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참위] (5)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_(4소위)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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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11-1074601-000009-01
보고서 부속서 Ⅳ 발간등록번호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부속서 Ⅳ

지금으로부터 28년 전인 1994년 가습기살균제가 판매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자신과 가족 의 건강을 위해 이를 사용한 분들은 원인도 알지 못한 채 시름시름 앓았고 심지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였습니다. ‘소리 없는 암살자’와 다르지 않았던 가습기살균제는 헤아리기 어 려울 정도의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출시 17년 후인 2011년에 이르러서야 사용자제 권고가 내려졌습니다. 제대로 된 실험이나 검증도 거치지 않은 채 제품을 출시했던 기업 들은 이 죽음과 고통이 자신들과 관련 없다고 변명하기 급급할 뿐 어떠한 책임도 지려 하

발간사
지 않았고 심지어 증거를 조작까지 하였습니다. 국가 역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국민의 건강에 유해한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지 않도록 관리·감독하여야 할 의무를 제대 로 수행하지 못하였으며, 피해자인 국민에 가해진 위해에 대해 무관심과 외면으로 일관하 였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하였습니다. 세월호는 그리 안전 한 배가 아니었습니다. 선사는 탑승객과 화물을 늘리기 위해 증개축을 실시하여 복원성 이 나빠졌고 수밀문도 그냥 열어둔 채 운항을 하였습니다. 국가는 구할 수 있는 생명을 구 하지 못하였고 결국 304명의 무고한 분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생존자를 비롯한 희생자 유가족 등의 경우 아직도 참사 당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트라우마와 같은 정신 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국가는 피해자들을 불법 사찰하였을 뿐만 아니라 유가족과 국민들의 진상규명 외침 속에 만들어진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 회의 활동을 철저하게 방해하였고, 급기야 강제종료 시켰습니다. 이 두 참사는 안전보다 이윤을 더 추구했던 우리 사회의 탐욕, 국민의 생명에 대한 위험을 방관했던 국가의 무책임이 주요 원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참사로 인한 고통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피해에 대한 배보상도 온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참사에 대한 직간접적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그 진실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다면 생명 경시로 인한 참사는 또다시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진실을 밝히지 못하는 사회는 안 전한 사회라 할 수 없으며, 피해자의 온전한 치유와 회복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우리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진상규명을 통한 안전사회건설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희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 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양 참사에 대한 진실 규 명, 온전한 치유, 안전한 나라’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 2018년 12월 10일부터 3년 6개월동안 많은 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그리고 조사활동의 내용과 그 결과들을 총 7권의 종합보고 서와 1권의 백서에 각각 담았습니다. 이 보고서들은 시간적으로

조사결과 등 을 종합한 것이며, 내용적으로는 양 참사의 진상규명만이 아니라 피해지원과 인권, 더 나 아가 안전사회건설을 위한 개선방안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국회 국정조사와 검찰수 사를 비롯해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구체적으로 양 참사의 발생원인과 문제점, 미비한 피해지원 현실, 관련 안전대책 등을 각 각 ‘가습기살균제참사 종합보고서’와 ‘4·16세월호참사 종합보고서’에 담아 참사의 의미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좀 더 깊이 있고 세부적인 조사결과를 전 달하기 위해 4개의 각 소위원회별로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소위원회 보고서’, ‘4·1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소위원회 보고서’, ‘안전사회 소위원회 보고서’, ‘지원 소위원회 보고 서’를 추가로 작성하였고, 조사결과들을 바탕으로 참사의 재발방지를 위해 국가기관 등이 개선해야 할 실질적 정책과제를 권고의 형태로 담아 별도의 책자로 발간합니다. 백서에는 위원회 활동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한시적 조 사기관인 우리 위원회가 가지고 있던 한계는 무엇이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 인지 등에 대해 담고자 하였습니다. 종합보고서와 백서를 작성함에 있어 일반시민과 피해자들도 최대한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으며, 국제사회와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본권(참사별 보고서)의 경우 영어로 도 번역해 제공할 예정입니다. 또한 본 종합보고서와 함께 제공되는 USB에는 종합보고서 외에도 개별 조사결과보고서와 위원회가 실시한 용역결과보고서 등을 함께 담았습니다. 현실적 한계로 피해자 분들과 진상규명을 위해 애써 오신 모든 분들에게 전달해 드리지 못함을 양해해 주시기 바라며, 모든 내용은 웹페이지를 통해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저희 위원회는 활동기간 동안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으며, 다방면의 조사를 통해 여러 진 실의 조각들을 찾아냈고 안전 및 피해지원대책 마련 등 많은 결과물들을 남겼습니다. 이 는 진상규명을 열망한 수많은 피해자 분들, 그리고 피해자 권리를 옹호해온 여러 시민들 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내용과 결과물에 대해 피해자와 국민 들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여기고 계신 것 같아 송구스럽기만 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참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고 기억을 지우면 과거의 잘못을 반복할 위험이 있습니다. 본 보고서들을 통해 가습기살균제참사와 4·16세월호참사에 대한 기록을 명확히 남기고 피해자들의 회복과 안전사회를 위한 길에 한걸음 내딛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 보고서를 참사 희생자와 그 가족, 우리 국민과 미래세대에게 바칩니다. 2022년 9월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문 호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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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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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정받지 못하는 피해와 부족한 피해지원 30 나.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들의 다층적인 피해 30 1) 건강 피해 32 2) 가정 및 사회관계의 손상 34 3) 사회경제적 피해 35 다. 피해자 권리침해 및 권리찾기 활동 CONTENTS
발간사
제1장. 서론
들어가며
목적과 범위
배경 및 필요성
주요 용어 정리 및 구성
주요 용어 정리
재난
대규모 재난
사회적 참사
재난피해자
재난 피해지원
나. 보고서 구성 25 제2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서론
가습기살균제참사의 배경과 특징 25 1) 가습기살균제참사 개요 27 2) 여전히 드러나지 않은 다수의 잠재적 피해자 29

38

정부의 안전관리 실패와 참사 초기 피해지원 대책의 부재 38 가. 유해성 파악에 대한 관련 부처들의 책임회피 38

산업통상자원부의 유해성 관리 실패 42

부처 간 가습기살균제 유해성 확인 문의 민원 떠넘기기 43

산자부와 환경부의 협조 미흡 45 나. 질병관리본부 대응의 문제점 45 1) 질병관리본부 대응 개요 47 2) 사전예방원칙의 소극적 적용에 따른 사용자제 권고 등 적기 미조치 48 3)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등 미실시로 인해 피해실태 파악 지연 49 4) 초기 특정 폐질환으로 한정한 한계 및 피해지원 논의 부재 51 다. 참사 초기 범정부 차원의 피해지원 회피 54 3. 정부의 피해지원 특별법 제정 반대 및 제한적 피해지원 54 가. 특별법 발의에 대한 정부의 반대 54 1) 환경부의 환경성 질환 지정 부결 55 2) 국회의 특별법안 발의와 정부의 반대 기조 58 3) 환경성 질환으로 입장 선회 및 특별법 대신 고시 활용한 지원 결정 61 나. 특별법 대신 환경보건법 고시에 근거한 제한적 피해지원 61 1) 고시 결정 과정 62 2) 고시에 따른 피해지원의 문제 64 다. 여론을 반영하지 않은 정부의 지속적인 특별법 반대 64 1) 가습기살균제의 사회 이슈화에도 정부의 소극적 피해접수 66

제정 경위 69 2) 20대 국회 특별법 주요 쟁점 69 4. 협소한 피해 질환 범위와 더딘 피해인정 69 가. 협소한 피해인정 질환 범위 69 1) 참사 초기 특정 폐질환에 한정된 피해질환 인정과 판정 기준의 한계 72 2) 다양한 폐질환 및 폐 이외 질환 인정 지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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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
2) 정부의 특별법 제정 반대 입장 고수 68 라.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 제정 68 1) 20대 국회의 특별법

신속심사와 개별심사 체계의 현황과 문제점

피해구제위원회 현황과 문제 88 5) 조사판정전문위원회 현황과 문제 93 5. 기업과 정부의 책임회피와 분담금의 문제점 93 가. 피해자에게 개별 배·보상을 실시한 기업의 문제 93 1) 법적 책임에 대한 기업의 소극적인 태도 96 2) 정부 기준보다 협소한 질환 기준 적용 98 3) 천식 질환 관련 환경부와 기업의 관련 자료 공유 지연 99 4) 배·보상에 대한 기업의 소극적 태도 100 5) UN 원칙 등 국제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의 배·보상 102 6) 옥시의 50억 원 기금 미사용 103 나. 정부의 기업 분담금 산정 과정 및 문제점 103 1) 특별구제계정의 분담금 조성을 위한 환경부의 기업 조사 개요 104 2) 환경부의 성분분석 미실시 및 산하기관의 성분분석 연구용역 결과 미반영 105

CONTENTS
나.
1)
2)
다.
1)
82 2)
3)
108 5) 조사과정·절차의 문제 109 6) 기업 분담금 산정 문제에 대한 감사요구 및 감사원 조치 110 6.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의 현황과 문제 110 가. 피해지원 내용의 현황과 문제 110 1) 현재(특별법 2차 개정) 법령상의 문제점 112 2) 특별법 1차 개정의 주요 쟁점 113 나. 가습기살균제피해종합지원센터 운영 현황과 문제 113 1) 가습기살균제피해종합지원센터 조직구성 등의 한계 116 2)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 서비스 운영 현황과 문제
77
가습기살균제와 건강피해 간 인과관계 추정조항의 문제 77
현재(2022년 3월)의 인과관계 추정 체계 및 문제 79
제정법 취지에 위배하여 시행령에서 인과관계 추정 개념이 축소된 경위 81
피해판정 체계의 현황과 문제점 81
피해구제 체계 개요
특별법 개정에 따른 피해구제 체계의 변화 84
87 4)
3) 조사 대상 기업의 누락 및 미실시 107 4) 조사 내용의 오류

118 3) 피해자 상담 전화 대응 현황과 문제 119 4) 피해자 법률 지원사업 현황과 문제 120 5) 건강모니터링 위탁사업의 현황과 문제점 121 다. 건강피해 인정신청·판정 현황과 문제점 121 1) 가습기살균제 피해판정에 과다한 일자 소요 122 2) 산모의 사산·유산 관련 태아피해 판정 미실시의 문제 122 3) 전문위원회 운영 현황과 문제 123 4) 건강피해조사기관 운영 현황과 문제 124 라. 가습기살균제피해 구제급여 지원금 현황과 문제 124 1) 요양생활수당 지급 지연 125 2) 장해급여 지급 과정의 문제점 126 마. 건강모니터링 운영 126 1) 건강모니터링의 시행 배경 128 2) 건강모니터링 수행기관 및 대상자 변천과정 132 3) 건강모니터링 자료의 축적 및 활용의 중요성 133 4) 신체건강모니터링의 문제점 및 개선사항 135 5) 정신건강모니터링의 문제점 및 개선사항 136 바. 피해자단체 지원 현황 및 문제 136 1) 피해자단체의 현황과 문제 140 2) 피해자 권리에 관한 외국의 사례와 국제기준 및 시사점 144 7. 결론과 개선대책 144 가. 결론 144 1) 참사를 기업-소비자 간 문제로 인식함으로써 소극적 피해지원 초래

146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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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6)
1)
호흡기 질환(폐질환 등) 중심 소극적 피해인정 및 인정질환 확대 지연 149
판정 및 피해인정의 지연
엄격한 인과관계 추정
체계적 피해지원의 부재 및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
과학적 지식의 한계상황에서 행정과 전문가 간 대응 태도·방식의 문제 156 나. 개선대책 156
생활화학제품의 유해성 확인과 피해지원 거버넌스 개선 156 2) 개별심사 신속성 강화 158 3) 피해구제위원회 거버넌스 개선 161 4) 피해자 의견 수렴 및 소통 창구 확대, 피해자단체 대표성 강화

개요와 피해 현황

참사의 발생과 수습 개요

주요 피해 범위 171 1) 세월호피해지원법상 희생자와 피해자 172 2) 동원 또는 자원 인력의 신체적·정신적 피해 173 3) 화물 및 유류오염 피해와 어업인 손실 173 4) 지역 피해 174 5) 희생자·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174 다. 세월호참사로 인한 피해의 특성 176 2. 세월호참사 피해실태와 지원 사항 176 가. 현장수습 과정 176 1) 생존자 구조와 희생자 수습 상황 184 2) 정보 제공과 현장 관리

CONTENTS
5)
6)
7)
1.
3)
4)
5)
202 6) 정부의
214 나. 후속 피해지원 214 1) 지원
216 2) 의료·심리지원 221 3) 교육기관의 피해지원 230 4) 긴급생계지원과
231 5) 피해자에
234 6) 피해자
236 7) 피해지역의 회복
162
피해자 장기 지원 체계 마련 등 피해구제체계 개선 166
건강모니터링 운영의 개선 167
기존 시스템과 연계하여 심리 회복 등 피해자 일상회복 추진 169 제3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169
세월호참사의
169 가.
171 나.
194
진도현장 의료·심리지원 197
참사 당일 단원고 내 상황과 교육기관의 조치 198
민간 지원인력 및 구호물품 관리
현장수습 체계
조직과 체계
가족돌봄
대한 배상과 보상
법률지원
지원

244 8)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추모 251 3.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251 가. 해양재난 및 다수사상자 발생에 따른 현장의 혼란 252 1) 현장수습을 위한 지휘·협업 부재 및 결정 지연 259 2) 수습의 장기화에 따른 조치 부재 263 3) 대규모 해양재난의 지휘와 협업 미비 265 나. 피해자에 대한 종합적·체계적 지원 대책 미흡 265 1) 피해자 현황 파악과 정보 제공 미흡 266 2) 체계적 소통과 지원 미흡 268 3) 중장기 지원계획과 총괄기능 미흡 269 다. 피해자 특성에 부합하는 보호 조치 미흡 270 1) 학교구성원 피해지원에 대한 교육기관의 역할 미흡 274 2)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미성년 피해자 지원 미흡 279 3) 안전취약계층 피해지원의 문제 281 라. 정부에 대한 불신과 피해 확산 281 1) 정부의 구조 인원 오류 반복과 상황 은폐로 인한 불신 초래 282 2) 진상규명 요구와 피해자의 고립 289 마. 피해자 권리·피해 범위 등에 대한 이해 부족 289 1) 배·보상 과정의 권리침해 291 2) 공적 법률지원의 미흡과 민간 법률지원의 한계 291 3) 추모사업 추진 과정의 갈등 대처 미흡 294 4) 동원·자원 민간 인력에 대한 후속 지원 미흡과 책임전가 행위 296

이해
305 4. 세월호참사 및 재난 피해지원 개선 대책 305 가. 개선된 사항 305 1) 세월호참사 이후 개선된 사항 320 2)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을 위한 민·관 지원인력의 적극 조치 사례 323 나. 세월호참사 피해지원 개선 대책 323 1) 정부기관 총괄기능 강화 및 종합대책 수립 324 2) 의료·심리지원 중장기 대책 마련
5) 혐오표현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 부족 299 6) 재난 피해지역과 주민 지원에 대한
부족

326 3) 피해지역 공동체 회복 지원 개선 대책 마련 327 다. 재난 피해지원 개선 대책 327 1) 대규모 해양재난 피해지원 개선 대책 331 2) 피해자 권리 보호 관련 개선 대책 343 3) 다양한 피해자·피해집단·피해지역 지원 개선 대책 355 제4장. 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355 1. 피해지원 문제점 분석의 기준과 범주 355 가. 피해지원 문제점 분석의 기준 357 나. 유엔의 피해지원 원칙과 가이드라인 357 1) 인권 기반 접근 357 2) 자연재난 상황에서의 사람의 보호에 관한 IASC 운영 가이드라인 358 3) 유엔 피해자 권리 장전 359 4) 유엔 기업과 인권에 관한 이행원칙 359 5) 피해지원 분석을 위한 8가지 질문 360 다. 피해지원 분석의 범주 360 2. 양 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360 가. 생명과 안전은 보호됐는가?

(IASC 1장) 정부가 초래한 대규모 인명피해 362 나. 인도적 지원은 적절했는가?

(IASC 2장, 3장, 4장) 신속하지도, 적절하지도 않았던 지원 체계와 내용 365 다. 모든 정보는 신속, 정확하게 제공되고 공개됐는가?

(HRBA 투명성) 정확한 정보 제공의 부재 367 라. 피해자의 참여와 협의는 보장됐는가?

(HRBA 참여 협의 원칙) 참여와 협의 부재에 따른 불신 369 마. 취약한 이들은 차별받지 않고 충분히 고려됐는가?

(HRBA 차별금지 원칙) 차별받고 소외당한 취약집단 372 바. 기업과 국가의 책임 메커니즘은 형성되고 작동됐는가?

(HRBA 책무성,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 기업의 피해회복 책무 면제와 정부의 의무 방기 374 사. 진실규명과 사법적 정의는 실현됐는가?

(UN 피해자권리장전) 지연된 진실과 정의

CONTENTS

378 아. 피해회복은 이뤄졌는가? (피해자권리장전/ IASC 3, 4장) 특권으로 호도된 배·보상과 추모 379 1) 배·보상 381 2) 기념과 추모 383 3) 재난 피해자 명예훼손 및 혐오표현 방지 384 3. 양 참사 피해지원의 시사점 387 제5장. 결론 387 1. 피해지원 패러다임의 전환: 시혜에서 인권으로 388 가. 피해자 범주의 확장 390 나. 피해자 권리의 확장 390 1) 안전권의 신설과 명시 390 2) 피해의 최소화의 권리: 대피·구조·수습 392 3) 알 권리를 포함한 진상규명과 정의에 대한 권리 392 4) 참여권 393 5) 일상회복의 권리 394 6) 배·보상의 권리 394 7) 기억과 애도의 권리 395

2. 법적·제도적 개선 방향 395 가. 피해지원 법률 제·개정 방향 397 나. 피해지원 체계 및 제도 개선 방향 398 3. 시민사회 회복력(resilience) 강화 398 가. 고통 공감과 피해자 추모 및 애도 400 나. 민주적 권리 인식과 상호존중 401 다. 공동체적 책무 404 참고문헌

제1장

1. 들어가며 가습기살균제참사와 세월호참사의 피해자는 과연 몇 명인가? 2022년 7월 31일 기준 가습 기살균제 피해신고는 모두 7,768건으로 이 중 23%인 1,784명1)이 사망했고, 세월호참사로 탑승자 476명 중 304명이 희생됐다. 하지만 이 숫자만이 피해의 전부는 아니다. 세월호참사 이후 참사의 직간접적 영향으로 희생된 이들의 숫자는 집계된 바 없으나 알게 모르게 많은 이가 세상을 떠났다. 1,000만 개가량2) 판매된 가습기살균제는 사용자 규모 에 비해 신고자가 작아 피해의 범위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살아남은 피해자는 물론이고, 희생자 및 피해자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어

15 서론 제1장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참사의 피해를 경험하고 있는 이들의 수
서론 1)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 통계자료 2) 가습기살균제는 총 49종이 판매되었고 이 중 판매량이 확인된 제품은 32종으로 995만 6,736개(판매 1,000만 8,688개, 수거 51,952개)가 판매되었다. 판매량이 확인되지 않은 17종을 포함하면 1,000만 개 이상 판매한 것으로 추산된다.

는 헤아려지지조차 못했다.

참사로 인한 피해는 원상복구가 불가능하다. 현재 진행 중이고, 이 순간에도 확대·심화· 재생산되고 있다. 따라서 양 참사의 피해실태는 결코 온전히 점검될 수 없으며, 대책 마련 에도 많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소중한 인명의 희생이 남긴 유산이라는 관점 에서 본 보고서가 재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양 참사로부터 교훈을 얻고 자 애쓴 기록으로 읽히길 바란다. 또 보고서의 무수한 공백과 한계를 함께 채워나갈 수 있 기를 희망한다.

존엄함을 잃지 않고 인권과 정의를 추구하며 사회를 변화시켜온 피해자들에게 경의를 표 하며, 양 참사를 비롯해 모든 재난 희생자의 명복을 빈다.

2. 목적과 범위

본 보고서는 가습기살균제참사와 세월호참사에 대한 피해실태와 현황을 종합적으로 점 검하고, 피해지원의 문제점을 도출해 현시점에서 시급히 정비돼야 할 양 참사의 피해지원

방안을 제시하고, 향후 재난 피해지원의 개선 방향과 정책 마련의 토대를 제공하는 데 목 적이 있다.

본 보고서는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2017.12.12. 시 행] [법률 제15213, 207.12.12., 제정](이하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에 따라 설치된 ‘가습기살균제사 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위원회)의 지원소위원회 활동결과에 기반을 두고 작성되었다. 주요하게 △지원소위원회가 수행한 조사결과보고서 △지원소위원회가 발주 한 연구용역보고서 △사회적 참사 피해지원 포럼 자료집 등을 활용했다. 또 필요한 경우 제한적인 범주에서 정부 자료, 주요한 국내외 문헌, 언론보도를 인용했다.

3. 배경 및 필요성

한국 사회는 재난이 일상화된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사회재난 발생은 물

16 제 1 장 서론

론이고 일상적으로 미세먼지·폭염·전염병을 경험하고 있으며 한파, 대규모 산불, 대형 풍 수해 등의 재난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유엔 재난위험경감사무국(UN DRR)에 따르면, 지난 2000년에서 2019년까지 20년 동안 전 세계에서 발생한 자연재난은 7,348건으로 앞 선 20년(1980~1999) 동안 발생한 4,212건과 비교해 1.7배 증가했다.3) 재난의 양태 역시 눈에 띄게 변화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참사, 촉발 지진으로 규명된 포 항지진, COVID-19 등이 보여주듯 자연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이 혼재하거나 두 영역의 경 계를 벗어난 새로운 재난들이 발생하면서 재난대응은 물론 삶의 양식 전반에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4) 이는 도시화와 인구집중, 초고도화된 산업화와 과학기술, 화학물질의 사 용, 기후 위기의 심화 등에 따른 것으로 변화된 사회적·환경적·기술적 조건은 재난에 따 른 피해 규모와 강도를 대형화하고 있다. 일상화·복잡화·대형화되는 재난 양상은 재난 피해 역시 매우 광범위하고, 지속적이며, 새로운 피해가 일어나게 됨을 의미한다. 또 재난 상황이 장기화되거나 재난에 따른 인권 침해 상황이 장기간 해소되지 않을 경우, 재난 피해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로 점화될 수 있다.5) 재난이 물리적·사회적·경제적·환경적 취약성(vulnerability)과 결합한 파생물이라는 점에서 재난위험 역시 취약집단에 집중되거나, 재난 이후에도 취약집단의 취약성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재난 예방의 필요성과 더불어 재난의 전 과정에서 체계적으로 수행되는 재난 피해지원의 필요성이 요청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재난 피해지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피해지원 향상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해왔다. 유엔 산하 기구인 국제 인도적 지원기관 간 상설위원회(Inter-Agency Standing Committee, IASC) 는 ‘자연재난 상황에서의 사람 보호에 관한 IASC 운영 가이드라인(IASC

OPERATION GUIDELINES ON THE PROTECTION OF PERSONS IN SITUATIONS OF NATURAL DISASTERS)’(이하 IASC 가이 드라인) 마련을 통해 인도적 지원의 원칙과 재난피해자의 권리를 제시한 바 있다. 유엔인권

3) The United Nations Office for Disaster Risk Reduction (UNDRR), the Centre for Research on the Epidemiology of Disasters (CRED) Human cost of disasters: an overview of the last 20 years (2000-2019), 2020.

4) 중앙안전관리위원회 국민안전처,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2015-2019)”, 2015, 48쪽

5) 위원회, 황필규, “제1회 사회적참사 피해지원 포럼: 사회적참사 피해자권리 관점의 변화”, 20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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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서론

이사회 역시 재난 직후 위기상황에서의 피해자 지원을 재난 이후(post-disaster)까지 확장할 필요성에 주목해 △보편성 △불가분성 △참여와 협의 △차별금지 △책임성 △투명성 △ 피해방지 혹은 피해 최소화의 원칙으로 구성된 ‘인권에 기반을 둔 접근법(Human rights-based approach)’을 통한 피해지원 원칙을 확립하고, 피해자 인권의 강조와 피해지원의 정부 책무 성을 강조해왔다.6) 7) 유엔국제법위원회(ILC)는 2016년 ‘재난 상황에서의 사람의 보호에 관 한 규정 초안 및 해설(Draft articles on the protection of persons in the event of disasters)’을 채택해 유엔총 회에 권고한 바 있다. 초안은 전문에서 ‘자연재난 및 인재의 빈도와 심각성과 이들의 단기 적 및 장기적으로 해로운 영향’에 대한 고려와 ‘재난에 의해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필수적 인 요구와 이러한 상황에서 반드시 존중돼야 할 사람들의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8) 2015년 제3차 유엔 세계재난위험경감총회(the 3rd UN World Conference on Disaster Risk Reduction)에서 채택 된 센다이 강령(Sendai Framework, 2015-2030) 역시 ‘모든 인간의 권리 증진’을 13개 지도원리 중 하나로 제시하며, 기존의 물리적 대응 중심의 재난관리를 사람 중심의 예방 전략을 통해 회복력(resilience)을 높이는 재난 위험 관리로의 방향 전환을 강조한다.9) 이렇듯 국제사회는 재난의 전 과정에서의 피해자의 인권을 강조하고, 재난 예방 및 재난 피해지원 마련에 대 한 정부의 책무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 재난 피해지원과 관련해 2014년 세월호참사는 한국의 재난 피해지원에 대한 인식과 정책 변화에 중대한 전기가 됐다. 재난피해자와 시민사회, 학계와 언론 등 사회 전반의 요 구 속에서 공급자 중심의 시혜적 피해지원을 국가의 책무이자 피해자의 권리로 인식하는 흐름이 생겨났다. 이런 경향 속에서 제3차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2015~2019)은 세월호참사 에서 현장대응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반성을 바탕으로 신속한 재난대응을 강 조했다. 또 손상된 시설복구 중심의 행정과 정확한 정보 제공을 비롯한 일원화된 소통 창 구 미비, 인도적 지원체계 부족, 심리치료 및 사생활 보호 부족 등이 피해지원의 주요 문 6) 위원회, 황필규,“제1회 사회적참사 피해지원 포럼: 사회적참사 피해자권리 관점의 변화”, 2019 7) 유해정, “재난 피해자들의 인권침해 경험 연구: 인권에 기반한 접근에 근거해 2000년 이후 사회재난을 중심으로”, 민주주 의와 인권 20(2), 2020, 129~168쪽

8) International Law Commission (ILC). 2016. Draft articles on the protection of persons in the event of disasters, with commentaries. Yearbook of International Law Commission. vol. II, Part 2. 관련해 본문에서는 피해지원과 관 련한 인간의 존엄성(초안 제4조), 인권보호(초안 제6조), 협력의무(초안 제7조 및 제8조), 예방적 행위(초안 제9조), 재난발 생시 당사국의 일차적인 보호의무(초안 제10조, 제11조) 등을 규정하고 있다.

9) 중앙안전관리위원회 국민안전처,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2015-2019)”, 2015, 19쪽

18 제 1 장 서론

제로 제기되면서 재난대응 표준체계 확립과 소통 및 피해자 중심의 공보체계 마련, 현장 중심의 맞춤형 재난 심리지원 등을 추진과제로 제시했다. 제4차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 (2020~2024)은 기존의 시혜적인 공급자 중심의 피해지원을 사람·인권·피해자 중심으로 전 환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형재난 이후 공동체 회복을 위한 장기계획의 마련과 재난복구 지원체계의 선진·고도화, 신속한 구호활동 등을 주요 추진과제로 내세웠다.10)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2015.3.29. 시행] [법률 제13115호, 2015.1.28., 제정](이하 「세월호피해지원법」),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를위한특별법」[2017.8.9. 시행] [법률 제14566호, 2017.2.8., 제정](이하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 나아 가 「포항지진의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2020.4.1. 시행] [법률 제16860호, 2019.12.31., 제정](이하 「포항지진피해구제법」)은 이러한 사회적 변화와 정책적 맥락 위에서 제정됐다. 그동안 재난 피해지원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2004.6.1. 시행] [법률 제7188 호, 2004.3.11., 제정](이하 「재난안전법」) 및 「재해구호법」[1962.3.20. 시행] [법률 제1034호, 1962.3.20., 제정]에 근거해 공급자 중심으로, 제한된 범주에서 추진돼왔음을 감안할 때, 위 특별법의 제정 및 시행은 피해자의 정의, 피해지원 대상, 피해지원 내용과 방법, 피해지 원 기한 등 피해지원 정책의 일대 진전으로 평가된다. 특히 정보권(진실을 알 권리), 참여권(진상 규명 과정에 참여할 권리) 및 공동체 회복권 등은 피해지원의 관점과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위 법들은 특별법이라는 점에서 모든 재난에 일반적 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 또한 갖고 있다. 법 규정과 현실 적용의 간극 역시 주의해 살 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본 보고서는 가습기살균제참사와 세월호참사의 피해실태와 현황을 점검해 향후 재 난 피해지원 대책 마련의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특히 가습기살균제참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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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서론
호참사는 매우 다른 형태의 재난이자 현재도 진행 중인 참사라는 점에서 향후
해를 최소화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정책
10) 중앙안전관리위원회 국민안전처,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2020~2024)”,
세월
발생할 피
마련에 매우 소중한 교훈을 제공할 것이다.
2020

4. 주요 용어 정리 및 구성

가. 주요 용어 정리

1) 재난 재난의 정의는 「재난안전법」을 따른다. 「재난안전법」 제3조제1항은 재난을 ‘국민의 생명· 신체·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한다. 재난은 유형에 따라 자 연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자연재난, 인간활동으로 유발되는 사회재난으로 구분되며, 재 난 발생 장소에 따라 국내 재난과 해외 재난으로 구분된다. 또 안전사고와 비교해서 재난은 사고가 발생해 지역사회 스스로 수습할 수 없는 상황, 즉 지 방자치단체나 중앙정부의 적극적 수습이 요구되는 상황으로 구분된다. 행정적으로는 지역 재난안전대책본부의 구성·운영 여부가 사고와 재난을 구분 기준으로 사용되기도 한다.11)

2) 대규모 재난

대규모 재난은 10명 이상이 사망한 재난으로 정의해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재난 은 재난 중에서도 인명피해 및 물적 피해가 큰 재난을 의미하지만, 이에 대한 명료한 법 적·학술적 기준과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본 보고서는 개념의 모호함을 최소 화하기 위해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10명 이상 사망한 사고를 대형재난으로 분류하여 이 에 근거해 한국의 재난 발생 상황을 정리한 점에 착안해 위와 같이 규정해 사용한다.12) 3) 사회적 참사 ‘사회적 참사’ 개념은 가습기살균제참사와 세월호참사에 한정해 사용한다. 사회적 참사라 는 개념은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의 제정에 따라 법제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하지 만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은 사회적 참사를 정의하지 않고 있다. 또 사회적 참사의 명료 한 학술적 정의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사회적으로 2000년 이래 사회적 여파가 큰 재 11) 행정안전부, “재난심리회복지원 실무 매뉴얼”, 행정안전부 재난구호과, 2017 12)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재난안전대책의 현재와 미래”, 지방자치 Focus 79, 2014

20 제 1 장 서론

난 또는 사고를 지칭하는 수사적 용어로 사회적 참사라는 개념이 사용되고 있다.13) 이에

따라 본 보고서에서는 명료하지 않은 개념 사용에 따른 불필요한 오해를 최소화하기 위

해 양 참사에 한정해 사회적 참사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4) 재난피해자

재난피해자는 「재난안전법」과 「재해구호법」에 규정된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재난으 로 인해 △생명·신체에 대한 피해를 입은 사람과 그 가족 △생명·신체에 피해 발생이 우 려되는 사람 △이재민 △일시대피자 △긴급구조활동에 참여한 자원봉사자 또는 구조요 원 △재해로 인한 심리 회복이 필요한 사람으로 정의해 사용한다.14) 다만 제2장과 제3장에서 재난피해자의 범주는 관련법에 근거해 서술한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경우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가습기살균제 건강피 해15)를 입은 사람으로서 제10조제2항에 따라 환경부장관에게 구제급여 지급결정을 받은 사람”(제2조제4호)으로 정의한다. 세월호참사의 경우 「세월호피해지원법」은 △가. 4·16세월 호참사 당시 세월호에 승선한 사람 중 희생자 외의 사람(세월호의 선원으로 여객의 구조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탈출한 사람은 제외한다) △나. 희생자의 배우자·직계존비속·형제자매 △다. 가목에 해 당하는 사람의 배우자·직계존비속·형제자매 △라. 그 밖에 4·16세월호참사와 관련해 희 생자 또는 가목에 해당하는 사람과 나목·다목에 준하는 관계가 있는 경우, 세월호피해지 원법 제5조에 따른 배·보상심의위원회에서 인정한 사람을 피해자로 규정한다.

5) 재난 피해지원 재난 피해지원이란 재난의 예방·대비·대응·복구 과정에서 국가(정부)와 기업 등 재난이 나 재난 관리에 책임 있는 주체에 의해 수행되는

규정했다.

15)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제2조제3호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란 독성 화학물질을 함유한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되어 발 생하거나 악화된 생명 또는 건강상의 피해(후유증을 포함한다)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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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서론
피해자 및 피해지역에 대한 지원으로 정 의해 기술한다. 이때 국가의 예방·대비·대응·복구의 일차적 책임은 부인되지 않으며, 13) 사회적 참사는 △ 재난·사회적 갈등 선행 발생 △ 사회적 인식 및 시스템 부재로 인한 확산 △ 장기화 및 광범위성과 같은 세 가지 특성을 갖는다((재)희망제작소, 2021: 10). 14) 관련해 「재난안전법」은 재난피해자에
대한 정의 규정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법 제74조의3(정보 제공 요청) 등 에 기초해 재난피해자를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책임 있는 주체의 피해지원 제공을 강제하는 책무 또한 지닌다. 「재난안전법」은 재난의 대응(6장)과 재난의 복구(7장)에서 재난 피해지원을 언급하고, 피 해지원의 대상과 내용, 방법과 종류 등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재해구호법」 역시 구호 의 대상과 종류, 기간 및 재해구호계획의 수립·시행 등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양 법 률 모두 피해지원의 대상과 내용, 기간 등을 협소하게 정의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기에 이를 재난의 전 과정과 재난에 따른 다양한 피해, 재난이나 재난 관리에 책임 있는 주 체 등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확장해 사용한다.16) 17) 18) 19) 20) 21)

나. 보고서 구성 본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구성됐다.

제1장은 기술한 바와 같이 보고서의 목적과 범위, 배경과 필요성을 설명한다. 본 보고서에 서 주요하게 사용하는 용어에 대한 개념 정리와 전체 구성에 대한 안내 역시 제1장의 역할 이다.

제2장은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다룬다. 가습기살균제참사 의 배경과 특징, 피해자들의 피해 상황을 개괄하고, 정부의 안전관리, 피해지원, 특별법 제 정에서의 문제와 기업의 책임회피 등을 살펴본다. 제3장은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초점을 맞춘다. 세월호참사의 개요 와 특징, 장·단기적 피해지원 실태와 문제점, 피해지원 개선대책 등에 주목한다. 피해지원 이 가습기살균제참사와 세월호참사의 특성과 맥락에 기반해 추진됐다는 점에서 제2장과

16) 위원회, 박희, “국내 중대재난피해지원 실태조사: 포항지진과 제천화재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사단법인 국가미래정책발전 연구원, 2018 17) 위원회, 이혁구, “세월호참사 피해자 지원 심화연구”,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 2019

18)

위원회, 이진국, “재난피해지원 법제 분석 및 개선 연구”, 아주대학교 산학협력단, 2020 19)

위원회, 유해정, “제1회 사회적참사 피해지원 포럼: 사회적참사 피해자권리 관점의 변화”, 2019 20) 위원회, 황필규, “제1회 사회적참사 피해지원 포럼: 사회적참사 피해자권리 관점의 변화”, 2019 21)

위원회, 황필규, “제5회 사회적참사 피해지원 포럼: 참사 피해자 법률지원, 어떻게 할 것인가?”, 2019

22 제 1 장 서론

제3장의 기술은 통일적이기보다는 각 참사의 특수성과 상황을 토대로 기술됐다.

제4장은 제2장과 제3장의 논의에 기반한 양 참사의 피해지원 문제점을 종합해 분석한다. 피해지원의 문제를 좀 더 체계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양 참사 이후 새롭게 발 생한 국내 재난의 피해지원 사례를 일부 참고해 활용한다.

제5장은 앞선 논의를 종합해 향후 재난 피해지원의 법·제도적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것 으로 논의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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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서론

1. 서론 가. 가습기살균제참사의 배경과 특징

1) 가습기살균제참사 개요 가습기살균제참사는 ‘세계 최초의 바이오사이드22) 사망사건’ 또는 ‘안방의 세월호’ 등으 로 이해되기도 한다. 2011년 초 “임산부 환자의 원인 미상 중증폐질환 입원 증가와 사망” 에 대해 질병관리본부가 역학조사를 실시하면서 참사의 원인이 가습기살균제로 지목되 며 참사의 진상에 대해 조금씩 알려지게 됐다. 가습기살균제는 1994년 유공(SK케미칼)에 의해 처음 개발됐고, 2011년 질병관리본부에 의 해 판매금지 조치가 내려질 때까지 여러 기업들에 의해 제조·유통되며 950만 개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25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가습기살균제는 통을 분리해 세척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고, 인체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22) biocide: 일반적으로 사람과 동물을 제외한 모든 유해한 생물 제거에 사용되는 화학물질로 살충제, 살균제, 방부제 등에 사 용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에 무해하다는 광고 등에 영향을 받아 광범위하게 판매됐다.23) 가습기살균제의 원료는

PHMG·CMIT/MIT·PGH·BKC·NaDCC·산화은 등 다양한 물질이 사용됐다. 가습기살

균제 제품은 대부분 액상이지만 알약 형태나 고체 형태도 있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수백만 명으로 추산된다. 피해자들은 제품을 허가해 준 정부와 기업의 광고를 믿고 사용했고, 그 피해는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가습기의 사용 패턴상 가 습기살균제 피해는 겨울철에 집중됐는데, 추운 날씨에 방과 창문을 닫고 밀폐된 상태에 서 7~8시간 동안 수면시간에 노출돼 피해가 컸고, 집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거나 건조 한 실내조건상 호흡기질환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영유아와 산모 그리고 노인들이 피해 가 컸다. 정부의 잘못된 유해화학물 관리와 기업의 무분별한 이윤 추구 등으로 인해 잘못된 제품 이 생산·유통·판매됨으로써 사용되지 않아야 할 유독물질이 인체에 흡입되는 결과를 초래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16년도 검찰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등이 진행되며 사 회적인 반향을 일으켰지만, 아직 전체 피해 규모조차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피해자 들은 유독한 제품을 허가해 주었던 정부와 제조·판매했던 기업들에 대한 분노와 함께 자 신의 손으로 가족들을 죽였다는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피해자들은 피해에 대한 배·보 상, 구제 및 지원이 매우 문제가 있다고 여기고 있다. 2017년 2월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가

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법률 제14566호)이 제정됐고, 2018년 12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사회 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진상규명·피해지원·안전사회 건설 등의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이하에서는 피해지원의 현황,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위원회에서 수행했던 조사결과 를 중심으로 서술한다.

26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23) 피해자들에게 배·보상을 실시하였던 주요 기업의 판매 및 배·보상 현황은 다음과 같다. 업체명 가습기살균제 제품 판매 수 배·보상 현황 옥시 545만 5,940개 폐질환: 416명, 2,873억 원, 태아피해: 6명, 34억 원 롯데마트 12만 6,898개 폐질환: 68명, 201억 원 홈플러스 29만 6,938개 폐질환: 48명, 112억 원 SK케미칼 원료 물질 공급 11명, 비공개 애경산업 171만 6,883개 11명, 비공개

2) 여전히 드러나지 않은 다수의 잠재적 피해자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하 기술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7월 기준, 접수된 가습기살균제 피

해 신고는 모두 7,768건으로, 이 중 사망자는 1,784명이다. 피해신고는 2011년 9월 이후부 터 2015년 말까지 약 4년 4개월 동안 1,282명이었고, 언론보도와 검찰 조사 및 국정조사 등 사회적 이슈화로 인해 2016년 4월 말 신고 절차가 재개되며, 피해 신고가 크게 늘었다. 2017년과 2018년 들어서는 피해 신고가 감소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22년 7월 기준 총 신고자 수 7,768건은 전체 피해 규모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됐다. 2020년도에 발표된 위원회와 기술원이 공동 피해자 정밀 추 산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는 약 627만 명, 건강피해 경험자는 약 67만 명이며, 사망자는 1만 4,000명 정도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동 연구는 2019년 8월 청문회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수행됐으며, 역대 가습기살균제 피해 실태조사 중 가장 큰 규모의 표본인 총 5,0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했다.24)

상기 연구에서 건강피해로 인해 병원 진료를 받은 인구는 약 55만 명(최소 51만 명~최대 60만 명)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표 2-1 신청·접수 현황(2022.7.29. 기준)

으로 진단명은 비염 34만 2,111명, 폐질환 20만 3,060명(간질성 폐질환 10만 3,737명, 폐렴 7만 7,251명, 만성폐쇄성 폐질환 2만 2,072명), 피부질환 16만 5,537명, 천식 13만 9,051명 등으로 조사됐다. 위원 구 분 계 생 존 사 망 소관부처 비 고 합 계 7,768 5,984 1,784 -1차 피해조사(’11.11~’13.6) 361 244 117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판정 완료

2차 피해조사(’14.4~’14.10) 169 120 49 환경부, 환기원 판정 완료 3차 피해조사(’15.2~’15.12) 752 658 94 환경부, 환기원 판정 완료

4차 피해조사(’16.4.25~’20.9.24) 5,598 4,191 1,407 환경부, 환기원 판정 중

5차 피해조사(’20.9.25~ ) 888 771 117 환경부, 환기원 접수ㆍ판정 중 ※ 신청자 중 신청철회자 197명 포함 / 기준일 시점의 생존·사망 수치 반영

(단위: 명) 24) 위원회 보도자료(2020.7.27.)

27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회는 “추산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건강피해 경험자 약 67만 명인 데 반해, 9년(2011~2020 년) 동안 환경부·보건복지부 등 정부가 접수한 건강피해 신고자는 6,817명(2020.7.17.)으로 약 1%에 불과”하며, 적극적인 “인정질환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7년 환경독성보건학회는 환경부의 의뢰로 진행한 피해 규모 조사·연구에서 제품 사 용자가 350만~400만 명 규모고, 이 중 14%인 49만~56만 명이 건강피해경험자라고 발표 한 바 있다. 건강피해 경험자 중에서 38만~44만 명은 가습기살균제 제품 사용 후 병원 치 료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25) 2015년 12월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ARSRDD 휴대전화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약 22%가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인구 중 22%가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사용했다는 조사를 바탕으 로 가습기살균제 사용 인구를 추산할 경우, 약 1,087만 명에 달하게 된다.26) 수십만 명 이상 추산되는 피해 규모에 비해 실제 신고가 적은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 다. 정부기관과 기업들은 피해자를 찾는 노력이 소홀한 것으로 보인다. 2016년 8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몇몇 기업의 책임자들은 가습기살균제 기록을 공유하기로 약속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위원회는 2019년 4월 25일 ‘가습기살균제 사용 자 및 피해신고 저조원인조사 예비사업’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본 조사는 8,109 명 주민들이 설문에 참여했으며, 이중 노출자 303명의 응답자 중 237명은 “가습기살균제 를 사용한 증거(영수증·사진 등)가 없어서 신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가습기살균 제 피해 신고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몰라서”라고 응답한 인원도 110명에 이르렀다.27)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자임을 알면서도 가족들에게 숨기고 피해신고를 하지 못한 경 우도 있었다. 가족들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초래될 갈등이나 가정의 해체 등을 우려하 기 때문이었다. 또 정부와 기업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다수의

피해규모’ 환경독성보건학회 춘계학술대회 57-89 한국독성보건학회 2017.5 26) 주간경향. 환경보건시민센터 공동기획. 가습기살균제참사 기록 ‘엄마 숨이 안쉬어져’(17) 더 소외된 피해자는 군소제품 피 해자들. 주간경향 1208호 2017.01.03.

27) 위원회.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 및 피해자 찾기 예비사업 결과 발표. 보도자료. 2019.4.25

28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25) 이경무 ‘가습기살균제 피해특성과
피해자들이 ‘몰라서’ 피해

3) 인정받지 못하는 피해와 부족한 피해지원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것으로 추산되는 수십만 명의 피해자 중에서 자신의 피해를 신

고한 사람들의 숫자는 2022년 7월 29일 기준 피해신고자 7,768명으로 전체 추정된 건강 피해 대비 1% 정도에 불과하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인정받거나 지원대상에 해당하는 숫자는 피해신고자 수보다 훨 씬 덜하며 피해지원 항목이나 지원액수 등도 실제 피해의 회복과 보상에 있어 매우 부족 하다. 가습기살균제는 피해자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파괴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건강에 대한 피해조차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의 피해자들이 피해자로서 자신의 건강피해를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 는 정부가 그간 일부 호흡기(폐질환) 중심으로 피해질환을 인정하는 등 가습기살균제의 피 해로 인정하는 질환의 종류를 매우 제한했기 때문이다.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피해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던 부분도 피해자

들이 피해를 인정받기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연구용역 결과에 기반해 피해인정 질환을 매우 더디게 확대했으며, 피해자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피해가 연구결과와 부합하는지에 대해 별도의 판정을 거쳐야 했다. 피해자들은 이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했으며, 설사 피해를 인정받더라도 부족한 피해지

대해 분노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29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원에
구 분 계(중복제외) 피해자 배상차액(추가지원) 진찰·검사비용 지원 긴급의료지원 계 4,408 4,350 44 53 58 생 존 3,335 3,284 21 52 50 사 망 1,073 1,066 23 2 8 표 2-2 지원대상자 현황(2022.7.29. 기술원 통계자료 기준) (단위: 명)

나.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들의 다층적인 피해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들은 신체적·정신적 피해, 가정 파탄, 사회적 관계 단절, 경제적 피해, 사회적 낙인 등 다층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28)

1) 건강 피해 가습기살균제는 제품의 특성상 호흡기를 통해 흡입하기 때문에 1차적으로는 기관지나 폐 등에 영향을 미치며, 시간이 지나면서 신체 장기 여러 곳이 가습기살균제의 독성으로 인해 손상을 받는다. 가습기살균제의 특성으로 가장 먼저 확인된 질환은 폐 섬유화다.

문제는 건강피해가 일부 폐질환을 넘어 신체의 다양한 장기에 손상을 준다는 것이다. 위 원회가 발주해 수행된 연구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정부 인정 질환과 비교해 매우 다양한 질환을 보고하고 있다.29) 성인 피해자의 경우, 폐질환(83.0%)·비질환(71.0%)·피부질환(56.6%)·안과질환(47.1%)·위염과 위궤양(46.7%)·심혈관계 질환(42.2%) 등은 가습기살균제 노출 전보다 노출 이후에 진단이 증가한 것으로 자가 보고됐다. 또 간질 등 신경계질환(11.0%), 당뇨 등 내분비계질환(21.3%), 신장염 등 신장질환(15.3%), 간질환(9.9%), 암 질환(5.4%), 선천성기형아, 발달장애 등도 악화 되거나 새로 발생한 것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보고됐다. 아동·청소년의

30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경우, 노출 이후 구 분 구제급여 기 타 계 (중복 제외) 요양 급여 요양 생활 수당 장의비 간병비 장해 급여 특별 유족 조위금 특별 장의비 구제 급여 조정금 배상 차액 진찰· 검사비 계 (중복 제외) 금 액 119,671
인터뷰노트」.
29) 위원회 연구용역보고서 「2019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정 실태조사」.
15,848 15,642 354 3,245 1,281 70,111 1,920 3,935 6,830 13 492 인 원 3,267 2,420 400 145 106 10 750 750 51 31 53 46 28) 위원회 연구용역보고서 「2019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정 실태조사
한국역학회 2019.
한국역학회 2019. 표 2-3 구제급여 지급 내역(2022.7.29. 기술원 통계자료 기준) (단위: 백만 원, 명)

악화 또는 새로 발생한 병원 진단 신체질환으로 주의력결핍행동장애(21.4%), 자폐증 등 발 달장애(7.6%)도 상위 5위 다빈도 질환으로 보고됐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특징은 자신이 가족에게 피해를 줬다고 자책하는 죄책감 등의 심

리적 피해도 보인다. 또 책임규명과 피해보상 등 정당한 권리행사에서도 사회적 비난을 감 수하며 심리적으로 위축되기도 한다. <죄책감, 사회적 낙인30)>

“나는 가족을 볼모로 돈을 바라는 사람이 아닙니다.” “가족이 다 살인자잖아. 살인자. 내 손으로 넣어서 내 가족이 죽었으니까. 그 죄의식 이 말도 못한데, 그걸 또 가서 얘기해야 하고. 보상이나 받으려고 그런다고 사람들이 생각하고…”

신체와 정신 등 건강피해 이외에도 삶의 여러 방면에서 피해가 발생한다. 정신건강 피해로 써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울분은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가정 실태조사 결과, 성인 피해자 78.9%가 만성적 울분(지속되는 울분 28.8%+극심한 울분 50.1%) 상 태로 사실상 동일 척도를 적용한 국내외 어느 문헌에서도 이토록 심각한 울분 현황은 보 고된 바 없을 만큼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우울증, 불안 장애, 자살 위험 등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표 2-4 정부지원 질환과 피해자가 진단받은 질환 비교

정부지원(2020년까지 계획포함) 피해자 진단받은 질환(자가보고) 구제급여 (정부인정) 폐질환(1·2단계), 천식, 아동 간질성폐질환, 태아피해, 독성간염 폐질환(천식, 기관지확장증, 폐렴, 간질성폐렴, 폐섬유화, 폐기종), 태아피해(사산, 유산, 선천성 기형아), 독성간염, 비염 등 비질환, 결막염 등 안과질환, 간질 등 신경계 질환, 피부염 등 피부질환, 당뇨 등 내분비계 질환, 암 질환, 신장염 등 신장질환, 고혈압·고지혈증 등 심혈관계 질환, 위염, 궤양, 자폐증·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등 발달장애 구제계정 (정부 미인정)

폐질환(3단계), 천식(상당지원), 기관지확장증, 폐렴, 성인·아동 간질성폐질환, 비염 등 동반질환, 독성간염

31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위원회 연구용역보고서
30)
「2019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정 실태조사 인터뷰노트」. 한국역학회 2019.

노출 이후 드러난 정신건강 문제들도 간과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우울과 의욕저하, 불안, 긴장(72.0%), 집중력, 기억력 저하(71.2%), 불면(66.0%), 분노(64.5%). 죄책감, 자책(62.6%), 소진, 탈 진(37.9%) 순으로 특히 자살 생각이 49.4%, 자살 시도가 11.0%로 일반 인구 대비 3배 이상 높은 매우 심각한 정신건강 고위험 상황이다.31)

2) 가정 및 사회관계의 손상 가습기살균제 피해의 특징은 신체적·정신적 피해로 인해 가정과 사회생활에서도 손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징들은 사회적 존재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무너뜨리 는 결과를 초래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경우 가족의 해체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것 을 피해자들의 인터뷰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가족의 해체32)> “가정이 제대로 굴러가는 집이 없어요. 풍비박산이 나버리는 거예요. 가정이 해체된 분들이 되게 많아요. 아이들, 남편, 아내 버리고 결국 다 나가요. 저 같은 경우도 죽도 록 노력하고 있지만, 경제적인 문제도 쌓이고 쌓이게 되면 그 수밖에 없어요.”

“아빠는 맨날 누워서 지내고 그런 아빠 때문에 조용히 해야 되고. 애가 우리 가족에 대한 애착심이 약할 수밖에 없어요. 이제는 병원 갔다 와도 갔다 왔느냐고 물어보지 도 않아요.” “애가 눈물을 줄줄 흐리면서 몸을 비비꼬더니, 아빠 할 말 있어요, 그러더라고. 나 생 리대도 사야 되고 속옷도 바꿔야 되고 브래지어나 이런 것 사야 되는데 모르잖아. 애 도 엄두가 안 나는 거예요. ‘임마, 그걸 아빠한테 물으면 아빠가 더더군다나 어떻게 아 냐.’ 진짜 그때는 난처하고 제일 그냥…” “정상적인 생활도 못 하고. 일상생활도 제대로 안 되고… 엄마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까. 그나마 장모님이 계시니까 애들이 빨래라도

32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해서 옷이라도 깨끗하게 입고 다니는 거지.” 31) 위원회 보도자료 ‘가습기살균제 전체 피해가정 대상 첫 조사결과 발표’(2020.2.18.) 32) 위원회 연구용역보고서 「2019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정 실태조사 인터뷰노트」. 한국역학회 2019.

피해자들은 피해 및 증상에 대한 사회의 낮은 인식수준 등으로 인해 고립감과 사회관계

의 단절을 겪는 등 사회적 삶도 훼손돼 간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피해자들은 이를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고립감과 사회관계 단절33)>

“솔직히 여럿이 밥 먹을 때도 밥을 같이 먹을 수가 없어요. 왜냐면 추접스러우니까. 음 식 먹다가도 재채기, 기침, 콧물 줄줄 흘리고. 그러면 사람이 얼마나 추해요. 몸이 창 피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하고 음식 먹는 것도 불편해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얘기했더니 면접에서 떨어졌어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내 직원이라는 게 싫은 거예요” “애 엄마 있을 땐 제집 드나들 듯 드나들더니 애 엄마가 떠난 후에는 발길을 뚝 끊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느냐, 내가 실수한 거라도 있느냐, 라고 가슴 에 담아둔 이야기를 했더니 그분이 막 울더라고. 여기 오면 ○○엄마 생각이 나서 못 오겠대요. 아저씨 보기가 미안해서, 마음이 아파서 못 오겠다는 거예요.” 위원회가 발주해 수행된 연구결과34)에 따르면, 피해자들의 사회적 지지 범위를 조사한 결 과 2018년과 비교해 2019년에 인사하고 지내는 이웃의 수가 줄어들었다. 2018년에는 피해 자의 29.9%가 10명 이상의 이웃과 인사를 하고 지냈는데 2019년에는 14.6%로 줄었고, 인 사하고 지내는 이웃이 0명인 경우는 2018년 5.5%에서 2019년 12.4%로 증가했다. 피해자 의 ‘필요한 경우 부탁(애완동물 맡기기, 택배 받아주기 등)을 할 수 있는 이웃의 수’가 0명이라고 응답 한 비율은 2018년 18.1%에서 2019년 34.8%로 증가했다. 피해자의 사회적 소외는 아동 피 해자에게 특히 심각할 수 있다. 아동 피해자들에서는 교내생활에서 왕따 등이 보고된다.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33)

「2019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정 실태조사 인터뷰노트」. 한국역학회 2019. 34) 김동현 외. 2019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정 실태조사. 한국역학회. 2020

33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위원회 연구용역보고서

<아동 피해자의 취약성35)> “아들이 건강모니터링으로 학교에 빠지면 아이들이 너 병원에 왜 가냐? 라고 물어요. 호흡기가 안 좋아서 검사받으러 간다고 하면 가습기래, 뭐래 이러면서 말이 돌아요. 학교 다니는 내내 꼬리표가 달려요. 전염되는 병도 아닌데 싫대요. 피구할 때도 ‘○○ 한테는 공 주지 말아요. 00은 못하니까 공 주지 말아요’라고 해요. 아프면 아이들 사 이에서 따돌림을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요.” “폐는 우선 사람들이 안 좋게 봐요. 우선 전염성이 있나, 애들한테 혹시 전염되지 않 나. 그래서 의사가 전염되는 거 아니라고 했다고 진단서까지 끊어서 보여줬어요. 그 과정까지 굉장히 힘들었어요. 사람들이 의심의 눈초리로 봤을 때 내가 몸 둘 바를 모 르겠더라고요.” 가습기살균제참사가 드러난 2011년 이후 10년이 지났는데도 ‘현재 예전의 일상을 어느 정 도 회복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피해자들은 불과 41% 정도 일상이 회복됐다고 응답 했다.36)

3) 사회경제적 피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한 사회경제적 비용도 막대하다. 의료비용과 의료이용에 따른 교 통비·간병비·이환비용을 합산한 결과, 생존자 1인당 평균 비용은 3억 7,760만 원, 사망자 1인당 평균 비용은 4억 6,671만 원으로 산출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37) 가습기살균제가 이렇게 심각한 피해를 유발하지만, 아직도 피해 신고를 하거나 질환을 인 정받은 피해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또 피해자로 인정받았다고 할지라도 배·보상이나 피해지원액은 실제 피해액과 비교해 매우 부족하며, 피해자들은 경제적 문제로 인한 고통 을 호소한다.

34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35)
36)
37)
위원회 연구용역보고서 「2019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정 실태조사 인터뷰노트」. 한국역학회 2019.
김동현 외. 2019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정 실태조사. 한국역학회. 2020
김동현 외. 2019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정 실태조사. 한국역학회. 2020

<경제적 문제38)>

“10월까지 올해 병원비만 3,000만 원 들었어요. 약값 빼고.”

“국회 갈 때는 15만 원, 20만 원. 주말에는 20만 원, 평일에는 15만 원 내고 간병시켜

놓고 다녔어요. 힘들어요.”

“잠들 때 제발 아침에 눈 좀 안 뜨게 해달라고. 얼마나 비참한 줄 알아요? 가습기살 균제 피해자들 90%가 경제난이야. 경제난. 무슨 일을 하려고 해도 힘이 들어서 못 해 요. 또 호흡이 가빠서 못하고.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거야. 집사람 혼자 벌어먹겠다고 뛰어다니고 있는데 굉장히 미안하지. 육신은 멀쩡한데 일은 못 한다니까. 꾀병 같기도 하고. 이렇게 살아야 되나, 말아야 되나…” “어떤 피해자는 저번에 그러더라고. 나 하나 죽어 가지고 이게 해결된다면, 어차피 난 죽을 사람이라고, 몇 개월 못 산다고 판정받았으니까 수류탄 하나 던지고 같이 죽어, 이런 사람들도 많이 있더라고요. 그만큼 살기가 어렵고 힘이 드는 거지. 몸은 아프고. 3, 4단계가.” “나는 죽을 때까지 치료를 받아야 하는 데 500만 원에 합의를 하자 그러면, 거지한테 껌 주는 것도 아니고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돈이 문제가 아니고 이거는 자존심의 문 제더라고요. 지금 문제는 3, 4등급인데 저같이 생존해 있는 사람들은 평생 이 병을 달 고 살아야돼요. 저 올 7월에 중환자실에 열흘이나 있다가 나왔어요. 죽다가 살아났거 든요. 폐에 출혈이 일어나서.” 다. 피해자 권리침해 및 권리찾기 활동 가습기살균제참사의 원인이 밝혀진 지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지났지만, 가습기살균제참

피해자들은 현재까지도 참사 피해에 대한 정당한 배·보상은 고사하고 피해자로서 인 정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에 고통받고 분노한다. 피해자들은 참사 초기부터 2022년 현재 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무성의한 일 처리로 인해 참사의 원인 파악은 물론 피해지원에서 피해자들의 권리가 존중받지 못한다고 여기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38) 위원회 연구용역보고서 「2019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정 실태조사 인터뷰노트」. 한국역학회 2019.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35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시행했던 연구 결과(2020년)39)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과반수인 51.6%가 정부의 피해구제, 기타 대응 과정 등에서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답할 만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권리침 해를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피해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은 「2019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정 실태 조사」 보고서에서도 나타난다. 피해자의 대다수인 71.2%가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배·보 상에 관한 내용을 ‘대중매체’를 통해 알게 되었다고 응답했고, 피해판정 결과에 대한 근 거와 설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95.8%40) 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이었으며, 피해신 청 과정41)에서도 정부로부터 편의나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의견이 63.7%를 차지했다. 한 편 피해구제에 대한 불만도 여실히 드러났다. 정부의 가습기살균제 피해판정 결과에 대해 서도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이 83.5%였는데, 그 이유로는 피해인정 질환이 너무 협소하다 (91.4%), 판정 기준이 타당하지 않다(88.1%), 판정 관련 자료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86.4%), 피해판정 위원의 공정성을 신뢰하기가 어렵다(74.1%) 등으로 나타났다. 가습기살균제참사로 인해 피해자들은 신체적·정신적 건강 문제와 함께 사회관계의 단절, 경제적 어려움 등의 고통에 시달렸으나 그 누구도 자신들을 보호하지 않는다고 생각했 다. 이에 피해자들 스스로 가습기살균제참사를 사회에 널리 알리고 참사의 원인과 책임 규명 및 배·보상 등 피해지원을 위한 활동을 해야 한다고 느끼며 여러 활동을 전개했다. 원인 미상 폐질환의 원인으로 가습기살균제가 지목되고 나서 피해자들은 우선 가습기살 균제참사를 사회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2011년 피해자들은 환 경보건시민센터·여성환경연대·녹색소비자연대 등과 함께 가습기살균제참사의 해결을 촉구하기 시작했다. 피해자들은 2011년 9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이하, 가피모) 을 만들어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광화문 광장에서 피해대책 마련을

40) 판정결과 통보에 대한 의견은 ‘근거와 설명이 제공되었지만 납득 불가’라는 의견이 42.6%, ‘근거와 설명이 제공되지 않았다’ 는 의견이 31.6%, ‘근거와 설명이 제공되었지만 충분치 않았다’는 의견이 21.6%로 집계되었다. 41) 이와 더불어 피해신청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으로 ‘피해구제지원내용과 절차를 정함에 있어 피해자 의견 반영 안 됨’이 25.8%, ‘신청방법 및 절차에 대한 안내 부족’이 23.7%, ‘피해구제내용에 대한 설명 부족’이 12.1%로 나타났다.

36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대한 탐색적 연구-외상후울분장애(PTED) 자가측정도구를 사용하여,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30쪽. (2020).
39) 오정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울분 영향요인에

호소하는 1인 시위를 2012년 5월 21일부터 2013년 7월 29일까지 205회 진행했다.

2012년 2월 질병관리본부 1차 동물실험결과 최종발표 이후에도 피해자 지원 대책은 전무 했다. 피해자 단체가 환경보건단체와 연대해 가습기살균제참사와 관련해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으나 당시 가습기살균제참사에 대한 언론과 사회적 관심은 높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국회를 방문해 피해대책 마련을 호소했고, 2013년 경향신문은 가습기살균제참사 기사를 연속적으로 다뤘다. 2014년 4월까지 프레 시안에 ‘끝나지 않는 고통, 가습기살균제 비극’ 기사들이 25회 연재되기도 했다. 2012년 1 월 17일 피해자들은 일부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업체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민사소송을 처음으로 제기했고, 여성환경연대와 녹색소비자연대 등은 80여 건의 피해사 례 집단 분쟁조정 신청을 했다. 가피모는 환경보건시민센터와 2012.8.31. 10개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업체 대표를 형사 고발했지만, 2013.3.14. 검찰은 “피해자별 인과관계 판정결과를 확보하기 위해 질병관리본 부 ‘폐손상 조사위원회’의 판정결과를 기다리겠다”라는 이유로 시한부 기소중지를 결정 하면서 수사가 중단됐다. 2015년 말, 검찰이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 수사를 개시하고

2016년 1월 가습기살균제 수사 전담팀을 편성하면서 가습기살균제참사는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게 됐다.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2016년 4월 피해자들은 가습기살균제 제조사와 국가의 책임을 묻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개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5월 정부 12개 부처 가습기살균제 관련 감사청구와 환경부 장관 등 관련 공무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 이슈가 전국적으로 확대되자 국회 차원의 대응이 시작됐다. 국회 가습 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37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피해구제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이하,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2016년 8월 16일부터
기관보고에서
경부 장관에게 가습기살균제참사에
18일까지 이뤄진
산자부와 환
관한 사과를 요구했으나 장관들은 이를 거부했다.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8월 말 청문회를 시행해 옥시 영국본사가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지속적으로 관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SK케미칼의 제품의 MIT/CMIT의 위해성 문

제와 정부기관의 책임인정 등 진상규명과 피해대책에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이하 가습기넷)42) 은 2016년 11월부터 가습기살균제피해구 제법 제정촉구를 위한 국민 서명운동을 벌여 2017년 1월 초까지 1만 8,759명의 서명을 받 아 국회 법사위에 제출했다. 이후 가습기넷은 세월호참사 관련 단체들과 연대해 2017년에 세월호와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 제정을 촉구하는 다양한 활동을 추진했다. 2016년도 당시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연대’가 결성돼 활동하는 등 피해자들은 참사를 알리고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노력했다. 피해자들은 환경부의 판정 문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2016년 8월에는 ‘환경부 3차 판정 거부 모임’ 피해자단체가 결

성돼 정부의 엄격한 판정 기준에 이의를 제기하고 단계별 판정 거부를 추진하기도 했다.43)

2. 정부의 안전관리 실패와 참사 초기 피해지원 대책의 부재

가. 유해성 파악에 대한 관련 부처들의 책임회피 가습기살균제 유해성 파악과 관련된 각 부처는 가습기살균제에 관한 자신들의 관리 책임 을 회피했고, 각 부처는 소관을 구분하고 서로 떠넘기기 바빴다. 그로 인해 유해성 확인과 피해지원 또한 지연됐다.

위해서는 국가의 관리체계 내에서 참사로 인한 피해의 42) 2016.6.20. 출범하였으며 피해자, 전문가, 시민단체 등 100개의 시민사회 조직이 모여 결정한 가습기살균제참사를 비롯해 안전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결성된 모임이다.

43) 2022. 7.8. 피해자 대표 면담. 피해자 단체 등의 역할과 활동이 기재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본 보고서 이외의 내 용들도 충분히 조사하여 정확하게 기록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38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개선
피해지원의 문제와
유해성
1) 산업통상자원부의
관리 실패 가습기살균제참사의 피해지원을

수준과 범위를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의 여러 부처는 참사를 인 지하고 대응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놓쳤고, 그 대표적인 사례로 산업통상자원부가 공산 품인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안전관리에 실패해 피해가 확산되는 이유 중 하나로 작용했다. 이로 인해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 확인과 피해지원이 매우 지연됐다. 가) 가습기살균제 민원에 대한 산자부의 관리책임 부정 2007년 11월 국민신문고에 가습기살균제를 검사해 달라는 민원이 접수된다. 민원을 접수 한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44)(이하 기표원)은 가습기살균제는 ‘안전인증대상공산품, 자율안전 확인대상 공산품 또는 안전·품질표시대상 공산품에 해당하는 제품’이 아니라 고 답변하며, 관리 책임을 부정했다. 기표원은 한 업체가 제품명에 ‘청소’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되는지 문의하는 민원에 대해 서도 ‘제품이 세정제면 자신의 관할이지만, 가습기살균제는 살균제이므로 관할이 아니다’ 는 취지로 답변했다. 그러면서 “다만 동 제품이 부가적으로 세정기능을 갖는 경우는 자율 안전확인 대상으로 세정제에 해당됨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부가적으로 명시한 바 있다.

기표원 고시에서는 “제품의 주 기능이 타 용도로 사용되는 제품이더라도 부가적으로 세정 기능을 갖는 제품은 검사 대상에 포함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에, 민원에 대한 답변에서 기표원은 세정제로 인지하고 있었으므로,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을 관리할 수 있었다. 또 당시 유통됐던 가습기살균제는 제품에 ‘세정제’로 표기되는 사례도 있었으므로 기표 원은 관리대상에 이를 포함시킬 수 있었다. 만일 기표원이 제품의 기능을 이해하기 어려 운 경우에는 제품의 ‘세정’ 기능과 ‘살균’ 기능 등을 기업 측에 문의해 정확하게 확인했어야 할 것이다.45) 기표원은 가습기살균제를 관리 대상에 포함할 수 있었지만, 결국 기표원은 자신의 관리 권한을 부정했다.

‘산자부 기표원’으로 통칭한다.

45) 재판 등의 자표에 따르면, 기업 측은 가습기살균제의 용도를 ‘세정’으로 규정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39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44)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1991년 상공부 공업진흥청 검사행정과 등으로 시작됐고 공업진흥청이 폐지되면서 국 가기술표준원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 조사보고서에서는 편의상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제2장

나)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상 관리 권한 미이행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법령들을 볼 때, 가습기살균제 관리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의 책임

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01년 7월 1일부터 「공산품 품질관리법」과 「품질경영촉진법」이 통합된 「품질경영 및 공

산품안전관리법」[시행 2017.1.28.] [법률 제13859호, 2016.1.27. 타법폐지] (이하 「품공법」)이 제

정돼 시행됐다. 제품안전에 대한 포괄적인 근거법령인 「품공법」의 특성상 다른 법령에 의 해 관리되지 않는 품목을 관리해야 하는 광범위한 네거티브 규제 성격의 법령이고,46) 가 습기살균제는 다른 법령에 의해 관리되지 않는 제품이었으므로 「품공법」 제2조에 따라 산자부는 ‘가습기살균제’를 관리할 책임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는 세정제와 살균제의 기능을 지닌 새로운 공산품으

로 어느 부처에서도 관리되고 있지 않았던 제품이었기 때문에 안전관리대상인 품목에는

없더라도 「품공법」 제28조(안전성조사)의 취지에 맞게 제품의 위해성을 인지해 안전성조사 대상으로 선정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면 개정된 「품공법」은 소비자를 공산품의 위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공산품 안전관리 제도’를 개편한다. 「품공법」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공산품이 생명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거나 사고 시 신체의 상해 정도가 심할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선제적으로 해당 제품에 대한 ‘안 전성 조사(안전성조사제도)’를 할 수 있고, 위해성이 확인되면 제조업자·수입업자 또는 판매업

일반적으로 행위를 금 지시키는 포지티브 규제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네거티브 규제 역시 일정한 기준에 의해 개별 사안의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 을 때 규제공백이라는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최승필, 2011, 규제완화에 대한 법적 고찰, 공법학연구 12(1) 317-347).

47)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 2006기술표준백서. 199~200쪽. 2007.

40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개선
피해지원의 문제와
자에게 판매금지·개선·수거 또는 파기를 권고하거나 권고한 사실을 공표할 수 있도록 했 다. ‘2006기술표준백서’ 47)에서도 “위해 제품 발견 시 언론공포 등 신속 조치한다”는 내용 을 확인할 수 있다. 46) 네거티브 규제라 함은 규제의 대상 및 요건을 특정하고 해당 대상 및 요건 이외에 대해서는 행위의 자유를 허용함으로써 국 민들의 활동범위를 확대시켜 나가는 것을 말하며 소위 허용되는 영역 및 요건만을 규정하고 이외에는

이러한 근거에 따라, 기표원은 2008년, 2010년, 2011년 자율안전확인 신고필증을 받은 세

정제 품목 84개 제품을 대상으로 안정성조사를 시행한다. 위원회는 기표원의 안전성조사

에서 가습기살균제는 조사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살균성분이 함유된 곰팡이세정제· 락스·제균제 등을 조사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결국 산업통상자원부는 「품공법」 제28조48)의 취지와 맞지 않게 비관리 품목에 대해서는 안전성조사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가습기살균제를 안전관리대상

으로 지정할 수 있었음은 참고인49) 50)의 진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 기표원은 2006년부터 전기제품·영유아제품·생활화학제품·어린이용품·안전품질표

시제품 등에 대한 제품안전모니터링51) 을 했지만, 가습기살균제는 모니터링 대상에서 제 외돼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을 확인할 기회를 놓쳤다. 참고인 조사에서 ‘제품안전모니터링은 기표원이 관리하는 안전관리대상 품목 KC인증 관 련 공산품만 모니터링하는 제도’라는 취지의 진술52)이 있었고, 기표원 역시 위원회 회신 을 통해 “「품공법」에 따른 안전관리대상 품목을 중심으로 선정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제품안전감시원 운영요령에 정의된 바와 같이 안전관리 대상 품목 이외의 비관리 품목도 제품안전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2020년 6월 기표원 제품시장관 리과 과장 또한 “관리대상 이외의 품목도 관리하도록 해석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술 했다.

신체의 상해 정도가 심할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사고 발생에 따른 피해 우 려지역이 광범위하여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그 밖에 공산품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지식경제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 정하는 경우 (개정 2008. 2.29.). 49) 김주찬 진술조서 20-21쪽 2020.5.12. 50) 김주찬은 2007년 공산품안전심의위원회 위원 위촉됨. 진술조서 첨부 자료에 따르면 2007-2016년까지 위원으로 활동함. 51) 제품안전모니터링 매뉴얼인 제품안전감시원 운영요령 제3조(정의)에 따르면, ‘유통되는 제품이 품공법 또는 전기용품안전 관리법에서 정하고 있는 안전관리대상제품 및 기타 안전 위해의 우려가 있는 제품에 대한 정보수집 등을 행하는 시장 감시 활동’으로 규정한다. 52) (전)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대표 조윤미, 소비자교육 중앙회 소비자국장 최애연

41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48) 제6절 안전인증대상공산품등을 제외한 공산품 제28조(안전성조사 등) 산업자원부장관은 안전인증대상공산품등 외의 공 산품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공산품 중에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그 위해성 여부를 확인 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공산품에 대한 안전성조사를 할 수 있다. 어린이·노약자·장애인 등의 생 명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경우 사고 발생시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표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데는 기표원 소관 관련 위원회의 운영 방식과 인력 부족 문제 등이 제기되기도 했다. 2006년 12월 24일 전부 개정된 「품공 법」 시행에 따라 ‘공산품안전관리위원회’가 ‘공산품안전심의위원회’로 명칭이 변경됐고, ‘공산품안전심의위원회 운영 등에 관한 규정’도 신설됐다. 공산품안전심의위원회는 공산 품안전관리제도 운영을 위한 심의위원회로서 공산품 안전관리 종합계획, 안전관리 대상 공산품 품목조정 및 관련 안전기준의 제·개정 등을 심의한다. 그런데 참고인53)의 진술에 따르면 공산품안전심의위원회의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았고, 안건 심의 시 토론도 부족하 게 운영됐던 것으로 파악된다. 기표원의 인력이 부족했다는 진술도 있다. 2016년 국회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당시 기표 원 관계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6년 「품공법」이 전부 개정돼 시행되기 전 까지 안전관리 대상으로 삼은 모든 공산품에 대한 안전기준 및 안전관리 품목 지정을 당 시 연구관 1인이 담당했다는 것이다.

2) 부처 간 가습기살균제 유해성 확인 문의 민원 떠넘기기 가습기살균제참사의 원인이 알려지기 전인 2011년에 12개월 자녀를 둔 여성이 ‘유럽에서 인정받아 인체에 전혀 해가 없다는 ‘세퓨’ 제품의 광고가 문제가 없는지 식약청에 문의’한다. 동 민원에 대해 식약청에서는 공산품 허가는 지식경제부에 문의하라고 하며 민원을 이관 했다. 해당 민원은 지식경제부 기표원에 배당됐는데, 지식경제부는 다시 식약청으로 넘겼 다. 이후 식약청은 의약외품에 해당이 안 된다고 하면서 국민권익위로 넘겼고, 국민권익위 가 다시 보건복지부가 답변해야 할 사항으로 분류했다.54) 결국 정부기관들의 무책임한 떠넘기기로 인해 가습기살균제참사의 진상규명과 피해지원 이 지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53) 위원회, 김주찬 진술조서 2020.5.12 54) 위원회, 2019, 2019년도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 427-428쪽.

42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한편 원인 미상 폐질환의 원인이 가습기살균제로 확인되기 이전인 2007년 당시 살균 소 독제와 관련한 규정으로는 「약사법」[시행 2022.1.21.] [법률 제 18307호] [2021.7.20. 일부 개정]에 따른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의약외품 범위지정」[제2007-48호 시행 2007.6.1.]도 있었다. 해당 고시의 3. 나. 항목에서는 약사법에 따른 의약외품의 대상으로 “인체에 직접 적용되지 않는 살균 소독제제(희석해 사용하는 제제를 포함한다.)”라고 규정했다. 그런 데 가습기살균제는 ‘인체에 흡입’되는 살균제였고, ‘인체에 직접 적용되지 않는 살균 소독 제제’가 아니었으므로 판매 당시 약사법상의 관리 대상이 아니었다.55) 의약외품인 살균제 에 대해서는 사용 방법, 구체적인 성분과 형태를 명시했고, 가습기살균제는 이에 해당하 지 않았다. 3) 산자부와 환경부의 협조 미흡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표원은 자신들의 주장대로 가습기살균제가 「품공법」 및 관련 규정 의 관리대상인 ‘세정제’라고 볼 수 없었다고 할지라도, 「품공법」 제11조 (공산품안전심의위원회)56) 에 따라 정식으로 유관부처 공무원들이 모여 논의하는 공산품전문위원회와 공산품안전 심의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해 가습기살균제의 관리 담당부터 지정하는 등 가습기살균

제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게 조치했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담당자들은 논의할 생각을 하지 않았고 ‘조직화된 무책임성57)’을 드러냈다. 공산품안전심의위원회58) 는 위원 장 1인을 포함한 15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산업통상자원부(기표원)·재정경제부· 환경부·식품의약품안전청 등 공무원 4명, 소비자시민단체 4명, 학계 2명, 업계 2명, 시험 기관 1명 등을 포함한다. 또 전문분야별 기술위원회가 있었고, 인체유해제품·생활용품·

55)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가습기살균제참사가 확인(2011.8.31.)된 이후 가습기살균제를 의약외품으로 지정(2011.12.30.)하여 뒤늦게 관리하기 시작하였다. 보건복지부(의약품정책과)가 2011.12.29. 발표한 “가습기살균제 의약외품 지정’ 고시개정안 공포·시행” 보도 참고자료에 따르면, “현재 가습기살균제가 정부차원의 관리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가습기살균제를 의 약외품으로 지정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의 허가 및 관리를 받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확인된다. 56) 제11조 (공산품안전심의위원회) ①산업자원부장관은 공산품안전관리에 관한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산업 자원부에 공산품안전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를 둔다. (중략) 2. 안전인증대상공산품, 자율안전확인대상공산품, 안전ㆍ품질표시대상공산품 및 어린이보호포장대상공산품의 지정 및 지정의 변경에 관한 사항 3. 안전인증대상공산품, 자 율안전확인대상공산품,

여러 조직들이 서로 맞물려 상호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의 책임인지를 정확히 알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Beck. U. 2014 위험사회(홍성태 역), 서 울: 새물결. 58) 2006.12.24. 전부 개정된 「품공법」 시행에 따라 ‘공산품안전관리위원회’가 ‘공산품안전심의위원회’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43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관련 기준의 제정 및 개정 등에 관한 사항 4. 이 법의 규정에 위반한 공산품에 대한 처분ㆍ조치 등과 관련하여 산업자원부장관이 심의를 요청 하는 사항 (후략) 57) 복잡하게 조직화된 현대사회에서는 사고나 재난의 발생과정에서
안전ㆍ품질표시대상공산품 및 어린이보호포장대상공산품의 시험ㆍ검사를 위한
사고나 재난이

어린이용품·운동레저용품 등 4개 분야로 구분되며, 산업통상자원부·재정경제부·보건 복지부·환경부·공정거래위원회 3급 또는 3급 상당 이상 공무원, 소비자보호원장 지명자, 시민단체 추천자 및 산학연 전문가 20명 이내로 구성됐다.59) 한편 환경부는 2005년 유해화학물질 함유 관리방안 협의 공문을 기표원에 보낸 바 있지 만, 그에 따른 조치는 시행되지 않았던 점도 가습기살균제참사의 인지와 피해지원의 지연 에 영향을 줬던 것으로 판단된다. 2005년 11월 25일 환경부는 기표원에 ‘유해물질 함유 화학제품 관리방안 협의’ 공문을 발 송했다. 공문의 주요 내용은 “가정용 바이오사이드(biocide) 제품의 유효성분·유해성·유 통·관리실태 등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국민건강 및 환경상의 위해를 예방하기 위 해 일부 가정용 바이오사이드 제품에 「품공법」 상 표시 사항이나 함량의 관리가 필요한 사항과 관련해 산자부 기표원에 △「품공법」 상 안전검사대상 확대 및 관리 강화 △표시대 상 제품범위 확대 및 홍보 강화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44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그림 2-1
2005년 환경부 유해화학물질 함유 관리방안 협조요청 공문 59) 기표원. ‘분야별 전문위원회(2001~2011), 생활화학가정용품 전문위원회 명단(2011~2014)’ 2019.9.18.

환경부는 기표원에 「품공법」 소관 표시대상의 제품 범위를 가정용 화학제품으로 확대하

고 주의사항·유해성 등 경고 문구를 표시하도록 해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대국민 홍

보 강화 방안에 대해 적절하게 조치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그 시행을 위한 해당 품목 지정 및 안전·품질 표시기준 마련 시 환경부의 의견을 참고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환경부 유해물질 함유 화학제품 관리방안 협의 공문 관련 연구보고서에 “산업통상자원부 「품공법」에 따른 표시대상 제품 군”으로 ‘가습기살균제’가 특정, 분류돼 있었는데도 이후 제품의 안전관리를 하지 않았다. 나. 질병관리본부 대응의 문제점

1) 질병관리본부 대응 개요

중증 폐질환의 원인이 밝혀진 시점은 피해 사례가 보고된 지 한참 후인 2011년도에 질병 관리본부60)가 원인 미상 폐질환의 원인을 밝히기 위하여 발주했던 「원인미상 급성폐질환 증후군 심층 역학조사」를 통해서였다. 서울아산병원이 수행했던 연구보고서(2011)에 따르면 2004년부터 피해자들은 원인 미상 폐손상을 겪어 폐렴에 준해 치료를 받았지만 호전되지 않았다.61) 이는 국민신문고, 기표 원, 옥시 등의 기업, 판매업자 및 소비자의 민원이 접수됐던 2007년도 및 환경부가 공산품 안전관리를 산업부에 요청한 2005년도보다도 앞선 시기였다. 연구진은 폐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자 후보 목록에서 원인을 하나씩 소거해 가는 방 식으로 역학조사를 시행해 가습기살균제를 ‘역학적 원인’으로 특정했다. 가습기살균제에 60) 질병관리본부는 국가질병연구관리기관으로 2003.12.18. 국립보건원과 13개 국립검역소를 확대 개편한 조직이며 2020.9.12.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된 보건복지부의 외청이다. 이 조사보고서에서는 편의상 ‘질본’으로 통칭한다.

61) 질병관리본부, 원인미상급성폐손상증후군역학조사, 18쪽. 2011.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45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노출된 사람은 노출되지 않은 사람에 비하여 47.3배(교차비 Odds ratio 47.3)62) 위험도가 높다는 결과값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2011년 7월에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 보고했고, 2011년 8월 31일 질 병관리본부는 “가습기살균제가 원인 미상 폐손상의 위험요인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하 면서 “최종 인과관계가 확인될 때까지 가습기살균제 사용 및 출시 자제를 권고하고 원인 이 규명되기 전이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건강 유해 가능성이 인지된다면 사전예방의 원칙 (precautionary principle)에 따라 특정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63)

2011년 11월 11일 질본은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동물흡입실험에서 원인 미상 폐손상 환 자와 부합하는 조직검사 소견이 확인됐다”고 발표하며, 가습기살균제가 폐섬유화 등 중 증 폐질환을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발표하고 6종을 대상으로 제품수거명령을 내렸다.64)

2011년도에 원인 미상 폐질환의 원인을 밝혔던 「원인 미상 급성폐질환 증후군 심층 역학 조사」가 진행됐던 즈음에 “원인 미상 중증폐질환 발생 규모 및 질별 특성 파악을 위한 연 구” 65)도 진행됐다. 초기 임산부 중증 폐렴에 대한 감염병 가능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전 국 규모의 조사 결과, 관련 사례(총 213명, 사망 102명)를 수집했다. 그러나 의무기록을 통한 감 염병 가능성만을 검토하였을 뿐 가습기살균제와 관련성은 의심하지 못했다. 이후 폐손상 신고사례 판정위원회도 가습기살균제와의 관련성은 그 가능성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초 기 임산부의 중증 폐렴 임상 양상과 유사성을 파악하는 판정수준에 머물렀다. 질본은 원인 미상 폐손상의 원인을 가습기살균제로 특정해 2011년 11월 11일 수거 명령 을 발동하고도 피해 신고는 따로 받지 않았다. 가습기살균제로

질병 발생의 위험을 높이는 위험요인 으로 해석되었다. 63) 보건복지부. ‘가습기살균제, 원인미상 폐손상 위험요인 추정’. 질병관리본부 보도자료. 2011. 8. 31.

64) 보건복지부. ‘6종 가습기 살균제, 수거명령 발동’. 질병관리본부 보도자료. 2011.11.11.

65) 질병관리본부. “원인미상 중증폐질환 발생 규모 및 질병 특성 파악을 위한 연구” 서울아산병원. 2006.1월~2011.9월까지 원인미상 중증폐질환으로 분류된 환자.

46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인한 피해가 감염병이 아 니라 생활화학제품에 의해 생긴 건강 문제로 보건복지부의 소관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했 62) 교차비 47.3은 가습기 살균제 사용시 폐손상 발생 위험도가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 비해 47.3배나 높다는 뜻으로 교차비는 환자-대조군 연구에서 관련성을 나타내는 통계학적 지표로, ‘1’보다 크며 특정요인이

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피해 신고를 받기 전 초기 피해 신고는 정부기관이 아니라 시민단

체(환경보건시민센터)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한편 한국환경보건학회는 환경보건시민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174명, 133가족) 가운데 76

가구(95명)를 대상으로 방문조사를 통해 피해실태를 파악했고 2012년 6월에 가습기살균 제 피해자의 노출실태와 건강 영향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동 보고서는 민간 차원에서 수행된 최초의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례조사로 평가되며 정부에 공식적으로 피해조사를 촉구하는 계기가 됐다. 질본은 폐손상 신고사례 판정위원회를 구성했고, 동 위원회는 2012년 7월 ‘의심 사례 확 진자 34명’과의 유사성을 비교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판정기준을 만들었다. 동 위원회는 평가 결과(종합 판정기준)를 ‘부합함(일치), 유사함, 판단 불가, 비해당’으로 구분했다(이 후 ‘부합, 판정 불가, 가능성 없음(비해당)’으로 변경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동 위원회는 성인 신고사례 평가대상자 52명을 판정했다. 소아 신고사례 34명은 평가자 개인별 판정은 마쳤으나 종합판정 결과를 도출하지 못해 최종 판정결과를 피해자에게 통

보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2012년 10월 질본은 전문 분야별 민·관 공동 22명의 위원을 위촉해 폐손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질본과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에 피해 의심 신고를 한 피해자 361명을 대상으로 피해판정을 시행했다.

2) 사전예방원칙의 소극적 적용에 따른 사용자제 권고 등 적기 미조치 질본이 교차비(Odds ratio) 47.366)이라는 결과를 확보하고, 환자의 임상증례가 흡입에 의한 기관지 손상이라는 점과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피해 사이 시간적 선후 관계도 확인하는 언론발표를 했던 시기는 2011년 7월 13일이지만, ‘사용 및 출시 자제 권고’라는 ‘최소한’의 행정

47
지원
보고서
소위원회
조치를 취한 시기는 8월 31일로
66) 박진영,
한 달 반 넘게 소요됐다. 이는 질본의 발표와는 달리,
가습기살균제참사의 지식 정치-피해 판정 기준의 형성과 재구성을 중심으로-, 박사학위논문, 2022. 63쪽에 따르 면, 교차비(Odds ratio) 47.3과 관련 “역학자로 죽었다 깨어나도 볼 수 없다”는 진술을 확보하였다고 한다.

표 2-5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인한 질병” 신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법률 제12444호, 2014. 3. 18., 일부개정]

제18조(역학조사) ① 질병관리본부장, 시ㆍ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 구청장은 감염병이 발생하여 유행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면 지체 없이 역학조사를 하여야 한다.

사전예방의 원칙에 위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법률 제13392호, 2015. 7. 6., 일부개정]

제18조의2(역학조사의 요청) ① 「의료법」에 따른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의 장은 감염병 또는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인한 질병이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것이 우려되는 경우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ㆍ도지사에게 제18조에 따른 역학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

질본은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며 최종 결과를 동물실험 이후로 미룸으로써 결과적으 로 위험을 회피할 시간을 지체한 것이다.67) 따라서 7월 13일 이후 8월 31일 사이 가습기살 균제를 신규로 구매하거나 계속 사용한 소비자의 건강피해는 ‘적기’에 주의·예방조치를 하지 않은 질본에 그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다.

3)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등 미실시로 인하여 피해실태 파악 지연

2011년 4월 질본의 역학조사부터 2012년 10월 폐손상조사위원회의 판정 기준 수립 과정 까지의 시기 동안, 질본은 역학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당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시행 2010. 12. 30.] [법률 제9932호, 2010.1.18., 타법개정]에 따르면, “감염병이 아닌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인한 질병”에 대해 역학 시행할 법적 근거가 미약한 것으로 판 단했기 때문이었다. 2019년 위원회가 시행한 ‘청문회’에서 질본의 역학조사 담당 과장68)은 “원인 미상 질환의 경우 역학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은 2015년 7월로 그전까지는 안타

명칭 변경됨

2019년도

48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고 진술했다. 질본의 입장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건강피해는 감염병이 아니라 ‘알 수 없는 원인으로 67) 언론보도, 시사 IN ‘가습기 살균제 위험성, 50일 늦게 알려진 이유’. 2016. 6. 20. 68) 역학조사과 → 위기대응총괄과 → 위기대응생물테러총괄과로
깝게도 법령상 근거는 없었다”69)
69) 위원회.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 속기록 475쪽

인한 질병’이므로 역학조사를 할 수 없었고 나아가 어떤 행정 조치를 할 권한이 없어 ‘피

해실태 조사’까지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질본은 ‘원인 미상 폐손상’ 피해자 대책에 관한 질문에서 “피해자와 제조사 사이 개별 소송에 의한 배상문제로 해결되는 것 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질본은 폐 손상 신고사례의 판정위원회 판정결과가 나올 때까지 가습기살균제 노출에 관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 2011년 8월 31일 발표 전후로 질본은 임산부와 유사한 중증폐 렴을 조사하였을 뿐 가습기살균제 사용 여부 등을 조사하지 않은 것이다. 또 2011년 11월 11일 ‘폐 손상 신고사례 판정위원회’는 질본에 접수된 신고사례를 판정하고자 판정 기준 을 만들었지만, 여기에 가습기살균제 사용 및 노출 여부 확인은 없었다. 결국 이 판정은 2011년 4월 확인된 임산부 중증 폐렴과 유사한 폐 손상 상태를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4) 초기 특정 폐질환으로 한정한 한계 및 피해지원 논의 부재 가습기살균제가 원인임을 밝혔던 2011년도 서울아산병원의 “원인미상 급성 폐 손상 증후 군 심층 역학조사(책임연구원: 이무송)” 연구에서 의심사례 확진자 34명을 확인하게 된다. 질본이 운영한 조사판정위원회는 ‘의심사례 확진자 34명’의 폐손상과의 유사성에 기대 피해 판정을 하는 등 질본의 초기 특정한 폐질환을 중심으로 피해 사례를 판단하는 기준은 이후 에도 한참 동안 지속된다. ‘소엽중심성 섬유화를 동반한 폐질환’에 해당되는지가 피해자로 인 정받는 중요한 척도가 됐고, 폐질환 이외의 다른 질환에 대한 피해인정이 진행되지 않았다. 한편 상기 연구를 통해 확인된 ‘의심사례 확진자 34명’에게는 조사·연구 과정과 결과에 대해 안내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확인됐다. 2019년 청문회에서 증인 전병율 질본 본부장 은 “개별적 피해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70) 34명에 대해서 질본과 서 울아산병원, ‘폐손상조사위원회’ 어디서도 이들에게 접수 및 판정 안내를 하지 않았다. 위 원회가 파악한 바로는71) 34명 중 8명은 질본의 1차 조사에 피해신고를 하지 않았고, 환경

49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70) 위원회, 2019년도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 속기록, 477쪽 71)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살균제종합지원센터-646(2019.2.14.) 「위원회 요구자료 제출」 “붙임: 폐질환판정자 종합자 료(원본데이터)”_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과-152(2019.2.14.)

부의 2·3차 조사에 가서야 피해 신고가 이뤄졌다. 이는 청문회72)에서도 다뤄졌다.

질본은 자신들의 역할을 피해판정 업무라고 여기고 피해지원은 자신의 역할과 무관하게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원인 미상 폐손상질환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것이라는 사

실이 드러난 후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는 등 후속 조치 마 련에도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2011년 4월 25일 역학조사 접수부터 폐손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한 2012년 12월 6일까지 가습기살균제참사와 관련한 조사는 폐질환 중심이었다. 그에 따라 폐손상조사위원회 제

9차(2013.9.5.) 및 제12차(2014.1.28.) 회의에서 폐질환 피해판정 4단계 구분이 결정됐다. 하지만 4단계 판정 기준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 중 중증 폐 섬유화에 기반한 ‘특정 폐질환’ 중심의 피해에 국한해 다양한 폐질환 증상 및 폐외 질환들에 대한 고려가 충분하 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였다. 임종한 당시 폐손상조사위원회 위원은 초기에 결막염이나 피 부질환, 간기능 이상 등의 질환도 알려졌지만 경미해 주목받지 못했다고 진술했다.73) 특정 폐질환 중심의 피해등급판정 단계구분 체계가 조사·판정기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상당 기간 1·2단계 인정자만 법령에 따라 피해자로 인정됐고, 3·4단계 피해자는 법적인 피해자 가 아닌 ‘상당 지원 대상자’로 분류됐다.74) 당시 질본은 추가조사를 요구하는 위원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위원들이 전원 사퇴 의사를 표명하는 사건도 있었다. 폐손상조사위원회 2013년 6월 5일 6차 회의에서 질본 역학조사과장은 ‘폐손상환자 판정’이라고 발언함으로써 폐손상 이외의 질환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약했다고 볼 수 있다. 또 그는 ‘판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는 재심 불가, 조

질병 간의 인과관계 개 념도 포함되어 있었으므로, 특히, 3, 4단계 피해자들의 경우 이후의 법정 소송 등 여러 측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였다. 한 편, 초기의 등급 구분은 가습기살균제참사가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사례였으므로, 초기 신속하고 원활한 피해지원을 위해서 는 불가피하였다는 의견도 있다.

50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72) 위원회, 2019년도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 478~479쪽 73) 임종한 “답변-폐손상조사위원_서면질의” 2020.8.26. 74) 이후 특별법의 개정으로 모두 피해자로 인정받게
때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사의 목적은 폐손상환자 판정임’이라고 단정하기도 했다.
되었지만, 애초에 구분될

한편 당시 폐손상조사위원회에서 폐질환 중심으로 판정 기준이 마련된 것은 부득이한 것

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정해관은 “당시 가장 절박한 문제는 실질적인 보상판정을 할 수 있

는 진단기준 수립이었고 폐 이외의 질환을 검토하기에는 자료가 없었다.”라고 주장했다.75)

이무송도 “원인불명 사건에 대해서 조사 시 모든 것을 동시에 진행할 수는 없었다”라고 진 술했고 “(중략)추가적으로 전체 환자로 확장하기 위해 그다음 단계로 진행된 것이 폐손상조 사위원회였다”라고 밝혔다.76) 그렇지만 4단계 판정 기준이 고착화되면서 중증 폐질환 이외의 태아 피해와 천식·기관지 확장증·폐렴 등의 질환이 있는 피해자에 대한 판정이 늦어졌고, 그에 따라 여러 질환에 대한 피해지원 또한 미뤄지게 됐다. 중증 폐질환에 있어서도 특정한 증상을 중심으로 판 정이 이뤄지면서 중증 폐질환 중에서도 피해인정이 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다. 4단계 판 정 기준은 이후 피해지원특별법의 구상권 조항과 결부돼 의학적으로 비교적 명확하다고 여기는 사례들만을 대상으로 피해지원이 이뤄지게 됐고, 일부 폐질환을 중심으로 하는 협소한 피해인정과 소극적인 피해지원 행정을 초래하는 데 일조했다. 다. 참사 초기 범정부 차원의 피해지원 회피 2011년 8월 31일 질병관리본부는 태아 및 임산부 집단 사망사건에 관해 “원인 미상 폐질 환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 가습기살균제가 위험요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히며, “최종 인과 관계가 확인될 때까지 가습기살균제 사용 및 출시 자제를 권고”했다.77) 이후 2011년 11월 11일 질본은 가습기살균제가 폐섬유화 등 중증 폐질환을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발표하고 6종을 대상으로 제품수거명령을 내렸다.78) 2011년 11월 16일 환경부는 ‘생활용품 관련 유해화학물질 관리현황 및 개선방안’ 79)을 마

78) 질병관리본부 ‘6종 가습기 살균제, 수거명령 발동’ 보도자료. 2011.11.11.

79)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과-337(2020.4.7.) [직라-1] 자료 제출요구서(관계부처회의 결과 통보 관련), 가습기살균제피해지 원과-358(2020.4.10) 국무조정실 안전환경정책과-135 [직라-1] 자료 제출요구서(관계부처회의 결과 통보 관련)에 대한 회신, 붙임1_111209_제4차 서민생활대책점검회의 결과, 붙임2_120106_관계차관회의

51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정해관
이무송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75)
폐손상조사위원 / 지위 특정 위원회 질의서 회신 2020.8.27. 76)
폐손상조사위원 서면질의 답변 2020.8.25. 77) 질병관리본부 ‘가습기 살균제, 원인미상 폐손상 위험요인 추정’ 보도자료. 2011.8.31.

련했고, 2011년 12월 9일 국무총리가 주재한 제4차 서민생활대책점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생활화학용품 안전관리 종합계획’ 80)을 마련해 발표한다.

하지만 두 대책은 화학물질 관리와 생활화학용품 안전관리에 관한 대책이었고 가습기살

균제 피해지원과 관련한 대책은 아니었다.81) 2012년 1월 6일 국무총리실 주재의 관계부처 합동회의에서 정부의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대응 방향(안)’이 논의됐다.82) 회의 개최에 앞서 2011년 11월 30일 가피모와 시민단체에서 피해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제출 했고, 일부 시민단체에서 소비자 집단분쟁조정 신청을 준비하자 쟁점별 소관을 정하고 대 응하기 위해 개최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2012년 1월 6일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대응방안 회의83)에서 정부가 검토한 주요 쟁점사항을 살펴보면, 가습기살균제참사의 국가배상 책임에 관련해 “국가배상법상 법령

위반 요건에 해당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국가 책임이나 국가의 손해배상 의무를 인정하 지 않았다.

따라서 국가의 기금조성 주장에 대해서도 제조업체가 특정돼 있고 제조업자의 배상능력

이 있으므로 국가의 기금조성은 부적절하다고 보았으며, 업체의 법적 책임이 확정되지 않 아서 업체를 통한 조성도 어려운 것으로 판단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희귀난치성질환 으로 지정해 긴급히 지원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도 2011년 11월 1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원 회 결정에 따라 지정하지 않기로 했고, 질병의 인과관계가 확인됐으므로 생애추적관리도 필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80)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과-1662(2019.12.5.) [직라-1] 관련자료 제출요구서(가습기살균제 업무관련 보고자료), 가습기살 균제피해지원과-1698(2019.12.13.) 환경보건정책과-5658(2019.12.13.) 위원회 자료제출 붙임_관련자료zip_생활화학 물질 관리방안(2011.12.9.비전자문서)

거의 관련이 없었다. 82)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과-337(2020.4.7.) [직라-1] 자료 제출요구서(관계부처회의 결과 통보 관련), 국무조정실 안전환경 정책과-135 [직라-1] 자료 제출요구서(관계부처회의 결과 통보 관련)에 대한 회신 (별첨 자료 확인 필요)

83)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과-1662(2019.12.5.) [직라-1] 관련자료 제출요구서(가습기살균제 업무관련 보고자료), 가습기살 균제피해지원과-1698(2019.12.13.) 환경보건정책과-5658(2019.12.13.) 위원회 자료제출 붙임_관련자료_사고대응 부 처협의결과(2012.01.06.비전자문서)

52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81)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이후 화학제품을 심사ㆍ평가, 적절하게 관리하기 위하여 2013년에
화학물질등록평가법〔법률 제 11789호〕〔시행 2015.1.1.〕이 제정되었지만,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지원과는

피해자-기업-정부 간 간담회를 주선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일부 시민단체와 법무법 인이 공동으로 소비자 집단분쟁조정 신청을 준비 중이므로84) 정부가 주체가 되는 간담회 보다는 정부가 제3자로서 분쟁을 중재하는 조정절차를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다만 보건복지부가 질병관리본부 및 전국 보건소를 통해 의심사례를 접수(2012.1.4. 기준 133 건 접수) 중이므로, 가습기살균제 피해 여부 확인 요청 시 의료진과 학회의 협조를 거쳐 환 자에 해당하는지는 확인해 주겠다는 입장이었다.85)

2012년 11월 16일 국무총리실의 주재로 개최된 차관회의는 관련 부처인 환경부와 복지 부의 차관이 배석하여 진행되었으며, 이 회의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 률 제정과 관련해 그간 이원화돼 운영 중이던 유해화학물질과 이를 함유한 제품의 안전 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하기 위한 것으로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2021.10.14. 시행] [법률 제18034호, 2021.4.13., 일부개정](이하, 화평법) 제정 전까지 인체·건 강과 밀접하지만, 현재 관리 사각에 놓인 11개 품목에 대한 관리부처 조정도 논의됐다. 2019년 11월 13일 위원회 조사 시 정연만 전 환경부 차관은 “환경부는 2012년 11월 16일 개최됐던 생활화학가정용품 관계 부처 차관회의86)에서 화학제품에 대해서는 환경부가 관리해야 참사에 대해서 피해 지원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화평법 대상에 생활화학가정 용품까지 포괄하려 했는데 산자부의 반대로 생활화학가정용품 관리가 환경부로 넘어오 지 못했다” 87)고 진술했다. 이와 같은 환경부의 입장은 2013년 화평법이 통과돼 2015년도에 시행된 이후에야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생활화학가정용품이 환경부 관할로 넘어왔기 때문에, 그 이전에는 환경부 책임이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84) 당시 환경관련 시민단체와 일부 법무법인은 공동으로 환국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에 소비자집단분쟁 조정을 신청 준비 중이었다. 85)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과-1662(2019.12.5.) [직라-1] 관련자료 제출요구서(가습기살균제 업무관련 보고자료), 가습기살균 제피해지원과-1698(2019.12.13.) 환경보건정책과-5658(2019.12.13.) 위원회 자료제출 붙임_관련자료zip_사고대응 부 처협의결과(2012.01.06.비전자문서)

86) 관계차관회의 2012.11.16.

87) 정연만 진술조서. 2019.11.13.

53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을 위한 참사 초기의 회의 결과를 종합해 보면 결국 정부는 참사

가 ‘국가 책임이 아니다’라는 기조를 내세웠고, 피해 사항을 접수하고 피해 규모를 확인하 는 것 외에는 최소한의 피해지원도 제시하지 않은 채 피해지원에 대해 소극적인 행정으로

일관했다고 볼 수 있다. 또 피해의 확인과 피해지원을 위한 노력보다는 각 부처의 관할 범 위와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부처 이기주의’로 인해 피해지원 또한 지연됐다고 판단된다.

3. 정부의 피해지원 특별법 제정 반대 및 제한적 피해지원 가. 특별법 발의에 대한 정부의 반대

1) 환경부의 환경성 질환 지정 부결 현재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질환들은 환경성 질환으로 인정돼 피해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환경부는 환경성 질환을 전제로 한 특별법 제정을 한동안 반대했고, 이후 정부방침에 따 라 환경성 질환을 인정하고 환경보건법 고시를 근거로 피해지원을 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여론 등 사회적 압력이 증가함에 따라 피해지원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2017.8.9. 시 행] [법률 제17102호, 2020.3.24., 개정]이 제정되기에 이른다. 이러한 흐름으로 인해 환경성 질환으로 빨리 지정했어야 한다는 논리와 함께 ‘환경성 질환’ 만이 부각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본질적 문제는 환경성 질환 인정 유무가 아니라 정부가 초기에 피해지원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초기에 환경성 질환이 아니 라 다른 방식을 통해서라도 피해에 대한 인정과 피해지원이 조속하게 이뤄졌어야 했다. 환경부는 초기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해 환경성 질환임을 부정하며, 피해지원 업무 가 환경부의 관리책임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했다. 2012년 6월 25일 시민단체(환경보건시민센 터)가 「환경보건법」 [시행 2021.7.6.] [법률 제17855호, 2021.1.5. 일부개정] 제19조에 의거한 피해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민원을 제기했고, 환경부는 회신 공문에서 “피해가 환경오염 에서 기인한 것이라기보다는 특정 제품의 사용 과정에서 나타난 피해인 점을 감안할 때, 제조물의 결함과 관련된 법령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명기해 「환경보건법」제19조에 따른 환경성 질환 적용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표명한 바 있다.

54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2012년 11월 28일 환경부 소속 제8차 환경보건위원회에서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를 환 경보건법상 ‘환경성 질환’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심의하게 된다. 안건으로 심의됐던 배경은

2012년 10월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의원과 장하나 의원이 「환 경보건법」 제9조에 따라 구성·운영되는 환경보건위원회의 안건으로 ‘환경성 질환 지정’을 상정할 것을 요청했고, 환경부의 ‘환경성 질환 적용 불가 입장’ 이후에도 시민단체가 지속 적으로 환경성 질환 지정과 피해지원을 요구하는 민원(2012.7.과 2012.10.)을 제기했기 때문이 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를 환경성 질환으로 지정하는 안건에 대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자들은 호소할 곳이 없으므로 환경성 질환으로 지정해 폭넓게 보고 정부가 책임져야 한 다”는 일부 의견도 있었지만, 대다수 위원은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반대의 이유로는 “가습 기살균제는 식약청이 의약외품으로 관리하고 「품공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관리되는 사 항이라는 점”, “개인의 관리책임 영역에 있는 사항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소비자가 스스로 판단해 사용했으므로 환경성 질환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 “가습기살균제는 「품공법」에 서 공산품으로 관리되므로 환경성 질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 “환경성 질환으로의 지 정은 환경보건법 체계에 맞지 않다는 점” 등이 제시됐다. 결국 제8차 환경보건위원회에서 는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를 환경성 질환으로 지정하는 안건이 부결된다.

2) 국회의 특별법안 발의와 정부의 반대 기조 가습기살균제가 원인 미상 폐질환의 원인으로 밝혀지고 2011년 11월 11일 6종에 대해 제 품수거명령이 내려진 이후, 피해지원을 위한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된다. 2012년 보건복지 위원회 및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정부에 원인 규명 및 피해자 구제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2013년 2월 25일 18대 대통령 취임으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즈음, 가습기살균제참사와 관련해 과거 정부의 부실한 대처로 ‘진상규명 및 피해지원 부재’, ‘정부 부처 간 책임 떠넘 기기’, ‘유해화학물질 관리 실패’ 등 정부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 습기살균제참사 대책 수립 등을 촉구하기 위해 국회에서는 2013년 3월 25일 가습기살균 제피해자 구제를 위한 결의안(심상정 의원 등 26인)이 발의됐고, 2013년 4월 29일 재석 213인 중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55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93% 찬성으로 통과됐다.

2013년 4월 18일 장하나 국회의원은 ‘가습기살균제의 흡입독성 화학물질에 의한 피해구 제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을 시작으로 이언주 의원(5월 7일, 민주당), 심상정 의원(6 월 10일, 진보정의당), 홍영표 의원(6월 14일, 민주당) 등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와 관련된 특별법이 4 개 발의됐다. 국회에서 법안이 발의되자, 정부는 2013년 5월 23일 법제처 주재로 관련 부 처(국무총리실·법무부·안전행정부·보건복지부·환경부·식품의약품안전처·질병관리본부)가 참석하는 정부입법정책 협의회를 개최해 국회에서 발의된 ‘가습기살균제의 흡입독성 화학물질에 의한 피해구제 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각 부처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하게 된다. 당시 정부는 가습기살균 제 사례가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구제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이 법안에 무조건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정부는 피해자들의 구제 필 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특별법 제정에서는 “필요하다”는 입장(보건복지부)과 “신중한 검토가 필 요 또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법무부·기획재정부·식품의약품안전처)으로 갈렸다. 환경부는 이전 정부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환경성 질환으로 지정해 지원하는 방안에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위 정부입법정책협의회에서는 국가에 의한 피해구제 필요성을 긍정 하는 의견을 제시했다(2013년 6월 5일자 국무조정실 자료에도 환경부는 ‘입법 미비로 인한 다수의 인명피해 발생, 사법 구제의 어려움, 경제적 부담 등을 고려, 피해구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라며 피해구제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88)

▶ 2013.5.23. 법제처 정부입법정책협의회 각 부처 의견 (환경부) 재정부담, 형평성 문제 등으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나, 사회적 관심 고조, 피해자들의 경제적 어려움 등을 고려할 때 국가가 피해를 구제할 필요가 있음 (보건복지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에 대한 입법취지 공감,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등 현행 법률상 지원근거가 취약하므로 입법 필요성이 있음 (법무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지원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제조물 책임에 대한 국가의 피해구제는 처음이고, 다른 유사사례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여 신중한 검토가 필요함 (식품의약품안전처) 형평성에 반하고, 유사 개별법 양산 가능 및 국가의 부담 가중을 고려할 때 특별법 제정은 바람직하지 않음 ※ 서면의견(기획재정부) -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는 제조업체와 개인 간의 문제로 특별법을

56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통한 구제는 국가의 과잉 개입, 이와 관련한 소송이 계속 진행 중인 상황임을 감안하여 법제정은 시기상조 88) 국무조정실 자료(환경부의 입법필요성에 대한 의견) 2013.6.5. 그림 2-2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법안에 대한 각 부처 의견

환경부는 2013년 5월 23일 법제처 정부입법정책협의회 이후 피해구제가 필요하다는 입장

으로 선회한다. 당시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장은 “환경부는 2013년 초까지는 환경성 질

환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유지했으나, 2013년 5월 23일 법제처 정부 입법정책협의회 회 의부터 2013년 6월 21일 미래전략수석실 대통령 보고문서 작성에 이르기까지 입법을 통 해 피해구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89)고 진술했다. 당시 환경부 차관은 “2012년 이명박 정부에서는 국가지원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고, 2013년도 박근혜 정부 초기 총리실 4월 회의에 이전 이명박 정부에서 결정한 사항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었다. (중략) 2013년 4월 국회에서 특별법이 발의되자 국회의 요구 등을 고려하니, 환경부가 피해자 지 원을 하지 않는 것을 유지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입장이었다” 90)고 진술했다. 결국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안은 2013년 6월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 체회의 토론을 거쳐 법안소위에 회부됐지만 “부처 간 이견이 있다”는 이유로 소위 상정이 거부됐고, 이후 3년간 계류됐다가 2016년 5월 26일 제19대 국회 회기종료로 폐기됐다. 국 회의 특별법 발의와 함께 정부책임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2013년 6월 5일 당정협의에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여당이 대안 없이 반대만 할 수 없 는 상황으로 정부 차원의 대책 수립”을 요청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는 2013년 6월 21 일 가습기살균제 구제방안(미래전략실)의 박근혜 대통령 보고에서 “결론: 관계부처장관회의 를 거쳐 정부방침을 확정하고, 당정 협의를 통해 정부(안)에 동의를 확보해 국회에서 특별 법이 제정되지 않도록 공동대처”라고 명기하며 특별법 제정 반대가 정부의 방침임을 명확 하게 하였다. 그리고 2013년 7월 26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원 정부(안)보고(미래전략실, 경제 수석) 문건에서도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환경보건법 제20조에서 규정하는 “환경유해인자 로 인한 피해에 대해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환경보건법 시 행령을 개정해 구체적인 구제절차 등을 규정”하기로 했다. 이러한 경과에 의하여 피해지원 의 근거규정으로 환경보건법에 따른 고시가 2014년 4월 11일 제정됐지만 그때까지 피해 지원은 지연됐다고 볼 수 있다.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89)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과-1525, 이호중 진술조사 결과보고

90)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과-1595, 정연만 진술조사 결과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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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결정

정부가 특별법 제정을 반대하기로 기조를 정하는 가운데, 2013년 5월 23일 법제처 정부입

법정책협의회 이후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환경성 질환으로 지정해 국가가 피해

를 구제할 필요가 있다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꾸게 된다. 국회의 특별법 발의 등 정부 책임 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2013년 6월 5일 당정협의에서 당시 여당(새누리당)도 “인과관계 확 인(질병관리본부), 가습기살균제 구제안 국회통과 등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여당이 대안 없 이 반대만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정부 차원의 대책을 수립”을 요청했다. 2013년 6월 5일 국 무조정실자료에서도 환경부는 “입법 미비로 인한 다수의 인명피해 발생, 사법 구제의 어려 움, 경제적 부담 등을 고려, 피해구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하면서 피해구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91)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환경성 질환으로 보고, 특별 법이 아닌 하위규정(고시)에 의해 피해지원을 하겠다는 정부의 기조는 2013년 6월 21일 가 습기살균제 구제방안(미래전략실), 2013년 7월 26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지원 정부(안)(미래전략 실, 경제수석) 등 2건의 대통령 보고문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Ⅱ. 법률 제정 필요성에 대한 의견

현존 과학·기술·입법의 한계로 인한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사고로 의약품 분야에서도 이러한 사례 빈발 ◆ 이명박 정부에서는 진행중인 소송(3건)의 결과에 따라 대처하는다는 소극적 자세를 견지

◻ 법률 제정에 동의하되, 재정 부담 최소화(복지부, 환경부 등) ◦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의심사례 및 다수의 피해자 발생 - 건강피해·경제적 부담으로 피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으나, 민사소송에 맡겨둘 경우 소송의 장기화로 피해자의 고통 지속 ◦ 제품의 안전성을 관리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제품에 대한 독성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함

58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의한 피해자들과의 형평성 문제 발생 우려 ◦ 화학물질의 위해성을 전부 알고
존재 ※ 전세계적으로 한해에 500만 종 새로 합성, 2천여 종 상품화, 유해성 확인 후 사용되는 것은 4백여 종, 위해성
수면제, 임산부 입덧 진정제로 시판한 탈리도마이드로 1만 2,000명의 기형아 출산 보고 ※ ’68년 인본 카네미社 식용유에 PCB 혼합으로 흑색색소 침착 등 피부병 발생 ⇒ 경제현안점검회의 등 정부내 의견 조정 결과 법리적 문제 등을 감안하여 법률 제정은 신중하게 검토하되 기존 제도를 활용·보완해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원방안 강구키로 함 그림 2-3 가습기살균제 구제방안 미래전략수석(2013.6.21.) 91) 2013.6.5.국무조정실 자료(환경부의 입법필요성에 대한 의견) 3) 환경성 질환으로 입장 선회 및 특별법 대신 고시 활용한 지원
원인물질과 피해 간의 인과관계 공식확인(’12.2.2)
법률 제정보다는 현행 제도 내에서 지원방안 강구(기재부 등)
특별법으로 지원할 경우 향후 유사입법 양산 가능성 및 다른 제조물에
사용하기에는 과학적 한계
평가 후 사용되는 것은 30여 종에 불과
해외 사례에서도 先 소송, 後 국가 지원 방식으로 문제 해결
’57년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원 정부[안] 보고(미래전략수석, 경제수석, ’13. 7. 26.) 서면으로 보고드린 대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구제를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는 대신 기존 제도를 활용해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마련하고 이를 보고드림 ◻ 피해자 지원의 기본원칙 ◦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원인자(사업자)에게 있으며, 국가의 지원은 피해자에 대한 공적 부조 차원임을 명확히 규정 ◦ 국가가 구제급여를 지급할 수 있는 요건을 엄격히 규정하고 지급한 급여의 범위 내에서 원인자에게 구상권 행사 ◻ 지원근거

지방자치단체는 환경유해인자로 인한 국민의 건강 피해를 예방관리하기 위하여 필요한 행정적·제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

◦ 지원소요(추정) : 최대 160억 원 수준 (3년간)

* 생존자(274명)에 49백만 원,사망자(120명)에 22백만 원 지원 가정

* 질병관리본부 인과관계 조사 결과에 따라 피해자 및 지원소요 확정

◦ 재원 : 14년도 예산 (환경부 소관)

* 복지부 「재난적 의료비지원사업」 자금(13년 600억 원) 일부 활용 가능성 검토

⇒ 관계부처장관회의를 거쳐 정부방침을 확정하고 당정협의를 통해 정부(안)에 동의를 확보하여 국회에서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도록 공동 대처

그림 2-4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제방안(미래전략수석. 2013. 7. 26.)

