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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E N S U E L G R AT U I T - PA R I SJ I S U N G - PA R I S - M A I / J U I N 2 0 1 9 - v o l . 8 9 4 - 8 9 5

Exposition inaugurale de COU TANC ES ART C ENT ER

BANG Hai Ja, KWUN Sun Cheol, LEE Bae, SON Seock, TCHINE Yu Yeung 25 mai - 25 juillet 2019 Commissaire d’exposition SIM Eunlog

& Exposition des artistes de Coutances Résidence

KANG Myeong Soon, KIM Kyu Youn, KIM Seoung Hee, LEE Myung Sook, LIM Dasol, OH Solbee, SHIN Keonwoo, SONG Bumi 25 - 31 mai 2019 & 3 expositions individuelles

KANG Myeong Soon, LEE Myung Sook, SHIN Keonwoo 25 - 31 mai 2019 -

A R T S O U S

L E S ARBRES 1

OUVERTURE AU PUBLIC

DU MARDI AU SAMEDI

14H-19H (Fermé le dimanche et le lundi)

SARL PARIS-JISUNG 7 Rue Geoffroy Herbert 50200 Coutances ÉDITEUR : NACK-SUCK, JEONG

광고문의/기사제보 TEL : +33 (0)6 0786 0536 E-MAIL : parisjisung.f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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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S O U S L E S ARBRES 1

JEONG Nack-Suck, Président de Coutances Art Center a l’honeur de vous inviter au vernissage inaugural de

Art sous les Arbres 1 BANG Hai Ja, KWUN Sun Cheol, LEE Bae, SON Seock, TCHINE Yu Yeung 25 mai - 25 juillet 2019

Commissaire d’exposition SIM Eunlog & Exposition des artistes de Coutances Résidence

KANG Myeong Soon, KIM Kyu Youn, KIM Seoung Hee, LEE Myung Sook, LIM Dasol, OH Solbee, SHIN Keonwoo, SONG Bumi

25 - 31 mai 2019

& 3 expositions individuelles

KANG Myeong Soon, LEE Myung Sook, SHIN Keonwoo

25 - 31 mai 2019

Samedi 25 Mai 2019 à 14H 1

7, Rue Geoffroy Herbert 50200 Coutances, France COUTANCES ART CENTER (Président JEONG Nack-Suck) 7, Rue Geoffroy Herbert 50200 Coutances, France www.galeriepontdesarts.com g.pontdesarts@gmail.com +33 (0)6 07 86 05 36 Organisé par Coutances Art Center et le Journal de Corée PARISJISUNG

Ouverture au public Du mardi au samedi 14H -19H Fermé le dimanche et le lun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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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sous les Arbres I.

제 1회

Art sous les Arbres BANG Hai Ja, KWUN Sun Cheol, LEE Bae, SON Seock, TCHINE Yu Yeung 방혜자, 권순철, 이배, 손석, 진유영 | 전시기획 심은록(SIM Eunlog) |

1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작가 레지던스와 5개의 전시실을 갖춘 ‘꾸탕스 아트센터’(정락석 대표) 의 개관을 축하하며, 전시 ‘나무 아래서 예술’(Art sous les Arbres, 5월 25일부터 7월 25일까지)이 5월 25일부터 개최된다. 오프닝 날짜는 꾸탕스와 망쉬(Coutances et Manche, 5월 24일부터 6월 1일까지) 에서 개최되는 노르망디의 큰 축제인 ‘제38회 사과나무 아래서 재즈 축제’(38e Festival Jazz sous les pommiers)와 같다. 이는 아트센터의 첫 발자국부터 지역과 국가 간의 교류를 최대화하고자 함이다. 꾸 탕스 아트센터의 개관을 계기로 프랑스와 한국의 예술교류가 더욱더 활발해 지기를 기대하며, 매년 재 즈 페스티벌에 맞추어, ‘나무 아래서 아트’도 개최될 예정이다. 이번 개관전에는 꾸탕스에 한국 현대미 술을 소개하기 위해 한국작가만 초대했지만, 단계적으로 꾸탕스 작가를 비롯해 5대륙 작가들을 초대하 여 세계미술축제가 되도록 할 예정이다. 이처럼 중요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주전시관 1실에서는 한국 의 미술을 알리는 동시에, 많은 국제적인 전시로 전 세계 미술 애호가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는 방혜자, 진유영, 권순철, 이배, 손석, 등 대표적인 작가 5인을 모셨다. 2실에는 5월 3일 입주한 레지던스 작가들 8 인의 전시가, 3, 4, 5실에는 레지던스 작가 가운데 3인이 각각 개인전을 갖는다.

나무, 예술적인 창조적 상상력의 마티에르 ‘노르망디’ 하면, ‘사과나무’가 바로 연상될 정도로 상징적이며 친근하다. 노르망디 정원에서는 몇 그루의 사과나무와 사람이 보지 않을 때만 활동하는 요정(gnome)이 어우러져 있는 풍경을 흔히 보게 된다. 화초만이 아니라 상상력도 함께 재배하고 있는 정원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창조적 영감이 스멀스 멀 기어오른다. 거기다가 사과로 만든 시드르(cidre)나 칼바도스(calvados)까지 곁들인다면, 영감은 주 체를 잊고 스스로 자유롭게 붓질을 하거나 펜을 휘적인다. 그래서일까? 노르망디에서 인상주의가 시작 되고, 마르셀 프루스트가 즐겨 찾으며 노르망디를 배경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집필하는 등, 역사적인 예술가들이 많이 배출된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프랑스식 정원은 기하학적 미(美)가 있다 면, 영국식 정원은 자연미가, 그리고 노르망디식 정원에는 창조적 상상 미가 있다. 사과나무, 좀 더 광범위하게 ‘나무’는 서사시인들과 예술가들에게 수많은 영감을 불어넣었다. 신화 특히 종교적인 이야기에도 나무는 창조적 영감을 주며 인류와 깊이 엮여있다. 중세와 르네상스 화가들 에 의해 ‘사과나무’로 종종 재현되었던 ‘선악을 알게 하는 지식 나무’ (창세기 2, 16-17, 22-24) 아래 서 최초의 인간은 처음으로 육적인 눈을 뜨게 되었고, 십자가 아래서 영적인 눈을 회복한다. 불교에서 의 깨달음(覺)도 보리수 아래이다. 북유럽의 ‘우주목’(宇宙木)인 ‘이그드라실’은 온 우주와 세계를 떠 받치고 있는 거대한 물푸레나무이다. 아테나 사람들은 지혜의 여신 아테네를 ‘올리브 나무의 신’으로, 로마 사람들은 제우스를 참나무의 신으로 여겼다. 최초의 신이자 신들의 근원인 오딘(Odin) 역시 나무 나 바람과 관련된다. 이외에도 이집트, 시베리아, 멕시코, 등 전 세계적으로 우주목은 세계의 중심축으 로 인간에게 생명을 주거나 보호한다. 앞에서 언급한 성서의 창세기에 등장하는 ‘선악을 알게 하는 지 식 나무’와 ‘생명나무’도 우주목의 일종이다. 우주목은 지혜를 주기에 ‘지혜나무’, 생명을 주기에 ‘생 명나무’ 등으로도 불린다1). 이제 우리는 뿌리는 한국에 뻗고 있으나, 그 가지와 열매는 전 세계로 드리우고 있는 다섯 그루의 나 무 아래로 이동해서, 시공간의 엄청난 변화에도 불구하고 상기 우주목이 주었던 열매, 향기와 비슷한, 생명의 에너지, 사랑, 창조적 감각과 기쁨, 평화에 흠씬 젖어보고자 한다. Mai/Juin 2019 (vol.894-895)_3


Art sous les Arbres I.

