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매거진 CA #211 '디자인 작업에 당신만의 요소를 더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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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번역 — 김도연 취재 — 장유진, 전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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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디자인 트렌드와 새롭게 등장한 디자이너,

최근 개최된 디자인 행사와 신간 도서

컬쳐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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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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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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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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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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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CULTURE

하드 카피 패션 — 디지털 디자인 툴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패션 컬렉션

‘퇴폐한’, ‘비뚤어진’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재정의되고 있다. 컴퓨터의 도움을 받은 디자인과 3D 프린팅 기술이 접근하기 싶고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분야의 디자이너들이 디지털 과정 중 발생하는 우연적인 미학을 적극 활용한다. 디지털 소프트웨어의 그리드와 와이어프레임 그래픽에서 영감을 받은 노아 라비브는 하드 카피(Hard Copy) 패션 컬렉션을 만들어냈다. 라비브는 3D 프린트와 모노크롬의 선들로 이뤄진 패턴을 섞어 시각 환상을 만들어냈다. 크고 불안정한 형태가 몸을 감싼다. 오간자 천에 두꺼운 검정 테두리를 쳐서 삼차원의 형태가 납작해 보이도록 추가적인 왜곡을 더했다. 비대칭적인 실루엣은 부러지고 갈라진 고전 조각품에서 영감을 받았다. 컬렉션의 미적 퇴폐함과 문제들을 보여주는 컬렉션의 시각 방향성에도 이 부분이 드러나 있다. 디지털 디자인 과정을 솔직하게 보여주겠다는 라비브의 헌정사는 퇴폐적이고 중대하며 동시에 끊임없이 생산적인 디자인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노아 라비브

NOA RAVIV NOARAVIV.COM

시간은 흘러

마감 시간은 항상 빠르게 돌아온다. 디자인 업계의 누구든 말해주겠지만, 시간 관리는

본인의 창의성만큼 중요하다. 창의적인 활동을 하면서 시간 관리를 하기 위해 어플이나 기기,

꾸물거리는 습관을 고쳐줄 완벽한 해결책

웹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손에 직접 잡히는 물건으로 관리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블루 리본 제너럴 스토어에서 만든 이 모래 시계는 아름답고 단순하다. 은근하면서 우아한 서체를 사용하고 있고 5분, 15분, 30분 단위로 출시되었다. 4.75인치에서 시작해

7.25인치까지 커지지만 가장 큰 30분 단위도 책상 위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작고 매끈하다. 유리로 만들어진 이 제품은 연약한 만큼 환상적이기 때문에 아무리 시간이 부족하고 급하다 해도 소중히 다뤄야 한다. 세 개를 한꺼번에 40달러에 구매할 수 있으므로 작은 인테리어 소품을 위해 큰 지출을 하지 않아도 된다.

모래시계

SAND TIMER — 제작: 블루 리본 제너럴 스토어(BLUE RIBBON GENERAL STORE) 가격: 7-12달러 구매: BLUERIBBONGENERALSTO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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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외세의 개입 없이 조선이 개화했을 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미녀와 야수> 등 잘 알려진 서양 고전 동화의 주인공에게

한복을 입힌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일러스트레이터 흑요석이

새롭게 상상하는 한복의 시대 - 피어오르다

아름지기 산하의 전통문화 연구소, 온지음 옷공방과 함께 흥미로운 전시를 선보였다. 작년 여름부터 그는 외세의 개입 없이 스스로 개화를 겪는 1830년대 조선을 배경으로 한 작가 나승규의 소설 <포목점 은여우의 연애기담>의 삽화를 맡으며 새로운 한복의 변화상을 다채롭게 표현해왔다. 그런 와중에 전통 한복에 대한 고증과 자문을 해주던 온지음 옷공방의 연구원들과 이번에는 아예 소설 속 가상의 한복을 사람이 입을 수 있는 실물로 구현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턱시도 재킷을 저고리처럼 이용한 무도회용 한복, 서양식 리본으로 장식한 전모, 크리스털을 이용한 노리개, 서양식 플로럴 패턴을 이용한 나들이용 복식 등 자주 개화가 불러온 서양과 조선의 오묘한 만남은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새롭게 상상하는 한복의 시대 - 피어오르다 — 일시: 2015년 5월 9일-6월 2일 장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통의동 아름지기 사옥 턱시도 자켓을 입은 소녀, 2015

참조: 입장료 5000원, 단 한복 착용 시 무료.

디자인의 가치를 알기 전에는

우리는 물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소비하는가? 단지 디자이너와 브랜드의 유명세 때문에

비싼 값을 주고 산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물건의 디자인에 담긴 이야기와 그 가치를

제발 사지 마세요!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소비했다면 겉만 번지르르한 쓰레기를 산 것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한국 디자인 제품을 전 세계에 유통하며 그 매력을 알리고 있는 기업 노태그가 기획하고 예술감독 홍승표의 디렉션 아래 아티스트 그룹 37플랫폼이 참여한 <제발 사지 마세요!

Plz, Don’t Buy It> 전은 디자이너의 철학과 숨은 이야기를 친절히 소개하며 능동적인 구매로까지 연결하는 독특한 스토어형 전시다. 스스로 발광하며 안전을 지키는 자전거 의류, 복부 비만을 손쉽게 파악하는 위트 있는 양말, 비눗물에 물고기가 살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한 친환경 비누, 진짜 꽃처럼 향기를 내뿜는 디퓨저 연필, DIY로 갓을 교체할 수 있는 램프까지 그 기능과 아이디어가 남다른 제품들은 각자의 특성을 여러 가지 전시 문법을 통해 선보인다. 제발 사지 마세요! PLZ, DON'T BUY IT —

손으로 마음껏 만지며 체험한 전시품들은 현장 구매가 가능한데 서울시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아 전달하는 행위는 마지막까지 우리에게 생각할 여지를 준다.

일시: 2015년 5월 7일-6월 29일 장소: DDP 살림터 1층 카페 1

노태그

NO TAG NOTAGGROUP.COM — 노태그(대표 최웅)는 국내 54개 디자인 브랜드의 제품 5000여 종을 전 세계 15개국, 600여 곳의 리셀러를 통해 수출하며 한국 디자인 제품의 해외 진출을 돕는 스타트업 회사다. 런던, 서울, 실리콘밸리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노태그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국내 직영샵과 온라인 사이트를 오픈해 한국 디자인을 발굴하고 알리는 역할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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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위치한 플렌티 스튜디오는 맞춤 제작된 공간이다 바쁘게 움직이는 도심을 6층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플렌티는 학생 신분을 졸업한 지 꽤 오래 되었지만

플렌티(Plenty) 스튜디오는 잔잔한 평화의 공간이다.

팀의 많은 인원이 매주 수요일마다 종이나 칠판(4)을 들고

리오 데 라 플라타 강 옆의 인파를 바라보거나 리버플레이트

드로잉 수업을 들으러 간다. 드로잉 능력을 향상시키기

스타디움에서 쏟아져 나오는 팬들을 볼 때도 플렌티는

위해서다. “저희는 항상 수련 중이에요. 스스로를

항상 멋을 유지하고 있다.

가르치기도 하고 작업량이 적을 때는 그룹 단위로 훈련을 하기도 해요.” 알피에리가 덧붙인다. “아르헨티나에는

마리아노 파리아스(Mariano Farias)와

팀의 성장을 돕는 전문가들이 있어요. 배움과 가르침에는

파블로 알피에리(Pablo Alfieri)는 2010년 힘을 합쳤고

끝이 없죠.”

2년 전 현재 사용 중인 건물로 거처를 옮겼다. “사무실을 알아보는 데에 많은 심혈을 기울였어요.” 파리아스가

이 수련법의 대부분은 스튜디오 도서관에 있는 책(5) 한 권을

말한다. “하루 8시간에서 9시간을 함께 일하면서 보내는

집어 들며 시작된다. “사방이 책, 문화로 둘러싸여 있다는 건

장소인데 작업이 잘되고 재미있으면서 항상 꿈에 그리던

굉장히 좋은 거예요. 뒤처지지 않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죠.”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 아이디어와 생각을

파리아스가 말한다. “가지고 있는 많은 책들에 우리가

표현하고 싶어지는 공간이자 모든 것이 편안한 공간이요.”

소개되어 있다는 것도 즐겁죠. 역사에 남겨질 일부에 기록되었다는 건 자랑스러워 할 일이에요.”

나무로 된 가구와 바닥은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고 리셉션을 지나 방문객들은 파리아스의 타이포그래피 작업으로 칠해진 맞춤 벽(1)을 볼 수 있다. “이사를 하면서 전체 스튜디오를 맞춤 제작했어요.” 알피에리가 말한다. “핑퐁 공간에서부터 플렌티의 정신을 담은 슬로건 타이포그래피를 위한 레터링까지 전체적으로 디자인했어요.” 플렌티는 6개월 전 남미 대륙의 거대한 예술 디자인 페스티벌 트리마르키(Trimarchi)에 참석하게 되었고 이를 위한 영상 모음집을 만들었다. 파리아스가 말한다. “우리는 영혼, 철학, 색깔, 작업 그리고 열정을 모두 더해 하나의 영상을 만들었죠. 입고 있는 오버롤(2)은 우리가 디자인과 애니메이션에 인생을 바치는 작업자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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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하기 위한 수단이었어요. 90퍼센트의 노력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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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퍼센트의 재능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요.” 라틴 아메리카 전체에서 5천명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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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을 위해 플렌티는 다섯 가지 디자인의 ‘마스 컬러(Más Color)’ 포스터(3) 천 장을 만들어 배포했다. 이들은 가동 활자의 세리그래피와 비슷한 앤티킹(antiquing)이란 기술을 사용했다. “라틴 아메리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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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나라들에서 락, 쿰비아, 또는 포크 행사를 홍보할 때 사용하곤 했어요.” 알피에리가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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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차곡차곡 엔클루드 스튜디오는 모든 방문자가 각각의 구성 요소로 모여 완성된 공간이다 엔클루드(nclud)는 디자인과 기술 융합에 힘쓰는

엔클루드의 작업 환경은 팀원들이 프로젝트의 처음부터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다. 디자이너, 개발자, 기획자로

끝까지 여러 활용 요소에 둘러싸여 있게 한다. 공간은

이루어져 있고 스튜디오는 이들 작업과 문화의 중요한

스케치북(3), 화이트보드 벽, 칠판 벽, 그리고 적을 수 있는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습관적으로 현재에 대한 의문을

유리로 채워져 있다. 어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던지고, 작업 공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사무실의 모든 부분을 활용할 수 있다.

크리에이티브 팀과 세계적인 건축회사가 손잡고 디자인한

“디지털 에이전시로서 우리는 주어진 매체 내에서 최대한

이 공간은 이들의 아이디어와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빨리 디자인 하는 것을 추구해요. 처음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주고 이는 클라이언트를 위한 혁신적인 해결책으로

시작부터 코딩과 디자인이 서로의 자극제가 되어야 한다고

이어진다.

생각하죠. 하루 종일 노트북(4)과 텔레비전 화면으로 가상 컨셉을 만들어 보곤 합니다.” 라헤이나가 말한다.

“현재 우리는 전세계의 지인과 친구들이 진행한 작업과 디자인으로 사방이 둘러싸여 있는 것을 좋아해요. 나아가

마지막으로 이 스튜디오의 가장 바쁜 공간 중 하나가

회사를 방문한 모든 산업 강연자나 방문자의 기념품도

바로 ‘바’(5)이다. 팀의 미팅을 위해서든, 디자인 비평,

모아놓고 있죠. 애런 드라플린(Aaron Draplin)이 그린

혹은 부리또를 먹으며 브레인스토밍을 할 때든 이 공간은

우주선 일러스트레이션(1)도 그중 하나고요.” 시니어

이들이 활동적으로 계속 생각하게끔 하는 역할을 한다.

기획자인 라헤이나 마에 몬도네도(Lahaina Mae

나머지 전체 사무실과 마찬가지로 이 공간은 협업에 방해가

Mondonedo)가 설명한다.

되는 벽을 없애고 모두가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든다.

레고 블록(2)은 팀이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다. 이들의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주제를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데에 자주 사용된다. 팀이 제안한 접근 방법이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 때, 이러한 친근한 물건을 통해 클라이언트를 더 합리적인 방법으로 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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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ARD VAN DER LAKEN

INSIGHT

사회적 디자인 인도주의적 의식을 일깨우며 사회적 변화를 주도하는 ‘디자이너의 시대’에 대해 말한다 나는 사람들로부터 디자인이란 과연 무엇인가란 질문을 자주 받는 편이다.