시 치료를 위해 지출한 비용을 유족에게 지급하기로 했다(지원 소요경비는 3년간

160억 원 수준으로 추정). 정부는 이 안을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거쳐 정부방침으로 확정하고 당정협의를 통해 당 의 동의를 확보하면서 국회에서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도록 공동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2013.6.19.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에 회부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안은 ‘부처 간 이견’을 이유로 이후 3년간 계류되다가 제19대 국회 회기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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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마련 ◦ 「환경보건법」제20조를 넓게 해석하여 특별법 제정없이 피해자 지원 ※ 제20조(국가 등의 지원) 국가와
환경보건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구체적인 구제절차 등을 규정
지원방안
(생존자) 의료비에 해당하는 요양급여만 지급 (사망자) 생존 시 치료를 위해 지출한 비용을 유족에게 지급 * (의원발의 특별법안) 생활수당,특별유족조위금,특별장의비 등도 지급
위 정부안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원인자(사업자)에게 있으며, 국가 의 지원은 “피해자에 대한 공적 부조 차원”임을 명확히 했다. 이에 구제급여 지급요건을 엄격히 규정하고 지급한 급여의 범위에서 원인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또 특별 법을 제정하는 대신 환경보건법령 개정을 통해 지원의 법적 근거와 함께 구체적인 구제절 차를 정하기로 했다. 지원내용은 생존자에게 의료비에 해당하는 요양급여만 지급하고, 사 망자에게 생존

환경부가 기존의 입장을 번복한 것은 자체적인 판단이라기보다는 미래전략수석 대통령 보고 등 상부의 지시를 따른 것임은 당시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장 진술 조사 등에서도 확인된다. 환경보건정책과장은 “환경부는 2013년 초까지는 보건복지부나 산자부가 피해

지원을 해야 할 참사로 환경성 질환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유지했으나, 정부 기조에 따 라 2013년 5월 23일 법제처 정부입법정책협의회 회의부터 2013년 6월 21일 미래전략수석 실 대통령 보고문서 작성 시까지 국가가 피해 구제할 필요가 있으므로 지속적으로 입법 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으로 변화됐다” 92)고 진술했다. 결국 특별법 대신 기존 제도인 「환경보건법」으로 피해자를 지원하는 방침에 따라 환경 부는 제11차 환경보건위원회(2013.10.23.~10.29.)를 개최해 서면심의를 통해 가습기살균제 피 해를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화학물질로 인한 피해’로 판단하고 ‘환경성 질환’으로 지정 했다.93) 피해지원을 위한 근거 규정으로 2014년 4월 11일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화학 물질로 인한 폐질환의 인정 및 지원기준 등에 관한 고시」[시행 2014.4.11.] [환경부고시 제 2014-61호, 2014.4.11. 제정]가 제정된다. 상기 사항들을 볼 때 환경부가 가습기살균제참사의 피해지원을 맡은 것은 환경부 자체의 판단이 아니라 사회의 압력과 미래전략실 문서 계획에서 더욱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 담당자는 “특별법 제정이 안 되는 쪽으로 정부가 결정하니 환경 부에서 다른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진술했다. 미래전략실 문서 계획의 영향으로 환경부가 관련 업무를 진행하게 돼 피해지원이 가능하 게 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당시 사회적 분위기로는 가습기살균제참사에 대해 정부가 대책 을 수립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므로 특별법을 무산시키고 담당 부처를 뒤늦게 지정한 것은

제8차 회의에서 부결된 사항으로 재지정의 필요성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위원의 의견이 있어 향후 위원회(제11차)에 서 심의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하였다.(제10차 환경보건위원회 회의록. 2013.8.12.)

60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충분한 검토와 준비 없이 정치적 논리에 밀려 결정됐기 때문에 환경 부의 의지와 역량 부족 문제에 대한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92)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과-1525, 환경부 담당자 진술조사 결과보고 93) 제10차 환경보건위원회(2013.8.12.)에서 가습살균제피해를 환경성질환 지정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해당안건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또 당시 피해지원을 하는 데 어떠한 부서가 가장 역량이 있 고 준비됐는지보다는

나. 특별법 대신 환경보건법 고시에 근거한 제한적 피해지원

1) 고시 결정 과정 2013년 8월 14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가습기살균제 정부지원방안계획(안)이 안건으로 상정됐고, 국무조정실·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환경부 등이 이 회의에 참석했다. 안건자 료에는 “제품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로서 당사자 간 소송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원 칙이라는 일부 의견이 있으나, 과학지식의 한계, 제품관리 및 입법 미비 등으로 인한 다수 의 인명피해 발생, 경제적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 다. 이외에도 “국가기관에 의해 인과관계 공식 확인, 환경유해인자로 인한 피해에 대한 적 정한 보상제도 부재, 국회결의안 채택 등 피해자 지원에 대한 사회적 여론 형성”도 국가지 원의 필요성으로 언급돼 있다. 기본방향으로 “국가는 공적 부조 차원에서 의료비를 지원하고 추후 피해 발생원인제공 자에게 구상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지원 근거로 환경보건법 20조에 “국가와 지방자치단 체는 환경유해인자로 인한 국민의 건강피해를 예방·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행정·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으므로 “환경보건법 20조의 예방·관리에 의료지원도 포 함하는 것으로 넓게 해석하고 시행령을 개정해 세부내용·절차 등을 규정하겠다”는 내용 도 담겨 있다. 지원 내용은 생존자에게는 “실제 지출된 의료비 및 향후 소요되는 의료비” 를, 사망자에게는 “피해로 인해 실제 지출된 의료비를 유족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돼 있 다. 계획에는 후속 조치도 포함됐다. 민간전문가 위주로 구성된 폐손상조사위원회에서 4 단계로 나눠 판정할 계획(복지부), 환경보건위원회를 개최해 환경성 질환으로 지정할지를 심의하고 지정 시 환경보건법 시행 규칙 개정 추진(환경부), 환경보건법 관련법령을 개정해 향후 구상권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환경부), 향후 3년간(2014년~2016년) 160억 원이 소요될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61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으로
확정됨에 따라 환경부 는 2014년 4월 11일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화학물질로 인한 폐질환의 인정 및 지원기 준 등에 관한 고시」[시행 2014.4.11.] [환경부고시 제2014-61호, 2014.4.11., 제정]를 제정했
추정되는 지원예산 확보(기재부, 환경부), 유사사례 방지 대책 강구(환경부) 등의 내용이 포 함됐다.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정부 지원 계획(안)’이

다. 그런데 피해지원은 일부 의료비 중심의 제한적인 것이었다.94) 2014년 3월 7일 환경부 제13차 환경보건위원회 회의95)에서 위 정부 지원계획96)에 따라 구상권 행사가 현실적으

로 가능한 1·2단계 대상자에게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회의 당시 3단계(가능성 낮음)도 지원 대

상에 포함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정부 지원은 구상권 행사를 전제로 한 것이라는 이유 로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당시 회의에서 당시 고용노동부 과장은 “고용부의 사례를 볼 때 ‘가능성 낮음’ 단계를 지원 하지 않을 경우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으나 최종결정에 반영되지 않았다) 97) 4단계의 경우 도 가습기살균제와 관련성이 조금이라도 있거나 영향이 아니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면 지 원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소수 의견으로 최종결정에 반영되지 않았 다. 구상권 행사의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한 피해지원 대상의 한정은 피해자에 대한 공적 부조 차원임을 명확히 규정했고, 국가가 구제급여를 지급할 수 있는 요건을 엄격히 규정 하고 지급한 급여의 범위에서 원인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한다는 정부 입장(2013.8.14. 정부지원 계획안)을 충실히 따른 것이다.

2) 고시에 따른 피해지원의 문제 가) 폐질환 1, 2단계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비’ 중심의 제한적 피해지원 가습기살균제참사의 피해 특성과 규모 등에 비춰볼 때 기존 법률이 아닌 특별법의 필요성 이 제기돼 국회에서 특별법이 발의됐다. 그러나 정부는 특별법이 아닌 「환경보건법」을 통 한 피해지원을 결정하고 폐질환 1·2단계 피해자를 대상으로 의료비를 중심으로 지원을 결정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이 특별법이 아닌 「환경보건법」 고시에 근거함으로써 지 원 대상과 규모가 축소돼 제한적 피해지원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피해지원 대상이 폐질환 1·2단계에 해당하는 피해자로 한정됨에 따라 3단계와 4단계 피 해자는 구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3·4단계 피해자가 제외된 것은 상기 미래전략실 문서에 94) 2014년 국회 국정감사 결과보고서_환경노동위원회(2014.

62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12.), p.83. 95)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과-환경보건위원회 13차 회의 96)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5658(2019. 12. 13.) 「위원회 자료 제출」(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과-1698) 97)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과-784, 이철우에 대한 서면진술조사(2019.
26) 보고
6.

“정부 책임 부정 및 구상권을 전제로 요건의 엄격한 규정”이라고 기재됐던 것과 같은 취지 로 판단된다. 지원 내역에 있어서도 간병비·요양생활수당·특별유족조위금·구제급여조정금 등이 지급 되지 않는 등 의료비 지원이 소극적으로 진행됐고 피해지원 규모가 축소됐다. 2014년 국 정감사(환경노동위원회 회의록, 2014.12.)에서 간병비·보조기·의료기기·의료소모품 지원 방안 등 을 마련해 피해구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으나 반영되지 않았고98) 2016년 7 월 29일 고시가 개정되면서 생활자금과 간병비가 추가됐다. 2017년 8월 9일 제정된 「가습 기살균제피해구제법」 [2017.8.9. 시행] [법률 제14566호, 2017.2.8., 제정]에서는 요양생활수 당·특별유족조의금·특별장의비·구제급여조정금 등이 포함됐다. 나) 구상권을 전제로 한 엄격한 피해지원 2013년 8월 14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개최된 회의에서 논의됐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정

부지원계획(안)’의 내용 중 “국가는 공적 부조 차원에서 의료비를 지원하고 추후 피해발생 원인 제공자에게 구상한다”는 내용이 이후 2014년 4월 11일 제정된 고시에도 그대로 반영 됨에 따라,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구상을 청구할 수 있는 엄격한 기준에 근거해 진행됨으 로써 피해인정을 어렵게 하고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축소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구상권 조항은 이후 특별법 개정으로 삭제될 때까지 존재해 문제를 야기했다.

다) 피해지원 예산 불용처리 및 예산 환경부는 피해지원에 책정된 예산조차 사용하지 않고 상당 부분을 국고에 반납했다. 2013년 9월 30일 환경부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피해자 368명에게 108억 원의 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4년에 110억 원의 예산에서 30억 원을 지출하고 73 억 원은 2015년 5월에 국고에 반납했다.99)

63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98) 2014년 국회 국정감사 결과보고서_환경노동위원회(2014.
99) 위원회에서 환경부에 예산을 집행하지 않고 국고에 반납한 사유에 대한 자료 요청을 했으나 ‘집행 잔액, 발생이자’라고만 답 변하였다.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12.), p.83.

2014년 국정감사에서도 불용처리(국고 반납)를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라는 지적이 있 었다.100) 그런데 환경부는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간병비 등 의료비 추가와 피해등급 세분화 를 통한 피해지원 폭을 확대하는 방안 등은 고려하지 않은 채 2015년 예산을 2014년 예

산 대비 77.4% 삭감(25억 원)하는 방법으로 대응했다.101)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간병비 등 의 료비 추가와 피해등급 세분화를 통한 피해구제의 폭 확대 방안 등의 내용도 반영되지 않 았다. 환경부가 피해지원 예산을 삭감한 이유는 “관련 기업으로부터 구상할 수 있는 예산 집행이어야 한다”는 고려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 여론을 반영하지 않은 정부의 지속적인 특별법 반대

1) 가습기살균제의 사회 이슈화에도 정부의 소극적 피해접수 2015년 10월 14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가습기살균제참사의 관련 기업인 옥시 및 롯 데마트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시행했다.102) 2012년 8월 31일 형사고소103)가 있은 지 3년 후에야 이뤄진 수사였다(검찰은 2013.2.28. “피해조사 결과가 나와야 수사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시한부 기소중 지’104) 했다). 검찰은 2016년 1월 23일 서울중앙지검에 전담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2016년

2월 15일 추가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한편 2015년 11월 28일 SBS의 교양 프로그램 ‘그것 이 알고 싶다’에서 가습기살균제참사를 둘러싼 정부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 안전성 검사 미시행 등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105) 이 방송 이후 언론사의 후속 보도가 잇따르면서 가 습기살균제참사는 다시 여론의 집중 관심을 받았다. 2016년 5월 14일 옥시 신현우 대표가 구속되고, JTBC의 시사 프로그램 ‘스포트라이트’에 서 탐사보도가 방영되면서106) 다시 한번 국민 여론이 고조됐다. 그간 정부 피해지원 및 유 100) 2014년 국회 국정감사 결과보고서_환경노동위원회(2014. 12.), p.83. 101) 환경부 예산 (환경개선특별회계)

102) 동아일보. 檢,‘가습기 살균제’ 제조-유통업체 6, 7곳 압수수색. 2015.10.16.

103) 노컷뉴스. 가습기살균제 사건 고발 및 집단 손배소송 청구 기자회견. 2012.8.31.

104) 뉴스1. 檢 ‘가습기 살균제 업체’ 시한부 기소중지. 2013.3.17.

105) SBS. 그것이 알고싶다. 침무의 살인자-죽음의 연기는 누가 피웠나?. 2015.11.28.

106) JTBC. 이규연 스포트라이트 “가습기살균제 대참사 1부-대한민국 ‘침묵의 대합창’”, “가습기살균제 대참사 2부-국가의 침 묵” 2016.5

64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해물질 관리의 미흡함이 집중적으로 보도되면서 정부 책임이 논란의 중심이 됐다. 당시

2015년 12월 31일로 예정된 제3차 가습기살균제 피해조사 신청 기간 종료를 앞두고 피해 조사 신청이 폭주하면서 신청접수 기간 연장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실제 3차 피해조사 신청접수 건 수는 총 752건으로 2015년 1월~11월까지 월평균 17.2건에 그친 데 반해 12월 한 달 동안 580건의 피해조사 신청이 접수됐다). 107) 2015년 12월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장하나 의원은 정부의 홍보활동 부족과 10월 말 이후 피해조사 신청의 폭증을 지적하며 피해조사 신청기한 연장을 요청했고, 당시 환 경부장관은 “고려해 보겠다”고 답변했다108) (2015년 12월 31일 가피모와 시민단체도 “가습기살균제 사용자 중 상당수가 건강피해 가능성이 있음에도, 적지 않은 시민이 여전히 이 문제를 잘 모르고 있다”며 환경부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접수 연장 을 요청했다). 109)

2015년 12월 31일 기술원은 제3차 피해조사 신청접수를 종료했다. 이에 장하나 의원실·피

해자모임·시민단체·학계는 공동으로 ‘가습기살균제 민간신고센터(이하 민간신고센터)’를 설치

해 2016년 1월 4일부터 4월 25일까지 사용제품·사용기간·증상 등에 대해 피해신고를 받 았다(민간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 건수는 556건이었다) 110)

환경운동연합 등은 2016년 3월 29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조사 및 피해신고의 소극행정 시 정’을 요구하며 공익감사를 청구하고111) 이어 2016년 5월 19일 환경운동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 참여연대 등은 ‘가습기살균제참사 관련 생활 속 유독화학물질 관리 실패 책임과 관련해 환경부 등 각 정부 부처·공공기관의 직무유기와 위법·부당한 행위, 공익에 현저히 반하는 행위’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등 정부의 소극적인 조치 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었다.112)

107)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살균제피해종합지원센터-1016(2020. 3. 20.) 「위원회 요구자료 제출」 “가습기살균제 건강 피해 신청 현황 – 월별(’20. 3. 16. 기준)”, 1쪽(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과-285, 2020. 3. 20.)

108) 제19대 국회 제338회 제1차 환경노동위원회(2015. 12. 15.) 회의록 50쪽

109)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살균제피해종합지원센터-1675(2020. 5. 22.) 「위원회 요구자료 제출(피해접수 관련)」 “가 습기살균제 피해접수 연장요청의건”, 1쪽(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과-545, 2020. 5. 22.)

110) 환경보건시민센터, 조사보고서 230호, 2016. 5. 19.

111) 감사원, 국토해양감사국제3과-260(2020.6.5.) 「자료 제출요구서(공익감사청구 관련)에 대한 회신」 “감사청구사항 감사 실시 여부 결정 통보(국토해양감사국제3과-2301, 2016.8.24.)”, 1쪽(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과-632, 2020.6.5.)

112) 감사원, 국토해양감사국제3과-260(2020.6.5.) 「자료 제출요구서(공익감사청구 관련)에 대한 회신」 “감사청구사항 감사 실시 여부 결정 통보(국토해양감사국제3과-2303, 2016.8.24.)”, 1쪽(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과-632, 2020.6.5.)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65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2016년 4월 18일 롯데마트(대표: 김종인)의 대국민 사과와 보상안 발표113) 등 상황이 진전되면 서 피해조사 신청 수요가 증가하면서 환경부는 2016년 4월 22일 피해 신청접수 계획을 발 표했다.114) 그러나 피해조사 신청접수 계획만 언급하였을 뿐 정확한 접수 재개 일시도 명시 하지 않았고, 환경보건위원회의 심의·의결을 따로 거치지도 않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 이 피해조사 신청 기간 연장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하지만 환경부는 2015년 12월 31일 예 정대로 신청접수를 종료했다. 당시 환경부는 피해조사 판정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추가 접 수보다 신속한 조사판정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피해자들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신속한 조사판정과 피해조사 신청의 계속 접수는 결코 양자택일의 관 계가 아니었다. 오히려 둘 다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피해지원 행정의 본연의 업무다.

2) 정부의 특별법 제정 반대 입장 고수 제19대 국회에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특별법(안)이 의원임기만료로 폐기됐지만, 2016 년 4월 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115), 여소야대로 야당이 국회 운영을 주도하게 되 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제정의 강력한 동력이 만들어졌다.

제20대 국회 임기 개시와 함께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 방지 대 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2016.7.7.~10.4.)가 시행됐다. 또 2016년 6월 2일 정의당 이정미 의원 이 대표 발의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특별법안」을 필두로 야당을 중심으로 7개 특별법 안이 각각 발의됐다. 하지만 정부의 특별법 제정 반대 기조는 상당 기간 유지됐다. 2016년 4월 13일 총선이 시행됐고 2016년 5월 30일 여소야대로 구성된 제20대 국회의 임 기가 시작됐다. 2016년 4월 20일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현재 정치 국면에서 정책국면으로 전환을 통해 국정 추동력 회복이 절실한 시점” 116)으로 당시 상황 을 판단했고,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야당이 국정조사나 청문회를 악용해 정

문건 유

113) YTN 이강진. 롯데마트, 대국민 사과…“가습기 살균제 피해보상”. 2016.4.18.

114) 환경부, 환경부, 4차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청 접수할 계획. 보도자료. 2016.4.22.

115) 아주경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새누리 결과 겸허히 수용 국민 뜻 뼛속 깊이 새겨. 2020.11.23.

116)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결과 2016.4.20.

66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치공세를 펼칠 수 있으니 공직 사회가 동요하는 일이 없도록 장·차관을 중심으로

출 등 돌출 사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상황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지시했다. 가습기살균제

와 관련해서는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그간 정부 조치의 적절성 등이 재 이슈화될 소

지가 있는데 상황관리를 철저히 하고, 피해조사 신청 기간 연장 등 예상 쟁점에 대해서 대 응 방향을 미리 검토할 것(미래전략수석)”을 지시했다.

2016년 4월 29일 가습기살균제 관계 차관회의에서 “현재 국회에서 논의하는 특별법은 피 해자 구제중심으로 제20대 국회에서 진상규명과 지원 확대 요구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 정부 부담이 커질 전망”이라며 “제조물 피해 등 유사사례에 대한 특별법 양산, 기업의 범 법 사실이 분명해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기금 마련과 구제급여 확대 등을 담고 있는 특별 법에 반대”117)하는 입장을 고수했다. 대신 가습기살균제 관련 국회·언론 대응의 혼선과 책임전가를 막고자 환경부가 총괄해 관계부처 입장을 반영한 (사안별) 정부입장을 마련·유 지하기로 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2016년 5월 7일 당정 협의에 앞서 열린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도 “특별법 제정과 청문회 개최 요구는 원칙적으로 반대”라는 입장을 다시 확인하면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차원 에서 논의하고 미흡한 경우 논의가 바람직하다”는 선에서 대응하기로 했다. 또한 “현재 수 사가 진행 중이고, 정부와 국회가 함께 피해구제대책을 마련 중이며,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상황에서 민사(소송)에 앞서 정부의 선지원 확대(유족급여, 생계수당)는 부적절하다”118) 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2016년 5월 8일에 있었던 당정협의에서는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해 컨트롤타워를 환경부 에서 총리실로 변경해 신속·종합적 대책을 추진하고,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필요 시 국 회 차원의 청문회 도입을 검토하며 비윤리적 가해에 근본적·실효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법률 개정방안을 검토하기로 하는 등119) 기존 정책 기조보다 진일보한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117) 2016. 4. 29. 가습기살균제 관련 관계차관 회의 118) 2016. 5. 7. 환경현안관계부처 차관회의 119) 2016.5.8. 당정협의

67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그러나 2016년 5월 9일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당정협의(2016.5.8.)를 언급하며, “피해구제에 관심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명백한 책임 기업들이 존재하는

만큼 철저한 수사를 통해 해당 기업의 책임 범위 등을 조속히 확정해 그에 따른 피해구제 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가습기살균제 문제에 대해 당에서 너무 앞서 나 가지 않도록 긴밀히 조율할 것”120)을 지시했다.121)

2016년 8월 8일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위기관보고 준비상황122)을 통해 “정부 가 책임회피로 일관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유의하라”는 대응 기조를 세우고 여러 부 처가 관련된 쟁점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유지하도록 지시했다. 정부 책임론에 대해서는 “도의적 책임이 있다”는 방향으로 정부의 답변(2016.8.8. 당정간담회)을 정리했다. 또 관계차관 회의에서 기술원 내 전문인력 채용과 피해지원 홍보 및 서비스 강화를 결정하고, 관계부처 회의를 통해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종합계획을 수립하는 추가 계획을 발표했다. 2016년 8 월 24일 참여연대 등이 감사원에 청구한 공익감사에 대해서는 각하 및 종결 처리했다. 라.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 제정

1) 20대 국회 특별법 제정 경위 2016년 7월 7일부터 10월 4일까지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가 진행됐고, 2016년 12월 12일까지 6개월 동안 야당을 중심으 로 7개 특별법안이 각각 발의됐다. 여소야대가 된 제20대 국회 상황에 더해 2016년 10월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졌고,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 결되면서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던 정부의 국정 운영 동력도 급속히 상실됐다. 2016년 12 월 2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소위원회에서는 심사 보고된 7건의 특별법안을 각각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고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7건의 법률안을 통합·조정한 대안123)으 로 본회의에 회부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안은 2017년 1월 20일 임시국회 본회의를 통해 환경노동위원회 대안으로 재석 의원 158인 중 찬성 156인, 기권 2인으로 가결됐다. 120) 2016.5.9.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결과

121) 2016.5.13. 국회에서 심상정 의원(정의당) “(가습기살균제 피해) 환자들을 만나고 다니셨어요?”라는 질문에 윤성규 당시 환경부장관은 “내가 왜 환자를 만나야 하냐.” (2016.5.13. 환경부장관 ‘내가 혹시 환자 왜 만나?’ 채널A)며 답변하였는데, 이는

68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개선
문제와
가습기살균제참사에 대한 정부당국자들의 인식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122)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위 기관보고 준비상황 123) 국회.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안(환경노동위원회 대안). 2016.12.29.

2) 20대 국회 특별법안 주요 쟁점 2016년 12월 19일 제347회 환경노동소위원회124)에서 가습기살균제참사의 특성을 고려해 ‘입증 부담 경감’ 문구를 삽입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입증 부담이 경감되면 3·4단계로 판 정받은 사람은 1·2단계로 상향 조정될 수 있고 또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해자의 입증 부담이 주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를 반대했고, 결국 반영되지 않 았다(입증 부담 경감 관련 내용은 2020.3.24. 개정안에 반영됐다). 또한 ‘피해 원인 규명’의 중요성을 입법 목 적에 삽입하는 것으로 소위원회에서 수용됐으나 최종안에서는 삭제됐다. 이 외에도 소멸 시효 기간의 최대화, 징벌적 배상제 도입 등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다.125)

피해구제분담금의 경우, 피해 규모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분담금의 총액을 1,000억 원으로 정했다. 피해자들은 “특별법안은 가습기살균제 가해 살인기업에 면죄부를 부여하 는 법안”이라며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에서 재논의할 것을 요구했다.126)

4. 협소한 피해 질환 범위와 더딘 피해인정 가. 협소한 피해인정 질환 범위

1) 참사 초기 특정 폐질환에 한정된 피해질환 인정과 판정 기준의 한계 2011년 5월 7일 질본 발주 용역127)을 통해 원인 미상 폐질환의 원인이 가습기살균제로 특 정됐다. 2011년 8월 31일 질본은 “제품 사용 및 출시를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질본은 2011년 8월 31일 원인 미상 폐손상의 위험요인으로 가습기살균제를 지목하고 나 서 임산부에서 보인 폐섬유화를 재현하고자 동물실험을 시행했다. 동물흡입실험 중간 결과(2011.11.10. 2차 원인미상 폐손상 역학조사 자문회의) PGH 성분 제품에서 폐섬유화 소견이 보이며, PHMG 성분 제품에서 세기관지에서 염증세포 침윤이 관찰됐다. 질본은 2011년 11월 11일

124) 국회. 제347회 환경노동소위원회 1차 회의록. 2016. 12. 19

125) 환경운동연합. 피해구제법안 보완해 국회 법사위 통과시켜라!. 2017.1.20.

126) 일요시사. 가습기피해자들 ‘환노위에서 재논의 하라’. 2017.1.4.

127) 질병관리본부. 원인미상 급성폐질환 증후군 심층 역학조사. 서울아산병원 수행 2011.5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69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6종 제품에 대한 수거 명령을 발동했다. 임산부의 폐섬유화와 동물실험의 폐섬유화는 동일한 소견으로 환례 정의로 기록됐다. 당 초 ‘원인 미상 급성 폐손상증후군 심층 역학조사’(2011)를 통해 전국의 발생 환자를 파악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개인정보호법 등의 제약으로 서울아산병원의 중증 입원환자를 대 상으로 제한적인 연구가 수행됐다. 환자 사례(환례) 정의는 동물실험의 특정 성분(PGH, PHMG) 제품에서 폐섬유화와 중증 폐질환 환자의 폐섬유화를 임상·영상의학·병리 소견상 유사 한 양상으로 정립하는 과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가습기살균제의 다양한 살균 성분(CMIT/ MIT·BKC·NaDCC 등) 제품과 복합제품 사용 등은 고려되지 않았다. 초기 임산부의 중증 폐렴은 2011년에서 2014년까지 시행한 역학조사에 따라 ‘소엽중심성 섬유화를 동반한 폐질환’으로 정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엽중심성 섬유화를 동반한 폐질 환’에 해당되는지가 피해자로 인정받는 중요한 척도가 됐고, 폐질환 이외의 다른 질환에 대한 피해인정이 더디게 진행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데도 영향을 줬다. 폐손상조사위원회 내 판정위원회는 진단기준을 미리 수립하고 그 기준에 맞춰 판정을 진행했다. 그런데 이 진단기준을 수립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연구는 2011년 서울아산병원의 ‘원인 미상 급성폐 손상 증후군 역학조사’ 결과가 거의 유일한 연구 자료였다. 결국 이 초기 연구 결과에 나타 난 병리·역학적 특성을 고려해 기준을 수립할 수밖에 없었다.128) 폐손상조사위원회의 조사 목표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질환에 대한 당시까지의 조사 자료를 검토하고 정리된 결과들을 종합해 신고된 사례들을 대상으로 가습기살균제로 인 한 피해를 객관적으로

박사학위논문, 2022. 114쪽. 129) 보건복지부. 가습기살균제 폐손상 의심 접수사례 조사 결과보고서: 가습기로 분무된 독성물질흡입에 의한 폐손상 조사. 질병관리본부 폐손상조사위원회. 2014.

130)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위기대응총괄과-106(2019.1.11.) 「가습기살균제사건 관련 자료제출 요청 회신」,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과-2500(2013.9.13.) 「폐손상 조사위원회 9차 회의 결과 보고」_가습기살균제조사2과-35(2019.1.11.)

70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판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129) 위원회는 2013년 9월 제9차 회 의130)에서 판정결과를 4단계(Definite(확실함)·Probable(상당함)·Possible(가능함)·Unlikely(낮음))로 구분하 기로 결정했다(자료 부족으로 판단이 불가능한 경우는 ‘Indeterminate(쉽게 규정할 수 없는)’이었다) 128) 박진영, 가습기살균제참사의 지식 정치-피해 판정 기준의 형성과 재구성을 중심으로-,

표 2-6

폐손상신고사례 판정위, 폐손상조사위 제9차 회의, 12차 회의 폐손상 판정 단계

폐손상조사위원회 제12차 회의 (2014. 1.28.) 1 부합(일치)

폐손상조사위원회 제9차 회의 (2013. 9. 5.)

Definite(확실함) 거의 확실함 2 Probable(상당함) 가능성 높음 3 가능성 없음(비해당) Possible(가능함) 가능성 낮음 4 Unlikely(낮음) 가능성 거의 없음

일반인의 이해를 위해 2단계(관련 있음-관련 없음)로 단순화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사법 판 단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판단 근거의 기술과 함께 4단계 구분방식을 채택했다. 다만 2014년 1월 28일 제12차 회의에서 3단계 Possible의 ‘가능함’을 ‘가능성 낮음’으로 변경했 다. 3단계 기준이 되는 “possible”은 가능함을 의미하는데, 가능성 낮음으로 표현됨으로써 피해인정을 축소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4단계 판정 기준은 폐손상조사위원회 제1차 회의(2012.12.6.) 이전인 2012년 7월 24일 ‘소아 폐손상 신고사례 판 정위원회’에서도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2014년 3월 12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와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폐손상 의심사례 361명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가습기살균제 폐손상이 거의 확실한 사례(1단계)가 127명, 가능성이 높은 사례(2단계)가 41명, 가능성이 낮은 사례(3단계)가 42명,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례(4단계)가 144명으로 확인됐다. 질본에서 발표한 폐질환 단계는 피해판정을 위해 정립한 기준이다. 이는 피해구제 대상을 결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환경부의 지원 대상 결정 기준은

참사의 특성과 규모가 아 니라 ‘구상권 행사 가능 여부’에 있었다(제13차 환경보건위원회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71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131)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과-1632(2012. 8. 8.) 「소아 폐손상 신고사례 판정위원회 착수회의 개최결과」 “소아 폐손상 신고 사례 판정위원회 착수회의 결과보고”(가습기살균제조사2과-38-1, 2019. 1.14.) 회의에서 3·4단계에 속해도 가습기살균제와 관련 성이 있으면 지원 대상에 넣자는 의견은 “지원은
구상권을 전제로 한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은 앞에서 언급한 바 있다). 단계
폐손상신고사례 판정위원회131) (2012. 7.24.)

그 결과 구상권 행사가 어렵다고 판단한 폐질환 3·4단계는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 정부 가 구상권 행사 여부를 지원 대상 결정을 위한 유일한 기준으로 정한 데는 이 참사에 대 한 법적 책임은 오로지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회사에 있을 뿐, 정부는 그러한 책임이 없다는 판단이 전제돼 있다.

2) 다양한 폐질환 및 폐 이외 질환 인정 지연 가) (일부) 폐질환 중심의 피해인정 문제 환경부는 초기 일부 폐질환(소엽중심성 섬유화를 동반한 폐질환)을 중심으로 가습기살균제의 건강 피해에 접근했던 경향이 있었다. 이 때문에 폐와 관련된 질환이라도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질환임을 인정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됐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2017년도에는 천식 과 폐질환 3단계가 인정받았고, 2018년에는 기관지확장증·폐렴·성인간질성폐질환이 인 정받았다. 2019년에는 독선간염과 아동간질성폐질환이, 2020년에는 기관지염과 상기도 질환군이 인정됐다. 이처럼 폐질환이나 호흡기 관련 질환들이 인정받기까지는 오랜 시간 이 소요됐고, 피해자들의 피해는 지속됐다. 2014년 3월 11일 질병관리본부 폐손상조사위원회는 가습기살균제 폐손상 의심 접수사 례 조사 결과보고서를 발표한다. 조사 목적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말단기관지 부위 중 심의 폐질환 발생 여부 판정이다. 보고서는 말미에 “폐장 조직을 벗어나서 아만성132) 내지 는 만성적 경과로 발생하는 건강 영향은 다루지 못했다”며 “조사에서 다루지 못한 건강 영향은 향후 조사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명기했다.133) 환경부는 같은 해 4월 결과보고 서를 토대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인과관계에서 ‘거의 확실’, ‘가능성 높음’ 판정을 받은 피해자에게 의료비·장례비 등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134) 이는 2011년 8월 31일 가 습기살균제가 원인 미상 폐손상 위험요인으로 추정된다는 질본의 발표 이후 처음으로 이 뤄진 것이다. 그리고 폐 이외의 다른 장기에 대한 영향

72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해자에 대한 가습기살균제의 영향 등을 조사 연구해
132) 3개월간 약물 또는 화학물질을 투여시 생기는 현상 133)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가습기살균제 폐손상 의심 접수사례 조사 결과보고서”, 2014. 3., 36쪽. 134) 환경부 보도자료,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정부지원 대상 및 내용 확정”, 2014. 4. 2.
여부 및 다른 질병을 앓고 있던 피
나갈 계획135)이라고 밝혔다.

2015년 4월 21일 환경부는 “폐 이외 장기에 대한 영향을 검토하기 위해 92명에 대한 간· 신장·심장 기능 등을 검사한 결과, 정상 수치를 벗어난 일부 사례가 있으나 현시점에서 가습기살균제 영향 여부는 알 수 없다”며 “올해 3월 지정된 환경보건센터(서울아산병원)를 통 해 체계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인과관계 규명이 쉽지 않다136)는 부정적 예상도 함께 밝혔다).

2014년 4월 폐 이외 장기에 관한 조사연구를 진행하겠다는 발표 이후, 2015년 3월에서야 환경보건센터를 지정해 체계적인 연구를 하겠다는 것은 가습기살균제의 폐 이외 장기에 대한 건강 영향을 파악하겠다는 환경부의 계획과 의지의 진정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2016년 4월 28일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조사·판정위원회를 열어 비염 기관지염 등 경

증 피해와 폐 이외의 피해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판정에 필요한 피해 기준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폐외질환검토소위원회를 구성 운영할 계획을 발표한다.137) 이어 같 은 해 5월 4일 국립환경과학원(이하 과학원) 내 폐이외질환검토위원회가 구성돼 첫 회의를 시 작했다. 검토위원회는 역학조사와 인과관계 규명 연구에 대한 자문, 연구 결과를 바탕으 로 폐 이외 질환에 대한 진단 및 판정 기준을 제시하고자 구성됐다.138)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2016년 7월 8일 제343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제4차 회의에서 이정미 위원은 “폐이외질 환검토위원회가 빨라야 1~2년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소요될지는 모르는 이런 상태로는 피해자에 대한 구제가 신속히 이루어지기 어렵고 과정에서 많은 분들에게 계속 피해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밝히며, 폐이외질환검토위원회가 주관해 인과관계 추정의 판정 기 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는 공론화를 제안했다.139) 이에 대해 당시 환경부 장관 은 “판정 기준을 만들어 또 다른 전문가 그룹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의견 을 반영하겠지만, 전문가 그룹이 전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135) 환경부 보도자료,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정부지원 대상 및 내용 확정”, 2014. 4. 2. 136) 환경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정부지원 대상 및 내용 확정, 보도자료. 2014.4.2. 137) 환경부. 피해 인정 범위 확대를 위한 연구와 판정기준 마련 추진. 보도자료 2014.4.29.

138) 환경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생활자금과 간병비 추가지원. 보도자료. 2016.6.3.

139)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제343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록 제4호. 2016.7.8.

73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2016년 10월 시행된 가습기살균제참사 관련 국회 국정조사의 배경에는 정부의 지원 대상 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손상에 한정되었고 지적하며, 폐 이외의 손상을 입은 피해자 에 대한 지원이 미흡하다고140) 언급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인정 질환 확대 지연에 대한 우 려가 표명되었는데도 환경부는 인정 질환을 확대하는 문제는 관련 전문가의 역할이라는 입장으로 일관하며, 주무 부처로서 가습기살균제 건강 영향의 전모를 밝히는 계획과 노력 에 관해 책임 회피성 발언을 한 것이다.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2017.8.9. 시행] [법률 제14566호, 2017.2.8., 제정] 이 후 2017년 3월 27일 제21차 환경보건위원회에서 태아 피해를 인정 질환으로 심의·의결했 다. 이는 폐질환을 첫 피해질환으로 인정한 이후 약 3년 만에, 그리고 가습기살균제 노출 에 따른 폐 이외 장기 피해를 조사·연구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약 2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수천 명의 피해신청이 있었고, 이 중 상당수는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2종류 이상 사용했

거나 수년 이상 노출됐다.

다양한 사용조건에 따라 질환 양상도 다양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데도(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건강피해의 종류와 상태는 사용 후 몇 주 또는 몇 개월 만에 증상이 나타나는 ‘급성’ 피해와 수년 동안 증상이 이어지는 ‘만성’ 피해 등

다종다양하게 발견된다) 환경부는 일부 폐손상 이외의 다른 건강피해에 대한 조사·인정을 신속 하게 진행하지 못했다. 나) 전신질환에 대한 연구결과의 소극적 판단 서울아산병원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질환 이외의 건강 영향 조사·연구를 진행해 피해자에게서 심혈관질환과 간 및 신기능 이상을 확인했다.

2014년 연구에서 피해자 125명 중 92명을 대상으로 폐 이외 장기 검사를 시행한 결과, 심 전도 검사에서 6명, 심초음파 검사에서 6명이 이상 소견을 보이고, 혈액검사를 통해 1명이 간 기능에서 이상 소견을, 3명은 신장 기능에서 이상 소견을 보이는

74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 러나 심혈관질환 발생은 그 인과관계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 향후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 140)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 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결과보고서”. 2016.10.

할 것으로 봤고, 신장 기능 이상이 가습기살균제에 의해 직접 발생한 것인지 인과관계를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봤다.141)

2015년 연구에서는 심전도 및 심초음파 검사를 받은 17명 중 4명이 비정상 소견을 보였다 (비정상 소견을 보인 4명 중 1명은 중증도 이상의 제한성 폐기능 이상이 확인됐다) 142)건강모니터링 참가자 45명 중 혈액검사를 통해 3명은 간 기능에서 이상 소견을 보였고, 2명은 신장 기능에서 이상 소견 을 보였다.143)

2016년 연구에서는 10명 중 2명에게서 경도의 폐고혈압 소견이 관찰됐고, 55명의 혈액검 사를 분석한 결과, 간 기능에서 8명이 이상 소견을 보이고, 신장 기능에서 3명이 이상 소견 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37명의 골밀도 검사에서는 7명이 골감소증 이상 소견을 보 이고, 1명이 골다공증 이상 소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144) 그러나 이러한 폐 이외 질 환에 관한 연구 결과가 ‘건강피해 판정’에 반영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당시 환경부 사무관은 “해당 연구의 목적은 건강피해 추이를 계속 관찰하 는 모니터링이라며, 연구책임자로부터 기준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들은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피해인정 기준은 의사가 결정해야 하는 것으로, 행정이나 법을 담당 하는 사람들이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폐 이외 분야는 그 당시 전문가들이 따로 제 시한 바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2019년 8월 7일 환경부 전 사무관은 참고인 조사에서 “폐 이외 질환에 관한 체계적인 연 구는 2016년 8월 생활공감 R&D 사업으로 천식 질환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145) 2019년 8월 위원회에서 시행한 청문회에서 증인 당시 환경부 장관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조사·연구사업을 발주했지만, 조사·연구사업을 실시하고 그 결

141) 울산대 산학협력단. 건강모니터링 등 가습기살균제 피해 추가 조사·연구 결과 보고서. 2015.4. 61~62쪽, 142) 서울아산병원 환경보건센터, 서울아산병원 환경보건센터 2015년 사업성과보고서, 2016. 1. 17쪽. 143) 서울아산병원 환경보건센터, 위의 책, 76쪽.

144) 서울아산병원 환경보건센터, 서울아산병원 환경보건센터 2016년 사업성과보고서, 2017.1. 103쪽.

145)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과-1215(2019. 9 .4.) 「[직라-1] 조사보고(환경부 담당업무 참고인 조사 결과보고)」, “참고인 진술 조서”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75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과를 검증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또 프로토콜을 만들어 의사와 전문가 의견을 들어야 판단할 수 있다”며 “법원에서 정부가 지는 순간 피해자들은 다 피해를 본다. 또 이 부분에 대해서 의사분들이나 전문가들이 자신 없어 하면 우리가 밀고 가려고 해도 갈 수가 없다” 고 진술했다.146) 환경부 관계자의 진술을 종합하면 폐 이외 건강피해 인정기준 마련이 늦 어진 까닭으로 “전문가들 사이에서 과학적 합의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환경부는 피해인정질환의 확대 여부는 전문가 집단에서(인과관계 확인을 전제로) 결정돼야 하고 행정의 역할과 책임은 “2차적인 행정지원”이라고 ‘제한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피해인정질환의 확대(인정기준 수립 포함) 문제에서 전문가와 행정은 역할과 책임이 각각 다르 다. 조사연구를 통해 인과관계를 확인하는 것은 전문가의 고유한 역할이다. 그러나 그러 한 조사연구를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은 행정 본연의 역할이다. 환경부는 2014년 이후 모니터링 목적의 연구만을 발주했고, 2016년에서야 천식에 관한 체 계적인 연구를 시행했다. 연구자들로부터 피해인정질환 확대에 반영할 만한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볼 것이 아니라, 2014년 이후 폐 이외 질환 연구가 체계적으로 수행되지 못했고, 그 결과 피해인정 질환의 확대가 지연됐다고 봄이 정확할 것이다. 물론 연구가 체계적으로 수행되지 못한 책 임은 환경부에 있다. 다) 특정 폐질환 이외 질환에 대한 인정기준 마련 지연 2017년 3월 27일 제21차 환경보건위원회는 태아 피해를 두 번째

세 번째

의결했다.148) 2019년에는 독성간염과 아동간질성폐질환을 피해질환으로 인정하고, 146) 위원회. 2019년도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 자료집. 2019.8. 208~209쪽. 147) 환경부 보도자료, “가습기살균제 노출로 인한 태아피해 인정”, 2017. 3. 27. 148) 환경부 보도자료, “천식을 3번째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로 인정”, 2017. 9. 26.

76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피해인정 질환으로 의 결했다.147) 이어 2017년 9월 25일 제2차 피해구제위원회가 천식 질환을
피해질환 으로

2020년에는 기관지염과 상기도질환군도 피해질환으로 의결됐다.

이후 구제급여와 특별구제계정 양쪽에서 가습기살균제 관련 피해가 중증 폐손상을 넘어 호흡기계 질환으로 확대됐다(이외 폐질환 3단계, 아동간질성폐질환, 성인간질성폐질환, 기관지확장증, 폐렴 등은 특별 구제계정상 인정질환이다)

2020년 9월 25일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2017.8.9. 시행] [법률 제17102호, 2020.3.24., 개정]이 개정되면서 질환을 특정하지 않고 전체적인 건강상태의 악화 여부 등을 고려해 건강피해를 인정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그 결과 피해구제위원회는 피부질환과 우울증, 호흡기계 질환과 동반되는 피부질환 및 중 이염 등의 질환도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로 인정했다.149) 이는 「환경보건법」에 따라 정부 의 제한적 피해지원이 시작된 2014년 4월 이후 호흡기계 이외 질환도 가습기살균제 건강 피해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나. 가습기살균제와 건강피해 간 인과관계 추정조항의 문제

1) 현재(2022년 3월)의 인과관계 추정 체계 및 문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지원을 위해서는 우선 제품과 질환과의 관련성이 인정돼야 한 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2017.8.9. 시행] [법률 제 17102호, 2020.3.24., 개정] 제5조150)에서 상당한 개연성에 따른 인과관계 추정 규정을 도 입한 것은 피해자에 대한 입증책임 완화와 분배를 통해 신속하고 공정한 피해구제를 추구 하기 위한 실천적인 내용으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2017.8.9. 시행] [법률 제14566 호, 2017.2.8., 제정]의 핵심 규정의 성격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151)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피해로 본다.”

151) 제347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2016.12.19.~12.28)와 348회 2차 법제사법위원회회의록 2017.1.20.

77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149) 환경부 보도자료, “가습기살균제 구제급여 지급 대상자 추가 … 총 4,274명 인정”, 2021. 11. 30 150)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2017.1.) “제5조(인과관계의 추정) 상당한 개연성이 있으면 가습기살균제

‘개연성’의 법리152)

이와 관련해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2017.8.9. 시행] [법률 제14566호, 2017.2.8., 제정] 제 5조는 “인과관계의 추정”이라고 규정하며, 세부적인 사항은 시행령에 위임하도록 했다. 그런 데 시행령이 법의 취지와는 다르게 인과관계를 규정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2017.8.9. 시행] [법률 제14566호, 2017.2.8., 제정]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시행령 제2조(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구제급여의 경우 ‘상당한 인과관계 인정’, 특별구제계정 지원의 경우

시행령 제32조(구제급여에 상당하는 지원의 인정기준 등) ‘의학적 개연성’ 등 시행령 조문이 법률보다 오 히려 더 엄격한 요건을 요구하는 역설이 벌어진 것이다. 입증책임 완화를 통한 신속구제를 위해 제정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2017.8.9. 시행] [법률 제14566호, 2017.2.8., 제정]의 입법 취지와 명문의 규정에 반하는 하위법령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시행 령」(대통령령 제28239호)으로 인해 결국 피해인정 범위가 축소되는 결과가 초래됐다.

소엽중심성 섬유화를 동반한 간질성 폐질환

용도) 건강상의 피해와의 관련성

▶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153)이 성립하려면 ‘위법행위와 손해 간의 인과관계’가 성립하여야 한다. 법원은 공해소송에서 피해자의 이익을 위하여 인과관계의 증명 정도를 ‘확실성’에서 ‘개연성’으로 완화하였다.(개연성 법리) 공해로 인한 불법행위에서의 인과관계에 관하여 당해 행위가 없었더라면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하였으리라는 정도의 개인성이 있으면 그로써 족하다. 다시 말해 침해행위와 손해와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상당 정도의 가능성이 있다는 입증을 함으로써 족하고 가해자는 이에 반증을 한 경우에만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자연과학의 분야에서 말하는 인과관계가 아니라 법관의 자유심증에 터 잡아 얻어지는 확신에 의하여 인정되는 인과관계를 말한다 할 것인데 이런 확신은 통상인이 일상생활에서 그 정도의 판단을 얻을 때는 의심을 품지 않고 안심하고 행동할 것이라는 정도를 일컬어 말함이니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개연성 이론을 수긍 못할 바 아니다. ▶ 특별법 제5조(인과관계의 추정) ‘상당한 개연성’은 ‘개연성’의 법리를 통해 피해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여 신속히 구제하기 위한 규정이다. 152) 박태현.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에 의한 피해구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47쪽. 153) 민법

78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 개연성: 절대적으로 확실하지 않으나 결과를 추정하는 것 인과관계: 일정한 조건에서 원인에 의해 결과가 발생한다는 관계가 확인되는 것 표 2-8 폐손상신고사례 판정위,
제9차
12차
표 2-7 개연성의 법리
책임이 있다. 특별법 시행령 제5조(인과관계의 추정) 상당한 개연성*이 있으면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본다 제2조(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2. 상당한 인과관계* 별표1(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인정기준 및 피해등급) 폐질환:
제32조(특별구제계정의
제32조(구제급여에 상당하는 지원의 인정기준 등) 건강상의 피해 발생 간에 의학적 개연성이 인정될 것
폐손상조사위
회의,
회의 폐손상 판정 단계

현대사회에서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등장한 새로운 환경 유해인자와 피해 결과 사이에 시간·공간적인 간격이 크고, 피해가 복합적으로 얽혀서 전문·기술적 지식이 필요한 경우 가 많으며, 심지어 원인 제공자 측에서 입증에 필요한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손해배상 법체계에서 요구하는 정도의 확실성 있는 증명을 요구하게 되면, 피해자의 입증 미비로 원인 제공자는 책임을 면하게 돼 피해자의 구제 가능성이 희 박해지는 불공정한 결과가 초래된다.

이에 대법원은 환경 유해인자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개연성 이론’을 채택해 확정적 인 인과관계의 정도가 아닌 ‘상당한 가능성’ 곧 ‘개연성’만을 피해자가 입증하면 인과관계 의 존재를 인정하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민사 분쟁에 있어서 의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회·법적 인과관계이고, 인과관 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입증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으로 일관하 고 있다.154) 이처럼 환경피해 소송에서 피해자의 인과관계 입증책임 완화를 위해 대법원 판례를 통해 인정되던 ‘상당한 개연성’ 개념은 다른 법률제정 과정에 반영돼 위 각 법률에 상당한 개연성 정도의 입증만 이루어지면,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규정이 도입됐다. 한편 상당한 개연성과 역학적 인과관계 개념의 해석은 인과관계 추정과 관련해 어느 개념이 더 포괄적인지에 관한 시각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2) 제정법 취지에 위배하여 시행령에서 인과관계 추정 개념이 축소된 경위 ‘상당한 개연성’을 요건으로 하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2017.8.9. 시행] [법률 제 14566호, 2017.2.8., 제정] 제5조 인과관계 추정조항155) 은 피해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해 신 속·공정한 피해구제를 꾀하려는 의도로 도입됐다.156) 그러나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를 위 한 특별법 시행령(대통령령 28239호) 제2조에서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의 인정에 ‘상당한 인 과관계’(특별구제계정에 의한

통한 신속·공정 구제라는 모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에 반한다.

154) 대법원 2000.3.28. 선고 99다67147 판결, 대법원 2005.11.10. 선고 2005두8009 판결,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12241 판결 등

155) 제5조(인과관계의 추정) 상당한 개연성이 있으면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본다.

156) 제347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2016.12.19.~12.28.)와 제348회 2차 법제사법위원회회의록(2017.1.20.) 참조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79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지원의 경우 법 시행령 제32조에서 ‘의학적 개연성’)라는 법률보다 엄격한 요건을 요구했다. 입증책임 완화를

2019년 8월 27일 청문회에서 환경부차관도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2017.8.9. 시행] [법 률 제14566호, 2017.2.8., 제정] 시행령상 ‘상당한 인과관계’나 ‘의학적 개연성’ 등 요건이 피 해인정 질환의 확대에 제약이 되고 있음을 인정하며,157) “‘관련 질환에 걸린 피해자는 최 대한 구제한다’는 방침에 따라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됨으로써 건강이 악화한 사람이 다 른 원인에 의해 관련 질환에 걸린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지원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수정 할 계획”임을 밝혔고, 이후 2차 개정법에서 ‘역학적 상관관계’의 개념으로 변경됐다.158) 「가 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2017.8.9. 시행] [법률 제14566호, 2017.2.8., 제정] 시행령 입법예고 (2017.4.14.)와 제정안(2017.7.25.)에는 ‘상당한 인과관계’나 ‘의학적 개연성’의 문구가 없었다(구제계정 의 인정기준도 ‘역학조사, 독성시험 등의 관련 연구에서 가습기살균제와 건강피해 발생과의 관련성 확인’으로만 정하고 있었다) 159) 상당한 인과관계 문구가 추가된 경위와 관련해 환경부는 2019년 9월 27일 사실조회 회신 160)에서 환경부와 법제처 간 법제 심사 과정에서 상당한 ‘개연성’이 ‘인과관계’로 수정됐다 고 했다. 2019년 12월 23일 위원회 조사에서 당시 환경부 담당 서기관은 “2017년 6월 22 일 법제처의 제안을 수용한 결과”라고 진술했다. 2019년 10월 23일 참고인 진술조서에서 당시 환경부 국장은 “역학조사에서 관련성 인정, 독성조사 및 개별적 특성 등을 포괄해서

인과관계로 표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당한 인과관계’와 ‘상당한 개연성’ 간 개념 차 이를 구분할 수 있는 법률 지식도 없고, 법제처 심사에서 다른 입법 예가 없고 인과관계 로 표현 가능하다고 해 삽입했다”고 진술한다.161) 2020년 3월 20일 위원회 조사에서 당시 환경부 국장은 “태아 피해 기준 선정162) 이나 천식 인정기준 선정163), 천식 조사판정164) 등 에서 상당한 인과관계라는 엄격한 기준이 피해 기준의 설정이나 조사판정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인과관계가 추가돼 피해자 인정에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 것 은 아니고, 구상 청구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증거력 확보 여부가 주된 (고려)요소였다”고 진술 157)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청문회 (2019. 8. 27.) p211. 박천규(환경부 차관) 답변 참조 158)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청문회 (2019. 8. 27.) p211. 박천규(환경부 차관) 답변 참조 159)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과-1284(2019. 9. 25.) 「[직라-1] 조사보고(참고인 조사 결과보고)」, “김태연 참고인 진술조서 및 조사확인서”, 1~14쪽.

160)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과-1251호(2019.9.17.) 답변. 환경부 운영지원과-6021. 2019.9.27.

161) 위원회 참고인 진술조서(2019.10.23.)

162) 환경부 보도자료(2017.8.10.)

163) 환경부 보도자료(2017.9.26.)

164) 환경부 보도자료(2017.12.28.)

80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개선
문제와

했다. 피해인정 범위를 적극적으로 확대하지 못한 이유는 피해구제체계가 구상을 전제하 고 있었고, 또 피해인정의 과학적 근거나 조사가 미진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2019년 8

월 18일 당시 법제심사를 맡은 법제처 당시 과장과 당시 담당 사무관은 참고인 조사165)에 서 “가습기살균제와의 관련성을 명확히 하고자 인과관계라는 문구로 바꾼 것”이라고 진

술했다. 2019년 9월 20일 법제처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에서는 “건강피해 인정 내용을 명 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법제처의 의견을 환경부가 수용한 결과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한편 시행령 재입법 예고안에 ‘의학적 적합성’이 추가되고, 제정안에 ‘의학적 개 연성’이 추가된 경위와 관련해 2019년 10월 23일 환경부는 “피해인정기준이 필요해 정책 적 판단으로 결정했다”면서, “‘관련성’은 법적 기준으로 구체성이 다소 결여돼 의학적 개연 성으로 변경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2017.8.9. 시행] [법률 제14566호, 2017.2.8., 제정] 목적은 ‘상당 한 개연성’에 의한 인과관계 추정을 통해 입증책임을 완화해 피해를 신속·공정하게 구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행령 제2조는 구제급여의 경우 ‘상당한 인과관계’를 요구하고, 법 시행령 제32조는 특별구제계정에 의한 상당 지원의 경우 ‘의학적 개연성’이라는 엄격한 요건을 요구했다. 이는 인과관계 추정을 위해 ‘개연성’이라는 완화한 요건을 정한 법률의 입법 취지에 반한다. ‘개연성’ 개념 자체는 추상적이다. 따라서 인과관계 추정조항을 일관 되고 예측 가능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시행령 등 하위법령에서 개연성 개념을 구체화하 는 작업을 하는 것이 법집행기관으로서 정부가 해야 할 합당한 조처다. ‘상당한 인과관계’ 와 ‘상당한 개연성’ 간 개념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법률 지식이 없다는 사실로 법제처 의 견의 수용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다. 피해판정 체계의 현황과 문제점 1) 피해구제 체계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81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가습기살균제
거치게 된다. 이러한 단계를 구체적으로 보면, 신청인이 신청서를 작성해 기술원에 접수하면 기술원은 환경노출조사를 시행하고, 가습기살균제 노출이 확인될 경 165)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과-1311호(2019. 10. 1.) [직라-1] 조사결과보고 (송상훈, 박수연 참고인 조사 결과).
개요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피해를 인정받고 구제급여 등 지원금을 지급받기까 지 여러 단계를

우 신청인에게 환경노출인정자의 자격을 부여하게 된다. 이후 환경부 소속의 피해구제위 원회의 심의·판정을 통해 “구제급여 지급 여부 및 피해등급 결정”이 이뤄지게 된다. 그리 고 피해구제위원회에 있는 조사판정전문위원회와 재심사전문위원회 등을 통해 심의·판 정 절차가 진행된다. 피해구제위원회의 심의·판정은 피해자가 구제급여를 신청한 후 60일 이내에 결정돼야 한다(법 제10조에 따르면, 결정 기간으로 30일을 추가할 수 있고, 의학적 판단을 위한 진단·검사 등에 소 요되는 기간은 산입하지 않도록 돼 있다). 현재의 규정에 의하면, 피해구제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기술원 에 통보하며, 이후 절차를 거쳐 구제급여가 지급된다.

피해자가 구제급여를 받기까지는 여러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각각의 절차는 전문적 의료 지식이 필요해 환경부나 산하기관의 담당자들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 다는 이유로 관련 기관들은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여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

었다. 그런데 각종 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을 두고 피해자들의 불만과 문제 제기가 계속됐 다. 이중 다양한 위원회의 존재는 피해지원체계에 이해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됐으며, 피해자들에게 피해지원이 집행되기까지의 체계를 고찰하기 위해서는 법에 규정된 환경부 등 위원회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가 피해를 인정받고 지원받기까지의 과정을 중심 으로 관련된 위원회의 법적 근거, 역할과 기능, 위원회 인력 구성, 활동 내역 등을 확인·검 토하고 문제점을 고찰했다. 피해자의 피해구제에 핵심이 되는 판정 과정과 관련해 법률에 기재된 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리했다.

82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2) 특별법 개정에 따른 피해구제 체계의 변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2017.8.9. 시행] [법률 제17102호,
개정] 2차 개정 시행
처리절차 신청인 신청서 작성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접수 환경부 피해구제위원회 심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결과 통보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구제급여 지급 표 2-9 구제급여 신청 절차
2020.3.24.,
이전의 피해구제체계에서는 건강피해 신청 이후 인정 결과를 받기까지 환경노출조 사, 폐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 폐외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 특별구제계정검토위원회

등 각각의 판정 단계 중 일부 또는 전부166)를 거쳐야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동안 의 료진이 신청인을 직접 면담하는 절차는 없으며, 동일한 의무기록을 서로 다른 회의체에서 검토하며 해당 질환의 인정기준 여부를 판단했다. 이는 환경부 및 산하기관별로 역할이 나뉘었는데 피해접수, 조사·판정, 결과 통보는 기술원이 수행했고, 판정 이후 건강모니터 링과 가습기살균제 건강 영향 관련 연구는 과학원에서 수행했으며, 판정 이후 의료비·장 해급여 등의 보상은 다시 기술원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이에 따라 피해인정 신청자가 접 수 시 제출한 의무기록과 조사·판정 자료, 환경노출 평가 자료는 기술원에서 보유했으며, 조사·판정이 끝나면 해당 자료는 건강모니터링 주무 기관인 과학원(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으로 이관되고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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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있었다. 166) 신청자가 고시된 질환을 모두 주장하여 구제급여를 신청한 후, 최종적으로 특별구제계정의 ‘상당하는 지원’에 해당할 경우. 긴급의료지원 신청 1. 신속심사 2. 개별심사 구제급여 지급 요청 1. 지급액 산정 2. 지급 3. 판정 불인정자 재심사 신청 2. 개별심사 3. 판정 의무기록 발급 대상 외 피해등급 인정 인정 찾아가는 서비스 프로그램 심사 (간질성 폐질환, 폐렴, 천식) 조사판정전문기관 사전 검토 조사판정전문기관 사전 검토 인정자 (구제급여 대상자) 신규심사 재심사 구제급여 지급 피해구제위원회 심의·의결 긴급의료지원 전문위 검토 조사판정전문위원회 검토 재심사 전문위원회 검토 피해구제위원회 심의·의결 구제급여 지급 신청 환경노출 조사 신청자 그림 2-5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체계(2021.9.25.~) 출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홈페이지

2020년 3월 24일 개정·시행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2차 개정으로, 피해구제체계는 대폭 변화를 맞게 된다.

첫째, 피해질환을 특정하지 않고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돼 발생하거나 악화된 피해를 포괄 적으로 인정해, 기존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에서 구제받지 못했던 사람들도 개별적으 로 심사를 거쳐 피해자로 인정받고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둘째, 구제급여에 해당하는 질환과 특별구제계정에 해당하는 질환을 이분화해 피해구제 위원회와 구제계정운용위원회에서 심의·판정했던 것을 피해질환을 특정하지 않는 법률 의 개정 취지에 따라 피해구제위원회로 일원화했다. 셋째, 기존 폐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 폐외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 등으로 구분돼 있

던 조사·판정 전문위원회가 조사판정전문위원회로 통합됐다. 이로써 가습기살균제피해

구제법 2차 개정 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체계는 상당히 간소화됐다. 또 구제급여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심의절차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는 것이 법적으로 보장됐으며, 재심사를 원하는 신청자들은 재심사전문위원회를 통해 재심신청을 할 수 있 게 됐다. 그리고 구제급여 지급 인정은 받지는 않았지만, 긴급한 의료지원이 필요한 경우 긴급의료지원전문위원회를 통해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체계가 정비됐다.

3) 신속심사와 개별심사 체계의 현황과 문제점

2020년 3월 24일 시행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2017.8.9. 시행] [법률 제17102호, 2020.3.24., 개정]에 따라 피해구제체계는 대폭 변화를 맞게 된다. 첫째, 피해질환을 특정하 지 않고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돼 발생하거나 악화한 피해가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로 포 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둘째,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2017.8.9. 시행] [법률 제17102호, 2020.3.24., 개정] 제5조에 따라 인과관계가 추정되는 역학적 상관관계가 인정 되는 질환은 ‘신속심사’의 대상이 된다. 그 밖의 다양한 피해 증상(질환·후유증 등)은 ‘개별심사’ 를 거쳐 피해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셋째, 피해질환을 특정하지 않는 법률의 개 정 취지에 따라 피해구제위원회와 구제계정운용위원회를 피해구제위원회로 일원화했다. 넷째, 기존 폐질환 조사판정전문위원회와 폐이외질환 조사판정전문위원회가 조사판정전

84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문위원회로 통합됐다. 하지만 2020년 7월 3일 시행령 입법예고 당시,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피해인정 확대 기준 마련 및 공개, 특별유족조위금 상향, 장해급여-요양생활수당 병행 지급 등 핵심 사항에 대해서는 보완책 없는 시행령이 통과됐다. 가습기살균제가 폐손 상의 원인으로 판명된 2011년 이후 10년 이상 피해구제를 기다린 피해인정 신청자에게는 ‘신속 구제’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다. 신속 구제의 방안으로 가습기살균제 노출 이후 발생 또는 악화한 질환 중 다른 원인으로 인한 것으로 증명되지 않는 질환은 ‘요건심사’ 대상 질 환으로 정해 신속히 판정하고, 그 밖의 질환은 개별심사를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원회는 환경부에 수차례 해당 내용을 촉구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최초 입법예고 당시 요건심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에서 재입법예고에서는 요건심사를 삭제하고 실체가 불분 명한 신속심사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등 일관성 없는 입장을 보였고, 결국에는 향후 일정 조차 예측하기 어려운 불완전한 시행령으로 개정됐다. 가) 신속심사 신속심사 대상 질환은 간질성폐질환, 천식 및 폐렴(가습기살균제 노출과 질환 간 역학적 상관관계 보고서 (2021년 10월))167)으로 이들 질환은 2018년 이미 구제급여 지급대상으로 인정된 질환이다. 피 해판정이 여전히 특정 호흡기질환에 국한돼 건강피해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가습기살 균제피해구제법」 [2017.8.9. 시행] [법률 제17102호, 2020.3.24., 개정] 개정 취지를 따라가 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법률 제17102호)은 역학조사, 건강 모니터링, 그 밖의 코호트 조사, 독성연구 등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질환 발생 간의 역학적 상관관계에 관한 조사·연구를 통해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질환 간에 역학적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법 제5조 및 법 시행령 제2조).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85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건강피해 간 역학적 상관 관계 검토 연구(Ⅰ)’를 의뢰했고, 10월 연구 결과를 담은 제1차 보고서가 발간됐다. 보고서 는 가습기살균제와 건강피해 간 역학적 상관관계 입증 가능 근거(연구 결과)의 종합적 검토· 정리를 통해 기업을 상대로 한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에 활용하기 위해 발간됐다. 167)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
피해자
간담회
과학원은 2021년 4월 12일 한국환경보건학회에 ‘가습기살균제와
공지사항, 가습기살균제
비대면
안내, 2021-03-26, https://www. healthrelief.or.kr/home/board/notice/view.do, 접속, 2021.12.10

당초 환경부와 과학원은 2021년 9월에 제1차 보고서를 발표하기로 했으나 다소 늦어진

2021년 10월 말에 발표했다.168) 이에 따라 후속 보고서 발표도 당초 계획보다 늦어질 것으 로 예상되며, 그 결과 신속심사 대상 질환의 추가 지정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나) 개별심사

2021년 4월 환경부는 제20차 피해구제위원회(2020년 10월) 심의를 거쳐 개별심사를 위한 세 부 기준을 정해 공개했다. 또 판정의 일관성을 높이고자 개별심사 수행기관(이하 조사판정전문 기관)169)의 워크숍을 개최(2020년 12월부터 총 8회)해 자료 정리 양식과 면담 내용 등에 대한 실무 안내서를 마련하고, 개별심사를 시범 수행해 세부 절차를 조율했다.170) 개별심사는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았거나 아직 판정받지 못한 신청자와 피해인정은 받았 으나 피해등급을 받지 못한 피해자 등 5,600여 명을 대상으로 한다. 조사판정전문기관을 추가로 지정해 심사 속도를 높여 2022년 하반기까지 심사를 완료할 예정이다. 구제급여 신청자 또는 피해자는 담당 조사판정전문기관(병원)과 의견진술 방법 및 시기 를 정한 다음 해당 기관에서 조사를 받는다. 그런 다음 조사판정전문위원회 및 피해구제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결과를 통지받는다. 환경부가 발표한 2020년 12월 22일 간담 회 판정 일정(안)171) 과 2021년 3월 30일 간담회 심사 일정(안)172) 을 비교·검토한 결과, 판정 일정이 약 6개월 지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정(안)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2017.8.9. 시행] [법률 제17102호, 2020.3.24., 개정] 개정 이후에도 피해판정을 받기까지 약 2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자로 인정됐으나 피해등급 판정이 지연되면 서 요양생활수당 미지급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168)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 관련자료실 →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질환 간 역학적 상관관계 검토보고서(간질성폐질환, 천식, 폐렴), 2021-10-29, https://www.healthrelief.or.kr/home/board/law/view.do

169) 피해인정여부 등을 결정하는 법정 전문위원회(조사판정전문위원회, 재심사전문위원회)의 심사에 앞서 피해자와 면담하 고, 의무기록 등을 사전에 검토·정리하는 병원 170) 환경부 보도자료 ‘가습기살균제 개인별 건강피해 개별심사 본격 추진’ 2021.4.2. 171) 환경부,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 공지사항, 환경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간담회(2020.12.22.) 172)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 공지사항, 환경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간담회 2021.3.30.

86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환경부에 따르면 등급미판정자는 건강피해 인정일 기준으로 심사하고, 불인정자 및 미판 정자는 최초 인정신청일 기준으로 심사할 예정(2022년까지)이다. 피해인정 판정 이후에는 다 시 피해등급 판정을 받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므로, 심사 소요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개선책이 필요하다.173) 한편 2021년 9월 27일 환경부는 호흡기계 질환과 동반되는 피부질환·우울증 등의 기타 질환도 피해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174) 하지만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진단받은 질환(자가 보고) 중 내분비계질환·암질환·안과질환·심혈

관계질환 등의 피해인정은 전무하다. 환경부와 과학원은 개별심사의 속도와 결과(건강피해 인 정)에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4) 피해구제위원회 현황과 문제 가) 피해구제위원회의 기능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2017.8.9. 시행] [법률 제17102호, 2020.3.24., 개정]에 따라 “가 습기살균제 건강피해에 대한 구제 및 지원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피해구제위 원회를 환경부 장관 소속으로 둔다(법 제7조). 위원회는 구체적으로 ‘건강피해 인정 및 피해 등급(구제급여 지급 여부 및 피해등급 등의 결정)에 관한 사항’, ‘건강피해 인정기준(구제급여 지급 결정 기준) 및 피해등급 마련에 관한 사항’, ‘건강피해 인정(구제급여 지급 결정)의 취소, 유효기간의 갱신, 피해 등급의 변경 등에 관한 사항’, ‘특별유족인정에 관한 사항’, ‘금액의 지원에 관한 사항(신설)’, ‘재심사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의결한다(법 제8조) 나) 피해구제위원회 운영 현황 (1) 위원회 구성 피해구제위원회는 위원장(환경부 차관)을 포함해 15명 이내로 구성한다. 위원의 임기는 2년이 고 2차례 연임할 수 있다. 2017년 8월부터 제1기 위원회 임기가 개시돼 현재 제3기 위원회 (1기: 2017.8.9.~2019.8.8., 2기: 2019.8.9.~2021.8.8., 3기: 2021.8.9.~2023.8.8.)가 운영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173) 위원회 언론브리핑, ‘가습기살균제 청문회 기본계획 및 피해구제 지연 관련 브리핑’ 2021.6.2.

174) 환경부 보도자료, ‘가습기살균제 구제급여 지급 대상자 추가… 총 4,258명 인정’2021.9.27.

87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2) 위원회 회의 개최 횟수 피해구제위원회 회의 개최 현황은 다음과 같다. 2017년 8월 10일 첫 회의가 열린 이래 2021 년 11월 기준 총 26회(2017년: 5회, 2018년: 6회, 2019년: 4회, 2020년: 7회, 2021: 4회)가 열렸다. 피해구제위 원회 기별 개최 횟수는 제1기 13회, 제2기 12회, 제3기는 2021년 11월 현재까지 1회 열렸다. 회기별 위원 임기가 2년임을 감안할 때 제1, 2기 기준 2개월에 한 번 정도 열린 것이다. 제2차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2017.8.9. 시행] [법률 제17102호, 2020.3.24., 개정] 개 정(2020.9.25.) 전까지 피해구제위원회는 폐질환의 경우 5,770명을 조사·판정해 489명에 게, 태아 피해의 경우 56명을 조사·판정해 28명에게, 천식의 경우 5,692명을 조사·판정 해 432명에게 각각 구제급여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제2차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2017.8.9. 시행] [법률 제17102호, 2020.3.24., 개정] 개정 전 피해신청자가 6,880여 명에 달 했으나 위원회 회의는 두 달에 한 번꼴로 열렸고, 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 건강피해 인정 자 수는 채 1,000명이 되지 않는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신청자가 증가하고, 피해신청부터 인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려 피해자 들의 불만이 높았는데도 위원회 회의 개최에서 피해자들의 불만과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

5) 조사판정전문위원회 현황과 문제 조사판정전문위원회는 피해구제위원회 내에 두도록 돼 있으며, 피해구제법 2차 개정 이전 에는 질환별로 구분돼 있었지만, 2차 개정으로 인해 조사판정전문위원회로 통합됐다.

가) 폐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 구성과 운영 폐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2017.8.9. 시행] [법률 제17102 호, 2020.3.24., 개정] 제정(2017.2.8)에 의해 구성된 조사판정전문위원회로, 피해구제위원회 내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인정에 관한 사항 등을 좀 더 전문적으로 검토하기 위해(법 제7조 제4항) 설치된 전문가 중심의

88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위원회다. 동 전문위원회는 3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시행령 제12조제2항)되며,
회 위원 중 환경부 장관이 임명
위원장은 피해구제위원
(시행령 제12조제3항)하도록 돼 있다. 위원의 임기는 2년이며, 두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시행령 제12조제5항).

동 전문위원회는 ①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인정 여부 및 피해등급에 관한 사항 ②가습기

살균제 인정의 취소, 유효기간의 갱신, 피해등급의 변경 등에 관한 사항 ③특별유족인정

에 관한 사항 ④재심사 청구에 대한 심리·결정에 대한 사항 등을 검토해 피해구제위원회

에 보고하게끔 법으로 명시하고 있다(시행령 제12조제6항)

위원회는 폐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 위원 명단 및 회의록 일체 자료를 요청했으나 1기

위원 명단이 아닌 전문 분야별 배정 인원수와 회의 결과만 일부 입수됐다. 1기 위원은 호 흡기내과·소아청소년과·직업환경의학과·영상의학과·병리학과·환경보건 및 독성학· 의료경영학과·변호사 등 분야별 전문가 25명으로 구성됐다.175) 176) 위원회가 입수한 자료 에 따르면, 폐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는 2017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총 15회 개최됐 다.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화학물질로 인한 폐질환 인정 및 지원기준 등에 관한 고시’가 제정되면서 제14차 환경보건위원회에서 폐질환을 가습기살균제에 의한 피해질환으로 인 정했고,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이 제정되면서 폐질환 건강피해를 전문적으로 심사하는 조사판정전문위원회 구성으로 이어지게 됐다. 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는 2020년 9월 25

일 질환을 특정해 피해판정을 하지 않고 포괄적 심사를 한다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2차 개정의 취지에 따라 폐지됐고, 동 전문위원회를 포함한 질환별 위원회는 조사판정전 문위원회로 통합되기에 이른다. 2년의 기간에 총 5,770명을 조사·판정해 구제급여 지급 대상으로 총 489명의 피해를 인정했다. 나) 폐외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 구성과 운영 폐외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는 상기 동일하게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2017.8.9. 시 행] [법률 제14566호, 2017.2.8., 제정]으로 인해 피해구제위원회 내에 신설된 전문가 중심 의 조사·판정전문위원회다.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175)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1936(2019.4.23.) 「위원회 자료 제출」, “조사판정전문위원회 현황”, 1쪽(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 과-468, 2019.4.24.)

176)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5067(2019.11.8.) 「위원회 자료 제출」, “피해구제위원회 관련 자료”, 3쪽(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 과-1510, 2019.11.11.)

89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폐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와 법적 위상·기능·위원 구성·운영 등이 같다. 다만 폐질환 이외의 질환을 포괄적으로 심사·판정한다는 것이 기능상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2차 개정으로 본 전문위원회가 폐지·통합되기까지 태아 피해만을 심사·판정했다. 위원회는 폐외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 위원 명단 및 회의록 일체 자료를 요청했으나 1기 위원 명단이 아닌 전문 분야별 배정 인원수와 회의 결과만 일부 입수됐다. 1기 위원은 소 아청소년과·산부인과·직업환경의학과 등 분야별 전문가 11명으로 구성됐다.177) 178)

위원회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폐외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는 2017년 9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총 15회 회의를 개최했다. 본 전문위원회는 폐외질환을 포괄적으로 심사한다는 당초 법 제정 취지와 달리 약 2년간의 태아 피해만을 제한적으로 조사·판정했으며, 구제 급여 지급대상으로 피해를 인정했다. 태아피해 건강피해는 2017년 3월 27일 제21차 환경보건위원회에서 폐질환에 이어 두 번 째로 가습기살균제 피해 인정질환으로 지정됐고,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이 제정되면서, 태아피해를 포함한 폐외질환 건강피해를 전문적으로 심사하는 조사·판정전문위원회 구 성으로 이어지게 됐다.

본 전문위원회 역시 폐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와 동일하게 2020년 9월 25일 가습기살균 제피해구제법 2차 개정에 따라 조사판정전문위원회로 폐지·통합되기에 이른다. 다) 천식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천식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는

177)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1936(2019.4.23.) 「위원회 자료 제출」, “조사판정전문위원회 현황”, 1쪽(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 과-468, 2019.4.24.)

178)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5067(2019.11.8.) 「위원회 자료 제출」, “피해구제위원회 관련 자료”, 4쪽(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 과-1510, 2019.11.11.)

90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폐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와 폐외질환조사판정전문위 원회와 같이 법률과 시행령에 명시된
조사·판정전문위원회는 아니나, 2017년 9월 25일 열 린 제2차 피해구제위원회 회의에서 천식을 피해인정질환으로 의결하면서 구성된 전문위원

회다. 천식 질환을 전문적으로 조사·판정한다는 것 외에는 폐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와 폐외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와 법적 위상·기능·위원 구성·운영 등이 같다고 볼 수 있다. 본 전문위원회는 제2차 피해구제위원회에서 천식 질환을 가습기살균제 피해질환으로 인 정했다. 2017년 12월 13일 열린 제3차 피해구제위원회 천식피해조사판정전문위원회 구성 과 관련한 회의안건에서, 폐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위원장 조준성)는 폐질환 조사판정의 진 행 상황을 고려할 때, 천식을 추가해 조사·판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었고, 객관성과 전 문성 확보를 위해서는 천식 전문의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보았다.179) 이에 2017년 12월 21 일 제4차 피해구제위원회에서 해당 조사·판정전문위원회 구성(안)을 의결했다.180) 가습기 살균제피해구제법에서는 피해구제위원회 내에 폐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와 폐외질환조 사판정전문위원회를 둘 수 있다(법률 제7조제4항)고 명시하고 있으나, 제4회 피해구제위원회 에서는 운영세칙 제15조(전문위원회 구성) “특별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위원회의 의 결을 거쳐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할 수 있다” 181)는 조항을 인용해 본 위원회를 구성하 기에 이른다. 위원회는 천식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 위원 명단 및 회의록 일체 자료를 요 청했으나 1기 위원 명단이 아닌 전문 분야별 배정 인원수와 회의 결과만 일부 입수됐다. 1기 위원은 호흡기내과·소아청소년과·직업환경의학과 등 분야별 전문가 27명으로 구성 됐다.182) 183)위원회가 입수한 자료를 근거로 천식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는 2017년 9월부 터 2019년 3월까지 총 20회 회의를 개최했다. 본 위원회가 구성된 이후 매월 정기적으로 개최해 조사·판정을 성실히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폐질환과 태아 피해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제정 전 환경보건위원회에서 인정된 피해질환이며, 천식 질환은 법 제정 이후 구성된 피해구제위원회에서 처음이자, 전체적으로는 세 번째로 피해인정을 받은 질환이 다. 회의 개최를 통해 5,692명을 조사·판정해 구제급여 지급대상으로 432명의 피해를 인

179)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1222(2020.3.16.) 「위원회 자료 제출」, “제3차 피해구제위원회 자료(171213)”, 18쪽(가습기살균 제피해지원과-267, 2020.3.16.)

180)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3910(2019.8.22.) 「위원회 자료 제출」, “피해구제위원회 회의록(1~13차), 7~8쪽(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과-1185, 2019.8.23.)

181)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1222(2020.3.16.) 「위원회 자료 제출」, “제2차 피해구제위원회 자료(1709253)”, 12쪽(가습기 살균제피해지원과-267, 2020.3.16.)

182)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1936(2019.4.23.) 「위원회 자료 제출」, “조사판정전문위원회 현황”, 1쪽(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 과-468, 2019.4.24.)

183)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5067(2019.11.8.) 「위원회 자료 제출」, “피해구제위원회 관련 자료”, 4쪽(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 과-1510, 2019.11.11.)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91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정했다. 본 위원회 역시 상술한 전문위원회와 동일하게 2020년 9월 25일 가습기살균제피 해구제법 2차 개정에 따라 조사판정전문위원회로 기능이 통합됐다.

라) 특별법 2차 개정에 의해 통합된 조사판정전문위원회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2차 개정·시행(2020.9.25.)에 따라 구제급여와 특별구제계정이 통

합되고 피해질환을 특정하지 않는 개별심사가 도입되면서 기존의 폐질환조사판정전문위

원회·폐외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천식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구제급여상당지원전 문위원회 등의 전문위원회는 ‘조사판정전문위원회’로 통폐합됐다. 조사·판정전문위원회 는 피해구제위원회 내에서 구제급여의 지급에 관한 사항 등을 좀 더 전문적으로 검토하 기 위해 구성됐으며(법 제7조제5항), 50명 이내의 위원을 두며(시행령 제12조제1항), 위원장은 위원 중 환경부 장관이 임명한다(시행령 제12조제3항). 구제급여 지급 여부 및 피해등급 결정, 구제급 여 지급 결정의 취소, 유효기간의 갱신, 피해등급의 변경, 장의비와 구제급여조정금의 지 급과 관련된 가습기살균제 사망원인에 관한 사항, 특별유족인정 등에 관한 사항 등을 검 토해 그 결과를 피해구제위원회에 보고하는 기능을 한다.

본 위원회는 피해구제위원회 위원, 의학 전문의, 환경보건·독성학 전문가(경력 1년 이상), 판· 검사 또는 변호사(경력 5년 이상) 중에서 환경부 장관이 성별을 고려해 지명 또는 위촉하고, 1 기 위원은 호흡기내과·소아청소년과·직업환경의학과·영상의학과·병리학과·환경보건

및 독성학·의료경영학과·변호사 등 분야별 전문가 34명으로 구성됐다.184) 조사판정전문위원회 회의는 건강피해조사기관(병원)의 구제급여 지급신청자의 의무기록 과 면담 등을 검토한 결과를 의결 안건으로 해 수시로 개최되고 있으며, 의결 사항을 피해 구제위원회에 상정한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2차 개정 이후 2021년 7월까지 4회 개 최됐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2차 개정으로 피해질환을 특정하지 않는 포괄적 개별심 사를 시행하게 되면서,

92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조사판정전문위원회는 피해신청자들의 피해 정도와 인정 여부를 조사·판정하는 유일한 위원회가 됐다. 그러나 2020년 9월 25일 개정법 시행 후, 본 전문위 원회는 8개월가량 경과한 2021년 5월에 이르러서야 첫 회의를 개최했고, 2021년 8월까지 184)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781(2021.8.4.) 「협조요청에 대한 회신」, “제출자료(조사판정전문위원회 관련)”, 1~2쪽(가습기살 균제피해지원과-225, 2021.8.4.)

4차례 회의를 열어 8건의 구제급여 지급 여부와 12건의 피해등급 판정 여부를 피해구제

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한 것이 전부였다.

위원회가 기술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5월 26일 기준 조사판정전문위

원회를 거쳐 피해구제위원회가 건강피해 조사·판정을 해야 할 대상자 수는 6,037명이었

다.185) 당시 환경부는 2022년 1/2분기까지 대상자 전원의 판정을 완료하겠다고 일정을 발 표했기에, 186) 이 같은 조사판정전문위원회의 더딘 개회와 회차별 피해인정 판정자 수 등 의 조사·판정처리는 발표한 계획을 달성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환경부는 2021년 4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사·판정 대상자 전체를 2022년 하반기까지 연기하 여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187) 위원회에서는 폐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폐외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천식질환조사

판정전문위원회 등 전문위원회의 위원 명단과 회의록 일체의 자료를 요청했으나, 미흡하

게 제출되거나 제출되지 않아 향후 추가조사가 필요하다.

5. 기업과 정부의 책임회피와 분담금의 문제점 가. 피해자에게 개별 배·보상을 실시한 기업의 문제

1) 법적 책임에 대한 기업의 소극적인 태도 가습기살균제는 1994년 유공(SK케미칼)에 의해 처음 개발됐고, 2011년 질병관리본부의 판 매금지 조치가 내려질 때까지 여러 기업에 의해 제조·유통되며 900만 개 이상의 판매량 을 기록했다. 가습기살균제의 원료는 PHMG·CMIT/MIT·PGH·BKC·NaDCC·산화은 등 185)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실(2021.5.28.)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심사 관련 협조 요청에 대한 회신」, “건강피해 심사 관련 자료”, 1~2쪽(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과-160(2021.5.28.)

186)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비대면 간담회 안내자료, 2021.11.10. 접속, https://www. healthrelief.or.kr.

187) 환경부 보도자료, “가습기살균제 개인별 건강피해 개별심사 본격추진”, 2021.4.2.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93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다양한 물질이다.188) 가습기살균제 제품은 대부분 액상이지만 알약 형태나 고체 형태도

있었다. 가습기살균제의 원료물질 종류에 따라 이후 개별 소송 등에서 유해성이 인정됐 던 사례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189) 참사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검찰 조사 및 국정조사 등이 진행되며 기업들은 가습기살

제품명 (원청사/하청사) 피해자 (단위: 명) 성 분 제품명 (원청사/하청사) 피해자 (단위: 명) 성 분 계 4,120세퓨 가습기살균제 (세퓨)

102 PGH 단독 2,540 단독 42 복수 1,580 복수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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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싹싹 가습기당번 (옥시RB)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고체형) (옥시RB/한빛화학)

3,443 PHMG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 (홈플러스/용마산업사)

301 PHMG 단독 1,995 단독 37 복수 1,448 복수 264

37 BKC 119가습기세균제거 (LG생활건강/양양산업)

18 BKC 단독 10 단독 2 복수 27 복수 16

42 산화은 함박웃음 가습기세정제 (GS리테일/퓨엔코)

42 CMIT/ MIT 단독 2 단독 2 복수 40 복수 40 애경 가습기살균제 (애경/SK케미칼)

이마트 가습기살균제 (이마트/애경)

파란하늘 맑은 가습기 (애경산업)

1,096 CMIT/ MIT

가습기퍼니셔 (다이소아성산업/ 산도깨비)

54 CMIT/ MIT 단독 193 단독 3 복수 903 복수 51

318 CMIT/ MIT 베지터블홈 가습기클린업 (홈케어/제너럴바이오)

63 PHMG 단독 32 단독 23 복수 286 복수 40

2 미상 엔위드 (클라나드)

77 이염화이 소시아눌 산나트륨 단독 - 단독 14 복수 2 복수 63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 (롯데쇼핑/샤인업)

331 PHMG 하이지어(딤채형/필터형) (이너웩스/불스원신소재)

4 활성탄 단독 38 단독복수 293 복수 4 SK가습기메이트 (SK케미칼)

2 CMIT/ MIT

188) <표 2-10> 2018.8.20. 기준 사용제품 현황은 다음과 같다. 189) 다수 전문가는 원료물질의 유해성 여부에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311 - 단독 - 단독 146 복수 2 복수 165 유공가습기메이트 (SK이노베이션)

38 CMIT/ MIT 단독 1 복수 37

기타 (폐업기업 제품 및 분담금 면제기업 제품 등)

94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표 2-11 주요 기업의 판매 및 배·보상 현황

업체명 가습기살균제 제품 판매 수 배·보상 현황

옥시 레킷벤키저 545만 5,940개 폐질환: 416명, 2,873억 원. 태아피해: 6명, 34억 원 롯데마트 12만 6,898개 폐질환: 68명, 201억 원 홈플러스 29만 6,938개 폐질환: 48명, 112억 원

SK케미칼 원료 물질 공급 11명, 비공개

애경산업 171만 6,883개 11명, 비공개

균제참사 피해자에게 개별적으로 배·보상 등 피해지원을 했다. 원료물질 제조 또는 제품 판매량이 높은 5개 기업을 대상으로 배·보상의 현황과 문제점을 확인했다. 개별적으로 피 해지원을 했던 것으로 확인된 5개 기업은 옥시·홈플러스·롯데마트·SK케미칼·애경산업 이다.190) 이들 5개 기업은 피해지원에 ‘배상’ 또는 ‘배·보상’ 개념을 적용했던 옥시·홈플러스·롯데 마트 등 3개 기업과 ‘배상’을 인정하지 않았던 SK케미칼과 애경산업 등 2개 기업으로 구분 된다.191)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2022년 1월 1심에서 CMIT/MIT 성분이 인체에 미치는 영 향에 대해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받았고, 이후에도 배·보상 과 관련해 법적 책임을 부인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이들 5개 기업 모두 국정감사·청문회· 언론브리핑 등에서 공개적으로 사과했고, 이후 배·보상 등 피해지원을 진행했다. 하지만 정부가 인정한 피해 질환에 대해 일부만 인정하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옥시는 폐 질환 1·2단계와 일부 태아 피해만을 대상으로 배·보상을 진행했으며, 옥시를 제외한 기업 은 폐질환 1·2단계에 대해서만 진행했다. 위원회는 개별보상을 한 5개 기업에 배·보상안 기준과 세부내역을 요청했지만, 5개 기업 모두 위원회가 요구한 수준의 자료를 제출하지

2명 나타난 것으로 파악된 GS리테일, LG 생활건강 등은 본 항목에서는 다루지 않았다.

191) 위원회가 2019년 10월 23일 5개 기업들에게 배·보상 자료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고, 기업이 회신한 내용에 따라 작 성했다.

95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190) 위원회가 개별 배·보상 실시에 관해 기업을 선정하던 당시에는 상기 5개 기업이 폐질환 1, 2단계를 판정받은 피해자와 관 련 있는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에 이후 폐질환 1, 2단계를 판정받은 피해자들이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않았다. 이 중 롯데마트는 상세 배상기준까지 제출했고, 옥시와 홈플러스는 대략적인 배· 보상 총액만 제출했다. SK케미칼192)과 애경산업은 배·보상 총액도 제출하지 않았다.

2) 정부 기준보다 협소한 질환 기준 적용 기업은 폐질환과 태아 피해 그리고 천식 등과 관련한 정부 인정 질환에 대해 피해지원을 했다. 폐질환과 관련해 옥시는 정부의 1~4차 조사 결과에 따라, 1·2차 조사·판정 대상 자 중 186명과 합의했으며, 3차 조사·판정 72명, 4차 조사·판정 158명과 배·보상을 합의 한 것으로 나타났다(2022년 1월 기준). 옥시는 폐질환 1단계와 2단계 판정을 받은 피해자와 가 족 416명에게 총 2,873억 7,000만 원의 합의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193) 롯데마트는 폐질 환 1·2단계 판정을 받은 68명의 피해자와 가족에게 201억 원의 추가 합의금을 지급했다. 홈플러스가 2019년 10월 25일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폐질환 1·2단계 판정을 받은 48명의 피해자와 가족에게 합의금 총 112억 원을 지급했다.194) 2022년 2월 28일 애경산업은 ‘애경 가습기메이트’를 단독사용하고 폐질환 1·2단계 판정을 받은 11명의 피해자 및 가족과 사 회적·도의적 차원에서 합의했다고 밝혔으나,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옥시를 제외 하고는 복수제품(자사 제품과 타사 제품)을 사용했던 폐질환 1·2단계 피해자에 대해서 배·보상 을 한 기업은 없다. 태아 피해에 있어 위원회가 조사했던 5개 기업 중 제한적 범위라도 배·보상을 실시한 것 으로 확인된 기업은 옥시 한 곳뿐이다. 환경부에 태아 피해 조사·판정을 신청한 피해자 는 총 54명(2019.7.19. 기준)이고, 이 중 태아 피해 인정자는 24명로 이들 24명 모두 옥시의 제 품을 사용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옥시가 배·보상을 진행한 피해자는 6명에 불과했다. 환경부 태아 피해 인정기준에서는 가습기살균제 폐질환 1·2단계를 인정받은 산모의 태아 가 유산 또는 사산되는 경우를 태아 피해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옥시는 조산과 부당경 량아, 태아곤란증과 이에 수반된 의학

답변했고,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이후에도 유사한 태도를 견지하였다.

193) 이 내역은 2019년 10월 17일 옥시 레킷벤키저가 위원회에 보내온 자료(이메일)를 바탕으로 2022년 1월 옥시 레킷벤키 저의 담당자와 통화로 확인해 업데이트했다.

194) 2021년 12월 담당자와 통화하였으며, 추가적인 폐질환(1~2단계) 배·보상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96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문제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이는 환경부의 기준에 192) SK케미칼은 2019년 10월 29일 자 회신 자료에서 “CMIT/MIT 단독사용 피인정자 중 폐질환으로 인한 피인정자 8명과 지원에 합의했으나, 주요 내용에 대해서는 비밀을 유지하고 공개하지
아니하기로 합의했으므로 피인정자 분들의 동의 없 이 합의금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비해 협소한 것으로 판단된다. 옥시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태아 피해를 파악조차 않 고 있거나 태아 피해와 관련한 위원회의 자료제출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천식 질환은 2017년 9월 25일 제2차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에서 의결돼, 정부가 세 번째로 인정 한 피해질환이 됐다.195) 기술원 자료196)에 따르면, 2020년 6월 12일 기준 천식 질환자는 구 제급여 대상자 중 422명, 구제계정 대상자 중 163명이었다. 구제급여 대상자 중 천식 질환자는 총 422명이고 그중 176명은 중복 질환자이므로, 구제 급여 대상자 중 천식만 단독으로 인정받은 피해자는 246명으로 파악된다.197) 이 중 기업 과 배·보상을 합의한 피해자는 총 10명(중복 질환자 포함)으로, 이는 구제급여 대상자 가운데 폐질환 1·2단계 피해자 488명 중 425명과 합의가 됐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협소한 것으 로 파악된다. 정부의 천식 질환 인정이 매우 협소해 보이지만 기업은 그마저도 부인하고 있으며, 기업의 답변 자료 등을 볼 때 2022년 2월 현재까지도 기업은 천식을 피해질환으 로 인정하지 않고 배·보상도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천식 인정 피해자들은 위원회에 위 내용처럼 부당한 차별을 받고 있고, 기업이 배·보상에 소극적이라는 의견을 수시로 제시했다. 위원회는 상기 5개 기업에 대해서도 천식 질환 배· 보상에 대한 점검과 자료를 요구했지만, 기업들은 “현황 파악 중”이라고 회신하거나 요구 에 응답하지 않았다. 정부는 매우 더디게 피해인정 질환 범위를 확대하고 있고 기준도 완화해 가고 있지만, 기 업은 이미 개별적 배·보상을 했던 폐질환 1, 2단계와 일부 태아 피해 인정자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배·보상 등 피해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기업의 이러한 태도는 제품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 법원이 인정한 범위까지만 배·보상 질환으로 인정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195) 이 보도자료에는 “환경부가 건강보험공단 진료자료를 분석하는 ‘천식 피해 조사·판정 프로그램’을 개발해 조사판정 대 상자를 선정하고, 피해신청자가 제출한 의무기록 등을 전문위원회에서 조사·판정해 의료비 등 필요한 지원을 할 예정”이 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196) 한국환경산업기술원(2020.6.17.), “(붙임)질환 및 지급 항목별 지급 현황”(2020.6.18.)

197) 위 기술원 자료에 따르면, 구제계정 대상자 중 천식 질환자는 163명이고, 그중 30명이 중복 질환자다.

97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3) 천식 질환 관련 환경부와 기업의 관련 자료 공유 지연

천식 질환의 배·보상과 관련해서는 옥시는 환경부가 천식 질환에 관한 정보를 기업들과

공유하지 않았던 점도 문제가 됐다고 주장했고, 위원회는 자료가 공유되지 않았던 점을 조사했다.198)

조사 결과, 환경부가 기업에 피해자 명단 등 배·보상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조차 공유하 지 않았던 점도 천식에 대한 기업의 배·보상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았던 원인 중 하나로 파악됐다.

환경부는 기업에 천식 피해자가 발생한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고, 환경부와 기술원은 기 업에 구상금을 청구할 때도 일부 질환을 표기하지 않아 기업은 어떤 질환에 대한 구상금 인지 알 수 없었던 문제도 있었다.

2017년 10월 30일 옥시는 환경부에 ‘천식의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인정’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한다.

공문에서는 “여러 의료 전문가들은 천식을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로 인정한 것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과 함께 ①가습기살균제 노출과 천식 발생 간 인과관계에 대한 역학조사 등 연구 결과 ②개별적 인과관계 판정 가능성에 대한 근거 자료 ③환경부에서 발표한 피해판정 기준에 대한 근거자료 등을 제공해 줄 것과 관련 기 업에 대한 설명회를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옥시 측은 상기 공문 이외에 4차례에 걸쳐 추가로 공문 내용을 이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 고 주장했고, 2019년 8월 2일 환경부 직원들은 “그런 기억이

98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이후 옥시 측은 2019년 2월 15일 관련 전문가 회의에서 환경부 담당 사무관에게 천식 인 과관계 자료를 제공해 달라고 추가로 요청했다고 진술했고, 2019년 8월 2일 담당 사무관 198) 참고로 나중 과정에서 환경부(기술원)는 천식 피해에 관한 자료를 공개했지만, 위원회가 기업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 르면 기업들 중 천식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배·보상을 한 기업은 없다.
없다”고 진술했다.

은 “검찰 재수사와 연계해 기업에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제공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199) 기업은 환경부가 미진하게 대응해 천식 관련 피해자에게 직접적인 피해지원을 할 수 없었 다고 주장했다. 이에 환경부는 관련 자료를 제공할 경우, 향후 소송에서 기업에 제공한 정 보가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위원회는 보도 자료(2019.12.9. ‘정부 인정 천식 피해자에 대한 기업 배·보 상 전무’)를 통해 제품별 피해자 정보 자체를 파악할 수 없고, 자사 제품 사용으로 인한 천식 이나 태아 피해 인정자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며, 기업이 능 동적으로 배·보상에 나설 수 있게 정보 공개에 제약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후 천식과 관련한 피해자 정보가 기술원 홈페이지에 게재되게 됐다.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4) 배·보상에 대한 기업의 소극적 태도 기업이 개별 피해자들에 대해 피해 배·보상을 진행하는 과정 중에 가습기살균제 피해구 제 분담금을 납부하게 됐다. 기업들은 정부가 책정한 분담금을 납부한 후에는 이전과는 다르게 자신들의 역할을 했다는 태도를 보인다. 특별구제계정 분담금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공급 및 제조·판매 기업이 져야 하는 최소한 의 사회적 책임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정부가 요구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분담금을 납

부했기 때문에 자신들의 역할을 했다는 태도로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 책임을 지지 않으 려고 하는 등 피해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위험한 제품을 만들어낸 당사자들이 그 제품을 사용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배·보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대다수 기업은 검찰수사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가해 사실을 제대로 인정하지도 않았으며, 사과는 하되 법적 결과를 확인한 후 그에 따라 배· 보상 등의 피해지원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기업들의 배·보상 금액도

199) 위원회, 조사대상진술조사 2019.8.2.

99
지원
보고서
소위원회

적극적인 피해지원 의사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한편 피해자들과 기업 간 합의를 위해 2021년 10월 출범한 조정위원회의 최종 조정안(2022 년 3월)에 대해 9개 기업 중 옥시와 애경산업 2개의 기업이 조정을 불수용하면서 합의가 무 산된 바 있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태도가 요구된다.

5) UN 원칙 등 국제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의 배·보상 피해자의 권리와 기업의 책임 범위에 대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을 가습기살균제참 사에 관한 배·보상 등에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연재난과 관련해서는 정부 간 기구인 국제개발법기구(International Development Law Organization: IDLO), 인도적 지원과 관련된 유엔과 기타 조직 간의 포럼으로 유엔총회에 의해 설립된 기 관 간 상설위원회(Inter-Agency Standing Committee) (『자연재난 상황에서의 사람의 보호에 관한 IASC 운영 가이드라 인』, “IASC 가이드라인”) 등에서 포괄적이고 재난 상황의 맥락을 반영한 피해자들의 권리 목록 을 제시하고 있다.200)

이는 2013년 유엔 인권이사회(Human Rights Council)는 결의에 기반해 재난이나 분쟁 후 상황 에서의 인권의 증진과 보호에 있어서 모범사례와 제약조건에 관한 것으로, 자문위원회가 작성하고(2014년 중간보고서, 2015년 최종보고서) 유엔인권이사회와 유엔총회에 제출된 보고서의 일 환이다. 2005년 『국제인권법의 중대한 위반 행위와 국제인도법의 심각한 위반 행위로 인한 피해 자들을 위한 구제 및 배상의 권리에 관한 기본 원칙과 가이드라인』(“유엔 피해자 권리 원칙”)201)이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200) Erica Harper, International Law and Standards Applicable in Natural Disaster Situations (IDLO, 2009); IASC, IASC Operational Guidelines on the Protection of Persons in Situations of Natural Disasters (The Brrokings - Bern Proect on Internal Displacement, 2011).

201) UN General Assembly, Basic Principles and Guidelines on the Right to a Remedy and Reparation for Victims of Gross Violations of International Human Rights Law and Serious Violations of International Humanitarian Law, (16 Dec. 2005) UN Doc. A/60/509/Add.1, in (Mar. 2006) A/RES/69/147.

100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개선
피해지원의 문제와

이 기본 원칙과 가이드라인은 국제인권법과 국제인권법상 이미 인정되고 있는 피해자의

권리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국가의 법적 의무를 이해할 수 있는 절차와 방법들을 한데 모 은 것으로 법적 성격을 갖는다.202) 기본원칙과 가이드라인에는 ①정의에 대한 권리 ②배상에 대한 권리 ③진실에 대한 권리 등을 담고 있다. 진실·정의·배상 및 재발 방지 보장 증진에 관한 유엔특별보고관은 관련 해 법의 지배, 진실위원회, 배상, 기소 전략, 안보영역 개혁, 재발 방지 보장, 전환기 국가의 사법적 조치 등에 대해 보고서를 유엔인권이사회와 유엔총회에 제출하고 있다. 진실·정의·배상 및 재발 방지 보장 등 네 가지 요소의 종합적인 접근의 기초에 관한 2012 년 보고서에서 ‘피해자 중심의 접근203)’의 의미와 중요성에 관해 서술하고 있다.204)

재난 상황에서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가 문제되는 경우에는 2011년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 : 유엔 ‘보호·존중·구제’ 프레임워크의 실행205)

이 적용돼야 한다.

<표 2-12> 인권 보고서는 배·보상에 대한 피해자의 권리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배상에 대한 권리는 피해자에게 금전적 배상을 넘어 피해를 실질적으로 회복하고 상황을 변화하는데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며, 배상의 권 리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의 조치로서는 ①원상회복(restitution) ②금전적 배상(compensation) ③재활(rehabilitation) ④만족(satisfaction) ⑤재발방지 보장(guarantee of non-repetition) 등이 요구된 다.206) 특히 배상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만족’을 위한 구체적 조치로서는 진실을 공적으

참여됐는지(직접 의견을 개진 할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었는지), 의견이 수렴됐는지(형식적 절차로서가 아닌 실질적인 의견수렴과 반영, 반영 여부와 사 유에 대한 피드백이 있었는지)가 평가의 기준으로 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이 진행돼야 한다.

204) UN Special Rapporteur on the promotion of truth, justice, reparation and guarantees of non-recurrence, Report of the Special Rapporteur on the promotion of truth, justice, reparation and guarantees of nonrecurrence, Pablo de Greiff, UN Doc. A/HRC/21/46 (9 August 2012),

205) UN, Guiding Principles on Business and Human Rights: Implementing the United Nations “Protect, Respect and Remedy” Framework

206) 이주영, 백범석. 국제인권법상 피해자의 권리와 피해자 중심적 접근. 국제법학회논총. 2018, 184-186면.

101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202) “국제인권법상 피해자의 권리와 피해자 중심적 접근” 이주영·백범석 국제법학회논총 63(1) (2018), 184, 186면. 203) 결국 배·보상의 모든 과정에서 피해자가 대표됐는지(의사결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는지),

따라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

② 기업은 자신들의 활동으로 인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하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과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③ 기업은 인권침해의 소지들을 식별하고 방지하고 완화하기 위해서 상세한 평가와 조사를 수행해야 한다. ④ 그 과정에서 인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이해관계자들과의 의미 있는 협의가 포함되어야 한다.

1. 적절하고, 효과적이고, 신속한 배상

2. 배상은 위반 행위와 피해의 중대성에 비례해야 한다는 점

3. 배상은 금전적 배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원상회복, 재활, 만족, 재발 방지의 보증 등을 통한 완전하고 효과적인 배상을 의미

4. 배상 관련 “만족”은 다음 요소를 포함

· 지속적인 침해의 중단을 목표로 하는 효과적인 조치

· 진실의 완전한 공적 공개

· 피해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희망 지원, 피해자 및 관계자에 대한

존엄, 명예, 권리를 회복시키는 공식적인 선언 또는 사법적 결정

· 사실 인정과 책임의 수용을 포함한 공적 사과

· 위반 행위에 책임 있는 개인들에 대한 사법적 행정적 제재

· 피해자에 대한 기념과 추모 등

로 공개하는 것과 희생자에 대한 추모사업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언급된 기업들은 ‘UN 기업과 인권에 대한 이행원칙’ 중 일부만을 이행한 셈이며, 상기 원칙 중 하나라도 제대로 시행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업은 없다.

6) 옥시의 50억 원 기금 미사용 2013년 11월 1일 샤시 쉐커 라파카 전 옥시 대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 로 출석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위한 인도적 기금 출연을 발표했다. 그는 “저희 기업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50억 원에 달하는 기금을 출연했습니다. 지금 소송이 진행 중이고 그 것이 끝나기 이전일지라도 해당 일로 인해서 고통을 겪으신 모든 분들께 조금이나마 지원 을 드리고자 합니다”라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상당수 피해자는 피해 보상금이 아닌 기부 금 용도의 돈은 받지 않겠다고 하는 등 비판적 입장을 표명했다. 2014년 2월 28일 협약 당사자인 환경부·환경보전협회·옥시 3자가 ‘옥시 기부금 MOU(기금 출연협약서)’를 체결했다. 기부 목적은 호흡곤란으로 진행되는 원인 미상의 간질성 폐질환 환 자와 가족들을 지원하기 위함이었다. 이후 환경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일부 의원실) 그리 고 옥시는 2014년 1월 10일과 1월 24일 2차례에 걸쳐 기부금

102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UN기업과 인권에 관한 이행원칙 유엔 피해자 권리 원칙 ① 기업은 국제적으로 승인된 인권원칙에
위탁기관과 관련한 추진 방 향을 논의했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원금 운영 사무국을 환경보전협회로 합의해 선 정했다.
표 2-12 UN기업과 인권에 관한 이행원칙 일부와 유엔 피해자 권리 원칙 내용 중 일부

옥시 자발적 기부금은 2014년 2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동안 사무국 운영비로 2,708 만 5,716원이 지출됐고, 2015년부터는 운영위원회 활동이 없어서 지출된 내역이 없다. 한 편 옥시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2016년 5월 2일에 피해지원 기금 50억 원을 추가로 조 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14566호, 2017.2.8., 제정]의 시행으로 옥시는 가습기살균제 분담금 674억 929만 원을 납부했다. 옥 시 측은 분담금의 목적과 추가 기부금 목적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추가 기부금 출연 약속 을 번복했다. 기부금은 피해자를 위해 사용된 적이 없었고, 이에 따라 오히려 이자가 3억 원 이상 쌓이게 됐다. 환경부와 환경보전협회는 피해자의 의견을 하나로 모을 수 없어 사 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기금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들에게 사용될 수 있도록 환경부는 피해자의 의견을 모으려는 등의 노력을 했어야 했다. 나. 정부의 기업 분담금 산정 과정 및 문제점

1) 특별구제계정의 분담금 조성을 위한 환경부의 기업 조사 개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17102호, 2020.3.24., 개정] 제31조(가습 기살균제 피해구제자금의 설치 및 조성)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등을 지원하기 위해 특별구제계 정이 운영됐다. 특별구제계정은 2,000억 원 이내로 조성하도록 돼 있으며, ①가습기살균 제피해구제분담금 ②특별구제계정의 운영 수익금 ③적립금 ④특별구제계정의 결산상 잉 여금 ⑤차입금 ⑥기부금 ⑦환수금 ⑧그 밖의 수익금으로 구성돼 있다. 법 제32조(피해구제 자금의 용도)에 따라 원인자 미상·무자력 피해자 지원, 긴급의료지원, 구제급여 상당지원, 진 찰·검사 비용지원 등에 사용된다207). 전체 가습기살균제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분담금은 1,000억 원이며, 원료물질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분담금은 250억 원이다208). 2017년 9월 8 일부터 2020년 6월 8일까지 18개 기업 모두 1,250억 원의 분담금을 납부해 모두 완납한 상태다. 환경부는 분담금 결정을 위해 가습기살균제 사업자와 원료물질 사업자에 대해 2017년 2월부터 같은 해 8월까지 제품 판매량 등을 조사했다.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기 업을 ①소량 판매기업 ②유통사 ③원료물질사업자 및 기타 분담금 부과 대상 사업자 ④ 207) 환경부(2019.4.23.), “관련 자료” 208) 환경부(2019.4.23.), “관련 자료”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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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면제 대상 소기업 등 4가지로 분류해 조사했다. ①, ②, ③에 해당하는 기업은 사업장 현장 에서 조사했으며, ④에 대해서는 기술원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④에 해당하는 기업 중 조 사에 참여하지 않았던 기업을 대상으로 서울역 회의실(케어스워터), 부산역 회의실(엠텍), 환경 부(맑은나라) 등에서 사업자가 제출한 서류와 사업자 대표의 진술을 바탕으로 조사했다. 환 경부는 18개 사업자에게 분담금을 부과하고 28개 가습기살균제사업자에 대해서는 사업 자분담금을 면제했다. 이 중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17102호, 2020.3.24., 개정] 시행령 제33조3항1호(청산종결의 등기)209) 및 제33조3항2호(폐업, 부도 또는 파산)210) 에 따라 사업자분담금이 면제된 사업자는 각각 3개211)와 13개212) 213) 214)다. 시행령 제33조 3항3호(전체 가습기살균제 판매량 1% 미만, 소기업, 독성화학물질 미포함 등 3가지 요건 모두 충족할 경우 해당됨)215)에 따 라 사업자분담금이 면제된 사업자(이하 ‘면제사업자’)는 총 12개다.216)

2) 환경부의 성분분석 미실시 및 산하기관의 성분분석 연구용역 결과 미반영 환경부가 면제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제품 판매량, 기업 규모, 독성 화학물질 포함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 독성 화학물질 포함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가습기살균제의 성분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환경부는 2014년 7월 가습기살균제 주무 부처로 선정

된 이후 2021년 2월까지 성분분석을 시행하지 않았다. 환경부는 현장조사를 통해 수거한 가습기살균제 미개봉 제품 9종 18개217)와 피해자에게 제출받은 5종 7개218) 제품을 보유

209) 「상법」 제264조에 따라 청산종결의 등기가 된 가습기살균제사업자 또는 원료물질사

210) 폐업, 부도 또는 파산 등의 사유로 실질적으로 분담금을 납부할 능력이 없는 가습기살균제사업자 또는 원료물질사

211) 한국까르푸, 뉴트리아, 애디캠

212) 폐업기업(11): 세퓨, 바이오피톤, 써브라임, 동산씨앤지, 아토오가닉, 청품, 연희산업, 퓨앤코, 필러물산, 용마산업사, 샤 인업

213) 부도기업(0)

214) 파산기업(2): 일칠화학, 호산

215) 가, 나, 다 요건을 모두 만족하는 가습기살균제사업자(가. 가습기살균제 판매량이 전체 가습기살균제 판매량의 100분의 1 미만인 경우, 나.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 제8조 제1항에 따른 소기업(小企業)에 해당하는 경우, 다. 가습기살균제에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되지 아니한 경우)

216) 케어스워터, 뉴트리케어, 워터앤피플, JnK사이언스, 이너웍스, 불스원신소재, 엠텍, 신희, 고려케미칼, 아토세이프, 맑은 나라, 웰버스

217)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550ml 2개,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300ml 2개,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고체형 2개, 애경가습 기메이트 1,000ml 2개, 엔위드 고체형 2개, 에코후레쉬 가습기항균볼 고체형 2개, 에어가드 리퀴드 1,000ml 2개, 이코 볼 살균필터 고체형 2개, 모던라이프 가습기살균볼 고체형 2개 218)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550ml 3개,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300ml 1개, 애경 가습기메이트 1,000ml 1개, 동산 가습기 메이트 500ml 1개, 이플러스 가습기메이트 500ml 1개

104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하고 있었음에도 성분분석을 하지 않았다. 위원회 발표 이후, 환경부는 2021년 2월 5일 보 도자료에서 감사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를 이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부는 자체적 으로 성분분석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산하기관인 과학원이 진행했던 ‘가습기살균제

의 성분별 물리·화학적 특성 및 농도분석’ 연구용역(진행기간: 2016년 12월 21일~2017년 4월 20일, 연구

책임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박동욱) 결과도 반영하지 않았다. 이 연구는 사업자분담금을 부과한 날 짜(2017년 8월 9일)보다 3개월이나 앞서 종료됐고(2017년 4월 20일), 면제사업자 제품 2종 (①아토세이 프 가습기항균제, ②맑은나라 가습기살균제)이 포함돼 있음에도 환경부는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또 환 경부는 2014년 7월에 가습기살균제 주무 부처가 됐음에도, 질병관리본부가 2011년 12월 에 완료한 가습기살균제 10개 제품219)에 대한 성분분석 자료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인계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요청한 적도 없다. 2018년 8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가습기살 균제 피해자 3·4등급 너나우리)로부터 질병관리본부의 성분분석 자료를 요청받고서야, 환경부 산 하기관인 과학원을 통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해당 자료를 제출받았다.220)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3) 조사 대상 기업의 누락 및 미실시 환경부는 특별구제계정 분담금 산정과 관련해 면제사업자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 과정에 서 하청사 및 원료물질 공급사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거나 사업자 정보를 누락했다. 맑은나라의 ‘맑은나라 가습기살균제’는 과학원이 발주해 한국방송통신대학교가 수행한 ‘가습기살균제의 성분별 물리화학적 특성 및 농도분석 연구용역’ 결과, 독성 화학물질인 PHMG가 1,500ppm 검출됐으므로221) 면제사업자 요건을 충족할 수 없었다. 다른 기업의 경우, 가습기살균제 성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MSDS222)·제품정보·시험성적서·유효성분 종류 등)를 환 경부에 제출했으나, 맑은나라 대표는 가습기살균제 성분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환경부는 전산·회계조사와 자료 확인 없이 사업자분담금을 면제했다.

