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JISUNG 201911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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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E N S U E L G R AT U I T - PA R I SJ I S U N G - PA R I S - D É C E M B R E 2 0 1 9 - v o l . 8 9 7

BRAVO 재불작가들 SARL PARIS-JISUNG 7 Rue Geoffroy Herbert 50200 Coutances ÉDITEUR : NACK-SUCK, 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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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tances Art Center

제3기 꾸탕스 레지던스 작가들 김은미

작가노트

작품은 나의 심상을 이야기 합니다.그 심상 은 경험에 의한 풍경, 또는 사물의 이미지 를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다. 경험적 기억의 trace를 지우고 쌓는 의미로, 분채를 칠한 한 지위에 하얀 순지를 겹겹히 쌓아 붙이고 뜯 는 작업으로 무의식의 흐름에 따라 반복적 포퍼먼스를 구현한 작품이며, 버클리가 경험 론에서 자신의 경험에서의 사물이여야 본질 의 의미를 갖는다고 한 것처럼 지워지고 소 수의 의미 있는 것만 흔적처럼 우리에게 남 아 현재의 심상에 남아있음을 말합니다. “ Trace”는 비구상으로 작가의 경험적 심상과 관계없이 시각적인 각자의 경험적 느낌을 투 영하여 감상자가 마음껏 상상하는 자유를 주 는 작품입니다. 페인팅대신 하얀색을 순수한 닥종이로 표현하고 한지의 장점을 살려 붙이 고 찢고 주름으로 표현하기도 하며, 중첩하 는 기법으로 색감의 자연스러움을 위해 한 국화 전통안료를 주로 사용합니다. 한국적 인 정서라는 것이 대표적인 요소로 빛에 의 한 우리 자연의 색입니다. 각 나라마다 빛에 대한 색 표현이 다릅니다. 그것은 자연을 비

추는 태양의 빛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것 이 각 나라의 정서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그 들의 예술작품과 여행을 통해 알 수 있었습 니다. 가장 한국적인 정서, 즉 저의 정서를 잘 담을 수 있는 색감과 다양한 재료에 대한 연 구를 통한 작업이기도 합니다.

오명은

작가노트

무지개는 물과 빛과 공기가 만들어 내는 천 상의 예술이라고 한다. 비 그친 후~ 청명한 하늘아래 꿈결처럼 나타나던 일곱 색 깔 무지개… 그 무지개의 형상을 잡겠노라고, 아침이슬 머금은 애 가지 같던 두 팔을 하늘로, 하늘 로, 내지르며 지쳐 주저 앉을 때까지, 질주하 던 유년의 추억들은 색채의 마술사 무지개의 영감처럼 원색의 정원을 갈망한다.

2015 욕망의 시간 Acrylic on canvas 53x45.5cm 오명은 72×60cm 한지꼴라쥬 2019 김은미

2_le journal PARIS JISUNG

작품 경향은 보여지는 사물을 아름답게 표현 하려는 리얼리즘적 사고의 틀을 넘어서 있 으며, “선과 면으로 이성과 감성”을 조율하 는 작업 기법 안에서 포용력 있는 화풍을 추 구하고 있다. 마치, 햇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 찬란한 빛 들의 향연이 펼쳐지듯, 큐비즘에 프리즘을 접목하여 선과 면을 분할하는 독특한 조형 어법 통해 현대미술로서의 작업 철학을 보 여주고 있다. 명쾌하고도 기하학적인 “선과 선”은 엄격하 고도 차가운 이성을 중시하며, 우월한 인간 중심적이었던 모더니즘으로 표현되는 반면, “면과 면은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선 명한 순색으로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고 극 복하려는 감성을 중시하고 있는 포스트 모더 니즘적인 성향으로 볼 수 있다.

장정금

작가노트

실존하는 모든 것에는 표정이 있다. 특히 오 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큼 강하게 전해주는 것이 바로 사람의 표정이다. 내가 얼굴을 그 리는 것은 인간에 대한 애정과 관심에서 출 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거대한 톱니바퀴 군에 의해 서로 맞물려 돌 아가는 톱니바퀴 처럼 현대인은 사회구성원 이라는 작은 톱니바퀴로서 거대한 톱니바퀴 군에 맞물려 돌아가지 못하면 탈락하고 새로 운 톱니바퀴가 그 역할을 대신 수행하게 된 다. 이렇게 사회에 속박된 현대인들은 급속 한 사회 문화 속에서 개인이 맡게 되는 역할 에 적응하기에 급급하며 그로 말미암아 시 스템의 부품으로서의 인간으로 전락하게 되 었다.이렇게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현대인의 실상은 마치 시장의 상품처럼 사회와 타인에 의해서 좌우되고 점차 자신과의 접촉은 단절


Coutances Art Center

되어간다.나의 작품속 얼굴은 인형의 이미지 를 연상 시킨다 이는 작품을 통해 자기 자신 으로부터 소외 되어지는 현대인의 모습을 주 체가 아닌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위함이 다. 본인 작품에서 연상되는 인형의 이미지 는 매개체가 갖는 비어있는 공허감은 참다운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스스로 포기해버린 허 상으로서의 인간을 함축하며 이는 곧 획일적 인 현대인의 모습에 나타나는 주체성 상실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이는 현대인의 모습이자 나의 모습이기도하다. 사회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적인 태도, 단절된 대화로 인해 만들어 진 소외감과 그로 인한 불안감 등은 현대인 으로 하여금 공통된 심리상태를 보이며 이러 한 현대인들의 이미지들을 감정이 억제된 무 표정한 표정으로 나타내었다.

장점금 1

얼굴은 감정과 분리될 수 없는 상호연관성 을 있듯이 얼굴 속에 정신이 내재해 있다는 조건 하에서 나의 작품속 얼굴은 현대인의 감추어진 내부의 심리 상태를 담아낼 수 있 는 또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다.맥스 피카르 (Max Picard)는 ‘참된 사람의 얼굴은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에도 강한 힘 을 미치고 있다’라고 보았다 얼굴을 통해 나 타난다는 것이다.나에게 있어서 얼굴은 인간 내면의 감정과 감각을 시각적으로 잘 보여줄 수있다고 생각한다.

추영호

도시화로 인해, 집들이 지리멸렬하게 하나 둘씩 소멸되어 가는 모습을 어린 눈으로 그 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라만 봐야 했다. 그 렇게 작가의 기억의 창 고에 쌓인 집에 대한 잔상은 어린 시절의 슬프면서도 역동적인 노 스탤지어가 되어, 작가의 집에 대한 집요한 변주 작업의 단초가 되었다. 이러한 작가의 집에 대한 집요한 변주곡은 변화를 거듭하면서, 사진의 기능적인 순간 포착을 통해 선택된 하나의 프레임만으로는 작가가 생각하는 유년 시절 고향의 집들과 풍경들을 담아내 는데 한계가 있음을 느끼 게 되었다. 단순히 집에 대한 형태적인 사실 적 기록에 그치는 사진보다 는, 집에 대한 작 가의 여러 가지 해석과 해체적 의미가 담길 수 있는 수(手)작업을 통해 작품이 나오기를 작가는 간절히 바랬다. 그 결과, 사진의 기록 적이고 사실적인 이미지와 더불어 미술의 재 료와 방법론을 함께 수용해서 작가만의 독 특한 폴리시가 있는 <도시의 생활 시리즈> 를 확립하 기에 이르렀다. 2009년부터 시작 된 작가의 “린 시리즈"(도시의 생활 시리즈) 는 가능한 여러 종류 의 가옥이나 건물을 찾 아 다니며 촬영하였고, 이것들을 아주 작은 크기로 수백 개, 많게는 수천 개씩 프린트한 다음, 집의 생긴 모양대로 하나씩 오려내었 다. 이렇게 준비된 집에 대한 수많은 이 미 지의 파편들을 미술의 재료인 캔버스 위에 이어 붙여가는 반복적이고 아날로그적인 수 (手)작업 을 수년간 계속해 왔다. 이를 작가

작가노트

작가 추영호의 작업은 오랜 시간 동안 끈질 기게,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인 ‘집’에 집중해 왔다. 작가는 유년시절 자신의 고향 마을이

도시의 생활시리즈 아크엔젤스크 러시아53cmX46cm Mixed media 2018 추영호

는 콜라주(Collage)와 작가의 성(Surname) 인 Chuu를 합쳐서 < 콜라츄 Collachuu>라 명명하기도 했다. <도시의 생활 시리즈>의 단초였던 작가의 집에 대한 노스탤지어는 2017년이 되면서, 인공위 성이라는 뉴 테크놀로지와의 조우를 통해 ‘공간에 대한 창의적인 진화’를 하였다. 그 동안 지극히 개인적이고 한정적인 공간인 집에 집중했던 작가의 시각을 넓혀, 마치 우 주의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보면서 공간 너 머의 맥락적인 모습까지도 위트있게 창조하 듯이, 다양한 시점의 공간을 작가 만의 독특 한 시각과 폴리시로 진화된 도시의 생활 시 리즈인 <도시의 표정 그 너머>를 선보이게 되었다. 이는 그 동안 사진과 미술의 방법론 적 이종교배를 통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왔던 추영 호 작가의 또 다른 실험적인 세 계관을 엿볼 수 있는 <도시의 생활 시리즈> 의 콜라주 연작으로, 공간에 대한 작가의 시 각이 인공위성을 통해 ‘전지전능적’으로 어 떻게 위트있게 창조 변주되었는 지를 확인 할 수 있다.