전세계적인 금융 위기는 디자이너들의 인식을 전환시켜주는 일종의

4년 전 ‘왓 디자인 캔 두’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부터 그 정도가 더 심해진 것 같다. 언제부터 음식이 디자인의 화두가 되었는가라는 질문에서부터

경종이 되었다. 금융 위기로 세상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곳이 되었다.

사회적 디자인이 무엇인지, 애당초 디자인이란 것이 모두 사회적인 것은

이 일을 하고 있는가?’, ‘내가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아닌지, 그리고 건축 역시 디자인의 범주에 속하는 영역인지 다양한

그리고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질문들을 받는다. 아마 창조론자들은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무엇인가?’ 등의 절대 피할 수 없는 존재론적인 질문에 직면하게 되었다.

나는 자연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손을

디자이너란 아름다움이나 심미적인 가치만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세상에

거쳐 간 모든 것들 말이다.

다양성을 제공하고 새로운 시각을 창조하며 사회적 문제와 편견의 해소를

그리고 세상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디자이너들은 ‘나는 무엇 때문에

위한 대안을 이끌어내는 직업이다. 그것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1995년, 나는 한 예술 전문 대학에서 디자인 공부를 마치고 졸업했다.

사람들이다.

학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들은 올바른 사회적 가치관, 사회적 화두에 대한 나의 주관적 입장, 형태적 표현, 디자인의 목적 및 성향,

급격하고 총체적인 변화의 시기에는 그때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그리고 그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한 접근 전략 등이었다. 그리고 접근 전략은

현상들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금융위기는 주택 건설 사업에 대한 급격한

예외 없이 모두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것이어야만 했다. 당시만 해도

투자의 감소를 불러왔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오히려 아주 훌륭하고

컴퓨터라는 것은 학교 교육에서 전혀 다루어지지 않고 있었고,

역발상적인 전략이 탄생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암스테르담에서는

컴퓨터의 사용법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조차 거의 없었다.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가 아닌 주민들이 건축가들과 힘을 합쳐 그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도시 개발 사업을 진행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단순히

결과적으로 주민들은 자신들이 살게 될 집의 건축 디자인에

컴퓨터가 디자인 도구로써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는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이와 더불어

사실 이상으로 우리는 전혀 새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물질적으로도 더 큰 이익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세계적인 금융 위기가 원인이 되어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해 혹은 그럼에도 사회에서 디자인의

디자이너들이 난민 문제 같은 인도주의적 문제에 대한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게 되었다.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을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디자이너들은 기능적인 혁신에 능할 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도

큰 틀에서 난민 캠프나 망명자들에게 매우 긍정적인 도움을

뛰어난 사람들이다. 특히 일반 사람들이 전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줄 수는 있을 것이다. 네덜란드의 예술가 얀 로투이젠(Jan Rothuizen)은

것들에 문제의식을 부여하는 일에 능숙하다.

이라크의 한 난민 캠프에서 본 그곳의 삶을 디자인 기법을 통해 생생하게 묘사해 놓았다. 그의 작업을 보면 소름이 돋을 정도이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기기의 수만 해도 20억여 대가 넘는 스마트폰

(volkskrant.nl/refugee-republic)

분야에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네덜란드 출신의 디자이너 바스 반 아벨(Bas van Abel)은 모바일폰 제조에 중요한 미네랄이 콩고에서

미국에서 활동 중인 사회적 디자인 기업 하이퍼랙트(Hyperakt)는 자신들이

얼마나 비인도적이고 자연 파괴적인 방법으로 채취되고 있는지를

기획한 ‘더 레퓨지 프로젝트(therefugeeproject.org)’를 통해 1975년부터

알게 되었다. 이에 그가 한 일은 애플이나 UN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난민 이민자들에 대한 이야기와 현황 정보를 제공해오고 있다.

페어폰(FairPhone)을 디자인하는 것이었다. 페어폰은 인간의 가치를 먼저

하이퍼랙트는 프로젝트를 통해 UN의 자료를 바탕으로 현재까지 발생한

생각하는 친환경 스마트폰으로 시제품이 나오기도 전에 3만개가

난민의 숫자를 보여주는 시각적 통계 자료와 함께 지난 40여 년 동안

팔려나갔다. 세상이 훌륭한 디자인의 가치를 바로 알아본 것이다.

발생했던 주요 난민 발생 사건에 대한 역사적인 배경을 설명해준다. 앞서 이야기한 모든 예들은 난민처럼 힘없는 약자가 처한 현실과 대부분이 겪고 있는 비인간적인 고통을 세상에 알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디자이너의 모범적인 활동 사례들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세상의 모든 것이 디자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리차드 반 데 라켄

RICHARD VAN DER LAKEN

지금 시대는 정녕 디자이너의 시대라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WHATDESIGNCANDO.COM DESIGNPOLITIE.NL

누구보다 디자이너가 앞장서서 문제의식을 일깨우고 자신이 속한 분야를

이끌어나가며 정부, 기업, 소비자, 사용자와 대중들과 함께 거대한 사회적 변혁을 주도해나가는 시대인 것이다. 나와 나의 동료 디자이너들 역시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 드 디자인폴리티에(DE DESIGNPOLITIE)의 공동 설립자로 ‘왓 디자인

이러한 시대적 과제에 동참할 준비가 되어있다.

캔 두(WHAT DESIGN CAN DO)’의 기획 및 총감독을 맡고 있다. ‘왓 디자인 캔 두’는 디자인의 사회적 영향력을 주제로 한 박람회인데 5월 21일부터 22일까지 암스테르담에서 열린다.

022


TOM DOUGHERTY

INSIGHT

디지털 시대를 위한 스타일 가이드 매체가 급속도로 다양해지고 있음에도 왜 브랜드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인쇄물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가 나는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짐작하고 있다. ‘10년 전에 했어야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문제는 ‘과연 디지털 브랜드 가이드는 어떤 방식으로

하는 이야기를 이제야 꺼내고 있군.’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제작해야 하는가?’일 것이다. 일단 PDF 문서 방식은 절대 피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면 클라이언트로부터

가이드 정보는 그 내용이 실제 적용될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것이

유행이 지나버린 브랜드 가이드라인 PDF 파일을 받고 있지 않은가?

매우 중요하다. 간단한 HTML 작업만으로 가이드 구성 요소들을

우리는 모두 이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로고 노출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고, 필요한 곳에 코드 조각(Code snippet)들을

금지 영역, CMYK 색상 가이드 등이 적혀있는 98쪽이나 되는 인쇄용 디자인

대입시켜 오류 발생을 최소화 시킬 수 있다.

가이드에 비해 맨 뒤에 잘 보이지도 않게 달랑 2쪽으로 대충 얼버무려 놓은 ‘디지털 가이드’는 오히려 우리에게 궁금증만 더해주기 일쑤다.

가이드 구성에 고려해야 할 사항들로는 로고 디자인(크기, 색상, 위치), 반응형 로고의 형태, 앱 아이콘 및 파비콘 등의 로고 아이콘, RGB 색상

다른 것도 아닌 브랜드의 시각적 노출 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에서

가이드, CSS 타이포그래피 스타일, 기본 마스터헤드 및 푸터, 아이콘 디자인,

지금까지도 디지털 매체가 제 2 커뮤니케이션 매체로 분류되고 있다는 것은 디지털 매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다른 어떤 매체보다

1차 및 2차 CTA 버튼, 전경 및 배경 패턴, 그리드 구성, 양식 스타일, 애니메이션 가이드, 오프닝 및 클로징 영상 프레임, SNS 포스팅 가이드 그리고 마지막으로 접근성 기준 등이 있다. 이렇게 제작한 디지털 가이드는

디지털 매체야말로 대중들이 브랜드와 소통할 수 있는 핵심 창구이다.

모든 에이전시나 외부 협력 업체들에게 명확한 디자인 기준을 제시해줄 수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현재 대부분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그런 맥락에서 온라인상에서 어떻게 브랜드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PNG, SVG, 폰트 및 기타 다운로드 가능한 디지털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 구축은

자료들을 함께 활용하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필수 사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브랜드 가이드라인의 모습은 두 개로 분리된 도대체 왜 디지털 매체가 이토록 공공연하게 무시되고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웹 페이지 형식 안에 디지털

있는 것인가? 브랜드 가이드라인은 일반적으로 디지털

가이드와 인쇄 전용 가이드가 함께 연동되어 있는 형태일

커뮤니케이션에는 큰 중점을 두지 않는 브랜딩 에이전시와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하나의 통일된 경로를 통한 정보

디자인 회사들이 제작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일 가이드의

공유를 가능하게 해주고, 가이드 정보의 업데이트 관리를

디지털 ‘섹션’은 다중 기기, 다중 매체의 세계와는 어울리지 않는

수월하게 해준다.

형식으로 존재해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우리와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한 그렇다면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우리, 디지털적인 사고를 지닌

클라이언트가 우리에게 온라인 브랜드 가이드라인의 링크주소를 보내준다.

디자이너들이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전통적인 방식을 거부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반응형 스타일 가이드 속에는 기본 디자인 가이드라인과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우리는 프로젝트 초기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

코드 조각 그리고 필요한 디지털 자료들이 모두 들어있고, 가이드의

클라이언트와 미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디지털 전용 가이드라인을

가장 밑에는 몇 페이지로 구성된 인쇄 디자인 가이드 PDF 파일의 다운로드

제작한다는 것은 우리가 디지털 브랜딩에 대한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링크가 걸려있다. 정말 멋지지 않겠는가.

클라이언트와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로젝트 재설계를 맡았거나 혹은 단발성 프로젝트일지라도 클라이언트에게 디지털 전용 가이드제작을 아예 핵심 사항으로 소개하는 것도 시도해볼 만한 일이다.

톰 도허티

TOM DOUGHERTY DELETEAGENCY.COM — 톰은 딜리트(DELETE)의 UX 디렉터로, 레드불, 익스피디아, 이케아, 유니베트 등의 클라이언트와 함께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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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CASE

번역 — 곽은우 취재 — 임지수, 장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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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등장한 최고의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모션워크

쇼케이스

SHOWCASE

새로운 얼굴 순수한 럭셔리 나는야 반항아 표현의 자유 멋지군요 부드럽고, 완만하게 자전거를 매개로 하는 디자인 실험 사랑의 총 이런! 오늘 기분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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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CASE 순수한 럭셔리 — 니콜 맥리쉬

NICOLE MCLEISH CARGOCOLLECTIVE.COM/NICOLENCLEIS 헬레나 아톨라

HELENA ARTOLA BEHANCE.NET/HELENAARTOLA — 미메티즈(MIMÉTIZ) 브랜딩

— 스페인의 그래픽 디자이너 니콜 맥리쉬와 헬레나 아톨라는 새로운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를 위한 패키지를 디자인 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사용된 원료는 모두 자연에서 얻은 것이고 수작업을 통해서 재배하지만, 좀 더 현대적인 감각으로 표현해달라는 것이 의뢰 내용이었어요." 그들이 설명한다. "그래서 저희는 근본적으로 이 제품들을 한 데 모아 두면 하나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 그래서 이름을 한 음절 음절로 나누어서 단계별로 사용하다 보면 느낌표가 있는 제품으로 마무리 되도록 디자인했어요." 이들은 전통적인 느낌이 나는 '수작업'한 일러스트레이션을 제품에 직접 사용하지 않고, 그 대신 깔끔한 그래픽 패턴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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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ERY BEST NEW DESIGN 나는야 반항아 — 리파인리29

REFINERY29 REFINERY29.COM — 리파인리29 에디션

"리파인리29 에디션은 리파인리29의 지난 10년간의 발자취를 독자 여러분들께 보여드리기 위한 28페이지 분량의 대형 포맷 인쇄 출판물이에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피에라 겔라디(PIERA GELARDI)가 설명한다. “'핫한 스타일/쿨한 패션'이라는 제목 아래 겨울 패션과 봄 패션으로 구분했어요." Q&A에 충분한 페이지를 할애해 90년대의 <라이엇 걸(RIOT GRRL)>이라는 잡지에서 받은 영감을 담아냈다. "참여 아티스트인 알리아 페너(ALIA PENNER)는 저희가 제공한 모델의 사진 위에 투명한 아세테이트 레이어를 올린 후에 데코 컬러(DECO COLOR)와 포스카(POSCA)펜을 사용해서 작업했어요." 겔라디가 말을 잇는다. "브랜드의 독립된 정신력과 우리의 창의력이 얼마나 유연한지를 보여주고 싶어서 잡지를 제작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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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글 — 로라 스노드(LAURA SNOAD) 번역 — 이화경 일러스트레이션 — 헬렌 프리엘(HELEN FRIEL), HELENFRI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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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 THE WOW FACTOR

프린트 전문가든 디지털 애호가든

모두의 디자인을 빛나게 해줄 특별한 비법들을 소개한다

디자인 작업에 ADD 당신만의 요소를 더해라 THE WOW

FA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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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모두를 참여시켜라 “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단골 인쇄소가 있습니다.” “디지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그 프로젝트가 구현될 장소(media

예스예스예스(YesYesYes)의 설립자 조 슐다이스(Joe Shouldice)가 밝힌다.

owner)를 처음부터 계산에 넣는 것이 중요합니다.” 말한다. 이 스튜디오는 최근 스웨덴의 에이전시 스토프(Stopp)와 함께

HB 연필이 권마다 부착된 <아메리칸 오디세이(American Odysseys)>로 유명한 이 스튜디오는 다양한 이벤트에 최소 5년 이상 쓸 수 있는 초청장을 개발 중에 있다. 처음엔 검은색으로 보이는 이 초청장의 한 면에 새로운

아포텍 히야타트(Apotek Hjärtat)라는 머리미용 브랜드의 발랄한 지하철

이벤트가 열릴 때마다 호일 스탬프를 찍으면 새로운 정보가 새겨지고

광고를 제작했다. 이 디지털 광고판에 내장된 초음파 거리 센서는

지난 이벤트에 대한 정보는 감춰지는 식이다. “인쇄소는 스튜디오라는

전동차가 들어오면 라즈베리파이로 구동되는 디지털 광고판에 바람이

우리의 존재를 새삼 확인시켜 줍니다. 우리의 의뢰로 인해 그들이 늘 하던

일어나서 모델의 머리가 흩날리게 만든다. “우리는 광고가 설치될 곳을

평범한 작업으로부터 벗어나는 기회를 가지게 되죠. 그들은 평소에는

물색하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장소는 우리 작업의 중요한

접하지 못하는 새로운 것들에 관심을 보입니다.”

