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Orange_Fall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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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Orange +no. 11 Fall 2013 Work, Seek, Link

1. 삶, 그 막장으로의 초대 소설가 김훈 I Hear Your Voice 어서 와, 사회인 코스프레는 처음이지?

2. Collaboration 쎈 언니의 특별한 취향, <BLINK> 김아람 편집장

3. 談; <씨네타운19> 세 PD와 영화를 이야기하다

백서(白書) 회식,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직장 내 거짓우정, 우리는 그렇고 그런 사이


It’s not a Game


It’s Just Another Life


Work, Seek, Link


Contents

Life is Orange +no.11 Fall 2013

04~

28~

54~

72~

LETTER

SHOWCASE

CREATOR’S NOTE 2

談; 이야기하다

I Hear Your Voice

Visiting&Talking with

06~

어서 와,

56~

Cine Town 19

INTERVIEW

사회인 코스프레는 처음이지?

TREND REPORT

<씨네타운19>의 세 PD와

Hello, Pretty Boys!

영화를 이야기하다

How We Can Work and Live with Our Soul

38~

미남의 기준,

김훈의 삶,

CREATOR’S NOTE 1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다

14~

40~

Shaken, Not Stirred

Pretty Shabby

IN THE LIMELIGHT

칵테일은 사랑을 싣고

Friendship

ISSUE REPORT

Secret Notes for Vega Ad

My Job, Be Allowed to Me

‘단언컨대’ 그들은 특별했다

Our Working Places Now

우리는 그렇고 그런 사이 Rooftop or Underground 옥상과 지하, 도심 속 생기의 빛

80~

A New Perspective of

CONTEMPORARY ART

Creativity

Not a Fake, Is a Make

Naoshima,

새로운 관점이 가져다준 영광

‘페이크’ 아닌 ‘메이크’

and Setouchi Triennale

죽어가는 섬과

Alluring Bicycles

예술의 공생 프로젝트

<未生>으로 한 수 배운 어느 광고인의 반성문

78~ CATS & DOGS

그 막장으로의 초대

창조적 혁신, 어렵지 않아요 Who Creates Angry Monkeys Coming Up the Driving? 신입사원이

by Hankook Tire

화난 원숭이가 되기까지

누가 혁신을 만들어가는가?

두 바퀴의 자유, 페달을 밟다

66~

86~ 24h

이노션 백서(白書) The Devil Doesn’t

48~

To Enjoy or Not to,

88~

Wear Prada

COLLABORATION

That’s the Problem

EPILOGUE

오, 나의 팀장님!

Nevertheless,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Blink Yourself

말하는 ‘회식’

How to Stay Centered Like Them TV 속 직장의 신에게 묻는다

아람 씨의 블링크한 나날


LETTER


Life is Orange Fall 2013

Some Progress in Your Office ‘지식인은 어떤 사실을 알고 있고, 성공한 인물은 어떤 사람을 알고 있다.’ 이 말은 최근에 발간된 <관계의 힘>이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사회적인 성공을 차치하고도 우리는 ‘관계’에서 벗어난 삶을 상상하기 힘듭니다. 성인 이 되고 나서, 학교를 나와 직업을 갖고 회사라는 공간 안에 자신의 둥지를 틀게 되면, 바야흐로 본격적으로 인생의 대부분을 결정지을 ‘사회적 관계 맺 기’라는 거대한 게임 안에 편입됩니다. 그런데, 요즘 이 게임의 룰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관계가 그 사람을 말해준다’는 대전제를 제외하고는 새로운 세대, 새로운 환경과 함 께 회사의 모습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회사를 위한 혁신이 아니라, 인간을 위 한 조직으로 변화하기 위한 작은 시도들도 보입니다. 거대한 조직 안의 작 은 부품이 아니라 개인의 건강과 행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 이 실리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공존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던 전체와 개인 의 가치도 얼마든지 화해하고 서로를 격려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노션 월 드와이드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의 크리에이티비티와 조직으로서의 시너지가 필요한 기업에서 이 새로운 물결은 반길 만한 현상입니다. 새로운 생각을 담 기 위해서는 새로운 그릇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떠하신가요? 지금 새로운 생각이 필요하다고 느끼신다면, 여러분의 그릇을 다시 한 번 살 펴볼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노션 월드와이드 대표이사 사장 안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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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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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 Studio 1839

HOW WE CAN WORK

AND


Life is Orange Fall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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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WITH OUR SOUL 김훈의 삶, 그 막장으로의 초대

INTERVIEWER. 김수연 부장, 김세희 차장 (카피라이터, INNOCEAN Worldwide)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INTERVIEW

소설가 김훈은 이곳을 자신의 ‘막장’이라고 부른다. 깊고 깊은 갱도 의 마지막 벽을 눈앞에 두고 조금씩 떨어지는 가루를 소중하게 모으 는 막장 인부의 신성한 노동처럼 그도 이곳에서 한 글자 한 글자를 소 중하게 모아 빛나는 글을 완성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매일의 노 동과 그 순간의 집중을 그는 ‘밥벌이’라고 표현하고, 그래서 ‘밥벌이 의 위대함’에 공감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자신의 일과 삶이 일치되 어 흔치 않은 행복을 누리고 있다고 말하는 그와 이노션 월드와이드 의 두 카피라이터가 마주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언어를 매 만지고 있다는 공감대 때문인지 그날의 대화는 한 호흡마저도 놓치기 아까웠다.

김세희 차장(이하 김세희) 저희가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이곳에 왔 어요. 우선, <밥벌이의 지겨움>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선생님은 삶과 일 의 경계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저희는 삶으로부터 일 을 떼어놓고 생각하거나, 그 둘 사이에서 균형을 갖고 싶어 해요.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훈 쉬운 말은 아니지만, 노동과 삶이 분리되는 것이 인간 비극의 시작 이죠. 삶은 노동으로부터, 노동은 삶으로부터 끊임없이 소외되고 있어 요. 여기에서 ‘소외’라는 말은 사회구조로부터 소외 당함과 동시에, 인간 이 자기 자신의 삶으로부터 소외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현재 내 노동 은 삶과 분리되어 있지 않아요. 그 점에서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다른 이들이 나를 보고 ‘일 안 하고 노는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요 즘에는 하루에 세 시간 정도 일하고 나머지는 놀아요. 하지만 그 순간이 나에게는 가장 치열하게 일할 때예요. 일과 내 인생이 서로 다르지 않기 때문이죠. 박물관에 가면 신석기 시대 때 쓰던 돌도끼, 혹은 주먹도끼를 볼 수 있어요. 신석기 시대에 사람들이 그 도끼를 손에 쥐고 사냥을 했겠 죠? 그런데 자세히 보면, 손에 잡는 부분이 맨질맨질하게 닳아 있어요. 나 같은 사람이 그 도끼로 사냥을 해서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애쓰 며 살았겠죠. 그 도끼의 주인의 노동은 삶과 분리되어 있지 않은 것 같 았어요. 그 손잡이를 보면 인간의 고통과 슬픔과 희망이 다 읽혀져요. 그 삶을 쓰고 싶지만, 그 신석기 시대 남자의 이야기를 어떻게 쓰겠어요? 흉내를 낼 수는 있겠지만. 이제 우리는 자신의 노동을 노래할 수 없어요. 예전에는 일을 하면서 노 래를 했죠. 고기잡이의 노래, 농사의 노래, 무덤을 파는 노래, 모든 노동 에 노래가 있었어요. 그것은 삶과 노동이 분리되어 있지 않았다는 증거 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의 노동을 노래할 도리가 없어요. 김세희 선생님께서는 자신의 삶에서 절실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도 하셨는데요. 김훈 나의 삶을 직접 상대하는 것. 말로 하기는 어렵지만, 지금은 인간이 자기의 삶을 직접 주무르거나 만지거나 체험하는 것이 어려운 시대입니 다. 삶으로부터 우리를 차단하는 것이 너무 많아요. 언론 매체, 인터넷, 전자적인 장치, 책 이런 것이죠. 우리는 미디어를 통하지 않고서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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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삶이 분리되는 것이 인간 비극의 시작이죠. 삶은 노동으로부터, 노동은 삶으로부터 끊임없이 소외되고, 사회구조적으로 소외되고 자기자신의 삶으로부터 소외된다는 말이에요. 내 노동은 삶과 분리되어 있지 않아요. 그 점에서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INTERVIEW

를 이해할 수 없어요. 미디어를 통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없게 되었어요. 그래서 나는 인간과 삶 사이의 장벽을 내 글의 힘으로 걷 어내려고 애쓰죠. 내 삶과 마주해서 돌도끼의 손자국 같은 것을 글로 써 야겠다는 절실함이 있지만, 어찌 보면 허영심일 수도 있어요. 김수연 부장(이하 김수연) 저희 직업이 카피라이터이고, 또 다른 의미의 글을 쓰다 보니 순수 문학에 대한 경외심을 갖게 됩니다. 카피라이터들 은 백지에서 시작하고, 그래서 ‘백지의 공포’라는 말도 있어요. 선생님에 게도 그런 공포가 있으신가요? 김훈 이 원고지가 나의 백지이죠. 아침에 일어나면 저 백지가 딱 생각나 요. 그 공포를 이기는 길은 꾸역꾸역 한 자씩 쓰는 것 외에는 길이 없어 요. 그 괴로운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것은 내가 나를 표현해야겠다는 욕 구 때문입니다. 나를 드러내고자 하는 본능이 있죠. 그 때문에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면서 살아갑니다. 김세희 선생님께서는 소설가 이전에 기자라는 직업인으로 조직 생활을 경험하셨잖아요. 요즘에는 처세술에 관한 책도 많이 나오고 관심도 많 은 것 같아요. 선생님의 조직 생활도 궁금합니다. 김훈 처세라는 말에 나처럼 안 어울리는 사람도 없을 텐데, 나는 사표를 한 열댓 번 써봤어요. 그리고 다시 들어가고 그랬는데, 사람이 조직에 있 다 보면 불화가 생기기 마련이에요. 그럴 때 억지로 화해하려고 하기보 다 불화인 상태가 오히려 더 건강하다고 생각했어요. 쌀이 떨어지면 또 나가서 일하고, 그것이 더 건강해요. 김수연 직장이 삶의 질과 수준을 결정한다고들 하는데, 이제는 직장이 삶의 문화를 바꾸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광고 회사 를 다니면서 더 다양한 문화 생활을 경험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제 삶 의 문화도 변한 것 같아요. 작가는 어떤 변화를 겪는지 궁금합니다. 김훈 소설가가 되고 나서의 내 삶은 더 폐쇄적으로 변했어요. 나는 앞으 로도 사람은 잘 안 만나고 여생의 시간을 되도록이면 혼자 보내려고 합 니다. 그것은 폐쇄적이라기보다 나에게는 건강한 생각, 내 시간을 잘 쓰 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놀 때도 혼자서 달리고, 등산하고, 자전거타고 혼자서 깨가 쏟아지게 놀아요. 김수연 저희는 일할 때 ‘사람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해요. 끊임없이 사람을 만나고, 그 속에서 인사이트(insight)를 찾아 사람의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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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사실 우리말의 조사에는 논리적, 문법적 기준이 없어요. 사전을 찾 아봐도 그 미세한 차이에 대한 논리적 답을 찾을 수 없으니까요. 자신의 감각으로 찾아낼 뿐입니다. 그래서 나는 조사를 싫어해요. 다음 생에는 조사 없는 세상에서 태어나서 조사가 없는 모국어로 글을 쓰고 싶어요.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한 문장을 이해하려면 조사를 이해해야 합니다. 조사가 빠지면 누가 누구를 사랑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하지만 이렇게 모호한 만큼 우리말에는 거대한 자유가 있습니다. 비논리적이기 때문 에 생긴 자율적인 힘이 있지만 나로서는 힘들 뿐이에요. 그래서 <두시 언해> 같은 책 조사의 용법을 많이 찾아놓기도 했어요. 예를 들어 ‘북소 리에 사람의 통행이 끊겼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군인들이 북을 쳐서

남편은 이 쪽에서 아내는 저 쪽에서 해질 때까지

라는 말을 ‘북소리에’라고 표현할 때 ‘에’라는 조사는 매우 자유로운 역

일하면서 말 한마디를 안 해요. 일이 끝나면 남자는

할을 수행합니다. ‘날아가는 기러기에 눈물 난다’의 ‘에’는 매우 멋있고

경운기를 끌고, 여자는 머리에 수건을 쓰고 뒤에 앉아

자유롭지만 비논리적이죠. 멋있지만 나는 이런 문장을 쓰지는 않습니

집에 돌아가면서도 말 한마디를 안 해요. 그런데 그 표정을 당겨서 보면 아주 편안해 보입니다. 말 안 해도 다 아는 그런 편안함. 글로 쓰라 하면 못 쓰겠지만 관찰하고, 그런 느낌을 축적하는 것이 나만의 인사이트를 찾아가는 방법입니다.

다. 멋있지만 왠지 뽕짝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 보니 내가 쓸 수 있는 것이 쪼그라들어 이제는 한 움큼만 하게 줄어들었어요. 그것 갖고 살아야 해요. 광고 카피도 하고 싶은 말을 점점 줄여야 하니 비슷한 일이겠죠? 김수연 <바다의 기별>이라는 선생님 저서의 끝 부분을 보면 간결한 문장 을 추구한다 하시면서 <난중일기> 이야기를 하셨어요. <난중일기>는 한 문으로 쓰여진 글인데, 그 한문에서도 간결함을 구별할 수 있나요? 김훈 그럼요. 한자의 좋은 점이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 뜻을 다 알 수 있 다는 것입니다. 공자의 <논어>를 지금 읽어도 무슨 뜻인지 다 알 수 있잖 아요? 개념어가 가지는 불변하는 스타일이 있어요. 이순신 장군은 군인 이기 때문에 부대에서 일어난 일을 군인다운 문체로 기록했죠. 예외는 있어요.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 아들이 죽었을 때의 일기는 구구절절 우

음을 꿰뚫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선생님은 직접 사람을 만나지 않고

러나오는 수사가 있지만 그 외에는 그런 것이 없어요. 그 엄밀함이 무서

어떻게 사람에 대한 글을 쓰실 수 있나요?

울 정도이지요. 군율을 어긴 부하들을 엄하게 다루고, 군율에 의해 목을

김훈 사람들을 관찰하죠. 기계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좋은 고성능의 망

베기도 했거든요. 그런 날의 일기를 보면 이름이 나오고, 어떤 군율을 어

원경 네댓 개를 갖고 있어요. 멀리 있는 것을 보는 것, 풍경 전체를 보는

겨서 베었다고 쓰고 다른 말이 없어요. 하지만 그 군인다운 문체에 비통

것, 또 한 점을 당겨서 보는 것 여러 가지이죠. 자전거를 타고 강가에 다

함, 비장함이 다 들어 있지요.

다르면 그 망원경으로 건너편 풍경을 바라봐요. 예를 들어 늙은 부부가

김수연 선생님 나오신 다큐를 본 적이 있어요. 파리에서 신진 작가 아티

밭에서 일하는 풍경을 봐요. 남편은 이쪽에서 아내는 저쪽에서 해 질 때

스트 스튜디오를 방문하셨는데, 그 장소가 어지러운 것을 보시고는 ‘에

까지 일하면서 말 한마디를 안 해요. 일이 끝나면 남자는 경운기를 끌고,

너제틱 디스오더(Energetic Disorder)’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단어가

여자는 머리에 수건을 쓰고 뒤에 앉아 집에 돌아가면서도 말 한마디를

정말 놀라웠고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더라고요. 또 독어의 ‘고독’이라

안 해요. 그런데 그 표정을 당겨서 보면 아주 편안해 보입니다. 말 안 해

는 단어에 대해서도 언급하시길래 글을 잘 쓰려면 한국어 뿐만 아니라

도 다 아는 그런 편안함. 글로 쓰라 하면 못 쓰겠지만 관찰하고, 그런 느

영어, 독어, 한문을 다 공부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낌을 축적하는 것이 나만의 인사이트를 찾아가는 방법입니다.

김훈 아인잠카이트(Einsamkeit). ‘나는 홀로 있다’라는 말이죠. 우리 한

김세희 글 쓰실 때 조사 하나 때문에 치열하게 고민하신다고 알고 있어

국어로 글을 잘 쓰려면 한자를, 영어, 독어 같은 서양말을 공부해야 합니

요. 저도 카피라이터이다 보니 짧은 문장 안에 최대한 많은 것을 담으려

다. ‘가시리 가시리잇고’ ‘달아 노피곰 도다샤’ 이런 것만 가지고는 어떻

노력하게 되는데요. 그 한 단어 고르시는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게 쓰겠어요? 한자 개념어가 갖는 놀라운 조어 능력, 영어가 갖고 있는

예를 들어 ‘이’를 ‘은’이라고 바꿔야겠다고 결심하게 되는 그 판단은 어떻

논리적 구조의 완강한 틀, 독일어의 명석성을 한국어로 모두 다 표현할

게 하시나요?

수는 없습니다. 조사에 걸리니까요. 그렇다 해도 우리 모국어를 사용해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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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부가 갱도의 맨 끝에서 곡괭이로 찍어서 조금씩 떨어지는 가루를 모으는 곳이 막장이에요. 매우 거룩한 말이지요. 인간 노동의 최전선을 가리키는 말이거든요. 막장은 가장 신성한 곳이에요. 깊이의 갱도에서 뜨거운 지열을 견디면서 묵묵히 몸으로 일하는 장소처럼 이 장소, 이 자리가 바로 내 일의 막장입니다.

김훈 30여 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그의 표현대로라면 ‘전혀 뜻하지’ 않은 소설가로 등단하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살고 있다. <밥벌이의 지겨움>이라는 책을 펴낼 정도로 피할 수 없는 ‘밥벌이’의 소중함을 역설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과학적인 인식 능력을 갖추고, 구체적인 목표를 향해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갈 것을 조언하는 그에게서 일하면서 꿈을 찾고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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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그런 것들을 지향하는 힘과 정신이 있어야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생

몇 개의 글은 감동적이죠. 선생님이 제자들과 등산을 자주 했어요. 산에

각해요. 우리말로 서정시는 쓸 수 있지만, 철학을 쓸 수는 없어요. 또 논

올라보면 젊은 제자 중에 꼭 신선처럼 구는 이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 젊

리학이나 자연과학, 법을 쓸 수 없어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문서

은 제자를 야단치면서 한 이야기입니다. 선생이 뭐라고 하셨냐 하면 ‘우

가 법전인데, 조사와 종결어미 외에는 모두 한자입니다. 한자를 모르면

리가 산에 오는 이유는 딱 하나다. 산의 아름다움, 조화를 배워서 인간의

나라의 기본 틀인 헌법을 이해할 수 없어요. 우리는 ‘데모크라시’는 민

세상으로 다시 내려가서 인간의 세상을 조화롭게 만들기 위해서지 산에

주주의(民主主義), ‘컨스티튜션’은 헌법(憲法), ‘저스티스’ 는 정의(定義),

서 살기 위해서 오는 것이 아니다. 성인의 생각은 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슈프림 코트’는 대법원(大法院)이라고 표현합니다. 이것은 일본 메이지

인간의 마을에 있다. 인간의 마을을 낙원으로 만들어야 한다’라는 내용

시대의 지식인들이 서구의 문물, 제도를 흡수하기 위해 번역해놓은 것

입니다. 위대한 생각, 위대한 스승이죠.

입니다. 한자의 힘이 아니고서는 표현할 길이 없기 때문이에요. 수백 년

김수연 어떤 인터뷰에서 책을 많이 읽는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

이 지나도 우리는 이 말을 계속해서 사용할 것이고, 그렇다면 이 한자들

는 말씀도 하셨어요. 책을 읽고 내 인생을 개조할 수 없을 바에야 안 읽

은 외래어가 아니라 한국말입니다. 언어에 대한 생각을 개방적으로 가

는 것이 낫다는 내용이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시는지요?

져야 합니다.

김훈 그 말은 주희 선생의 말입니다. <공자>를 읽고도 읽기 전과 변화되

김수연 저희는 카피를 쓸 때 ‘발명’이 아니라, ‘발견’한다고 표현합니다. 그

지 못할 바에야 힘들여 읽지 말라고 했죠. 책을 읽고 스스로 새로워진다

래서 카피라이터들은 문장을 스크랩하기도 하고, 좋은 표현들을 모아두

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요즘은 독서를 즐길 거리라고 하지만 공자

기도 합니다. 혹시 선생님도 따로 간직해두신 소중한 단어들이 있나요?

나 주희는 그런 식의 독서를 인정하지 않았어요. 독서라는 것은 성인의

김훈 몇 개의 단어를 귀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나는 법전 읽는 것을 좋

뜻을 받들어 자기 자신을 개조하는 수단, 삶의 혁명의 수단이라고 생각

아하는데, 법전에 쓰이는 단어들을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 형

한 것이죠. 저기 칠판에 써놓은 ‘필일신(必日新)’이라는 말도 공자님 말

법 1조가 ‘모든 인간의 범죄는 행위 시의 법률에 따라서 처벌한다’고 되

씀인데, ‘군자지도 필일신(君子之道 必日新)’이라고 ‘날마다 새로워지지

어 있어요. 이 문장은 위대한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어떤 일을 했는

않는 사람은 반드시 날마다 퇴보한다’는 말입니다. 날마다 새로워진다는

데, 거기에 해당하는 법이 없으면 처벌 못한다는 뜻이거든요. 인류는 수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입니까?

백년을 거듭 싸우고 싸워서 그 한 줄에 도달할 수 있었어요. 명석한 법적

김세희 이곳을 선생님의 ‘막장’이라고 하시잖아요?

논리에 도달한 것이죠. 법은 인간의 행위가 도덕적인지 부도덕적인지

김훈 광부가 갱도의 맨 끝에서 곡괭이로 찍어서 조금씩 떨어지는 가루

윤리인지 아닌지는 판단하지 않고 그 행위가 법을 위반했는지만 판단하

를 모으는 곳이 막장이에요. 매우 거룩한 말이지요. 인간 노동의 최전선

겠다는 것이에요. 2, 3, 4조 모두 멋있어요. 문학적인 단어는 아니지만,

을 가리키는 말이거든요. 막장은 가장 신성한 곳이에요. 일본에서는 막

나는 그런 단어를 좋아해요.

장 인부를 선산부(先産夫)라고 말해요.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김세희 카피라이터들이 선생님의 문장을 특히 좋아해요. ‘낙원은 여기

뜻이지요. 노동 중에서도 가장 고결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막장 인부예

있다, 아니면 없다’ 같은 문장을 인용하신 분도 있고요.

요. 그런데 우리는 그 말을 더럽히고 함부로 사용하잖아요? 깊은 갱도에

김훈 내 글이 그렇게 활용된다면 좋은 일이겠죠. 그 ‘낙원’ 이야기는 퇴

서 뜨거운 지열을 견디면서 묵묵히 몸으로 일하는 장소처럼 이 장소, 이

계 선생의 말씀인데요. 퇴계 선생의 모든 글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리가 바로 내 일의 막장입니다.

김수연

나는 “젊음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렇게 무지하고 무질서한 시기가 지나가버려서 다행이다.” 라는 김훈 선생님의 말씀을 동경해왔다. 그것은 젊지도 않은 내가, 여태 무질서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노션의 카피라이터로서 부장이라는 타이틀 또한 그런 삶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 김훈 선생님의 말씀이었던 ‘Energetic Disorder’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무질서 속에는 에너지가 있다. 예측불가하고 매력적인. 그런 광고를 만들고 싶다.

김세희

십 년째 카피라이터. 십 년쯤 되면 쉽게 밥벌이 할 줄 알았건만, 한 줄 쓰기가, 마침표 한 점 찍기가 갈수록 왜 이리도 고된지…. 하지만 김훈 선생님의 가르침처럼,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기에-오늘도 우수수 버려질 카피들에 연연하지 않으며(사실은 무지 연연해 하며), 꾸역꾸역 밥벌이하고 있다.


ISSUE REPORT

가끔씩 시답잖은 술자리에 후배들을 모아놓고 잘난 척하 면서 떠드는 말 중 하나. “난 말야, ‘광고’란 일이 좋아서 광 고회사에 들어온 거야. 누구처럼 좋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 해 광고를 시작한 게 아니고!” “난 내 일이 좋아서 회사를 다니는 거라고. 다른 사람처럼 돈 때문에, 명예 때문에, 배 경 때문이 아니라고….” 집에 돌아와서 가만히 복기해보면 찜찜하기 그지없다. 그야말로 허세에 개뻥 친 것 같아서. TEXT. 김동욱 차장 (AE, INNOCEAN Worldw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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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JOB, BE ALLOWED TO ME <未生>으로 한 수 배운 어느 광고인의 반성문

솔직히 실력이 안 되니까, 학벌이 달리니까, 영어가 안 되니까, 경쟁에서 이

직장이란 거대한 정글에서 열성인자인 장그래와 오 차장이 치열하게 고민하

길 자신이 없으니까 조그마한 회사 가놓고는 저런 식으로 포장해서 많이도

고 다투는 직장인의 모습은 내게 충격이었다. 프로기사입단에 실패한 아마추

떠들었던 것 같다. 가식적이었다. 그뿐만 아니다. 친구들과 약속 있는 저녁

어 바둑기사이자 고졸 계약직 사원 따위가 한 수 한 수 고민하고 반성하며 두

이면 언제나 할 것 없이 ‘미안하다 야근 때매 많이 늦을 것 같아’, ‘내가 요즘

는 바둑 같은 삶. ‘내가 가는 길이 맞아!’라며 다수의 기준과 판단만 믿고 살

200억짜리 피티라 바빠서 힘들 것 같다’ 등등 대한민국을 다 먹여 살리는

아온 그 시절, 나의 판단이 얼마나 경솔하고 성급하고 무모했는지를 깨닫게

산업역군처럼, 온 동네 일은 내가 다 하는 것처럼 떠벌리고 다녔던 적도 많았

해줬다. 그래서 <미생>을 보는 내내 장그래(혹은 오 차장)의 신중함과 치열함

다. 야근하는 게, 좋은 브랜드의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게 무슨 대단한 일이

이 나의 초년병 시절(혹은 지금의 나)과 교차 편집되어 부끄럽고 불편했다.

