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꾸는 꿈 1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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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월간 제104호

기획

2015

불꽃이 된 전태일, 그를 다시 부른다. 특별기고 통일선도 도시 대구를 꿈꾸며 특집 시험중독 도시, 대구 이슈 지방자치단체는 국무총리실의 식민지가 아니다 개판 혹은 굿판 그녀들의 삶(1983 ~ 2015) ART & CULTURE 누구의 자리일까

이달의 회원

청년 김주욱“재래시장은 내가 살린다”

http://www.civilpower.org


<함께 꾸는 꿈>은 대구참여연대가 발행하는 격월간지입니다. 사회 여러 분야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독자 여러분의 진솔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참 언로가 될 것입니다.

대구참여연대는 시민과 함께 합니다. 시민의 참여가 대구를 바꿉니다.

대구참여연대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과 함께 합니다.

대구참여연대는 지방 권력의 건전한 작동을 견인합니다.

대구참여연대는 합리적이고 타당한 비판과 실현 가능한 대안을 연구하고 제시합니다.

대구참여연대는 회원의 회비 및 후원금으로만 운영됩니다


표지이야기 사람과 벽 150x384(Cm) Oil on Canvas 1986 이태호는 16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작가이다. 나와 나, 나와 너 사이의 관계와 소통의 문제를 고민한다. 자문: 남인숙(문화·예술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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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득락의 변

고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구인호

05

이한컷

그곳으로 갈께 I_ll Be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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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편지

기억하라! 상상하라!│오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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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펀딩

좋은 책, 함께 만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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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통일선도 도시 대구를 꿈꾸며│최봉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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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시험중독 도시, 대구│이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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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불꽃이 된 전태일, 그를 다시 부른다. 우리가 다시 전태일을 호명(呼名)하는 이유│노태맹 병들어 쓰러진 사람아, 청옥 같은 나를 짚고 일어나라│김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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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지방자치단체는 국무총리실의 식민지가 아니다│장지혁

18

개판 혹은 굿판

그녀들의 삶(1983 ~ 2015) │허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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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CULTURE

누구의 자리일까│남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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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다

위로공단 / 임흥순 감독 인터뷰│허경주

24

책을 읽다

책 읽어주는 남자와 타인의 삶│하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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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모임

우리의 존엄은 안녕한가요?│김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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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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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세상

대구에 10월문학회가 있습니다│이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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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현장은 지금

노동개악 시대, 지금은 송곳 찌르기가 아니라 지각운동이 필요한 때! │임순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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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서 희망찾기

뇌 안의 유령│남원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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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잡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김성범

회원의 소리

“재래시장은 내가 살린다.”청년 김주욱 회원 인터뷰│권영태

‘침묵의 슈피랄레’ 를 깨트리자│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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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소리

왜 변화를 두려워하는가?│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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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곳곳

행복한 찻집‘다루’/ 남지장사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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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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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주민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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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참여연대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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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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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비납부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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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립니다

<구독 및 안내>


│이고득락의 변│

고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구인호 편집장 igoduckrak@hanmail.net

단풍이 곱게 물든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몇 년 전부터 가을의 나뭇잎들이 어쩌면 그렇게 곱고 이쁜 빛 깔을 내는지 감탄하는 자신을 봅니다.‘가을이 원래 그렇지’ 라며 별 감흥없이 스쳐 보낸 산들의 울긋불 긋한 색깔이 새삼 보이는 것은 스스로 인생의 가을에 접어든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 즈음부터인 것 같습 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온 나라의 다른 이슈가 묻힌 듯 합니다. 국정감사에서 어떤 문제점이 지적되었는 지, 내년 예산안을 국리민복에 도움이 되도록 제대로 짰는지, 노동유연화를 명분으로 한 쉬운 해고, 취업 규칙 불이익변경의 완화, 임금피크제 등 소위‘노동개혁’ 이 과연 노동자와 자본가의 이해를 잘 조율한 것인지, 아니면 자본가의 주장만이 일방적으로 입법화되는 것은 아닌지, 올 가을에 인양한다던 세월호는 ‘우째’되어 가는지 등에 대한 관심들을 역사 국정화문제로 희석하는 것은 아닌지. 법률의 위임을 받아, 법률의 범위 내에서 규정되어야 하는 행정법규(시행령, 행정규칙 등)에 대해, 그 법률위반여부를 법률을 제정하는 국회가 심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삼권분립의 원리에 맞는 야당 제안의 국회법 개정안을 수용한 유승민 의원을 내치면서, 정부는 국회 눈치를 보지 않고 정부시행령과 행정규칙 으로 원하는 바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더니 결국 세월호 시행령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로 자신의 뜻 을 관철하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선출한 국회의원들이고, 우리 지역이 그런 대통령을 만드는데 크게 일조했지요. 누구나 존중받고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사회, 힘들게 일하는 사람에게 그에 맞는 보상을 주는 나라, 아버지의 일이라도 그 평가를 학계의 자율에 맡길 수 있는 공인으로서의 용기와 도량이 있는 대통령을 가질 수 있는 국가를 만들려면 선출직 공인들을 잘 선발해야 할 것입니다. 평화통일을 적극적으로 만들 어 낼 공인들을 더 많이 지지해야 할 이유도 분명합니다. 대구에서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낸 전태일.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며 저항한 젊디젊은 23살의 청년이 스스로 삶을 마감한 날이 1970. 11. 13.입니다. 그를 기억하고 되살리는 것은 우리의 노동이, 우 리 노동자가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고 대접받는 세상을 앞당기는 작은 불씨가 될 것입니다. 전태일 문화 제는 그의 정신을 기억하고 오늘을 다시 추스르자는 우리의 의지와 다짐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고 그 속에 겨울이 느껴집니다. 지금 우리의 생각과 행위가 오늘을 만들고, 그것이 미래가 될 것입니다.‘추버서’스스로 그렇게 물든 이쁜 나뭇잎들을 보며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 로 기운을 내어 눈내리는 아름다운 겨울을 맞을 채비를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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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컷│

이명미 그곳으로 갈께 162×130.3cm acrylic on canvas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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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편지│

기억하라! 상상하라! 오규섭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

저에게 전태일 열사에 대한 기억은 노동이란 교환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언어의 집 속에 인간은 산

가치로서의 자본, 밥벌이 수단이 아니라 노동은 사랑

다.”(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중)

이자 생명이라는 것입니다. 인간의 삶, 그 원형에 대 다들 평안하신지요. 가을맞이 한가운데입니다.

한 그리움입니다. 생존의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이야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대구시민문화제 준비로 안팎

기인가요.

으로 다들 열심을 내고 있군요. <기억하라! 상상하

“밥줄을 잡고 목을 조이는 자들이 있고, 마음을 병

라!> 이번 문화제의 뜻 모음 글귀입니다. 언어란 단순

들게 해서 얼을 죽이고 빼앗는 자들이 있지요.” (다석

한 말이나 글이 아니라 그 시대의 역사성이 담겨있지

류영모 말씀 중) 밥벌이가 쉽지 않은 세상살이입니다.

요. 집단과 조직의 언어 또한 그 모임의 역사성·정체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사람이 살고 있는데 다포(多抛)

성을 담고 있고요,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대라는 청년들의 언어는 노동의 암울함을 처절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언어를 자주 사용하시는지요. 기억이란 라틴어 리코르다리(recordari)는 지금 여

「누군가에 의해 밥줄이 잡히면, 나 스스로 또한 밥

기에서 다시 마음으로 돌아간다는 뜻이 있습니다. 동

줄에만 사로잡히면 목이 조이고 마음이 병들고 얼이

양적 사고에도 기억은 지금 여기에서 심목(心目), 마

죽는다.」현실이란 조건 아래 묶여있는 생존수단의 노

음의 눈으로 깊게 새김을 의미합니다.

동은 사실 부조리한 현실을 지탱시키기도 하지요. 모

지혜 전승의 언어에선 기억(기억을 회복한다)은 깨

순의 칼 날 위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기억은 해방을

달음의 뜻을 품고 있지요. 어떤 기억을 통해 그 속에

촉진한다. 불꽃 타오르는 전태일 열사를 통해 노동(勞

면면히 흐르는 진리의 흐름을 지금 여기에서 깊게 알

動)이란 언어를 바라봅니다. 머리(수)에 두 불(火火)을 이고 혼신의 힘(力)을 다

아차린다는 뜻입니다. 기억이란 언어는 여러 모양으로 사용되지만, 마음에

하는 전태일 열사의 노동은 자신의 몸을 스스로 밝히

서 우러나오는 깊은 자리의 기억은 과거에 묶여 있는

는 사랑과 생명 나눔의 노동이었음을 기억해야 합니

것이 아니라 새기고 또 새겨 그 너머의 속뜻을 알고

다. 한 불은 자신의 생애에 가장 행복했다던 대구에서

또 알아차려 지금 여기 나 자신의 삶에서 육화될 수 밖에 없지요. 내가 전태일임을 알고 그렇게 살아가게

어린 시절이었을까요? 한 불은 자신의 행복한 기억을 청계천 피복 노동자

되는 것입니다. 히틀러 파쇼치하에서 학살당한 유대인을 기억하는

들과 함께 실현하려 했던 불이었을까요?

「야드 바쉠」기념관에“망각은 추방으로 인도하고, 기 억은 구원을 촉진한다.” 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기억은

상상해 봅니다. 수많은 전태일 열사들이 거닐고 있 는 노동의 신성한 불빛 충만한 세상을….

해방(구원)을 촉진한다. 명쾌한 언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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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펀딩│

좋은 책, 함께 만듭시다

<함께 꾸는 꿈>이 세상에 나온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강산이 변한다는 이 기간을 돌아보며, 조금 더 성숙한 모습으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함께 꾸는 꿈>은 자율과 자치로, 평등과 권리로 삶을 비추는 쓸 만한 거울이 되고자 합니다. 일상의 재미를 나누고 타인의 말을 경청하며, 이웃의 아픔은 함께 고민하는 대구 시민의 책이 되고자 합니다. 이 길에 여러분이 함께 해주시기를 청합니다. <함께 꾸는 꿈>은 어려움을 겪는 곳에 당당히 감사를 청구하고, 그늘 진 곳의 권리를 점검하여 평등할 방법을 찾아보고, 인류가 누리는 좋은 가치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자율적인 제안에 적극 귀 기울일 것이며, 매회 조금씩 질적인 성장을 도모하겠습니다. <함께 꾸는 꿈> 제작 지원 후원을 받고 있으며 여러분들의 비판과 조언에도 귀 기울이겠습니 다. 제작비 지원 금액 : 5천원~

참여 계좌 : 대구은행 505-10-171942-7 (예금주 : 대구참여연대) ‘함꿈’이메일: hamkku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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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통일선도 도시 대구를 꿈꾸며

최봉태 변호사 대구참여연대 초대 사무처장 c7430031@chollian.net

대구참여연대의 기관지‘함께 꾸는 꿈’ 의 원고 청탁을 받았다. 청탁을 받고 무슨 이야기를 할까 생각해 보니, 대구참여연대 출범식 날이 생각이 난다. 지금은 사라진 대동은행 강당에서‘시민의 힘 으로 대구를 바꿉시다’ 라는 현수막을 걸고 힘차게 출발하던 그 날 말이다. 출범 후 17년이 지났다. 대구참여연대는 대구를 얼마나 바꾸었을까? 사람에 따라 많은 평가가 가 능할 것이다. 하지만 서울참여연대의 경우 초창기 구성원이 서울시장과 국회의원을 하고 있을 정도 로 변화가 있었지만, 대구는 우리 힘으로 시의원조차 한 명도 당선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 다. 이것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대구참여연대가 바뀌어야 할 대구의 모습에 대해 명 확한 상을 만들고 대구시민들과 함께 같은 꿈을 꾸지 못한 것도 큰 원인이라 생각한다. 대구에 대해 어떤 꿈을 대구시민들과 함께 꿀 것인가? 대구시민으로 긍지를 가지고, 대구시민이기에 행복하다는 그 꿈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대구 정신을 생각해 본다. 대구는 국채보상운동의 중심지이자 2.28민주화운동의 성지이다. 즉 민족, 민주의 시대정신을 모범적으로 실천했던 곳이다. 그럼 이 민족, 민주 정신의 성지가 역사적 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를 생각해 보면 분단시대에는 역시 통일 선도 도시의 역할을 하는 것이 맞는다는 생각이다. 제국주의 식민지시대를 극복하여 민족주의를 완성도 시키지 못하고, 개개인 시민이 세상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 모순은 그 뿌리가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분단이다. 이 글을 쓰는 현재 금강산에서 이산 가족 상봉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자식이 부모를 마음대로 만나지도 못하게 하는 이 분단시대가 민 족과 민주의 씨앗을 짓밟고 있다. 이런 분단시대의 극복이 없이 민족, 민주의 싹을 틔울 수 없다. 이 분단시대를 대구시민의 힘으로 극복하는 것이 대구시민의 역사적 사명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보면 최근 대구에 평양시민 김련희 씨가 온 것은 대구시민들에게 대구를 통일 선도 도시를 만들라는 화두를 던져 준다. 평양시민 김련희 씨는 가족을 만나고 싶어 대구시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 다. 대구평화통일시민연대 행사에서 한기명 여사님은 김련희 씨의 호소를 듣고 지금 정부는 이산가 족을 만나게 하는 행사를 하기 이전에 이산가족을 새로 만들지 말라고 명언을 하셨다. 대구시민의 힘으로 가족을 만나게 하고, 김련희 씨의 도움을 받아 대동강 맥주 대구 공장을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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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국채보상운동의 중심지이며 2.28 민주화 운동의 성지, 분단시대에는 통일 선도 도시의 역할을 해 내야 한다. 지옥의 상징도시,‘고담도시’ 의 오명을 극복하고 진정한 사람 사는 세상으로 다시 태어나자.

하고, 대구의 대학생들이 축제 때는 대동강 맥주를 마시며 통일을 고민하는 그런 통일 선도 도시 대 구를 보고 싶다. 그렇다면 이런 통일 선도 도시를 만들 나침반은 무엇인가? 최근 대구에서 대구 청년 전태일을 다 시 불러내어 전태일이 되자는 운동이 시작되었다. 나는 대구 정신을 최근에 와서 가장 올곧게 실천 한 사람이 바로 전태일 씨라고 생각한다. 전태일 씨는 대구 청년으로 당시 시대적 사명을 다 하기 위해 청계천에서 온몸을 불살라 암울한 시대 등불이 되었던 인물이다. 어느 분은 청년 예수라 부르 기도 한다. 우리 대구 시민은 다시 대구 청년 전태일이 되어 전태일을 대신하여 살아가야 한다. 그래 서 전태일 씨가 꿈꾸었던 세상을 또 다른 전태일이 되어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지금 한국 사회는‘헬조선’ 이라 불리는 지옥이 되어 가고 있다. 자살률 세계 1위는 그 명확한 증 거이다. 대구는 이런 한국 사회에서도 가장 청년들에게 암울한 도시이다. 청년들이 꿈을 잃고 떠나 가는‘고담도시’ 라는 별명을 얻은 지 오래다. 전태일 씨가 대구 청년으로 태어난 이유이다. 밤이 깊 을수록 새벽은 가까이 있다고 한다. 아울러 해 뜨기 전에 가장 어둡다고 한다. 이런 지옥의 상징도시 를 극복하고, 사람 사는 세상을 하루라도 빨리 대구에서 만들어야 한다. 그 구체적인 실천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대구 시민들이 주권자로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이 그 시작이라 생각한다. 주인이 주인답지 못하면 우리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시장 등에게 의지하게 된 다. 그러나 주인이 주인 노릇을 하려 하지 않고 심부름꾼을 부러워하는 것은 병든 사회이다. 주인 노릇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나는 대구에서 최근 일어나고 있는 대구시민헌법 제정운동에 주인답게 참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민주주의 세상의 주인은 개개인 시민이다. 주권 자는 법률적 용어로 헌법제정권력자이다. 법률적으로 보면 헌법을 만들 수 없는 사람은 주권자가 아 니다. 최근 대구에서 일고 있는 대구시민헌법 제정운동이 활발해 져서 이 대구라는 공동체의 주인이 스스로 되어, 이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를 주권자로서 당당하게 고민하고, 이 시민들 의 꿈을 대신 실현해 줄 심부름꾼을 대구 시민들 스스로 뽑고, 이 심부름꾼을 감시할 수 있는 사회 를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대구참여연대를 만든 처음 마음이다. 처음으로 돌아가 함께 꿈을 꾸고 함께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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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시험중독 도시, 대구 이경숙 (사)지역문화연구 사람대사람 연구원 loworld@hanmail.net