아케스탐 홀스트(Åkestam Holst)의 라르스 바에클룬드(Lars Baecklund)가

부분이었죠.” 바에클룬드가 설명한다. 프린트에서도 클라이언트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이탈리아의 스튜디오 해피센트로(Happycentro)의

프랑스의 스튜디오 무무르(Murmure)의 폴 레센코트(Paul Ressencourt)도

페데리코 파도바니(Federico Padovani)는 강조한다. 그가 오사카의

이에 동의한다. 무무르는 일렉트로닉 뮤직 페스티벌인

루이비통 매장을 위해 만든 초대장은 복잡하고 정교한 종이접기처럼

노르딕 임파크(Nördik Impakt)의 아이덴티티 디자인에 야광 잉크를

만들어졌는데 각각의 면을 색상 호일, 다이컷, 실크스크린 등 서로 다르게

활용했고 건축회사 엑소(Exo)를 위해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광택 줄무늬

마감 처리했다. “우리를 끙끙거리게 만드는 어처구니없는 마감시한은

디자인을 선보인 바 있다. “프린트 공정을 어떤 제약처럼 생각하지 마세요.”

대부분 자신들의 요구에 어떤 수고가 들어가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설정한

그가 충고한다. “공정을 숙지하면서도 늘 새로운 것을 앞서서 추구하려는

겁니다.” 그가 주장한다. “루이비통의 경우 관심을 갖고 우리의 제작 과정을

자세를 갖고 당신의 디자인에 기술을 적극 활용하도록 하십시오.”

지켜봤고 그래서 우리가 얼마나 어려운 조건에서 작업을 하는지 매우 잘

디지털이든 프린트든 원칙은 같다. 각종 기술 전문가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알고 있었습니다.” 이런 인식은 프로젝트를 보다 현실성 있게 계획하는 데

최신 기술에 깨어 있으며 실험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당신이

도움이 된다.

선택하고자 하는 공정에 대해 알아보고 거기에 필요한 사항들을 공부하십시오.” 미국의 스튜디오 스핀들톱 디자인(Spindletop Design)의 제니퍼 블랑코(Jennifer Blanco)가 결론을 내린다. “당신의 지식에 한계가 존재하는 한 당신의 디자인에도 그만큼의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무무르는 3D 다이컷팅 된 종이재료로 건축회사 엑소의 3D 아이덴티티를 디자인했다.

아케스탐 홀스트와 스톱프가 제작한 아포텍 히야타트 지하철 광고

엑소의 명함에 입힌 반짝이는 줄무늬들이 카드를 흡사 건축물의 표면처럼 느껴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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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 THE WOW FACTOR 뚜르 드 프랑스를 주제로 한 보라의 우편봉투

BORA TOUR DE FRANCE MAILER —

파비안 그레이저

FABIAN GREISER — 독일 디자이너 파비안 그레이저가 작년에 최고급 주방기기 업체인 보라로부터 뚜르 드 프랑스를 주제로 한 우편봉투 제작을 의뢰받았을 때 그는 스캐니메이션(SCANIMATION)을 시도해 보기로 결심했다. 스톱모션 공정과 유사한 이 방식은 줄무늬 틈새로 이미지를 보이게 함으로써 시각적 환영을 만들어 낸다. 그는 우선 사이클리스트 세 명의 사진과 인사말을 가는 줄무늬로 분할한 뒤 이를 우편봉투의 안쪽 하얀색 면에 인쇄했다. “줄무늬의 적당한 두께를 찾고 충분한 콘트라스트를 형성하는 것이 꽤 까다로운 작업이었습니다.” 그레이저가 말한다. 그런 다음 투명한 커버에 검은색 수직선들을 인쇄하고 이 커버가 이미지의 3분의 2를 덮도록 한다. 그 결과 봉투에서 내용물을 꺼내면 마치 사이클리스트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처럼 보이는 움직이는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조 슐다이스가 만든 <아메리칸 오디세이> 커버에는 HB 연필이 박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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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취재 — 장유진, 전종현 064


TANGRAM

디자인연구소로 시작하여 제조업에까지 뛰어든

탱그램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디자인, AS FAR AS 어디까지 가봤니

DESIGN CAN GO

065


SPECIAL REPORT

사전에 의하면 ‘독보적’이란 ‘남이 감히 따를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현재 탱그램팩토리는 사물인터넷 중심의 제품을 생산하는

또는 그런 것’을 의미한다. 디자인연구소로 시작하여 제조업에까지 뛰어든

기업인데요, 왜 ‘사물인터넷’이어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탱그램의 행보를 보고 있노라면, 디자인 에이전시로서 독보적인 모습을

듣고 싶습니다.

보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디지털 액자

이 이야기를 하려면 탱그램디자인연구소의 시작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스마트 플레이트’가 처음 출시되었을 땐 디자인연구소에서 왜 갑자기

하는데요. 아시다시피 저희는 2008년 디자인 에이전시로 시작했어요.

액자를 만드나 싶었다. 그런데 이전의 행적을 살펴보니 ‘스마트닷’,

그런데 이처럼 인력을 기반으로 하는 구조는 성장하는 데에 한계가 있죠.

‘스마트 케이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거가 현재의 발걸음을 위한 준비

당연히 한 사람이 해낼 수 있는 일은 시간의 제약을 받고 이에 1년간

단계였다. 또 다시 스마트한 기기 ‘스마트 로프’를 내놓은, 탱그램팩토리의

회사가 벌 수 있는 것도 정해져 있는 거예요. 한편 경영의 관점에서 보자면

정덕희 대표를 만나 디자인 에이전시의 바람직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직원은 자기 연봉의 3배를 벌어야 이른바 밥값을 했다고 할 수 있어요.

들어보았다.

컴퓨터 장비 등 각종 경비에 대한 지출이 필요하니까요. 만일 한 사람이 1년간 최대 벌 수 있는 돈이 1억이라고 합시다. 디자인 에이전시의 생리는 10명이 일하면 1년 동안 최대 10억을 벌 수 있고 매출을 늘리려면 사람을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에요. 그런데 10명으로 10억을 버나

100명으로 100억을 버나 회사의 입장에선 크게 차이가 없죠. 직원 수를 늘림으로써 매출을 올리는 건 좋은 회사의 구조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미래를 생각하면 이렇게는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우니까요. 한정된 인원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무언가를 만드는 편이 바람직했죠. 예를 들면 어떤 게임회사에서 1년 동안 게임을 하나 개발하는 데에 10억을 투자했어요. 인건비와 그 외의 비용 모두 합쳐서요. 그런데 그 게임이 매달 1억의 이익을 낸다면 기하급수적으로 매출이 느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이처럼 장기적으로는 ‘우리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제조업에 진출하게 된 거죠.

2010년에 제조업에 처음 뛰어들었는데 탱그램디자인연구소는 그래픽, UI, GUI 디자인 회사였으니 제조업에 대해 아는 바가 당연히 별로 없었어요. 한 가지, 제조업에 있어서는 생산뿐만 아니라 좋은 물건을 어떻게 팔 것이냐 즉, ‘유통 구조’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데 레퍼런스나 노하우가 없는 정덕희

상태에서 하이테크의 제조를 시도하기엔 위험 요소가 당연히 많았죠.

그런데 당시 스마트폰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스마트폰 관련 액세서리

아이리버에서 수석디자이너로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시장이 커지는 추세라는 걸 파악했어요. 스마트폰 케이스는 금형만 있으면

삼성전자에서도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2008년 탱그램디자인연구소,

얼마든지 뽑아낼 수 있는 로우테크 제품이니까 이것부터 시작하기로

2014년에는 탱그램팩토리를 설립해 두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한 거예요.

탱그램팩토리

TANGRAM FACTORY TANGRAMFACTORY.COM — 탱그램팩토리는 디자인 전문 컨설팅회사로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탱그램디자인연구소가 사물인터넷 기반의 스마트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하기 위해 분사한 조직이다. 탱그램디자인연구소는 2008년부터 삼성전자, 현대카드, 벨킨 등 국내외 유수 기업들의 디자인 파트너로써 시대를 앞서나가는 디자인 제품을 선보여 왔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탱그램팩토리는 스마트 케이스, 스마트 레이저 포인터, 스마트 앨범과 액자 등 사용자 경험 디자인에 중점을 둔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2014년 탱그램 팩토리와 함께 해외 세일즈와 마케팅을 담당할 미국 법인 탱그램 아메리카가 설립됐다. 탱그램은 우리나라는 물론, 동양 문화에서 예부터 즐겨왔던 7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도형을 움직여 형상을 만드는 놀이 칠교놀이를 뜻한다. 단 7개의 조각으로, 독창적이고 다양한 형상을 만들 수 있는 칠교놀이처럼 탱그램팩토리도 독창적인 제품을 생산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066


TANGRAM

그런데 처음부터 우린 다른 회사들처럼 예쁘고 튼튼한 케이스를 만들고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고 온라인을 활성화하기로 했죠. 온라인에서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새로운 컬쳐 코드를 만들고 싶었죠. 사용자 경험을

물건 하나를 파는 이윤이 오프라인에서 5-10개 파는 것과 비슷하거든요.

디자인하는 회사라는 이점을 살려 리서치를 진행했는데 재미있는 사실을

샤오미가 온라인 유통만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거라고 봐요. 유통 마진에

발견했어요. 당시 스마트폰 케이스로 실리콘 케이스가 한창 인기였는데

필요한 비용 부분을 마케팅에 투자하거나 제조 원가를 낮춤으로써 소비자

사람들이 그 안에 현금이나 카드를 우겨넣고 다니더라고요. 직장인들이

가격 자체를 낮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전혀 새로운 전략이 가능한 거죠.

점심 먹으러 나갈 때에 핸드폰만 딱 들고 나가기도 했고요. 그래서 지갑을 대체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파악했어요. 처음에는 지갑을 붙이는

스마트폰 케이스에서 또 배운 게 있다면 국내 시장은 규모의 측면에서

형태였는데 생각보다 투박해서 굉장히 단순하게 카드만 넣을 수 있는

한계가 있다는 거였어요. 아무리 잘 만든다 해도 많이 팔아봐야 5만 개

구조로 디자인했습니다. 시즌3에는 ‘현대카드’와 콜라보레이션을

정도였으니까요. 5천만 명의 고객이 있는 시장과 5억 명 고객이 있는 시장은

진행했는데, 사실 저희는 처음부터 현대카드를 염두에 두고 케이스를

당연히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죠. 해외 유통을 하기 위한 인력 확충과 투자가

만든 거예요. 현대카드는 카드 자체가 예쁘니까 가릴 필요도 전혀 없고

필요하다고 판단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최근에 탱그램 아메리카란 회사를

카드 뒷면에 카드 번호가 적혀있는 형태라 앞면이 노출되어도 개인 정보

따로 만들었죠. 해외 시장 내의 세일즈와 마케팅만 담당하도록 역할을

유출의 우려 같은 게 없었거든요.

