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매거진 CA #216 '당신이 꼭 알아야 할 80가지 브랜딩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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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브랜드 임팩트 어워즈 수상작 전체 공개 — 2015 국제디자인총회의 생생한 현장 소식

당신의 디자인을 거부하는 클라이언트를 설득하는 방법

블러의 <옹 옹> 뮤직비디오 제작 과정

택시 스튜디오가 밝히는 칼스버그 리브랜딩 진행 과정

2015.11 — ISSUE#216 — GEMS OF BRANDING WISDOM

FEATURING ‘2015 브랜드 임팩트 어워즈’ 수상작 전체 공개 2015 국제디자인총회, 생생한 현장 소식! 인터브랜드가 공개한 올해의 세계 100대 브랜드 랭킹

CREATIVE DESIGN MAGAZINE

COMMUNICATION ARTS CREATIVE ARTS COMPUTER ARTS

ISSUE #216 — 2015.11

GEMS OF BRANDING WISDOM

당신이 꼭 알아야 할 80가지 브랜딩 법칙


CONTENT

ISSUE#216 — 2015 NOV

NEWS 최신 디자인 트렌드와 새롭게 등장한 디자이너, 최근 개최된 디자인 행사 소식

TREND 빛의 스펙트럼을 이용한 심리적 실험 ——————— 06 이드라울리크 모너니스트 러그 ————————— 06 삼성 기어 S2 온라인 캠페인 ——————————— 07 가드너스 카드 ———————————————— 07 삐뽀레: LIFE IS UNWRITTEN —————————— 08

PEOPLE 테이머 코젤리의 작업 공간 ——————————— 09

EVENT 언씬 포토 페어 앤 페스티벌 ——————————— 10 2015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 ——————————— 12

INSIGHT 세계, 그리고 국내 디자인업계의 강력한 의견과 분석 베로니카 푸에르테: 도쿄 올림픽 로고는 마녀사냥의 대상인가? ————— 16 사브리나 스멜코: 시간제 비용 책정의 폐지 ————— 17

DESIGN MATTERS: 자신만의 작업 일정 관리 비법 —————————— 18 케이트 말로우: 우리 아이를 위하여 ———————— 20 트라인 팔브: 어린이와 함께 작업하기 ——————— 21 전종현: 세금 도둑을 잡아라 ——————————— 22 스나스크: 브랜딩은 화장이 아니다 ———————— 23

SHOWCASE 세계 디자인계에 새롭게 등장한 최고의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모션 워크 알파베티컬: 2015 영국/ 멕시코 아이덴티티 ————— 26 카롤리스 스트라우트니에카스: <포브스 재팬> 일러스트레이션 ————————— 28 코코로 앤 모이: 포세이돈 헬싱키 브랜딩 —————— 29 찰스 윌리엄스: 줄무늬 일러스트레이션 —————— 30 소더스트: 코비 브라이언트 브랜드 서체 —————— 31 포린 폴리시: <브랜드 가이드: 싱가포르 편>————— 32 스튜디오 무티 & 밍고 람베르티: 홀리데이 컬렉션 —— 33 위 아 로열: 스튜디오 매니페스토 영상 ——————— 34 패닉: 스튜디오 쇼릴 —————————————— 35 하이레스: 웹사이트 보이드 ——————————— 36 002


SPECIAL REPORT 2015 브랜드 임팩트 어워즈 ——————————— 40 감성적으로 다가가는 브랜딩 —————————— 72 SPOTLIGHT 2015 국제디자인총회 ————————————— 76 INDUSTRY ISSUE 회의적인 클라이언트를 설득하는 법 —————— 97 디자이너를 위한 법적 가이드 ————————— 101

PROJECT 무대 뒤의 기록을 통해, 세계 곳곳의 크리에이터들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밝힌다. 택시 스튜디오: 칼스버그 리브랜딩 ——————— 108 펜타그램 런던: 폭탄에 의문 제기하기 포스터 ——— 113 트렁크: 옹 옹 뮤직비디오 ——————————— 116 프로젝트 그룹 C: 라이팅 설치 작업 ——————— 120

72앤써니 암스테르담: 매직 아워 캠페인 ————— 124 GBH: 축구팀 아스널을 위한 새로운 푸마 제품 홍보 캠페인 ————————— 128 MY FOLIO HIGHLIGHT 김현영: 라 구아림바 단편 영화제 포스터 ————— 132 RD: PEEP ————————————————— 133 주카 리: 두 얼굴 —————————————— 134

SOMETHING NEW 신간 도서와 최근 공개된 국내외 디자인 전시

BOOK 알랭 드 보통의 아름다움과 행복의 예술 ————— 138 첫, 헬싱키————————————————— 138 박물관 보는 법 ——————————————— 138 그래픽디자이너들 ————————————— 138 예술가의 항해술 —————————————— 139

EXHIBITION 계한희: THE SPACE COLLECTION ——————— 140 OUT OF THE BOX: 재료의 건축, 건축의 재료 ——— 140 아티스트 딕 브루나 ————————————— 141 프랭크 게리展 ——————————————— 141 한글 디자이너 최정호展 ——————————— 142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 143 POSTER 100 ——————————————— 144 003


NEWS

번역 — 김도연 취재 — 장유진, 전종현, 김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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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최근 개최된 디자인 행사 소식을 전한다.

최신 디자인 트렌드와 새롭게 등장한 디자이너,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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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09

PEOPLE 10

EVENT


TREND

NEWS

아직 쓰이지 않은 삶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오디너리피플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작년 연말에 등장한 ‘매일매일 그래픽 일력’을 여전히

제품은 11월 7일과 8일, 양일간 일민미술관에서 진행되는

기억하거나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언리미티드 에디션’에서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될 계획이다.

365장의 일력을 장마다 새롭게 디자인하여 소비자가

11월 16일부터 22일까지 1주일간은 가로수길의

일력과 동시에 365점의 그래픽 작업을 소유 또는

피프티피프티 갤러리에서 동명의 전시가 진행된다.

소비할 수 있게끔 한 재치 있는 작업이었다. 이 결과물을

제품 판매뿐만 아니라 “Life is unwritten”에 대한

선보인 곳은 삐뽀레(Peopolét)로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삐뽀레의 실험과 해석을 선보이는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오디너리피플이 자체 프로젝트를 위해 시작한 브랜드다.

김대홍, 김민선, 김인엽, 김희준, 로타, 스티키몬스터랩,

삐뽀레는 다양한 미디엄으로 구현할 수 있는 그래픽 디자인

신모래, 윤향로, 제로퍼제로, 최윤석, 구스타보 미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이러한 실험들을 지속적으로

(Gustavo Millon) 등 삐뽀레가 평소에 사랑하고 존경했던

진행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대중이 그래픽 디자인에

여러 작가도 참여해 더욱 풍성한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관심을 갖고 향유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 이들이 이번에 “Life is unwritten”이라는 프로젝트를 새롭게 진행한다. 따옴표

사이의 공백에 매력을

느낀 것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되었는데 이 기호를 보다 효과적으로 연출할 수 있는 매체를 택해 스카프, 핀, 노트, 연필, 3종의 프린트, 에코백 등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제작했다. 스카프를 사용하는 사람, 실크 프린트의 여백, 내용이 없는 노트 같은 여러 형식으로 공백을 연출해 미리 쓰이지 않은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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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PEOPLE

완벽한 그림 테이머 코젤리는 바쁘게 돌아가는 이스탄불의 산업 지구에서 고요한 창의적 지대를 유지하고 있다 예술이 삶을 모방하는가? 그 반대인가? 끊이지 않는 의문이

구시대의 것으로 밀려나기는커녕, 그의 책장에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디자이너인 테이머 코젤리(Tamer

<픽토플라즈마 캐릭터 포트레이트(Pictoplasma Character

Koseli)의 깔끔하고 정돈된 그리고 세심한 창의적 공간을

Portrait)> 책(2)에서 알 수 있듯이 디자인 행사들은 코젤리의

감질나게 맴돌고 있다. 그는 마치 자신의 미니멀리즘적인

풍부하고 잘 조율된 창의적 라이프스타일에 있어 반복되는

스케치북의 한 장면 속에 앉아 있는 것 같다. 사실 이곳은

일상이다. “전 디자인 학회를 매우 좋아하는데, 그중 2014년도에 가장 많이 참석했죠. 그곳 발표들의 창의성을 굉장히 즐겁게 감상합니다.”

스위스 태생인 코젤리의 집 거실이기도 한데 어울리지 않게도 이스탄불에서 가장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산업 지구 내의 고층빌딩 숲인 레벤트 시내에 위치하고 있다.

이 일러스트레이터는 아이들의 장난감에서 풍부한 영감을 얻는데 갖가지 종류의 레트로 액션 피규어와 작은 조각상을

“전 여기서 5년째 살고 있어요.” 안경을 쓴 그가 말한다.

내려다보며 보초를 서고 있는 듯한 포스봇(ForceBot, 3)이

“여긴 정말 여러모로 저에게 의미가 많지만 무엇보다

이를 증명해 준다. “제가 몇 살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가장 좋은 점은 속옷을 입은 채로 커피를 들고 일을 하러

전 이러한 것들이 항상 좋을 거예요. 포스봇이 감정이

갈 수 있다는 거죠.” 코젤리의 오른쪽에 있는 돔보컵(1)은

없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전 항상 이걸 보살필 거예요.

양쪽으로 잡을 수 있어서 편리하다. “제가 2009년 밀라노

제 생애 첫 번째 로봇 장난감이었거든요. 솔직히 말해서

디자인 위크 전시에 학생으로 참여했을 때 이 견고한 컵을

전 이들에 미쳐있어요.”

발견했어요. 이 컵은 끊임없이 영감이 흘러 넘쳤던 그 시절과, 여행하며 즐거웠던 추억을 생각나게 해요.

