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을 찾아서> : 뉴욕으로 간 다섯 디자이너의 청춘사용법

Page 1

이세희 Google

홍경선 Landor

성연지

Pentagram

김애린 R/GA

뉴욕으로 간, 다섯 디자이너의 청춘사용법

이한소 Y&amp;R



나의 길을 찾아서 뉴욕으로 간, 다섯 디자이너의 청춘사용법



나의 길을 찾아서 CONTENTS

8

서문

12

추천사

Google 1부

1.

구글

이세희

2.

나의

길을 찾아서

나, 그리고

3.

구글 이야기

구글과

함께 하는 일주일

꿈의 직장,

내가 진정으로

그들이

개인의

구글에서

하고 싶은

나를 찾게 하는

시간과 업무를

살아가기

20

일은

22

전략!

30

존중하는

36

월요일

37

화요일

43

수요일

48

목요일

50

상사의 눈치보다는

머테리얼

스스로 요청하는

머릿속에 그려진

생산성

디자인 미팅

승진시스템

비주얼, 유레카!

금요일

56

토요일

59

일요일

자유로운

뒤늦게 알아가는

은밀하게

재택근무

뉴욕의 매력

소소하게

61

4.

에필로그

66 나는 일할 때 행복하다


Landor

2부

1.

랜도

홍경선

2.

나의

길을 찾아서

나, 그리고

3.

랜도 이야기

랜도와

함께 하는 일주일

꿈과 행복을

나는

페리보트의 선장

좋은 브랜딩은

찾아가는

지금 이 순간

월터 랜도

마음에서

방법

68

행복한가?

월요일

95

화요일

70

103

78

수요일

109

만들어지는 것 94 목요일

117

많이 보는 것만큼

가이드 라인은

제안의 비법,

천재성보다

좋은 방법은 없어

어떻게 만들어질까?

세 가지 스펙트럼

끈기와 인내심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4.

123

130

138

회의할 때,

원하는 대로 해도

삶에 활력을 주는

‘침묵은 금’이 아냐

다 괜찮아

프리랜싱

에필로그

142 좋아하는일을 찾아서 행복하다

Pentagram

3부

팬타그램

1.

성연지

2.

나의

길을 찾아서

나, 그리고

3.

팬타그램과

팬타그램

함께 하는

이야기

일주일

내 인생

끝까지

동업자들이 이룬

성장시키고

최고의 선택,

하고 싶은

강력한

뛰어놀게 해준

팬타그램

146

것은

148

파트너 시스템 164

캔버스

200

월요일

201

화요일

207

수요일

목요일

212

209

백지에서

자기 앞의 생을

마이클은

성공 포인트를

시작하기

살고 있구나

노련한 파트너

찾아라

금요일

215

토요일

217

일요일

220

썸머

주말의 여유

언젠가는

프라이데이

즐기기

정원 딸린 집에서

4.

에필로그

226

내일의 캔버스가

기대된다


R/GA 4부

1.

R/GA 김애린

2.

나의

길을 찾아서

나, 그리고

3.

R/GA와

R/GA

함께하는

이야기

일주일

자신과의

뒤늦게

내가

진짜 프로는

싸움에서 이기는

심장이 뛰는

R/GA를 선택한

무엇이든

방법

230

꿈을 찾다

232

이유

238

최선을 다한다 242

월요일

243

화요일

254

수요일

260

목요일

268

화성 디자이너

수시로 요청하는

속이 타들어 가는

디테일이

금성 프로그래머

피드백

미팅 준비

레벨을 결정한다

금요일

토요일

279

282

일요일

286

자극이

미친듯

주 중보다

필요해

일하고 즐기자

바쁜 하루

Y&amp;R 5부

영 앤 루비컴

1.

이한소

2.

나의

길을 찾아서

4.

에필로그

290 포기하지 않으면 이룰 수 있어

나, 그리고

3.

영 앤 루비컴과

영 앤 루비컴

함께하는

이야기

일주일

지금 이 순간을

목표를 향해

공과 사의

지독한 스케줄,

잡아라

앞만 보고

모호한

특별한 프로젝트

294

달렸다

296

경계에서

302

313

화요일

326

수요일

334

월요일

312 목요일

345

첫 판에 패를

프로젝트 담장자와

경우의 수와

인맥을 쌓고

까지 않는 이유

작업자 간의 마찰

플랜 B

싶다면

토요일

일요일

금요일

355

369

374

개인의 창작활동은

알람없이 잠에서

내일이

왜 중요할까

깨어서 좋은 날

월요일이어서 괴로운

4.

에필로그

378 변화를 무서워하지 않아


서문

이들이 원했던 건 딱 한 가지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행복’해 지는 것

“지금 이 순간, 행복하니?” 기획자(AE)로 3년간 잘 다니던 광고 회사를 그만두고 뉴욕으로 날아가 디자이너로 인생을 갈아탄 홍경선이 매 순간 자신에게 묻 는 질문이다. 어느 날, 문득 그는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 라는 생 각에 빠졌고, 밤새워 그림 숙제를 즐겁게 했던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려 낸다. 그러고는 스물 여덟에 뉴욕으로 날아가 디자인을 다시 공부하여 랜도에 입 사한다. 그는 지금 이렇게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행복하다.” 라고. 그런가 하면, 중학교 때, 외고 진학을 목표로 온갖 스펙 쌓기에 내몰 렸던 한 학생이 있다. 그로 인해 받은 스트레스와 해마다 반복되는 친구들 과의 갈등으로 그는 비상구를 찾아야만 했다. 지금은 광고 회사 뉴욕 영 앤 루비콤(Y&amp;R)에서 일하는 아트 디렉터 5년차 이한소다. ‘자신의 앞날에 어 떤 일이 벌어질지, 두렵기는 지금도 마찬가지’라는 그는 그럴 때마다 이렇 게 외친다. “현재를 잡아라. 내 앞에 놓인 지금 이 순간, 즐겁게 최선을 다해 사 는 거야!”

8

나의 길을 찾아서


다큐, 뉴욕의 일주일

OECD국가 중 대학 진학률이 제일 높다는 우리 나 라 사람들의 행복지수는 아주 낮은 편이다. 그리고 취업을 못한 대졸자가

5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현실이 이렇다면 대학에서 ‘아팠던 청춘’을 이겨내고 취업에 성공했다 해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서 행복하다’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의문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건 아니다. 아픈 청춘의 대학시절을 잘 견뎌내고, 사회로 나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당차게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 는, 수많은 또 다른 우리들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 가운데 뉴욕의 구글, 랜도, 팬타그램, R/GA, 영 앤 루비컴(Y&amp;R) 에 입성한 한국의 젊은 디렉터와 디자이너 5명이 있다. 김애린, 성연지, 이 세희, 이한소, 홍경선이 바로 그들이다. 인턴으로 입사해 정규 직원으로 채 용된 그들은 현재 인터넷, 광고, 브랜딩, 디지털 에이전시 등 창조산업계 각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이 책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하루하루 일상을 마 치 다큐처럼 ‘뉴욕의 일주일’이라는 프레임으로 압축하여 생생하게 보여 준다. 이들이 원했던 건 딱 한 가지,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행 복’해지는 것이다. 그것은 ‘디자인’이었고, 이들을 자연스럽게 이끈 곳은 뉴욕이었다. 그곳에서 ‘잔인한 동물들의 학교’라 불리는 디자인 학교 SVA 수업을 통과했다. 앞만 보고 달렸으며, 실무 경험을 쌓기 위해 인턴십을 방 학 때마다 2, 3개씩 7개 회사를 다니는 등 뉴욕에서 본능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고서 4년간 작업한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를 여러 회사 에 넣고, 인터뷰를 하면서 마음 졸이며 합격 통지서를 기다리는 혹독한 취 업 과정을 견뎠다. 그 대가로, 이들은 청소부라도 들어가고 싶었던, 원하는 회사의 합격 통지서를 받을 수 있었다. 이들은 현재 3년에서 7년차로 뉴욕

