계천, 종로에서 접근하게 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새 시청 건물은 ‘조형물’일 것이 아니라 주변과 함께 끊임없이 이어지는 ‘도시공간’이어야 한다. 새 것과 옛것이 함께 아름다운 균형감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건물이 신청사의 건축적 윤리라 생각했다. 그것이 그 장소가 원하는 것이라는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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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 no.45 | Wide AR no.45
STRONG ARCHITECT 07
한강예술섬 스케치
한강예술섬 모형
한강예술섬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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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예술섬 투시도
한강예술섬 서울 공연예술센터 대지는 애초 섬이 아니었다. 주변은 천혜의 모래사장으로 시민들이 즐겨 찾는 놀 이터였다. 이후 한강의 강폭을 넓히는 토목사업 과정에서 섬이 되었다. 인공섬이 STRONG ARCHITECT 07
된 것이다. 인공섬도 도시 일부이지만 문제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고 있어서 시민 의 삶의 일부가 되지 못하였다. 이곳에 서울시가 계획하는 훌륭한 문화시설이 들어서게 되면 다소 갑작스럽지만 시민 생활의 일부가 될 것이다. 과연 그렇게 될까? 오페라부터 대중음악공연까지 전 영역을 포함에서 서울 시민이 공연장을 찾는 연 간 통계수치를 보면 전체 시민의 1%, 정확히 말하면 0.96%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 실에 놀라게 된다. 따라서 이 섬에 들어서는 시설이 공연만을 위한 공간으로, 음악 을 향유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시설이 된다면 99%의 시민은 이용하지 못하는 장 소가 될 것이고, 그로써 이 장소는 대부분 시민의 일상과는 무관한 장소로 전락하 여 오래지 않아 잊힌 곳이 될 것이다. 게다가 공연이 대부분 저녁 시간에 벌어지는 것을 감안할 때 낮에도 그리고 공연 볼 생각 없는 일반 시민들도 즐겨 찾는 장소로 계획해야 하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이 섬에 공연장이 지어졌을 때 대중이 이 건물과 시선을 마주치게 되는 것은 대부
한강예술섬 정면투시도
분 강변의 아파트 또는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에서 자동차로 오가는 동선에서다. 사람들은 건물의 외관을 보고 무슨 건물인지 연상하게 되고, 서로 얘기하게 될 것 이다. ‘아 저게 오페라하우스야’하고 얘기할 때 조금이나마 이 건물은, 또 노들섬 은 시민들 일상의 한 부분이 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래서 여기는 건물의 모습이 중 요하다. 사람들이 건물 형상을 얘기하면서 건물과 보는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은 ‘대화’를 이끌어내는 아이콘의 역할이 요구되는 경우이다. 그런 연유로 서울시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와 같은 건물 디자인을 요구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그 형태 뿐 아니라 배경이 되는 도시가 아름답지만 이 땅의 배경은 전술한 바대로 아파트 와 둑과 강변도로들뿐이다. 시드니 같은 천상의 이미지를 갑자기 만드는 것은 기 적 같은 일이고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욕구는 지극히 타당하다고 보았다. 강변에 서 거리를 두고 바라보게 되는 섬이라는 장소가 만들어준 조건이기 때문이다.
한강예술섬 배면투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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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 no.45 | Wide AR no.45
경기도청사 위치도 지정돼 있었고, 땅덩어리도 있었지만 정작 ‘장 소’가 없었다. 도시도 마을도 존재하지 않은 곳이었다. 오랜 세월 논밭이었는데 도시를 만들기 위해 불도저가 다 뒤집어 놓은 황토 땅이었다. 주변에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몇 채의 똑같은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었다. 지 구단위계획에는 여기는 ‘상업’ 저기는 ‘주거’라고 명시 하고 있지만 그것은 생명이 없는 한 조각 종이 위의 낙 서에 불과하였다.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나중에 이 건물은 도시의 중심부에 서있을 텐데 지금 은 어느 누구도 그 도시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 못한 다. 그러니 이 건물이 그 도시 속에 잘 어우러지는지도 잘 알 방도가 없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건물 하 나를 지어놓고 그 미래의 장소, 그 도시와 어울릴 거라 고 생각하는 것이 가능이나 한 얘긴가? 도청 건물이기 때문에 이 건물은 추후 이 도시의 다른
STRONG ARCHITECT 07
건물 디자인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의 건물 디자인을 떠나 도시 전체와 미래를 고려해야 한 다. ‘그렇다면’ 건물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도시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작업은 하나의 건물을 다
경기도청 스케치
루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도시를 다루는 것이고 그러 고 나서야 비로소 건물을 디자인할 수 있다. 서울 주변엔 소위 ‘신도시’라고 하는 도시들이 많고 계 획 중인 도시도 많다. 광교도 그 중 한 곳이다. ‘신도 시’란 표현이 성에 안 차서 이젠 ‘명품도시’라고 까지 부른다. 그러나 이 도시들은 서울 직장을 가능케 하는 ‘기생도시’ 또는 ‘단지’ 정도에 불과하다. 도시는 하나 의 온전한 생명체이나 이 신도시들은 자생력이 없는, 도시의 작은 일부분만을 충족시키고 있는 기형체들이 다. 우리가 상상해야 하는 도시는 어떠해야 하는가? 나는 개성 있는 도시의 시작을 염두에 두고 소위 ‘도시 건축요소’ Urban Architectural Elements를 먼저 떠올 렸다. 회랑, 마당, 시계탑, 미디어타워 등 제안한 요소 들 중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시장’ Market, 곧 상행위 의 기능과 시민 행사를 담을 ‘광장’ Square을 계획하는 것이었고, 그걸 위해 도청사 건물의 중심부는 둥근 광 장이 둘러싸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런 방법을 통해 건 물은 배경이 되고 시민과 시민의 행위를 담는 광장이 공간의 중심이 되며 결국 시민이 주인 되는 개념을 제 안한 것이다. 건물 설계에 앞서서 시민의 행위를 제안 하고 그에 맞는 장소를 디자인한 사례이다. 글/박승홍 경기도청 광역배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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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청 대지파노라마
STRONG ARCHITECT 07
경기도청 메인투시도
경기도청 메인조감도
경기도청 회랑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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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 no.45 | Wide AR no.45
[현장 리포트]
체험, 의례(Ritual), 경험……
흔히 “DMP”라고 불리는 “디자인캠프 문박”은 한국 현실에서 보았을 때 일종
것으로 일시적인 것이며, 경험이란 기억, 감성, 지식 등이 쌓여 얻어지는 것이
의 변종 건축설계사무소다. DMP를 이끌고 있는 걸출한 건축가 박승홍이라는
다.” 박길룡 교수는 건축가 박승홍의 작품이 “체험에 남겠다는 것인지, 아니
개인이 주는 디자이너로서의 이미지와 DMP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정림건
면 경험의 수준으로 올라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STRONG ARCHITECT 07
축에서 이어져 온 대형건축설계사무소의 이미지 모두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 이다. 건축가 초청강의 <시즌4> Strong & Young Architects에 초대되었던
그런데, 만약 경험이 기억, 감성, 지식 등이 쌓여서 발생하는 것이라면, 우리
기존의 Strong Architects 대부분이 건축가 개인의 이미지가 강한 4.3그룹
는 이미 그의 스케치북과 “의례”와도 같은 건축 작업을 통해서 반복적으로 쌓
의 일원이었다는 점은, 대형설계사무소의 대표건축가로서 땅집사향에 초대
여지는 무엇인가를 보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그가 만들고자 하는 체험의 공
받은 건축가 박승홍이 가지는 디자이너로서의 독특한 위치를 짐작케 하는 대
간은 이미 어떤 수준에서는 경험의 반복과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가? 발터 벤
목이다.
야민에게 체험은 일시적이고 우연한 맞닥뜨림이며 근대 이후 대도시의 대중
하지만 또, 디자이너로서 건축가 박승홍은 동 세대의 다른 작가 건축가들과
속에서 겪게 된 “무엇”이었다. 이는 보들레르와 벤야민이 19세기와 20세기
도 그 괘를 달리해왔다. 그의 동 세대 건축가들이 90년대 초~중반 4.3그룹을
초 파리에서 겪었던 것으로, 무의식을 통해 회귀하는 “무엇”이다. 따라서, 체
중심으로 비움과 전통이라는 한국적 주제에 집중했다면, 건축가 박승홍은 해
험은 익명의 “무엇” 혹은 대중과의 맞닥뜨림 이며, 근본적으로 불안하고 예측
외에서의 장기간 활동 후 비교적 늦은 시간에 한국에 들어온 경우로 동세대
불가능한 것이다. 반면, 경험이란 과거와 역사에 속한 것, 기억을 통해 되돌아
의 다른 국내 작가주의 건축가들과 건축이슈에서의 교차점이 비교적 적은 편
오는 것, 반복을 통해 훈련되고 검증되는 것으로 규율
Discipline의
영역에 속한
이다. 활동기반에서 4.3그룹 등 대부분 건축가들이 개인사무소를 중심으로
다. 반복과 규율
활동한 것과 다르게 그는 정림건축과 DMP라는 대형설계사무소를 기반으로
된다. 경험과 의례는, 체험과 무의식을 다스리는 문명의 수단이 된다. 루이스
활동해왔다.