한편 거대한 레고 머리(4)에 대한 그의 애정은 조금 더

어떻게 보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것도 같아요.”

실질적이다. “제가 디자인하고 그림 그리는 방법에 영향을

그가 기쁘게 회상했다.

미친 장난감이 레고 말고 또 다른 게 있을지 잘 모르겠네요. 단순한 기하학적 도형과 제한적인 색들을 조합하는 것, 이건 틀림없이 제가 이 작은 조각들을 가지고 놀며 배운 방법이죠.” 마지막으로 헤이 스튜디오(Hey Studio)가 디자인하고 <모노클(Monocle)>에서 내놓은 새해 축하 카드(5)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새하얀 벽에 자랑스럽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액자 속 디자인에 대해 코젤리가 말한다. “<모노클>을 위해 일러스트레이션을 하는 것은 저에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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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기적인 사건이었어요. 그 이후에 제 커리어가 많이 바뀌었죠.” 이후 자신의 특징적인 작업으로 빛낸 전시, 인쇄물과 온라인 클라이언트들을 암시하며 그가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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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테이머 코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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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MER KOSELI TAMERKOSELI.COM — 테이머는 2010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자신의 스튜디오를 시작했다. 그는 콩데 나스트(CONDÉ NAST), <넥(KNACK)>, <멘즈 헬스(MEN’S HEALTH)>, 노스페이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과 함께 일한 바 있다.


VERONICA FUERTE

INSIGHT

도쿄 올림픽 로고는 마녀사냥의 대상인가? 소셜 미디어의 폐해는 표절만큼 심각하다 디자이너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공급받는다. 정보는 곳곳에 넘쳐나고

어떤 디자인이 다른 디자인과 얼마나 비슷한가의 문제는 그 디자인이

우리는 폭우처럼 쏟아지는 정보에 늘 노출돼 있다. 거리는 포스터, 광고,

어떤 종류의 것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무언가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과

상점, 사람으로 가득하며 인터넷은 블로그와 기사를 비롯해 우리가

표절을 가르는 붉은 경계선의 위치는 모든 크리에이티브 분야에 동일하게

팔로우하는 사람이 추천한 수천 가지 이미지로 채워진다. 사회는

적용할 수 없다. 그 분야의 틀이 작으면 작을수록 작품의 유사성은

정보를 먹고 살면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보에 대한

더 높아지게 된다. 이는 디자이너가 서로를 표절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접근성을 보장해준다. 그리고 우리는 이 모든 정보를 흡수하며 살아간다.

같은 도구를 쓰는 사람일수록 서로 비슷한 생각을 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대부분의 정보는 무의식의 영역으로 떨어지지만, 때론 바쁜 일상에 붙잡혀

뜻이다. 기하학적 도형, 조화와 비례를 주제로 일러스트레이션과 디자인

있는 우리를 잠시 멈춰 세우고 생각에 잠기게 한다. 그리고 새로운 지평으로

작업을 하다 보면 결국 다른 작품과 비슷한 결론으로 귀결되기 매우 쉽다.

향하는 사고의 나래를 펼친다.

비록 전혀 다른 과정을 지나왔더라도 결국 유사한 결과물이 도출되는 것은 전혀 놀랍거나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번 2020년

디자이너가 부지불식간에 공급받은 정보를 기억해내고, 별다른 생각 없이

도쿄 올림픽 로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사성이 있고 완전히 동일해

이를 갖가지 방법으로 응용해 사용하는 건 극히 정상적인 행위다.

보이는 요소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은 우연적 일치에 불과하며

이는 디자인 작업을 이루는 방식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수년에 걸쳐

비슷한 스타일과 기법을 사용했다는 정도로 보인다.

여러 사람의 손을 지나면서 다양한 형태로 진화를 거듭하는 아이디어의 광맥이 존재하는 것이다. 디자이너처럼 창의력을 요구하는

우리는 정보와 사람의 의견이 편재한 세상에 살고 있다. 지금은

전문 직종은 이미 존재하는 것이 무엇이고 내가 만들어낸 것이

소셜 미디어가 각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무엇인지 올바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이전에는 오직 제한된 수의 사람만이 그런 혜택을 누릴 수

디자이너는 배움을 이어가고 성장해나가며 동시에

있었다. 소셜 미디어의 도움으로 우리가 보고 할 수 있게

디자이너의 작품 또한 함께 진화해나간다. 브랜드 정체성

된 것을 생각해보면 이건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구축 작업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하지만 부정적인 부분도 존재한다. 소셜 미디어가

만들어내야만 한다는 것이다. 전혀 새로운 걸 창조하는 건

어떤 여론과 분위기를 몰아가면서 평소라면 아마 조금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며, 만약 누군가 해냈다면

생각해봐도 동조하지 않았을 만한 문제에 대해 도화선을

그가 만든 것은 혁명적이고 경이로운 것 아니면 무언가 이상하고

당기는 선동적인 폭도로 만든다는 점이다. 소셜 미디어를 달군

잘못된 것,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대중의 의견이 올림픽 조직 위원회에 큰 압박을 가했고, 결국 기존 로고를 버리고 새 것으로 교체하는 가장 쉬운 길을 선택한 건

어떤 예술가 혹은 디자이너가 제 작품을 도용했다며 분노를 표하는 사건은

이런 맥락에서 크게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아주 훌륭한 뉴스거리다. 소셜 미디어는 금방 폭발적인 반응을 내보일 것이고 모든 사람이 의견을 달기 시작할 것이다. 사회는 들썩이고 사람들은

나는 이런 문제에 법적으로 대응하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의

큰 재미를 얻는다. 그리고 모든 것은 잊혀진다. 디자인처럼 사회적

경우도 저작권 침해라기보다 우연적 결과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노출 빈도가 적은 크리에이티브 분야에 이러한 일들이 벌어질 때마다

그리고 표절 관련 문제는 법정에서 밝혀내기 매우 어렵고 비용도 너무

내가 실망스러운 지점은 디자이너에게 사회적 관심이 몰리는 때가 오직

많이 든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를 댄다면 개인적으로 디자이너가

디자이너 사이에 분쟁이 벌어졌을 때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경쟁이 아닌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종종 뉴스에 올라오는 이야기가 훌륭한 브랜드 디자인을 만들어냈다는 소식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해보지만, 세상은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는 걸 우리는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사람은 싸움 이야기를 더 좋아하니까.

베로니카 푸에르테

VERONICA FUERTE HEYSTUDIO.ES — 푸에르테는 바르셀로나의 여러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경력을 쌓은 후 2007년 헤이 스튜디오 (HEY STUDIO)를 설립했다. 스튜디오는 일 년도 되지 않아 파트너 리카르도 호르헤(RICARDO

JORGE)와 디자이너 엘리사바(ELISAVA)를 영입하게 되었고 다방면에 뛰어난 역량을 지닌 지금 모습을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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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BRINA SMELKO

INSIGHT

시간제 비용 책정의 폐지 시간제 비용 책정은 전문성의 가치를 부정하며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다 많은 디자이너가 비용 책정 방식을 시간제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다.

시간제 방식으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긴 하다.

기준이 모호한 정액 책정보다 비용 산출이 쉽다는 이유인데, 사실 이건

온갖 구실과 거짓말로 작업 시간을 더 길게 책정하는 것이다. 물론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나 다름없다. 시간제로 비용을 책정했다가

클라이언트는 당신과 정반대로 행동할 것이다. 귀가 솔깃한가?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일한 만큼도 제대로 얻지 못하는 걱정스러운 상황을

이것은 매우 부적절한 방법이며 그렇게 해서는 절대 안 된다. 내가 하고 싶은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문 디자이너 양성에도 큰 걸림돌이

말은, 전문성이 수입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될 것이다. 이건 심각한 문제다.

오히려 그 전문성에 합당히 충분한 대우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 얼마나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느냐는 비용 책정의 기준이 될 수 없다. 자신의 분야에

만약 당신이 신참 디자이너로 이제 막 일을 시작했고, 시간당 비용을

대한 전문성 때문에 손해를 봐야 한다면 그것은 공정하지 못한 일이다.

50달러로 책정했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프로젝트 X를 맡아 10시간을

바로 이것이 시간제 방식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다. 완전히 기본 상식에

작업했고 그에 대한 대가로 500달러를 벌었다. 그 후 몇 년 동안 당신은

반하는 일인 것이다.

더 많은 경험을 쌓았고 그만큼 기술도 훨씬 발전했다. 작업 속도가 빨라지고 효율적이고 다재다능한 역량을 갖추게 되었으며 덕분에 예전의 프로젝트 X

그렇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은 무엇인가? 대금 책정은 어떻게

같은 류는 절반 정도의 시간 만에 마칠 수 있게 되었다. 이 말은 이제 당신은

이루어져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수많은 요소를 동시에

동일한 프로젝트를 다시 맡을 때 250달러를 받게 될 거라는 의미다.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프로젝트 가치에 근거한 정액제 방식이

숙련된 디자이너가 지닌 경험과 지식이 오히려 수입을 떨어뜨리는

모든 관련자에게 가장 공정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가치에 근거한

원인이 되는 것이다. 좀 더 이야기하자면 경험을 쌓는 몇 년 동안

대금 책정은 다음의 몇 가지 요소를 고려해 이루어진다.

