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디자이너, 김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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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구글 서비스를 디자인하고 있다

구글 코리아의 첫 디자이너였던 김선관은 본사로 스카웃된 뒤로

글로벌 GLOBAL 비주얼 디자인VISUAL 리드 DESIGN LEAD 취재 — 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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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머물고 있는 김선관을 만나기 위해 구글 코리아로 찾아갔다. 테헤란로의 회색 빌딩숲을 지나 리셉션 데스크로 들어서자 우선 원색의 가구부터 눈이 갔다. 구글 로고를 연상시키는 의자에 앉아있으니 곧 마중 나온 그가 사무실 구경을 시켜주었다.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손꼽히는 구글답게 직원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이 사무공간만큼이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되었다. 구글 코리아의 첫 번째 디자이너가 된 뒤로 꽤 긴 기간을 근무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총 7년을 근무했어요. 창립된 지 14년이 지난 회사이니 반절을 함께한

김선관

셈이에요. 구글의 여러 변화를 경험했죠. 처음 3년간은 구글 코리아의

PICKPLUS.CO.KR/SOCCERHOLIC2

유일한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본사와 인연이 닿은 첫 계기는 본사에서 UX를

— 야후 코리아를 거쳐 2007년 구글 코리아의 첫 번째 디자이너로 일하게 된 김선관은

총괄하시는 아이린 유(Irene au)의 한국방문이었어요. 한국과 아시아 시장의

2010년 본사로 스카웃되어 실리콘밸리에 있는 구글에서 크리에이티브 리더로 일하고 있다.

디자인에 관한 피피티를 공들여 준비했는데 디자인 스킬이나 안목이

구글 플러스 메인 디자이너, 구글 비주얼 디자인 부분 리드 역할을 하면서 구글의 다양한 서비스를

아이린의 눈에 들었어요. 그래서 본사 프로젝트를 잠시 도와달라는 요청을

디자인했다. 현재는 구글 사내 벤처인 나이앤틱 랩(NIANTIC LABS)에서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받게 되었어요.

진행하는 중이다.

참여하게 된 본사 프로젝트는 어떤 것이었나요? 비밀리에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뜻하는 용어인 ‘스컹크 웍스(Skunk

Works)’라는 이름으로 불렸어요. 굉장히 큰 프로젝트였죠. 구글 전체의 서치 페이지(Search page)를 리디자인하는 프로젝트였으니까요. 이정도의 무게를 지닌 디자인 프로젝트는 구글 역사상 처음이었어요. 군사지역처럼 붉은 색으로 통제구역이라 표시하고 보안을 지켰죠. 듣기에도 상당히 큰 프로젝트라 느껴지네요. 현재 야후의 CEO인 마리사 메이어(Marissa Mayer)가 당시 그 프로젝트의 책임자였어요. 포천이 선정하는 영향력 있는 여성 명단에도 매년 오르는 저명한 인물이죠. 이 외에도 구글의 핵심인물들이 앉아있는 바로 앞에서 제가 참여한 디자인이 설명되었어요. 이건 어떻게 하면 좋겠고, 저건 어떻게 하면 좋겠고, 하는 식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그들과 인터렉션할 기회를 얻은 것만으로도 뿌듯했죠. 결국 서칭 페이지는 성공적으로 런칭했어요. 마치 모든 것의 계기가 된 프로젝트라는 의미로 들리네요. 이후 또 어떤 일들이 벌어졌나요? 이듬해 아이린 본부장에게서 다시 메일을 받았어요. 말하자면 비밀리에 온 메일이었어요. 아이린은 ‘중요한’, ‘비밀’ 프로젝트임을 강조했어요. 그래서 한국에서 공유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남는 시간에 작업을 해야 했죠. 낮에는 평범하게 근무하고 늦은 밤까지 혼자 작업 했어요. 작업한 세 가지

제이크 나프 구글 벤처스 디자인 파트너와 함께 찍은 사진.

시안을 보내자 다음날 아이린에게 바로 답장이 왔어요. 몇 달 정도 이쪽으로

김선관은 그와 함께 구글의 비주얼 디자인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였다.

오면 어떻겠냐는 것이었죠. 지난번에 비하면 기간이 제법 기네요. 이번에는 또 어떤 프로젝트였나요. 구글 플러스 프로젝트였어요. 제가 한국에서 작업한 디자인이 프린트되어 미팅룸을 가득 채우고 있었죠. 그들이 논의한 흔적을 보여주듯 옆에는 포스트잇이 붙어있었고요. 한국에서 작업하면서 재미삼아 김연아나 소녀시대를 썸네일로 사용했는데 마치 한류를 소개하는 느낌이 들어서 재밌었어요. 그 자리에서 아이린이 정식으로 저를 구글 플러스의 메인 디자이너로 팀원들에게 소개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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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VISUAL DESIGN LEAD

김선관이 구글 본사에서 처음으로 맡아 진행했던 프로젝트인 서치 페이지 리디자인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는 이른바 ‘스컹크 웍스’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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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플러스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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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서브 역할과는 달리 이번에는 메인 디자이너를

자신의 디자인이 전세계 구글에 적용된 것이네요.

맡게 되었네요. 일종의 승진인 셈인데요.

구글 내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을 다 해본 셈인데요.

