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저널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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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inawa Journal vol.46

원루트의 오키나와 생활기


雜스러운 생각들 BY ONEROOT @ OKINAWA 생각, 그리고 산책

“지금 난 뭐하는 거지?” 라고 시간 을 소비할 때가 너무 많다. – oneroot kim

벤또 하나 사서 먹고 먹고 나니 소화가 안 된다. 그래서 주변을 산책을 하는데 땀만 난다. “지금 난 뭐하는 거지?”


아직도 와이프는 “번개”에 익숙하지 않다.

학사 장교로 군에서 소대장으로 복무를 할 때 짜

술 한잔 할 일을 급조해서 만들어 자리를 갖는 그

증이 많이 났던 것 중 하나가 ‘번개통신’이란 것이

런 것을 뜻한다. 오키나와도 꽤 많은 한국사람들

다. 부대 안이건 밖이건 퇴근 후에 부대 상황실에

이 거주를 하고 있다. 그 가운데 오키나와시를 중

서 임의로 연락을 걸어 연락을 받고 현재 위치를

심으로 몇 분 지인들이 있어 자주 술 자리를 갖곤

통보하거나 30분 내로 부대로 직접 달려가 상황실

하는데 어느날 일찍 퇴근해서 아이들을 씻기고 있

에 보고를 하는 것으로 외출을 해서 술 한잔 맛있

는데 연락이 온다. “어디?” “네 집인데요” “밥 안

게 먹고 있거나 영화 한편 보고자 위수지역을 조

먹었으면 빨리 나오지” “어디신데요?” “다카하라

금 이탈해서 달콤한 자유의 시간을 즐길 때 갑작

아지지만” “네 바로 갈께요” 아마도 이런 전화 내

스레 걸려오는 요 녀석은 정말 싫었다. 그런데 지

용을 들은 와이프는 눈치를 챘을 것이다. 어디 또

금 그 번개통신 만큼 번개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

술 한잔 하러 나가는 구나....일본 사람들이 한국

다. 바로 와이프다. 물론 이 번개는 ‘한국 스타일로

사람들과 사귀면서 가장 이해를 할 수 없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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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하나가 바로 이 술자리 급조(急造) 문화다. 미리

여해 주고 있지만 여러 모로 불편한 덕에 이사를

며칠 전에 약속을 잡고 만나는 것이 기본적인 에

검토하고 있다. 뭐 술 먹을려고 이사를 해?라고 생

티켓이겠지만 어디 그게 마음대로 되나. 오히려

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사무실이 오키나와에 위치

미리 약속하고 만나는 것 보다 급조 되어 만들어

를 하고 있기에 일을 하기에도 편리하고 실제 생

지는 술자리가 더 많다. 물론 술이 좋아서 보다는

활용품을 구입하거나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고자

술자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좋아서 번개의 회수

찾는 곳들이 전부 오키나와시 근처나 오키나와시

가 많아지는 것이겠지만 술 한잔의 마음은 컬투의

에 위치를 하고 있어 여러가지 효율성을 따져 봤

미친소와 같이 “그때 그때 다른” 기분에 좌우 되기

을 때 이사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물론 지금

에 사실 번개 모임이 어울린다. 와이프를 만나고

살고 있는 곳보다 임대비용이 늘어나는 것이 사실

결혼한 지가 13년이 지났는데 아직 와이프는 이런

이지만 그 임대비용은 대리비가 줄어든다는 상쇄

한국사람들의 번개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 뭐

작용이라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이 번개에 맞

그려려니~ 하겠지만 번개 통신을 받고 현관 문을

추기 위한 거주 공간의 이동을 정말 곰곰이 생각

나서는 나로서는 뒷통수가 많이 따가움을 느끼면

해 보고 있다. 그나저나 번개 한번 해야 되는데...

서 재빨리 현관 문을 닫아 버린다. (사실 아직도 와 이프님의 눈치를 많이 본다) 그래도 나는 행복하 다. 와이프가 그런 문화를 잘 이해는 못하지만 그 런 문화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내가 한국사람 이란 것을 잊어버리지 않는 한 그냥 참아주기 때문에 나는 그나마 행복하다. 작년 부터 이상한 딜레마 에 빠졌다. 바로 이 번개를 위해서는 적지 않은 술 값과 대리 비용이 발생한다. 술 값이야 즐거운 자 리에서 내가 마신 것에 대한 정당한 지불이 될 수 있겠지만 왠지 대리를 불러 집으로 가는 그 대리 비는 너무나 아까운 생각이 든다. 오키나와시에 살고 있는 지인들과 모임을 자주 갖는데 나는 우 루마시에 살고 있다. 거리로 따지면 8킬로에서 10킬로 떨어진 곳으로 시간 상으로는 차로 15분 에서 20분 거리이다. 얼마전 부터는 그런 대리비 의 발생이라는 불리함을 앉고 있는 나에게 같이

“번개”를 자주 사용하는 오키나와시 한인들

술 한잔을 하는 지인들은 술값 할인?의 혜택을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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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바로 밑에 층에서 하루 종일 도너츠를 만들 고 있으니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달콤함 냄새가 올 라와 따사로운 햇살과 섞 여 나에게 최면술을 건다.