김민진

작가노트

이번 작업은 2005년에 시작해서 긴 공백을 가진 후, 2019년인 지금으로 이어진다. 주제 는 balance(균형) 이며, 이는 흘러가는 시간 위에 놓인, 나를 중심으로 한 여러 관계들에 대한 고찰이다. 관계라는 것은 나와 나 사이 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나와 타인, 공간과 나, 변하는 나와 변하지 않는 나 사이도 이야기 한다. 즉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에게 다 가온 운명에 대한 끊임없는 사색은, 복잡하 고 다양한 현실세계를 마주했을 때 자유로울 수 없는 자신의 모습에 힘들어하면서도 열심 히 살아내고, 변화에 적응하고자 애를 쓰면 서도 자아를 잃지 않으려는 나의 의지이며 삶에 대한 반증이다. (반증: 어떤 사실과 모 순되는 것 같지만 오히려 그것을 증명한다 고 볼 수 있는 사실)그런 의미에서 balance series 작품 위의 수없이 겹쳐지는 마티에르 는 결국 내 자화상이자 내가 속해있는 세계 이다. 그 추상적 형태는 시공간을 초월한 지 난 순간들이 모여 현재의 전부가 되는 경험 Décembre 2019 (vol.897)_3


'노오란 우체통' 책 발간

을 유도한다. 따라서 삶에서 부딪히는 다양 한 현상과 나와의 관계를 직관적인 느낌과 감정의 터칭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Balance series 00-0-1-2-3-4-5의 마티에 르 사이를 가로지르거나 품기도 하는 선들은 나의 용기를 의미한다. 선의 형상이 없는 온 전한 색면 추상인 00부터 시작해서 캔버스 의 모서리로 향하는 선들은 하나씩 늘어나는 데, 이것은 작품의 제목들과도 연관이 있다. 캔버스를 가로지르는 직선과 곡선으로 이루 어진 선의 형상은 단순하면서도 전체의 이미 지를 좌우하는 구상적 요소이자, 순간이 전 체가 되기도 하는 이면적 의미를 내포한다. 현실을 살아내는 다면적인 입장에 대한 이야 기를 나로 정리하고자 하며, 그에 대한 고집 과 신뢰가 선으로 표현된다. 내 정체성이라 고도 할 수 있는 선들은 나의 손에서 만들어 진 인간성, 부드럽고 따뜻한 오브제와 융화 되어 역시 balance를 지향하게 된다. 다양한 감정과 현상이 흐르고 머무는 마티에르와 그 세계에 대한 반증으로 잃고 싶지 않은 나 자 신의 이야기는, (때때로) 캔버스위에 자리한 희고도 화려한 오브제들로 관객들과 소통한 다. 사람의 체온이 느껴지는 소재인 이것은 balance를 향한 객관적인 시선의 통로이다. 작가 본인은 관람자들이 자신이 속한 세상 과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작품을 통해 마음 으로 쏟아내며 위로받고 공감하기를 바란다.

20호 mixed media balance series 1 김민진

4_le journal PARIS JISUNG

佛과 인연있는 사람들 편지 모음집 '노오란 우체통' 책 발간 저자는 정락석 동포신문 '파리지성' 발행인… "아날로그 감성 일깨우고파" 북한산 송추계곡에 있는 '퐁데자르'(예술의 다리라는 뜻) 갤러리 테라스에는 노란 색깔의 우체통이 놓여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같은 이름의 갤러리를 운 영하면서 동포신문인 '파리지성'을 발행하는 정 락석 대표가 설치해 놓았다. 이 우체통에는 지 난해 10월부터 프랑스에서 살았거나 현재 사 는 사람 50여 명이 손글씨로 쓴 편지가 쌓여 있었다. '우체통장'을 자처한 정 대표는 최근 이 편지 들을 모두 꺼내 책으로 엮었고, '노오-란 우체 통'이란 제목으로 29일 세상에 내놓았다. 정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누군 가에게는 애틋한 몽환이기도 했었고, 어쩌면 시(詩) 그 자체였던 우체통은 현대문명의 각축 장에서 점점 소외돼 이제는 그 흔적만을 남기 파리지성 간, 191쪽, 1만3천원. 고 있을 뿐"이라며 "무르익기도 전에 떨어져 버 리는 땡감처럼 진득한 기다림의 여유를 잃어가는 현대인들에게 아날로그 감성을 일깨우고 싶어 출간했다"고 말했다. 책은 프랑스에서의 인연들 간 편지와 세상을 떠난 이에게 보내는 편지 등 으로 꾸민 1부와 프랑스 노르망디 꾸땅스 레지던시 작가 24명의 작품과 작가 노트 중심의 2부 로 구성됐다. 재불 정택영 화백은 우체통장에게 "다른 사람이 모두 슬픈데 어째서 한 명만 행복해질 수 있겠 나"라는 내용의 편지를 썼고, 정 대표는 "날씨가 점점 추워져서 그런지 문득 나보다 힘든 처지에 있는 사람들도 떠올려진다"라고 답장하며 소소하지만, 가슴 따뜻한 사연을 전하는 형식으로 돼 있다. '덕희 선배', '까뜨린느 사감님', '사랑하는 우체통장님', '정 형', '돼지야' 등의 제목이 말해주 듯 프랑스에서 가깝게 지낸 사람들의 안부도 묻는다. 또 '사는 동안 꽃처럼', '오늘 아버지가 그립 습니다', '아버지의 온도', '염화시중의 미소처럼 가셨군요', '돌아오지 않는 당신' 등 노오란 우체통 으로 편지를 보내면 어디든지 전달된다는 믿음으로 고인들에게 보낸 편지도 있다. 정 대표는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고 문화와 예술의 향기가 묻어나는 편지들을 엮어 매년 '노 오-란 우체통'을 출판할 계획"이라며 "보다 따뜻한 사회를 구현하고자 책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유망한 청년작가들의 꿈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출판기념회는 31일 양주시 장흥면 퐁데자르 갤러리에서 열릴 예정이다. 프랑스에서 꾸땅스 아트센터도 운영하는 정 대표는 세계한인언론인협회 회장을 지냈고, 2017 년 프랑스 한인 역사서이자 예술서 'k 파리지앙'을 출간했다. |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BRAVO, 재불작가들

BRAVO, 재불작가들! 이우환, 김수자, 이배, 하차연, 민정연, 그리고 박서보 ! 재불작가들이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전시들을 프랑스 뿐만 아니 라 전세계에서 개최되고 있다. 이러한 전시관람을 위해 평론가들과 기자들의 바삐 쫓아다니는 발에 불이 붙는 듯하다. 이들 작가들의 위 상이 워낙 국제적이어서 ‘재불’ 작가라기보다는 ‘재세계’ 작가라는 신 조어를 만들어야 할 정도로 세계가 좁다는 듯 뛰어다니며 국제적으 로 활동하고 있다. 우선, 이우환 작가는 메츠의 퐁피두 미술관 개인전, 워싱턴 허시 혼 미술관 초대전, 뉴욕의 현대미술의 성지인 디아비컨에서 상설전, 상하이 현대미술관 PSA에서 초대전, FIAC 2019의 일환으로 그랑 팔레에서 여러 중요갤러리 부스에서 그의 작품이 출품된 것은 물론, 쁘띠팔레(Petit Palais)에서의 전시 등 우선 커다란 전시만 꼽아도 상 기와 같다.

[좌] Ha Cha Youn,_Home(s) Project, 2019, Installations view 1 (c) artiste [우] Ha Cha Youn, Installations view, Korean Cultural Center Warsawa, 2019 (c) artiste

민정연 작가의 ‘Carte blanche à Min Jung-yeon’ 전시가 국립 기메 동양 박물관(프랑스어: Musée national des Arts asiatiques-Guimet)에 서 2019년 11월 6일부터 2020년 2월 17일까지 개최된다.

민정연 작가, ‘Carte blanche à Min Jung-yeon’, 국립 기메 동양 박물관에서 photo : sim eunlog

Lee Ufan on long-term view at Dia:Beacon in New York, 2019.10. photo : sim eunlog

김수자의 중요한 전시가 현대사상과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미셸 푸코의 탄생지이자 교육도시인 푸아티에(Poitiers)에서 개최되 고 있다. 그는 푸아티에 시가 주관하는 《여정(Traversées)》 프로젝트 의 첫 번째 에디션(2019. 10. 12- 2020. 1. 19)을 여는 메인 작가다. 이배 작가는 베니스의 빌모트 파운데이션 갤러리에서 개인전과 뉴욕에 위치한 페로탕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하고 있다. 하차연 작가는 폴란드 레세르아트센터(Lescer Art Center, 2019.10.26.~12.7)에서 개인전 ‘Home(s) Project’을 개최하고 있 고, 주폴란드한국문화원(2019.10.15.~31)의 초대전에도 참여하고 있다.