1. 이 도시에 들어오면 수능 만점자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 착각을 한다. 영 착각도 아닌 까닭은 어느 가까운 날, 그런 일도 있었던 탓이다. 그러나 아무 데나‘주소’ 를 둬서는 안 된다. 집값이 가장 비싸다는 수성구여 야 한다. 촘촘히 학원 간판이 걸려 있고, 학교 재단이 운영하는 사설학원까지도 학교 앞에 버젓이 있는 그 곳. 수능 만점자 4명 배출의 쾌거! 그래서인지 올여름부터“대한민국 교육수도 대구” 라 커다랗게 써 붙인 버스가 대구 시내를 돌아다닌다 싶더니, 어쭈, 시월 초에는 교육감을 비롯해 천여 명이 모여“대한민국 교 육수도 대구”선포식까지 했단다. 뭐,“역사를 긍정적으로만 봐야 한다.” 니 그럴 만도 하다. 이 놀라운 성취 를 만방에 알릴 상표등록(정확한 용어로는‘업무표장’등록)을 특허청에 마친 대구시교육청다운 무한히 긍 정적인 발상이다. 돌아보면 대구는 지금껏 수능성적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았고, 영역별 1등급이나 2등급을 받은 학생 수도 많은 편이었다. 특히 수성구는 성적 높기로 전국에서 손꼽히는 지역이다. 성적은 절로 나오지 않았다. 전국에서 사설 모의고사를 가장 많이 치는 지역이 대구이다. 2013년도 교육 부 자료에 따르면, 그해 사설모의고사를 친 고등학교가 압도적으로 많은 지역이 대구, 경북, 경남, 모조리 영남이었다. 그중 경북과 경남은 전체 학교 중 절반가량이 사설 모의고사를 쳤지만, 대구는 72%가 쳤고, 또 모의고사를 실시한 학교당 평균 시험횟수도 대구가 가장 높다(학교당 평균 4.7회). 사설모의고사가 아니어도 고등학교에는 충분히 시험이 많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고3, 연 2회)과 지역교육청(고1, 2, 3, 연 4회)이 시 행하는 시험, 학교마다 시행하는 중간시험과 기말시험까지……. 이 시험들만 해도 한 달에 한 번꼴인데, 대 구는 사설 모의고사까지 알뜰히 치신다. 시험 중간마다 틈을 내 공부한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시험은 시험 으로 잡아야 한다는 화끈한 대구정신 아래, 더 많은 시험을 불러들였다. 시험이 아니면 곧 불안해진다. 교육 청도 묵묵히 지켜보았고, 학교도, 학부모도 시험을 찾는다. 이 방법 말고는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다른 지역이 뭘 하든 대구의 학교들은‘야자(야간자율학 습)’ 에‘심자(심야자율학습)’ 를 거듭하며 시험대비훈련을 하고 있다. 사설모의고사를 지나치게 많이 친다는 교육부 감사 지적을 받고서야 2014년에 고등학교 1, 2학년은 사설모의고사를 치지 않도록 교육청이 학교들 에 지시했지만,1 고3은 여전하다. 또 고 1, 2도 출석부에는 정상수업한 듯이 기록하고 은밀히 사설모의고사 를 치는 학교도 있다. 다른 지역과 같은 성적을 내고도 이른바‘좋은 학교’ 에 진학하는 숫자가 적다는 비판 에도, 끄떡하지 않고 시험에 매진하는 꿋꿋함마저 갖췄다.

1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 2014.5.15. 보도자료 - 현장목소리 외면 : 사설모의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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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나라 고3 학생들이 한 해 동안 국어, 영어, 수학 세 과목 문제집을 과목당 평균 25권을 푼다고 한다. 과목당 100권을 풀었다는 이도 만난 적 있다. 풀고 또 풀어 모든 문제의 정답을 즉각 처리할 수 있을 때까 지 단련한다. 모든 문제는 주어져 있다. 문제집에, 시험문제에. 그 밖에 있는 문제를 발견하는 건 낭비이고, 묻지 않는 문제를 만들거나 물어서도 안 된다. 그건 금기다. 다만 풀기만 하면 된다. 그냥 시험문제 풀이 기 계라 불러도 무방하다. 굳이 이런 일이라면, 자그마치 12년을 쏟아부어 공부한 학생들을 불러 앉혀놓고 해 야 하는지 자못 궁금하다. 값싼 컴퓨터로도 이런 일 정도는 무난히 하지 싶은데. 만점자 가려 뽑기라면 컴퓨 터가 대신하면 안 될까? 한 해에 육칠십만 수험생들을 불러모아 이런 대결을 벌이는 이유는 개인별 서열 딱 지를 배부해 사회질서를 유지하겠다는 뜻 말고 없다. 사실 문제지에 코 처박고 정답 찾는 이 반복노동은 배 움도 교육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 인간능력을 제대로 잴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주 엄중한 시험문제 풀이연습은 보수색 짙은 대구 사람들 정서에 잘 맞다. 시험문제지를 앞에 두고 우리는 토론하지 않는다. 정답을 일러주고 익혀야 할 뿐이다. 요즘 말로‘답정너’ 이다. 답은 정해져 있 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된다. 배우는 이는 정답을 찾을 의무가 있지 질문할 권리가 없다. 답을 찾아가는 탐 구와 토론이 있을 수도 있지만 누가 그 비효율적 과정을 밟겠는가. 정답을 아는 자의 가르침에 복종하는 관 계가 성립하기 마련이다. 힘 있는 자만 말을 독점하는 대구의 흔하디흔한 공·사적 모임들과 시험을 잘 치 기 위한 과정은 빼다 박았다. 그리고 시험에서는 정답이 어떤 앎의 경로를 통해 결정됐는지, 나의 앎은 어 떤 경로를 통해 결정되는지 고심할 필요가 없다. 비판적 사고가 거세된 앎의 과정은 배움일 수 없다. 무엇보 다 학벌주의 사회에서 시험문제는 정답이 명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매년 수능시험 정답 시비소송이 붙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방법은 논쟁이 없는 시험문제의 출제, 즉 가장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문제와 해결책을 고 르게 된다. 물론 이런 시험체제의 보수성으로 인해, 대구사람들이 정치 보수화되지는 않았으리라. 시험을 거의 쳐본 적 없는 노인 중 보수적인 인물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수능이 끝나고도 사회생활과 고등교육과정이 있 고, 또 다른 삶의 영역이 있지 않은가. 내가 문제 삼고 싶은 건 수능 이후가 아니다. 바로 시험중독을 유독 심하게 앓고 있는 대구의 교육체제 속에서 학생들은 매일 질문과 비판, 도전을 멈추고 그냥 수용하는 보수 화된 삶을 지금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학생들이 시험을 위해 배움을 멈춘 삶을 산다는 현실이다. 그것도 예 전과 달리 너무 일찍부터 이 경쟁은 시작되고, 너무나 치열해서 다른 삶의 여지가 없다는 사실이다.

3. 고등학생만 아니다. 초등학생, 중학생도 시험성적으로 자기의 존재감을 확인한다. 시험성적이 우리를 마구 모멸해도 우리는 그 구정물을 군말 없이 뒤집어쓴다. 능력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는 아닌지 의심한다. 머리둘레를 재 놓고 그 인간의 능력이라고 말할 수 없듯이, 시험성적이 한 인간을 말해줄 수 없다. 성적과 무관하게 인간의 고유한 배움의 능력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의식 개혁하자는 말이 아니다. 일단은 마약 환자에게 마약을 걷어내야 하듯, 대구의 교육은 시험을 확 걷어내야 한다.“비정상의 정상화” 를 좋아하는 대통령도 있지 않은가. 교육이 시험으로 대치되는 현상은 명백히 비정상이다. 우선은 사설 모의고사를 걷어내야 한다. 그럼, 대구 학생들의 수능성적이 곤두박질치지 않을까 염려 마시라. 이미 사설 모의고사 없앤 지역들도 여럿이다. 또 학생들은 자기 능력만큼 능력을 표현할 것이며, 기성세대는 억 지스럽고도 폭압적인 학벌 위계에 학생들을 던져둬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 11 -


│기획│불꽃이 된 전태일, 그를 다시 부른다.

우리가 다시 전태일을 호명(呼名)하는 이유 노태맹 뉴스민 의학전문기자 겸 대표 arche38@hanmail.net

역사는 단절적이다. 물질적 사회 구성과 내외적인

년 11월 13일, 서울 평화시장 앞 길거리에서 스물둘

이데올로기 상황에 따라 단절되기도 하고, 우리 기

의 젊음으로 몸을 불살라 죽었다. 그의 죽음을 사람

억의 모래에 덮여 단절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럼에

들은‘인간 선언’ 이라 부른다.” 『전태일 평전』서문

도 역사가 어떤 정향성을 가지고 이어져 오는 것은

에서 저자인 조영래 변호사는 그의 죽음을‘인간 선

우리가 우리의 단절된 역사를 현재로 호명해 불러오

언’ 으로 호명했다. 지금은 최소한 상식이 된 (지금

기 때문이다. 이중 삼중의 덧댄 호명에 의해 잊히고

도 현실적으로는 비상식인) 노동자도 인간이라는 이

외면된 사건은 의미를 가지고 역사 속으로 불려 온

호명으로 인하여 한국의 노동운동은 꺼졌던 횃불을

다.“과학들의 진리 효과는 절대적 진리의 현존도,

다시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상대적 진리의 축적도 아니고, 이데올로기 장소에서 의 개념의 회귀 효과, 명증을 증명으로 대체하는 계

전태일은 이렇게 썼다. “인간을 물질화하는 세

속된 단절이다.” (발리바르) 한 철학자의 어려운 이

대.... 한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모든 것을 박탈당하

이야기도 결국 이러한 이야기다. 우리가 우리의 당

고 박탈하고 있는 이 무시무시한 세대에서, 나는 절

대에서 실천한다는 것은 우리가 처한 어떤 이데올로

대로 어떠한 불의와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며, 동시

기 상황에서 그 어떤 과거를 호명하는 일로부터 시

에 어떠한 불의도 묵과하지 않고 주목하고 바로잡으

작된다.

려고 노력할 것이다.”그런데‘인간을 물질화하는’ 시대는 지금도 지속하고 있고 인간을 인간답게 하지

우리는 지금 전태일을 호명하고 있다. 불꽃이 된

못하는 시대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1980년대의

한 노동자를 호명하고 있다. 지금 왜 그를 호명하는

일시적 3저 호황과 신자유주의적 금융 세계화의 국

가? 그것은 우리의 현실과 우리의 이데올로기적 상

내 이식은 성장과 번영이라는 착시현상을 우리에게

황과 절대 무관하지 않다. 그것은 대구에서 태어나

주었으나 그것은 부의 편중화와 노동 유연화라는 독

고 한때 대구에서 살았던 한 사람을 기억하자는 일

에 불과하였다. 전태일은 우리의 과거가 아니라 지

이 아니다. 그것은‘인간’ 으로 살고자 스스로 몸에

금 여기의 현실이 되어 버렸다. 일반해고와 임금피

불을 붙인 한 노동자를 기억하자는 일이다. 점점 인

크제 등등. 쉽게 해고당할 권리와 청년백수가 될 자

간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그를 호명

유와 대부분이 빚에 쪼들리는 가난의 평등사회.‘이

하자는 일이다.

무시무시한 시대’ 에서 우리는 전태일처럼 불의와 싸 울 준비라도 되어 있는지.

“전태일. 1948년 8월 26일 대구에서 태어나, 1970 - 12 -


“역사란 삶밖에 갖지 않은 자들이 만드는 것입니

좌석을 마련했으면 내 말을 들어 주게.

다. 이를테면 역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그대들이 아는, 그대들의 전체의 일부인 나.

말하지 않습니다. 역사라 불리는 것은 자기 자신의

힘에 겨워 힘에 겨워 굴리다 다 못 굴린,

삶, 자기 자신의 경험에서 출발해 어떤 시간을 쌓아

그리고 또 굴려야 할 덩이를 나의 나인

올리는 사람들이 짜는 것입니다.” (랑시에르) 이 철학

그대들에게 맡긴 채.

자의 말처럼 역사는 지금 정부가 떠들고 있는 것처

잠시 다니러 간다네. 잠시 쉬러 간다네.

럼, 한 국가를 통합하기 위한,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살아있다는 것 외에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노동자

어쩌면 반지의 무게와 총칼의 질타에 구애되지

들, 그들의 정치적 존재형태인 시민들이 자기를 환

않을지도 모르는, 않기를 바라는, 이 순간 이후의

대하던 과거의 시간을 호명하면서 짜나가는 현재의

세계에서, 내 생애 못다 굴린 덩이를, 덩이를,

시간이 역사인 것이다. 그리하여, 어쩌면 역설적으

목적지까지 굴리려 하네.

로, 전태일이라는 시간이 과거로부터 우리를 호명하 는 것처럼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전태일을 대구에서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또다시 추방당한다

호명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인간’ 으로

하더라도, 굴리는 데, 굴리는 데, 굴리는 데,

살아가야 하고, 절망 속에서 모두 불타 사라질 수

도울 수만 있다면, 이룰 수만 있다면.”

없기 때문이다. 전태일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기를 원했다. 그런 마지막 남긴 그의 말을 이제 다시 들어보자.

데 지금 우리 곁에 전태일이 있는가? 그가 불리길 원했을, 열사 전태일이 아니라 동지 전태일은 지금

“내 사랑하는 친우여, 받아 읽어 주게. 친우여, 나를 아는 모든 나여,

우리 곁에 있는가? 그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우리 는 과연 살고 있는가?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 그래서 우리는 이제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대구에

부탁이 있네. 나를,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서 전태일을 호명하고자 한다. 어쩌면 그는 그의 바

영원히 잊지 말아 주게. 그리고 바라네.

람대로 늘 우리 곁에 있던,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을

그대를 소중한 추억의 서재에 간직하여 주게.

‘유령’ 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를 다시 호명하

뇌성 번개가 이 작은 육신을 태우고 꺾어

고자 한다. 아니 그가 소리치고 있다. 인간의 노동

버린다고 해도, 하늘이 나에게만 꺼져 내려온다

에 대한 보편적 긍정과 그것을 부정하고 침해하는

해도, 그대 소중한 추억에 간직된 나는 조금도

권력에 대한 끝없는 저항, 사회 안정을 앞세워 통제

두렵지 않을 걸세. 그리고 만약 또

하는, 공통적 존재되기를 강요하는 정치에 대한 부

두려움이 남는다면 나는.... 나를 영원히

정, 나아가 더 많은 민주주의와‘무한의 정치’ 를향

버릴 걸세. 그대들이 아는, 그대 영역의

한 시민적 인권의 옹호, 이러한 것들이 전태일이 우

일부인 나. 그대들의 앉은 좌석에 보이지 않게

리에게 던져줄 수 있는 호명의 응답일 것이다. 11월

참석했어. 미안하네. 용서하게, 테이블 중간에

13일, 그가 불꽃으로 떠난 지 만 45년이 되는 날,

나의 좌석을 마련하여 주게.

우리 모두 그를 만나러 나가자!

원섭이와 재철이 중간이면 더욱 좋겠네. - 13 -


│기획│불꽃이 된 전태일, 그를 다시 부른다.

