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Orange_Summer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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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Orange +no. 14 Summer 2014 Hello, You Beautiful Seoul

1. Kiss Me, Thirty 송경아, 다음 ‘풍문’을 기대할게요

2. 이노션 백서(白書) 갑자기 주어진 7일간의 휴가, 당신의 선택은?

What the 30s Women Want 서른, 로맨스가 필요해

In The Limelight 이노션 창립기념일에 피어난 티셔츠 한 장

3. 談; 이야기하다 Power 30s 언니들의 저녁식사 Collaboration 트랙터여행가 강기태


Parisienne wears romance, New Yorker drinks liberty.


Your soul lives in Seoul? What are you called?


Hello, You Beautiful Seoul


Contents

Life is Orange +no.14

Summer 2014

04~

38~

66~

88~

LETTER

IN THE LIMELIGHT

CREATOR’S NOTE2

CREATOR’S NOTE 3

Hyundai Motorstudio Seoul

06~

사람을 움직이는 수단에서

68~

90~

INTERVIEW

마음을 움직이는 공간

COLLABORATION

CONTEMPORARY ART

The Gentle Tractor

Looking through Her Art

Kiss Me, Thirty 송경아,

Happiness and You! :-P

Never Tracks

Biennale

다음 ‘풍문’을 기대할게요

이노션 창립기념일에 피어난

나는 농부의 아들입니다

그녀들, 글로벌 아트스테이지에서

티셔츠 한 장

트랙터여행가 강기태

‘비엔날레족’으로 변신하다

ISSUE REPORT

46~

76~

98~

Seoul Is Now

CD사용설명서

TREND REPORT

24h

서울, 그리고 서울여자들

2편: 이나영 CD

남충식의 뮤직에세이

Keep Going Up and Down

다방에서 빛나는

100~

자책과 자뻑이 밀당을 하네!

보통의 별을 위해

EPILOGUE

14~

Hi, Seoulista! K-Beauty를 이끌어가는 그녀들

52~

Reading the 30s,

이노션 백서(白書)

책이라는 물질

Writing the 30s

Unexpected Holidays

책 읽는 여자, 책 쓰는 여자

갑자기 주어진 7일간의 휴가,

당신의 선택은? Auroral Aura 오로라보다 빛나는 서른

58~ CATS & DOGS

노진희 카피의 Material Girl

듀나의 시네마투어 아직도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조민기의 TV뽀개기 유사가족과 관찰예능 전성시대

26~

Off the Phone

SHOWCASE

나의 휴가를 그들에게

표정훈의 철학으로 딴지걸기

What the 30s Women Want

알리지 말라

보는 것이 곧 믿는 것

60~

김현주 기자의 F5 + IT

談; 이야기하다

인공지능과의 연애, 가능할까?

서른, 로맨스가 필요해

36~ CREATOR’S NOTE1

Power 30s 언니들의 저녁식사


letter

04

Eyes on City’s Beauties 안녕하십니까? 지난 5월,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창립 9주년을 맞이했다는 소식부터 먼저 전해드립니다. 그동안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도전과 성장을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지난 9년 동안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세계를 무대로 크리에이티비티를 펼치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으로 성장 을 거듭해왔습니다. 또한 앞으로의 10년에 대비하기 위해서 변함없이 혁신에 힘써왔습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창간한 Life is Orange 역시 지난 4년 동안 대중의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에 주목하고, 그 흐름을 정의하는 작업 속에서 Life is Orange만의 전문성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글로벌 스케일의 변화에 주목하는 Life is Orange가 이번 호에 소개하는 키워드는 바로 ‘서울여자’입 니다. 글로벌 트렌드의 발신지로 떠오르고 있는 서울에서도 특히 20~30대의 여성들은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파워 그 룹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10년, 5년 전만 해도 뉴욕이나 파리, 도쿄에 비해 진정한 서울 스타일을 만 들지는 못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우리가 겪었던 그 어떤 세대보다 이들은 글로벌 트렌드를 함께 만들어나가고, 낯선 새로움 앞에서 두려워하지 않으며, 대중의 기호와 상관없이 자신의 선택을 지킬 줄 아는 균형 감각까지 찾아볼 수 있습 니다. 아직 완성형은 아니라 하더라도 세계의 이목을 끌 만큼의 개성을 갖춰가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동시간대로 세계와 교감하는 서울여자들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자신의 역량을 펼치고자 하는 크리에이터의 미래를 상상해봅니다. 스스로의 아름다움과 재능을 믿으며, 자신의 선택으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핵심 역량에 집중할 때 우리의 비전이 현실에서 펼쳐질 것을 상상해봅니다. Life is Orange와 함께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이 재능 넘치는 여성들의 에너지를 통해 여러분의 감각지수를 높여보길 권해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노션 월드와이드 대표이사 사장 안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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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INTERVIEW

06

INTERVIEWER. 이시우 부장 (AE, INNOCEAN Worldwide)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PHOTOGRAPH. Studio 1839 COOPERATION. Cabin by A.native

Kiss Me,

송경아, 다음 ‘풍문’을 기대할게요 <위대한 개츠비>에서 튀어나온 듯한 경쾌한 단발을 하고 시원하게 웃는다. 야무진 손끝 으로 책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그릇을 굽 고, 가방까지 척척 만드는 여자. 여전히 열 정적으로 활동하는 몇 안 되는 톱 모델 인 그녀는 누구보다 서울을 사랑하고, 10년 뒤 서울을 기대한다. 서른, 송경아의 잔치는 이제부터 시작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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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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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아 1980년생. 국내 뿐 아니라 뉴욕, 파리, 밀라노 패션 컬렉션에서 활약한, 아시아를 대표하는 톱 모델이자 <뉴욕을 훔치다>, <키스 미, 트래블>의 저자,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1st RUMOR’의 오너이기도 하다. 179.5cm에 빛나는 우월한 프로포션과 변함없이 매력적인 얼굴, 호탕한 입담으로 2030 여성의 워너비로 손꼽히는 그녀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드는 키 큰 여자’라 소개한다. TV 프로그램 MC로 활약하는 한편, 도예와 회화에도 남다른 재능이 있어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화예술경영학을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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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남자는 인기가 없어요

시우 드러내는 거,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서울 여자라면 몰라

경아 물론 그런 ‘드러냄’도 중요하지만(웃음), 우리나라 여성은 세계적 으로 통하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니까요? 우리네 엄마처럼 강한 면도 있으면서 또 수줍은 아름다움도 있고, 꾸미려는 의지도 강하고…. 이

송경아(이하 경아) 괜찮으세요? 아까 사진 찍을 때 많이 긴장하신

런 면들이 되게 매력적이고 재밌어요, 또 StoryOn에서 정려원 씨랑

것 같던데, 여기 커피로 목 좀 축이시고.(웃음) 저, 인터뷰해주시는

같이 <아트 스타 코리아>란 프로그램도 진행하는데요. 문화적 측면

거 맞죠?

에서 새로운 걸 리드하고자 하는 여성들이 많아요. 예전엔 그 주체가

이시우 부장(이하 시우) 어,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까 엘리베이터

남성이었다면, 지금은 조금씩 여성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개

앞에서 처음 뵀을 때, 조금 놀랬었거든요.

인적으로 좋습니다.

경아 어머, 왜요?

시우 저도 굉장히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우리나라 여

시우 아무래도 글로벌 톱 모델이시니까 뭔가 ‘모델!’ 이미지를 생각하

자들이 글로벌 경쟁력이 더 있어요, 남자들보다.

고 있었는데, ‘똑똑한 사람’이란 인상이 확 들었어요. 스마트한 인상.

경아 예전에 박진영 씨가 그랬잖아요. 동양 남자들은 인기가 없다고.

경아 어, 정말요? 그건 처음 듣는 얘긴데. 혹시 키 때매 그러신 거 아

여자들은 굉장히 인기 많은데!(웃음)

니에요?

시우 갑자기 슬퍼지는 건 왜 때문일까요….

시우 어우, 키. 그것도 쪼끔 놀랬죠, 허허.

경아 하하하.

경아 하하, 감사합니다.

시우 전 한국에서도 인기 없기 때문에 뭐, 괜찮습니다. 이번 여름호 키

시우 FashionN <팔로우 미 3>에서 MC로 활약 중이시잖아요. 2030 여

워드가 사실 ‘서울여자’예요. 콕 짚어 말하자면 ‘30대 서울여자’죠. 최

성들에게 패션 멘토로서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주시던데…. 요즘 여자

근 서울여자들이 패션과 뷰티 분야에서 뉴요커나 파리지엔 못지않게

들에게 어떤 뚜렷한 변화가 있던가요?

주목을 받고 있잖아요?

경아 <팔로우 미 3>는 패션과 뷰티를 리얼하게 보여주는 프로잖아요.

경아 있죠, 있어요.

자연히 패션과 뷰티에 관심 있는 30대 여성을 많이 만나게 돼요. 그 들을 관찰하며 느낀 점은 정말 적극적이라는 거? 수동적인 여성이 칭찬받던 시대도 분명 있었지만, 요즘 여성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꾸미는 데 전혀 인색하지 않아요. 오히려 드러내는 걸 최고의 미덕으 로 치죠.

우리나라 여성은 세계적으로 통하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니까요? 우리네 엄마처럼 강한 면도 있으면서 또 수줍은 아름다움도 있고, 꾸미려는 의지도 강하고…. 이런 면들이 되게 매력적이고 재밌어요.

She Aims to lity Life Style


INTERVIEW

시우 이렇게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이유가 뭘까요? 단지 ‘예뻐서’만은 아닐 것 같은데요. 경아 아무래도 ‘대한민국’이란 브랜드 자체가 경쟁력이 생겼죠. 경제 적으로 안정되면서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도 활발하고, 해외 패션하 우스들도 우리나라 대기업과 co-work를 원해요. 부모님 세대가 일 궈놓은 것들이 지금 빛을 발하기 시작한 거죠. 그리고 자의식이 많이 발달한 탓도 있어요. 예전엔 주입식 교육을 받으면서 자기 자신을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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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latform Communicate

속 숨겼다면, 이젠 드러내는 걸 쿨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런 것들이 복합되어 나타난 현상이 아닐까요? 시우 그렇죠, 영화부터 시작해서 음악까지 전 세계로 뻗어나가니까 이

‘대한민국’이란 브랜드 자체가 경쟁력이 생겼죠.

젠 여자까지 유명한…. 잠깐, 이거 좀 이상한데?

경제적으로 안정되면서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도

경아 으흠? 우리 벌써부터 결론짓지 말자고요.(웃음)

활발하고, 해외 패션하우스들도 우리나라 대기업과 co-work를 원해요.

Style of Era

시우 ‘Style of Era’라고 명명한 본인의 아크릴 회화 작품들을 굉장히 아 낀다고 알고 있는데요. 1920년대 스타일을 굉장히 좋아하시는 것 같아 요. 1920년대의 무엇이, 경아 씨를 잡아끌고 영감을 주는 걸까요?

시우 정말 에너지가 끊임없이 나오나 봐요. 퍼스트루머 론칭 사실을 들

경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시기예요. 특히 그 섬세한 아르누보

었을 때만 해도 막연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하는구나’ 하고 생

(Art Nouveau) 양식들! 1800년대를 지나 1900년대를 맞이하며 새로

각했지, 직접 디자인을 하고 공구로 만들기까지 할 줄은 몰랐어요.

운 세기에 대한 환상과 낭만이 가득했던 거죠. 철학과 문학, 미술 등

경아 하하, 맞아요. 샘플은 제가 계속 만들어요.

모든 방면에서 가장 활동이 왕성하던 시기이기도 해요. 그 우디 앨런

시우 왜 ‘가방’이었죠?

의 영화 있죠, 파리에서….

경아 우린 디자이너가 만든 옷을 입고 무대에 서는 사람들이잖아요.

시우 <미드나잇 인 파리>?

많은 모델이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의 옷이나 가방을 들고 무대에 서

경아 네네, 그거! 딱 그때 그 시기. 스콧 피츠제럴드 나오던.

고 싶어 해요. 저도 똑같은 개념으로 출발했죠. 뉴욕에서 활동할 때,

시우 감수성이 굉장히 충만한 시대였죠.

룸메이트들이 대부분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 다니거나, 마크 제이콥스

경아 네, 그리고 미학적으로도 굉장히 화려했던 시기예요. 저도 주로

나 알렉산더 왕 같은 뉴욕 패션하우스에서 일했는데요. 정말 작은 아

그 시기의 여자들을 많이 화폭에 담아요.

이디어에서 출발해 어마어마한 브랜드로 발전하는 과정을 지켜보면

시우 1920년대에서 주로 영감을 받으시는군요. 그럼 그렇게 여성미가

서 ‘아, 나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저렇게 시작하면 되겠다’ 하

극대화되고 감수성이 예민했던 1920년대가 지금의 서울, 그리고 서울

는 생각이 든 거죠. ‘루머’는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한 단어지만, 패션

여자와 닮았다고도 볼 수 있으려나요?

계에선 섹시한 느낌을 주거든요. 첫 번째 풍문이 가방이었던 거고, 앞

경아 음,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 시대가 산업혁명이 태동하던 때였으

으로 세컨드루머, 서드루머가 나올 거예요.

니, 문화적으로도 왕성했던 것도 결국 경제적 안정에서 비롯한 것이

시우 흠. 서울여자들도 수동적인 삶에서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삶으로

니까요. 지금 시대와 어떻게 보면 맞물리는 것 같네요. 그렇지만 우리

넘어왔잖아요? 경아 씨도 다른 디자이너가 만든 옷을 수동적으로 입

시대의 감수성은 오히려 그때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메마르고,

다가, 퍼스트루머를 통해 본인의 디자인을 표출하는 것이라 해석해도

각박하고, 허무하고, 무의미하고….

되겠네요.

시우 아, 그 부분에선 저도 동감입니다. 혹시 그런 이유에서 ‘퍼스트루

경아 우와, 아주 좋은 해석이십니다.(웃음)

머(1st RUMOR)’를 론칭하신 건가요? ‘퍼스트루머를 통해 어떤 방식으

시우 진짜 서울여자의 롤모델이시네요. 하하하.

로든 여자들의 인생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다’던 블로그의 한 구절이 몹시 인상적이었어요. 경아 맞아요. 전체적으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되었으면 하는 바 람이 있죠. 저도 다른 여자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픈 욕심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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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with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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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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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잔치는 시작됐다

시우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시를 봐도 그렇지만, 예전 서른과 지금 서 른은 의미도, 모습도 다른데요. 그럼에도 스물아홉에서 서른으로 넘어가 는 무렵에 엄습하는 모종의 불안감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경아 씨에게

30대는 20대처럼 ‘청춘’은 아니지만, 보는 눈이 넓어졌기 때문에 더 현명하고

도 ‘서른통’이 있었나요?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사진으로 보는 20대의 저는

경아 없진 않았죠. 제가 하는 일이 외모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일이

지금보다 더 예쁘겠죠. 그러나 행복이란

라 다른 분들보다 조금 빨리 왔던 것 같아요. 게다가 우리나라는 통성

그 눅진한 농도는 지금하고 확실히 달라요.