라도 되는 것처럼. 허세에 절어 살았던 시절이었다.

물론 그들의 직장생활의 끝이 우리의 기대처럼 어떤 대단하고 화려한 결과

하릴없이 앉아서 퇴근 안 하고 있는 게, 윗사람보다 더 늦게 퇴근하는 게, 시

를 가져다주진 않는다.

키지 않아도 밤을 새우는 게(사실 밤새 한 건 별로 없다) 광고 잘하는 사람의

장그래는 결국 정규직이 되지 못했다. 오 차장의 작은 회사에서 일하게 된

훈장이라 착각하고 살았던 적이 참 많았던 것 같다. 광고인이 아니라 ‘광고인

다. 김 대리는 새로운 팀장을 맞이한다. 대단한 일이라도 할 수 있겠구나 생

코스프레’를 하고 다녔던 시절이었다. 이랬으니 광고라는 게 뭔지 알 턱도,

각했지만, 그는 외롭다. 다시 마음 가는 대로 오 차장을 찾아간다. 그런가 하

알 수도 없었던 건 너무나 당연했다. 물론 이 허세는 좀처럼 수그러드는 법이

면, 아빠이고 남편인 천 과장은 조직에 남아 있기 위해 무던히 무채색이 되

없다. 예전만은 아니어도 지금도 완전히 벗진 못했다.

려 노력한다.

그렇게 ‘광고밥’ 12년 차에 11년을 남의 이목만 의식하며, 남에게 인정받는 것

<미생>의 캐릭터들이 자신의 ‘생’에 대해 내린 결론은 이렇다. 누구의 성공사

에만 목말라서 살았다. 그러면 광고도 잘할 수 있을 거라, 그러면 성공할 거

례를 따라가는 것도 아니고, 누구의 줄을 따라서 자신의 앞날을 판단하는 것

라, 아니 좋은 캠페인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착각하며 살았다. 그러는 게 맞는

도 아니고, 조직논리에 의해서도 아닌, 자기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대한 고민

거라고 생각했다. 남의 생각을 읽어야 하는 광고일도 그랬고, 클라이언트에

과 판단으로 각자의 길을 선택할 것. 오 차장과 그의 부하들은 이제 그런 선

게 잘 보여야 했고, 싫은 소리 하지 말아야 했고, 그런 클라이언트의 만족을

택을, 그런 삶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비로소 진짜 태어나 본연의 삶을 살아

채우기 위해 살았다. 회사에서는 아랫사람에게는 멋진 선배로, 윗사람에게

가는 것이다.

는 광고를 잘 만들고 기획하는 사람으로만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누구’ 혹은 ‘무엇’에 의해 판단하는 삶이 아닌, 나에게 주어진 순간순간에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많은 사람이 그랬다. 선배들도 후배들도 친구들도….

충실한 삶. 하루하루가 최선인 삶. 그것이야말로 행복한 직장생활을 위해 가

나는 한 번도 이게 틀렸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일고의 의심도 없었다.

장 중요한 것임을, <미생>을 통해 다시금 깨닫는다. 바둑이나 광고나 무에

그렇게 광고밥 먹은 지 11년이 지나던 즈음,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내가 잘못

그리 다르겠는가. 바둑기사 조훈현의 한마디가 나의 광고에도 똑같은 울림

하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의심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내 직장생활이 더 이

을 주고 있는데.

상 행복하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확고했던 나의 신념에 금이 가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바둑이 있다. 그래도 바둑이니까. 내 바둑이니까. 내

딱 그때, <미생>을 보게 되었다.

일이니까. 내게 허락된 세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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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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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에서 개인으로, 결과보단 능률로! 회사가 확실히 변하고 있다. 딱딱했던 업무 분위기가 한층 유연해짐은 물론, 직업선택에 대한 가치기준 자체가 좀 더 세분화된 것. 무엇보다, 개인 하나하나의 행복이 회사 전체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인식변화가 크게 두드러진다. 지금보다 10년 뒤, 우리는 어 쩌면 회사에서 더 이상 ‘가정:회사’의 밸런스를 고민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2013년의 회사는 지금도 충분히 건강하고 매력적인 또 하나의 보금자 리이기 때문이다.

TEXT. 한인재 (동아일보 경영교육팀장, DBR 기자)


Life is Orange Fall 2013

OUR WORKING PLACES NOW 창조적 혁신, 어렵지 않아요

‘신의 직장’이라는 부러움의 대상도 이제는 과거형 단어가 될 듯하다. 몇 안

100명 규모의 유통기업인 상훈유통의 이현옥 대표는 직원들이 부모나 시부

되는 곳들이었지만 오랜 불황에 따른 실적 악화와 사회의 따가운 시선에 속

모, 장인장모를 모시고 여행을 가면 회사가 보유한 최고급 휴양시설을 이용

속 ‘고액 연봉’과 ‘철밥통’을 내려놓고 있기 때문. 이런 소식은 일상화된 경쟁

할 수 있게 배려하는 독특한 제도를 도입했다. 직원들에게 1년에 한 번씩 해

과 불안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에게는 위안 거리가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조

외연수를 다녀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부장급 이상 직원들은 최신 경영

금이라도 나은 직장에 들어가고자 일자리 전쟁에 내몰린 젊은 구직자들에

지식을 배우고 역량을 키우도록 전문 교육기관에 위탁한다.

게 그리 달가운 소식은 아니다.

이런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는 것은 물론, 기존의 기업들도 이 같은 변화를

그러나 명(明)·암(暗)은 반복되고, 진(進)·퇴(退)는 번갈아 일어나는 법. ‘내

시도하는 사례가 많다. 그 이유는 뭘까? 젊은 직원들의 변화된 인식에 맞추

일(my job)’을 찾아 ‘내일(tomorrow)’을 준비하라는 한 청춘멘토의 말처럼,

고, 세대 간 갈등과 같은 내부적인 위험 요소를 관리하려는 이유도 있을 것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반갑다.

이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경쟁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

이들의 노력에, 화이트칼라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블루칼라의 육체노동이 어

문이다.

우러진 ‘브라운칼라(Brown Collar)’, 시간 장소 형식의 제약 없이 자신의 일

21세기는 제품 간 경쟁이 아닌 기업 간 경쟁의 시대다. 빠르게 변하는 환경

을 처리하는 ‘노마드워커(Nomad Worker)’와 같은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속에서 특정 제품의 차별성은 일시적 경쟁우위만 보장할 뿐이다. 고객 니즈

이들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도록 ‘멍석’을 깔아줌으로써 불황을 뚫고 성장

의 변화를 감지하고 새로운 기술과 창조적 아이디어를 접목한 혁신적 상품

을 지속하는 ‘꿈의 직장’들도 주목받고 있다. 유연한 기업문화를 조성하고 독

과 서비스를 끊임없이 내놓아야 지속 성장할 수 있다. 이 같은 ‘혁신 경쟁’의

특한 복지혜택을 제공하며 종업원들이 자신의 비전과 회사의 비전을 일치시

시대에는 한 기업이 남다른 지식과 역량,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지가 무엇

킬 수 있도록 동기부여하는 꿈의 직장으로 어디가 있을까. 대표적 사례가 구

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종업원들이 지속적으로 역량 개발을 할 수 있도록 동

글이다. 자율복장, 무료 식사, 스포츠 시설과 같은 혜택뿐 아니라 자녀 학자

기부여하고 학습 기회를 제공하며, 근무조건과 복지혜택을 개선해 직원들의

금 지원, 키 맞춤형 책상 제공 등 구글의 독특한 복리후생 제도는 상상을 뛰

이직을 사전에 차단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어넘는다. “가족 같은 기업을 만들면 성과가 더 좋다”는 래리 페이지 CEO의

그런데 변화를 시도하는 기업은 많지만 실제로 그 효과를 보는 기업은 그리

말이 그대로 실현되고 있는 것.

많지 않은 듯하다. 이런 기업들을 살펴보면 제도만 따라 할 뿐 실제로 그 제

통계패키지로 유명한 SAS도 구글에 버금가는 꿈의 직장이다. 유연한 근태와

도가 의도한 결과로 이어지는 데 필요한 기업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갖추지

복장, 회사 내 복지시설은 기본이다. 모든 사원에게 1인 1사무실을 제공한다.

못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캐주얼 복장을 하라고 하지만 상명하복의 소통

정시 퇴근을 보장하기 위해 오후 5시 이후엔 전화를 자동응답으로 전환한

방식은 그대로인 경우다.

다. 이 회사의 이직률은 2%에도 못 미친다. SAS 소프트웨어의 독보적인 지

교육과 복지 혜택을 늘려도 혁신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혹시 조직 내에 혁

위는 굳건히 지켜지고 있다.

신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창조적 혁신은 과

꿈의 직장은 선진국에 있는 세계적인 대기업만의 얘기는 아니다. 한국의 IT

거의 패러다임에 얽매인 인사 철학과 평가 원칙, 조직 문화를 버리는 데서부

기업 제니퍼소프트는 이들에 버금가는 근무 환경과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것

터 출발한다. 제도만 바꾸는 게 아니라, 오래된 관행과 신념에 문제제기를

으로 유명하다.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도 회사의 레스토랑, 카페, 운동시설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새로운 지식과 창조적 아이디어가 분출돼나오는 ‘꿈의

이용할 수 있고 배우자와 부모님께도 무료 건강검진을 제공한다.

직장’이 실현될 수 있다.

IT가 아닌 전통 산업의 중소기업에서도 이런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다.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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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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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 순간, 살며시 가슴에 손을 올리고 반추해보자. 누구보다 당찬 포부를 갖고 입사했 을 당신, 그 초심이 지금 얼마만큼 남아 있는가? 아직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이도 있을 것이고, 불면 후 날아갈 만큼 가장자리가 바스러진 이도 있을 것이고, ‘아, 그땐 그랬지’ 하며 까마득히 잊 고 지낸 이도 있을 것이다. “새로 뭔가를 배울 의 지를 잃었을 때, 우리는 노인이 된다”던 누군가 의 말처럼, 연차가 낮다고 해서 반드시 파릇파릇 한 것은 아니다. 이제 겨우 대리를 단 당신도 충 분히 ‘화난 원숭이’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Life is Orange Fall 2013

ANGRY MONKEYS COMING UP 신입사원이 화난 원숭이가 되기까지

‘화난 원숭이 실험’이 있다. 우리 안에 바나나를 매달고, 원숭이가 바나나

당신의 등은 얼마나 굽어 있는가?

를 먹으려 할 때마다 우리에 찬물을 끼얹는다. 이윽고 아무도 바나나를 먹

‘화난 원숭이 지수’로 알아보는 직장인 매너리즘 테스트

으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새로 투입된 원숭이가 바나나를 먹으려 하면, 기 존의 원숭이들이 앞다퉈 말린다. 그렇게 모든 원숭이를 교체해도 직접 겪지 않은 ‘찬물’에 대한 공포 때문에 바나나는 그대로 남아 있다. ‘학습된 무기

매우 그렇다- 2점 / 보통- 1점 / 아니다- 0점 1. 승진보다 칼퇴근이 좋다. 2. 직장에서 기분이 좋을 때는 금요일 오후와 월급날밖에 없다.

력’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보여주는 실험이다. 원숭이들이 모여 있는 우

3. 회사생활은 튀지 않고 무난한 것이 최고다.

리에 바나나를 넣으면 원숭이들이 손을 내밀지 않는다. 시도조차 할 마음

4. 일에서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없고, 지겹다는 생각이 든다.

없는 원숭이들, 반복되는 꾸지람에 입사 초기의 열정을 모두 잊고 멍하니

5. 업무를 완수하고 만족감을 느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업무 속에 허덕이다 돌아오는 당신의 모습과 겹치지 않는가. 사실 위 실험의 출처는 정확하지 않다. 1977년 미시간 경영대학원 교수였

6. 내 노력 여부로 일이 크게 잘되거나 잘못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7. 새로운 프로젝트에 돌입해도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만 들고 의욕이 없다. 8. 상사의 지시대로라면, 일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생각이 들어도 책임지기

던 프라할라드(C. K. Prahalad)와 런던 비즈니스 스쿨 교수인 게리 하멜

귀찮아서 수긍하고 따른다.

(Gary Hamel)의 공동저서에 인용되었을 뿐, 실험을 행한 이도 행한 연대

9. 갓 입사한 신입사원을 보면 ‘Welcome to hell, 앞으로 고생문이 열렸다’는 생각이

도 불분명하다. 몇 년 전 베스트셀러였던 <화난 원숭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

든다.

을까>(송인혁 저, 아이앤유)에도 마찬가지로 뾰족한 설명은 없다. 그러나 시 사점만은 분명하다. 누구보다 조직에 새바람을 몰고 와야 할 ‘젊은 피’가 여

10. 퇴근 후에는 자연인이고 싶다. 엑셀, 파워포인트, 회사에서 기본적으로 쓰는 서식 등을 익히는 데 업무 외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11. 결론 없는 험담도 이젠 지겹다. 사장과 회사, 상사에 대한 불평불만은 해봐야 소용

느 것과 다름없는 ‘고인 물’이 되어가는 현실, 그 조직문화와 시스템이 문제

이 없다는 걸 안다.

인 것은 사실이기에. 창의력과 변화 혁신은 공허한 구호일 뿐, 업무는 현실

12. 어느새 “규정이 그렇습니다”, “회사 방침이에요”, “계속 그렇게 해왔는데요”라는 말

적으로, 프로세스상, 회사 사정상, 하던 대로 진행될 뿐이라는 걸 알아버린

을 자주 쓰고 있다.

당신은 그저 오늘도 무사히 지나가기만 바랄 뿐이다. 일이 익숙해지고 연차 가 올라갈수록, 직책이 높아질수록 어느새 화난 원숭이처럼 무기력에 빠지 는 직장인들. 당신의 등은 얼마나 굽어 있을까? 무기력과 매너리즘에 등급

13. 능력자가 되고 싶지 않다. 특출한 능력을 보이면 과중한 업무를 떠맡을 수 있으므 로, 너무 잘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14. 사직서는 일기장에! 이직한다 해도 조건의 장단점이 달라질 뿐, 특별히 삶이 나아 지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을 매길 수 있다면, 여기 ‘화난 원숭이 지수’로 심리적 척추 건강을 테스트

15. 변화는 달갑지 않다. 지금 업무가 익숙하니 현재에 머무르며 가늘고 길게 조용히

해보자.

직장생활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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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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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3점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인생 Reset! Go back을 외치는 화난 원숭이 “이렇게 일만 하다가 죽겠지? 밀려드는 업무에 등이 휠 것 같네.” 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 퇴근 후는 내일 출근을 위해 잠시 쉬는 시간일 뿐. 주중이 고 주말이고 간에 사는 것 자체가 재미가 없다. 끝없는 무력감에 입사를 후회하는 데 서 나아가 직업 자체에 대한 후회, 지나온 인생 전체에 회의가 든다. 내가 처음부터 진 0~7점

로를 잘못 택한 것 같은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는 늦었고, 경력을 살려서 이직하자

활기차게 두 발로 걷는 직립인간 모드

니 또 같은 고충에 시달릴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인생 리셋을 꿈꾸지만,

“네! 선배! 아직 푸릇푸릇한 열정이 살아 있어요!”

과감하게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진로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려 하니 가족들 눈치가

모든 열정을 바쳐 일하겠다고 입사지원서에 썼던 그날의 초심을 간직하고 있는 당신.

보이고 잘 안 될 것 같아 자신이 없다. 사직서를 써보지만 카드값 걱정에 다시 자리에

열심히 일하며 일의 의미를 찾고 있다. 일이 재미있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며 능

앉고, 이런 고민도 그저 지나가기만을 바란다. 다음 단계는 자신의 무기력도 의식하지

력이 출중한 멋진 선배를 보면 롤모델로 삼는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이끌어나갈 수 있

못하는 꼰대다. 당신의 상사처럼 되고 싶지 않다면, 어떤 식으로든 변화하기 위한 용기

다는 자신이 있고, 일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 초긍정 상태의 당신. 부디 그

를 내야 한다.

상태 오래 유지하시길. 24~30점 8~14점

어깨가 땅에 닿은 무기력함, 자기 합리화의 늪에 빠진 화난 원숭이

어느새 등이 굽어가는 화난 원숭이

“인생 별것 없어, 어딜 가도 다 똑같다. 그냥 조용히 여기 머무르지 뭐.”

“출근은 했지만 아무것도 하기 싫어~ 모든 것이 지겹습니다.”

그저 오늘도 직장에서의 하루가 별 일 없이 지나가기만을 바란다. 이직해봐야 잠깐만

회사에선 아무것도 새로울 것이 없고, 상사 얼굴부터 점심메뉴까지 전부 지겹기만 하

좋을 뿐, 얼마 지나면 직장생활 어딜 가도 다 똑같다는 걸 안다. 환경이 바뀌고 새롭게

다. 며칠을 준비했지만, 기나긴 회의 끝에 내 기획안은 이면지 분류함으로 직행하고,

무언가를 익히는 것이 귀찮아서라도 이직은 생각도 안 한다. 특별히 잘못되는 것 없이

그 상황에서 더 이상 분노하거나 허탈해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한다. 상사의 잔소리가

무난한 것이 최고다. 어차피 상부의 의견대로 진행될 것이니, 시키는 대로 안 하면 괜

어느새 일상적인 구박으로 들리고, 열정 없는 얼굴을 거울 속에서 마주하는 월화수목

히 시간만 더 낭비하는 일이다. 나서서 잘하는 사람 따로 있고 현재를 유지하는 나 같

금금금. 당신의 하루를 지켜본 것이 아니냐고? 그렇다면 Welcome, 당신은 화난 원숭

은 사람의 역할이 따로 있으니 꼭 묻어가는 것만은 아니다. 등등의 자기합리화에 빠진

이 단계에 돌입했다. 굽기의 정도로 비유하자면 미디엄 레어. 일상에 핏빛 얼룩을 뚝뚝

당신은 이제 구제할 길 없는 화난 원숭이가 되었다. 혹시 고개를 들 힘이라도 남아 있

떨어뜨리는 무기력상태를 방치하면 어느새 월급기계로 전락한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

다면, 바닥에 박혀 있는 시선을 하늘로 옮겨보자. 아직도 당신에게 남은 인생이 70년

이다. 직장생활을 리뉴얼해야하는 타이밍이다.

쯤 되니까.


Life is Orange Fall 2013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 2030 직장인의 생각은 어떨까? 서울특별시와 6

당신은 과연 누구입니까?

대 광역시에서 근무하는 24세~35세 직장인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내가 옛날엔 말이지.” “내가 평사원 땐 말이지.” 왕년에 한 가닥 하지 않은 사람 어디 있다고 뻑하면 자기

를 벌인 결과, 아직 희망은 있었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주니어들이 불금과 월급날만 바라보며 살아가지만, 적어도 3분의 1은 정해진 규정에 무기력하

자랑 늘어지는 상사, 이제 귀에 못이 박힌다. 부하들이 뭐 실수하는 거 없나, 잘못하는 거 없나, 그 생각만 하는 것 같은 트집쟁이 상사, 없는 잘못도 만들어내는 당신의 끝없는 상상력에 지친다. 큰 문제없이 순조롭게 일 잘하고 있는데 계속 재촉하고 닦달하고 겁주는 상사, 당신이 문제란 걸 정말 모르나? 새로운 걸 배우려 하지 않고 부하에게 다 떠맡기며 누워서 떡만 먹는 상사, 그러다 결정적일 때 체할 거다. 큰일부터 작은

게 따르기보다 어떤 개혁의 의지를 확고히 갖고 있었다. ‘우리 땐 안 그랬는

일까지 시키는 일이 너무 많은 상사, 이러다 중요한 일은 언제 하나? 나도 업무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편하게

데’ 하며 후임을 못 마땅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31%에 불과했다. 반면 흥미

하고 싶은 말 하라 할 땐 언제고 뒤끝 작렬하는 상사, 이러니 무슨 말을 하고 싶겠나. 실력은 별 볼 일 없고

로운 부분도 있었다. 바로 여직원의 ‘화난 원숭이 지수’가 남직원보다 높다

약하고 약자인 부하들에겐 강하다 못해 권위의식과 우월주의에 절어 있는 상사, 당신이 가장 비열하다.

처세 잘해 여기까지 왔으면서 허세만 가득한 상사, 우리는 당신이 한 일을 알고 있다. 강한 사람 앞에선

는 것! 특히 직장에서 기분이 좋을 때는 금요일 오후와 월급날뿐!’이란 질 문에 ‘매우 그렇다’라고 답한 여직원은 82명으로, 46명인 남직원의 두 배 에 달했다. 남자보다 여자들이 더 화가 난 이유는, 아마도 사회진출이 보다 빠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2030 안에서도 연령이 높을수록, 사무/기술

2030 직장인, 지금 만족하십니까?

조사기관: 오픈서베이

<설문1> 직장에서 기분이 좋을 때는 금요일 오후와 월급날뿐! 12.1%

44.7%

42.1%

직일수록 화난 원숭이 지수가 높아졌기 때문. ‘직장인들의 영원한 누님’ 전미옥 씨는 자신의 저서 <상사 동료 후배 내 편 으로 만드는 51가지>(전미옥 저, 마일스톤, 2013)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집 살이도 해본 사람이 시킨다고, 평사원 때 생활이 고달프고 힘들었던 사람 이 상사가 되면 올챙이 적 생각 까맣게 잊고 부하를 더 호되고 엄격하게 다

<설문2> 어느새 “규정이 그렇습니다” 혹은 “계속 그렇게 해왔는데요”란 말이 입버릇이 됐다 34.7%

48.3%

17.0%

<설문3> 새로 들어온 후임이 시킨 대로 하지 않으면 “우리 땐 안 그랬는데….” 하고 화가 치민다 25.0%

44.0%

31.0%

룬다.” 혹 당신의 부하직원이 어느새 눈에 총기를 잃고 수동적으로, 소심하 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그들에게서 열정을 빼앗은 건 과연 누구인지, 세대가 다르다고 해서 ‘게으르고 의욕 없는 요즘 애들’이라고 색

DEFINITELY

USUALLY

매우 그렇다

보통

안경을 끼고 본 건 누구인지 점검해볼 때다. 역지사지의 기회가 됐으면 하 는 마음에, 앞선 책에서 일부 글을 발췌하며 마무리한다.

NEVER

아니다

OPENSURV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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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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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대학 개리 셔먼(Gary D. Sherman) 교수는 타액코티솔(salivary cortisol)이란 호르몬 수치 측정을 통해 리더십과 스트레스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연구결과 리더가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는 사회적 통념과는 달리, 리 더는 리더가 아닌 사람들에 비해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만약 연구 대상을 미국의 리더들이 아닌, 위에서 쪼이고 아래서 치이며 마치 호두까기 기계인 ‘넛크래커(nutcracker)’에 끼인 호두 같은 신세에 처한 대 한민국 팀장들로 했으면 어땠을까? 타액코티솔 수치가 좀 다르게 나오지 않았을까? 회사의 요구와 팀원들의 욕구 사이에서 끊임없이 이해관계의 접점을 찾아야 하는 이 시대 팀장들. 오늘도 벼랑 끝에 혼자 서 있는 듯한 외로움과 우울함에 빠져 행복을 잃어버린 팀장들의 속마음을 살펴보자.

TEXT. 김한훈 (<이겨라! 대한민국 직장인> 저자)


Life is Orange Fall 2013

THE DEVIL DOESN’T WEAR PRADA 오, 나의 팀장님!

부하직원이 기가 막혀

은 겉으론 태연한 척해도 모멸감과 소외감, 불안, 초조, 분노 등으로 인해

똑똑하고 일 잘하는 팀원과 일하고 싶은 것은 모든 팀장의 로망이다. 하지

정신적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맡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팀장의 속을 태우 는 부하직원이 비일비재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을 못하면 열심히 일하

위로받길 포기하자

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팀장들은 일하는 태도가 불

실제로 팀장들 가운데 조직관리 스트레스와 과도한 성과 압박으로 심각한

량한 팀원이 더 꼴 보기가 싫다. 매번 업무 관련 사항을 질문할 때마다 “모

정신질환을 앓지만, 주변 시선 때문에 제때 치료받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

르겠는데요”로 일관하며 팀장의 인내심을 테스트한다. 모르면 아는 사람한

을 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팀장도 사람인지라 힘들 땐 위로받고 싶다.

테 물어서 처리해야 하는데 묻지도 않는다. 그냥 가만히 버티다가 일을 왕

하지만 항상 앞서나가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을 받는 ‘리더’이기 때문에, 팀

창 꼬이게 만들어놓는다.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모르겠다. 팀장한테 찍

장의 직위는 태생적으로 위로받기 힘든 자리다. 아무리 조직 차원에서 팀

히려고 작정이라도 했는지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부하, 시킨 일도 못해내면

장들의 스트레스를 관리한다 하더라도 팀장 스스로 행복을 찾지 않으면 행

서 실실 웃는 부하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화병이 날 지경이다. 상사를 대하

복을 느끼기 어렵다.

는 것 못지않게 어려운 부하 다루기. 드러내놓고 말을 못할 뿐 팀원 때문에

그러면 어떻게 직장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우선 상사나 부하가 바뀌

팀장의 한숨은 끊이질 않는다.

면 자신이 행복해질 것이라는 바람을 버리는 것이다. 자식도 부모 마음대

싸가지 없이 행동하는 팀원 역시 팀장의 혈압을 높이는 고문관이다. 팀장

로 되지 않는데 어떻게 남의 자식을 내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겠는가?