빛의 화가, 방혜자

서울 미대를 졸업한 직후 1961년 도불개인전 이후 서울과 파리에서 작품 활 동을 하고 있는 원로화가 방혜자는 빛의 화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의 현 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중에 하나입니다. 프랑스, 한국, 독일, 미국, 카 나다, 스웨덴, 벨기에, 스위스,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90회 이상의 개인전 과 다수 의 전시회를 가졌습니다. 서울대와 성심여대에서 가르친 제자들이 한국미술계에서 중진, 원로 화가 로 활동하고 있으며 1981년부터 프랑스에서 프랑스인들에게 기공과 서예 를 가 르치고 있습니다. 프랑스 사학가이시며 미술평론가이셨던 삐예르 꾸르띠용씨가 발굴하여 돌 아 가실 때까지 끊임없는 후원을 해주셨고 모든 전시의 서문을 쓰셨습니 다.[…] 프랑스에서 경주유적과 윤경렬선생님의 연구를 알리는 <만불의 산, 경주 남 산>, <한국의 문화유산 - 석굴암과 불국사>를 출판하였고 쎄르끌 다르 출 판 사에 현대미술가 씨리즈에 화집 1 <방혜자>(1997)와 화집 II <빛의 숨결 >(2007)이 2015년애 열화당에서 화집 <빛의 노래>가 출간되었으며 수필 집 으로 <마음의 소리>, <마음의 침묵>, <아기가 본 세상> 등이 있으며 <한 국 선 시집>을 프랑스어로 , 시화집으로 샤를르 쥘리에 시인의 <그윽한 기쁨 >, 김 지하 시인의 <화개>, 로즐린 시빌르 시인의 <투명함의 시>, <침묵의 문 으로> 등 여러 시화집이 프랑스에서 출판되었습니다. 모나코 국제현대예술제에 聖미술상, 몽루주, 라 훼리예르 등 시 주최 전시 에 서 감사패, 예술훈장등을 받음으로 우리예술을 널리 알렸습니다. 2008년 10월, 경기여고 100주년 기념행사에 자랑스러운 경기인 상을 받으셨고 12 월에 제2회 미술인의 날에 특별상 해외작가상을 받으셨고 2010년문화의 날 에 대한민국 문화훈장을 2012년에 한불 문화상, 세계한민족여성재단의 ‘ 세 계를 빛낸 여성 문화 예술인 상’을 받으셨습니다. 2018년 3월 프랑스에 유명한 성지며 프랑스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제 1호 로 등록한 샤르트르 대성당에 종교 참사회의실에 새로 설치되는 4개 의 스테인 드 글라스 창에 방혜자 화백의 작품이 선정되었습니다. (예술감 독 방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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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활동하며 ‘빛의 화가’로 불리는 방혜자의 작품이 프랑스 고딕 예술을 대표하는 샤 르트르 대성당에 곧 설치될 예정인데, 우리는 그 비슷한 작업을 미리 맛볼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되 었다. 샤르트르 대성당은 6개월 동안의 엄격하고 치열한 콩쿠르 뒤에, 참사 회의실 보수공사가 완 료되는 대로, 4개의 창에 방혜자의 작품으로 스테인드글라스를 설치하기로 최종 선정했다. 그는 2012년부터 유리화 작업을 함께해온 독일 페테르스 공방의 초청으로 공모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이제 그의 작업은 샤르트르 대성당과 함께 영원히 존재하게 된다. 그 작품은 ‘빛은 생명이요, 기쁨 이며 평화’라는 메시지를 담았는데, 같은 메시지를 담은 작업이 이번 꾸탕스 개관전에 전시된다. 더욱이 전시실 역시 샤펠이기에 우리는 작품의 숭고함을 더욱더 가깝게 느낄 수 있다. 아름답고 숭고한 우주적인 빛을 재현하기까지는 70여년이 걸렸다. 방혜자가 8세 때, 개울가에 앉아 자갈들이랑 풀잎들이 투명하게 비치고 있고, 출렁이는 물 위로 햇빛이 반짝이는 것을 보면서, 그 인상이 빛을 그리게 된 씨앗이 되었다. 또한 그는 빛을 표현하는 데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기 위 해 그리고 빛을 더욱더 가깝게 표현하기 위해, 재료에 대한 깊은 연구와 다양한 기법을 시도했다. 그렇게 얻게 된 마티에르가 한지나 부직포, 흙과 광물성에서 추출된 천연안료나 식물성 염료로, 이 모두 ‘천연’ 재료이다. 이러한 재료를 사용하며, 8세에 본 기억의 빛이 신비한 우주의 빛으로 재현되기까지 끊임없이 노력했다. 물성과 빛이 하나이듯이 화가와 물성이 하나가 되기까지 시도 하고 연구했다. 그래서 삐예르 까반느는 “끝없이 존재하는 이 순간”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적었다. “그의 신기한 손에서는 모든 것이 빛이 되며, 또 그의 작품을 보는 사람들은 작품을 만드는 작 가처럼 어떤 에너지를 얻는다. ‘내면의 미소다”2) 더 놀라운 것은 우리에게는 순수 추상화로 보이는 그의 작업이 천체과학자들에게는 우주의 실 제 형태인 구상화로 보인다는 사실이다. 스위스의 한 천체연구소에서는 “우리가 오랜 시간 연구 를 통해 얻은 것과 거의 흡사한 모양의 빛의 입자를 그렸다.”며 감탄했고, 프랑스 우주연구소 소 장 다비드 엘바즈(David Elbaz) 박사는 여러 번의 강의를 통해 유사성을 발표,“별과 빛”에 다음 과 같이 적고 있다. “방혜자의 작품들은 하늘의 빛이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복합성과 풍요로움을 즉각적으로 느끼 게 해주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현실에 자리 잡은 직관을 통해 변화하는 세계와 빛의 근원 들을 우리에게 건네준다. 나는 방혜자의 그림들 속에서 우리가 최근에 우주망원경을 통해 수집한 이미지들을 되찾는다. 아니 오히려 그림들 속에 스며있는 감정으로 인해 천체의 이미지보다 더욱 심오한 깊이를 제시하고, 마치 스스로 빛이 말을 하는 것과 같은 추가적인 감각을 드러내고 있다. 마치 작가가 빛의 원천과 이어져 있기라도 한 듯이. 그처럼 폭발하는 별의 모습과 완벽하게 닮아 있는 그림은 블랙홀 형태로 사라지기 전의, 수억 개 별이 보여주는 역설적 속성을 우리에게 암시 하고 있다. 암흑으로 전이되는 빛의 경로, 다시 말해 천체물리의 가장 신비로운 부분 중의 하나를 이루는 두 가지 극단적인 현상은 방혜자 작품 안에서 번갈아 일어나고 있다.” 천체 물리학자의 평을 들었으니, 이제 시인 샤를르 쥘리에의 이야기(“방혜자 예술의 정신적 차 원”에서)도 들어보자. “방혜자의 작품 색은 부드럽고 섬세하여 우리들의 가장 훌륭한 부분과 그리고 또 삶의 신비에 우리가 다가갈 때 만나는 이루 형언하기 어려운 상태와 교감에 들어가게 한다. 시간을 초월한 영 원의 추구는 무한한 미묘함이라 부를 만한 작가의 모든 체험과 현재의 삶과 추구하는 것의 종합이 라 할 수 있는 것을 그려내기에 이른 것이다. 고요한 침묵의 작품은 우리에게 단순함과 더불어 충 만하게 성취한 자에게만 다가오는 빛을 추구하며 정진한 고 행자의 모습을 느끼게 한다.” 수십 년의 화업 동안 모든 노고와 노력을 통해 그가 원하는 것은 바로 ‘평화’이다. 방혜자의 스 승 윤경렬은 “예술이 세계평화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방혜자는 그가 그리는 빛 한 점 한 점이, 사람들의 삶과 사랑, 세계평화를 위한 한 알의 씨앗이 되기를 바라며 작 업하고 있다. 그의 붓 터치 하나하나마다 그런 기원이 담겨있다.


Art sous les Arbres I.

타자의 얼굴, 권순철

권 순 철 權純哲 b.1944-, 창원 학력 1984 서울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졸업 1971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주요 개인전 2016 대구미술관, 대구 2015 봉산문화회관, 대구 2012 가나아트센터, 서울 갤러리 손, 베를린, 독일 2010 가나아트 뉴욕, 뉴욕, 미국 2007 가나아트부산, 부산 2004 가나아트센터, 서울 2003 두산갤러리, 대구 현대미술관, 트루아, 프랑스 2001 갤러리 가나보부르, 파리, 프랑스 2000 갤러리 가나보부르, 파리, 프랑스 인사아트센터, 서울 1998 가나화랑, 서울 1997 갤러리 가나보부르, 파리, 프랑스 1996 가나화랑, 서울 1993 제4회 이중섭미술상 수상기념전, 조선일보미술관, 서울 1992 프랑크 하넬 화랑, 프랑크푸르트, 독일 1991 가나화랑, 서울 바또라브와르 화랑, 파리, 프랑스 1990 FORUM, 뒤셀도르프, 독일 1988 가나화랑, 서울 1986 서울미술대전, 서울 1981 서울미술관, 서울

얼굴이라는 주제 외에도, 다양한 풍경화, 오브제, 추상화, 등을 함께 그린 지 오래되었음에도, 권 순철 하면, 여전히 <얼굴>이 먼저 떠오른다. 그만큼 그의 <얼굴> 작업이 인상적이기도 하지만, 무 엇보다 그가 그리는 풍경, 오브제, 추상 작업도 마치 내 살덩이처럼 아프고 예민하게 느껴지기 때 문이다. 모리스 메를로-퐁티가 말하는 ‘신체의 개념’처럼, 권순철의 ‘얼굴’이나 ‘신체(의 일부분 혹은 전체)’는 외부 세계의 일부분으로 의식보다 훨씬 큰 세계와 연계되어 있으며, 내부와 외부를 중재하고 있다. 즉, “내 존재와 세계 존재와의 동시적인 접촉”3)이 그의 작업에서 재현되고 있으며, 메를로-퐁티의 표현대로, “왼손[권순철의 그림에서는 ‘신체’의 일부]이 오른손[신체 외의 세계] 을 만지는지 혹은 오른손이 왼손을 만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권순철의 캔버스에 가득 차게 그려진 <얼굴> 작품들은 우리가 텔레비전이나 영화 스크린을 통 해 볼 수 있는 잘생기고 매끈한 얼굴이 전혀 아니다. 삶의 어려움과 노고가 그대로 담겨 있는 얼굴 이다. 시간의 자취가 쌓인 듯한 두꺼운 마티에르, 초상화라기보다는 바윗덩어리나 벌거벗은 산이 표현된 듯한 무채색에 가까운 게 무겁디 무거운 표현[실제로 그의 팔레트와 캔버스를 보면 온갖 화려한 색이 다 쓰이고 있다. 그런데도 전체적인 작업의 느낌 때문에, 화려한 원색의 붉은색, 파란 색, 노란색 등이 오히려 무채색을 더 강렬하게 느끼게 해 준다], 그리고 나이, 신분, 표정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어느 시골 장터에서 역 대합실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삶의 어려움을 하나도 비 껴가지 않고 얼굴로 모두 담아낸 중년 혹은 노년의 초상이다. “삶과 세상에 지치고, 일상에 지치고 생로병사에 지친 얼굴은 그 피부만큼 거친 터치로 재현되었다. 이러한 삶의 고단함이 지층처럼 한 켜 한 켜 쌓여가듯 캔버스 상의 마티에르는 점점 더 두꺼워진다. 커다란 캔버스가 가득 차도록 크 게 얼굴을 그리는데도, 그 인물의 삶을 모두 표현하기에는 부족했는지, 머리 일부가 화면 밖으로 밀 려나 관람객의 상상에 맡기기도 한다. 짙은 화장으로도 감출 수 없는 우리 고유의 애환과 삶이 그 대로 그려진 얼굴이지만, 바로 이 얼굴들이 담아내는 온갖 삶의 지층과 이를 묵직하게 승화해 내 는 아름다움이 있다.”4) 이러한 “얼굴들이 좀 더 심정적 추상적으로 재현되어 <넋> 시리즈가 되고, 얼굴이 좀 더 공간화 (空間化) 되고 보편화되면서 <산>이나 ‘풍경’ 시리즈로 전개된다. 그래서, 권순철의 <얼굴> 작품 들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노라면, 그곳에서는 얼굴의 주인공이 삶을 나눈 자연, 대지, 산, 등이 보인 다. 반대로 그의 <풍경> 연작이나 <넋> 연작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모든 어려움을 어느 하나도 회 피하지 않고 그대로 다 받아내고 겪어내며 한 켜 한 켜 지층처럼 쌓인다”5). 때로는 이러한 감성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다가와 외면하고 싶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번 지긋이 바라보면, 거기 에는 그 모든 것을 삭히고 극복한 승화된 얼굴과 삶에 대한 경외감이 드러난다. 이러한 느낌은 다른 주제의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권순철이 그의 화업내내 신체에 구애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내 존 재라고 할 수 있는 ‘타자의 얼굴 혹은 신체’, 그 외부에 있다고 여겼던 세계는 사실 확장된 내 존재 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메를로-퐁티의 말대로, ‘초월성의 깊은 움직임’이기 때문이다6). 나와 너, 자아와 타자, 내부와 외부, 안과 밖, 등이 권순철에게는 보이지 않는 큰 신체의 일부로 재현된다. 권순철은 대학 때부터 얼굴에 관심을 뒀으며, 골상 구조에 대한 해부학과 미학을 공부하여 「한 국미술에 나타난 얼굴 형태에 관한 고찰」이라는 석사 논문을 집필하는 등 학문적인 연구도 하면 서 동시에 이를 작품으로 표현해 왔다. 그가 그린 사람들만 모아도 족히 한 도시의 인구는 될 것이 다. 이처럼 일찍부터 그는 보편적이며 획일적인 미(美)에 반대하여, 고유의 美를 탐구해 왔다. 그 런데, “가장 고유한 것이 가장 보편적”이라는 역설적인 말이 그의 작업에 실현된다. 그의 그림에 서 드러나는 고유한 감정을 오히려 많은 사람이 절절하게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나라의 풍 토, 전통, 역사, 음식의 맛처럼, 각 민족의 얼굴 모양도 존재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그런데 철학적 眞理의 기준, 종교적 善의 기준, 예술적인 美의 기준이 절대화되면, 있는 그대로의 타자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려우며, 더 나아가 신의 존재마저도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레비나스에 따르면, 자아 밖에 존재하는 사물, 타인, 神 등, 자기 외재성을 자기화하고 통합하는 자아 중심적 전체성의 독단 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타자의 얼굴”을 만나고 인정하는 것이다. 나 자신의 얼굴과 같지 않 은 나를 마주 보고 있는 ‘절대적 다름’인 ‘타자 얼굴의 받아들임’은 타자를 이성적 보편의 빛에 비 추어서가 아니라 절대적 타자로 인정해 주는 존재로서의 존중이며, 내면의 닫힌 세계에서 ‘밖으로 의 초월’[형이상학적인 아래에서 ‘위로의 초월’이 아니라]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타인의 얼굴 을 수용하는 것은 자아의 초월 작용이다. 권순철 작가는 오랜 세월 꾸준하게 “타자의 얼굴”을 보 여줌으로, 이성적 보편 판단의 美感이 아닌, ‘절대적 다름’의 味感을 통해 ‘자기 외재성의 세계’ 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1989년 도불한 권순철 작가는, 1991년 한국 작가 수 명과 함께 파리 근교의 이씨레뮬리노 시에 있는 옛 탱크 정비공장을 개조하여 46개의 아틀리에를 만들었다. 그리고 운영을 위해 다국적 작가 로 구성된 ‘소나무 협회’(초대회장 권순철)를 창설했다. 이 협회는 국제적인 교류를 활성화하고, 이 지역의 공장지대를 예술구로 변화시키는 등, 이씨레뮬리노 시의 역사에서뿐만 아니라 한국 미 술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Mai/Juin 2019 (vol.894-895)_5