멈포드는 최초의 의례는 종교와 직능의 반복행동을 통해 시작되었다고 했는
건축가 박승홍은 대형설계사무소와 작가주의 건축가의 영역이 겹치는 곳에
데, 경험은 의례와 직능을 통해서 체험과 무의식의 불안과 불확실성을 다스
절묘하게 자리잡고 있는데, 이는 대형설계사무소의 안정적 이미지와 작가로
린다.
서 건축가의 창조적 이미지가 절묘하게 겹치는 자리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그런 의미에서 건축가 박승홍의 스케치북과 그것을 채워나가는 행위로서 스
대단히 새로운 범주인데, 건축가 박승홍의 제99차 땅집사향을 통해 그것이
케치 작업들은 매 프로젝트와 함께 반복되는 직능행위로서 건축가의 “의례”
어떻게 가능했는지 조금이라도 살펴볼 수 있기를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라고 할 수 있다. 반복된 “의례”를 통해서 그것은 건축가의 경험을 구축하며,
Discipline로서
경험은 문명의 반복된 형식장치로 의례와 관계
규율의 기초가 된다. 건축가의 경험과 규율은 일반인들이 체험하게 될 장소 제99차 땅집사향에서 건축가 박승홍은, 한국성의 문제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
의 경험적 구축 수단이다. 건축가는 자신의 “의례”를 통해 경험과 체험의 교
운 보편-일반적 가치라고 할 수 있는 장소와 체험의 문제로 자신의 건축을 풀
차점이 된다. 즉, 체험을 구성하는 것은 단지 장소가 아니다. 그 사이에 건축
어냈다. 그는 3개의 프로젝트를 3개의 영상을 통해서 발표했는데, 첫 번째 영
가라는 하나의 인격이 반복된 경험을 통해 개입한다.
상은 건축물이 들어설 장소가 어떻게 체험되는 지에 관한 것, 두 번째 영상은 장소에 대한 정보를 건축물로 디자인하는 과정의 스케치 영상, 그리고 세 번
또한 건축가 박승홍은 What does the building want to be?(본인 의역)라
째는 두 번째 스케치 영상과 겹쳐지는 건축가 박승홍의 독백이다.
는 루이스 칸 류의 전통적인 건축적 질문을 What does the people want
그 중 특히나 나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두 번째와 세 번째 영상에 등장한 건축
the building to be?(본인 의역)로 살짝 비틂으로써, 체험과 건축-장소 구축
가의 스케치북과 그것을 중심으로 형성된 아우라다. 학기 시작에 새로 장만
의 문제에 사람 혹은 대중을 개입시켰다. 경험의 문제에 건축가라는 인격이
하는 책과 공책이 학생들의 설렘을 가득 담고 있다면, 매 프로젝트와 함께 첫
개입했듯, 체험의 문제에서도 무미건조한 기계적 존재론을 넘어 사람(대중)
장을 시작하는 건축가 박승홍의 스케치북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대하며 건축
이 주변사물-장소와 맺는 인식의 문제를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장소와 체험의
가가 갖는 진지한 즐거움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각 프로젝트의 정수를 모아
문제는, 건축을 무의식적으로 접근하는 대중 그리고 반복된 “의례”로써 직능
놓은 스케치북들은 건축가의 “경전”과 같다. 영상 속 건축가가 스케치북을 한
적 경험을 통해 그것의 창조에 개입하는 건축가를 빼놓고 논할 수 없다.
장 한 장 넘기는 손은 마치 “의례”
Ritual를
치르듯 조심스럽기 그지없다. 낮게
울리는 건축가 박승홍의 독백은 장소와 체험을 창조하기 위한 건축가의 조심
강연을 마무리하며, 건축가 박승홍은 대형설계사무소의 대표건축가로서, 건
스런 개입을 조용하지만 정확하게 읊조린다. 건축가 박승홍은 3개의 프로젝
축적 가치와 충돌하는 클라이언트와의 관계 그리고 사업을 유지하는 것에 대
트와 반복된 3개의 영상을 통해서 장소와 그것에 대한 체험의 창조는 건축가
한 경제적 고려에 대해서 토로했다. 그러나, 강연을 모두 듣고 난 후, 그의 건
의 “의례”와도 같은 작업을 통해서임을 보여주었다.
축을 구성하는 것이 단지 그러한 “현실적 제반 사항들”만은 아님을 충분히 이 해할 수 있었다. 장소, 체험, 건축가의 의례로서 반복된 경험으로 쌓인 규율,
고요하고 진중했던 강연은 정중한 호기심과 솔직함으로 채워진 질의응답으
그리고 그것들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에 대한 생각......이런 것들 때문에 우리
로 이어졌다. 최창섭 무영건축 대표가 제기한 논리와 직관 사이에 개입하는
는 그를, 대형설계사무소의 대표건축가지만 여전히 독자적인 한 명의 건축가
건축가의 자의성 문제와 2000년대 초중반 건축계 인터넷문화를 이끌었던
그리고 디자이너로서 인식할 수 있다.
아키누드 운영자 박희자 대표가 제기한 건축가의 디자인 철학과 클라이언트
글/박성용(땅집 리뷰어, 계간 《건축평단》 운영위원 겸 간향클럽 자문위원)
의 개인적 취향 사이의 조율에 대한 질문 등이 오가고 장내 분위기가 적당히 달아오를 때쯤, 박길룡 국민대학교 명예교수는 날카로운 지적 통찰을 가지고 건축가 박승홍의 발표에서 등장하는 체험과 경험의 개념 혼용 문제를 제기했 다. 그에 따르면 “체험이란 선입관과 사전지식 없이 몸으로 맞닥뜨리며 얻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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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REPORT 7 POWER & YOUNG ARCHITECT 07 | 우의정
Typology, Morphology 그리고 Decorum 우의정 우의정은 한양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 했다. 김병윤, 이종호, 양남철과 강준혁
내 건축의 여정은 2005년에 중요한 기점을 맞이한다.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부터 시작한 스 튜디오 메타에서의 생활은 10년 뒤인 1998년부터는 설계실의 책임자인 소장으로 근무하게 되
이 함께 설립한 스튜디오 메타 METAA
고 2005년부터는 회사의 대표가 되어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지난 27년의 시간 동안 많은 어
의 일원으로 건축을 시작하여 현재는 메
려움과 위기가 있었으나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 회사를 설립한 고(故) 이종호 한국예술종합학
타건축의 대표이다. 2012년 이래 한양대 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4년부터는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 동 중이다. 이종호 교수의 타계 후 그의
고 그가 2005년 학교의 교수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그와의 관계는 절대적으로 작용한다. 그리 고 함께 나눈 많은 이야기와 함께 수행한 많은 일들이 내게는 큰 자산이 된다.
의 부활을 다짐하고 있다.
건축과 문화를 함께 다루는 회사의 특성(METAA, Metabolic Evolution Through Art and Architecture, 스튜디오 메타는 건축을 수행하는 (주)건축사사무소 메타와 문화기획을 수행하는 (주)메타기획컨설팅의 두 회사로 구성된다)으로 비교적 일찍 문화와 건축의 중요도에 대한 인식을 하게 되었다. 문화관광부의 의뢰로 회사에서 만들어내고 전국적으로 확산된 ‘문화의 집’이 그 좋은 예이다. 건축을 바라보는 관점이 미학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였던 초기의 상황에서 계획의 경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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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정신과 태도를 계승하여 메타건축
교 교수가 내게 있어서 인생의 스승이자 동반자이며 가장 소중한 버팀목이었기 때문이다. 그리
더해질수록 무엇인가 더 중요하고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형태론이라는 의 미의 Typology와 Morphology의 이론적 배경이 내게는 닮은 듯 서로 다르게 여겨진다. 초기에는 나만의 방식codage을 만들어 내려는 노력이 있었다. 파사드의 구성 방식과 공간의 연결방 식에 대한 익숙한 나만의 원칙이 필요하기도 하였다. 이는 건축적 코드화encodage로 이어지게 되었고 한동안 이를 설계의 도구로 사용하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만의 규칙이 사회와의 소통으로 이어지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몇몇 프로젝트에서는 이러한 규칙이 탈코드화decodage 하여 새로운 건축 환경을 조성한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코드화의 무모함과 위험을 스스로 인지하게 되고 가끔은 초코드화over-codage된 건축을 시도하기도 한다. 점차 건축을 도시의 미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으로 바뀐다. 건축주의 이익이 최우선이라는 시 각에서 공공을 생각하며 당해 건축물이 사회와의 소통에 무엇을 양보하고 서로 배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리적 근거가 요구된다. 미학이 인문학과 결합되고 윤리학이 필요한 과정을 겪게 되는 것이 다. 이는 의도한 것이 아니고 지난 과정을 돌아보며 저절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과거 미학적 관점에서 본 일본의 안도 타다오는 최고의 건축가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얼마 전 선배 건축가의 강연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안도 타다오를 향한 과거의 평가는 공간을 풀어내는 천재적 건축가라 여겨졌지만, 윤리적 관점에서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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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그의 의도는 다소 폭군의 경향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용자의 동선을 지나치게 강요하고 건 물의 미학적 감상을 계획자의 의도대로 강제한다는 점이 그 이유였다. 이는 그의 건축 철학의 문제 이기 보다는 사회의 빠른 변화에 따른 과거를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빠르게 변하는 이유일 것이다. 건축가 김수근이 서초동에 설계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있다. 당시에는 뛰어난 디자인으로 많은 사 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디자인 서울 공공건축물 가이드라인의 내용에 는 이 건물이 ‘지양해야’ 하는 디자인의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접근이 거북한 계단의 설치, 과도한 크기의 과장된 캐노피, 그리고 좌우대칭의 권위적인 디자인이 그 이유이다. 하지만 이는 당시의 판 단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른 관점의 변화가 문제일 것이다. 건축물이 사회와 소통 하는 방식은 계속 변화한다. 건축의 계획의도에 영향을 최소화 하며 건강하다는 전제의 부분적 변 화는 무조건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수년전 아르코 미술관으로부터 장애우 활용에 관한 연구를 의 뢰받아 작업을 한 경험이 있다. 이 또한 김수근의 작품이고 그를 존경해온 까마득한 후배건축가로 서 접근은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건물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경사로 수정과 엘리베이터 설 치는 반드시 필요하였고 원작자의 계획의도가 저해되지 않도록 매우 조심스럽게 의견을 개진하였 으며 당초 의도된 중앙의 필로티의 양면 개방에 대한 노력도 병행하였다. 그리고 다른 건축가의 작 업으로 이 계획이 실행되었다. 이 전 과정은 꽤나 모범적이었다고 평가한다. 많은 건축가들이 그러하겠지만 나의 설계는 ‘땅 읽기’로부터 시작한다. 민간의 프로젝트 보다는 공 POWER & YOUNG ARCHITECT 07
모전에 치중하는 탓에 소위 말하는 ‘콘셉트’를 중요하게 부각하는 경향 때문이다. 그러나 땅 읽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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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다르다. 현재의 상황이 중요한 경우도 있고 때로는 과거의 기억이 중요하게 작용하기도 한 다. 설계라는 의미는 기존에 놓인 질서에 새로운 조성을 더하여 주변과 사회에 예의를 지키고 대화 를 시도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선행의 경험이 다시 쓰여지는 것이 매우 어렵다. 하지만 이 는 매우 즐거운 일이다. 프로젝트를 대할 때마다 이번에는 어떠한 새로움을 더할지에 대한 설레임 으로 오랜 시간의 지리함을 견딜 수 있다. 대부분의 건축이 개발이익의 경제논리가 우선되기 때문 에 소통에 대한 간섭이 빈번하게 벌어지지만 사회의 문화적 성숙도가 좋아지고 있고 의미 있는 작 업들이 계속될 것이라 믿으며 보다 나은 내일을 기다린다.