“병들어 쓰러진 사람아, 청옥 같은 나를 짚고 일어나라” -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45주기 대구시민문화제에 부쳐 김수상 시인 kimss21@hanmail.net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저에게 당신은 늘 청년이에요. 우리 모두의 가슴에 남아있는 아름다운 청 년이지요. 저는 당신을 생각하면‘청옥’ 이라는 말이 떠올라요. 뜻은 확실하게 몰랐지만, 낱말이 주는 어감이 참 예뻤거든요.‘청옥’ 은 당신이 대구에서 다녔던 고등공민학교의 이름이에요. 저는‘청옥’ 의 한자 뜻이 무엇일까 궁금했어요. 인터넷을 검색하고 평전을 읽어보아도‘청옥’ 의 한자 말은 없었지 요. 그래서 11월, 대구에서 처음으로 개최하는‘전태일대구시민문화제’ 를 준비하는 어느 분에게‘청 옥’ 의 한자 뜻을 물었더니‘푸를 靑’ 에‘구슬 玉’ 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제가 마음에 두었던 그 뜻과 일치하는 것이었어요. 마치, 마지막 한 문제를 더 맞아 합격한 자격시험처럼 참 기뻤어요. 청옥(靑玉), 당신은 이 땅의 핍박받는 어린 노동자를 위하여 불꽃의 화염으로 사라져갔지만, 생전 의 당신에게는 푸른 옥과 같은 청옥(靑玉)의 시절이 있었다지요. 1963년 5월, 열다섯 살의 당신은 당 시 대구명덕초등학교 안에 있던‘청옥고등공민학교’ 에 입 학해요. 고등공민학교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던 아이들이 다녔던 학교였지요. 당신은 훗 날,“내 생애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 이 청옥의 시절이었 다고 회상했어요. 당신은 새벽 6시에 일어나, 청옥학교의 같은 반 친구들 과 아령과 역기를 들고 앞산비행장까지 마라톤 연습을 하 고, 아버지의 재봉 일을 돕고, 벽에 써 붙여둔 영어단어를 외우고, 아침에 세수할 때는 코피를 쏟고는 했다지요. 당신 의 아버지는 체육대회 날, 당신과 당신의 친구인 원섭, 제 철이한테 같은 모양의‘빤쓰’ 를 만들어주고는 꼭 일 등 하 기를 당부하였다지요. 청옥학교 체육대회 날, 여학생들 앞 에서 삼총사 가운데 한 친구인 제철이가 맘보춤을 출 때 는, 배가 아프고 눈물이 날 정도로 당신은 웃었다지요. 당 신의 웃는 모습이 제 눈앞에 환합니다.‘그늘에서 그늘로’ 전태일과 그의 어머니, 이소선

옮겨 다닌 당신에겐 그때가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어요. 그 - 14 -


청옥학교 재학시절 전태일(왼쪽)

곳이 대구, 제가 사는 대구였어요. 1970년 11월 13일, 아침부터 하늘은 잿빛이었어요. 오후 1시 30분 무렵,“근로기준법을 준수하 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당신은 당신의 몸 을 태우며 외쳤어요. 청옥 시절의 동창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도 남겼지요. 그리고 그날 밤 10시, 신생의 별이 되었어요. “그대들이 아는, 그대들의 전체의 일부인 나, 힘에 겨워 힘에 겨워 굴리다 다 못 굴린, 그리고 또 굴려야 할 덩이를 나의 나인 그대들에게 맡긴 채, 잠시 다니러 간다네, 잠시 쉬러 간다네.”죽기 직 전에 당신은 당신의 친구들을 머리맡으로 불러 놓고“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고 마지막 당부 를 합니다. 어렸을 때, 구슬치기를 했어요. 체육복 주머니엔 늘 알록달록한 구슬이 떠나질 않았지요. 구슬 안 에 꽃무늬 같은 것이 새겨진 것도 있고, 그냥 푸른 기운이 도는 투명한 유리구슬도 있었어요. 놀던 친구들이 다 떠나면 집에 와서 유리구슬을 만지작거리거나 유리구슬 안의 무늬를 들여다보곤 했지 요. 요즘은 열심히 살아도 사는 일이 허망할 때 느껴질 때가 많아요. 그럴 때면 유리구슬 같은 사람 이 그립답니다. 그냥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그런 사람이 있지요. 청옥, 푸른 옥, 푸른 구슬, 전태일 당신을 오늘은‘푸른 구슬’ 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불꽃이니, 노동자의 영웅이니, 시대 를 어둠을 밝힌 횃불이니, 그런 거창한 수사는 오늘만큼은 접을래요. 언제나 제 호주머니 안에서 저 의 슬픔과 고독을 위로해주던 유리구슬 같은 당신을 오늘은 제 맘대로‘청옥’ 이라 부를래요. 화답해 주세요. 우리에겐 지금 기댈 언덕이 필요해요. 청옥 같은 구슬의 웃음으로 우리의 부름에 화답해주 세요. 예, 고마워요. 우리 곁에 오신 당신의 이 한 말씀, 구슬 안의 꽃처럼 피어나네요.“병들어 쓰러 진 사람아, 청옥 같은 나를 짚고 다시 일어나라!”그리워요, 당신. - 15 -


│이슈│

지방자치단체는 국무총리실의 식민지가 아니다

장지혁 대구참여연대 정책팀장 movieknight@hanmail.net

또 다시 키보드를 치며 글을 쓴다. 또 국무총리실 때문이다. 이번에는 복지 분야다. 최근 사회보장기본 법이 개정되고 나서 국무총리실 산하에 사회보장위원회가 탄생하였다. 사회보장위원회는 스스로“사회보 장 제도와 정책을 개선하여 모든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평생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부처 간, 중앙과 지 방 간 협업과 소통으로 복지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정책들 간 연계를 강화하여 국민 체감도를 높여 나가겠다.” 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8월 사회보장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추진방안을 발표하였 다. 전국의 지자체들이 실시하고 있는 사회보장사업 즉 복지사업 1000여개 이상을 축소 및 폐지하겠다는 정책방안을 내어 놓은 것이다. 사회보장위원회는 지자체가 실시하고 있는 현재의 복지사업들이 중앙부처 나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복지사업과 중복되며 주민들이 이중 수혜를 받고 있어 불필요한 재정지출의 원 인이 된다고 지적하였다. 이에 따라 전국 지자체의 복지사업들을 정리하면 3조원 가까운 지출을 아끼고, 절감한 예산으로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것을 주요한 명분으로 삼고 있다. 정말 중복 및 예산낭비 사업이란 말인가?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지자체의 복지사업이라는 것은 중앙부처 의 복지사업을 보충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본다면 중앙정부의 사업대로라면 활동보조인 이 필요한 장애인의 경우 하루 8시간 내외로 이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구에서 는 장애인단체들이 투쟁하고 요구하여 기본서비스 시간 외에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다. 중앙부처의 활동보조사업과 대구시의 활동보조사업을 받는 장애인이 과연 중복이라고 볼 수 있을 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뿐만 아니다. 어르신들께 드리는 노인 관련 수당의 경우 기초노령 연금 20만 원에 추가로 3~5만 원의 현금성 수당을 주는 것이다. 이것도 중복성 지출일까? 대부분의 지자 체 복지사업들은 지역의 인구구성, 사회경제적 환경에 따라 만들어지고 모자란 중앙 부처의 사업들을 보 완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추진 중단을 했지만) 보훈 관련 예산도 유사중복사업이라고 지적당했다. 보훈 관련 사업이라 면 감히 잘 안 잡힐 것이다. 대구시의 사례를 들어보면, 독립유공자와 유가족에 대한 의료지원, 일본군 강제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생활비 지원 등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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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지자체의 예산 지출이 낭비라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 수백억, 수천억이 들고 그 과정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토건, 건축 사업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도 없고, 예비 타당성 조사도 척척 통과시 켜 주면서 노인, 빈곤 아동, 빈곤여성, 실업자, 장애인, 독립유공자에 대한 예산을 낭비라고 판단하는 것 이 정당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또 다른 난제, 법률적 부분 다른 문제도 있다. 법적인 문제라서 쉬운 문제는 아니다. 그래도 설명을 해보자면 사회보장위원회는 사회보장기본법시행령에 명시된 지자체의 사업에 대한 협의 조정을 할 수 있다는 구절을 근거로 이번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 복지 관련 사업들은 이 구절이 생기기 전에 만들어진 것 이고, 이 구절의 시행령 또한 2015년부터 시작된다. 이는 법률의 소급행위 금지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으 로 법률이 생기기 전 행위에 대해서는 새로이 신설된 법의 적용을 할 수 없다는 원칙을 깨트리고 있다. 더 쉽게 이야기하면 2014년에 한 일을 가지고 2015년도에 만들어진 법률로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것이 다. 그리고 지방자치법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주민의 복리증진을 주요한 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 데 사회보장위원회가 이를 강제로 조정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근간 법률과 지방자치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다. 이처럼 이번 8월에 발표된 사회보장위원회의 지자체 사회보장사업 정비 추진 사업은 여러모로 문제가 많다. 실제로도 많은 지자체장이 모여서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갑자기 추진 방안이 발표되는 바람에 사업 수행의 원활히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대구시의 경우도 9월 25일까지 대구시 추진방안을 제출해야 했지만 10월 14일까지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 무적으로도, 현실의 주민들에게도, 법률에 명시된 것으로도, 이번 정비방안은 수행되어서도 추진되어서도 안 될 일이다. 이미 대구에서도 빈곤, 장애인, 시민단체들이 모여서 반대의견을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했 고, 공식적·비공식적 항의 의견도 전달하였다. 아직은 구체적 정비방안이 모여지지도 않았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대구참여연대는 지속해 서 관련 사항을 감시하고 여러분께 알려 나갈 생각이다. 필요하면 시민 행동, 회원 행동을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더욱더 강력하게 표명하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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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판 혹은 굿판│

그녀들의 삶(1983 ~ 2015) 허경주 부편집장 kyongju-h@hanmail.net

#1. 1983년, 내 친구들은 어디로 갔을까? 시골 농촌 마을에 내 또래 여자아이는 얼추 헤아려도 열 명을 넘어섰다. 칠랑 팔랑 함께 뛰어놀며 시골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버스 타고 다니던 읍 소재지 중학교까지 졸업한 후, 그 많던 여자아이들이 마을에서 사라졌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두세 명을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은 구미 공단지역 산업체 학교로 진학을 겸 한 취업을 했기 때문이다. 일도 하고 공부도 할 수 있다는 산업체 학교에서 모르긴 몰라도 공부보다는 일을 더 많이 했을 것이다. 미성년자의 노동력을 이렇게 합법적으로 착취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무더운 여름, 자지러지는 매미 소리조차 자장가로 들리는 몽롱한 한낮, 내리 덮이는 눈꺼풀을 치뜨며 수업을 듣고 있을 때, 공장에서 일하는 고향 친구들의 편지가 오곤 했다. 작업장이 너무 더워서 가운 하나만 걸치고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고, 그나마 작업장 안에 여자들만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청춘이라고 부르기에도 너무 어린 열일곱 살 어린 여자아이들은 그렇게 공장에서 땀을 쏟으며 시들고 있었다. 오빠나 남동생의 학비를 벌기 위해, 가난한 시골 살림에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아니면 시집갈 밑천을 장만하기 위해서. 그 당시 내 가 다니던 학교 가정 교과 선생님이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 있다.“니들이 60년대에 살지 않는 걸 다행으로 여겨라. 그 시절이었으면 지금쯤 니들은 푹푹 찌는 양철지붕 밑에서 미싱 득득 밟고 있을 거다.”60년대가 아닌 80년대 중반을 사는 내 친구 중 많은 아이는, 뜨거운 공장 작업장에서 전자부품을 조립하고 있었다. #2. 1985년, 이 아이들은 어디서 왔을까 ? 고3 막바지. 밤잠 줄여 시험공부 할 때, 의외의 복병이 나타났다. 동네 어귀며 야산 둔덕이며 여기저기 야금야금 공장이 하나둘 씩 들어오더니, 우리 집 마당 맞은편 논바닥 위에도 담장 낮은 작은 공장 하나가 들어섰다. 그리고 밤만 되면 트로트 가요 포함 온갖 노래들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주현미 노래와 송골 매 노래를 다 외워 부를 수 있게 되었을 때쯤, 엄마에게 짜증 섞인 부탁을 했다.“ 엄마, 밤에 노래 좀 틀 지 말아 달라고 해 주세요” 빈말이라도“오냐, 걱정마라”하실 줄 알았는데 웬걸. 도리어 호된 야단만 맞았 다. “너 만한 애들이 야근하면서 졸다 다칠까 봐 노래 틀어주는데, 그걸 틀지 마라카나 !? 공부가 대수가, 밤새워 일하는 게 힘들지!”엄마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건 알았지만, 서러웠다. 딸이 아닌 아들의 공부에 방 해됐다면 뉘 집 딸인지도 모를 남의 집 애들 야근하다가 조는 것이 대수였을까 싶어, 심사가 뒤틀렸다. 철 없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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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라고 부르기에도 너무 어린 열일곱 살 어린 여자아이들이 산업체 학교라 불리는 공장에서 땀을 쏟으며

시들고 있었다. 산업체 학교란 가난한 집 여자아이들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며 성장통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60년대, 70년대, 80년대를 지나 90년대가 되어도 어린 여자 아이들은 산업체 학교 겸 공장에서 작업복을 입은

산업역군으로 살고 있었다. 하지만 산업역군들이 일군 열매를 정작 그들은 누리지 못하고 있다.

#3. 1992년, 이 아이들은 왜 여기 있을까 ? 대학 때 농활을 갔던 산골 마을. 여름 농활에 이어 가을 추수, 그다음 해 농활까지 같은 지역에 가서인지 마을 아이들과 친해졌다. 밭에서 일하는 것보다 마을 아이들과 개울가에서 노는 게 더 재밌었다. 한동안 편 지도 주고받던 아이들과 차츰 연락이 뜸해지고, 몇 년 세월이 흘러 어느새 이름조차 까맣게 잊어갈 즈음.... 그 아이들을 만났다. 공단지역 길거리에서. 아직 어린 티를 벗지 못한 산골 마을 여자아이 다섯 명. 그 아이 들이 한꺼번에 내 앞으로 다가왔다. 아니, 그 아이들은 그냥 길을 걸어오고 있었고, 나는 그냥 길을 걸어가 고 있었다. 우연히 마주쳤을 뿐이다. 반듯반듯 공장이 들어선 황량한 회색 공단거리에서.이런 걸 우연을 가 장한 필연이라고 하는지 어쩌는지. “어떻게 이렇게 만날 수가 있지?” 라는 놀라움과 반가움의 이면에는 안타 까움이 따라왔다. 중학교를 졸업한 가난한 산골 마을 여자아이들은 예외 없이 산업체 학교로 진학을 했다. 산업체 학교란 가난한 집 여자아이들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며 성장통 같은 건가 싶었다. 공장 기숙사에 서 함께 먹고 자니 외롭거나 힘들지 않다고 웃는 아이들. 그렇게 웃다가 고등학교에 진학한 살림살이 넉넉 한 집 여자아이 얘기가 나올 때는 의기소침해졌다. 아이들이 건넨 기숙사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 때마다 작 업장에서 근무 중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3교대 근무라 새벽이나 밤에도 일한다고 했다. 80년대를 지나 90 년대가 되어도 아이들은 산업체 학교 겸 공장에서 작업복을 입은 산업역군으로 살고 있었다. 밤낮을 가리 지 않고. #4. 2015년, 그녀들의 삶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녀들의 삶은 여전히 억척스럽다. 젊어 한때 고생을 하면 기술도 배우고 돈도 모을 수 있을 거라 여기고 이 악물고 살았을 터지만, 나이가 들어도 시난고난 사는 건 늘 힘들다. 열일곱 나이부터 공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녀들은 오십을 앞둔 나이에도 손에서 일을 놓지 못한다. 대형마트 판매원, 요양보호사, 어린이집 도 우미, 식당 주방 보조, 카드 외판원 등 업종도 다양하다. 남아도는 노동력은 덤핑으로 구매되어, 주중에는 요양보호사로 주말에는 식당 아르바이트로 쉴 새 없이 일을 해야 생활비 충당이 된다는 그녀들도 있다. 배 운 게 없어 사는 게 힘든가 싶어 자식들 교육에 목을 맨다. 교육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될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 공부에 흥미가 있든 없든 잘하든 못하든 꾸역꾸역 학원과 학교로 내몬다. 아득바득 벌어봐야 얼 마 안 되는 돈이 그나마 교육비로 손가락 새 모래 빠지듯이 새나가 버린다. 노후대책은 공염불이다. 열심히 일하는데 왜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는지, 때로 억울하고 종종 무기력하다. 하지만 멈출 수가 없다. 멈추는 순간, 그나마 지탱하던 삶이 낙오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19 -


│ART & CULTURE│

누구의 자리일까

남인숙 미술평론 ihnsooknam@gmail.com

1. 의자

인간 욕망의 원천을 자극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개인

서 있는 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 의자 당신의 자리가

의 기억을 올려놓든 자신의 은밀하고 세속적인 투지를

돼드리리다/ 피곤한 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 의자 당신

올려놓든, 때로는 지고하게 때로는 비천하게 텅 빈 의

을 편히 쉬게 하리다/ 두 사람이 와도 괜찮소 세 사람

자를 자신이 차지하겠다는 불가피한 동화(同化)와 흡수

이 와도 괜찮소/ 외로움에 지친 모든 사람들 무더기로

의 마력, 그 욕망의 자리일 수도. 욕망이라는 말이 무

와도 괜찮소….이 노래를 기억할까. 지난 시절 한때 유

거울까? 그렇다면‘텅 빈 자리’ 를 인간적인 놀이의 공

행하던 가요의 가사이다. 대중가요 가사에 심심치 않게

간이라고 해두자. 놀이라는 말이 가벼울까? 그렇다면

등장하는‘빈 의자’ 는 많은 시인과 화가들이 노래한

두루뭉술하게 문화가 만들어지는 장소로 해두자. 자신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촛불을 밝힌 고갱의 빈 의자,

과 잤던 모든 사람의 이름을 텐트에 수놓은 현대미술

우정의 공동체를 꿈꾸었던 고흐의 빈 의자. 안개 같은

가에게, 그러지 말고 그냥 빈 의자 하나만 설치하라고

나의 기억 속에도 뚜렷하게 떠다니는 빈 의자가 있다.