오키나와시에 “THEATER DONUT”라고 하는 독특한 장소가 생겼 다.카페와 소극장을 같이 운영하며 카페에서는 도너츠를 소극장에서 는 오키나와현에서 로케를 한 영화들을 상영한다. 4월18일에 오픈을 해서 아직 시작 단계지만 새로운 컨셉의 카페?영화관? 이다. 장소: 오키나와시 고야 버스정류장 앞 KOZA GATE APARTMENT 2F 입장료: 1080엔, 070-5401-1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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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매일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는 것 같다. 그것도 로손이라고 하는 편

매일 반복이 되면서 익숙

의점에서 파는 마치(마을) 카페 커피. 100엔 짜리 커피 지만 향이 좋고

해져 버린 삶이 있을 수록

맛이 있다. 일본의 편의점을 이용하거나 마트에서 계산을 할 때 지나치게

편리함을 알게 되지만 그

친절해서 오히려 귀찮을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이 100엔 커피를 마시기

럴 수록 점점 게을러 지는

위해 “브랜드 커피 주세요” 라고 하면 점원은 “사이즈는?” “뜨거운 거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차가운 거?” “설탕이랑 밀크는?” 거기에 대해 원하는 것을 대답을 하면 “포인트 카드는?” “영수증은 필요?” 등 너무나 많은 의문이 날라 오기에 요즘에는 아에 시킬 때 “브란도 코-히-홋또데 에스 히토쯔 브락크데 오 네가이시마스” (브랜드 커피 뜨거운 거 s사이즈 블랙으로 주세요) 라며, 포인트 카드를 내밀며 전자머니가 충전되어 있는 녀석을 띡 내려놓는다. 오늘도 길 건너 로손 편의점으로 달려가 커피 한잔 마시며 오키나와의 일 상을 만들어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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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에 오는 사람들을 보면 엄마와 딸, 아이들과 부모, 노부모와 자식들, 커 플, 신혼커플, 여자친구와 여자친구, 남자와 남자, 그 리고 홀로 여행 등 다양한 형태의 관광객들이 오는 것을 보면 오키나와는 볼

요즘 팟케스트를 많이 이용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듣는데 “오키나

거리와 먹거리가 참 많은

와”라고 검색하니 나온 몇가지 팟케스트 가운데 “누구나 첫 여행” 이라

것 같다. -팟케스트에서

는 팟케스트의 “오키나와 자동차여행”이라는 작년 9월의 내용을 들어봤 다. 자신의 오키나와에 갔다 온 이야기를 하면서 20여분에 걸쳐 감상을 이야기를 하는데 결론은 “오키나와 여행 참 좋았다”이지만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감상평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오키나와 여행은 “갔다가 와서 거기 참 좋았다 또 가고 싶다”는 여운을 남기게 만드는 곳이라는 내용이 다. 뜨거운 여름 자동차를 빌려 해안가 도로를 달리면서 드라마에서도 소 개가 된 만좌모나 츄라우미 수족관 같은 곳을 가 기도 하고 코우리섬대교

팟빵 “누구나 첫 여행”

를 지나면서 플라잉 낚시를 하는 중년 부부의 웃음이 잊혀지지 않는다 거 나 오리온 맥주 한잔 마시면서 즐기는 여유, 그리고 지금 까지 많은 아쿠 아리움을 가 봤지만 역시 츄라우미 수족관이 최고였다는 내용 등을 간략 히 소개하면서 두시간 거리에 저렴한 항공권에 국제면허증으로 렌터카 로의 여행의 매력이 있는 오키나와는 참 좋았던 것 같다며 추천을 하며 마친다. “여운이 남는 곳” “좋은 곳” 오키나와가 매력적이긴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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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줄을 서서 사용해야 할 정도로 소중했던 공간이었는데 지금은 이 공중전화 박스만 보면 왠지 외로워 보인다. 가끔 사용 하는 사람을 보긴 하지만 그 옛날 삐삐로 8282 라는 숫자라도 뜨게 되면 음성메세지 확인 이나 연락을 하기 위해 그렇게도 찾았던 녀석의 존재가 잊혀져 가고 있다 는 것이 세월의 변화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다. 갑자기 공중전화 하니 가 홍콩 영화 “영웅본색2”에서 장국영이 와이프에게 전화하며 죽어가는 장면이 떠오르네....아 슬퍼. 영웅본색2 장국영 죽는장면 유투브주소