과 눈이 마주쳐도 못 본 체하거나 인사를 하더라도 무뚝뚝하게 고개만 까

대신 ‘이해’라는 가장 뻔하지만 현실적인 방법을 통해 스스로 행복해지는

딱거린다. 부하직원이 건성으로 인사하면 팀장은 무시당한 느낌 때문에 하

길을 택해보자. 타인을 인간적으로 이해하면 의외로 많은 문제가 쉽게 풀

루 종일 기분이 안 좋다. 팀원의 말투도 팀장을 불쾌하게 한다. 팀장이 일을

린다.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자기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며, 자신

시켰을 때 부하직원이 퉁명스럽거나 부정적인 어투로 답하면 팀장 입장에

의 경험과 이성의 한계를 인정할 때, 상대방에게 이해의 선물을 나눠줄 수

선 어처구니없고 기가 찬다. “이걸 꼭 제가 해야 되겠습니까?” “시키신 일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마음속에 여유가 생김을 느끼게 된다. 이

이니깐 하긴 하겠습니다만…. 뭐, 하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죠.” 매번 눈치를

는 체념과 자족으로부터 얻게 되는 불안한 여유가 아닌 외부환경에도 쉽게

주자니 괜히 자신이 쪼잔한 사람처럼 느껴져 간섭하기 싫어진다. 그렇다고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여유다.

싸가지 없는 행동을 보고 있자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의 충돌도 성숙한 융합으로 발전

팀장을 왕따시키는 간 큰 팀원도 있다. 점심시간에 팀장만 쏙 빼놓고 자기

시킨다. 마치 자신의 소리를 죽이고 서로의 소리에 기댈 때 합창의 미학이

들끼리 밥을 먹으러 가면서 팀장의 자존심을 긁어놓는다. 회의할 때도 팀

완성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다 보면 지금껏 자신을 힘들게만 하는 사람으

장이 말하면 모두 딴 짓하거나 못 들은 척하면서 팀장을 투명인간으로 만

로 여겨졌던 상사와 부하가 더 이상 나를 괴롭히는 존재가 아닌, 내 직장생

든다. 또는 팀장의 상사인 임원과 친하게 지내면서 팀장의 입지를 좁히고

활의 성공과 행복의 바탕이 될 소중한 인적자산이 될 수 있다. 상처를 입은

팀장의 존재감마저 없애버린다. 이 밖에도 팀장이 시킨 일을 일부러 망쳐

조개가 진주를 만드는 것처럼 리더십의 위기를 이겨냄으로써 이와 같은 고

놔 팀장이 다시 하게끔 골탕 먹이는 팀원도 있다. 이렇게 왕따당하는 팀장

귀한 자산을 얻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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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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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의 신이 되겠는가? 신의 아들이 되겠는가? 한때 직장생활을 다룬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인생을 결정짓는 두 갈래는 이것이었다. 모나지 않게 자신의 위치를 지키든가,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해 기업을 지배하든가. 그러나 이 제는 아니다. 수없이 변화하는 관계와 포지션에 따라 자신만의 중심을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전체를 연 결하는 교량의 중심, 세파를 이겨내는 무게의 중심…. TV 속 드라마와 예능의 주인공들을 통해 직장생활의 새로 운 노하우를 알아본다.

TEXT. 이명석 (대중문화비평가)


Life is Orange Fall 2013

HOW TO STAY CENTERED LIKE THEM TV 속 직장의 신에게 묻는다

<직장의 신> 미스김

<너의 목소리가 들려> 짱변

나의 중심은 업무입니다

나의 중심은 진실입니다

제 이름은↗ 미스김!입니다.↘ 저는 계약직 사원으로, 정해진 시간에 주어

국선전담 변호사 장혜성입니다. 솔직히 저 짜증도 많고 속물이에요. 어릴

진 업무를 수행합니다. 점심시간, 칼같이 지키죠. 퇴근시간 땡땡땡, 이미 문

때 당한 억울한 일 때문에 변호사가 되었지만 사명감은 별로 없었어요. 제

을 나서고 있습니다. 뭐라고요, 회식이 잡혀 있다고요? 몸 버리고 간 버리

가 만나는 의뢰인들요. 국선변호사를 쓸 정도로 가난한 데다가 선량함과

고 시간 버리는 자살테러 같은 회식. 제가 참여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

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에요. 이런 피고들을 데리고 막강한 검사에 대항해

니다만.

무죄승소율 1%의 전쟁을 치러야 합니다.

뭐니 뭐니 해도 직장의 중심은 업무입니다. 가족 같은 직장이니 친구 같은

그런데 저는 팀을 만났습니다. 저의 동료인 차 변호사, 의뢰인에게 속아서

동료이니, 하는 말 저는 믿지 않습니다. 이 회사가 저를 필요로 하는 것은

무죄를 주장했다가 뒤통수를 맞기도 하죠. 하지만 제가 시니컬하게 ‘진실’

아무리 어려운 업무라도 제가 칼같이 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뭐라고요,

만을 외쳐도 그의 ‘감정’이 보완해줍니다. 그리고 상대의 눈을 보면 마음을

어느 부서에나 하나씩 있는 이기적인 뺀질이라고요? 무슨 소리예요? 저는

알아채는 능력을 가진 고등학생 박수하가 저를 찾아옵니다. 이런 날개들

회사가 저를 고용한 그 시간에는 어떤 힘든 일이 닥쳐도 제 온힘을 다해 해

덕분에 저는 제 역할에 보다 충실해질 수 있었습니다.

결합니다.

이들을 통해 저는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이 보이더

한번은 대형마트에서 꽃게 손질의 달인을 초청하는 이벤트를 벌였죠. 하지

군요. 사사건건 나의 발목을 잡는 서 검사. 결국 참지 못해 말했습니다. “이

만 그 달인이 사고로 인해 매장에 오지 않게 됩니다. 항의하는 주부들 앞에

법원 바닥에서 떠나야 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 맨날 패소하는 변호사?

감히 제가 뛰어들었습니다. 손에 식가위를 들고 혼신의 힘으로 게들을 처

맨날 오판하는 판사? 맨날 기소 실수하는 검사? 셋 다 아니야. 틀린 걸 알

치했습니다. 홈쇼핑 완판을 위해 빨간 내복을 입고 궁극의 스트레칭을 보

고도 인정 안 하고 우기는 너 같은 인간이 제일 문제야.” 회사에서도 꼭 이

여주기도 했죠. 이게 뭔지 알아요? 평소엔 자기 일에 빠져 있어도, 위기시

런 인간들 있죠?

엔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게 120개 자격증보다 더 큰 힘을 냅니다. 업무의 한마디: (누군가 미스김의 일을 도와주려고 하자) “제 업무입니다만.”

진실의 한마디: 순서가 틀렸지. 진실이 재판에서 이기는 게 아니라, 재판에 서 이기는 것이 진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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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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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나이> 류수영

<꽃보다 할배> 신구

나의 중심은 긍정입니다

나의 중심은 부드러움

충성. 류수영 일병입니다. 처음 <진짜 사나이>에 탑승했을 때 걱정 많이 들

안녕하시오. 일흔일곱에 해외 배낭여행 다니는 구야 형이요. 처음 유럽 도

었습니다. “넌 외모 때문에 뺀질거린다는 소리 들을걸?” 그래서 준비 많이

착했을 때는 정말 이게 다 뭔가 했지. 생판 모르는 땅에서 늙은이들끼리 지

했습니다. K-9 자주포 이론교육 때는 군사전문가 다 되었다는 소리도 들었

하철 타고 숙소 찾고. 짐꾼 이서진이 애를 쓰긴 했지만, 나이도 곱절이고

죠. 그런데 이번엔 이러더군요.“너무 FM이다.” 빵빵 터지는 고문관 샘 해밀

성격도 제각각인 우리 넷을 다룰 수가 있나? 순재 형은 그냥 직진이고, 막

턴, 융통성덩어리 맏형 김수로, 정의감 넘치는 서경석…. 그 사이에 저는 이

내 일섭이는 다리 아프다고 처지고, 근형이는 마음이 물러. 그때 이인자인

도저도 아닌 존재가 된 거죠.

내 위치가 참 중요하다 싶더라고. 나는 일단 조용히 뒤에서 지켜봤지.

그래도 저를 바꾸고 싶진 않았습니다. 언제나 제 자리를 지키고 다른 병사

파리에서 식사하고 샹젤리제 가자고 할 때 문제가 터졌지. 다리 힘 좋은 순

들에게 피해 주지 말자. 남들 힘들어 죽는 체력단련 점호 후에는 “벌써 엉

재 형은 “여기까지 왔는데”라며 앞으로 가버렸고, 일섭이는 무릎 아프다고

덩이가 확 올라붙었습니다”라며 피트니스 기분을 내고, 일일 취사병으로

숙소로 바로 가겠다고 떼를 썼지.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가, 일단은 막

땀 뻘뻘 흘리며 90kg짜리 돼지를 튀길 때는 “아삭아삭바삭바삭 손맛을

내 말 들어줘야지. “구야 형, 저 형은 지금 시비를 건다니까.” 그렇게 마음

알았다”고 웃었고요. 무시무시한 헬기레펠 점프대에 올라갔을 때는 바로

이 풀리니 일섭이도 순재 형 모습 보자 웃을 수 있게 되더라고.

와우! 감탄사를 뱉었죠. 앞에 있는 강 이름이 뭐냐고 물었더니, 조교가 당

대만에 가서는 판이 달라졌어. 이제 순재 형이 없으니까, 좋으나 싫으나 내

황하더군요.

가 리더야. 없는 영어 실력 꺼내서 길도 찾고 그래야지. 이제 짐꾼 필요 없다

이렇게 저는 무한긍정병사 류수영이 되었습니다. 이젠 다들 힘들 때 일부

는 소리까지 나오지만, 그건 또 아니야. 나이가 적든 많든 배울 건 배워야지.

러 저의 웃는 얼굴을 쳐다본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제 아래로 신병이 들어

유럽에서 배낭여행 하는 23살 청년에게 내가 말했지. “존경스럽습니다.”

오면서 저의 긍정이 더욱 힘을 발휘하더라구요. 철 모르는 아기 병사 박형 식, 저 아니면 벌써 몇 번은 울었겠죠? 긍정의 한마디: “같이 행복한 게 제일 좋은 거 아닙니까?”

부드러움의 한마디: “사람한테 피할 수 없는 임무가 주어지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임무를 수행하게 노력할 수밖에 없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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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양상국

<무한상사> 정 과장

나의 중심은 행동입니데이

나의 중심은 생존입니다

턱별시에서 살고 있는 김해 촌놈 상국입니데이. 요새 <인간의 조건>에서 휴

만년과장의 대명사 정 과장입니다. 제가 유 부장에게 구박당하고 후배들

대폰 뺏고 전기 못 쓰게 하고 음식물 쓰레기 못 남기게 하고, 고생이 장난

에게 멸시당하고… 그래서 핫바지다 어쩌고 욕하는데요. 여러분 잘 몰라서

이 아이라예. 그래도 지가 거기서 제일 대세라 아입니꺼. 그 비결이 뭐냐꼬

하시는 말씀입니다. 저야말로 회사 생활의 진정한 능력을 보여주는 사람입

예? 남들은 소파에서 꾸물럭거릴 때 저는 일단 행동합니다.

니다.

‘음식물 쓰레기 안 만들기’ 미션 할 때, 지렁이로 퇴비를 만들 수 있다는 거

제가 원래 무한상사 입사 당시만 해도 만능 우수 사원으로 선후배들 사이

알자마자 바로 낚시가게로 갔습니다. 나중에 김제동 형님이 그라대예. <인간

에 최고의 인기남이었습니다. 그런데 춘계체육대회에서 정의로운 일을 하

의 조건>에서 제일 유명한 사람이 둘 있는데, 그게 “양상국과 지렁이”라고.

려다가 감나무에서 떨어진 뒤로는 동기인 유재석에게 완전히 밀려서 온갖

물론 무작정 뛰니까 헛고생할 때도 있었지예. ‘돈 없이 살기’ 미션 할 때 금속

수모를 당하는 만년과장 되었습니다. 결국은 정리 해고를 당한 뒤 계란 프

탐지기 들고 동네 놀이터 갔지예. 그런데 나오는 건 전부 못 쪼가리 같은 거

라이 사업에 뛰어들어 대성공을 거둔 뒤 무한상사의 대주주가 되어 화려하

고, 동전은 겨우 십 원짜리 두 개. 20원 벌었어예. 그래도 재미있었잖아예.

게 복귀하게 되지만, 이것도 결국은 꿈이었죠.

근데 제가 그냥 몸만 쓰는 거 같지예. 내 별명이 양셜록, 양형사 아닙니꺼.

그러니까 제가 여러분에게 전하고 싶은 회사생활의 노하우…. 무조건 생존

이 프로그램 멤버들 쟁쟁합니다. 우리 소속사 김준호 사장님, 개그콘서트

입니다. <직장의 신>에서 저 같은 만년과장 고 과장이 정리 해고될 위기에

최고참 박성호부터 서열도 확실하고. 저같이 모자란 놈이 싸워 이기려면

처하자, 팀장들이 인사고과를 올려주려고 신제품 개발에 나서죠. 하지만 제

더 많이 뛰고 더 머리 써야 합니다. 그래도 미움 안 받습니다. 내가 동전 찾

가 잘린다니까 박명수 과장은 부인에게 전화하죠. “여보, 나는 살아남은

아 헤맨 것도 허경환이 출장 연료비 채우느라고 안 그랬어예.

거 같애. 그거 할부로 사.” 여러분 저를, 아니 무한상사를 타산지석으로 삼 아주세요. 이런 무한이기주의 회사가 저 같은 능력자를 쓰레기로 만듭니다.

행동의 한마디: (지렁이로 진짜 음식물을 처리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하자) “봐라! 내가 이거라 했다 아이가!”

생존의 한마디: (유 부장의 해고 통보에) “회사 안 오면 제가 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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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사회인 코스프레는 처음이지? 암요, 그럼요, 당연하죠, 별 말씀을! 사회에 발을 딛는 순간, 우리는 모두 배우가 된다. 고대 그리스 배우가 무대 위에서 쓴 가면처럼, 우리 역시 ‘사회’라는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기 위한 가면이 필요한 것. 정직원이든 계약직이든, 월급쟁이든 프리랜서든 누구나 ‘일’을 하는 순간 앞으로 튀어나오는 그것, 직업 페르소나(persona) 혹은 사회인 코스프레라고 명명해도 좋을, 출근길 가면 뒤에 숨겨둔 은밀한 속마음 이야기.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ILLUSTRATION. 류희룡

01 What Nerve I Have! 02 I’ll Go Mad! 03 Magical Princess Mingky 04 I See You, And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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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Nerve I Have! 매번 완벽하고 싶어요

(솔 톤으로)안녕하세요, 커뮤니크 박현애입니다. 월드키친 코리아 홍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파크 하얏트 부산 론칭과 작년 대관 령국제음악제 홍보를 맡기도 했어요. 우리의 주된 업무는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담당 브랜드와 각종 미디어 사이에 놓인 ‘다 리’인 셈이지요. 제 첫 직장은 국회였어요. 그때까지는 뭐랄까, 아나운서 톤으로 어필했었는데 여기서는 같은 톤앤매너를 유지하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아무래도 남자들이 많은 조직에서 여자들이 많은 조직으로 왔으니 다를 수밖에요. 복장도 그렇고, 말투도 그 렇고. 남자는 정확하게 팩트를 짚어줘야 얘기가 빠른데, 여자는 대화가 완성되는 과정이 때론 더 중요하거든요. 상대방의 기분을 더 헤아려야 하는 부분도 있고요. 전반적으로 더 세심해졌어요. 페미닌한 조직에 있으니 ‘육감’이 극도로 발달한 거죠. 제가 봐도 저는 워커홀릭이에요. 짬을 내서 휴가를 가도 일을 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하니 말 다 했죠. 물론 다 그만두고 도망 가고 싶을 때도 있어요. 바로 얼마 전 일인데요, 세상에, 월간지 유가기사 데이터가 분실된 거예요. 광고주에게 컨펌받은 그 앵글이! 정말 눈앞이 캄캄하더군요. 물론 데이터를 분실한 포토스튜디오의 잘못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 일엔 좋고 나쁨이 있지 옳고 그름 은 없잖아요? 만약 제가 그 자리에서 스튜디오에 책임을 물었다면 ‘그 컷보다 좋은 컷도 많으니 배 째라’고 나왔을지도 몰라요. 현 장에 직접 나오지 않은 광고주의 책임도 있었고요. 결국 모두 다 한 발씩 양보해서 일부만 재촬영해서 합성하는 방법으로 해결을 봤네요. ‘홍보대행사’에서 일한다고 하면 부러워하는 후배들이 더러 있어요. 화려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 때문이겠죠. 하지만 은근히 체력 과 배짱이 필요한 일이랍니다. 저 역시 회사만 오면 사람이 변해요. 집에서는 약간 소심하고 회전목마처럼 똑같은 사람인데, 회사 만 오면 군인이 된달까? 아주 가끔은 얼굴에 철판을 깔기도 해요.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땐데, 본부장님이랑 새벽 6시에 지방출 장 갈 일이 있었어요. 그런데 본부장님께서 그만 엄청나게 늦으셨던 거죠. 사람을 밟다시피 하면서 탑승수속대에 갔더니, 단체로 온 아주머니들이 바글바글하더군요. 그때 제가 어떻게 한줄 아세요? 허니문 가는 신혼부부 연기로 양보를 받아냈어요. 정말 어디 서 그런 배짱이 생겼을까요? 제 첫인상은 상당히 새초롬한 편이래요. 그래서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저를 대할 때 조금씩 변하는 것이 너무 좋고 재밌어요. 아마 제 가면은 엄청 화려하면서도 한없이 여성스럽고, 때론 섹시한 팔색조가 아닐까요? 절대 한 가지 모습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빈 틈없이 완벽한! 친구들한테 ‘넌 너무 완벽주의’라고 한 소리 듣지만, 아직까지 그 완벽성을 포기하는 게 너무 힘들거든요.

박현애 커뮤니크 Account Supervi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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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 Go Mad! 만만하게 보지 말아주세요

게임프로그래머의 일상? 에이, 남들과 크게 다를 바 없어요. 12시에 출근해서 점심을 먹고, 1시 반에 프로그래밍 회의를 해요. 외국 인 직원들도 함께 참여하기에 회의는 온리 영어로! 그러고 나서 본격적인 개별업무를 시작하죠. 하루 기본 8시간 근무만 지키면 출 퇴근 시간은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에요. 물론 요즘 큰 이슈가 없어서 그런 거고요, 큰 프로젝트가 걸리면 모두 좀비가 될 때까지 밤 낮이 없어지죠. 그럴 땐 정말 난장판이 따로 없어요. 여기가 회사인지 캠핑장인지…. 말하고 보니 일반적이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저는 ‘아키에이지’라는 게임을 만듭니다. 정확히는 아키에이지 프로그래머들이 작업하는 어떤 ‘툴’을 프로그래밍하고 있죠. 게임이 실제로 구동되도록 서포트하는 역할? 그래서 게임 유저랑 직접 소통하기보다는 내부 프로그래머들과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제가 제대로 백업해주지 않으면 당장 일이 안 되거든요. 누군가 뭘 해달라고 찾아오지 않는 이상 계속 기계만 들여다보고 있어요. 그러 다 보니 직업병이라고 해야 하나? 사람이 점점 집요해지네요.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저번에 친구가 라섹을 했다는 거예요. 저 도 평소에 관심이 있던 거라 ‘라섹이 뭐야?’ 하고 물어봤더니, ‘몰라. 내가 한 거니까 좋은 거야. 너도 라섹해.’ 이러는 거예요. 결국 라식이 좋냐, 라섹이 좋냐 이 문제로 한 시간을 얘기했다니까요. 휴…. 이러다 장가도 못 갈까봐 살짝 불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제 가 꼼꼼하게 일을 봐야 여러 사람이 편하게 일할 수 있으니 좋은 쪽으로 계속 힘내야죠, 뭐. 저는 일반적인 기업에서 버티지 못할 거라는 걸 일찌감치 깨닫고 있었어요. 소위 말하는 ‘까라면 까’ 논리가 수긍이 안 되더라고요. 그렇지만 상하관계가 너무 유연해서 생기는 문제도 있어요. 회사가 마치 대학 동아리의 확장판 내지 연장선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거든요. 직원들끼리 서로 별명으로 부르는 건 다반사고, 퇴근 후는 물론이고 주말까지 함께 놀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 얘기가 나 오고…. 공과 사의 구분이 매우 모호해집니다. 아, 회사 사람들에게 한 가지 꼭 당부하고 싶은 게 있어요. 급한 건 다 똑같으니 제발 내 것부터 해달라고 조르지 않았으면 좋겠습 니다. 저도 까칠하게 굴고 싶지 않다고요. 제가 너무 보노보노처럼 순하게 생겨서 그런가요? 앞으론 미간에 인상을 팍 쓰고 앉아 있어야겠네요. 짜증난 보노보노처럼? 비록 입으론 툴툴거려도 해줄 건 다 해주는 사람처럼 보였으면 해요.

최승 식 엑스엘게임즈 Progra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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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ical Princess Mingky 사랑하면 닮는다잖아요

저는 포토그래퍼입니다. 그것도 패션 포토그래퍼죠. 이렇게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얼마나 색안경을 끼고 보는지 몰라요. 팔자 좋게 일할 것 같다나, 허영심이 심할 것 같다나? 물론 그런 사람도 전혀 없지는 않겠죠. 하지만 정말 제대로 일하는 사람이라면, 메이저 에 가까운 사람이라면 말 그대로 ‘돈 쓸 시간도 없이’ 바쁩니다. 오죽하면 몇 년 만에 통장을 정리하다가 ‘아, 그때 몇 천만 원 덜 받 았구나’ 하고 알아챈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겠습니까. 필름 시절엔 확실히 아무나 사진을 할 순 없었어요. 필름값이 정말 만만치 않거든요. 하지만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사진의 범위와 포토그래퍼의 역할이 급격하게 확대되었죠. 저 역시 필름 시절에 사진을 시작했었는데, 워낙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는 편이라 지금까지 끌고 온 것 같네요. 꿈이 있었으니까. 곰이 사람이 되고 싶어서 쑥과 마늘만 먹고 버틴 것처럼, 짐승 같은 어시스턴트부터 시작해 누가 뭐래도 꾹 참고 꼬박 10년을 굴렀던 거죠. 그렇게 차근차근 모은 돈을 시원하게, 영국 유학에 쏟아 부었어요. 런던칼리지오브패션(LCF)에서 패션 포토그래피를 전공하면서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한 거죠. 석사를 마치고 나서 2년 반 동안 영국에서 일했던 경험은 무척 새롭더군요. 아무래도 패션의 중심이 서양이다 보니 패션 사진에 대한 환경이 한국보다 앞설 수밖에요. 영국은 젊은 사진작가에 대한 선입견 없이 포트폴리오 자체로 평가하는 데 반해, 한국은 아직까지 인맥에 의존하고 있어요. 특히 프로젝트가 정해지면 장비, 조명, 리터칭 등 분야마다 전문팀이 붙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물론 철저하게 실력으로 승부하다 보니 정말 정점에 있는 작가들은 교체가 안 되는 문제가 있긴 해요. 닉 나이트(Nick Knight)만 봐도 그렇죠. 하지만 그들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계속 최고잖아요? 그래도 전 하고 싶었던 꿈을 이룬 거니까요. 지금은 대체로 행복해요. 스튜디오만 오면 이상하게 담배가 느는 게 약간 걱정이긴 하 지만? 집에선 밍키(프렌치 불독이에요)가 싫어하거든요. 제가 밍키를 너무 사랑해서 그런지 몰라도, 주변 사람들한테 저도 밍키처 럼 보였으면 좋겠어요. 겉보기엔 제법 근육도 있고 험난하게 생겼지만 5분만 같이 있으면 얼마나 상냥한지 알게 되거든요. 지나치 게 똑똑하지도 않고 독립적인,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주인 눈치를 보지 않는 강아지라니까요. 하하

밍키아빠 다정하면서도 강단 있는 어느 Photograp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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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See You, And Me 누구든 버퍼링은 필요하죠

어린 친구들이 이런 푸념을 자주 해요. “왜 내가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광고주한테 혼나야 하나?” 아무래도 사람인지라 광고주한 테 대신 사과하고 설명하고, 그런 부분이 지치겠죠. 하지만 그건 AE의 숙명이라고 봐요. 예전엔 어리고 젊은 마음에 막 화가 치밀 었는데, 나중엔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내 역할이니까. 그래서 AE끼린 ‘우리 월급엔 다 이것(욕먹는 것)도 포함된 거야’ 란 ‘웃픈’ 농담을 한답니다. 어느덧 팀장이 되고 나니, 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많이 들어오네요. 셀장은 그 셀만 챙기면 되지만, 팀장은 팀 전체를 이끌 면서 밸런스를 맞춰야 하니까 더 넓은 시각이 필요하더라고요. 게다가 팀장한테 그렇게 수많은 메일과 숙제가 있는 줄 몰랐어요. 팀원한테 일일이 공개하기도 뭐하고, 설명할 필요도 없는 것들? 팀원이 아니니 꾀를 부릴 수도 없고, 어떻게든 해야 되는 거죠. 그 래도 아직 ‘새내기 팀장’인 탓인지, ‘하라면 해!’라고 시키기보다는 조근조근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려고 하고 있어요. 애들도 버퍼링 시간이 필요할 테니. 옛날에 한창 혈기왕성했을 땐 이런 일도 있었어요. 광고주한테 “이렇게 할 거면 그냥 광고하지 마세요” 하고 전화를 끊어버린 거죠. 부사장님께선 ‘잘했다’고 하셨지만, 내심 걱정이 크셨을 거예요. 광고인이 광고주에게 광고하지 말라니…하하. 결과적으로, (장문의 메일을 쓴 뒤에)광고는 집행했어요. 케이블과 지상파 광고 시스템의 차이 때문에 발생한 오해였는데, AE들이 한정된 예산 안에서 항상 최선의 선택을 제안한다는 걸 믿어주셨으면 해요. 오랫동안 기획을 하면 어떤 일이 생기는 줄 아세요? 일단 친구들끼리 만나도 자연스럽게 연락망 역할을 하게 돼요. 약속 장소도 절 대 하나만 제안하지 않죠. 적어도 세네 개. 옵션까지 철저하게! 나도 좀 누가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답답한 걸 못 참으니 ‘앓느 니 죽지’ 하면서 어느새 제가 하고 있는 거 있죠? 항상 데드라인에 맞춰 플래닝을 해놓지 않으면 너무 불안하거든요. 화려한 옵션 과 함께 단계적으로 움직일 것, 이것도 어쩔 수 없는 AE의 숙명인가 봐요.