권하고 싶다. 더욱 간소하게 그 모두를 기억하는 방법

국어시간에 암송했던 어느 시인의‘빈 의자’ 인데, 그

이라고.

의자는 세대를 이어가며‘텅 빈 장소’ 를 공유하게 될 우리 모두의 의자라고 선생님은 말씀해주셨다. 자리를

사실, 예술가들의 작품에는 항상 빈 의자가 숨어 있

비워두니, 그것이 오히려 모두의 것이 된다는 신기한

다. 옛날 옛적, 어느 철학자가 말했듯이 역사와 시(詩)

반전을 경험하며‘그 의자’ 는 내게 깊은 인장을 남긴

가 다른 점은 사실과 가능한 것을 다루는데 있다고 하

것 같다.‘빈 의자’ 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우리가 말

지 않았나. 가능한 것이란 확정이나 실증이 아니다.

하는 역사가 될 것이고, 늘 비어있음에도 그곳은 다사

‘빈 공간’ 은 우리 모두 꿈꿀 수 있는, 그런 것이 존재 할지도 모르기에 동의하는 그런 공간을 의미한다. 이런

다난한 현재의 질곡을 받아내는 현장이 될 것이다.

공간이 예술작품 속에 구축되지 않는다면야, 그것은 개 한적한 골목에서 낡은 의자를 만났을 때, 나무 아래

인의 사적(私的)인 고백이 되거나 한 개인의 일방적인

길게 쉬고 있는 의자를 만났을 때 누군가는 감상적이

주장에 그치고 말 것이다, 듣기 싫으면 안 들어도 되

되거나 적극적으로 자신만의 판타지를 구축하기도 한

는. 그러나‘빈 의자’ 는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다. 또한, 빈 의자가 권력이나 사회적 서열을 지시할

것이라고 국어 선생님은 가르쳐주셨다. 그래서 빈 의자

때 누군가는 남모를 투지를 불태우기도 한다. 아마도

는 주목하고 경청해야만 하는 어떤 장소이며, 사유재산

예술가들이 노래하는‘빈 의자’ 는 이 모두에 해당되는

이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지켜야만 하는 장소라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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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마그리트, 이미지의 배반 우) 이명미, 마셔버리자

능한 것을 기반으로 할 때만이 우리는 어떤 것들을 현

를 따라가서 의미를 파악하려 해도, 그 어느 것으로도

실로 이루어내는 것이라고. 연대의 기반이 여기에 있다

확정되지 못한 환영들, 이미지들의 소란만이 표면을 채

는 것을 지금은 안다.

우고 있을 뿐이다. 물론‘아직’아무 것도 아닌 공간이 기에 당연히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는 이와 다른 방 식으로 얼마든지 감상될 수 있다.

2. 이차원의 장소, 코뮨 화가들의 여러 고민 중 하나는 자신이 다루는 공간이 이차원의 평면이라는데 있다. 마치 삼차원처럼 눈을 속

현재 전시중인 이명미 작가의 놀이 공간은 어떨까?

일 것인지, 노골적으로 이차원임을 드러낼 것인지 화가

마그리트와는 달리 이명미의 화면은 모든 것이 긍정된

는 결정해야 한다. 또한 화면 저 너머로 공간을 연장할

다. 거기에는 개, 말, 꽃, 화분, 소리, 글자가 마구 섞여

것인지, 우리 현실 쪽으로 화면을 확장할 것인지도 결

있다. 너무 많은 것이 섞이는 바람에 오히려 어떤 고정

정해야 한다. 이명미와 마그리트, 두 작가의 작품을 감

된 것을 지시할 수 없는 경우이다. 작품 앞에 서면 아

상해보자. 우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주장하

이들이 마구 장난친 것 같은, 천진한 웃음소리가 흐르

는 마그리트의 경우는 어떨까.

기도 하고 어느 날 식구들의 저녁자리에서 떠드는 즐거 운 수다가 들리기도 한다. 그 사이 사이‘가을엔 떠나

작품에는 화면 가득 커다란 담배 파이프가 있고, 그

지 말아요, 봄날은 간다~’ 의 대중가요가 배경음악으로

아래 한 문장이 놓여 있다. 파이프가 아니다 라는 뜻.

들린다. 일상의 여러 장면을 봉지에 넣어 마구 흔들고

보는 것은 파이프인데, 문장은 파이프가 아니라고 하

바로 화면 위에 바로 쏟아 놓은 것 같다. 우리는 소란

니, 뭐래는 건가. 평면에는 순간 대단한 충돌과 함께

스런 그림의 표면 바로 그 위에 머물며 완결할 필요가

이미지 간의 싸움이 일어난다. 파이프야 아니야…? 뭔

전혀 없는 이미지들의 조형운동과 함께 유연하기 그지

가 심오한 뜻이 있는 것은 아닐까? 부정하고(~아니다.)

없는 텅 빈 장소에 머물게 된다. 이렇게 그림이라는 이

갈등하는 방식으로(~아니다.) 이미지들은 서로 떠돌다

차원의 장소는 텅 빈 의자처럼 우리 모두가 관여할 수

화면 저 너머로 가지도 못하고, 현실 쪽으로 확장하지

있는 빈 곳이 되어, 타국의 언어이든, 우리 대중가요의

도 못한다. 어디로도 못가고‘여기’ 에서 웅성거리는 이

가사가 이미지로 춤을 추든, 이곳은 코뮨, 우리 공동의

미지들, 어떤 의미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표면의 사건,

것, 바로 그 텅 빈 장소로 되는 것이다.

여기야 말로 마그리트가 드러내고자 하는 회화, 이미지 들의 집이다. 우리 눈에는 파이프가 보여도, 눈은 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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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다

위로공단

허경주 부편집장 kyongju-h@hanmail.net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 득 피어도.... 따스한 봄바 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 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 네....” 산업역군이라는 허울 아 래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서‘공순이’ 로살 아야 했던 어린 여공들의 처연한 모습을 담은 노래, ‘사계’ 의 한 구절이다. 1960년도에 세워진 구로공단은 70년대

그 노동의 실한 열매를 우리가 따먹는 동안 그들은 여전히 또 다른 생존의 현장에서 억센 삶을 견뎌내고 있을 것이다. 60년 대부터 2000년대까지 40여 년의 기간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과 삶의 모습은 변화되어왔다. 다락방 미싱사는 빌딩의 계약직으 로, 봉제공장에서 폐병을 앓던 공순이들은 반도체 공장에서 백 혈병으로 쓰러지고 있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굴레는 가난한 이웃 나라 여성노동자의 몫으로 전가되고 있다. 일하는 여성들 이 겪는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열심히 살지만, 여전히 힘든 그녀들, 육체노동 감정노동에 덧붙여 미적 노동까지 강요받는 ‘여성’노동자. 그들의 삶에 공감하는 것, 그것이 위로의 시작인 지도 모른다.

와 80년대를 거치면서 산업발전의 동력이 되었다. 물론 구로공 단의 일등 공신은 여성노동자들이다. 이들은‘수출역군의 보람

<위로공단> 임흥순 감독 인터뷰

과 긍지’ 를 강제로 부여받았지만, 정작 스스로 삶을 돌볼 힘과 자격은 얻을 수 없었다. 기업과 국가 경제가 성장하고 도약할 동안 여공들의 삶은 점점 더 소외되고 피폐해졌다. 기계부품처 럼 소모되어갔던‘구로공단’ 의 여성노동자들을 생각하며 만들 어진 영화‘위로공단’ .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여성노동자는 얼 굴을 가리거나 눈을 가리고 있다. 얼굴과 이름을 지닌 한 사람 의 인격체로 존중받지 못한 채 언제든 대체 가능한 소모적인 노동력으로 시들어가는 여성노동자들. 그녀들이 자신의 청춘과 맞바꾼 채 어마 무지한 노동강도를 견디며 꿈꾸며 원했던 더 나은 미래는 어떤 것일까. 그리고 그 꿈은 과연 그녀들의 차지 가 되었을까.“생지옥이야, 지옥.... 연장근무에 철야 야근.... 시키

지난 8월 30일 일요일 아침, 임흥순 감독의‘위로공단’ 이상 영되는 오오극장 대기실 풍경. 영화 상영을 몇 분 앞둔 시각에 관객들로 부산한 오오극장 대기실이 갑자기 시끌시끌해진다. 잠 시 고성이 오간다. 위로공단을 보러온 관객 수가 오오극장 객석 수를 초과하면서 생긴 해프닝이다. 객석 통로에서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는 변명이 엇갈린다. 기분 좋은 고성이다. 여름 방학 끝물,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극장가를 휩쓰는 상황에서 잔잔하게 파문을 일으키는‘위로공단’ 의 선전 이 뿌듯하다.‘감독과의 대화’ 를 위해 오오극장에 들른 임흥순 감독과 김민경 피디를 오오극장 대기실 작은 카페에서 만났다.

면 시키는 대로 일해야 했으니까.... 졸리면 타이밍에 커피가루 를 먹고.... 열입곱살 된, 중학교 갓 졸업하고 들어온 그 아이...” 영화 속 인터뷰는 담담하다. 격앙되지도 않고 처량하지도 않다. 그래서 더 아프다. 우리가 학생일 때 그들은 공장에서 일했고,

- 위로공단으로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을 수상했 다. 무려 3년간에 걸쳐 만든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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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영상작품을 만들기 이전부터 미술 작업에서 계속 해왔

작품을 만들게 된 직접적인 계기라면 ?

던 일이다. 이 작업 자체가 스스로를 찾아가는 활동이다. 나의 서울시가 운영하는 예술가 레지던시 공방이 있다. 인쇄공장을

가족 이야기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주변 이웃으로 관심이 확장

리뉴얼한 곳으로 시각 미술 무용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 곳

되고, 이것은 곧 사회적인 문제가 된다. 사회적인 문제 속에 사

이다. 이곳의 스튜디오를 1년간 빌려 입주 작가로 들어가게 되

람들의 사적인 삶이 있다. 사회와 국가란 곧 개인들 삶의 총합

었다. 이 지역이‘구로 금천’지역이라 공단 노동자들의 삶에

이 아닌가. 국가와 개인은 늘 이렇게 같이 있지만, 한국 사회는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여기서 살고 일하던 여성 노동자들은

국가가 늘 위에 있다. 개인에 초점을 맞추어서 개인의 이야기를

다 어디로 갔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 물론 살아온 환경의 영

만들어 내고 싶다. 예를 들어 비념의‘할머니’등 개인의 이야

향이 컸던 것 같다. 노동자로 사셨던 어머니에 대한 생각이 늘

기를 풀어내면서 사회나 국가와의 연결고리를 찾는 방식이다.

마음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 노동자들의 삶에

- 다음 작품 계획은 ?

대해 항상 생각하게 되고 그들의 삶에 시선이 더 가는지도 모 른다.

‘환생’ 을 준비 중이다. 베트남 전쟁 때 한국군에게 성적 폭력

- 위로공단으로 많이 바쁘신 줄 안다. 이 여세를 몰

을 당한 민간인 할머니, 이라크 전쟁 때 아들을 전쟁터에서 잃

아 좀 더 대중적인 작품을 만들 생각은 없는지, 좋은

은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아낼 생각이다.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메시지도 사람들이 많이 봐 줘야 의미가 있는 것이 아

계기는 이란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 할머니 때문이다. 그분은 어

닌가. 솔직히 위로공단을 볼 정도 사람들이면 사회적인

릴 때 한국전쟁을 겪고, 무용수로 베트남에 가서 베트남 전쟁을

문제에 관심 많은 특정 계층이라고 본다.

겪었고. 공연 때문에 갔던 이란에서 결혼을 하여 정착한 후 이 란·이라크전쟁도 겪은 분이다. 주제는‘아시아, 여성, 평화’ 를

인기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굳이 예술성과 대중성을 나누어

다루는 것이다. 이미 베트남과 이란에서의 촬영을 마친 상태다.

서 어떤 작품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지는 않는다. 상황과 주제 에 따라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지금‘비념

-임 감독님이 어느 책에서‘20대와 30대는 예술가로

2’ 를 준비할 생각인데‘극실험’형식을 고민하고 있다.‘비념

서의 삶에 집중하고 40대가 되면 삶 자체에 집중한다’

1’ 이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것이라면‘위로 공단’ 은

는 글을 쓴 걸 읽었다. 지금 감독님 나이가 40대인데

작가가 관객을 생각하면서 만든 것이다. 작가가 하고 싶은 것과

어떤 의미인지 ?

관객을 생각하는 것, 그 사이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글의 의미를 잘못 이해한 듯하다. 그 말을 한 이유는 말 그대

- 함께 꾸는 꿈 102호에 임흥순 감독의 작품을 다룬

로 20대와 30대는 작품 활동에 주력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문화칼럼이 실렸다, 칼럼을 보고 여러 분이 임감독에

작품과 삶은 정확히 분리된 것이 아니다. 작품 또한 인간의 삶

대해 궁금해 한다.‘이사하던 날’ ,‘비념’ ,‘위로공단’

을 위해서 하는 것이니만큼 작품 활동 자체에만 머무르기보다

등의 작품들을 보면 일관되게 사회적 의미를 지닌 예술

인간의 삶 전체를 아우르고 싶다는 의미이다.

작품들이다. 이런 작품을 고집하는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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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책 읽어주는 남자와 타인의 삶

하만호 오지락 회원 memowill@hanmail.net

이양문(자랏골의 비가, 송기숙, 1975)과 강인국(암 살, 최동훈, 2015)은 돈과 권력을 얻기 위해 자신의 판단과 신념으로 적극 일본 제국주의에 협력하였고, 그 목적을 이루었다. 이들에게 일제 식민지 기간은 윤직원 (태평천하, 채만식, 1948) 의 말마따나‘태평천하’ 인 것이다. 이 세 명은‘천황의 신 민’ 으로 주인의 눈빛 보다 책 읽어주는 남자 앞서 짖고 물어뜯는 교활한 (베른하르트 슐링크, 1995, 소설) 개, 친일부역의‘확신범’ 이다. 이들의 죄상은 명백하여 오 늘날 우리가 그들을 단죄하는 데 망설임이 없다. 그런데 한나 슈미츠는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한나 슈미츠는 히틀러가 집권하는 동안 지멘스의 성실한 노 동자로 살아가다 안정된 승진 제안을 뿌리치고 갑자기 유대인 수용소 여자감시인에 지원한다. 이후 2차 대전이 막바지에 이른 즈음, 한나는 유대인을 다른 수용소로 이송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되고, 이때 연합군의 폭격 으로 유대인을 임시로 수용하고 있는 교회건물에 불이 난다. 나치 지휘관은 모두 도망가고 뒤에 남은 한나를 비롯한 여자감 사인과 마을주민은 공포에 휩싸여 우왕좌왕한다. 아무도 불타 는 교회의 문을 열어 주지 않았고 끝내 유대인 모녀 2명을 제 외하고 모두 죽는다 전후 전쟁범죄에 대한 재판이 열리고 재판장은 한나에게 묻 는다. ^당신은 수감자들이 도망칠 경우 체포되어 실형을 언도받고 총살될까봐 두려웠나요?_ ^우리는 그들을 그렇게 간단하게 도망치도록 둘 수는 없는 입장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했습니다._ 한나는 수용소에 새로운 수용인이 들어와 인원이 초과하면 노역하기에 허약한 사람들의 명단을 작성하여 가스실로 보내는 작업을 했다.