Art sous les Arbres I.

기다리며…, 손석

b. 1955학력 1999 파리 제8대학 조형 미술학 석사, 파리 1998 파리 제8대학 조형 미술학 학사, 파리 1985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석사, 서울 1980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학사, 서울 개인전 2017 갤러리 마크 아셈 파리.프랑스 2015 아다지오 쏘스테누토 김해미술관 .김해 갤러리 마젤 브루셀 벨기에 2013 마젤갤러리초대전.부루셀.벨기에 2011 가나아트센터 초대전.서울 마젤갤러리 초대전.부루셀.벨기에 2009 홍콩서울옥션 개인초대전.홍콩 2007 갤러리 가나보브르(파리, 프랑스) 인사아트센터 초대전 (서울) 2005 갤러리 생제르맹.로스앤젤레스.미국 2002 파슨스 파리.파리 2001 에스파스 아르세날 (이시레물리노, 프랑스) 1960 6세 1회 개인전. 군산

6_le journal PARIS JISUNG

어두움 속에서 서서히 얼굴이 드러난다. 그 얼굴이 끝까지 드러나 명료해질까 싶어 한참을 어 둠과 마주해 기다리고 있지만, 결국 얼굴은 다 드러나지 않는다. 그가 아니라 그녀일지도 모른다. 가까이서 멀리서, 그리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오가며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왠지 엄숙한 그림 앞 에서 실례하는 것 같아 가만히 바라보게 된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얼굴의 입꼬리가 언뜻 올라가 는 듯 미소를 지은 것 같아, 다시 한번 그 미소를 찾지만, 자취조차 찾을 수 없다. 이번에는 반대로 왠지 슬픔이 배어 나오는 듯하여, 그 자취를 찾아보지만 역시 찾을 수 없다. 또다시 정적에 빠져들 며, 결국 무념무상의 조용한 세계로 점점 침잠하는 나를 보게 된다. 하나의 작품이 이처럼 많은 감 성의 폭을 선사하기는 드물다. 손석의 작업은 다양한 느낌을 선사하는데, 이는 실제로 보는 방향 과 위치에 따라 그의 작업이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손석의 작업 제목은 늘 <attente>(기다림) 이다. 여러 가지 의미와 상징이 있겠지만, 우선 먼저 그의 작업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정말 오래 기다려야 한다. 하나의 작업을 완성하기까지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반복과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은 처음부터 다르다. 가장 기본적인 캔버스 자체부터 다른데, 그는 가운데가 다소 볼록한 굴곡이 있는 캔버스를 사용한다. 그 위에 주 형 뜬 것을 붙이고 가로줄과 세로줄로 수백 개 이랑을 만든다. 아크릴 컬러로 그리면서 형체를 쌓 아 올린다. 색점과 같은 물감을 입히고, 그 물감이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또 물감을 입히고, 이처럼 수천 번의 손작업에 의해 작품이 완성된다. 시간의 층을 쌓아 올리고, 인내와 기다림의 층을 겹겹 이 포갠다. 작가가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르게 채색하기에 다른 형태와 다른 색이 나온다. 예를 들어, 오른쪽에서 볼 때는 푸른 색조인데, 왼쪽에서 보면 붉은 색조가 드러나기도 한다. 눈으로 만지는 것 같은 릴리에프(부조)에 명암을 넣어 그림을 그리기에 오브제가 배경에서 떠오르며 착시 현상 을 일으킨다. 실제보다 더 강하게 드러나는 이 입체감은 움직일 때마다 마치 관람객과 함께 스스 로 방향을 바꾸는 것 같다. 그의 말대로, “지독한 아날로그가 디지털의 컨셉으로 도달한 것”이다. 아날로그가 스스로 그 극에 이르면서 현대적인 디지털로 전환한 신비한 현상이다. 작업 방식이나 주제는 손석과 아주 다르지만, 이러한 옵티컬 현상을 공교롭게도 올해 초 두 개 의 훌륭한 전시에서 볼 수 있었다. 모더니즘의 구호가 된 에즈라 파운드의 명구를 제목으로 인용 한 ‘새롭게 하라’(Make it new, Bibliothèque Nationale François Mitterand, 2018.11.5-2019.2.10) 전시에, 프랑수아 모를레의 <2중의 검은 격자> (2 doubles trames noires)가 전시됐었다. 이 작업 은 우선 검은 가로 선과 세로 선을 0°와 90°로 교차하게 그렸고, 이 격자무늬를 45°로 돌려서 다 시 한번 그렸다. 이 위에 하얀 격자를 30°, 60°, 75°에서 세 번 겹쳐 그린다. 이렇게 생긴 기하학적 무늬는 검은 선이 하얀 선에 의해 적당히 지워지면서 시각적 혼란을 일으킨다. 때로는 원이 퍼져 가는 것 같기도,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서 도형도 같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또 다른 하나는 현 재 퐁피두 센터에서 개최되고 있는 옵아트(Op Art)의 아버지, 빅토르 바자렐리(Victor Vasarely, 1906-1997)의 거대 회고전에서 본 작업이다. 바자렐리는 원래는 자신의 작업을 ‘옵아트’가 아 니라, “키네틱 탐구(recherche cinétique)라고 불렀으며, 키네티즘(cinétisme)은 움직임으로, 예술 내의 움직임(mouvement dans l’art)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라고 했다. “미크로코슴과 마크로코 슴, 양자역학과 천체물리학, 너무 작아서 알 수 없는 신비한 것으로부터 너무 커서 상상의 한계를 넘는 것까지, 그사이를 오가는 것이 바자렐리 미학의 영역임을 이 퐁피두 전시는 다시 한번 확인 하게 해 주었다. 바자렐리는 니콜라 쉐퍼(Nicolas Schöffer, 1912-1992)와 각별했다. 바자렐리는 ‘회화성’이 강한 키네틱 옵아트라면, 쉐퍼는 ‘설치’의 옵아트적 키네틱인 셈이다”7). 갑자기 옵아 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옵아트는 미술 관계자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근사한 차원으로 전개되 고 있는데, 그 차원에서 발견되는 작가 중의 한 명이 손석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작업에서 그는 하나의 작업에서 ‘다양한 감성적 옵아트’를 보게 해 주고 있다. 많은 미술 관계자들이 바자렐리의 그림 형태와 비슷한 다른 작가의 작업 형태를 보면서 쉽게 ‘옵아트’라고 하는데, 옵아트의 가장 근 본은 철저하게 계산되고 연구된 바탕하에서 작업 자체 내에 움직임과 역동성이 있어야 한다. 이러 한 의미에서 손석의 작업은 ‘구상’적이며 ‘형태’ 역시 바자렐리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지만, 바자 렐리가 진정 추구하고 했던 움직임과 그 움직임으로 인한 시각적 환영, 그것도 차원을 넘어서는 환 영이 있기에 손석 작가의 작업의 오히려 다른 작가들보다 바자렐리의 미술철학과 닮았다고 본다.


Art sous les Arbres I.

