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ianwa journal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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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INAWA 旧盆(kyubon)

한국은 음력으로 8월15일에 민족 대명절이라고 하는 추석을 보내지만 오키나와에는 비슷한 풍습으로 한달 빠르게 음력 7

오키나와는 음력 7월13일에서 15일 사

월15일을 규봉이라고 해서 지내고 있다. 7월13일을 운케라고

이를 규봉이라고 해서 우리나라 추석보

해서 조상신들이 찾아오는 날이고 이날은 조상신들을 모시기

다 한달 전이지만 비슷한 풍습이 있다.

위한 에이사라고 하는 전통예능이 지역마다 펼쳐진다. 15일에 는 우쿠이라고 해서 조상신이 돌아가는 날로 가족들이 집안의 불단이 모셔진 곳에 모여 오세이보라고 하는 선물을 봉납하고 우또또라는 기도를 한 뒤 우치카비라고 하는 돈을 태우고 향 을 피웠던 재를 집 문 밖으로 들고 가서 조상신을 배웅한다. 1


그나마 나는 장모님의 본가와 장인어른의 본가 두 곳만 가면 되지만 대부분 본인 쪽과 와이프쪽 두집의 어르신 들의 본가를 모두 챙기면서 돌아다니는 것도 꽤 정성과 시간이 드는 일인 것 같다. 일년에 한번 정도 왕래가 있는 친척들과 한 자리에 있는 것도 서먹서먹하기도 하고 가는 곳마다 맥주와 나카미지루라고 하는 내장국(오키나와 의 명절음식)을 먹어야 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이전에는 말도 안 통해서 힘들었는데 지금은 오 히려 할아버지들이랑 오키나와 전통을 이야기하면서 술 한잔 하기도 한다. 우리네 풍습이랑 너무나도 닮은 오키 나와의 명절.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하는 절기를 통해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니 친척 사촌들이 내려오기를 기다리던 시골에 살던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2


아이들과의 시간

지난 주 유리가 한살이 되더니 갑자기 부쩍 커 버린 듯 안 하던 행동들을 많이 하기 시작했다. 요 며칠 걷는 것에 재미가 들렸는지 거의 뛰는 듯 균형을 맞춰 걸어 다니고 자기가 원하는 옷을 입고 싶으며 자기 옷 서랍으로 가서 원하는 옷을 꺼 내서 입는 시늉을 한다. 오빠와 언니가 칫솔질을 하면 자기도 하고 싶다고 자기 칫솔을 가지로 세면대로 가고 밥을 먹으러 식탁에 앉으면 자기도 앉고 싶어서 의자를 올라가려 한다. 한 살 이전과 한 살 이후가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그 동안 내가 까먹고 있었던 건지….. 최근에 퇴근을 조금 일찍 해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 간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집에 일찍 가면 아이들과 동네 한 바퀴 산책을 하곤 하는데 태풍이 지나간 뒤 습 도가 높아서 그런지 더워서 아이들이 먼저 집에 돌아가자고 한다. 이제 9월 1일이면 시유는 유치원이 개학을 하 고 난 또 다시 녀석을 데려다 주며 하루의 시작을 함께 해야 한다. 여름 방학도 참 빨리도 지나간다. 개학 덕분에 와이프는 조금 한숨을 돌리는 것 같은 눈치다. 오키나와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왠지 지침의 연속이지 만 그만큼 삶을 만들어 가는 역사 속에 행복하다 느끼지 않는다면 나만 손해이다. 고로 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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