뉴욕으로 간, 다섯 디자이너의 청춘사용법

9


의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각자 저마다의 재능을 발휘하며 성장해 가고 있다. 중 ∙ 고등학교 시절, ‘나는 무엇이 될 거야’라고 자기의 꿈을 자신 있 게 말하던 친구들이 부러웠다는 이세희는 어떻게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구글의 UI 디자이너가 되었을까? 언론정보학부를 졸업하고 3년간 광고회사 기획자로 일했던 홍경선 이 뉴욕으로 가서 다시 디자인 공부를 시작하고 세계 최고의 브랜딩 회사 인 랜도에 디자이너로 입사한 까닭은 무엇일까? 여섯 살 때부터 아나운서의 꿈을 간직하고, 직접 손석희 앵커를 만나 인터뷰할 정도로 집요했던 성연지는 어떻게 문턱 높은 팬타그램에 들어가 디자이너의 삶을 살게 된 것일까? 중 ∙ 고교 시절까지 꿈도 없이 하루 50여 권의 만화책을 읽고, 오락실 에서 게임을 하며 자칭 쓰레기생활을 했다는 R/GA 김애린은 어떻게 자신 의 정체성을 찾고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냈을까? 개인의 특성을 외면하는 교육시스템과 해마다 반복되는 친구들과의 갈등으로 따돌림을 받던 이한소는 어떻게 ‘광고인의 천국’이라 하는 Y&amp;R 에 당당하게 입성하여 아트 디렉터가 된 것일까?

10

나의 길을 찾아서


이 순간, 넌 행복하니 그 과정은 길지만 각기 다른 색깔과 개성을 지닌 이 들의 청춘을 따라가다 보면 공통점을 몇 가지 찾게 된다. 힘든 일도 끝까지 해결해 내는 인내심과 도전의식으로 똘똘 뭉쳤다는 것, 자신의 일을 즐기 면서 세상 혹은 타인과 소통하는 일에 게으르지 않다는 것,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분명한 건, ‘무조건 견디어 살아남는’ 성공 이 아니라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서 ‘행복’해지고 싶다는 삶의 자세이다. ‘지금 이 순간, 넌 행복하니?’라고 홍선경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은 그래서 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의 배경과 무관하게 이 책의 어 느 지점에서든 독자들은 ‘행복’을 찾아가는 자신들의 현재 또는 늘 갈구해 온 내면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잠자고 있던 어떤 희망과 용기가 깨어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나아가 자신의 선택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된다. “내 인생에서 평생 할 일을 찾은 것만 같은 기분이다.” (김애린) “이 길을 선택한 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지 싶다.” (성연지)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이세희) “지금 이 순간을 잡아라.” (이한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행복하다.” (홍선경) 세계 정상의 창조적인 회사에서 이루어지는 작업 프로세스는 물론 이고 그 구체적인 업무 노하우와 팁들은 보너스다.

CA BOOKS 편집부

뉴욕으로 간, 다섯 디자이너의 청춘사용법

11


추천사

내 삶의 행복을 찾아 도전하는 청춘들을 위하여!

12

나의 길을 찾아서


환상보다 더 멋진 현실을 위하여!

흔히들 가지고 있는 뉴욕에 대한 환상은 사실 신기루가 아니다.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서 그 환상은 무참히 깨어질 수도, 환상보다 더 멋진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는 개인의 노력에, 또 어느 정도는 운에 달려 있다. 뉴욕은 수없이 많은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레이어가 얽히고 설켜 있어, 자신이 알고 경험하는 삶 이외에 상상도 못 할 세계가 바로 옆에 공존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호기심, 모험심, 추진력, 그리고 능력에 따라, 삶의 폭과 깊이는 비교할 수 없이 달라진다. 그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뉴욕으로 세계 곳곳에서 능력은 물론 전투력까지 갖춘 젊은이들이 부푼 꿈을 가지고 모이는 것이다. 이렇게 매력적이지만 그 이상으로 치열한 도시 뉴욕에서 멋지게 살아가는 이 다섯 명의 젊은 한국 디자이너들. 그저 멋진 환상처럼 느껴졌던 그들의 일상이, 이 책을 통해 좀 더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환상보다 더 멋진 현실을 만들어내기 위해, 뉴욕에서 땀과 눈물, 용기와 자신감으로 그곳 땅을 딛고 사는 그들의 뒤를 한발 한발 따라가 보자. 내 삶의 꿈을 찾아 도전하는 모든 청년을 위하여!

예일대 교수, 그래픽 디자이너 최예주

뉴욕으로 간, 다섯 디자이너의 청춘사용법

13


꿈은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진다

마치 뉴욕의 핫한 레스토랑의 메뉴판을 보는 것처럼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다 보면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눈을 뗄 수가 없다. 세계 최초의 브랜딩 에이전시 LANDOR, 너무나도 유명한

GOOGLE, 새로운 세상을 경험케 하는 디지털에이전시 R/GA, 전설적인 광고대행사 Y&amp;R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은 일해 보고 싶어하는

PENTAGRAM에 성공적으로 입성하여 당당히 자신의 꿈을 이루어 가는 자랑스러운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동안 당신은 이들을 부러워하게 될 것이다. 운이 좋아서 가능했을 것이라고 시샘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쯤이면 달라지는 자신을 느끼게 될 것이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나도 모르는 내 안의 재능을 알아봐 주는 낯선 세상과 어떻게 마주했는지, 그리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큰 바다에서 어떻게 즐길 수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하게 되어 있을 것이다. 아직도 이런저런 생각으로 마음 분주한 디자이너와 디자인 지망생들, 그리고 같은 세대의 젊은이들은 ‘꿈은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진다’는 말에 공감하기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의 꿈을 이루어 본 사람은 안다. 여기 다섯 디자이너가 생생한 증인이다. 소디움파트너스(Sodiumpartners)

CEO 정일선

14

나의 길을 찾아서


맘껏 밟고 올라라, 한국이 아닌 세계로

무슨 인연일까. 여기 뉴욕 디자이너 중 한 명이 일하고 있는 곳의 CEO와 미팅이 있어 뉴욕에 들렀던 일이 갑자기 떠오른다. 미팅 이후 나는 꼭 한번 가고팠던 모마(MoMA: 뉴욕현대미술관)에 들렀다. 거기에는 특이한 설치미술 작품이 하나 있었는데 작품설명에 ‘이 작품은 맘껏 밟고 오르셔도 좋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관람객은 ‘세계적인 작품을 어떻게 밟을 수 있겠냐’라는 듯 주변을 돌며 감상하고 있었다. 한편 나는 이게 웬 기회냐 싶어 밟고 올랐다. 그러자 한두 사람씩 똑같은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짧고 재미있던 기억이 지금 이 디자이너들의 상황과 매치된다. 이들은 그동안 우리 디자이너들의 아득한 로망이었던 디자인의 중심가 뉴욕에 먼저 발을 내디뎠고, 또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을 걸어 오는 듯하다. “디자이너들이여, 맘껏 밟고 오르셔도 좋습니다. 한국만이 아닌 세계 어느 무대이든지”

이모션(emotion)

CEO 정주형

뉴욕으로 간, 다섯 디자이너의 청춘사용법

15


새로움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알찬 용기 한 줌이 되어줄 수 있는 멋진 책이다. 더욱이 디자이너와 크리에이터라면 한 번쯤 살고, 느끼고 싶은 곳, 세계의 트렌드가 살아서 움직이는 곳, 각자의 개성이 온전히 인정되는 곳... 그곳이 뉴욕이라면, 간접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지 않을까? 인터브랜드(Interbrand)

