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Orange +no. 13 Spring 2014 Urban Hippie Rules the City
1. Puzzled Dazzled Happiness 이석원, ‘보통’이어도 괜찮아
2. 백서(白書) INNOCEAN Fashion Week 누가 그들에게 ‘패션’을 물었나
Everyday Special, Daily Moment 어디까지 혼자 놀아봤니?
Collaboration A Man with Scents 조향사 이성민
3. Counterattack of the Cable TV 케이블이 더 재밌는 걸 어떡해 Contemporary Art 퍼포먼스, ‘지금 여기’에서 ‘모든 곳’으로
Urban Hippie Rules the City
Contents
Life is Orange +no.13
Spring 2014
04~
28~
56~
LETTER
CREATOR’S NOTE 1
CREATOR’S NOTE 2
노진희 카피의 Material Girl
네일폴리시라는 물질
06~
30~
58~
INTERVIEW
SHOWCASE
CD사용설명서
듀나의 시네마투어
Puzzled Dazzled
Everyday Special,
1편: 강석권CD
엘사에게 사랑 따윈 필요 없어
Happiness
Daily Moment
A Time-Limited Life
이석원,
어디까지 혼자 놀아봤니?
방귀는 나오는데 덩어리가 안 나와 조민기의 TV뽀개기
‘보통’이어도 괜찮아
먹지 말고, 눈에 양보하세요
40~
64~
IN THE LIMELIGHT
談; 이야기하다
표정훈의 철학으로 딴지걸기
ISSUE REPORT
The Avengers of
Counterattack
잘 살고 싶다면 놀이를 허하라
Pride & Prejudice
INNOCEAN Worldwide
of the Cable TV
혼자서도 잘 놀아요
GCC를 소개합니다
케이블이 더 재밌는 걸 어떡해
14~
김현주 기자의 F5 + IT 웨어러블 디바이스,
Urban Hippies
Sweet, Simple, Nice!
70~
Coming to Jeju
슈퍼볼 톱 10, 느낌 아니까
이노션 백서(白書)
푸른 밤, 제주로 오라
48~
사야 할 이유 있나?
INNOCEAN Fashion Week
92~
누가 그들에게 ‘패션’을 물었나
CONTEMPORARY ART
New Life Style,
COLLABORATION
Real Magazine
A Man with Scents
76~
Here to Everywhere
일상을 특별하게 여기다
향을 말하는, 향을 꿈꾸는 미래
CATS & DOGS
퍼포먼스, ‘지금 여기’에서
퍼퓸라이퍼 대표 이성민
Man in Shorts
‘모든 곳’으로
Teach Me
Performance,
반바지가 잘 어울리는 남자
How to Play Alone 베짱이라 놀리지 말아요
78~
98~ 24h
CREATOR’S NOTE 3 Honorable Minor Life 회사 땡까고 쿨하게 라운징
80~ TREND REPORT 남충식의 뮤직에세이 두 번째 스무 살을 시작해
100~ EPILOGUE
Life is Orange Spring 2014
05
INTERVIEW
06
Life is Orange Spring 2014
Puzzled Dazzled Happiness 이석원, ‘보통’이어도 괜찮아 INTERVIEWER. 이주명 차장 (공공마케팅팀, INNOCEAN Worldwide)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PHOTOGRAPHY. Studio 1839 COOPERATION. 그랜드하얏트서울
07
INTERVIEW
저는 ‘베짱이’가 아닙니다 이주명 차장(이하 주명) 와, 제이제이마호니스 진짜 오랜만에 와봐요. 대 학 갓 들어갔을 때 친구들이랑 기념으로 왔었는데…. 낮에 오니 또 느낌 이 다르네요. 이석원 작가(이하 석원) 저도 오랜만이네요. 개인적으로 ‘하이야트’에 추 억이 많아서 종종 오거든요. 주명 저기 좀 보세요, 한낮의 호텔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이라니. 평범한 직장인인 저로선 참 부러운 모습인데요. 루프트탑 바에서 바비큐 파티 를 한다거나, 호텔 풀사이드에서 칵테일 파티를 한다거나. 근데 곰곰 생 각해보면 10년 전, 대학 다닐 때 친구 옥탑방에서 고기 구워 먹고 놀던 거랑 뭐가 다른가 싶기도 해요. 석원 사실 제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잘 몰라서…. ‘개미와 베짱 이’ 얘길 빗대서, 개미처럼 일만 하고 사느니 베짱이가 훨씬 현명하다고 들 하는데요. 저는 정말 전형적인 개미의 삶을 사는 사람이에요. 주명 어머, 정말요? 하지만 보기엔 굉장히 여유로워 보이세요. 일상을 즐기고 계신달까. 석원 예전에 사귀었던 친구가 ‘정말 재미없게 산다’고 타박했었는걸요. 주명 어, 그거 제가 남자친구한테 항상 하는 말인데.(웃음) 그치만 사람 들이 겉으로 판단하기에 ‘재미없게 사는 것’과 본인이 본인 일상을 바라 보는 시선은 또 다르지 않나요? 석원 음, 똑같이 재미없어요. 일밖에 안 하고 살고, 사람들이 어떻게 살 아가는지, 흔히 말하는 ‘트렌드’에도 관심이 없고요. 거기에 절 맞추려는 편도 아니어서요. 주명 그게 사실이라면, 사람들이 작가님의 책을 보면서 일상을 소중히 여기고 잘 즐긴다고 인식하는 게 신기하네요. 석원 저는 기본적으로 소박하지 않아요.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항상 자신에게 실망하는 타입? 일상에서 얻은 소재를 글이나 음악으로 표현하는 이유는, 평범하고 소소한 걸 추구해서는 아니에요. 어떤 거대 한 가치가 묻어 있는 일상을 발굴하려는 것이지, 주제는 무겁거든요. 삶, 죽음, 결혼, 이별…. 다만 사람들이 받아들일 때 담담할 수 있도록 애썼 을 뿐입니다. 실제론 개미처럼 치열하게 작업한 결과물이랍니다. 주명 2009년에 첫 에세이집 <보통의 존재>를 발간하셨죠. 제가 갖고 있는 판본만 25쇄인데요…. 와, 이렇게 많은 공감을 얻으리라 예상하 셨나요? 석원 첫 책이었기 때문에 확신은 힘들었죠.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이 어떠냐를 떠나 일단 어두운 걸 싫어해요. 당장 접하기 불편하지 않은 것, 뭔가 기분전환이나 위로처럼 필요한 것, 보기에 예쁜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서 ‘잘 안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 다’고 생각했는데 의외였죠.
08
LETTER
04
RISE OF THE URBAN HIPPIES 안녕하십니까? 2014년 봄을 맞아 올해 첫 인사를 드립니다.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Life is Orange가 올해로 4주년째를 맞게 되었습니다. 지난 3년간 사회의 새로운 흐름을 미리 읽 어내고, 이노션만의 인사이트로 찾아낸 키워드를 제시하는 흥미로운 방식을 유지해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 키워드에 맞는 인물과의 깊은 대화와 이노션의 재기 넘치는 칼럼을 읽으며 새로움을 경험했다는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그 응원 에 힘입어 Life is Orange는 이번 2014년 봄호부터 페이지를 증면해 더욱 풍성하고 다양한 읽을거리를 담아내고, 명실 상부한 이노션 월드와이드 매거진이 되기 위해 더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Life is Orange가 이번 봄에 주목하는 키워드는 바로 ‘어번 히피(Urban Hippies)’로, 흔히 베짱이라고 불리는 젊은 세대 의 변화입니다. 히피라고 하면, 기존 시스템에 대한 반항이라든가 대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만드는 모습 등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21세기의 어번 히피는 대중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자 하는 성향은 비슷하지만 도시 안에서 자신의 일상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차이점을 보입니다. 게다가 도시를 떠나더라도 자신의 전문성이나 라이프스타일을 버리지 않고 어느 곳에서든 취향과 개성을 지켜냅니다. 지난 20세기는 개미의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조직 속에서 공통의 가치를 위해 개인의 일상이나 취향 은 잠시 보류한 채 더 높은 성과를 위해 전력질주한 시대였지요. 그런 세대들에게 현재의 어번 히피들은 얼핏 베짱이처 럼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21세기의 베짱이인 어번 히피들이야말로 새로운 형태의 개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기존의 형식을 따르기보다 자신의 경험, 자신의 소신대로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키 고 있는 이들의 생각, 들여다볼수록 매력적입니다. Life is Orange는 다음 계절에도 참신함을 갖추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2014년을 맞아 변화하고 진화한 모습을 지켜 봐주시길 바랍니다. 이노션 월드와이드 대표이사 사장 안건희
Life is Orange Spring 2014
09
주명 담은 내용에 비해 표지는 꽤 상반적이네요. 화사하고 예쁜 노랑. 석원 글은 제가 만든 어떤 공간이나 산책로에 사람들을 초대하는 행위 라 생각해요. 그래서 무거운 걸 다루더라도 필치나 비주얼을 최대한 화사하게 하려 하지요. 음악도 그렇지만 전반적인 연출에 신경 쓰는 편이에요. 인쇄 감리 보러 가는 작가는 저밖에 없다는 얘기도 들었어 요.(웃음) 주명 컨트롤하는 역할을 좋아하시나봐요.(웃음) 음악 공연은 다른 사람 과 협업이 불가피하지만, 글은 상대적으로 본인이 컨트롤할 수 있는 부 분이 크지 않나요? 석원 네, 그래서 좋아해요. 주명 그래서 그런지, ‘완벽주의자’라는 소문이 있던데요. 하지만 완벽주 의로 탄생한 결과물은 보는 사람도 어딘가 불편하기 마련인데, 작가님 은 책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편안하게 다가오네요. 석원 제가… 완벽주의라니 남세스럽네요. 라이브 공연 말고 제가 원 없 이 만져서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것들은 그럴지 모르겠어요. 앞서 말 씀드린 대로 과정은 치열하지만, 받아들일 때 편하게끔 하려 하니까 요. 그렇지만 무대에서 예민한 저를 처음 보신 분들은 꽤 불편하실지 도 몰라요. 주명 팬들은 ‘그게 오히려 매력’이라고 좋아하던걸요? 까칠한 모습이 사 랑스럽다고.
저는 ‘팬’이 없습니다 석원 저는 팬이 일단 없습니다. 주명 네? 팬페이지에 매일 댓글 다시는 분들이 섭섭해하시겠어요. 석원 팬은 정말 없어요. 사실인걸요. 생각하시는 것처럼 골수팬이랄지,
좋은 대학 나오고
저를 특별히 좋아해주시는 분은 정말 거의 없어요. 주명 그렇다면 문학인으로서의 팬은 있다고 생각하세요?
대기업에 다니지 않아도
석원 아니요. 주명 하하, ‘팬’이란 단어를 별로 안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요. 혹시 유착 되거나 강요받는 관계를 싫어하시나요?
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오고요
석원 음, 제가 매우 경계하는 부분인데요. ‘작품이 뜨는가, 사람이 뜨는 가’의 문제이기에. 사람이 뜨면 아무리 뭣 같은 걸 내놓아도 풍족하게 살
돈 많이 벌고
지만, 저는 내놓은 무언가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한동안 굶어야 하는, 단지 그런 상황인 것이고요. 그렇다고 이런 상황이 싫지는 않아요. 아무 리 ‘구린 것’을 내놔도 사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창작자에게 한 편으로
유명해지고 성공하지 않아도 콜라값은 똑같아요 -2014.3.12 블로그 中
불행이니까요.
INTERVIEW
친구를 만나 점심을 먹고 성북동 길상사에 들러 ‘봄날 따사로운 햇볕’을 쬐며 산책을 하고 그저 흐르는 개울, 자라는 새싹 하나에 감탄하고 진영각에 들어가 법정스님의 체취에 감동하고 백화점으로 자릴 옮겨 밀탑에서 맛나디 맛난 팥빙수를 먹고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니 일상의 번민과 즐거움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마치 밤과 낮처럼 번갈아 다가오는구나. 좋은 게 너무 좋다. -2014.3.17 블로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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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Orange Spring 2014
주명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아닌 블로그에 열심히 글을 쓰시는 것도 의아했어요. 석원 블로그를 만든 이유는 명확해요. 처음 책을 펴낼 때 사람들이 ‘음악
11
이석원 1971년생. 나이 탐험가. 싱어송 라이터이자 서른여덟의 나이에 데뷔작을 낸 작가. 언니네이발관의
하는 사람의 책’으로 받아들일까봐 엄청난 공포에 시달려야 했어요.
리더이며 보컬 겸 기타를 맡아 활발한
그래서 언니네이발관 홈페이지와 명확히 분리된 다른 공간이 필요했
활동을 펼쳤다. 서른여덟이 되던 해
죠. <실내인간>을 쓰다 보니 매일 집에서 혼자 ‘실내인간’이 되어가더
잃고 비로소 삶의 의미에 대한 탐구를
라고요. 고립감 해소를 위해 블로그에 끄적이기 시작했는데, 비록 온 라인 공간이지만 사람들이 거기서 피드백을 주고 노니는 모습에 많은 위안을 받았어요. 지금까지도요. 주명 저도 작가님 포스팅에 많은 위안을 받고 있습니다.(웃음) <보통의 존재>도 그렇지만 <실내인간>을 읽을 때도 ‘이석원 본인의 이야기를 한 다’는 느낌이 강했는데요. 지속성을 고려할 때, 자전적인 소재가 주는 한 계는 없을까요? 석원 제가 한 200살쯤 먹었다면 파먹을 소스가 많겠지만, 글쎄요. <보통 의 존재>도 제 이야기인 것만은 아니에요. <실내인간>도 주인공이 빵을 좋아하고, 서점을 좋아하는 몇 가지 단순한 코드 때문에 ‘이석원 이야기’ 라고 받아들여지는 걸 보고 약간 놀랐어요. 제가 창작자로서 신뢰를 깊 게 못 드린 탓이겠죠. 그래도 ‘작가’라면, 책 속 화자와 본인은 다른 사람 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주명 첫 작품이 ‘에세이’여서 더 그랬던 점도 있을 것 같네요. 그렇담 타 인에게서 오해를 사는 상황이 불편하거나 힘들진 않으시고요? 석원 피할 수 없는 부분이죠. 어제 <썰전>에서 개그맨 이윤석도 그러더 군요. ‘국민약골’은 죽을 때까지 국민약골이라고. 김구라는 죽을 때까지 독설만 하는 사람이고. 언젠가 이적과 관련된 기사에서 이런 댓글을 봤 어요. ‘이적은 작곡은 잘하는데 라이브는 별로지’. 근데 이적은 제가 본 가수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라이브를 잘하거든요. 이적처럼 유명하고 대중 앞에서 노래 부를 기회가 많았던 사람도, 이미지를 바꾸기 힘든 거 예요.
어느 날, 사랑과 건강을 한꺼번에
시작하여 ‘보통 신드롬’을 일으킨 『보통의 존재』를 썼다. “이 책을 통해서 나는 평범한 생의 아름다움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2013년 8월 두 번째 책이자 첫 번째 장편소설 『실내인간』을 발표했다. 4년 동안 오로지 활자와의 집요한 싸움 끝에 얻어낸 결과물로, 누군가의 어긋난 집념, 즉 간절함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INTERVIEW
12
주명 그럼 다 초월하고 신경 안 쓰시는? 그 자체로 납득하게 된 시기가
주명 지금도 좋아하시나요? 혼자 사람구경 하는 걸.
어떻게 되세요?
석원 혼자 있는 걸 좋아하지는 않아요. 그치만 혼자 살아가는 데 익숙해
석원 글쎄요, 한 30대 후반 즈음 자연스럽게 내린 결론입니다. 내가 아
져야 한다는 생각에 3년 전 혼자 여행을 갔었어요. 파리와 런던에 갔는
무리 노력해도 작은 것밖에 이룰 수 없다는 것? 내가 원하는 어떤 이미
데, 다시는 혼자 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소모적이더라고
지로 비춰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에서 나온 책이 <보
요. 혼자 부딪히고 씩씩하게 다니면 얻는 게 있을 줄 알았는데.
통의 존재>기도 하고요.
주명 여행을 안 좋아하는데 하려고 노력하신 적도 있다고….
주명 책 날개에 나와 있는 ‘모든 것은 어느 날, 자신이 결코 특별한 존재
석원 있었죠. 근데 서울에서 벗어나면 마치 나 없는 동안 서울에 큰일이
가 아니라는 섬뜩한 자각을 하게 된 어떤 사건’과 관계된 것이었나요?
날 것 같은 기분에 시달려서요.(웃음) 특히 파리에 있는 동안에는 집중하
석원 네, 물론이에요.
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자존감이 완전 바닥을 칠 때였는데, 파리는 도시
주명 어제도 제가 ‘보통의 존재’라는 걸 엄청 슬퍼하면서 집에 갔거든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명품관 같더군요. 사람들 때깔도 다 좋으니 거울
요. 왜 팀장님은 나를 이렇게밖에 생각해주시지 않을까?(웃음) 일이 잘
보는 것도 괴롭고, 불편하고.
될 땐 ‘역시 난 완전 스페셜한 사람’ 하면서 자아도취에 빠지다가도 돌연
주명 <보통의 존재>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여행과 모험을 두려워하지
‘역시 난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인가’ 하는 자괴감에 빠지고. 근데 작
않고 언제나 책을 읽을 수 있으며 통신수단이 없어도 답답해하거나 두
가님은 자기 자신을 아주 잘 아시는 것 같아요.
려워하지 않는 그럼 사람”. 어떤가요, 작가님은 이런 사람인가요?
석원 제가 유일하게 잘하는 거예요. 스스로를 정확히 알고자 노력하는
석원 아니요.
편이지요.
주명 그래도 여전히 그런 사람을 추구하세요? 석원 네, 그럼요.
저는 ‘숨은그림’을 찾습니다
주명 어차피 내 연봉 모아봤자 아파트 못 사는 거 아니까, 한번 사는 인
주명 그걸 모르고 사는 사람이 굉장히 많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생 하고 싶은 대로 살자! 이런 생각이 요즘 젊은이들의 의식에 자리하잖
내 취향이 뭔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모르고 사는. 그런 고민을 정말 많
아요. 작가님은 어떤 게 트렌드인지 모른 채 계속 ‘이석원의 리듬’으로
이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남다른 관찰력 덕분인 것도 같고…. 광고인에
살아오셨지만, 그게 요즘 ‘트렌드’와 핀이 딱 맞아떨어졌다는 게 무척 흥
겐 굉장히 부러운 스킬인데, 본래 일상에서도 관찰을 즐기는 편이세요?
미롭네요. 그런 작가님께 여쭤볼게요. 평범한 인생의 ‘즐거움’은 어디서
석원 관찰력이 훈련으로 성장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남을 웃기는 방법을
오는 걸까요?
책으로 터득할 수 없는 것처럼. 연애도, 글 쓰는 것도 마찬가지겠죠. 관찰
석원 어휴, 제가 사람들에게 즐거움에 대해 조언할 처지는 아니에요. 지
이라…. 사람과 세상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네
금도 계속 즐거움을 찾고 있고요.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게
요. 관심이 생기면 알고 싶어지고, 살펴보게 되고, 관찰하게 되잖아요.
가장 큰 즐거움이자 보람 아닐까요.
주명 그 ‘관심’을 ‘피곤하게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죠.(웃음) 혹시 어
주명 그럼 작가님께 가장 즐거움을 선사하는 일련의 행동은 무엇이 있
릴 때 관찰을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 잦았나요? 이를테면 스스로에게
을까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석원 빵 먹는 순간? 농담이고요. 인생의 즐거움은 내 주변 도처에 널려
석원 어, 확실히 있어요. 어릴 때 살던 집이 길가에 있었는데, 앞이 차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행복은 숨은그림찾기와도 같아서 찾아야 하는
라 항상 차와 사람이 지나다녔어요. 둘째누나 방 창에서 길가가 가장 잘
수고가 필요한 것뿐이죠. 좋아하는 사찰에 갔을 때, 봄을 맞아 피어나는
보여서, 하염없이 계속 밖을 보고 놀았죠. 지금도 기억이 나는데, 교복
새싹을 볼 때, 밀탑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팥빙수를 먹는 순간…. 숨은그
입은 누나들이 저를 손가락질하면서 웃는 거예요. “쟤 또 저러고 있다.”
림찾기에 계속 성공하는, 그런 일상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이러면서.
보통의 존재
실내인간
오늘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가족 중에 암에 걸린
“고통을 견디는 법은 한 가지밖에 없어. 그저 견디는
사람이 없는 것, 빚쟁이들의 빚 독촉 받을 일이 없는
거야. 단, 지금 아무리 괴로워 죽을 것 같아도 언젠가
것, 먹고 싶은 라면을 지금 내 손으로 끓여 먹을 수
이 모든 게 지나가고 다시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있다는 하찮은 것들뿐이라 해도 누가 뭐라고 할 수
순간이 오리라는 믿음. 그거만 저버리지 않으면 돼.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러한 행복의 크기가 결코
어쩌면 그게 사랑보다 더 중요할지도 몰라.”
작은 것 또한 아니다.
“내가 그런 믿음을 가질 수 있을까요. 아저씨.” “믿어. 믿으면 아무도 널 어쩌지 못해.”
Life is Orange Spring 2014
인생의 즐거움은 내 주변 도처에 널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행복은 숨은그림찾기와도 같아서 찾아야 하는 수고가 필요한 것뿐이죠. 숨은그림찾기에 계속 성공하는, 그런 일상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13
PRIDE & ISSUE REPORT
혼자서도 잘 놀아요
14
나는 도무지 ‘쿨하지 못한’ 여자였다. 삼세번의 기회를 주었건만 도무지 정 신 차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그에게 가차없이 안녕을 날리고도 아침저녁 으로 그의 SNS를 염탐하던, 미련 많고 구질구질한 타입. 그런 주제에 방 어벽은 꽤 상당해서, 겉으로 내보이는 것들은 철저히 ‘세게’ 무장했다. 화 장실에 우르르 단체로 몰려가거나 혼자 쇼핑도 못하는 숙맥까진 아니었 지만 혼자서 극장에 영화를 보러 간다거나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는 건 상상하기 힘들었다. 친구 혹은 연인과 삼삼오오 짝을 지어 웃음을 주고받 는 장소에서 혼자 무심하게 할 일에 집중하기란 상당한 뻔뻔함 없인 힘들 어 보였다. 그러니까 뭐랄까, ‘사연 있어 보이는’ 게 싫었던 거다. 그것이 설 령 옷깃만 한 번 스치고 말 사람들지라도.
요즘 아이들의 특징? 혼자서도 잘 놀아요. 오늘도 느지막이 일어나 카페
‘혼자 놀기’ 중 가장 경계한 것이 ‘혼자 술 마시기’. 아니, 모름지기 알코올
에서 혼자 브런치를 먹고, 음악을 들으며 느긋하게 책을 읽었어요. 동네를
이란 좀 더 스무스하고 라이브한 커뮤니케이션을 가속화하기 위한 도구
산책하면서 사진도 찍고요, 근처 편집숍에서 생필품도 사고요, 길을 걷다
아니었던가? 왜 혼자 사는 B양은 야근 후 집 앞 편의점에서 사 온 맥주 두
가 감성을 자극하는 순간을 찍어 SNS에 올리기도 하죠. 잉여로운 게 아
캔을 비우지 않으면 하루가 찝찝한 것일까. 그렇게 ‘홀로 홀짝’을 즐기던
니에요. 삶의 여유를 즐길 뿐!
B양은 급기야 혼자서 노래방을 다니는 지경에 이르렀다. 쯧쯧. 얼마나 외
TEXT. 이현화 (iPublics)
롭고 쓸쓸했으면. 처음엔 민망했지만 익숙해지니 눈치 볼 일 없이 마이크 를 전세 낼 수 있어서 좋다는 B양. 빨리 참한 총각 하나 소개해줘야지. 그 러니까 뭐랄까, 작년 이맘때까진 그렇게 생각했다는 거다.
P
Life is Orange Spring 2014
분명히 그랬던 시기가 있었다. 혼자 다니면서 보편적 감성을 갖지 못한 자
이면서도 전원을 그리고 전원에 정착해서도 도시의 삶을 버리지 않는 사
들을 공격하고 조롱하던 시기가. 우리는 그들을 아웃사이더 혹은 히키코
람들. 2014년의 신인류를 ‘어번 히피(Urban Hippies)’라 부를 수 있지 않
모리라 부르며 사회성이 결여된 루저로 치부했다. 사교파티의 중심에 있
을까.
지 않으면 불안한 도시인에게 본인 반경 3미터짜리 ‘섬’을 구축하고 다니
부끄럽게도, 나는 스물아홉의 끝 무렵에서야 비로소 가게에 들어가 혼자
는 그들은 정 때리기 좋은 모난 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무한경쟁 속에
밥을 먹었다. 끼니도 거를 정도로 바쁜 날, 한참을 망설이다 주린 배를 움
너도나도 잘난 세상이 되면서 ‘오리지널리티’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자
켜쥐고 문을 연, 완벽히 타의적인 상황에서의 홀로 식사였다. 식사 시간도
모난 돌은 오히려 잘만 갈고 닦으면 반짝반짝 빛날 원석처럼 보이기 시작
한참 지났건만 테이블은 쌍쌍으로 가득했고 혼자인 건 옆 테이블 여자와
했다. 똘기가 곧 경쟁력인 세상, 혼자서도 당당한 게 있어 보이는 세상이
나 하나. 우린 서로 한 번씩 훑은 다음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스마트폰을
온 것이다.
들었다. 밥 한 술, 페이스북 좋아요 한 번, 국 한 술, 카카오스토리 순회 한
모난 돌에서 원석으로, 잉여인간에서 신인류로 각광받는 이들의 특징은
번…. 이게 무슨 찌질한 짓이냐! 탁 소리나게 스마트폰을 뒤집어놓았다. 묵
대략 이렇다. 일단 겉보기에 게으르다. 새벽부터 일어나 헬스를 한다거나,
묵히 밥에만 집중했다. 고슬한 쌀의 윤기가 입안에 가득 차고, 늦가을 정
퇴근 후 영어학원 따위를 다니는 류의 자기계발과는 거리가 멀다. 낮밤의
취로 물든 창밖의 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남과 식사 속도를 맞추려 무리하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평일과 주말의 경계가 느슨하다. 여러 분야에 발을
게 삼키지 않아도 되었다. 혼자 먹는 밥은, 생각보다 꽤 맛있었으며 훌륭
걸치고 있어 직업을 한마디로 정리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인데, 정말 신
했다.
기한 건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절대 곤궁해 보이지는 않는
그 뒤로 나는 동정해마지 않던 B양의 행보를 어느 정도 따라했다. 친구와
다는 거다. 90년대 오렌지족처럼 명품으로 휘감지는 않되, 자유분방하게
각자 방에서 맥주를 마시며 화상채팅을 했고, 지난겨울엔 기차를 타고 홀
흐트러져 있으면서도 미묘하게 계산된 기품이 있다.
로 부산 여행을 다녀왔다. 해운대가 한눈에 펼쳐지는 아늑한 부티크 호텔
뛰기보다 걷기를 즐기고,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선호하는데 의외로 실내
을 혼자 독차지한 근사한 나날. 아마 한 손엔 지도, 한 손엔 카메라를 들고
암벽등반이나 프리러닝 같은 격한 취미를 즐기기도 한다. 늘 책을 읽으며
여기저기 쏘다니던 갓 서른의 서울여자는 몹시도 사연 있어 보였으리라.
‘동물실험반대’ 등의 사회적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편.
그런들 어떠랴. 지금 사람들은 사연 있어 보이고 싶어 난리인 것을. 그리
SNS에 매우 밝아 자신의 일상을 수시로 표현한다. 카페에 혼자 앉아 있으
고 그때 혼자 먹었던 조개구이가 지금 당장 그리운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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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서도 한 손가락으로 SNS를 통해 친구들과 링크하는 사람들, 도시 태생
PREJUDICE
ISSUE REPORT
URBAN 푸른 밤 , 제주로 오라 누군가는 톰 소여가 사는 나무 위의 오두막집을, 화려한 대도시의 펜트하 우스를 꿈꿀 때 나는 <어린왕자>에 나오는-의자를 조금만 움직이면 해가 뜨고 지는 것을 함께 볼 수 있는 -보랏빛 소행성 B 612를 꿈꿨다. 철이 들 면서 그 별이 동화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나만의 작 은 섬, 무인도를 갖고 싶었다. TEXT. 김지은 (칼럼니스트)
© Yunji Lee
Life is Orange Spring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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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PPIES COMING ―
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 나는 더욱더 지치곤 해
문을 열자마자 잠이 들었다가 깨면 아무도 없어
좁은 욕조 속에 몸을 뉘었을 때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Exodus ! 나만의 작은 섬, 무인도를 꿈꾸다
내게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줬어
그 무인도는 어느새 현실적 목표와 타협해갔고 어느덧 나의 기억 속에서
언젠가 먼 훗날엔 저 넓고 거칠은
잊혀갔다. 그러면서 나는 그저 그런 엘리트를 꿈꾸는 평범한 아이로 성장 해갔던 거 같다. 교육부 특별장학생으로 대학에 입학했고 나의 입학과 함
세상 끝 바다로 갈 거라고
께 가족들은 프랑스로 떠났다. 10여 년을 인문학과 사회학을 공부하며 지
아무도 못 봤지만 기억 속
냈고, 한국예술종합학교와 Leeum 미술관 등에서 영화평론, 미학, 큐레이
어딘가 들리는 파도소리 따라서
터, 정원이론 등을 배웠다. 직장생활을 한 번도 해본 적은 없었지만 대학 난 영원히 갈래
원생 때 아르바이트로 한 논술첨삭이 계기가 되어 강남 대형학원에서 유
―
명강사로, 연구원으로, 칼럼니스트, 프리랜서 디자이너 등으로 활동하며 또래들보다 비교적 수입이 넉넉한 편이었다. 취미로는 와인과 여행, 미술과 건축, 야구와 F1을 즐겼다. 오랜 우상인 미
그 뒤로 1년 동안 한 달에 8번씩 서울~제주 비행기를 타는 생활이 시작
하엘 슈마허의 F1(formula 1) 경기를 보러 가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었다.
되었다. 주 2~3일은 서울에서 일하고 끝나면 제주도를 오가는 강행군이
어찌 보면 화려하고 성공한 삶이었지만 내 마음 한쪽은 늘 공허했던 것
었지만 오히려 행복했다. 제주도는 나에게 사유의 도피처였고 치유의 동
같다. 나만의 자유로운 낙원을 꿈꿨던 소녀가 어른이 돼 도시의 가장 고립
굴이었다.
