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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COUTANCES 레지던스 작가 단체전

COURANCES ART CENTER 7 RUE JEOFFROY HERBERT, COUTANCES, 50200 FRANCE

21.Déc - 31.Déc 2019 VERNISSAGE _ le 21 décembre 2019 à 14h 김민진, 김은미, 박선영, 송지연 SARL PARIS-JISUNG 오명은, 장정금, 정숙향,7 추영호 Rue Geoffroy Herbert 50200 Coutances ÉDITEUR : NACK-SUCK, 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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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전시 3개

문제적 전시 3개 리옹 비엔날레, 볼탕스키, 베이컨

[좌] 제 15회 리옹 비엔날레 전시 풍경, Fagor 옛공장, 2019, photo by sim eunlog. [중] Christian Boltanski, Réserve : Les Suisses morts, 1991 Boîtes en métal, photographies noir et blanc, 12 × 23 × 21,3 cm (chaque boîte) ; 6 × 4 cm (chaque photo) IVAM, Institut Valencià d’Art Modern, Generalitat Photo © IVAM, Institut Valencia d'Art Moderne © Adagp, Paris, 2019 [우] Francis Bacon, vue de l'exposition « Bacon en toutes lettres »(2019.9.11-2020.1.20) (c) Centre pompidou_Philippe Migeat

프랑스적이며 장소 특정적(site specific) 전시로 가장 인상적인 전시는 2007년부터 2016년까 지 그랑팔레에서 개최되었던 ‘모뉴멘타’ 전시였다. 한 작가가 면적이 2,700m2에 달하는 그랑팔 레에 한 작품 혹은 한 연작으로 전시를 하는 기념비(모뉴멘타)적 전시였다. 이처럼 훌륭한 전시 가 재정적인 문제와 또한 그랑팔레의 장소성을 감당할 만한 작가를 찾지못해서 더 이상 개최되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의 모뉴멘터 전시 개요 개최년도

작가

출신국가

전시제목

2007

안셀름 키퍼 Anselm Kiefer

독일

Chute d'étoiles

2008

리처드 세라 Richard Serra

미국

Promenade

2010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Christian Boltanski

프랑스

Personnes

2011

아니쉬 카푸어 Anish Kapoor

영국

Leviathan

2012

다니엘 뷔렌 Daniel Buren

2014 2016

에밀리야와 일리야 카바코브 Emilia et Ilya Kabakov 황용핑 Huang Yong Ping

프랑스

Excentrique(s)

러시아

L'Étrange Cité

중국

Empires

베르사유 궁전에서도 역시 프랑스적이며 장소 특정적 전시가 개최되고 있지만, 장소가 너무나 강한 힘을 뿜어내기에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업일지라도 이곳에서 빛을 발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 기에 2014년, 이우환 작가가 베르사이유 정원에서 전시 할때, 공간과 타협하여 전시를 한 것은 지 혜로운 처사였다. 모뉴멘타의 훌륭한 작가들 가운데 황용핑이 올해 10월 미술사로 영원히 들어갔 다. 10월 말, 황용핑의 갤러리인 카멜 므누르 갤러리(Galerie Kamel Mennour)가 부고장 형태의 2_le journal PARIS JISUNG


문제적 전시 3개

메일을 보내주었는데, 거기에는 단지 « 황용 핑 1954-2019 »(Huang Yong Ping 19542019)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지금까지 받아 본 부고장 중에 가장 충격적이었다. 별세했다 는 어떤 설명도 없이, 늘 받아보던 작가 이력 서에 다만 ‘사망 년도만’ 추가되었다. 인생은 « 탄생 년도-사망 년도 »로 함축할 수 있다 는 볼탕스키의 언급이 실감되었다. 현재 열리 고 있는 퐁피두 센터의 볼탕스키 전시에는 바 로 이같은 작품이 있다.

“물이 섞이는 바로 그곳” 모던을 건너 뛴 리옹 비엔날레

Christian Boltanski, vue exposition « Faire son temps» (2019.11.132020.3.16) photo by sim eunlog.

모뉴멘타와는 다른 양상으로, 프랑스적이 고 장소 특정적인 세 개의 흥미로운 전시가 있 는데, ‘문제적 전시’로 현재 미술계의 논란이 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리옹 비엔날레로 ‘형 편없다’는 악평을 받고 있다. 두 번째는 프란 시스 베이컨의 전시로 따분하고 지루하며 지 나치게 현학적이라는 평판을, 세 번째는 볼탕 스키의 전시로 어둡고 때로는 혐오적이라는 평이 있다. 반면에 필자의 개인적 소견으로는 리옹 비엔날레는 감독의 교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흥미롭기에 놓치기는 아까운 행사이 며, 베이컨과 볼탕스키의 전시는 올해 파리에 서 본 가장 훌륭한 전시였다. 이 세개의 전시 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싫어하는 사람들의 반 응이 거의 극과 극일 정도로 다른데, 그 이유 를 생각해 보는 것 역시 흥미롭다.

프랑스에서 면적으로는 세 번째, 대도시 권 인구수로는 두 번째인 산업도시 리옹에서 제15회 리옹 비엔날레(Biennale de Lyon)가 2019년 9월 18일부터 2020년 1월 5일까지 개최되고 있다. 리옹 비엔날레는 국제적이면 서도, 동시에 프랑스 적이고, 리옹 만의 독특 한 특징을 잘 살린 행사이다.

| 심은록 (SIM Eunlog, 전시기획 및 미술비평가) |

이번 리옹 비엔날레는 이전과 비교하여, 파고(Fagor 폐공장) 전시장에 들어가는 입

[상] 제 15회 리옹 비엔날레 전시 풍경, Fagor 옛공장, 2019, photo by sim eunlog. [중] 드워 앤 지켈 (Daniel Dewar & Gregory Gicquel), 제 15회 리옹 비엔날레 전시 풍경, mac LYON, 2019, photo by sim eunlog. [하] 르네 레비(Renée Levi), 제 15회 리옹 비엔날레 전시 풍경, mac LYON, 2019, photo by sim eunlog.

구부터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리옹 비엔날 레’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티에리 라스파 이’(Thierry Raspail)라는 인물과 ‘미술관과 비엔날레의 밀접한 관계’이다. 라스파이는 티에리 프라(Thierry Prat)와 함께 1991년 리옹 비엔날레를 설립하고, 그 첫 회부터 지 금까지 28년간 예술감독을 맡았으며, 1984년 리옹 현대미술관(mac LYON) 개관부터 관장 을 역임했었다. 그가 은퇴하고, 이사벨 베르 톨로티 (Isabelle Bertolotti)가 리옹 현대미술 Décembre 2019 (vol.898)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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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의 새로운 관장으로 취임하는 동시에 리옹 비엔날레 감독이 되었다. 베르톨로티 감독하 에, 팔레 드 도쿄 (Palais de Tokyo)의 큐레 이터 그룹(Adélaïde Blanc, Daria de Beauvais, Yoann Gourmel, Matthieu Lelièvre, Vittoria Matarrese, Claire Moulène, Hugo Vitrani)이 전시기획을 맡았다. 감독의 교체 가 비엔날레의 성격을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만들었다. 원래, 리옹 비엔날레는 하나의 주 제를 정해서 3회 동안 6년간 진행되어왔다. 13회(2016년), 14회(2017년), 15회(2019 년)의 주제는 ‘모던’(Moderne)이었다. 올해 가 결론과 같은 마지막 회였기에 내심 많은 기 대를 하고 갔는데, '모던'이 아니라, '컨템포러 리'로 바로 시대를 뛰어넘었다. 13회와 14회 비엔날레가 모던과 컨템포러리를 잘 조화한 훌륭한 전시였기에, 15회는 모더니즘을 극복 한 새로운 '모던'이 나올 것 같았기에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올해는 미국 시인이자 문학가인 레몽 카 르페 (Raymond Carver)의 시집 제목인 '물이 섞이는 바로 그곳' (Là où les eaux se mêlent) 이 비엔날레의 제목이다. 이는 리옹의 '론강' 과 '손강'이 합류하는 지리적 특성을 반영하 면서, 동시에 전세계에서 온 56명(팀)의 참 여작가들의 예술이 서로 섞인다는 의미이기 도 하다. 또한 미술공간과 일반 도심 공간과 의 벽을 허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 서, 비엔날레는 이번에 옛날 공장이었던 파고(Fagor) 공장, 젤랑 (Gerland) 구역, 리 옹 현대미술관(mac LYON), 외에도 도심 지역의 다양한 공간에서 전시와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파고 공장의 전시는 지나치게 넓은 공 간(29 000 m2)을 감당 못하는 듯, 첫 눈에 는 작업들이 조잡해 보이고, 장소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 만, 퍼포먼스 댄스 그룹들이 작품 사이사 이를 지나다니며 공연을 하자 작품들이 생기를 찾았다. 마치 디즈니랜드 영화에 서 ‘숲 속의 잠자는 공주’가 깨어날 때, 요 정이 잠들어 있는 모든 생물들을 요술봉

1) [출처] 해외문화홍보원 http://www.kocis.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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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깨우듯이, 그렇게 작품들이 살아나 는 광경은 신기하다 못해 신비로웠다. 리옹 현대미술관의 전시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우선 미술관의 3층과 4층 을 듀오 작가인 드워 앤 지켈 (Daniel Dewar & Gregory Gicquel)에게 헌정했다. 비엔날 레 전시에 한 팀에게 이처럼 과감하게 공간 을 배려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물론 국가 관 전시를 제외하고). 이 두 작가는 프랑스 미술비평가 협회(ADIAF)가 수여하는 2012 년 마르셀 뒤샹 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프랑 스 측에서 많은 공을 들여 키우는 작가들이 다. 이들은 그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다양하 고 해석이 풍부한 흥미로운 작업들을 꾸준히 해내고 있는 것을 보면, 창의성과 재능을 타 고난 데다 열심히 노력하는 작가들임을 알 수 있다. 2층에는 르네 레비(Renée Levi) 작 가의 전시가 펼쳐졌다. 그 동안 이 작가를 몰랐던 것이 이상할 정도로 대담하고 다 양하며 자유로운 연출을 보여준 작업이 었다. 드워 앤 지켈과 레비 작가들(이 작 가들과 작업에 좀더 상세한 정보에 대해 서는 파리지성 ‘불어판’ 참조)의 작품을 본 것만으로도 리옹 비엔날레를 방문해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더욱이 파고 전시장에 서 작품들이 퍼포먼스 하는 사람들에 의 해 깨어나는 ‘마술’(magic)을 보려면 더욱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이외에도 미처 소 개하지 못한 흥미로운 많은 작품들이 있 다. 리옹 비엔날레는 세계적인 추세에 따 르지 않고 독자적인 성격을 분명히 보여 주는 보기 드문 비엔날레이다. ‘미술의 보 편성’을 추구하기 보다는 ‘독특성과 지역 특정적 전시’를 추구하기에 호불호가 극 명히 갈린다. | 심은록 (SIM Eunlog, 전시기획 및 미술비평가) |

리옹 비엔날레에 한국의 젊은 작가 세 명, 이미래, 이요나, 임민욱이 초청되어 작업을 보이고 있다. 이들 세 작가에 대 한 소개는 ‘해외문화홍보원 싸이트’를 인 용 한다.

