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매거진 CA i232 (2017.5- 6월호 )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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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2017.5− 6)

영감을�주는�디자인�도시들

INSPIRATIONAL DESIGN CITIES


MEXICO CITY BERLIN NEW YORK LONDON CAPE TOWN SEOUL BARCELONA BUENOSAIRES MONTREAL MELBOUR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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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REBRAND WWF 리브랜딩

라이트무브 리브랜딩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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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 브루어리 독특하게 은밀하게 아늑하게

MY FOLIO HIGHLIGHT 33 F(X) 젤리 패턴 34 THE BOY 35 BLANK 36 변하지 않는 사실 하나 37 MYSTIC SEOUL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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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 공감과 치매 시뮬레이션 38 로봇은 정말 인간의 52 대체품일까?

BOOK DESIGN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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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에서

SHOWCASE 애니메이션 <JUNE> 4ZERO1 리브랜딩

레드 핫 아이덴티티 타이프페이스 <펠리스 더 북> 한강예술공원 쇼케이스 AGENT89 프로젝트 개인 작업 <노 코멘트> 크루드 패키지디자인 카페 페이브 디자인 프린트웍스 런던 브랜드 아이덴티티

SPECIAL REPORT

영감을 주는 디자인 도시들 VR: 디자인의 미래인가?

LEAP INTO 77 헤이키바:

캘린더 연하장과 패키지 디자인

CONVERSATION

82 플로렌스 블란차드: 88

#232

분자를 관찰하던 눈으로 켈리 앤더슨: 책 속에서 카메라를 꺼내는 예술가


DESIGN AB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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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디자인 스튜디오 <써스트> 김택현

INDUSTRY ISSUE

98 단기 교육과정이 뜨는 이유 102 로고 기술 향상하기 106 프리랜서의 프린트 비결 CA CONFERENCE

110 회사에서 티 나게 딴짓하기 CA EYECONTACT

114 한글을 사랑한

글꼴 디자이너 안상수와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120 관습 깨트리기

PROJECT

122 홀로렌즈용 126 130 134 138 142

D&AD SERIES

146 넷플릭스보다 흥미로워지기 INSPIRATION BOOK 150 MORE BOOKS MORE CREATIVE POSTER 100 152 김동수 SNASK

153 스스로 가르쳐라 154 마지막 스나스크모든 사랑을 담아

ICON

155 트랙을 오가며 156 희귀한 새들

타이포그래피 인사이트 RGB 스킴: 새로운 로고의 비상 BBC 쓰리: 소셜 채널 현대카드 UI 배너 리뉴얼 SLS호텔 디지털 미디어 솔루션 구축 코다마: 일본의 정령을 스크린 인쇄하다

(2017.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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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문가용 정리: 김세리

CULTURE – REBRAND

WWF

리브랜딩

광고·크리에이티브 회사 그레이 런던의 WWF (세계자연기금) 리브랜딩에 대한 세 가지 관점을 들어본다.

윅토르 스쿡

케니 로페즈

조 걸리버

그레이 런던 Grey London의 디자인 전략

아톰 디자인 에이전시의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

영국 CA의 아트 에디터

WIKTOR SKOOG 디렉터

KENNY LOPEZ

JO GULLIVER creativebloq.com

atomagency.co

grey.com/london

WWF 로고는 굉장히 오래된 그래픽 작품으로 바꿔야 할 때가 됐습니다. 1961년 처음 이 로고가 등장했을 때, 판다는 멸종위기에 놓인 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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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논의조차 되지 않은 때였고요. 지금은 어떤가요? 판다는 멸종 위기종에서 취약종으로 하향 조정됐습니다. 기후변화는 세계 사회의 가장 중요한 아젠다가 되었고요. 그런 시대적 변화를 로고에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했고, 한 종만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동물을 대변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기후변화에 끄떡없는 동물은 단 한 종도 없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북극곰만 한 상징성을 갖는 동물은 없을 것입니다. 기후변화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 역시 북극곰이죠. 북극곰의 터전 자체가 녹아 사라져가고 있으니까요.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면 북극곰들이 제일 먼저 멸종할 겁니다. 그래서 WWF의 로고로 북극곰을 제안했습니다. 무료로 말이죠.

판다가 멸종위기에서 벗어난 것을 기념해 WWF의 로고를 새 단장하고, 대신 더욱 급박한 위기에 처한 동물을 세상에 알린다는 아이디어는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다만 한 가지 궁금한 건 크기입니다. 작은 인쇄물에 들어갈 때나 디지털 미디어에 적용될 때, 이 로고가 얼마나 자유자재로 크기 변환이 가능할까요? 여백이 지나치게 많고, 눈, 코, 입을 나타내는 점 세 개가 거의 전부라, 이걸 작게 만들었을 때 알아볼 수나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

<CA>를 매달 편집하다 보면 정말 많은 생각과 아이디어를 보게 됩니다. 리브랜딩 작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포트폴리오를 좀 더

멋지게 꾸미기 위해 �대기업 위주로� 진행된 브랜딩 작업도 있고,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혼자서 진행한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기업은 D&AD 행사 같은 곳에서 만난 학생들의 제안을 반영하기도 하고, 어떤 기업은 로고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하죠. 그레이 런던처럼 말입니다. WWF의 상징적인 판다 로고가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걸 알아채고 고민의 시간을 거쳐, 무료로 리브랜딩을 진행했다는 건 숭고하게까지 보입니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 여백이 지나치게 많아서 이 로고를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까 우려가 됩니다. 현상을 잘 반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미 국제적으로 자리 잡은 기존 로고의 가치가 없다고는 말하기 힘들죠. 하나의 유산 수준인 로고니까요.


버드나무 브루어리, 온고지신의 자세로

한국식 펍을 지향하는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공간이 가지는 의미를 깃든 구 강릉탁주 공간을 새로운 공간으로 변모한다면 그 역사를 계승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곳으로 말이죠.� 버드나무 브루어리

BUDNAMU BREWERY

facebook.co.kr/budnamu 강릉시 홍제동 93-8번지 구 강릉탁주공장

강릉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인 강릉탁주공장 터와 낡은 건물을 개조해 탄생한 수제 양조장 및 펍. 쌀, 국화, 창포 등 전통주에 쓰이는 재료들로 맥주를 만든다. 좋은 맥주는 혼자의 힘으로 완성되지 않는다고 여긴다. 좋은 재료를 생산하는 농부들과 함께하고 지역의 주민들과 상생하며, 누구에게나 언제나 활짝 열려있다.

CULTURE – SPACE 8

한산하고 고즈넉한 자연 속에 미완성의 풍경이 있다. 공사 중인 걸까, 칠이 벗겨진 벽면이 듬성듬성 보이고 벽 가운데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기도 하다. 그러나 한 발짝 내부로 들어서면 예상 밖의 모습이 나타난다. 천장과 벽면은 여전히 낡고 녹슬었지만 적지 않은 수의 고딕 테이블과 의자가 정갈하게 들어서 있다. 벽면의 중간중간에는 한국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동양화가 방문객을 반긴다. �우리 가게의 장점은 하모니입니다. 낡고 허술해 보이지만 그 속은 꽉 차 있다고 할까요. 마감이 안 되고 허물어져 있기도 한 벽면과, 반면에 깔끔한 인테리어가 그렇고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직원들도 그렇네요.�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버드나무 브루어리의 대표 전은경 씨가 말한다.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버려진 막걸리 양조장을 개조한 맥주 양조장이자 펍이다. 오전 11시에 문을 열어 손님들이 몰리기 전인 오후 4시까지 시설을 돌려 수제 맥주를 주조한다. 밤에는 조명이 예쁜 펍으로 변신한다. 재료는 쌀, 국화, 창포 등 한국적인 재료를 이용한다. 버려진 옛 공장에 한국적인 맥주를 만들고, 40년 세월의 나이 차가 나는 직원들이 공존하는 공간. 그에게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어떤 공간일까. �가게를 열기 전 여행 기자로 일했어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우리나라 전통 술과 막걸리 양조장들에 관심이 많아졌죠. 지역마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막걸리 양조장이 수많은데도 불구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그의 말처럼 예전에는 조금만 시골로 들어가도 동네마다 막걸리 양조장 하나쯤은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하나둘 문을 닫았고, 폐업과 함께 공간의 역사는 사라지고 말았다. 버려진 양조장을 개조해야겠다는 그의 아이디어는 바로 여기서 나왔다. �90년의 흔적이

벽면을 크게 차지하고 있는 동양화들에 눈길이 갔다. 한국적인 느낌, 공간, 재료를 아우르는 곳이니 인테리어와 로고 또한 같은 정체성을 유지해야 했을 터. 버드나무 브루어리의 인테리어와 디자인에 관해 이것저것을 물어보았다. �외형적으로 보이는 공간, 로고 같은 것들이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와 사명에 어우러지도록 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우리는 한국적인 재료로 맥주를 만들고 지역의 생산물을 활용하며, 지역과 함께할 수 있는 양조장을 지향합니다. 이를 위해 브랜드의 이름도 한글로 고심했고, 로고 안에도 강릉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버드나무�란 용어는 천제의 아들 해모수가 하백의 딸 유화를 술로 꾀어 고구려의 시조 주몽을 낳았다는 건국신화에 기인합니다. 유화의 한자어를 풀이하면 곧 버들꽃이 되는데요.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우리 술�, �배려와 공감�이라는 의미로 이 버들꽃을 브랜드 이름에 차용했습니다. 로고 속 이미지도 강릉의 경포 밤바다, 파도, 대관령과 한국적 재료인 국화, 솔, 쌀, 오죽, 창포 등을 타이포와 결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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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 브루어리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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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 곳곳에 자리한 동양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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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 브루어리의 수제 맥주들. 차례대로 미노리세션(버), 즈므블랑(드), 파인시티세종(나), 창포에일(무). 이중 미노리세션은 강릉시 사천면 미노리의 쌀을 40%로 사용한 맥주로, 향긋한 과일 향과 쌉싸름한 맛이 잘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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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게 은밀하게 아늑하게

버려진 건물로 이주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CULTURE – SPACE 10

강릉의 버드나무 브루어리처럼 영국 노팅엄에도 버려진 공간을 멋진 작업장으로 바꾼 사례가 있다. 그 이름부터 직관적인 �웨이스트 스튜디오�다. 웨이스트는 2년 전 노팅엄 중앙의 아름다운 성안에 숨겨진 낡은 공장 건물로 스튜디오를 옮겼다. 미술 잡지의 편집장이었던 건물의 전 주인은 이곳에서 글을 다듬고 이미지를 만들었지만, 그것도 이미 70년대 이야기다. 잡지사가 떠난 후 건물은 천천히 황폐화가 진행됐고, 결국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버려진 이 공간이 웨이스트 직원들의 눈에 띄었다. 아트 스튜디오로 탈바꿈하면서 이곳은 젊은 에너지로 들끓기 시작했다. �물론 손 볼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뭐, 우리 회사가 손 놓고 가만히 있을 곳은 아니죠. 직원들 모두 손으로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걸 즐기는 디자이너들이니까요.� 먼저 헤이즈를 비롯해 리 윌리엄즈Lee Williams와 엠마 헤이즈Emma Hayes가 공간을 두 구역으로나누자는 데 동의했다. 디자인 작업을 위한 �깔끔한 스튜디오�와 수작업이 많이 이뤄질 �워크숍�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들은 가격도 저렴하고 활용도도 높은 OSB합판을 구매해 공간을 쪼개기 시작했다. 특별히 다른 재료를 더 구매할 필요는 없었다. �OSB합판으로 통일해서 사용하면 공간을 유연하게 변화시킬 수 있겠더라고요. 우리 변덕을 아주 잘 맞춰줄 재료였습니다.� 인테리어도 남달리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하나같이 뭔가를 수집하는 취미를 가진 직원들 덕분에 스튜디오는 금세 새로운 물건들로 채워졌다. 낡은 성냥갑에서부터 빈티지 인쇄기까지, 공간은 직원들의 물품으로 �알아서� 장식되기 시작했다. �우리 수집품 중 최고는 단연 시니치로 키타이의 한정판 두부 비닐 토이 컬렉션일 겁니다. 데빌로봇Devilrobots라는 이름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죠. 뉴욕에 있는 마이플라스틱하트라는 곳에서 산 건데요, 전부 손으로 직접 쓴 일렬번호와 인증서까지 갖춘 제품입니다.� 헤이즈의 자랑은 계속된다. 다음은 수작업 공간이다. 이름은 버스데이 수트Birthday Suit. 서른다섯 번째 생일선물로 받은 물건에 윌리엄즈가 직접 그림을 그리고 칠했다. 책꽂이에는 웨이스트가 처음으로 투자, 기획, 완성까지 전부 해낸 사이드 가이드A Side Guides가 자랑스레 꽂혀 있다. �아직도 계속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N to M�은 노팅엄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안내하겠다는 뜻인데, 노팅엄을 전문으로 하는 유일한 가이드 책자가 아닐까 싶네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우리가 직접 만들었죠.� 이사와 함께 새로 들어온 친구가 있으니 바로 잭슨The Zaxxon이다. 테이블 위에 설치해놓고 사용하는 아케이드 기기다. �80년대의 클래식한 게임들을 할 수 있는 오락 기기인데, 점심시간만 되면 다 이리로 몰려들어요. 특히 트랙앤필드Track and Field가 인기 최고입니다. 잭슨 덕분에 점심시간이 더 재미있게 변했죠. 게다가 서로 최고 기록 세우려고 별별 수를 다 쓴답니다.� 콜크보드 또한 스튜디오의 주요 자랑거리다. �결국 우리의 정체성이 여기서 다 드러난다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의 과거 행적들이 모두 꼽혀있거든요. 지금 이곳은 웨이스트 역사상 최고이자 가장 큰 공간이기도 합니다만 예전부터 알고 있던 친구나 고객들은 이 콜크보드에서 추억을 찾곤 하지요.�

번역: 문가용 정리: 김세리

웨이스트 스튜디오

WASTE STUDIO wastestudio.com

노팅엄의 디자인 스튜디오인 웨이스트는 그래픽 디자인, 인테리어 디자인, 패션 디자인, 타입 디자인,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방면을 아우른다. 클라이언트 또한 대기업에서 중소기업까지 다양하다.


로봇은 정말 인간의 대체품일까?

자동화 기술 혁명의 문턱에서 디자인의 미래를 묻다.

CULTURE – INSIGHT

그래픽 디자이너로 살아오면서 물리적인 폭력만 빼놓고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을 겪어봤다. 경기불황, 법정 싸움, 돈 낼 생각이 없는 고객, 그리고 어려운 프로젝트를 완성했을 때의 그 짜릿함까지. 그중 인생을 바꿀 정도의 사건이 두 번 있었는데, 첫 번째는 매킨토시 컴퓨터를 처음 만났을 때다. 당시에 현장에서 근무하던 디자이너라면 모두 동의할 텐데, 컴퓨터라는 기기가 등장함으로써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장인정신 혹은 손재주의 개념이 완전히 뒤집혔다. 더는 단순 반복 작업을 할 필요가 없어졌고, 정교하게 종이를 덧대는 수정 작업도 사라졌으며, 타입세터와 지루한 리터칭 작업도 사라지거나 간략해졌다. 복제 전문가들 역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컴퓨터 화면 앞에 앉은 디자이너가 모든 걸 차지했다. 그때부터 디지털 툴에 의존한 1인 디자인 기업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업계 자체가 통째로 재정립되던 시기였다. 두 번째 사건은 인터넷의 등장이다. 디자인하는 방법과 디자인에 다가가는 방법 자체가 다시 한번 뒤집히는 계기였다. 왜냐하면 인터넷이 나온 이후부터 디자인 작품의 �전달� 문제가 디자이너 영역 밖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사용자마다 브라우저가 다르고 모니터 환경이 다르니 디자이너가 의도한 색이나 크기, 프레이밍 framing이 고스란히 반영되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어떤 작품은 사용자가 폰트도 바꿀 수 있었다. 그러니 전통의 디자인 규칙들이 전부 재정립되어야만 했다. 한 줄에 최대 글자 수와 같은 건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디자이너가 손을 뗀 작품에 일반 사용자들이 손을 대기 시작하니, 상상할 수 없는 결과들이 자꾸만 나오기 시작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 두 사건은 디자이너의 역할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당시에는 디자이너들에게 이 변화가 매우 위협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는가?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디자이너가 활동하고 있으며, 수많은 학생이 디자인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디자인은 세계적으로 성장 중인 산업이고 분야와 문화를 막론하고 활용되지 않는 곳이 없다. 그래픽 디자인은 이미 많은 이들의 삶 깊숙이 침투하고 있어 경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래픽 디자인이 존재하는 이유? 필요보단 사랑을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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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폭풍 두 번의 기술 혁명이 디자이너들에게는 결국 득이 되었다고 결론을 내리더라도, 수공예 장인들의 종말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 운명이 그래픽 디자이너를 찾지