된 섬 속에서 혼자 살았고, 그렇게 10년이 지나 다시 세상에 나오려 했을 때 이미 난 그들과 소통하는 법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와인동호회에 가입하게 되고 5년 동안 모임주최자로 활동했다. 늘 바빴고 많은 사람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버린 인간 관계가 극도의 피로감을, 지나친 관심이 나를 지치게 했다. 어느 겨울, 청 산도에서 1주일을 혼자 낚시만 하며 지내다 문득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꿈이 생각났다. 아무도 모르는 섬에서 혼자 살아보고 싶다는. 그 무렵 내 가 즐겨 들은 노래가 패닉의 ‘달팽이’이다.
ISSUE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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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게 흐른다 고향이 아닌데도 제주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 고 있다. 특히 20~30대들은 도시로부터, 기존의 삶으로부터의 대탈출 (exodus)인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지난 시절 사업에 실패하거나 도시생 활에 염증을 느껴 귀농을 꿈꾸던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르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그 누구보다 강한 자아를 누리며 자랐고 오랜 해외생활이나 독립을 경험한 세대다. 그들에게 제주도는 바다 건너 또 다른 새로운 선택 지이자 인생을 리셋할 수 있는 소망에 가깝다.
1.
2.
힐링과 탐색을 위한 공간을 찾는 사람들
제주에서의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려는 사람들
오랜 시간 준비했던 프로젝트에 실패하거나 큰 상처를 받았을 때, 인생의
최근 제주의 수많은 게스트하우스, 이색카페, 새로 뜨는 맛집 등은 제주
큰 변화(터닝 포인트)나 이직을 위해 힐링을 위한 시간이 필요한 경우 많
의 가능성을 믿고 도전한 젊은이들의 공간이다. 이런 움직임들이 제주를
은 이들이 올레길을 찾아 걷는다. 대부분은 1주일 그리고 한두 달을 안 넘
활기차고 역동적으로 만든다. 주로 기존의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해 독특
기고 떠나가는데 오래 남는 사람들일수록 도시에서 치열하게 살았던 사
한 공간들을 만드는데 그중 소위 대박을 친 몇몇 성공신화가 매스컴을 통
람인 경우가 많다. 그들은 제주에 있지만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굳이 바
해 알려지면서 전통 농가나 돌집은 매물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꾸려 하지 않는다. 도시와 공존하며 오롯이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낸다.
도시에서 고등교육을 받고 다양한 직업군에 속했던 사람들이 너도나도
책을 읽고 사진을 찍고 자신만의 비망록을 남기고 때로는 맘껏 휴식하며
숙식 관련업에만 뛰어드는 것은 어찌 보면 제주 사회의 구조적 한계 때문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거나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인지도 모른다. 제주도 대졸 평균 연봉은 1800만원. 그마저도 서비스업이 나 단순 업무일 뿐이고 35세 이상은 잘 뽑지도 않는다. 게다가 제주도를 찾는 젊은이들의 강한 자의식과 자유에 대한 열망은 생각보다 보수적이 고 배타적인 제주도 사람들의 정서와는 잘 맞지 않는다. 대도시보다 저렴 한 임대료와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장벽이 맞물리면서 많은 젊은이는 자 신만의 신대륙을 꿈꾼다.
JEJU
Life is Orange Spring 2014
제주도에서의 마지막 1년을 준비하다 처음 1년은 여행지였고, 다음 1년은 제2의 생활 터전이었던 제주도. 여러 도시생활에 지치고 새로운
일을 하며 내린 결론은 내게는 완전한 정착지로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걸 도전하기 좋아하는
제주도에는 아름다운 자연이 있지만 사람과 문화가 아쉽다. 대화가 통하
사람들이 주로 제주를
고 함께 취미 나눌 사람을 만나기가 힘들어 외롭고, 그동안의 커리어를 이
찾습니다. 사람들 만나서
어갈 수도 없으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엔 비합리적이고 부조리한 면
수다도 떨지만, 결국
이 많다. 휴양지가 아닌 생활공간으로서의 제주도 사회·문화 수준은 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도시에서 트렌드세터로 살아온 사람들이 젊은 날을 보내기에는 매우 열
다시 육지로 돌아가더군요. 조그마한 장사라도 하면서
악하다.
‘적게 벌고 행복한 삶’을
그러나 막상 도시로 돌아간다면 나는 또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여유로
꿈꾸지만 결국 ‘돈’이
움을, 소박함을 그리워할 것이다. 그래서 남은 1년 동안 지난 2년 생활의
발목을 잡거든요. 제주로
기록을 남기고 제2거주지 겸 지인들의 아지트를 만들려 한다.
오는 건 쉽지만 버티는 건 결코 쉽지 않으니까요. 카페 겸 게스트하우스 ‘봄날‘의 지기(35)
그 첫 번째로 몇 달간의 여행사 근무 경험과 운영하고 있는 네이버 카페, 우연히 여행 왔다 제주의 자연과 이야기에 빠져 지금까지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네요. <하이루
블로그에 써놓은 글로 제주여행에 대한 가이드북을 출간하려 한다. 두 번 째로는 현재 중단돼 있지만 ‘아주 문화예술재단’과 함께 준비했던 중문 미 술관을 비롯한 제주 프로젝트의 중·장기 기획안 작성을 마무리할 것이
제주>라는 여행가이드
다. 세 번째로는 입시 취약 지역인 제주도에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시작한
매거진 편집장을
대입수능 언어영역 강의를 이어가려 한다.
하고 있습니다. 중국
더 나아가 이곳에서 만난 화가, 음악가 등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레지던
개별여행자에게 제주를
스와 후원프로그램을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후에도 제주도에 진
소개하는 월간지죠.
출하려는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있다면 무료 컨설팅과 인맥 커넥팅을 해주
앞으로 제주뿐 아니라 글로벌 서비스를 염두에 둔 여행 가이드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 제주엔 새로운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이루 제주> 이근우 대표(31)
고 싶다. 마지막으로 내게 휴식이 필요할 때 언제든 머물 수 있고 지인들 도 편하게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아지트 겸 갤러리 공간을 만들려 한다. 서 늘하고 향 보존 효과가 뛰어나 와인 저장 공간으로도 손색없는 제주 돌집 을 개조해 그 안에 컨테이너형 휴식공간과 Cave, 와인 테이블을 만들려 한다. 까다로운 도시 여자의 짧고도 긴 3년간의 제주 보헤미안 라이프, 그 마지 막을 준비하다.
제주도로 떠난 베짱이, 어번 히피들은 놀면서 일하고 있다. 놀기에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은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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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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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특별하게 여기다 화려한 광고와 번쩍이는 화보로 점철된 럭셔리 라이선스 매거진의 틈바 구니에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매거진들이 속속 등장했다. 그들이 우리 에게 던지는 화두는 놀랍게도 ‘일상’이다. 버려졌던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 는 방식은 별로 어렵지 않다. 어렵지 않으나 매 순간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바로 어번 히피의 인생과 맞닿아 있다. TEXT. 최진주 (웹진 <필링펀치> 편집장)
NEW L
Life is Orange Spring 2014
기성 잡지의 착각
일례로, 출판시장의 경기가 좋지 않음에도 스트리트 패션 매거진의 수는
패션지에 몸담았던 기자로서, 여전히 잡지쟁이 1인으로서 언제나 고민하
늘어났다. 스타일리스트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붙어 요리조리 만져댄 결
는 것이 있다. 평범하지 않은 것, 다른 것, 특별한 것, 그래서 일상적이지
과(게다가 많은 경우 패완얼, 몸완얼인 경우가 다반사 아닌가!)가 아니라,
않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그래서 많은 아이템이 ‘이건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스타일이 더 궁금하고, 더 실용적이기 때문이
재미없는데?’ ‘이건 경쟁지에서 한 거잖아.’ 편집장의 손에 의해 ‘Kill’ 당한
다. 당장 자기 옷장 문을 열었을 때, 혹은 쇼핑을 결심했을 때 어느 쪽이
다. 이 강박관념 덕분에 잡지 기자들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기능했고,
도움이 될 것인지는 불 보듯 뻔하다.
그만큼의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스트리트 패션 매거진의 붐이 최근 들어 사그러지는 느낌이 오고
이 강박관념으로 인해 우리가 하나 포기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일상성’이
있다. 거품이 빠져나가는 이유는 이들 잡지가 그저 파파라치처럼 너무 일
다. 수많은 매거진은 끊임없이 얘기해왔다. 당신의 일상은 아름답지 않으
상적인 옷차림보다는 눈에 확 띄는 스타일을 추구했다는 점이 아닐지?
니 이렇게 바꿔보라고 말이다. 잡지 속 멋들어진 화보를 벽에 붙여두던 소
‘홍대 클럽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를 법한 스타일= 쿨하다’라는 공식이 존
녀들은 그렇게 더 그럴듯한 삶을 동경하며 현실의 자신을 불행해했다.
재하기라도 하듯 튀는 옷차림만 소개하는 풍토는 또 다른 의미로 ‘일상’에
영화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에 이러한 풍경이 그대로 나온
서 벗어난다.(게다가 사람들이 매거진에서 기대하는 다양한 콘텐츠가 부
다. <Vogue> 속 모델을 보고 가슴에 휴지뭉치를 넣어보던 어린 제니퍼 가
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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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 어떤 마법 같은 상황에 의해 잘나가는 매거진 에디터가 되어 꿈같은 생활을 하게 된다는 것. 이렇게 기성 잡지는 우리의 일상으로부터 멀리 떨
새로운 문화 매거진의 등장
어져 있으면서 존재의 가치를 누려왔다.
대형 잡지사를 주축으로 한 메이저 매거진들이 럭셔리 캠페인으로 자승
그러나 패션쇼 백스테이지에서 모델 얼굴을 클로즈업한 사진을 실어봤자,
자박을 하고 있을 때, 한쪽에서는 새로운 시도가 시작되었다. 당장 내 삶
금빛 아이라인이나 눈두덩에 김을 잘라 붙인 듯 네모난 스모키 메이크업
에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매거진이 줄 지어 출현한 것이다. 한 가
을 우리가 따라 할 수 있겠는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합치면 차 한 대 값
지,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이 잡지들 역시 어떠한 ‘타깃’을 대상으
은 족히 뽑을 것 같은 옷차림을 어떻게 따라 할 수 있겠는가.
로 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잡지판이 20대 여성, 30~40대 주부, 30대 직
기성 잡지는 ‘화이트 셔츠 한 벌로 일주일 돌려 입기’ 같은 실용적인 기사
장인 등 뻔하디뻔하게 분류된 것과는 달리, 새로운 매거진은 ‘각자’의 일
가 촌스럽고 없어 보인다며 이제 더 이상 다루지 않는다. 이들이 광고 수
상, 그러나 분명히 극소수는 아닌 사람들의 일상에 대해 주목하며 저마다
익을 위해 ‘럭셔리’를 외치면서 일상은 그들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
독창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기성 잡지는 기괴한 메이크업과 아방가르드한
요리와 사람을 좋아한다면 20대이건, 40대이건 직장인이건 백수건 무슨
의상, 그리고 ‘1천만 원’이란 제품 설명이 붙는 화보를 만들어내고, 그 화보
상관이랴. 많은 이들이 수입코너에서 사서 보던 <KINFOLK>는 최근 한국
들은 연예인 모델이 아닌 이상 한 달이 지나면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어판이 나오기 시작해 인기를 누리고 있다. <KINFOLK> 역시 어번 히피
이렇게 기성 잡지가 럭셔리하게 허우적대는 동안 사람들은 잡지에 대한
스타일에 충실하다. 요리 잡지라는 편견이 무색할 정도다. 레시피가 들어
신뢰와 사랑을 잃고 파워블로거에게 가버렸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잡지
있긴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음식은 날것의 재료를 인간이 소화할
시장이 바닥을 치고 있는 것은 그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플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바꾼 무엇, 생명 연장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음식
랫폼과 편리한 하드웨어의 급부상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을 나눠 먹기 위해 누군가를 초대하고, 그들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며, 어 떤 대화를 나누며 즐기는지, 우리네 식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소 소하게 보여준다.
LIFE STYLE,
ISSUE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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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Around> 역시 마찬가지다. 눈
받았다. 안 쓰는 물건과 안 쓰는 옷을 가져가서 굳이 현지 벼룩시장에 참
썰매 관련 칼럼을 진행해야 한다면, 일반 여성지에서는 분명 아이들에게
가해 그것들을 다 팔고, 일손을 도와주고 밥을 얻어먹는 것들이 현지인한
인기 좋은 4대 눈썰매장 내용으로 풀고 만다. 그러나 <Around>에서는 민
테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지만 우리에겐 그 장소에 철저히 녹아드는 추
박집 아주머니 말만 믿고 갔다가 눈 한 점 없이 마른 풀만 있는 언덕을 맞
억으로 남는다.
닥뜨리는 황망한 장면이 고스란히 펼쳐진다.
그 외에도 작은 집의 인테리어를 이야기하는 웹진 <공간소소> 등 워드프
이런 상황일 땐 일반 잡지에서는 촬영을 접고 눈 펑펑 온 날에 다시 가거
레스나 블로그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매거진이 늘어나면서 어번 히피들이
나, 아니면 포토그래퍼가 눈을 합성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그것은 인위
꿈꾸는 소소한 일상을 실현하고 있다.
적으로 연출된 일상이며, 포토그래퍼의 불행한 일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직 기자로서 아쉬운 점은 이렇게 좋은 방향성을 지닌 잡지를 대형 잡지
<Around>에서는 물 한 방울 들어오지 못하도록 부츠까지 챙겨 신은 사람
사보다는 소규모 출판사 또는 1인 출판사가 발행하고 있어서 자칫 시장성
들이 전혀 미끄러지지 않는 썰매 위에 모여 앉아 핫초코 끓여 마시고 민박
을 잃거나, 수익 구조 때문에 사업을 포기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자신
집에서 강아지랑 놀다 온다. 이것이 실제로 우리가 어딘가로 떠났을 때 맞
의 일상과 연관된 매거진을 더 많이 즐겨 찾는다면 매거진도, 당신의 어번
닥뜨리는 진짜 평범한 여행 아닌가.
히피라는 정체성도 살아남으리라.
많은 잡지가 여행을 다룰 때 제공하는 근처 숙소나 식당, 쇼핑 공간 같은 여행 정보가 ‘일상’적인 거냐고 되묻는다. 그건 일상을 일차원적으로 본
어번 히피들이 원하는 것
관점일 것이다. 우리는 여행을 하면서 ‘어느 식당에 가서
얌꿍을 먹었는
그들이 원하는 건 할머니도 들고 엄마도 드는 장판무늬 가방이 아니다. 그
데 아주 맛있었다’처럼 초등학생 일기를 담아 오는 것이 아니라, 거리에서
렇다고 제3세계 여자나 아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며 만들어낸 게 분명한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비를 쫄딱 맞았다가 거짓말같이 날이 개는 바람에
가방도 아닐 것이다. 매일매일 들어도 질리지 않고 튼튼한 실용성에 더하
햇볕에 옷을 말리며 돌아다녔던 기억을 가지고 온다.
여, 폐플래카드를 재활용한 에코백이나 버려진 소파 가죽으로 만든 카드
여행지에서 경험하는 에피소드는 여행지에서만큼은 분명한 일상이다. 또
지갑처럼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신념까지도 생각한다. 일상 속에서 아주
한 우리에겐 해프닝이지만 현지인에게는 생활 속 평범한 일에 불과한 것
작지만 하나둘 모이면 크나큰 영향력도 발휘하고 싶어 하는 것이 어번 히
이다. 그 다른 일상들을 현재 시점에서 떠올렸을 때 우리는 다시 또 다른
피들의 특징이다.
일상을 찾아가기 위해 여행을 계획한다.
앞서 언급한 몇몇 매거진이 어번 히피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그 잡지들
랜드마크를 걸치고 기념촬영하기, 파워블로거처럼 맛집 투어하며 포스팅
이 그저 ‘일상을 특별하게 포장하는 법’을 공유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
하기는 분명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다. 그러나 어번 히피에게 그것은 전
다. 포장된 껍데기는 벗겨지면 끝이고, 우리는 24시간의 삶을 포장할 수
부가 아니다. <보편적인 여행잡지>의 ‘민폐여행준비 tip’ 칼럼은 큰 호평을
없다. 우리 일상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정의 내리고 있기에 어 번 히피들은 아주 소량의 불안감-내가 잘 살고 있는 걸까, 잉여가 아니라 고 강변하지만 사실은 잉여인 게 아닐까?-도 떨쳐내게 된다. 이들 매거진은 단편적인 일상 속에서도 자유로움과 멋들어짐을 추구할 수 있다고 소리친다. 이들의 공통점은 감성적인 사진 이미지를 구현해낸
REAL
다는 것이다. 그저 감성 사진 퍼레이드로 끝나는 건 아니다. 그 속에 실제 로 필요한 노하우나 소품, 그리고 실질적인 에피소드까지 녹여냄으로써 진정한 감성적 일상을 보여주고 아주 부드럽게 어번 히피의 신념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신념은 복잡한 정치 얘기가 아니라 우리 삶을 평화 롭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이다.
MAGAZINE 우리는 더 이상 ‘가질 수 없는 것을 동경’할 필요가 없다. 매거진을 덮는
순간, 아니 잡지를 펼쳐놓고서도 일상을 계속할 수 있으며, 그 페이지에 녹아들어간 이야기들을 다시 우리 일상에 끄집어낼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베짱이들이여! 평범한 일상 속에서 불행해하지 말라. 당신은 아주 멋진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 한쪽에 잡지 한 권이 펼쳐져 있길, 잡지쟁이로서 기도한다.
Life is Orange Spring 2014
환경잡지, 보통날 우리의 이야기
GREEN MIND 아웃도어 힐링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AROUND
당신의 청춘이 조금 더 아름다워집니다
CONCEPTZINE
삶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헤매는 사람들을 위한 잡지
ME:RO
1991년부터 40여 개국에 출간한 베네통 매거진
COLORS
반려동물을 생각하는 리얼 고양이 월간지
감성매거진 C
Discovering New Things to Cook, Make and Do
KINFOLK
ISSUE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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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위대한 유산> <올리버트위스트> <크리스마스 캐럴> 등으로 친숙한 영국 출신 작가 찰스 디킨 스. ‘19세기의 셰익스피어’라 불릴 만큼 독자들 에게 열렬히 사랑받은 작가였다. 끊임없는 작품 활동과 강연회, 낭독여행 등 30여 년의 작가생 활을 쉼 없이 달려온 그가 남다른 게으름뱅이였 다는 건 의외의 사실. 문학적 동지이자 지기인 윌키 콜린스(Wilkie Collins)와 함께 <게으른 작
TEACH ME HOW TO PL 가들의 유유자적 여행기>란 에세이까지 냈으니
말 다 했다. ‘문학’이라는 고매한 부인에게서 도
망친 두 작가가 특별한 목적 없이 오로지 ‘빈둥
거리기 위해’ 떠난 여행은 당연히 온갖 사건과 사고에 휘말리지만, 이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
게으르고자 한다. “시간을 보내려는 어떤 노력 도 하지 않고 소파에 엎드린 채 가만히 시간이 흘러가도록 두었다.(107p)” 그가 이토록 ‘빈둥거 림의 끝판왕’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은 그의 유년 기에서 짐작해볼 수 있을 듯. 가세의 급격한 몰 락 이후 변호사 사무실 사환과 법원 속기사를
전전하며 노동해야만 했던 15세의 소년에게 가 장 간절했던 건 바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었
을 테니까. 그의 자전적 소설 <데이비드 코퍼필 드>에는 일상의 여유를 배제당한 참담함이 절 절히 드러난다. “No advice, no counsel, no
encouragement, no consolation, no support
베짱이라 놀리지 말아요
프랑수아즈 사강의 <거꾸로 읽는 개미와 베짱이>를 읽어보았는지. 이솝은 먹이를 모으지 않고 노래만 부르는 베짱이를 폄하했지만, 과연 주체적인 생각 없이 기계처럼 일하는 개미는 행복했을까? 가진 것에
만족하고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베짱이야말로, 인생의 행복을 아는 주인공이 아닐까? ‘잉여로움=쿨함’이라는 인식을 갖고 오늘도 카페에서 혼자 놀기 삼매경에 빠진 지금의 ‘신인류’가 베짱이를 닮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래서 준비했다. 전격 베짱이 배틀, 누가누가 잘하나!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 = 베짱이 지수
from anyone that I can call to mind, so help me God! ”
: 치명적인 매력 모성애를 자극하는 할리우드 스타급 소설가의 과거
: 주의 그 앞에서 가난한 자를 함부로 박해하지 말 것
★★
<겨울왕국> 올라프
디즈니 프린세스 중 역대급 최강미모라는 엘사에 이끌려 <겨울왕국>의 문을 두드렸다면, 나갈 땐 올라프의 매력에 푹 빠질 것
이다. 짤똥한 몸매와 친숙한 비율, 어딘가 우스꽝스러우면서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유쾌한 얼굴, 몸 어디에 꽂아도 허허 웃고 즐거워하는 당근 코…. 툭하면 동문서답에 자기가 하고픈 말을 계속 반복하고 실제 전력에 거의 도움이 안 되지만, 정체 모를
무한긍정으로 안나와 크리스토프의 멘탈을 독려한다. 얼핏 보면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얼음괴물이 뒤쫓아오는 절 체절명의 순간도 그가 등장하면 심각함이 날아간다. 그러나 “친구를 위해서라면 녹아도 괜찮아”라며 안나와 함께 난롯불을 쬐는 장면에서 <겨울왕국>의 주제인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기도 한다. 눈사람의 본분을 잊고 봄날의 피크닉을 꿈꾸는, 뜨거운 태양 아래 해변에서의 칵테일을 소망하는 그의 망상(?)이 ‘올라프라면 할 수 있어’라고 생각되는 이유다. 인생 뭐 있나. 올라프처럼 일희일희하다 돌아보면 ‘참 행복한 삶이었다’로 마무리될 것을. : 치명적인 매력 Oh look at that, I’ve been impaled! : 주의 엘사가 아닌 이상 화기엄금, 졸라도 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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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에서 온 도민준 모태솔로 ‘도할배’가 베짱이라니?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남녀 간 사랑을 호기심, 질투, 성욕, 소 유욕, 연민, 의리, 습관 내지 착각이라 여기며 400년 동안 동정(?)을 지켜온 도민준은 외계인 같은 놈이 아니라 진짜 외계인이니까. 그렇다고 그가 청교도인처럼 금욕적인 생활을 해왔느냐면, 그렇지
★★★★★
도 않다. 도민준은 충분히 유희를 즐길 줄 아는 외계인이다. 조선시대 다양한 인사와 교류를 나눴으
전우치(田禹治)
며 개화기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은행가, 의사, 변호사, 건축가, 대학교수 등 갖가지 직업을 경험 하며 지식욕을 맘껏 채웠다. 게다가 김홍도의 그림과 허균의 도자기, 갖가지 고문서 등 진귀한 예술
‘전우치’ 하면 강동원이 떠오른다. 최동훈 감독
품을 총망라하는 어마어마한 컬렉터이기도 하다. 술도 들킬까봐 참은 것이지 맘껏 마실 상황이었다
의 영화 <전우치> 때문인데, 이보다 한참 앞서
면 아마…. 자기 별로 돌아갈 400년의 시간을 고통의 유예가 아닌 소소한 즐거움으로 채워가던 그.
유명했던 것이 바로 <전우치전>이다. 그러나 전
천송이를 만나기 전까지 웬만한 자극에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본인의 루틴을 사수하던 철벽 절
우치는 소설 속 허구의 인물이 아니라 실존했다
식남이었다.
는 사실! 황진이와 서경덕이 있던 16세기 송도에
: 치명적인 매력 400년 묵은 베짱이력을 바탕으로 한 철옹성 : 주의 대취 시 말 타고 달까지 날아갈 수 있음
는 기인 중의 기인, 전우치도 함께했던 것이다. <지봉유설>와 <대동기문> 등 조선시대 기록에 그의 갖가지 ‘무용담’이 뚜렷이 적혀 있는데, 전우치와 친하게 지내던 재령 군수 박광우에게
O PLAY ALONE ‘전우치를 죽이라’는 공문이 떨어졌다는 <어우야
담>의 내용을 보아 당시 조정이 그를 상당히 시
★★
기하고 경계했던 듯하다. 실제로 그는 부패한 관
‘놀고 있네’ 유인석, 김현기
리들을 상당히 괴롭힌 것으로 보이나 홍길동과
이보다 더 잉여력이 넘칠 순 없다. 고시공부하
는 성향이 조금 다르다. 오히려 게르만신화의 로
는 삼촌이 딱 이런 느낌일까. 에브리데이 입어
키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꾸러기’에 가깝다고
마치 한 몸이 되어버린 츄리닝, 방금 잠에서 깬
할까. 남의 남편으로 변신해 집집마다 부녀자를
듯 베개 자국이 선명한 머리와 순면 100% 아빠
희롱하고 ‘한양 천지에 정숙한 아녀자가 하나도
난닝구, 삼선 슬리퍼가 완벽한 백수 패션을 완 성한다. 엄마가 보면 속 터질 모습이건만 정작
없다’고 방을 붙이는가 하면, 친구들을 잔뜩 불
러 상다리가 휘어지게 대접한 음식이 실은 말똥
★
그들은 태연하다. 유리 천장에 가로막힌 미래를
이었다든가, 동자를 시켜 옥황상제의 천도복숭
진격의 소트니코바
불안해하기보다 근시일에 찬란한 내일이 도래
아를 몰래 훔쳐 한턱 냈다가 도망간다든가, 조
전 국민이 이름을 외우게 만든 아델리나 소트니코바(Adelina Sotnikova).
할 거라 믿으며 이런저런 망상에 빠진다. 경찰
정에서 잡아 죽이라니 직접 목매달아 죽어놓고
1996년생의 이 깜찍한 아가씨는 알다시피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피
이 되어 잠복근무를 하기도 하고, 의사가 되어
지인에게 책을 빌려간다든가 하는 식이다. 한양
겨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이다. 율리아 리프니츠카야의 엉덩방아 이후 뒤
응급환자를 치료하는가 하면, 고급 바에 들어
출신이다, 송도 출신이다, 부평에서 활동했다,
늦게 ‘깜짝 등장’하며 대한민국에 잠 못 이루는 밤을 선사했다. 1년 전보다
가 ‘항상 마시던 그거’를 주문하며 호기롭게 “당
관만 남은 묘가 재령에 있다, 남양 전씨에 고향
무려 50점이 수직상승한 점수를 받았다거나, 한 마리 나방 같았던 인상
신의 눈동자에 치얼스!”를 외친다. 작년 ‘뺏을까’
은 전남 담양이다…. 비밀스러운 실체만큼이나
적인 갈라 무대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은 없다. 대신 베짱이적 관점에서 볼
란 어록을 남긴 ‘오성과 한음’에 이어 88세대의
갖가지 소문만 무성한 이 남자. 아, 왠지 잘생겼
때 그녀의 멘탈은 가히 독보적이다. “나는 충분히 금메달 감이었다”고 스
웃픈 자화상을 보여주는 유인석과 김현기. 그들
을 것 같다.
스로를 돌직구로 칭찬하는 용기, 비록 면허는 없지만 인스타그램에 푸친
이 상상하는 내일은 갖가지 영화에서 멋진 장면
이 준 벤츠를 인증하는 행동력, IOC 왜곡 보도 논란에도 180도 다리 찢
만 짜깁기해 현실성이 전혀 없고, 그래서 웃음
: 주의 절에 보냈더니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여우 도
기를 자랑하는 태연함. 자신에 대한 놀라운 사랑과 확신, 어떠한 공격에도
을 준다. 어르신들이 딱 싫어할 법한 두 백수에
술서 훔치는 손버릇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라이프스타일만큼은 가히 배짱이 두둑한 베짱이
게 마냥 돌을 던질 수 없음은 하릴없이 가장한
챔피언이다. 이러다 정말 모 걸그룹의 경우처럼 “소트니코바, 내가 졌다”는
그들의 ‘철없음’이 일상과 맞닿은 우리의 현주소
댓글이 속출할지도? 당신의 의지에 박수를 드려요. 짝짝짝.
이기 때문이다.
: 치명적인 매력 체조선수에 버금가는 쩍벌녀
: 치명적인 매력 인생 한방이야 !
: 주의 그러니까, 걍 좋게 말할 때 나오라고
: 주의 ‘이거’만 남발하다 리셋증후군 올지도
: 치명적인 매력 만인의 연인, 차가운 개성남자
HONOR AB
ISSUE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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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땡까고 쿨하게 라운징
페이스북에서 핫하게 돌던 실화 하나. 한 한국인이 파리의 현지기업에 입
우선은 아, 천국보다 낯선 광경이군요! 그러곤 음, 생각하는 방식이 정말
사했다. 역시나 대단한 우리의 한국인은 자발적 주말근무까지 하며 남부
다르군! 이건 어느 정도는 실화이다.
럽지 않은 실적을 냈다. 이윽고 보스의 호출이 떨어졌고, 내심 칭찬을 기
평소에도 ‘깜짝’을 중시하던 이노션의 모 팀장이 갑자기 “내일. 당일치기.
대한 그에게 날아온 것은? 바로 ‘야근·주말근무 금지’라는 질책. “왜죠?
제주도 코스. 벙개”를 쳤다. 저 인간이 또? 하지만 일단 모두가 환호! 아마
저 때문에 당신 실적도 좋아졌을 텐데요.” “당신에게 자극받은 우리 중 누
도 제주도를 당일치기로 다녀온다는 ‘쩌는 패기’ 때문이었으리라.
군가가 가족과의 주말여행이나 친구와의 저녁만찬을 포기하는 일이 벌어
그런데 문제는 막상 제주에서 발생했다. 누구는 해변을 가자, 누구는 맛집
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건 우리의 중요한 문화이고, 당신은 지금 그걸
을 순회하자, 누구는 비자림을 산책하자, 누구는 말을 타러 가자 졸랐다.
파괴하고 있습니다.”
기억하자! 당일치기이다! 그리고 ‘워크숍’이잖아? 뿔뿔이 흩어졌는지, 가
TEXT. 김의상 수석국장 (캠페인5본부그룹, INNOCEAN Worldwide)
위바위보를 해서 다음 행선지를 정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참 재미난 장 면이었다. 요즘에는 회식이나 워크숍이 자주 해도 그렇고 안 해도 좀 그런 존재가 되어버렸으니까. “나 회사 땡까고 현재 라운징 중ㅋㅋ” 이걸 어느 골프장에서 ‘라운딩 중’의 오타라고 오해하지 마시기를. 지식백 과에 의하면 라운징(lounging)이란 자기에게 위안과 만족을 줄 수 있는 취미와 활동을 모색하는 행위란다. 아마 그 메시지도 “나 회사에서 잠깐 나와서 (카페에서 책보며 정신적 위안을 찾는)라운징 중”이었으리라. ‘깜
고객 천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매스한 캠페인이 정말 효과가 있는 것일까? 아님 팬 백 명을 대상으로 하는 유니크한 캠페인 십만 개를 해야 하나? 무엇이 진짜 미친 짓일까?
