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 <나, 다니엘 블레이크>
인간다운 일상이 비인간적인 시스템을 바꾼다
노장 좌파감독 켄 로치의 귀환
“아무것도 안하고 죽는 것보다, 하고 있는 도중에 죽는게 낫다.”
<바람이 분다>(2013) 이후 은퇴를 선언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의 감독이 최근 은퇴를 번복하며 했던 말이다. 사람들은 그 의 번복을 책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절망적인 세상 속에서도 고령의 감독이 던질 인간적인 메시지에 기대를 품었다. 여기 영국의 미야자키 하야오가 있다. 고령의 나이에 스스로 뱉 은 은퇴를 번복하고, 다시 카메라를 잡은 감독. 영원한 ‘좌파 감독’ 켄 로치다. 더 이상 자신에게 ‘극영화는 없다’고 선언한지 불과 2년, 그는 신작을 들고 돌아 왔다. 데뷔 반세기를 뛰어넘은 지금, 그는 다 시금 ‘다니엘 블레이크’란 인물을 통해 상식이 퇴보하는 세상 속 인 간의 가치를 부르짖는다.
처절한 인간 선언
그의 신작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그의 데뷔작 <캐시, 집에 오다> 와 많은 면에서 닮아 있다. 주인공의 나이, 감독 스스로의 나이만 바 뀌었을 뿐, 부당한 복지제도와 무능력한 관료주의를 비판하는 날카 로운 시선은 그대로다. 50년 전 켄 로치가 젊은 미혼모에 자신을 동 일시했다면, 2016년의 그는 심장병이 걸린 늙은 목수 다니엘 블레이 크에 자신을 투사한다. 다니엘 블레이크는 의료연금에 의존하며 죽 음을 앞둔 인물이지만, 그 절망 속에서도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 나 간다. 이웃을 도와주고 부당한 권력과 싸운다. 자신을 관리 받아야 하는 한낱 개, 돼지로만 취급하는 제도적 폭력을 향해 그는 존중받 <나, 다니엘 블레이크> 감독 켄 로치 출연 데이브 존스, 헤일리 스콰 이어, 딜런 맥키어넌, 브리
아야 마땅한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다. 영화는 다니엘 블레이크가 전하는 한편의 ‘인간 선언’이다. 심장병 과는 관련도 없는 기계적 질문을 던지는 의료 심사관, 평생 컴퓨터
아나 샨
를 만져본 적 없는 목수에게 컴퓨터로 연금을 신청하라 강요하는 행
제작 2016년 영국
정 시스템, 약속 시간에 5분을 늦었다고 위험 대상군으로 지정해 버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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