숯의 작가, 이배

1956경상북도 청도 출생 1972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개인전 2019 (예정) - 패로탱 갤러리, 뉴욕, 미국 2018 패로탱 갤러리, 파리, 프랑스 ‘좀더 빛을…’ 생폴드방스 매그미술관 Overstated & Understated, Paradise Art Space, 인천, 한국. 2017 - Mir Gallery, 포항, 한국 2016 조현화랑, 부산, 한국 도멘 드 켈게넥, 비냥, 프랑스 쇼몽쉬르루아르성, 쇼몽쉬르루아르, 프랑스 우손갤러리, 대구, 한국 2015 기메미술관, 파리, 프랑스 2014 페르네 브랑카 파운데이션, 생루이, 프랑스

프랑스 파리를 기점으로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특히 미국), 등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 는 이배는 숯을 이용한 독특한 작업을 하고 있다. ‘이배’하면 ‘숯의 화가’라고 바로 떠올리게 된 다. 마치 고대부터 있었던 개념을 뜬금없이 갑자기 미술계에 입성시킨 뒤샹의 ‘개념’처럼, 거리 에 난무하는 그래피티를 미술관에 집어넣은 바스키아처럼, ‘숯’처럼 흔한 것도 없는데, 이배는 그 묵직한 마티에르에 담겨있는 숯의 에너지를 미술계에 끌어들였다. 오스카 와일드는 “휘슬러 (Whistler)가 런던의 안개를 그리기 전에는 런던에 안개가 없었다”라고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 배가 ‘숯’을 사용하기 전에는 숯이 없었다. 사실 이배가 파리에 오기 전에 그의 고향 청도에는 숯 이 여기저기 버려질 정도로 흔했음에도, 숯을 (미술 재료로) 보지 못했다. 그가 숯을 발견한 것은 국제적인 세련된 도시 파리에서, 그것도 슈퍼에서 상품으로 판매하는 숯이었다. “파리의 숯은 그 의 고향 청도, 고국 한국의 숯과 관련된 기억의 마티에르였다. 이렇게 이배는 내부에서가 아니라 외부에서 그것도 낯선 도시의 한 슈퍼에서 자신의 기억을 찾아내, 숯이라는 자연 물성과 인간의 감성의 교차점을 미술로 표현하고 있다. 기억은 방금 언급한 대로 감각을 통해서 외부에 널려있던 상상력과 연결하는 계기나 도구가 되었다. ‘기억’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과거의 시간적인 것도 의 미하지만, 감각적이고, 환경적이며 공간적인 요소도 포함된다.”8) 이처럼 이배는 숯에 대한 새로 운 발견, 물성에 대해 새로운 제시를 하고 있다. 그의 작업을 통해 우리 역시 외부에 있는 기억을 소환할 수 있다. 인류는 ‘나무 아래에서’ 얼마나 많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가? 이배는 고향 청도에서 구운 숯을 대체로 사용한다. 특히 소나무를 많이 사용하는데, 소나무를 2주 동안 불에 구운 후, 2주 동안 식혀서 탄화시킨다. 그렇게 하여, “모든 일상성이 사라지고 정결 하고 순수한 불꽃의 에너지를 머금은 숯”으로 작업을 한다. 숯으로 그려진 그의 평면작업, 조각, 설치 작업은 에너지를 품고 있으며, ‘현실태’의 불에서 와서 여전히 불을 머금고 있는 ‘가능태’로 서, 관람객이 그 앞에 서면 관계성에 의해 다시 ‘현실태’로 부활한다. 일상성이 걸러진 검은색은 마치 동양화의 ‘먹 색’처럼 모든 색을 함유한 가장 화려하고 다양한 색이며, 이 같은 이유로, 이배 의 숯 작업은 전시되는 공간마다 그 색깔을 달리한다. 예를 들어, 페르네 브랑카 재단(Fondation Fernet Branca, 2014) 전시에서는[특히 전시 전반부에서] 빛조차도 허용하지 않는 끝도 없이 깊 은 사색을 유도하여, 혹여라도 다른 관람객들의 사색을 방해할까 염려되어 발끝으로 다녀야 할 것 처럼 조심스러웠다면, 유럽에서 가장 큰 동양 미술관인 국립 기메 동양 미술관 (Musée national des Arts asiatiques-Guimet, ‘이배에게 백지위임 Carte blanche a Lee Bae’, 2015)의 최상층 로 툰다 Rotonde 전시장에서는 순결한, 즉 숯의 밝은 면을 보여주는 듯했다. “2018년, 이배는 페로탱 갤러리와 매그 재단에서 거의 동시에 전시를 했는데, 파리 도심에 있는 페로탱 갤러리의 깔끔하고 세련된 화이트 큐브 전시장에서 숯 작품의 보편적인 느낌을 자아내면서, 발터 벤야민의 이론을 인 용해 표현하자면 ‘전시(展示) 가치’를 보여줬다면, 마그 재단에서의 전시는 경건함과 함께 ‘제의 (祭儀) 가치’를 느끼게 하며 ‘아우라의 복귀’를 요청하는 듯했다.”9) 이처럼 그는 우리에게 숯의 물성과 잠재성을 끊임없이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이배는 1990년 도불하고, 1991년 ‘소나무 협회’를 창립한 멤버 중의 한 명이다. 그는 2000년 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하여 한국 화단에서 인정받고, 2009년도에는 파리 한 국문화원 작가상을 받았고, 2013년에는 한국미술비평가협회 작가상을 수상했다. 지금까지 국내 및 뉴욕, 중국, 프랑스, 등 중요 미술관에서 개인전에 수십회 초대받았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메그 재단(2018), 페로탱 갤러리(파리, 2018), 프랑스 기메 미술관(2015), 페르네 브랑카 파운데이 션 (2014), 대구미술관(2014), 생테티엔 현대미술관(2011) 베이징 투데이 아트 미술관(2009) 등이 있다. 2018년 프랑스 문화예술 훈장 기사장(Chevalier des Arts et des Letter)을 받았다.

갤러러현대, 서울, 한국 대구미술관, 대구, 한국 RX갤러리, 파리, 프랑스 우손갤러리, 대구, 한국 2013 홀리헌트, 뉴욕, 미국 2012 피앤씨갤러리, 대구, 한국 2011 메트로폴 생떼티엔 현대미술관, 생떼티엔, 프랑스 RX갤러리, 파리,프랑스 니콜라스로빈슨 갤러리, 뉴욕, 미국 IBU갤러리, 파리, 프랑스 윈터갤러리, 비스바덴, 독일

Mai/Juin 2019 (vol.894-895)_7


Art sous les Arbres I.

회화를 확장 하는 진유영

1946 개성출생 1969년 도불 이래로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 수상 경력 2008 한불 문화상, 한불 문화 협회, 파리 개인전 2016 . . 움질일 동 2015 빛 위에 그리다 환기 미술관 초대전 예정, 서울 2014 신세계 윈도우 갤러리, CENTUMCITY, 부산 2014 신세계 아트 월 갤러리, 서울 2007 Entre Images, 올해의 작가, 주불 한국 문화원, 파리 단체전 2018

PhilArt Festival, 바스티유 디자인 센터 파리

2015

근원적 감각 갤러리 뽕데쟈르, 서울

2013

환기를 기리다 환기 미술관 서울

2013

ART BEIJING

2012

Korean Artiste Project(2012- )

2011

Google Art Project

2011

환기 미술관, 서울

2009

INDAF ( 국제 디지털 아트 축제), 인천

2008

세계속의 한국 현대 미술 예술의 전당, 서울

b.