CD 황유진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밤, 경선 언니와 나는 이사를 위해 무거운 철제 가구를 함께 나눠 들고 뉴욕의 추운 거리를 걷고 또 걸었다. 조그마한 동양 여자 두 명이 낑낑대며 걸어가는 모습이 호빗, 혹은 스머프들 같다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때 우리는 치열하게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으로 꿈과 열정이 가득했다. 매년 경력이 한 햇수씩 늘어갈 때마다 가끔은 내가 디자이너로서 그리던 이상과 꿈이 바래지는 느낌이 들고는 하는데, 몇 년 전 그 순간이 문득문득 떠오르는 건 왜일까. 이 책을 통해 아직도 빛바래지 않은 꿈을 이루며 사는 그의 삶이 나와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 샌프란시스코 유투브 본사

User Experience Designer 홍민지

16

나의 길을 찾아서


실패는 성공으로 당신을 데려갈 것

김애린과는 2년 여간 여러 나이키 프로젝트를 진행 했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삶을 바라보는 특별한 관점을 배우게 되었습니 다. 바로 실수를 받아 들일 줄 아는 용기입니다. 지난 몇 년간의 경험을 통해 나는 실패란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 새로운 시도들이 더 큰 것을 가져다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더 많이 실패해 볼 수록 더 빨리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익숙하지 않는 방 식으로 생각해보고, 낯설어서 불편하기까지 한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는 곧 많이 시도해 볼 수록 좋다는, ‘양이 곧 질이다’라는 우리 팀의 정신으로 이어집니다. 하나의 훌륭한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기 위해 매일 겪어야 하는 이 과 정은 쉽지 않은 훈련입니다. 김애린은 도전하고 실패해 볼 의지가 있는, 열 린 생각을 가진 디자이너의 좋은 본보기입니다. 이 노력은 좋은 작업물로 보상을 받습니다. 폴 아든(Paul, Arden, 사치앤사치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은 이 렇게 말했습니다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 시작해 봐라. 그러면 다른 사람들 이 꿈만 꾸고 도달해 보지 못한 곳으로 당신을 데려갈 것이다.”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끼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이 책에서 김애린의 그러한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디자인 괴물, 필리페(felipe)

R/G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뉴욕으로 간, 다섯 디자이너의 청춘사용법

17


흔들림 없는 헌신으로 이룬 꿈

팬타그램. 상징적이기 조차한 이 단어와 문양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신비로움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 단어가 가지고 있는 금기사항, 철학 그리고 마법적 느낌 때문일 것입니다. (Pentagram은 오각형의 별 모양을 나타내는 단어인데, 다수의 문화에서 악마를 상징, 또는 악마를 ‘소환’할 때 쓰는 문양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여러분은, 켈리 성의 대학 시절, 팬타그램에서의 인턴십, 그리고 정직원 경험을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신비로움과 그래픽 디자인의 세계와 그의 소문화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물론, 팬타그램이라는 이름은 회사를 설립한 파트너들과 그들이 구축한 시스템에 의해 지어졌습니다. 시중에 떠도는 그 어떤 종교적, 사상적인 이유와는 전혀 관련이 없지요. 그렇지만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팬타그램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은 밤에는 철학자이자 마법사이며, 때로는 시인, 때로는 작가, 아티스트, 그리고 연기자이며 낮에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변하는 신비로운 사람들입니다. 디자인은 다양한 면모를 지니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우린 우리도 모르게 종종 여러 모습으로 변하곤 합니다. 하루는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고 서른 명이 넘는 프로페셔널들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하기도 했다가, 그 다음 날은 티셔츠와 운동화를 신고 큰 커피를 들이키며 하루 종일 로고의 곡선을 완벽할 때까지 매만지기도 하지요.

18

나의 길을 찾아서


그런 시간을 함께하며 우리는 디자이너로서의 목표를 나누고, 사람 대 사람으로 서로를 더욱더 존중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은 다음의 질문을 동반하게 됩니다: “어떻게 들어가게 되셨나요?” “그곳은 어떤 곳인가요?” “누구와 함께 일했나요?” “즐거우셨나요?” 이 질문에 켈리 씨는 모든 걸 이 책에 답해 놓았습니다. 그녀가 많은 걸 배우게 해준 경험들, 개인적인 이야기들, 사소한 일상들 그리고 그녀의 조언들까지요. 그녀의 성실성, 흔들림 없는 헌신이 그녀를 팬타그램에 입성시켰고, 여러 해를 함께 보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성장한 그녀는, 이 책을 내며 그녀의 인생에서 또 한 번 큰 걸음을 앞으로 내딛습니다.

던 빌라듀

Don Bilodeau 어소씨에이트 파트너, 팬타그램

Associate Partner at Pentagram

뉴욕으로 간, 다섯 디자이너의 청춘사용법

19


1부

Google 구글 이세희


꿈의 직장, 구글에서 살아가기 고등학교 때 미국의 작은 시골마을 노스케롤라이나 주에서 유학을 시작. 뉴욕의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School of Visual Arts)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 현재 구글 머테리얼 디자인 팀에서 그래픽 유아이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2부

Landor 랜도 어소시 에이츠 홍경선


나의 키워드, 꿈과 행복을 찾아 가는 법 대학에서 언론정보학을 공부하고, 광고 회사 웰콤에서 기획자(AE)로 3년 간 일하다 사표를

썼다. 스물 여덟 늦은 나이에 다시 뉴욕으로 날아가 SVA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다음, 세계적인 브랜딩 회사 랜도에 입사하여 3년쯤 근무했다. 그리고 최근 한국으로 돌아와 스타트업 회사 ‘이지6’에 합류하여 파트너이자 리드 디자이너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나의 길을 찾아서 랜도 어소시에이츠 홍경선

70

나의 길을 찾아서


나의 길을 찾아서

나는 지금 이 순간 행복한가? 꿈과 행복, 두 마리 토끼 잡기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개의 단어를 꼽으 라면 꿈과 행복이다. 꿈은 나에게 산소와 같아서 그것이 없다면 서서 히 질식해서 죽어갈 것이다. 또 다른 나의 키워드 행복, 그것은 꿈을 좇다가 성공이나 돈에 얽매이는 나의 욕망을 견제해 준다. 꿈을 향해 나아가면서도 매 순간 나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이 순간 행복한가? 나는 내 일을 좋아하는 만큼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회사 밖으 로 나와서도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으면 한쪽으로는 계속 고민하는 편이다. 그러고 나서 그것이 풀렸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그런가 하면 주말에는 프리랜서 일을 마다하지 않고 했다. 프리랜싱은 클라이언트가 없으니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점이 흥미롭다. 쉬는 날에 늦잠은 기본이고, 온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빈둥거리며 있을 때도 있다. 이런 나를 움직이게 하고, 심지어 남들 에게 부지런하다는 인상까지 줄 수 있는 것은 내가 원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나는 랜도에 주니어 디자이너로 입사 한 후, 2년 반 만에 시니어 디자이너로 승진할 수 있었다. 보통 4년에서 5년 정도 걸리 는 것에 비해 빠른 편이다. 해보고 싶다는 열정이 나를 움직이기 때 문에 가능했다. 어떻게 해야 꿈과 행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뉴욕으로 간, 다섯 디자이너의 청춘사용법