짝’을 중시하는 그 팀장도 제주도 벙개의 테마를 라운징으로 정했으면 대 략 속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1인가구가 드디어 30%에 육박했다 한다. 자연스레 싱글족의 라이프스타
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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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관련된 콘텐츠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소셜다이닝과 소셜다이닝의
참 마이너해 보이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트렌드이다. 근데 이 트렌드가 그
대명사 ‘집밥’, 그중 한 형태인 ‘톡파티’, 싱글족을 위한 셰어하우스의 원조
냥 이대로 끝날 것 같진 않다. 그런 점에서 이건 참 마이너한 사람들이 만들
‘연희동 셰어하우스’, 그곳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의 치킨 소비 행태 ‘2인1
어내는 메이저한 컬처가 될 소지가 많다. 어쩌면 우리는 ‘힐링’이라는 말로
닭’, 그리고 싱글족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잉여 소비 방식을 통칭하는 라
그것을 이미 부분 사용한 것은 아닐까 한다.
운징까지!
예전에는 종교나 이데올로기가 사람들을 복제했다면, 최근에는 디지털이
확실히 라운징은 늘어나는 싱글족의 영향 때문이다. 하지만 싱글족과 라운
사람들을 복제한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라운징은 이런 ‘복제’에 대한
징을 등치시킬 수는 없다. 싱글족이 어쩔 수 없는 자발적 비자발적 라운징
저항이다. 그런 점에서 라운징은 반가운 현상이다. 적어도 유니크한 나를 쿨
환경에 놓여 있는 사람이라면, 라운징은 꼭 싱글족이 아니어도 잉여를 처리
하게 주장하는 방식이니까! 다 같으면 재미없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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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누군가의 자발적 라이프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라운징은 싱글에 대한 통념을 부정한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싱글은 비 참하고 외롭고 비극적이고 불완전하다는 편견에서 자유롭지 않다. 자연스 럽게 혼자서 즐기는 모든 행위에 대해서도 사교적이지 못한, 왕따, 오타쿠, 특이한 사람이라는 그림자가 따라붙는다. 그러나 라운징은 눈치 볼 필요 없 이 내 취향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완전함, 그 자체이다. 그렇기에
부록이다. 라운징에 도전해보자. 왜? 재밌을 수도 있으니까! 단계별 라운징 도장깨기
요즘은 ‘당신 참 마이너하네요’가 ‘취향이 확실한 게 참 매력 있어요’로 해석
1 단계 나 홀로 카페 가서 책보기…이건 껌이다
되기도 한다.
2 단계 나 홀로 쇼핑하기…이것도 껌이다
라운저를 하나의 특성으로 묶어내기는 어렵다. 단지 싱글족인 것으로는
3 단계 나 홀로 영화 보기. 단 조조 제외…의외로 신경 쓰는 사람 많다
부족하다. 그들은 매스미디어적으로 그루핑하기도 어렵고 하나의 퍼스널
4 단계 나 홀로 노래방 가기…사실 한번쯤은 다 해봤을 텐데, 지속성이 문제다
리티로 규정하기도 어렵다. 그들은 대단히 섬세하고 각기 다른 무엇들의
5 단계 나 홀로 여행 가기…의외로 남자들이 못한다.
조합이다.
6 단계 나 홀로 맛집 가기…생각보다 두렵다
아마도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어느 카페의 ‘바로 그 통창 옆 자리’에서 혼자
7 단계 나 홀로 주점 가기. 단 포차 제외…찌질해 보이면 안 된다
만의 과테말라 안티구아를 마시며 서머싯 몸의 <면도날>을 읽는 것이, 계획
8 단계 나 홀로 호텔 투숙…누구 부르면 죽는다!
없이 무비콜라주 영화나 마리클레르 영화제의 <인사이드 르윈>을 보는 것 이, 게스트하우스를 탐방하며 꼭꼭 숨어 있던 제주를 발견하는 일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울 것이다.
9 단계 나 홀로 놀이동산 가기…극강이다 10 단계 나 홀로 아지트 만들기…어딘들 무슨 상관이랴!
CREATOR’S NOTE
01 CREATOR’S NOTE 몽당연필과 몽글몽글 오유경 국장 (Studio G, INNOCEAN Worldwide) 여전히 손으로 메모와 아이데이션을 즐기는 그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땐 노트 한가득 같은 패턴의 그림을 반복해서 그리는 것이 오랜 습관이자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SHOWCASE
Everyday Special,
이윤지
월간 <Queen> 취재기자
Yoren Geromin 그래픽 디자이너
Daily Moment
박윤주 웹 디자이너
김기룡 이노션 월드와이드
Life is Orange Spring 2014
어디까지 혼자 놀아봤니? 혼자 놀기, 어렵지 않아요! 혼자서도 충분히, 알차게 풍류 를 즐길 줄 아는 당신을 진정한 ‘혼자 놀기 전문가’로 인정 합니다. 자, 이제 당신의 눈으로 포착한 감성적인 일상을 우리와 공유해주세요. 혼자 노는 걸 혼자 보는 건, 아까운 일이니까요.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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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CASE
Q 당신은 누구입니까 A 서른한 살. 즐거운 기분으로 살고 있다. 요즘 관심사는 축구, 여행, 맛있 는 안주. 이 인터뷰를 잘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자기소개부터 이렇게 힘 들다니. 최근 거주지를 체부동으로 옮겨 걷기 좋은 길을 많이 알게 됐다. 경 복궁 근처나 부암동-혼자 걸어도 같이 걸어도 좋은 길인 건 마찬가지. 취재 하고 글 쓰는 일을 한다. 가끔 시각 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 대본을 쓰기도 한다. 봄엔 봄밤, 여름엔 여름밤이 좋다. 여기까지! Q 혼자서도 ‘있어 보이게’ 노는 비결 A 혼자 있을 때 혼자임을 자꾸 상기할 필요 없다. 나 혼자인 거 누가 보나 두리번거리지 말고, 멋쩍은 자세로 스마트폰에만 눈 두고 있지 말고. 혼자 인 자신이 외롭고 쓸쓸하고 바보 같은 표정은 아닐까, 의심하는 그 순간 얼
이윤지
굴은 이미 엉망이다. 비결이랄 게 있을까. ‘제발 나 좀 혼자 있고 싶은 시간’
월간 <Queen> 취재기자
이 정말 필요할 때는 반드시 올 텐데. 그럴 땐 내 마음만 들여다봐야 한다.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있다면 그야말로 참 ‘있어 보이는’ 광경일 거다. Q 최근 다녀온 여행(혹은 산책)에서 발견한 가장 인상적인 순간 A 올해 초 제주도. 일주도로를 달리는 버스 안과 산책길이 모두 다 인상적 이었다. 금능, 표선, 협재… 물빛도 모래도 다른 바닷가 걷던 길도. 5일간 혼 자였고 리프레시가 필요했던 만큼 이른 새벽에 일어나보자는 것이 목표였 는데 웬만큼은 그렇게 됐다. 특히 법환포구 근처 바다와 하늘이 모두 잘 보 이는 전망 좋은 숙소에서 아침을 맞았을 때, 30분 간격으로 햇빛에 눈이 부 딪히던 순간. 그리고 달이 예쁘게 뜨고 내려다보던 저녁. Q 혼자 놀기 위한 나만의 준비물 A 혼자 외출일 땐 일단 충전기! 음악 듣고 사진 찍으면서 불편을 겪어본 사 람이라면 잘 아는 얘기다. 전자기기 없이도 혼자 잘 노는 고수라면 우스운 얘기겠지만. 또, 집 앞 카페나 공원이라면 못다 읽은 얇은 문고본 한 권 데 리고 나가기. 집을 나설 땐 가벼워야 한다. 혼자 집일 때 내가 시도했던 것 은 ‘파스타 마스터’. <파스타 에 바스타>를 한 페이지씩 도전하는 프로젝트 였다. 나를 위한 원테이블이 주는 특별함을 여느 식사에 비할까.
A Bold- 혼자인 게 뭐, Faced Girl 좀 뻔뻔하면 안 돼?
웃으면서 자는 꼬마 미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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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할 내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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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폴라로이드, 백업!
첫날 처음 본 하늘
녹음실 넓은 창, 비 오던 서교동
제주도 마지막 날 소란스럽던 파도
햇빛 쬐러 베란다
진 꽃이 바닥에서도 물 머금고 예뻐서
혼자 걷다보면 혼자인 것들이 보인다.
금능해변 가는 길 따라오던 녀석들
SHOWCASE
토끼 요핸! 일본어 클래스에서 친구의 장난
기차역에서 만난
그저
낡은 자전거
경탄하게 되는 노르웨이 절경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초로의 여인
마을축제에서 공연 중인 여인 한국에서도 즐겨 먹던 붕어빵
럭키! 시부야의 벚꽃
Kurami역 발견
Life is Orange Spring 2014
Q 당신은 누구입니까 A 안녕, 친구들! 나는 Yoren, 프랑스 출신의 그래픽 디자이너다. 10년 전, 한국어를 배우고자 머물렀던 대구를 잊을 수 없다. 막연히 ‘아시아에 서 살아야겠어’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고. 그 결심은 결국 현실 이 되었다. 지금 스위스와 일본을 오가며 살고 있으니까. 3년 전, ‘Kissing Kourami’라는 이름으로 제네바와 도쿄에 디자인 스튜디오를 오픈한 덕분 이다. 도쿄 거리를 탐험하는 일은 언제나 신선한 충격을 준다. 귀여운 가게, 기모노를 입은 여인들, 작지만 정감 어린 카페와 레스토랑…. Q 혼자서도 ‘있어 보이게’ 노는 비결 A 디자이너에게 혼자 고민하는 시간은 절대적이다. 자전거를 타고 종종 츠 타야에 간다. 디자인 관련 서적을 뒤적이기도 하고, 새로 문 연 가게나 괜찮 은 커피를 파는 카페를 탐색하기 위해서다. 근래엔 ‘마스코트’를 찾는 일에
Yoren Geromin
열중하고 있다. 길거리에서 캐릭터화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 사진을 찍는
그래픽 디자이너
것. 오래된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가능하다. 벌써 꽤 근사한 컬 렉션이 되었는데, 이걸 갖고 뭘 해야 할진 아직 모르겠다. Q 최근 다녀온 여행(혹은 산책)에서 발견한 가장 인상적인 순간 A 즉흥적인 여행을 즐기는 편이다. 이런 여행은 전혀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선사하기 마련이니까. 최근 다녀온 여행 중 노르웨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렌 터카로 홀로 떠난 여행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는데, 매일 밤마다 다음 날 향할 곳을 지도에서 랜덤으로 찍은 것이 기가 막히게 재미있었다. 덕분 에 토 나올 만큼 운전해야 했지만, 노르웨이의 길은 얼마나 아름답던지. 거 대한 다리와 깊은 터널, 수많은 배가 내 눈앞을 오가는 광경이라니! 피오르 드 트레킹은,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Q 혼자 놀기 위한 나만의 준비물 A 우선 음악이 필요하다. 트립합(trip-hop), 록, 얼터너티브와 일렉트로 장 르를 선호한다. 나는 ‘geek’이다. 온갖 종류의 전자기기를 휴대해야 직성이 풀린다. 카메라와 태블릿 PC는 기본, 일본에서 찾을 수 있는 기괴하고 우스 꽝스러운 제품을 거의 다 갖고 있다. 재미있는 건, 그럼에도 메모장만큼은 반드시 챙긴다는 것. 스케치와 아이디어 필기를 위한 펜도 세트다. 만약 혼 자 여행할 기회가 온다면 무지 노트를 꼭 챙겨갈 것. 보고 들은 모든 걸 기 록하는 거다. 몇 년 지나고 보면 정말 재밌거든. 사진보다 몇 배는 더 재밌을 거다. 보장한다.
떠나세요, Unexpected 즉흥적으로 Holi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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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CASE
Q 당신은 누구입니까 A 캘리포니아 플레젠튼(Pleasanton)에 사는 30대 초반의 주부(?). 한국에 선 정부부처 웹 프로젝트의 메인 디자인을 담당했고, 미국에서도 다양한 기업의 웹 디자인을 맡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대한민국의 세 배 정도 되는 면적이라, 날씨도 각양각색이다. 플레젠튼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로 40분 거리인데, 1년 내내 따뜻하다. 춥고 비 오는 날에 몸이 아픈 편인데 어찌나 다행인지. Q 혼자서도 ‘있어 보이게’ 노는 비결 A 단지 하루 종일 바쁘게, 즐겁게, 놀고 먹을 뿐! 평일 낮엔 디자인 회사에 출근하고, 저녁마다 학교에서 영어를 배운다. 저녁에는 주부답게 요리! 주말 에는 더 바쁘다. 맞벌이 부부라 밀린 집안일을 해치워야 하므로. 그래도 남
박윤주
편이 준비한 아침을 발코니에서 먹으며 일광욕을 즐길 때면, ‘이 맛에 결혼
웹 디자이너
하지’란 생각을 잠깐 해본다. 낮에는 아파트 수영장에서 영어 복습, 공부가 끝나면 영화관이나 쇼핑몰로 반짝 데이트를 즐긴다. 역시 남편이 해주는 이 탤리언 메뉴로 간단히 저녁을 마치면, 벽난로에 불을 붙이고 가볍게 춤을 추기도 한다.(웃음) Q 최근 다녀온 여행(혹은 산책)에서 발견한 가장 인상적인 순간 A 몇 달 전의 라스베이거스와 그랜드 캐니언! 라스베이거스의 사막 기후를
남편을
얕봤다가 낮엔 쪄 죽고, 밤엔 얼어 죽을 뻔했다. 6시간 동안의 끝없는 운전
위한 깜짝
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나라처럼 고속도로에 휴게소가 없어서 화장실 참느
밸런타인데이
라 어찌나 힘들었던지. 좀 밟아볼까 싶으면 선인장 뒤에 경찰이 숨어 있질 않나, 야생동물보호구역에서 맞닥뜨린 순록과 곰의 무시무시한 살육전, 안 전장치 하나 없이 용감하게 올라가던 그랜드 캐니언 관광객들…. 나도 나지 만, 세상엔 겁 없는 사람 참 많더라. Q 혼자 놀기 위한 나만의 준비물 A 아이폰 없인 못 살겠다. 음악도 듣고, 웹서핑도 하고, 간간이 게임도 하기 때문에. 보디가드를 자처하는 울 집 냐옹이들도 함께해야 한다. 화장실은 당연하고 목욕할 땐 욕실 앞에, 꽃에 물 주러 가면 발코니에, 잠을 잘 때도 같이! 어딜 가든 졸졸 따라오니 얘네 없음 어찌 살까 싶다.
Sparkling 웃다 보면 Daydreams 순간순간이 반짝반짝
선물
Life is Orange Spring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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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주말데이트 코스, 영화관
테라스에서 일광욕 중인 보디가드들
남편의 감독하에 오늘도 뜁니다
뭘 보니?
시댁식구들과 함께한 웨딩촬영
안전장치가 없어 더욱 아찔했던 그랜드 캐니언
눈부신 라스베이거스 야경
출근길에 찰칵!
SHOWCASE
설명이 필요 없는 밤의 에펠탑
런던 골목 곳곳에서 멋진 그래피티를 만날 수 있다
뉴욕 서민의 삶을 대변하는 그래피티와 ‘We are the 99%’ 매일 아침을 파리의 어느
시작했던
공원에서 여유를
하이라인 파크
즐기고 있는
근처 카페의
파리지앵. 너무
오픈을 기다리며
멋있어서 도촬했다
오래된 것의 가치를 존중하는 파리지앵의 삶을 도시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런던의 트레이드마크 2층 버스와 빅벤 에든버러 미도우 파크에서 나 홀로 바비큐 파티
뉴욕 거리와 지하철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예술가들
Life is Orange Spring 2014
Q 당신은 누구입니까 A 아주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게 살려고 노력하는 6년 차 직장인, 3년 차 노량진 자취생 김기룡입니다. Q 혼자서도 ‘있어 보이게’ 노는 비결 A 우선 ‘있어 보이게’ 놀기 위해서는 비싼 브랜드의 옷으로 잘 꾸며 입고 놀 면 된다. 그렇게 잘 차려입고서 놀면 뭘 해도 있어 보일 수는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진정한 혼자 놀기의 목적이 자신만의 온전한 시간을 사유하는 데 있다는 거다. ‘있어 보이게’ 놀려고 해서는 안 된다. 있어 보인다는 얘기는 결국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의미인데, 그렇게 해서는 진정한 의미 의 혼자 놀기라고 할 수 없다. 결국 또 다른 스트레스를 가져올 뿐이다. 있 어 보이고 싶다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 고 노는 게 최고다.
김기룡 대리
Q 최근 다녀온 여행(혹은 산책)에서 발견한 가장 인상적인 순간
이노션 월드와이드
A 2012년 봄에 런던 -에든버러-마드리드-바르셀로나 일정으로 2주 동안 혼자 여행을 다녀왔다. 에든버러 대학 부근의 미도우 파크에 갔는데 수많은 젊은이가 공원 잔디밭에 모여 앉아 일회용 바비큐 그릴로 바비큐 파티를 하 고 있었다. 너무 부러워 근처 마트에서 일회용 바비큐 그릴과 라이터, 구워 먹을 소시지를 사서 그 주변에 자리를 잡았다. 근데 아무리 해도 숯에 불이 붙지 않더라. 20분 넘게 사투를 벌이다 결국 한 동양인 커플에게 어설픈 영 어로 도움을 청했는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가방에서 긴 막대성냥을 꺼내는 게 아닌가. 그릴에 불을 붙이려면 라이터가 아니라 긴 막대성냥이 필요했던 것이다. 나는 그렇게 에든버러 미도우 파크에서 혼자 소시지를 구 워 먹었다. ‘난 혼자 바비큐 파티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스스로 참 뿌듯 했다. 그런데 그 불 붙여준 커플(알고 보니 홍콩 사람), 은근히 같이 먹자 해 주길 기대했는데 그러지 않아서 섭섭했다. Q 혼자 놀기 위한 나만의 준비물 A 세상과의 단절(?)을 위해 음악과 이어폰을 항상 챙겨 다닌다. 더욱 확실 한 단절을 위해 헤드폰도 사봤는데 거추장스럽더라. 잠자는 시간을 빼면 거 의 모든 순간을 세상과 연결된 채로 보내야 하므로, 어딘가로 이동하는 시 간만큼은 음악을 들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세상의 복잡한 소리로부 터 잠시 동안 벗어날 수 있어서 좋다. 음악의 장르는 옛날 트로트부터 클럽 라운지 음악까지 구분 없이 순간순간 느낌에 따라 듣는다. 세상과의 단절이 라는 비슷한 이유로 선글라스도 사봤는데 세상이 칙칙해 보이고 답답해서 몇 번 쓰고는 서랍 속에 고이 모셔뒀다.
난 혼자 Flawless 바비큐 파티 Moment 할 수 있는 사람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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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LIMELIGHT
THE AVENGERS OF INNOCEAN WORLDWIDE GCC를 소개합니다 작년 11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멘토이자 ‘광고계의 전설’로 불리는 밥 이셔우드가 이노션 월드와이드에 합류했다. 그는 이노션 15개 해외 법인의 ECD(Executive Creative Director)와 크리에이터로 구성된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협의회(Global Creative Council, 이하 GCC)의 위원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2013년 12월 서울에서 열린 첫 회의에 이어 지난 2월, 캘리포니아 주 헌팅턴 비치에 위치한 미국법인에서 두 번째 회의를 가진 GCC의 멤버, 이노션의 어벤저스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7명을 소개한다.
Bob Isherwood, a mentor for creative directors and also dubbed a legend of the advertising world, joined INNOCEAN Worldwide last November. He is now leading the company’s Global Creative Council, which is comprised of the executive creative directors and creators at its headquarters and fifteen overseas subsidiaries. GCC held its first meeting in Seoul in December 2013, and its second meeting at INNOCEAN Worldwide Americas in February 2014. We introduce to you seven creative directors, who attended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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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Orange Spring 2014
경력 2012년 CANNES Lions Young Lions Creative Academy 학장 前 Saatchi & Saatchi Worldwide Creative Director (’96~’08) 前 Young & Rubicam Creative Group Head 前 Collett Dickenson Pearce & Partners 근무
※ 2000년 Dentsu 그룹에 인수되어 現 Dentsu London으로 변경 2004년 Clio Awards Television/Film 부문 심사위원장 2001년 Press & Poster 부문 심사위원장
수상내역 재직기간 동안 Saatchi & Saatchi 약 8천 개의 상 수상! 2007년 Clio Awards ‘Lifetime Achievement Award’ 수상 호주 작가 및 아트디렉터 명예의 전당 헌액 Clio 명예의 전당 헌액 영국 광고 디자인 및 아트 디렉터 금상 수상 호주 출신 첫 CANNES Lions Gold 수상자
Bob Isherwood (Worldwide Creative Advisor) 1. Hometown
1. 미국 테네시 내슈빌
Nashville Tennessee USA
2. 좋은 아이디어
2. Turn-ons
3. 따분한 아이디어
Good ideas
4. 더 이상 민간 여객기를 타지 않겠다.
3. Turn-offs
5. 공부하기, 창조하기
Boring ideas
6. 단지 회사에서 최고가 아니라, 세계 최고를 목표로 하라.
4. What is the first thing you’d like to do if you became a super hero
I’d stop flying commercial 5. What do you see yourself doing 10 years from now
Learning, Creating 6. Advice for young creators at INNOCEAN Worldwide
Aim to be the best in the world, not just the best in your office. How do you feel about leading GCC of INNOCEAN Worldwide Creative
GCC를 이끌게 된 소감은?
Advisor?
“이노션과 클라이언트들에게 훌륭한 가치가 될 뭔가를 창조할 수 있는,
“It’s a very exciting opportunity to create something unique
아주 재미있는 기회이다.”
that can be of great value to INNOCEAN and their clients.”
앞으로 GCC를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How do you plan on running the GCC in the forthcoming future?
“GCC의 포커스는 훌륭한 창조 작업에 있다. 내 역할은 그렇게 하도록
“The focus of the GCC is great creative work. My role is to help
도우면서 아이디어를 접목하고 교류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facilitate that and to encourage the cross pollination of ideas.”
<Life is Orange> 독자들에게 간단한 인사말을 해달라.
Say a few greeting words for the readers of <Life is Orange>!
“안녕하세요. 직접 만나뵙고 싶습니다.”
“Hi, I hope to meet you in p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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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LIME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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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g Braun
Jamie Colonna
Gerald Schoenhoff
(INNOCEAN Worldwide Americas)
(INNOCEAN Worldwide Europe)
(INNOCEAN Worldwide Canada)
1. Hometown
1. Hometown
1. Hometown
Portland, Oregon
Brighton
Toronto
2. Turn-ons
2. Turn-ons
2. Turn-ons
We work in an exciting era of Advertising. For the first time, our
Curiosity and Enthusiasm
Original ideas and foot massages
consumers are empowered to tell us exactly what they think about
3. Turn-offs
3. Turn-offs
our advertising, and in real time. There’s nothing more gratifying than
Lazy thinking, Predictability
Stupidity
building a two way conversation between brand and consumer, in a
4. What is the first thing you’d like to do if you
4. What is the first thing you’d like to do if you
way that consumers find relevant, valuable, and inspiring
became a super hero
became a super hero
3. Turn-offs
Save the world from all the bad stuff whilst
Turn back time and stop Justin Bieber from
Scam ads
wearing my underpants over my trousers
becoming a pop star. After that, I’d get on
4. What is the first thing you’d like to do if you became a super hero
5. What do you see yourself doing 10 years
with saving the world from evil villains.
Copyright my Super Hero name.
from now
5. What do you see yourself doing 10 years
5. What do you see yourself doing 10 years from now
Film direction and book publishing
from now
6. Advice for young creators at
I’ll be answering these questions again
INNOCEAN Worldwide
because I turned back time.
Perhaps teaching Creative Advertising at a University on a warm tropical island somewhere like Hawaii. 6. Advice for young creators at INNOCEAN Worldwide
Seize every opportunity. Make me jealous.
6. Advice for young creators at INNOCEAN Worldwide
Life experience is the bank all creatives draw upon throughout their entire careers. Young creators owe it to themselves to experience as
Don’t just do what you’ve been asked to
many environments, cultures, and perspectives as possible. It’ll make
do. Always look for opportunities or create
them more effective, insightful, and brilliant in all of their work.
opportunities to do your freshest work. It’s that initiative that will get you ahead, not your time sheets.
1. 오리건 포틀랜드
1. 영국 브라이턴
1. 토론토
2. 우리는 흥미진진한 광고 시대에 일하고 있다. 처음으로 소비자들은 우리 광고에
2. 호기심과 열정
2.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발 마사지
3. 게으른 생각, 예측 가능한 것들
3. 어리석음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양방향 대화를 구축하는 것보다 더 기분 좋은 일은 없는데,
4. 바지 위에 팬츠를 걸쳐 입고 모든 나쁜 것으로부터
4. 시간을 되돌려 저스틴 비버가 팝 스타가 되는 걸
소비자들이 적절하고 가치 있으며 고무적이라고 느끼는 방식이어야 한다.
세계를 구한다.
막는다. 그런 후, 모든 사악한 악당으로부터 세계를
대해 정확히 어떻게 생각하는지, 실시간으로 말해줄 권리를 부여받았다.
3. 사기 광고
5. 영화 연출과 책 출판
구해낼 것이다.
4. 내 슈퍼 영웅의 이름에 대한 저작권을 얻는다.
6. 모든 기회를 잡아라. 내가 질투하게 하라.
5. 시간을 되돌렸기 때문에 다시 이 모든 질문에
5. 어딘가 하와이 같은 따뜻한 열대 섬의 한 대학에서 Creative Advertising을
답하고 있을 것이다.
가르치고 있을 듯.
6. 남이 시키는 일만 하지 마라. 항상 기회를 찾거나
6. 인생의 경험은 모든 창의적인 사람들이 일하면서 내내 인출하는 은행과 같다.
가장 참신한 일을 할 기회를 만들어라.
젊은 크리에이터들은 되도록 많은 환경과 문화와 시각을 경험할 의무가 있다.
성공은 근무시간표가 아니라, 주도권에 달려 있다.
그렇게 하면 무슨 일이든 좀 더 효과적으로 통찰력을 갖고 뛰어나게 해낼 것이다.
Life is Orange Spring 2014
Saurabh Dasgupta
Scott Lambert
Jung A Kim
(INNOCEAN Worldwide India)
(INNOCEAN Worldwide Australia)
(INNOCEAN Worldwide HQ)
1. Hometown
1. Hometown
1. Hometown
New Delhi
Sydney
Seoul
2. Turn-ons
2. Turn-ons
2. Turn-ons
Majid Majidi films, Steeely Dan and home
My family and opportunities
Friday
cooked rice and fish curry.
3. Turn-offs
3. Turn-offs
3. Turn-offs
Negativity
Monday
Name droppers, paper interviews and yes men.
4. What is the first thing you’d like to do if you
4. What is the first thing you’d like to do if you
4. What is the first thing you’d like to do if you
became a super hero
became a super hero
became a super hero
Fly
Interrupt the online storage services, emails,
Ban the very idea of someone being a super hero.
5. What do you see yourself doing 10 years from now
telephones, and faxes of the entire world with
All men are born equal.
Living life to its full
extreme power.
5. What do you see yourself doing 10 years from now
6. Advice for young creators at
5. What do you see yourself doing 10 years from now
Managing a boutique creative consultancy
INNOCEAN Worldwide
I might be traveling in the Malaga of southern
service, reading a lot and visiting Varanasi at
If you want it enough you will get it
Spain with special someone, or lying on the
least once in three months
floor and reading a book while bathing in the sun
6. Advice for young creators at
at home.
INNOCEAN Worldwide
6. Advice for young creators at
Look deep into nature. Like in nature everything
INNOCEAN Worldwide
takes its time to come to fruition, your hard work
Try to make something that you like and also
will bear fruits in due time. So just keep at it.
something that you don’t like as much as possible. Creators are those who have their own
1. 뉴델리
1. 시드니
1. 서울
2. Majid Majidi가 만든 영화들, Steely Dan,
2. 가족과 기회
2. 금요일
집에서 만든 밥과 생선 커리
3. 부정적인 성향
3. 월요일
3. 유명인의 이름을 들먹이는 사람들, 종이 인터뷰,
4. 하늘을 날겠다.
4. 슈퍼초강력파워로 전 세계의 웹하드와 이메일,
줏대 없는 사람들
5. 최대한 열심히 살기
전화기, 팩스가 불통되도록 한다.
4. 누군가가 슈퍼 영웅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디어
6. 충분히 원하면, 얻을 것이다.
자체를 금지한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난다.
5. 그 사람과 남부 스페인 말라가 지방을 여행하고 있거나, 우리 집 마루에 누워 볕 쬐며 책을 읽고 있을 것
5. 작은 크리에이티브 컨설팅 회사를 경영하면서, 많이 읽고,
6. 자신이 좋아하는 뭔가를 많이 만들고, 싫어하는 뭔가도
적어도 세 달에 한 번은 바라나시를 찾아갈 것이다.
되도록 많이 만드세요. 크리에이터는 자신만의 취향이
6. 자연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라. 자연에서처럼 무엇이든
분명한 사람입니다.
결실을 맺으려면 시간이 걸리며, 열심히 일하면 머지않아 성과를 거둘 것이다. 그러니, 그저 꾸준히 노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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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LIME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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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 SIMPLE, NICE! 슈퍼볼 톱 10, 느낌 아니까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또 한 건’ 해냈다. 광고인에게 있어 꿈의 경연장인 슈퍼볼에서 현대자동차 광고로 3년 연속 톱 10에 진입한 것! 이는 국내 기업과 국내 광고회사의 조합으로 새긴 최초의 기록이다. <USA 투데이>가 진행한 슈퍼볼 광고조사에서 전체 6위를 차지한 현대자동차 광고는, 다른 해외 자동차 브랜드를 모두 앞지른 것이라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Life is Orange Spring 2014
아빠의 육감(Dad’s Sixth Sense)
Dad’s Sixth Sense
늘 위험한 상황에서 아들을 보호해주던 든든한
Dad’s always got his son’s back for near-misses
아빠. 그렇게 성장해 어른이 된 아들과 아빠에게
and breathtaking saves. The young boy grows
위험한 상황이 다가온다. 그럴 때 부자를 보호한 건 다름아닌 제네시스. 제네시스가 아빠의 역할을 대신하는 내용을 담담하고 따뜻하게
up, and this time they face a dangerous situation together. That’s when the all-new Genesis comes for the rescue. This is an excellent spot that depicts a simple yet touching story while
그려냄과 동시에 신형 제네시스의 첨단
effectively showcasing the new model’s high
기술력을 모나지 않게 돋보인 수작이다.
tech features in a mild manner.