당신은 꼼꼼하게도 시간당 비용을 50달러에서 100달러

작업 시간, 디자이너의 역량 및 경험, 실제 업무 범위(무엇을

(엄청난 상승폭을 본 클라이언트는 금세 그 심각성을

필요로 하는가), 용도 관련 디테일, 마감 일정, 예상 수정

알아채고 최종 대금을 계산해보기 시작할 것이다)로

작업 횟수, 클라이언트의 사업 규모 등등. 만약 당신이

올려놓았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당신은 500달러를 받을

자신의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더욱 갖추어나가길 바란다면

수 있겠지만, 이는 초창기 때 받았던 금액과 동일한 정도에

시간제 방식을 버리고 가치에 근거한 정액 책정 방식을

불과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그것은

사용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클라이언트가 당신의 비용 상승에 불만을 표시하고, 조금이라도 대금을 깎아 내리려고 하든가, 심할 경우 서로 간의 협력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아니면 이런 식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자, 들어봐요, 아무개 씨는 이 일에 전문가니까 쉽게 끝낼 수 있잖아요. 그러니 프로젝트 난이도 별로 비용을 다르게 책정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마음이 약해진 당신은 아마 이 말에 흔들릴 수도 있지만 절대 싸움에서 나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저는 제가 투자한 시간이 시간당 비용만큼의 충분한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꺼내면 그 본질적인 의미는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클라이언트와 당신 사이만 어색하게 될 것이다. 이건 실제 겪은 경험담이다.

사브리나 스멜코

SABRINA SMELKO SABRINASMELKO.COM —

2012년 일러스트레이션 공부를 마친 후 그래픽 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로 경력을 쌓아왔으며, 캐드버리(CADBURY)와 <뉴욕타임즈>를 포함한 많은 클라이언트와 작업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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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자신만의 작업 일정 관리 비법

01 앰버 와인버그(AMBER WEINBERG) 프론트엔드와 WP 개발자 AMBERWEINBERG.COM

03 레베카 머피(REBECCA MURPHEY)

수석 소프트웨어 기술자

RMURPHEY.COM

“마감 기일은 공포의 대상이죠. 저는 언제나 작업 일정을 예상보다 한 주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요. 만약 그가 시간을 지체한다는 느낌을 주면

“저는 신문사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어요. 작은 신문사의 석간 담당으로 5년 정도 일했죠. 그곳에서는 마감이 매일, 매일 밤, 매주 있었어요. 삶 자체가 마감의 연속이었죠. 그때 저는 작업 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큰 그림을 보는 시야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어요. 모든

마감 일정을 늦춰야 해요. 정말 예정된 일정을 넘기가 된다면 그렇게

작업 과정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을 때 성공적으로 작업을 마칠 수 있는 것은

될 수밖에 없었던 구체적인 이유를 밝힐 수 있어야 하고요.”

물론 마감 일정에 대응한 작업의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죠.

혹은 두 주 정도 여유 있게 잡아서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요. 예상치 못했던 일이 발생하면 바로 클라이언트에게 알려서 작업 진행 상황에 대해

또, 예상치 못한 상황에 늘 대비하고 있어야 하고 일을 제대로 마치는 것이 마감 일정을 맞추는 것보다 중요한 경우에는 흔들리지 않고 작업을

02 해리 로버트(HARRY ROBERT) 컨설턴트/프론트엔드 개발자 CSSWIZARDRY.COM

진행하는 신념도 필요해요.”

04 폴 위와트 (PAUL WYATT) 작가/영화제작자 PAULWYATT.CO.UK

— “장기적으로 보면 민첩한 대응이 가능한, 기능 중심적 작업 일정 관리 방식이 좋은 것 같아요. ‘웹사이트 하나에 6개월’ 대신 ‘X 기능에 2주’ 같은 식으로

말이죠. 이렇게 하면 작업 집중력을 높일 수 있고 또 작업을 진행하면서

“일을 할 때 가장 최악의 방해꾼은 바로 자기 자신이에요. 현실적으로

우선 마감이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정리할 수 있죠. 단기적인

하루에 진행할 수 있는 자기 작업량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아는 것이

관점에서는 업무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맞추어 나가는 방식이 좋아요.

가장 기본입니다. 특히 혼자 일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죠. 그렇지 않으면,

한마디로 실시간 대응 방식인 거죠.”

작업 일정에 뒤쳐지거나 여러 마감 일정이 겹칠 위험이 있어요. 게다가 실제로 모든 것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무엇을 언제 마감할 수 있을지 현실적으로 판단해 작업 일정에 좀 더 여유를 두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작업을 진행하는데 더 많은 도움과 시간 혹은 자원이 필요하다면 솔직히 요구할 수 있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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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MATTERS

05 레이첼 앤드류(RACHEL ANDREW) RACHELANDREW.CO.UK

07 제시카 히쉬(JESSICA HISCHE) 레터링 전문가/일러스트레이터 JESSICAHISCHE.IS/AWESOME

웹 개발자

“저는 늘 공식 마감 일정보다 며칠 전에 저만의 마감일을 잡아요.

“저는 우리 팀에서 달력을 활용해 마감 일정을 관리하는 유일한 사람이에요.

그렇게 하면 작업 일정에 어느 정도 융통성을 줄 수 있고, 비상사태가

이 방식은 제게 아주 큰 도움이 되죠. 저는 구글 캘린더(GOOGLE

발생하더라도 마감 일정을 놓쳐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이

CALENDAR)에서 일정 관리표를 여러 개 만들어 두고 사용해요. 최종 마감 일정 관리용(매우 긴급/일정 변경 불가), 스케치 작업 일정 관리용(긴급/일정에 다소 융통성 있음), 회의 및 통화 일정 관리용, 여행 및 강연 일정 관리용, 이런 식으로요. 그리고 이 캘린더를 업무 담당자와 공유해서 제 작업 진행 상황에 대해 늘 알 수 있도록 해요. 작업 일정 관리에는 보통 리마인더즈 앱(REMINDERS APP)을 사용하지만, 더 나은 방식을 찾으려고 계속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편이에요. 때로는 손으로 해야 할 일 목록을 작성하는 경우가 가장 효과적일 때도 있답니다.”

없죠. 마감 일정이 다가오는 작업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옴니포커스 (OMNIFOCUS)라는 일정 관리 프로그램도 활용해요. 저는 마감 일정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일정에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해요. 만약 일정을 놓치게 될 것 같으면 즉시 클라이언트에게 그 사실을 알려요. 그렇게 하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라고 생각하고, 또 제가 늦을 때에 대한 대비를 상대방이 이미 할 수 있으니까요.”

06 브래드 프로스트(BRAD FROST) 웹 디자이너

BRADFROST.COM — “저는 모든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시각 자료로 정리해둬요. 마감 일정에 따라 작업을 추진하는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죠. 이와 함께 해야 할 일을 목록으로 꼼꼼히 작성하는 게 단기 및 장기 프로젝트를 모두 일정 내에 소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특히 워크플로우이(WORKFLOWY)는 정말 유용한 프로그램이에요!”

05

06

07

019


SHOWCASE

번역 — 이지영 024


새롭게 등장한 최고의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모션워크를 소개한다.

쇼케이스

SHOWCASE

양자 관계 행동경제학 벽돌쌓기 어지러운 줄무늬 농구여 영원하라 디자인 황금기 패턴으로 떠나는 여행 창의적 선언 패닉에 빠지지 않은 패닉 우주공간이 선사하는 명상의 시간

025


SHOWCASE 양자 관계 —

알파베티컬

ALPHABETICAL ALPHABETICALSTUDIO.COM —

2015 영국/멕시코(UK/MEXICO) 아이덴티티

2015 영국/멕시코는 멕시코와 영국 간의 문화 축제로, 이 행사는 연중 지속되며 세간의 이목을 끄는 문화, 학술, 무역 프로젝트의 프로그램들을 두 국가 양쪽에서 진행한다. 런던의 쇼어디치에 위치한 알파베티컬은 이 행사에 대한 아이덴티티를 제작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진정으로 이중 언어적인(bilingual) 컨셉을 도출해 두 국가의 합일을 포용하는 것이 과제였습니다.” 알파베티컬 스튜디오의 공동창립자 밥 영(Bob Young)이 말한다. 양쪽의 문화를 시각적으로 연결해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맞춤형 서체가 해결책이 되었다. “우리는 양 국가로부터 충분한 역사적 순수 가치를 끌어내면서도 동시대적인 축제의 느낌을 잃지 않게끔 균형을 맞추고 싶었습니다. 진부해보이지 않으면서

몇 주 동안 스케치를 한 것이 서체 스타일 개발에 도움이 되었다.

각 국가를 시각적으로 잘 표현해야 했죠. 이를 염두에 두고 서체 외부의 나머지 아이덴티티 체계가 활기찬 색상 팔레트와 사진의 그래픽적 활용으로 특징을 확실히 갖게끔 했습니다.”

이 서체는 프로그램에 숫자를 매기는 체계에서 인상이 강렬하고 아이콘과 같은 요소로 기능한다.

타이포그래퍼인 제레미 탱커드(JEREMY TANKARD)는 이 디자인을 다듬고 더욱 기능적으로 만드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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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ERY BEST NEW DESIGN 디자이너들의 의견

벤 탈론

BEN TALLON BENTALLON.COM — 일러스트레이터/아트 디렉터 — “깔끔하게 처리된 아이덴티티로 제가 호기심을 갖게끔 만들었습니다. 국기나 명백히 클리셰인 레퍼런스로 각 국가를 표현하는 것을 피함으로써 이 서체는 강력하고 생생한 미묘함을 가지고 양국을 나타낸다는 벅찬 과제를 잘 수행하였습니다. 알파베티컬의 아이덴티티 디자인은 이 행사에서 선보인 모든 형태의 창의적 작업이 즉각적으로 인지 가능한 모습과 느낌으로 숨 쉬고 스스로 서있을 수 있도록 한 것이죠.”