71


랜도 어소시에이츠 홍경선

먼저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답을 찾는 게 중요하다 고 생각한다. 나의 정체성을 제대로 세우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꿈은 나이가 들어갈 수록 현실과 자연스럽게 타협하며 잊혀지고, 행 복은 점점 다른 사람들과 같은 기준을 만들면서 나를 불행하게 만들 기 때문이다. 광고 회사를 그만둔 이유 나는 언론정보학부를 졸업하고 바로 광고회사 웰콤 퍼블리시스 월드와이드에 입사하여 AE(Account Executive: 기획 자)로 3년간 일했다. 내 직업을 좋아했고, 불만도 없었다. 하지만 보 통 직장을 그쯤 다니면 안정기에 들어서고, 자신의 일을 되돌아 보며 새로운 고민을 시작한다고 한다. 나도 그런 경우였다. 과거의 나에 대 해 다시 생각을 하였고, 어떤 것을 했을 때 가장 행복했는지를 떠올려 보았다. 어렸을 때, 무엇보다 그림 그리기 숙제는 밤을 새워도 즐겁게 했던 기억이 났다. 이때부터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화실에 다니기 시작했다. 뭔가 내 생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보고 싶은 강한 욕구를 가졌다. 그리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나는 주변 분들의 우려를 뒤로 하고, 나 자신에게 새로운 시간 을 주고 싶었다. 딱 6개월만 해보자. 그런 다음 확신이 생기면 도전해 보자고 생각했다. 내가 정말 이 일을 하면 행복한지, 그리고 재능이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재능을 인정받으면 유학을 갈 수도 있다 는 가능성을 열어 두고, 토플공부와 포트폴리오 작업에 집중했다. 처음엔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일이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 모르고, 여유를 부렸다. 마감이 다음해 1월초였는데, 9월부터 본격적

72

나의 길을 찾아서


나의 길을 찾아서

으로 시작했으니, 4개월이라는 시간은 매우 짧았다. 낮에는 3시간씩 토플 공부를 하고, 수면 시간 외의 모든 시간은 그림을 그리며 포트 폴리오를 준비했다. 컨셉을 세우고, 그것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통해 내 생각을 커뮤니케이션한다는 것이 즐겁고 신기했다. 작업을 시작 하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도중에 갑자기 허리 근육이 마비되어 며 칠 동안 병원에 가기도 했는데, 아픈 허리보다 작업할 수 있는 시간 이 줄어드는 것이 더 걱정이었다. 뉴욕에서 디자인으로 갈아타다 스물여덟. 여러 학교로부터 합격 통지서를 받았 고, 뉴욕 SVA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기로 결정했다. 부모님도 믿어주 셨다. 뉴욕은 2002년도에 6개월 정도 머물렀던 곳으로, 언젠가 다시 이 도시에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SVA는 한국에서의 대학교 졸 업을 인정받아 2학년으로 편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건너뛴 1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더욱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나는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를 좋아한다. 그의 작업을 좋아 하지만 건축을 하기 위해 선택한 그의 경험을 더 존경한다. 원래 직 업이 권투 선수였던 그가 도쿄로 가서 건축가가 되기로 결심한 후, 가장 먼저 한 것은 건축 학교 입학이 아니라 세계 여행이었다. 각 나 라의 건축물을 보고 느끼면서 독학으로 스스로의 세계를 만들어 나 갔다. 권투와 건축은 서로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지만 그는 ‘건축을 하는 과정이 혼자 링 위에 있을 때의 기분과 같다’고 했다. 강인한 정 신력을 바탕으로 혼자 싸워나가는 건축의 과정이 권투와 닮았다는 것이다.

뉴욕으로 간, 다섯 디자이너의 청춘사용법

73


랜도 어소시에이츠 홍경선

대학에서 언론을 공부했고, 광고 회사에서 3년을 일했던 나는 뒤늦게 뉴욕에서 디자인으로 인생을 갈아탔다.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과거에 경험한 점들을 연결하며 여전히 내 길을 가고 있는 과정’이라 고 생각한다. 안도 다다오는 또 이렇게 말했다. “한 순간이라도 건축 에 대한 생각을 놓는다면 그때 건축을 그만두겠다.” 나는 이 말에 공 감한다. 주어와 목적어만 그와 다를 뿐. 내가 해야 할 일은 브랜딩

SVA 3학년 때 들었던 에릭 베이커 교수의 브랜딩 수업은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이것이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라 는 것을 강하게 느꼈다. 광고회사를 다니며 기획자로서 배웠던 마케 팅에 대한 시각과 논리력이 비주얼과 만나 더욱 단단한 브랜딩으로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또 컨셉을 기본으로 하여 사용자 의 경험을 확장시켜 가는 브랜딩 제작 과정이 나에겐 매력적이었다.

4학년 때, 카렌 교수의 포트폴리오 수업에서도 브랜딩, 포스터, 북 커버, 애니메이션 등 12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많은 걸 배웠 다. 특히 카렌으로부터 생각하는 방법에 대해 배운 것이 두고두고 도 움이 되었다. 그녀는 학생들의 작업을 벽에 붙여놓고 끊임없이 질문 을 던졌다. 때론 엄한 분위기에 위축되기도 했지만 끝까지 고민을 놓 지 않는 법을 배웠다. 피드백을 받고, 리서치를 다시 하고, 고민하고, 또 고치는 과정에서 생각하는 힘이 강해졌다. 나는 학교에서 멀지 않은 건물 5층에서 룸메이트와 함께 살았 다. 2차 세계 대전 이후에 지어져 낡았지만 외곽이 벽돌로 쌓아져 운 치가 있었다. 내 방은 마치 일하는 스튜디오 같았다. 습관처럼 10시

74

나의 길을 찾아서


나의 길을 찾아서

쯤 침대에서 일어나 맞은편에 있는 아이맥 컴퓨터를 켰다. 졸업반인 그 해 1년 동안 나는 계란 오믈렛과 토스트 그리고 사과 반쪽으로 매 일 아침을 먹었다. 그런 다음 곧바로 작업을 시작해서 7시쯤 저녁을 먹고, 다시 작업을 시작해서 새벽 2, 3시쯤에야 침대에 눕곤 했다. 식 료품을 사기 위해 장을 보는 날짜도 월요일이나 화요일로 정했고, 토 요일 하루만 쉬었다. 토요일에는 보통 전시를 보던가 친구들을 만나 잠깐 시간을 보내고 남은 시간은 또 작업에 매달렸다. 좋은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꾸준한 페이스 와 스케줄 관리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해야 할 일들에 대해 계획을 세워 하나씩 실행해 나갔다. 스스로 흐트러지지 않기위해 노력한 결 과 4월 말까지 만족스러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인턴 경험도 다양하게 쌓았다. 3학년 때 학교를 다니면서 &lt;디 테일스&gt;라는 남성 매거진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패션지 &lt;보그&gt;를 비롯하여 &lt;베니티페어&gt;, &lt;지큐&gt; 등 유명한 잡지를 발행하는 콘데나 스트에 속해 있는 매거진 중에 하나다. 유명한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회사 내 카페테리아에서 보그 편집장인 안나 윈투어를 본 적도 있다. 그 밖에도 박물관에서 디자인 업무라던가 브루클린에 있 는 극장에서 공연 관련 디자인 인턴도 했었다. 다양한 인턴 경험 끝 에 결국 나에게 가장 흥미로웠던 브랜딩을 선택했고, 관련 회사 쪽으 로 직장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뉴욕의 디자인 회사들은 보통 온라인을 통하거나 디자인 스쿨 의 채용 박람회를 통해서 사원을 채용한다. 매년 이곳에서 졸업생들 의 작업을 보고, 그 자리에서 바로 인터뷰를 하고 명함을 주고 받는 다. 회사측은 작업이 마음에 드는 학생들에게 따로 이메일을 보내 관 심이 있으면 면접을 보러 오라고 권하기도 한다. 따라서 학생들은 자

뉴욕으로 간, 다섯 디자이너의 청춘사용법

75


랜도 어소시에이츠 홍경선

신의 포트폴리오는 물론 이력서와 명함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최 근에는 작품 이미지는 물론 모션과 같은 영상으로도 쉽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아이패드를 이용해서 포트폴리오를 설명하는 경우가 점 점 늘어나고 있다.