말라는 법도 없다. 언젠가 디자인 분야에도 우버가 등장할까? 인공지능이 충분한 학습을 마친다면 디자인도 할 수 있을까? 인간이 노동에서 해방되는 날, 디자이너 역시 해방될까? 아직까지야, 디자인을 인공지능으로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기계가 창의력을 발휘하는 건 공상의 영역인 것처럼 느껴진다. 기계는 틀이 정해진 일, 규칙적인 일, 반복적인 일에는 월등하지만 판단하고 결정하고 구성하고 창작하는 일은 할 수 없다고 우리는 배워왔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이미 인공지능이 디자이너의 역할을 가져간 예가 존재한다. 소셜 미디어는 많은 부분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을 로봇에게 맡기고 있다. 적지 않은 수의 소상공인들이 디자이너 없이 페이스북 페이지 하나로 사업을 시작한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계정에 소비자들을 접속시킬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디자인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이미 자동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 삶 속에 들어와 있다. 공장에서는 로봇이 흔한 물건이고, 적법 계약 검토나 증권 거래 역시 자동화로 처리된다. ATM은 이미 오래된 기계이고, 아마존은 직원들 대신 로봇들로 매장을 꾸려가기 시작했다. 무인 자동차의 개발 소식은 운전으로 먹고사는 수많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디자인이라고 마냥 무사할 수 있을까. 책 �미래의 발명 Inventing the Future�의 저자인 닉 서니첵 Nick Srnicek과 알렉스 윌리엄즈 Alex Williams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20년 안에 현존하는 직업군의 47~80%가 자동화로 처리될 것이다.� 그러면서 �이미 서비스의 로봇화는 시동이 걸린 상태고, 지난 15년 간 전문 기능을 수행하는 로봇은 15만 대나 판매되었다�고 증거를 댔다. 이런 거센 변화의 물결 속에 디자인만이 변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은 바보 같은 일일지 모른다. 물론 글을 쓰는 나도 기계가 인간이 가진 상상력의 한계를 비웃는 미래가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 자동화의 기술은 거대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빠르게 산업들을 잡아먹고 있다. 디자인 분야에서는 웹 디자인에서 위태한 조짐들이 나오고 있다. 서지오 누벨 Sergio Nouvel은 �웹 디자인은 죽었다�는 칼럼에서 이런 말을 덧붙였다. �당신들이 웹에서 보는 대부분의 콘텐츠는 워드프레스나 블로그, 드루팔과 같은 프레임워크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다. 프레임워크란 게 무엇인가? 바로 콘텐츠 제작을 쉽고 간편하게 해주는 과정이다. 이제는 쉽고 간편하게 웹사이트를 뚝딱 만들 수 있다. 아무도 시간 들여 웹 사이트를

예쁘게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이런 프레임워크랑 템플릿만 있으면 누구라도 �전문가스러운� 웹 사이트를 소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웹 디자이너를 누가 고용하려 하겠는가?� 자동화, 문 앞에 당도하다 방금 언급한 칼럼이 아니더라도 이미 인공지능을 활용한 웹빌더를 만드는 데 성공한 기업이 있다. 더그리드 The Grid는 샌프란시스코와 베를린에 위치한 신생 기업이다. 사용자들이 이미지·텍스트를 업로드하거나 더그리드의 라이브러리에서 색 조합과 이미지를 선택만 하면, 인공지능이 이미지 배치부터 텍스트 구성, 색 선택까지 전부 해결해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웹 사이트를 완성시켜 준다. 더그리드는 �템플릿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레이아웃 시스템을 활용한다�고 설명한다. 템플릿보다 훨씬 간편하고 유용하게 진화한 것이 바로 레이아웃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만일 더그리드의 인공지능이 만든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리디자인 Redesign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수초 안에 새로운 웹 사이트가 탄생한다. 일반인이라면 더그리드를 한 번쯤 사용해보고 싶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더그리드의 인공지능 시스템은 적잖은 충격을 줬다. 그러면서 여러 웨비나(웹과 세미나의 합성어)에서 이 회사의 디자인 방식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나도 몇 번 참석한 적이 있는데 모두가 더그리드의 인공지능에 �와!�하는 탄성을 지르는 건 아니었다. 디자인 영역에 침투한 기술에 비판적인 의견을 들으며 나는 초기 DTP 디자인 시절이 떠올랐다. 톱니처럼 딱딱한 타이포그래피와 비트맵 이미지로 정의되던 암울한 시기였다. 모든 디자인이 벽돌처럼 거칠고 투박하게 변하나 싶었지만, 그 걱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디자이너들은 곧 소프트웨어 사용법에 익숙해졌고 소프트웨어 자체도 금방 발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컴퓨터 하드웨어도 빠르게 좋아졌다. 아마 지금은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혹평을 받는 더그리드의 디자인도 얼마 지나지 않아 훌륭해지지 않을까. 난 �향상될 것이다�에 한 표를 던진다. 중요한 건 클라이언트들도 이런 디자인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니, 심지어 더 좋아한다고도 볼 수 있다. 디자이너라는 까다로운 부류와 한 마디라도 덜 섞을 수 있고, 나름 괜찮은 결과물이 나오니 그럴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다리는 시간도 짧아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해졌다. 클라이언트의 관심과


물론 이러한 고용시장의 문제는 디자인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분야든 실직자들이 다수 생기고 아예 멸종되는 직종도 점점 늘어갈 것이다. 그런 세상에 당도하기 전에 우리는 기본급 제도를 다시 마련하고, 일이 없어 지루해질 수 있는 삶에 활력소가 될 레저 문화 창출도 미리미리 준비해둬야 한다. 이는 정부 차원의 일이다. 다만, 이런 일들이 이미 싱크탱크들 사이에서 논의되어 왔다는 것, 일이 없는 미래가 코앞에 있다는 것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저 낙관적으로 �그런 일은 없을 거야�라는 마음이 제일 위험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 칼럼을 반쯤 써 내려 가는 시점에

잠깐 내 주위를 둘러봤다. 5년 된 아이맥은 사실상 수명이 다 한 상태다. 화면은 잘 나오지 않고, 아무리 껐다가 켜도 똑같은 부분에서 오류가 발생한다. 지금은 휴일이라 수리기사를 부를 수도 없다. 급한 프로젝트가 없어서 망정이지, 큰일 날 뻔한 상황이다. 이게 기계다. 기계는 어느 순간 망가지고 부서진다. 수명이 짧다. 어쩌면 인간과 인공지능의 미래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강점은 이 수명이 아닐까, 문득 생각한다.

아드리안 쇼네시

ADRIAN SHAUGHNESSY unitededitions.com

제나 브루지스

ZENA BRUGES thebusinessside.co

그래픽 디자이너 겸 작가로 1989년에 인트로 Intro 라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공동 창립했다. 현재는 쇼네시웍스 ShaughnessyWorks를 운영하며 유닛 에디터스 Unit Editors의 파트너도 겸하고 있다. 다양한 책과 디자인 작업에 참여한다.

더비즈니스사이드

The Business Side의

창립자로 크리에이티브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다. �밤잠을 설치게 할 만한 짜릿함을 제공하는 일�을 숙명처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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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동료들에게 인공지능이 디자이너를 대체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 것으로 보이느냐고 묻곤 한다. 대부분 회의적이다. 그런데 난 그런 사람에게서 자부심보다는 근시안적인 희망만을 발견한다.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보자. 구글의 번역 서비스를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알 테지만, 아직 이 서비스는 손 볼 부분이 많다. 그런데 여기에 인공지능이 접목되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던 구글 번역에 대한 선입견이 완전히 뒤바뀌기 시작했다. 아마 최근 들어 구글 번역 서비스의 질이 굉장히 달라진 걸 경험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서비스가 인공지능이란 기능 하나로 순식간에 바뀔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구글은 뛰어난 연구원들을 모아 인공신경망이라는 것을 개발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컴퓨팅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바꿔 스스로 학습하는 기계들을 만들어냈다. 지난해 3월 이세돌 9단의 기세를 꺾은 알파고에도 인공신경망 기술이 탑재돼 있었다. 인공신경망만 있으면 로봇들은 스스로 배워가며 발전할 수 있다. 심지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말이다. 마치 아이들이 그러하듯, 우리가 그러했듯 기계에도 드디어 인간의 유연성이 장착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인공지능과 관련해 암호학의 대가인 앨런 튜링 Alan Turing(1912년 6월-1954년 6월)의 유명한 실험을 특집으로 소개한 바 있다. 앨런 튜링은 생전에 기계가 텍스트를 처리하는 5분 동안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상대를 속일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인공지능 실험을 진행했다. 기기가 자연어를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다면 사람과의 자연스러운 대화도 실질적으로 이뤄지리라는 생각에서였다. 60년이 흐른 지금, 그의 꿈이 구글을 통해 이뤄진 것일까. 인간의 자연어까지 이해하는 인공지능이 웹 페이지 하나 꾸미지 못할 리가 없다. 웹 디자인은 사람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부자연스러울 지경이다. 잘 생각해보면 디자인이라는 개념 아래 이뤄지는 행위들은 간단한 규칙 몇 개를 따르는 것이고, 이 규칙들을 알고리즘으로 나타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타이포그래피의 규칙 역시 기계가 배우기에 딱히 어려운 건 아니다. 황금률이라든가 3수의 법칙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고용하는 것보다 이런 기기가 훨씬 저렴하게 먹힌다면, 고용 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력이 강점인 디자이너들에게 생업의 위기는 벌써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글로벌 광고 캠페인을 위해 배너 100개를 만들어내야 한다면, 더욱이 언어도 다르고, 노출되는 정보도 조금씩 다르게 해야 한다면 아무리 손이 빠른 사람이라도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디자인 분야의 최정점에 있는 전문가들의 첨단 영역은 어떨까? 이 역시 인공지능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매킨토시나 인터넷 등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그랬듯, 디자이너들도 인공지능의 시대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에 따라 생사가 판가름날 것이다. 다행히도 난 디자이너의 적응력이 뛰어난 편이라고 믿는다. 유연함과 새로운 것에 대한 적응력은 우리가 현장에서 오래 전부터 발휘하던 능력 아니던가. 막연하고 추상적이긴 해도, 지금부터 유연함과 배움에 대한 열의를 갖춰가는 것이 개개인에게 주어진 몫이라고 본다.

CULTURE – INSIGHT

사랑을 가져간 건 더그리드만이 아니다. 2016년 9월, 웹과 모바일 환경을 위한 디자인 플랫폼 캔바 Canva는 12개월 만에 1,500만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이 업체의 가치는 현금으로 3억 4,500만달러(약 3,907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캔바 역시 디자인 기술이 없는 사람에게 필요한 디자인 기술을 제공해주는 서비스다. 23초만 익히면 누구라도 캔바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고, 이 덕에 천만 명이 넘는 사용자가 캔바를 활용해 명함, 포스터, 프레젠테이션 자료, 소셜 미디어용 그래픽 물 등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실제 캔바 사이트에 들어가서 그 포트폴리오를 보고 있자면, �아무나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는 캔바의 주장이 터무니없이 느껴진다. 어떤 작품은 헛웃음이 날 정도로 볼품없지만 5년 후에도 우린 똑같이 웃을 수 있을까? 인공지능 산업의 발전 속도를 안다면, 아마 5년 후를 불안하게 기다려야 할 것이다.


오슬로에서

A BOOK IN OSLO

CULTURE – BOOK DESIGN REPORT

오슬로에 간다. 책을 사러. 자려고, 맥주를 마시고 와인을 달란다. 옆자리는 비어 있고 어둠 안에서 쓴다. �나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다.�, �나는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다.� KL0856편 비행기 안. 서점 직원은 놀란다. 숙소 바로 다음 블록에 있는 Litteraturhuset에서다. 이 건물은 교사양성소로 지었다가 현재는 문화원으로 사용하는 모양인데, 1층에 카페와 서점이 있다. 검은 머리칼의 여자가 오슬로에서 노르웨이의 혼이라 불리던 작가의 대표작을 찾을 때 서점 직원은 반가워하기까지 하는 것 같다. 서가 안쪽에 서서 책 몇 권을 받아 들고 나는 그와 이야기를 나눈다. 금발에 검은 뿔테를 썼는데 휴 그랜트를 닮았다. 서점을 나와서, 노르웨이 왕궁 공원을 통과해 시청까지 걷고 걷고 걷는다. 무엇을 좀 먹어야 할까? 크누트 함순의 소설 <굶주림>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굶주림 (한국어판) 크누트 함순

KNUT HAMSUN 옮긴이: 우종길 출판사: 창 발행년월: 2016.11.25

나는 방세와 음식을 마련하기 위해 전당포에 가고 취직을 시도하고 글을 써 신문사에 들고 간다. 더러 신문사에 기고글이 팔려 돈이 마련된다. 하지만 빈번히 죽음에 가까울 만큼 굶주린 상태에 놓인다. 울고 욕을 하고 수치를 느끼면서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글을 쓴다. 나는 글을 완성하지 못하고 이국으로 가는 배에 잡역부로 오른다. 이 소설의 아름다움을 줄거리로는 알 수가 없다. 다음은 소설 <굶주림>의 하이라이트 장면.

“나는 어느 집 벽에 부딪치고 쓰러졌다. 이젠 더 이상 걸을 수도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도로 몸을 일으킬 수조차 없었다. 내가 쓰러졌던 벽에 기대고 그대로 있었다. 의식이 사라져가고 있음을 느꼈다. 허기짐을 생각하니 미칠 듯한 분노가 더욱 커질 뿐이었다. 발을 들고 길바닥을 꽝꽝 찼다. 다시 힘을 내기 위해 다른 몸짓도 해보았다. 이를 악물고 눈썹을 찌푸리고 필사적으로 두 눈을 굴렸다. 효과가 나기 시작했다. 생각이 맑아졌다. 죽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두 손을 앞으로 내밀고 벽에서 떨어졌다. 길거리가 계속해서 춤을 추고 나와 함께 빙빙 돌았다. 화가 나서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온 영혼으로 비참한 기분과 싸웠다. 쓰러지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저항했다. 쓰러지고 싶지가 않았다. 서서 죽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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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쪽)

SLUT (노르웨이 원서)

크누트 함순

KNUT HAMSUN 출판사: GYLDENDAL 발행년월: 20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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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김혜영

who asked for your recommendation of some great Norwegian novels a few days ago.� 서점의 휴 그랜트에게 엽서를 쓴다. 뒷면에는 뭉크의 <다리 위의 소녀들>이 인쇄돼 있고, 텔레비전의 21번

채널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유머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는 내가 투고한 소설에 대하여 �보내주신 원고를 열심히 검토해보았습니다만 잡지에 게재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말씀을 전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는 절대적인 의견이 아니라 그저 저희 출판사만의 의견이오니 혜량하여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한다. 혜량이라니. 4일 후, 임신한 줄도 몰랐던 친구가 곧 출산한다는 소식. 오슬로에서 35세가 된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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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 주인공이 시청 방향으로 가는 부분이 여러 번 나온다. 지도에서 보면, Rådhuset가 시청인데 시청 앞 가까이에 부두가 있다. 1890년대 시청의 위치와 지금의 위치가 같다면 주인공이 시청 방향으로 걸어 다니다가 부두의 배를 보고 이국으로 떠나는 결말이 아주 자연스럽다. 그림7은 시청 방향에서 본 부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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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의 시가지는 대부분 이렇게 돌길로 되어 있다. 노르웨이어판 표지에 사용된 돌길과 비슷하다. 아스팔트는 찾아보기 어려워 거리는 첨단이 찾아오지 않은 것처럼 고풍스러운 느낌을 준다. 크누트 함순이 걷던 길과 얼마다 같고 다른지는 모른다.

�Hi, I�m hye-young Kim, from Korea,

CULTURE – BOOK DESIGN REPORT

도서 표지 디자인에 대한 분석 배를 채우고, 침대 시트에 책을 놓고 들여다본다. 크누트 함순의 소설 <굶주림>의 노르웨이어판과 한국어판이다. 책의 표지는 얼굴마담인가? 표지에 디자인 요소(폰트, 이미지, 색상 등)가 있다면 책 내용을 정직하게 투영해야 할 거다. 그렇지 않으면 정직한 작가들은 몹시 화를 내리라. 노르웨이어판의 앞 표지를 보면, 글자로는 작가의 이름인 �KNUT HAMSUN�이 먼저 보인다. 그 다음에 제목인 SULT가 보인다. 이미지로는 작가의 사진을 사용해 표지 상단을 채웠고 돌길을 오버랩하여 표지 하단을 채웠다. 뒷표지를 보면, 왼쪽에는 세로로 앞 표지와 동일한 이미지가 배치되어 있다. 오른쪽에는 작품 설명이 위에, 작가의 사진과 생애가 아래에 위치해 있다. 한국어판의 앞 표지를 보면, 글자로는 제목인 �굶주림�이 먼저 보인다. 그 다음에 책 홍보 문구인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영혼의 소설�과 원제 �SULT�가 보인다. 작가와 옮긴이의 이름은 상대적으로 작은데 한국어판 제목(굶주림)과 색상을 같게 했다. 이미지로는 남자의 두 눈과 얼룩이 많은 피부를 클로즈업해 표지 상단의 사각 프레임 안에 채웠다. 뒷표지를 보면, 앞표지와 같은 위치에 동일한 이미지를 노란 톤으로 바꾸어 배치하고 그 위에 소설의 문장을 인용해 올렸다. 하단에는 소설에 대한 유명 작가의 평을 인용했다. 노르웨이어판 표지에 돌길을 넣은 것은 탁월해 보인다. 주인공은 �글을 써서, 돈을 벌어, 먹고 산다.�와 �인간됨의 품위를 유지하자.�를 명제를 조건으로 산다. 두 명제를 아주 엄격하고 결벽적으로 지키려 하는데, 그 엄결성이 자주 가져오는 것은 죽을 것 같은 굶주림이다. 살기 위해 주인공은 아무나에게 돈을 꾸려 하고 아무 것이나 전당포에 팔려 하고 궤변으로 자기를 합리화 하다가 그러한 자신을 앞의 두 명제로 엄결히 꾸짖기를 반복한다. 그가 굶주려 울고 욕을 하고 돈 구하러 신문사로 전당포로 걸음을 재촉하고 품위를 궁리하는 것은 대개가 길 위에서이다.


