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vol.140 0506
2017 May & June
사진 장영덕 - 솔나리
5월의 시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오월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의 가슴속에 퍼 올리게 하십시오
말을 아낀 지혜 속에 접어둔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5월
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은총을 향해 깨어있는 지고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속에 물흐르게 하십시오
구김살 없는 햇빛이
아낌없는 축복을 쏟아내는 오월
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욕심 때문에 잃었던 시력을 찾아
빛을 향해 눈뜨는 빛의 자녀가 되게 하십시오
이해인
수련 Waterlilies
클로드 모네 ( 1840 - 1926 )
버드나무 가지가 흐드러진 호수에 조용히 내려앉은 수련. 하늘을 품은 듯 펼쳐진 호수의 푸른색은 청명하고 시원한 느낌을 준다. 신비
로운 느낌을 주는 이 작품은 모네가 사망하고 25년이 지난 후까지도 공개 되지 않았다. 전시나 판매가 아니라 소재와 빛이 어우러진
색채를 연구하기 그린 까닭이라 한다. 야외에 대형 캔버스를 펼쳐놓고 그림에 몰입하는 모네. 그의 그림을 향한 열정과 실험 정신을 엿
볼 수 있는 작품이다.
4
cover story
5 발행처 재단법인 대구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창원파티마병원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이대로 45) 발행일 2017년 6월 1일 (격월지 제139호 1983년 12월 24일 창간) 발행인 박정애 수고하신 분 강민수 김재홍 문효민 임성원 박기룡 홈페이지 www fatimahosp co kr 제호 캘리그라피 강병인 편집 및 디자인 불휘미디어 055 ) 244 -2067 표지글 _ 나태주의 시 「사랑에 답함」에서 발췌 contents 2 기도 5월의 시 6 마음을 여는 글 테레사 수녀의 기도 10 파티마는 지금 위암, 유방암, 대장암, 폐렴 적정성평가 1등급 천사와 함께한 바자회 12 우리 몸의 신호등 수면제 졸피뎀은 위험한 약인가? 14 전문의 칼럼 생명의 장기 - 난소 16 특집 실명을 부르는 망막질환 20 문학테라피 행복한 일상 22 활력충전소 통영 비진도 24 예술과 의학 신사임당 26 우리 동네 이야기 창원의 옛 포구 이야기 28 건강 요리조리 열대과일, 여름을 부탁해! 30 온생명 care 나무야, 나무야 32 파티마 뉴스 34 파티마사랑기금 35 진료 안내
마음을 여는 글
글 정목일 수필가
수녀
의 기도
‘빈민貧民의 성녀聖女’테레사 수녀의 주름진 얼굴을 떠올리며, 그
녀의 기도를 듣는 시간이 있다. 인도의 빈민가에서 누더기 옷을
걸친 어린이들을 안고 있는 늙은 테레사 수녀. 나병 환자들의 손
을 잡고 얼굴을 비비고 있는 테레사 수녀의 기도는 언제나 맑은
눈물 속에서 시작된다. 손에 묵주를 든 테레사 수녀의 손은 굶
주림에 지치고 병고에서 신음하는 이들의 이마를 짚어주고 있지
만, 언제나 기도 속에 젖어 있다. 노벨평화상은 그녀의 기도에서
없었던 말이다.
내가 한 번 하느님의 응답을 받을 수 있는 기도를 청할 수 있
게 될 때까지 얼마나 눈물을 많이 흘려야 하는지요. 마음속에
쌓인 욕망의 먼지를 다 씻어내고 내 영혼이 비칠 맑은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될 때까지 얼마나 세속에 물든 생각들을 퍼내어야
하는지요. 기꺼이 생명까지를 내어놓는 참다운 용기를 가지기
위해서는 얼마나 순수한 영혼을 지녀야 되는지요. ‘나’라는 영육
을 한 줌의 재도 남기지 않고 어떻게 태워야만 할까요. 살이 타
는 고통, 뼈가 휘어지는 아픔을 기쁨의 극광으로 맞아들이기 위
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 개의 빵, 육신을 눕힐 수 있는 자
리, 한 벌 몸에 걸칠 옷을 나보다 더 궁핍한 이들을 위해 기꺼이
내놓을 수 있도록 그런 마음의 자유를 어떻게 하면 누릴 수가
있을까요.
거리엔 한 개의 빵을 구걸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병고의 신음
을 토해내며 절망의 벼랑 끝에 서 있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아픈 신음을, 고통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하얀 손수건이 될
수는 없을까요. 아프리카 가난한 나라에 가서 기아에 허덕이는
6
테레사
굶주린 자들을 위해 어떤 기도를 올려야만 할까요. 내 영육이
그들의 양식이 될 수만 있다면, 그들을 위해 기꺼이 바칠 수 있
게 하십시오. 굶주려 죽어가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한 모금 의 물이 될 수만 있다면, 기꺼이 이 몸을 내드리겠습니다.
과학 문명의 음지에서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
편의 시보다 따스한 손을 잡아주길 원하오니, 그가 가난하다면
가난을 내게 주시고, 그가 병자라면 병을 나에게 주십시오. 만
약 나병 환자에게 입 맞추면 그들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덜어질
수만 있다면, 열심히 즐겁게 입 맞추겠습니다. 내 영혼을 불태워
한 줄기 빛을 만들어 그들의 절망을 밝히는 위로의 불빛이 될 수만 있다면, 내 육신을 활활 불태우고 싶습니다.
인도의 거리거리에 구걸하는 굶주린 사람들, 질병의 고통에
서 신음하는 사람들 곁에서 편안히 잠자리에 든다는 것, 한 조 각의 빵을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어쩌면 죄가 되는 것 이 아닐까요.
나는 한때 꿈 많은 교사였습니다. 어느 날, 기차를 타고 어느 마을을 지날 때였습니다. 길가에 사람들의 시체가 군데군데 버 려져 있었습니다. 창문으로 눈을 커다랗게 뜨고 뚫어져라 쳐다 보고 있었습니다.
‘하느님, 아아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때 나의 인생행로는 교사의 길로 뻗어 있었으나, 그 순간
부터 삶의 길을 바꾸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의 반짝거리
던 꿈과 거리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고통, 그 절망과 바꿀
수가 있다면 ……. 그 절망에게로 다가가 희미한 사랑의 불빛
이 될 수만 있다면! 생명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용기가 될 수만 있다면…….
그때 하느님은 저에게 맑은 눈물을 주셨습니다. 참으로 뜨겁 고 큰 용기가 솟구치는 눈물이었습니다. 여태까지 왜 나는 자 신의 행복만을 생각하며 살아왔던가.
나의 관심은 인류의 미래가 아닙니다. 우주시대와 과학문명이
아닙니다. 참혹한 현실의 구석구석에서 들여오는 신음소리와 절
망의 어둠 속에 닿아 있습니다. 나병 환자들의 손을 마주 잡고
함께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의 손밖에 없습니다. 저에게 이
어둠의 구석구석을 어루만지는 하얀 손을 주십시오. 제 영혼의
뼈를 불태워 그것을 만들게 해주십시오. 어떻게 하면 응답받을
수 있는 참다운 기도가 될까요. 어떻게 하면 절망의 어둠을 밝
히는 노래가 될까요. 어떻게 하면 굶주린 자들을 위한 한 방울
의 시원한 물이 될까요.
나의 기도는 목이 마르고 응답에 가슴이 탑니다. 타오르는
촛불의 그 맑은 눈물을 제게 주십시오. 노벨평화상보다 목마르
지 않는 눈물을 주십시오. 그 눈물로 하여금 고통 받는 자들의
마음을 씻어주는 샘이 되게 하십시오. 부디 말씀의 샘, 은총의
샘이 넘쳐서 언제나 제 기도가 목마르지 않게 해주소서.
7 2017 May & June
우리 병원은 올해 상반기 발표된 위암, 유방암, 대장암, 폐렴 등 다양한 항목의 적정성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아 정부 기관으로부터 우수한 의료서비스를 하고 있음을 인정받았다.
적정성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국민이 의료기관을 선택함에 있어 도움이 되고자 항목별로 객
관적인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1~5등급으로 나눠 공개하고 있다. 우리 병원은 총 9개 부문의 적정성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급성기 뇌졸중 ▲폐렴 ▲만성폐쇄성폐질환
▲대장암 ▲유방암 ▲위암 ▲수술의 예방적 항생제 사용 ▲항생제 ▲유소아급성중이염 항생제 항목이다.