박진희 이노션 월드와이드 Sr. Account Mana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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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S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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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Orange Fall 2013

01 CREATOR’S NOTE 괴짜여도 괜찮아, 창의성과 아이디어가 넘친다면!

스카이 베가 광고의 ‘단언컨대’를 패러디한 2014년 이노션 신입사원 모집 공고 포스터. 고흐, 베토벤, 톨스토이 시리즈로 제작된 포스터가 정형화 되지 않은 창의적인 시각과 자유로운 감성을 가진 크리에이터를 기다린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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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LIME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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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이병헌을 광고 모델로 기용해 메탈 소재를 의인화한 베가 아이언 광고 속 한 장면.

(왼쪽부터)김광석 CF감독(‘파란불에 길 건너기’ 프로덕션), 남종현 대리(AE), 김사랑 사원(AE), 오누리 사원(AD), 이윤주 사원(CW), 김기영 수석국장(CD), 손윤수 부장(AE), 강수석 부장(AD), 차은수 대리(AD).

SECRET NOTES FOR VEGA AD ‘단언컨대’ 그들은 특별했다 무한도전, SNL 코리아와 같은 메가톤급 패러디부터 인터넷, 지역영농조합의 작은 광고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은 이른바 ‘단언컨대’ 열풍이다. 동시대, 그것도 광고계 타사 광고 카피는 금물이라는 불문율을 깨고 서로 다른 영역에서 완벽한 시너지 효과를 가능케 한 명작, 팬택 베가 시리즈의 숨은 주역들을 만났다.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PHOTOGRAPH. 사진문 스튜디오


Life is Orange Fall 2013

엔들리스 메탈을 강조한 아이언 베가 광고. 이병헌의 저음의 목소리와 세련된 카피 등을 통해 단언컨대 2013년 최고의 광고로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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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으로 다가서다

는 이미지 전반에 다양한 색감과 여러 촬영 기법을 사용해 판타지적 요소를

광고는 우리 제품을 사달라는 공식적인 외침이다 보니 광고가 방영되는 15

가미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CF 속 세상은 실제보다 더 몽한적이고 매력적으

초 내내 제품에 대한 자랑이 전부이기 쉽다. 처음 팬택의 베가 광고를 준비

로 표현됐죠.” (김광석 CF감독)

하면서 이노션의 광고기획팀은 소비자에게 진솔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

현실과 판타지, 솔직함과 꾸밈. 서로 반대적 성향의 줄다리기 속에서 감독만

으로 ‘진정성’을 택했다. 광고 속 제품 기능에 대한 나열 대신 베가를 사용하

의 절묘한 앙상블로 팬택의 베가 광고 시리즈의 시작, 베가 넘버6가 완성되

는 이의 삶의 레시피를 그대로 구현해보기로 한 것.

었다.

“6인치급 세계 최초 FULL HD의 뛰어난 화질의 USP를 1차원적으로 소비자 에게 전달하기 보다는, 기존 스마트폰 시장에서 ‘보기 위한 폰’으로 포지셔

불편함으로 승부하다

닝하기 위해 FULL HD화질이 주는 가치, 다시 말해 ‘본다는 것에 대한 의미’

2013 상반기 신드롬 열풍의 주역이었던 베가 아이언 광고지만 처음에는 내

를 소비자에게 진정성 있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기에 베가 넘버6의

부적으로 논란이 많았다. 헬렌 켈러의 자서전 속 ‘단언해서 말하건대’를 축

주인공은 헬렌 켈러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연한 선택이었죠. 한 번도 시

약한 ‘단언컨대’는 베가 넘버6 광고를 시작으로 베가 아이언, 왕뚜껑 광고

각적 경험을 하지 못한 헬렌 켈러의 눈에 비친 세상을 상상하다 보니, 콘티

및 다양한 패러디를 양산하는 등 각종 신드롬의 일등 공신이지만 그 시작은

를 기획하는 일에 앞서 그녀의 입장에서 보는 일부터 선행되어야 했습니다.”

녹록지 않았던 것.

(손윤수 기획팀장)

“사실 첫 시사에서 누군가는 ‘단언컨대’를 빼자고 하셨어요. ‘진짜, 정말’ 등

김광석 감독 역시 같은 마음으로 CF제작에 임했다. 보통 판타지는 진정성을

과 같은 일상적인 언어로 대체하는 게 어떻겠냐는 건의도 많았죠. 하지만 문

표현할 수 없다고들 하지만 헬렌 켈러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은 상상 그

어적이고 압축적인 표현이 현 세태를 잘 반영하는 것 같아 많은 우려에도

자체만으로도 판타지가 될 거라 생각했다.

불구하고 끝까지 밀어붙였어요. 사실 반대 없는 광고가 히트하는 경우는 드

“밤이 아침이 되는 순간, 거리의 사람들, 아이의 눈동자 등 광고 속 등장하

물거든요.” (김기영 CD)


Life is Orange Fall 2013

배경화면과 구도, 색감 등 원작 베가 아이언 광고를 똑같이 패러디한 팔도 왕뚜껑 광고. 아이언 광고의 진정성과 왕뚜껑 광고의 위트가 교차 돼 양 제품과 광고 선호도에 큰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단언컨대’의 파급력은 놀라웠다. 이 문구를 빼고 2013년 상반기를 논할 수

진행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없을 만큼 많은 이들이 사용했다. ‘겸손한 자기자랑을 가능하게 하는 형식의

여자모델과의 포옹 신은 제품과 캐릭터 사이 접점이 되는 부분이라 컬러 전

완성’, ‘에둘러 말하는 습관을 비꼬는 새로운 시도’, ‘책임을 모면하려 모호하

환을 통해 효과를 가중시킨 광고의 핵심 포인트였다. 남성이 사랑하는 연인

게 말하는 풍토를 뒤집은 신선한 표현’이라는 평 등 대중의 ‘단언컨대’를 향

을 만났을 때 진정한 남성이 되듯 베가 아이언은 프레임이 합체되는 순간으

한 끝없는 지지는 각종 패러디를 양산하며 급속도록 퍼져나갔다.

로, 왕뚜껑은 뚜껑이 열리는 순간으로 포인트를 교차 편집하는 방식으로 제 품의 기능을 강조했다.

새로운 패러디 광고의 패러다임을 열다

패러디 광고를 확인한 이노션 팀은 ‘같은 옷 다른 느낌’ 같은 김광석 감독의

크리에이티브를 중시하는 광고계에서 타사 광고를 그대로 카피하는 일

유쾌한 연출에 박수를 보냈다. 두 광고를 연달아 방영하자는 의견도 광고주

은 흔치 않다. 배경화면, 구도, 출연자 등 카피라 부를 수 있을 만큼 꼭 닮

에게 먼저 제안했을 정도라고.

은 팬택의 베가 아이언과 팔도의 왕뚜껑 광고의 인연은 10년 전 한 광고에

“사실 처음에는 카피 수준의 패러디를 광고주가 선뜻 용인했다는 점이 놀라

서 시작됐다. 클럽을 무대로 춤을 추는 비슷한 광고에서 팬택은 ‘Sky, It’s

웠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사안을 보는 눈높이가 달랐던 거죠.” 대한민국에

Different’라는 카피를, 팔도는 ‘왕뚜껑, It’s Delicious’라는 카피를 내세워

패러디 광고 신드롬을 일으킨 주역들이지만 광고를 기획·제작 하는 과정 중

양사 모두 시너지 효과를 얻었던 것.

‘단언컨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이었냐 묻는 질문에 ‘운이 좋았다’는 겸손함으

이번 팔도 왕뚜껑 패러디 광고는 팬택의 베가 시리즈를 연출한 김광석 감독

로 대답을 대신했다.

의 작품이라 더 큰 화제를 모았다.

아름다운 원작이 있었기에 패러디 광고가 그렇게 돋보였던 것은 아닐까? 앞

“대부분 똑같이 찍어 쉬울 거라 생각하지만 제겐 오히려 더 어려운 촬영이

으로 방영될 팬택의 ‘단언컨대’ 시리즈의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었습니다. 두 광고 사이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는 점이 쉽지 않았죠. 처음 팔 도에서 패러디 광고를 의뢰했을 때 전 편집순서만 약간 바꿔 똑같은 커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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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지역본부가 선보인 <플루이딕 스컬프처 인 모션>은 1만2천 개의 아크릴 구를 활용해 7분마다 새로운 조형물로 연출되는 최첨단 설치미술이다.

이노션, 세상을 디자인하다

여 개가 넘는 제품이 출품된다. 우승 제품은 독일에 자리한 ‘레드닷 디자인

하루만 자고 일어나면 첨단 기술과 최고급 품질로 업그레이드한 신제품이

박물관(Red Dot Design Museum)’에 보존되는 영예를 누린다. 또한, IDEA

등장하는 세상. 넘쳐나는 신제품의 바다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바로 브랜

는 미국 산업디자인협회와 글로벌 경제매거진 <Businessweek>가 공동 주

드와 디자인일 것이다. 이노션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간 국제광고제를 통해

관하는 디자인공모전으로 1980년부터 시작됐다. IDEA의 수상작 역시

자신만의 브랜드 가치를 입증했던 이노션은 광고라는 틀 안에서 상상할 수

<Businessweek>와 온라인 홈페이지에 게재된다. 이들은 매년 독일 하노버

있는 모든 걸 담아냈다. 그것은 곧 뚜렷한 경쟁력이자, 더 나아가 하나의 시

에서 열리는 ‘iF 디자인 어워드(International Forum Design)’와 더불어 세

각예술이기도 하다.

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고 있다.

그런데 올해, 이노션은 그 ‘광고’라는 틀에서 벗어났다. ‘디자인’이란 넓은 개

이번 디자인 어워드 수상의 중심은 단연 현대자동차 마북캠퍼스의 비전

념으로써 자신만의 언어를 세상에 선보이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인재

홀이다. 비전홀은 개인의 비전이 모여 그룹의 비전이 된다는 현대자동차

개발원 마북캠퍼스 내에 위치한 ‘비전홀’이 ‘2013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이

그룹의 철학이 집약된 상징적인 공간. 비전홀 자체가 수상하는 동시에, 비

하 레드닷)’와 ‘국제 디자인 최우수상(이하 IDEA)’에서 활약한 데 이어, 유럽

전홀에서 상영하는 영상작품마저 수상을 한 것이라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지역본부 역시 레드닷에서 본상을 거머쥔 것.

고 할 수 있다. 레드닷 3개 부문 3개 수상, IDEA 1개 부문 1개 수상을 기

1955년 제정된 레드닷은 ‘디자인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릴 정도로 세계에

록한 비전홀은 향후 현대자동차 그룹의 아카이브 역할을 톡톡히 해내리라

서 가장 유명한 디자인 어워드이다. 크게 제품 디자인과 커뮤니케이션 디

기대된다.

자인, 콘셉트 디자인 세 분야로 나누어지며, 매년 약 60개국에서 7,000

A NEW PERSPECTIVE OF CREATIVITY 새로운 관점이 가져다준 영광 아직도 광고회사가 ‘광고’만 만든다는 생각은 버릴 것. 이노션 월드와이드 앞에 괜히 ‘글로벌 통합커뮤니케이션 그룹’이란 수 식어가 붙는 게 아니므로.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지속적인 재해석이 이노션의 본질이며, 그 본질로 국제적인 디자인상을 거머 쥐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2013년, 이노션은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와 국 제 디자인 최우수상(IDEA: International Design Excellence Awards)에서 활약하며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았다.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Life is Orange Fall 2013

현대자동차그룹의 비전홀과 비전홀에서 상영되는 작품들은 모두 현대자동차의 경영철학과 임직원의 비전을 담고있다.

이노션의 새로운 비전을 엿보다

최우수상을 안겨주었다. 특히 <Who am we?>는 IDEA에서도 디지털 부문

비전홀은 이노션 스페이스디자인팀과 설치예술가 서도호 작가, 영국의 디자

동상을 수상, 그 저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이너그룹 ‘유니버셜 에브리씽’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가로 24m, 세로 3m의

이처럼 이노션만의 차별화된 디자인 역량은 국내에 국한하지 않는다. 이노

초고해상도 대형 스크린으로 현대자동차의 경영철학과 임직원의 비전을 담

션 유럽지역본부가 지난 4월, 세계 최고 권위의 디자인 전시회인 ‘2013 밀

은 영상을 상영한다. 비전홀에서 첫 번째로 상영한 작품 <Who am we?(나/

라노 디자인 위크(Milano Design Week)’에서 선보인 <플루이딕 스컬프처

우리는 누구인가?)>는 글로벌 현대자동차 임직원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졌

인 모션(Fluidic Sculpture in Motion)>이 레드닷의 이벤트 디자인 부분의 본

다. 무려 22만여 명의 비전이 담긴 인물사진이 서로 모이거나 흩어지면서 서

상을 수상한 것이다. <플루이딕 스컬프처 인 모션>은 1만2천 개의 아크릴 구,

로의 비전을 공유하는 모습을 추상적으로 표현했다. ‘Who am I?’나 ‘Who

작은 호수의 물, 8개의 레이저 빛과 관람객 움직임 간의 상호 작용을 통해 7

are we?’가 아닌 ‘Who am we?’는 우리는 누구인지, 그리고 그룹 속의 나

분마다 새로운 조형물로 연출되는 최첨단 설치미술. 현대자동차의 디자인철

는 누구인지 각자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두 번째 작품 <뫼비우스 루

학 및 DNA를 상징적으로 표현해 디자인 관계자는 물론 일반 고객과도 소

프(Moebius Loop)>는 영국의 유명 영상 디자이너 그룹 ‘유니버셜 에브리씽’

통할 수 있는 작품이라 호평 받았다. 현재 유럽 지역 순회 전시를 거치고 있

의 작품. 1분 남짓의 18개 단편 영상을 연결하여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를 표

으며 서울에서는 오는 12월, 특별 전시를 통해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현한 이 영상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자원순환형 구조를 예술적으로 표현해냈

전통적인 광고영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의 창의성을 발굴하는 이노션의

다. 이에 레드닷은 비전홀에 이벤트 디자인 부분 본상을, <Who am we?>에

활약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매일 새로운 한계를 극복하는 이들이 있기에, 이

TV·영상·애니메이션 부문 최우수상을, <뫼비우스 루프>에 기업영상 부문

노션은 언제나 힘차게 항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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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역 아이파크몰 광장에 등장한 한국타이어의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카를 찍고 있는 사람들.

기록적인 더위를 기록하던 8월 말, 광화문, 가로수길, 강남역 등 서울 시내 여러 곳을 주행하며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인터넷에서도 화 제를 불러일으킨 이색 자동차.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없어 더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 정체가 밝혀진 것은 지난 9월 13일, 서울 용산역 아이파크몰 광장에 다시 등장한 이색 자동차는 바로 한국타이어의 2013년 새로운 브랜드 캠페인 ‘The Next Driving Lab’ 론칭 을 앞두고 사전 프로모션으로 기획된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카였다. 이 새로 운 캠페인을 기획한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한국타이어가 향후 혁신적인 하 이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소비자에게 더욱 새롭고 놀라운 드라이빙 경험 을 전달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다 미래적인 방식으로 완성했다.

하이 테크놀로지와 감성을 결합한 새로운 캠페인 9월 13일에는 글로벌 선도 타이어 기업 한국타이어가 새롭게 선보이는 디지

WHO CREATES THE DRIVING? BY HANKOOK TIRE 누가 혁신을 만들어가는가? 8월 25일, 서울 도심에 이색 자동차가 등장했다. 자동차 옆면에 장착된 LED화면에 반대편의 풍경이 투명하게 비치는 모습에 행인들은 놀라움에 발길을 멈추고 신기하다며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베일에 감추어져 있 던 이 화제 만발의 이색 자동차는 9월 13일 서울 용산역 아이파크몰 광장에 다시 등장해 그 정체를 드러냈다.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PHOTOGRAPH. Studio 1839


Life is Orange Fall 2013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카는 무려 80일 동안 수많은 스태프의 거듭된 시행착오와 주행 시험이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털 캠페인 ‘The Next Driving Lab(더 넥스트 드라이빙 랩)’의 본격적인 시

업과 시행착오 끝에 차량 한쪽에는 LED를, 반대편에는 카메라를 연결하는

작을 알리는 행사가 열렸다. 행사는 캠페인의 주요 메시지인 ‘Who Creates

작업이 완료되었고 수십 차례의 주행 시험을 마치고 나서 본격적으로 거리

The Driving?(누가 드라이빙의 혁신을 만들어내는가?)’을 소개하는 화려한

에 나서게 된 것.

영상으로 시작되었다. 이어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카(Digital Creative Car)

LED에서 선보이게 될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무엇보다

와 무대 위 세워진 대형 LED 화면이 마치 대화를 하듯이 영상을 주고받는

타이어로 인해 드라이빙을 변화시키는 하이 테크놀로지적인 이미지를 담기

인터랙티브한 효과를 담은 디지털 퍼포먼스가 펼쳐졌고, 일렉트로닉 음악의

위해 노력했고 미래적인 영상들이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카에 구현되었다.

대표주자 이디오테잎과 대한민국 힙합계의 아이콘 리쌍이 등장해 오프닝의

자동차의 내부를 보이며 스캔이 되거나, SUV 차량이 스포츠카로 변화되고,

열기를 더했다.

차체 내부의 모습들이 3D로 구현되는 등 총 9개의 콘텐츠가 제작되었고 반

‘The Next Driving Lab’은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카와 디지털 퍼포먼스 공연

대편 카메라에 투영된 실제 이미지와 콘텐츠들이 결합되어 더욱 놀랍고 신

을 통해 LED를 활용한 ‘환상 속으로의 드라이빙(Driving Illusion)’이 2013

기한 영상이 탄생했다.

년의 첫 번째 프로젝트다. 디지털 크리에이티브카는 국내 최초로 ‘휘어지는

‘The Next Driving Lab’은 연간 이러한 프로젝트로 끊임없이 젊은 층과 소

LED 패널(Flexible LED Panel)’을 활용한 차량으로, 해외에서 LED 패널을

통하는 장을 마련하게 될 것이며, 더 혁신적인 하이 테크놀로지와 감성을 결

공수해 150여 개의 LED를 꼼꼼히 붙여 완성했다. 80일간의 정밀한 튜닝작

합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드라이빙 경험을 전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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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ABORATION

INTERVIEW. 김아람 + 문성훈 대리 (카피라이터, INNOCEAN Worldwide)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PHOTOGRAPHY. Studio 1839 COOPERATION. 그랜드하얏트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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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vertheless, Blink Yourself

아람 씨의 블링크한 나날

이 언니, 세다. 근데 끝내준다! 그 아담한 체구에서 어찌 그리 ‘강려크한’ 힘이 나오 는지, 기획부터 디자인, 인쇄, 발행까지 혼 자서 척척 다 해내는 이 여자, 이젠 한국을 넘어서 글로벌 배포까지 시작했다. ‘내가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들고자 박차고 뛰어 나온’ 이래 정말 ‘김아람스러운’ 책을 꿋꿋 이 만든 지 어언 3년. ‘사진’과 ‘잡지’를 바 라보는 그녀만의 이야기를 바람 살랑이는 가을날,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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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AB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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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람씨, 낮술 한잔하실래요? 문성훈 카피라이터(이하 문) 어서 오세요, 아람 씨. 베이징에서 바로 오시느라 힘드셨죠? 김아람 편집장(이하 김) 하마터면 시간 맞춰 못 올 뻔했어요. 베이징이 랑 시차가 있더라고요. 문 얼마 전에 다리를 다치셨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할까요, 낮술이라 도 한잔하시면서 분위기를 업해볼까요? 김 어머, 저 낮술 좋아라하는 거 어떻게 아셨어요? 술 마실 때 그 특 유의 분위기 너무 좋지 않나요? 모르는 사람하고도 금방 친해지고. 다 음 날 보면 어쩐지 머쓱한 그 느낌까지도! 문 사람들 만나려면 낮술보단 밤에 마셔야 할 텐데…. 김 한때 고모가 저더러 ‘뱀파이어’라고 하셨을 정도로 야행성일 때도 있었죠. 그래도 얼마 전에 조카가 태어나서 낮술을 더 선호하게 됐어 요. 조카를 안주 삼아 조금씩 홀짝인달까요? 문 그럼 가볍게 맥주 한잔하시죠. 빨리 친해지고 싶으니까?(웃음) 사 실 편집장님께서 만드시는 <BLINK>를 아껴 보기도 했지만, ‘라이언 맥 긴리(Ryan McGinley)가 싫다’는 인터뷰를 읽고서 더 뵙고 싶었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거든요. 라이언이 대체 뭘 잘못한 거죠? 김 어…그건 오해세요! 저도 라이언 맥긴리 좋아하거든요?(웃음) 다만, 약간 과대 평가되는 경향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은 해요. 젊은 사진작 가들 중에 그만큼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다고요. 라이언 맥 긴리가 싫다기보단, 그가 과대 평가받는 배경과 과정이 싫어요. 좋은 작가들이 노출될 기회가 사라지는 셈이니까. 문 흠, 광고계에도 그가 한창 유행이었던 때가 있었어요. 콘셉추얼하 게 세트장에서 찍는 광고사진에서 좀 더 내추럴한 광고사진이 트렌드 일 때…. 라이언 맥긴리 특유의 젊음, 거리낌 없이 드러나는 젊음이 한

스스로가 공감하는 사진이 가장 좋은

동안 정말 많이 소비되었죠.

사진이잖아요. 제 생각에 가장 좋은 피사체는

김 안타까운 건, 그 스타일을 가장 먼저 창조한 것이 그가 아니라는

‘인물’이에요. 저기 한 사람이 서 있을 때, 스스로를 거기에 투영하기가 제일 쉬우니까요.

거죠.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그런 작업을 하는 작가가 무궁무 진한데 미디어에서 ‘대단하다’고 추켜세우니까 마치 그것이 ‘라이언 맥 긴리 스타일’인 것마냥 굳어버렸잖아요. 미디어가 자행하는 그런 역할 은, 좀 싫네요. 제발 대중미디어와 대형 갤러리들이 옛날 걸 자꾸 우려 먹으면서 ‘여전히 잘나가요’ 하고 거짓말 좀 안 했으면 좋겠어요. 했던 전시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문 아무래도 ‘돈이 되는’ 게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이미 비싼 기성 작 가를 다루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인 어윈 올라프(Erwin Olaf)가 작년에 한 국에서 첫 전시를 했는데…. 문 아, 그 ‘사진계의 렘브란트’라고 하는? 그분 광고 쪽에서도 되게 유 명하시잖아요. 김 근데 전시를 하는지 안 하는지도 잘 모르시잖아요. 심지어 그분은 한국에 매년 오세요. 그뿐이 아니죠. 한국에서 전시를 하고 싶어 하는 세계적인 작가 분들이 정말 많다고요. 근데 그 프로젝트를 진행할 만 한 갤러리나 미술관이 없어요. 너무 슬픈 일이에요.


Life is Orange Fall 2013

문 그래서 <BLINK>를 창간하신 건가요? 알려지지 않은 주옥같은 작 품을 보여주기 위해서. ‘BLINK는 A4사이즈의 갤러리다’란 말도 종종 하셨고.

한 달에 한 번 출산하는 여자 김 네, 맞아요. 그래서 제본을 하지 않고 한 장씩 낱장으로 만들어서 독자분들이 벽에 붙여서 감상하실 수 있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어 요. 판형을 더 크게 하고도 싶고. 하지만 책이라는 게 여러 가지 제약 이 있으니까, 인쇄과정에서 최대한 공을 들이는 편이에요. 작품의 질 감과 색감을 가장 실감 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점 하나도 놓치지 않아 요.(웃음) 문 아, 그래서였군요. 제가 올해 잠시 뉴욕에 갔었는데, 뉴욕현대미술 관(MoMa)에서 볼프강 라이프(Wolfgang Laib)의 작품을 보고 정말 경 이로움을 느꼈거든요. 사진으로 보던 작품을 실제로 보니 그 온도가 다 르더라고요. 맨 처음 <BLINK>를 펼쳤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었고. 김 어머, 감사합니다. 그래도 지금 인쇄와 사진인화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절충해야 하는 부분은 있어요. 그럴 땐 마음이 안 좋아요. 우리 ‘아기’한테 좀 더 예쁜, 좋은 옷을 입혀주고 싶은데. 문 주변에 기자분들 보면 잡지 만드는 걸 육아와 많이 비교하시더라 고요. 애 하나 키우는 것 같다고. 교열이라고 하나요? 저도 카피 쓰고 나서 오·탈자 체크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치면서 그런 생각을 해요. 애 낳는 게 바로 이런 느낌일까.(웃음) 김 제가 비록 어리긴 하지만, 매달 출산한다고 생각해요. <BLINK>는 잡 지보다 독립된 단행본에 가깝기 때문에, 각각 다른 자아를 가진 아기 같 거든요. 벌써 27명이나 낳았으니, 다산도 보통 다산이 아니네요. 하하. 문 페이스북 보니까 전 세계 유명한 사진작가 분들이랑 네트워크가 활발하시더라고요. 다들 활발하게 광고사진도 하고 패션사진도 하는 분들이라 진짜 부럽던데요. 김 인연이 닿았던 작가나 갤러리스트하고 잘 지내는 편이에요. 정식 작업이 완성되기 전에 날것의 작품들을 보내주면서 골라달라고도 하

BLINK 김아람 편집장 2009년 대학 졸업 후 영화, 광고, 방송, 잡지, 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2010년 겨울 창간한 블링크(www.blinkreflex.com)의 대표, 발행인, 에디터, 디자이너를 담당하고 있다. 2012년 PDN 특별이슈에 사진분야 tastemaker로 선정, Fineart Photography Center와 PDN Photo Annual,

시고, 전시기획에 대한 상의도 하시고…. <BLINK>를 보고 제가 뭘 좋

PDNEdu Student Photography contest 등의 주요

아하는지 아니까 더 믿는달까? 비교적 어리니 막냇동생처럼 생각해주

심사위원, Fotografiska Stockholm Photography

시는 면도 있어요. 특히 한국에서 작업할 기회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Festival 등의 해외사진 페스티벌의 포트폴리오

도와드리려 해요. 제 기쁨이에요.

