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onyang pi law seminar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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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우공익재단 제2회 공익세미나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쟁점토론 일 시

2016년 12월 7일 수요일 11시

장 소

화우연수원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 34층)

주최

후원


화우공익재단 제2회 공익세미나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쟁점토론

일 시

2016년 12월 7일 수요일 11시

장 소

화우연수원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 34층)

주최

후원


주 소 06164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517 아셈타워 이메일 public@hwawoo.or.kr 발행일 2016년 12월 7일 발행처 재단법인 화우공익재단 디자인 사이스튜디오


식 순

시간

11:00-11:10

11:10-12:05

내용 개회식 개회 및 축사

이홍훈 화우공익재단 이사장

세미나 좌장

박상훈 화우공익재단 이사

발제 발제Ⅰ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의 헌법적 고찰 - 오동석 교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발제Ⅱ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을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의 조건 - 장영수 교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12:05-13:00

토론 토론Ⅰ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 이재승 교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토론Ⅱ

대체복무제 입법의 쟁점 - 임재성 변호사 (법무법인 해마루)

토론Ⅲ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의 한계 : 국방의무와 평등원칙을 중심으로 - 김상겸 교수 (동국대 법과대학)

토론Ⅳ

양심적 병역거부의 사회적 공정성 침해 문제 - 이민 변호사 (법무법인 엘앤엘)

13:00-13:20

질의응답

13:20

폐회


목 차

발제문

발제Ⅰ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의 헌법적 고찰

6

- 오동석 교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발제Ⅱ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을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의 조건

20

- 장영수 교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토론문

토론Ⅰ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41

ⅰ 반면교사로서 그리스의 대체복무제도 ⅱ 독일 대체복무제

54

- 이재승 교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토론Ⅱ

양심적 병역거부권 보장을 위한 대체복무제 입법의 쟁점

69

- 임재성 변호사 (법무법인 해마루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토론Ⅲ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헌법적 검토

82

- 김상겸 교수 (동국대 법과대학)

토론Ⅳ

양심적 병역거부의 사회적 공정성 침해 문제

89

- 이민 변호사 (법무법인 엘앤엘 /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연사 약력

96


발제문 I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의 헌법적 고찰

II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을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의 조건


발제문

발제Ⅰ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의 헌법적 고찰*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이 글은 발제자의 「병역거부권과 헌법」(2013)을 수정·보완한 것이며, 이글에서 인용할 때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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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문

양심적 병역거부

발제 I

인정의 헌법적 고찰

I. 들어가며 법원의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판결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1심 판결로는 2015. 5. 광주지법에서 4명, 2015. 8. 수원지법에서 2명, 2016. 6.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 2명, 2016. 8. 청주지법에서 1명이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항소심으로서는 처음으로 광주지방법원 항소부가 2016. 10. 18.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그런데 국가인권위원회는 양심적 병역거부 헌법소원 관련 헌법재판소에 대체복무제 필요 의견 제출을 ‘간신히’ 의결했다. 윤남근(대법원장 추천)·이은경(여당 추천)·최이우(대통령 추천) 등 3명이 의견 표명을 하지 말자고 주 장했기 때문이다. 윤 위원은 “종교의 자유는 보장해야 하지만 군 복무가 그냥 싫다는 사람도 있을 텐데 그런 것도 양심의 자유로 보호해야 하느냐”며 “대한민국은 존재해선 안 되는 국가라서 그 나라 군대에 들어가서 총 들고 싸 울 의무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것도 다 고려해서 논의해야 한다”며 대체복무제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인권위가 시민단체와는 다르다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제도화했을 때 발생할 상황도 고려해 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도 “나라 자체를 거부한다면 그건 문제가 될 수 있는 문제 아닌가”라는 의견을 냈다. 이은경 위원은 “헌재도 과거에 합헌이었던 것을 위헌으로 바꾸기도 한다”며 “유독 인권위라고 해서 과거 입장을 받아들여야 하느냐”며 맞섰다. 결국 위원 3명이 원하면 반대의 소수의견을 달기로 하고 의견제출 안건을 의결했 다.1) 국가인권위원회는 2005. 12. 26.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헌법 제19조와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8 조의 양심의 자유의 보호 범위 내에 있음을 확인하고, 양심적 병역거부권과 병역의무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국회의장과 국방부장관에게 권고했다. 아울러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할 경우, 대체복무의 인정여부를 공정하게 판정할 기구와 절차를 만들어야 하고, 대체복무의 영역은 사회의 평화와 안녕, 질서유지 및 인간보호에 필요한 봉사와 희생정신을 필요로 하는 영역 중에서 우리 실정에 맞게 채택해야 할 것 이며, 대체복무의 기간은 현역복무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현역복무기간을 초과하는 기간으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노무현 정부 아래에서 대체복무제는 가시권에 들어선 듯 했다. 2007. 9.에는 국방부도 ‘종교적 사유 등에 의한 병 역거부자’의 대체복무 추진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2) 그런데 국방부는 정권이 바뀌자 태도를 바꾸었다. 2008. 12. 24. 국방부 대변인은 “대체복무는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없지만,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

1) 연합뉴스 2016. 11. 29.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11/28/0200000000AKR2016112 8161300004. HTML?input=1195m> 최근검색일: 2016. 12. 4. 2) 국방부 구상 모델로 추정할 수 있는 그리스 대체복무제도는 이재승, 2009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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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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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거부자의 대체복무는 시기상조이며, 현재로선 수용 불가능하다”고 말했다.3)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해하는 사법부와 입법부의 태도다. 대법원은 2004. 7. 15. 판결 에서4)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2004. 8. 26, 2011. 8. 30. 결정에서5) 각각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헌 법재판소는 헌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으므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국회가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법률을 제정하면 될 터인데, 국회는 그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II. 기본적 인권으로서 병역거부권 양심은 개인의 주관적 가치판단이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9조의 양심을 “세계관․ 인생관․ 주의․ 신조 등”을 중심 에 놓고 ‘개인의 인격형성에 관한 가치적․ 윤리적 판단’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6) 헌법이 사상의 자유 를 명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상과 양심의 자유로 확장한 해석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결정에서는 양심이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 심이라고 판시했다. 양심적 결정은 선과 악의 기준에 따른 모든 진지한 윤리적 결정으로서 구체적인 상황에서 개 인이 이러한 결정을 자신을 구속하고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양심상의 심각한 갈 등이 없이는 그에 반하여 행동할 수 없는 것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7) 이때 일상용어로서 양심과 혼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양심은 이미 ‘올바른, 타당한, 도덕적인, 윤리적인’이라 는 긍정적 가치평가를 담고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다(신운환, 2016: 396)8). 그러나 ‘양심도 없다’는 일상표현이 개 인의 개인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헌법은 모든 가치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가치중립적인 태 도라고 해석해야 한다. 개인에게 ‘양심적’이라 함은 행위 주체가 매우 진지하게 선악을 판단하고 행동하는 경우 이고, ‘비양심적’이라 함은 여러 가지 두려움이나 이익에 끌려 자신의 진지한 도덕적 판단을 배반하는 행태를 의 미한다(이재승, 2003: 197-198). 그렇지 않다면, 양심의 자유는 개인의 독자적 판단을 부정하는 것으로서 개인의 불가침의 인권으로서 그리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헌법 제10조)를 구현하는 기본권으로서의 본질을 상실할 것이 기 때문이다.

3) 한겨레 2008. 12. 25. 4) 대법원 2004. 7. 15. 2004도2965. 5) 헌재 2004. 8. 26. 2002헌가1; 헌재 2011. 8. 30. 2008헌가22, 2009헌가7․ 24, 2010헌가16․ 37, 2008헌바103, 2009헌바3, 2011헌바 16(병합). 향토에비군 관련 결정은 2011. 8. 30. 2007헌가12, 2009헌바103. 6) 헌재 2008. 10. 30. 2006헌마1401‘ 헌재 1991. 4. 1. 89헌마160; 헌재 1998. 7. 17. 96헌바35. 7) 헌재 2011. 8. 30. 2008헌가22. 8) 신운환(2016: 397)은 ‘병역이행=칭찬받을 행위, 병역거부=비난받을 행위’라고 생각하므로, ‘병역이행=비양심적, 병역거부=양심적’의 오 해를 불러일으킨다고 본다. 그러나 헌법적 관점에서 보면, ‘병역이해=양심적 결정, 병역거부=양심적 결정’이므로 양자 모두 칭찬하거나 비난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결정을 존중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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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문

양심적 병역거부

발제 I

인정의 헌법적 고찰

기본권에 대한 판례의 태도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헌법 제37조제2항에 대한 해석과 그로부터 이끌어내는 상대 적 자유 개념이다. 국회가 법률로써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국회 입법권의 수권(授權)은 헌법 제40조에 근거 를 두고 있다.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고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하며 국가생활의 중요한 내용을 정하는 것은 국회만 이 제정할 수 있는 법률의 몫이다. 그러므로 헌법 제37조제2항은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데 방점이 찍힌, 기본권 제한에 대한 입법권의 수권조 항이 아니다. 그것은 기본권 보장의 알파로서 그 향도 역할을 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조항과 쌍을 이루어 기본 권 보장의 오메가로서 가능한 한 기본권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입법권에 대한 헌법제정권자의 명령을 담은 조 항이다.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한 목적인지, 필요한 경우인지, 법률에 의한 것인지, 비례원칙에 의한 판단기준을 충족하는지 깊이깊이 고민하라는 입법자에 대한 명령이다. 여타의 헌 법기관은 헌법이 부여한 권한의 범위 안에서 입법자의 헌법적 책무 이행을 견제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대법원은 헌법 제37조제2항의 헌법적 의미를 뒤바꿔버렸다. 일단 양심형성의 자유와 양심상 결정의 자유 는 내심에 머무르는 한 이를 제한할 수도 그리고 제한할 필요성도 없다는 점에서 절대적 자유임을 전제한다. 그 런데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는 그 양심의 실현과정에서 다른 법익과 충돌할 수 있게 되고, 이때 에는 필연적으로 제한이 수반될 수도 있으므로,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 실현의 자유가 제한받는다고 하여 곧 바로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에 대한 침해는 아니라는 것이다. 헌법상 기본권의 행사가 국가공동체 내에서 타인과의 공동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다른 헌법적 가치 및 국가의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 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포함한 모든 기본권 행사의 원칙적인 한계이므로, 양심 실현의 자유도 결국 그 제한을 정당화할 헌법적 법익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헌법 제37조제2항에 따라 법률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라고 이해한다.9) 법원은 상투적으로 헌법 제37조제2항에서 법률에 의하여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상대적 기본권 개념을 이 끌어낸다. 이재승(2009a: 67)은 “어떠한 자유가 상대적 자유인가 절대적 자유인가라는 판단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 헌법문제는 없다.”고 말한다. 사실 “인간의 삶이 사회적 차원을 갖고 있는 한에서 자유는 언제나 상대적 자 유이다.”(이재승, 2009a: 67). 이러한 구분법은 오히려 헌법을 왜곡하는 착시효과를 일으킬 뿐이다. 왜냐하면 흔 히 절대적 기본권이라 부르는 내심(內心)의 결정권은 국가권력의 침해불가능의 영역일 뿐이기 때문이다. 만약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국가는 내심의 결정권 또한 상대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헌법 제37조제2항은 “제한할 수 있으며”에 방점이 찍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 를 위하여” 그리고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그리고 “법률로써” 과잉 제한을 금지하고 비례관계에 적합한 수단으 로써 최소한의 제한 방법으로 구체적 상황에서 법익이 균형을 유지하는 경우에“만”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국가권력 기속규범이다. 그래야만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명령이 지켜질 수 있다. 기본권마다 차이가 없지 않다. 예를 들면 재산권은 그 내용과 한계를 법률로 정하며,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행사 해야 할 의무 조건을 지고 있다. 경제적 기본권과 달리 사상․ 이념․ 양심 및 표현의 자유와 같은 정신적 기본권은

9) 대법원 2004. 7. 15. 2004도2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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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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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한 정도로 보장해야 하고, 이러한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은 엄격한 잣대로 그 위헌성을 심사해야 한다. 한편 기본권 제한의 목적인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는 단순히 명분 또는 명목이 아니라 그 진정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이때 분단 상황은 그 자체로써 국가안전보장과 연동하지 않으며,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 다. 그런 점에서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중대하고 현저한 판단착오이다. 즉, “국가의 존립과 모든 자유의 전제조건 인 ‘국가안보’라는 대단히 중요한 공익”을 문제 사믄 경우에는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 안보를 저해할 수 있는 무리한 입법적 실험을 할 것을 요구할 수 없다”고 한다. 그것은 “한국의 안보상황, 징병의 형평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 대체복무제를 채택하는 데 수반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약적 요소 등을 감안할 때,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더라도 국가안보라는 중대한 헌법적 법익에 손상이 없으리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 현재 의 상황”10)이라는 인식에 터 잡고 있다. 헌법은 전시와 그에 준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일정한 규정들을 두면서 평시와 다른 기본권 제한의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11) 그런데도 판례는 분단체제에서 북한의 존재 자체로부터 전시 상황에 준하는 정도 로 강한 기본권 제한을 용납하면서 군의 특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비교해 볼 것은 “전쟁이 바로 국가와 공동 체에 대한 위험한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지 않았”기 때문에 “법의 기준 그 자체는 평상시나 전쟁시나 동일하 다”고 보았던 미국의 홈즈 판사 견해다. 그는 “다만 전쟁시에는 특유한 혼란상황이 있기 때문에, 그 결과로서 나타난 행위와 그 행위가 나타난 상황과의 관계에서 위험한 해악의 발생가능성이 높은데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김민배, 2006: 318)했다.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집총거부권 사건, 불온서적 사건에서는 물론 열손가락 지문 채취에 대한 사건에 서도 분단국가임을 원용하고 있다.12) 분단 상황과 국가안보의 결합은 한국의 헌법체제를 비정상적인 준전시체제 헌법 으로 실질적으로 개악하는 결과를 낳는다. 입법부나 사법부가 헌법 제37조제2항을 그저 수사적 표현으로 여겨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수권규범으로 여긴다 면, 헌법 제37조제2항은 불법국가로 가는 대문으로 전락한다. 즉 지배자가 그것을 ‘법률에 의하기만 한다면 무엇이라 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용한다면, 나치스의 법치국가에서 볼 수 있듯이 입헌국가는 곧바로 불법국가로 전화하기 때 문이다(Neumann, 1957: 168-169).

III. 과잉금지원칙의 전도(顚倒)와 병역거부권 헌법재판소도 헌법 제37조제2항이 단순히 기본권제한의 일반원칙에 그치지 않고, 모든 국가작용이 정당한 목적 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행사되어야 한다는 국가작용의 한계를 선언한 것임을 인정했다.

10) 헌재 2004. 8. 26. 2002헌가1. 11) 예를 들면, 헌법 제27조 제2항 비상계엄 시 군사재판을 받는 경우, 제77조 제2항 비상계엄 시 영장제도, 언론ㆍ출판ㆍ집회ㆍ결사의 자유 에 대한 특별한 조치, 비상계엄 하 군사재판에서 단심의 경우 등이다. 이러한 군사주의적 조항들이 정당한가는 별개의 문제다. 12)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로서 아직도 체제대립이 상존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그러한 사정에 있지 아니한 다른 나라들에 비하여 국가안보차 원에서 국민의 정확한 신원확인의 필요성이 크다는 점도 법익의 균형성 판단과 관련하여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헌재 2005. 5. 26. 99헌마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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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문

양심적 병역거부

발제 I

인정의 헌법적 고찰

헌법재판소는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 사이에서 다른 것을 같게 취급했다. 일단 “헌법상 보장되는 양심의 자 유는 우리 헌법이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의 핵이라고 할 ‘인간의 존엄과 가치’와 직결되는 기본권”임을 인정했다. 다음으로 국방의 의무 또한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한 불가결한 헌법적 가치”임을 또한 인정했다. 그 결과 “헌 법적으로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 중 어느 것이 더 가치 있는 것이라 말하기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중간에 “헌법상 기본의무인 국방의 의무를 형성하기 위한 법률”로서 병역법을 끼워 넣자, 병역법은 국방의 의무 와 동격이 되어 양심의 자유에 따른 심판을 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게 되었다. 실제로 양심의 자유에 대한 침해 여부를 가려야 할 심판대상은 국방의 의무 그 자체가 아니라 형벌을 동원하여 강제적으로 부과하는 병역의무이다. 그런데도 헌법재판소는 비례성 심사에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에 대한 형 벌 부과를 정당한 입법목적 및 적절한 수단이라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병역법 규정에 따른 징병검사 결과 현역 판정을 받은 현역 입영대상자에게 입영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국민의 의무인 국방의 의무의 이행을 관철하 고 강제하고자 하는 것으로, 국민개병 제도와 징병제를 근간으로 하는 병역제도 하에서 병역자원의 확보와 병역 부담의 형평을 기하고 궁극적으로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헌법적 법익을 실현하고자 함에 그 입법목적이 있다.” 고 판단했다. 그러나 국민개병 제도와 징병제가 헌법이 명령하는 병역제도는 아니며, 그러한 제도의 채택 및 운용에는 그로 인 해 침해될 수 있는 기본권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배척할 수는 없지만, 형벌에 의한 강제가 가지는 입법목적의 중요성은 국가안전보장이라는 목적만으로 정당화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는 양심에 대하여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인격 적인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이라고 정 의한다.13) 양심을 엄격하게 정의하자 양심을 법질서 안으로 포섭할 수 있게 된다. 일반적으로 민주적 다수는 법 과 사회의 질서를 그들의 정치적 의사와 도덕적 기준에 따라 형성하기 때문에 국가의 법질서나 사회의 도덕률과 갈등을 일으키는 양심은 현실적으로 이러한 법질서나 도덕률에서 벗어나려는 소수의 양심이라는 것이다. 양심 의 자유가 보장하고자 하는 양심은 민주적 다수의 사고나 가치관과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 현상으로서 지 극히 주관적인 것인 것으로 규정한다. 양심 결정과 판단은 주관적이지만 양심의 자유는 헌법적 기본권으로서 공권임에도 불구하고 공익 아닌 사익으 로 전락한다. 자유를 이익으로 대체했다. 헌법이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이상 민주적 다수에 의한 법질서 대 소 수의 양심의 대립구도는 정당하지 않다. 헌법질서는 소수의 양심을 당연히 포함하고 있음은 물로 오히려 기본권 의 존재이유는 그러한 소수의 양심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오히려 문제는 언제나 유동적인 다수의 이름으로 그때 그때 지배권력이 강요하는 법질서다. 수단의 적절성은 “병역자원의 확보와 병역부담의 형평”이 구체적 입법목적이라면, 그에 대체복무제도 여하에 따 라 수단의 적절성을 판단했어야 한다. 그것이 양심․ 종교의 자유를 확인하고 보호해야 할 국가의 헌법적 의무(헌 법 제10조제2문)를 준수하는 일이다.

13) 헌재 2004. 8. 26. 2002헌가1; 헌재 2002. 4. 25. 98헌마425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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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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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대체복무제 허용 여부를 양심자유라는 기본권이 국가안보라는 중대 한 공익의 달성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의 문제로 귀결시켰다. 헌법 제37조제2항의 전도(顚倒) 다. 최소침해의 원칙은 대체복무제 없는 형사처벌적 강제입영이 과연 적절한지를 심사한 것이 아니라 병역거부 권과 대체복무제가 국가안보를 최소침해 하는지 여부를 심판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설령 그렇다고 한다면 엄격 한 잣대로써 대체복무제 하나하나의 문제점에 대하여 입증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모호하고 의심스러운 사유 로 대체복무제 그 자체에 대하여 ‘유죄’ 판단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특유한 안보상황, 대체복무제 도입 시 발생할 병력자원의 손실 문제, 병역거부가 진정한 양심에 의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심사의 곤란성, 사회적 여론이 비판적인 상태에서 대 체복무제를 도입하는 경우 사회 통합을 저해하여 국가 전체의 역량에 심각한 손상을 가할 우려가 있는 점 등 선 행조건들이 아직도 충족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대체복무제를 거부했다. 국가안보와 병역의무의 형평성이라는 중대한 공익의 달성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판단을 쉽사리 내릴 수 없기 때문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은 채 형사처벌 규정만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최소침해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14) 더욱이 형사처벌을 동원해야 하는 근거를 국가가 군복무 여건을 열악하게 만든 데서 찾고 있다. 즉 우리나라의 경우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의 나이이고, 약 2년간의 의무복무기간 동안 학업을 중단 하거나 안정적 직업 및 직업훈련의 기회를 포기해야 하며, 아무런 대가 없이 병역에 복무하여야 하고, 그것도 열 악한 복무여건 속에서 훈련에 수반되는 각종의 총기사고나 폭발물사고와 같은 위험에 노출되어 생활하여야 하 는 군 복무의 현실을 인정했다. 그런데 그 현실을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강력한 처별이 필요하 다는 것이다. 즉 병역의무를 지게 되는 당사자들은 누구나 그러한 의무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나기를 원하고, 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병역이 면제될 수 있는 외국국적을 취득하거나 또는 각종 불법행위를 자행하기 때문이라 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병역거부는 병역기피와 다르다는 점이다. 병역기피는 기본권적 근거 없이 병역의무 그 자체를 지 지 않으려는 것이다. 양자를 구별하지 않고 형사 처벌하는 것은 비례원칙과 실질적 평등원칙 그리고 책임주의에 도 반한다(박찬걸, 2012: 91). 법익균형성 심사에서도 강제입영은 국가의 존립과 모든 자유의 전제조건인 ‘국가안보’ 및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대단히 중요한 공익이라고 판단한 반면, 병역거부는 “누구에게나 부과되는 병역의무에 대한 예외를 요구하는” “공평한 부담”을 벗어나 “타인과 사회공동체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대단히 큰 점”(부정적인 의미 에서)을 비교했다. 그러나 대체복무제도는 급진적인 제도가 아니라 일종의 타협안이다. 군대를 다르게 생각하고 평화를 진지하게

14) 헌법재판소는 외국의 법제와 입법례를 즐겨 참조한다. 그런데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가 병역거부권이나 대체복무제를 운용하고 있고, 기 타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의 다수가 대체복무제를 운용하고 있음을 무시했다. 역사적 고찰이나 실태 분석 없이 “무모하게 대체복무제 를 ‘무모한 입법적 실험’”(이재승, 2005: 268)이라고 규정했다. 유럽의 병역거부권과 대체복무 도입 현황은 이재승, 2001: 153; 채형복, 2012; 세계 각국의 현황은 김선택, 2002: 15-18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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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의 헌법적 고찰

성찰하는 사람들을 감옥에 보내지 않을 수 있는 최소한의 타협방안인 것이다(여옥, 2010: 271). 헌법재판소는 엄 격한 비례심사를 하는 외양을 갖췄지만, 실질적으로는 합리성 심사보다도 더 완화해서 양심의 자유를 경시하고 국가편의주의를 옹호했다.

IV. 평화주의 헌법원리와 병역거부권 국방의무에 대한 헌법규범구조는 평화주의 헌법원리에 터 잡고 있다. 헌법 전문(前文)에 따라 “대한국민은 … 항 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 (헌법 제5조제1항). 따라서 군의 헌법상 임무는 필요최소한의 범위에서 요청된다. 즉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헌법 제5조제2항). 대통령의 군 ‘통수’는 법치 주의에 의거하여 이루어져야 한다(헌법 제74조). 또한 군인은 현역을 면한 후가 아니면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 에 임명될 수 없다고 규정(헌법 제86조, 제87조)함으로써 군에 대한 문민통제원칙을 천명했다. 이것은 단지 국무 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문제가 아니라 군과 정치 및 시민사회의 관계 전반에 걸친 헌법규범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에 따라 ‘불가침의 인권 → 민주주의 → 입헌주의 → 법치주의 → 군 → 국방의무 → 병역의무’의 규범적 정당 성의 위계구조가 성립한다. 국가가 강요하는 징병제에서 벗어나 시민적 기본권을 보호하는 것은 군국주의의 부활을 막는 하나의 보호책이 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병역거부 인정으로 이어졌다(정용욱, 2005: 254). 한국 사회는 분단 상황에서 두 번의 군 사쿠데타와 군부독재 정권의 장기간의 집권을 겪었다. 헌법조차 재판청구권, 계엄, 노동3권, 군사법원 등에 군사 주의적 잔재가 남아 있다. 한국에서 평화주의 헌법원리는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요청한다.15) 그것은 평화주의적 국방제도를 구성하는 핵심요소로서 대체복무제도를 통해 구현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와 법원은 양심․ 종교의 자유가 가지는 주관적 권리로서의 성격을 사익화(私益化)하여 국가안보 또는 국방의무의 공익과 대비시키며 공익 우선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기본권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로부터 유래하는 것 으로서 주관적 권리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공권으로서 사적인 이익으로 치환될 수 없는 헌법적 가치이다. 병역거 부권은 평화주의적 헌법원리를 실현하는 공적 가치를 지닌다. 따라서 오히려 군대 유지와 국방의무 그리고 병역 의무는 모두 기본권 존중의 범위 안에서 그리고 평화주의 헌법원리의 범위 안에서 실현해야 할 헌법적 가치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헌법은 국제평화주의 관점에서 국제법 존중주의를 취하고 있다(헌법 제6조제1항). 한국은 1990. 4. 10.(효력발생

15) 병역거부의 반군사주의운동에서 평화운동으로 확장은 임재성, 2011: 151-155 참조. 병역거부 당사자와 평화운동 활동가 인터뷰 연구는 임 재성, 2010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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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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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는 1990. 7. 10.)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에 가입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규약의 다른 어느 조문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권(right of conscientious objection)을 기본적인 인권의 하나로 명시하고 있지 않고, 규약의 제정 과정에서 규약 제18조에 양심적 병역거 부권을 포함하자는 논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제정에 관여한 국가들의 의사는 부정적이었으며, 위 국제인권 기구의 해석은 각국에 권고적 효력만 있을 뿐 법적인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고,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인정 문 제와 대체복무제의 도입문제는 어디까지나 규약 가입국의 역사와 안보환경, 사회적 계층 구조, 정치적, 문화적, 종교적 또는 철학적 가치 등 국가별로 상이하고도 다양한 여러 요소에 기반한 정책적인 선택이 존중되어야 할 분야로 가입국의 입법자에게 형성권이 인정되는 분야인 점 등을 고려”하여 규약에 따라 바로 양심적 병역거부권 이 인정되거나,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법적인 구속력이 발생한다고 보기 곤란하다고 판단했다. 국가안전보장 법익에는 온갖 헌법 조문을 끌어대더니 양심의 자유에는 평화주의, 국제인권규약, 평등권 등 헌법 의 원칙과 법익은 분리되어 ‘각개격파’ 된다. 헌법 제10조 후문의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규정도 최소화하고 있다. 즉 기본권 보호의무는 기본권적 법익을 기본권 주 체인 사인에 의한 위법한 침해 또는 침해의 위험에서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를 말하며, 주로 사인인 제3자에 의한 개인의 생명이나 신체의 훼손에서 문제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병역거부 문제는 제3자에 의한 개인의 생명 이나 신체의 훼손을 문제 삼는 사안도 아닐 뿐만 아니라 양심의 자유라는 기본권 침해 여부 문제일 뿐 기본권 보 호의무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이 국가에 부과하는 기본적 인권 보장 의무는 국제인권법상의 존중․ 보호․ 실현․ 증진의무를 의미한다. 국가의 기본권 보장 의무는 첫째,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고 그것에 간섭해서는 안 되는 의무다(권영성, 2010: 361). 국가는 원칙적으로 개인의 자유 영역에 간섭하지 않음으로써 기본권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것은 국제인권법상 ‘인권존중(respect)의무’ 또는 회피할 의무다. 둘째, 국가는 제삼자가 어떤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를 진다(권영성, 2010: 361). 즉 개인의 기본권이 제3자로부터 침해당하는 것을 방지해야 할 의무다. 이것은 국제인권법상 ‘인권보호(protect)의무’에 대응한다. 셋째, 국가는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해 제도적 절차를 확보하는 의무와 재화 및 용역을 제공하는 의무를 진다(권영성, 2010: 361 참조). 전자는 자 유권, 후자는 사회권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며, 이것은 국제인권법상 ‘인권실현(fulfill, 충족, 지원)의무’에 대응 한다. 넷째, 국가는 국제인권법계와의 교류와 국민들의 인권의식 함양을 위한 홍보 및 교육 등을 장려함으로써 기본권을 확인하고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토대를 구축하기 위하여 계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국제인권 법상 ‘인권증진(promote)의무’에 대응한다(Fredman, 2009 참조). 병역거부권의 부정은 국가의 기본권 존중 의무 위반이다. 또한 다른 한편 병역거부권이 가지는 평화주의의 헌법 적 기능을 부정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집회의 자유에 대하여 “개인의 인격발현의 요소이자 민주주의를 구성 하는 요소라는 이중적 헌법적 기능”을 인정했다.16) 병역거부권에 대해서도 같은 얘기를 할 수 있다. 병역거부권은 개인의 인격발현의 요소이자 평화주의를 구성하

16) 헌재 2002. 10. 30. 2000헌바67등(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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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의 헌법적 고찰

는 요소라는 이중적 헌법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로운 인격발현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헌법 질서 내에서 병역거부권도 다른 모든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일차적으로는 개인의 자기결정과 인격발현에 기여하 는 기본권이다. 뿐만 아니라, 병역거부를 통해 양심적․ 종교적 등의 이유로 국민들이 자신의 평화주의적 의견과 주장을 조직적․ 집단적으로 표명함으로써 여론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병역거부의 자유는 국제평화 주의 및 침략적 전쟁 부인 원칙과 더불어 민주적 공동체가 기능하기 위해 불가결한 근본요소에 속한다. 다만 이 러한 병역거부권은 국방의 의무 중 하나인 병역의무 부과의 조화를 꾀한다는 관점에서 민간대체복무제를 통해 구현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다. 사실 평화는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양심상 동료 인간을 살해할 수 없다는 사람들의 의지를 평화의 밑거름으로 삼아’(이재승, 2003: 210), 그들을 존중하고 지지하고 보호할 때 우리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 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최소한의 헌법적 책무를 이행하 는 것이다.

V. 국방의 의무와 병역거부권 헌법재판소는 헌법이 국군의무(제5조제2항)와 국방의무(제39조제1항)의 목표로서, 그리고 국민의 모든 자유를 제한하고(제37조제2항), 대통령에게 국가긴급권을 부여하며(제76조제1항), 대통령의 자문기관으로서 국가안전 보장회의를 두는(제91조) 목적으로서 국가의 안전보장을 중대한 헌법적 법익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이해한다.17) 그러나 국군의무로서 국가의 안전보장은 조직으로서 군대의 존재목적이기 때문에 기본권 제한 사유와 연관성이 없다. 국방의 의무는 병역의무보다 넓은 범위의 개념으로서 반드시 병역의무로 좁게 해석할 이유는 없다. 기본권 제한사유로서의 국가안전보장은 기본권의 중대성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 법익이기 때문에, 양 심적 병역거부와 그에 따른 대체복무제를 부인하는 근거로 직접 원용할 수는 없다. 헌법은 제2장에서 ‘국민의 권리와 의무’ 제목 아래 납세의무(제38조), 국방의무(제39조), 교육을 받게 할 의무(제 31조 제2항), 근로의 의무(제32조 제2항), 환경보전의 의무(제35조 제1항 후단),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재산권을 행 사할 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다(권영성, 2010: 709-720). 헌법이 기본의무를 명시한 것은 국민이 가지는 의무적 성격을 확인하기보다는 오히려 국가가 국민에게 의무를 자의적으로 부과하고 그와 관련하여 국가권력을 남용하 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즉 국가의 의무부과권이 헌법적 한계 내에 있음을 천명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헌법 은 ‘자유의 기술’ 및 ‘권력통제의 법’임을 스스로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국가는 헌법의 명시적인 근거 없이 도 헌법이 정한 권한의 범위 안에서 적법절차에 따라 국민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 즉 국가가 국민에 게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 그것은 반드시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어야 하며 그 내용 또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을 침해하는 것이어서는 아니 된다.