SHOWCASE


애니메이션 <JUNE> 리프트, 존 커스

LYFT, JOHN KAHRS lyft.com

기운 돋우기: LIFTING SPIRITS 존 커스가 카풀 플랫폼인 리프트 LYFT를 위해 감독한 새로운 단편 애니메이션은, 리프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지역 사회와 교류하고 삶의 생기를 되찾은 한 과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리프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리프트 기사들과 승객들이 차량을 단순한 이동수단 그 이상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 �리프트를 타고 가는 여정에 수많은 이야기와 관계가 만들어졌고, 우리는 리프트 덕분에 활성화된 지역 사회를 감성적인 방식으로 보여주고 싶었죠.� 필름 제작팀은 과하지 않는 선에서 리프트를 공개할 수 있도록 신중을 기했고, 리프트 기사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그들의 경험을 가능한 실제적으로 포착하기 위해 가장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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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ZERO1 리브랜딩 레그드 엣지

LG2 lg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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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에서 영웅까지: ZERO TO HERO 401은 영화 및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가지면서도, 아날로그적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회사의 마인드가 다시금 강조되길 원했다. 클라이언트에게 창조적인 무대를 제공하고, 수공예와 유사한 방식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401만의 강력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LG2에 의뢰해왔다. LG2는 401 감독들의 작업과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아 4ZERO1라는 형식을 통해 그들의 재능을 소개했다. �401이라는 이름 덕분에 독특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숫자 �4�와 �1� 사이의 공간은 작품을 표현하는 세상이 됩니다. 제작사의 재능을 보여주는 창문이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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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C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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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핫 아이덴티티 콜렉티드 웍스

THE COLLECTED WORKS thecollectedworks.com

불타오르는 자선사업: FIERY PHILANTHROPY 레드 핫 RED HOT은 대중문화를 통해 후천성 면역 결핍 증후군(HIV/AIDS)에 맞서는 비영리 단체다. 지난 25년간 500명이 넘는 아티스트와 프로듀서가 음악, 영상, 행사와 미디어를 모아놓은 20개의 편집앨범에 기여했다. 그 덕에 에이즈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전하고, 전 세계 자선단체에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레드 핫은 굉장히 다양하고 흥미로운 역사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도 정식으로 기록된 적이 없어 없어질 위험에 처했었죠.� 콜렉티드 웍스는 이러한 취약점을 보완하고자 레드 핫 프로젝트의 새로운 디지털 저장고와 단체의 활동성을 강조한 아이덴티티를 제작했다. 프로젝트가 워낙 다양했기에 강하게 대조되는 블랙, 화이트와 빨간색의 컬러 팔레트가 레드 핫의 역사를 아우르고 통합하는 요소가 되었다. �컬러 디자인 요소들의 병치가 문자에 친근하면서도 독특한 느낌을 줍니다. 이는 레드 핫 초창기부터 지향해온 과업과도 같아서 여러모로 좋은 결과를 냈습니다.� 콜렉티드 웍스는 레드 핫의 이미지와 지향점이 적절히 표현된 새 아이덴티티에 흡족하다고 말한다.

SHOWCASE 20


SHOWC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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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프페이스 <펠리스 더 북> 니코 이노산토

NICO INOSANTO behance.net/nicoinosanto

촉각적인 서체: TACTILE TYPE �제가 제작한 펠리스FELICE 서체를 활용하여 하나의 물체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서체를 강조하면서 만질 수 있는 물체 말입니다.� 펠리스 더 북FELICE THE BOOK의 제작자인 니코 이노산토는 이 책이

고급스럽고 우아한 펠리스 서체를 제대로 대표하길 바랐다. 서체에서 가장 흥미로운 요소를 활용하여 레이아웃을 디자인했고, 커버

페이지는 서체와 온전한 조화를 이루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금박을 입혔다. 책은 단 열 부만 인쇄할 계획인데, 소장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다만 비용을 줄이고자

팬톤으로 오프셋 인쇄를 하지 않고 구리 잉크로 스크린 인쇄를 했다. �정말 어려웠던 부분은 남색 인쇄물 위에 실수 없이 다시 인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해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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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예술공원 쇼케이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hangang@hangangartpark.kr

당신의 쉼은 어떤 모습입니까 3월 30일부터 4월 2일까지 나흘간 여의도한강공원 잔디마당에서 개최되었다. 본 행사는 �예술은 쉼을 만들고, 쉼은 예술을 만든다�는 철학 아래 시민 아이디어와 신진 작가가 결합하여 시민들의 문화예술 참여를 확대하고, 예술 발산지로써 한강의 기반을 구축하고자 진행됐다. 단순히 바라보는 조형물이 아닌 쓰임이 있는 체험형 작품을 지향하며, 소개된 모든 작품 및 미술관은 잠실, 난지 한강공원 등으로 유기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

김지윤 <도깨비 스툴> 많은 사람들이 도시의 삶에 지칠 때 한강을 찾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쉬기 위해선 인공물이 필요한 법. 산업디자인을 주로 다루는 김지윤은 자연을 느끼기 위해 인공물을 사용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극도로 단순화된 스툴(의자)이란 요소를 통해 다시 한번 역설적으로 연출하였다. <도깨비 스툴>은 슈퍼미러를 이용한 스트리처 퍼니처 작품으로, 계절에 따른 주변 경관과 빛의 색채, 사람들의 움직임 등을 반영하여 스툴에 앉아있는 사람과 자연의 융화를 표현하였다.

조재영 <바람의 집>

설치 작가 조재영은 미로와 의자의 복합 구조물을 통해 인위적이지 않은 쉼의 공간을 표현했다. 구조물 사이사이 드나드는 바람의 무한성과 자연스러움을 표현했고, 기다란 선재에 칠해진 여섯 개의 색을 통해선 주변 환경과의 균형을 강조했다. 지금도 계속 작업 중이며 만지고 앉아보고 참여하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적극적으로 작품 속으로 들어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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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훈 <무제(두 사람)> 인간의 쉼에 대한 형태와 감정을 2차원의 선으로 단순하게 상징화한 픽토그래퍼 함영훈의 작품. 이를 3차원의 공간 속 다양한 환경 요소와 조화롭게 배치함으로써 두 사람의 쉼, 하늘과 대지, 흐르는 강물이 한강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만들었다. 일차원적인 메시지 전달을 벗어나 관객의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해석을 달리할 수 있도록 제목 <무제>를 달았다.

SHOWCASE

최재혁 <그린 풀장_물결> �한강한장 공개공모�에서 수상한 시민 아이디어를 조경 및 환경예술작가 최재혁이 조형물로 옮겼다. 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튜브를 한강공원에 배치하여 한강을 찾는 시민들이 직접 앉고, 휴식을 청할 수 있도록 했다. 천천히 굽어 도는 한강 하류의 이미지를 디자인 모티브로 삼아 편안하게 흘러가는 언덕 지형을 새롭게 조성했고, 긴 벤치는 지형의 흐름에 호응하며 다양한 쉼의 모습을 나타낸다.


AGENT89 프로젝트

�훌륭한 아티스트의 신작을 마주하는 것이 즐거웠고, 이 감정을

AXOO axooagency.com

아티스트와 함께하고 있다. 자체적인 아트 프로젝트 AGENT89를

악수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AGENT89가 더욱 다양한 곳에 영향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AXOO는 한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글로벌 아트 에이전시다. 현재 19개국에서 약 100여 명의 통해 매월 다른 주제로 30인의 아티스트를 선정하여, 동일한 주제

아래 30개의 아트워크를 만들어낸다.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아티스트의 신작이 발표되는 셈이다. 이번 쇼케이스에 소개할 AGENT89 프로젝트의 주제는 �YOUR SONG�이다. 30인의 아티스트가 각자 좋아하는 음악에 영감을 받아 작업한 30여 개의 작품 중 다섯 가지를 이곳에서 소개한다.

마신 볼스크

MARCIN WOLSKI

폴란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

wolskimarcin.pl

SHOWCASE

1970년대 독일의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는 전자음악의 선구자였습니다. 밴드 멤버들은 사람과 기계 사이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들 대신 로봇을 무대 위에 세우곤 했죠. 당시로써는 굉장히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시도였습니다. 30년이 흐른 지금,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기술은 크게 발전해 상업적인 음악 대부분에 사용되고 있지만, 이전 시대의 선구자들은 현대의 �패스트푸드� 문화의 하인으로 전락하고 말았죠. 저는 지금 여러분의 귀를 타고 흐르는 무수한 음악이 그들 시대에 생겨난 유산이란

점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기계가 음악을 덮는 것이 아니라, 기계를

발명해낸 인간의 천재성을 드러내고자 이 곡과 함께 작업했습니다.

타일러 스팽글러

TYLER SPANGLER

시애틀과 워싱턴을 중심으로 디지털 콜라주 작업을 진행한다.

tylerspangler.com

오래된 공포영화 전단지와 필모어 포스터 느낌이 결합된 아트웍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밴드 일렉트릭 위자드Electric Wizard는

매우 우울하고 깨지는 듯한 사운드를 가지고 있는 반면 근사하고

기억하기 쉬운 반복 구절을 만들어냅니다. 작품의 주제는 니힐리즘과 사이키델릭 아트, 그리고 주술의 혼합이며, 저는 이것이 재미있고, 궁금하고, 어둡고, 몽롱하고, 가공되지 않은 것들의 완벽한 결과물이라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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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작업 <노 코멘트> 제나 아트

JENNA ARTS jenna-arts.com

트럼프에 관하여: FEELING TRUMPED �이 일러스트레이션은 현재 미국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부끄럽고 불확실한 감정을 표현한 겁니다.� 네덜란드 출신

일러스트레이터인 제나 아트의 말이다. 평소 그는 창작 활동을 통해 정치를 언급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관해서 만큼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머릿속에 있는 어렴풋한 이미지를 스케치했는데 포토샵 작업을 시작하기 전,

어느 때보다 빠르게 이미지를 완성할 수 있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작품에 해석할 여지가 있으면서도, 동시에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일러스트레이션을 최대한 단순하게 표현한 점이 마음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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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드 패키지디자인

원재료들: RAW INGREDIENTS 이탈리아의 초콜릿 브랜드 사바디SABADI의 새로운 �날 것RAW�

HAPPYCENTRO happycentro.it

이탈리아 베로나에 위치한 디자인 스튜디오 해피센트로는 이

해피센트로

유기농 초콜릿 라인에는 단 두 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바로 초콜릿과 설탕인데 코코아 함량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다. 초콜릿의 재료처럼 기본에 충실한 패키지 디자인을 만들고자 했다. 다소 복잡한 현재의 모양에서 시각적 아이덴티티를 대담하게

표현하기 위해 재활용 판지 위에 화려한 금속 호일을 올려 포장지를 만들었다. �의뢰인은 제품의 특성을 가감 없이 반영한 순수하고

핵심적인 형태를 원했습니다. 서로 다른 재료를 합한 것은 우리가 가장 뿌듯해하는 부분입니다. 각 재료는 각기 다른 세상과 연결된 듯합니다. 저렴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판지는 대량 패키징에

적합하고, 금속 호일은 패키징 인쇄 작업의 꽃과도 같습니다. 우리는 시각적으로 연결되는 이 지점에 매혹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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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페이브 디자인 OTM LABORATORY SHAKET instagram.com/otm_lab sha-ket.com

대구에 자리 잡고 있는 카페 페이브FAVE는 같은 건물 3층에 위치한 디자인 회사 샤켓SHAKET에서 운영하는 카페다. 샤켓은 이 건물이 단순한 사무 공간이 아닌, 누구나 방문하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공간이 되도록 OTM LAB에 카페 디자인을 의뢰했다. OTM LAB은 먼저 이곳을 찾는 사람들 모두가 좋아하는 것을 쟁취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페이보릿FAVORITE의 줄임말인 페이브FAVE에서 이름으로 땄다. 깔끔한 화이트 톤 베이스에 중성적인 컬러를 분배해 대중적인 공간임을 부각했다.

여기에 기하학적 조형들이 가미됐다. 테이블·접시·냅킨 등은

면 네모, 딸기·초콜릿·티백 등은 세모, 티라미수·의자·햇살 등은

빗금, 사람·컵·오렌지 등은 동그라미, 공간·창문·조명 등은 선 네모로 표현하여 각각의 조형에 의미를 부여하고 정체성을 살렸다. �머물다 가고 싶은 곳이라는 본질에 충실하도록 조화로움에 가장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스탬프와 에코백에도 페이브의 조형적인 특징을

살렸죠. 대중성과 편안함, 기하학적인 특징이 카페 페이브의 강력한 아이덴티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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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트웍스 런던 브랜드 아이덴티티 온리

ONLY onlystudio.co.uk

인쇄기에서 막 찍어낸 듯한: HOT OFF THE PRESS 프린트웍스 런던PRINTWORKS LONDON은 새롭게 떠오른 다목적 문화 공간이다. 이벤트 공간으로 변모하기 전, 이곳은

여섯 개의 건물로 이루어진 총 16에이커의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지금도 곳곳엔 여전히 옛날 인쇄기와 조립 라인, 잉크가 쏟아진

흔적 등이 남아 있다. 온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프린트웍스

런던이 인쇄소였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건물의 이전 용도의 본질을 포착하고 싶었어요. 바로 유럽 전역에서 가장 큰 인쇄 시설 중

하나였다는 것이지요. 현장을 방문했을 때 인쇄기가 꺼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따라서 인쇄기의 속도와 끊임없는 움직임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끌어 왔습니다. 또한 인쇄 과정의 움직이는 느낌을 표현하려고 했는데, 이는 인쇄 애플리케이션에

정적인 방식으로 반영되었고, 온라인과 소셜 미디어용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에는 더욱 역동적으로 드러나게 됐습니다.�

SHOWCASE 30


SHOWC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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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의 포트폴리오를 공개한다. 노트폴리오에서 선정한 인물도 함께 소개한다. 오직 <CA>에서만 만날 수 있다.

취재: 김세리

도움: 노트폴리오

notefolio.net

MY FOLIO HIGHLIGHT


F(X) 젤리 패턴

notefolio.net/jonyribit jonyribit.com 행복한 색으로 가득 찬 세상을 꿈꾸는 패턴 디자이너 조니리빗입니다.

작품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젤리 패턴>은 f(x)의 CHU~♡라는

포트폴리오를 보면 간단한 GIF 작업도 종종 눈에 띕니다. 작업하다 보면 어느 한 모티브에 애착이 생길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종종 간단한 GIF 작업을 하곤 합니다. 저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데 아마도 모티브에 대한 애정이 아닐까 싶네요.

콜라보레이션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보통 개인 작업은 원하는 스토리를 정해 자유롭게 진행하는 반면, 콜라보레이션은 여러 과정을 거쳐 진행합니다. 우선 회사와 조율하여 컨셉이 정해지면, 그 컨셉을 디테일하게 나누어 스타일별로 이미지맵을 만들고, 그 중 결정된 스타일로 더욱 디테일한 컨셉 시안을 계획합니다. 컨셉 시안은 간단한 스케치와 컬러 작업인데, 그 중 선택된 한가지 패턴으로 본 작업에 들어가죠. 콜라보레이션의 경우 수정이 여러 번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작업 기간은 최대한 여유를 두고 잡는 편이에요. 콜라보레이션은 굉장히 재미있고 즐거운 작업이지만 저만의 브랜드를 가지는 것이 오랜 꿈이었습니다. 하여 요즘은 유·아동 디자인 브랜드를 준비하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화가 담겨있는 패턴을 작업 중이에요. 올여름이 끝나기 전 준비를 마치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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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한 디자인입니다. 키치 하면서도 상큼한 느낌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f(x) 컨셉 시안으로는 팝아트 패턴과 젤리 패턴, 그리고 그 외 공개가 되지 않은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실제로는 팝아트 컨셉으로 확정이 되었습니다. 디테일한 수정이 들어가면서 첫 번째 시안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결과물이 나왔죠. 콜라보레이션은 저 자신도 결과물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정말 재미있는 작업입니다.

작업 도구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대부분 작업을 포토샵으로 진행합니다. 의뢰받은 작업의 경우 정해진 기한 내에 다양한 시안과 수정을 거치다 보니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포토샵으로 수작업 느낌이 나도록 작업하고 있습니다. 작업할 때는 생각이 많은 편입니다. 의뢰를 받았을 경우 회사 쪽의 컨셉이 분명하고 한정적인 반면, 개인 작업은 그렇지 않죠. 그러다 보니 자유로운 개인 작업 역시 완벽하게 구상을 하고 들어가는 것이 편해졌습니다. 이미지를 구상하는 과정이 제일 재미있기도 하고요. 작업하는 동안에는 모티브의 배치와 컬러에 고민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일러스트와 달리 패턴의 리핏 공간은 한정적이지만, 반복으로 인한 공간은 무한대이기 때문에 리핏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보다 펼쳐졌을 때의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MY FOLIO HIGHLIGHT

조니리빗

JONYRIBIT


JULIA SAGAR 번역: 이화경 정리: 김세리

INSPIRATIONAL DESIGN CITIES

영감을 주는 디자인 도시들

글: 줄리아 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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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디자인 산업의 경제력이 올라가고 있는 이때, 디자인 환경부터 일자리, 삶의 질에 이르기까지 디자이너의 일과 생활, 휴가에 적합한 도시를 하나하나 살펴본다.