명을 할 때 꼭 ‘몇 살이세요?’ 하고 묻잖아요. 그런 것들 때문에도 더 나이를 말하기가 꺼려지는? 저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가도 나이를 듣고 ‘아~’ 이렇게 돼버리고 마는. 그런 것에 대한 반감이 상당 했어요. 보통 패션모델들이 20대 초반에서 중반까지 일을 가장 많이 하거든요. 저는 지금도 많이 하고 있지만(웃음), 사실 그런 경우는 흔치 않죠. 시우 그럼 20대 후반에 뭘 하셨어요? 경아 여행이요. 유럽을 비롯해서 일본, 싱가포르, 태국…. 한동안 여행

시우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한 경아 씨라서 더욱 남다른 질문이 될 것

을 하던 시기가 있어요. 미학에 관심이 많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

같은데요. 1920년대처럼 에너지로 가득한, 그러면서도 감수성이 조금

릴 때부터 줄곧 그림을 그리는 습관이 있었는데, 모델 할 때도 대기시

아쉬운 이 시대에, ‘서울’은 경아 씨에게 어떤 공간인가요?

간마다 그림을 그리면서 지루한 시간을 달랬어요. 여행할 때도 필통처

경아 무척 특별한 곳. 빠르다. 발전 가능성이 정말 큰 도시. 피부로 닿

럼 생긴 수채화구랑 붓 하나, 스케치북 세 개를 들고 사진 대신 그림을

는 느낌 자체가 다르죠. 지금 이태원만 봐도…. 5년 전만 해도 이렇게

그리면서 다녔어요.

될 줄 알았겠어요?(웃음)

시우 그때 그 결과물이 <키스 미, 트래블>이겠군요. 너무 잘 그려서 정규

시우 진짜, 땅이라도 좀 사 놓을걸. 크.

미술교육을 받으신 줄 알았어요.

경아 내 말이!(웃음) 진짜 변화가 빨라요. 사람들도 유행에 되게 민감하

경아 네, 일일이 다 손으로 그리느라 3년이 걸린 책이죠.(웃음) 그림과

고. 물론 잊는 것도 빠르죠. 어떤 감성적인 기류도 확 왔다가 확 없어지

여행이 제 서른통을 달래준 셈이에요. 그 뒤로 홍대 대학원을 다니면

기도 하고. 그런 단점을 조금만 채우면, 어느 도시보다 멋진 도시가 되

서 꾸준히 배우고, 그리고, 그러고 있습니다.

지 않을까 해요.

시우 아직 서른통에 시달리는, 그리고 다가올 서른을 두려워하는 여자

시우 앞으로도 그럼 서울여자가 점점 많아지겠네요.

들이 많습니다. 멋진 서른을 만끽하는 법,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경아 8년 전 뉴욕에서 일할 때도, 세계적인 디자인하우스에서 일하는

경아 인생은 30부터 다시 태어나는 거죠.(웃음) 아직 경험해보지 않아

실장들이 대부분 한국 사람이었어요. 그런 걸 보면 세계적인 디자이너

서 불안한 것뿐이에요. 제가 그랬듯이. 막상 서른이 되니까 다른 눈으

도 곧 나올 것 같고, 한국 모델도 세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로 살 수 있는 삶이, 폭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조영남 선생님도 그러시

세계적인 슈퍼스타도 꼭 나올 거고. 문화적으로 정점에 있는 시기가

더라고요.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향후 10년 내에 꼭 오지 않을까요?

시우 아, 정말 좋은 말이에요.

시우 저도 세계적인 광고인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한국에서 세계

경아 그 말이 딱 맞아요. 30대는 20대처럼 ‘청춘’은 아니지만, 보는 눈

적인 광고인이 나올 때도 됐어요.(웃음)

이 넓어졌기 때문에 더 현명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사진으로 보

경아 세계적인 ‘여자’ 광고인?

는 20대의 저는 지금보다 더 예쁘겠죠. 그러나 행복이란 그 눅진한 농

시우 아, 그러네. 하하하하하….

도는 지금하고 확실히 달라요.

경아 동양 남자는 인기가 없다니까요!(웃음)

시우 만약 스무 살로 뿅 하고 돌아갈 수 있다면?

시우 어쩐지 지금 이 상황이 서울여자와 서울남자를 대변하는 것 같아

경아 아뇨, 저는 지금이 딱 좋습니다. 스물아홉 여러분, 삼십대를 기대

씁쓸하네요.

하세요!(웃음) 시우 단언컨대, 저는 돌아가고 싶습니다. 경아 어허! 우리 얘기를 더 나눠봐야겠어요, 아직 안 되겠는데?(웃음)


Life is Orange Summer 2014

Matchless Beau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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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REPORT

1.

서울, 그리고 서울 여자들

Seoul Is Now 애증의 시선으로 오랜시간 서울에 몸담은 여자, 김지수가 전하는 지금 서울, 그리고 서울여자 관람기. 멋진 서울여자인 당신의 일상, 언제나 굿럭이길 기도하면서. TEXT. 김지수 (<VOGUE KOREA> 前 피처디렉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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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Orange Summer 2014

남대문이 불타서 무너질 때, 나는 폐장을 1시간 앞둔 서울시청 앞 광장

그렇다면, 강남은 어떨까? 강남 여자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엄청나게

스케이트장에서 생애 첫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고즈넉한 서울시청

높은 힐을 신고 수없이 많은 스튜디오와 카페와 쇼룸을 오가며 유기농

시계탑과 기와 능선이 아름다운 덕수궁을 스케이트 얼음판으로 빙그

파스타와 샌드위치, 샴페인이나 생수, 6시간의 수면과 전자레인지에

르르 돌려 보며, 나는 내가 서울 시민이라는 게 무척 행복했다. 곧이어

30초 만 돌린 즉석 우동으로 생명을 유지하면서도 여전히 멋진 모습

사이렌 소리와 함께 9·11참사만큼 충격적인 한국판 스펙터클의 목격

이다. 먹고 마시고 즐기고, 일하지 않는 것처럼 일하는 것이 매너인 것

자가 되고 말았지만.

같은 강남 스타일.

어느새 남대문은 복원되었고,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세계의 시민을 서

그리고 지금 유행을 아는 서울여자들은 이그조틱한 게이 바와 브런치

울로 다시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서울은 순식간에 지구적인 핫플레이

레스토랑, 로프트 가든이 매혹적인 이태원, 홍대와 삼청동의 독립적인

스가 되었다. 서울이란 어떤 도시인가? 모피 코트를 입고 푸아그라를

디자인에 청담동의 럭셔리와 발렛 파킹 문화를 칵테일한 가로수길로

먹으며 친환경과 유기농을 논하는 도시, 나르시시즘 환자들이 소통을

다시 은어 떼처럼 몰려가고 있다. 더불어 경기 침체로 지난 몇 년 동안

호소하며 자선과 기부를 논하는 도시, 아이는 낳고 싶지만 결혼은 두

패션 레스토랑의 활기와 명성도 예전 같지 않은 청담동엔 놀랍게도 클

려운 싱글우먼들의 도시, 성형외과와 정신과를 드나들며 몸과 마음을

럽과 화랑이 하나둘씩 몰려들고 있다.

재조립하는 병원의 도시, 밤마다 와인잔을 돌려대고 미식을 탐하는 과

갤러리들이 백화점에 입점하듯 한 공간에 모여들어, 맞은편 명품 브랜

식의 도시, 욕망이 냄비 위의 수프처럼 부글부글 끓어 넘치는 거대한

드들과 경쟁하고 화합하는 곳, 도로의 이편에선 명품을 노골적으로 풍

하나의 생명체가 아닌가.

자하는 그림을, 저편에선 바로 그 ‘신상’ 명품을 파는 곳, 그곳이 첨단

폭풍우가 지나간 해맑은 하늘처럼, 어느 주말 아침, 나는 파리의 관광

쇼핑 도시 서울이다. 한 명품 매장에서 만난 한 잡지 발행인은 이렇게

객처럼 광화문을 중심으로 한 서울의 단순한 여행자가 되기로 마음먹

말한다.

었다. 좀 더 무게를 잡는다면 더블린에서의 48시간을 그려낸 제임스

“서울여자들은 핸드백 하나에 한 달 치 월급을 기꺼이 투자할 겁니다.

조이스의 <율리시스>처럼 광화문에서 일어나는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뉴욕이나 런던이라면 아무도 그렇지 않겠지만 말이죠. 그러나 서울여

싶었다.

자들은 자신감에 차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더 많은 돈과 더 많

30년 동안 어김없이 문을 여는 광화문 뒷머리 부암동 언덕의 떡집, 새

은 기회가 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벽 6시에 기다렸다 동양방앗간의 갓 쪄낸 절편을 쥘 때의 소박한 경이 로움, 평창동 가나아트 센터 윗길 키미 갤러리에서 서울의 산허리를 내 려다보며 브런치를 먹을 때의 평화, 비 오는 날 저 멀리서 차들이 갸르 릉거리며 북악스카이웨이를 돌 때, 삼청각 테라스에 앉아 샴페인을 마 시는 농밀한 기쁨, 외제 물건을 탐하던 시절의 팽팽한 흥정이 배어 있 는 남대문 대도상가, 불야성을 이루는 동대문 상가 맞은편 노점상들의 야생의 위트, 광화문의 홍대 앞이 되어버린 삼청동…. 광화문 네거리에

“도시는 나를 낳고, 나는 자라서 도시가 되었다. 생각해보면 도시가 내게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서울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성장하는가에 대한 찬가를 부르기도 했고, 어떻게 허물어지는 것에 대한 연가를 읊조리기

등을 돌린 게 아니라

도 했다. 그러나 결국, 2014년에 이르러서는 서울은 아무도 규정할 수

내가 두려워 도시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서울은 아메바 같은 도시다. 누군가는 뉴욕이라

몸을 밀어낸 시간이 더 많았다. 도시는 나를 지배하려고 한 적도 없었다.” 도시로부터 호되게 상처받았던,

고 했고, 누군가는 베를린이라고 했으며, 누군가는 옛날 홍콩이나 롯본 기스럽다고 했다. 누군가는 옛것이 보존되어야 한다고 했고, 누군가는 어서 빨리 새로움으로 꽉 차길 바랐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들 모두

서 사방으로 뻗어가는 서울의 생태적 야생과 관능은 때로 다른 은하계

그래서 도시에게 지지

가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주인공인 여자들은 모

에서 뚝 떨어졌다고 느끼는 내 자신에게 세뇌 광선을 마구 뿜어댄다.

않으려고 죽자고 덤볐던

두가 달랐고 그 자체로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남산과 한강, 청담동과 부

진짜 서울의 삶은 이곳에 있다!

김지수가 바라본 ‘도시의 오늘’, ‘도시를 살아가는

암동, 이태원과 가로수길이라는 이 도시의 아이콘들이 그 모두를 포용

우리들의 초상’을 담은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다.

젊은 여성 큐레이터가 한남동에서 24시간 브런치 다이너를 하고 싶다 고 할 때의 다문화적 욕구, 월드 팝 디제잉을 백그라운드로 엘도라도 의 개척자들 같은 여성복을 선보인 30대 여성 디자이너의 믿어주고 싶은 포부,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고 트렌치 코트에 펜디 백을 멘 영국 풍의 숙녀(삼청동 화랑의 관람객이다), 진 팬츠에 가죽 재킷을 입고 샤 넬 선글라스를 낀 여성(이태원 레스토랑에서 나왔다), 트레이닝 룩을 입고 개를 산책시키는 여자(도산공원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모두 가 이 거리에 잘 어울렸고 그래서 트렌디해 보였다. 서울이라는 놀라운 생명체에 뿌리내린, 그 스스로가 콘셉트와 유행이 된 서울여자들. 부 디 그들이 오래도록 신화적인 이웃으로 남아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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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REPORT

2.

K-Beauty를 이끌어가는 그녀들

Hi, Seoulista! 흠결 하나 없는 피부에서부터 시작하는 여자들의 완벽한 메이크업, 건물 하나 건너 있는 화장품 로드숍들, 머리 희끗한 50대 중년남자까지 화장품 시장에 대해 흥미롭게 얘기하는 곳. 바로 서울이다. 그리고 그 거대한 중심엔 패션과 뷰티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30대 서울여자가 존재한다.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독립적인 삶을 사는 젊은 여자들이 모여 있는 서울은 전 세계 화장품 브랜드의 집결지이자 전 세계로 진출하는 K-Beauty의 헤드쿼터이다. TEXT. 이나경 (화장품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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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Orange Summer 2014

이런저런 모임을 통해 서울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을 종종 만난다. 외

인터넷 직구 세대인 그녀들

국인학교 교장 할머니서부터 전역한 군장교까지, 나이도 직업도 다양

나는 90년대 후반 미국으로 유학길에 나섰다. 이

하다. 내 직업을 화장품 칼럼니스트라고 소개하면, 그들은 한국에서

미 그때 뷰티 업계로 진로를 정한 상태였기에 나

살면서 느낀 ‘서울뷰티’에 대해 쏟아내기 시작한다.

의 관심사는 온통 화장품이었고, 이내 ‘드럭스토

하지만 그들 역시 30대 서울여자를 하나의 특성을 가진 집단으로 정

어’란 신세계를 발견했다. 불과 3~10달러 남짓에

의하기란 불가능하다고 결론짓는다. 나 역시 공감한다. 특히 뷰티 소비

백화점 못지않은 품질의 제품이 너무나 많은 것

에 있어서는 40대인 나의 세대와는 다른, 매우 다이내믹하면서도 변

은 물론, ‘스킨-로션-아이크림-영양크림’의 복잡

화무쌍한 무엇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매번 느끼기 때문이다.

한 단계를 모두 생략한 ‘Day Lotion with SPF30’ 과 같은 올인원 스킨케어는 문화충격에 가까웠다.

K-Beauty에 럭셔리를 더한 그녀들

일본시장을 돌아보니 그곳 역시 마찬가지. 나는

한국 여자들의 화장품에 대한 소비파워는 익히 유명하다. 과거에도 지

한동안 500~1000엔 남짓에 구입할 수 있는 아

금도 한국은 전 세계 럭셔리 브랜드들이 주목하는 시장이다. 물론 한

기자기한 일본 메이크업 제품에 푹 빠졌다.

국 여자들에게 ‘고가의 외제 화장품이라면 무조건 좋아한다’는 부정적

나는 한국에 돌아와 인터넷에 이들 해외 화장품

인 꼬리표가 오랫동안 붙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을 소개하며 리뷰를 썼다. 지금은 ‘직구’라 부르지

소비력이 K-Beauty의 강한 원동력이 되었을 거라고 믿는다.