17) 이러한 논거는 김선택, 2002: 40-41에서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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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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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서 법률유보가 필요한 것처럼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가진 국민의 의무 역시 법률유보가 필요하다. 헌법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예컨대 헌법 제38조․ 제39조)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 것은 헌법적 의무가 아니라 법률적 의무이다.18) 그 중 중요한 의무를 헌법에 기본의무로서 예시한 것은 역사적으 로 폐해를 야기한 전통적 의무를 헌법적 틀 안으로 편입시키고,19) 재산․ 교육․ 환경․ 근로의무 등의 현대적 의무를 헌법정책적으로 강조하기 위함이다. 전통적 의무는 주로 사인과 국가의 관계를 규율하며, 현대적 의무는 사회적 의무관계를 규율한다. 국방의무의 헌법적 내용은 평화주의 헌법원리에 따라 자위적 관점의 의무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국가작용을 제 한하는 헌법적 한계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의 기본권 내용을 구성한다. 자위적 관점에서의 국방의무는 직 접적 군사력의 구성요소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평화주의적 헌법가치의 실현과 양립할 것을 요청한다. 그런 점에 서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재판관들의 헌 법규범의식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헌법재판소는 “국방의 의무라 함은 북한을 포함한 외부의 적대세력의 직접적 간접적인 침략행위로부터 국가의 독립을 유지하고 영토를 보전하기 위한 의무로서 현대전이 고도의 과학기술과 정보를 요구하고 국민전체의 협 력을 필요로 하는 이른바 총력전인 점에 비추어 단지 병역법 등에 의하여 군복무에 임하는 등의 직접적인 병력 형성의무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좁게 볼 것이 아니라, 향토예비군설치법, 민방위기본법, 비상대비자원관리법, 병 역법 등에 의한 간접적인 병력형성의무 및 병력형성이후 군작전명령에 복종하고 협력하여야 할 의무도 포함하 는 넓은 의미의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20) 그러나 첫째, 국방의무를 좁은 의미에서 직접적인 병력형성의무로 이해한 것은 수긍할 수 있으나, 넓은 의미의 그것을 “간접적인 병력형성의무”로 규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 그것은 병력형성의 의무가 아니라 국방협력의무로 제한해야 한다. 오히려 대체복무제를 도입함으로써 양심적 병역거부자도 국방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보장해 야 한다(나달숙, 2006: 33 참조). 둘째, 헌법재판소의 관점은 국방의 의무를 이해함에 있어 현행 법제를 전제로 하여 헌법상 국방의 의무로 바꿔 말한 것에 불과하다. 이런 경우 헌법은 법률의 알리바이 구실을 할 뿐이다. 헌법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전투경찰 및 의무경찰제도, 향토예비군제도, 민방위제도 등의 설립과 그 운용이 헌법적 한계를 준수하고 있는지 또한 별도 로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셋째, 국방의 의무에 직접적으로 북한의 존재를 포함시킬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평화주의 헌법원리 아래에서 침 략적 전쟁을 부인하는 헌법규범에서 ‘외부의 적대세력’을 특정해서 고정할 수는 없다. 더욱이 헌법 제4조는 남북 관계에서 평화적 통일정책 수립의무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대법원과 헌재의 북한관은 헌법과도 맞지 않는다.

18) 헌법적 의무로 보아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헌법적 권리와 헌법적 의무의 충돌로 보는 견해는 이정환, 2016: 166. 19) 영국에서 볼 수 있듯이 근대국가에서 국민의무가 입법사항이 된 유래는 국왕의 자의적인 조세징수나 강제적인 징병을 통제하기 위해 의 회 승인에 의한 과세․ 징병 원칙을 확립한 데서 찾을 수 있다(권영성, 2010: 709). 20) 헌재 1995. 12. 28. 91헌마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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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 양심·사상·종교 자유의 헌법적 보호범위와 병역거부권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20조제1항이 양심의 자유와 별개로 종교의 자유를 따로 보장하고 있고, 병역을 거부한 사 람들이 모두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로서 자신들의 종교적 신앙에 따라 현역복무라는 병역의무를 거부하고 있으 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이들의 종교의 자유도 함께 제한된다고 본다. 그러나 종교적 신앙에 의한 행위 라도 개인의 주관적․ 윤리적 판단을 동반하는 것인 한 양심의 자유에 포함시켜 고찰할 수 있으므로, 양심의 자유 를 중심으로 기본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면 족하다고 판단하였다. <표 1>은 사상․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의 내 용을 비교한 것이다.21) <표 1> 기존 학설의 사상․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의 내용 비교22)

내심의 자유

내심 유지의 자유

양심[사상]의 자유

종교의 자유

•양심결정(양심형성)의 자유

• 신앙의 자유

•양심적 침묵의 자유

•종교적 침묵의 자유

1) 양심추지의 금지

1) 신앙추지의 금지

2) 정부에 대한 충성선서

2) 정부에 대한 충성선서

3) 반양심적 행위의 강제금지: 사죄광고

3) 반종교적 행위의 강제금지: 사죄광고 1) 종교적 행사의 자유

내심 실현의 자유

(언론․ 출판․ 집회․ 결사)

2) 종교적 집회․ 결사의 자유 3) 선교와 종교교육의 자유 4) 종교이념 지향의 정당활동

• 양심[사상]의 결정을 [평화적으로] 표명하거나 실현할

보호범위 밖

자유(예컨대 양심적 집총거부, 준법서약 거부, 특정 사상정당의 결성․ 유지·활동․ 참가) • 사상의 폭력적 실현의 자유

•종교적 집총거부, 준법서약 거부 •종교조직에 의한 정치활동[정교분리] •종교의 폭력적 실현의 자유

그런데 학설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에 대하여 종교의 자유와 비교할 때 과도하게 내심작용의 절대적 기본권으로 서의 성질을 강조하고 있다. 종교의 자유와 관련하여 “종교의 본질적 부분은 신앙이지만, 신앙은 단지 내심의 작 용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고 외부적 행위로 표현되기 마련이다. 외부적 표현행위의 자유까지 보장할 때에 비로소 종교의 자유는 완전한 것이 될 수 있다.”(권영성, 2010: 487). 다만 종교적 자유도 병역거부권에서는 국가안보론 에 밀려 양심의 자유처럼 주관화․ 내면화하고 있다. 양심의 자유 역시 “양심형성과정-양심유지과정-양심실현과정”(홍윤기, 2004: 52)의 삼위일체적 과정으로 이루 어짐을 확인해야 하며, 종교․ 사상․ 양심 등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대체복무제를 통해 종교․ 사상․ 양심 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할 것이다.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규약 제18조제3항에 따라, 즉 비례원칙에 따라 규율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김종남 사건의23) 다수견해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사상․ 양

21) 밑줄 친 부분은 그 맥락상 인정될 수 있다고 생각하여 보충한 것이다. 22) 권영성, 2009: 479-484, 486-8; 김철수, 2007: 792-8, 802-4; 허영, 2007: 577-582, 592-595; 성낙인, 2008: 476-480, 484; 정종섭, 2009: 539-542, 552-7에 근거하여 작성. 23) Communication no. 1786/2008, CCPR/C/104/D/1853-1854/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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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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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종교 자유에 내재하는 절대적 권리이기 때문에 비례원칙 심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박찬운, 2014: 21-22).

VII. 나오며 병역거부권은 양심의 자유를 실현하는 내용으로서의 기본권을 구성한다. 국회와 법원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양 심적 병역거부의 기본권을 확인하고 있지 않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태도는 결과적으로 병역거부 인권의 문 제를 군대 가기 싫은 일부 사람들의 주장으로 폄훼한 것이다. 추상적인 국가안보와 국방의무 개념 그리고 분단 상황에 대한 과잉의 가치부여를 통하여 헌법에 병역거부권에 대한 명문의 규정이 없다는 군색한 근거를 대고 있 다. 형벌을 과하는 과잉조치에 대하여도 무시한다. 사법부는 최소한 입법자에게 대체복무제 입법의무를 지우고 대체복무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 해소 문제는 국회에 맡기면 될 일이다. 사법부는 국회의 몫을 지레 선취함으로 써 기본권 보호범위를 축소하여 기본권 보장의 보루로서의 구실은커녕 기본권의 보류에 앞장선 셈이다. 병역거부권 인정의 문제는 평화주의 헌법원리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침략적 전쟁 부인이 헌법제정자의 정치현 실적인 판단이었다면, 헌법규범적인 판단에서는 병역거부권을 보장하는 제도 또는 최소한 그것을 침해하지 않 기 위한 대체복무제도는 평화주의 헌법원리를 실현하는 객관적 제도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 을 겪은 사회이고 정전체제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전쟁을 반대하는 것은 중요한 헌법적 요청이다. 분단 상황에서 의 국가안보 과잉의 시대일수록 병역거부권의 보장과 대체복무제 도입은 오히려 권력안보 아닌 인간안보로서의 진정한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시급한 과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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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문

양심적 병역거부

발제 I

인정의 헌법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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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문

발 제 II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을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의 조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이 글은 2015년 7월 9일 헌법재판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1212헌바 15 등 사건에 대한 변론에서 참고인으로 진술하였던 내용을 수정⋅ 보완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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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문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을 위한

발제 II

대체복무제 도입의 조건

Ⅰ. 문제상황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해묵은 숙제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양심적 병역거 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여러 차례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례들이 나왔지만, 문제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그렇고, 양심적 병역거부가 단순한 병역기피와는 다르다는 점에서 보더라도 양심적 병역 거부를 무조건 처벌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동시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 함으로써 이를 이용한 병역기피가 만연하게 되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하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기 피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게 될 경우에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은 명약관화한 것이다. 이를 위한 대안은 합리적인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사람을 죽이는 훈련을 받을 수 없다는 양심적인 이유 로 병역을 거부하지만, 그것이 병역을 기피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할 때, 결국 집총병역에 못지 않은 부담이라 고 누구라도 인정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함으로써 병역을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대안 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학자들, 시민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대체복무제의 도입 논의가 있은지 벌써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가시적인 전망은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가 이 문제를 소홀히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합리적인 대체복무제가 무엇 인가에 대한 합의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컨대 대체복무의 기간은 군복무의 기간보다 약간 길게(1.5~2배) 하는 것으로 충분할까? 대체복무의 강도는 과 연 어느 정도가 적절할까? 과도한 부담이 되는 경우는 오히려 역차별이 문제될 수 있을 것이고, 부담이 가벼울 경우에는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대체복무를 선택하려는 사람들이 급증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포함한-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현행법 규정들을 합헌으로 판시해 왔다. 하지만 동시에 대체복무제 도입의 필요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여전히 소극적 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금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과연 헌법재판소는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 규정들이나 병역의무 이 행과 관련한 현실적 여건들이 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예전의 판례처럼 합헌 판단을 내려야 할까? 아니면 국 회의 입법을 기다리는 것은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인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가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위헌 판단 을 내려야 할까?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우리 사회의 정의를 지키고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한다. 그러나 헌법재 판소의 역할과 더불어 그 한계도 함께 존중되어야 한다. 과도한 사법국가화, 즉 헌법재판에 의해 모든 정치적 문 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의 문제점은 경계되어야 하며, 권력분립으로부터 나오는 헌법재판의 기능법적 한계1)를 늘 유념해야 하는 것이다. 1) 헌법재판의 기능법적 한계에 대하여는 최희수, 헌법재판의 기능적 한계 –독일의 논의를 중심으로-, 안암법학 제43호(2014), 305-339쪽; W. Heun, Funktionell-rechtliche Schranken der Verfassungsgerichtsbarkeit, 199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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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제2회

병역거부에 관한

공익세미나

쟁점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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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에서 볼 때,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합리적 대체복무제의 도입이라 할 수 있으며, 헌법재판소가 설령 병역법 제88조 제1항 등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내림으로써 병역기피에 대한 처벌을 아예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에서-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린다 하더라도,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고, 병역의무를 형해화하지 않는 합리적 대체복무제의 문제를 떠나서 이야기될 수는 없다고 볼 수 있다.

Ⅱ. 대한민국 국민의 기본의무로서 병역의무가 갖는 의미와 특성 1. 기본의무로서의 국방의무와 그 핵심으로서의 병역의무

헌법 제39조가 정하고 있는 국방의 의무는 납세의 의무와 더불어 국가의 존립을 가능케 하는 기본의무이다. 그 렇기 때문에 교육의 의무나 근로의 의무를 비롯하여 헌법상 인정되고 있는 다른 기본의무들이 기본권의 측면과 얽혀 있는 형태2)를 보이고 있는 반면에 국방의 의무와 납세의 의무는 순수한 국민의 의무로 구성되어 있다.3) 국방의 의무는 병역의 의무와 국가의 국방상 조치에 협조할 의무를 내용으로 한다.4) 그러나 대부분 국방의 의무 와 병역의 의무를 동일시할 정도로 국방의 의무에서 병역의 의무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특히 우리나라는 남북 한의 대치상황 속에 강력한 전쟁억지력을 유지하기 위해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병역의 의무가 국민들 의 삶에서 매우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를 둘러싼 갈등 또한 적지 않다. 신체와 정신이 건강한 대한민국의 성인 남자는 누구나 병역의 의무를 지는 것이 원칙이다. 인생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20대에서 2년 남짓한 기간을 군대에서 보낸다는 것은 국가와 민족에 봉사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기도 하 지만, 본인과 가족들에게 적지 않은 희생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병역의무 이행의 객관성과 공정성은 항시 초미의 관심사였으며, 수많은 고위공직자들이 자신 또는 자식의 병역비리의혹으로 낙마하였던 것도 병역 의무 이행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요청의 결과라 할 수 있다.5)

2) 교육의 의무는 교육의 권리와, 근로의 의무는 근로의 권리와 맞물려 있으며, 재산권행사의 공공복리적합의무가 재산권과, 환경보전의 의 무가 환경권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물론 그것이 권리이자 동시에 의무인 것이라기보다는 교육이나 근로 등이 성격상 개인의 인권 차원에서의 중요성 못지 않게 국가공동체의 유지·발전을 위해서도 중요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본권과 기본의무에 관계에 관하여는 장영수, 헌법체계상 기본의무의 의의와 실현구조, 고려대 법학논집 제33호(1997), 51-79(72이하) 쪽 참조. 3) 물론 헌법의 거시적 구조 속에서 볼 때, 국민의 기본의무 자체가 기본권 보장을 위한 것이라는 점은 부인될 수 없다. 하지만 국방의 의무 를 미시적으로 고찰할 때, 기본권의 보장과 무관하게 의무의 성격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4) 장영수, 「헌법학」, 2015, 918쪽 참조. 5) 그 결과 1999년 5월 24일 「공직자 등의 병역사항 신고 및 공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으며, 이 법률의 제정이유는 “고위공직자 및 공직 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의 규정에 의한 공직선거후보자와 그 직계비속에 대한 병역사항의 신고 및 공개를 제도화함으로써 공직을 이용한 부정한 병역일탈을 방지하고 병무행정에 대한 공정성을 확보하여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공직기강을 확립하고 나아가 병역의무를 자진이행하는데 기여하려는 것”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http://www.law.go.kr/lsInfoP.do?lsiSeq=56854&ancYd=19990524&ancNo=05989&efYd=19990524&nwJoYnInfo=N&efGubun=Y& chrClsCd=01020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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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문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을 위한

발제 II

대체복무제 도입의 조건

돌이켜 보면, 대한민국의 병역의무가 항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행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과거 병역면제 자와 방위병, 현역병을 가리켜 신의 아들, 장군의 아들, 어둠의 자식으로 표현하였던 것은 병역의무 부과의 공정 성에 대한 불신과 다르지 않았다. 비록 현재에는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국민들의 의혹과 불신은 아직 완전히 불식되지 않았다. 대한민국에서 병역비리는 여전히 -모든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관심사인 대학입시부정과 더불어- 국민들이 가 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제의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병역법에 의한 병역의무의 부과 기준을 보다 엄격하고 공정하게 정함으로써 병역비리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병역비리에 대해 단호하게 대 응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 또한 중요한 것이다.

2. 병역법에 의한 병역의무의 구체화

병역법은 총 14개의 장과 97개 조문 및 부칙들로 구성된 법률로서 병역의무의 구체화를 담고 있다. 특히 병역법 제3조 제2항에서는 “이 법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병역의무에 대한 특례(特例)를 규정할 수 없다”라고 명시하여 특별법에 의해 병역의무에 대한 다양한 특례를 직접 규정함으로써 병역의무 부과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훼손되 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병역법은 병역의무자를 현역, 예비역, 보충역, 병역준비역, 전시근로역으로 나누고, 이를 근거로 병역의무의 부과 에 차등을 두고 있다(제5조 제1항).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18세부터 병역준비역에 편입되지만(제8조), 징병검 사에 의한 신체등위의 판정에 따라 현역, 보충역, 전시근로역 또는 병역면제 대상으로 분류되며(제12조), 이를 근 거로 병역처분을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제14조). 이렇게 볼 때, 병역법에 의한 병역의무의 차별화 기준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징병검사 또는 신체 검사 결과에 따른 판정이 기준이 되어 현역, 보충역 등을 결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병력수급사정 등 국방여 건에 의해 보충역으로 판정하는 경우이다(제5조 제1항 제3호 가목).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공중보건의사, 공익법 무관, 산업기능요원 등 특별한 자격을 가진 사람을 보충역으로 편입하는 것이다(제5조 제1항 제3호 나목).6) 그밖에 병역법은 가사사정으로 인한 전시근로역 편입이나 전역(제62조, 제63조), 병역준비역의 병역면제(제64 조), 병역처분의 변경(제65조) 등에서 병역의무의 감면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병역법 규정에 의한 병역의무 부과기준의 세분화 및 차등화는 헌법이 요청하는 평등의 원칙에 따라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는 원칙을 구체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역입영대상자의 보 충역 편입이나 병역의무의 감면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으며, 항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6) 주목할 점은 병역법 제5조 제1항 제3호 나목에서 열거되고 있는 보충역 복무의 다양한 유형들에 해당하는 사람들 중에서 사회복무요원 을 제외한 대부분의 보충역 복무는 현역복무대상자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자격을 전제로 보충역으로 편입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로 인 하여 병역의무 부과의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야기되고 있을 정도로 병역의무에 대한 예외의 인정은 매우 민감한 것이다. 2007년 병역특 례 비리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어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되었던 것(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 7072618181 참조 – 최종방문 2016. 11. 20.)도 이러한 민감성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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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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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한민국의 특수상황과 병역의무의 특성

대한민국에서 병역의무가 외국과는 다른 특수성을 갖는 것은 무엇보다 징병제 때문이다. 6·25 전쟁의 경험 및 남북한의 대치상황에 따라 강력한 전쟁억지력을 요구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모병제가 아닌 징병제를 채택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하여 병역의무의 이행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7) 징병제의 결과 대한민국의 건강한 성인남성은 모두 병역의무를 지는 것이 원칙이 되었고, 이 부담을 어떻게 합리 적이고 공평하게 나눌 것인지가 매우 민감한 문제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여성에 대해서도 병역의무 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고,8) 다문화사회로의 진입에 따라 인종이나 피부색에 따른 차별의 금지 가 병역법에 명문화되기도 하였다(병역법 제3조 제3항).9) 또한 다양한 사회적·문화적 배경을 가진 수많은 사람 들이 군대에서 만나게 됨으로 인하여 군대 내에서의 폭력·왕따 등 다양한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10)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채택하는 것도 검토해 보자는 주장11)이 나오는가 하면, 군사법원의 개혁 내지 폐지12)를 비롯하여 군대문화의 혁신에 관한 다양한 대안들이 제시되기도 하였다.13) 이러한 대안들 중에서는 신중한 검토를 거쳐서 수용되어야 할 것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지금 당장 징병제를 폐 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남북한이 통일된 이후에도 쉽게 모병제로 전환될 수 있을지는 단언하기 어려운 일이다.14) 따라서 현재의 상황에서는 징병제 하에서 병역의무 부과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적 과제라 고 할 수밖에 없으며, 이에 실패할 경우의 국가적 혼란은 지난해의 세월호 사건이나 최근의 메르스 사태에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7) 우리나라의 양심적 병역거부가 부딪히게 되는 특수한 문제상황 또한 이와 직접적인 관련성을 갖는다. 모병제일 경우 자원하지 않는다면 입대하지 않을 것이므로 –전쟁의 발발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문제될 소지가 없는 것이다. 또한 징병제 국가라 하더라도 전쟁의 경험 내지 인접국과의 적대적 대치상황에 있어서 우리의 경우처럼 민감한 예는 많지 않을 것이다. 8) 이러한 주장은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병역법 제3조 제1항이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심판청구로 이어졌으나 헌법재판소 는 기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관하여는 헌재 2010.11.25. 2006헌마328 결정; 헌재 2014.2.27. 2011헌마825 결정 참조. 9) 이 조항은 2007년 12월 31일 개정을 통해 삽입되었으며, 2009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10) 이에 관하여는 정병국·송영근·홍철호의원실, 「병영문화 혁신 인문학 독서가 답이다」(2014 병영문화혁신 국회토론회[2014.8.18.] 자료 집); 송영근·상호존중과배려운동본부, 「귀한 우리 군, 어디로 가야 하나?」(병영문화혁신 토론회[2014.11.14.] 자료집), 참조. 이와 관련하여 현재 국회에 「군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 특별위원회」가 구성되어 활동 중에 있다. 11) 이에 관하여는 배성관, 모병제 생각할 때이다, 군사세계 제85호(2002.5), 95-107쪽; 이상목, 징병제와 모병제: 경제적 관점에서의 비교분 석, 국방연구 제43권 제2호(2000.12), 131-151쪽; 이상목, 병역제도의 전환 가능성과 개선방안에 대한 소고, 규제연구 제14권 제2호 (2005.12), 133-162쪽 참조. 12) 이에 관하여는 송기춘, 군사재판에 관한 헌법학적 연구 -군사법원의 구성과 운영의 개선방안을 중심으로-, 공법연구 제33집 제3호 (2005), 273-296쪽; 장영수, 군 사법제도 개혁의 요청과 군사법원의 발전방향, 고려법학 제56권(2010), 335-360쪽 참조. 13) 이에 관하여는 김세훈·김용주, 한국군 병영문화의 문제 및 개선에 대한 연구, 군사논단 제81권(2015), 108-125쪽; 김의열, 신세대 장병의 적응실태 및 군 사회복지실천에 관한 연구, 한국군사회복지학 제2권 제2호(2009), 67-108쪽 참조. 14) 1990년 동서독의 통일 이후 독일에서도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으나,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하기까지는 20년 이 넘는 세월이 소요되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통일 이후 주변국가들과의 관계에 문제가 없었던 독일과 달리 중국과 러시아와의 국경 을 지켜야 할 통일 한국의 군대를 모병제로 전환하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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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문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을 위한

발제 II

대체복무제 도입의 조건

Ⅲ. 현행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의미와 효력 1. 병역기피 문제와 병역법에 의한 규제의 필요성

해방 71년, 대한민국 건국 68년이 되는 지금까지 병역기피 문제는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사회의 뿌리를 흔들었 다.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으로 대선에서 낙마하였던 이회창 후보자를 비롯하여 총리나 장관의 임명 과정에서 병 역비리가 문제되었던 사례는 무수히 많으며, 최근의 이완구 전 총리나 황교안 현 총리도 병역비리 의혹을 비껴가 지 못했을 정도로 고위공직자의 병역비리 문제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다. 뿐만 아니라 일부 연예인들과 운동선수들은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몸에 손상을 가하거나 각종 시술을 받는가 하 면, 브로커까지 끼어서 병역면제 판정을 받기 위한 각종 편법이 난무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들이 반복되면서 결 국 병역비리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징병검사가 개선되었고, 병역비리에 대한 신상공개 등이 제도화되었지만,15) 아직도 병역비리에 대한 의혹들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곧 병역비리에 대한 엄정한 대응의 요청으로 이어졌으며, 병역법 이외의 다른 법에서는 병역처분 에 대한 특례를 두지 못하도록 명시한 병역법 제3조 제2항의 규정은 1984년 3월 1일 병역법 개정을 통해 1973년 4월 3일 제정되었던 「병역의무의 특례 규제에 관한 법률」16)을 병역법에 통합한 것으로서 병역 특례의 문제가 얼 마나 심각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 결과 병역처분이 과거에 비해 까다로워진 것은 물론, 그 근거법인 병역법도 여러 차례의 개정을 통해 강화되 었다.17)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역기피자의 숫자는 크게 줄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18) 이런 상황에서 고의적인 병역기피자들에 대한 처벌은 불가피한 것으로 인정될 수밖에 없다.

2.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 의한 병역기피자의 제재와 그 근거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모집에 의한 입영 통지서를 포함한다)를 받은 사람이 정당 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기일부터 다음 각 호의 기간이 지나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다만, 제53조 제2항에 따라 전시근로소집에 대비한 점검통지서를 받은 사 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지정된 일시의 점검에 참석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병역기피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15) 2015년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병역법 제81조의2에 의하여 병역의무 기피자의 인적 사항 등의 공개가 가능하게 되었다. 16) 이 법률의 제정이유는 “모든 국민에게 병역의무를 평등·공평하게 부과하도록 하기 위하여 각종 법령으로 병역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하 는 것을 억제하는 한편, 특수한 기술분야에 종사하는 병역의무자에게는 당해 분야에서 국가에 공헌할 기회를 보장하고, 이로써 병역의무 를 마친 것으로 보게 함으로써 국토방위와 경제자립의 국가적 목적을 균형있게 달성하려는 것”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http://www.law.go.kr/lsInfoP.do?lsiSeq=5564&lsId=&efYd=19730403&chrClsCd=010202&urlMode=lsEfInfoR&viewCls=lsRvsDocI nfoR#0000) 17) 대한민국에서 가장 자주 개정된 법률은 아마도 선거법일 것이지만, 병역법도 상당히 잦은 개정을 경험하였고, 특히 최근 10여년 동안 병 역비리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여러 차례의 법개정을 통해 다양한 제도들이 도입되었다. 그 결과 과거에 비해 보충역 판정 비율이 약 간 줄고 현역병 판정비율이 약간 높아진 것을 최근 10년의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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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제2회

병역거부에 관한

공익세미나

쟁점토론

26

이 조항은 병역기피에 대한 처벌의 근거조항일 뿐만 아니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의 핵심조항이기도 하다. 병역법 제86조에서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도망가거나 행방을 감춘 경우 또는 신체를 손상하거나 속임수를 쓴 사람은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도망이나 신체훼손 등에 의한 병역기피에 대하여 보다 강력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제88조 제1항에 의해 처벌받고 있는 것이다.

징병검사 결과 현황 추이 [단위 : 천명]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323

336

336

341

367

391

378

381

366

353

19세 남자

294.3

304

304

315.1

337.5

353.9

349.1

352.3

351.0

337.0

계(20세 남자 포함)

302.5

312.7

312.9

324.8

347.2

365.1

361.2

364.1

363.8

350.8

현역병입영대상자

273

282.2

277.4

291.1

316.2

333.8

329.7

333.2

328.9

304.5

보충역

18.8

19.6

24.3

22

18.9

18

18.7

18.1

19.7

31.6

2국민역(신분결함)

0.1

0.1

0.0

0.0

0.0

0.0

0.0

0.0

0.0

0.0

2국민역(신체결함)

5.7

6.1

6.2

6.7

5.9

6.2

6.1

5.9

6.9

7.2

병역면제

0.7

0.9

0.9

0.9

1.0

1.0

0.9

0.9

0.9

1.0

재신체검사

4.0

3.6

3.8

4.1

5.2

6.1

5.8

6.0

7.1

6.5

인구추계(19세 남자)

출처: e-나라지표(http://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718)

18) 아래의 병역기피자 통계결과를 보면 약간의 감소세는 있으나 뚜렷하지 않고, 특히 무단기피보다 병역거부의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 음을 확인할 수 있다.

(’14.8.31.현재, 명)

’09~’14년까지 병역기피자 현황 (내용별, 적발유형별 분류)

구분

병역거부 (입영 및 집총 거부자)

무단기피 % 소계

%

현역

사회복무

징병검사

5,653

3,497

61.9

2,156

38.1

1,224

896

36

’14년

414

202

48.8

212

51.2

132

69

11

’13년

1,043

623

59.7

420

40.3

287

127

6

’12년

973

590

60.6

383

394

223

157

3

’11년

1,083

633

58.4

450

41.6

208

241

1

’10년

1,147

721

62.9

426

37.1

214

204

8

’09년

993

728

73.3

265

26.7

160

98

7

출처: 2014년도 병무청 국정감사자료

병역법 제86조와 비교해 볼 때, 제88조 제1항은 병역의무의 회피를 위해 도망, 신체훼손, 속임수 등의 적극적인 행 동을 한 것이 아니라 입영통지에도 불구하고 입영하지 않은 소극적인 방식의 병역기피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죄질의 차이가 형량의 차이로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헌법상의 국방의무 가 병역법에 의해 구체화되어 부과되는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법적 제재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27

발제문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을 위한

발제 II

대체복무제 도입의 조건

만일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법적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다면 병역의무의 형해화라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며, 이는 곧 국가의 존립 기반이 해체될 수 있다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병역기피자에 대하여 법적 제재를 가하고 있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성 근거는 곧 병역의무 부과의 정당성과 맞물려 있 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19)

3. 병역기피의 사회적 파급효와 동 조항의 기능

병역기피 문제의 핵심은 병역의무 부담의 공평성을 깨뜨린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기본권의 주체 임과 동시에 기본의무의 주체가 된다는 점, 기본의무 중에서도 국가의 존립을 가능케 하는 국방의무와 납세의무 의 경우 그 부담의 공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역의무의 이행과 관련한 각종 비리의 만연은 근절되지 못했고, 묻지마 식의 권력과 금력에 의한 병역비리가 각종 특례제도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진화되면서 지속적인 병역법 개정의 요인이 되었지만 사 후약방문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20) 그런 가운데 병역기피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방어막의 역할을 했던 것이 병역법 제88조 제1항 등과 같은 처벌조항이라 할 것이다. 병역기피를 근절하지 못할 경우, 권력과 금력을 가진 소수 특권층 자제들이 군대에 가지 않는 것으로 문제가 끝 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병역의무를 정상적으로 이행한 다수 국민들이 심한 박탈감을 느끼도록 할 뿐만 아니 라, 병무행정 나아가 국가 전체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낳게 된다는 것을 그동안 끊임없이 반복되었던 병역비리 사건들이 보여주었다. 이러한 국민적 불신과 불만이 선을 넘게 되면, 과거 월맹과 대립하던 월남의 경우처럼 국민들의 국가수호의지마 저 약해질 수 있으며,21) 그 결과는 국가의 몰락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병역기피를 정당화 하는 것은 인정될 수 없다. 2010년 5월 4일의 국적법 개정을 통해 복수국적을 인정하면서도 병역의무의 이행과 관련한 국적이탈의 제한을 가하고 있는 것22)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만일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효력이 상실되거나 제한되어 대한민국이 병역기피에 대해 무방비상태가 된다면, 그 것은 복수국적 문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심각한 사태를 야기하게 될 것이며, 대한민국의 국방뿐만 아니라 국민의 국가에 대한 신뢰까지도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될 것이다.