^그러니까 자리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당신 그리고 당신 그리고 당신은 후송돼서 죽어야 해>라고 말했나요?_ ^그러니까 저는 …… 제 말은 …… 하지만 재판장님 같으면 어떻게 했겠습니까?_ 이후 한나는 자신이 작성하지도 않은 수용소 관련 보고서의 누명까지 스스로 뒤집어쓰면서 종신형을 언도받는다. 여기 또 다른 독일 사람의 삶을 살펴보자. 동독의 하위직 비밀경찰 비즐러는 동독체제에 별 의심이 없 는 사람이다. 하지만 극작가 드라이만과 그의 아내를 밤낮으로 도청하는 동안 그들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며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된다. 그리하여 도청보고서를 거짓으로 꾸며 그들을 보호 한다. 이후 이러한 사실을 의심받아 한직으로 발령받는다. 한나와 비즐러의 행동의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비즐 러는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결단했다. 반면 한나는 그리하지 못했다. 당시 제3제국 나치 체제에 대해 의문을 갖기는 쉽지 않았을 터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나에게 죄가 없다 할 순 없다. 한나의 연인 베르크는 나중에 한나의 전 쟁범죄를 안 후 일도양단 한나를 단죄하지도 않지만 그 죄를 용서하지도 않는다. 연민만을 간직한 채. 그런데 한나는 왜 직장의 승진제안을 거절하고 나치에 입대 했는가? 왜 자신이 작성하지도 않은 보고서를 작성하였다고 하 여 더 큰 죄를 받았는가? 한 나는 자신의 문맹에 심각한 열등감을 앓고 있었고, 문맹 임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직 장의 책임자 자리를 피해 단 순히 주어진 명령만 수행하 는 되는 군 입대를 선택한 것이다. 작은 약점을 감추려 는 행동과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태도가 한나를 끝내 범 죄로 이끈 것이 아닌가. 다행인 것은 한나가 감옥 에서 한나 아렌트의^예수 살렘의 아이히만_을 읽고 타인의 삶(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 자신의 지난 삶을 반추하게 마르크, 2006영화, 영화)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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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모임│

그래서 「삶의 격」 에서는 존엄성을 지닌 인간이 과연 어떻게 품격 있는 삶을 살 것인가? 라고 묻는다. 좀 더 나아가 존엄 이란,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특정한 방법 - 내가 타인에게 어떤 취급을 받느냐, 내가 타인을 어떻게 대하느냐, 마지막 으로 나는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 - 으로 설명하며, 가장 먼 저‘주체적인 인간이 되라’ 고 강조한다. 내가“보고 듣고 경 험하는 모든 것의 중심이 되는 것 “ 김승주 오지락 회원 misa1052@nate.com

권 모 회원의 발제로 시작된 이날 모임에서 먼저 토론의 포문을 연 또 다른 권 모 회원, 최근 많이 아파본 경험자라 “딱 5년만 하자” 고 시작한‘오지락’모임. 어느덧 약속한

병원에서 일어난 일을 이야기한다. 의사 앞에선 왜 우리는

5년 만기를 두 달 남기고 있다. 만기를 채우면 60회지만 아

자기 몸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가? 왜 의사들은 내 몸에 대

쉽게도 여러 사정이 겹쳐 딱 한 번 모임을 취소했었다. 그동

한 나의 알 권리를 존중해주지 않는가? 결국, 해답은‘을’ 인

안 매월 한 권씩 다양한 책을 들고 만나고 있다. 게다가 6개

환자가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 의사가 굴복할 정도로

월에 한 번은 1박 2일 엠티도 갔다. 다닌 곳이 너무 많아

질문을 던지거나 아님 처방된 약 성분을 알기 위해 머리 터

기억이 안 날 정도. 이쯤 되면 이 모임의 매력이 무엇인지

지게 의학 공부를 해야 하는 걸로. 왜? 품격 있는 삶을 위

다들 궁금해지지 않을까?^^ 그건 만기 기념‘오지락, 그것이

해. 다음으로 배 모 회원이 던진 노동현장에서의 존엄성. 모

알고 싶다’ 에서 상세히 알아보는 걸로.

든 사람의 노동의 가치는 평등한데, 왜 현실은 그렇지 못한 가? 뼈 빠지게 일하는데 나는 늘 가난하고 대접받지 못하는

뜬금없이‘오지락’역사를 잠시 되새기는 것은「삶의 격」

지. 그러면서 스스로도 자신의 노동에 당당하지 못한지. 이

이 조직(공동체)과 깊은 관련이 있는듯해서이다. 어느 조직이

것은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라 해결방안을 선뜻 내기가

든 요즘 말하는‘갑’ 과‘을’ 이 존재한다. 권력에 의한 상하

어렵다. 위의 두 토론은‘내가 타인에게 어떤 취급을 받느

관계. 특히 한국의 갑을관계 문화는 위아래를 구분 짓고, 나

냐’ 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리고 중2에 돌입한 사춘기 자녀와

보다 조금만 더 아래 사람에게는 뭐든지 함부로 해도 된다

겪은 일들을 꺼낸 허 모 회원. 부모가 자녀에게 알게 모르게

는 무례함, 그리고 권력에 복종하는 모습으로 드러난다. 이

갑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정 안에서의 존엄성 침해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얼마나 많이 위협받고 있는지

에 대한 고민을 나눈다. 이것은‘나는 타인을 어떻게 대하는

‘을’ 로 살아가는 우리는(나는 요즘 특히) 뼈저리게 느낀다.

지’ 에 관련된다.

이것은 인간이 혼자 살 수 없고 어떠한 형태든 조직(공동체) 의 틀 안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리라.인간은 존

마지막으로‘나는 나를 어떻게 대하는가?’ 의 문제인데 토

엄하다. 사람이기 때문에 특성 지어진 이 존엄성이란 아주

론이 되지 않아 책 내용을 빌어보자면“타인의 시선이 아닌

중요한 것, 절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자신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바라보고, 어떠한 태도와 선택에 도 항상 자신의 정당성을 믿는 것” 이 스스로 존엄한 존재로 서 품격 있는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다시‘오지락 ‘을 생각해 보니, 지난 5년 동안 이 모임 안 에서 나는 굉장히 존중받은 듯하다. 책을 읽기 전이라면‘부 족한 나를’ 이라고 했겠지만, 책에서 배운 대로‘나는 존엄한 인간’ 이니까^^ 당연하지. 그런 의미에서 ’ 오지락 ‘은 내 삶의 품격을 높여준 모임인 것이 분명하다. 다음카페▶ http://cafe.daum.net/people-and-book 오지락 회장▶ 배대환 010-5259-6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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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회원│

“재래시장은 내가 살린다.”

김주욱 마을 공동체가 복원되면서 함께 되살아나 야 할 가치는‘열린 교육’ 이다. 마을 주 민의 삶이 다양한 형태로 전달되는, 교육 이 특별한 자격을 가진 사람들만의 전유 물이 아니듯 주민 모두가 교육자인 살아 있는 배움터가 되는 그런 마을을 만들어 보고 싶다.

권영태 편집위원 kyts2000@hanmail.net

‘재래식’ ,‘예전부터 있어 온’이라는 의미의 낡고 오래된 케케묵은 것을 통칭하는 말이다. 재래식 화장실, 재래 식 무기 등등. 하지만‘재래시장’ 이란‘낡은 시장’ 에 덧붙여‘물건 값이 싸고 정겨운 시장’ 이라는 의미가 부가된다. 그래서 재래시장은 없애지 않고 살리려고 애쓴다.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 등의 기업형 상권이 난립해도 재래시장은 여전히 필요하다. 서민들의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재래시장 살리기에 주력하는 청년이 있다. 대명시장에서 카페 를 운영하는 김주욱 회원. 이 청년을 만나기 위해 현대식 아케이드로 재단장한 대명시장 입구에 들어섰다. 재래시 장이라는 말이 무색한, 잘 정비된 시장 입구가 오히려 낯설다. 제법 긴 시장 통로를 따라 느린 걸음을 뗀다. 그 옛 날 시장의 소란함과 혼잡함은 덜었지만 그만큼 정겨움과 편안함도 줄어든 듯하여 슬쩍 아쉬움도 들 찰나, 환한 미 소로 손을 흔드는 김주욱 회원이 보인다. (2015년 10월 31일 인터뷰)

재래시장과 카페, 다소 생소한 조합이다. 이곳에 자리 잡게

어떤 분야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활동을 해 왔는지?

된 특별한 이유라도?

: 말씀드렸듯이 청소년기에 지역공부방에서 공부를 봐

: 이곳이 행정구역상 대명3동인데요. 어릴 적부터 뛰어다

주던 형들 영향으로 자연스레 시민사회에 관심을 기울이게

니며 놀던 곳이에요. 지역공부방에서 공부도 하고 친구들도

되었고, 스무 살이 되던 2003년 기존의 공부방을 노인복

사귀고 그랬죠. 상근활동가로 10여년을 보내고 난 뒤 경제

지시설로 전환하도록 국가가 정책적으로 결정해 버렸죠. 그

적 독립에 대해 고민하던 차에 예전의 마을을 되살려보고

래서 뜻있는 분들이 이참에 청소년단체를 만들어보자는 움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구요. 가진 돈 전부와 빚을 좀 내서

직임이 있었고 사단법인 교육문화공동체인“반딧불” 이 탄

동네 사랑방 같은 따뜻한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일념으로

생하게 된 겁니다. 이후 활동가로 일하다가 선배들도 떠나

이곳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습니다.

고 일부는 이사로 전환되면서 4~5년 정도 사무국장을 맡 아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청소년 인권 캠프 및 인문 강좌, - 26 -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사업, 청소년 문화예술축제 등 청소년 들이 꿈꾸는 행복한 세상의 실현을 위해 함께 고민하면서 참여하고 있죠.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처한 현실은 암울하죠. 입시로 대변되 는 과도한 경쟁으로 말미암아 가장 민감한 시기에 꿈보다는 좌절과 무기력으로 하루하루 버틴다고 볼 수 있는데, 특별히 관심 두고 있는 운동이랄까 모색하고 있는 방향은? : 우리 교육이란 게 결국 시스템에 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는 주도적 삶과는 거리가 먼 교육이죠. 따라서

카페 쭈쭈

자기결정권을 높일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한데 이는 청소년 인권과도 연관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학교에 남아있는

도 미래의 보험이라 생각하고 배웠던 거죠.‘쭈쭈’ 란 이름

권위적 교권이라든가, 체벌과 같은 폭력문제, 제도 교육에

은 저의 오래된 별명이고 그냥 부르기 쉽고 장난기가 묻어

대한 맹신 같은 걸 타파해보고 싶어요. 제가 이곳에 터 잡

있는 편한 이름이라 생각되어 별 뜻 없이 사용하게 되었습

은 이유이기도 한데 마을 공동체가 복원되면서 함께 되살

니다. 거창하게 철학이랄 것까진 없지만 전“커피 값이 밥

아나야 할 가치는‘열린 교육’ 입니다. 마을 주민의 삶이 다

값을 넘어선 안 된다” 라는 대원칙은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

양한 형태로 전달되는, 교육이 특별한 자격을 가진 사람들

는 이 동네 밥값이 너무 싸다는 데 고민이 있습니다. 삼천

만의 전유물이 아니듯 주민 모두가 교육자인 살아있는 배

원 전후의 밥집이 많다 보니 장고와 고뇌 끝에 아메리카노

움터가 되는 그런 마을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가격을 2,000원으로 결정하게 됐습니다. (웃음)

마을을 살리려면 기존의 주민과 소통이 있어야 할 텐데요.

삼십 대 초반이면 이성 문제와 결혼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구체적 사례를 소개한다면?

수 없는데요, 계획은 있으신지?

: 요즘 어느 동네나 혼자 사는 젊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

: 3포, 5포를 넘어 7포 세대까지 얘기되고 있는 게 현실

아요.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싱글들의 집밥 모임(Social

이죠, 저 또한 경제적 자립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요, 여성

Dining)’ 을 지난 9월부터 시작했죠. 카페 뒷공간 마당에 탁

에 관심 두기 힘든 세대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카

자와 의자 몇 개를 두고 이 지역 학생, 직장인 할 것 없이

페 운영한 지 고작 1년 남짓인데 우선 사업을 안정시키고

누구든 모여서 삼겹살 파티도 하고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싶습니다. 이성과 결혼에 관심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웃

와 나눠 먹기도 하고, 재미있는 각자의 추억도 나누면서 자

음) 바람이 있다면 마을사업에 뜻을 두고 있는 만큼 일에

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 내는 공간으로 제공하고 있죠. 현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소박한 이웃들과 함께할 수 있는 사

재 8~9명 정도의 회원(?)이 모였구요, 가능하면 무거운 주

랑을 꿈꾸고 있습니다.

제는 배제하고 과도한 의미부여도 자제하면서 친목 위주로 엮어 나가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리고 얼마 전 대구광역시

끝으로 대구참여연대에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공모사업에 대명시장 중심의 청년허브정책을 제안하여 채 택되기도 했습니다.

: 사람을 키워내고 만들어내야 하는데 어느 단체, 조직이 건 간에 현재에 안주하려는 습성이 있죠. 시민의 다양한 요 구를 대변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려면 변화를

활동가 일을 하면서 커피는 언제 입문했고 아울러 카페이름

수용할 수 있는 개선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기존의

이‘쭈쭈’ 인데 나름의 사업 철학이 반영된 건가요?

정부감시와 같은 전통적 역할을 넘어 포지션의 다변화를

: 현재를 바리스타 3세대라고 하죠. 2005년경부터 붐이 일기 시작했는데 당시 주변에서 너도나도 많이 배우고 저

통한 저변확대가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어쨌든 젊은 사람들 이 많이 보였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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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세상│

대구에 10월문학회가 있습니다

이정연 10월문학회 ljy0224@hanmail.net

지금은 국정교과서 문제로 떠들썩하지만, 재작년 겨울에는 철도 민영화 문제로 또 떠들썩했던 게 기억나 십니까? 그때 제가 몸담고 있는 대구공동육아협동조합‘씩씩한 어린이집·해바라기 방과후’ 는 동구 마을공 동체와 함께 현수막 시위를 했습니다. <불편해도 괜찮아! 국민재산 지키는 철도파업 지지해요~ - 지하철기 관사의 아내 이정연> 이란 현수막으로 저도 동참했는데 우리 공동육아 현수막들이 달구벌대로에 걸리자 대 구의 수성구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사회적인 반향이 좀 있었습니다. 사회적인 문제에 무언가 발 언을 했더니 인터넷 신문에 기사가 나는 걸 보고 어떤 기쁨을 느낀 한 엄마가 시 공부를 해 보고 싶다는 얘기를 합니다. 그 얼마 전에 참여연대 김동식 집행위원장께서 고희림 시인을 모시고 시지에서 시모임을 해 보자고 하신 말씀이 떠올라 연결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제가 소속돼 있던 참여연대 수성구 주민회 몇몇 분들 과 공동육아 엄마 몇몇이 막 태동한 시지 의료 생협에서 고희림 시인을 모시고 <시’ s 터>(시의 땅 일명 시 스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시 공부 모임이 즐겁게 이어지면서 고선생님은 다른 시인들도 시지로 초대했 는데 조선남, 이철산 두 노동시인들이셨습니다. 알고 보니 그분들은 대구의 10월 항쟁을 문학적으로 형상화 하는 10월문학회를 만들고 싶어서 <시’ s 터>에 와 우리가 그럴만한 사람들인지를 탐색해 보신 것이었습니 다. 그렇게 <시’ s 터>가 어느 사이‘10월 문학회’ 로 전환이 돼 버렸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10월 항쟁이 무 엇인지도 잘 모르고 문학적 형상화 능력도 안 되면서 얼떨결에 10월 문학회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10월 문학회 회원이 되어서 제일 먼저 한 것은, 10월 항쟁유족회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습니 다. 풀어놓는 쪽이나 듣는 쪽이나 다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처음으로 역사가 개인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책으로만 배웠던 역사를 그 역사의 희생자로 평생 살아온 사람의 입을 통해 직접 듣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난 후 어느 날 경산코발 트광산이나 가창골 어디서 학살되었을 아버지. 그래서 빨갱이 아들이나 딸로 멸시와 냉대 속에 제대로 먹 지도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 채 천덕꾸러기 인생을 살아오신 유족회 선생님들의 70년을 어떻게 보상해 드릴 수 있을까요.‘인간이 인간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하는 아픔이 제게도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게다 가 그즈음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교사인 저는 세월호 사건을 지켜보며 그 이전의 저로는 돌아갈 수 없는 사람이 돼버렸습니다. 가라앉지 않는 분노가 마음속에 들끓으며 그 이전의 저와는 달리 세상이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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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것에 대해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인간의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가저 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저는‘어떻게’ 란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하고 묻는 것은 대답을 구하기보다는 비난과 원망의 언어일 뿐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고 오히려 그런 마음을 품고 있는 저 자신만을 괴롭힌다 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14년 제가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은‘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를 내려놓 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리고‘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는 반드시‘그래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로 대답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물음이었습니다. 그래서 2014년 결성된 우리 10월 문학회는 10월 항쟁유족회 선생님 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아픔이 있는 곳곳을 다녔습니다. 송전탑 반대 싸움이 벌어지고 있 는 밀양과 청도 삼평리, 먹튀 자본에 맞서기 위해 굴뚝 위로 올라간 구미 스타케미칼, 세월호 집회장 같은 곳에서 자신이 쓴 시를 낭송하는 것으로 연대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아픈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곳에 가서 그들의 외침을 들으며 저는 세월호 사건을 비롯한 이 모든 일이 결국 따지고 올라가면 잘못된 근현대사로부터 비롯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1945년 8월 15일 해방이 되 었을 때 사람들이 바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이제 좀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 하고 억압당하지 않으며 사 는 것과 더 이상 수탈당하지 않으며 배불리 먹고 사는 것 그 두 가지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우리의 해방공 동체는 충분히 그런 세상을 만들 만한 역량이 있었습니다. 해방되는 날로부터 건국준비위원회가 활동하여 어느 정도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을 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미군정이 들어서고 이후 벌어진 파란만장한 우여곡절들은 우리 역사를 온통 뒤바꿔버렸습니다. 자 신들을 억압하던 친일 세력들이 그대로 남아 자신들을 다시 억압하고, 일제로부터 수탈당하지 않으면 배고 프지 않게 살 줄 알았더니 배가 고프다 못해 기아로 죽기까지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해방된 지 1년 남짓 의 시간이 흐를 동안 해방공동체의 희망이 송두리째 짓밟힌 것을 알았을 때 대구 10월 항쟁이 일어났습니 다. 그리고 여전히 슬픈 것은 그 이후 우리 역사는 한 번도 바로잡힌 적이 없어서 더 나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며 외쳤던 저항의 목소리가 아직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구에 살면서 대구 10월 항쟁 에 대해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이 훨씬 더 많고 여전히 10월 항쟁을‘빨갱이’ 란 언어와 연관 짓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10월 문학회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10월 항쟁 바로보기’강좌를 진행했습 니다. 특히 올해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강좌도 함께하여 10여 명의 중학생이 10월 항쟁에 관해 공부하고 학살지인 가창골과 경산코발트 광산 답사도 했습니다. 역사 교과서까지 국정화하겠다는, 우리의 생각까지 국가가 정한 한 가지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대한민국. ‘가만히 있으라’ 고 하면서 국민을 좀 가만 놔두지 않고 온갖 기발한 문제를 수시로 던져주는 골칫덩이 정 부를 만든 것에 대구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69년 전 대구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렇게는 못 살겠다 고 대구에서 시작된 저항의 외침이 전국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대구 시민이 대구의 역사를 제대로 알기만 해도 대한민국이 지금보다 훨씬 편안한 나라가 될 것 같습니다. 애국하는 마음으로 대구의 역사에 관해 공 부합시다. - 29 -