만, 2000년대 초반엔 외국에서 화장품을 구입하

또한, 외국 제품만 선호한다는 오해와는 달리 한국 여자들은 스킨케어

는 것을 ‘화장품 해외공구’라 불렀다. 당시 한국으

만큼은 한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보수적 성향이 있다. 피부를 미의 제1

로 직접 배송해주는 쇼핑몰이 거의 없었기 때문

순위로 여기기에 국내 브랜드가 가장 트러블이 적고 안전할 것이라 믿

에 한 명이 총대를 메고 화장품 희망리스트를 받

기 때문이다. 고학력에서 이어지는 고임금으로, 전 세계 수많은 고가

아 구매하고 또 배분하는 것이 지금 직구의 시초

화장품을 섭렵해온 30대 서울여자들이 국내 화장품에도 그들의 눈높

라 할 수 있다.

이에 맞는 퀄리티를 요구하는 건 당연하다.

그때 나는 꽤 많은 공구를 진행했었는데, 저가의

이는 설화수가 수년간 백화점 부동의 1위를 지키는 결과를 보더라도

해외 ‘듣보잡 브랜드’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던 언

알 수 있다. 한국적인 ‘한방 화장품’이란 콘셉트에 럭셔리함을 더한 설

니세대와는 달리 20대 그녀들은 남들이 모르는

화수는 한국여자의 피부를 선망하는 아시아 여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국내 미유통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이 더 쿨하다

특히 중국에서는 ‘한국 화장품=고급 화장품’이란 인식이 있어 한국으

고 생각했다. 해외여행을 가서도 미리 인터넷과

로 성형관광을 오는 부유한 중국 여성들이 고가의 한국 화장품을 싹

해외 패션 매거진을 통해 그곳에서 뜨는 화장품

쓸이하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을 체크하고 중저가의 드럭스토어와 고급 편집매 장인 세포라를 넘나들며 글로벌 화장품을 경험 하는 적극성도 갖췄다. 당시 20대 초반이던, 지금 30대 서울여자들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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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숍과 성장하여 합리적 쇼핑하는 그녀들

ISSUE REPORT 세포라를 장악한 BB와 CC 크림

지금 30대 서울여자가 10대 후반에서 20대에

한국의 한 작은 브랜드에서 BB크림을 처음 출시했을 때, 나는 한때 지

막 접어들었을 즈음, 미샤를 필두로 로드숍 브

나가는 트렌드일 것이라고 가볍게 여겼다. 사실 BB크림은 독일이 원

랜드가 등장했다. 초반의 로드숍 브랜드들은 ‘초

조다. 시술·박피 후 피부를 보호하는 목적으로 만든 ‘블레미시 밤

저가’에 포커스를 맞춘 채 로션, 수분크림 위주

(Blemish Balm)’의 애칭으로 이미 병원이나 에스테틱에서 10여 년 이

로 판매했으나 오래 지나지 않아 서울여자의 입

상 사용해온 제품이었다. 당시 서울여자의 스타일은 크게 둘로 나눌

맛에 맞는 제품들, 즉 고가의 백화점 브랜드 카

수 있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완벽한 메이크업을 하는 여자와 바쁜 일

2

피캣인 메이크업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과로 아예 메이크업을 포기하는 여자. 1분 1초를 아껴야 하는 바쁜 서

‘NARS 오르가즘 저렴이 블러셔’ ‘M.A.C 스트롭

울여자에게 ‘메이크업베이스-파운데이션-파우더’ 3단계 법칙을 깨부

저렴이 하이라이터’란 식으로 인터넷 뷰티카페

수는 스피디한 BB크림 메이크업은 대환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

를 통해 입소문을 탄 제품들은 빛의 속도로 품

가 스킨케어까지 해주는 메이크업이라니! 콘셉트와 실용성의 완벽한

절사태를 맞았다.

조화였다.

처음에는 외국 유명 히트상품을 카피하는 것으

흥미로운 점은 BB와 CC크림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드럭

로 시작했으나, 꾸준한 제품 개발로 외국에서도

스토어와 로드숍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는 반면, 서양에서는 업스케일

찾을 수 없는 독창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면서 한

화장품 시장의 대명사인 세포라에서 먼저 주목했다는 것이다.

국 로드숍 브랜드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제

세포라에는 BB&CC크림 카테고리가 아예 따로 만들어져 있다. 자외선

는 오히려 일본 여성들이 “한국엔 저렴하면서도

차단제, 파운데이션처럼 하나의 고정된 화장품 카테고리가 된 것이다.

귀여운 화장품이 많다”며 화장품을 쇼핑하러 오

이 카테고리 안에는 한국의 코스메슈티컬 브랜드, 아모레퍼시픽과 함

는 역전현상이 일어날 정도다.

께 디올과 같은 명품 브랜드, 필로소피, 타르테 등 세포라의 가장 핫한 브랜드를 모두 만날 수 있다. BB크림의 후속작인 CC크림은 외국 브랜 드와 한국 브랜드에서 거의 동시에 출시했다. 미국판 <얼루어> 등 해외

K-Beauty를 What Seoulista Want 뷰티 매거진은 ‘한국에서 온 잇 아이템’이라는 설명과 함께 샤넬과 아

프랑스를 대표하는 화장품

모레퍼시픽의 CC크림을 한 페이지에 나란히 소개한 바 있다.

전문 매장으로, 전 지역에

가장 트렌디한 화장품을 리서치하기 위해 외국에 나갈 때마다 만나는

체인을 두고 있다. 그중

샹젤리제 지점은 어마어마한 규모로 방문객을 압도한다. 모든 화장품을 테스트해볼

수 있으며, 가격은 면세점과 비슷한 수준이다.

K-Beauty. 놀랍기도 하고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다. 한국 여자들이 주 도한 화장품 사랑에서 시작된 K-Beauty 붐이 얼마나 갈지는 솔직히

나도 알 수 없다. 신기한 것을 한번씩 시도해보는 트렌드세터의 일시적

유행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글로벌화된 코스메틱 스탠더드로 자리 매김할 것인가.

이끌어가는

중요한 것은 이제 세계 뷰티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이 점차 주류로 인

식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미국 고급 백화점에서 한국 브랜드를 만날 수 있고, 한국의 로드숍은 홍콩의 쇼핑몰에부터 와이키키 해변의 쇼핑 스트리트까지 진출했다. K-Beauty, 아직 시작에 불과하지만, 끊임없

그녀들

는 아이템 개발과 품질 향상이 이어진다면 결코 불가능은 아니다. www.sephora.com

흠결하나 없는 피부에서부터 시작하는 여자들의 완벽한 메이크업, 건물 하나 건너 있는 화장품 로드숍들, 머리 희끗한 50대 중년남자까지 화장품 시장에 대해 흥미롭게 얘기하는 곳. 바로 서울이다. 그리고 그 거대한 중심엔 패션과 뷰티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30대 서울여자가 존재한다.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독립적인 삶을 사는 젊은 여성들이 모여있는 서울은 전세계 화장품 브랜드의 집결지이자 전세계로 진출하는 K-Beauty의 헤드쿼터이다. TEXT. 이나경(화장품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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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ditionally, for Korean women, makeup was not simply about becoming more beautiful, but about treating one’s body properly and cultivating both inner and outer beauty.” by <Asia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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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REPORT

3.

책 읽는 여자, 책 쓰는 여자

Reading the 30s, Writing the 30s

지금껏 30대는 불안할 틈이 없는, 육아와 가사에 매몰된 시기였다. 소비도 제한되어 있어 그다지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었다. 그러다 경제력을 갖춘 자유로운 30대 미혼 여성이 등장했다. 이들은 명품 가방을 사고, 유행에 맞는 옷차림을 하고, 해외여행을 떠나고, 스타벅스 커피를 마신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담보로 삼지 않고 과감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투자할 줄 아는 새로운 여성이 등장한 것이다.

TEXT. 한미화 (출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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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Orange Summer 2014

지금의 30대는 경제적으로는 안정되고 문화적 으로 풍요로운 성장기를 보냈고 성인이 되어서 도 유행에 민감하고 돈을 쓸 줄 아는 세대다. 특 히 자기 분야에서 활발하게 일을 하고 아직 결 혼을 하지 않아 사회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30대 여성은 아예 골드미스라고 부른다.

2004년 발간돼 40만

과거 출판에서 주 독자는 20대 미혼 여성이었

부가 팔려나간 전작의

고 베스트셀러가 되려면 20대 여성 독자를 사

완결판. ‘그냥’ 속물이 아니라 ‘고급한’ 속물이

로잡아야 했다. 한데 2006년 즈음부터 30대

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여성 독자의 욕구가 출판물에 반영되며 중심

주장은 당시 제법

독자로 떠올랐다. 2006년 출간된 <여자의 인생

수짱과 달콤한 나의 도시

참신했다.

우리 작가 중에 달라진 여자들의 모습을 처음

은 20대에 결정된다>는 제목과 달리 자기 계발

으로 보여준 이는 정이현이다. <달콤한 나의 도

욕구가 강한 30대 여성 독자가 주 구매자였다.

시>에서 작가는 생산소비자(prosumer)로 태어

입소문으로 40만 부 이상 판매된 이 책은 30대

난 30대 여자의 삶을 근접 렌즈로 묘사한다. 심

여성 독자의 등장을 예고했고, 2008년 즈음부

드렁한 부부 생활을 하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통

터는 30대 여성을 주 타깃으로 삼은 책이 선보였

해 결혼의 환상 따위는 일찌감치 버린 그녀들은

다. 정신과의사 김혜남의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가 대표적이다. 사회적 패러다임이 바뀌며

2002년 제1회

결혼이 전제가 아니라 끌리는 남자를 만나길 원

<문학과사회> 신인

하지만 그렇다고 사랑에 목숨을 걸 생각은 없

전 세대와는 다르게 살 수밖에 없는, 더없이 불

문학상을 수상하며

안한 30대를 심리적으로 진단하고 위로하는 책

등단한 정이현의 첫 장편소설. 서른한 살의

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오은수’를 주인공으로 도시에 거주하는 미혼

다. 결혼은 이미 그녀들의 도피처가 아니다. 또 백영옥은 <스타일>에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 다>의 한국 버전을 선보였다. 점심은 굶어도 루

여성들의 일과 연애,

이비통 스피디백은 들고 다녀야 직성이 풀리는

친구와 가족, 그리고

도시 여자들, ‘우리 시대에 혁명이란 게 있다면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냈다.

몸 사이즈가 66에서 44로 줄어드는 것’뿐이라 고 믿는 시크한 여자의 삶과 사랑이 패션 잡지 의 화보처럼 펼쳐진다. 하지만 조금 더 속내를 들여다보면, 모든 30대 여성이 흔히 말하는 골드미스는 아니다. “과연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의심하고 때때로 불안

한국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떠오르게 한 ‘코리안 칙릿’의

하며, “이대로 결혼을 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걱 정스럽다. 학교를 마치고 일하다 보니 결혼이

선두주자. 소설의 인기를

늦어졌을 뿐이고 이렇다 할 성공도 못했는데 싱

발판으로 드라마까지

글로 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더 늦기 전

나왔으나, 현실과 동떨어진 개연성으로

에 꿈을 찾아 떠나야 하는 건 아닐까 고민하지

당시 잡지판에 원성이

만 혹시 내일이라도 결혼할지 모르니 정기예금

어마무시했다. 김혜수는 예뻤고, 에디터 지망생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에 목돈을 넣어두지도 못하는 게 이들의 삶이 다. 30대 여자가 즐겨 읽는 건 이런 마음을 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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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서른다섯 살이 된 수짱은 매니저가 되었지만, 나이 들어서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이렇 게 살아도 될까를 고민한다. <아무래도 싫은 사 람>에서 서른여섯 살 수짱은 직장 동료 때문에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수짱이 한숨과 고민을 통해

수줍음 많고 내성적인

고민하고, <수짱의 연애>에 이르면 그녀의 나이

아이였지만 끊임없이

는 벌써 서른일곱 살이다. 마치 주변의 삼십대

현실에 부딪히며 자신만의

스스로 성장하듯, 우리도

세계를 찾아갔던 어린

여성을 보고 있는 것처럼 별일도 없었는데 쏜살

그렇게 성장한다. 한숨과

시절, 참 많이 차였던

같이 30대가 지나가고 있다. 심지어 수짱은 4년

고민은 숨기고 버려야 할 하찮은 것이 아니라, 마음이 우리에게 보내는 작은 변화의 신호이다. 수짱은 바로 그것을 알려준다.

연애, 몸이 아파 회사를 못 다니게 되어 차선책으로

만에 호감 가는 남자를 만났지만 상대가 애인이

선택한 프리랜서의 삶.

있는 걸로 냉큼 막을 내린다. “이러니 결혼을 못

콤플렉스를 마주하면서

하지” 하고 푸념이 나올 만큼 흠뻑 감정이입이

자신의 모습을 있는

된다.

그대로 받아들이고 남자도, 인생도, 자신도 열정적으로 사랑하며

언니들의 에세이

살아온 한 여자의 인생을 볼 수 있다.

곽아람 역시 30대 여자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 지를 잘 보여주는 에세이스트다. 그녀는 주위 사람들이 아무것도 아쉬울 게 없는 골드미스라 고 공인하는, 맹렬하게 일하는 신문기자다. 직 장 생활을 시작한 지 10여 년이 넘었고, 경제적 으로도 안정되었다. 허나 서러운 일들에 무뎌졌 다고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똑똑하다고 몸

아려주는 책들이다.

부림쳤지만 여전히 학교가 아닌 사회에서 제대

2012년 국내에 소개된 마스다 미리의 만화책은

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갈등과 과연 이대로

‘수짱’이라는 애칭으로 통하는 여성을 등장시켜

살아도 될까 싶은 불안감이 그녀를 놓아주지 않

30대 여성의 일상을 참으로 가감 없이 보여준

는다. 지금껏 3권의 책을 펴낸 곽아람은 30대 여성의

다. 예컨대 만화에서 수짱이 가장 많이 하는 말 <그림이 그녀에게>,

은 “아 피곤해”, “몸이 천근만근이야.” 수짱의 엄

<모든 기다림의 순간,

마가 하는 말은 “애인은 없냐?”다.

나는 책을 읽는다>의

수짱이 주인공인 4권의 만화는 연작 형태로, 한

저자 곽아람의 책. 지은이는 30대 중반에

내면적 자화상을 그림, 책, 동화를 지렛대 삼아 차례대로 보여준다. 2014년 출간된 <어릴 적 그 책>에서는 오늘의 자신을 만든 건 무엇인가를

권이 더해질 때마다 주인공 수짱이 나이를 먹어

접어들면서 기억 속에

어릴 적 읽은 동화를 통해 돌아본다. ‘전쟁 같은

간다. 늘 일하고 고민하며 평범한 매일을 보내

선명히 각인된 유년

주중이 지나가고 고용한 주말이 오면 집에 홀로

는 수짱에게 드라마틱한 사건은 없지만 30대를 통과하는 여성이라면 자신의 모습을 고스란히 투영해볼 수 있을 만큼 내 이야기로 다가온다. 서른네 살의 수짱이 등장하는 <지금 이대로 괜 찮을 걸까>에서 그녀는 일 잘하는 멋진 여자가 되고 싶어 한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에

시절의 책을 찾아 긴 여행을 떠난다.