파리와 특별한 인연을 지니고 있는 중요한 작가의 전시가 현재 파리 페로탱 갤러리에서 개최되고 있다. 한국 단색화의 중요작가인 박서 보가 그는 1961년 1월, ‘세계청년미술가대회’를 주최한 유네스코의 초청을 받아 파리에 도착하나 이 전시가 연기되는 바람에 11월까지 파리에 머물게 된다. 같은 해 '제 2회 파리청년비엔날레'가 개최되어 한국작가들이 파리에 오게 되었다. 당시 한국정부의 미숙한 처리로 커미셔너인 김병기가 오지 못하자, 마침 파리에 있던 박서보가 이를 맡게 된다. 이처럼 그는 잠시 지나쳐갈 파리를 전시가 연기되면서 거 의 일년간 머물게 되고, 그 사이에 한국미술사에서 중요한 '제 2회 파 리청년비엔날레'의 커미셔너를 맡게되며, 특히 그의 중요 작업인 < 묘법>의 번역이 프랑스 사상가 롤랑 바르트의 핵심 개념인 ‘Ecriture’ 를 차용한 것 만큼이나, 그와 파리와의 인연은 특별하다. 파리지성 이번 호에는 이들 가운데, 뉴욕과 파리 페로탕에서 개인전 을 하고 있는 이배와 박서보작가의 전시, 김수자의 프와티에 전시를 각각 소개하고자 한다. | 파리지성 심은록 | Décembre 2019 (vol.897)_5


BRAVO, 재불작가들

이배의 뉴욕-특정성 산책으로의 초대 이 글을 집필하고 있는 현재(2019년 10월), 그는 베니스의 빌모트 파운데이션 갤러리에서 개인전 (Venice Wood Water, 2019. 6.1611. 24)을 하고 있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회화 작품 두 점에 각각 한 방울의 거대한 먹물이 떨어져 퍼진 듯하고, 자세히 보면 이 점은 미 세하게 ‘부유’(浮遊)하고 있다. 이 점을 지나 맞이하는 첫 설치작품은 거대한 숯덩어리가 공중에 역시 부유하고 있다. 1) ‘부유하고 있는 베 니스’에 꼭 맞는 전시였다. 또한 보는 각도에 따라서 기하학적인 공 간을 유희할 수도 있었다.

Lee Bae « Venice Wood Water » at the Wilmotte Foundation gallery, 2019, 10, installations view, photo : sim eunlog.

이제 그의 갤러리 페로탕(뉴욕, 2019.11. 2-12. 21) 전시에 대해 좀 더 상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숯 작업과 구분이 되지 않는 브론즈 작 품도 이 전시에서 처음으로 선보인다.2) 백여 개의 <Issu de feu>가 한 전시 공간에 동시에 펼쳐진다. 검은 숯나무에는 불같은 열정이 휩쓸었던 자취인 은색 재가 여기저기 덮 여 있어 잔설이 남은 듯, 안개가 미처 걷히지 못한 듯하다. 숯나무로

이뤄진 숲을 거닐며, 컬러의 부산함과 소란함에서 점점 멀어지고, 명 상과 사유의 흑백 세계로 빠져들어간다. 신화 속을 산책하는 것 같기 도, 아주 오래된 태초의 시간을 혹은 머나먼 기억 속을 더듬어 가는 것도 같다. 이번 미국(뉴욕) 전시에서 느껴지는 단면이다. 이배 작가 는 근대까지의 특징이었던 ‘작품 특정성’이 아닌, 현대미술의 ‘장소 특정성’을 고려하기에, 전시되는 장소마다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파리 '국립 기메 동양 박물관'(Carte blanche à Lee Bae, 2015)에서의 이배 전시는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했다. 이는 물론 산과 물 의 구체적인 풍경이 연상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산수화에서 산과 물 사이에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커다란 여백이 있음에도 서로에 대 한 팽팽한 긴장감(관계성)을 느끼게 한다는 의미이다. 대여섯 점의 이배 작품이 여기 저기 임의적으로 놓였는데, 작품과 작품 간에 공간 적 긴장감이 맴돌았다. 또한 전시장 공간 역시 희고 밝아서 작품들( 조각, 회화)이 화선지에서 솟아난 듯했다. 반면에, 비슷한 스타일의 숯 작품인데도 페르네 브랑카 재단(Fondation Fernet Branca, 프랑 스, 생루이, 2014)에서의 전시는, 특히 전시 도입부의 첫 전시실에는 칠흑같이 어둡고 묵직한 분위기에 작품들이 각각 스포트라이트로 강조되어서 섬처럼 고립된 듯, 그러나 서로가 서로를 의식하는 듯한 흥미로운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마그재단(Fondation Maeght, 프랑 스 생폴데방스 2018)의 전시 중에 특히 야외 소나무에 기대거나 눕 혔던 실외 작품들은 자연스럽고 성스러워 한 폭의 현대적인 성화를 감상하는 듯했다. 반면에 거의 같은 기간에 동시에 전시된 파리 예술 구인 마레 중심에 위치한 페로탕 갤러리(Galerie Perrotin, 2018) 전 시는 세련되고 도시적인 느낌이었다. 이처럼 이배의 전시는 장소마 다 전혀 다른 공간을 창조하고 있다. 이번 뉴욕 전시에 대한 주제를 묻자, 이배는 ‘산책’이라고 대답했다.ㅋ3) 그의 대답은 필자를 당황스 럽게 했다. 산책하면서(페리파테인, peripatein “산책하다”라는 고대 그리스어) 사유하는 페리파토스 학파(소요학파, Peripatetic school, circa 335 BC)를 존중하는 유럽 사상사와 달리, 미국하면, 분주하게 뛰는 프래그머티즘(Pragmatism 실용주의 <pragma 행동)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작가의 초대에 응하여, 네온으로 컬러풀한 맨하탄에서 흑백의 숲으로 산책한다.

1) 이 작업이 실제로 공중에 부유하고 있는 느낌을 주려는 것이었다면, 조명과 이 작품을 지탱하고 있는 줄에 조금 더 배려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2) 이 글에서 출처가 표시되지 않은 인용문은 『(인터뷰를 통한) 재불한인사』(가제) 집필을 목적으로 2008년부터 시작된 이배를 포함한 재불한인들과의 인터뷰로부터, 최근 이배의 페로탕 갤 러리(뉴욕)의 전시를 앞두고 2019년 9월 10일과 11일, 청도에서 개최된 이배 작가와의 인터뷰에 근거한다. 3) 이 글에서 출처가 표시되지 않은 인용문은 2019년 9월 10일과 11일, 청도에서 개최된 이배 작가와의 인터뷰에 근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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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재불작가들

산책1: 뉴욕-특정성

Lee Bae « Promenade », Galerie Perrotin, New York, USA, 2019, 10, installations view, photo : sim eunlog.

<Issu de feu>(장소에 따라 수십 개에서 백 여개 이상으로 구성 가능한 가변적 크기)는 하나 하나의 통나무의 거대한 숯으로 이뤄 졌으며 임의적인 방식으로 널려 있다. 각 숯 나무의 크기는 어른이 두 팔을 벌려 겨우 껴 안을 정도이고, 높이는 가슴 높이를 넘는 여 러 숯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그 사이사 이를 특별한 순서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산 책한다. 숲 속에서 산책하듯, 때로는 걸음을 멈추고 숯나무 하나하나마다 있는 지문 같은 나이테나 표피들을 섬세하게 살펴볼 수도 있 고, 때로는 숲에서 나와 먼 원경을 바라보듯 그렇게 전체 풍경을 바라볼 수도 있다. 갖가 지 온갖 컬러가 난무하는 시대에, 갑작스러 운 흑백의 풍경 속을 거닐자, 아주 오래되어 색이 바랜 기억의 풍경들이 떠오르는 것도 같다. 산이나 숲 속을 걷다 보면, 산책자들이 즐겨 다니는 길이 생긴다. 어쩌면 이배의 숯 나무 숲에도 그러한 관람객들이 즐겨다니는 자연스러운 오솔길이 흔적으로 남는다. 이배의 작품의 흥미있는 또다른 특정성에는 ‘와상’, ‘좌상’, ‘입상’의 형태가 있다. 뉴욕에 서의 설치 작품은 ‘입상’의 느낌이 강하다. 많 은 경우의 전시에서 여러 개의 숯덩어리가

앉아있는 듯한 ‘와상’이었다면, 대구미술관 에서 기억에 남는 독특했던 작품은 숯이 넓 은 전시장에 가득 누워있었던 장면이다. 그 래서 숯작품 위로 흐르는 빛의 흐름이 잔잔 한 밤 파도가 밀려오는 것처럼 그렇게 조용 히 움직였다.4) 뉴욕에서는 수평보다 수직 느 낌의 입상이 시도된다.5) 작품이 누워있으면 전시장의 움직임이 조용하고, 작품이 서있으 면 전시장이 좀더 다이내믹하게 움직인다. 6) 자연에서 수직(입상)과 수평(와상)은 산책 자나 관람객과의 상대적인 관계성에 의한 느 낌이기도 하다. 나무는 수직이지만, 이 나무 로 구성된 숲을 멀리서 보면 수평적으로 보 인다. 숲을 품고 있는 한국의 산들은 멀리서 보면 대부분 누워있는 것 같다. 하지만, 산책 자가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예의 바른 산 은 서서 방문객을 맞는다.