8 파티마는 지금
특히 대장암 적정성평가는 3주기 연속 1등급, 유방암 적정성평가는 전 항목 100점, 위암 적정성평가에서는 종합점 수 99.83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항생제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아 적정한 항생제 사용으로 오남용과 내성을 줄 이기 위해 힘쓰고 있으며 나머지 항목들도 지속적으로 관리해 최우수 등급 유지와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01
위암,
유방암, 대장암, 폐렴 적정성평가 1등급
천사와 함께한 바자회
우리 병원은 지난 4월 27일 5층 강당에서 천사와 함께하 는 바자회를 개최했다. 직원들은 이날 바자회를 위해 도서, 의류, 완구, 가전제품 등 함께 나눌 수 있는 물품들을 아낌 없이 기증했다.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자 마련된 이번 바자회는 직원들 의 기증품과 함께 건어물, 약초 연고 등 질 좋은 상품과 김
밥, 만두, 커피 등 먹거리도 풍성하게 준비했으며, 많은 사
람과 좋은 일을 함께할 수 있도록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 로 판매했다.
‘천사와 함께한 바자회’ 판매 수익금 일부는 10월에 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에 사용될 예정이며, 우리 병
원에서 후원하고 있는 네팔 누와코트 바와니 학교를 위한
기금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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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우리 몸의 신호등 정신건강의학과 박소영 과장
zolpidem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는 졸피뎀의 부작용과 올바른 복용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이 약 이 개발되기 전에는 주로 벤조다이아제핀 계열의 수면제들이 사용되었는데 수면 유도 효과가 미약하고 반감기가 길어
다음날 졸음이나 어지럼증과 같은 부작용 빈도가 높고, 과량 복용 시 호흡부전 등의 치명적인 위험이 있어 치료 효과 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졸피뎀은 비벤조다이아제핀 수면유도제로써 작용시간이 빨라 수면 유도에 효과적이며 짧은 반
감기 덕분에 다음날 느끼는 부작용이 현저하게 적고 과량 복용 시에도 치명적인 독성이 없어 비교적 안전한 약품으로
인식됐다.
10
수면제 졸피뎀은 위험한 약인가?
수개월 전, 유명 TV 프로그램을 통해 졸피뎀에 대한 방송이 나간 후, 환자들이 복용 중인 수면제 부작용에 대해 불안 해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됐다. 방송을 찾아보니 정신과 의사인 나에게도 상당히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그래서 수면제, 그중에서도
졸피뎀은 약 30여 년 전 프랑스 사노피 제약회사에서 개발되어 다양한 상품명으로 출시된 불면증 치료제이다.
부작용 하지만 폭발적으로 사용이 증가하면서 처음에는 예견하지 못했던 부작용이 보고되기 시작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전향성 기억상실이다. 이것은 다른 수면제에도 흔한 부작용인데, 약을 복용한 후부터 수면에 들기
전까지의 행동을 다음 날 기억 못 하는 것이다. 수면제 복용 시간 전의 기억에는 장애를 보이지 않아 큰 문제
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부작용은 사건수면parasomnia인데 이는 수면 중 식사, 보 행, 대화, 전화 사용, 운전, 쇼핑과 같은 복잡한 행동을 하고 다음 날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으로 이를 목격한 가 족들에 의해 주로 보고된다. 정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복용 용량이 증가할수록 그리고 알코올과 같이 복용한 경우 더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부작용이 나타나면 약물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원칙이
다. 졸피뎀을 중단하는 것만으로 증상이 완벽하게 소실된다. 그러나 불면증 환자에게 수면제를 중단하는 것은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유발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 서 올바른 방법으로 복용하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하겠다.
예방법 첫째, 알코올이나 다른 진정 수면제, 감기약을 같이 복용하지 않아야 한다. 둘째, 투약 시간을 취침 시간과
가깝게 하고 약을 먹은 후에는 다른 활동을 하지 않고 잠자리에 누워 있어야 한다. 특히 약 복용 후의 휴대폰
사용은 평소 불편한 감정이나 억압된 생각을 문자로 보내거나 말해버리는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매우 주의해야 한다. 셋째, 처방된 용량을 준수하고 복용 시간도 지켜야 한다. 졸피뎀의 약리학적 특성상 수면 유지
효과는 적어 잠을 일찍 깨는 경우가 많다. 이때 약을 추가 복용하거나 아예 새벽에 약을 복용하는 환자가 있는 데 이런 잘못된 복용 방법이 부작용을 유발한다. 넷째, 부작용이라고 생각되는 증상이 생기면 즉시 의사에게 알리고 의사의 지시를 따른다. 다섯째, 불면증이 한 달 이상 지속될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통해 원인이
될 수 있는 정신과적 질환을 치료해야 한다. 졸피뎀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으로 고용량을 장기간 복용
할 경우 의존이나 내성이 생길 수 있는 향정신성의약품이다. 특히 알코올은 졸피뎀이 작용하는 뇌의 같은 수 용체에 친화력을 갖기 때문에, 같이 복용 시 상승효과에 의해 부작용, 내성, 의존 확률이 높아진다. 방송에서는
졸피뎀이 자살을 유발한다고 경고하고 있으나 대부분 우울증, 조현병, 성격장애와 같은 기저질환에 의한 자살
의도가 고용량의 졸피뎀을 알코올과 같이 복용한 상태에서 탈억제화 현상에 의해 충동적으로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알코올과 동반된 정신과적 질환이 그 원인이지 졸피뎀이 자살을 유발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졸피뎀을 복용하는 환자는 알코올의 사용을 금해야 하며 우울증과 같은 기저 질환이 의심될 경우 같이 치료해 야 한다.
졸피뎀은 불면증으로 고통 받는 많은 환자들에게 만족스러운 수면을 제공함으로써 건강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남용과 오용, 심지어 범죄에 이용하는 사람들로 인해 졸피뎀이 인간을 약물 중독에 빠뜨 리고 자살을 유발하는 악마의 도구로 받아들여지고
11 2017 May & June
있다. 인생의 1/3은 수면이 차지하며 수면은 신체 건강과 정상적인 뇌기능을 위해 매우 중요한 기능이다. 만약 수면 장애로 고통 받고 있다면 지금 바로 의사에게 바른 진단과 처방을 받아 치료받고 회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생명의 장기 난소
ovary
미국 통계를 보면 한해 약 22,000여 명의 여성이 난소암 진단을 받고, 15,000여 명이 난소암으
로 사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해 1,330여 명의 환자가 진단되고 750여 명이 난소암으로 사망
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난소암은 대게 초기 증상이 없어 70% 정도가 3기 이상의 진행 단계 advanced stage에서 발견되며 전체적으로 5년 생존율은 반수 이하이다. 난소암
난소암은 조직학적으로 상피성 난소암과 비상피성 난소암으로 나
눌 수 있는데 약 90% 이상이 난소 표면에서 발생하는 상피성 난소
암이며 발생 연령은 대략 50~70세이다. 비상피성 난소암 중에 생식
세포종양은 복부 팽만을 동반하며 10~20대에 발견되기도 한다.
암의 발병에 있어 유전적인 요소가 중요한데 선천적인 것으로는 BRCA1, BRCA2, 비용종성 대장암과 연관된 유전자 등이 있으며 후
천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p53, HER2와 같은 종양형성 유전자를 들
수 있다.