“이미래 - 1988년생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 미대 조 소과를 졸업, 한국을 바탕으로 작업활동을 펼 치는 이미래 작가는 동적인 조각 작업을 진 행, 점성의 액체가 복잡하게 엉킨 선과 관을 순환을 순환하고 퍼지는 유기적 기계를 연상 하게 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작가는 철, 실리 콘, 점토 등의 재료를 사용하여 지배와 복종, 호감과 반감, 온화와 폭력 등 감정의 양면적 관계를 탐구하는 작업을 계속해오고 있다. 프랑스 현지 언론사 리베라씨옹 (Libération) 지는 ‘이번 비엔날레 테마에 잘 어울리는 작 업’이라 언급하였다. 이요나 - 1988년생 부산 출생, 뉴질랜드 오클랜드 를 베이스로 둔 작가 이요나는 기하학적 형 상의 대형 설치작업을 소개하였다. 이번 비 엔날레에서는 수백 미터의 스테인레스 철 파 이프를 절단하고 용접하여 정교한 선형 구조 를 형성하는 설치 작업을 선보였다. 도시공간 과 가정에서 접하는 요소들을 결합하여 자신 의 작품에 일상의 초현실적인 모습을 담아내 려는 그녀의 시도는 공간과의 관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특히 현지 주요 언론 중 하나 인 르몽드(Le monde)지에서는 이요나의 작 업을 섬세하고 창의적이라 호평하였다. 임민욱 - 1968년 대전 출생, 서울을 베이스로 두 고 활동하는 임민욱 작가는 조각,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작업을 바탕으로 변화하는 한국 사회에 대한 감상을 필두로 작업을 선보여왔 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그는 일본 강점기 당 시 그 의미가 왜곡된 한국의 삼베 수의에 영 감을 받은 작품을 전시했다. 얼마 전까지 세 탁기를 제조하던 공장에 물 위에 떠 있는 삼 베 수의를 설치한 작품을 선보이며 공간과 기 억에 대한 탐구를 제시하는 작품을 소개하였 다. 르몽드(Le monde)지를 비롯 Bfm.tv, La Presse.ca 등 다수의 문화 언론 전문 사이트 에서 임민욱 작가의 작업을 언급하며 관심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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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피두에서의 어색한 두 만남: 볼탕스키와 베이컨 • 프랑스적인 너무나 프랑스적인... 퐁피두 센터에서, 프랑스 대표 작가 중 의 한 명인 크리스티앙 볼탕스키(Christian Boltanski, Faire son temps. 2019.11.132020.3.16)와 영국의 대표 작가 중의 한 명인 프란시스 베이컨(Bacon en toutes lettres, 2019.9.11-2020.1.20)의 전시가 각각 개최 되고 있다. 전시 전체의 구조나 설정이 프랑 스적이다. 프랑스 작가인 볼탕스키의 전시야 그렇다고 할지라도, 영국 작가인 베이컨의 전 시까지도 프랑스 적으로 근사하게 기획한 것 은 어떤 찬사라도 부족한 훌륭하고 놀라운 전 시다. 프랑스적으로 재해석했기 때문에 찬사 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해석을 보여주 었다는 것에, 좀 더 정확히는 관람객들로 하 여금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지평을 열어주 었기에 찬사를 하는 것이다. 서구 회화에서 비 움(여백)을 용납할 수 없었던 습관이, 프랑스 에는 여전히 남아서 미술관 전시에서도 그대 로 드러난다. 루브르 박물관이나 유명한 성( 城)의 미술관에 가보면, 모든 벽마다 예외없 이 작품으로 가득 찼고, 그것도 모자라 천장에 는 천장화까지 있다. 마치 이브 클라인이 벽으 로 가든 찬 ‘비움’(vide)을 전시(1958, chez Iris Clert)한 것과 같은데, 다니엘 뷔렌이 지 적한대로, “‘비움’이 아니라, 조금의 여지도 없 는 갤러리의 하얀 벽을 보게 하기 때문”이다. 퐁피두의 이번 볼탕스키와 베이컨의 전시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자신들의 채 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깊은 허무와 처절 한 비움도 보여주었다. 또한 프랑스의 지적인 유희도 잘 드러낸 전시였다. 볼탕스키와 베이컨은 에리니에스(Erinyes 복수의 세 여신)가 줄곧 쫓아다니는 듯한 죽

음, 두려움,고통을 다룬다는 커다란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이 두 작가의 ‘다름’은, ‘반대’라 는 특징보다 더 먼 거리를 느끼게 하는 ‘다름’ 이었다. 다른 어두움이며 비교할 수 없는 죽음 의 묘사이다. 그리스 비극에서 ‘에리니에스’( 복수의 여신들)가 아테나 여신의 강권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에우메니데스’(자비의 여신들) 로 어색하게 바뀌는 그 이질감이 그대로 느껴 진다. 그러나 그만큼 더 흥미로운 울림을 주 고있다.

• 크리스티앙 볼탕스키의 에리니에스

작품들은 다행히 조용한 편이다. 하지만 이는 착각으로, « 끓는 물 속의 개구리 »(boiling frog)였다. 첫 번째 영상 <기침하는 사람>은 개구리가 끓는 물 안에 들어가면 깜짝 놀라 뛰 쳐 나오듯이 관람객들은 뛰쳐 나온다. 반면에 그 뒤에 이어지는 작품들은, 마치 개구리가 점 점 따뜻해져서 끓게 되는 뜨거운 물에 들어가 죽는줄 모르고 있다가 죽게 되는 것 같았다. 전시는 영상, 천, 비스킷 상자, 검은 옷, 등을 마티에르로 다양한 작품들이 펼쳐진다. 수많 은 사진들이 벽지처럼 벽에 가득히 전시되었 는데, 가만히 사진을 들여다보면 사진 속의 인 물들은 사랑하는 여인과의 댄스를 하며 행복

[좌] Christian Boltanski, L’Homme qui tousse, 1969 Film 16 mm, couleur, sonore, durée : 2 min. 44 sec. Caméra : Jean-Claude Valésy et Alain Thierry ; distributeur : Light Cone Vue de l'exposition « Time/Zeit », Darmstadt, Institut Mathildenhöhe, 12 nov. 2006-11 fév. 2007 Centre Pompidou, Musée national d’art moderne, Paris, achat, 1975 © Darmstadt, Institut Mathildenhöhe, Photo © Wolfgang Günzel © Adagp, Paris, 2019

[우] Les Regards, 2011 Christian Boltanski, vue de l'exposition «Lifetime», Jérusalem,The Iraël Museum, 2018 Archives Christian Boltanski © The Israël Museum, Jérusalem Photo © Elie Posner © Adagp, Paris, 2019

붉은 전등으로 만든 <출발 DEPART>이 라는 친절한 문구 아래로 관람객이 전시장으 로 들어간다. 들어가자 마자, <기침하는 사람 >(1975, 영상)과 마주친다. 내장을 다 긁어내 며 나오는 듯한 소리와 몸속 깊은 곳의 피한 방울까지 다 쏟아내는 듯한 피를 토하는 영상 은 1초도 견디기 힘들기에, 관람객들은 황급 히 다른 전시실로 이동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 미소를 짖거나, 아니면 아주 재미있는 스펙 터클을 보는 듯 수명 혹은 수십명의 인물들이 한 곳을 바라보며 미소 짖는다. 그런데 이들은 2차대전을 겪은 사람들로, 그냥 전쟁을 겪은 것이 아니라, 아우슈비츠에 끌려가 죽은 유대 인이거나 아니면 이들을 아우슈비츠로 끌고 간 군인들의 전쟁 전 모습이다. 사실 이들의 미래를 이미 알고 있는 관람객들은 사진 속

2) 이 글의 일부는, 심은록, <볼탕스키와 베이컨의 듀얼: ‘반대’보다 더 먼 ‘다름’, 월간미술 12월호, p.88-90에서 발췌 및 인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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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인물들의 미소가 밝으면 밝을수록 더욱 무 겁고 어두워진다. 사진이 잘 보이도록 백열등 모양의 전구는 빛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둠을 더욱 강조하는 패러독스를 보여준다. <미스터리>라는 영상으로 된 삼부작은 볼 탕스키의 예술기법을 잘 보여준다. 그는 남미 의 파타고니아에 우주의 비밀을 담고 있다는 고래의 전설을 찾아 간다. 거대한 세 개의 스 크린 중에 하나는 바다의 지평선을 통해 우주 에 대한 질문과 그 대답을 듣기 위한 항해가 연상된다. 가운데 스크린은 해변가에 여러 개 의 나팔이 세워져 있다. 이 나팔은 강한 바닷 바람에 의해 소리를 낸다. 이 소리가 고래의 노래에 가깝다고 한다. 고래 소리란, 우주에 대한 비밀을 암시하는 것이나, 그 누구도 이 노래를 이해할 수 없으니 공허함만 남는다. 그 리고 마지막 화면에는 고래의 유골이 해변에 널려 있다. 고래의 죽음은 우리가 우주의 비 밀을 영원히 알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작품의 전개는 볼탕스키가 가장 즐기는 플 롯의 형태이다. 그는 이처럼 21세기의 구체 적이고 현실적인 신화를 창조하고, 순례를 하 게 만든다.