이원화했어요.

이듬해부터 출시된 대다수의 스마트폰 케이스에는 비슷하게 카드 소지

그렇게 첫 경험을 하고, 판매 이윤을 새로운 비즈니스에 투자했는데

기능이 들어가 있더라고요. 이로써 새로운 컬쳐 코드 혹은 트렌드를 만들게

그게 스마트닷이었어요. 보다 하이테크 제품으로 넘어간 거죠. 당시에

되었고 동시에 탱그램이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죠. 이렇게

스마트닷처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결합된 제품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제조 과정과 유통 구조를 공부하고 나니 유통 구조의 불합리한 부분을

해외 미디어에서 많이 다뤄줬는데 당시에는 사물인터넷이란 개념이 없어서

많이 알게 되었어요. 제조사 입장에서는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엄청난

‘앱세사리’ 즉, 앱과 액세사리의 합성어로 표현했었죠. 앱세사리가

인력과 재화를 투입해서 무언가를 생산하는데 재화에 대한 대부분의 이익을

처음 퍼지던 시기에 그 대표 제품으로 주목을 받은 거예요.

유통사가 가져가더군요. 만일 1,000원짜리 재화에 대해서 제조사가 100원 정도를 가져간다면 유통하는 측에서 최대 500원까지도 가져가는 구조에요.

그런데 스마트닷 제조를 고려했던 한 공장과의 지적 재산권 소송에

그래서 온라인 몰을 만들기로 했죠.

휘말렸어요. 단가 문제 때문에 해당 업체와 계약을 하지 않았었는데 스마트닷과 유사한 제품을 만들고 특정한 기술에 대해 역으로 저희에게

대다수의 재화에 있어 오프라인 판매율이 낮아질 거라는 건 누구나

소송을 건 거죠. 그래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제품 출시 이후

예상하는 바였어요.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퀄리티를 검증하는 실제적인

1년의 시간 동안 소송에만 매달리느라 정작 판매는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결국엔 소송에서 이기긴 했지만, 이 또한 하나의 가르침이 되었죠. 공장들과

확인의 단계고 구매는 온라인 몰에서 주로 이뤄진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거래하며 기밀사항에 대해 논의할 때 보호받을 수 있는 여러 조치를 하게 되었고 지적 재산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들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되었어요.

067


SPECIAL REPORT

직접적으로 소송에 휘말린 스마트닷과는 달리,

한정판 제품임에도 일반 제조 공정을 따라간다는 점이

스마트 케이스의 경우엔 이듬해부터 비슷한 제품이 많이

흥미롭네요. 3D 프린팅 같은 기술로 다른 공정을 생각해볼 순

나왔음에도 특별히 카피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셨네요.

없을까요?

사실 카피에 크게 민감하지 않았던 이유는 이 세상에 처음이라는 건 없다고

우선 일반 대중들이 오해하고 있는 점은 현재의 3D 프린팅 기술이라는 게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어차피 모든 것은 과거의 경험이나 다른 데서 받은

가격이나 퀄리티 측면에서 금형 기술을 따라올 수가 없어요. 해당 산업

영감 같은 걸 잘 조합해서 탄생한 거잖아요. 카피를 막는 것도 물론

내에서 디자인이나 구조만 확인하는 정도의 개념이죠. 그리고 대량생산을

중요해요, 하지만 그것에 연연해서 속도를 늦추기보다는 한발 더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정판 제품이라도 실제 공정을

앞서나가려고 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애플이 샤오미를

그대로 따라가고요. 스마트 플레이트의 경우 구상 단계에서만 3D 프린터를

인식해서 다른 디바이스를 만들지 않는 건 아니잖아요, 더 새로운 전략을

사용했어요.

갖고 나오죠. 그건 저희도 마찬가지에요. 일련의 경험들을 통해 어떤 아이디어나 디자인이 나왔을 때 빠르게 검증하는 용도로 3D 프린팅 기술을

균형 같은 걸 배운 거죠.

사용하고 있어요. 저희는 3년 전쯤 구매했는데 일종의 R&D 비용으로 첫 번째 질문을 돌아가 왜 ‘사물인터넷’이어야 했는가에 대해 답하자면,

투자한 거예요. 제품 개발에 있어 3D 프린터가 없으면 목업을 해야 하는데

애플리케이션과 연동되는 디바이스를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죠. 사실

이 비용도 만만치 않거든요. 크기가 작으면 2-3백만 원에서 크기가 커지면

스마트닷에서 우리가 시도했던 앱세서리와 사물인터넷 개념은 비슷해요.

1천만 원 정도까지 하니까요. 3D 프린터를 사더라도 매달 유지, 보수비용이 들어가고 A/S도 받아야 하니까 사실 이는 설비 투자에 대한 오너의 선택이에요. 필요 여부에 있어 정답은 없죠. 3D 모델링을 하고 나서 이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게 3D 프린터의 강점인데 실제로 만질 수 있는 무언가로 바로 검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결합을 기반으로 서브 디바이스들이 생겨나는 거죠. 앱세서리에서 진화하여 사물인터넷 제품으로 넘어오게 되었어요. 스마트닷 이후 출시된 스마트 플레이트는 1,000개만 한정판 형식으로 생산한다는 점이 특징적이었어요. 스마트 플레이트는 대량 생산에 중점을 둔 제품이 아니었어요.

스마트 로프의 킥스타터 런칭에 대해 더 듣고 싶은데요.

우리의 능력치를 테스트하고 싶은 거였어요. 이러한 제품이 시장에서

저희 같은 스타트업에게 클라우드 펀딩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창구이자

먹힐까 그리고 온라인을 통해서만 그것도 사전판매를 했을 때에 시장성이

마케팅 채널임이 분명해요. 클라우드 펀딩 시스템 초기에는 쉽게 눈에 띄는

있을까에 대한 실험이었죠. 1,000개를 만들었고 저희 온라인 몰에서만

제품이 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마케팅, 세일즈와

판매했어요. 마케팅도 페이스북을 통해서만 했는데 2달 만에 완판 되었죠.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지원이나 확장이 아쉬운 부분이 있죠. 그러나

유통 마진을 들이지 않고 제조 원가에 마진만 붙여서 적은 비용으로 판매한,

간과해선 안 될 점은 클라우드 펀딩은 세일즈보다는 커뮤니티에 가깝다는

재미있는 이슈였어요. 또한 일반적으로 어떤 브랜드가 어느 정도 자리를

거예요. 스마트 로프가 처음엔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잡아야 한정판 제품을 만드는데 우리는 이걸 역으로 생각했어요.

킥스타터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이를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었죠.

한정판 제품의 반응이 좋으면 대량생산으로 넘어간다는 전략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원래 스마트 로프 사이즈 종류가 3개였는데 지금은 5종류가

스마트 플레이트는 쉽게 표현하면 이른바 손익분기점이 1,000개

되었어요. 서양인들이 동양인에 비해 체구가 크다는 걸 감안한 결과죠.

판매지점이었기에 한정판 생산량을 1,000개로 잡은 거예요. 현재

또 페블 워치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의견을 주어 ‘스마트 짐’이

개발 중인 스마트 로프의 경우 킥스타터를 통해 구매하는 게 어떻게 보면

페블 워치와도 연동될 수 있도록 수정했고요.

한정판인 거죠. 거기를 통해 구매하면 9월에 런칭되는 실제 제품을 누구보다 빨리 받아볼 수 있으니까요. 그 이후에 대량생산으로 넘어갈 계획이에요.

스마트닷: 스마트폰의 이어폰 단자에 장착해서 사용하는 레이저 포인터로 스마트폰의 전원을 사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건전지가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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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GRAM

현재의 스마트 로프는 굉장히 많은 프로토타입을 거쳐 탄생한 제품이라고 들었어요. 실질적인 제품화 과정에 있어 어려움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시각 잔상 효과(POV, Persistence of Vision) 기술은 언뜻 보기에 쉬운 기술이고 오래된 기술입니다. 영화도 처음에는 이 원리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그것도 회전속도, 힘, 방향 등 여러 변화되는 조건에서 일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은 응용 기술이죠. 뿐만 아니라 수천, 수만 회 거듭되는 회전운동으로 인해 전달되는 힘을 분산시켜 LED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시키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실패와 도전이 반복된 이유이기도 하죠.

3D 프린터부터 사물인터넷에 이르기까지 무언가 주류의 용어로 확정되기 이전부터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받아들이는 데에 빠르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주목해야 하는 최근의 변화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실행입니다. 과거 컨설팅이 중요한 비즈니스 분야로 떠오른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컨설팅보다 중요한 것은 증명이고, 실행입니다. 아이디어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디어를 실행하고 구체화 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입니다. 이제는 눈에 보이는 실체가 중요한 시점입니다.

스마트 케이스

스마트 플레이트: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손쉽게 불러올 수 있는 신개념 디지털 액자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애플리케이션만으로 쉽게 불러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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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번역 — 이화경 074


WHAT IS YOUR UNIQUENESS?

3명의 디자이너를 통해 스스로의 관심사 및 강점을 생각해 보자

디자인 작업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독특함을 부여하는

당신의 장기를 보여주세요 WHAT IS

YOUR UNIQUE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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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디자인 포르테 루카스 하이더의 작업 중심에는 음악이 놓여있다

루카스 하이더는 그래픽 디자이너, 포토그래퍼, 시네마토그래퍼 등 여러 가지 직업을 갖고 있다. 비디오카타풀트(Videokatapult)라는

VJ 단체와 함께 오스트리아 전역을 누볐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밴드들의 음반 작업을 했으며, 레드불과 유니레버 같은 고객들을 상대로 왕성한 프리랜서 활동을 했고, 인하우스 작업에서도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이 모두가 그의 나이 24세에 성취한 일들이다. 루카스 하이더

LUKAS HAIDER

그의 포트폴리오는 무척 인상적이다. 아름다운 브랜딩을 비롯해

LUKASHAIDER.COM

독특한 입자 문양의 음반, 생생한 질감의 사진, 독특한 기하학적

타이포그래피 등이 담겨 있다. 그의 디자인이 워낙 강렬하고 현대적이어서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태어난 다분야 디자이너 루카스는 전세계 고객들을 상대로

유명 브랜드들에서도 그를 주목하고 있다. 그의 작업 중심에는 음악에 대한

프리랜서 작업을 해왔다. 2013년 독일에서 오스트리아로 돌아온 후부턴

열정이 흐르고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비엔나에 위치한 GREAT라는 스튜디오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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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S YOUR UNIQUENESS? 글 — 줄리아 사가(JULIA SAGAR)

(DANIEL GEBHART DE KOEKKOEK), GEBHARD.DK

사진 — 다니엘 게브하트 드 콕코엑

당신은 ‘친애하는 뮤지션들’을 위한 포스터와 음반 작업을 시작으로 디자이너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밝혔는데 그 뮤지션들은 원래 알고 지낸 친구들이었나요,

‘젊음(YOUTH)’은 하이더가 즐겨 사용하는 기하학적 타이포그래피가 잘 활용된

아니면 당신이 존경하는 이들로서 적극적으로 친분을 맺고

작품이다. 믹스테잎을 비롯한 주문 작업들을 디자이너들에게 소개해 주는 온라인 플랫폼

작업을 해준 경우였나요?

DESIGNERS.MX를 위해 하이더가 수행한 자발적 프로젝트다.

지금보다 어렸을 때 저는 밴드 활동을 열심히 했고 음악과 관련된 예술가들도 많이 접했어요. 형의 콘서트를 자주 도와줬는데 주로 기념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일이었죠. 그 과정에서 다른 뮤지션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어요. 그 시점부터 제 디자인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처음으로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당신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을 꼽는다면요?

클라이언트의 의뢰를 받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뮤지션들은 그렇게 유명한

대학을 졸업하고 독일 함부르크에서 비주얼리즘(Visualism,

이들은 아니에요. 대부분 아마추어 록밴드지만 그들 역시 음반 작업을

visualism.de)의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거기서 이스트팩, 우드 우드, 유니레버 같은 클라이언트들을 상대했죠. 상사 중 한 명은 아다나 트윈스(Adana Twins)라는 DJ 듀오로도 활동했는데 이를 계기로

도와줄 디자이너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무척 기쁘게 여기고 있습니다. 음악을 가지고 실험적인 작품을 많이 시도했어요.

저는 지금까지도 정기적으로 아다나 나이트 공연을 위한 예술작업을 해주고

당신에게 음악이란 무엇인가요?

있어요. 이 아다나 나이트 포스터들이야말로 제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저는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하길 좋아합니다. 소리에서 영감을 많이 얻기

작품들이죠. 시각적 외양도 근사하지만 유연한 디자인 언어가 정말 마음에

때문이죠.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시각적 예술작품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들거든요. 어디에 있어도 금방 알아볼 수 있어요.