유전적 요인
BRCA1 혹은 BRCA2 유전자 변이mutation를 가진 경우는 70대까지
약 반수에서 난소암이 발병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발병률은 약
1.5%이다. 가족력 중에 유방암이나 난소암이 있다면 유전자 검사
를 통해 BRCA 유전자 변이를 알아낼 수 있다. 일례로 유명 배우인
안젤리나 졸리의 경우 할머니와 어머니는 각각 45세, 56세에 난소
암으로, 이모는 61세에 유방암으로 사망한 가족력이 있었으며, 자
신의 유전자 검사결과 BRCA1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다. 이런 경우
에는 약 80%, 45%의 가능성으로 유방암, 난소암이 발생할 가능성
이 있다. 그래서 결국 그녀는 2013년도 양측 유방절제술을, 2015
년도에는 양측 난소난관절제술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산부인과 옥지훈 과장
전문의 칼럼
12
조기발견이 어려운 난소암
일반적으로general population 상피성 난소암을 일찍 발견하는 방법은 무
엇이 있을까? 자궁경부암의 경우 세포진 검사Pap smear라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세포체취와 백신접종, 바이러스 검사 등을 통해 조기 발견
과 예방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불행히도 난소암의 경우 별다른 방
법이 없다. 국가 암검진에 종양표지자 검사인 CA125, CA19-9가 포함
되어 있으나 선별검사로서의 그 가치는 그리 높지 않다. 매년 시행하는
부인과 검진 시에 질식 초음파 검사를 병행하고 난소에 병변이 발견되
면 ROMARisk Of Ovarian Malignancy Algorithm: CA125 + HE4와 같은 검사를 시행하며
CT, PET-CT, MRI 등 추가적인 영상을 얻음으로써 악성 가능성을 좁혀
간다. 그러나 영상에서 소견이 없던 여성에서 불과 3~4개월 만에 큰 난
소종양이 발견되고 복수가 찬 상태로 내원하기도 하니 완벽한 조기 발
견이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 이유로 해서 난소암은 진행 단계에서 많이 발견되고 치료는 대
부분 수술과 항암 치료를 병행하며 임상적으로 완전히 관해가 되었
다 하더라도 뱃속 어딘가에 종양 조직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재발 recurance 하게 된다. 그리고는 또다시 항암치료 또는 2차 수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하여 우리나라 50대 전후 여성에서 진행된 난소암이 발
견되면, 안타깝게도 자신의 사회적 역할과 가정에서 역할 등 많은 것
을 포기하고 반복되는 입원 생활과 투병에 여생을 보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 BRCA 유전자 검사를 급여화하고 있다.
직계친척에서 유방암이나 난소암이 있는
유방암, 혹은 난소암이 있는 경우
본인에게 유방암, 난소암이 동시에 발병한 경우
40세 이전에 진단된 유방암
양측성 유방암
유방암을 포함한 다장기암
남성 유방암
상피성 난소암
난소
앞으로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와 같은 유전자 검사기법이 상용화
되면 급여 범위와 대상이 넓어지고 혈액종양표지자 검사처럼 선별검사
로 자리 잡을 것이다.
많은 여성분과 진료실에서 얘기를 하다 보면 자궁과 난소를 헷갈리
나팔관
받는 자궁암 검진 시에 배 속의 장기인 난소에 대해 서도 관심을 가지고 초음파 검사 및 선별혈액검사를 받았으면 좋겠다. 남성에서의 고환과 상동기관으로 난소는 아주 중요하며 임신과 호르 몬 역할 등을 담당하는 등 생명의 장기라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13 2017 May & June
자궁 질
난소에 관심을 갖자
는데 정기적으로
안과 배민철 과장
실명을 부르는 망막 질환
지난 5월 보건복지부를 통해 발표된 자료에는 망막 질환으로 진료 받은 환자가 2010년83만 3천명에서 2015년125만 1천명 사이 연평균 8.5%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5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 환자가 많고 여성이 남성에 비해 많았다. 우리 사회
의 고령화와 함께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으로 인한 고혈압, 고지혈, 당뇨 등으로 인해 망막질환은 해마다 증가 할 것으로 예상된다.
망막은 무엇보다 시신경과 관계된 중요한 곳이다. 초기증상이 거의 없고 또한 한번 손상되면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에
무엇보다 조기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14 특집
망막 검사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
1 시력이 갑자기 떨어진 경우
2 야맹증
3 사물이 일그러져 보이는 경우
4 벌레나 날파리가 떠다니는 것 같은
증상이 있는 경우
5 시야가 가려보이는 증상이 있는 경우
소리 없이 찾아오는 망막질환
망막은 안구 뒤쪽 내벽에 붙어있는 얇은 신경 조직으로 눈의 가장 안쪽에 위치하고 있다. 단순히 비교하자면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며 시세포가 분 포하고 있어 눈에 들어온 빛을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과정을 거 쳐 우리가 사물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망막 질환은 초기 아무런 증상 없이 찾아온다. 증상을 인지하고 안과를 찾 은 경우에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되어 일상생활과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안
타까운 경우도 있다. 망막은 한번 손상되면 원래대로 돌아오기 어려우며 또
한 시신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손상을 입게 되면 치명적인 시력 손상을
가져 올 수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평소에 정기적인 안과 검진으로 망막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혈압과 당뇨가 있는 경우라면 망막 질환에 대해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당뇨환자의 경우 당뇨망막병증의 발병 여부를 6개월마다 한 번씩 확인
하고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1~3개월 간격으로 경과 관찰해 치료 시
기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망막질환은 초기에 특별한 증상이 없다. 하지만 시력저하, 야맹증, 사물이 일그러져 보일 경우, 벌레나 날파리가 떠다니는 것 같은 증
상비문증, 시야가 가려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망막질환을 의심해
15 2017 May & June
볼 수 있으므로 이런 증상이 있다면 빠른 시일 내에 안과를 방문해 관련 검사 를 진행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안구의 구조 맥락막 망막 유리체 시신경 수정체 홍채 각막 황반
대표적인 망막질환
시신경유두
망막의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망
막질환인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에 대해 알아보자
황반
당뇨망막병증은 우리나라에서 실명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이다. 당뇨에 의한 고
혈당 상태가 오랜 기간 지속되면 망막에 있는 미세한 혈관이 손상되어 망막에 영양분
공급이 어려워지고 손상을 주게 된다. 이를 당뇨망막병증이라 한다.
당뇨의 대표적인 합병증 중 하나로 당뇨 유병 기간이 길수록 발병 확률이 증가하며
예방을 위해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의 철저한 관리와 금연이 필요하다. 또한 당뇨망막
병증에 의한 시력저하는 종종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당뇨 망막병증 환자의 안저
2. 황반변성
황반은 망막의 중심에 위치한 부위로 시력의 약 90%를 담당해 일상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조직이다. 황반변성은 이 부위에 변성이 생기는 것을 말하는데 다른 질환과 마찬
가지로 초기에 자각증상이 없어 가족력이 있거나 만 40세 이상이라면 검진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위험인자로 나이 가족력, 흡연, 고혈압, 자외선 등이 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 으나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다.
시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경우, 운전할 때 갑자기 차선이 굽어 보이는
황반변성 자가진단 방법
동맥
<정상인의 자가검진 소견><황변변성에 걸렸을 때 소견>
1. 작은 네모 칸이 같은 크기로 보입니까?
2. 모퉁이가 모두 보입니까?
3. 비어 있거나 뒤틀려 지거나 희미한 부분이 있습니까?
4. 선이 물결 모량으로 굽이쳐 보입니까?
자가진단으로 이상이 발견된 경우 반드시 전문의에게 신속한 진료를 받아야 한다.
16 특집
1. 당뇨망막병증
경우, 책이나 신 문을 읽을 때 공백이 보이거나 가운데 부분이 지워진 것처럼 보이는 경우, 색과 명암 구 별이 잘되지 않는 경우에는 황반변성을 의심해야 하며 전문의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 야 한다. 정상 안저 망막
산동없이 망막의 80% 촬영
간단하고 정확해진 망막검사
우리 병원은 지난 5월보다 간단하고 정확한 망막검사를 위해 창원지역 최
초로 무산동 광각안저촬영 & 자가형광안저촬영기를 도입했다.
이번에 도입한 검사 장비는 짧은 시간에 망막의 80%를 촬영할 수 있고 보
다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어 기존 정밀검사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망
막 및 맥락막 질환까지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초기 자각 증상이 늦은
망막 질환의 조기 발견이 가능하고 그에 따른 치료도 빨리 시작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장비는 동공의 크기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검사를 위해 동공
을 확대 하는 산동이 필요하다. 산동은 약물을 넣고 1시간 이상 기다려야 되
기 때문에 검사를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이번 도입 장비는
이런 산동의 번거로움 없이 바로 촬영이 가능하고 산동 검사가 위험한 환자의
검사 또한 가능하며 검사 후 바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검사 장점
• 자각 없는 망막질환의 조기 발견 및 치료
• 짧은 시간에 넓은 부위를 한 번에 검사
• 동공 확대가 필요 없어 검사시간 단축
• 후유증 없이 빠른 일상 복귀
17 2017 May & June
문학테라피
글 조예린 시인 일러스트 류
행복한 일상
멸시로 응수하여 극복되지 않는 운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알베르 카뮈 『시지프 신화』 中에서
매일 똑같은 쳇바퀴를 돌리며 고뇌하는 다람쥐를 본 적이 있는가? 반복행위의 무의미함에 짓눌려 쳇바퀴 위에서 멈칫 멈칫 하는 다람쥐를 과연 본 적이 있는가? 결코 없을 것이다.