복하는 ‘현재성’을(‘영원성’이 아니라) 여전히 뿜어내고 있으며, 그의 작업에서 힘과 젊음이 분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회고전’이 아니라, 프랑스 식의 흥미로운 기 획전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 제목인 “en toutes lettres”는 ‘분명하 게, 명확하게’라는 의미로 일반적으로 쓰이지 만, 글자 그대로 직역하면 « 모든 문자(문학) 에서 »라는 의미다. 베이컨과 문학과의 관계 를 조명한 이 전시는 제목이 암시하듯 책(문 학)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작품들이 전시되 고 있다. “문학 없는, 책이 없는 삶을 어떻게 상상 할 수 있는가? 이는 기막힌 원천이며 상상의 샘이다.”라고 독서 광이었던 프란시스 베이컨 은 말한다. 전시는 베이컨의 연인 조르쥬 다이 어(George Dyer)가 자살한 그 해부터 베이 컨이 사망한 1992년까지의 60여점의 작품으 로 이뤄졌다. 이 전시장 안에는 작은 여섯 개 의 방이 있다. 각 방에는 어떤 장식이나 그림 도 없이 단지 한 권의 책만 벽에 걸려있고, 어 두운 방에서는 그 책의 일부가 낭송되고 있다.

비록 크게 40여점의 다양한 스타일의 작 품으로 구성된 전시이지만, 이 작품들은 모뉴 멘타처럼 커다란 하나의 작업이다. 재잘재잘 떠들기 좋아하는 프랑스인들도 이 전시를 관 람하면서는 입을 차마 열지 못한다. 입구처럼 ‘출구’에도 <도착 ARRIVEE>이라는 파란색 전등으로 쓴 글이 친절하게 출구를 안내한다. 하지만, 그 출구를 나서면 볼탕스키가 묘사한 세계가 실제로 펼쳐질 것만 같다. 볼탕스키의 전시를 통해 한 꺼풀의 눈이 벗겨져 세상의 실 재모습을 보게 될 것 같은 불안함에 차마 출구 를 나서기가 두렵다. 이 전시를 관람한 후에, 조금 예민한 사람들이라면 족히 일주일은 악 몽에 시달려야 할 것이다.

첫 번째 방에는 그리스 3대 비극작가 중 의 한 명인 아이스킬로스의 비극 『오레스테이 아』 3부에서 « 에우메니데스(자비로운 여신 들) »가 읽혀지고 있다. 베이컨은 『오레스테 이아』에 지속적인 문학적 영감을 받았다. 삶 에 있어 ‘비극의 알레고리’로서의 그리스 비극 은 위에서 언급한 1971년 그의 동반자인 조르 쥬 다이어의 자살로 인해 베이컨에게는 ‘죄책 감의 알레고리’가 되었다. 동성 연애자였던 그 는 세 명의 애인이 있었으며, 다이어는 두 번 째 연인이자 그림의 뮤즈였다. 그 당시 영국에 서 동성연애는 불법이었다. 1971년 10월, 생 존 작가로는 피카소가 처음으로, 베이컨이 두 번째로 그랑팔레에서 전시를 개최하는 대단 히 영광스럽고 중요한 전시였다. 이처럼 대단 히 중요한 전시 오프닝 전날, 8년간 동반자였 던 다이어가 자살했다. 워낙 중요한 전시 때 문이었는지 베이컨은 전시 오프닝에 그의 모 습을 드러냈고, 작업에서 보이는 동물적이 감 성이 아니라, 이성적이고 냉철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베이컨은 다이어의 죽음과 여러 친한 지인들의 죽음을 동시에 겪으면서, ‘오레스테 이아’는 더 이상 알레고리가 아니라 그 자신 의 삶이었다. 그는 복수의 세 여신인 에리니에 스 (Erinyes)에게 쫓기기 시작했고, 친구들에 게도 자신이 « 악마, 재앙, 불행에 끊임없이 쫓기고 있다 »고 말했다. <삼부작 1973년 5 월-6월, Triptyque mai-juin 1973>에는 과 다한 진정최면제를 음독한 다이어가 욕실에 서 괴로워하고 있다. 자살의 고통, 곧 다가올 죽음에 대한 공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작

• 프란시스 베이컨의 에우메니데스 1971년 10월 그랑팔레와 1996년에 퐁피 두 센터에서 베이컨의 회고전이 이미 두 차례 개최됐었다. 비록 이번 퐁피두의 전시가 또 비 슷한 유형의 회고전이었다고 할지라도, 미술 관계자들은 순례하듯이 이번 전시를 관람했 을 것이다. 그만큼 베이컨의 작업은 시대를 극 6_le journal PARIS JISUNG

[좌] Francis Bacon, Oedipus and the Sphinx after Ingres, 1983 Huile sur toile, 198 x 147.5 cm Collection Berardo, Lisbonne © The Estate of Francis Bacon /All rights reserved / Adagp, Paris and DACS, London 2019 © The Estate of Francis Bacon. All rights reserved. DACS/ Artimage 2019. Photo: Prudence Cuming Associates Ltd.

[우] Jean-Auguste-Dominique Ingres : Oedipe explique l'énigme du sphinx, 1808 – 1000


문제적 전시 3개

품 화면에는 밝은 삶의 세계와 어두운 죽음의 세계가 명료하게 구분되고 있는데, 고통을 적 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는 다이어는 이미 삶의 세계가 아니라 어둠의 세계에 속해 있다. 베이컨의 <앵그르에 의한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Oedipus and the Sphinx after Ingres, 1983)은 원과 수직으로 기하학적으 로 구성되었지만 여러 다양한 소실점이 존재 한다. 바닥으로 향하는 수직선들은 일반적인 원근법을 벗어나 바닥과 수직적이지 않기 때 문에 전체 구성이 불안하다. 건물이 금방이라 도 무너질 것 같다. 인간, 동물, 오브제 등이 보이는데 그림자도 없다. 왼쪽에 있는 날개를 가진 것은 스핑크스의 모양이다. 그러면 그 앞 에 발을 붕대로 감싼 사람은 오이디푸스일까? 그림 상단 가운데 어둠 속에 있는 것은 오이 디푸스와 베이컨을 끊임없이 쫓아다니고 있 는 에리니에스이다. 오이디푸스는 “아침에는 4발로 걷다가, 점 심에는 2발로 걷고, 저녁에는 3발로 걷는 것 이 무엇인가?”라는 스핑크스의 질문에 « 인 간 »이라고 재치있게 대답하지만, 사실 그 자 신은 인간도 운명도 몰랐다. 베이컨은 이러한 오이디푸스에 그 자신을 투영했다. 이처럼, 전시는 책과 관련하여 이어진다. 그리스 비극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니체의 « 비극의 탄생 »을 읽게 된다(제2실). 토머 스 스턴스 엘리엇(1888~1965)의 방(3실)도 있는데, 베이컨을 그리스 비극으로 인도한 것 은 엘리엇의 « 가족의 재회 »라는 시극이었 다. 이 극에는 그리스 비극에서 나오는 합창 이나 복수의 여신들이 등장하고 있다. 네 번 째 방에는 미셀 레리스(Michel Leiris)의 « 투우술의 거울 »이, 다섯 번째 방에는 조지 프 콘래드(Joseph Conrad)의 《어둠의 심장 (Heart of Darkness)》이 마지막 여섯 째 방 에는 조르쥬 바타이유(Georges Bataille)의 «연대기, 사전 ChronIque, dIctionnaire » 의 한 단락이 각각 낭독되고 있다. 방을 나오 면 이 책들과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연결되 는 베이컨의 작업이 펼쳐진다. 이 방에서 나오면 어떤 연유에서 인지, 갑 자기 그림 속의 ‘살덩어리’가 잠시 에포케(ep-

oché, 판단중지判斷中止)되고, 공간이 먼저 보이기 시작한다. 언제나 재빠르게 시선을 잡 아 끌어 다른 곳을 볼 수 없게 만들었던 베이 컨의 검붉은 살(고기)덩어리들보다, 이 살덩 어리가 처해있는 공간이 먼저 보이는 것은 처 음이었다. 너무나 강렬한 고기덩어리에 가려 져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공간은 이 살덩어 리들과는 충격적일 정도로 전혀 다른 세계이 다. 에드워드 호퍼의 공간(오히려 공간에 의 해 사람이 가려진다는 의미에서)이 보이는 듯 도, 데이빗 호크니의 공간(현대적 언어로 표 현된 환영적 공간이라는 의미에서)도 오버랩 된다. 아니 오히려 이들의 공간보다 더 미니멀 적이며 말쑥한 공간이 갑자기 낯설게 다가온 다. 아틀리에에 입주한 후, 한번도 청소한 적 이 없는 것으로 유명한 베이컨의 환경을 생각 하면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공간구성이다. 하지만, 이 공간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듯한 기하학적이면서 불안한 공간으로 그곳에 처 한 고기덩어리(사람, 동물, 등)은 한없이 수축 되고 기형화 될 것 같다. 지금까지 베이컨의 작업을 볼 때 ‘살덩어리’에 의해 ‘공간’을 해석 했는데, 반대로 ‘공간’에 의해 ‘살덩어리’가 해 석이 되자, 지금까지와는 다른 비극적 시각이 엄습했다. 이처럼 다른 지평에서 베이컨의 작 업을 볼 수 있게 해준 퐁피두 센터의 전시에 찬사를 보낸다.

