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inawa journal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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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Jun 2015 Okinawa Journal vol 53

원루트의 오키나와 생활기

아이들과 바닷가 산책. 아이들 의 관심은 바다보다는 시원한 카키코오리 (빙수).

달라진 출근길 풍경. 해안도 로를 달리면서 상쾌한 기분으 로 시작되는 일상.

오키나와 속의 한국 그리고 한 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열렸다.

오키나와의 골목길을 산책은 아날로그 빈티지의 멋진 풍경 으로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골목길 투어!! 처음 가본 길인데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빈티지 느낌 가득 한 오키나와의 골목길 풍경. 날이 더워도 점심을 먹고 소화를 시킬 겸 산책을 하곤 하는데 가끔 한번도 들어가 보지 않은 골목길을 걸어 볼 때가 있다. 오 키나와시 게이트 거리 안쪽의 우에치 (또는 나카노마치) 라고 하는 지역이나 파크 에비뉴에서 코자사거리로 내려가는 길의 카마라, 마타요시, 고에쿠 등 지역에는 아직도 기와집 또는 시 멘트기와로 만들어진 지붕에 나무로 만들어진 집들이 많이 남 아 있는데 회색 빛 가득한 골목길에서 가끔 만나는 하얀색과 붉 은색이 어울어진 지붕 (지금은 오키나와 전통주택의 기본 색)이 나와 파란 하늘과 어울어져 기분을 좋게 만들기도 한다. 대문이 없고 양쪽 벽에 오키나와의 수호신이라 할 수 있는 시-사 두마 리가 올려져 있거나 지붕위에 앉아서 바라보고 있는 모습 또한 오키나와만의 독특한 풍경. 날이 더워서 그런지 낮에는 워낙 걸 어다니는 사람들이 없는지라 내가 이렇게 걸어다니면 저 넘은 뭐지 하는 눈초리로 집 안에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왠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어린시절 풍경을 보는 듯한 모습에 뜨거 운 태양빛 아래서도 마음만은 상쾌해 진다. 일본사람들은 나무 를 덧붙여 만든 집들을 또땅야라고 부르는데 아슬 아슬 태풍을 잘 견뎌 왔을 것 같은 세월이 느껴지는 또땅야부터 예술 작품 처럼 원색을 사용해서 페인트칠을 해 새롭게 느껴지는 또땅야, 아에 사람이 안살고 관리가 안되 잡풀들이 가득한 폐가의 또땅 야 까지 다양한 모습을 골목길은 선사를 해준다. 언젠가 이런 오키나와 냄새 풀풀 나는 집을 빌려 백패커들과 오리온 맥주 마 셔가며 산신 튕겨가며 띵가 띵가 하는 꿈을 꾸고 있는 나로서는 집들 하나 하나가 참고가 되어 준다. 오키나와 집들의 특징 중 하나는 불단이란 것이 있어 조상들의 위패를 모시고 매일 차나 술 그리고 과일 등을 불단에 올려 제를 지내는 것이 있다. 이 불 단이 있기에 사람이 안살아도 다른 사람에게 집을 팔거나 임대 를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불단을 옮기면 조상신이 못찾아서 올까봐 란다. 일상의 작은 소재이지만 볼거리 알거리 가 많은 오키나와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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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y to work ! 4월부터 나의 출근하는 루트 가 바뀌었다. 유치원에 들어간 아들 시유를 먼저 유치원에 데 려다 주고 해중도로 입구에서 해안길을 통해 오키나와시로 이동하는 것이다. 조금은 돌아 가는 길이지만 그래도 아침에 달리는 해안도로의 풍경도 꽤 괜찮게 다가온다. 늘 아침이면 빨리 빨리가 입에 붙 게 된다. 일어나기는 나보다도 먼 저 일어나는 녀석이 꼭 TV를 보

면서 아침 식사를 느릿 느릿하고 식사를 하고 또다시 뭔가에 빠져 있다가 양치를 하고 옷을 갈아입 고 그 사이 사이 시간대를 서두르 지 않는 녀석에게 늘 나는 빨리 빨 리 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모든 준 비가 끝나고 제비꽃반의 하늘색 모자를 눌러쓰고 와이프와 유나, 유리에게 인사를 한 뒤 차에 올라 타서 유치원으로 향한다. 집에서 유치원까지 차로 10분도 안 걸리 지만 이 짦은 시간에 아들 녀석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왠지 남자들 끼리의 대화인 것 같아 왠지 설레

이기도 한다. 사실 오늘 뭐하고 놀 거냐, 도시락 잘 먹어라, 친구들은 많이 사귀었냐 등 보통 일상의 아 빠와 아들의 대화이지만 그래도 그 시간이 나는 좋다. 유치원 근처 에 도착을 하면 JA요나시로 지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시유 손을 잡고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린 다. 요즘 멋적은지 아빠의 손 잡는 것이 다른 친구들에게 보이는 것 이 부끄러운지 잘 손을 안 잡으려 하기도 한다.. 새로 사귄 친구가 있고 그 친구들이랑 요즘 또래들 에게 인기가 많은 다양한 이야기

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 나 보다. 그런 시유와 하이터치를 하고 나는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 와 해안도로를 따라 사무실로 출 근을 한다. 반복되는 일상이 되 어 버렸지 만 싫지많 은 않은 하 루의 시작 이다.