│노동현장은 지금│

노동개악 시대, 지금은 송곳 찌르기가 아니라 지각운동이 필요한 때! 임순광 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 soclsk@hanmail.net

지난 주말, 2012년 한여름을 달구었던 종편 반대 운

스 안에서 생방송으로, 제2화는 월요일 새벽에 집에서

동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자본과 권력

재방송으로 보았다. 오래전 만화 <송곳 1-3>을 사 보

의 언론 장악에 맞서 싸웠던 날들을 뒤로하고 종편 중

았기 때문에 줄거리는 익히 알고 있었다. 주요 대사들

하나인 JTBC의 드라마 <송곳>을 보았기 때문이다. 당

도 폰카로 찍어 챙겨두고 있었기에 드라마에서 딱히 신

시 대의명분을 가졌던 언론노조에 대한 존중과 의리 사

선한 걸 발견할 순 없었지만, 괜스레 울컥하는 기분에

수를 위해 우리 나름대로 정말 힘들었던 2012년 겨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그러다 문득 얼마 전 민주

투쟁에서 종편의 취재를 모두 거부했던 터라(특히

노총에서 배운 노동 개악과 관련한 몇 가지 이야기가

JTBC는 2013년 1월에도 공론화가 절실한 우리 천막농

떠올랐다.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있는 자료들을 보면 현

성장에 직접 취재 왔었지만, 필자가 현장에서 거절하고

재의 노동 개악 키워드는‘저성과자 일반해고’ ,‘취업

돌려보냈다.), 지금 와서 종편의 드라마를 본다는 게 편

규칙변경요건 완화’ , 파견과 비정규직 기간 연장과 같

하진 않았다.

은’ 비정규직 확대’등의 3가지로 크게 요약된다. 자세 한 건 민주노총 홈페이지의 알림창에 있는 자료들을 내

“제길…. 하필 이런 드라마를 무노조 정책을 강요하

려받아 보시라. 입이 쩍 벌어질 것이다. 노동의 디스토

는 삼성 자본의 JTBC에서 하고, 그걸 종편 반대하던

피아는 마트 한 곳이 아니라 2천만 노동자와 그 가족인

내가 보고 있다니….”

우리 눈앞에 와 있다. 저들(=자본과 박근혜 정권)이 말하는 저성과자 일반

하나 싱크로율 100%의 배우들 좋은 연기 덕분에 자

해고(저들의 용어로는 공정해고) 지침은‘잘하는 사람

기합리화를 위한 방어용 푸념은 길게 가지 못했다. <송

에게 상을 주는 제도라기보다는 못한다고 자본이 간주

곳> 제1화는 10월 24일“2015년 비정규직철폐 전국비

한 사람을 징벌하는 폭력적 제도’ 이다. 저성과자와 관

정규직 노동자대회” 를 마치고 대구로 내려오는 전세버

련하여 저들이 말하는‘공정한 기준과 공정한 평가과 정’ 은 대학에서의 시간강사 평가 절차와 같은 외피로 나타날 수 있다. 과거 일부 대학에서는 강의평가점수 하위 10% 정도에 해당하는 시간강사를 무조건 해고하 는 규정이 있었는데, 저성과자 일반해고 제도가 확립되 면 기업에서도 이런 식으로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영남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에서 그랬던 것 처럼 일정 점수 이하의 시간강사를 해고하듯 기업의 노 동자들도 특정 점수 이하이면 해고할 수 있게 된다. 심 지어 영남대에는 시간강사에 관한 평가항목에‘수업시 간에 정치적 발언을 많이 하는가’ 도 들어 있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고 난 뒤에 생겨난 항목이다. 최근 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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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 정권은 대학도 점수화하여 등급을 A, B, C, D, E로

기 전에 내 모든 걸 쏟아내는 싸움을 조직해 냅시다.

등급을 매기고 정원을 감축하라는 둥 재정지원을 수십

끝까지 총파업과 정권 심판 투쟁으로 싸웁시다!”

억 원씩 줄인다는 둥 하며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대학 을 줄 세우고 있다. 이걸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것이 대 학구조개혁법안들이다. 청와대가 지시하고, 교육부가

웹툰 <송곳>이나 드라마 <송곳>에서는 이런 대사가 자주 등장한다.

항목을 정하고, 그걸 기준으로 대학들을 돈과 행정력으 로 줄 세우고, 돼지고기처럼 대학에 등급을 매기고, 일

“분명 하나쯤은 뚫고 나온다. 다음 한 발이 절벽일지

부 부실비리 사학재단들에는 돈 보따리 줘서 한 몫 챙

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도 기어이 한 발을 내디디고

겨 딴 살림 차리게 하고, 대부분 대학과 그 구성원에게

마는 그런 송곳 같은 인간이….”그런데 또 하나, 드라

는 고통을 강제하는 게 2014년 발의된 김희정 법안과

마의 각 장면은 집합행동과 관련한 노동정치나 총파업

2015년 10월 23일 발의된 안홍준 법안의 핵심 내용이

이나 혁명적 투쟁에 대한 언급보다는 대체로 개인들의

다. 해고든 퇴출이든 가진 자들이 제멋대로 하는 것이

영웅적 능력, 헌신적 노력, 비열함 등 개인적 행위와

본질이다. 자본이 사과 상자 엎어 놓고 노동자더러 사

그 배경 이해에 초점을 두어 전개된다. 하지만 한 번

과 상자 관리 못 했다고 저성과자 취급할 수 있는 게

생각해 보자.‘송곳’ 과 같은 인간이 대구에 수십 명 있

이번 야합의 본질이다.

다고 해서 대구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얼마나 바뀔 것인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근로자 과반수 동의가 아니라

가. 그 송곳이 언제 뚫고 나올지, 그 송곳들이 서로 얼

몇몇 단체 대표자들이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이는 곧 노

마나 연대할지, 그들의 목표가 얼마나 분명하고 지속해

조 조직률이 10% 수준인 이 나라에서 노동자 대부분

서 목표 달성을 위해 움직일지, 그들의 목소리가 얼마

권리를 박탈하는 것에 다름없다. 노조가 있다고 해도 과

나 큰 파도로 이 세상을 다그칠 것인가에 대해 나는 회

반수 노조가 없는 대부분의 사업장 역시 제대로 권리를

의적이다. 송곳 같은 사람은 언제나 존재하고 또 필요

지킬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노동권도 무력화되고

하다. 특정 국면에서는 송곳 찌르기와 같은 전술이 효

노동조합의 힘도 사라지게 된다. 더 나아가 전문직을 비

과적일지도 모른다. 하나 지금 국면, 전 방위적인 총자

롯하여 일반 생산직종까지 파견할 수 있도록 하고, 55세

본의‘전 국민 매트릭스 노예화’ 에 맞서기 위해서는 개

가 넘으면 불법파견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파견법 예

별적 대응보다 집단적 행동, 더욱 고도화된 정치적 행

외 적용을 받으며,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4년까지 늘리

동이 더 필요하다. 4월 총선에 이명박근혜 정권 옹호자

는 것은 말 그대로 비정규직 전면화, 노동에 대한 자본

들이나 그들과‘그 나물에 그 밥’ 인 무늬만 야당을 지

의 책임 면제이다. 그 결과는 선순환 없는 저성장, 저항

지하는데 이 집단행동의 파고가 머무른다면 암울한 시

없는 하향 평준화의 개미지옥일 뿐이다. 전 국민 비정규

대를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11월 총

노예화 정책이라고 하면 너무 거친 표현일까?

파업이든 총궐기든 12월 총파업이든 뭐든 결국 이 착

사태가 이러함에도 장그래 살리기운동 본부 대표 권

취와 독재 구조를 깨뜨리는 목표 아래 구성되고 투쟁이

영국 변호사의 절규처럼 세상은 너무나 조용하다. 2015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무엇을

년 9월 19일 눈앞에서 들은 그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

할 것인가. 예전부터 답은 언제나 명확하게 제시되어

전에 맴돈다.

있었다. 우리 스스로 그 답을 회피하고 에둘러가길 원 했을 뿐. 아직도 수성구의 A를 지지하는 것으로 문제가

“노동자에게, 그 자식과 가족의 목에 칼이 들어왔는

해결된다고 믿는다면 미래는 없다. 송곳 찌르기가 아니

데 왜 이리 한가합니까…. 변호사도 거리 농성에 나서

라 지각운동이 필요하다. 참으로 거대한 연대와 단결의

는데 왜 이리 조용합니까…. 희망을 품을 수도 없게 되

지각운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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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서 희망찾기│

뇌 안의 유령

남원직 오지락 회원 plainman@hanmail.net

정부가 나라의 역사를 하나로 만들어 가르치겠단 다. 엄청난 사건들을 서둘 러 덮기 바쁘던 사람들이, 역사를 한 개의 매뉴얼로 만든단다. 파이프를 통해 본 것을 올바른 역사라 한 다면, 한‘올’ 만 들고 옷이 라 우기는 꼴이니 이는 곧 기만이다. 그런데 가만 보 면 몇 사람들은 자기 식견 을 진실이라고 철석같이 믿어 보인다. 자기기만이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 다. 눈앞에 일어나는 일도 (Phantoms in the Brain,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2000, 기만하는데, 과거를 기만하 신상규 옮김, 2007) 기는 더 쉽지 않겠나. 진실 은 수많은 증거를 모으고 추론하는 과정에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사회는 근거로 생각하는 관습이 모자란다. 반면, 느낌을 관 리하고 믿음을 이용하는 기술은 넘친다.

하나의 존재로 느끼지만, 뇌의 조화가 깨어진 사람에게서, 여러 개로 분열되는 것을 발견한다. 두뇌는‘실체’ 라는 느낌을 만들 어 내고 있으며,‘보았다’ 는 것도 다시 만든 재현일 뿐이었다.

두뇌는 어떻게 진실을 알게 될까? 참이라는 확신은 감정의 뇌 영역에서 활동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언어를 처리하는 영역이 아니었다. 참은 증거와 논리를 통해서 확인되는 것 아닌가? 역설적이게, 생각을 진실이라 여 기게 하는 것은‘감정’ 의 변연계였다. 독단적인 믿음과 주장을 지성으로 교정하기 어려운 데는‘생물적’이유가 있었다.‘자 아’나‘신’ 에 대한 느낌을 두뇌의 생물적 기제로 설명하는 것 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뇌과학은 인간 실존에 의미를 주는 ‘느낌’ 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느낌의 오류를 보여주고, 일상 적이고 자연스러운 착각을 설명한다. 참으로 일상을 지배하는 것은 부정, 억압, 지어낸 말 같은 것들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두 뇌는 본래 기만적이고, 기만은 운명인가? 그렇지 않다. 전체 두 뇌는 세계를 바로 이해하려고 연합해서 노력한다. 뇌는 일부를 다치거나 발달 장애로 미숙할 때 기만적인 결론을 내린다. 기 만은 원인이 아니고 결과이다.

기만의 뿌리는 생각보다 깊은 곳에 있다. 진실은 느끼는 것인가? 아는 것인가? (1) 환상인 줄 알아도 생생하게 보이는 환상을 경험하는 사 람이 있다. 사고로 한쪽 팔을 잃었지만, 그 팔이 움직이는 감각 이 계속 생생하게 느껴진다. 시각세포의 손상으로 생긴 커다란 맹점에 만화 주인공이 뛰어다니는 것을 본다. (2) 몸을 부정하 는 사람이 있다. 뇌졸중으로 왼팔이 마비되었는데, 마비를 부정 하고, 마비된 팔을 남의 팔이라고 말한다. 머리를 다친 후, 부모 를 알지만, 부모라는 친밀감이 없어서 복제인간이라고 한다. (3) 측두엽간질을 앓다가 신의 음성을 듣는 사람이 있다.“아 이것 이구나. 이제 나는 마침내 진리와 마주하게 되었다. 이제 더는 의심하지 않는다.” 라고 말한다. 이렇게 뇌를 다친 사람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다치지 않은 사람의 두뇌 구조와 작동 원리를 엿볼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을

‘척 보면 알지!’: 직관적으로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 하는 사람은, 안다는 느낌을 믿는다. 직관적으로 안다고 느낄 때, 두뇌는 그 느낌에 반하는 사례들은 무시한다. 그러나 그럼 으로써, 정보과잉으로 판단을 못 하고, 가만있게 되지는 않는다 는 면에서‘적응’ 에 더 유리하다. ‘헤아려 봐야 알지!’: 직관을 회의하고 분석하는 사람은, 일 일이 확인하고 나서야 전체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완전 한 분석은 불가능하니 확신하는 일은 없다. 그렇지만,‘무엇’ 에 대한 지식이 축적되고,‘어떻게’잘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낸다. “자기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고 있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 간에는 분명 큰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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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잡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김성범 도깨비농장 농부 pfkimsb@hanmail.net

나무는 양력 10월이 되면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기 시작해서 결국 꼭 대기 몇 잎만 간신히 남게 됩니다. <주역>‘박괘’ (剝卦)의 형상이지요. 그 것마저 11월이 되면 다 떨어져 버립니다. 여섯 효가 전부 음으로만 이루 어진‘곤괘’ (坤卦)에 비길 수 있을 겁니다. 이때가 되면 모든 생명이 사라 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생명은 그 속에서 조용히 자신을 단련합니 다. 만약 가을과 겨울이 없다면 나무는 다음 해에 제대로 성장할 수 없을 겁니다. 겨울은 모든 것을 얼리고 사라지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자 체가 곧 새로운 생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박괘는 위는 산을 상징하는 간(艮, ), 아래는 땅을 상징하는 곤(坤, ) 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섯 개의 효(爻) 가운데 아래 다섯 효가 음이