마크 리처드슨

MARK RICHARDSON SUPERFRIED.COM — 슈퍼프라이드의 설립자 — “이 프로젝트는 누구나 자신의 홈페이지에 멋지게 올라와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그런 종류의 작업입니다. 한 문화 전체를 표상하는 서체를 만들어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니, 어색함 없이 두 문화를 매끄럽게 표현하는 것은 거의 자학적인 일에 가깝죠. 검토해야 하는

사진의 그래픽적인 활용은 일 년 내내 행사가 계속되는 프로그램의

많은 부분에도 불구하고 레터링의 스타일이 실험적인 동시에

문화적 다양성을 반영한다.

독해 가능하다는 사실은 칭찬할 만합니다. 혼자서도 경탄할 만하게 보이고 여러 이미지들과 함께 봐도 그렇죠. 타입은 왕왕 사진이 강력하면 멋져 보이고 사진이 약하면 약해 보이며 그 역도 마찬가지에요. 대담한 색상 팔레트를 고려했을 때 이러한 균형을 성취한 것은 특히나 인상적이죠. 유일한 단점은 현란한 멕시코의 몫과 비교했을 때 우리 영국이 상대적으로 조금 따분해 보인다는 점뿐이네요!”

서체 이외의 나머지 아이덴티티 부분은 활기찬 색상 팔레트가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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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번역 — 이화경 일러스트레이션 — 카란 싱(KARAN SINGH), WAKEMEUPMRSING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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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GEMS OF BRANDING WISDOM

2015년 브랜드 임팩트 어워즈에서 수상한 에이전시들로부터

전문적인 브랜딩 지식을 들어본다.

브랜딩에 80 관한 GEMS OF 80가지 지혜

BRANDING WIS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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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지난 9월 16일 2015 브랜드 임팩트 어워즈가 열린 런던의 그랜드 코넛 룸에

지금부터 이번 브랜드 임팩트 어워즈에서 수상한 훌륭한 프로젝트들을

200명의 브랜딩 전문가들이 모였다. 울프 올린스(Wolff Olins), GBH,

모두 살펴보고, 협업의 가치와 사회적 영향력을 강조한 특별상 수상

더 파트너스 등 유명 에이전시들에서 파견된 전문 심사위원들과 코카콜라,

프로젝트 두 가지도 확인해 보고자 한다. 아울러 상을 받은 모든

마스, 아디다스 같은 일류 브랜드 소속의 초빙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거친

에이전시들의 경험을 집약하여 ‘브랜딩에 관한 80가지 지혜’를 소개한다.

이번 출품작들은 대단히 경이로운 수준을 보여줬다.

브랜드 임팩트 어워즈의 정신에 따라 현재의 시장 상황에 초점을 맞춘 내용들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브랜딩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지 알아보자.

부문별 최우수상 16개와 우수상 22개, 소셜임팩트(social impact) 부문과 협업(collaboration) 부문, 최고작품상(best of show) 2개 등 40개가 넘는 트로피가 이날 저녁 수상자들에게 건네졌다. 카일 윌킨슨(Kyle Wilkinson)이 존슨 뱅크스의 팀원들. 이 팀은 총 6개의 트로피를 받았다.

디자인하고 커팅 테크놀로지(Cutting Technologies)에서 강철, 놋쇠, 구리로 제작한 트로피도 그 자체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트로피를 특별히 많이 거머쥔 에이전시는 두 곳이었다. 더 파트너스가 협업상과 최고작품상을 포함해 7개를 수상했고, 존슨 뱅크스가 소셜임팩트상과 최고작품상 등 6개로 그 뒤를 이었다. 브랜드 임팩트 어워즈가 다른 디자인 어워즈와 다른 점은 브랜딩의 환경과 맥락까지 고려한다는 것이다. 아름답고 일관성 있게 구현된 강력한 컨셉이 있는지와 더불어 심사위원들은 브랜딩이 시장에서 해당 제품을 실질적으로 부각시키는지 여부도 함께 판단해야 했다.

행사장 분위기를 달구고 있는 진행자 앨런 코크레인(ALUN COCHRANE)

2015 브랜드 임팩트 어워즈 BRAND IMPACT AWARDS 2015 BRANDIMPACTAWARDS.COM — 일시: 2015년 9월 16일 장소: 런던, 그랜드 코넛 룸(GRAND CONNAUGHT ROOM) 주요 수상자: 더 파트너스(THE PARTNERS, 7관왕), 존슨 뱅크스(JOHNSON BANKS, 6관왕),

R/GA 런던(R/GA LONDON, 5관왕), 사그마이스터 앤 월시(SAGMEISTER & WALSH, 3관왕), 무빙 브랜즈(MOVING BRANDS, 3관왕), 해트트릭(HAT-TRICK, 3관왕),

NB 스튜디오(NB STUDIO, 2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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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GEMS OF BRANDING WISDOM

아이스크림 신생업체인 미스터 쿠퍼는 존슨 뱅크스에게 비범한 브랜드를

예술 부문

정립할 수 있게 독특한 로고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성인층을 겨냥해

술의 맛과 향을 가미한 이들은 바로 이런 특징에 어울리는 아이덴티티를

최우수상(프로그램)

원했다. 여러 차례의 구상 끝에 존슨 뱅크스는 립스틱 자국 모양의

미스터 쿠퍼

타이포그래픽 컨셉을 개발해서 미스터 쿠퍼가 추구하는 쾌락적인 느낌을

MISTER COOPER

적절하게 표현했다. 로고를 고무도장처럼 만들어 하얀 종이컵이나

냅킨에 찍으면 마치 누군가가 깜찍하게 키스를 남긴 것처럼 된다.

존슨 뱅크스

JOHNSON BANKS JOHNSONBANKS.CO.UK

이 아름다운 손글씨 로고의 양화적 그리고 음화적 공간을 잘 활용해서 브랜드명이 입술 형태로 나타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로고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존슨 뱅크스는 다양한 레터링 스타일을 실험했고 가독성과 자간 같은 디자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갔다. 그리고는 마침내 정말로 효과적인 레터링 스타일과 구성에 도달할 수 있었다. 레터링 전문가인 롭 클라크(Rob Clarke)는 로고가 육감적이면서도 통일적으로 보이도록 디테일을 다듬는 데 도움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존슨 뱅크스는 이 아이덴티티를 포장, 유니폼, 매장 등에 실용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생동감 넘치는 브랜딩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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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포화 상태에 이른 오늘날의 시장에서 당신은 어떻게 감성적으로 다가가는 브랜딩을 하나요?

홀리 칼슨(HOLLY KARLSSON)

젬마 저메인스(GEMMA GERMAINS)

미국 실링턴(SHILLINGTON)의 디렉터

웰 메이드(WELL MADE)의 크리에이티브 전략가

SHILLINGTONSCHOOL.COM

WELLMADESTUDIO.COM

“잠재적 소비자들을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합니다. 그들의 감성을 울리는

“브랜드를 정립하는 데에는 많은 기술이 필요합니다. 전략가에만 의존해선

또는 울리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기존의 상식과

안 되고 디자인 이전 단계에서부터 선제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정관념들을 파악하십시오. 무엇보다 당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그러나 이런 기술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관계 설정입니다. 효율성이

무엇인지부터 확실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말하는지도

떨어지는 팀, 부도덕한 목적, 형편없는 제품을 가지고는 결코 좋은 디자인이

모르면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길 바라선 안 됩니다.”

나올 수 없습니다. 이럴 때는 차라리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

팀 스미스(TIM SMITH)

롭 곤잘레스(ROB GONZALEZ)

어스투(USTWO)의 스튜디오 책임자

소더스트(SAWDUST)의 공동설립자

MYPOORBRAIN.COM

MADEBYSAWDUST.CO.UK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표본을 테스트하는 순간까지

“어려운 질문입니다만 감성을 자극하는 브랜딩은 기업 자체에서

우리는 많은 사용자들과 일합니다. 프로젝트의 핵심에 있는 문제들과

우러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각적 브랜딩만으론 한계가 있죠.

씨름하면서 그들이 흥미로워 할 환상적인 경험들을 창조하고자 하죠.

아이덴티티의 주인인 기업 자체에 활력이 넘쳐야 대중을 매료시킬 수

브랜딩은 제품에서 나옵니다. 즉 브랜딩 자체가 근본적으로 사용자와

있습니다.”

분리될 수 없고 그들을 매혹시켜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브랜딩을 사용자들과 함께 합니다. 내 조언도 가능하면 최대한 사용자들을 가까이 하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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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AL BRANDING

번역 — 이화경 리처드 베어드(RICHARD BAIRD)

브루노 셀레스(BRUNO SELLÉS)

프리랜스 디자이너, BP&O의 설립자

바사바(VASAVA)의 공동설립자

BPANDO.ORG

VASAVE.ES

“브랜딩 프로젝트는 마치 하나의 짧은 이야기처럼 보여야 합니다.

“오늘날의 브랜딩 작업이 감성을 자극하려면 차별성과 독창성을

다양한 상황에서 디자이너들이 열정을 갖고 전달하고자 하는

지녀야 합니다. 브랜드 고유의 언어로 대중과 대화를 하는 거죠.

그런 이야기들이요. 훌륭한 미적 감수성은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이자

브랜드의 언어를 창조하는 것이 바로 우리 디자이너들의 의무입니다.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 줍니다. 쉽게 이어지고 또 쉽게

시장은 대단히 복잡해졌고 브랜드는 거기에 적응해야 합니다. 창의적이고

단절되기도 하는 감정적 연결고리죠. 포화 상태에 이른 오늘날의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아이덴티티가 창조되는 것도 그 일환이죠.

이런 감수성은 너무 당연한 것이 되었고 차별성이나 지속성에 있어서

일반적이고 표준적인 해법은 피하고 시간을 들여 해당 브랜드의 독창성을

큰 역할은 하지 못합니다. 진정한 감성적 연대감은 브랜딩 과정에서

개발해야 합니다. 우리가 브랜드의 개성을 발굴해서 그것을 바탕으로

구축되고 강화됩니다. 이 과정은 명료하고 정직해야 하며 불필요하게

브랜딩을 할 경우 시장이 얼마나 복잡하든 관계없이 그 브랜딩은

반복되거나 비합리적이어선 안 됩니다. 간혹 발생하는 우발성은

성공합니다.”