쳇바퀴 위의 그 어떤 다람쥐도 그렇게 신나고 그렇게 활기 찰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란 관용어구는 그 의미를 수정해야 한다.
무용無用하고 희망 없는 노동을 반복하게 함으로써 육체적
고통보다 더 무거운 정신의 고통을 주고자 했던 신들의 형벌
에 대해 시지프는 어떻게 응수하는가? 산꼭대기까지 거대한
돌을 굴려 옮기기를 되풀이하면서 잔뜩 긴장한 육체의 노력
을 보일 뿐 단 한 번도 신들의 의도였던 절망이나 허무, 적막
같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한결같은 성실함으로 산 밑으
로 다시 내려가 변함없는 똑같은 치열함으로 산꼭대기까지
바위를 끌어올린다. 경련하는 얼굴, 바위에 밀착한 뺨, 진흙
에 덮인 돌덩이를 떠받치는 어깨, 그것을 고여 버티는 한 쪽
다리, 돌을 되받아 안은 팔 끝, 흙투성이가 된 두 손 …. 시지
프를 바라보는 카뮈의 관점이 위대한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고통을 전혀 고통 아닌 것으로, 신들이 내린 형벌을 전혀 형
벌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림으로써 신들을 “멸시”하는 인간은, 인간의 불만과 고통에 흥미를 갖고 이 세계로 들어온 신들을
추방시켜 버린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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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꼭대기를 떠나 신들의 소굴을 향해 조금씩 더 깊숙이 내려가는 그 순간순간 시지프는 자신의 운명보다 우월하다. 그는 그의 바위보다 강하다.
멸시로 응수하여 극복되지 않는 운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닥친 절망이나 위기라는 ‘바위.’ 그러나 그 바위를 도피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사랑하는 애인이나 되듯 착 끌어안고 짐 지고 나아가는 인간에게 운명의 여신은 무슨 재미를 느낄 것인가?!
이 세계는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순간순간 맞닥뜨리는 부조리 앞에서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통증은
내가 온건한 의식의 소유자임을 알려주는 표지이다. 의식이 잠자고 있거나 병들어 있는 사람은 부조리를 부조리하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치매 환자에게 고민이 없는 이유가 그러하며, 제 손을 먹어버린 해외토픽의 한 유아의 비극도
바로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데서 비롯한 일인 것이다. 그러므로 살아가면서 부딪히게 되는 거대한 부조리 앞에서 미칠
것 같은 내면의 고통의 호소를 들을 때, 그 때는 우선 안심할 일이다. 우리의 의식은 정상 가동 중인 것이다! 오히려 행 복 안내서를 쓰고 싶은 유혹을 기꺼이 뿌리치고 가만히 그 부조리를 짐 지고 버티는 일, 그것이 이 세상의 ‘사막’을 건
너는 법임을 카뮈는 제안한다. 그리하여 이제 그의 상상력은 산꼭대기에서 내려오는 시지프에게 주어진 그 잠시의 휴
식에 닿는다. 하산하는 길에 핀 들꽃, 돌멩이 하나하나, 어둠으로 가득한 산에서 번쩍이는 광물성의 빛, 그 모든 것이 완
벽한 하나의 세계이다. 산꼭대기를 향한 투쟁 그 자체가 그의 마음을 채우기에 충분해지는 순간이다.
하루의 노동 후에 찾아오는 휴식을 기쁨으로 누리는 자. 매일의 노동 속에서 매 순간 새로움과 열정으로 가득 찬 긍
정적인 인간. 자기 운명을 뜨겁게 끌어안고 그 운명을 극복하며 마침내 자기 속에 있는 초인을 살아내는 자. 그런 자만
이 인간의 운명을 조종하려는 운명의 여신을 비웃어 줄 수 있다. 그리하여 마침내 운명의 여신은 추방되고 자기 자신이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시지프의 승리가 숨어 있다.
행복한 시지프, 행복한 일상인은 바로 당신이다!
19 2017 May & June
통영 비진도
그곳에 아름답고 보배로운 섬이 있었다
지친 일상과 권태로운 삶에서 활력을 얻는 방법들은 실로 다양하겠다. 그중에서 누구에도 차별하지 않는 자연에 기대는 것이 최상이 아닐까.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하는 한산도를 포함해 510여 개의 올망졸망한 섬을 거느린 통영에서 배를 타고 40분이면 도착하는 섬이 있다. 여기 에다 소매물도를 포함한 매물도, 연대도, 한산도, 미륵도를 바다백리길로 정하고, 각각 이름을 붙여 부르는데, 제3구간에 속하는 산호길에 발 걸음을 얹기로 한다. 이쯤에서 눈치를 챘을 수도 있겠다. 비진도比珍島로 향하는 내 마음과 날씨는 순한 바닷바람 덕분에 맑고도 가벼웠다.
20 글
활력충전소
정이경 시인
사진 김재홍
자연 풍경을 보석에 견준다면 그 아름다움이란 어떤 것이며, 또 얼마나 보배로운 곳이기에 이름부터 ‘보석에 비견할 만한 섬’
이라 불릴까? 궁금해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여기가 정말로 남녘의 외딴섬이 맞을까. 비진도는 두 개의 섬
이 모랫길로 이어져 한쪽은 몽돌 해변, 또 한쪽은 고운 모래사장
으로 신기한 지형의 해변과 햇빛 아래서 빛나고 있던 윤슬까지
덤이 되어 쉽사리 눈을 뗄 수가 없다.
5.2km의 산호길은, 3시간 남짓한 코스로 북쪽 섬의 선유봉
을 거쳐 섬 둘레를 걷는다고 외항 선착장에 세워진 친절한 이정
표가 탐방객을 안내하고 있었다. 어느 방향에서 시작하든 원점
으로 돌아온다기에 큰 망설임 없이 왼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
지만 숲의 들머리에서부터 산호길에 대한 환상은 산산조각이 나
고 말았다. 분명히 섬 둘레를 따라 걷는다고, 바다를 마음껏 보
며 쉬엄쉬엄 걷겠거니, 그것도 산호길이라 하지 않았나? 땀방울
이 배어나던 2km까지의 급경사는 처음부터 거친 호흡을 요구
했다. 또 등산화를 챙겨 신지 않았다면 꽤 고생했을 산길이 계속
됐다. 대신에 작은 섬에서는 보기 드문 우거진 숲에서 듣게 되는
새소리는 다독임이 되어 주었다.
그렇게 30분 정도 오르면 ‘망부석전망대’를 만나게 된다. 안
내판에는 이곳에서 여인의 옆모습을 닮은 망부석바위를 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건너편 남쪽 섬에다 아무리 눈길을 주어도
보이지 않아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물을 마시며 잠시 쉼을 한
뒤, 선유봉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순간, 숲 사이로 슬몃 보이던
바위가 있었으니 영락없는 여인의 옆얼굴 모습을 하고 있었다.
놓치기 쉬우므로 주위를 자세히 살펴볼 것을 권한다.