76

나의 길을 찾아서


나의 길을 찾아서

SVA 재학 중 작업한 포트폴리오 : 로레타 럭스라는 여성 작가의 사진 작업을 표현하기 위해 아이들의 장난감에서 영감을

뉴욕으로 간, 다섯 디자이너의 청춘사용법 받아 타입페이스를 만들었다. 33회 TDC(Type 의 전시 및 연감에 수록되었다. Director&#39;s Club)

77


3부

Pentagram 팬타그램 성연지


m 내 인생 최고의 선택, 팬타그램 온두라스, 뉴질랜드, 뉴욕으로 유학을 거듭하며 마지막으로 SVA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다. 2011년 졸업 후, 뉴욕 맨해튼에 입사하여 3년 반을 다니고 이직하여 현재 뉴욕 2x4에 재직 중인 5년차 디자이너이다.


펜타그램 성연지

첫 출근

2011년 8월 15일 오전 10시 30분. 팬타그램으로 첫 출근하였다. 정직원은 물론이며 인턴도 잘 뽑지 않고 소규모로 운 영되는 회사로 유명하기에 그 가슴 벅참은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오전 9시 30분 시작이지만, 첫 날은 한 시간 늦게 나오라고 해서 만 반의 준비를 끝낸 후 프론트 데스크에 첫 출근을 했다고 말했다. (만 반의 준비라고 해 봤자 모나미 펜 한 다스, 수성펜 한 다스 정도였다. 그러나 회사에는 사무용품이 전문 문구용품처럼 완비되어 있었다. 한 동안은 내 펜들이 돌고 돌아 파트너들이 어디에서 주웠는지 모나미 펜으로 디자인을 스케치하고 있는 것을 종종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 다.) 당시 팀의 시니어 디자이너였던 제드가 나를 안내해 주었고, 그 로부터 나의 회사 생활이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 회사는 5개의 층으로,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빌딩 전체를 사용 하고 있다. 몇십 년 전에는 나이트 클럽이었던 적도 있고 은행이었던 적도 있다고 하는데 상상이 가질 않는다. 지하에는 각 팀별로 다수의 인턴과 프리랜서들이 근무하고, 목업(Mock Up: 실물 크기의 모형 제 작) 및 공예를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1층에는 마이클 베이 룻 팀과 에밀리 오바먼 팀이 있다. 2층은 내가 소속되어 있는 마이클 게릭끼 팀과 에디 오파라 팀이 있으며, 3층은 각종 회의실 및 카페테 리아가 있다. 4층에는 직원들이 가장 많은데 폴라 셰어, 루크 헤이맨, 애봇 밀러, 나타샤 젠 팀이 일한다. 파트너들은 1층과 2층 사이 중간 층에 8명이 옹기종기 모여 일렬로 근무할 수 있도록 따로 공간이 마련 되어 있는데, 하루 대부분의 시간들은 본인들 팀 자리에서 보낸다. 우리 팀은 총 1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파트너인 마이클, 어소 시에이트 파트너인 던, 프로젝트 매니저인 에이미(이직했고, 지금은

174

나의 길을 찾아서


나의 길을 찾아서

팬타그램 뉴욕 오피스 빌딩

뉴욕으로 간, 다섯 디자이너의 청춘사용법

175


펜타그램 성연지

176

팬타그램 뉴욕 오피스 내부

나의 길을 찾아서


나의 길을 찾아서

켈시 카터!), 그리고 파트너인 던을 필두로 1명의 프로젝트 매니저와 나를 포함한 디자이너 5명, 프리랜서 2명, 인턴 1명이다. 첫 출근 날에 비교하자면 아주 많은 변화가 있었던 구성이다. 회사 초반 1년 정도는 팀 구성원이 겨우 5명뿐이었다. 나는 끝도 없 는 막내였는데 지금은 어느새 팀에서 디자이너로는 두 번째 위치다. 동시에 이곳에서 인력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도 알 수 있다. 팀 별로 차이는 있지만 빠르면 1-2년, 평균적으로는 3-5년 정 도 근무 후 이직하는 경우가 다수이다. 그렇지만 이 시기를 무난히 넘 기고 10년, 20년 근속 중인 어마어마한 선배 디자이너들도 꽤 된다. 추천서 못 써줘, 같이 일하자 보통 3개월 단위로 진행되는 인턴십은 상황에 따라 3개월 더 연장되기도 한다. 인턴십 두 달 째쯤, 하루는 던이 회 의실로 날 불렀다. 일하는 게 마음에 드는데 3개월 정도 더 같이 해 보자고 했다. 뛸 듯이 기뻤지만 선뜻 그러자고 대답할 수 없었다. 비 자 문제 때문이었다. OPT 비자가 다음해 6월 말에 만료였고, 팬타그 램에서 3개월을 더 연장하게 되면 2월 중순. 내 비자를 스폰서해 줄 만한 회사를 찾기엔 너무 촉박한 시간이었다. 좋은 기회였지만 거절 할 수 밖에 없었다. 던에게 솔직히 얘기했다.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처음 약속했던 3개월만 채우고 나가야 할 것 같다고. 그는 지금 당장 나를 풀 타임으로 채용할 수도 없고, 비자는 더더욱 어렵다고 했다. 일주일 후, 던이 다시 회의실로 불렀다. 추천서를 써 주고, 다 른 회사에서 인터뷰가 잡히면 근무 시간 상관없이 아무 때나 갈 수 있고, 필요하다면 자기가 전화도 넣어주겠다면서, 대신 다른 회사에

뉴욕으로 간, 다섯 디자이너의 청춘사용법

177


펜타그램 성연지

취직이 될 때까지 같이 일할 수 없겠냐고 했다. 고민 할 것도 없었다.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내가 미국 땅에 발붙이고 생 활할 수 있는 것은 던의 도움 덕분이다. 그렇게 높은 직책에서, 그렇 게 바쁜 업무량 속에서 인턴이었던 나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어 늘 고 맙게 생각한다. 어느덧 12월 말이 다 되었다. 퇴근하고 밤 10시, 11시를 족히 넘기던 업무량 속에서 다른 회사를 알아 보기는 불가능했다. 마음이 급해졌다. 던에게 추천서를 부탁할 마음으로 혹시 &#39;얘기 좀 할 수 있 냐&#39;고 했다. 그러자 던이 회의실로 불렀다. 나는 쪼르르 따라 올라갔 다. 던이 씩 웃으면서 물었다. “추천서 부탁하려고 하지?” 나도 씩 웃으면서 대답했다. “이젠 진짜 알아봐야 할 것 같으니

178

내 팬타그램 명함

나의 길을 찾아서


나의 길을 찾아서

좀 부탁한다.” 던이 그런데 정색을 하면서 얘기했다. “응, 근데, 너한테 추천 서 못 써줄 것 같아.” 청천벽력이었다. 아, 내가 뭘 실수했구나. 뭘 잘못한 거지. 나 어떡해야 하지. &quot;내가 실수한 게 있다면 정말 미안하다. 그런데 혹시 그게 뭔지 알려줄 수 있냐&quot;고 물어봤다. 내가 어쩔 줄 몰라 하자, 던 이 미친 듯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너 실수한 거 없어. 장난친 거야. 마이클이랑 얘기했어. 마이 클이 너 정직원으로 채용하고 싶고, 비자도 해 주겠다고 했어. 그래 서 이젠 추천서 써 줄 수가 없어. 다른 회사 가지 마. 같이 일하자.” 내 생에 다시는 없을 만한 큰 선물이었다. &#39;정말이냐고, 장난치 는 거 아니냐&#39;고 세 번을 물어 본 후에야 왈칵 눈물이 났다. 그날 퇴 근 후 기쁜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어 추위 속을 한동안 정처 없이 걸 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비자 서류도 해결하고, 2012년 2월 1일부 로 공식적인 정직원이 되었다. 내 이름이 인쇄된 첫 명함도 받았다. 행복했다. 멀티 테스킹,

