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루트의 오키나와 생활기 OKINAWA JOURNAL 47
雜스러운 생각들
雜念
고기가 땡기던 날 며칠 전부터 고기가 너무 먹고 싶어져 마침 일본의 쇼와의날이라고 하는 공휴일이기도 해서 가족들 과 같이 야키니쿠를 먹기 위해 나섰는데 이동하는 길에 둘째에게 뭐 먹고 싶어라고 묻자 면이 먹고 싶다고 해서 그 한마디에 아키니쿠에서 소바로 급전환. 근처 소바집으로 향해 결국 고기가 듬뿍 올 려져 있는 스페셜 소바를 주문했다. 삼겹살과 부드러운 갈비살 그리고 좋아하는 족발이 올려져 있 는 소바라서 마음에 들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국물이 아니라서 그다지 만족은 하지 못했지만 맛있게 먹는 둘째의 모습을 보니 그냥 배가 불렀다. 오키나와에서 고기를 먹으려면 어디를 가야 하나 고민 이 들 때가 있다. 미군의 통치를 받아 미국문화의 영향으로 어디를 가도 스테이크를 파는 곳이 많이 1
있는 오키나와. 그리고 야키니쿠란 이름으로 곳곳에서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고기집들이 많이 있고 심지어 아름다운 바다를 보면서 가족과 친구들과 비치 파티를 하며 바바큐를 즐기며 먹을 수 있는 고기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선택지에도 불구하고 태어난지 1년도 안 된 아이가 있다면 어디를 가도 불편할 것은 당연한 사실. 이날도 고기가 먹고 싶어 차를 타고 출발은 했지만 선뜻 다 베호다이(시간제로 먹는 고기부페?)를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아무래도 막내의 영향이 컸던 것 이 사실이다. 소바를 먹고 근처 슈퍼에서 쇼핑을 하면서 나에 눈에 들어왔던 것은 고기 코너의 먹음 직스러운 녀석들이었지만 바로 배불리 소바 위에 얹어진 고기를 먹고 난 뒤라 크게 사야 되겠다는 욕심은 들지 않았던 것 같다. 29일이라 일본어로 이(2)와 구(9)를 니, 쿠라고 읽는 일본어 발음에서 딴 니쿠의 날 (肉の日;고기의 날)이라는 마케팅이 재미가 있기도 한 이날 참 고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고기와 더불어서 먹는 것에 한해 요즘 머리 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 김치이다. 한국의 매콤하고 시큼한 김치가 먹고 싶어서 그나마 한국 맛이랑 비슷한 김치를 마트에서 먹고 있지만 그 런 것 보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고 하얀 쌀밥에 올려 먹기만 해도 맛있는 그런 배추 김치가 너무나 먹고 싶어 지난 번처럼 도쿄에서 주문을 해서 먹을까 고민을 해 보았지만 한편으로 냉장고 한 가득 풍기는 김치 냄새가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있어 참고 있다. 와이프도 김치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도 쿄에서 주문을 한다면 배송비를 아끼기 위해 일정량을 주문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보관을 하기 위해 냉장고에 담아 두게 되는데 그 김치 냄새가 유난히 심해 한국 사람인 나 조차도 맡기가 싫을 정도이다. 별도의 김치냉장고를 사야 하나 라면서 오키나와에서 중고 거래로 유명한 타카라지마라 고 하는 사이트를 검색해 김치 전용으로 사용할 중고 냉장고를 살펴 볼 정도로 요즘 김치가 땡긴다. 먹을 거에 대해 집착이 별로 없는 나인데 요즘 특히 고기와 김치가 땡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 먹 는 이야기를 하니 갑자기 배고프다.
오키나와 아와세 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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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한 배려, 작은 것이지만 이런 배려 하나가 손님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것일 수도 있다.
한국사람들이 오키나와의 식당을 가서 인상 깊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아이들이 앉을 수 있도록 제공하는 작은 의자이다. 아이들 에게는 조금 높은 테이블에 아이들을 배려해서 제공하는 작은 의자 로 왠만한 식당에는 비치가 되어 있고 아이들을 데리고 간 부모들 은 당연하듯이 사용을 하고 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아이들 을 배려하는 작은 의자 하나가 세심한 배려로 마음을 따뜻하게 만 들어 주기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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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하루를 같이 시작하는 녀 석. 첫 소풍이라고 들 떠있는 녀석 을 유치원에 데려다 주면서 오늘도 화이팅 해본다. 신나게 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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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그렇게 기다리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지나가는 차들을 보는 것이 좋은 건지 매일 아침마다 똑같은 자리 에 앉아서 차도를 바 라보는 사람이 있다.
차를 타고 오키나와시의 뮤직타운 고야 사거리에서 파크 에비뉴 쪽으 로 이동을 하면 파크 에비뉴 입구에 조금 못 미쳐 늘 똑같은 자리에 앉 아서 차도를 무섭게 바라보는 아저씨가 있다. 처음에는 그 인상이 너무 나 무서워서 내가 뭘 잘 못 보거나 못 볼 것을 봤나 라고 무서웠는데 매 일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옷으로 차도를 바라보는 그 모습이 반복이 되니 무슨 사연이 있거나 무슨 문제가 있어 이리도 똑같이 하루를 시작 할까 라는 의문도 든다. 그렇다 보니 이제는 그 아저씨가 안 보이면 이 상할 것 같다. 역시 환경은 사람을 익숙하게 만들고 사람은 그 익숙해진 환경에 대한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5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기지의 70% 이상이 오키나와에 있고, 면적의 20% 이상이 미군기지가 자리잡고 있는 이 곳 오키나와에서 미군들이 주둔하면서 좋은 점 중 한가지는 한국계 미군들이 있고 그들을 통해 군 부대 PX에서 맛있는 고기와 술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 오키나와에 살면서 부인할 수 없는 좋은 점 중 하나. 홍장교, 집에 술 떨어졌다 얼른 사줘~잉.