산책2: 숯, 문화의 상징 수십 개 어쩌면 백여개가 넘는 숯덩어리들

조성천, The person who came does not come II, 2015, paper. wood, 23.8cm × 17.4cm, ⓒ artist

이 검은 고무줄에 묶여서 하나의 거대한 작업 <Issu de feu>이 되었다. 이 거대한 작품을 보 기위해서는 관람객들은 마치 탑돌이하듯이 그 렇게 자연스럽게 이 작품 주위로 돌게 된다. 이

를 위해서 우선 광대한 자연에서 자란 나무들 가운데 적절한 크기와 성격의 나무가 선정되고 (주로 소나무가 많이 사용된다), 이 선정된 나 무는 15일간 숯가마에서 타게된다. 나무가 숯 이 되는 과정에서 잔가지들과 잎들이 사라지면 서, 불은 ‘구상’을 적절한 ‘반추상’으로 만들고, 복잡했던 것을 적절하게 미니멀화 한다. 15일 간 태운 숯을 거의 같은 기간인 15일간 숯을 식 히고, 가마의 온도가 60도가 되면 마침내 가마 에서 숯을 꺼낸다. 때로는 가마 속에서의 숯의 형태를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훅훅 달아오르 는 가마 속으로 들어가 숯을 두꺼운 검은 고무 줄로 묶는다. “자연은 대지를 되돌리려고 하는 데, 인간은 일으켜 세우려는” 그 긴장성이 마치 거문고의 선처럼, 고무줄에서 팽팽하게 느껴진 다. 되돌리려는 자연과 세우려는 인간 사이에 서 문명과 문화도 발생한다. 숯은 85%이상이 탄소로 이루어졌다. 우리 의 일상생활을 구성하는 모든 물질들의 대부 분은 물론이고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과 DNA도 탄소로 이뤄졌다. 우리의 음식, 집, 의 복 등도 탄소로 만들어졌다. 불의 발견부터 인 류의 문명은 탄소를 토대로 세워진, 이른바 “ 탄소 문명”이며, 현대는 “탄소전쟁”으로 치닫 고 있다. 반면에, 이배에게 숯은 문화이며, 특히 한국문화를 상징한다 . 올이 굵은 어망처럼 검 은 고무줄이 수백개의 숯나무를 지탱하고 있는 <Issu de feu>는 숯에 대한 다양한 문화를 모 아 놓은 숯문화의 집적 같다. 우선 숯은 좋지 않 은 기운을 물리친다. 그래서 옛날에는 아이를 갓 낳은 집의 입구에 숯을 걸어 두어 나쁜 기운 이 신생아에게 미치지 못하도록 한다. 다른 숯 은 간장을 포함한 음식을 만들 때 넣어서, 음식 의 나쁜 성분을 숯이 흡수하도록 한다. 또다른 숯은 건축할 때 사용하여, 쾌적한 환경을 기원 한다. 이처럼 숯은 작가에게 있어서 우선 문화 를 상징하며, 문화는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장 이고, 교류와 소통은 인류가 중대하고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근본적이고 평화적인

4) 파도는 누워있을 때 평화와 영원한 리듬을 느끼게 하나, 서있으면(파도가 높을때는) 위협을 느끼게 한다. 반대로 나무는 서있으면 평화로우나, 누워있으면 재난이다. 하지만 용기에 담긴 바닷물이나 숯은 이미 장소성을 잃어서 중성적 속성을 갖는다. 5)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무 하나를 세우는 작업들이나, 여러 개의 나무를 검은 고무줄로 묶어 세우는 작업은 아시아나 유럽에서 시행되었지만, 백 여개의 나무가 숯을 이룰 정도로 광대힌 설치작업은 미국에서 처음 시도된다는 의미이다. 또한 설치 작업에서 수직의 느낌이 강한 경우에는 수평의 느낌이 좀더 강한 평면작업인 <landscape>로 전시 전체에 균형적인 리듬을 주기 도 한다. 그러나 작가는 어떤 경우에도 완벽한 균형은 피하는데, 완벽한 균형에는 공간적 움직임이 없기 때문이다. 6) 자세에 따라 ‘입상’(立像)은 권위와 다이내믹함을 나타내기 위해 동서양 모두 조각에서 가장 즐기는 스타일이고, 명상하는 정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경우는 ‘좌상’(坐像)이 많이 사용한다. ‘ 와상’(臥像)은 동서양 상관없이 ‘영원’(죽음, 천국기원, 등)과 관련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像)들은 좌식, 입식 문화와도 관련이 있고, 또한 종교적 특징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예를 들어, 좀더 명상적인 불교는 기독교에 비해 좌상이 많은 셈이고, 좀더 행동적인 기독교는 조각에서는 좌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입상으로 각각의 신이 재현되곤 한다.

Décembre 2019 (vol.897)_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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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책이기도 하다. 회화 <불에서 나온>은 틈이 없도록 빽빽하 게 묶인 거대한 숯 덩어리를 아주 예리한 칼로 한 번에 자른 듯한 말끔한 단면을 보여준다. 하 지만 실제로는 <Issu de feu>보다도 더 긴 과정 을 요청하는 작업이다. 이미 숯을 만드는 과정 을 거치고, 다음으로 숯을 톱으로 썰어 일정한 높이의 단면이 나오도록하고, 이를 캔버스 위 에 붙인다. 이 숯들이 잘 붙도록 아라비아 검(자 연 상태의 나무에서 나오는 Arabic Gum)을 물 에 개서 숯 위에 올리고 거친 사포로 간다. 울퉁 불퉁한 숯들이 갈리면서 평면이 되고, 동시에 그 갈린 숯가루가 빈틈에 들어가 꼼꼼이 메워 진다. 그리고 이번에는 얇은 사포로 다시 한번 표면을 갈아 광을 낸다. 동양의 먹색은 모든 색 을 담고 있다. 동양화에 조예가 있는 사람들은 산수화가 먹만을 이용해 모두 검게 그려졌음에 도, 온갖 색을 느낀다. 그런데, 이배의 이 작품 은 동양화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그 색 이 실제로 드러나게 한다. 색이라기 보다는 빛 이며, 신비한 오로라의 빛이다. 이 빛은 전시장 의 스포트라이트이나 관람객의 움직임에도 예 민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관람객들은 마치 아 날로그적인 인터렉티브 아트처럼, 좌우, 앞뒤 로 움직이며 빛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Landscape> 역시 숯가루로 만들어진 작품 이다. 두꺼운 숯가루가 단단하게 캔버스에 기 하학적인 ‘ㅗ’자 모양으로 안착했다. 이 기하학 적인 도형으로부터 숯자국들이 연하게 퍼져 나 간다. 마치 진한 먹을 붓에 듬뿍 묻혀 한지 위에 획을 긋자 기운이 가득 찬 필력에 의해 먹이 한 지로 퍼지는 듯하다. 혹은 숯가마에서 나오는 숯이 그 안에 숨겨진 강력한 생명의 불씨를 감 출 수 없어서 그 ‘기’가 솟구쳐 나오는 듯하다. 그러나, 숯 그 자체의 질감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깊고 부드러워서 관람객의 시선도 그 안에 흡수된다. 설치 작품이 수직적이라면, 이 <Landscape>는 수평적에 가깝기에 관람객들 은 어느정도 균형적인 리듬을 타게된다. 회화 <무제>는 첫 눈에는 작가가 붓을 휘둘 러 일필휘지로 만들어낸 것 같다. 그런데 조금 만 다가가서 바라보면, 분명히 매끈한 화면인

데도, 형태(선 혹은 면)가 그 안에 스며든 듯, 부 유하는 듯하여, 집중하여 바라보게 된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그림을 보면, 마치 화선지에 먹 이 퍼진 듯 그렇게 모티브가 번진 것 같고, 모티 브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 같기도, 혹은 잘못 찍은 사진처럼 초점이 흐릿한 것도 같다. 모티브가 캔버스의 화면 저 아래 있는 것 같기 도, 표면에 부유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는 그가 아크릴 미디움(Acrylic Medium)이 섞인 숯가 루로 모티브를 그린 후, 미디엄을 한 겹 바르고, 완전히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이미 그린 모티 브를 붓으로 정교하게 똑같이 다시 그리고 또 미디엄을 바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발생된 효 과다. 서양화는 캔버스 위에 물감이 쌓이지만 동양화는 먹이 한지 안으로 흡수되는데, <무제 >는 동양화의 먹이 흡수되는 시간적 과정을 공 간적으로 보여준다. 더욱이 사용하고 있는 마 티에르가 먹과 근본이 같은 숯가루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무제>에서 뿐만 아니라 앞에서 본 < Landscape >의 알 수 없는 모티브는 작가의 의 식의 흐름이나 개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외 부와의 끊임없는 접촉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 다. 이배에게 숯은 ‘기억의 마티에르’이며, 그가 매일 오전마다 수행하는 스케치는 “기억의 파 편을 끄집어 내기 위한” 의례이다. 마르셀 프루 스트(Marcel Proust)가 홍차에 적신 마들렌느 향기에 담긴 비자발적인 기억을 떠올린 것과 같다. 이러한 엄숙하고 꾸준한 아침의례를 통 해, 작가는 스스로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모티 브가 드러난다. 의식이 기억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신체는 기억하며, 엄청난 ‘기억의 파편 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이 나무를 정화하고 정제하며 단순화하듯이, 그렇게 작가 는 그의 길고 무한히 반복되는 작업과정을 통 해 기억의 파편들을 정화시키고 예술로 승화한 다. 즉, 이배의 작업들은 ‘신체가 담고 있었던 기억의 파편들’이다. 이처럼 <무제>에서는 동양화에서 먹이 흡 수되는 공간적 과정을 보여준다면, <Landscape>에서는 한지에 붓이 닿을 때의 그 힘과 기를 보여주고, 설치 작품에서는 실제로 관람

객들이 산수화 속으로 들어가 산책을 하는 듯 한 느낌을 준다. 그렇게 오랜 기억이나 근원 속 으로 우리가 산책하게 함으로써, 즉 ‘소요’(페리 파테인 peripatein)하면서 ‘사유’하게 한다. 폴 발레리 (1871-1945)가 말했듯이, 이를 통해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 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바로 이러한 이 유로 이배는 우리를 산책으로 초대하고 있다.