리뷰어로 활동하고 있으며 작가 섭외, 전시 기획,

문 사진을 정말 사랑하시나 봐요. 책을 읽다가 발견한 구절인데요, 인

프로젝트와 더불어 수시로 특강과 워크숍 또한 갖고

물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풍경화를 좋아하는 사람보다 자기 내면을 더 바라보는 사람이래요. <BLINK>에도 유독 인물사진이 많던데요. 김 어머, 인터뷰 되게 잘하신다!(웃음) 스스로가 공감하는 사진이 좋 은 사진이잖아요. 제 생각에 가장 좋은 피사체는 ‘인물’이에요. 저기 한 사람이 서 있을 때, 스스로를 거기에 투영하기가 제일 쉬우니까요. 아 직 우리나라는 예술과 대중 사이에 갭이 큰 편이라…. 좀 더 쉽게 다가 갈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인물 사진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죠. 문 셀렉트한 이미지를 보면 어딘가 기괴하고 섹슈얼한 느낌이에요. 특 히 여성적인, 여성사진이 많고.

Week, nofound fair, Mt.Rokko International Photo

(프리랜서 작가 및 기자로서의) 글 기고 및 각종 아트

있다. <블링크> 매거진은 해외 전시 동향에 맞춰 현재 가장 주목받는 작가들의 작업을 엄선하여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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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AB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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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음, 의도했던 건 아닌데…. 저도 솔직히 남자가 좋긴 한데요, 누드 는 여성의 몸이 더 예쁜 게 사실이잖아요!(웃음) 벗은 몸의 터부에 대 한 반감이 있기도 했고. 저한텐 벗은 몸이 벗은 몸으로 보이지 않거든 요. 하나의 색이고 선으로 보여요. 문 그렇군요. 저도 누드, 참 좋아하는데요.(웃음) 서점이나 직장에서 편하게 볼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예술은 순수하게 예술로 만 받아들이는! 김 하하. 처음엔 인쇄하시는 기장님들도 사진을 똑바로 못 보셨을 정 도라니까요. 그리고 제가 그로테스크한 걸 좋아하긴 해요. 일반적인 ‘예쁘다’ 말고 ‘이런 아름다움도 있어’란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문 전 세계 독자들이 <BLINK>를 들고 찍은 ‘인증샷’을 봤어요. 제가 다 뿌듯하던데요? 마치 융프라우에서 신라면 발견한 느낌! 해외에도 배포하고 계신 거죠? 김 네, 우선 뉴욕하고 일본 정도. 일본은 전국 주요 도시에 들어가 있 고요. 다른 곳들도 연락이 많이 오는데, 배송도 제가 일일이 하기 때문 에 지금 상황만도 벅차요. 그리고 배본하려면 적어도 직접 가서 한 번 은 봐야 하는데 다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요.

쩐이 들어오면 마음이 짠해져요 문 아까 내면에 대한 얘기를 왜 했냐면요. 저는 ‘전투적이다’는 말을 예 상했어요. 독립잡지를 내게 된 과정이나 잡지에 실린 사진이 ‘전투적이 다’ 혹은 ‘반항적이다’란 말과 무척 어울려서요. <BLINK> 창간 계기도 예전 포토 매거진 사장님이 “이건 내 잡지지 네 잡지가 아니야!”란 말 때문이라면서요!(웃음) 김 하하, 네. 저는 한량이라 보통 옥상에서 햇빛 쬐면서 낮술 마시고 있거든요. 근데 누가 열 받게 하면 행동을 해요.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 이 ‘넌 절대 대학에 못 갈 거다’라고 하셔서 이 악물고 신문방송학과에 갔고, 그 잡지사 대표님 때문에 <BLINK>를 만들었죠. 감사합니다, 저 를 열 받게 해주셔서.(웃음) 문 그 ‘오기 인생’이 정말 대단합니다. 저는 가끔 ‘내가 하지 말라고 했 는데 왜 카피에 부정문을 썼냐!’고 광고주한테 혼날 때 많이 우울해요. 광고는 혼자만의 창작물이 아니란 걸 알지만,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 며 제가 쓴 카피가 소위 ‘난도질(?)’당해서 본래 형체를 잃어버렸을 때 도. 그 결과로 ‘쩐’이 들어오면 마음이 ‘짠’해져요. 아람 씨의 반항정신 이 부럽습니다.

그 반항이 어찌 보면

김 그 반항이 어찌 보면 진짜 바보죠. 좋게 말하면 순수하달까, 맹목

진짜 바보죠. 좋게 말하면

적인 믿음이 있달까. ‘아님 말고!’란 마인드로 하고 싶은 걸 밀어붙인 것뿐이에요. 제 감정에 충실했던 거죠.

순수하달까, 맹목적인

문 조직을 박차고 나와서 독단적으로 일한다는 게 아무나 할 수 있는

믿음이 있달까. ‘아님 말고!’란

건 아니잖아요. 소심한 A형인 저로서는 특히? 그저 꾹꾹 참고 일하고

마인드로 하고 싶은 걸

있네요.(웃음)

밀어붙인 것뿐이에요.

김 그쵸! 전 그렇게 꾹꾹 참는 게 싫어요. 사회생활 하고 직장생활 하

제 감정에 충실했던 거죠.

면서 토로하는 것들 있잖아요. 저한텐 그게 시간낭비였어요. 사실 일 하면서 맘 맞는 사람도 없었고.(웃음) 같이 일하는 데 100% 맞는 사람 있던가요? 다들 절충하면서 사시잖아요.


Life is Orange Fall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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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그래도 동료가 있으면 안심이 되던데. 가끔 컨디션이 저조해서 내가 못할 때, 보충해줄 존재가 있는 거잖아요. 그게 조직의 장점이기 도 하고. 김 그런 건 있어요. 혼자 일하면서 가장 좋았던 건 지옥철과 만원버스 에서 해방됐다는 것! ‘역시 난 혼자 일하는 게 맞아’란 생각을 했었는 데, 2~3년 일하니까 그런 게 있어요. 어딜 가도 감흥이 없어요. 소위 ‘빡세게’ 일하는 직장인은 대조적으로 휴가의 즐거움이 확연하잖아요. 전 좋다는 건 많이 보고 다녔으면서도 이젠 혼자 가만히 있는 게 제일 좋아요. 문 역시 모든 일엔 장단점이 있나 봅니다. 이건 좀 다른 얘긴데, 광고 하는 사람 입장에서 광고 없는 <BLINK>는 진짜 신기할 수밖에 없어 요. 도대체 재정적인 측면을 어떻게 감당하시는 건지? 김 프리랜서로 버는 걸 다 쏟아 붓고 있죠. 정말 많이 썼어요. 아마 <BLINK>를 안 했으면 지금 충분히 독립해서 자유롭게 살고 있었을 거 예요. 이번 달에 휴가를 못 가서 그런지 ‘내가 왜 이러고 있을까’란 생 각을 잠시 해보네요. 하하. 그래도 결국엔 이게 제 업이더라고요. 문 아까도 그렇지만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교육하는 미디어에 대해 무척 부정적이시던데…. 폭력적인 교육. 광고도 그중 하나라는 건 솔직 히 부인하지 않겠어요. 그런 면에서 광고를 배제하시는 건가요? 김 어우, 절대 아니에요. ‘광고에서 하는 대기업의 횡포가 싫어!’ 이 런 건 전혀 없어요. 사실 해외 페스티벌이나 갤러리 전시 같은 광고는 했었어요. 오랫동안 알고 지내서 서로 취향을 아는 디렉터들을 통한, <BLINK>와 어울리는 ‘예쁜’ 광고를 찾고 있을 뿐이지, 광고를 싫어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혹시나 이 글을 보시는 스폰서 분, 제가 간절히 기다 립니다. 저 광고 싫어하지 않아요. 하하. 문 힘드시겠지만, 그런 부분은 절대 타협을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BLINK>가 계속 나왔으면 좋겠고. 나중에 정기구독자가 아무리 늘어 나도 그 ‘인디 정신’이 살아 있었으면 하고, 독자는 바라봅니다. 김 이거 무릎팍도사였나요?(웃음) 그러기 위해선 일단 미뤄둔 휴가부 터 가야겠습니다. 무조건 바다가 있는 곳으로! 그리고 조그만 작업실 도 하나 갖고 싶네요. 편하게 과월호를 보실 수 있는 <BLINK>에 어울 리는 공간, 딱 보자마자 ‘이건 내 거다’ 하는 그런 운명적인 공간을 찾 아보려고요.

“너는 사진을 공부하지 않아서 사진을 볼 줄 모르는 거다” “이 작품이 얼마나 대단한 건데” 라는 궤변에 낙심하거나 초라해질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당신에게는 스스로의 두 눈이 있지 않나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적어도 제가 보여드리는 작품들은 스스로의 눈을 통해 능동적으로 감상해보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BLINK> 홈페이지 中


ISSUE REPORT CREATOR’S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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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CREATOR’S NOTE 잠시만요, 충전하고 가실게요!

광고인 가라사대, 잠도 자야 좋은 크리에이티브가 나오는 법. 이노션에는 불철주야 야근하는 직원들을 위한 수면실이 있다. 이름하여 Charging Station! 방전된 이노시안들의 급속 충전소로, 오늘도 불철주야 일하는 이노시안들이 이곳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충전한다.


Life isLife Orange is Orange Summer Fall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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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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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미남의 기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다 TEXT. 박사 (칼럼니스트) COOPERATION. 스타케이엔터테인먼트, 블러썸엔터테인먼트

남자의 매력을 딱 하나만으로 규정하기는 쉽지

미남의 기준이 바뀌는 과정은 흥미롭다. 한 명 한

않다. 잘생기면 당연히 좋고, 얼굴은 밋밋하더

명의 스타들은 자신만의 개성과 실력과 운으로 지

라도 몸이 좋으면 한 번 더 눈이 가고, 그러면

금의 인기를 얻는 듯하지만, 넓게 둘러보면 분명한

서도 모성보호본능을 자극하면 마음이 가고….

경향이 드러난다. 당시의 팬들이 원하는 미남의 기

하지만 한 시절을 지배하는 ‘미남의 기준’은 분

준에 부합했을 때 비로소 개성과 실력은 빛을 발

명히 있다. 그에 따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스타

한다.

들도 부침을 거듭했다.

보통 생각하는 전통적인 미남의 가치에 가장 가 까웠던 이들은 정우성, 장동건, 이병헌으로 대표 되는 70년대 초반생의 터프한 남자들이었다. 그 들 이전에도 미남은 있었지만 편의상 그들을 1세 대 미남이라 칭하자. 이들의 위풍당당한 행렬에는 이정재, 배용준도 포함된다. 그들은 얼굴로 말한다. “나는 남자다”. 터프하고 카리스마 있는 그들은 부 리부리한 눈, 뚜렷한 이목구비, 여유로운 미소로 여성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그들은 한 팔로 꽉 안아 여자를 제압할 수 있을 듯했고, 그와 동시


Life is Orange Fall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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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요즘 대세’인 유아인(위)과 송중기(이래). 볼수록 매력있는 외모와 탄탄한 작품 이력으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들이다.

에 든든한 팔뚝으로 여자를 보호할 수 있을 것 같

했다. ‘츤데레’라고 일컫는 ‘차가운 듯하면서 내심

았다. ‘내 여자에게는 따뜻한’ 선 굵은 남자들. 그

다정다감한’ 특징을 가진 그들은 이기적이고 개인

들이 풍미한 시절은 사실, 아직 지나가지 않았다.

적인 경향을 전면에 드러냈지만, 예쁜 얼굴로 모

하지만 사람들이 선호하는 미남의 기준은 빠른 속

든 것을 용서받았다. 그들이 과연 자신의 여자를

도로 변했다.

위해 헌신할 수 있을까? ‘헌신’은 이제 중요한 덕 목이 아니다. 누나팬들은 자신을 위해줄 남자보다

2세대 미남은 터프한 매력에 달콤하고 자상한 도

‘내가 잘해주고 싶은’ 남자로 눈길을 돌렸다. ‘펫’같

회적인 다정함이 곁들여졌다. 소지섭, 원빈, 조인

은 남자에게로.

성, 강동원, 현빈.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에 태

하지만 예쁜 남자에게 쏠리는 호감은 반작용을 불

어난 이들은 남성미를 필수적으로 갖추었지만 마

러일으키기도 했다. 4세대의 미남은 ‘짐승남’이었

팬들은 성장했다. 드라마와 영화의 막강한 소비자

초적인 특성과는 거리가 멀다. “내 여자”에게 문제

다. 곱상한 외모보다는 남자다운 근육과 굵은 라

인 여성들의 지위가 바뀌는 과정은 ‘미남의 기준’

가 생기면 목숨 걸고 해결하는 순정파의 면모와

인이 더 큰 매력으로 주목받았다. 정석원, 2PM의

에 충실하게 반영되었다. 나를 보호해주는 남자의

동시에 다정하고 부드러운 성격을 갖춘 이들은 선

닉쿤과 택연이 새로운 미남의 기준에 부합하며 눈

그늘 밑에 안주하기를 거부하고, 결혼을 인생의 목

배 미남들을 제치고 눈길을 끌었다. 전통적인 미

길을 끌었다. 하지만 짐승남을 원한다는 것이 곧

표로 여기지 않으며, 자신이 번 돈을 자신을 위해

남이라기보다 개성적이고 심지어 ‘예쁜’ 남자들.

마초를 원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근육은 울퉁불

쓸 줄 알게 된 여자들.

야성적이지만 ‘도회적 야성성’이라 할까, 길들여진

퉁하더라도 다정하고 말 잘 듣는 미남이어야 했다.

야성성을 가진 그들이 새로운 미남의 기준이 되었

‘펫’의 또 다른 버전이었던 것.

사회적으로 경제적 상황이 침체되는 과정에서, 남

지만 곧이어 3세대 미남이 밀려들었다.

이러한 ‘누나들의 사랑을 받는’ 미남의 기준은 5세

자들은 쪼그라들었고 여자들은 스스로 섰다. 여

선 굵은 미남에서 ‘예쁜 남자’로 가던 흐름은 3세

대 미남에게도 유효하다. 그들은 짐승남과는 달

자들은 더 이상 “왜 데이트 비용을 남자가 내느냐”

대 미남에 이르러 드디어 그 특징을 분명하게 드

리 마르고 길고 호리호리한 몸매를 특징으로 한다.

고 투덜거리며 돈 쓰기 아까워하는 남자들에게 기

러냈다. 이때부터 ‘꽃미남’이라는 명칭이 본격적으

곱고 하얗고 여자보다도 예쁜 얼굴. 하지만 뚜렷한

대고 싶어 하지 않는다. 누나에게 살갑게 구는 예

로 쓰이기 시작한다. 2009년 드라마 <꽃보다 남

라인의 전통적인 미모와는 거리가 멀다. 전형적이

쁜 남자들에게 지갑을 열 용의가 충분하다. 새로

자>에서 F4를 연기했던 남자배우들은 새로운 미

라기보다 개성적이다. 80년대 중후반생인 김수현,

운 여성팬은 새로운 미남 스타를 찾아냈다. 미남

남의 표준으로 등극했다. 80년대 후반생인 김현중,

이종석, 송중기, 유아인, 주원은 그렇게 누나들의

의 기준은 또 바뀌겠지만, 당분간은 누나들의 너

이민호는 이전의 헌신적인 남자들과는 궤를 달리

사랑을 받으면서 새로운 미남군단을 형성했다. 5

그러운 품 안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세대가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그것은 아무도 모 를 일. 세대교체는 빠르지만 경향은 뚜렷하다. 미남의 기 준을 정하는 것은 ‘누나들’이라는 것. 1세대 미남들 까지만 해도, 팬들은 자신을 보호하고 부양해줄 어른스러운 남자의 이미지를 그들에게서 찾았다. 하지만 세대를 거듭할수록 기준은 바뀌었다. 여성


TREND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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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칵테일은 사랑을 싣고 TEXT. 김봉하 (믹솔로지스트)

“젓지 말고 흔들어서 마티니 한 잔!” 칵테일과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이다. 그

관련한 제임스 본드의 명대사에는 007시리즈

래서 ‘믹솔로지스트(Mixologist)’의 길을 선택한지

의 작가, 이안 플레밍(Ian Fleming)의 비하인드

도 모르겠다. Mix는 ‘섞다’란 의미만큼 많은 뜻을

스토리가 있다. 마티니 애주가였던 그는 러시아

포함한다. 음료와 음료 또는 부재료, 신선한 재료,

에 진(Gin)이 없는 것을 고민하다 보드카로 대

건강, 트렌드, 사람, 문화, 감성을 모아 모두가 행복

신하되, 바텐더의 기술을 의심한 나머지 젓지

할 수 있는 문화적 혼합을 이루는 것이다. 여기에

말고 흔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이것이 바로 보드

최고의 ‘기술(Technology)’과 최선의 표현을 통해

카 마티니의 시작이다. 칵테일엔 이렇게 각각 매

정성이 가득한 한 잔을 연출하는 사람을 믹솔로

력적인 사연이 숨어 있다. 보기에도 예쁘고 맛

지스트라고 한다.

있는 데다, 스토리텔링까지 있으니 이만한 술이 있을까. 그래서 나는 항상 남자들에게 사랑하

가끔 ‘바텐더와 믹솔로지스트는 뭐가 달라요?’ 하

는 여인과는 쓰디쓴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한다.

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바텐더는 말 그대로 바

쓴 술을 마시며 미간을 찌푸리지 말고, 맛있는

(bar) 안의 마스터를 뜻한다. 혹은 사람들의 눈을

칵테일로 예쁜 시간 보내라고. 또한 알코올만

즐겁게 하기 위해 플레어(flair: 병을 돌리는 칵테

빼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칵테일이 되니 이

일 쇼 기술)를 하기도 하고, 밸런스가 좋은 정통 클

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래식 칵테일을 선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건강하고 신선한 재료’가 부각되면서 술과 시럽, 주스로 만 들던 칵테일에 혼란이 왔다. 그러자 바텐더의 정 신을 포함하면서도 바의 중심선에서 벗어나 음료


Life is Orange Fall 2013

를 마시는 모든 이들의 오감과 감성을 입힌 음료를

같이 모인 자리에서 소주와 맥주를 말아가며 취하

만들고자 연구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산도와 당

기 위해 마시는 게 아닌, 영화 속 주인공과 같이 본

도, 영양성분, 스타일, 마케팅을 한 잔에 대입하는

인의 개성이 담긴 칵테일 한 잔쯤은 능숙하게 선

이들이 바로 믹솔로지스트다.

택할 줄 알아야 한다. 적어도 와인의 맛과 역사를

건전한 음주문화를 위해 칵테일 클래스를 진행한

모르면서 고가의 금액을 지불하고 있는 부류보다

지 수년째, 올해는 어느 해보다 경쟁률이 치열하

는 낫지 않을까.

다. 사람들은 이제 칵테일을 마시고 싶은 것을 넘

또한 요즘은 와인의 마리아주처럼 칵테일을 음식

어 집에서 직접 만들고 싶다고 한다. 마치 영화 속

과 함께 즐기는 푸드 페어링 문화가 한창이다. 허

의 주인공처럼.

브류가 들어가는 칵테일은 각종 샐러드나 닭 요리, 연어 요리와 잘 어울리며, 다소 알코올 내음이 강

김봉하 믹솔로지스트의 추천 칵테일 1. HERB ROYAL 허브 로열 향긋한 허브 내음과 상큼한 레몬 향과 청량감이 느껴지는 식전주

흔히 ‘나는 술을 못 마셔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두

한 마티니와 탄산 칵테일은 기름진 튀김요리, 육

부류다. 알코올 특유의 쓴 향기와 맛이 부담스럽거

류와 궁합이 좋다. 또한 딸기, 라즈베리와 같은 베

봄베이 사파이어 진 30ml[소주 한 잔 분량],

나, 체질적으로 강한 알코올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리류가 들어가는 칵테일에 간단한 스낵류나 말린

토닉워터, 레몬 반 개, 시나몬 스틱, 얼음

사람. 하지만 칵테일은 ‘마심의 미학’이다. 정형화

과일을 곁들이면 또 다른 미각의 신비를 체험할

방법: 길고 투명한 잔에 민트, 바질, 로즈마리를

수 있을 것이다.

손에 올리고 강하게 손뼉을 친다.

향이 퍼질 정도로 2~3번 반복한 다음 잔에

넣는다. 레몬 반 개 즙을 짜서 넣고,

되지 않은 신선한 재료가 결합한 특별한 맛이 이

재료: 민트 2장, 바질 2장, 로즈마리 2줄기

루어내는 한 잔의 우주다. 술을 잘 마시는 사람과

이제야 비로소 사람들은 ‘마심의 문화’에 관심을

못 마시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평등한 음료다.

갖기 시작했다. 독한 술이 중심을 차지했던 우리

봄베이 사파이어 진을 넣는다.

나라의 주류 시장 역시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

얼음을 가득 넣고, 토닉워터를

가득 채우면 완성. 시나몬 스틱으로

저으며 음용한다.

이젠 내가 무얼 먹고 마시는지가 나의 라이프스타 일을 말해주는 시대가 아닌가. 내가 좋아하는 컬

다. 상황에 맞게 주류를 선택해야 ‘센스 있다’는

러와 디자인, 그것이 음료와 음식이라면 당연히

칭찬을 듣는 시대다. 그러니 그레이 구스(Grey

맛에도 나만의 스타일이 존재해야 할 것이다. 다

Goose)가 유행한다고 무조건 마실 게 아니라 왜 할라우드 셀러브리티와 트렌드세터가 그것에 열 광하는지를 먼저 이해한 다음, 크랜베리 주스와 함께 음미해야 할 것이다. 흔히 와인은 공부하며 즐기는 술이라고 하지 않나. 칵테일 역시 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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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YUZU COOLER 유자 쿨러 재료: 봄베이 사파이어 진 30ml,

유자청 2스푼, 탄산수, 얼음

방법: 투명한 글라스에 봄베이 사파이어와

유자청을 넣고 잘 풀어준다.

얼음을 가득 채운 후 탄산수를 가득 넣는다.

는 지인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맛있는 이야기’를

오렌지 껍질을 이용하여 연출하면

나눌 수 있기를.

달콤하고 향긋한 유자 쿨러가 완성된다.

며 마시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올가을, 사랑하

3. LEMON TEA 레몬 티 재료: 봄베이 사파이어 진 30ml,

뜨거운 물 1컵, 레몬 1개, 꿀 1스푼

방법: 따뜻하게 데운 머그잔에 뜨거운 물과

꿀, 레몬을 짜서 넣고 잘 저은 다음

봄베이 사파이어 진을 넣는다.

레몬 껍질을 사과 껍질 깎듯 넣으면

서늘한 가을 저녁, 따뜻하고 향긋한

레몬 티를 즐길 수 있다.


TREND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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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옥상과 지하, 도심 속 생기의 빛 TEXT. 이영선 (트렌드인사이트 기자)

도시 하면 떠오르는 느낌을 그려보자. 당신이 그

누구나 한 번쯤은 풀리지 않는 답답함에 무작정

린 도시는 열정과 희망이 가득한가, 아니면 세련

옥상으로 올라간 적이 있을 것이다. 가슴이 뻥 뚫

된 낭만이 가득한가.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

릴 듯한 곳에서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과 도심 속

들, 특히 직장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당신이 떠올

야경을 바라보면 어느새 스트레스가 풀린다. 차갑

리는 이미지는 숨막힐 듯 들어찬 빌딩과 회색빛

기만 했던 도시가 따스하게 느껴지는 순간. 이렇듯

깔의 얼룩진 모습이다. ‘도시’라는 공간 안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옥상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직

각자의 삶을 힘겹게 꾸려가는 이들을 위해 준비

장인들에게 주위를 돌아볼 여유와 소소한 즐거움

했다. 숨어 있어 미처 인식하지 못했지만 삶의

을 제공하던 안식처다. 그래서일까. 옥상만의 가치

진정한 안식처로 변화하는 도시의 수많은 이야

를 이용해 간편하면서도 톡톡 튀는 문화이벤트가

기를 말이다. 대체 이 복잡하고 답답한 도심, 그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어느 곳에 그런 즐거움이 있다는 것일까. 옥상 스파와 즐기는 뜨거운 영화관람

HOT TUB CINEMA 호주 멜버른의 Rooftop Cinema(위)와 옥상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영국 Hot tub Cinema(아래).

영국의 동부지역에 위치한 Hot Tub Cinema. 이 회사는 옥상 위에서 스파와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신선한 경험을 런던의 젊은이들에게 제공한다. 회 사 홈페이지에서 입장할 수 있는 티켓을 구입해 행사 당일 수영복을 입고 참가하면 된다. 이때 상 영되는 영화는 당일까지 장르 외의 모든 것이 철


Life is Orange Fall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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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여기에 8명씩 수용할 수

나아가 옥상에서 하는 요리교실, 문화공연, 교육

있는 욕조를 비치, 약 40℃의 뜨거운 온수를 가

등 농사를 둘러싼 콘텐츠를 도시 곳곳에 심을 수

득 채워 도시 속 한밤을 더욱더 열정적으로 달군

있기 때문이다.