219)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 홈클리닉 가습기메이트, 세퓨 가습기살균제, 아토오가닉 가습기살균 제, 아토세이프 가습기항균제, 가습기클린업, 에코후레쉬 가습기항균볼, 모던라이프 가습기살균볼 스틱형, 옥시싹싹 가 습기당번 고체형

220) 국립환경과학원(2020.1.22.), “답변서 및 관련자료 각 1부”

221) 국립환경과학원(2020.1.21.), “(붙임)답변서 및 관련 자료 각 1부”

222) 물질안전 보건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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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환경부는 면제사업자 결정을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제조·수입·도매·판매하는 기업들의 경우, 하청사가 존재하나 이를 확인 및 조사하지 않고, ‘해당 없음’으로 표기했다. 케어스워 터社(세균닥터)의 경우, 제조사(메덴텍社)·수입사(클라나드社)·도매사(푸른들社)·판매사(파라다이스社) 등의 하청사가 존재하나 확인 및 조사하지 않고, ‘해당 없음’으로 표기했다. 뉴트리케어社/ 워터앤피플社(모던라이프 가습기살균볼)의 경우, 원료물질 구매처 정보를 제출(뉴트리케어 점검표 상 원료 물질 구매처 정보가 체크돼 있음)했음에도 하청사(워터앤피플社)를 조사하지도 않고, ‘해당 없음’으로 표 기했다. 환경부 조사에서 원료물질사에 대해 진술을 했으나, 환경부는 조사하지 않은 경우도 있 었다. JnK사이언스社(에코후레쉬 가습기살균볼)의 원료물질사인 ‘두리세라’, 이너웍스社/불스원 신소재社(하이지어 가습기필터)의 원료물질사인 ‘한독카본社(활성탄)·세민화학社(제올라이트)’가 이 에 해당한다. 웰버스(에어가드 리퀴드)의 경우, 환경부 조사에서 타르펜·ABS오일·아밀라제·은 나노 등 18가지 성분이 포함됐음을 진술했으나 원료물질사를 확인·조사하지 않고, ‘해당 없음’으로 표기했다.

엠텍社(이코볼 살균필터)의 경우, 하청사(동보기전社), 원료물질사(이코바이오社)가 존재함에도 불구하 고 환경부는 ‘해당 없음’으로 표기했고, 엠텍사 제출자료 중 시험확인서에는 원료물질사인 이코바이오社(EEKO BIO Corporation)의 이름이 표기됐지만, 조사하지 않았다.

신희/고려케미칼(홈워쉬 가습기세정제)의 경우, 하청사(고려케미칼)가 원료물질을 서광화학에서 구 매했다고 진술했으나 ‘해당 없음’으로 표기하고, 조사하지 않았다. 아토세이프(아토세이프 가습 기살균제)의 경우, 한성코퍼레이션에서 원료물질을 구매했음을 확인했으나, 환경부는 조사 하지 않았다. 맑은나라(맑은나라 가습기살균제)는 환경부 조사에서 베이킹소다를 첨가했다고 진 술했으나, 환경부는 원료물질사(베이킹소다 제조·판매사)를 확인·조사하지 않고, ‘해당 없음’으로 표기했다. 조사 대상이었던 기업보다 더 많은 제품을 판매한 기업이 조사 대상에서 제외 됐던 사례도 있었다. 동보기전은 조사대상 기업인 엠텍에 ‘이코볼 살균필터’를 납품함과 동시에 포장과 이름만 달리한 ‘에코볼 필터’를 만들어, 엠테크윈에 납품했다. 식품의약품안 전처 조사 결과, 엠테크윈은 2013년 10월 25일부터 2016년 2월 12일까지 ‘에코볼 필터’ 제 품 3만 8,200개를 판매했다. 엠텍보다 약 2.56배 더 많이 판매했음에도 환경부는 엠테크윈

106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4) 조사 내용의 오류 환경부는 면제사업자 조사에서 제품 판매 기간을 부정확하게 기재했다. 엠텍(이코볼 살균필 터) 대표는 환경부 조사에서 2008년부터 2011년 및 2014년부터 2015년까지 가습기살균제 를 판매했다고 진술했으나, 환경부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의 기간만 결과보고 문서에 기재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조사223) 과정에서 엠텍 ‘이코볼 살균필터’의 판매 기간을 2012년 1월 18일부터 2016년 3월 15일로 확인했다(판매기록에 근거함) 위원회 조사(JnK사이언스 자료제출, 2020.5.13.) 결과, JnK사이언스의 에코후레쉬 가습기살균볼의 판매 기간이 2010년 2월 10일부터 2011년 10월 15일임이 확인됐으나, 환경부는 2011년 3 월 20일부터 2011년 10월 15일로 잘못 기재한 것이 확인됐다. 한편 JnK사이언스(에코후레쉬 가 습기살균볼)의 경우 JnK사이언스가 운영하는 ‘ECO 실내환경지킴이 블로그’ 게시글(2010.2.9.) 을 통해 2010년 2월 9일에 에코후레쉬 가습기항균볼을 판매한 점을 확인할 수 있었음에 도, 환경부는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면제사업자 제품 판매량 오류도 있었다. 환경부는 엠텍(이코볼 살균필터)의 판매량을 3,476개로 조사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로는 1만 4,766개다. 위원회 조사(2020.4.23.)에서

도 업체 대표는 1만 4,766개(2012년 1월 18일~2016년 3월 15일)가 실제 판매량이며, 2012년 1월 18 일 이전 시점의 판매량은 확인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환경부 조사 결과와 실제 판매량은 1만 1,290개가 차이 난다. 환경부는 JnK사이언스(에코후레쉬 가습기살균볼)의 판매량도 130개로 조사했지만, 위원회 조사(JnK사이언스 자료제출, 2020.5.13.) 결과 실제 판매량은 270개고, 차이는 140개다. 제품의 유효성분을 다른 제품의 유효성분으로 잘못 기재하기도 했다. 케어스워 터의 ‘세균닥터’는 환경부가 2015년 1월 1일 유독물질로 지정한 이염화이소시아눌산나트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를 지적한 보도 자료를 배포함.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같은 날 해당 보도 자료를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환경부장관에게 공 문 형태로 발송함.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은 2016.7.29. ‘이코볼 살균필터’ 가습기살균제 관련 원료물질 사(이코바이오), 하청사(동보기전), 원청사(엠텍) 및 대표자에 대한 약사법 위반 내사에 착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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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륨(이하 ‘NaDCC’)이 성분의 50%를 차지해 분담금 면제사업자가 될 수 없었지만, 환경부가 잘 223)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016.7.28. 엠텍 ‘이코볼 살균필터’와 케어스워터 ‘세균닥터’ 가습기살균제가 판매되고 있는 문제

못 기재함으로써 누락됐다. 판매량과 기업 규모 면에서 동일한 조건인 가습기살균제 ‘엔위드’의 판매사 클라나드는 제 품에 NaDCC 성분이 포함돼 환경부로부터 분담금 1억 1,169만 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심 지어 케어스워터 대표가 환경부 조사에서 ‘세균닥터’에 NaDCC가 포함됐음을 진술했음 에도, 잘못 기재한 것이다. 위원회 조사 조사224) 결과, 기술원 소속의 직원은 케어스워터의 조사 결과 문서를 작성하면서, 다른 제품인 엠텍사 이코볼 살균필터의 유효성분을 케어 스워터 조사 결과 문서에 잘못 입력함으로써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225) ‘하이지어 가습 기필터’의 원청·하청사인 불스원신소재가 환경부에 제출한 MSDS에 포함됐던 활성탄·암 모니아·요오드화 칼륨·질산은·제올라이트는 호흡기에 유해하며 가정용으로 사용이 금 지돼 있으므로, 추가조사가 필요한 사항이었으나 환경부는 이를 조사하지 않았다.

5) 조사 과정·절차의 문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17102호, 2020.3.24., 개정] 제37조1항 에 따르면 환경부 소속 직원에게만 조사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케어스워터·엠텍 등 2개 사업자는 공무원이 아닌 기술원 직원 2명이 조사했는데, 환경부가 기술원에 이 업 무를 위임한 바도 없으므로 결국 조사 권한이 없는 사람이 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또 뉴트 리케어 등 8개 사업자 조사에 참여했던 수습사무관은 인사혁신처 소속으로 조사 당시에 는 법적인 조사 권한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 환경부는 면제사업자 선정을 위한 조사에서 일부 업체에 대해서는 해당 업체 사업장이 아닌 서울역 회의실 등에서 실시했고, 이 때문에 전산 및 회계조사를 할 수 없었다. 또 판 매량·판매 기간·제품 성분 등 주요항목에 관한

108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224) 조사대상자진술조서 환경부 2020.4.9. 225) 2016.8.17. 국회 가습기살균제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신창 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케어스워터
조사도 누락됐다.
‘세균닥터’에 NaDCC 성분이 50%임을 지적하기도 했다.

6) 기업 분담금 산정 문제에 대한 감사요구 및 감사원 조치

위원회는 분담금 관련 조사에서 확인된 상기 문제에 대하여 아래의 소제목226)으로 2020

년 6월 15일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했다.

① 가습기살균제 제품에 대한 성분분석 미실시

② 환경부 산하기관 및 질병관리본부 성분분석 결과 미반영 ③ 조사 권한이 없는 사람이 조사 실시 ④ 면제사업자에 대한 전산·회계자료 등 주요 조사항목 누락

⑤ 면제사업자의 하청사 및 원 료물질사 정보 누락 및 조사 미실시

⑥ 일부 면제사업자 제품의 판매 기간 및 판매량 확인 오류

⑦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된 제품의 사업자를 면제사업자로 선정

⑧ 조사대상사업자와 같은 제품을 판매한 사업자를 조사 대상에서 제외

2021년 2월 감사원은 환경부의 잘못을 인정했고, 특히 총 3건(주의 2건, 통보 1건)은 위법·부 당하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환경부 장관에게 ‘행정조사 시 조사 권한이 없는 자가 조사 하지 않도록 관련 업무 철저·관련자에게 주의’, ‘가습기살균제 사업자 등에 대한 조사업 무 철저히 하도록 주의’ 그리고 ‘질산은(AgNO)을 납품한 원료물질사를 조사해 피해구제분 담금을 부과·징수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해 환경부는 2021년 2월 5일 보도자료에서 감사원의 ‘가습기살균제 분담금 면제사업자 조사 실태’에 대한 국민제안감사 결과를 수용하며, 감사결과에 대한 후속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겠다 고 발표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226) 보고서에서는 감사원에 제출했던 감사 요구의 내용을 수정·정리해 기재했으며, 아래의 페이지는 감사원에 요구했던 문 구를 그대로 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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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6.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의 현황과 문제

가. 피해지원 내용의 현황과 문제

1) 현재(특별법 2차 개정) 법령상의 문제점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14566호, 2017.2.8., 제정]이 제정된 이 래, 피해지원 등에 있어 미비점과 한계가 피해자와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돼, 2차에 걸쳐 개정이 이뤄졌다. 1차 개정은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15717호, 2018.8.14., 개정] 개정안(박주민·우원식·이정미·임이자 의원안 통합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2019년 2월 15일부터 시행됐다. 2차 개정은 2020년 3월 6일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20년 3월 24일 공포됐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17102호, 2020.3.24., 개정] 개정안이 2020년 3월 24일 공포된 이후, 환경부는 지원금액 상향 등 지 원의 개선을 위해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하위법령 개정안을 2020년 8월 27일부터 7일 간 재입법예고했다. 이후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2020년 9월 15 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2020년 9월 25일 공포 후 시행됐으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환경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2차 개정으로 인한 개선은 다음과 같다. 첫째, 환경부는 가습 기살균제 피해인정범위 확대를 주요 개선사항으로 들었다. 피해질환을 특정하지 않고 가 습기살균제에 노출돼 발생하거나 악화된 피해를 포괄적으로 인정해 현행법에서 구제받지 못했던 사람들도 개별적으로 심사를 거쳐 피해자로 인정받고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 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 개정으로 인해 신속심사-개별심사 체제로 변화됐음에도 불구하 고 심사·판정은 매우 지연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환경부가 제시하는 두 번째 개선은 피해자의 입증책임 완화 및 기업의 반대입증 규정이다. 환경부는 피해자가 역학적 상관관계 등 일정 부분을 증명하면 기업이 반증하지 못하는 이상 인과관계를 추정하도록 법을 개정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인과관계 추정 개념에 있 어 실무적으로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환경부는 지속적인 연 구를 통해 비염·후두염·기관지염 등 ‘역학적 상관관계’가 규명되는 질환을 확대할 계획이 라고 했지만, 확대는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110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환경부는 2차 개정에서 이 외에도 구제급여와 특별구제계정을 통합하고 피해자 지원을 강화 등을 개선사항으로 들었다. 구제급여와 특별구제계정을 통합해 피해지원 체계를 일 원화함으로써 피해인정에서 차별적 처우의 개선과 피해구제자금으로 재원을 단일화해 재원 부족 시 기업들에 추가 분담금을 징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점은 개선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통합된 기금 운영에 관련해서는 여전히 미흡한 점이 있다. 이 외에도, 현재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에 적용되고 있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2017.8.9. 시행] [법률 제17102호, 2020.3.24., 개정] 2차 개정 및 시행령 개정에 대해 여전 히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우선 일실손해금·위로금 미신설, 피해자 인정신청 절차의 촉진, 피해자 단체의 추천위원 확대 및 추모사업 대안 미반영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2020년 3월 24일 2차 개정에서 신설 된 ‘장해급여’는 위원회가 도입을 권고한 ‘일실손해금’과 ‘위로금’을 대체하는 것으로, 급여 수준이 제한적이다. 인과관계의 추정에서도 ‘역학적 상관관계’ 요건이 추가됨으로써 위원 회의 권고안에 견줘 피해자는 추가 증명 부담을 져야 한다. 또 피해자 인정신청 절차의 촉 진, 피해자 단체의 위원추천권 확대, 추모사업을 위한 대안 등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다음으로, 시행령 개정 시 피해인정 확대 기준마련 및 공개, 특별유족조위금 상향, 장해급 여-요양생활수당 병급 등이 개선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특별유족조의금 산정과 관련해 환경부는 「구제급여 지급항목 개선 연구」 결과를 참고해 일반 불법행위 위자료 기 준 1억 원을 산정했다. 그러나 특별유족조위금 산정을 피해자 측 과실상계 등이 포함된 일 반 불법행위 위자료 판결을 기준으로 하는 등 산정 방법이 불합리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 다. 가습기살균제참사 이후 2016년 대법원이 제시한 영리적 불법행위의 위자료 산정기준 도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며,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17102 호, 2020.3.24., 개정] 개정 시 환노위 부대 의견으로 제시된 ‘사망위로금 포괄, 판례에서 제 시된 배상액 수준 검토’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장해급여와 요양생활수당의 병급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완치가 불가한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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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가습기살균제 피해특성에 비춰 요양급여, 간병비 및 요양생활수당과 장해급여의 병급이 필요하다. 장해급여의 성격은 건강피해로 인해 노동능력(생활능력)이 상실되거나 감소한 경 우 일실이익의 보전을 위한 것이다. 반면 요양생활수당은 요양으로 인한 소득 활동 제한 에 따른 피해 보전을 위한 것이다. 각각은 목적이 다르므로 병급이 가능하고 또 필요하다. 그러나 환경부는 “병급하지 않아야 한다”는 기재부의 의견을 따라 병행 지급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사실상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17102호, 2020.3.24., 개정]이 신설한 장해급여의 취지가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이 있다. 또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의견수렴 및 소통창구의 부재도 문제로 지적됐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17102호, 2020.3.24., 개정] 개정에 맞 춘 하위법령 개정안 관련 공청회를 2020년 8월 5일 개최하려 했으나, 피해자들의 반대로 열리지 못했다. 입법예고 전후 피해자들에 대한 의견수렴 과정이 없었던 점이 공청회를 반 대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정부는 피해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다양 한 방식의 소통창구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2020년 9월 1일 위원회는 환경부의 재입 법 예고에 대해 환경부가 2020년 6월 피해자 단체 간담회 직전 일방적 연기를 공지한 점, 별도 피해자 의견수렴 없이 2020년 7월 3일 입법예고한 점, 공청회 무산 및 피해자 부상 등에 대해 환경부의 책임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2) 특별법 1차 개정의 주요 쟁점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15717호, 2018.8.14., 개정] 1차 개정안은 2018년 8월 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고, 2019년 2월 15일부터 시행됐다(「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2017.8.9. 시행] [법률 제15717호, 2018.8.14., 개정]). 환경부는 “개정안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범위를 넓히고, 손해배상청구권의 대위 조건을 변경했으며, 특별구제계정의 재원에 정부 출연금 을 추가하는 등 가습기살균제

112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강화했다는 의미가
구체적으로는 우선 피해자의 정의에 환경부 장관에게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를 인정받 은 사람 외에 구제계정운용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구제급여에 상당하는
피해에 대한 지원을
있다”고 밝혔다.227)
지원이 필요하다 227) 환경부. 보도자료. 2018.8.7

고 인정받은 사람을 추가했다. 또 환경 노출 조사 결과, 가습기살균제 노출이 확인된 사람 에게도 관련 단체를 구성해 가습기살균제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건강피해 인정을 위한 정

보를 청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구제급여 지급 시 가습기살균제사업자 등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대위를 전제로 한다는 내용을 삭제하고, 환경부 장관의 손해배상청구권 대위조항을 강행규정에서 임의규정으

로 수정한 부분도 개선된 점이다. 그동안 피해자들과 전문가들은 대위조항으로 인해 환경 부 소관 피해판정이 엄격하게 이뤄져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는 비판을 지속적으 로 제기해 왔고, 1차 개정에서 반영됐다. 이 외에도 특별구제계정 관리·운영 주체 변경(기술원장→환경부 장관) 및 재원에 정부 출연금 추 가(제31조,제33조),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간을 연장 (20년→30년)(제41조)하는 내용 등도 개정사항에 포함됐다.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1차 개정 당시 환경부 보도자료에서 환경보건정책관은 “가습기 특별법 개정안 하위법령 을 제때에 마련함과 동시에, 법 시행 1년을 계기로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추가 개선방안을 마련해 피해구제의 속도를 가속화 하는 등 피해자의 억울함과 어려움을 보듬을 수 있는 세심한 지원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피해자와 전문가들은 여전히 피해구제가 소극적이고 한계가 있다는 문제 제기를 지속적으로 했고, 이러한 문제 의식은 2차 개정으로 이어졌다. 나. 가습기살균제피해종합지원센터 운영 현황과 문제 현재 피해지원제도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은 기술원의 가습 기살균제피해종합지원센터다. 센터의 운영 등에 대한 비판이 있었고, 개선하는 과정에 있 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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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판단된다. 하지만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은 남아있다. 1) 가습기살균제피해종합지원센터 조직구성 등의 한계 2014년 1월 16일 환경부 고시 「환경유해인자로 인한 건강피해 예방 관리 업무 위탁기관 지

표 2-13 2014년~2021년 기술원 연도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업무 담당 부서 및 인원

연도 부서명 업무총괄자/센터장 직원(명)

2014 환경복지안전실 박준철(2014. ~ 2015.12.31.) 7 2015 환경피해구제실 6 2016 환경피해조사실 이일규(2016.1.1. ~ 8.7.) 4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원센터

박준철(2016.8.8. ~ 2017.12.31.) 16

2017 가습기살균제종합지원센터 33

2018 가습기살균제종합지원센터 조주현(2018.1.1. ~ 2019.2.10.) 30 2019 가습기살균제피해종합지원센터 임현정(2019.2.11. ~ 2020.1.5.) 30 2020 가습기살균제피해종합지원센터 이동욱(2020.1.6. ~ 2021.2.) 28(2명 휴직 포함) 2021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실 송준호(2021.2.2. ~ 2021.10.) 23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실 가순규(2021.2.2. ~ 2021.10.) 10

정」 [시행 2014.1.16.] [환경부고시 제2014-7호, 2014.1.16., 제정]에 따라 기술원은 가습기살 균제 피해구제 업무 위탁기관으로 지정됐다. 이에 기술원 내에 가습기살균제피해종합지원

센터가 설치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등에 대한 지원금 지급·관리, 건강피해인정 및 갱신 등 피해자 지원 업무가 위탁됐다.

2014년 환경복지안전실의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업무는 정원 4명이 담당했다. 그러나 업 무량의 증가로 3명(비정규직)이 추가로 지원됐다. 2015년 조직 개편으로 ‘환경복지안전실’에서 ‘환경피해구제실’로 명칭이 변경되며, 정원 6명으로 운영됐다. 환경피해구제실은 가습기살 균제 피해구제 업무 외에 환경오염피해구제 업무를 병행했다. 2016년 1월부터 7월까지 환 경피해조사실에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 업무를 맡았으며, 그해 8월 가습기살균제 피해 자 지원센터를 추가로 설치해 정규직 6명, 상담 전담인력의 비정규직 10명으로 운영됐다. 2017년 제정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14566호, 2017.2.8., 제 정] 제40조에 따라 환경피해구제실은 ‘가습기살균제종합지원센터’로 명칭이 변경되며 2017년 9월 정원 22명으로 증원됐다(이 당시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2016.1.26.), 가습기살균 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2016.7.7.~10.5.), 언론

114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보도 등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피해인정 신청자의 급증으로 인력이 증원된 것으로 보 인다). 그러나 2017년 이후 지속해서 증가하는 피해신청자 수와 달리 피해지원 담당 인력

의 수는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2018년 8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15717호, 2018.8.14., 개정] 제40조 개정으로 ‘가습기살균제피해종합지원센터’로 명칭이 변경돼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2020년 지원센터는 센터장을 중심으로 총괄, 상담·접수, 조사·판정, 지원금 지급, 구 제계정 5개의 부서로 운영했다. 2021년 2월 ‘가습기살균제종합지원센터’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실’과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실’로 이원화됐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실에서는 피해구제 신청·접수, 건강피해 조사·판정, 구제급여 심사·지급 등 피해자 구제를 위한 주 요 업무를 담당하며, 그 외 구제자금 관리·운용, 법률상담 지원 등은 가습기살균제피해 지원실에서 담당하고 있다. 2014년에는 환경복지안전실, 2015년에는 환경피해구제실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업 무와 환경오염피해구제 업무를 병행하는 등 초기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업무 전담 부서를 따로 두지 않았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규모를 과소평가함으로써 피해지원 업무를 단기적인 것으로 본 것이다. 2016년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검찰수사와 국정조사, 언론보 도 등으로 사회 현안이 되면서 피해신청자 수는 증가했는데도 피해지원 업무 담당 인력 은 2017년 증원 이후 오히려 감소했다. 2019년 위원회 주관 청문회에서 당시 남광희 기술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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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원장은 피해자 민원상담
인한 피해지원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실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실 피해구제 신청·접수 구제 자금 관리·운용 가습기살균제피해종합지원센터 건강피해 조사·판정 건강관리 지원 구제급여 심사·지급 법률상담 지원 변경 기존 그림 2-6 2021년 기술원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조직도
전화 연결이 잘 안 되는 등 인력 부족으로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고 서비스 미흡을 인정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인력 보충 조치가 이뤄지지 않 은 것으로 보인다.

2021년에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17102호, 2020.3.24., 개 정] 제40조에도 불구하고 가습기살균제피해종합지원센터는 ‘피해구제실’과 ‘피해지원실’ 로 조직이 분할 개편됐다. 조직 개편의 법적 근거 등에 대해 환경부는 “개정 특별법 시행 (2020.9.25)에 따라 피해자 구제를 확대하고 지원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협 의(2000.6~8월)를 거쳐 인력을 확충하고 전문성을 강화했다”고 답변했다. 기술원의 「직제규 정 시행세칙」을 확인한 결과, 종전 ‘센터’의 지위에서 ‘실’로의 개편이 부서 지위 격하를 의 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전히 피해 판정·인정이 지연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서비 스 강화와 업무 효율 증진이라는 조직 개편의 목적이 실현되도록 기관 운영에 대한 체계 적 점검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2)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 서비스 운영 현황과 문제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과 구제 업무를 전반적으로 수행하게 된 기술원은 2015년부터 가 습기살균제 피해지원을 안내하는 홈페이지를 임시로 운영하고, 2017년 6월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을 정식으로 구축·개설해 피해구제 안내, 피해신청 접수, 피해 자들의 소통 공간 등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의 정책 의견수렴 게시판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확 대 등 정책제안 관련 의견을 제시하고, 사람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조 사결과 정책의견수렴 게시판은 회원들이 단순한 의견을 공유하는 공간에 지나지 않았으 며, 기술원에서는 의견 정리·정책 반영·방안 제시 등과 같은 사후조치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부터 2017년 6월까지 인정신청 및 지원금 신청 안내, 자주 하는 질문, 서식 다운로 드 등이 구성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안내 페이지가 임시로 운영됐다. 당시 피해인정 신청은 온라인 접수가 불가능했고, 주로 우편접수로 이뤄졌다.228)

116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2017년 6월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www.healthrelief.or.kr) 서비스가 정식으로 개설됐다. 당시 기술원 지원센터장은 예산반영과 시스템 구축 기간으로 인해 정식 홈페이지 개설이 늦어졌다고 진술했다.229)

2017년 8월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의 지원서비스가 개설됐고, 정책 의견수렴, 소 통커뮤니티, 찾아가는 서비스, 힐링캠프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소통커뮤니티, 정책의견 수렴 게시판은 피해자에게 정보를 전달하거나 피해자 의견을 반영하는 등으로 활용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위원회는 피해자가 의견을 제안하고, 피해자들 간 공유 및 논의 후 기술원에서 의견 을 검토해 정책에 반영하는 방안으로 국민신문고의 국민생각함을 예시를 들어 개선을 요 구했다.230) 기술원은 정책 제안에 대한 의견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제안할 수 있도록 시스템 연계 검 토와 서비스를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추진된 사항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후 기술원은 2021년 8월이 돼서야 게시판명을 ‘정책 제안&소통’으로 변경하고 피해자들의 의견을 취합 하여 답변을 주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기술원은 매월 1일부터 말일까지 ‘정책 제안&소통’ 게시판에 작성된 주요 의견을 취합해 답변을 작성·게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사결과, 기술원은 해당 게시판을 개편한 후에도 피해자의 의견에 대한 답변을 매우 뒤늦게 공지하는 등(예: 최대 두 달 지연) 게시판을 비정기적이 고 소극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피해자들의 불만이 지속되고 있다. 위원회로 접수된 피해자 의 민원에는 기술원의 소극적인 정책 제안&소통 게시판 운영 실태를 비판하는 내용도 찾 아볼 수 있었다.231)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직라-3] 조사보고(참고인 박준철 진술청취 보고)」“(박준철) 참고인진술 조서”

230)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과-611(2020.06.03.) 「[직라-3] 정책의견수렴 서비스 개선 요구」

231) 위원회 민원접수(2022-6)_2022.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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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228)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살균제피해종합지원센터-635(2020.02.14.) 「위원회 요구자료 제출(피해지원 종합포털 관 련)」 “(붙임) 특조위 요구자료” _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과-154(2020.02.14.) 229)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과-377(2020.04.10.)

따라서 기술원의 시스템 개편은 형식적인 발전을 넘어 실질적으로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3) 피해자 상담 전화 대응 현황과 문제

2014년 4월 기술원은 피해인정 신청 접수 등의 문의 전화를 받기 시작했다. 2014년 4월부터 2016년 5월 10일까지 3회선으로 가동되었고, 이후 2016년 5월 11일부터 전화회선을 3개에 서 8개로 확대했다.232) 2017년 5월에는 12회선으로 증원하고, 상담전담 인력을 배치했으며, 전화 연결 안내 멘트 중에 피해자가 콜백 요청을 하면 콜백이 가능한 콜시스템을 도입했다. 2019년 4월부터는 29회선으로 증원하고, 익일 콜백시스템을 도입해 지원센터의 전 직원이 전화 상담에 대응했다.233)

2017년 5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상담전화 월별 통화량을 분석한 결과, 상담전화가 가장 많이 걸려 온 달은 2020년 10월로 6,453건이었으며, 걸려온 전화량 대비 미연결률이 가장 높았던 달은 2020년 11월로 미연결률이 63%였다. 이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법률 제 17102호) 개정으로 개별심사가 도입되며 문의 전화가 폭증했기 때문으로 확인된다.

2016년 9월 9일 환경부는 상담원 부재, 업무 시간 종료 등 상담원이 응대가 힘들 경우 자동 응대 시스템인 콜백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234)그러나 2년 5개월이 지난 2019년 4 월이 돼서야 익일 콜백시스템을 도입했다.

2020년 9월은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2차 개정법이 시행된 시점이며 개별심사 도입, 피 해지원 제도 변화 등으로 인해 상담 전화가 폭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화 연결이 잘 안 돼 답답하다는 피해자 불만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235) 236) 232) 환경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생활자금과 간병비 추가 지원. 보도자료. 2016.6.3. 233)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살균제피해종합지원센터-2615(2019.8.21.) 「위원회 요구자료 제출」 “[붙임]특조위 요청 자 료 제출_민원상담추가”_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과-1172(2019.08.22.)

234) 환경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원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 환경부 보도자료, 2016.9.9.

235)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살균제피해종합지원센터-2351(2019.08.01.) 「위원회 요구자료 제출」 “첨부_콜백시스템 도입 전후 전화량 자료”_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과-976(2019.08.01.)

236)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실-33(2022.1.13.) (붙임) 회신자료

118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개선
문제와

이처럼 상담 전화의 미연결률이 높았던 사례가 있다. 보건복지부의 「코로나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관련 ‘심리상담 핫라인’의 전화상담 성공률이 약 40%에 불과 해 언론에서 이와 같은 문제들이 지적된 바 있다.

4) 피해자 법률 지원 사업 현황과 문제 2021년 4월 기술원은 대한법률구조공단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법률구조 업무협약’을 통 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민사소송을 지원하기로 밝혔다. 2021년도 기술원의 가습기살 균제 피해자 법률구조 지원신청 현황을 조사한 결과,237) 총 352명이 신청했으며, 그중 146명 만이 2021년도 지원 대상자로 선정됐고, 206명은 지원 비대상자로 분류됐다. 지원대상 여 부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등을 고려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인정일이 빠른 순으로 분류된 것으로 확인됐다. 신청자들은 우편(123건), 온라인(195건), 방문(34건)의 방법으로 기술원에 지원신청을 했다. 지원 신청자들의 현황에 따르면, 지원 신청자들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인정을 받은 사 람들로 분포해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법률지원 대상 여부는 기술원이 앞서 발표한 대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고려해 법률구조 지원 신청자 중 피해 인정일이 빠른 순으 로 지원대상 여부가 분류됐다. 법률지원 신청자 352명 중 206명이 비대상자로 분류된 구체 적 사유와 향후 처리 계획을 물었으나, 기술원은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등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지원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향후 법률구조 지원계획에 대해서는 2022년 상반 기에 공지할 예정이며, 필요 인력 등을 고려해 원활하게 운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기술원은 지원 비대상자로 분류된 206명에게는 다음연도부터 순차적으로 지원할 것이 라고 밝혔다. 그러나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특성상 법적 공방에 오랜 기간이 소요될 가능 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기존 지원 대상자들의 소송이 1년 안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지원 대상자들의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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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실-571(2021.08.05.)
237)
「종합보고서 작성에 따른 협조요청에 대한 회신(법 률구조지원관련)」 “(붙임) 가습기살균제피해 법률구조 지원 현황” _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과-227(2021.08.05.)
소송이 1년 안에 끝나지 않는다면, 다음연도 법률구조 지원 신청자들은 계속 해서 적체될 가능성이 크다. 또 2021년도에 지원 비대상자로 분류된 인원에게 다음연도

우선권을 부여한다 하더라도 2022년도에 신규로 신청한 인원의 소멸시효가 얼마 남지 않 았다면 어떤 인원을 우선으로 지원해야 하느냐는 문제도 발생한다. 지원 대상자들의 소송이 1년 안에 끝나지 않는다면, 다음연도 법률구조 지원 신청자들은 계속해서 적체될 것이다. 따라서 기술원은 가습기살균제피해에 대한 법률지원 사업을 면 밀하게 검토하여 현실적으로 지원 가능한 대상자 수, 예상 소요기간 등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필요 시 소송 인력 충원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2021년 11월 배포된 소송지원 가이드라인 종합본을 조사한 결과, 법률 용어 및 설명 오류, 소송경험이 부족한 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 등의 문제가 확인됐다. 이에 위원회는

2022년 1월 12일 기술원에 소송지원 가이드라인의 검토 및 개선을 요청했으며 검토 및 개 선 요청 사항은 ①일반인 독자 편의를 위한 내용 개선 ②법률 용어 및 설명 오류의 수정· 보완 ③소송지원 가이드라인 완성도 제고를 위한 제언 등이다.

5) 건강모니터링 위탁사업의 현황과 문제점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시행 2017.8.9.] 제40조(가습기살균제종합지원센터 등의 설치 및 운영) 제2항 1 호 가습기살균제종합지원센터(현 가습기살균제피해종합지원센터)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대통령 령으로 정하는 사람에 대한 건강모니터링을 수행하여야 한다. 이후 2018년 8월 14일 동법 개정으로 건강모니터링 사업은 과학원 가습기살균제 보건센터 업무로 이관됐다. 따라서 기술원은 법적으로 2017년 8월 9일부터 2018년 8월 13일까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 대 한 건강모니터링을 수행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었다. 기술원은 2017년 3월부터 2019년 4월까지 3차례에 걸쳐 4단계 피해자 및 유가족을 대상 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심리상담’을 용역으로 수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는 법에 명시된 대상(가습기살균제

120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피해자)도 아니며, 건강모니터링에 해당하지도
기술원은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시행 2017.8.9.] 제 40조2항1호에 해당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에 대한 건강모니터링과 관련한 별도 추진 내
않는다.

역이 없다고 했고,238)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시행 이전에는 「환경보건법」에

따라 환경보건센터로 지정된 서울아산병원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건강모니터링을 추

진했고, 시행 이후 건강모니터링의 전문성 및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서울아산병원 등에 서 건강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따라서 기술원은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시행 2017.8.9.] 제40조(가습기살균제종합지원센터 등의 설치 및 운영)2항1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에 대한 건강모니터링 기능을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고, 이는 법령에서 부여한 기능을 위반한 것이다. 다. 건강피해 인정신청·판정 현황과 문제점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1) 가습기살균제 피해판정에 과다한 일자 소요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인정 여부와 피해등급 결정은 법적으로 기간이 한정돼 있다. 「가 습기살균제에 사용된 화학물질로 인한 폐질환의 인정 및 지원기준 등에 관한 고시」 제3 조 4항에 따라 환경보건위원회 심의를 거쳐 30일 이내 폐질환 인정 여부를 결정해야 하 며, 현행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17102호, 2020.3.24., 개정] 제 10조2항에 따라 60일 이내에 피해구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피해인정 여부(현 구제급여 지급 여 부)와 등급을 결정해야 한다. 의학적 사유로 판단이 어려운 경우에는 고시에서는 10일, 가 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에서는 30일 이내로 결정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위원회에서 조사판정에 걸린 기간을 조사한 결과, 2018년 12월 31일 조사판정이 완료된 피해자의 신청 회차별 평균 쇼요 기간은 1차 283일, 2차 273일, 3차 457일, 4차 526일인 것 으로 확인됐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17102호, 2020.3.24., 개 정] 제10조3항의 “결정기간 산입에 있어 ‘신청의 보완기간’과 ‘의학적 판단을 위한 진단·검 사에 소요된 기간’은 산입하지 아니한다”라는 단서조항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늦은 것으

121
지원
보고서
소위원회
238)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위원회 자료 제출요구 회신(건강모니터링 관련 자료)」 “(붙임) 건강모니터링 관련 자료 요구 회신”_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과-584,(2020.05.29.)
로 볼 수 있다. 조사판정이 지연되는 문제에 대해 당시 남광희 기술원장은 피해신청자의 폭증으로 인한 노출 조사, 임상조사 지연, 신청자 중 연락두절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종합지원센터-1742(2020.05.29.)

2) 산모의 사산·유산 관련 태아피해 판정 미실시의 문제 판정을 위한 관련 의무기록 자료제출은 건강피해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필수고, 자료가 부족할 경우 ‘판정불가’ 판정을 받는다. 폐질환에 대한 판정불가자는 총 156명(2019. 10. 기준) 이며, 사산·유산으로 인한 의무기록 자료 부족 37명, 의무기록(폐CT 등 영상자료 포함) 자료 부족 119명으로 조사됐다.

위 사산·유산에 관한 37명은 태아 피해로 재판정해야 하는 경우였다. 태아 피해 판정을 위해서는 산모의 폐질환 피해신청이 필수고, 산모가 폐질환 1·2단계로 인정을 받아야 태 아 피해도 인정된다. 따라서 산모가 폐질환 피해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태아 피해에 대해 판정불가일 수밖에 없으며, 산모의 폐질환 미신청자는 13명이었다. 태아 피해 신청자는 총 54명(2019.7.19. 기준)으로, 이 중 6명은 자료 부족으로 인한 보류 판정을 받았다. 환경부와 기 술원에서는 산모의 사망 또는 사산·유산으로 의무기록을 추가 제출할 수 없는 판정 보류 자의 판정방안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시행 2020.9.25.] 개정 이후에도 산모와 태아 건강피해 판정방안은 재검토되지 않았다.

3) 전문위원회 운영 현황과 문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 조사판정전문위원회, 구제계정운용위원회 등의 전문위원 회는 피해인정과 피해등급을 검토하고 심의·의결하는 기관이다. 전문위원회는 회의에서 논의된 위원들의 발언, 사전안건 등 전반적인 회의 내용을 비공개하고 있다. 구제계정운용 위원회 1·2기 위원장을 대면 조사한 결과, 구제계정운용위원회는 독립성과 전문성을 이 유로 개별 위원들의 발언이나 회의 내용을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22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등 전문위원회의
들의 발언 내용, 위원명단(구제계정운용위원회·구제자금운용위원회 한정)
[시행 2020.9.25.] 이후 피해구제위원회는 운영세칙을 개정해 위원명단과 회의결과를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에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 지도 조사판정전문위원회·구제자금운용위원회
회의록, 사전안건, 위원
등은 전부 비공개되고 있다. 특정 위원의 발언 내용이나 개별 피해자들의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가 공개된다면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를 하고 있지만,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구

체적인 회의록·사전안건·발언 내용(무기명) 등을 전체 공개해 전문위원회의 책무성과 투명 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체 회의록 공개에 앞서 심의 의결을 앞둔 당사자(피해 신청 인)에게는 충분히 납득될 수 있을 만큼의 정리되고 잘 설명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 할 것이다. 피해신청부터 인정까지의 기간이 지연돼 피해자들의 불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최종적으로 심의·의결하는 피해구제위원회의 개최 빈도는 매우 적은 편 이다. 피해구제위원회의 비정기적 운영은 ‘2019 청문회’에서 피해 판정이 지연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바 있다. 신속한 조사·판정을 위해 전문위원회의 정기적인 운영과 개최 수 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위원회의 ‘2018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정 실태조사’ 연구용역에서도 피해자 46%가 전문 위원회에 대해 부정적(약간 불신뢰+매우 불신뢰)인 의견을 보였고, 그 이유에 대해 위원회의 활동 에 대한 정보(회의록, 피해판정의 기준이나 근거 등)가 공개되지 않아서, 참여 위원의 전문성 및 공정 성을 신뢰하기 어려워서, 위원회가 피해자들과 소통하지 않아서 등이었다.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4) 건강피해조사기관 운영 현황과 문제 피해구제위원회에서 구제급여 지급 결정과 등급 판정을 최종적으로 심의·의결받기 위해 서는 조사판정전문위원회의 검토를 거쳐야 하고, 그 이전에 건강피해조사기관의 사전검토 가 필요하다. 건강피해조사기관의 주요 업무는 첫째, 구제급여 지급신청자에 대한 구제급 여 지급결정 등의 조사판정, 둘째, 건강피해등급·장해등급 산정, 셋째, 건강피해 평가 관련 면담 실시와 제반 행정 업무 등이다. 즉 건강피해조사기관은 전문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 기에 앞서 일차적으로 가습기살균제피해의 조사판정을 진행하는 매우 중요한 기관이다. 전문위원회에서 피해자들이 피해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조사판정의 실무를 담당하는 건강 피해조사기관에서 많은 인원이 심사돼야 한다. 2021년 1월 29일 환경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건강피해조사기관 11개 병원을 중심으로 개별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 발표했다.

123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그러나 2021년 8월 기준 건강피해조사기관은 총 8곳이었으며 2021년 9월경 2개 병원이 추가돼 2022년 2월 현재 10개의 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처음 계획과 달리 건강피해조사 기관의 수가 축소되었기 때문에 가습기살균제피해의 조사판정은 더디게 진행되었을 가 능성이 크다. 위원회는 건강피해조사기관의 전반적인 운영을 점검하기 위해 기관별 조사· 판정 진행 현황, 피해신청자 배정현황 등의 자료를 기술원으로 요청했으나, 기술원은 건강 피해조사기관에서 다루는 현황자료는 피해구제위원회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결정 되지 않은 미확정 사안이므로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 로 비공개했다.

건강피해조사기관은 지역별로 불균형하게 선정돼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기관이 지역별로 불균형하게 선정되면 피해자들의 접근성 문제와 지역별로 심사속도가 서로 다른 문제 등 이 발생한다. 2022년 2월 기준 지역별 건강피해조사기관은 서울 4곳, 인천 1곳, 강원 1곳, 대전 1곳, 전북 1곳, 경북 1곳, 부산 1곳으로 총 10개 기관으로 이뤄져 있다. 조사결과, 경북 지역의 한 기관은 2021년도에 개별심사 대상자 약 1,000명을 심사할 계획이었고, 전북 지 역의 기관은 약 400명을 심사하기로 계획돼 있었다. 심사 대상자 배정 수는 심사속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피해자가 배정받은 지역에 따라 심사속도가 서로 달라질 수 있다. 이는 형평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라. 가습기살균제피해 구제급여 지원금 현황과 문제

124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개선
문제와
1) 요양생활수당 지급 지연 천식 피해자들의 요양생활수당 지급이 지연된 사실을 확인했다. 요양생활수당을 지급하 는 절차는 ①건강피해 인정 ②피해등급 기준마련 ③피해등급 심사를 위한 의무기록 자료 요청 ④피해자의 자료 제출 ⑤피해등급 결정 ⑥인정증명서 발송 ⑦요양생활수당 신청 ⑧ 요양생활수당 지급 순이다. 2019년 11월 27일 기준 구제급여 천식 요양생활수당을 지급 받은
분석한 결과, 천식 피해를 인정받은 날부터 요양생활수당을 지급받은 날까지 평균 349.73일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요양생활수당은 건강피해의 치료와 요양 등에 필요한 월 급여이기 때문에 노동력을 상실한 피해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피해자 40명의 자료를

구제급여 중 하나다. 피해인정을 받기까지 약 1년이 걸리고 피해인정부터 급여지급까지 다시 약 1년이 소요되는 것은 신속한 피해구제와는 거리가 멀다고 판단된다.

요양급여 지급과 관련해 불편한 시스템도 피해자들의 지적이 있다.239) 현재 요양급여를 지 급받기 위해서 피해자들은 병원진료 등 의료비를 자신의 사비로 우선 지출한 후, 이를 제 출해 나중에 정산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의료비는 반복적인 내역이 많고 피해자 들이 매번 접수해야 하는 번거로움 등으로 인해 개선의 필요성이 지적돼왔다. 따라서 바 우처 제도 등 선지급하거나 절차를 간소화시켜 피해자들의 금전적 행정적 부담을 덜어줘 야 할 것이다. 2) 장해급여 지급 과정의 문제점 장해급여 지급과 등급판정이 지연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2020년 9월 25일 「가습기 살균제피해구제법」 2차 개정법이 시행되며 장해급여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장해급여는 가습기살균제 노출로 인한 질환에 걸려 치유된 후 신체 등에 장해가 고정된 사람에게 지 급하는 구제급여다. 장해급여는 장해등급 분류에 따라 차등지급하고 있어, 급여를 지급 받으려면 장해등급을 꼭 판정받아야 한다. 조사 결과, 2020년 9월 25일부터 2021년 6월까 지 장해급여를 신청한 인원은 258명이었다. 그러나 급여 신청부터 약 10개월이 지난 2021 년 7월 28일이 돼서야 제25차 피해구제위원회를 통해 2명의 장해등급 판정이 최초로 결 정됐고, 이후 제26차·27차 피해구제위원회를 통해 총 30명이 장해등급을 판정받아 2022

년 1월 31일 현재 총 32명이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장해급여를 지급받은 사람은 아직까 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위원회는 기술원에 장해등급 판정 지연 사유를 물었으 나, 이에 기술원은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의 법령에 따라 충실히 추진 예정이라 회신 하였을 뿐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장해급여는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노동능력을 상실한 피해자에게 지급되는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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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그러나
239) 2022. 7. 7. 피해자 간담회에서
급여다. 따라 서 노동력을 상실해 생활고를 겪을 수 있는 피해자들에게 신속하게 지급돼야 할 급여다.
현재 장해급여를 신청한 날부터 약 1년이 지나서야 등급 판정이 이뤄지고, 급여지
제기된 불만 사항.

급까지 기약 없는 나날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또 장해급여의 지급기준과 등급 판정 기준의 개선이 필요하다. 장해급여 지급기준은 노 동능력상실률에 따라 차등지급하도록 돼 있다. 단순히 장애 정도가 아니라 노동능력상실

률을 장해급여 판단 기준의 근거로 삼는 것은 단순한 신체적 장애를 넘어 노동능력의 상 실을 가산해서 계산함으로 피해자 입장에서 완화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노동과 관련이 없는 피해자가 다수인 점을 감안할 때, 노동상실률이 장해급여의 판단 기준이 되기에 부 적절한 상황이 발생하며, 이런 경우 2016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에 따라 능력상실률을 평가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노출로 인한 건강피해가 외상성 재해 가 아닌 특성으로 노동능력상실률에 기반해 설계된 장해급여를 지급할 경우, 지급대상이 한정적일 수 있는 한계가 존재하므로 건강피해의 특성에 맞는 장해등급 판단 기준에 대 한 근거 논의가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마. 건강모니터링 운영 가습기살균제참사 이후 환경부는 피해자·노출확인자 및 그 가족을 대상으로 건강상태 를 주기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확보된 데이터를 이용하여 피해질환 범위의 확대 등 피해 지원에 활용하기 위해 ‘건강모니터링’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의 내용으로는 건강모니 터링 대상자에 대한 의료지원, 의료상담을 통한 건강상태의 지속적인 관리, 독성 가습기 살균제의 건강 영향 연구와 추적 관리, DB 구축 및 운영 등이다. 1) 건강모니터링의 시행 배경 가습기살균제참사는 일상생활에서

126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사용하는 화학물질에 대한 국가의 안전 불감증과 화 학물질 관리체계 및 피해지원에 있어 총체적인 부실을 보여줬다. 2012년 6월 11일 한국환 경보건학회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노출실태와 건강 영향 조사’연구에서 133가구에 대한 건강 영향 조사를 시행했고, 그중 76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영향 조사를 시행했다. 이후 질본은 2013년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의‘가습기살균제 폐손상 의심 접수사례 조사’ 연구를 통해 정신건강 영향 조사를 진행했다. 이는 정부의 주도가 아닌 민간 학회에서 먼

저 진행한 것으로서 76명을 대상으로 ①PTSD240) 검사 ②사건 충격척도 검사 ③불안 ④ 자살 여부 등 정신건강 영향 조사 분석241)을 시행했고, 연구에서 가족 내 사망자가 있는 등 피해의 정도가 심각할수록 PTSD 및 자살 충동이 유의미하게 증가함을 확인했다. 이 연구는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들의 신체건강 모니터링뿐만 아닌 정신건강 모니터링의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후 정부가 발주하거나 관여한 정신건강 모니터링 사 업들이 진행됐다.

2014년 3월 11일 질본의 폐손상조사판정위원회는 가습기살균제 폐손상 여부 판정대상 자 361명에 대한 조사판정 결과를 발표했다. 2014년 4월 2일 환경부 환경보건위원회 제14 차 회의 제1호 안건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정부 재정 지원 및 건강관리 방안(안)’이었다. 당시 회의에서 폐질환 판정체계(거의 확실함, 가능성 높음, 가능성 낮음, 가능성 거의 없음)를 기반으로 “1·2 단계는 재정 지원을, 3단계인 ‘가능성 낮음’은 건강관리 지원이 적절하다”는 내용이 논의 됐다. 2014년 4월 15일 개최된 제19대 국회 제323회 임시회 제3차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환 경부 장관은 “3등급(가능성 낮음)은 제품과 피해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어렵지만, 앞으로 추가 자료를 확보하고 사후관리를 하겠다”고 발언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2014년 5월 23일 환경부와 기술원이 ‘환경부공고’로 「건강모니터링 등 가습기살균제 피해 추가조사·연구」를 발주했고, 울산대학교·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2014년 7월 15일부터

2015년 4월 14일까지 질본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1~3단계 피해자 120명과 노출력 있는 가족 100명 등을 대상으로 건강모니터링을 시행하며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 내용은 ①건 강모니터링(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건강모니터링 계획 제시·대상자건강검진 및 평가) ②폐질환 이외의 건강영향 추가조사 ③신규 폐질환 인정 신청인에 대한 조사 및 판정 ④재심사 청구에 대한 검토 등 이었다. 연구 결과는 ①건강모니터링 폐기능 검사 시행주기 마련 ②향후 추적 연구 및 정상 폐기

Stress Disorder), 사람이 충격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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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240) PTSD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사건을 경험한 후 발생할 수 있는 정신 신체 증상들로 이루어진 증후군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241) 한국환경보건학회, 2012. 6. 11.,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노출실태와 건강 영향 조사. 한국환경보건학회가 진행한 조사 연구는 환경보건학회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성금과 자원봉사를 통해 수행됐다.

능과의 비교 연구 등 필요 ③장기 추적 조사와 정신건강의학과 상담 필요성 등이 도출됐

는데, 피해자들의 우울증 및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비율이 높아 추가 연구와 전문의 상

담 및 추가 검진이 필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 모니터링은 ‘가습기살균제보건센

터 협력기관 지정 이전’에는 약물 처방 등 치료를 중심으로 진행했고, ‘가습기살균제보건

센터 협력기관 지정 이후’에는 상담·임상·정신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사회적 개입을 통 해 진행하고 있다.

2) 건강모니터링 수행기관 및 대상자 변천과정 가) 수행기관 변천과정

2015년 1월 19일 환경부는 ‘환경부공고 제2015-15호’를 통해 환경보건센터 지정 공모를 진행했다. 이 사업은 ‘환경 유해인자로 인한 건강피해 규명·감시·예방 및 관리를 위한 조 사·연구 및 기술개발 등을 위해 환경보건센터를 지정 공모’하는 것이었다. 서울아산병원 은 “유해화학물질 노출분야 환경보건센터”로 단독으로 선정돼 2015년 4월 1일부터 2017 년 12월 31일까지 폐질환 1~3단계 피해자 총 598명을 대상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신 체·정신건강 모니터링 및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건강 영향의 인과관계에 대한 조사·연구 를 수행했다.

연구는 3년 차로 구분해 수행했으며, 주요 내용은 ①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피해자 에 대한 건강 영향 모니터링 ②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질환 이외의 건강 영향 조사·연구 ③가습기살균제 등 생활화학제품 노출로 인한 건강피해 예방·관리와 이들에 의해 발생 할 수 있는 건강 영향에 대한 교육 및 홍보 ④정신건강 영향평가 및 필요 시 중재 ⑤필요 시 동물실험 등 폐 손상 기전 및 폐 외 질환 발생 가능성 연구를 통해 향후 발생할 수 있 는 건강 영향평가 등이었다. 2015년 연구 결과, “폐섬유화나 폐병변이 있는 경우 지속적으 로 추적관찰이 필요하고 1년 주기 검사가 적절하다”고 제안했다. 2015년 서울아산병원 환경보건센터가 피해자의 정신건강에 대한 의학적 평가를

128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진행하 였는데,
결과보고에서 한정된 적은 인력으로 많은
해당
피해자의 정신건강에 대한 의학적 평가를 시행하기가 어렵다고 발표했다. 이에 서울아산병원 환경보건센터는 2016년 사업 과제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정신건강 모니터링(과제 1-5)’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전

국 정신건강 심리지원(과제1-6)’을 계획했고, 과제 1-6번의 전국 정신건강 심리지원은 보건 복지부(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진행했다.

2016년 6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서울아산병원 환경보건센터는 1~3단계 피해자 279명 및 ‘가습기살균제 피해 폐손상 인과관계 규명 연구조사’ 3차 피해신청자인 395명을 대상 으로 정신건강 모니터링 사업을 진행했다. 서울아산병원 환경보건센터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총 196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모 니터링을 시행하면서, 성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및 가족 구성원의 60.7%(82명), 아동·청 소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및 가족 구성원의 14.1%(19명)가 고위험군(임상군)에 속했다고 밝 혔다. 아동·청소년의 경우 10명(66.7%)이 불안장애, 6명(40%)이 PTSD, 5명(33%)이 ADHD 증 상을 보였다. 자녀가 사망한 이후 가족 구성원 간의 대화가 경직돼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 및 가족, 유가족의 정신적 증상을 완화하고 일상생활로의 빠른

복귀를 위해서는 정신과적 평가와 심리 지지체계 등 국가 차원의 정신건강 모니터링 및

지원체계 구축이 매우 중요했다.

그러나 2015년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전문인력이 부족해 피해자의 정신건강에 대한 의학 적 평가가 어려웠다. 이에 보건복지부가 사업과제를 선정해 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 터와 나눠 진행하게 됐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는 2017년부터 국립정신건강센터 1곳과 전국 권역별 국립병원 4곳에서 정신건강 심리지원 사업을 시행했다. 1·2단계 판정 자 등 피해자 56명을 대상으로 건강 영향평가를 시행했으며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서비스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고 전문기관과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016년 서울아산병원의 연구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폐 건강이 정상소견을 보이는 대상 자에게도 폐기능이 비정상으로 확인된 경우가 관찰됨에 따라 영상 검사에서 정상으로 회 복된 경우로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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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보이더라도 지속적인 폐기능 추적관찰과 폐건강 모니터링이 필요함”을 확인 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규 판정을 위해 건강영향 평가와 관련된 임상 결과 및 의무기

록 자료, 설문지를 통합해 표준화된 DB 구축 및 정보관리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관 련된 시스템을 개발했다.

2016년 4월 25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 기간이 무기한 연장되면서 4차 가습기살균제 피 해자들의 접수가 급속하게 증가했는데, 4차 피해신청자들은 기존의 정신건강 모니터링 대상자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가습기살균제피해자 가족이 겪고 있는 심리상담 지 원에 대한 국회 및 시민단체 등의 요구가 증대돼 기술원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심리상 담」 사업을 계획242)한다. 본 사업은 “4단계 판정을 받은 피해자 및 4차 신청자 중 분노·죄 책감 등 정신불안자를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추진해 피해자 지원 강화”를 위해 추진됐다. 해당 사업은 (사)한국상담진흥협회에서 4단계 판정자 및 4차 신청자(유가족 포함) 4,618명을 대 상으로 진행했다. 기술원은 (사)한국상담진흥협회가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위탁 운영하게 하고, ①장기적 사업의 지원 ②의료서비스와 정신건강 서비스의 유기적 협조 ③사회서비스와의 연결성 확보 필요 ④사회적 비용 지불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개선안이 제시됐다. 이후 서울여자대 학교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2018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심리상담 ’연구용역을 진행 해 심리상담 프로세스 구축과 고위험군 의료기관 연계 방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17년 서울아산병원의 연구 결과, “가습기살균제 노출에 의한 폐질환 발생 소아 대상자 의 15~65.6%에서 폐기능 지표의 이상 소견이 보여 이들에 대한 적극적이고 주기적인 모 니터링이 필요함”을 확인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제40조와 「동법 시행령」 제42조 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의료상담 및 의료지원 시스템 구축과 피해자 건강 보호·관리를 위한 전문적인 운영체계를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돼 과학원을 ‘가습기살균제 보건센터’로 지정했다. 그러나 과학원에는 병원처럼 전문인력과 임상에 필요한 의료 장비 등이 없었다. 이러한 제한된 환경 개선과 모니터링의 효율적 운영 도모를 위해 ‘협력기관’ 지정·운영계획을 세워 2018년 하반기에

130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연구용역을 입찰 공고했고, 권역별 전문 의료기 242)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별송] [분리등록], 01. 2017-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심리상담 용역, 과업지시서, 붙임1 제안요청 서-fd”

관 10개 병원 서울아산병원·국립중앙의료원·강북삼성병원·충남대학교병원·전북대학 교병원·순천향대 구미병원·가천대 길병원(협력)·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협력)·동아대학교 병원(협력)·울산대학교병원(협력)을 중심으로 ‘가습기살균제 보건센터 협력기관’을 지정·운 영했다. 2017년도에 (사)한국상담진흥협회는 전년도(2016년)에 수행했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심 리상담」 연구(2017년 3월 28일~2017년 9월 24일)의 후속 용역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심리상담 Ⅱ」(2017년 11월 ~ 2018년 3월)를 통해 전문 심리상담을 진행했다. 대상자는 전년도 연구용역에 서 고위험군243)으로 파악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159명(성인 114명, 아동 45명)이었다. 가습기살 균제 피해자 심리상담 운영Ⅱ 연구 이후에도 피해자들의 상담 요구가 지속되고, 재난 심리 지원의 특성상 장기적으로 연속된 상담이 필요하여 4단계 피해자를 위한 심리상담 연구 용역으로 ‘2018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심리상담’을 발주했다. 이 용역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 특화된 심리상담 프로세스 구축 및 심리상담을 목표로 2018년 8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서울여자대학교 산학협력단이 4단계 피해자 및 (유)가족 3,309명을 대상으로 수 행했다. 2019년 과학원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는 ‘가습기살균제 보건센터 협력기관(심리상 담) 운영’을 지속했고, (사)한국상담진흥협회는 2018년까지 여러 기관으로 나뉘어 운영되던 정신건강 모니터링 사업을 전담하면서 가습기살균제 노출확인자 3,927명을 대상으로 심 리상담을 진행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2020년 3월 9일 과학원은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지정·운영지침」에 따라 기존에 운영하 던 협력기관 10곳을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로 지정했고, 서울성모병원(가톨릭대학교)과 강원 대학교병원이 추가되면서 12개로 확대됐다.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는 「가습기살균제피해 구제법」 제40조제4항에 따라 ①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건강모니터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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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대한 조 사·연구 ④건강피해에 대한 치료법과 간병·재활기술 연구 등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보건센터의 지정 기간은 2년으로 하고, 1년의 범위에서 지정 기간을 계속해 연장할 수 있 243) 2021년 기준, 고위험군이 아닌 임상군이라는 의학 용어로 변경됨
②피해자에 대한 의 료상담 및 의료지원 ③가습기살균제와 독성 화학물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도록 하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의 협력기관으로 운영하던 가천대 길병원이 최근 2022년 3월부터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로 지정됐다. 13개 보건센터(신체건강 12곳, 정신건강 1곳)의 운영 기간은 2022년 12월까지 연장해 건강모니터링이 진행되고 있다. 나) 대상자 변천과정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신체·정신건강 모니터링 및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건강영향의 인과 관계 조사·연구를 수행하고 있던 서울아산병원 환경보건센터는 2017년 12월 사업 종료 후 2018년 1월부터는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는 과학원 소관업무로 이관해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17102호, 2020.3.24., 개정] 제40조(가습기살균제종합지원센터 의 설치 및 운영)에 따라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를 운영해 연구 및 건강모니터링, 심리상담을 진 행했고, 가습기살균제 협력기관으로서 업무를 수행했다.

2018년부터 과학원이 권역별 10개 협력기관을 통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신체건 강 및 정신건강 모니터링 업무를 수행했다. 확대된 권역 10개 병원(협력 4곳)에서 1~3단계 피해자, 폐질환 4단계 인정자 중 1~2단계 가 족이 있는 피해자 또는 태아, 천식 ‘피해인정자’를 대상으로 건강모니터링을 진행했다. 그 러나 가습기살균제참사의 피해 특성상 가족 단위의 피해가 많았지만, 정작 피해자의 가 족에 대한 지원방안이 없다는 문제점과 ‘피해인정자’로 제한된 건강모니터링에서 비록 ‘피 해인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장기적인 건강피해 추적·관찰이 필요하다는 개선안을 통해 2019년 건강모니터링

132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대상자는 가습기살균제
및 그 가족까지
3) 건강모니터링 자료의 축적 및 활용의 중요성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제40조제3항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의료지원(신체·정신 건 강상태 추적 관리)의 추가 피해 예방과 피해구제 범위 확대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건강모니터 링 추진과 생성된 피해자의 의료기록 등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필요성이 제기됐다. 2018년 8월 14일 동법이 일부 개정돼 현재는 동법 제40조4항을 따르고 있다. 2018년 12월 환경부는 확보된 건강모니터링 자료와 DB 구축 및 대상자별 건강검진 및 심
노출확인자
확대됐다.

리상담 결과 등 관련 자료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표준 프로그램(S/W) 개발을 위해 연구용역을 시행했다. 2021년 10월 위원회가 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병원별로 상이하던 건 강모니터링 검사지 포맷과 설문지가 일원화됐고, 진료 병원 변경 시 시스템 내에서 새로운 병원으로 설정되고, 피해자의 과거 정보까지 조회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 이는 병원과 과학원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가 동일 프로그램을 사용하며 대상자의 검사 결과 조회까지 가능하게 된 것이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시행령이 2020년 9월 25일 개정되어 제2조(역학적 상관관계의 확인)에 건강모니터링이 포함되면서 지속적 인 건강모니터링 자료의 축적 및 활용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게는 일회성 판정 및 보상을 넘은 지원이 필요하다. 건강한 삶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건강관리가 지원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료상담 및 의 료지원, 장기적 건강 영향평가가 이뤄져야 하며, 천식의 빈도, 관련성 조사 및 호흡 재활치 료 효과 등도 평가해야 한다. 또 신체와 정신건강 상담 자료를 통해 확보한 의무기록을 종 합·정리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역학연구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장기 건강 영향 연구 등에 활용해야 한다.244)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4) 신체건강모니터링의 문제점 및 개선사항 첫째, 서울아산병원 환경보건센터는 전국적으로 단 한 곳만 지정돼 있어서 피해자의 불편 이 가중되고 업무 효율도 저하됐다.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에 환경보건센터 업무가 안내 되지 않았으며, 인터넷 포털 검색창에서도 검색되지 않아 피해자들이 접근하는 데 어려움 이 많았다. 둘째, 가습기살균제 보건센터 협력기관으로 확대·운영되면서 건강모니터링 대상자들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데도 실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위원회의 조사 결과, 환경부의 별도 지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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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매뉴얼이 없어 피해자 검진 시 협력기관별로 안내체계가 다 244) 역학적 상관관계에 관한 부분은 직라-2 조사과제에서 다루고 있다. 환경부(및 산하기관)는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질환 발 생 간의 역학적 상관관계에 관한 조사ㆍ연구 등을 통하여 그 범위를 넓히고는 있지만, 매우 더디게 진행하고 있고 여전히 협소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른 것으로 확인됐다.

또 피해자에게 안내되는 문자 내용 및 전달 시기 등의 표준화, 필수 기재 항목의 일원화 방안을 과학원에 요청했다. 이에 과학원에서는 ‘가습기살균제 건강모니터링 매뉴얼’ 안내 시 기본 예시문, 필수사항 등을 수록해 협력기관에서 공통으로 진행되도록 했다. 이후 과학원은 연구 사업으로 기본검사, 맞춤형 검사항목을 적정하게 조정해 결과안내의 표준안을 마련해 개선했다. 2022년 위원회에서 확인한 결과, 과학원은 모든 보건센터에서 이미 배포된 매뉴얼의 절차와 방법 등을 따르고 있다고 했는데, 기본적인 사항은 매뉴얼 과 동일하게 진행되며, 일부 항목 등은 권역별 보건센터의 현장 상황에 맞게 활용될 수 있 도록 하고 있었다. 셋째,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가 매년 모니터링 대상자 정보를 갱신하지 않아 건강모니터링 대상자가 명단에서 누락되는 등 문제점이 확인됐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과학원은 분기별 로 최신자료를 통해 사망 여부, 연락처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한 후 보건센터로 전달했다.

넷째, 2016년 서울아산병원 환경보건센터에서 건강모니터링 수첩을 기획해 제작·배포했 다. 그런데 건강모니터링 수첩이 활용되지 않아 2019년 9월 26일 위원회는 과학원에 건강 모니터링 수첩 활용을 권고했다.

한편 2019년 12월 20일부터 2020년 10월 19일까지 진행된 「가습기살균제 건강모니터링 개선 연구」 용역을 통해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관련 건강수첩을 제작했고 2020년 7월 배포할 예정이었으나, 오프라인 활용에 대한 추가 검토 및 애플리케이션 개발 논의 등이 추가로 진행되고 있어 배포계획을 정하지 않았다. 2022년 위원회에서 확인한 결과, 현재 건강모니터링 수첩은 제작 후 배포되지 않은 것으 로 나타났다. 과학원은 수첩을 지참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르고, 혹시라도 분실할 경우 수 첩에 기록된 개인정보 등이 같이 누출될 우려를 표명한 피해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사용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134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과학원은 수첩 대신 현재 온라인 웹으로 구동되고, 각 보건센터에서 사용 중인 DB 프로 그램에 저장된 개인정보, 진료기록 등을 활용하고 있어 ‘건강모니터링 수첩’의 기능을 하 고 있다.

5) 정신건강모니터링의 문제점 및 개선사항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약 8년 동안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심리상담은 총 3번의 발주기관 변경(환경부→기술원→과학원)과 4곳의 수행기관(서울아산병원 환경보건센터, 보건복지부(국립정신건강센터), 서울여 자대학교 산학협력단, (사)한국상담진흥협회) 등에서 진행했는데 자료 연계성 부족, 서비스·정보 제공 의 차이 등이 생기며 불편을 일으켰다. 과학원은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 협력기관으로 (사)한국상담진흥협회를 지정했고, 2018년

7월 26일부터 2019년 5월 21일까지 10개월간 심리상담을 운영하며 정신건강 실태 파악 및 모니터링 결과에 대한 설명과 통보를 시행했다. 폐질환 1~3단계 인정자, 폐질환 4단계 인정자 중 1·2단계 가족이 있는 피해신청자, 태아·천식 피해 인정자 등을 대상으로 진행 했고, 성인 및 아동상담의 놀이치료가 3회에서 10회로 사업 기간이 확대됐다. 초기 정신건강 모니터링 사업에서의 심리상담은 주로 고위험군의 선별 목적으로 사용하 던 것을 (사)한국상담진흥협회가 사업을 수행하면서 더 원활하고 전문적인 심리상담을 제 공하기 위해 피해자들의 초기 상황을 파악하는 것에 중요성을 두고 2019년에 (사)한국상 담진흥협회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심리검사’를 진행했다. 온라인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홈 페이지에서 온라인 심리검사와 심리상담을 원활하게 신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며, 지금은 2020년부터 정신건강 모니터링 사업을 수행 중인 연세대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 홈페이 지에서 심리상담 신청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심리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용역을 수행한 협회는 “피해자에 대한 심리상담 기간이 늘어났지만, 아직 충분하 지 못하다”는 점과 “사업이 연구 발주 형태이다 보니 한계점이 있다”고 밝히고, 신체적 특 성 및 심리상담 기간 등 다방면으로 대상자의 편의와 형편을 생각해 사업의 내용을 정해 야 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심리상담과 전문인력으로 사업 운영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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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2020년 3월 9일 과학원은 모니터링 기관별로 이용·서비스 제공의 편차 발생, 자료 이관 및 공유 문제 등 운영상 한계로 연세대학교 상담코칭센터를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로 지

정해 2022년 현재까지 연구 및 정신건강 모니터링과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있다(전국 171개의

심리상담 협력센터, 피해자 1명당 최소 10회 심리상담 진행).

피해자 심리상담 후 상담 결과는 48시간 이내에 과학원에 보고되며 72시간 이내에 승인 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위원회가 2021년 10월 정신건강 모니터링 자료가 과학원의 ‘DB구 축프로그램Ⅱ’에 저장되지 않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따라서 상담의 연속성과 지속성, 장 기 관찰을 위해 피해자의 정신건강 상담 자료를 프로그램에 축적·관리할 필요가 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는 연세대학교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의 전국 171개 심리상담 협력 센터에서 1인당 10회기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 10회기 종료 후 횟수와 관계없이 상담을 연 장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협력센터별 상담 인력, 상담예약 상황 등이 달라 재연장하기 가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조울증 및 적응장애, PTSD 등 각종 심리장애를 겪으며 심리

적으로 힘들고, 사회적으로도 적응하지 못해 장기적인 지지체계를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많다는 점이 지적됐다. 따라서 기본으로 제공되는 상담회기를 처음 제공할 때부터 대폭 늘리는 것으로 심리지원이 개선돼야 한다. 바. 피해자단체 지원 현황 및 문제

1) 피해자단체의 현황과 문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2011년 6월 27일 다음카페에 개설된 ‘소아 간질성폐렴 우리아 이를 지키자’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와 관련된 내용을 공유하기 시작했고, 2011년 8월 31 일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 결과 발표 직후인 2011년 9월 가피모를 만들었다. 가습기살균 제참사 초기 피해자들은 가피모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가피모는 시민사회단체(환경보건시민 센터), 전문가 집단(한국환경보건학회), 국회의원 등과 협업해 가습기살균제참사의 의제 형성, 공 론화, 사회적 지지 동원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후 피해자들은 시민단체와 연계 해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노출이 멈춘 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회복될지 악화할지, 다른 후 유증은 없을지에 대한 연구와 향후 계획 등을 정부에 요구했고, 정부는 민관합동으로 ‘폐

136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손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2014년 3월 11일 ‘폐손상조사위원회’는 폐질환을 중심으로 피해자를 4단계로 구분해 판 정결과를 발표했다. 피해등급판정 단계 구분 체계가 오랫동안 조사·판정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1·2단계 인정자만 법령에 따라 피해자로 인정받게 됐고, 3·4단계 피해자는 법적인 피해자가 아닌 ‘상당 지원 대상자’로 상당 기간 구분됐다.245) 피해자들은 같은 이해 관계를 기반으로 단체를 구성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정부의 단계 구분은 피해자단체가 분리되는 원인의 하나로 작용했다.

2017년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14566호, 2017.2.8., 제정]이 제 정됐고, 제9조(피해자단체)1항에서 피해자 단체 신고 관련 사항을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2017.8.9. 시행] [법률 제14566호, 2017.2.8., 제정] 시행령에 위임했으며, 대통령령으로 정 하는 바에 따라 피해자는 단체를 구성해 환경부 장관에게 신고할 수 있게 됐다. 1차 개정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15717호, 2018.8.14., 개정] 제9조에 따라 피해자 단체는 추모사업, 조사·연구, 피해구제위원회에 대한 의견 제출 등 의 권한이 생겼고, 피해자 단체에 대한 사업 지원근거가 신설됐다.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2021년 12월 기준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에 등록246) 된 피해자 단체는 30개 다. 2018년 기준 18개 단체였으나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이 개정된 이후 2019년에서

2021년 사이에 12개 단체가 늘었다. 피해자단체가 증가하면서 피해자의 요구가 다양하게 표출되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피해지원과 관련해 피해자 간의 의견 일치나 합의가 점점 어려워지고 그에 따른 갈등이 지속되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 245) 이후, 피해지원특별법의 개정으로 모두 피해자로 인정받게 되었지만, 애초에 구분될 때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질병 간의 인과관계 개념도 포함되어 있었으므로, 특히, 3, 4단계 피해자들의 경우 이후의 법정 소송 등 여러 측면에서 불리하게 작 용하였다. 한편, 초기의 등급 구분은 가습기살균제참사가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사례였으므로, 초기 신속하고 원활한 피해 지원을 위해서는 불가피하였다는 의견도 있다. 246) 피해자단체들의 현황은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하 ‘기술원’)이 운영하고 있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위 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에서 ‘피해자 단체 커뮤니티’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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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들의 대표성을 인지하고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및

향후 계획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피해자 단체를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 단체들은 이해관계나 각자의 처지에 따라 단체마다 주장하는 바가 다른 경우가 많았다. 환경부는 피해지원과 관련한 피해자들의 요구나 질의 등에 대해 전체 피해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거나 피해자 단체들의 의견을 조율하려는 노력도 없이 “피해자단체의 의견이 취합되지 않는 등 피해자들의 의견이 산재해 있어 피해자들의 요구에 응하기 어렵 다”는 입장을 여러 번 피력하는 등 무성의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자들 또한 서로 소통하며 한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단체의 통합 등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2019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정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 르면, 1,152 피해가구 전수조사 결과 60.5%가 피해자 단체에 가입하지 않았으나 피해자 단체의 통합에는 92.6%가 찬성했다. 또 요건을 갖추지 않은 피해자 단체가 환경부 모임에 참석하고 의사결정권을 행사한다는 지적도 피해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피해자 단체들이 계속 증가하고 피해자들의 의견이 통합되지 못하는 데는 피해자들의 입 장이나 피해자 간 이해관계의 차이에 따른 현상으로 파악하는 시각도 있지만, 근본적으 로는 정부가 참사 초기부터 피해자들에게 피해지원에 대한 신뢰를 주지 못했던 데 기인한 측면이 있다. 피해자들은 정부가 초기에 도입한 4단계 피해자 개념이 고착화돼 결국 피해 자들이 분리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그 이후에도 피해자들을 질환에 따라 차별하고, 피해지원에서도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와 그렇지 못한 피해자로 차별하는 등 피해자 단체 들이 여러 형태로 분열하는 데 책임이 있다고 여기고 있다. 피해자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위원회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동 연구247) 에 따르면, 피해자단체 간담회 및 지역설명회 등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피해자와 피해신 고자들은 본인이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247) 위원회. “사회적 합의를 통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방안연구”. 2021.12.31. 76쪽

138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결국 피해자 단체의 증가로 인한 피해자 간의 갈등이나 의견통합의 어려움은 정부가 그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크다고 볼 수 있으며,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피해자 단체의 대표성

이 확보될 수 있도록 현행 피해자단체 신고기준과 요건의 문제점과 피해자 단체 간의 갈 등 실태를 면밀하게 조사하고 전체 피해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이에 대한 개 선안을 마련해야 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들은 환경부에 피해자 단체 활동 및 지원 사업을 여러 차례 신 청했으나, 환경부는 환경부 산하기관 사업내용과의 중복, 구체적인 사업 계획 미비, 예산 산출근거 미흡 등의 이유로 지원 불가 판정을 내렸다. 또 2021년 7월 13일 피해자단체가 환경부에 신청한 가습기살균제참사 10주기 추모 지원 사업은 제때 검토조차 되지 못하고 추모일(2021년 8월 31일)이 지난 9월 17일에야 환경부 구제자금운용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되 는 사례가 있었다.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17102호, 2020.3.24., 개정]의 목적에 부합할 수 있도록 피해자단체가 신청한 사업의 취지를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하고, 다소 부족하거나 미비한 점이 있으면 행정지도 등의 방식을 통해 사업이 가능하도록 지원 할 필요가 있다. 또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국가가 추모와 관련된 제도적 틀과 지원방안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으면 환경부의 소극적 행정으로 피해자 단체가 추진하는 최소한의 추모사업 조차 보장되기가 어렵다. 가습기살균제참사 추모사업은 피해자 단체가 중심이 될 수 있 지만, 이 참사에 중대한 책임이 있는 기업과 국가 차원에서도 수행할 필요가 있다. 국가는 가습기살균제참사와 관련해 유해화학물질과 이를 함유한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안전관 리 실패에 대한 책임과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조치의 책무가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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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있다. 이를 명확하게 하려면 「세월호피해지원법」 제4장(추모사업 등)과 같이 ‘국가등’이 추모사업의 주체로서 책임져야 하 고, 현행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에 포함되지 않은 추모사업의 내용(추모공원 조성, 기념관 건립, 추모비 건립, 교육시설 등), 추모추진체로서의 추모위원회 구성과 권한,
재단의 설립과 사업, 출연 등의 내용을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2) 피해자 권리에 관한 외국의 사례와 국제기준 및 시사점 국제사회에서 논의되는 방향과 ‘안전권’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는 여타 국가들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재난피해자가 보장받아야 하는 대표적인 권리는 ①재난 관련 정보에 대한 알 권리 ②피해지원을 받을 권리 ③피해지원 권리 확보와 실현을 위한 참여권 3가지로 볼 수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사회적 고립감과 함께 자신들의 권리가 침해받고 있는 실 태를 알리면서 그 고충을 지속적으로 호소했으며, 위원회 조사결과 이러한 실태는 피해자 지원과정에서 다방면으로 발생하고 있었다. 피해자들은 자신과 관련된 질환에 대한 정보도 정확하게 받지 못했고, 건강모니터링을 시 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정 편의적인 일 처리로 인해 불 편을 겪었으며, 정부와 기업들로부터도 일부 질환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구제 및 배·보 상을 받는 등의 차별적 대우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권리침해가 발생하게 된 원인은 피해 지원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중심’의 관점이 아닌 ‘공급자 중심’의 관점에서 논 의됐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재난피해자에 대한 권리보장 인식이 진전된 국가들은 정 부 차원에서 재난피해자 지원을 위한 조직을 마련하거나 피해자들이 스스로 조직한 피해 자 지원단체에 각종 제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피해자지원대표단(DIAV) 단장은 장관 직급으로 여러 부처의 피해자 지원 활 동을 총괄한다. 테러행위·대형참사·자연재해 등 일련의 재난과 형사상 범죄에 이르기까 지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지원·보상과 관련된 업무, 피해자 단체 및 피해자 지원단체와 의 관계를 유지하는 업무를 맡고, 피해자 지원을 위한 부처 간 위원회 회의를 주재한다. 프랑스는 법무부에서도 대형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지원 업무를 수행한다. 참사 피해 지원과 관련해 프랑스 법무부는 2017년 ‘대형참사 피해자들의

140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248) 을 발간한 바 있다.
248) “대형참사 피해자들의 체계적인 보살핌 지침(GUIDE M É THODOLOGIQUE La price en charge des victimes d`accidents collectifs)”「종합보고서 추진단 번역 최종 결과보고서」_세월호조사기획과-550 대형참사의 피해자들을 체계적으로 보살피는 일은 2017년 11월 10일 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제정된 부처 간 피해자지 원계획의 최우선 방침 중 하나이며, 이를 위해 프랑스 법무부에서는 이 지침을 발간했다.
체계적인 보살핌 지침’
이 지침에 따르면, 법무부의 피해자권리정당성획득&지원사무국

(SADJAV)은 피해자지원정책을 총괄하는 부처 간 의결기구에서 법무부를 대표하고, 피해자 권리 및 지원과 관련된 법과 규정을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피해자권리정당성획득&지원 사무국(SADJAV)은 자체 예산 프로그램으로 피해자 지원단체에 자금을 조달해 주고, 재난· 대형참사 피해자 단체들의 인가 요청을 심리하고 최종적으로 승인한다. 상기 지침에서는 재난이 발생할 경우, 피해지원을 위한 각 국가기관 간의 협업은 물론, 피 해자 단체 등 민간과의 협업이 이뤄질 수 있음도 확인할 수 있다. 지침에 따르면, 재난이 발 생하면 우선 지방 차원에서 전략위원회가 열리는데, 부처 간 피해자지원대표단(DIAV)의 판 단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열릴 수 있다. 이때부터 전략위원회에는 부처 간 피해자지원대 표단(DIAV), 법무부 소속 피해자권리정당성획득&지원사무국(SADJAV), 내무부, 보건부 및 참 사와 관련된 모든 부처의 대표들이 합류하고, 국가전략위원회는 피해지원과 관련된 국가 조정관, 운송업 대표, 보험회사 대표, ‘프랑스피해자’249)대표, 펜박(FENVAC) 대표 등의 합류 여부를 결정한다. 프랑스의 대표적 피해자단체로는 펜박(FENVAC)이 있다. 이 조직은 ‘슬픈 사람들의 연대’라 는 뜻이자 전국테러공격피해자연맹으로 1988년 발생한 리옹역 열차 참사를 계기로 1994 년 설립됐다(1982년부터 1993년 사이에 발생한 재난·재해 희생자 단체 8개의 연합체로 시작됐다). 2020년 기준 화 재·테러·추락·침몰·붕괴 등 80건의 재난을 경험하고 결성된 재난피해자협회를 포괄하 며(전체 회원: 약 8,500명), 지금까지 약 180건의 재난과 테러 사고에 개입해 피해지원 활동을 수 행해 왔다. 펜박은 피해자 권리에 근거한 정보 제공, 피해자 간 상호 지원을 위한 협회 결성, 개별화 된 피해지원을 위한 피해자 요구 평가, 피해보상을 위한 초기 평가 및 현장조사 시행, 피 해자협회 운영을 통한 장기적인 회복 지원, 법적 피해보상 절차 및 참여 지원, 피해지원 제도 개선, 재난 재발 방지 교육 및 캠페인 등을 하고 있다. 영국의 대표적 피해자단체는 ‘DA(Disaster Action)’이다. DA는 ‘재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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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라 불리는 1980년대의 대규모 재난이 연이어 일어나며 주요 재난에서 가족과 친구 등을 잃은 재난피해자와 생존자들이 다른 재난의 249) 1986년 6월에 설립된 ‘프랑스피해자’는 130개 단체가 모인 전국 규모의 연맹이다. ‘프랑스피해자’는 피해자 단체들이 질 높고 공평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피해자 단체를 평가하고 지원한다.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현재는 열차 사고·선박 침몰·항공기 폭파·테러 공 격 등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발생한 약 30건의 인적 재난과 자연·사회재난의 영향 을 받은 회원들이 주축이 돼 피해자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피해 최소화를 위한 정보 제 공, 개별화된 피해지원을 위한 요구, 의사결정 조력, 언론대응 가이드라인 제공, 자조 모임, 재난 심리 및 재난 이해 교육, 재난 예방 캠페인, 재난 관련 법 제정 운동 등을 하고 있다. 각종 참사에 대한 피해지원에서 피해자들의 권리침해는 어느 과정에서나 발생할 수 있 다. 이를 경험한 국가와 국제기구 등은 참사 발생 시 피해자 인권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 련했다. 앞서 기술한 프랑스 법무부가 발간한 2017년 ‘대형참사 피해자들의 체계적인 보살핌 지침’ 에서도 피해자 지원을 위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지침은 위기단계(제1부), 위기 이후 단 계(제2부), 법률적 과정(제3부), 첨부 자료(제4부) 등의 편제로 구성돼 있으며, 제1부 위기단계에 서는 피해지원을 위한 각 국가기관의 역할과 지원체계 등을 기술하고 있다. 지침 중 ‘피해 자 단체의 역할’ 항목에서는 피해자 단체의 승인절차나 피해자 단체의 권리(손해배상 청구 등)

를 비롯, 피해자 단체인 펜박의 역할도 명시적으로 기술해 피해자 (지원)단체가 피해자 지원 에서 공식적 역할을 부여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가 간 이동이 빈번한 유럽의 특성상 지침에서는 프랑스 유럽외무부가 2008년부터 설 치·운영 중인 위기지원센터(CDCS)의 역할 등도 기재돼 있는데, 이 센터는 해외에서 다수의 프랑스인 피해자를 초래한 참사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프랑스의 피해자 단체 및 피해 자지원단체(전국피해자지원단체연맹, 피해자단체연맹, 피해자권리정당성획득&지원사무국 등)와 연계시키는 임무 를 수행할 것을 규정한다. 이 센터는 유럽외무부 내 자원봉사자 양성과 위기 시 구호단체 와의 의료공조 등의 업무도 수행한다. 지침에서는 효과적인 참사의 피해지원을 위해서 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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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스의 특성에 맞게 정부 부처 내 관련 조직체계를 마련하고 정부 기관은 물론 피해자(지 원)단체나 구호단체 등과도 협업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지침은 피해자 및 피해자 가족에 대한 정보의 공유와 제공에 관한 사항도 규정한다. 재난이 발생하면 피해자 및 피 해자 가족을 위한 보고회를 열어야 하는데, 1차 보고회는 48시간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 1차 보고회의 목적은 피해자 및 가족들, 피해지원 관계자들을 모아 관련 정보를 최대한

확보하고 이들의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이 보고회를 통해 피해자 및 가족들은 사고의 원

인과 범위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게 되고, 참사의 규모와 특성에 따라 정부의 관계부처가

참석하므로 시행되고 있는 조치들에 대한 정보도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다. 1차 보고회 는 관할 도지사와 관할 지방 검사장이 함께 준비하고 ‘프랑스피해자’ 및 펜박의 참석 하에 개최될 수 있다. 2차 보고회는 위기단계 기간과 이후 목적에 따라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2 차 보고회는 시신 신원확인의 진행이나 수사 경과와 전망 등을 알리고, 보험회사도 참석 해 장례비 지급 등의 질의응답이 가능하다. 또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전국의 모든 참사 피해자단체가 참석할 수 있는 보고회도 있다. 이 지침에 따른 피해지원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피해자 중심으로 이뤄지게 된다. 응급의 료-심리대처반(CUMP)은 가장 적당한 위치에 응급의료-심리 부서(PUMP)를 배치해 사고 후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즉각적인 치료와 적합한 검사를 받게 한다. 지방보건청(ARS)은 응급 의료-심리대처반(CUMP)이 보살핀 환자들의 추후 치료경로를 정해 주고 추적하며 피해자 들의 보살핌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유기적으로 개입한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지원단 체들은 각자의 역할에 따라 사고 직후 단계부터 중장기적 단계까지 피해자 및 가족들과 동행하며 개인별 맞춤 지원을 한다. 즉 중장기적으로 피해자와 가족들의 동반자 역할을 담당한다. IASC250) 는 2011년 재난 시 피해자 권리보장에 관한 가이드라인인 ‘인권과 재난(Human Rights and Natural Disaster)’을 발간한 바 있다. 이 가이드라인에서는 피해자들이 기본적인 생활 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을 받을 권리, 교육을 받을 권리 등 피해자들의 다양한 권리보장 의 필요성과 그 절차 등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표현, 집회 및 결사’의 권리를 강조하며 피 해지원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그 기회를 다음과 같이 보장하고 있다. “재난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피해자) 및 지역사회가 재해 구호와 복구 절차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건의사항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돼야 하고 그들이 제시 한 의견이 반대 집단으로부터 보호돼야 한다. 또 이와 같은 목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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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해 재난에 영향을 받 은 사람들에게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 250) IASC(Inter-Agency Standing Committee, 인도적 지원기관 간 상임위원회)는 1992년 유엔 총회에서 인도적 지원을 위해 설립하기로 결정되었다.

국제적십자사 또한 ‘재난 상황에서 피해자 보호·참여를 위한 필수 기준(Minimum standards for protection, gender and inclusion in emergencies)’이라는 가이드라인에서 피해자들의 생활에서 영향 을 받을 수 있는 의사결정과정에 피해자들이 최대한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다음 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긴급구호 과정에서 ‘참여’는 피해자들이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중략) 피해자들이 최대한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 는 가장 필수단계는 긴급 대응에서 지역사회 및 파트너들과 함께 대응할 수 있도록 ‘피해 자 단체’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기준은 의사결정과정에서 피해자의 적극 적인 참여와 권리보장을 위해서는 피해자 단체의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 제고와 피해자 단체 지원을 위한 제도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의 피해자 지원 사례들은 피해자 단체 지원에 관해 몇 가지 시사점을 준다. 우선 재난 의 피해지원에서 기존 피해자들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펜박과 영국

의 DA는 재난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도 공식적 역할과 기능을 부여받고 있었다. 외국의 정부는 피해자 단체를 공식적 협력자로 여기고 우리나라보다 진전된 거버넌스 개념에 입각하고 있었다. 즉 정부가 피해자 단체를 성가신 민원인처럼 여기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 인지하고 협력하는 점을 확인했다. 따라서 피해자단체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투자하고 지원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7. 결론과 개선대책 가. 결론

1) 참사를 기업-소비자 간 문제로 인식함으로써 소극적 피해지원 초래 정부의 피해구제 대책의 지연과 한계가 발생하게 된 이유는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결함 있는 제품에 의한 소비자의 ‘사적 피해’로 보고, 정부의 피해구제가 아니라 제품 제 조·판매 기업과의 민사상 책임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 리에 따라 정부의 구제 개입은 과잉구제로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 며, 인식은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17102호, 2020.3.24., 개정]

144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정과 환경성 질환으로의 지정을 둘러싼 논쟁에서 재현됐다.

제8차 환경보건위원회에서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를 환경성 질환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제시한 이유 중 하나도 “(가습기살균제참사는) 소비자가 자기 판단에 따라 가습기에 살균제 성분을 넣어 사용함으로써 문제가 됐으므로 개인의 사용(관리)책임 영역에 있는 사 항”이라는 것이다. 가습기살균제참사는 소비자가 가습기에 살균제 성분을 넣어 사용함으로써 발생한 문제 가 아니다. 가습기살균제참사는 이윤 추구만을 위해 소비자의 안전을 경시한 기업의 탐욕 과 정부의 화학물질 및 제품 안전 관리상 부실이 빚어낸 대규모 인명 침해 사건이다. 2016 년 시행된 국회 국정조사(‘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에서도 “정부는 화학물질과 생활제품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제출한 서류에만 의 존했고, 특히 가습기살균제가 법령상 관리 부처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였음에도 별도 의 안전관리를 실시하지 않는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과 책 임을 다하지 아니하였음”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정부의 책임을 정확히 규명하기에는 정보의 제한이 있었을 수 도 있다. 그러나 생활화학제품 사용으로 인한 다수의 인명 침해 사건으로 전 국민이 가습 기살균제를 사용했으므로 잠재적 피해자가 얼마든지 더 있을 수 있다는 점, 화학물질의 유해성 심사나 생활화학제품 인허가 또는 승인에서 정부가 규제 권한을 갖고 있는데도 시 장에 출시돼서는 안 되는 제품이 생활용품으로 출시됐다는 점, 화학물질 노출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의학적·과학적 지식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피해자의 자기 구제에 전 적으로 맡겨둘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가습기살균제참사는 구체적 위험과 위해로부 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책무를 지는 정부의 개입이 요구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회적 사건에 정부의 개입은 참사의 발생 원인과 전체 피해 양상의 파악, 피해의 신속·공 정한 구제, 재발 방지대책 마련 등이 있을 것이다. 가습기살균제참사는 진상규명, 곧 참사 의 원인과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국민의 수와 구체적인(장래 발생 가능한) 건강 영향은 어떤 것인지, 또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 추산될지 등에 관해 정부 개입이 필요한 사건이다. 한편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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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피해 질환

소엽중심성 섬유화를 동반한 폐질환

-태아피해 -천식피해 -폐질환 3단계

-기관지확장증 -폐렴 -성인간질성폐질환

-독성간염 -아동간질성폐질환 -기관지염 -상기도질환군

참사 발생의 원인자가 있으므로 정부가 곧바로 피해구제를 결정하는 데 상황 파악과 법률 검토가 필요했을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 참사가 사적 책임 영역에 놓인 사안으로 규정 하며, 공산품에서 생활화학제품을 떼어내 그 관리에 관한 권한과 책임을 환경부에 이관 하는 것 외에 정부의 역할을 하지 않았다. 특히 이와 같은 참사에는 정부의 신속하고 총괄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화학물질 관리, 생 활용품 안전, 건강피해에 대한 이슈가 중첩되고, 환경부·산자부·보건복지부 등 여러 부 처 관할이 겹쳐진 이러한 사안에서 사건 원인과 결과의 전체 양상 파악, 재발 방지를 위한 관계부처 간 정보공유와 협력을 조정, 조율할 정부(예: 국무조정실)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문제를 종합하지 않고 분산해 부처에 배분했으며, 피해지원에 있 어서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관한 “국가는 책임이 없고, 이 피해는 기본적으로 제품 제조사와 사 용자 간 문제”라는 인식에 기반해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을 위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17102호, 2020.3.24., 개정]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입 장을 표명했고, 이 때문에 피해지원이 지연된 측면도 크다.

2) 호흡기 질환(폐질환 등) 중심 소극적 피해인정 및 인정질환 확대

146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연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는 다음 표와 같이 2014년 소엽중심성 섬유화를 동반한 폐질환을 필두로 피해질환이 하나씩 추가 인정돼 오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251) 251) 이처럼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를 특정 질환의 지정으로 규정하는 방식은 2020년 9월 25일 제2차 특별법 개정을 통해 전체적인 건강상태의 악화 여부 등을 고려하여 건강피해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바 뀜에 따라 2021년 9월 7일과 2021년 11월
건강피해를 인정하는 방식이
30일 피해구제위원회는 개별심사를 통해 피부질환과 우울증, 호흡기계질환 과 동반되는 피부질환 및 중이염 등을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로 인정했다. 표 2-14 피해질환 인정 과정 연도 2014 2017 2018 2019 2020

환경부는 2017년 태아 건강피해와 천식 건강피해 인정기준이 나올 때까지 2014년 질본 의 폐손상조사위원회가 임산부 등 소수의 피해자를 역학 조사해 만든 폐손상(Humidifier Disinfectant Lung Injury) 4단계 기준을 근거로 피해 판정을 했다. 이후의 판정 기준 설정이나 피 해인정 과정에서도 가습기살균제가 신체의 여러 장기에 미치는 건강 영향에 대해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고, 제한적인 자료와 경험만이 근거로 활용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017년 4월에 발표한 ‘가습기 살균제 건강피해 범위 확대를 위한 질환 선정 및 판정 기준 마련(2016.7~2017.4, 임종한)’ 보고서에는 가습기 살균제 노출에 따른 독성영향, 사람을 대상으 로 한 역학조사 결과, 임상적인 특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재까지 그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질환은 천식이라고 기록돼 있다. 아울러 여러 형태의 분석이 진행됨에 따라 피해 자에게 폐섬유증 이외 다양한 호흡기 질환(비염·천식·폐렴) 사례가 담겨 있었다. 환경부는 이 용역 보고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건강피해 인정기준(안)을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피해구제위원회 등 ‘전문가들의 이견’을 이유로 피해질환 지정을 보류했다. 2018년 5월에 발표한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인정 및 판정기준 개선연구(Ⅰ)(2017.8.~2018.5., 임종한)’ 보고 서에는 그동안 정부가 피해로 인정해 온 폐섬유화, 천식, 태아 피해 외에도 소아간질성폐 질환이 가습기살균제 흡입과 상당 정도의 의학적 개연성이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성 인간질성폐질환·비염·부비동염·아토피 피부염·독성간염·결막염·폐렴·기관지염·후두 염·기관지확장증 등은 일정 부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간질성폐질환·폐렴·기관지확장증·독성간염에 대해서는 새로 피해인정기준을 마련하고 비염·아토피 피부염·결막염·중이염 등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연관성이 있는 질환도 동반 질환 및 합병증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시했다.252)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252) 임기홍. 재난 거버넌스의 정치적 동학-가습기살균제참사를 중심으로–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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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질환·독성간염·아동간질성폐질환·기관지염·상기도질환군뿐이었 다. 성인간질성폐질환·기관지확장증·폐렴·천식·독성간염 등은 기존의 피해인정 질환 범 주가 아닌 특별구제계정 대상 질환으로 포함했고, 성인간질성폐질환·기관지확장증·폐렴 등도 가습기살균제 피해일 가능성이 크거나 일정 부분 가습기살균제 피해와 연관성이 인
하지만 이 보고서가 나온 뒤 환경부와 과학원이 구제급여로 인정한 질환은 폐질환(1·2단 계)·태아 피해·천식

정되는 질환들인데도 구제계정상 피해지원에만 묶이게 했다. 한편 당시 검토할 예정이었던 가습기살균제 피해질환은 대부분 비특이적 질환으로서 정 부구제급여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시행령」[시행 2017.9.9.] [대 통령령 제28239호, 2017.8.9., 제정] 제2조2항 ‘상당한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했다. 일정한 조건에서 ‘원인’에 의해 ‘결과’가 발생한다는 관계가 확인돼 생명 또는 건강상의 피해가 발 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충분한 근거가 뒷받침돼야 했다. 하지만 비특이적 질환에 대한 상 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연구자료 확보는 시간적 한계가 존재했으며 피해자의 조속한 기준마련 요구에 부합되지 않아 이는 결국 충분한 의학적 인과성(causality)이 확인된 질병 만을 대상으로 판정 기준을 제시하는 질환별 인정(positive list) 방식의 한계점을 노출하게 됐다.253) 254) 2021년 하순에 유산·사산(태아 피해)·기관지확장증·만선폐쇄성폐질환(COPD)을 내놓기로 환 경부는 피해자 간담에서 발표했지만, 1차 보고서가 당초 일정보다 지연돼 2차 발간도 지 연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와 건강피해 간 역학적 상관관계 입증 보고서 발간 지연으 로 손해배상소송 지원에도 난항이 예상되며 「가습기살균제 구제급여 지급결정에 관한 고 시」[시행 2020.9.25.] [환경부고시 제2020-199호, 2020.9.25., 제정] 신속심사(간질성폐질환·천 식·폐렴) 대상에 다른 질환이 포함되는 것도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255) 가습기살균제참사 초기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피해인정과 관련하여 2012~2014년 폐손 상조사위원회, 2014~2016년 가습기살균제 피해조사·판정위원회, 2017년 폐이외질환 검 토위원회 등 여러 위원회가 운영됐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질환의 인정에 관한 운영에 있어,

건강피해를 특정 질환으로 규정하는 방식이 계속 유지됐더라면 피부질환 등 비호홉기계 질환은 건강피해 로 인정될 수 없었거나 인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을 것이다.

255) 신속심사에 포함된 간질성폐질환, 천식 및 폐렴은 2020.9.16. 국립환경과학원의 ‘가습기살균제 호흡기계 건강피해 통합 판정체계 구축 연구(2021.1.13., 연세대 원주산학협력단)’를 통해 ‘가습기살균제 구제급여 지급결정에 관한 고시’로 인정 된 질환

148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까지 약 3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됐음. 2014년 폐질환 인정 이후, 천식·태아피해·독성간염·아동 간질성폐질환 4개 질환이 인정되기까지 총 6년이 경과돼 1개 질환 당 약 1년 6개월 이상 소요됐다고 볼 수 있음. 254) 가습기살균제
253) 2014년 폐이외질환연구 진행 후 천식 1개 질환이 추가되기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었기 때문에 자신이 속한 분야 내에서

경험하고 학습해왔던 지식이 아니면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 등 256) 의료인들은 보수적인 시

각에서 질환 확대를 검토하였던 것과 환경부가 주도해 진행됐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된다. 위원회가 주관했던 포럼에서 ‘일부 임상 위원들은 피해인정 기준, 증거 수준에 대한 기초 적 합의부터 다시 논의하기를 원했으며 가양성 환자(false positive)가 배제되도록 엄격한 판 정 기준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있었다.257) 이러한 의학적인 보수적 경향은 독성 학적 평가나 노출 평가와 밀접히 연관된 종합적 판단보다 임상적 특이성(예: 가습기살균제 폐손상 의 전형적 양상, 확실한 중증 천식)에 치중258)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했다는 의견도 있다. 의과학적 접 근법을 활용한 피해판정은 수많은 가습기 피해자를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게 하는 데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259)

3) 판정 및 피해인정의 지연 당초 환경부의 계획과 달리 현재 개별심사는 매우 지연되고 있다. 심사가 지연될 경우 가 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치료비·생활수당 등의 구제급여를 지급받지 못하는 상태로 심사 만을 기다려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환경부는 현실 가능성 있는 개별심사 계획안 수립 과 심사속도 제고를 위한 대책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아울러 2차 법 개정 후 환경부가 피해구제위원회를 통해 개별심사로 인정한 질환은 호흡 기계질환과 동반되는 피부질환·우울증·중이염 등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진단받 은 질환(자가 보고) 중 내분비계질환·암질환·안과질환·심혈관계질환 등의 피해인정 사례는

256) 환경사회연구소, 2019, 시민단체, 언론, 전문가 등 공공영역의 가습기살균제참사 대응활동 분석 257) 2019.5.30. 위원회가 주체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인정, 무엇이 문제인가?’ 제3회 사회적참사 피해지원 포럼에서 건강피 해 인정기준 검토위원회 위원이었던 강북삼성병원 직업환경의학과 박소영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 폐질환은 ‘특이질환’이 아닌데도 우리(의학계)는 마치 희귀 신종 질환을 발견한 것처럼 얘기했다”면서 “나머지는 ‘비특이질환’이어서 구분해야 하고 피해자들 가르고 골라내야 한다는 발상부터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 전에는 나도 기존 지식과 경험, 대법원 판례 법리에 메여 있었고 그 사고 한계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는데, 고 조덕진 목사 사망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처음 겪 는 전혀 새로운 사태라는 걸 인정했다. 새로운 사태에 대해 새로운 틀과 방식으로 실타래를 푸는 게 아니라 매듭을 끊어야 하는 상황이란 걸 분명하게 인식하게 됐다”고 밝혔다.

258) 김재용. 제3회 사회적참사 피해지원 포럼-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연구의 역할과 과제. 한양대학교, 2019.5.30

259) 이영희. 가습기살균제참사에 대한 사회적 해법의 모색.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한국환경보건학, 제45권 제4호(2019)

J Environ Health Sci. 2019; 45(4): 295-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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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아직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

질환 확대가 늦어지는 것과 관련해, 우리나라 임상 전문가가 가습기살균제참사의 사회적 의미를 전향적으로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생의학적 모델에 기반을 두고 과학적 불확실

성(scientific uncertainty)으로 인한 사회적 불이익을 전적으로 피해자에게 전가해 버리는 우를 범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협소한 기준에 따른 배제보다는 광범위 한 기준을 통한 포용이 사회적 순이익이 더 클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 부족으로 인해 피해인정을 둘러싼 피해자들의 좌절과 고통, 분열은 이들의 사회적 울분을 더욱 크게 하 고, 정신적으로 심리적으로 피폐한 상황으로 몰아갔다고 볼 수도 있다.260) 환경부는 초기에 폐섬유화를 중심으로 1·2단계에 해당하는 사람만 피해자로 한정했으며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14566호, 2017.2.8., 제정] 제정 이후에 는 구제급여와 특별구제계정으로 나누어지게 됐다. 이로 인해 피해자들은 차별받았다고 느끼고 비판을 지속적으로 제기했고, 이후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 률 제14566호, 2017.2.8., 제정] 개정으로 통합되게 됐다. 한동안 구제계정과 구제급여로 구분돼 진행됨에 따라 구제지원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은 국가 제도의 틀 안에서 소외 됐다고 느끼게 돼 더 심각한 고통을 경험하게 됐다.261) 결국 피해자 간 차별에 대한 문제의 식은 피해 구제지원의 사회적 수용성을 떨어뜨렸고, 궁극적으로는 판정 불복으로 인한 사 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17102호, 2020.3.24., 개정]의 목적은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의 ‘신속·공정’한 구제에 있지만, 위원회 조사결과, 피해인정 신청 에서 결과 통보까지 1차 신청은 283일, 2차 신청은 273일, 3차 신청은 457일, 4차 신청은 526일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환경 노출 조사 기간과 의료기관의 검토 기간을 감 안하더라도 매우 늦은 것이다. 한편 가습기살균제

150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피해 미인정자는 자신이 경험한 증상에도 불구하고 피해인정을 받지 260) 피해지원과-352, 2020.4.9. ‘2019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정 실태조사’335쪽 261)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환경성질환 피해지원 대책 연구용역 관련 최종보고회 결과보고 28쪽

못했다는 것에 우선 억울함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피해신청 후 결과 통보를 받기까지 장시간이 걸리는 데다 그 판정결과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하는 것이 그러한 부정적 감정을 강화한다. 판정 근거와 함께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야 하는 데 환경부는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 17102호, 2020.3.24., 개정] 제2차 개정에서는 위와 같은 문제의식을 반영해 인정신청인의 피해 상황이 개별 판정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법 제10조의2(의견진술권)에서 “지급신청자 는… 피해구제위원회의 심의 절차에서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또 법 제10조 의3(구제급여 지급결정 과정에서의 통지 의무)에서는 “환경부 장관은 구제급여 지급 여부 등을 결정한 경우, 결정 기간을 연장한 경우, 의학적 판단을 위한 진단·검사 등에 소요된 기간이 환경 부령으로 정하는 기간을 초과한 경우 지체 없이 그 사실과 이유를 해당 지급신청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법 조항의 수정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은 설명이 매우 부족하다고 느끼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2017년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한 빅데이터 역학연구가 다수 이뤄짐으로써 몇몇 호흡기계 질환을 가습기살균제 피해질환으로 인정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역 학연구를 통한 피해인정 방식은 일정 건수의 증례가 존재해 신뢰할만한 수준의 통계 모수 가 확보될 수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2017년 천식을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를 인정할지를 둘러싸고 피해구제위원회에서(특히 임상의와 예방의학자 사이에) 의학·과학적 의견 일치를 형성하 는 데 상당한 진통을 겪은 바 있다. 정부는 그 과정을 통해 특정 질환 지정 방식으로 가습 기살균제 건강피해를 규정하는 방식이 지속할 수 있는지, 적합한지를 검토했어야 했다. 역학연구와 동물실험 결과를 통해 가습기살균제 노출에 따라 발생 가능한 특정 질환을 계속 연구는 하되 역학연구나 동물실험을 통해 피해자의 다양한 질환 양상을 피해로 특 정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그 무렵 피해인정신청자의 개별적 건강상태와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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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습기살균제
도입돼야 했다(역학연구와 동물실험의 결과는 그러한 개별심사에서 판정을 위한 근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개별심사 의 도입은 너무 늦었다. 한편 2020년 9월 25일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차 개정) 시행 이전의 심사·판정 체계에 따
사용 형태 등에 기반을 두고 피해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개별심사 판정체계가

르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를 판정받기 위해서는 폐질환은 폐질환조사판정전문위

원회에서, 천식은 폐외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에서, 태아 피해는 폐외질환조사판정전문

위원회 소속의 태아피해판정분과에서 심의를 거쳐야 했다. 그리고 특별구제계정지원 해 당 여부는 특별구제계정검토위원회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피해자들로서는 복잡한 단계에 도 불구하고 건강피해 판정이 공정하고 종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웠고, 피해자들이 불만을 제기했던 피해인정 신청에서 결과를 통보받기까지 장시간이 소요됐 던 문제도 비효율적이고 비효과적인 시스템과 관련 있다고 볼 수 있다.262) 이후 2차례에 걸친 법 개정으로 구제급여와 구제계정이 통합됐고, 기존의 질환에 대해서

는 빠른 판정이 가능한 신속심사 제도와 질환의 발생 또는 악화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구제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는 개별심사 제도가 도입되면서, 질환별 조사판정전문위원회 는 조사판정위원회로 통합되는 등 개선이 있었다. 하지만 법체계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판정은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피해구제위원회는 2017년에는 5회, 2018년에는 6회, 2019년에는 4회, 2020년에는 3 회 개최되는 등 법 개정 이후에도 ‘신속하고 공정한 피해구제’라는 법의 취지를 반영해 운 영되지 않고 있다. 피해자 신청자가 확대되고 피해신청부터 인정까지의 기간이 지연돼 피 해 판정의 지연으로 인해 신속한 피해구제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피해자들 의 대기 시간이 길어지지 않도록 피해구제위원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개최 횟수를 확 대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

152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역학적 상관관계가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에 인과관계 추정 규정을 도입한 것은 획기적이라 평가될 수 있 262) 위원회에서 조사한 결과, 피해인정 신청에서 결과 통보까지 걸리는 평균 소요기간이 1차 신청은 283일, 2차 신청은 273 일, 3차 신청은 457일, 4차 신청은 526일로 조사됐다. 환경노출 조사 기간과 의료기관 검토 기간을 제외하고도 평균 처 리일수 114.8일로 법적 처리기한인 60일을 훨씬 초과했다.
4) 엄격한 인과관계 추정 현행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17102호, 2020.3.24., 개정]은 제5 조3항에서
확인된 질환에 대해서 인과관계를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다. 하지만 환경부에서 법령을 어떻게 적용해 처분하고, 사법부는 그 적용에 관한 판단을

어떻게 할 것인지 아직은 가시화된 사건이 없으므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적용 과정을 지켜 봐야 한다. 현재 역학적 상관관계 보고서 발간은 과학원이 2021년 4월 12일 ‘가습기살균 제와 건강피해 간 역학적 상관관계 검토 연구Ⅰ(한국환경보건학회)’를 용역 발주해 진행했다. 연 구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17102호, 2020.3.24., 개정] 제5조 3호 가습기살균제와 건강피해 간 역학적 상관관계 입증 가능 근거(연구 결과) 마련과 종 합정리 등을 통해 피해자의 기업 대상 손해배상소송 등에 활용하기 위해서 추진됐다. 환 경부와 과학원은 업무보고에서 2021년 9월에 1차 보고서를 내놓기로 했으나, 두 달 뒤에 2021년 10월 말에 발간했다.263)

2017년 2월 8일 제정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은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건강상 피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구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특성을 고려해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경우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것으로 입증 부담을 경감한 것 에 의의가 있다. 하지만 하위법령 등에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17102호, 2020.3.24., 개정]의 제정 취지가 왜곡되는 방식으로 제도가 구체화 되는 문제 가 있었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14566호, 2017.2.8., 제정] 제정 당시 ‘상 당한 개연성’에 의한 인과관계 추정을 통해 입증책임을 완화하고 신속히 구제하려는 취지 가 있었으나, 시행령 제2조(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에서 구제급여(정부 인정 피해자)는 ‘상당한 인 과관계 인정’이 요구되고, 특별구제계정 지원(정부 미인정 피해자)은 시행령 제32조(구제 급여에 상당하는 지원의 인정기준 등)의 ‘의학적 개연성’ 등을 통한 엄격한 요건이 요구돼 피해자의 입증책임이 강화되고 피해자의 피해인정 범위가 축소됐다. 기업의 배·보상 책임이나 행정에 의한 피해구제를 위해서는 가습기살균제와 건강피해 사 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정돼야 한다. 그러나 의학적 인과관계를 강조할수록 제품의 사 용과 질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정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개연성 개념은 피해

263)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과-337, 국립환경과학원,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질환 간 역학적 상관관계(간질성페질환, 천식, 폐렴)”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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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지원에서 중요한 문제였지만, 제정법의 취지와 달리 하위법령에서 피해자의 입증 부담이 강화됨으로써 여러 문제를 파생시켰다.

하지만 2차 개정에서는 ‘피해자의 입증책임 완화 및 기업의 반대입증’이 규정됐는데, 2020 년 3월 20일 환경부는 보도자료에서 “특이성 질환 피해자와 달리 손해배상소송에서 인과 관계 입증이 쉽지 않았던 비특이성 질환 피해자도 손해배상소송에서 피해 사실을 입증하 기가 쉬워진다”고 하면서 “피해자가 역학적 상관관계 등 일정 부분을 증명하면 기업이 반 증하지 못하는 이상 인과관계를 추정하도록 법을 개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 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5) 체계적 피해지원의 부재 및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피해 규모가 광범위한 ‘사회적 참사’다(2022년 3월 21일 기준 피해신고자 7,666 명, 신고자 중 사망자 1,742명). 그러나 정부는 ‘소비자의 사적 피해’라는 시각을 견지함으로써 사건 의 올바른 성격 규명에 실패했다. 사건의 성격 규정에 따라 대응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 회적 참사에는 정부의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그러나 사적 피해는 원칙적으 로 당사자의 책임 영역에 놓이게 된다(피해지원 결정의 지연과 엄격한 지원요건, 최소한의 지원 내용 등은 이러한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 또 참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가 있었다. 가습 기살균제 사건처럼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형참사로 여러 부처가 관련돼 관계 부처 간 정보 공유와 협력이 강조돼야 할 때는 국무조정실의 컨트롤타워 역할264)이 매우 중요 하다.

직제 제3조(직무) 국무조정실은 국무총리를 보좌하고, 각 중앙행정기관의 지휘ㆍ감독, 정책의 조정, 사회위험ㆍ갈등의 관리, 정부업무평가, 규제개혁 및 국무총리가 특별히 지시하는 사항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265) 경향신문. ‘가습기살균제’ 폐손상조사위 재가동한다. 2014.4.20.

154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맡 아야 할 일은 아니다. 피해자 구제를 위한 결의안 역시 국회 환경노동위가
보건복지위에서 통과시키지 않았느냐”는 반응을 보 였다. 결국 가습기살균제 피해대책을 위한 부처 간 협의는 박근혜 정부의 ‘부처 칸막이 해소’ 의지를 확인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 264) 국무조정실과 그 소속기관
2013년 4월 국무총리실이 주재하는 TF 운영을 통해 ‘부처 간 칸막이’ 문제를 해결하겠다” 는 보도가 있었다265)(보도 내용은 이러하다. “총리실이 주재한 첫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는 현재 활동이 중지된 질병관 리본부 민·관 합동 폐손상조사위를 재가동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업무조정이 순항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환경부는 “환경부가
아닌

다”). 그러나 위원회의 사실조회 결과, 국무총리실에 관련 TF는 꾸려진 적이 없었다. 국무조 정실의 컨트롤타워 역할은 방기됐다.

6) 과학적 지식의 한계상황에서 행정과 전문가 간 대응 태도·방식의 문제

가) 체계적 연구 지연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그것이 인체 건강에 미치는 연구 수행의 지연 또한 피해인정 및 범 위 확대가 지체되는 데 일조했다. 역학·독성학적 등 연구 결과가 과학적 지식의 간극을 계속 메워주어야 한다. 가습기살균제 성분의 독성학적 지식이나 그것이 인체에 미치는 임 상학적 지식 등이 부족하면 결국 인과관계 판정은 기존 경험과 지식에 의존해 판단할 수 밖에 없다. 2014년 최초 정부 지원의 바탕이 된 폐손상조사위원회의 가습기살균제 폐손 상 의심 접수사례 조사결과보고서(2014년 3월)는 폐장 조직을 벗어나서 아만성 내지는 만성 적 경과로 발생하는 건강 영향을 다루지 못했다며 이를 조사과제로 심혈관계질환, 호흡기 암을 비롯한 암, 정신건강 영향, 비전형적 환자에 대한 평가 등을 제시했다. 환경부는 이후 폐 이외의 다른 장기에 대한 영향 여부 등을 조사·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 제 2014년부터 2016년 사이 서울아산병원 등에 발주한 과제는 본격적 조사연구가 아니 라 폐 및 폐 외 건강모니터링에 불과했다. 2016년 5월에 가서야 과학원 내 폐이외질환검토 위원회가 설치되었고, 같은 해 8월에 천식에 관한 연구가 진행됐다. 2017년 9월, 피해구제 위원회에서 천식을 세 번째 피해질환으로 인정했다. 나) 환경부와 전문가의 역할 분담에 관한 명확한 인식 결여 환경부는 폐 이외 건강피해 인정기준 마련이 늦어진 이유로 “전문가들 사이에서 과학적 합의가 없었다”는 것을 들었다. 즉 환경부는 피해질환의 인정 지연의 책임을 전문가 집단 으로 돌리고 있다. 이는 피해인정 질환의 확대(인정기준 수립 포함) 문제에서 전문가와 행정 사이 에 각자의 역할과 책임에 관한 정확한 인식 결여를 드러낸다. 조사연구를 통해 인과관계 를 확인하는 것은 전문가의 고유한 역할이다. 그러나 그러한 조사연구를 체계적으로 수행 할 수 있도록 관련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은 행정 본연의 역할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환경부는 2014년 이후 모니터링 목적의 연구만을 발주했고, 2016년에서야 천 식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를 시행했다. 그렇다면 2014년 이후 폐 이외 질환 연구가 체계적 으로 수행되지 못했고, 그 결과 피해인정 질환을 확대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 확보가 지연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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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된 것이다. 이는 환경부의 책임으로 돌려야 할 문제다.