이노션 월드와이드 미국법인(이하 IWA)이 제작한 현대자동차 슈퍼볼 광
드위크>의 슈퍼볼 광고 평가에서 버드와이저, 치리오스 광고에 이어 3위를
고가 USA 투데이 슈퍼볼 광고조사에서 전체 6위, 자동차 브랜드로는 최
차지했다.
고 순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IWA는 지난 5년 연속 세계 최대 광고 대전이 라 불리는 슈퍼볼에서 현대자동차의 광고를 선보이며 국내 기업·국내 광
IWA를 총괄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Executive Creative Director), 그
고대행사 최초 3년 연속 톱 10 진입이라는 쾌거를 달성, 전 세계 1억 1천 명
렉 브라운(Greg Braun)이 이번 슈퍼볼 광고 제작과정의 흥미로운 비하인
이상 시청자의 주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드 스토리를 밝혔다.
특히 이러한 성과는 작년부터 슈퍼볼 광고조사가 미국 내 전 소비자 누구 나 심사위원 자격으로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전문가뿐 아니
1. 이번 슈퍼볼에서 2개의 광고를 선보였다.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와
라 소비자들로부터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는 점과 폭스바겐, 크라이슬러
제네시스는 차급 등 특성이 다른 만큼 강조하려 했던 부분도 다를 것으로
등 유수의 경쟁 브랜드를 제치고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는
보이는데, 각각의 광고를 제작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주안점이 있다면?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현대자동차와 이노션은 이번 슈퍼볼 광고로 엘란트라와 신형 제네시스 각
IWA는 지난 2월 3일에 열린 제48회 슈퍼볼에서 총 2편의 현대자동차 광
차량의 타깃 소비자가 추구하는 특성을 표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다른
고를 선보였다. 전체 57편의 광고 가운데 현대자동차 신형 제네시스 <아빠
요소에 집중하는 방향을 택했다. 엘란트라 광고는 생동감 넘치고, 젊고 에
의 육감(Dad’s Sixth Sense)>편은 6위를, 엘란트라 <나이스(Nice)>편은 전
너지가 넘치는 반면, 제네시스 광고는 정교하고, 품위 있는, 감성적인 면을
체 15위를 차지하는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이 밖에도 현대차 슈퍼볼 광고
강조했다.
는 USA 투데이 슈퍼볼 조사 이외에도 광고 업계 최고 권위의 전문지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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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LIME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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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Nice)
Nice
엘란트라의 우수한 성능을 소재로 남자가 여자에게
This is a humorous spot that highlights Elantra’s dynamic
접근하려는 스토리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미국 유명 시트콤
qualities through a story of a man approaching an attractive
<빅뱅이론>의 조니 갈렉키와 코미디언 리처드 루이스가 출연해 Nice Ride-Nice Try, Nice Acceleration-Nice Detonation, Nice Handling-Nice Rambling 등 차의 성능과 작업(?)의 기술을 빗댄 언어유희가 인상적이다.
woman. Actor Johnny Galecki of <The Big Bang Theory>, the popular US sitcom, engages in a flirtatious game with the woman, exchanging opinions about each other’s car with a series of punch lines including “Nice Ride - Nice Try,” “Nice Acceleration - Nice Detonation,” “Nice Handling - Nice Rambling.” Comedian Richard Lewis makes an appearance to add his own share of rambling commentary as well.
2. 브랜드가 아닌 개별 모델들을 강조한 광고를 제작한 이유가 있다면?
미식 축구 시즌이 시작하기 한참 전부터 전략을 수립하고, 준비를 갖추며
이 또한 현대자동차와 이노션의 신중한 의도에 따른 것이다. 엘란트라는
아이디어를 쏟아낸다.
세일즈에 있어 중요한 판매 주력 모델이다. 제네시스의 경우 최상의 첨단 사양을 탑재한 현대자동차 럭셔리 차량의 결정체이자 브랜드의 플래그십
5. 이번 슈퍼볼에는 현대차, 기아차 외에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대거 광고
모델인 것이다. 결국, 개별 모델에 초점을 맞춘 두 개의 광고를 통해 현대자
를 선보였다. 이번 슈퍼볼에 나온 완성차 업체 광고의 키워드를 몇 가지 꼽
동차 브랜드의 특성을 전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현대자동차는 모던하
아본다면?
고, 즐거우며 감명을 주는 브랜드다.
슈퍼볼 광고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다. 최상급 광고대행사들은 슈퍼볼 경기 생중계 도중 공개되는 TV 광고를 넘어 디지털 및 소셜 측면으
3. 슈퍼볼은 전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큰 스포츠 행사다. 기타 일반적인
로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어야 하고 현대차 또한 이번 슈퍼볼 광고에서 관
광고와 다르게 슈퍼볼 광고를 만드는 데 있어서 차이점이 있다면?
련 바이럴 영상 및 다양한 소셜 플랫폼을 활용한 소셜 캠페인을 운영했다.
슈퍼볼 광고는 마케팅 업계에서 확고하게 도드라지는 존재감을 보인다. 세계
디지털 전문성은 현 업계에서 매우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이노션은 현대
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대규모 기업들이 미국 최대 미디어의 장에서 최
자동차를 통해 이를 극대화하고 있다. 최근 이노션은 미국 최대 광고제인
상의 크리에이티브를 선보이는 것이다. 1억 1천 명의 시청자와 소통하기 위해
원쇼가 선정하는 올해의 자동차 광고에서 인터랙티브 부문 최우수상을 수
서 말이다. 슈퍼볼 광고의 치열한 경쟁은 광고계 최고 수준을 보여준다.
상하며 디지털 전문성을 입증한 바 있다. 뉴욕페스티벌에서도 디지털 크리 에이티브 역량을 높이 평가받아 월드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는 디지털은
4. 이번 광고 제작에 참여한 인원과 제작 기간은 어느 정도였는지? 성공적인 슈퍼볼 광고를 제작하기 위해선 다수의 조직과 인력이 투입된다.
물론 미래의 광고에 대한 이노션의 열정을 보여준다.
Life is Orange Spring 2014
INNOCEAN Worldwide has done it again! For three consecutive years, INNOCEAN made it to top 10 among ads shown during Super Bowl, every adman’s ultimate dream stage, with Hyundai Motor Company’s ad. No Korean ad agency, or any Korean company for that matter, has ever achieved such feat before INNOCEAN. Earning 6th place in <USA Today> Ad Meter is a special record, as Hyundai Motor Company’s inspiring TV spot outranked every other ad produced by foreign automotive brands.
According to USA Today Ad Meter, Hyundai Motor Company’s
Finally, while both spots focus on individual vehicles, these
<Dad’s Sixth Sense>, a Super Bowl ad created by INNOCEAN
commercials were designed to communicate Hyundai’s character
Worldwide Americas(“IWA”), was ranked 1st in automobile and
as an overall brand as well. Modern, fun, and inspiring.
6th overall. IWA’s Super Bowl ads have made it to top 10 for three consecutive years, helping Hyundai Motor Company to become
3. Because Super Bowl is a mega-scale sports event that attracts
the first Korean company to achieve such feat.
the world’s attention, how are Super Bowl ads different than
Now that the new Ad Meter system allows consumers to vote
general ads?
for the most enjoyable Super Bowl ads themselves, the result
The Super Bowl advertising environment is completely unique in
carries a stronger meaning. IWA’s Hyundai Motor Company spots
the world of marketing. The world’s largest and most successful
received raving response from a great number of audience, with
companaies deploy their greatest creative and strategic talents
one particular ad, <Dad’s Sixth Sense> earning the highest review
to compete on the biggest media stage in America. All to speak
scores from the viewers and besting the works of competitors
and connect with an audience in excess of 100 million viewers.
including Volkswagen and Chrysler.
The level of competition represents the height of the Advertising
IWA showcased two new Hyundai Motor Company Super
industry.
Bowl ads this year. Out of a total of 57 ads, <Dad’s Sixth Sense> featuring the new Genesis was ranked 6th while Elantra’s
4. How many staff members were involved in the Super Bowl
<Nice> earned the 15th spot. Not only that, <Dad’s Sixth Sense>
campaign? How long did the whole project take?
was ranked 3rd in a review conducted by AdWeek, one of the
A multitude of disciplines and personnel are involved in the
most influential marketing-related trade magazines, following
creation of a successful Super Bowl commercial. Planning,
Budweiser and Cheerios’ Super Bowl ads.
preparation, and ideation, are well under way long before the beginning of National Football season.
1. INNOCEAN revealed two TV ads during this year’s Super Bowl. Since Elantra and Genesis differ in terms of features and
5. Besides Hyundai and KIA, numerous auto brands participated
characters, I’d think each ad concentrated on different aspects as
in Super Bowl. What are some key words that best explain the
well. What were your concerns? What did you want to emphasize
trend for auto brand Super Bowl ads?
about each car in the ads?
Super Bowl advertising is more competitive than it’s ever been.
Yes, INNOCEAN and Hyundai deliberately emphasized different
Beyond the television commercials that air during the game, top
aspects of both Elantra and Genesis, reflecting their dramatically
ad agencies simultaneously need to impact consumers digitally
diverse target audiences. Elantra was vibrant, youthful, and
and socially. Digital expertise is crucial for success at this level,
energized. Genesis was sophisticated, elegant, and heartfelt.
and INNOCEAN has been deliberate about offering that expertise on behalf of Hyundai. Something evidenced by the fact that
2. What’s the reason for making ads for specific models instead of
INNOCEAN was recently recognized by America’s top creative
making one about the brand as a whole?
competition, The One Show, for Best Automotive Interactive
INNOCEAN and Hyundai deliberately focused on individual
Advertising of the Year. INNOCEAN was also awarded a World
vehicles versus creating commercials about the brand as a
Trophy from the New York Festivals for Digital Creative. Both of
whole. Elantra, because it’s a core volume brand in terms of sales.
which are indicative of INNOCEAN’s commitment to digital and
Genesis, because it’s our state of the art luxury vehicle, with
the future of advertising.
ground breaking technology, that makes it a flagship for the br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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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AB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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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Orange Spring 2014
향을 말하는, 향을 꿈꾸는 미래 퍼퓸라이퍼 대표 이성민 화가가 그림을 그리듯, 음악가가 작곡을 하듯 일상에서 영감을 받아 향수를 만드는 조향사, 이성민. 국내 개인 향수 브 랜드로는 최초인 ‘퍼퓸라이퍼’를 통해 독특한 향수를 발표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대한민국 최초라는 시도부터 다시 초 심으로 돌아가 진정성을 찾고 싶다는 고백, 또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핸디캡이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 는 가능성까지. 향보다 향수를 사랑하는 한 남자와의 이야기에서 오래도록 남을 것 같은 향을 맡을 수 있었다. INTERVIEW. 퍼퓸라이퍼 이성민 + 노경화 차장 (AE, INNOCEAN Worldwide)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PHOTOGRAPHY. Studio 1839
COOPERATION. Maison de Parf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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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AB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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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와의 운명적인 만남
일이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 조건이에요. 그 조건에 맞는 것이 바
노경화 차장(이하 노) 이노션에서 논문을 내는 과정이 있는데, 제가 ‘후
로 향수였어요.
각 브랜딩’이라는 주제의 논문을 썼어요. 직접 향수도 만들어보면서 뇌
노 그럼 향수를 원래부터 좋아하셨군요?
를 공부해봤는데 향은 기억과 관련이 깊다고 한 부분이 기억에 남아요.
이 고등학생 때 미술학원에서 와이프를 처음 만났는데, 첫 데이트 약
이성민 대표(이하 이) 저도 한번 보여주세요. 궁금한데요? 지금까지
속에 친구 누나의 향수를 뿌리고 나갔어요. 첫 데이트를 잘 끝냈다 싶
향기에 대해서는 학문적으로 제대로 정립된 부분이 별로 없어요. 그래
었는데, 데이트 후에 그만 만나자는 거예요. 그때 제가 고3이었거든
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기 마련인데요. 저는 향 공부하면서 조향
요.(웃음) 그런데 좋은 냄새가 난다고 말해준 것이 자꾸 떠오르는 거예
(調香)이란 것이 영어 단어 외우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향
요. 그래서 친구 누나에게 그 향수를 달라고 했어요. 나중에는 누군가
의 이름과 느낌을 하나하나 기억하는 일이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우는
에게 선물할 일이 있으면 그 향수를 선물하기도 했고요. 회사를 그만
과정과 닮았거든요. 기본적으로 향을 많이 기억한다고 해서 좋은 향을
둔 후에 보니 집에 그렇게 시작해서 모은 향수만 몇백 병이더라구요.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습득해가는 원리는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피곤하면 향수를 뿌리고 자곤 했어요. 사람들이 기분에 따라 음
노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저도 향수를 직접 만들어보면서 즐거워했던
악을 골라 듣는데, 저는 향수를 골라 뿌리곤 했거든요. 우선 좋아하는
기억이 있어요. 하지만 저처럼 한 번 경험하는 것과 달리 아직 산업적
것이 향수고, 제가 생각한 다른 조건에도 완벽하게 부합하는 것이 향
으로는 초기 단계인 향수 사업에 뛰어드신 계기가 궁금해요.
수였어요. 그렇다면 나는 향수를 만들고, 내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결
이 제가 이 일을 6년 전, 서른한 살 되던 해에 시작했어요. 광고 회사
심하게 됐죠.
에 AE로 근무했는데, 광고 일이 전문직도 아니고, 그렇다고 오래 한다 고 해서 잘할 수 있는 일은 아니잖아요? 게다가 어린 친구들은 또 어
대한민국 첫 도전이 남긴 어려움의 기억
쩜 저리 잘할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크리에이티비티를 유지하기 위해
노 대표님이 하시는 일에 대한민국 첫 번째 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던
서는 재충전의 시간도 필요한데 현실은 그렇지도 않고, 아무리 열심히
데,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해도 결과만으로 평가받는 일에 지치기도 했었어요.
이 다들 조향사가 되려면 일단 유학을 가라고만 하죠. 국내에서는 전
그래서 나에게 맞는 일을 찾으려 하면서 몇 가지 조건을 생각했죠.
문성을 길러주는 곳이 없기도 하고요. 일반론을 배우긴 했지만, 그 과
우선 머리를 쓰는 일이 아니라 몸에 익히는 일, 누군가의 컨펌이 필
정이 조향사가 되거나 브랜드를 만드는 기반이 되어주지는 못하죠. 고
요 없는 일, 디지털화되지 않는 일, 그리고 내가 좋아서 할 수 있는
민하다가 향료회사에 취직하려고 했지만 제 꿈이 헛되다는 이야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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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맞는 일을 찾으려 하면서
몇 가지 조건을 생각했죠.
우선 머리를 쓰는 일이 아니라
몸에 익히는 일,
누군가의 컨펌이 필요 없는 일,
디지털화되지 않는 일,
그리고 내가 좋아서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 조건이에요.
그 조건에 맞는 것이 바로 향수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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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인상은 어떤 것이었나요?
향수를 만들고 판매하는 것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이 이 향수는 라즈베리, 배, 센티폴리아 장미 향 등이 들어 있어요. 원 래 달콤하면 무거운 느낌이 들기 마련인데 이 향은 시원한 느낌이 독특
짚어주거나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감을 만들어주는
하죠. 제 기억 속에 담긴 향이기도 해요. ‘Merry-go-round’는 첫사 랑, 첫 데이트의 느낌이에요. 제가 첫 데이트가 5월이었거든요. 마치 놀
거예요. 일단 내 기억과 추억으로 향을 만들지만 그 후에는 소비자에게 가서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이죠.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공원에 놀러 가는 설레는 마음, 회전목마, 솜사탕, 아이들 웃음소리 의 느낌을 떠올리면서 만들었습니다. 노 이렇게 이야기를 들으니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비슷한 다른 향 을 맡아도 구별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 향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스토리를 통해 전달되는 부분이 커요. 향수를 만들고 판매하는 것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짚 어주거나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감을 만들어주는 거예요. 일단 내 기
들었어요. 그랬더니 오기가 생겼어요. 우선 향수마다 전 성분이 나와
억과 추억으로 향을 만들지만 그 후에는 소비자에게 가서 새로운 경험
있는데 그 재료를 다 구해서 만들어보려고 했어요. 향수가 화학적으로
을 만들어주는 것이죠.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비
복잡하지는 않거든요.
자에게 어떤 기억이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진심이 담긴 이야기를 나누
노 향수 한두 개 만들어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브랜드를 만들려고
면 공감을 하게 되지요.
한 용기가 대단하게 느껴져요.
노 첫 향수라서 기억에 많이 남을 만한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아요.
이 광고 일을 해본 경험이 많은 도움이 했죠. 우선 산업의 본질에 대
이 막연하게 덤볐으니 만들었지, 또다시 하라고 하면 이제는 못할 것
해 파악하려고 했는데, 향수 산업에는 표준이 없어요. 커피 만드는 일
같아요. 제작 시스템이라든지 법규 같은 것들을 직접 부딪혀가면서 하
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절대적인 1등의 기준이 없고, 끝도 없이 많은
나하나 해결해야 했으니까요. 여기저기 사정해가면서 500병을 만들
향수가 나름의 이유로 대접받고 사랑받고 있어요. 그 감성 기반의 특
어 시장에 내놓았죠. 생산이 끝나니 그 다음에는 유통이 문제인 거예
징을 잘 이해하면 나도 나만의 브랜드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요. 그래서 유통과 판매도 새로운 형식을 시도했어요. 패션 편집숍, 디
외국에는 독특한 성격의 로컬 기반, 니치, 퍼스널 브랜드가 정말 많아
자인숍 같은 곳을 찾았고, 다행히도 그런 곳에서 제 향수를 좋아해주
요. 그래서 오히려 기회가 있다고 여겼고, 무작정 재료 사서 열심히 만
셨어요.
들며 몸에 익히다 보면 길이 보이겠지, 하면서 만든 첫 향수가 바로 ‘Merry-go-round’입니다. 한번 맡아보실래요?
공감할 스토리를 표현하는 향을 찾아라
노 시원하면서도 달콤한데요? 대표님이 향으로 표현하고자 한 첫 시
노 ‘Hate Smoking, Daddy’에 담긴 스토리도 궁금해요. 향을 맡아보
도가 ‘Merry-go-round’인데 이 향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한 느낌이
니 많이 시원한 향인데요?
Life is Orange Spring 2014
이 이 향수는 우리 브랜드의 베스트셀러인데, 금연 마크가 갖고 있는
셀링 포인트는 단순히 좋은 향이 아니라, 우리의 진짜 이야기를 담았다
상징성 때문에 선물로 많이 선택해주세요. 조향할 때 잎궐련에서 나는
는 진정성이어서, 현재까지 만든 향수가 열다섯 가지 예요. 1년에 세 가
타바코 향을 표현하기 위해 앰버를 사용했는데, 담배 향이랑 잘 어울린
지 정도 출시하는 셈이죠.
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이 향수는 담배 냄새를 가려주는 것이 아 니라, 담배의 향을 가장 근사하게 표현하는 것이 목적이었어요.
마음이 맞는다면 효과가 배가 된다
노 향수를 개발할 때마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하시는 것 같은데, 특
노 브랜드에 대해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계세요?
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 내가 부족하지만 이 정도는 해봤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이 제 경험이나 삶이 담긴 이야기를 담은 향수를 만들고, 내가 애착하
작은 숍을 하나 내서 그곳에서 향수를 만들고 그곳에서만 파는 브랜드
는 향수가 인정받게 되는 그런 과정을 즐기기도 해요. 그래서 우리 회
로 만들고 싶어요. 지금 펼쳐놓은 것들을 오히려 더 축소하고 싶어요.
사는 향수를 만들 때 제목부터 먼저 생각합니다. 모여서 이야기를 나
노 어렵게 만든 브랜드를 확장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축소하고
누다 보면 유독 공감가는 주제가 등장하는데, 서로 경험을 나누면서
싶다고요?
발전시키거든요. 예를 들어 ‘Not Enough Romance’ 같은 향수의 시
이 경험이 쌓이다 보니 처음에 내가 시작했던 것과 많이 달라져 있다
작도 제가 좋아하는 스타크래프트 게임 이야기에서 시작했어요. 그 게
는 것을 느껴요. 아직까지는 내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더 확장되
임을 하다 보면 ‘미네랄이 부족하다’ 그런 사인이 뜨거든요. 그 문장
면 상품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아요. 지금이 그 갈림길이에요.
에 와이프에게 벚꽃놀이하러 가자고 했다가 거절당한 기억이 떠올라
노 그동안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도 많이 하셨어요?
‘Not Enough Romance’라는 이름의 벚꽃향 향수를 만들었어요.
이 포드자동차에서 ‘퓨전’이라는 모델을 출시할 때 그 라이프스타일
노 저도 향수 세 개를 만들었는데, 그 작업만으로도 코가 무감각해지
을 표현하기 위해서 여러 영역의 아티스트들과 작업을 했는데 그중 하
더라고요. 만들 때는 적당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뿌려보면 향이 너무
나로 향수를 만들기도 했어요.
세서 깜짝 놀라곤 했거든요. 잠깐 동안인데도 그렇게 영향을 받는데,
노 어떤 향이었어요?
대표님은 평소에 어떻게 관리하시는지 궁금해요.
이 시트러스에 통카넛이 들어 있어서 파우더리하면서 시원한 향입니
이 관리한다고 생각하면 힘들어져요. 3천 가지 정도의 재료 리스트를
다. 자동차는 많은 이야기와 경험을 하게 해주는 공간이어서 자동차
가지고 있는데 제가 명확하게 기억하는 것은 1천여 가지인 것 같아요.
자체가 기억의 매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래서 자동차가 주는 하드한
라면 끓이는 것과 비슷할 수도 있어요. 시원하게 먹고 싶다, 얼큰하게
이미지에 부드러움을 결합시켰어요. 금속의 시린 듯한 느낌으로 시작
먹고 싶다 등등 그날 기분에 따라 무엇을 넣어야 할지 알잖아요? 계
하다가 부드러운 느낌으로 마무리되어요.
속 일하다 보면 일상의 한 부분처럼 발달하게 되는 것 같은데요?
노 그 외에도 다양한 분야와 재미있는 시도를 많이 하셨다고 들었어
노 향수의 직접 개발하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나요?
요.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이야기들을 담았나요?
이 재료만 갖고 있으면 몇 시간 안에도 만드는데, 원하는 만큼의 미묘
이 ‘Demonstrate’라는 향수가 있는데요. 미모사에 육두구를 섞어 이
한 차이를 잡아내는 데 많은 시간을 들여요. 우리 브랜드의 유니크한
국적인 느낌을 강조한 향수예요. 이 향수는 저의 향수를 판매하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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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숍의 대표가 자체 브랜드를 만든다고 해서 같은 브랜드명으로 만든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우리만의 향
것입니다. 또 음악과 향수의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한 적도 있는데, 바로
노 우리나라 출신의 세계적인 브랜드나 조향사를 쉽게 볼 수 없는 이
‘Under Umbrella’라는 향수예요. 이 향수는 비 오는 날 연인을 만났는
유는 무엇일까요?
데 우산이 가방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산을 안 가져왔다고 하면서
이 살아온 환경이 달라서 차이가 있어요. 향수 산업이 폐쇄적이거든
같은 우산을 쓰는 상황을 표현했어요. 비 냄새, 여자랑 같이 쓰면 느
요. 일부러 그런 점도 있긴 하지만 공개도 잘 안 하고 특허 등록도 잘
낄 수 있는 향, 비가 그치지 않기만을 바라는 마음, 이런 감상들을 담
안 해요. 그래서 외국에 나가서 공부도 하고 외국 회사에 취직도 하지
았습니다. 작곡하는 친구와 함께 처음부터 같은 느낌을 공유하면서
만 근본적인 차이가 있어요. 예를 들어 라벤더라고 하면 어떤 것이 생
작업했죠.
각나세요? 우리는 ‘청결한 느낌의 향’이라고 외우지만 그 문화권에서
노 만약 특정 브랜드와 컬래버래이션을 할 수 있다면 어떤 브랜드를
자란 사람은 그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계절의 감성, 그 꽃이 가득한 정
선택하시겠어요?
원의 모습, 성모 마리아가 라벤더 물로 아기 예수를 씻었다는 설화 같
이 박카스요. 제가 박카스를 많이 마셨거든요.(웃음) 박카스 병에다가
은 감성을 풍부하게 갖고 있죠. 그러다 보니 어떤 특정한 느낌의 향수
펌프를 꽂아서 향수를 만드는 건 어떨까 해요. 향은 박카스의 직관적
를 만들 때 직감적으로 선택하는 능력에서 차이가 나요. 여름용 향을
인 향이 아니라 박카스에 담긴 마음을 표현하는 거예요. 우리가 어디
만드는데 겨울에 어울리는 향을 사용하는 실수를 하게 되죠. 패션에서
찾아갈 때 박카스 들고 가잖아요? 그런 이야기, 그런 기억을 떠오르게
보여지는 세련된 느낌 이상의 것을 만들어내기 힘들어요.
하는 향수를 만들어보고 싶은데요?
노 그래서 퍼퓸라이퍼가 개인의 감성이나 스토리를 강조하는 전략을 선택한 건가요? 이 그렇죠. 하지만 우리나라 브랜드, 우리나라 향수에도 가능성이 있 다고 봐요. 외국 조향사들은 모르는 우리만의 향이 있거든요. 앞으로 의 향수 시장을 볼 때 우리만의 향이 있어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 죠. 우리나라에서 특히 잘 판매되는 향이 있다면 그들은 그 이유를 정 확하게 모를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죠.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물 맑고 공기 맑으니 굳이 인공적인 향 을 쓸 필요가 많지 않았어요. 그들은 고기를 많이 먹으니 향신료도 많 이 필요했죠. 하지만 향을 즐기는 전통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조선왕 조실록>을 보면 상의감이라는 직책이 나와요. 옷을 관리하는 사람인데
이성민 국내 최초의 개인 향수 브랜드인 퍼퓸라이퍼(www.perfumelifer.co.kr)를
그들이 옷을 관리하는 방법이 옷에 향을 입혔다고 해요. 또 향낭 같은 것도 있고요. 그래서 한국인만 가질 수 있는 감성 기반의 향수를 개발
설립했다. 기존의 유통방식에서 벗어난 시도와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개인적인 일기를 읽는 듯한 독특한 스토리의 향수로 점차 마니아 계층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향수에 스토리를 입히는 것이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여기기에, 하루의 피곤함을 씻어주는 향수, 행복한 순간을 떠오르게 하는 향수를 만들어 그 자신이 향수에게 받았던 위로를 세상에 전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아직 아무도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로 향수를 만들지는 않았으니까요. 예를 들어 이것이 단풍의 느낌이다, 한복의 느 낌, 선비의 느낌, 먹의 느낌 등을 끄집어내서 향수로 만들 수 있지 않을 까 그런 생각을 해요. 노 대표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이 두 가지가 있어요. 소비자 마음속에 인디 브랜드에 대한 마켓을 만 드는 것. 조향사가 꿈인 친구들이 꽤 많아요. 지금까지는 어디에 취업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면, 제 경우를 보고 자신만의 꿈을 꿨으면 좋겠어 요. 재능도 있고, 공부도 많이 한 친구들이 독창적인 일을 시작하는 계 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마지막은 당연히 좋은 향수를 만드는 것이에요. 향수라는 것이 심미적인 분야이고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 어요. 제 자신이 향수로 마음의 치유를 받았으니 그것을 내 향수로 증 명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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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상의감이라는 직책이 나와요. 옷을 관리하는 사람인데 그들이 옷을 관리하는 방법이 옷에 향을 입혔다고 해요. 한국인만 가질 수 있는 감성 기반의 향수를 개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아직 아무도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로 향수를 만들지는 않았으니까요. 예를 들어 이것이 단풍의 느낌이다, 한복의 느낌, 선비의 느낌, 먹의 느낌 등을 끄집어내서 향수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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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S NOTE
02 CREATOR’S NOTE 아버님, 저 아트인데요 공승현 차장 (아트디렉터, INNOCEAN Worldwide) ‘좋은 카피를 쓰라’며 장인어른이 선물하신 만년필과 스마트폰 노트앱,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적절한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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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사용설명서
A TIMELIMITED LIFE 1편: 강석권 CD
방귀는 나오는데 덩어리가 안 나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흔히 ‘광고회사의 꽃’이라 불린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창조해내는 그들은 非광고인에겐 흡사 마법사로, 팀원에겐 잔뜩 꼬인 실타래를 한방에 풀어줄 구세주로 보이기 때문. 그래서 준비했다. 2014년을 맞아 편집팀이 야심차게 준비한 새 코너, ‘CD사용설명서’의 첫 손님은 다름아닌 강석권 CD. 이노션의 어린왕자이자, 털털한 외면과 섬세한 내면으로 반전매력을 흩뿌리는 그에게 크리에이터로서의 강박에 대해 질문했다.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PHOTOGRAPHY. Studio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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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름
2. 출생지
3. 좋아하는 것
4. 싫어하는 것
5. 어린 시절 자주 하던 행동
6. 현재 자주 하는 행동
7. 자주 출몰하는 장소
8. 세 가지 소원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9. 만약 광고를 안 했다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10. 나를 움직인 카피, 혹은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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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사용설명서
다들 그런 경험들이 있을 것 같다. 화장실에 앉아 있다 보면 방귀는 나오는데 덩어리가 안 나온다. 아! 요 끝부분만 쏙 나와주면 속 시원히 대장 안에 있는 모든 것이 변기 속에 쏟아질 것 같은데. 아, 그 간절한 한 부분이 안 나와 계속 속은 답답하고 미치겠는! 내가 요즘 자주 겪고 있는 크리에이티브의 변비현상과 비슷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그래. 너희가 못 풀어낸다면 내가 풀어내면 되지, 하룻밤 정도 새우면 뭐가 나와도 나오니까. 하지만 요즘은 내가 섭취하는 것이 부실한 건지 세월에 부식이 된 건지 하룻밤을 꼬박 새우고 앉아 있어봐도 여전히 백지장같이 하얗기만 할 때가 많다. 아. 한 꼭지만 나와주면 뭐가 줄줄이 나올 것 같은데. 하지만 끝내 아무것도 안 나오고 마는 그런 날이면 나만 바라보고 먹을 것을 기다리는 순진무구한 장화 신은 고양이 같은 눈망울의 팀원들에게 미안해진다. 그러면 ‘난 여기까지인가’ 하는 실망감과 불안감이 사정없이 몰아친다. 그러다 또 뭔가를 풀어내는 날이면 그래, 아직 난 살아 있어! 봤지? 하며 안도하고 기뻐한다 (물론 전자의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렇게 조울증에 걸린 것같이 기복의 롤러코스터를 탄다. 어쩔 수 없이 크리에이터는 어느 정도의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타고난 대로 생을 마칠 것인가, 자기 자신을 잘 관리해서 크리에이터로서의 삶을 연장해갈 것인가 하는 선택이 있을 뿐. 그래서 요즘은 많이 불안하다. 나한테 그 삶이 얼마 안 남은 것 같아서이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내가 좋아하는 광고를 그만둬야 할 때가 올 거라는 생각과, ‘그럼 그 다음에는 뭘 하지? 광고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데’ 하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다. 그래서 쉬지 않고 일하는 것 같다. 왜 이렇게 일을 많이 하냐고 묻는다면, 창피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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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멈추면 영원히 멈춰버릴 것 같은 불안감과 서서히 드러나는 내 밑천을 다른 일들로 덮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 솔직한 답일 것이다. 나는 지는 것을 엄청 싫어한다. 술을 많이 마시고 잘 놀아보려 하는 것도, 젊어 보이려 발악하는 것도 모두 점점 나약해지는 것과 나이 듦을 감추려는 것뿐이다. 이렇게 나이 들며 비겁해지는 것 같다. 난 타고난 천재는 분명 아니다. 남들보다 다양한 경험과 자유로움, 그리고 용기가 날 버티게 해줬다고 생각한다. 가끔 크리에이티브의 신께서 강림하여 맨발로 작두를 타듯 일할 때도 있었다. 다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신은 젊은이들만 좋아하는지 나이가 들수록 접신을 잘 안 해주신다는 것이 섭섭할 뿐이다. 요즘은 그렇게 자꾸 떠나가려는 것들 때문에 제2의 사춘기를 격하게 겪고 있다. 남자는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바람을 피운다고 한다. 나도 그럴 힘만 있어도 광고를 계속하고 싶다. 그래서 하루하루 치열하게 아등바등 사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 삶이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내가 광고라는 일을 하며 얻는 행복과 자부심이 그대로 전달되었으면 한다. 나보고 계속 크리에이티브해야만 하는 고단함에 대해서 에세이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삶이 얼마 안 남아 하루하루가 소중한 시한부 환자에게 계속 살아야만 하는 고단함에 대해서 묻는 것 같다. 지금 내가 계속 크리에이티브할 수만 있다면 고단하기보다는 행복에 겨워 그 무어라도 기꺼이 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TEXT+DRAWING 강석권 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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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사용설명서
강석권 CD의 다 알려주마 강석권 CD에게 팀원들이 질문했다. 늘 얼굴을 맞대고 치열한 시간을 공유하는 사이지만, 은근하게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강석권 CD가 그 질문에 속 시원하게 답했다.