앉아 동화책을 읽으며, 어린 내가 어른이 된 내 게 잘 살아와 고맙다며 건네는 격려 같은 시간’


Life is Orange Summer 2014

기 마련인 전형성을 훌쩍 넘나든다. 구병모는 <위저드 베이커리> <아가미> 등의 소 설에서 장르적이면서도 스타일리시한 구병모 월드를 통해 잔혹한 인간의 본성과 인과율의 세 계를 섬뜩하게 보여줬다. 안보윤의 소설에는 독 “취향이란 인간 그

자를 불편하게 할 만큼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자체다.” –톨스토이.

사건이 등장한다. <오즈의 닥터>에는 마치 애드

패션지 에디터로 17년간 살아온 김경이 경험한

거 앨런 포의 소설을 연상시키듯 사람을 죽인

것들과 바쁘고 불안한

뒤 벽장에 넣고 시멘트를 발라 은폐를 기도하

도시를 떠나 강원도 평창에서 화가 남편과 소박하게 살아가는 삶에서 얻은 통찰을 담아낸 책이다.

김애란의 대표 단편집. 주인공들의 비루한 일상이 투명한 감성과 위트 넘치는 문체로 담겨 있다. 동시대 젊은 세대의 사회문화적인 궁핍을 사실적으로 드러내면서도

고, <모르는 척>은 보험 사기로 망가진 아들이 어머니를 죽이는 이야기가 나온다. 모두 학대, 방임, 학교폭력, 왕따, 결핍된 가정에서 벌어지 는 무언의 폭력을 주제로 삼고 있다. 김애란은 <침이 고인다> <두근두근 내 인생> 같

그 궁핍한 공간에 우주적

은 소설을 통해 젊은 나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상상력을 불어넣었다.

만큼 성숙한 삶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 <두 근두근 내 인생>은 강동원과 송혜교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 예정일 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 황정은은 <파씨의 입문>, <백의 그림자>

을 보낸다. 그렇게 30대를 건너가는 것이다.

<야만적인 앨리스씨> 등을 통해 주변부를 사는

30대 여성은 이제 40대로 막 접어든 언니들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적 감성이 결합된 섬뜩한

쓴 책도 좋아한다. 연애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스타일로 그려낸다. 손보미는 첫 소설집 <그들에

임경선은 <나라는 여자>에서, 패션지 <바자>의

게 린디합을>에서 아직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자

에디터였던 김경은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

기 소설의 완벽한 문법을 보여주고 있어 문단을

다>에서, 라디오 PD로 일하는 정혜윤은 <마술

술렁이게 했다.

라디오>에서 설교가 아니라 온몸으로 30대를

요새 흥행이 보장되는 작가 중 한 명은 <7년의

살아가는 법을 전한다. 매사에 진지하고 분노할

밤> <28>로 유명한 정유정이다. 그녀의 소설은

줄 알지만 그렇다고 무겁지 않으며 결정적으로

호흡이 짧고 속도감이 좋아 남성 독자마저 사로

삶을 섹시하게 바라볼 줄 아는 언니들의 이야기

잡는다. 그렇다고 여성 독자들이 외면하느냐 하

가 30대 여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30대 여성 작가들의 질주

모든 살아남고자 하는

면 그렇지 않다. 30대 여성의 구매율이 단연 높

것들에 관한 이야기.

다. 지금껏 여성 취향이라고 볼 수 없었던 소설

‘불볕’이라는 뜻의 도시

들, 예를 들어 정유정 스타일의 새로운 소설을

‘화양’에서 펼쳐지는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여성 작가들의 행보

28일간의 이야기를 담고

30대 여성들은 자연스럽고 받아들이고 있다.

다.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30대 여성 소설가

있다. 치밀하고 압도적인

30대 독자는 새로워지고 있다. 지금의 30대 여

서사, 숨 쉴 틈 없이

는 황정은(1976년생), 구병모(1976년생), 안보윤

달려가는 문장이 무척

(1981년생), 김애란(1980년생), 손보미(1980년

혹독하고 가차 없다.

생) 등인데, 이들은 여성 작가 하면 으레 떠오르

성은 언니 세대가 그토록 원했던 편협한 여성성 을 탈피한 여성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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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REPORT

4.

오로라보다 빛나는 서른

Auroral Aura 삼만 원짜리 생일 케이크에 불이라도 난 것 같았다. 초가 하도 많아서. 10살 단위는 긴 초 하나로 퉁 쳐서 꽂자는 생각은 누가 했을까. 고맙지만, 그래도 참 많긴 많다. 생일 때 두 번 불어야 촛불을 다 끌 수 있다는 것 말고는 난 지금 서른 후반인 내가 너무 좋다.

TEXT. 조희숙 부장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INNOCEAN Worldw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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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Orange Summer 2014

서른 입성 때의 나를 생각하면, 어후. 대책 없는 잉여감성과(미니홈피

켜 좀 더 의연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시각을 만들어주었다.

대문글을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어 닫아버렸다) 한순간도 진득하니

두 번째로 좋은 건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게 되

있지 못하는 마음의 역마살 때문에 바람 잘 날이 없었던 것 같다.

었고 내가 해야 하는 것이 온전히 내 안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삼

서른 살, 내 기억에 난 서울에 없었다. 2년 내내 경쟁프레젠테이션 팀

십대 초반의 친구들을 보면 자기계발을 시작하는 시점이 대부분 외부

에서 승률은 90%가 넘었지만 돌아오는 건 ‘10시간 일해서 잘하면 12

요인 때문인 것 같다. 가장 흔한 예로 남자친구랑 헤어졌어. 살 빼서 엄

시간 일하게 해줄게~’라는 시스템, 인풋의 시간 없이 인간 휴롬 주스

청 예뻐질 거야. 회사가 힘들어. 다 집어치우고 유학 갈까봐. 물론 다이

처럼 짜내고 또 짜내는 시간의 연속. 결국 치약 광고 콘티가 13차까지

어트도 유학도 멋지게 잘해낼 우리이지만 그 시작이 외부요인에 의한

들어가던 날. 이건 아닌 것 같아요. 배낭 여행을 떠났다. 가고 싶은 대

것은 아니었음 한다. 마흔 살쯤엔 내가 어떤 여자가 되어 있을 것인가

로 다 가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먹고 싶은 것도, 만나고 싶은 사람도

의 롤모델을 먼저 그려보며 차곡차곡 준비하고 내 모습을 만들어가는

다 만난 서른이었다.

즐거움. 작년엔 플라워 데코를 배우고 요즘엔 헬스를 제대로 시작했는

그렇게 삼 년이 지나고 나니 알 거 다 아는 서울여자 탄생. 소개팅을 나

데 온몸에 탄력이 더해지는 즐거움이 크다. 식탐이 부쩍 늘어서 먹어

가면 방언 터지듯 오토매틱으로 멘트가 나오고, 후배들 연애 상담에선

도 살이 안 찌는 근육파 완전체가 되고자 시작했는데 마흔 살 목표로

마치 예언가처럼 “이렇게 해봐. 그럼 이틀 있다가 연락 온다. 그때 한

오드리 헵번처럼 따뜻하고 아름다운 여자가 이상향이었지만 지금은

번 더 땡겨.“ “전화 왔어요, 언니! 역시!” “거봐라~ 하핫!” 나는 점점 무

안젤리나 졸리과로 전향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상상만 해도 즐겁다. 외

서울 것이 없는 삼십대 서울 언니가 되어갔다.

부요인이 아닌 내가 먼저 찾는 자기계발의 즐거움.

모르는 게 없었던 오만 방자의 나날을 보내다 삼십대 중반부터 어장관

연애상담 스타강사 김지윤 씨가 말했다. 소개팅 금기사항으로 남자 앞

리의 달인에게 당하고, 결혼하자며 2억의 빚을 고백했던 남자를 만나

에서 제발 유머 터뜨리지 말고 그냥 잘 웃어주라고. 이미 오래 남겨진

고, 술만 마시면 돌변하는 남자를 만나며 어? 어? 기분이 점점 이상해

언니들은 외로움과 싸우느라 몸에 유머가 배어 있어서 별로 친해지지

지기 시작했다. 결국 ‘파리크라상’ 간판을 ‘파리스 크로아신’으로 읽는

않은 상태에서 남자가 유머를 던졌을 때 다른 유머로 받아칠 장전이

남자한테까지 까이고 나니 알 거 다 안다고 자부했던 서울여자의 휴대

바로 되어 있는 상태라고. 그때 유머드립을 치는 순간 상황종료. 물론

폰엔 점점 역술인들의 전화번호가 쌓이기 시작했다. 쌀알을 뿌리며 장

웃자고 하는 얘기이지만 예전의 나였다면, 그런 외부의 기준에 조금은

도를 세웠다가 잘못 세워 자신의 정수리에 꿍 하고 맞는 할머님부터,

귀가 팔랑거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자리에서도 즐거운 시간

결혼하면 살 찐다는 말도 안 되는 걸 예언이라고 말하는 사람까지 만

을 만들 수 있는 내 자신을 사랑한다.

나고 나니 그 세계조차도 나에게 확신을 주지 못했다. 그러던 작년, 금

네 번째로 좋은 건, 지구를 돌고 돌고, 돌다 보니 내가 어디에 있는가가

정보살이 이르길. “2013년에 남자 만난다. 키 작고 한 살 연하. 그 남자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이미 가진 것, 내 안에 무엇이 있는가에서 가

와 2014년에 결혼한다.” 그 남자는 2013년 12월이 다 되도록 나타나지

치를 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아무리 돌아다녀도 지구 반 바퀴

않았다. 페이스북에 그 내용을 올리자 친한 오빠한테 연락이 왔다. “키

를 돌아도 인생의 가치를 자꾸 밖에서 찾으면 늘 부족하고 자극적인

작은 한 살 연하 있다. 만나라.” 급기야 12월 27일 신점 맞춤 소개팅이

것만을 좇아간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만을 위한 말초적 즐거움은 한계

이루어졌다. 시작은 웃기지만 신기하게 지금도 잘 만나고 있다.

가 있다. 더 맛있는 것, 더 멋진 것을 좇다 내 꿈은 오로라 보는 여행까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서른 후반의 지금이 좋은 첫 번째 이유

지 갔었다. 하지만 요즘 아기의 미소에서 오로라보다 더한 감동을 느끼

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세

는 친구들을 보며 자극의 천지라는 이 서울에서 꿈의 위치가 달라지는

상은 알 수 없는 변수로 가득 차 있고 특히 인간에게는 나만의 고정관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무조건 다 버리고 떠나세요!’라는 책보

념을 함부로 적용할 수 없는 다양성이 존재한다. 소위 삼십대 중반에

다 지금의 자신에게서 온전한 만족을 끌어내자고 말하는 베스트셀러

맞은 다양한 ‘뒤통수’들이 이제는 ‘사람이니 그럴 수 있을 만한 일들이

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바로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서울에서 자신

일어나는 거지 뭐’라는 여유로 다가온다. 그것은 때론 위기를 객관화시

이 가장 사랑하는 서른을 만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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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the 30s Women Want 정현정 드라마 작가 | 정철호 뮤지컬 배우 | 고미영 이봄출판사 대표 | 최창인 이노션 월드와이드 AE


서른, 로맨스가 필요해 서른 여자의 무한공감대를 울리는 콘텐츠, 누가 만들고 있을까? TV 드라마와 뮤지컬, 광고, 만화에 이르기까지, 요즘 흥행하는 콘텐츠를 만든 당사자가 생각하는 성공 포인트와 그들의 시선으로 말하는 지금 서른 여자들.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PHOTOGRAPHY. Studio 1839 COOPERATION. tvN, (주)미스터쇼프로덕션


Showc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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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unniest Thirty-three Selfish Q ‘서울’은 작가님께 어떤 공간인가요? 더불어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 소는? A 20여 년을 살았는데도 서울이 낯설어요. 좋아했던 가게가 금방 없어지 고, 순식간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어제까지도 골목에 있었던 나무가 싹둑 잘려나가요. 근데 저는 그런 서울이 좋아요. 먼 곳에 집을 두고 여행 온 도시 같은 거죠. 이대로 계속 정들지 않고 여행자처럼 살았으면 좋겠어 요.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서촌과 선유도공원이에요. 서촌은 골목의 풍경 이 어릴 적 자란 진주와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좋아하고 선유도는 제가 아 는 공원 중에서 가장 내추럴한 느낌이라서 좋아요. 아, 한강도 좋아해요. 한 강에 가면 잘난 척할 수 있거든요. “내 고향엔 남강이란 강이 있는데, 세상 에서 제일 아름다운 강이야. 한강 따위, 흥!” 그래도 일년에 서너 번, 한강에 서 자전거를 탈 때면 몹시 비굴하게 속으로 생각해요. 해질 무렵의 한강, 참 좋다고. Q 로필 시리즈의 주인공들은 왜 모두 ‘서른셋’일까요. A 늙지도 젊지도 않은 나이라고 생각했어요.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기엔 늦 었지만, 그렇다고 다시 시작하는 것을 포기하기도 아쉬운 그런 나이. 사랑 에 대해서도 여러 번 실패했을 테고, 별 남자 없다는 것도 알지만, 그렇다고 로맨스를 포기할 수는 없는 그런 나이. 여자로서는 가장 재밌는 나이라고 생각했어요. Q 작가님께 ‘서른’은 어떤 의미였나요? A 자고 일어났더니 서른 살이네, 그래서 뭐? Q ‘실제 연애와 정말 비슷하다’는 게 로필 시청자들의 주된 의견인데요. 맨 처음 집필하실 때, 이렇게까지 사랑받으리라 예상하셨나요? 더군다나 시리 즈물이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요. A 처음엔 두려웠어요. 그땐 케이블 드라마가 지금처럼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던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시청률 1%만 나오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대 사도 야했고, 등장인물들도 지상파의 인물들처럼 사랑하기 쉬운 캐릭터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대부분의 드라마에서는 여주인공이 사랑스럽잖아 요. 로필의 여자들은 지상파에서는 좀 보기 어려운 캐릭터였어요. 헤어진 남자친구를 밤마다 전화해서 괴롭히고, 연애에 집착하거나 매달리기도 하

Inner 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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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서 가장 재밌는 나이, 서른셋 정현정, 드라마 작가

고, 참다가 폭발하기도 하고. 근데 그런 점을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우린 대 부분 그녀들처럼 비겁하거나, 이기적이거나, 생각대로 되지 않는 연애 때문 에 힘들어하잖아요. 그렇게 현실적인 연애 감수성이 통했다고 생각해요. 남 자주인공들이 참 멋있었다는 말을 지금도 가끔 듣는데, 저는 로필의 남자주 인공들이 지상파의 남자 캐릭터들보다 완벽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내 남 자친구처럼 속썩이고, 나를 아프게 한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판타지가 더 증폭됐다고 생각해요. 어떤 로맨틱 코미디에서의 지나치게 완벽한 남자는

No Young, No Old

가짜 같은데, 적당히 현실적인 이 남자들은 내 인생에도 한번쯤은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가 드는 거죠. 공감과 판타지를 냉탕과 온탕처럼 오간 게 성공요인이 아니었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Q 요즘 30대 여자들, 어떤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A 2030 여성들이 타깃인 드라마를 세 시즌이나 쓰면서, 트위터나 여성 커 뮤니티를 예민하게 지켜봤어요. 20세기의 30대 여자들이 ‘타인이 나를 어 떻게 생각하고, 조직이나 그룹 안에서 나는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에너지 를 썼다면 요즘의 30대들은 자기 자신에게 훨씬 집중하는 것 같아요. 타인 의 욕망에 자신을 맞추고, 그 사랑을 얻으려 했던 게 과거의 30대들이라면 최근의 30대들은 ‘관계’보다 ‘자기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면서 ‘있는 그대로 의 나’를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으려 하는 것 같고, 삶의 목적이 결혼 이 아니라 ‘자아실현’에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이건 개인적인 판단일 뿐, 잘 모르겠어요. 사람마다 정말 다르니까요. Q 그런 ‘서른 여자’를 캐릭터화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A 대답하기 상당히 어려운 질문이네요. 30대라면 자기에게 어울리는 패션 이 어떤 것인지 20대보다는 잘 알겠죠. 하지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옷들도 일년에 몇 번쯤은 도전해보기도 할 것 같아요. 패스트푸드를 한 번 먹으면, 한식도 한 번쯤 챙겨 먹을 테고, 공연과 문화에 관심이 많을 것 같아요. 요 즘 공연을 보러 가면 친구들과 온 30대 초반의 여자들이 대부분이더라고 요. 그리고,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 하나쯤은 갖고 있을 거예요. 한두 군데 성형을 했을 것도 같네요. 피부과도 일년에 한두 번은 가보겠죠. 그러 나 삶은 몇 살이든 어디에 살든 한 맥락으로 간단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아 닌 것 같습니다.