19) 병역의무의 부과는 정당하지만, 양심의 자유도 동시에 존중되어야 하므로 양자를 동시에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는 대체복무제가 도입 되어야 한다는 주장(예컨대 윤영철,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형사처벌의 형법적 문제점, 형사정책 제16권 제2호(2004), 93-120[100이하]쪽) 에는 입법론적으로 찬성할 수 있다. 그러나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병역의무의 부과가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볼 수는 없으며, 따라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성 근거가 상실되었다고 보는 해석론상의 견해(예컨대 윤영철, 병역법 제88조 제1항과 양심적 병역거부, 비교형사법연구 제6권 제2호(2004), 389-415[411이하]쪽)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20)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91012010331371910040 참조. 21) 국가를 해체시키는 가장 두려운 요인은 외부의 압력이 아니라 내부의 분열이며, 특히 국가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와 신뢰가 약화될 경우, 국가의 존립 자체도 위태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과거 외세에 의해 식민지가 되었던 나라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하였지만, 내부적 갈 등으로 국가가 분열된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의 경우는 이제 완전히 별개의 국가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22) 국적법 제12조 제3항: 직계존속(直系尊屬)이 외국에서 영주(永住)할 목적 없이 체류한 상태에서 출생한 자는 병역의무의 이행과 관련하 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제14조에 따른 국적이탈신고를 할 수 있다. 1. 현역·상근예비역 또는 보충역으로 복무를 마치거나 마친 것으로 보게 되는 경우 2. 전시근로역에 편입된 경우 3. 병역면제처분을 받은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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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제2회

병역거부에 관한

공익세미나

쟁점토론

28

Ⅳ.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의 전제조건: 합리적 대체복무제 1. 양심적 병역거부의 개념과 기본권적 의의

양심적 병역거부의 사전적 정의는 “병역·집총(執銃)을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절대악이라 확신하여 거부하는 행 위”23) 또는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과 집총(총을 잡는 행위)을 거부하는 행위”24)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대립적이며, 대립의 날카로움은 개념 자체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나타난다. 양 심적 병역거부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입장에서는 이를 당연히 인정되어야 하는 인권25) 내지 평화운동26)으로 규 정하는가 하면27), 반대 입장에서는 과연 이를 인정할 경우 누가 병역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인가 라는 문제제기 28)에서부터

심지어 비양심적 병역기피29)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30)

이러한 기본적인 시각차는 양심에 대한 이해의 차이, 그리고 양심의 자유와 국가안보의 관계에 대한 이해의 차이 에서 비롯된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다면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사람들은 비양심적인 것이냐는 반문이나, 국가가 있어야 양심의 자유를 비롯한 인권도 보장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름의 일리가 있지만, 문제를 전체적으로 보지 못하는 편향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지적될 수 있다. 양심의 자유의 핵심은 도덕적인 선악의 판단에 있어서 개인의 주체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즉, 나의 양심적 판단 이 다른 사람의 양심적 판단과 꼭 일치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31)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양심적인 것으로 판단하는 것과는 다른 양심상의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32) 그러나 이는 동시에 양심

23) 두산백과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124334&cid=40942&categoryId=31693) 24) 시사상식사전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937390&cid=43667&categoryId= 43667) 25) 최정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인정은 사회복지 확대와 인권신장으로 가는 길: 양심적 병역거부 논란, 대안은 있다, 민족21 제12호 (2002.3), 94-97쪽 참조. 26) 임재성, 평화운동으로서의 한국 양심적 병역거부운동 연구, 전남대 민주주의와 인권 제10권 제3호(2010.12), 305-352쪽 참조. 27) 나아가 ‘병역거부운동’이라는 표현으로 이른바 “성별화된 국가안보담론”을 비판하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이에 관하여는 강유인화, 병역, 기피·비리·거부의 정치학, 여성과평화 제5호(2010.12), 92-117쪽 참조. 28) 최돈걸, 목숨 걸고 나라 지킬 자 과연 누구인가?, 병무 제51호(2002), 8-9쪽 참조. 29) 제성호, 양심적 병역 거부는 비양심적·반공동체적 병역기피이다, 바른사회 제13권(2004. 7·8), 32-33쪽. 30) 이러한 갈등은 기독교 내에서도 정의로운 전쟁의 논리와 평화주의의 논리로 대립되어 있으며, 주류였던 전자의 입장에서 양심적 병역거 부를 이단으로 비판한 바 있었다. 이에 관하여는 강인철, 한국 개신교와 양심적 병역거부 –정통과 이단을 넘어서-, 한신인문학연구 제6집 (2005.12), 95-130쪽; 진상범, 한국사회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국가와 종교의 대응, 종교문화연구 제8호(2006.11), 191-217쪽 참조. 또한 2005년 인권위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라는 권고안이 나온 것에 대해 불교와 천주교 측과는 달리 기독교 측에서는 한기총을 중심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적극적 반대 입장을 명확하게 밝힌 바 있다. (http://kcnp.logos.co.kr/new2/read. asp?idx=030000389 - 최종방문 2015 .6. 20.)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phs514&folder=5&list _ id=5915293 - 최종방문 2015.6.20.) 31) 헌재 2004.8.26. 2002헌가1 결정: “양심의 자유에서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국가의 법질서나 사회의 도덕률에서 벗어나려는 소수 의 양심이다. 따라서 양심상의 결정이 어떠한 종교관·세계관 또는 그 외의 가치체계에 기초하고 있는가와 관계없이, 모든 내용의 양심상 의 결정이 양심의 자유에 의하여 보장된다.” 32) 그것이 다원주의의 전제이고, 민주적 다양성의 출발점이다. 이를 부정하는 것은 오직 하나의 입장만이 절대적으로 타당하다고 보는 전체 주의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민주주의 본질적 요소로서의 다원주의와 그 대립개념으로서의 전체주의에 관하여는 장영수, 헌법 의 기본원리로서의 민주주의, 안암법학 창간호(1993), 67-147(113이하)쪽 참조.


29

발제문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을 위한

발제 II

대체복무제 도입의 조건

의 자유를 근거로 모든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33)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34) 또한 인권과 국가의 관계도 어느 일방의 절대적 우위로 설명될 수 없다. 국가의 존립이 인권보장의 전제가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국가를 인권의 우위에 놓을 경우에는 전체주의로 귀결됨을 인류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결국 국가작용의 궁극적인 목적으로서의 인권과 이를 보장하기 위한 실질적인 전제로서의 국가안보는 –당위적으로 는 인권이 우선해야 할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상호의존관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어야 하며, 헌법 제37조 제2항 에서 국가안보를 위한 기본권의 제한을 허용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35)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양심적 병역거부는 결코 인정될 수 없는 절대악도, 무조건 인정되어야 할 절대선도 아니 다.36) 대부분의 인권이 현실적 조건에 따라 그 보장의 범위가 끊임없이 변화되듯이 양심적 병역거부도 현실적 여 건에 따라 인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는 상대적인 가치일 뿐이지, 국 민의 기본의무인 국방의 의무나 국가안보에 대하여 절대적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37)

2.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의 핵심전제로서의 대체복무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성을 얻기 위한 핵심적 전제조건이 ‘합리적’인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이다. 단순히 양심상 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할 수 있고, 그에 대한 상응하는 부담이 없다면 병역의무의 이행이라는 커다란 희생과의 형평성 문제38)가 심각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커다란 혼란이 야기될 것이 분명한 것이다.39)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것만으로 손쉽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병역의무 이행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정

33) 헌재 2004.8.26. 2002헌가1 결정: “양심의 자유는 단지 국가에 대하여 가능하면 개인의 양심을 고려하고 보호할 것을 요구하는 권리일 뿐, 양심상의 이유로 법적 의무의 이행을 거부하거나 법적 의무를 대신하는 대체의무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34) 객관적인 법질서는 개인의 주관적인 양심을 최대한 보호해야 할 것이지만, 개인의 양심이 객관적 가치를 침해하는 경우까지 보호할 수는 없다. 그러한 경우에는 이른바 양심범이라 하더라도 처벌될 수 있는 것이다. 양심범의 문제에 관하여는 박중규, 양심범, 확신범 그리고 격 정범에 대한 책임해석론의 내용 -독일의 해석론을 논의대상으로-, 비교형사법연구 제2권 제1호(2000.7), 27-41쪽; 양화식, 양심범의 가벌 성에 관한 고찰, 법조 제511호(1999.4), 65-91쪽 참조. 35) 이러한 주장이 병역거부권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 주장되는 병역거부권 내지 대체복무요구권(예컨대 오 동석, 병역거부권과 헌법, 한인섭·이재승(편),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2013, 66-85쪽; 이재승, 양심적 병역거부권과 대체복무 제, 민주사회와 정책연구 제7권[2004], 265-288쪽)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독일처럼 헌법상 명문화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입법적으 로 이를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독일의 경우처럼 양심적 병역거부가 헌법에 명문화됨으로써 기본권으로 인정되고 있는 경우에 도 그것이 절대적이고 무제한적인 기본권은 될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36) 그런 의미에서 병역거부를 군사주의의 거부로 정당화하는 것(예컨대 임재성, 징병제 형성과정을 통해서 본 양심적 병역거부의 역사, 사 회와역사 제88호[2010.12], 387-422[413이하]쪽)도 타당하지는 않다. 37) 독일의 경우 기본법상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문화하고 있지만,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기본법 제4조 제3항)가 병역의무 (기본법 제12조의a 제1항)나 국방에 대한 연방의 입법권(기본법 제73조 제1호), 연방의 군대편성권(기본법 제87조의a 제1항 제1문)에 우선 하는 헌법적 지위를 갖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고, 이에 근거하여 군복무 중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신청한 경우 그에 대한 최종적 판정 이 내려지기 이전까지는 군대의 규율에 복종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BVerfGE 28, 243[261f.]; 28, 264[274f.]; 32, 40[45f.]). 38) 독일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의 경우 대체복무를 통한 의무 내지 부담의 평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관하여는 H. Bethge, Gewissensfreiheit, in: Isensee/Kirchhof(Hrsg.), Handbuch des Staatsrechts, Bd.Ⅵ, 2.Aufl., 2001, S.435-469(461) 참조. 39)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기만 하면 누구라도 손쉽게 병역의무 이행을 회피할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담은 별로 크지 않다면, 제 대로 병역의무를 이행하려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예컨대 국적이탈을 통해 병역을 기피했던 유승준의 경우에 대해 사회적 비 난과 더불어 입국거부라는 강경한 대응이 없었다면 제2, 제3의 유승준이 또 나올 수도 있었을 것이며, 이는 병역의무 전체의 기틀이 흔들 리게 되는 결과를 야기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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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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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 ‘합리적인’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어야 한다.40) 형식적으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했을 뿐, 그것이 현행법상의 특례제도와 유사한 것이 된다면, 대부분의 현역복무대상자들이 대체복무를 선택하게 될 것이며,41) 그 결과는 파 국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합리적 대체복무제의 도입을 위해 다음의 조건들을 면밀히 검토하여야 한다. 첫째, 병역거부의 사유가 명확해야 한다.42) 종교적인 이유인지 아니면 개인적 양심상의 이유인지는 중요하지 않 을 수 있다.43) 그러나 단순히 군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집총훈련에 대한 공포가 아닌, 다른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한 거부감, 모든 형태의 전쟁에 대한 거부의 의사44)가 명확해야 한다.45) 즉, 정당방위의 상황에서 도 살인은 할 수 없다고 할 정도의 소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46) 둘째, 대체복무의 부담이 병역의무 이행보다 결코 가볍지 않아야 한다.47) 단지 복무기간이 병역의무의 기간보다 길다48)고 해서 부담이 더 큰 것으로 느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존의 특례제도들에 대한 선호도가 잘 보여 주고 있다.49) 실질적인 부담이 군복무 이상으로 크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어야 하며,50) 특히 군대 내에서

40) 단순히 외국의 입법례를 참고하여 우리나라에서도 대체복무제가 쉽게 성공할 것이라는 낙관적 예측을 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일이다. 독일에서도 대체복무제의 성공적인 정착과 합리적인 운영을 위해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가 있었던 점은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에 관하여는 Raphaela Natter, “Ziviler Ersatzdienst”. Vom Gesetz ü ber den zivilen Ersatzdienst bis zur Diskussion ü ber die Wehrdienstverweigerung per Postkarte : die Entwicklung der rechtlichen, politischen und gesellschaftlichen Bedingungen für Kriegsdiens- tverweigerer in den 1960er und 1970er Jahren, In: Martin Lö hnig / Mareike Preisner / Thomas Schlemmer(Hrsg.), Reform und Revolte(Tü bingen: Mohr Siebeck), 2012, S.63-97 참조. 41) 2007년 당시의 병역특례 비리는 현역병 입영을 대신하는 여러 유형의 특례제도들이 어떻게 오·남용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그러 나 이러한 특례비리의 기본적인 출발점은 특례 자체가 현역병 입영에 비해 특혜가 된다는 점이었다. 즉, 병역특례로 복무하는 과정에서 의 비리는 논외로 하더라도, 정당한 자격 없이 병역특례자로 선정되는 것 자체가 문제였던 것이다. 42) 이와 관련하여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국가방위를 위해 충분한 방위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기본법상 모병제를 채택하는 것도 가 능할 것이지만, 입법자가 기본법상의 병역의무에 기초하여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군복무와 대체복무 사이에 서의 자유로운 선택의 권리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BVerfGE 48, 127[159ff.]). 국민의 일차적 의무는 병역의무이며, 대체복무 는 집총병역에 반대하는 양심상의 결정이라는 특수한 경우에 대한 예외적 허용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BVerfGE 48, 127[165f.]). 43)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있던 독일에서 기본법 제4조 제3항의 해석과 관련하여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양심상의 결정’을 “‘선’과 ‘악’의 범주에 관한 윤리적으로 진지한 결정으로서 개인이 특정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구속력이 있고, 절대적인 의무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 체험하게 되어 심각한 양심의 위기 없이는 이를 거스를 수 없는 것”이라고 해석하였다(BVerfGE 12, 45). 44)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도 정당한 전쟁과 부당한 전쟁을 구별하여 후자만을 거부하는 식의 양심적 병역거부는 인정될 수 없다고 보았다 (BVerfGE 12, 45[57f.]). 반면에 선택적 거부를 찬성하는 입장으로는 이재승, 군인의 전쟁거부권, 민주법학 제43호(2010.7), 185-224(190이 하) 쪽 참조. 또한 이스라엘에서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억압적 전쟁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선택적 병역거부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관하여는 페레츠 키드론, 왜 ‘전면적’이 아닌 ‘선택적’ 병역거부인가, 당대비평 제26호(2004.6), 228-245쪽 참조. 45) 이와 관련하여 양심상의 결정을 표명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양심의 자유에 대한 침해는 되지 않는다고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판시하였 다. 이에 관하여는 BVerfGE 28, 243(259); 48, 127(166). 46) 우리 헌법은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방위전쟁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총병역을 거부하는 것은 방위전쟁에서의 살인도 개인적 양심에 반한다는 것이므로 국가 차원의 전쟁뿐만 아니라 개인적 차원의 분쟁에서도 정당방위에 의한 살인을 용납하지 못한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수미일관된 것이라 볼 수 있다. 47) 이를 현역복무와 대체복무의 등가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쟁의 위험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현역복무의 안고 있는 정신적 부담 까지 고려할 때, 단순한 육체적 고통의 등가성으로만 평가하기 어려우며, 이를 떠나서도 우리나라 군대의 힘든 복무환경은 이에 상응하 는 대체복무의 선택 폭을 크게 줄이고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48)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복무기간이 길어야 하는 이유에 관하여는 강현철,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 기초한 병역거부자에 대한 입법론적 고찰 -사회복무제로의 변화를 통한 입법대안을 중심으로-, 아주법학 제4권 제1호(2010.6), 29-60쪽(53이하)쪽 참조. 49) 물론 전후의 독일이나 현재의 대만 등 외국의 대체복무제도는 병역의무에 비해 장기간 복무하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것만 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50) 이런 측면에서 현재의 군복무환경의 개선이 대체복무의 유형이나 기간의 설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설득력이 있다. 이에 관하 여는 표명환,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도, 제주대 법과정책 제12권 제1호(2006), 329-349(347)쪽; 한인섭, 양심적 병역거부: 헌법 적·형사법적 검토, in: 안경환·장복희(편), 「양심적 병역거부」, 2002, 11-48(45이하)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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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문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을 위한

발제 II

대체복무제 도입의 조건

훈련과정 등이 주는 부담에 못지않게 내무생활의 부담, 그리고 각종 사건사고의 위험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51) 셋째, 전쟁 등의 특수상황에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규율되어야 할 것이다.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 라면 전쟁 중이라 하더라도 집총병역은 할 수 없을 것이지만, 이를 대신하여 다른 방위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것 이 적절할 것인지52)에 대해서도 사전적 검토가 필요한 것이다.53) 이런 전제들을 갖춘 상태로 합리적인 대체복무제도가 도입된다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것도 가능할 것 이다. 예컨대 2년의 군복무 대신에 3년의 기간 동안 강도 높은 대체복무를 하도록 하는 방안은 설득력이 있다. 다 만, 예상되는 대체복무 희망자들의 숫자와 그들을 배치할 수 있는 적절한 자리들이 사전에 충분히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3. 대체복무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

대한민국에서 병역문제는 오랜 세월 동안 가장 민감한 주제의 하나였다. 그로 인하여 합리적인 제도개혁조차도 매우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했던 경험도 적지 않았다. 더욱이 병역기피를 정당화시키는 듯한 외관을 갖게 될 수도 있는 대체복무의 도입은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대체복무제 도입이 시도되었지만,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 백지화되었다. 그러나 국가인권 위를 비롯한 인권단체들에서는 여전히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 내지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여론조사의 결 과는 미묘하다.54)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76%인 반면에 대체복무를 도입하는 것 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이 68%로 나타났던 것이다.55)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대체복무제의 도입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의 합법화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 다만 그 과정에서 대체복무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조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 해야 할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만일 여기서 자칫 경솔한 제도 도입과 운영으로 인해 대체복무가 병역비리의 온상이 될 경우 그 파급효는 누구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51) 최근 휴전선 인근 지뢰사고로 장병들이 심각한 부상을 입은 바 있다. 군에 입대한다는 것은 그런 위험부담을 안는다는 것이고, 그밖에도 천안함 사건, 연평해전, 윤일병 사건 등 온갖 사건사고들이 터지는 곳이 군대이다. 조국의 방위를 위해 그런 위험을 감수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국민의 기본의무인 국방의무이고, 병역의무인 것이다. 그런데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이름으로 누구라도 쉽게 현역복무를 빠져나갈 수 있다면 대체복무로의 쏠림이 매우 심각해질 수 있고, 이는 제도의 실패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대체복무를 이야기할 때에도 군 대의 복무여건이 우리보다 훨씬 좋고, 위험성이 작은 나라와는 다른 기준, 다른 조건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52) 사실 이 부분도 간단하지는 않다. 직접 상대방을 보면서 총을 쏘는 일은 할 수 없지만, 전쟁 중에 전투기나 탱크 등의 장비를 정비·관리하 는 일은 맡길 수 있는지, 미사일 발사장치나 레이더 감시장비를 관리하는 일은 할 수 있는지 등도 문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53)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집총병역뿐만 아니라 군대와 연관성이 있는 대체복무조차 거부하는 이른바 완전거부는 정당하지 않은 것으로 보았으며, 대체복무의 강제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BVerfGE 19, 135; 78, 391; 80, 354). 54) 2004년 서울남부지법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무죄판결을 내린 것을 계기로 논란이 되던 당시의 여론조사결과는 양심적 병역거부 반대 91%, 찬성 9%였으며, 이후 격차가 상당히 좁혀진 것이다(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 =110&oid=038&aid =0000236446 참조 - 최종방문 2016.11.20.). 55) 아시아경제 2013.11.19. 기사(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31119135 13399690 – 최종방문 2016.11.20.) 참조. 최근 의 또 다른 여론조사 결과는 대체복무에 대한 반대가 58.3%, 찬성이 38.7%로 나왔다(이데일리 2014.12.11. http://www.edaily.co.kr/ news/ NewsRead.edy? SCD=JF31&newsid=03116006606317536&DCD=A00603&OutLnkChk=Y – 최종방문 2016.11.20.).


화우공익재단

양심적

제2회

병역거부에 관한

공익세미나

쟁점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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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를 전제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했을 경우, 현역입영대상자들 중에서 대체복무를 선택하려는 사람들의 비중이 매우 낮아야 한다. 즉, 대체복무제의 내용이 현역복무 이상의 부담과 위험성을 안고 있기 때문에 차라리 현역으로 복무하겠다는 사람들이 95% 이상이어야 대체복무제 도입의 충격이 흡수될 수 있을 것이다.56)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대체복무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의 복무기간과 어떤 정도 의 복무부담57)을 기준으로 대체복무를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가지고 사회적 합의를 형성해야 하 는 것이다.58) 이러한 절차와 과정을 통해서만 대체복무제를 통한 양심적 병역거부의 합법화가 올바르게 뿌리내 릴 수 있을 것이다.

Ⅴ. 현행 병역법 제88조 제1항 등의 합헌성 여부에 대한 판단 1. 헌법재판소의 기존 판례와 그 의미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하여 이미 몇 차례 병역법 제88조에 대한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59) 비 록 헌법재판소의 결정 논거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2004년의 합헌결정과 2011년의 합헌결정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는 보이지 않으며,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주요 쟁점들은 기존의 결정에서 대부분 다루어졌다고 볼 수 있 다. 양심의 자유의 의미와 성격, 양심의 자유의 실현 내지 양심의 보호를 위한 입법자의 의무, 대한민국의 안보상황 과 징병의 형평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 대체복무제 도입에 수반되는 여러 가지 사회적 제약,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사회공동체 구성원들의 공감대 형성의 필요성 등이 2004년 결정에서 이미 검토되었다. 2011년 결정에서도 결정의 논리구성에 약간의 차이를 보일 뿐 기본적 쟁점들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학계와 법조계, 시민단체 등에서 논의되고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의 주장논거들이나 이번 사건의 청구인 들이 주장하고 있는 논거들도 기존의 결정에서 검토하였던 것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의 핵심은 결국 양심의 자유를 병역거부에까지 확장시킬 수 있다고 볼 때, 이를 수용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합리적

56) 이와 관련하여 매년 30만명 정도의 현역입영 대상자들 중에서 해마다 600~700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인정하는 것은 안보에나 대체 복무제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비현실적이다. 독일의 경우에도 제도 도입 초기인 1967년 당시에는 양심적 병역 거부 신청자가 6,000명 정도였으나, 10년 후에는 70,000명으로 10배 이상 증가한 바 있으며(W.Berg, Das Grundrecht der Kriegsdienstverweigerung in der Rechtsprechung des Bundesverfas- sungsgerichts, In: Aö R 107[1982], S.585-613[590]), 우리나라의 경우도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경우 신청자가 폭증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와 관련하여 엄격한 심사를 통해 신청자들 중에서 제한된 숫 자(예컨대 1년에 1,000명)에 대해서만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양심적 병역거부 도입의 기본 취지에 맞지 않 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 판단에 있어서도 상당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예컨대 그동안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 대부분이 특정 종교의 신 도라는 점을 기준으로 고려한다면 그 종교의 신도가 급증하는 결과를 낳게 될 수 있다. 그리고 진정성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숫자의 제한으로 인해 배제될 경우 대체복무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감옥에 가야 한다는 것인가? 57) 특히 대체복무의 내용으로 집총병역을 제외한 군복무까지 포함시킬 것인지, 아니면 민간에서의 사회복무에 한정할 것인지도 문제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기본법의 해석상 집총병역의 거부만이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정될 수 있으며, 무기를 다루지 않는 병역까지 양심의 자유에 근거하여 거부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BerfGE 19, 135[138]; 23, 127[132]). 58) 그동안 대체복무에 대한 여론조사의 결과가 의뢰기관의 성향이나 대체복무에 대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 인상을 주는 질문지구성 때문이 라는 비판(http://www.hani.co.kr/arti/society/rights/ 681234. html - 최종방문 2016.11.20.)은 설득력이 있다. 이러한 왜곡을 피하고 진 정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대체복무의 구체적인 조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전제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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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문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을 위한

발제 II

대체복무제 도입의 조건

인 대체복무제가 준비되어 있는지, 혹은 충분히 도입될 수 있는 상황인지에 대한 판단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60) 그렇다면 이번 사건의 핵심은 새로운 쟁점, 새로운 논거에 대한 검토보다는 오히려 외부적 여건의 변화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미 현실의 변화에 대한 고려에 따라 헌법재판소 결정이 바뀐 선례들61)이 있다는 점에서, 양 심적 병역거부의 인정과 관련하여서도 대체복무제의 도입여건 등 현실적 변화가 어떠한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 을 것이다.

2. 헌법현실의 변화에 대한 평가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의 판단을 내릴 때 헌법규범뿐만 아니라 헌법현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은 널리 인 정되고 있다. 헌법현실에 대한 잘못된 평가는 곧 헌법판단의 오류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 를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헌법규범의 해석에 있어서 헌법재판소가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는 것과는 달리 헌법현실의 분석과 평가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62)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해서도 헌법규범의 해석, 즉 양심의 자유의 의미와 보호범위에 대한 판단보다는 헌법현 실의 분석과 평가, 즉 현재의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할 경우 어떤 사회적 파급효가 있을 것인지, 부정 적인 파급효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대체복무 인정의 구체적 기준 및 내용의 형성과 관련하여 어느 정도의 준비 가 필요한지 등에 대하여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63)

59) 헌재 2004.8.26. 2002헌가1 결정과 이 결정을 그대로 원용한 헌재 2004.10.28. 2004헌바61등 결정에서는 7:2의 다수로 합헌결정을 내렸 고(위헌의견: 김경일, 전효숙 재판관), 7년 후인 헌재 2011.8.30. 2008헌가22 등 결정에서도 7:2로 합헌결정을 내렸다(한정위헌의견: 이강 국, 송두환 재판관). 60) 이와 관련하여 한인섭, 양심적 병역거부, 그 처벌의 위헌성, 제주대 법과정책, 제21집 제3호(2015.12), 439-476(453)쪽에서는 “만일 양심 적 병역거부에 대한 헌법적 숙고 끝에, 이 행위를 굳이 처벌하겠다면, 이는 제88조가 아닌 별개의 조항을 제정하여 처리되어야 할 것이 다. 또한 그러한 처리에 있어 헌법적 기본권의 행사를 가능한 보장하고 배려하는 방향으로의 조화적 해결책이 함께 포함되어야 함이 너 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의 입법부, 사법부, 헌법재판소는 이 점을 완전히 무시하여, 단순 병역기피사범으로 취급함으로써 헌법적 기 본권에 대한 전적인 무시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헌법적 가치의 충돌이며, 그들 간의 우선 순위라는 측면 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올바르게 이해될 수도 없고, 해결될 수도 없다. 61) 예컨대 헌재 2015.2.26. 2009헌바17 등 결정에 의해 그동안 계속 합헌으로 인정되었던 형법 제241조의 간통죄가 위헌으로 결정되었던 것 이나, 헌재 2014.10.30. 2012헌마192 등 결정에서 선거구 인구불균형의 기준을 3:1(인구편차 상하 50%)에서 2:1(인구편차 상하 33⅓%)로 변경하였던 것도 새로운 논거의 발견이 아니라 현실적 여건의 변화를 근거로 했던 것이었다. 62) 헌재 2006.5.25. 2003헌마715등 결정에서 헌법재판소가 시각장애인에 한하여 안마사 자격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안마사에 관한 규 칙」을 위헌으로 판단하였던 것은 당시 시각장애인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정이라는 점에 대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더욱이 장 애인의 현실에 대한 고려 없이 헌법불합치결정도 아닌 단순위헌결정을 내렸던 것은 헌법현실의 분석과 평가의 오류가 헌법판단의 오류 로 연결되었던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헌재 2008.10.30. 2006헌마1098등 결정에서 시각장애인의 안마사자격 독점을 합헌으로 인정하였다. 이에 관하여는 김재왕, 시각장애인의 실태와 비시각장애인 안마사 자격 제한 -논증의 구체화를 중심으로-, 사회보장법연구 제1호(2012), 215-248쪽; 정연주, 안마사규칙에 대한 헌재결정의 문제점 -안마사에관한규칙 제3조 제1항 제1호 등 위헌결 정을 중심으로-, 인권과 정의 통권365호(2007.1), 198-216쪽 참조. 63) 그렇기 때문에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에서는 규범적인 보편성의 요청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이를 일방적으로 추종하는 것도 어려운 것 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주된 논거를 국제적 논의 내지 국제법규범에서 찾는 견해(예컨대 김영식, 국제인권법의 시각에서 바라본 양심 적 병역거부와 법원의 실무에 관한 검토,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점과 대체복무제도의 필요성」, 대한변협 인권위원회·법원 국제인권법 연구회 공동학술대회[2014.12.20.] 자료집, 13-54쪽; 나달숙, 양심적 병역거부의 국제적 논의와 현황, 토지공법연구 제41호[2008], 453479쪽; 박찬운, 양심적 병역거부 -국제인권법적 현황과 한국의 선택-, 저스티스 통권141호[2014.4], 5-30쪽; 장복희,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국제사례와 양심의 자유, 헌법학연구 제12권 제5호[2006], 329-357쪽; 채형복, 양심적 병역거부: 권리인가, 도피인가 –유럽의 사례 를 중심으로-, 경북대 법학논고 제40집[2012.10], 1-34쪽 등)의 설득력에 한계가 있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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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에 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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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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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의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로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외적 현실의 변화는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보 인다. 병역거부자의 숫자에도 주목할 정도의 변화는 없고,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국민의 인식에도 큰 변화는 없다. 다만, 일부 여론조사에서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답변이 많았다는 정도가 눈에 띠는 변화라 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주목되는 점은, 그동안 양심적 병역거부의 인정 필요성에 관하여 수많은 논문과 보고서들이 쏟아져 나왔으나 원 론적인 요청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고, 가장 중요한 조건인 합리적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현실 여건의 심층적인 분석이나 구체적인 대안의 제시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64) 이런 상황에서 정확하게 헌법현실을 파악하고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여건을 만들기 위해 앞장서야 할 위치에 있는 것은 역시 국회일 것이다.65) 국회에서 현실의 분석·평가 및 이에 기초한 다양한 의견의 수렴 내지 찬반토론 을 통해 대체복무제 도입의 방향과 방법, 이를 통한 양심적 병역거부의 인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었을 때 비로소 헌법재판소의 2004년 결정과 2011년 결정에서 지적하였던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의 현실적 전제가 갖 추어진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3. 규범적 요청과 현실적 여건을 고려한 비례성 판단

양심의 자유에 초점을 맞춰 규범적 당위의 요청만을 생각한다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헌법적 가치들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어느 하나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다른 가치들을 훼손하는 예가 적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비례성 판단을 통하여 여러 헌법적 가치들을 정서하는 것이 요청되며, 이러한 점은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는 양심의 자유의 문제뿐만 아니라 병역 의무와 관련하여 평등의 문제, 국가안보의 문제 등 다양한 헌법적 가치들이 충돌하는 지점이며,66) 이러한 가치들을 동시에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모든 국가기관들의 과제이다. 국회는 국회대로,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는 정부대로,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헌 법재판소대로 각자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 물론 헌법재판소는 최종적인 사법판단을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법치의 최후보루라 할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다른 국가기관들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동시에 유의하여야 할 점은 헌 법재판소가 과도하게 전면에 나서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문제를 더 왜곡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67)