아산시 산림박물관,
여주시 산림박물관,
2008 공모전 당선작, 이종호 교수와 공동작업
2009 공모전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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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아트센터, 2009 인천광역시건축상 우수상
화순불교문화관, 2013 공모전 당선작 안산1대학기숙사, 2010 공모전 당선작
이화 정동빌딩, 2014 공모전 당선작, 이종호 교수와 공동작업
율곡로 지하차도, 2013 서울디자인재단 공모전 당선작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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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리 평화기념관, 2013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이종호 교수와 공동작업
LH공사 2012 대구테크노폴리스 공동주거 공모전 당선, 우의정+양성중+김진숙+ 황효석
LH공사 2010 서울강남지구 디자인명품 주거단지 국제공모 2등, 우의정+양성중+ 안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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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수행하는 프로젝트는 대부분 공모전에 의한 작업이다. 해마다 최소한 7~8개 이상의 공모전에 참여하고 있고 이들 중 2개 이상의 당선을 목표로 생활한다. 아직까지는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으니 나는 매우 운이 좋은 건축가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이 얼마나 소모적이고 무모한지에 대한 우려는 잘 알고 있는 바이다. 일에만 빠져서 나만의 세계에서 살아온 이유 같지 않은 핑계로 일을 만드는 방식을 잘 모르며 그리 외향적이지 못한 성격 탓에 사람을 잘 사귀지도 못한다. 사람이 재산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너무 늦게 깨달았고 지속적으로 일을 의뢰하는 집단과 잘 지내는 건축 가를 부러워하는 치기어린 생각도 한다. 그저 어려움을 잘 참으며 묵묵히 함께 해주는 직원들이 고 마울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른 건축가와의 공동 작업을 즐겨한다. 때로는 선배건축 가들과 참여의 기회를 갖기도 하고 후배건축가들과 의견을 같이 하기도 한다. 특히 그 기능이 공동 주거일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건축가라 할지라도 마을 단위의 공간이 한사 람의 손으로 계획되는 것은 내게는 좀 불편한 일이다. 도시공동체의 성장이 익명성으로 대변되다가 접촉을 시도하는 복잡한 과정이 함께 사는 공공의 공간을 요구할 때 더욱 그러하다. 혼자서 만들어 내는 질서가 의도된 위계를 유지하며 공간을 강제하게 되는 실수를 나도 모르게 범하곤 한다. 다른 건축가와의 공동 작업은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서로가 만들어내는 위계가 혼성되어 탈중심 적 구조가 형성되기도 하고 추후 사용자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여유를 배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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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고백주년기념관과 이종호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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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머리는 혼란스러워진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적 현상들 때문이다. 인과관계가 분 명한 수목이론과 유전적 관계의 진화론에 익숙한 내게 하부구조 없이 생겨나는 떠오름 현상이나 원 인이 없이 발생하는 반기억의 상황은 설명할 길이 없어 창발Emergence이나 착종Imbrication과 같은 어 려운 단어로 대체하면서 논리의 빈약함을 채우려 하고 있고 내 눈에 보이지 않는 질서를 복잡계 Complexity System라는
말로 어물쩡 넘어간다. 설계가 점점 어려워진다. 손으로 할 때에는 없었던 현상
인 머리가 아파옴을 느끼게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은 먹먹해진다. 2004년에 지어진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의 사진에는 1887년 고종황제로부터 하사받은 ‘이화학당’ 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이화학당의 정문인 사주문이 있고, 영빈관으로 지어진 한국 최초의 호텔 인 손탁호텔과 커피전문점의 기억이 남아있으며 화재로 전소된 1923년에 지어진 프라이홀의 외벽 재료인 그 당시의 붉은 벽돌이 새로운 모습으로 재사용되어 새로운 정면을 구성하고 있다. 그리고 이 사진에는 내가 존경하는 이종호 교수의 모습이 담겨있다. 19세기의 한옥문과 20세기의 재료 그 리고 21세기의 건축이 함께 있는 이 모습이 내가 꿈꾸는 혼성의 풍경이다. 나는 김환기 화백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작품을 좋아한다. 이 그림에는 나의 건축의 이론적 배경이 되었던 밈Meme과 리좀Rhyzome의 이론이 있고 사회적 현상인 창발과 착종이 숨어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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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이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아둔한 우리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혼돈적 질서Chaosmos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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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화백,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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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내용이 서울 도심의 사진에서 보인다. 양식적 변형과 혼재 그리고 개발과 몰락의 공존이 만들 어내는 복잡계적이면서 원인과 결과가 숨어있는 비유전적 요소들이 혼성의 풍경Heterogeneous Scape을 이루고 있다. 오랜 세월 적층되어 온 흔적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 내는 수많은 층위들이 시간을 혼성 시키고, 집터와 공터 그리고 대규모 산업과 주거가 뒤섞인 도시의 섬이 장소를 혼성시키며, 조선의 민가의 자리에 일제에 의해 공습에 대비하는 소개공지가 조성되고 독립 이후에는 소규모 시설의 난 립과 대규모 개발의 기억으로 사회가 혼성된다. 많은 신도시가 건설된다. 도시의 각 부분을 밀어내고 새로운 도심을 형성한다. 대부분이 백지계획 Tabula Rasa Plan이다.
조성원가를 만들어 내기 위해 지형을 새로이 정리하고 도시 인프라 구축을 이유
로 새로운 도로가 생겨난다. 도시의 어메니티amenity를 위한 좋은 의도로 시행되는 도시정책이다. 하 지만 사회는 이러한 방식으로 도시를 대하는 태도에 점점 지쳐간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양피지 계획palimpsest plan을 이야기한다. 이는 대상 영역의 기억을 지우고 새로운 기록의 반복으로 기존의 흔 적을 존중하는 과거 양피지의 활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살고 있는 기억의 여러 층위가 중첩되면서 생장해 나가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이것이 계속해서 이야기 하게되는 혼성의 풍 경을 만들어 내는 일이며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이라는 거대한 초월도시를 기억하는 기억술Mnemonics in Hyperpolis이라 여겨진다.