숯, ‘외부와의 만남’ 1989년 도불과 함께 이배의 숯시대가 시작 되었으니, 이제 30여년째이다. 그가 숯을 사용 하게 된 것은 초창기 외국생활에서 ‘숯’이 저렴 했다는 재정적인 이유도 있지만, 더 근원적인 이유는 ‘유럽’에서 살고 작업하며 다른 문화와 의 ‘만남’(부딪힘)에서 온 것이다. 너무 익숙한 것에는 부딪힘이 없기에 오히려 만나기, 즉 인 식하기 어렵다. 이 ‘낯섦’은 태어날 때부터 그에 게 익숙했던 ‘숯’을 재발견하게 했다. 이는 마치 휘슬러(Whistler)가 그린 런던의 안개를 통해, 런던사람들에게 너무나 익숙해서 몰랐던 안개 를 깨닫게 한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타자' 역 시 늘 우리 주변에 있지만, 깨닫기 힘든 존재인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배는 ‘부딪힘’과 ‘다 름’에도 불구하고, 문화는 평화로운 만남을 가 능하게 하는 ‘장’이라고 여기고, 작업을 통해서 이러한 만남의 장을 펼친다. 그에게 숯은 마티 에르이기 전에 그의 고향 청도, 더 나아가 한 국 문화의 상징이다. 작가는 숯작업을 통해, 작 가 자신이 그리하듯이, 관람객들도 자신의 내 부에서가 아니라 외부에서 기억의 단편을 끄 집어 낼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기를 바란다. 제 한된 내부에서가 아니라, 무한한 외부에서 끌 어오기에 그 기억은 훨씬 공간적으로 광대하 며 시간을 무한히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그렇 게, 자아(cogito ergo sum의 자아)를 넘어서 ‘ 절대’(엠마누엘 레비나스의 ‘타자의 얼굴’처럼) 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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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이우환: “하이데거의 “예술의 시작”에서, ‘인간은 일으켜 세우려고 하고 자연은 대지를 되돌리려고 한다’, 하이데거를 인용한 이우환의 말을 재인용. 8) 21세기는 롤랑 바르트의 “저자의 죽음”을 인정하고, 예술가들은 작품을 설치함과 동시에 그 해석의 권한을 관람객에게 허용한다. 따라서, 이배의 숯작업은 그에게는 한국의 문화를 상징 하지만, 숯은 가장 오래된 인류 문화의 마티에르로 각 나라마다 숯과 연관된 고유한 문화가 가능하다. 특히 이배의 작업은 ‘불’의 정화과정과 반복된 예술화를 통한 정제과정을 거쳐 중립화( 중성화)되기에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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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자, 여정

박서보의 0도의 묘법(描法), 공(空)으로 색(色)을 깎다 박서보의 프랑스

김수자 작가(右), photo : sim eunlog.

현재(2019.10), 현대사상과 예술에 지대 한 영향을 끼친 미셸 푸코의 탄생지자 교육도 시인 푸아티에(Poitiers)에서 김수자(도불기 간: 1984, 2008)의 중요한 전시가 개최되고 있 다. 그는 푸아티에 시가 주관하는 《여정(Traversées)》 프로젝트9) 의 첫 번째 에디션(2019. 10. 12- 2020. 1. 19)을 여는 메인 작가다. < 보따리>를 들고 세상 곳곳에서 노마드의 삶을 살고 있는 그의 작업은 이 프로젝트에 가장 적 절한 작가였으며, 그의 예술은 작가자신의 삶 을 대변할 뿐만 아니라 미래 인류의 노정을 보 여주기도 하기에 더욱 실감있게 다가온다. 그 는 이탈리아 국립로마현대미술관 그룹전(The STREET. Where the world is made, 2018.122019.4), 리히텐슈타인미술관에서 개인전 (Kimsooja. Weaving the World, 2017.9-2018) 을 개최했다. 독일 카셀 도큐멘타14 (DOCUMENTA 14, 2017. 6. 10-9.17)의 프리데리치 아눔 미술관과 그리스 도큐멘타의 주전시장인 아테네 국립 현대 미술관 (EMST)에서도 그의 <보따리>(2005)가 전시되었다. ‘보따리’는 서 로 다른 것, 그것이 아주 상반된 것일지라도 모 두 감쌀 수 있다. 그는 2013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단독 작가였으며, 2009년 ‘라 뉘 블랑 쉬’(10. 3)에서 밤새도록 파리 시청 파사드에서 비춰진 영상 <바늘여인>(A Needle Woman)은 충격적이었다. 상젤리제 거리에서 작가는 긴머 리를 늘어뜨린 뒷모습만 보이며 서있고, 수많 은 인파가 바삐 그를 지나쳐 간다. 그의 몸은 바늘이고, 인파는 그를 꿰뚫고 지나간다. 바늘 은 동양의 '파르마콘'처럼 공격과 치유의 두가 지 역할을 동시에 한다. | 파리지성 심은록 |

박서보와 프랑스의 인연은 독특하다. 한국에서 앵포르멜(Informel) 운동에 주도적인 역 할을 하던 그는 1961년 1월, ‘세계청년미술가대회’를 주최한 유네스코의 초청을 받아 파리 에 도착한다. 그러나 이 전시가 연기되는 바람에 11월까지 파리에 머물게 된다. 같은 해 '파 리청년비엔날레'가 개최되어 한국작가들이 파리에 오게 되었고, 그 커미셔너를 김병기가 맡 았으나, 당시 한국정부의 미숙한 처리로 커미셔너가 오지 못하게 되고, 마침 파리에 있던 박 서보가 이를 맡았다. 53년후인 2014년 11월, 그는 다시 파리에 오는데, 이때는 페로탕 갤 러리 작가로써 초대전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프랑스 최고 갤러리 중의 하나인 페로탕의 최초의 한국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홍콩과 미국에 있는 페로탕 갤러리에도 개인전을 하고, 페로탕이 참여하는 주요 아트페어에도 그의 작업이 선보였다. 2019년 10월 12일 그의 전 시가 다시 파리 페로탕 갤러리에서 개최된다. 박서보는 영국의 중요한 갤러리인 화이트큐 브 갤러리(2016.1.14~3.12)에서도 한국 작가로는 최초로 개인전을 개최했고, 오프닝 전에 1967~1981년작 <묘법>연작 16점이 모두 솔드아웃 되는 기록을 세웠다10). 현재, 세계적으 로 유명한 이 두 갤러리인 '페로탕'과 '화이트큐브'가 경쟁하듯이 박서보의 전시를 앞다퉈 하 고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박서보와 프랑스의 가장 깊고 특별한 인연은, 그 무엇보다 그가 1967년부터 현재까지 하 고 있는 작업 <묘법>의 영문 번역이 바로 불어로<Ecriture>이며, 이는 프랑스 사상가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 1915 ~ 1980)의 “영도(零度)의 글쓰기”에서 왔다는 점이다. 이제 그의 작업 과정을 순차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1. <원형질>, <유전질> 시대

11)

박서보의 작업은 크게 <원형질>, <유전질>, 초기 <묘법>, 후기 <묘법>의 네 단계로 구분 된다. 첫 번째, <원형질> 연작 시대(1957-1960년대 중반)는 넓은 의미에서 “형식은 추상 적이고 내용은 표현주의적인” 미국적 “표현추상회화”12)와 전쟁(유럽인들에게는 1, 2차 세 계대전, 박서보에게는 한국전쟁)의 음울하고 비극적인 기억과 그 이후의 쓰라림을 극복하 는 ‘유럽식 앵포르멜’ 형식이다. 박서보는 한국 엥포르멜(Informel) 운동에 주도적인 역할 을 했다. 두 번째 <유전질 혹은 허상> 시대(1960년대 중반- 1970년대)는 강렬한 원색과 형

9) 《여정》은 전(前) 루브르 관장 앙리 루와렛(Henri Loirette)이 창설, 엠마 라비뉴(Emma Lavigne, 전 퐁피두 메츠 관장, 현 팔레드 도쿄 프래지던트)와 엠마뉴엘 드 몽가종(Emmanuelle de Montgazon, 독립큐레이터)가 공동 예술감독을 맡은 비엔날레의 형식의 프로젝트이다. 10) 박서보의 <묘법>[1979년작 'ECRITURES NO. 10-79-83'로 프랑스에서 출품된 작품]은 2017년 5월 홍콩 크리 스티 경매에서 14억7400만원에 팔려 작가 최고가를 기록했다. 5월 16일, 그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그의 신작 <묘법 >(No.190227)을 가르키며, “이 그림은 내가 꼭 어느 놈[데이비드 호크니]하고 한번 붙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미술] 시장에 내놓지 않겠다"고 했다. 11) 이 글에서 작업과정을 소개하는 <원형질>, <유전질>, 초기 <묘법>, 후기 <묘법>은 「심은록, 박서보 : 0도의 묘법」 (p.78- 88) in 『박서보: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2019.05.18~09.01, MMCA서울)을 요약 및 인용했다. 12) 미술평론가 알프레드 바(Alfred Ba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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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재불작가들

