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i nkydi vas
김형사의 수사일기 김정은,노승수,박용준
A t t r i b u t i o n
이 글의 모티브는 박용준님의 ‘ 어린 날의 기억’ 에서 가져왔습니다.
C o p y r i g h t 이 글은 영리 목적으로 변경하지 말고 그대로 사용하세요.
P r o l o g u e
이 글을 쓰면서 창작의 고통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또 창작부터 머릿속에 있는 것을 손을 통해 끄집어내는 것까지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이런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는 다는 것을 알기에 뜻 깊은 자리를 마련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어떤 한 마을에 연쇄사건이 일어났다.벌써 세 번째 살인사건이다.나는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피비린내가 나는 것 같다.정말 기분 나쁜 마을이다.마을 중심까지 걸어갔지만 마을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세 번째 살인사건이 일어난 장소로 향했다.바닥엔 마르지 않은 피가 군데군데 묻어있었다. 피를 면봉에 묻힌 후 지퍼백에 넣고,안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들었다.나는 차근차근 생각해보기로 했다.먼저,저번 사건과의 동일성을 생각해보자.저번 두 사건은 사건이 일어난 장소 100m 이내에서 피해자의 사진을 발견했다.추측하건대, 이번 사건에서 사진이 발견된다면 세 사건의 범인은 동일인물이다. 나는 사건이 일어난 장소 주변을 돌며 사진을 찾아 다녔다.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아서 우선 피해자를 수색했다.그 때,피해자의 안주머니가 빳빳했다.저번 사건과 달리 피해자가 사진을 갖고 있었지만, 어쨌든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인다.난 더 이상 알아낼 것이 없다고 생각하여 일단 돌아가기로 했다. 그 날 저녁,경찰에게 전화가 왔다. “ 여보세요?” “ 형사님,저 ㅇㅇ입니다.지금 마을에 급히 가보셔야겠습니다. ” “ 무슨 일이죠?” “ 살인사건 입니다. ”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나는 급히 마을로 차를 몰았다.마을 입구는 미리 도착한 경찰들로 웅성거렸다.이번 사건 발생 장소는 학교 운동장이었다.마치 공개적으로 알리는 듯한 살인사건이었다. 피해자는 운동장 한 가운데에 엎어져 있었고,그 주변은 피가 가득했다. “ 어떻게 된 겁니까?” “ 새벽 2시경에,마을 주민이 발견했답니다. ” “ 사진은 찾았습니까?” “ 사진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 난 피해자의 옷들을 살펴보았지만 사진은 나오지 않았다.하지만 아직 연쇄살인이 아니라고 보기엔 이르다.나는 주변을 돌며 단서를 찾으려고 애썼다.동이 틀 때까지 수사를 계속 하면서 천 조각,알약, 유리 조각 등등 작은 것까지 모두 지퍼백에 담았다. “ 목격자는 없습니까?” “ 목격자는 없지만 피해자는 마을 사람이 아니라고 합니다. ” 마을 사람이 아닌 이방인이 이 마을에서 죽은 이유가 뭘까?난 피해자가 죽은 그 날 밤을 상상해보려 애썼다.벌써 두 가지 사건 때문에 내 머리는 터질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 사건 장소에서 수집한 증거물들을 살펴보니,대부분은 사건과 관련 없는 것들이었다. 그 중 검은 단추 하나를 경찰에게 넘겼다.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난 지 일주일이 흘렀지만,이렇다 할 결과물은 나오지 않고 있었다. 나는 피해자들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마을 근처 장례식장으로 향했다.장례식장은 사람들의 울음소리와 향 냄새 때문에 정신이 어지러웠다.주변엔 얼굴이 익은 마을 사람들이 있었다.나는 절을 하고, 자리에 앉아 밥을 먹으며 마을 사람들을 지켜봤다. 한 남자가 급히 뛰어오더니 믿기 힘든 표정을 지으며 절을 했다.그 사람은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나와 멀지 않은 자리에 털썩 앉았다. “ 자네,저번에 산 넥타이 왜 안 했나?” “ 아. .잃어버렸습니다. ” “ 한 번도 안 한 건데,아깝군. ” “ 예,이번 장례식장에 꼭 하고 오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 그는 그렇게 말하며 소주잔을 기울였다.그는 슬픈 듯 눈을 꼭 감고 있었다.그의 입에서 맑은 소주가 대롱대롱 흘러 와이셔츠를 적셨다.그가 얼굴을 찌푸리며 손으로 탁탁 털었다.저렇게 내버려두면 알코올 냄새가 풍길 텐데,라고 생각하며 계속 쳐다보던 찰나,그의 손목에 달린 와이셔츠 단추가 보였다.하얀 셔츠와 대조적인 검은색 단추였다.검은색 단추…… 내 지퍼백 안에 담긴 단추와 동일한 것이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나는 소주잔을 들고 그의 앞자리로 갔다.