64) 이 점에 있어서는 대체복무제에 대해 비교적 깊이 검토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용역보고서(김선택, 「한국내 양심적 병역거부의 인 정여부에 관한 이론적·실증적 연구」, 국가인권위원회 2003)나 병무청의 용역보고서(진석용 외, 「종교적 사유 등에 의한 입영거부자 사회 복무체계 편입 방안 연구」, 병무청 2008)도 충분한 구체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65) 사회적 합의의 주체는 국민이며, 국민의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하여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는 기관은 국민의 일차적 대표기관인 국회일 수밖에 없다.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는 사법의 소극성과 수동성 때문에 전면에 나설 수 없으며, 만일 전면에 나설 경우에는 과도한 사법 국가화를 통해 권력분립을 파괴하게 될 우려가 매우 높은 것이다. 66) 이에 관하여는 BVerfGE 38, 154(167f.); 48, 127(168ff.). 67) 과거 뉴딜 입법에 대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위헌결정이 대표적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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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복무제 도입의 조건

특히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는 헌법현실의 분석·평가 및 대체복무제를 통한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에 대한 사회 적 합의가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임을 생각할 때, 헌법재판소가 규범적 요청만을 근거로 위헌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바로 그러한 고려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2004년 결정과 2011년 결정에서 병역 법 제88조 제1항 등이 합헌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이러한 상황은 아직도 달라지지 않았다.68)

Ⅵ. 결론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해묵은 숙제를 이제는 마쳐야 할 때가 가까워진 것 같다. 숙제를 마치는 가장 좋은 방법, 아 니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 ‘합리적’ 대체복무제의 도입을 통한 양심적 병역거부의 인정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 견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동안의 반대도 시기상조임을 이유로 했을 뿐이지, 대체복무제도 자체를 부당한 것으 로 평가했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많은 논의가 있었고, 대체복무제의 도입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되기도 했지만, 아직 가 시적인 성과는 없다. 그러면 국회가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 또는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일까? 과연 헌법재판소가 앞장서서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하 지 않았고, 그 결과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계속 처벌되도록 만들고 있는- 현행 병역법 제88조 제1항 등은 위헌이 라고 결정함으로써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일까? 먼저 지적될 수 있는 것은 일부 판사들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무죄로 인정하는 판결을 하고 있는 것은 결코 문제 의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사법의 통일성을 깨뜨리는 일일 뿐만 아니라, 헌법 제103조에서 명시하고 있는 “法官은 憲法과 法律에 의하여 그 良心에 따라 獨立하여 審判한다”는 규정에 반하는 것이다. 법관 이 양심에 따라 재판한다는 것은 개인적 양심이 아니라 직업적 양심으로 해석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누가 판사 가 되느냐에 따라 재판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손상시키게 된다.69) 또한 현재 대체복무제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어떤 방식의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과 현 역복무하는 국민들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공감대의 형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만일 과도한 부담이 될 경우에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의미가 상실될 수 있고, 거꾸로 부담이 현역복무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는 사실상의 병역기피라는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 이러한 엇갈린 요구를 접근시킬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함으로써 국 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사법부의 역할이라기보다는 국민의 일차적 대표기관으로서 국회가 담당해야 할 과제라 할 수 있다.70)

68) 유사한 맥락에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합헌성을 인정하는 견해로 신규하, 헌법상 양심적 병역거부권 논의 –현행 병역법 88조 1항의 위 헌성을 중심으로-, 경상대 법학연구 제24권 제3호(2016), 117-135쪽 참조. 69) 최근 양형기준 문제가 매우 중요한 것으로 대두된 이유도 거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일부 판사들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 대법 원의 판례도 무시하고, 헌법재판소의 위헌여부에 대한 판단을 기다리지도 않고 주관적 판단에 따라 무죄라고 판결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 운 일이다. 70) 과거 헌법재판소가 2004년과 2011년의 결정에서 위헌판단을 내리지 않았던 것은 규범적 요청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현실적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즉, 현실적 여건을 성숙시키고 대체복무를 주도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양심적 병역거부 문 제를 해결해야 할 주체는 헌법재판소가 아닌 국회라는 판단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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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법에 의해 처벌되고, 감옥에 가야 하는 현실이 명백한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검토한 바와 같이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는 다양한 헌법적 가치들과 미묘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어느 하나 를 일방적으로 우선시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서두르다가 더 큰, 더 많은 가치들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대한민국의 역사 속에서도 여러 차례 경험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합리적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것은 여전히 국회의 과제이며,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입법을 촉구 하는 선을 넘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모든 국가기관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바 일을 함으로써 전체 국가가 합 리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권력분립에 기초한 법치국가의 시스템이다. 여기서 헌법재판소의 기능법 적 한계71)가 다시금 숙고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71) 이러한 기능법적 한계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단순위헌결정보다 헌법불합치결정이다. 내용상 위헌이지만 입법의 공백 등을 우려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릴 경우에는 국회에 대해 개선입법을 촉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어떤 내용으로 개선할 것인 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법률의 수정이나 변경을 요구하지는 않는 것이다. 예컨대 헌재 2009.9.24. 2008헌가25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야간옥외집회를 전면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그 취지는 야간, 즉 일몰후 일출전 옥외집회의 전면 금지는 위헌이지만, 그렇다고 전면 허용해야 하는 것은 아 니므로 그 시간범위를 축소하여 금지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축소할 것인지를 입법자의 판단에 맡겼는데, 그 이유는 헌법재판의 기능법적 한계 때문이었던 것이다. 국회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대한 개선입법을 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의 효력이 미묘하게 되어버렸지만, 적어도 헌법재판소가 기능법적 한계를 의식하고 이를 지키려고 노력했던 점은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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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복무제 도입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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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복무제 도입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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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토론Ⅰ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ⅰ 반면교사로서 그리스의 대체복무제도

ⅱ 독일 대체복무제

토론Ⅱ

대체복무제 입법의 쟁점

토론Ⅲ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의 한계 : 국방의무와 평등원칙을 중심으로

토론Ⅳ

양심적 병역거부의 사회적 공정성 침해 문제


토론문

토론 I

반면교사로서 그리스의 대체복무제도*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리스 병역거부자 공동체로부터 대체복무관련 법규정의 영문번역을 제공받아 그리스 제도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생면부지의 이들에게 사의를 표한다. *이 글은 건국대학교법학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일감법학> 제15호(1996) 217쪽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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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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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서설 대한민국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가 사회적 의제가 된지 7년만인 2007년에 국방부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노무현 정부의 막바지 약속이어서 실행의지가 미덥지 않았는데 국방부는 뒤늦은 학구열로 그 이행 을 지연시키고 있으며 과거의 발언을 공수표로 만들기 위하여 여러 경로로 중언부언에 물타기를 반복하고 있다. 국방부가 2007년 9월 이후 언론에서 발표한 사회복무제방안은 상당한 정도로 준비를 해왔다는 인상을 주었는 데 공식적으로 더 이상 구체화되지 않아 실종되고 말았다. 국방부는 2008년 9월 대체복무방안에 대한 연구용역 을 외부에 발주하였고, 그 연구결과에 따라 대체복무제의 도입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군불을 피우고 있다. 국방부 가 민간연구자의 결론에 따라 대체복무제 도입여부를 결정한다고 하였으니 신정부하의 국방부는 확실히 민영화 되었다고 판단된다. 이 글은 2007년 9월 노무현 정부시절 국방부 발표시 국방부구상의 모델이 되었다고 알려진 그리스의 대체복무 제도를 전반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독일이나 대만의 인권친화적 제도를 회피하고 남다른 사례를 찾아 애쓰던 국방부에 대한 응답이 그리스의 대체복무제도이다.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서 세상에서 가혹하고 보복적 동기로 충일하게 설계된 제도가 그리스의 제도이다. 대체복무기간의 장단이나 내용은 가학성의 만족과 북한의 위협론 이 만나는 어느 지점일 것이다. 그러나 어디서 만날 수 있으랴.1) 그리스는 민주주의의 원조국으로 세계사의 첫장을 장식하였지만 그후 역사, 특히 근대사는 우울하다. 20세기에 들어와 오스만 투르크의 지배에서 겨우 벗어났다. 제2차세계대전 종반에 공산주의자와 왕당파간의 내전이 벌어 지고, 미국이 개입하고, 이후 1967년에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고, 많은 민주인사들이 박해받고 망명하는 등 억 압적인 정치를 체험하였다. 그리스는 현재 전반적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이 강화되어 가는 상황에 있다. 필자는 그 리스대체복무제도의 형성과정을 개관하고, 그리스 대체복무제도에 대한 국제사회의 엄중한 비판도 정리하고자 한다. 장차 우리 대체복무제도의 반면교사로 삼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대체복무제도를 논하기 전에 대체복무 상황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개관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세계적 으로 말하면, 징병제를 폐지한 나라는 영국, 미국, 일본 등을 비롯하여 91개국이다. 최근에는 에콰도르, 프랑스, 멕시코, 필리핀 등이 징병제를 폐지하였다. 징병제를 유지하는 나라는 독일, 덴마크, 오스트리아, 태국 등 85개국 이다.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한 국가는 독일, 덴마크, 대만 등 31개국이고, 비전투복무제도를 도입한 국가는 크로아 티아, 스위스 등 5개국이다.

1) 아직도 소록도에서 10년은 해야 대체복무자의 양심의 진정성을 용납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2) 각국의 징병제와 대체복무제에 대한 개관은 Conscience and Peace Tax International, Military Recruitment and Conscientious Objection: A Thematic Global Survey, 2006; 유럽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는 Marc Stolwijk, The Right to Conscientious Objection in Europe: A Review of the Current Situation, Quaker Council for European Affairs, 2005


43

반면교사로서

토론문

그리스의

토론 I

대체복무제도

영국은 제1차 세계대전을 한창 수행하던 중인 1916년에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였다. 덴마크, 네덜란드, 노르웨이가 뒤 를 따랐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후(1949년) 기본법 제4조 제3항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였다. 1956년 기 본법 제7차 개정법(제12조)을 통하여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였다. 러시아에서는 2005년 6월 28일 대체복무를 인정하 는 병역법개정안을 승인하였으며, 우크라이나와 구소련의 위성국가였던 나라들 대부분도 대체복무제를 받아들였 다. 동유럽국가들이 EU회원국이 되면서 서구민주사회의 고전적인 인권인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인권문제는 유럽연합의 회원국으로서 통행세라고 할 수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강 화흐름은 유럽대륙만으로 국한되지 않았다. 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에게도 확대되었고, 아시아에서는 대만이 2001 년부터 대체복무제도를 모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다.2) 유럽에서의 대체복무제 실시현황은 표와 같다.

EU회원국에서 징병제와 양심적 병역거부3) 징병제(폐지)

현역복무기간

대체복무기간

대체복무담당부처

대체복무시행년도

Austria

시행

8월

12

내무부

1974

Belgium

-(1992)

-

-

-

-

Cyprus*

시행

26 월

42월**

국방부

개정작업중

-(2004)

-

-

Denmark

시행

9월

9월

내무부

1917

Estonia*

시행

8월

16 월

?

1994

Finland

시행

6월

13 월

노동부

1931

France

-(2001)

-

-

-

-

Germany

시행

9월

9월

사회부

1949

Greece

시행

12 월

23 월

국방부

1997

-(2004)

-

-

-

-

-(원래)

-

-

-

-

-(2004)

-

-

-

-

Latvia*

시행

12 월

24 월

국방부

1997

Lithuania*

시행

12 월

18 월

국방부

1990

Luxembourg

-(1967)

-

-

-

-

Malta*

-(원래)

-

-

-

-

Netherlands

-(1996)

-

-

-

-

Poland*

시행

11 월

18 월

노동부

1988

Portugal

-(2004)

-

-

-

-

Slovakia*

-(2005)

-

-

-

-

Slovenia*

-(2003)

-

-

-

-

Spain

-(2001)

-

-

-

-

시행

7,5 월

7,5 월

국방부

1920

-(1960)

-

-

-

-

Czech Republic*

Hungary* Ireland Italy

Sweden United Kingdom

-

* 2004년 5월 1일부로 EU 신규회원국 **종교적 사유인정

3) Marc Stolwijk, 앞의 보고서, Page XV of XV 참조.


화우공익재단

양심적

제2회

병역거부에 관한

공익세미나

쟁점토론

44

II. 병역거부의 역사 1. 1977년 비무장복무법

그리스에서 1911년 징병제가 실시된 이래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대부분 여호와의 증인이었다.4) 군사법정은 그들에게 가혹한 형벌을 가했으며, 중복처벌로 인해 통상 10년에서 15년 정도 군교도소에 수감하였다. 출감후에 도 징집영장을 지속적으로 발부하고 다시 가혹한 처벌을 가하는 데에는 과거 유신치하에서 우리나라의 실상과 대동소이하였다. 공산주의 게릴라들과 왕당파간의 전개된 그리스 내전기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사형에 처 해지기도 하였다.5)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해서 그리스의 종교상황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동방정교회(The Greek Orthodox)는 그리스 종교와 문화의 본질적인 구성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 전체인구의 97%가 동방정교회에 속하기 때 문에 극단적으로 말해서 그리스는 단일문화, 단일교회이다. 따라서 종교적으로 문화적으로 과도한 동조현상 때 문에 시민사회나 민권운동진영도 여호와의 증인의 병역거부 문제를 운동이나 인권의 문제로 제대로 파악조차 할 수 없었다. 이 점은 한국의 역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2000년 이전에는 여호와의 증인의 병역거 부가 특정집단의 사적이고 종교적인 교리문제 정도로 취급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에서의 상황은 보수기독 교의 적대적 태도가 두드러지지만, 종교적 획일성보다는 식민지배, 한국전쟁, 안보위기 등으로 인하여 고정된 애 국적 과잉동조현상이 주요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6) 그리스에서 병역거부는 유럽내에서 엄청난 지지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군사정부가 물러난 후 신민주당정부(New Democracy)는 1977년 국제기구와 유럽이사회(Council of Europe)의 압력을 받고 회기 마지막 날에 비무장 군복무를 규정한 법(731호)을 통과시켰다.7) 이 법에 따르면 “종교적인 이 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은 4년간의 군대내 비무장 복무(unarmed military service)와 군교도소에서 4년간 수형생활 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었다. 비무장복무법은 대체복무제의 단초로 긍정적 가치가 없지 않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내용과 정신이 저열하고 보복적인 것이어서 수용하는 병역거부자가 없었다.

2. 비종교적 거부자들

대체로 그리스 민주화과정에서 시민사회는 군정종식이나 유산청산을 위해 활동하였기 때문에 병역거부문제보 다는 군대의 민주화문제나 군대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같은 주제가 정치적으로 의식화된 시민들의 관심사였다. 병역거부자의 문제는 결국 소수자운동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다. 생태주의자 그룹, 병역거부자단체, 반-권위

4) 이하 역사에 대해서는 http://www.antirrisies.gr/?q=node/219 5) 그리스내전은 제2차세계대전 막바지에 나치독일의 퇴각후에 공산주의자들과 왕당파간의 두 차례 유혈충돌을 의미한다.(1944. 12~1945. 1, 1946~49). 한국전쟁과 더불어 냉전질서의 확립에 분수령이 된 사건이다. 6) 한국에서는 병역의무는 여전히 시민적 신앙고백에 속한다. 군대는 일종의 국민종교 역할을 한다. 종교적 불관용뿐만 아니라 시민적 불관 용이 공동으로 작동한다. 이 개념은 루소, 사회계약론, 맨 마지막 장에 있다. 7) 1975년에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n-Hellenic Socialist Movement)은 헌법개정시에 종교적 또는 이데올로기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 는 사람들을 위해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하였는데, 이 제안은 여당인 신민주당정부에 의해 거부되었다.


45

토론문 토론 I

반면교사로서 그리스의 대체복무제도

주의운동 그룹이 징병제를 본격적으로 정치적 쟁점으로 삼았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최초의 그리스 보고서 가 1982-1984년경에 발간되었다. 생태신문(Ecological Newspaper)과 잡지 <나는 거부한다“I Deny”>가 병역거 부자들의 운동에 목소리와 방향을 주었다. 이 운동은 국제적인 연대와 이벤트를 성사시켰고, 대대적인 홍보활동 도 전개하였다. 이들의 활동 목표는 여호와의 증인의 석방, 박해의 중지, 대안적 시민적 사회봉사의 확립 등이었 다. 1986년경 그리스 역사상 처음으로 비종교적인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등장하였다. 그들은 거부의 태도를 군대나 정치체제에 한정하지 않고, 비폭력과 불복종을 전사회적으로 확산시키고자 했다. 1987년 병역거부의사를 공개 적으로 표명한 28세의 마라가키스(M. Maragakis)가 체포되어 4년형을 선고받았다. 국내외적으로 지지운동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정부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였다. 1988년 항소심에서 마라카기스에 대한 형기는 26개월로 줄어들었다. 그가 단식투쟁을 시작하자 쇄도하는 국제적 지지에 놀란 정부는 양심적 병역거부 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같은 해 4월 양심적 병역거부자 마크리스(Th. Makris)가 체포되어 마라가키스의 단식대열에 동참하였다. 그는 5 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마크리스가 단식농성을 재개하자 이번에는 마라가키스가 이에 동참하였다. 정부가 법안을 발표한 7월에 단식농성은 끝났다. 그러나 대체복무기간을 군복무기간의 2배로 규정한 법안은 국회토론 에 회부되지도 못했다. 이 두 사람이 감옥에 있는 동안에 수 천 명의 지지편지가 쇄도하자 정부는 수세에 몰렸다. 그리스에서 이 두 사람을 지지하기 위한 10여개의 음악회와 이벤트가 열렸고, 20명 이상이 이데올로기적인 이유 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였다. 마라가키스는 셋 차례 단식농성(71일간, 50일간, 20일간) 후 1988년 12월에 석방되었다. 마크리스는 두 차례 단 식농성(55일, 33일) 후에 1989년 7월에 석방되었다. 둘 다 형기의 2/3를 마친 후에 석방되었다. 한편 새로운 법은 “이데올로기적인(비종교적)”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해 비무장 군대내복무(unarmed military service)를 규정 하였다(1988년 2월). 그러나 아무도 새로운 제도에 따라 군복무를 대신하려고 하지 않았다.8) 같은 시기에 이들을 지지하는 그룹이 그리스 양심적 병역거부자 협회(the Association of the Greek Conscientious Objectors)를 결성하였고, 12인으로 이루어진 협회는 아테네의 기자회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였다(1987, 11, 17). 여호와의 증인 400여명 정도가 감옥에서 복역중인 상황이었지만, 비종교적인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은 행정적 제재를 제외하고는 중단되었다. 그러나 마치오티스(N. Maziotis)가 체포된 1991년 5월에 상황은 변했다. 9월에는 나타나일(P. Nathanail)이 체포되었다. 그들은 성명서에서 거부사유를 계 급적이고 반권위주의적인 양심으로 천명하였고, 어떠한 형태의 시민적 대체복무도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 다. 그들은 3년형을 선고받았으나 1년만에 석방되었다. 관행대로 새로운 징집영장이 그들에게 발부되었고, 마치 오티스는 1992년 10월 9일에 다시 체포되었지만, 50일간의 단식농성 끝에 석방되었다. 1992년에 신민주당정부는 법안을 준비하였으나 국가법제자문회의에서 법안이 위헌적이라고 거부함으로써 그 해 말에 작업은 종료되었다. 다음 정부는 국내외적으로 거센 압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회복무제와 같은 다양한

8) http://www.antirrisies.gr/?q=node/219


화우공익재단

양심적

제2회

병역거부에 관한

공익세미나

쟁점토론

46

기만술을 써가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할 예정이라는 소문만 퍼뜨렸다. 병역거부자는 100여명에 이르렀다. 병역거부자들은 대체복무제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모두 다 이행할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당국을 피했고, 당국은 그들을 추적하지 않았다. 그러나 상황은 1995년 카라니 카스(N. Karanikas)가 체포되자 변화하였다. 카라니카스는 군교도소로 이송되어 병역기피를 이유로 4년형에 처 해졌다. 1995년 12월 엄청난 지지운동으로 인하여 고등군사법원은 1년형으로 감했다. 그러나 카라니카스가 법정 문을 나서자 새로운 징집영장이 발부되었고, 이를 따르지 않자 탈영죄로 처벌되었다. 그 사이에 다른 죄목으로 체포되었던 마치오티스도 탈영죄로 1998년에 10개월의 자유형에 처해졌고, 항소법원은 8월로 감형하였다.

3. 1997년 대체복무법

그리스 의회는 1997년에 마침내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아주 늦게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였다(Law 2510 of 27/6/1997).9)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는 용어가 법률문서에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2001년에는 헌법에서 병역거부 권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있다.10) 병역법은 허다한 미해결의 문제를 안고 있지만, 그 법은 그리스 안팎에서 양 심적 병역거부자들로부터 긍정적 조치로 환영받았다. 1998년부터 수 천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대체복무를 이행하고 있다. 이들은 압도적으로 여호와의 증인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체복무 이행과정에서 인권침해 적인 요소가 적지 않다. 그 문제는 그리스 옴부즈만 연례보고서(1999)11)가 잘 지적하고 있다.

4. 병역거부자 현황

1950년 이래로 대략 3,500명의 병역거부자들이 투옥되었다. 처음에는 대부분 여호와의 증인이었고, 1980년부터 는 비종교적, 평화주의적, 정치적 또는 여타 동기에 의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증가하였다. 1986년 비종교적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등장한 이후 11년만에 대체복무제가 결실을 맺게 되었다. 1997년에 약 250명의 여호와의 증인들이 병역거부를 이유로 투옥되어 있었다. 병역거부에 관한 법이 발효된 3개월 동안에 약 80-100명이 양심 적 병역거부자의 지위를 신청하였다. 그 중에 9인이 비종교적 양심적 병역거부자이고, 나머지는 여호와의 증인 이었다. 1999년까지는 2000명 이상이 대체복무를 수행하였고, 2003년도에는 6월까지 771명이 병역거부자의 지 위를 신청하여, 그중 758명이 병역거부자로 인정되었다.12)

9)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를 규율하는 주요법률은 law 3421/2005이다. 10) 그리스 헌법규정 제4조 6호는 “총을 잡을 수 있는 그리스인은 누구나 법에 따라 조국의 방위에 기여해야할 의무가 있다.”로 규정하였다. 2001년 헌법개정시에 다음과 같은 해석조항(interpretative clause)을 추가하였다. “양심적 병역거부문제를 마침내 헌법차원으로 수용하 였다. 제6호의 규정은 법률이 양심상의 이유로 무장복무 또는 일반적으로 군사적 의무를 수행하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행할 군대 안 팍에서 다른 대체복무를 규정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 이로써 헌법은 군대 바깥에서 대체복무를 시행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마련하 였다. 11) The Greek Ombudsman, Annual Report 1999, 52쪽.http://www.synigoros.gr/annual99_en/en_1999.pdf 12) 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mmittee: Consideration of reports submitted by states parties under Article 40 of the Covenant, Initial report Greece(CCPR/C/GRC/2004/1), 15 April 2004.


47

토론문 토론 I

반면교사로서 그리스의 대체복무제도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인정된 이래로 많은 잠재적인 징집대상자들이 병역거부인정절차의 복잡성과 차별적 처우 때문에 다른 변칙수단을 통해 병역의무를 기피하려고 하였다. 징집대상자들은 장기간 해외에 이주하거나 정신 병을 앓고 있다는 증명서를 사용하거나 학생으로 등록하거나 부대 자체안의 조치를 통하거나 여타수단으로 면 제를 획득하려고 한다.

III 대체복무제 1. 군복무

그리스에 징병제가 도입된 것은 1911년이다. 그 후 그리스 군대는 발칸전쟁, 제1차세계대전, 우크라이나전쟁, 소 아시아전쟁을 십수년간 연속적으로 수행했다. 그리스 군인들 다수가 1911년에 징집되어 1923년에 이르러서야 귀 향할 수 있었다. 독일점령하에서 산악게릴라 활동을 하던 그리스 군은 제2차세계대전 말미부터 공산주의자들과 왕당파들간의 내전으로 분열되었다. 그리스 내전은 유럽에서 공산주의에 대한 봉쇄와 차단을 강화시키는 계기 가 되었으며, 한국전쟁과 함께 전세계에 냉전질서를 고착시키는 작용을 하였다. 그러나 1967년에 군사쿠데타가 일어나 7년동안 군부가 통치하였다. 1974년 민정이양 후 민주주의와 인권은 완만하게 개선되었다. 그러나 인권 과 관련하여 많은 부분에서 유럽회원국(동구권국가를 제외한다면)중 끝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스 군대는 전쟁, 내전, 쿠데타로 자부심과 불명예를 동시에 안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군대와 유사하다. 그리스 군 대는 현재 대략 18만 정도에 이른다.13) 19세에서 45세 사이의 그리스 국적을 가진 모든 남성 또는 당국이 그리스 기원을 갖고 있다고 판정하는 남성은 출생국, 국적, 여권, 현재거주지에 상관없이 군복무를 이행해야 한다.14) 군복무의무를 국적 하나로 결정하지 않고 실질적인 상황을 따져 복무의무를 부과하는 것이어서 그 자체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불명료함은 탄력 적 복무기간제로 인해 배가된다. 군복무는 12개월의 육군현역복무 아니면 17개월의 육군예비군, 공군 또는 해군에서의 근무이다. 그리스의 군복 무기간은 기본과정(6주 훈련소), 전문훈련(3-7주 특수 훈련시설), 정규군대근무과정으로 구성된다. 과거 18개월 에서 36개월의 장기복무에 비하면 단축된 것이다. 그러나 전략적으로 민감한 지역에 거주하는 18세에서 60세의 남성은 국민방위군에 비정규적인 복무의무를 부담할 수 있게 하였다. 개정된 병역법에 따라 여성은 병역의무를 부담하지 않지만 군대에 지원할 수 있다. 직업군인제를 목표로 삼고 있는 그리스는 의무복무를 2008년까지 6월로 단축하거나 폐지할 계획이다. 그러나 안보상의 필요나 지원자원의 부족으로 인하여 이러한 방침은 재검토중이다. 정신적 건강 등 여타 이유로 징병을 면탈하려는 징병기피자들은 징병담당자들의 주요 관심대상이다.

13) Archive for Greek Military Service 14) 병역법 제1조 1호


화우공익재단

양심적

제2회

병역거부에 관한

공익세미나

쟁점토론

48

그리스 병역법은 군복무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다양한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자세한 단축사유들은 병역비리의 온상으로 작동할 여지가 많다. 실제로 그리스에서는 병역거부자가 되어 힘들게 대체복무를 하는 것보다 단축사 유를 찾는 탈법적 방법을 모색하는 자가 많다. 단축사유

복무기간

11세 이전에 동구권이나 터키로부터 이주해온 자원

비고

3월

11세이래로 외국에서 상시거주하고 그 부모가 그리스에서 6월 고용되지 않는 자원 그리스에 귀화한 자원

6월

다른 EU회원국에서 최소한 6월 이상 근무한 자원

6월

1년에 6월 이상 그리스에 살고, 직업활동을 수행하며 3-6월 상시주소를 둔 시민이 재귀환자로 분류된 때에는 중요한 연구에 관여하는 과학자

3-6월

대가족의 구성원(3인 이상의 자녀를 둔 때 주로 장자)

6-9월

부모의 생계를 책임지는 자원

9월

70세이상의 노부모를 부양하는 자원(주로 장자)

9월

부모를 여읜 자원(주로 장자)

9월

복무하지 않는 기간 비용대납가능

2. 병역거부 절차 1) 병역거부자의 정의

양심적 병역거부권은 1997년 양심적 병역거부법15)을 통해 법적으로 인정되었다. 이 법은 1998년 1월 1일부로 시 행되었으며, 2005년 병역법에 통합되었다. “병역의무의 이행을 위하여 종교적 또는 이데올로기적 확신을 원용 하는 자”가 이 법의 다른 규정을 충족시키는 경우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인정된다.16) 병역거부신청인은 양심적 근거가 “개인에 의해 불가침적으로 적용되고 상응하는 행동을 통해 표현된 양심적, 종교적, 철학적 또는 도덕적 확신에 기초하여 일반적인 인생관”으로부터 유래해야 한다.(제59조 2항)

2) 병역거부 신청배제자

다음과 같은 부류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신청할 수 없다.17)

① 이미 그리스나 외국에서 군복무 또는 보안군근무를 이행한 자 ② 사냥허가증을 소지하거나 사냥허가증을 신청하였던 자, 사격대회에서 개인적 집단적 활동, 사냥 기타 무기사

15) Law on Conscientious Objection 2510/1997 16) 병역법 제59조 제1항 17) 병역법 제59조 제3항


49

토론문 토론 I

반면교사로서 그리스의 대체복무제도

용과 직결되어 있는 유사 행사에 참여한 자 ③무기사용 또는 불법적인 폭력행사의 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거나 형사재판이 진행중인 자

이러한 배제 규정은 독일의 병역거부법에서는 찾기 어려운 내용들이다. 폭력전과나 동물에 대한 폭력까지도 양 심의 영역에서 배제하려는 것은 매우 경건한 탁발승단을 연상시킨다. 병역거부자들이 본질적으로 인간을 상대 로 한 무기소지와 사용을 거부하는 자들이기 때문에 배제규정은 본령에서 벗어난 다소 무분별한 규정이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 군복무를 이행한 사람들도 병역거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재입대, 비상시 동원 등을 고려하면 심각한 배제규정이다. 이미 군복무나 보안군에 근무하였던 사람들도 병역을 거부할 양심을 사후에 얼마든지 형 성시킬 수 있기 과도하게 배제적이다. 다음으로 동물에 대하여 사격을 가하는 것과 인간을 상대로 사격을 가하는 것이 전적으로 동질적으로 놓을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다음에는 도축장 노동자나 동물을 식재료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배제하자고 할 여지도 있 다. 폭력전과와 양심적 병역거부간에도 모순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배제사유로 규정하는 것은 의문이 다.18) 나아가 직업군인뿐만 아니라 현역군인에 대한 양심적 거부를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고 있 다.19) 그리스 병역법은 의무병으로 입대가 예정된 자에 대해서만 병역거부신청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2)심사절차

양심적 병역거부를 신청할 때에 다음과 같은 절차가 적용된다.20) ① 양심적 병역거부자 지위인정은 신청인의 신청서 심사와 의견청취후 특별위원회의 판단에 근거하여 국방부 장관이 결정한다. ② 모든 양심적 병역거부 신청은 국방부 소속의 특별위원회가 심사한다. 위원회는 의장으로 역할하는 1인의 법 률전문가, 2인의 대학교수(정치학, 사회학, 법학 전공), 2인의 고위장교(1인은 징병담당장교, 1인은 심리치료의사) 로 구성된다. 신청인은 위원회와 개인적인 면접을 가져야 하며, 면접에서 신청인들은 거부사유를 소명해야 한다. 위원회는 일종의 권고적 결정을 내리고, 국방부장관은 통상 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한다. 병역거부자로서 인정받 지 못하면, 신청인은 항소할 수 있고, 징집연기를 신청할 수 있다. ③ 신청인은 다양한 문서와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범죄전과와 기소여부에 관한 기록, 총기소지허가에 관한 경찰증명, 사냥허가에 관한 삼림감시소의 증명서 등.