8_le journal PARIS JISUNG

진유영은 예술 분야 최초의 한국 장학생으로 도불하여, ‘회화의 죽음 시대’에 오히려 ‘회화의 확장’을 일으켰다. 그는 예술 부문 최초의 국비 장학생으로서, 프랑스에 68년 5월 혁명이 발발했 던 다음 해인 1969년에 도착, 당시 수학했던 미술학교는 헤겔주의자 아서 단토의 ‘예술의 종말’ 에 영향을 받아 심각한 분위기였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바라보며, 과연 ‘회화란 무엇인가’를 깊 이 사유하게 되었다. 현대는 3D (deaths), 즉 세 개의 ‘죽음 이후의 시대’라고 한다. 18세기에 헤 겔은 존재론적인 “예술의 종말”을 말하고, 19세기에 니체는 “신의 죽음”을 선포했으며, 20세기에 미셀 푸코는 “인간의 사망”을 공포했다. ‘죽음 이후의 시대’를 극복하는 첫 번째 단계는 바로 가 장 먼저 사망 선고를 받은 ‘회화’의 부활이었다. 진유영이 프랑스에 도착했을 때 만해도 대부분의 프랑스인이 한국을 몰랐다. 이러한 낯선 곳에서 숨을 돌리기도 전에, 그는 미술사와 인류사에서 가장 심각하고 어려운 문제에 직접 부딪히게 되었다. 많은 혼란과 당황스러움의 긴터널 후에, 마 침내 그는 하나씩 하나씩 문제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작가는 우선 오랜 기간의 작업을 통해서 문제를 “구체화”했다. 여기서 바로 “구체적”이라는 것 이 “해결점”이 되었다10). 작가는 ‘회화가 무엇인가?’라는 형이상학적이고 이론적인 질문이 결국 ‘회화의 종말’이라는 죽음, 공론적인 죽음을 가져왔다고 보았다. 그는, 플라톤 이래 논의되어왔던 ‘무엇’이라는 본질적이며, 목적론적이고, 형이상학적이며 추상적인 것 대신에, “구체적으로” 그 리고 Hic et Nunc (여기 지금)가 포함된, 즉 현재성이 포함된 “어디에”라는 질문을 했다. 또한 회 화의 위기는 곧 그 자신의 위기로, ‘회화가 ‘어디에 있는가?’를 묻는 것은 곧 ‘나는 어디에 있는 가’를 묻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유는 관계론적으로 발전되는데, 시공간적 질문은 결국 지금 여기 에서 ‘어떤 관계성 속에 있는가’를 모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그린다는 것’은 지금 여기 에 사는 나의 Dasein을 회화를 통하여 은유적으로 생각하며, 세상과 타자와 그리고 보이지 않는 존재와의 관계 속에서 그의 위상을 묻는 물음이다. 진유영은 회화가 캔버스 내에만 머무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회화의 확장을 시도했다. 그 는 우선 오브제를 디지털카메라로 아주 가까이 찍고, 이 구조물을 포토샵을 사용하여 크게 확대했 다. 이 확대된 작품의 사진에 아날로그 방법인 고전적 수채화 작업 혹은 색연필로 대생을 하고 이 작품을 다시 촬영하고 포토샵 작업을 거치며 디지털화했다. 그는 디지털의 도트 사이에서 일어나 고 있는 냉정함과 상호 비인식성에 덧칠을 한다. 그러다가 너무 감성적 심성적으로 아날로그화되 면 이성적 객관적인 디지털 모습을 다시 첨가한다. 이처럼 아날로그와 디지털, 회화와 사진, 물체 와 영상, 은유와 실재를 오가며 이 둘이 교류하고 조화됨으로써, 회화의 영역이 ‘확장’되었다. 작 가는 이와같이 “회화는 방법론적으로는 ‘사진과 회화 사이’,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의 두 영역 을 오가며 만나는 그 사이에 위치해 있다”라고 보았다. 이번 꾸탕스 전시에 출품된 <서대문 형무소>와 같은 작품들은 멀리서 보면 사진 (디지털) 작품 같다. 그런데 가까이 갈수록 수채화나 색연필 데생(아날로그)이 보이기 시작하다가, 아주 가까이 가면 사진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 이러한 방식을 진유영은 ‘밀랍 주조법’ (lost-wax casting) 과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밀랍으로 모형을 만들어 진흙을 덮어 씌운 뒤, 열을 가해 밀랍을 완전 히 빼내고 그 공간에 쇳물을 넣어서 원하는 활자나 모형을 만드는 것처럼, 그는 밀랍을 빼는 대 신, 여러 번의 디지털과 아날로그 작업을 통해 ‘사진’ 혹은 ‘화소’(DPI)의 흔적을 모두 사라지게 한다.11) “여기서 화소가 죽음을 상징한다면, 이를 제거하고 그곳에 대신 생명체를 집어넣는 것”이 라고 작가는 말한다. ‘회화가 어디 있는가’를 물으면서 작가는 동시에 ‘내가 어디 있는가’도 묻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둘러보니, 주변 환경, 대상(오브제), 타인들이 보였다. 그들 사이에 나 자신이 있었고, 그 들을 관찰하면 할수록 그들이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아주 거대한 것에 는 쉽게 경외감을 느끼는데, 이러한 마음으로 타인에게 다가설 때, 의외로 많은 것들이 보였다”라 고 진유영 작가는 말한다. 그는 “나 자신이 크다고 생각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내가 작 아지자 너무나 많은 것들이 보였으며, 내가 느끼듯이 그렇게 관람객들에게도 대상과 타인이 크 게 보일 수 있도록, 카메라로 대상을 찍고, 포토샵을 사용하여 확대 ”하게 되었다. 이렇게 타인에 게 혹은 한 대상에게 다가감으로써, ‘이미지’나 허상으로 느껴졌던 것이 점점 ‘실체’로서 만나게 되었다. 작가는 “회화는 시각예술이 아니라 시각을 초월하는 예술이라는 것”이라고 보며, “회화 란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실체를 만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는 ‘무엇’ 을 묻는 존재론적 형이상학적 질문이 아닌, 방법적 실천론적인 ‘어떻게’라는 질문을 던지며, 궁 극적인 실체인 사람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작가는 결론 짓는다. 왜냐하면, “사람은 가장 아름다운 실체”이기 때문이다.


Art sous les Arbres I.

나무 아래로… 평화, 타자의 얼굴, 시각적 환상, 외부의 기억, 아름다운 실체로서의 사람, 에너지, 생명력, 역동성, 희 망, 등이 꾸탕스의 ‘나무 아래로’ 예술을 통해 하나둘씩 모이고 있다. 이 고귀한 것들이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그 넓은 가지에 힘들고 지치고 어려운 사람들이 쉬었다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사과 향 이 은은하게 퍼지는 나무 아래서 방혜자는 세상의 평화를 기원하고, 권순철은 타자의 아픔을 나누고자 하며, 손석은 우리를 끝없이 기다려주고, 이배는 생명 있는 에너지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나무 아 래서 진유영은 사람이 얼마나 존귀하고 아름다운 실체인지를 알려준다. 동서양을 떠나 대부분의 사람이 나무에 기대는 것을 좋아한다. 나무에서 따스한 체온이 느껴지기 때 문이다. 그래서 프랑스의 수목 학자 자크 브로스는 “묵묵히 서 있는 나무줄기에 몸을 기대면 인간은 나 무에 동화되어 그 내적인 움직임을 들을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12). 그는 이어서 다음과 같이 말하는데, 이번 전시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나무는 사실상 전 우주적 몽상의 가장 적합한 기반인 것 같다. 왜냐하면 나무는 인간의 의식을 포착 할 수 있는 길이요, 우주에 생기를 부여하는 생명의 통로이기 때문이다. 대립하는 두 개의 무한을 서로 연결하는 동시에 상반되는 의미를 갖는 대칭적인 두 심연인, 뚫고 들어갈 수 없는 어두운 지하의 물질과 접근할 수 없을 만큼 빛나는 에테르가 서로 결합하는 나무 앞에서 인간은 꿈을 꾼다.”13)

EXPOSITION DU 25 MAI 2019 AU 25 JUILLET 2019 DU MARDI AU SAMEDI DE 14H À 19H (fermé le dimanche et le lundi)

COUTANCES ART CENTER (Président JEONG Nack-Suck)

7, Rue Geoffroy Herbert 50200 Coutances, France www.galeriepontdesarts.com g.pontdesarts@gmail.com +33 (0)6 07 86 05 36 Organisé par Coutances Art Center et le Journal de Corée PARISJISUNG

1) Cf. Jacques Brosse, Mythologie des arbres, Plon, 1989. 2) 이후부터 방혜자와 관련된 인용문과 도록 뒤의 ‘방혜자 약력’은 방훈 감독이 보내준 자료에서, 발췌 및 ‘재인용’했다. 귀한 자료를 잘 요약해서 보내준 방훈 감독에게 감사한다. 3) Maurice Merleau-Ponty, Phénoménologie de la perception, tel Gallimard, 1945, p.432. 4) 심은록, « 권순철, 삶의 지층이 담긴 얼굴 », in 『한국현대미술의 기수들』 (공저), 현대미술관회, 2018. 5) 심은록, « 권순철, 삶의 지층이 담긴 얼굴 », in 『한국현대미술의 기수들』 (공저), 현대미술관회, 2018. 6) Maurice Merleau-Ponty, Phénoménologie de la perception, tel Gallimard, 1945, p.432. 7) 심은록, « 옵아트의 아버지 바자렐리, 그 대륙을 탐험하다 », 월간미술, 2019. 8) SIM Eunlog, “Lee Bae, Mémoire en dehors de moi”, in Catalogue de l’exposition Lee Bae « Plus de lumière », 2018. 3.24 ~ 6.17 Fondation Maeght, France [프랑스 마그 재단 이배 개인 전 전시 도록] 9) 심은록, « 이배, 외부에 있는 나의 기억 », Style 조선일보, 2018.7.4일자. 10) 이하 진유영 작가의 인용문은, 심은록 « 진유영, ‘화소’ 분실 주조법 » (2014.8.11-10.19), 신세계갤러리 본점 아트월 (한국 : 서울)에서 재인용. 11) 심은록, « 진유영, ‘화소’ 분실 주조법 » (2014.8.11-10.19), 신세계갤러리 본점 아트월 (한국 : 서울) 12) Jacques Brosse, Mythologie des arbres, Plon, 1989. 13) Ibid.

Mai/Juin 2019 (vol.894-895)_9


8 artistes de Coutances Residence

10_le journal PARIS JISUNG


8 artistes de Coutances Residence

꾸탕스 아트센터,

그 첫 걸음 8인의 레지던스 작가 | 정리 : 파리지성 정락석 |

‘ 파리지성’에서 ‘꾸탕스 아트센터’까지 20년 1999년 파리에서 ‘파리지성’이 발간되고, 2019년 올해 노르망디에서 ‘꾸탕스 아트센터’가 개관되 기까지 강산이 두 번 바뀌었다( 10년마다 강산이 바뀐다고 하니…). 1999년 파리에서 ‘파리지성’이 한 국어로만 발간되었고, 올해부터는 창간 20주년을 맞아 한국어와 프랑스어로 발간되고 있어, 한국인 교 민 뿐만 아니라 프랑스인 독자들도 확보해 가고 있다. 유럽의 한국입양자와 관련된 주제, 한국과 프랑스 에서 일어난 중요소식을 전달하고 있다. 특히 예술의 도시 파리라는 지역적 특성을 살려, 이번 호부터 좀 더 미술전문지로서의 특색을 지향한다. 파리지성이 발간된지 거의 10여년 만인 2008년, 프랑스와 한국을 잇는 ‘예술의 가교’라는 의미의 ‘ 퐁데자르’ 갤러리가 파리에서 개관했다. 이 당시 ‘청년작가 후원’을 위한 ‘그림이 있어 행복한 생활’ 展이 수차 개최되어 파리의 재불 한인들에게 ‘행복 주의보’가 발령되었다. 특히 첫 회(2009년 3월 12 일부터 21일까지)에는 백영수, 김창열, 방혜자, 권순철 등 40여명의 재불 작가와 나정태, 조동화 등 한 국에서 활동하는 15명 작가를 포함하여 모두 55명의 작가가 어려운 시기일수록 재능 있는 젊은 작가를 개발하고 후원하자는 뜻에 한마음이 되어 개최되었다. 전시 수익금은 콩쿠르를 거쳐 선발된 3명의 청년 작가들을 후원하는 데 쓰였다. 2015년, 청와대가 지척인 서울 삼청로에 퐁데자르 갤러리 지점을 내었고, 2019년, 북한산 자락의 송 추로 이전 및 개관했다. 개관전(2019년 3월 30일부터 4월 30일)에는 꾸탕스 레지던스 1, 2, 3기 작가 들 18명이 참여했다. 5월 4일, 1기 작가들 8 인은 자연의 절경과 독특한 빛으로 인상주의를 태어나게 한 프랑스의 노르망 디, 그곳에서도 꾸탕스의 레지던스에 입주, 3개월간 머물며 작업을 시작했다. 5월 25일에는 레지던스 작가 8일의 단체전, 재불 작가 5인, 레지던스 작가 가운데 3인의 작가가 각 각 개인전을 한다. 여기에서는 8인 작가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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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artistes de Coutances Residence