• 아테나의 서투른 개입

Henri de Toulouse-Lautrec, “Yvette Guilbert chantant Linger Longer Loo”, 1894. Gouache sur carton, 58 × 44 cm. Moscou, Musée Pouchkine.

영국 구대륙의 데미안 허스트가 죽음의 계 보학을 통해 보여주는 ‘부정성’과 미국 신대륙 의 제프 쿤스가 키치와 가벼움을 통해 보여주 는 ‘긍정성’은 양극적인 흥미로운 비교를 불 러일으킨다.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 크리스 티앙 볼탕스키는 아우슈비츠와 우연성의 유 희를 통해 ‘어두움’을 전파한다면, 다니엘 뷔 렌은 그의 기하학적 트레이드 마크인 8.7cm 의 스트라이프를 통해 공간과 빛의 유희를 향 유하게 한다. 무정하고 사실적이며 비전통적 인 ‘외부의 몸’을 보여주는 루시안 프로이트 와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내면 의 살’을 보여주는 프란시스 베이컨, 등 이런 명료한 ‘반대’는 오히려 작가들의 비교를 가능 하는데, 막상 주제나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느 낀 볼탕스키와 베이컨은 ‘반대’가 아님에도 너 무나 다른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 다름의 어 색하고 어정쩡한 비교가, 마치 아테나 여신의 강권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에리니에스’(복수 의 여신들)가 ‘에우메니데스’(자비의 여신들) 로 바뀌는 것과 같다. 예술의 도시 파리에는 퐁피두 전시 이외에 도 다양한 전시가 풍성하게 개최되고 있다. 팔 레 드 도쿄 미술관에서는 언제나처럼 실험적 인 전시(Futur, ancien, fugitif)가 개최되고 있고, 그 맞은 편에 위치한 파리 시립 현대미 술관에서는 새로운 다양한 작업을 골고루 보 여주는 한스 아르퉁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서거 500주년을 기념하여 대규모 전시가 열 리고 있는데, 지나친(?) 성공으로 인터넷 상 으로만 티켓 구입이 가능하며 이 마저도 올해 는 대부분 매진되었다. 현대미술을 위한 카르 티에 재단은 상반기에는 라틴아메리가 작가 들을 보여주는 ‘남부 기하학, 멕시코에서 불 의 땅까지’라는 전시를, 하반기에는 ‘우리 나 무들’이라는 고품격의 현대 이슈를 잘 보여주 는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그랑팔레에서는 ‘뜰 루즈 로트랙’, ‘그레코’의 개인전이 각각 열리 고 있다. 이처럼 프랑스 미술관들이 각각 특 징을 살리며 올 연말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

| 심은록 (SIM Eunlog, 전시기획 및 미술비평가) | Décembre 2019 (vol.898)_7


문제적 전시 3개

심문섭, 프리마 에네르기아 3 한국의 조각가 심문섭은 1994년부터 샤티용(Châtillon, Hauts-deSeine)에 아틀리에를 두고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작업하고 있다. 그 의 전시 ‘나무와 걸어가는 일 – 심문섭의 목신’이 현재 경기도 파주시 블루메미술관 전관(http://bmoca.or.kr)에서 2019년 9월 21일부터 12월 29일까지 개최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목신(木神)> 연 작을 미공개작과 더불어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파 리지성에서도 오늘날의 조각의 정체성을 묻고, 심문섭의 작업을 소 개하고자 한다.

• 21세기에 묻는 조각의 존재이유?

바퀴>의 탄생과 함께 조각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그 존 재이유를 물었다. 이후 현대미술에서는 '조각'과 '설치'의 경계가 점점 더 애매해지고, 21세기에는 이제 '조각'보다는 '설치'라는 분야가 더욱 친숙 해졌다. 그런데, 심문섭의 조각을 보고 있으면, 상기 질문에 대한 답이 시각화되어 관람객에게 제시된다. 그의 조각 작품은 그것이 넓 은 전시장에 '설치'처럼 전개되었다고 할지라도 '조각에서 확장된 설 치일 뿐', 여전히 '조각'의 느낌이 강하다. 그때문인지 심문섭은 '조각가'라는 묵직한 명칭이 잘 어울리는 드 문 작가이다. 그는 1943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났고, 지금도 '한국의 나 폴리'라 불리는 통영을 주거주지로 살며 활동하고 있다. 그는 1965년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1984년 홍익대 조소과 석사를 취득했다. 1968~70년 국전에서 문공부 장관상과 국회의장상을 수상하고, 1970 년 한국 아방가르드협회(AG)회원으로 새로운 전위적 작업을 했다. 파리청년비엔날레(1971, 1973, 1975)에 참가하면서 프랑스와 한국 을 중심으로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한다. 1987년에는 시카고국 제아트페어에,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에 백남준과 함께 한 국 대표작가로 초청받았다. 이어 1996년에 바젤국제아트페어에 참석 하고, 최근에는 한국국립현대미술관에 개인전(2017)에 초대받는 등, 다수의 중요한 개인전과 단체전에 초대받았다. 그는 헨리무어대상전 우수상 수상(1981), 김세중 조각상, 한불문화상, 프랑스 예술문화 훈 장 수훈을 수상하고, 1985~2008년 중앙대 조소과 교수로 재직하고, 그 뒤 동대학 명예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 '섬'을 춤추게 하는 바다

[상] (좌로부터) 신성희, 김창열, 이우환,심문섭, 파리 주 드 폼 미술관에서, 2003 [하] ‘심문섭, 자연을 조각하다’(2017.7.14.~10.9.)의 전시풍경,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7,

1826년, 조세프 니세포르 니에프스(Joseph Nicéphore Niépce)가 8 시간의 노출 끝에 탄생시킨 <르 그라의 집 창에서 본 조망>이라는 인 류 최초의 사진은 회화의 정체성을 흔들고, 그 존재이유를 묻게 되었 다. 이로부터 87년후 1913년, 뒤샹의 첫 레디메이드 작품인 <자전거

심문섭의 조각은 전통적 개념에서 벗어나 한국 조각의 혁명을 가 져왔다. 그래서 그의 조각을 ‘반(反)조각의 조각’이라고도 부른다. 반면에 그의 조각을 보면, 자연이 떠오르고, 자연이 시공간화되는 듯 하다. 최근에 좋은 전시로 호평받았던 ‘자연을 조각하다’ (국립현대 미술관, 2017.7.14-10. 9, 과천)도 이러한 느낌을 더욱 공고히 했다. 이 전시에는 그의 초기작품부터 최근작품까지 100여점이 펼쳐졌다. 그는 1994년부터 샤티용(Châtillon, Hauts-de-Seine)에 아틀리에를 두 고 여전히 프랑스와 한국을 규칙적으로 오가며 작업하고 있다. 그가 최초로 외국에 예술항해를 떠난 것은 1971년 파리 청년 비엔날레였으 며, 그 뒤 중요한 여러 국제전에 초대받았다. 특히 2007년에는 프랑스 문화성의 초청을 받아 팔레 루아얄 공원에서 개인전 ‘섬으로’는 프랑

3) 이 글에서 출처가 없는 인용문은 2017년 국립현대 전시 도록의 글 <심문섭, 마티에르의 시간성을 드러내다> 을 준비하며 행해진 필자와 심문섭 작가와의 수차례의 인터뷰에서 인용되었다. 4) 이와 같이 함으로써, 심문섭은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대신 자연의 개입을 최대화함으로써, 그 마티에르 자체에 있는 "내면의 물성"을 최대한 끄집어내어 시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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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전시 3개

[좌] 심문섭, '섬으로'의 전시풍경, 팔레 루아얄 공원, 2007.

[우] ‘심문섭, 자연을 조각하다’(2017.7.14.~10.9.)의 전시풍경,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7,

스 관람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했다. 이 덕분에 그는 프랑 스 예술 문화 훈장을 수상했다. 팔레 루아얄 공원에서 있었던 전시는 프랑스 문화부, 코메디 프랑세즈 (국립 연극장), 루브르 박물관, 콩세 이 데타 (프랑스 최고 행정법원), 등 문화, 정치, 경제가 밀집된 곳으 로 정치인, 관광객, 비지니스 맨, 등이 오가는 분주한 지역이다. 그런 데, 회랑으로 둘러싸인 이 공원에 들어가면 갑자기 세상이 정지된 듯 하다. 1628년에 건축되고, 1642년 루이 14세가 머무르기도 했던 이 곳은 “해묵은 연못”(마츠오 바쇼)처럼 역사의 물결이 중첩된 곳이다. 때로는 단체 관광객들이나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들며 도심의 소음을 묻혀온다. 고요한 연못에 개구리가 뛰어든 듯 파문이 일지만, 이들이 지나가면 또다시 정적이 밀려온다.