20세기 이래 창조적 산업이 지금보다 강력했던

물론 여기서 소개되는 내용이 절대적인 것은

적은 없다. 유네스코의 2015년 보고서에

아니다. 도쿄, 파리, 샌프란시스코, 시드니

의하면, 2013년 당시 거의 3천만명에 가까운

등은 아예 거론하지 않았고, 런던과 뉴욕은

세계인이 창조적 분야에서 일하고 있고, 여기서

점점 높아지는 임대료 때문에 쫓기듯 밀려나는

세계 GDP의 3%에 해당하는 22억 5천만달러의

디자이너들이 있는 만큼 포함시키는 게 맞을지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민스러웠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세계 정보통신산업(15억 7천만달러)보다 큰

지금부터 언급되는 도시들은 창조적 경제의

규모이자 인도의 총 GDP보다도 높은 수치다.

모범 사례라는 것이다. 도시마다 극복해야 할

그 후에도 전 세계 디자인 산업은 계속

장애도 물론 존재한다. 그러나 모두가 문화와

성장하면서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었고, 삶의

혁신으로 무장되었고, 놀라운 디자인이 실제

질을 향상시켰다. 디자이너에게는 반가운

제품들에 반영되고 있었다. 이제 다음의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브렉시트나 트럼프를

도시들을 소개한다. 진정으로 세계적인 차원의

피해 새로운 안식처를 구하고자 하는 사람이든,

영감을 얻길 바란다.

영감이 넘치는 곳에서 멋진 휴가를 보내고 싶은 사람이든 관심을 가질 만한 흥미로운 도시가 많이 존재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문 디자이너에게 환상적인 도시는 어디일까? 거주용이나 여행용이어도 좋고 작업을 위한 곳이어도 좋다. 우리는 각종 통계를 분석한 끝에 다섯 가지 기준에 따라 최고의 도시 열 곳을 선정하였다. 첫 번째

SPECIAL REPORT

기준은 ‘디자인 환경’이다. 협업할 수 있는 스튜디오와 디자이너가 얼마나 많은지, 또 그 수준은 어떠한지를 보았다. 두 번째는 ‘예비 인력’이다. 어떤 디자인 학교가 있는지, 좋은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되어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세 번째는 ‘일거리’다. 일거리는 쉽게 말해 고객을 얼마나 많이 만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여기에 더해, 강력한 디자인 유산이 존재하는 도시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문화’도 하나의 기준이 되었다. 마지막 기준은 ‘삶의 질’이다. 생계비 대비 평균 임금과 치안 상태를 조사하였다. 조사를 진행하며, 우리는 국제적인 디자인 네트워크 글러그Glug 관계자들의 의견도 들어보았다. 이번 스페셜리포트를 통해 그들이 선호하는 창조적인 도시 여덟 곳을 추가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소중한 정보를 제공해 준 세계 곳곳의 글러그 팀에게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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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주목할 곳들

SPECIAL REPORT

글러그 팀이 유서 깊은 디자인 허브부터 유망한 디자인 도시까지 전세계의 흥미로운 창조적 지역 8곳을 추가적으로 소개한다. 암스테르담 네덜란드의 디자인은 원래 유명하다. 풍성한 문화를 자랑하는 암스테르담의 미술관과 건축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수많은 다국적 브랜드들이 상주해 있어 창조적 기회와 일감이 풍부하다. �암스테르담은 다양한 창조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기에 완벽한 규모입니다.� 글러그 암스테르담의 대표인 딕컨 랭던Dickon Langdon이 말한다. �협업할 만한 좋은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죠. 임금은 런던과 비슷하지만 생계비는 더 낮습니다. 창조적 산업처럼 고급 기술을 지닌 이민자에겐 세금 혜택이 주어집니다. 또한 매우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게 강점이죠.� 타이베이 글러그에서 가장 최근에 주목하는 곳 중 하나가 타이베이다. 글러그의 타이베이 팀이 보여주는 역동성에서도 알 수 있듯, 대만의 수도인 타이베이는 창조적인 분위기와 최첨단의 분위기를 동시에 풍기고 있다. 예술을 진작시키고 창업을 독려하는 국가적 노력 덕택에 창조적 산업은 역동적인 모습을 갖추고,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디자이너들은 눈에 띄게 증대해졌다. 또한 아트 갤러리, 미술관과 공동제작소가 많고 비어 있는 창고들이 속속 예술 공간으로 변형되기도 한다. 스톡홀름 풍부한 디자인 역사, 고무적인 창업 환경 일과 여가의 바람직한 균형이 특징인 스톡홀름에서 창조적 산업은 건강하고 다양하고 흥미로운 모습을 보인다. 글러그의 스톨홀름 대표인 제니 테올린Jenny Theolin은 특히 고객을 향한 치열한 경쟁을 언급한다. �제가 아는 다수의 에이전시가 세계적인 고객들을 상대하고 있습니다. 스톡홀름에는 좋은 인재가 많고, 제품과 패션과 가구 디자인에 대한 지식이 풍부합니다. 스포티파이에서 보듯 디지털 산업과 게이밍도 발달해 있고요. 스톡홀름의 현대미술관과 사진미술관은 세계적인 명소입니다. 가정마다 작은 디자인 갤러리를 꾸밀 만큼 스웨덴인들은 확실히 뛰어난 취향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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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코펜하겐이 세계에서 가장 창조적이고 열정적인 수도 중 한 곳으로 꾸준히 거론되는 것은 당연하다. 특유의 생동감과 사교성이 충만하고, 유행을 창조하는 실험적인 문화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코펜하겐은 각양각색의 디자이너, 예술가, 장인을 위한 메카로 꾸준히 진화해 왔다. KEA, KADK, CIID 같은 예술 및 디자인 관련 대학이 있음은 물론, 수준 높은 미술관과 아트 갤러리가 세계 곳곳의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다카르 오늘날 다카르는 사람들이 주목하는 도시다. 이곳에서 제작되는 작품은 세네갈뿐만 아니라 서아프리카 전반, 그리고 점차 세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카르에는 유명한 디자인 페스티벌이 많이 열리는데, 닥아트Dak�Art, 아프리카 현대미술 비엔날레, 다카르 패션위크, 세계 흑인예술 페스티벌 등을 들 수 있다. 많은 미술관과 갤러리가 위치해 있어, 2014년부터 유네스코의 창조적 도시 목록에 올라 있기도 하다. 이 도시가 창조적 영역에 투입하는 지원과 수준은 우리를 감동하게 할 정도다. 상하이 상하이는 오래전부터 중국 내에서 혁신적이고 세련된 도시로 손꼽히는 곳이다. 창조적 산업 역시 최전선에 있다. 예술과 관련한 기관과 페스티벌, 네트워크가 도시 곳곳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상하이에는 수많은 브랜드, 다국적 에이전시, 신생기업, 디자인 스튜디오가 존재한다. 이들은 국내외적인 차원에서 이 도시가 지닌 중요성과 영향력을 증명한다. 상하이의 수많은 갤러리와 미술관은 특별히 주목할 만하다. �대륙 스케일�이라는 심심찮은 별칭에 맞게 현대미술부터 전통적인 장인 작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전시하기 때문이다. 뉴올리언스 수십 년 동안 뉴올리언스는 음식과 음악에 있어 진보적인 도시로 인식되었다. 지금은 모든 종류의 아티스트를 위한 메카로 변신 중이다. 스마트어셋SmartAsset의 최근 조사에서, 뉴올리언스는 미국에서 예술가를 위한 1등 도시로 뽑혔다. 임대료와 생계비가 비교적 낮을 뿐만 아니라 인구 대비 예술가의 수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주택가부터 도심지까지 뉴올리언스는 갤러리와 맥줏집, 특이한 건축물로 가득차 있고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로 북적인다. 프라하 프라하의 현재 아이덴티티가 오랜 문화적 유산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창조적 산업에 대한 투자와 디자인 환경의 성장은 프라하가 단순히 유네스코의 창조적 도시임을 넘어, 급속하게 중부 유럽 문화의 중심지로 올라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많은 갤러리와 미술관이 있고, 디자인블록Designblok 같은 페스티벌을 만날 수 있다. 임팩트 허브Impact Hub라는 세계적인 디자인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고, 크리에이티브 모닝Creative Mornings에서 일하는 이들에 의해 글러그도 조직되어 있다.

당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글러그에 소개할 의향이 있다면 자세한 정보를 다음의 사이트에서 확인하세요.

glugevents.com/host


INSPIRATIONAL DESIGN CITIES 51

부에노스아이레스 라보카La Boca에서 탱고를 추고 있는 사람들


VR:

LAURA SNOAD 번역: 이화경 정리: 김세리

VR: THE FUTURE OF DESIGN?

디자인의 미래인가?

글: 로라 스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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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이 대세로 떠오른 요즘, 디자이너의 세계에도 단순 디지털 작업, 그 이상의 과제가 쥐어졌다. 사용자를 매료시키고 의미 있는 경험을 창조하기 위한 디자이너의 VR 사용법을 알아보자.

2016년 마지막 몇 달 동안 VR의 세계에선 활발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페이스북이

다양한 차원의 현실

인수한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와

VR 경험은 대략 활동적, 준 활동적 그리고

HTC 바이브vive가 봄에 출시된 것에

수동적, 이 세 가지로 나뉜다. 활동적 VR은

이어 10월에 플레이스테이션 VR이 같은

말 그대로 사용자가 퍼즐을 풀거나 악당을

이름의 헤드셋을 공개했다. 삼성의 기어

잡거나 혹은 그림을 그리거나 날아다니면서

VR은 업그레이드되었으며 구글은 데이드림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을 이루는 활동이다.

뷰Daydream view 판매를 시작했다. 그리고

핫스팟(AP 주변의 통신이 가능한 구역)에서

11월의 마지막 날, 마침내 마이크로소프트의

360도로 주변을 살펴보고 특정 캐릭터를

홀로렌즈HoloLens 개발자 버전이 공개됐다.

따라가거나 미지의 공간을 탐색하게 하는

올해부터는 일반 소비자도 사용할 수 있다고

영상은 준 활동적 VR로 분류된다. 수동적 VR의

하니 진정한 VR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경우, 사용자는 어떤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든 그

홀로렌즈는 사용자의 주변을 영리하게 파악하여

각도에서 전경을 볼 수 있지만 거기서 펼쳐지는

3D 홀로그램을 입히는 방식으로 업계에 파란을

움직임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일으킨 독립적인 웨어러블 기기다. 2016년이

디자이너나 개발자가 무엇을 만들고

VR 기술의 분기점이 된 해였다면, 2017년은

싶은지, 누구를 위해 만들고자 하는지를 확실히

창조적인 잠재성이 폭발하는 해가 될 것이다.

파악하는 것은 플랫폼 선택에 중대한 영향을

브랜딩과 광고를 다루는 디자이너에게

미친다. 방 전체가 실시간으로 가상현실이

SPECIAL REPORT

VR은 분명 심장을 뛰게 하는 존재다. AR과

되는 VR이 아마도 가장 고차원적인 선택일

MR(혼합현실, 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기술.

것이다. 앞서 언급한 HTC의 바이브, 오큘러스

홀로렌즈가 구현하는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

리프트, 플레이스테이션 VR 등이 헤드셋을 게임

마이크로소프트가 사용한 용어) 역시 방해

엔진에 연결하는 순간 작동되는 다기능 VR

요인이 없는 3D 환경에서 제품과 서비스에

플랫폼에 해당한다. 이들의 특징은 복잡한 절차

대한 정보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VR과 대적할

없이 기술과 사용자 본인의 상호작용이 매우

만한 가치를 갖는다. 소비자에게 좀처럼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 이 세

이보다 한 단계 낮은 차원으로

가지 기술을 관통하는 특징이다. 그것도 아주

모바일 VR이 있는데, 삼성의 기어 VR,

흥미로운 경험이다.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구글의 데이드림과 카드보드 등이 해당한다.

사용자가 몰입적인 VR에서 느끼는 매력 지수와

휴대폰을 헤드셋 또는 저렴한 카드보드 뷰어에

공감 능력이 표준적인 2D 영상 캠페인을 볼

끼움으로써 VR 경험을 작동시킬 수 있다.

때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 드러났다. 여기에는

장점은 선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콘텐츠와

쉽게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사실이 있는데

상호작용이 가능하고 전력도 매우 적게 들며

VR이라는 참신한 형식이 PR 영역에서도

무엇보다 360도 비디오에 가장 적합한 것이

무궁무진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 모바일 VR이다.

그러나 제작자 입장에서 볼 때, 전연

그보다 한 차원 낮지만 역시 의미 있는

미지의 영역에서 일한다는 것은 정신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는 페이스북 360과

전환을 요구한다. 사용자의 자율성 때문에

유튜브 360 등이 있다. 사용자는 헤드셋을

평범한 브랜드 스토리텔링은 가상현실에서

쓰지 않고도 폰, 태블릿, 데스크톱으로 주변

힘을 잃고 위축된다. 게다가 비용도 높다.

전경을 360도로 볼 수 있다. 로저스는 플랫폼

가상현실 에이전시인 리와인드Rewind의

간 이동에 대해 한 가지 중요한 조언을 던진다.

설립자 솔 로저스는 이렇게 말한다. “할 수

“단계적으로 차원을 높이기는 쉽지만 그 밑으로

있다고 해서 꼭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VR

돌아가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만일 당신이

경험은 반드시 VR을 통해서만 가능한 무언가를

HTC 바이브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콘텐츠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VR 작품이어야

만들었다면, 그것을 모바일 플랫폼에도

하는지를 늘 자문해야 합니다. 단순한 TV쇼나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엄청난 수고를 들여야 할

애플리케이션만으로는 안 되는 이유를 생각해

겁니다. 그보다 한 차원 낮은 360도 비디오로

보라는 겁니다. 소비자를 우선으로 고려하는

전환하는 데는 더 큰 수고가 필요하겠죠.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VR이라는 기술 자체에

다양한 차원의 VR을 경험하는 일은 사실

현혹되어선 안 됩니다.”

구슬땀이 잔뜩 들어간 노동의 결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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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캘린더 연하장과 패키지 디자인

취재: 김세리

HEYKIVA PROJECT REJECTED

디자인 스튜디오 헤이키바가 최종 문턱에서 탈락한 시안들과 헤이키바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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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부터 새롭게 선보이는 LEAP INTO는 안타깝게 최종 문턱에서 탈락한 디자인 시안을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탈락 시안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로운 스토리로 이끌어나감은 물론, 선뜻 리젝rejected 프로젝트를 공개해준 디자인 스튜디오 혹은 디자이너에 집중해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우리는 클라이언트 독자 여러분께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LEAP INTO에 시선을 모아주세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분께도 추천합니다. <CA>를 활용해보세요. 놀라운 인연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기사문의: press@cakorea.com


LEAP IN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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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락한 캘린더 시안들

무산된 팝업 카드 봉투


플로렌스 블란차드

FLORENCE BLANCHARD

florenceblanchard.com 1990년대 초 에마 Ema라는 이름으로 그래피티를 시작했다. 이후 십 년간 뉴욕에 거주하며 2008년 뉴욕대학교에서 분자생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녀의 작품에는 추상적인 분자적 환경이 묘사되는 등 과학자로서 받은 교육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CONVERSATION 82


분자를 관찰하던 눈으로

글: 닉 카슨

NICK CARSON 번역: 이화경 정리: 김세리

플로렌스 블란차드 MOLECULAR VISION 83

벽화 전문가인 플로렌스 블란차드는 그래피티 경험과 분자생물학 공부를 섞어 독특한 스타일의 추상 예술을 선보인다.


켈리 앤더슨

KELLI ANDERSON

kellianderson.com 아티스트이자 디자이너로 늘 이것저것에 손을 대며 새로운 도전을 즐긴다. 본인의 스튜디오에서 사진 찍기, 프린트, 코딩 등 다양한 일을 담당하며 인터랙티브 페이퍼부터 다층적이고 실험적인 웹사이트까지 광범위한 작품을 선보인다. 매년 여름 프렛 대학 Pratt Institute에서 예술사를 가르친다.

CONVERSATION 88


책 속에서 카메라를 꺼내는 예술가

JULIA SAGAR 번역: 이화경 정리: 김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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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끄는 유머 감각과 끝없는 호기심, 당당한 태도가 매력적인 켈리 앤더슨을 만났다. 혁신가란 이름이 어울리는 그의 삶과 예술 세계를 들여다본다.

OFFSET

줄리아 사가

INSPIRING INGENUITY

켈리 앤더슨

글:


시카고 디자인 스튜디오 <써스트> 김택현

한국 디자이너, 해외 스튜디오, 그들의 프로젝트!

DESIGN ABROAD 스튜디오 써스트 디자이너들. (왼쪽부터) 안나 모트Anna Mort, 존 포보제스키John Pobojewski, 클락 넬슨Clark Nelson, 김택현, 카일 그린Kyle Green, 버드 로데커Bud Rodecker, 써머 콜먼Summer Coleman, 잭 미니치Zach Minnich, 릭 발리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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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ING ABROAD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디자이너의 작업물을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취재: 김혜영

해외 스튜디오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디자인 세계를 확장해 가고 있는 디자이너 분이라면 PRESS@CAKOREA.COM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환영합니다!