Showc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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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Show without Mr.

Q 뮤지컬 <미스터쇼>가 장안의 화제예요! 7월 말로 연장공연까지 되고!

Beginning

A 진~짜 바쁩니다. 일단 <미스터쇼> 공연으로 가장 바쁘고요, 더불어 대구 에서 뮤지컬 토크쇼 <고고고쇼>(‘노래하고, 말하고, 웃고’라는 의미로 제가 만든 이름)도 함께 진행하고 있어요. 원래 부산 하면 영화, 대구 하면 뮤지 컬이거든요. Q 혹시, 서울 사람이세요? (웃음) A 저는 경기도민, 수원 출신입니다. 서울은 남자가 성공하기 위해 거쳐야 할 ‘관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타 지방에서 성공하는 것도 그렇겠지만, 서울 에서 성공하는 것이 비로소 진짜 ‘성공’이 아닐까 싶네요. 서울의 또 다른 이 미지는 ‘IT천국’! 사실, 서울에서는 맘만 먹으면 연락처를 몰라도 SNS로 서 로 연락이 가능하죠. 지금 이태원에 살고 있는데요, 서울에서 수많은 정보 가 빠르게 교환되고, 유행의 흐름이 빠르게 변하고, 활기가 넘치는 모습에 많은 외국인이 놀라워해요.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SNS가 있다고 생각합니 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이태원 프리덤! 강남은 으리으리하고, 술집조차 각이 잡혀 있고, 대형체인점도 많은데요. 이태원엔 테이블이 딱 세 개인 음 식점도 있어서, 친구들끼리 모이면 아예 점포 하나를 빌려야 하는 아기자기 한 곳이 많아요. 사랑합니다, 이태원. Q 요건 1980년생이시기에 드릴 수 있는 질문인데요. 서른통을 어떻게 넘 기고 계신지, 혹은 어떻게 넘기셨는지 궁금합니다. A 제 또래는 서른이란 나이를 받아들이는 방식의 과도기에 있지 않았나 싶 어요. 요즘 친구들은, 서른이 이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시작’이란 생각을 많이 하잖아요. 우리 때만 해도 서른이면 장가를 가야만 하는 나이, 인정을 받아야 하는 나이라고도 생각했던 것 같네요. 남자의 서른은 돈, 명예, 사회 적 지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배우한테는 그런 것이 ‘인지도’이기 때문 에 당시 인지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지요. 근데 이런 질문을 받고 보니 지 금은 서른통에서 많이 벗어났나 봐요. 저는 평생 배우를 할 것이고, 열심히 하다 보니 이렇게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기도 하고(웃음), 무대에 있는 것 자 체가 너무 행복하고, 수입도 자연스럽게 늘어났으니까요. Q 굵직굵직한 공연도 많이 하셨잖아요. 실제 과거보다 30대 여성의 관람 비율이 높아졌나요? 30대 여성에게 특히 호응이 컸던 작품이 있다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역대 1위의 작품을 했고, 앞으로 역대 1위할 작품을 지 금 하고 있어요. 역대 1위의 작품은 바로 <맘마미아>. 맘마미아 초연이 지금

Last Touch of 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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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는 못 봅니다 정철호, 뮤지컬 배우

Without Script

으로부터 12년 전인데요. 그때도 연령에 상관없이, 여성관객이 많다는 것을 느꼈고요, 요즘 <미스터쇼>로 새삼 느끼는 건, 요즘 30대 여성들이 <미스터 쇼>를, 그 순간을 제대로 즐기시는구나! 30대 여성에게 특히 호응이 컸던 작품은, 뭐 두말할 것 없이 <미스터쇼>죠. 일단, 이 부분은 말이 필요 없습니 다. 보시면 알아요. Q <미스터쇼> 같은 작품, 이런 장르가 생겨난 것 자체가 흥미로운데요. 자 극적인 콘셉트 때문에 오해를 사는 측면도 분명 있을 것 같아요. 배우로서 의 고충은 없으셨는지? A 있었죠, 왜 없었겠어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고충이 많았을 거 예요. 공연 초반부터 ‘남자 출입 금지’라든가, ‘여성들이여, 욕망을 깨워라’ 같은 자극적인 문구 때문에 공연을 보지 않은 사람들(특히 남자분들), 기자 들의 타깃이 되어 비난을 받기도 했어요. 박칼린 감독님께서도 처음부터 모 든 여성을 만족시키려는 생각은 안 하셨어요.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있을 것이고, 그 부분은 어떤 공연이든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고충 이라면, 사실 저는 정통 뮤지컬 배우잖아요. 그런데 <미스터쇼>는 말 그대 로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인 것이죠. 뮤지컬엔 희로애락이 담긴 일정 한 스토리와 대본이 있지만, <미스터쇼>에는 짜인 대본이 없어요. 그렇기 때 문에 어려운 점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선배들이 항상 “네가 무대를 한 번 밟으면 내려오기 힘들 거다, 내려오더라도 그 무대를 평생 갈망할 거 다”라고 하셨는데, 이번 <미스터쇼>에서 지난 10년간 무대에서 박수를 받 으며 느꼈던 감정과는 또 다른 감정을 느꼈네요. 보러 오세요! 젊어집니 다. 예뻐지고요! Q 이처럼 솔직하게 ’여성’을 타깃으로 한 뮤지컬도 드물지요. 정말 남성 관 객은 받지 않나요? 하하. A 네, <미스터쇼>는 정말 남성 관객을 받지 않습니다. 사실, 딱 하루 남성 관 객들이 입장한 공연이 있었는데, 그때 호응도가 다른 날보다 좋지 않았어 요. 놀라운 건 남성 관객들이 아니라, 달라지는 여성 관객의 태도였어요. 매 번 적극적으로 대답하고 호응해주었던 여성 관객들이, 얼굴을 본 적도 없 는 남성 관객이 공연장 어딘가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만큼 호응하지도, 마 음껏 즐기지도 못하더라고요. 박칼린 감독님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실 정 도로요. 여성 관객들만 위한 공연이라는 콘셉트는 정말 ‘신의 한 수’였던 것 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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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c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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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overflowingminded Woman

Q 혹시, 서울 사람이신가요. A 네, 서울 사람이에요. 70년대에 태어난 저는 개량한옥과 대중목욕탕의 높은 굴뚝을 서울의 이미지로 생각해요. 과거의 기억이 현대로 부드럽게 이 어지는 주거형태는 지금처럼 급격한 변화-과거의 기억과 단절된 주거형태 인 아파트나 주상복합과 같은-로 사람들의 마음을 힘들게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개량한옥이 어설픈 형태였다는 평가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저 당시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부드러운 변화였다고 지금도 여기고 있습 니다. 그래서 저는 정독도서관을 가장 좋아해요. 옛 경기고등학교 건물을 그대로 남겨 도서관으로 이용하고 있잖아요. Q 대표님께 ‘서른’은 어떤 의미였나요? A 서른은 이제 뭘 좀 안다는, 이제 좀 번다는 생각으로 자칫하면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는 때인 것 같습니다. 이십대에는 하고 싶은 것은 많아도 실천에 옮기기 어려웠어요. 준비기간이니까요. 그런데 서른이면 정말 무언가를 실 행하고 책임지게 되거든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깊은 상처가 새겨지기 시작 합니다. 상상이 아니라 실전이니까요. 하지만 회복할 수 있는 나이이기도 합 니다. 여전히 젊으니까요. Q 요즘 30대 여성의 특징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또 그런 ‘서른 여자’를 캐릭터화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A 열심히 보고, 찾고, 느끼려고 노력하는 사람, 그게 대한민국의 30대 여 자들인 것 같아요. 마스다 미리 만화의 ‘수짱’이 딱 30대 여성의 캐릭터인 것 같아요. 끊임없이 고민하고 질문하고 답을 찾으려 노력해요. 그러는 이 유는 자신의 삶을 정말 사랑하기 때문이거든요. 하지만 그 사랑은 더 이 상 자신에게만 향하지 않아요. 실전에서 얻은 경험으로 배려심이 생겨요. 그래서 나 자신에 대한 사랑과 노력이 타인에게 확장되는 나이, 삼십대인 것 같습니다. Q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표지를 보자마자 ‘베스트셀러’ 느낌을 받 았다고 하셨는데요. 역시 오랜 경험에서 오는 ‘촉’은 당할 수 없는 걸까요? 저는 수짱처럼 제 자신에게 아주 디테일하게 질문하곤 했어요. 흔히 이런 사람들은 ‘쓸데없이 생각이 많은 사람’으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그런 평가에 신경 쓰지 않았어요. 내가 나 자신에게 질문을 해대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Pain of Gro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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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der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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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고미영, 이봄출판사 대표

그 이유를 찾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어요. 내가 왜 지금 이렇게 생각하지? 이유가 뭐지? 내가 왜 지금 이것을 좋다고 느끼지? 이유가 뭘까? 그것에 늘 답을 찾으려는 과정이 쌓여서 말씀하신 ‘촉’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스다 미리의 책은 잘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마스다 미리야말로 ‘촉’이 있 는 작가였으니까요. Q 편집자가 생각하는 마스다 미리 작품의 매력이란? A 수짱 시리즈의 시작은 수짱이 서른네 살인 시점부터 시작합니다. 당연히 이십대 독자들이나 삼십대 초반의 독자들은 아직 ‘언니’ 혹은 ‘선배’의 이야 기일 거예요. 하지만 곧 내가 경험할 시간이기도 하니까, 궁금해합니다. 서 른 초반의 독자들은 “어렴풋하지만 손에 잡힐 시간에 대한 선경험 차원에 서의 공감”이고요. 확실히 수짱과 동일한 나이인 독자들에게서 폭발적인 반응이 있었습니다. 늦은 성장통을 앓고 있는 마흔들도 이 책을 좋아했고요. 어린 시절에는 ‘빨 강머리 앤’처럼 상상력 풍부하고 감수성 예민한 친구를 갖고 싶어 했다면, 커서는 마스다 미리 같이 일상을 부드럽게 바라보고 긍정할 줄 아는 친구 가 필요해지는 것 같아요. 마스다 미리가 그런 친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소 녀들의 친구가 빨강머리 앤이라면, 어른들의 친구는 마스다 미리. <주말엔 숲으로>에서 “친구를 배려하고 소중하게 대하는 것이 자신에게 부담이 된 다면 그 배려와 소중함은 조금 거짓이다”라는 문장을 좋아합니다. 마스다 미리가 좋은 친구인 이유는 부담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어른이 친구와

Consideration

관계를 맺는 방법을 잘 보여준 작품이 <주말엔 숲으로>입니다. Q 올해 초 재미있는 글을 읽었어요. ‘2013년 출판시장에서 문학의 부흥을 이끈 건 바로 30대 여성이었다.’ A 정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실행에 옮길 준비가 된 여자들이 30대이니 까요. 예전에 30대 여자들은 결혼을 통해 학부모로서의 삶을 바쁘게 살아 서 주 소비층이 아니었죠. 즉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소비층이 아니었습니 다. 하지만 지금의 30대들은 가족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 아요. 2002년에 나온 엄청난 인기작이었던 <천하무적 홍대리>라는 만화를 보면요, 취미를 통해 직원들의 성격을 설명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20대 여 직원의 취미가 ‘소설책 읽기’였어요.


Showc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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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l Me What Women Want

Q 와우, 작년 봄 NOVO 씨와의 만남 이후로 정말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 셨나요? A 네, 안녕하세요. 최창인입니다. 이노션에 온 지 6년 정도 됐는데, 2년 연 속 출연하다니 부끄럽기도 하네요. 오랫동안 한 이동통신 브랜드를 담당하 다가 얼마 전까지 화장품 브랜드를 담당했었어요. Q 차장님도 혹시…서울 사람!? A 완전 대구 사람입니다. 당연히 야구팀도 삼성 라이온즈. 여전히 사투리 억양도 상당히 남아 있습니다…. 서울은 나에게 여전히 관광지. 어린 시절 방학 때 서울을 다녀오면 동네 아이들이 엄청 부러워했던 게 생각납니다. 63빌딩 책받침을 엄청 자랑스러워하며, 애지중지했던 기억도…. 서울에 올 라와서도 부끄럽다는 다른 동기들과 달리 63빌딩, 남산, 광화문, 고궁들, 명 동, 대학로 등 관광객들이나 갈 법한 곳들을 혼자 지겨워하지도 않고 구경 다닌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관광지. 말이 통할 뿐 도쿄나 뉴욕이나 매한가지. Q 서른이란 나이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어떻게 넘기고 있는지. 혹 은 어떻게 넘겼는지 궁금합니다. A 앞자리 숫자가 2에서 3으로 빠뀔 때는 특별하게 큰 의미를 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냥 한 살 더 먹는 느낌 정도? 오히려 35살이 되던 무렵이 훨 씬 기억에 많이 납니다. 어느 날 문득 자고 일어났더니 맙소사 노인이 된 느 낌? 갑자기 어른스럽기를 강요받는 느낌? 누가 나이를 물어보면 약간 멈칫 하게 된 것도 그즈음부터…. 그 당시에는 좀 더 어른스럽게 보이려고 노력한 것 같습니다. 피어싱을 뺀다든지, 옷차림도 조금 바꾼 것 같고…. 실패한 것 같지만. Q 요즘 30대 여자들. 어떤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A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몇 해 전만 하더라도 ‘30대 여자는 이렇지 않

Never K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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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말을 잘 들어라

Emotional Fake

최창인 차장, 이노션 월드와이드 AE

아?’라고 말해왔던 것 같은데. 오히려 요즘에 더 잘 모르겠습니다. 굳이 꼽 아야 한다면 자기만의 표정? 오랫동안 연습한 것 같은 느낌의 표정을 각자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속을 감추는 것에 점점 능해진달까? 그렇지만 한 편으로 생각하면 나이가 들면 남자도 여자도 다 비슷한 것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Q 그럼 서른 여자를 캐릭터화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A 인디음악, 뮤지컬, 전시회, 에세이, 동물애호, 덜 알려진 브랜드, 취미생활. Q 남자의 시선으로 참여한 30대 여성 타깃 프로젝트는 어떻던가요?