나. 개선대책

1) 생활화학제품의 유해성 확인과 피해지원 거버넌스 개선 가습기살균제참사의 원인이 밝혀지기 이전인 2007년 11월 국민신문고에 가습기살균제 를 검사해 달라는 민원들이 접수됐지만, 산자부 기표원은 자신의 관할이 아니라는 취지 로 답변하는 등 정부 부처들은 가습기살균제가 자신들의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로 다른 부처들에 떠넘기기만 했고, 그로 인해 참사의 피해가 확대됐다. 산자부는 「품공법」 제11조 에 따라 정식으로 유관부처 회의체인 공산품전문위원회와 공산품안전심의원회에 안건 으로 상정해 가습기살균제의 관리 담당부터 지정하는 등 논의를 할 수도 있었지만, 논의 조차 하지 않았다. 2005년 환경부가 유해화학물질 함유 생활화학제품 관리방안 협의 공 문을 기표원에 보낸 바 있지만, 그에 따른 조치도 시행되지 않는 등 기관 간의 협조 체계도 문제가 있었다. 향후 생활화학제품과 관련한 참사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관계기관 들이 협의체 등을 구성해 대처할 필요가 있다. 또 관할 부처를 특정하기 어렵거나 각 부처 가 자신의 관할권을 거부할 경우에는 총리실이나 환경부 또는 행안부 등 한 곳을 컨트롤 타워로 미리 지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참사의 발생과 동시에 피해지원이 이뤄질 수 있 도록 피해지원 체계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

2) 개별심사 신속성 강화 환경성 질환은 과학적 불확실성과 원인의 복잡성, 피해의 광역성, 원인 발생과의 시간적 간극, 정보의 부족 등의 문제로 손해 발생 및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최근 에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인과관계의 입증책임을 완화 또는 전환 하려는 시도가 이뤄져 왔다.266) 환경오염 건강피해와 관련한 민사소송에서는 개연성 법 리를 적용해 피해자의 인과관계 증명의 부담을 어느 정도 완화하고 2단계 인과관계의 증 명을 요구하는데, 첫째로 ‘일반적

156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인과관계’가 인정되고 이후에 ‘개별적 인과관계’도 인정 돼야 한다. ‘일반적 인과관계’란 일반적으로 인체가 유해물질에 노출되면 문제가 된 질병 266) “환경오염과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실태 및 지원방안”,
28쪽
2021년,

표 2-15 2021년도 피해구제위원회 개별심사 판정 현황

제23차 2021.1.29. 제24차 2021.5.26.

제25차 2021.7.28. 제26차 2021.9.27. 제27차 2021.11.30. 제28차 2022.2.25. 제29차 2022.4.29. 합계 0명 3명 11명 47명 52명 56명 84명 253명

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개별적 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특이성 질환’과 ‘비특이 성 질한’으로 구분해 접근을 달리한다. 법원이 특이성 질환과 ‘비특이성 질환’을 구별해 접 근하는 것은 집단과 개인이 서로 다른 차원의 개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런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 기존 환경피해 손해배상 판례의 입증책임 이론 인 유해물질의 도달, 수인한도 이론 등의 법리와 판결(2006다17539 판결), 흡연 피해 소송 사건 (2011다22093 판결), 자동차 배출가스로 인한 천식 피해 소송 사건(2011다7437)에 따르면 ‘비특이 성 질환’에 대한 ‘개별적 인과관계’ 입증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267)개정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14566호, 2017.2.8., 제정] 제5조에서 가습기살균제 인과관계 추정은 ‘역학적 상관관계’성만 확인되면 ‘일반적 인과관계’를 추정 하도록 설계돼 가습기살균제에 의해 건강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게끔 돼 있다. 그런 데 역학적 상관성으로 확인되기 어려운 ‘비특이성 질환’의 경우, 그간 법원의 판례와 법리 에 따르면 피해자의 질환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개별적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268) 즉 법원은 ‘비특이성 질환’에 ‘개별적 인과관계’를 실질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피해 자의 비특이성 질환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개별심사 속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269) 2021년도부터 개별심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2021년 1년간 개별심사를 받은 인원은 총 113명이다. 그러나 아직 개별심사를 받아야 할 인원은 5,115명이다(2021.12.31. 기준). 270) 271)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267) “환경오염과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실태 및 지원방안”, 2021년, 29~30쪽 268) “환경오염과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실태 및 지원방안”, 2021년, 34쪽 269) 환경부는 비특이성 질환에 대해서도 역학적 상관관계가 입증되면 ‘개별심사’가 아닌 ‘신속심사’ 절차를 활용하고 있다. 하 지만, 비특이성 질환의 역학적 상관관계는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질환 인정 범위의 확대는 매우 더디게 진행 되고 있다. 피해자들은 위원회의 피해자자문 간담회에서 늦어지는 심사에 대해 상설기구를 만들어 빠르고 정확하게 대 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270)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실-100(2022.1.20.) “[직라-3] 협조요청(개별심사 대상자 관련)에 대한 회 신”_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과-36

271) 단순 산술 시 1년에 113명을 판정하는 속도라면, 남아있는 5,115명을 판정하기 위한 소요시간은 약 45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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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개별심사는 전문의와 대면 상담을 진행해 전체적인 건강상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방 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판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조사된 판정 소요시간보다 더욱 길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판정 관련 사례로 2017년 7

월 30일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신청하고 2년이 넘게 조사판정을 기다리다가 돌아가신 어머니 사례,272) 2019년 3월 14일 ‘구제급여 상당지원 대상자’로 통보받았으나, 114일이 지나도 건강피해등급 통보를 받지 못한 사례273) 274) 등이 확인되고 있다).

인정 질환의 확대도 중요하지만, 별개로 기존 신청자를 신속하게 구제할 수 있도록 피해

인정 판정을 위한 전문위원회의 정기적 운영, 조사판정 인력 확대 등 개선방안을 모색해 야 한다.

3) 피해구제위원회 거버넌스 개선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인정기준 및 범위의 확대는 피해구제위원회의 법적·사회적 역할

에서 비중 있게 고려돼야 하는 사항이다. 인과관계의 증명에 관한 문제는 기본적으로 과 학에 기반을 두고 결정해야 하는 문제다. 그러나 과학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 영역은 결코 아니다. 현재 법체계는 인과관계를 증명할 책임은 원칙적으로 피해자에게 지우고 있다. 그런데 현 재의 과학 수준으로 인과관계를 판단하기 어려운 불분명한 영역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 는 특히 화학물질에의 노출에 따른 인체 건강 영향에서 더 두드러진다. 이러한 과학적 불 확실성을 고려해 피해자의 인과관계 증명 부담을 완화하거나 가해자에게 증명책임의 전 환이라는 법적 과제가 제기된다. 여기서 ‘규범적 관점’이 고려되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은

사 등 소요기간 불산입)(특별법 제10조 관련)

274)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3112(2019. 7. 4.), 「위원회 자료 제출」“[붙임1] 붙임_국민신문고 민원 처리결과(14~19.2) 중 민 원번호 1AA-1903-228861 “가습기살균제, 구제급여상당지원 대상자에 대한 요양생활수당 지급에 대해서””_가습기살 균제피해지원과-823(2019. 7. 4.)

158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공해문제는 현재의 과학 수준으로도 해명할 수 없는 분야가 있기 때문에 … 인과관계를 272)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3112(2019. 7. 4.), 「위원회 자료 제출」“[붙임1] 붙임_국민신문고민원 처리결과(14~19.2) 중 민 원번호 1AA-1707-311395 “가습기피해가족의호소””_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과-823(2019. 7. 4.) 273) 심의기간: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 건강피해 인정 여부 및 피해등급 결정(단, 30일내 연장 가능, 신청서 보완 및 진단·검

구성하는 고리를 자연 과학적으로 증명한다는 것은 극히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대 부분”이라며 “피해자에게 인과관계의 존재에 관해 과학적으로 엄밀한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공해로 인한 사법적 구제를 사실상 거부하는 결과가 될 우려”가 있으므로 기술적· 경제적 측면에서 피해자보다 우월한 가해 기업에 일정한 증명 부담을 지우는 것이 ‘사회 형평’의 관념에 적합하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2.10.22. 선고 2000다65666, 65673 판결) 가습기살균제참사에서도 피해의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던 ‘위험 창출자’인 기업에 인과 관계의 증명에 관해 피해자보다 더 많은 부담을 지게 하는 것이 정의(justice)의 요청이라 할 수 있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17102호, 2020.3.24., 개정] 상 의 인과관계 추정조항은 바로 이러한 정의의 요청에 따른 입법적 대응으로 이해해야 한 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17102호, 2020.3.24., 개정]에 따라 설치된 피해구제위원회는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를 인정할 때 증명 부담에 관한 정의의 요청에 따라 마련한 인과관계 추정조항의 취지를 잘 반영해야 한다. 이처럼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의 인정에서 규범적 관점이 적절히 고려돼야 한다면, 피해구제위원회를 의학적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은 아닐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인정기준 및 범위의 확대에서 피해구제위원회는 인과관계를 확인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과학적 지식의 한계로 인과관계에 관한 과학적 불확 실성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고, 그 경우에는 결국 그러한 “불확실성에 따른 불이익 을 누구에게 지우는 것이 합당한가”하는 규범적 관점에 따른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의사결정과정에서 위원회는 전문가의 의견과 함께 피해자의 주장과 요구에 충분 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가습기살균제참사에서는 피해자의 권리와 이익 그리고 이해가 충 분히 반영된 구제가 비로소 공정한 구제라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적 지식에만 의존하는 전문가 중심의 피해구제위원회가 아니라 규범적 관점에 따라 전문가의 과학적 식견과 피해자의 이해 상황을 잘 녹여낸 의사결정을 하는 피해구제위원회가 돼야 한다. 그러자면 피해구제위원회의 거버넌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이상 반응 간 인과관계가 거의 인정되지 않고 있는 현실과 관련해 “백신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 을 해소하고, 의료진과 환자의 접종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인과성 인정기준과 보상 범위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159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에 대한 정립 및 피해 사례자들에 대한 정부의 소통 노력”과 함께 “전문성·객관성·독립성

을 갖춘 전담기구를 구성해 백신 접종과 이상 반응 사이 인과관계를 판단토록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275) 전문성·객관성·독립성을 갖춘 전담기구는 인과성을 평가할 때 규

범적·정책적 관점을 반영할 수 있도록 구성·운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제3기 피해구제위원회(임기: 2021.8.9.~2023.8.8.)는 총 15인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의학 관련 전문가가 9명이고 법률전문가는 2명에 불과하다(나머지 4명은 환경부·국립환경원·환경산업기술원). 위원회의 역할에서 규범적 관점(아울러 사회·정책적 관점)이 비중 있게 반영되려면 위원 구성이 지금보다는 더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또 개별 피해자와 피해자단체의 의견 진술권이 건 강피해 인정을 위한 개별심사 과정에서는 물론 피해인정기준 및 범위 확대에 관한 의사결 정과정에서도 충분히 보장돼야 하고, 이를 법제화해야 한다. 판정 관련 위원회에는 다양한 시각을 가진 전문가를 포진하게 해 현 사회의 수준에 맞는 결정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276) 또 위원 임명에서 해당 사안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거나 이해단체와 긴밀한 관계가 있는 경우 중립성과 독립성이 보장될 수 있을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피해구제위원회에는 환경부 차관이 위원장으로 참여해 회의가 부정기적으로 열 리도록 운영하는 데 일조해 충분한 논의가 보장되지 않았던 문제도 있었다. 피해자들의 분 노를 누그러뜨리고 정부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상설적인 조사 판정기구의 도입 과 판정,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건강 영향 등 피해자들이 원하는 자세한 설명과 상담, 치료 등이 제공돼야 한다. 미국의 WTC Health Program277) 와 같은 전문적이고 융합적인 통합 치료지원센터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피해자를 중심으로 사고 하고 피해자의 알 권리와 의견 개진 및 참여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책무를 다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신체 검증을 강요받거나, 연구 참여를 강요받지 않고, 신체 검 증 또는 연구에 참여할 때 자신의 신체에 관한 결과를 통지받을 권리가 보호돼야 한다. 275) 데일리메디,

암의 보상 판정 문제 등의 사례를 볼 때 판정 시 임상 전문가에게 의존하기보다는 inclusion criteria를 만들어 사례들에 대한 맥락을 잘 아는 판정가를 선정하여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더욱 유효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277) World Trade Center health program은 의료기록, 신체검사, 임상실험, 폐활량, 증세 등을 종합하여 상해 정도를 개별 적·구체적으로 측정·치료받을 수 있다.

160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심각한 백신 부작용
276) 반올림과 삼성전자 사이의 교섭과,
직업성
1,586건 중 인과관계 인정 7건, 2021.10.03.
산재보험에서

4) 피해자 의견 수렴 및 소통 창구 확대, 피해자단체 대표성 강화 가습기살균제 피해 특성상 전신에 걸쳐 다양한 질환이 발생하고, 연령 및 기저질환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특성들을 고려해 피해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다양한 방식의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소통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17102호, 2020.3.24., 개정] 하위법 령 개정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의견 수렴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의 피해구제 과정에서도 가 습기살균제 피해자 수가 증가했는데도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 증상과 고통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대한 피해자의 억울함과 분노가 매우 크다. 판정체계에 대한 정보 공개, 판정결과에 대한 설명,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건강 영향 등 피 해자들이 원하는 바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상담이 제공돼야 한다. 각종 참사에 대한 피해 지원에서 피해자들의 권리침해는 어느 과정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국제기구 등은 참사 발 생 시 피해자 인권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또 앞서 살펴본 프랑스의 ‘대형 참사 피 해자들의 체계적인 보살핌 지침’에서도 확인했듯이, 외국의 정부는 우리나라보다 진전된 거버넌스 개념에 입각해 피해자 단체를 공식 협력자로 여긴다. 즉 정부가 피해자단체를 성가신 민원인처럼 여기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서 인지하고 협력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피해자 단체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투자 하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2021년 12월 기준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에 등록278) 된 피해자 단체는 30개이 다. 2018년 기준 18개 단체였으나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이 개정된 이후 2019년에서 2021년 사이에 12개 단체가 늘었다. 피해자 단체가 증가하면서 피해자의 요구가 다양하게 표출되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그러나 피해지원과 관련해 피해자들 간 합의가 점점 어려워 지고 그에 따른 갈등이 지속되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

통해 확인 가능하다.

161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278) 피해자단체들의 현황은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하 ‘기술원’)이 운영하고 있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위 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에서 ‘피해자 단체 커뮤니티’를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피해자 단체들이 계속 증가하고 피해자들의 의견이 통합되지 못하는 데는 피해자들의 입 장과 이해관계의 차이에 따른 현상으로 파악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정 부가 참사 초기부터 피해자들에게 피해지원에 대한 신뢰를 주지 못하였던 데 기인한 측면

이 있다(정부가 초기에 도입한 4단계 피해자 개념이 결국 피해자들이 분리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그 이후에도 피해자들을 질환에 따라 차별했으며, 피해지원에서도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와 그렇지 못한 피해자로 차별하는 등 피해자 단체들이 여러 형태로 분열되는 데 그 책임이 있다) 피해자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위원회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2019 가습 기살균제 피해가정 실태조사에 따르면, 피해자 단체 간담회 및 지역설명회 등에도 불구하 고 아직도 상당수의 피해자가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 다(「2019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정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152 피해가구 전수조사 결과, 60.5%가 피해자 단체에 가입하지 않았으나 피해자연합단체의 필요성에는 92.6%가 찬성했다)

환경부는 현행 피해자 단체 신고기준과 요건의 문제점과 피해자 단체 간 갈등 실태를 면 밀하게 조사하고 개선안을 마련하는 등 피해자 단체의 다양성과 대표성이 확보될 수 있도 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5) 피해자 장기 지원 체계 마련 등 피해구제체계 개선 가) 피해자 장기 지원 체계 마련 가습기살균제참사는 일반 참사와 달리 화학물질에 노출된 인체가 향후 시간 경과에 따 라 어떤 변화를 나타낼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어 개별 피해 정도와 전체 피해 규모 등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특히 어릴 때 화학물질에 노출된 경우에는 생물학적 특성상 그 피해 가 수십 년간 지속될 수 있으므로 중장기적으로 의료지원을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162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건강모니터링, 동물실험 등을 통해 가습기살균제 노출에 따른 정 신질환·독성간염·신경계 질환의 발생 가능성이 확인됐으므로 장래 가습기살균제 건강 피해가 전신피해까지 확대될 가능성에도 충분히 유념해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대응체계 가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 의료적 돌봄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 피해질환의 분석과

나) 가습기살균제 군 피해지원센터의 운영 지속 가습기살균제 군 피해지원센터는 위원회가 시행한 ‘2019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 문회’에 따라 2019년 9월 9일 신설된 T/F팀으로 볼 수 있다. 동 센터는 2020년 12월 말 종 료될 예정이었으나, 위원회 활동 기간이 2022년 9월 10일까지 연장되면서 2022년 6월 10 일까지로 연장됐다. 홍보 관련 위원회 권고를 수용해 가습기살균제 군 피해자 지원 전담 홈페이지 개설, 신병교육대 및 시·군·구 민방위 담당업무 대상자 교육 및 교육 자료 배포 등을 시행했다. 국방부는 2019년 10월 30일 군 복무자 관련 부처 면담에서 2020년 12월 군 피해지원센터 사 업 종료 이후에는 국방부 보건정책과에서 향후 관련 업무를 계속 추진할 것을 약속했다.279)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그러나 군 피해지원센터가 진행했던 부처 간 협조요청사항에 따른 이행내용, 가습기살균 제 군 피해자 관련 피해상담 및 접수안내, 가습기살균제 관련 법 개정에 따른 국방부 법 개정 검토 등 광범위한 업무 내용을 국방부 보건정책과의 하위 업무로 이행하기에는 어려 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국방부는 최소 2020년 기준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중 가장 어린 피해자인 만 3세 아 동이 군에 입대해 병역이행을 마치는 2037년까지는 군 내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업무를 축소하지 않고 계속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국방부 서면현안점검 결과, 위원회 활동 기간 종료 뒤의 업무 이관 계획에 관해서는 위원 회 활동 기간 연장 여부를 고려해 센터 활동 기간을 결정할 것이며, 미완료 사업으로는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 개정 추진 관련 추적 관리, 군 추가식별 구매부대 현황 최신화 및 대내외 홍보, 가습기살균제 피해 입영 장병에 대한 정보공유 전산체계 구축(병무 청-복무부대)이 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279) 위원회, 「가습기살균제 피해 군(軍) 관련 실태 면담(‘19. 10. 30.) 결과보고」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과-1470(2019. 10. 30.)

163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다) 가습기살균제 피해학생을 위한 학사행정 개선

2020년 1월 1일 기준 가습기살균제 피해신청자 6,700명 중 아동·청소년 피해자는 1,770 명으로 신청자의 25%를 차지한다. 피해자가 가습기살균제 건강모니터링을 신청하려면 종래 기술원 → 환경부 → 교육부 → 교육청 → 각 학교로 안내되는 과정을 거치므로, 출 결 사항 처리를 위한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 피해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위원 회는 기존 절차 대신에 가습기살균제 건강모니터링에 참여한 후 피해자가 검진확인서를 바로 해당 학교에 제출하고, 출결처리하는 것으로 요청했다. 이후 교육부는 2021년 4월 16일 기존 절차를 변경해 가습기살균제 관련 질환 치료나 건강 모니터링으로 결석할 경우, 피해 학생이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자 증명서’나 ‘건강모니터 링 참여 확인서’(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 발급)를 해당 학교에 바로 제출하면 출석 인정 등이 신속하 게 처리될 수 있게 했다. 현재 교육부 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원 전담부서는 없고 해당 업무는 교수학습평가과 와 학생건강정책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이에 따른 불필요한 행정절차 등으로 피해지원 방안이 교육정책에 반영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효율적인 지원을 위해 교육부 내 총괄 담당 부서를 지정하고, 교육부와 환경부 그리고 관계기관에서 협의체를 구성한다면 피해 학생들에게 좀 더 체계적이고 신 속한 지원이 가능할 것이다. 라) 지역 피해자 정보제공 등 권리보장 환경부가 주재한 가습기살균제피해 관련 시·도 회의가 2016년 5월 27일과 2016년 8월 3 일 두 차례 진행됐다. 이 회의에서 환경부는 지자체 차원의 피해 조사 신청접수, 피해자 접 수 관련 안내, 정신건강증진센터를 통한 심리안정 지원, 자체 추진실적 통보 등에 대한 협 조를 지자체에 요청했다. 지자체에서는 홍보물 배부 및 심리안정 지원을 하는데 피해자 명 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광주·서울·전북 등), 환경부는 피해자 정보 제공을 검토하겠다 고 밝힌 바 있다.

164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개선
문제와

대전광역시의 가습기살균제 대응 관련 자료를 조사한 결과, 환경부 1차 시·도 회의 이후 2016년 5월 31일 지자체 자체 T/F(가습기살균제 피해·보건의약·식품안전 대응 사업 추진단) 회의에서 지자체 긴 급복지지원 및 심리지원과 관련해 피해자 명단이 없어 추진되지 못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위원회는 정보 접근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지역 피해자들을 위해 2018년 12월부터 2019 년 6월까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권역별 순회설명회’를 8회 개최했다. 현장에서 직접 피 해자들을 만나 피해지원 현황을 설명하고 환경부·과학원·기술원 등 관계기관 담당자 및 전문가와의 질의응답, 법률상담, 피해신청 상담 등을 진행했다. 2019년 9월 23일 위원회는 권역별 피해자들의 의견과 질의응답 내용을 모아 환경부에 전 달했고, 환경부가 매년 권역별 설명회를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환경부는 2020년 12 월 환경부 주재 비대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간담회에서 피해자 지원서비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매년 권역별 설명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2021년 코로나19 확산으로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권역별 순회설명회를 잠정 중

단하고 비대면 피해자 간담회를 진행했으며, 2022년 2월 위원회도 피해자 단체 대표들과 함께 비대면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와 더불어 기술원은 2021년 12월부터 2022년 2월까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권역별 설명회(1:1상담)를 광주·부산·대전·원주·서울 순으로 5회 개 최하겠다고 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2021년 12월 9일 광주 설명회를 제외한 나머 지 권역별 설명회는 잠정 중단됐다. 권역별 설명회는 정부가 피해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직접 제공하고 피해자들이 개별적으 로 의견을 개진하며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자리다. 피해자의 참여권이 구체화될 수 있는 자 리인 만큼, 환경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 맞춰 대면·비대면 방식을 병행하며 권역별 설명회를 지속해야 한다.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165
지원
보고서
소위원회

6) 건강모니터링 운영의 개선

연구 결과(2020)280)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중 성인 피해자의 78.9%가 만성적 울 분 상태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동일 척도를 적용한 국내외 어느 문헌에서도 보고된 바 없을 만큼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281) 이 밖에 자살·우울·불안·의욕저하 등의 정신 건강도 심각한 고위험 상황으로 확인됐으며282), 이러한 정신건강의 악화는 피해자들이 스 스로 사회적 관계의 단절을 초래하는 결과283)를 낳기도 했다. 피해자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장기적 지원과 피해 회복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또 개인 상담에 그치지 않고 피해 자와 가족들의 사회복귀를 위한 ‘사회적 처방 프로그램’, ‘사회적 관계 증진’, ‘아동 대상 또 래 관계’ 등으로 피해자 역량을 높여 나가야 한다.

2019년 7월 8일부터 2019년 12월 13일까지 우석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에서 수행한 ‘가습 기살균제 피해자 심리지원방안연구’에서는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와 가족들이 사회 적 재난에 의해서 받은 사회·심리적 상처를 치유하려면 질병 차원에서의 심리지원을 넘 어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노력해 피해자들이 재난 발생 이전으로 회복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울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죄책감, 자책 등을 극복하고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피해자들의 요구와 특성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대상자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는 일반적인 참사와 다르게 지금도 피해가 지속되고 있고, 피해자가 권 역별로 누적적으로 계속 발생하고 있어 그 피해의 규모가 어떻게 기록될지조차 불확실하 다. 특히 유아와 어린이 피해가 커 이들의 질환이 수십 년간 생애 전 주기에 걸쳐 지속될 것이므로 현재 시행되고 있는 건강모니터링과 중장기적인 돌봄 및 치료를 수행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280) 김동현 외, “2019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정 실태조사”, 2020, 한국역학회

281) 위원회, 보도자료 ‘가습기살균제 전체 피해가정 대상 첫 조사결과 발표’(2020.2.18.)

282) 피해자들이 겪고 있다고 응답한 대표적 증상들은 ①우울과 의욕저하, 불안, 긴장(72.0%), ②집중력, 기억력 저하 (71.2%), ③불면(66.0%), ④분노(64.5%). ⑤죄책감, 자책(62.6%), ⑥소진, 탈진(37.9%)순이며 특히, 자살 생각이 49.4%, 자살 시도가 11.0%로 이는 일반 인구에 비해 3배 이상 높다. 283) 연구 결과에 따르면, 10명 이상의 이읏과 인사하고 지내는 피해자들이 2018년 29.9%에서 2019년 14.6%로 감소한 반 면, 인사하고 지내는 이웃이 없는 피해자들은 2018년 5.5%에서 2019년 12.4%로 증가하였다.

166 제 2 장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의료보험기록에 의한 질환 분석, 피해자 건강모니터링, 동물실험 등을 통해서 정신질환· 독성간염·신경계의 질환 등이 확인될 경우, 전신피해 가능성도 고려해 질환을 포괄적으

로 인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17102호, 2020.3.24., 개정] 제40조3호에 따라 독성물질인 가습기살균제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에 관한 치료법 연구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회 다방면에 피해극복을 위한 지 지체계를 구축해 의료복지와 의료평등 관점에서 피해자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살피며 장 기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 17102호, 2020.3.24., 개정] 제40조4호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 악화한 질병의 치 료법과 간병 및 재활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21년에는 전북대와 충남대 보건센터가 노출확인자 40여 명을 대상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호흡 기술 및 치료법 시범연구’를 수행했다. 피해자에 대한 치료 등 지원을 폭넓게 확대할 필요성을 공감할 수 있는 이러한 연구들이 필요하며, 이를 토대로 지원 확산과 구체적 실행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7) 기존 시스템과 연계하여 심리 회복 등 피해자 일상회복 추진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와 가족들이 사회적 재난으로 받은 심리적 상처의 심리 회복과 일상으로 복귀를 돕기 위해 기존 제도들을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2장

세월호참사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제정한 「세월호피해지원법」에서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 제3조3호에 따라 정신건강복지센 터 등을 연계해 피해자(희생자의 직계비속의 배우자 및 형제자매의 배우자포함)의 정신질환 발견, 심리상 담, 사회복귀 훈련 등을 지원하는 것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신건강복지법」 제15 조의2에 따라 대상자를 재난이나 그 밖의 사고로 정신적 피해를 본 사람과 그 가족, 재난 등으로 구조·복구·치료 등 현장대응 업무에 참여한 사람으로 하며, 이들의 심리적 안정 과 사회 적응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2017.8.9. 시행] [법률 제 17102호, 2020.3.24., 개정]에서는 「세월호피해지원법」처럼 지원체계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관련 법 조항을 신설해 개정할 필요가 있으며, 기존의 정신건강복지센터 및 정 신요양시설, 트라우마센터 등의 시설로 연계를 확대해 피해자의 일상생활 회복을 위한 방 안을 더욱 견고하게 할 필요가 있다.

167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제3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1. 세월호참사의 개요와 피해 현황

가. 참사의 발생과 수습 개요

2014년 4월 16일 전라남도 진도군 병풍도 인근 해상에서 연안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다. 세월호는 2014년 4월 15일 저녁 9시 5분경에 인천항에서 출발해 제주로도 향하던 중이었 다. 당시 세월호에는 여객 443명과 승무원 33명 등 총 476명이 타고 있었다.

참사 당일 오전 8시 52분 단원고 학생이 사고를 신고했고 9시 40경부터 해경 123정과 진 도군 행정선, 민간어선들은 선체를 탈출한 생존자들을 구조해 서거차도와 팽목항으로 옮 겼다. 10시 31분경 세월호는 선수 일부만 남기고 전복됐고 해상에서 11시 35분경 첫 희생 자가 발견됐으며 첫날 6명의 희생자가 수습됐다. 그날 이후 4월 19일까지 인근 해상에서 희생자를 수습했고, 이후 세월호 선체 내부 수색작업은 2014년 11월 10월까지, 실종자 유 실방지를 위한 항공기와 군·경 합동 수색은 11월 13일까지, 어선 등의 인근 해역수색은 11 월 18일까지 이뤄졌다. 수색 종료 시점까지 9명의 희생자는 수습하지 못했다. 미수습 희생 자 중 4명은 2017년 세월호 선체 인양 후에 선체 내부와 사고 해저 등에서 수습됐고, 5명 은 현재까지 미수습자로 남아있다.

제3장

169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참사 당일 오전 9시 10분경 중앙구조본부와 광역구조본부가 구성됐다. 해양수산부는 해 양 선박사고의 재난관리 주관기관으로 9시 40분경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를 구성했 고, 안전행정부는 장관의 구두 지시로 9시 45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를 가동

시켰다. 당일 오후 청와대는 중대본과 부처 사고수습본부 간 연계를 위해 국무총리를 본 부장으로 하는 세월호사고대책본부 설치를 논의했으나 첫 회의 이후 실질적으로 가동되 지 않았으며, 해양수산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한 범부처 사고대책본부(이하 범대본)만 운영됐 다. 범대본 상황실장은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장이 맡기로 했으며 총리실·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정부) (필요 시)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교육부·국방부·소방방재청(현 소방청)·경찰청·전 라남도 담당 국장 등을 반원들로 구성했다. 범대본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도 전에 법정기구인 중대본의 기능과 조직을 축소하면서 사후대책 수립 등 부처 간 역할분담과 총괄·조정에 공백이 생겼다. 청와대는 5월 1일부터 국무조정실장이 주재하는 비공식 세월호 수습 관계 차관회의(이하 관계 차관회의)에서 주요 사 안을 논의했고 논의 결과는 중대본에서 심의·의결했다.

해양수산부 장관은 범대본부장으로 현장에서 상주했고, 중수본은 세종시에 본부를 두 고 해양수산부 차관이 운영했다. 현장수습을 담당했던 범대본은 2014년 11월 11일 수중 수색 중단 후 11월 19일 세월호 선체 인양과 추가수색에 대한 뚜렷한 계획을 발표하지 않 고 해체했으며, 그 기능을 중대본으로 이관했다. 「세월호피해지원법」은 2015년 1월 28일 제정돼 3월 29일 시행됐다. 동법에 따라 배·보상 과 추모(해양수산부), 심리·의료지원(보건복지부), 단원고 교육 정상화와 교육비 지원(교육부), 공동 체 회복사업(행정안전부) 등이 진행됐다. 지역 경제 활성화 사업의 경우 행정안전부·국토교통 부·산업자원부·문화체육관광부

170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등이 세부사업별 역할을 나눠 추진했다. 각 사업의 추진 사항에 대한 논의와 결정은 ‘4·16세월호참사 피해자 지원 및 희생자 추모위원회’(이하 지원추 모위원회)에서 이뤄졌다. 지원추모위원회의 위원장은 국무조정실장이며 위원은 기획재정부· 교육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 등의 차관과 피해지역과 추모사업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지명하는 사람으로 구 성됐다.
관계 행정기관에서 공무원 등을 파견받아
피해자
국무조정실은
‘4·16세월호참사

지원 및 희생자 추모사업 지원단’(이하 지원추모사업단)을 구성했으며 지원추모위원회 지원, 피해 자 및 피해지역 지원사업과 추모사업 조정 등의 기능을 하게 했다.

나. 주요 피해 범위

세월호참사로 304명이 안타깝게 희생됐고 가까스로 살아나온 피해자는 선원을 제외하 고 157명이었다. 희생자를 가슴에 묻어야 하는 가족, 참사의 고통이 반복되는 생존자 옆 에서 같이 견뎌야 하는 가족과 친지들, 다수 희생자의 모습을 보고 직접 시신을 수습해야 했던 민간 잠수사와 구조를 도운 진도 어민 등 구조·수색 인력, 가족들의 구호를 담당했 던 많은 자원봉사자, 참사로 인해 화물손해와 어업 손실을 보았던 생존자와 어업인들, 피 해자의 대다수가 거주했던 안산지역과 사고 발생지인 진도지역의 주민들도 참사의 피해 를 본 이들이다. 또 참사 이후 희생자와 피해자를 향했던 혐오표현은 2차 피해를 발생시 켰다. 세월호참사로 인한 피해 범위를 명확하게 정리하기는 어려우나 파악된 사례만으로 도 피해 범위가 매우 넓음을 알 수 있다.

제3장

중 희생자와 생존자 현황은

171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표 3-1 세월호참사 희생자·생존자 현황 구분 인원 단원고 단원고 외 승무원 학생 인솔자 (교사, 여행사) 업무, 여행, 이사 목적 승선자 선박직 (선원) 기타 승무원 (아르바이트생 등) 전체 승선자 476 325 15 103 15 18 생존자 172 75 4 70 15 8 희생자 (미수습자) 304 (5) 250 (2) 11 (1) 33 (2)10 (0)
1) 세월호피해지원법상 희생자와 피해자 「세월호피해지원법」에서 ‘희생자’는 세월호참사 당시 세월호에 승선해 사망하거나 생사가 분명하지 않은 사람, ‘피해자’는 생존자(세월호의 선원으로 여객의 구조 조치를 하지 않고 탈출한 사람 제외), 희 생자의 배우자·직계존비속·형제자매, 생존자의 배우자·직계존비속·형제자매, 희생자 또는 생존자와 배우자·직계존비속·형제자매에 준하는 관계자 등 배·보상심의위원회에 서 인정한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표 3-1>과 같다.

정부는 세월호참사 희생자와 생존자 이외의 법상 피해자 현황을 정리하지 않았다. 일부 피해자 숫자를 추정할 수 있는 것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세월호 의료지원 대상자로 등 록된 피해자가 약 1,960명(2022년 6월 기준) 정도이며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이하 안산트라우 마센터)에 등록한 피해자가 877명(간접트라우마 제외, 2020년 12월 기준)이다. 또 해양수산부가 위원회 에 제공한 승선자와 가족 명단에는 피해자 중 부모·배우자·자녀만 포함돼 있고 1,157명 이다. 현재 세월호참사의 전체 피해자 규모를 알 수 있는 자료는 없다.

2) 동원 또는 자원 인력의 신체적·정신적 피해 세월호참사 당시 민간 잠수사와 진도지역 주민, 응급의료진, 자원봉사자 등 민간 인력들 이 수색·구조와 응급처치, 심리·의료지원, 구호활동 등 수습에 함께했다.

민간 잠수사는 세월호참사 다음 날인 2014년 4월 17일부터 선체 수색을 종료했던 같은 해 11월 10일까지 총 143명이 수중수색에 투입됐다. 민·관·군 전체 잠수사가 희생자 252명을 선내에서 수습했는데 이 중 179명을 이들 민간 잠수사가 수습했다. 수중수색과 희생자수습 과정에서 민·관·군 잠수사들은 신체적 부상뿐 아니라 정신적 피해까지 큰 피해를 보았다.

사고 발생지인 진도 주민들의 경우 참사 당일부터 2013년 11월 18일까지 232척의 어선이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동원된 어선도 134척이나 된다. 진도 주민들은 신체적 부상보다 정 신적 피해가 컸으며, 조업 중단 등으로 경제적 피해도 보았다. 경기도 안산시에 모인 자원봉사자는 참사 당일부터 2015년 2월까지 총 4만 655명으로, 이 중 8,618명은 진도에 파견돼 활동했고, 3만 2,037명은 안산에서 활동했다. 진도실내체육 관과 팽목항에서는 참사 당일부터 범대본이 철수한 2014년 10월 20일까지 총 5만 612명 이 자원봉사활동을 했는데 그중 전남지역 민간인이 2만 1,329명이었다. 자원봉사자 중에는 과로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치료받던 중 사망하거나 급성심금경 색으로 수술을 받은 경우가 있었고,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도 있었다. 2014년 5월부터 6월 까지 자원봉사를 했던 진도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56명 중 151명(20%) 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였다.

172 제 3 장 세월호참사
문제와 개선
피해지원의

한편 피해사례가 기록된 자료는 없으나 참사 당시 현장에는 의료인력들도 동원됐다. 보건

복지부 보고자료에 따르면 2014년 7월 1일 기준으로 의사·한의사·간호사·응급구조사

등을 포함한 의료지원 인력은 총 8,665명이었다.

3) 화물 및 유류오염 피해와 어업인 손실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세월호에 실린 차는 185대, 적재화물 1,415톤이었고 화물손해 배상의 대상은 총 303건이었다.

유류오염 피해는 참사로 인한 63건과 인양으로 인한 27건이며 그 외 어구 손실 등 어업인 손실은 562건이었다. 참사로 인한 유류오염 피해 63건 중 배상금 지급은 4건, 인양으로 인 한 보상금 지급은 총 19건, 어업인 손실보상금 지급은 총 298건이었다.

4) 지역 피해 「세월호피해지원법」에서 ‘피해지역’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을 말하며 경기도 안 산시와 전라남도 진도군이 해당한다. 안산지역 주민들의 스트레스 지표는 참사 후 6개월 동안 지속해서 올라갔고, 특히 대다수 희생자가 거주했던 지역의 주민들 삶의 질 지수는 1년 가까이 계속해서 하락했다.284)

세월호참사 희생자의 다수가 단원고 학생들이었다. 안산에는 단원고 이외에도 희생학생 과 유년기부터 함께 성장한 친구들이 많았고, 그들 또한 말할 수 없는 충격과 고통을 받게 됐다.

참사 이후 안산시와 진도군의 지역경제 피해도 있었다. 안산시 지방소득세는 2014년 급감 하며 전년 대비 9%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사 발생 80여 일 후 모니터링 결과 외 식 및 쇼핑 자제 등 소비심리가 급랭했고, 업종별 매출액은 10~6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안산시는 집중피해 지역의 침체 정도가 더 심하다고 분석했다. 284) 안산시, “4·16세월호참사 안산시 백서”, 2016, 48쪽

제3장

173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진도군의 2014년 지방소득세는 전년 대비 26% 이상 감소하는 등 감소폭이 매우 컸다. 진

도군의 세월호참사 범군민대책위원회가 2014년 4월 16일에서 6월 30일의 과세자료로 매

출액 감소를 추산한 결과 전년 대비 피해액은 898억 원 규모로 2013년 진도군 지역내총

생산의 19%에 해당했고 관광업 피해액은 200억 원, 어업 피해액은 695억 원이었다. 진도군 지역경제에는 관광객 감소가 큰 영향을 끼쳤다. 소전미술관·운림산방·국립남도 국악원 등 진도군의 주요관광지 방문객은 2017년이 돼서야 2013년 관광객 수치를 넘어섰 고, 조업 중단으로 생긴 어민 수입 감소, 낚시객 감소 등으로 인한 부수입 축소, 특산물에 대한 비상식적인 소문 확산으로 인한 진도산 수산물 구매 기피 등의 피해도 있었다. 한편 참사 수습으로 팽목항 이용이 제한되면서 여객선 운항 횟수가 줄어 일부 주민들의 불편이 있었고, 정부가 이러한 불편과 피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데 반해 수습은

장기화되면서 지역주민과 피해자 간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5) 희생자·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참사 당일부터 희생자 등을 향한 반윤리적인 표현들이 온라인을 통해 등장했다. 이후 참

사에 대한 인식을 왜곡·축소하려 하거나 참사 피해에 대한 배·보상금이 마치 대단한 특 혜인 것처럼 표현하거나 피해자들의 진상규명 요구를 유난 떠는 것으로 매도하는 혐오표 현들이 반복돼 나타났고, 안산지역에서는 4·16생명안전공원 건립을 둘러싸고 희생자를 모욕하는 언행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혐오표현은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켰을 뿐 아니라 피해자의 인간관계 변화와 사회적 고립을 초래했고,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의 공동 체성을 파괴하는 심각한 피해였다. 다. 세월호참사로 인한 피해의 특성

174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대한 범정부적 통합대응이 필요했다. 또 해상에서의 생존자 구조 및 희생자수습 이후 육상으로 인계, 사상자 인계 후 생존자의 귀가 또는 희생자의 장례지원까지 연결되는 지원조치 전반에 관계기관의 실시간 정보공유와 협력이 필요한
세월호참사는 중대본과 중수본이 가동된 대규모 해양 선박사고이자 사회재난으로 수색 구조·현장수습·사후대책에

재난이었다. 하지만 해상의 실종자 수색 장기화에 따른 대책 마련의 미흡 등 통합대응과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동원되거나 자원했던 지원인력들이나 지역주민들에게 또

다른 피해를 일으켰다.

참사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상자들은 다수 그룹과 소수 그룹 및 개인 등으로 다 양하게 분포해 있었고 거주하는 지역도 달랐다. 관계기관들의 전반적인 조치는 전체 피해 자들에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누락이나 지연 없이, 형평에 맞게 이뤄질 필요가 있었다. 또 희생자의 다수가 미성년자였으므로 신원확인 상 변수가 발생하기도 했고 생존자나 형제 자매들도 미성년자가 많은 데다 미취학 아동도 있었으므로 그 어느 때보다 보육 및 교육 기관을 비롯해 관계기관들의 세심하고 특별한 조치가 필요했다.

정부는 다수 승선자를 구조하지 못했으면서 관련된 상황과 정보를 정확히 알리지도 않았 고, 잘못된 언론 보도를 방관하거나 통제해 피해자들을 비롯한 국민의 불신을 가중시켰 다. 이후 현장에서의 정확한 판단과 조치,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의 주장과 행 동에 정부는 감시와 사찰로 대응하는 한편 일관되게 참사의 책임을 회피했다. 이후 정부 는 피해자들의 요구를 무리하거나 잘못된 것으로 몰아가거나 부당한 정치적 주장으로 다 루고 일부 정치인과 보수단체들, 언론매체들이 여기에 가세하면서 참사와 피해자를 향한 혐오표현으로 2차 피해까지 발생했다. 세월호참사는 이와 같은 특성을 가진 사건이자 한편으로는 한국에서의 재난에 대한 인 식과 피해지원에 대한 정책 변화에 중대한 전환점이 된 재난이었다. 3장에서는 세월호참 사의 이와 같은 특성과 의미를 고려해 참사의 피해실태와 지원 사항을 살펴본 뒤 피해지 원 과정의 문제점을 다뤘으며 참사 이후 개선된 사항과 향후 세월호참사 및 재난 피해지 원에서 개선해야 할 과제를 정리했다.

제3장

175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2. 세월호참사 피해실태와 지원 사항 가. 현장수습 과정 1) 생존자 구조와 희생자 수습 상황 가) 생존자 구조와 이동 (1) 생존자 주요 이동 경로 세월호에 승선한 476명 중 생존자는 172명이다. 생존자들은 선내에서 자력으로 탈출했으 며 4월 16일 오전 현장에 도착한 해양경찰 경비정(123정)과 항공기(B-511호, B-512호, B-513호), 지 역 관공선(전남201호, 전남207호, 전남707호, 아리랑호), 민간어선(30여 척)에 의해 구조됐다.285)

수난현장

서거차도

헬기(36명) B-511, B-512, B-513

생존자 (1명)

조도훼리호(90명) B-512 구명벌 123정 고무단정

123정 (79명)

전남 707호 (47명) 명인스타호 (27명)

팽목항 (164명) 세월호

팽목항 3차 입항(164명)

진도아리랑호(53명) 행정선(전남201호, 전남207호) 민간어선

1차 : 전남 707호, 47명 (병원: 10, 체육관: 37)

2차 : 명인스타호, 27명 (병원: 11, 체육관: 26)

3차 : 조도훼리호, 90명 (병원: 5, 체육관: 85)

176 제 3 장 세월호참사
문제와 개선
피해지원의
법률」[2021.10.14.
그림 3-1 생존자 주요 이동 경로
285) 생존자 대다수는 구출되지 못한 채 선체 밖으로 탈출하였지만 해상에서의 구조와 이송 과정이 있었으므로 「수상에서의 수 색·구조 등에 관한
시행] [법률 제18060호, 2021.4.13., 일부개정]에서 정의하고 있는 ‘구조’ 용어를 사용한다.

전라남도 행정선 전남707호와 민간어선 명인스타호는 해경 123정으로부터 생존자를 인

계받아 팽목항으로 이송했다. 오전 11시 12분 전남707호가 47명을 태우고 1차로 팽목항

생존자 (1명)

구급차 (25명)

병원(50명)

목표한국병원(16) 진도한국병원(4)

해남우리병원(6) 해남우석병원(2) 해남한국병원(22)

버스 (138명)

구급차 (1명)

미확인 미확인

귀가 전문병원 귀가 중증외상센터

지역소재병원 귀가

미확인

닥터헬기 (1명)

병원 단원고(19명) 일반인 미확인

실내체육관

개별차량 (1명)

개별차량 (38명)

버스 (43명)

차량 (22명)

병원(교사 1명) 고대안산병원

제3장

에 들어왔으며 11시 50분에는 명인스타호가 27명을 태우고 2차로 들어왔다. 전라남도 행정선 진도아리랑호는 여러 배에서 생존자를 인계받아 중간 경유지인 서거차 도로 이송했으며, 구조 헬기 3대도 생존자를 서거차도로 이송했다. 서거차도로 이송된 생 존자들은 총 90명으로 민간어선 조도훼리호를 타고 오후 1시 50분에 팽목항에 도착했 다.286) 이상의 생존자 주요 이동 경로를 도식화하면 <그림 3-1>과 같다. 286)

전체 생존자는 172명이나 팽목항에 입항한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생존자는 164명뿐이어서 이들의 주요 이동 경로를 기 술하였다. 수습현장 생존자 거주지 이동 일반인 생존자 단원고

제주 화물기사(22명)

귀가 우수영항 제주소재병원 귀가

177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학생/교사(77명)

(2) 생존자 이동과정의 보호와 귀가 지원

중간경유지로 지정된 서거차도는 팽목항에서 동남쪽으로 25㎞ 정도 떨어진 섬이다. 서거 차도에 도착한 생존자들은 서거차보건진료소에서 응급조치를 받거나 서거차도로 온 의 료진과 소방 구급요원에게 상태확인과 상처치료 등 응급조치를 받았지만, 생존 학생의 일 부는 바닷물에 빠졌다 나와 추위에 떨고 있는데도 저체온증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보 온조치를 받지 못했고, 팽목항에 도착할 때까지 맨발로 이동해야 했던 생존자도 있었다. 또한 이들 대부분은 기자들의 촬영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당시 서거차보건진료소에 상주하고 있었던 직원은 한 명밖에 없었으며, 서거차도에는 주 민 약 120명이 살고 있었다. 서거차도의 의료 인프라를 고려하면 진료소에서 한꺼번에 90 명의 피해자를 체계적으로 돌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기에 그나마 생존자들이 의지할 수 있었던 이들은 서거차도 주민들이었다. 서거차도 주민들은 생존자들이 팽목항으로 떠나 기 전까지 이들이 쉴 수 있도록 음식과 공간을 제공하며 기자들의 무리한 접근을 통제하 는 등 온정 어린 보살핌을 베풀었다.

“서거차도 가서, 갔는데 뭐지? 기자 같은 사람들? 막 있는 거예요. 거기. 방금 전까지만 해도 친구들이 물에 잠긴 거 보고 왔는데, 막 기자들이 정신없이 저희들 찍고 있으니까 되게 당황스럽고 저희는 다 젖고 막 꼴도 말이 아닌데. 얘네들이 대체 언제 와서 저러고 있는지, 막 친구들끼리 얼굴 가리려고 뭉쳐 있었는데, 마을 주민, 아주머니가 담요 들고 오시더니 저희를 덮어주시는 거예요.”287) 구조 당시 생존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응급처치를 하는 조치는 미흡했다. 123정에 탑승한 생존자들은 체온 유지를 위해 모포를 받았지만, 의약품이나 별도의 응급치료는 받지 못 했다. 당시 123정에는 위생사로 지정된 승조원이 있었지만, 해당 승조원은 현장 도착 이후 부터 세월호가 침몰할 때까지 영상 채증 업무를 주로 수행했다.

178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의식불명자 등 응급조치가 필요한 이들이
이송에 287) 김승섭 외, “단원고 학생 생존자 및 가족 대상 실태조사 연구”, 피해자 군별 세월호 참사 피해자 지원 실태조사 연구,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2016, 3장에서 출처를 안 밝힌 인용 진술문은 이 연구와 위원회가 진행한 “세월호참사 피해 자 지원심화 연구”(2019)에서 인용하였거나 세월호피해지원과 조사결과보고서에서 재인용한 것이다.
생존자 중에서는 화상 환자·
있었지만 123정의 승조원들은 생존자

집중했을 뿐 응급처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해양경찰이 생존자를 구

조하는 과정에서 보트에 빨리 올라오지 않는다고 생존자에게 욕을 하는 사례도 있었다.

진도 팽목항은 인근 조도 등으로 연안여객선이 다니는 소규모 항구로 팽목항으로 입항한 생존자들은 현장응급의료소에서 중증도 검사를 받았고, 이 중 응급환자는 인근 병원으 로 이송되고 나머지 생존자들은 실내체육관으로 이동했다. 생존자들이 팽목항에 도착했 을 때 먼저 도착해 있던 기자나 외부인들과 함께 섞이게 되었다. 전남지방경찰청과 진도경 찰서, 진도군 자율방범연합회가 오전 10시경 팽목항 진입 차량 통제를 위해 현장에 출동 했지만, 이미 현장은 주요 방송사 중계 차량으로 무질서한 상태였다. 경찰은 팽목항과 팽 목항에서 남쪽으로 약 1㎞ 떨어진 서망항에 진입 차량 통제를 위한 인력을 배치했지만, 기 자들을 제지하지 못했다. 병원으로 가는 생존자가 구급차를 타는 과정에서 기자들은 부 상자들에게도 취재를 시도했고, “친구가 사망한 사실을 알고 있는가?”라는 어떤 기자의 질문에 생존 학생이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까지 보도되기도 했다. 생존자들은 실내체육관에 도착해 언론 취재를 피해 다니느라 제대로 안정을 취할 수 없 었다. 생존자들에 대한 지원은 담요와 물 정도였고, 생존 학생 중에는 젖은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병원으로 후송되는 경우도 있었다. 부상자들은 인근 병원으로 가게 되었는데 병원에도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해양경찰 은 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조사했고 어떤 고위 공무원은 돈을 주고 사진을 찍어가기도 했 다. 진도군 보건소·목포해양경찰서·진도경찰서 관계자들이 사상자 신원확인을 위해 병 원에 있었지만, 이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거기에 더해 보건복지부가 병원 위치, 피 해자 실명·나이·성별 등이 적힌 이송환자 현황자료를 언론에 배포했고, 기자들은 병원으 로 몰려들었다. 참사 이튿날 병상에 있는 미성년 피해자를 취재한 기사가 최소한의 비식 별처리도 없이 보도되기도 했다.

제3장

“아, 저 한 번은 잠자다가 일어났는데 무슨 선생님, (…) 뭐 학교 선생님이나 어떤 선생님인 줄 알았는데 (…) 저는 다 말씀드렸는데 알고 보니까 기자인 거예요. 그래서 그때 되게 놀 랬고, 그냥 몰래몰래 들어왔던 거 같아요, 기자들이.”

179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한편 세월호 승선자의 가족들은 진도로 오면서 따로 연락을 받지는 못했으며, 버스 안에 설치된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상황을 파악했다. 임시보호소인 진도실내체 육관에 도착한 가족들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승선자와 생존자의 명단이었는데, 당시

진도실내체육관에 게시됐던 명단은 생존자가 누락되거나 실종자가 생존자로 기재되는 등 오류가 많았다.

생존자들은 서거차도·팽목항·실내체육관으로 계속 이동 중이었지만 가족들은 세월호 에 탔던 가족의 생사 여부도 정확히 알 수 없었고, 주변에 물어물어 생존자를 찾아다녔 다. 실내체육관에는 생존자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었고, 각자 모포를 뒤집어쓰고 있어서 가족들은 이름을 부르거나 고함을 지르며 다녀야 했다. 전혀 통제받지 않고 돌아다니는 기자들과 우왕좌왕하는 공무원들, 언론 등으로부터 참사 소식을 접하고 각지에서 내려온 세월호 승선자들의 가족이 모여들었던 실내체육관은 아수라장과 같았고 생존자들은 살 아남았다는 안도감보다 오히려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불안감을 느꼈다. 어렵사리 생존자를 만난 가족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마련한 버스를 타거나 가족의 차량 혹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제각각의 방식으로 귀가했다. 실내체육관에서 귀가하는 경우 차량이나 귀가비가 지급됐지만, 병원에서 귀가하는 경우에는 귀가비가 사후에 지원됐다. (3) 생존자 조사 과정 생존자들은 참사 발생 당시의 상황에 대해 조사를 받아야 했다. 목포해경 피해자 조사반 은 참사 당일과 다음 날 일부 생존자를 조사했고, 이후 약 일주일 동안 모든 생존자의 신 원을 조회한 뒤 지역별로 조사했다. 참사 당일부터 4월 18일까지 10명, 4월 30일까지 총 56명의 생존자가 조사를 받았다. 조사는 대부분 병원에서 이뤄졌으며 자택·커피숍·경찰 서·진도실내체육관 주차장에서도 진행됐다. 일부 생존자는 참사 당일부터 해경의 조사를 받았다. 해경은 응급실에

180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있는 생존학생에 게 신분을 밝히지 않고 조사하기도 했고, 어떤 생존자에게는 참사의
선장에게 있
책임이
다는 대답을 유도하는 듯한 질문을 해서 불쾌감을 주는 등 다수 인명 피해 발생 시 살아 남은 생존자의 심리적 불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조사업무를 수행했다. 당시

해경은 관련한 규칙288)에 따라 피해자 심리 전문요원을 활용할 수 있었으나 실제 전담인력

이 없었고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조사를 받았던 생존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고 이후

에도 생존자들의 정신적 충격이 심각한 상태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이후 다

른 생존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해경은 별다른 심리적 안정조치를 하지 않았다.

나) 희생자수습과 장례

(1) 희생자수습 후 신원확인과 보호자 인계

제3장

288) 「범조보호자 보호법 시행규칙」 [2013. 5. 28. 시행] [법무부령 제789호, 2013.

5.

181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28.,
그림 3-2 일자별 희생자 수습 추이 4.16. 15 23 29 36 36 21 5 2 2 2 1 1 1 1 1 1 1 1 1 1 1 1 1 16 7 7 8 12 14 6 4 5 3 9 8 6 6 4.17. 4.18. 4.19. 4.20. 4.21. 4.22. 4.23. 4.24. 4.25. 4.26. 4.27. 4.28. 4.29. 4.30. 5.1. 5.2. 5.3. 5.4. 5.5. 5.6. 5.7. 5.8. 5.9. 5.13. 5.14. 5.15. 5.17. 5.18. 5.19. 5.21. 6.5. 6.6. 6.8. 6.24. 7.18. 10.28.
세월호에 승선한 476명 중 희생자는 총 304명이다. 전체 희생자의 약 60%가량인 212명이 2014년 4월 16일에서 4월 30일 사이 수습됐고, 같은 해 5월에 76명, 6월에 5명, 7월에 1명, 10월에 1명이 수습됐다. 실종자 수중수색은 11월 10일 9명의 미수습자를 남겨둔 채 종료 됐으며, 2018년 세월호 선체 인양 후 미수습자 9명 중 4명이 선체 내부 수색 등을 통해 추 가로 수습돼 304명 중 총 299명의 희생자가 수습됐다.
일부개정]

참사 당일부터 인근 해역에서 희생자가 수습됐고, 4월 19일 이후부터는 잠수사들이 선체 내부에서 희생자를 수습했다. 해양경찰은 해역과 선내에서 수습한 희생자들을 중대형 함 정으로 이송한 후 인상착의·소지품·신체 특징 등을 육안으로 확인하고 소형함정을 이용 해 팽목항으로 이송했다. 희생자가 수습되는 팽목항 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항구로 시신을 실은 배가 도착할 때마다 실종자 가족들은 자신의 가족인지 확인하기 위해 한꺼번에 몰려들었고, 수습 현 장을 가까이서 촬영하기 위해 기자들이 달려들면서 희생자 운구 과정이 그대로 방송 카 메라에 노출됐다. 이 과정에서 실종자 가족들과 기자들 간의 마찰과 충돌이 발생했고 시 신이 바닥에 놓이기도 해 가족들뿐 아니라 현장에 있던 관계 공무원들도 충격과 심리적 외상을 입었다. 한편 가족 중 응급 환자를 태운 구급차가 방송 차량에 막혀 서망항으로 우회하기도 했다. “한 번에 5구 정도의 시신이 들어왔기에 여러 대의 앰뷸런스 앞에서 동시에 확인 작업 이 벌어졌다. (…) 너무나도 엄숙하고 조심스러운 자리임에도 취재진들은 잔인함을 드러 냈다. 시신의 얼굴을 찍겠다며 너도나도 사다리 위로 올라간 것이다. (…) 유족들이 쫓아 내면 다른 앰뷸런스로 가서 촬영하고, 멀리서 바라보다 가족들이 오열하며 주저앉으면 다시 그쪽으로 뛰어갔다.”289) 참사 초기 팽목항으로 인계된 시신은 119구급차량, 인근 보건소 및 병원 구급차량으로 목 포 소재 병원까지 이송됐다. 희생자 시신은 목포 소재 병원에 임시 안치됐고, 희생자 신원 을 확인하고 보호자에게 인도하는 것도 그곳에서 함께 이뤄졌다. 4월 19일부터는 팽목항 에 임시안치소가 마련돼 희생자들은 팽목항 임시안치소를 거쳐 구급차로 병원으로 이송 됐다. 4월 20일부터 하루 20명 이상의 희생자가 수습돼 한꺼번에

182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이송되면서 병원 안치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시신이 구급차량에 계속 실려 있거나 대기 상태에서 바닥에 방치 289) 방송기자연합회, “세월호 보도, 저널리즘의 침몰 – 재난보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2014, 74~77쪽.

되는 일이 발생했고, 가족들은 희생자를 배려하지 않는 정부의 무책임함에 다시 한번 분

노하고 고통을 호소했다.

290) 당시 희생자의 신원을 확인 후 보호자에게 인도하는 절차는 다음과 같다. 해양경찰이 소지품, 신체 특징 등을 근거로 육안 으로 1차 신원확인을 한 후 해당 내용을 실종자 가족에게 전달해 직접 시신을 확인하도록 한

뒤 확인이 완료되면 시신을 병원으로 이송하여 검안하고 지문, DNA 검사 등을 통해 2차 신원확인을 한 후 가족에게 최종 인도했다. 이러한 방침은 4 월 18일 육안 확인으로 시신을 인도한 것이 오류임이 확인되면서 4월 19일부터 필수적으로 DNA 검사 후 시신을 인도하도 록 결정된 것이었다. 이에 대해 실종자 가족들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음에도 DNA 검사결과가 늦어져 시신 인도가 바로 되지 못하는 것에 불만을 표출했다.

제3장

183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한편 팽목항의 임시안치소에는 별도의 냉동시설이 없어 시신이 병원으로 이송되기까지 부패를 막기 위해 드라이아이스를 사용했다. 그러나 드라이아이스 사용 방법을 숙지하지 못한 자원봉사자가 시신 위에 드라이아이스를 감싸지 않은 채 올려두면서 시신이 변색하 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4월 23일에서야 임시안치소에 약 100명의 희생자를 안치할 수 있는 냉동 컨테이너가 설치됐고 명칭도 신원확인소로 변경됐다. 신원확인을 거친 희생자 정보는 2단계에 걸쳐 가족들에게 통보됐다.290) 우선 육안 확인만 완료된 희생자 정보가 전체 실종자 가족들에게 통보됐으며 이후 지문 및 DNA 감정 등 과 학적 방법을 통해 명백히 확정된 희생자 정보가 개별적으로 통보됐다. 1차 통보 과정에서 해양경찰은 스피커를 통해 희생자의 신체 특징을 공지했는데, 가족들은 희생자에 대한 정 보가 언제 나올지 몰라 자리를 뜰 수 없었고, 스피커에서 관련 내용이 나올 때마다 혹시 나 하여 몰려가기도 했다. 이후 가족들의 문제 제기로 4월 25일경부터 희생자 정보는 공지 문 형태로 작성돼 팽목항과 실내체육관에 게시됐다. 학생 이외 일반인 희생자는 지문으로 신원확인을 했는데, 가족관계증명서가 없으면 가족 이 인도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런데 미리 얘기도 못 들은 데다 당장 가족관계증 명서를 뗄 곳도 없어 해당 가족과 공무원 간에 언쟁이 발생했다. 희생자가 어느 병원에 있 는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아 실종자 가족이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한편 희생자를 확인한 가족에게 입관 시 희생자의 이름을 직접 쓰도록 했는데 당시 업무를 추 진했던 관계자는 장례절차의 관행이었다고 했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자녀와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에게는 이 또한 큰 고통이었다.

(2) 희생자 이송 및 장례지원 잠수사들이 본격적으로 선체 내부에 들어가 수색을 시작하자 다수의 희생자가 수습됐 다. 시신을 장례식장으로 이송하는 데 많은 차량이 필요했기에 119구급차가 동원됐으며, 4월 23일부터는 구급차 외에도 헬기와 함께 냉장 장비가 설치된 사설 상조 차량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수중수색 종료 시까지 수습된 희생자 295명 중 152명은 구급차로, 89명은 헬기로, 54명은 상조 차량으로 이송됐다.

장례식장 이송 과정은 피해자 거주지별로 달랐다. 안산의 희생자 가족은 안산시가 자체 적으로 준비한 구급차를 이용했지만, 그 외 지역의 희생자는 이송용 차량이 준비되지 않 아 희생자 가족이 직접 구급차를 준비해야 했으며 이송 비용과 절차 모두 유가족이 직접 처리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장례비 지원이었다. 참사 당일부터 다수의 희생자가 수습되 고 있었지만, 중대본 차원에서 장례비 지원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은 4월 30일에야 나왔다. 당시 중대본은 희생자 장례비 전액을 국비로 지원한다고 의결했지만, 중대본 의결이 있기 전에 경기도교육청은 자체 판단으로 4월 17일부터 단원고 희생자 장례비를 지원하고 있 었다. 희생자 가족들 사이에서는 안산으로 가야 장례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정 보가 유포되기도 해 다수의 유가족과 장례식장 관계자들이 혼란을 겪었다. 2) 정보 제공과 현장 관리 가) 피해자 파악 및 정보제공체계 세월호참사의 피해자 진술조사, 연구용역 인터뷰, 범대본 회의자료, 피해자단체 발표문 등 을 종합해 피해자 필요정보291)를 유형별로 정리한 결과는 <표3-2>와 같다. 291) 「재난안전법」은 예방, 대비, 대응, 복구 단계를 명시하고 있으나 세월호참사 피해자들에게 필요했던 정보를 긴급구조 대응 단계(선내수색으로 첫 희생자수습을 했던 시점까지), 실종자 수중수색단계(수중수색 활동종료까지), 현장수습 종료단계 (범대본 해체까지)를 구분하여 정리했다.

184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긴급구조

대응단계 (4.16.~4.19.)

실종자 수중수색단계 (4.19.~11.10.)

생존자, 희생자, 실종자 가족 명단

심리지원ㆍ치료비 지급대상ㆍ기준, 신청방법과 절차

사고정보, 사상자 명단, 상태, 이송정보(응급실, 장례식장, 임시보호소 등) 모든 피해자

배ㆍ보상 정보, 기부금품 배분 기준과 정보

피해자 자조모임, 피해자 협의회 정보, 관련 연락처

재난의 원인조사 경과 (또는 결과)

생존자 부상 정도, 병원(또는 임시보호소) 이송 정보

생존자 귀가 지원(이동수단, 귀가비용 등) 정보

치료비 지급 여부, 퇴원 절차, 후속 지원 정보 제공 창구

생존구조 한계 시점에 대한 전문적 판단근거

생존자 사칭 구조 요청 메시지의 진위 여부

수색구조 계획과 경과, 실종자 수색방안에 대한 전문적 판단근거

수색구조 현장정보(기상, 유속, 인력과 장비 투입 경과 등)

생존자, 생존자 가족

실종자 가족

희생자 안치병원, 신원확인 및 가족 인도 절차, 장례지원 정보 희생자 가족

실종자 수중수색 방안, 조치 경과, 향후 계획

희생자 유실방지대책과 조치결과

희생자 훼손방지대책과 조치결과

실종자 추정 위치, 밀폐 격실 진입방안

실종자 추정 위치, 밀폐 격실 진입방안

선체 인양 방안에 관한 기술 검토 결과

실종자 수색정보

현장 가족지원 업무별 담당자 정보 현장 체류 지원 정보 현장 가족지원 시설 배치 및 이용 정보 현장 재난심리 및 의료지원 정보 관계부처 사회재난 피해자 지원 정보 거주지 가족 돌봄, 생활안정지원 정보 현장 외, 가족지원 정보 재난심리 및 의료지원 정보

실종자 가족

185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3장
표 3-2 수습단계별 피해자 유형별 필요정보 목록 수습단계 구분 필요정보 피해자 유형 현장 수습활동 전(全) 단계
희생자 수습
가족, 희생자 가족 신원확인 방법과 절차, 필수 구비서류 신원확인 결과판정 후 가족 통보 및 확인
희생자 운구 및 가족
희생자
희생자 안치병원 장례비 지급기준과
절차, 장례지원 범위 사후대책 정보 제공 창구 수중수색 종료단계 (11.10.~11.18.) 선체 인양 여부와 계획 및 준비 경과 선체 인양정보 미수습자 수색방안 미수습자 가족 (선체인양 전후) 미수습자 추가 수색방안
전후 수습 후 시신 훼손 및 부패방지 대책 희생자 안치 및 신원확인 실종자
방식
이동수단
운구
장례지원
신청

참사 당시 구조본부와 중수본 모두 사상자 명단을 정리하거나 피해자 파악을 위한 역할 분담을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실내체육관 현장에는 실종자 가족 사이에 섞여 이들 의 동향을 파악하려는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직원·사복경찰·기자 등 외부인들이 있어 누 가 피해자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실종자 가족들 간에 프락치로 오해해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4월 19일 단원고 실종자 가족들은 서로 알아보기 위한 자 구책으로 경기도교육청에 수학여행단 명단을 요청했고, 자체적으로 가족 명찰을 제작하 기도 했다.

2014년 4월 17일 열린 범대본 1차 회의에서 피해 가족에게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을 위해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에 관계부처 합동상황실을 상시로 운영하겠다고 결정하고 거 점별로 책임자를 지정했지만, 팽목항 상황실장은 4월 23일까지 범대본으로부터 지시나 가족지원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전체 피해자를 위한 일원화된 접촉 창구가 없다 보니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현장 상주 여부와 담당자의 역량에 따라 피해 자들에게 제공되는 정보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후 관계 부처가 가족지원서비스 제공 을 위한 명단 제공을 요청했을 때 해경은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제공하지 않았고, 관 계기관들이 지원대상자 명단을 자체적으로 파악하는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했다. 피해자의 일대일 맞춤형 서비스는 2014년 5월 1일부터 시행됐다. 지원 대상자는 희생자 와 실종자(승무원 제외) 가족으로 서비스 시행 후 일반인 희생자 가족들까지 체계적인 소통· 지원 창구가 마련됐고 돌봄 공백이 발생한 장애인 가족을 위한 지원 수요도 파악됐다.292) 5월 3일부터는 각 부처 지원 서비스 창구를 안전행정부 가족지원 전담팀으로 단일화했고 전담팀에 접수된 개별 서비스는 부처별 담당자에게 시달되고 부처 자체적으로 원스톱 조 치 후 다시 전담팀에 결과를 회신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186 제 3 장 세월호참사
문제와 개선
피해지원의
됐다.
일대일 맞춤형 서비스 의 시행 기간은 3년이었으나 2014년 6월 30일 국정조사에서 안전행정부가 해당 서비스에 대한 성과보고(9.779건 지원)를 한 후 중앙정부 차원의 관리는 없었다. 292) 4월 20일부터 안산시는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행정지원돌보미 서비스를 운영했는데 안산 외 지역에도 요구가 있어 안전행 정부가 희생자 장례지원을 중심으로 한,
희생자들을
린이 2명, 일반인 생존자의 경우 신청을
당초
일반인
대상으로 확대한 서비스다. 생존자들 중 단원고 생존학생과 어
받아 지원했는데 1명이 신청해 지원을 받았다.

나) 수색구조 정보 제공

참사 당일 가족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피해자들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수색구

조에 대한 정확한 정보였다.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의 책임 있는 사람으로부터 실시간 구

조활동에 대한 상황 정보를 듣기를 원했다. 그러나 당일 오후 5시 실내체육관을 방문한

전남도지사는 피해자들에게 이러한 브리핑을 하지 못했고, 이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이하 서해청) 정보수사과장이 수색 여건을 포함한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 또한 가족들이 기대한 정보는 아니었다. 당시는 자정을 넘긴 정조 시간이 되어야 입수를 시도해볼 수 있는 여건 이었지만, 해양경찰청은 상황보고서 6보(16:31)부터 수색상황과 구조 동원세력을 과장하기 시작했고 이를 언론브리핑을 통해 발표했다. 이후 ‘해군과 민간선박 등 함정 164척, 항공기 24대, 특수구조단 178명 투입’(MBC) 등 현장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수색구조 상황이 언론 을 통해 계속 보도됐다. 실종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현장 브리핑에서도 수색구조 세력을 과장한 발표가 이어 졌다. 4월 17일 해양수산부 장관과 해양경찰청장은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한 대통령 앞 에서 600여 명의 잠수사가 수색 중이라고만 발표할 뿐 실제 수중수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지연되고 있음을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대통령비서실은 수색구조 상황을 수시 로 보고받고 있었는데도 허위 발표를 바로잡도록 지시하지 않았다. 또 현장에서 가족 대 상 브리핑을 맡은 서해청 청장과 해양경찰청 차장은 3009함 회의에 참석하고 TRS(주파수공 용무선통신)로 수신된 현장 상황을 보고받고 있었지만, 해양경찰청 상부의 메시지대로 동원 세력을 과장한 브리핑을 이어나갔다.293)

참사 당일 해양경찰의 3009함에서 진행된 민·관·군 상황 대책회의에서 세월호를 수심이 얕은 곳으로 예인하는 방안이 산업 잠수사에 의해 제기됐고, 이후에도 선체 인양에 대한 기술적 논의가 여러 차례 회의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4월 16일 밤 11시경부터 생존자가 직 접 구조 요청을 하고 있다는 허위 메시지가 확산되고,294) 선내 에어포켓295) 안에서 60시간 293) 현장에 게시한 상황판의 내용도 「해상치안 상황처리 매뉴얼」(2012)의 구성 요소인 ‘상황개요, 초동조치, 조치계획, 주요 진행사항, 조치결과’가 아닌, (과장된) ‘동원 수치’였다.

294) 참사 당일 비슷한 내용의 SNS 메시지 다수가 유포되었는데 2014.4.23. 경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수사 결과 모두 허 위로 밝혀졌다.

295) 선박이 뒤집혔을 때 선체 내부에 공기가 남아 있는 공간을 뜻한다.

제3장

187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동안 버티다 구조된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는 가운데 해양경찰청은 수색구조 외에 실종자 수중수색 계획, 수색구조 동원세력의 안전과 희생자 후속 조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지 않았다.296) 피해자들 사이에서도 에어포켓 여부와 수색 방법 등의 논란이 벌 어지고 불안과 혼란에 빠졌지만 정확한 상황을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해양경찰의 상황보고서나 실종자 가족 대상 브리핑은 정확한 정보가 아니었고 이를 바탕 으로 한 언론의 부정확한 보도가 계속 이어지자 현장의 혼란은 가중됐다. 이런 상황이 참 사 이후 며칠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자 가족들은 청와대로 가서 직접 항의하기로 했다.

4월 20일 새벽 1시경 팽목항에 있던 가족들은 버스를 타고 실내체육관에 도착해 그곳에 있는 가족들과 상황을 공유한 뒤 1시 40분경 다시 버스에 올라 청와대로 출발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실내체육관 주변은 경찰에 의해 통제돼 차량 이동이 불가능했다. 이에 가족 들은 걸어서라도 청와대에 가려고 도보 행진을 시작했다. 해양수산부 장관이 항의방문을 만류하려 했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만으로 가족들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당시 경찰은 행진 대열을 에워싸고 가족들의 동선에 따라 움직이며 가족들이 진도를 빠 져나가지 못하도록 차단했다. 또한 실내체육관에서 진도대교로 향하는 주요 거점과 인근 고속도로 휴게소 상행선 방향에 약 1,800명에 이르는 12개 중대 경찰병력을 배치하고 가 족들이 이동하는 모든 구간을 순찰차로 따라갔다. 참사 직후부터 며칠간 식사를 제대로 못 한 가족들은 도보 행진 과정에서 실신하기도 했고 현장에서 철저한 고립감을 느꼈다. “3일째 되는 날인가? 미쳐버리는 가족들[을] 경찰 애들이 동그랗게 에워싸 가지고 움직 이지도 못하게 막으면서, 어느 어느 부모가 거기 제정신이었겠어요. 자기 새끼가, 자식새 끼 잃은 부모 중에 제정신인 새끼가 누가 있겠냐고.” 경찰은 진도대교에

188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차벽을 설치하고 불법 채증을 하는 등 도보 행진 중인 피해자들을 불 296)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때에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2011)에 따르면 해군은 “사건발생 초기 치밀한 상황분석 없이 ‘69시간
생존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함체 인양이 지연되었으며, 여론에 떠밀려 무리하게 구조작전을 강행함으로써 추가적인 희생자와 잠수병 환자가 발생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법 시위대로 규정하고, 새벽 2시 50분경 굴다리 입구 방면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국무총

리가 탑승한 차량과 대치하며 면담을 요구할 때 경찰청 차장은 “이것은 명백한 불법행위

입니다. 지금 시간이 몇 시입니까?”라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당시 국무총리는 현장에서 청 와대로 보내 달라는 가족들의 요구를 꺾지 못한 채 차량에 탑승한 뒤 피해자들의 요구에 도 차량에서 나오지 않아 약 2시간 30분 동안 대치가 이뤄졌다. 피해자들과 경찰의 대치는 오전 10시 30분경까지 이어졌으며 결국 피해자들은 국무총리 와 실종자 가족 대표 간 면담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진도군에서 준비한 차량으로 실내체 육관에 복귀했다. 이날 실종자 가족 대표는 국무총리 및 해양수산부 장관과 각각 두 차례 간담회를 하면서 국무총리가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해군과 해양경찰의 지휘권을 위임하 고, 해양수산부 장관과 실종자 가족 대표 간 직통전화를 개설하며, 매일 실종자 가족 대 표가 정부 대책회의에 참석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렇듯 현장의 문제가 조금씩이나마 개선된 것은 4월 20일 피해자들의 요구와 항의 행동 에 의해서였다. 실종자 가족 대상 수색구조 브리핑 문제가 개선된 것도 4월 24일 팽목항에 서 피해자들의 요구로 마련된 수색구조 지휘부 간담회를 통해서였다. 당시 실종자 가족들 은 4월 16일부터 24일까지 수색구조 진행 상황 및 향후 계획 공유, 실종자 가족의 언딘 리 베로 바지선(Undine Libero barge-船, 이하 언딘 바지선) 방문 허용, 실종자 가족의 해양경찰 TRS 실시 간 청취 허용, 하루 2회 수색구조 현장 브리핑 시행 등을 요구했고, 범대본부장이 해당 요 구를 수용하면서 다음 날인 4월 24일 새벽까지 장시간 진행됐던 간담회가 마무리됐다. 수색구조 브리핑 문제가 해소된 후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희생자수습이 늦어지자 가 족들은 시신의 유실과 훼손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고 TRS로 수색구조 작전상황을 실시간 으로 듣거나 언딘 바지선을 방문한 가족 일부가 수색구역 변경을 요청하는 등 개별적으 로 의견을 내게 된 것이다. 정부는 수색구조계획의 원칙과 기준을 설명하는 대신 요청에 따라 수색구역을 변경하다 보니 더 많은 피해자가 비슷한 요청을 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소외됐다고 느낀 이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피해자들 간에 갈등도 생겼다. 이는 수색구조 의 현장 책임자들이 판단과 결정을 피해자에게 전가한 것에 불과했다.

제3장

189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다) 언론브리핑과 정보 통제

세월호참사 당일인 4월 16일, 세월호의 침몰 장면이 전국으로 생중계됐기에 국민적 관심

이 유례없이 집중됐다. 따라서 참사 발생 순간부터 언론의 대대적인 취재 경쟁이 시작됐지

만 이에 대한 대비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진도군청에 마련된 범대본의 언론브리핑룸은 팽목항까지 차량으로 약 30분 넘게 걸리고, 실내체육관까지도 약 4분 정도 걸려서 취재의 신속성이 떨어졌기에 참사 초기 팽목항에 있던 취재기자들은 대부분 차 안에서 기사를 작성했으며, 천막을 설치하거나 인근 식당 에 거점을 마련하는 등 현장에 계속 머무르며 기사를 작성했다. 실내체육관 인근에 숙소 를 잡지 못한 기자들은 피해자들이 머무르는 실내체육관 2층을 자의적으로 사용했다. 수 습이 장기화됐지만 현장에 기자들이 머무르며 기사를 작성할 수 있는 공간은 끝내 마련 되지 않았다. 참사 발생 후 이틀 동안 언론브리핑이 없었고, 4월 18일 현장 첫 공식브리핑 후에도 충분 한 정보를 얻지 못하자 기자들은 신분을 속이고 잠입을 하는 등 무리한 취재로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했다. 4월 25일이 돼서야 해양수산부는 현장 취재기자들에게 수색구조 현장 상황에 대한 백브리핑297) 자료를 배포하기 시작했다. 한편 언론의 취재에 무방비로 노출 된 피해자들은 언론에 대한 불신을 점점 키워갔다. “진도에서 기자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넘어 혐오까지 생겼던 것 같아요. 시신 정보 나오 면 제가 달려 나가서 확인을 했는데, 한 여자가 다가와서 물어보더라구요. 저와 같은 형 제, 자매이겠거니 하고, 답해줬는데, 같이 있던 친구가 나갔다 오더니 사색이 되어서 들 어오더라구요. 아까 그 여자 기자였다고. 기사 쓰고 있다고….” 참사 당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재난방송 및 민방위경보방송의 실시에 관한 기준」 [시행 2014.1.29.] [방송통신위원회고시 제2014-1호,

190 제 3 장 세월호참사
문제와 개선
피해지원의
2014.1.29., 제정] 에 따라 피해자들의 사생 활 보호 및 국민의 피해 최소화에 노력할 것을 각 방송사에 요청했다. 그러나 방송사들은 297) 백브리핑(back brieing). 공식적인 브리핑이 끝난 이후 비공식적으로 이어지는 브리핑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실내체육관에 게시된 구조자 명단을 영상으로 송출하거나 자막으로 내보냈다. 사망보험

금과 인명 피해 배상금을 계산해 보여주거나(TV조선, MBC), 생존 학생에게 사망한 친구 소식 을 물어보거나(JTBC), 6살 어린이 생존자를 인터뷰하는(SBS) 등의 행태가 끊이지 않았다. 당시 현장에는 지상파 방송사 외에도 인터넷방송·종편·다큐멘터리 감독·사진작가 등 각종 매체 관계자들이 혼재했다. 재난주관방송사인 KBS는 공동취재단을 구성하지 않았고, 범대본은 현장 취재기자의 통합 관리 및 식별 조치를 위한 논의를 하지 않았다. 취재 경쟁 은 과열됐지만, 현장의 실태를 정확하게 보도한 언론은 많지 않았다. 언론은 참사 당일 ‘전 원 구조’ 오보를 내거나, 최소한의 사실 확인도 없이 ‘지상 최대의 구조작전’이라는 제목으 로 정부의 구호활동을 홍보(YTN)하는 등 신뢰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행동을 반복했다.298) 정부의 방송 개입으로 현장 상황이 왜곡돼 보도되기도 했다.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은

제3장

언론 취재로 피해자들의 인권이 침해되는 상황이 반복해서 벌어지면서,

이에서 이뤄지기도

이에

항 현지에서 뉴스를 진행하면서 수습종료 시점까지 취재기자를 현장에서 철수시키지 않았다. 299) 중앙일보, “[취재일기] 작은 영웅이 대접받는 해경을 기대하며”, 2014.5.13

191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대한 자정의 노력이 몇몇 방송사들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 통화로 정부와 해양경찰의 부정적인 보도의 정정을 요구했다. 방 송통신심의위원회는 4월 22일 세월호 관련 재난상황반 운영계획과 재난 보도에 관한 지 침을 수립하면서 방송사의 보도 내용을 조정하고 통제했다. 당시 운영계획 초안에 명시된 실무반 방송정책국의 주요 임무는 방송사 조정통제였다. 해당 내용은 이후 방송사의 오 보 방지에 대한 협조로 수정되긴 했으나 현장 상황과 다른 내용이 언론에 자주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피해자들은 현장이 외부와 단절됐다는 고립감을 느끼게 됐다. 한편 청와대의 지시로 미담 사례를 발굴해 기획 보도하는 사례도 있었다. 2014년 4월 22 일 청와대는 다수 인명의 구조실패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신뢰받는 정부 이미지 구 축을 위해 해양경찰청 등 관계기관에 미담 사례 발굴을 지시했고, 대통령 대국민 담화를 앞둔 5월 13일 해당 기사가 중앙일보에 보도됐다.299) 298) 무리한
했다. 4월 20일 한국기자협회는 「재난보도 준칙」 제정 작업에 착수하기로 하고, 이에 앞서 회장단과 분 과위원장, 시도협회장, 각 회원사 지원장들의 의견을 모아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재난보도 가이드라인’을 긴급히 마련했 다. 한편 JTBC는 구조 직후 생존학생에게 부적절한 질문을 한 것에 대해 방송에서 즉각 사과한 데 이어, 4월 25일부터 팽목

라) 피해자 파악 및 위험방지 대책과 안전관리

당시 실내체육관 현장에는 실종자 가족 사이에 섞여 이들의 동향을 파악하려고 하는 국 정원과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 정보요원, 사복경찰, 잠입 취재를 하려는 기자, 자원봉사 자와 피해지원 기관 관계자 등 매우 다양한 이들이 함께 있었기에 실종자 가족들 간에도 프락치로 오해해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때는 예민해진 상태라, 옆에 있는 가족도 못 믿었어요. 지옥 같은 상황이었는데, 그 와중에 분열을 일으키는 종자들이 있었어요. 프락치도 잡혔고. 기자 아닌 척하면서도 녹음기 켜는 사람도 있었고….” 실내체육관에 체류한 단원고 실종자 가족들은 피해자 식별을 위해 4월 19일 경기도교육 청에 수학여행단 명단을 요청해 가족 명찰을 자체적으로 제작했다. 가족 명찰은 같은 피 해자끼리도 서로를 알아보기 어렵다 보니 고안해 낸 자구책이었다. 단원고 실종자 가족들 이 명찰을 단 뒤에 신원이 불확실한 사람이 접근하는 일이 줄어들었고 피해자끼리 편하 게 소통할 수 있었지만 의도치 않게 실종자 가족 중 학생 가족과 일반인 가족으로 나뉘게 됐다. 범대본은 피해자들 스스로 명단을 정리하고 조직을 정비한 단원고 실종 학생 가족 들의 요구를 수렴해 그에 따른 피해지원 조치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일반인 희생자 가 족은 소외감을 느끼게 됐다. 한편 팽목항은 해안선을 따라 좁고 긴 2차선 도로로 이어졌고, 해안선 주변은 안전펜스 가 설치되지 않아 위험방지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었다. 당시 팽목항 현장에서는 실종 자 가족의 해안가 자살 시도, 구호 물품 편취사건과 두 건의 절도 사건, 주취자의 난동이 나 실종자 가족대기소 난입, 취재기자들의 안치소 잠입 취재 등 다양한 사건이 발생하기 도 했다. 안전관리의 문제는 언딘 바지선에 실종자 가족들의 방문이 이뤄지는 과정에서도 나타났 다. 바지선에 인원을 제한해 방문한다는 원칙이 무너져 하루 최대 200명 정도가 바지선에 방문할 정도였는데 바지선 위에서나 바지선을 오르내리는 가족들에 대한 안전대책은 없 었다. 또 바지선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하는 민간 잠수사들의 처우는 소홀했고, 5월 6일 민

192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간 잠수사 한 명이 작업 도중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 이후에서야 잠수사의 안전사고 예

방 및 식사와 건강관리를 위한 대책이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그리고 참사 당시 동원됐던 민간 의료인력에 대한 안전대책에도 문제가 있었다. 언딘 바지 선의 의료지원 인력 중 응급의료진·물리치료사·한의사·행정직원 등은 민간 인력으로 보건복지부의 협조요청에 따라 동원됐으나 공무원이 아니며 고용 관계도 아니었다. 응급 의료진은 원소속 근무지 병원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 등에 가입할 수 있지만, 바지선 근무 는 업무의 연속성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았고 산재처리도 어려운 상황이었으며 투입 의료 진이 계속 바뀌다 보니 여행자보험으로 처리할 수도 없었다. 의료진들은 팽목항이나 서망 항에서 해경 단정으로 사고 해상까지 이동 후 해경 미니 보트를 타야 바지선에 접안할 수 있었고, 소요시간은 대략 1시간 30분이 걸렸다. 태풍 등 기상악화 시 이동이 더 어려웠는 데 해상 이동과 선내 근무가 익숙하지 않은 민간 의료진들은 위험을 느꼈지만, 구명조끼 착용 등 기본 조치도 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마) 가족 대기소의 변화

수색 현장에서의 빠른 조류와 기상 상황변화 등으로 잠수사들은 선체 내 수색에 어려움 을 겪었다. 이로 인해 희생자수습이 장기화되면서 가족별로 머무를 수 있는 대기소가 필 요했고 관련 방안도 검토됐지만 이에 대한 피해자들의 생각은 저마다 달랐다. 당시 피해 자들은 일반적인 자연재난 이재민의 요구와는 달리 정확한 생존자 명단과 실종자 추가 구 조 가능성, 수색구조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 등의 정보를 원했다. 피해자 중에서는 실내체 육관 내 가족별 칸막이 설치를 요구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칸막이가 설치되면 정보가 차 단되면서 소통이 단절되고 피해자끼리 분리될 것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었다. 당시 실종자 가족 대표들은 4월 24일까지 희생자수습 완료를 요구하며 별도의 칸막이 설치 및 숙소 마련 조치는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후 가족별 보호 공간이 마련된 것은 조 립식 이동주택 입주가 시작된 5월 20일부터였지만 이때는 이미 다수의 희생자가 수습된 시점이었다. 5월 30일 진도군 주민과 실종자 가족대표의 협의로 팽목항을 다시 개항하기로 결정된 후 피해자들을 지원하던 부스의 이동과 축소 이전 및 재배치 논의가 이뤄졌다. 당시 실종자

제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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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가 30여 명 남은 시점이었기에 단원고 실종자 가족들을 주축으로 실종자 가족 체류 공간

을 팽목항으로 일원화하자는 논의가 나왔다. 하지만 체류 거점을 변경하고 싶지 않다는

요구도 있었고, 시설이 축소되면 수중수색이 종료되는 수순을 밟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 안을 느끼는 피해자들이 많아 수습종료 시점까지 거점별 숙소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3) 진도현장 의료·심리지원

가) 응급의료 및 재해구호 의료 참사 당일 진도군 보건소, 해남소방소 구급대, 전남권역 응급의료정보센터가 팽목항에 도 착해 현장응급의료소를 설치한 뒤 생존자가 항구로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해양경찰이 집 결지를 정확히 알려주지 않다 보니 진도군보건소 등 진도군의 의료진들은 팽목항으로 이 동해 구급차를 대기시켰던 반면 전라남도 의료진은 진도군 보건소로 이동하라고 지시했 다가 팽목항으로 목적지를 변경했으며, 광주권역응급의료센터에 해당하는 전남대병원 재난의료지원팀은 구조된 190명을 태운 배가 목포항으로 이동 중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접수하고 목포항으로 출발했다가 뒤늦게 생존자들이 팽목항으로 간다는 사실을 확인하 고 팽목항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부상자 분류를 맡은 현장 의료진은 부상자의 규모를 예측하거나 파악할 수 없었기에 최 대한 자원을 아껴서 배분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발가락 골절이나 화상 환자 등 생명이 위 급하지 않은 이들은 버스에 태워 이동시켰다. 다수의 부상자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 들은 시간적으로 한꺼번에 몰리지 않고 분산 배치됐으며 병원 직원들의 비상대응으로 환 자 적체 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송된 병원에서 외부인 출입통제 등 보호 조치는 없었으며 진도군보건소에서 병원으로 행정직원을 보냈으나 명확한 업무지시도, 재난대응 경험도 없어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웠다. 한편 해상사고에서는 피해자에게 겉으로 드러나는 부상이 없더라도 저체온증 등의 위험 이 있으며, 특히 충격과 긴장으로 인해 자신의 신체 상태를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으므 로 세심한 관찰이 필요했지만 그러지 못해 귀가 이후 갈비뼈 골절 사실을 알게 되는 등 뒤 늦게 부상을 알아차린 사례도 있었다.

194 제 3 장 세월호참사
문제와 개선
피해지원의

팽목항에 설치된 현장응급의료소는 4월 18일 3개 동으로 늘어났고, 실내체육관에도 의

료진이 상주하며 의료지원을 시작했다. 이후 4월 20일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의 총괄

하에 현장 의료체계가 운영됐으며 팽목항과 실내체육관 두 곳에 설치된 의료소는 전국에 서 의료진의 자발적 참여로 수색 종료 시점까지 유지됐다. 실내체육관은 군의관, 경찰병 원, 목포의료원 등 의사 6명, 간호사 14명, 기타 11명 등 31명의 의료진이 투입됐고, 체육관 외부에 서울대병원 진료소가 설치돼 의료진 28명으로 운영됐다. 팽목항은 참사 초기 의 료진 13명에서 4월 20일 기준으로 의사 9명, 간호사 9명, 기타 14명 등 32명이 증원돼 의료 소가 운영됐다. 진도실내체육관이나 팽목항의 의료지원에 대해 피해자들의 불만은 크지 않았다. 실제 의 료지원을 받은 피해자들은 현장에 상주한 의료진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러나 피해 자 다수는 가족을 찾을 때까지 자신의 신체적 고통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어 진료 를 받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뇌종양이 발견됐으나 치료를 거부해 심리 지원단 가족전담팀이 설득하고 병원까지 동행해 진료를 받게 된 사례도 있었다. 또 한 가 족은 거의 매일 바지선에 나가면서 달팽이관에 문제가 생겨 육지 멀미를 했으나 현장에서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한편 현장응급의료소가 있었으나 의료지원을 알지 못했다거나 스스로 약을 사다 먹어야 했다는 진술도 있다.

나) 재난심리지원체계와 심리적 응급처치

의 긴급구호반장이 조정 및 총괄하며 중대본이 설치되는 경우 긴급구호계획 지휘권은 긴 급구조통제단에서 중대본으로 이양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참사 직후 현장에서는 보건복

지부(국립정신병원·정신건강복지센터), 교육부(학생정신건강센터), 여성가족부(청소년상담복지센터·건강가정지원센

제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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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참사 당시 재난 심리지원은 소방방재청을 중심으로 법적 근거·실행 체계·매뉴얼이 갖춰 져 있었다.300) 소방방재청의 국가긴급구조대응계획에 따르면 재난심리지원은 소방방재청
터), 경찰청(피해자심리전문요원), 법무부(스마일센터) 등 각 부처가 개별 법령에 의해 심리지원 업무 300)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이후 지속적으로 재난 참사 경험자에 대한 심리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소방방 재청은 2007년 재난심리지원 정보시스템을 구축하였고, 2008년 재난심리지원 사업 기본계획을 시·도에 시달하였다. 2010년 「재난안전법」 [2010.6.8. 시행] [법률 제10347호, 2010.6.8., 일부개정] 에 심리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 었고, 같은 법 시행령으로 상담 활동 지원절차를 규정하였다. 이는 재난으로 인한 물적 피해와 신체적 피해 외에 의욕 상실, 사회생활 기피, 가족 해체 등 사회·심리적 피해를 인정하는 것으로, 기존 재난관리 영역을 확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를 수행했고 민간 차원에서 각종 학회나 개인병원 등의 자원봉사 인력도 있었다. 부처 간 중복되는 업무를 조율하기 위해 4월 17일 관계기관 실무자 회의를 한 뒤 합동체계를 갖추 려고 했으나 소방방재청은 신속하게 업무 총괄을 하지 않았다. 당시 보건복지부가 심리지 원 업무를 총괄하려 했지만, 소방방재청이 중앙재난심리지원단을 그대로 유지하고, 교육 부가 단원고를 전담하는 등 지휘권이 명확하지 않은 조직이 다수 운영됐기에 조정이 어려 웠다. 각 부처는 심리지원 부스를 따로 운영하고 개별적으로 피해자를 찾아가 만나는 등 초기 지원은 통합적이지 못했다. 한편 참사 직후 재난심리지원센터는 구조된 생존자에 대한 심리적 응급처치301)의 필요성 을 간과했다. 전남재난심리지원센터가 진도실내체육관에 부스를 설치한 것은 4월 17일 새벽 2시경으로 이미 생존자 대다수가 귀가한 후였다. 당시 소방방재청의 「재난심리지원 매뉴얼」(2014)에도 재난 직후 재난경험자의 심리적 안정을 지원하도록 돼 있었지만, 실질적 인 실행방안이나 협업체계 내용은 없었다. 심리적 응급처치는 긴급구호활동에서 이뤄져 야 하는 것으로 진도실내체육관에 모여 있던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에게 피해자의 심리 상태와 적합한 지원 행동 등을 설명하고 적절히 역할을 배분했다면 생존자들과 가족들에 게 심리적 응급처치가 충분히 가능했을 것으로 보이나 현장에서 이를 지휘하거나 자문해 야 할 체계는 없었다. 당시 현장에서 가족을 찾지 못해 혼란스러워하는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시행할 수 있는 심리지원은 한정돼 있었다. 또 현장 실무자들은 대부분 정신건강 전문요원으로 일반적인 심리지원 서비스를 제공한 경험은 있으나 재난심리지원의 경험은 많지 않았다. 4월 말까 지 진도 현장에 참여한 단체나 기관은 현장의 돌발 사건이나 요구에 맞춰 소극적으로 심 리지원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2014년 5월 말로 접어들면서 진도

196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현장에 잔류하는 실종자 가족은 점점 줄어들었다. 심리 지원 인력이 수시로 바뀌어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월 1일 전라남도 관내 인력으로 구성된 진도심리지원단이 활동을 시작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 301) 심리적 응급처치는 사고 직후 충격에 빠진 피해자의 안정, 관찰과 기본 요구 파악, 정보제공과 가족 및 친구 연결 등의 활동 으로 정신건강이나 상담심리적인 것보다 인도주의적인 피해자 보호에 초점을 두고 있다.

문의가 현장에 상주하면서 매일 가족들을 순회하며 개별 정신건강 지원을 시행했고, 민 간 잠수사에 대해서도 증상 평가 및 진단, 육지에서의 상담 및 휴식, 집단 프로그램 등을 시행했다.

4) 참사 당일 단원고 내 상황과 교육기관의 조치 세월호에 학생 325명, 인솔교사 14명이 탔던 단원고 역시 또 하나의 재난현장이었다. 경기 도 안산시 단원고는 참사 당일 오전 9시 7분경 수학여행의 인솔책임자인 교감으로부터 전화를 받아 세월호의 상황을 알게 됐고, 9시 42분경 안산교육지원청에 상황을 보고했다. 학부모들의 문의가 계속되자 단원고는 9시 50분경 보호자들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로 상황을 알렸다. 단원고 교장·교직원·학교운영위원장 등이 4층 강당에서 보호자에게 상황 설명을 하고 제각각 관련 정보를 알아보던 도중 전원 구조된 것 같다는 취지의 내용이 전달됐다. 단원 고 관계자는 학교 내에 있던 경찰관 무전기 소리나 언론 보도 등을 토대로 11시 6분과 11 시 8분 두 차례 전원 구조 메시지를 보호자들에게 보냈다. 이후 언론매체들은 11시 26분 까지 전원 구조 취지의 보도를 했으나 11시 19분경부터 ‘아직 많은 학생들이 구조되지 않 았다’는 내용이 다른 언론매체에 나오면서 보호자들의 혼란과 분노가 가중됐다. 학교에 있던 보호자들은 사고(진도) 현장으로 가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고 단원고는 안산시 등으로 부터 차량 21대를 협조받아 보호자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단원고 교직원은 단 원고 교사들이 진도에 도착하기 전까지 생존 학생 명단을 파악해 달라고 진도교육청에 요청했는데 현장에 나갈 인력이 부족하다는 답변을 돌아왔으며 결국 진도우체국에 요청 해 집배원이 진도체육관에서 생존 학생 인원을 파악했다. 교육부는 참사 당일 오후 단원고에 학생정신건강센터 소속 전문의 등을 파견했으나 당시 이들이 어떠한 지원을 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으며 경기도교육청과 사전에 협의가 된 조

치도 아니었다. 한편 사고 수습을 지원하기 위해 경기도교육청에서 현장대응팀 3명을 단 원고에 보냈고 이들이 맡은 업무는 상황일지 작성, 언론대응 요령, 비상대책반 조직 지원, 학부모 안내, 생존자 파악 등이었다.

제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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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당일 교육부의 요청으로 진도교육지원청이 지역 내 학교를 구조 학생 수용시설로 지정했 는데 중대본이나 중수본 등과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실제 운영도 되지 않았다. 10시 30분경 교육부의 상황 파악 요청으로 전남교육청 부교육감, 목포해양대학교 사무국

장이 현장에 도착했고 교육부 현장대응팀은 10시 55분경 진도로 출발했다. 또 교육부는 진도교육지원청에 학부모 숙식 등 편의 제공 준비를 지시하고 타 부처와 상황공유 등을 위해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 1명, 유가족 이동지원 및 상황보고 등을 위해 팽목항에 3명 을 파견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 사고수습대책반 50명은 당일 오후 3시 30분경 현장에 도착했고 진도

실내체육관에 18명, 병원 2개소에 12명, 팽목항에 20명을 배치했다. 안산교육지원청 교육장 외 5명은 오후 4시 15분경 진도실내체육관에 도착했고 단원고 교장 등은 오후 3시 30분 경 진도체육관에 도착했으며 교사 19명이 보호자들과 함께 오후 5시경 진도체육관에 도

착하기 시작하면서 안산으로 이동 방법을 안내하거나 생존학생과 보호자 간 통화를 도 와줬던 것으로 보인다.

5) 민간 지원인력 및 구호물품 관리 가) 바지선에서의 민간 잠수사 건강관리 세월호에서 승선자 다수가 탈출하지 못한 채 세월호가 침몰하자 해양경찰청 목포해양 경찰서는 참사 다음 날인 4월 17일 구난업체인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UMI:Undine Marine industries, 이하 ㈜언딘)에 「수난구호법」 [2013.3.23. 시행] [법률 제11690호, 2013.3.23., 타법개 정]302) 제16조1항 따른 구난 명령과 제29조1항 따른 수난 구호 명령을 했고, ㈜언딘은 민 간 잠수사를 모집해 수중수색을 시행했다. 수중수색 활동이 이뤄졌던 바지선에서의 의료지원은 수색 종료 시까지 약 7개월가량 진 행되었는데 수색구역의 수심이 깊어지고 잠수사들의 피로가 누적되면서 크고 작은 사고 가 잇달았다. 해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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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경찰 소속 잠수사들은 구조작업 투입 후 각 함정의 의료진에게 건강상태를 점검받고 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바지선에서 계속 생활하는 민간 잠수사 302) 「수난구호법」은 세월호참사 이후 2016년 「수상에서의 수색·구조 등에 관한 법률] [2016.1
시행] [법률 제13440호, 2015.7.24., 일부개정]으로 법률명이 바뀌었다.
25.

들은 긴급 상황이 발생하거나 피로 누적 등 건강이 나빠져도 즉각적인 의료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5월 3일 해양경찰은 바지선에 의료진이 방문해 민간 잠수사들

의 건강상태를 주기적으로 관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 다음 날 해양경찰과 보건복지부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문의를 바지선에 파견해 잠수사의 상태를 진단하고 잠수 여부를 자문하도록 협의했다. 해상수색구조 현장에 의료진 투입이 지연되고 있던 상황에서 5월 6일 민간 잠수사가 입 수 중 의식불명으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바지선에 응급의 료진이 투입됐으나 그 뒤에도 실질적인 의료지원이 이뤄지지 못했고 잠수사의 건강검진 을 시행하려 했으나 잠수사들이 이에 응하지 않았다. 민간 잠수사들은 해군의 잠수 규정 을 지키면 작업 속도가 늦어질 뿐만 아니라 경험 많은 대체 인력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 이라고 생각하고 무리한 잠수를 이어갔다. “우리가 혈압 안 잰다고 했다. 감압 제대로 못 하고 올라오는데 혈압 높은 게 당연하고 해군 처럼 혈압 높아서 잠수 못 하면 누가 들어가나.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몸 상하는 거 알아도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내가 아프다고 못 들어가면 다음 순번이 쉴 수가 없다.”

“잠수병은 무조건 누적인데 잠수를 많이 할수록 축적된다. 통증들이 다 있어도 내가 안 하면 다른 잠수사가 더 해야 되기 때문에 아파도 참고 무리했던 것이다.” 바지선 의료지원을 위한 의약품 공급도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의료기관에 필요 물품을 조달한 후 팽목항 현장응급의료소에 배송하고 바지선에 전달하는 과정은 짧게는 2~3일, 길게는 일주일까지 소요되었기 때문이다. 또 구매를 요청한 의료진과 수령한 의료 진이 다르거나 중간에 의약품이 분실되기도 했고, 의약품 공급을 담당하는 병원에서 취 급하지 않는 약품을 신청하거나 잠수에 맞지 않는 약품을 신청하는 등 혼선이 있었으며, 의사소통 과정에서의 이해 부족으로 민간 잠수사와 응급의료진 사이에 갈등을 빚기도 했다.

제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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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나) 자원봉사 인력 관리

참사 당일,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자들과 자원봉사단체들이 진도군으로 모여들었고 전

라남도자원봉사센터와 진도군자원봉사센터는 현장자원봉사센터를 설치했다. 해당 센터 는 4월 16일부터 11월 20일까지 219일 동안 운영했으며, 이 기간에 7,060개의 단체와 5만 612명의 자원봉사자가 진도 현장에서 활동했다. 자원봉사활동 중 참여 단체와 인원이 가장 많았던 것은 급식 봉사활동이었다. 당시 현장 은 자체 자원으로 운영할 수 있는 봉사단체들이 들어와 현장 급식 수급이 가능했다. 그러 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많은 수의 급식 봉사단체들이 몰리면서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봉

사활동이 필요할 정도가 됐고, 이 중에서는 자체 자원이 없어 구호물품으로 배분된 식재 료에 의존해 활동하는 단체들도 적잖게 있었다. 단체들은 봉사 실적을 위해 철수 결정을 내리지 않아 중복된 임무 수행 과정에서 자리다툼이나 경쟁 등의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 여 현장의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구호 현장에서는 실종자 가족지원을 명분으로 관계 공무원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일삼거나 수요보다 과도한 식재료를 받아가거나 분배받은 식재료를 개인 차량에 싣고 가는 등 봉사단체와 개인 봉사자들만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일들이 발생했다. 또한 실종 자 가족식당을 책임지고 운영하기로 한 단체가 운영이 어렵다며 돌연 현장에서 철수한 일도 있었다. 수습이 장기화되면서 실종자 가족 전용 식당의 운영과 자원봉사자 급식을 위한 예산이 부족해졌지만 2014년 7월부터 두 달여간 예산 지원 결정이 이뤄지지 않아 현장의 자원봉사단체들은 지역시민단체의 후원이나 식재료 외상 구입으로 급식을 해결 해야 했다. 다) 구호물품 관리 참사 당일 많은 수의 승선자들이 구조되지 못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실내체육관으로 수많은 구호물품이 접수되었다. 4월 16일부터 30일까지 접수된 물품은 약 69만 4,913점 이며, 장부에 기록되지 않은 물품까지 고려하면 하루 평균 4만 6,000여 점 이상의 물품 이 접수됐다. 구호물품이 점점 늘어나면서 물품 보관 장소는 실내체육관에서 향토문화회 관·무형문화재 전수관으로 점차 확대됐다. 쏟아지는 구호물품을 관리하는 데 진도군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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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와 개선
피해지원의

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중대본은 구호물품 접수안내 전화를 잘못 공지해 혼선을 초래하기 도 했다. 접수된 구호물품 중에서는 피해자에게 실제 도움이 되지 못하는 물품이 많았다. 학생들 이 쓴 편지가 동봉된 소량의 여러 종류 물품들이 들어 있는 택배가 많았고, 헌 옷 등 피해 자에게 마음의 상처가 될 수 있는 물품도 있었다. 의약품은 약의 종류나 유효기간 등이 명시되지 않은 채 와서 즉각적인 활용이 어려웠다. 품목 분류를 위해 진도군은 직원 외에 군부대 장병 150여 명과 자원봉사자들을 동원했지만 이러한 작업에 너무 많은 인력과 시 간이 소요돼 현장 관리에 상당한 혼란이 초래됐다. 라면과 물티슈 등 포화 상태인 물품은 계속 쌓여 갔지만 정작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물품 은 부족해서 진도군과 자원봉사단체들은 자체적으로 필요 물품을 조달해야 했다. 한편 피해자들이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에 나뉘어 있었는데 각 거점의 구호물품 제공이 원활치 않았다. 팽목항은 해안가였기 때문에 바람막이 의류나 침낭 같은 물품이 필요했지만 지급 되지 않아 자원봉사자들이 건의하기도 했다. 구호물품 지급 과정에서 물품 수량이 부족 해지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참사 초기에 구호물품은 실내체육관을 먼저 거친 후 팽 목항에 도착했는데 이 과정에서 팽목항에 물품이 턱없이 부족한 수량으로 배분되거나 아 예 배분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실종자 가족 배분 물품인 옷이나 신발을 기자나 일반 인이 가져가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을 알게 된 가족들이 문제를 제기했고 이후 배분 경로 는 향토문화회관에서 접수된 물품을 차량에 싣고 동시에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으로 출발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민간 잠수사들에게 구호물품을 배분하는 방식은 팽목항에서 정기 출항하는 해양경찰선 이 여러 민간선박과 구조본부 지휘함을 거쳐 언딘 바지선으로 도착하는 경로였다. 부식 과 물품을 가득 실은 채 출발해도 바지선에 가는 물품은 부족했다. 5월 중순 실종자 가족 대표가 이러한 문제를 제기한 뒤 바지선에 물품을 먼저 배분한 이후에 기타 어선이나 지 휘함으로 이동하는 경로로 변경됐다. 한편 현장에서는 대형탑차를 취재 차량이라고 속이고 구호물품을 싣고 옮기려다 발각된

제3장

201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사건, 구호물품 창고 봉사자가 현장 무료택배 서비스로 구호물품을 편취한 사건, 실종자 가족이라고 사칭해 구호물품을 편취한 사건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5월 30일 자원봉

사자들끼리 협의해 구호물품 창고 내부규칙을 마련하고, 진도경찰서에서 이동파출소를

설치하고 순찰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가 뒤따랐다.

현장수습이 종료된 후 2015년 2월에 진도군은 남은 구호물품을 각 읍면과 주민복지과에 배부했다. 방대한 양의 구호물품 잔량을 처리해야 했는데 인건비를 마련할 수 없었고 진 도군이 특별교부세를 신청했으나 지원근거가 없다며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진도군은 구 호물품 분류 때와 마찬가지로 군부대의 지원을 받아 잔량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6) 정부의 현장수습 체계 가) 재난 현장수습 관련 규정 세월호참사는 대규모 해양 선박사고로서 해양경찰청이 긴급구조를 맡고 해양수산부가

재난관리를 주관하는 사회재난이었다. 2014년 2월 7일 개정한 「재난안전법」 [2014.2.7. 시행]

[법률 제11994호, 2013.8.6., 일부개정] 에는 재난 유형별 재난관리주관기관이 중수본을

설치·운영하도록 했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규모 재난에서 중대본의 본부장(안전행정부 장관)이 중수본부장을 지휘할 수 있도록 해 안전행정부 중심으로 국가 재난관리 컨트롤 기 능을 강화하려 했다. 시·군·구 대책본부의 장이 재난현장 통합지휘소를 설치·운영함으 로써 재난현장의 지휘체계 혼선을 방지하고 효율적인 수습이 이뤄지도록 했고, 중수본부 장과 중대본부장이 수습에 필요한 범위에서 시·군·구 대책본부의 장을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그림 3-3>은 중대본 중심의 총괄지휘체계도다. 세월호참사와 같이 해양에서 발생한 재난 은 중앙긴급구조통제단(소방방재청)이 아닌 중앙구조본부(해양경찰청)가 「수난구조법」에 따라 긴급구조 활동을 지휘 및 통제한다.

202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상황실 간 연계를 강화하는 등의 규정도 신설됐다. 그러나 중대본과 중수본의 법적 임무가 중첩돼 책임회피와

203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참사 당시 「재난안전법」에 앞서 2013년 「정부조직법」 [2013.12.24. 시행] [법률 제12114호, 2013.12.24., 일부개정] 개정으로 국가안보실이 신설되고 행정안전부가 안전행정부로 개편 됐으며 중앙재난안전상황실과 기관별
업무 공백의 여지가 있고 임무 가 포괄적이고 모호하게 규정된 한계가 있다. 대규모 재난 발생 시 위기관리기구의 권한과 임무는 <표 3-3>과 같다. 그림 3-3 세월호참사 당시 안전행정부 홈페이지 게시 자료 본부장 : 주무부처 장관 중앙사고수습본부 구성 재난사태 선포 중대본 상황실 상 황 판 단 회 의 재 난 발 생 · 징 후 특별재난지역 선포 현장상황관리관 파견 중앙수습지원단 중앙합동재난조사단 본부장 : 시·도지사 시 도재난안전대책본부 구성 본부장 : 시장·군수·구청장 시 군·구재난안전대책본부 구성 소장 : 부단체장
수습 총괄 지휘 지휘 ➡ ➡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중심의 국가 재난대응체계> 단장
지역긴급구조통제단 본부장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국무총리 중앙안전관리위원회 국가안보실 대통령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3장
재난현장 통합지휘소 단장 : 소방방재청장 중앙긴급구조통제단 지휘 초기대응 지역대책본부 지휘 해당재단
: 소방서장
: 안전행정부장관
구성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표 3-3 국가 위기관리기구의 권한과 임무

위기관리기구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

중앙안전관리위원회 (국무조정실)

중대본 (안전행정부장관)

권한과 임무 근거

· 분야별 위기징후 목록 종합 관리·운영

· 분야별 위기정보·상황 종합 및 관리

· 국가위기평가회의 운영

· 재난관리에 관한 중요정책의 심의·조정

·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 및 집행계획의 심의

· 중앙행정기관 간 재난·안전관리업무 협의·조정

· 재난사태 및 특별재난지역선포 등 건의사항 심의

· 대규모재난에 대한 예방, 대비, 대응, 복구 활동에 관한 사항 총괄 조정

· 대규모재난의 효율적 대응을 위한 실무반 편성

·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에게 행정상 및 재정상의 조치, 소속 직원의 파견, 지원 요청

· 재난 수습에 필요한 범위에서 수습본부장 및 시·군·구대책본부의 장 지휘

· 재난사태 및 특별재난지역 선포 검토 및 건의

· 재난 현장 대응활동 종합 및 조정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제318호(2013.8.30.)

재난안전법 (2013.8.6. 개정)

· 재난정보의 수집·전파, 상황관리

· 중앙수습지원단 구성 및 필요 시 현장 파견 등 중수본 (해양수산부장관)

· 재난발생 시 초동조치 및 지휘를 위한 수습본부상황실 설치·운영

·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에게 행정상 및 재정상의 조치, 소속 직원의 파견, 지원 요청

· 재난 수습에 필요한 범위에서 시·군·구대책본부의 장 지휘

· (필요 시) 중앙수습지원단 구성·운영할 것을 중대본부장에게 요청

· 선박재난 수습에 관한 업무 총괄·조정

· 관할지역내 재난·대응·복구에 관한 사항 총괄, 지휘(지역 안전관리기본 계획 수립 등)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 (시·도, 시·군·구)

· 재난현장지휘본부 설치 및 대응활동 총괄 지휘

· 인명 구조 및 사고 수습 등 지원

· 대피명령 등 주민 보호조치 이행

· 해상 긴급구조 활동의 총괄·조정 및 지휘·통제

중앙구조본부 (해양경찰청장)

· 긴급구조 지원기관 간 역할분담 및 긴급구조를 위한 현장 활동계획 수립

· 사상자의 응급처치 및 의료기관 이송에 관해 수난구호협력기관과 협의

· 수난구호에 필요한 범위에서 사람 또는 단체에 대한 수난구호종사명령

수난구호법 (2013.3.23. 개정) 세월호참사 당시 중대본과 중수본, 중앙구조본부는

실무

204 제 3 장
조직 편성기준과 실무반별 임무 등 의 운영규정이 없었다. 또 해양수산부는 「해양사고
위기관리
(선박)
표준매뉴얼」(2013) 작성 후 해양경찰청과 보건복지부, 경찰청 등이 작성하는 「해양선박사고 위기대응 실무매뉴얼」 (2013)과 관련된 매뉴얼의 연계성을 관리했어야 하나,
매뉴얼 작성에 그쳐 중앙구조 본부인 해양경찰청조차 관련 매뉴얼 작성에 착수하지 못했다. 참사 발생 후 중대본과 중 수본, 중앙구조본부는 기관 간 상호협력체계와 조치사항에 대한 표준지침 없이 기구별 구성 및 운영규정도 없는 상태로 현장수습에 임해야 했다.