태로 이뤄진 색채추상 시기였다. 이 시기의 작품 가운데, 눈코입이 사라진 등장인물들과 원색적인 색동 띠의 색감이나 감성적 깊이가 말레비치의 인물 연작13)을 연상시킨다. 반면 에 박서보는 “<허상> 연작의 선생은 조지 시 걸(George Segal)이며, 일상적인 현실을 재 현했다”14)라고 한다. 미국 작가 시걸은 젖은 석고붕대를 인체에 감고, 마르면 붕대를 떼 고 다시 조립하는 방식으로, 인체에서 직접 석고를 뜨는 것으로 유명하다. 박서보는 “작 품 속에서 사람이 빠져 나가고 옷만 남아 있 으면 주체가 아니라 객체가 된다”15)며 독특 한 ‘주체와 객체론’에 대한 말하는데, 사실 조 지 시걸의 작품 역시, 실제의 인간은 사라지 고 석고상만 남는 셈이다. 당시 유럽에서는 구조주의가 사상을 지배하며, 객체 및 타자 의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되었다. 세계 적으로는 중요한 주체 혹은 본질을 잃어버린 3D (deaths)16) 이후 시대를 살며, ‘본질’이 소 실점 밖으로 물러나고, ‘허상’ 혹은 ‘현상’이 논의되었다. 박서보가 강조한 “중심상실 시 대”17)가 확장된 의미로 다가온다. 그는 <허 상> 연작의 주체와 객체의 간격, 실제와 허 상의 간격을 형태뿐만 아니라, “울트라 마린, 빨강, 하양, 등을 색동 띠처럼 서로 부조화되 는 그런 색”으로도 표현했다. 박서보의 <묘법>시기는 1967년부터 시 작하여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1982년 을 기점으로 전기와 후기로 나뉜다. 그는 묘 법이 탄생한 계기를 말한다. 1967년 세 살난 둘째 아들이 초등학생용 [8칸] 공 책에 한글 쓰기 연습을 하는데, 네모난 칸에 글자

박서보 작가, 페로탱 갤러리에서, 2014. photo by simeunlog.

를 넣으려고 애쓰는 것을 보았다. 네모 칸 안에 글 씨가 잘 들어가지 않으니까 썼다가 지우기를 여러 번 반복하고,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반복적으로 연 필로 내갈기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

초기 <묘법> 연작은 캔버스, 양지(서양 종 이), 유채 안료, 연필, 등이 사용되었다. 물감 이 응고되기 전에 화면에 연필 또는 철필로 일정한 길이의 선들을 반복적으로 긋는다. 유 화나 종이 바탕 위에 일정한 방향으로 손(몸) 의 리듬이 스며들어 가며 선들이 그려지고 또 지우고 다시 긋는 것이 반복된다. 직선이 수 없이 반복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곡선

으로 그의 작업은 다양한 파동을 보여준다. 그 선의 형태에 있어서, 어떤 그림은 감마선 처럼 초단파의 급격한 리듬으로 관람객을 긴 장시키기도, 어떤 그림은 전파처럼 파장이 길 어 ‘목신의 오후’처럼 여유로운 나태함을 즐 길 수도 있다. 진폭 역시 높은 것부터 낮은 것 까지 다양하다. 이 연작 가운데 특히 관람객 을 사로잡는 부분은 ‘쓰기 (혹은 그리기)’와 ‘지우기’가 반복되면서, 드러나는 듯 사라지 고, 표면에 올라오는 듯 이면으로 숨어드는 (vice versa) 시각적이고 심리적인 효과가 끝 없는 사유를 불러일으킨다. 커다란 캔버스 위 로 영겁회귀처럼 단순한 선 긋기가 무한 반복

13) 1913년부터 말레비치는 모노크롬의 절대주의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1924년 스탈린이 집권하면서 사회주의 이념에 맞는 사실주의 작업을 하도록 강요당했다. 전통적이며 사실주의 작 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1932년 소비에트 혁명 15주년 기념 전시회에서 ‘반체제’ 작품이라는 표기와 함께 전시를 해야하는 최악의 수모를 겪었다. 이 당시 작품의 화려한 색 뒤에는 이 러한 아픔이 담겨있다. (Kazimir Malevich, Female Torso, 1928-1932, Two Peasants at the field of fields. 1928-1932. Canvas, oil. 53 x 70, Torso in a Yellow Shirt <노란 셔츠의 토르 소 혹은 복잡한 예감>, 1928-32). 절대주의적 추상에서 러시아 전통적인 화려한 색채의 구상으로의 변화는 말레비치에게는 ‘본질’에서 눈코입(감각)이 제거된 ‘허상’의 예술적 타락으로 느 껴졌을 수도 있다. 14) 이 글에 출처가 명기되지 인용문은 필자와 박서보와의 아래 인터뷰에서 인용되었다. 대표적으로, (1) 2014년 11월 페로탕 갤러리(파리) 오프닝때 인터뷰, (2) 2016년 (제11회 광주 비엔 날레 특별전 ‘0상 공화국’,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박서보 방문, 필자와 즉석 인터뷰가 이뤄짐. (3) 2019년 2월, 국립현대미술관 도록글을 위해 박서보 아틀리에 ‘기지’에서 있었던 인터 뷰, 등 이외에도 수 차례 인터뷰가 있었다. 15)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작품: <유전질> (遺傳質) No. 9-19-70, 1970 , Oil on Canvas, 128cm X 128cm 16) 여기서 세 개 원본의 중요한 죽음인 3D (deaths)란, (1) 헤겔이 말한 ‘예술의 죽음’, (2) 니체가 말한 ‘신 혹은 궁극적 가치의 죽음’, (3) 푸코가 말한 ‘인간의 죽음’을 일컫는다. 박서보는 “3대 운동”인 (1) 현대미술확산 운동, (2) 신인발굴 운동, (3) 집약 운동을 통해 한국 미술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이 가운데, 세 번째 ‘집약 운동’이란, 당시 급속한 서구화로 인해 우리의 전통을 도외시하는 “중심상실 시대”가 도래한 상황을 자각하자는 것으로, ‘에꼴 드 서울’이 창립되고, 차후, “단색화 운동이 발생”했다. 17) 박서보는 “3대 운동”인 (1) 현대미술확산 운동, (2) 신인발굴 운동, (3) 집약 운동을 통해 한국 미술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이 가운데, 세 번째 ‘집약 운동’이란, 당시 급속한 서구화 로 인해 우리의 전통을 도외시하는 “중심상실 시대”가 도래한 상황을 자각하자는 것으로, ‘에꼴 드 서울’이 창립되고, 차후, “단색화 운동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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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며, 이 파동은 캔버스를 넘어 그 앞에 선 관 람자에게까지 전달된다.

2. 묘법 / 에크리튀르 박서보는 이 연작의 이름을 ‘글쓰기’도, ‘ 그리기’도 아닌 ‘묘법’(描法) 이라고 칭했다. 동양화에 조예가 없다면 생각할 수 없는 제 목이다. 그는 어렸을 때, 안성에서 이당 김 은호(1892∼1979)의 작품을 보고 동양화를 하기로 했으며, 이당의 <미인도>나 <매>를 모사한 것이 똑같아서 주변 사람들을 놀라 게 했다. 그는 홍익대 동양화과에 입학하나, 한국전쟁으로 인해 많은 환경적 변수가 발생 하여 서양화를 하게 된다. ‘묘법’은 동양화에 서는 오래전부터 형식화되어 있으며, 일반적 으로 열여덟 개로 분류되고 있다. 예를 들어, ‘구륵묘법’(鉤勒描法)은 ‘형을 윤곽선만으로 그려서 표현하고 선의 아름다움이 존중’되는 방법이다. 그 외에도 ‘몰골묘법’(沒骨描法), ‘백묘법’(白描法) 등이 있다. 이처럼 하나의 선을 긋는데도 때로는 아름다움이 더 존중되 고, 때로는 ‘대교약졸’ (大巧若拙)과 같이 일 부러 이를 감추거나 서툴게 하며, 발효가 충 분히 될 때까지 오랜 시간 수련한다는 점에 서 박서보의 ‘묘법’과도 관련된다. (1) 초기 묘법 묘법의 동기가 된 어린 아들의 행위를 통 해 박서보는 ‘체념’의 세계관을 깨달았다. 그가 깨달은 ‘체념’은,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의 재구축이 내포된 “해체” (Deconstruction)보다는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의 “영도(零度)의 글쓰기”에 가깝 다. 서구 문화예술에서19세기 말부터 문제 화된 ‘글쓰기(선 그리기)’는 그만큼 다양한 용어와 의미가 있었지만, 롤랑 바르트의 ‘ 에크리튀르’가 박서보의 묘법을 가장 근접 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용어였다. 그래서, 이 묘법은 ‘에크리퀴르’ (écriture)로 번역되었 고, 특히 바르트의 저서 『에크리튀르(글쓰 기)의 영도』 (Le Degré zéro de l'écriture, 1953)에서의 ‘에크리튀르’ (écriture)가 참

조되었다. 소리를 가진 ‘말’과 손으로 써야 하는 ‘글’이 치열하게 싸우는 와중에, 박서 보의 묘법이 시작된 같은 해에 자크 데리다 의 『그라마톨로지에 대하여』가 출간되고, 이 책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플라톤은 문자를 망각이라고 했다. 문자가 로고 스 자체를 벗어난 것이자 중개이기 때문이다. [...] 이러한 로고스 중심주의는 본질적 이유에서 문자 언어의 근원과 위상에 대한 일체의 자유로운 성찰 과 문자 과학을 괄호에 집어넣고, 그것을 지연시 키고 억압했다.