• '프리마 마테리아'에서 심문섭의 조각 작업은 주변에서 흔히 발견되는 마티에르이자 가장 기본이 되는 마티에르(프리마 마테리아 prima materia)를 사용한다. 그의 조각은 다양한 마티에르를 사용함에도 마치 원래부터 그랬던 것 처럼 그렇게 자연스럽다. 이는 그의 작업 대부분이 자연이 준 소재를 최 소한으로 변경되기 때문4 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그가 대 학생일때부터 ‘물질 개론’을 공부하듯이 가능한 많은 마티에르를 연구 하고 실험했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 조소과 시절에는 주변에서 흔히 발 견할 수 있는 일반적인 조각의 재료인 ‘나무, 돌, 철, 점토’ 등을 사용했 다. 그는 주변에서 발견될 수 있는 모든 마티에르가 그의 작업의 소재가 될 수 있다고 보았고, 이를 실험했다. 그는1960년대 말 국전을 준비하면 서, « 산업 사회가 준 소재들, 예를 들면 스테인리스스틸, 아크릴, 등 » 을 사용하며« 속도감 있는 재료에 매료되어 직선적인 일 »을 했다. 1980년대 들어서면서 좀더 자연적인 소재를 찾는다. 우선 그는 돌 로 작업을 했다. 그는 « 돌의 하드[단단한]한 특성 »에 매료가 되었 고, 이 특성을 좀더 철저하게 밀고 나갔다. 처음 돌을 썼을 때는 인공 적으로 형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돌 그 자체의 단순한 형태를 이용

했다. 하지만, « 돌에게는 시간의 흐름 따위가 느껴지지 고, 돌의 하 드한 것을 해결하기 위해 찾은 재료가 점토 »였다고 작가는 설명한 다. 점토가 갖는 표정은 다양하고 민감했으며, 시간의 흐름을 공유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점토의 물성에 의지하게 되고, 반대로 작 가의 의지가 약해지고, 그의 생각을 나타내기 힘들었다. 이를 그는 « 내 표현 의지에 한계가 있었고, 내 쪽으로 끌어당기는 재료가 필요하 다고 생각 »했기에, 이 문제를 해결할 다른 마티에르를 찾았고, 그렇 게 찾아낸 것이 나무였다. 하지만, 또 뭔가 « 신선한 감각이 부족한 것 같아 그는 쇠를 사용 »하게 된다. « 쇠는 인간이 만든 것이므로 현재적인 표현이 가능 »하기 때문이다. 그는 물질들과 소통하며 때 로는 의지하기도 때로는 달래가며 작가의 의지를 이해시키기도 했다. 이와 같이 한 마티에르에서 또다른 마티에르로 나아갔지만, 그의 작 업을 마티에르를 기본으로 시기별로 나눌 수는 없다. 그가 새로운 마 티에르를 알기 위해서 일시적으로는 좀더 새 마티에르에 집중하기는 했지만, 그는 이 오랜 자연의 친구들과 지속적으로 꾸준히 관계를 유 지한다. 즉, 나무를 하면서도 흙을 생각하거나, 아니면, 나무와 쇠를 조합하여 작업을 한다.

• '프리마 에네르기아'로 ...5 "섬과 섬 사이를 바다가 이어주면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다 – 심문섭, ‘바다 2’에서

심문섭의 작품은 ‘공기, 물, 빛(불), 흙, 나무, 쇠, 등’과 같은 기본적 인 마티에르(프리마 마테리아)를 사용하면서도, ‘공기’에 흐름을 가 미하여 ‘숨’이나 ‘바람’이 되게 하거나, 물에 빛을 더하여 '빛방울'로 반사하게 하거나, 나무와 쇠처럼 서로 다른 물질들을 만나게 하여 울 림을 주고 있다. 신비하고 시(詩)적인 이러한 흐름과 울림이 그의 작 품을 아르테 포베라, 모노하, 미니멀 아트, 등의 다른 작품들과 구별되

5) 이 단락은 필자의 다음 글에서 인용 및 발췌하였다 : 심은록, <심문섭, 마티에르의 시간성을 드러내다> in 국립현대미술관 도록, 2017. 6) Cf. 심문섭, ‘바다 2’, in 심문섭, 『섬으로-시, 사진첩』, 서울 : 에이엠아트, 2017, p.25. 7) 이일 외 지음. 『심문섭 : 현전에서 제시로』 , 서울 : 학고재, 2008,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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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전시 3개

게 하며, 공간적 특성을 살려 그 만의 독특한 섬을 만든다. 더 중요한 것은, ‘운율있는 시처 럼 그의 섬도 출렁인다는 사실이다. 섬과 섬 사이를 출렁이는 바다 혹은 흐름이 있는 대기 가 이어주기 때문이다’6. 뛰어난 작가라면 자 신만의 독특한 섬, 즉 예술세계를 만들 수 있 을 것이다. 하지만 훌륭한 작가는 그 섬이 움 직일 수 있도록 외부와 관계를 맺게 하여 그 울림을 시화(詩化)하고 시각화한다. 심문섭의 예술은 아르테 포베라나 모노하와 ‘근대에 대한 저항’이라는 넓은 의미의 공유점 도 있었지만, 이러한 운동과는 확실히 구별된다 고 피에르 레스타니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의 많은 평론가는 그를 아르테 포베라나 모노하와의 관계 속에 위치시키려 고 해왔다. 그러나 아르테 포베라에 특징적 인 노스탤지어의 우울함은 그의 작품에는 보이지 않는다. […] 그는 모노하의 미니멀 적이고, 몸짓만으로 그치는 형식적인 도표 화의 의지도 공유하고 있지 않다.” 7

아르테 포베라와 모노하는 물, 불(빛), 공 기, 흙과 같은 ‘prima materia’(프리마 마테 리아, 근원적 마티에르, 근본적 물질, 원소, 요 소) 를 중시한다. 심문섭은 이미 언급한 4원 소뿐만 아니라, 동양의 5대 요소 중의 하나인 ‘나무’와 또한 현대의 산업적인 요소인 ‘제작 된 철’도 포함시킨다. 특히, 그는 각 마티에르 마다 ‘본질적인 정신’이 있다고 보고, ‘prima energia’(프리마 에네르기아, 근원적 에너지 혹은 흐름)을 지각한다. 이는 명상이나 학문 적 연구를 통해 획득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니 라, 몸으로 직접 마티에르와 부딪히고 싸우고 타협하면서 체험적인 감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의 작품은 마티에르에 대한 근본 적 감각을 전달해 주기에, ‘샤머니즘적’이라 는 해석도 있다. 이처럼 마티에르 안에서 흐 르는 ‘prima energia’가 드러나면서, 여기서 부터 위에서 언급했던 미술운동들과 본격적

으로 차별화되기 시작한다. 이우환은 “아르테 포베라는 형이상학에 반대하면서 다시 형이상학으로 돌아가는 경 향이 있다”면, 모노하는 “현상학적인 양태” 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그러나, 심문섭은 도 가사상(道家思想)적인 배경 덕분에 ‘자연 철학’에 머물면서, 마티에르에 있는 정신을 ' 현전'시킨다. 그는 “나무 속에 ‘정신’이 숨쉰 다”며, “나무의 에너지 혹은 본성을 ‘목신’ 이라고 부른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철, 흙, 물, 공기도 각각 에너지[에네르기아] 혹 은 본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현전>, <토 상>(Thoughts on Clays), <목신>(Wood Deity), <메타포>(Metaphor), <제시>(Presentation)와 같은 연작들이 등장한다. 이렇게 다 양한 마티에르, 구성, 성격의 작품이 나오게 된 계기에 대해, 가토오 요시오가 묻자 심문 섭은 예상치 못한 대답을 했다. 그는 “이전 작 업과 지금 작업에 변화가 없다고 생각한다” 며, “ ‘따뜻하다, 차갑다’라는 순환작용에 의 해 같은 것이 된다”라고 말한다. 그는 “순환 과 반복의 에너지로 충실한 실재 속에서 생 명의 원형과의 만남을 제시 (presentation)할 것이며, 이것을 다시 되새김(representation) 하여 생명의 속삭임과 두근거림을 담아내는 일을 실현할 것이다. 순환성이야말로 살아 있 음의 또 다른 이름일 것이다.” 라고 설명한다. 불교의 '윤회'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수수께 끼같은 이 대답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기 원전 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연철학자들 은 복잡한 현상세계를 4개의 ‘아르케’(arche 만물의 근원요소)인 ‘물’, ‘불’, ‘공기’, ‘흙’ 으로 정리했다. ‘4원소설’은 플라톤과 아리스 토텔레스에 의해서 발전되며, 2천 년 넘게 서 양세계의 기본적인 물질관으로 계승됐다. 이 러한 물질관이 1960년대 말과 70년대 초에 다시 한번 주목을 받은 셈이다. 이미 ‘4원소 설’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서구에서는 ‘원소’, 즉 ‘근본 물질’(prima materia)에 초 점을 두었다면, 동양에서는 오행설의 ‘행’, 즉

우주만물의 ‘운행변전’(運行變轉, cf. prima energia)에 좀 더 관심을 가졌다. 여기서 상기 언급했던 서구 미술운동의 아 이러니를 발견할 수 있다. 근대에 저항하며, 많은 동서양의 미술가들은 소크라테스 이전 의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데는 성공했다. 그 런데, 상기에서 이우환이 말한것처럼, 서구미 술운동은 다시금 ‘존재의 사건성’을 망각하 고, 플라톤에서 니체로 전개되는 형이상학적 전철을 다시 밟고 있다. 하지만, 심문섭은 도 가적 자연에 머물며, 프리마 마테리아에 담겨 있는 프리마 에네르기아를 현전하게 하고 있 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서로 다른 것 들의 관계를 조성하고, 새로운 환경을 제공 한다. “나는 최소한의 관여를 통해 나무, 흙, 불, 물, 돌, 철판 등 즐겨 사용하는 물질들이 간직한 내면의 물성을 끄집어내어 시각화하고, 이질 적인 사물들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맺어준 다. 이때 발생하는 미지의 불확실성은 주위 환경 구조마저도 새롭게 변화시킨다.”