<박괘 이미지, 출처 : 북드라망 출판사>

고, 맨 꼭대기 한 효만이 양입니다. 이마저도 곧, 음에 의해 쫓겨날 위급한 상황입니다. 도적이 몽둥이를 들고 정의를 단죄하 는 세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달로 따지면 음력으로 9월이니까 양력으로는 10월쯤 되겠지요. 이럴 때는 경솔하게 움 직이면 도적에게 상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박괘 괘사(卦辭)는“박은 행위를 하려고 하면 이롭지 못하다.” 고 경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박괘에서‘간’ 은‘그침’ 의 의미를,‘곤’ 은‘순리에 따름’ 의 의미가 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박괘의 상황에 부닥쳤을 때는 은인자중하면서 상황의 변화를 예의 주시해야 합니다. 나무가 겨울에 싹을 틔우면 얼어 죽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입니 다. 하나 남은 양마저 음에 의해 쫓겨나면 세상은 그야말로 암흑천지가 되는 듯 보입니다. 괘로 보면 여섯 효 모두가 음인 곤 괘에, 달로 치면 음력 시월에 해당합니다. 시월은 모든 효가 음으로만 이루어져 있으므로 음월(陰月)이라고 해야 할 건데 양 월(陽月)이라고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가 음이지만, 그 속에도 양의 씨앗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시월의 간고(艱苦) 한 시련 속에서 숨죽이고 있던 양의 씨앗은 해가 가장 짧은 동지(冬至)에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괘로 는‘복’ (復)괘에 해당합니다. 복괘는 위에는 땅을 상징하는 곤, 아래는 우레를 상징하는 진(震)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다섯 개의 음 아래에서 양이 움 터 오르고 있는 모양을 상징하고 있지요. 박괘를 뒤집어 놓은 모양과 같습니다. 괘사도 박괘와 상반됩니다. 복괘 단전(彖傳) 에는“행위를 함이 이로우니, 양이 자라 오르기 때문” 이라고 하면서, 여기에서“천지의 마음을 본다” 고 했습니다. 천지의 마 음은 모든 생명을 약동하게 하는 마음입니다. 정의가 불의를 단죄한다고 볼 수 있겠지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온갖 횡포한 짓을 일삼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권력은 잡으려 하면 잃는다고 했습니다. 미 친 듯 부는 바람은 한나절을 가지 못하고, 미친 듯 부는 바람은 하루를 넘기지 못합니다. 밤이 깊어지면 아침은 더욱 가까워 집니다. 그리고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기지 못합니다. - 33 -


│회원의 소리│

‘침묵의 슈피랄레(spirale)’ 를 깨트리자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apsan@kfem.or.kr

지난 7월 21일 정부는 7차 전력수급계획을 발표

있다. 뿐만 아니라 한수원의 비호아래 협력사인 현

하면서 2028년까지 경북 영덕군에 신규 원전 추가

대건설, 두산중공업, 한화건설 등도 플랜카드 선전

건설을 선언했다. 이에 영덕 주민들은“정부의 일방

에 가세했다.

적인 발표에 따를 수 없다. 영덕핵발전소유치 문제 는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 하겠다” 고 공표했다. 오는 11월 11일~12일 영덕에서는 역사적인 주민투표가 실시된다.

영덕은 경북 북부에 위치한 폐쇄적이고 이동성이 떨어지는 지역으로 외지인을 꺼리고 문맹자가 많으 며 주민의 연령대가 높다. 외부인에게 배타적인 영 덕에는 경계의식을 늦춰 줄 경상도 말씨의 투표관

2010년 영덕 군 의회의 신규원전에 관한 주민의

리 요원, 안내요원, 차량지원 요원이 절실히 필요하

사를 묻는 과정은 형식적이었다. 정부는 4만 영덕

다. <한국탈핵>의 저자 김익중 교수는 경북 영덕에

군민 중 2~3천명의 의견이 군민을 대표한다고 선

핵발전소가 들어서느냐 마느냐는“단지 영덕이 탈

전했다. 2015년 11월 현재 군 의원 6명 전원이 유

핵으로 가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이

치찬반 주민투표를 선언하고 위원회도 구성했다. 군

탈핵으로 가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갈림길

의장에 이어 부의장이 릴레이 단식 중이고 의원들

이 될 것” 이라고 했다. 영덕의 핵발전소만 막아낸다

은 투표참여율을 높이는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지

면 더 이상 신규 핵발전소를 지을 부지조차 없기

난해 지지선언을 했던 군 의회는 당시 정확한 의견

때문에 핵발전소를 짓고 싶어도 짓지 못한다는 것

수렴이 안 되었고, 후쿠시마 이후 달라진 여론이 바

이다. 그러므로 영덕핵발전소를 막아내는 것은 한국

로 주민투표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여당 의원이 다

탈핵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수를 이루는 영덕 군의회의 변화는 영덕 군민의 원 전에 대한 의견이 바뀌고 있다는 증거다.

영덕의 상징성은 탈핵뿐일까! 최근 역사교과서 국 정화를 비롯한 민주주의의 원칙을 위협하는 정부와

이는 여론조사에서도 증명된다. 작년 4월과 8월

자본의 일방적인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이

두 차례 실시된 군 의회 여론 조사에 의하면 주민

기도 하다. 민주주의의 또 다른 원칙과 정신은‘참

투표에 대한 필요성이 높았다. 주민투표추진위 조사

여’ 이다. 공중파와 일간지를 비롯한 정부의 여론전

에서도 약 68%, 얼마 전 범군민연대의 조사에서도

에 영덕의 많은 군민은 침묵하고 있다. ‘침묵하는 사

약 70%로 주민투표에 대한 열기는 높다. 하지만 정

람은 변화를 원치 않는다’ 라는 ‘침묵의 spirale(나

부기관의 방해로 주민의 움직임이 활발하지 않은

선)’ 를 깨트리고, 정부의 노골적인 방해공작을 넘어

실정이다. 게다가 10월 21일 산자부와 한수원은 영

서 영덕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영덕 군민만의 외로

덕에 대한 10대 지원 사업을 발표하고 가가호호 방

운 싸움이 아니라 함께 하는 연대일 때 더욱 큰 힘

문하여 선호도 조사를 명목으로 선물공세를 펼치고

을 발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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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소리│

왜 변화를 두려워하는가? 김수영 syho1012@hanmail.net

성인잡지‘플레이보이’ 가 바뀐다고 한다. 내년 3월부 터 여성의 누드 사진을 싣지 않겠다는 것이다. 종이 잡 지를 대체하는 온라인 매체들이 범람하고, 간단한 클릭 만으로 언제 어디서나 무수한 성인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미디어 환경에서 더 이상 도태되지 않겠다는 승부 수인지도 모른다.‘플레이보이’열혈 애독자들의 항의 가 빗발치고 있다지만,‘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는 위기의식이 애독자들의 개별 기호를 넘어선 듯 보인다. ‘함께 꾸는 꿈’ 을 친구 손을 통해 받아보고 있다. 붉 은 볼펜 줄이 죽죽 그어지거나 알아보기 힘든 메모가

는 노력이 보인다. 미미하지만 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 으니 절반의 성공이라 생각한다.

끼적여진 책을 읽은 적도 있다. 이 책을 만드는 사람들

그래도 감히 말하건대 아쉬움이 남는다. 바뀌는 시대

의 고민의 흔적인 듯싶다. 그저 편히 읽는 사람은 도통

와 달라지는 환경을 애써 외면 하는듯한 구태의연함이

감흥이 없을 수도 있지만, 책을 만드는 사람에게는 책

안타깝다. 성인잡지이며 상업 잡지인 ‘플레이보이’ 도

갈피마다 나름의 사연과 애환도 깃들여 있을 것이다.

변화하는 환경에 떠밀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를 버리

취재하고 쓰고 다듬는 무한 반복의 과정에서 행간의 의

는데, 진보와 혁신을 말하는 시민단체에서 발행되는 책

미까지 무수히 곱씹어 보았을 것이 아닌가. 두 달에 한

은 과거에 안주하는 듯 보인다. 늘 하던 대로, 늘 하던

번 나오는, 게다가 불과 40페이지 남짓의 얇은 책이지

사람이, 늘 하던 방법대로, 그렇게 하는 것이 편할 수

만 이 책에 담긴 그들의 노고가 보이고 읽힌다.

는 있겠지만 읽는 이는 식상하다. 식상하면 외면하기 마련이다. 독자가 외면하는 책은 더 이상 책이 아니다.

‘플레이보이’ 는 변화와 도약을 위해 여성누드사진을

처치 곤란한 종이뭉치일 뿐이다.

포기했다. 하지만 성을 주요 상품으로 다루는 그들의 정체성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누드 사진’ 을 포기한

티브이, 잡지, 신문 등을 일컬어‘미디어media’ 라고

대신 시대에 발맞추는 콘텐츠를 지닌 성인잡지로 변모

한다. 문자 그대로‘중간에서 연결하는 매개체’ 라는 뜻

할 것이다. 어쩌면 모험이 될 수도 있지만, 변화를 통

이다. 일방적인 공지를 통한 단체 활동 홍보, 독자를

해 도약할 수도 있다.

교육과 변화의 대상으로 여기는 성명서 형식의 글들,

‘함께 꾸는 꿈’ 도 변화를 모색하는 흔적이 보인다.

회원에 매몰된 단체의 소식 등으로는 제대로 된 미디어

100호부터 103호까지 모두 4권의 책을 꼼꼼하게 읽었

의 역할을 해내기 힘들 것이다.‘함께 꾸는 꿈’ 이 시민

다. 만드는 사람의 노력과 정성은 책에 드러나기 마련

단체와 독자, 좀 더 나아가 사회와 사람을 연결하는 명

이다.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에 의의를 두고 그저 날

실상부한 양방향 중간 매개체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

짜 맞춰 책을‘찍어 내는 것’이상의 의미를 찾고자 하

다. 한 사람의 응원하는 독자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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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곳곳│

茶樓)

방방!

권영태 편집위원 kyts2000@hanmail.net 사방이 고층아파트로 둘러싸여 맹지가 되어버린 후미진 샛길, 도로 중간중간 홈이 패여 빗물이 튀고 듬성듬성 설치된 가로등 조명은 초라한 뒷골목을 더욱 음산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수년 전 어느 날 낡은 주택 일 층에 찻집이 문을 열면서 스산한 골목에 잔잔한 변화의 바람이 몰려왔다. 열정이 가득한 리더십 강한 언니와 상냥하고 따뜻한 미소를 지닌 여동생이 요일을 번갈 아가며 운영하던 카페. 해당 기관에 발품 팔며 불편을 호소한 주인장 덕에 카페 주변 환 경이 차츰 개선되더니 지금의 깔끔한 거리로 거듭나게 된다. 그러나 다루의 진정한 매력 은 다름 아닌 커피 맛에 있다. 패스트푸드점과 카페 가릴 것 없이 흔하디흔한 것이‘아 메리카노’커피지만, 다루의 아메리카노는 진한 향과 은은한 맛이 일품이다. 수십 년 동 안 인스턴트 믹스커피의 조미료(?) 맛에 익숙해 있던, 그래서 로스팅 기술이 최고라던 이태리에서도 결코 흔들림 없었던 믹스커피에 대한 나의 애정과 고정관념을 단번에 무너뜨린 것이 다름 아닌 다루의‘아메리카노’ 였다. 5년 전 지인과 얘기할 곳을 찾아 헤매다 우연히 밀고 들어간 곳. 기껏 주문한 아 메리카노 두 잔을 마시는 둥 마는 둥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그냥 나가려다 주인 성의를 생각해 한 모금 넘긴 것이, 다루 커피에 매혹된 첫 경험이었다. 그리고 지 금까지 한 달에 두어 번씩 중독된 듯 다루를 찾게 되었다. 장수하는 음식점이란 결국 한 가지 특화된 맛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다루’ 의‘아메리카노’ 는 대중적 커피의 고급화된 맛으로 오랜 커피 단골을 만들어 내고있다. 주소: 달서구 진천로 114-17 전화: 634-6202

곳곳! 허경주 부편집장 kyongju-h@hanmail.net 휴일. 달디 단 꿀잠 자느라 느지막이 일어나서.... 마땅히 끼니 챙겨 먹기도 귀찮아 간편식 라면으로 한 끼 때운 후.... 체력안배의 날로 정하고 조신하게 쉬고 싶었건만.... 느닷없이 늦가을 햇볕이 아쉬워 온몸의 세포들이 아우성을 치기 시작할 때가 있을 것이다. 계획 없던 나들이에 입은 옷 그대로 몸만 나서서 부담 없이 다녀올 만한 곳. 달 성군 가창에 있는‘남지장사’ 다. 대구 시내서 가창 방향으로 차로 20분 남짓 달리면 거짓말처럼 한가로운 시골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붉게 익어가며 단내를 풍기는 감나무 사이로‘한일우호관’ 과‘녹동

서원’ 이 보인다. 둘러보고 싶다는 마음보다 한시바삐 가을 숲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마음이 허둥대니, 아쉽다만 눈 길로 일별하고 스쳐 지나간다. 팔공산에 있는‘북지장사’ 와 대칭점에 있어서‘남지장사’ 라 불리는 이 사찰. 오래된 우람한 왕벚나무 아래로 널찍한 주차장까지 잘 닦여있다. 꼬불탕한 오르막 시골길을 차를 타고 내달리니 몸은 편하 다만 마음은 편치 않다. 웅장한 대웅전 앞마당에 우두커니 서서 산봉우리 끝에 걸려 부서지듯 쨍하게 퍼지는 가을 햇살을 쳐다본다. 사람이 애써 만들고 가꾸는 것들이 햇살 한 조각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대구 유형문 화재로 지정된‘청련암’ 을 지나 어둑한 아름드리 소나무 숲을 내쳐 걸어가면 수목장 공원이 나온다. 작은 길 양옆 으로 크거나 작은 나무들이 가지런하게 심겨 있다. 가족사진으로 보이는 사진도 나뭇가지에 달려있고 더러 꽃들도 놓여있다. 발소리를 죽여 조심조심 걸음을 뗀다. 나는 지금 살아서 죽어 잠든 자들의 곁을 걷지만, 나 또한 언 젠가 저렇게 잠들 것이라는 숙연함도 깃든다. 삶과 죽음의 경계는 모호하고 죽음은 생각보다 지척에 있다 싶 어 공연히 울컥하다. 그래서 오늘 하루도 열심히 후회 없이 살겠노라 다짐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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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톡│

문화정보안내 하나! 막돼먹은 정숙씨의 골방 탈출 투쟁기 <괜찬타! 정숙아> ▶기 간 : 2015년 11월 5일(목) ~ 2015년 11월 15일(일) ▶시 간 : 평일 - 오후 7시 30분 | 주말 - 오후 4시 ▶장 소 : 소극장 함세상 (대구시 남구 명덕로 98-2, 1층) ▶문 의 : 극단 함께사는세상 (http://www.hamsesang.or.kr) (053-625-8251 / 010-6684-1035) ▶티켓 안내 - <현매> 성인 20,000원 / 청소년 15,000원 <예매> 성인 15,000원 / 청소년 12,000원 <10인 이상 단체 예매 시>성인 12,000원 / 청소년 10,000원 <65세, 장애인 10000원_ 장애인만 동반1인 구매 가능) - 사랑티켓(www.sati.or.kr)에서도 예매하실 수 있습니다.

둘!

대구시립소년소녀합창단 정기연주회

<We are One in the Music> ▶기 간 : 2015년 11월 21일(토), 오후 7시 30분 ▶장 소 :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입장료 : S석 : 3,000원 / A석 2,000원 ▶예매처 : 티켓링크 1588-7890, http://ticketlink.co.kr ▶문 의 : 053-606-6311, 6348 ▶특별출연 : 바리톤 석상근, 청춘합창교실

셋!

대구 클래식(통기타) 애호가 모임 제2회 정기연주회

▶일 시 : 2015년 11월 27일(금) 저녁8시 ▶장 소 : 대구광역시 남구청 청소년 창작 문화센터 (대구광역시 남구 대명동 1803-31) ▶내 용 : 클래식 기타: 독주, 이중주, 사중주 통기타: 김광석 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 ▶문 의 : 클래식 애호가 모임(010-3530-1732) ▶티켓안내 : 전 공연 무료 ※ 참여연대 이근덕 회원(오지락 활동) 공연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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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주민자치 소식│

합니다. 또한, 지역주민의 요청이 있으면 개별적으로 통지해주 게 되어있습니다. 2) 구미시장은 관할 소재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의 사고대비 물질별 위해관리계획서 내용을 취합하여 화학사고 시 지역 통 합적인 주민통보방법과 대피방법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위 해 지자체 산하에 한시적인 화학사고 대응설명서 작성을 위한 논의기구를 구성하고 가장 이른 시일 내에 대책을 마련해야 합 최인혁 구미참여연대 사무국장 gom5566@nate.com

니다.