Q 여자를 볼 때 어디를 가장 먼저 봅니까?
Q 몸에 새긴 문신의 뜻이 궁금해요
A 이건 김상수 부장의 질문이군요. 상수야, 너랑 같은 곳부터 먼저 본다.
A 몸에 네 군데 있는데, 양팔하고, 왼쪽 심장이 있는 가슴에는 가족들 이름이 있어요. 오른팔에는 아들, 왼팔에는 딸, 가슴에는 아내 이름을
Q 패션 스타일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으세요?
새겨 넣었는데, 거울 앞에서 양팔을 벌리면 가족의 이름이 일직선으로
A 특정한 대상에서 영감을 얻는 것은 아니고, 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연결되죠. 오른 손목에는 체 게바라의 ‘리얼리스트가 되자’라는 말을
나를 부르는 옷이 있어요. ‘너에게만 어울릴 것 같아’라고 말을 걸어주
스페인어로 새겼어요.
죠. 제가 사람들과 비슷한 옷 입는 것을 싫어해서요. 평소와 달리 프레젠테이션할 때는 슈트에 코르사주를 달죠. 요즘은 코
Q 일의 양을 살짝, 아주 살~짝 줄이실 의향은 없는지요?
르사주를 잘 안 하는데, 장미여관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요.
A 표시 안 나게 줄일 생각은 있어요. 느끼지 못할 정도로? (웃음) 오래 함께하는 팀원도 있고, 새로 온 팀원도 있는데 우리 팀이 고생 많고,
Q 알고 계신 극강의 폭탄주 제조법을 알려주세요
일 많다는 것 알고 있어요. 하지만 힘들어도 풍요로운 연말을 보낼 수
A 보드카 3에 샴페인 7입니다. 저도 전수받은 제조법인데, 굉장히 깔
있으니, 나를 믿고 따라와달라고 말하고 싶어요. 나를 믿고 일을 즐겨
끔하게 딱 끊겨요. 흐린 기억 없이 깔끔하게 싹둑 잘려요. 최강의 효과
줬으면 싶어요.
를 보장합니다. Q 머릿결 관리 비법 좀 알려주세요. A 머리를 기르는 이유는 짧은 머리가 안 어울려서입니다. 흰 머리가 많 아서 염색하는데, 염색할 때는 꼭 와칸으로 해야 머릿결이 덜 상해요. 그리고 머리 감을 때 샴푸, 트리트먼트, 린스, 에센스, 토닉까지 다섯 단 계를 거쳐요. 지금보다 더 길었는데, 조니 뎁처럼 하고 싶어서 잘랐는 데, 반응은 안 좋아요. (웃음) 그래서 다시 기르고 있어요.
남자는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바람을 피운다고 한다. 나도 그럴 힘만 있어도 광고를 계속하고 싶다. 그래서 하루하루 치열하게 아등바등 사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 삶이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내가 광고라는 일을 하며 얻는 행복과 자부심이 그대로 전달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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談 ; 이야기하다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PHOTOGRAPHY. Studio 1839 INTERVIEWER. 고정진 차장 (BPL팀 ), 박종호 차장 (채널플래닝1팀), 정혜욱 대리 (채널플래닝2팀), 이상헌 대리 (미디어바잉2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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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NTERATTACK OF 케이블이 더 재밌는 걸 어떡해 TV, 보십니까? 요즘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은요? 언제부턴가 지상 파보다 더 즐겨 보는 케이블 방송. 신드롬을 일으킨 <마녀사냥>부터 <SNL Korea>, <꽃보다 할배>, <히든싱어>, <응답하라 1994>까지. 어 떡해, 어떡해. 케이블이 더 재밌는 걸 어떡해!
THE CABLE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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談 ; 이야기하다
“워낙 ‘본방 사수’가 힘들다 보니, 재방 편성이 많은 케이블이나 종편 콘텐츠를 선호하게 되더군요.” 채널플래닝2팀 정혜욱 대리
“결론은 백 투더 베이식, 방송사는 뭐니 뭐니 해도 킬러 콘텐츠를 키워야겠죠.” 미디어바잉2팀 이상헌 대리
요즘, 어떤 프로그램 보세요?
고 차원에서 신선한 변화가 있었어요. 몇몇 광고주에게서 종편 프로그
이상헌 대리(이하 상헌) 인쇄매체 바잉 담당하는 이상헌입니다. 의외
램에 간접광고를 원한다는 얘기가 처음 나오기 시작했거든요. 요즘엔
로 모이기 힘든 멤버가 오늘 한자리에 모였네요.
와이프와 JTBC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예
고정진 차장(이하 정진) 간접·가상광고를 담당하는 브랜드플래이스
전 <1박 2일> 보듯이 <마녀사냥>도 계속해서 보고 있네요.
먼트팀 고정진입니다.
상헌 저도 지상파6 : 케이블4 정도 보는 것 같아요. 처음 종편이 생길
박종호 차장(이하 종호) 미디어 플래닝하는 채널플래닝1팀 박종호입
때만 해도 부정적인 시선이 많아서 의도적으로 보지 않았는데, 최근
니다.
에는 JTBC를 필두로 젊은 층이 볼만한 것이 확연히 늘어났죠. 지금은
정혜욱 대리(이하 혜욱) 미디어 플래너 정혜욱입니다. 비슷하지만 직무
뉴스도 JTBC <뉴스9>을 챙겨 본다니까요. TVN은 말할 것도 없고요.
상 각자 보는 관점이 달라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네요.
이젠 완전히 자리를 잡았으니까요.
종호 민감한 주제가 아닐까 했지만, 준비를 하다 보니 꼭 그렇지 않다
정진 와이프 직장이 KBS 아니었나? 그래도 되요?(웃음)
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나 뻔한, 우리 모두가 체감하고 있는 사실이
상헌 아, 물론 무시 못할 이유긴 한데요.(웃음) 원래 뉴스 자체를 챙겨
잖아요. 그렇죠?
보지는 않았었어요. 메인뉴스 시간대에 짬이 생기면 보는 정도였는데,
혜욱 케이블이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프로그램이요? 저도 요즘
JTBC <뉴스9>은 일부러 챙겨서 보고 있어요.
엔 지상파보단 케이블을 많이 보게 되네요.
혜욱 그냥 채널을 바꾼 게 아니고 아예 패턴이 바뀐 거네요?
정진 케이블쪽은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시작해서 작년에 여러 프로
상헌 그렇죠. 심지어 JTBC는 전략적으로 유튜브나 네이버, 다음과 같
가 동시다발적으로 히트를 쳤죠. 종편도 채널마다 프랜차이즈 프로그
은 포털사이트 등 온라인을 통해 본방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그날의
램이 성공적으로 안착한 걸 모두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고…. 간접광
주요 이슈를 뉴스 시작 전 포털사이트 메인으로 띄우거든요. 그날 이
Life is Orange Spring 2014
67
“민감한 주제가 아닐까 했지만, 준비를 하다 보니 꼭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나 뻔한, 우리 모두가 체감하고 있는 사실이잖아요. 그렇죠?” 채널플래닝1팀 박종호 차장
“간접광고 차원에서 신선한 변화가 있었어요. 몇몇 광고주에게서 종편 프로그램에 간접광고를 원한다는 얘기가 처음 나오기 시작했거든요.” 브랜드플레이스먼트팀 고정진 차장
슈에 관심이 있으면 그 시간에 집에 없더라도 모바일 디바이스로 본다
가 힘들다 보니, 재방 편성이 많은 케이블 콘텐츠를 선호하게 되더군
든지, 이런 식으로 뉴스를 소비 하게 되었죠.
요. 그렇게 해서 보는 게 TVN의 <식샤를 합시다>, <로맨스가 필요해>,
종호 전 본방 사수까진 아니지만 <썰전>을 즐겨 봐요. 정치적 견해를
<응급남녀> 들인데요. 30대 여성들이 공감하기 쉬운, 일과 사랑에 대
뚜렷하게 드러내는 성격이 아닌데, <썰전>에서 상반되는 입장을 과감
해 어필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리고 뷰티나 패션에 관심이 많아 온스
히 보여주니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지상파에서 다루기 힘든 내용도 정
타일도 굉장히 즐겨 보는 편이에요. <겟 잇 뷰티> 같은 프로그램은 평
말 이해가 잘 되게끔 설명해주니까요. 더불어 신동엽이 출연하는 프
소 궁금해하던 메이크업이나 헤어스타일링 노하우를 자세히 알려주니
로그램은 꼭 챙겨 보고 있습니다. 요즘은 <비틀즈코드 3D>가 진짜 재
몰입하게 되고, 거기서 추천하는 제품도 실제로 사게 되더군요.
밌어요. 얼마 전 그가 인터뷰에서 말하길, 프로그램을 고르는 기준이 ‘현재 하고 있는 프로그램과 같은 느낌이 나지 않는 것’이라 하더라고
고민 없는 자유 없더라
요. 뭐든 새로 해볼 수 있는 것들. 신동엽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따라
정진 케이블은 지상파보다 심의랄지, 각종 제한이 덜 엄격하니까요.
다니면 새로운 시각을 많이 접할 수 있어서 좋아요. 케이블과 종편이
솔직히 <마녀사냥>을 어떻게 지상파에서 하겠어요.
라는 플랫폼 덕분에 그가 제대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
종호 <썰전>도요. 절대 못하거든요. 물론 이런 제약으로부터의 자유로
고요.
움은 좋지만, 거꾸로 부담도 될 수 있겠죠. 타깃 설정이 명확해야만 살
혜욱 흠, 저도 케이블이나 종편 콘텐츠를 70프로 정도 보는 편이에요.
아남으니까요.
업무 특성상 지상파 프로그램 편성은 웬만하면 다 알고 있는데, 주중
정진 인기 지상파 PD들이 종편이나 케이블로 많이 넘어갔잖아요. 여
저녁시간대엔 저의 관심을 끄는 프로그램이 비교적 없거든요. 그래서
운혁 PD라든가, 나영석 PD라든가. 지상파에서 기발한 아이데이션을
퇴근하자마자 케이블 채널을 먼저 틀게 되고. 게다가 워낙 ‘본방 사수’
가지고 있었으나 지상파에서 하지 못했던, 그러나 오랜 시간 인큐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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談 ; 이야기하다
팅되었던 것들을 풀어낸 경향도 분명히 있을 거라 봅니다. 지상파에서
접광고 측면에서의 영향은 더 분명합니다. 지상파는 광고 수익과 연출
자양분을 얻은 참신한 콘텐츠가 자유로운 여건과 맞물려 탄생한 게
팀의 실적이 맞물려 있지 않거든요. 직접적으로 영향이 덜한 거죠. 그
아닐까요.
런데 케이블은 아예 팀 단위로 실적이 연동되기도 해요. 시청률도 시
상헌 제작시스템에 차이가 분명하긴 해요. 초기 TVN과 JTBC도 그랬
청률이지만 연출 차원에서 PPL을 소화해줘야 하는 거죠.
지만, 이른바 ‘대작’이라며 대규모 자본을 투자한 작품들을 선보였잖
종호 <마녀사냥> 포맷을 빌린 ‘영어단기학원’ 광고 보셨죠? 허지웅이
아요? 불행하게 그 작품들이 대부분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면서 경
랑 성시경 나오는. 그런 것도 지상파에서는 실행하기 어렵죠. 실제 프
영상 압박과 제작비 이슈가 분명 있었을 것이고, 한정된 제작비로 새
로그램으로 착각할 정도였으니까요.
로 이목을 끌기 위해서는 더 날카로운 타깃팅, 딱 들어 맞는 콘텐츠를
정진 실제 프로그램과 같은 세팅에 같은 모델을 쓴다…. 요즘 새로 생
짜내야 하는 상황이 왔을 거예요. 그런 상황이 결과적으로 성공을 부
긴 형태예요. ‘꽃누나’나 ‘영단기’ 같은 것들.
른 거고.
혜욱 제가 최근에 좋게 봤던 PPL도 <꽃보다 누나>의 베로카 광고였어
혜욱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비용과 규모가 보장되지 않다 보니 좀 더
요. 피곤한 시점에 비타민을 물에 타 마시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일상
창조적인 기획을 해야 했던 것이 아니었나. 그리고 요즘에는 ‘본방 시
처럼 보이더라고요. 정말 효과적이지 않았나요?
청률 몇 프로 이상!’ 하며 빵 터지기보단, 시청률이 다소 낮아도 ‘엣지
정진 모 기업에서 ‘일반제약인데 어떻게 PPL을 한 거냐’고 문의가 와
있는 프로그램’이 되는 게 중요하죠. 그래야 사람들이 확대·재생산 하
서.(웃음) 이렇게 여러 군데서 얘기가 나오는 걸 보면 확실히 눈에 띄긴
면서 파급력이 커지니까요. 그런 측면에서 확실히 종편이나 케이블이
했나보네요.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낼 확률이 큰 거겠죠.
상헌 PPL에 정말 불가능한 건 없는 것 같아요.
정진 좀 더 치열한 건 분명히 있어요. 치열해야만 하는 ‘중원’에 나와
혜욱 더 재밌는 건 베로카 모델이 이승기라는 거죠. 누나들한테 직접
있는 분들이기 때문에 그런 고민들이 더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 간
타주고 그랬어요.
Life is Orange Spring 2014
정진 효과는 있는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죠. 규정이 명확하지
혜욱 그리고 케이블과 종편은 시대의 흐름도 잘 탄 것 같아요, <SNL
않은 부분이 많거든요.
Korea>나 <마녀사냥>은 ‘섹시코드’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는데, 시대가 원하는 ‘19禁’을 제대로 활용했죠. 지상파도 이러한 영향으로 수위가
결론은 역시 ‘킬러 콘텐츠’
많이 높아지고 있지 않나요? 물론 주말 프라임 시간대는 전 연령층을
종호 케이블이 등장한 지 벌써 20년이잖아요? 이제야 제대로 꽃이 피
아우르는 프로그램이 유지되어야겠지만, 시청률 경쟁력이 떨어지는 시
고 있는 느낌이네요.
간대는 타깃 시청층이 명확한 새로운 포맷의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상헌 결국엔 콘텐츠의 경쟁력이 매체를 키우지 않았나 생각해요.
고 봅니다.
혜욱 CJ는 <꽃보다 할배>, <응답하라> 등의 킬러 콘텐츠를 생산하면서
종호 지상파는 고루하고 케이블은 참신하다는 이분법으로 생각하지
지상파와 CJ 콘텐츠의 영향력을 지수화한 지표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
않았으면 합니다. 지상파와 케이블이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주며
어요. 그것을 시청률 외 보조 지표로 활용하는 광고주도 생기고 있고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냈으면 좋겠네요.
요. 이런 현상들은 CJ의 매체 파워와 콘텐츠 경쟁력이 과거보다 훨씬
혜욱 그런데 보통 프로그램이 자극적인 것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높아졌다는 뜻이기도 하죠.
하더군요. 종편, 케이블 콘텐츠의 영향으로 지상파의 수위도 많이 높
종호 어두운 면도 없진 않지만 CJ E&M의 역할이 정말 컸어요. 케이
아지고 있지 않나요? 주말 프라임 시간대는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프
블은 재방만 틀어준다는 이미지를 없애고 자체 제작 프로그램에 꾸준
로그램이 유지되어야겠지만, 시청률 경쟁력이 떨어지는 시간대는 타깃
히 투자해왔으니까요.
시청자층이 명확한 새로운 포맷의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진 <SNL Korea>는 지상파에서 넘어온 스태프들이 만든 게 아니잖
상헌 결론은 백 투더 베이식, 방송사는 뭐니 뭐니 해도 킬러 콘텐츠를
아요. <탑기어>도 그렇고. ‘내 스타일대로 간다’는 주의인데, 그런 스킬
키워야겠죠.
은 아주 오랫동안 갈고 닦지 않으면 어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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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Studio 1839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패셔니스타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
내면만큼 외면도 크리에이티브한 광고인의 패션, 패션에 대한 생각,
혹은 엄마나 친구에게 “너 그러고 출근해도 괜찮아? 뭐라고 안 해?”라는 소릴 들은 적은요?
외모만 보고 “실례지만 무슨 일 하세요?”라는 질문, 들은 적 없으십니까.
누가 그들에게 ‘패션’을 물었나
INNOCEAN FASHIONWEEK
장도 나에 대한 인상을 만드는 데 분명 기여를 한다 고, 어떤 인상을 주느냐에 따라 시안이 팔리기도 하 고 내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자세도 달라진다고 생 각한다. 나도 하나의 상품이다. 길게 만나보면 무의 미해지지만, 첫인상에 있어서 나를 어떻게 가꿨느 냐는 중요하다. 좋은 첫인상으로 나 하나를 상대방 에게 셀링 못하면서, 몇 십억 몇 백억의 마케팅 비 용을 책임질 수 있다고 하는 건, 내가 광고주라면 설득력이 없을 것 같다. 아직도 대행사라는 곳에 대 한 환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우리가 그 환상을 깰 필요가 있을까? 비록 연이은 야근과 갖은 모욕 을 감수하며 일해야 하는 게 현실이지만, 우리가 차 별화되어 보이고, 화려해 보이는 것도, 우리의 Job Description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일부러 나이 들어 보이게 입으려 한다. 타이를 매기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티셔츠처럼 소모적인
아이템은 SPA 브랜드를 애용하지만, 셔츠나 재킷처
럼 테일러링이 중요한 건 디자이너 브랜드나 맞춤
을 선호한다. 회색, 청색, 흰색 등 보수적인 색깔을
중심으로 넥타이나 양말에 컬러감을 주는 편. 차
려 입든 캐주얼하게 입든 빼놓지 않는 아이템은 액
세서리! 반지, 팔찌, 귀고리는 늘 하고 다닌다. 패션
아이콘으로는 닉 우스터 할아버지를 벤치마킹하
고 싶다.
광고를 하는 데 있어서 자신을 어떻게 꾸미느냐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기 관리의 철저함, 디테일
에 대한 관심, 트렌드에 대한 민감성, 전통에 대한
이해가 다 보이니까. 단순히 포장이긴 하지만 그 포
{ 박건호 국장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는 그를 위한 게으른 나의 소극적 몸짓이다.
(Omar Sy)처럼 쌔끈한 블랙 슈트를 입고 말리라. 칼 같은 체형 유지
선의 ‘작업복’인 셈이다. 머리가 더 빠진다면 <언터쳐블>의 오마 사이
자면, 아침부터 밤까지 빼곡히 비즈니스 미팅을 하는 사람으로서 최
같은 것 같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소재나 무늬가 전부 다르다. 말하
이라 생각한다. 고백하자면 블랙 터틀넥이 30~40개쯤 된다. 다 똑
지 않고, 어딜 가도 문제가 없는 옷차림.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선
렉터가 아니고 관리자다. 그레이에 브라운. 남들이 봤을 때 인상 쓰
고 이탈리아 남자처럼 입고 싶지 않겠나. 그러나 난 크리에이티브 디
즐겨 보기에 슈트를 멋지게 입는 방법이 얼마나 많은지 잘 안다. 나라
지 않게’ 완성한 스타일인 것이다. 나 역시 패션 매거진과 스타일북을
색 정장에 빨간색 아니면 파란색 넥타이를 매는데, 내 나름대로 ‘뻔하
입을 정장을 이노션에서 다 입었다. 보통 대기업 임원들은 진한 군청
넥을 집고 마는 이유가 있다. 알다시피 내가 제작 출신 아닌가. 평생
다. ‘내일은 땡땡이 셔츠를 입고 가야지’ 해도 아침엔 어김없이 터틀
내가 좋아서 블랙 터틀넥만 고집하는 줄 아는데, 그건 전적으로 오해
Life is Orange Spring 2014
SVP
한정석 전무
{
이노션 백서(白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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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를 매칭하는 것을 즐긴다. 다니엘 파릴로, 구호, 까르벵이 내가 아끼는 브랜드. 요즘은 MSGM에 푹 빠져 있다. 다들 광고회사 사람이 뭔가 특별하게 입 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이게 일상복이기에 특 별히 남들보다 튀게 입는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 저 자기 개성을 희석하지 않고 입을 뿐. 아, 남들은
를 사더라도 치밀하게, 나름의 전
략을 세우고 기획서를 쓴다. 지금
으로부터 20년 전, 나비넥타이를
매고 회사를 다녔다. 지금은 연예
인이 캐주얼웨어에 많이 매치하지
만, 그때만 해도 꽤 히뜩한 스타일
{ 서희곤 수석국장 AE }
그 순간은 분위기가 좋을 수 있지만 그건 그때뿐.
외는 없다. 레인코트나 긴 카디건, 팔 짧은 아우터에
있는 신발은 5년 정도 됐다. 하나
구라’라고나 할까. 하하.
수 있는 거다. 사기지 뭐. ‘비주얼
미지로 어필하려는 하나의 장치일
을 콘셉트로 삼은 것도 지적인 이
된다. 내가 어린 날부터 ‘프레피룩’
품이 이미지 표현에 좋은 수단이
같지 않나. 그럴 땐 앞서 말한 소
고 답습하면 트렌드와 담 쌓은 것
이 나가면 신뢰가 깨지고, 그렇다
자의 패션은 적정선이다. 너무 많
있다. 마흔넷에 세일즈를 하는 남
서 그런가, 지금은 빨강으로 가고
색을 되게 좋아했는데 나이 들어
고 싶은 걸 사고 싶다고! 원래 녹
하게. 내가 왜 애 때문에, 나도 사
다. 그래서 하나를 사더라도 치밀
고 애 낳으면서 많이 포기하게 됐
렇게 관심이 많았었는데. 결혼하
마, 양복에 베스트…. 아, 나도 이
손잡이 우산, 동그란 안경, 앞가르
화기 엘리트 스타일! 중절모, 가죽
성적인 룩이 좋다.
다. 그래서일까. 여자인지 남자인지 잘 모르겠는 중
로 피곤하므로 일할 땐 인간 대 인간으로 보이고 싶
결국 돌아올 컴플레인은 오기 마련이다. 그러면 서
옷’을 차려입는 편이다. ‘여자’로 인식되기 싫어서 미
때도 있다. 그래서 클라이언트를 만날 땐 소위 ‘어른
카피라이터
손정화 차장
{
이었다. 내 콘셉트는 1930년대 개
팅 때 스커트를 피하기도 한다. 여성성을 어필하면
철 빠지지 않는 나의 시그니처 아이템! 여름에도 예
지금 쓴 안경은 18년 정도, 신고
을 수 있겠다. 옷차림으로 하는 일에 영향을 받을
정말 사랑한다. 트렌치코트처럼 긴 외투는 사시사
나, 벨트도 하나, 머플러도 하나.
주말에만 입는 옷을 평일에도 입는 자유로움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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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콘셉트는 ‘보이그룹’이다. 흐흐. 나는 아우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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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뭐든지 하나다. 면바지도 하
이노션 백서(白書)
{
다. 난 언제부턴가 구두만 신는다. 운동화나 플랫슈 즈는 아예 안 신고. 심지어 주말에도 하이힐을 신게 되더라. 워낙 높은 굽에 길들여진 까닭인지 7~8센 티 정도는 돼야 뭘 ‘신은’ 느낌이다. 하이힐 신고 횡 단보도에서 뛰는 거 보면 남자동료들이 기함을 한 다.(웃음) 검은색 위주로 옷을 입는 이유는 어느 자 리에서도 무난한 컬러인 탓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무게감 있고 강해 보이는 스타일을 좋아하기 때문. TPO라고 하지 않나. AE는 항상 긴장해야 한다. 내 가 좀 보수적이라 그런 건지, 기본 비즈니스 매너에 충실한 게 좋아 보이더라.
표로 나가 클라이언트를 만나는 역할이니 아무래
도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
다. 그렇지만 미팅이 없는 날엔 입고 싶은 대로 입기
도 한다. 광고회사다 보니 스타일링에 제약이 없어
편한 부분이다. 그러다 갑자기 미팅이 잡히면 어떡
하냐고? 광고주 미팅에 못 들어갈 정도의 옷은 잘
안 입는데…. 사무실에 정장과 구두를 놓고 다니시
는 남자분들은 더러 봤고, 여자들은 여러 사정상 생
얼로 출근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런 급작스러
운 일에 대비해 메이크업 박스 정도는 늘 갖고 다닌
{ 김지은 차장 AE }
내 취향이 AE를 대변하면 안 되는데…허허. 회사 대
이노션 백서(白書)
사람. 이왕이면 그런 사람이 내가 됐으면 좋겠다.
를 동경한다. 완벽하지 않은 사람, 어딘가 나사 하나쯤 풀린
진 않지만. 그래서 ‘안티 퍼펙션’을 추구하는 요지 야마모토
지 않을까? 물론 다른 사람이 어떻게 입든 왈가왈부하고 싶
영향을 끼친다고 본다. 그러니 당연히 업무에도 영향을 끼치
않나. 인간관계, 사랑하는 방법, 가족과의 무드 등 모든 것에
게 흘러가니까. 옷도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표현하는 것이지
옷을 딱 입고 나왔을 때의 느낌이 맘에 들어야 하루가 편하
다. 그리고 특정 아이템보다는 전반적인 느낌을 중요시한다.
츠를 꼽던데, 배기팬츠뿐만 아니라 바지 자체를 엄청 좋아한
을 굳이 꼽자면 바지다. 흔히 내 시그니처 스타일로 배기팬
생각이 들면 ‘내 거다’란 생각이 든다. 포기할 수 없는 아이템
을 수 있을 것. 어릴 때부터 죽을 때까지 입을 수 있겠다는
이랑 상관없이, 체형과 상관없이, 어떤 상황이든 무난하게 입
을 즐겨 입는다. 스타일링의 주안점은 무엇보다 편할 것. 나
나 화려한 프린트가 들어간 걸 좋아하지 않아서 무채색 계열
오늘 정말 편하게 입었다. 자주 입는 브랜드와 스타일. 무늬
{ 이시우 부장 A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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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행동에 도움을 되는 코디를 고민한 결과 다. 겨울엔 아우터를 안 입어도 보온성을 갖출 방법 을 고심한다. 제작팀이 기본적으로 트렌드에 민감 하고, 그걸 읽어야 하는 사람임은 분명하지만, 패션 에 시간을 투자하기가 쉬운 사람은 또 아니다. 트렌 드를 알면서도 자기 몸에 적용하지 못하는 건 참 슬 픈 일이다.
블루로 갔을 땐 블루그레이, 레드로 갔을 땐 브라
운. 어떤 컬러를 포인트로 둬도 조화롭다. 스타일에
대한 영감은 주로 절제된 그림에서 얻는다. 과거 광
고회사가 다양한 색을 띨 땐 광고인도 다양한 패션
을 추구했던 것 같다. 솔직히 요즘엔 멋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모두가 약속한 듯 뿔테 안경만 고집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내가 365일 반팔만 입는 이유?
이시우 부장이 내 몸의 변천사를 알 텐데.(웃음) 잦
은 야근으로 입사 이후 20킬로가 쪄서 체형 커버와
블랙을 사랑한다. 블랙엔 다양한 톤이 숨어 있다.
{ 이성규 부장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이노션 백서(白書)
이건 광고회사가 아니면 진짜 시도하지 못했을 거야
2
VS 非광고인
광고인
1
수염인과 삭발인이 상대적으로 많다. 청바지와 라운드 티셔츠를 입을 수 있느냐 없느냐. 자유로움 속에 크리에이티브와 있어빌리티를 보여주는 빠숑 광고인은 비광고인보다 옷을 잘 입는다는 편견 남자직원의 패션 관심도가 일반직장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지 않을까. 출근복장과 주말복장의 차이가 없다.
하의실종패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표방하는 모 광고인
쪼리 신고 출근
수염들
남자의 장발과 타투
카무플라주 팬츠
한여름 남직원들의 반바지+플립플랍
투블록 커트와 타투
왕날개 달린 아디다스 하이탑
3일째 밤 새우고 같은 옷을 입어도 다른 느낌이 날 때
맨발에 삼선쓰레빠
그래도 슬리퍼 신고 엘리베이터는 타지 말자.
자유롭다. 개성 있다. 하지만 지나침도 있다.
의상에 자신의 가치관이나 철학을 담으려 한다.
나이나 직급에 상관없이 유행하는 브랜드의 수용도가 높다.