글/우의정 POWER & YOUNG ARCHITECT 07
세운상가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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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리포트]
질서와 혼돈 사이
특별하지 않은 년도가 어디 있으랴 만은……, 건축계의 2014년은 특히나 많은 사건들이 기억의 한 켠에 진한 흔적을 남긴 해였다. 그 중에도 메타건축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건축학과에 적을 두었던 이 종호 교수의 타계는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큰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을지로와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수행한 서울시 도시 환경에 대 한 연구가 점점 무르익고 있던 차였기에, 그와의 갑작 스러운 이별은, 개인적인 인연이 있던 사람들 뿐 아니 라, 건축과 도시공간에 애정을 가지고 공부하는 이들 모두에게 큰 충격과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이종호 교
더해, 간략한 소개와 함께 나열된 건축프로젝트들은
우의정이 우리에게 보여준 건축물들이 이종호 교수
개념 맥락들 사이에 존재하는 혼돈을 가중시킨다. 머
의 복잡한 개념체계를 어느 정도까지 설명하고 있는
릿속에서는 개념어들의 관계망을 조직해서 건축프로
지......아직은 확신을 가지고 장담할 수 없다. 또한 건
젝트들을 그 개념의 관계망 안에 위치시키고자 노력
축가 우의정이 이종호 교수의 문화적-건축적 개념의
하지만, 고정된 정답이 없는 문제와 같이 맥락적 질서
DNA인 Meme을 어느 정도까지 내재화 했는지도 아
로는 구축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강연이 진행될수
직은 분명치 않다. 1시간 반의 강연으로 이종호 교수
록 건축가 우의정이 언급한 ‘혼돈적 질서Chaosmos’만
가 남긴 폭넓은 건축적 족적과 그것의 계승여부를 모
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질서와 혼돈 사이 그 어딘
두 파악하는 것은 역시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임근배
가의 상태다. 그 혼돈의 원인은 우선 각 맥락을 구성
(그림건축)대표가 백사마을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제
하는 개념어들의 개수가 서로 상이하기 때문인데, 우
기한 삶의 보존과 강압 사이에 건축가가 처한 딜레마
리에게 익숙한 1:1 대응방식을 통해 질서를 부여하기
의 문제와 최창섭(무영건축)대표가 제기한 마로니에
쉽지 않다. 오히려 각 개념어들은 다소 ‘리좀’의 복잡
공원의 복원과 건축가의 개념적 작위성의 충돌 문제
계적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는 듯한데, 이는 또한 우의
는 이종호 교수의 건축-도시 개념을 표현하고 이해하
정이 ‘창발’이라고 표현한 원인과 결과를 벗어난 다층
기 위해 우리가 사용한 시간이 아직은 충분치 않았음
적 발생관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종호 교수가 남겨놓은
수가 창립 멤버로 활동했던 메타건축의 존재는 그의 족적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길 바라는 이들에게 일말 의 희망으로 남아있다. 우리의 건축과 도시가 끊임없 는 상실의 역사였다는 점을 상기했을 때, 실낱같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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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도 그 희망의 강도는 이종호 교수가 우리에게 남겨 주었던 강렬한 건축적 족적만큼이나 진하다. 생전 이 종호 교수는 혼돈의 도시인 서울의 역사를 하이퍼폴리 스 Hyperpolis라는 개념으로 기억의 범주 안에 전치시켜 보존하려고 노력했는데, 남아있는 건축인들에게 이종 호 교수 개인의 역사 또한 보존되어 이어져야 할 소중 한 기억이다. 이종호 교수의 건축적 족적이 한 개인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가 남긴 담론의 공론화 는 건축계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그런 점에서, 오 랜 시간 건축계의 다양한 담론을 담아내었던 땅집사향 이, 100번째의 모임을 기념하며 이종호 교수가 남긴 건축-도시담론의 공론화에 불을 지폈다는 것은 참으 로 의미 있는 일이다. 또한 이번 100차 땅집사향은 이 종호 교수의 타계 이후 그의 건축철학이 어떻게 계승 되어 변화 발전해 가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추모와 축하를 겸한 김영석(YS Korea)대표의 기타연 주로 시작한 제100차 땅집사향은 그 어느 때 보다 경 건한 출발을 알렸다. 플로어에는 박길룡(국민대학교) 명예교수와 이종건(경기대학교 대학원)교수 등 기라 성 같은 학자, 비평가가 동석하여 금번 땅집에 대한 건 축인들의 기대를 여실히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기타 선율의 여운이 가시고 웃음소리가 자연스레 사 그라질 쯤, 조명이 꺼지고, 백색 바탕 화면에 투사 된 ‘禹義檉’(우의정)이라는 이름 세 글자와 함께 시 작한 강연은, 간단한 개념 키워드의 소개 후 프로젝 트의 나열로 구성되었다. 소개된 개념어들은 크게 3 개의 맥락으로 나눠진 듯 보인다. 첫째 ‘Typology-
머릿속을 휘젓고 있는 개념맥락들의 ‘혼돈적 질서’에
건축적 계기들을 포기해 버리기엔 너무 이르다. 서두
도 불구하고, 그들 간의 복잡한 연관관계를 간략하게
에서도 언급한 것과 같이, 지금까지 우리의 건축-도
나마 그려보면 다음과 같이 보인다. 건축가 우의정
시 역사는 그렇게 성급한 포기와 상실의 역사로 점철
에 따르면, 언어적으로 ‘Parole’이며 ‘형태학’에 가까
되어있지 않았는가. 오히려, 혼돈의 도시 서울에서 역
운 ‘Typology’가 ‘미학’과 ‘도시’와 연관관계를 가지
사로서의 기억술을 되살릴 수 있는 건축 작업이 이종
고 있다면, 경제-사회적 저변논리를 가지고 있으면
호 교수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은 이번
서 언어적으로는 ‘Langue’라고 설명한 ‘Morphology’
강연을 통해 얻은 기분 좋은 결실이다. 그것은 반 기
는 ‘도시’와 ‘인문학’과 가깝게 연결된 듯 보인다. 또
억을 기억과 연결 짓고, 혼돈을 풍경화 하며, 근거 없
한 ‘노근리 사건’을 통해 개념화된 ‘반 기억’은 근거
음을 적절함과 관계 맺는 도시의 윤리학으로서의 건
를 추적할 수 없는, 따라서 근거를 기억할 수 없는 사
축 작업이다. 이를 가시적 결과물로 구체화 시키는 것
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근거를 통해서 발생하
은 건축가 우의정 뿐 아니라, 이종호 교수의 타계를
는 ‘Morphology’와 ‘Decorum’ 이전의 사건이라고
아쉬워하는 건축인 모두의 몫이다.
할 수 있고 ‘기억’은 ‘Morphology’의 논리-근거와
이종호 교수가 이 세상을 등지기 직전까지 발터 벤야
‘Decorum’의 적절함을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의 공부에 열정을 쏟았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
간략하게 살펴본 바와 같이 3개의 개념맥락들은 복잡
는 바가 크다. 21세기 혼돈의 도시 서울을 연구하던 이
한 인지지형을 형성하고 있는데, 우의정은 <백사마을
종호 교수가 20세기 혼돈의 도시 파리를 연구한 발터
프로젝트>를 통해 ‘혼성의 풍경’이라는 개념을 도입
벤야민에게 가졌을 학문적 친근감은 충분히 짐작할 수
함으로써, 근거와 적절함 이전 ‘미학’과 ‘도시’를 구성
있다. 그렇다면, 이종호 교수의 학문적 여정 또한 벤야
하는 혼성들을 다시 하나의 풍경으로 포섭하려는 시
민의 그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쉽게 정복될 수 없는
도를 보여준다. 이종호 교수는 서울시를 ‘Hyperpolis’
혼돈이 부여한 숙명 때문인지...... 그 둘은 모두 자신들
혹은 ‘초월의 도시’라고 불렀는데, 혼돈의 도시인 서울
의 필생의 연구 작업을 스스로 완결짓지 못했다. 발터
이 기억을 통해서 혼돈을 초월한다는 의미이다. 우의
벤야민이 자신의 파리연구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미
정이 언급한 ‘혼성의 풍경’은 이종호 교수의 ‘초월도시
처 완성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 것과 같이, 이종호
의 기억술Mnemonics in Hyperpolis’과 관계된다. 이는 혼성
교수 또한 을지로와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한 서울시관
된 것들 즉 혼돈의 ‘반 기억’을 ‘기억’으로 포섭해서 도
련 도시연구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홀연히 우리 곁을
시 공간의 풍경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떠났다. 하지만, ‘아케이드 프로젝트’가 벤야민 사후 무
결과적으로 ‘도시’는 다시 ‘윤리학’으로 연결되고,
수한 분야의 학문들에 기틀이 되었듯, 이종호 교수가
‘Typology’는 ‘Decorum’과 연결되며, ‘반 기억’은 ‘기
심어놓은 건축-도시연구의 씨앗 또한 굳건한 나무로
억’으로 연결되는 3개의 개념맥락의 순환체계가 형성
자라 무수한 학문적 결실들을 보길 기원한다. 씨앗은
되는 듯 보인다. 이는 서양의 근대적인 선형구조가 아
뿌려졌고, 이제 그것을 소중히 삼아 기르고 추수할 일
닌 동양적인 순환구조다. 3개의 순환구조적 개념맥락
이 남았다.
은 서로가 엇갈려 복잡계를 형성한다.
글/박성용(땅집 리뷰어, 계간 《건축평단》 운영위원 겸 간향클럽 자문위원)
Morphology-Decorum’으로 연결된 맥락, 둘째 ‘도 시-미학-인문학-윤리학’의 맥락, 셋째 ‘반 기억-기억’ 의 맥락이다. 3개의 맥락들은 어느 정도의 혼돈을 감 수한 상태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 같다. 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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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펴본 바와 같이, 복잡한 도시체계로서 서울을 설명 하기 위해 이종호 교수는 복잡계를 반영한 개념의 씨 앗들을 심어놓았다. 하지만, 강연이 끝나고......건축가
WIDE EDGE
와이드 EDGE : 고충환의 아트 포스트
선혈처럼 붉은, 침묵보다 어두운 무제, 1949, 캔버스에 오일 ⓒ 1998 Kate Rothko Prizel and Christopher Rothko / ARS, NY / SACK, Seoul
안티고네, 1939-1941, 캔버스에 목탄과 오일 ⓒ 1998 Kate Rothko Prizel and Christopher Rothko /
본문 사진자료 제공: 한가람미술관
미술사적 배경 지금은 꼭 그렇지도 않거나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아직
도 확인된다. 그림은 다만 그림일 뿐, 어떤 의미를 위한 상
미국 뉴욕은 현대미술의 메카로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징이나 알레고리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 말은 회화
그 배경에는 소위 모더니즘패러다임으로 대변되는 미국발
란 이런저런 일화를 그린 것(재현적인 것)이기 이전에 특
추상미술의 이론적 초석을 놓은 클레멘테 그린버그와 헤
정의 색깔들로 뒤덮인 평면이라는, 인상파의 한 분파인 나
롤드 로젠버그로 알려진 두 평론가가 있다. 세부적으로 클
비파의 화가 모리스 드니의 말과도 통한다. 그린버그가 인
레멘테 그린버그가 엄격한 형식주의자라고 한다면, 헤롤
상파를 현대미술의 시작으로 보는 이유도 알고 보면 바로
드 로젠버그는 상대적으로 감성주의자라고 하는 차이를
여기에 있다(알다시피 인상파 그림은 자잘한 터치들이며
견지한 점이 다르다. 그 차이는 그린버그가 명명한 뉴욕색
중첩된 평면들로 환원된다).