<구미 불화수소산 누출사고 개요> 먼저 회원사업소식 입니다. 상반기 근현대

○ 사고일시 : 2012년 9월 27일 오후 3시 43분

유적답사에 이어 10월

○ 사업장명 : 휴브글로벌(구미 4공단 산동면 봉산리 324) 폐업

9일 한글날을 맞이하

○ 인명피해 : 노동자 5명 사망, 소방관 18명 부상, 주민

여 12명의 회원과 하

12,243명

반기 회원여행을 진행

농작물 고사 212헥타르, 차량 부식 1,958대, 가

하였습니다. 이번 여행

축피해 3,943마리

코스는 성주 댐과 증산

주민보상액 380억2천만 원

면 중간인 금수면 영천리에서 가천면 용사리로 넘어가는 임도

(구미 불산(불화수소산) 누출사고 보상심의위원회,

로, 아름다운 경치와 화창한 날씨가 어울려져 산행하기에 아주 좋았습니다. 특히 일반 산행과는 달리 평탄한 코스가 매우 마

2013) ○ 사고개요 : 화물차 탱크로리에서 사업장 야외저장탱크로 불

음에 들었습니다. 배고픈 나머지 산행 1시간 만에 수제도시락

산을 이송하는 과정에서

과 소맥으로 점심을 까먹고, 쉬엄쉬엄 3시간 정도 산행을 진행

탱크로리밸브가 열리면서 12톤의 불산이 8시간

하였습니다. 그리고 구미로 돌아오는 길에 저녁 식사로 김천흑 돼지에 소주 한 잔과 함께 회원여행을 마무리하였습니다. 모처

동안 누출사고 발생 ○ 사고원인 : 안전작업절차 교육 및 준수의무 위반

럼 운동하려고 단단히 마음먹었는데 오히려 살찌우는 여행이

보호구·보호복 미지급 및 미착용 안전조치의무

되고 말았습니다. 또한, 임도 걷기를 계기로 두 달에 한 번 산

위반

행하자는 회원들의 적극적인 의견으로 사업이 또 하나 늘었습

불산 누출에 대비한 최소한의 안전설비 미비

니다. 다음은 불산사고 3주년, 전국 주요 화학사고 사업장 순회 캠 페인 소식입니다. 구미 불산 누출사고 3주년을 맞아 지난 9월 15일 구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 및 퍼포먼스를 진행하였습니 다. 이를 계기로 10월 국회 상정을 앞둔‘지역사회 알권리 법’ 에 대해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고, 구미시에 알권리조례 및 화학 물질관리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구미참여연대가 적극 나설 것입 니다. 1)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주는 현행 화학물질관리법 제 41조에 따라 급성독성과 폭발성이 강한 사고대비 물질별 위해 관리계획서를 5년마다 작성하여 환경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하 고, 제42조에 따라 위 내용 중 주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꼭 알아야 할 내용을 매년 1회 이상 지역사회에 알려야 - 38 -


│대구참여연대는 지금│

대구참여연대 활동보고 9. 8

[집담회] 대중교통혁신 2차 집담회

10. 6

9. 15

[성명] 지자체 사회보장 축소 지침 규탄 성명

10. 13 [기자회견] 서상돈 친일행적 공동조사촉구 기자회견

9. 18

[행사]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총회

10. 14 [청원] 버스업체 채용비리 근절 방안 시의회 청원

9. 22

[간담회] 참여예산네트워크 평가

9. 23

[기자회견] 지자체 사회보장 축소 지침 관련 공동

[간담회] 전태일 대구시민문화제 간담회

[세미나] 대구 시민학교 설립방향 세미나 참가 10. 15 [청원] 공익신고자보호조례 시의회 청원 기자회견

10. 17 [행사] 빈곤철폐의 날 공동행사

[토론회] 공익신고자보호조례 제정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10. 22 [성명] 대구시 취수원 수질관리 문제에 관한 성명 10. 28 [성명] 인터넷신문 등록제 강화 개정안 반대 성명 10. 29 [행사] 17주년 후원의 밤

2015 대구참여연대 시민학교 <현 대의 문제를 논어(論語)로 풀다> 대망의 1강이 대구인권교육센터 에서 진행됐습니다. 이번 시민학 교는 기존의 인문학 강의와 다르 게 짜봤습니다. 1~3강까지 이남 곡 선생님이 진행하시기 때문에 사제 간 교감(?)과 원활한 질의응 답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남은 강좌는‘2강 : 물질의 활용/11월 11일(수)’ ,‘3강 : 정치, 사람을 사 랑하는 기술/11월 18일(목)’ 이며 오후 7시 대구인권교육센터(대구 시 중구 국채보상로 648, 우리들 병원 지하1층)에서 진행됩니다. 아참! 시민학교도 신청해 주시고 ~ 전태일 대구시민문화제의 추진 위원이 되어주신 모든 분들께 정 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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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보고│

2015년 9월 본부 재정운용결과(2015.1월~2015.9월 누적회계)

※ 본자료는 회계감사의 감사를 받기 전 자료로서 회계감사후 일부 계정 및 계수의 조정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날개달기

명절상여금에 후원해 주신 박종률, 이명균 회원님, 후원의 밤에 후원해 주신 회원님들과, 전태일 기금에 응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 40 -


│회비납부명단│

납부하신 회비는 세상을 바꾸는 주춧돌이 될 것입니다. 소중하게 사용하겠습니다.

강경수 강경애 강금수 강동철|신동주 강병준 강상채 강선구 강옥련|박창호 강재기 강준구 강진호 강천식 강혁진 강현구 고동우 고미숙 고봉수|임선정 고춘자 고희림 곽이화 곽현수 구령근 구민회 구수용 구인호 권경자 권근환 권덕기 권도준 권명오 권미숙| 박재범 권석우 권수용 권수임 권영규 권영래 권영태 권옥자 권진희 권재영 권재화 권중일 권추경 권택흥 권혁장|추정화 권현준 권형우 금송민 금창수 김 찬 김갑진 김강택 김건우 김건훈|김향미 김경근 김경환 김광석|이혜영 김규엽 김규종 김기용|김선희 김근모 김근식 김남수 김남희 김도헌 김동욱 김동익 김동현 김량현 김명호 김미경 김미경 김미수 김미진 김미정 김미향 김민수 김민재 김민지 김 배 김보임 김봉심 김삼|한효정 김상민 김상수 김상숙 김상태 김상호 김석동 김석수 김석원 김선영 김선우 김선희 김성수 김성수 김성택 김수동 김수성 김수정 김순옥 김승주 김승현 김신애 김애리 김애화 김억남 김언호 김연희 김영미 김영일 김영진 김영철 김용원 김우주 김원현 김윤상 김윤정|김수일 김은정 김인하 김인호 김일수 김일영 김임곤 김입분 김재권 김재문 김재승 김재우 김재호 김정곤 김정미 김정애 김정화 김정희 김종권 김종록 김종봉 김종필 김종협 김주영 김주욱 김주태 김지연 김지일|박선영 김진석 김진숙 김진숙 김진환 김철원 김철현 김태균 김태석 김태성 김태숙 김태일 김항서 김해환|곽이화 김 혁 김현근 김형기 김형섭 김형우 김형준 김형진 김형태 김효정 김휘수 김희진|변정호 나문석 남상권 남영주 남호진 노미경 노승석 노연수 노인만 노형석 도국배|김순섭 도영주 도윤백 류대하 류덕제 류보경 류영준|이영주 류영철 류은경 류태하 류행민 류후기 문경자 문성근 문영곤 민정식 민천식 박건상 박경로 박경욱 박경찬 박근식|강문희 박노진 박대기 박덕수 박덕환 박명리 박명섭 박명환 박명호 박병득 박병철 박병현 박선우 박성찬 박수열 박순일|이미숙 박순태 박신호 박양주 박여경 박연홍 박영백 박옥순 박원형 박은정 박인규 박인수 박인철 박정호 박종률 박지연 박지윤 박찬문 박찬웅 박철홍 박현리 박현탁 박현호 박호석 박희진 배갑기 배대환 배병철 배상우 배윤선 배은경 배재국 배재수 백경록 백미숙 백부현 백승대 백진숙 변화진 서덕교 서두진 서보경 서보성 서상득 서상민 서상철 서상훈 서인찬 서정욱 서준하 서준호 서진숙 서창환 서태영 석민영 석민철 석성진 설동진 성언제 성재환 소영진 손관영 손광락 손대락 손락천 손상호 손석철 손순옥 손영호 손재봉 송경란 송보경 송상욱 송윤식 송진환 송해익 시정기 신기복 신기완 신기욱 신도철 신동민 신동민 신동민 신동완|정희선 신동찬 신동화 신득렬 신명희 신미정 신병호 신상봉 신성욱 신영숙 신윤정 신정석 신효철 심병철 심윤철 심주석 안상진 안새봄 안영미 안영배 안정임 안헌수 안현재 안현효 안형진 양만재 양선진|임호성 양영일 양진모 양 희 엄시근 엄창옥 여검옥 염상현 오문섭 오신택 오용태 오철희 오태동 오현주 우기원 우성문 우재동 우창성 원준호 유길의|이은희 유미정 유병록|윤명화 유지웅 육심원 윤 영 윤규성 윤병대 윤병철 윤보욱 윤상호 윤성아 윤영식 윤영욱 윤용희 윤인현 윤재석 윤지현 윤태자 윤호석 윤효숙 이경미 이경상 이경선 이경호 이근덕 이근수 이금용 이기락 이기수 이권주 이남수 이남훈 이동기 이동석 이동선 이동인 이동진 이두병 이만호 이명분 이명자 이명호 이미라 이미영 이미지 이병동 이보라 이봉도 이상구 이상돈 이상목 이상미 이상술 이상용 이상욱 이상원 이상훈 이석주 이선영 이성우 이성해 이성희 이세은 이소령 이수정 이순재 이승근 이승수 이승익 이승용 이승호 이양우 이영구 이영도 이영욱 이영윤 이옥례 이용기 이원복 이원영 이윤희 이윤희 이은정 이의호 이재남 이재문 이재성 이재욱 이재호 이재희 이정동 이정만 이정선 이정수 이정연 이정영 이정원 이정화 이정화 이종길 이종득|김민지 이종우 이종춘 이종필 이종한 이준혁 이준홍 이지애 이진희 이재양 이창수 이창순 이창화 이창환 이창환 이철환 이춘곤 이춘철|류정숙 이충기 이태영 이해선 이헌달 이현미 이현옥 이형규 이형석 이혜경 이화선|정호태 이화정|최훈태 임기섭 임성근 임성무 임순광 임애경 임전수 임종화 임지현 임 향 임현수 임현태 장경은 장기섭 장기태 장밝은 장성수 장영훈 장원용 장준민 장태철 장현주 장화환 장환석 전대환 전동원 전승훈 전영주 전우태 전주태 전창훈 전현배 전형권 전홍철 전환길 정갑환 정강미 정경식 정경열 정경하 정웅권 정용태 정금숙 정기백 정기숙 정기철 정낙찬 정대열 정도욱|신윤정 정도해 정범철 정석수 정선기 정성찬 정승필 정우근 정우달 정우영 정우호 정원숙 정은주 정이성 정인숙 정일선 정재봉 정재형 정종배 정준호 정지욱 정칠복 정탁현 정하진 정해숙 정혜숙 정호원 정화주 조광진 조병집 조상우 조영미 조용래 조용식 조윤기 조인기 조일선 조재민 조정화 조준한 조혜연 조혜진 조희재 주보돈 지은혜 진성섭 진수미 진용인 차우미 채영희 채장식 채휘균 천기철|고춘자 천덕우 최개천 최경호 최명구 최병우 최병학 최봉춘 최상돈 최상주 최선애 최성경 최수영 최신일 최연석 최원준 최정민 최종현 최진욱 최진혁 최종식 최해천 최현진 최혜진 최희철 추원일 추호식 하경호 하상지 하성협 하유신 한재영 한광훈 한대환 한상구 한상훈|최경화 한승균 한은영 함종호 허 종 허경주 허노목 허 소 허주녕 현명호 현영철 현호성 홍상익 홍 숙 홍영표 홍원대 홍원진 홍종범 황대철 황선명 황성연 황순오 황양운 평생회원 권흥락, 김미, 김성희, 김은주, 김응곤, 김영화, 성상희|이선례, 신숙경, 이경옥, 이정환, 이종만, 진미화 *위 명단은 2015년 8월부터 2015년 9월 동안 회비가 인출된 명단입니다. 이름이 없는 등 기타 오류가 있을 시, 사무처로 연락 바랍니다. - 41 -


편집후기 함께 꾸는 꿈 편집부 구인호 편집장, igoduckrak@hanmail.net 허경주 부편집장, kyongju-h@hanmail.net 권영태 편집위원, kyts2000@hanmail.net

104호를 만들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사무처는 전태일 문화제 준비로 정신없이 바쁘고, 편집위원과 자문위원들은 밥벌이의 격무 중간 중간 편집부 일하느라 노화가 악화 일로. 이러다가 요절하는 게 아닐까..다행히 요절하기에는 나이들이 너무 많긴 하다.

민경환 편집간사, amuramur@naver.com 누가 이 책을 제대로 읽어 보기나 할까 ? 어쩌면 라면 냄비 받침대로 재활용되거나.. 혹은 돌돌 말아서 벌레잡이채로 쓰일 지도 모르고.. 에라이, 그냥 대충 만들자. 이런 유혹 및 체념도 스멀스멀 올라올지도 모른다만.. 우리가 누군가. 지구환경을 훼손해가며 나무 베어내어 책을 만들어 낼 적에는.. 읽히는 책, 읽고 싶은 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신념 내지는 하다못해 오기로 뭉친 막강 편집부 멤버들이 아닌가. 그래서 또 이렇게 고심 끝에 한 권의 얄브리한 책이 나오게 되었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가을날에는..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도 하고.. <함께 꾸는 꿈>을 집중 열독도 할 일이다. 부족하지만 노력하는 책에 응원하는 마음으로...

■ 풀뿌리주민자치 - 구미참여연대 대표 : 김찬, 황대철 운영위원장 : 우기원 Tel. 054-716-0023 Add. 경상북도 구미시 신시로 14길 58 3층

격월간 제104호

2015

등록번호 대구라01132 등록일 2000년 8월 4일 제호 함께꾸는꿈 간별 격월간 디자인 참디자인 발행일 2015년 11월 16일, 통권 104호

E-mail : gumipspd@hanmail.net Cafe : http://cafe.daum.net/chamyeogm - 동구주민회 공동대표 : 박호석, 박경욱 운영위원장 : 양희 Tel. 박경욱 대표 010-5410-7918

발행인 ‖ 원유술, 법광, 오규섭

Add. 대구시 동구 입석로 96, 연우빌 2층

발행처 ‖ 우)700-160 대구시 중구 동성로 12길 21(문화동 7-9번지) 3층

Cafe : http://cafe.daum.net/dongjumin

전화 : 053) 427-9780~1 상담 : 053) 427-9788

- 수성구주민회

팩스 : 053) 427-9723

공동대표 : 김동식

홈페이지 : http://www.civilpower.org

Tel. 김동식 대표 010-9955-4996

전자우편 : dgpeople@gmail.com

Cafe : http://cafe.daum.net/ggumma

■ 회원자치모임

공 동 대 표 ‖ 원유술, 법광, 오규섭 운 영 위 원 장 ‖ 박경로

- 밴드‘미칠레’대표 : 최명구 010-9352-2001

집 행 위 원 장 ‖ 박근식

- 독서모임‘오, 지락’ 대표 : 배대환 010-5259-6940

사 무 처 장 ‖ 강금수

Cafe : http://cafe.daum.net/people-and-book

상 근 활 동 가 ‖ 김채원, 장지혁, 민경환 회원가입 : 홈페이지 이용, 장지혁(010-2951-6416)


대표변호사 | 구인호 변 호 사 | 박경로 박진수 박준혁 이승익 손충환 김도현 서부지원 분사무소 | 박경찬

대구 수성구 동대구로 348-17 우정법원빌딩 1층 전화 : (053) 756-2600 팩스 : (053) 756-2607 홈페이지 : www.chamgillaw.com 서부지원 분사무소 대구 달서구 장산남로 21 법조빌딩 805호 전화 : (053) 743-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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