즐기는데 무엇보다도 솔직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저를 옭매는 제약이나 비평이 적은 편이어서 창조적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현재 비엔나의 GREAT 스튜디오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죠.

있습니다. 이처럼 음악 산업은 파격적인 디자인을 위한 창조적 자유를

프리랜서 생활을 포기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비교적 긴 시간 프리랜서로 활동했더니 다시금 공동체에 소속되고 싶은

폭넓게 허용하는 편이죠.

마음이 들었어요. 2013년 말 오스트리아로 왔고 GREAT에서 일하기 당신의 작품들에서 독특한 문양과 효과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시작했습니다. 제 시각적 스타일을 높이 평가하고 개성을 맘껏 발휘하게

스톡 사진 같은 재료들은 애용하지 않나요?

해준다는 점에서 이곳이 마음에 들어요. 주로 아트 디렉션, 프린트를 위한

저는 늘 직접 만든 요소들을 결합해서 작품을 탄생시킵니다. 스톡 사진이나

그래픽 디자인, 디지털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데 오스트리아의 제과회사

포토샵 브러쉬 같은 건 결코 이용하지 않아요. 디자인에 쓰일 사진이나

치아바타(Ciabatta)를 위한 브랜딩을 제작했고 중국 예술가 링 지안(Ling

비디오도 직접 촬영합니다. 이렇게 하면 폭넓은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고

Jian)이 등장하는 예술책의 편집 디자인을 수행했으며 네이키드(Naked)라는 상업적 가구 제품도 디자인했습니다.

작업에 대한 흥미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어요. 제 작품들은 결코 단조롭지 않다고 저는 자부합니다.

치아바타 브랜딩은 무척 매력적인데요, 이를 어떻게 고안했나요? 포트폴리오 곳곳에서 기하학적 타입페이스를 발견할 수 있어요.

치아바타는 제과회사의 이름이자 이 회사의 대표적인 제품명이기도 합니다.

타이포그래피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맛도 상당히 좋아요. 치아바타를 위한 상업적 디자인 해법을 모색해 달라는

타이포그래피는 제 작품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의뢰를 받았고 거듭된 고민 끝에 빵 문양을 디자인에 반영하는 아이디어를

그것을 보면 제가 기하학적 타입페이스에 심취해 있고, 단순하고 깔끔한

생각해 냈어요. 컬러를 입힌 빵 문양이 아이덴티티 전반에 활용되면서

미학적 취향을 가지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을 거예요. 저는 또한 새로운

제품에 대한 설명과 제조 과정도 함께 드러나도록 했죠. 또한 로고, 문구,

타입페이스를 실험하는 것을 즐깁니다. 타입페이스를 통해 메시지가

문양, ‘C' 등의 브랜딩 요소들이 미디어나 상황에 따라 희미하게 혹은

명확하게 전달될 때 만족스러워요.

강렬하게 변화를 가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077


SPECIAL REPORT

하이더는 GREAT에서 오스트리아의 제과업체 치아바타를 위한 브랜딩 작업을 하면서 빵의 질감과 글자 ‘C'를 절묘하게 결합한 디자인을 창조했다.

VJ 단체인 비디오카타풀트에 대해 들려주세요. 오스트리아 전역을 누비며 브이제잉(VJing)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비디오카타풀트는 제가 학창 시절에 친구 두 명과 결성한 것으로 우리는 다양한 일렉트로닉 음악가를 위한 라이브 시각예술 공연들을 했어요. 이를 테면 에롤 알칸(Erol Alkan), 문부티카(Moonbootica), 팝오브(PopOf), 더티 디스코 유스(Dirty Disco Youth), FOOL 같은 이들이죠. 오스트리아 곳곳에서 한 달에 한두 차례 정기적으로 수행한 작업이었습니다. 그러나 2012년 말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이 프로젝트를 취소해야 했어요.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일과 생활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맞추나요?

GREAT의 근무 조건은 매우 훌륭합니다. 제가 이곳에서 일하는 이유 중 하나죠. 작업을 마쳐도 근무 시간은 준수합니다. 대신 촉박한 마감일이 없을 경우 다른 일들을 겸하면서 시간적 여유를 누려요. 이것이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는 비결입니다. 특히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하는 디자이너에게는 꼭 필요한 점이라고 생각해요. 당신의 디자인 경력 가운데 가장 인상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또 당신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경험이 있다면요?

GREAT에서 하이더는 중국 화가 링 지안의 고급 아트북을 디자인하면서 마치 하나의 전시회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효과를 냈다.

큰 클라이언트든 작은 클라이언트든, 콘서트 전단지든 포스터든 저는 작업에 있어 어떠한 구별도 두지 않아요. 오직 제 첫 디자인을 손에 쥐었을 때 느꼈던 설렘을 언제나 똑같이 느낄 뿐이죠. 이는 제게 큰 보람이며 제가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비교적 일찍 제 취향을 발견한 것은 정말 다행스러워요. 좋아하는 일이 곧 직업이 되었으니 말이에요. 그래서인지 의무감 때문에 일한다는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어요. 공자님 말씀처럼 ‘좋아하는 것을 하라. 그러면 인생에서 일하는 날은 단 하루도 없을 것이다.’죠.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들려주세요. 올해 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할 생각입니다. 사실 2014년에 계획했던 일인데 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GREAT에서 보다 흥미로운 프로젝트들을 많이 만나고 싶어요. 그러면서 한 팀으로 함께 성장해 나가고 싶고요. 078


WHAT IS YOUR UNIQUENESS? 창조성이 가로막힐 때 — 창조적 아이디어가 꾸준히 솟아나야 한다는 부담감이야말로 루카스 하이더가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도록 만드는 궁극적인 고민이다.

— 창조적 아이디어를 꾸준히 개발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가장 어렵게 여기는 과제다. 언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때로는 빨리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작업실에 가만히 앉아서 아무 소득 없이 시간만 낭비할 때도 있다. 후자의 경우는 밤에 잠도 오지 않을 만큼 난감한 상황이다. 내가 터득한 것은, 창조적 작업 과정에서 어떤 장벽에 가로막혔을 때 작업과 관련된 모든 것을 중단하고 산책을 나가든 운동을 하든 전혀 다른 종류의 활동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하면 예상치 못한 순간, 이를 테면 샤워를 하거나 잠자리에 들 때 불현듯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또 다른 교훈은 길게 고민할수록 소득이 적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장시간 근무와 낮은 급여라는 광고계의 오랜 관행을 연상시킨다. 나도 가끔씩 경험하고 있고 현재 많은 신인 디자이너들을 힘들게 하는 문제다. 우리는 자신감을 갖고 우리의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절대로 자신의 가치를 낮게 평가해선 안 된다.

스웨덴 가수 크리스토퍼 아모트(CHRISTOPHER AMOTT)를 위한 음반 디자인

네이키드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그들을 위한 강렬하고 실험적인 시각적 언어를 개발했다.

하이더는 정기적으로 독일의 DJ 듀오 아다나 트윈스를 위한 홍보 작업을 하면서

건축가 겸 디자이너 오토 갈레이트너(OTTO GAHLEITNER)를 위한 우아한 브랜딩. GREAT에서 제작했다.

079


INDUSTRY ISSUE

복잡한 관계

협업이 더 중시되는 경우에선 스튜디오와 클라이언트가 정기적으로 만나고 대화함으로써 성공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바람직한

디자인 스튜디오와 클라이언트 사이에 성공적인 협업 관계를 구축하는

소통 창구를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엘리엇은 강조한다. 서로가

과정은 사실 복잡하다. 협업은 다양한 수준에서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상 매일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건 무리이므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어느 프로젝트에서나

결정적인 순간에 전화든 이메일이든 화상통화든 서로 접촉할 수 있는

바람직한 협업의 정도가 존재하지만, 클라이언트의 조직 문화가

통로를 확보하는 게 성공의 지름길이다. 그런데도 역시 직접적인 만남을

어떠냐에 따라 변동이 있다고 휴즈는 강조한다. 예컨대 트루 노스는

많은 이들이 선호한다. “특히 조사나 컨셉 개발 단계에서는 이보다

웰컴 트러스트(Wellcome Trust)와 광범위한 협업을 추구하는데 이는

더 좋은 대안이 없습니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면 아무런 느낌도 얻을 수

웰컴 트러스트가 협업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덕분이다. “이런 기업을

없으니까요.” 호와트가 말한다.

상대할 때 우리가 취해야 할 유일한 자세는 협의와 공존입니다.” 휴즈가 설명한다. “협업은 특히 이해관계자나 결정권자가 많은 조직을 상대할 때

신중하게 계획을 세우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휴즈는 충고한다.

중요합니다. 물론 오늘날은 점점 보편화되고 있지만 말이죠.”

“자주 의미 없이 만나는 것보다 한 번 만날 때 오랜 시간을 두고 많은 문제를 협의하는 게 더 바람직합니다.” 브랜딩 에이전시가 클라이언트를 방문해서

무빙 브랜즈는 다수의 클라이언트들 그리고 그들의 내부 디자인팀들과

그들의 조직 문화와 근무환경을 직접 느끼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그녀는

극단적으로 협업을 추구하는 편이다. BBC의 사용자 경험 및 디자인 팀이

덧붙인다. “반대로 클라이언트들이 우리 스튜디오를 찾아와서 편하게

대표적이다. “우리는 무빙 브랜즈와 BBC 디자인팀을 물리적으로

즐기다 가는 것도 좋습니다. 실제로 많은 클라이언트가 우리 스튜디오를

한 공간에 넣고자 했습니다.” 휴이트가 말한다. 이런 시도는 은근히 효과가

찾아오는데 다른 프로젝트에 대한 근심과 책임감을 잠시 내려놓고

좋다. “무언가를 결정하는 순간마다 큰 도움이 됐죠.” 그가 설명한다.

몇 시간 동안이나마 마음껏 창조성을 느끼다 갑니다. 또한 자신들의

“사실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는 과정은 실제 디자인만큼이나 시간이 오래

일터를 떠나 우리 스튜디오에 와봄으로써 프로젝트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걸리기 마련인데 협업이 잘 이루어지는 상황에서는 그 시간이 단축되고

얻을 수도 있습니다.”

전반적인 과정이 효율적으로 진행됩니다.” 또 다른 브랜드 임팩트 어워즈 삼관왕인 R/GA 런던에서는 클라이언트와 한편 존슨 뱅크스에서는 클라이언트가 제공하는 정보들이 브랜드의

스튜디오 각자의 작업 방식을 잘 조화시킴으로써 협업을 성공적으로 이끈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그리고 프로젝트의 전략을 세우는

R/GA 런던의 그룹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디자인 팀장인 루시오 루포(Lucio Rufo)가 말한다. “원래 우리는 조직을 딱딱하게 운영하는 편이 아닙니다. 다양한 접근과 아이디어에 늘 마음을 열려고 노력하죠.”

단계에 다양한 작업 주체들을 참여시킨다. “그런 다음 그 다음 단계, 즉 본격적인 디자인을 우리가 전담합니다. 그전까지는 클라이언트의 디자인팀과 속도를 맞춰야 하죠.” 존슨이 덧붙인다. “이런 전반적인 과정이 모두의 동의하에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완벽한 협업이라는 점을 우리는

스튜디오와 클라이언트의 좋은 관계를 위해서는 보통 수년의 시간이

깨달았습니다. 프로젝트의 성공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필요하다. 로즈가 영국 교통청의 아트 온 더 그라운드(Art on the

우리가 ‘현장’에서 접촉하는 클라이언트의 디자인팀들은 아이디어를

Underground)와 맺은 관계가 대표적이다. “클라이언트가 스튜디오에 강한 신뢰를 보내고 아이디어를 지지해 준 좋은 예입니다. 클라이언트가 영국의 거대한 공공 기관이었는데 말이죠.” 엘리엇이 말한다. “그들은 단순한 지원 역할을 넘어 우리와 오래도록 함께하는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여러 곳으로부터 상을 받은 프로젝트들이 탄생할 수 있었죠.”

풍성하게 하고 그것을 실현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내곤 합니다.” 존슨 뱅크스가 사이언스 뮤지엄(Science Museum)과 작업하는 동안 사이언스 뮤지엄의 디자인 팀원들은 교대로 존슨 뱅크스의 스튜디오를 방문했다. “덕분에 그들은 디자인 아이디어를 쉽게 얻을 수 있었습니다.” 존슨이 덧붙인다. “우리로선 이 특별한 성격의 클라이언트가 무엇을

처음부터 좋은 협업 관계를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쉽게 달성하기

요구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고요.”