존중되어야 하고 무시되어선 곤란하죠. 우리는 좋은 의도와 성향, 열정을 갖고 이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문서화합니다. 그럼으로써 통찰력과 자신감을 드러낼 수 있거든요. 오만하게 느껴지거나 비법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여선 안 됩니다.”

073


SPOTLIGHT

취재 — 장유진, 전종현 사진 — 한국공예ㆍ디자인문화진흥원(KCDF) 제공

076


2015 INTERNATIONAL DESIGN CONGRESS

광주에서 진행된 세계 최대 규모의 디자인 행사,

‘2015 국제디자인총회’의 생생한 현장 소식을 전달한다.

2015

국제디자인총회 2015

INTERNATIONAL DESIGN CONGRESS

077


SPOTLIGHT

디자인과 함께하는 미래 첫째 날의 기조연설 주제는 ‘디자인과 함께 하는 미래’로 쉴라 콥스,

“변화를 꿈꾼다면 최전선에 서야 합니다. 좋은 디자인과 기획은 세계가

폴 프리스트만, 번 슈미트의 강연으로 진행되었다. 좌장으로는

당면한 과제를 푸는 해결책이라고 믿습니다. 디자인이 갖고 있는 목소리를

이순종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디자인학부 교수가 함께했다.

더욱 높이고 디자인 요소와 역할에 대해 논의하세요. 디자인은 그만큼 강력하고 함께 모이면 더욱더 강해집니다.” 그녀는 디자인이 지역사회의

디자인 커넥츠

공공선을 위해 힘쓴다면 정부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고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굳게 믿는 듯 했다.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은 사람을

쉴라 콥스는 지난 1993년부터 1997년까지 캐나다의 경제 부총리를 지낸

위한 디자인만 못하죠. 디자인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자유당의 유명 정치인이다. 특히 소수민의 권리 증진과 환경 보호에

무척 중요합니다. 그래서 어떤 결과물을 의도하고, 어떤 합의점을

앞장섰고 이런 관심과 노력은 정계 은퇴 후에도 지속됐다. 급작스러운

찾을 것인지 디자인의 컨셉을 아주 단순하게 개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고를 당한 하르트무트 에슬링거 교수를 대신해 갑작스레 강연대에 올랐지만 정치인 특유의 카리스마로 청중을 휘어잡으며 ‘2015

전 세계적으로 통용할 수 있는 디자인 측정 툴이나 매트릭스를 개발할 것을

국제디자인총회’의 시작을 시원스레 알렸다. 비디자이너 출신으로 2017년

제안하기도 했는데 이는 디자이너가 공동으로 삼은 목표를 홍보하기 위해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세계디자인서밋’의 추진위원장 자리를

스스로 객관적인 측정 툴을 만드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는 현실적인 이유

맡은 모습이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때문이었다. “디자인이야 말로 사람들이 열망하는 요소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사회의 가치를 건물, 도시 등 물리적인 것으로 바꿀 수

“‘이음’이란 이번 총회의 주제는 캐나다 북부에서 보이는 행동을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부나 NGO가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도록

연상시킵니다. 그곳은 눈이 무척 많이 내리는 지역이라 길이 종종

쉬운 디자인 템플릿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민간 분야에서

없어지기도 하는데요. 그럴 때면 돌을 특정한 형태로 놓고 이를 지표 삼아

좋은 디자인을 준수하면 세제혜택을 주는 법을 만들면 어떨까요?

길을 찾곤 하죠. 디자인도 우리를 이렇게 가이드 하는 게 아닐까요?

이렇게 정책입안자에게 디자인 요소를 측정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하는 것은

디자인이야 말로 서로를 이어주고 가이드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식이라고

매우 중요합니다.” 지구 온난화처럼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생각합니다.” 정치인 출신답게 그녀는 시종일관 디자인을 정책 입안자와

디자인 업계에서 내놓는다면 그야말로 21세기 디자인계의 의지를 가장

어떻게 연결해 그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것인지 생각해야만 한다고

강력하게 보여주는 방식이 될 거라는 그녀의 말은 비록 디자인계에

목소리를 높였다. “정계에 입문한 후 수많은 이해당사자들을 만났지만

종사하진 않지만 노숙한 정치인이자 행동주의자로서 자신의 신념을

하나 같이 디자인 요소를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었다”면서 모든 커뮤니티의

지키기 위해 수많은 고비를 넘은 백전노장의 조언으로 결코 모자라지

아젠다와 관련을 맺는 디자인을 지렛대 삼아 의사 결정권자와 서로

않았다.

‘이어’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시장을 지낸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치를 시작한 후 연방정부에 들어갔을 때 처음으로 맡은 직함이 문화 유산 장관이었다는 콥스는 건축가, 도심 계획가, 디자이너 등과 함께 모여 토론하면서 디자인을 접하게 되었고 다양한 이슈들을 다루면 다룰수록 디자인의 최전선에 서게 되었다.

런던 뉴 튜브

쉴라 콥스

SHEILA COPPS — 전(前) 캐나다 부총리. 해밀턴 시장이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계에 입문한 뒤 자유당 소속으로 경제 부총리까지 올랐다. 대선 후보로도 거론되던 그녀는 정계 은퇴 후 <싸움의 가치>라는 자서전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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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INTERNATIONAL DESIGN CONGRESS

미래적 사고-오늘, 내일을 디자인하다

대형 운송기기 디자인에서 쌓은 명성이 고스란히 엿보이는 항공기 관련 프로젝트는 이미지만으로도 청중의 눈을 온전히 사로잡았다. 카타르 항공,

“아름다운 가을날 광주에 오게 되서 매우 기쁩니다.” 프리스트만구드의

대한항공, 에어 프랑스 등 세계적인 항공사와 협력한 항공기 내부 모습은

공동 디렉터인 폴 프리스트만은 맑은 공기에 대한 칭찬으로 기조연설을

효율성의 재고와 섬세함의 추구로 요약되는 듯 했다.

시작했다. 출장을 다닐 때 호텔 창밖으로 보이는 풍광을 찍어놓을 정도로 맑은 공기는 그에게 꽤나 중요한 요소였는데 그 이유인 즉 대기 오염을

“항공기는 연비 때문에 경량화를 추구합니다. 그러면서도 디테일을

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가 대형화되고 자동차가 많아지면서

놓쳐서는 안 돼요.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고 나아가 항공기라는

대중교통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그는 디자인을 통해

물건에서 겪는 경험을 넘어 항공사 브랜드 경험을 전달하는 포인트가

도시가 처한 환경오염을 해결할 수 있다고 여기는 듯했다. 공개 당시

되기 때문입니다.”

큰 화제를 모은 런던의 새로운 지하철, ‘뉴 튜브(New Tube)’ 프로젝트에 자부심을 갖는 이유다.

그래서 복잡성을 줄이면서 사적인 공간을 보호하거나 국적기의 경우 그 나라의 문화에 빠져들 수 있도록 디자인을 고안하기도 한단다.

“뉴 튜브는 대중교통을 넘어 런던과 영국의 브랜드입니다. 이런 국가대표급 디자인을 맡는 게 저희 스튜디오의 원칙이기도 하죠. 사회를 위한 디자인을

요즘 그의 관심사 중 하나는 노령화인데 이를 항공기에 적용시킨 게 바로

실현할 수 있으니까요.” 뉴 튜브는 수송 능력을 기존보다 30% 늘리는 게

‘에어 엑세스(Air Access)’다. “전 세계적으로 항공기를 이용하는 노인이

목표다. 추가 선로를 보충하는 게 힘들기 때문에 수송 능력을 극대화하며

많아지고 있어요. 장애인도요. 그런데 그들은 움직임에 불편함이 많죠.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빨리 지하철을 편안하게 사용하는 데 초점을 뒀다.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저희는 좌석 일부분을 탈부착할 수

“대중교통 디자인에서 중요한 건 지속성입니다. 오는 2020년에 현장

있도록 디자인해서 신체가 불편한 사람들이 선체 이동시 사용할 수 있도록

투입되는 뉴 튜브는 적어도 2060년까지 쓸 거예요. 핸드폰처럼 6개월만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일반적으로 철도와 항공기 디자인은 수송 능력이

사용하고 바꾸는 물건이 아니죠. 오래 사용하는 만큼 디테일과 퀄리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를 위한 해결책을 내본 것이죠.”

매우 중요합니다.”

그는 미국 나사(NASA)에서도 디자인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헬륨 가스 풍선을 이용해 성층권으로 올라가 지구를 관망하는 우주선인데 환경오염을

대중교통에 대한 그의 관심은 세계 최대의 열차 제조 업체인 시팡 CSR과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이 독특하다. “디자인은 문제를 최적화시켜 이를

함께 일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 글로벌 디렉터로서 국가의 현대성을

해결하는 행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디자이너로서 기회가 굉장히

상징하는 시속 500km 고속 철도의 디자인을 도맡아 하고 있다.

많아요. 삶을 즐겁게 만드는 게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철도보다 항공기를 타려고 하죠. 이럴 때 철도 이용률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열차가 발명된 지 180년이 흘렀지만 정해진 플랫폼에서 열차를 타는 건 변하지 않았죠.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교외에서도 로컬 열차와 고속열차를 환승할 수 있는 무빙 플랫폼(Moving

Platform)을 생각한 이유입니다.”