히자(염소) 사시미 오키나와에서 스테미너 음식이라고 하면 단연 오키나와 방언으로 히 자라고 하는 염소고기이다. 독특한 냄새로 인해 오키나와 사람들이 다 먹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염소탕이나 염소고기를 많이 먹고 이자카 야 술집에서는 염소 회도 인기가 많다. 가격도 비싸긴 하지만 인기가 있는 이유는 역시 스테미너에 좋다는 것 때문일까. 올 여름 특히 더울 것 같은데 기회가 될 때 마다 좀 먹어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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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말하기 대회 대한민국민단 오키나와지방본부가 주최를 하는 제9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나하 현립박물관 3층강당에서 있어 관객으로 참 가를 했다. 한국문화에 관심이 있고 한국어를 할 수 있는 대상자들을 대상 으로 한국어 웅변대회(나는 웅변대회라기 보다 말하기대회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에 9명의 오키나와에 살고 있는 일본인들이 참가를 해서 각자 주제를 정해 갈고 닦은 한국어로 이야기를 하는 것을 객석에서 앉아 듣고 있으니 꽤 묘 한 느낌이다. 최근 오키나와에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 이 꽤 많아진 느낌이다. 물론 한국 보다 중국이 더 인기가 많지 만 내 주위만 하더라도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지인들이 많고 나 조차도 매주 한시간 정도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만큼 한국문화를 좋아하고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는 열정들이 고마울 뿐인데 왠지 이런 한국어 말하기 대회는 그런 순수한 열정이라 는 것과는 다소 낯설고 거리감이 느껴진다. 어차피 웅변대회라 는 순위를 메기는 대회라면 당연히 유학경험이 있거나 한국어 교실을 오래 다니거나 한 사람들이 1,2,3등을 하는 것이 당연하 다. 내 생각에는 강단과 객석이라는 보이지 않은 벽이 있는 웅 변대회라는 딱딱한 모습 보다는 그냥 마당이나 공민관과 같이 넓은 공간에서 같은 시선에 참가자와 비참가자가 만나 자연스 레 자신이 배우고 있는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이야기를 할 수 있 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지원받은 상품에 대해서는 사다리를 타 던지 추첨을 하던지 제공해 주는 것이 더 따뜻하게 느껴질 것 같다. 의식적으로 만들어진 어색한 제스추어와 외워진 내용들 이 너무나 멋드러져서 위화감이 있었던 것도 그리고 심사시간 동안 어색한 마술쇼와 댄스 공연도 9회를 경험한 대회라고 생 각되기에는 낯섬과 불편함이 느껴진 것이 나만 그런건가.....

말하기 대회 후 나하 구모지에 있는 한국요리 고치칸에서 열리는 민단의 뒷풀이에 참석을 했다. 처음 만나 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조금 낯선 만남이었 지만 그래도 한국음식을 먹으며 술 한잔 하는 것 만큼은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번 대회를 평가하면서 내년이 말하기 대회가 10년째를 맞기에 조금더 성숙한 모 습의 대회가 될 수 있도록 고심하는 관계자들 사이에서 어색하게 느껴졌던 어웨이 원정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2차로 홈인 오키나와시로 돌아가서 술한잔을 더 하려고 하려고 이동 준비를 하려니 일요일 대리운전이 거의 없어 그나마 소개로 하나 부른 것이 40분이나 기다려야 한단다. 결국 그거라도 타고 와 오키나와시에 도착해서 동 네 사는 동생녀석을 불러 2차로 간단히 술 한잔을 더했다. 이날은 많은 생각이 머릿 속에 가득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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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inawa Life!

장마가 예년보다 짧게 지나갔 다. 오키나와의 여름은 어느때 보다 길 것 같은 느낌이다. 날씨가 너무 좋다. 이런 날이 면 집에서 가까운 해중도로로 달려가 드라이브 겸 바닷가 산 책을 하는 것이 오키나와에 살 고 있는 사치라면 사치일까. 그런 사치를 누리기 위해 아이 들을 데리고 선크림 가득 바르 고 바닷가 산책을 떠났다. 좋 아하는 하마히가섬의 버섯바 위들을 찾아 모래사장에 있는 돌이나 조개 산호들을 던지기

도 하고 작은 게가 숨은 구멍 을 파보기도 하고....더운 날씨 이긴 하지만 멋진 풍경에 파소 소리와 풀벌레 소리 그리고 아 이들의 웃 음소리가 들리는 이 런 곳이 아 마도 사람 들이 그리 는 파라다 이스가 아 닐까 생각 해 본다. 시원하다기 보다 미 지근한 바닷물에 시마조오리

들을 담가보니 오키나와 스타 일의 삶이 그대로 비춰지는 느 낌이다. 아빠보다 더 새까맣게 탄 아들 시유, 아직은 뭘해도 겁이 많고 어리광이 많은 딸 유나. 아이들은 아빠와의 산책 에서 늘 하이라이트인 아이스 크림이나 카키코오리라고 하 는 빙수가 최고의 기쁨이겠지 만 이 아빠는 아이들과 아름다 운 자연을 함께 사진으로 담아 보는 그 즐거움이 최고의 행복 이다. 오키나와에 이주를 한 지도 만으로 6년이 지나 7년차 를 달려가고 있다. 아직 오키

나와에 대해서 배울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이 있고 무 엇보다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오키나 와에서 내가 느끼는 그런 사치 스런 행복을 함께 느꼈으면 하 는 바램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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