나) 세월호참사 당시 수습기구 운영 및 협업

(1) 위기관리기구 가동과 현장지휘 사항

(가) 중앙구조본부(해양경찰청)

4월 16일 119상황실에 사건 발생 첫 신고가 접수된 이후, 목포해양경찰서가 상황보고 1보

(09:05)를 관계기관에 전파했고 9시 10분 중앙구조본부와 광역구조본부가 구성됐다.

4월 16일 국가안보실과 해양경찰청 간 녹취록에 따르면 중앙구조본부가 300여 명의 승객 이 선내에서 탈출하지 못한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시점은 오후 2시 36분경이다. 당시 「수난구조법」에 따르면 중앙구조본부장은 생존자의 구조를 위해 필요한 경우 수중수색 을 통한 구조활동을 시행할 수 있고, 수난 구호를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사람 또는 단체를 수난 구호 업무에 종사하게 하거나 선박 등 그 밖의 물건 등을 일시적으로 사용할 권한이 있다. 그러나 해양경찰청 차장과 수색구조과장, 경감은 수중수색을 위한 종사 명령을 내 려야 할 시기에 ㈜청해진해운이 구난업체 ㈜언딘과 구난 계약을 하도록 종용하고 현장에 도착한 타 업체 장비의 현장 투입을 통제했다.

4월 17일 해양경찰청 차장은 중앙구조본부장의 지시로 실내체육관으로 근무지를 옮겼고, 이후 실종자 가족들의 현장지휘부 격상 요구에 따라 서해청장을 대신해 팽목항 현장 책임 자로 회의를 주재하거나 수색구조 브리핑을 했다. 중앙구조본부는 지휘부 의전과 보고에 주력했고 해양수산부 장관이 3009함에 도착해서 ENG카메라로 지켜보는 상황에서 서해청 상황실은 잠수 인력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었는데도 보여주기식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303) 303) “현재 해양수산부 장관님 상황실 임장. 바로 입수 바람. 조명탄 발사 바람(서해청 상황실, 00:36)”이라는 지시가 내려졌고, 잠수하기 위험한 상황이라는 점이 보고되었음에도 “액션이라도 하기 바람. 들어가는 척이라도 하기 바람. 청장님 지시사 항임” 등의 지시가 재차 반복되었다.

제3장

205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당시 현장에서는 수중 작업에 대한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의견이 계속 제기됐다. 당시 기무사 610부대가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보고한 바에 따르면 해경과 해군 간 작전통제권 을 두고 정보 교류 및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수색구조를 위한 가용 자원이 있음에도 활용되지 않았다.304)

해양경찰청은 4월 18일이 돼서야 광역구조본부를 중앙구조본부로 격상한 중앙구조본부

운영 수정 계획을 수립했다. 해양경찰청·서해청·목포해양경찰서 외 기타지역 해경을 반 원으로 포함한 실무반을 편성했지만, 사상자 및 가족지원을 위한 업무가 명시적으로 부 여된 대응반은 없었다. 대신 생존자 등을 조사하는 조사수사팀, 희생자 신원확인을 담당 하는 시신처리팀, 부정보도에 대한 대응방안 강구 및 필요 조치 등을 담당하는 언론대응 팀이 수사반의 기능으로 편제됐다. 또 당초 대응반에 편성되지 않은 정보관 현장활동 대 책반이 별도 구성됐다. 대책반의 총괄책임자는 서해청 정보수사과장이며 83명 반원의 주 요 임무는 피해자와 관계기관의 동향 파악이었다. 이외에도 지휘부 의전팀 및 현장대응반 을 구성했는데, 지휘부 의전팀에 5명, 현장대응반은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 각각 7명을 배치했다. (나) 중수본(해양수산부) 해양수산부는 참사 당일 오전 9시 40분에 「해양사고(선박) 위기관리 매뉴얼」(2013) 실무 반 편제에 따라 중수본을 구성한 뒤 10시 6분에 상황보고 1보를 전파했고 상황보고 3보 (11:20)에 “11:00 현재 인명 피해 없음”으로 기재해 국방부 상황실·소방방재청 상황실을 포 함한 16개 기관에 전파했다. 이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해양수산부 관계 국장들은 해 운물류국장의 방에 모여 세월호 사고 관련 대책회의를 했고, 이때 중수본 특별운영팀으 로 실무반을 재편성하고 반별 임무를 부여했는데 해양정책실장이 현장팀장을

206 제 3 장 세월호참사
문제와 개선
피해지원의
맡고 총괄 팀과 지원팀의 각 반원은 세종시 본부 상황실과 각 부서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내용 이었다. 304) 기무사 601부대의 보고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4월 17일, 해군이 수중 탐색작전을 위한 준비를 갖추고 대기하였으나 해 경이 요청하지 않아 작전에 투입하지 못했고 ② 정조시간조차 공유하지 않아 기관 간 10~50분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으며 ③ 4월 18일, 해경이 공기주입할 수 있는 구난선이 없어 민간 장비를 투입하였는데, 군에는 가능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아 구난선 2척이 있었음에도 활용하지 못함.”

참사 당일 해양수산부 장관은 사고 소식을 접한 후, 서울정부청사에서 인천 해양경찰청

으로 향했다. 이후 헬기를 타고 3009함으로 이동해 해양경찰청장이 주재하는 수색작전

회의에 참석했다. 이후 중수본부장은 오후 5시 50분에 진도해상교통관제센터 방문, 6시 30분에 국회의원 황우여 일행과 진도군 수협을 방문, 7시 15분에 실내체육관으로 이동해 밤 9시에 새누리당 의원들과 피해자 임시대표 간담회 진행, 10시 20분에 국무총리가 주재 한 대책본부 회의(서해청)에 참석했다. 이후 실내체육관으로 돌아온 뒤 다음 날인 4월 17일 새벽 2시 경기도지사와 피해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4시 30분에 수난현장으로 향하는 헬 기에 탑승해 해양경찰청 청장과 현장 수색구조 활동을 지휘했다. 그러나 중수본부장은 수난현장의 상황 파악과 실질적 조치를 하지 못했다. 오히려 구조 임무 수행에 사용돼야 할 헬기를 타고 현장을 방문했으며 해경청장에 대한 지시도 최선 을 다하라는 추상적 수준에 불과했다. 국무총리가 해양경찰청과 해양수산부에 구조 임 무를 맡겼지만, 실종자 수색을 위한 현실적인 상황 판단과 지시도 없었다. 시간이 흘러 추 가 생존자는 없고 희생자만 수습되면서 현장이 통제 불가능해지자 중수본부장은 실종자 가족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기무사 610부대는 “(해양수산부 장관이) 실종자 가족과 마찰을 피하기 위해 체육관과 팽목항 방문은 자제”하고 있다고 상부에 보고했다. 당시 실 종자 가족들은 현장에 권한을 가진 책임자가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책임자의 지위 격상 과 교체를 거듭 요구했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고, 이는 실종자 가족들의 항의 행동으로 이어졌다. (다) 중대본(안전행정부)

세월호참사 당일 안전행정부 장관은 경찰교육원 졸업식 참석차 이동 중 여객선 침몰 소 식을 보고받고(09:38경), 중대본 가동을 구두로 지시했다(09:45). 중대본부장은 중대본 가동 즉시 사고 및 대응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유관기관과 역할 분담 및 협조체계 구축, 인 력·물자 등의 지원, 일원화된 공보체계 마련 등 재난대응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안전행정부 장관은 중대본 상황실로 복귀하지 않고 당초 계획대로 졸업식에 참석했다(10:00~10:37) 당시 중대본 상황실을 지휘하는 차장(안전행정부 2차관)에게 내려진 지시는 관계 부처와 협조,

제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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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현장 상황 파악 등 원론적인 내용이었다. 장관은 졸업식 후에도 중대본 상황실로 바로 복

귀하지 않았고, 서해청(목포)을 방문해 브리핑을 받았다(13:13~13:20). 이후 사고현장을 경유

해(13:45~13:50)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14:45~15:04)을 방문한 다음 오후 5시 40분이 돼서 야 중대본 상황실로 복귀했다. 참사 당일 중대본이 청와대와 총리실 등에 보고한 내용은 “09:00 전남 진도 관매도 인근 해상, 인천-제주간 여객선(500여 명 탑승) 침몰 신고(언론 속보)” 문자메시지 1건뿐이다. 중대본은 정부 공식브리핑의 주체와 방식, 내용 등에 대해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와 중앙구조본 부, 중수본 등과 사전 협의도 없이 10시 40분부터 피해 및 구조상황 등을 독자적으로 발 표했다. 11시 4분경 보도된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오보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 아 해당 뉴스를 접한 경기도교육청에서 학생 전원 구조 문자메시지를 두 차례나 발송했 고 언론사가 이를 재차 보도해 오보가 확대됐다. 중대본 상황총괄반의 임무는 재난 상황의 관리·총괄·조정이지만 정보수집·전파 및 상 황보고서 작성을 수행해야 할 담당자가 정해져 있지 않아 실무자 6~7명이 돌아가며 보고 서를 작성했으며, 사고 발생 후 10시간이 지나서야 중대본부장의 지시로 사고 수습을 위 한 기관별 역할에 대한 공문을 시행했다. 참사 당일 중대본부장은 현장에서 대통령 비서실장(14:24)과 국무조정실장 및 국무총리 (15:42)에게 유선 통화로 현지 상황을 전하고, 오후 5시 40분에 중대본 지휘 라인 전체에 다 음날 열기로 한 제1차 중대본 회의 개최 준비를 지시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중대본 상황실 을 방문한 이후 중대본부장이 대통령 비서실장과 유선 통화를 한 뒤 4월 17일에는 중대 본 회의가 아닌 관계 부처 차관회의가 열렸다. 4월 16일 중대본은 사고 수습을 지원하기 위해 현장 상황 관리관을 현장에

208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파견했지만 관계기관 담당자들의 소집이나 임무 부여는 없었다. 진도실내체육관 내의 혼란한 상황을 지휘해 달라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요구에 안전행정부 담당자는 ‘해상사고는 해양수 산부가 주관’이라는 책임 회피성 답변만 했다.

(라)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세월호 침몰사고가 최초 접수된 8시 52분경부터 선체가 전복되기까지 100여 분의 시간은 상 황의 심각성·시급성·확대 가능성·전개 속도 등을 볼 때 ‘심각’ 단계의 위기경보가 발령돼야 했다. 4월 16일 9시 30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은 해경으로부터 상황보고를 받고 청와대 에 전파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10시 36분경부터 밤 10시 9분경까지 제1부속비서관에게 총 11회에 걸쳐 ‘4.16. 여객선 침몰사고 상황보고서’를 이메일로 발송했고, 해당 보고서는 오후 및 저녁 시간에 각 1회씩 수신된 보고서를 일괄 출력하는 방식으로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기준으로 접수하겠다는 내부 입장만 정했을 뿐 언론브리핑이나 대외 홍보활동 공식창구를 통해 초기 대응의 혼선이 없도록 조치하지 않았다. 오히려 현장 구조 세력에게 2~3분마다 전화해 영상 송출과 구조 인원수를 보고하 305) KCG메신저(Korea Coast Guard Messenger). 해경의 업무용 메신저로서 동시 접속해 있는 사람 간 실시간 지시와 보고, 질의와 답변이 가능하다.

제3장

209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4월 16일 오후 5시 사회안전비서관실이 작성한 ‘4.16. 여객선 침몰사고 상황(8보)’을 보면 해 경청장이 3009함에서 주재한 첫 회의 결과보다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선체의 상태에 따른 예인 가능성 여부, 잠수사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 등은 해양수산부를 비롯해 각 부처에서 현장으로 파견 온 관계 공무원과 실종자 가족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 었다. 이후에도 사회안전비서관실 행정관(해경 파견근무자)은 KCG 메신저305)에 접속해 대통령 지시사항(공기 주입 등)의 추진 여부와 현장 상황을 수시로 파악해 보고했다. 대통령비서실은 평소 일주일에 세 번씩 정기적으로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를 개최해 왔으나 참사 직후부터는 매일 개최해 사고 수습 및 후속 조치 등을 논의했다. 국가안보실은 참사 당일 해경본청 상황실과 오전 9시 20분부터 오후 7시 51분까지 유선 통화로 상황을 파악했다. 해당 녹취록을 보면, 중대본이 구조자 숫자를 잘못 발표해 정정 했던 시점(16:30)에 앞서 국가안보실은 해경으로부터 구조 인원 착오 가능성을 보고받았고 (13:42), 뒤이어 오후 2시 36분 “지금 현재 정확하게 카운트된 게 166(명)에 사망자 2명 포함” 이라는 보고를 받았다. 그러나 국가안보실은 대통령 서면보고서 작성에만 급급했을 뿐 당 시 가동된 중대본·중수본·중앙구조본부 등의 정확한 상황인식과 신속한 대처를 이끄는 위기관리 전략기관으로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않았다. 당일 오후 해경 상황실과 핫라 인으로 통화하면서 구조본부의 상황보고를

라고 반복해 채근했다. 또 국가안보실은 중대본이 중복으로 집계된 구조자 숫자를 발표한

6차 브리핑보다 3시간 앞서(13:30) 구조 인원 착오 가능성을 알았으면서도 이를 바로잡는 조 치를 하지 않았다. 중수본이 그때까지도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하지 않고 인명 피해 없음이 기재된 상황보고서를 전파하도록 국가안보실은 위기정보와 상황관리를 하지 않았 다. 게다가 이런 상황은 대통령에게 실시간 전달되지도 않았다. 참사 당일 오후 5시 17분경 중대본을 방문한 대통령은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지금요?”라는 발언을 해 상황 파악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국민에게 생중계됐다.

(2) 범부처 사고대책본부 가동 후 체계 변화

(가) 범대본 구성과 현장지휘체계 일원화 참사 당일 오후 대통령비서실은 세월호 사고 수습과 사후대책을 총괄한 대책본부의 구성 을 논의했고, 4월 17일 국무총리실은 국무총리가 세월호사고대책본부의 본부장으로서

부처 간 역할분담과 조정을 진두지휘한다고 발표했다. 또 같은 날 현장대책본부로서 해양 수산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한 범부처 사고대책본부를 진도에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세월호사고대책본부는 해양수산부 장관과 안전행정부 장관이 부본부장을 맡고, 교육 부·복지부·국방부·문체부 장관 등과 해양경찰청장·소방방재청장·해군참모총장·전라

남도지사가 위원으로 이루어진 조직구성이었다. 세월호사고대책본부는 중수본의 현장대

응 기능을 보강하는 범대본과 사후대책에 대한 의결 기능을 가진 중대본을 일원화함으 로써 수색구조-현장수습-사후대책을 연계하는 지휘체계로 볼 수 있으나 실제로는 한 차 례

210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했을 뿐 가동되지 않았고 이후
범대본은 해양수산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며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장이 상황실장을 맡았다.306) 반원은 총리실·안전행정부·(필요 시) 기획재정부·복건복지부·교육부·국방부· 소방방재청·경찰청·전라남도 담당 국장이다. 피해자들의 핵심 요구는 실종자 수중수색 이었지만 수색을 담당했던 해양경찰청은 조직구성에서 제외돼 있었다. 306) 2014년 4월 17일 작성된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범부처 사고대책본부 구성 알림’ 계획에 따르면 범대본 상황실장은 해양정 책실장이나, 4월 19일 작성된 범정부 대응 체계도를 보면 해양정책실장은 현장상황팀장으로 팽목항을 거점으로 활동하 고, 세종시 본부 상황실을 총괄하던 기획조정실장이 현장에 내려와 범정부 총괄팀장(범정부 상황실장 역할)을 맡았다.
회의만
범대본만 운영됐다.

4월 19일까지 범대본 회의는 범대본부장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실시간 수난현

장 정보를 근거로 사고 수습에 필요한 판단과 결정이 이뤄지기보다 대통령 지시사항에 대 한 이행점검 위주로 논의가 이뤄졌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수난현장 작전지휘권을 해군으로 교체하는 문제를 두고 해군참모총 장의 의사를 확인하는 등 적어도 4월 22일까지 수난현장 지휘체계는 중앙구조본부장을 중심으로 일원화되지 못했다. 4월 22일 국무총리는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해양수산 부 장관 중심으로 현장지휘체계(구조와 사고수습)를 일원화했다”고 발표했다. (나) 현장대응체계 변화 및 범대본 이후 중대본의 기능 변화 4월 22일부터 범대본부장인 해양수산부 장관이 하루 2회 범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전 날 결정사항에 대한 이행점검이 이뤄졌다. 장관은 매일 서해청 현장상황실(실내체육관)을 방

문해 서해청장 등으로부터 수색구조 상황 브리핑을 듣고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간 현

안 논의 및 역할분담을 수행했다.

그러나 범대본이 설치된 진도군청과 현장 각 거점(팽목항·진도실내체육관) 간의 지휘소통체계는 세종시 본부에서 운영되던 중수본 총괄팀(2개 반)을 범정부 총괄팀(5개 반)으로 확대하고 진 도군청으로 활동거점을 옮긴 4월 27일에서야 확립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범정부 종합상 황실이 현장에서 가동됐고 각 거점(팽목항·진도체육관) 회의참석자에게 범대본 회의 결과 요약 본이 공유됐으며 실종자 가족 대상 설명회에서 수색구조 정보 외에도 관계부처 지원서비 스 안내가 이뤄졌다. 4월 29일부터 실내체육관 관계기관 대책회의 주재자가 서해청 정보수사과장에서 해양수 산부 국장으로 격상됐고, 각 거점 대응팀 회의에서 범대본 결정사항에 대한 이행점검표를

작성해 조치 여부를 확인해 나갔다. 비로소 범대본과 중수본의 현장 상황관리체계가 범 대본부장(해양수산부 장관)을 중심으로 일원화된 것이다. 그러나 범대본 회의와 각 거점 실무 대응팀 회의에 참석한 다른 부처 파견공무원에게 여전히 법적 임무 외에 새로운 임무가 주어지는 것은 원활하지 않았고, 부처 간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 빈번했다. 부처별 담당자 들이 교대될 때마다 해당 업무를 숙지하지 못해 피해자의 불만은 높았고 협업에도 차질

제3장

211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을 빚는 일이 계속됐다. 한편 범대본은 신속한 사고 수습을 위한 현장조직이므로 사후대책 수립과 시행에 대한 중수본과 중대본 간 역할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범대본 가동 후 중대본은 4월 20일 기준으로 5개 실무반에서 3개 실무팀(총괄팀·상황관리팀·수습 및 기록관리팀)으로 조직이 축소됐다. 실무팀의 임무는 중대본 회의 운영, 청와대·국무조정실 업무보고, 파견부처 추 진실적 취합, 보도·해명자료 수집, 사망자 장례식, 부상자 입·퇴원 현황 파악 등이었다. 중 대본부장은 더는 중수본부장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할 수 없었고, 4월 20일 특별재난지역 선포 후 피해수습에 대한 각 부처 소관 사항 협의도 하지 않았다. 해당 시점 중대본이 수 행한 역할은 2회 회의를 통해 사상자 지원예산을 의결하고, 정부 합동분향소 운영에 각 부처 직원의 파견을 요청하는 것 정도였다.

(3) 세월호 수습 관계차관회의 운영 후 기구 간 역할 조정 관계차관회의는 국무조정실장이 주재했다. 5월 1일 1차 회의에서는 부처별로 분절된 지원 방식을 수요자인 가족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가족당 전담팀을 구성(3인 1조), 창구 역할 을 하면서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부처별 소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를 결정했다. 각 부처의 지원서비스에 관한 결정은 안전행정부(자치행정과)가 주축인 가족지원 전담팀과 각 전담공무원, 전화민원 콜센터를 통해 피해자에게 원스톱으로 제공됐다. 각 부처 지원 서비스는 업무 담당자가 문제 발생 시 신속하고 책임 있게 대처하도록 책임 실명제로 시행 됐다. 관계차관회의는 중대본 기능이 축소돼 사후대책 총괄에 공백이 발생한 가운데 가동됐다. 5월 1일부터 6월 8일까지 10회에 걸쳐 진행됐으며, 관계부처 지원서비스 목록을 정리하고 각 부처 소관 사항 가운데 부처 간 협조가 필요한 부분을 협의해 사안별 사후대책을 하나 씩 확정했다. 이렇게 협의된 내용은 중대본 회의에서 최종 의결됐다. 당시 중대본 회의에서 는 피해 가족뿐만 아니라 수색구역 내 피해 어민, 민간 잠수사, 현장 의료지원 인력 등에 대한 지원까지 논의됐는데 이는 세월호참사로 인해 발생한 피해회복을 위한 사후대책을 수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12 제 3 장 세월호참사
문제와 개선
피해지원의

관계차관회의가 운영된 기간은 거주지로 돌아간 다수 피해자의 관심이 국회의 세월호 침 몰사고 국정조사특별위원회로 옮겨가기 시작한 시점이었으며, 관계 차관회의에서는 국정 조사에 대비한 전략을 세우기도 했다. 5월 18일에 개최된 7차 회의 주요 안건은 ‘국회긴급 현안질의와 국정조사 대비 범부처 통합대응’이었는데 범대본 구성의 배경, 재난대응 컨트 롤타워는 중수본이라는 논리, 사고 초기 대처혼선에 관한 답변지침 등 부처 간 엇박자가 나지 않고 청와대의 책임론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대응 논리를 찾고 공유하는 것이었다. 실제 국정조사에서 여당 국회의원들은 이렇게 준비된 답변을 위한 맞춤 질의를 했다. 이 런 정황으로 볼 때 정부가 국정조사 대비를 위해 관계 차관회의를 전략적으로 운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4월 23일부터 안산시와 경기도교육청이 운영하던 안산 올림픽기념체육관 임시분향 소의 장례지원단은 4월 29일부터 안산화랑유원지 정부합동분향소로 옮겨 12개 관계 부 처와 3개 지방자치단체 44명의 공무원이 합동 근무하는 형태로 조직을 확대·개편했다. 가족지원 서비스와 사후대책에 관한 전담창구로써 장례지원단(안전행정부)이 본격적으로 운 영되면서 범대본의 역할은 실종자 수중수색 지원, 현장 체류가족 지원, 언론 모니터링 및 현안대응 업무로 한정됐다. 해양수산부 장관이 범대본부장으로 현장에 상주하는 동안 중수본은 세종시 본부에서 차관이 운영해 왔다. 관계차관회의가 연일 진행되던 시기에 중수본은 ①피해 가족 생활 안정자금 지원 ②수색구역 내 피해 어민 및 구조활동 참여자 지원 ③수난 구호 및 해양오 염 방제비용 처리 지원 ④생계형 화물차량 운전자 지원 ⑤수색구조 참여 민간자원 영업 손실비용 등의 지급대상과 기준을 정리하고, 중대본 회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4) 범대본 해체와 기능 이관 세월호참사 피해자 사후대책의 창구가 장례지원단으로 옮겨지면서 관계 부처는 진도현 장의 비상근무 인력을 축소·편성했고, 해양수산부·해양경찰청·보건복지부·진도군·안

제3장

213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산시 등의 공무원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수색 장기화로 현장은 예산 및 자원 부족과 지역사회 피해확산에 따른 대책이 필요했으

나 범대본은 의사결정 권한의 한계를 드러냈고, 범대본의 요청에 중대본은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수색 장기화로 인한 불편과 지역 경기침체의 우려 등으로 진도실내체육관을 비 워 달라는 지역주민들의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실종자 가족들은 이러한 상황에 어쩔 수 없이 2014년 11월 11일 수중수색 중단을 요청하게 됐다. 범대본은 사고수습 후속 조치를 중대본과 중수본으로 이관하면서 선체 인양과 추가 수색방안에 대한 뚜렷한 계 획 발표도 없이 2014년 11월 19일 해체했다. 나. 후속 피해지원

1) 지원 조직과 체계 가) 세월호피해지원법 제정 과정 세월호참사 이후 시민사회는 물론 국회도 진상규명과 피해자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 했고 정부는 거듭 약속했다. 또 정부는 다양한 피해자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 다. 하지만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이 원활치 않고 정부의 책임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 하 는 문제가 쟁점이 되면서 「세월호피해지원법」은 결국 해를 넘긴 뒤에야 국회를 통과했다. 「세월호피해지원법」의 제정 과정은 아래 <표 3-4>와 같다. 발의 (2014.6.~7.) 2014년 6~7월동안 피해지원 법안 5건과 청원 1건 총 6건 발의 여·야 TF회의 (2014.11.19.~11.28.) 새누리당(여당) 안효대, 경대수, 새정치민주연합(야당) 유성엽, 박민수 의원으로 구성된 TF회의를 4회 진행 함. 주요 쟁점은 법안에 국가책임 명시 여부였으며,

214 제 3 장 세월호참사
문제와 개선
피해지원의
여·야 의장(새누리당 주호영,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으로 구성된 지도부 회의의 마지막 논의 사항은 국비 위로지원금 지급 여부였음. 국민성금 우선 배분 후 부족할 시 심리위원회에서 국비위로지원금 지급 여 부를 결정하도록 합의 농해수위 대안가결 (2015.1.7.) 여·야가 합의한 법률안을 제330회 국회(임시회) 제1차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률안심사소위원회 에서 대안 채택하여 가결 법사위 의결 (2015.1.12.) 제330회 국회(임시회) 제3차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경미한 자구 수정 후 수정 가결 국회 통과 (2015.1.12.) 제330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재석 181명, 찬성 171명, 반대 3명, 기권 7명으로 원안 통과 표 3-4 「세월호피해지원법」 제정 과정
해경123정장 사건이 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결국 명시하지 않기로 여 야 합의 여·야 지도부회의 (2014.12.24.~2015.1.6.) 당시

나) 법 제정에 따른 피해지원 조직과 업무 「세월호피해지원법」에 따르면 피해자 지원 및 희생자 추모사업은 국무총리 소속 지원추모 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며 피해자 지원 분과위원회와 희생자 추모사업 분과위원회를 운영 한다. 또한 「세월호피해지원법 시행령」 [2015.3.29. 시행] [대통령령 제26163호, 2015.3.27., 제정]은 제37조에서 지원추모위원회의 사무 처리를 위해 지원추모사업단을 두도록 하고, 제38조에서 지원추모위원회 운영 및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관계 행정기관 및 지방 자치단체, 관계기관·단체에 회의 출석 및 의견 진술, 자료 제출 등 협조요청을 할 수 있게 했다. 국무조정실 지원추모사업단에서 2015년 세월호 피해지원 추진실적 취합을 위해 요청한 공문에 따른 18개 지원 과제 및 주관부처, 사업 진행절차는 아래 <표 3-5>와 같다. 표 3-5 2015년 특별법상 18개 지원 과제 주관부처 지정 현황(국무조정실) 지원과제 주관부처(기관) 지원기간

제3장

대입 특별전형 교육부(대입제도과) 단기 ⑬ 단원고 교육정상화 교육부(안산교육회복지원단) 2년 ⑭ 교직원

휴직 교육부(교원정책과,

215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⑮ 피해지역
⑰ 공동체
① 생활지원금 해수부(보상운영과) 1회 ② 긴급복지지원 보건복지부(기초생활보장과) 3개월 ③ 아이돌봄지원 여성가족부(가족지원과) 5년 ④ 교육비 교육부(지방교육재정과, 대학장학과) 1년(필요 시 2017년 3월까지) ⑤ 근로자 치유휴직 고용노동부(노동시장정책과) 6개월 ⑥ 고용유지 비용 고용노동부(노동시장정책과) 6개월 ⑦ 금융거래 협조 금융위원회(산업금융과) 단기 ⑧ 의료지원금 보건복지부(보건의료정책과) 1년 ⑨ 심리상담 지원 보건복지부(정신건강정책과) 필요 시까지 계속 ⑩ 정신질환 등 검사·치료 보건복지부(정신건강정책과) 5년 ⑪ 안산트라우마센터 보건복지부(정신건강정책과) 필요 시까지 계속 ⑫
지방교육자치과, 학교회계지원팀) 1년(필요 시 1년 연장)
경제활성화 안산시(세월호수습지원과), 진도군(세월호수습지원과) 중장기 ⑯ 공동체회복 프로그램 안산시(자치행정과) 중장기
복합시설 안산시(세월호사고수습단) 중장기
미성년 피해자 보호대책(비공개) 복지부, 여가부, 교육부, 서울시 등 중장기

피해지원분과 (위원장 :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심의 안건 검토

위임사항 처리

중앙부처 (기재부·행안부·문체부·복지부·고용부· 국토부·해수부·교육부 등)

피해지원 18개 사업 시행

추모사업 예산지원

안산·진도 지역경제 활성화 지원

기타 세월호 관련 정부 지원방안 협의 등

안건 심의·확정

추모사업분과 (위원장 : 해수부 차관)

심의 안건 검토 위임사항 처리

세월호지원단 (국무조정실)

위원회 사무처리 및 지원 피해지원 및 추모사업 부처협의 및 이행상황 점검 부처 및 지자체 업무협의 조정 및 협업 4.16세월호 가족협의회 지속적인 소통유지 기타 세월호 관련 제반사항 추진

지방자치단체 (인천시·안산시·진도군)

피해지원 18개 사업 협조

안산·진도지역 경제 활성사업 발굴건의 세월호 피해 추모사업 관련 업무 추진 등 기타 세월호 관련 제반사항 추진

2) 의료·심리지원 가) 의료비 지원 현황 세월호참사 당일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들의 치료비를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규 정은 없었다. 당시 「재난구호 및 재난복구 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 [2013.7.30. 시 행] [대통령령 제24675호, 2013.7.30., 일부개정]은 자연재난만이 적용 대상이었고, 「재해구 호법」 [2013.3.23. 시행] [법률 제11690호, 2013.3.23., 타법개정]도 자연재난에 의한 이재민 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중대본은 2014년 4월 23일 구상권 행사를 전제로 선 치료 후 비 용 지급에 대한 국가지원 방침을 결정했다. 한국해운조합의 공제약관에 따른 여객(승선자) 뿐 아니라

216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승선자 가족,
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지원기준을 확정한 것이다.
307) 출처: 국무조정실 2020년 사업살명자료.
구조 중 부상자 등을 대상으로 환자가 희망하는 모든 병원에서 치
등 치료비
307)
https://www.opm.go.kr/opm/open/explanation.do?mode=view&articl eNo=124872&article.offset=0&articleLimit=10 그림 3-4 세월호피해지원단 운영 사업 진행절차 307) 세월호 지원·추모위원회 (위원장 : 국무조정실장)

보건복지부는 중대본 결정에 따라 세월호참사 관련 부상자 등의 치료비 지원 지침과 진

료 안내를 각 의료기관 및 약국, 시·군·구 등에 통보했다. 해당 지침은 의료비 지원대상으

로 판단할 수 있는 질환에 신체적·정신적 질환뿐 아니라 기저질환의 악화와 의료진이 임

상적 근거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까지를 모두 포함해 폭넓게 인정하도록 하는 내용이었

제3장

나) 심리지원 현황

(1)

참사 다음 날인 4월

보건복지부는

217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단 원고 전교생과 교직원의 심리지원을,
그 외 학부모와 유가족,
지원을 맡았다. 경기도와 안산시는 4월 17일 ‘경기도·안산시 통합재난심리지원단(이하 통합재난심리지원단)’을 구 308) 보건복지부의“국립안산마음건강센터 설립방안 연구”(2019)를 참고했다.
다. 지급방식은 승선자 중 부상한 생존자들은 한국해운조합이 지급하는 것으로 하고 승 선자 외 가족과 구조 중 부상자, 단원고 학생 등은 정부가 우선 보증하도록 했다. 「세월호피해지원법」은 의료비지원금을 세월호참사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질병 및 부상과 그 후유증의 치료, 간병 또는 장구의 사용에 소용되는 비용으로 하고, 지원 범위와 금액 의 산정 및 지급방법, 지급기간 등은 시행령에 위임했다. 시행령 제정을 위한 부처 협의에 서 안산시와 경기도교육청 안산교육회복지원단(이하 교육회복지원단)은 심리적 증상 및 정신질 환 등의 검사와 치료 지원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해 달라고 건의했다. 보건복지부 는 이에 동의했으나 기획재정부는 참사 초기 고려대학교안산병원(이하 고대안산병원) 전문의의 ‘구조된 승선자에게 3년간 심리상담 치료(추적관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근거로 반대했고 결국 의료지원금은 2016년 3월 28일까지, 정신질환 검사·치료는 5년인 2020년 3월 28일 까지 지원하기로 결정됐다. 의료지원금이 중단된 이후 2017년 12월 19일 시행령 개정으로 의료지원금 및 심리치료 기간은 2024년 4월 15일까지로 연장된 상황이다.
안산트라우마센터 심리지원
308)
17일 경기도와 안산시를 중심으로 보건복지부·교육부·여성가족부· 소방방재청 관계자들이 안산트라우마센터에서 관계기관 회의를 했고, 보건복지부는 중 앙 재해 심리지원단을 구성해 국가 차원의 대응체계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역주민 심리

성하고 4월 20일부터 심리지원 참여 인력에게 교육을 진행하는 등 활동을 시작했고, 보건 복지부가 5월부터 안산트라우마센터를 설치하면서 안산트라우마센터가 총괄 관리하게

됐다. 안산트라우마센터는 단원고를 제외하고 안산지역 61개 초·중·고교에 심리상담사

를 배치하고 고위험군은 위(Wee)센터309)나 학교 상담교사, 위기청소년 상담 전문기관 등으 로 연계했다. 한편 정부의 심리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단원고를 제외한 안산시 학생 들, 승선자의 4촌 이내 친인척 중 주민등록상 경기도 거주자, 안산시민 중 고위험군과 그 밖의 안산트라우마센터의 장이 추천하는 자를 간접피해자로 규정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심리적·정신적 치료비(입원비를 제외한 외래진료비와 약제비)를 지원했다. 2015년 「세월호피해지원법」이 제정되면서 안산트라우마센터의 법적 운영 근거가 마련됐 다.310) 안산트라우마센터는 피해자 등록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2020년 12월 기준 등록 총 인원은 885명으로 유가족 767명, 생존자 84명, 생존자 가족 26명, 수학여행을 가지 않았 던 잔류 학생과 그 가족, 민간 잠수사와 그 가족 등 간접트라우마 피해자 8명이다.

안산트라우마센터에서 세월호참사 유가족은 2018년부터, 생존자들은 2019년부터 캠버

웰 욕구 사정도구311)를 사용한 서비스 요구도 평가를 연 2회 시행했는데 매년 ‘심리적 스 트레스 영역’의 서비스 필요가 가장 높았다. 또 시간이 지날수록 심리적 스트레스, 정신병 적 증상, 신체 건강, 학업 및 직업을 위한 교육 및 훈련 지원에 대한 욕구가 점차 증가하는 반면 부모 및 가족관계, 부모-자녀 관계, 대인관계, 주간 여가활동, 고용 지원에 대한 필요 는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2019년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07명 중 안산트라우마센터 이용 경험이 있는 대상은 150명이었다. 만족도는 ‘보통’이 52.0%, ‘만족스럽다’가 38.7%, ‘불만족스럽다’가 9.3% 309) 위(Wee) 프로젝트 기관 중 하나이다. 위 프로젝트는 학교, 교육청, 지역사회가 연계하는 통합지원 서비스망으로 학교에는 위 클래스, 교육청에는 위 센터, 교육청에는 위 스쿨, 가정 형 위 센터와 병원 형 위 센터 등이 있다. 310) 제24조(심리상담 등의 지원)와 제25조(심리적 증상 및 정신질환 등의 검사·치료)의 대상은 제2조에서 규정한 ‘희생자의 직계비속의 배우자 및 형제자매’와 형제자매의 배우자까지 포함하며, 시행령에서 제20조(심리상담 등의 지원 내용 등)와 제21조(심리적 증상 및 정신질환 등의 검사·치료)의 실행도 안산트라우마센터가 담당하도록 하였기 때문에 법 제35조에 서는 트라우마센터의 지원 대상을 ‘피해자’로 했지만, 시행령에서는 ‘피해자 등’으로 확대했다.

311) 캠버웰 욕구 사정도구(Camberwell Assessment of Short Appraisal Schedule, CASNAS)는 정신건강, 물질남용 및 의존, 위험성, 신체 건강, 일상생활, 사회적 관계, 학업 및 직업 기능, 지역사회 생활 지원 등 총 8가지 영역으로 서비스를 구분해 정 신건강 문제를 가진 이들의 서비스 요구도를 포괄적으로 평가하는 도구로 지난 한 달간의 상황을 기준으로 평가하게 된다.

218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로 만족도가 높았다.312) 불만족 사유의 대부분은 사례관리자의 잦은 변경으로 인한 것이 었다.313) 실제 안산트라우마센터는 2016년도에 총인원 36명 중 13명 퇴사로 높은 이직률

을 보였으며, 2020년에도 총인원 41명 중 13명이 퇴사하며 30%가량의 직원이 변동됐다.

“이런 트라우마센터나 온마음센터를 지어놓고 1년에 한 번씩 담당자를 바꾼다는 게 말 이 되냐구요. (…) 인력을 줄이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고 하더라구요.”

“아이들 처음부터 이렇게 봐 왔던 분들은 좀 계속… 지속적으로 같이 해줬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2014년부터의 만족도 조사를 종합하면 피해자들과 신뢰가 쌓이고 점차 피해자의 필요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문적인 심리 회복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것

으로 평가된다. 진상규명 미흡, 배·보상 지연 등 외부적인 요인도 있고 심리 회복에 대한 이해나 기대가 사람마다 다른 점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있지만, 피해자들이 심리적 스트레 스 영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전문적인 영 역의 정신건강 관리가 필요한 상황으로 판단된다.

제3장

다소 늦게 이루어졌다. 도청에서 정신건강증진센터에 제공한 피해

자 명단은 중복 및 누락자가 있어 정확한 이름과 연락처 등의 파악이 어려웠고 여러 센터 312)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한 이유는 ‘상담이나 프로그램 이후 나의 심리정서 상태에 변화가 크게 없어서’가 27.5%로 가장 높았 으며, ‘트라우마 지원 인력들의 전문성이 높다고

사업보고서에는 “사례관리자들의 퇴사와 팀 이동으로 대상자의 50% 이상 사례관리자가 변 경되면서 신뢰관계(rapport) 형성을 위한 시간이 필요해 대상자의 심리적인 문제에 대한 파악이나 개입에 한계가 있었다”

219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2) 제주·인천 피해자 심리지원 세월호 승선자 중 제주특별자치도(이하 제주도) 거주 인원은 총 35명으로 수색작업 종결 시 집계 상 생존자 30명(도민 24명, 거주자 6명), 실종자 3명, 사망자 2명이었다. 생존한 제주도민 24명 중에서 화물기사가 20명으로 많은 수를 차지했으며 사고 직후 피해자 대부분은 과 각성(過覺醒)·불면·우울·불안 등의 심리적 문제를 호소했다. 하지만 제주도의 심리지원은 사고 발생 후 9일째로
보기 어려워서’가 15.0%, ‘담당자가 자주 바뀌어서’ 14.5%, ‘안산온마음 센터(안산트라우마센터)가 나를 형식적이고 사무적으로 대하는 것 같아서’ 13.5%, ‘안산온마음센터(안산트라우마센터) 가 내가 혹은 가족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주지 않아서’ 7.2%, ‘기타’가 5.3% 순으로 조사됐다. 313) 안산트라우마센터의 2019년
했다.

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과 상담 등의 정보는 공유되지 않았다. 심리상담을 받고자 했던 일부 피해자들은 안산트라우마센터 서비스와 유사한 수준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필요기 관에 연계해 주는 서비스에 그쳤다.

2015년 2월부터 제주도는 제주시 연강병원에 세월호피해상담소 위탁 운영을 맡겼으며 「제주특별자치도 4·16세월호참사 피해자지원 조례」 [2016.7.8. 시행] [제주특별자치도조

례 제1655호, 2016.7.8., 제정]로 자체 운영방안을 마련했다. 세월호피해상담소는 제주지역 내 기관 연계 및 타 지역과의 협조체계를 구축했고 일일 찻집 등의 활동으로 지역사회와 피해자 간 교류를 증진하고자 했다. 제주도 다음으로 승선자가 많았던 인천광역시의 경우 수색작업 종결 시 집계된 거주 인 원은 생존자 20명, 희생자 17명이었다. 인천광역시는 4월 28일 민관 의료기관 합동 정신건 강 의료지원 대책회의를 진행하고 각 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피해자들에게 연락해 지정된 9개의 의료기관을 안내했다. 또 13명이 희생된 인천광역시 중구 용유도 지역은 의 료기관 접근성이 떨어지므로 특별 심리지원팀을 파견하기 위해 인천의료원에서 인력을 지원받아 심리안정팀을 구성했다. 용유도의 피해자 중 생존자 5명과 희생자 유가족 1명은 인천의료원 트라우마센터로 연계돼 진료와 심리치료를 받았다.

2018년 9월 1일 기준 안산트라우마센터에 등록한 일반인 피해자는 354명, 미등록자는 122 명으로 파악됐다. 이 중 서비스 거부 의사를 밝힌 피해자를 제외하고 안산트라우마센터에 서 지속적으로 전화 안내·문자발송·안내지 배부 등을 시행한 인원은 78명으로 그중 31명 이 인천광역시 거주자였다. 일반인 피해자들은 프로그램 이용 욕구가 있지만, 거리가 먼 안 산트라우마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어려워 별도 공간 마련을 요청했다. 보건복지부는

220 제 3 장 세월호참사
문제와 개선
피해지원의
확보해 하반기 운영사업을 시작했다.
7월
록 인원은 인천 지역 52명(생존자 18명, 유가족 34명), 인천 외 지역 유가족 10명으로 총 62명이다. 인천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의 ‘세월호 일반인 피해자 2020년 실태조사’에서는 당장 조치 가 필요한 정도의 정신건강 문제는 도출되지는 않았으나 일반인 피해자 대부분이 중년 이
추경예산을 확보해 2019년 7월 초 정신건강 전문요원을 모집하고 인천광역정신건강센터 내부에 장소를
2021년
6일 기준 일반인 피해자 등

상 노인층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정신건강 문제가 신체 증상으로 표현될 수 있음을 고려 한 연관성 조사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또 생존자의 57%(4명)에게서 참사 이후 신체적·정신

적 변화가 생겼고 특히 우울, 불특정 불안, 감정 변화가 심함 등의 정서적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했다.

3) 교육기관의 피해지원

가) 학교구성원에 대한 치유회복지원

(1) 생존 학생의 치유회복지원 생존 학생 75명은 참사로 다수의 선생님과 친구들을 갑작스럽게 잃은 터라 각별한 조치 가 필요했다. 이들 대다수는 참사 당일 밤 10시경부터 고대안산병원으로 이송됐고 가정 으로 복귀한 몇몇 학생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4월 27일까지 열흘간 입원했다. 초기 고대안산병원에서의 심리검사 결과 우울 상태는 16명, 불안상태는 28명 등으로 참 사의 충격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생사 확인이 되지 않은 친구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상황에서 심리검사 자체가 오히려 안정을 방해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병원에서의 놀이 치료 등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였다.

“제일 싫었던 거, 400문항인가 그거, 엄청 긴 설문지… 너무 귀찮았어요.”

“무슨 시간, 무슨 타임마다 뭐 만들어서, 위에 올라오라고, 뭐 하라고. 저희는 그게 너무 싫고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거예요.”

“방금 친구를 잃었고, 내 친구의 생사를 모르는 상황에서 모르는 아이들과 함께 앉혀다 놓고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치유하라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했어요.”

생존 학생들의 퇴원을 앞두고 생존 학생 보호자들은 한 달간의 회복 및 가정·학교 복귀 프로그램을 경기도교육청에 제안해 6주 동안 중소기업연수원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연수원 프로그램에 대해 일부 학생은 무의미했다거나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평가했으나 또 다른 일부 학생은 안정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제3장

221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단원고에 복귀한 생존 학생들은 담임·전문상담교사, 정신과 전문의와 함께 기억교실314)

을 방문해 희생된 학생들에게 편지를 쓴 뒤 태우는 방식의 애도 의례를 가졌다. 이후 2015 년 11월까지 다양한 치유회복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생존 학생들은 “가족들이 스스로 무 언가를 찾아갈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준 것 같아서 좋았다”, “치유하는 데 도움을 크게 받았다”,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기 싫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편 참여를 선택할 수 있었고 주말에 진행되어 좋았다는 평가와 학교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은 적절하지 못했다는 평가 등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반면 단원고 스쿨 닥터는 “생존 학생들의 자발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잘 진행될 수 없었던 것 같다”며 “생존 학생들이 멘토링 등 활동적인 프로그램을 선호했지만, 너무 많다 보니 ‘이제는 좀 내버려 뒀으면’ 또는 ‘귀찮다 도대체 또 뭘 한다’라고 느꼈던 것 같다”라고 진술했다. 또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싫어하는 것으로 알 고 있다”며 생존 학생들의 마음의 벽을 깨는 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2014년 12월 생존 학생의 자살 기도 사건이 발생하면서 4·16가족협의회와 단원고, 회복 지원단, 안산트라우마센터 등은 생존 학생 심리치유 관련 후속 간담회315)를 갖고 관계기관

정보 공유 체계, 24시간 핫라인 체제 구축 등을 논의했다. 별도로 단원고와 회복지원단은 24시간 지원 체제 구축 및 종합적 대응 시스템 운영을 위해 단원고 2학년 학생 심리위기 대응TF를 구성해 2016년 1월까지 운영했다. 또 생존 학생 심리치유 협의회는 2015년 8월 고대안산병원 외래 진료실에서 지정 전문의 개별 상담 진행, 자조 모임 지원 공간 운영 등을 진행했다. 생존 학생들의 졸업 후 심리지원은 현재 안산트라우마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다. (2) 단원고와 안산지역 학교구성원에 대한 심리지원 참사 이후 교육부

222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 정신과
314)
단원고
전문의, 경기도교육청 위(Wee)센터 전문 상담교사 등이 단원고에 파견돼 교직원과 1, 3학년 재학생,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개별 또
기억교실은
2학년 교실로 시기에 따라 존치교실, 명예교실, 기억교실 등 다양하게 불렸고, 2022년 현재 공식 명칭 은 ‘단원고 4·16기억교실’이다. 세월호참사 초기부터 학생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기원하는 가족과 동료 선후배 학생들, 시 민들의 메시지, 희생 학생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한 여러 추모물이 가득 채워져 있었기에 세월호참사와 단원고 희생 학생 에 대한 애도와 추모의 상징적 공간이 됐다. 315) 이 간담회는 이후 생존 학생 심리치유 협의회로 변경됐다.

제3장

사망 확 인 소식을 듣고 극심한 충격에 휩싸였고, 특히 팽목항에서 직접 죽음을 목격한 형제자매 는 그 충격이 더욱 심했다.316) 316) “남은 가족 전체가 경험하는 한 구성원의 상실감은 단지 한 사람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완전히 새롭게 적응해 나가 야 하는, 그러나 여전히 정체돼있는 복잡한

상태다.” 이현정, 김익한, 이예성, 최준규, “세월호 유가족의 젠더와 가족 유형에

223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따른 상실감의 특성
는 집단 상담을 진행했다. 또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은 학교위기개입 및 심리지원팀을 구 성하고 단원고 내 상담심리치유센터를 2014년 6월 말까지 운영했으며, 이후 심리지원팀은 상담팀(상담교육부)과 심리치유팀(마음건강센터)으로 재편돼 2016년 6월 말까지 운영했다. 이 기 간 상담교육부는 주로 1, 3학년 학생 중 상담의뢰를 하거나 고위험인 학생에게 일대일 상 담을 진행하고 학급별로 스트레스 관리 방법 등을 교육했고, 마음건강센터에서는 2014년 7월 자기 보고식 검사를 통해 재학생들의 외상 경험의 일상 빈도, 소아상태불안, 우울, 외 상 후 스트레스 반응, 애도 반응 등의 척도와 아동용 외상 후 증상 보고 등을 확인해 심리 평가를 시행하고 심리치료를 진행했다. 단원고 교직원들에게는 워크숍·동호회·휴식공간 마련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심리 상담과 치료 등은 단원고 심리지원팀과 심리치료 명예전문위원을 통해 지원됐다. 단원고 학부모들에게는 불안감 감소와 자녀와의 관계 향상 등을 위한 치유회복 프로그램이 있었 고 생존학생과 보호자 대상으로 별도의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2학년 학생과 학부모 관계 형성 캠프, 힐링캠프 등이 있었고 단원고 학부모들은 심리상담 및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단원고 교직원이나 학부모들에게서 고위험군을 파악하는 등의 조치는 없었다. 안산지역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에 대한 심리지원을 담당한 안산트라우마센터는 학교별 심리상담 전문가를 배치하여 61개 학교 재학생 6만여 명을 대상으로 학생 정서 행동 특성 검사를 통해 고위험군을 선별했고, 교직원을 대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예방 교육 등을 위한 심리상담 및 교사 교육을 진행했다. 학부모 등 보호자가 참여하는 치유회복 체 험과 특강 프로그램도 있었다. (3) 형제자매 치유회복 지원 위원회의 ‘세월호참사 피해자 지원 심화연구’(2019)에 따르면 희생자 형제자매들은
및 지원방안에 관한 연구”, 정책연구 2017-91. 경기 수원: 경기연구원. 78쪽.

“사건 초기 때는 엄마가 방에서 조금만 조용히 해도 방으로 달려가 보고, 화장실에서 오 래 안 나오면 두드려 보고, 나는 죽지 않을 것이지만, 다른 가족들이 죽을 것 같아요.” 이러한 충격은 상실의 고통과 분노 등 정신 건강상의 문제로 이어졌고 활달하던 성격이 내성적으로 변하고 건망증, 집중력 저하, 격심한 감정의 기복, 무력감, 불면증 등이 발생하 기도 했다. 또 지병의 악화 등이 신체적 문제로 드러나기도 했으며 기성 사회와 어른들에 대한 분노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쌓여 가기도 했다. 희생자 형제자매 중에서는 거울을 보는 것을 극도로 기피하는 거울 공포증을 호소하기도 했는데, 이는 형제가 죽었는데도 살아야만 하는 자신에 대한 혐오감 때문에 생긴 것이다.317)

안산트라우마센터가 2014년 5월 희생자 형제자매 147명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정도를 분석한 결과 41명이 지속적인 상담관리가 필요한 관심군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경기도 교육청은 희생 학생의 형제자매가 10명 이상인 학교에 교육복지사 5명을 배치했고, 10명 미만인 학교에는 관내 교육복지사가 순회하며 모니터링과 사례관리를 진행했다. 형제자 매가 재학 중인 35개 초·중·고교에 전문상담교사가 있는 곳은 7개교, 전문상담사가 있는 학교는 9개교로 상담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경기도교육청은 28개교에 Wee클래스를 추가로 구축하고 2014년 7월에는 35개교에 1인 이상의 전문 상담 인력을 모두 배치했다. 경기도교육청은 2014년 8월에 교육회복지원단을 설치한 뒤 지원 대상을 2015년에는 희생 자·생존자 형제자매, 2016년에는 안산지역 학생 전체로 확대했다. 또 2014년 9월 ‘세월호 희생자 형제자매 교육지원추진단’(이하 교육지원추진단)을 발족했으며 교육지원추진단은 2016년 까지 운영하기로 했으나 형제자매들 다수가 여전히 청소년이었고 성인이

224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된 생존 학생들 에 대한 장기적 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교육지원추진단의 심리지원 사업은 2020년 12월까지 진행됐다. 2015~2018년까지 희생 학생 형제자매들이 다니던 학교에서 시행한 심리현황보고를 보면 형 제자매들은 해가 갈수록 차츰 심리적 안정을 찾아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9년 4월 형제자 317) 위원회, “세월호참사 피해자 지원 심화 연구 1권”, 2019, 27쪽

매 심리현황보고에도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학생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매년 4월 16일을 전후로 일부 학생들에게 스트레스와 우울 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3장

(4) 희생학생 학적처리와 명예 졸업 다수 희생 학생의 보호자들이 상당 기간 차마 사망신고조차 못 하고 자녀의 휴대전화 번호 를 그대로 살려두기도 한 상황에서 경기도교육청은 2014년 5월 20일 희생 학생들의 제적처 318) 2014년 9월 12일부터 9월 30일까지 형제자매 4인 이상 학교의 상담교사와 교육복지사가 참여하는 학교별 유가족 형제 자매 사례 현황 공유회의를 열어 현황을 공유하고, 센터 지원서비스 사항을 형제자매가

다니는 학교의 상담교사, 교육복지 사와 공유했다. 2014년 10월에는 가족심리지원팀과 상담을 거부한 형제자매 사례회의를 갖는 등 통합사례관리를 통해 형 제자매 154명에 대한 심리지원 현황과 개별적 심리상태를 사정 평가하고 추적·관찰했다. 319) 안산트라우마센터에 등록된 형제자매 이용자 등록현황을 살펴보면 참사 당시 성인 형제자매 120명, 미성년 형제자매 159 명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성년과 미성년 비율의 변화를 살펴보면 2017년도의 경우 성년 형제자매 163명 미성년 형제자 매 119명, 2021년도는 성년 형제자매 247명 미성년 형제자매 27명으로 상당수의 형제자매가 성년으로 성장했다.

225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참사 초기에 형제자매들이 안산트라우마센터에 거부감을 보이며 직접 만나는 것을 부담 스러워했기 때문에 안산트라우마센터에서는 형제자매들이 재학 중인 학교의 학교상담 사를 통해 상황을 파악했다. 직접 대면이 어렵다 보니 신체 및 정신건강 상태에 대한 체계 적인 평가가 미비했고, 사례관리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웠다. 이에 안산트라우마 센터는 형제자매 중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고 개입하기 위해 통합사례관리를 시행했 다.318) 또 심리적 외상의 일상회복을 위해 다양한 심리지원 프로그램과 문화예술행사를 진행했다. 이후 형제자매들이 성장하면서 이들의 주요 고민 사항은 진로와 관련된 부분으 로 확장됐다.319) 한편 참사 초기에는 민간기관들이 자체적으로 형제자매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 다. 2014년 7월 이후에는 경기도교육청과 협약을 맺은 아름다운배움이 피해자 형제자매 여름방학 멘토링 사업을 진행했고, 또래 관계가 중요하다는 특성과 낙인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프로그램에 형제자매의 친구들도 함께 참여하도록 했다. ‘안산지역공동체회복 을 위한 복지관 네트워크 우리함께’(이하 우리함께)는 안산시 관내 10개 복지관으로 구성된 단 체였는데 2014년 7월부터 형제자매 지원 사업에 중점을 두고 활동했다. 안산시 와동에 있 는 빌라에 희생자 형제자매 쉼터를 만들었고, 형제자매가 직접 기획·진행한 ‘너에게 보내 는 편지’, ‘우리동네공부방’, ‘다시 봄 마주하기’ 등의 사업을 벌였다.

리가 가능한지 교육부에 문의했다. 교육부는 세월호참사에서 학교장이 희생 학생의 사망 사실을 확인한 경우 제적으로 처리해도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고, 경기도교육청은 이를 단원고에 안내했다. 그러나 단원고는 희생 학생들의 학적을 유지하고, 학적처리 문제는 유가족 동의가 필요하므로 경기도교육청이 협의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후 신입생 입학과 재학생 진급 시점이 다가오자 단원고는 학교생활기록부 시스템에 입 학과 진급 처리 과정에서 경기도교육청에 다시 한 번 희생 학생 학적처리에 관한 세부지 침을 요구했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단원고가 자체적으로 검토해 처리하라고 답변했고, 단원고는 희생 학생을 3학년 진급으로 결정했다. 2016년 1월 생존 학생들의 졸업 시기가 돼 학적처리에 대한 논의가 다시 있었다. 단원고는 학교생활기록부 시스템상 희생 학생들 과 생존 학생들의 학적을 같이 처리해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회복지원단이 희생 학생 보 호자들과 소통하기로 했다. 이후 단원고는 생존학생과 재학생의 졸업처리가 가능하지 않 자 이를 경기도교육청에 알리고 회신을 요청했지만, 경기도교육청은 학적처리 권한은 학 교장에게 있다며 학생이 사망했을 경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공적인 서류를 받아 내부결 재를 통해 제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에 단원고는 2014년 2월 29일 희생 학생 을 제적으로 처리했다. 2016년 5월 9일 유가족들이 우연히 희생 학생들의 학적이 제적으로 처리된 사실을 알게 되면서 4·16가족협의회는 학적 원상복구를 위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이에 경기도 교 육감은 희생 학생의 학적 상태를 제적에서 학적유지로 변경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 했으며, 이후 긴급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거친 뒤 학적을 복원됐다. 2016년 12월에는 「학 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2017.3.1. 시행] [교육부훈령 제195호, 2016.12.27., 일부개 정]을 일부 개정해 학적처리에 사용하는 용어에 ‘명예 졸업’이 신설됐고, 2019년 2월 단원 고에서 희생 학생 250명의 명예 졸업식이 열렸다. 나) 교육기관의

226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기억과 추모 (1) 기억교실을 둘러싼 갈등과 주요 논의 경과 세월호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의 유가족에게 혼란과 고통을 주는 과정을 거쳐 명예 졸업이 라는 제도가 마련된 것처럼 세월호참사 피해자들은 교육기관에서 참사와 희생자를 기억

제3장

할 때까지 2학년 교실은 지금 이대로 지켜가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 고, 대책협의회의 재학생 부모들은 기억교실 존치를 공식화하는 이러한 발언에 반발했다. 320) 희생학생 부모 중 한 명은 “(졸업 이후) 교실을 없애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유가족들에게 참사 이후의 시간이 멈춰버리 면서 기억교실의 의미가 차츰 커지게 됐다”고 한 반면 세월호참사 당시 단원고 관계자는 “외부인이 기억교실을 보기 위해 학교에 찾아와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기도 하고 울기도 했는데 이러한 모습을 본 재학생 부모들이 재학생들에게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했다”고 진술했다. 그림 3-5 세월호참사 이후 단원고 기억교실

227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하고 기념하는 것은 무엇이며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와 다시 한번 마주해야 했다. 기억교실은 기억과 추모의 현장인 동시에 한편으로는 재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등 부 정적인 영향을 주는 공간으로도 여겨졌다.320) 기억교실 관련 주요 논의기구로는 단원고세 월호대책협의회, 경기도교육감과 4·16가족협의회 정례만남, 단원고대책특별위원회, 단원 고 존치교실 관련 협의회 등이 있었다. 경기도 교육감은 2014년 8~9월경 유가족과 ‘기억교실을 희생 학생들이 명예 졸업을 할 때까지 존치하는 것’으로 협의했지만, 단원고 학교운영위원회와 재학생 부모, 유가족 등은 해당 사실을 모르는 상황에서 2014년 10월에 대책협의회를 구성해 기억교실에 관한 논의 를 시작했다. 2014년 11월 20일 교육감은 4·16가족협의회 정례 만남에서 “희생 학생들이 명예 졸업을

이에 단원고 교장은 재학생 부모들에게 기억교실 존치 결정 배경과 학교대책 등을 설명했 고, 재학생 부모들은 “명예 졸업식 이후에는 유품을 학교 밖으로 이전할 것”에 대한 교육 감의 공식적인 약속을 요구했다. 이후 2014년 12월 17일 정례 만남에서 교육감은 새로 짓 는 다목적체육관 안에 추모공간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다목적체육관 건립도 추모공간 조 성도 실제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경기도교육감은 당선인 시절인 2014년 6월에 대책특위를 구성하고 기억교실은 2014년 11월 말에 안건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척이 없던 상황에서 2015년 8월경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기억교실 영구존치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자는 의견 이 제기됐고, 이때부터 대책특위가 기억교실 안건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게 됐다. 대책특위 는 재학생 부모를 포함해 실질적인 논의를 시작했지만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한편 교육감은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에게 기억교실 문제에 개입해 조정할 것을 지시했고, 이에 감사관이 2015년 10~11월에 걸쳐 민주시민교육원 건립과 기억교실 이전 등이 포함 된 계획을 추진했으나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2016년 1월에 경기도교육감과 재학생 부모의 면담이 진행됐지만 2016년 2월 12일 명예 졸 업식까지 기억교실의 대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교육감이 종교단체를 통한 사회적 합의를 제안함에 따라 2016년 2월 28일 7대 종단이 모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가 중재를 맡은 존 치교실 협의회가 구성됐고 여기서 논의 결과 기억교실 이전 내용 등이 담긴 제안문을 작 성했지만 4·16가족협의회의 추인을 받지 못하고 단원고학부모협의회도 더는 회의에 참 여하지 않는 등 진통이 계속됐다. 존치교실 협의회의 중재 끝에

228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2016년 4월 13일 “기억교실을 단원고 인접부지로 이전하고 민주시민교육원을 건립하며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이 매년 4·16 추모행사를 지원한다” 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합의하면서 4월 15일에 ‘4·16 추모사업 합동 지원에 대한 협약’을 진행하기로 결정했으며 약 1개월 뒤인 5월 9일 ‘4·16 안전교육 시설 건립을 위한 협약’으로 명칭이 변경돼 체결됐다. 기억교실은 현재 이 협약에 따라 건립된 4·16민주시민교육원으 로 이전해 운영 중이다.

(2) 기타 교육기관의 추모사업

경기도교육청은 세월호참사 희생학생과 교사를 추모하기 위해 매년 4월을 추모의 달로

제3장

그림 3-6 단원고(좌)와 경기도교육청(우) 추모조형물

229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지정해서 추모 리본 달기, 0416세월호우체통에 추모의 글 남기기 캠페인, 안전과 추모 관 련 문예 행사, 세월호참사 추모식 등을 진행했다. 3주기부터는 추모의 달 등은 ‘노란 리본 의 달’ 등으로 불렸다. 한편 「경기도교육청 4·16세월호참사 희생자 추모의 날 지정에 관한 조례」 [2020.10.8. 시행] [경기도조례 제6728호, 2020.10.8., 제정]가 제정됨에 따라 경기도 교육청의 추모행사 추진과 지원의 근거가 마련됐다. 또 경기도교육청은 2015년 3월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과 교사들의 삶과 꿈이 널리 읽히고 기억되도록 세월호참사 단원고 희생자 약전 발간 사업을 추진했다. 약전 관련 업 무는 단원고대책특별위원회 내 약전 발간 TF가 추진했다. 약전에는 희생 학생 250명 중 231명, 교사 14명 중 11명, 세월호에 임시로 고용된 청년 3명 등 245명의 이야기가 담겼다. 단원고와 경기도교육청에는 세월호참사 추모조형물이 설치됐다. 단원고 안에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과 교사에 대한 추모의 뜻을 기리고, 희생자들의 못다 이룬 꿈과 소망 을 담아 형상화한 추모조형물이 설치됐다. 이 추모조형물은 다목적체육관을 건립할 때 추모실과 추모비를 설치하기로 한 것을 대신해 설치된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은 희생자에 대한 추모의 뜻을 기리기 위해 2017년 4월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내에 디자인 공모를 거 쳐 선정된 추모조형물을 설치했다.

4) 긴급생계지원과 가족돌봄

참사로 인해 가족을 잃고 슬픔에 빠진 유가족과 생존했지만, 일상으로 복귀하기 힘들었 던 생존자들, 진도 팽목항에서 희생자의 수습을 기다려야 했거나 참사의 진상규명에 나 서야 했던 피해자들을 위해 보건복지부는 2014~2015년 긴급복지지원제도에 따른 생계

지원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지급기준과 대상의 명확한 원칙을 정하지 않고 각 지자체가 탄

력적으로 운영하도록 해 기준 적용이 달라지기도 했고, 이 과정에서 기초생활수급자의 경 제적 취약성은 고려되지 못했다. 해양수산부는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따라 구호비 등 생활 안정자금을 지급했는데 사회재난에 명확하게 부합하지 않은 법률을 준용하면서 생존자 에게는 희생자의 1/2만 지급하게 됐다. 그리고 중대본 제3차 회의를 통해 피해자들의 장기 휴가, 휴직 지원을 결정했는데 해당 결 정은 참사 후 20일이나 지났을 때 이뤄진 데다가 내용도 고용노동부가 사업장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어서 실효적이지 않았다. 또 참사 수습이 장기화되면서 휴직·휴업 시 일부 비용지원이 결정됐으나 이는 참사 후 한 달 이상 지난 시점이었다. 근로자 수가 적거나 영 세한 사업장의 상황으로는 활용하기 어려운 지원이었고 장기 휴직한 피해자들이 다니던

직장에 복귀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구직에 도움이 되는 정책은 수

립되지 못했다.

여성가족부는 참사 다음 날부터 피해 학생들의 형제자매가 다니는 학교에 도시락을 직접 배달하는 사업을 했다. 그러나 형제자매가 직접 운동장에 나와 도시락을 받아가다 보니 세월호 피해자임이 드러나는 문제가 발생해 3~4일 만에 중단됐고 이후 안산시건강가정 지원센터(이하 안산가정지원센터)가 개별 가정으로 도시락을 가져다주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또 안산가정지원센터는 참사

230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다음 날 단원고 내에 안내 부스를 설치하고 피해자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며 지원사항을 안내했고, 이후 단원고와 합동분향소, 안산 시내 장례식 장 등 다섯 곳에 긴급가족돌봄 안내 및 접수 부스를 설치해 31개 경기도 관내 건강가정지 원센터와 함께 피해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상담을 진행했다. 긴급가족돌봄서비스는 안산가정지원센터에서 피해자 가족에게 전화로 지원사항을 설명

하고 서비스를 희망하는 가족들의 신청을 받아 진행했다. 안산가정지원센터의 기존업무 에 포함되는 아이돌봄서비스·가사지원서비스 등을 하려 했는데 아이돌봄서비스는 신청

자가 없었고, 미수습자에 대한 가사지원서비스가 2015년까지 이뤄졌다. 한편 참사 이후 자녀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부모들이 진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보니 안

제3장

또 정부가 구상권 청구를 전제로 우선 배·보상 을 한 것이므로 충분히 피해자와 협의를 진행했어야 했고, 관련 용역321) 착수자료에서도 321) 세월호피해보상지원단이 2014년 8월 28일 법무법인 ○○에 맡긴 세월호 침몰사고 인명피해 보상 용역을 말한다.

상 신청을 숙고하기도 어려운 조건이었다.

231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산시는 남아있는 자녀와 노부모 지원을 목적으로 4월 20일부터 행정지원돌보미를 운영했 다. 행정지원돌보미는 희생학생 250가구와 생존 학생 75가구, 단원고 교사와 안산시 거주 일 반인 희생자 전 가구에 일대일 매칭으로 이뤄졌으며 총 332세대 334명을 대상으로 공무원 과 통장 등 총 991명의 돌보미가 지정됐다. 행정지원돌보미들의 주 업무는 장례절차 동행, 양육·노인·가사·병원 돌봄, 생활필수품·의류·밑반찬·도시락 지원, 기타 필요한 요청사항 의 지원이었다. 참사 초기인 4월 20일~5월 11일 지원 대상 중 58세대에는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25세대는 빈집이었고 33세대는 가정방문과 돌봄서비스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팽목항을 오가는 피해자들은 집에 남아있는 형제자매의 심리적인 불안과 트라우마에 대 한 우려로 자녀 돌봄과 심리치료를 요청했고, 행정지원돌보미들은 학교상담, 병원상담 또 는 안산트라우마센터 등에 연계해 주었다. 수습 상황이 길어지면서 행정지원돌보미의 역 할은 의료·법률·취업지원 등 생활 안정화 분야로 확대됐다. 2014년 7월까지는 주 1회 정 기적인 가정방문 방식이었고, 2014년 8월부터는 피해자가 필요로 할 때 접촉하는 방식으 로 변경됐다. 5)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보상 참사 이후 「세월호피해지원법」이 만들어지기 전 해양수산부는 2014년 5월 28일 각 부처 에서 공무원을 파견받아 세월호 피해보상지원단을 설치하고 피해자 배상과 보상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2015년 제정된 「세월호피해지원법」은 배·보상 신청 기간을 6개 월로 한정해 정신행동 장해진단은 해당 기간 내에 가능하지 않았으며, 피해자들이 배·보

“보상기준을 결정할 때 가족대표와의 협의를 거쳐 추진이 필요하다”고 제시했지만, 실제 배·보상 기준 결정 시 피해자들은 정부와 협상할 기회를 얻지 못했고 신청 여부만 결정할

수 있었다. 이후 인적 손해배상 기준을 심의·의결했던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돼 피해자들

이 참여할 수도 없었다.

「세월호피해지원법」 제5조는 배·보상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

속으로 배·보상심의위원회를 두며, 구성위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법관 중에서 법원행정처 장이 추천한 사람 3명,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사람 중에서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의 장이 추천한 사람 3명, 정부 고위공무원단 6명, 배·보상 업무 등 관련 분야에 관해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3명 등 총 15명 이내로 구성하도록 규정했으나 피해자와 피해자 관련 단체 등은 위원 구성에 포함되지 않았다. 배·보상심의위원회 운영 과정에서도 피해자가 회의에 출석해 진술하려면 관련 서류를 사전에 제출해야 하며 위원장이 검토 후 허락해 야만 가능했는데, 2015년 3월 31일부터 2019년 8월 30일까지 28회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피해자가 출석해 진술한 것은 단 한 차례였다. 세월호 인명피해 보상 용역을 수행했던 법무법인은 희생자 위자료와 관련해 4가지 안을 마련했다. 1안은 법원 기준 8,000만 원, 2안은 1안에서 20% 증액된 9,600만 원, 3안은 대 구지하철 화재사고 기준 1억 400만 원, 4안은 중국 민항기사고 기준 1억 6,000만 원이었고 해양수산부 세월호 피해보상지원단은 1안인 8,000만 원이 적당한 것으로 의견을 제시했 고, 심의위원회는 최종적으로 희생자 위자료를 1억 원으로 결정했다. 배·보상심의위원회 는 세월호참사의 특수성을 반영한 결과로 배·보상 기준을 결정했다고 발표했지만, 근거자 료는 공개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배상금의 위자료 기준은 당시 교통·산재 판례 기준인 1억 원을 넘지 못했다. 배·보상 한도에 대해서는 2014년부터 여당 관계자가 ‘천안함 보상 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심의위원회 결정 전 관계 차관회의에서 세부 한도금액을 논의하는 등 여당과 정부 차원의 방침이 이어져 왔다. 심의위원회는 이와 유 사한 내용으로 결정한 것이며 다른 참사와의 형평성에 치중했을

232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뿐 세월호참사에 대한 국 가 책임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세월호피해지원법」의 위로지원금에 정부예산과 관계없는 국민 성금이 포함되면서 국

비 위로지원금은 국민 성금의 결정에 따르는 부차적 사안이 됐고, 결과적으로 국민 성금

배분 결정 이후 국비 위로지원금 지급이 결정됐다. 국비 위로지원금과 배상금의 신청은 별도였지만 ‘동의 및 청구서’는 하나의 양식이었다. 「세월호피해지원법」에서 배상금과 위 로지원금 각각의 효력 범위를 규정하진 않았고, 피해자들은 국비 위로지원금만 수령 시 재판상의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혼란을 겪었다. 하지만 해양 수산부는 모호한 규정을 보완하는 조치를 하지 않았고 ‘법원이 판단할 사항’으로만 안내 했다. 피해자들은 소송을 하려면 국비 위로지원금도 포기해야 한다는 우려를 하게 됐고, 결과 적으로 국비 위로지원금 결정 이후 배·보상 신청은 대폭 증가했으며 국비 위로지원금만 별도로 신청한 피해자는 없었다. 국비 위로지원금은 성격상 소송의 대상이 아니므로 모 두에게 지급되는 것이 적절했으나 관련 조치는 없었다.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심리적 부담 을 주며 배·보상 신청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작용했다. 해양수산부는 정부의 배·보상과 소송의 배상금 간에는 차이가 없으며 소송 시 정신적· 경제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소송에 따른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반면, 배·보상 신청 은 독려했다. 또 신청 기간 중 분위기 유도를 목적으로 “4·16가족협의회가 민사 소송으로 입장을 정해 안타까운 심정”, “소송 시 배상금은 다르지 않고, 추가적 비용과 시간, 노력 가 중” 등의 내용을 보도자료로 발표하는 등 피해자들에게 불안감을 부추겼다. 해양수산부는 ‘배상금 등 동의 및 청구서 양식’에 “4·16세월호참사에 관해 어떠한 방법으 로도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서약합니다”라는 이의제기 금지 문구를 넣었 다. 피해자들이 문제제기를 했지만, 해양수산부는 유사법령을 참고한 것이라고 설명할 뿐 수정이나 보완을 하지 않았다. 배·보상 담당자들은 이의제기 금지규정이 화해 효력 이상 의 의미가 아니었다고 주장했지만,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에게 진상규명 활동까지 어려워 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했고, 피해자들 사이를 분열시키기도 하며 배·보상 지급신청에 영 향을 주는 등 문제를 초래했다. 이는 피해자들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측면에서 헌 법에 위배된 것은 물론 참사 관련 문제제기를 하거나 배·보상으로 구제받으려는 피해자 들을 위축시켰던 점에서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었다. 해당 문구는 결국 위헌결정으로 삭제

제3장

233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됐지만 이미 정부의 배상금 지급이 마무리된 후였다.

2016년 대형 재난사고 발생 시 위자료 기준 금액이 상향돼 동일한 참사로 인해 피해를 보 았는데도 정부 배·보상을 신청한 사람과 국가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람 간 위자료가 2배 이상 차이가 나게 됐다. 한편 해당 국가손해배상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일부 유가족이 정 부 배·보상금을 수령했으므로 형평을 고려해 위자료를 정한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와 심의위원회는 배·보상 추진 당시 위자료 상향의 변화 흐름을 검토하지 않고 정부예산과 관계없는 국민 성금과 보험금까지 고려해 위자료 기준을 산정했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각 종 독려로 배·보상을 수령한 피해자와 국가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피해자 모두 불이익 을 받게 됐다. 해양수산부는 2015년 4월 1일 브리핑에서 정부가 지급하지 않는 국민 성금과 여행자보험 까지 합산하여 단원고 희생 학생 기준으로 총액 8억 2,000만 원을 수령할 것이라 발표했 고, 언론사들은 총 수령금액을 강조해 기사를 작성했다. 국민은 모든 금액이 정부 예산인 것으로 오인했으며 피해자들은 악성 댓글과 막말 등으로 심각한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봤고, 지인이나 친족들과도 단절되며 고립감을 느껴야 했다. 피해자들은 배·보상이 당연 한 권리인데도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는 것 같은 압박을 받는 조건에서 신청해야 했다. 청와대 전 행정관 수첩 메모의 내용을 보면 정부 차원에서 배·보상금을 포함한 세월호 관 련 비용을 부풀려 홍보하고자 했음을 추정할 수 있으나 2015년 4월 1일 브리핑에 대해 특 정한 여론 호도 의도나 지시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6) 피해자 법률지원 재난을 겪은 사람들은 스스로 생명을 잃거나, 소중한 사람을 잃거나,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자신의 권리를 떠올릴 겨를도 없이 권리를 침해당한다.322) 따라서 재난피해자에 게 신속한 법률지원이 필요하다. 세월호참사와 관련해서는 법무부 법률지원단, 안산시 합 동법률지원단, 대한변협, 민변 등이 피해자를 위한 법률지원을 했다. 322) 4·16재단, “피해자 권리 매뉴얼”, 2021.

234 제 3 장 세월호참사
문제와 개선
피해지원의

먼저 법무부 보험금·손해배상청구·후견·상속 등 피해자의 법률지원을 위해 참사 당일

법무부 법무실장을 단장으로 하고, 검사 17명과 법무관 65명 등으로 법률지원단을 구성

해 운영했다. 당시 안전행정부의 전담공무원 일대일 서비스와 연계해 희생자 가족별 전담 법무관을 지정해 법률상담에서부터 서식작성 대행까지 피해자 등 44명에게 법률 서비스 를 제공했다(2014년 7월 7일 기준). 법무부가 제공한 법률 서비스는 보험금 및 손해배상 청구 방 법, 피해자 명의 예금 확인, 피해자 소유 부동산 및 동산 소유권 이전방법 등에 대한 상담 이었다. 또 법무부 산하 대한법률구조공단도 피해자에 대한 개인회생·손해배상 등 법률 상담 10건에 대해 지원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시행한 법률지원은 세월호참사 피해자 를 위해 특별히 계획한 것은 아니며 참사 발생 2년 후인 2016년 5월 이후 법률구조공단의 업무 범위인 경제적 약자에 대한 법률구조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안산시는 2014년 4월 24일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안산지회(이하 안산지방변호사회)에 세월호참 사 피해자에 대한 법률지원 협조를 요청했고, 4월 29일부터 경기도·경기중앙지방변호사 회·안산지방변호사회가 합동법률지원단을 구성해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화랑유원지에 법률상담 부스를 설치하고 피해자 법률지원을 시행했다.

제3장

유족대책위를 방문해 통합안 설명회를 개최했고, 여기에서 청취한 의견을 종합해 「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을 마련했다. 2014년 7월 2일에는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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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이후 2014년 5월 16일 희생자 가족의 법률자문 일원화가 요구되면서 4·16가족협의회와 대한변협은 공익법률지원단을 운영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이에 안산시는 합 동법률지원단을 축소해 운영하다가 5월 30일에는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와 안산지방변 호사회 소속 변호사들이 대한변협 공익법률지원단에 합류하면서 운영을 종료했다. 대한변협은 세월호참사 발생 다음 날인 4월 17일 소속 변호사 중에서 공익법률지원단을 모집하기 시작하고 모집에 응한 변호사 514명으로 공익법률지원단을 구성했다. 또 4·16 가족협의회와 ‘법률지원과 대책 마련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5월 18일 ‘세월호참사 피해자 지원과 진상조사특별위원회’(이하 대한변협 세월호특위)를 출범시켜 활동했다. 대한변협 세월호특위 산하 특별법제정팀이 대한변협 세월호특위의 법률 초안을 마련했다. 그 후 민 변의 법률 초안과 통합해 대한변협 통합안을 마련한 뒤 4·16가족협의회와 일반인희생자

회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취합해 수정·반영한 법안을 만들었고, 7월 5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약 350만 명의 서명을 받아 4·16특별법 청원국민대표단의 이름으로 입법 청원

했으며, 이렇게 입법 청원된 법률 초안은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 을 위한 특별법」 [2015.1.1. 시행] [법률 제12843호, 2014.11.19., 제정]으로 제정됐다.

그밖에도 대한변협 세월호특위 산하 언론대응팀은 편파 보도, 왜곡 보도 등을 확인해 방 송통신위원회에 민원을 신청했고, 언론 이외에도 온라인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경우 피해자의 법률대리인 자격으로 고소·고발 등 법적인 대응을 했다.

2014년 4월 25일 민변은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피해자지원을 위해 세월호참사 진상규 명과 법률지원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산하에 4·16법률지원센터를 두었는데 특별위원회 에서는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에 초점을 맞춰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17대 과제 중간 검토 보고서’와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기관보고에 대한 검토 보고서’를 발간했으며, 4·16법률지원센터는 진상규명, 배·보상, 추후 소송 등에 초점을 맞 춰 피해자 진술청취카드를 작성했다.323) 7) 피해지역의 회복 지원 가) 공동체회복 프로그램과 공동체복합시설 (1) 안산지역 공동체 피해 상황 2014년 4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대안산병원에서 외래진료 를 받은 간접 피해자 수는 총 65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세월호참사 초기 안산지역 주민 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심했음을 보여주는 수치였다. 안산지역 주민들의 스트레스 지 표는 6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올라갔으며 이로 인해 삶의 질 지수가 1년 가까이 계속 하 락했다. 323) 이 진술청취카드에는

236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참사 당시 상황, 팽목항·진도체육관 상황, 구조와 수습 과정, 건강상태, 경찰 등 국가의 감시, 생계지 원과 심리치료, 배보상 관련, 언론보도 및 정보통신망 게시물 관련, 진상조사 관련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표 3-6 안산시와 경기도 주민의 삶의 질 지표(SF12-Mental) 지수 비교

지역 사고 전 사고 후

집중피해지역(고잔동, 와동, 선부동) 53 47

안산지역 주민 53 52 경기지역 주민 53 52 표 3-7 집중피해지역 3개 동 주민 대상 우울, 스트레스 및 수면 질 조사 결과

반응척도 사고 전 사고 후

우울 정도 (Beck Depression Inventory) 7 9

스트레스 정도 (Perceived Stress Scale) 16 18

수면의 질 정도 (PSQI, 낮을수록 정상수면) 4.5 5.7

제3장

공동체회복프로그램 개발 및 공 동체복합시설 설치방안에 관한 연구’(이하 2016공동체회복연구)에서도 지역공동체의 구성요소인 324) ‘참사 이후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참가자의 35%는 무기력감, 불안감, 국가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선택 했고, 미흡한 진상규명(20%), 시민들의 무관심과 잊혀짐(11%), 시민들 사이의

2016년 국무조정실이 시행한 ‘세월호 피해 관련 안산지역

325) 안산시는 2014.7.1. 민선 6기 시장 취임 이후 ‘세월호사고수습지원단’을 설치하여 기존 부서별로 수행하였던 수습 업무를 지원단 중심으로 전담하도록 했다.

237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2015년 2월 7일 안산시와 지역 민간기관·단체들은 공동으로 안산시민 1,000인 대토론회 를 개최했고 당일 875명의 안산시민이 이 자리에 참석했다. 토론회 개최일이 참사 후 300 여 일이 지난 시점이었는데도 참가자 중 80%의 시민들은 심리적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고 응답했다.324) 안산시의 지역경제 침체는 지역주민의 갈등을 일으켰다. 일부 상인들은 세월호 추모와 진 상규명 촉구 현수막이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고, 안산시 세월호사고수습 지원단325)에 현수막 철거 요청 민원은 하루 300~500건 정도로 쏟아졌으며, 2014년 8월 경 일부 주민들이 세월호 현수막 25점을 철거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의견 차이와 갈등(11%), 안산시 소비 위 축 등 경제적 영향(9%), 이웃(친구, 가족)과 대화의 어려움과 소원해진 관계(5%)가 뒤를 이었다. 또한 ‘세월호 사태가 심 리적으로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나’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주 많이 영향을 받고 있다(38.7%), 많이 영향을 받고 있다 (40.2%)고 응답했다.

지리적 영역, 사회적 상호작용, 공통의 연대가 상실됐음을 언급하고 있다.326)

(2) 안산시와 민간의 공동체회복 활동 국무조정실의 2016공동체회복연구에 따르면 안산지역 30개의 단체에서 세월호참사 이 후 조사 당시까지 진행했던 회복 치유프로그램은 총 149개였다. 참사 초기에는 피해자 상 담·심리치유·힐링 등 정신적인 안정이 중심이었고 2015년 이후에는 피해자의 사회 복귀, 그리고 일반 주민과 피해자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추가됐다. 참사 당일 저녁부터 안산시 곳곳에서 자발적인 촛불 집회가 이어졌고 시민들은 4월 17일 에 ‘무사 귀환을 위한 안산시민들의 모임’을 구성하고, 4월 21일부터는 ‘세월호 문제해결을 위한 안산시민사회연대’라는 이름으로 활동에 나섰다. 이후 시민들의 활동은 진상규명 및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활동으로 확장됐고 5월 15일 ‘세월호 문제해결을 위한 안산시민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집중 피해지역인 안산시 와동에 있는 천주교 수원교구 와동성당에 다니던 학생 16명이 희생됐기에 수원교구 생명위원회는 신자들의 성금으로 2014년 12월 20일 안산생명센터 를 열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또 신도였던 학생 6명이 희생됐던 명성교회는 유가족의 일 상 복귀를 위해 마을의 공동체 회복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0416 쉼과 힘’을 열고 운영했다. 진도 팽목항과 안산을 오가며 유가족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하던 정신과 전문의와 동 료들은 유가족들이 편하게 머물 수 있는 이웃집 같은 공간과 손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2014년 9월 11일 ‘치유공간 이웃’이라는 민간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식사 모임, 뜨개질 모 임, 생일 모임 등을 운영했으나 예산 확보가 어려워서 2021년 1월 사업을 종료했다. 2015년 1월 6일 안산시는

238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역 내 갈등을 해소하고 각계의 유가족 지원 활동을 연계하기 위해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도록 조례를 제정하고,327) 안산시 4·16세월호참사 피 326) 국무조정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세월호 피해 관련 안산지역 공동체 회복프로그램 개발 및 공동체 복합시설 설치방안에 관한 연구”, 2016, 23쪽, 피해지역 공동체 현황 327) 「안산시 4·16세월호참사 피해극복 대책 협의회 구성 및 운영 조례」 [시행 2015.1.6.] [경기도안산시조례 제1871호, 2015.1.6., 제정]

해극복 대책협의회(이하 4·16대책협의회)라는 이름으로 민관협의체를 발족시켰다. 4·16대책협 의회는 피해자 대표를 포함해 시의원·소상공인·언론인·의료계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

30명으로 구성됐으며 2018년 12월 31일까지 운영됐다. 4·16대책협의회는 ①공동체 회복 ②추모시설 ③안산 도시 활성화·이미지 개선 ④안전 한 안산의 4가지 분과로 구성돼 의견 수렴과 논의를 진행했으나 추모공원 봉안시설 포함 문제 등 의견대립이 첨예한 사안들에서는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한편 2014년 12월 30일 안산시장은 “세월호 사고 지역에 대하여는 별도의 좋은마을만들 기팀을 2015년 2월 중 신설하고 종합적인 추진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안산시는 자치행 정과 내에 별도의 체계를 구성하고 집중 피해지역을 담당하는 희망마을사업추진단을 출 범시켰다. 주요 사업목적은 세월호 피해지역 주민공동체 치유와 회복, 안산시민 정주(定住) 의식 고취와 지역공동체 형성, 공동체 회복을 통한 도시 이미지 개선 등이었다.

(3) 공동체회복프로그램 및 공동체복합시설 건립 추진 과정

(가) 안산지역 공동체회복프로그램 개발 및 시행 국무조정실이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맡긴 2016공동체회복 연구용역328) 보고서는 안산지 역의 공동체회복프로그램이 주로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지역사회가 피해자와 일 반 주민으로 양분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공동체회복프로그램에 피해자와 안산시 주민 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실효성을 더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329) 행정자치부는 2017년 2월 16일 2017년 공동체회복프로그램에 국고보조금 5억 원을 지원

328) 연구용역의 결과를

체회복프로그램

제3장

239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바탕으로 2016.6.1. 제5차 지원추모위원회에서 ‘세월호 피해구제 및 지원특별법에 의한 안산지역 공동
지원 대책(안)’이 의결되었다. 해당 대책(안)은 13개 유형 22개 프로그램을 제시하면서 3년간 총 50억 원 을 지원하고, 향후 계획으로 2017년 정부 및 지자체 지역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예산 편성(행정자치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 안산시)을 하는 내용이었다. 329) 연구진은 일반적인 안산시 현황과 당시 진행되고 있는 공동체회복프로그램을 조사하여 분석했고, 우수 마을공동체 운영 사례를 중심으로 14개 국내 사례와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의 해외 사례를 조사했다. 또한 전문가 그룹, 30개 시민단체, 안산시 공무원(100명)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선호도를 조사하고, 일반주민(540명)과 학생(201명)을 대상으로 주민 의견 을 조사했다(2016.2.17.~2.19.). 이를 종합하고 세월호 가족대표(7명)의 의견을 수렴하여 공동체회복프로그램 개발(안)을 기획했다. 또한 연구진은 13개 유형, 22개 프로그램을 제안하면서 “세월호 피해가족 중심의 치유, 상담 프로그램은 안산 트라우마센터에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수행하고, 지역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프로그램만을 집중적으로 수행”하는 것 으로 했다.

하기로 확정하고, 안산시는 4월 25일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2017년부터 2019 년까지의 1단계 사업은 침체된 지역사회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공동체 회복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 특징이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의 2단계 사

업은 대상을 세월호 집중 피해지역에서 안산시 전역으로 확대하고 재난극복 공동체회복

모델 정립을 통한 대내외적 성과를 확산하고자 했다. (나) 공동체복합시설 건립 추진 「세월호피해지원법」 제32조는 공동체복합시설 설치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국무 조정실의 2016공동체회복연구 내용에는 공동체복합시설 설치방안이 포함됐고, 연구용역 결과를 반영해 2016년 6월 1일 제5차 지원추모위원회에서 의결된 ‘세월호 피해구제 및 지 원특별법에 의한 안산지역 공동체회복프로그램 지원 대책(안)’에 공동체복합시설 설치방 안이 포함됐다.

안산시는 2016년 8월 공동체복합시설 건립 방안을 검토했으나 시기적으로 이르다는 판 단으로 건립을 유보했고, 이후 2017년 9월 공동체복합시설 건립 계획을 수립했지만 추모 공원이 우선 추진돼야 한다는 피해자들의 요구가 있어 진행되지 못했다. 2018년 7월 민선 7기 시장의 취임 이후 안산시의 지역발전 사업을 논의했고 공동체복합시설 기본계획 연 구용역을 다시 추진했다. 안산시는 2020년 공동체복합시설 건립 지방재정 투자심사(중앙)에서 기존 주민시설 기능 과의 차별성 부족, 공동체복합시설 건립 타당성 부족 등을 이유로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 고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행정안전부는 2020년 타당성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다시 추 진했고 이를 바탕으로 2021년 1월 ‘안산 공동체 복합시설 건립계획(안)’이 수립됐으며 2022 년도 예산에 반영됐다. 공동체복합시설의 위치는 단원고 인근인 원고잔공원 내로 결정됐 는데 주민들 접근 용이, 세월호를 매개로 한 공동체 강화, 단원고와 인접해 학생·교직원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공동체복합시설은 2022년 현재 건설 중으로 2024년 12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240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나)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

(1) 안산시와 진도군의 지역경제 피해 상황 피해지역의 종합적인 피해 현황과 규모 추산에는 해당 지역의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뿐 아 니라 직·간접 피해자들의 피해와 피해지역의 트라우마로 인한 사회적 손실, 세월호참사 이후 다양한 입장의 대두와 논란으로 발생한 사회적 비용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국무조정실이 2016년에 시행한 연구에 따르면 세월호참사가 일어난 2014년 4월 이후 안 산시의 음식점·유흥업소·숙박업소 등 업종별 매출액이 10~6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 으며 안산시의 소상공인 휴·폐업률은 37%에 달했다.

2014년 6월 안산시 공무원들이 상가를 직접 방문해 모니터링한 결과 외식 및 쇼핑 자제 등 소비심리가 급랭했고 단원고와 정부합동분향소가 있었던 지역의 업체들에서 침체 정

도가 더 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 내 추모 분위기와 상권 활성화 요구 간의 상충과 주 민들 간 갈등이 발생하면서 상인들이 시내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표 3-8>을 보면 안산시 지방소득세는 전년 대비 9.44%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제3장

한편 범대본은 참사 초기 언론 브리핑을 통해 주차, 숙박시설 부족 등을 이유로 진도군 방

‘진도 방문 자제’라는 TV 자막 방송을 ‘팽목항 방문 자제’로 변경하도록 건의했으나 해당 자막은 언론 방송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도됐 고 진도군 지역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표 3-8 안산시 지방소득세 변화 추이(통계청 자료 취합) 시점 지방소득세 (천 원) 전년 대비 증감률

241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자제를 요청했다. 진도군 지원상황실은
(%) 2011 100,163,5842012 109,828,669 9.65 2013 118,120,869 7.55 2014 106,969,331 -9.44

3-9 진도군 지방소득세 변화(통계청 자료 취합) 시점 지방소득세 (천 원) 전년 대비 증감률 (%) 2011 1,950,8802012 1,569,392 -19.55 2013 1,465,554 -6.62 2014 1,076,915 -26.52 표 3-10 진도군 5대 주요관광지 방문객 변화 추이(단위: 명) 구분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연간합계 128,426 98,697 119,825 123,235 138,016 180,636

진도군의 2014년 지방소득세는 전년 대비 26% 이상 감소하는 등 감소 폭이 매우 컸다. ‘보 배섬’으로 각광받던 진도가 좋지 않은 이미지로 각인돼 지역경제가 침체되자 진도군 주민 들은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며 진도군 범군민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범군민대책위원회가 주민 소득 감소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3년 4월 16일~6월 30일 과세자료로 2014년 같 은 기간의 매출액 감소를 추산한 결과 총피해액은 898억 원 규모였다. 이는 2013년 진도 군 지역내총생산의 19%에 달하는 규모로 이 중 숙박업을 제외한 관광업 피해액이 200억 원, 어업 피해액이 695억 원이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의 진도군 주요 관광지(소전미술 관·운림산방·해양생태관·국림남도국악원·향토문화회관)는 2017년이 돼서야 2013년의 관광객 수치 이상을 기록하는 등 회복될 수 있었다. 사고 수습과 유류 방제로 조업 중단, 낚시업의 잠정적인 중단에 따른 낚시객 감소 등 어가 의 부수입원 축소 등의 피해도 발생했고 진도군 내의 외식·회식·유흥은 거의 중단된 상 황이었다. 세월호참사 이후 진도지역의 수산물 판매량도 급감했다. 재난의 간접손실에 관한 한 연구에 따르면 세월호참사로 인한 진도군의 연관 산업 생산 중단 및 축소로 약 1,375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330) 유류 피해나 과세자료에 포함되지 않은 330) 현수현, 김학열, “자연재난 및 사회재난의 사회경제적 간접손실 분석”, 한국방재학회 논문집, 2018, 18(4): 297~309쪽

242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영세업자와 영세 농어가의 피해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 컸다고 추정된다. (2) 사업 추진 과정 2014년 안산시는 부시장이 주재하는 범부서 TFT를 만들어 총 34회의 지역경제 대책회의 를 개최했다. 또 매주 지역 상인이 참여하는 현장회의를 열었고, 각 부서에 흩어져 있는 지 역경제 관련 업무의 총괄 부서를 지정해 집중적으로 관리하도록 했다. 진도군의 경우 참 사가 발생한 지 70여 일이 지나면서 진도군 주민들은 현실적인 보상과 지원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진도군 범군민대책위원회는 진도군민 피해 조사와 이에 따른 후속 조치로 피해 보상과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을 정부에 건의했고, 세월호참사 3주기에 추모 및 기억행사 를 주최하기도 했다. 또 진도군 소상공인, 농·축·수산인 등 피해 군민 지원방안을 마련하 기 위해 진도군 특별지원에 관한 건의서나 진도군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제정을 촉구하는 결의문 등을 제출했다.

2015년 3월부터 시행된 「세월호피해지원법」 제22조는 안산시 및 진도군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가가 특별지원방안을 강구하고 시행하도록 규정했다. 국무조정실 지원추모사업단

은 2015년 5월부터 8월까지 지역경제 여건을 파악하고, 지자체 수요조사 및 부처별 지원 대책을 발굴해 관계 부처 검토·조정을 통해 지역별 경제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진도군은 ‘2016년 국고지원 건의사업 조서’를 제출했으며 안산시도 ‘안산시 경제 활성화 를 위한 국비 지원 건의 요청서’를 제출했다. 지원추모사업단은 10개 부처에 내용 검토를

요청하는 한편 추가 건의·검토를 거쳐 사업을 최종 선정했다.

안산시에서는 문화광장활성화사업으로 안산문화광장의 명소화, 스마트허브 도로기반 시설 사업으로 노후도로 정비,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조성사업, 지역경제 활성화 도모를 위한 사회적 기업 제품판매 매장 운영, 안산 방아머리지구 연안정비공사, 권역별 관광성 확대 및 체류형 관광객 증가를 위한 시화호 뱃길 조성, 와동기쁨어린이공원의 희망마을 상상놀이터 및 지하주차장 조성, ‘올해의 관광도시’ 지정 및 안산의 관광콘텐츠 개발 등 총 10개 사업이 추진됐다.

제3장

243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진도군에서는 국가명승지활성화사업으로 진도군 내 국가명승지 운림산방 시설 개보수, 여객선 접안시설 개선, 진도 공설운동장 내 장애인 테니스장 개보수, 진도 여행 종합안내 센터 신축 사업, 진도문화를 소개하는 서·화·창 풍경길 만들기, 진도 해양복합관광사업, 진도항 연안여객선 이용객과 지역주민들의 편익 증진을 위한 진도항 연안여객터미널 신 축 등의 사업이 추진됐다.

8)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추모

세월호참사 이후 국회는 2014년 4월 29일 본회의에서 추모공원 및 추모비 건립을 내용으 로 하는 ‘세월호 피해지원 및 진상규명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5월 19일에는 대통령이 대국 민 사과를 하며 추모비 건립과 4월 16일을 국민안전의 날로 지정할 것을 제안했으며, 6월 29일 국무총리는 희생자 추모비와 추모공원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가) 정부합동분향소 설치와 철거 경과 4월 20일 오전 일부 희생 학생 유족들이 고대안산병원 상황실에 모여 희생자 유족대책위 원회(준) 임시 회의를 하고 합동분향소 설치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4월 22일 범대본은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희생 학생 가족대표와 합의하고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 학생 및

선생님 장례 준비 합의문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임시분향소를 안산 올림픽기념체육관 에 설치해 경기도교육청이 4월 23일부터 조문을 받고, 안산시는 화랑유원지에 공식 분향

소 설치를 준비해 4월 29일부터 조문을 받는 것이었다.

인천광역시에도 정부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 인천광역시는 4월 22일 인천 서구 국제성모 병원에 인천과 경기지역 희생자 11명의 합동분향소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인천광역시는 4월 29일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 합동분향소를 추가로

244 제 3 장 세월호참사
문제와 개선
피해지원의
전행정부가 광역지방자치단체에 국민적인 애도와 추모를
합동분향소 를 설치해 달라고 요청해 진도 팽목항·서울광장·제주도 체육회관 등을 포함해 광역단위 17곳과 기초단위 132곳에 합동분향소가 설치됐고 공공기관을 비롯한 여러 곳의 기관과 장소에 자발적인 합동분향소가 설치되기도 했다. 정부합동분향소의 명칭으로 운영된 곳 은 안산시와 인천광역시 합동분향소였다.
설치했다. 이와 함께 4월 28일 안
위해 지역 단위로

안산 정부합동분향소는 4월 29일 시내 중심에 있는 화랑유원지 제2주차장에 설치됐

다.331) 안산 정부합동분향소는 정부가 주관하고 안산시가 운영하며 경기도와 경기도교

육청이 인력 등을 지원하는 것으로 했다. 범대본은 안전행정부·교육부·해양수산부 등 12개 기관이 참여하는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 학생 장례지원단’을 구성했으며, 이후 ‘세월 호 사고 희생자 장례지원단’(이하 장례지원단)으로 명칭을 바꾸고 유가족과의 협의 창구를 일 원화했다. 세월호참사 100일째인 7월 2일까지 전국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 수는 220만 4,224명, 안산 정부합동분향소를 방문한 조문객 수는 61만 2,999명으로 집계됐다. 세월호참사 당시 합동분향소 설치·운영 등은 세부적 지원 항목과 예산 집행 근거가 미비 했기 때문에 「재난안전법 시행령」 [2014.2.7. 시행] [대통령령 제25139호, 2014.2.5., 일부개 정]에 따라 중앙행정기관의 장과의 협의 및 중앙대책본부의 심의를 거쳐야 했다. 참사 직 후 안산시는 특별교부세의 일부와 긴급지원 운영특례 지침에 따른 예비비의 일부 등을 정 부합동분향소 운영비로 집행했다. 2015년 안산시는 합동분향소 운영을 위해 특별교부세 의 조속한 집행을 요청하는 공문을 중대본을 비롯해 안전행정부·행정자치부·국민안전 처 등에 수차례 보냈으나 답변을 받지 못하는 상황도 있었다. 국무조정실 세월호 현안 관 계 차관회의에서는 2015년도 정부합동분향소 운영비는 국민안전처가 지원하고, 2016년 도부터는 해양수산부 재해대책비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재해대 책비 사업 내역에 분향소 운영비가 들어가는 것은 곤란하다고 해 국회 예산심의회에 반 영되지 못했다. 결국 관계 차관회의에서 다시 논의해 우선 재해대책비로 집행하고 필요 시 예비비로 지원하기로 결정됐다. 이후에도 정부합동분향소 운영비는 매년 본예산이 아 닌 ‘성립 전 예산’으로 사용하고 추경에 반영하는 형태로 국비 지원이 됐고, 2016년 말에도 2017년 정부 본예산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합동분향소 운영이 장기화되면서 안산에서는 지역경제 침체와 피해를 호소하는 민 원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2015년 10월 1일에는 화랑유원지 내 매점과 식당 상인들이 경기 도와 안산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으며, 합동분향소 주변 추모 현수막이 훼

손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331) 합동분향소의 규모는 2,520㎡로 그중 분향소동은 대형 막구조 텐트(2,400㎡, 가로 60m, 세로 40m)로 설치되었고, 유가 족 대기실, 종교단체, 자원봉사, 운영시설 등 66개 동은 몽골텐트로 설치되었다.

제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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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2017년 세월호 추모공원 후보지 중 화랑유원지가 적합하다는 국무조정실의 ‘세월호 추모 사업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 보고서’ 결과가 시민들에게 알려지고 지역 내 찬반 의견이 대립하자 2018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4·16생명안전공원 문제가 쟁점

으로 부각됐다. 이에 안산시장은 2018년 2월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 동분향소가 자리한 화랑유원지에 희생자 봉안시설을 포함한 추모공원 조성 방침을 밝히 면서 세월호참사 4주기 합동 영결식 후 정부합동분향소 운영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합 동 영결식 다음 날인 4월 17일부터 정부합동분향소의 철거 작업이 시작돼 4월 30일 철거 가 완료됐으며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 있던 세월호 추모 물품, 세월호 선체 조형물, 방명 록, 액자 등 2,550점은 4월 26일 서울시 신청사 지하 4층 문서고로 이전됐다. 인천·경기·서울·제주 등 거주지가 달랐던 일반인 희생자의 유가족들은 2014년 5월 12일 일반인희생대책위를 구성했다. 일반인희생자대책위의 건의에 따라 인천 서구 국제성모병

원 합동분향소는 5일 18일 미래광장 내 합동분향소로 통합됐으며 인천광역시는 유족대

기실을 만들고 편의시설을 제공했다.

또 일반인희생자대책위는 5월 20일 해양수산부와 안전행정부와 면담하면서 일반인 희생

자 유가족이 정부 지원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점을 제기했고, 안전행정부는 5월 22일부터 인천광역시 정부합동분향소 지원단(이하 인천 분향소지원단)을 구성하고 안전행정부 파견관 2명

을 분향소에 배치했으며, 5월 26일부터 일반인희생자대책위 사무실이 있던 건물에 법무 부 공익법무관 2명을 배치했다.

일반인희생자대책위는 8월 14일 안전행정부 및 인천광역시와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 건립 의 제반 추진 절차를 협의했다. 하지만 인천광역시의회에서 국비가 지원되기 전에 시

246 제 3 장
개선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예비비로 지원하는 문제가 제기돼 논의가 잠시 중단됐고,
추모관 건 립 예비비 지원을 승인한 후 합동 영결식 관련 합의가 이뤄지면서 12월 27일 인천 정부합 동분향소는 철거됐다. 인천 분향소지원단이 2014년 12월 22일까지 집계한 합동분향소 총 조문 인원은 3만 7,347명이었고, 안치된 영정 및 위패는 38위(인천 17위, 서울 4위, 경기 13위, 제주 4위)였다.
(市)
10월 14일 시의회가

나) 일반인희생자 추모관 건립과 4·16생명안전공원 조성

(1) 인천 일반인희생자 추모관 건립 및 운영 일반인희생자대책위는 2014년 5월 13일 인천시장과 면담해 인천 가족공원 내 일반인 희 생자 추모공원 조성에 대해 협의했다. 5월 18일 안전행정부는 국무조정실 관계차관회의에

서 이를 검토했으며, 5월 23일 일반인희생자대책위와의 면담에서 추모공원 조성 관련 협 의를 했다. 인천광역시는 일반인희생자대책위와 함께 인천 가족공원을 답사하고 추모관 건립 후보 지 3곳을 선정했고, 일반인희생자대책위는 그중 한 곳을 확정했다. 8월 14일 안전행정부 와 인천광역시는 일반인희생자대책위의와 추모관 건립을 위한 제반 추진 절차를 논의한 뒤 이에 따라 일반인희생자대책위는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 건립 건의서’를 인천광역시와 안전행정부에 제출했고, 안전행정부는 국비 등 행정적인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회 신과 함께 인천광역시에 추모관 건립 협조를 요청했다. 인천광역시는 총사업비 26억 8,400만 원 중 시(市) 예비비 8,400만 원을 먼저 투입해 용역 업체를 선정하고 11월 14일 추모관 조성사업 설계를 착수해 12월 26일 기본설계(안)을 결

제3장

제출했다. 해양수산부는 추모사업비 지원 부처가 해양수산부임을 고려해

2016년에

247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한하여 운영비를 지원하되
정했다. 이후 2015년 4월 24일 도시계획시설실시계획(변경)을 인가했다. 「세월호피해지원법」 시행 이후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 건립 사업이 지원추모위원회 의 심의·의결 사항이 됐고, 2015년 4월 3일 제1차 회의에서 건립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추모사업 분과위원회는 2015년 9월 ‘4·16세월호 추모사업 기본방향’을 확정했으며 추모 관은 2016년 1월 4일에 준공하고 세월호참사 2주기인 4월 16일 개관했다. 한편 추모관 개관 전인 2015년 10월 14일 지원추모위원회 제4차 회의에서 인천광역시는 추모관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4·16재단 설립 전까지 정부의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 견을
지원추모위원회의 심의·의결이 필요하며, 추모관 운영 주체는 건물 소유자인 인천광역시와 국무조정실 지원추모사업단이 논의해 결정할 사항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후 12월 7일부터 진행된 제3차 추모사업 분과위원회 서면심의에서 국

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 인천광역시가 추모관 준공 후 운영비 확보 및 지원방안 등을 협의 하기로 했으나 추모관 운영 주체를 놓고는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인천광역시는 운영 주 체와 비용 방침을 조속히 정해 달라고 거듭 건의했다.

세월호참사 2주기인 2016년 4월 16일 추모관이 개관된 뒤에도 운영비 지원 결정이 지연됐 다. 추모관은 인천광역시가 인천시설관리공단에 위탁해 임시로 운영했고, 일반인희생자 대책위 임원들이 상주해 관리했다. 국무조정실 세월호 관계 차관회의에서 추모관 운영비 가 쟁점 사항으로 논의됐으나 확정 짓지 못했고 4·16재단 설립 전까지 한시적으로 행정자 치부와 국민안전처의 특별교부세를 지원하는 것으로 잠정 결정됐다.

임시 위탁 운영을 맡은 인천시설공단 가족공원사업단은 추모관의 전시관은 폐쇄한 채 안 치관만 운영하다가 7월 29일 지원추모사업단의 지원 조치에 따라 해양수산부가 4·16재 단 설립 전까지 국비로 운영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일단 4개월 치 예산 1억 4,600만 원 을 편성·지원하여 9월 1일부터 정상적으로 운영했다. 그러나 2016년 말 인천광역시가 추 모관 인건비와 운영비의 국비 지원을 요청했지만, 기획재정부가 근거 미비를 이유로 예산 에 반영하지 않아 2017년 추모관 운영비는 또다시 편성되지 않았다. 이에 일반인희생자대 책위는 2017년 1월 1일 자체적으로 추모관를 폐쇄했고, 2월 15일 해양수산부 예산이 지급 되면서 운영을 재개했다.

2019년 2월 4·16재단이 정부 지원 공식 재단으로 선정된 후 인천광역시는 「인천광역시 4·16세월호참사 희생자 추모 및 안전사회를 위한 조례」 [2019.9.23. 시행] [인천광역시조 례 제6237호, 2019.9.23., 제정]를 마련했고, 인천광역시의회가 2020년 2월 10일 ‘세월호 일 반인 희생자 추모관 운영 민간위탁 동의안’을 가결하면서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 운영·관 리는 4·16재단에 위탁됐다. 위탁 운영 기간은 2022년 12월 31일까지 3년간이며, 추모사업 은 추모관 운영 및 관리, 홈페이지 및 전시영상 장비 유지 관리, 추모식 진행 및 추모관 홍

248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보 등이다. (2) 안산 4·16생명안전공원 조성 과정 참사 직후 희생 학생 가족대표와 범대본은 합동분향소 설치와 함께 장지와 묘역은 안산

시 와동 꽃빛공원에, 추모비는 화랑유원지로 설치하기로 논의했으나 이후 추모공원과 묘 역이 함께 설치될 경우와 분리될 경우의 장·단점 등을 추가 검토하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 했다. 「세월호피해지원법」 제정으로 도심에 봉안시설을 포함한 추모공원 조성이 가능해지 자 유가족들 사이에서 화랑유원지가 4·16생명안전공원의 유력 후보지로 떠올랐다. 4·16가족협의회는 2014년 말 4·16희망과길찾기 안산시민 1,000인 원탁토론회 추진위원 회에 참여하는 한편 안산 시민단체에 주민들과의 간담회를 요청하고, ‘0416 쉼과 힘’에서 시민들과 함께하는 공방 수업, 나눔 문화장터 ‘엄마랑 함께하장’ 개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주민들과 교류를 넓혀나갔다. 국무조정실 지원추모사업단은 안산지역 주민들의 의견 수렴, 현장 조사, 4·16가족협의회 간담회, 관계기관 회의 등을 거친 뒤 2015년 9월 7일 추모사업 기본방향(안)을 제출했고 안 산지역에 추모사업 추진을 위한 실무위원회 구성을 요청하고 추모사업 기본계획 용역을 시행했으며332) 용역 결과 5곳의 후보지인 화랑유원지·원고잔공원·단원고 뒷산·꽃빛공

원·하늘공원 중 화랑유원지 미조성부지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냈다.

대립하는 가운데

제3장

2017년 2월 화랑유원지에

249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위원회가 결성됐다. 또 4·16생명안전공원 후보지에 대한 용역 내용이 알려지자 당시 안산 332) 지원추모사업단이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2015년 9월부터 12월까지 시행한 ‘국내외 추모사업 사례 조사·분석 연구’는 국 내외 해양선박사고 추모시설 12곳을 비롯해 역사적 사건 추모시설, 재난사고 추모시설 등 39곳 중 27곳을 사례 조사 대상 지로 선정·조사하고 기본계획 용역 가이드라인과 명칭 선정 방안을 제시했다.
안산시는 추모사업 추진을 위한 실무위원회로 안산시장 추천 시의원, 4·16가족협의회 추 천 피해 가족, 지역주민 대표, 갈등관리 전문가 등 20명으로 하는 ‘4·16세월호참사 안산시 추모사업협의회’(이하 4·16추모협의회)를 구성했다. 4·16추모협의회는 4·16가족협의회와 함께 2016~2017년 동안 주민간담회·주민경청회 등으로 지역사회 의견을 수렴했으며 2016년 11월 10일 4·16안산시민연대가 주최한 ‘기억과 추모포럼’에서 4·16생명안전공원 가족협 의회 구상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반면 봉안시설이 포함된 추모공원 조성에 대해 주민들 간에 의견이
봉안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중심으로 대책

시에는 한 달에 수백 건의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당해 6월 7일 추모공원 조성에 찬성하 는 시민들이 안산시에 서명지를 전달했고, 6월 19일에는 조성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서명 지를 안산시장에게 전달하는 등 찬반 여론이 치열하게 맞섰다. 추모공원 조성에 반대하는 주민과 단체들이 안산시장실과 세월호참사수습지원단 사무실을 점거해 농성하는 등 갈 등이 격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4·16추모협의회의 위원 다수는 4·16생명안전공원 입지로 화랑유원지 내 미조성부지가 적합하다고 판단했지만, 지역사회에서 찬·반 의견이 맞서고, 봉안시설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가 확보되지 않아 최종결론을 내지 않았고 화랑유원지가 적합하다는 다수 의견과 부적합하다는 소수 의견, 향후 과제 및 제안을 담은 보고문을 2017년 6월 30일에 채택했 다. 안산시는 이를 국무조정실에 제출했다. 2018년 2월 20일 안산시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산 추모공원 조성 방침을 발표 했고, 이후 전국동시지방선거운동 과정에서 추모공원 조성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여야 후 보들이 추모공원에 대한 찬반 공약을 내놓는가 하면 ‘세월호 납골당 화랑유원지 결사반 대’와 같은 선정적인 구호가 등장하기도 했다. 새로 당선된 안산시장은 10월 12일 추모시설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불참으로 구성이 어려워진 ‘50인 위원회’ 대신 추모공원 조성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한 협의와 이해당사 자들의 참여를 통한 의견 수렴 및 통합·조정을 위해 관계 중앙부처 공무원과 시의원, 지 역주민과 전문가 등 25명이 참여하는 4·16생명안전공원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4·16생 명안전공원추진위원회는 2018년 11월 6일 1차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위원 25명 중 12명이 화랑유원지 추모시설 건립에 찬성하고 5명이 반대(위원장, 회의 진행자는 제외)함에 따라 다수 의견과 소수 의견을 함께 안산시에 전달하고 추후 논의 사항이 있을 때 다시 회의를 개최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2019년 1월 28일 안산시는

250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4·16생명안전공원 기본구상(안)을 해양수산부에 제출했고 국 무조정실 지원추모위원회는 2019년 2월 27일 안산시 추모시설 건립 기본방향을 의결했 다. 안산시는 국제설계공모의 추진 일정을 협의했고, 2020년 7월 15일 국제설계공모 전문

위원회를 구성해 2021년 6월까지 국제설계공모를 2단계로 진행했다.333) 공모전에는 총 75

개 국내외 팀이 작품을 출품해 그중 5개 작품이 본선에 올랐고 6월 30일 최종작품이 결

정됐다. 2021년 7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실시했으며 2022년 착

공, 2024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2년 현재 4·16가족협의회는 세월호참사를 기억하고 지역주민 간의 갈등을 해소하며 지역사회에서 추모공간이 온전히 자리 잡기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를 비롯한 다양한 활 동을 전국 곳곳에서 이어가고 있다.

4·16생명안전공원 공모당선작 설계에 따르면 세월호참사가 남긴 6,000여 개의 유류품이 아카이브 형태로 상설 전시될 예정이다. 현재 재난 희생자의 유류품 관련 규정은 없으며 「유실물법」 [2014.1.7. 시행] [법률 제12210호, 2014.1.7., 일부개정]에 따르면 소유자가 나타 나지 않을 시 처분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세월호참사의 유류품에 대해 피해자들은 재 난을 사회적으로 기억하는 상징물이자 안전사회의 가치를 실현하는 유산으로 활용하기 를 원했고,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와 해양수산부가 함께 논의하기 위해 2017년 3월 31일

세월호 선체 인양 후 유품 관련 협의체가 꾸려졌다. 2019년부터 현재까지는 우리 위원회 와 해양수산부, 4·16가족협의회, 0416단원고가족협의회, 일반인희생자대책위, 4·16재단 등이 참여한 유류품 관리 협의체로 재편되어 운영되고 있다.

3.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발생에 따른 현장의 혼란 세월호참사는 범정부적 통합대응이 필요한 대규모 사회재난이다. 또 해상과 육상에서의 지원 조치 전반에 관계기관의 실시간 정보공유와 협력이 필요한 대규모 해양재난이었다. 따라서 해양경찰은 해양재난 발생 시 구조본부로서 최단시간 내 사상자 후송이 가능한 333) 1단계에서는 2021.3.20.까지

국내외 조경, 건축 분야의 전문가가 단독 혹은 팀을 구성하여 응모할 수 있고, 1단계 심사에 서 선정된 5개 이내 팀이 2단계에 진출하는 것으로 했다. 2단계에서는 조경, 건축, 전시의 세 분야 전문가가 컨소시엄을 구 성해 6월 15일까지 작품을 접수하도록 했다.