대’에 이르고 나서야 저절로 나오는 탄성과 함께, 초입에서부터
이름에 대한 기대를 접은 산호길에 보상을 받을 만한 풍경을 만
난다. 산홋빛 바다가 해변 양쪽으로 펼쳐져 개미허리 같은 잘록
한 모랫길이 그려내는 아름다움은 그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그림이다. 왜 3구간을 산호길이라 부르는지 비로소 알게 되는 순간이다. 비진도의 또 다른 이름은 미인도인데, 이마저도 여기 선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약 10분을 더 올라 선유봉 정상313m에 다다르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하산길은 진초록의 상록수종이 빽빽하게 이어지다가, 해안가의 비경과 절벽이 주는 아찔함과 만나게 된
다. 선유봉 부근에 살던 노루가 벼랑으로 떨어지게 되는 노루여
와 ‘눈바람 언덕’이라는 설풍치, 태풍이 불 때 파도 따라온 갈치 가 바위에까지 와서 널리곤 했다는 갈치여가 색다른 비경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섬의 왼쪽과 오른쪽의 풍경이 완전하게 다름을 알 수 있는 하 산길인 셈이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편안하게 걷기 시작하려
면 섬의 오른쪽에서 시작하는 방법도 그럴듯하겠다. 그 작은 섬
에서 숨어들 듯 자리한 비진암을 지나면 평지에 가까워지고 이
내 선착장이다. 여유롭게 파도소리를 들으며 탐방객들을 뭍으로
데려다 줄 배를 기다리는 것도 즐기며 지내볼 일이다.
기회가 되어 찾게 된다면 섬이니 만큼 배 시간을 확인하는 것
은 필수조건이며, 따라서 신분증도 지참하여야 할 사항에 든다.
작은 배낭에 마실 물과 약간의 간식을 챙겨 비로소 당신은 떠나
기만 하면 될 것이다. 비진도比珍島로, 그 이름답게 어느 곳에도 비
할 수 없는 아름답고 보배로운 섬으로!
21 2017 May & June
다시 10분가량을 가파른 길을 올라 만나게 되는 ‘미인도전망
글 김리아 예술과 의학
영원히 꺼지지 않는 아름다운 빛 신 사임당
1554-1551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은 신사임당에게 참으로
잘 맞는 말이다.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의 ‘잠
언집’에 나오는 이 말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음악이나 미
술과는 달리 의술을 예술이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사람의 일
생은 짧은데 의술은 배워도 끝이 없기 때문에 배움을 게을리
하지 말라고 훈계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 이 말은 순수 예
술을 뜻하는 말로 널리 쓰이게 되었고 신사임당의 예술 세계
가 바로 그러하다. 사임당에게 있어 예술이란, ‘사물을 낳는 마
음’과 ‘타인을 사랑하고 사물을 이롭게 하는 마음’이 형상화된 바로 ‘온생명운동’이다.
신사임당은 강릉의 북평촌 현 강릉시 죽헌동에서 조선 연산군 10년
서기 1504년 음력 10월 29일 새벽에 아들 없는 집안의 둘째 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신명화이며, 어머니는 용인 이씨로 이사온
의 딸이다. 사임당은 어렸을 때부터 경문을 익혀 학문에 대한
열의가 높았고 바느질, 자수는 물론 당시의 여자로는 드물게
시詩, 서書, 화畵에 모두 탁월한 재주를 보였다.
사임당師任堂이란 당호堂號이 또한 스스로 지었다. ‘사師’는 스승 이니 본받는다는 뜻이고 ‘임任’은 옛날 중국에 문왕이라는 뛰어
난 임금의 어머니인 태임太任의 이름자에서 따온 것이다. 태임
너무나 어질고 착하고 현숙한 부인이어서 당시 여성이라면
그를 본받고자 하였는데 사임당도 문왕의 어머니 태임
을 본받는다는 뜻으로 자신의 호를 ‘사임師任’이라고 지어 부른 것이다.
사임당은 일곱 살 때부터 스승없이 그림 배우기를 시작했는
데 세종 때 이름 높던 화가 안견의 산수를 스승삼아 그림공부
에 열중했다고 전한다. 그리고 19세에 3살 위인 덕수 이씨 원
수元秀와 결혼하였다. 이원수는 6세에 아버지를 여의고 독자로
서 홀어머님 홍씨 슬하에서 성장한 불우한 청년이었다. 사임
당 아버지가 이원수에게 “내게 여러 딸이 있지만 자네 처를 곧
한양으로 올려 보낼 수 없네”라고 말한 것은 시집을 가서도 딸
을 곁에 두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아버지의 배려로 사임당은
뛰어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만일 친정을 떠나 시댁에서 생
활했다면 그림에 집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임당의 예술과
학문에 깊은 영향을 준 외조부의 학문은 현철한 어머니를 통
해서 사임당에게 전수되었다. 사임당의 어머니는 무남독녀로
부모의 깊은 사랑을 받으면서 학문을 배웠고, 출가 뒤에도 부
모와 함께 친정에서 살았기 때문에 일반 여성들이 겪는 사가
媤家에서의 정신적 고통이나 육체적 분주함은 적었을 것이으로
보인다. 이러한 훈육 밑에서 사임당은 자녀교육은 물론 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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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누구나
가 꼭 행하여 나갈 네 가지 덕목 즉 부덕婦德, 부언婦言, 부용婦容 , 부공婦功과 더불어 자신의 학예까지 닦았다. 사임당의 예술가로서의 면모는 시詩, 서書, 화畵 다방면에 걸쳐 申師任堂 포도
초충도 草蟲圖
제1폭 가지와 방아깨비
제2폭 수박과 들쥐
제3 폭 어숭이와 개구리
제4 폭 산차조기와 사마귀
제5 폭 맨드라미아 쇠똥벌레
제6 폭 원추리와 개구리
제7폭 양귀비와 도마뱀
제8 폭 오이와 개구리
있다. 사임당의 해행서의 경우 자형의 기본적인 결구는 주로 왕희지를 모범으로 하였으나 시 대서풍인 조맹부의 풍격도 따르고 있다고 평해진다.
그러나 가장 뛰어난 면모를 보인 것이 그림이었다. 사임당이 그림 부문에서 주된 소재로 삼 은 것은 풀벌레, 포도, 화조, 어죽, 매화, 난초, 산수 등이었다. 섬세하고 맑고 풍부한 정서와 깊 은 애정을 갖고 자연을 관찰하여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신사임당의 초충도는 아름다운 여덟 폭의 그림이다. 특히 ‘초충도’는 仁의 마음으로 만물을 감싸고 배려하는 사랑의 마음을 표현했기 때문에 보는 이들의 평화롭게 한다. 풀과 벌레가 서 로 정답게 생존하는 자연을 한폭에 담아낸 그림이다.
右警夕 저녁에 외는 경구
開巷對越
책을 펼치면 성인을 대하는 듯
赫若有臨
황홀히도 위에서 내려보는 듯 하여라
年數不足
기약은 크옵건만 햇수가 모자라니
怵然心警
문득 움칫하고 마음이 놀라도다
오죽헌에 보관중이 풀벌레 그림草蟲圖은 모두 풀과 꽃 아래 위로 벌레가 그려져 있는데 유독 한 폭만이 아래쪽에 벌레가 없고 훼손된 채로 보존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그림을 보관 했던 분이 햇빛을 쏘이러 마당 펼쳐 두었더니 닭이 진짜 벌레인 줄 알고 쪼아서 구멍이 뚫렸 다고 전하리만큼 절묘하고 신묘한 그림이라 한다. 이밖에도 치마폭에 그린 포도그림에 얽힌 유명한 일화도 전해오고 있다. 그림이 마음을 수양하는 예술이라 생각했던 사임당은 그림을 팔아 돈을 만들지는 않았으나 다만 그때는 그 부인의 딱한 사정을 보고 도와주려는 따뜻한 마 음에서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사임당은 그 어떤 예술가보다 자연을 이해했으며, 성리학 사상이 팽배해있던 사회 현실에서 여성이기에 감내해야 했던 자신의 처지를 미혼美醜을 떠나 하찮은 미물과 잡초들에게까지 그 마음을 표현했다. 신사임당은 예술 뿐만아니라 율곡, 매창 등 일복
23 2017 May & June
자녀를 하나같이 효자로, 천재로 키운 교육자였다. 48세라는 아까운 나이에 심장질환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영원히 꺼 지지 않는 아름다운 빛으로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가슴에 빛을 던져주고 있다.
거룻배 오가던 창원의 옛 포구
유월 하순쯤이면 남부지방에는 어김없이 장마가 든다.
장맛비가 내릴 때 창원에서 가장 불안한 곳이 창원종합 버스터미널 일대이다. 불과 몇 년 전인가 큰비가 내렸을
때도 이곳이 물바다가 된 적이 있다. 그 이전에도 바닷물
이 만조일 때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면 이곳은 어김없이 물
바다가 되었던 곳이다. 왜냐하면 옛날 이곳이 마산만에서
밀려오는 바닷물의 영향을 받는 조간대이기 때문이다. 즉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곳이다.