배보다는 가격이 더 부른 회전초밥

오키나와에 와서 정말 회전초밥을 거의 안 먹다가

담아 배달해 오며 알람이 울리는 것이다. 주문한

작년부터 가족과 같이 가끔 아주 가끔 이용을 하

접시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버튼을 누르면 다시 그

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와이프가 먹고 싶은 런치

신칸센은 돌아간다. 아이들은 그게 재미있는지 관

가 있다고 해서 회전초밥을 찾았다. 우루마시 구

심을 갖고 주문을 해 보지만 결국 그게 부모들의

시카와에 시티 플라자라고 하는 작은 쇼핑상가가

지갑에서 돈이 나오게 하는 수단 중 하나라는 것.

있는데 그곳 2층에 회전초밥 체인점인 엔라크(円

가장 저렴한 접시가 108엔 정도 하고 그 위로는

楽)라는 곳이 있다. TV광고에서 신칸센이 달려간

종류에 따라서 비싸긴 하지만 가족이 보통 먹고

다는 광고가 있는데 이는 주문을 할 때 터치 단말 기에 자신이 원하는 초밥 종류를 선택해서 주문을 누르면 일정시간이 지나 앉아 있는 테이블에 신칸 센 (이날은 레이스카였다)이 주문한 초밥을 접시에

나오면 3천엔 이상은 나오게 된다. 초밥이란 것이 별로 배가 부르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데 비해 계 산서에 적혀 있는 금액은 나로 하여금 억지로 배 가 부르다는 착각을 갖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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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에 내려 놓은 접시의 색깔 별로 구분해서 쌓아 놓고 접시 색에 따라 각기 다른 가격 을 직접 계산을 해가면서 먹는 사람이 있겠지. 난 개인적으로 회전초밥 보다는 동네 슈퍼 인 카네히데에서 이쁘게 담아 저렴하게 파는 벤또 초밥이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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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잊어버렸지만 어렸을 때 책가방 매고 학교를 가고 오는 길에 이 꽃의 꽃 잎을 떼서 쪽쪽 참 잘도 빨아 먹곤 했는 데.....아이들과 공원을 찾아 놀다가 잠 시 음료수를 마시기 위해 앉은 벤치 주 위에 꽃이 있길래 모처럼 잎을 뽑아 빨 아 먹으니 아직도 달콤하다.

* 검색해 보니 꿀풀과의 사루비아 또는 샐비아라 고 불리는 꽃이 란다.


요나시로 공원의 벤치 중 하나. 이곳 벤치 는 사람이 앉기 위한 벤치가 아니라 하나 의 작품 같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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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팟케스트를 요즘 자주 듣는데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 들

한시간 반 정도를 걷다 보

으면서 동네를 한바퀴 도는 그 시간은 정말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수확

면 한적한 풍경과 아름다

을 한 뒤 다시금 자라난 키 작은 사탕수수 밭 사이를 지나 청명절이라는

운 바다가 산책이 아니라

중국에서 전해진 절기에 맞게 청명한 하늘은 뜨거운 햇살과 너무나 잘 어

작은 여행이란 느낌을 갖

울린다. 카츠렌 지역에서 야케나 지역으로 넘어가는 언덕길은 해중도로

게 해 준다.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여 더욱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준다. 해중도로의 빨간 헨자대교로 이어진 도로가 바다를 갈라 놓은 듯한 풍경, 그리고 양 옆의 아름다운 비취색 바다. 그 바다를 내려보면서 내려오면 테루마라고 하는 지역의 바다와 마주치게 된다. 바다를 왼편에 끼고 야케나지역까지 돌고 나면 킹 타코스가 나와 타코스를 사기 위해 줄을 선 관광객들을 보 게 된다. 여기서 부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오르막길. 뜨거운 햇살을 마 주보고 걸으니 정말 힘들다. 살이 타들어 가는 듯한 그런 더위는 아직 아 니지만 땀이 많이 나게 하고 다리고 아프게 하지만 어제 마신 술을 땀으 로 배출하면서 왠지 기분은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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