18) 폭력전과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결격요건이라면 군인의 결격요건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대체로 이러한 규정을 통해서 대체복무를 일 종의 특혜로 여기고 가학적인 공격을 가하게 된다. 19) 직업군인 Giorgios Monastritios는 2003년 양심상의 이유로 이라크 전쟁에 참전을 거부하고, 전역을 요청하였다. 2004년 9월에 그는 탈 영죄로 기소되어 피라에우스 해군법원에서 3년 4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재판은 변호사와 피고인측의 증인도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 되었다. M은 항소하고 형집행연기를 신청하였다. 2004년 10월 아테네 항소법원은 연기신청을 승인하였다. 2005년 1월에 피라에우스 해 군법원은 5월 징역형을 선고하였다. Marc Stolwijk, 36쪽. 20) 병역법 제6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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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에 관한

공익세미나

쟁점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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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체복무영역

병역거부자는 이 법에 따라 비무장 군대내복무 또는 대체적인 시민복무 또는 사회복무에 소집된다.21) 대체복무 는 육군현역의 거의 2배에 해당하는 23개월로 하였고, 비무장군대내복무는 18개월로 정하였다. 그리스의 대체복 무기간은 군복무기간에 따라 달라진다.22) 그러나 군복무기간은 단축사유에 따라 상이하므로, 상이한 군복무기간 을 기준으로 대체복무기간도 다르게 산정된다. 이론상으로 대체복무기간은 5개월에서 23개월에 이르나, 실제로 대부분이 23개월의 대체복무를 수행한다. 비무장군대복무는 아테네와 테살로니카 및 관련자의 출생지, 거주지를 포함한 도시 지역 이외의 지역에 소재하 는 국방부 소속 부대나 시설에서 이행한다. 무기사용 또는 무기휴대훈련을 배제한 책무만 이행하여야 한다.23) 대 체복무는 공공기관, 공익시설에 이행한다. 이때에도 아테네와 테살로니카 및 관련자의 출생지와 거주지, 기타 도 시 지역에 소재하는 기관과 시설은 배제한다.24) 그리스 정부는 무연고지, 오지에서 불편함을 절감하도록 병역거 부자를 세심하게 배려하였다. 대체복무자에게 무상의 식사와 숙소가 제공되어야 하며,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210.70유로가 매달 지급되어야 한다.

IV. 문제점 1. 병역거부절차

병역법의 심각한 문제점은 병역거부에 관한 UN기준과 국제적인 표준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스 병역법 의 문제점은 Amnesty International25), War Resisters' International26)의 문건에서 조목조목 지적되고 있다. 이 하의 내용도 그에 따른 것이다. ① 병역거부권자의 범위

병역거부법의 적용을 받는 자의 범위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 복무중인 의무병, 예비군, 직업군인을 배제하고 있으며, 법이 “종교적 또는 이데올로기적 확신”이라는 아주 협소한 개념를 사용하고 있다. 대체복무중 군복무로

21) 병역법 제59조 제4항 22) 병역법 제60조 1항 23) 제61조 제1항 24) 제61조 제2항 25) Greece: High time to comply fully with European standards on conscientious objection( http://asiapacific.amnesty.org/library/ Index/ENGEUR250032006?open&of=ENG-GRC 26) Conscientious objection to military service in Greece: Human Rights shortfalls Report for the Human Rights Committee in relation to Article 18 of the 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http:// www.wri-irg.org/news/2005/greece05a-en.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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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토론 I

반면교사로서 그리스의 대체복무제도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 규정하면서 반대로 군복무중 대체복무로 전환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27) 군복무를 필 하였거나 군복무중인 징집병에게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지위를 얻을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② 무기소지와 폭력행사

무기소지와 폭력행사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지위를 박탈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실제로 배제조항은 무기소지 또는 불법적인 폭력행사로 기소되었으나 유죄판결을 받지 않는 신청인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이는 시 민적 정치적 권리규약(이른바 B규약) 제14조 제2항의 무죄추정의 원칙과 모순된다고 지적되고 있다. ③ 정보접근권의 문제

그리스의 관료제적 경직성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 제 때에 필요한 서식과 증명서를 얻는 데에 지장을 초래하여 마감기일 지킬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잠재적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고려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정 보들이 충분하게 전파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이는 정보제공 및 정보접근의 중요성을 확인한 UN인권위원회 결의(1998/77) 제8항과 상충된다. ④ 심사기구의 독립성의 문제

심사기구의 투명성과 독립성에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신청인의 면접과 심사가 국방부에 의해 통제되고, 심 사패널에 국방부 직원이 2인이나 참여하도록 되어 있다. 만약 군대가 병역거부자수를 최소한으로 유지시키려고 한다면, 이해상충관계에 놓여 있는 국방부직원이 참여하고 있으므로 사안에 대한 공정한 판단을 기할 수 없다.28) 유엔인권위원회의 결의(1998/77) 제3항이 요구한 대로 독립된 민간기구의 감독이 요구된다.

2. 대체복무제도

그리스의 대체복무법제와 실제운영에 대해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지적된다. 대체복무실태에 대한 옴부즈만 보 고서는 충격적이다. 이에 따르면, 대체복무자들은 크레타의 만성질환병원에 근무하는데 이들의 근무조건은 최 악이다. 1주일에 7일근무(토요일, 일요일, 국경일 없음), 정기휴가 이외에 어떠한 휴가도 없고, 크리스마스에도 휴 가가 없고, 11시까지 반복적 근무시간연장, 모호하고 불명확한 작업배정 등으로 악명이 높다.29)

27) UN Commission on Human Rights resolutions 1993/84 및 1998/77: "persons performing compulsory military service should not be excluded from the right to have conscientious objections to military service"(1993/84) and "persons performing military service may develop conscientious objections" (1998/77). 28) 특히 종교적 병역거부자와 비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차별적 취급이 문제되고 있다. Amnesty International : Europe and Central Asia. Summary of Amnesty Internationl's concerns in ther Region January -June 2004(Eur 01/005/2004) 29) 국방장관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체근무는 군복무 분위기 속에서 수행되어야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매월 2일의 휴가 이외에는 어떠한 편익도 누려서는 안 된다. 정식 고용인들에게 제공되는 편익이나 수당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대체복무를 수행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근무의 종료시간이라는 게 없다.” 이러한 생각이 제도설계와 운영에 반영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그리스의 대체복 무제도는 징벌적이라고 비난을 받게 되었다. The Greek Ombudsman, Annual Report 1999, 53쪽.http://www.synigoros.gr/annual99_ en/en_1999.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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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병역거부에 관한

공익세미나

쟁점토론

52

① 대체복무기간

병역거부자에게 지나치게 장기간의 복무기간을 부과하는 것은 형벌적이고 차별적인 조치이다. 현역복무가 12개 월인데 대체복무는 23개월이다. 유엔인권위원회결의(1998/77) 제4항과 제6항에 대한 위반으로 지적받고 있다.

② 국방부장관의 자의적 권한

병역법에 따르면, 전시에 대체복무조치를 국방부장관의 결정으로 중단할 수 있다. 이는 시민적 정치적 권리규약 제18조 제3항에 위배된다. 규약은 개인의 종교나 신조를 선언할 자유는 공공안전, 질서, 보건, 또는 도덕, 타인의 근본적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내에서 법에 정해진 방식의 제한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양심의 자유를 훼손금지사항으로 규정한 시민적 정치적 권리규약 제4조 제2항의 위반이기도 하다. ③ 이중처벌의 문제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를 다시 군복무에 소집하는 관행도 이중처벌을 금지한 유엔인권위원회 결의 제5항 및 시민적 정치적 권리규약 제14조 7항을 위반하는 것이다.

④ 지나치게 낮은 비용제공

병역법은 대체복무자에게 무료식사와 숙소제공 대신에 210.70유로를 월급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지나치게 소액이다. 그리스에서 실업자에 대한 복지수당이 월평균 320.25유로이다. 따라서 지나치게 작은 월급은 경제적 차별이며 유엔인권위원회결의(1998/77) 제6항 위반이다. 참고로 그리스의 일인당 국민소득 3만5천불에 이른다.

⑤도서벽지 무연고지 배정방침

대다수 병역거부자들이 자신의 주거지로부터 먼 곳에서 근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병역법 제61조는 아테네와 테살로니키를 대체복무자의 근무지에서 배제하고, 시행령에서 4개의 대도시를 배제하고, 병역거부자가 살고 있 는 곳, 태어난 곳을 근무지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하였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가급적 불편과 곤란을 초래하고 가중시키려는 시도는 유엔인권위원회결의(1998/77) 제6항 위반이다.

⑥출국의 권리

법규위반으로 재판받고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그리스를 떠날 권리가 부정되고, 그의 친지들이 경찰에 의 해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실상이 지적되었다. 이는 시민적 정치적 권리규약 제14조 제2항 무죄추정의 원칙 에 반하고, 세계인권선언 제13조의 출국의 자유를 침해한다.

⑦군사법원의 관할문제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인정된 자가 대체복무에 정시에 응하지 않으면 징집거부자(Anipó taktos)로 취급되어 군형 법을 적용받고 군사법원에 의해 재판을 받는 경우가 있었는데, 본질적으로 병역거부자로 인정된 자는 민간법원 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 그리스 법제는 본질적으로 혼동의 요소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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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문

양심적 병역거부

발제 I

인정의 헌법적 고찰

⑧합리적 신고기간

대체복무신고기간에 대하여 명료한 기한을 정하지 않는 점도 지적되고, 그리스의 우편체제를 감안할 때 국방부 장관이 소집영장을 보낸 날로부터 신고기간을 개시하는 것도 불합리하다고 지적되었다.

⑨재량권문제

징병당국은 재량권을 행사하여 병역거부자로부터 대체복무권을 박탈하고, 양심적 병역거부자 지위를 철회할 수 있다. 이는 광범위한 재량권의 남용으로 이어지고, 직무불이행에 따른 처벌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하루의 결석 또는 한시간의 부재인 경우조차 재량권자가 병역거부자의 지위를 박탈할 우려가 있다. 또한 복무전환이나 기간 계산에 있어서 심각한 불평등도 존재한다. 이는 극단적인 차별이고, 병역거부자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조치도 유 엔인권위원회결의(1998/77) 제6항을 위반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⑩민간인지위 인정

그리스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군인의 신분에 준하여 취급하고, 국방부 장관의 명령을 받 는 자로 상정하는 규정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병역거부자로 인정되는 자는 민간인임에도 불구하고, 대체복무 를 국방부의 수중에 두려고 한다. 국제적인 표준에 따르면 대체복무제도는 전적으로 민간적인 성격을 갖는다. 77 호결의 제3항도 공정한 독립된 결정기구가 대체복무문제를 판정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점은 그리스 인권 위원회 및 그리스 옴부즈만도 지적하였다.

V. 시사점 그리스 대체복무제도는 여러 가지 우려를 안고 있다. 그리스 현대사가 안고 있는 고난, 위기, 정황에 비추어도 그 리스의 대체복무제도는 정당화할 없는 요소를 안고 있다. 국방부가 제도설계와 운영을 도맡아 하고 징병당국이 임의로 대체복무자의 지위를 변경할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 대체복무기간이 군복무기간의 2배에 이르고, 근무 여건이 대단히 가혹하고 불편하다는 점, 사냥허가를 받는 자나 폭력전과가 있는 자에게 양심적 병역거부 지위 신 청자격을 박탈한 점을 종합해보면 그리스의 대체복무제도는 양심적 병역거부권이나 병역의 자유권의 기초 위에 서 종교적 도덕적 관용의 정신 위에 설계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가학적이고 자의적인 의도가 가득하고 EU회 원국으로서 체면치레 정도의 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1만 3천명 이상을 처벌해왔으면서도 아무런 대책없이 시일만 끌고 있으니 우리의 가혹함은 그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도입하더라도 이러한 그리스식 제도 를 도입해서는 안 된다. 그리스식의 장기간복무, 원거리 무연고지 무휴일근무 방식을 도입한다면 상당수의 병역 거부자들은 대체복무제도를 다시 거부할 것이며, 투쟁의 기간만 길어질 것이다. 독일과 대만의 대체복무제를 참 조하여 병역형평성과 양심의 자유권을 조화시키는 지점을 속히 찾아내기를 기대한다.


토론문

토론 I

독일 대체복무제*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주의: 2011년 독일은 잠정적으로 징병을 중단함으로써 아래에서 설명하는 대체복무제도 역시 시행되지 않는다. 이 글은 2007년을 기준으로 독일의 대체복무제를 설명한 것이다.

* 이 글은 건국대학교 <공익인권법> 창간호(2007), 43쪽 이하에 “독일대체복무제의 최근동향”으로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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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독일 대체복무제

토론 I

I. 독일군대와 대체복무제의 역사 독일헌법은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권(제4조 제3항)과 병역의무,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제12조a)를 규정하고 있 다. 독일에서 이러한 제도가 정착되기까지 긴 역사가 있다. 독일군대의 역사는 프랑스 혁명까지 거슬러 올라간 다. 1793년 프랑스 혁명 이후에 프랑스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국민개병제(levé e en masse)를 실시하였고, 그 군대 는 유럽전역에서 위용을 발휘하였다. 당시까지는 유럽에서 직업군인과 급료병만이 존재하였다. 프랑스의 침략 에 고통을 겪었던 프로이센은 1813년에 국민개병제를 도입하였다. 프로이센의 제도는 프로이센이 주축을 이룬 북독일연방과 독일 제2제국으로 승계되었다. 수년간 군복무를 의무적으로 해야 했던 이 시절에 병역거부권은 상 상할 수 없었다.1) 독일 제2제국은 무모한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때문에 붕괴하였는데 전쟁 기간 동안 독일당국은 병역거부자 를 정신병자로 수용하거나 감옥에 수감하거나 탈영병으로 취급하여 사살하였다. 제1차 세계대전이 종결된 후에 체결된 베르사유 조약(1919)에 따라 독일군은 무장해제되고, 독일군사령부도 해체되고, 징병제는 폐지되었다. 제 1차 세계대전 이후에 수립된 바이마르 공화국 하에서는 군사적 긴장이나 징병제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양심 적 병역거부권은 문제되지 않았다. 그러나 제3제국의 히틀러는 1935년 다시 국민개병제를 도입하고, 노골적으로 재무장을 추구하였다. 1938년 전시특별군형법을 제정하고, 제2차 세계대전을 개시한 히틀러는 수백 명의 병역거 부자들을 처형하였다.2)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군대는 폐지되고, 나치당과 친위조직도 해산되었다. 연합군 당국에 의한 과거청산의 시 련기를 보낸 독일은 1949년 헌법을 제정하여 절반의 주권국가로 출발하였다. 독일은 헌법 제4조 3항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규정하였다. 양심적 병역거부권은 독일의 주헌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독일헌법은 출범시에 병 역의무조항이나 군대관련규정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국제적인 냉전질서는 그리스 내전,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의 창설, 1950년 한국전쟁으로 인하여 강화되었다. 당시에 미국과 영국은 독일정부에게 방위분담을 요 구하였고, 독일 내에서는 재무장정책에 반대하는 여론이 비등하였다. 1955년 파리조약에 의하여 독일은 연합국 으로부터 국제법상 주권적인 지위를 회복하기 시작하였다. 독일정부는 이어 나토에 가입하고, 군대를 창설하였 다. 독일국방장관 블랑크(Th. Blank)는 101명의 지원병에게 임명장을 부여하였다.3) 지원병들은 과거 독일군 장 군의 지휘를 받았다.

1) 역사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은 Marcus Matthias Keupp, Ratgeber Zivildienst, Rowohlt, 2000, 13면 이하. 2) 다수의 병역거부자는 1938년 전시특별형법에 의해 국방력손괴죄로 처형되었다. 3) 이에 대해서는 Detlef Bald, Die Bundeswehr: Eine Kritische Geschichte 1955~2005, Beck, 2005, 37면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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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제2회

병역거부에 관한

공익세미나

쟁점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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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에는 병역제도 전반에 걸쳐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 제7차 헌법개정을 통해 징병제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 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해서는 대체복무를 부과할 것을 규정하였다(제12조). 같은 해에 병역법도 대체복무 조항을 도입하였다(제25조). 이어 수천 명의 청년이 징병제에 항의하며 병역을 거부하였다. 1960년에 독일정부 는 「대체복무법」을 제정하였다. 이에 따라 1961년에 37/38년생의 병역거부자 340명이 처음으로 기독교 시설에 서 12개월간의 대체복무를 이행하였다.4) 당시에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면접심사를 시행하였다. 1962년에는 미소 간의 쿠바 미사일 위기로 안보위협이 고조되자 군복기간이나 대체복무기간은 18개월로 연장되었다. 1969년에는 대체복무제의 역사에서 전무후무하게 전면거부자를 위해 자발적 근무제5)를 도입하였다. 1970년에는 연방대체 복무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하여 대체복무자의 권리를 옹호할 수 있도록 하였다. 1973년에는 대체복무청 (Bundesamt für Zivildienst)을 설치하였다. 또한 월남전 반대운동으로 인하여 병역거부자가 급증하여 87,000명 의 거부자 중에서 11,000명만이 대체복무를 하였다. 대체복무기간이 16개월로, 군복무기간은 15개월로 차등적으 로 단축하였다. 1977년에는 독일정부는 심사절차의 번잡성을 피하고자 일종의 서면심사제를 도입하였으나 1978년 헌법재판소 가 위헌으로 결정하였다. 1979년에는 유럽에 나토가 중거리 핵미사일을 설치하기로 결정하자 대규모 평화시위 가 발생하였고, 1982년에 정권은 사민당에서 기민당으로 넘어갔다. 1983년에는 독일 내 전술핵무기 설치로 인해 병역거부자가 급증하였다. 1984년에 대체복무자의 복무기간은 20개월로 연장되었다. 1989년에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었으며, 1990년에 걸프전쟁이 발발하자 병역거부자는 150,000명으로 급증하였다. 같은 해에 대체복무는 15개월로, 군복무는 12개월로 단축되었다. 1996년 대체복무기간은 13개월로, 군복무기간은 10개월로 단축되었 다. 병역거부자가 징집대상자의 34%에 이르렀고, 1997년에는 대체복무자 수가 처음으로 150,000명을 돌파하였 다. 1998년에서 사민당과 녹색당이 다시 정권을 장악하고, 이듬해 코소보 전쟁에 독일군대가 제2차 세계대전 후 처음으로 참전하였다. 당시에 병역거부자는 징집대상자의 37%에 이르렀다. 2000년에는 대체복무기간은 11개월 로, 군복무는 10개월로 단축하였다. 2002년에 대체복무기간 11개월에서 10개월로 단축되었다. 2004년에는 대체 복무자와 군복무자의 복무기간을 공히 9개월로 단축하였다.

Ⅱ. 병역거부에 관한 원칙 1. 병역거부권

독일헌법은 양심적 병역거부권(제4조 3항)을 독자적인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권은 군복무 와 관련하여 양심의 자유의 특수한 발현으로 이해된다. 병역거부권은 침략전쟁을 체험한 헌법제정자들의 근본

4) 동독정부도 1962년 「병역법」을 제정하여 18개월의 인민군복무를 규정하였고, 1964년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하여 ‘공정부대의 설치에 관한 국방위원회명령’을 제정하고 이들에게 공정부대원으로서 18개월의 복무를 정하였다. 동독은 붕괴직전에 서구적인 대체복무제도를 도 입하였다. 5) 「대체복무법」 제15조a는 승인된 병역거부자가 스스로 정한 병원에서 통상적인 근무방식으로 대체복무보다 1년 더하도록 규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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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독일 대체복무제

토론 I

적 결단으로 이해되고, 헌법에 구체적 권리로 명문화되었기 때문에 권리 자체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일반적인 병역의무와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의무가 헌법에 규정됨으로써 상황이 변하고 양심적 병 역거부권은 격심한 해석논쟁을 야기하였다. 실제로 독일헌법은 반전평화주의를 기조로 출범하였기 때문에 국방 에 관련해서는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헌법에 규정함으로써 정치적 법적 논란을 잠재우려는 측면도 강하다. 어쨌 든 독일헌법은 가장 많은 국방관련규정을 둔 헌법으로 이해된다.

2. 양심적 결정

독일헌법재판소에 의하면, 양심이란 관련된 사람에게 무조건적인 작위 또는 부작위의 명령을 부과하는 옳고 그 름에 대한 인식 또는 의식을 의미하고, 헌법 제4조 제3항의 양심적 결정이란 특정한 상황에서 개인이 자신에 대 하여 무조건적 의무로 체험하는바, 선·악의 범주를 지향한, 즉 윤리적으로 진지한 결정을 의미한다.6) 그러나 양 심은 오로지 신과의 관계 속에서 또는 신의 명령 하에서 또는 특정한 세계관 안에서 상정되는 것은 아니다. 양심 적 병역거부권과 종교는 본질적인 관련성이 없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가 역사상 메노파, 퀘이커, 여호와의 증인, 형제단 등 평화교회를 중심으로 시작되고 파급되었다고 하더라도 특정교파의 소속여부는 병역거부권을 인정받기 위한 관문이 아니다. 특정교파의 소속은 하나의 방증일 뿐이다.7) 무신론자도 일정한 가치관에 절대적 으로 구속될 수 있으며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될 수 있다. 인간이면 누구나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될 수 있다. 수없이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양심적 결정 여부를 판별하는 내용적 심사기준은 존재할 수 없다. 이른바 ‘진짜 양심’과 ‘가짜양심’을 구별할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윤리는 남이 판단하고, 양심은 자기가 판단한다. 정확히 말 해 개인의 주관이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법원이 법적 권리로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승인하기 위해서 는 양심적 결정에 어느 정도 관여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법원은 양심적 결정을 ‘바른 것과 그릇된 것’으로 분류 하거나 평가하지 않는다.8) 법원은 양심이나 양심적 결정을 실질적으로 심사할 수 없고, 양심적 병역거부 결정의 ‘진지함과 일관성’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친다.9) 누가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주체인가에 대해서 논란이 있을 수 있다.10) 독일헌법은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 하고 있다. 그래서 남성만이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주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여성도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주체가 된다. 헌법은 여성을 권리주체에서 배제하지 않았으며, 벙어사태(Verteidigungsfall)하에서 여성에게도 의료기관이나 군의료기관에 복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11)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도 병역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

6) BVerfGE 12, 45면. 7) BVerwGE 75, 188면. 8) BVerfGE 12, 56면. 9) BVerwGE 75, 188면. 10) 여성들이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옹호하자 여성들은 발언할 자격도 없다며 군필자들이 공격을 가했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이해에 기초한다. 여성은 전쟁과 군대로부터 단 한번도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 전쟁에 여성을 동원하지 않은 체제는 역사상 하나도 없었다. 그래 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은 인간의 권리이다. 11) 헌법 제12조a ④ 방어상태하에서 민간보건기관과 의료기관 및 특정지역의 군의료기관의 민간복무수요가 지원으로 충족될 수 없는 때에 는 만18세 이상 55세까지의 여자를 법률로써 또는 법률에 근거하여 징집할 수 있다. 여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집총병역에 복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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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토론

58

다. 부수적으로 여성이 직업군인이나 예비군이 될 수 있으므로 여성도 병역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2003년도 개정된 병역거부법은 병역거부신청인에 남성과 여성을 포함하고 있다.12) 대체복무법은 “대체복무청으로부터 양 심적 병역거부자로 인정받은 자”만이 대체복무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도 당연히 양심적 병 역거부자로서 인정받는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3. 절대적 전쟁거부

헌법은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행사하는 데에 특별한 요건을 설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병역거부권을 구체화하는 구병역법 제25조는 독일과 외국 사이에서 발생하는 ‘온갖 무력행사’를 거부해야 한다는 높은 관문을 만들어 놓 았다. 따라서 구병역법 제25조(2003년 개정 전의 「병역거부법」 제1조)가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과도하게 제한하 는 것이기 때문에 위헌논쟁이 촉발되었다.13) 판례는 온갖 전쟁을 거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인간생명의 말살에 대한 윤리적 거부로부터 출발하여 전쟁에서 무기로 인간을 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한 모든 행위를 거부하는 사람만이 병역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거부는 절대적인 거부이어야 하지 조건부 거부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석유를 얻기 위한 전쟁, 동족간의 전쟁, 침략전쟁, 민병대와의 전쟁, 핵무기나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는 전쟁과 같은 특정한 유형의 전쟁 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병역거부의 의사로 인정되지 않는다.14) 부정의한 전쟁뿐만 소위 ‘정당한’ 전쟁까지도 거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방어전쟁을 정당하다고 인정하는 자나 방어전쟁에 참여하겠다는 자는 병역거부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또한 일반적으로 공유하는 정도의 의식, 예 컨대 국가간의 분쟁해결수단으로서 전쟁에 대한 일반적인 혐오감만으로는 양심적 병역거부결정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또한 독일군이 분쟁지역에 투입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적시하는 것만으로는 병역거부자로 인정될 수 없 다.15) 연방행정재판소나 연방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학자들은 절대적 거부만을 유효하다고 보는 것은 헌법 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16) 구병역법 제25조와 헌법재판소의 입장은 오로지 ‘독단적 평화주의자’

12) 「병역거부법」 제2조 제2항 Der Antrag ist von der Antragstellerin oder vom Antragsteller schriftlich oder zur Niederschrift beim Kreiswehrersatzamt zu stellen. 13) 「병역거부법」(1983)은 구병역법의 규정을 그대로 이어받아 ‘온갖 무력행사’라는 표현을 사용하였으나 2003년 개정법은 이를 삭제하였 다. 「병역거부법」(1983): 제1조(원칙) 양심상의 이유로 국가간의 온갖 무력행사에 참여하기를 거부하고, 그러한 연유로 헌법 제4조 제3항 1문을 원용하면서 집총을 거부하는 자는 기본법 제12의a조 제2항에 따라 병역 대신 대체복무로서 연방군 밖에서 시민적 대체복무를 이 행해야 한다. 「병역거부법」(2003년): 제1조(원칙) (1) 양심상의 이유로 헌법 제4조 제3항 1문의 의미에서 병역거부권을 원용하면서 집총 병역을 거부하는 자는 이 법에 따라 병역거부자(Kriegsdienstverweigerin/Kriegsdienstverweiger)로 인정받아야 한다. (2) 병역거부자로 인정받은 자는 기본법 제12의a조 제2항에 따라 병역 대신 대체복무로서 연방군 밖에서 시민적 대체복무를 이행해야 한다. 14) BVerfGE 12, 45면; 48, 127면. 15) BverWG, NJW, 94, 603면. 16) O tto-Ernst Kempen, “Art. 4 Abs. 3”, E. Denninger/H. Ridder/H. Simmon/E. Stein, Kommentar zum Grundgesetz für die Bundesrepublik Deutschland, Bd. I, Luchterhand, 1989, 주18 참조.


59

토론문

독일 대체복무제

토론 I

만을 보호한다고 꼬집는다. 기본적으로 양심적 결정은 특정한 상황과 관련해서 이루어지고, 상황의 구체적인 차 이를 식별해냄으로써 인간은 자신의 양심을 개별화한다. 그리고 인간생명의 말살을 목표로 하는 전쟁과 병역이 라는 심각한 문제영역에서는 그 차별성은 강조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2003년 개정된 「병역거부법」에는 논란 이 많은 ‘온갖 무력행사’라는 문구를 삭제하였다. 장차 해석상의 변화가능성도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에 독일군 소령이 이라크 전쟁과 관련하여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개발을 명령받았으나 이라크 전쟁이 불법 이라고 판단하고 그 명령 수행을 거부하자 군당국은 그에게 일계급 강등조치를 취하였는데, 연방행정법원은 해 당 장교의 양심의 자유를 들어 강등조치가 부당하다고 판시하였다.17) 이것은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범주에는 속 하지 않지만 대단히 주목할 만한 판결이다. 현역군인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전역을 해야 하 는데, 이 사건에서는 전쟁과 관련한 특수한 명령을 거부하였고 그 불복종행위를 법원이 정당화해준 것이다.

4. 거부대상으로서 병역

헌법 제4조 제3항이나 병역거부법 제1조는 거부대상인 병역을 ‘무기를 휴대한 병역(Kriegsdienst mit der Waffe)’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표현의 의미는 직접 살상무기를 휴대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으며, 상명하 복의 군대조직과 복잡한 현대무기체계의 특징을 감안하여 전체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직접 살상무기를 휴대 하지 않고, 직접 살상행위를 목표로 하지는 않지만 기술적 상태에 따라 살상을 야기하는 무기의 투입에 연결되어 있는 활동도 당연히 병역에 해당한다. 후방의 레이더 부대에서의 복무가 여기에 해당한다. 나아가 통상적으로 무 기를 사용하지 않는 부대, 즉 후송부대나 위생부대가 있다. 이들도 살상행위를 목표로 하는 군대조직 전체의 일 부분에 해당하므로 그러한 부대에 근무하는 것도 당연히 병역에 해당한다. 헌법이나 병역거부법도 대체복무는 연방군대 바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군대조직과 연결된 근무는 병역으로 파악하고 있다.18) 그 러므로 직접 총기를 휴대하는 병역은 거부하지만 여타 군복무는 이행하겠다는 의사는 병역거부의사로서 완전하 지 못하다.

5. 완전거부자

독일헌법은 병역의무자에게 요건에 따라 군복무나 민간구조업무를 부과하고, 병역거부자로 인정된 때에는 대체 복무를 이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무정부평화주의자나 철저한 병역거부자들은 군복무이든 대체복무이 든 대안적 대체복무이든 다 군대와 연관된 국가강제라고 규정하기 때문에 모조리 거부하려고 한다. 이들을 완전 거부자(Totalverweigerer) 또는 이중거부자(Doppelverweigerer)라고 한다. 법원은 앞서 지적했듯이 독일헌법 제4조 제3항과 「병역거부법」 제1조의 양심적 병역거부권은 대체복무의 거부 권까지 포함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편 법원의 입장을 비판하는 학자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대체복무를 거부하는 데에도 양심의 자유를 원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헌법재판소는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를 부과하는 것은 헌

17) BverwG 2 WD 12.4~2005.6.21. 18) 헌법 제12조a ② (……). 이 대체복무는 군대 및 국경수비대소속의 기관과 관련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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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토론

60

법 제4조 제1항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19) 어쨌든 판례는 완전거부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 다.20) 독일정부는 이례적으로 완전거부자를 위한 자발적 근무제(「대체복무법」 제15조a)를 도입하였다. 이는 병 역거부자로 인정된 자가 스스로 병원 등에서 환자간호업무에 종사하고, 대체복무보다 1년을 더하도록 하는 제도 이다. 완전거부자들은 때로는 처음부터 징병과정에 불응하여 군복무를 거부하거나 병역거부자로 인정받고서 대체복 무의 이행을 거부하기도 한다. 그들은 각기 병역법이나 대체복무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이들이 무죄로 석 방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2개월에서 6개월 사이의 실형이 선고되기도 한다.

Ⅲ. 병역거부자의 판정 병역거부자의 판정은 연방대체복무청(Bundesamt fr den Zivildienst, BaZ)이 담당한다. 연방대체복무청은 1973 년에 병역거부자문제를 처리하기 위하여 발족한 연방행정청으로서 연방가족부 산하기구이다. 대체복무업무는 처음에는 사회노동부에 속하였다. 연방대체복무청은 현재 쾰른에 소재한다. 연방대체복무청이 출범한 이래 2006년 10월 여성이 처음으로 청장에 임명되었다. 종전에는 병역거부 신청인이 소집 이전의 미필자 신분인 때에는 연방대체복무청이 관할하고, 소집절차가 진행 중인 자, 군인 또는 예비군은 국방부 산하의 병역거부사건심사위원회와 심판소가 관할하였다. 즉 병역거부문제 의 처리절차가 이중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2003년 「병역거부법」의 개정을 통해 연방대체복무청이 모든 병 역거부신청사건을 통일적으로 처리하게 되었다.21)

1. 신청서류

연방대체복무청은 병역거부자의 판정절차를 서면심사 위주로 진행한다. 연방대체복무청은 완비된 신청에 대해 서만 결정한다. 신청인은 연방대체복무청에 병역거부신청서, 이유서, 이력서를 제출해야 한다. 신청서류와 서식 내용에 대한 요구사항들은 2003년 법개정을 통해 완화되었다. 병역거부자로 판정받기 위해서는 신청서를 우선 지방병무청에 제출해야 한다. 지방병무청은 접수창구역할을 하 며, 신청서를 연방대체복무청에 송부한다. 신청서는 헌법의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원용하는 문구를 담고 있어야 한다. 그 형식은 확정되어 있지 않으며 전체적으로 그러한 취지를 담고 있으면 족하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문제 가 없다. 지방병무청에는 “나는 헌법 제4조 제3항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고자 합니다.”라는 문구를 담은 신청서가 비치되어 있으므로 신청인은 거기에 이름과 생년월일을 기재하고, 서명하면 충분하다. 양심적 결정의 동기에 대한 해명은 인격적이고 상세한 것이어야 한다. 이유서의 어휘선택, 제목, 형식 등은 정해

19) BVerfGE 19, 135면. 20) NJW 63, 777; 66, 1473면. 21) Hans-Theo Brecht, Kriegsdienstverweigerung und Zivildienst, Kommentar 5. Aufl., 2004, 6면.