제3장

251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가.
해양재난 및 다수사상자

항구 등을 지정하고 육상에 응급 차량을 대기시키는 등 수난구호활동의 역할조정과 지휘

및 통제를 해야 하며 경찰청·보건복지부·적십자 등 수난구호협력기관에 협력을 요청해 야 했다.

1) 현장수습을 위한 지휘·협업 부재 및 결정 지연 가) 해경의 상황전파 미흡에 따른 육상대비 미비 세월호참사 당일 먼저 구조된 생존자들이 대기할 수 있는 중간경유지가 필요했고, 이에 침몰 지점에서 가장 가깝고 헬기 착륙장이 있으며 해경출장소와 의료시설 등이 있었던

서거차도가 중간경유지로 결정됐다. 그러나 해양경찰은 다수의 생존자가 중간경유지인

서거차도로 이송된다는 것을 관계기관에 전파하지 않았고, 최종집결지인 팽목항에 대해 서도 마찬가지였다. 목포해양경찰서·서해청·해양경찰청 등은 상황정보문자시스템(E-MATE)으로 메시지를 실 시간 공유했지만, 생존자 이송 상황을 내부에 다르게 보고하거나 전달하기도 했다. 목포 해양경찰서는 11시 40분에 진도 쉬미항으로 생존자가 입항할 예정이라고 보고하고, 12시 23분에는 육상에 도착한 생존자들이 목포축구센터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그에 반해 서해청은 10시경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구조센터에 생존자들이 팽목항으로 이송될 것이라고 전달했다. 해양경찰로부터 정확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한 기관들은 자체적으로 조치를 취했다. 당시 전남소방본부 119상황실은 사고 상황을 관계기관에 전파하고 팽목항을 사상자 인계 장 소로 정해 출동을 지시했고, 진도군 보건소 등은 팽목항에 현장응급의료소를 설치했다. 진도군은 오전 9시 30분경 팽목항과 가까운 진도실내체육관을 생존자 임시보호소로 지 정했으며, 진도군 관계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생존자들을 위해 모포를 준비하는 등 대 비하기 시작했다. 나) 체계적이지 않은 사상자 명단 작성 및 전달 참사 당시 「수난구호법 시행령」 [2013.3.23. 시행] [대통령령 제24457호, 2013.3.23., 타법개 정]에 따르면 해양경찰은 구조된 사람이나 사망자를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인계할 때

252 제 3 장 세월호참사
개선
피해지원의 문제와

명단을 작성해 확인한 후 함께 인계해야 한다. 그러나 생존자들이 팽목항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신원 확인과 명단 작성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서해청은 생존자 명단을 별도로 작성하지 않았고, 함정·헬기·관공선·민간어선 등 구조

추정되며, 수행여행단 명단은 경기도교육청 공무원이 가지고 있었으나,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명단을 요청하는 안산시 공무원들에게 명단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

제3장

253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세력이 각각 실어 나른 인원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구조 인원을 집계했다. 123정은 다른 선박에 다수의 생존자를 인계하고 난 뒤에서야 배에 남아있는 인원의 신원을 확인했다. 전남707호는 123정에서 인계한 생존자들의 인원수만 파악하였을 뿐 이들에 대한 신원 확 인 조치를 수행하지 않았다. 명인스타호로 옮겨진 생존자들은 당시 함께 탑승한 123정 승 조원이 신원을 확인했지만 작성했던 인적 사항 자료를 진도 해양파출소에 인계하지 않았 다. 서거차도에서는 진도 해양파출소와 해양경찰 서거차도 출장소에서 신원 확인과 명단 작성 업무를 맡았으나 산발적으로 이뤄졌고, 생존자가 다른 생존자의 신원을 확인하기도 해 생존자 그룹별로 확인한 내용이 달랐다. 또 해양경찰은 생존자 명단을 외부에 제공하거나 인계해야 한다는 것 자체를 아예 염두 에 두지 않았고, 진도 해양파출소 소장은 팽목항에서 진도군 관계자에게 생존자들을 인 도하면서 그나마 확인한 정보도 전달하지 않았다. 해양경찰로부터 정확한 생존자 정보를 받지 못한 진도군은 단원고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정보를 취합하고 실내체육관에 들어오는 생존자들로부터 이름을 직접 받아 적기도 하면 서 명단을 작성했다. 이렇게 작성된 명단이 실내체육관 벽면에 게시됐으므로 정확도가 떨 어질 수밖에 없었고 실종자 이름이 생존자 명단에 게시되는 등 혼선이 불가피했다. 현장 에 상주해 있던 몇몇 공무원은 승선자 명단 또는 단원고 수행여행단 명단을 가지고 있었 지만,334) 명단 작성에 협조하지 않았다. 구조본부는 4월 17일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해양 경찰청 홈페이지에 생존자 명단을 게시했는데 이는 이미 대부분 생존자가 가족들과 만나 실내체육관을 떠난 뒤였다. 334) 승선자 명단은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다) 현장 접근통제 및 상황변화에 따른 관리 미흡

참사 당일 경찰은 팽목항에 진도경찰서장을 비롯해 타격대와 기동대 등을 배치하고 인간 띠를 만들어 통제선을 설치한 뒤 생존자 이동 동선을 확보했지만, 통제선은 팽목항 인계 지점에서 현장 응급의료소까지였을 뿐 주변 일대를 통제구역으로 설정하거나 접근을 막 는 조치는 없었다. 또 경찰은 현장에 무질서하게 배치된 차량의 재배치를 요구하거나 구 급 차량의 이동 통로를 확보하기 위한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수습된 희생자들이 팽 목항에 도착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팽목항에 있던 임시안치소를 외곽으로 옮기고, 주변 일대 1,000여 평에 펜스를 설치하면서 접근통제가 이뤄진 것은 2014년 4월 23일로 이미 159명의 희생자가 수습된 시점이었다. 당시에는 대규모 해양 선박사고에 대비한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이 마련되지 않았던 데다 가 각 기관은 현장의 필요를 반영해 신속하게 업무를 분담하지 않았다. 해양재난에서 사 상자의 이송 과정은 복잡할 수밖에 없는데 현장의 접근통제나 생존자 보호 등에 대해 해 양경찰은 경찰과 소방, 지방자치단체에 협조요청을 하지 않았으며, 최소한의 협력을 이끌 현장 책임자도 없었다. 진도실내체육관에서도 출입 통제는 없었다. 당초 실내체육관은 생존자 임시보호소였으 나 언론사 취재진과 승선자 가족들이 뒤섞이면서 그 기능을 상실했다. 생존자들은 심리 적으로 매우 불안정했지만 승선한 가족들을 만나지 못한 가족들과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같은 공간에서 있으며 불안감과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생존자·보호자·성년·미성년 등 피해자 특성에 따른 공간이 분리되지 않았고, 수많은 외부인이 드나들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기자의 근접 촬영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참사 당시 수습현장을 통제하고 업무를 분장하는 지휘체계는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 다. 당시 「수난구호법」에 따르면 구조본부장이

254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현장 접근을 통제할 수 있는 범위는 수난현 장으로 제한돼 있었다. 관계기관 간 임무와 역할이 규정된 표준화된 지휘·협업지침은 없 었고, 해양경찰청과 해양수산부가 작성한 위기관리 문서에는 사상자 육상 인계지점의 접 근통제와 출입 관리에 관한 재난관리 책임기관(경찰청)의 임무가 누락돼 있었다.

「경찰 재난관리 규칙」 [2013.10.1. 시행] [경찰청훈령 제711호, 2013.10.1., 타법개정]에 따르

면 경찰은 현장 접근을 통제하고 우회로를 확보하는 등 교통관리 및 치안 질서 유지 활동

을 전개해야 하지만, 소속 기관 지휘계통의 상급자 지시가 있기 전까지 현장 통제에 소극

적으로 일관했다. 참사 직후 경찰의 중점 조치사항은 정부 주요 요직의 현장방문에 대비

17일부터 4일이 지난 후 중대본이 조직을 3개 실무팀으로 축소하면서 현장관리반이 없어 져 업무상의 공백이 생긴 것이다. 또 4월 22일 범대본과 현장대응팀 간 이행점검체계가 마 련되고, 27일 범대본 회의

결과가 거점별 관계기관 회의참석자에게 공유될 때까지 구호 활동은 종합적으로 관리되지 않았다. 피해자의

제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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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요구를 수렴하는 소통창구는 4월 27일 실종자 가족 대상 설명회가 정례화되면서
가능해졌다.
하는 것으로 주변 교통통제와 실종자 가족들에 의한 마찰과 위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사복경찰 배치 등이었다. 소극적으로 현장 질서를 관리하던 경찰은 팽목항의 혼란뿐 아니라 실종자 가족이 해안가 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등 현장에서 문제가 여러 차례 발생한 이후에야 본격적인 치안 관 리에 들어갔다. 경찰은 4월 21일 해안가 주변에 안전선을 설치하고, 24일 취약시간대에 거 점별로 순찰을 했으며, 26일에는 거점별 이동파출소를 설치해 도보 순찰을 강화했다. 이 는 예방적 조치가 아니라 문제 발생 후의 사후조치였다. 한편 실종자 가족들은 기자들이 피해자 체류 공간에 계속 출입하며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에 분노하며 범대본에 조치를 요구했지만, 즉각 이뤄지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모든 언 론사 취재진을 실내체육관 밖으로 나가게 하고, 현장 브리핑 시 기자들의 접근을 막아줄 것을 거듭 요구했다. 범대본부장은 4월 27일 취재기자의 접근통제를 위해 전라남도와 경 찰관서에 방안 마련을 요청했고 이후 전남지방경찰청은 팽목항 가족대책본부 천막에 외 부인과 기자들의 출입을 차단하는 인력을 배치했다. 한편 실내체육관 안에 상주하는 취 재기자들이 지켜야 할 취재지침이 마련된 것은 5월 12일이 돼서였다. 정확한 수색구조 정보를 얻기 위해 실내체육관에서 팽목항으로 이동한 피해자들이 계 속 팽목항에 머무르면서 체류 공간이 두 곳으로 분산됐다. 그러나 현장에서 피해자의 상 황을 파악해 신속하게 대응책을 마련하는 체계가 갖춰지지 않았다. 범대본이 구성된 4월
다양한
비로소

범대본은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의 양 거점별 피해자들과의 소통창구를 일원화하는 한편 전라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를 통해 가족지원 시설의 설치 및 운영을 맡기고자 했다. 그러 나 전라남도는 구호 활동 책임 공무원을 현장에 상주시키지 않았고 범대본의 결정에 대 한 조치사항을 진도군 지원상황실에 지시하고 상부에 보고했을 뿐 구호 활동에서 나타난 문제를 파악하거나 대책을 수립하지는 않았다. 소속 거주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현장 상주 여부, 실종자 가족대표로부터의 정보 접근 여부, 체류 거점의 위치에 따라 피해자들 이 받는 정보나 지원이 다르거나 차이가 났다. 라) 희생자 안치시설 설치 및 신원 확인·가족 인도 체계화 지연 참사 발생 사흘이 지날 때까지 구조본부는 ‘선내 공기 주입’ 등의 조치만 했을 뿐 희생 자 수습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300여 명이 실종 상태였지만 충분한 안치시설 확보 등의 조치도 없었다. 해양경찰은 희생자가 수습되면 「수난구조법」과 「(해양경찰청)범죄수사규칙」

[2014.3.31. 시행] [해양경찰청훈령 제1035호, 2014.3.31., 일부개정]에 따라 통상의 변사자 처리 절차로 인근 병원에 이송하고 검안·검시 후 가족에게 인도하려 했을 뿐이다. 참사 당일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장과 안산시 국장 등이 현장에 시신 안치 및 신원 확인, 가족 인도가 이뤄질 수 있는 공간과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범대본 회 의에서 정식으로 논의되지 않았고 ‘사망’이나 ‘장례지원’ 등의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을 꺼 리는 분위기에서 냉정한 상황판단에 따른 대비조치는 없었다. 선체 내부 수중수색으로 다수의 희생자가 수습되기 시작하자 실종자 가족들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희생자가 한꺼번에 몰리고 다수가 미성년 승선자여서 지문으로 신원 확인이 불가능했는 데 이를 고려한 대책은 부재했고 희생자를 인도하는 과정에서 정해진 원칙을 지키지 않거 나 안내 조치가 미흡해 혼란이 발생했다.

256 제 3 장 세월호참사
문제와 개선
피해지원의
해양경찰은 4월 16일부터 21일까지 목포 소재 병원이나 팽목항 파견 근무 중인 단원고 교 사들과 교육실습생들에게 사진 또는 육안으로 희생 학생의 신원을 확인해 줄 것을 요청 했다. 교사와 교육실습생이 희생 학생의 얼굴을 모두 알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사진과 대 조해 확인하는 것은 적합한 확인 방법도 아니었고, 당사자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며 해양

경찰의 임무를 떠맡기는 부적절한 조치였다.

일부 희생자가 다른 가족에게 잘못 인도되는 사례가 있었는데, 이는 DNA 검사결과가 나

오기 전에 육안으로 신원을 확인해 희생자를 인도하면서 주로 발생했다. 범대본은 DNA 검사결과 후 희생자를 인도하는 방침을 세웠는데도 희생자를 빨리 인도받고자 하는 가 족들의 요청을 수용해 육안으로 신원이 확인될 경우 가족의 희망에 따라 희생자를 가인 도하는 절차로 초기 방침을 수정했다. 최종 신원 확인 때까지 시신을 보존하겠다는 서약 서를 받았지만, 이송 과정이나 장례식장 도착 후에 희생자가 다시 되돌아오는 사례가 발 생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 또한 부적절한 조치였다. 또 지문 등으로 희생자 신원을 확인한 경우 가족에게 인도할 때 가족관계증명서가 필요 하다는 공지를 미리 안내하지 않거나 희생자 시신이 어디 안치돼 있는지 전달하지 않아 가족들이 희생자 시신을 찾아다니게 하는 등 미흡한 안내 조치로 피해자들의 불만을 초 래했다. 4월 23일이 돼서야 피해자들의 지속적이고 거듭된 요구로 팽목항 신원확인소가 설치됐 다. 신원확인소에서는 보건복지부 총괄하에 11개 기관이 협력해 시신 안치부터 보호자 인도까지의 모든 절차가 원스톱으로 진행됐다. 신원확인소는 의료기관의 임시안치시설 부족, 의료기관 이송까지의 시신 부패, 신속한 신원 확인 등 참사 초기에 발생했던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었지만, 24일부터 일별 수습 희생자 수가 줄어들고 있었음을 고려하 면 다소 뒤늦은 조치였다. 한편 희생자 시신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도 신속하게 마련되지 않았다. 실종자 가 족들이 요청하면서 2014년 4월 19일 팽목항 임시안치소가 설치됐지만, 냉동시설을 갖추 지 못해 드라이아이스로 문제를 해결했다. 안치소 내 온도를 낮출 수 있는 조치나 냉동 안 치시설의 설치를 요청한 것도 실종자 가족들이었다. 팽목항에 냉동 컨테이너가 설치된 신 원확인소가 들어서면서 안치 기간 내 부패가 지연됐지만, 신원 확인 후 장례식장으로 이 송하는 과정에서 희생자의 상태가 급속히 나빠졌다. 가족들이 요청한 뒤에야 이송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이동수단으로 헬기가 배치됐다. 수습현장에서도 잠수사들이 거듭 요구한

제3장

257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후에야 수습 희생자를 육상으로 인계할 때 시신낭335) 을 사용하도록 조치가 이뤄졌는데

물고기 떼에 의해 시신이 훼손되고 백골화가 상당히 진행되던 때였다.

마) 희생자 이송과 장례지원 절차 마련과 장례비 지급 결정 지연

신원확인을 마친 희생자 이송과 장례지원에서는 기관 간 상세한 역할 분담이 필요했는데

참사 당시 업무 매뉴얼은 없었고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안산시 공무원이 기관별 업무 범위, 세부 조치사항, 담당자 연락처 등의 내용을 일일이 작성해야 했다. 간단한 절차도 만들어

지지 않다 보니 공무원들도 담당자 연락처를 몰라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의할 수 없고, 피 해자들로부터 늑장 조치에 따른 질타를 받기도 했다. 참사 당일부터 장례비와 관련한 문의가 있었으나 중대본은 2014년 4월 30일에서야 장례 비 지급을 결정했고, 지급기준을 ‘상식적 수준의 통상적 장례비 실비 전액 지원’이라고 모 호하게 규정했다. 추후 장례비 실비를 전액 지원하는 것으로 추진되다 보니 개별 희생자 장례 규모에 따라 지원에 차이가 컸고, 유가족과 정부 관계자 사이에 불필요한 마찰이 발 생하기도 했으며, 또한 장례식장에서 과도한 비용을 청구하기도 했다. 해양수산부는 정부 보상금과 장례지원비는 구분되는 것이며, 장례비가 지원됐다고 해서 보상금에서 공제되 는 것은 아니라고 안내했다. 그러나 배상금 수령 시 장례비는 공제됐고 결과적으로 유가 족들은 배상금 중에서 장례비를 우선 받은 것뿐이었지만 온라인상에서 ‘국가가 장례비까 지 준다’는 게시글들이 등장해 억울한 비난을 받아야 했다. 바) 구호물품과 자원봉사 관리 부재 세월호참사는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규모 재난이다 보니 참사 당일부터 전국 각지에서 참사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많은 구호물품과 자원봉사 인 력이 현장에

258 제 3 장 세월호참사
문제와 개선
피해지원의
현장자원봉사센터는 자원봉사자에 대한
배치, 상황변화에 따른 역할 조정을 위해 몇 차례 회의를 통해 단체 간 의견을 조율했지만, 진도군과 전라남도 공무원은 간담회에 335) 희생자를 수중에서 수습할 때, 시신의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매쉬 소재의 시신백(Water Recovery Mesh Body Bag).
도착했지만 이를 관리하는 체계가 없어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검증과

한 번 참석했을 뿐 역할을 하지 않았다.

소량 다품종의 구호물품 상자나 지급하기 곤란한 중고물품 등의 검사 및 재분류, 행정 서류

작업, 배분 자체에 막대한 시간이 소요되는 등 자원의 효율적 관리 문제가 발생했지만, 범 대본과 중대본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구호물품 접수 수량만 발표할 뿐 수급을 조정하지 않 았고, 분류처리는 진도군이 군부대 장병과 자원봉사자들을 동원해 자체적으로 해결했다. 구호물품의 배분과 지급방식에 대한 지침이 없었고, 구호물품이 필요한 지급대상의 수요 와 인원 파악, 지급 여부에 대한 점검 등도 이뤄지지 않았다. 구호물품이 점차 많아졌지만 관리할 수 있는 거점별 책임자들 사이에 협의 체계와 통합된 관리대장은 없었고 거점별 물품 관리대장을 단순 취합하거나 보고하는 데 그쳐 대책 수립 단계까지 나가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실종자 가족들에게 배부돼야 할 의복이나 신발을 기자나 일반인들이 받아가 수량이 부족해지거나 현장의 식재료와 물품이 넘쳐났는데도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 두 거점 간 배부 물품에 차이가 나거나 바지선의 민간 잠수사에게는 물품이 제공되지 않 기도 했다.

2) 수습의 장기화에 따른 조치 부재 가) 응급의료와 의료취약지역 대책 미흡

제3장

활용한 이 재민 의료지원체계로 전환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예산과 인력 등의 준비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긴급하게 만들어진 비상상황실을 24시간 동안 상시 운영 해야 했다.

복지부는 응급단계 하향 및 철수 결정을 내릴 책임을 회피해 지역 의료기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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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수습 장기화로 다수의 실종자 가족이 현장에 체류함에 따라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의료 인력도 현장에 상주했다. 참사 초기 의료지원체계는 사상자를 구조하는 긴급구조 응급의 료체계로 운영됐지만 이러한 체계가 약 8개월 동안 유지되면서 지역 응급의료 공백이 우 려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 뒤 고양종합터미널 화재(5.26.), 장성요양 병원 화재(5.28.) 등 대형 사고가 잇달아 일어나기도 했다. 현장 의료진은 재난의료지원팀의 철수를 범대본에 여러 번 건의했으나 재난 상황에서 응급의료 투입 등을 결정하는 보건

진도군 보건소는 현장에 지원되는 모든 구급차의 신고접수 및 관리 담당, 팽목항과 실내

체육관 현장의 방역 서비스 총괄, 약품 등 의약물품 관리, 정신건강 지원, 중앙 등 지원 부

처에 대한 업무 보조와 일일보고 등의 업무를 수행해야 했지만, 현장에서 필요한 업무 분 장과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보건소의 업무 부담은 줄어들지 않았다. 진도군은 의료취약지역으로 진도 주민들에 대한 본래의 업무를 도외시할 수 없었기에 의 료 공백을 막기 위한 보완 조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었다. 병원선은 평소 의료취약지역인 인근 해역 섬 주민들의 의료지원을 수행했지만, 참사 이후 약 두 달 동안은 방문 진료를 하지 못했고 사고 해역에서 구조수색을 하던 해경 구조선과 민간어선 등을 대상으로 의 료지원을 했다. 2014년 4월 22일부터 6월 30일까지 병원선의 진료 건수는 총 2,254건으 로, 참사 이전 평균 하루 10건 내외였던 것과 비교하면 2척의 병원선과 20여 명의 의료인 력만으로 운영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수습현장에는 공공의료기관뿐만 아니라 물리치료사협회·한의사회·서울대병원 등 민간 차원에서의 자원봉사 참여도 있었지만 민·관 의료지원기관의 업무를 조정하고 통제하는 체계는 없었다. 보건복지부는 동원된 물리치료사·한의사·봉사약국의 운영에 대해 지침 을 내리지 않았고 민간 병원의 부스 설치나 철수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나) 수습현장 운영의 불안정과 피해자 고립 2014년 6월 중순 무렵 세월호참사 피해자 지원과 관련한 사후대책의 거점은 진도현장에서 안산 합동분향소 등으로 옮겨갔다. 관계 부처는 비상근무 인력을 축소·편성했고, 현장은 해양수산부·해양경찰청·보건복지부·진도군·안산시 등의 공무원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진도 현장수습이 장기화되면서 행정 및 재정상 법적 권한이 없는 범대본의 한계가 드러 났다.

260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2014년 7월경 자원봉사단체의 가족식당 운영 예산과 식재료 부족 문제가 두 달이나 걸려 해결되는 등 범대본의 지원 요청에 안전행정부나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진도실내체육관을 비워 달라는 지역주민들의 항의도 이어졌다. 수색 장기화로 진도군의 경제가 침체되고 유류 오염 등 피해가 컸지만 이에 대한 대책이나 보 상 계획이 미비해 생긴 불만이 실종자 가족에게로 향했다.

2014년 10월 28일 1명이 수습된 후 9명의 미수습자가 남은 상황이었지만 장기 미수습자 가족들은 수색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에 대한 부담, 동절기 수중수색 방안 마련의 어 려움, 잠수 인력의 안전 문제, 지역사회 피해확산에 따른 갈등으로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 였다. 진도현장에서 기자들까지 철수하자 현장수습 상황에 대한 언론 보도가 줄어들고 국민의 관심이 줄어들면서 실종자 가족들은 수중수색이 종료될까 봐 불안에 떨었고, 현 장에서 겪는 고립감도 고조됐다. 결국 실종자 가족들은 2014년 11월 10일 수중수색 중단 을 결정하는 상황에 내몰렸고, 범대본은 선체 인양과 추가수색에 대한 뚜렷한 계획발표 도 없이 해체했다. 다) 장기간 수색활동에 따른 민간 잠수사 피해 발생

세월호의 침몰로 대다수 실종자 수색이 필요한 상황에서 해양경찰은 자체적인 수중수색 역량을 보유하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민간 잠수사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민간 잠수사들이 작업하던 사고 해역은 조류와 유속 등 수색 여건이 좋지 않았지만, 실종 자 수색이 시급하다 보니 무리하게 작업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2014년 5월 6일과 5월

제3장

거부한다는

것을 의료진에게

261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라) 팽목항 이용 제한과 조업 중단에 따른 진도 주민 피해
참사 후 팽목항 이용이 제한되면서 조도면
30일 두 차례의 민간 잠수사 사망사고로 인해 신규 잠수사 충원도 쉽지 않았다. 일부 민 간 잠수사들은 불면증 치료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면서까지 수색·구조 활동을 했고, 수십 일간 반복적으로 잠수작업에 투입되는 바람에 중이염·후두염 등 가벼운 질환부터 누적 된 잠수병(골괴사 등)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까지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다. 민간 잠수사의 첫 사망사고 이후 바지선에 응급의료진이 투입됐으나 당시 현장은 민간 잠 수사들이 수색작업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실질적인 의료지원이 이 뤄지지 못했고 건강검진도 못 했다. 민간 잠수사의 건강상태와 작업 상황을 전체적으로 조율해 잠수 여부를 판단·지시해야 하는 책임은 해양경찰에 있었는데도 해양경찰은 민 간 잠수사들이 진료를
전달하는 데 그쳤다.
발생
섬 주민들은 2014년 4월 19일부터 서망항 쪽으

로 약 150m 떨어진 적출항336)을 임시 기항지로 이용해야 했다. 임시 기항지 주변은 수심 이 얕아 대형 여객선의 접안이 어려웠으며, 수습이 장기화되면서 운항 횟수가 줄었고, 육 지로 나간 조도면 주민들은 배편이 없어 당일 귀가하지 못하는 불편을 겪기도 했다. 이에 조도면 주민들은 2014녀 5월 9일부터 팽목항을 재개항하고 팽목항 주변 텐트와 차량을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철거해 달라고 요구했다. 범대본은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행정 선과 운항 선박을 신규로 투입하고 5월 30일 팽목항을 재개항했지만, 이후에도 현장수습 이 장기화되고 지역사회 피해확산에 대한 복구 대책이 미흡하자 지역주민의 불만이 높아 졌고 실종자 가족과의 갈등을 불러왔다. 현장지휘부는 갈등을 중재하거나 주민들의 피해 를 최소화할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실종자 가족들에게 맡긴 채 책임 을 회피했고, 주민들의 불만은 실종자 수습을 기다리던 가족들에게 수중수색 종료를 결 정하게끔 하는 심리적 압박의 하나로 작용했다. 진도군 일대 어민들은 수색·구조 기간 해양수산부의 협조요청으로 개인 소유의 어선을 이용해 기름 차단막 설치 작업과 수색·구조 활동에 동원되면서 미역양식업·멸치잡이업· 마을어업337) 활동을 진행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또 2014년 4월 20일 세월호가 침몰한 인근 해역은 수색·구조 활동으로 선박들의 항행금지조치가 내려 졌고, 이후에도 세월호 선체 훼손 방지 목적과 선체 조사, 인양 시 선박의 안전을 이유로 항행금지조치는 계속됐다. 다만 인근 조업 어민의 생계와 맹골수도 우회로 인한 운항손 실의 최소화를 위해 해양수산부는 2015년 2월 12일 침몰 지점 1마일 권내로 항행금지구 역을 변경하고, 세월호 인양 완료와 현장 수중수색이 종료된 2017년 11월 28일 항행금지 구역을 해제했는데, 약 3년 7개월의 항행금지조치 기간 수색·구조 활동에 동원된 어선은 물론, 동원되지 않은 어선도 해당 어장에서 양식업이나 어업 활동을 하지 못해 경제적 피 해를 보기도 했다.

336) 배에 화물을 싣는 항구를 가리킨다.

337) 마을어업이라 함은 일정한 지역에 거주하는 어업인이 해안에 연접한 일정한 수심(水深) 이내의 수면을 구획하여 패류·해조 류 또는 정착성(定着性) 수산동물을 관리·조성하여 포획·채취하는 어업을 말한다.(「수산업법」 [2013.3.23. 시행] [법률 제 11690호, 2013.3.23., 개정])

262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상치안 상황처리

있지 않고 「해

관리 등에 관해 경찰청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의 임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았다. 참사 당시 재난 발생 시 희생자 관리와 가족 인도에 관한 관계기관 간 표준화된 지침은 없었 고, 현장지휘부는 희생자 수습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으며, 뒤늦게 협업체계가 정비됐다.

제3장

263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3) 대규모 해양재난의 지휘와 협업 미비 세월호참사 생존자의 구조 직후 이동 경로는 ①각기 다양한 구조세력에 의해 안전지대 로 이송 ②부상 정도에 따라 진도와 목포 인근 5개 병원에 분산 배치되거나 임시보호소(진 도실내체육관)로 이동 ③현장을 떠나는 시점, 가족 인도 여부, 귀가 방식도 제각각 달랐을 만 큼 복잡했고 이는 대규모 해양재난에서 사상자 이송 과정의 특성이기도 하다. 이러한 특 성을 고려해 구조본부인 해경은 출동세력이 현장 도착 시점까지 걸리는 시간, 사고현장과 사상자 후속 조치가 이루어지는 수습현장 간 거리, 사상자 후송을 위한 해상 교통수단과 헬기 도착 시점 전까지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해 중간경유지를 지정할 것인지 판단하고, 입항지를 지정한 후에는 관계기관에 신속히 전파해야 하며, 구조뿐 아니라 사상자 이송과 응급처치를 위해 인근 도서민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또 입항지 주 변이 의료취약 지역인 경우, 사상자를 분산 배치해야 하는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난현장의 접근통제와 구급 차량의 출동로 확보를 위해 경찰과 소방, 지방자치단체에 협 조를 요청해야 한다. 그러나 참사 당시 해경 각급 상황실은 수난현장의 피해 상황을 정확 히 파악하거나 전파하지 못했고, 출동세력들도 현장에 도착한 후에야 심각성을 인지할 정 도였다. 육상에서 대기 중인 수난구호 협력기관은 구조본부의 상황판단과 지시, 협조요청 에 따라 움직이기보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판단하거나 기관별로 판단해 대처했다. 「재난안전법」상 긴급구조기관은 치안 활동을 제외하고 긴급구조 지원기관의 활동을 ‘지 휘’할 수 있으나 「수난구호법」에 따른 구조본부의 장은 사상자의 응급처치 및 의료기관으 로의 이송 등에 관해 ‘협의’해야 한다고만 돼 있고, 이때 현장지휘의 범위도 수난현장으로 제한돼 수습현장의 지휘 공백이 발생할 수 있었다. 또 해양경찰청이 「수난구호법」 제4조에 따라 수립하는 수난대비기본계획과 수난대비집행계획은 국가긴급구조 대응계획(소방방재청 작성)과 달리 구조본부와 관계기관 간 지휘·협력 관계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매뉴얼」(해양경찰청, 2012)과 「주변해역 대형 해상사고 대응매뉴얼」(해양경찰청, 2010)에도 사상자를 육상에 인계한 후 수습현장 접근통제와 출입 관리,
우회로 확보, 교통

희생자 수습 후 장례지원까지의 업무추진체계는 크게 세 단계를 거쳤는데 우선 2014년 4월 16일부터 4월 18일 새벽까지 구조본부 과학수사반(시신처리반)은 통상적인 「(해양경찰) 범죄수 사규칙」에 따라 수습된 희생자를 구급차로 이송해 인근 장례식장에서 검안·검시를 하 고 가족에게 인도하는 절차로 추진했고, 현장 임시영안소는 4월 18일 새벽에 설치됐다. 그

리고 2014년 4월 19일부터 4월 22일까지 팽목항에 설치된 현장 임시영안소에서는 해경과 보건복지부가 수습된 희생자의 신체 특징을 확인해 공지한 후 가족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육안으로 확인하면 DNA 검사를 시행하기 전에 가인도 절차를 적용했다. 끝으로 2014년 4월 23일부터 수중수색 종료 시점인 2014년 11월 10일까지는 시신의 육상 인계지점부터

신원확인까지의 모든 절차가 냉동 컨테이너를 갖춘 현장 신원확인소에서 일괄적으로 진

행됐고 현장에서 각 거주지로 이송하고 장례지원까지 이어지는 절차가 이뤄졌다. 2014년

5월 1일 희생자 가족별 일대일 맞춤형 서비스가 시행되면서 현장에서 거주지 장례식장으

로 이동하는 전후 단계부터 장례절차를 마칠 때까지 전담공무원이 희생자 가족과 동행 하며 필요한 행정절차를 지원했다. 당시 구조본부는 생존자 이송 등 관련한 업무를 제대로 못 했을 뿐 아니라 실종자가 300 여 명에 이르는 상황에서도 추가 수색구조 방안이나 대규모 희생자 수습에 대비한 조치

를 신속히 하지 않았고, 중수본과 중대본도 희생자 수습과 관련한 판단과 지시, 관련한 조 치를 신속히 하지 않았다. 정부는 중대본 등 법정 위기관리기구의 초동조치 실패 후 현장수습과 사후대책을 총괄 하는 세월호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한다고 발표했으나 현장은 2014년 4월 21일까지 지휘 공백과 혼선 상태가 지속됐고, 실종자 가족들의 항의와 참여를 통해서야 해양수산부 장 관을 중심으로 현장지휘책임자가 일원화됐다. 그러나 관계 부처들은 법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임무에 소극적이었고, 범대본 회의에 참석한 각 부처 국장들은 의사결정에서 권한이 약했다. 또 가족지원상황실 정례회의(팽목항)와 진도군청에서 이뤄진 범대본 회의는 연계되 지 못했고, 정작 현장의 요구를 직접 접하는 안산시와 진도군은 범대본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등 의사결정 체계가 효율적이지 못했다.

264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교대
지가 안 돼 피해자들의
극적이거나
각 부처의 단기
근무자들은 업무 숙
문의에 답하지 못하거나 기관 간 협력을 저해했고 역할분담에 소
불분명한 업무 분담으로 책임 회피도 많았다.

나. 피해자에 대한 종합적· 체계적 지원 대책 미흡

대형 재난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누락이나 지연 없이, 형평에 맞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피해자 인원수, 피해 정도, 피해대상과 범위를 확인하고 필요한 대책들이 빠르고 체계적으로 수립돼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1) 피해자 현황 파악과 정보 제공 미흡 해양경찰은 참사 당일 사상자 명단을 작성하거나 정리하지 않았고, 사고자 가족의 연락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해양수산부와 역할을 분담하지도 않았다. 현장에서는 누가 피해자 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 스스로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명찰을 제작하는 등 일 부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산시·인천광역시 등 지자체 공무원들이 피해자 요 구에 따라 수습현장 체류 가족의 명단을 작성하는 등 수습현장에서는 피해자 파악부터 개별적으로 이뤄지면서 이후 후속 지원과정에도 계속 영향을 끼쳤다. 보건복지부는 긴급생계지원금 지급 지침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보내면서 세월호 승선자 명단을 제공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들은 팽목항 또는 실내체육관 등 현장에서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의 정보를 자체적으로 파악하는 등 시간을 지체하게 됐다. 더군다나 이렇 게 파악한 피해자 정보는 정확하지 않았고, 실제 누락된 피해자가 발생했다. 해양수산부 도 생활안정자금을 지급하면서 지방자치단체에 승선자 명단을 제공하지 않아 1차 지급 할 때 3세대가 누락돼 2차로 지급할 때 소급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제주도는 다수의 생존자 등 피해자들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었지만 의료지원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제때 전달받지 못했고, 2016년 7월에 제주도가 별도로 마련한 세월호 참사 피해자지원 조례가 제정된 후에야 의료지원금을 지급받게 되었다. 제주도청은 피해 자 심리지원 기관인 정신건강증진센터에 명단을 제공했으나 중복되거나 누락자가 있어 대상자 파악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희생자에 대한 인적 배·보상 과정에서 배상금을 지급받지 못했던 사례도 2건이 있었다. 오래전에 가족들과 헤어져 전혀 교류가 없고 연락이 끊어진 상태였던 대상자가 세월호참

제3장

265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사 이후 해양수산부로부터 관련 사실을 통보받지 못해 신청을 못 한 사례들이었다. 해양 수산부는 가족 대표에게만 연락해 신청을 안내했을 뿐 전체 배·보상금 지급 대상의 연락 처 등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거나 미신청자 여부를 확인하지는 않았다.

「세월호피해지원법」의 소관 부처인 국무조정실과 해양수산부 모두 현재까지도 법상 전체 피해자 명단을 정리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2) 체계적 소통과 지원 미흡 2014년 4월 19일부터 실내체육관 내에 많은 승선자 가족들이 모이면서 공간이 혼잡해졌 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자와 관계 공무원 간 잦은 충돌과 프락치 오인으로 인한 다툼도 있다 보니 희생 학생 유가족들은 무질서한 현장을 정리하고 반별로 구역을 나눠 달라고 요구했고 자리를 정하고 짐을 옮기는 과정에서 일반인 실종자 가족들이 실내체육관 밖으 로 밀려나는 일이 발생했다. 현장 수습기구들이 전체 대기소 공간 문제를 검토하거나 관리 계획을 선제적으로 추진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또 범대본이 희생 학생 유가족과 장례절차를 합의하면서 임시합동분향소(안산 올림픽기념체육 관)와 정부합동분향소(안산 화랑유원지)의 설치와 운영, 추모비와 추모공원 위치 등에 관한 논의 를 진행하면서 일반인 피해자들이 참여해 의견을 제시할 창구를 마련하지 않았다. 희생 학생 유가족 모임은 2014년 4월 20일 전후로 꾸려져 소통이 어느 정도 가능했으나 거주지 가 다양했던 일반인 희생자의 유가족들은 의견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범대본은 고 려하지 않은 것이다. 한편 정부는 4월 29일 거주지로 돌아간 피해자를 대상으로 ‘일대일 맞춤형 서비스’를 지 원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서비스는 2014년 5월 3일 기준으로 학생 승선자 325세대와 일반 인 승선자 40세대가 신청했다. 각 부처의 지원서비스 창구는 가족지원 전담팀(안전행정부)으 로 단일화했고, 전담팀이 개별 서비스를 접수하면 부처별 담당자에게 전달하고, 부처 자 체적으로 원스톱 조치를 한 뒤 다시 전담팀에 결과를 회신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해당 서비스가 시행되고 나서 일반인 희생자 가족의 소통과 지원 창구가 마련되고, 돌봄 공백 이 발생한 장애인 가족을 위한 지원 수요가 발굴되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일반인

266 제 3 장 세월호참사
문제와 개선
피해지원의

생존자에게는 본인이 지자체에 지원을 신청한 경우에만 지원 확대를 고려하도록 하는 등

적극적으로 전체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지 못했다. 또 해당 서비스는 당초 3년 계획으로

추진된 것이면서도 국정조사 때 성과보고를 한 이후에 중앙정부에서 전혀 관리하지 않아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대책이 되지 못했다. 의료·심리지원에서도 종합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한 점들이 있었다. 중대본 결정에 따른 의 료비 지원은 구상을 전제로 결정한 것이어서 동일한 절차로 해도 무방했으나, 생존자들은 한국해운조합에서 지급하는 방식으로 인해 큰 불편을 겪었다. 「세월호피해지원법」상 의 료지원금 지급은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도록 했지만, 개별 의료기관이 이를 모두 숙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혼란이 발생하는 일이 잦았다. 또한 ‘세월호로 인 한’ 연관성을 의료진이 판단하도록 했는데, 의료진마다 판단의 근거가 다르고 특히 정신 적 충격 또는 기저질환의 악화, 정신적 스트레스로 유발되는 신체질환을 두고는 의료진 사이에서도 의견 차이가 커 피해자 간 지원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참사 직후 4월 28일까지 안산지역에서 9명이 자살 고위험군으로 발견돼 입원하는 등 긴 박한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보건복지부의 심리지원은 정신건강 고위험군 선별을 위한 심 리검사 위주로 진행됐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환자로 취급을 당하는 것에 불만이 많았고, 여러 기관에서 다른 사람이 중복방문하는 일도 있어 불신이 커지기도 했다. 참사 초기 심 리지원은 피해자의 개별 사정에 맞춰 안정적으로 관계를 형성한 후 적절하게 지역사회 자 원과 연계돼야 효과적일 수 있었지만, 고위험군 선별 평가와 약물 처방 등에 집중되다 보 니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낙인과 상처를 주는 등 심리 회복에 효과적이지 않았다. 안산 외의 지역에 거주하는 피해자에 대한 심리지원은 상대적으로 신속하지 못했는데 보 건복지부는 4월 27일에야 안산 외 지역의 피해자에 대해 광역단위의 심리안정팀을 구성 하도록 했으며, 제주도에서는 4월 24일, 인천광역시에서는 4월 28일 이후에야 대상자 파 악과 대책회의 등이 이뤄졌다. 피해자들은 정부가 피해자의 회복과 합당한 보상에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사건의 종결에만 급급하다는 느낌을 받거나 안산에만 집중되는 서비스로 인해 어려움과 소외를 느꼈다고 하는 이들이 많았다.

제3장

267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제가 받으려고 보건복지부에게 물어보니까 안산으로 가야 한다고 해서. 그래서 제주도 에 있는데 어떻게 거기를 가냐. 그래서 다 모든 것이 다 안산에만 집중이 되어 있더라고 요. 그래서 그냥 이용을 안 했어요.”

3) 중장기 지원계획과 총괄기능 미흡 재난 이후 외상 경험은 다양한 심신의 변화를 일으키고, 신체적 건강상태, 대인관계, 가족 관계, 삶의 질, 경제 활동 등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국내외 여러 선행 연구 및 세월호 참사 피해자 대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심리적 트라우마는 개인에 따라 평생에 걸쳐 영향 을 끼칠 수 있고 마음뿐만 아니라 신체에도 영향을 미침으로써 다양한 내외과적 질환의 발병과 경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세월호피해지원법」에 따르면 국가는 피해자의 신체적·정신적·경제적 피해 회복을 위한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피해자가 심리적 안정에 필요한 생활 여건을 마련할 수 있도록 생 활비를 포함한 교육·건강·복지·돌봄·고용 등 피해자의 일상생활 전반을 종합적으로 지 원해야 한다. 실제 세월호참사 피해자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신적 증상, 신체 건강, 학 업 및 직업을 위한 교육 및 훈련 지원에 대한 필요가 다양화되었고, 피해 회복을 위해 심 리지원뿐 아니라 일상생활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했다.

세월호참사 피해자의 신체질환이 참사와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현재 의료진 개 인이 하고 있고 해당 질환과 참사의 연관성을 의학적으로 증명하기 어렵다 보니 의료지원 금 지급의 기준과 원칙이 불분명하며 재난 시 의료지원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합의 과정 이 필요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가 세월호참사 이후 재난으로 받은 충격과 회복을 위한 연구들을 시행하고 있으나, 정신건강뿐 아니라 다양한 신체질환을 포괄하는 학제 간 연

268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대책 수립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참사 당시 세월호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심리지원이 여러 부처에서 이뤄져 총괄체계가 없 고 중복 지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이어졌고, 보건복지부가 안산트라우마센터의 설 치를 긴급하게 결정했으나 장기적 관점 아래 계획의 수립이나 지속 가능한 방안으로 다양 338) 다양한 학문 분야를 융합하여 하는 연구를 말한다.
구338)로 판단 기준을 마련하는 등의 중장기적인

한 기관과의 연계 등이 검토되지 않았고 「정신보건법」 [2013.8.13. 시행] [법률 제12071호, 2013.8.13., 일부개정] 에 따른 정신보건센터의 역할 범위를 넘어서지 못했다. 「세월호피해지원법」에 따른 피해지원 사업들은 배·보상, 추모사업(해양수산부), 의료·심리지 원(보건복지부), 공동체회복사업(행정안전부), 4·16재단(행정안전부, 해양수산부), 미성년 피해자 보호(해 당 자치단체장) 등 여러 부서가 담당하고 있고 같은 사업이라도 추모사업(진도군·경기도·안산시·인천시)

이나 심리지원(안산시·제주도·인천시) 등은 지역마다 운영 주체가 달라 사업내용의 중복, 지원 누 락, 중장기 계획 부재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또 여러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원추모위원회가 피해자지원에 관한 사항을 의결하도록 했고 지원 조직으로 국무조정실 지원추모사업단을 두었지만 지원추모사업단

은 지원추모위원회의 사무 처리 외에 종합적인 피해자지원 총괄 부서의 역할이나 각 부처 에서 실행되는 사업을 실질적으로 조정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하지 않았고 피해자 특성과 생애주기를 고려한 장기적인 지원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 세월호참사의 재난관리 주관 기관인 해양수산부에도 가족지원과가 있지만, 피해자지원을 종합적으로 계획하는 부서 는 없다. 다. 피해자 특성에 부합하는 보호 조치 미흡 세월호참사는 다수의 희생자가 단원고 학생들이었으며 그로 인해 희생 학생의 부모와 함 께 희생 학생의 형제자매, 생존 학생의 형제자매, 일반 성인 희생자와 생존자, 부모를 모두 잃은 미취학 아동 등 다양한 피해자 그룹이 발생했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교육기관은 물 론 관계기관들의 세심하고 각별한 조치와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했던 재난이었다.

제3장

269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1) 학교구성원 피해지원에 대한 교육기관의 역할 미흡 가) 참사 당일 교육기관의 미숙한 상황대응 단원고는 참사 당일 오전 9시 7분경 수학여행 인솔책임자인 교감에게 전화를 받은 뒤 40분가량이 지난 시점에서야 보호자에게 사고 상황을 전달했는데 그때는 이미 보호자들

이 언론매체 등을 통해 사고 소식을 접한 후 단원고에 모이던 시점이었다. 게다가 단원고 교직원은 현장에 있던 교감과 16차례 통화하며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했음에도 언론과 학교 내에서 듣게 된 잘못된 정보만으로 수학여행단 전원이 구조되었다는 사실과 다른 문자 메시지를 학부모들에게 발송했다. 또 단원고는 보호자들이 학교에 모일 것을 예상 하고 교내 출입관리, 보호자 안내, 브리핑 장소 등을 준비해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고, 사고 당일 휴업을 결정하고 재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낸 뒤, 이후 휴업을 연장했지만, 재학생을 위한 관리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휴업 기간 중 학습지원 등 별다른 조치도 없었다. 하지만 당시 단원고는 해양경찰 등 구조기관으로부터 정보를 받지 못했고 세월호참사가 한 개의 학교가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참사였음을 고려하면 단원고가 자체적으로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교내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참사 직후 단원고 교 직원들을 지원하기 위해 경찰이나 경기도교육청 직원 등이 학교에 왔으나 단원고 관계자 들은 외부 인력들이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경기도교육청 직원 대다수는 단원고 에 혼란이 가중된 이후에야 도착했으며 실제로 사고 상황의 공유나 학교 출입 관리 등도 없어 당시 학교현장은 매우 혼란했다. 반면 교육부는 사고 당일 현장대응팀 3명을 파견해 단원고의 사고 수습을 지원했다고 하였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했는지 확인되지 않 는다. 세월호참사는 교육부·경기도교육청·단원고가 소재한 지역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생

270 제 3 장 세월호참사
문제와 개선
피해지원의
파견 인원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사고지역 교육기관에 생존학생과 교사의 보호를 요청할 필요가
전남교육청 관 계자 2명을 현장에 파견해 상황을 파악하도록 지시했을 뿐이다. 4월 16일 오후부터 진도체육관, 팽목항과 인근 병원에는 교육기관 관계자 81명(교육부 4명, 경 기도교육청 50명, 안산교육지원청 6명, 단원고 21명)이 파견돼 있었는데도 관계기관 간 업무 범위가 명확
했기 때문에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 등은
있었지만, 교육부는

하지 않았던 데다가 구체적인 역할이 부여되지 않아 현장에 도착한 교육기관 관계자들은 그냥 버스에 대기하고 있거나 각자 상황을 파악하는 데 그쳤다. 나) 생존학생과 교사에 대한 보호 및 지원조치 미흡 생존 학생 다수는 고대안산병원에서 일반 환자와 함께 병동을 사용하면서 심리적 안정을 취하기 어려웠다. 보호자·전문가·교직원 등은 생존 학생들을 미성년자이자 재난피해자 라는 이유로 치료와 지원, 통제와 보호의 대상으로만 바라봤다. 이는 생존 학생들이 치유 회복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 됐다. 경기도교육청은 입원 초기 생존 학생들이 치료를 받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을 뿐 학생들 의 치유회복을 위한 자체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 또 생존 학생들이 퇴원 이후 학교로 돌 아가 일상생활을 회복하는 것이 치유회복에 좋을 것이라고 보호자에게 설명하며 학교 복 귀를 제안했지만, 실제로 교직원 증원 등 생존 학생의 학교 복귀와 더불어 필요했던 조치 는 2014년 5월경에야 이뤄졌으며 당시는 하루에도 몇 번씩 희생 학생들의 장례 차량이 학 교에 들렀던 시기였다. 중소기업연수원에서 진행했던 6주간의 회복 및 가정·학교 복귀 프로그램도 그동안의 상 담 결과와 정보가 공유되거나 통합되지 않는 등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했다. 생존 학생 치유회복 프로그램은 청소년 특성을 반영한 신체·문화·예술 활동, 진로와 관련된 다양 한 활동을 제공해 학생들의 정서적·심리적 어려움을 해소하도록 구성됐지만, 병원·중소 기업연수원·학교의 프로그램 내용이 상당 부분 중복됐고 애초부터 장기적인 프로그램을 염두에 두고 체계적으로 기획되지 못한 채 단기 프로그램들만이 반복적으로 실행됐다. 단원고 수학여행 인솔교사 14명 중 생존한 교사는 3명이다. 이들은 분명히 인솔자로서 책 임과 역할도 있었지만, 한편으로 재난피해자로서 치료와 안정도 필요했다. 그러나 경기도 교육청과 단원고는 생존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았다. 생존교사 중 인솔 책임자인 교감은 구조 후 목포해양경찰서에서 사고 관련 조사를 받은 뒤 진도실내체육관 에서 대기하던 중 2014년 4월 18일경 극단적 선택을 했으며 다른 2명은 불안감으로 외부 와 접촉하지 않거나 희생 학생 보호자와 만나게 돼 책망을 받아야 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제3장

271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참사 직후 생존 교사에게 유가족과의 만남을 피하라는 취지로 안내했고, 이에 따라 만남

을 피하는 생존교사의 입장을 유가족들에게 설명하지 않았으며 적절한 중재도 하지 않아

더 큰 갈등을 야기했다. 이후 생존교사는 경기도교육청에 공무상 요양을 신청했으나 반

려됐고, 결국 사직원을 제출했다.

다) 치유회복프로그램과 교육과정 운영의 미흡 참사 직후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은 각각 단원고에 정신과 전문의와 전문상담교사를 파 견했는데 기관 간 충분한 협의 없이 진행됐기에 갈등이 발생했다. 또 2명의 스쿨 닥터를 단원고에 배치하는 것으로 계획했지만 인력 부족으로 1명만 배치됐고 2015년 5월에서야 임상심리사 1명을 추가로 배치했다. 이로 인해 단원고 재학생들에 대한 초기 심리지원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다. 경기도교육청은 단원고에 심리지원지원팀을 배치하면서 구성원 직무를 명시했지만, 계획 과는 달리 상담교육부와 마음건강센터로 나뉘어 운영되면서 직무가 서로 중복되는 문제 가 발생했다. 이후 마음건강센터는 생존학생과 보호자를, 상담교육부는 생존 학생 외 재 학생들을 담당하기로 역할분담을 했지만, 상담교육부 프로그램이 전교생을 대상으로 진 행되면서 이러한 분담이 의미가 없어졌다. 또 경기도교육청은 참사 초기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단원고를 제외한 안산지역 학생들의 심리지원을 경기도교육청과 안산교육지원청· 보건복지부·안산트라우마센터가 함께 담당하기로 했는데도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학 생 심리 등 관련 정보를 관계기관과 공유하지 않아 혼선이 초래됐다. 생존 학생을 제외한 재학생과 교직원 등에 대한 고위험군 선별도 미흡했다. 재학생의 23%(216명)가량은 관심군으로 나타났지만(2014년 4월 기준), 2014년 6월 단원고 심리회복지원 팀이 활동하기 전까지 심리상담 계획을 세우거나 병원에 연계하지 않았다. 그리고 교직원 중에서 고위험군을 파악하려는 노력도 없었다.

272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한편 참사 이후 단원고와 경기도교육청은 2학년 교육과정이 세월호참사로 인해 정상적으 로 진행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규정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 수업일수 등을 조정했고, 인문 사회와 자연과학으로 나뉘어 있는 교육과정을 공통교육과정으로 통합하는 한편 평가방

식 등을 유연하게 변경했다. 이는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단원고와 경기도교육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이지만, 수업일수와 시수 등 관련된 규정에 얽매이다 보니 치유회복에 집중

해야 할 시기에 교과수업을 병행하거나 건강 이상으로 등교하지 못하는 학생에게 원격교 육을 받도록 하는 등 학생 개개인의 상황을 적극적이고 충분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라) 경기도교육청의 세심하지 못한 행정 및 지원 경기도 교육감은 유가족과의 만남과 언론 인터뷰 등에서 희생 학생들의 명예 졸업을 수차 례 언급했지만, 명예 졸업을 일종의 의식행위로만 생각했을 뿐 행정적 대책은 마련하지 않 았다. 단원고는 2014년 6월경 학적처리 계획을 세우면서 희생 학생 학적처리는 유가족들 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는데도 경기도교육청에 문의만 했을 뿐 별다른 방안을 강구 하지 않았고 이후 희생 학생들의 명예 졸업 시기가 도래하자 회복지원단과 희생 학생들을 제적으로 처리하기로 결정하고, 생존 학생들의 졸업 시기에 맞춰 학적을 제적으로 처리했다. 경기도교육청은 학적처리와 관련해 학교장의 권한이라면서 관련 규정을 단순히 안내하 거나 적절하게 처리하라고 할 뿐 방안 마련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또 희생 학생을 제적으 로 처리하기 전에 회복지원단이 가족협의회에 해당 계획을 전달하기로 했으나 전달되지 않았다. 이후 희생 학생을 제적으로 처리한 사실이 유가족들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면서 유가족들은 단원고와 경기도교육청을 더욱 불신하게 되었고, 기억교실을 둘러싼 갈등 확 산에 빌미를 제공했다.

2014년 8~9월경 교육감과 유가족은 이미 희생 학생 명예 졸업 때까지 기억교실을 존치하 기로 협의한 상황이었으나 회복지원단은 대책협의회에 해당 내용을 알리지 않았으며 단 원고 구성원들 간의 충분한 협의나 소통 없이 기억교실 존치를 일방적으로 결정하면서 재 학생 부모의 반발과 불신을 가져왔다. 또 교육감은 다목적체육관에 추모공간을 마련한다 고 하면서도 실제로 업무를 수행할 실무부서는 지정하지 않는 등 이후 5개월가량 아무런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 한정된 기간에 집중적인 논의와 집행이 필요한 사안이었지만 중요한 시기를 놓친 것이다.

제3장

273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2)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미성년 피해자 지원 미흡 가) 피해 학생 형제자매 지원의 문제

(1) 참사 초기 미흡하고 허술한 보호 조치 단원고는 사고 직후 휴업을 결정하고 재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참사 당시 단원고에 는 피해 학생들의 형제자매 9명이 다니고 있었다. 어떤 교사는 “참사 당일 구조자 명단에 형의 이름이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서 정신이 반은 나간 상태로 교정을 돌아다니던 남학생의 눈빛이 기억난다”고 했으며, 오전 중에 학생들을 하교시키고 임시휴업에 들어갔 으나 집에 가지 못하고 학교에 남아있었던 실종 학생의 동생을 기억하는 교사도 있었다. 이렇듯 참사 당일 부모가 모두 자녀의 생사 확인을 위해 진도로 떠난 상황에서 남겨진 형 제자매에게 단원고는 별도의 관리 대책 등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던 한 희생 학생의 동생은 참사 당일 담임 선생님이 쉬는 시간에 교실로 와서 형이나 누나 중 단원고에 다니는 사람 있냐고 물어본 순간부터 불안해서 눈물 이 나왔다고 했다.339)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던 한 희생 학생의 동생은 학교에서 단원고 침 몰 속보를 듣고 학원에 갔다가 부모님과 통화 후 주저앉아 엉엉 울자 학원 선생님이 집에 가 서 기다리라고 해 집으로 돌아와 혼자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처럼 단원고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에서도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하고 혼자 남겨진 형제자매들을 보호하지 않았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세월호 피해 학생(형제자매) 교육지원추진단에서 지원 사업을 추진했 는데 그 대상에서 생존 학생들의 형제자매는 제외됐고, 이들에 대한 지원은 2015년 「세월 호피해지원법」이 제정된 이후에서야 이뤄졌다. 2015년 형제자매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경 기도교육청에 제출한 ‘세월호 피해 학생 겨울방학 지원계획’의 지원 대상에 생존 학생 형 제자매가 포함돼 있으나 프로그램 참여 여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 17명 중 한 명만이 상 담 프로그램 참여를 희망하는 등 실제 서비스를 받은 학생은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회복 지원단에서 2014년 말 작성한 ‘형제자매 재학교 방문 컨설팅

274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희생 학생 형제자 매는 프로그램 참여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던 반면 생존 학생 형제자매는 학교와 지역 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339)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창비, 2016, 118쪽
보고서’도

생존 학생 형제자매는 가족의 생환에 안도할 겨를 없이 생존 학생이 불안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심리적 고통을 함께 겪어야 했다. 또 부모들이 참사에서 생환한 자 녀들의 보호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참사 초기 생존 학생 형제자매에 대한 심리 적 지원과 보살핌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는데도 그에 대한 고려나 세심한 지원은 없었다. 더불어 희생 학생 형제자매들 역시 부모들이 팽목항 수중수색 현장을 지키거나 진상규명 에 나서는 동안 적절한 지원과 돌봄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기도 했다.

(2) 잦은 상담교사 교체와 전문성 부족 참사 이후 희생 학생 형제자매들이 다니던 학교의 상담교사와 교육복지사는 경기도교육 청 소속이었으나 단기계약직 또는 기간제 근무자들이어서 이들의 잦은 교체로 안정적이 고 지속적인 상담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와 함께 일부 상담교사의 미숙함도 심리치유를 저해하는 요소였다. 형제자매 중 어떤 피해자는 “세월호피해자인 걸 드러내고 싶지 않았 는데 다니던 중학교에서 세월호 형제자매를 위한 집단 상담을 한다며 대상자를 호명해 친구들이 알게 되었다”고 했고, “상담사분이 세월호 사고에 대해서 이해를 굉장히 못하고 계시는 느낌”을 받았다거나 “상담시간 내 대답을 하지 않는다고 재촉해 상담에 대한 거부 감이 높아졌다”는 진술도 있었다. 세월호참사 이후 단원고를 비롯한 안산지역의 초·중·고교는 심리적 회복을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학교 내 전문 상담을 진행했는데 이에 대해 일부 교사와 학교장들의 이 해 부족으로 교내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참사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던 한 희생 학생의 동생은 “1주기가 다가오니 애들이 막 힘들어지는 거예요. 수업 못 들어가고, 밖으로만 돌 아다니고. 그러다 애들이 힘들어서 그냥 운동장에 앉아 있었는데, 그때 한 샘(선생님)이 저 희를 보고 왜 여기 있냐고 하셔서 저희가 갈 곳이 없어서 그렇다고 했더니, 언제까지 이 럴 거냐고, 그만하라고 막 그런 식으로 말을 하는 거예요. 안 그래도 힘든데…”라고 했다. 4·16단원고 약전 작가단의 한 작가는 “내가 만난 아이들의 경우 점심시간이 가장 힘들다 고 토로했다. 언니와 오빠를 잃고도 밥을 먹는구나. 친구들이 속으로 욕을 할까 봐 차마 밥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 한 학교에서는 이 아이들을 위해 미술실을 휴식공간 으로 마련해줬다. 아이들이 그곳에서 밥도 먹고 수다도 떨고 여느 또래처럼 연예인 이야기

제3장

275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도 하며 웃기도 했다. 그마저도 1년 뒤에는 없어졌다고 한다”고 했다.340)

이처럼 교육기관이 일상적인 교육과정으로 회복하기 위한 과정에서 학생들의 심리적 회 복프로그램을 학교 정상화의 방해요소로 인식하기도 했으며, 이로 인해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형제자매에 대한 심리적 지원은 학교별로 큰 편차를 드러냈다.

(3) 유관기관 지원의 문제점 및 민관협력체계의 한계 형제자매들을 지원했던 모든 기관은 초기 지원의 어려움으로 개인정보 사항이라는 이유 로 승선자 명단 확보 자체가 안돼 해당자 파악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점을 지적했 다. 또 승선자 명단 확보 후에는 안산시·안산가정지원센터·보건복지부·안산트라우마센 터 등 모든 기관이 각자 팀을 꾸려 피해 가족의 집을 방문해 비슷한 서비스가 중복으로

지원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사각지대에 있는 피해자는 지속적으로 방치되는 한편 연락

이 닿은 피해자에게 지원이 집중되기도 했다.

집에 남아있는 형제자매를 보호자가 돌보기 어려운 조건인 가정을 대상으로 긴급가족돌 봄 지원서비스가 시행됐으나 가족들이 외부인과의 접촉을 꺼려 이용도가 높지는 않았다.

당시 행정지원돌보미 활동카드를 살펴보면 희생자 수습 기간 상당수의 동생이 친구의 집 이나 친척집에서 생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경우 친척들에 대한 지원 문의가 많았 으나 「세월호피해지원법」에서의 피해자 범위에서 벗어난 친척들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었다. 안산시에서 시행한 행정지원돌보미는 지방자치단체가 행정력을 동원해 재난피해자를 지 원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수습이 장기화되면서 행정지원돌보미 의 지원 범위가 희생자의 장례지원부터 긴급생계 지원, 진료와 심리상담, 법률, 취업 지원 등 생활 안정과 관련된 부분까지 확대됐지만 그에 대한 준비 미흡으로 행정지원돌보미들 은 많은 혼란을 겪기도 했다. 형제자매 지원 사업 중 안산트라우마센터의 주된 업무는 통합적인 심리지원이었다. 그러나 340) 경기도교육청, “4·16세월호 백서”, 2018.

276 제 3 장 세월호참사
문제와 개선
피해지원의

참사 초기 상당수의 피해자가 안산트라우마센터 이용에 거부감을 보여 신뢰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안산트라우마센터가 정신건강의 문제로 접근하다 보니 피해자들이 그 이

용을 꺼린 측면도 있는데 이러한 거부감이 형제자매들에게서도 동일하게 나타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참사 초기 경기도교육청, 여성가족부, 안산시의 복지관 등 여러 기관에서 비슷한 일회성 심리지원을 반복했을 뿐 각 기관의 상황이 공유되거나 통합적이고 지속적 인 사례관리가 진행되지 못하면서 심리상담에 대한 형제자매들의 거부감이 더 강해지기 도 했다. 이후 안산트라우마센터는 주도적인 심리지원보다는 형제자매들이 다니는 학교 에서 요청이 오면 전문의와 연계하는 등의 소극적인 역할에 머물렀다. 유니세프와 아름다운배움이 연계해 3년 동안 형제자매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멘토링 프 로그램들은 또래 관계가 중요한 청소년기의 특성을 고려해 세월호피해자라는 ‘낙인효과’ 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프로그램에 형제자매 등 피해자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함께 참여 하도록 추진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교육기관과 학부모, 형제자매 다수에게 긍정적인 평 가를 받았으나 교육기관은 그 성과의 연속성을 이어가지 못하고 민간단체의 노력으로만 그친 한계가 있다. 우리함께나 치유공간 이웃 등 민간단체들은 2018년 이후 재정적 어려 움으로 운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나) 미성년 아동에 대한 보호 및 지원의 문제

제3장

높 은 관심이 부담스러워 다른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41) 위원회는 2022년 4월 5일 A○○의 사진이 노출된 기사에 대하여 피해자의 초상권 및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 해 언론사에 비식별처리를 요청하기로 해 인터넷상에서 확인한 23개 언론사 33건의 기사에 대해 언론사 협조요청을 통해 사진 삭제 또는 사진 비식별처리 등의 조치를 취했다.

277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세월호참사 생존자 중 가장 나이가 어렸던 A○○은 참사 다음 날인 4월 17일부터 A○○의 어머니가 희생자로 수습된 4월 24일까지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피해 자의 실명과 사진이 그대로 노출됐다. 참사 당일과 다음 날 인터넷 트위터에 “A○○이 연 고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아시는 분은 목포 ○○병원으로 연락 달라”는 등의 글이 A○○ 의 사진과 함께 크게 올라왔고 유명 연예인 등이 인터넷상에 공유하면서 널리 퍼졌으며 최근까지도 실명과 피해자의 얼굴이 노출되는 피해를 보았다.341) 현재 A○○은 주변의

세월호참사로 부모를 모두 잃고 생존한 어린이는 A○○과 B○○ 2명인데 이들의 보호자

에게는 월 12만 원의 양육보조비가 지급됐다. 지급 시점은 부모의 사망이 모두 확인돼 위

탁가정으로 지정된 때부터였다. B○○의 경우 아버지의 시신이 수습된 이후 6월 18일부터 가정위탁아동으로 지정돼 지급됐으며, A○○의 경우 아버지의 시신이 수습되지 않은 실종 상태여서 가정위탁아동 지정이 되지 않았고 양육보조비도 지급되지 않다가 2015년 임시 후견인 지정 후부터 지급됐다. 피해자들의 후유장애진단서 유무에 따른 국가배상금에서도 차이가 났는데 이 두 어린이 피해자의 경우 국가배상금액에서 7,000만 원가량 차이가 났다. 나이가 어린 미성년의 경 우 사고 직후 예측할 수 없는 후유장해가 있으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정신적 질병 등을 고려해 진단서 등 치료기록이 없더라도 이를 고려한 배상금을 산정할 필요가 있으나 그러 한 조치는 없었다. 한편 국무조정실 지원추모사업단은 「세월호피해지원법」에 근거해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보호 및 지원사항 등을 점검하기 위해 ‘미성년 피해자 보호 실무협의회’를 정기적으로 개 최하고 있다. 하지만 미성년 피해자의 양육 상황 점검 등 국가 차원의 보호 및 관리가 이 뤄지지 않고 있다. 또 미성년 피해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의 권리보장을 위한 지원 방향과 국가의 의무인 보호 및 지원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미흡한 상황이다. 다) 군 입대 피해자에 대한 대책 마련 부재 2021년 11월 기준 군 복무 중이거나 입대 예정인 피해자의 현황은 <표 3-11>과 같다. 단원고 생존 학생 중 남성은 33명으로 다수가 군 입대를 앞둔 상황이었고, 신체검사 때 단 원고 학생이 확인되면 심리검사를 받고 군의관에 의해

278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최종 결정을 받는 절차를 거쳤지 표 3-11 피해자 중 군 복무 관련 인원 현황(2021.11.기준) 구분 전역 복무중 입대 예정 면제 미정 정보 없음 초중고 학생 계 현역 공익 방위산업체 유가족 70 7 2 1 6 7 7 4 16 120 생존자 29 1 0 0 1 3 1 0 0 35

만, 희생자·생존자의 형제 등 가족은 병무청 검사 때 따로 구별되는 방법이 없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세는 평상시 드러나지 않더라도 위기 상황에서 문제가 발현될 가능 성이 높고 군 업무 특성상 민감하게 나타날 수 있기에 걱정과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군 입 대를 앞둔 피해자가 150여 명이나 되었으나 의사 및 심리전문가 면담 등의 대책은 마련되 지 않았다.

3) 안전취약계층 피해지원의 문제

제3장

어려웠다.

2014년 생존 학생들이 고대안산병원에 입원하고 중소기업연수원에 합숙할

279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시 부모 동반을
기간에는 희생자와
어서
생활했던
안산시는 참사 피해자 중 안전취약계층과 관련해 2014년 4월 23일 사회복지과에 노인 돌 봄과 장애인 돌봄 담당자를 지정하고 외국인 주민 피해가정은 외국인주민센터와 다문화 가족지원센테에서 연계해 지원하도록 했다. 또 행정지원돌보미는 각 가정을 방문해 지원 한 사항을 활동카드에 날짜별로 기록하게 했다. 위원회가 활동카드 열람을 통해 노인·장애인·외국인 피해자에 대한 지원사항을 확인한 결과 안전취약계층의 특성을 고려한 별도의 지원은 점검 목록에 들어가 있지 않았으며 담당돌보미의 역량과 해당 가족의 여건에 따라 지원의 범위와 질에서 다소 차이가 났고 지원 누락 또는 기록 누락도 있어 보인다. 또 당시 안산시 담당 부서의 담당자들은 구체적인 지원사항을 기억하고 있지 못하며 시행 문서 등에서도 노인·장애인·외국인 피해자와 관련한 구체적인 지원 내용은 확인하지 못 했다. 몇몇 담당자는 행정지원돌보미에게 문의가 올 경우, 상황에 맞춰 지원 가능한 분야 로 연계했으나 별도로 관리하거나 취합하지는 않은 것으로 기억했으며 더군다나 참사 당 시에는 「재난안전법」에 안전취약계층에 대한 명시가 없었고 구체적인 매뉴얼도 없어 체계 적이고 능동적인 맞춤형 지원을 기대하기가
때 모두 반드
요구했기에 한부모가정의 형제자매들은 이 기간에 방치될 수밖에 없었 다. 또 교육기관의 심리지원 대상도 이
실종자의 형제자매로 제한돼 있
학교의 심리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었다. 한부모가정과 조손가정, 그룹홈 등에서
생존 학생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방안 자체가 없던 것이다.

2014년 12월 21일 세월호참사 발생 이후 심리적 어려움을 겪던 생존 학생 한 명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직후 교육회복지원단과 안산트라우마센터, 4·16가족대책위가 진행한 두 차례의 간담회에서 안산트라우마센터는 고위험군 학생들에 대한 사례관리 공유 시스템 구축과 SNS를 통한 학생 동태 모니터링 등의 계획을 밝혔으며, 단원고에서는 게이트 키퍼 (Gate Keeper)342)팀을 구성하고 온마음센터 연계 등 생존 학생 치유 관련 계획을 밝혔다. 또 2015년 1월 19일 열린 형제자매돌봄 네트워크 2차 협의회에서 안산트라우마센터는 방치 된 아이들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학생 이 한부모가정인데도 학생의 치료 기간에 혼자 남겨진 동생에 대한 별도의 보호 조치는 강구되지 못했다. 단원고 생존 학생 중 그룹홈343)에서 거주하는 이는 3명이었다. 당시 2명의 생존 학생을 보 호하고 있던 한 그룹홈의 관계자는 “공동생활가정의 특성상 온전하게 아이를 케어해 주 고 지지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고, 특별한 상황에 놓여 있는 아이들에게 의지할 수 있 는 한 사람이 필요했으나 생활교사가 온전히 한 아이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 어서 그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또한 “위탁가정이나 후견인의 보호 하에 있는 미성년 아동들에 대해서는 사회적 관심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적인 제도가 견 고하게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난은 그 특성상 모든 사람에게 같은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더 취약한 집 단에 더 큰 피해를 줄 가능성이 더 크다.344) 참사 이전부터 이어진 가정 내 위기상항은 재 난을 통해 더 극대화될 수 있으나 이와 관련해 재난 발생 후 행정지원돌보미를 비롯한 관 련 기관이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피해 자 지원과정에서 특수한 위기상황이 파악되거나 예상될 경우 즉각적으로 맞춤형 지원을 시행할 수 있어야 했지만,

가리킨다.

343) 위기청소년 생활보호 가정시설을 가리킨다.

344) 김혜선·정원희, “고령화시대의 재난안전망 구축방안“,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조협회 특별연구 2018-02, 재난안전연구 소, 2018, 10쪽

280 제 3 장 세월호참사
문제와 개선
피해지원의
342) 자살 위험 대상자를 조기 발견해 전문기관의 상담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그러한 지원은 이뤄지지 못했다.
연계하고 위급상황에서 자살 위험 대상자의 자살 시도를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리·지원하는 사람을

라. 정부에 대한 불신과 피해 확산

정부는 다수 승선자를 구조하지 못한 데다 잘못된 언론 보도를 방치하거나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보도를 통제해 피해자들을 비롯한 국민의 불신을 키웠다. 현장에서의 정확한 판단과 조치,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의 요구에 정부는 감시와 사찰로 대응하 는 한편 일관되게 참사의 책임을 회피했다.

1) 정부의 구조 인원 오류 반복과 상황 은폐로 인한 불신 초래 참사 당일 오전 11시 1분경 NBN과 MBC에서 전원구조 보도가 있었고, 이후 다른 언론 에서도 동일한 내용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는 11시 6분 경 보도의 진위를 해경에 문의했고, 해경은 당시 파악된 구조 인원은 148명이라고 전달해 ‘학생 전원구조’ 보도가 오보라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지만, 해당 보도가 바로 잡힌 것은 11시 30분경이 돼서였다. 한편 단원고 행정실에서는 경찰관의 무전기에서 흘러나오는 ‘전 원구조’라는 내용을 행정실 직원이 듣고 경찰에게 확인한 결과와 뉴스 자막 등을 토대로

11시 6분경부터 2차례 학부모들에게 학생들과 교사들이 전원 구조됐다는 문자를 발송해 ‘전원구조’ 오보는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이후 학부모들이 진도실내체육관으로 갈 때까지도 정확한 구조 인원은 물론 세월호 승선자 숫자조차도 오락가락하는 등 제대로 집계되지 않았으며, 생존자와 희생자의 정확한 인원은 참사 발생 22일째인 5월 7일까지 총 6차례나 수정되고 번복된 뒤에야 바로잡혔다.

또 정부는 선박이나 항공기 숫자, 잠수부 숫자 등 동원세력을 과장해서 발표하며 실제 수 색상황을 은폐했고, 언론은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해 피해자들의 불신과 의혹을 확산시켰다. 실종자 가족들은 브리핑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접하지 못하자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며 직접 수난현장을 방문하기도 했고 수색상황에 진전이 없다고 판단하 고 청와대를 향해 항의행진을 하기도 했다. 경찰은 피해자들을 불법 시위대로 규정하고 설치와 불법 채증 등 강경 대응을 하면서 피해자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제3장

281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2) 진상규명 요구와 피해자의 고립

가) 국가 정보기관의 불법 행위

참사 이후 4월 19~20일 양일간 진도에서 실종자 가족들은 청와대로 항의방문을 하기 위

해 행진했다. 실종자 가족들의 청와대 항의방문 시도 당시 경찰은 ‘피해자 보호’라는 명분

으로 실내체육관의 출입로를 차단하고, 진도대교에 차벽을 설치하고 도보 행진 중인 피해 자를 불법시위대로 간주하고 불법으로 채증을 하는 등 과잉 대응과 조치를 했다. 한편 세월호참사 초기부터 기무사와 국정원 등은 수색상황만이 아니라 실종자 가족 등 피해자들의 동향을 살피고 사찰하며 보고서를 작성해 상부에 보고했다. 진도현장에서 사찰을 당하는 경험을 했다고 진술한 피해자들도 있었다. “아, 그거는 시간이… 처음에는 그걸 몰랐겠죠. 근데 이제 체육관에 한 두세 번 있으면서 그런 걸 느꼈죠. 계속 누군가가 감시하고 지키고 있다, 정보원들이 있다는 걸. 그리고 체 육관에서 그런 사람을 잡은 적도 있어요.” 대통령비서실과 정보기관은 가족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조치 대신 피해자들을 국정 운 영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세력으로 간주하고 정보활동을 강화했다. 기무사와 국정원은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실종자 가족들의 성향을 파악해 조기 수습 종료를 위한 가족별 설 득 전략을 수립하거나 피해자에게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해 국면 전환을 꾀하는 등 대통 령 지지율 관리를 위해 현장에서 활동했다. 정부는 세월호참사 보도에 개입해 피해자들의 고립감을 심화시키기도 했다. 대통령비서 실 홍보수석비서관의 재난주관방송사(KBS)에 대한 방송편성 개입,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사 조정통제’ 임무가 포함된 세월호 관련 재난상황반 운영계획

282 제 3 장 세월호참사
문제와 개선
피해지원의
수립(2014년 4월 22일), 청 와대의 지시에 따른 미담 사례 발굴과 기획기사 작성·보도 등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청와 대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상황에서 신뢰받는 정부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관계기 관에 미담 사례 발굴을 지시했고(2014년 4월 22일) 이렇게 기획해 작성된 내용은 박근혜 대통 령의 대국민담화를 앞둔 시점에 보도됐다.

2014년 5월 8일 당시 야당 원내대표가 세월호진상규명특별법 제정을 제안하고 같은 달

19일 박근혜 대통령도 대국민담화에서 “정치권과 민간인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 구

일베와 SNS상에서 유포 됐다. 또 기무사는 참사 6일 만인 4월 21일부터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을 소위 ‘반정부 활 345)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세월호참사 대응을 위한 범시민연대기구로 2014.5.22. 발족했다. 346) 세월호참사 당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15분까지 약 7시간 동안의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한 문제다. 2014.4.16. 오전 10시는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소식을 처음 보고 받은 시각이고, 오후 5시 15분은 박 대통령이 중 대본을 방문한 시각이다. 청와대는 이 7시간 동안 대통령은 청와대 경내에 있었고 모두 18차례 관련 보고를 받았으며 오전 10시 15분과 오전 10시 30분 두 번에 걸쳐 구조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지만 대통령이 중대본 방문 시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들을 발견하거나 구조하기가 힘이 듭니까?”라고 엉뚱한 질문을 하는 장면이 생중계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7시간 동안 세월호 관련된 직무 수행에 소홀히 한 혐의는 2016.12.3.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 발의 사유에도 포함되었다.

제3장

283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성”을 핵심으로 하는 특별법의 제정 의사를 밝혔다. 세월호참사 피해자들은 6월 7일 세월 호참사국민대책회의345)와 함께 특별법 제정 범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특별법 논의가 진전을 보이지 않자 피해자들은 7월 12일 특별법제정을 요구하며 국회 농 성을 시작했고, 14일에는 광화문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7월 15일에는 단원고 생존 학 생이 특별법제정을 요구하는 350만 명의 서명 용지를 국회에 전달하기 위해 도보 행진을 했으며, 8~9월에는 피해자들이 청와대로 행진하다 고립돼 서울 청운동에서 76일간 노숙 농성을 진행했다. 세월호참사는 당시 정부의 구조실패, 국가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책임과 연결돼 있었기에 정부는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활동을 방해하고 세월호참사 피해자들을 폄훼하 는 데 적극적이었다. 2014년 하반기 청와대는 ‘세월호 7시간’346) 문제가 불거지자 한 경제 인 단체로 하여금 보수단체들에 자금을 지원하도록 하고, 해당 보수단체들은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에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2014년 9월 6일 피해자들의 서울 광화문광장 단 식농성장 앞에서 음식을 먹는 소위 ‘폭식 투쟁’이 있었는데 여기에도 경제인 단체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은 보수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세월호 특별법제정을 촉구하면서 진상규명 활동에 참여한 피해자 C○○을 향한 여론 공 격에도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었다. 국정원은 “보수권, 세월호 정국 주동 ‘C○○’ 실체 집중 폭로 계획”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때맞춰 단식투쟁을 한 피해자에 대한 악의적 보도 가 반복되면서 사생활 캐기나 비상식적인 인신공격이 이뤄졌고

동’으로, 5월부터는 유가족을 이른바 ‘종북 세력’으로 규정하고 대응책을 마련했다.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활동을 왜곡하는 여론 조성에 대해 세월호특조위가 비정상적인

SNS 계정 활동이 있었는지 분석한 결과 부정적 여론 조성에 SNS를 관리하는 프로그램인 트윗덱347)이 활용됐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조장–조원 간의 계정으로 활동하면 서 비정상적으로 작성한 패턴을 보이는 트위터가 있었는데 그 주요 내용은 대부분 유가 족의 진상규명 활동을 왜곡하는 것이었다. 당시 조장이었던 D○○은 보수단체 관계자로 청와대 행정관과 통화나 이메일 등으로 긴밀히 소통하며 청와대 행정관이 제공한 정책연 구용역 등을 수주하고 편의를 제공받은 점이 수사기록을 통해 확인됐다.348) D○○가 세월 호특조위 위원장을 명예훼손과 기밀누설죄 등으로 고소한 후 이러한 행위를 보수단체들 에게 자금을 지원한 경제인 단체의 사이버감시단의 활동으로 보고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별도의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4년 10월 22일 국정원은 ‘보수단체, 비판세력의 장기투쟁 차단에 총력 대응 계획’이라 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사고 200일(2014년 11월 1일)을 맞이해 세월호 대책위·가족대책위가 연대해 개최하는 집중적인 집회에 맞대응 집회를 추진하고, 비판세력의 막바지 세몰이를 무력화하고, 서울시청 앞 노란 리본 및 광화문광장 농성장 철거를 촉구하는 연쇄 기자회 견을 열어 세월호 상징물 제거에 나설 예정”이라고 기재했다. 또 국정원은 “보수 법조계· 언론은 특별법 조문화 과정에서 유가족의 과도한 요구(특검 후보 추진과정에서 유가족 직접 참여)가 배 제되고 여당(안)이 관철될 수 있도록 총력 여론지원에 나서는 한편 여권 지자체장들도 보 수단체들 협조, 특별법 제정과 동시에 분향소·현수막 등을 철거, ‘세월호 국면 마무리’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제언”이라는 내용을 작성해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전달했다. 347) 위키백과,

284 제 3 장 세월호참사
문제와 개선
피해지원의
계정 관리를
이 소프트웨어도 트위터 API를 통해 메시지를 보내고 받거나 프로필을
리트윗(공유)을 통해 유가족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킨 것이 자발적
트위터와 페이스북
위한 소셜 미디어 대시보드 애플리케이션이다. 다른 트위터 애플리케이션처럼
볼 수 있다. 348)
행위였는지, 별도의 지시가 있었는지는 확인되 지 않았다.

나) 부당한 여론 몰이와 언론·정치권 등에 의한 2차 피해 확산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이나 활동가들에 대해 ‘시체 팔이’, ‘시체장사’ 등과 같은 표

현이 보수 논객에 의해 사용돼 확산되기도 했다. ‘시체장사’라는 표현은 일부 정치인이 세

월호참사 피해자들을 비난하는 데 사용됐고, 이후에도 정부 지원이나 배·보상과 관련된 언론 기사 댓글에서 반복해서 등장했다.

보지 않았으며 사건 처리를 지휘하거나 최소한 논의했다고 추정할 수 있 다. 또 2014년 5월 7일 민간 잠수사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한 언론사는 사고의 원인을 해 349) 이 글을 올린 후 3일 만에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져 권은희 의원이 사과를 하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이 과정 자체가 이 슈화 되면서 4월 22일 하루만에 300건이 넘게 기사화됐다. 350) 2014년 9월 4일. 4·16가족협의회 임원 일부가 대리기사와 시비가 붙어 발생한 일로 이 사건 이후 4·16가족협의회 임원진 전원이 사퇴했다.

제3장

285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소위 ‘빨갱이’, ‘종북’ 등 피해자를 이념적으로 공격하는 발언이 정치권·기무사·보수 인사 등 다양한 곳에서 등장했고, 언론을 통해 유포되면서 피해자에 대한 편견이 확산됐다. 참사 발 생 후 4일이 지난 4월 20일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부터 북괴의 지 령에 놀아나는 좌파 단체들이 정부 전복 작전을 전개할 것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같은 날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실종자 가족 사이에 가족 행세를 하는 선동꾼 이 있다”는 사실과 다른 글을 올렸다.349) 해당 정치인들의 발언이 언론에 그대로 인용되면서 피해자들을 이념적으로 낙인찍는 프레임이 점차 확산됐다. 한편 기무사는 참사 6일 뒤부터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을 ‘종북’과 ‘반정부 활동’으로 규정하고 대응책을 마련했다. 이는 피해 자를 순수한 피해자와 그렇지 않은 피해자로 분리하려는 시도로 피해자들은 참사의 진실 을 규명하려는 노력이 정치적으로 왜곡되어 해석되는 데 참담함과 두려움을 느껴야 했다. 유가족들의 대리기사 폭행 사건350)에 대한 과잉 보도도 문제였다. 이 사건을 보수언론들 이 단기간 집중적으로 보도한 건수 자체도 문제였지만 일부 언론은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세월호 유가족 전원 입건’, ‘폭행 부인’ 등의 단어를 강조하거나 ‘일방적 폭행’, ‘증거인멸 우 려’, ‘임의동행 거부하고 다음 날엔 CCTV 확인’ 등의 문구를 제목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이 와 관련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는 대리기사 폭행 관련 메모가 적혀 있었는 데, 그 내용은 “유가족 폭행사건–철저지휘”, “세월호 유가족 폭행-월요일 지휘-기민하게 일하도록(지휘권 확립토록)” 등이었다. 이를 통해 청와대가 대리기사 폭행을 민간인 간의 단순 폭행 사건으로

경의 부실한 관리가 아니라 피해자들의 무리한 요구 때문인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언론과 정치권은 세월호참사는 사고일 뿐이고 그 해법은 금전적 보상이면 충분하다는 ‘사 고=보상’ 프레임, 참사에 대한 피해자들의 진상규명 노력은 더 많은 배·보상금을 챙기기 위한 투쟁이라는 폄하 여론을 형성했다.

참사 후 피해자들이 받게 되는 보상금을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언론이었다. 세월호참사 당일부터 MBC는 유가족과 생존자들이 받을 보험금의 구체적인 액수를 보도해 큰 비판 을 받았다. 2014년 6월 초부터는 세월호참사 보상금을 연평해전이나 천안함 사건과 비교 하는 등 부정적 여론이 트위터를 통해 확산됐다. 이후 당시 여당 정책위의장 주호영 의원 이 세월호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하며 천안함 피해자보다 과잉보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고, 이후 트위터에서 특별법제정을 반대하는 여론이 형성됐다.

「세월호피해지원법」이 시행된 후 2015년 4월 1일 정부는 배·보상 관련 언론 브리핑을 하 며 추가 자료를 배포했고 여기에 정부예산과 관계없는 보험금액까지 포함돼 있었다. 이로 인해 피해자들은 인터넷에서 ‘로또 당첨’, ‘수천억 혈세 낭비’ 등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일 부 피해자들은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하거나 살던 곳에서 이사하거나 친척 및 지인들과 사이가 멀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청와대 행정관의 수첩에는 “세월호 전체 비용 들어가는 게 얼마, 그간 얼 마, 향후 얼마 들어간다, 이건 국민에게 제대로 알릴 필요, 주요 계기 활용 언론홍보, 해수 부 비용 취합, 조만간 발표토록 준비” 등이 메모돼 있었다. 해당 메모는 배·보상 보도자료 배포와 언론 브리핑 이후에 작성된 것이지만 이후에도 유사한 내용의

286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조치
관 련 홍보 등)가 행정관의 수첩에 있는 것으로 봐서 정부 차원에서 배·보상금을 포함한 세월호 관련 비용을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알리고자 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2014년 4월 말 KBS 보도국장은 기자들에게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많 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건 아니다”라고 발언했
메모(세월호
비용

다.351) 또 주호영 의원은 같은 해 7월 24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세월호참사는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라고 했고352) 연이어 한 달 사이 2명의 여당 국회의원이 유사한 발언을 했다. 이 들 세 명의 정치인의 발언이 있던 시기는 세월호 관련 특별법 제정을 위해 정치권에서 협 상이 진행 중이던 때이며 피해자들이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강하게 요구하던 시기였다. 특히 특별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놓고 정치권에서 논쟁이 심화되던 때이기도 했다. 앞서 KBS 보도국장의 표현으로 ‘세월호참사는 교통사고’ 라는 프레임이 만들어졌고 교통사고라는 표현은 정치인들의 필요로 이용됐다. 정치인들 이 해당 발언을 할 때마다 언론이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교통사고 프레임은 반복적으로 회자됐다. 참사 5주기를 앞둔 2019년 4월 15일 전 국회의원 차명진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해자를 모욕하는 글을 올렸고, 이후 3일간 언론매체들이 경쟁하듯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피해 자들에게는 더욱 깊은 상처를 남겼다.353) 다음 날 국회의원 정진석은 자신의 SNS 페이스 북에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 죽은 애들이 불쌍하면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 죠. 이제 징글징글해요”라는 글을 자신이 받은 메시지라며 게시했다.354) 이 발언 이후 세 월호참사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시민 서명을 받는 현장에서는 일부 시민들이 피해자를 향해 “지겹다, 그만 우려먹어라” 등의 말로 직접 비난하면서 피해자들과 충돌하는 상황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한편 정치권과 보수단체들이 사용한 ‘세금도둑’이라는 단어는 4·16세월호참사특조사위 원회(이하 세월호특조위원회)에 대한 것이었지만 피해자들은 이를 진상규명을 가로막고 비난하 351) 2014.5.3.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는 성명서를 발표하여 이 사실을 알리면서, 세월호참사로 비통함을 추스르지 못하는 상 황에서 재난주관방송사인 KBS 보도국장이 망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352) 주호영은 최고위원회 직후 취재진과 만나 해당 발언에 대해 “철도, 항공기, 선박사고의 본질은 교통사고라며 이런 사고는 운전한 사람과 운송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126명은 2019년 차명진 전 의원이 올린 SNS 글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 고, 법원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원고인 세월호 유가족 한 명당 100만 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차명진 전 위원에게 선고했다. 차명진 전 의원은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도 기소되었는데, 차명진 전 의원은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 며 법원에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지만 2022.6.22.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354) 유가족은 세월호를 “우려먹는다”는 평가와 “이제 징글징글”하다는 느낌은 정진석 자신의 것임을 추측할 수 있고, 위 게시 글이 정진석의 말처럼 제3자로부터 전달받은 메시지를 비판적으로 소개하거나 단순히 게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 하여, 2019년 5월 국민고발인 명의로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제3장

287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353) 세월호 유가족

는 표현으로 받아들였다. 2015년 1월 16일 국회의원 김재원은 “세월호 진상규명위원회가

출범했다. 지금 사무처를 구성하고 있는데 (중략) 이 조직을 만들려고 구상하는 분이 세금 도둑이라고 확신한다. 이런 형식의 세금도둑적 작태를 절대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했고 언론은 이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또 2016년 2월에는 당시 세월호특조위원회 부위 원장이 중도에 사퇴하면서 세월호특조위원회 직무행위를 ‘세금도둑’이라고 언급해 다시 회자됐다. 세월호참사를 교통사고 프레임에 가두는 것은 참사에 대한 책임 공방과 진실규명 요구를 왜곡하려는 시도였고, 국회의원은 사회적 영향력이 큰 공인으로서 자신의 말에 책임져야 했지만, 발언에 신중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혐오표현을 확산시키는 데 일조했다. 언론은 일부 극우 논객이나 보수 정치인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하 는 세월호 피해자에게 씌운 프레임을 여과 없이 보도했으며, 의도적으로 자극적인 내용을 부각하거나 불필요한 사생활 캐기로 여론을 확산시켰다. 배·보상의 주체인 해양수산부는 언론과 국민의 알 권리라는 명목으로 정부 배상금이 아 닌 성금까지 포함해 총금액을 중심으로 브리핑하여 피해자들이 여론 공격을 받게 하는

데 개입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세월호참사 피해자들은 이른바 ‘반정부세력’으로 낙인찍혔으며 온·오프라인을 통한 선동 과 확산, 정치세력에 의한 인용, 언론의 사회 의제화 등은 피해자들에게 사회적 배제와 고 립을 야기하며 상처를 주었다. 참사에 대한 인식을 왜곡·축소하려 하거나 피해자들을 유 난 떠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표현들은 배·보상이나 진상규명 요구 등 피해자의 기본적인 권리 행사를 침해했다. 재난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과 혐오표현은 2차 피해를 가져오고 참사 이후 사회공동체의 수습과 회복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참사의 진실에 대 한 접근은 물론 기억과 추모, 재발 방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88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마. 피해자 권리· 피해 범위 등에 대한 이해 부족

세월호참사는 재난에서 피해와 피해지원은 무엇이고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재난피해 자의 권리가 어떤 의미인지를 일깨워준 사건이다. 참사는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지만, 세월 호참사의 교훈과 피해자들의 헌신, 시민사회의 연대로 재난에 대한 인식과 피해지원에 대 한 정책 변화에 중대한 전환점이 됐다.

제3장

권리가 논의 됐는데도 피해자들의 실질적인 참여가 전혀 보장되지 못한 것은 큰 문제이며 배·보상에 355) “배상이 불법적 행위로 피해를 입힌 경우에 대한 물질적

피해회복이라면, 보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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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적법한
1) 배·보상 과정의 권리침해 배·보상은 피해자들의 정당한 권리다. 재난이 피해자들에게 중대한 인권침해라는 점에서 출발해 책임 인정과 재발 방지, 신뢰 증진 차원에서 배·보상이 진행돼야 하는 것이 원칙이 나 세월호참사 배·보상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은 훼손됐고 피해자들의 권리는 제한받았 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배·보상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한 인식 자체가 결여됐거나 부족함 에 기인한 것이다.355) 배·보상심의원회 구성 시 피해자를 대표하는 위원이 포함되거나 피해자가 위원을 추천하 는 등 참여의 기회가 보장되지 않았다. 해양수산부와 배·보상심의위원회는 피해자의 의 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배·보상 기준을 결정했다. 또 법에서 배·보상 시 신청 인 의견을 반영하도록 규정했는데도 배·보상심의위원회는 운영규칙 제13조에서 위원장 이 단독으로 허가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고, 실제로 신청인이 출석해 의견 진술을 하고자 신청한 2건을 위원장이 불허하기도 했다. 배·보상 결정서에는 구체적인 내용 없이 항목별 결정 금액만 간단히 기재해 결정 금액에 만족하지 못하는 피해자가 구체적 내용을 몰라 이의를 제기하는 데 어려움을 줬다. 「세월호피해지원법」 제정 과정에서 배·보상 결정 과정에 피해자들이 참여할
행위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한 손실을 보전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배상은 진상규명, 책임의 인정, 재발방지 대책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동 시에 재난으로 발생한 권리 침해를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신뢰를 증진시키는 것이라고 바라볼 필요 가 있다. 즉 회복 불가능한 희생과 피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책임에 대한 상징인 셈이다. 또한 이는 ‘피해자로서만의 인정이 아니라 권리의 보유자로서의 인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 하지만 이런 원칙은 우리 재난사에서 단언컨대 한 번도 준 수된 적이 없다.”, 위원회, 유해정, “사회적참사 피해자권리 관점의 변화”, 제1회 사회적참사피해지원포럼, 2019.

대한 인식을 개선할 기회를 놓친 것이다.

세월호참사 피해자의 다수는 가족을 잃은 슬픔과 상실 속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에 나섰으며 실종자 수습을 위해 대기하거나 생존 가족을 돌보고, 힘겹게 일상으로 복귀하 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도 피해자들이 처한 조건과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배·보상 신청 기간을 일괄 6개월로 짧게 둔 것도 문제였다. 화물 피해나 어업 손실, 유류 오염 등의 피해 보상에서도 피해자들의 특성이나 처지는 제대로 고려되지 못했다. 한편 배상금 지급 동의서의 ‘이의제기 금지규정’의 내용은 통상의 배상금 지급에 대한 이 의제기의 제한을 넘어서 참사의 진상규명을 포함한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 될 수 있어 피해자들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었다. 해당 문서는 헌법재판소에서 위 헌결정을 받았으나 이미 정부의 배상금 지급이 마무리된 뒤였다. 또 정부는 언론 브리핑 과정에서 배·보상이 재난피해자의 중요한 권리라는 관점을 오히 려 훼손하고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불러올 수 있는 내용을 발표했다. 배상금 외 모금 단체가 확정하지 않은 국민 성금을 임의로 배상금에 포함해 마치 피해자들이 많은 배상 금을 받는 듯 부풀렸으며, 청와대는 끊임없이 피해자들의 배·보상의 권리마저 진상규명 노력을 폄훼하거나 가로막는 데 악용했다. 또 언론들도 참사 초기부터 보험금 등 금전적 피해 보상을 선정적으로 보도하고 여러 재난피해자의 피해 정도와 규모 등을 비교하는 반면 실질적으로 중요한 정보의 보도는 게을리하는 등 언론의 기본적인 책임과 역할을 방기했다. 배·보상심의위원회와 해양수산부는 필요한 경우 사실 조사를 했지만, 이는 형식적으로 이뤄지기도 했다. 해양경찰이 어구 손실을 자세히 조사하지 않아 분실 여부 등을 관계기 관으로부터 확인받지 못했음에도 신청인에게 입증자료를 제출하도록 했으며 결국 자료 미제출로 기각 처리된 것이 7건이었다. 이는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진행된 배·보상의 방식 과 절차 때문이었다. 또 심의위원회는 무면허 양식업자의 배·보상 신청을 신청자격 없음을 이유로 기각 처분

290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했다. 그러나 어업면허·허가·신고 등의 서류는 신청 시 첨부 서류일 뿐으로 신청 적격 여 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볼 수는 없다. 서울행정법원도 무면허 어업인에 대한 신청 적격 을 인정했고 대법원도 무면허 어업인에 대한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있다.

2) 공적 법률지원의 미흡과 민간 법률지원의 한계 「재난안전법」은 제2조에서 “재난이 발생한 경우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국가와 지방 자치단체의 기본적 의무임을 확인하고”라고 규정하고 있고 피해 최소화를 위해 피해자의 법률지원은 중요한 사항이지만 세월호참사 당시 공적 법률지원은 미흡했다. 법무부의 검사 및 법무관으로 구성된 법률지원단이 44명의 피해자를 상담하는 정도였 고, 대한법률구조공단이 피해자 법률지원 10건을 수행했으나 이는 기존 경제적 약자 지원 의 하나로 이뤄졌다. 안산시 합동법률지원단의 활동은 경기지역 변호사협회와 피해자를 연계한 것에 불과하며 대한법률구조공단이 해양수산부 피해보상지원과에 변호사 2명을 파견한 것은 피해자가 아닌 정부의 업무 지원이었다. 세월호참사 피해자를 위한 법률지원은 주로 민간 차원에서 자원봉사로 이뤄졌다. 대한변 협은 대형 재난에 관한 법률지원을 처음 시행하다 보니 사전에 마련된 매뉴얼 등이 없었 고 법률지원에 참여한 변호사들에게 그들의 역할 및 활동방법 등에 대한 안내와 설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수습이 장기화되고 참여했던 변호사들 다수가 본업에 복귀하 면서 추후 법률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배·보상 신청 시기인 2015년 4월~9월 사이에는 법률지원을 위한 변호사들의 인력풀이 부족해져 세월호참사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된 법 률지원을 진행하지 못했다.356)

제3장

체적 애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 희생자를 기억하고 추모할 권리는 재난피해자의 당연한

356)

291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대한변호사협회의 역할”,
3) 추모사업 추진 과정의 갈등 대처 미흡 다수 희생자가 발생한 참사에서 합동분향소는 국민적인 애도가 표출되고 모이는 장소가 된다. 대규모 재난은 피해자뿐 아니라 사회와 공동체에도 피해를 미치므로 사회적·공동
오지원, “재난대응을 위한 민관협력의 필요성과
재난 대응을 위한 민관 협력 방안 모색 및 대한변 호사협회의 역할 포럼, 2017, 21쪽.

권리이며 그 이전에 희생자의 시신과 유해를 온전히 수습하는 것은 유가족에게는 상실을 받아들이고 애도와 추모로 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정부합동분향소 운영 과 추모공원 조성 과정에서 세월호참사 피해자의 권리는 양보돼야 하거나 협상의 대상으 로 인식되기도 했으며 봉안시설에 대한 사회적·문화적 정서에 기댄 일부 정치세력과 특 정 집단의 정치적 공세와 혐오표현으로 피해자들이 고스란히 2차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세월호참사 이전 합동분향소가 어떤 의미를 지닌 공간인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합의는 없었고 관련된 법령이나 운영 매뉴얼도 미흡했다. 참사 당시 범대본은 전체 유가족의 의 견 수렴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희생 학생 가족대표와의 합의로 합동분향소를 추진했고, 인천시도 범대본이나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들과 사전 협의 없이 따로 인천 정부합동분향 소를 설치했다. 안산 정부합동분향소 운영이 장기화되면서 지역경제 침체에 따른 상인들의 불만, 화랑유 원지 내 오토캠핑장 사용 중단 등으로 인한 불편이 지속되자 안산시에 각종 민원이 제기

됐다. 주민들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화랑유원지 내 상인들이 경기도와 안산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기도 했으며 합동분향소에 설치됐던 현수막이 수차례 훼손되는 일도 발생했다. 하지만 안산시는 합동영결식 개최, 분향소 이전이나 종료 등의 문제를 중 앙정부와 유가족이 합의할 사항이라고 답변하는 등 대응 과정에서 이해당사자 간 적극적 인 갈등 조정의 역할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각 지방자치단체에 합동분향소 설치와 운영을 요청했던 안전행정부를 비롯해 국민안전처와 해양수산부, 세월호 관계차관회의를 주재했 던 국무조정실 등 어떤 중앙부처도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거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 았다. 인천 추모관 건립은 순탄하게 진행됐지만, 운영 과정은 그렇지 못했다. 행정자치부는 지방 행정기관의 인건비와 운영비는 지원 대상이 아니라고 하고, 국민안전처는 2016년도 특별 교부세 교부·운영 지침상 추모관 운영비 지원은 신청 금지 사업이라고 하는 등 두 부처 모 두 특별교부세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또 해양수산부는 재난수습 총괄부처인 국민안전처가 운영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며, 기획재정부는 법적 근거 없는 추

292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모시설 운영비 지원에 불가 입장만 고수했고, 지원추모사업단은 부처 간 조정 역할을 하

지 않았다. 결국 해양수산부가 2016년 말까지의 4개월 운영비를 편성·지원하기까지 추모 관의 전시관은 폐쇄된 채 안치관만 운영됐다. 또 2016년 말 기획재정부가 법적 근거 미비 를 이유로 다시 예산에 반영하지 않아 추모관 운영비가 편성되지 못했고 이로 인해 한때

지원추모사업단이나 세월호 참사 추모사업의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2018년 6·13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야당 정치인들은 반대 여론에 기대어 “세월 호 납골당 화랑유원지 결사반대”라는 선정적 구호를 내걸고 이를 선거에 이용하면서 화

제3장

293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추모관에 전기가 끊기기까지 했다. 일반인희생자대책위가 추모관 출입문에 “정부의 무능 함으로 추모관 문을 닫게 됐습니다”라는 글귀를 붙이고 폐쇄한 후인 2017년 2월 15일에야 해양수산부 예산 1억 9,000만 원이 지급돼 밀린 인건비와 운영·관리비가 지급됐다. 참사 이후 2014년 4·16가족협의회와 정부 장례지원단은 추모공원과 관련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유가족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입지 선정 시 지역주민과의 갈등 요인을 고려 하며, 국민이 추모할 수 있는 상징적 공간에 조성한다는 기본원칙을 세웠으나 이후 유가 족들은 점차 재난안전체험관과 추모기록관, 봉안시설 등이 한 장소에 들어서는 통합안을 희망했고, 2015년 1월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안산시는 자체적으로 갈등 영향을 분석하고 4·16추모협의회를 구성해 동별 주민경청회, 이해관계자와 함께한 간담회, 고등학생까지 함께 참여한 시민대토론회 등 다양한 방식으 로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했다. 그러나 정부합동분향소 운영이 지속되면서 지역경제 침 체 우려와 함께 2016년 화랑유원지에 4·16생명안전공원이 조성될 수 있다는 ‘세월호 추 모사업 기본계획 연구용역’의 내용이 알려지자 도심에 봉안시설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 일 부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됐다. 이후 반대 운동이 본격화하면서 안산시장실과 세월호참사 수습지원단 사무실이 몇 차례 점거되기도 했다. 4·16추모협의회에서는 협의 과정에서 화랑유원지 내 추모공원 조성이 다수 의견으로 나 타나 이와 관련해 중앙정부의 책임 있는 역할과 대책을 요구하는 결과 보고문을 채택했 고, 안산시가 이를 국무조정실 지원추모위원회에 제출했으나

랑유원지 내 봉안시설이 포함된 추모공원 조성 여부가 세월호 추모사업의 쟁점으로 부각

됐고, 이후 추모사업 추진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정부나 국회는 지역주민 반대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나 역할을 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이 나서서 주민들과 만나기 위한 프

로그램을 마련하고 확산하는 역할을 해야만 했다. 혐오표현 등으로 세월호참사 피해자들 이 2차 피해를 당하는 상황에서 주관부서인 해양수산부가 책임 있는 역할을 하고 지원 추모사업단이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 [2016.1.25. 시행] [대통령령 제

26928호, 2016.1.22., 타법개정]에 따라 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피해자를 보호하 고 지역사회를 통합할 필요가 있었지만, 해당 조치는 없었다.

4) 동원·자원 민간 인력에 대한 후속지원 미흡과 책임전가 행위 부상을 입은 민간 잠수사들은 신체적·정신적 부상에 대한 치료비를 지원받았는데 처음 에는 「수난구호법」과 중대본 결정(2014년 4월 30일)으로 지원을 받다가 「세월호피해지원법」 시행 후 민간 잠수사가 피해자의 범위에서 제외되면서 지원이 중단됐다. 이에 2016년 1월 1일 해경의 ‘세월호 부상 민간 잠수사 의료지원금 지원 지침’을 통해 치료비를 지원받고 「수상에서의 수색·구조 등에 관한 법률」 [2016.7.28. 시행] [법률 제13920호, 2016.1.27., 개 정](이하 「수상구조법」) 개정으로 보상금 지급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상금을 수령한 민간 잠

수사에게는 치료비 지원을 금지하고 있어 다시 중단했다가 2017년 3월 21일 시행된 개정 「수상구조법」 [2017.3.21. 시행] [법률 제14751호, 2017.3.21., 일부개정]으로 치료비를 다시 지급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해경은 민간 잠수사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기 위해서 일련의 업무를 추진했지만, 법령 근거 부족으로 보상금을 적시에 지급하지 못하는 문제가 반복됐다. 처음에는 부상 잠수사들에 게 적용되지 않는 「수난구호법」으로 보상금을 신청하게 했고, 민간 잠수사들이 수난 구호비 용을 받았기 때문에 ‘직무범위 내’의 행위를 한 것으로 돼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2016.3.30. 시행] [법률 제13659호, 2015.12.29., 개정](이하 「의사상자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 는데도 의상자 신청을 하게 했다. 이후 「수상구조법」의 개정으로 보상금 지급이 가능해지자

294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급기준과 금액을 다시 「의사상자법」을 준수하도록 함으로써 잠수사들에게 많이
질병인 골괴사 등 잠수병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적 피해의 인정 범위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해양경찰은 미숙한 업무 처리를 반복하면서 민간 잠수사에게 희망만 품게
발병한

하고 실제로는 마땅한 보상을 지급하지 못하는 등 총체적인 행정 무능력을 보여줬다.

한편 해경은 수난현장 지휘 책임이 있었지만, 민간 잠수사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당시 현장

에 있던 민간 잠수사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수난구호법」 제17조에 따르면 수난현장 지휘 와 관리·감독의 책임자는 해경의 구조본부의 장인데도 현장지휘체계에 있던 해경 간부들

에 대한 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해경이 피의자로 지목한 민간 잠수사가 해경 으로부터 현장관리자의 역할을 부여받은 법령상 근거나 역할 범위 등을 확인하지 않고 단 지 현장에서 민간 잠수사들에 대한 실질적인 관리를 했다는 이유로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수사하고 기소했다. 또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 피의자에게 불리한 것뿐만 아니라 유리한 것도 수사 및 수사지휘를 해 실체적 진실 발견과 수사 과정 중 인권침해를 방지하도록 한 「형사소송법」 [2013.4.5. 시행] [법률 제11731호, 2013.4.5., 개정]의 취지에 부합하는 역할을 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민간 잠수사를 무죄로 판결했다. 세월호참사 당시 수색·구조 활동에 참여한 진도 어민 상당수는 신체적 부상보다는 희생 자 수습으로 인해 발생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적 피해에 시달렸고, 일부는 수면

제 또는 알코올에 의존하기도 했다.

“피해자 수습 후 보름간 밥 대신 매일 술을 먹었고 꿈에서도 그 장면이 나타나 하루에 30분도 못 잤다. 이후 나주병원 의사가 섬에 왔는데 증상을 설명해주니 약을 처방해줬 고 약을 먹으니 좀 잘 수 있었다.”

“처음엔 불안 증상이 많았고 참사 당시 (많은 사람을) 못 구했다는 자멸감, 자괴감이 들어 많이 괴로웠다. 술을 끊었는데 밤에 잠이 안 오고 누우면 머릿속에 죽어간 애들이 떠올 라서 술이 취해야 잠을 잘 수 있었다. 잊혀질 만하면 또 떠오르고 아마 지금도 떠오르는 것은 그때 당시에 더 구하지 못한 것이 계속 생각이 나는 것 같다.” 중대본 회의에서 진도 어민에게 신체적·정신적 부상에 대한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고,

제3장

295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일부 진도 어민들에게 심리지원이 이뤄졌다.357) 그러나 「세월호피해지원법」이 제정되면서

치료지원 대상에서 진도 어민이 제외됐고 치료비와 심리지원은 한시적이었다.

「의사상자법」 상 의사상자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직무 외의 행위로 구조행위를 해야 한다.

의사상자심사위원회는 세월호참사 피해자 수습 활동을 했던 민간 잠수사를 「수난구호 법」에 의한 종사 명령으로 급여를 수령했다고 해 직무 범위 내의 행위로 판단해 의상자로 인정하지 않았고 유가족 지원은 구조행위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사망한 자원봉사자를 의사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세월호참사와 같이 다수의 사람이 사망한 사건을 지켜 본 구조·수습 어업인, 자원봉사자 등 많은 사람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고통을 받을 수 있으나 의사상자심사위원회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적 장애는 의상자 로 인정한 전례가 없다며 신청을 불허하기도 했다.

5) 혐오표현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 부족 가) 피해자 인권침해로서 혐오표현에 대한 인식 부족 혐오표현은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고 삶의 질을 보장받을 권리까지 침해할 뿐 아니라 민주 사회의 통합을 저해한다.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더라도 타인의 인권 및 명예를 침 해하는 결과가 발생한다면 일정한 규제는 불가피하다. 참사 당일부터 희생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가해진 비윤리적 조롱과 성적 희롱의 경우 조 직적이거나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 하더라도 피해자들에게는 심각한 상처를 줬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 미성년 희생자가 다수였는데 이들에 대한 입에 담기 어려운 언어폭력이 있 었으며 가해자 또한 미성년자가 많았다. 세월호참사 관련 혐오표현 중 현재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은 경제적 보상과 제도적 지원에 관한 혐오표현이다. 이는 배·보상의 의미와 중요 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피해자들에게 과도한 특혜를 준다 는 식으로 왜곡했던 정치권과 언론 등의 책임도 컸다.

정신건강

불안 중재를

1차 정신건강 (예비조사를 겸한) 순회 진료를 진행했다. 제1차 정 신건강 순회 진료 당시에 서거차도 56명과 동거차도 66명이 진료를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추후 관리가 필요한 대상이 발 견되면서 진도군 8개 섬으로 진료가 확대되고 6회에 걸쳐 희망하는 진도 어민을 대상으로 심리검사 43명, 심리상담 43명, 투약 등 9명 총 95명에 대한 진료가 이뤄졌다(2014.6.10.~7.2.).

296 제 3 장 세월호참사
개선
피해지원의 문제와
배·보상과 관련된 혐오표현은 피해 357) 진도심리지원단은 수색·구조에 참여한 진도 어민과 인근 섬 주민의
심리증상 조기발견과 예방,
상담,
위해 서거차도(2014.5.9.)와 동거차도(2014.5.13.)에서

자에게 상처는 물론 인간관계에서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을 초래했고 사회의 공동체성을 파괴되는 결과를 낳았다. 피해자들은 참사의 고통에서 회복되거나 치유되지 않은 상태에 서 혐오표현으로 인한 심각한 2차 피해를 당한 것이다. 더군다나 재난피해자의 인권을 중 시해야 할 시민사회도 물리적 폭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훼손과

같은 2차 피해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혐오표현이나 피해를 부인하는 발언과 같이 피해자의 근본적인 존엄을 훼손하는 언어적 폭력은 상대적으로 경미한 것으로 파 악하는 경향은 지금도 남아있다. 세월호참사에 대한 혐오표현은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피해자들의 정당한 권리 주장을 왜곡·폄훼해 진상규명 운동에 타격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함 으로써 일상에서의 삶을 누릴 기본권마저 앗아가는 결과를 낳았지만, 역설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재난피해자들에게 가해지는 명예훼손과 혐오표현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인 식이 결여됐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됐다. 나) 혐오표현 확산 특성 및 법적 규제 미흡 혐오표현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배경에는 인터넷이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역사부정과 혐 오표현을 다룰 때 온라인 혐오표현이 특별한 이슈로 제기되고 있는데 한국은 인터넷 인 프라가 매우 발달해 있기에 이러한 IT 환경은 SNS 등으로 혐오표현이 급격하게 전파된 주 요 원인으로 꼽힐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참사의 책임 문제가 정치세력 간의 유·불리와 얽혀 있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혐오표현에는 피해자·희생자·가해자와 구조 에 실패한 책임자, 정치적·사회적 위기를 느끼는 특정 사회집단 등 다양한 주체가 서로 충 돌했다. 여러 주체와 집단이 서로 충돌하는 과정에서 방어적 심리가 배타적인 혐오표현 으로 나타난 측면도 있는 것이다. 참사 당일부터 인터넷에서 한 청소년(당시 17세)이 희생자들을 ‘물고기떡밥 노잼’이라 표현한

후 일간베스트 사이트(이하 일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하 SNS), 인터넷방송, 게임 사이트 등 에서 유사한 표현들이 확산됐다. 2015년 1월 26일 일베에 누군가 교복 입고 어묵 먹는 사

제3장

297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진과 함께 희생자를 ‘어묵’으로 표현한 게시물이 올라왔고,358) 이 과정에서 기사마다 관련 게시물 화면 캡처들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노출됐다. 참사 희생자들을 성적으로 대상 화하는 저속한 글도 많이 등장했다. 희생자 다수가 고등학생이다 보니 비슷한 연령대의 일부 청소년이 혐오표현을 인터넷 게 시판 등에 올리기 시작했던 것으로 추정되며 온라인을 통해 확산시킨 것은 네티즌 개개 인들이었으나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은 언론이 이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하면서다. 이 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일반적인 혐오표현의 생성·확산 구조와 유사한 형태로 오프라인 에서의 현상 → 온라인에서 소수의 선동 → 기존 언론의 재생산 → 온라인에서의 확산 → 정치세력에 의한 인용·동원 → 기존 언론의 공식적 사회 의제화 → 오프라인에서의 낙인 과 배제의 과정을 거치는 게 일반적인 과정이고,359) 세월호 혐오표현 중 일부 표현이 이와 유사하거나 동일한 형태로 확산되는 흐름을 보였다. 세월호참사 희생자 유족에 대한 혐오표현은 현행법상 「형법」 [2014.5.14. 시행] [법률 제 12575호, 2014.5.14., 일부개정] 상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2001.7.1. 시행] [법률 제6360호 2001.1.16., 개정](이하 「정보통신망법」) 상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마련한 「명예훼손범죄 양형기준」 을 고려할 때 세월호참사 관련 사건의 선고형은 비교적 낮은 양형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또 현행 「정보통신망법」에는 모욕죄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 인터넷과 같은 정보통신망 이 주요 통신수단이 된 오늘날에는 명예훼손이나 모욕, 혐오표현이 주로 일어나는 곳 역 시 정보통신망이며 세월호참사 혐오표현도 마찬가지였다.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죄’ 는 전파 가능성이 큰 수단이라는 이유로 명예훼손죄의 기본형보다 가중해 처벌하도록 하 고 있지만, 전파 가능성이 더 큰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298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모욕 행위에 「형법」상 모욕죄를 적 358) 이후 3일 동안 이 사건과 관련해 총 107건의 언론 보도가 있었다. 해당 표현의
최초 발화자는 고등학생이었는데, 그 학생이 기소된 후 학생의 어머니가 사과한 것, 기소부터 대법원 최종 판결까지의 수사 및 재판 전(全) 과정이 모두 기사화되면서 보 도 건수가 급증했다. 359) 한상희, 「혐오표현 개념과 문제」 『국가인권위원회, 혐오표현 진단과 대안마련 토론회 자료집』, 2019

용하는 것은 오늘날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360)

「형법」 상 사자명예훼손과 모욕죄는 친고죄다. 즉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

그 취지는 재난피해자와 함께 피해지역인 안산지역 주민들 또한 재난으로 인 한 회복의 대상이라는

점을 인식했다는 데 있다. 그러나 공동체회복프로그램 및 지역경 제 활성화 사업 진행 과정에서 중앙정부는 안산시와 안산지역 주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이들이 사업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보장하기보다는 일반적인 행정절차와 기 360) 선고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46건 중 벌금형은 절반 이상인 29건(63%)이었고 선고유예 판결이 1건이었다. 징역형 11건 중 9건은 집행유예를 같이 선고했다.