김택현의 디자인 방법론 김택현의 디자인 작업은 주제에 대한 인식에 서 출발한다. 클라이언트 기반의 작업은 대 상에 대해 클라이언트와 관계자들이 어떻 게 인식하고 있는지 우선 파악하며, 개인 작 업의 경우 개인이 자신과 타인을 어떻게 인 식하는지 다양한 각도에서 탐구한다. 그 후 실험적인 타이포그래피 형식으로 시각화해 서 결과물을 얻는다. 타이포그래피 작업에서 그가 중요한 요소로 강조하는 것은 �직관�과 �논리�다. 김택현은 �직관�과 �논리�에 대해 이 렇게 설명한다. �저만의 직관으로 유니크한 형태를 만들어 내면서도, 철저한 논리적 시 스템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모든 가 능성들을 실험하고자 노력합니다. 둘 중 하 나에 치우치기보다는, 제약과 자유로움을 동 시에 탐구하는 과정 속에서 예상치 못한 흥 미로운 그래픽 결과물들을 만들어 내는 경우 가 많습니다.�

프로젝트1: Exhibit Columbus 미국 인디애나주의 컬럼버스는 방대하고 수 준 높은 건축 및 디자인 작업들이 모여 있는 도시로 매년 Exhibit Columbus를 개최한 다. 이 행사는 세계 건축, 예술, 디자인 분야, 그리고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참여하는 전시 와 심포지엄으로 구성되는데, 행사의 그래픽 아이덴티티 작업을 김택현과 릭 발리센티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클라이언트인 Exhibit Columbus 큐레이터 팀은 20세기 중반 미 국에서 유행한 낙관적 표현주의가 이 행사의 아이덴티티로 표현되기를 원했고, 두 디자이 너는 밀러 하우스 정원 인테리어의 컬러 시 스템과 콜롬버스 지역 관광센터의 아이덴티 티를 아우르면서 새로운 그래픽 시스템을 만 들었다.

Exhibit Columbus 메인 이미지

김택현

TAEKHYUN KIM taek-kim.com

한국 홍익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미국 시카고 예술대학교에서 시각 커뮤니케이션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다 커뮤니케이션즈의 디자인 랩에서 3년간 실무를 경험한 바 있으며, 스튜디오 써스트에는 2014년에 합류했다. 그의 작품은 네덜란드 아웃풋 어워드, 어도비 어워드, 뉴욕TDC 등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었고, 존 플래쉬 아티스북 컬렉션Joan Flasch Artists� Book Collection과 시카고 디자인 아카이브

컬렉션Chicago Design Archive Collection에 영구 소장되어 있다.

릭 발리센티

RICK VALICENTI Exhibit Columbus 포스터

써스트의 설립자이자 디렉터. 2006년 AIGA 메달 리스트로 선정되었고, 2011년에는 미국 백악관에서 주최하는 스미스소니언 쿠퍼-휴잇 내셔널 디자인 어워드의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분을 수상했다. 뉴욕 현대미술관,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등에서도 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Exhibit Columbus 설치물

작업과정

스튜디오의 모든 디자이너들이 각각 다른 자료에서 받은 영감을 토대로 디자인 작업을 했다. 이 작업물을 함께 모아 보며 5-6개 시안으로 압축했고, 클라이언트와의 조율 과정을 통해 컬럼버스의 스토리를 가장 많이 담아 냈다고 판단되는 시안으로 최종 결정했다. 아이덴티티의 그래픽 요소들은 행사의 성격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되어 소책자, 카드, 실크스크린 포스터, 토트백, 설치물, 버튼 등 여러 아이템들에 적용됐다.

CHICAGO DESIGN STUDIO THIRST

써스트는 미국 시카고에 있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다. 1981년 릭 발리센티가 설립한 이래 예술, 디자인, 건축, 문화 및 교육 커뮤 니티 등과 연계된 작업을 해 왔다. 아메리카, 유럽 및 아시아에서 디자인 강연과 교육활동 또한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뉴욕 현대 미술 관, 쿠퍼-휴잇 스미스소니언 디자인 뮤지엄, 홍콩 헤리티지 뮤지엄 등에 써스트의 작업물 이 소장되어 있다. 김택현은 써스트에서 활동하는 한국 인 디자이너이다. 아이덴티티와 타이포그래 피에 관련된 작업들을 주로 맡는데, 포스터, 퍼블리케이션, 웹, 간단한 영상 등을 만들며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서체를 디자인하기 도 한다. 그는 왜 시카고의 많은 스튜디오 중 에서 써스트를 선택했을까? �시카고 유학 시절, 우연히 처음 듣게 된 현업 디자이너의 강연이 바로 릭 발리센 티의 강연이었습니다. 디자인 서적이나 온라 인으로만 접했던 그를 직접 만나고 나니, 써 스트의 작업들이 기존에 보아 오던 디자인이 나 트렌디한 디자인들과는 다른 매력으로 다 가오더군요. 더불어 디자이너 개개인의 개성 을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흥미로운 프로젝트 를 함께 실험할 수 있는 스튜디오가 바로 써 스트이기에 이곳에 왔습니다.�

김택현의 Exhibit Columbus 아이디어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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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교육과정이 뜨는 이유

글: 톰 메이 TOM MAY 번역: 이화경 글·정리: 김세리

INDUSTRY ISSUE 빌 스트로해커

사라 맥휴

strohackerdesign school.co.uk

shillingtoncollege.co.uk

25년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디자이너,

영국 캠퍼스의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앞서 3년간 그래픽 디자인 강사로, 이후 5년간은 어반 스플래쉬 Urban Splash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BILL STROHAC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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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디자인계에 부는 새바람 단기교육 과정에 대한 다양한 경험담과 견해를 듣는다.

교육자로서 디자인과 교육 부문에 종사하고 있다. 기초교육부터 학위를 위한 교육까지 두루 관여하며, 치체스터에 위치한 자신의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SARAH MCHUGH

2013년 7월부터 실링턴


로고 기술 향상하기

INDUSTRY ISSUE BP&O의 리처드 베어드가 현재 진행 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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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아카이브 프로젝트를 통해 배운 멋진 로고 디자인의 요건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리처드 베어드

RICHARD BAIRD

richardbaird.co.uk 영국의 시각 아이덴티티 디자이너이자 프리랜서 작가다. 로고아카이브라는 자원을 구축 중이며 BP&O라는 블로그를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대한 의견을 사람들과 공유한다.


프리랜서의 프린트 비결

필립 포미칼로

FILIP POMYKALO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 겸 일러스트레이터

pomykalo.com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서 태어나 2011년 학사 과정을 마쳤다. 디자인 산업에서 잔뼈가 굵은 친구들과 스튜디오를 함께 공유하면서 프리랜서를 시작했다. 얼마 전에 런던 칼리지 오브 커뮤니케이션(LCC)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INDUSTRY ISSUE

클레멘타인 카리에르

CLEMENTINE CARRIERE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

clementinecarriere.com 영국에 기반을 둔 프랑스 출신의 그래픽 디자이너 겸 아트 디렉터. 여러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풀타임 프리랜서 경력을 시작한 지 이제 일 년 정도 되었다.

카테리나 비안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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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 1 프린트와의 제휴로 싣는 이번 비디오 시리즈는 런던에서 활동하며 특별히 프린트를 좋아하는 프리랜서 세 명의 성공 비결을 담았다.

CATERINA BIANCHINI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 겸 아트 디렉터

caterinabianchini.com 4년간 프리랜서로 일하며

권위 있는 에이전시에서 단독 프레젠테이션을 맡았다. 음악 산업과 관련된 작업을 좋아하며, 특히 바이닐 커버와 포스터 제작을 즐긴다.


글: 김세리

원성준의 엉뚱하고도 유쾌한 �딴짓�은 무엇일까? 도서 『회사에서 티 나게 딴짓하기』에서 저자 원성준이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카네기멜론에서 실행한 프로젝트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모두 풀어낸다.

제75회 CA 컨퍼런스 회사에서 티 나게 딴짓하기

일시: 2017년 3월 18일 장소: 한남동 파트너스 하우스 연사: 원성준

216쪽, 16,000원, 퓨처미디어 CABOOKS 발행

CA CONFERENCE

회사에서 티 나게 딴짓하기

디자이너 원성준이 십 년간 회사 안팎에서 한 �딴짓�과

디자이너와 개발자 사이를 넘나드는 자신의 역할에 관해 이야기한다.

원성준

STEVEWON 네이버 인큐베이션 스튜디오 리더

sjstevewon.com

카네기멜론대학에서 컴퓨터공학과 휴먼 컴퓨터 인터랙션을 전공했다. 삼성에서 S뷰어 커버 시리즈를 처음 제작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시니어 디자이너로 허브 키보드 제품을 발굴했다. 그 외 다양한 제품의 UX를 주도하며 굿 디자인 어워드, IF어워드, IBM 등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다. 현재는 디자이너와 개발자의 경계를 아우르는 네이버 인큐베이션 스튜디오 리더로 재직 중이다.

인트로

현역 십 년 차다. 하루 세 시간씩 십 년을 투자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데

마침 올해로 십년이 됐다. 3월의 토요일 아침, 한남동의 파트너스하우스에는 �선배� 디자이너를 보기 위한 현역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75회를 맞은

<CA> 컨퍼런스 회사에서 티 나게 딴짓하기를 듣기 위해서다. 도를 닦는 수행인의

마음으로 십년을 꼬박 업무에 매달려도 부족한 때 당당하게 딴짓하기를 권유하는

사람이라니. 단시간 내 업무를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무적의 능력자거나 일 중독자, 그것도 아니라면 이 직종의 메커니즘에 도가 튼 전문가일 게 분명하다.

원성준이 강단에 올랐다. 그러나 젊고 세련된 외모에선 일에 찌든 �일벌레�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가 엉뚱한 소리로 강연을 시작했다. �저는 참 애매한

사람입니다. 뭐 하는 사람이냐고요?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우선 자신의 정확한 정착지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가 태어난 곳은 서울. 그러나 아홉 살에

미국 뉴저지로 떠나기 전까지 이사를 많이 다녔다. 학창시절을 뉴저지에서 보낸 뒤

카네기멜론대학이 있는 피츠버그로 이사를 갔고, 중간중간 일본과 실리콘밸리에서 인턴 경험을 쌓았다. 졸업 후 삼성전자 입사를 위해 한국에 돌아왔으나, 5년 만에

마이크로소프트로 이직하며 시애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3년이 흘러 다시 한국에 왔다. 지금은 네이버의 신생 스튜디오 인큐베이션팀 리더로 일한다.

�어렸을 때부터 이동이 잦았죠. 하지만 저의 이동엔 분명한 기준이 있습니다.

재밌다고 느끼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는 곳을 향해 간다는 것입니다. 어느

회사에서 저의 아이디어를 실제로 옮기고 작업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그는 언어 유희를 좋아한다. 한국에선 아저씨 개그라고 놀림을 받지만 언어 유희는 일종의

창작과 혼합의 과정이다. 학창시절 건축학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건축학도 디자인도 아닌, 컴퓨터공학을 선택했다. 대학에 들어가 휴먼 컴퓨터 인터랙션을 부전공했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선 인터랙션 디자인부터 얼마간 프로그램 매니저(PM)를 맡기도

했다. 전통적이지 않은 배경에서 출발한 것이 되려 자신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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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발자일까 디자이너일까. 디자이너라면 UI/UX, 비주얼, 앱 중 어떤 분야일까, 고민해봤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틀에 저를 담지 않기로 했어요. 그냥 이렇게 여러 요소를 섞고 만드는 일을 좋아하더라고요. 갈수록 디자인 분야의 경계가 점점 흐릿해지는 것 같습니다.�


한글을 사랑한 글꼴 디자이너 안상수와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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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A 삼색전 올해의

CA EYECONTACT

주인공으로 �안상수체� 안상수 디자이너가 나섰다. 한글과 관련한 그의 작품 활동과 직접 세운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의 모든 것을 소개한다. 취재: 김세리

SeMA Green 2017 <날개.파티>안상수,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PaTI)

일시: 2017년 3월 14일 - 5월 14일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 관람: 10:00 – 20:00(매주 월요일 휴관) 토/일 공휴일 18:00까지

안상수

AHN SANG SOO 시각디자이너이자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교장

ssah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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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꼴 디자인· 타이포그라피· 편집 디자인·로고 타입 디자인·포스터 제작·벽면 드로잉과 설치 작업·문자 퍼포먼스·캔버스 문자도· 스크린·도자기 타일 등 한글을 주제로 다양한 형식을 실험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시각디자이너다. 1985년 한글의 창제 원리에 근간한 서체 안상수체를 발표하여 1991년 아래한글 프로그램에 기본 서체로 탑재되었으며, 2007년 구텐베르크 상을 수상했다. 홍익대 디자인학부 교수로 재직하다가 정년퇴임을 앞두고 2013년 파주출판단지에 타이포그라피학교인 파티를 세웠다. 현재는 파티의 교장으로 멋진 배곶(졸업생)들을 교육하고 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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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의 머릿글자를 표현한 전시회 포스터

2 <도자기 타일>, 도자기에 잉크, 안상수, 2017

문자를 이루는 주요 요소 가운데 하나인 소리를 도자기 타일로 시각화했다.

3 PaTI 포스터 모음,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서울시립미술관, 2017. 파티의 모든 배움이 책으로 종합된다면, 파티의 모든 활동은 포스터로 종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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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안상수와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의 활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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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제 나이가 예순 다섯인데요. 스무 살 때까지는 부모님 밑에서 성장한 시기, 그 이후 이십 년은 디자이너로서 활동한 시기, 그 나머지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로 살아왔습니다. 제 인생에서의 역할을 두 가지로 나눠보자면 하나는 디자이너, 하나는 교육자가 될 수 있겠네요. 예순이 넘어 삶의 변화를 추구하게 됐는데 바로 디자인과 교육이란 두 근간을 합치는 것이었습니다. �교육을 디자인하면 어떨까�란 생각에서 출발한 타이포그라피학교 파티가 2013년 문을 열었습니다. 오로지 디자이너들만의 힘으로요.� 이번 전시의 큰 축을 차지하는 학교 파티에 관해 안상수 디자이너가 직접 의미를 밝혔다. 그의 말마따나 안상수의 작품 세계 근간에 한글이 있다면,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는 문자와 한글의 창조적 정신 위에 기초한다. <날개.파티>는 파티가 2012년 두 명의 학생으로 시작해서 현재 백여 명에 달하는 재학생을 만들어내기까지 축적해온 종합적인 성과와 기록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전시의 모든 작품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삶과 디자인, 한글, 교육의 중요성을 관통한다. 조금은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파티를 설립한 그의 뚜렷한 교육관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한국 사회의 획일화된 교육 방식에서 탈피해 공동체 속에서 디자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그의 고민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학교인 파티는 �멋진 배곳�이라고도 불리는데 1919년 바이마르에 설립돼 독일 디자인 철학의 기반을 세운 바우하우스를 모태로 삼았다. 바우하우스처럼 기존의 디자인 교육 체계를 탈피하여 삶과 밀착된 교육을 실현하는 독립 대한학교이자 교육 협동조합으로 기능하길 원한다. 그 때문에 파티의 학생들은 디자인 교육 외에도 다양한 커리큘럼과 기초 소양을 익혀야 한다. 그 첫 번째는 인문 수업이다. 동의학에서 출발해 시·철학·중용·동양미학·동아시아 사상·우주론에서 경제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문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특히 글쓰기를

AHN SANG SOO & PAJU TYPOGRAPHY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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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4일 서울시립미술관. 빨간 모자를 쓴 �멋지음이� 안상수가 손님들을 맞으며 분주하게 움직인다. 강단 옆에 의자를 마련했지만 간담회가 시작될 때까지 쏟아지는 질문에 착석할 틈이 없다. <날개.파티>전시회 포스터엔 �ㅇㅅㅅ�라는 문자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안상수 이름의 초성을 따온 것이다. 막간을 이용해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모두와 한쪽 눈을 가린 채 사진을 찍는다. 이래저래 특이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 한 가지는 그 누구보다도 한글을 사랑하고, 삶과 일상을 소중히 여기며, 한국의 교육 현실에 뜨거운 관심을 가진 시각 디자이너라는 사실이다. 3월 14일부터 5월 14일까지 개최되는 안상수 디자이너의 <날개.파티>는 바로 이런 그의 세 가지 특징을 담아내고 있다. 한국 미술계의 모습과 자취를 세대별로 조명하는 서울시립미술관 삼색전(三色展)의 기획 아래, 안상수와 그가 설립한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PaTI)가 올해 특별 기획전의 주인공으로 초대되었다. 파티(PaTI)란 용어는 가장 우리다운 교육을 찾아 실험하고 실천하는 디자인 공동체이자 디자이너 안상수의 호다. 1985년 안상수체를 발표해 한국을 대표하는 그래픽서체로 발돋움시킨 안상수는, 이처럼 �문자�와 �한글의 창조적 정신�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파티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이뤄진다. 첫 번째는 캠퍼스 파티의 교육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벽 다이어그램과 영상, 사진, 책자 등 관련 자료를 전시한 공간이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학교가 설립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시대에 어떤 교육이 필요한가에 대한 생각을 제고한다. 두 번째 전시 주제는 과정으로 배우는 배움이다. 손과 몸을 중시하는 실기학교 파티의 배우미(학생)들이 참여했던 다양한 외부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전시장에 마련된 교실에서는 파티의 스승 여섯 명을 초청하여 각종 워크숍과 관객 참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잠재적인 디자인 공동체와의 만남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여유와 깊이�관습 깨트리기

CA EYECONTACT – MAGAZINE CA RENEWAL

이화영

LEE HWAYOUNG bowyer.kr

디자인 스튜디오 보이어BOWYER 대표이자 CA 매거진 담당 디자이너

CA 디자인을 맡고 있는 이화영 에디터와의 일문일답을 준비했다.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스튜디오 플랏의 한 축으로 일하다 2016년부터 보이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일러문과 레고에 관심이 많습니다. 디자인 스튜디오 보이어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2인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2인의 디자이너는 가치관과 정체성을 존중하며 각자 일을 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연스럽게 협업하기도 합니다. 브랜딩, 인쇄물, 제품 등 다양한 디자인 작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를 열고 1년간은 주어진 일을 통해 디자인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면, 2017년을 맞이하여 전시나 개인 작업을 통해 일과 생활의 경계를 넘나들고자 합니다.