사실은 스컹크 웍스 프로젝트 때에도 그랬어요. 동고동락하다보면서

당시에는 일이었으므로 큰 생각이 없었는데 돌이켜보면 분명 그렇죠. 막상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디자인 경쟁이 이뤄지죠. 메인 디자이너가 따로

큰 프로젝트를 여럿 경험하고 나서는 구글 말고 다른 형태의 경험에 관심을

있었는데도 제가 제안한 디자인 방향이 선택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관계가

생겼어요. 가령 구글 벤처스Google Ventures라 하는 실리콘 밸리 스타트업

불편해지자 제가 먼저 제안했어요. “이것은 당신의 디자인이다. 나는 당신을

벤처캐피탈 회사가 있어요. 펀딩 이외에도 디자인 자문에도 중점을 두는

돕기 위해 왔다. 내가 작업한 디자인을 당신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엔젤 투자형식을 가지고 있어요. 구글이 가지고 있는 기술과 시너지를

설명해도 괜찮다.” 다행히 메인 디자이너는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었고

재밌는 스타트업 아이디어에 결합하는 것이죠.

서로의 단점을 채워주는 팀웍 플레이로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무리 지을 수 있었어요. 구글 플러스 때에도 이전에 몇 번의 메인 디자이너 교체가

또 구글 본사에서 일하며 얻은 것은 무엇일까요.

있었어요. 아이린이 마지막으로 빼어든 카드가 바로 저였고요. 그것이 어느

협력할 동료를 얻은 것이 제일 먼저 떠오르네요. 제이크 나프(Jake

정도 맞아 들어간 셈이죠.

Knopp)라는 친구가 있어요. 위에서 내려온 결정에 따라 브리프를 처리하는 평범한 인하우스 디자인 과정과는 달리, 구글에서는 역으로 디자이너가

평소 인터넷을 사용하며 자주 접할 수밖에 없던 구글 플러스라

회사에 개선방향을 제시할 수 있거든요. 아이디어 스케치부터 아웃풋을

디자인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더한데요.

뽑아내는 것이죠. 이 친구가 이걸 잘해요. 구글 행아웃, 구글 맵스 등의

구글 플러스는 단순 SNS 플랫폼이 아니라 다양한 구글 서비스와의 연계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장본인이죠. 구글의 비주얼 디자인을

통한 허브 역할을 하고 있어요. 결국 구글 전체 디자인을 다시 하는 것과

개선하는 프로젝트 때 아이린이 제게 UX를 맡겼고 제이크에게는

다를 바 없는 상황이었어요. 하나를 건드리면 나머지도 맞게 조율하는 것이

인터랙션을 맡겼어요.

당연하니까요. 구글 전체 비주얼 디자인을 리드해서 일관성 있는 아이덴티티를 형성해내는 것이 중요했어요. 이 자체가 또한 스케일이 너무

그럼 요즘엔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큰 작업이었고, 결국 구글 디자인에 일관성을 만드는 새 프로젝트로

역시 재밌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구글 사내 벤처 회사인 나이앤틱

이어졌어요. 내부에서는 케네디 프로젝트라 불렸어요. 스컹크 웍스

랩스(Niantic Labs)에서 구글의 미래를 그리고 있어요. 최근엔

프로젝트 때부터 구글 디자인의 변화가 시작되었고 이 변화에 방점을 찍은

<인그레스(Ingress)>라는 증강현실 게임에 집중하고 있어요. 발로 뛰며

것이 케네디 프로젝트였어요.

실제로 돌아다니면서 경험하는 이 게임은 마치 영화 매트릭스처럼 가상과 현실이 공존한다는 점이 재미있어요. 실제로 돌아다녀야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오프라인 동호회가 생기고 커뮤니티가 생기고 하는 과정이 자연스럽죠. 이번에 한국에 들러서도 인그레스 행사에 들러서 이벤트 상품을 뿌리고 왔어요. 색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즐거움이 있을 것 같네요. 같은 구글인데도 여기에는 벤쳐 분위기가 있어요. 마치 구글 초창기, 회사가 커지기 이전의 느낌으로 잦은 아이디어 회의가 이어지죠. 새로운 플랫폼 디바이스인 구글 글래스를 시험해보는 등 2,3년 앞으로의 디자인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글로벌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디자이너 후배를 위한 조언 — 해외 취업에 관한 조언을 하기에 나는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 스카웃이 되기 전까지 한국에서 공부하고 한국에서 디자인을 한 사람이었다. 야후와 구글에 입사하기 전에는 에이전시에서 5년을 일했다. 크고 안정적인 회사를 선호하는 대신, 시간이 지나고 나서 경험이 남는 회사를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열심히 하는 디자이너보다 즐기면서 하는 디자이너가 되기를 바란다. 나는 개인적으로 축구를 많이 좋아한다. 디자인 센스를 가지고 취미와 연계할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축구에 관해 직접 사진을 찍고 디자인한 책을 두 권이나 출간했다. 야후에서 일할 때는 당시 야후가 독일월드컵 공식 스폰서인데다가, 박지성 공식 홈페이지를 담당하고 진행하는 행운도 가졌다. 가능한 즐겁게 디자인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라. 언어적인 한계는 나 또한 매일 느끼고 있는 부분이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어떤 팁을 제공하기는 참 힘들다. 결국 미리 준비하는 것이 정답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매일 공부하고 있다. 뜻이 있다면 계속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정신없이 달리더라도 언제나 초심을 잊지 않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보람을 가지고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보다 더 도움이 되는 조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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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VISUAL DESIGN LEAD

구글 플러스 첫 번째 시안의 모습.

<인그레스>의 실제 구동 모습.

구글 플러스 비주얼 컨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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