A부터 Z까지 팬타그램은 최소한의 인원으로 운영된다. 이는 개개인이 여러 명의 몫을 해내야 한다는 뜻이다. 직원 한 명이 프로 젝트 매니징, 컨셉팅, 디자이닝, 프로덕션, 프로덕션 매니징까지 작업 의 처음부터 끝까지 맡아서 책임진다. 내가 진행했던 록펠러센터의 브로슈어 프로젝트를 예로 든다

뉴욕으로 간, 다섯 디자이너의 청춘사용법

179


펜타그램 성연지

면 이렇다. 이곳에는 전 세계에서 오는 관광객들을 위해 비치해 놓는 ‘도보여행 가이드’라는 책자가 있다. 폭 28인치(약 71cm) x 높이

18인치(약 46cm)에 마무리는 다섯 번 접혀서 4인치 x 9인치로 들 고 다닐 수 있는 크기이다. 간단해 보이는 프로젝트지만, 록펠러센터 에 있는 모든 투어리스트 스팟을 다루는 일이었기에 콘텐츠가 방대하 다. 대략 5000자 분량이다. 먼저 프로젝트의 범위를 정확히 이해하고, 인쇄소들에게 연락 해서 비딩(입찰)하고, 견적서를 받아서 정리한 후, 클라이언트의 승인 을 받아야 한다. 그런 다음 책자의 사이즈는 얼마인지, 프로덕션에 필 요한 디테일은 무엇인지, 예를 들자면 오프셋 프린트인지, 인디고 프 린트인지, 종이는 어떤 종이이며, 두께는 어느 정도인지, 수량은 어떻 게 되는지. 그리고 이 방대한 양의 콘텐츠를 한정된 공간 안에서 어떻 게 하면 효율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지, 이 모든 걸 아우를 수 있는 비 주얼 요소는 무엇인지, 그것이 다른 수천 가지의 록펠러센터의 아이 템들과 어떻게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지…. 이 모든 단계의 하나에서 열까지를 해야 하는 일이다. 게다가 이 프로젝트는 까다로웠다. 클라 이언트가 영어, 스페인어, 불어, 독일어까지 4개의 버전으로 번역본 까지 원했기 때문이었다. 일의 진행 상태를 순서대로 나열하자면 :

1. 클라이언트가 예전 버전의 책자 샘플과 함께 프로젝트의 브리프를 주었다.

2. 팀 파트너에게 이러한 일이 새로 들어왔다고 알린다. 파트너는 우 리 디자인 비용의 견적서를 준비한다. (이 과정에서 보통 파트너는 디자이너들에게 대략 몇 시간 정도를 소요할 것 같으며, 몇 명의

180

나의 길을 찾아서


나의 길을 찾아서

디자이너가 붙어야 하는지 조율한다.)

3. 클라이언트로부터 우리 팀이 제안한 디자인 비용이 승인되면 본 격적으로 일을 시작한다.

4. 클라이언트에게 프로젝트의 정확한 세부사항을 받는다. 1) 언제까지 끝내주어야 하는지. 2) 몇 부가 필요한 것인지. 3) 콘텐츠를 우리에게 언제까지 줄 수 있는지. 5. 이 부분까지 정리가 끝나면, 레이아웃의 큰 틀을 잡아가며 디자인 을 시작한다.

6. 클라이언트에게서 온 콘텐츠를 구체화시켜 디테일을 잡아준다. 7. 시안을 5, 6개 정도 준비하여 팀 파트너와 리뷰한다. 8. 파트너의 피드백에 따라 수정 후, 클라이언트에게 리뷰 및 승인을 원하는 시안을 2, 3개 정도로 추려서 보낸다.

9. 클라이언트의 수정사항은 보통 적을 때는 2, 3시간 정도의 작업 분량인데 많을 때는 통으로 뒤집기도 한다.

10. 몇 번의 수정 사항을 반복한 후, 최종 시안을 완성한다! 11. 영어 버전의 최종 시안이 완료되면 번역회사들에게 연락하여 스 페인어, 불어, 독일어로 번역하는 견적서를 받는다. 이런 경우 몇 가지의 옵션이 있다.

1) 번역 회사에서 출판 형태로 디자인 편집하여 넘겨주는 경우 가격이 더 비싸다.

2) 번역회사에서 워드로 작성한 텍스트 번역본을 넘겨 주면 내 부에서 디자이너가 편집하는 경우 - 가격은 조금 더 싸지만 내부 디자이너 일은 많아진다.

12. 번역 회사와 2, 3차례 수정작업을 주고 받아 끝내면 영어, 스페

뉴욕으로 간, 다섯 디자이너의 청춘사용법

181


펜타그램 성연지

인어, 불어, 독일어의 최종 시안도 완료된다. (이 때 같은 라틴 계 열의 언어라 해도 특히 스페인어와 독일어는 단어들이 영어에 비 해 상당히 긴 편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같은 양의 콘텐츠를 넣기 가 까다롭다. 자간을 얼만큼 줄일 수 있는지, 가독성이 너무 떨어 지지는 않을지, 그렇다면 타입사이즈를 미세하게 줄이고 자간과 행간을 아주 조금씩 줄여보는 것은 어떨지,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따져가며 타입 세팅을 해야 한다. 게다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작업을 하니 문장을 어느 곳에서 끊어주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상당히 조심스러운 작업이다.)

13. 그렇다면 이제 두 세 곳의 인쇄소에 연락하여 가격을 비딩(입찰) 하고, 그 중 클라이언트가 선택하는 곳에 최종 디자인 파일을 넘 긴다.

14. 이 과정이 사실은 가장 힘들고 디테일한데, 디자이너가 인쇄소에 정확한 스펙을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이런 부분들 을 디자이너가 잡아준다.

1) 사이즈 2) 수량 3) 잉크 : 4도 인쇄인지, 팬톤컬러 별색이 들어가는지, 특별한 후 가공 작업이 있는지(박, 엠보싱, 스폿 바니시 등등).

4) 종이 종류. 특별히 원하는 회사의 종이가 있는지, 종이의 지질 과 평량 등.

5) 코팅 및 마감. 매트처리, 샤틴처리, 글로시 처리, 실크 처리 등 다양한 인쇄 마감처리 중 어떤 방법을 원하는지

6) 접지와 미싱 등 후가공 여부. 7) 납기 날짜는 언제이며, 누구에게 배송해야 하는지.

182

나의 길을 찾아서


나의 길을 찾아서

8) 교정지 인쇄 또는 PDF 교정 파일 중 무엇을 원하는지. 15. 이 단계까지 끝나고 나면 파일은 내 손을 떠나 인쇄소로 넘어간 다.

16. 인쇄소와 두 세 번 시안 리뷰를 통해 수정할 것은 수정하고,색상 은 원하는 대로 나왔는지, 콘텐츠는 우리가 준 그대로 다 잘 나 왔는지 확인 후 승인을 낸다.

17. 약속한 날짜에 인쇄소에서 클라이언트에게 최종 인쇄물을 배송 한다.