제1기

레지던스 작가 8인

Kim Kyu Youn 김규연

Kang Myeong Soon 강명순 탐라 천년의 역사를 지닌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유년시절의 소박한 옛 초가집! 이제는 거의 사라져 가고 있는 초가집들의 풍광들을 더더욱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정감어린 삶의 모습들. 초가 원형은 바람 많은 제주를 상징한다. 세월을 말해주는 지붕의 두께, 가로줄과 세로줄의 띠, 초가와 짝을 이루 는 눌의 모습... 전통 원형 초가집을 바탕에 두고 그 순결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현대의 순수한 화법을 접목시켜 표현하려 하였다. 자연에 깃든 물과 바람을 촘촘히 새겨 넣은 옛 초가의 원형과 돌담, 한라 산, 야생화를 화폭에 담아 작업하였다. 작가노트

12_le journal PARIS JISUNG

“김규연의 작업에 대한 주관적 단상” 일반적으로 단어들이 모여서 문장이 되고 그 문장은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와는 또 다른 복합적이며 다중적인 의미를 전달하는 요소가 된다. 단 어나 숫자, 문장 등은 회화가 자유로운 표현을 시도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작품표현의 중요한 자원들 중 하나가 되었다. 특히, 단어는 회화에서 사용 되었을 때 그 작품을 대면한 관객이 갖고 있는 경험에 편승하여 그 단어의 단순 의미 이상으로 직접적이고 강력한 무엇인가를 유추하게 하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작가의 작품에서 무한반복 되는 한자 하늘 천 <天>은 객관적으로 인 식되는 것 이상으로 인위적인 목적의 회화적 도구가 되어있다. 이것은 작 가의 삶과 연관되어 하나의 기호로서 작용 되고 있는데, 길게 이어진 면 천위에 반복된 <天>은 자동차 타이어와 함께 설치되어 작품에서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어렵지 않게 가늠할 수 있도록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타이어는 현대문명이 고도의 발전을 이루는데 큰 역할을 담당한 인간 이 창조해낸 놀라운 성과물 중 하나이다. 이것을 흰 천의 <天>과 함께 설 치한 것은 자신을 누르는 어떠한 삶의 무게를 떨쳐내고 자신의 이상을 향 해 힘차게 달리고 싶은 욕망의 표현으로 보여진다.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면서 나는 요셉보이스와 오팔카의 작업을 연상 할 수 있었다. 이 두 작가는 자신의 삶을 작품에 그대로 반영하였다는 점 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김 규연의 작업 역시 자신의 삶에 경험을 작품에 담으려 했다 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다. <天>이 반복되면서 길게 늘어진 면 천은 작가를 구속하는 현실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간절함의 표출이었 으며 그러한 자신의 삶을 예술적 결과물로 발현하려는 시도였다는 결론 에 도달하게 된다. 화가 조상근 비평문 중


8 artistes de Coutances Residence

제현실과 가상현실, 실재의 이미지와 허구의 이미지가 때로는 기이하게 때로는 적절하게 결합하면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었듯 이 말이다. 작가노트

Lee Myung Sook 이명숙

Kim Seoung Hee 김승희 나는 초등학교 2학년 때 내가 그린 포스터가 게시판에 걸리면서 그림 그리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학교 칠판에서는 백묵으로, 땅바닥에 주저 앉아서는 나뭇가지로, 연필이 있으면 종이에 뭔가는 끄적 이었다. 말로 하거나, 글을 쓰는 것보다는 좀 쉬웠던 나의 어린시절 표현이었던 같다. 전공은 회화를 하고 대학원에서는 사진을 선택 했다. 소재의 부재를 느꼈기도 했지만, 늘 하나의 만족을 못하는 성격 탓도 있는 것 같다. 삶 에서도 이중의 구조와 두 갈래길 에서의 갈등이 항상 나를 괴롭히는 수준 이다. 선택장애, 우유부단, 게으름, 나태 이러한 내 몸에서 버리지 못하 는 습관 탓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8년 전부터는 창문 사진을 찍으로 다니기 시작 했다. 창문 주인이 꾸 민 개성적인 오브제들에 흥미를 느꼈으며, 이렇게 <Window> 작업은 서 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집 창문들을 일종의 초상처럼 찍는 사진작업으 로 시작됐다. 나는 정면에서 창문들을 응시했고, 그것들을 집 전체를 요 약하는 상징으로, 더 나아가 집주인의 얼굴로 바라보았다. 다양한 창문 의 형상과 색, 그것들의 여러 흥미로운 장식들에서 서로 다른 삶의 양태 들을 해독하려 했고, 거기에서 가난과 부유함, 고독과 단란함, 소탈함과 과시의 욕망을 읽으려 했다. <Window> 작업은 실제 현실 공간을 객관적으로 기록하는 사진이미 지와 추상 혹은 현실 공간이 다소 주관적으로 변형된 회화를 담는 캔버 스 프레임를 때로는 기이하게, 때로는 적절하게 결합시키는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Window> 작업은 2차원의 사진이라는 이미지와 채색된 회화의 프레임이 서로 어긋나게 결합하면서 사진도 회화도 아닌 새로운 이미지로 변형되기를 희망했다. 혹은 사진이면서 회화적인 제3의 이미 지로 변모하기를 기대했다. 마치 Microsoft의 ‘Window’ 화면 속에서 실

“Life Fantasy생명의 신비를 탐하는 미의식의 여행” 이명숙의 작업은 회화적인 이미지로서 생명체에 관한 탐구라고 할 수 있다. 마치 현미경을 들여다보는 듯싶은, 세포와 유사한 이미지가 펼쳐 지는까닭이다. 비정형의 불규칙한 원형의이미지들이 거의 일정한 간격 및 형태로 배열되어 있다. 실제로 그의 작업은 생명의 본질과 그 시원으로서의 우주에 관한 이 미지를 지향하고 있다. 정형화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생기하는 이 미지, 즉 활성화되어 있는 생명체의 이미지를 지향하고 있기에 그렇다. 이렇듯이 생기하는 이미지를 얻기 위해 그는 형태묘사라는 표현방식 을 버렸다. 대신에 물감의 물성에 따른 자연적인 표현기법을 채택했다. 묘사기법이 아닌 떨어뜨리기라는 행위를표현기법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묽은 물감을 일정한 높이에서 캔버스 위로 떨어뜨림으로써 생기는표정, 즉물성에따른우연적인 이미지를 추구한다. 그리하여 붓으로 묘사하는 인위적인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우연적이고 자연적인 이미지를 얻는다. 그가 물리적인 속성을 표현기법으로 대체하는 것도 다름 아닌 시지각 을 초월하는 미시적인 감각의 세계를 표현하겠다는 의지에 기인한다. 그 미시적인 감각의 세계는 곧바로 생명의 본질에 육박하는 것이다. 무의 상 태에서 유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곧 생명이고 생명체의 시원은 자연 이고 우주이다. 그러고 보면 그의 작업은 미시적인 세계와 거시적인 세계 를 하나의 관점으로 통합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맑고 밝은 색채이미지가 만들어내는 순수성이야말로 그의 작업이 추 구하는 생명의 순결성과 동일한 개념일 수 있다. 시각적인 즐거움을 이끌 어가면서 생명의 신비, 그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회화란 어떤 경우에라도 아름다움이라는 문제를 놓쳐서는 안 된다. 회 화적인 아름다움을 구현해야 하는 것이다. 비록 구체적인 형태가 드러나 지 않는 비구상 및 추상적인 이미지를 추구하는 그의 작업이 아름답게 보 이는 것은 회화의 본령이 어디에 있는가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신항섭 (미술평론가) Mai/Juin 2019 (vol.894-895)_13


8 artistes de Coutances Residence

교적인 색채가 짙자 출판사와 동화 작가세계에서 배척받기도 한다. 이를 극복하고자 그림을 그리고, 기독교 색채뿐 아니라 창작 지경을 넓히기 위 해 헬라신화, 한국 신화 모티프를 차용하여 상상한 그림과 원시적 생명력 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린다. 이는 제 9회 대한민국 에로티시즘 미술대전 특선 작 <아모르, 꽃 달리다>로 구현된다. 2018년 첫 개인전 《시냇가의 심은 나무》는 시편 1편 ‘그는 시냇가에 심 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 가 하는 모든 일이 다 형통하리로다’ 말씀에 나무 이미지를 차용하여 끊 임없이 나무, 꽃 식물을 여성으로 치환하여 그려낸다. 기계가 지배하는 4차 혁명 시대와 자본이 우상화된 신자유주의에 깨어 진 인간성은 신이 창조한 인간의 원형을 찾을 때 회복될 거라 믿는다. 현재 서울 노원구 수락산 밑에서 성경뿐 아니라 인문사회과학, 동서양고전문 학을 읽으며 신을 이해하고,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며, 예수와 예술을 동격(?)으로 여기며 광신(인)도적 삶을 살아가고 있다. 새로운 예술창작 방향 찾기 위한 모색으로 꾸땅스 레지던시 1기 작가로 입주한다. 작가노트