61

토론문

독일 대체복무제

토론 I

져 있지 않다. 신청인은 당연히 양심적 결정을 이미 내리고 있어야 한다. ‘인격적’이라는 표현을 통해서 법률은 불변적인 인격체로서 신청인을 염두에 두고 해명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신청인은 스스로 양심적 결정과정을 분 명하게 밝혀야 한다. 단순히 귀동냥한 것을 반복하거나 일반적인 해명에 그치는 것은 인격적 해명이 아니다. ‘상 세한’이라는 표현도 사실 불확정적이다. 헌법재판소는 상세함을 평가하는 데에 신청인의 교육수준을 고려하고 있다.22) 그래서 대입자격시험을 마친 사람에게는 그 이하의 교육을 받은 사람보다 더 요구할 수 있다. 정상적인 사람이 보기에 이유서가 너무나 짧은 경우라면 상세한 이유서라고 할 수 없다. ‘상세한’ 그리고 ‘인격적인’이라는 용어가 너무 막연하고 불확정적이어서 문제되었으나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표현이 법치국가적 명확성의 원칙이 나 행정의 합법률성, 권력분립의 원리, 실효적인 권리보장원칙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한다. 헌법에서 요구하지 않 는 상세한 이력서, 상세하고 인격적인 이유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헌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 항이 아니라고 판시하였다.23) 개별신청인들의 동기는 종교적·윤리적·정치적·평화주의적·인도적 이유들로 다양하다. 양심적 결정의 이유들을 별도로 심사하지는 않는다. 병역거부사유로서 학교교육, 가정교육, 폭력체험, 친척이나 친구의 사망, 전쟁체험에 대한 가족사, 유태인강제수용소방문, 영화도 자주 원용된다.24) 신청인은 완전한 이력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력서를 표로 만들어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매우 상세 하게 작성할 필요는 이제 없다. 대신 공백이 없도록 기재해야 한다. 병역거부와 관련 있는 사항들을 반드시 이력 서에 포함해야 한다.25) 나아가 신청인은 자신에 대한 제3자의 평가서를 첨부할 수 있으며, 신청인에 대하여 정보 를 제공할 수 있는 제3자도 지정할 수 있다. 종전에는 신청서에 신원조회서(Führungszeugnis)를 첨부하도록 요구하였으나 2003년 개정법은 삭제하였다. 필 요에 따라 연방대체복무청이 연방전과기록소(Bundeszentralregister)에 신원조회서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역거부법」 제6조 제3항).

2. 판정절차

병역거부 신청은 신청인이 만 18세 되기 6개월 전부터 할 수 있다. 신청은 징병검사의무를 면제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신청일부터 신청이 기각되거나 철회될 때까지 기본군복무의 소집은 유예된다(「병역거부법」 제3조). 한편 군복무소집통지를 받은 다음에 병역거부 신청을 한 때에는 신청은 군복무개시를 저지하지 않는다. 현역군인이 신청하는 경우에는 보다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 군복무 소집영장을 받은 입영대기자나 결원보충을 지원하여 입영대기 중인 자, 군사훈련의 소집을 통보받는 예비군의 경우도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동법 제4조).26) 병역거부 신청에 대해서는 연방대체복무청이 결정한다. 연방대체복무청은 서면절차에서 신청서가 완비되고, 제

22) BVerfGE 69, 44면. 23) BVerfGE 69, 42면. 24) 상세한 것은 Harald Elbert/Klaus Frö be, 7. Aufl., Beck, 1995, 10면 이하. 25) Hans-Theo Brecht, 앞의 책, 7면. 26) 국방부는 현역군인이나 예비군에 대해 병역거부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이론적으로 아무런 근거가 없다. 오히려 군 대경험을 통해서 집총복무의 성격을 잘 이해하고 병역을 거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양심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발전할 수 있다. 군인도 양심의 자유를 갖고,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권도 갖는다. 롤랑 조페의 영화 ‘7월 4일생’을 참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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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토론

62

시된 동기가 병역거부권의 근거로 합당하고, 신청인의 전체상황이나 연방청에 알려진 여타사실을 고려할 때 신 청인의 기재사항의 진실성에 의문이 없는 경우 또는 청문을 거친 결과 의문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신청인을 병역거부자로 인정한다(동법 제5조). 따라서 서면심사만으로 병역거부자로 인정할 수 있다. 신청서의 사실에 대한 기재사항에 의문이 있는 경우에는 연방대체복무청은 1개월 이내에 신청인에게 이를 보완 하게 하거나 자료제출의 기회를 부여한다. 이른바 서면청문이다. 서면청문을 거친 후에도 의문이 남아 있는 때에 는 구두청문의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 구두청문은 비공개로 하며, 연방대체복무청은 구두청문의 조서를 작성해 야 한다. 신청서의 기재사항에 의문이 있는 때에는 연방대체복무청은 연방전과기록소에 신원조회서를 요구할 수 있고, 신청인은 신원조회서에 대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동법 제6조). 청문절차에서 교회나 종교공동체로 부터 위임받은 자는 신청인을 무료로 대리할 수 있다(동법 제8조). 대체복무청은 신청인이 신청서를 완비하지 못하고, 1개월 이내에도 신청인이 보완하지 않는 경우, 청문을 거친 후에도 신청서에 제시된 동기가 병역거부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경우나 기재사항의 진실성에 대한 의문이 해소 되지 않는 경우에는 신청을 기각한다. 신청인이 구두청문소환에 응하지 않는 때에도 연방대체복무청은 제출서 류에 따라 결정한다(동법 제7조). 연방대체복무청의 기각결정에 대해서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3. 비상사태

헌법 제80조a의 긴장사태(Spannungsfall)와 헌법 제115조a의 방어사태(Verteidigungsfall)에서는 신청의 효과로 서 군복무소집유예가 적용되지 않고, 신청의 보정기간이 1개월에서 2주로 단축되고, 결정에 대한 불복절차도 통 보받은 후 1주 이내에 하도록 재촉하고 있다. 비상사태라고 해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부정되거나 인정절차가 중단되지는 않는다(동법 제11조 제1항).

Ⅳ. 대체복무의 현황 1. 인정 현황

독일은 창군 이후 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40만 명에서 49만 명에 이르는 대규모 군대를 유지하였다. 그러나 통일과 동구권붕괴 이후 안보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현재 군대를 감축하였다. 나아가 통일 이후 구동독지역의 징 집대상자의 산입에 따라 입대자원의 확보와 운용에 융통성을 갖게 되었다. 독일의 역사를 보면 전쟁과 국제적인 위기 등 안보환경과 그에 대한 반응정도에 따라 병역거부자도 증감하였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안보환경이 전반적으로 안정화되었고, 병역거부권의 행사도 일상화됨으로써 병역거부의 신청비율과 인정비율이 매우 높아졌다. 90년대 후반에는 병역거부자의 인정비율이 거의 90%에 이르렀고, 군복 무자 대 대체복무자 비율이 1 대 1에 이를 정도였다. 또한 2000년 이후 독일은 군대정원을 40만 명에서 20만 명 규모로 감축하였다. 따라서 대체복무제나 병역거부권의 운용현실이 크게 변하였다.27)

27) 이러한 상황에서 징병제의 위헌성 논란이 촉발되었으나 헌법재판소는 2002년 합헌으로 결정하였다.


63

토론문

독일 대체복무제

토론 I

2000년 이후 군대정원의 대폭감축에 따라 독일은 새로운 조치를 취했다. 우선 신체검사단계에서 군복무적합자 의 신체조건을 상향조정하고, 동시에 입대상한연령을 25살에서 23살로 낮추어 입대예정자 수를 줄였다. 동시에 병역거부자 인정비율은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였다. 이러한 정원정책에 따라 군면제자(대체복무면제자) 비율도 대폭 증가하였다. 2005년 현재 대략 입대 연령대 남성 중에서 13% 정도가 군복무를 이행하고, 32% 정도는 대체 복무와 기타 대안적 대체복무를 하고, 55% 정도는 면제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현재 독일군 정원은 56,400명 규 모의 의무복무자에 더하여 15만 명 정도의 장기지원자와 직업군인으로 구성되었다. 전체 독일군 규모는 20만 명 정도이다. ‘가동인력의 배치계획’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인력배치비율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표> 가동인력의 배치현황 출생년도

인력총수

군의무복무자

%

기타복무자*

%

복무면제자

%

1979

416,034

132,889

31.94

139,883

33.62

143,262

34.44

1980

440,158

127,821

29.04

145,053

32.95

167,284

38.01

1981

439,725

114,866

26.12

137,887

31.36

186,972

42.52

1982

444,468

94,047

21,16

125,455

28.23

224,966

50.61

1983

434,181

66,798

15.38

101,326

23.34

266,057

61.28

Peter Tobiassen, Wehrgerechtigkeit 2005, Tabelle 15

<표> 가동인력의 배치계획 계획년도

인력총수

군의무복무자

%

기타복무자*

%

복무면제자

%

2005

447,325

69,500

15.54

140,305

31.37

237,520

53.10

2006

455,358

59,300

13.02

142,403

31.27

253,655

55.70

2007

440,753

56,400

12.80

138,589

31.44

245,764

55.76

2008

447,690

56,400

12,60

140,401

31.36

250,890

56.04

2009

402,902

56,400

14.00

128,705

31.94

217,797

54.06

2010

384,811

56,400

14,66

123,982

32,22

204,429

53.12

Peter Tobiassen, Wehrgerechtigkeit 2005, Tabelle 22 * 기타복무자는 대체복무, 재해복무, 개발봉사, 경찰, 장기지원군복무자, 여타 대안적 대체복무 등을 포함한다. ** 장기지원군복무자(준직업군인)는 지원병제도이기 때문에 유사대체복무라고 보기 어렵다.

2. 복무 영역

헌법 제12조는 병역의무자에게 군복무, 대체복무, 재난구호 업무 중 하나를 이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병역법은 군복무 이외에도 재난구호(「병역법」 제13조의a), 개발봉사(제13조의b), 경찰근무(제42조, 제42조의a)를 군복무 의 대체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다. 물론 노동강도나 구속성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복무형태별로 복무기간이 상 이하다. 따라서 군복무는 9개월이지만, 군복무의무자가 재난구호 업무로 군복무를 대신하려는 경우에는 무보수 명예직으로 관청과 협력관계를 6년 이상 유지해야 하고, 개발봉사는 2년 이상을 근무해야 한다. 경찰이나 국경 수비대원으로 복무하는 자는 복무기간 동안에 군복무에 소집되지 않는다. 「대체복무법」은 병역거부자를 위해 이른바 대체복무(Zivildienst)를 규율한다. 병역거부자로 인정된 남성만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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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토론

64

복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여성에게는 대체복무를 부과할 수 없다.28) 「대체복무법」 제1조는 “대체복무에 있어서 인정된 병역거부자는 우선적으로 사회적 영역에서 공익에 기여하는 업무를 이행한다.”고 규정한다. 대체복무 영 역은 포괄적으로 공익관련 분야이다. 사회적 영역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 돌봄, 보호, 간호 그리고 위급 상황의 배제 또는 예방을 내용으로 하는 인간의 활동영역을 의미한다. 우선적으로 사회적인 영역에서 봉사한다 는 규정 때문에 전통적으로 병원이나 요양원에서의 대체복무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29) 따라서 대체복무자고 용시설(Zivildienststelle)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회적이고 공익적 성격을 가져야 한다. 주목적이 정치적 의견형 성에 관여하는 시설(예컨대 정당의 시설)이거나 주로 노조나 노동단체가 그 회원에게 봉사하려는 의도에서 운영 하는 시설, 종교적 또는 세계관적 사고를 공고히 하려는 목적의 시설은 대체복무고용시설로 인정받지 못한다.30) 「대체복무법」은 대체복무 이외에 제3의 복무형태도 규정하고 있다. 제3의 복무형태는 대체로 병역법과 동일하 지만 특수한 규정도 존재한다. 민방위/재난구호(제14조), 개발봉사(14조의a), 해외봉사(제14조의b), 자원봉사(제 14조의c), 경찰근무(제15조), 자발근로제(제15조의a) 등이 대안적 대체복무다. 현재 대체복무와 군복무가 똑같이 9개월인데 비하여 제3의 복무는 군복무나 대체복무기간보다 비교적 길다. <표> 병역거부자들의 복무실태 재난구호

개발봉사

해외봉사

자원봉사

경찰

자발근로

(제14조)

(제14조a)

(제14조b)

(제14조c)

(제15조)

(제15조a)

113,138

1,530

-

680

13

100

13

115,474

1980

118,053

1,452

-

824

66

113

4

120,512

1981

112,757

1,235

-

852

225

134

-

114,203

1982

100,384

979

-

873

713

128

5

103,082

1983

76,932

713

-

809

1,708

142

3

80,307

1984

47,285

355

-

646

2,278

83

-

50,647

출생년도

대체복무

1979

Peter Tobiassen, Wehrgerechtigkeit 2005, Tabelle 13

<표> 복무기간

유형

군/대체복무

재난구호

개발봉사

해외봉사

자원봉사

경찰집행공무원

자발근로

기간

9개월

6년

2년

9+2개월

12개월

소집면제

9개월+1년

대체복무가 병역거부자의 의무라는 점 그리고 병역거부자로 인정된 자는 국가가 지정한 곳에서 근무해야 한다 는 점에서 대체복무제의 강제적 성격은 피할 수 없다. 그래서 드물지만 병역거부자로 인정된 자 중에서 대체복무 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대체복무법」은 이러한 완전거부자를 위하여 1969년에 ‘자발적 근무제’를 도입하여

28) Hans-Theo Brecht, 앞의 책, 37면. 29) Hans-Theo Brecht, 앞의 책, 38면. 30) 「대체복무법」 제4조 시행지침 3항


65

토론문

독일 대체복무제

토론 I

스스로 적절한 봉사활동을 선택하여 수행하도록 하였다. 이 경우 자발적 근무제는 병원이나 요양원 같은 곳에서 대체복무보다 최소한 1년 이상 추가로 근무할 것을 요구한다. 1990년대 들어와 매년 15만 명 정도가 대체복무를 이행하였고, 18만 개 정도의 대체복무 일자리가 제공되고 있 다. 최근에도 10만 명 이상이 매년 대체복무를 수행하고 있다. 대체복무는 사회적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저임금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 협력, 봉사, 연대에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대체복무 효율 성을 제고하고자 전국 각지에 대체복무학교(Zivildienstschule)도 설치·운영되고 있다. 대체복무제의 도입초기에는 군복무와 대체복무의 기간을 동일하게 하였다.31) 그러나 점차 대체복무기간을 장기 간으로 설정하였다가 위헌소송에 휘말리기도 하였다. 헌법재판소는 군복무기간보다 대체복무기간을 길게 한 것 은 헌법위반이 아니라고 결정하였다. 그러나 최근 법개정을 통해 군복무와 동일하게 9개월로 단축하였다. 대체 복무를 대체하는 다른 대안적 복무의 기간은 복무형태에 따라 표와 같이 차이가 난다. 재해구호는 우리나라의 의 용소방대원과 유사한 것이어서 복무기간이 매우 길다. 병역거부자가 경찰인 때에는 만 25세까지 경찰근무를 계 속함으로써 대체복무에 소집되지 않는다. 지금도 대체복무자의 추가복무를 예비군훈련기간과 관련지어 자주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원칙적으 로 예비군제도는 있지만 대체복무자를 예비군에 준하여 (대체복무에) 소집하거나 훈련을 부과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전시나 방어사태(Verteidigungsfall)에서는 일정연령대의 예비군이 무제한의 방어의무를 지듯이 대체복무 자들도 무제한의 대체복무의무를 진다(「병역법」 제4조/「대체복무법」 제79조).32) 이를 고려해서 방어사태에서 대체복무자의 의무를 미리 규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3. 대체복무자의 처우

「대체복무법」 제35조 제1항은 별도의 규정이 없는 한 군복무자에 대한 규정을 대체복무자에게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급여를 제공하고 건강보호를 제공하며, 재해 사망규정에 있어서 공무원과 동일하게 취급한다. 기타 각종 권리보호, 직업보호, 생활보호 장치를 두고 있다.

가. 대체복무에 대한 급여제공

대체복무자에 대한 급료, 비용, 비품은 대체복무자고용기관이 직접 지급한다. 대체복무자고용기관은 지출액 중 에서 상당부분을 국가로부터 환급받는다(「대체복무법」 제35조). 대체복무자에게 지급되는 급료, 수당, 실비는 다 음과 같다. 군인은 병영생활을 하기 때문에 당연히 대체복무자보다 실제 지급받는 액수는 적다.33)

31) 헌법 제12조a ② (……). 대체복무기간은 군복무기간을 초과할 수 없다. 32) Hans-Theo Brecht, 앞의 책, 230면 이하. 33) 이하의 표는 Bundesamt fü r Zivildienst, Zivildienst in Deutschland, Kö ln, 2005, 16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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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토론

66

(1) 급료

1단계 급료(1~3월차): 일급 7,41 EUR 월합계 222,30 EUR 2단계 급료(4~6월차): 일급 8.18 EUR 월합계 245,40 EUR 3단계 급료(7~9월차): 일급 8,95 EUR 월합계 268,50 EUR

(2) 식비

일당 7,20 EUR 월합계 216,00 EUR

(3) 피복비

일당 1,18 EUR 월합계 35,40 EUR

(4) 원격지수당(거주지에서 근무처까지의 거리에 비례)

30km 이상인 경우에 1km당 0,51 EUR 한도 내에서 최고 204,00 EUR지급(월)

(5) 특별수당과 퇴직금

특별수당(성탄절수당) 172,56 EUR(12월 15일 지급) 퇴직금 690,24 EUR(제대일지급)

(6) 교통비(출근비용)

(7) 집세(부모로부터 독립하여 생활하는 자)

(8) 기타 공무상여비: 실비지급

나. 인권옹호장치

「대체복무법」은 군인법의 규정과 동일하게 대체복무자의 권리를 시민과 동일하다고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대 체복무자의 자유와 권리는 법률에 의해서만 제한된다(「대체복무법」 제25조의c).34) 이른바 군인에 대하여 특별권 력관계를 부인하듯이 대체복무자에 대해서도 특별권력관계를 부인하고 있다.

(1) 연방대체복무옴부즈만

연방대체복무옴부즈만(Bundesbeauftragter für den Zivildienst)은 1970년에 내각결의에 의해 탄생했으며, 1973 년 대체복무청이 발족하면서 정착되었다(「대체복무법」 제2조 2항). 연방대체복무옴부즈만은 연방가족노인여성 청소년부장관(BMFSFJ)의 감독을 받는 정치적 공무원이다. 이는 국방옴부즈만(Wehrbeauftragter)과 같은 취지

34) “대체복무자는 여느 시민과 동일한 시민적 권리를 보유한다. 그의 권리는 대체복무의 필요 범위 내에서 법률에 근거한 의무를 통해서 제 한된다.”


67

토론문

독일 대체복무제

토론 I

로 이해할 수 있지만, 국방옴부즈만은 국회의 독립적인 고위공직으로서 군인인권보호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 하는 데에 비하여, 연방대체복무옴부즈만은 연방대체복무청과 협력관계를 이루며 대체복무자의 인권을 보호한 다.

(2) 공동결정제도

1991년에 「군인참가법」35)과 「대체복무자대표위원법」이 제정 시행되었다. 「대체복무자대표위원법」은 5인 이상 의 대체복무자를 고용하는 대체복무시설(Dienststelle)에서 근무하는 대체복무자들은 1인의 대표위원 (Vertrauensmann)을 선출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대표위원의 역할이나 활동은 「군인참가법」과 동일하다. 이 들은 직무활동에서 여러 가지 보호와 특권을 누린다. 또한 대체복무자의 징계절차에 참가할 권리가 있고, 직무영 역에서 광범위하게 관여할 수 있다. 대표위원은 청문권, 제안권, 공동결정권을 보유한다. 노동자의 경영참가제도 에 미치지 못하지만, 공무원, 군인의 참가제도와 대체로 유사하다. 사회민주주의 체제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36)

(3) 부양료수당제도

「부양료보장법」(Unterhaltssicherungsgesetz)에 따라 대체복무자와 그의 가족에게 부양료, 임대료, 기타 수당을 지급한다. 현역군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우리나라에서 병역의무로 인하여 생계에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아예 병역을 면제하여 사회적 불명예를 유발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사회적 빈곤층이나 하층은 대체로 병역 의무를 통해서 평균치 삶과 융합하게 된다. 그래서 이들에 대한 복무면제는 사회적 배제에 가까울 수 있다. 그러 나 독일은 가족의 부양을 책임지는 군인뿐만 아니라 대체복무자에 대해서 군복무나 대체복무를 하도록 하고, 오 히려 그 가족의 부양을 국가가 전체적으로 책임을 지고 있다.

(4) 일자리보호 기타 사회적 보호

대체복무를 하기 위해 휴직하였을 경우 해고사유를 제한하고 제대 후 복직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나아가 의료보 험 및 치료(제35조/제48조). 실업보험37), 재해보험(제47조의b), 비용상환(제50조), 원호연금(제47조), 유족연금 (제35조/제47조의a)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하여 대체복무자를 보호하고 있다.

35) 「군인참가법」에 대한 자세한 해설은 Andreas Gronimus, Die Beteiligungsrechte der Vertrauenspersonen in der Bundeswehr, 5. Aufl., Walhalla, 2005, ckawh. 36) 사회복무제의 도입발표과정에서 국방부는 대체복무자를 충분히 혹독하게 다룰 수 있다는 듯이 중환자 곁에 종일 근무하는 자리를 대체 복무일자리로 발표하였다. 그러나 대체복무자는 사회복무를 하는 자이지 징계나 처벌을 받는 자가 아니다. 참고로 독일대체복무법에서 는 공무원과 동일한 근무시간(주당 38.5시간)을 근무하고 매일 2시간을 초과할 수 없게 하고, 초과근무에 대해서는 다른 근무시간을 단축 하도록 정하고 있다(「대체복무법」 제32조). 37) Bundesamt fü r Zivildienst, Zivildienst in Deutschland, Kö ln, 2005, 17면 참조. 연방정부가 대체복무자 전원을 위하여 실업보험을 가입하 여 기여금을 납입하고 연방사회법전 제37조의b의 요건에 맞게 신청하면 대체복무 종료 후 수당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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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토론

68

V. 맺 음 전후독일은 나치즘을 청산하는 데에 주력하였다. 그러한 연유로 헌법은 평화주의를 선언하고 침략전쟁을 부인 하고, 개인에게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냉전질서의 강화과정에서 독일은 동구권에 대한 방파 제 역할을 부여받아 재무장의 길로 접어들었다. 한국전쟁과 나토가입이 중요한 사건이었다. 이 과정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도 상당한 파행과 변질을 겪게 되었다. 양심적 병역거부권 이외에 병역의무를 규정하게 되었으며, 이 로 인하여 병역거부권과 병역의무를 조정하는 묘책을 만들어야 했다. 그것이 대체복무제였다. 독일은 정치적 대립 속에서도 민주적이고 개혁된 군대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데에 원칙적 합의를 이루었다. 군대 는 원래 독일헌법의 예정된 사항이 아니었기 때문에 군관련사항이 정치적 쟁점이 될 때마다 군대, 병역복무, 비 상사태, 군사옴부즈만 등에 관한 규정들이 헌법에 추가되었다. 군관련 독일헌법규정은 문민우위, 민주주의와 공 화국에 대한 군대의 충성, 군인의 인권존중, 국제법의 준수 등을 목표로 한 법치국가의 국방헌법이다. 독일은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확대 적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최근 군축상황에서 군복무자, 기타복무자(대 체복무자 포함), 복무면제자간의 비율이 13:32:55에 이를 정도로 군복무자 비율이 감소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체복무자의 복무기간과 군복무자의 복무기간을 동일하게 9개월로 단축하였다.

국방부는 2007년 군복무의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사회복무제’ 도입을 발표하였으며, 9월 18일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하여 대체복무제를 사회복무제에 반영하여 2009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처벌의 긴 역사를 끝내는 조치로서 환영하지만, 대체복무자에게 가혹한 형태의 제도를 형성해서는 안 된다. 독일의 대체복 무제도의 도입배경, 역사, 제도의 변천, 현재의 실태, 안보환경 등 어려 측면에서 참조할 만하다. 우리에게 적합하 게 어떻게 변형할 것인지는 국방당국자에게 달려 있다. 어느 경우이든 대체복무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방향에서 공정하게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토론문

토론 II

양심적 병역거부권 보장을 위한 대체복무제 입법의 쟁점*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 본 원고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사회를 위한 변론」 108호(2016. 12.)에 개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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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토론

70

Ⅰ. 서언: 15년째 계속된 ‘찬반’논의를 넘어 국방부는 2007. 9.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사회복무제에 병역거부자들을 포괄하겠다는 발표를 한 바 있 다.1) 그러나 정권말기에 이루어진 국방부 발표의 효력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명박 정권이 시작된 이후 국방부는 병역거부와 관련해 모든 논의를 중단하였고, 2008. 12. 여론조사 결과 하나를 근거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기존 입장을 백지화했다.2) 시행예정일 3개월 전의 기습발표였다. 위 백지화 선언 이후, 매년 병역거부 구속자는 이어지고 있으며, 사회적 논의 역시 찬반대립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대안으로서 논의되는 대체복 무에 대한 구체적 검토는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최근 하급심 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무죄판결이 이어지고, 국민여론 및 전문가여론도 대체복무 인정에 호의적으로 변화하면서 다시금 병역거부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광주지방법원 2015. 5. 12. 선고 2014고단4820 판결 이후 2016. 11. 현재까지 총 10건의 하급심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 광주지방법원 2016. 10. 18. 선고 2015노1535 판결은 항소심에서 이루어진 최초의 무죄 판결로서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3) 한국갤럽이 2016. 4.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설문조사에서 ‘대체복무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비율은 70% 달하였다.4)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2016. 6. 17.에서 같은 해 7. 2.까지 이루어진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에 참여 한 1,297명의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 중 66.2%(859명)가 양심적 병역거부가 권리로서 인정되어야 한다 고 응답하였다.5) 헌법재판소는 2015. 5. 진행한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공개변론 이후 1년이 넘도록 결정을 미루고 있는데, 앞선 변화를 반영하여 이전과는 다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 장고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높아지고 있 다. 이러한 맥락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되어야 하는 논리를 보다 단단하게 벼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실제 병 역거부 인정 이후 대체복무제를 입법함에 있어서 논의되어야 할 쟁점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것 역시 시급히 이

1) 국방부, 「병역이행 관련 소수자의 사회복무제 편입 추진」, 2007. 9. 18. 보도자료. 2) 국방부가 어떤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서, 이처럼 국민공감대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사례가 있는지 의문이다. 3) 위 광주지방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무죄 판결문에서 “일부 판사들은 두 차례의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었음에도 이 사건 법률에 대하여 연 이어 위헌제청신청을 하고 있고,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까지 거쳐 유죄의견을 밝혔음에도 하급심에서 무죄 판결이 끊이지 않고 있는 바, 단일 법조항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이와 같은 혼란은 사법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라며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현재의 상황을 ‘사법 역사상 유례가 없는 혼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4)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 허용 찬성 의견 70%로 나타나」, 2016. 5. 10. “한국갤럽이 2013. 11. 같은 주제로 실 시한 자체조사 역시 일관된 결과를 보여준다. 2013. 11. 조사 결과에서 응답자 76%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대체복무 제 도입에는 응답자 68%가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 즉, 병역거부라는 행위를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그 사람들을 감옥에 보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으로 확인된 것이다. 5) 서울지방변호사회,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도입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발표」, 2016. 7. 5. 위 설문조사에서 80.5%(1044명)의 서 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들은 ‘대체복무제를 법률로 도입하는 것에 찬성한다’에 응답하기도 하였다.


양심적 병역거부권

71

토론문 토론 II

보장을 위한 대체복무제 입법의 쟁점

루어져야 할 부분이다. 또한 대체복무에 대한 구체적 상이 없기 때문에 이를 ‘면제’나 ‘특혜’로 보는 오해 역시 상 당한 바, 대체복무에 대한 검토는 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을 위한 필수적 작업이기도 하다. 이하에서는 대체복무제 입법과정에서 검토되어야 할 쟁점들을 크게 ① ‘대체복무 인정범위’, ② ‘대체복무 내용’, ③ ‘대체복무위원회 구성’, ④ ‘경과규정’과 같이 4가지로 나누어서 살펴보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17대부터 19대 국회까지 제출되었던 대체복무 관련 법안 5개(아래 표, 이하 5개 개정안을 통칭할 때에는 ‘기존 법안들’이라고 함)과 2007년 국방부가 발표한 “「병역이행 관련 소수자」의 사회복무제 편입 추진 방안”(이하 ‘국방부 안’이라고 함)를 위 4가지 위 기준에 따라 분석하여, 이후 대체복무제 입법에 있어서 논의의 준거가 되어야 할 것들을 지적 하고자 한다.

발의일자

발의법안명

발의자

약어

17대, 2004. 9. 22.

병역법중개정법률안

임종인 의원 외 21명

임종인 법안

17대, 2004. 11. 19.

병역법중개정법률안

노회찬 의원 외 9명

노회찬 법안

18대, 2011. 7. 1.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

김부겸 의원 외 10명

김부겸 법안

18대, 2011. 9. 14.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

이정희 의원 외 9명

이정희 법안

19대, 2013. 7. 18.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6)

전해철 의원 외 11명

전해철 법안

Ⅱ. 대체복무 인정범위 대체복무 인정범위란, 양심적 병역거부자 인정에 있어서 법안에 명시할 최소한의 기준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는 ① 대체복무 사유(종교적 신념에 한정한 것인지, 헌법상 양심의 자유가 포괄하는 윤리적 신념까지 포괄할 것 인지), ② 대체복무 신청기한(현역복무 이전의 대체복무 신청만 가능한지, 그 이후 신청도 가능하지)으로 크게 구 분할 수 있다.

1. 대체복무 사유 가. 기존 법안 및 국방부 안에서의 대체복무 사유

기존 법안들은 모두 “종교적 신념 또는 양심의 확신”라는 동일한 표현으로 대체복무를 신청할 수 있는 사유를 규 정하였다. 한 예로 ‘전해철 법안’의 경우 “현역병입영 대상자 또는 보충역의 병역처분을 받은 사람 중 종교적 신 념이나 양심의 확신을 이유로 집총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고자 하는 사람은 처분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주소지를 관할하는 지방병무청에 대체복무를 신청하여야 한다”(제

6) 이정희 법안 및 전해철 법안의 경우 위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 이외에 예비군 거부자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향토예비군 설치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각 발의하였는데, 이하에서는 그 내용까지 함께 ‘이정희 법안’, ‘전해철 법안’이라고 지칭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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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조의12 제1항)라며 대체복무 사유를 종교적 신념에 국한시키지 않고 윤리적, 정치적 양심 등 세속적 양심까지 대체복무 신청사유로 인정하고 있다. 한편 국방부 안은 “포함대상 : 종교적 사유 등에 의한 입대 前 병역 거부자”라고 하며, 대체복무 사유를 ‘종교적 사유 등’으로 표현하였다. 따라서 국방부 안 역시 종교적 사유 이외의 사유를 배제하지는 않는 것으로 해석되나, 종교적 사유 외의 사유까지 인정하겠다고 명시적 밝힌 바는 없다.