모여 있으면 어딘지 모르게 ‘광고하는 것들’이란 티가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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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인의 패션엔 나이가 없다.
상관관계를 주제로 이노시안 100명에게 물었습니다.
광고인과 패션, 非광고인이 기대하는 것처럼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까요? 광고인과 패션의
광고인의 패션 A to Z
AD MEN'S FASHION A TO Z
Life is Orange Spring 2014
패션과 커리어의 상관관계
4
내 패션에 대한 가장 인상적인 코멘트
3
이노션 백서(白書)
“제 동생 이상한 애 아니에요!” (옆집 아줌마 만난 우리 언니 曰) 예비군 가니? 군대 가니? 신발은 그게 뭐니, 돈 주고 샀니? 이게 뭐니? 집이냐? ……(무음)
감각과 센스가 판치는 광고계에서 본인의 외관에 불성실한 사람에겐
개성 있는 옷차림과 예의를 갖춘 옷차림. 패션에도 줄타기가 필요 ! 함께 일하는 파트너들을 볼 때 일단 스타일을 먼저 보게 된다. 일에
삶인 것을 강조
있 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일 열심히 하느라 꾸밀 겨를조차 없는
택시 안에서의 급한 메이크업
정말 중요하다면 집에 가서 갈아입고 간다.
옷장에서 뭘 꺼내 입을까 고민하는 것도 창의력 계발에 도움이 된다.
정장 슈트 항상 대기… 슈퍼맨처럼 변신함
강남역엔 자라와 유니클로가 있다.
자신을 꾸미지 못하는 사람이 좋은 그림을 만들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1인
뿔테안경에 빨간 립스틱
지하로 간다. 면도부터 한다.
깔끔한 외관은 클라이언트에게 신뢰를 준다.
있어서의 스타일이나 세련됨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느껴지니까.
포장이 좋으면 눈이 먼저 가게 된다. 옷도 마찬가지.
추레한 꼴 그대로. 이것도 전략… 그러나 가끔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평소보다 화려한 메이크업으로 시선봉쇄
자기 개성이 드러나면 좋은 영향, 단지 유행에 급급하면 마이너스 광 고회사 사람들의 스타일로 크리에이티브 수준을 가늠할 때도 왕왕 있다.
재킷 한 벌 정도는 회사에 두고 다닌다.
로커에 항상 구비되어 있는 나의 풀 정장 세트
센스 있는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일할 때도 센스 있다는 걸 경험했다.
급한 미팅에 대처하는 나만의 응급처치
일단 씻는다.
동료에게 긴급 도움 요청! 그것도 안 되면 뱅뱅플라자로 고고씽
주말 출근 땐 트레이닝 팬츠를 입고 저지에 스냅백을 쓰면 편합니다.
주 말에 출근할 때는 절대로 제대로 된 옷을 입는 수고를 더하고 싶지 않다.
운동화 그리고 실핀 다섯 개 정도.
생얼가리개 뿔테안경
신입시절엔 3M 스프레이 습격을 대비해 ‘보드복’도 따로 있었다.
편견이 있다.
클 라이언트는 제작팀일수록 스타일이 특이해야 크리에이티브하다는
약간의 의구심이 들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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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킹 대신 양말. 구두 대신 운동화. 렌즈 대신 안경.
내가 옷 좀 사줄게 by 팀장
노타이의 정장. 정장 자체가 마음가짐에 텐션을 준다.
예술 하시는 것 같아요
향수와 슬리퍼
양말과 속옷 여분을 책상 서랍에 둡니다.
작업복은 없고 작업 드링크는 있다는~ 레드X, 핫XX 등등
(광고주 왈)우와 이노션은 진짜 자유롭네요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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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편안한 바지. 보온성을 위해서는 퍼나 패딩 베스트로 멋을 더한다!
7시 넘으면 츄리닝 꺼내 입고 아빠다리로.
그런 옷들은 도대체 어디서 구입하세요?
밤샘 주간을 대비한 나만의 ‘작업복’
5 책상 밑에 구비된 일주일치 츄리닝
그 나이에 청바지 입고 회사 다녀도 괜찮나 보네
저녁에 친구들과 한잔하러 갔을 때. 너 회사 갔다 온 거 맞냐? 좀 심하다
뭐 하는 회사냐?
광고회사라 다르네요 역시
Life is Orange Spring 2014
CATS & DOGS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자
유
와
그
차이를
자
율
,
아십니까?
최근 근무 복장에 대한 규정을 완화하고 자유복장을 채택하는 회사가 많 다. 개개인의 개성을 표현하고 자유를 부여함으로써 창의성을 높이자는 취 지로 자유로운 직업군뿐만 아니라 보수적인 직업군에서도 이를 채택하는 회사가 많다. 물론 자유복장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만만치 않다. 자
이정훈 부장 (AE, INNOCEAN Worldwide)
유복장이 창의성 향상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쪽 이 맞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규정이나 규제라는 단어 자체가 획일화되고 제한적이기에 개인에게 복장의 자유를 부여하는 것은 직접적이든 간접적 이든 창의력 향상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아직도 많은 회사가 복장규정을 유지하고 있을까? 몇 해 전, 한 다큐멘터리 채널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동일한 남성에게 청바지와 셔츠, 그리고 말쑥한 정장차림 두 가지로 패션 스타일 을 연출하고 일반인들에게 이 남자의 직업, 연봉, 매력도에 대해 물어본 것 이다. 정장을 입었을 경우 대기업 직원이나 전문직업인으로 보는 반면에 청바지와 셔츠 차림일 때는 그렇지 않았고, 연봉은 정장이 2배 이상, 개인
*한 사람이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이미지는 시각이
의 매력도는 3배 이상의 차이를 나타냈다. ‘옷이 날개다’라는 말이 진정 허
55%, 청각이 38%, 언어가 7%에 이른다는 법칙
언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MAN IN SHORTS 반바지가 잘 어울리는 남자
존 취
중
이 향
니 해
윤명진 차장 (카피라이터, INNOCEAN Worldwide)
까 줘*
왜 회사에서 반바지를 입으면 안 될까? 남자의 노출은 무례하기 때문에? 직장에서 몸이 편해지면 업무태도도 풀어질까봐? 반바지를 입은 사람 때 문에 복장질서가 무너지고 그것이 회사질서 붕괴로 이어질까봐? ‘김 차 장님, 허벅지 노출이 신경 쓰여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어요’ ‘박 대리, 다 리가 너무 예쁜데 한번 만져봐도 될까’ 하는 성추행이 늘어날까봐? 교복자율화 논쟁과 별반 다르지 않은 비근한 이유들이 있다.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살색이 보이는 걸 극도로 꺼리는 유교주의, 조금이라 도 줄이 어긋나면 주먹이 날아왔던 학교와 군대의 엄숙주의, 집단을 위해 개인의 행복이 무시되는 전체주의(당장 PT가 중요한데 아들의 하루밖에 없는 소중한 생일에 갈 거야?!). 수많은 이유가 직장에서 반바지를 허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 이유들은 하 나로 수렴되기 어렵다. 왜냐하면 거기엔 한국 남성이 한국사회 속에서 성 장하며 겪었던 다양한 이데올로기와 패러다임의 충돌, 헤게모니에서 여
* 존중이니까 취향해줘 : 인터넷 드립. 취향이니까 존중해줘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게 당연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으니 거꾸로라도 생각해보면 어떨까.
러 번 좌절하고 기존 관습에 패배하며 생긴 체념, 진짜 어른이 된다는 명 목 아래 주입된 다양한 권력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아주 정확 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남자 어른들은 왜 반바지를 입을 수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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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Orange Spring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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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실험결과를 잘 활용하고 있는 업종을 살펴보자. 은행이나 증권사, 법조
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서 인정받고 대우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만 못하다.
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셔츠 색상이 다양해지는 등 일부 영향은 있지만
언제, 어디서부터 누구의 잘못인가를 따지기 전에, 우스갯소리로 광고주를 전지전능한 ‘주님’이라 부
여전히 정장과 넥타이 차림을 유지하고 있다. 아마도 금융이나 법률을 다
르며, 광고인으로서의 자존감은 마음 한구석에 밀어두고 스스로를 낮추어온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루는 직업 특성상 고객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일 것이다.
된다.
매러비안의 법칙(The Law of Mehrabian*)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
물론 옷차림 하나가 광고회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전부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깔끔한 용
지만 어떻게 옷을 입었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능력과 성격, 개성이 평가
모나 옷차림은 교양 있고 준비되어 있는 프로페셔널한 사람인지를 말해주는 반면 후줄근한 반바지
되고, 신뢰도에 영향을 준다니 과연 허투루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와 목 늘어진 티셔츠를 입고, 부스스한 머리에 슬리퍼를 신고 엘리베이터를 탄다면 그 사람이 얼마나
그럼 광고회사는 어떨까? 우리가 하는 일은 대부분 ‘설득 커뮤니케이션’이
이기적이며 준비되지 않은, 프로페셔널하지 않은 사람인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물론 밀려드는 프로
다. 소비자를 설득하고, 클라이언트를 설득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획, 제작
젝트로 일주일 동안 집에 가지 못하고, 사흘 밤을 꼬박 새운 사람일 수도 있지만 이 또한 티 내지 않
구분 없이 회사 내 모든 관계가 설득 커뮤니케이션의 연속이다. 누군가를
는 것이 프로답다.
설득할 때 화자의 신뢰도가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처럼, 옷차림만으
당연히 이노션에는 복장에 대한 규정이 없다. 반바지를 고집한다고 해서 인사상의 문제가 될 것은 없
로 나의 의견이 신뢰받고 존중받을 수 있다면 한번쯤은 고민해봐야 하지
다(인사팀에 확인했다). 하지만 반바지를 입어도 될까 안 될까를 생각하기 이전에 더 근본적인 고민
않을까?
이 필요하다.
또 하나 광고회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이다. 사실 광고회사에 대한
완전한 ‘자유’가 아닌 스스로를 규제하는 ‘자율’을 통해 더 멋지고 세련된 스타일을 연출하는 이노시
사회적 인식이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던 시절이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안이야말로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이는 길이 아닐까. 어디선가 본 문구가 생각난다. ‘당신이 깔끔하게
해도 클라이언트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상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에 대
차려입는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존중받을 것이다.’
“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을 텐데. 여름교복이 반바지라면 깔끔하고 시원해 괜찮을 텐데.” ‘DOC와 춤을’은 1997년 DJ DOC가 발표한 4집의 타이틀곡이다. 약 10년이 흐른 지금, 큰맘 먹고 청 바지를 허용하는 회사는 늘었지만 대다수의 직장인에게 반바지는 아직 언감생심. 회사에서 반바지, 정말 안 되는 겁니까? ‘직장 내 올바른 복장’에 대한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생각을 들어봤다.
여기 더 현실적인 설명의 단초가 있다. 얀 칩체이스는 자신의 책 <관찰의
랑이에 땀을 한가득 채워가며 여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우습지만 슬픈 일이다.
힘>에서 일본기업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낸다. 일본의 기업환경은 복장
이렇듯 관습(혹은 악습)이 무너지거나 유지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작은 이유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 엄격하여 특정한 색의 양복, 구두, 셔츠를 착용해야 하고 불편하더라도
사진을 찍으면 영혼이 빠져나갈까봐 카메라를 두려워했던 인디언이나, 무례해 보일까봐 40℃ 여름
이 복장을 유지해야만 했다. 2005년 여름, 사무실 평균온도를 28℃로 올
에도 넥타이 착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상황이나 그 사회문화적 기원은 다르지 않다. 곰곰이 생
리는 절전냉방 캠페인 ‘쿨비즈’를 전개하면서 일본정부는 회사원들이 재
각해보자. 누가, 왜, 어떻게, 당신의 반바지를 금지했는가?
킷과 넥타이를 착용하지 말고 근무하도록 유도했고, 상사들에게 이런 ‘불
유신정권의 두발단속이 추억거리가 되었듯 언젠가 이 관습들도 변할 것이고 ‘아직’인 것뿐이지 회
량한’ 복장을 빌미로 부하직원을 해고하지 말라는 당부를 함께 곁들였다.
사에서 반바지를 입는 날도 분명히 찾아올 것이다. 미니스커트를 소개한 윤복희 씨처럼 누군가는
허용 가능한 컴포트존(comfort zone)이 너무나 좁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
열심히 멋있지만 예의 바르게 입을 수 있는 반바지를 소개할 것이다. 그걸 입느냐 안 입느냐, 어떻
었다.
게 입느냐는 개인의 자유이고 그 자유를 제한하는 권력도 점점 사라질 것이다. 분명 2040년에 직
대한민국도 지난여름 비슷한 해프닝을 겪었다. 원전 고위직들의 비리로
장인의 반바지 착용을 반대하는 글을 쓰는 사람은 시대착오적인 구닥다리 취급을 받을 것이다.
전력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건물 내 적정온도 기준이 올라갔고 직장인들
세상은 변한다. 생물의 진화가 선악의 문제가 아니듯 사회도 개인의 호불호와는 다르게 변할 것이다.
은 넥타이와 재킷을 벗도록 즐거운 강요를 당했다. 이 사건은 한국직장의
그러나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한 명의 사회구성원이 더위를 피해 행복할 수 있도록 혹은 예
복장역사에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두껍게 입으면 덥고 얇게 입으면 시원
쁜 반바지를 사서 두근거리며 멋을 낼 수 있도록 변했으면 좋겠다. 개인이 쓸데없는 문제로 고통 받
하다, 라는 당연한 상식이 얼마나 어렵고 복잡하게, 그리고 가장 그럴 것
지 않고 행복해질 수 있는 다양성의 사회라면 좋겠다.
같지 않은 주체에 의해서 적용되었는지를 주목하자. 기득권층의 비리가
길게 써버렸지만 솔직히 말해서 땀에 절은 양복바지보다 산뜻한 리넨 반바지가 나쁜 이유를 알려준
없었다면 여전히 대한민국 남성 직장인들은 넥타이에 재킷을 입고 겨드
다면 반바지 착용 반대를 고려해볼 수도.
CREATOR’S NOTE
03 CREATOR’S NOTE 놀 때도 컨셉 있게! 이문휘 사원 (카피라이터, INNOCEAN Worldwide) 홍석우 사원이 공채 8기 동기모임을 위해 만든 초대장과 메인 모델(?)로 발탁된 이문휘 사원.
TREND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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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충식의 뮤직에세이
AGAIN, BRILLIANT 1 TWENTY TEXT
남충식 부장 (더캠페인랩, INNOCEAN Worldwide)
두 번째 스무 살을 시작해 음반을 낼 거라는 말에 주변에서는 반대일색이었다. 가수를? 니가? 광고쟁이가 왜? 아서라. 그럴 만도 했다. 가창력이 뛰어난 것도, 능통한 악기가 있는 것도, 그렇다고 비주얼이 받쳐주는 것도 아닌 내가 음악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무엇보다 나이 마흔 먹어 웬 쓸데없는 짓이냐는 반응이 가장 많았다. 내가 음악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수십 가지도 넘었다. 그럼에도 내가 음악을 해야 하는 한 가지 결정적 이유가 있었으니 그건, ‘그냥 하고 싶다’는 거였다. 마음이 시키는 것. 그 거역할 수 없는 한 가지 이유. “예술은 하지 말아야 할 수백 가지의 이유보다 해야 할 단 한 가지 이유로 시작되는 것”이라는 김영하 작가의 말처럼, 나의 엉뚱한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생각해보면 광고와 음악은 닮은꼴이다. 광고도 예술이고 음악도 예술이다.
두번째 스무살
사람을 움직인다. 감성적인 터치와 영감, 울림. 그런 것이 있다. 그리고
Executive Producer 썸네일 프로젝트 Composed & Lyrics & Programming & Vocal by 남충식
둘 다 대중을 대상으로 한다. 팔리지 않는 광고와 불리지 않는 노래는 화석이요, 꽹과리 아닌가. 대중의 관심과 사랑이 대전제인 이 두 예술은 그래서 ‘상업예술’이라 불린다. 요즘 세상에 광고든 음악이든 ‘팔아야’ 한다.
파티가 시작된다. 파티가 시작된다. 진정한 인생이 시작된다.
관점을 이렇게 바꿔보면 광고쟁이가 음악 하는 것이 아주 이상한 일은
파티가 시작된다. 파티가 시작된다.
아니다. 세상에 광고쟁이만큼 ‘잘 파는 직업’이 있을까. 그래서 이런 생각을
두번째 스무살이 시작돼.
해보았다. 음악도 광고쟁이답게 크리에이티브하게 팔아보면 어떨까. 내가 갑인 음악 브랜드를 만들어 직접 가꿔보는 실험을 해보면 어떨까.
죽지도 살지도 못한 미생의 삶. 어디로 향해가는지 알 수 없네. 남들의 기준으로 난 살아왔지. 변명도 후회도 이젠 늦은걸까.
냉정하게 내가 유희열이나 김동률처럼 음악을 만들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광고쟁이답게 음악도 콘셉트로 승부를 보는 거다. 나의 원맨밴드 음악 브랜드 네임을 ‘썸네일 프로젝트(thumbnail project)’로 정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엄지손톱’이라는 의미의 썸네일은 광고쟁이들에게 ‘러프한, 이니셜한, 대강의’ 정도의 의미로 애용된다. 썸네일 아이디어, 썸네일 스케치, 썸네일 이미지 등. 우리가 광고실무에서 흔히 사용하는 일상어다.
그렇게 살아가던 나에게 내가 묻네. 넌 지금 정말 행복한거니? 뭘 위해 살아가나. 무엇을 망설이나. 두번째 스무살을 시작해.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 하네. 그게 아냐. 이젠 내가 유혹하고 흔드는거야.
내 음악도 썸네일이다. 프로에 비해 당연히 러프하고 투박하다. 하지만 그런 아마추어리즘이라는 꽃엔 풋풋함과 신선함이라는 꽃가루도 묻어 있는 법. 광고실무에서 실행한 결과물보다 시안 스케치와 썸네일 아이디어가 더 좋을 때가 의외로 많은 것처럼 말이다. 플래너로서 광고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다양한 브랜드를 접하게 되는데, 이것은 나에게 큰 축복이다. 그 브랜드들을 통해 엄청난 영감을 얻으니, 나의 뮤즈는 브랜드인 셈이다. 이렇게 브랜드가 들려주는 영감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들어서 비정기적으로 한 곡씩 발표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일명 ‘광고쟁이 뮤직 프레젠테이션, 썸네일 프로젝트’의 탄생이다. 콘셉트를 이렇게 잡으면 그 음악의 품질 여부에 관계없이 유희열도,
파티가 시작된다. 파티가 시작된다. 진정한 인생이 시작된다. 너에게 다가간다. 너에게 노래한다. 두번째 스무살을 시작해. 재밌게, 천진하게, 쿨하게, 느낌있게, 두번째 스무살을 시작해.
Life is Orange Spring 2014
남충식 캠페인플래너. 인생에서 두 번째로 좋아하는 광고를 직업으로 택하고
그려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응답하라 1994>에서는 올해 마흔을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아날로그와 디지털 그 모두를 경험한 축복받은 세대’라 칭한다. 상대적으로
첫 번째로 좋아하는 음악을 취미로 택한 행복한 싱어송아이디어라이터(Singer Song Idea Writer).
풍요로운 환경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고 아날로그의 감성과 디지털의 기능을 자유자재로 융합하고 표현할 줄 아는 세대. 자유로운 연애관과 진취적인 인생관을 처음 갖기 시작한 대한민국 최초의 신인류. 그들이 마흔이 되었다는 건, 사회의 주류가 되었다는 건, 마케팅의 주류가 되었다는 건, 전후(戰後) 대한민국의 압축 성장 시대의 종말을 시작하는 시발점이며 본격적인 세대교체의 첫 신호탄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래서 2014년은 특별한 해다. X세대의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상징적인 해다. 마흔을 맞아 삶의 모든 이치와 원리를 아는 듯한 거룩한 얼굴로 소주잔 기울이며
썸네일 프로젝트 첫번째 싱글, <두번째 스무살> 앨범 재킷 illustration 배혜진 | calligraphy 주현태
넋두리를 나누면 되는 해가 아니다. 맥주를 마셔야 한다. 파티를 해야 한다. 들썩여야 한다. 시작해야 한다. 내 인생을 창조해야 한다. 나의 경우엔 그것이 ‘음악’이었고, 그래서 맥북(MacBook) 하나로 ‘썸네일 프로젝트’라는 음악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 나이에 말이다. 그래서 첫
김동률도 할 수 없는 세상에서 오직 나만이 할
않았는데. 하지만 어쩌랴. 마흔인 것을. 세상은 마흔을
싱글은 (당연하게도) ‘두 번째 스무 살’을 노래해야 했다.
수 있는 ‘유일한 음악(only one music)’이 된다.
‘불혹의 나이’라 하여, 세상 유혹에도 흔들리지 말고, 일
음악은 그림이다. 음악작업을 시작하니 머릿속에
참고로 첫 번째 싱글은 거짓말처럼 4월 1일
벌이지 말고 남은 인생의 후반전을 얌전히 정리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시계토끼 썸네일이 떠올랐다.
만우절 정오에 음원 사이트에 공개된다. 열화와
마음으로 살라고 조언한다. 정말 그래야 하는가?
한 손에 시계를 들고 “Oh dear! Oh dear, I shall be
같은 성원과 편파댓글, 부탁드린다.
광고쟁이 관점으로 보자. 마흔을 새로운 프레임으로
late”라 외치며 뛰어가는 하얀 토끼. 나를 닮았다.
첫 번째 싱글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
보자. 마흔이 아니다. 두 번째 스무 살이다. 예전 일본
나는 토끼띠다. 동그란 안경을 씌우고, 다른 손에는
굳이 ‘브랜드 미션(brand mission)’이라는
광고에서 소개했던 ‘광고적 프레임’인데, 마흔은 우리
베이스기타를 들게 했다. 물론 마흔 살 토끼라 세월이
골치 아픈 용어를 꺼내지 않더라도, 모든
인생에서 맞는 두 번째 스무 살이라고, 그러니까
만든 약간의 주름과 깊은 다크서클이 묻어나겠지만
브랜드의 처음엔 그 브랜드가 왜 태어났고
가슴 설레면서 다시 출발하는 첫길이라는 거다. 늦지
무언가 즐거운 꿍꿍이가 있을 것이다. 이런 마흔 토끼의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밝혀야 한다. 요즘은
않았다. 마흔은 ‘정리’가 아니라 ‘시작’이다. 진정한
썸네일 이미지를 배혜진 아트에게 부탁했는데, 나와
주로 ‘메니페스토 광고(brand manifesto film)’
인생을 시작하는 두 번째 스무 살이다. 어떻게 보면
정확히 스무 살 차이 나는 그녀는 놀랍게도 나와 꼭
방식으로 제작하곤 한다. 그래서 나의 첫 번째
두 번째 스무 살은, 세상 물정 모르던 첫 번째 스무 살
닮은 늙고 철없는(?) 토끼를 노련하게 그려냈다.
싱글은 왜 광고쟁이가 ‘썸네일 프로젝트’라는
보다 시작과 출발이 더 잘 어울리는 시기일지도 모른다.
광고쟁이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이왕 시작한 거 팔아야
음악 브랜드를 시작했는지에 관한 일종의
게다가 요즘 마흔은 예전 마흔이 아니다. 나쁘게 말하면
겠다. 내 생각을 팔고 싶다. 이 노래로 타깃의 인식과
‘메니페스토 음악’으로 만들어보았다. 제목은 ‘두
철이 없고 좋게 말하면 젊다. 적어도 마음에는 흰 머리가
행동을 바꾸고 싶다. 작은 울림이라도 전해줄 수 있다면
번째 스무 살’. 그리고 이번 싱글에 영감을 준
나지 않았다.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할 것 같다. 그 울림을
뮤즈는 나이키와 디젤, PYL이다.
올해 마흔을 맞은 우리 토끼띠들은 대한민국 최초의
느낀 사람이 설사 단 한 명이라 할지라도. 나는 마흔이
나이키의 ‘just do it’과 디젤의 ‘be stupid’,
브랜드 세대인 이른바 X세대다. X세대의 스무 살을
되려면 아직 멀었으니 상관없다고? 나는 마흔 지난
PYL프로젝트의 ‘진짜 당신다운(You+nique)
지 오래니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아니. 나의 타깃은
라이프스타일을 즐겨라’를 내 삶에서도
마흔살 X세대가 아니다. 당신이다. 당신의 나이가 몇이든
실천하리라 굳게 다짐했지만 여러 핑계로
상관없다. 당신이 행복해지는 그것을 시작하는 그 순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렇게 우물쭈물하다 내
당신이 주인공이 되는 인생을 시작하는 그 순간이 ‘두
나이 어느덧 올해 마흔이 되었다. 솔직히 기가
번째 스무 살’이니까. 우리 모두는 두 번째 스무 살을
막히다. 정말로 엊그제까지 스물일곱이었는데
시작해야 하니까.
눈깜빡하니 마흔이 되었다. 이건 말이 되지
무엇을 망설이나? 지금 이 순간, 행복해지기로 결심하자.
않는다. 난 아직 준비도 되지 않았고 철도 들지
우리의 찬란한 두 번째 스무 살을 시작하자. 바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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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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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희 카피의 Material Girl
A MANICURE GIRL LIVING IN A MATERIAL WORLD 노진희
카피라이터. <서른다섯까지는 연습이다>를 썼다. <훔쳐라, 아티스트처럼>을 번역했다.
네일폴리시라는 물질 : 작고 빛나는 유리병 속에 작은 붓을 빠뜨려 건져 올리고 물질에게서 위안받는다. 엇, 이거 너무 삭막하고 속물 같은가. 물질은 사람보다 더 의리 있고 가식 없다. 늘 그렇진 않지만 분명 그렇다. 그러니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 때, 나는 산다. 물질만능주의는 확실히 구리지만, 물질이 유능한 건 고마운 일이다. 가만히 날 달래주는 물질이 고맙다.
솔직히 네일폴리시를 몇십만 원어치씩 사 모으는 사람 보면 이해가 안 됐어요. ⋮ 그때부터였을까요? 제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 게.
네일폴리시 수집. 더 쉽고 흔한 말로 매니큐어 모으기. 그리 오래된 취미는 아니다. 1년 전쯤이었나. 뚜렷한 계기도 없었다. 네일숍에 가는 대신 네일폴리시를 사 모으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그건 어쩌면 돈을 아끼는 행위였을지 모른다. 네일케어 한 번 받는 돈이면 국산 네일폴리시 네댓 개를 살 수 있었다. 나는 알뜰한 여자가 되고 싶었다. 그렇게 아낀 돈으로 더 비싸고 싱싱한 술과 안주를 사 먹고 싶었다. 퇴근길에 맘에 드는 색을 사와 바르곤 했다. 작고 빛나는 유리병 속에 작은 붓을 빠뜨려 색을 건져 올리고, 그 붓 끝에 맺힌 방울방울을 손톱 위에 평평하게 펼쳐놓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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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노진희 (카피라이터, INNOCEAN Worldwide) COOPERATION O.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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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자마자 쫙쫙 갈라져 악어가죽 무늬를 남기는 크랙 네일, 흐르는 듯 매끄러운 새틴 네일, 들여다보고 있는 내 모습이 비칠 정도로 미끄덩한 미러 네일, 정말 캐비아 같은 알갱이들을 손톱에 붙여 완성하는 캐비아 네일, 이 밖에 레더 네일, 스웨이드 네일 등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질감이 있다. 반짝이가 들어 있는 글리터 네일도 참 다양하다. 그 특징에 따라 시머펄, 프로스트펄, 편광펄, 홀로그램펄, 플레이키 등으로 구분하고 진짜 금이나 다이아몬드 가루가 들어 있는 것도 있다. 이토록 네일폴리시가 다양한데 내가 중심 딱 잡고 필요한 것만 샀을 리 만무하다. (애초에 취향의 영역에서 ‘필요’란 말을 꺼내는
O.P.I ‘Instinct of Color’ Viral/Web Film. 2013 칸 Film Craft Lions Effects 부문 브론즈 수상
것부터가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네일폴리시 본연의 색감이나 반짝임에만 홀려도 일. 재미있었다. 현 남편이자 당시 남친은
보고 내 눈에 든 컬러들을 ‘소신껏’ 위시리스트에
부족함이 없을 판에, 이름이라는 변수가 또 날 굉장히
이런 나의 새로운 취미를 환영했다. 한창 발색
담았고, 국내외 네일블로거가 극찬하는 컬러들 역시
자극한다. 어느 해외 브랜드의 한정판 슈렉 컬렉션
중인 날 보는 그의 눈빛엔 청아하게 난을 치는
‘열린 마음으로’ 주저 없이 담았다. 처음엔 잘 몰랐는데,
중 ‘Who the Schrek are You?’ ‘Fiercely Fiona’, 독일
규수를 바라보는 흐뭇함 같은 게 어려 있었다.
위시리스트와 장바구니는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릴
컬렉션 중 ‘Ger-manicure’, 텍사스 컬렉션 중 ‘Do
흥겨운 가무 중(물론 그 전엔 흥겨운 음주가
이유가 전혀 없는 것들이었다. 난 분명 ‘오늘은 그냥
You Think I’m Tex-y?’ 같은 위트 있는 이름들은
있었습니다) 노래방 다락방에서 추락, 그로 인한
골라 담아놓기만 하고(그것만으로도 너무 재미있습니다)
언어유희 참 좋아하는 카피라이터의 감성을 건드린다.
척추골절로 3개월 이상 옷 위로 코르셋을 차고
나중에 기회 되면 사야지’ 하는 심산이었는데, 어느새
‘아, 나도 저기 가서 같이 이름 좀 짓고 싶네.’ 생각이
다닌 전적이 있는 여성에게 생긴, 여성적인
위시리스트는 비워져 있고, 카드결제 내역을 알리는
드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어느 브랜드의 네이밍은
취미. 그는 무척 좋아했다. 지금도 좋아하는지는
휴대폰 알림이 도착하고,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도
전부 노래 제목이다. Space Oddity의 우주적인 영롱함,
모르겠다. (미안, 알고 싶지 않아. 몰라야 계속
기뻐하고, 동시에 후회가 밀려드는 만감의 교차를
Lady Sings the Blues의 깊게 깔린 블루, Today Was
이렇게 사 모을 수 있을 거 같거든)
경험하고 있다.
a Fairytale의 꿈같은 반짝임은 나름 음악애호가인 내
강남역 일대 로드숍에 한정돼 있던 내
그 색이 그 색 같은데 뭘 그렇게 자꾸 사느냐고
감성에 짙게 호소한다. Kristin, Bevin, Suri처럼 사람
소비생활은 대체 언제부터 글로벌해진 걸까.