3월 호부터 <CA>와 함께 작업하셨습니다. <CA BOOKS>에서 출간하는 몇 권의 단행본 디자인을 맡으며 <CA> 매거진에 새로운 아이덴티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평소에도 디자인을 하며 즐겨 보던 잡지였고, 격월간 발행의 형태가 매력적이라는 생각에 좋은 기회로 참여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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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디자이너와 작업하면서 <CA>의 전체적인 느낌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기존의 <CA>가 갖고 있던 �젊고 신선한� 인상은 그대로 유지한 채 표제와 내지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자 했습니다. 표지 상단에 위치한 표제 �CA�의 자간을 넓혀 괄호와 같은 기능을 첨가하였고 공간 안에 각호의

'세계의 디자인을 보는 창'을 모토로 지난 20년간 통권 230호를 매월 발행해 온 디자인 매거진 <CA>가 2017년부터 두 달 간격으로 일 년에 여섯 번 발행하는 격월간으로 전환되었다. 이는 관행처럼 매월 발행해 오던 통념을 깨는 큰 시도이다. 종이에서 웹으로 미디어가 무한히 발전해 온 오늘날, 넘쳐나는 정보는 수용자의 가슴과 머리로는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범람하고 있는 가운데 선택한 파격적인 변신이다. 시간과 공간의 간격을 넓힘으로써, 정보 생산자와 수용자 모두에게 꼭 필요한 것만 전달하고자 하는 잡지의 새로운 대안 지점이다. �여유와 깊이�로 기사의 방향과 내용 그리고 디자인에서 과감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여기에 스튜디오 보이어의 이화영 디자이너가 새로운 파트너로 함께 한다. - CA 편집부

주제에 맞는 이야기를 담으려 했습니다. 내지는 이미지와 텍스트의 구분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이미지의 집중도를 높여 �그림만 보아도 이해되는� 잡지가 되도록 작업했습니다. 매거진 디자인 과정을 짧게 소개해주세요. 먼저 원고를 찬찬히 살펴보고 잡지의 인상을 형성해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 후 상황에 따라 표지와 내지를 구분하여 작업 순서를 정하고, 잡지에 들어갈 콘텐츠에 따라 레이아웃 테스트를 거쳐 기본 레이아웃 몇 개를 만들어 놓습니다. 최종 인쇄본을 만들기 전까지 수정, 생략, 추가 등의 지난한 작업을 하면서 잡지 주제에 적합한 표지를 디자인합니다. 표지는 내지의 형태나 내지에 들어간 콘텐츠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그래픽을 사용하곤 합니다. 표지가 현재 출판시장에 있어서 중요하게 역할 하는 것은 분명하나 내지와 비교하여 많은 시간을 들이진 않습니다. 오히려 잡지에 들어가는 내용과 연관성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습니다. 편집자, 출판사와 최종 인쇄본 전까지 다듬고 또 다듬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쇄소에 데이터를 넘겨 인쇄 감리를 마치고 출고하게 되면 모든 과정이 끝납니다. 이번 호에서 가장 기대되는 기사가 있는지요. 5월호의 주제이기도 한 DESIGN CITIES에 대한 기사가 가장 기대되었습니다. 가끔 여행 프로그램 영상을 보거나 잡지의 여행 사진을 보면서 휴식을 취하곤 하는데, 기사를 통해 디자인과 도시의 접점에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어 괜히 설레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모두 가보고 싶은 도시더라고요. 스튜디오를 방문했을 때 음악이 좋아서 몰래 찾아봤답니다. 보통 어떤 음악을 들으며 작업하나요? 보통 작업할 때는 애플뮤직의 플레이리스트를 랜덤으로 재생해 듣습니다. 플레이리스트에는 잔잔하고 차분한 재즈나 다운템포 장르의 음악이 많은 것 같습니다.

바깥 소음이 심하면 시끄러운 음악을 듣습니다. 마감 때가 다가와 마음이 급해지면 음악은 듣지 않습니다. 이번 호에는 유독 개인 프로젝트에 관한 내용이 많았는데요. 업무 외 개인적으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요? 석사 논문 주제이기도 했던 �소녀의 표상�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주인공을 위시한 상징적 소녀의 이미지를 활용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5년 유어마인드 주관의 �POSTER ONLY� 행사에서 전시한 포스터를 시작으로 Magic Wand를 주제로 한 시리즈 물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남성으로부터 투사되거나 여성이 자발적으로 형성하고자 한 관념적 환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CA>가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겠다, 하는 의견이 있다면요.

읽을 때마다 유용한 정보가 많다고 느낍니다. 다만 각 호마다 큰 주제를 설정하는데 스페셜 리포트 기사가 유일하게 주제와 연관성을 갖습니다. 국내 기사를 기획할 때 큰 주제를 중심으로 유용한 정보가 많이 수록되어 하나의 맥락을 형성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있습니다. 모두 따뜻한 5월 보내세요! 이화영 에디터가 추천하는 플레이리스트 ♬ Kisetu - Polaris It never entered my mind – Miles Davis Quintet Parisian Thoroughfare – Bud Powell Fast Car - Tracy Chapman 前前前世 – Radwimps

리뉴얼되는 격월간 CA의 표지 디자인 시안. Creative Arts의 첫 글자를 따온 제호 'C'와 'A'의 간격을 벌려 그 비스듬한 사이에서 빚어지는 창의적인 변주와 위트를 표지에 담아내고자 하는 컨셉으로 최종 확정됐다.

시안에 사용된 일러스트 좌하단: 윤미원, 요술보지 프로젝트 우하단: 메린 호스, 잡지 킨포크를 위한 작업



취재: 김세리

PROJECT 122

홀로렌즈를 통한 앱 캡처 화면. 현실 공간에 홀로그램 텍스트를 레이아웃 할 수 있다.


홀로렌즈용 타이포그래피 인사이트

크리에이티브: 박동윤

DONGYOON PARK dongyoonpark.com 작업 기간: 2개월

공개일: 2016년 8월

디자이너이자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스트인 박동윤이 홀로렌즈의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하여 현실 공간에서 다양한 서체를 레이아웃하고 실험할 수 있는 앱을 제작했다. 프로젝트 개요

SADI를 다니던 시절, 타이포그래피 수업에

*

이처럼 홀로그램을 현실 공간에 고정하는 기술을

world-locked이라고 한다.

** 셰리프 서체인 가라몬드, 디돈 계열의 보도니, 모던 서체의 대표격인 헬베티카 등을 이른다.

박동윤

DONGYOON PARK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홀로렌즈 디자인 팀 수석 디자이너

고려대학교 전자공학 전공,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 연구원으로 근무 후 디자이너로 전향했다. 삼성디자인교육원 (SADI)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전공하였고, 파슨스디자인스쿨의 석사과정을 마쳤다. 디자이너이자 개발자라는 두 가지 배경을 활용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든다. 2011년부터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의

UX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며 동시에 개인 프로젝트인타이포그래피 인사이트Typography Insight를 개발해 iOS, 윈도우, 홀로렌즈, HTC VIVE VR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지속적으로 작업하고 있다. 현재 홀로렌즈의 디자인 팀에서 증강현실 및 가상현실 세계의 디자인 아이디어를 즐겁게 탐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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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중요한 서체를 암기하고 그들의 형태와 변 천사를 이해하는 과정은 매우 난관이었다. 특 이 종이책 상에서 서로 다른 서체를 비교하려 면 여러 페이지를 왔다 갔다 하거나 책을 접 어야만 했는데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었다. 그 무렵 다양한 테블릿 기기들이 등장했는데, 이 기기들의 특성을 이용한다면(예컨대 고해 상도 디스플레이와 터치 인터페이스, 벡터 그 래픽 처리 등) 서체를 비교하고 조작하는데 용이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 나의 대 학원 논문 프로젝트인 타이포그래피 인사이 트의 아이디어가 출발했다. 2011년, 나는 고 해상도 디스플레이와 터치 인터페이스를 활 용하여 중요한 폰트를 다양한 방법으로 비 교 분석할 수 있는 앱을 출시했고, AIGA NY (미국 그래픽 디자인 협회)에서 발표했다. 나는 타이포그래피 인사이트를 이후로 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시켜 윈도우10용 으로 출시했다. 그리고 2016년, 중요한 기회 가 찾아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증강현실 기 기인 홀로렌즈의 개발자 버전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홀로렌즈는 휴대폰이나 컴퓨터에 연결해야만 이용할 수 있는 기존의 증강현실 기기와는 달리, 그 자체가 독립적인 윈도우 컴퓨터로서 별다른 연결을 요하지 않는다. 안 경처럼 착용하는 헤드셋으로 사용자 주위의 공간을 분석하고, 홀로그램을 실제 공간에 배 치하여 일반 사물처럼 볼 수 있게 한다. 홀로 렌즈용 타이포그래피 인사이트 Typography Insight for HoloLens 앱은 이러한 홀로렌 즈의 능력을 이용해, 텍스트를 방의 벽이나 테이블, 건물 외벽 등에 실시간으로 레이아웃 하고 관찰 및 실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작업 과정 처음 홀로렌즈를 접했을 땐 과연 타이포그래 피라는 주제가 3차원 공간에서 다루기 적합 한 주제인가에 대해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홀로렌즈를 통해 보이는 홀로그램 서체가 얼 마나 아름다운지를 경험한 이후 생각이 완전 히 바뀌었다. 홀로렌즈에서 표시되는 서체는 빛으로 구성되는데, 흰색 서체인 경우 네온사 인과 같은 느낌의 시각적 효과가 있어 신비로 웠다. 또한 실제 사물처럼 홀로그램 서체를 공간에 고정된 상태*로 배치하여 다양한 각 도에서 관찰할 수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3D 서체에 대해 이야기할 때 두께가 있는 돌출된 형태의 서체를 생각하 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프로젝트를 진 행하며 순수한 2D 서체만을 다루기로 했다. 로고 디자인 등 특수한 목적을 제외한 일반적 인 경우에 돌출된 부피를 가지는 3D 서체는 오히려 가독성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타이포그래피 인사이트의 iOS 버전에 Type Inspector (서체 조사)라는 기능이 있 는데, 이를 통해 사용자는 각 스타일 그룹을 대표하는 중요한 역사적 서체**를 다양한 크 기로 관찰할 수 있었다. 나는 이 기능을 홀로 렌즈 버전에 우선적으로 가져오기로 했다. 현 실 공간에서 서체를 다양한 크기 및 컬러와 함 께 적용하고 관찰할 수 있다면 상당히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iOS 버전 의 다른 기능인 Historical Typefaces (역사 적으로 중요한 서체)나 Typeface Anatomy (서체 요소별 용어) 등도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기능은 3D 공간 에서의 정보 시각화라는 측면에서, 서체의 타 임라인을 관찰하거나 타이포그래피의 기본 용어를 익힐 수 있도록 적용되었다.

TYPOGRAPHY INSIGHT FOR HOLOLENS

타이포그래피 인사이트는 박동윤 디자이너 개인의 프로젝트이며 이와 관련된 모든 실험과 의견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공식적인 정보가 아닌 개인적인 것임을 밝힙니다.


RGB 스킴:

새로운 로고의 비상

크리에이티브: 메타피지

METAFIZZY metafizzy.co 클라이언트: RGB 스킴

RGB SCHEMES rgbschemes.com 작업 기간: 2개월

메타피지의 디자이너 데이브 드산드로가 VR 게임 스타트업인 RGB 스킴을 위해 입체적인 로고를 제작했다. 프로젝트 개요: 제럴드 맥앨리스터터 RGB 스킴은 가상현실 게임을 개발하는 스타 트업 게임 회사로, 올해 첫 게임을 출시할 계 획이다. 작업을 진행하던 중 한 친구가 데이 브 드산드로의 웹사이트를 알려주었는데, 그 의 디자인이 꽤 마음에 들었다. 포트폴리오 를 통해 그가 작업한 브랜드들의 성격을 정확 히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곧 데 이브에게 RGB 스킴의 로고 디자인을 의뢰했 고,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나는 RGB 스킴의 로고를 통해 우리 회사가 �돈을 만들어내는� 경험이 아닌 재미 있는 경험을 창조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 다. 사람들이 로고를 볼 때마다 우리가 만든 게임을 하며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길 바랐 다. 이런 정성적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선 정 량적으로도 개선할 부분이 있었다. 바로 낮은 스크린 해상도와 관련한 문제였다. 가상현실 은 비교적 새로운 분야라 아직은 해상도 기술 이 살짝 미흡한 상태다. 역시 우리의 VR 헤 드셋 안에서도 로고가 잘 보이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VR에서 사용 가능한 형태로 전환되 는 로고가 필요했고, 이 로고를 통해 우리 회 사의 성격을 잘 나타내주기를 바랐다.

제럴드 맥앨리스터

GERALD MACALISTER RGB 스킴 창립자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놀던 비디오게임에 영향을 받아 취미로 작업하던 RGB 스킴을 회사로 성장시켰다. RGB 스킴은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는 가상현실 게임 제작사다.

데이브 드산드로

DAVE DESANDRO 메타피지 창립자

웹디자이너를 위한 다양한 UX 제품을 코딩하고 클라이언트의 로고를 제작한다. 2016년 10월부터 50여 개의 로고를 제작하는 로고 피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로고 디자인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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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과정: 데이브 드산드로 웹디자이너인 내게 VR은 완전히 생소한 매체 였지만,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VR 환경에서 잘 작동될 만한 로고를 제대로 만들고 싶었다. RGB는 각각 빨강, 초록, 파랑을 나타내는데 이처럼 분명하고 시각적인 조건이 주어진 경 우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너무 오래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로고의 색을 빨강, 초록, 파랑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이 색들은 스크린 컬러 블랜 딩에 적합한 색상으로, 빨강과 파랑은 혼합되 어 마젠타를 만들어낸다. 나는 이 컨셉에 주목 했다. 작업 초기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 도하고 실패했다. 활자를 나열하거나 원을 활 용하는 기본적인 아이디어부터 시작해 많은 변화를 꾀했고, 하나의 아이디어를 통해 다른 아이디어를 끌어오기도 했다. 하나의 컨셉이 살기 위해 수백 개의 컨셉이 사라지는 것은 어 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가장 좋은 방 법은 작업 흐름을 따라가면서 무언가를 시작 하는 것이다. 새하얀 빈 종이를 보면 겁이 나 게 마련이다. 따라서 나는 떠올릴 수 있는 가 장 진부한 아이디어로 시작하는데, 이는 더 나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데 윤활유 역할을 한다. 결국엔 무언가 가치 있는 것으로 이어 지고 만다. 평소에는 연필과 종이를 쓴 스케 치로 시작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특별히 컬러 가 기반이었기 때문에 벡터로 시작하였다. 벡 터는 기본적인 기하학적 모형에 적합한데, 결 국 최종 로고에 사용되었다. 일러스트레이터 로 여러 번의 복사 및 붙여넣기를 한 결과 난 잡한 콜라주를 만들어냈다. 빨강, 초록, 파랑 을 사용하여 생기 넘치고 강렬한 비주얼을 탄 생시켰다. 색상은 프로젝트에 매우 어울렸고, 무엇보다도 브랜드의 기발하고 재미있는 속 성을 잘 전달했다.

RGB SCHEMES: A NEW LOGO TAKES FLIGHT

공개일: 2016년 12월


BBC 쓰리: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아웃풋

소셜 채널

OUTPUT studio-output.com 클라이언트: BBC 쓰리

BBC THREE bbc.co.uk/bbcthree 작업 기간: 3개월

공개일: 2016년 12월

프로젝트 개요: 요한나 드류 2016년 2월 TV 방송채널인 BBC 쓰리가 온 라인 버전으로 대체되었다. 레드 비 미디어 Red Bee Media가 아이덴티티를 디자인했 고, 우리는 약간의 수정을 거쳐 아이덴티티를 적용하는 작업을 맡았다. BBC 쓰리는 BBC 의 일반적인 스타일에서 차별화된, 소셜 및

요한나 드류

JOHANNA DREWE

스튜디오 아웃풋의 디자인 디렉터

12년간 브랜드와 디지털

1

경험을 연결하는 분야를 탐구해왔다. BBC 아이원더 iWONDER에서 일하며 기업에 전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아이덴티티 시스템을 제작했고, 해리포터 시리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포터모어 사이트의 디자인 팀을 이끌었다.

1

2

필로 FILO 서체는 스튜디오 아웃풋이 더 세련된 느낌을 표현하도록 융통성을 제공했다. 역동적인 색상들도 채택되었다.

2 BBC 쓰리의 유튜브 채널은

짧은 형식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스튜디오 아웃풋은 앤드 보드 end board와 링크를 디자인했다.