면화파와 추상표현주의, 그리고 로젠버그가 리드한 액션
그리고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화가로서 잭슨 폴록,
페인팅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바넷 뉴먼, 윌렘 드쿠닝, 마크 로스코를 예로 든다. 돌이켜
부연하면, 모더니즘패러다임은 로젠버그보다는 그린버그
보면 잭슨 폴록은 초현실주의의 자동기술법에 가깝고, 바
의 형식주의를 대변하는 논리로서, 장르적 특수성을 강조
넷 뉴먼은 색면화파에 그리고 윌렘 드쿠닝은 액션페인팅
한 점이 눈에 띈다. 말하자면 회화를 회화이게 해주는 회
에 가깝다. 바넷 뉴먼만이 엄밀한 형식주의라는 그린버그
화의 당위성을 회화의 본질에서 찾는다. 그리고 그 본질
의 요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마크 로스
은 점, 선, 면, 색채, 양감, 질감과 같은 형식적인 요소와 특
코는 어떤가. 그는 색면화파인가. 그의 그림은 엄밀한 형식
히 평면이라는 최소한의 조건으로 귀결되고, 따라서 재현
주의를 수행하고 있는가. 굳이 따지자면 그의 그림은 외관
과 서사 그리고 표현과 같은 전통적인 개념을 위한 자리가
상 색면으로 환원됨으로 색면화파로 범주화된다. 그리고
없고, 심지어는 창작주체의 개성이 간여될 여지마저 없다.
표현이 내면적인 파토스를 의미하고, 추상표현주의가 내
철저하게 형식적인 회화, 익명적인 회화, 몰개성적인 회화
면적인 파토스를 추상적인 형식으로 그려낸 그림을 의미
를 추구한 것이다. 그리고 그 추구는 당신이 보는 것이 보
한다는 전제 하에서 추상표현주의로 분류된다.
는 것이다, 라는 프랭크 스텔라의 동어반복적인 전언으로
그렇다면 로스코의 그림은 각각 색면화파와 추상표현주의
WIDE EDGE
ARS, NY / SACK, Seoul
마크 로스코, 3.23-6.28,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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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 no.45 | Wide AR no.45
지하철 환타지, 1940, 캔버스에 오일 ⓒ 1998 Kate Rothko Prizel and Christopher Rothk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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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S, NY / SACK,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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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 2, 1947, 캔버스에 오일
넘버 9, 1948, 캔버스에 혼합재료, 오일
ⓒ 1998 Kate Rothko Prizel and Christopher Rothko /
ⓒ 1998 Kate Rothko Prizel and Christopher Rothko /
ARS, NY / SACK, Seoul
ARS, NY / SACK,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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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1970, 캔버스에 아크릴 ⓒ 1998 Kate Rothko Prizel and Christopher Rothko / ARS, NY / SACK,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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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통해 의미하고자 했던 그린버그의 엄격한 형식주의를
고 하는 마임이스트 마르셀 마르소의 침묵이 바로 그 근본
실현하고 있는가. 여기에 문제가 있다. 로스코의 그림을 색
적인 지점이다. 말이 생성되는 곳이며, 말이 침전되는 곳이
면화파로 분류하기에는 감성적이고(그린버그는 색면화파
다. 말없이 말해지는 곳이다. 마임이 말없이 말을 하는 것
가 파토스보다는 에토스에 부합하기를 바랐다), 추상표현
처럼, 로스코도 재현 없이 말을 하고 서사 없이 말을 한다.
주의를 감성적인 그림으로 해석하는 것은 그린버그 자신
재현도 서사도 없는 말이란 무슨 의미인가. 의미를 넘어선
의 형식주의에 대한 요청과 충돌한다. 그의 그림은 말하자
말이고, 인식론적 대상을 넘어선 말이고, 특정의 의미에 정
면 외형상 색면화파로 그리고 추상표현주의로 범주화되면
박하지 않는 말이고, 부유하는 말이며, 뿌리 없는 말이다.
서도, 한편으로 이 말로서 그린버그가 의미하고자 했던 엄
이런 뿌리 없는 말로 인해 로스코의 그림은 문학적이다. 재
격한 형식주의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그
현도 없고 서사도 없는데, 문학적이다? 그의 그림은 꼭 무
린버그의 형식과 로젠버그의 감성이 만나지는 접점에 로
슨 풍경 같다. 더러 세로로 그린 그림이 없지 않지만, 대개
스코의 회화가 위치한다고나 할까. 그린버그가 헛짚었다
는 가로로 그린 그림들이 많다. 그림에는 가장자리도 있다.
고 볼 일은 아니지만, 이보다는 차라리 우리에겐 스승도 부
그 가장자리가 꼭 무슨 창문 같다. 그래서 마치 창문을 통
모도 없었고 우린 언제나 혼자였다는 작가의 고백에서처
해 본 풍경 같다. 그 풍경에는 가로로 연장된 지평선이며 수
럼 자신이 범주화되는 것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자
평선도 있다. 수학자이자 사상가인 파스칼은 수식의 끝에
신만의 형식을 추구한 경우로 보면 되겠다.
서 무한공간으로 열린 선을 만난다. 그리고 이 무한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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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영원한 침묵이 나를 두렵게 한다고 했다. 그렇게 작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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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회화, 말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되는 그림
창을 통해 본 풍경은 아마도 내면풍경일 것이고, 삶과 죽음,
심장박동, 열정(파토스), 동맥혈, 마당에 세워둔 자전거에
현세와 내세, 유한과 무한, 인식론적 대상과 불가지가 만나
슨 녹, 폭풍처럼 번지는 불, 루소의 태양(루소가 그린 원시
지는 경계의 풍경일 것이고, 무한으로 열린 풍경일 것이고,
림 속에 달처럼 떠있는), 들라크루아의 깃발(잔 다르크가
침묵하는 풍경일 터이다. 더러 다른 색깔들이 없지 않지만,
민중을 이끌면서 손에 들고 있던), 엘 그레코의 예복(접신
그 풍경을 이루는 색깔은 대개 붉은색과 검은색 사이의 스
의 황홀경을 색깔로 환원해놓은 것 같은 노란색), 피렌체
펙트럼에 해당하는 색상을 보여준다. 그 한쪽 끝에 붉은색
대리석(마치 피부와도 같은), 원자의 섬광, 면도하다가 벤
이 그리고 다른 쪽 끝에 검은색이 있다. 그렇게 피와 생(바
자국, 면도거품 속의 피, 러시아 국기(작가는 러시아 태생
이탈리티)이 죽음의 색깔과 대비되고, 말이 침묵과 대비된
이다), 나치 깃발(집단무의식? 전체주의의 광기?), 중국 국
다. 로스코는 언젠가 블랙이 레드를 삼킬 거라고 했다. 죽
기(마오주의?), 용암, 바다가재, 전갈, 내장, 불꽃, 죽은 야
음이 생을 삼키고 침묵이 말을 삼킬 거라는 의미일 것이다.
수파 화가들(마티스도 로스코처럼 색채 화가였다), 손목
프로이센을 점령한 나폴레옹 군이 자행한 학살현장을 그린
긋기(로스코는 죽음을 예견하기라도 한 듯 피로 그린 그
그림으로 프란시스코 고야의 검은 그림 시리즈가 있다. 로
림으로 별칭 되는 선혈처럼 붉은 그림을 그린 후 면도칼로
스코가 그린 블랙은 이런 이성이 마비된 시대를 상징할 수
동맥을 그어 자살했다), 싱크대에 흐르는 피, 사탄...내 예
도, 파스칼이 마주한 무한공간을 상징할 수도, 말이 끝나고
술은 추상적이지 않다. 그것은 살아서 숨 쉰다. 이게 형식
침묵이 시작되는 경계를 상징할 수도 있겠다.
주의자의 자기고백이며, 형식주의적인 그림에 대한 설명
이 모든 계기며 갈래들이 모여, 작가의 그림은 존재의 근원
일 수 있는가. 로스코의 그림은 추상이 아니었다. 삶의 응
에 대한 명상으로 이끈다. 그래서 실제로 일련의 다크 페인
축된 표현이었고, 생명주의(바이탈리즘)를 그린 것이었다.