18. 프로젝트는 완성된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일의 양은 많아지지만 이렇게 해야 기획, 디자인, 제작 과정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실수가 줄어든다. 게다 가 책임감 있게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고 가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끝 났을 때 최종 결과물을 받아보는 뿌듯함은 남다르다. 디자이너 개개인이 진행시키는 프로젝트들도 있고, 다른 디자 이너와 협업해서 진행시키는 프로젝트들도 있다. 각각의 프로젝트 성향에 따라 던에게 보고하기도 하고 또는 마이클에게 직접 보고를 한다. 그렇지만 최종적으로는 어떤 일도 마이클의 리뷰를 거치지 않 는 한 파일이 나갈 수는 없다. 팀에서 나름의 보고 체계가 아주 확실 히 잡혀 있는 편이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는 탑오브더록 전망대 마케팅 캠페 인, 록펠러센터 리테일 및 마케팅 캠페인, 서머셋파트너즈(아주 큰 부동산 회사인데, 프로젝트 관련 책자를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뭄 바이에 위치한 공항 관련 책이 있다. 현재까지 진행했거나 또는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몇 가지 소개해 본다.

뉴욕으로 간, 다섯 디자이너의 청춘사용법

183


펜타그램 성연지

184

나의 멀티태스킹 미션

나의 길을 찾아서


나의 길을 찾아서

팬타그램 프로젝트 프로세스 에어라인즈 포 아메리카(A4A) 어느 날, 미국 최초의 항공조합 에어트랜스포트 어소시에이션이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이름과 태그라인과 아이덴 티티를 요청해왔다. 우리팀 파트너인 마이클 게릭끼와 아이덴티티의 대가인 마이클 베이루트 팀이 함께 작업에 착수했다. 먼저 다소 딱딱하고 애매했던 ‘에어트랜스포트 어소시에이션’ 이라는 이름 대신 ‘에어라인즈 포 아메리카’라는 새로운 이름을 만들 었다. 조합의 목적이 간단하면서도 강렬하게 전달되었다. 여기에 ‘우 리는 세상을 연결한다(We Connect the World)’라는 태그라인을 붙여 친숙도를 높였다. 5개의 비행기가 모여 1개의 별을 만들어 내 는 새로운 로고는 여러 개의 항공사가 하나의 목적으로 모였다는 것 을 상징적으로 나타내었다. 그리고 A4A라는 기억하기 쉬운 회사 줄 임말까지 개발하였다. 내가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 이 프로젝트는 절반 이상 진행 된 상태였다. 새로운 네이밍과 로고에 대한 모든 디자인이 채택된 상 황이었다. 보통은 이 정도에서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로고 최 종 버전을 만들어 넘기는 것으로 프로젝트가 종료된다. 하지만 팬타 그램에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인턴 시절, 내가 처음 이 프로젝트에서 맡은 건 포토 에셋(유용 한 관련 이미지들)들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상당히 많은 양의 스탁 이미지 중에서 쓰고 싶은 이미지들은 무엇인지, 저작권은 어떻게 되

뉴욕으로 간, 다섯 디자이너의 청춘사용법

185


4부

R/GA 김애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

연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자마자 다시 뉴욕의 SVA에 입학하여 그래픽디자인을 공부했다.

7개 회사의 인턴십을 거치면서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었고, 디지털

에이전시 R/GA에 입사하여 3년차 일하고 있다.


R/GA와 R/GA 김애린

함께 하는 일주일 242

나의 길을 찾아서


R/GA와 함께 하는 일주일

진짜 프로는 무엇이든 최선을 다한다

월요일

화성 디자이너 금성 프로그래머

나는 나이키 스타일 월요일 아침. 아침 여섯 시면 내리쬐는 햇살에 어쩔 수 없이 눈이 떠진다. 이를 핑계 삼아 시작한 조깅을 한 달 넘게 이어가고 있다. 겨울이면 귀가 얼어붙을 것 같은 강바람이 불지만 이 곳에는 버스나 택시 외엔 다른 교통수단이 없다. 그 점을 빼고는 허 드슨 강가에 있는 내 집에 대해서 대단히 만족하는 편이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매일 아침 조깅할 수 있는 코스가 영화에 나오는 그 것보다 더 로맨틱하고 멋있기 때문이다. 허드슨 강을 따라가다 보면 강변 공원이 펼쳐진다. 정기적으로 바뀌는 미술 설치물, 잘 꾸며진 조경, 재미있게 짜인 곡선의 도로가 운동이라면 질색을 하던 나를 어 느새 규칙적으로 불러내게 한 것이다. 물론 조깅을 시작한 건 회사 생활의 영향이 크다. 클라이언트 가 나이키여서 각종 운동에 저절로 관심을 갖게 됐다. 새로 주문한 플라이니트 운동화를 신고, 디자인을 하면서 보기만 했던 &#39;즉각 반응 하는 쿠션감&#39;의 특성을 직접 체험해 보면서 뛴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따로 있기 때문에 바이커들도 많은데, 작년부터 시행된 시티 바이크

뉴욕으로 간, 다섯 디자이너의 청춘사용법

243


R/GA 김애린

를 타고 정장을 입은 채 출근하는 회사원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출 근은 10시 반이나 11시 정도로 여유롭다. 서부에 있는 클라이언트인 나이키의 시간대에 맞추기위해서이다. 나이키 제품은 회사에서 40% 할인을 해주고, 세일에 들어간 아이템은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신발은 물론 레깅 스와 티셔츠까지 나이키로 휘감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남자들은 대부 분 스포츠 이야기로 정신이 없다. 하지만 나는 스포츠에 대해 별로 아 는 것이 없어 항상 꿀 먹은 벙어리다. 미국에 오기 전에도 남자들에게 둘러싸인 공대생이었는데 여기서도 남자들 속에 묻혀 있다. 그러다 보니 내 여성성은 오래 전에 사라져버린 느낌이다. 반면에 로레알 팀 에 가면 모든 팀원이 여자들이다. 그녀들은 예쁜 치마를 입었고, 하이 힐을 신었으며, 늘 손톱도 화려하다. 내 손톱엔 언제 매니큐어를 발라 봤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아침식사를 하고 사무실로 내려오니 한 주의 일정을 정리하는 미팅 시간이다. 이번 주에는 어떤 일이 들어올 것이며, 각 프로젝트의 마감 기한과 예상되는 작업 시작일 그리고 일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 지에 대해 프로듀서(다른 회사에서는 프로젝트 매니저라고도 부른 다)와 디자이너가 스케줄을 짠다. 한 주 동안 보통 여러 개의 프로젝 트가 동시에 진행된다. 어떤 일은 아트디렉터의 지휘 아래 내가 리드 를 하기도 하고, 어떤 프로젝트는 도와주기도 한다. 이번 주는 거의 마무리 되어가는 프로젝트 G와 새로 시작되는 프로젝트 B에서 일하 게 될 것 같다.

244

나의 길을 찾아서


R/GA와 함께 하는 일주일

뉴욕으로 간, 다섯 디자이너의 청춘사용법

245


R/GA 김애린

246

나의 길을 찾아서


R/GA와 함께 하는 일주일

허드슨 강 전경 : 뉴욕은 날이 청명할 땐 하늘이 무척 맑고 파랗다. 날씨가 좋은 주말이면 허드슨 강가를 따라

뉴욕으로 간, 가량 다섯올라가 디자이너의 북쪽으로 자전거를 타고 한 시간 조지 워싱턴청춘사용법 다리에 가기도 한다.