Sightseer

A 작년 초 화장품 브랜드를 담당하게 되면서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었어요. 여성 제품은 처음이라 전혀 갈피를 못 잡고 헤매던 나날의 반복이었죠. 그 러던 중 설상가상으로 한 프로젝트에 도우미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핸 드백’. 저에게는 정말 신세계였습니다. 평생 관심 없던 제품을 연거푸 맡게 된 저의 스트레스는 더 심해졌고, 도우미로 참여한 회의에서 도움은커녕 ‘잘 모르겠지만’이란 말만 반복했던 우울한 기억만 남아 있습니다. <What Women Want>의 멜 깁슨처럼 해야 하는 건가,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였죠. 대체 핸드백을 선택하는 기준은 뭔가요? 프로젝트가 성공해서 다행일 뿐입 니다. 느낀 점이라면 ‘여자들의 말을 잘 들어라’. 어차피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세계니까요. Q 가장 인상적이었던 30대 여성 타깃 콘텐츠를 꼽는다면요. A 작년 Cannes에서 상을 받은 Dove의 <Real Beauty Sketch>라는 캠페인 이 먼저 떠오릅니다. 이 캠페인이 완벽하게 ‘리얼’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어 쨌든 여자들이 남들 눈에 비치는 것보다 자신이 예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하는 인사이트를 잘 잡아낸 것 같습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툴로 말이 죠. 지금보다 여자를 좀 더 잘 알게 된다면 이런 인사이트를 바탕에 둔 캠페 인을 해보고 싶습니다.


creator’s note


01 creator’s note 갤러리 구경하고 가실게요 김의상 수석국장 (캠페인5본부그룹장, INNOCEAN Worldwide) 아니, 사무실에 웬 갤러리가? 직접 제작한 패널에 공들여 모은 김의상 수석국장의 컬렉션. 지나다니는 이노시안의 발길을 잡아끌며 찰나의 휴식을 선사한다고.


In the Lime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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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언주로 738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 전화번호 02 -542-3322 메일 info@hyundaimotorstudio.com 운영시간 9:00am ~ 9:00pm 1년 359일 운영(신정·구정·추석 당일 및 익일 휴무)

홈페이지 motorstudio.hyundai.com

사람을 움직이는 수단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공간 단순히 전시된 자동차를 보고, 타는 것을 넘어 새로운 자동차 문화를 창조하고 경험할 수 있다면?

Address Hyundai Motorstudio Seoul, 738 Eonju-ro, Gangnam-gu, Seoul Phone 02 -542-3322 Emai info@hyundaimotorstudio.com

지난 5월 9일 도산공원사거리에 문을 연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Hyundai Motorstudio Seoul)’처럼

Hours of operation 9:00am ~ 9:00pm

말이다. 9대의 제네시스가 공중에 매달려 당당한 위용을 자랑하는 그곳, 현대 모터스튜디오에는

Open 359 days a year (closed on New Year’s Day and the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각별한 인사이트가 함께했다.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POTOGRAPHY. Studio 1839

day after, Lunar New Year’s Day and the day after, as well as Chuseok and the day after)

Homepage motorstudio.hyundai.com


Life is Orange Summer 2014

카 로테이터는 실제 시험용 차량 9대를 오일류,

The Car Rotator is made up of nine actual

엔진 변속기만 제거한 채 그대로 재활용한

test cars that have had only the fuel pipes and

것이다. 향후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을

transmissions removed from them. Future

통해 차종과 색상, 배치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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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aborative work with the artist is planned to determine the car model, color and placement.

소문은 무성했다. 수입차 전시관이 즐비한 강남 도산공원사거리에 현대자

의 고객 맞춤형 서비스도 준비되어 있다.

동차가 곧 진입할 것이라는. 그리고 그 소문은 지난 5월, 현실로 드러났다.

건물 3층에서 5층까지 3개 층 창가에는 9대의 제네시스를 공중에 매달아

현대자동차 최초의 브랜드 체험관인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Hyundai

조금씩 돌아가게 하는 전시작품 ‘카 로테이터(Car Rotator)’를 전시해 고객

Motorstudio Seoul)’이 성공적으로 론칭한 것.

들이 문화예술로 새롭게 해석된 현대차를 만날 수 있게 했다. ‘에쿠스 바이

“자동차 회사로서 현대자동차의 정체성을 담은 ‘Motor’와 창조, 실험의 공

에르메스(Equus by Hermès)’, ‘i20 WRC카’ 등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간을 상징하는 ‘Studio’를 합해 새로운 자동차 문화를 창조하고 경험하는

없었던 독특한 콘셉트카도 함께 전시된다. 또한, 4층에서는 신형 쏘나타,

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싼타페, 아반떼 등을, 5층에는 i30, i40, 벨로스터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이노션의 프로모션2팀이 현대 모터스튜디오의 전체 운영 총괄과 기획, 커

차량 전시 외에도 각 층별로 자동차 인테리어의 최고급 소재로 꼽히는 리

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한편 2~5층 층별 콘텐츠 기획 및 제작을 담당했

얼우드의 18단계 제작과정을 소개한 아트월을 비롯, 천연가죽, 알루미늄

다. 프로모션1팀이 오프닝 행사와 고객 초청행사를 주관했으며, 디지털비

등 고급세단에 적용되는 내외장 소재의 실물을 전시한 ‘프리미엄 라운지’,

즈니스솔루션팀은 1~2층의 미디어월과 웹사이트, 애플리케이션 제작 등

현대차의 키즈 캐릭터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진 슬

디지털 관련 업무를, 이미징이노베이션팀은 다큐멘터리, 홍보영상 제작 및

롯카 게임, 페이퍼 자동차 토이 등이 마련된 ‘키즈 라운지’, 커스터마이징

BI Application 작업을 실시했다.

브랜드 ‘튜익스 라운지’ 등 고객들이 더욱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지상 6층과 지하 1층, 연면적 940평 규모의 현대 모터스튜디오 건물 1층에는

현대 모터스튜디오의 건축 설계를 맡은 ㈜서아키텍스의 서을호 대표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UVA(United Visual Artists)가 현

“가장 기본적인 것을 활용한 건축 디자인을 통해 원초적인 재료인 철(鐵)에

대차의 브랜드 방향성인 ‘모던 프리미엄’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조형물이

서 첨단 기계인 자동차가 나오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건물

전시되며, 향후 지속적으로 현대차를 주제로 한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예술

내외부를 감싸 연결하는 듯한 철 파이프 골조가 현대차가 지향하는 ‘쇳물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부터 자동차까지’라는 자원순환형 가치를 떠오르게 한다.

2층에 위치한 ‘자동차 전문 도서관’에는 현대차의 차종별 정비 매뉴얼, 현

현대 모터스튜디오는 서울에서 시작하여 올 하반기 러시아 모스크바에도

대차 발전사와 브랜드 단행본 등 현대자동차 관련 서적을 비롯해 2,500여

현대자동차 브랜드 체험관이 모습을 드러내는 등 향후 국내외 주요 지역으

권에 달하는 국내외 자동차 관련 서적이 구비되어 있으며, 전문 큐레이터

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In the Lime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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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f it were possible to not only look at and go inside a car on display but personally create and experience a new car culture? This is the aim of Hyundai Motorstudio Seoul, which opened on May 9 at the Dosan Park Intersection. With nine Genesis models proudly showing off their dignity while hanging in mid-air, the Hyundai Motorstudio was an occasion supplemented by the unique insight of Innocean Worldwide.

Rumors had been going around that Hyundai Motors would soon be

promotional videos, and the BI(business intelligence) application.

setting up a shop around the Dosan Park Intersection, an area full

On the first floor of the Hyundai Motorstudio building, with six

of imported car showrooms. In May, the rumors became a reality.

floors above ground and one basement floor and a total area of

With the successful launch of Hyundai Motorstudio Seoul, Hyundai

approximately 3,107 square meters, is a structure designed by the

Motor Company has established its first Brand Experience Center.

British media artist group UVA (United Visual Artists) that was

“We combined the words ‘motor,’ which symbolizes Hyundai Motor

inspired by Hyundai Motor Company’ brand concept “modern

Company’ identity as a car company, and ‘studio,’ which symbolizes

premium”. This space will continue to be used to display works

a space of creation and experimentation, because we wanted to

by domestic and foreign artists themed on Hyundai Motors. The

create a new car culture in which people could create and experience

Auto Library, on the second floor, features over 2,500 volumes of

the cars and culture for themselves.” While Innocean’s Promotion

car-related books in Korean and many other languages, including

Team 2 was responsible for the general operation and planning of

maintenance manuals for each Hyundai car model and books on

Hyundai Motorstudio as well as communications and the planning

the history of Hyundai Motor Company and the Hyundai brand.

and production of the content to be displayed on the second to fifth

Also, there is a professional curator on hand to provide individually

floors, Promotion Team 1 was in charge of the opening event and

tailored services. On the third to fifth floors, nine Genesis car

client invitation event. The Digital Business Solution Team was

models are on display next to the windows, slowly revolving while

responsible for the media walls on the first and second floors and

hanging in mid-air. This is a work known as the “Car Rotator,”

the creation of a website and mobile application, while the Imaging

which gives visitors an experience of Hyundai Motors reinterpreted

Innovation Team was responsible for making the documentary,

as art. Unique concept cars that cannot be seen at other


Life is Orange Summer 2014

현대 모터스튜디오에 가면 ‘GURU’라는 ‘자동차

At Hyundai Motorstudio, there are car culture

문화 전문가’들이 자동차 제품뿐만 아니라 현대

experts called “gurus” stationed throughout the

모터스튜디오 내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담긴

building who explain not only the car products

이야기와 가치를 전달한다.

but the variety of cultural content within the studio and related stories.

exhibitions, including the Equus by Hermès and the i20 WRC, are

incredibly well-received and exclusive mobile app that shows

also on display. The fourth floor also displays the newest models

parents real-time video of their children playing in the Kids

of the Sonata, Santa Fe, and Avante, while the fifth floor displays

Lounge. The Hyundai “gurus” stationed on each floor, trained

the i30, i40, and Veloster models. In addition to the car exhibits,

experts on Hyundai Motor Company and car culture who

there are many spaces that allow visitors to experience Hyundai in

provide visitors with meticulous and polite tailored services,

a more up-close and personal way, including an art wall on each

have also been evaluated as memorable features of the studio.

floor that combined show the 18-step process involved in the

CEO Eulho Suh of Suh Architects, the company in charge of

creation of car interiors using real wood, which is regarded as the

creating the Hyundai Motorstudio building, stated, “By using an

best interior material for cars; a Premium Lounge that displays

architectural design that utilizes the most basic materials, we

actual pieces of the interior and exterior materials of a high-class

wanted to show the process of how a cutting-edge car is made

sedan, including organic leather and aluminum; a Kids Lounge

from the simple element of iron.” The iron pipe framework that

that which features an animated cartoon on the Hyundai Motor

wraps around the interior and exterior of the building brings to

Company children’s mascot, a car game made out of eco-friendly

mind the value of treating all resources with care (“from molten

materials, and paper car toys; and the customizing brand TUIX

steel to the car”) that Hyundai Motor Company aspires toward.

Lounge.

Having had its start in Seoul, Hyundai Motorstudio will also

The Kids Lounge is particularly useful in that visitors can let

open a Hyundai Motor Company Brand Experience Center in

their children play there while feeling free to look around at

Moscow later this year. It will be expanding into major regions

the many contents of the studio. Motorstudio also provides an

both in Korea and abroad in the years to c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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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Lime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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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iness and You! : -P

이노션 창립기념일에 피어난 티셔츠 한 장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5월이 그랬다. 창립 9주년을 기념해 세상에 딱 한 장뿐인 ‘희망 티셔츠’를 제작한 것. 이노션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직접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 일곱 빛깔로 물들인 티셔츠 는, 지구 반대편 누군가에게 아직 세상이 따뜻함을 알려주는 작은 행복이 될 것이다. 본사 및 해외법인에서 정성 들여 제작한 480여 장의 희망티셔츠 중 일부를 공개, 일러스트에 담긴 메시지도 함께 소개한다.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POTOGRAPHY. Studio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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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창립기념일’은 회사에서 가장 의미 있는 기념일 중 하나로 인식된다. 그러나 지난 5월 17일, 이노션의 9주년 창립기념일은 조용했다. 시끄러운 샴페 인도, 낯뜨거운 자화자찬도 없었다. 대신 그들은 티셔츠를 준비했다. 색색깔의 그림과 귀여운 카피가 빼곡히 들어찬 하얀 티셔츠가 20층 카페테리아에 속 속 모여들었다. ‘희망T캠페인’은 전국재해구호협회인 희망브리지와 함께 전 세계 기후난민 어린이들을 돕는 사회공헌 활동이다. 하얀 아동용 티셔츠와 의류용 물감과 붓, 엽서 등이 들어 있는 키트를 구입하면, 기후난민 어린이에게 7일분의 영양결핍 치료식이 전달된다. 물론 기부자의 마음이 담긴 티셔츠도 함께 보내진다. 광고인의 크리에이티브와 따뜻한 마음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참여형 기부 캠페인인 셈. “이웃과 나누면 보다 뜻깊은 창립기념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번 희망T캠페인을 기획한 이노션 관계자의 말이다. 그러나 그도 이렇게 뜨겁게, 또 열렬히 직원들이 참여해주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고. 이 소중한 작품들은 지구 반대편의 아이들뿐 아니라 ‘무엇을 담을지’ 즐겁게 고민하던 이노시안에게 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자리할 것이다.