다. 특히 Hot Tub Cinema는 참여자들이 춤도 추

그렇다면 도심 아래 지역, 지하는 어떨까. 최근 영

고 이야기도 나누는 등 서로가 적극적으로 감상과

국 런던 부호와 중산층 사이에서 ‘빙산형 주거

느낌을 공유할 수 있어 실내에서 이뤄지는 영화관

(Iceberg House)’가 인기다. 이 주택은 빙산처럼

과는 상당히 다른 문화를 형성한다. 기본 입장료

지하에 미술 갤러리, 수영장, 헬스장 등의 여러 생

를 연출해 다양한 여가, 문화행사의 장소로서 널

는 $35(한화 3만8000원)이며 욕조의 종류에 따

활공간이 층마다 이뤄져 수면 아래에 거대한 얼음

리 이용되고 있다. 여름 주말이면 탱고, 재즈, 클래

라 요금이 추가된다. 또한 영화상영이 끝난 뒤에

을 숨겨놓은 듯한 형태를 지녔다. 이는 영국의 도

식 등의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개최되고, 전시실에

도 파티와 함께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되어 도시의

시계획규정 때문이기도 한데 영국은 전통적 미학

는 예술 작가들의 미술작품과 공예품이 다채롭게

밤은 식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과 숨결을 중요시 여겨 새 건물을 짓고 확장하는

전시된다. 그동안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데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하활용은

마르크 샤갈 등의 유명 작가들의 작품전이 열렸다.

도시의 숨통을 틔우는 옥상농업,

외관에 영향을 주지 않고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레트레티 아트센터는 이색적이고 아름다운 지하

파절이

있는 데다 부동산 가치까지 상승시키니 더욱 많은

만큼이나 지상의 모습도 매우 유명한데, 아트센터

젊음과 문화의 대표 중심지인 홍대 하늘에서 녹색

관심을 받을 수밖에. 물론 국내에서도 코엑스, 센

가 위치한 푼카하리유(Punkaharju)가 자연보호구

프로젝트가 일어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파절이

트럴시티 등 유명한 지하 거리가 있다. 특히 70%

역으로 지정될 만큼 아름다운 소나무 숲과 호수를

(파릇한 젊은이)라는 홍대의 젊은 도시농사꾼들

가 산지와 임야로 덮여 있는 협소한 국토에 인구

자랑하기 때문이다.

에 의해 이뤄졌다. 이들이 도시에서 기르고 수확

밀집도는 갈수록 높아지는 국내에서 지하 활용은

하는 채소들은 자전거에 실려 홍대 다양한 곳으로

필수에 가깝다.

배달된다. 배달된 작물들은 여러 유통단계를 거쳐

시원한 지하 속 수영장, 이타케쿠스(Itakekus)

지친 상태가 아닌 싱싱함 그대로 배달되기에 매우

동굴 속 문화공간,

너무 답답하다. 그런데 휴가를 가면 더 답답하다.

신선하다. 건강하고 튼튼한 농산물에 파절이 젊은

레트레티 아트센터(Retretti Art Center)

그 이유는 왜일까. 바로 뜨겁게 내리쬐는 뜨거운

이들 역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소비자 가

핀란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지하공간을

태양과 그로 인해 피할 수 없는 더위 때문이다. 이

까이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생산자의

개발하고 있는 나라다. 그런 핀란드의 대표 지하문

때 도심 속 지하에서 펼쳐지는 물놀이 휴가지가

얼굴을 볼 수 있고 그들의 수확방식을 공유하거나

화 공간으로 손꼽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레트레티

있다면 어떨까. 핀란드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지

즐거운 놀이와 문화로써 함께 참여할 수도 있다.

아트센터. 이 아트센터 안에는 지하 30m의 인공

하 수영장 이타케쿠스처럼 말이다. 1993년에 개장

여기에서 우리는 지금까지의 농업방식과는 다른

암벽 동굴에 미술관, 전시장, 콘서트 홀, 레스토랑

된 이 수영장은 연간 32만 명이 사용할 정도로 인

파절이(옥상 농업)의 무한한 가능성을 볼 수 있다.

등의 다양한 문화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특히 콘

기가 높으며 길이 50m 정도의 국제규격 수영장과

지금까지의 농업은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해 유통

서트 홀은 노출암반의 표면처리와 조명, 물을 이

어린이용 수영장으로 이뤄져 있다. 이 수영장은 지

하고 판매하는 것에 그친 반면, 파절이는 이에 더

용하여 무대가 호수에 떠 있는 듯한 극적 분위기

하 자체가 가지고 있는 낮은 온도로 인해 꼭 물에 들어가 수영을 하거나, 물장구를 치지 않아도 시 원함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또한 설계 시 지하라 는 위치와 물로 인한 습기로 불쾌하지 않게끔 자 연채광 시설을 설치해 따스한 햇빛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 외에 환기, 동선, 전체적인 블루 컬러 등 세심한 배치로 매우 쾌적하면서도 시원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TREND REPORT

62

04

‘페이크’ 아닌 ‘메이크’ TEXT. 서재우 (<제이제이매거진> 피쳐에디터)

‘페이크 패션’이 인기다. 특정 브랜드를 비틀고

페이크 브랜드를 입는 목적은 분명하다. 고급문화

재치 있게 바꾼 로고를 단 패션 아이템을 곳곳

의 신랄한 비판까지는 아니더라도, 고급문화를 향

에서 만나볼 수 있다. 거리를 걸을 때에도, 괜

유하고 다니면 자신 또한 고급문화에 편승한다고

찮은 편집숍에도 연신 화제가 되는 건 역시 페

믿는 ‘허세문화’에 강력한 펀치를 날리려는 목적.

이크 제품. 때마침 ‘인스타그램(사진공유 소셜

결국, 패러디 문구가 박힌 모자와 티셔츠 등을 입

네트워크 서비스)’을 살펴보니 이름만 들어도

는 건 재기 발랄함 속에서 자신의 고유한 스타일

알 만한 해외 스타들이 페이크 브랜드의 옷을

을 확고히 다지기 위함이다. 쉽게 말해서 “나 비싼

입고 있었다. 도대체 왜?라는 의문이 들었다.

브랜드 입어”가 아닌, “나 이런 옷 입어”라고 말하

단지 가짜로 치부하기엔 거기에는 또 다른 진

는 거다.

짜가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살펴봤다.

이런 흐름 때문인지 개성 강한 스타들이나 스트리 트 신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이 하나둘씩 페이 크 브랜드 옷을 자신의 방법으로 입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미국 할렘 출신의 세계적인 힙합 뮤지션 에이셉 라키는 ‘꼼 데 가르송’을 패러디한 ‘꼼데 퍽 다운’을 주로 입는다. 할리우드의 섹시스타 마일리 사이러는 ‘에르메스’가 아닌 ‘호미스’ 로고가 박힌 맨투맨 티셔츠를 입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 다. 이 티셔츠는 리한나의 파파라치 사진과 씨엘 의 공항패션에 등장한 바 있다. 이 밖에 빅뱅의 리


Life is Orange Fall 2013

선보인다. 에스에스유알 외에도 다양한 브랜드에 서 페이크 제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프 라다’를 패러디한 ‘프라우드’ 스냅백을 선보인 ‘스테 레오 바이널즈 콜렉션’을 비롯해 ‘에르메스’와 ‘셀 린’ 각각 ‘호미스’와 ‘팰린’으로 패러디한 ‘브라이언 라히텐 버그’가 대표적인 브랜드이다. 이 브랜드의 특징은 단지 브랜드 자체를 복사하기보다 자신들 의 개성을 고스란히 담았다는 데 있다. 이런 흐름 때문인지 지속적인 페이크 브랜드가 태동하고 있 더이자 패션의 아이콘인 지드래곤은 ‘지방시’가 아

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연스레 페이크 브랜드를

닌 ‘지용시’ 로고가 박힌 모자를 쓰고 나와 페이크

접하기 시작했다. 고급문화의 장이었던 청담동, 가

패션에 힘을 더한다. 모두 ‘한 개성’ 하는 스타다.

로수길 등지에 있는 인기 있는 편집숍에도 당당히

이는 세상에 대해 반항과 풍자, 희화, 그리고 개성

그 모습을 드러냈고, 젊은 세대는 열광했다. 대다

을 중시하는 이들의 생각이 페이크 패션의 코드와

수가 브랜드 옷을 입고 싶은 열망이 아닌, 그저 자

잘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이 페이

신만의 위트를 선보이기 위해 페이크 브랜드를 택

크 패션을 즐겨 입을 땐 형식에 맞춰 입기보다 자

했다. 이 점이 과거에 사람들이 얘기했던 ‘짝퉁문

기 멋대로 소화하는 식이다. 모자의 창을 뒤집거

화’와는 다른 점이다. 짝퉁은 오직 선망의 대상을

나 고의적으로 옷에 상처를 냈고, 티셔츠는 길게

가지고 싶은 욕구에 의해 만들어진 하나의 복제품

늘어뜨려 입거나 몸에 찰싹 달라붙게 입었다. 모두

이라면, 최근의 ‘페이크 패션 붐’은 명품 브랜드를

브랜드와 고정된 스타일과는 상관없이 오직, 자신

각자의 개성에 맞게 풀어낸 점이다. 그리고 거기엔

의 멋을 표현하기 바빠 보인다. 여기엔 “특정 브랜

일정한 조소가 섞여 있다.

드의 옷을 입지 않아도 난 충분히 멋져” 같은 당찬 속내가 담겨 있겠지.

물론, 페이크 패션을 이끄는 이들이 모두 같은 목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이태원 경리단길을 걷다 보

적일 리는 없다. 속된 말로 고급문화로 형성된 허

면 ‘꼼 데 퍽다운’이라고 쓰인 모자를 쓰고, ‘샤넬’

세문화를 비꼴 이유도 없이 단순히 재미있고, 디

의 로고를 본뜬 ‘채널’이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자인이 좋기에 입는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

나오는 사람을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게다. 이는 러

다. 고약했던 더위가 지나가고 상쾌한 바람이 부는

시아 출신으로 알려진 루슬란 카라블린이 만든 뉴

계절이 오듯이 페이크 패션도 일시적인 바람일 수

욕 스트리트 웨어 브랜드로 ‘에스에스유알(SSUR)’

있다. 때문에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오는 페이크

제품이다. 세계적인 명품의 패러디로 유명한 이 브

패션도 언제 잠식당할지 모를 일. 그럼에도 이 문

랜드는 상표조차 옛 러시아 또는 러시아 사람을

화에 대중이 호응하고 있는 건, ‘페이크’를 통해서

가리키는 말인 ‘러스(Russ)’를 거꾸로 쓰는 위트를

새로운 개성을 ‘메이크(make)’했기 때문이 아닐까.

페이크 패션은 소위 ‘짝퉁’이 아닌 하나의 브랜드이자 문화로 당당히 자리잡았다. 어설프게 ‘진퉁’을 따라하는 이미테이션과는 전혀 다른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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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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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Alluri 두 바퀴의 자유, 페달을 밟다

TEXT. 양은선 대리 (마케팅팀, INNOCEAN Worldwide)

가을 밤에는 자전거의 페달을 밟고 질주하고 싶

금요일 오후, ‘불금’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가득한

다. 서울 밤. 특히 한강을 끼고 달릴 수 있는 건

거리. ‘빵빵’거리는 소리와 매너 없는 끼어들기로

축복일 테니까. 그렇다고 특색 없는 자전거를 타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즐거운 주말의 시작이 불

고 싶지는 않다. 좀 더 빠르고 정교하며 우아함

쾌지수로 가득 차려는 그때, 자전거가 한 대가 발

과 품격을 갖춘 자전거가 필요하다. 어느 멋진

랄하게 지나가며 모두의 시선을 잡아끈다. 바로

영화 속 자전거 탄 풍경처럼, 자전거는 자신을

멋스러운 백팩을 메고 예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대변하는 또 다른 표현 수단이 된 지 오래기에.

‘자퇴족’이다. 자전거로 퇴근하는 이 사람은 분명히 자전거로 출근하는 ‘자출’도 했을 것이다. 최근 자출족, 자퇴족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시간 절약도 되고 운동도 되니 그야말로 일거양 득! 이들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자출사)’ 카페에서 활동하며 빠르고 안전한 출근길 루트 혹 은 자전거를 타면 더욱 폼 나는 출근 복장 등 자전 거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자전거의 색상, 디자인, 사 이즈 등을 까다롭게 고르기 시작했다. 바퀴 지 름이 20인치인 미니벨로부터 화려한 색상을 가 진 하이브리드, 스피드를 즐길 수 있는 로드사이 클, 산악용 MTB까지 다양하니 그럴 수밖에. 여기

Bicyc 서 끝이 아니다. 저렴한 국내 자전거보다 고가인


Life is Orange Fall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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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자전거에 사용되는 모든 재료를 이탈리아의 기 술력으로 현지 생산해 제작했다. 전기자전거이기 에 리튬 배터리를 충전하면 페달을 밟지 않아도 4 시간 동안 60km를 주행할 수 있어 다리의 피로를 줄일 수 있다. 충전량이 소모되면 일반 자전거처 럼 페달을 밟으며 나아가면 되니, 중간에 멈출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26kg의 무게는 일반 자 전거에 비해 무겁지만, 디자인과 성능을 봤을 땐 그리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독일의 디자인 그룹, ‘디자인어페어스(Design affairs)’가 선보인 ‘투명 자전거(Clarity Bike)’는 자 전거 디자인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를 따랐지만 유리처럼 투명함을 지녔다. 투명

외국 브랜드를 선호하며 간혹 자전거보다 더 비싼

함을 정의하기는 어려워서, 투명함 속에는 늘 세

액세서리로 꾸미기까지 한다. 미니벨로의 대명사

상의 모든 색이 담겨 있는 것만 같다. 투명 프레임

로 불리는 영국 메이커 ‘브롬턴’이 그 대표적인 예

이 ‘유리처럼 깨지기 쉽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자

다. 가방에서부터 안장까지 몇 십만 원이 훌쩍 넘

아내지만, 그런 걱정은 ‘트리벡스(Trivex, 폴리우

는 고가인데도 아낌없이 구매한다. 경량화를 위한

레탄 복합소재)’라는 놀라운 소재를 알게 된 순간

부품 업그레이드도 빈번한 편. 가벼울수록 고가의

내려놓게 된다. 군사용으로 개발된 트리벡스란 소

자전거라고 하니, 차라리 자전거 무게 1kg 줄이는

재는 헬기 앞유리와 제트기 조종실 덮개에 사용

것보다 몸무게를 줄이는 게 훨씬 저렴하고 효율적

하고 있으며 일명 ‘투명 보호막’이라 불린다. 디자

일지도 모르겠다.

인어페어스는 이런 특수소재를 자전거 프레임으

추억을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달리면 일상에 찌들

여기 당신의 품위와 멋, 그리고 질주 본능을 만족

로 가져옴으로써 광학적 투명성, 경량과 하중지

어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것들이 눈에 잔뜩 들어

시킬 만한 시크노(Cykno)의 레트로 스타일 전기자

력을 높였다. 무엇보다 트리벡스는 열이나 추위

온다. 쓸데없는 잡생각이 말끔하게 사라지는 건 덤

전거를 소개한다. 이 자전거는 2013 밀라노 디자

등 기온변화에 강할 뿐 아니라 복잡한 형태도 손

이다.

인 위크를 통해 세상에 공개됐다. 엔지니어와 디자

쉽게 만들 수 있는 ‘액압성형’이 가능해 어떤 형태

자전거 열풍은 앞으로 계속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

이너인 브루노 그레피(Bruno Greppi), 루카 스코펠

로도 만들 수 있다.

다. 국토종주, 4대강 종주, 전국일주를 하는 사람

(Luca Scopel), 지안피에트로 비고렐리(Gianpietro

그렇다면 이런 자전거 마니아들은 주로 어느 곳을

들이 늘면서 전국 곳곳에 자전거길이 조성되고 있

Vigorelli)와 광고제작자인 구루 리카르도 로렌치

다닐까? 한강공원과 북한강, 남한강 인근의 자전

고, 자전거와 함께 쉬어갈 수 있는 ‘바이크텔’이나

니(Guru Riccardo Lorenzini)가 함께 디자인했다.

거 도로는 이미 너무나 유명하다. 강변을 따라가다

자전거 카페도 생겨났다. 제주도를 비롯해 유럽 등

전기자전거는 한 마리의 백조가 하늘은 나는 듯한

팔당역에 잠시 들러 초계국수를 먹으며 배를 든든

해외여행에 자신의 자전거를 들고 떠나는 사람들

우아한 곡선과 자태는 물론이고, 바퀴는 마치 18

하게 채우고, 옛 기찻길을 개조해 예쁜 자전거 길

도 많다. 느림의 여유와 낭만을 만끽하는 자전거,

세기 이동 수단이었던 가마의 바퀴를 연상시킨다.

로 만들어놓은 양평에서 인증샷을 찍고, 북한강

웰빙 라이프스타일이 그리 멀지도 어렵지도 않은

여기에 두툼하고 부드러운 고급가죽, 카본 프레임

길을 따라 춘천으로 가서 맛난 닭갈비를 먹으며

이유다.

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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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션 백서(白書)

To Enjoy or not to, That’s the Problem

Text. <Life is Orange> Editorial Dept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말하는 ‘회식’ 직장 생활에서 피할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회식’이다. 그러나 ‘회식’ 을 둘러싼 의견이 분분하다.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라고 하기도 하고 사무실이라는 공간도 벗어나 친목을 쌓는 교류의 시간이 우선이라 고도 한다. 명확하게 개인 시간도 업무 시간도 아니지만, 회사와 조 직의 모습은 그대로 갖춘 채 외양만 ‘즐거움’을 갖춘 회식이 모두에게 환영받기는 어렵다. 회사 생활을 하는 이라면 누구나 갖게 되는 회식 에 대한 ‘민낯’의 발언들을 공개한다.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Life is Orange Fall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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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션 ISSUE백서(白書) REPORT

Building a Brand New Communication 회식, 자유로운 토론 공간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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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왜 모였을까요? 기운차게 사무실 문을 박차고 나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 긴 어디? 우린 누구?’를 반복하게 될 수도 있다. 회식도 적당 히 끊어주는 센스!

INNOCEAN Says - 회식의 목적은 팀 내의 친목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회식의 끝도 화기애애하면 좋겠죠? -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또 다른 업무? - 팀장님이 원했으니까요. - 직장 생활에서 긴장과 스트레스가 최고점을 찍어줬다면 최 저점으로 다시 끌어내려줘야 스트레스 레벨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회식이 끌어내리는 역할을 해주는지 잘 모르 겠다는 것이 함정.

내가 자랑하고 싶은 우리 팀 회식 정작 시간과 돈이라는 귀중한 자원을 투자했는데, 기억에서 삭제하고 싶은 회식으로 남을 수는 없다. 좋든 싫든 잊을 수 없는 회식이란 무엇일까?

INNOCEAN Says - 사무실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좋았던 기억이 많다. 예를 들어 남이섬으로 MT 갔을 때. - 비슷한 직급끼리 모였을 때 허심탄회하게 마음속 이야기도 나누고 도움도 많이 되었던 기억이 있다. - 우리 팀 내의 회식이 식상해질 즈음, 다른 팀과의 합동 회식 에서 유용한 정보도 얻고 새로운 시각도 얻을 수 있었다. - 파스타 집에서 1차로 깔끔하게 끝난 회식. - 파자마 파티로 기획한 연말 송년 회식. 연말이라는 시기와 함께 1년을 마무리하는 알찬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Life is Orange Fall 2013

광고하는 사람들의 회식은 다를 것이라는 생각은

업무의 연장? 업무와는 다른 놀이?

착각?

회식에는 늘 이중적인 잣대가 따라다닌다. 사무실을

일의 모습은 다를 수 있어도, 회사원이라는 본질은 크

벗어나 즐거운 시간을 가지자고 하지만, 정작 회식 자

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답변이 많았다. 하지만 그

리에서 100% 즐겁기만 할 수는 없는 법.

럼에도 불구하고 ‘광고’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집단 다운 ‘에지’마저 포기할 수는 없는 법.

INNOCEAN Says - 회식은 업무로 인해 발생하고, 업무로 인한 관계가

INNOCEAN Says

유지되는 자리이므로 분명히 업무에 영향을 준다.

- 회식을 곧 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뜨는’ 하

- 회식 자리에서 얻은 정보가 업무에 상당한 영향을

지만 아직은 아는 사람만 아는 곳에서 트렌드를 미리

미치므로, 당연히 연장이라고 보지만 그 자리에 참석

경험하는 것도 회식이자 일.

할지에 대한 선택은 개인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 아무래도 업무 시간이 불규칙해서 회식 시간도 불

- 200% 업무의 연장이다. 전날 회식에 나만 빠지면

규칙한 점.

그 다음 날 왠지 팀에서 소외당하는 기분을 느끼게 되

-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이지만 상대적으로 편하고

니까.

자유로운 면이 있다. 술을 마시라는 강요도 적고 자유

- 대법원이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라고 판결했답니다.

로운 토론이 이루어진다는 정도가 다른 면이다.

가기 싫어도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 ‘이것도 일이구 나’ 하는 생각이 든다. - 윗분들 짐 챙겨드리고, 대리 불러드리고, 택시 잡아 드리고. 이걸 여가로 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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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션 ISSUE백서(白書) REPORT

When You’re in, You’re all ready Part of It 피할 수 없다면 변화를 일으키는 주인공이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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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우면 지는거다. 풍문으로 들은 소문일까? 우리 팀의 회식도 저런 모습이었으 면 하는 부러움이 들 때도 있다.

INNOCEAN Says - 클럽에서 자유롭게 회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 비용, 시간, 형식등 눈치 보지 않고 전적으로 지원해준다면 부럽겠다. - 1박 2일 해외 워크숍을 회식으로 삼은 팀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배가 아팠다. - 다음 날 늦게 나와도 되는 팀이 부럽다. - 디즈니의 회식, 무조건 8시 이전에 끝낸다.

만약 당신이 회식의 주체자가 된다면?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으나, 당신 스스로가 회식의 주체 가 된다면 어떤 회식을 기획하고 싶은지 질문했다. 피할 수 없 다면 즐기는 적극성이 필요할 때.

INNOCEAN Says - 점심때 시작해서 저녁에 끝나는 회식 문화. - 다 같이 뛰어놀 수 있는 회식. 같이 운동도 하고 가볍게 뒤 풀이 1차로 끝나는 회식. - 다양한 문화와 트렌드를 체험하는 회식. 예를 들어 사무실 에서 멀리 떨어진 자연으로 캠프형 회식을 떠난다든지, 한강 둔치에서 와인을 마신다든지. 술이 주인공이 되는 회식이 아 닌 다른 문화를 경험하고 싶다. - 팀 내의 다양한 의견이 민주적으로 수렴되는 문화가 먼저 생겨야 새로운 회식 문화도 생기지 않을까?


Life is Orange Fall 2013

이노션 월드와이드만의 회식 당신이 만들 수 있다면? 익숙해지는 순간 재미도 감동도 덜해진다. 매 순간 치열 한 크리에이티브를 위해 일하는 만큼 이노션 월드 와이 드의 회식에는 익숙함을 빼고, 바로 ‘이것’이 필요하다 . INNOCEAN Says - 특별한 경험이 필요하다 . 그래서 ‘크리에이티브 어드 벤처’처럼 ‘크리에이티브 회식 ’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당 선된 회식 아이디어를 전폭 적으로 지원해주겠다. - 한 빌딩에 이노션 직원 이 600명 넘게 근무한다 고하 는데, 서로 얼굴도 잘 모른 다. 그래서 팀 간의 회식을 자 주 갖도록 하겠다.

회식이 즐겁지만은 않은 바로

그 이유 만약 이것을 뺀다면, 회식 이 두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INNOCEAN Says - 다음 날 출근 - 회식 비용에 대한 걱정 - 팀장님이 만족하셔야 한다 는 부담감 - 금요일 회식 - 건배사 - 술, 끊임없이 돌아오는

- 광고회사에서 광고 때문 에 싸우고 논쟁하고 합의 하 는 업무 외적 공간과 시간 이 반드시 필요하다. 팀, 직종 , 연령대, 성비에 따라 다를 것이나 비용에 대한 부담 을 줄여주고 싶다. - 스탠딩 와인 파티처럼 다양한 문화와 독특한 트렌 드 를 경험할 수 있어서 전 사원 들이 목빼고 기다리는 회식 . - 일단 이름을 바꾸고 싶다 . 회식이라는 말이 강제성을 떠오르게 해서 MA(Me mbership Activity) 정도로.