247


R/GA 김애린

나이키 44년의 혁신, 프로젝트 G 자리에 돌아와 먼저 프로젝트 G의 진행 상황부터 체크해 본다. 이 &#39;혁신의 계보(Genealogy of innovation)&#39; 프로젝 트는 나이키가 디자인한 인포그래픽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인포그 래픽은 축구화를 중심으로 신발 소재, 몸의 충격을 줄이기 위한 쿠셔 닝, 신발의 무게 등과 관련하여 더 좋은 신발을 만들기 위한 나이키의 끊임없는 노력과 혁신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처음 신발이 출시되었던

1971년부터 2014년까지 타임라인에 따라 소개되는데, 이를 디지털 공간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로 만드는 게 우리의 과제다. 이 같은 프로젝트는 전체 진행을 맡은 프로젝트 매니저, 대략의 와이어프레임을 그려주는 UX 디자이너, 이를 바탕으로 디자인하는 비주얼 디자이너, 카피 부분을 담당하는 카피라이터, 프로그래밍하는 개발자, 최종적으로 이 사이트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QA 등 대략 여섯 분야의 팀원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이번 프로젝트 는 데스크탑 이외에 태블릿과 모바일 환경에서도 구현되어야 해서 각 각의 디바이스를 담당하는 책임 디자이너가 추가로 붙는다. 그 역할 로 모바일에 관심이 많은 내가 합류하고 있었다. 인포그래픽은 서울을 포함하여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런 던, 파리, 베를린 등 전 세계 5개 도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나이키 페놈 하우스(Nike Phenom House)에서 실물과 함께 전시된다. 관련하여 우리의 G 프로젝트는 이곳을 방문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 해 전시 공간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이다. 이 디지털 공간에서는 실제 전시장에서처럼 신발을 360도 돌려 볼 수 있고, 각 신발에 얽힌 이야 기도 제공된다.

248

나의 길을 찾아서


R/GA와 함께 하는 일주일

이런 타입의 프로젝트 진행방식은 대개 이렇다. 클라이언트와 몇 번의 미팅을 통해 대략적인 UX의 방향이 정해지면 디자인이 시 작된다. 디자인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개발자가 프로그래밍을 시작 한다. 디자인이 마무리되고 프로젝트가 막바지에 접어들면 디자이너 들은 프로그래밍이 디자인대로 구현되고 있는지 검사를 시작한다. 현재 우리의 프로젝트는 마지막 단계에 있다. 집에서 가져온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미니와 아이폰5로 가상의

URL에서 코딩되고 있는 웹사이트를 열었다. 모든 기기와 브라우저 에서 최적화된 디자인을 보여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 에 선택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제한을 두어도 태블릿의 경우 포 트레이트와 랜드스케이프의 버전을 모두 디자인해야 하는 등 작업량 이 만만치 않다. 데스크톱을 시니어 디자이너와 디자인 디렉터가 맡 아주지 않았다면 나는 한 달 내내 집에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다. 지 난주 금요일에도 운동화 200개의 사진을 태블릿과 모바일 기기의 사이즈에 맞게 고치느라 밤 9시까지 일을 해야만 했다. 주말에도 출근해서 일했다고는 하지만 개발자들의 진행이 어 느 정도가 되었을지 짐작할 수가 없다. 지난주에도 디자인 요소들의 배치가 제대로 이뤄졌지만 각 페이지가 넘어갈 때 애니메이션이 수 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각적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개발자에게 충분히 설명하지만 정작 개발자들은 자신들이 코딩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내놓다. 두 외국인(이번 프로젝트에 같이 일하게 된 개발자는 중국 사람이다)이 익숙하지 않은 영어로 말해서 외계어 로 전달되는 것인지 눈앞이 깜깜할 때가 많다. 그럴 때면 북유럽에서 온 디자인 디렉터에게 도움을 청한다. 세 외국인이 손짓 발짓 동원하 여 열변을 쏟다 보면 종국에는 서로 말하고자하는 내용이 너무나 간

뉴욕으로 간, 다섯 디자이너의 청춘사용법

249


5부

Y&amp;R 영앤 루비컴 이한소


지금 이 순간을 잡아라 중학교 때 텍사스로 유학을 떠나 10년 가까이 이국 땅에서 자립적으로 성장했다. 뉴욕 SVA에 진학하여 원쇼, 클리오, 아트디렉터스 클럽, 그라피스 등 각종 유명 광고 공모전 수상 경력을 쌓았다. 현재 세계적인 광고대행사 영 앤 루비컴(Y&amp;R) 뉴욕 본사에서 아트디렉터 5년 차로 근무 중이다.


에필 로그 Y&amp;R 이한소

378

나의 길을 찾아서


에필로그 나의 길을 찾아서

변화를 무서워하고 싶지는 않아 원고를 쓰고 난 뒤 사실 몇 달 동안 우울했다. 내 삶을 최대한 남들이 보기 쉽게 풀어내는 일도 꽤나 어려운 도전이 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타성에 젖어 있던 삶을 약간은 떨어진 거리 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그것이 나에게는 우울함을 가져다 준 것 같 다. 뭔가 이뤄낸 것도 있지만 반복적이어서 이제는 익숙해진 벽지 무 늬 같은 일주일 속에서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앞으로 내가 나아가 야 할 길은 어느 방향으로 뻗어 있고, 어디로 향해가는지, 또 나는 지 금 얼마나 왔고 잘 가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되었다. 목표들을 이루고 나니 실은 남이 꾸는 꿈을 살고 있는 것은 아 닐지, 어디까지가 나의 꿈일지, 대체 내 꿈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아직도 많은 고민으로 잠이 들고 걱정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집에 돌 아오는 길은 항상 편한 길로만 다니다 보니 같은 패턴만 반복되고, 그게 마치 내 삶 전체를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 친구와 함께 시간이 나서 어쩌다 다른 길로 동네를 걷다 보면 이런 가게가 있었구나 신기 하기도 하다. 이처럼 조금씩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는 게 내 삶에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누구보다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왔다고 자부한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도 아주 크다. 하 지만 이렇게 책을 써 보건, 혼자 트위터를 하건, 덕 페이지에 글을 하 나 더 쓰건, 새 노트를 사서 낙서를 하고 그림을 그리건, 반복적이어 서 생략될 수 있는 그런 짧은 인생을 살고 싶진 않다. 그리고 누구보

뉴욕으로 간, 다섯 디자이너의 청춘사용법

379


Y&amp;R 이한소

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고민을 갖고 있 는지, 그 고민을 어떻게 풀어냈는지, 지금 무엇을 목표 또는 꿈으로 삼고 있는지. 그 사람들과 비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알고 싶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직업병인 것 같기도 하다. 대중에 대한 통찰력이 나 무리의 성향에 대한 이해도는 항상 일을 할 때 도움이 되기 때문이 다. 어찌 보면 나는 지금의 삶이 제일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나에겐 많은 일주일들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그렇게 모인 내 삶 을 이렇다 저렇다 단정하기엔 아직 이른 감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고여있는 물은 변질되기 쉽고, 고정된 시선은 편협되기 쉽다. 그런 삶은 또 권태롭다. 단언컨대 나는 한결같은 사람은 되고 싶지만 변화를 무서워하는 사람은 되고 싶지는 않다. 변화는 항상 나 를 움직이게 하고, 적응하기 위한 이유로 도전이라는 기회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380

나의 길을 찾아서


에필로그 나의 길을 찾아서

뉴욕으로 간, 다섯 디자이너의 청춘사용법

381


같은 세대의 젊은이들은 ‘꿈은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진다’는 말에 공감하기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의 꿈을 이루어 본 사람은 안다. 여기 다섯 디자이너가 생생한 증인이다. 소디움파트너스 CEO 정일선 그저 멋진 환상처럼 느껴졌던 뉴욕의 일상이,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환상보다 더 멋진 현실을 만들어낸 그들을 따라가 보자. 예일대학교 교수 최예주 팬타그램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은 밤에는 철학자이자 마법사이며, 때로는 시인이고, 때로는 작가이자 아티스트, 그리고 연기자이며, 낮에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변신하는 신비로운 사람들이다. 성연지가 바로 그렇다. 팬타그램 파트너 던 빌라듀

(주)

퓨처미디어

ISBN 978-89-97225-32-3 값 22,000원 ? 22000?

13600

9 788997 225323

ISBN 978-89-97225-32-3


Turn static files into dynamic content formats.

Create a flipbook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