AIR ACCESS

폴 프리스트만

PAUL PRIESTMAN — 대형 운송기기 디자인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디자인 스튜디오로 꼽히는 프리스트만구드(PRIESTMANGOODE)의 공동 창업자. 런던교통국, 에어버스, 루프트한자, 타이항공, 대한항공 등 굴지의 클라이언트 리스트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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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 OVER SCEPTICAL CLIENTS

INDUSTRY ISSUE

아이디어를 위해 싸워라

현실 세계

클라이언트의 반응과 의견을 경청하고 수용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현실 사례를 활용하는 것은 클라이언트에게 당신 디자인의 장점을

당신은 스스로 옳다고 여기는 디자인 결정을 고수하고 싶을 것이다.

이해시키는 데 유용하다고 비치는 말한다. “당신이 나이키, 애플,

브랜딩 에이전시 파이브풋식스의 소유주인 앨지 배튼은 클라이언트가

코카콜라에서도 활용하는 디자인 방법을 선택할 때 클라이언트는

디자인의 가치를 보지 못한다고 해서 디자이너가 입장을 바꾼다면

당신과 굳이 논쟁하려 들지 않을 겁니다.”

그 디자이너는 신념이 부족해 보이고 클라이언트는 더욱 믿음을 갖지 못할 거라고 경고한다.

클라이언트에게 두 가지 안을 제시하는 것도 또 다른 비법이라고 비치는 말한다. 당신의 것과 클라이언트가 선호하는 것을 같이 보여줌으로써

스웨덴 에이전시 스나스크(Snask)의 공동설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클라이언트가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이처럼

디렉터인 프레드리크 오스트(Fredrik Ost)는 거절을 수도 없이 당했다며

클라이언트에게 일정한 책임을 지우는 건 거절을 사전에 방지하는 묘책이

그러나 늘 거기에 맞서 싸웠다고 고백한다. “당신의 아이디어와

될 수도 있다. “처음부터 클라이언트의 방어심리를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디자인 컨셉을 지켜 내십시오. 만일 그럴 용기가 안 생긴다면 당신은

비치가 강조한다.

올바른 절차로 디자인을 한 게 아닙니다.” 그가 말한다. “만일 클라이언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설득이 아니라 납득을 시켜야 합니다.

디자이너가 아무리 소통에 능숙해도 때로는 원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하는

납득은 당신의 아이디어와 컨셉이 왜 타당한지에 대한 이유와 증거를

경우들이 생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계속 원점으로 돌아가더라도

보여준다는 점에서 단순한 설득과 다릅니다. 클라이언트도 나름대로

지치지 않을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다. 켄트는 한 걸음 물러서는 것도

거절하는 이유를 밝힐 텐데 당신이 거기에 동의든 반박이든 함으로써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럴 일은 없다고 단정하지 마십시오.

결국엔 타협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타협점이 당신과 클라이언트

컴퓨터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내면서 문제가 저절로 풀릴 거라고 기대해선

둘 다에게 이득이 되길 당신도 바랄 겁니다.”

안 됩니다. 그렇게 해선 절대로 풀리지 않거든요.” 그가 설명한다. “이럴 땐 한 걸음 크게 물러서서 클라이언트와 협의를 하십시오. 모든 정보, 지식,

훌륭한 디자인을 뒷받침하는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근거 등을 클라이언트와 공유하면서 함께 한 단계씩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런던 드래곤 루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로버트 소어는 프레젠테이션을

그런 다음 당신이 다시 프레젠테이션을 했을 때 클라이언트는 당신이

앞두고 클라이언트가 할지도 모르는 질문들을 미리 예상하곤 한다.

어떻게 그런 결론에 도달하게 됐는지를 이해합니다.”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음을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클라이언트에게 우리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죠. 그러면 클라이언트는

처음으로 돌아가다

마음을 열고 우리의 아이디어가 결과적으로 옳다는 것을 인정해 줍니다.” 기발한 첫 아이디어의 장점을 포기하는 데 소모되는 에너지와 팽배한 “당신은 확고한 통찰력으로 당신의 모든 아이디어들을 든든하게 뒷받침해야

실망감 속에서 기억해야 할 사실이 한 가지 있다. “싸워야 할 때는

합니다.” 켄트가 말한다. “솔직하고 투명한 대화는 늘 최상의 해법이 됩니다.

싸우십시오.” 비치가 말한다. “자신이 상업적 아티스트라는 사실을

만일 당신이 클라이언트의 선택이 옳지 않다고 진심으로 믿는다면

스스로에게 환기시키세요. 당신은 클라이언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그 이유를 확실하게 밝히는 게 좋습니다. 예컨대, 당신이 치밀한 조사와

하기 위해 돈을 받습니다. 언제나 최상의 디자인을 제공해야 하죠. 그러나

연구 끝에 인구의 36%가 분홍색을 싫어한다고 주장했을 때 이에 대한

싸워야 할 때가 있고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대로 해주어도 될 때가 있습니다.

반박도 엄연히 존재한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충실하게 조사를 하고

자존심은 서랍 속에 넣어두세요. 디자인이 곧 당신 자신은 아닙니다.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려고 노력하십시오. 스튜디오에만 틀어박혀

당신은 앞으로도 수많은 프로젝트를 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거절당할

애태우지 말고요.”

때마다 매번 상처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타당한 이유를 갖춘 프레젠테이션은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당신은 차분하고 지적으로 당신의 디자인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자신의 디자인이 갖춘 장점을 차분하게 이야기할 수 없다면 그것은 당신이 주관적인 디자인을 했다는 의미가 될 겁니다.” 비치가 설명한다. “예컨대 ‘글쎄요, 하얀 바탕에 노란색 글자는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군요. 누구라도 읽기가 힘들 거예요’라고 말하는 건 디자인의 단점을 집어내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글쎄요, 분홍색 로고는 만들고 싶지 않네요. 음, 보기에 좀 그렇잖아요.’는 주관적인 의견을 말하는 겁니다. 누구도 납득시키기 어렵죠.”

100


INDUSTRY ISSUE

THE LEGAL GUIDE FOR DESIGNERS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지 공개합니다.

상대하고 있나요? 디자이너들이 마주하는 흔한 법적 문제들에

당신의 창작물이 표절 당했나요? 아니면 부도덕한 클라이언트를

일러스트레이션 — 토미 파커(TOMMY PARKER) TOMMYPARKER.CO.UK

번역 — 김도연

글 — 톰 데니스(TOM DENNIS)

디자이너를 위한 법적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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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번역 — 이지영, 지주현 취재 — 장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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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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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스튜디오

새로운 잎사귀를 틔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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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그램 런던

이 피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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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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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그룹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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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앤써니 암스테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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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BH

무대 뒤의 기록을 통해, 세계 곳곳의 크리에이터들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밝힌다.

프로젝트

노란 공의 귀여운 모험기 이상한 나라로의 초대 여름밤 아래 마법의 시간 역사적인 축구팀의 핵심 가치를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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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이상한 나라로의 초대 프로젝트 그룹 C는 최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영감을 받은 라이팅 설치 작업을 선보였다 이상한 나라로의 초대

프로젝트 개요 — 윤용호

INVITATION FROM WONDERLAND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프로젝트 그룹

빛이라는 매체로 표현할 수 있는 분야가 무한하여

‘프로젝트 그룹 C’는 지난 4월에 결성되어 현재

그 가능성을 찾아가던 중, 소호에 위치한 뉴욕

‘빛’을 이용해 다양한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뉴욕의

스페이스 인 아츠(Space In Arts NY) 갤러리에서

‘아이빔(EYEBEAM)’이라는 아트/테크 센터에서 이전에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전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LED를 이용한 길거리 퍼포먼스에서 영감을 얻어

기획하는 단계에서 ‘이상한 나라로의 초대’ 프로젝트

빛을 주재료로 퍼포먼스를 하는 팀을 결성하고 싶었던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뉴욕처럼 바쁜 도시의 일상 속에서

차였기 때문이다. 또한 구성원들이 직장인이라 모임이나

우리는 매번 현실세계를 도피할 수 있는 문을 찾고자

작업이 주로 밤에 이뤄지는데 빛이라는 게 낮에는 존재감이

한다는 것이 첫 시작이었다. 이에 관람객이 지루한 일상에서

없지만 밤이 되면 그 존재가 부각된다는 점에서 다들

벗어나 원더랜드 즉, 이상한 나라를 경험하게끔 하고 싶었고

보다 친근하게 느낀 것도 매체 선택에 있어 주요하게

우연히 마침 뉴욕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150주년

작용했다.

전시회를 하던 것과 타이밍이 맞아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기간: 1개월

— 크리에이티브

프로젝트 그룹 C PROJECT GROUP C

PROJECTGROUPC.COM — 아티스트: 공주현, 김정윤, 박수진, 양은정, 윤용호, 최용화 첼리스트: 고우리 피아니스트: 김슬아 전시 아트 디렉터: 강준구

— 공개일: 2015년 7월

윤용호

DOFL YUN THEDOFL.COM — 광고 에이전시 시드리(SID LEE)의 리드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러지스트 — 런던 예술대학에서 인터랙티브 미디어 석사를 전공하였으며 지난 14년간 런던의 유닛나인(UNIT9), 뉴욕의 디지털 광고 에이전시 퍼스트본(FIRSTBORN)에서 활동하였고 현재는 뉴욕의 광고 에이전시 시드리(SID LEE)에 몸담고 있다. 앱솔루트, 페이스북, 애플 등과 다양한 광고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프로젝트 그룹 C

프로젝트 그룹 C — 지난 4월에 결성된 크리에이티브 그룹으로 뉴욕의 광고 에이전시, 프로덕션 하우스,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지인들끼리 저녁 식사 모임을 가지던 중 클라이언트를 위한 작업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롭고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의기투합해 결성하게 되었다. 라이팅을 이용한 실험적인 미디어 아트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철저히 프로젝트 단위로 활동이 진행되며 현재 12명의 아티스트가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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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ITATION FROM WONDERLAND

한눈에 보는 프로젝트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 대해 윤용호가 단계별로 설명한다.