‘이노션 백서’는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의견과 참여로 내용을 구성하는 칼럼이다. ‘회식’에 대한 설문조사에 모두 45 명의 직원이 참여했고, 칼럼의 내용은 그 답변을 기초로 재구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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談 ; 이야기하다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PHOTOGRAPHY. Studio 1839 INTERVIEWER. 이상헌 사원 (미디어바잉2팀, INNOCEAN Worldw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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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TING& TALKING WITH CINE TOWN 19


Life is Orange Fall 2013

<씨네타운19>의 세 PD와 영화를 이야기하다 2013년은 한국 영화를 위한 한 해가 되리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화려한 기록, 세계 무대로 진 출한 작품, 의외의 히트작 등 세간의 관심을 모을 만한 이슈도 많았다. 또, 작년에 이어 새로운 매체로 떠오른 팟캐스트 방송도 여전히 그 위력을 떨치며 더 다양한 주제와 소재로 영역을 넓 혀가고 있다. 이 두 현상의 접점에 있는 것이 바로 <씨네타운19>. 공중파 현업 PD 세 명이 영화 보다 더 재미있는 영화 이야기를 한다는 입소문과 함께 팟캐스트 방송 전체 순위 2위로까지 이름을 올린 재기 넘치는 삼총사를 만나기로 했다. <씨네타운19>의 주인공 SBS의 이승훈, 이 재익, 김훈종 PD와 만나게 된 것은 이 방송의 열렬한 팬인 이노션 월드와이드 미디어바잉2팀 의 이상헌 사원이 팬심으로 쓴 메일 한 통의 힘 덕분이었다. 그 자신 영화광이기도 한 이상헌 사원과 만난 <씨네타운19>의 삼총사는 마치 또 다른 팟캐스트 방송을 녹음하듯이 한국 영화 에 대한 기대와 우려 그리고 영화를 보는 그들만의 신선한 관점을 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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談 ; 이야기하다

이재익 PD

이상헌 오늘 녹음하시는 과정을 함께하게 되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저

편을 봐야 하니까요.

SBS PD이며, 소설가, 영화 시나리오

는 이 방송을 <맥심>이라는 잡지기사를 통해서 알게 되어 그때부터

이상헌 방송을 듣다 보면 본격 영화 평론이라기보다 영화 한 편을 두

이전 방송까지 찾아서 들었어요. 청취자들이 보내는 메일 한 통에 환

고 다양한 지식을 배경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해석을 내놓으시는데,

호하시던 시절부터 들어서 세 분이 친밀하게 느껴져요. 공중파 방송의

개인적으로는 그런 지식이 참 부럽습니다.

PD가 팟캐스트 방송을 한다는 것이 이색적으로 느껴지는데, 많은 소

이승훈 사실은 얇디얇은 지식으로 미루어 짐작하는 겁니다. 방송에는

재 중에서 영화를 고른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그리고 매회 한 영화를

확신해서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정작 어떤 분야

선정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선정 기준도 궁금해요.

의 전문가를 등장시켜보면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식으로

이승훈 PD(이하 이승훈) 첫 방송에서 설명이 나오지만 제가 나름 저

결론을 유보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63빌딩 가본 사람과 안 가

희 방송국 12층 라디오국에서는 얼리어답터로 손꼽히는 사람이에요.

본 사람이 싸우면, 안 가본 사람이 이긴다는 말도 있잖아요?

이재익 PD(이하 이재익) 그런 사람이 아직도 2G폰 쓴답니다.

이재익 광고도 그렇지요. ‘단언컨대’ 메탈이 가장 완벽한 물질이라고

이승훈 방송국에서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을 찾아보라고

말하는 것 같은 용기가 필요하잖아요? 아마 금속학자에게 이렇게 이

해서, 팟캐스트 방송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저는 당시에

야기하라고 하면 단언하지는 못할 텐데, 그러면 재미없는 방송이 되는

영화 프로그램을 맡고 있었고, 현직 영화 시나리오 작가인 이재익 PD,

거죠.

연예계 동향에 밝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김훈종 PD에게 같이 하자고

이상헌 <씨네타운19>를 앞으로 어떻게 운영하고 싶은지, 그리고 언제

했지요. 그런데 의외로 우리 셋 중에서 김훈종 PD가 제일 영화에 대해

까지 방송을 계속할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깊게 알고 있는 사람이었어요.

이승훈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 우리는 월급쟁이니까요. 제가 이재익

김훈종 PD(이하 김훈종) 제가 <한밤의 TV연예>를 2년 정도 만들었는

PD에게 배운 것이 있다면, 월급쟁이의 기본은 ‘예스’라는 겁니다. 할

데, 그래서 연예계 소식에 밝을 것이라 생각했나 봐요. 우리가 영화를

수 있는 일만 하는 것을 ‘일’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고르는 기준은 개봉관이 많은 영화입니다. 세 명이 모두 일주일에 한

이재익 이번 부산영화제 특집으로 부산에서 방송할 예정이에요. 특강

작가이다. <두시탈출 컬투쇼>의 전성기를 이끈 프로듀서이며, 팟캐스트 <씨네타운19>에서 방송의 수위를 높이는 역할을 맡고 있다.


Life is Orange Fall 2013

요즘에는 배급사의 영향력이 너무 강해서 개성 넘치는 영화를 보기 힘들어졌어요. 형태의 콘서트를 열 계획이고, 9월말 경에는 저희끼리 하나마나한 이 야기지만, 재미있게 쓴 책도 나옵니다.

잘난 제작자, 스타 제작자가 많아야 하는데, 그 명맥이 끊긴 것 같아 아쉽습니다.

이상헌 방송을 듣다 보면 각자 영화를 평가하는 지점이 다르다는 생 각도 하게 되요. 영화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이재익 저는 <더테러라이브>를 재미있게 봤어요. 비록 결말은 마음에

이승훈 저는 무엇보다 영화를 볼 때 시간이 잘 가는지를 중요하게 생

안 들었지만 실험적인 상업영화로서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각해요. 영화 보면서 시계 들여다보게 된다는 것 자체가 영화를 못 만

김훈종 올해에는 아쉬웠던 영화도 참 많았어요. 2000년대에는 유명

들었다는 증거니까요.

한 제작자도 많았고, 그들이 뚝심 있게 영화를 만들었는데, 요즘에는

이재익 예전에는 현실 세계와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해주는 유일한 매

배급사의 영향력이 너무 강해서 개성 넘치는 영화를 보기 힘들어졌어

체가 바로 영화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영화가 아니어도 가상 세계를

요. 잘난 제작자, 스타 제작자가 많아야 하는데, 그 명맥이 끊긴 것 같

보여주는 매체는 무척 많죠. 그런 지위를 잃은 대신 저는 영화야말로

아 아쉽습니다. 그 와중에 <7번방의 선물>, <숨바꼭질>을 제작한 ‘드림

감정을 대리체험하게 해주는 유일한 수단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래

캡쳐’ 같은 회사가 나온 것이 그나마 다행인 점이지요.

서 새로운 정서를 경험하게 만들어주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이승훈 저는 <베를린>과 <설국열차>를 재미있게 봤어요. 두 영화가 서

김훈종 저는 완성도를 봐요. 관객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얼마나 노력

로 상반된 점이 있는데, <베를린>은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는데, 창작

했는지에 따라 좋은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가 나뉜다고 생각합니다.

물로서의 가치가 떨어져요. ‘제2의 무엇’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서 완성

이상헌 ‘홍콩 영화’ 특집 방송하신 것도 재미있게 들었는데요. 홍콩 영

도와는 상관없이 평가절하되는 점이 있다고 봐요. 반면, 봉준호 감독

화의 주역들이 할리우드로 진출하고 세계적인 감독으로 발돋움하는

의 <설국열차>는 감독의 아우라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개봉된 이

시절이 있었다면, 이제는 한국 영화의 차례가 아닌가 할 정도로 올해

후 관객에 의해 영화의 내용이 확대재생산되면서 크기가 더 커진 경

에 한국 감독들의 활약이 두드러졌 습니다. 일단 올 한 해 세 분이 재

우라고 봐요. <설국열차> 편을 방송한 이후, 저도 새롭게 알게 된 내용

미있게 보신 한국 영화와 실망했던 영화는 무엇인지요?

이 하나 있어요. 기차의 기본을 만들고 설계한 사람이 바로 송강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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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談 ; 이야기하다

이승훈 PD SBS PD이며, <씨네타운19>을 만든 주인공. 영화는 물론 만화, 소설, 게임 등의 ‘오덕’스러운 분야는 물론이고 정치, 역사, 사회에 대한 ‘얇디얇은’ 지식을 바탕으로 오늘의 내용이 어디로 튈지 궁금하게 만들어준다.

맡은 ‘남궁민수’라는 사람인데, 이 역할을 동양 사람으로 정한 데에는

독이 의도하지 않은 해석까지도 가능해지는 것이죠.

숨겨진 다른 뜻이 있다는 겁니다. 인류문화사 전체를 봤을 때, 서양이

이상헌 세 분은 한국 영화의 강점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완벽하게 주도권을 갖게 된 것이 왓슨이 증기기관차를 만든 후, 200

이재익 미국 같은 경우는 거대 자본이 투입되면서 그만큼 거대한 이해

년이라는 거지요. 그 전에는 중국, 동양이 인류의 문명을 책임지고 있

관계가 영화에 작용하죠. 그런데 우리는 상대적으로 그 끈들이 헐거운

었고요. 그래서 <설국열차>의 설계는 동양 사람이, 제작은 서양 사람

편입니다. 예를 들어 <부러진 화살> 같은 영화를 미국의 경우에 대입

인 윌포드가 한 것으로 설정했고, 열차가 만들어진 후에는 서양 사람

해보면 우리처럼 많은 개봉관을 잡기 어려웠을 거예요. 우리가 아직은

들이 앞 칸, 즉 세계의 주도권을 쥐게 되는 과정을 압축해서 녹여냈다

새로운 영화를 만들 가능성이 많은 환경인 거죠.

고 해석하더라고요. 그런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기차의 칸칸이 인

김훈종 자기 집을 월세 단칸방으로 옮겨가면서 그 돈으로 영화를 제

류문명의 발전 단계를 보여주는 식이 아니라, 기차 자체에 인류문명사

작하려고 하는 열정적인 제작자들이 아직도 존재하는 만큼 한국 영화

전체를 녹여냈다는 주장입니다.

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점이 바로 좋은 영화인지를 가

이승훈 정치인의 수준은 유권자가 결정한다는 말이 있듯이 좋은 영화

르는 기준이에요. <설국열차>는 작품 자체가 가지는 힘과 관객의 자유

도 좋은 관객이 결정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관객의 수준이 전 세

로운 해석이 만나 더 큰 영화로 성장하는 중이 아닌가 싶습니다.

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높은 편이거든요.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조선

김훈종 그래서 ‘모호성’을 중요한 요소로 봐요. 보이는 그대로 그 이외

시대부터 오랜 시간 관념적 논쟁을 지속적으로 해온 나라입니다. 국민

의 것이 없으면 그야말로 최악의 영화라고 할 수 있어요. 사실 봉준호

도 관념적으로 사고하는 힘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발전된 형태, 새로

감독이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하고 설정한 것이 아닐 가능성이 커요.

운 형태의 영화를 내놓아도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 관객의 수가 많다

송강호랑 친하니까, 한국 감독으로서 한국 배우를 쓰고 싶은 생각에

고 봐요. 지불 의사가 많은 소비자가 많아야 그 문화의 수준이 올라가

단순하게 캐스팅한 것인데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모호성 때문에 감

는 것이니까. 한국 영화의 힘은 바로 관객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Life is Orange Fall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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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종 PD SBS PD이며, <씨네타운19>에서 누구보다 귀에 잘 들어오는 목소리로 팬레터를 읽어주는 목소리를 담당하고 있다. 영화에 대한 방대한 지식으로 방송의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이상헌 <설국열차>를 기점으로 이제 세계 시장에서도 한국 영화, 혹은

이상헌 현업보다 팟캐스트 방송에 더 열정이 많다고 농담처럼 이야

한국 감독을 받아들이는 폭이 넓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 영화가

기하시던데 영화는 여러분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이 방송을 ‘듣,

더 경쟁력을 가지려면 어떤 점이 더 필요할까요?

듣’*으로 평가하고, 별점을 준다면?

이승훈 좋은 감독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영화는 결국 감독 놀이니까

이승훈 듣지 마세요. (웃음) 사실 우리 방송은 영화에 대한 지식이나

요. 사람들은 주로 배우를 많이 접하게 되니까, 배우의 역할이 크다고

정보를 주는 방송은 아니잖아요? 지극히 주관적인 내용이에요. 그래

생각하기 쉽지만 좋은 영화를 만드는 힘은 좋은 이야기에서 나오고,

서 듣다 보면 공감하는 부분도 있지만,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도

그 이야기의 책임은 감독에게 있어요. 어떤 훌륭한 배우도 재미없는

있을 거예요. 제가 주고 싶은 별점은 두 개에서 두 개 반.

영화를 재미있게 만들지는 못해요.

이재익 아니, 왜 안 들어요? 이렇게 재미있는 방송이 어디 있다고? 제

김훈종 저는 더 한국적인 콘텐츠,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야 한다고 생

별점은 네 개입니다. 제게 영화는 밥벌이입니다. 직장과 소설에 이어

각합니다. 예를 들어 10년 전, 홍콩의 오우삼, 이안 감독 같은 사람들

세 번째 밥벌이지요. 영화보다 이 방송에 대한 애정이 더 큰 것 같아요.

이 세계로 진출했는데 그들에게서 좋은 교훈을 얻을 수 있어요. 이안

김훈종 10년을 뒤돌아봐도 이런 방송이 없었던 것 같아요. ‘단언컨대’

감독 같은 경우 데뷔작이 <아이스 스톰>이라는 영화인데, 미국 중산층

비슷한 방송도 없었어요. 사실 각자 회사에서 하는 일만으로도 넘칠

을 다루는 내용이에요. 정말 잘 만들었는데 흥행으로는 망했어요. 결

때가 많은데 애정이 없다면 이 방송은 존재할 수 없을 거예요. 지금까

국 이안 감독을 일으킨 것은 <와호장룡>이었거든요. 세계가 새로운 국

지 1년 반 넘게 하고 있는데, 단 한 번도 사고를 낸 적이 없어요. 영화

가의 콘텐츠를 주목하는 이유는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

광들만 모여서 방송을 하면 재미없을 수도 있는데, 각자의 영역에서

를 듣고, 보고 싶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출발해 다른 관점으로 영화를 보고, 필드에서의 경험담 같은 것들이

이재익 한국 영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성공하려면, 제가 시나리

함께 담기니까 그 앙상블이 좋다고 생각해요. 별점은 원래 세 개 정도

오를 더 열심히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동 웃음)

주려고 했는데, 제 매력 때문에 세 개 반 주겠습니다.

‘듣, 듣’은 <씨네타운19>의 인기 코너인 ‘잤, 잤’을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이상헌 사원이 패러디한 것이다. ‘잤, 잤’은 영화 내에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잤을까? 안 잤을까?’의 줄임말로, ‘듣, 듣’은 <씨네타운19> 방송을 ‘듣는 것이 좋을까요? 듣지 말까요?’라는 뜻이다.


CATS & DO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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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TTY SHABBY FRIENDSHIP 우리는 그렇고 그런 사이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Frendship Never Die

이윤주 차장 (카피라이터, INNOCEAN Worldwide)

15초 우정도 우정이다

우정에 관한 논란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남녀 간의 우정일 것이다. 남녀

고, 작은 승리에도 그 누구보다 뜨겁게 기뻐해주는 관계가 그저 함께 일하는

간에도 진정한 우정이 가능하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남녀 간의 우정은 언

직장동료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모처럼 야근이 없는 날, 10년을 넘게

제든 변질될 수 있기에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둘 중 하

만나도 늘 나눌 말이 있는 친구보다 먼저 찾게 되는 동기들, 눈앞이 깜깜하

나를 선택한다면 난 전자에 가깝다. 어떤 논리나 근거를 불문하고, 일단 그렇

고 한없이 막막해질 때, 늦은 밤 전화 한 통에 달려나와 술 한잔을 사주는 옛

지 않고서는 나의 그 수많은 인간관계가 설명되지 않을 테니까.

사수, 10년 만에 만나도 까마득한 인턴시절 나의 모습을 기억하고 추억해주

직장동료와의 진짜 우정?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안 될

는 선배. 설령 내일 각자의 길을 찾아 다른 배로 갈아타게 되더라도, 그 순간

게 뭐 있어’라는 대답이 즉흥적으로 나온 것도 오로지 나와 그들과의 관계에

만큼은 서로가 서로에게 진심이기를 바라고 믿는 이 관계가 우정이라는 잣

서 출발한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이었다.

대로 진짜가 아니라 한다면, 무엇이 진짜일 수 있을까.

‘우정’. 이제 나는 이 말이 세상이 두 쪽 나도 의리를 지킨다거나, 나 대신 목

어쩌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진짜’의 기준은 그 엔딩에 있을지도 모른다. 신

숨까지 바친다거나, 어떤 이야기에서처럼 살인을 저질러도 나만은 믿어준다

데렐라가 사랑받는 이유는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는 한 줄 해피엔딩에 있

는 뜻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내겐 10년을 넘게 만나도 늘 나눌

듯이. 그것이 우정이든 사랑이든 또는 행복이든 진짜라면 끝까지 변하지 않

말이 있는 친구, 연락이 뜸해져도 서로 마음으로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친구,

아야 한다는 기준. 그렇다면 나는 주장한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엔딩이란

아무 용건 없이도 늦은 밤 전화 한 통에 따라 나설 친구가 있다. 비록 때론

무의미하다고. 그것이 어떻게 끝날까보다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어떤 의미인

나보다 아이가 급해서, 회의가 중요해서, 혹은 또 다른 친구가 필요해서 잠시

지가 중요하다고 말이다. 우리 모두는 진짜 엔딩, 죽음이 닥치기 전까지 그

나를 미뤄놓는다고 해도. 설사 멀리 떨어져 다시 못 보게 된다 하더라도, 그

무엇도 영원을 장담할 수 없는 한낱 인간이기에. 오늘 내 손을 잡고 함께 이

들이 나에게 주었던 위로와 휴식, 함께 나눈 마음이 진짜가 아닐 수는 없을

파도를 넘어가야 할 그의 눈빛이, 그녀의 마음이 나와 함께라면 그것으로 충

것이다.

분하다고 믿어보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 직장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하루하루 쌓이는 회의와 토론, 전쟁

평생친구의 한결같은 끈끈함이든, 밤샘PT가 만든 100일의 파트너십이든, 그

같은 PT와 경쟁 속에서 나와 한배를 탄 사람들. 어떤 친구나 가족보다 더 오

순간만큼은 진심이라 믿을 때 나는 그것을 우정이라 부르고 싶다. 매일같이

래 더 많이 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하고 웃고 우는 사람들. 회의실 탁자에 마

우리가 어떻게 하면 진심으로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 우리의 광

주 앉아 서로의 생각이 통하길 원하고, 함께 가는 길이 즐겁고 순탄하기를

고가 그렇듯. 비록 그것이 15초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바라고, 때론 남편도 와이프도 이해하지 못할 고민을 눈빛 하나로 알아차리


Life is Orange Fall 2013

얼마 전,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우리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바로 ‘직장 내 거짓우정’에 대한 한 취업포털의 설문조사. 무려 직장인 세 명 중 한 명(33.5%)이 직장에서 거짓우정을 도모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이유는 ‘원활한 업무협조를 위해’서라고. 업무의 연장선인 것 같아서, 직장 내 왕따가 되기 싫어서, 심지어 좋은 사내평가를 받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거짓으로 동료와 웃음꽃을 피운다. 남녀 사이에도 우정이 있다 없다 분분한데, 이젠 직장동료마저도 믿을 수 없는 걸까?

What Friends Want

신두현 대리 (인사팀, INNOCEAN Worldwide)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우정은 춤추면서 세상 주위를 돈다. 그러곤 우리 모두에게 외친다. “일어나

친구도 좋고, 형, 동생, 언니, 오빠도 좋다. 이러한 관계가 아니라면 할 수 없

서, 행복한 삶을 칭송하라.”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Epicouros), 에

을 객관적이고 직설적인 피드백이 오고 가기도 하고 격의 없는 의사소통을

피쿠로스만큼이나 우정을 찬미한 인물은 없다고 한다. 그는 인생에 행복을

통해 다양한 정보가 오고 가기도 한다. 때로는, 서로가 심리적인 불안감을

가져다주는 3요소(우정, 자유, 사색) 중 우정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해소해줄 수 있는 불편한 감정의 배출구가 되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현대인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기업 장면에서 우정이라는 키워드

관계성의 가정은 상호간 이득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가 사라지는 순간

는 이미 몇 해 전부터 강조되어오고 있다. 2007년 미국 애틀란타에서 열린

무의미해진다. 학창시절을 함께 보내면서 모자란 나와 아직까지도 기꺼이

ASTD(American Society for Training & Development)에서는 동료와의 관

함께해주는 친구들과의 그것과는 분명히 다른 무엇이 있다.

계 즉, 조직 내 우정(Workplace Friendship)이 HR의 주요 화두로 제시되었

기업 장면에서 친구라는 우정 어린 존재를 찾는 이유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었다. 조직 내 우정이 조직의 성과를 높이고 강한 조직을 만드는 데 한몫 단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나 조직 내에서는 상사에 대한 불만을

단히 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토로하거나 중요한 이슈나 정보를 얻거나 때로는 공식적인 절차로 얻을 수

조직 내 존재하는 절친한 친구의 존재가 조직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고 결국

없는 것들을 얻고자 하는 것이 그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기사를

에는 성과를 높인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구성원 간 친밀

통해 접하게 된 직장 내 ‘거짓우정’이라는 소재는 조직 내 우정이 갖는 목적

한 관계가 회사 가치를 전파하거나 공유하는 것을 쉽게 하고, 조직에 대한 만

성의 단면만을 보여주려는 것 같아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여러 학자의 공통된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

“모든 우정은 그 자체로 바람직하다. 비록 그것이 이득으로부터 시작하기는

되었다. 오히려 딱딱하고 피상적인 위계 질서 문화는 조직의 창의성을 떨어

하지만.” 이 또한 에피쿠로스의 말이다. 우정은 상호 간의 이득이라는 것을

뜨리고 자유로운 토론 문화나 개방적 커뮤니케이션을 가로막는 부정적 요인

전제로 생겨난다. 이득은 그 자체로 절대 부정적인 것이 아니며, 직장 내 친

이 된다.

밀한 관계의 긍정적인 효과 그 자체를 부정하고 싶지 않다. 다만, 공식적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 내 우정은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얼마 되지

절차나 원칙보다 친분을 앞세우고, 우정을 단순히 목적화하여 거짓우정으로

않은 조직생활 경험과 주변인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내린 편협한 사고의 결

매도당하는 불편한 진실만은 피하고 싶은 것이다. 우정이 갖는 상호 간의 신

과, 조직 내 우정은 우정이기도 하고 우정이 아니기도 하다. 나이 많은 어른

뢰와 존중이라는 가치를 함께 나누면 그만이다. 그것이 비록 어떠한 이득을

들께서 들으셨으면 따뜻한 밥 먹고 쉰 소리 한다고 하시겠지만, 조직 내에서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할지라도.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아름답게 꾸며지고자 하는 그것은 정말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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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MPORARY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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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oshima,

and

죽어가는 섬과 예술의 공생 프로젝트 일본 가가와 현 북쪽 해안에 자리 잡은 둘레 16㎞의 작은 외딴 섬 나오시마. 이곳은 이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예술의 낙원’이라 불린다. 이 같은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전인데, 세계적인 여행전문지에 ‘세계 7대 명소’로 소개됐을 뿐만 아니라 국내 몇몇 여행사에서 아예 나오시마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을 정도로 나오 시마는 미술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까지 널리 알려진 미술 여행의 명소이다. 게다가 한국을 포함한 주변 국가들의 지자체 문화 관련 공무원들에게 ‘예술을 통한 창조 경영’의 본보기로서 제시되고 있다. 최근에는 후쿠 다케 소이치로와 안도 타다오가 함께 저술한 <예술의 섬 나오시마>도 국내에 번역 출판되어 지역 재건 사업으 로서 나오시마가 어떻게 세계적인 명성을 얻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Text. 서정임 (경향 <ARTICLE> 수석기자)


Life is Orange Fall 2013

Setouchi Triennale 1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과 건축가의 아이디어가 일군 ‘나오시마의 기적’

히는 컬렉터로서, 1998년 미국 보스턴미술관에 전시된 모네의 <수련>에 매

그렇다면, 지역 경제의 중심이었던 구리 제련소가 축소되면서 젊은 사람들

료돼 어마어마한 액수를 지급하고 구매한 일화의 주인공이다. 후쿠다케 회

이 일거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며 활기를 잃었던, 즉 버려진 섬과 같았던 나

장은 1986년 후쿠다케서점 사장이던 부친이 세상을 떠나자 오카야마 본사

오시마가 어떻게 연간 평균 5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예술의 낙원’으

에 돌아오게 되었고, 그 와중에 나오시마에 어린이들을 위한 캠프장을 짓고

로 각광받게 된 것일까. 그 사연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곳에 변

자 구상했던 부친의 유지를 이어받아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화의 바람을 몰고 온 첫 번째 인물은 36년간 나오시마초의 단체장을 지낸

이는 인간의 손으로 파괴된 섬을 다시 인간의 손으로 아름답게 복원한다는

미야케 치카즈쿠, 1909~1999)이다. 그는 이 일대를 ‘깨끗하고, 건강하고,

큰 포부를 담고 있었다. 그의 나오시마 아트 프로젝트는 세계적인 건축가 안

편안한 정경’으로 바꾸겠다는 비전으로 하나하나 터전을 닦아나갔다.

도 타다오를 파트너로 삼으며 날개를 달았다. 기하학과 융합된 자연의 조화

본격적으로 나오시마를 ‘예술의 섬’으로 건설한 사람은 일본의 대표적인 교

를 추구하는 안도 특유의 상상력과 탁월한 감각은 나오시마 아트 프로젝트

육 그룹 베네세의 회장인 ‘후쿠다케 소이치로’다. 그는 세계 미술계에서 손꼽

의 큰 축인 베네세하우스의 현대미술관과 야외 설치물, 이에(家) 프로젝트,

1 요이치 미도리카와 (Yoichi Midorikawa), Miyanoura Gallery 전경, 나오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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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MPORARY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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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추미술관, 이우환미술관 등에 이입되었다.