3

3

트위터는 새로운 콘텐츠를 홍보하고 게시하기에 효과적인 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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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등 모든 플랫폼에서 독자적인 성격과 콘 텐츠를 갖추길 원했는데 더 이상 안정된 장소 가 아닌 길 한복판에 진입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었다. 어떤 면에선 굉장히 겁나는 일이었지 만 동시에 더 자유로워질 수도 있었다. 우리 의 첫 번째 과제는 이 BBC 쓰리의 통통 튀는 콘텐츠에 일관성을 부여하는 일이었다. 새 플랫폼의 대상은 영국 전역의 16세 부터 24세 청소년이다. BBC 쓰리는 그들에 게 어떤 현상에 대한 생각을 강요하기보다는 생각하는 행위 자체를 권유한다. 단순히 아이 플레이어 iPLAYER (BBC 방송 스트리밍 앱) 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차원이 아닌, 아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인데, 있 는 그대로의 영국 청소년 집단을 대변하기 위 함이다. 실제로 BBC 쓰리에선 매시간 포스 트들이 업데이트되고 있다. 2000년대의 청 소년 집단은 소셜 미디어와 떼려야 뗄 수 없 는 관계이므로 브랜드 역시 이 소셜과 친숙해 져야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BBC 쓰리가 단 지 정해진 방송시간이 아니라 매 순간 사람들 의 대화를 끌어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크리에 이티브 전략적 측면에서 보자면, 각 플랫폼에 브랜드 자산을 융통성 없이 끼워 맞추기보다 사람들이 다양한 소셜 플랫폼을 사용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각 플랫폼에 알맞은 시각적 요소를 만들어내겠단 뜻이었다. 우리 스튜디 오는 BBC 쓰리의 이러한 특징을 중점으로, 업데이트된 BBC의 마크 �트라이콘�을 단순

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BBC의 기존 브랜 딩과 일체감을 주면서도 소셜 플랫폼에 독립 적으로 적용되게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또한 BBC 쓰리의 분홍색과 잘 어울리도록 채널의 보조 색상 팔레트를 바꿨는데 덕분에 새로운 조합이 가능해졌다. 헤드라인에는 BBC의 전 반적인 타이포그래피 스타일에 부합하면서도 더욱 표현적인 핀 FIN 폰트를 사용했다.

BBC THREE: THE SOCIAL CHANNEL

스튜디오 아웃풋이 �소셜을 우선시하는� 전략으로 BBC 쓰리의 브랜딩을 리디자인했다.


취재: 김세리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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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UI 배너 리뉴얼

크리에이티브: 최수경

thisissoochoi.com 클라이언트: 현대카드

hyundaicard.com 작업 기간: 1년

공개일: 2016년 4월

최수경

SOOCHOI

크리에이터, 아트 디렉터, 일러스트레이터

회화와 디자인 사이에서 유영하는 �박쥐�다. 회화적인 면을 놓지 않고도 디자인 판에서 신나게 놀 수 있는 자유로움을 꿈꾼다. 카테고라이징의 경계에서 살짝 빗겨나 유연하게 춤추는 그림을 그린다. 현대카드· 롯데면세점·현대백화점· 이랜드 등 국내의 굵직한 기업과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본인의 예술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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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개요 현대카드와의 인연은 2013년 12월 당시 오 픈 준비 중이던 트래블 라이브러리의 굿즈 제 작 의뢰로 시작됐다. 영국에서 유학하며 내공 을 쌓은 런던, 파리 등의 레포타쥬reportarge 일러스트와 SSG푸드마켓의 포트폴리오가 클 라이언트에게 꽤 깊은 인상을 주었던 모양이 다. 런던에서 공부하고 막 돌아온 시기도 운 좋게 작용했다. 그때는 기념품 가게의 굿즈 제 작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되어 마무리하지 못 했지만, 그 일을 계기로 현대카드와 매년 이런 저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몇 년간 어느 정도 합이 맞춰진 상태에서 들어온 이번 프로 젝트는 연 단위 계약으로 걸쳐진 장기프로젝 트였다. 내용은 당시 공란이었던 X와 M카드의 배너 리뉴얼이었다. X와 M카드의 브랜드 키 컬러 위에는 각 카드 혜택에 대한 사항만 적혀 있었다. 처음부터 새로운 이미지로 전체적인 아트 디렉션과 일러스트레이션, 그래머까지 같이 짜야 하는 상황이었다. 프로젝트 컨셉은 구체적이었다. 위트있지만 카투닉하지는 않 고, 시크하지만 기존의 벡터 이미지보다 따뜻 하고 세련된 일러스트를 원했다. 현대카드는 상당히 분명한 주관을 가진 클라이언트여서 아이디어 면에서 2015년 한 차례 작업했던 X 카드 캐쉬백 카탈로그처럼 만족할 만한 수준 이 되어야 채색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나는 몇 번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수 초이 일러스트의 느낌에서 두어 걸음 물러나, 클라이언트 측이 원하는 느낌을 잡아낼 수 있 었다. 손 그림 특유의 양감이 드러난 텍스처를 한 결만 더 플랫하고 그래픽적으로 정리하면 양쪽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될 것으 로 보였다.

HYUNDAICARD UI RENEWAL

자신의 느낌과 브랜드 스토리를 조화할 줄 아는 크리에이터 수초이에게 현대카드 UI 배너 리뉴얼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를 청했다.


SLS호텔

HOLDINGS dstrict.com 클라이언트:

SLS LAS VEGAS SLS 라스베이거스 slslasvegas.com 작업 기간: 2년

공개일: 2014년 8월

딱딱한 디지털 기술이 아닌 �감성형� 디지털을 호텔 리노베이션에 입힌 디스트릭트의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프로젝트 개요

SLS 라스베이거스(정식 명칭은 SLS 호텔앤 카지노 라스베이거스. 앞으로는 SLS 호텔로 통칭한다)는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호텔 및 카지노 시설이다. 1952년 10 월 7일 설립 이후 당대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드나들며 명성을 얻었다. 2011년 5월까지

사하라 호텔앤카지노란 이름으로 운영되었으 며, 리모델링을 거쳐 2014년 8월 SLS 호텔 로 새로이 문을 열었다. SLS 브랜드로 변경 후 라스베이거스 의 타 호텔과 차별화를 위해 디지털 미디어를 결합한 다양한 영상과 멀티미디어 기능을 호 텔 내·외부에 시도하였으며, 단순히 보는 디 지털 기술에서 벗어나 엔터테인먼트적 요소 를 강화하여 보다 세련되고 절제된 디자인과 함께 시각적 조화를 이루었다. 위와 같이, 디 스트릭트는 SLS 호텔 내 위치한 일곱 곳의 솔루션 제작을 위해 LFD, LED 그리고 프로 젝터 등의 하드웨어 장비 및 소프트웨어를 결 합한 디지털 미디어 솔루션 구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다. 우리는 먼저 새롭게 개방한 SLS 호텔 의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열중했다. 그 동안 SLS 호텔이 쌓아온 역사적 헤리티지 와 브랜드로열티를 영위하면서, 라스베이거 스에 위치한 타 호텔과 차별화되는 지점을 찾 아야 했다. 그 결과 �Seeking Lost Souls� 즉, �잃어버린 꿈과 상상력을 찾기 위한 여행� 이라는 상위 컨셉을 떠올렸다.

사하라 호텔은 비틀스, 엘비스 프레슬리 등 당대 최고의 아티스트가 공연했던 장소인 동 시에 카지노와 엔터테인먼트의 도시인 라스 베이거스 한가운데 위치해 있었다. SLS 호텔 의 특징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 두 가지 요 소를 결합하자 �우리들의 숨겨진 무의식 세 계. 숨겨진 라스베이거스의 역사. 예상치 못 한 유머러스함이 공간 속에 숨 쉬는 곳�이란 결론이 도출됐다. 당시 라스베이거스에는 화 려하고 뛰어난 주변 환경을 살린 호텔들은 많 았지만, 유머러스함까지 녹여낸 곳은 없었다. 우리는 이 호텔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특별 한 경험을 정의하고, 이를 세련된 방법으로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에 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는 결론을 내렸다.

㈜디스트릭트 홀딩스 D�STRICT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을 통해 혁신적인 공간기반 사용자 경험(UX)을 디자인하는 회사

2004년 설립해 2008년까지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의 웹사이트·모바일 서비스를 제작했다. 2009년부터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프로젝션 맵핑 등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마케팅 서비스 시행하면서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2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테마파크인 라이브파크를 런칭했다. 디스트릭트의 핵심 경쟁력은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이해해 콘텐츠 제작의 전반을 책임진다는 점이다. 현재는 특정 주제의 콘텐츠(IP)를 소재로 엔터테인먼트 공간을 구현하는 디지털 테마파크 사업과 하이엔드 HIGH-END 부동산 및 브랜드를 대상으로 한 �공간 기반의 디지털 경험 디자인�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SLS HOTEL LAS VEGAS, GUEST EXPERIENCE DESIGN

디지털 미디어 솔루션 구축

크리에이티브: 디스트릭트 홀딩스 D�STRI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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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박소연 정리: 김세리

PROJECT 142


LUCILLE CLERC lucilleclerc.com 작업 기간: 진행 중

일러스트레이터 루씰 클러크가 세상의 식물을 구현한 정령, 코다마를 스크린 제작한 뒷이야기를 전한다.

코다마의 발견 코다마는 자연 사랑에 뿌리를 내린 나의 개인 적인 프로젝트다. 자연과 관련된 전설과 전통 을 연구하던 어느 날, 나는 일본 민속 신화에 등장하는 숲의 정령 코다마를 알게 되었다. 이 일본 정령은 세상의 식물과 숲, 다육식물, 해조류, 열대다우림, 맹그로브와 활짝 핀 꽃 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식물군을 구현한다. 여기에 영감을 얻어 나만의 코다마를 그리기 로 결심했고, 이를 스크린 인쇄물로 제작하기 로 했다. 내가 그린 코다마 속 나무들은 대체로 평화롭지만 때로는 자연을 대하는 우리의 태 도 때문에 심술을 부리기도 한다. 이들은 반 인간, 반 식물인 상태로 우리의 정원과 도시 의 작은 풀 한 포기에 숨어 살면서 자연과 인 간의 관계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상기 한다. 내가 살던 프랑스의 작은 마을은 이런 나의 자연 사랑에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 집 은 소를 키웠고, 어렸을 적의 난 늘 숲에 둘러 싸여 자랐다. 땅은 기름지고 사람들은 채굴과 목재 산업에 종사했다. 도시에서 15년을 살 고 있지만 여전히 유년시절을 보낸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다. 바닷가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바다를 보고 살아야 하는 것처럼 난 숲과 들 판과 함께여야 한다.

자연의 이미지 우리 집 정원뿐만 아니라 런던과 프랑스의 식 물원에서 식물들을 스케치하는 것은 나의 오 랜 취미다. 내 아카이브 안엔 매우 많은 스케 치가 있는데, 코다마 작업에서도 몇몇 작품이 큰 활약을 해줬다. 나는 몰스킨과 파브리아노 스케치북을 주로 사용한다. 이들 스케치북의 판형과 종이 품질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색이나 결이 있는 종이를 선호한다. 화려하 지 않아도 좋다. 벼룩시장에서 산 오래된 노 트북에 그리는 것도 상관없다. 아, 다만 흰 종 이에 그리는 것만 뺀다면. 그림은 볼펜이나 빅BiC, 무인양품의 샤프펜슬로 그리는데 0.5mm에서 3mm의 아주 두꺼운 것까지 다양하게 사용한다. 종 종 여러 강도의 흑연을 쓰기도 한다. 물감은 윈저앤뉴튼 수채화 물감과 르프랑 리넬 과슈 lefranc linel gouache 물감을 쓴다. 모든 요소는 손으로 그린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매우 섬세한 작업이지만, 세세한 부분들을 그 리면서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다. 이때는 거 의 최면과 비슷한 상태가 되는데 마음이 진정 되면서 꽤 중독성도 있다. 드로잉이 완성되면 스캔하여 포토샵에서 이들을 정렬한다.

루씰 클러크

LUCILLE CLERC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자연을 사랑하는 프랑스 아티스트다. 런던에 기반을 둔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공부했고, 클라이언트로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 포트넘 앤 메이슨, 막스 앤 스펜서, 로렌스 킹 출판사와 DC 코믹스가 있다.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는 가상현실 게임 제작사 RGB 스킴에서 근무한 바 있다.

KODAMA: SCREENPRINTED JAPANESE SPIRITS

코다마: 일본의 정령을 스크린 인쇄하다

크리에이티브: 루씰 클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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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D SERIES

D&AD와 <CA>가 협력한 특별 시리즈 4부로,

글: 톰 매닝

TOM MANNING 번역: 박소연 정리: 김세리

디지털 아이디어를 문제 해결 전략으로 바꾸는 비법과 D&AD가 수여한 뉴블러드 수상작품을 소개한다. D&AD 시리즈 주제 개요

1부: 두려움과 자신감 대개 이 둘은 서로 연관되어 있는데, 그것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 1부는 왜 대담한 행동이 창의력의 중요한 재료가 되는지 밝힌다. 2부: 창의적인 브리프를 수행하는 비법 두 번째 파트에서는, 디자인 브리프를 따르는 것이 왜 곧 청중들을 이해하는 것이며, 이가 파티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과 어떻게 비슷한지에 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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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돈과 행복 사이에서 균형 이루기 지난 호에서 우리는 커리어의 최종 목표를 정하는 일의 중요성과, 이것이 돈을 버는 행위와 굳이 연과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뤘다. 특집 이번 달 특집에서 다룰 프로젝트는 세계 각국 학생들이 창작한 흥미진진한 D&AD 2016 신인 디지털 작업에서 나온다.


D&AD는 크리에이티브·디자인·광고 등 유럽 지역을 대표하는 글로벌 광고회사다. 해마다 세계의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뉴블러드 어워드 NEWBLOOD AWARDS를 개최하며 권위 있는 광고제로 명성을 떨친다. <CA>는 D&AD와 협력 하에 10부작 시리즈를 기획하여, 디자인

TOM MANNING dandad.org

글로벌 광고 회사 하바스 런던 Havas London에서 경력을 쌓고 2016년 10월 D&AD 신임 이사로 선정되었다. 인터넷에서 읽을거리를 서핑하고 디자인과 코드를 직접 설계하며 시간을 보낸다.자전적인 이야기를 3인칭으로 서술하기를 좋아한다.

2016 뉴블러드 어워드 신인 디지털 작업 수상작

탐스: 여행하는 발바닥 니콜라스 쿠게Nicholas Kugge와 데니스 엥겔Dennis Engel의 프로젝트로 탐스의 NGO 단체와 함께 일할 청년들을 모집하는 봉사 여행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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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시계 Crimewatch: 범죄에 대한 대화 캐서린 크로커Catherine Crocker의 프로젝트는 왓츠앱을 통해 범죄 사실을 알림으로써 영국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한다.

HOW TO BE MORE INTERESTING THAN NETFLIX

톰 매닝

업계에서 젊은 디자이너로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231호에 소개된 2부와 3부의 주제는 각각 �창의적인 브리프를 수행하는 비법�과 �돈과 행복 사이에서 균형 이루기�였다. 이번 4부에서 톰 매닝은 디지털 아이디어를 문제 해결 전략으로 바꾸는 방법에 대해 공유한다. 아울러 뉴블러드 어워드 수상작 중 세계 각국의 학생들이 창작한 신인 디지털 작업을 함께 소개한다.


취재: 홍슬기

<CA>와 디자이너 임헌우가

INSPIRATION-BOOK

파랑의 역사

미셸 파스투로

MICHEL PASTOUREAU 옮긴이: 고봉만 / 디자인:박권웅 / 출판사: 민음사 가격: 16,800원

파랑의 역사를 따라가보면, 내가 알고 있던 파랑에 대한 고정관념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파란색이 한때는 분명 존재하지만 �없는 취급�을 받은 색상이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파랑은 그저 일상에 항상 존재했던 색상 중 하나가 아니라, 그 속에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인류의 역사를 담고 있었다. �색� 너머의 파랑은 내가 그동안 알지 못한 파랑이었다. <파랑의 역사>는 파랑을 중심으로 문명의 변천사를 보여준다. 미개한 색이었던 파랑이 다른 색보다 월등히 사랑받는 색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차례로 담겨 있다. 본 도서를 통해 우리는 �색�이라는 것이 무엇보다도 사회적인 현상임을 알 수 있으면서도, 현시대를 살아가며 마주치는 색채의 의미와 가치 체계 중 무엇이 반복되고 변천되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취직하지 않고 독립하기로 했다 젬 바턴

GEM BARTON

한국어판 인터뷰어: 정성갑, 임나리 / 옮긴이: 오윤성 디자인: 이희영 / 출판사: 시공사 / 가격: 14,000원

이 책의 저자 젬 바턴은 많은 직장인들이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다른 일�을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말한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일은 저 멀리 따로 있고, 지금 하는 일은 그 일을 위한 밑거름일 뿐이라는 생각 말이다. 당신은 이 말을 듣고 조금 뜨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저 뜨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저 멀리에 있던 �다른 일�을 오늘의 �지금 일�로 만든 젊은 디자이너들의 이야기가 여기 담겨있다. <취직하지 않고 독립하기로 했다>는 자기계발서가 으레 하는 원론적인 말이 아닌, 디자이너 본인들의 경험으로부터 나온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조언을 담고 있다. 우리 모두는 내 마음이 하고 싶은 일을 다들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이 책은 그 어려운 길을 선택한 국내외의 젊은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통해 한번 더 잊지 말 것을 상기시킨다. 무엇을? 당신의 마음에서 정말로 원하고 있는 그 일을!