대원동 아랫자락의 해정海亭이라는 지명이나 1945년 미 해군사진도민일보 소장에 보이는 대원동 아랫자락의 대규모 염 전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므로 밀물이 밀려드는 시간대 에는 제법 큰 거룻배가 물길을 따라 현재 창원대로 옆 유 남주유소 근처와 명곡로터리 위 지귀동 아래까지 오르내 렸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그곳에 있던 포구를 사화 포沙火浦와 지이포只耳浦라고 기록했다. 동네 어른들의 말로 는 일제 때 철둑이 생기기 전에 사화포 일대는 온통 갈대 밭이었다고 한다. 하기야 창원공단이 완전히 개발되기 전 인 1980년까지만 하더라도 철로 아래쪽은 갈대밭이 그대
로 있었다. 그 넓은 갈대밭 사이로 배를 저어가는 모습을
상상하면 너무도 아득한 옛날 풍경으로 느껴지지만 불과
60여 년 전의 일이라고 하니 그리 먼 옛날도 아니다. 어릴
때 기억을 더듬어 보면 사화포 근처는 하천의 물이 제법
깊었고 밀물이 들면 너무 깊어져 무서워서 들어가지도 못
했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사화포 근처의 풍경은 이러하다.
하천가에는 둑이 있었고 둑에는 버드나무가 줄지어 있고
그 아래 깊게 패인 골에는 진흙벽이 드러나 있었다. 거기
에는 게들이 파놓은 구멍이 수없이 뚫려 있었다. 장난기
많은 청년들은 재미 반 일 반으로 그 구멍에서 참게를 잡
아냈다. 갈대 끝에 오징어다리를 달아 게 구멍에 넣고, 밀
고 당기기를 반복하면 게가 그것을 물게 된다. 그러기를
몇 번 반복하면 게가 집게손으로 그것을 물고 서서히 딸
려 나와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이때 급하게 손으로 눌러
잡으면 됐다. 또 어떤 아이들은 물에 담긴 채 물가의 돌
틈이나 버드나무 뿌리털 사이로 손을 가만히 넣어 그 속
에 숨어있는 붕어를 잡기도 했다. 붕어는 매우 민감해 손
이 닿는 순간 쏜살같이 도망가 버려 좀처럼 잡히지는 않
지만 차가운 촉감이 느껴지는 순간 재빠르게 꽉 움켜쥐면
잡히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또 어떤 아이들은 갈대밭으
로 들어가 이리저리 헤매면서 새집을 찾기도 했다. 새집
글 박태성 향토인문학자 24 우리 동네 이야기
에는 새알이 있었기 때문이다. 새알을 물에 띄워보고 가
라앉으면 가져오고 떠오르면 부화 중이기 때문에 다시 새
집에 넣어 두었다. 갈대밭에는 개개비라고 하는 갈새가
많이 있었다.
겨울이 되면 아이들은 냇가에서 썰매타기를 하였다.
썰매타기에 지치고 추위가 더해지면 하천 언덕과 하천 언
저리에 있는 마른 풀에 불을 질렀다. 불을 지피는 이유는
얼음에 젖은 옷도 말리고 추위도 피하는 목적도 있지만
내년에 새 풀이 풍성하게 자라고 특히 봄철에 쑥을 잘 캘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풀이 그리 많지 않아서 한쪽에 풀
을 모아 불을 지르고 그 불에 마른 소똥을 올려 불을 붙이
면 그것이 아주 좋은 불씨가 되었다. 소똥불을 들고 다니
면서 마른 풀에 갖다 대고 입으로 불면 쉽게 불이 붙었다.
이 때문에 겨울의 강 언덕은 온통 새까만 재로 덮여 있
었다. 이렇게 까만 언덕을 배경으로 하늘에는 까마귀 떼
가 새까맣게 날아다녔다. 까마귀는 들판에서 겨울을 나는
데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늘로 날아올라 소용돌이처럼 하늘
을 빙빙 돌았다. 그 숫자는 수천인지 수만인지 알 수도 없
을 만큼 엄청났다. 궁금한 것이 많았던 시골아이는 여러
가지 질문을 했었다. 까마귀가 어디서 오는지, 왜 저렇게
빙빙 도는지, 저 많은 새가 무엇을 먹고 사는지, 저 중에
도 대장이 있는지, 까마귀도 가족끼리 모여 사는지, 밤에
는 잠을 자는지 등등 …. 이러한 질문은 겨울을 나기 위해
날아온 오리와 기러기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단지 대장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떤 놈인지, 왜 줄을 지어 날아가는지 등 약간 다른 질문도 있었다.
이러한 풍경이 펼쳐진 사화포를 오갔던 거룻배는 무엇 을 실고 다녔을까. 아마도 마산포에서 생선과 어물을 실
고 와서 함티이에 옮겨 담아 머리에 이고 팔러 다니기도
했을 것이다. 또한 이곳에서 쌀, 보리, 밀, 콩 등의 곡물을
실어서 마산으로 나가서 팔기도 하였을 것이다. 아버지
께 들은 이야기로는 할아버지께서 배를 가지고 사화포에 서 거제도를 오가며 장사를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만 하더라도 거제도와 인근 섬에는 곡식이 매우 귀했다고 한다. 쌀 한말에 보리 두말을 먹으면 시집간다고 할 만큼 어려워서 주로 고구마를 심어 내다 팔았고 오래 저장하기 위하여 고구마를 썰어서 말려서 팔기도 하였다. 그것이 소위 빼데기다. 할아버지는 이것을 알고 창원에서 싸래기 를 모아서 한 배 가득 실고 거제로 가서 그것을 중간 상인 에게 넘기고 일부는 돈으로 받고 일부는 고구마로 받아오 셨다고 한다. 아마도 짐작에 할아버지와 같이 또 다른 무 엇인가를 배에 실고 다니며 장사를 하신 분들이 있었을 것이다. 철길이 만들어지면서 물길은 효율성이 없어지고 포구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되었으리라. 지금도 가끔 옛날 사화포가 있었던 유남주유소에서 창원농산물도매시
장 방향으로 가면 어김없이 하천 쪽을 바라보게 된다.
25 2017 May & June
나무야, 나무야
글 송창우 시인
세상의 중심에는 큰 나무 한 그루가 있다. 땅속 깊이 뿌
리를 내리고 하늘을 향해 푸른 가지를 뻗은 오래된 나무가
있다. 뿌리가 닿은 곳에는 맑은 샘이 고이고, 가지 끝에서
는 태초의 새가 운다. 어릴 적 내 고향의 한가운데에 서 있
던 느티나무 같기도 하고, 눈 덮인 시베리아의 숲에서 만난
거대한 전나무 같기도 한, 한 그루의 나무 아래서 생명은
태어나고 자라고 죽고 다시 태어난다. 신화학자들은 이 나
무를 우주나무 또는 생명나무라고 부른다.
우주나무는 세상의 중심축이며,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이
고, 지하와 지상과 천상의 삼계를 이어주는 통로다. 단군신
화에 나오는 태백산 신단수가 우주나무다. 하늘의 아들 환
웅은 바람의 신, 구름의 신, 비의 신과 함께 신단수 아래로
내려와 신시라는 지상의 세상을 열었다. 여자로 환생한 웅
녀가 자식 낳기를 소망하며 빌었던 나무도 신단수고 단군
왕검이 태어난 곳도 신단수 아래다. 우주나무는 신과 인간
을 이어주는 초록의 길이었고, 인간의 소망을 들어주는 고
맙고 신성한 존재였다.
신단수처럼 동서양의 신화들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우주나무는 우주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기도 하는
데 북유럽의 신화에 등장하는 이그드라실이 대표적이다.
이그드라실은 물푸레나무인데 지구의 중심에 세 개의 뿌리 를 내리고 있다. 우람한 줄기에서 뻗어나간 푸른 가지는 하 늘을 덮고, 나무 꼭대기는 신들이 사는 천상의 나라에 닿았 다. 지하와 지상과 천상을 아우르고 있는 이 거대한 물푸레
나무 속에 신과 인간과 거인과 난장이, 그리고 죽은 자들이
사는 아홉 개의 세상이 있다.