나. 검토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되어온 다른 나라(특히 미국)의 역사적 궤적을 볼 때, 대체복무의 사유는 ① 특정 종교(퀘 이커, 메노나이트 등 평화주의 기독교 교파), ② 종교 일반, ③ 세속적 양심 순으로 확장되어왔다. 그러한 확장의 결과 1980년대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의 자유’가 아닌 ‘양심의 자유’에서 유래하는 권리로서 국제사회에 서 보편적으로 인정될 수 있었다.7) 그러한 이유로 우리 사회 역시 ‘종교적 병역거부’가 아닌 ‘양심적 병역거부’로 이 사안을 처음부터 지칭하였던 것이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역시 2004년부터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양심 의 자유’라는 헌법상 기본권과 관련된 문제로서 판단하고 있다.8) 따라서 비록 현재 한국사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수감자의 대부분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나, 양심적 병역거 부라는 것 자체를 특정한 종교의 문제로 국한하기 보다는 ‘양심의 자유’의 행사로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 다. 또한 앞서 살핀 최고법원의 판단 등을 통해 볼 때, 병역거부를 양심적 사유까지 넓게 인정하는 것에 한국사회 에서 일정한 합의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 법안들과 같이, 대체복무 사유를 종교적 사유와 함께 양 심적 사유(개인의 윤리적·철학적 신념)까지 포함하는 것이 올바른 입법방향이라고 하겠다. 다만, 기존 법안들이 공통적으로 표기한 ‘양심의 확신’이란 헌법상 보호하는 ‘양심’을 보다 엄격화한 것이라고 해 석될 여지가 존재하는데, 그 경우 대체복무 인정범위가 매우 협소해져서 또 다시 양심의 자유가 침해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양심’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해석9)에 따를 때, 양심이라는 것 자체가 ‘주관적 확신’의 상태

7) 유 엔 인권위원회(현재 유엔인권이사회),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유럽 평의회, 유럽연합 의회 등은 양심형성의 동기에는 “종교적·윤리적· 인도적, 혹은 이와 유사한 동기”가 모두 포함된다고 보고, 따라서 “거부자의 신념의 성질에 따른 차별을 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유럽 국가 들의 경우, ‘대체복무’가 인정되고 있는 19개국 중 18개국이 종교적·비종교적 사유를 모두 인정하고 있다. 법적으로 종교적 사유만 인정하 고 있는 나라는 우크라이나와 대만뿐이다(병무청, 「종교적 사유 등에 의한 입영거부자 사회복무체계 편입 방안 연구 요약서」, 2008, 32-33 쪽). 8) “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에 대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하여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간접적으로 피고인의 양심상의 결정에 반하여 현역 병 입영을 강제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19조가 보호하는 '자신의 양심상 결정에 반하는 행위를 강제 받지 아니할 자유'를 제한하고, 동시에 피고인의 양심상 결정의 동기가 그가 믿는 종교에 기초한 이상 헌법 제20조 제1항의 종교의 자유도 제한하는 것이 될 것이다(이러한 의미 에서 이하에서는 양심의 자유의 침해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는 것으로써 종교의 자유의 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까지도 갈음한다)”(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9) “헌법이 보호하려는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허물어지 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헌법재판소 1997. 3. 27.자 96헌가11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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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토론 II

보장을 위한 대체복무제 입법의 쟁점

인바 ‘양심의 확신’은 동어반복이기도 하다. 따라서 대체복무 사유를 법안에 규정함에 있어서 “종교 또는 양심의 이유”와 같은 수준으로 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10)

2. 대체복무 신청기한 가. 기존 법안들 및 국방부 안에서의 대체복무 신청기한

구분

임종인 법안

노회찬 법안

김부겸 법안

이정희 법안

전해철 법안

국방부 안

대체복무 신청기간 - 입대 전(보충역의 경우 복무 전, 이하 같음) 대체복무신청 규정만 존재 - 예비군 관련 규정 없음(향토예비군 설치법 개정안 제출 없음, 이하 같음) - 복무 중 대체복무신청 가능 - 예비군 대체복무신청 가능(향토예비군 설치법 개정안 존재, 이하 같음) - 입대 전 대체복무신청 규정만 존재 - 예비군 관련 규정 없음 - 복무 중 대체복무신청 가능 - 예비군 대체복무신청 가능 - 복무 중 대체복무신청 가능 - 예비군 대체복무신청 가능 - 입대 전으로 대체복무신청으로 한정 - 예비군 복무 중 거부자 불인정

위 표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대체복무 신청기한의 경우 현역병 입영 전이나 보충역 복무 전으로 제한할 것인 지, 아니면 현역 복무 중에도 가능한 하도록 할지에 대해 기존 법안들 사이에 차이가 있다. 국방부 안의 경우 입 대 전으로 신청기간을 제한하였는데, 그 이유로 “군 기강 와해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현역복무를 마친 자가 예비군 복무 중 대체복무를 신청하는 것에 관해서는, 기존 법안들 사이에 역시 차이 가 존재한다. 국방부 안의 경우 “ 이미 군복무 경험자로서 그 眞情性을 신뢰하기 곤란”하다며 예비군 복무 중 대 체복무신청은 불가하다고 하였다.

나. 검토

대체복무 신청기한은 ① 입영 전 신청, ② 복무 중 신청, ③ 예비군 복무 중 신청과 같이 세 시점으로 구분될 수 있 다. 어느 시점까지를 신청기한으로 인정하는지가 대체복무 인정범위와 직결된다.

10) ‘양심의 사유’에 있어서 ‘전쟁거부의 정도’가 문제될 수 있다. 모든 전쟁에 대해 병역거부를 하느냐 전쟁의 성격, 대상, 수단에 따라 특정 전쟁(예를 들면 침략전쟁, 핵전쟁, 해외파병전쟁 등)에 대해서만 병역거부를 하느냐를 기준으로 보편적(절대적) 병역거부, 선택적 병역거 부로 각 나눌 수 있다. 이 중 후자인 선택적 병역거부까지도 대체복무 사유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오랜 논쟁이 되어왔는데, 외국 사례를 보면 보편적 병역거부자만이 대체복무를 인정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이 부분까지를 법률에 명문화시키기 보다는 대체복무위원회 위원들의 판단영역으로 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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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유엔 인권위원회(UN Commission on Human Rights, 현 유엔 인권이사회)는 1998년 「결의 제77호」 에서 “이미 군복무를 하고 있는 사람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할 수 있다”라며 복무중 병역거부권이 인정되어야함 을 밝혔다.11)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 역시 2001년에 채택한 「결의 1518호」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이란 “징병 혹은 병역의 이행 이전이나 이후 어느 때이든 양심적 병역거부자로서 등록할 권리”와 “직업군인에게도 양 심적 병역거부자 지위를 신청할 수 있는 권리”라며 대체복무 신청 시점을 넓게 인정하였다.12) 한편 한국의 국가 인권위원회 역시 2007. 12. 6. 예비군 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바 있 다.13) 종교적 신앙이나 개인적 신념은 그 본질상 어느 때든 생길 수 있다. 또한 기존의 신앙과 신념이 나름의 계기를 통 해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시점을 기준으로 개인에게 생긴 신앙 또는 신념에 불합리한 차별을 두는 것은 또다시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전역을 불과 3개월 남겨두고 신앙을 갖게 되어 집총을 거부하고 수감된 사례14), 현역복무 이후 종교적·평화주의적 신념을 갖게 되어 예비군 훈련을 거부 하는 사례15)가 꾸준히 확인되고 있는 상황에서 입영 전으로만 대체복무 신청기한을 한정할 경우 또 다시 인권침 해가 야기될 것이다. 또한 현역 입영 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제를 인정하면서도, 입영 이후의 대체복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 양심의 진정성은 대체복무위원회에서 심리를 통해 판단할 문제이지, 시점을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재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군사훈련을 실제로 받은 이후에 비로소 그 행위가 스스로의 신 념에 부합하지 않음을 깨달은 자가 대체복무신청을 한 경우를 가정해본다면, 대체복무 신청이 단지 입영 이후에 이루어졌다고 해서 불가한 하다고 규정하는 것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기로 한 취지 자체에 반하는 것이다. 한편, 전해철, 이정희, 노회찬 법안의 경우 현역 또는 보충역으로 복무 중인 기간이 1년 이상 경과한 자가 대체복 무를 신청할 경우 대체복무위원회가 비집총복무로 전환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였는데, 이미 상당한 군복 무를 한 자에게 다시 교육을 하고 단시간 대체복무에 투입하는 것보다 실용적인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보인다. 이 경우 복무기간은 대체복무기간에 준하여 다시 산정될 것이다.

3. 소결

양심적 병역거부권 보장을 위한 대체복무제 입법에 있어서, 대체복무 사유는 종교적, 윤리적, 정치적, 평화주의 적, 인도적 양심까지 포괄하여 ‘종교 또는 양심의 이유’로 규정하고, 대체복무 신청기한은 복무 중 및 복무 이후

11) UN Doc, CHR 54th. 1998. 4. 22. E/CN.4/RES/1998/77. 12) Parliamentary Assembly of the Council of Europe, Recommendation 1518 (2001) “Exercise of the right of conscientious objection to military service in Council of Europe member states.” 13) 국가인권위원회, 「양심적 예비군 거부자 처벌 말라, 대체복무제 도입 재확인: 양심적 예비군 거부자 처벌 말라, 대체복무제 도입 재확인」, 2007. 12. 6. 14) 시사인, 「제대 3개월 앞두고 '병역거부' 선언한 말년 병장」, 2013. 8. 15) 한겨레21, 「뒤늦게 왜 거부를?: 군대 다녀온 김형수·이상씨가 예비군 거부하는 이유」, 201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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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토론 II

보장을 위한 대체복무제 입법의 쟁점

예비군 과정에서 가능하도록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16) 가장 최근인 2013. 7. 발의된 전해철 법안의 경우 위 두 기준을 모두 충족하고 있는바, 일응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보인다.

Ⅲ. 대체복무 내용 대체복무 내용이란, 어떤 복무내용 및 여건으로 대체복무를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현역복무와의 형평성 문제로 인하여 빈번하게 언급되는 영역이다. 다만, 세세한 복무내용 및 여건이 법률로서 규정될 필요는 없으며, 개별 복무형태에 따라 구체적인 설계가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따라서 대체복무 내용 중 가장 중요하게 다퉈지는 ‘복무기간’ 및 ‘합숙복무’에 대해서만 검토하도록 한다.

1. 대체복무기간 가. 기존 법안들 및 국방부 안에서의 대체복무 기간

기존 법안들은 모두 대체복무 기간을 육군 현역병을 기준 1.5배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국방부 안은 2배로 규정하 였는데, 그 이유로 “최장기 대체복무(공중보건의 등) 기간이 36개월임을 고려”, “본인이 선택한 대체복무라는 점, 국민정서, 현역의 사기 등을 감안시 현역의 2배 수준의 기간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나. 검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과정에서 복무기간을 정하는 문제는 우리 사회 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에서도 중요한 쟁점이 되어왔다. 때문에 참고할 수 있는 여러 선행 판단들이 존재한다. 유엔 인권위원회 1998년 「결의 제77호」에서 “대체복무는 비전투적 또는 민간적 성격을 띤 공익복무여야 하고, 징벌적 성격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결정한 바 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1999년 프랑스인 프레데릭 푸앵 (Frédé ric Foin)씨가 1995년에 제출한 개인통보(Communication No. 666/1995)에 대한 결정문에서 ‘프랑스 정 부가 대체복무 기간을 두 배로 정한 것은 이유가 거부자의 양심의 진실성을 시험하기 위해서이지 합리적이고 객 관적인 기준에 근거한 것이 아니며, 따라서 이는 자유권규약 위반’이라고 판단하여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혔다.

10.3 … 위원회는 현역과 대체복무 기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체복무 기간이 더 긴 경우에는 그러한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복무내용의 성격이나, 그러한 복무를 수행하기 위한 특별한 교육훈련의 필요성 등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당사국[프랑 스]이 제시한 이유를 보면, 대체복무 기간을 두 배로 정한 이유가 거부자의 양심의 진실성을 시험하기 위해

16) 만약, 예비군 병역거부가 인정된다면, 예비군 훈련시수에 준하는(혹은 일정 비율이 증가한) ‘예비군 대체복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향토 예비군 설치법」이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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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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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다. 그러나 위원회의 의견으로는 그런 이유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17)

또한 유럽평의회는 대체복무기간이 현역복무의 1.5배 이상일 경우에는 ‘징벌적’ 성격을 가진다고 수차례 의견을 표명했으며,18) 유럽 사회권위원회(European Committee of Social Charter) 역시 1.5배 이상의 대체복무기간이 유럽사회권헌장(European Social Charter) 제1조 제2항에서 규정한 “생계유지를 위해 자유롭게 선택한 직업을 가질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한 바도 있다.19) 이러한 선행 판단들을 고려한다면 국방부 안과 같이, 현역복무 기간의 2배로 대체복무기간을 설정하는 것은 양 심적 병역거부자들을 포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이들에 대한 다른 형태의 ‘징벌’을 부과하는 것이라고 할 것 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대체복무 기간은 현역복무 기간보다 긴 것은 사실이나, 그 범위는 앞서 살핀 국제적 논 의에 따라 대부분 1.5배 이내이다. 따라서 대체복무 입법을 함에 있어서 대체복무 기간은 육군 현역병을 기준으 로 1.5배를 넘기지 않는 것을 중요한 원칙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20)

2. 합숙복무(복무여건) 가. 기존 법안들 및 국방부 안에서의 합숙복무 규정

구분

합숙복무 규정

복무시간 외의 지휘·감독 주체

임종인 법안

- 군부대외의 시설에서 단체숙박생활, 예외 인정

- 지방병무청장

노회찬 법안

- 군부대외의 시설에서 단체숙박생활, 예외 인정

- 지방병무청장

김부겸 법안

- 기숙 근무 원칙, 예외 인정

이정희 법안

- 군부대 외의 시설에서 단체 합숙근무가 원칙, 예외 인정

- 지방병무청장

전해철 법안

- 군부대 외의 시설에서 단체 합숙근무가 원칙, 예외 인정

- 지방병무청장

국방부 안

- 출·퇴근 없이 해당 복무시설에서 합숙 근무

- 소속기관 장

- 언급 없음

합숙복무에 대해 기존 법안들 및 국방부 안은 모두 대체복무 형태가 합숙근무(기숙근무)어야 한다는 점에서 일 치하고 있다. 출·퇴근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근무는 현역복무에 비해 ‘특혜’로 비춰질 우려가 있는바, 합숙복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기존 법안들은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데, 전해철 안을 예로 살펴보면 “1. 특정

17) UN Doc. CCPR/C/67/D/666/1995 (3 November 1999). “Human Rights Committee View on Foin v. France (Communication No. 666/1995).” 18) Marc Stolwijk, 2008. The Right to Conscientious Objection in Europe: A Review of the Current Situation. Quker Council for European Affairs. pp.7-8. 19) 현역복무보다 지나치게 긴 대체복무기간은 대체복무자로 하여금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시기를 지연시킨다는 이유에서였다. Council of Europe, Committee of Social Rights Conclusions XVI-Vol.1, November

2002. European Committee of Social Rights, Decision on the merits, Complaint 8/2000.

20) 초기 입법과정에서는 보다 긴 기간으로 대체복무를 설정하여 대체복무제가 ‘특혜’ 등과 같은 오해를 불식시키고 이후 개정하자는 의견도 존재하나, 기존 법안들이 제시하는 1.5배 정도만 하더라도 현재 시행되고 있는 기타 대체복무와 비교하였을 때 충분히 형평성을 인정받 을 수 있는 기간이다.


양심적 병역거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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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토론 II

보장을 위한 대체복무제 입법의 쟁점

근무지역의 대체복무요원의 수가 단체 합숙근무를 할 만큼 충분하지 아니한 경우, 2. 업무수행의 특수성으로 인 하여 단체 합숙근무를 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한 경우, 3. 그 밖에 대체복무요원의 복무여건과 사정 등을 고려 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와 같이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 한하여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합숙근무 자체에 대해서는 일치하고 있지만, 일정한 차이 역시 존재한다. 복무시설에서 합숙을 하는 지, 아니면 복무시설과 별개의 시설에서 합숙을 하는지 여부이다. 후자의 경우 복무시설 여건에 따라 해당 시설 에서 합숙이 어려운 경우도 있기에, 복무지 근처에서 별도의 합숙시설이 만들어질 것을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될 경우, 복무시간 외의 지휘·감독 주체가 문제된다. 임종인 법안의 경우, “사회복지요원은 그 복 무 및 복무에 필요한 교육훈련에 대하여는 보건복지부장관의 지휘·감독”을 받고 “복무시간외에는 지방병무청장 의 지휘·감독 하에 군부대외의 시설에서 단체숙박생활을 한다”며 이원화시켰다. 김부겸 안의 경우 소속기관에 서 기숙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복무시간 여부와 상관없이 소속 복무기관 장을 지휘·감독 주체로 정하였다.

나. 검토

앞서 복무시간과 마찬가지로, 대체복무에 있어서 ‘형평성’이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복무형태에 있어서 도 합숙복무를 원칙으로 하는 기존 법안들의 취지는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합숙시설에 관하여는, 합숙복무가 가능한 시설에서 대체복무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설 이외에서 합숙복무 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해당 복무는 출·퇴근을 통해 복무를 하면 충분함에도 형식적인 ‘형평성’을 이유로 시설 외에서 합숙을 시키겠다는 것인데, 이 경우 지휘·감독의 문제 등 여러 문제점이 예상된다. 또한 제도 도입 초기에 대체복무의 영역을 너무 다양하게 설정할 경우, 복무자 선호가 반영될 수 없는 구조에서는 대체복무 간 격차 역 시 존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합숙복무가 가능한 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에서 대체복무를 수행함을 원칙으로 하 고, 관리·감독의 주체 통일적으로 소속기관장으로 정함이 합리적일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2008년 발표된 병무청 연구용역 결과의 내용은 하나의 참고가 될 수 있다. 위 연구용역은 대체복 무가 가능한 시설들과 합숙복무자 수요를 알아보기 위해 여러 시설을 조사하였는데, 전국 16개 소방서에서 약 788명의 합숙복무자를 희망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전수조사가 아니라 표본조사였기 때문에, 전국 소방서에서 약 2,000여 명의 합숙복무자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연구용역의 판단이었다.21) 그렇다면 현재 운 영되고 있는 의무소방원을 보다 확대하는 것이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3. 소결

대체복무 내용에 있어서 핵심은 ‘형평성’이다. 비전투적 또는 민간적 성격을 띤 공익복무를 구성함에 있어서, 현 역복무와 형평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형평성은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첫 번째는 대체복무제에 대한 편견, 즉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 무가 인정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그 대체복무제를 택하기 위해 몰릴 것이라는 편견을 불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21) 병무청, 「종교적 사유 등에 의한 입영거부자 사회복무체계 편입 방안 연구」, 2008, 1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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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평성이 갖춘 대체복무, 즉 다른 복무에 비해 별다른 이득이 없는 복무라면 굳이 대체복무심사를 받고 대체복무 를 수행할 동인이 없다. 이에 대해서는 최근 선고된 광주지방법원 항소심 판결문이 잘 지적하고 있다. “최근 메르 스사태나 대형재난사고에서 보는 것처럼, 재해복구, 재난방지, 의료, 소방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대체복무가 결코 군복무보다 편하다거나 더 안전하다고 볼 수 없는바, 대체복무의 내용, 강도, 그 기간 설정 등을 통하여 얼마든지 현역 복무보다 힘들거나 등가성 있는 대체복무제를 설계할 수 있고, 대체복무제도가 병역기피자를 양산한다는 것은 실증된 사례도 아니다”(광주지방법원 2016. 10. 18. 선고 2015노1535 판결). 다른 한편으로, 위 형평성은 무엇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중요하다. 양심적 병역거부 에 대한 논의를 하는 이유는, ‘군사훈련을 받을 수 없다는 양심’을 가진 이들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공존할 수 있기 위함이다. 공존의 시작은 차별을 없애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그런데 형사처벌이라는 ‘최악의 차별’을, 현 역복무보다 훨씬 어려운 복무라는 ‘최악보다는 경한 차별’로 바꾸는 것으로는 공존이라고, 차별을 없애는 것이라 고 할 수 없다. 앞서 살핀 국제사회의 논의들은 이러한 ‘경한 차별’ 역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 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기존 법안들이 모두 현역복무의 1.5배를 대체복무기간으로 정하고 있기에, 일응 1.5배가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 겠으나, 복무여건이나 형태에 따라서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대체복무의 하나로 의무소방원 을 검토할 경우, 현재 의무소방원 복무기간은 현역 복무(21개월)에 비해 2개월 정도 긴 23개월로 시행되고 있는 바, 의무소방원과 동일한 대체복무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허용될 경우 기존 복무기간 역시 고려되어야 할 것 이다.

Ⅳ. 대체복무위원회 대체복무위원회22)는 대체복무문제를 총괄하는 기관으로서, 대체복무판정과 대체복무자 관리에 있어서 포괄적 인 권한을 보유하여, 대체복무제도 운영에 대해서 전반적인 정책결정기능 역시 가져야 할 것이다. 이 중 입법 과 정에서 중요하게 검토되어야 할 부분은 ‘판정’ 부분이다. 대체복무를 신청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대체복무위원 회에서 ‘양심의 진정성’에 대한 판정을 받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어떤 의사가 진정한 양심의 발로인지, 허위 인지를 판단하는 권한을 갖는, 유래 없이 거대한 ‘양심심판기관’이 탄생하는 것이다. 판정에 있어서, 대체복무위원회의 독립성과 위원구성, 심판절차 등이 쟁점이 된다. 위원구성의 경우 기존 법안들

22) 임종인, 김부겸 법안의 경우 ‘양심적병역거부판정위원회’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나, 위원회의 역할은 판정 이외에도 다양한바, 이하 에서는 ‘대체복무제위원회’라고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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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토론 II

보장을 위한 대체복무제 입법의 쟁점

이 대동소이하며 특별히 문제라고 보이는 부분은 없다.23) 심판절차 역시 지방대체복무위원회에서 각하·기각당 한 경우 중앙대체복무위원회의 재심을 받을 수 있고, 각 위원회에 일정한 사실조사 권한을 부여하였다는 점에서 기존 법안들이 모두 일치하는데24), 역시 적정한 규정이라고 보인다. 그렇다면 이하에서는 대체복무위원회의 독립성과 관련하여, 위원회의 소속기관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1. 기존 법안들 및 국방부 안에서의 대체복무위원회 소속기관 구분

위원회 소속기관

임종인 법안

중앙대체복무위원회는 병무청, 지방대체복무위원회는 지방병무청

노회찬 법안

중앙대체복무위원회는 국방부, 지방대체복무위원회는 지방병무청

김부겸 법안

병무청

이정희 법안

중앙대체복무위원회는 국방부, 지방대체복무위원회는 지방병무청

전해철 법안

병무청

국방부 안

언급 없음

이상과 같이 기존 법안들은 모두 병무청 산하에 대체복무위원회가 설치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방부 안 역 시 특별한 언급은 없지만, 병무청 산하 기구로 설치되는 것은 전제한 것으로 보인다.

2. 검토

위와 같이 기존 법안들 및 국방부 안에서 대체복무위원회 소속기관을 병무청으로 하는 것에 일치가 있는 것은, 현역병입영 대상자 또는 보충역 병역처분을 받은 사람들의 신청을 받고, 이에 대한 판정이 내리는 대체복무위원 회 역시 군인력수급(징집·소집)라는 병무청의 업무범위 내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체복무신청에 대한 판정이 또 다른 양심의 침해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해당기관의 ‘독립성’이 무 엇보다 중요한 바, 기존 법안들과 달리 고려할 여지도 있다고 할 것이다. 유럽평의회 각료위원회(Committee of Ministers)가 1987년 채택한 권고 R(87)8호에서 “신청에 대한 심사는 공

23) 전해철 법안을 예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기타 법안 모두 유사하다).

제33조의14(중앙위원회의 구성) ① 중앙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한 7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② 중앙위원회의 위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중에서 병무청장이 임명한다.

1.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부교수 이상 또는 이에 상당하는 직에 5년 이상 재직하거나 재직하였던 사람으로서 철학·종교학·심리학·법 학·사회학 또는 정치학 등을 전공한 사람

2. 판사·검사 또는 변호사의 직에 5년 이상 재직한 사람

3. 종교단체 또는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따른 비영리민간단체로부터 추천을 받은 사람

4. 4급 이상의 관계 공무원이거나 공무원이었던 사람

③ 중앙위원회의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병무청장이 임명한다.

24) 역시 전해철 법안을 예로 살펴본다(기타 법안 모두 유사하다). 제33조의18(사실조사 등) ① 지방위원회는 대체복무의 결정에 관한 사항을 심사·의결하기 위하여 대체복무신청인 또는 증인·참고인 등 으로부터 증언 또는 진술을 청취하거나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검증 또는 조사를 할 수 있다. ② 지방위원회는 심사와 관련하여 행정기관이나 관계 기관의 장에게 필요한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협조를 요청 받은 행정기관 이나 관계 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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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에 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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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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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절차가 보장되어야 한다. 신청이 기각된 경우 신청자가 상소할 수 있어야 한다. 상소 담당기관은 군 당국으 로부터 독립되어 있어야 한다”라고 심사기관의 독립성을 강조한 바 있다.25) 또한 유엔 인권위원회 역시 앞서 수 차례 언급한 1998년 결의 제77호(Resolution 1998/77)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의 개별 사안에 대해 그 진정성을 판단하는 임무를 담당할 독립적이고 공정한 의사결정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결의하였다.26) 이때의 독립성이 라는 것은 양심적 병역거부 및 대체복무의 성격과 본질상 ‘군’과의 독립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또한 앞서 수차례 인용한 2008년 발표된 병무청 연구용역 결과에서 확인된 해외 심사기구의 소속부서를 볼 때 도, 심사기구가 반드시 국방부(병무청) 산하에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아래 표 참조). 외국의 심사기구의 소속부서27) 소속부처

국명

내무부

대만, 덴마크, 오스트리아

법무부

노르웨이

경제부

스위스

노동사회정책부 가족청소년여성노인부 지방정부 국방부

우크라이나 독일 폴란드 그리스, 러시아, 몰도바, 세르비아, 스웨덴, 아르메니아, 알바니아, 에스토니아, 이스라엘, 키프로스, 핀란드

한편, 대체복무제는 복무분야가 주로 사회복지 관련 업무이기 때문에, 판정을 제외한 직무훈련 및 관리의 주무부 처는 보건복지부가 되는 것이 합리적이다.28) 그렇다면 대체복무위원회는 판정업무 이외에도 대체복무 관련 전반적인 정책의 고안 및 집행을 담당해야 하는 바, 그렇다면 보건복지부로 소관부서를 하는 것이 업무의 통일성을 담보할 수 있으며, 앞서 검토한 심사과정에서 독립성 역시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3. 소결

‘양심심판기관’으로서의 대체복무위원회가 작동을 시작하면 많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외 국의 사례 속에서 ‘양심심사과정’이 고학력자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작동된다는(또는 될 수밖에 없다는) 문제점 을 지적한 바 있다. 내면을 신념을 밝히고, 그러한 신념을 갖게 된 동기를 설명(입증)하는 책임이 신청자에게 있

25) “Recommendation No. R(87)8 of the Committee of Ministers to member states regarding conscientious objection to compulsory military service.” 26) UN Doc. CHR 54th. 1998. 4. 22. E/CN.4/RES/1998/77. 27) 병무청, 「종교적 사유 등에 의한 입영거부자 사회복무체계 편입 방안 연구」, 2008, 146쪽. 28) 이에 대해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주최로 2008. 10. 28. 열린 “양심적 병역거부자, 어떻게 할 것인가” 공청회에서 유승민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까다로운 법적 조건이 충족된 전제하에서 대체복무제의 찬성입장을 피력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의 관리는 병무청과 양심적 병역거부자 관리 위원회가 공동으로 선발하고 관리는 사회봉사와 관련 있는 보건복지부가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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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토론 II

보장을 위한 대체복무제 입법의 쟁점

는 한, 고학력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심을 심판하는 권한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입법 과정 및 시행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섬세한 감시가 필요할 것이다.

Ⅴ. 결론 앞서 살핀 기존 법안들은 큰 틀에서 보면 그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는데, 이는 기존 법안들이 양심적 병역거부권 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에서 제출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법안들 간의 차이보다는, 기존 법안들과 2007년 국방부 안과 차이 속에서 앞서 검토한 대체복무 입법의 원칙들이 어떻게 지켜질 수 있을지가 문제일 것이다. 비생산적인 찬반논쟁을 벗어나서, 합리적이고 형평성을 갖춘 대체복무를 시행할 수 있을지 논의를 본격화한다 면 ‘또 다른 징벌’이 아닌 대체복무를 빠른 시간 내에 구현하고 안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대체복무는 새로운 제 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수많은 국가에서 오랜 시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대체복무를 수행하여온 사례들 가 존재한다. 우리 역시 2015년 병무통계연보 기준으로 83,000여명 수준의 사회복무요원, 산업기능요원, 전문연 구요원, 공중보건의 등 대체복무 또는 이에 준하는 제도를 운영해왔다. 이러한 국내외 경험을 참조한다면 합리적 대체복무의 설계 및 시행은 충분히 빠른 시간 내에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지체되어 왔던 양심적 병역거부 및 대체복무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킬 필요성은 분명하다. 매년 500여 명의 구속자가 발생하는, ‘현재진행형’의 인권침해 상황을 멈춰야한다는 점에도 대체복무 입법은 시급한 일이기 도 하다. 부디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하고, 어떤 대체복무제를 설계하고, 시행할 것인지를 중심으로 양심 적 병역거부의 논의가 옮겨져야 할 것이다.


토론문

토론 III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헌법적 검토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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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양심적 병역거부에

토론 III

관한 헌법적 검토

I. 문제의 제기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논쟁의 대상 중에 하나이다. 그동안 헌법학계와 형법학계는 양 심의 자유와 형사처벌의 관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논쟁을 벌였었다. 이에 반하여 헌법재 판소와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병역법의 규정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합헌이 아니라고 판시 하였다.1) 그렇지만 최근에 오면서 하급심뿐만 아니라 2심에서 처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 오면서 법원의 입장에 본격적으로 변화가 오는 것은 아닌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2) 그런데 곧 이어 다른 항소심 에서 여전히 양심적 병역거부를 불인정하면서 아직 법원의 태도가 변한 것은 아닌 것을 보인다. 이렇게 학계와는 달리 헌재나 법원의 입장에는 큰 변화가 보이지 않은 가운데 현실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계속 양산되고 있다. 국방부의 자료에 의하면 최근 10년간 양심이나 종교의 문제로 병역을 거부한 국민은 5,723 명이다.3) 이 통계를 보면 병역의 의무대상자인 국민 중 매년 500명 이상이 양심 또는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 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은 숫자는 아니다, 또한 이들이 이로 인하여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 게 된다는 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인간의 내면에 있는 양심을 외부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양심실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보장해 주어야 하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현행 헌법은 제19조에 양심의 자유를 규정하여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 양심의 자유는 정신적 자유의 기초가 되는 핵심적인 기본권으로 종교·학문·예술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와 함께 헌법상 우월적 지위를 갖는 기본권이다. 양심의 자유에 대한 헌법적 보장은 개인의 다양한 사고와 사상의 공존 가능성과 자유로운 개성의 신장을 특징으로 하는 개인주의 및 자유주의 헌법에 있어서 당연한 것으로, 구성원의 자유로운 합의에 의해 형성 유지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정당화시키고, 의제된 진리로써 참된 진리를 억압 하는 불법적인 통치권력의 출현을 방지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핵심은 양심의 자유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개 인의 양심을 헌법이 보장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여부는 양심이 무엇을 의미하고, 양심의 내용이

1)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의 판례는 헌재 2004. 8. 26. 2002헌가1; 헌재 2004. 10. 28. 2004헌바61 등; 헌재 2011. 8. 30. 2008헌가22 등 2) 하급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경우는 서울남부지방법원 2004. 5. 21. 선고 2002고단3949 판결로 시작되었고, 항소심에서는 2016. 10. 18. 광주지법 형사합의3부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하였지만, 2016. 11. 2. 수원지법 형사항소4부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불인 정하였다. 3) 이 내용은 2015년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 국방부에 요구한 국정감사 질의자료에 있다(신유하, “헌법상 양심적 병역거부권 논의 – 현행 병역법 88조 1항의 위헌성을 중심으로 -”, 법학연구 제24권 제3호(2016. 7), 117면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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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로 드러나는 것이 가능하다면 이의 실현을 보장할 수 있는지, 양심실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으로 보장해야 하는지 여부가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의 의미를 밝히는 것이다.