물으신다면 대답은 하나뿐이다. 하늘 아래 같은 색은
이름으로만 네이밍하는 브랜드도 있는데, 이는 사람
(생각 없이 사 모으기만 하다 이 글을 쓰며
없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두 네일폴리시의 색
좋아하는 나의 인류애(?)에 불을 지펴 결국 구매에
비로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모디네일
감정을 의뢰하고 100% 일치한다는 판정을 받아도,
이르게 한다.
‘민트라떼’가 O.P.I ‘mermaid’s tears’의
여기 또 질감이란 영역이 있다. 살짝 드라이하게 발리는
정말이지 작고도 확실한 행복이다. 문자 그대로, 작다.
dupe(육안으로 식별 불가능할 정도로 똑같은
페인트 질감, 미끄러지듯 발리는 크림 질감,
네일폴리시는 이 세상 많은 유리병 중에서도 가장 작은
네일폴리시를 일컫는 말. 물론 덕후들은 구별할
젤리질감, 미끄러지듯 부드러운 와중에
득 득한
득 득하기도
유리병 축에 낄 것이다. 사람들이 즐겨 모으는 양주병,
수 있습니다)이다”란 정보는 일반적으로, 비싼
한 크렐리질감.
향수병과 비교해도 현저히 작다. 내 7단짜리 헬머
O.P.I를 사느니 저렴한 모디네일을 사라는
텍스처가 입체적으로 드러나는 것들도 있다. 만져보면
서랍장엔 아직 발라보지도 못한 네일폴리시가 많다. 몇
권유다. 나는 거꾸로였다. 모디네일 ‘민트라떼’가
설탕가루를 뿌려놓은 듯 까끌까끌한 픽시더스트
개인지 세어보는 건 너무 겁나서, 결코 해선 안 될 일이다.
있었지만 ‘mermaid’s tears’가 궁금해 견딜 수가
네일(슈거 네일, 샌드 네일 등 브랜드마다 다양한 명칭이
안 바를 것 같으면 안 사면 된다는 것도, 이 정도 샀으면
없었다. 색을 설명하는 ‘민트’ 같은 단어 하나
있습니다), 일부러 주름진 느낌을 주는 크링클 네일,
살 만큼 샀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이 글을 끝내고
없이 색을 상상하게 하는 로맨틱한 이름하며,
나면 난 또 홀린 듯 쇼핑몰로 자동 입장할 것만 같다.
‘캐러비언의 해적’ 컬렉션 중 하나라는 점,
‘위시리스트에 담아놓기만 해야지’ 해놓고 결제내역
게다가 구하기 어려운 단종이란 점까지 가세해
문자를 받게 될 것만 같다.
‘꼭 갖겠어’란 각오가 거칠게 타올랐다. 해외 네일폴리시를 비교적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경로를 알게 된 나는 천국으로 통하는 땅굴이라도 뚫은 양 몹시도 까불었다. 그렇게 까불며 엄청 사재꼈는데, 우선, 발색사진만
TREND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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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의 시네마투어
LET IT GO WITHOUT LOVE
여기서 중요한 건 ‘남자애’다. 남자애들은 허구 속 여자애들을 따라 하는 걸 싫어하고 두려워한다. 후폭풍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공주세계인 디즈니사의 만화 주인공인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엘사의 경우는 예외였다. 심지어 나는 트위터에서 스타킹을 꼬아 엘사 헤어스타일을 만들어 뒤집어쓴 남자애의 사진까지 봤다. 서점이나 마트에서 ‘렛잇고’가 나오면 우르르 몰려들어 엘사의 손짓을 흉내 내며 “레리꼬!”를 외치는 아이들 절반도 남자애들이다. 무언가가
엘사에게 사랑 따윈 필요 없어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고 그 결과 남자애들이
<겨울왕국> 열풍이 내 기대와 상상 바깥의 영역으로
여성적인 외모의 캐릭터를 따라 하는 것이 전혀
몸매가 다 드러나는 얼음 드레스를 입은 지극히
넘어가고 있다. 처음으로 알아차린 건 요새 어린이집
창피하지 않다는 태도가 일반화된 것이다.
아이들 사이에서 <겨울왕국> 역할극이 인기라는 것,
무엇 때문일까? 하긴 엘사는 기존 디즈니
심지어 남자애건 여자애건 모두 엘사를 하고 싶어
주인공들보다 SF의 주인공에 가깝다. 주변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다.
사람들은 마법이나 저주라고 하지만 엘사의 힘은 그보다는 코믹북 초능력에 가깝다. 덕후층 팬들은 영화가 나오자마자 엘사와 <엑스맨>의 프로페서 엑스나 마그니토가 만나는 장면을 상상했다. 그렇다면 공주님이나 여왕님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원더우먼이나 캣우먼을 흉내 내는 것과 비슷한데…. 그래도 좀 이상하잖아! 여기서 조금 더 머리를 굴려보니 한 가지 더 재미있는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섹시한 외모와는 달리 엘사는 예상외로 캐릭터의
듀나(DJUNA) 소설뿐 아니라 영화 평론 등 여러 분야에서 왕성히 활동하는 SF 작가. 지은 책으로 소설집 <나비전쟁> <태평양 횡단 특급> <대리전> <용의 이>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면세구역>과 장편소설 <제저벨> 그리고 영화 비평집 <스크린 앞에서 투덜대기> 등이 있다. 그 외에도 <잃어버린 개념을 찾아서>를 비롯한 다수의 공저서 집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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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듀나 (SF작가, 영화평론가) COOPERATION 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코리아(주)
성역할과는 관련이 없는 캐릭터였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자신의 여자주인공을 이렇게 다룬 적은 없었다. 늘 연애를 하는 남자 상대가 있었고 로맨스로 끝났다. 여성 캐릭터가 여기에서 벗어난다면 이유는 단 하나. 악역이었기 때문이다. 하긴 <겨울왕국> 초기엔 엘사가 악역까지는 아니더라도 안티 프로타고니스트 쪽에 더 가까운 역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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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었다. 엘사에게 끝까지 남자친구가 없는 건 그 ‘부작용’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부작용은 엄청나게 긍정적이다. 엘사는 자신만의 격렬한 드라마를 거치지만 그 과정 중 굳이 남자와 의무적인 연애를 할 필요는 없다. 엘사의 위치는 여주인공이 아닌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최초
그냥 주인공이며 그 과정 중 겪는 갈등도 굳이
한국인 수석 애니메이터 김상진(56)의 엘사 스케치컷
한쪽 성에 얽매이지 않는다. 여기서 엘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에 빠졌다는 게 아니라 원래 자신의 모습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방향으로의 진보는 아니었다. 디즈니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연애 같은 사치를
남자 파트너와의 연애 이야기가 제거되어
여성 캐릭터들의 개량은 대부분 남자들과의 관계를
누릴 여유가 없다. 그리고 그런 것 없이도 영화는
있기 때문에 엘사는 종종 퀴어 캐릭터로
재구성하고, 남성 세계에서 인정받는 방식으로
만족스러운 결말을 맺는다.
이해된다. 남자와 연애를 하지 않아서 게이로
이루어졌다. 분명 발전이지만 방향은 여전히 제한되어
<겨울왕국> 역시 같은 방향을 택한다. 물론 이 영화에도
의심받는다기보다는 엘사가 영화에서 겪는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예외는 <릴로와 스티치>의 릴로
남성과의 로맨스는 있다. 안나와 얼음장수 크리스토프의
내적 갈등은 전형적인 퀴어 드라마의 공식을
정도일 텐데, 얘는 그런 기준에 맞추기엔 너무 어리다.
관계는 고전적인 30년대 스크루볼 코미디를 연상시키는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히트곡인 ‘렛잇고’만
<겨울왕국>은 최근 디즈니의 이야기꾼들이 여성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로 다른 디즈니 이성애 연애
해도 앞으로 몇십 년 동안 커밍아웃 노래의
캐릭터를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려 시도하고 있다는
이야기와 비교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클래식으로 남용될 게 뻔하다. 팬들은 엘사와
것을 보여주는 신호이다. 여기엔 픽사도 포함되어야 할
영화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가족 간의 관계, 왕국의 수호,
동생 안나의 관계를 근친상간으로 해석하길
것이다. 단지 픽사의 여성 캐릭터 활용은 디즈니와 조금
정신적인 성장과 같은, 한 성에 제한되어 있지 않은 더
좋아한다. 약간 아찔하긴 하지만, 두 캐릭터의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디즈니가 전통적인 여성
보편적인 문제들이다. 보통 때는 여자들에게 제한되어
감정이 워낙 깊고 화학반응도 좋으니 역시
주인공을 개량해왔다면, 픽사는 늘 조연에 머물렀던
있던 이 주제들을 드디어 디즈니와 픽사의 공주들이
이해할 만은 하다.
여성 캐릭터를 슬슬 주연 자리로 옮겨놓으려 하는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즉 여성 캐릭터가 되기 이전에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엘사가 퀴어나, 퀴어
중이니까.
성을 넘어선 보편적인 캐릭터가 된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메타포라는 것이 아니라, 굳이 자신을 여성이라
픽사가 정반대 방향에서 비슷한 도전을 해서 내놓은
미래의 디즈니 공주들에게 얼마나 넓은 미개척지가
선언하지 않으면서도 모두에게 공감이 가고
작품이 <메리다와 마법의 숲>이다. 이 작품은 일반적으로
열리는지 생각해보라!
의미 있는 캐릭터로 남는다는 것이다. 단순히
픽사의 평작으로 여겨지는데, 미안하지만 <카 2>(나는
드라마적으로 훌륭할 뿐만 아니라 쿨하기도
심지어 이 영화도 과소평가받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하다. 몇몇 용감한 남자애들이 헤어스타일을
다른 이야기다)나 <몬스터 대학>보다 훨씬 좋은 영화라고
따라 할 정도로. 엘사의 손동작을 흉내 내며
생각하고 의미도 크다고 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레리꼬!”를 외쳐도 민망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한 건 이 영화 역시 주인공인 공주 메리다의 모험을
결국 모든 것은 가능성의 문제이다. 디즈니
남성과의 로맨스 바깥에서 찾았다는 것이다. 메리다에게
공주이건, 마블 유니버스의 스판덱스 차림 슈퍼
가장 중요한 것은 어머니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성장하는
영웅이건, 이들은 완전히 조각되지 않은 대리석 덩어리처럼 무엇이든 되고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이 과연 완전히 탐사되어왔는가? 여러분은 <인어공주>의 히트 이후 디즈니가 꾸준히 자신의 여성 캐릭터들을 개량해왔다는 점을 지적할 것이다. 벨, 포카혼타스, 뮬란, 라푼젤 등은 모두 이전의 디즈니 공주가 하지 못한 일들을 해왔다. 구출당하는 공주 역할에서 벗어났고, 이성애 관계에서 동등한 위치를 차지했고, 심지어 혼자 힘으로 조국을 구했다. 분명히 꾸준한 발전과 진보가 있었다.
TREND REPORT 조민기의 TV뽀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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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조민기 (TV칼럼니스트) COOPERATION tvN
PIE IN THE SKY 먹지 말고, 눈에 양보하세요 아이에서 어른까지 ‘잘 먹는’ 것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재빨리 분위기 포착해 먹방(먹는 방송)을 대세로 만든 것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먹방의 효과는 즉각적이다. 출연자가 맛있게 먹을 때마다 시청률은 고공 행진을 그리고, 관력 식품들은 불티나게 팔려나가다보니 먹는 것은 예능에서 피해갈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조민기
<아빠 어디가>에서 시청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사를 거쳐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
것은 삶은 계란과 짜파구리를 거침없이 흡입하며
현재 작가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외조-성공한 여자를 만든 남자의 비결>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윤후였다.
있으며 세계일보에 ‘꽃미남 중독’을 인기리에
그 결과 윤후는 연예인이 아님에도 아빠 윤민수가
연재했다. 눈을 호강시키고 세상의 빛이 되는 꽃미남의 존재를 지독히 사랑한다.
10년 넘게 가수로 활동하면서 한 번도 넘보지 못했던 라면과 자동차 CF를 연달아 찍으며 광고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마스코트인 추성훈의 딸, 추사랑은 또 어떤가. ‘00 먹고 싶은 사람?’을 물어보면 손을 번쩍 들고 ‘하이!’를 외치는 추사랑의 행동은 이미 최고의 유행어로 자리 잡고 있다.
먹방 스타의 공식 - 어린아이, 젊은 여자 그리고 하정우 예능에서 아이들이 먹방 스타로 등극했다면 드라마를 장악한 먹방 스타는 단연 여성이다. 1인 가구를 소재로 한 본격 먹방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와 인터넷 영화 <출출한 여자> 모두 30대 미혼 독신 여성을 주인공으로 먹방계의 신동, 윤후와 추사랑
내세우고 있다.
얼마나 맛있게 먹느냐에 따라 연예인이 아님에도
<식샤를 합시다>의 주인공 이수경은 이혼 후 혼자 살고
하루아침에 스타로 떠오르기도 한다. 현재 안방극장을
있는 여성으로 싱글라이프를 즐기며 맛있는 것을 먹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화제의 먹방 스타는 바로 가수
때 가장 행복해한다. 매회 등장하는 음식은 드라마의
윤민수의 아들 윤후와 격투기 선수 추성훈의 딸
또 다른 주인공이다. 따라서 두 주인공이 만났을 때,
추사랑이다. 일요일 황금시간대에 방송되는 <아빠
드라마는 그야말로 화려한 시너지 효과를 자랑한다.
어디가>와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윤후와 추사랑은
맛깔 나는 감탄사와 함께 음식을 탐하는 이수경의
순수하고도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며 시청률의 견인차
모습은 이미 블로거들 사이에서 화제이다. 게다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육아에 서툰 아빠들이
로맨스와 스릴러가 적당히 섞인 이야기와 혼자 사는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담은
사람들의 고충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 대사들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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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더욱 맛있게 만든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먹방 신드롬
다만 딱히 운동이나 다이어트를 전혀 하지 않는
프랑스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르몽드(Le Monde)>에서는
‘현실적인’ 주인공들이 그토록 날씬하고 탄탄한 몸매를
한국에서 불고 있는 ‘먹방 열풍’을 취재하기도 했다.
유지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게다가 주입식으로
<르몽드>에서는 “눈으로 탐욕스럽게 먹어치우다”라는
등장하는 특정 브랜드의 음식들이 몰입을 방해한다.
제목으로 방송을 통해 누군가가 먹고 있는 모습을
그럼에도 <식샤를 합시다>에 나온 음식과 식당들은 이미
지켜보는 것이 최근 한국의 트렌드라고 소개했다.
드라마 효과를 충분히 누리며 유명세를 타고 있다.
먹방은 눈으로 먹으며 만족감을 느끼는 행동이다. 하지만
반면 <출출한 여자>의 박희본은 무엇보다 친근한 몸매로
넘쳐나는 먹방에는 교묘한 규칙이 숨어 있다. 첫 번째는
여성들의 호감을 산다. 10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여러 명이 함께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여줄 때에는
하나의 에피소드와 거기에 어울리는 메뉴가 등장한다는
맛집, 즉 음식점을 소개하는 경우가 주가 되고, 요리를
점도 매력적이다. 영화가 끝난 후에는 주인공이 직접
선보일 때에는 재료가 간단하고 조리가 쉬운 음식이
레시피를 소개하며 요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누구나
주가 된다는 것이다. 장수 프로그램이자 효자 프로그램인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해 많은 호응을 얻고
<식신로드>나 <테이스티 로드>가 전자라면, 방영 직후
있다. 자취생과 주부의 필수품으로 불리는 소스를
‘따라 하기 레시피’가 블로그를 도배하는 <해피투게더>의
활용한 요리들이 주로 등장하는데 중화요리계의 글로벌
‘야간매점’이나 <쉐프의 야식>은 후자를 반영한다.
스타라고 할 수 있는 이금기에서 제작했다.
나의 위와 몸을 만족시켜주는 ‘맛있는 음식’ 자체에
그렇다면 영화계의 먹방 스타는 누구일까? 두말할 것도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에
없이 하정우이다. 하정우의 ‘먹는 연기’는 영화 자체의
집착하는 것은 확실히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스토리와 상관없이 관객의 순간 몰입을 최고조를
우리는 왜 먹는 모습을 보면서 열광하는 것일까? 그것은
끌어올린다. 음식을 만났을 때 진정한 메소드 연기를
아마도 마음의 허기가 몸이 느끼는 허기보다 더 크기
보여주는 하정우는 영화 <황해>를 남한 음식 탐방기로
때문일 것이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만들었고, <범죄와의 전쟁>에서는 고뇌에 찬 표정으로
치유되는 기분을 느끼기 때문에 우리는 먹방에 중독된다.
탕수육과 양장피를 먹어치우며 한국 영화사에 길이
어쩌면 우리가 탐욕스럽게 ‘먹방’을 지켜보면서 기대하는
남을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것은 포만감이 아니라 ‘이걸 먹으면 행복해진다’는 기분일지도 모르겠다.
TREND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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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훈의 철학으로 딴지걸기
5 PLAYING AND PLAY-CONOMY TEXT
표정훈 (출판평론가, 한양대학교 교수)
잘 살고 싶다면 놀이를 허하라
집에 맡긴 아이를 찾기 위해 일찍 퇴근하는 직원의 집중력과 생산성을 정확히 인정하는 문화는?
‘그 백성들은 노래하고 춤추기를
결국 근로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더 큰 문화적 배경이
좋아하니, 나라의 각 고을에서는 밤이
바뀌지 않으면 열심히 일하고도 훌쩍 떠날 시간은
되면 남녀가 무리 지어 모여들어 서로
좀처럼 내기 어렵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2002
따르며 노래하고 논다.’ 중국 역사서
현대카드)를 외치지만 그야말로 월드와이드하고
<삼국지>(소설 <삼국지>가 아닌)에 기록된
유비쿼터스한 모바일 네트워크에서 완전히 벗어나 떠날
고구려 사람들의 풍속이다. 요즘 ‘불금’의
길은 없으니, 남태평양 해변에 누워 메신저와 이메일을
홍대 클럽 풍경을 떠올려봄직도 하다. 금요일 밤 클럽 풍경이야 서울, 도쿄, 뉴욕, 런던 등이 거기서 거기겠지만 춤추고 노래하며 노는 문화의 유구한 문화유전자 같은 것이 우리 안에 있지 아니할까 추측케 만드는 기록이다. 고려 시대 축제인 팔관회나 연등회 풍경은 또 어떠했던가. 국가적·종교적 성격을 모두 지닌 행사였지만 남녀노소가 모여 다양한 놀이와 공연을 즐기며 어울렸으니 가히 ‘범(凡)국가적 불금’이었다. 그 축제 기간 고려의 많은 남녀가 ‘썸씽’을 꽃피웠음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우리는 얼마나 놀고 있을까?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손길들의 그 부지런함이란.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연간 근로시간이
사람은 일만 해서는 삶을 지속할 수 없으며 놀이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긴 편이라는
해서도 삶을 지속할 수 없다. 일과 놀이가 조화를 이뤄야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새삼 최근 통계를 보면 OECD
제대로 살 수 있다. 웰빙(well-being), 즉 잘 살기는
34개국 중 멕시코(2317시간)와 칠레(2102시간)
웰워킹(well-working)과 웰플레잉(well-playing), 즉 잘
다음으로 세 번째(2092시간)다. 근면하기로 둘째가라면
일하기와 잘 놀기의 조화다. 일에서 놀이로, 놀이에서
서럽다는 독일과 일본도 각각 1317시간과 1765시간이다.
일로 즉시 전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스마트
이를 두고 어떤 이들은 설렁설렁 일하는 저생산성
기기 아니던가. 아이패드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일과
근로문화를 집중적으로 알차게 일하는 근로문화로
놀이를 조금은 무심한 듯 나열하는 아이패드 광고는
바꾸자고 말한다.
아이패드가 일터이자 놀이터라는 유혹 그 자체다. IT
그러나 근로문화에 앞서 문화 전체가 문제다. 상사가
스마트 기기만 그런 것이 아니다. 차량이라면 SUV(sport
퇴근하지 않는데 직원들이 맘 놓고 퇴근할 수 있는
utility vehicle)가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다.
문화가 정착된 직장은 얼마나 될까? 회식 자리를 번번이
그렇다면 놀이라는 인간 행위의 특징은 무엇일까?
마다해도 뒷담화 대상이 되지 않는 문화는? 삼삼오오
네덜란드의 역사가이자 문화철학자 요한
몰려나가 먹는 점심시간에 ‘나 홀로 집중적으로 알차게
하위징아(Johan Huizinga, 1872~1945)가 <호모
일하기 위해’ 집단 점심을 마다해도 왕따당하지 않는
루덴스>(놀이하는 인간)에서 이렇게 정리해준다. 첫째,
문화는? 고도의 집중력과 생산성으로 일한 뒤 어린이
놀이는 자유다. 놀이는 어디까지나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Life is Orange Spring 2014
놀이 그 자체가 목적이며 하나의 완결적이고 자족적인 활동이다. 그 어떤 산업 분야의 아이템이든 그것이 개별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것이라면 그 자체가 목적인 놀이 요소와 융합되어야 새로운 부가가치 기회가 열린다. 표정훈
이런 의미에서 여가산업, 문화산업, 엔터테인먼트 산업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번역과 저술, 출판평론을 해왔다.
등을 모두 아우르면서 그것들의 본질을 일컬을 수 있는
한양대학교 기초융합교육원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에서도 강의한다. 저서 <탐미주의자의 책>, 번역서
말을 새로 만들어보면 ‘놀이경제’(play-conomy)가
<젠틀 매드니스> 등 10여 권의 책을 냈다.
아닐까 한다. 에디슨의 전구 발명은 사람들이 밤에 더 일하도록 만들었지만 밤에 더 노는 것도 허했다. 그런 의미에서 에디슨의 전구는 ‘놀이경제의 역사’에서 큰 획을 그었다. 모든 것을 놀이의 관점에서 보면 행위다. ‘자발적으로 자유롭게’ 경마장을
포로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놀이경제가 보인다. 정말로 경제를 살리고 싶은가?
출근하듯 드나들며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다가
넷째, 놀이는 긴장이다. 어린 시절 술래잡기할 때 우리는
그렇다면 제발, 노는 것을 허하라!
돈을 거는 사람은 사실은 자발적이지도
술래가 찾기 어려운 곳을 주의 깊게 선택하여 몸을
자유롭지도 않다. 그것은 놀이가 아니라
웅크려 숨기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긴장하며 술래가
중독이다.
지나가길 기다렸다. 우리는 놀이를 통하여 용기, 끈기,
둘째, 놀이는 상상력이다. 놀이는 일상적인
공정성, 규칙, 그 밖의 많은 것을 체득한다.
실제 삶을 잠시라도 벗어나 상상력을 발휘하며
동양사상에서는 일과 놀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루어진다. 상상력이라는 측면에서 놀이는
예악(禮樂) 개념에 단서가 있다. 기업 이사들의 의자와
기본적으로 허구의 세계지만, 놀이에 임하는
말단 직원의 의자는 다르다. 직급에 따라 달라지는 건
사람의 태도는 매우 진지하다. 온라인 게임의
연봉만이 아닌 것이다. 이렇게 구분(分)하는 것이 곧
대부분은 플레이어에게 고도의 진지함과 함께
예(禮)다. 회식 2차 노래방에서 머리에 넥타이 질끈
공간적·전략적 상상력을 요구한다.
동여매고 이사와 말단 직원 할 것 없이 하나로 어울려
셋째, 놀이는 무관심성(disinterestedness)이다.
논다. 이렇게 하나로 합하는 것이 곧 악(樂)이다. 예와 악,
놀이하는 사람은 어떤 대상을 이해관계나
일과 놀이, 구분하여 나누는 것과 합하여 어울리는 것이
목적의식 없이 바라본다. 고스톱을 치더라도
조화를 이루어야 나라가 잘 된다는 것이 동양사상, 특히
판돈에 눈이 멀어 눈 시뻘게지는 사람은
유교(儒敎)의 관점이다.
놀이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사람은
놀이는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부수적인 활동, 일과
돈이라는 대상을 차지하려는 치명적인 관심의
일 사이의 막간 휴식, 이른바 재충전이 아니다. 놀이는
먹는 게 남는 것? 노는 게 남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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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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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의 F5+IT
THE WAR ON WRISTS
6 TEXT
김현주 기자 (아이뉴스24)
웨어러블 디바이스, 사야 할 이유 있나?
지금 내 몸에 걸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한번 살펴보자. 옷과 벨트, 귀고리·목걸이·반지 등 액세서리, 안경을 끼고 팔에 시계를 차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무엇인가 정보를 전송하고 수신하는 웨어러블 기기가 된다고 생각해보자. 이를테면 옷은 내 심장 고동이나 땀, 체취 등을 측정해 건강 정보로 만들고, 안경은 지도 정보를 수신하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고 SNS 수신까지 가능해지는 세상. 편리할 것 같긴 한데 이런 것들이 꼭 필요할까? 혹은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실현되는 시점이 언제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스마트폰을 이은
누가, 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만드나
‘대세’ 산업이 된다는 데 이견을 표하는 이는
아쉽지만 현재까지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걸음마 단계에
없는 듯하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고, 꼭
불과하다. 관련 기기나 앱을 만들어서 특별히 돈을 많이
그렇게 되리라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번 기업이 없다는 이야기다. 삼성전자도 스마트워치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웨어러블
갤럭시기어를 선도적으로 내놨지만 소비자들의 차가운
디바이스 시장이 올해를 기점으로 급성장해
외면을 받았다. 100만 대 남짓도 팔리지 않았다. IT
2017년 1억 2천5백만 대 규모로 형성될
세계에서 선두주자로 나선다는 것은 외면받을 확률이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이
높다는 의미와 같다. 누가 만들어놓은 시장에서
관련 앱 개발에 대거 참여해 시장 성장을
획기적인 제품을 내놓는 것보다, 시장을 직접 만드는
견인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지난 2월 스페인
것이 더 어렵고 투자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불구하고 기업들은 잰걸음을 멈출 수가 없다. 애플이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4)에서도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만들고 ‘혁신’의 아이콘이
주인공은 단연 ‘웨어러블 디바이스’였다.
됐듯 온갖 악평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MWC2014를
MWC는 한 해의 세계 모바일 업계 트렌드를
통해 후속 모델인 기어2 2종과 기어핏을 선보인 것도 그
보여주는 만큼 올해 웨어러블 기기가 봇물
때문이다. IT 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입버릇처럼
터지듯 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말한다. “졸면 죽는다, 아니 굼뜨면 죽는다!”
‘손목 쟁탈전’, 왜? 일단 업체들은 가장 쉬워 보이는(?) 분야인 손목시계를 대체할 기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손목형 기기는 크게 헬스케어 밴드와 스마트워치 등 두 가지로 나눠지고 있다. 헬스케어 밴드는 운영체제(OS)를 탑재하지
Life is Orange Spring 2014
기어2+스왈로브스키 콜라보
김현주
않고, 스마트폰 연계 기능이 적으면서
IT가 낳은 ‘희대의 기형아’.
만보계·건강관리 기능이 특화된 제품이다.
2010년 8월~현재까지 <아이뉴스24>에서
나이키의 퓨얼밴드, 조본사의 업바이 조본,
기자생활을 하고 있다.
핏비트의 플렉스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이
6년째 쩔뚝거리며 쓰는 중.
중에서도 액정이 있어 시계 역할을 대체하는 제품도 있다. ‘스마트워치’로 불리는 제품은 OS를 탑재했다. 소니의 스마트워치나 삼성 갤럭시기어는 안드로이드를 채용했다. 기어2는 타이젠OS를 최초로 탑재했다. OS를 탑재하면 스마트폰과의 연동이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전화나 문자, SNS 수신을 알려주는 기능이 포함돼 있다. 삼성 기어의 경우 전화를 걸 수도
향후 6년 동안 매년 40%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문제에 착안해 헝가리 출신 디자이너
있다. 기어에 통신칩은 없지만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가 홈오토메이션 기능에 특화될 것이라는
가보밸러흐는 기존의 ‘손목시계’처럼 둥근 디스플레이에
블루투스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리모컨 기능을
전망도 있다. 특히 애플이 만들고 있다는 아이워치는 집
유려한 디자인을 채용한 스마트워치 디자인 콘셉트를
하는 것이다. 또한 별도 저장공간이 있어서
안의 조명, 온도, 방범 TV 등을 조정할 수 있는 것으로
내놔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스와로브스키,
음악 등을 재생할 수 있고 카메라로 사진 및
전해지고 있다. 어쨌든, 기능 확장은 무궁무진하다는
모스키노 등 유명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한 시곗줄과
동영상을 찍을 수도 있다. 만보계, 심박동 체크
이야기다.
액세서리를 내놓을 계획이다. 소니도 탈착이 가능한
등 기능도 결합돼 헬스케어 기계로 사용할 수도 있다. 서드파티 업체들이 만든 앱도
스마트워치 제품을 내놓고 서드파티들이 다양한 “왜 사야 할까?” 물음에 답할 제품 출시해야
디자인으로 밴드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다운로드받아 이용할 수 있는데, 현재는 그리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정말 스마트폰을 잇는 차세대
과도기적인 제품일 뿐이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디자인과
쓸 만한 앱은 없다. 두 제품군 모두 헬스케어
스마트기기 산업이 되려면 스마트폰만큼 많이 팔려야
사용성을 충분히 갖춘 멋진 제품을 소비자들이 앞다퉈
기능을 채용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지난
한다. 인간에게 꼭 필요한 제품이어야 하고, 고장 나면
구매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MWC2014를 통해 화웨이가 헬스케어
또 살 만큼 교체 주기도 분명해야 한다. 그러려면
밴드와 스마트워치의 중간 형태인 ‘토크밴드’를,
스마트폰 때문에 시계를 거부한 사람들의 인식부터
소니가 ‘스마트밴드 SWR10’을 발표 했다.
바꿔야 한다. 시계 사용자들에게는 스마트워치로 바꾸게
LG전자도 최근 ‘라이프밴드 터치’를 선보였다.