동시에 작가는 플라톤 이래 2000년 넘게 치유되지 못한 큰 질환인 ‘자기 동일화’에 대 해서도 경계를 풀지 않는다. 그는 “표현의 과 정에서 신체와 소재와의 관계가 불확실할 경 우 소재와의 자기 동일화를 불러일으키고 공 간, 물질, 시간이라는 모든 요소가 필연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고 말한다.12 무조건적인 자연과 주체의 대화가 아니라, “현 주체 로서 의 나의 위치”를 한계 짖고 명료하게 함으로 써 자기 동일화의 치명적 오류에서 벗어나며, 열린 관계를 제시한다. 심문섭의 시 '바다2'에 서처럼, 고립되어 보이는 섬들을 바다가 이어 주고 섬들이 바다의 파도 리듬에 맞춰 춤추는 것처럼, 그의 예술은 섬과 같은 각각의 개체 를 연결시켜주고 그 리듬에 맞춰 춤추게 한다. | 심은록 (SIM Eunlog, 전시기획 및 미술비평가) |

8)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 병행전시로서, 아르테 포베라와 모노하를 비교하는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전시가 개최되었는데, 전시명이 ‘프리마 마테리아’(Prima Materia·미술관 푼타 델라 도 가나, 2013.5~2015.2)였다. 9) SIM Eunlog, L’art de l’ambiguïté - Dialogue et promenade avec Lee Ufan, Corée du Sud, Séoul : Hyundae Munhak, 2014 10) 이일 외, op.cit. p. 333. 11) Ibid. p.373. 12) Ibid. p.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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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COUTANCES 레지던스 작가 단체전

제 3기 Coutances 레지던스 작가 단체전 김민진, 김은미, 박선영, 송지연, 오명은, 장정금, 정숙향, 추영호 (총 8명) 김민진

작가노트

당연하게 생각했던 내 삶의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 함을 느끼게 되는 타국 생활. 그 중에서도 가끔 나와줘서 반갑고, 충분하지 않아서 더 아름답고, 풍요롭지 않아서 더 감사한 ‘빛’ 에 대해 생각을 해 봅니다. 작업을 하기 위해 떠나 온 이 곳에선 실내에 머무는 시 간이 많습니다. 화창한 낮에도 말이죠. 내가 머무는 공간을 찾아 온 빛과의 숨박꼭질이 시작되 는 순간입니다.

꾸탕스에서 작업하며 발견한 빛이 나에게 그러하듯, 'ever glow series' 도 유연한 모습으로 가슴속까지 스며 드는 따뜻함과 찬란함을 선물하기를 바랍니다.

김은미

작가노트

Trace 60×80cm collage

ever glow series 2-빛과의 숨박꼭질_38X46cm_mixed media_2019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온 아름답고 찬란한 빛은 어 느날엔 물고기로, 어느날엔 무지개 롤케이크로, 또 어느날 엔 터널이나 지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모습을 바꾸며 나타났다 사라지는 빛의 형상들은 달팽 이 모양의 계단, 오래된 가구의 모서리, 창문틈 등에 살 포시 내려 앉아 어서 숨박꼭질하자고 나한테 아는 체 를 합니다. 먼저 다가와 주지만 조금만 망설이면 이내 사라져버 려서 주의해야 하지요. 가끔은 오래 머물기도하는데 이 럴 땐 마치 나에게만 비밀 이야기를 살짝 속삭이는 착 각이 들게 합니다. 때로는 그 시각적인 파장이 마음까 지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온기로 변하기도 하는거죠.

나의 작업은 일상에서 관조하는 자연, 사람들, 사물들이 모티브가 된다. 모든것들은 시간성에 따라 모습들이 시간 의 흔적을 남기고 퇴색된다. 그 퇴색된 바랜듯한, 자연스 런 낡은 아름다움을 주목 해서 작업을 한다. 자연스러움은 인위적이지 않다 그런 속에서 나는 편안함을 느낀다. 작 업과정도 흔적에 포커스를 둔다. 주로 쓰는 매체는 한지를 붙이고 찢었을때의 자연스러운 흔적들을 이용한 작업이다. 때로는 다양한 매체의 흔적을 이용하기도 한다.

매일 일상에서, 또는 작업에서 여행하는 순례자처럼 헤매고 관조하고 시간성의 흔적의 미를 찾아 다니고 있 다. 흔적의 미는 시간성의 경험에 의한 풍경, 사람들 또 는, 사물을 시각적으로 기억하게된다. 이미지는 시간이 흐 르면서 퇴색하고 잊혀져 최소한의 것만 기억과 이미지 의 잔상으로 남는다.잔상은 “Trace” 즉 시간의 흔적이다. 시간성이 쌓여야 흔적이 남는것 처럼 한지를 여러번 꼴 라쥬하고 뜯는 반복적인 포퍼먼스로 표현된다. 한국적인 정서, 즉 나의 정서를 잘 담을 수 있는 색감과 다양한 재료에 대한 연구를 통한 과정에서 자연스런 낡음의 미 가 발견될때 작품으로 완성된다. 일상에서, 여행지에서 미를 발견하듯 나의 작업도 작업 안에서 발견된다. “Trace”는 한국적인 색감의 자연스러움을 위해 하얀색 은 한지로 검정은 전통먹물을 주로 사용했다. 한국적인 색감 의 정서라는 것이 빛에 의한 우리 자연의 색이다. 각 나 라마다 빛에 대한 색 표현이 다르다. 그것은 자연을 비 추는 태양의 빛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것이 각 나라의 정 서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그들의 예술작품과 여행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것에 주목해 표현하려했다. 버클리는 경험론에서 자신의 경험에서의 사물이여야 본 질의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경험적 의미만이 시간성에 의해 흔적으로 남는다. “ Trace”는 나의 경험적 심상의 흔적인 것이다. “Trace” 작품은 작가의 경험적 이미지 심상과 무관하 게 감상자가 시각적인 각자의 경험적 느낌을 투영하 여 마음껏 상상하고 자유롭게 해석된다.

박선영

작가노트

날 캔버스에 아크릴 90X30cm 2019년

Décembre 2019 (vol.898)_11


3기 COUTANCES 레지던스 작가 단체전

날이 흐렸다 맑았다.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한다. 태양이 도시를 비추는 것같아 기쁜 마음으로 밖으로 발걸 음을 옮기지만 금새 흐려진 하늘이 실망감을 준다. 날이 맑아 좋은 날도 있지만 흐린 날도 그런대로 쉴 수 있 는 여유와 낭만을 준다. 하루의 날이 모여 삶이 된다. 기뻤다가 슬펐다가 삶도 쉴새 없이 반복된다. 행복 반, 고통 반 인생도 날처럼 참 공평하다.

송지연

작가노트

<Song of myself> 미국 시인, 월트 휘트먼의 시 제목이 다. 작가의 성 ‘Song’과 중의적인 표현으로 이번 전시에 서 작가는 나 자신의 노래를 한다. 한 해 동안 유방암 투병을 해온 작가의 시간들의 기록이라 해도 좋겠다. 자기 자신을 자꾸 들여다 보지 않을 수 없었던 시간들의 기록 을 필름 사진과 일상에서 찍은 핸드폰 영상들로 만든 < 나 자신의 노래>라 할 수 있겠다. 어쩌면 이 모든 것 이 삶에 대한 집착일지 모른다. 작가는 자신을 삶을 돌

<I remember 1.2> 작가는 지인에게 받은 필름 카메라 로 일상의 기록에 남겼다. 고향인 전주에서 병원과 집 을 오가며 찍은 사진들과 자신의 가슴을 찍은 것들이 대 부분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의 사진들에 작가는 견출지 스티커로 스스로 코멘트를 단다. 시간이 지나면서 코멘트는 바뀌어 갈 것이다. <History of my boobs 2>는 함암치료 과정에서 가슴 사진을 남겼다. 치료단계마다 변화하는 가슴의 모습을 기록하며 크리스탈 문진에 담았다. 수술 전, 수술 후, 방 사선 치료 후 등 조금씩 달라진 모습의 기록이다. 작가는 투병하면서 여성 환우들의 나약한 모습과 사회가 보는 시선 등에 화가 났다. 투병하는 시간들도 인생의 소중한 한 순간이다. 당당하게 아프고, 치료받으며 사회가 약 자를 보는 시선들을 바꿔야한다. <One year diary> 작가의 일년 동안의 핸드폰으로 찍은 셀피를 모은 작품이다. 얼굴은 가장 솔직한 마음의 거울이 다. 작가가 핸드폰으로 찍은 자신의 셀피 사진을 보는 것 을 화면기록으로 남겼다. 작가의 주관적인 감정의 흐름으로 사진들이 넘어간다. <Song of myself> 아직 정리되지 않은 자신의 작업 하는 모습을 노트북 화면 기록으로 영상을 남겼다. 그 간 찍

노란 부리를 가진 덩치 큰 하얀 새 한 마리가 4번방 창문 앞에 앉아 “구구구… 구구구…” “딱 딱 딱” 늦잠 자는 여자를 채근 하듯 지켜보고 있었다. 새벽까지 누런 전등 불빛 아래서 색과 씨름 하다가 물 감이 잔뜩 묻은 붓들을 아무렇게나 물통에 담가두고 두꺼운 덧버선을 신은 채로 습관처럼 새우 같은 모양새로 잠이 든다. 하얀 새는 매일 아침 날카로운 부리로 4번방의 창문에

쿠탕스의 하루 2019 60x60cm Acrylic on Canvas

러브 콜을 한다.

I remember

아보며 축배를 든다. 한 인간으로서, 여자로서, 이방인으로 서 남들과 달리 자신답게 살기 위해 몸부림쳤던 그 간 의 세월을 이제는 축하하며 끌어안는다. <History of my boobs>, ‘가슴의 역사’는 유방암에 걸 리고 작가가 자신의 가슴사진을 찾아보다가 만든 작품 이다. 나체의 자신을 찍으며 자신을 들여다 볼 수 밖에 없었던 인생의 기점들이 있었다. 가슴의 역사는 곧, 파란 만장했던 작가의 삶의 기록이다. 첫번째 사진은 22살 때 옛 남자친구가 찍어준 사진이다. 두번째 사진은 미 국에서 처음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실연했을 때 찍은 사진이다. 마지막은 유방암 선고를 받은 날 밤에 찍은 사 진이다. 모두 인생의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들의 기록이다. 12_le journal PARIS JISUNG

어온 사진들, 친구들에게 받은 편지들, 예전의 자신의 추 억의 사진들을 열어본다. <Love letter> 작가가 투병을 하며 심적으로 힘들 때,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다. 22명의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친구들에게 보냈고, 13개의 답장을 받았다. 그 답장들을 문진에 넣어 간직한다. <Song of myself> 의 영상속 에 그들의 편지를 보는 장면이 들어가 있다.