으로 태어났다. 특히 안도는 이곳에서 주변 섬의 능선이나 하늘과 맞닿은 윤

1992년 현대미술관과 호텔 기능을 결합한 베네세하우스와 베네세현대미술

곽선, 지평선을 해치지 않는 자신의 건축 개념을 최대한 실현했다. 그러한

관이 문을 열었다. 안도의 지휘로 건축된 이곳은 나오시마의 핵심시설로,

외관 덕에 이곳은 밖에서 보면 건축적 부피감이 거의 없고 건물 안에서는

바다 풍경이 내려다보이는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경사면의 자연 지

자연을 지척에서 느낄 수 있다. 또 콘크리트의 추상적 공간과 세토 내해의

형이 지닌 멋스러움을 건축 내부로까지 이끌어가는 구조로 설계되어, 자연

빛과 공기를 매우 드라마틱하게 배치해 자연을 추상화한 건축을 구현했다.

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으면서 조화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건축물에 의한 하

즉, 주변 자연환경과 친화적으로 건축된 것이다. 게다가 내부로 들어가면 적

드웨어적 측면의 우수성 외에도 이곳은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 내실을 추

막함 속에서 발터 드 마리아의 2.2m 높이의 원구 〈타임/타임리스/노타임〉

구한다. 그것은 바로 미술관의 소장품들이다. 단순히 세계의 유명 작품들을

과 빛의 마술사 제임스 터렐의 <오픈 스카이>를 만나게 되고, 이곳의 정점인

구입해 전시장에 배치한 것이 아니라 예술가들에게 ‘나오시마’ 자체를 주제

모네의 방에 다다르면 순백의 공간에서 <수련> 5점을 감상할 수 있게 한다.

로 던져 직접 제작하게 하는, 즉 나오시마에 가야만 있는 장소-특정적 작품

이러한 지추미술관은 그동안 건축한 안도의 여러 작품 중 상당히 예리하고

들을 건물 내부 또는 해안이나 숲 속에 영구 설치했다. 예를 들어 배가 정박

멋진 걸작으로 꼽힐 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에게 버려진 섬의 부활, 섬 전체가

하는 항구에는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이 설치되었는데, 이 작품은 이후 나

하나의 미술관,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땅속의 미술관이란 칭송과 함께 ‘나오

오시마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또한 스기모토 히로시는 자신의 사진을 섬 곳

시마의 기적’을 알린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곳에 숨겨놓기도 했다. 이 외에도 댄 그레이엄, 데이비드 호크니, 잭슨 폴록,

지추미술관에 이어 2010년에 개관한 이우환미술관도 안도가 설계를 맡았

사이 톰블리, 리처드 롱, 야니스 쿠넬리스, 조나단 브롭스키, 안토니 곰리 등

다. 이곳 입구에는 이우환의 작품 <관계항>이 바다를 향해 놓여 관객을 가

세계 미술계에서 인정받은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이 섬 전체를 하나의 거대

장 먼저 맞이한다. 건물 앞마당에는 높이 18m의 육각형 콘크리트 봉이 수

한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직으로 우뚝 서 있다. 좁고 긴 통로를 지나 도달하게 되는 내부의 짜임은 평

나오시마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이에(家)프로젝트’와 지추(地中)미술관이

면 작품 중심의 ‘만남의 방’, 자연석과 철판으로 이뤄진 설치 작품이 주를 이

다. 1997년에 시작된 이에프로젝트는 오래전부터 절, 신사 등이 밀집해 있

룬 ‘침묵의 방’과 ‘그림자의 방’, 회화 <조응>이 벽면에 그려진 ‘명상의 방’ 4개

었으나 점차 빈집이 늘어나게 된 혼무라 지구를 중심으로 전개된 상설 프

로 구성되어 있다.

로젝트이다. 예술가들은 빈집이란 공간 그 자체가 지닌 시간과 기억을 불러 내 보존하는, 즉 ‘집’이라는 장소가 불러내는 여러 감각을 작업으로 찾아냈

나오시마 효과, 세토우치 트리엔날레

다. 버려진 물건, 특정 아이템을 집요하게 수집해 저장소로서 역할하게 하거

나오시마 아트 프로젝트의 큰 성공과 의미, 즉 나오시마 효과는 인근 섬인

나 집을 구성하는 재료를 박물관의 유물처럼 배치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구리제련소가 있던 이누지마, 1970년대 산업폐기물 불법투기장이었던 테시

1998년 미야지마 다츠오가 설치한 ‘카도야’를 시작으로 제임스 터렐, 스기

마뿐만 아니라 2010년 한센인 요양소가 있던 오시마를 포함한 세토 내해의

모토 히로시 등이 참여했고 올해에도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이는 지역민

7개 섬(이 외 메기지마, 오기지마, 쇼도시마)을 예술로 물들이게 했다. 이로

과 상생하는 예술 프로젝트의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인해 자연스레 2010년 7월 19일 세토우치 국제예술제가 시작되었다.

모네의 <수련 연못>의 의미를 확장하는 착상에서 시작된 지추미술관 역시

앞서 언급한 대로 나오시마가 지닌 과거가 그러했듯, 세토우치의 바다와 섬

안도 타다오에 의해 설계되어 2004년 건축물 대부분이 땅속에 있는 모습

역시 1934년에 일본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지만 해운업 쇠퇴, 제련

2

3


Life is Orange Fall 2013

예술가들은 빈집이란 공간 그 자체가 지닌 시간과 기억을 불러내 보존하는, 즉 ‘집’이라는 장소가 불러내는 여러 감각을

4

작업으로 찾아냈다. 버려진 물건, 특정 아이템을 집요하게 수집해 저장소로서 역할하게 하거나 집을 구성하는 재료를 박물관의 유물처럼 배치한 것이다.

2

3

4

5

테시마 미술관

무사시노 대학의 스트로우

류에 니시자와(Ryue

Arthur Huang

레이 나이토(Rei Naito)

아트 팀(Straw Art Team in

Nishizawa),

<Houses for Light>,

<Matrix>,

Musashino Art University)

아시아 아트 플랫폼

2013. 오기지마

건축 류에 니시자와

<Straw Art>,

후쿠다케 하우스(Fukutake

(Ryue Nishizawa),

2010. 쇼도시마

House) 앞 설치물,

2010. 테시마

5

2013. 쇼도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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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MPORARY ART

84

6 6

6

7

크레이그 월시 & 히로미

린 순 룡(Lin Shuen Long),

8

9 하우메 플렌사(Jaume Plensa),

탱고(Craig Walsh & Hiromi

<Over the Border, Sea>,

<Ogijima’s Soul>,

Tango), <Traces Blue>

2013. 테시마

2010. 오기지마

2013. 테시마, The Australia Council, The Australia Japan Foundation, The Australian Embassy

7


Life is Orange Fall 2013

소의 배연과 산업폐기물 투기에 의한 환경 파괴, 한센병 격리 등 근대화 과

펼쳐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를 타고 섬을 이동해야 하고 또 섬에 들어가더

정에서 중앙에 의해 수탈되었다가 버려진 어두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또한

라도 곳곳에 드문드문 배치된 작품을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는, 즉 쉽게 예

이곳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섬의 활력 저하와 지역 정체성의 상실 등

술을 만날 수 없게 만드는 구성은 사람들이 마치 순례길에 오르듯 예술을

현실적 고민도 안고 있었다. 그래서 세토우치 국제예술제는 첫 회 후쿠다케

만나러 가게 하는 일종의 장치이다. 그런 의도 아래 배치된 예술작품도 자

회장이 종합 프로듀서를 맡아 ‘바다의 복권-아트와 바다를 순회하는 100일

연스럽게 명상에 빠져들게 한다. 대표적인 예가 테시마 미술관이다. 2010년

간의 모험’이라는 부제를 달고 각 섬의 장소성을 고려해 18개국에서 초대된

10월에 개관한 이 미술관은 니시자와 류에의 건축과 레이 나이토의 <매트릭

아트스트들에 의한 75개의 프로젝트를 제작하고 설치했다. 올리브, 소면,

스>가 만난 것으로, 사람들에게 마치 종교적 성지에 와 있는 것 같은 경건함

간장 등의 산업이 활성화된 쇼도시마는 전통 마츠리 축제와 농촌 가부키 등

을 느끼게 한다.

주민 활동에 초점을 맞추었고, 산자락에 민가가 밀집된 오기지마에서는 경

여름 시즌에는 이부키지마 섬, 테시마의 테시마 요코 하우스, 쇼도시마의

사면의 돌담길과 민가 내부를 활용해 전통 어촌 생활을 접할 수 있도록 작

후쿠다케 하우스가 개관했으며, 다카마스 항에서는 방글라데시 프로젝트

품을 전시했다. 관광지로 유명한 메기지마는 그곳이 지닌 자연풍광과 휴

<Bengal Island>와 건축가 단게 겐조 탄생 100주년 프로젝트가 열렸다. 이

교 중인 초등학교, 빈집 등을 이용해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선보였

중 폐교인 후쿠다 초등학교를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가 리모델링한 ‘후쿠다

다. 이 외에도 오시마에서는 지역민과 관광객이 교류하는 ‘쉬운 미술 프로젝

케 하우스 아시아 아트 플랫폼’에서는 한국, 홍콩, 대만, 타이, 싱가포르, 호

트’, 이누지마에서는 제련소라는 유휴공간을 재발견한 ‘이누지마 아트 프로

주 등 국가가 운영하는 예술기관과 그들이 후원하는 예술가들이 참여해 전

젝트’, 세토우치의 교류 거점인 다카마스의 항구 주변에서는 전시, 미니콘서

시와 심포지엄, 요리 워크숍 등 5개 행사를 선보였다. 세토우치 트리엔날레

트 등과 예술제 관련 아트마켓이 열렸다. 특히 2000여 년간 석재 산업이 번

의 가을 시즌은 10월 5일부터 11월 4일까지이다. 이때 투어 패스포트는 10

성했던 테시마에서는 ‘자급자족’, ‘신토불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음식과 미술

월 4일까지 예매 가능하며, 일반 4500엔(예매 4000엔), 고교생 3000엔

을 연결해 지역 사회의 미래를 제시했다. 이 예술제가 열린 100일간 약 70

(예매 2000엔)이다.

만 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세토 내해 섬들 곳곳에 포진된 미술관과 작품들을 둘러보기 위해서는 배를

첫 회 당시 이 예술제가 다카마쓰 항과 7개의 섬에서 개최되었다면, 올해에

타고 움직이고, 마을 어귀를 지나 또는 벼가 자라는 길을 따라 구석구석을

는 ‘세토우치 국제예술제’에서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로 명칭을 고쳐 쓰며 기

걷는 등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그런 노력이 있어야만 그곳에서 재발견된 장

존 장소에 우노항, 샤미지마, 혼지마, 다카미지마, 이와지마, 이부키지마를

소와 예술작품의 공생관계를 목격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세토우치 트리엔

추가했다. 165점의 작품과 40여 회의 세부 행사는 봄, 여름, 가을 시즌으로

날레가 주는 숭고한 선물로 우리에게 깊이 자리하게 된다. 이와 함께 쇼도시

나뉘어 대중에게 오픈되는데, 애초 많은 작품이 영구 설치되어온 섬 곳곳과

마를 제외한 나머지 섬은 2, 3차 산업을 위한 인프라가 전무했지만 2010년

여러 미술관은 섬들 전체를 일종의 ‘예술순례지’로 변화시킨다. 주제는 ‘바다

행사 이후 1박을 한 관람객이 20%, 2박 이상은 30%였고 관광객 중 20%가

의 복원/재생/회복(Restoration of the Sea)’으로 2010년 첫 회의 슬로건과

외국인일 정도로 큰 경제효과를 거두며 예술로 지역 경제가 활력을 얻는 등

유사하나 ‘후쿠시마 원전 사태’라는 미증유의 재난 이후라는 점에서 다른 여

자연스럽게 외부인들이 섬에 유입되면서 죽어가는 지역 사회와 지역민에게

러 의미를 내포한다. 왜냐하면 복원된 섬과 바다에서 펼쳐진 예술은 근대화

유·무형의 희망을 주고 있다.

를 겪으며 진통한 섬의 과거를 위로하듯 단정하며 경건하다 못해 숭고하게

8

9

85


24h

86

INNOCEAN Worldwide News

IWI INNOCEAN Worldwide India (New Delhi, Nov 2005)

IWUK INNOCEAN Worldwide UK (London, Jul 2006)

*IWA INNOCEAN Worldwide Americas (Huntington Beach, CA, Apr 2009)

IWCa INNOCEAN Worldwide Canada (Toronto, Jan 2010)

IWA New York INNOCEAN Worldwide Americas New York office (New York, Jun 2011)

IWF INNOCEAN Worldwide France (Paris, Jan 2010)

IWC SH I NNOCEAN Worldwide China Shanghai (Shanghai, Nov 2006)

*IWE INNOCEAN Worldwide Europe (Frankfurt, Jan 2007)

*IWC BJ INNOCEAN Worldwide China Beijing (Beijing, Dec 2005)

INNOCEAN Worldwide HQ (Seoul, May 2005)

IWTr INNOCEAN Worldwide Turkey (Istanbul, Feb 2011)

IWCz INNOCEAN Worldwide Czech office (Prague, Jan 2009)

IWR INNOCEAN Worldwide Russia (Moscow, Jan 2009)

IWS

INNOCEAN-CBAC

INNOCEAN Worldwide Spain (Madrid, Nov 2009)

INNOCEAN-CBAC (Beijing, Dec 2009)

IWIt INNOCEAN Worldwide Italy (Milan, Aug 2008)

IWC SH (Nanjing) INNOCEAN Worldwide China Shanghai Nanjing office (Nanjing, Nov 2008)

IWAu INNOCEAN Worldwide Australia (Sydney, Aug 2008)

IWB INNOCEAN Worldwide Brazil (Sรกo Paulo, Sep 2012)

IWA Chicago INNOCEAN Worldwide Americas Chicago office (Chicago, Apr 2011)

*=RHQ office


Life is Orange Fall 2013

1

87

IWHQ

IWE

IWC SH

INNOCEAN Worldwide HQ (Seoul, May 2005)

INNOCEAN Worldwide Europe (Frankfurt, Jan 2007)

INNOCEAN Worldwide China (Shanghai, Nov 2006)

INNOCEAN Worldwide signed a social contributions

INNOCEAN Worldwide Europe(IWE) was the winner

INNOCEAN Worldwide Shanghai (IWC SH) is proud

agreement with the Korean Overseas Cultural

in the Event Design category at the Red Dot Design

to have signed up Zhengzhou Yutong Bus Co., Ltd as

Heritage Foundation on August 13. The Foundation

Awards 2013 for its “Fluidic Sculpture in Motion.”

a very welcome new client. Zhengzhou Automobile

deals with Korean cultural relics that are located

Originally screened at the Milan Design Week 2013

is China’s largest producer of commercial vehicles,

overseas, conduc ting research into them and

last April, the production is an interactive, three-

boasting the highest sales in the country and the

assessing ways of protecting and retrieving them.

dimensional installation composed of 12,000

largest number of exports in its field. The contract

INNOCEAN Worldwide will assist the Foundation by

translucent spheres suspended over a pool of water

was awarded following fierce competition by a

helping it to develop communications strategies and

and surrounded by eight high-powered lasers. It

number of other noted advertising agencies from

PR activities, all at no charge. The company’s other

can produce a new sculpture every seven minutes

throughout the country. IWC SH’s mandate is to carry

pro bono CSR efforts include assisting Hub Seoul,

by interacting with viewers and following up on

out marketing efforts for the company both in China

a social enterprise-operated community, with its

their gestures and movements. It was created to

and around the world.

marketing efforts.

symbolically reflect the design philosophy of Hyundai Motor Company.

2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지난 8월 13일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노션 월드와이드 유럽지역본부(IWE)가 지난 4월 세계

이노션 월드와이드 상해법인(IWC SH)이 중국 최대 상용차

과 사회공헌 협약식을 체결했다. 이 재단은 국외로 유출된

최고 권위의 디자인 전시회인 ‘2013 밀라노 디자인 위크’

제조 회사인 정주유통상용차를 광고주로 영입했다. 정주유

우리나라 문화재의 현황을 체계적으로 조사·연구하는 기

에서 선보인 <플루이딕 스컬프쳐 인 모션>으로 ‘2013 레드

통상용차는 중국 및 세계 판매 1위를 자랑하는 상용차 부

관으로 문화재 환수와 보호 방안 연구 등을 종합적으로 수

닷 디자인상’ 이벤트 디자인 부문의 본상을 수상했다. <플

문 선두 기업이다. IWC SH는 중국 전역의 유명 광고대행사

행하는 기관이다. 이노션은 재능 기부를 통해 재단의 포괄

루이딕 스컬프쳐 인 모션>은 1만2천 개의 아크릴 구와 작

들과 치열한 경합 끝에 정주유통상용차를 광고주로 영입했

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 및 홍보활동 등을 지원할 계

은 호수의 물, 8개의 레이저 빔과 관람객의 움직임 간의

으며 중국을 포함해 해외 전역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획이다. 이 밖에도 이노션은 사회적 기업들의 커뮤니티인

상호작용을 통해 7분마다 새로운 조형물로 연출되는 최첨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중국에서의 첫 현지 광고주 영입이

Hub Seoul을 방문하여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CSR

단 설치미술로, 현대자동차의 디자인 철학 및 DNA를 상

라 더욱 값진 성과라 할 수 있다.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징적으로 잘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INNOCE AN Worldwide was the recipient of a number of major overseas design awards, including three at the Red Dot Design Awards 2013 and an International Design Award 2013. The winning efforts

IWA

IWCa

INNOCEAN Worldwide Americas (Huntington Beach, CA, Apr 2009)

INNOCEAN Worldwide Canada (Toronto, Jan 2010)

group. Its production, called “Vision Hall,” was one

INNOCEAN Worldwide Americas (IWA) took home

INNOCEAN Worldwide Canada(IWCa) boasted

of the winners, in the Event Design category, at the

four silver prizes at the 2013 ADDY® Awards. IWA

three winners at the Applied Arts, Canada’s most

Red Dot Design Awards. Two media works that were

was awarded its prizes for “Why,” an ad for Hyundai

authoritative advertising awards event. The company

shown on its wall, “Who Am We?” and “Mobius

Motor’s Sonata, “Don’t Tell,” an ad for the Hyundai

won awards for Kia Motors’ 2013 Sorento, Forte, and

Loop,” were also award recipients. “Who Am We?”

Santa Fe, “Modern Life,” an ad for the Hyundai Azera,

Rondo brand campaign in the TV Craft/ Animation/

won the bronze prize in the Digital category at the

and its “The Walking Dead” integrated campaign. In

Series category, and for the Hyundai Sonata Hybrid’s

IDEA ceremony, and was also named Best of the

addition, the company was named one of the “biggest

“Gaspocalypse” in the TV Craft/Cinematography/

Best in the TV, Film, and Animation category at the

and buzziest” ad agencies by ADWEEK, a leading

Single category. In addition, the “8 Bit” for the Forte

Red Dot Design Awards. Finally, “Mobius Loop”

source of news for marketing, media, and advertising

won the first prize in the TV Craft/Animation/Single

was named Best of the Best in the Corporate Films

professionals. It was also the subject of a cover story

category. IWCa celebrated its third anniversary last

category at the latter event as well.

on OC Metro, a leading magazine in South California.

August.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현대자동차그룹 인재개발원 마북캠

이노션 월드와이드 미국법인(IWA)이 ‘2013 ADDY®

이노션 월드와이드 캐나다법인(IWCa)이 ‘Applied Arts’에서

퍼스 내에 위치한 비전홀을 통해 ‘2013 레드닷 디자인상’과

Awards’에서 4개의 은상을 수상했다. 미국광고협회가 주

총 3개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Applied Arts’는 30년 전통의

‘IDEA 디자인상’ 등 해외의 주요 디자인상을 수상하며 차

관하는 이 광고제는 총 3단계에 걸친 심사과정을 통해 우

캐나다 현지 내 가장 권위 있는 광고제다. 쏘렌토·론도·

별화된 경쟁력으로 광고회사의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해나

수한 크리에이티브를 선별하며 올해에는 6만 개 이상의

포르테의 2013년 기아자동차 브랜드 캠페인이 TV Craft 카

가고 있다. 수상작품들은 이노션 스페이스디자인팀이 한국

작품이 출품됐다. IWA는 현대자동차 쏘나타 광고 <Why>,

테고리-애니메이션-시리즈 부문 본상, 포르테 <8 Bit> 편은

현대 미술의 대표 주자 서도호 작가와 영국의 유명 디자이

싼타페 광고 <Don’t Tell>, 아제라 광고 <Modern Life>를 비

TV Craft 카테고리-애니메이션-싱글 부문 최우수상, 쏘나

너 그룹인 ‘유니버설 에브리싱’과 협업을 통해 제작되었다.

롯해 미국 드라마 <The Walking Dead>의 통합 캠페인을

타 하이브리드 <Gaspocalypse> 편은 TV Craft시네마토그래

비전홀은 레드닷 ‘이벤트 디자인 부문’ 본상을, 비전홀에서

통해 각각 은상을 수상했다. 한편 IWA는 유명 광고전문

피-싱글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한편 IWCa는 8월, 창립 3주

상영되는 ‘Who am we?’는 IDEA ‘디지털 부문’ 동상과 레

지 <ADWEEK>이 발표하는 ‘Biggest and Buzziest’ 에이전

년을 맞아 그간의 혁신과 성과를 돌아보는 기념행사를 가

드닷 ‘TV, 영상, 애니메이션 부문’의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시 중 하나로 선정되었으며, 남가주 지역 대표 잡지 <OC

졌다.

또한 비전홀에서 상영되는 ‘뫼비우스의 루프’는 레드닷의

Metro>의 커버스토리를 장식하는 등 미국 내에서 주목받

‘기업 영상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는 에이전시로 성장했음을 입증했다.

were produced by the INNOCEAN Worldwide Space Design Team, working in collaboration with Do-ho Suh, one of the leaders of Korea’s modern art scene, and Universal Everything, a well-known UK design


EPILOGUE

Scent of the Autumn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김훈을 만나는 아침,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뜨거운 여름만큼이나 뜨거운 패러디 열풍을 일으킨 팬택 베가 시리즈의

김수연 부장과 김세희 차장은 빼곡히 정리한 질문지를 준비해 왔다. 군더더기

기획팀과 제작팀이 한자리에 모인 날. 한국에서는 흔치 않은 패러디

없는 정확한 언어만으로 빛나는 문장을 완성하는 김훈은 카피라이터의 존경을

광고까지 등장하게 만든 이노션 크리에이티브의 힘을 다시 한 번 엿볼

받는 소설가임에 틀림 없다. 이날의 인터뷰는 자신의 일, 직업 그리고 삶

수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부탁, 여러분 ‘단언컨대’는 ‘단언컨데’ 혹은

사이의 고민에 대한 대답을 놓칠세라 받아 적는 진심을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당연컨대’가 아닙니다. 유사품에 주의하세요.

<씨네타운19>라는 영화 팟캐스트 방송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지. 광고

팬심 가득한 훈남과 어느 쿨한 훈녀의 만남. 이건 ‘인터뷰’가 아니었다.

한 번 없이, 끊고 가는 한 번의 휴식 시간도 없이 2시간여에 걸쳐

가뜩이나 센치한 가을, 어쩐지 허전한 옆구리를 한 번쯤 뒤돌아보는

문화예술정치사회 전방위로 ‘떠드는’ 이 남자들의 수다에 중독된

이 계절에, 남산 아래 절경이 기막힌 그랜드하얏트서울 풀사이드에서,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이상헌 사원이 그들의 녹음 현장에 특별히

그들은 맥주잔을 기울이며 그렇게 웃음이 끊이질 않았더랬다. 굳이

초대받았다. 인터뷰가 진행된 그 주 주말에 결혼식을 앞두고도 전문

끼어들지 않아도 풍성하고 해박한 대화를 이어나가는 이 남녀를 보며,

인터뷰어 못지않은 집중력을 발휘해준 그에게 특별한 감사를 남긴다.

편집팀은 이상하게 자꾸만 눈이 시렸네.

2013 Fall, Contributors of INNOCEAN Worldwide 김기영 수석국장, 김동욱 차장, 김세희 차장, 김수연 부장, 문성훈 대리, 박진희 부장, 손윤수 부장, 신두현 대리, 양은선 대리, 이상헌 사원, 이윤주 차장 외 <이노션 백서>에 함께해주신 45명의 이노시안.


Life is Orange +no. 11 Fall 2013 Work, Seek, Link

체스판 위의 말처럼 무의미한 왕복 운동을 벗어나세요. 꿈에도 그리던 ‘신입사원’이라는 푸르디푸른 자랑스러움으로 넘쳐나던 시절로부터 지금 어느만큼 멀리 와 계신가요?

그 거리가 꿈으로부터의 거리, 자유로움으로부터의 거리, 열정으로부터의 거리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발행인 안건희 발행일 2013년 9월 30일 발행처 이노션 월드와이드 INNOCEAN Worldwide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837-36 랜드마크타워

이제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 공간을 진정 당신의 ‘홈(Home)’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 옆의 가족보다 친숙한 그 얼굴들은 같은 게임에 나선 팀 동료가 되어줄 겁니다.

Let’s Play Your Game! 살며, 일하며, 꿈을 찾고, 다시 나의 꿈에 닿을 수 있는 그런 일을

837-36, Yeoksam-dong, Gangnam-gu, Seoul, Korea www.innocean.com blog.innocean.com www.facebook.com/innocean www.twitter.com/innocean <Life is Orange> 편집팀 기획 INNOCEAN Worldwide 홍보팀 02-2016-2214 편집 디자인 제작 iPublics Inc. 02-3446-7279 사진 Studio 1839 02-548-1839 인쇄 (주)삼성문화인쇄 02-468-0361

우리는 ‘직업’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가족보다 친숙한 당신 옆의 얼굴들은 그 여정을 함께하는 ‘원정대’이겠지요?

본지에 실린 글의 내용은 필자 개인의 의견을 나타냅니다. 본지에 실린 이노션 월드와이드 관련 콘텐츠는 본사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NOT FOR S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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