팅으로 채플 곧 일종의 명상센터를 꾸몄다. 그곳에서 사람
비극적인 경험만이 예술의 유일한 원천이다. 나는 오로지
들은 저마다의 내면과 만날 수 있을 것이었다. 제임스 터렐
비극, 황홀경, 운명처럼 근본적인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역시 빛을 질료로 한 자신의 작업을 통해 명상의 계기를
것에 관심이 있을 뿐이라는 고백에서처럼 그의 그림은 인
마련해주고 있고, 실제로도 명상센터를 계획하고 있다. 로
간의 근본적인 감정을 색깔로 환원해놓은 것이며, 침묵하
스코의 다크 페인팅이 죽음과 대면하게 하고 죽음과 화해
는 색깔로 응축해놓은 것이다(침묵이야말로 가장 명확하
하게 하고 죽음을 넘어서게 한다면, 터렐의 빛 공간은 죽음
다). 근본적인? 말과 침묵은 같은 뿌리다. 말은 수많은 진
(혹은 삶 혹은 존재)이 승화되고 기화되는 어떤 계기를 열
실을 속이고 자극하고 상처 입히며 우리가 사는 이유를 설
어놓는다. 이처럼 명상은 어둠과 빛, 죽음과 삶을 싸안는,
명한다(재현적인 회화는 설명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그 자체 양가적인 측면을 내재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재현
결국 침묵(추상? 근본적인 색깔?)으로 끝나고, 바로 그처
회화에서 그림은 창을 의미했다. 그 창을 통해 현실의 닮
럼 말(설명)이 끝나는 지점에서 마임은 비로소 시작된다
은꼴인 유사현실을 제안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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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Havard Mural sketch) 1962
Untitled(Havard Mural sketch) 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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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는 자기내면을 향해 열린 또 다른 창(외경과는 비교되는
Mark Rothko(1903-1970)
내경?)을 그려놓고 있는 것이다. 로스코와 마찬가지로 색채화가인 마티스는 마치 안락의자 와도 같은 편안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면 로 스코의 그림 역시 편안한가? 자신이 그린 그림으로 명상센 터를 열었고, 죽음을 예견하는 그림을 남기고 자살을 한, 그리고 그렇게 이율배반이 부닥치는, 그런 작가의 그림 역 시 편안한가? 터렐의 빛 공간처럼 평화로운가? 최소한 고 요하고 승화시켜주는가? 혹 작가의 다크 페인팅은 모든 번 민을 빨아들이고, 죽음마저 흡입해 들이는, 그리고 마침내 말이 무색해지고 설명이 그 의미를 잃는, 침묵 속으로 사라
고충환 1961년 부산 생. 영남대학교 회화과와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학과를 졸업했
지게 하는, 그런 블랙홀(감정의 블랙홀?)과도 같은 것일지
다. 199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키치의 현상학 이후, 신세대미술
도 모른다. 뿌리 없는 말은 유목이다. 그리고 평생 뿌리 없
의 키치 읽기>로 등단했고, 2001년 성곡미술대상과 2006년 월간미술대상
는 말(리좀)에 천착했던 질 들뢰즈 역시 자살로서 유목을 실현했고 유목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므로 자살은 어쩜 죽 음마저 넘어서는 명상을 위한 또 다른 계기일지도 모르고, 작가의 다크 페인팅은 그 방증일지도 모를 일이다.
학술부문 장려상을 각각 수상했다. <재현의 재현전>(성곡미술관), <비평의 쟁점전>(포스코미술관), <조각의 허물 혹은 껍질전>(모란미술관), <드로잉 조각, 공중누각전>(소마미술관)을 기획했으며, 저서로 <무서운 깊이와 아름 다운 표면>(2006), 공저로 <비평으로 본 한국미술>(2001)이 있다. 현재 한 국미술평론가협회와 국제미술평론가협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arthan1@ 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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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EDGE : 안철흥의 문화 편들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What Can Be Done?
마크 로『21세기 자본』(토마 피케티, 글항아리) 『불평등 경제』(토마 피케티, 마로니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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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앤서니 앳킨슨, 글항아리)
지난해 경제학 분야에서 화제의 책은 단연 토마 피케티가 쓴 『21세기 자본』이었다. 700페이지가 넘는 난해한 경제 학 전문 서적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 자체가 화제였다. 베스 트셀러 중에서 완독한 사람이 가장 적은 책일 거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 책으로 토마 피케티는 일약 세계 최고의 경제학자로 떠올랐다. 찬사 못지않게 비판 또한 잇따랐다.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의 첫 페이지를 “사회적 차별은 오 직 공동의 유용성에 바탕을 둘 때만 가능하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 문장의 출처는 피케티가 밝혀 놓았듯 1789년 프랑스혁명 때 제정된 프랑스 인권선언이다. 인권선언 제 1조는 두 개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두 번째 문장이 이것이고, 첫 번째가 “사람들은 자유롭게 그리고 권리에서 평등하게 태어나며 또 그렇게 존속한다”라는 유명한 문장 이다. 한국어 번역본에서 ‘공동의 유용성’이라고 번역한 프 랑스어 원문은 l'utilitécommune이다. 이를 영어로는 보통 the common good으로 옮긴다. 익숙한 우리말로 바꾸자면 공공선公共善이다. 피케티가 이 문장을 화두처럼 맨 앞에 걸 어놓은 이유는 분명하다. 오늘날 자본주의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경제적 불평등은 공공선이라는 척도에서 용인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작금의 자본주의 질서는 인류의 공공선을 위해 재고되거나 고쳐져야 하지 않을까. 피케티 의 문제의식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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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과 프랑스 인권선언은 사촌지간
제는 가장 기본적인 관심사였다. 이는 철학적으로, 그리고
경제학에서 무슨 이데올로기 타령이냐고 의아해하는 독
역사적으로 경제학의 기본 관심사이기도 하다.
자들이 있을 수 있어서 미리 언급하자면, 경제학은 원래부 순수과학 콤플렉스에 빠진 경제학
지 않는 손’ 만큼이나 경제학의 기본 개념이다. 귤이 회수
피케티는 불평등의 문제를 환기시키기 위해 『21세기 자
를 건너니 탱자로 변했다는 고사처럼, 한국 대학에서 배우
본』의 서문에서 경제학의 역사를 프랑스혁명의 역사와 엮
는 경제학이 시카고학파의 자유주의 경제학 일색이다 보
은 뒤, 멜서스와 영, 리카르도와 마르크스 등 근대 경제학
니 이런 경제학의 기본 개념을 상기하는 게 생경하게 여겨
자들이 당대를 관찰하며 썼던 칼럼 내용을 줄줄이 인용한
질 뿐이다. 피케티는 경제학의 아버지가 수학이 아니라 철
다. 그는 이어 “18세기 말과 19세기 초 영국과 프랑스에서
학이었다는 사실을, 『21세기 자본』의 첫 문장에서 분명하
고전파 경제학이 태어났을 때 분배 문제는 이미 모든 분석
게 일깨운다. 피케티의 두껍고 난해한 책을 완독하지 못하
의 핵심에 있었다”라고 썼다.
고 서가에 꽂아둔 채로 지적 대리만족을 할 수밖에 없는
철학 담론을 품은 경제학, 그걸 클래식한 명칭으로 정치경
수많은 장삼이사들은 이 사실 하나만 기억해도 어디 가서
제학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런 경제학은 20세기 후반
한 마디 끼어들 말풍선 몇 개 쯤 건질 수 있을 것이다.
들어서면서 자취를 감추었다. 물론 그렇게 단언하는 건 어
경제학과 프랑스 인권선언은 사촌지간이다, 라고 말한다
폐가 있는 게 하이에크나 바베르크, 프리드먼 같은 경제학
면 비약이 아니라고 할 수 없겠지만, 전혀 틀린 말은 아니
자들은 정교한 자유주의 철학을 기반으로 자신의 경제학
다. 경제학과 프랑스 인권선언은 근대의 자연법 철학과 계
을 전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학과 통계학으로 무장한
몽주의라는 한 뿌리에서 갈라져 나왔다. 프랑스 인권선언
그 후배들은 자신의 작업에 ‘어설픈 담론’을 섞는 걸 프로
보다 한 세대 쯤 앞선 1754년 『인간 불평등 기원론』이라
답지 못하다고 여기거나 유치하다고 느끼는 듯해서 요즘
는 책이 출판됐다. 저자는 그 유명한 장 자크 루소. 원래 자
나오는 경제학 책들을 보면 세상잡사가 소거돼버린 무슨
연 상태에서는 인간의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았다. 불평등
순수과학책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많다. 그렇게
은 법률과 소유권이 생겨나고, 권력이 탄생하고, 사회제도
순수과학 콤플렉스에 빠진 경제학을 피케티의 베스트셀러
가 정비되면서부터 시작된 것인데, 불평등은 인류 발전 과
가 세상 속으로 다시 끄집어낸 것이다.
정에서 어느 정도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지만 이런 인위적
베스트셀러가 되기 위해서는 작품이 뛰어나야 하느냐, 작
인 불평등이 자연 불평등보다 크다면 용납할 수 없다. 이게
가가 유명해야 하느냐, 라는 질문은 늘 논쟁거리를 생산하
루소로 대표되는 근대 자연법 철학의 핵심 내용이다.