한편 인도의 신화에는 이그드라실과는 반대로 천상에 뿌
리를 내리고 지상으로 가지를 뻗친 브라만의 나무가 있다.
힌두교의 오래된 경전 우파니샤드에는 ‘우주는 영원히 존
온생명 c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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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는 나무처럼 그 근원은 위로 퍼지며 그 가지는 아래로
퍼진다. 이 나무는 브라만이며 불멸이고 이 세상 전체가 이
나무에 있다’고 묘사되어 있다.
이처럼 우주를 한 그루의 나무로 생각하는 것은 나무에
자연의 신성함과 우주적 섭리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나
무는 지상에서 가장 큰 생명체이고, 인간의 수명과는 비할
바 없이 오래 사는 존재이며, 신비한 재생의 힘을 지니고
있다. 우주를 하나의 살아 있는 유기체로 여겼던 사람들에
게 있어 나무는 우주의 형상을 드러내는 신성한 실체이자 삶의 지혜를 일깨워주는 위대한 스승이었다. 세상의 위대 한 현자들이 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것은 아마도 나
무가 들려주는 생명의 신비와 우주적 이야기들을 들었기 때문이리라.
나무는 한 그루 한 그루가 그대로 살아 있는 우주다. 정 중동의 우주처럼 나무는 고요한 가운데에서 끊임없이 변
화하고 성장한다. 나무는 뿌리를 땅에 내리고 지상에서부
터 천상을 향해 줄기와 가지를 뻗는다. 그리고 가지에서는
해마다 새로운 별들이 태어나고, 자라고, 죽는다. 꽃과 나
뭇잎과 열매는 나무라는 하나의 전체를 구성하는 부분이
면서 한편으론 한 그루의 나무를 잉태하고 있는 전체이기 도 하다. 이는 줄기나 뿌리도 마찬가지다. 나무는 완전한
생체 재생력을 온몸에 지니고 있다. 나무는 부분이면서 전
체인 소우주들이 물관과 체관의 길을 통해 생명의 에너지
를 주고받으며 큰 우주로 성장한다.
나무는 삶과 죽음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계다. 사실 살
아 있는 나무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나무가 속으로 단단히
쌓아놓은 죽음의 힘이다. 나무에서 살아 있는 부분들은 형
성층이라고 부르는 수피 속의 얇은 부분과 뿌리와 가지 끝
그리고 잎사귀뿐이다. 사람은 삶과 죽음을 양립할 수 없는
대립적 세계로 여기지만 나무는 삶과 죽음을 분리시키지
않는다. 삶은 죽음을 온전히 감싸 안고, 죽음은 삶이 흔들
리지 않도록 단단히 지탱해준다. 그러므로 나무는 속을 적
막한 죽음으로 가득 채우고서도 봄마다 기적처럼 새싹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나무는 만물이 깃들어 사는 집이자 생명의 어머니다. 지
구상에서 생명체를 구성하는 유기물을 만들 수 있는 존재
는 식물뿐이다. 나무는 빛과 물과 이산화탄소로 유기물을
합성하고 자신의 몸에 축적한다. 이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
산되는 것이 산소다. 지구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든 생물
은 이렇게 생산된 유기물을 먹으며 몸을 만들고, 산소를 호
흡하며 생명을 지속한다. 사람을 비롯한 동물들은 스스로
유기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없으니, 나무와 같은 유
기물 생산자가 없다면 생태계란 애초부터 존재할 수도 없 는 것이다.
그럼에도 세상 곳곳에서 나무들이 사라져간다. 오랜 세
월 마을을 수호하고 사람들의 소망을 나이테에 새기며 살
아온 우주나무가 일순간에 베어지기도 한다. 어릴 적 내 고
향의 한가운데에 서 있던 신령스런 느티나무도 지금은 사
라지고 없다. 한 그루의 나무에서 만물이 깃들어 사는 우주
를 보고, 나무와 교감하고, 신성한 나무로부터 삶의 지혜를
배우고자 했던 마음이 사라진 자리들마다 도로가 나고 아
파트가 섰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만난 문장 하나를 생각
한다. “나무야, 나무야. 누워서 자라.”오랫동안 잊고 살다
가 불현듯 삭막한 삶의 한가운데에서 떠올린 문장이다. 이
짧은 문장은 나무와 사람이 서로 닮은 존재라는 것을 믿
고, 진실로 나무와 교감할 때 가능해지는 표현이다. 나무가
뿌리와 가지와 잎으로 구성되어 있는 식물체이고 인간과
는 다른 존재라는 것을 아는 것은 근대이성이 추구해온 지
적 능력이지만, 그럼에도 나무야 누워서 자라고 말할 수 있
는 마음. 나무의 아픔을 나도 아파할 줄 아는 마음. 그것이
야말로 나날이 파편화되고 흔들리고 무의미해져가는 나를
우주적 존재로 다시 회복시켜 줄 온생명의 마음이 아닐까.
29 2017 May & June
위암, 유방암, 대장암, 폐렴 적정성평가 1등급 우리 병원이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시한 적정성평가 위암, 유방암, 대장 암, 폐렴 부분에서 1등급을 받았다. 이번 평가로 우리 병원은 각 부문에서 우수한 진료를 하고 있음을 인정받았으며, 특히 유방암 적정성평가는 모든 항목에서 100점을 획득해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각 부문 별로 진료질 향상을 적정성평가
를 실시하고 있으며, 국민의 의료기관 선택을 위해 공개하고 있다.
항생제 적정사용 최우수병원
우리 병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실시한 약제급여 적정 성평가 항생제 부문과 수술 의 예방적 항생제 사용 적정성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우리 병원은 이번 평가로
항생제 오남용과 내성을 줄이고 수술 중 감염 예방을 위해 적정한 항생제를 사용하고 있 음을 인정받았다.
무산동 망막진단장비 도입
우리 병원이 창원지역 최초로 산동없이 광각안저촬영과 자가형광안저촬영이 가능한 망 막진단장비를 도입했다. 이번에 도입한 장비는 망막의 넓은 부위를 한 번에 촬영해 높은
해상도의 영상을 얻을 수 있어 보다 정확인 진단이 가능하다. 또한 동공확대가 필요 없어
검사와 대기시간이 짧고 후유증 없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도네시아 해외의료봉사 우리 병원은 지난 5월 30일 5층 강당에서 인도네시아 해외의료봉사단 발대식을 가졌다.
이번 해외의료봉사는 6월 2일에 출발해 8일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소아청소년과, 심장내 과, 정형외과 전문의를 비롯해 총 30명의 의료봉사단이 파견된다. 해외의료봉사단은 인 도네시아 서부자바주 수방지역을 방문해 저소득층을 위한 진료와 함께 레크레이션을 통 한 현지 주민들과의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파티마 NEWS 30
스를 제공하고 있다.
내시경에 초음파를 부착한 초음파 내시경 검사
우리 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에서는 내시경과 초음파를 결합한 초음파 내시경 검사를 시 행하고 있다. 초음파 내시경 검사는 소화기관의 깊은 부분까지 관찰하기 어려운 복부 초
음파 검사의 결점을 보완한 특수 검사로 장기의 가까운 곳까지 직접 도달해 선명한 초음
파 영상을 얻을 수 있다. 내시경 초음파 검사는 식도암, 조기위암, 담관암, 담낭 담석, 종 양, 평활근종, 췌장질환, 등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에 활용된다.
파킨슨병의 정확한 진단, FP-CIT PET 검사 시행
우리 병원 신경과에서는 파킨슨병과 파킨슨 증후군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 FP- CIT PET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FP-CIT PET 검사는 파킨슨병의 원인인 도파민의 생성저하를 영
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검사로 기존 검사 대비해 진단율이 높고 빠른 확진이 가능해 조
기 발견 및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암 극복 캠페인 ‘통증을 말합시다’실시
지난 5월 17일 1층 로비에서 암극복 캠페인이 있었다. 이번 캠페인은 암성통증치료와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마련됐으며, 암성통증관련 OX 퀴즈를 비롯
해 암성통증에 대한 안내와 교육용 소책자를 내원객에게 배부했다.