Sadness is cut in half when shared, while happiness is doubled. This is exactly what May was like for Innocean Worldwide, which produced “hope t-shirts,” each one truly a one-of-a-kind creation, in commemoration of the company’s ninth anniversary. The t-shirts, which have each been dyed in seven colors with messages of hope designed by Innocean employees, will be a small but meaningful gifts of happiness for those who are living halfway across the world. Following are several samples from the 480 hope t-shirts, designed by employees of HQ and overseas operations with utmost care, including the meanings behind the illustrations. In most cases, a company’s Founding Day is one of its most important events of the year. However, on May 17, Innocean’s ninth Founding Day passed by quietly. There was no loud popping of champagne bottles or embarrassing odes of self-praise. Instead, Innocean made t-shirts. These white t-shirts brightly colored and covered with witty remarks accumulated one by one in the cafeteria on the 20th floor. Innocean’s Hope T-shirt Campaign is a social contribution activity conducted in conjunction with Hope Bridge, a national disaster relief organization that provides aid to climate refugee children throughout the world. If you purchase a kit, consisting of a white child-sized t-shirt, clothing paint, paintbrush, and a postcard, the proceeds go towards providing a climate refugee child with seven days of malnutrition treatment. Of course, the money is sent together with the donor-designed t-shirt. This type of campaign encourages participation, creating a synergistic effect through the donor’s creativity and compassion for the members of the broader global community. One Innocean spokesperson noted about the campaign that “it seemed that Founding Day would be more meaningful if we did something that involved sharing with the community,” and also noted that the enthusiasm with which employees participated in the event was completely unexpected. These precious works of art will remain as an unforgettable memory for the Innocean family, because they forced us to think not only about what to draw on the t-shirts, but also about children halfway around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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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sha Hakim, IWA “This shirt symbolizes a message of hope. As the leaves turn into flowers, it represents optimism for a new day.” “이 티셔츠는 희망의 메시지를 상징합니다. 꽃망울이 개화하면서 새로운 날에 대한 희망을 보여줍니다.”

Heejung Kim, HQ

= T “I drew a cactus out of the hope that just as the

cactus can grow even in poor soil, the child who will wear this t-shirt will never lose hope.”

“척박한 땅에서도 씩씩하게 자라나는 선인장처럼,

아이들이 언제나 희망을 잃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Markus Renner, IWE

선인장 그림을 그려보았습니다.”

“A “bee” can “be” happy,

so all children deserve to be happy and follow their dreams.”

“꿀벌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하물며 사람인 아이들은 당연히 행복해야 하고 그들의 꿈을 쫓을 자격이 있습니다.”

Sanjay Sood, IWI

“This design symbolizes Happiness and intends

Chenxian, IWC “Happy Face makes the better world.” “행복한 얼굴 (Happy Face)은 더 좋은 세상을 만듭니다.”

to bring a cheer to those who see it and one who wears it. The Line says ‘Happiness and You’.”

“이 디자인은 행복을 상징하며 이 디자인 의상을 보거나 입는 사람을 응원하기 위한 것입니다.

Amanda Martinez, IWE

‘그대의 행복을 위해서’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All children are little superheroes, they all can be Superman and

accomplish what they would like to be.”

“모든 아이들은 작은 영웅들입니다. 그들은 슈퍼맨이 될 수 있고 그들이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습니다.”

Lyndal Kearney, IWAu “My rocket t-shirt represents the ultimate hope of all children - to discover the world and the universe. And rockets symbolize that sense of adventure and optimism. A lovely way to overcome any hardship they may be encountering at the time, and to look to the future.” “내 로켓 문양 티셔츠는 모든 아이들의 궁극적 희망을 나타냅니다.

Sabrina Ruppel, IWE

“The Barbapapa cartoon character here represents company and love to the little “Barbapapa,” we need to embrace our children always.”

“만화 바바파파(Barbapapa)에 나오는 인물들은

주인공 바바파파의 친구이자 사랑스런 동료들입니다.

Shu Rei, IWC

즉, 세상과 우주를 탐험하는 것입니다.

“Pandas in China cheer you!”

또한 로켓 문양은 모험심과 희망을 상징합니다.

“중국에서 팬더곰이 당신을 응원합니다.”

현재 겪고 있는 난관을 극복할 현명한 방법과 미래를 향해 나아갈 방향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우리도 항상 어린이들의 친구이자

사랑의 대상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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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p Liu Yi Hong, IWC

Samantha Burbidge, IWA

“Success will come from love of ideas.”

“Proudly winning the race,

“성공은 아이디어를 사랑하는 데서 생겨납니다.”

this turtle shows with hope and

confidence that anything is possible.”

Tatiana Motta, IWAu

“This shirt expresses the power of team work!”

“경주에서 우승한 이 자랑스런 거북이는 불가능은 없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보여줍니다.”

“이 셔츠는 팀웍의 위력을 나타냅니다.”

Deepak Choudhry, IWI

“This design symbolizes different people coming together in solidarity.

The line below says ‘With You’ signifying solidarity with the Less Privileged.”

Seonhwa Hwang, HQ

Soo-Hyun Kim, IWAu

“Love from INNOCEAN Worldwide

“이 디자인은 한마음으로 모인 다양한 사람들을

“I drew a child’s smiling face with a green sprout,

상징합니다. ‘당신과 함께’라는 문구는

Australia.”

flowers, stars, and the moon.

“이노션 호주법인이 사랑을 보냅니다.”

소외 계층의 단결을 나타냅니다.”

I wanted to express my hope that the child who

wears this t-shirt realizes that his or her dreams are precious and grows up in an environment that allows freedom and imagination.

I hope the child who becomes the owner of this t-shirt is always smiling.”

“새싹, 꽃, 별, 달을 활용하여 밝게 웃는 아이의 얼굴을 그려보았습니다. 자신의 꿈을 소중히 키워나가고,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즐겁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표현했습니다. 이 티셔츠의 주인이 될 아이도

Alice(Hyejin) Joo, IWE

항상 밝게 웃었으면 좋겠습니다.”

“Pandas are adorable beings and they match

perfectly as how children also represent care and love automatically without thinking.

Diana Wilson, IWA

We need to care of these children.”

“This flower bursting forth with color and light, represent the strength and beauty of the

“팬더곰은 사랑스런 동물이며 그들은

human spirit in full bloom.”

아이들이 무조건적인 관심과

“이 아름다운 색의 꽃은 인간 정신의 강인함과

사랑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아이들을

Han Li Ying, IWC “Let’s Love each other!” “서로 사랑합시다!”

아름다움을 나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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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사용설명서

Keep Going Up and Down 2편: 이나영 CD

자책과 자뻑이 밀당을 하네! 릴레이로 진행하는 CD사용설명서, 두 번째 주인공은 바로 가냘픈 바디와 상반되는 형형한 눈빛이 인상적인 이나영 CD다. 1편의 강석권 CD가 그녀를 추천한 이유는 ‘이뻐서’. 그리고 이렇게 첨언했다. “이나영 CD는 언제부터 그렇게 예뻤나?” 이에 그녀가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강석권 CD가 나를 본 순간부터.”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PHOTOGRAPHY. Studio 1839

MAKE-UP. 김미정 실장

HAIR. 오종오 실장


Life is Orange Summer 2014

1. 이름

2. 출생지

3. 좋아하는 것

4. 싫어하는 것

5. 어린 시절 자주 하던 행동

6. 현재 자주 하는 행동

7. 자주 출몰하는 장소

8. 세 가지 소원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9. 만약 광고를 안 했다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10. 나를 움직인 카피, 혹은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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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사용설명서

10×10

comic

이나영 CD를 상징하는 물건들을 소개합니다. 그녀가 직접 고르고 설명하는 열 개의 물건, 열 개의 이야기들.

01 만화책

책을 살 때 보통 한꺼번에 구매하는 편인데 살 때마다 만화책 비중이 꽤 높아요. 복잡하고 어려운 책을 보다가 사이사이 만화책을 보면 그 자체만으로도 리프레시가 되는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땐 만화를 잘 안 봤는데 오히려 광고하면서 더 많이 보는 편이에요. 스펙터클한 장르보단 요리만화, 생활툰 같이 가볍지만 일상적인 만화를 더 좋아하는 편인데 영화나 소설도 판타지 장르를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런 것 같아요. 쉬는 주말에 집 청소를 끝내놓고 오후에 맥주 한 잔이랑

contact lens

만화책 보고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어요.

03 콘택트렌즈 대학교 들어와서부터 착용했으니까 또 하나의 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금은 1회용

남들보다 유별날 정도로 음악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닌데 이상하게 집에서 외출할 때 꼭 챙기게 되는 것이죠. 용도는 첫째,

못하겠고 그냥 뺐다 꼈다 하는 게 편해요. 회사에 한 박스 쟁여두고 그때그때 사용해요. 얼마 전에 렌즈 1+1 행사 때 거의 1년 치 구입해서 아낌없이 쓰고 있는 중이죠. 눈에 안

좋다고 자주 빼라고 하는데 잘 안 되네요.

04 향수 & 향초

fragrant grass

headphones

02 이어폰 & 헤드폰

착용하는데 라식이나 라섹은 겁이 나서

색조 화장을 거의 안 해요. 대신 빼먹지 않는 게 향수. 갖고 다니면서 뿌릴 정도는 아닌데

음악을 듣는다. 둘째, 기차나 비행기 안에서

아침에 출근할 때 혹시라도

시끄러운 승객이 있을 시 귀마개로 사용한다.

안 뿌리고 나오면 왠지 찜찜한

생각보다 귀마개용으로 더 좋아요. 두 번째

정도. 향초는 최근에 즐겨 쓰는

용도로는 헤드폰을, 집에서 회사까지 가까운

아이템이에요. 집이 좁고 환기가

거리에 사용 시는 이어폰을 써요.

잘 안 되다 보니 실용성에서 시작했는데 향수보다 더

sunblock

좋아하게 됐어요.

05 자외선 차단제

마찬가지로 화장은 잘 안 해도 꼭 챙겨 바르는 것. 떨어지기

06 노트 & 펜

전에 꼭 사서 챙겨두는 것.

필사도 하고 아이디어도 끄적거리고 다용도로 쓰는 노트예요. 특별한 노트나 그런 것보단 그냥 막노트가

특별한 효과나 화장을 한다는

좋고요. 줄이 있는 노트보단 줄 없는 노트가 좋아요. 뭔가 규격화된 노트는 펼치는 순간 글씨도 잘 써야

개념보단 그냥 습관이에요.

할 것 같고 아무거나 끄적거리기 힘들 것 같은 부담을 주니까. 낙서도 있고 조각조각난 메모도 있고. 까먹지 않고 보관할 필요가 있거나 하는 내용은 따로 보관하고요. 펜의 경우 가장 좋아하는 건 어느 정도

Note & Pen

쓴 플러스 펜이에요. 맨 처음 쓸 때의 샤프한 느낌보다 필기감도 좋고 글씨를 썼을 때의 적당한 두께감도 좋고요. 펜 역시 너무 화려하거나 고급스러운 것보단 편하게 쓸 수 있는 게 좋아요.


chocolets or jelly 07 초콜릿 or 젤리

사실, 먹는 것보다는 사는 걸 더 좋아한다는 표현이 맞을 듯한데 어릴 때부터 슈퍼에 가면 과자보다 더 먼저, 더 많이 집은 게 초콜릿과 젤리예요. 약간 불량식품 느낌이 나는 젤리를 특히 좋아해서 자주 많이 사다 보니 여기저기 굴러다니게 만들어요. 일종의 습관인데 지금도 냉장고 안에 굴러다니는 초콜릿이 꽤 많은 편이죠.

Japanese novels and travel essays

Life is Orange Summer 2014

08 일본소설 & 여행에세이 기승전결이 딱 짜여 있거나 감정의 기복이 심하게 느껴지는 소설보다 일본소설의 무덤덤하면서도 일상적인 내용에 많이 공감을 해요. 서점에 가면 거의 일본소설이랑 여행에세이 쪽을 많이 보는데 여행에세이는 구매하고 ‘속았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가끔 맘에 드는 책을 발견하고 그 책을 읽으면 그냥 차분해져요. 바쁘고 쫓기는 와중에 릴랙스되는 느낌?

09 다이어리 다이어리를 꾸미고 예쁘게 정리하는 건 아니고 순전히 실용성 위주로, 스케줄 체크 용도로 갖고 다녀요. 메모는 요즘 들어 거의 스마트폰에 하기 때문에 다이어리에 특별히 아이디어를 위한 메모를 하지는 않지만 광고주 미팅 때 나오는 이야기들은 다이어리에 다 있어요. 또, 일이 정말 많을 땐, 내 스케줄을 나도 모르는 때도 종종 있어서 이건 업무용으로 반드시 필요한 아이템이죠. 작은 수첩은 답답해서 별로. 어느 정도 크기가 있는 게

diary

좋아요.

high heels 10 하이힐

여자의 자존심이라죠? 하이힐을 좋아했어요. 지금은 종종 낮은 굽도 신고 그렇긴 하지만. 그런데 하이힐을 신으면 카펫이 아닌 이상 또각또각 소리가 나잖아요? 그 소리가 사람마다 다른데, 팀원들이 말하길 하이힐 소리를 들으면 제가 오는 걸 멀리서도 알 수 있대요. 성격이 급한 편이라 급한 마음이 발자국 소리에 표현되는 것 같아요. 어느 회사건, 어느 팀이건 하이힐 소리만 들어도 저인 줄 안다는 소리는 계속 들어왔던 것 같아요. 가끔씩 사람들이 하이힐 신고 불편하지 않냐고 묻는데 사실 불편하죠. 근데, 어릴 적엔 힐 신고 뛰어다니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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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사용설명서