Ⅱ. 양심의 자유 보장의 의미 민주적 법치국가 헌법에서 양심의 자유는 개인의 내면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도덕관·세계관이나 신조·신념에 대한 관용이라는 중립성을 전제로 하여 개인의 사상과 신념의 다양성을 무시하거나 획일화하는 것을 부정한다. 우리 헌법이 양심의 자유와 별도로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것은 사상의 자유를 양심의 자유 영역에 포함시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에서 양심의 개념은 도덕 적·윤리적 가치판단은 물론 인생관·세계관 등 일련의 가치관 내지 일반적 신조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폭넓게 해 석하는 것이 타당하다.4)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는 개인의 내면에 있는 양심의 영역에서 양심을 형성하고 이를 그대로 유지하는 소위 양심형성이나 양심유지에 관한 자유와 양심을 외부로 드러내어 구체화하는 양심실현의 자유를 그 구체적 내용 으로 한다. 헌법재판소 역시 헌법상 양심의 자유의 내용으로 양심형성의 자유와 양심적 결정의 자유를 포함하는 내심적 자유(forum internum) 뿐만 아니라, 양심적 결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양심실현의 자유 (forum externum)를 포함한다고 판시하고 있다.5)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에서 개인의 내적 영역인 양심을 형성하여 유지하는 자유는 제한될 수 없고 제한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양심형성의 자유나 양심유지의 자유에 있어서도 외부의 강압이나 간섭 등 외부 의 작용으로 침해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즉 국가로부터 세뇌, 마취, 마약 등의 수단을 통하여 양심의 형성과정 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게 하거나 강압을 통하여 굴복시키는 등으로 양심형성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그렇 지만 이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태여 양심의 자유를 거론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리고 양 심유지의 자유를 양심표명의 자유로 보아 침해가 가능하기 때문에 양심의 표명을 국가가 처벌이나 징계하여 불 이익을 가하는 것이 양심유지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도 표현의 자유에서 다루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이러한 논 리가 양심의 자유를 형해화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양심의 자유는 양심을 외부로 드러내어 표명하고 행동을 통하여 실현함으로써 그 내용이 구체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또한 헌법이 자유권에서 양심의 자유만 보장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내면의 영역까지 제한이 가능하고 침해여지가 있는지 여부를 논하는 것이 실익이 있는 지 의문이다.

4) 양심의 의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입장은 일관되지는 않지만, 널리 개인의 인격형성에 관계되는 내심에 있어서의 가치적·윤리적 판단까 지도 양심에 포함시키고 있다(헌재 1998. 7. 16. 96헌바35). 물론 헌재는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해서 행동하는 구체적 양심이 헌법에서 보호하려는 양심이라고 한다(헌재 1997. 3. 27. 96헌가11; 헌재 2002. 4. 25. 98헌마425). 5) 헌재 1998. 7. 16. 96헌바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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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양심적 병역거부에

토론 III

관한 헌법적 검토

양심의 자유는 양심이 외부로 표출되어 행동으로 드러날 때 보장의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헌법재판소도 양심형 성의 자유와 양심적 결정의 자유는 내심적 자유로 내심에 머무르는 한 절대적 자유라고 보고 있다.6) 그렇다 고 한다면 양심실현의 자유가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에서 보장의 핵심영역이고 그에 대한 제한이 문 제가 된다. 헌법재판소 역시 양심실현의 자유를 타인의 기본권이나 다른 헌법적 질서와 저촉되는 경우 헌 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법률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라고 하고 있다.7)

Ⅲ. 양심실현의 자유와 양심적 병역거부 양심실현의 자유는 이를 양심의 자유에 포함시킬 것인지, 아니면 제외할 것인지에 대하여 학설의 대립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는 양심형성과 양심적 결정의 자유를 포함하는 내심적 자유와 함께 양 심적 결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양심실현의 자유까지도 포함한다고 보고 있다.8) 인격적인 자기표 현을 할 수 있을 때 인간의 존엄과 가치라는 헌법적 이념이 실현될 수 있고, 양심의 자유는 모든 정신적 자유의 근본적인 모체가 되는 핵심적 기본권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양심의 자 유에서 양심실현의 자유를 제외시킬 수는 없다. 헌법 제19조에서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 것은 양심이 외부와의 구체적 접촉을 통해 형성되고 외부적인 행동을 통 해 의미를 가지게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즉 양심의 결정이나 형성의 내심적 영역은 헌법 의 보장여부와 상관없이 보장될 수 있고 사실상 제한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헌법이 명문으로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것은 양심실현의 자유까지 양심의 자유로 보장하겠다는 취지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양 심의 자유에서 내심적 자유는 절대적이지만, 양심실현의 자유는 타인의 기본권이나 헌법적 질서와 저촉되는 경 우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법률에 의해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이다. 양심의 자유에서 내심의 자유는 원칙적으로 제한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논의에서 제외한다면, 보장의 대상은 양심실현의 자유이다. 양심실현의 자유란 양심의 결정을 외부로 표명하거나 행동으로 옮겨서 실현하는 자유를 말한다. 즉 양심실현의 자유에는 형성된 양심을 외부로 표명하고 행동하는 자유로, 양심을 표명하거나 또는 양심 을 표명하도록 강요받지 않을 자유(양심표명의 자유),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받지 않을 자유(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 양심에 따른 행동을 할 자유(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 등이 있다.9) 양심실현의 자유가 양심의 자유에서 그 보장과 관련하여 실질적인 핵심영역이라고 할 때, 자신의 양심에 따른 행 동의 자유를 보장한다면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는 양심의 자유로부터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양

6) 헌재 1998. 7. 16. 96헌바35. 7)헌재 1998. 7. 16. 96헌바35. 8) 헌재 1998. 7. 16. 96헌바35. 9) 헌재 2004. 8. 26. 2002헌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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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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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적 병역거부는 자신의 양심상 결정에 비추어 병역을 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일반적으로 특정전쟁만을 반대하는 선택적 병역거부가 아닌 모든 형태의 전쟁에 반대하는 보편적 반전(反戰)을 위한 병역거 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군 입영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병 역의무를 위하여 징병제를 택하고 우리나라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일체의 대체복무까지 거부하는 절대적 병역 거부가 아니라 군복무 대신 공익복무를 선택하는 대체복무는 수용한다는 견해도 있다.10) 양심적 병역거부가 양심실현의 한 형태라고 한다면, 양심실현의 자유가 제한이 가능한 상대적 기본권이라는 점 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도 제한의 대상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양심의 자유에만 국한한다면 양심적 병역거부를 불인 정하여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있어서 문제이다. 물론 이와 관련하여 양심의 자유로부터 양 심적 병역거부권이 도출될 수 있는지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국제사회의 논의나 외국의 입법례도 있 다는 점에서 이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Ⅳ. 양심적 병역거부와 병역의 의무 우리 헌법질서에서 양심실현의 한 유형으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한다고 하여도, 국민에게 주어진 병역의 의무를 거부한다는 점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헌법상 의무를 거부할 수 있는지, 거부를 한다고 할 때 그 정당 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그런 점에서 양심의 자유로서 보장되는 양심실현의 자유가 헌법적 가치와 충 돌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여 사회공동체의 평화와 헌법질서를 파괴하는 경우까지 보장될 수 없다는 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해서도 양심실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그대로 대입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의 헌법상 기본의무라 할 수 있는 병역의 의무를 거부할 수 있는지 여부는 헌법과 병 역법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부과된 의무는 예외적 사유가 규정되어 있지 않으면 해야만 하는 것이다. 국민으로서 헌법상 의무를 준수해야 하는 것은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국민에게 주어 진 책임이다. 국민에게만 국방의 의무가 주어지지 외국인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명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적 의무와 관련해서는 면제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거부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는 다. 국민의 기본권을 거부하거나 포기한다고 해서 그 권리가 없어지거나 보장될 수 없는 것이 아닌 것처럼, 국민 으로서 당연히 이행해야 할 의무를 거부한다고 부과되지 않는 것은 아니고, 극히 예외적 사유로 면제될 뿐이다. 병역의 의무는 병역법에 근거하여 외형적으로 법률상 의무라고 볼 수 있지만, 헌법 제39조 국방의 의무에 근거 하고 있기 때문에 병역의 의무대상자에게는 헌법상 의무라고 할 수 있다. 국방의 의무는 국가의 존립을 위한 의 무로 국민이면 누구나 져야할 헌법상 의무이다. 또한 헌법 제39조에 근거하여 제정된 병역법은 제3조 제1항에서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양심적 결정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다고 국민으로서 책임과 의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헌법이 국방의 의무를 국민의 의무로

10) 류지영, “양심의 자유로서의 병역거부의 불법성 – 헌법과 형법목적의 관점으로 =”, 중앙대 법학논문집 제40집 제2호(2016), 25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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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양심적 병역거부에

토론 III

관한 헌법적 검토

서 부과하고 있는 것은 국방의 의무가 국가의 존립과 국가의 구성원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하여 필수불가결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의 관점에서 볼 때,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문제가 되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위헌인지 여부라고 할 수 있 다. 그동안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례가 아니라도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한 법적 제재 규정이다. 이 조항은 헌법이 제37조 제2항에 의한 기본권 제한의 법리에 대응하여 의무위반에 대 한 적절한 제재로서 법치국가원리로부터 나오는 형벌의 적정성 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

Ⅴ. 정리하며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집총을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절대악이라 확신하여 거부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 다.11) 헌법재판소는 이미 여러 번에 걸쳐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하여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 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우리 사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대립적이면서 서로 다르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있어서 서로 다른 시각은 양심실현의 자유를 보장할 것인지 또는 헌법에 근거하여 병 역법이 정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대상자는 누구든지 병역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 여부이다. 헌법은 정신적 기 본권으로서 양심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하고, 국방의 의무로부터 나오는 병역의 의무에 예외를 최대한 축소 한다. 우리나라는 남북과 대치하며 병역의 의무에 근거하여 징병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민의 헌법상 의무는 평등원 칙에 입각하여 부과된다. 양심실현의 한 형태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본다면 이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헌법의 이 념에 합치된다. 그런데 병역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질서에서 군사제도는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의 생명 과 안전을 위하여 운영되고 있고, 병역의 의무는 군사제도를 운영하기 위한 핵심적인 방법이다. 헌법은 제39조 제1항에서 법률주의에 따른 국방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 의무는 서로 대응하는 권리와 의무관계가 아니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병역의 의무를 분리하여 의무를 무조건 이행하라고 할 수는 없 다. 마찬가지로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양심의 자유만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국가공동체의 헌법 질서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면, 이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이며 과제이다. 양심적 병 역거부가 양심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인정되어야 한다고 해도,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상당수의 국가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 무제도가 도입되어 있다. 독일은 기본법 제12a조 제2항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대체복무의 의무를 규정 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헌법에 이와 관련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11) 두산백과(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124334&cid=40942&categoryId=31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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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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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것이 이와 관련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은 아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국민의 기본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형벌의 적정성 원칙에 따라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물론 형사처벌만이 능사가 아니기 때문에 병역의 의무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 의무를 부과 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병역기피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였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이제 사회가 변화하고 있고, 양심적 병역거부가 아니라 양심적 병역대체의무를 찾아서 다른 방법으로 병역의무에 상응하는 의무를 이 행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찾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토론문

토론 IV

양심적 병역거부의 사회 공정성 침해 문제 이민 법무법인 엘앤엘 변호사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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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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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여부의 딜레마는 전시 공정성의 확보 문제에 있다. 전쟁이라는 국가가 처해 있는 특정 시점에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은 자신의 양심을 사회적으로 인정 받을 뿐만 아니라, 전투 참가를 거부하는 행위로 인해 생명을 잃을 가능성을 최대한 낮출 수 있게 된다. 그 사회 적 효과는 국가와 사회의 효율적 전쟁 수행 능력의 상실이고, 구체적으로 적국과 상대적 지위에서, 양심이 있는 자가 전체 병력 자원 중 일정 비율을 초과하게 되면 해당 국가나 사회의 지속가능성은 소멸된다. 반면, 전시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거부하고 전쟁을 수행하는 자는 전쟁을 통해 사람을 죽이는 것에 양심의 가책의 전혀 느끼지 않거나, 그다지 느끼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게 될 뿐만 아니라, 전투 참가 행위로 인 해 자신의 생명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치솟는다. 그의 비양심과 생명침해 가능성을 수인하는 행위로 인해 국가나 사회의 기본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의 딜레마이다.

2. 논의의 중심 가. 국가와 사회 내에서의 전쟁의 의미1)

어떤 의미에서 전쟁은 악 그 자체이며, 전쟁의 과정에서 인간의 악성은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전쟁은 그 시대의 모든 과학 기술을 동원해 사람을 대량으로 살해하는 것을 국가적, 사회적으로 정당화하는 행위임을 부인하기 어 렵다. 그러한 논리적 귀결로서 악 그 자체인 전쟁과 전쟁 무기를 드는 행위를 전면적으로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 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쟁은 인간 사회의 탄생과 함께 해 온 존재이며,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등 서양의 철학자들은 전쟁 을 필요악으로서, 잔혹하고 괴롭지만 삶의 여정에서 사실상 피할 수 없는 현실로 간주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들 은 전쟁의 목적은 국가 간이나 사회 내부의 평화의 정착에 있다는 점, 전쟁과 관련된 법률의 제정이나 제도의 시 행도 이러한 평화의 원칙에 입각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플라톤은 전쟁에서 그리스 인들이 준수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서술하면서, 폴리스 간의 내전은 엄격히 금지되어

1) 서영식, “서양고대철학의 전쟁이해”, 철학논총 제82집 제4권, 2015, 임미원, 칸트의 영구평화론, 법철학연구 제14권 제1호, 2011 등에서 요 약,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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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양심적 병역거부의

토론 IV

사회 공정성 침해 문제

야 하며, 이방민족과의 대외전쟁만을 정당한 전쟁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폴리스 간 내전이 발생하더라 도, 상대방을 존중하고, 싸움보다는 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며, 필요 이상으로 인명을 살상해서는 아니 되며, 전 쟁에서 패한 그리스 인을 노예로 삼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죽여서는 안되고, 전몰자의 약탈은 금지해야 하며, 적 군의 장례식도 가능한 범위에서 허용되어야 하며, 약탈한 물건을 신전의 제물로 바치지 말아야 하며, 생활터전에 대한 초토화 작전을 수행해서는 안되고, 곡식의 약탈도 허용되어서는 안된다는 등의 기준을 제시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전쟁은 평화의 시기에 이루어지는 시민들의 공적 활동과 더불어 사실상 국가업무의 가장 본 질적인 부분에 속하기 때문에 단순히 부정하거나 회피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따라서 이러한 일에 종사하는 사 람들은 국가운영의 핵심그룹으로 존중 받아야 한다. 전쟁 이후의 혹은 전쟁을 통해 주어진 펴와를 위해서 불가피 하게 용납되고 수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전쟁 자체를 위한 전쟁은 있을 수 없으며, 전쟁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평 화의 정착에 있다는 점, 그리고 법률의 제정은 이러한 원칙에 입각해서 수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주장 하였다. 나아가, 시민으로 불릴 수 있는 사람은, 한 국가의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의 보존과 유지를 위해 필요한 의무수행 이 가능한 사람이다. 완전 시민의 가장 큰 특징은 재판 업무와 공직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국가 안에서 시민의 의 무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은, 기본적으로 외세의 침략이나 정체 내부의 분열이 발생했을 때 앞장서서 싸 울 수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시민계급이 젊었을 때는 주로 전사의 역할을 수행하고, 나이가 들어서는 주로 재판과 의회 활동을 중심으로 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았다. 당시, 이 러한 시민론은 시민들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관심사에 속했던 토지배분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는데, 그는 오직 시 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사람들만이 국가 안에서 영토를 소유할 자격이 있으며, 사유지의 배분 역시 전쟁의 수 행과 연관해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국가와 시민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자유의 수호이며, 자유를 수호하지 못하는 나라는 온전한 의미에서 나라라 고 부를 수 없고, 자유의 수호는 군사적인 방어태세와 전사 계급의 희생을 바탕으로 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분 명히 하였다. 칸트는 전쟁이 인간 본성과 법의 부재에서 온다고 보았다. 선과 악, 사교성과 비사교성, 우호성과 호전성 사이에 늘 전쟁으로의 가능성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런 전쟁의 가능성이 해결되지 않는 것은 구속력 있는 규범상태에 이 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구도 누구에게 강제력을 행사치 않을 때 평화상태인 것이 아니라, ‘구속력 있는 금지’가 존재하는 상태가 곧 평화상태인 것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구속력 있는 금지’가 존재하는 상태에 이르기 위해 그 수단으로 ‘전쟁’이 필요하다는 아이러니를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이 세상의 모든 전쟁을 종식시키고, 스스로의 자유를 수호하면서도 저마다 완전한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세계 를 건설할 수 있을지에 대해 낙관론자와 비관론자의 의견은 서로 다를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전쟁은 국가 의 자유 수호를 위한 필요악으로서 국가 및 사회와 전쟁을 서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으며, 그러한 자유의 수호 는 군사적인 방어태세와 개별 시민의 국방 의무의 수행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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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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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국가간 전쟁 수행 능력의 상대적 문제로의 귀결2)

플라톤은 그리스 인들 사이에서의 전쟁과, 이방민족 사이에서의 전쟁을 나누어 그리스 인들 사이의 전쟁에서는 불필요한 살상 금지, 약탈 금지, 노예화 금지, 생활터전에 대한 초토화 금지 등의 여러 가지 전쟁 규범의 준수를 요청했다. 이러한 개념들은 오늘날 국제인도법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국제인도법의 정의를 둘러싸고 매우 다양 한 견해가 제시되고 있으나, “그 성질상 뚜렷하게 인도적인 전쟁법의 제규칙, 즉 전투원과 일반 민간인을 포함하 는 전쟁희생자와 민간인의 생활에 불가결한 물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규칙을 총칭하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다. 결국 국제인도법은 전쟁희생자의 보호에 관한 제네바 4개 협약3)과, 인도적 이유에 입각하여 해적의 수단 및 방 법에 관한 규제와 전투원의 행동한계 등을 규율하는 제규칙을 포함하는 것으로, 무력충돌로 인하여 야기되는 인 간의 고통을 완화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법규인 제네바법과 해적수단과 방법의 규제를 목적으로 하는 국제법 규인 헤이그법을 망라한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법의 제정에도 불구하고, 제네바법을 구성하는 각 조약에 미가입국이 다수 존재하고 있고, 가입하고 있는 국가도 조항 준수에 대한 정치적 의지가 부족한 상태이다. 중동, 러시아, 남아메리카, 동유럽, 아시 아 각국에서 현재까지 발생한 크고 작은 무력충돌에서 제네바법의 비준수 사례는 빈발하고 있고, 비강대국들 사 이의 전쟁 혹은 내전에서조차 전쟁기술의 발전에 따라 화학무기의 사용 등 더욱 잔혹하고, 무차별적 대량 사망자 를 발생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가령, 전쟁을 수행하고 있거나, 전쟁을 수행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 몇 개의 가상적인 국가를 상정해볼 수 있을 것 이다. 어떤 국가는 최강대국이고, 국방비의 지출규모나 군사 장비의 수준이 월등해 전투 행위로 인한 전사자 비 율이 상당히 낮게 나타난다고 생각해보자. 또 다른 국가는 최약소국이고, 국방비의 지출규모나 군사 장비의 수준 이 상대적으로 열악해 전투 행위로 인한 전사자 비율이 비교적 높게 나타나는 것을 생각할 수 있겠다. 혹은 전쟁 가능성이 상당히 낮은 국가 환경과 상당히 높은 국가환경 또한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몇 개의 나라는 그 사이에서 저마다 다양한 군사적 환경에 놓여있을 것이다. 경험칙 상 전쟁가능성이 높고, 약소국에 가까워질 수록 처해있는 상대적 환경에서 상대적 생존성과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최대화하려는 경향을 분명하게 드러낼 것으로 예상되고, 전쟁가능성이 낮고 강대 국에 가까워질수록 국민의 전체적, 일반적 동원으로 인한 정치적 부담을 피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징병과 같은 강제적 의무를 사회적 혜택이나 금전적 보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그런 방향으로 해결하 려는 경향을 가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논리적 귀결로서, 강대국일수록 모병제 선호, 양심적 병역거부의 인 정범위가 넓어지고, 약소국일수록 징병제 선호, 양심적 병역거부의 인정범위가 좁아지게 될 것이다. 전쟁에서 승리를 목전에 앞둔 여유로운 자는 전쟁규칙의 인도주의적 준수를 요청하고, 약자는 국가 생존을 위해

2) 이용호, 제네바법의 발전과 현대적 과제, 국제법학회론집 제56권 제4호, 2011, 김민서, 박지현, 현행 1949년 제네바협약과 대한민국, 인도 법논총 제29호, 2009 등에서 발췌, 요약 3) 1949년 제네바협약은 1949년 8월 12일 채택, 서명된 제1협약 육전에 있어서의 군대의 부상자, 병자 및 조난자의 상태 개선에 관한 제네바 협약, 제2협약 해상에 있어서의 군대의 부상자, 병자 및 조난자의 상태 개선에 관한 제네바협약, 제3협약 포로대우에 관한 제네바협약, 제 4협약 전시에 있어서의 민간인 보호에 관한 제네바협약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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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양심적 병역거부의

토론 IV

사회 공정성 침해 문제

모든 수단을 동원하려고 한다. 이러한 딜레마는 안중근 의사의 독립운동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안중근 의사가 이끄는 부대가 1908년 7월 함경북도 경흥과 신아산에 침투, 일본군과 전투를 별여 10여명의 일본군을 생포했다. 부하들은 놓아주면 보복이 명백하다는 이유로 사살을 주장했지만, 안중근 의사는 만국공법에 따른 전쟁포로로 대우해고 포로로 석방했다. 그러나, 석방한 포로들에 의해 위치가 노출되어 일본군의 기습을 받아 부대가 와해되 고, 의병들의 신임을 잃었으며, 연해주 한인사회에서의 입지가 줄어들게 되었다.4) 약자에게 존재하는 이러한 인 도법의 준수의무와 혹독한 현실에서 생존가능성의 확보라는 딜레마를 법적, 도덕적 테두리 내에서 해결할 방법 은 많지 않아 보인다.

다.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심사제도의 문제5)

독일의 경우 1956년 양심적 병역거부가 입법화된 후 엄격한 심사, 심의 과정을 통해 병역거부자를 소수자로 한 정하고자 노력했다. 당시 서독법원이 상정한 양심이란 “특정한 행위를 하거나 혹은 하지 않는 것에 대한 허용, 혹 은 허용하지 않음과 관련해, 인간의 총체적인 윤리적인 태도에 자리한 근본적인 신조와 확신으로, 양심에 거슬러 행동하도록 강요받는다면 그의 윤리적 자아가 손상을 입거나 망가지는 경우”로 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은 지속될 수 없었다. 예컨대, 1960년에 ‘당신의 가족이 직접 공격을 받는다면 자기 방어에 나서겠는가’, ‘적국의 전 투기가 당신의 고향 거주자를 몰살할 수 있는 폭탄 투하를 막기 위해 당신은 총격을 가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예’ 라고 답했던 신청자의 병역거부 신청이 기각되기도 하였다. 종교재판으로 악명이 높았던 심사과정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가 기각된 사람들이 자살하기도 하는 등 사회적 논란은 거셌다. 병역거부신청자에 대해서는 유년기의 전쟁경험, 부모의 가르침 등 사회화 과정이 판단 요소로 포함되었다. 절대 평화주의적인 가정교육이 이루어졌음을 입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부모의 입장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라는 주장도 함께 제기되었다. 신청자의 인상 또한 대단히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양심적 병역거부 신청자가 법원이 수 용할만한 논리를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신청자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병역거부를 신청하고 있음을 어떻게 증명 하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신청 당사자의 인성이 판단의 법적 요소로 포함되는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신청이 기각되는 경우, 법원이 선고하는 ‘그의 양심은 충분하지 않으며, 핑계를 대고 있을 뿐이 다’라는 판결을 통해 그의 양심의 충분성이 전면 부정되고, 결국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결과 를 낳게 된다. 양심적 병역거부 제도를 인정하는 경우, 인간이 다른 인간의 양심을 평가하는 행위로 말미암아 결 국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게 되는 딜레마를 낳는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4) 장석흥, 안중근의 생애와 구국운동,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 연구소, 1992 등. 5) 문수현, “전후 서독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논의”, 역사와문화 제17호, 2009 등에서 발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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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결론 군인이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낮은 비전쟁시기에는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기간을 병역수행자 대비 2~5배 가량 길게 조정하는 방법으로 국방의 의무와 개인의 양심의 자유 사이에서 합리적인 타협이 가능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군인이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전쟁시기가 되면 이러한 방식의 유지는 불 가능해진다. 내가 속한 국가가 다른 국가와의 전쟁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 말지는 나와 내 가족에겐 알 바 아니고, 살인과 전쟁을 반대하는 내 양심을 사회적으로 인정받음과 동시에 나와 내 가족의 생명도 보호할 수 있다면, 토 론자와 토론자의 자식에게 그러한 양심의 소리에 진지하게 귀기울일 것을 요청할 자세가 되어있다. 이러한 논의는 모병제의 불공정 딜레마와도 연결된다. 모병제 사회에서 복무 지원 군인에게 아무리 돈과 혜택을 충분하게 지급한다고 해도, 생명을 잃을 가능성을 부담할 자는 돈이 없고 가난한 자와 그 자식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가 지향하는 자유와 공정, 그리고 국가의 존속이 없는 자와 없는 자의 자식들의 목숨에 의해 지켜지는 한 국가의 주장이 아무리 훌륭해도 결국 무의미한 것으로 귀결된다. 전쟁이 사라진 항구적이고 완전한 세계 평화 체제가 이룩되기 전까지는 전쟁은 필요악으로서 우리 국가와 사회 내에서 존재하고 있을 것임은 자명하다. 대한민국이 다른 국가를 압도하는 강력한 힘을 가져 한반도에서 전쟁 발 발의 가능성이 지극히 낮아지게 되는 경우, 전쟁수행 및 전쟁준비의 불법성과,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인도적 요청을 세계 각국에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게 될 날이 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날이 오기 전까지는 양심적 병역거부의 인정은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시기상조라고 생각된다. 다 만, 그 사이 양심적 병역거부가 가지는 특성에 비추어 강제노역의 의무를 부과하는 징역형이 아닌 금고형을 선고 할 수 있도록 병역법을 개정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연사약력 오동석 장영수 이재승 임재성 김상겸 이민 *발제 및 토론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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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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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주요 약력 - 서울대학교 법학박사, 법학석사, 법학사 -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장 - 수원시인권위원회 위원장 - 헌법 및 헌법재판 발전연구위원회 위원 - 대표논문: 「일제고사 거부와 학교민주주의」, 「국가정보기관의 선거개입과 선거공정성의 위기」, 「유신헌법의 불법성」, 「학생인권조례에 관한 몇 가지 법적 쟁점」,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한국전쟁과 계엄법제」, 「사상.양심의 자유와 국가안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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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주요 약력 - 고려대학교 법학학사 - 고려대학교 법학석사 - 독일 Frankfurt대학교 법학박사 - 국회 입법지원위원 - 대법원 사법행정연구원 운영위원 - 대검 형사정책자문위원회 위원 - 경찰청 집회시위관리위원회 위원 - 대표저서 : 『헌법학』, 『국가조직론』, 『기본권론』 외 다수 - 대표논문 : 「헌법의 기본원리로서의 민주주의」 「헌법체계상 기본의무의 의의와 실현구조」, 「헌법불합치결정의 성격 및 유형과 법적 효력에 관한 연구」 외 다수

연사약력


화우공익재단

양심적

제2회

병역거부에 관한

공익세미나

쟁점토론

98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주요 약력 - 서울대학교 법학학사 -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석사 -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박사 - 법제처 법제연구담당관 역임 - 국민대, 전남대 부교수 역임 - 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원 - 현 한국법철학회 회원 - 현 진실과 정의 포럼 회원 - 대표저서 : 『국가범죄』 『법사상사(공저)』, 『주체의 각성(웅거, 역서)』, 『죄의 문제(야스퍼스, 역서)』,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체복무제(공저)』 - 대표논문 : 「사죄의 수행상 오류」, 「화해의 문법」, 「민주주의와 인권법학방법론」, 「대칭성 법학」


99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

주요 약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학사 - 서울대학교 사회학 석사 - 서울대학교 사회학 박사과정 수료 - 일본 교토(京都)대학 방문연구원 -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사 - 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연대위원 - 현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 - 현 인권법학회 간사 - 대표저서 : 『삼켜야 했던 평화의 언어: 병역거부가 말했던 것, 말하지 못했던 것』 - 대표논문 : 「군사주의에 갇힌 헌법재판소: 국가안보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문에 대한 비판적 담론 분석」, 「징병제 형성과정을 통해서 본 양심적 병역거부의 역사」 「평화운동으로서의 한국 양심적 병역거부운동 연구」

연사약력


화우공익재단

양심적

제2회

병역거부에 관한

공익세미나

쟁점토론

100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주요 약력 - 동국대학교 법학과 법학사 - 동국대학교 법학과 법학석사 - 독일 Freiburg 대학교 법학과 법학박사 - 현 동국대학교 인권센터장 - 현 한국인터넷법학회 고문 - 현 한국토지공법학회 부회장, 총무이사 - 현 국가안전정책학회 회장 - 현 바른사회시민회의 운영위원 - 대표저서 : 『ADR의 실제와 이론 II』, 『독일지방정부론』, 『주권론의 뿌리를 찾아서』 외 다수 - 대표논문 : 「독일의 의료정보와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연구」, 「계엄법에 관한 연구」, 「한국의 정당구조와 정당개혁」 외 다수


101

이민 법무법인 엘앤엘 변호사

주요 약력 - 연세대학교 공학사 - 연세대학교 법학석사 - 연세대학교 법학박사 과정 - 사법고시 46회 - 사법연수원 36기 -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검사 -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검사 - 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청 검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연구원 위원 역임 -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직역대책특별위원회, 피의자신문시변호인참여권개선TF, 검사평가위원회 위원 역임 - 현 대한변호사협회 기획이사(연구) - 현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청년위원장

연사약력



화우는 환경을 생각하여 친환경용지를 사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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