오키나와의 미군기지 이전문제는 일본 정부와 미국정부 사이에 오키나와 지사 가 바위에 계란치기식 싸움을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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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그런 집들 사이를 걸으며 디지털에 찌든 나를 잠시 아날로그 하게 만들어 본다.
점심시간에 사무실 주변을 산책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오키나와에서는 차를 타고 다닐 일이 많 다 보니 걸을 일이 정말 적은데 그나마 이런 산책 시간을 통해 내가 걸을 수 있다는 것을 안 까먹게 해 줘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만큼 오키나와에서는 정말 안 걷게 된다. 사무실이 있는 이치방가이 입 구에서 부터 상점가에서 웃음을 띄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할아버지들과 할머니들 그리고 점심식 사를 즐기는 오피스 레이디들을 지나 오키나와시 코자의 옛모습을 간직한 골목길로 접어들면 옛날 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집들이 나온다. 세월이 흐르면서 수리고 하고 페인트도 새로 칠하고 모습 은 변했겠지만 케데나 기지 게이트2와 가까워 미군들과 함께 생활해 왔을 공간에서의 멋드러짐은 그대로 남아 있다. 골목을 걷다보면 옛날의 다양한 간판들을 볼 수 있다. 시멘트 건물 위에 “캘리포 니아” “해피”등 식상한 영어 이름들이 보이기도 하고 지금에 맞게 새로 미군들을 위해 지어진 넓고 넓은 맨션들이 깔끔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골목을 나오면 커다란 거북이 등 모양의 오키나와 무덤 이 나오고 그 무덤 바로 옆에는 사람이 살고 있는 일반 주택들이 붙어 있다. 카데나 미군기지 게이 트2가 있어 게이트 거리라고 불리는 옛 공항거리는 좌우로 인도사람들이 수제 양복점과 티셔츠와 옷가지들을 파는 가게들과 일본의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 그리고 얼마전에 오픈한 레게파마의 흑인 이 머리를 깎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이발소 그리고 미군들을 대상으로 하는 클럽들이 나온다. 즐겨찾 는 라이브 하우스도 보이고 대부분 낮에는 운영을 안 해 셔터가 내려진 가게들이 많지만 길 가에 심 어 놓은 하이비스커스와 각종 꽃들이 회색 빛 가득한 건물들과 이색적인 간판들과 어우러져 오키나 와시만의 독특한 모습을 다가온다.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의 산책이지만 이 산책이 그냥 좋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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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5일 어린 이 날, 이날은 일본에 서도 어린이 날이고,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 린 지 8년째 되는 날이 며, 아들 시유가 태어 난 지 6년이 되는 날이 다. 한 날 경사가 너무 겹쳤다. ^^
일본에서 긴 연휴로는 신년과 여름의 오봉, 그리고 메이데이 5월1일부 터 시작되는 골든위크를 들 수 있다. 특히 올 해 골든 위크는 4월29일 쇼와의 날 공휴일부터 쉬는 사람들에게는 무려 일주일을 쉴 수 있다. 이 때 오키나와의 관광지는 어디를 가도 사람들로 가득 차고 심지어 고속 도로도 막힌다. 그리고 호텔 비용이 평소 가격에 비해 몇 배로 오르지만 그래도 방을 구하기가 힘들다. 이럴 때는 그냥 집에서 가만히 있는 게 좋지만 나로서는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이유가 있어 더 고민이다. 5월 5 일 어린이날이 결혼기념일이고, 아들 시유가 태어난 날이다. 참 대단한 인연이다. 그나저나 선물은 우짜지!! 9
콧물과 기침으로 하루 종일 콧물을 닦고 기침을 하고 힘들었는지 집에 와서 약을 먹고 바로 잤다. 자고 일어나니 왜 이리 날씨가 좋은지. 약 기운에 잠은 잘 잤지만 좋은 날씨를 보니 골든위크의 첫 날인데 왠지 아이들과 놀아줘야 할 것 같다. 베란다에서 비누방울 놀이라도 할까 해서 딸을 데리고 집에서 가까운 오키나와의 마트 산에이로 달려가 100엔샾에서 비누방울을 사서 집에 가려는데 아 무래도 이 날씨면 바다가 보이는 곳에 가서 비누방울 놀이를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딸아이와 같 이 우루마시 오타에서 야케나를 가는 해안도로 사이에 있는 테루마 비치로 드라이브를 떠난다. 자 동차 앞 유리에 붙어 있는 한국에서 산 방향제 도매뱀이 왠지 어울리는 화창한 날씨에 차 창문을 통 해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딸 아이의 머리를 휘날려주고, 나와 딸 아이는 함박 웃음으로 테루마 비 치에 도착을 해 계단에 앉아 비누방울 놀이를 한다. 역시 이런 맛이 있어 오키나와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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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도 어김없이 오키나와 최대 락 페스티벌 “PEACEFUL LOVE ROCK FESTIVAL”이 7월11일과 12일 이틀간 열린다. 1983년부터 시작해 올 해로 33번째를 맏는 오키나와의 피스풀 러브 락페스티벌, 한국에서는 이번에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라 참가를 한다. 제작년에 홍대의 잔다리 페스티벌에 가서 멋진 라이브를 본 기억이 있는데 올 여 름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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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FUL LOVE ROCK FESTIVAL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