제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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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할 수 있고 그것도 6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참사 발생 후 희생자를 수습하고 진상규명 운동까지 나서야 했던 피해자들에게 이러한 요구는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라 할 수 있다. 6) 재난 피해지역과 주민 지원에 대한 이해 부족 가) 피해 지역주민 지원 미흡 안산지역에는 「세월호피해지원법」에 따라 지원되는 피해자 외에도 단원고 희생 학생들의 친인척·친구·이웃 주민·자원봉사 참여자 등 다수 간접피해자가 거주하고 있으며, 세월 호참사 이후 단원고 희생 학생의 친구와 자원봉사자 등의 자살 및 자살 기도가 수차례 발 생하는 등 각별한 보호와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기도와 안산시는 2014년 12월까지 간접피해자의 외래진료비와 약제비만을 지급했고 실제 이용자도 19명밖에 되 지 않았다. 안산트라우마센터 설치 계획과 사업목적에는 안산지역 주민에 대한 심리지원이 있었으 나 ‘재난과 트라우마에 대한 인식 향상’ 등 간접적인 심리교육 활동만 이뤄졌다. 「세월호피 해지원법」 시행 이후 개별 지역주민이 상담을 요청할 경우는 정신건강증진센터로 안내했 고, 공동체회복프로그램에서도 다뤄지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간접피해자에 대한 개별적 인 심리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세월호피해지원법」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재난 피해지역의 공동체회복사업을 법으로 규 정한 것으로

준으로 추진사업의 수용과 불수용을 결정했다. 또 안산시는 세월호참사로 인한 공동체회

복지원 사업임을 알리지 않고 추진하면서 기존 마을만들기 사업의 예산을 사용하는 것

으로 주민들이 오해하는 등의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진도지역에서는 초기 국립병원을 중심으로 심리지원 활동이 진행됐고 2014년 6월 1일 진 도심리지원단을 구성해 전라남도 기초정신건강증진센터 인력 등을 활용하고 자체적으 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는 지역사회 자원을 적절하게 동원·배치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지만 지역주민을 위한 장기적인 회복프로그램은 기획되지 못한 한계가 있다. 전남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가 2014년 5월부터 6월까지 진도 주민 2,298명을 대상으 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756명의 20%인 151명이 뚜렷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였으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싶은 욕구가 일반 주민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나주병원의 순회 진료에서 심리검사에 참여한 어민 29명 중

14명이 위험군이었고 지역주민 14명 중 8명이 위험군이었다.

진도군은 정신의학과나 심리상담 관련 기관이 없었기에 주민들이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 기 위해서는 타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고, 특히 섬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에는 이동 상의 어 려움으로 치료를 이어가지 못했다. 이러한 진도군의 피해 상황과 지역 여건을 고려해 「세 월호피해지원법」에 안산지역 공동체회복프로그램과 같은 장기적이고

300 제 3 장 세월호참사
문제와 개선
피해지원의
포괄적인 지원이 필요했으나 진도군은 제외됐다. 나) 피해지역 회복 개념 부족과 공동체회복프로그램의 한계 「세월호피해지원법」의 입법 과정에서 공동체회복프로그램은 미국 9·11테러 이후 진행됐 표 3-12 정신건강 순회진료 결과 담당병원 기간 장소 실 적 심리검사 상담치료 투약 등 합계 정신건강 순회진료 국립 나주병원 2014.6.10.∼7.2. 진도군 8개 도서 43명 43명 9명 95명

던 CCP(재난상담 지원 및 훈련 프로그램)361)의 사례를 참고해 피해자와 지역주민들의 장기적인 회복 에 초점을 두고 검토됐고 법에는 “피해자 및 안산시 주민의 심리적 안정과 공동체 회복을 위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그러나 지원추모사업단은 공동체 회복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추진하면서 재난 피해지역의 시급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으 며 일반적인 정책개발이나 행정절차에 따라 연구용역과 예산 편성을 진행했다. 공동체 회복에 대한 관계기관들의 이해도 부족했다. 2015년 5월 안산시가 국무조정실과 각 중앙부처에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비 지원을 요청했던 15개 사업은 「세월호피해지원 법」 시행 이전에 이미 계획했던 세월호 피해지역 희망마을만들기 사업 추진계획과 일치했 다. 안산시는 계획에서 경제 활성화 지원과 공동체회복프로그램을 구분하지도 않았으며 사업 취지가 비슷한 기존의 좋은마을만들기, 희망마을 등의 사업 명칭을 포괄적으로 혼

용해 사업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 혼란을 불러왔다. 공동체회복프로그램

제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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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계획이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361) CCP는 개인과 지역사회가 자연적, 사회적(human-caused) 재난의 영향으로부터 회복하는 과정을 돕는 데 목적이 있으 며, 지역사회 기반(community-based) 접근과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과 구분되지 않는 것에 대해 국무조정
심리교육적(psycho-educational) 접근을 사용하는 특징이 있다. 표 3-13 정신건강 순회진료 결과 중 심리검사 세부사항 순번 장소 정상군 관심군 정밀진단군 위험군 합계 구조참여자 일반주민 구조참여자 일반주민 구조참여자 일반주민 구조참여자 일반주민 1 상ㆍ하조도 2 1 2 2 3 10명 2 서거차도 1 1 6 2 10명 3 동거차도 1 2 1 5 2 11명 4 관매도 1 1 1 1 4명 5 대막ㆍ대마도 2 1 1 4명 6 소마도 3 1 4명 소계 5 1 6 2 4 3 14 8 합계 6명(14%) 8명(19%) 7명(16%) 22명(51%) 43명

실은 별다른 조정 없이 부처별로 의견을 물었고 행정자치부도 「세월호피해지원법」에 따른

재난지역 회복사업임을 고려하지 않고 기존 공모사업인 희망마을 사업의 공모지침과 동 일한 기준으로 판단하면서 수용이 불가하다는 의견을 냈다. 관계기관 모두 「세월호피해지

원법」에 규정된 공동체회복프로그램의 취지를 간과하고 사업 성격과 중요성을 판단하지 못했으며 신속하게 피해지역 주민 회복을 위한 특화된 사업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 지 않았고 관련 연구용역만 진행했다. 국무조정실이 추진한 2016공동체회복연구는 재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반적인 공동 체 이론을 바탕으로 했다. 국내외 사례조사 내용에서 일부 해외 트라우마센터 운영이 포 함된 것 이외에 재난 피해지역에 부합하는 차별성은 없었다. 또 안산이라는 특정 지역에 다수 희생자 가족이 거주하는 상황, 경제침체로 인해 지역주민 간 갈등이 심화되는 문제 등을 반영한 재난지역에 특화된 사업을 도출하지도 않았다. 해당 연구의 프로그램 선호 도를 조사한 결과 주민들의 상담과 치유 필요성이 제안됐으나 최종 사업에는 문화 활동 을 통한 상담·치유, 집단치유프로그램, 심리적 외상 예방을 위한 일대일 상담 등 지역주민 을 위한 구체적인 상담프로그램 등이 모두 제외됐다. 또 설문조사 결과 “주민과 피해자 간 갈등은 생각보다 심각하며, 피해주민도 이를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응답”했던 것처럼 갈 등의 심각성이 드러났지만, 해결 방안도 기획되지 않았다.

「세월호피해지원법」에 의한 공동체회복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2017년은 4·16생 명안전공원 부지 선정 등의 문제로 안산지역 내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이었으므로 갈등관리 프로그램이 시급했으나 구체적인 해결 방안은 없었다. 피해자들이 직접 요청을 하면서 그나마 집중 피해지역에서 이웃간담회 방식의 만남 프로그램이 진행됐으나 이 또 한 두 차례 행사에 그쳤다. 세월호참사뿐

302 제 3 장 세월호참사
문제와 개선
피해지원의
대비해야 한다.362) 갈등의 양상은 진상규명, 배·보상, 362)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2018년에 발표한 ‘재난갈등 유발지표 설정 및 활용 방안 연구’에서는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각종 민원 및 갈등은 정부와 국민과의 신뢰형성을 방해하고 이것이 공동체 와해로 이어져 재난관리 역량을 약화시킬 우려가 내 재해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에 대한 해결을 통해 국민과의 신뢰회복 및 공동체의 복원력 강화를 통한 재난관리 역량 강화 의 선순환적 연결고리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아니라 사회재난과 자연재난 모두 복구단계에서의 갈등은 예상할 수 있으 므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에
있다.

경제침체 등 전 과정에 걸쳐 유사하게 나타나며 대부분은 행정기관, 피해당사자, 영향을 받는 주민 간의 의사소통 부족에서 발생한다. 세월호참사 이후 안산시에서도 극명하게 드 러났고, 안산시가 관련 조례를 제정해 ‘안산시 4·16세월호참사 피해극복 대책협의회’를 운영하는 등 갈등 조정을 위한 노력을 했으나 실효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다) 재난 피해지역에 부합하지 않은 경제 활성화 지원 안산시와 진도군은 세월호참사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고 응급대책 및 재난구호와 복 구에 필요한 행정상·재정상·금융상·의료상 특별지원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는 재난대 응·복구 과정에서 직접 소요된 비용의 긴급지원에만 한정된 것이었고, 소비심리 침체 등 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에 대한 지원 대책은 아니었다. 재난관리 주관기관인 해양수산부 가 지역경제 피해에 대해 신속하게 대책을 수립하고, 중대본이 결정하면 조기에 지역경제 활성화 관련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지만 이러한 조치는 없었다. 또 정부가 참사 피해에 대 한 신속한 보상을 위해 세월호 피해보상지원단을 설치했으나 이는 유류 오염 피해로 한정 된 것이었다. 진도군 범군민대책위원회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극심했던 2014년 9월과 10월 진도군에 특 별지원을 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으나 「세월호피해지원법」의 제정을 논의 중이라며 받 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진도군은 세월호참사 수습에 많은 행정력을 투입하고 있었고 지 방재정 자립도가 매우 낮은 지역이므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건의사업을 검토하고 특별교 부세 형식의 긴급지원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조치는 진도군 수산 물 판매량 급감을 해소하는 목적으로 수산물 일부를 구매하는 정도의 미미한 수준이었 다. 더군다나 온라인 직거래 쇼핑몰(진도몰)을 활용하다 보니 진도군 내 규모가 큰 업체에만 해당했고 영세소상공인들의 매출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2014년 안산시가 세월호참사 수습비용을 제외하고 실제로 지역사업에 교부받은 금액은 2012년이나 2013년보다 오히려 적었다. 안산시는 자체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TF를 구

성해 지역경제 회복을 위해 노력했지만, 중앙정부의 지원예산은 오히려 축소된 것이다. 「세월호피해지원법」은 참사 후 1년가량 지난 시점에 시행됐고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은 법 시행 이후에도 바로 시작되지 못했다. 지원추모사업단은 지역경제 활성화 연구를 2015년

제3장

303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12월에야 착수했고 관련 기관 협의를 거쳐 선정된 사업은 참사 이후 3년이 지난 2017년

부터 본격화될 수 있었다. 참사 초기부터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피해지역의 상황을 고

려하지 않은 것이며, 이미 전국적으로 소비심리와 경제침체가 완화되는 시점에 지원이 시

작된 것으로 매우 뒤늦은 대응이었다.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은 다수 부처가 관련돼 있으나 사업수행 주체·내용·방법 등 상세한 사항을 규정한 시행령도 없었다. 국무조정실은 지역경제 피해 상황과 피해대상을 파악하 고 국가의 특별지원방안의 기준과 범위를 구체화해 제시하지 않았고, 각 부처에 경제활성 화지원사업 발굴 요청 공문만 수차례 발송했다. 또 국무조정실 지원추모사업단이 시행한 연구용역은 재난지역의 경제회복을 위한 구체적 정책 방향을 포함하지 못했고 안산시와 진도군에 특화된 사업의 필요성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로 인해 연구용역에서 제안한 사업 중 진도와 안산에서 1개 사업만 채택돼 추진됐다. 정부 각 부처는 안산시와 진도군이 건의한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들을 일반적인 공모사업 과 같이 처리하거나 지방자치단체 고유사업이라는 이유로 지원하지 않았다. 「세월호피해 지원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 정부의 소극적 대응에 대해 국무조정실장은 “관계 부처는 열 린 자세, 전향적인 자세로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만 했을 뿐 종합적인 시 책 마련을 위한 조치는 하지 않았다. 정부의 재난복구지원 항목은 자연재난의 재산피해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사회재난 시 이 미지 훼손으로 인한 매출 감소 등 측정하기 어려운 무형의 피해를 본 소상공인 등은 별다 른 지원을 받기가 어렵다. 2015년 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세월호피해지원법」 심의 과 정에서 해양수산부는 관광업·식당 등 관련 업종의 피해에 대한 손실보상이 법령에 포함 되지 않은 것에 대해 “경제 활성화 지원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해 놓은 상태”라고 답변했다. 이는 법 제22조363)가 지역주민의 경제적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 어졌음을 밝힌 것이지만 법 시행 이후 정부는

304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역 상권을 살리는 실질적 사업을 지원 대 상으로 선정하지 않았다. 해양수산부는 소상공인 지원과 상권 활성화를 위해 진도군이 363) 제22조 안산시 및 진도군에 대한 경제 활성화 지원

제안한 사업을 단 한 건도 수용하지 않았고, 이미 계획돼 있던 진도항 연안여객터미널 사

업과 기항지 여객선 접안시설 개선사업만 진행했다.

세월호참사 이후 유언비어 등으로 진도산 농수산물 이미지는 큰 타격을 입었고 판로가 막혀 어려움을 겪었지만, 정부는 진도군의 이미지 개선사업을 지자체 고유사업이라며 지 원하지 않았다. 안산시도 지역상권이 장기 침체로 이어지고 상인들이 생업에 위기감을 느 끼는 가운데 상권 활성화나 지역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지역 맞춤형 사업을 제안 했으나 모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개선된 사항 (1) 대규모 재난 시 범정부 수습체계 개선 2018년 정부는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대통령훈령 제388호, 2018.9.4., 개정]을 개정하 면서 국가안보실과 대통령비서실의 위기관리 컨트롤타워로서 책임과 역할을 명시했고

제3장

305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4. 세월호참사 및 재난 피해지원 개선 대책 가. 개선된 사항 재난피해자에 대한 피해지원 개선 방향의 핵심은 1장 서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권에 기초한 접근을 통해 피해지원의 원칙을 확립하고, 피해자 인권과 피해지원에서 국가의 책 무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권리 중심으로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며, 이와 함께 재난에 서 피해자 권리에 대한 인식 전환의 기반을 형성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방향에 근거한 개선 대책에 앞서 참사 현장지원에서의 일부 변화나 참사 이후 법· 제도적 개선은 당사자로서 피해자들의 경험적 고통을 기반으로 이뤄진 것이며 개선을 이 끌었던 피해자들의 요청, 그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기여를 반드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 와 함께 세월호참사의 교훈으로 참사 이후 개선된 부분과 일선 현장에서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던 점을 먼저 짚어본다. 1) 세월호참사 이후 개선된 사항 가) 대규모 해양재난 피해지원에서

관련 사항을 해당 위기관리 매뉴얼들에 반영했다. 위기관리 매뉴얼들에서는 범정부 통합 대응이 필요한 재난에서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초기 상황 파악과 전파, 재난 상황 총괄 및 대응반 운영, 재난안전관리 정책을 총괄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대통령비서실은 재난 정책대응 및 홍보 방향 제시, 후속대응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했다. 또 중대 본·중수본·지대본 간 관계를 명확히 하고 위기경보 수준별·재난대응 단계별 임무를 종 합적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재난안전법」 [2017.1.17. 시행] [법률 제14553호, 2017.1.17., 일부 개정]에 필요 시 국무총리가 중대본부장을 맡아 범정부 대응체계를 가동하도록 하는 규 정을 신설했고, 재난현장 지원을 위한 수습지원단의 표준편제, 임무와 역할을 국가재난관 리체계에 포함시켰다. 청와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명확히 한 국가재난관리체계, 위기징후·경보 제도 개선, 안 전취약계층 보호 방안, 외국인 사상자 통보절차 등 재난관리제도 개선사항을 반영하여 위기관리 매뉴얼들이 전면 개정됐다. 한편 위기관리 매뉴얼의 작성·승인·점검·관리·운 용으로 구분되는 매뉴얼 업무체계가 정립됐으며, 재난대비훈련 체계 및 절차가 마련됐고, 교육과 훈련은 매뉴얼에 따라 시행되며 훈련 후 개선사항을 반영하는 환류 절차도 마련 됐다. 그러나 매뉴얼 작성부서와 승인부서 담당자들이 재난업무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매뉴얼 개정 내용이 부서 및 연락처 현행화 등 단순하거나 현장 조치 행동 매뉴얼에서 지 역적 특성이 고려되지 않는 등 여러 문제가 남아있고, 중수본·중대본이 가동되는 사회 재난의 빈도수가 적어 재난대비 매뉴얼의 개선이나 교육·훈련 요구가 크지 않은 것이 현 실이다.

한편 참사 이후 「재난안전법」 [2014.12.30. 시행] [법률 제12943호, 2014.12.30., 일부개정] 에 “언론 발표 등은 각급 통제단장이 지명하는 자”로 명시, 언론대응 창구 일원화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되었으나 피해자 정보 제공과 소통 전담 책 임자의 지정이나 역할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없다. 또 재난현장

306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통합지원본부를 설치해야 하는 규모의 재난 시 피해자 일대일 전담공무원 배치가 제도화됐고 수습지원단의 현장 파견으로 “피해자 가족 상담창구 설치 및 일대일 공무원전담 배치 등 상황 파악, 피해자 브리핑 실시여부 점검” 등을 하도록 하고 있으나 수습 전 과정의 피해자 정보창구 일원화 나 전담공무원 조직 운영방안은 여전히 모호하고 교육·훈련도 안 되고 있다.

(2) 구조인원 집계 오류 방지 및 부상자 보호 대책 마련

참사 당시 생존자의 숫자를 포함한 관련 정보들은 제대로 관리·제공되지 않았다. 이와 관

병원이 아닌 생존

제3장

자 이동과정이나 임시보호소

307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분리·보호하는
않았다. 한편 참사 당시 「(해양경찰청) 범죄수사규칙」은 피해자 조사 시 피해자의 심리상태를 확인 후 지방해경청장에게 보고한 뒤 피해자 심리 전문요원의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돼 있었 으나 현행 규칙은 반드시 전문요원의 조치를 받아야 하며 별다른 보고 절차 없이 진행하 도록 바뀌었다. 또 심리상담은 경찰 피해자 심리 전문요원만이 아니라 외부 전문기관도 가
련해 2021년 해경이 만든 「해양수색구조 지침서」에는 대형 해상사고 발생 시 구조 인원 의 집계오류를 방지하고 구조 인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방안으로 헬기 이·착륙 이 가능한 대형 함정을 해상구호소로 지정하고 육상구호소를 총괄 구조 인원 집계 장소 로 지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해상구호소의 임무는 ①민·관·군 소형 함선, 단정 및 헬기 로부터 구조 인원수 집계 ②응급처치 및 환자 중증도 분류 ③긴급환자 헬기 이송 요청 ④ 비응급 환자 육상구호소 이송 등이다. 아울러 헬기에서 구조한 긴급환자는 바로 병원으 로 이송하되 해상구호소에 구조 인원을 보고한 뒤 현장을 이탈하게 함으로써 착오가 발 생하지 않게 했다. 육상구호소에서는 인명 구조 시 구조 인원 집계용 손목밴드에 구조 세 력명-구조 순번을 부여하고 구조된 사람의 손목에 부착하며, 구조 인원을 해상구호소(중 간 집계), 육상인계소(총괄 집계), 병원(인원 재확인) 순으로 이송하고 집계 과정에서 구조 인원의 정 보가 누락되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총괄 책임기관이 불명확해 기관별 중복된 임무 수행, 집계오류나 업무 혼선의 여지가 있다. 2016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2016.12.2. 시행] [법률 제14329호, 2016.12 2., 일부개정] (이하 「응급의료법」) 개정과 2017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2017.5.30. 시행] [보건복 지부령 제496호, 2017.5.30., 일부개정] 개정으로 응급실 출입을 허용할 수 있는 환자 보호 자를 1명으로 제한함으로써 생존자 중 부상자를 심리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 했다. 또 2020년 제작한 「재난응급의료 비상대응매뉴얼」에서는 대량 사고 시 병원의 출입 구·주차장 등 환자 유입 지역을 이른 시간에 통제하고 직원과 환자, 방문자를 구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재난 발생 시 의료기관 출입 통제를 가능하게 했다. 이로 인해 병원 등 의료 기관에서 부상을 입은 생존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는 가능해졌으나
등에서 생존자를
방안은 마련되지

능하도록 확장했다. 그리고 해양경찰청은 2022년 3월 「수사분야 피해자 보호 및 지원 지

침(해양경찰청)」을 마련했고 조사과정에서 발견한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지원 원칙, 전담조 직(체계), 피해자 보호 업무 처리기준과 절차 마련 등을 반영하고 있다. 해당 지침의 시행을 위해서는 전문 인력 확보나 관련 예산 배정 등이 이뤄져야 하고 해양사고에 맞는 피해자 보호 조치 강화를 위해 해양경찰청이 범죄피해자보호위원회에 참여해 함께 논의하고 정 책을 개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3) 재난응급의료 및 재난심리지원 체계 개선 보건복지부는 2016년 「재난응급의료 비상대응매뉴얼」을 제작해 재난의료 비상대응을 위 한 교육과 훈련 과정을 의무화했다. 또 재난의료 대응체계 구축을 위해 권역별 재난의료 전담인력 배치와 운영을 위해 재난거점 병원의 지원, 재난의료 전문 인력의 교육과 훈련, 시설과 장비 구축 등 재난인력 인프라를 확충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재난대응 기능도 강화됐다. 보건복지부는 2014년 6월부터 중앙응급

의료센터 내에 재난응급의료상황실을 24시간 설치·운영하기 시작했는데 현재 응급구조

사 등 대응인력 21명이 24시간 3교대로 상시 근무체계를 갖추고 있다. 또 소방청 119종합 상황실과 실시간 문자서비스를 공유하고 언론 보도도 모니터링하며, 다수의 사상자가 발 생할 가능성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직접 재난거점병원과 관할 지역 보건소에 출동을 요 청할 수 있게 했다. 재난거점병원에는 재난 전담인력을 1명씩 배정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 에도 재난의료 책임자를 두게 하는 등 재난대비 기능을 강화했다. 지역 보건소도 대형 재 난 발생 시 신속대응반을 편성하도록 했는데, 신속대응반이 제 기능과 역할을 하려면 그 에 맞는 인력과 예산, 역량 강화를 위한 조치가 뒤따를 필요가 있다. 해양경찰은 「해상 응급환자 구급

308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및 이송 지침」
호,
제정해 해양원격응급의료 사항을 규정했으며 소속 구급함정 150척 에 해양응급의료시스템이 설치(중·대형 함정 100%, 소형 함정 60.9%)돼 수도권·서해권·동해권·제 주권 등 권역별 6개 해양응급의료지원센터와 협약을 맺고 운영 중이고, 응급헬기 출동 시 출동 시간과 위치 등을 관내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 알리도록 소방청과 연계했다.
[2014.11.6. 시행] [해양경찰청훈령 제1105
2014.11.6., 제정]을

또한 「해상 수색구조 지침서」에는 구조 단계에서 생존자들의 병원 치료가 필요하면 수색 구조 임무조정관은 항상 의료지원 선박(이송함정), 응급의료시스템, 구급차 준비 등을 염두 에 둬야 하며, 대규모 인명 구조활동을 할 때는 현장 수색구조 활동뿐만 아니라 피구조자 및 사망자의 이송 및 관리를 위해 육·해·공 수송수단의 동시 동원, 의료지원 및 육상 대 응체계의 연계를 명시하고 현장응급의료소, 육상인계 위치 등을 지방자치단체와 소방 등 유관기관과 협의하도록 했다.

건강 평가를 시행해 고위험군을 선별하게 했으며,

등을 대상으로 정신

제3장

309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정신건 강증진센터 전문요원이 주민 정신건강을 모니터링하게 했다. 또 심리적 응급처치에 대해 「재난심리회복지원 업무매뉴얼」(2021)에 실효적이고 상세하게 업무가 규정됐다. 그러나 법령에는 명시돼 있지 않아 매뉴얼에 부합하도록 정비가 필요하
이렇게 개선된 사항들이 실제 재난 발생 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수난대비 기본훈 련에 수난구호 협력기관이 참여하도록 해 훈련 과정에서부터 협력 관계를 점검해야 하고 정기적인 연합 훈련 등도 필요하다. 참사 이후 관련 지침이나 매뉴얼은 재난 심리지원을 재난구호의 필수적인 업무로 하고 좀 더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변경됐다. 행정안전부 재난구호과는 2021년 7월 「재난심리 회복지원 업무매뉴얼」을 개정해 재난구호 초기 단계에서부터 심리지원 대상자 현황을 파 악하고 심리상담사 연계 배치 및 현장상담 상황을 확인하게 했다. 또 고위험군의 경우에 는 현장상담을 진행하고 필요 시 대한적십자사의 회복지원차(버스)를 요청하게 했다. 해양 수산부의 「해양 선박사고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2020)에는 위기관리기구의 임무와 역할로서 보건복지부가 피해자(가족 포함) 및 사고 관계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관리, 심리상담 지원계획 마련 등의 업무를 하도록 했으며 대응 프로세스에서는 중대본 설치 시 피해자 및 사고 관계자 심리상담 지원을 검토·지시하도록 했다. 보건복지부의 「해양선박사고 위기대응 실무매뉴얼」(2019)에는 사고수습지원본부 편성 시 의료·방역반 외 별도 심리지원반을 구성하게 했고,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피해지역의 긴급상황 복구 이후 지역주민·근로자·공무원
사고 발생 후 1년 동안 피해지역

며, 긴급구조 단계에서 심리적 응급처치가 강화되도록 하고 전문 인력의 확보와 협업체계 등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4) 희생자 안치 및 가족 인도 절차 개선

2018년에 「긴급구조대응활동 및 현장지휘에 관한 규칙」 [시행 2018.8.30.] [안전행정부령 제70호, 2018.8.30., 일부개정] 제20조의2가 신설되면서 긴급구조기관의 장(통제단장)이 사망 자를 의료기관에 이송하기 전까지 현장응급의료소에 임시영안소를 설치·운영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재난 현장의 특수성이나 희생자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임시영안소 설치 및 운영 지침 등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경찰청은 2018년 대규모 재난현장에서 희생자 신원을 신속하고 정확히 확인하고자 ‘재난 희생자 신원확인팀(Korea Disaster Victim Identification, K-DVI)’을 출범시켰다. K-DVI가 2020년에 작 성한 「K-DVI 재난희생자 신원확인 가이드」에서는 대형재난사고 발생 시 안치실 설치와 시설 및 운영관리에 대한 사항을 규정했다. 구체적으로는 안치실에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 하며 업무와 관련된 직원이나 출입이 허가된 유족, 수사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이외 에는 비공개를 유지하도록 했다. 특히 시신을 안치할 때 안치현황판에 즉시 기록하며, 시 신 관리대장을 작성한 뒤 시신을 안치하고, 시신을 반출할 때도 유족에게 반드시 반출허 가서를 발급하고 시신을 인도하게 하는 등 시신관리도 철저하게 하도록 했다. 또 시신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재난희생자 시신관리 기준에 따라 적정온도를 유지하고 소독을 철 저히 해 시신이 부패하거나 손상되는 일이 없도록 관리하게 했다. 해양경찰청의 「해양선박사고 위기대응 실무매뉴얼」(2021)은 사망자 안치시설 지정과 조치 를 위한 의료기관의 파악을 구조본부의 임무로 규정했으며, 해양수산부가 작성·운영하 고 있는 「해양 선박사고 재난위기관리 표준매뉴얼」(2021)에서는 해양선박

310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사고 시 부처별 협업 기능을 소개하면서 보건복지부·국방부·지자체가 연계해 지역 의료시설 및 장례식 장 정보 제공과 시신 안치 등을 협의하도록 했다. 이처럼 일부 규정이 개선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대규모 재난으로 희생자가 발생했을 때 신 원확인과 인도 과정에서 혼란의 소지가 있어 이를 최소화하고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지게

하려면 절차를 표준화해 매뉴얼에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5) 희생자 장례지원 관련 개선 「2022년 재해구호계획수립지침」에서는 장례비 지급 주체·기준·절차 등을 세부적으로 규 정했다. 재난이 발생하면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는 장례식장에 전담공무원을 배치해 장 례시설과 장비 이용 등으로 유가족에게 편의를 지원하고 가족별 일대일 맞춤형 행정서비 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 심의를 통해 장례비 지원기준을 결정하도 록 해 장례비 지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과 마찰을 최소화했으며, 통상적 수준을 벗어난 고가의 장례용품이나 의례에 소요된 비용은 장례비 지원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해 장례식장 등에서 과도하게 비용을 청구하는 일이 없도록 했다. 이외에도 장례식장·화장 장 확보와 제공을 위해 시신 수습 상황과 장례식장 상황을 상시로 모니터링하고, 유족과 장례식장 간 연락체계를 구축해 예약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희생자를 운구할 때는 상조 회의 협조로 냉장설비가 갖춰진 장의차량을 확보·지원한다. 또 다수 희생자가 비슷한 시 기에 장례를 치러야 하는 과정에서 특정 장례식장에 몰리면서 발생했던 장시간의 대기 시 간과 장례식장에서 유가족에게 고가의 시설 및 장례용품을 무리하게 강요하는 문제를 해 결할 수 있도록 「장사 등에 관한 법률」 [2015.1.28. 시행] [법률 제13108호, 2015.1.28., 일부 개정](이하 장사법)에 관련 근거를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개정된 「장사법」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장사시설의 예약과 이용 및 관 리 업무를 전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장사정보시스템 구축·운영과 장사업무를 지원하 기 위한 장사지원센터의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재난 시 장례지원의 근거가 마련됐으며, 보건복지부 장관이 관계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관련 기관·법인·단체의 장에게 장사 등에 필요한 자료 또는 정보의 제공을 요청하면 해 당 관계기관 등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해당 요청을 따라야 한다. 중대본은 이를 근거로 국가적 대량 재난 발생 시 장례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관계 부처 간 의 역할을 구분했다. 우선 행정안전부는 장례를 총괄하고, 보건복지부는 장례식장과 화 장시설 등의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또 행정안전부는 재난 발생 시 각 자치단체가 일사 불란하게 재난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인명구조지원·이재민구호·피해민지원 등의 업무를

제3장

311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재난대응·수습 길라잡이」(2019)를 작성해 배부했는데 여기에 재난현장 통합지원본부의 실무반 중 장례지원반의 주요 임무는 ①사망자 인적 사항 파악

②장례식장 전담인력 배치 ③유가족 일대일 전담지원 업무 ④(필요시) 분향소 설치 운영 ⑤지역대책본부 생활안정지원반 상황보고 등이다. 그 밖에 민·관 협력 및 자원봉사와 관련해 「재난현장 통합자원봉사지원단 운영 매뉴얼」

이 만들어져 구호물자 지급을 위한 지휘협력체계에 구호 지원기관과 재해구호 협약기업 을 포함했으며, 구호기관(지방자치단체)이 대응하는 1단계와 행정안전부와 전국재해구호협회 가 대응하는 2단계로 구분해 대규모 재난 시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민·관 협력 재해구 호체계를 마련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재난 직후부터 피해지원 종료 시점까지 수습단계 별·피해 가족별 지원은 지속적·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하고 책임자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6) 구호물자 지급 등 민 관 협력 개선

참사 이후 「재난현장 통합자원봉사지원단 운영 매뉴얼」(2018)이 마련됐고 구호물자 지급을 위한 지휘협력체계에 구호지원기관과 재해구호 협약기업을 포함했으며, 구호기관(지방자치단 체)이 대응하는 1단계와 행정안전부와 전국재해구호협회가 대응하는 2단계로 구분해 대규 모 재난 시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민·관 협력 재해구호체계를 마련했다. 그러나 재난피 해자의 특성과 요구, 현장 변화에 따른 대응, 자원봉사자 등 지원인력의 소진 관리, 지역사 회 피해확산에 따른 대책 마련 등 현장수습의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위기관리기구 간 역 할은 여전히 모호하고 특히 재난수습 종료단계의

312 제 3 장 세월호참사
문제와 개선
피해지원의
중 앙·광역·구호지원기관 간 업무를 세부적으로
있다. 나) 다양한 피해자·집단·지역 피해지원 관련 개선된 사항 (1) 중장기 심리지원 체계 보완 참사 이후 소방방재청이 담당하던 재난심리지원 업무가 국민안전처를 거쳐 현 행정안전 부 재난구호과로 이관되었는데 국민안전처 출범 이후 재난 심리지원의 지원 대상과 지휘 체계의 근거를 마련하고자 「재해구호법」 [2016.7.8.
[법률 제13753호,
개정] 을 개정해 심리회복의 지원을 구체적으로
인해
인력이나 업무 범위가 불명확하므로
규정할 필요가
시행]
2016.1.7., 일부
명시했다. 이로
재해로 인한 심리적

안정과 사회적응 지원 대상은 재난을 직접 목격한 사람, 재해 현장에서 구호·자원봉사 또

는 복구 활동에 참여한 사람뿐 아니라 재난피해 정도 등과 관계없이 당사자 또는 재난심

리 유관기관에서 지원을 요청해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을 모두 포함하게 됐다. 구호의 종류에 심리회복 지원을 포함했고, 이를 위해 재해구호기금 또는 재난관리기금을 사용할 수 있게 됐으며,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훈련 내용에 재난심리회복지원에 관 한 사항을 포함했다. 또 중앙심리지원단을 구성하여 대규모 재난현장에서 심리회복지원 관련 업무를 총괄·조정하게 하고 관련 기관 간 업무 연계 등의 지원 업무를 수행하며, 관 계부처 공통의 심리회복지원 표준지침을 마련하고 보급하도록 했다. 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복지법」에 국가트라우마센터 설치·운영에 관한 근거를 만들어 국립정신건강센터장(국립서울병원)에게 위임했으며,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재난이나 그 밖의 사고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환자의 심리적 안정과 사회적응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게 했다. 재난심리지원의 추진체계도 변경됐다. 국민안전처는 2016년 대한적십자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의 위탁 운영 주체를 일원화했으며, 대한적십자사는 협약에 따라 시·도 센터장을 자체인력으로 선임하고 각 지사 사무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게 했다.

제3장

활동 실적은 재난이 발생한 시·도에서 관리하도록 했다.

(2) 공동체 회복과 안전취약계층에

313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접근 세월호참사 이후 제정된 「세월호피해지원법」에
2021년 개정된 「재난심리회복지원 실무 매뉴얼」에서는 재난심리회복지원은 평상시 준비 까지 포함한 구호 지원의 하나로 심리회복을 위한 일련의 활동을 모두 포괄하고, 심리적 응급처치는 재난이나 사고 직후 필요한 활동으로 구분했다. 또 심리적 응급처치 활동 주 관기관을 행정안전부로 명시해 책임성을 명확히 했고,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는 요청하는 재난경험자를 대상으로 횟수에 제한 없이 무료로 대면 상담, 전화 상담 등을 진행하고, 심 리지원
대한 인식과
재난지역 회복을 위한 공동체 회복사업을 명시하고 피해지원을 한 것은 공동체 회복과 관련한 최초의 사례다. 이는 기존 시설복구

위주의 재난지역 지원에 무형의 ‘회복’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으로, 국제적으로 재난지역 복구에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지역 회복력’364)에 대해 국가지원을 명시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재난 분야에서 회복력은 현대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재난과 재해를 예방하

는 것뿐 아니라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사회공동체가 경제적·사회적·심리적으로 극복하

는 능력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365)

이후 2020년 제정된 「포항지진피해구제법」에도 공동체 회복사업이 명시됐으며 특별법에 따른 지원이 아니더라도 2019년 강원도 동해안 산불 이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원 뿐 아니라 마을공동체 복원사업을 선정해 추진하고 있는 등 공동체 회복이 재난 복구단 계의 중요한 사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피해지역의 공동체 회복을 위해서는 관련 사업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으며 그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 렴하고 검토하는 과정도 계속돼야 할 것이다.

2016년 세월호참사 2주기를 맞아 국무총리는 안전취약계층과 고위험 중대사고 등 4대 분 야를 중점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뒤 2018년 「재난안전법」 [2018.1.18. 시행] [법률 제 14553호, 2017.1.17., 일부개정] 제3조9의3항을 신설해 어린이·노인·장애인 등 재난에 취 약한 사람이라는 안전취약계층에 대한 정의를 처음으로 도입했으며, 2021년 같은 법을 일 부 개정해 추가로 저소득층 등 신체적·사회적·경제적 요인으로 인하여 재난에 취약한 사 람으로 확대했다. 경기도는 2017년 「경기도 안전취약계층 지원 조례」를 제정했으며 2020년 「경기도 안전취약계 층에 대한 안전 환경 지원 조례」 [2020.11.12. 시행] [경기도조례 제6792호, 2020.11.12., 전부개 정]로 전부 개정됐다. 경기도 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2022년 2월 현재 전국지방자치단체와 시· 군·구에서 시행되고 있는 안전취약계층의 안전에 관한 지원 조례는 총 31건이다. 이 밖에 안 전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전국지방자치단체와 시·군·구에서 여러 자치법규를 제정했다.

364) Community Resilience. 리질리언스(resilience)는 회복력, 복원력, 회복탄력성, 적응유연성 등의 용어로 번역·사용되고 있다. 본 보고서에서는 재난지역 회복이라는 측면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지역회복력이라고 표현하였다.

365) 권설아, “시계열자료 분석을 통한 재난 발생 이후 지역경제 회복력(resilience)에 관한 연구: 세월호참사를 중심으로”, 한국 콘텐츠학회 논문지, 18(5), 2018, 456~463쪽

314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현재 안전취약계층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언어·문화적 소통의 제약으로 재난 약자로 분류되는 외국인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고자 행전안전부는 2017년 법무부·여성가족부 등

11개 관계 부처와 합동으로 ‘외국인 및 다문화가족을 위한 안전관리대책’을 발표했다. 또 행정안전부는 2021년 11월 주한 외교사절을 대상으로 재난 안전 정책설명회를 개최하며 △신속한 재난정보 제공을 위한 긴급재난문자 외국어 서비스 제공 △민방위경보 방송에 영어자막 송출 △외국인 사상자 발생 시 각국 대사관에 정보 제공 △외국인 재난피해자 구호자금 지원 △외국인용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일상의 위험요소 신고 등을 발표했다. 한편 행정안전부의 「2022 재해구호계획 수립지침」에서 변경된 사항으로 재해구호물자 비 축기준 중 응급구호 세트에 시각장애인용 응급구호 세트가 추가됐고, 2022년 비축기준의

10%만큼의 시각장애인용 개선 물품(큰 활자 설명서, 점자스티커·QR코드, 개별품목 점자스티커, 안내 지팡이)을 제작해 비축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단은 2018년 6월 「재난정신건강지원을 위한 취약 계층 별 대응 매뉴얼」에서 취약계층(특별한 대응이 필요한 대상)을 아동/청소년, 노인, 신체 및 정신장애 인, 특별한 건강 관련 유의사항이 있는 대상, 노숙자, 빈곤층,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닌 대 상, 일차 현장대응인력 및 보건인력으로 정의했다. 여기서 ‘취약계층’은 응급 또는 재난 상 황에서 일상적인 지원, 돌봄과 대처를 저해할 수 있는 위험요소가 특히 클 수 있는 대상 군을 가리키며, 취약계층(특별한 관심이 필요한 생존자)별 지침과 ‘재난 정신건강 지원을 위한 취약 계층별 대응 체크리스트 및 행동지침’을 담았다. 그러나 현재 법률상 외국인은 안전취약계층에 포함되지 않아 지원의 근거는 부족하고 「재해구호법 시행령」의 구호 약자는 범위가 좁게 규정돼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안전취약 계층에 대한 재난구호 교육과 훈련도 재해구호계획에 빠져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3) 학교안전사고 예방 등을 위한 제도와 매뉴얼 마련 세월호참사 이후 학교 안전 전반을 점검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교육부는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2015.7.21. 시행] [법률 제13005호, 2015.1.20., 일부개정](이하 「학 교안전법」)을 개정해 학교안전사고 예방 기본계획을 3년마다 수립하고, 교육감은 매년 기본

제3장

315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계획에 따라 지역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또 단위 학교장은 기본계획과 지역계획을 바탕 으로 매년 학교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학교 안팎의 안전 사고 예방정책에 관한 기본방향과 목표, 분야별 중점과제, 교육활동 운영 기본지침 등 학 교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방안을 제시해 학교현장의 실행력을 높이고자 했다.

시·도교육청의 지역계획은 교육부의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지역적 특성을 담은 계획이 될 수 있도록 했으며, 단위학교의 계획은 기존의 단위학교에서 작성하던 학교 안전시스템 구 축·운영 계획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던 학교 내 안전관리 계획을 좀 더 구체화했다. 사고 발생 시 교육기관 내 심리 치료비 등의 지원 근거와 응급심리지원 매뉴얼도 마련됐 다. 2015년 「학교안전법」이 개정되면서 학교안전사고로 피해를 본 학생·교직원 및 교육활 동 참여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심리적 안정과 사회적응을 위한 상담 및 심리적 치료 등 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또 교육부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는 「학교를 위한 응 급심리지원 실행자 입문서」(2015)를 발간해 학교가 일상적인 학교 기능으로는 처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초기에 학교응급심리지원 전문기관(학생건강정신지원센터, 교육청소속 심리지원기관 등) 의 실행자들과 교육청 담당자들, 학교의 교직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교육부와 한국교육시설안전원은 2021년 10월부터 12월까지 교육시설 안전사고에

따른 심리 안정화 및 초동대응 지원 시범 사업을 기획·시행했다. 이는 화재나 풍수해 등의 재난과 교육시설 내에서 발생한 전염병 등으로 인해 교육시설 훼손 및 인명사고의 피해자 와 목격자가 발생했을 때 학교현장에서 골든타임 내에 심리 안정화가 추진될 수 있도록 트라우마 분야 초동대응 전문성과 심리 안정화 프로그램, 가정용 대응방안 교육 콘텐츠 를 실시간 제공하는 사업이다. 세월호참사 당시

316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정되기 전까지 교육기관의 심리지원 대상에서 누락됐다. 하지만 2015년 「학교안전법」 개정을 통해 교육부 장관과 교 육감은 학교안전사고로 피해를 본 학생·교직원 및 교육활동 참여자, 그 가족에게 심리적
「학교안전법」에는 학교안전사고로 피해를 본 학생의 가족을 위한 지원조 항이 없었고, 피해자의 가족에 대한 지원은 교육기관의 의무사항으로 인식되지 않았기에 세월호참사 생존 학생의 형제자매는 「세월호피해지원법」이

안정과 사회적응을 위한 상담 및 심리적 치료 등의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

이 신설돼 생존 학생 및 희생 학생 형제자매 모두 상담 및 심리적 치료 등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재난 및 사고로 인해 학교구성원의 피해가 클 경우에 대한 교육부 차원의 피해지 원체계와 매뉴얼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교육기관의 심리적 치료지원의 근거는 마련됐 으나 구체적 방법과 절차에 관한 매뉴얼이나 지침은 없다. 또 세월호참사와 같이 단위학 교가 감당할 수 없는 재난에서 여전히 단위학교가 학교현장 대응의 전반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어 재난대응 시 교육기관별 역할 조정이 필요하다. (4) 민간 잠수사 피해지원 및 사회재난 피해 범위 확대 해경은 2016년 「민간 잠수사 관리·동원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국가 자원만으로 는 대응이 곤란한 규모의 해양사고 발생을 대비해 체계적으로 민간 잠수사를 관리·동원 하는 데 필요한 세부 절차 및 제반 조치사항 등을 정했다. 민간해양구조대원으로 등록된 잠수사는 법령에 근거해 해양사고 현장 동원 및 교육·훈련, 신체검사 등이 가능하게 했 고, 잠수감독관을 지정해 건강 상태에 이상이 있는 민간 잠수사를 인지한 경우 현장 지휘 관에게 보고하고 해당자에게 휴식 또는 잠수작업의 중단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2016년 「수상구조법」이 개정돼 세월호참사 희생자 수습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민간 잠수 사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됐다. 법률 개정 이후 총 55명의 민간 잠수사가 보상금 을 신청했으며, 신청자 중 28명은 골괴사·백혈병·백내장·디스크 등이 세월호참사 수색· 구조 활동과 직접 연관이 없는 질환으로 판단돼 보상금을 지급받지 못했고, 27명은 부상 정도에 따라 1~9급의 부상등급을 받았다. 이후 2020년 「세월호피해지원법」 [2020.9.10. 시행] [법률 제17465호, 2020.6.9., 일부개정]이 개정돼 수색·구조 활동으로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민간 잠수사들에게 보상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진도 어민의 치료와 심리지원에 관해서는 2016년 「재해구호법」 [2016.7.8. 시행] [법률 제 13753호, 2016.1.7., 일부개정]을 개정해 구호 대상에 이재민과 일시대피자 이외에 “재해로 인한 심리적 안정과 사회적응에 지원이 필요한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이

제3장

317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추가됐고, 같은 법 시행령에 “재해 현장에서 구호·자원봉사 또는 복구 활동에 참여한 사 람”을 규정하면서 세월호참사 수색·구조에 참여한 진도 어민도 구호의 대상에 포함됐다. 또한 「재해구호법」상 구호의 종류는 임시주거시설 제공, 급식 등 생활필수품 제공, 의료서 비스 제공, 감염병 예방·방역, 장사(葬事) 지원, 심리회복 지원 등으로, 진도 어민은 이를 근 거로 국가로부터 심리회복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한편 2020년 「재난안전법」 [시행 2021.4.21.] [법률 제17519호, 2020.10.20., 일부개정]이 개 정돼 자원봉사자, 응급조치 종사 명령을 받은 사람, 긴급구조 활동에 참여한 민간 긴급구 조 지원 요원이 부상 또는 부상으로 인해 장애를 입은 경우, 치료를 시행하고 보상금을 지 급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하지만 치료비 지급대상을 부상으로만 규정하고 있고 정 신적 질환 포함을 명시한 것은 아니다. 그 밖에 해양수산부는 세월호참사 피해 가족에게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전제로 해 지급 되는 생활안정자금 지원을 결정하면서 부상자 가족에게는 희생자 가족 지원금액의 1/2 을 지급해 문제가 됐다. 이에 2020년 「재난안전법 시행령」 [시행 2020.6.4.] [대통령령 제

30731호, 2020.6.2., 일부개정]을 개정해 보상금 지급에서 희생자와 생존자를 구분해 지급 하는 규정을 없앴으며, 이후 재난에서 동일한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특 별재난지역이 지역 또는 공간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자연재난에 적합한 개념이다 보니 특 별재난지역 거주자가 아닌 피해자지원에 혼란을 겪거나 지원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생 길 여지는 남아있다. (5)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추모 관련 개선 세월호참사 이전에 대형 재난의 추모사업과 관련한 내용이 법령에 들어간 예는 없으며 현 재도 재난 관련 법에 희생자 추모사업을 하도록 명시하고 있지 않다. 2021년 제정된 「수습지원단 구성 및 운영 규정」 [2021.9.15. 시행] [행정안전부훈령 제210 호, 2021.9.15., 제정]에는 “수습지원단 내 구호·심리지원반이 필요할 경우 분향소 설치와 운영을 지원하도록” 하는 규정이 포함됐다. 또 2016년 발간한 「사회재난 구호 및 복구 업무 편람」에서는 합동분향소 설치와 운영을 할 때 위치 선정·운영 규모·비용정산 등을 관계

318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부서와 유가족 대표가 협의하도록 했다. 그리고 「사회재난 구호 및 복구 비용 부담기준 등

에 관한 규정」 [2016.6.1. 시행] [대통령령 제26687호, 20215.11.30., 제정]을 제정해 국가 차

원의 조문과 분향이 필요한 경우 비용은 국가가 100% 지원하며 그 밖의 추모사업은 관계 기관이 협의해 결정하도록 했고, 운영 기간은 설치한 날부터 합동 영결식까지로 하며 3개 월이 넘지 않는 범위에서 결정하되 필요한 경우 중대본 심의를 거쳐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사회재난 구호 및 복구 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른 생활안정지원 및 피해수습지원에 드는 비용에 대한 재원별 부담기준(제3조2항 관련)에서 ‘2. 피해수습지원’ 중 정부합동분향소 외의 추모사업의 재원은 협의해 결정하며 “사업주관은 관계 부처에서 하 고 사업실시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한다”고 명시했다. 또 관련 운영 지침의 생활안정지 원 및 피해수습지원실시 요령에서는 “재난으로 발생한 희생자 등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추모사업이 필요한 경우” 중수본에서 관련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거쳐 복구(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추모사업은 소관 부처에서 주관하고 추모사업의 시행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수행하며, 추모사업의 위치 선정 및 운영 등은 중수본 주관으로 관련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및 피해자 유족 등과 협의하여 결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은 지방자치단체 및 피해자 유족 등이 중수본이 설치되는 중앙부처나 기획재정부와 ‘협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점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므로 좀 더 분명한 예산 지급기준 등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또 추모시설 조성 및 추모사업 추진 절차 를 매뉴얼로 만들어 추모사업을 추진하게 될 해당 부처나 지방자치단체가 참고하도록 하 고, 피해자들이 필요한 행정절차와 소요기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한편 단원고 희생 학생들의 명예 졸업 근거도 마련되었다. 2017년 「학생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이 시행되면서 학적처리에 사용하는 용어에 ‘명예 졸업’이 신설돼 학교교육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나 학교교육활동 이외의 사회 공익을 위한 활동 중에 사망

한 학생은 학칙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장이 인정할 경우 명예 졸업으로 처리하도록 개선했다. 하지만 재난 등으로 희생된 학교구성원에 대한 기억과 추모에 대한 법률적 근거 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제3장

319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2)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을 위한 민·관 지원인력의 적극 조치 사례

가) 일선 공무원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조치

세월호참사 당일 소식을 듣고 사고 해역에 도착한 전남소방본부장은 해경과 연락이 되지 않자 자체 판단으로 사상자 인계 장소를 팽목항으로 정하고, 지역긴급구조통제단을 즉시 가동시켰으며 사상자 후속 조치를 위해 관계기관에 통보하고 필요한 자원을 동원했다. 그 리고 팽목항 현장을 지휘할 책임자가 없다는 판단하에 관계기관 회의를 소집했다. 현장의 경찰, 의료진, 보건복지부와 진도군 등의 공무원은 지휘 책임자가 나타나자 호응하는 분 위기였지만 정작 현장지휘에 필요한 정보가 전남소방본부(긴급구조통제단)로 모이지 않자 더 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참사 당일 아수라장이 된 현장에서 다수의 공무원이 스스로 근무복을 벗는 등 책임을 회피하고 권한 행사에 소극적이었던 상황에서 그나마 의미 있는 시도였다. 중앙정부나 해양경찰이 전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현장 질서를 유지해야 할 경 찰은 소극적 대처에 머무르며 관망하고 있던 참사 초기, 피해자들의 요구에 응답하고 상 황을 파악하면서 뒤늦게라도 조치를 하려 했던 이들은 기초지방자치단체 일선 공무원들 이었다. 진도군은 자체 판단으로 행정계장에게 구조자 이동과정을 파악하고 명단 작성을 지시했고, 행정계장은 단원고에 전화해 수학여행자 명단을 이메일로 받고 실내체육관 근 무자에게 생존자들의 중간경유지 등에서 작성된 명단을 취합해 게시하도록 했다. 물론 이 렇게 작성된 명단은 정확도가 떨어져 혼란을 가져온 측면이 있지만 이미 해양수산부 공 무원이 청해진해운으로부터 승선자 명단을 확보한 상태였는데도 공유하지 않고 모르쇠 하는 상황에서 생존자의 상황을 파악하려 애쓰고 결국 명단의 틀린 부분을 직접 바로잡 아 나갔던 것도 진도군 공무원이었다. 참사 당일 바람이 거세고 수온이 낮은 팽목항 현장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냉정하게 희생 자 수습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해양수산부에 현장 안치실을 설치해 시신 확 인, 가족 인도 등이 이뤄질 수 있게 하자고 건의한 것도 안산시 공무원이었다. 또 팽목항에 서 체류 가족의 명단을 파악한 것도 이들이었으며, 다수의 희생자가 수습되기 시작한 상 황에서 혼선이 반복되자 현장에서 몇 차례의 수정을 거쳐 희생자 이송과 장례절차를 위 한 매뉴얼을 직접 작성한 것도 안산시 공무원이었다. 또한 4월 27일 이후 부처별로 2~3일

320 제 3 장 세월호참사
문제와 개선
피해지원의

씩 단기 교대 근무자를 현장에 파견함에 따라 여러 문제가 발생하자 최소 일주일 단위의 현장 장기 파견 근무를 건의한 것도 이들이었다.

대규모 재난 초기에 혼란과 절대적인 정보의 부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피해자의 요 구에 신속히 반응하고 피해자에게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은 평소 주민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일하는 기초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이 러한 일선 공무원들에게 재난 발생 시 책임 있는 권한이 부여되고 적극적인 행정이 가능 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2014년 4월 30일 생존 학생들은 고대안산병원에서 퇴원하고 중소기업연수원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화랑유원지 합동분향소에 들러 분향했다. 당시 학생들의 심리상태가 너 무 불안정하고 우려스러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학부모들도, 교육부도 모두 이를 반대했다. 그러나 당시 경기도교육청 장학관은 학생들이 분향소에 들러 친구들을 추모하는 것이 떳 떳하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희생 학생 부모 입장에서도 좋을 거라고 판단 해 학부모들을 설득했다. 합동분향소 방문 전날 생존 학생 학부모들은 고려안산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근접 촬영 등 과도한 취재와 인터뷰 요청 자제를 당부했다. 다음 날 정부 합동분향소에 도착한 생존 학생들이 분향하는 모습은 결과적으로 생존 학생들에게도, 지켜보던 이들에게도,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장학관은 진술했 다. 당시에는 희생 학생들의 장례식 참석을 허용하지 않는 보호자들도 있어 다수 생존 학 생들은 친구들에 대한 애도의 시간을 갖지 못했고, 병원 입원과 퇴원, 중소기업연수원 입 소 과정 등에서 자신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느꼈던 상황에서 생존 학 생들이 정부합동분향소에서 분향하며 애도와 추념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이후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된다. 나) 민간 지원인력의 자발적 참여와 헌신 유엔 기구들은 재난을 외부의 도움 없이 극복할 수 없고, 정상적인 능력으로 처리할 수 있 는 범위를 벗어나는 사건으로 본다. 따라서 일상적인 시기에 작동하는 국가 행정력을 비

롯한 지원체계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민간 지원인력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리고 정부는 이러한 민간 지원인력의 도움을 적절한 시점과 장소에 배치해 참사의 피해를

제3장

321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최소화하는 동시에 민간 지원인력에게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 물론

세월호참사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매우 미흡했고 부적절했다.

그러나 세월호참사에서 생존자 구조에서부터 수색, 피해자 보호를 위해 애썼던 진도군 주 민들과 자원봉사들, 피해자들을 보살피고 위로하며 진상규명과 추모의 과정에서 보여줬 던 안산시 주민들을 비롯한 시민들의 노력은 높이 평가돼야 할 것이다. 그와 함께 아래 두 가지 사례도 이후 재난 발생 시 피해지원에서 반드시 참고할 필요가 있다. 참사 초기 구조본부는 실종자 수중수색 작업을 위한 장비와 인력, 경험이 부족했다. 선체 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30~40m 수중잠수를 해 실종자를 수색할 수 있는 해경 소속 잠수 사들도 없었다.366) 이러한 상황에서 천안함 사건 등에서 수습해 본 경험이 있는 민간 잠수 사들이 현장에 모이기 시작했다. 2014년 4월 19일 선내 진입에 성공해 첫 희생자를 수습 한 것도 7월 10일 현장 철수 시점까지 200여 명의 희생자를 수습한 것도 민간 잠수사들이 다. 당시는 해경과 해군 간 수난현장 지휘·협조체계가 세워지지 않았고, 수중수색 계획도 수립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열악한 조건과 지원 속에서도 이들 민간 잠수사가 현장에 끝 까지 남아 실종자들을 수습한 것은 국내에서 맹골수도와 같은 환경에서 심해 잠수가 가 능한 인력이 많지 않다는 사실과 해경이 이러한 작업을 해 본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잠수 사들 스스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민간 잠수사들은 수중에서 시야가 30cm밖에 확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몸으로 선내 구조를 파악하고, 희생자를 수습했던 노하우를 살려 마 지막 한 사람까지 수습하고자 했다.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에서 민간 의료인력의 헌신도 빼놓을 수 없다. 팽목항과 진도실내체 육관, 바지선, 안산 정부합동분향소 등에서 연 1,000명이 넘는 의료진이 투입됐고 최초로 봉사약국·물리치료사·한의원 등이 참여하는 등 다양한 의료지원을 했다. 바지선 의료지

322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했는데 그 과정에서 태풍 등 기상악화로 해상 이동이 위험한 상황도 있었 으나 구명조끼 착용 등의 최소한의 안전도 확보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해 366)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소속 특수구조단이 창설(2012)되었지만 대원은 11명이었고, 그나마 25m 정도의 수중 작업이 가능 했으며 표면공급식 잠수 장비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원의 경우 목포에서 팽목항까지 셔틀버스를 타고 다시 팽목항에서 배를 타고 언딘 바지선 으로 이동해야

경의 준비 소홀과 현장 상황공유가 되지 않아 헬기를 타고 바지선으로 들어가야 할 때도

있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의료진들은 정부의 수색이 종료된 시점까지 8개월간 현

제3장

피해지원

개선

323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1) 정부기관 총괄기능 강화 및 종합대책 수립 「세월호피해지원법」은 국가가 피해자의 신체적·정신적·경제적 피해 회복을 위한 지원 대 책을 마련해야 하고 피해자의 일상생활 전반을 종합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것으로 돼 있 다. 그러나 「세월호피해지원법」 소관 부처로서 국무조정실과 해양수산부는 현재
해자 파악을 하지 않고
없는 상태다.
담당하고 있고, 같은 사업이지만 지역마다 운영 주체가 다르며, 지원의 과정에서 사업내용 367) 수색구조 장비·기술연구TF가 구성됐을 때부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원이 자문역할로 참석하게 됐다.
장에 머물며 역할을 다했다. 한편 참사 당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은 해양조사 중인 조사선을 현장으로 급파해 현장 대응팀을 구성했고, 실시간으로 측정한 유속 등 해양 정보를 민·관·군 합동 구조 세력에 게 30분 간격으로 제공했다. 그때까지 현장은 해경과 해군이 유속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서로 다른 시간대에 잠수 준비를 할 때도 있었다. 사고 해역은 평소 유속이 심한 구역인 데다가 6,000톤급의 배가 침몰한 선체 주위로 와류가 생겨 해양수산부 소속 기관이 부 표에 설치한 유속계가 측정한 정보로는 심해 잠수가 가능한 시간을 예측할 수 없었지만, 2014년 4월 23일 언딘 바지선 아래에 유속측정기를 설치한 후부터는 수중수색 세력이 유 속 정보를 실시간 확인하며 잠수작업에 착수할 수 있었다. 이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천안함 사건 때 현장지원 경험과 기술적 노하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기술적 장비나 인력의 동원 명령이 내려지거나 처음부터 기술 자문이 있었던 것은 아니며367) 기술원장의 독자적인 상황판단과 현장 파 견 지시에 의한 일이었다. 당시 연구원들은 현장수습 종료 시점까지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며 실시간 유속을 측정했고, 현장 경험을 백서로 남겼다. 나. 세월호참사
대책
전체 피
명단도
이 법에 따른 사업들은 여러 부처가 나눠서

이 중복되거나 지원이 누락되는 사례도 있었고, 세월호참사 피해자들의 연령과 거주지, 특성과 필요사항 등을 반영해 종합적 지원을 지속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이 없으며, 관련 사업들을 총괄하는 기획과 조정, 담당부처의 협업도 미흡한 상황이다. 이외에도 「세월호 피해지원법」에 피해자와 피해지역의 의견을 듣고 최대한 반영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상시 적 소통이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통로가 없는 문제도 있었다. 따라서 국무조정실의 지원추모사업단은 “세월호참사 피해자들의 신체적·정신적·경제적 피해의 신속한 회복 및 추모사업 추진 관련 업무기획·조정, 관계기관 협업 지원 등”을 수 행하기 위한 「세월호피해지원법」 목적에 부합하도록 피해지원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고, 피해자 지원 종합대책을 수립하며 피해자와의 상시 소통과 의견수렴 방안을 마련할 필요 가 있다. 구체적 개선 대책으로는 첫째, 「세월호피해지원법」 사업의 점검 및 조정을 위해 관련 부처와 기관 간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피해자별로 미성년·장년층·형제 자매 등 생애주기와 특성을 고려해 장기지원계획을 수립하도록 조치하고, 이를 지원추모 위원회에서 지속적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지원단의 온라인 공간을 활용 하고 전담창구를 안내해 피해자들에게 지원 사업을 안내하고 의견수렴 장치를 구축하는 등 피해자와 상시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2) 의료·심리지원 중장기 대책 마련 재난 이후 외상 경험은 정신건강 의학적 진단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다양한 심신 변화 를 일으키고 신체적 건강이나 대인관계, 경제 활동 등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심리적 트라우마는 피해자들에게 평생에 걸쳐 영향을 끼치며 다양한 내외 과적 질환 등으로 신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324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공제약관에 따라 치료비를 배상받았다. 그러나 배상금 신청기한으로 인해 향후의료비추정서 산정을 위한 발급 기간이 짧았고, 향후치료비추정서에 기재된 질 병 외에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질환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 제대로 안내되지 않 368) 제2조3항의 가. 세월호참사 당시 세월호에 승선한 사람 중 희생자 외의 사람(세월호의 선원으로서 여객의 구조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탈출한 사람은 제외한다.)
「세월호피해지원법」 제2조3항368)의 해당하는 피해자(이하 생존자)는 청해진해운사의 보험사 인 한국해운조합의

았으며, 생존자 중 다수인 미성년자들은 특히 장기간 관찰과 치료 등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료비는 「세월호피해지원법 시행령」 제19조의 의료지원금의 지급 범위 및 기

제3장

해야 한다. 해당 센터는 세월호참사 피해자를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건강실태조사와 정신

건강

325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수행하고, 피해자에게 필요한 공간 활용이나 진료 혜택 등 실효적인 지 369) 유사한 사례로 「수상구조법」에 따른 세월호참사 수색·구조 참여 민간 잠수사의 부상치료 기간은 ‘부상, 질병의 치유 시까 지’다. 370)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국무조정실·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와 긴밀한 협조 하에 시행령 개정을 검토 중임. 2023년 4분기 중 국무회의 통과를 목표로 의료비 지원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행령 개정 추진”이라고 기관 의견을 보냈다.
간의 제한 없이 지원될 필요가 있다. 한편 현행 세월호참사 의료비 지원 지침은 피해자가 겪는 질환이 참사와 연관성이 있는지 의료진이 판단하도록 하고 있는데, 의료진 개인이 연관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데는 한 계가 있으므로 의료비 지급의 기준과 원칙이 불분명할 수밖에 없다. 인과관계 증명은 다 양한 학제 간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일선 의료진까지 재난 시 의료지원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합의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종합해, 아래 다음과 같은 개선 대책을 제안한다. 첫째, 현재 의료지원금 지급 기간이 「세월호피해지원법 시행령」 [2021.1.5. 시행] [대통령 령 제31380호, 2021.1.5., 타법개정] 제19조에 따라 2024년 4월 15일까지로 제한돼 있는데, 생존자 의료지원금을 한국해운조합이 납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피해자들이 치료받고 회복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것으로 합당하지 않다. 이에 기간을 ‘부상, 질병 의 치유 시까지’로 개정해야 한다.369) 370) 둘째, 의료비 지원기준 판단 위원회를 구성해 사고와 질환 연관성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 행하고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참사 이후 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단을 통해 재난충격회복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시행했으나 정신건강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체질환 을 포괄하는 학제 간 연구를 통해 판단 기준을 마련하는 등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셋째, 피해자 참여와 의견수렴을 통해 (가칭)안산마음건강센터 운영과 관련된 규정을 마련
관련 연구를

원 방안들을 검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령에 피해자의 참여가 보장된 전문위원회의 설치 등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3) 피해지역 공동체 회복 지원 개선 대책 마련 「세월호피해지원법」에 따라 진행된 안산시 공동체회복프로그램은 국가가 재난지역의 공 동체 회복을 처음 지원한 사례다. 시행 초기에는 사업 시행이 지연되거나 사업 성격의 이 해가 부족해 일부 혼란이 있었으나 그간의 사업으로 피해자의 참여와 성장, 주민 주도성 향상, 주민 소통 등의 일부 성과가 나타났다. 향후 「세월호피해지원법」 제32조에 따라 건 립 중인 안산시 공동체복합시설에서도 성과가 확장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운영이 필요하 며 주민 대상 사업과 갈등 해소 및 소통 사업을 확대해 가야 한다. 또한 (가칭)안산마음건강센터와 안산시 공동체복합시설의 사업들이 긴밀히 연결되는 가운

데 종합적으로 기획되도록 논의와 협력이 필요하므로 안산시 공동체복합시설 운영방안 을 마련하고 (가)안산마음건강센터와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안산시 주민들은 심리적 충격이 상당 기간 지속됐고 심리지원에 대한 욕구도 높았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프로그 램 내용을 구성하고 향후 완공될 (가)안산마음건강센터에서도 지역주민 트라우마 회복을 위한 사업 연구와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한편 진도군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으나 「세월호피해지원법」의 공동체회복프로그램 은 안산시에만 추진됐고, 진도군 주민의 공동체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추진 근거는 마련 되지 않았으며 관련 사업도 추진되지 않았다. 진도군 주민들도 심리적·경제적·사회적 피 해가 컸던 만큼 공동체회복프로그램 사업의 필요성을 검토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해 공동 체 회복 지원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진도지역의 공동체 회복 대책과 근거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세월호피해지원법」 제31조(공동체 회복프로그램의 개발·시행) 대상에 진도군 주민을 추가하도록 법령을 개정하거나, 진도지역 공동체회복프로그램 사업 필요 성을 검토하고 진도지역 및 주민을 위한 공동체 회복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해야 한다.

326 제 3 장 세월호참사
문제와 개선
피해지원의

다. 재난 피해지원 개선 대책

1) 대규모 해양재난 피해지원 개선 대책 가) 대규모 재난 범정부 통합대응방안과 피해지원 업무 표준절차 마련

세월호참사 이후 범정부적 차원의 통합대응이 필요한 재난의 경우 중대본부장을 국무총

리로 격상해 내각의 총력 대응체계가 가동하도록 규정을 신설했다. 그러나 범정부적 차원 의 통합대응이 필요한 재난에 대한 판단기준이 모호하고, 국무총리실과 행정안전부 재난 안전관리본부 간 책임소재 문제로 중대본 구성을 기피할 문제의 소지도 있다. 또 해양 선 박사고와 같은 사회재난의 경우 해양수산부가 재난관리주관기관으로 관계기관 간 지휘 협조 체계를 구축해 수습을 전담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재난 발생의 책임과 무관하고 해 당 재난 유형의 전문성이 부족한 지자체에 수습 업무가 전가되고 있다. 이에 재난 유형별 재난관리 주관기관의 재난대응 전문성과 책무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 으나 중대본과 중수본이 가동되는 대규모 사회재난의 발생 빈도수가 적어 관련 재난대비 매뉴얼의 개선 및 교육·훈련에 대한 요구가 크지 않은 실정이다. 다수의 사상자 발생으로 긴급구조-현장수습-사후대책이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재난 상황을 반영한 비상대 응체계 표준편제와 재난현장에서 이뤄지는 사상자 지원 업무 간 효율적·체계적 연계 방 안은 미흡하다. 현행 매뉴얼은 재난현장에서 이뤄져야 할 협업 기능별 임무가 나열돼 있 을 뿐 기관 간 상호 협력절차가 제시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지며, 재난피해자를 이재민· 부상자·유가족으로 구분해 행정지원 서비스의 수혜적 대상으로 보는 시각 또한 여전하 다. 그러하기에 재난수습 과정의 2차 피해를 최소화하고 인권·피해자 중심 지원체계를 만 들기 위해 긴급구조-현장수습-사후대책의 총괄·조정체계, 현장 중심의 범정부 통합대응 조직 운영, 피해자 전담 지원체계 및 지원 업무 표준절차 마련 등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재난수습의 총괄조정체계와 현장대응조직 운영방안의 개선 대책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규모 재난수습이 이뤄지는 모든 단계에서 국무총리와 중대본 공동 차장의 책임 과 역할을 구분하고 명확하게 해야 한다. 범정부 통합대응이 필요한 대규모 재난 발생 시 중대본은 국무총리가 본부장의 권한을 행사하고, 재난관리 주관기관의 장이 중대본 1차

제3장

327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장을, 행정안전부 장관이 중대본 2차장을 담당하는 체제가 이상적이다. 이때 국무총리는 긴급구조(긴급구조기관)-현장수습(중수본)-사후대책(중대본)에 대한 총괄 권한을 가지며, 중수본 은 재난이 발생한 지역 대책본부에 범정부 통합상황실을 설치하고 재난 현장의 모든 정보 를 분석해 중대본에 전파·보고한다. 또 현장수습 종료 결정, 피해조사 분석과 사후대책, 위기관리기구의 해체 사항은 피해자 대상 설명회와 언론 브리핑을 통해 반드시 공표하도 록 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을 「위기관리기구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정」과 관련 위기관 리 매뉴얼에 반영해 대규모 재난수습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둘째, 현장 중심·문제해결 형 범정부 통합실무반을 운영해야 한다. 재난현장에서 활동하 는 기능별 실무반을 기관별로 제각각 운영하기보다는 중수본 책임 아래 현장수습 종료 시점까지 범정부 통합실무반을 편성해 운영하는 것이 피해지원에 더 효과적이다. 범정부 통합실무반은 하나의 장소에 하나의 의사결정체계가 모든 상황에 다 대응하되 의사결정 을 하는 그룹에는 관련 부처와 기관의 구성원이 모두 투입되는 체계로 운영되며, △문제 파악 △해결 방안 제시 및 조치 △이행점검 △평가가 원스톱으로 이뤄지도록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재난 발생 직후 최단시간 내 피해 상황분석에 기초한 범정부 통합실무반의 편 성, 각 실무반장의 지정 기준과 역할, 실무반별 세부 업무 분장과 업무절차, 현장 의사결 정체계 일원화 방안, 각종 상황보고와 기록 관리의 효율화·체계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재난수습 과정에서 발생한 2차 피해의 신속한 대처와 경감을 위해 현장수습 종료단 계의 업무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수습 활동의 적정성을 평가하고 피드백하는 방안을 마 련해야 한다. 이때 수습 활동 종료단계의 업무는 피해 상황 종합분석, 피해지원 연계점검, 수습현장 잔류업무, 수습 활동 적정성 평가 등을 포함해야 하고, 종료단계 업무수행의 원 칙과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또 재난현장에서 실무반별 업무평가를 하여 재난 백서에 반 영하고, 공무원의 심리적 외상에 대한 진단과 필요 시 전문 상담으로 연계하는 등 현업 복 귀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또 피해자 전담지원체계 개선 및 지원 업무 표준절차 마련에 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328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첫째, 피해자 소통 및 정보창구 일원화 방안과 피해자 맞춤형 통합지원체계 운영 절차를 마련해 「위기관리기구 구성 및 운영 규정」과 관련 위기관리 매뉴얼에 반영하고 표준지침

으로 현장에 적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해당 절차는 피해자 책임전담관의 총괄하에 이뤄 지게 하며 승선자 명단 및 피해자 정보 관리, 피해자 유형별 상황분석, 통합지원체계 구축, 피해자 정보지원센터 운영 및 일대일 전담공무원 배치, 거주지 복귀 피해자에 대한 지자 체 연계 등이 포함되도록 한다. 둘째, 재난현장 피해자 보호 공간의 설치기준과 운영 절차를 마련하며 해당 내용에 생존 자 임시보호소와 실종자 가족대기소 분리, 피해자 정보 제공 및 소통창구 마련, 가족별 사생활 보장 공간제공 및 전체 피해자 소통 공간제공, 가족대기소 내 방문자 관리지침 등 을 포함한다.

셋째, 재난 시 생존자와 가족, 희생자 가족, 실종자 가족 등 피해자 유형별 지원 업무가 연 속적·체계적으로 이뤄지도록 각 지원 업무 수행의 기관 역할분담 및 협력절차 등을 매뉴 얼에 수록하고 훈련계획에 포함해야 한다. 또 시신 훼손 최소화, 희생자 예우, 시신 확인과 신원 확인 결과 통보 전후 피해자지원 등의 내용을 포함한 현장 임시영안소 설치기준과 운영 절차를 마련하고 희생자 신원 확인 및 가족 인도 절차를 표준화하는 등 개선이 필요 하다.

제3장

가족 연락처 확인과 사

고 사실 통보, 수색구조

329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371) Standard
가지 경우의 수에 대해 반복 연습하여 긴급상황에
절차 또는 표준운영절차를
나) 해양 선박사고 사상자 후속조치를 위한 지휘·협업체계 표준화 대규모 해양 선박사고 시 사상자 후속 조치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서는 육상 이송과 보호, 실종자 수중수색과 희생자 관리 등 업무가 연속적·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해양경찰 청의 「해양 수색구조 지침서(2021)」에는 구조활동의 범위에 응급조치 및 후송이 포함됨을 강조했고, 총괄 구조 인원 집계 장소로 육상구호소를 적시하고 그 절차를 정리했다. 또한 「해양 선박·항공기 사고 표준대응절차(SOP, 371) 2019)」에서는 피해자
브리핑, 피해자 가족지원 등을 명확히 했다.
Operating Procedure. 여러
대응할
있게 하는 표준대응
가리킨다.

그러나 해당 지침 작성 시 해경이 관계기관과 소통을 하지 않아 상호협력 절차로 보기는 어려우며 해양수산부의 매뉴얼 등에는 여전히 사상자 후속 조치를 위한 상호협력 절차가

불분명할 뿐 아니라 피해자 소통·정보 제공을 위한 규정이 없고 수난현장과 수습현장 간 관리체계 일원화를 위한 정부 합동상황실, 관계기관 대책본부 회의 운영 등의 내용도 불 명확하다. 이에 신속하고 체계적인 사상자 후속 조치를 위해 사상자 육상인계 지점의 지 휘 공백 문제 해소를 위한 법령 개정, 상황 단계별 사상자 후속 조치 명확화와 구조본부 수난 구호 협력기관 간 상호협력절차 표준화 등 다음과 같은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현행 「수상구조법」상 구조본부의 장의 현장지휘 범위가 조난현장으로 제한돼 있으

므로 사상자의 육상 인계지점에서 지휘 공백이 발생할 수 있어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규모 수난사고에 대비하여 사상자 신원확인 및 인도를 위한 육상지휘소 또는 임시 영안소 설치여부 판단(구조본부의 장)을 포함한 육상인계지점의 지휘공백 문제 해소를 위한 규정을 마련해 해양경찰의 임무를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개선을 검토할 수 있다.

둘째, 국제해사기구(IMO)372)가 제시하는 신고접수 및 인지 단계, 초동단계, 수색·구조 단계, 구급 단계, 사후처리 단계 등 상황 단계를 구분해 위기관리 매뉴얼에 반영하며 단계별 조

치사항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해양경찰청은 자체 작성한 지침 등 개선사항 이 「해양 선박사고 위기관리 표준매뉴얼」과 「해양 선박사고 위기대응 실무매뉴얼」에 반영 되도록 의견을 개진하고, 해양수산부는 상황 단계별 조치사항을 명확히 하고 기관 협력 절차를 반영해 표준 매뉴얼과 실무 매뉴얼을 개정하며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이 연계·작 성되도록 관리한다. 또 행정안전부는 국내 대규모 운송사고인 항공기과 해양 선박사고의 재난관리주관기관인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가 작성한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재난수 습 과정의 피해자지원에 차이 나지 않도록 개선 보완 필요사항을 연구하여 표준안으로

330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보급할 필요가 있다. 셋째, 해양 선박사고 시 생존자·희생자·실종자 등 사상자 유형별로 필요한 피해지원 조 치를 정립하고 기관 간 상호협력을 명확히 해야 한다. 해양경찰청·해양수산부·보건복지 372)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유엔 산하 기구로 해상에서 안전, 보안과 선박으로부터의 해양오염 방지, 등을 책 임지며 항만규정, 안전규정, 환경보호 규정 등 기준을 세우는 역할을 한다.

부·경찰청·소방청·지방자치단체 간 협의를 거쳐 사상자 육상 인계지점에서 명단 집계의

총괄 책임기관, 수집정보의 표준서식, 인계절차와 방식 등을 마련하고 전체 피해자 명단 과 연락처 관리에 대한 구조본부와 수습본부 역할분담을 명확히 하도록 한다.

2) 피해자 권리 보호 관련 개선 대책 가) 재난피해자 정보 제공 법제화와 재난수습 홍보 개선 재난현장에서 피해자에게 가장 필요한 정보는 사상자 명단, 부상자 상태와 이송, 추가 생 존구조 가능성과 실시간 수색구조 정보 등이다. 피해자들은 세월호참사 때 모든 정보를 제대로 받지 못했고, 이는 현장의 혼란은 물론 정부에 대한 불신을 더 키우는 결과를 초래 했다. 또 재난현장으로 과도한 구호 물품과 봉사자 집결은 수습 활동에 역기능을 초래했 지만,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국민 재난수습 홍보활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더불어 피해 자 사후대책은 피해자 가정별로 안내돼야 했지만, 참사 당시 언론에 먼저 공표가 됐고, 정 작 거주지에서 사후지원을 해야 하는 지자체 공무원은 지침을 받지 못해 피해자들의 문 의에 답변하지 못했다. 한편 2021년 해양수산부가 작성한 「해양 선박사고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서는 피해자와의 소통과 정보 제공을 위한 기초자료인 “승선자 명단 확보, 사상자와 가족 연락처 확인”을 위한 담당자를 지정하지 않았으며, 피해자와의 소통과 정 보 제공을 위한 운영체계와 방식 등에 관한 규정은 마련되지 않았다.

제3장

개정 할 필요가 있으며, ‘피해자가 재난(사고)의 발생부터 사후수습에 이르는 정확한 정보를 제 공받을 권리가 있다’는 규정이 신설돼야 한다. 또 피해자 전담책임관을 지정하며 전체 피

331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이러한 문제점을 종합할 때 재난피해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구조 과정부터 사후지원까 지의 정보를 모든 피해자에게 신속·정확하게 알려주면서 피해자의 의견과 요구를 수렴하 도록 체계가 개선돼야 한다. 또 원활한 재난 현장수습과 피해자 중심에서 정부 공식브리핑 등의 재난수습 홍보활동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 이에 다음과 같은 개선 대책을 제안한다. 첫째, 재난피해자 정보 제공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유엔 등 국제사회가 제시 하는 재난 피해지원 규정에 따라 피해자 정의, 피해지원 목적·원칙·내용·방식 등이 책임 기관의 임무에 따라 ‘피해자 권리’로 보장되도록 국내법인 「재난안전법」 등 기본법을

해자 소통 및 정보 제공 체계 마련, 피해자와 관계기관 간 소통창구, 갈등 중재 등의 임무 가 있다는 점도 법에 규정할 필요가 있다.373) 둘째, 현장 및 피해자 중심으로 재난수습 홍보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재난 시 피해자 정보수집 관리, 피해 상황분석, 피해자 전담 지원체계 구축, 피해자 정보지원센터 운영 및 일대일 전담공무원 배치 등 피해자 소통 및 정보 제공 전담체계를 마련하는 절차와 내용 을 표준화하고 이를 「위기관리 소통매뉴얼」과 연계해 소통 매뉴얼에 수록된 「현장 취재지 원센터 운영 지침」상 ‘위기관리 소통 전담조직’의 임무에 재난피해자 명단 관리, 피해자와 관계기관 간 소통창구 일원화, 피해자 정보 전달 의견수렴 갈등 중재가 포함되도록 하며 이때 전담조직의 책임자는 중수본의 피해자 책임전담관(현장수습조정관)이 되도록 한다.374) 셋째, 재난수습 홍보역량 강화를 위해 「현장·피해자 중심 재난수습 홍보 가이드라인」을 작성하고 교육·훈련을 실시한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피해자 대상 설명회, 피해자와 피 해지원 정보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할 때 피해자 개인정보 보호, 피해자 설명회를 언론 브 리핑에 앞서 하는 원칙, 배·보상 등 피해자 편견 유발에 민감한 사안의 발표 내용 등을 고 려하는 것이 포함돼야 한다. 또 재난피해자 대상 혐오표현, 명예훼손·유언비어 유포 대응 지침, 현장 공동취재단의 「재난보도준칙」 준수 강화, 언론 취재에 대한 피해자의 인권 보 호 지침을 포함해야 한다. 위기관리 소통 담당자들의 교육·훈련에는 재난피해자 특성과 재난 심리 변화 이해, 실종자의 생존 한계, 사망 통보 등 부정적 정보 전달 방식, 아동·장 애인·외국인 등 정보 접근 취약자에 대한 특별한 대책 등이 포함돼야 한다. 나) 재난 시 치안관리와 2차 피해 최소화를 위한 현장통제 강화 세월호참사 당시 경찰은 팽목항에 폴리스 라인을 설치했으나 현장 접근통제와 출입자 관 리를 하지 않았고, 생존자와 희생자의 이송 과정이 그대로 노출돼 수습현장이 매우 혼란 스러웠다. 당시 경찰의 중점 조치사항은 ‘중요

332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373) 세월호참사 이후 언론대응 창구 일원화를 위한 법적 근거(재난안전법 제52조제8항)는 마련됐으나 재난피해자를 위한 정 보 제공과 소통을 전담하는 책임자의 지정, 역할과 권한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없다.
인해,
수 습 과정에서 피해자 정보 제공보다 상부
374) 대외 공식창구인 대변인의 역할과는 구분하되 「현장 취재지원센터 운영 지침」에 현장수습조정관과 대변인의 책임 범위와 세부 임무를 추가하고, 이를 위기관리기구 조직 편제와 기능으로 연계시키는 것으로 표준화해야 한다.
요직의 현장방문’에 대비한 주변 교통통제,
그로
최근에 발생한 재난·사고
보고나 언론 브리핑을 우선시하는 관행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사복경찰 배치 등이었다. 현장에서 각종 사건과 취재기자들의 안치소 잠입 취재 등 심각 한 문제가 수차례 일어난 후에야 경찰은 현장 치안을 본격적으로 관리했다. 재난현장은 경찰의 적극적인 치안 상황관리가 필요한 곳이지만 현재 재난 시 경찰의 임무는 보조적 이다. 재난현장에서 발생하는 피해자의 안전 및 인권침해에 대한 적극적 조치, 수습 과정 에서 발생하는 2차 피해를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향후 경찰의 재난대응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의 검토가 필요하다.

다) 배·보상과 법률지원 개선

(1) 배·보상에서의 피해자 권리와 참여 개선

세월호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배·보상 과정에서는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행정 편의적으로 추진하는 문제가 심각했다. 세월호참사의 배·보상 신청 기간은 법 시행 후 6개월로 2015년 4월부터 9월까지였으며, 사고의 원인 조사나 관련 재판이 종결되지 않아 정부 책임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배·보상의 신청기한이 종료됐다. 이외에도 배상금 산정 시 국가 책임성 반영 미흡, 국비 위로지원금의 혼란과 배·보상 안내 과정의 불안 조성, 이의제기 금지규정이나 정부 배·보상 금액 발표 등으로 인한 피해자 위축 등 다양한 문제가 있었다. 「세월호피해지원법」과 달리 「범죄피해자보호법」 [2017.3.14. 시행] [법률 제14583호, 2017.3.14., 일부개정]과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2022.7.27. 시행] [법률 제18845호, 2022.4.26., 일부개정]에는 보상금·생활지원금·구조금 의 기준과 금액 등이 법령에 명시돼 있다. 법령에 배·보상 기준이 명시된다면 피해자들은 예상 배·보상금액을 산출할 수 있고, 법 시행 이전에 배·보상 기준의 적정성을 판단하고 신청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정보와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 이처럼 향후 배·보상 관련 법률을 제정할 때는 피해자에게 배·보상을 받을 권리의 명시와 함께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배·보상이 이뤄지도록 배·보상 기준을 협의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검토해 아래와 같은 개선 대책을 제안한다. 첫째, 배·보상 지급기준을 구체적으로 규정화하고, 피해자 상황을 고려해 배·보상 신청

제3장

333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기간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적절한 수준의 배·보상을 받고 배·보상의 시점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피해자 권리이므로, 해당 내용을 법령에 규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배·보상 과정에서 피해자를 위축시키거나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배·보상에 국가 책임을 명시하고, 배·보상 동의서에 진상규명 이의제기 금지 의미가 포함되지 않도록 명확히 표현해야 하며, 국민 성금과 국비 위로지원 금을 명확히 구분해 불필요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배·보상 과정에서 피해자의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 해 심의위원회 구성 시 피해자의 참여를 보장하거나, 배·보상금 수령 시 일시불 또는 정기 금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2) 아동 피해자와 군미필 피해자의 배상금 산정기준 개선 세월호참사의 배상금 산정 결과 아동 생존자 두 명의 지급액은 후유장애진단서 제출 여 부에 따라 큰 차이가 발생했다. 향후 성장 과정에서 아동에게 발현될 수 있는 정신적 질병 등의 후유장해는 사고 직후에 예측해 판단할 수 없는 것이므로, 사고 시점의 후유장애진 단서 발급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 배상금을 책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이에 따라 성년 후의 권리를 고려한 배상금 책정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또 세월호참사 남학생 희생자의 경우 병역의무 이행 기간을 고려해 취업 가능 기간의 시작 일을 여학생 희생자보다 약 2년 정도 늦게 기산해 일실 수입액의 차이가 발생했다. 이는 헌법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것을 위배하는 등 형평성 문제의 소지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이에 다음과 같은 개선 대책을 제안한다.

첫째, 「국가배상법」 [2017.10.31. 시행] [법률 제14964호, 2017.10.31., 일부개정] 에 ‘피해자 중 12세 이하 아동은 성년에 달한 날 이후 후유장해를 판단해 배상금을 책정’할 수 있는 단서조항을 추가하는 등 개선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둘째, 「국가배상법 시행령」 [2021.1.5. 시행] [대통령령 제31380호, 2021.1.5., 타법개정]에

334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피해자가 남자인 경우, 군복무기간 참작’ 관련 내용을 삭제해야 한다. 2020년 5월 11일 국

민권익위원회가 “「국가배상법 시행령」에서 손해배상액 중 일실이익 산정 시 병역 미필인

남성에 대해 군복무기간을 취업 가능 기간으로 인정”할 것을 권고했으나 아직 조치가 되 지 않았다. 이에 우리 위원회는 해당 시행령의 조속한 개정을 권고한다.

제3장

신설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피해자 법률지원의 구체적 방식과 절차 는 「재난안전법 시행령」 등 관계 법령에 위임할 수 있다. 그리고 기존의 취약계층 등에 대 375) 일본은 「종합법률지원법」에서 재난 전반과 관련한 법률구조 규정을 도입했고 미국은 「재해구조 및 긴급지원법」에서 연방 기구 등이 재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되어 있으며 민간변호사 협력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335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3) 재난피해자 공적 법률지원 개선 세월호참사 피해자에 대한 공적 법률지원은 미흡했고, 민간 법률지원은 자원봉사 방식의 참여다 보니 지속적이지 못했고 막상 피해자들이 배·보상을 신청할 때는 법률지원이 미 흡했던 한계가 있었다. 해외에서는 재난피해자들의 각종 보상 신청, 소송에 대비해 국가가 일부 비용을 보조하 는 방식이나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법률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를 법률이나 지침으로 규정하고 있다.375) 정부는 재난피해자에 대해 법률구조공단과 법률홈닥터를 통 한 법률지원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나, 법률구조공단은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은 다루지 않으며, 법률홈닥터는 법률상담 이외의 소송지원은 하지 않아 한계가 있다. 한편 사회취 약계층이 이용할 수 있는 소송구조제도가 있으나 소송 전 법률상담 등의 지원은 어려우 며, 국선변호인 제도는 소송 이전 단계까지 지원할 수 있지만, 불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재 난에 재난피해자 지원 변호사를 상시 고용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또 재난의 경우 국가 책임이나 소송 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국가 소속 변호사가 직접 지원하는 것 을 피해자가 신뢰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에 재난피해자에 대한 공적 법률지원의 근거를 마련하되 재난피해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방식과 절차로 법률지원이 이뤄지도록 민관협력 방식 등 다양한 지원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에 다음과 같은 개선 대책을 제안한다. 먼저 재난 시 피해자의 배·보상 및 피해 최소화를 위해 「재난안전법」에 ‘국가는 재난피 해자에게 법률지원을 해야 한다’, ‘국가는 재난피해자가 변호사를 선임한 경우 비용을 지 급한다’ 등의 규정을

한 법률지원 제도를 검토해 다양한 재난피해자 법률지원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를 위해 법률구조공단과 법률홈닥터의 지원 대상에 재난피해자를 포함하고 법률상담 등 지원 내용을 확대하는 방안, 소송구조제도 활용 시 지원 범위를 법률상담까지 확대하는 방안, 국선변호인 또는 피해자 국선변호사를 재난피해자 법률상담 인력으로 투입하는 방 안, 국가가 대한변협에 재난피해자 법률지원을 위탁하고 그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 민간 변호인이 재난피해자 법률지원 활동 시 국가가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볼 수 있다. 라) 의료·심리지원 개선

(1) 재해구호 의료지원 업무의 명확화 「재난안전법」상 긴급구조에 해당하는 응급의료와 「재해구호법」상 구호의 종류인 의료서 비스는 내용과 형식이 유사하지만, 그 규모와 긴급성에 차이가 있다. 「재해구호법 시행령」 상 구호 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사고가 발생한 날 부터 사고수습 종료일까지 지방자치단체장이 일일보고를 하게만 돼 있어 기간이 명확하 지 않다. 또 행정안전부 재난구호과에서 매년 작성하는 「재해구호계획 수립지침」의 의료 및 방역 서비스는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식품의약품안전처 등 해당 부서의 법령, 매뉴얼을 우 선 따르도록 하고 있으나, 보건복지부의 「재난응급의료 비상대응매뉴얼」은 재해구호 의료 서비스에 해당하는 물리치료사·한의사·약국 등의 의료자원봉사 통합운영, 구호 약품의 관리규정, 인근 지역 의료기관을 활용한 의료지원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한편 「재해구호법 시행령」에 구호의 구체적인 방법은 행정안전부 장관이 보건복지부 장관 과 협의해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한다고 했으므로 「재해구호법 시행규칙」 제2조(의료서비스의 제공 등) 2항 의료지원반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336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명시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검토해 아래 와 같은 개선 대책을 제안한다. 첫째, 행정안전부 장관은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해 「재해구호법 시행규칙」에 명시된 의

료지원반의 업무를 구체화하여 ‘재해구호 의료서비스’의 내용과 범위를 매뉴얼에 명시한

다. 우선 응급의료기관은 협조요청을 거부할 수 없으므로 동원 기준 및 기간을 분명히 해

지역 사정에 따라 장기간 동원으로 인한 응급의료의 공백이 없도록 해야 한다. 또 보건소 를 중심으로 이재민에게 제공하는 진료활동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의료법」 [2021.12.30. 시행] [법률 제17787호, 2020.12.29., 일부개정] 등 다른 법령과의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하 며, 관련 민간단체에 요청하는 의료지원의 범위 및 종류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의료취약지 역이 아닌 경우, 인근 민간 의료기관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협조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위에 명시된 사항을 재해구호계획 수립지침에 포함하고, 지역보건의료계획에 반영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보건법」 [2022.1.13. 시행] [법률 제17893호, 2021.1.12., 타법개 정]의 보건소의 업무에 재난대응을 포함하고, 지역보건의료계획 수립·시행·평가에도 적 용해야 한다. (2) 재난심리지원 관련 법령 개정 등 개선 방안 현재 재난심리지원 관련 법령은 「재난안전법」·「재해구호법」·「정신건강복지법」·「응급의

료법」과 그 밖의 하위 법령들이다. 해당 법령들은 재난심리지원 중 긴급하게 필요한 심리 적 응급처치와 이후 시행돼야 하는 전문적인 치료지원을 구분하지 않아 담당 업무와 책 임이 명확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2021년 개정된 「재난심리회복지원 업무매뉴얼」과 2022년 「재해구호계획 수립지침」은 심리회복지원을 좀 더 실효적이고 상세하게 규정했으므로 이 에 맞춰 관련 법령을 정비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한편 재난심리회복지원에서는 긴급구조단계에서의 심리적 응급처치가 강화돼야 하며, 유 엔의 인도적 지원기관 간 상임위원회(IASC)의 「재난 시 정신건강 및 심리·사회적 지원에 관 한 가이드라인(MHPSS)」에 부합하는 심리·사회적 구호체계가 마련돼야 하고, 재난심리회복 지원센터의 역량 강화를 위해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지역 협업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 한 문제점을 검토해 아래와 같은 개선 대책을 제안한다. 첫째, 「재난안전법 시행령」 제63조 “차. 긴급구호”의 ‘위기 상담’, 「재해구호법 시행령」 제2조 제5항의 ‘심리진단’을 ‘심리적 응급처치’로 개정해야 한다.

제3장

337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둘째, 대응단계에서 이뤄져야 하는 심리적 응급처치는 긴급구조지원기관인 대한적십자

사의 긴급구호활동에 포함되므로 대한적십자사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의 장이 국가긴급 구조대응계획의 재난심리상담 업무를 수행하며 현장 권한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중앙재난심리회복지원단 구성 기관에 소방청과 해경 등 구조기관들의 참여를 의무 화해 긴급구조 시 긴급구호활동으로 심리적 응급처치가 수행되도록 해야 한다. 넷째, 「재난안전법 시행령」의 상담활동 지원계획에 대한 5개년 기본계획과 연차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계획에는 전담인력 확충, 유관기관 협업체계 구축 계획, 교육·연구·홍보 계획, 국제적 기준의 심리·사회적 구호 활동 방안 등이 포함돼야 한다. 다섯째, 「재난안전법 시행령」에 자원봉사자 교육훈련 사전 시행 사항 및 심리적 응급처치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재난피해자를 대면하는 자원봉사자가 심리적 응급처치를 이해하 고 동일한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이 선행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재해구호 전문인력 양성기관 지정 기준·절차 및 교육 운영 규정」 교과목 편성기준에 재 난심리회복지원 업무 매뉴얼을 준용할 수 있다. 여섯째, 「재난현장 통합자원봉사지원단 운영 매뉴얼」에 인도주의적 활동 원칙과 피해자 보호 수칙을 명시하고, 심리·사회적 지원을 구호 기능과 통합해 수행해야 한다.

고위험군 재난심리지원 근거

338 제 3 장 세월호참사
개선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입했던 강원 동해안 산불, 포항지진 등의 재난 때도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실질적인 심리지원 업무를 수행했다. 허베이스트리 트호 기름유출사고, 강원 동해안 산불에서도 수습 및 복구 이후에
(3)
마련을 위한 「정신건강복지법」개정 재난심리회복지원은 「재해구호법 시행령」 중 심리회복지원에 대해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정신건강 증진시설과 진료 연계를 하게 돼 있다. 정신건강 증진시설은 정신의료기 관, 정신요양시설 및 정신재활시설로 정신건강 복지센터는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로 심리회복지원 과정에서 정신건강 증진시설로 연계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고 대부분 지 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의뢰하고 있다. 「세월호피해지원법 시행령」에도 정신건강 복지센 터와 연계하게 돼 있으며, 국가트라우마센터가
피해지역 주민이 극단

적 선택을 하는 등 고위험군에 대한 장기적인 관찰과 치료 등 사례관리가 적재적소에 이

뤄져야 했으나, 대부분 의료취약지역에는 정신건강 증진시설이 부족해 정신건강 증진시

설로 연계하는 것은 실정에 맞지 않았다.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정신건강 증진시설, 사회복지시설, 학교 및 사업장과 연계체계 를 구축해 지역사회에서의 정신건강 증진사업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 사업을 수 행하므로, 재난피해자 고위험군에 대한 장기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지원 근거를 마련해 야 한다. 이에 다음과 같은 개선 대책을 제안한다. 첫째, 「정신건강복지법」의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재난피해자 중 고위험군에 대한 정신건 강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 이를 국가트라우마센터나 권역별 트 라우마센터가 지원하도록 규정해야 한다. 둘째, 정신건강의학과가 부족한 의료취약지역에서도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재난 피해자 정신건강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재난심리지원의 전문성 및 역량 강화를 위해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재난피해자 전담인력을 두고 교육·훈련을 의무화하도 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재난대응 준비 정도는 지역마다 편차가 크므로, 모든 지역에서 일정 정도의 역량을 갖춘 재난심리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대비 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마) 추모 개선 및 혐오표현 확산 방지 대책 (1) 재난 희생자 추모 법제화 및 추진 매뉴얼 마련 재난희생자를 추모하는 것은 피해자의 권리이자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회적 기 억으로 남겨 공동체를 회복하는 일이지만 현행법상 국가가 추진할 근거는 없다. 「세월호 피해지원법」에 “국가 등은 추모사업을 시행해야 하며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경우 지 원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나 이는 세월호참사에 국한된 것이며 사업 및 행정 추진의 근 거 규정일 뿐이다. 유엔총회와 유엔인권이사회 등에서 추모사업을 국가의 책무로 명확히 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한편 희생자에 대한 사회적 추모의 중요 성을 고려해 재난 시 국가가 추모사업을 추진하도록 법에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3장

339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사회재난 구호 및 복구 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과 「사회재난 구호 및 복구비용 부 담기준 운영지침」에 추모사업에 관한 규정이 마련됐다. 그러나 추모사업은 피해자 유가족 과의 소통, 지역주민들의 의견 수렴,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협의 등 오랜 시일이 소요되는 사업이며 이해관계자 간의 첨예한 갈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사업 추진의 책임이 있는 주관기관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관련 매뉴얼 등을 갖춰야 한다. 추모시설 건립은 공공건축물로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 [2020.12.10. 시행] [법률 제17344호, 2020.6.9., 타법개정]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피해자들과 지역주민 이 이러한 절차와 시간 소요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히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조치 가 필요하다. 한편 세월호참사 추모사업의 추진과정에서 사업의 주체 및 책임 소재가 불 명확해 사업 추진에 지연과 혼선이 초래된 바 있으므로, 전체 추모사업을 총괄해 운영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종합해 아래와 같은 개 선 대책을 제안한다. 첫째, 「재난안전법」에 추모사업 및 추모시설 설치·운영에 관한 조항을 신설해 사업의 목

적과 운영 주체를 명시해야 한다. 재난에 대한 사회적 기억을 보존하고, 재난의 교훈을 계 승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재난 시 국가가 희생자 추모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법 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사회재난 구호 및 복구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과 「사회재난 구호 및 복구비 용 부담기준 운영지침」에 추모사업 추진 세부 절차를 개정해 운영비 지급 규정 등을 명시 해야 한다. 「자연재난 구호 및 복구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 [2022.1.13. 시행] [대통 령령 제32223호, 2021.12.16., 타법개정]에 국고의 지원 대상을 지방자치단체의 최근 3년 간의 평균 재정력 지수에 따라 상세히 구분하고 있는 것과 같이 사회재난 또한 추모사업 시행과 운영비 지급에 대한 분명한 예산 지급기준을 수립해야 한다.

재난희생자

매뉴얼을 마련해 관련 기관과

피해

등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매뉴얼에는 시설 건립에 대한 예산 규정뿐만 아니라 운영비 분담원칙이 명시돼야 한다. 추진과정에서 고려할 사항으로 입지 선정 시 중요 고려 기준마련, 피해자 의견 수렴 방안, 이해관계자 간 갈등 해결 방안 등이 포함돼야 하며, 이

340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셋째,
추모사업 추진에 대한
지방자치단체,

를 위해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 등의 갈등조정협의회 구성을 적극적

으로 활용하는 등 중앙정부의 조정 권한과 임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넷째, 추모사업을 총괄 지원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조직 또는 기구를 마련해 재난과 관련 된 여러 추모시설의 종합적 관리 및 유기적 운영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한다. 가령 세월 호참사의 경우 추모사업이 다양하므로, 각 추모사업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 심의 및 의결권이 있는 지원 추모위원회의 역할이 제고돼야 한다.

(2) 재난피해자 인권침해 및 혐오표현 확산방지를 위한 관계기관 역할 강화 세월호참사 이후 피해자들에 대해 경제적 보상이나 특혜 등의 키워드로 명예훼손과 혐오 표현이 계속되면서 참사와 피해자에 대한 인식이 왜곡됐고, 피해자들은 인간관계 변화와 사회적 고립을 겪어야 했다. 이는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피해자들의 정당한 권리 주장을 왜곡·폄훼했고, 이들에게 2차 가해를 함으로써 고통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다. 배·보상과 관련한 왜곡된 인식에 따른 지속적인 공격으로 인해 피해자의 진상규명 요구 가 폄훼되는 문제도 함께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누구나 재난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진상규 명을 통한 재발 방지와 재난의 회복이 사회적 과제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는 원인과 책임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할 수 있 고, 배·보상과 일상 회복을 위한 사회적 지원을 받는 것이 피해자의 권리이며 이를 보장하 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사회에 정착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피해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국민에게 알림으로써 재난피해자에 대한 인권침해 및 혐오표현으로 인한 피해 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편으로 현행법상 모욕죄는 친고죄이므로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데 재난 발생 후 해당 기간 내 피해자가 범죄사실을 인지하거나 고소를 진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한계가 있다. 또 세월호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훼손 및 모욕, 혐오 표현에 대한 법적 처벌은 미약했다. 세월호참사 혐오표현과 관련해 사법처리된 사례들에

제3장

341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는 주로 모욕죄가 적용됐는데, 모욕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없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으

며 공소 제기 후 유죄 선고가 내려져도 형량의 상한선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이었다. 또한 ‘세월호는 교통사고’ 등의 표현은 ‘사실’을 범죄성립요건으로 하

는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고 모욕죄로 처벌할 수도 없다. 그러나 현행 법제 내에서 재 난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및 혐오표현의 처벌 강화는 심도 있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재난피해자의 인권침해 및 혐오표현에 대한 인식 강화를 중심으로 다음과 같은 개선 대 책을 제안하며 구체적인 실행에 국가인권원회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것을 권고한다.

첫째, 재난피해자의 인권침해 및 혐오표현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실태를 조사·연구해 결과를 공표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국가인권위원회는 연구 과제 등을 통해 혐오표현의 개념을 도입하고 있지만, 차별 및 혐오표현 업무에서 재난피 해자와 관련한 내용과 사례의 포함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으므로 개선이 필요하 다. 궁극적으로 재난피해자의 인권에 기초해 재난피해자 인권침해 및 혐오표현 확산방지 를 위한 국가인권위원회 역할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둘째, 재난피해자의 인권침해 및 혐오표현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 해 관련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시행하는 인권교육프 로그램이나 교재 등에 재난피해자 인권침해와 혐오표현 내용을 포함하고, 방송통신위원 회·언론중재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인터넷심의위원회·신문윤리위원회 등의 심의 기준에 재난피해자 명예훼손·모욕·혐오표현을 포함해 규제를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 다. 또 언론과 IT 기업(SNS나 포털 등)들이 혐오표현 확산방지를 위해 자율규제를 할 수 있도 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촉진해야 한다. 셋째, 현행 법제 내에서 재난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및 혐오표현의 처벌 수위를 강화해

한다. 이를 위해 ①재난 관련 기본법인 「재난안전법」에 재난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모욕 및 혐오표현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벌칙 조항을 신설하는 방 안 ②「형법」상 모욕죄의 형량을 가중하거나, 전파성이 높은 수단을 이용해 모욕죄를 범한

342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경우, 가중해 처벌하는 방안 ③「정보통신망법」에 모욕죄를 신설하고 그 형을 「형법」에 따 른 모욕죄보다 가중해 처벌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넷째, 형사처벌이 필요할 정도의 심각한 인권 침해적 표현의 경우, 피해자가 모욕죄 기간

내 고소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고소 여부 및 고소 기간 경과와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수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모욕죄는 친고죄이므로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으면 공소 를 제기할 수 없는데, 재난피해자에 대한 인권 침해적 표현은 2차 피해를 유발한다는 점 을 고려하면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피해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다섯째, 방송사와 언론사 등은 자체적으로 다양한 사례와 교육 자료를 이용해 재난 보도 훈련을 진행해 재난피해자를 대하는 태도를 숙지하며, 공영언론은 체계적이고 구체적으 로 만든 지침을 바탕으로 의무교육을 주기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또 언론 자율 규정에 재 난피해자가 포함돼야 하며 참사현장에서 재난피해자 보호를 위한 방안, 재난피해자들에 대한 혐오표현 등 명예훼손성 표현들에 관한 언론 보도 기준을 직접 명시해야 한다.

3) 다양한 피해자·피해집단·피해지역 지원 개선 대책 가) 특별재난지역 개념 정리 「재난안전법」상 생활안정자금 지원 범위는 자연재난과 사회재난 중 특별재난지역으로 선 포된 지역이다. 또 특별재난지역의 경우에는 중대본부장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지 않은 경우는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의 심의를 거쳐 지역 대책본부장이 지급기준을 정한 후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별재난지역은 ‘지역 또는 공간’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자연재난에 적합한 개념으로 사회 재난에는 합당하지 않다. 이를 사회재난에도 적용하다 보니 동일한 재난의 피해자들이 특별재난지역 거주 여부에 따라 지원이 달라지거나, 특별재난지역의 거주자가 아니지만, 해당 재난의 피해자여서 지원 대상자에 포함해야 하는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2017년 개 정된 「재난안전법」 [2018.1.18. 시행] [법률 제14553호, 2017.1.17., 개정]의 생활안정자금의 지원기준에 따르면, 같은 사회재난인데도 특별재난지역 거주자는 국가 예산, 특별재난지 역 이외의 거주자는 지방예산으로 지원하게 돼 어느 때는 특별재난지역 이외 지역의 재난

제3장

343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피해자는 생활안정자금을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몇 가지 방안을 검토해 개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사회재난 발생 시 피해자들에게 긴급하게 지급돼야 할 생활안정자금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지 않 은 지역의 피해자도 특별재난지역 거주자와 동일한 방식과 절차로 받을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하는 방안, 자연재난에는 기존의 특별재난지역 개념을 사용하되 사회재난에는 특별 재난자 등의 적합한 개념을 신설하는 방안,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에 모두 통용될 수 있는 지원 대상의 개념을 신설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나) 피해지역 지원 개선 「세월호피해지원법」은 특별재난지역 회복을 위해 경제 활성화 사업, 공동체회복프로그램 을 추진하도록 명시하고 있으나 재난지역 회복력의 개념과 기준이 없었다. 회복력은 재난 관리 단계 중 복구에 포함되는 개념으로, 복구 과정을 통해 도달한 상태이자 목표로써 예 방 단계로 이어지는 환류 개념을 포함한다. 이러한 개념이 반영되지 않아 해당 사업들은 기존 사업들과 유사하게 진행돼 재난지역 회복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또한 「재난안전법」의 특별재난지역 피해조사 이후 수립 및 시행해야 하는 자체복구계획, 「사회재난 구호 및 복구 업무편람」에서의 무형의 피해를 고려한 복구계획에는 구체적인 항목과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으며, 「중대본 중앙재난피해합동조사단 운영규정」의 피해조 사 항목에도 무형의 피해에 대한 조사항목이나 기준이 없다. 2015년 제3차 유엔 세계재난 위험경감총회(the 3rd UN World Conference on Disaster Risk Reduction)에서 채택한 센다이 강령(SFDRR: Sendai Framework for Disaster Risk Reduction 2015-2030)은 기존의 물리적 대응 중심의 재난관리에서 사람 중심의 예방 전략을 통해 회복력을 높이는 재난위험관리로 방향을 전환한 바 있는 데, 이를 기준으로 국내에서도 재난 회복력을 고려한 복구의 원칙을 수립하고 피해 조사 항목에 관련 항목을 추가하고 기준을 분명히 제시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에 다음 과 같은 개선 대책을 제안한다.

344 제 3 장 세월호참사
문제와 개선
피해지원의

첫째, 「재난안전법」 제1조376)에 ‘복구’의 목적이 재난회복의 달성이라는 점을 명시하고 재

난회복의 개념을 규정해야 한다. 재난회복이란 재난으로 경제·사회·환경·시설 및 인프라

등이 충격을 받은 뒤, 복구를 통해 이전 모습으로 회복된 상태를 의미하는데, 위의 개념을 법 개정 때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둘째, 「중대본 중앙재난피해합동조사단 운영규정」 피해 조사항목에 통합적 회복계획 수 립을 위한 조사항목을 추가해야 한다. 현행 피해주민 지원, 구호대책, 사상자 치료에 더해 심리회복 지원, 주민갈등 예방 및 완화조치,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 공개, 피해자와 주민 의 견 수렴, 공동체회복사업,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 지역 재난회복 거버넌스 운영 등을 추가 해 무형의 피해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제3장

등에 대한 지원 및 지도)의 구체적 지도·점검 기준과

원칙을 제시해, 지방자치단

345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체가 구체적인 운영 지침에 따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376) “제1조(목적) 이 법은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토를 보존하고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국가와 지방자치 단체의 재난 및 안전관리체제를 확립하고, 재난의 예방·대비·대응·복구와 안전문화활동, 그 밖에 재난 및 안전관리에 필요 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셋째, 무형의 사회적 피해와 중장기적 회복계획을 포함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중대본의 의 결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세월호참사 당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안산시와 진도군은 지역주민들과 민간기관들 이 자발적으로 복구 과정과 공동체 회복에 참여했다. 민간의 참여는 공동체 회복의 중요 한 요소였지만, 효율적인 조정과 지원이 미흡해 중장기 회복 동력으로 이어지는 데 한계 가 있었다. 재난대응·복구 시 지역 민관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재난안전법」 에 따른 ‘안전관리민관협력위원회’의 기능 강화 등 개선이 필요하다. 이에 다음과 같은 개 선 대책을 제안한다. 첫째, 지역민관협력위원회의 실효적 운영방안 마련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수렴 하고 현황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운영 지침을 수립해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 「재난안전법」 제13조(지역위원회

둘째, 재난 이후 복구단계에 협력해야 하는 지역사회 자원을 사전에 발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민관협력위원회에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기관(재난거점병원·보건소·적십자사·자원봉사

센터·사회복지기관 등)을 지정하고, 재난 안전 취약계층 관련 지역기관(장애인시설·외국인지원센터·가족센터

등)의 참여와 의견 수렴을 보장해야 한다. 셋째, 시·군·구 안전관리계획의 수립 시 안전민관협력위원회를 통해 사회복지기관 등 관 련 기관과 지역 기반 기업·민간단체·지역주민이 함께 실질적인 계획을 세우고 의견이 반 영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민관이 협력해 정책을 개발할 때는 재난에 특히 취약한 여성· 청소년·장애인·저소득층 등 안전취약계층이 재난위험 경감 프로그램의 정책 주체자로

서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넷째, 재난 지원에 참여하는 민간을 보조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에 비용 지급의 원칙을 포 함해야 한다. 다) 동원·봉사 인력 지원 개선 세월호참사 당시 수색·구조에 동원된 민간 잠수사와 진도 어민은 신체적 부상 외에도 정 신적 피해가 매우 컸다.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재난의 경우 구조자는 외상 후 스트레 스 장애 등 정신적 고통이 심해질 수 있으나 현행법은 보상금과 치료비 지급 대상을 “부상 (신체에 장애를 입은 경우를 포함한다)”으로만 규정하고 있고, 정신적 질환 포함 여부는 명시돼 있지 않다. 시행령 등에서 정신적 질환이 범위로 포함되기는 하나 통상 ‘부상’ 용어를 정신적 영 역에는 사용하지 않으므로 법에 명시함으로써 범위를 명확히 하고 이를 통해 정신적 질 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가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377) 또한 「수상구조법」에서는 수난 구호 종사자가

346 제 3 장 세월호참사
문제와 개선
피해지원의
부상 또는 사망한 경우, 보상금을 지급할 때 「의사상자법」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국가의 종사 명령으로 구조업무를 한 사람은 국가 와의 관계에서 공무원에 임용된 것과 유사하므로 직무 범위 외의 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 377) 「의사상자법」은 시행령에서 정신적 장애와 관련하여 등급의 범위 안에 규정하고 있으나 법에서는 의상자를 정의하면서 인 정되는 부상을 ‘신체적 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재난안전법」은 자원봉사자, 응급조치 종사명령을 받은 사람,
구조활동 참여 민간 긴급구조지원요원이 부상 또는 부상으로 인한 장애를 입은 경우에 치료를 실시하고 보상금을 지급하 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였으나(제65조제1항) 여기에서도 부상으로만 규정했을 뿐 신체적·정신적 언급은 없다.
긴급

하는 「의사상자법」 준수는 합당하지 않다. 또 국가의 종사 명령에 의한 수난 구호와 기타

타 법률에 규정된 “국가로부터 부름”에 응한 사람들과의 보상을 비교할 때 「수상구조법」

제3장

대한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 로, 자원봉사자의 치료비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마련해 야 한다. 378) “제29조5항 보상금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으로 하며, 그 기준 및 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다. 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보상기준을 준수하여야 한다.”