위한 몇 가지 상식적인 팁이 있다.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습관을 지니세요.” 엘리엇이 설명한다. “그리고 클라이언트가 우리의 경험과

어떤 클라이언트들은 모든 디자인 과정에 일일이 관여하기를 바라는가 하면

전문성, 조언을 필요로 해서 우리에게 의뢰를 해왔다는 사실을 잊지

또 어떤 클라이언트들은 에이전시와 일정한 거리를 두는 편을 선호한다고

마십시오. 클라이언트에게 의미 있는 결과물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당신이

휴이트는 지적한다. “클라이언트와의 이상적인 관계가 형성되려면

클라이언트의 소비자 입장에 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클라이언트의

클라이언트를 디자인 작업에 적극 참여시키면서도 프로젝트에 대한

소비자와 당신 사이에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 거죠.”

당신의 관점을 유지하는 게 필요합니다.” 새로운 클라이언트와의 관계를 개척할 때 존슨 뱅크스는 협업이 행복한 일임을 늘 강조한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건 클라이언트에게 달렸습니다.” 존슨이 말한다. “어떤 클라이언트들은 스스로 브랜딩 과정에 참여하면서 ‘외부의 목소리’를 계속 듣길 원하는가 하면 어떤 클라이언트들은 우리가 작업을 ‘공유’하고자 하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열정을 드러냅니다.”

092


CREATE YOUR BEST EVER BRANDING

잘못 가는 프로젝트들 협업이 확실한 장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튜디오와 클라이언트의

클라이언트가 당신의 디자인을 높이 평가하도록 만드는 방법 — 에이전시들은 클라이언트가 좋은 디자인의 가치를 이해하도록 할 의무가 있다.

관계는 때로 험악해지거나 대화가 단절되기도 한다. 관계가 어긋날

여기서 이를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가능성을 사전에 알아차릴 수만 있다면 앞으로 발생할 심각한 문제들을

가레스 호와트

미리 예방할 수 있다. 잘못된 관계의 예로 존슨은 클라이언트의 디자인팀이

해트-트릭

이름을 알릴 기회에 연연하다가 프로젝트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경우를

든다. “우리의 과거 협업 상대 중 하나는 우리가 설계한 전반적인 구성을

“저는 클라이언트가 디자인의 가치를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게끔 하고 싶어요.

일 년 안에 마음대로 바꿔 놓으면서 우리의 그림자를 완전히 없앴습니다.”

클라이언트가 디자인을 잘 안다면 제 인생이 훨씬 편해질 것 같아요. 제 생각과 이론을

존슨이 회고한다. “좀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다시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으니 주의해야겠죠.”

작품에 반영하고 그것을 대중에게 전달하려는 방법을 고민하는 데에 충분한 시간을 들일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클라이언트가 제 디자인 전략을 확실하게 이해할 가능성도 커져요.”

카렌 휴즈

불길한 협업의 징조로 호와트는 다음의 상황들을 제시한다. “클라이언트가

트루 노스

처음부터 너무 바빠서 이야기할 시간이 없다고 말하거나 흥미를 보이지

않는 경우, 과연 성공할지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 등이죠.” 그의 설명이

“브랜딩은 이제 더는 마케팅 부서의 전유물이 아니에요. 브랜드는 클라이언트의 사업과

이어진다. “대화가 불가능해지는 순간 당신은 그것이 큰 문제라는 점을

조직 핵심에 자리 잡으면서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되었어요. 효과적인 브랜드는

느끼게 될 겁니다.”

수익을 높일 뿐만 아니라 기업의 구성원들, 소비자들, 제품과 서비스, 브랜드의 이미지와

또 다른 상황도 있다. 클라이언트가 매우 전문적이고 섬세한 지시와

인지도에 큰 영향을 미쳐요. 이 점을 클라이언트에게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디자인을 선택하면서 당신의 주관적 견해보다 합리적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컬러나 폰트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려 해서도 안 돼요. 디자인 결정을 내릴 때마다 원래의

요구를 하고 디자인 전반의 문제들에 너무 깊숙이 관여하고자 할 때다.

의뢰 내용을 상기하고 클라이언트의 사업 목표와 브랜드 제안에 당신의 창조성을

에이전시에게 문제를 지적하기만 하고 디자인팀이 알아서 해결하도록

집중시켜야 해요.”

놔두어도 충분한데 말이다. “이는 당신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는

마이클 존슨

증거일 수 있어요.” 휴즈가 말한다. “그런 상황이 시작될 조짐이 보인다면

존슨 뱅크스

클라이언트가 제기하는 ‘문제들’을 당신이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또한 당신이 좋은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는 믿음을 주도록 노력하세요.”

— “협업 개념이 부족해서 우리를 디자인 공급자로만 보는 클라이언트를 상대로 간혹 우리는 디자인에 대해 해명을 해야 할 때가 있죠. 그러나 거대한 규모의 브랜딩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선 수개월, 심지어는 수년 동안 그런 일을 감수해야 해요. 다시 말해, 클라이언트의 동의를 얻어서 디자인을 실제로 시작하기 전까지 오랜 시간이 들어갈 수

가끔은 관계를 깨끗이 정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때가 있다. “어떤

있다는 거예요. 클라이언트를 은근하게 교육하고 클라이언트에게 정보와 영감을 주는 것

클라이언트들은 예전만큼 당신이 필요하지 않다고 믿거나 당신에게 주는

역시 디자인 과정에서 우리가 담당해야 할 일이에요. 그러려면 클라이언트에게 우리가

돈보다 적은 돈으로 같은 품질의 디자인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엘리엇이 말한다. “이런 클라이언트들을 외면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이는 실제로 관계가 역동적일 수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관계의 핵심인 신뢰와 존중은 간혹 줄어들 수도 있는 거니까요.” 엘리엇의 설명이 이어진다. “오랜 세월 디자인을 해 온 스튜디오라면 그런 일을 다들 한 번쯤은 겪었을 텐데 우리의 경우는 클라이언트와의 싸움을 피하는 편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적은 시기에는 특히 더 그렇죠.”

똑똑하다는 인상을 심어줘야 하죠.”


VIDEO FEATURE

왕립예술학교에서 만난 제이슨 그레고리와 마크 보너,

“우리는 매번 새롭게 시작했어요.” 헤일이 보너의 말을

피터 헤일은 분야와는 상관없이 서로에게서 활기 넘치는

인정했다.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니 업무가 효율적이지는

바우하우스의 느낌을 감지했고, 그 느낌은 세 사람의

않았죠. 하지만 이런 방식이 무척 재미있다는 것만은

이름을 딴 에이전시 GBH(그레고리 보너 헤일)의 탄생을

확실해요.”

위한 씨앗이 되었다.

GBH는 업무가 공회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본적인 “우리의 아지트는 예술 바였어요. 가구를 만들거나 차를

업무에 안주하지 않고, 그들이 집이라고 부르는 개성 있는

디자인하고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옛 역사의 문을 넘어 들어오는 모든 업무에 심혈을 기울여

장소였죠.” 보너가 회상한다. “그 기억이 우리의 현재를

일한다. 보너가 이렇게 설명했다. “어떤 프로젝트를 하든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어요. 다만 우리가 같은 일을

우리는 수상을 염두에 두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반복하기 싫어하는 게 문제였죠.”

과시하겠다고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GBH는 모든 프로젝트가 훌륭하다고 생각하며 성장해왔죠.” 퀄리티에 있어서 타협을 거부하는 자세는 GBH의 유전자에 새겨진 부분이다. “한 가지 요리만 잘해서 그 레시피만 반복하는 소시지 공장 같은 방식으로 에이전시를 운영하고 싶지 않아요. 우리에게 오는 문제는 모두 개별적인 것들이에요. 해결책도 서로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죠.” 그레고리, 보너, 헤일 세 사람이 이런 자세가 실제 업무에서 어떤 효과를 낳는지 이야기한다.

제이슨 그레고리

JASON GREGORY — 런던의 왕립예술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며 피터와 마크를 만났고 함께 GBH를 설립했다. 그의 예술성은 늘 많은 영향을 끼친다.

피터 헤일

PETER HALE — 왕립예술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GBH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한 피터는 뛰어난 디자인과 카피라이팅,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엉뚱한 스타일로 유명하다.

마크 보너

MARK BONNER —

D&AD의 회장인 마크는 왕립예술학교를 1993년에 졸업한 후 파트너스(THE PARTNERS), 카터 웡 앤 파트너스(CATER WONG & PARTNERS), SAS 등에서 일했으며 1999년에 GBH를 공동 설립했다.

GBH — 런던 치스윅

GBH.LONDON

098


GBH

세 사람의 기술이 어떻게 서로 보완해주는지

여러분은 당당하게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알고 싶어요.

있습니다. 하지만 복잡한 것이 싫다는 말도

마크: 왕립예술학교에서 우리를 가르쳐주신

한 적이 있는데, 업무를 단순하게 하길

마거릿 칼버트(Margaret Calvert)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좋아하시나요? 그 균형은 어떻게 잡아가는지

완벽한 조합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제이슨의 예술성과

알고 싶어요.

제 분석력, 피트의 독특함이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었어요.

마크: 가장 큰 어려움은 단순한 아이디어를 찾는 것입니다.

제이슨: 물론 서로 겹치는 부분도 있습니다. 우리는 무척

단순한 아이디어는 다른 접점들을 거치면서 힘을 쌓아가죠.

빠르게 서로 뭉치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크고 대담한

그런 맥락을 과장되게 놔두지 않고 아주 압축적으로

아이디어들, 컬러풀하여 인상적인 그래픽 등이 우리

간결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통 관심사였기 때문이겠죠.

제이슨: 우리는 숙고를 거듭합니다. 브레인스토밍에

피터: 하나의 프로젝트를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고

몰두하면서 며칠 동안 처박혀 있죠. 전혀 공들이지

생각하면서 GBH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무척 신나고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결과물이 나올 때도 있어요.

흥분되지만 가끔은 끔찍한 경험도 하게 되리라는 사실이

하지만 그런 결과일수록 매끄럽지 않게 진행되는 경우가

이 일을 재미있게 만들어줍니다.

대부분입니다. 마크: 모든 방해물과 외부 요소들이 순수한 목표를

GBH의 작업 과정에서 협업은 매우 중요할 것

가로막지 않도록 막는 시도를 해야 해요. 이렇게 다양한

같은데요, 함께 일하는 클라이언트는

다른 분야들을 두루 거치다 보면 당신이 달성고자 하는 바를

따로 선별하나요?

망치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요. 흔들리지 않는

마크: 우리는 지금까지 참 운이 좋았어요. 클라이언트들은

확고하고 핵심적인 생각들로 그들의 공격을 막아내야

그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우리를 밀거나 잡아당겼고

합니다.

우리는 그 과정이 만족스러웠거든요. 색다른 분야에서 색다른 방식으로 일하기를 즐기기 때문이죠. 제이슨: 늘 좋은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클라이언트는 우리에게 홍보 분야에서 일하고 상업 광고를 만들고 소셜 미디어에서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죠. 뭐든지 맡겨만 주세요. 우리 고객들은 한계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아요. 피터: 우리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다가 도중에 철회해본 적이 없어요. 우리는 우리가 처할 상황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죠. 재미있는 도전을 해온 똑똑하고 창의적인 인재와 일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강렬한 컨셉으로 그들을 놀라게 할 때가 제일 좋고, 그렇게 시작된 관계는 지난 몇 년간 계속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요.