오늘이 마감입니다만: 1미터 안에 아이디어가 있다 크리스토프 니먼

CHRISTOPH NIEMANN 옮긴이: 신현림 / 디자인: 오필민 / 출판사:월북 / 가격: 1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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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들은 언제나 창의적인 결과물들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늘 고민하며 괴로워한다. 이를테면 �내 작품은 남들 것보다 신선한가?� �내가 봐도 내 그림이 재미가 없어� 등과 같은 고민 말이다. 당대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크리스토프 니먼 또한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다. <오늘이 마감입니다만>은 이 책이 그의 고민 그 자체이며, 그가 그 고민들을 해결하는 과정이며, 고민 끝에 내놓은 결과물이다. 저자의 유머러스하면서도 재기 발랄한 일러스트가 가득 담긴 본 도서는 짤막한 리듬으로 지루할 틈 없이 독자의 집중력을 내내 유지시킨다. 마감이 코앞인데 머릿속은 텅 비어있을 때, 언제 올지 모르는 영감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현실도피 중인 가련한 아티스트들에게 이 책은 도움이 될 것이다. 니먼은 �기술과 연습에 의존하는 건 천재적인 예술가가 되는 것에 비해 훨씬 덜 매력적이지만 미치지 않으려면 훌륭한 전략�이라고 말한다. 맞다, 맞는 말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니먼의 멋진 아이디어 노트를 참고하자. 그리고 연습하자.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는 책�을 추천한다.

스펜트

우리 기억 속의 색

YUVAL NOAH HARARI

GEOFFREY F. MILLER

MICHEL PASTOUREAU

유발 하라리 김영사

디자인은 결국 사람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것이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자인은 인문학이다. 인간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디자인에 대한 이해 역시 요원할 것이기에. 디자인이 인문학이라는 명제에 동의한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 유발 하라리 교수가 쓴 <사피엔스Sapiens: A Brief History of Humankind>일 것이다. 인간의 진화를 소위 말하는 빅히스토리의 시각에서 저술한 책으로 �우리�와 �나�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 물론 이 책에서 디자인에 관한 직접적 영감과 아이디어를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하지만 사람에게 기초 체력이 중요하듯이 이 책은 디자이너에게 생각의 기초 체력을 제공해 줄 것이다.

제프리 밀러 동녘사이언스

디자인을 알기 전에 먼저 인간을 알아야 한다. 정확히 인간의 욕망을 먼저 알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마케터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윈이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문장으로 시작되는 <스펜트Spent>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찍이 바버라 크루거Barbara Kruger가 주장한 �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 I Shop, Therefore I Am�라는 선언에 주목해 본다면 이 책의 미덕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상품이거나 서비스거나 관계없이 인간은 구매하는 것으로 자신의 �생물학적 잠재력을 무의식적으로 광고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책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타인에게 과시하려 하는 핵심 형질들을 정의하고 그 개념을 설명해간다. 그럼으로써 인간이 무엇을 사고, 왜 그것을 사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미셸 파스투로 안그라픽스

디자인을 하면서 색채의 중요성을 모르는 디자이너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왜 그 색을 쓰는가?�라는 질문에 상투적인 답변만 생각난다면 미셸 파스투로의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저자는 역사학자로 색의 역사와 상징을 연구해왔고 이 책은 그 결과이다. 2010년 메디치 상 에세이 부분을 수상한 이 책은 신화와 상징에서부터 예술과 문학, 유행과 패션에 이르는 색의 다양한 스펙트럼과 그 역사에 주목하고 있다. 무슨 색은 어떤 감정을 유발한다는 식의 천박한 색채 공식에 지친 디자이너들에게 강력하게 일독을 권한다. 색을 알려거든 색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그 기원을 끝까지 추적해보지 않는다면 색의 물리적 특성만을 색의 전부라고 착각하는 우를 범할 것이기에.

INSPIRATION-BOOK

사피엔스

임헌우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시각디자인과 전임교수 및 계명대학교 디자인센터 센터장, 디자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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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를 버리세요 (나남 2014), 멋지게 실수하라(시공아트 2014 번역 및 디자인), 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 (나남 2007)를 비롯해 인문학콘서트2(이숲 2010 공저) 등의 책을 펴냈다.


취재: 홍슬기

분열된 영토들: 1989년 이후 아시아 미술

Territories Disrupted: Asian Art after 1989

김동수

mmca.go.kr

포스터 100

fb.com/poster100

<CA>는 국내에서 제작되는 포스터를 수집하여 게시 및 아카이빙하는 페이스북 계정 <POSTER 100>을 운영하고 있다. 2-4월간 수집한 포스터 중 한 작품을 선정하여 소개한다. 페이스북 메신저 혹은 press@cakorea.com으로 참여를 신청할 수 있다.

INSPIRATION-POSTER 100

김동수의 포스터를 보고 있자면, 망망대해에서 밝은 빛을 발견하여 그것을 따라가는 것만 같다. 금색의 심벌은 미묘한 굵기 변화로 약한 빛이 아니라 어딘가 견고한 느낌을 더한다. 정말로 �스파크�의 느낌이다. 푸른 배경에 금색 심벌이 하나만 놓여있을 때와, 세 개가 놓여있을 때, 그리고 열 한 개가 놓여있을 때의 느낌은 각각 다르게 다가온다. 하나의 스파크가 점점 모여 결국엔 바다를 잇는 길이 되고,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되며, 표류하는 누군가에게는 빛이 된다. 가늘지만 분명히 나아가는 금색 심벌의 모습은 심포지엄의 주제이기도 한 1989년 이후 아시아 미술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금색 심벌은 자신의 생김새처럼 어느 방향으로도 나아갈 수 있다. 자신들만의 스파크를 터뜨리며, 각자의 방향을 찾아 뻗어나가는 아시아 미술의 모습을 형상화 한다면 바로 이런 모습일 것이다.

디자인 과정

김동수가 작업 뒷이야기를 전한다.

이 포스터는 전시와 전시 사이의 짧은 기간 동안 작업된 결과물이다. 4월 4-5일 심포지엄 <분열된 영토들: 1989년 이후 아시아 미술>의 디자인 작업은 3월 31일 과천관 개막인 <레슨 제로>전과 일정이 겹쳤다. 미술관의 인하우스 디자이너라면 무엇보다 전시가 중요하다. 개막이 코앞인 전시를 바라보면서 다른 작업에 손을 대기엔 심적 부담이 컸다. 나는 보통 전시 그래픽 작업을 시작하기 전 무언가가 나올 때까지 (그분이 오실 때까지) 낙서하며 계속 담배를 태우는데, 운이 좋게도 <레슨 제로>전의 전시 개요를 살펴보며 낙서를 하다가 갑자기 심포지엄의 맥락이 잡혔다! 심포지엄의 개요를 짧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1980년대 이전까지는 서구와 비서구의 오랜 위계가 존재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며 탈식민주의·다문화주의 이론이 등장한 이후, 중심과 주변의 위계가 무너지고 아시아권 국가들이 서양 미술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지역으로 나누어지면서 자신들만의 특색을 갖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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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색은 왜 쓰였나�와 같은 보통의 질문에, 난 대답을 잘 못하는 편이다. 하지만 여기 미술관에는 나의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멋진 분들이 계신다. 그분들의 도움을 받아 포스터에 대해 말하자면, 배경의 푸른색은 '바다�다. 지구는 육지보다 바다가 많다. '지구'보다 �수구�라고도 말할 수 있다. 푸른색은 다섯 개의 대양-오대양을 뜻한다. 금색의 심벌은 쓰임새가 다양하다. 나란하게 이어 붙였을 때는 아시아 미술의 네트워크와 시너지를, 단독으로 사용되었을 때는 문화가 만나서 이루는 스파크(충격)를 뜻한다. 이 심벌을 이용하여 패키지, 캔버스 백, 파우치, 배너 등을 제작하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캔버스 백이 포스터보다 훨씬 인기가 좋다는 점이다.


번역: 문가용 정리: 김세리

스스로 가르쳐라

스나스크

SNASK

snask.com

봄이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봄이 똑같지는 않다. 스나스크는 스웨덴 출신인데, 여기는 봄에도 하늘이 어둑어둑하다. 어두워도 불을 켜놓고 일할 수 있지만 그 덕분에 잠들기가 더 쉽기도 하다.

Q&A

Q: 스나스크 멤버들은 전부 대학 전공자들인가요? A: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대학 경험을 전부 가지고 있거든요. 대부분 해외에서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것: 친절한 행동

매일 사소하고 작은 부분에서 누군가의 친절을 발견한다는 건 매우 기분 좋은 일이다. 좀 식상한 표현이긴 하지만, 평범한 일상에서 자기 일을 충분히 해내면서 타인을 도울 수도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가장 싫어하는 것: 실패한 리브랜딩

재능이고 실력이고 뭣도 없으면서 디자이너라고 하는 에이전시들. 그런 에이전시들을 멋모르고 찾아가 리브랜드를 맡겼을 때의 결과물은 정말 끔찍하다. 아이덴티티에 대한 개념도 파괴되고, 그저 반짝반짝하고 지루한 그라디언트만 범벅된 괴물이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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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스나스크는 전에 없던 새로운 시각으로 업계의 기존 생태에 도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매력적인 미소, 그리고 진실한 감성을 좋아하며 고리타분하고 보수적인 가치관이 이 세상을 지루하게 만드는 가장 큰 적이라 생각한다.

이달의 적: 어둠

SNASK

기술의 발전이 너무도 빨라 앞 세대들은 더 이상 쫓아가려고 애 쓰지 않는 단계에까지 왔다. 실례로, 대부분 사람들은 오늘날 유 명 브랜드가 어떤 방식으로 이익을 거두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예전만 해도 당시의 사람들은 유명 회사들이 어떻게 돈을 벌어들 이는지 상식처럼 당연하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구글이나 페이스 북이 어떻게 천문학적인 돈을 버는지, 우리가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런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의문이 앞선 다. 아니, 어떻게 이용해야 할 것인가가 더 정확할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는 학습이다. 기술이 무시무시하게 보일 지 모르겠으나 정보를 공유하는 속도가 훨씬 빨라 마음만 먹으면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한 지식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지침서도 엄청 나게 많다. 온라인 강의도 그리 비싸지 않다. 기술의 발전 때문에 누구나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분명히 포토샵 하나를 익혔다고 디자이너가 되는 건 아니 다. 디자이너 흉내를 낼 수는 있을지는 몰라도 �실력 좋은 디자이 너� 수준에까지 이르지는 못할 것이다. 디자이너가 되려면 포토 샵만이 아니라 구성, 타이포그래피, 여백에 대한 개념도 파악하 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지침서 몇 장으로 다 익힐 수 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자면, 디자이너 타이틀을 가지 고 있는 사람이 지금 지나치게 많다. 그 때문에 틈새 분야에 대한 �스페셜리스트�가 더 각광을 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 타이포그래 피를 1만 시간 연습했다고 할 경우, 그 분야에서 프리랜서 작업 하나를 의뢰받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또, 디자인 의 역사와 이론에 관한 책들을 틈틈이 공부하면서 지적인 부분도 채워나갈 수 있다. 여기에 디자인 교육 과정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요즘엔 1년짜리 아트 디렉터 과정도 생겨나고 있 다. 물론 1년 만에 누구나 아트 디렉터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솔직히 말해 1년은 터무니없는 기간이다. 그 과정을 마쳤다고 해 서 아트 디렉터 명함을 가지고 디자인 업계를 돌아다닌다면 오히 려 놀림거리가 될 것이다. 다만 배움 그 자체로썬 이런 단기 교육 과정도 시도해봄 직 하다는 것이다. 배울 방법이 다양하게 생겨 나고 있으니 이것저것 최대한 시도해보는 건 절대 나쁜 방법이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닥치는 대로 다 공부하고 배울 수는 없 다는 것! 전문화하고 싶은 기술이나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러스트레이션은 혼자서 연습해보는 게 굉장히 중요한 분 야이지만 타이포그래피는 좋은 선생님 밑에서 배우는 게 제일 좋 다. 이미 튜토리얼과 책은 넘쳐나므로, 잘 아는 전문가 친구 한 명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시작이다. 그런 점에서는 학원이나 대 학 수업이 좋은 통로가 된다.


그레그 퀸튼

희귀한 새들

GREG QUINTON

더 파트너스 The Partners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이콘 시리즈

상징적인 디자이너가 관심을 둔 창의적인 분야를 파헤치는 시리즈로, 그레그 퀸튼은 25년 전 우연히 발견한 새에 관한 작은 책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고 말한다.

ICON

집을 구하는 건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전 에는 더 심했다. 당시 집을 구하려면 끝도 없이 발품을 팔아야 했 고, 노력한 만큼 성과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었다. 먼저 살고 싶은 동네가 정해지면 그 동네의 지역 신문을 전부 구매해 매물 소식 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읽은 후, 전화번호부 안에 나와 있는 모든 부동산의 문을 두드리고, 또 집 하나하나를 직접 둘러보고… 이 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25년 전 런던에서 이런 방식으로 집을 구하다가 우연히 찾아낸 책 한 권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당시 난 지역 신문을 사려고 신문가게에 앉아 있었다. 계산 대 옆에는 키켓 초콜릿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 바로 옆엔 작은 책 들이 쌓여 있었는데, 맨 위에 놓인 책에 눈이 갔다. 엷은 파란색 표지에 까만색 잉크, 아주 기본적인 타이포그래피와 거친 스테이 플러 바인딩 등 당시 기준으로 보아도 결코 잘 만들어진 책이 아 니었다. 제목은 �나의 사랑스러운 새 책 My Charity Bird Book� 으로, 집어서는 안 될 책이 분명했다. 그런데도 내 안의 무언가가 강하게 재촉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손을 뻗고 있었으니. 책은 온통 새들의 라인드로잉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귀엽기도 하고 순수하기도 하고 매력적인 그림들이었다. 무엇보 다 새를 곧이곧대로 그려놓지 않았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새 이름을 딴 언어유희가 잔뜩 배어 있었다. 예를 들어 대머리독 수리는 털이 다 뽑혀 놀란듯한 표정으로 그려졌고, 귀 짧은 올빼 미는 자기의 긴 귀를 겨누고 있는 가위를 불안하게 쳐다봤다. 검 은제비갈매기 (black tern)는 새가 아니라 아예 검은색 �우회전 (turn)� 교통표지판이었다. 이런 참신한 아이디어 스케치가 62페 이지나 계속되었다. 그 깜찍한 라인드로잉도 그렇지만 작가의 유 머러스한 아이디어도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일러스트레이터의 이름은 시몬 페이션트 Simon Patient 였다. 작품을 보건대, 새에 대한 열정이 매우 강한 사람임이 분명 했다. 그러나 새를 쳐다보느라 아무것도 못하는, 그런 얼빠진 사 람도 아니었다. 책의 맨 뒤 페이지로 넘어갔을 때, 사진을 찍고

있는 어떤 청년의 사진이 나왔다. 시몬이었다. 당시 겨우 열네 살 이었다! 충격이었다. 그저 그림을 잘 그리거나, 위트가 뛰어나서만 이 아니라, 그 아이디어로 이렇게 책까지 펴낼 정도의 사업가적 기질이 놀라웠다. 열네 살 때의 나는 자전거나 타면서 동네를 쏘 다니기나 여느 아이들처럼 유치하고 쓸데없는 것 (기억도 나지 않는다)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 후로 나에게도 변화가 일어났 다. 이 사춘기 소년에게 반해버린 것이다. 그 마음을 표현하고자 청소년 조류학자클럽 Young Ornithologists� Club을 통해 감 사 카드를 보냈다. 그 후로 나는 이사를 세 번이나 했고, 그때마다 그 책을 훑 어보곤 했다. 시몬이란 이 친구, 아직도 새를 재미있는 눈으로 관 찰하고 있을까? 궁금해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세상 에 10대 때 가졌던 호기심을 어른이 되어서까지 이어가는 사람 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런 상상만 하다가 이번 주, 인터넷이란 신기한 발명품의 도움을 받아보기로 했다. 시몬의 책을 만난 지 25년 만의 결심이 었다. 시몬 페이션트라는 이름을 검색했는데… 이게 웬걸. 그는 지금도 새들을 열정적으로 관찰하고 있었고, 그때보다 더 큰 카 메라를 가지고 있었다! 인간에게는 여러 가지 행복의 모양이 있고, 그중 하나는 열정을 쏟을만한 곳을 찾아 에너지를 투자하는 것이다. 그런 점 에서 보면 시몬은 운이 좋은 녀석이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에너지를 부을 곳을 찾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누구나 다 그렇게 운이 좋을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저 언제고 어떻게든 그런 분야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 열정을 바칠 수 있 는 것이 직업이 된다면 당신은 시몬보다도 더 운이 좋은 사람일 수 있다.

그레그 퀸튼이 보물처럼 찾아낸 책의 일부 페이지. 새들을 순수한 느낌의 일러스트레이션과 언어 유희로 표현해낸 것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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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G QUINTON 김동수 김택현 NICO INOSANTO D'STRICT HOLDINGS LG2 LAURA SNOAD LUCILLE CLERC RICHARD BAIRD MARK BONNER METAFIZZY 박동윤 박효원 버드나무�브루어리 봉재진 석지훈 송호종 SNASK ADRIAN SHAUGHNESSY OUTPUT AXOO 안상수 OTM LABORATORY ONLY 원성준 WASTE STUDIO 임헌우 JENNA ARTS JONYRIBIT JOHN KAHRS JULIA SAGAR ZENA BRUGES 최수경 CATERINA BIANCHINI KELLI ANDERSON THE COLLECTED WORKS CLEMENTINE CARRIERE TOM MANNING TOM MAY FLORENCE BLANCHARD FILIP POMYKALO 한강예술공원�쇼케이스 HAPPYCENTRO HEYKI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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