지만, 경제학에서 인간 불평등이란 고전적 주제가 다시금
자연법과 계몽주의가 당시 유럽 지식인 사회의 트렌드였
대중의 관심을 받은 건 피케티라는 슈퍼스타가 등장했기
지만, 관념적인 대륙 지식인들에 비해 섬나라 지식인들의
때문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최근에도 수많은 경제
사고방식은 조금 달랐다. 그중 가장 ‘유니크’한 작업을 한
학자가 소득분배나 불평등의 문제로 책을 썼고, 그중에는
이가 섬나라 중에서도 변두리에 속한 스코틀랜드 글래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쓴 『불평등의
고 대학에서 윤리철학을 강의하던 애덤 스미스였다. 스미
대가』라는 책도 있지만, 경제학 책이 일부 지식층을 벗어
스는 『국부의 원인과 본질에 관한 연구』(1776년)라는 책
나 대중적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21세기 자본』이 최소한
을 썼는데, 우리에게 『국부론』이란 제목으로 알려진 이 책
21세기 들어서는 처음이다. 피케티는 2004년에 똑같은 문
을 통해 경제학은 비로소 학문적 분가에 성공한다. 스미
제의식을 가지고 『불평등 경제』를 발표하면서 경제학계의
스가 책에서 언급한 내용은 요즘까지 경제학자뿐만 아니
신성으로 떠올랐는데, 한국 출판계에서는 (미국이 아닌)
라 보수 정치인이나 신문사 논설위원들이 노동자 파업이
유럽의 변방 논객 취급을 받았던지라 그만 묻혀버렸던 ‘흑
나 경제개혁의 민감한 이슈 등이 나올 때마다 교회에서 십
역사’가 있다. 다행히 이 책은 국내에서 『21세기 자본』 붐
계명 외듯 꺼내드는 것이므로 처음 들어본 사람이 별로 없
을 타고 2014년 뒤늦게 번역되었고, 지금 대형 서점에 가
을 것이다. 시장은 자기 통제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개인
면 두 책이 나란히 메인 좌대에 배치되어 있다. 이 책 또한
의 이기심은 시장의 가격조정 메커니즘을 통해 수요와 공
본격적으로 읽으려면 만만찮은 공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급의 균형을 맞추고 공공의 이익을 촉진하므로 정부가 섣
『21세기 자본』을 손에 쥐기 부담스럽거나 피케티가 제기
불리 개입하려 들지 말라는. 그런데 스미스가 누진세-나중
한 논점을 좀 더 명쾌하게 접하고 싶은 독자라면 『불평등
에 칼 마르크스에 의해 지지를 받았던-의 필요성을 언급
경제』부터 읽는 게 오히려 더 나을 수 있다.
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자연법 철학과 계몽주의
피케티가 보기에 끊임없이 자본을 축적하려는 ‘세습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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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 이데올로기의 자식이었다. 공공선이라는 관점은 ‘보이
의 세례를 온전히 받았던 애덤 스미스에게 인간 불평등 문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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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의 본질 속에 불평등의 원인이 이미 내재돼 있다. 피
What Is to Be Done?』가
케티는 100여년에 걸친 서구 주요 국가의 경제 통계를 분
두고 혁명가와 경제학자가 똑같은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석한 뒤 이런 결론을 이끌어 냈다. 이를 경제학적으로 설명
있다. 그만큼 21세기의 세계 경제가, 나아가 자본주의가 위
하자면 이렇다. 자본수익률(r)이 경제성장률(g)보다 커서
기에 빠져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연 경제학자들은 무엇을
(r>g) 소득불평등이 발생한다. 반대로 경제성장률이 자본
할 수 있을까.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한 세기를 사이에
수익률보다 컸던(r<g) 시기(1913~1970년대)에는 불평등 이 감소했는데, 이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각국 자본이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거나 각국 정부가 누진세와 자산세를 도입해 자본수익률을 낮췄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세습자본주의의 쇠바퀴는 브레이크 없이 파멸의 길로 돌진 해갔을 것이다. 따라서 누진세와 자산세를 통해 자본수익 률을 낮추고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만이 세습자본주의를 지 탱시킬 수 있는 해법이다. 이게 피케티 주장의 핵심이다(경 제학자가 전쟁을 해법으로 제시할 수는 없으니까). 경제학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피케티의 책은 찬사를 받은 만큼 비판 또한 엄청났다. 비판 에는 좌우가 따로 없었다. 우파의 비판은 사회주의적 해법 이라는 비난부터 통계 분석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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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자체의 치명적인 결함을 찾는 쪽까지 다양하다. 반면 일부 좌파는 피케티가 ‘계급관계’라는 자본주의 갈등구조 의 핵심을 놓치고 있으며, 따라서 누진세 해법 또한 중간계 급에게나 어필하는 이론이지 99%의 평등을 위한 이론은 아니라고 비판한다. 우파의 피케티 비판은 국내 경제 일간 지의 칼럼 몇 개만 들여다보면 감을 잡을 수 있다. 좌파의 비판을 더 상세하게 보고 싶은 분들은 ‘피케티가 말하지 않 았거나 말하지 못한 것들’이란 부제를 단 『왜 우리는 더 불 평등해지는가』(김공회 외, 바다출판사)를 읽어보실 것을 권한다. 『21세기 자본』이든 『불평등 경제』든 피케티가 쓴 책에 공 감하여 문제의식을 좀 더 발전시키고 싶은 분이 있다면 도 서 구매 목록에 앤서니 앳킨슨의 『불평등』을 올려두는 것 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이 책은 앳킨슨의 책으로는 국내에 서 처음 소개되는데, 아직 정식 출간 전이다. 인터넷 서점 에는 5월 발간 예정도서로 올라와 있다. 미국 아마존에도 5월 11일 발간 예정으로 나와 있는 걸 보면 한국과 미국에 서 동시에 발간되는 모양이다. 아직 읽지도 않은 책을 언 급하는 게 멋쩍기는 하지만, 앤서니 앳킨슨이 피케티와 소 득 분배에 관한 공동 연구를 진행한 경험이 있을뿐더러 번 역자가 『21세기 자본』의 번역자와 같다는 점에서 추천 도 서로 올려둔다. 앳킨슨은 자신의 책에 ‘무엇을 할 수 있는 가What Can Be Done?’라는 물음을 부제로 달았는데, 나는 이게 무척 상징적이라고 느꼈다. 20세기 초 러시아 혁명 전야 에 블라디미르 레닌이 발표했던 팸플릿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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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2015 건축 평단
건축평단 2015 봄호 발간
좋은 건축이란 무엇인가 3.21
텐이슈 토요집담회 #1
세월호 이후의 건축 임성훈 이경창 송종열 이종건 4.25
텐이슈 토요집담회 #2
건축가는 누구인가 임성훈 함성호 이종건 6.27
텐이슈 토요집담회 #4
5.30
텐이슈 토요집담회 #3
대토론회_ 젊은 건축가란 누구인가 6.5
건축평단 2015 여름호 발간
건축가는 누구인가 7.25
텐이슈 토요집담회 #5
렘 콜하스의 비판적 수용
건축작품의 판단
김인성 이장환
김영철 이종건 8.29
원전과 수용, 슈마르조와 뵐플린
임성훈 정만영
김영철 강혁
역사의 현재화와 현재의 역사화 이종우 김원식
wideAD0506_KimJun-Hyung-1.indd 1
12.5
9.5
건축평단 2015 가을호 발간
건축작품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
텐이슈 토요집담회 #6
실험적인 건축
10.31 텐이슈 토요집담회 #8
11.28 텐이슈 토요집담회 #9
건축평단 정기구독 문의_정예씨(JEONGYE publishing Company) 070-4067-8952 book. jeongye@gmail.com 텐이슈 토요집담회 참가 문의_정림건축문화재단 02-3210-4991 lee@ junglimfoundation.org 기획/주최_건축평단+정림 건축문화재단+토요건축강독+한양대 동아시아건축역사연구실
9.19
텐이슈 토요집담회 #7
동아시아 건축 한양대 동아시아건축 역사연구실
건축평단 2015 겨울호 발간
건축의 한국성 12.19 텐이슈 토요집담회 #10
전통의 해석과 고유성의 문제 송종열 이상헌
2015. 5. 7. 오후 6:09
제6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 공모 본지는 2010년 이래 꾸밈건축평론상과 공간건축평론신인상, 와이드AR 건축비평상 수상자들의 모임인 건축평론동우회와 손잡고 <와이드AR 건축비평상>을 제정하여 신진 비평가의 발굴을 모색해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 건축평단의 재구축은 물론 건축과 사회와 여타 장르를 연결하는 통로로서 건축비평의 가치를 공유하는 젊은 시각의 출현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역량 있는 새 얼굴들의 많은 관심과 응모를 바랍니다.
주최: 간향 미디어랩 & 커뮤니티
[당선작 발표]
주관: 와이드AR
2016년 1월 중 개별통보 및 <와이드AR>
후원: 건축평론동우회
2016년 1/2월호 지면 및 2016년 1월 초 네이버카페 <와이드AR> 게시판에 발표
공모요강 [시상내역]
[심사위원]
- 당선작: 1인
수상작 발표와 함께 공지 예정
- 기타(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당선작 외에도 가작을 선정 할 수 있음)
[시상식] 2016년 1월(예정)
[수상작 예우] - 당선작: 상장과 고료(100만원) 및 부상
[응모작 접수처]
- 가작: 상장과 부상
widear@naver.com
- 공통사항 1) <와이드AR> 필자로 우대하여, 집필 기회 제공
[기타 문의]
2) ‘건축평론동우회’의 회원 자격 부여
대표전화: 070-7715-1960
[응모편수]
[응모요령]
- 다음의 ‘주평론’과 ‘단평론’을 동시에 제출하여야 함.
1. 모든 응모작은 응모자 개인의 순수 창작물이어야 함.