Lim Dasol 임다솔 작가 임다솔은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학부에서 문예창작을 석 사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대학원 수료 후 어린이 청소년들을 위한 독서논술 지도와 교재를 집필하면서 다양한 책 읽는 법을 익히고 여러 분 야의 책을 읽고 책 읽는 기쁨에 빠진다. 이때 접한 어린이청소년 문학이 2008년 5.18문학공모전 동화부문에 입상으로 이어지고, 본격적인 동화 작가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동화습작을 해나간다. 2005년에 세례 교인이 되면서 성경에 관심을 갖고, 이때부터 읽은 성 경 속에서 창작영감을 얻는다. 사도행전 2장 17절 말씀 “말세에 내가 성령 을 모든 사람에게 부어 주겠다. 너희 자녀들은 예언할 것이며 너희 청년들 은 환상을 보고 너희 노인들은 꿈을 꿀 것이다” 중 ‘환상을 본다’라는 구 절에 끌려 문학의 환상성에 관심을 갖게 된다. 첫 장편동화 <외할머니의 분홍원피스>(청어람주니어, 2011)는 리얼리즘 문학과 당시 어린이 문학 에 등장하지 않던 판타지장르 문학을 도입해 써내려 간다. 아동문학의 서 정장르의 환상성을 연구하여 석사 졸업한다. 2011년, 이집트, 그리스, 터 키 지중해 3 개국 배낭여행은 임다솔에게 성경에 호기심과 궁금증을 증폭 시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초교파 선교단체 예수전도단 DTS훈련과 귀 납법적 성경연구 공부를 한다. 교회와 선교단체에서 배운 대로 복음전파 와 예수제자의 삶을 살려 노력을 하지만 해결되지 않은 내면의 문제와 사 람들과 관계의 문제로 끊임없는 갈등을 빚는다. 가정상담 공부는 가정과 교회공동체 안에서 관계문제로 인하여 시작 됐다. 이를 계기로 자신의 무의식 속에 감춰진 감정과 여러 내면의 문제 를 직면하게 되면서 치유의 목적으로 서양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동화창 작은 성장하지 못하고 울고 있는 내면 아이를 위로하기 위함이었다면, 서 양화는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한 여정이다. 한 여성으로서, 다양한 내면의 욕구와 요구를 예술로 승화하고자 하는 애씀이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책을 만들 목적으로 일러스트 작가들과 교류하며 드 로잉을 배우고, 그림책 더미북을 완성해 나가고 많은 동화를 쓰지만, 기독 14_le journal PARIS JISUNG

Oh Solbee 오솔비 그 날은 잔잔했다. 그림을 그리러 올라간 책상이지만 그림이불을 내 이불삼아 누워버렸고 곧바로 잠이 들었다. 언니는 옆에서 조곤조곤 그림을 그렸다. 살랑살랑 그림을 그리는 움직임 이 느껴져서 좋았다. 그런 아침을 보내기 전도 잔잔했다. 기분이 좋지 않았던 날 전의 새벽은 잔물결이 흔들거렸다. 파도에 덮이기. 또 무너지기. 결국은 파도에 파도에 파도. 작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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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에 하게 되었다.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은 이 유기체들은 서로를 이어주 면서 다른 모습으로 변화할 것이다. 따라서 작품 속에서 다양한 오브젝트 로 표현된 딜레마들은 서로 충돌과 관조와 소통을 해가며 선악의 이분법 을 해체해 간다. 따라서 우리는 선도 악도 아니다. 이따금씩 이 거대한 피조물은 우리에게 묻는다. “이제 어떻게 할 건데?” 우리는 여전히 아무런 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작가노트

Shin Keonwoo 신건우 1986년 태어난 뒤, 대한민국(Repulic of Korea)의 도시 대구(Deagu)에 서 자랐다. 어린 시절부터 도시 속 공동체에 관심이 많았고, 그 호기심이 표현으로 이어졌다. 2010년 24살 되는 해에 캐나다(Canada) 토론토(Toronto)에 서 1년간 거주 하면서 순수미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었다. 그 당시 한국과는 전혀 다른 환경과 풍경, 그리고 다양한 색감에 매료되어서 A4 사이즈 종이에 다작을 했고, 작은 그룹 전시에 참가하면서 작가로써 활 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감정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회 라는 덩어리(mass)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천착하게 되었다. 그 후 서울 (Seoul)에서 대학을 졸업 후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첫 번째 작업 Dark City 에서는 도시 속 시스템(system)에 집중해 도시 의 구조와 원리를 표현했고, 두 번째 직업 Idea 에서는 역사, 신화 추상적인 관점에서 작업을 표현하 는데 노력했다. 세 번째 작업 Red City 에서는 도시는 더욱 무대장치와 같은 형상이 되었 고, 상징적인 오브젝트(object)로 표현되었다. 그 후 새로운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대부분의 시간을 도시에서 살아가면서 생기는 호기심과 인간이 만들어 낸 도시 속에 일어나는 내러티브(narrative)를 작가의 상상력으로 새롭 게 만들어 낸 무대장치와 같은 공간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 속에는 시간과 역사가 있고, 사건 사고가 있다. 그리고 목적이 없는 무 책임한 산책을 하면서 도시와 자연 역시 무책임하게 느끼기도 한다. 도시 안에서 이슈와 그 속의 하이라이트가 존재하는데 이것이 작품 안에서 다 양한 오브젝트(object)로 등장하게 되었다. 그래서 도시 속에는 웅덩이, 시추, 기둥 등 당장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하고, 이들은 우리를 정면 으로 바로 보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딜레마(dilemma)인 것이다. 딜레마에 대해 더 깊이 들어가 보기 위해 작품 속에 수없이 등장하는 벽 (wall)을 예로 들자면, 벽은 도시를 보호해주기도, 스스로를 고립시키기 도 하고 이것은 인간심리와 특히 닮았다. 저마다 사람들의 개성이 다르듯 이 각각의 도시들은 성격도 다르고 모양도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그리고 도시는 하나의 덩어리(mass) 또는 유기체(organism) 같다는 생각도 최

Son Bumi 송부미 제주의 사계는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눈부신 태양과 빼어난 경관, 그 위로 우뚝 솟아있는 한라산. 이와 더불어 힘차게 몰아치는 파도는 매 장면장면 저에게 생생함을 심 어줬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면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는 매 순간은 저를 행복하게 해 주었고. 아름다운 제주의 빛깔을 제 삶의 색깔로 표현해보면서 삶의 의지를 다 져갔습니다. 바당, 곶자왈, 눈부신 태양, 이 모든 자연은 저에게 사랑이라는 양식이 되 었고 점차 빛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되리라 믿었습니다. 이 전시를 보시는 노르망디 모든 분께 사랑을 전해드립니다. 제주의 자연경관은 아름답습니다. 저는 제주섬의 하늘,바람,바다,파도 자연을 작품에 담는 작가겸 갤러리 운영자 송부미입니다. 이번 보시는 작품은 제주의 바닷가에서 현무암,파도를 음과양의 조화를 생각하며, 양귀비의 하늘거림으로 제주의 여유로움을 표현하였 습니다. 한번 오셔서 환상적인 제주의 모습을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작가노트 Mai/Juin 2019 (vol.894-895)_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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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positions individuelles

꾸탕스 레지던스에서 3인의 개인전 :

강명순, 이명숙, 신건우 | 정리 : 파리지성 정락석 |

프랑스 북서부에 위치한 노르망디(Normandie)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D데이’ 등 제2차 세계대전 과 관련해 유명하다. 하지만 이곳에 도착하면 전쟁으로 얼룩진 기억을 바닷바람에 금방 날려 버릴 수 있 을 정도로 낭만적이고 아름답다. 사과나무와 젖소가 유명한 노르망디의 특산물은 시드르(사과주), 칼바 도스(사과로 만든 독한술), 우유로 만든 카망베르 치즈가 있다. 특히, 노르망디는 미술사에서 아주 중요 한 장소이다. 미술비평가 심은록은 노르망디의 빛에 대해, « 19세기의 인상주의 빛에 21세기가 사로잡 혔다 »며,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 노르망디는 ‘빛의 혁명’을 일으킨 인상주의를 탄생시킨 요람이다. 노르망디가 자연풍경을 주로 그린 인상주의 화가의 요람이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 같다. 노르망디가 없었다면 과연 인상주의가 태 어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노르망디의 자연은 인상파 화가에게 지대한 역할을 했다. 또한 그들의 그 림 속 풍경으로 인해 많은 외국 관광객이 끊임없이 노르망디를 찾고 있다. 노르망디를 가장 노르망디답 게 표현할 수 있었던 그룹은 결국 인상파였다. » (심은록, « 모네•마네 19세기의 빛에 21세기가 사로 잡히다 », 월간중앙, 201009호, 2010.09.) 이 곳에서 강명순, 이명숙, 신건우 세 작가가 각각 개인전을 개최한다.

/ 강명순 작가는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는 유년 시절에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서 숨비소리, 바람소리 마음에 물소리를 들으면서 먼 바다를 응시 하 는게 습관이었다. 그는 그림그리기를 좋아하여 미대를 가고 싶었으나, 당시 만 해도 제주에는 미대가 없어서 그 꿈을 보류해야 했다. 또한 패션을 좋아해 서 자신 만의 스토리가 있는 옷을 디자인해서 즐겨 입었다. 결혼을 하며 그림에 대해 잠시 잊었으나, 국제대학 디자인과에 입학한 순간 부터 현재까지 한순간도 붓을 놓지 않았다. 김택화 화백과 여러 화우들과 함께 제주의 숨은 비경을 찾아 화폭에 옮기며, 제주 풍경을 그렸다. 그 는 문예회관에서 첫 개인전을 하고 그의 <연꽃>그림의 반응이 좋자, 이에 용기를 얻어 연꽃을 좀더 본 격적으로 그렸다. 백락종 화백을 은사로 모셨는데, 그는 서양화가이지만 한지를 손끝으로 접고 비비고 손이 가는데로 문양을 내고 방수 처리를 여러번해서 유화 물감을 얕게 펴 바르면서 채색을 입히는 것 에 뛰어났다. 강명순 작가가 이 비법을 전수 받고 얼마 후에 백 화백은 서거한다. 그 이후, 강명순은 한 지에 유화 물감을 채색하는데 부단히 노력하고 연구했으며, « 연꽃화가 »라는 닉네임을 가지게 된다. 작업을 하다보니 한지 만드는 공정도 배워보고싶어 청송에 있는 전통수제 한지 만드는 공방에 가서 배 운다. 닥나무 껍질을 벗기고 닥나무를 삶고 말리고 두들기고 손으로 일일이 만지고 넓혀서 덧씌우는 작 업을 하고, 닥나무와 한지의 미세하게 구겨진 틈새로 유화 물감을 칠해 요철이 생기도록 한다. 강명순 은 예술의 원천이 되는 자연의 모습 너머에 초록 곶자왈을 품은 정신적 아름다움을 간직하면서 제주의 가치를 서정적으로, 세련된 방법으로 재창조한다.