01 — LED 테스트

02 — LED 스틱 케이스 제작

03 — 부수적 부품 제작

프로젝트 성격에 부합하는 LED를 찾기 위해 서로

LED를 설치하게 될 스틱 케이스를 제작하기에 적합한

핵심 케이스 외에 부수적으로 필요한 부품 또한 기존에

다른 모델을 주문하여 빛 연출 퀼리티 및 강도 그리고

재료를 찾고자 다양한 종류의 재료를 구입해 시험해

판매되는 것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최종 디자인에 맞게

마이크로 컨트롤러를 이용한 빛의 연출을 테스트했다.

보았다. 특히 내부에 LED를 설치했을 때 은은하게

커스텀으로 제작했다. 미니멀과 모던이라는 컨셉에

LED의 특성상 특정 색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한계점을 발견하고 LED가 잘 구현하면서도 컨셉에 맞는 색을 찾고자 했다.

빛이 잘 투과되는지에 주안점을 두었다.

맞게 외부로 보이는 모습은 최대한 심플하게

04 — 최종 케이스 완성

05 — LED 스틱 배치 테스트

06 — 첼리스트와의 첫 만남

기본 케이스 안에 LED를 먼저 설치하고 와이어를

전시장에 어떻게 설치할 것인지 미리 구상하기 위해

실제 공연에 앞서 첼리스트와 만나 앞에서 완성된

연결한 뒤 케이스 양옆은 나무로 미리 제작해 놓은

임의의 공간에 LED 스틱을 실제로 배치해 보았다.

결과물을 이용해 인터랙션 및 연출 등에 관해

부품으로 마무리하여 최종 케이스를 완성했다.

특히 통로를 형상화할 수 있게 각 스틱의 높이가 점점

전반적인 테스트를 실시했다. 이 테스트를 통해

내려가게 배치하는 것에 대한 테스트가 이뤄졌다.

사운드와 설치물 간의 인터랙션에 대한 피드백을

마무리되게끔 설계했다.

얻을 수 있었으며 기존의 곡보다는 스토리에 맞는 즉흥곡을 연주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07 — 작품 설치

08 — 오프닝 공연 리허설

09 — 전시 준비 완료

전시 3일전에 완성된 작업을 갤러리에 설치했다.

오프닝 공연에 앞서 첼리스트와 함께 실제로 전시장에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작품뿐 아니라 전시장에

전시장의 공간 특성을 고려해 작품의 연출이

설치된 작업을 이용하여 공연 리허설을 함으로써

들어가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복도 양옆의 벽 또한

최대한으로 표현될 수 있는 배치를 찾기 위한 테스트에

디테일한 부분까지 포함해 최종적으로 조율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시키는 오브젝트를

많은 시간을 할애했으며 720미터에 달하는 전선이

이루어졌다.

이용해 꾸몄다.

지저분하게 보이지 않게끔 신경썼다.

121


P I OL — G S P F O — ' A K 'S AF IO R ICK LIO GR IC OL — G P F O — S P AF K O'S RA CK IO' GR PIC LI G PI OL — 'S A F O K — ' S A F CK IO R IC LIO GR G L P O PI S AF O K — O'S R AF K — C O' I G LI GR PIC OL PI F O — 'S A F K — ' S — RA ICK LIO GR PIC LIO PICK O P FO — S ' S AF 'S O' GRA ICK LIO GR LIO P FO — FO — S K IO' RA ICK RA G OL — G P AF CK IO'S PI F OL S O' GRA

K

KIM, HYUN-YOUNG

MY FOLIO HIGHLIGHT

라 구아림바 단편 영화제 포스터 원숭이와 함께 영화를 작업에 대한 소개 부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를 들려주세요.

이탈리아 남부 지역에서 열리는 ‘라 구아림바 단편 영화제

작년 여름에 한국에 들어와 일만 했던 것 같아요. 요즘은

(La Guarimba Film Festival)’ 포스터 작업입니다.

개인 작업이나 조금 더 고민해야 하는 작업을 하고 싶어서

영화제 측은 홍보를 위한 포스터를 다양한 국적의 아티스트

장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한편 미국에 있는 동료들과

서른 명에게 맡기고 있는데요, 그중 한 명으로 제게

함께 작업하고 있는 ‘인스턴트 래빗(Instant Rabbit)’의

연락이 왔고 원숭이와 영화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갖고

다섯 번째 프로젝트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이렇게 해서

마음껏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제 수익의

내년에는 개인전을 할 수 있을 만큼 조금은 자신 있는

일부는 라 구아림바 섬의 원숭이들을 보호하는 데에

작업을 만드는 게 현재의 목표에요. 아직은 시작한 지

사용되므로 원숭이가 영화제의 아이콘인데요, 이에

오래되지 않아 그런지 일과 더불어 작가로서 자신만의

영화를 보러 가는 원숭이를 중심으로 하고 영화제를

소리를 다듬는 작업을 같이 한다는 것, 그러한 균형을

준비하는 재밌는 모습을 배경으로 하여 포스터 작업을

갖추는 게 쉽지 않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재정비하는

했습니다. 배경의 캐릭터는 제가 작업할 때 늘 그리는

마음으로 일 그리고 개인 작업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제 반려견 흰둥이인데 평소와는 다르게 표현해보고 싶어서 약간 특이하게 그려보았고요. 큰 제목을 제외하고는 모국어를 일부분 사용해도 된다고 해서 ‘지금 접수’라는 말을 넣어보았습니다. 이 작업 덕분에 지난 8월에 영화제 초대까지 받아 이탈리아 남부에서 말 그대로 ‘행복하게’ 휴가를 보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얼마나 멋지고 감사한 일인지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고요. 이 작업뿐만 아니라 여러 작업을 살펴보니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제스처나 동작이 항상 재미있던데요. 유머나 풍자는 제 성격적 측면에서도 그리고 작업 안에서도 두루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다보니 주위에 재미있는 친구들과의 농담이나 이야기들 혹은 이미지 등은 사진에 담아두거나 기억해두었다가 써먹는 편입니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보았던 영화, 만화 같은 것들이 작업에 배어나는 것 같기도 해요. 최근의 다른 패턴 작업도 동생 친구가 노래 부르며 춤추는 걸 보고 재미있어서 그린 동작들에 영화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Napoleon

Dynamite)>에서 본 요소들을 더해 나온 것이거든요.

김현영

GRAFOLIO.COM/GAMULCHI20 CALLMEKIM.COM — 학부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관련 업계에서 일하며 드로잉을 통해 생각을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 미국 SVA에서 석사 과정으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고 현재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여러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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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O — O'S T E K — P F IO NO ICK OLI N 'S T E O O PI F O — 'S P T E F CK LI NO IC O — O'S TE K LIO N O P I F O — N 'S P TE CK LIO O IC P I F O — 'S P T E F K — CK LIO NO IC OL N — 'S TE K — IO OT 'S E NO PIC FO N P F TE K — LIO OT ICK OLI 'S E FO — LI NO PIC FOL N O' T I K S E F — O 'S PI O CK LIO NO PIC — 'S T E PI F O CK L

OL

EF

RD

MY FOLIO HIGHLIGHT

PEEP

어디선가 느껴지는 낯선 시선 작업에 대한 소개 부탁합니다.

기본적인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의 의미를 넘어

2014년 제 첫 번째 개인전 때의 작업 ‘PEEP’으로 영화 <샤이닝>을 보고 영감을 받아 그린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타투이스트로서는 특별히 어떠한 부분을 신경 쓰시는지 궁금합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는데 개인전 때 큰 조명을 받지 못해

사실 이 부분이 제가 굉장히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스티커로 다시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스티커로 만들면

부분입니다. 저는 타투만을 위한 그림 아니면 개인 일러스트

붙여진 공간을 찢고 훔쳐보는 모양새가 재미있을 것

작업으로, 그 경계를 두지 않습니다. 처음 타투를 시작할

같았습니다.

때부터 현재까지 그렇습니다. 어떤 한 장르만 고집하는 뚝심 있는 타투이스트도 있고 원래 자기 스타일대로 꾸준히 작업해 하나의 장르가 되는 타투이스트도 있는데, 저는 후자가 되고 싶어요. 제게 작업을 의뢰하는 분들 중 저의 원래 그림 스타일을 원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고요. 다른 작업을 보아도 드로잉의 배경이 되는 색상이 항상 인상적이었는데. 어떠한 기준으로 색상을 선택하시나요? 원래 제 그림은 컬러가 없습니다. 딱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제가 봤을 때 없는 게 더 좋아보여서요.

'falling'이라는 연작 작업을 하면서 그림에 맞는 배경 색상을 지정하고 컬러 테라피를 전공으로 하는 교수님께 색상의 뜻을 여쭤봤는데, 신기하게 제가 그림을 그리며 느꼈던 심리와 꼭 맞았습니다. 이 컬러의 뜻이 ‘falling’ 시리즈 작업 각각의 제목이 되었고요.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를 들려주세요. 올해 구입한 콘탁스 T2로 필름 사진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전시를 위해서라기보단 필름을 통해 제 기억을 기록하고 싶다는 이유에서 시작했는데, 이게 데이터가 꽤 쌓이고 보니 생각보다 재미있는 사진이 많아서 전시를 해볼까 고민하고 있어요. 아마 제 일상이 담긴 개인적인 사진전이 되겠죠. 사진 기술이 없어 볼품없을지라도 뭔가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어 보고 싶네요. 사진은

rodim.blog.me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목표는 늘 그랬듯 ‘재밌는 걸 많이 하는 사람’이 되는 거고요.