위의 글처럼, 서구 사상가들은 플라톤부 터 2500여년 동안 ‘로고스’(말, 이성)가 세계 를 지배해서, 1차• 2차 세계대전과 같은 인 류 최악의 비극을 초래했다고 보았다. 페르 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가 제 시한 기호학/언어학을 바탕으로 구조주의가 미술계를 포함한 전반적인 사상에 지대한 영 향을 끼쳤으며, ‘글’에 대한 중요성이 프랑스 사상가들을 중심으로 제기되었다. 이를 여러 중요한 예술가들이 시각적, 청각적으로 재 현하며 점점더 확산되었다. 이 가운데 롤랑 바르트가 있었다. 데리다, 바르트, 푸코, 등 을 비롯한 ‘에크리튀르’를 다루는 사상가들 은 우선 ‘기원’에 대해 연구 및 비판이 선행되 었는데, 박서보 역시 ‘묘법’에 앞서 그의 초기 작업 <원형질>과 <유전질>에서 보이는 기원 에 대한 비판적 재현이 선행되었다. 그가 한 국적인 오랜 전통과 국제적인 경험을 바탕으 로 독특한 ‘묘법’을 발전시킬 때, 세계 각지에 서도 산발적으로 중요 미술가들이 독자적으 로 ‘쓰기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캔버스 위에 수행하고 있었다. 이러한 ‘에크리튀르’의 세 계적인 중요한 위상에도 불구하고, 박서보처 럼 작품 제목을 아예 ‘에크리튀르’로 하고 시 공간적 조건에 따라 끊임없이 발전시킨 경우 는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2) 후기묘법 후기 묘법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물에 충 분히 불린 삼 겹 한지를 캔버스 위에 붙이고,

물기가 촉촉히 남아있을 때 농부가 논두렁을 갈 듯이 굵은 연필로 선 혹은 면을 만든다. 형태가 완성되고 물기가 완전히 사라졌을때, 작가가 체험한 자연풍경, 맛 등을 담아낸 색 (수성 물감)이 칠해진다. 작업과정에서 그는 무한히 긁어내기를 반복하면서 ‘공(空)으로 색(色)을 깎는다. 동양의 ‘공’은 그저 주어진 ‘무’(無)나 의도치 않게 밀려오는 ‘허’(虛)가 아니다. 수천 번 수만 번 색을 긁어내며 반복 하는 ‘수신’을 통해 겨우 다다르는 ‘순수한 비 움’이 ‘공’이다. 체험된 ‘색’이 전제되지 않는 다면, ‘공’을 이루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박 서보는 “모더니즘 그림처럼 작가가 자기 생 각을 화면에 가득 채워서 독자에게 보이는 것은 일종의 폭력으로, 그림이란 자신을 쏟 아붓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비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관람객들이 그 비워진 곳에 들어가 평안해지도록 하는 것이 미래의 예술 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비워진 그곳에서 관람객들은 예술이 주는 감동에 따라 42.4℃ 의 뜨거운 열정에 휩싸일 수도, -23.9℃의 추 상같은 비판성에 몸을 떨 수도 있다."18) 이것이 바르트의 글쓰기 영도의 ‘이론’이 고, 박서보의 묘법 0도의 ‘실행’이다. 여기 서 ‘이론’과 ‘실행’의 차이는 ‘에크리튀르’와 ‘ 묘법’의 차이만큼 구별된다. 바르트는 글쓰 기를 ‘에크리방스’(écrivance)와 ‘에크리튀 르’(écriture)로 구분한다. ‘에크리방스’는 권 력이 개입되는 혹은 권력이 잠재한 공식적 인 담론 구성이고, ‘에크리튀르’는 비권력적 이고 개인적이며 창조적인 글쓰기이다. 영도 의 에크리튀르란 ‘중립적 글쓰기’나 ‘백색의 글쓰기’로, 저자의 어떤 가치 판단도 개입되 지 않는 순수한 글쓰기를 일컫는다. (3) 글쓰기와 요리 삼각형 19) 서구 사상가들은 언어를 ‘음성언어’와 ‘문자 언어’로만 분류하여 논쟁했다면, 마티에르(물 질, 재료)를 늘 사용해야 하는 미술가들은 의 미보다 신체와의 직접적 관련성이 더 중요한 ‘몸의 언어’를 발견하고 발전시켰다. 예를 들 어, 이브 클라인은 여성의 나신을 붓처럼 사용

18) 상기 글은 페로탕 갤러리(파리)의 보도자료(Park Seo-Bo, « Ecriture », 12 octobre — 21 décembre, 2019)에 쓰인 심은록의 글을 인용했다. 19) 이 파트는 필자의 “묘법의 0도를 향한 여정”( ‘스타일 조선’, p.36-37, 2019.1.)을 인용, 수정 및 발전시켰다. 20) 장 미셀 바스키아와 같은 ‘그래피티’ 작업은 ‘날 것’(Cru)과 ‘익힌 것’(Cuit) 사이를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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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거나 인체 탁본을 했다(<인체 측정 Anthropométries>, etc. 1958-60). 백남준은 자신의 머 리카락에 먹물을 묻혀, 화선지 위에 굵고 긴 선 을 그렸다(<머리를 위한 선禪>, 1962). 이를 로 만 야콥슨(Roman Jakobson)의 ‘음운 삼각형’에 서 착안한 끌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éviStrauss)의 ‘요리 삼각형’(triangle culinaire)과 비 교해 볼 수 있다. 백남준이나 이브 클라인의 글쓰기는 자연, 즉 몸을 그대로 도구 없이 사용하는 ‘날 것’(Cru) 의 강함과 에너지 분출을 보여준다. 반면에 싸이 톰블리, 안토니 타피에스 등의 그림은 아주 고 급스러운 용기가 필요한 ‘익힌 것’(Cuit)의 고상 함과 운율을 보여준다20). 오래된 담벼락의 금이 나 깊은 산속의 끊어질 듯 이어지는 오솔길처럼 그렇게 쓰기의 자취를 남긴다. 신체성의 중첩을 보여주는 이우환의 쓰기는 확실히 ‘발효된’(fermenté ou Pourri) 맛이다. 박서보의 경우, 유화물 감을 캔버스에 칠한 후, 물감이 마르기 전에 연 필이나 철필로 선을 그리는 70년대 ‘초기 묘법’ 에는 ‘익힌 맛’, 좀더 정확히는 약간의 ‘발효된’ 맛이 가미된 익힌 맛이 난다. 반면에, 82년부터 한지를 사용한 ‘후기 묘법’에서는 한지의 물질성 과 동양화의 묘법 정신이 중첩되며, 조금도 느끼 하지 않은 담백한 ‘발효된 맛’, 즉 자연의 개입으 로 인해 오랫동안 숙성된 맛이 난다.

"박서보,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 홍익대에서 박서보는 창조성에 대한 엄격함 이 각인될 수 있도록, 1960년대부터 교실 입구 에 패널 벽을 세우고 아래와 같은 교훈을 적어 놓았다. (1) 나(스승)를 닮지 말라 (2) 어떤 역사에도 부채를 지지 마라(역사의 위대한 예술작품과 닮게 하지 말라) (3) 너희들끼리 닮지 말라(동시대 작가들과 도 닮지 마라). 이 세 가지 외에도 자신에게 엄격한 박서보 는 또 다른 규칙 하나를 자신에게 추가했다. 바 로 “(4)나 자신을 닮지 말라”이다. (1)의 ‘나’는 스승, 선배, 위대한 예술가들을 지칭한다면, (4) 의 ‘나’는 과거의 나를 의미한다. 시대가 변하면 그림도 변해야 하는데, 예술가들은 똑같은 일 을 계속 반복하며, “매너리즘에 빠져서 변하지 못하고 스스로 과거의 성공에 매달려 있다”며, 박서보는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작가들은 이러한 행위가 자신의 작품을 심화하는 것 이라고 말하는데, 그것은 심화가 아니라 자기가 자 기를 먹고, 자기가 자신을 모방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변화하지 않으면 추락하고, 변하면 추락 한다.’라는 말이다.