김형사의 수사일기
“ 피해자와 어떤 관계이십니까?” “ 마을 이웃입니다. ” “ 그 날 밤엔 뭘 하셨습니까?” “ 절 의심하시는 겁니까?” “ 그게 아니라,그럴 가능성이 있단 뜻이죠. ” “ 전 범인이 아닙니다. ” 그는 나를 똑바로 노려보며 얘기했다.나는 그에게 정중히 경찰서로 동행해 달라고 얘기했다. 그는 가만히 날 지켜보더니,마을을 시끄럽게 만들고 싶지 않다며 비밀을 지켜줄 것을 요구했다. 경찰서에 도착한 나는,피해자의 4명의 사진을 보여주며 그의 마음을 동요시켰다. 그의 얼굴은 일그러졌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경찰서에 있은 지 5일이 지난 후,그는 결국 자백했다. “ 형사님 말이 맞습니다. ” “ 이 사람을 죽였습니까?” “ 죽이긴 했지만,죄를 짓진 않았습니다. ” 그는 알 수 없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가 감옥에 가고 1주일 후에,나는 다른 지방으로 발령이 났다.실적이 낮다는 이유였다. 그 지방에 적응해 갈 무렵,그가 사형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마음이 조금 무거웠다. 벌써 이 지역에서 형사 일을 한 지 10년이 흘렀다.그 동안 여러 사건이 발생했고, 수 많은 범인들이 검거됐다.살인사건이 발생할 때 마다 나는 그가 떠올랐다. 오랜만에 찾은 그 마을은 많이 변해있었지만,사람들은 그대로였다. 모두들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는지 나를 아는 체 했다. 그 때,한 남자가 내게 얘기 좀 하자며 운동장으로 데려 갔다.운동장은 한산했다. “ 무슨 일입니까?” “ 10년 전 그 사건 기억하십니까?” “ 예.이 장소에서 피해자가 살해되었죠. ” “ 사실 그 사건 말입니다. ” 그 남자는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 뭡니까?” “ 그 사건의 범인은 두 명 입니다. ” “ 예?” “ 연쇄 살인을 저지른 건 A입니다.A와 저는 어떤 사람의 명령 아래 행동하는 사람들이었죠. 그러다 A는 3명의 사람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 사진이 숨겨져 있는 사건 말입니다.그게 A가 저지른 살인입니다.A가 마지막 남자를 죽이던 장면을 목격한 B는 A가 이 마을을 떠나기 전에 그를 죽였습니다. 그 B가 10년 전 사형당한 그 남자입니다. ”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말을 더듬었다.나는 그대로 뒤를 돌아 집으로 왔다. 그리고 컴퓨터를 켜 일기를 썼다. 2015년 7월 18일 오늘 그 마을에 갔다.여전했다.어떤 남자가 나를 부르더니 사건의 비밀을 알려 주겠다고 했다. 사건의 범인이 2명이라고 한다.A와 B……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놀란 척을 하고 마을을 빠져 나왔다.다시는 그 마을에 갈 일은 없을 것이다.
김형사의 수사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