강명순, 제주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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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positions individuelles

한지로 손이 움직임에 따라 요철과 마티에르가 생기고 제주 자연의 감수성을 채색했다. 또, 한지 위에 천연면을 입히는데 토종감물과 쑥, 야생꽃을 물들이고 두 물성이 서로 다른 것에서 오는 느낌을 손으 로 비우기도 채우기도 하면서 서로 다른 우연한 만남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해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한지에 코튼으로 캔버스를 완성하고 서양화이지만 먹물로만 시간의 변화 감정의 표현, 그리고 색채 명 도와 채도가 주는 시각적인 순수미 스토리를 가미했다. 먹물 한가지 색으로만 한라산, 제주의 옛 초가 집, 오름, 바다, 야생화, 문화 원형이 깃든 작품을 하며 세상과 소통한다. 2016년도부터, 그는 고향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토속적이고 향토적인 채취의 전통 초가집을 재현하는 전통의 ‘맥’을 잇는 작업을 계속 해 오고 있다. 2017년 2018년 개인전에서도 화가로서의 정체성을 초 가집에 투영시켜 신비적인 이미지로 표현했다. 2019년 5월 프랑스 노르망디 꾸탕스 아트센터 개관식 개인전에서는 한지를 기존의 틀과 양식에 얽메 이지 않고 느낌이 가는대로 종이를 구겨서 천연 한지를 펴고 천연코튼면을 붙인 작업을 전시할 예정이 다. 대자연의 풀잎 소리에 맡기고 천연 먹물로 섬만이 가지고 있는 신비한 고향 풍경을 한획 그어본다. 이번 작품의 재료는 천연한지, 천연코튼, 천연 먹물, 등으로 천연의 재료를 가지고 예술을 입힌다. 추 상적으로 먹물을 통해 조화를 추구해 본다. 천연 소재만이 표현 할 수 있는 순결하고 소박한 형상 언어 로 이상형의 세계를 제시한다.

/ 이명숙 작가에게 있어서, 그림은 생명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 며 은하계와 자연계의 생성과 소멸의 역동적인 현상들을 나의 지식의 종합과 사유의 관점에서 표현한 것이다. 그가 상상하는 것들을 내면의 울림에 맡기면서 직관에 의존하여 물감을 드리 핑하는 것으로 작업은 시작된다. 수차례의 반복적인 드리핑을 오늘도 바람이 분다. 통해 유동적인 중력의 힘으로 스스로 형태를 찾아가는 물질성 나는 요동치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과 기나긴 시간의 흐름 자체를 드러낸다. 하얀 캔버스 위에 혼을 실어 이것들은 채움과 비움을 반복하고 호흡과 리듬을 조절하면서 한 방울 떨어뜨린다. 공간을 부유하며 나타난 유기체이다. 또한 작가의 순수한 미적 그렇다. 생명이다. -이명숙 작가노트에서정서의 메타포이면서, 그의 미적 세계의 근간인 한국의 전통색 (적.황.청.백.흑)으로 표현된다. 색의 대비는 서로를 포용하거 나 분산시키며 때로는 강렬하게 , 때로는 부드럽게 드러난다. 다양한 오브제를 사용한 것은 내면의 지루함에 따른 독특한 도전이며 새로운 것의 갈망이다. 지나간 찬 란한 과거와 돌아올 미지의 미래는 긴 역사 속에 반복될 것이며 인간과 모든 생명체들은 연속적이며 무 한한 우주의 궤도에 종속될 것이다. 그의 작품은 인간의 유한성을 넘어 영원을 지향하며 나아가는 동 력의 지렛대이기를 원한다. 그는 수년전에 중병으로 생사의 기로에서 벼랑 끝에 내몰린 적이 있다. 그 처절함 뒤에 거대한 보이지 않은 존재에 대한 묵상의 흔적이 그의 작품에 용해되어 나타난다. 육과 영이 아프고 지친 이들에게 그 의 작품이 위안과 희망의 메신저가 되길 바란다.

이명숙, Life fantasy

장준석(미술평론가, 한국미술비평 연구소장)은 « 생명의 고귀함을 화폭으로 그리다. »에서 이명숙의 작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 그의 « 작가의 조형적인 실천은 생사의 기로에서 살아온 인고의 세 월을 바탕으로 설정된 듯하며, 인고의 세월이라는 제한적이면서도 구체적인 메시지가 하나의 조형으로 드러나도록 다양한 색을 절제해 가며 여러 층 사이에 보색이나 다른 색채의 층을 형성시킴으로써 맑고 생명력을 지닌 색감으로 보일 수 있도록 하였다. 인고의 세월 속에서 이루어진 자연의 생성과 죽음과 허 무와 소멸이라는 상황을 색과 형으로 표현하면서 삶의 불확실성과 한순간에 사라질 존재의 단면을 작 가 자신의 조형적 단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작가의 이러한 고민과 조형적인 소통은 단순히 자연의 아름 다움을 감상하는 차원이나 일상적인 생활 혹은 미적 감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연약하고 불확실한 시대 의 혼란스런 세상을 향해 생명성의 고귀함을 피력한 메시지라 여겨진다. » 18_le journal PARIS JISUNG


3 expositions individuelles

신건우, 붉은 도시

/ 위의 글은 신건우의 ‘작가노트’를 인용한 것이며, 아래 글은 작가의 예술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배민영 갤러리서울 대표, 계간 <취향관> 편집장이 쓴 뛰어난 비평문 « 신건우 작가론, 적당한 거리에 서서 시간을 바라보기 »에서 발췌했다 :

-붉은 도시를 떠나는 젊은이에게, 신건우-

« […] 작가는 스스로 좀 더 부서졌고, 부딪쳤다. 자신의 시간 안에서 자신을 죽이고, 자신의 삶이 아무 것도 아닐 수 있음을 도시를 사랑하는 젊은이는 지난 4년간 도시를 그렸다. 검은 태양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인식하면서, 또한 자신이 살고 있는 터전이 자신에게 어떤 의 검은 웅덩이. 미인지를 알고 가고자 했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나고 자란 도 검은 쇠기둥. 붉은 폭포. 시를 다시 회상해보았고, 자신이 경유해 온 도시에 대한 추억 검은 산. 도 새로운 감각으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살고, 또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군상들. 시간이 흘러가는 문명의 바퀴들. 한 오가는 도시들에 대해서도 보이지 않는 주체들이 시스템적 젊은이가 그린 도시 안에는 반복이 많다. 으로 엮여 있는 어떤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것은 ‘장소’ 반복되는 아치형 문이 있고, 반복되는 계단이 있고, 반복 되는 검은 줄기가 있고, 라기보다는 복잡한 ‘현상’으로 읽혔다. […] 반복되는 빈 표지판이 있다. 작가는 인물을 배제하고 초현실적 상황을 하나의 무대장치처 도시는 우리를 투영한다. 때로는 오만하고. 럼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 그것은 산책을 하며 만나게 때로는 비굴하고. 되는 무책임한 풍경을 닮았다고도 한다. 여기서의 무책임성이 때로는 비겁하고. 때로는 자신만만하다. 란 도덕적인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객체가 작가 그리고 이따금씩 우리는 이것을 폭로한다. 자신에게 최대한 가치중립적으로 다가오는 것을 온전히 느끼 는 것이라고 한다. 가령 붉은 성벽은 인류 역사가 관통해 온 희 생과 잔인함을 연상 하는 핏빛을 띠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문명을 비판하기 위해 설치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바닥에 쇠기둥을 꽂는 행위는 시추, 수표, 말뚝, 분수 등 문명의 여러 행위들을 연상하 게 한다. 그에 대해 작가는 유토피아나 디스토피아적인 관점보다는 헤테로토피아적인 관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것이 가지고 있는 내러티브가 하나의 장면으로 정지되면서 맥락 을 갖고 있는 여러 시간의 조합, 그러니까 헤테로크로니아적인 상황을 꿈꾼다고 말한다. […] 지방의 주요 도시를 떠나 한 나라 의 수도로 온 작가는 ‘선진국’이라는 나라의 다시 한 주요 도시 에 잠시 살면서 또다시 더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의 최대 도시에 대한 동경을 가졌었다. 그러나 그 곳에 살고자 했던 그의 꿈이 이 루어지지는 않았다. 대신 그 꿈은 새로운 꿈을 꾸게 했다. 환상성. 즉 비 가시적인 것을 가시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그것이었다. […] 성벽의 아치문은 로마시대 때부터 내려온 효율성과 자부심을 보여준다. 또한 반복적인 계단은 도시와 문명의 집착, 즉 정신병적인 현상을 보여준다. 그것은 최근작에서 더 많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중 턱마다 성벽이 있는 것은 스케일이 크게 하려는 의도는 정신병적인 것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보여주 려는 것이라고 한다. 즉 현대 이후의 미술에서 조금은 의무적으로 행해 온 원근법 에 대한 부정을 다시 부정하면서, 그 성벽이 사실적인 모양을 하며 산을 넘어오고 있지만 결코 사 실적이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이미 우리 안에, 보이지 않지만 뚜렷하게 남아있는 무의식의 역사적 요건들 – 정복욕과 두 려움, 함성과 고요함, 역동과 정지처럼 대립항이 긴장 관계를 이루며 병존해 온 모습을 실체화한 것이 다. 그래서 역사는 늘 ‘진보’를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앞을 보면서도 마치 뒤를 돌아보듯 미지 의 세계로부터 넘어오는 두려움을 관망하고 있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 작가는 역사 속에 다양한 층위의 인물들 중 어떤 이들에 집중해 그리는 것보다는 ‘보편적인 흔 적’으로서의 상황을 상상하는 것이 ‘이야기’의 배경이며, 그만의 희소성이라 고 말한다. 그것은 캔버 스 위에서 역사에 대한 이미지가 되고, 하나의 관점이 된다. “내가 설명을 못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 놓고 싶다.”는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시간을 초월하는 내러티브로 다가가기를 바란다. 역 사의 특정 주체나 상황에 함몰되는 것은 도시가 가진 오만함을 답습하는 일일 뿐이므로, 적당한 거리에 서 그 시간을 산책하듯이 보면서 장소를 현상으로 읽어낼 수 있는 눈을 갖고자 하는 작가의 생각이 감 상 대중에게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 (배민영 , « 신건우 작가론, 적당한 거리에 서서 시간을 바라보기 ») Mai/Juin 2019 (vol.894-895)_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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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Juin 2019 (vol.894-895)_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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