그는 항상 새로운 작품을 위해 변화를 추구 하나, 그러나 정보전환의 속도가 빠르고 모든 것이 빨리 변화하는 시대의 리듬에 맞춰 숙성 과정 없이 빨리 발표하면 그만큼 준비되지 않 은 작업을 보이기 때문에 실패한다며, “나는 4, 5년을 남이 안보는 데서 시도하다가, 새로운 시 도가 내 신체처럼 체화되었을 때야 비로소 발 표한다. 좋은 술이 되려면 숙성 기간을 오래 가 져야 하는 것과 같다.”라고 말한다. 2019년 올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되었 던 박서보의 회고전의 제목 "박서보,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는 작가의 삶을 한 마디로 요약 했다. 그는 "20대부터 평생 쉬지않고 매일 14 시간씩 작업을 했다."21) 오늘날의 그의 성공 뒤 에는 이 같은 끊임없는 노력과 수련이 바탕이 되었다. 그래서 그는 그의 회화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회화는 자신을 갈고 닦는 수련의 도구이다. 수도승이 목탁을 두드리듯 반복되는 행위에서 나를 비워 내며, 이러한 수신을 통해 '미아지경 (美阿之境)'에 도달한다." | 파리지성 심은록 |

21) 박서보는 뇌경색으로 쓰러지고 몸 반쪽을 움직이기 힘들어지고 2015년 심근경색으로 3차 수술까지 받으면서야, 14시간씩 했던 작업을 조금 줄여 10시간씩 작업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신작 <묘법>은 조수의 도움없이 직접 제작하며 다리가 마비될 정도로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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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아홉번째, 소나무 작가협회전

연(緣) : 무형의 너울 (onde immatérielle) | 전시 기획 – 김현숙(미학 박사, Paris 8대학 강사) |

50여 명의 한국 작가들로 구성된 소나무 협회는 올해도 그림 같은 바스티유 디자인 센터에 서 정기전을 통해 새로운 작품을 소개한다. 지난해의 소나무 전시 < 간 (閒, 틈새) >에 이어, 이번에 예술가들은 <연(緣) : 무형의 너울(onde immatérielle)>이라는 주제로 만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49명의 소나무 작가들과 6명의 초대작가(김순기, 김창렬, 박인경, 방해자, 정하민, 진유영)가 함께하여 더욱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소나무 협회 이영인 회장은 1세대 작가들과의 교류와 기록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번 전시를 계기로 시작하는 작가들의 인터뷰를 담은 영상도 준비하고 있다.

< 연(緣) : 무형의 너울(onde immatérielle) > 지난 2018년 전시인 ‘간’이 두 개의 가시적인 것 사이에 침묵, 쉼, 빈 공간, 일시 정지된 시간을 가리킨다면, 이번 2019년 전시 ‘연 ‘은 구체적으로 그 사이를 연결하는 빛이나, 그림자와 같은 만질 수 없는 파동이나, 혹은 공기와 같이 보이지 않는 파동을 묘사한다. 단어 연(緣)의 근원은 ‘끊긴 천을 실로 감치어 다시는 풀어지지 않 도록 단단하게 묶어 놓음’을 의미한다. 인연(因緣)이나 연고(緣故)라 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두 존재 사이에는 우연히 아무것도 창조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담은 그 용어는 하늘을 나는 연에 매달린 실을 상기시킨다. 끊임없이 엮여진 시간과 공간에 따라,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 음과 양의 공간이 교차한다. 궁극적으로 모든 것이 원인과 결과 의 관계에 연결된 대상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연’은 예술 작품 안에 서 획과 색과 공백을 통해, 작품과 예술가와 관객들 사이에서 무수한 무형의 파동로 나타난다. 1900-1940년대에 태어나 식민지 시대에서 자라고 한국 전쟁을 경험한 예술가들을 프랑스의 1세대라고 한다면, 1950-1990년대에 태어나 한국 경제 성장 시기에 자란 대부분의 소나무 작가들은 2세 대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두 세대를 분리해서 표현한다 해도, 결 국 그 모든 예술가는 21세기의 동시대에서 함께 활동하며 그들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하는 한 시대의 동반자이다. 한국과 프랑스의 이중문화를 지닌, 두 세대 예술가들은 각각 다 른 인과관계를 가지고 각자 회화, 사진, 비디오 및 설치 작품으로 ‘연’ 주제를 다르게 해석한다. 무형의 ‘연’은 그들의 작품 속에서 수많은 ‘ 너울’같이 다면적으로 그 모습이 드러날 것이다. 바스티유 디자인 센 터 (Bastille Design Center)의 광대하고 위풍 당당한 역사적 공간 에서, 두 세대 예술가들의 만남을 통해 창조된 ‘연’의 숨결이 담긴 작 품들은 당신과 함께 시공간을 통해 새로운 ‘연’을 만들어 낼 것이다. 참여 작가 : 고송화, 곽수영, 권순철, 권이나, 금영숙, 김명남,

김상란, 김시보, 김선미, 김춘환, 김현숙, 김형준, 류명희, 문 민순, 문창돈, 민항기, 박병훈, 박수환, 박우정, 박인혁, 백승 수, 백철, 손광배, 손석, 손차룡, 심고우리, 신현덕, 오세견, 유 혜숙, 윤애영, 윤혜성, 이배, 이영인, 이유, 이은영, 이효성, 임 명재, 장광범, 정대수, 정재규, 정희정, 조돈영, 진효석, 최현 주, 한홍수, 홍영희, 홍일화, 홍현주, 훈모로 소나무 작가 협회(Association des Artistes SONAMOU)는 파리 의 대표적인 재불 한인 예술가 단체로 1991년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 로 활동하던 25명의 한국인 예술가들에 의해 창립되었다. 다국적 예술협회로 활동을 하다 2001년, 공동 작업실인 ‘아르스 날(Artsenal)의 철거를 계기로 ‘소나무 작가 협회’(Association des Artistes SONAMOU, 현회장 이영인)로 재탄생 되었다. 지금까지 150 명이 넘는 예술가들이 소나무작가협회를 거쳐갔고, 현재 프랑스 에만 50여 명의 정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프랑스, 한국, 미국 등 여 러 지역에서 정기전 및 국제교류전, 다양한 기획전을 개최하고 있다. 전시 기간 : 2019년 11월 21일부터 11월 24일까지 개막 행사 : 11월 21일 (목요일) 17시부터 20시 전시 장소 : 바스티유 디자인 센터 BASTILLE DESIGN CENTER

74, boulevard Richard Lenoir 75011 Paris

(전화 : 01 48 06 67 99)

개방 시간 : 13시부터 19시까지, 24일 일요일-13시부터 18시

e-mail : parisonamou@gmail.com facebook : www.fb.com/artistes.sonamou web : www.sonamou.com Instagram @parisonamou Décembre 2019 (vol.897)_15


노오란 우체통

용기를 내어 보시라, 하하하 『마침내 미술관』이라는 책을 낸 분이 있다. 서울 미술관의 설립자이고 유니온 제약의 오너 인 안병관 회장이다. 아는 분에게 그에 관한 이 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가 젊은 시절, 길을 걷던 그는 황소 그림에 꽂혀 그림 한 점을 샀다고 한다. 이중섭의 황소

였다. 물론 그것은 진짜가 아니고 사진이었다. 그는 그 강렬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고 언젠가 이 진짜 그림을 사리라고 마음먹었다. 그 후 그 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받은 월급으로 그림을 사 기 시작했다. 20만 원 받을 때 25만 원짜리 그림 을 사서 아내에게 월급대신 갖다주었다고 했다. 물론 그것 때문에 부부 사이에 싸움이 일기 도 했지만, 그래도 그림에 대한 그의 마음을 멈 출 수 없었다. 30년 동안 이어진 그림에 대한 사 랑과 열정으로 그는 결국 미술관의 주인이 되었 다. 그리고 그의 다짐대로 그는 이중섭의 작품 「 황소」를 35억에 구매하게 된다. 그는 단지 이중 섭의 「황소」만을 소장하게 된 것이 아니다. 수도 없는 많은 작품을 소장하게 되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림을 좋아하는 사 람의 일생은 결코 가난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안병관 회장도 그림 한 점을 구매 하면 한 달이든 두 달이든 돈이 부족해 쩔쩔매 는 생활을 해야 했던 시기가 있었을 것이다. 그 래도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소장하고 싶은 마음에 오히려 열정을 불태웠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한 점 두 점,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을 소유 하게 되었고 마침내 남들은 한 점만 있어도 엄청 나게 생각할 작품을 수도 없이 소유하게 되었다. 안병관 회장은 크리스천이다. 자기가 십일조 를 드리는 것에 대해서 간섭하지 않겠다는 약속 을 받고 결혼을 했다고 할 정도로 믿음이 신실하 다. 그리고 그는 선한 사업을 많이 하는 분이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림을 사랑하는 분의 마음 이 왜 그렇지 않겠는가? 나는 주변에 알고 있는 화가들을 존경한다. 그들의 삶은 늘 구도자와 같고, 당장의 가치가 실현되는 것 같지 않은 끝없는 작업에 몰두한다. 그중에서도 화가 이배 장로님을 알고 같은 시대, 같은 땅에서 살고 있음이 감사하다. 안병관 회장 이 이중섭의 황소를 보고 느꼈을 감동이나 내가 이배 장로님을 알면서 느끼는 느낌을 크게 다르 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늘 자기의 작업이 하나님 의 사역에 작은 불씨라도 될 수 있기를 바라는 이 장로님의 마음을 안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이 땅에서 영감을 구해도 이 장로님은 하늘에 뿌리 를 내린 영성으로 작업되기를 원하시는 분이다. 이번에 새 생명 10주년을 기념하면서 작은 전시회를 연다. 굵직한 수많은 전시회에 비해 기 획이나 여러 면으로 부족한 점이 있어도 전시회 를 여는 마음만은 최고로 정결하리라 생각한다. 할 수만 있다면 그가 내놓은 작품들이 성도들의 가정과 사무실에 걸려서 그의 삶과 예술을 추적 하며 제 2의 안병관 회장 같은 사람들이 많이 나 오면 좋겠다. 20만원 벌 때 25만원짜리 그림을 사던 사람 의 용기를 내어 보시라. 하하하. 2016년 10월 파리 퐁뇌프 담임 목사 김 승 천

재불한인 생활편익 전화번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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