347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상 민간 잠수사 등 종사 명령에 응한 사람의 처우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는 문제도 있다. 한편 세월호참사 수습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도 신체적 부상 이외에 정신적 피해의 고통 도 매우 컸지만, 「자원봉사활동 기본법」 [2017.7.26. 시행] [법률 제14839호, 2017.7.26., 타 법개정]에는 상해보험에 가입해 보험금을 수령, 치료비를 대신하도록 규정하고 있기에 누 락자가 발생하거나 정신적 피해는 포함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자발 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의 공익적 활동은 복구와 회복에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고려할 필 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종합해 아래와 같은 개선 대책을 제안한다. 첫째, 「재난안전법」·「수상구조법」·「의사상자법」의 ‘부상’에 ‘정신적 질환’이 포함되도록 명 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수상구조법」 제29조(수난구호를 위한 종사명령 등), 제30조(민간해양구조대 원등의 처우), 「재난안전법」 제65조(치료 및 보상), 「의사상자법」 제1조(목적), 제2조(정의)에 규정된 ‘부 상’에 정신적 질환 포함을 명시해 개정해야 한다. 둘째, 민간 잠수사 등의 치료와 보상을 위해 「수상구조법」 보상기준에 예비군 보상제도 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2023.7.1. 시행] [법률 제18928호, 2022.6.10., 일부개정]을 준 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수상구조법」 제29조5항378)의 「의사상자법」 대신 예비군과 유사 한 보상제도를 준용하거나, ‘종사 명령’을 국가와 민간 잠수사 간 고용계약의 하나로 보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준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셋째, 자원봉사활동 중 부상에 대한 치료비 지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자원봉사활동 기 본법」에 부상자 치료비 지원 근거조항을 마련한다. 공익적 활동을 위해 봉사활동에 참여 한 자원봉사자가 스스로 위험에

라) 안전취약계층 지원 개선

세월호참사 당시 「재난안전법」에는 안전취약계층이 명시되지 않았다. 현재는 안전취약계 층을 어린이·노인·장애인·저소득층 등 신체적·사회적·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재난에 취 약한 사람으로 명시하고 있으나, 여기에 외국인은 포함돼 있지 않다. 외국인은 언어적·문 화적·경제적 취약성으로 인해 재난에 대한 대응이 내국인보다 어려운 측면이 있으나 지 원의 법적 근거는 부족하다. 또한 관련 법에서 ‘안전취약계층’과 ‘구호의 대상’, ‘구호 약자’ 등 용어가 통일되지 않아 재난 피해지원에서 형평성과 일관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재해구호법 시행령」에 재해구호계획에 포함돼야 할 사항 중 안전취약계층 관련 구호교육 사항이 명시돼 있지 않다. 세월호참사 당시 안산시는 기존 부서의 업무에 따라 노인·장애인·외국인 등 피해자지원 을 위한 담당 부서를 지정했으나 필요한 지원을 발굴하거나 능동적인 피해지원을 수행하 지 못했다. 또 2018년 6월 세종시 공사현장 화재사고에서 다수의 외국인 사상자가 발생 했을 때 사고 이후 세종시 통합지원본부에서 피해지원 애로사항을 행정안전부에 전달해 「위기관리 표준매뉴얼」 개정에 반영할 것을 요청했으나 외국인 사상자 보호, 대사관 연계 지원 등 재난현장에서 효과적인 구호와 지원을 위한 세부적인 사항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외에도 행정안전부에서 마련한 안전취약계층 대책은 예방적 차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 어 실제 재난 발생 시 이들에 대한 효과적인 구호 및 지원 관련 사항은 미흡한 실정이다.

한편 중앙부처에서 진행하는 안전취약계층 관련 사업은 2020년 기준 총 98개로, 사업내 용은 제도 수립 및 법 개정(20개)과 안전교육(24개) 등에 집중돼 있다. 행정안전부·보건복지 부·소방청 등 여러 부처가 관여하고 있는 현행 안전취약계층 안전대책 관련해서는 종합 적인 총괄기능을 누구도 하지 않으며 추진과제가 부처 간에 서로 중복되거나 업무 협조 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책 수립 및 추진 사항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대 응 및 복구단계에서의 문제점을 검토해 다음에 발생할 재난의 성공적인 예방 및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환류 과정이 적절히 이뤄지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위와 같은 문제점 을 검토해 아래와 같은 개선 대책을 제안한다. 첫째, 「재난안전법」의 안전취약계층에 외국인의 취약성 반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행

348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안전취약계층의 개념을 어린이·노인·장애인·저소득층 등 신체적·사회적·경제적 요인으

로 인해 재난에 취약한 사람과 더불어 언어적·문화적 요인으로 인해 재난에 취약한 외국

인도 포함되도록 개념을 확장해야 한다. 둘째, 「재해구호법」 구호의 대상에 안전취약계층을 추가하고, 「재해구호법 시행령」 구호 약 자에 어린이·노인·장애인·외국인 등 안전취약계층을 명시해야 한다. 「재해구호법」은 재 난수습·복구 단계의 주요 법령으로 구호기관인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근거로 지원하게 되므로 「재난안전법」에서 명시된 안전취약계층의 범위를 고려해 「재해구호법 시행령」의 구호 약자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셋째, 「재해구호법 시행령」 재해구호계획에 포함해야 할 사항에 안전취약계층의 특수한 환경을 고려한 재난구호 교육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추가해야 한다.

제3장

세월호참사 당시 국무총리 주관 대책회의에서 교육부는 단원고 실종 자 가족들을 지원하는 업무를 수행하기로 했으나, 실제 이 업무는 전라남도·안산시·진도 군·경기도교육청이 주로 담당했다.

349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넷째, 안전취약계층의 재난대비뿐만 아니라, 재난 발생 시 취약계층이 마주하게 될 특수 한 위기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안전취약계층 맞춤형 재난대응 매뉴얼」을 마련 해 효과적인 구호 및 지원에 활용해야 한다. 다섯째, 안전취약계층의 안전대책에 대한 총괄 부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마) 교육기관의 재난대응 및 피해지원 개선 세월호참사는 단위학교가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재난이었고, 학교 내 출입 관리, 보호자 안내, 언론대응 등 학교현장은 매우 혼란했다. 또 교육부·경기도교육청·단원고가 소재한 지역에서 사고 발생 지역이 멀어 교육기관 인력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 으며, 즉각적인 현장대응을 위한 협조체계가 미비해 생존학생과 교사들은 교육기관의 보 호를 받지 못했다.

재난 및 사고에 따른 학교구성원의 피해가 클 경우, 교육기관의 특수성을 고려한 피해지원

이 이뤄지도록 교육부 주도의 피해지원체계가 마련돼야 하지만 현행 「재난안전법」에 따

른 재난 및 사고 유형과 기관별 주관·협조 유형의 체계와 매뉴얼로는 교육부가 학교구성

원의 피해를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고, 학교구성원 피해지원에 교육부의 역할이 명확하게

설정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

따라서 재난대응 시 단위학교 등 교육기관별 역할을 명확히 하고, 지역 간 협조체계를 마 련할 필요가 있으며, 교육부가 주관하는 재난이 아니더라도 학교구성원의 피해가 클 경 우를 대비한 피해지원의 실무체계와 매뉴얼을 갖출 필요가 있다. 이에 다음과 같은 개선 대책을 제안한다. 첫째, 교육부·교육청·단위학교 등 교육기관별 재난대응 역할을 명확히 해 국가 안전관리 기본계획과 집행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시공간적으로 먼 지역에서 재난이 발생할 경우, 관 할 교육청이 지역사고수습본부로 지정돼 현장대응팀이 도착할 때까지 현장대응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거나 시·도 교육청이 단위학교에 현장대응팀을 파견해 현장통제 및 상황관 리 업무를 수행하고, 단위학교의 교육과정이 중단되지 않고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역할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재난의 유형과 관계없이 학교구성원의 피해가 클 경우 적시에 체계적인 피해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피해지원 실무체계와 구체적 지원 내용 등을 매뉴얼에 반영하고, 교육 부 국가 안전관리 집행계획에 해당 내용을 담아 재난대응 체계에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 세월호참사 당시에는 재난 및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교육기관 내 심리지원에 관한 규정은 없 었다. 참사 직후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이 단원고에 정신과 전문의와 전문상담교사를 파 견했는데, 서로 협의가

350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없었고 해당 인력 간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으며 외부인력(스쿨닥터 등) 이 학교에서 심리지원을 하는 것에 대한 학교 측의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또 참사 당일 보호자들이 사고현장으로 이동한 이후 남게 된 미성년 형제자매들에게 단원고와 그 외 학교의 응급심리지원 등 보호 조치는 없었다. 참사 이후 「학교안전법」에 학교구성원과 가 족에 대한 상담 등 치료비 지원 근거가 마련됐으나, 학교구성원 다수가 피해를 보는 재난

및 사고 발생 시 교육기관 특성에 맞는 심리지원의 방법과 절차가 제시돼 있지 않아 체계

적인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또 참사 이후 교육부가 「학교를 위한 응급심리지원 입문서」를

방법과 절차를 제시한 「학교구성원 재난심리회복지 원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이 매뉴얼은 교육기관의 특수성과 학교구성원들의 중장기적 트라우마까지 포괄적으로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379) 이를 위해 교육부는 ①학교구성원의 재난심리회복지원 관련 법·제도 운영 ②예산 확보 및 지원 ③전문가 인력풀 구성·운영 ④전문교육 운영 ⑤정보시스템 운영 ⑥사업평가, 홍보 및 연구개발 ⑦학교치유회복지원협의회 운영 ⑧ 중앙재난심리회복 지원단과의 연계 등을 해야 하고, 시·도 교육청은 ①치유회복지원센터 운영 ②자체 예산 확보 및 집행, 교육·훈련 프로그램 개발 ③지역사회 연계 ④시·도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와의 연계 등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제3장

351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제작했고 교육부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가 해당 내용으로 학생 정신건강 관련 교직원 직 무연수, 교원 전문성 강화 원격연수, 학교 응급 심리지원 교직원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으 나 필수 과목은 아니며 개인이 신청 시 원격수업으로 지원하는 정도다. 한편 세월호참사 이후 경기도교육청·전라북도교육청·전라남도교육청은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자치법규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러한 방식은 희생자 추모를 위해 개별 재난 및 사고별로 자치법규를 제정하고 시행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학교구성원이 다수 사상 할 경우 남은 구성원들의 치유나 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도 희생자에 대한 기억·추모사업 은 중요하다. 교육부가 기억·추모활동의 법률 근거를 마련해 재난 및 사고로 희생된 학교 구성원을 기리는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학교구성원의 치유회복을 위한 재난심리지원과 희생자 기억 추모에 대해 다음과 같은 개 선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교육기관 특성에 맞는 학교구성원 재난심리회복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학교구 성원의 재난 심리 및 치유회복은 단위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며 여러 기관의 협업이 있을 때 효과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심리 및 치유회복 프로그램 운영·협력 체계는 교 육부, 시·도교육청, 학교, 전국 단위 관계기관, 관련 학회·협회, 시·도 재난심리회복지원센 터, 시·군·구 지역 의료기관 등과 연계된 협력체계로 이뤄져야 한다.379) 둘째, 재난 시 학교구성원 심리치료 지원이 적시에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기관 특성에 맞는 구체적인 심리치료 지원

셋째, 「학교안전법」과 「아동복지법」 [2022.7.1. 시행] [법률 제17784호, 2020.12.29., 일부개 정]의 재난대비 안전교육에 학교구성원 관련 응급심리지원 사전교육을 명시하고, 교원 직 무연수 기본계획에 해당 교육을 포함하도록 해야 한다. 상담교사뿐만 아니라 학교구성원

모두가 교육을 기본적으로 이수할 수 있도록 교원 직무연수 기본계획에 응급심리지원 사 전교육을 포함해 학교 응급상황 발생에 신속하고 실효성 있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강 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교구성원의 기억과 추모활동과 관련해 「학교안전법」에 재난 및 사고로 희생 된 학교구성원에 대한 기억·추모활동 등에 관한 조문을 신설하는 등 관련 법적 근거를 마 련해 희생된 학교구성원을 위한 추모사업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52 제 3 장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제3장

353
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와 개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제4장

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1. 피해지원 문제점 분석의 기준과 범주 가. 피해지원 문제점 분석의 기준 본 장은 가습기살균제 세월호참사에 대한 피해지원의 문제점을 도출하고, 양 참사를 포 함한 재난 피해지원의 개선 방향과 정책 마련의 토대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본 장에서는 국제사회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는 유엔의 피해지원 원칙과 가이드 라인을 기준으로 피해지원 실태를 점검한다. 여기에는 크게 네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국내 피해지원 관련 법과 관점에 한계가 있다. 현재 피해지원은 「재난안전법」과 「재 해구호법」에 토대를 두고 추진된다. 하지만 두 법 모두 공급자 중심의 시혜적 관점에서 피 해지원의 대상과 내용, 기간 등을 매우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피해지원 실태

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제4장

355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점검과 정책 제안을 위한 기준으로는 적절하지 않다.380) 381) 382) 383) 384) 385)

둘째, 피해지원 특별법에 한계가 있다. 「세월호피해지원법」·「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의 제정과 운영은 재난 피해지원의 관점과 대상, 내용 등의 변화 에 많이 기여했다. 하지만 특별법제정 시점과 제정 맥락, 특별법이라는 한계, 제기되는 다 양한 미비점을 고려할 때 특별법 역시 기준이 되긴 어렵다.386)

셋째, 국내에서 논의가 부족한 점도 중요한 이유다. 세월호참사를 계기로 재난 피해지원 에 관한 새로운 관점과 논의가 생성되고 있지만, 아직 경험적으로 검증되거나 폭넓게 사회

적·학술적으로 합의를 이룬 대안은 없다.387) 388)

넷째, 반면에 유엔 차원의 피해지원 원칙과 가이드라인은 수많은 경험과 풍부한 논의의 산물로 국제사회에서 보편적(Universal)으로 통용되는 보증된 접근 방법이다. 국제인권 규

범과 인권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도 국내에 적용하는 데 큰 장점이 된다. 물론 기준이 다소 추상적이고 일부 미흡한 지점이 있지만, 각 기준을 종합해 구성한다면 현 상황에서

문제점 도출과 대안 마련의 기준으로 가장 적합해 보인다.

380) 위원회, 박희, “국내 중대재난피해지원 실태조사: 포항지진과 제천화재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사단법인 국가미래정책발 전연구원, 2018

381) 위원회, 이혁구, “세월호참사 피해자 지원 심화연구”,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 2019

382) 위원회, 이진국, “재난피해지원 법제 분석 및 개선 연구”, 아주대학교 산학협력단, 2020

383) 위원회, 유해정, “제1회 사회적참사 피해지원 포럼: 사회적참사 피해자권리 관점의 변화”, 2019

384) 위원회, 황필규, “제1회 사회적참사 피해지원 포럼: 사회적참사 피해자권리 관점의 변화”, 2019

385) 위원회, 황필규, “제5회 사회적참사 피해지원 포럼: 참사 피해자 법률지원, 어떻게 할 것인가?”, 2019

386) 위원회, 이진국, “재난피해지원 법제 분석 및 개선 연구”, 아주대학교 산학협력단, 2020

387)

위원회, 유해정, “제1회 사회적참사 피해지원 포럼: 사회적참사 피해자권리 관점의 변화”, 2019

388) 위원회, 이진국, “재난피해지원 법제 분석 및 개선 연구”, 아주대학교 산학협력단, 2020

356 제 4 장 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나. 유엔의 피해지원 원칙과 가이드라인

1) 인권 기반 접근389)

인권 기반 접근(HRBA)은 국제인권기준에 기반을 두고 인권의 증진과 보호를 목표로 개발

된 실행의 틀이다. 권리자의 역량을 강화하고 국가 책무성을 높임으로써 차별적 관행과

불평등한 권력을 교정하는 데 목적이 있다. 유엔인권이사회 문서에 담긴 HRBA의 재난대 응 핵심원칙은 아래와 같다.

① 보편성 : 인권은 모두에게 예외 없이 보장돼야 한다.

② 불가분성 : 인권은 불가분하고 상호의존적이다.

③ 참여와 협의 : 모든 영역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결정에 참여해야 하고 이들의 의견은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④ 차별금지 : 피해자들, 특히 취약한 사람들의 특별한 필요를 충분히 고려하면서 인권은

어떤 형태의 차별도 없이 보장돼야 한다.

⑤ 책임성 : 권리 강제를 위한 책임 메커니즘이 만들어져야 한다.

⑥ 투명성 : 정부와 국내외의 인도적 지원 조직은 권리와 관련된 모든 정보와 의사결정에 투명해야 한다. 정부의 계획과 의사결정과정을 기록하고 보존해야 한다.

⑦ 피해 방지 또는 피해 최소화 : 인도적 지원 조직은 반드시 그(의도치 않은) 피해를 방지하거 나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2) 자연재난 상황에서 사람의 보호에 관한 IASC 운영 가이드라인390) IASC 가이드라인은 재난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재해구호 및 복구에서 인권 기반 접 근을 촉진하기 위해 2006년에 채택됐다. 4개의 장으로 구성된 핵심원칙은

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제4장

357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재난 및 발 생 직후에 우선시돼야 할 시민적·정치적 권리 △위기 상황 및 복구하기 전 모든 단계에 서 필요한 사회적 권리 △위기 상황 종료 후 복구 시작 단계에서 보장돼야 할 경제적·사회 적·문화적 권리 △회복 단계에서 더 중요해지는 시민적·정치적 권리 등을 규정하고 있다. 389) Human Rights-Based Approach, HRBA 390) IASC OPERATION GUIDELINES ON THE PROTECTION OF PERSONS IN SITUATIONS OF NATURAL DISASTERS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① 생명의 보호, 개인의 안전과 신체의 온전함, 가족의 유대

- 대피를 포함한 인명 구조, 가족 분리에 대한 보호, 자연재해의 2차 영향으로부터의 보호, 젠더 폭력을 포함한 폭력에 대한 보호, 집단 대피소 또는 호스트 패밀리(host families)391)와 공동체에서의 안전, 시신 수습 및 처리 등

② 음식·건강·대피소 및 교육에 관한 권리 보호 - 인도적 물품 및 서비스의 제공과 접근, 적절한 식품·물·쉼터·의류, 필수적인 건강 서 비스, 교육과 같은 특정 재화의 제공

③ 주택·토지·재산·생계, 중등 및 고등교육에 관한 권리 보호 - 주택·토지·재산 및 소유물, 임시보호소, 주택 및 퇴거, 생계와 노동, 중등 및 고등교육 ④ 문서(서류), 거주 이전, 가족 유대의 재정립, 의사 표현 및 선거에 관한 권리 보호 - 문서, 이동의 자유, 가족 유대의 회복, 표현·집회·결사·종교·선거권

3) 유엔 피해자 권리 장전392)

IASC 운영 가이드라인과 HRBA는 자연재난 피해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사회재난 나아가 복합재난 피해자들이 경험하는 피해지원의 문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는데, 이때 유용한 원칙이 ‘유엔 피해자 권리 장전’이다. 유엔 피해자 권리 장전은

2005년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돼, 널리 통용되고 있다. 모든 재난을 중대한 인권 침해로 규정할 순 없지만, 사회재난에서는 진실과 정의에 대한 권리보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① 정의에 대한 권리 - 평등하고 효과적인 재판접근, 적절하고 효과적이며 즉각적인 배상, 위반 행위와 배상 에 관한 접근권 - 국내의 효과적인

358 제 4 장 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사법적 구제수단에 대한 권리 391) 이주민, 난민 등이 집세를 내고 집주인과 함께 거주하는 시스템 392) 국제인권법의 중대한 위반행위와 국제인도법의 심각한 위반행위의 피해자 구제와 배상에 대한 권리에 관한 기본원칙과 가 이드라인

② 배상에 대한 권리

- 원상회복(restitution)·금전적 배상(compensation)·재활(rehabilitation)·만족(satisfaction)·재발방

지 보장(guarantee of non-repetition) 등의 피해회복 조치

③ 진실에 대한 권리 - 인권침해의 원인 및 조건에 대한 정보 접근과 알 권리

4) 유엔 기업과 인권에 관한 이행원칙393) 유엔인권이사회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인권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 해 2011년 6월 기업의 인권 책임에 관한 국제 프레임워크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기업은 국제인권기준이 확립하고 있는 권리와 의무를 책임 있게 시행해야 할 책임 주체라는 것이 주요한 관점이다. 이행원칙은 모든 국가는 물론, 모든 규모, 업종, 소유 형식이나 구조를 막 론한 초국적 기업과 그 밖의 비즈니스 기업에 적용된다. 주요 원칙은 다음과 같다. ① 국가의 인권 보호 의무 - 국가는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존중·보호·충족할 기본적 의무가 있다.

② 기업의 인권존중 책임 - 기업은 전문적 기능을 수행하는 사회의 전문기관으로서 모든 해당 법률을 준수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는 역할을 한다.

③ 구체성에 대한 접근 - 피해자의 인권이 침해되었을 때는 기업에 적절하고 효과적인 구제책을 요구할 권리와 기업은 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5) 피해지원 분석을 위한 8가지 질문 이상의 유엔 피해지원 원칙과 가이드라인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피해지원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인간 존엄 및 인권 보장을 제시한다. 둘째, 피해를 본 이들을 수동적 수혜자 가 아닌 권리 보유자로서 지위를 보장하며, 피해지원은 이들의 당연한 권리임을 확인한다. 셋 째, 국가는 피해자들의 인권을 존중·보호·충족해 줘야 할 직접적이고 일차적인 의무가 있다. 393) 유엔 ‘보호, 존중, 구제’ 프레임워크의 실행

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제4장

359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이상을 토대로 다음과 같이 피해지원의 8가지 기준 질문을 도출했다.

① 생명과 안전은 보호됐는가? (IASC 1장)

② 인도적 지원은 적절했는가? (IASC 2장, 3장, 4장)

③ 모든 정보는 신속·정확하게 제공되고 공개됐는가? (HRBA 투명성)

④ 피해자의 참여와 협의는 보장됐는가? (HRBA 참여와 협의)

⑤ 취약한 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충분히 고려됐는가? (HRBA 차별금지)

⑥ 기업과 국가의 책임 메커니즘은 형성되고 작동됐는가? (HRBA 책무성)

⑦ 진실규명과 사법적 정의는 실현됐는가? (피해자권리장전)

⑧ 피해회복은 이뤄졌는가? (피해자권리장전/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 IASC 3, 4장)

다. 피해지원 분석의 범주

양 참사의 피해지원을 점검하되 필요한 경우, 포항지진(2017),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2017)의 피해지원도 함께 다룬다. 이 재난들은 위원회의 △연구용역 △지원소위원회가 운 영한 사회적참사 피해지원 포럼 등에서 주요하게 다뤄졌다. 또 세월호참사 이후 피해지 원의 방향을 수립한 제3차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2015~2019)과 제4차 국가안전관리기본계 획(2020~2024) 시기에 발생한 재난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양 참사와 두 재난의 교차 점검은 다양한 재난에 적용될 종합적 피해지원 대책 마련에 중요한 시사점과 교훈을 제공할 것 이다. 2. 양 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가. 생명과 안전은 보호됐는가? (IASC 1장) 정부가 초래한 대규모 인명피해 재난 발생 후 전 과정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생명을 보호하고 인신의 안전을 확보함으로 써 인간 존엄을 존중하고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생명권은 모든 권리의 바탕이자 국가 정당성의 토대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34조 제6항에서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

360 제 4 장 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재난안전법」에서 국 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명시하고 있다. 국가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사람 들을 구조하고 이들의 안전을 확보해야 할 의무가 있다. 특히 재난대응과 구조는 적절한 인력과 자원 동원이 필수라는 점에서 국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양 참사는 매우 다른 형태의 재난이다. 가습기살균제참사가 오랜 시간에 걸쳐 심각한 위 험이 발생해 누적된 후 재난으로 밝혀진 바이오사이드 재난이라면, 세월호참사는 침몰과 구호실패 상황을 전 국민이 생중계로 목격한 사회재난이다. 이런 차이가 있지만, 양 참사 는 정부의 부작위와 무책임으로 인해 생명권과 안전권이 매우 크게 침해되고 대규모 인명 피해와 2차 피해가 확산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2022년 7월 말까지 접수된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고는 모두 7,768건으로, 이 중 23%인 1,784명이 사망했다. 최대 희생자는 영유아와 노인, 임산부다. 이들은 집 안에 오랜 시간 머무르거나 걷거나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신체적 조건 속에서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됨으 로써 큰 피해를 보았다. 특히 피해는 가정 내에서 가족 단위로 발생했다. 가족 구성원이 가 습기살균제를 구입해 사용함으로써 가족 구성원이 사망하거나 다수가 심각한 질환을 갖 게 된 것이다.

2011년 8월 31일 정부는 서울아산병원의 신고와 역학조사를 통해 원인 미상 폐손상의 원 인을 가습기살균제로 추정했다. 하지만 국가의 책임은 아닌 제조·판매사와 사용자 사이 의 문제라는 태도로 일관했다. 피해자 찾기와 피해실태 조사, 피해대책 수립과 피해지원 추진 등에 매우 소극적이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고, 국회의 특별법 제정도 반대했다. 또 관계부처 간 정보공유와 협력이 중요함에도 협력과 업무 공조, 분담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의 무책임과 소극적인 행정은 피해 확산과 2차 피해를 가져왔다. 주목할 점은 가습기살균제참사가 현재도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2020년 ‘가습기살균제 피 해 규모 정밀추산 연구’ 결과에

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제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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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따르면 2020년 7월 현재 제품 사용자는 약 627만 명, 이에 따른 건강피해경험자는 약 67만 명, 건강피해로 병원 진료를 받은 인구는 약 55만 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중 피해를 신고한 수는 2022년 5월 현재 7,712명으로 전체 건강피해 추

산 수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국민의 생명권과 안전권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는 적 극적인 피해자 찾기와 실태조사, 피해지원 등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세월호참사의 충격과 참담함은 국가가 사람들을 구조하지 않아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

생했다는 데 있다. 선장과 선원, 출동한 해양경찰이 승객들을 구조해야 할 책임을 방기함 으로써 세월호에 승선한 476명 중 304명이 구조되지 못하고 희생됐다. 사망자 304명 중 250명이 고등학생이었다. 생존자 172명 중 대다수는 ‘구출’되지 못해 자력으로 탈출했고, 이후 구조됐다. 구조 과정에서 해경이 생존자에게 욕을 한 사례도 있었다. 당시 생존자 중 에는 화상 환자, 의식 불명자 등 응급조치가 필요한 인원이 있었지만, 해경은 생존자 이송 에 집중했을 뿐 적극적으로 응급처치에 나서지 않았다. 나아가 관계기관과 생존자에 관 한 정보를 공유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의료인력이 제대로 분배되지 못했다. 이러한 사례들 은 위기 상황에서 국가가 국민의 생명권과 안전권을 보호하기는커녕 이를 매우 크게 침해 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양 참사는 국가의 부작위와 소극 대응으로 인명피해가 확대된 재난이었다. 생명권 과 안전권 경시는 국가의 정당성과 존립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자 다른 권리를 위협하므 로, 재난 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위기 상황에서 부작위와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이는 재난을 통제하는 지휘본부가 제대 로 작동하지 않은 문제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려 노력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매우 소극적으로 해석해 발생한 상황이기도 하다. 헌법에 생명권과 안 전권은 국가의 책무로 명기돼 있지 않고,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관행을 인정하고 있는 점 은 현재 진행 중인 양 참사의 피해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벗겨냄과 동시에 앞으로 재난이 발생하면 동일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존재한다.

362 제 4 장 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나.
체계와 내용 피해회복을 위해 지원을 받을 권리를 보호하는 일은 인도적 지원의 토대이자, 유엔은 물 론 국제사회에서 널리 통용되는 원칙이다. 지원의 가장 큰 목표는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인도적 지원은 적절했는가? (IASC 2장, 3장, 4장) 신속하지도, 적절하지도 않았던 지원

방지·경감하고, 추가 피해를 예방하여 피해자의 존엄을 존중하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다. 재난 발생 후 피해자들은 상상 이상의 혼란과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당면한 재난의 피 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위기상황에 대한 정부의 신속하고도 체계적인 대응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양 참사의 대규모 인명피해와 사회적 파장이 컸음에도 국가는 피해자 들이 요구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소극적인 행정으로 일관했다. 세월호참사는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생한 침몰사고로, 희생자와 실종자, 생존자 등 다양한 층위의 대규모 피해자가 발생했음에도 즉각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않아 피 해자들의 혼란과 고통이 가중됐고, 피해 최소화를 위한 지원체계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 다. 우선 범대본은 희생자 수습이 이뤄지는 팽목항 현장이 아닌 진도군청에 설치됐고 참사 후 팽목항과의 지휘소통체계가 마련되는 데 10일이 걸렸다. 그 사이 팽목항과 진도실내체 육관의 혼란은 가중됐다. 실종자 가족들은 몇 번씩 바뀌는 부정확한 생존자 명단에 분노 하고 절망했으며, 인적 분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자 가족과 공무원·기자·일반 인 등이 뒤섞이면서 피해자들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등 기본적 권리가 하나도 존중되지 못 했다. 또 수색구조 방안에 관한 책임 있는 판단과 결정, 투명한 정보 제공이 이뤄지지 않아 각종 의혹과 의구심이 확산됐다. 피해지원 및 사생활 보호보다 중요요직의 의전을 앞세운 다는 비판도 많았다. 특히 정부 지원이 단원고 피해자를 중심으로 구축됨에 따라 일반인 피해자들이 피해지원 정책에서 소외되거나 지원이 지연되는 경험을 해야 했다. 이는 초기 수습 당시뿐 아니라 후속 지원의 전 과정에서 계속해 제기되고 있는 문제다. 수습된 시신의 안치 및 인도, 장례 과정에서 피해자의 존엄과 권리는 제대로 보장되지 못 했다. 경찰 통제가 미진함에 따라 희생자 운구 과정이 방송사 카메라에 노출되고, 수습된 시신이 바닥에 방치되거나 소홀하게 관리돼 훼손됐으며, 시신이 잘못 인계되는 일이 발생 했다. 또 희생자 이송 및 장례지원에 차별과 혼란이 생기면서 사망자들에 대한 예우는 지 켜지지 못했으며, 유가족들의 고통을 더하는 2차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세월호참사에 서 미수습자 가족들은 미수습된 희생자를 실종 상태로 처리하는 정부와 사회 관행에 맞 서 시신 수습을 피해자의 권리로 만들어 내기 위해 오랜 시간 싸움을 계속해야 했다. 또 구조 및 수습과정에서 민간 잠수사의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미수습자 가족들이 무리한 요 구를 하는 집단으로 내몰리기도 했다. 선동과 혐오를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방치

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제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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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고, 일부 정치권과 언론매체는 부추기고 거들기까지 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의 경우 당시 정부는 가습기살균제참사를 ‘소비자의 사적 피해’라는 관 점으로 인식하고 소극적인 행정으로 일관함으로써 피해지원의 대상과 범주, 내용, 근거법

이 늦게 마련돼 피해지원이 상당한 시간 지연됐다. 정부가 피해실태와 피해 규모 조사를 제대로 추진하지 않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은 오랜 기간 피해지원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될 수밖에 없었다. 또 초기에는 피해인정 질환의 범위가 소엽중심성 폐섬유화로 매우 협소하 게 정의되면서 상당수 다른 질환 피해자들이 피해자로 인정받거나 피해지원을 받는 데 긴 시간이 걸렸다. 정부가 피해지원 대상을 결정할 때 구상권 행사 가능성을 기준으로 하 면서 구상권 행사가 어렵다고 판단한 폐질환 3·4단계 피해자는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 피해지원의 내용 또한 매우 불충분했다. 초기 피해지원은 책임 기업에 대한 구상권을 전 제로 최소한도의 의료비만 지원됐다. 피해구제의 폭을 확대하라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 기됐지만, 실제 확대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현재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으로 요양생활수당·장해급여·특별유족조의금·특별장의비 등으로 지원이 확장된 상황

이지만,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인정은 여전히 일부 질환에만 국한돼 있어 피해회복의 권리보장은 현재까지도 상당히 미흡하다.

양 참사에 대한 피해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으나 박근혜 정부와 여당은 양 참사에 대한 특별법 제정에 반대했고, 가습기살균제참사는 특별법 제정에 약 6년 정도(원인이 밝혀진 2011년 기준), 세월호참사는 8개월 정도가 걸렸다. 세월호참사 특별법은 제정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사회적 충격과 온 국민의 관심 정도를 고려할 때 신속한 대응 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특별법 제정을 둘러싸고 당시 정부 여당의 관계자들이 참 사의 의미를 축소하려 시도하거나 피해지원이 특혜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는 등 피해 최 소화의 책무와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피해지원에 대한 국가의 체계적이며 신속하며 일원화된 시스템 부재로 인해

364 제 4 장 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재난 직
피해 최소화에 실패한 것은 물론 심각한 2차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참사 초 기부터 현재까지 지원 대상의 제한, 지원 대상 인정의 어려움, 지원의 차별성, 지원의 한정 성 등 다양한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다. 모든 정보는 신속, 정확하게 제공되고 공개됐는가? (HRBA 투명성) 정확한 정보 제공의 부재

IASC 가이드라인은 일반원칙에서 △직면한 재난의 성격과 수준 △취할 수 있는 위험성 및 취약성 감소 조치 △추진 중이거나 계획된 인도적 지원, 복구 노력, 각각의 권리 △국제 법 및 국제법에 따른 권리에 대한 정보 제공의 권리를 옹호한다. HRBA 역시 권리와 관련 된 모든 정보와 의사결정의 투명성, 정부 계획 및 의사결정과정의 기록과 보존을 강조하 는데, 이는 재난 상황에서 정보가 생명권 및 안전권의 확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또 피해 자는 참여권을 보장받음으로써 피해회복의 권리를 누릴 수 있다. 한편 재난 상황에서는 많은 정보가 피해자나 유가족들에게 고통을 가져오기도 한다는 점에서 정보 전달자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에서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정보 를 제공하는 일이 재난피해자의 권리나 재난피해지원의 내용으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이 로 인해 양 참사에서도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은 물론, 정보창구의 일원화를 통한 통 합적이고 체계적인 정보 접근이 이뤄지지 않았다. 가습기살균제참사에서 정부는 2011년 8월 31일 가습기살균제의 사용을 원인 미상의 폐 손상 원인으로 추정하기에 앞서, 폐손상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발주한 연구용역으로 의 심사례 확진자 34명을 확인했다. 하지만 당사자에게 조사연구 과정과 결과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당사자들은 확진자에 포함된 줄도 몰랐다. 결과적으로 34명 중 8명은 1차 조사에서 피해 신고를 하지 않았고, 환경부의 2·3차 조사에 가서야 피해 신고를 했다. 정부는 피해 신고 접수에도 소극적이어서 신고 안내와 홍보 등 신고를 장려하는 조치는 하지 않고 들어오는 신고만 단순히 접수하는 수동적 태도로 일관했다. 2016년 검찰 수사 로 옥시의 비리가 밝혀지고 언론이 대대적으로 가습기살균제참사를 보도하면서 피해 신 고가 폭발적으로 급증했다. 당시 신고자의 상당수는 60~70대였다. 또 가습기살균제 피해 자의 대다수가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배·보상에 관한 내용을 ‘대중매체’에서 알게 됐음을 고려할 때, 정부가 정보 취약계층에 대한 정책을 비롯해 피해자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할 기능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체계는 매우 복잡한데도 판정체계에 관한 정보 제공, 판정결과에 관한 설명,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건강 영향 등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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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자들이 원하는 정보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은 정부에 대한 불만을 강화하고 피

해자의 분노와 억울함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세월호참사에서는 부정확한 정보 제공이 대규모 인명피해를 불러온 중요 요인이기도 했

다. 세월호가 침몰하는데도 선장과 선원은 재난 상황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제 공하지 않고 ‘대기’를 하도록 요구함으로써 승선객들이 자력으로 탈출할 기회를 빼앗았 다. 특히 ‘대기’ 대상으로 지목된 고등학생들 가운데 희생자가 많았다. 부정확한 정보 제공의 문제는 참사 직후에도 한동안 계속됐다. 먼저 생존자의 정보가 체 계적으로 취합·관리·제공되지 않아 피해자 가족들은 자력으로 가족 구성원의 생사 확 인과 위치 파악에 나서야 했다. 이는 극심한 혼란과 2차 피해를 가져왔다. 또 정부는 수색 구조 상황을 은폐하고,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제공해 피해자의 불신과 의혹을 확산시켰다. 당시 정부가 발표한 생존자 숫자와 명단은 정확한 정보가 아니었고, 기관마다 서로 다른 정보가 언론에서 제각각 발표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전체 피해자 를 대상으로 하는 소통 및 정보 제공 창구를 마련하지 않았고, 피해자들의 이견을 적극 적으로 조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피해자들 사이의 갈등과 일부 유가족들의 소외가 심 화됐다. 이후의 피해지원 국면에서 정보 소외와 불평등은 더욱 심해졌다. 피해자들은 참사 이후 법률적·의료적·심리적·사회적·행정적·장례 조력 서비스에 관한 정보를 공정하고 종합 적·체계적으로 지원받지 못했다. 결국 재난에 관한 정보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제공되지 않아 피해자들의 인명피해가 늘어 나고 고통과 혼란이 가중됐으며 정부에 대한 피해자들의 불신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정보 제공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으며, 이로 인해 정보는 매우 제한 적이며 소극적인 형태로 제공됐다. 피해자들이 경험하고 있는 높은 수치의 만성적 울분과 우울, 강도 높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는 정보 투명성을 실현하지 않는 행정이 적잖 은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366 제 4 장 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라. 피해자의 참여와 협의는 보장됐는가?

(HRBA 참여 협의 원칙) 참여와 협의 부재에 따른 불신

IASC 가이드라인은 재난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과 그들의 지역사회가 재난대응의 모든 단 계에서 충분히 협의하고 가능한 한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HRBA 역시 재난으로 영향을 받은 모든 영역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결정에 참 여해야 하고 이들의 의견은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참여와 협의는 피해지원의 관리 또는 운영의 맥락에서 효율을 증대하는 방안으로 고려되기 쉽다. 하지 만 피해지원이 시혜가 아닌 피해자들의 권리라는 점에서 피해자의 참여와 협의는 인권적 맥락에서 고려돼야 한다. 그리고 인권적 맥락에서 참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모 임을 독려하고, 이들 집단 내부에서 적절한 형태의 자치 및 참여, 단체결성이 가능한 구조 를 확립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현행 법·제도에서 피해자의 참여와 협의는 피해자의 권리로서 적극적으로 인정 되거나 옹호되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만남이나 단체결성은 불순한 의도로 인식되고 호도되는 경향이 높다. 양 참사에서도 잘못된 관점은 혁신되지 못했다. 정부는 피해자의 참여와 협의를 피해지원의 효용성의 관점에서 인식하거나, 귀찮은 민원의견으로 간주하 거나, 심지어는 피해자를 감시나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경향을 보여 왔다. 대표적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판정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직접 자신의 상태나 상황을 의 사 등 전문가에게 설명하는 절차는 없었다. 피해판정에 대한 불복 역시 서류로 이뤄진다 는 점에서 피해자는 서류로만 존재했다. 또 환경부는 2020년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개정을 앞두고 피해자 간담회를 일방적으로 연기하기로 공지한 데 이어, 별도의 피해자 의 견수렴 없이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특별법이 피해인정 및 피해회복에 매우 중요한 영향 을 미친다는 점을 알면서도 피해자들이 간담회를 거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여전히 이 들이 배제된 채 결정들이 계속 내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참여와 협의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연대는 쉽지 않아 보인다. 2022년 6월 현재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에 등록된 가습기살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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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피해자 단체는 22개다. 이렇듯 수많은 단체가 산재해 있는 상황은 피해인정 여부 및 질환 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부가 피해인정 여부를 단계화하고, 피해인정 질환을 엄격 히 적용하면서 피해자 단체가 각자의 이해관계나 처지에 따라 결성될 수밖에 없는 조건 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피해자 단체의 증가는 피해자의 요구가 다양하게 표출되고 반영될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피해자들 사이에서 의견 일치나 합의 가 점점 어려워지고 그에 따른 갈등이 계속되는 등의 부정적 측면도 존재한다. 초기 세월호참사에 대한 대응은 피해자를 감시와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본 대표적인 사례 다. 초기 실종자 가족들이 수난·수습현장의 정보 소통과 지휘체계 수립을 요구하고자 진 도대교를 건너며 항의방문을 시도한 이후, 청와대와 정보기관 등은 오랜 시간 동안 피해 자들에 대해 고립화 전략을 구사해왔다. 정보기관 등은 가족들을 사찰하기도 했다. 또 수 습 장기화 단계에서 가족별 성향을 분석해 분류한 뒤 부정 여론을 조성하고, 가족별로 수 습종료를 설득하는 전략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대응에 가족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 이 높아졌고, 자신들의 참여권 보장을 위해 다양한 형태로 투쟁할 수밖에 없었다. 가족들 의 강도 높은 투쟁은 단원고라는 공통분모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세월호참사 초 기에 단원고 희생 학생 유가족들은 진도체육관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인 적 분류를 시도하고 대책위를 구성해 정부와 협의에 나섰다. 그리고 현재까지 구심점을 유지하며 피해회복 정책에 다양한 방식으로 조직적으로 참여하며 개입하고 있다. 반면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들은 단원고 유가족보다 한 달 정도 늦게 대책위를 구성할 수 있었다. 서로를 식별할 수 없고, 서로에 대한 인적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교류와 협력이 쉽 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는 다양한 국면에서 이들의 참여가 제한되고 의사가 반 영되지 못함으로써 처우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조건에 놓이거나 지원에서 차별적인 대 우를 받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와 관련해 「세월호피해지원법」에서는 피해자의 의견 진술권을 비교적 폭넓게 규정하고 있지만,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에서는 피해자 참여권에 관한 규정이 전무하다. 가습기

368 제 4 장 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살균제피해구제법 제9조에서 피해자 단체가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그 실효성이 문제 되고 있다. 피해자 단체의 참여권을 규정한 것은 피해자들이 단체를 결

성하고 이를 통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가습기살균제참사 피 해자 단체의 경우 그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2022년 6월 기준, 22개 단체)394)하며 의견통합이 어려 워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피해자 단체 참여권 보장을 위한 환경부 등의 적극적 지원 조치 는 확인되지 않는다. 결국 양 참사에서 피해회복을 위한 피해자의 참여와 협의의 권리가 존중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국가가 공급자 중심의 시혜적 관점에서 피해를 지원하는 태도로 일관함 으로써, 적절한 피해지원과 피해자의 회복 역량 강화에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마. 취약한 이들은 차별받지 않고 충분히 고려됐는가? (HRBA 차별금지 원칙) 차별받고 소외당한 취약집단

HRBA는 피해자들, 특히 취약한 사람들의 특별한 필요를 충분히 고려하면서 인권은 어떤 형태의 차별도 없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기 상황에서 취약계층은 위험에 노출될 확률은 높은 반면, 회복 역량은 낮거나 제약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취약계층 은 정치적 공론장에서 소외돼 정책과 제도에서도 쉽게 배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 참사에서 다양한 취약계층에 대한 인식, 이들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특히 세월 호참사 당시에 안전취약계층에 대한 법적 정의가 없었던 것을 감안해도, 일반적 관점에서 어린이·미성년자·노인·외국인 등에 대한 특별한 보호와 구호는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수 습현장에서는 이들에 대한 인적 분류조차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생존자와 실종자 가 족이 뒤섞이면서 생존자는 혼란과 함께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을 경험해야 했다. 세월호참사에서 어린이 승선자 4명 중 2명만이 생존했는데, 모두 본인을 제외한 부모와 형제가 사망한 상태였다. 이들은 참사 초기에 제대로 보호받지 못해 무분별한 언론의 취 재 경쟁에 노출되면서 실명과 사진이 공개돼 세간의 과도한 주목을 받아야 했다. 이후에 394) 가습기살균제

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제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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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피해자 단체는 30개(2022년 5월 기준)까지 증가했다가, 등록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단체를 정비하여 22개 (2022년 6월 기준) 단체가 되었다. 환경부는 8개 단체를 정비하면서 안내 및 통지는 하지 않았다.

도 이런 보도가 오랜 기간 인터넷 게시판에 게재돼 2차 피해에 노출되기도 했다. 소액의 양육보조비 지급 시점과 후유장해를 고려하지 않은 국가배상금 산정 역시 아동 돌봄과 보호의 공백을 드러낸다. 생존 학생들도 구호 지원은 물론이고, 의료 및 심리지원에서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으 며, 권리의 주체로 인식되지도 못했다. 이들은 초기에 심리치료와 병원 입·퇴원, 중소기업연 수원 입소 과정에서 회복 주체가 아닌 환자와 치료의 대상으로서만 규정됐다. 또 이후 기억교 실 존치 등 희생된 동료 학생들에 대한 애도와 추모 과정에서도 의사를 표현할 기회가 없었다. 한편 일반적으로 미성년 피해자의 가족으로는 당연히 부모만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희생 학생 및 생존 학생들의 미성년 형제자매에 대한 보호조치 및 권리보장 역시 매우 미흡했 다. 세월호참사는 미성년 형제자매를 새로운 피해자로 주목하게 된 첫 재난일 수 있는데, 이들은 참사 초기에 매우 다양한 형태의 충격과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했다. 일례로 생존 학생 형제자매는 참사 초기에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이거나 심리상 담 서비스를 활용할 수 없었다. 특히 한부모 가정과 조손 가정의 구성원이었던 미성년 형 제자매는 생존 학생 입원과 연수원 합숙 기간 동안 보호자 동반입소 등으로 더욱 각별한 보호가 필요했는데도 오히려 방치됐다. 또 희생 학생 형제자매들 역시 부모들이 팽목항 수중수색 현장을 지키거나 진상규명에 나서는 동안 적절한 지원과 돌봄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기도 했다. 또 세월호 승선자 중 장애인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으나 외국인은 6명이었고 생존자는 필 리핀 국적의 부부 2명이었으며, 다문화가정은 여섯 가족이었다. 이들은 차후 생활안정자 금과 긴급복지지원금, 배·보상과 위로지원금 등에서 동일한 기준으로 처우가 됐으나 구조 단계에서는 민간인 자원봉사자들의 지원 활동에 의존해야 했고, 지원 초기에는 구체적인 매뉴얼이 마련돼 있지 않아서 능동적이고 체계적인 맞춤형 지원이 제공될 수 없었다. 세월호참사는 지역적 취약성에 대한 특별한 고려가 필요했다. 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한 안

370 제 4 장 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산을 중심으로 제도와 정책이 구축되면서, 안산 이외 지역에 거주한 피해자들은 법률적· 의료적·심리적·경제적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지원받지 못했으며, 서비스 이용에

도 불평등을 경험해야 했다. 또 참사현장으로 다양한 피해를 본 진도군민들 역시 생활안 정자금 지원이나 장기적 회복프로그램 운영 대상에서 제외됐다. 문제는 이러한 거주지에 따른 정책적·제도적 소외가 현재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불평등 과 소외의 문제는 회복 역량을 해칠 뿐 아니라 피해자 내부의 갈등, 정부에 대한 불만, 사 회에 대한 불신을 가져왔다. 가습기살균제는 실내생활을 주로 하는 임산부·태아·영유아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이 들은 외부 유해인자에 대한 방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중증도가 높아 사망(태아 피해)하거 나, 생존하더라도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운 경우(청소년 피해)가 많았다. 태아 피해는 임신 기간에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산모가 폐질환 1·2단계로 인정받아야 피해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출생 후 사망한 태아는 특별유족조위금, 특별장의비를 지원 받는다. 그러나 ‘사망한 채 태어난 태아(사산·유산)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에 따라 피해 자로 인정되지만, 사람에 해당하지 않는다’ 395)고 유족에게 안내했다. 심각한 폐손상을 입 은 만삭의 임신부가 위급한 지경에 이르러 강제출산 과정에서 사망한 채 태어난 태아는 정부와 기업에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한 것이다. 태아가 생존하더라도 여러 질환을 수반 한 채 태어나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현재까지도 재활치료와 정신과 치료를 진행 중 이어서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겪는 사례가 있었다.396) 현재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시행령」 [2020.9.25. 시행] [대통령령 제31027호, 2020.9.22., 일부개정]이 개정돼 특정 질환에 국한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건강피해를 심사하고 있다. 따 라서 폐질환 1·2단계뿐만 아니라 불인정됐던 폐질환 3·4단계, 천식 등의 피해 임산부에 대 한 가습기살균제와의 관련성을 평가해 태아 피해에 대한 기준을 확대해야 한다. 영유아기에 가습기살균제에

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제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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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교생활이 어려웠다.
신종플루·메르스 등 감염 질환이 395) 민법 제762조(손해배상청구권에 있어서의 태아의 지위) 태아는 손해배상의 청구권에 관하여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 396) 위원회, 김동현,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정 실태조사”, 한국역학회, 2018, 2019
노출된 청소년은 폐질환·호흡기 질환으로 인해 정상적인 학
숨이 차서 등·하교가 어렵다거나,

유행하고,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결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입원과 퇴원의 반복으로 학교에 다닐 수 없거나 출석이 한 달 정도밖에 안 되는 피해도 있었다. 학 교를 나가더라도 잦은 기침으로 전염병 소문이 돌기도 하고, 체육수업·수학여행 등에 참

여하지 못해 혼자 교실에 남게 되면서 느끼는 소외감, 또래 친구들의 편견과 선입견으로 인한 따돌림 등 신체건강 피해뿐만 아니라 정서적 피해도 동반했다.

이러한 신체·정서적 어려움으로 인해 청소년 피해자는 결국 전학을 하기도 하고, 대안학 교에 입학하거나, 원격수업(홈스쿨링)을 받는 사례가 있었고, 최악의 경우 학교를 그만두는 등 학업 수행, 사회성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환경부는 현재까 지도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태아·청소년에 대한 검토·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397) 양 참사 모두 피해지원에서 취약한 이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특별한 보호조치는 이 뤄지지 못했거나 미흡했다. 안전취약계층 등은 위험에 노출될 확률은 높은 반면, 회복 역 량은 낮거나 제약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차별 없는 인권 보장이 중요하지만, 행정 에서는 이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 이에 따라 안전취약계층 등이 피해지원과 정책에서 오히 려 더 소외되고 배제되는 사례가 빈번했는데, 이는 이들의 회복 역량을 해쳤을 뿐 아니라 피해자 간의 갈등, 정부에 대한 불만, 사회에 대한 불신을 가져왔다.

바. 기업과 국가의 책임 메커니즘은 형성되고 작동됐는가? (HRBA 책무성,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 기업의 피해회복 책무 면제와 정부의 의무 방기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은 기업이 전문적 기능을 수행하는 사회의 전문기관으로서 모든 해 당 법률을 준수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는 역할을 하도록 책임을 지 운다. 또 피해자의 인권이 침해되었을 때는 적절하고 효과적인 구제책을 기업에 요구할 권 리와 기업은 이를 제공할 의무가 있음을 규정한다. 기업이 재난에 직간접으로 원인을 제 공했다면 기업은 그에 걸맞은 배상 책임뿐만 아니라 피해지원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 397) 위원회, 김동현,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정 실태조사”, 한국역학회, 2018, 2019

372 제 4 장 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그리고 정부는 이를 강력히 강제해야 한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참사는 기업이 재난에서 자신들의 책임을 어떻게 피하는지, 정부가 이를 어떻게 방치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가습기살균제참사는 다국적 기업을 포함한 약 90개 기업398)이 인체에 해로운 생활화학제 품을 제조·판매해 대규모의 사람이 죽고, 평생 질환을 앓게 되었다는 점에서 중대하고 심 각한 인권문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살균제 원료로 사용된 화학물질(PHMG)의 유해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데도 유해물질을 사용했고, 심지어 제품의 유해성을 조 작·축소·은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때 부각되는 것은 기업에 책임을 강제하는 정부의 역할이다. 하지만 정부는 오 랜 기간 국가는 책임이 없으며, 제조·판매사와 사용자 사이의 문제라는 태도를 고수해 오 면서 지난 10년 동안 기업을 강제하고 지원책을 만들어야 하는 책임을 방기해왔다. 정부 는 구상권 행사나 기금을 마련할 때만 기업을 호출할 뿐 종합적이고 전반적인 피해지원 체계를 만들고 그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도록 강제하는 체계를 만들지 못한 것이다. 나아가 정부는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지 않고 가습기살균제참사에 책임이 있는 기업들의 분담금을 면제해 주기도 했다.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2017년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제정에 따라 가습기살균제사업자들로부터 총 1,250억 원의 분담금을 부과해 피해자 지 원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유독물질을 사용한 기업을 면제사업자로 선 정했다. 또 면제사업자에 대한 전산·회계자료 등 주요 조사항목을 누락하고, 면제사업자 의 하청 회사와 원료물질회사를 조사하지 않거나 사업자 정보를 누락하기도 했다. 또 환 경부 소속기관인 과학원이 발주한 ‘가습기살균제의 성분별 물리화학적 특성 및 농도분

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제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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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석’ 연구 결과도 반영하지 않았다. 이러한 무책임한 환경부의 행정은 피해구제에 소극적인 기업에 오히려 면죄부를 준 셈이 됐다. 398) 1994년~2021년까지 49종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판매됐으며 원료공급, 제조, 판매에 관련된 기업은 약 90개로 추산된다.

기업 책임을 강제하기 위해 국회가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제정을 통해 피해구제에

나섰으나 제정 당시 특별법에 입증 부담 경감, 피해구제기금의 규모 상한액 폐지, 소멸시 효 기간의 최대화, 징벌적 배상제 도입 등이 반영되지 않으면서 피해자와 시민단체의 반발 을 샀다. 이후 개정을 거치며 초기의 문제들이 일부 개선되긴 했으나, 인권침해를 저지른 기업을 강제하기 위한 민·형사적 징벌법과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되지 못했다. 세월호참사의 경우 정부는 교통사고와 동일하게 청해진해운의 보험사인 한국해운조합의 공제약관에 따라 승선자 중 생존자의 치료비를 지급하게 했다. 이후 해양수산부가 보험금 액을 구상했음에도 알리지 않고 마치 전액 국가의 세금으로 피해자들에게 배·보상을 한 것처럼 오도됐다. 즉 참사에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기업의 피해회복 책임은 면제되고, 국가는 기업의 책임 을 강제하지 못한 것이다. 기업들은 가해 인정과 사과, 피해구제에 대단히 미온적인 태도 로 일관했다. 정부 역시 피해지원에 대한 기업 책임을 강제하는 체계를 만들지 못해 이들 의 책무 회피를 방조했다. 기업 책임을 강제할 가해 기업에 대한 민·형사적 징벌법과 집단 소송제도, 원인자 입증책임제도의 도입이 아직 요원하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유사한 문제 점이 반복될 수 있다. 사. 진실규명과 사법적 정의는 실현됐는가?

(UN 피해자권리장전) 지연된 진실과 정의 유엔 피해자권리장전은 진실을 알 권리와 효과적인 사법적 구제에 평등하게 접근을 함으 로써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권리를 매우 중요한 피해자의 권리로 규정한다. 이는 온전한 피해회복과 유사 사례 재발 방지의 토대이자 핵심이기 때문이다. 사회재난, 특히 국가가 개입된 재난은 그 원인과 대처 등에 대한 진상조사가 매우 중요한데도, 국내 피해지원 체 계는 진상조사와 사법적 정의실현에 접근하는 것을 피해지원의 범주로 포함하지 않았다. 또 진실규명과 사법적 정의실현을 피해자의 권리로 인식하지 않아 이 두 가지는 다수의 재난에서 피해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2차 피해를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됐다.

374 제 4 장 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양 참사는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이 제정돼 진상규명이 요구될 만큼 사회적 충격과 인 명피해가 큰 재난이었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진상규명이 요청됐을 때 비협조적이거

나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또 관련 특별법을 제정함으로써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적이 고 전문적인 조사기구가 신설·운영됐는데도 진상조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어렵게 했다. 2020년 12월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 [2020.12.22. 시 행] [법률 제17751호, 2020.12.22., 일부개정]이 개정됨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기 능이 폐지됐다. 조사대상 기관장인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출입기자단 간담회(2021.5.4.)에 서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는 이미 끝났고, 계속해서 ‘진상조사화’되는 데 대 한 우려가 있다”고 발언해 피해자들과 시민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조사기구는 한계가 명확해, 피해자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진 상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특히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은 사건 초기부터 조속한 수색과 구조, 투명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 및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을 촉구했고, 특별법제정을 요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 식적으로는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특별법제정에 미온적이었다. 이후 특별법이 제정됐으나 위원회 활동 과정에서 권한은 축소되고, 관계기 관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조사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나아가 오히려 진상규명을 요구하 는 피해자들을 사찰·감시하기도 했다. 이는 국민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 등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범죄라 할 수 있다. 피해의 심각성에도 세월호참사와 관련해 처벌받은 정부 책임자는 많지 않다. 구조 지휘 소홀에 따른 책임을 물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해경 지휘부 10명이 모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4·16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설립과 업무를 방해한 혐의 로 기소된 이병기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 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세월호참사 당일 대통령에게 보고한 시각 등을 조작한 혐의로 기 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특수단은 기무 사나 국정원이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한 의혹에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제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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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또 법률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지 못해 피해자들의 권리는 적극적으로 옹호 되지 못했다. 세월호참사에서 법무부 법률지원단 활동은 미미하거나 해양수산부의 배· 보상 업무지원에 치중됐다. 경기도와 안산시의 합동법률지원단은 피해자와 경기도·안산

시 변호사들과의 연계에 불과했다. 대한변협과 민변 등의 지원이 실질적으로 피해자들에 게 도움은 됐으나 자원봉사 성격의 민간 법률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한편 가습기살균제참사에서 정부는 초기부터 피해자가 기업을 상대로 소송할 사안이라 며 진상조사 및 피해지원의 책임을 회피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기업과 국가를 상대로 손 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피고 기업과 화해권고 결정399)을 내렸지만, 기업은 이미 파산한 상태였다. 국가는 피고의 입장에서 피해자를 대응했다. 1심 법원은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에 따라 … 유해화학물질로 지정해 관리하지 않은 데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 이 없다” 400)고 국가의 손을 들어줬다. 2016년 검찰수사로 가습기살균제참사는 전환점을 맞는다. 참사 발생 후 무대응으로 일관 했던 옥시·홈플러스·롯데마트 등 관련 기업들은 검찰소환을 앞두고서야 피해자에게 사 과 기자회견을 한다. 법원은 관련 기업 대표와 책임자를 법정구속했다.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신현우 전 옥시 대표가 징역 6년에 처해지는 등 대부분 관계자에게 유죄가 확 정됐지만, 후임자였던 존 리(리존청) 전 대표는 무죄로 판결401)됐다. 또 2020년 4월에는 증거인멸 교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가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402)받았지만, 2021년 1월 12일 법원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기 소된 가습기살균제 원료 제조·판매업체인 에스케이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필러물산

376 제 4 장 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CMIT·MIT와 폐질환·천식 발생의 직접적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모두 무죄를 선고403)했다. 현재 항소심404)이 진행 중이며, 박철 전 에스케이케미 399) 서울중앙지방법원 2012가합4515 판결문. 서울고등법원 2015나2014486 계류 중 400)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가합563148 판결문. 서울고등법원 2017나2035074 계류 중 401) 대법원 2017도12537 402) 대법원 2020도2371 403)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고합142 404) 서울고등법원 2012노134
전 대표와 임직원 등에게

칼 부사장과 에스케이케미칼·에스케이이노베이션의 가습기살균제 관련 증거인멸 및 은 닉 혐의 재판은 현재 1심405)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관련 공무원도 수사했다고 밝혔지만 기소한 공무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2019년 가습기살균제 2차 수사에서 환경부 내부자료를 수사 대상 기업에 전달한 환경부 최모 서 기관이 기소돼 법정 구속된 것이 공무원 처벌로 유일하다. 피해자의 법률소송은 2020년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이 개정됨에 따라 환경부에서 법 률지원을 하고 있다. 이후 기술원과 대한법률구조공단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법률구조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2021.4.26.)하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및 유족이 기업을 대상 으로 제기한 민사소송을 지원하고 있지만, 10년 동안 법률적 조력이 방치됐다는 점에서 는 피해자들의 불만이 높다. 한편 진상규명 문제는 책임 문제와 맞물려 다른 재난에서도 유사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 한다. 포항지진의 경우 정부 차원의 조사와 이후 「포항지진 피해구제법」에 따라 ‘포항지진 진상조사위원회’가 설치·운영돼 진상규명에 나섰다. 두 차례에 걸친 정부 조사 결과,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에 의한 촉발지진(triggered)인 것으로 확인됐다. 촉발지진은, 최초 원인은 외 부자극이지만 지질구조 등의 요인에 따라 외부자극을 받아 공간적 범위를 벗어나는 규모 로 발생하는 지진을 뜻한다. 하지만 지진 책임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국 책사업에 따른 국가의 책임’이라는 지역사회의 주장과 ‘포항시의 관리소홀’이라는 조사위 원회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에서는 진상규명을 위해 특별검사 를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광범위하게 제기되고 있다.406) 제천화재참사의 경우에는 1차 소방합동조사단 조사 결과에 유가족의 의혹과 이견이 제 시됨에 따라 유가족들이 참관해 2차 소방합동조사단 조사가 시행됐다. 이 중 2차 조사에 서 주요한 구호과정에

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제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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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문제가 있었음이 확인됐다. 하지만 소방활동과 다수 사망자 발생 405)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고단1852 406) 위원회, 박희, “재난 피해지원 제도개선 심화연구”, 서원대학교 산학협력단, 2022

사이의 인과관계를 두고 소방청 및 충청북도는 관련한 법적 책임을 부인했다. 관련 소송에

서 1심 재판부는 “소방 과실은 일부 인정되지만, 피해자 생존시간에 들어가 구조할 수 있 는 인과관계는 원고 측 제출자료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유가족들의 항소로 현 재 2심이 진행 중이다.407)

이처럼 진실규명과 사법적 정의실현을 위한 피해자의 권리는 지속적으로 심각하게 침해 되고 훼손됐다. 정부는 참사 초기부터 지금까지 진상조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특별법에 따라 신설·운영된 특별조사기구의 권한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피해자들 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진상조사는 이뤄지지 못했고, 정부에 대한 불신과 피해자들의 분 노는 여전히 높다. 아. 피해회복은 이뤄졌는가? (피해자권리장전/ IASC 3, 4장) 특권으로 호도된 배·보상과 추모

유엔 피해자권리장전에서는 적절하고, 효과적이고, 즉각적인 배상은 심각한 위반을 바로 잡음으로써 정의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한다. 이때 배상은 위반 행위와 피해의 중 대성 및 각 사건의 상황에 적합하고 비례해야 하며, 필요한 범위에서 원상회복·금전배상· 재활·만족·재발 방지의 보증을 포함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재난피해에 따른 배·보상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매우 부족하며 이를 피해자의 권리로 여기기보다는 재난을 빨리 종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 하거나, 특혜로 여기는 인식이 팽배하다. 배·보상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사회 정의의 실현 보다는 액수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와 언론 보도의 관행으로 인해 배·보상에 대한 피해 자들의 권리는 심각하게 훼손되거나 침해받아왔다. 배·보상 결정 과정에 피해자들이 참여하고 이들의

378 제 4 장 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의견과 상황이 반영될 권리는 무시되 고, 특히 정부가 진상규명을 방해하고자 배·보상을 악용하고, 언론이 피해지원을 금전 407) 위원회, 박희, “재난 피해지원 제도개선 심화연구”, 서원대학교 산학협력단, 2022

적·선정적으로 보도하면서 매우 심각한 2차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정부는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제정에 반대해 피해지원의 대상과 내용을 제한하고 피해지원을 지연 함으로써 피해자들의 고통을 심화하고 피해회복의 권리를 침해했다. 국가의 소극적인 행 정 등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피해가 지속되고 재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1) 배·보상 이러한 관행은 양 참사에서 모두 고스란히 드러났다. 배·보상 결정 과정에 피해자들이 참 여할 권리가 존재하는데도 실질적인 참여가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 피해에 대한 배·보상 은 피해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추진됐으며, 제대로 된 피해보상에 이르지 못했 다. 또 정부가 배·보상에 관해 언론 브리핑을 하고, 언론이 이를 보도하는 과정은 피해자 들에게 2차 피해를 불러오는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2015년 「세월호피해지원법」 제정 당시에는 배·보상 신청 기간을 6개월로 한정했다. 이 기 간은 기준과 절차 및 방법을 마련하고, 피해자에게 안내하는 시간까지 포함된 것이었다. 그런데 생존자의 정신행동 장해진단에 필요한 기간이 외상 후 최소 18개월 이후였으므로 제대로 된 장해진단을 받기도 전에 이미 배·보상 신청이 종료된 것이었다. 특히 신청 시기 가 세월호참사 1주기 전후여서 피해자들이 심리적으로 배·보상 신청에 집중하기 어려웠 고, 또한 진상규명 활동에 매진했던 시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배·보상 신청 기간을 단기 적으로 한정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 세월호참사로 화물 피해나 어업 손실, 유류 오염 등의 피해를 본 사람들의 특성이나 처지 또한 제대로 고려되지 못했다. 특히 당시 정부는 배·보상에 관한 언론 브리핑 과정에서 국민 성금을 임의로 배상금에 포 함해 마치 피해자들이 많은 배상금을 받는 듯 부풀렸다. 여러 언론도 이런 분위기에 동 조해 참사 초기부터 보험금 등 금전적 피해 보상을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등 언론으로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책임과 역할을 방기했다. 피해자들의 진상규명 활동은 배·보상을 더 받아내기 위한 것으로

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제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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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치부되거나 폄훼되는 현상이 만들어지면서 피해자들이 심각한 2차 피해를 보았는데, 정부는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는커녕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를 악용하기도 했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배·보상 과정에서 ‘이의제기 금지규정’을 넣어 피해자들의 권리를 심

각하게 침해했다. 이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을 받기는 했으나 이때는 이미 정부의 배 상금 지급이 마무리된 뒤였기에 권리 회복은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 관련 기업들은 피해자 배·보상에 무대응으로 대처했다. 원인이 밝혀지 고, 압수수색 등 검찰 수사가 시작돼서야 공식적으로 사과했지만, 가해 인정 사실에는 현 재까지도 매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배·보상의 가장 큰 문제는 대다수 기업이 피해구제에 대단히 미온적이라는 사실이다. 기 업은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에도 소극적이다. 옥시·롯데마트·홈플러스

3개 기업만이 정부가 인정한 폐질환 1·2단계와 일부 태아 피해 인정자에 국한하여 배·보 상을 했는데, 이마저도 새롭게 피해질환으로 인정된 피해자에게는 배·보상을 하지 않는 등 협소한 인정 질환 기준을 적용했다. 또 배·보상은 법적 책임이 아닌 사회적·도의적 책 임을 명분으로 시행됐다. 다른 기업들은 자사 제품으로 인해 건강피해가 발생했다는 법적 판단이 없고, 자사 제품을 단독으로 사용한 폐질환 1·2단계 인정자408)가 나오지 않았다 는 점, 특별법에 따라 피해구제분담금을 납부였다는 점을 근거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2년 5월 현재 정부가 인정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4,318명 중에서 기업과 배·보상에 합의한 피해자는 436명409)(10%)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은 자사 제품 을 사용한 (잠재적) 피해자를 찾는 일과 자료 제공에도 매우 미온적이다.

주목할 점은 재난으로 인한 피해와 그에 따른 배·보상 사이에 큰 간격이 존재한다는 것 이다. 이는 다른 재난에서도 큰 문제로 부각되는데, 많은 재난피해자가 재난 이후 가구 총 자산과 가구소득액은 감소하는 반면 가구 지출액은 증가해 가구의 경제 상황이 악화하 는 경험을 했다.410) 이는 피해에 비례하지 않은 배·보상 또는 경제적 지원 때문이다. 포항

2,566억 1,000만 원, 간접피해액(파생 408) 개정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2020.9.25. 시행으로 질환 구분이 없어졌고, 단독제품 사용한 피해자 확인됨.

409) 환경부, “가습기살균제 기업별 합의내역(436명)”, 2022.6.10.

410) 위원회, 박희, “국내 중대재난피해지원 실태조사: 포항지진과 제천화재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사단법인 국가미래정책발 전연구원, 2018, 139쪽, 193~196쪽

380 제 4 장 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지진에 관한 연구에서는 공공시설 등의 직접피해액이

된 경제활동에 따른 피해)이 757억 4,000만 원 등 물질적 피해 규모가 총 3,323억 5,000만 원에 이 른다고 추산했다.411) 이는 2017년 11월 22일부터 11월 27일까지 시행된 1차 중앙재난피해 합동조사 운영 결과에 따른 1차 본진의 피해 규모 550억 5,700만 원을 기준으로 산정한 것으로, 직접피해액만 보더라도 중대본이 발표한 피해 규모보다 4배 이상 많다. 이런 격차 는 피해액과 복구비용 산정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일례로 정부는 민간주택 피해액을 전파 3,000만 원, 반파 1,500만 원, 소파 60만 원으로 적용하고 있는데, 이는 시가 기준으로 추 계한 금액보다는 매우 과소평가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포항지진으로 집이 완파 된 피해자는 1,000만 원의 지원만 받을 수 있어 주거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또 피해 사정에 대한 공정성·객관성·적절성·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경제지원에 대 한 부정적 의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412) 결과적으로 여러 재난피해자가 배·보상을 둘 러싼 정부의 미온적 대처와 부정확한 사실 보도, 높은 배·보상을 받았을 거라는 세간의 편견에 의해 심각한 권리의 침해는 물론 2차 피해를 경험했다.

2) 기념과 추모 기념과 추모 역시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추진될 필요가 있다. 희 생자를 애도 및 추모하는 일은 피해자를 인정하는 의미 있는 일이다. 이를 위한 추모식·기 념관 등의 의례화는 책임이 있는 자들의 잘못을 시인하게 하고,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지 지기반을 확장함으로써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는 데 기여한다. 이런 이유로 파 리다 샤히드 문화권 특별보고관은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기념화 작업에 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권한 부여는 “피해 자로서뿐만 아니라 회복의 온전한 행위자로서, 그리고 과거 사건의 비극을 극복하기 위한 좀 더 넓은 사회적 행동의 중요한 기여자들로 그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가습기살균제참사를 조사한 유엔 인권특별보고관 바스구트 툰작은 가해 기 업들이 모든 피해자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와 의미 있는 장소에서의 영구적인 기념물을 제 공할

권고한 바 있다.413)

위원회, 김진홍, “포항 지진의 경제적 영향 추계 및 정책적 시사점”, 한국은행 포항본부, 2018. 412) 위원회, 박희, “국내 중대재난피해지원 실태조사: 포항지진과 제천화재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사단법인 국가미래정책발 전연구원, 2018, 160~162쪽

413) 위원회, 이은정, “가습기살균제참사 추모 지원제도 마련 연구”, 경희대학교 산학협력단, 2020, 112쪽

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제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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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것을
411)

하지만 국내 재난에서 재난피해자에 대한 기념과 추모는 피해자의 권리로서 인식되지 못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이후 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이후 5년, 우 면산 산사태 참사 이후 7년이 지나서야 해당 추모비 및 추모시설 등이 건립돼 운영됐다. 그리고 관련한 추모사업 역시 국가지원 없이 피해자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이들의 권리가 옹호되지 못하고 있다. 양 참사에서도 기념과 추모의 권리는 제대로 보장되지 못했다. 세월호참사에서는 초기 정 부합동분향소의 의미에 대한 사회적 인식 및 합의 부재와 관련 법령 및 운영 매뉴얼 미흡 으로 적잖은 혼란이 생겼다. 또 미수습자 수색 및 선박 인양에 따라 분향소 운영이 장기화 될 것이 예상됐는데도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피해자와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심각한 갈등 이 벌어지는 일이 빈번했다. 하지만 지자체나 정부 기관들은 이해당사자 사이에서 적극적 으로 갈등 조정의 역할을 하지 않았으며, 책임 있는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특히 이러한 갈등은 안산 4·16추모공원 추진과정에서 폭발했는데, 화랑유원지에 추모공 원이 조성되고 봉안시설이 들어서는 것이 알려지면서 일부 주민의 우려와 불만이 고조됐 다. 이후 반대 운동이 본격화되면서 합동분향소 내 추모 현수막이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 으며, 안산시장실과 세월호참사수습지원단 사무실이 몇 차례 점거되기도 했다. 당시 지방 선거 과정에서는 일부 야당 정치인들이 “세월호 납골당 화랑유원지 결사반대”라는 선정 적 구호를 내걸고 세월호참사에 대한 혐오를 선동하고 부추기기도 했다. 하지만 추모사업 을 약속했던 박근혜·문재인 정부나 결의안을 통과시켰던 국회 등은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았으며, 지역주민의 반대와 혐오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 반면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 건립은 신속하게 진행됐으나 추모관 운영비와 인건비 를 지원하지 않는 등 운영지원에 무책임한 행태를 보여 일반인희생자대책위가 추모관 출 입문을 폐쇄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382 제 4 장 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했다. 한편 가습기살균제참사는 추모와 관련한 법적 제도가 미비해 국가 주도의
기념화와 추모 사업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와 시민단체는 2011년 8월 31일 정 부가 가습기살균제에 따른 인명피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이래 매년 8월 31일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추모의 날로 정하고 기억해왔다. 또 2016년부터는 서울 마포구 노을공원에

나무 심기 행사를 하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추모의 숲’을 조성해왔다. 물론 일부 피해자 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기념화와 추모사업도 중요하지만, 가습기살균제참사는 기업 만이 아니라 국가의 부작위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보면 법률적 사죄와 피해자의 권리 실 현이라는 차원에서 추모 지원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414) 이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 법」을 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이뤄져야 하며, 재발 방지와 후속대책을 마련해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일본의 미나마타병 사례와 한국 원진레이온 사례 처럼 지속 가능한 사회적 해결 방안이 모색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하지만, 관계기관은 이에 대한 어떤 방향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3) 재난피해자 명예훼손 및 혐오표현 방지 재난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및 혐오표현 확산방지는 앞서 제시한 8가지 원칙에 포함되 지 않았으나 중요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세월호참사의 경우 참사 당일부터 인터넷과 교 호 네트워크 서비스(Socail Network Service: SNS) 등에서 피해자를 희화화하는 반윤리적 표현 들이 확대·재생산됐으며, 정치인들의 이념적 낙인찍기와 피해자에 대한 언론의 명예훼손 보도도 심각했다. 또 가습기살균제참사도 피해회복을 위한 배·보상 권리가 비하되거나 피해지원을 금전적인 문제로만 협소하게 보도함으로써 심각한 2차 피해를 가져왔다. 위와 같은 이유들은 매우 밀접한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부정적 상황을 강화했고, 피해자 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며 피해회복의 역량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왔다. 양 참사의 피 해자가 지금도 경험하고 있을 고통과 피해의 재생산을 근절하고 이들의 존엄과 인권을 보 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권적 관점에서 피해지원을 인식하고, 이에 대해 완전한 국가 책무성을 강조하는 단호한 대책이 필요하다. 414) 위원회, 이은정, “가습기살균제참사 추모 지원제도 마련 연구”, 경희대학교 산학협력단, 2020

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제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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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3. 양 참사 피해지원의 시사점

사회적 참사로 명명된 가습기살균제참사와 세월호참사는 발생과 경과, 피해와 성격 등에 서 매우 이질적인 재난이지만, 아래와 같은 공통점이 있다. 우선 국가의 초기 대응 실패로 인해 피해가 확산되어, 대규모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양 참사 모두 재난 발생 초기에 국가의 부작위와 소극적인 행정으로 인해 피해 최 소화를 뛰어넘는 규모와 범위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 희생자는 2022년 7월 말 1,784명, 세월호참사 희생자는 304명으로, 사망이나 심각한 부상, 질환 등의 인명피 해는 영구적으로 회복 불가능하며, 가족을 비롯한 그와 친밀한 관계를 맺어온 이들에게 도 치유 불가능한 고통과 상처를 남긴다는 점에서 매우 중차대한 문제다. 또 여기에 국가 가 중대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국가의 정당성에 대한 의구심과 심각한 불신을 초래 한다. 둘째, 국가의 피해지원 실패로 피해가 확산되고, 장기화되며, 광범위해졌다는 점이다. 재 난피해자들은 재난에 따른 1차 피해를 넘어 수습과 대응, 피해회복의 과정에서 제대로 된 피해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확산됐고, 심각한 2차 피해 또한 경험하고 있다. 이는 국가의 시혜적 차원의 피해지원 관점과 체계적인 피해지원 시스템 부재에 따른 것이다. 또 피해자 참여 제한, 정보 접근의 어려움과 불투명성,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배상과 보상 및 추모 등의 핵심적인 피해회복의 내용을 피해지원으로 인정하지 않은 결과이기도 하다. 여기에 무책임한 언론 보도와 악의적인 댓글 등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않아 피해자들 은 심각한 울분·우울·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으며, 사회적 관계에서 단절·고립 상태에 놓여 있다. 또 돌봄·학업·취업·근로 등 다방면의 일상생활에서 곤란함과 함께 경제적 어 려움을 오랜 기간 겪고 있다. 셋째, 첨예한 사회적 갈등과 대립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양 참사는 국가 구성원들에게 적 잖은 충격과 파장을 불러온 재난이었는데도,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양 참사의 원인 및 책 임 소재, 대응·수습·회복에서의 피해지원 등이 이념적·정파적 문제로 쟁점화돼 한국사

384 제 4 장 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회 내부에서 심각한 분열과 충돌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성역 없는 진상조사, 비사법적·사 법적 정의실현, 피해지원 등이 지체·축소·부실해지는 결과가 빚어졌다. 또 지역공동체가 손상되거나 훼손되기도 했다. 이러한 사회적 갈등과 대립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는데, 관련한 회복에 상당한 정치·사회·경제적 노력과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양 참사의 공통적 문제점은 재난에 대한 국가의 중차대한 책무성을 다시 한번 상 기하게 한다. 또 피해 최소화 및 피해회복을 위한 피해지원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 과 법·제도·인식의 혁신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양 참사의 실패한 재난 피해지원을 통한 성찰적 배움과 피해회복을 위해 싸웠던 피해자 들의 기여는 좀 더 안전하며, 존엄하며,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 것이다.

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 피해지원의 문제점 제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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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제5장

결론

1. 피해지원 패러다임의 전환: 시혜에서 인권으로

재난은 인간 생명과 안전, 삶의 물적 토대와 공동체에 대한 매우 심각한 위협이자 인도주 의에 대한 중차대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피해지원은 재난과 연관된 모든 이들의 피해를 최 소화하고 이들을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재난은 물리적·사회적·경제적·환경적 취약계층에게 더욱 위협적이며, 재난이 장기화되고 제대로 된 피해지원이 이뤄지지 않으 면 취약계층의 취약성이 강화되고, 불평등과 차별, 사회적 갈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를 고려한 피해지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초해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재난이라는 위기/비상 상황의 대응에 인권을 기반에 두고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인간 존엄을 보장하며, 고통을 최소 화하는 데 주력해오고 있다. 이는 인권적 관점의 피해지원 패러다임이라 명명할 수 있는 데, 인권적 관점에서의 피해지원은 앞서 4장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중요한 원칙을 따른다.

387
제5장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결론

첫째, 생명을 보호하고, 존엄성을 존중하며, 국제인권법과 인권 규범에 근거한 인권 보장 을 강조한다. 둘째, 피해를 본 이들을 지원의 대상이나 수동적 수혜자가 아닌 권리 보유자 로 피해지원은 이들의 권리임을 확인한다. 피해지원은 재난 발생 시부터 재난 이후 복구(회 복) 단계에 걸쳐 이뤄져야 하며, 시민·정치적 권리와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의 전 영역을 포괄한다. 셋째, 국가는 재난 상황에서 모든 사람, 특히 재난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의 존엄 을 존중하고 인권을 존중·보호·충족시켜야 할 직접적이고 일차적인 의무가 있다. 국내적으로도 세월호참사 이후 재난대응 전 과정이 인권적 관점으로 재구성돼야 한다 는 주장과 논의가 촉발됐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4차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 (2020~2024)은 주요 추진 사항으로 기존의 시혜적인 공급자 중심의 피해지원을 사람·인권· 피해자 중심으로 전환할 것을 명시한 바 있다. 하지만 사람 중심·인권 중심·피해자 중심 의 재난 접근이 행정적·정치적 수사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피해자 범주의 확장 △피해지원 권리 영역의 확장과 명시를 통해 공급자 중심의 피해지원 패러다임을 피 해자 중심의 능동적 권리와 참여라는 인권적 관점으로 전환하고, 법적·제도적 규정과 정 책 수립을 통해 이를 공고히 해야 한다. 가. 피해자 범주의 확장 피해자의 정의와 범주는 관련한 권리와 의무를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조심스럽게 접 근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양 참사에서는 재난피해자의 협소한 범주 적용이 얼마나 심각 한 문제를 일으켰는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또 재난피해가 개인을 넘어 피해자 가족은 물론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에까지 확산되며, 직접적 피해 이외에 간접적 피해가 발생하고, 재난의 수습·대응·복구 과정에서 새로운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양 참사는 기존 피해자 범주의 확장을 요구한다. 물론 재난에 노출된 정도에 따라 그 피해 수준과 정도는 다를 수밖에 없으나, 재난에 따른 다양하고 다층적이며 복잡한 피해는 적 극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어야 하며 이에 따른 피해회복은 필수적이다. 피해자 범주의 확장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388 제 5 장 결론

첫째, 재난피해자에 대한 명료한 법적 규정이다. 세월호참사는 피해지원 대상을 재난 구

조·지원과정에서 발생한 피해뿐만 아니라 재난 발생 현장의 지역 주민과 공동체에까지

확대한 최초의 사례다. 그러나 이는 특별법에 따른 예외적인 사례로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세월호참사를 선례로 삼아 법·제도를 개선하고 정책을 수 립해야 한다. 둘째, 가습기살균제참사의 경우 태아와 피해 가족을 피해자 범주에 포함해 지원할 필요 가 있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태어나지도 못하고 사산·유산한 태아는 사람으로 보지 않 고 있다. 피해 인정자 숫자에는 포함되지만, 누구누구(산모)의 태아·태명으로만 기록할 뿐 지원하지 않는다. 태아 피해 유족은 특별유족조위금, 특별장의비 지원 대상에서 소외됐 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가족은 스스로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라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피해자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셋째, 피해자별 피해 수준과 특성에 부합한 지원정책의 수립 및 추진을 통한 피해지원의 확대와 권리 인정이다. 협의의 피해자가 재난에 가장 심각하게 노출돼 직접적인 인적·신 체적·물질적 피해를 본 사람과 그 가족이라면, 광의의 피해자는 직접적 피해자를 비롯하 여 재난으로 인해 직·간접적 피해를 본 사람으로 아래의 유형을 의미한다. ① 재난현장에서 구조·구호 및 복구 활동에 참여한 사람으로, 그 과정에서 인적·신체적· 물질적·심리적·정서적 피해를 본 사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재난현장에 투입된 소방 관·경찰관·구조대원·의료인·심리보건 등이 주 대상이며, 민간인 신분으로 참여해 활동 하다가 피해를 본 이들도 포함된다. 현재 이는 재해구호법 시행령에 일부 규정돼 있다.

② 1차 피해자와 가까운 친인척과 친구 등 재난에 노출되지는 않았지만, 1차 피해자와 맺 어온 깊은 관계로 인해 심리적·정서적 측면에서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을 의미한다.

③ 재난의 직·간접적 목격자, 재난 발생 현장의 지역주민과 공동체, 앞선 모든 피해자의 가족 중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 등으로 재난으로 인해 직접 피해를 보지는 않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재난 상황과 관련된 사람들을 의미한다.

389
제5장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결론

나. 피해자 권리의 확장

재난 상황에서 피해자의 권리는 첫째, 피해자이기 이전에 이미 인권의 주체라는 점에서 부여된 권리로서 재난이라는 총체적 위협 상황에서 피해를 보았기 때문에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는 권리다. 둘째, 재난 발생 시 위기 상황을 넘어 재난 복구(회복) 단계까지 아우르 며, 점진적으로 재난의 예방, 피해 경감 국면까지 확산될 필요가 있다. 셋째, 권리는 생명 권 및 안전권에 국한되지 않으며,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뿐 아니라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까지 포괄한다. 넷째, 이러한 권리가 제대로 작동, 보장되기 위해서는 국제인권법과 규 범에 근거해 재난 관련 법·제도의 대대적인 정비와 그 추진 및 이행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다섯째, 국가는 피해자 권리에 대해 보호·존중·충족시켜야 할 직접적이고 일차적인 책임을 지며, 재난피해자를 보호하고 국가의 책임을 강제하기 위 한 지역사회와 공동체의 조력이 필수적이다.

1) 안전권의 신설과 명시 재난으로부터 보호받을 안전권의 신설이 필요하다. 헌법 개정을 통해 안전권을 중요한 국 민의 기본권으로 명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나, 헌법 개정이 어렵다면 재난 관련 법의 신설 혹은 개정을 통해 안전권을 명시하고 이에 대한 국가 등의 적극적 책무를 명시해야 만 한다. 또 안전권의 실질적 실현을 위한 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하며, 이를 위한 충분한 재원의 확충과 효율적인 집행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국가 등은 재난의 예방·대비·대 응·복구 방안 등을 마련할 때는 특히 피해자와 안전취약계층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구 체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추진해야 한다. 또 재난현장에서 이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가이 드라인을 제정해야 한다. 이 권리는 참사 발생 이후뿐만 아니라 참사가 발생하기 전의 예방적 권리를 포함하며, 자 국에 있는 모든 사람은 인종·연령·장애·성별·국적 등과 무관하게 재난으로부터 안전하 게 보호받을 권리가 있음을 의미한다. 2) 피해의 최소화의 권리: 대피·구조·수습 재난의 대응·복구 과정에서 재난피해자의 피해 최소화의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이는

390 제 5 장 결론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지만, 특히 재난피해자에게 가장 중요하며, 재난 발생 직후의 초기 상황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주의와 보호 가 필요하다. 재난 발생 시점과 그 직후 피해 최소화의 권리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구 성된다. ① 모든 사람, 특히 피해가 예상되는 사람은 국가 등으로부터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 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이때, 정보의 제공과 교육은 피교육자의 특성을 고려해 적합 하고 효율적인 형태로 제공돼야 한다. ② 누구든지 재난을 당했을 때는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피하고, 적정한 구조를 받을 권리 가 있다. 구조 이후에는 적절한 의료적 지원과 안정 및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에 대한 권리가 있으며, 가족과의 연락 지원이 보장돼야 한다. ③ 피해자는 재난의 발생 경위, 구조 및 수습과정 등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가 있다. 이때, 정보는 피해자의 특성을 고려해 적합하고 효율적인 형태로 제공돼야 하며, 신속하고 정확해야 한다. 재난 상황에서 다뤄지는 정보는 민감하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상황에 관한 내용이므로 훈련받은 사람이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④ 실종자의 가족은 지속적인 구조 및 구조에 대한 권리와 함께, 시신 수습에 대한 권리가 있다. 이때 실종자와 그 가족의 사생활은 존중돼야 한다. ⑤ 사망자의 가족은 예우 있는 시신의 수습과 유류품을 인계받을 권리가 있다. 가족은 가장 먼저 사망에 대한 정보를 재난 관련 기관을 통해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사망자 의 신원확인 절차와 그 필요성, 소요 예상 시간 등을 세심하게 안내받아야 한다. 또 사망 자의 가족은 존엄하게 장례를 치르고 애도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때에도 사망자와 그 가족의 사생활은 존중돼야 한다. ⑥ 재난피해자는 신속하고 적정한 재난 수습을 요구할 권리, 긴급한 생활(의식주) 지원, 의료 지원, 심리치료 지원, 법률지원 등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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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결론

- 구호소(혹은 대피소나 대기소) 등이 운영될 경우 피해자별 인적 분류를 통해 각 피해 상황에 맞는 정보와 지원이 제공돼야 하며, 구호소는 관계자 외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피 해자들이 사생활이 존중되는 형태로 운영돼야 한다.

- 또 재난수습현장에서의 상주가 장기화될 경우 영·유아 혹은 아동·청소년을 위한 별 도의 공간이 마련돼야 하며, 장애인 등 이동 취약계층을 위한 별도의 조치가 마련돼 야 한다.

- 모든 지원은 가용성(충분한 양과 좋은 품질), 접근성(필요에 기반을 둔 차별 없는 제공 및 접근의 편리성), 수용 성(젠더·연령 등에 적합하며 소수자·공동체 문화의 존중), 적응성(상황과 단계에 따른 지원 내용과 방식 등의 유연성)에 기반을 둬야 한다. - 또 지원은 신속하고, 체계적이며, 존엄과 사생활이 존중되는 방식으로 보장돼야 한다. 특히 안전취약계층에 대한 특별한 주목과 함께 재난피해자들 사이에 차별과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3) 알 권리를 포함한 진상규명과 정의에 대한 권리 피해자는 알 권리와 정의에 대한 권리가 있다. 이는 재난 원인 및 대응의 적절성 등 진상조 사와 관련한 진상규명에 대한 권리, 재난현장 등에 접근하고 증거를 보존하고 접근할 수 있는 권리, 조사 결과에 대한 정보 접근 및 제공에 대한 권리, 재발 방지책을 요구할 권리, 책임자 처벌을 요구할 권리 등을 모두 포괄한다. 피해자는 적극적으로 재난 원인과 국가 등에 의한 대응의 적정성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고 그 조사과정에 참여할 권리와 신뢰할 만한 조사과정 및 조사기구를 국가에 요구할 권리 등이 있다. 이 과정에서 역시 집회, 결사 의 자유가 있고 조직을 꾸릴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과 회합하고 필요한 조력을 받을 권리 가 있다. 4) 참여권 재난피해자는 참여권을 갖는다. 참여권이란 재난 발생한 이후에 추진되는 국가 등의 의사 결정과정에 적극적이고 의미 있게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해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특히 재난피해자는 자신이 당한 재난과 그 복구(회복) 과정 등 전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국가 등에 특정한 행위의 작위 또는 부작위를 요구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국가는 △재난 피해지원 관련 의사결정과정에 피해자가 참여할 수 있게 하

392 제 5 장 결론

는 조치 △재난 진상규명 관련 의사결정과정에 피해자가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조치 △진 상조사기구 구성 및 활동에 피해자가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조치 등과 같은 개별적 조치를

해야 한다. 참고로 참여권은 개별적 권리이면서, 동시에 피해자들이 모임이나 단체를 조직 하고 운영할 집합적 권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5) 일상회복의 권리 피해자는 일상회복에 대한 권리가 있다. 이때 일상 회복의 권리란 ‘피해자의 건강·학업· 근로·경제·관계·사회참여 등에서 시민으로서의 지위’를 회복하는 수준과 정도에 도달 하는 것을 목표로 수행돼야 함을 의미한다. 물론 사망이나 심각한 부상(장애) 혹은 회복할 수 없는 질병에 걸린 경우는 재난 이전 상태로의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 가 있다. 이 경우 일상회복의 권리란 앞으로의 삶의 가능성을 여는 데 초점이 맞춰질 필요 가 있다.415) 또 재난은 한 개인과 그 가족의 생활 영역에 오랜 시간에 걸쳐서 영향을 미치

고, 한 영역의 문제가 다른 영역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일상 회복을 위해서는 피해자에 대 한 장기적이고 순차적이며 생애주기에 맞춘 지원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계획이 수립되 고, 추진돼야 한다. ① 재난피해자는 신체적·정신적 피해회복의 권리가 있다. 신체적·정신적 피해회복을 위 한 지원은 전문적이어야 하며, 충분한 기간 지속돼야 하며, 지속적으로 관리돼야 하며, 지 원 기간은 개별 차이와 질병의 종류를 고려해 보장될 필요가 있다. - 특히 심리치료는 의료치료와 통합적으로 보장될 필요가 있으며, 지역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사회관계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② 재난피해자는 경제적 피해회복의 권리가 있다. 경제적 피해회복은 긴급한 의식주의 해 결과 함께 순차적으로 피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보장될 필요가 있다.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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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③ 재난피해자는 법률적 피해지원의 권리가 있다.
피해지원은 재난피해로 인해 발 생한 다양한 법률적 문제에 대응하는 조력에 대한 권리다.
415) 4.16재단, “피해자 권리 매뉴얼”, 2021
법률적
이러한 권리는 다양한 공적 기

관과 전문가 집단의 협업을 통해 체계적이며, 전문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④ 재난피해자는 지역사회에서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이는 피해자가 지역사회 내 에서 생활하고 일하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피해자가 지역사회 내에서 명예와 존엄성을 존 중받으며 공존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⑤ 개별 재난의 고유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일상 회복을 위한 권리의 범주와 내용은 가 변적이다. 따라서 위에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타 필요한 일상 회복의 권리는 부인 돼서는 안 된다.

6) 배·보상의 권리

재난피해자는 배·보상에 대한 권리가 있다. 배보상액은 피해에 대한 인정과 잘못에 대한

책임을 포함한 공적 사과의 한 가지 방식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이 과정에 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수많은 재난에서 배·보상은 피해자의 권 리로서 인식되기보다는 재난에 따른 제반 문제를 빨리 정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거 나, 언론 등에 의해 인명피해와 부상 등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물질적인 것으로 교환하는 것으로 보도됨으로써 많은 문제를 일으켜 왔다는 점을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배·보상 시점은 피해자와 협의해 정하도록 하며, 배·보상의 산정에는 가족들의 신체적· 심리적 피해 등에 관한 내용이 반영돼야 한다. 또 재난과 피해자의 유형 및 조건에 따라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배·보상 원칙을 마련해야 하며, 신청 절차와 지급 절차는 간소화해 야 한다. 7) 기억과 애도의 권리 피해자는 명예를 존중받을 권리가 있으며, 특히 사망자에 대한 추모와 애도는 가족과 친 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권리이자 공동체가 갖는 권리다. 이 권리는 정신적 치유에 대 한 권리이기도 한데, 특히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고인과 이별하고,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사회적 유산을 남기며, 사회적으로 기억할 권리이기도 하다.

394 제 5 장 결론

이런 차원에서 기억과 애도의 권리는 공동체에도 매우 중요한데, 이는 재난을 예방하지 못한 공동체의 책임을 통감하며, 재난피해자의 피해와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한 재 난 예방에 대한 공동체의 다짐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재난은 개인은 물론 공동체 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기도 하지만 재난 이후 복구(회복) 과정에서 재난피해와 피해지원 권리를 둘러싼 지역사회에 갈등과 대립이 빈번하다는 점에서 공동체 역시 피해자와 함께 폭넓은 기억과 애도의 권리보장을 통해 함께 치유받을 필요가 있다.

2. 법적·제도적 개선 방향

가. 피해지원 법률 제· 개정 방향 피해특성에 따른 다층적 포괄적 지속적인 피해지원은 피해자 회복과 피해지역 복구를 위 해 수행돼야 할 정부의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이다. 피해회복을 위해 지원을 받을 권리는 피 해자들의 존엄성 증진에 필수적이며, 단기 및 장기적인 피해의 특성, 안전취약계층 등과 같은 다층적인 피해자들의 개별적인 필요들에 부합돼야 하므로 재난 피해지원 체계 역시 이러한 점들을 반영해야 한다. 가령 가습기살균제참사는 화학물질에 노출된 인체가 시간 의 경과에 따라 향후 어떤 건강상 문제점을 나타낼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고, 영아기나 유 아기에 노출된 경우에는 그 피해가 수십 년간 지속될 수 있기에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의 료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하며 성장 과정에 따라서 교육부나 국방부 등과의 협의가 필요 하기도 하다. 세월호참사의 경우에는 재난이 발생한 지역뿐만 아니라 대다수 희생자가 거 주했던 안산 지역공동체가 심각한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봤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는 재난 피해지원 법 규범의 통합화가 필요하다고 주장 416)했으며, 제시된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재난안전법」에 하나의 장을 신설해 재난 피해지원에

결론 제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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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지원에
편입시키는 방식이다. 세 번째는 「재난안전법」 과 「재해구호법」상의 피해지원 관련 규정들을 떼 내고, 여기에 재난 피해지원에 관한 특별 416) 위원회, 이진국, “재난 피해지원 법제 분석 및 개선연구”, 아주대학교 산학협력단, 2020
관한 내용을 새롭게 규정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재난안전법」상 피해
관한 규정들을 모두 「재해구호법」에

법상의 피해지원 수단들을 통합해 완전히 하나의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방식이다. 이

마지막 방안은 가칭 ‘재난피해의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것으로, 상기하였던 재난 피해자의 권리를 포함해 구호 대원 등의 포괄적인 지원방안들을 삽입하는 것이다.

2021년 행정안전부는 국정과제인 「안전기본법(안)」 417)의 입법 추진에 맞춰, 하위 법령 정비 와 「재난안전법」과의 분법 방향 등을 검토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수행했다.418) 「안전기본 법(안)」 제23조(피해 회복 지원)에서 “재난으로 인한 생명·신체·재난에 피해를 입은 자”를 “피해 자”라 하고, 동법 시행령(안) 제13조에서는 ①피해자의 회복에 필요한 지원을 차별 없이 시 행하고, ②피해자의 특성을 고려해 지원 기간과 범위·방법을 정하며, ③이 과정에서 피해 자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도록 한 피해지원의 원칙이 제시돼 있다. 그러나 「생명안전기본법(안)」 419)이 ①사망자 시신의 인계 ②생사가 불분명한 사람에 대한 수색 ③사고 수습 등에 관해 “피해자의 권리”로서 명문화한 것과 달리, 「안전기본법(안)」은 ‘피해회복의 주체’가 국가 등인 경우에 해당하는 조항만 “국가의 의무”로서 규정한 차이가 있다. 「재난안전법」에서 안전관리에 관한 조항을 분리해 “안전권”을 명문화한 기본법을 제정한 다고 할 때, 재난관리 기본법으로서 동법의 위상 변화가 동반될 수밖에 없다. 이때 앞서 검토한 ‘재난피해자’를 수혜자가 아닌 ‘권리 주체’로 보는 국제적 기준과 가이드라인이 반 영되도록 해야 하며, 국가 등의 책임과 역할을 규정할 때, 재난·참사 발생 직후부터 피해 지원 종료 시점까지 지원의 연계성과 통합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일원화된 재난 지원 체계로의 개정이 필요하다.

417) 의안번호: 2105198, 의안명: 안전기본법안(오영환의원 등 16인), 제안일자: 2020-11-11

418) 황승흠·김연식·김정현·황성기·이수현. (2021). “안전기본법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을 위한 법제연구”

419) 의안번호: 2105321, 의안명: 생명안전기본법안(우원식의원 등 29인), 제안일자: 2020-11-13

396 제 5 장 결론

나. 피해지원 체계 및 제도 개선 방향

재난 발생 시 신속하고 체계적인 구조 및 구호는 피해 발생의 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

부가 수행해야 할 일차적 역할이며, 피해특성에 따른 전문적이고 다층적인 피해지원은 피 해자 회복과 피해지역 복구를 위해 수행돼야 할 정부의 이차적 역할이다. 양 참사에서 정 부는 이 두 가지 역할을 적시에 적절하게 수행하지 못했다. 이는 위기관리기구 간 통합성 과 연계성이 부족하고, 기능별 피해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관계기관에 대한 총괄·조정 역 할을 하는 책임부처가 불분명하거나 그 역할이 미비했기 때문이다. 재난·참사 피해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개정되면, 기존 공급자 중심으로 작성된 위기관리 매뉴얼과 기능별 재난대응 활동계획 등을 피해자 중심의 원스톱 통합지원 체계 전환을 위한 전면개정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기존의 상급기관 보고 중심의 재난관리 방식은 기 관 간의 효과적인 협업체계를 구축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부처 간 불필요한 경쟁이나 문제 발생 시 책임 회피로 인한 관료주의 문제점을 가중시킨다. 또 참사에 대한 정부의 소 극적이고 방어적인 대응 방식은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차단해 피해자의 불신을 초래한다. 따라서 대규모 재난 시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과 피해지원을 위해서는 범정부 총괄 지휘 체계 및 통합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기관 간의 수평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기반으로 한 효율적인 역할분담을 수행해야 하고,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통해 피해자와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재난 피해지원 체계 및 제도의 개선은 ①재난 유형별·피해 유형별 피해자의 요구와 특성에 대한 고려 ②단기 및 장기적인 피해의 특성 ③안전취약계층 등과 같은 다층적인 피해자 들의 개별적인 필요들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때 재난·참사로 인한 직접 적인 피해 외에도 재난 수습(대응·복구)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겪는 인권침해, 민·관 대응인력 의 안전사고와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지역사회 피해 확산과 사회적 갈등에 대한 해결 방 안을 연속선상에서 통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각종 하위 법규와 지침의 개정, 국가위기관리기본계획과 집행계획의 작성, 재난 피해지원 정책 수립 시, 재난피해자와 관련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반영할

결론

397
제5장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필요가 있다. 관련해 우원식 의원이 대표발의(2020.11.13.)한 「생명안전기본법(안)」 420)에는 복

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재난과 사고에 대한 예방과 대처는 정부의 관리만으로는 안 되고

시민들의 제안과 참여가 동반돼야 하므로, 안전사고의 예방·대비·대응·복구 활동에 대 한 ‘피해자와 시민단체’의 참여 권리를 제13조에서 명문화하고 있다.

더불어 피해자와 민·관 대응인력을 인권의 주체로 보는 관점에서 작성된 업무수행 지침 과 이를 숙지할 수 있는 교육·훈련이 뒤따라야 한다. 이때 ①재난피해자의 심리·사회적 특성에 대한 이해 ②피해지원 업무수행 기관 간 상호협력절차 내실화를 위한 상시 합동 훈련실시와 평가·환류 ③피해자 대상 위기소통 및 재난갈등 관리를 위한 역량이 강화되 는 방향이어야 한다.

3. 시민사회 회복력(resilience) 강화

가. 고통 공감과 피해자 추모 및 애도

재난피해의 고통은 피해자가 사회적으로 고립될 때 더욱 악화된다. 누구나 언제라도 참 사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으로 타자의 고통을 공감하고 희생된 피해자를 충분히 애도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 형성이 필요하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중 성인 피해자의 약

80%는 만성적 울분 상태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동일 척도를 적용한 국내외 어느 문헌 에서도 보고된 바 없을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세월호참사 이후 2015년 2월까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로 외래진료를 받은 간접피해자의 수는 총 655명으로 집계됐다. 또 참사 후 약 2개월간 안산지역 집중 피해지역인 고잔동·와동·선부동 등 3개 동 주민들의 우울 정 도나 스트레스는 예전 상태로 회복됐으나 그 외 지역주민들은 오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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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악화되는 경 향이 나타났다. 참사에서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추모는 희생자의 명복을 비는 행위인 동시에 참사가 희생 420) 2020.11.13. 우원식 의원이 대표발의한 「생명안전기본법(안)」의 제안이유를 보면,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재난과 사고에 대한 예방과 대처는 정부의 관리만으로는 안 되고 시민들의 제안과 참여가 동반되어야 하므로, 안전사고의 예방·대비·대 응·복구 활동에 대한 ‘피해자와 시민단체’의 참여 권리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자만의 고통이 아님을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행위다. 세월호참사 후 “잊지 않겠다”는 다짐 과 노란 리본은 개인들의 슬픔과 분노가 응축되고 확산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이외 에도 다양한 시민들의 조직이 형성됐고, 정치·문화예술 행동을 통한 사회적 애도가 수행 됐다. 안산시민들은 참사 당일 밤부터 학생들의 무사 귀환을 염원하는 촛불집회를 자발 적으로 시작했고, 시민대책위 구성 후에는 유가족을 지지하는 활동으로 연결됐다. 또 집 중피해지역을 중심으로 생겨난 민간단체들은 공동체 회복을 목적으로 활동했으며, 지역 내 사회복지기관과 종교기관 등의 참여는 비교적 단기간에 끝나는 자원봉사와 달리 지속 적으로 이어졌다. 시민들의 적극적 관심과 참여, 의사 표현은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쳐 「세월호피해지원법」 제36조에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와 해상 안전사 고 예방 교육 규정이 마련됐다. 추모는 피해자·희생자와 그 유가족들에게만 해당하는 영역이 아니다. 추모는 피해자에 대한 위로와 공감을 표현하는 시민적 애도의 방식이자 유사 사건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회적 기억을 보존하는 문화적 행위다. 추모사업은 생명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며 타인의 삶을 존중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인권적 가치를 지닌다. 또 피해 자들이 사회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심리적 지지를 확인하는 문화적 수단이자 참사를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함으로써 재발 방지를 요청하고 법·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시민적 동력이기도 하다. 또 추모는 참사를 초래하고 악화시킨 전체적 맥락과 현대 사회의 문제를 직시할 수 있는 역사적 자료로써 미래 세대를 위한 기억과 교육의 장이다. 4·16추모공원의 조성은 세월호참사만이 아니라 향후 재난 참사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 기에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한다. 「세월호피해지원법」에는 추모와 공동체 회복에 관한 규정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를 추진 하는 과정에서 언론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정치인들이 피해자들에 대한 혐오감정

조장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반면 2018년 8월 개정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은 피 해지원에 대한 정부의 후속 조치로 추모사업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피해자 단체가 자발적이고 임의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으로 명시했다. 이는 정부가 추모사업의 지원 주 체로 나서기를 거부한 것으로, 피해자 및 유가족의 권리를 외면한 것이다. 따라서 향후 재 난피해지원 관련 법을 개정할 때는 기억·추모 및 회복에 대한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결론 제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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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나. 민주적 권리 인식과 상호존중

사회적 참사에서 ‘사회적’이란 그 원인과 결과가 사회 구조와 환경의 주요한 영향 아래 있 다는 의미다. 사회적 참사가 사회 구조와 환경의 영역이라고 해서 사회 구성원 개인의 책 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공적이거나 사적인 많은 정책과 규칙, 수용된 관행에 따라 행동 하는 수많은 개인의 행위는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적 구조와 환경을 낳는 데 기여한다. 이 런 점에서 개인은 시민으로서 ‘공유된 책임’을 가지고 있으며,421) 사회적 참사를 발생시킨 사회 구조와 환경을 변화시켜야 할 시민적 책임을 지닌다.

시민적 책임은 사회적 참사를 유발한 잘못된 사회적 구조를 바꾸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모두가 공동으로 져야 할 확장적 범위의 책임이다. 시민적 책임은 경계 없는 연대와 협력 으로, 즉 관계를 조직하고 행동을 조율하기 위해 다른 이들과의 공적 소통에 참여하는 것 을 요구한다.422) 따라서 사회적 참사를 공유한 시민들은 사건 발발 및 사후 처리, 재발 방 지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법·제도 및 정치를 바꾸는 책임이 있고, 민주국가의 정치 적 주체로서 참여하고 조직할 책임이 있다. 또 사회관계 회복과 관련해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의 하나로 언론의 영향과 역할이 있 다. 유엔피해자권리원칙423)은 피해자권리의 구제수단 중 ‘재발 방지의 보증(guarantee of nonrepetition)’과 관련해 언론매체에 대한 행동강령과 윤리규범, 특히 국제적 기준의 준수를 촉 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3조). 재난에서 언론의 역할은 피해자의 명예권과 직접적 인 관계를 맺는다. 재난피해자는 존엄성을 인정받고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으며, 명예권은 재난피해자가 재난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부당한 인격침해나 혐오표현으 로부터 보호를 받을 권리다.424) 세월호참사에서 언론 보도는 피해자에 대한 혐오표현을 421) 아이리스 매리언 영, “정의를 위한 정치적 책임”,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2013 422) 아이리스 매리언 영, “정의를 위한 정치적 책임”,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2013 423) UN General Assembly, Basic Principles and Guidelines on the Right to a Remedy and Reparation for Victims of Gross Violations of International Human Right Law and Serious Violations of International Humanitarian Law,(16 Dec. 2005) UN Doc. A/60/509/Add 1, in (Mar. 2006) A/RES/69/147 424) 위원회, 이진국, “재난 피해지원 법제분석 및 개선연구”, 아주대학교 산학협력단, 2020.

400 제 5 장 결론

가감 없이 노출하거나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거짓 왜곡 보도 등을 생산함으로써

2차 피해를 제공한 직·간접적 책임이 있다. 재난피해자에 대한 혐오표현이나 명예훼손 같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재난피해자 등에 대한 인권침해나 혐오표현 관련 법령·제도·정책·관행의 개선이 필요하다. 또 재난 피해자 관련 언론 보도에서도 방송통신위원회·언론중재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인 터넷심의위원회·신문윤리위원회 등의 심의 기준에 재난피해자 보호에 대한 보도준칙이 마련돼야 한다. 참사를 예방하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장기적인 대안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 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로 인해 현대사회는 경제 적 이윤추구와 이를 위한 효율성을 강조해 왔고, 그 결과 인도의 보팔 가스 참사나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과 같은 대형 사회재난이 초래됐으며, 한국 또한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2007년 허베이스트리트호 기름유출사고, 2017년 포항지진과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2020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화재참사, 2021년 광구학동 철거건물 붕괴참 사를 목도했다. 이와 같은 대형 재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위험사회에 대한 시민사회의 일반적 인식이 높아져야 하며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사회적 안전장치 마련을 보장해야 한 다. 관료제 시스템에 의존하던 구조나 구호 또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 돼야 하며, 기념이나 추모사업을 통해 이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참사의 과정과 회복 절차에서 반복되는 무책임을 법률과 제도만으로는 방지할 수 없으며, 이를 위해 추모시설과 교육으로 사회적 참사를 기억하고 역사적으로 유의미하게 해석하

는 작업이 실행돼야 한다. 다. 공동체적 책무

유엔 재난위험경감사무국(UN Office for Disaster Risk Reduction; UNDRR)은 재난을 “영향을 받는 공

동체 또는 지역사회가 자체 자원을 활용해 대처하는 능력을 뛰어넘는, 광범위한 인적·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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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적·경제적 또는 환경적 손실 및 영향을 포함하는 그 공동체나 사회의 기능 작동의 심각 한 장애”로 정의한다.425) 재난은 그로 인해 치명적 영향을 받은 직접적인 피해자뿐만 아니 라 피해자들이 속해 있는 지역공동체의 친밀성 네트워크에도 영향을 미치며 참사의 특 성에 따라서는 지역사회 전체의 일상적인 기능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이에 따라 재난지역 사람들은 이전과 전혀 다른 긴급하고 우연적인 역할들을 수행해야 하며, 심각한 생존 상 의 위험·상실·박탈을 겪으면서 함께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집단적 연대감을 실천하기도 한다. 재난으로 인한 피해는 이처럼 단순히 인적·신체적·물리적 피해를 본 개개인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피해가 발발하거나 영향을 미친 지역과 그 지역공동체, 광의적 개념의 피해 자들이 영위하고 있던 사회관계로까지 확장해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재난피해지역 내 지 역사회 기반의 공동체회복프로그램 사례 연구에 따르면 재난 이후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 과 공동체 와해는 재난 후 일상으로의 회복을 지연시키는 것을 넘어 회복 불가능 상태로 빠지게 하기도 한다.426) 결국 재난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삶의 터전으 로 만들 수 있어야 하며 이는 최근 지역사회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에 대한 요구로 이어지 고 있다. 유엔 재난위험경감사무국(UN/ISDR)은 회복탄력성을 “재난에 노출된 시스템·조직 혹은 사 회가 주요 기반시설과 기능을 보호하고 복원하는 것을 포함해 시의적절하고 효율적인 방 법으로 저항·흡수·수용·복구하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재난극복과 관련한 지역공동체 회복력의 주요 요인은 ‘공동체 의식(지역사회 내 유대와 상호 교류)’, ‘시민 참여(참여 활동과 유연하고 다양한 공 동체 협의 구조)’, ‘혁신(지역사회 내 경제·사회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창조적 계층 조직, 지식이나 기술·가치)’이다.427) 이 는 고통을 수반하는 피해에 대해서 공동체가 구조적 각성과 2차 피해 중단, 자율적이면 서도 자발적인 복구 참여, 재발 방지를 위한 협력과 참여 등과 같은 문화적 책임을 수행하 425) UNDRR(구 UNISDR), Terminology on Disaster Risk Reduction, 2009, “재난 피해지원 법제 분석 및 개선 연구”, 아 주대학교 산학협력단, 2020. 재인용

426) 이영욱 등, “재난피해지역 내 지역사회기반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사례 연구”,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Safety, 2020.10.

427) 정창기 외, “안산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사업 성과 분석 및 매뉴얼 구축 연구”, (재)희망제작소, 2021.12.

402 제 5 장 결론

며, 이런 활동들이 공동체 회복의 중요 요인임을 의미한다. 공동체적 책무란 직접적인 법적 책임의 범주에는 속하지 않지만, 시민적 책임을 포함해서 한 사회가 집합적으로 공유하는 인도적 책임을 의미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 원은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에 일정한 몫의 신뢰를 부여한다. 사회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는 것은 그 사회가 작동하는 규칙이 질서정연하고 예상 가능할 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기 대에 부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기업은 이윤추구 활동을 할 때 법률과 제도 적인 규칙을 준수하고 윤리적인 책임을 수행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회, 정부는 공정하고 공평하게 권한을 사용할 것이며 투명하게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재난이나 위급상황에서 는 국민의 신체·생명·재산을 일차적으로 보호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회가 이러한 긍정 적 기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공동체가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가 권력의 오·남용이나 기업의 비 윤리적인 이윤추구 행위를 문제시하고, 이를 법적으로 제지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물질 적 자원 동원의 능력이 높을수록 윤리적 책임도 높게 요구하는 사회 제도와 문화를 구 축할 필요가 있다. 공동체의 구성원은 자신이 어떤 자리에 있든 동시대를 살아가는 공동 존재로서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고 사회적 신뢰를 증진해야 할 공동체적 책무를 지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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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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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 결론 제5장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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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6 제 5 장 결론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

부속서 Ⅳ

발행일 2022년 9월 1일

위원장 문호승

위원 강기탁, 문현웅, 이 민, 이재원, 황필규

종합보고서 작성기획단

오관영(단장), 변바른(팀장), 이병국(조사관), 박형섭(조사관)

집필위원 김아람(한림대학교 글로컬융합인문학 교수)

서준상(前 대한출판문화협회 정책연구소 연구원)

송정은(강원대학교 비교법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안지혜(세월호참사기록집 ‘세월호, 그 후’ 기획·편집자)

유해정(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

임정은(세월호희생자 약전 참여 작가)

조영신(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

발행처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발간등록 11-1074601-000009-01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소공로 70 포스트타워 20층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종합보고서 웹페이지 http://socialdisasterscommission.co.kr

디자인·제작 (주)명진씨앤피(02-2164-3000)

ISBN 979-11-969100-7-5(94300) <비매품>

ISBN 979-11-969100-1-3 <전 8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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