할 강력한 요인도 필요하다. 현재는 얼리어답터이거나,
구글과 애플도 스마트시계나 스마트렌즈를
IT 종사자, 건강관리에 충실한 사람들 외에 일반
모바일 헬스케어 기기로 준비하고 있는
소비자들은 구매에 나서지 않는다. 문제는 또 있다.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향후 모바일 헬스케어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IT업체들이 주도권 경쟁을 하면서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만들다 보니 디자인적인 요소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나
전망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시장 조사업체
스마트워치예요”라고 말하는 듯한 투박하고 못생긴
시그널앤시스템텔레콤은 모바일 헬스케어
디자인에 일반 소비자들이 움직일 리가 없다. 이건 비단
시장이 2014년 90억 달러에 이를 것이며
스마트워치뿐 아니라 다른 웨어러블 제품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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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MPORARY ART
PERFORMANCE, HERE TO EVERYWHERE 퍼포먼스, ‘지금 여기’에서 ‘모든 곳’으로 Text. 서정임 (경향 <article> 수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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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Orange Spring 2014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성격이 강한 ‘퍼포먼스(performance)’는 일정한 공 간 안에서 제한된 시간 안에 어떤 매체, 주로 신체를 사용해서 행해지는 예술 형식으로서, 60~70년대 현대 미술을 중심으로 발생했다. 이 장르는 시간의 추이에 따라 진행되는 사건의 과정을 중시하고 특정 시공간에서 하나 또는 여럿의 신체가 벌이는 ‘실제 사건’, 다시 말해 ‘지금 여기에서 어 떤 행위가 일어나는 것’을 중시하기 때문에, 행위의 과정과 작품이 분리될 수 없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예술가의 실제 현존을 보증하는 유일한 예술 형식인 퍼포먼스 아트는 전적으로 예술가의 신체 위에 놓여 있으며 그 신체는 특정한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는 것이다.
퍼포먼스는 이러한 장소-특정성(site-specific)과 함께 전통적인 미술 제
감정 및 내면의 즉각적 표현 수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최
작 도구(물감, 붓, 액자, 끌, 대리석, 갤러리)를 쓰지 않는 특성이 있다. 작품
근 그것은 ‘지금 여기’에서 ‘지금’의 현재성을 유지하면서 ‘여기(here)’라는
을 위한 ‘행위’ 이후에는 예술품으로서 사고팔 수 있는 어떤 회화나 인공품
장소성을 ‘모든 곳(everywhere)’으로 확장하는 실험을 꾀하고 있다.
도 남지 않는 것이다. 오로지 그 실제의 공연된 사건(performed event)만 이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될 뿐이다. 물론 퍼포먼스가 출현한 지 한참이
춤의 철학자
지난 지금, 미술시장은 이러한 2차 결과물인 기록물 자체를 작품으로 둔갑
그러한 대표적인 예술가는 ‘다큐멘터리 무용’의 개척자이자 ‘생각하는 안
시켜 거래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꿔버렸지만 말이다.
무가’ 혹은 ‘춤의 철학자’로 불리는 제롬 벨(Jérôme Bel)이다. 에든버러 페
이러한 퍼포먼스 아트는 그동안 한 장소에 국한되지 않고 극장에서 미술관
스티벌, 아비뇽 페스티벌과 같은 진보적인 예술행사에 빈번하게 초대받고
에서 거리에서, 그리고 특정 시간에 관객과 퍼포머가 만나는 상태로 행해
있는 그는 퍼포먼스라는 장르 그 자체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개념적인 작
져왔다. 20세기부터 오늘날까지 예술가들은 신체의 움직임을 양식화해 미
품을 하되, 이런 종류의 작품이 흔히 빠지게 되는 함정인 ‘난독성’과 ‘불명
적 언어로 발전시킴과 동시에 공연예술의 정형적 구조 속에서 발전해온 고
료성’을 탈피하기 위해 대중가요, 기성품, 상표 등의 친숙한 대중적인 기표
전 무용으로부터 벗어나, 행위를 인간의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몸짓이자
를 사용하고 작품의 이야기 역시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구조로 구성해 관객 이 퍼포먼스 작품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에 더해 신체와 안 무, 이 요소가 대치되는 무대, 텍스트 등의 장치들의 재해석을 시도하고 춤 이 무대화되는 조건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의 작품이 빛을 발하는 지점은 퍼포먼스가 끝난 이후이다. 제롬 벨은 무용에서 나타나는 단순한 움직임에 대한 것이 아니라 “무엇이 몸을 움직이게 하는가?” “춤을 추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가장 원리적인 물음을 관객에게 던지며, 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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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현상과 연결해 사유할 수 있게끔 유도하기 때문이다.
로메오 카스텔루치의 <Hey Girl!>, 2006 La Societas Raffaello Sanzio
스위스의 장애인 극단 ‘호라’와 함께 작업한 <장애극장>을 예로 들자면, 그
©Romeo Castellucci 2
는 이 작품에서 학습 장애를 지닌 배우 10여 명의 이야기를 통해 ‘정상성’ 에 대해 질문했다. 이때 그는 배우들에게 다섯 가지 요구를 주문했는데, 그
제롬 벨의 <The show must go on>, 2001 ©eSeL.at8
첫 번째는 ‘열 명의 배우가 1분 동안 무대에 서 있을 것’이다. 배우들이 불안 한 눈빛으로 객석을 바라보거나 아예 객석을 바라보지 않거나 이상한 걸 음걸이로 무대를 오가는 등 정상인과는 다른 어설픈 모습을 드러내도록 해 관객으로 하여금 그들의 겉모습만으로 장애인이라 파악하는 자신의 편 견을 깨닫게 하려 했다. 두 번째 지시는 ‘이름과 나이, 직업을 말하시오’로 서, 관객들이 살짝 이상하게 느껴지는 배우들의 어조를 듣게 했다. 그 다음 ‘자신이 어떤 장애를 가졌는지 말하시오’라는 세 번째 요구는 지적장애, 다 운증후군, 학습 장애, 몽골로이드 등 개인이 생각하는 혹은 그들이 가진 핸 디캡을 언급하게 했다. 이렇게 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네 번째 ‘각자 노래를 고르고 스스로 안무를 짜서 자신만의 댄스를 보이는 것’에 와서는,
2
음악에 완전히 자신을 맡기며 역변하는 그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했다.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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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MPORARY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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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현과 전환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카스텔루치는 바로 그 감각을 공격한다.
나는 이렇게 저평가된 타자들이 연극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의 인간성이 사회 전체에 희망을 안겨주는 것처럼 그들의 개성 속에 연극과 무용의 희망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
2011년 아비뇽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신의 아들을 바라보는 얼굴의 개념에 대하여>에서도 이러한 그의 개성을 읽어볼 수 있다. 이 작품에서 관객들은 극장에 들어오자마자 무대 위 배경이 되어 있는 거대한 예수의 얼굴 그림 과 새하얀 인테리어의 거실을 마주하게 된 후, 공연 내내 거동이 불편한 노 인의 대변을 아들이 쉴 새 없이 치우는 장면을 보면서 객석으로 번져가는 역겨운 냄새를 견뎌야만 했다. 이와 함께 수치와 사랑, 좌절과 희생, 비극과 익살의 경계가 무너지며 극대화된 부조리를 경험해야만 했다. 이처럼 무대 위에서 보여지는 카스텔루치의 ‘놀라운 사건’의 연속은 거의 해독할 수 없고 영상, 사운드, 퍼포먼스, 오브제, 설치, 그리고 테크놀로지 에 의한 동화적이면서 풍자적이며 기괴하고 웃기면서 마술적인 순간들이
론 이들의 안무는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웠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
개입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패러독스로 점철된 장면들은 끝내 어떻게
선에 신경 쓰지 않는 춤사위에서 풍겨 나오는 자유로움은 관객들을 매료시
할 수 없는 ‘숭고’에까지 치닫게 한다
켰다. 마지막 다섯 번째 요구는 ‘이 공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답할 것’이었다. 이때 배우들은 대체로 이 공연에 대해 긍정적인 의사 표시를 했
나는 내가 아니고 그 말은 내 말이 아니다
지만 그 중간 중간에 ‘동물원’ 같았다거나 ‘기형아쇼’ 같았다고 고백한 이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는 카스텔
도 있었다. 이 부분에서 제롬 벨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 즉 장애를 바
루치와 유사하게 과거의 예술적 결과물을 풍자적으로 ‘사용’하는 미술가이
라보는 두 가지 시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자 했다. “그들은 공적 영역에
다. 미술과 영화, 연극 등 전 방위적으로 활동하는 그는 백인가정에서 태어
존재하지 않는다.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또 감내할 수도 없는 분리의 벽
났지만 인종차별에 반대했던 부모의 영향 아래 정치적으로 예민한 시선을
이 존재한다. 나는 이렇게 저평가된 타자들이 연극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
갖게 됐다고 한다. 그런 탓에 그는 설치 무용, 공연, 렉처 퍼포먼스, 다채널
는 사실, 그리고 그들의 인간성이 사회 전체에 희망을 안겨주는 것처럼 그
비디오 설치, 공공영역 미술프로젝트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해 식민주의의
들의 개성 속에 연극과 무용의 희망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
압박과 사회적 갈등을 코믹하고도 기묘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라고 밝히며 말이다.
해독 불가능한 ‘놀라운 사건’ 제롬 벨이 개념적이고 철학적인 면에서의 전복을 보여주는 안무가라면, 로 메오 카스텔루치(Romeo Castellucci)는 무대에서의 파격적 소재와 연출을 보여주는 현재 가장 ‘문제적인 공연예술가’라고 할 수 있다. 르네상스 화가 들의 예술로부터 영감을 받은 그는 무대에 빈번하게 천사의 이미지나 중세 의 풍경을 등장시킨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과거 예술의 재현에 치우치기 보다는 오히려 이를 사용한다. 예컨대 천사라고 해도 릴케의 가혹한 천사 나 암흑 천사, 혹은 비인간적인 천사이다. 즉, 그는 ‘극적 요소’라는 다소 촌 스럽게 생각될 수 있는 부분을 탁월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어둠에서 빛으로 천천히 나아가는 무대에서 희미한 형체가 점점 윤곽을 드 러내고 그 선이 모여 어떤 ‘변신’하는 신체가 나타나게 연출한 <헤이 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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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카스텔루치의 성향을 잘 드러내는 작품이다. 그는 <헤이 걸>에서 독 특한 사운드와 함께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벗은 몸을 보여주다가 이러한 변 신하는 신체가 사라지는 어느 순간 잔 다르크의 은검 혹은 발치에 목이 잘 린 머리를 출현시켰다. 그러고는 매우 큰 인형 가면을 쓰고 어둠 속의 울음 소리를 토해내는 장면으로 전환시켰다. 설명에서도 느껴지듯 장면과 장면 사이의 어떤 연속성을 찾을 수 없는 이 작품은 어긋나는 시간 속에서 관 람객이 이러한 퍼포먼스를 어떻게 이해하고 이야기해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미궁에 빠트린다. 즉 개연적인 것, 일관적인 것에 관한 공통 감각을 가지고 있는 보통 사람들은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이질적인 장면이 접속할 때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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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메오 카스텔루치의 <신의 아들을 바라보는 얼굴의 개념에 대하여>,
제롬 벨의 <Cour d’honneur>, 2013 아비뇽페스티벌
2011 아비뇽페스티벌 ©Romeo Castell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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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메오 카스텔루치의 <Hey Girl!>, 2006 La Societas Raffaello Sanzio
윌리엄 켄트리지의 <Magic Flute>, 오페라, 프로젝션, 퍼포먼스.
©Romeo Castellucci
2005. Le Theatre Royal de la Monnaie ⓒ Johan Jacobs
CONTEMPORARY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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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아니고, 그 말은 내 말이 아니다(I Am Not Me, the Horse Is
적 폭력으로 확장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시도한 매체들의 혼합은 이중
Not Mine)>는 니콜라이 고골의 단편을 원작으로 한 오페라 무대작품 <코
성 혹은 자아의 분리 문제, 나아가 스턴의 <트리스트럼센디>와 세르반테스
(The Nose)> 제작 과정에서 발췌한 8개의 영상작품이다. 오페라 <코>는 주
의 <돈키호테>까지 문학 작품들을 참조하며 내러티브의 역사적 회귀를 시
인공인 하급관리 코발료프가 이발사가 실수로 자른 자신의 코가 높은 계
도했다. 이와 같이 켄트리지의 발상은 결국 어떤 것도 새로운 것은 없다는
급의 관리로서 독자적인 삶을 살기 시작했음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일
포스트모더니즘의 문구를 상기시키며, 결국 주어진 것(혹은 문제의식들)을
을 다룬 부조리극. 켄트리지는 이를 소재로 선택해 무대에서 1920년대
어떻게든 ‘다시 쓰기’하는 것밖에는 아티스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는가 하
의 러시아 구성주의 스타일의 콜라주와 실루엣 형태의 이미지, 그리고 독
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
특한 흑백의 드로잉으로 표현된 아주 작은 팔다리를 가진 거대한 코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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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키고, 이것과 함께 춤추고 사다리를 오르내리는 행위를 반복했다. 여
흔적 없는 퍼포먼스
덟 개의 영화 단상들로 이루어진 켄트리지의 렉처와 다양한 매체를 사용
오늘날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2013년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 베
한 설치 작품은 한 무대에서 공존하며 기발한 컷 아웃, 프로젝션, 사운드
스트 아티스트를 수상한 영국의 티노 세갈(Tino Sehgal)은 윌리엄 켄트리
풍경을 통해 상상과 감각을 확장시킨 것이다. 이러한 렉처 퍼포먼스에는
지가 말하는 주어진 것들을 아주 영리하게 ‘다시 쓰기’ 하는 작가이다. 현
1920~1930년대 러시아 모더니즘의 흥망성쇠에 대한 관심이 담겨 있는
대무용과 정치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현대미술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이슈
데, 이는 유죄를 부정하는 러시아식 표현인 작품 제목 ‘나는 내가 아니고,
들-미술가는 ‘무엇’을 만들어내야 하고 미술관은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
그 말은 내 말이 아니다’에서 잘 드러난다. 켄트리지는 고골의 괴팍한 신체
는 기존 미술 체제의 반대편에 서서 새로운 방법론으로 풀어가고 있다. 이
모티프를 혁명 후의 러시아, 에티오피아와 나미비아에서의 식민주의, 남아
를 위해 자신의 연출 아래 연기를 행하는 퍼포머(배우)들의 움직임과 언어,
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 등 다양한 역사적 문맥에서 이루어진 제도
노래의 반복, 그리고 관람객의 참여를 의도적으로 요청하는 형식으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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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비물질화 방법론을 통해 세갈은 많은 사물과
칙, 그리고 정치적 힘의 관계를 통해 미술계의 폐쇄적인 기본 구조를 돌아
이미지들로 과포화된 세계에, 작업으로라도 그러한 것을 더하지
보게 하며, 물질적 문화 향유에 취한 서구인들의 엘리티즘을 비판하기 위
않으려 노력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한 도구로 사용된다.
그의 작품은 미술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러한 이유로 세갈의 작업은 종종 표현주의적 스펙터클 혹은 ‘구축된 상 황들’의 형태를 취한다. 가령, 박물관 지킴이가 즉흥적인 스트립쇼를 벌인 다든가(<Selling Out, 2002>), 예술사적 자료에서 발췌한 각종 키스를 한 커플이 나른하게 실행한다던가(<Kiss, 2003>) 한 것이 그 예이다. 또한 지 난해에 열린 55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작가는 서로 세대가 다른 한 쌍의 해설자들을 전시장에 배치시켜, 물리적 주변 환경의 무관심을 춤과 구호
을 제시하며 비물질화 전략을 시도한다. 여기에서 비물질화 전략이란 자신
로 해석하게 했다.
의 작품이 전시라는 시공간에서만 존재하고 특징을 가질 수 있도록 퍼포
이러한 비물질화 방법론을 통해 세갈은 많은 사물과 이미지들로 과포화
머들의 행위만 있게 할 뿐,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않으며 어떠한 흔적도 남
된 세계에, 작업으로라도 그러한 것을 더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런데
기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퍼포먼스를 보존하기 위해 사용하는 사진이나
아이러니하게도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그의 작품은 미술시장에서 거래
영상, 문자 기록물을 모두 거부하면서까지 말이다. 좀 더 부연하자면, 기존
되고 있다. 작품 전시장에 공증인과 고객을 불러놓고 작가가 계약서를 낭
의 작가들처럼 어떠한 물질을 변형시켜 조형적 미술작품을 제작하지 않고,
독한 후 고객이 작품 가격을 지불하고 그 작품이 고객의 소유가 되었음
그 대신 연기자(퍼포머)들을 시켜 계속 움직이게 하거나 노래하게 하거나
을 공증받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작품들을 사겠다는 컬렉터들
말 걸게 하면서 그 자체를 작품화하는 식이다. 이는 자본주의적 생산의 원
이 줄을 서고 있다.
7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의 요하네스버그 스튜디오. 2003 Copyright/Courtesy of William
8
Kentridge, 사진 Anne McIlleron
티노 세갈의 <The 13th Unilever Series>, 2012. 테이트 모던 터빈 홀
24h
INNOCEAN Worldwide News
IWI INNOCEAN Worldwide India (New Delhi, Nov 2005)
IWUK INNOCEAN Worldwide UK (London, Jul 2006)
*IWA INNOCEAN Worldwide Americas (Huntington Beach, CA, Apr 2009)
IWCa INNOCEAN Worldwide Canada (Toronto, Jan 2010)
IWA New York INNOCEAN Worldwide Americas New York office (New York, Jun 2011)
IWF INNOCEAN Worldwide France (Paris, Jan 2010)
IWC SH I NNOCEAN Worldwide China Shanghai (Shanghai, Nov 2006)
*IWE INNOCEAN Worldwide Europe (Frankfurt, Jan 2007)
*IWC BJ INNOCEAN Worldwide China Beijing (Beijing, Dec 2005)
INNOCEAN Worldwide HQ (Seoul, May 2005)
IWTr INNOCEAN Worldwide Turkey (Istanbul, Feb 2011)
IWCz INNOCEAN Worldwide Czech office (Prague, Jan 2009)
IWR INNOCEAN Worldwide Russia (Moscow, Jan 2009)
IWS
INNOCEAN-CBAC
INNOCEAN Worldwide Spain (Madrid, Nov 2009)
INNOCEAN-CBAC (Beijing, Dec 2009)
IWIt INNOCEAN Worldwide Italy (Milan, Aug 2008)
IWC SH (Nanjing) INNOCEAN Worldwide China Shanghai Nanjing office (Nanjing, Nov 2008)
IWAu INNOCEAN Worldwide Australia (Sydney, Aug 2008)
IWB INNOCEAN Worldwide Brazil (Sรกo Paulo, Sep 2012)
IWA Chicago INNOCEAN Worldwide Americas Chicago office (Chicago, Apr 2011)
*=RHQ office
Life is Orange Spring 2014
IWHQ
IWE
IWA
INNOCEAN Worldwide HQ (Seoul, May 2005)
INNOCEAN Worldwide Europe (Frankfurt, Jan 2007)
INNOCEAN Worldwide Americas (Huntington Beach, CA, Apr 2009)
99
1 INNOCEAN Worldwide’s Global Creative Council
1 INNOCEAN Worldwide Europe (IWE) won a bronze
1 INNOCEAN Worldwide Americas (IWA) won a
held its second meeting at INNOCEAN Worldwide
award at Eurobest 2013 for its REEVOO campaign
contract to carry out “B to B” marketing operations
Americas in February 2014. The goal of the GCC,
for Kia Motors. For this campaign, the company
for HSF Affiliates, a real estate firm affiliated with
which is comprised of the executive creative
partnered with REEVOO, a review organization, and
Berkshire Hathaway. Its mandate is to carry out
directors at the company’s headquarters and its
HAVAS Media. The judges said that REEVOO had
communications strategies to increase consumer
fifteen overseas subsidiaries, is to provide world-
done an excellent job of increasing customer trust
awareness of Berkshire Hathaway Home Services
class services to clients that are in the market for an
by initiating a program that turned thousands of Kia
(BHHS), a new brand of HSF Af filiates. It will
experienced and innovative global communications
Motors user reviews into animations. The campaign
also focus on communications projects aimed at
provider.
also won the sapphire award at the Cristal Festival,
converting HSF Affiliates’ existing real estate firms
an international festival celebrating the best of the
and agencies into the new brand.
communication, advertising, and creative worlds.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협의회(GCC)가 지난 12월 서울 본사
이노션 월드와이드 유럽지역본부(IWE)가 기아자동차
이노션 월드와이드 미국법인(IWA)이 다국적 지주회사
에서 출범식을 가진 후 2월 미국법인에서 두 번째 회의를
<REEVOO> 캠페인으로 Eurobest 2013에서 동상을 수상
Berkshire Hathaway의 계열사이자 부동산 회사인 HSF
진행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GCC는 이노션 월드
했다. 1988년 설립된 Eurobest는 칸 라이언즈 운영위원회
Affiliates의 ‘B to B’ 마케팅 업무를 수주했다. IWA는 HSF
와이드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회사로서 세계 최고 수준의
가 주관하는 광고제 중 하나로 유럽 지역에서 진행된 마케
Affiliates의 신생 브랜드 Berkshire Hathaway Home
서비스와 크리에이티브를 제공하기 위해 서울 본사 및 15개
팅 캠페인을 대상으로 한다. 이번 캠페인은 제품 리뷰 전
Services(BHHS)의 인지도 확산을 위한 마케팅 커뮤니케
해외법인의 ECD(임원급 광고제작자)들로 구성한 협의체다.
문 업체인 REEVOO와 하바스 미디어가 함께 참여했다.
이션 전략을 실행할 예정이며 HSF Affiliates에 소속된 기
이를 위해 이노션은 지난 11월 세계적인 광고 거장인 밥 이
<REEVOO>는 기아자동차 사용자들의 리뷰 수천 개를 애
존 부동산 기업 및 에이전시를 신규 브랜드인 BHHS로 전
셔우드를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어드바이저로 영입하기도
니메이션화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으로 고객들의 신뢰감
환시키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할 계획이다.
했다. GCC는 앞으로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전문성 제고 및
형성을 바탕으로 좋은 성과를 냈다는 평이다. 이 캠페인은
역량 강화를 위해 주력해나갈 예정이다.
Eurobest 수상 이외에 유럽 지역의 커뮤니케이션 업계 종 사자들이 모이는 광고 축제 Cristal Festival에서 Sapphire 상을 수상하며 2관왕의 쾌거를 달성했다.
2 INNOCEAN Worldwide also carried out a “One-Day
2 INNOCEAN Worldwide Europe (IWE) hosted an
2 Hyundai Motor’s Super Bowl advertisement – called
Show Window Project” in partnership with Giordano
annual workshop entitled “ONE INNOCEAN” in
“Dad’s Sixth Sense” and produced for its new Genesis
International, one of the world’s leading retailers
Berlin last January. Attended by two hundred staff
model by IWA - was ranked sixth among fifty-seven
of men’s, women’s and children’s apparel and
members of IN NOCE AN Worldwide Europe’s
commercials and first among those for automobile
accessories. The event, which was held at Giodano’s
member companies, the event included debates,
brands in the 2014 Super Bowl Ad Meter survey
landmark Gangnam Station store in Seoul on
discussions, and knowledge-sharing regarding the
carried out by USA Today. This made INNOCEAN
February 14, was staged in support of relief efforts to
discovery of new industries under the theme of
Worldwide a member of the “top ten” for the third
help areas in the Philippines that had been damaged
“DE-SILO (Integration).” IWE also launched its new
straight year, a first for any South Korean advertising
by Typhoon Haiyan. INNOCEAN Worldwide, which
homepage (www.innocean.eu) last December.
agency. Another Hyundai Motor ad, “Nice,” also
participated in the project by producing exhibits and
received an excellent rating, ranking fifteenth among
images for the event, also sent representatives to
all commercials.
Tacloban City, the most severely damaged area in the country. 이노션 월드와이드와 의류업체 지오다노가 2월 14일 강
이노션 월드와이드 유럽지역본부(IWE)가 지난 1월 베를린
이노션 월드와이드 미국법인(IWA)이 제작한 현대자동차 슈
남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지오다노 강남역 매장에서 태
에서 ‘ONE INNOCEAN’을 표방하는 연례 워크숍을 개최했
퍼볼 광고가 2014 USA 투데이 슈퍼볼 광고조사에서 전체
풍 하이옌으로 피해를 입은 필리핀 재해 지역을 돕기 위한
다. 이번 워크숍은 유럽법인의 임직원 200명이 참가한 가
57편 가운데 6위, 자동차 브랜드로는 최고 순위를 차지했
‘One Day Show Window Project’를 진행했다. 이날 하루
운데 ‘DE-SILO(융합)’을 주제로 신규 산업 발굴에 대한 논
다. 이로써 이노션은 지난 5년 동안 세계 최대 광고 대전이
동안 매장 쇼윈도에는 매장의 신상품이 아닌 피해지역 아
의와 토론, 지식 공유 등 집단 지성을 발현하는 프로그램들
라 불리는 슈퍼볼에서 현대자동차의 광고를 선보이며 국내
이들이 입던 옷이 전시되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시간이 지
로 진행되었다. 한편 IWE는 지난 12월 신규 홈페이지(www.
기업·국내 광고대행사 최초 3년 연속 톱 10 진입이라는 쾌
나 잊혀가는 필리핀 대참사를 상기시키고 적극적인 후원
innocean.eu)를 론칭했다. 이번에 새롭게 개편된 홈페이
거를 달성했다. IWA는 지난 2월 3일에 미국 뉴저지주에서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기획된 전시이며 밸런타인데이에 진
지는 IWE의 최고 가치인 ‘Fusion’과 통합 서비스 역량, 인재
열린 제48회 슈퍼볼에서 총 2편의 현대자동차 광고를 선보
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보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 프로
존중 문화를 효과적으로 담아냈다.
였다. 이 중 현대자동차 신형 제네시스 <아빠의 육감>편이
젝트의 전시물과 영상을 제작한 이노션은 현지의 참혹한
6위를 차지했으며, 엘란트라 <나이스>편도 전체 순위 15위
실상을 보여주기 위해 최대 피해지역인 필리핀 타클로반을
를 차지하며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직접 방문해 아이들의 옷을 공수해오기도 했다.
EPILOGUE
Find Your Self
그와의 만남은 쉬웠으되, 결코 쉽지 않았다. 부러 추억이 서려있는
대한민국 최초의 개인 향수 브랜드로, 진정한 의미의 니치 브랜드라 할 수
‘하이야트’를 약속 장소로 잡고, ‘보통 신드롬’에서 벗어나지 못한
있는 퍼퓸라이퍼 대표 이성민을 만났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과
소녀팬(?)들을 모으고 나니 대규모 인파가 되어 있었던 것. 이석원 작가는
고난, 그리고 미래를 향한 조심스러운 전망까지. 느긋하지만 확실한 그의
피아노학원 이후로 다수의 여자들 앞에 서면 ‘쭈구리’가 된다며 걱정했지만,
계획을 들을 수 있었던 시간과 함께 독특한 스토리를 담은 그의 향수를
아리따운 이주명 차장과 신중한 그의 대화는 얕고 깊음을 쉴 새 없이
하나하나 시향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제 제 2막을 준비하고
넘나들었다.
있는 그에게 더 큰 행복이 함께하기를!
‘시청률 전문가’ 앞에서 편집팀이 무슨 말을 하랴. ‘케이블의 역습’이란
베짱이의 일상을 스토킹하라! 이번 쇼케이스는 ‘혼자놀기의 달인’, 잉여력도
주제하에 귀한 시간을 낸 고정진 차장, 박종호 차장, 정혜욱 대리, 이상헌
있어빌리티하게 승화시키는 네 명의 베짱이를 초대했다. 이노션의 ‘어번
대리는 두 시간 남짓 열띤 토론을 벌이며 맡은 업무에 대한 놀라운 식견을
히피’로 등극한 김기룡 대리를 비롯, 바다 건너 커뮤니케이션하느라
보여주었다. 특히, 추후 메일로 보내온 정혜욱 대리의 정갈한 페이퍼는
고생한 박윤주 디자이너와 Yoren, 급한 부탁에도 프로답게 대응한 이윤지
무지한 편집팀에게 무한 감동을 선사했다.
에디터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 행쇼!
멋쩍어하다가도 셔터만 누르면 프로모델로 변신한 한정석 전무, 재치 있는
2014년 Life is Orange의 야심찬 시도인 ‘CD사용설명서’의 첫 주인공인
언변으로 편집팀에 웃음을 준 서희곤 수석국장, 세심한 컬러플레이로
강석권 CD.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Life is Orange의 창간호에도 첫
모두를 감동시킨 박건호 CD, 귀엽지만 강단 있던 손정화 차장, 넘치는
인터뷰를 맡아주었던 만큼 그는 Life is Orange의 구세주가 분명하다.
센스로 촬영을 즐긴 이시우 부장, 시원시원한 톤앤매너의 이성규 CD,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CD를 다룰 이 새로운 칼럼을 위해 직접 에세이를
시크한 도시여자 김지은 차장, 깊은 감사드립니다.
쓰고, 팀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밤샘 이후임에도 불구하고 카메라 앞에서 집중력을 발휘해준 강석권 CD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2014 Spring, Contributors of INNOCEAN Worldwide 강석권 수석국장, 고정진 차장, 공승현 차장, 김기룡 대리, 김의상 수석국장, 김지은 차장, 남충식 부장, 노경화 차장, 노진희 부장, 박건호 국장, 박종호 차장, 서희곤 수석국장, 손정화 차장, 오유경 국장, 윤명진 차장, 이문휘 사원, 이상헌 대리, 이성규 부장, 이시우 부장, 이정훈 부장, 이주명 차장, 정혜욱 대리, 한정석 전무, 홍석우 사원에 감사 말씀 전합니다.
Life is Orange +no. 13 Spring 2014 Urban Hippie Rules the City
편집부의 봄은 한발 앞서 시작됩니다. 그러나 실제 만끽은 한발 늦기 마련입니다. 타인의 봄만 다루다 마감지옥을 통과하면 어느새 계절이 바뀌기 때문인데요.
이번 봄호는 사뭇 달랐습니다. 아마 우리가 포착한, 그리고 개진한 ‘일상성’이라는 주제 덕분이 아닐까 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나의 일상과 맞닿은 주제 덕에 이 봄이 남의 봄인지, 나의 봄인지 구분할 필요 없이 즐거운 마감을 치렀네요. 발행인 안건희
이석원 작가가 이런 말을 했더랍니다. “좋은 대학 나오고 대기업에 다니지 않아도 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오고요 돈 많이 벌고 유명해지고
발행일 2014년 3월 31일 발행처 이노션 월드와이드 INNOCEAN Worldwide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837-36 랜드마크타워 837-36, Yeoksam-dong, Gangnam-gu, Seoul, Korea www.innocean.com blog.innocean.com www.facebook.com/innocean www.twitter.com/innocean
성공하지 않아도 콜라값은 똑같아요.”
<Life is Orange> 편집팀 기획 INNOCEAN Worldwide 홍보팀 02-2016-2214 편집 디자인 제작 iPublics Inc. 02-3446-7279
아등바등 살던 하루하루가
사진 Studio 1839 02-548-1839 인쇄 (주)삼성문화인쇄 02-468-0361
소소한 행복의 연속으로 흘러가는, 그런 2014년이 되길
본지에 실린 글의 내용은 필자 개인의 의견을 나타냅니다.
돋아나는 새순과 함께 소망해봅니다.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본지에 실린 이노션 월드와이드 관련 콘텐츠는 본사의 허락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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