비디오 01 포악한 바다 괴물 인터뷰 비디오: GOO.GL/VMekri

— 볼보 오션 레이스(VOLVO OCEAN RACE)에 출전한 퓨마 팀을 위해 만든 두 번째 요트 리버리를 보면, 이미 훌륭한 형태로 완성된 기존의 작업조건을

GBH가 어떻게 특별한 작품으로 변신시키는지 알 수 있다. 2년 전 GBH는 지그재그 형태의 스트랩으로 유명한 퓨마 모스트로(MOSTRO) 신발과 유사한 형태로 퓨마 요트를 디자인했다. “스티치 패널과 가죽 질감, 스트랩 마감 등 모든 요소가 선체를 장식했죠.” “그래픽 요소가 전부 묵직한 느낌이어서 선원들은 최소한의 디자인을 원했어요. 요트 경주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바람과 브랜드를 최대한 노출하고자 하는 바람 사이에 격렬한 싸움이 일어났죠.” 후자의 욕구는 마르 모스트로(MAR MOSTRO, 바다 괴물)에 의해 확실히 충족되었다. 대담하고 공격적이며 위협적인 리버리 속에는 촉수가 달린 생물이 바다에서 전투를 벌이는 모습이 등장하여 경주용 요트의 전형적인 생김새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099


PROJECT

번역 — 이지은 취재 — 장유진, 전종현

102


무대 뒤의 기록을 통해, 세계 곳곳의 크리에이터들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밝힌다

프로젝트

104

랭런드

109

카일 윌킨슨

112

필드

116

현대자동차

121

산돌커뮤니케이션

125

브로스마인드

128

무빙브랜즈

PROJECT

원천에서 시작하다 모든 것이 잘 맞아 떨어지다 네온족의 놀이 문화 오직 디지털로 자동차 체험하기 상남자의 냄새가 물씬 종이 위에 새긴 창조적인 삶 브랜드에 빠져들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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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원천에서 시작하다 헬스케어 광고 에이전시 랭런드는 약국 체인의 새로운 이름과 브랜드를 만들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프로젝트 개요 — 해리 예이츠

이런 약국 브랜드를 새로 만드는 일에 착수하며 우리는

약국 브랜드 웰

WELL PHARMACY

이미 코오퍼러티브 파마시(Co-operative Pharmacy)라는

진지함과 친숙함 사이에서 적당한 균형을 갖춘 요소를

이름으로 알려진 약국 체인을 영국의 중심가에 새 모습으로

만들어야 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여러 이름과 컨셉을

공개하기 위해 이름을 바꾸고 브랜드를 다시 구축하는 것이

놓고 토론을 거쳤고 상당히 진전된 단계에 이를 때까지

약국 웰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었다. 브랜딩을 시작하며 약사가 아직

여러 가지 방안들을 발전시켰다.

WELL PHARMACY

개발되지 않는 자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많은 사람이 약사가 어떤 훈련을 거치며 어떤 도움과 전문 지식을 제공할

— 클라이언트

PHARMACY.CO.UK —

수 있는지 모른다. 그 결과 약사는 충분히 활용되지 않는

'웰: 건강의 원천'이라는 아이디어는 경쟁자 사이에서 단연 돋보였다. 질환의 측면 보다는 건강과 웰니스라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약국은 국민 의료 보험

개념을 또렷하게 드러낼 뿐 아니라 물을 공급하는 원천인

LANGLAND

서비스의 최전방에서 의료 압박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우물을 동시에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실제

LANGLAND.CO.UK

있다. 약국에 들어가 약사와 상담하는 것만으로 의사의

슬로건(‘건강의 원천’)까지 포함한 시안을 만들어 보았는데

진찰 시간을 예약하기 위해 으레 기다려야 했던 일상에

슬로건을 포함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재빨리 알아차렸다.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그 지점에서부터 웰 컨셉에 대한 작업이 발전해 나갔다.

약국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지만, 사람들은 건강이나 복지 문제라면 주도적으로 행동에 나선다. 요즘 들어 사람들은 건강관리에 더욱 능동적인 자세를 취한다. 몸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이제 진찰을 받으러 가기 전에 먼저 정보를 찾아 인터넷에 접속한다. 웰은 그런 사람들이 몸이 아프기 전에서 자신을 미리 돌볼 수 있도록 약국을 찾으라고 권한다.

새 아이덴티티에 십자가와 녹색처럼 익숙한 상징체계를 사용했다. 고객은 익숙한 상징체계 덕분에 새 브랜드를 보고도 어떤 브랜드인지 바로 예측할 수 있다.

해리 예이츠

HARRY YEATES — 랭런드 카피라이팅 팀장 — 해리는 옥스퍼드대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7년 동안 과학과 기술 분야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후 의학 저술가가 되었다. 랭런드에 합류한 것은 2009년이다. 무척이나 느긋한 소설가 지망생인 해리는 글을 쓰는 대신 아이들과 놀아주고 스틸 자전거를 조립하며 차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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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시

랭런드

— 기간: 6개월 — 공개일: 2015년 2월


WELL PHARMACY

한눈에 보는 프로젝트 아트 디렉터 앤드류 몰리가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단계별로 설명한다.

01 — 탄탄한 출발

02 — 글씨 형태

03 — 따스한 느낌

에이전시 업무로 헬스케어 광고를 수없이 만들었다.

로고 아이디어를 모으면서 처음에는 두 개의 V자

글씨가 매우 날카롭고 각진 형태였다. 우리는 좀 더

나는 다른 프로젝트들이라고 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삼각형으로 W를 만들고 나머지 글자가 그다음에

따스한 느낌이 필요했기 때문에 더 둥글고 친숙해

접근하지 않는다. 클라이언트가 소비자든 헬스케어든,

따라오는 방안을 떠올렸다. 이 로고는 우물을 떠올리게

보이는 형태를 찾아 나섰다. 건강이라는 주제를 다룰

그들을 위해 문제를 해결하고 일상에서 살아 숨 쉴 수

할 뿐 아니라 물을 효과적으로 담는 기능을 해서 문자

때는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대로의 의미를 드러냈다. 우리는 글자가 모든 요소를

어느 정도의 공감과 느낌을 담을 수 있는 둥근

분명하게 담을 때까지 아이디어를 전개했다.

오브젝트가 필요했다.

04 — 서체를 고민하다

05 — 파란색과 녹색

06 — 아이디어의 교환

우리는 로고에 담은 가치들이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색상도 여러 가지로 테스트했다. 클라이언트는

나는 피터르와 긴밀하게 협업했다. 우리는 오랜 시간

너무 부드러워지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또한 로고가

처음부터 녹색을 고수했다. 세계적으로 약국을 표시할

동안 프로젝트에 대해 대화를 나눴고 아이디어를

오래 사용되도록 현대적인 감각은 남겨두고 싶었다.

때 통용되는 색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프로젝트 초기에

서로 주고받았다. 우리 둘 중 누구도 지나치게 자기

인간적이면서도 진지한 느낌이 필요했다. 우리는

파란색을 더 많이 사용했는데 단어와 색상을 함께

생각만 내세우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덕분에

둥근 폰트, 세리프 폰트 등 많은 서체를 시도해 보았다.

조합한 결과가 너무 이상했다. 약국이라는 의미 전달이

모든 아이디어가 짜임새 있게 드러날 수 있었다.

좀 더 명확할 필요가 있었다.

클라이언트도 프로젝트에 긴밀하게 참여했다.

07 — 조정과 다듬기

08 — 결과에 도달하기

09 — 판매 준비 완료

다듬기 단계로 순서가 이어졌다. 이 단계에서 색상을

누구나 자기가 내리고 싶은 결정에 대해 스스로

웰의 수많은 점포는 매우 안정된 자리에 있다.

조정하고 톤을 빼야 했다. 간판으로 만들어 달았을 때

잘 알겠지만 회사 차원에서 고려해야 하는 것들도 있다.

외과 병원 바로 옆에 자리 잡은 경우처럼 믿기 어려울

너무 강하게 꾸민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로고에

나는 아트 디렉터로 일하는 동안 대부분 시간을

정도로 목이 좋은 곳들도 있다. 유서 깊은 빌딩인

필요한 특성을 계속 유지하면서 몇 가지 색깔을 빼내는

클라이언트를 납득시키는 일에 썼다. 클라이언트는

경우가 많다. 각 점포는 쉽게 시행할 수 있는 유연한

작업이 중요했다. 이 단계에서 자간도 조절했다.

당신이 이 일에 시간을 투자했고, 스스로 말하는 내용에

시스템을 원했다. 이제 가장 큰 일은 그들이

대해 잘 파악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던질 질문에 대한

이 시스템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이다.

해답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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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오직 디지털로 자동차 체험하기 현대자동차는 세계 최초로 차량 없는 디지털 쇼룸을 개관했다 프로젝트 개요

현대모터스튜디오 디지털은 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동에

기존 자동차 쇼룸은 매장 내에 현존하는 브랜드의

새로 개장한 대규모 실내 쇼핑몰인 코엑스몰 지하 1층에

모든 차종을 전시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객은

개장했다. 하루 평균 유동인구만 15만 명이고 특히 차에

실제 구매하고 싶은 차량에 대한 경험이 녹록치 않다.

관심이 많은 20-30대의 비중이 60%가 넘는 트렌드의

게다가 구매에 대한 부담감으로 매장을 방문할 때는 언제나

요충지다. 그 곳에 자리 잡은 60평 규모의 디지털 쇼룸은

심리적인 장벽이 존재하는 게 업계의 불편한 진실이다.

현대자동차가 고객과 감성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기에

현대자동차는 제품을 파는 판매 중심의 영업 공간이 고객의

최적의 장소였다.

경험을 북돋고 브랜드와 교류할 수 있는 브랜드 체험

현대모터스튜디오 디지털

HYUNDAI MOTORSTUDIO DIGITAL — 크리에이티브

현대자동차

HMSDIGITALHYUNDAI.COM — 기간: 3년(기획 2년, 구현 1년)

공간으로 변화하는 고객 접점의 패러다임 전환을 인지하고

공개일: 2015년 3월

소비자의 생활 반경 안에서 멀티미디어 기술로 차량에 대한 가상 체험을 극대화하고 맞춤형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디지털 쇼룸을 만들었다. 세계 최초로 실제 차량이 존재하지 않는 자동차 쇼룸인 ‘현대모터스튜디오 디지털(Hyundai

MotorStudio Digital)’의 탄생이다.

현대자동차주식회사 — 현대자동차는 2014년 100억 달러가 넘는 브랜드 가치로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세계 100대 브랜드’에서 40위에 랭크된 세계적인 완성차 제조 브랜드다. 1976년 대한민국 최초의 자체 생산 모델인 ‘포니’를 생산하며 자동차 역사의 첫 장을 열었다. 포니는 1984년 50만 대 넘게 생산했으며 국내 최초로 해외에 수출한 모델이기도 하다. 2014년 기준 국내 3개 공장(울산, 아산, 전주)을 비롯해 미국, 터키, 체코, 러시아, 브라질, 인도, 중국 등에 현지 생산 법인을, 세계 18개국에 판매 법인을 두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연간 총 490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판매량 기준 세계 5위의 글로벌 자동차 회사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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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DAI MOTORSTUDIO DIGITAL

작업 과정 — 컨셉 및 공간

라이브 씨어터(Live Theater)

현대모터스튜디오 디지털의 기본 컨셉은 라이브 필(Live

터치 테이블로 자신이 원하는 차량의 세부 사항을 조합한 후

Feel), 라이브 드림(Live Dream), 그리고 라이브 토크(Live Talk)다. 환경 조성과 관련한 라이브 필은 외부 고객의

대형 미디어 월을 통해 구현되는 1:1 실차 사이즈의 차량을

호기심을 유도하고 동선이 자유로운 개방향 인테리어에

서라운드가 제공하는 엔진음은 생생한 체험을 극대화한다.

주행 영상까지 체험할 수 있다. 특히 24.2 채널을 갖춘 입체

디지털 디바이스를 배치해 차에 대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추구했다. 라이브 드림은 가장 중요한 콘텐츠와

마이 카 테이블(My Car Table)

관련된 파트로 국내에서 판매하는 전 차종을 실차 크기의

라이브 씨어터에서 가능한 자동차 조합과 차량별 사양,

이미지로 경험하며 여러 옵션을 조율해 ‘나만의 차’를

제원 등의 자동차 정보를 테이블에 앉아 편안하게 탐색할 수

만드는 디지털 경험을 제공한다. 가상 드라이빙은 이런

있는 개인화된 컨피규레이션(configuration)으로 나만의

디지털 경험을 극대화하는 옵션이다. 라이브 토크는 고객

맞춤 차량을 제작할 수 있다.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초점을 맞췄다. 제품과 브랜드에 대해 배치해 방문객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디지털 체험을 공유할

3D 카월 (3D Car Wall) 84인치 대형 3D 스크린과 모션 센싱(Air Point Mouse)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런 컨셉은 아래 시설물을 통해

기술을 활용해 간단한 동작으로 차량의 컬러를 바꾸고

본격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회전시키는 즉각적인 경험이 가능하다.