오명은

작가노트

쿠탕스의 금빛 아침 햇살이 노트르담 대성당을 환히 비 칠 때쯤 이면

4변방 여자는 얼굴을 덮고 있던 검고 긴 머리카락을 쓸 어 올려 볏 짚단 처럼 묶으면 늦깍이 유학생의 하루가 시작된다. 4번 방은 400년이 넘은 수도원으로 쓰였던 건축물의 4 층이다. 나무의자,,나무책상, 낮은 침대, 낡은 스탠드, 빈티지한 마루 바닥의 내부는 흡사 고흐의 방 같기도 했다. 밤이 면 성당의 은은한 불빛이 유리창안으로 고목의 그림자를 드 리워준다. 메마른 나뭇잎들이 위태롭게 달랑 달랑 거리는 평화로 운 고요 속에서도 불면의 밤을 지새웠던 그녀에게 어느 날 경이롭게도 하얀 새가 찾아와 주었다. 유년 시절 하얀 세상이 되면 손가락이 벌겋게 어는 것 도 모른 체 세모 네모 선을 긋고 이으면 하얀 새 그림이 되었 고 순백의 눈 밭은 최초의 스케치북이 되었었다. 그런 그녀가 하얀 새와 달달한 아침 인사를 나눈다. “봉쥬” 하얀 새는 알아듣기라도 하듯 “구구구…구구구…” 두리 번 거리다 날개를 펴고 허공을 가른다. 4번방 여자 는 손을 흔들며 익숙하게 화답한다.


3기 COUTANCES 레지던스 작가 단체전

“아비앙또”~

장정금

작가노트

실존하는 모든 것에는 표정이 있다. 특히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큼 강하게 전해주는 것 이 바로 사람의 표정이다. 내가 얼굴을 그리는 것은 인간에 대한 애정과 관심에서 출 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거대한 톱니바퀴 군에 의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 처럼 현대인은 사회구성원 이라는 작은 톱니바퀴로서 거대한 톱니바퀴 군에 맞물려 돌아가지 못하면 탈락하고 새 로운 톱니바퀴가 그 역할을 대신 수행하게 된다. 이렇게 사회에 속박된 현대인들은 급 속한 사회 문화 속에서 개인이 맡게 되는 역할에 적응하기에 급급하며 그로 말미암아 시스템의 부품으로서의 인간으로 전락하게 되었다.이렇게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현대인 의 실상은 마치 시장의 상품처럼 사회와 타인에 의해서 좌우되고 점차 자신과의 접 촉은 단절되어간다.나의 작품속 얼굴은 인형의 이미지를 연상 시킨다 이는 작품을 통해 자기 자신으로부터 소외 되어지는 현대인의 모습을 주체가 아닌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 보기 위함이다. 본인 작품에서 연상되는 인형의 이미지는 매개체가 갖는 비어있는 공허 감은 참다운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스스로 포기해버린 허상으로서의 인간을 함축하며 이는 곧 획일적인 현대인의 모습에 나타나는 주체성 상실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이는 현대인의 모습이자 나의 모습이기도하다. 사회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적인 태도, 단절된 대화로 인해 만들어진 소외감과 그로 인한 불안감 등은 현대인으로 하여금 공통된 심리상태를 보 이며 이러한 현대인들의 이 미지들을 감정이 억제된 무표 정한 표정으로 나타내었다. 얼굴은 감정과 분리될 수 없 는 상호연관성을 있듯이 얼 굴 속에 정신이 내재해 있다 는 조건 하에서 나의 작품 속 얼굴은 현대인의 감추어 진 내부의 심리 상태를 담 아낼 수 있는 또 다른 역 할을 할 수 있다.맥스 피카 르 (Max Picard)는 ‘참된 사람의 얼굴은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에도 강한 힘을 미치고 있다’라고 보았다 얼굴을 통해 나타난 Little girl 0716 53x45cm Oil on canvas 2016 다는 것이다.나에게 있어서 얼굴은 인간 내면의 감정과 감각을 시각적으로 잘 보여줄 수있다고 생각한다.

정숙향

다시 서울로 와서 일상에 복귀한 나는 마음의 환타지로 몽쉘미쉘을 기억하고 컴퓨터앞 에서 포토샵이라는 도구로 이질적이나 잃기싫은 나의 마음의 황홀경(Ecstasy)을 표현

환타지몽쉘미쉘

한 것이다.

추영호

작가노트

추영호 작가가 새로 발표하는 연작 鱗 (Scale 린, 2015) 은 과거 환기미술관 등 에서의 전시회를 통하여 소개하였던 그의 전작 시리즈와 비교해서 우선 그 형식에서 큰 변화가 있음을 볼 수 있다. 즉, 지금까지는 주제 물인 가옥을 촬영하여 사진을 캔버스에 접착한 후, 유화로 배경 등을 더하여 마무리함으로써 사진과 그림의 접목에서 그의 작가적 형식의 확립을 찾고 자 하였다면, 이번 신작을 통해서는 캔버스 평면, 그리고 사진 프레임 자체로부터의 일탈처럼 보이는 시도를 엿볼 수 있다. 무언가 작고 얇은 조각들이 캔버스 위에 수없이 가지런히 배열되어 마치 물고기의 비늘을 연상시키는가 하면, 어떤 작품에서는 이 비 늘들이 무리를 지어 마치 부조 (浮彫)처럼 캔버스 평면 위로 부상하고 돌출하여 자신 들의 미미한 개체성을 극복하고 그 존재의 영역을 공간 속으로 확장시키려는 듯이 보인다. 단, 추영호의 비늘은 집 모양의 작은 사진 이미지 그 자체로서, 프레임의 해체라고 보다 는 오히려 배경의 해체 또는 배제, 그리고 이런 형식을 통한 주제물과 프레임의 일체 등으로서,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공작가위로 신문이나 잡지의 사진을 오려 붙이던 것과 유사 한 맥락의 재프레임이라 할 수 있다.

작가노트

Ecstasy 황홀경 파리 투어에서 몽쉘미쉘의 하늘, 바다풍경은 나에게 마음속에 환타지로 다가온다. 시간과 공간의 사이에서 또 인간으로서 경계를 넘나들었다 생각한다. 그 시간에 그 공 간에서 나는 바라보고 바람을 가르며 그 사이에서 '나' 라는 인간은 그렇게 있었다. 이 렇게 3간(三間)은 그렇게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다. 내가 바라보는 그곳에 대한 마음의 상상의 표현은 이미지의 중첩에서 마음에 남아있 는 칼라의 잔상을 그대로 표현하였다.

도시의생활시리즈 스위스베른 45cmX53cm mixed media on canvas2018

Décembre 2019 (vol.898)_13


노오란 우체통

우리 삶 속에 겨울도 넣어두고 정 작가님, 크고 작은 일들이 하나 둘씩 다 가오고 지나가는가 싶더니 어느새 2018년도 일주일 남짓 남겨놓고 성탄이 코앞으로 다가 왔습니다. 고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그리 밝 아 보이지가 않습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도 좀처럼 풀릴 기미가 없고요. 파리는 연일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맘

14_le journal PARIS JISUNG

때면 늘 그렇듯이 온통 어수선한 분위기로 가 득합니다. 한 손에 작은 꾸러미를 들고 바쁜 걸음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저마 다 한 해를 정리하느라 바빠 보이지만 마음만 큼은 무엇보다 감사함으로 가득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올 한 해 함께 했던 분들을 한 명, 한 명 떠올려 봅니다. 그 중에서도 정 작가님과 함께해온 십년여 의 시간을 합산해서생각해 봅니다. 제가 발행 하는 동포신문 파리지성에 컬럼리스트로서 황동하시며 파리 동포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 셨고 제가 운영하는 퐁데자르 갤러리에서 개 인전과 단체전도 수차례 개최했고 또 한 제주 아트 페어에서 작가님은 퍼포먼스로 저는 강 의로 함께한 일이나 파리의 예술서이자 역사 서인 ‘k 파리지앙’에 드로잉으로 함께해 주 셔서 완성 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 밖에도 아이빈치 식당을 만들때에도 우 리는 함께 했었습니다. 제가 파리에서 이런 저런 일을 벌이는 동안 많이 도와주시고 중 요한 일들을 함께했던 작가님 그리고 소소한 일상까지도 함께해 주신 작가님과 저와의 시 간이 향기로운 순간으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정 작가님, 날씨는 점점 더 추워지고 있지 만 샹젤리제 거리는 하루가 다르게 화려한 불 빛으로 치장되고 있는 중입니다. 곧 다가올 성탄을 준비하고 있는 거지요. 예전에는 특별 한 기념일이나 행사를 준비하는 시간은 그저 완벽한 결과물을 내기 위해 거쳐야만 하는 과 정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중요하지 않은 순간은 단 한순간도 없었 던 것 같습니다. 완벽한 결과를 위해 부속품 처럼 존재하는 시간은 없습니다. 기다림의 행 복과 설렘, 갈등과 고통 역시 모두가 아름다 운 순간이기 때문이지요.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성탄이 세 상살이에 휩쓸려 지나가는 하나의 이벤트가 아닌, 가슴속에 참된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면 우리는 다시 새로운 소망을 품게 될 것입 니다. 언제나 그렇듯 2019년 새로운 한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수많은 새로운 일들이 우 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현재 상태에 머물면서 안정된 삶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순간, 성장은 멈추게 된다고요. 새해를 기다리는 우리는 언 제나 그렇듯이 큰 변화와 희망을 앞에 두고 있습니다. 아이들 마음속의 크리스마스트리 처럼, 다가오는 새해에는 모두가 꿈 하나씩을 품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날씨가 점점 추워져서 그런지 문득 나보다 힘든 처지에 있는 분들도 떠올리게 되는군요. 날이 좋을 땐 잠시 잊고 있다가도 추워지면 기 억나는 걸 보면 역시 사람은 힘들 때 어려운 사람을 기억하게 되는가 봅니다. 그래서 하나 님이 우리 삶 속에 겨울도 넣어 두고, 양념처 럼 고난도 섞어주신 걸까요? 밤처럼 생각이 깊어가고, 정 작가님 생각 도 많이 나는 시간입니다. 늘 평안하시기를.. | 2018년 12월 정 락 석 |


BRAVO, 재불작가들

Décembre 2019 (vol.898)_15


16_le journal PARIS JISUNG


정숙향, 개인전

UNBALANCED BALANCE JUNG SUK HYANG 작품들을 선보인다. “ ‘꽃’ 속에는 아름다운 자 연의 선이 있고 의인화된 아름다운 인체의 선 이 있어요. 이 선들을 중첩, 서로 교차하면서 자 연의 흐름대로 마음의 흐름대로 마음선을 명상 하며 그립니다.”