RD NOTEFOLIO.NET/RDRDRDRD RDRDRDRD.COM — 서울을 기반으로 일러스트, 타투 등 다양한 분야의 작업을 한다. 현재 아메바컬쳐 디자이너와 오피움 타투 스튜디오(OPIUM104.COM) 타투이스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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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THING NEW

취재 — 장유진 136


신간 도서와 최근 공개된

국내외 디자인 전시 소식을 공유한다.

신간 & 전시

SOMETHING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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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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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SOMETHING NEW 글 — 전종현

1세대 한글 디자이너 최정호 우리는 온통 글자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한번 생각해보라.

이번 전시에는 1970년대 선생이 작업한 다양한 사진식자체

길바닥에 뿌려진 브로슈어, 거리의 간판부터 지식을

원도 영인본과 더불어 말년에 심혈을 기울인 ‘최정호체’

전달하는 책, 스크린 속의 뉴스까지 과연 글자의 촘촘한

원도와 사후 발견된 ‘초특태고딕’ 관련 자료를 접할 수 있다.

그물망에서 벗어나는 일이 가능할는지. 무엇보다

특히 현재 ag 타이포그라피 연구소에서 디지털 서체화를

입으로 옹알대는 언어를 눈에 보이게 만드는 글자야말로

진행 중인 최정호체와 초특태고딕을 재료 삼아 선생의

우리가 적을 둔 물질 세계의 시각 문화에서 가장 기본적인

어록을 시각화한 디자이너 10명의 포스터도 함께 전시한다.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글자인 한글을 세상에

최정호라는 이름에 가슴이 찡한 이나,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구현한 가장 대표적인 서체인 명조체와 고딕체의

이 모두에게 뜻 깊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전시는

연원에 대해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알고 있던가.

파주 출판 단지 내 안그라픽스 사옥 1층 ‘갤러리 16시’에서

디자이너로서 개탄할 일이다. 지난 10월 9일 한글날

11월 8일까지 진행된다.

막을 올린 <한글 디자이너 최정호전>은 가장 친숙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관련 정보는 극히 빈약한 ‘국민 글꼴’ 명조체와 고딕체를 탄생시킨 주인공, 故 최정호 선생 (1916-1988)의 발자취를 좇는 첫 단독 전시다.

위: 최정호체(1988), AG 타이포그라피연구소 안상수 소장 아래: 초특태고딕(1985), (사)세종대왕기념사업회 소장

최정호 선생은 1950년대부터 민간 최초의 원도 활자인 ‘동아 출판사’, ‘삼화인쇄’ 활자체를 만들며 수많은 문학 전집과 백과사전을 제대로 된 한글로 구현한 장본인이었다. 그의 전성기는 사진식자 시대가 열린

1970년대. 일본의 양대 사진식자 업체인 샤켄과 모리사와는 한국에 기계를 팔기 위해 당대 최고의 활자 전문가인 최정호 선생에게 한글 서체의 원도를 앞 다퉈 의뢰했다. 지금 눈으로 봐도 깜짝 놀랄 정도로 세련되고 완성도가 높은 그의 사진식자체 일부가 1980년대 말 디지털 글꼴 시대의 개막에 맞춰 명조체와 고딕체의 기본 골격이 되면서 우리에겐 공기처럼 친숙한 한글 서체의 전형이 탄생하게 됐다. 최정호 선생이 활약했던 시대만 하더라도 한글 서체를 만드는 일은 디자인의 영역 밖의 일로 치부되곤 했다. 선생 자신도 ‘원도 설계가’란 단어로 자기 일을 정의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명조와 고딕체 이후 수많은 한글 서체가 출시되면서 이제 타이포그래피에 조예가 깊지 않은 일반 대중도 자신이 좋아하는 한글 서체 이름을 몇 개쯤은 아는 시대가 됐다. 그러기까지 척박하기 이르기 없던

최정호 모리사와 원도 모음, (주)모리사와 소장

한글 글꼴 계에서 ‘뿌리 깊은 나무’로 기능한 것이 바로 최정호 선생의 작업이라는 점을 상기해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디자이너뿐 아니라 대중의 눈까지 오롯이 혼자 감당했으니 말이다.

한글 디자이너 최정호전

CHOIJEONGHO.KR — 일시: 2015년 10월 9일-11월 8일 장소: 안그라픽스 파주사옥 1층 갤러리 1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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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의 두 번째 전시가

이처럼 이번 전시에서는 주로 큰 규모의 설치 작업을

지난 9월 중순, 베일을 벗었다. 이 시리즈는 현대자동차의

만나볼 수 있는데 작가는 영상 작업을 포함해 신작 8점을

후원으로 2014년부터 10년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개했다. 아이러니하면서도 인상적인 부분은 이처럼

중진 작가의 개인전을 지원하는 장기 연례 프로젝트인데

큰 작업을 통해 관람객으로서 전달받는 감정이 ‘여기에

작년의 이불 작가에 이어 올해에는 안규철 작가가 선정되어

없는’ 것들에 대한 인지라는 점이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개인전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를 선보였다.

전시장에 방문해 피아노의 부품을 하나씩 빼가는 조율사와 그 피아노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가 있고(피아니스트와

전시 제목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는 마종기 시인의 시에서

조율사), 전시 기간 천여 명의 관객이 국내외 문학 작품을

인용한 것으로, 이를 미처 몰랐다 하더라도 전시장에

연이어 필사하는 필경 작업(1,000명의 책)도 있다. 이미

들어서자마자 느낄 수 있는 묘한 기운을 마치 ‘시적’이라고

그 공간을 스쳐 지나간 사람들에 대해 인지하게끔 한다는

느낄는지도 모르겠다. 새하얗고 공허한 전시장 초입에서

점에서 각 작업은 커다란 궤를 함께한다.

관람객을 맞이하는 작품은 9마리의 금붕어가 9개의 동심원으로 구획된 각자의 공간을 헤엄치는 거대한 연못을

여기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면 ‘여기에 없는’ 것들에 대한

설치한 ‘아홉 마리 금붕어’다.

인지는 ‘어딘가에 있는’ 것들과의 연대로 이어진다. ‘1,000명의 책’ 작업의 격리된 공간에서 홀로 무언가를 행하더라도 내 순서 앞뒤로 같은 글을 읽고 같은 공간에서 같은 행동을 했던 혹은 할 누군가를 상상하게 되듯이, ‘아홉 마리 금붕어’에서도 각 동심원 안에 고립된 금붕어가 서로 절대 만날 수 없다 하더라도 한 우물에서 같은 물로 살아가듯이, 보이지는 않지만 어딘가에 있을 ‘사랑의 나라’를 꿈꿔보게 된다. 동시에 이로써 안 보인다 하더라도 작가는 ‘사랑’을 노래해 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시에서 전시 제목을 따온 작가를 향한 답가로, 이문재 시인의 시 ‘사막’ 중 한 구절을 되뇌어 본다. ‘모래와 모래 사이에 / 사이가 더 많아서 / 모래는 사막에 사는 것이다.’ 부재의 인지가 사이의 인식으로 이어지리라 더불어 그로써 결국 우리는 그곳에 도착하지는 못해도 사랑의 나라로 향하게 되리라 믿는다.

1,000명의 책, 2015, 철, 합판, 지향서 스피커, 카메라, 모니터, 종이, 펜, 1500×480×420CM

아홉 마리 금붕어, 2015, 스테인리스 스틸, 기포 발생기, 수중 펌프, 모터, 물, 금붕어, 400X400X30CM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INVISIBLE LAND OF LOVE MMCA.GO.KR — 일시: 2015년 9월 15일-2016년 2월 14일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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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최신 기술을 소개합니다.

디자인 매거진 <CA> 당신이 꼭 알아야 할 80가지 브랜딩 법칙

GEMS OF BRANDING WISDOM ISSUE#216 — 2015.11

ISSN 2384-1826 (PRINT) ISSN 2384-1834 (ONLINE) PRINTED IN KOREA ₩ 12,000

2015 브랜드 임팩트 어워즈 수상작 전체 공개 — 2015 국제디자인총회의 생생한 현장 소식

2015 국제디자인총회 / 3 SIXTY / 72ANDSUNNY AMSTERDAM / GBH / 김가든 / 김현영 / THE PARTNERS / WPA PINFOLD / 더즈 인터랙티브 / THE ALLOTMENT / DESIGNSTUDIO / LAMBIE-NAIRN / 레이철 쿠퍼 / MOVING BRANDS / MINGO LAMBERTI / 박영하 / 번 슈미트 / VERONICA FUERTE / BRAND IMPACT AWARDS 2015 / BIENAL COMMUNICATION / 빅터 마골린 / 삐뽀레 / SAGMEISTER & WALSH / SABRINA SMELKO / SUPPLE STUDIO / SAWDUST / 쉴라 콥스 / SNASK / STUDIO MUTI / SPY STUDIO / ANNA RICHARDSON TAYLOR / RD / R/GA LONDON / ALPHABETICAL / NB STUDIO / HORTENSE DUTHILLEUX / WE ARE ROYALE / HIDRAULIK MODERNIST RUG / 전종현 / 주카 리 / CHARLES WILLIAMS / KAROLIS STRAUTNIEKAS / 캐머런 싱클레어 / KATE MARLOW / KOKORO & MOI / TAXI STUDIO / TAMER KOSELI / TURNER DUCKWORTH / TOM DENNIS / TRINE FALBE / TRUNK / PANIC / PURPOSE / PENTAGRAM LONDON / FOREIGN POLICY / 폴 프리스트먼 / 프로젝트 그룹 C / HI-RES! / 하정영 / HAT-TRICK

2015.11 — ISSUE#216 — GEMS OF BRANDING WISDOM

독특한 스타일을 고수해 온 스튜디오의 방법론,

표지 아트웍 — 카란 싱

— 세계 곳곳에서 탄생하는 작품과 두각을 나타내는 디자이너의 생각,

KARAN SINGH

디자인을 보는 창, <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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