전문적인 지식을 보유한 대응 인력인 ‘구루(GURU)’를

터쳐블 클로셋(Touchable Closet) 전 차종의 외장 컬러와 내장 옵션을 손에 잡히는 크기의

430개 시편으로 구현해 고객이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시각, 촉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각 내외장 시편은 라이브 씨어터와 교응이 가능하다. 커뮤니케이션 바(Communication Bar) 자동차 문화 전문가인 구루가 고객과 대화를 나누며 차량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제공하는 장소다. 후면에 위치한 한진수 작가의 조형작품 ‘메신저 H’는 정해진 시간마다 포니 모형카들을 움직이며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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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작업 과정 — 국문 스웨거 측에서 기존의 영문로고와 유사한 초기 시안을 제시했기 때문에 전체적인 컨셉을 잡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초안에서 초성은 매우 컸고, 종성 ‘ㅇ’이 옆으로 넓은 타원형이라 포스터의 레터링을 떠올리게 했다. 가장 큰 특징은 ‘스’와 ‘웨’가 이어진 부분이었는데 이 역시 스웨거의 본래 영문로고를 참고했기 때문이었다. 최대한 초안의 다양한 느낌을 살리는 쪽으로 작업해서 많은 부분들이 최종 폰트에 반영되었다. ㄱ에서 크게 열린 속공간의 모습이나, 획의 라운드, 글자의 중심이 아래에 위치한 점 등 전체적인 개성을 잃지 않는 방향으로 제작했다. ‘스웨거’ 한글 로고타입의 획이 이어진 부분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리가츄어(합자) 기능을 이용해 원할 때는 붙여서 쓸 수 있도록 했다. 우선 초안을 그대로 컴퓨터로 옮겨서 정리한 다음, 라운드의 정도와 이질감이 느껴질 수 있는 자소의 형태를 수정하고, 읽는 데 불편이 있는 부분을 줄여나가면서 정리해나갔다. 글자의 폭이 다른 점도 최소값과 최대값을 비교하면서 적정선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발전시켰다. 작업 과정 — 영문 스웨거의 영문 제목용 지정서체는 Bebas neue였는데, 이 서체는 폭이 좁은 산세리프 글자로 라운드가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산돌 스웨거 폰트의 로마자 디자인은

Bebas Neue의 좁은 폭은 유지하면서, 한글이 가진 공간과 라운드의 특징을 적용하려 했다. Bebas Neue와의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소문자의 유무인데 산돌 스웨거 로마자 디자인은 소문자를 중점적으로 했다. 스웨거의 로고가 소문자를 이용한 형태였고, 한글의 컨셉도 로고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같은 맥락을 가져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로마자 역시 한글처럼 곡선을 많이 사용한 것이 특징이고 엑스 하이트를 높게 해서 속공간을 확보해주었다.

a, c, s, g의 카운터를 시원하게 열어주었고, 두꺼운 획과 큰 곡선이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어서 형태는 단순하게 표현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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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DOLL SWAGGER FONT 스웨거에서 보낸 초안

스웨거 팀장 최병진과의 인터뷰 기존의 영문 로고타입이 있었음에도 한글 폰트를 개발하고자 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

시안

국내에서는 전반적으로 한글보다 영어로 디자인된 로고나 패키징을 보다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의 기업이 나타내고자 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영문으로 표현할 때 더 효과적이라 생각해 그런 성향을 보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스웨거 폰트 디자인 프로젝트는 이런 전반적인 시장 상황을 반영하여 한글을 활용한

최종 산돌 스웨거

가장 스웨거스럽고, 젊고, 트렌디하고, 20대의 감성을 나타낼 수 있는 한글 로고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영문 로고를 한글 로고로 대체하여 한글이 프린팅된 제품을 판매해 보자는 목표였죠. 이런 계기로 스웨거의 한글 로고는 영문과 동시에 개발되었습니다. 저희가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이벤트 등에 많이 참석하는데 때마침 스웨거 한글 로고를 이용해 프로모션 이벤트를 진행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한글로 “스웨거 바버숍”이라는

Bebas Neue

글자를 최초로 사용했죠. 예상 외로 주변 반응이 꽤 좋았습니다. ‘우리도 우리만의 폰트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글자들을 하나씩 만들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글자들이 모였을 때 과연 스웨거의 느낌이 많이 날지, 브랜드의 독특한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갈 수 있을지도 궁금했고요. 하나씩 만들어 본 글자들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고

최종 산돌 스웨거

체계적인 개발을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폰트 초안을 직접 그리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산돌커뮤니케이션 측에 폰트의 디자인적인 측면에 있어 요구하신 부분은 어떠한 것들이었나요? — 스웨거만의 남성성과 다른 폰트들과는 확연히 다른 차이점을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기존의 스케치를 기반으로 한 폰트 스타일 베리에이션을 산돌로부터 받아 보았고 더 스웨거스러운 방향으로 조율했습니다. 글자 모서리를 둥글게 하여 레트로함을 보여준다든가, 상황에 따라 모음과 받힘 글자가 연결되어 좀 더 독특하게 표현된다든가 하는 부분이었죠. 폰트에 제품의 아이콘이나 일러스트가 포함된 것도 스웨거만의 특별함을 나타내고 싶어서였기 때문입니다. 폰트 공개 이후 대중의 반응은 어떠한가요? 인상적인 반응이 있었다면 들려주세요. — 주변 반응은 예상 외로 좋습니다. 폰트 제작 관련 영상을 저희 페이스북 팬페이지에 공개한 후 일주일 만에 23만 여 명이 게시물을 봤고

220건이 넘게 영상이 공유되었습니다. “PPT 만들고 싶게 하는 폰트”, “좋은 취지로 개발된 폰트라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라는 좋은 피드백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대중이 한글에 대해 이렇게 큰 관심을 보인다는 것에 많이 놀랐고 저희 폰트를 사랑해 주신다는 점에

스웨거

크게 감동했습니다.

— 상남자의 필수품 스웨거는 단순하고, 혁신을 겸비한 현명한 저가격대의

앞으로 산돌 스웨거 폰트를 어떻게 활용하고자 하시는지

남성 필수 제품을 통해 남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더 심플하고 스웨거스럽게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만들어 주며, 아시아 남성들에게 스타일과 편리함을 제공하는 브랜드이다.

— 먼저 스웨거 제품 패키징에 활용할 예정입니다. 한글날 기존 영문으로 되어 있는 패키지를 한글로고로 대체하여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일 계획에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희 폰트를 많은 분이 부담 없이 사용해 주셨으면 합니다. 산돌과 스웨거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바이기도 하고요. 더불어 폰트가 현재는 두께 1종의 완전한 제목용 서체인데 이를 발전시켜 서체를 확장/개발할 계획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 현재 산돌 스웨거 폰트의 두께는 1종(레귤러)으로만 개발되어

최병진

있습니다. 바디 텍스트로 쓰이기에는 가독성 면에서 조금 부족한 점이

있죠. 이를 극복하고자 라이트와 이탤릭으로도 개발하고 싶은 욕심은

스웨거 팀장

있습니다. 앞으로의 산돌과 스웨거의 협업 프로젝트를 더 꾀해볼

예정입니다.

노스텍사스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공부한 후, 현재 남성 생활 건강 브랜드 스웨거에서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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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I OL — G S P F O — ' A K 'S AF IO R ICK LIO GR IC OL — G P F O — S P AF K O'S RA CK IO' GR PIC LI G PI OL — 'S A F O K — ' S A F CK IO R IC LIO GR G L P O PI S AF O K — O'S R AF K — C O' I G LI GR PIC OL PI F O — 'S A F K — ' S — RA ICK LIO GR PIC LIO PICK O P FO — S ' S AF 'S O' GRA ICK LIO GR LIO P FO — FO — S K IO' RA ICK RA G OL — G P AF CK IO'S PI F OL S O' GRA

K

PIE

MY FOLIO HIGHLIGHT

멕시코 여행 낯설고 아름다운 그 어딘가로 작업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어디에서 영감을 받나요?

일러스트 <멕시코 여행(The Journey of Mexico)>입니다.

한국이 아닌 낯설고 아름다운 어딘가에 대한 상상을

멕시코를 여행하는 두 사람의 낮과 밤을 담았습니다.

많이 합니다. 색감이 아름답거나, 판타지처럼 상상력을

환한 낮에는 타조를 타고 거닐며 커다란 선인장을 구경하고,

자극하는 스토리를 가진 영화나 게임도 즐기는 편입니다.

어두운 밤에는 모닥불 앞에 앉아 서로 도란도란 담소를

또한, 뉴스와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멸종위기의

나누는 두 또래 친구의 즐거운 여행길을 표현해보았습니다.

동물이라거나 학생들의 왕따 문제를 작품의 소재로 적극 다루기도 합니다. 소소한 소재로부터 받은 모티브를 다소

동화처럼 신비롭고 비현실적인 느낌이 드네요.

낯설고 환상적인 감각으로 재창조하는 작업이 좋습니다.

사실 정확히 멕시코라기보다는 애초에 이 세상에 없는 묘한 공간을 담아보고 싶어서 과도하게 거대한 선인장,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사람을 태워주는 동물을 그려 넣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잡지, 단행본 등의 매체에 수록되는 다양한 삽화 작업을

전공해서인지 일러스트 작업을 할 때에도 등장인물은

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어린이용 교육교재의 삽화도 맡을

누구인지, 어떤 상황인지를 은연중에 떠올려보는 편입니다.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주변의 일상에서 얻은

참고로 이 작품 속 두 인물은 20대 중반의 여자 친구들로,

모티브를 저만의 감각과 상상력으로 풍부하게 표현하는

타조를 렌트하여 내일도 모레도 쭉 이 즐거운 모험을 이어갈

작업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예정입니다.

파이(채세희)

GRAFOLIO.COM/SKULD18 —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잡지와 단행본의 삽화를 그려왔다. 최근 롯데백화점 ‘러블리 롯데 아트 콘테스트(LOVELY LOTTE ART CONTEST)’와 네이버 스페셜 로고 공모전 등에서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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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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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F

ZIPCY

MY FOLIO HIGHLIGHT

궁수와 마녀 본래의 개성을 담아 작업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번 작품에서뿐만 아니라 평소 다른 작품에서도

카텔크리에이티브에서 이번 2015년 아트토이컬쳐에

가녀린 여성이 등장하는 것을 자주 볼 수

클래시오브클랜과의 콜라보레이션 전시를 주최했는데

있었는데요, 그림에 있어 특별히 여성을

그곳에 출품했던 작품입니다. 작가 본연의 색깔을 더 많이

선호하는 이유가 있으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가미한 개성 있는 작품을 원하셨기에 제가 주로 쓰는 소재와

제가 여성이다 보니, 저를 대변하는 마음으로 그리게 되는

도구를 이용하여 궁수와 마녀 캐릭터를 작업했습니다.

것 같습니다. 항상 등장하는 주제는 여성의 ‘욕망’인데,

동양화 느낌을 좋아하는 터라 질감 있는 종이 위에 먹물로

잘라도 끊임없이 자라나는 속성의 욕망이 늘 그림 속에

작업해서 이를 스캔하여 채색했죠. 궁수와 마녀가 익살맞고

녹아들어가 있죠. 이를 외면하는 자아와 받아들이는

장난스러운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차분하고 묘한 분위기가

자아 사이에서 생기는 괴리감을 늘 겪고 있습니다. 이것이

있어 제 색으로 표현하는 데에 가장 적합할 것이라 생각해

비단 제 얘기만은 아닐 것 같아요.

택했습니다. 이른바 동양적인 표현을 즐기시는 것 같습니다. 사용하시는 매체나 참고하시는 레퍼런스 등이 그러한데요. 시기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제가 이제껏 그렸던 그림들을 보면 스타일이 일관되지 않아요. 그림체는 비슷한데, 채색 방법이나 표현 방법 등은 그때마다 영향 받는 스타일이나 도전해보고 싶은 재료로 시도하며 그리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춘화에 관심이 많아서 이런저런 자료를 수집하다보니, 어느새 우리나라와 일본 춘화의 영향을 받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이것이 일관되게 추구하는 방향은 아닙니다. 어느 정도의 영향을 받고, 제 것으로 만들 부분을 만들어 일부를 가져가되, 다음 작업에서는 조금 더 색다른 방향으로 녹여내고 싶어요. 이 다음에는 어떤 스타일을 추구하고 어떤 표현 방법에 흥미를 느끼게 될런지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늘 기대를 품고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제 자신도 그림도 어느 순간 고인 물처럼 멈춰있는 게 아닐까 두려워지기 시작해서 그림을 발전시키고 싶었던 차에 동양화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얼추 흉내는 내고 있지만 사실 동양화의 동자도 모르거든요. 그래서 요새 기초부터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동양화도 처음부터 열심히 배우고 제 작업에 잘 녹여내는 것, 노트폴리오에서 진행하는 제 드로잉 수업도 업그레이드해서 열심히 하는 게 단기 목표입니다. 장기목표는 세우지 않는 타입이에요. ‘인생은 랜덤이다’라는 개똥철학을 신봉하며 살아가고 있는 터라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변수 많은 세상, 하루에 주어진 일부터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집시

NOTEFOLIO.NET/ZIPCY BLOG.NAVER.COM/YAMAHYDE — 현명한 쾌락주의자 생계형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섹슈얼하고 섬세한 인물과, 관계에 관한 일러스트를 주로 그리고 있고, 굉장한 애주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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