정숙향 작가의 작업노트의 한 단락이다. “나는 꽃 속의 배경이 때로는 형상으로, 꽃 속의 형상이 다시 배경으로 바뀌는 작업이 재밌다. 꽃잎들 속에서 또 다른 배경을 찾는 일은 내

정숙향 작가가 이번 파리에서의 개인전을 쿠 탕스에서 연다. 꽃을 소재로 작업해온 정작가 는 2016년부터 튤립을 그린다. 튤립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면서도 기품 있는 모양새가 지 금까지 추구해오던 마음의 선과 닮았기 때문” 이라 한다. 그래서 꽃대와 이파리를 생략하고 오로지 꽃봉오리로만 캔버스를 채웠다. 크게는 백 십 호까지 그려진 이 꽃봉오리가 그 자체만 으로도 존재감을 발휘하며 관람객들의 심미안 을 한층 높였다고 보고, 이번 파리에서의 개인 전은 튤립작업의 연장선에서 선작업을 주로 한

작가 약력 정숙향 JUNG SUK HYANG 이메일 jsh2004@naver.com

숙명여자대학교 시각 영상 전공 석사 및 동대학원 조형예술학과 박사 수료 --개인전 11회-2019 초대전 (송미영갤러리) 2019 러시아 초대전 (상태페테르부르크 게르첸교육사 범대학교) 2019 초대전 (서울창의예술교육센터 갤러리 WE) 2018 마니프국제아트페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017 마니프국제아트페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017 초대 신선미술관, 목포법원, 에코의서재 순회개인전 2017 초대 개인전 (아산병원갤러리) 2016 개인전 (가나아트 스페이스) 2015 초대 개인전 (구하갤러리) 2013 초대 개인전 (자유수호평화박물관) 2012 개인전 (AP 갤러리) - - 개 인 부 스 초 대전 및 아트페어-2019 제주아트페어 (제주메종글래드호텔) 2019 초대 조형아트서울페어 (코엑스) 2019 히즈아트페어 (임피리얼팰리스 서울 호텔) 2019 초대전 (러시아 상테페테르부르크 블라미르박물관) 2019 뉴욕 어퍼더블 (뉴욕) 2018 블랑블루 아트페어 (엠버서더호텔)

다시 말하자면, 정숙향 작가는 꽃을 그린다. 초 기부터 일관되게 꽃을 그려왔지만 어느 것 하 나 특별하지 않은 작품 없고, 어느 것 하나 소 홀하지 않은 작품 없이 시리즈를 만들어 냈다. 첫 번째는 또 다른 세계의 시공간을 품고 있는 꽃 시리즈 <화중지몽 : 꿈속의 꽃과 꽃 속의 꿈 >, 두 번째는 잔잔한 바다 위에 떠있는 꽃 시리 즈 <화중지몽 : 꿈속의 꽃과 꽃 속의 꿈>, 그리 고 금줄이나 그물망을 덧댄 꽃 시리즈 <해체된 공간의 의미들>이 그것이고 이번 작품의 제목 은 <밸런스 언밸런스>이다. 모두 꽃이라는 고정된 이미지에 관념을 결합시 킨 작품들이다.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의 조화 에서 오는 긴장감이 좋다”고 말하는 작가는 “ 앞으로도 자연과 인간, 과거와 현재, 현실과 이 상 등 사람의 상상력을 한층 더 키워줄 수 있 는 작품들로 멋스럽게 맛을 내고 싶다”고 포부 를 밝혔다.

2018 K-핸드메이드 아트페어 (코엑스) 2017 서울아트쇼 (코엑스) 2017 초대 조형아트서울페어 (코엑스) 2017 홍콩Asia Contemporary Art Fair 참가(홍콩 콘래 드호텔) 2017 초대 더 코르소 아트페어 (포항) 2016 서울아트쇼 (코엑스) 2016 브랑블루 아트페어 (엠버서더 서울) 2016 중국심천국제아트페어 참가(중국 심천) 2016 초대 힐링아트페스티벌 (코엑스) 2016 초대 서울어퍼더블국제아트페어 (DDP) 2015 초대 한국구상대제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015 초대 자라섬 미술축제 야외부스초대전 (자라섬) 2014 초대 한국구상대제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013 초대 아트서울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 - 단체전- 2019 미래의 기억들 (퐁데자르송추갤러리) 2019 해를 품다 AP111 전 (충남보령예술회관) 2019 봄 주의보 꾸탕스의 봄 화가 (퐁데자르송추갤러리) 2018 시대정신전 (성옥문화재단) 2018 BEAUTY IN GRACE (한국경제신문사 한경갤러리) 2018 AP전 (춘천미술관) 2018 코리아 아트전 (러시아 상태페테르부르크) 2018 송년전 (에코의 서재) 2017 신선미술관 송년전 (신선미술관) 2017 AP(Art Price)전 (조이갤러리)2017 위나우정기회원전 (토포하우스) 2017 제23회 현대미술한일전 (G&J 갤러리) 2017 도심속 찾아가는 미술관전 (성옥문화재단) 2017 독화와 감상 (서정아트센터) 2017 미악풍류전 (신선미술관) 2016 현대미술동행전 (서정아트센터)

겐 상상력을 넓혀주는 꿈속의 여행이다. 꽃 속에 꿈이 있고 꿈속에 꽃도 있다. 꽃 없는 꿈, 꿈 없는 꽃은 내 머릿속을 허무의 황량 한 공간으로 만드는 폐허다. 초현실주의의 스타일과 일맥상통하든지 말 든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꽃이 꽂힌 항아 리가 꽃이 되면 어떤가. 꿈이 현실이 되고 현 실이 꿈이 되는 이상이, 형상과 배경의 술래 잡기 같은 캔버스가 나는 마냥 좋다.”

최근 작업은 칠보나, 자개, 에폭시등 재료를 다 양하게 사용하여 튤립꽃을 응용한 자신만의 마 음의 컬러를 표현하고 있다. 한편 정숙향 작가는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미술 대학 조형예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로 좀더 작 업에 충실하기 위하여 전시와 논문작업에 집중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2016 예술의 지평전 (신선미술관) 2016 꽃으로부터전 (영아트갤러리) 2016 AP전 (숲속미술관) 2016 제22회 현대미술 한일전 (도쿄 쿠보타갤러리) 2016 갑자전 정기회원전 (인사아트센터) 2016 4DAY전 (가나아트 스페이스) 2016 겨울이야기전 (경민현대미술관) 2015 갑자전 정기회원전 (인사아트센터) 2015 '감각의 전이'전 (대구 수성아트피아) 2015 '인사동 피서전' (공평갤러리) 2015 광주국제현대미술전 (광주비엔날레 전시1관) 2015 기획초대전 (경민현대미술관) 2015 위나우 정기회원전 (청파갤러리) 2015 나래전 (우진문화공간 전시장) 2014 갑자전 소품전 (모산갤러리) 2014 대한민국 선정작가전 (한전아트센터) 2014 위나우 정기회원전 (청파갤러리) 2014 거르미샤티엔여름전 (해운아트갤러리) 2014 컨테이너전 (청파갤러리) 2014 나래를 펴다전 (공평아트갤러리) 2014 기획초대전 (경민현대미술관) 2013 산,수,화 전 (화봉갤러리) 2013 단원미술제 (안산단원미술관) 2013 대한민국선정작가전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분관) 2013 의정부시 시승격 50주년 기념전 (의정부예술의전당) 2013 연꽃그림 페스티벌 (시흥 연꽃테미파크 관곡지) 2013 기획초대전 (팔레드서울) 2013 위나우기획’선물전’ (토포하우스) 2012 경기북부 현대미술의 장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사) 2012 한국현대미술의 장 (서울미술관) 2012 천사의 섬을 그리다전 (한전아트센터) 2012 대한민국선정작가전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분관) 2012 제9회 의왕국제플래카드아트전 (의왕 갈미조각공원)

2011 GIFT 전 (EW 갤러리) 2011 ART WIDE전 (단원미술관) 2011 ORGANIC ART FAIR (양평 세미원) 2005 ~ 2008 숙명여자대학교 원우회 (청파갤러리) - - A w ar d s an d R ep r im a nds -2016연말 특별기획-대한민국을이끄는혁신리더 문화예술 부문 -New Maker---기타경력--2015 숙명여대 강사 역임 ---상벌사항--2011 서울여성미술대전 서양화부문 특별상 2013 제11회 단원미술대전 서양화부문 특선 -주관처 : ( 재)안산문화재단 ---디자인상품개발-디자인실용신안등록출원 2건 - 제30-0798829~30호---작품소장--(재)의정부예술의전당, 화봉갤러리, 인사아트스페이스, 신 선미술관 ㈜미성E&C, ---현재--J-ART 디자인 대표, ㈜미성E&C 디자인연구소 소장, 한 국미협, 위나우회원 2017~2020년 한국미협 디자인발전추진위원, 전시기 획위원

Décembre 2019 (vol.898)_17


3기 COUTANCES 레지던스 작가 단체전

COURANCES ART CENTER 7 RUE JEOFFROY HERBERT, COUTANCES, 50200 FRANCE

21.Déc - 31.Déc 2019 VERNISSAGE _ le 21 décembre 2019 à 14h 김민진, 김은미, 박선영, 송지연 오명은, 장정금, 정숙향, 추영호 w w w.g a le r i e p ontde s ar ts. c om

18_le journal PARIS JI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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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 _ + 3 3 ( 0 ) 6 0 7 8 6 0 5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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