창원최다 응급의학과전문의 7명 진료 우리 병원 응급의료센터는 응급환자의 신속하고 정확한 치료를 위해 365일 24시간 응 급의학전문의가 진료하고 있다. 응급의료센터는 창원 지역 최다 인원인 7명의 응급의학 과 전문의가 근무하고 있으며 각 진료과와 협진을 통해 정확하고 신속한 응급의료서비
파티마 NEWS
31 2017 May & June
파티마 NEWS
간호부 바자회 개최
우리 병원은 지난 4월 27일 5층 강당에서 ‘천사와 함께하는 바자회’를 개최했다. 이번 바 자회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기증한 도서, 의류, 완구를 비롯해 건어물, 액세서리, 천연연 고 같은 물품과 간단한 먹거리를 판매 했다. 이날 판매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을 위한 봉
사활동 지원과 네팔 바와니 학교 지원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소아환자를 위한 어린이날 행사 우리 병원은 지난 5월 4일 1층 로비에서 소아환자를 위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이 번 행사는 직원들이 함께해 아이들과 풍선아트를 함께했으며, 봉사자들의 재능기부로 아이들에게는 손등에 그림을 그려주는 헤나아트와 손의 피로를 풀어주는 손마사지를 실시했다.
다솜모아 봉사동아리 ‘저소득층 공부방 만들기’ 지원 지난 6월 17일 우리 병원 봉사동아리 ‘다솜모아’는 창원 의창구 명서동 소재의 저소득 한부모 가정을 찾아 봉사활동을 실시했다. 함께한 직원들은 주거환경 개선 활동을 비롯 해 아이들이 보다 쾌적한 공간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침대, 책상, 책장 옷장 등을 지원했
다. 우리 병원은 지난 3월 의창구청과 ‘꿈 실현 공부방 만들기’ 협약을 맺고 저소득층 자 녀의 쾌적한 학습공간 제공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제46회 파티마 성모의 밤
지난 5월 10일 1층 로비에서 파티마 성모의 밤 행사가 거행됐다. 파티마 성모의 밤은 묵 주기도, 화관봉헌, 장엄축복 순으로 진행됐으며, 매년 5월 성모 마리아의 삶을 기리고 그 분의 모범을 따르기 위해 거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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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와 함께하는 도서바자회
지난 6월 12일부터 23일까지 우리 병원 1층 로비에서 교보문고와 함께하는 도서바자회
가 있었다. 이번 도서바자회는 내원객에게 베스트셀러부터 아동도서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을 10~70% 할인된 가격에 제공했다. 바자회 판매 수익금은 파티마사랑기금에 전달
되어 경제적 사정으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이웃의 진료비 지원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5월 온생명의 날 행사
지난 5월 26일 온생명의 날 행사가 있었다. 이날 함께한 직원들은 병원 내부와 창원천
주위를 돌며 환경정화 활동을 펼쳤다. 우리 병원은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온생명의 날
로 정하고 환경보호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제143회 사랑의 음악회
지난 4월 26일 1층 로비에서 제143회 사랑의 음악회가 있었다. 이번 음악회는 어쿠스틱
듀오 ‘논코드’가 출연해 해바라기, 수와진, 김광석, 안치환 등 7,80년대 유행했던 대중가
요를 연주하고 노래 부르며 관객들과 함께 했다. 우리 병원에서는 환자와 보호자를 위
한 음악회를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개최하고 있다.
파티마갤러리 김혜린 개인전 ‘표류하는 감정’
파티마갤러리에서는 6월 5일부터 30일까지 김혜린 작가의 개인전 ‘표류하는 감정’을 연
다. 이번 전시는 아크릴 물감을 이용해 빠른 붓터치와 인상적인 색감으로 작가의 감정을
꽃으로 표현한 작품 20여점을 전시한다. 김혜린 작가는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관람객이 자신의 감정을 느끼고 스스로 위로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로 말했다.
파티마
33 2017 May & June
NEWS
파티마 사랑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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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함에도 경제적 사정으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이웃들
의 진료비 지원과 지역 사회 내 복지 실천을 위해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
로 마련된 기금입니다.
♥ 외래·입원 진료비 지원 ♥ 결식아동 급식비 지원 ♥ 저소득 출산비 지원
♥ 해외의료봉사 지원 ♥ 기타 지역사회 연계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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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파티마사랑기금
강경미 강다원 강명희 강미윤 강미진 강민수 강병희 강봉중 강석민 강승철 강의주 강형주 경호강 고동한 고선숙 고원일 공인미 공주예 공치완 곽병관 곽준웅 구본림 구본원 구인숙 권경영 권도은 권유빈 권은미 권태정 권현숙 금지경 금지현 김가영 김경은 김경진 김기웅 김길중 김대현 김덕찬 김미란 김미영 김미해 김민정 김민호 김병효 김보경 김보람 김보미 김보영 김성민 김성희 김수경 김수분 김수영 김수정 김수진 김순복 김순향 김승업 김시원 김언희 김연수 김영순 김예진 김용식 김우솔 김유경 김유현 김은민 김은숙 김은영 김은정 김은지 김은희 김인숙 김재웅 김재홍 김정미 김정석 김정수 김정숙 김정아 김정옥 김정원 김주희 김준호 김중기 김지은 김진선 김진영 김진원 김진주 김진화 김창민 김태석 김태순 김태우 김하림 김해현 김행숙 김현성 김현숙 김현주 김현호 김혜원 김황희 김효정 김희정 남경숙 남미애 남양숙 남정은 남진희 남효주 남희진 류진옥 류혜정 류혜진 마은미 명지은 모금함 문미옥 문익준 문정희 문혜란 문효민 민선희 박가영 박경석 박경조 박금임 박기애 박상미 박서현 박선미 박성열 박성진 박성철 박성혜 박세나 박소영 박수현 박숙현 박영순 박영신 박영인 박옥윤 박원식 박유진 박은영 박은화 박인숙 박재홍 박정석 박정아 박정애 박주희 박찬미 박찬우 박창준 박초롱 박현수 박현숙 박현정 박혜라 박혜원 박혜지 박혜진 방희연 배경희 백금순 변다혜 변준호 서명화 서성호 서소희 서원미 서주언 서충기 서희선 성경학교 성미연 성주연 소슬기 소임전 손대곤 손라녀 손유창 손주연 손진군 손현옥 송동규 송민정 송선희 송은지 송정옥 송주영 송주호 송호열 승형준 신경순 신미진 신민영 신요림 신지혜 신현정 심미숙 안상하 안여정 안용준 안은경 안주희 양기정 양민수 여경아 예해경 오명희 오민정 오세진 오수현 오순옥 오흥석 옥성미 왕은영 우순임 우승연 우은영 원무과 유미혜 유보라 유분례 유숙임 유영숙 유은화 유자화 유태구 윤다솜 윤상화 윤영록 윤지영 윤혜정 이경애 이경희 이기영 이동헌 이명자 이미령 이미순 이미정 이미화 이민호 이봉남 이상민 이선미 이성원 이수임 이슬 이슬빈 이애숙 이언주 이연미 이연주 이영덕 이윤복 이율리아 이은정 이일동 이정순 이정은 이정하 이종세 이주석 이준락 이지연 이지은 이지현 이지혜 이진희 이창용 이학송 이현옥 이현재 이현정 이혜경 이혜련 이혜미 이혜수 이혜진 이화순 임성원 임승춘 장경숙 장경우 장내성 장민관 장원석 장은주 장재웅 장혜란 전도환 전수민 전영순 전은슬 전주홍 전현근 정경화 정명숙 정미옥 정미희 정민경 정보경 정삼순 정삼예 정서윤 정서진 정성관 정성운 정송희 정수상 정수정 정수진 정순화 정옥연 정요한 정원조 정은영 정인약품(주) 정진이 정현정 정희선 정희정 제창숙 조길석 조명제 조미영 조성래 조성열 조아라 조연실 조영준 조영화 조용환 조은아 조인주 조인혜 조정현 조준욱 조지훈 조진희 주수영 주정숙 주정임 주정희 진성진 진화영 진희영 차명철 채영숙 채정훈 최경희 최규상 최낙구 최미희 최분옥 최성욱 최연오 최연준 최윤희 최정환 최주례 최현지 최환식 최효미 팽기훈 팽연화 하정희 하주희 한기원 한덕렬 한양천 홍태선 홍현진 황인주 황정혜 황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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