주평론과 단평론의 내용은 아래 ‘응모요령’을 반드시 확인하고
기존 인쇄매체(잡지, 단행본 기타)에 발표된 원고도 응모
제출바람
가능함.(단, 본 건축비평상의 취지에 맞게 조정하여 응모 바람)
1) 주평론 1편(200자 원고지 50매 이상∼70매 사이 분량으로,
2. ‘주평론’의 내용은 작품론, 작가론을 위주로 다루어야 함
A4용지 출력 시 참고도판 등 이미지 포함하여 7매∼10매 사이
3. ‘단평론’의 내용은 건축과 도시의 전 영역에서 일어나는
분량)
시의성 있는 문화현상을 다루어야 함
2) 단평론 2편(상기 기준 적용한 20매 내외 분량으로, A4용지
4. 응모 시 이메일 제목 란에 “제6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
출력 시 3매 분량)
응모작”임을 표기할 것 5. 원고는 파일로 첨부하길 바라며 원고 말미에 성명, 주소,
[응모자격]
전화번호를 적을 것
내외국인, 학력, 성별, 연령 등 제한 없음
6. 원고 본문의 폰트 크기는 10폰트 사용 권장 7. 이메일 접수만 받음
[사용언어]
8. 응모작의 접수여부는 네이버카페 <와이드AR> 게시판에서
1) 한글 사용 원칙
확인할 수 있음
2) 내용 중 개념 혼동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괄호( ) 안에 한 자 혹은 원어를 표기하기 바람 [응모마감일] 2015년 11월 30일(월) 자정(기한 내 수시 접수)
“그의 연구들은 철저하게 공공적 가치를 우선으로 하는 것들이다. 프로젝트의 발주자들은 지자체로 대표되는 관(官)이었으나 그가 수행한 대개의 경우 발주처의 의도를 전문적으로 포장해주는 것과는 달랐다. 그에게 중요한 대상은 시장이나 군수가 아니었고, 그 지역의 주민과 문화였다. 강수미/김봉렬/김선정/김성우/김태형/박성진/변창흠/원흥재/ 이선철/이종우/전수환/장용순/정이삭/조명래 함께 지음 한국예술종합학교 도시건축연구소 기획 와이드AR 특별판 01호 | 15,000원 | 200쪽 | A4 변형 | 2015년 2월 21일 발행
때문에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가장 적절한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공동 연구를 행하면서,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합리적인 비전들을 무기로 시장과 군수를 설득하고 실무자들을 감동시켰다.” _서문에서
WIDE 건축영화공부방 -노매딕 스크리닝 3 2015년 <시즌4> 《WIDE건축영화공부방》이 노매딕 스크리닝으로 운영됩니다. 올해도 본지 독자 및 후원회원 여러분들의 변함없는 성원과 참여 기대하겠습니다. 참가를 원하시는 분은 아래 일정을 꼭 확인 바랍니다.
▣ 제20차 상영작: 인디아(India; Matri Bhumi)
-감독 로베르토 로셀리니
-제작 1959
-개관 로셀리니가 인도 여행 당시 수집한 여러 자료들 및 스스로 의 체험, 현지인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여 제작한 영화 로, 문명과 자연이 서로 조화되는 동시에 대결하기도 하는 인도에서의 삶의 여러 양상들을 우화적으로 그려내고 있 다. 특수한 사례들과 우화의 결합을 통해 어느 순간 세계 와 인간에 관한 통찰로 비약하는 로셀리니 영화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불가해하면서도 매혹적인 걸작.
▣ 일시
2015년 6월 8일(월) 7:00~10:30pm
▣ 장소
서인건축
(서울시 서초구 반포4동 107-24 서인빌딩)
지하 소강당
▣ 방장
강병국(간향클럽 자문위원, WIDE건축 대표)
● 참석 신청 예약 총원: 총 20인 내외로 제한함(선착순 마감 예정) ● 신 청 예약 방법: 네이버카페 <와이드AR> 게시판에 각 차수별 프로 그램 예고 후 선착순 접수 *참가비 없음
주최
간향 미디어랩&커뮤니티
주관
WIDE건축, 와이드AR
후원
서인건축
간향 클럽, 미디어랩&커뮤니티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우리는
우리는
건축가와 비평가 및 다방면 건축의 파트너들과 함께
격월간으로 발행하는 잡지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지방(locality), 지역(region), 청년
월례 저녁 강의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땅집사향)》
(youth), 진정성(authenticity), 실용성(practicality)”에
건축가들의 이슈가 있는 파티 《Architecture Bridge(ABCD파티)》
시선을 맞추고, “건축을 배우는 후배들에게 꿈을, 건축하는
《ICON Choice》
모든 이들에게 긍지를” 전하자는 목표 아래 건축한다는
건축역사이론비평의 연구자 및 예비 저자를 지원하는 《심원건축학술상》
것만으로 반갑고 행복한 세상을 짓는데 함께 힘을 보태겠습니다.
신예비평가의 출현을 응원하는 《와이드AR 건축비평상》 내일의 건축저널리스트를 양성하는 《간향저널리즘스쿨》
우리는
색깔 있는 건축도서 출판 《간향(間鄕)》 《AQ Insight Books》
건축계 안팎의 현안을 주시하며 이슈를 발굴-공론화하고,
국내외 건축과 도시를 찾아 떠나는 현장 저널 《WIDE 아키버스》
나아가 건축동네의 계층, 세대, 업역 간의 골 깊은 갈등
건축인을 위한 미술수업 《WIDE 건축유리조형워크숍》
구조를 중재하는 매개자 역할을 통해 우리 건축의 현재와 미래를
인간·시간·공간의 이슈를 영상으로 따라잡는 《WIDE 건축영화공부방》
견인하는 지렛대가 되고자 합니다. 그로써 이 땅에 필요한
어린이·청소년 건축학교 《AB스쿨》
건강한 건축 저널리즘을 구현함은 물론 건축과 대중 사회를
등의 연속된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또는 파트너들과 함께 수행하며
연결하는 미디어 커뮤니티가 되겠습니다.
우리 건축 문화의 켜를 기품 있게 다져 나가겠습니다.
간향 미디어랩 GANYANG Media Lab.
간향 커뮤니티 GANYANG Community
[와이드AR 발행실 publisher partners]
[고문단 advisory group]
발행인 겸 편집인 전진삼
명예고문 곽재환, 김정동, 박길룡, 우경국, 이상해, 임창복, 최동규
발행위원 김기중, 박민철, 박유진, 오섬훈
대표고문 임근배 고문 구영민, 김원식, 박승홍, 박철수, 이일훈, 이충기
[와이드AR 논설실 editorialist] 고문 이종건
[후원사 patrons]
논설위원 이주연
대표 김연흥, 박달영, 승효상, 이백화, 이태규, 장윤규, 최욱
[와이드AR 편집실 editorial camp]
[자문단 creative committee]
편집자문위원 김재경, 남수현, 박영채, 박인수, 박정현
자문위원 강병국, 공철, 김동원, 김석곤, 김영철, 김정후, 김종수, 김태만,
편집장 정귀원
김태일, 박성용, 박준호, 박창현, 손승희, 손장원, 신창훈, 안용대, 안철흥,
전속사진가 남궁선, 진효숙
이경창, 이정범, 임형남, 장정제, 전진성, 조남호, 조택연, 최춘웅
디자이너 노희영 banhana project 외래기자 공을채
[협력기관 program partnerships] 심원건축학술상 심사위원회 위원 김종헌, 박진호, 우동선, 함성호
[와이드AR 유통관리대행 distribution agency]
심원건축학술상 역대 수상자 박성형, 서정일, 이강민, 이연경
서점 심상호, 정광도서
심원문화사업회 사무장 신정환
직판 박상영, 삼우문화사 / 고재권, 고성도서유통 [계열사 project partner] [와이드AR 제작협력 production partners] 코디네이터 김기현, 시공문화사 spacetime 인쇄, 출력 및 제본 강영숙, 서울문화인쇄 종이공급 박희진, 신안지류유통
마실와이드 대표 김명규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약칭, 땅집사향) ‘건축가 초청 강의’(시즌4) 홀수 달은 선배 건축가들이 ‘Strong Architect’의 이름으로 짝수 달은 후배 건축가들이 ‘Power & Young Architect’의 이름으로 초대됩니다.
2015년 5월 | 제101차 Strong Architect 08 이야기손님 유걸(아이아크건축가들 대표 건축가) 일시 5월 13일(수) 7:30pm 장소 토즈 홍대점 H1 방 주제 건축의 일반해
2015년 6월 | 제102차 Power & Young Architect 08 이야기손님 김수영(숨비건축 대표 건축가) 일시 6월 17일(수) 7:30pm 장소 토즈 홍대점 H1 방 주제 constructing
|주관: 와이드AR |주최: 그림건축, 간향클럽 |후원: 금성건축 *<땅집사향>의 지난 기록과 행사참여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카페
|협찬: 시공문화사 spacetime
(카페명: 와이드AR, 카페주소: http://cafe.naver.com/aqlab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의: 02-2231-3370, 02-2235-1960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통권 45호, 2015년 5-6월호, 격월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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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15일 발행, ISSN 1976-7412
● 온라인 서점
2008년 1월 2일 창간 등록, 2008년 1월 15일 창간호(통권 1호) 발행
예스24
2011년 1월 19일 변경 등록, 마포 마-00047호
인터파크 알라딘 11번가
ⓦ 발행인 겸 편집인 전진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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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육사(인천 구월동, 032-472-8383)
고민해 드립니다.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45 201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