십 년도 더 전에, 모 회사의 경력직 카피라이터 입사 면접에서 ‘전, 머리 하얀 할머니가 되어서도 카피를 쓰는 게 꿈이에요’라고 손발 오그라드는 대답을 했던 적이 있다. 19주 동안 담당해오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중에 세상을 떠났다는 한 방송인의 얘기를 듣고 망자에 대한 안타까움보단 ‘와, 정말 부럽다’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오랫동안 현업에서 아이디어를 발산하며 살고 싶다는 소망. 아마도 거의 모든 CD의 이상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이토록 치열한 광고판에서 크리에이티브를 업으로 살아가는 CD들에게 강박과 욕심은 어쩌면 당연하겠지. 생각해보면, CD가 되기 전에도 아이디어에 대한 고충은 있었다. 좋은 아이디어에 대한 강박은 크리에이터로 진입하는 순간 운명이 되는 것일 테니. 누구나 그렇겠지만 지금의 연차에서 과거를 돌아봤을 때, 지나고 보니 좋은 아이디어도 있었고, 정말 부끄러운 결과물도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결과물은 대체로 극단적인 두 가지의 감정, 그 사이에서 태어났던 것 같다. ‘그래, 이건 정말 굿 아이디어야!’라고 스스로 생각하던 그 ‘자뻑’의 감정과 ‘난 왜 이것밖에 안 될까?’, ‘이 길이 나랑 안 맞나봐’라는 ‘자책’의 감정. 어떤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오늘 낸 아이디어가 좋아 보였다가도 내일 보면 또 우습고 부끄럽고, 또 생각이 나지 않아 자책하고, 어쩌다 내 아이디어가 인정받을 땐 또 우쭐하고. 사람 참 유치하고 우습다는 생각이 들지만 두 가지의 극단적인 감정이 서로 밀고 당기기를 몇 번씩 하다 보면 어느새 결과물은 나오게 된다. 우리의 인생이 항상 밝은 면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알 만한 나이는 충분히 지났으므로 늘 ‘자뻑’의 상태가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이 괴롭지는 않다. ‘자책’의 고통 속에서 실타래처럼 엉킨 아이디어를 마침내 풀어냈을 때의 그 ‘자뻑’. 늘 그렇게 일은 진행되어왔고 그 과정을 체득하였으므로 괴로움의 순간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괴로움이 지나면 아이디어가 온다는 과정을 알고 있었으니까. 다만 두 감정의 밀당이 적당한 긴장감을 갖기를 바랄 뿐. 그래서 그 균형감이 항상 50 : 50으로만 유지되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점차 ‘자책’의 비중이 높아지는 게 고민. 아마도 팀원들 생각하고, 기획들 생각하고, 광고주들 생각하고…. 생각하고 걸러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모두를 만족시켜야겠다는(사실은 모두에게 미움 받지 말아야겠다는) 욕심으로 꽉 찬 내 마음이 아이디어 그 자체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것 같다. 그렇게 모두의 상황을 고려하고 결과물을 뽑아내면 아이디어의 핵심보다 가이드만 남아서 이도 저도 아닌 게 되어버릴 때, 그때 나는 CD로서 말로 다 못할 ‘자책’에 빠지고 만다. 빼도 박도 못하는 내 책임이니까. 이러다 보니 결국 ‘자책’의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가끔 내가 최고라고 생각했던 어린 카피라이터 시절이 그립다. 그 시절의 치기를 조금만 덜어와 두 가지의 감정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다면 꽤 오랜 기간 Being Creative할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그러고 보니, 연애를 할 때나 광고를 할 때나 밀당이 필요한 걸까? text by 이나영 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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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Orange Summer 2014

이나영 CD의 다 알려주마 이나영 CD의 팀원들이 그간 궁금했던 것들을 가감 없이 물었습니다. 물론 무기명으로.

Q 주당인 국장님이 생각하는 최고의 술안주는?

실제로 같이 작업하고 나니 별로였던. 뭐 이건 그 모델의 애티튜드와

A 일단 제가 주당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겠습니다. 그냥 좋.아.할 뿐이고

관련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쉿, 여기까지!

요. 그리고 술 마실 때 보통 안주를 먹나…요!?

Q 이런 광고, 내가 만들고 싶었는데! 하고 배 아팠던 광고.

Q 패션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은데, 어떤 브랜드를 젤 좋아하시는지

A 어머, 이건 너무 많은데…. 올해 중에서 고르라면, 이노션에서 했던 쏘

궁금해용.

나타 광고. 제품이 많이 빠지고 다른 얘기를 하다가 마지막에 제품이 자

A Isabel Marant이나 Iro. 따라가지는 못하지만 프렌치 시크 취

연스럽게 등장하기란 사실 어렵거든요. ‘쏘나타는 다 아는 차니까 안 보

향은 있는 듯? 하하.

여줘도 돼’라고 생각했겠지만, 광고주도 분명 용감했고, 제안했던 팀도

Q TV CF 제작할 때 광고주에게 사심이 들어간 모델을 추천하신 적이

굉장히 용감해서 나올 수 있었던 훌륭한 결과물입니다.

있습니까?

Q 솔직히 남친 있으신 거 아니에요?

A 있죠. 같은 조건이라면 아무래도 선호하는 모델을 추천하지 않겠어

A 이거 누구야 도대체…. 솔직하게 없고요. 물론 중간에 잠깐 만났던

요? 물론 브랜드와의 이미지가 최우선 사항이겠지만요. 아, 근데 반대

사람은 몇 명 있어요. 그러나 우리가 서너 번 만난 남자를 ‘남자친구’라

로 이런 경우도 있었네요. 제가 평소 엄청 좋아하던 모델이 있었는데,

고 쳐주진 않잖아요? 적어도 3개월은 만나야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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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션 백서(白書)

갑자기 주어진 7일간의 휴가, 당신의 선택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카피가 인상적이 었던 그 광고를 기억하시나요. 모든 직장인의 환호를 불러일으키며 ‘그래, 난 쉴 자격이 있어’ 란 크나큰 위안을 주었던. 그러나 정작 그 광고 를 만든 광고인들은 과연 꿀 같은 휴가를 떠났 을까요? 그들에게 남국으로의 여름휴가란 ‘리 얼여친’만큼 상상 속 존재가 아니었을는지. 그 래서 준비했습니다. 당신에게 떨어진 일주일간 의 휴가, 어디에서 무얼 하시겠습니까? 늘 머 릿 속에 맴돌던 꿈 같은 unexpected holidays, 언젠가는 가겠다고 생각만 한 unexpected holidays! 이노시안 100명에게 물었습니다.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Life is Orange Summer 2014

Q1.

Q2.

난데없는 휴가를 받았을 때,

갑자기 주어진 일주일, 목적지는 어디입니까?

당신의 맨 처음 반응은?

꿈꿔왔던 휴가계획을 세워보세요.

하늘의 뜻인가?

신혼여행지였던 몰디브 포시즌 리조트로 다시 와이프와 떠나,

그때 그 시간을 되짚고 싶네요.

시간 나는 친구부터 찾는다. 혼자 하는 여행은 이제

충분히 했다. 여행은 역시 누군가와 같이 해야 제맛.

해외여행은 늘 새롭고 신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여행이나

아싸, 이게 웬 떡?

제대로 했나 싶다. 왔다 갔다 열 시간씩 좁은 비행기에 갇히느니,

나 짤렸나, 아님 짤릴 건가!?

전국 팔도를 구석구석 다녀보고 싶다.

딱 3분 정도 환호를 지르며 기뻐하다

나의 애마 할리 데이비슨과 함께!

깊은 고민에 빠질 듯.

두 다리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바로. 가방을 싼다.

또 걷고,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쉬는 것도 내 맘대로 못 쉬는가….

미녀들이 많아 눈이 즐겁다는 베네수엘라로 고고씽!

길 가다 우연히 돈 주웠을 때 기분?

당황합니다.

평생 소원인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곳으로!

터키에 홀로 배낭여행. 핸드폰은 물론 꺼놓는 걸로.

(우리는 휴가에 익숙한 직업군이 아니므로)

몰디브 물 위에서 반, 물속에서 반.

왜 이러지 뭘 바라나.

갈라파고스.

어차피 하루 전에 취소되겠지….

리스본에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관람하며 Hala Madrid! 를

오마이갓! 남친이 없다!

외친 뒤, 그라나다행 비행기를 타고 스페인으로 넘어가 알함브라

함정이 있을 거야!

궁전을 보고, 야간버스로 바르셀로나로 넘어가 vincon(빈손으로

당장 써버려야 한다, 번복하기 전에!(ㅋㅋㅋ)

들어가서 빈손으로 못 나온다는 빈손)에서 쇼핑 후 양파튀김

우선 비행기표를 알아봅니다.

오징어튀김과 함께 모리츠맥주 마시기!

어디 갈진 비행기표에 따라 결정할래요.

팔라우에 가서 스킨스쿠버 마음껏 하기.

지…진짜…가, 가도 되는 건가…?

기쁨 반 우려 반.

아무도 없는 적도의 무인도. 아무도 없는 해변에서 홀랑 벗고 누워 무념무상. 칠레 소금사막.

핸드폰과 이메일이 없는 곳!

일단 눈 내리는 지방으로 간다.

그간 못탔던 알파인보드를 다리에 쥐날 때까지 탄다.

LA로 날아가 류현진 선발등판 경기를 스카이박스에서 관람한 뒤, 텍사스에서 추신수의 파울볼을 잡고, 일본으로 넘어와 오승환과 이대호의 맞대결 경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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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션 백서(白書)

Q3. 와우, 당신을 보세요. 꿈꾸던 그곳에서, 당신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무얼 입고 있나요? 손엔 무엇이 들려 있나요?

우선 핸드폰을 비행모드로 전환, 고갱도 빠져든

정직한 햇살 아래 잔 근육이 하나하나

원시의 아름다움이 살아 있는 타히티에서 육체적,

선명하다. 신화 속 영웅인지, 성경 속 인물인지

정신적 자유를 누리겠어요!

알 수 없지만 피렌체에서 조우한 조각상들은

알프스 자전거 완주.

이태리 사람들만큼이나 다혈질적이다. 투박한

스위스 베른 아레강 주변에서 퍼질러 자고 싶습니다.

와인잔에 하나둘 이슬이 맺힌다. 해질녘

스페인 이비자 섬에서 클럽문화의 끝판왕을 체험하거나,

수백 년도 더 된 건물들을 바라보며 마시는

샌프란시스코 오이스터바를 찍고 라스베이거스쇼 즐기기~

리슬링은 싸구려라도 나무랄 데가 없다.

아이슬란드 록밴드 ‘시규어로스’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이탈리아 어느 재래시장에서

신비로운 자연이 경이롭더군요.

먹을거리 사느라 신난 모습.

빌딩이 없는 압도적 스케일의 광활한 자연을 맘껏 감상할래요.

5성급 호텔 옥상 풀사이드의 선베드에 누워

레이밴 스타일 선글라스를 쓰고, 코로나리타를

보드카를 마시면, 날도 춥겠다 적당히 취한 채

마시며 Paganini의 <Violin concerto no.6>

그린란드로 떠난다. 오로라를 바라보며 싱싱한 연어와 함께

엄청난 풍경으로 빠져들어 접신이 가능할 것이다.

를 듣고 있을 듯. 그러나 선글라스 속 시선은

터키 페티예에서 패러글라이딩을!

베네수엘라 쭉쭉빵빵 미녀들에게로!

팔라우 해변.

여기는 요트 위. 헐렁한 셔츠와 짧은 팬츠,

투명하고 파란 바다가 있는 곳. 칸쿤도 좋고,

보트슈즈를 신고 한 손엔 시원한 모히토가

뉴칼레도니아도 좋고, 세이셸도 좋고. 하얀 요트를 빌려

한 잔 들려 있네요. 앗, 그 옆엔 금발의

자유롭게 바다를 항해하며 한적하게 태양도 쐬고

비키니 미녀들이!? 푸하하하하.

술도 한잔하며 책도 읽는 여행을 하고 싶어요. 차를 빌려 스칸디나비아 4개국 방문.

영화 <더록>에 나오는 알카트라즈 형무소에서 일주일간

독방에 갇혀 아무것도 안 하고 멍때리고 싶음. 난 왜 누가 독방에 갇히는 장면이 나오면 그리도 부러운지…. 이란 일주. 페르시아 문명 체험.

알래스카의 시스마레프 마을 ―호시노 미치오를 기리며.

마이애미 해변에서 슈퍼카도 빌리고, 요트도 빌리고…. 허세 좀 부리고 싶다.


Life is Orange Summer 2014

Q4. 그렇다면 현실 속 휴가는 어떻습니까. 가장 최근에 다녀온 휴가는?

사막 한가운데서 밤하늘의 별을 보고 있네요.

지난봄 미국 LA 햄버거투어. 햄버거의 고장 미국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나란히 누워서.

열흘 동안 갖가지 햄버거를 모두 먹고 옴. 정말 행복했다ㅠㅠ

웬만하면 아무것도 안 입고

(있어도 될 만큼 몸이 좋았으면).

지난 3월 서울에서 겨울이 꽁무니를 내빼던 시기,

우선 Topless! 그리고 현지의 그녀들과 함께

한걸음 빨리 봄을 맞겠다며 자동차를 몰고 여행을

머리에 꽃을 달고서 훌라훌라~

떠났다. 친구가 있는 익산부터 국내 3대빵집 이성당

알프스 완주 후 약간은 초췌한, 그러나 감격스러운

군산, 로마네스크 양식의 전주 전동성당, 대나무 담양,

모습으로 땀에 절은 채 시원한 생맥주가 있는

땅끝마을 해남, 참전복 보길도, 녹차밭 보성, 꼬막 벌교,

순천만의 순천…. 기품 있는 도시 통영은 꼭 다시 가고픈

펍으로 자전거를 끌고 걸어가고 있겠죠? 반바지와 티셔츠와 안 읽히는 책 한 권.

곳이다.

절 구속하는 그 어떠한 것도 입고 있지 않아요.

관광객 옷차림을 싫어하므로 평소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 듯. 같은 옷, 같은 신발, 같은 가방.

바이크를 타고 제주도 여행. 2박 3일 후쿠오카 먹방 여행. 인생의 정점이라 불리는 신혼여행.

마치 나도 주민인 양. 탐험가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손에는 카메라가 들려 있어요.

그리고 이제 인생은 내리막길이라 하더라. 5월 황금연휴에 지방 본가에 다녀온 것….

돈 아껴 세부. 필리피노들과 흥정하며

싸운 추억이 많네요.

수영복에 담배 한 개비.

한겨울의 제주도. 눈보라 몰아치는 오름에 가다

차가 구렁텅이에 빠져 3시간 동안 개고생. 렉카는 늦게 오고, 지나가는 트럭 운전사께 꺼내달라 하다가 줄 끊어지고.

터키 이스탄불을 걷고 있다. 보헤미안 원피스를 입고, 선글라스를 끼고, 한 손엔 지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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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션 백서(白書)

Q5. 지금까지의 휴가 중 가장 만족스럽거나, 혹은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왜 때문이죠?

작년에 휴가 못 갔음. 최근 연휴 때도 방콕.

결혼 전 마지막으로 혼자 떠났던 홍콩. 혼자였으니까.

나도 내가 6일이나 쉬게 될 줄 몰랐지 뭐예요.

시간에 쫓기지 않고 터벅터벅 가고픈 대로 갔던

삿포로와 가마쿠라.

자유여행. 나 자신을 성찰해볼 수 있는

1박 2일 부산여행.

아주 중요한 시간이었음.

기차로 다녀온 3일의 부산.

대학교 3학년 시절 친구와 도쿄 여행. 가이드 없이

처음으로 가고 싶은 곳을 들쑤시고 다닌 여행이다.

친구들, 강아지와 함께 캠핑.

대만으로 급여행! 일정을 짜둔 게 없어

학창시절 떠났던 동해안 일주. 여름휴가 시즌이 막 지나

즉흥으로 다니느라 고생했지만

한적한 우리만의 해변을 만끽하고, 맘껏 일탈(?)하며

unexpected한 일도 많이 경험했네요.

보냈던 여행. 돈이 없어 더 재미있었던 기억이….

꽃할배의 영향으로 대만 타이베이로 먹방!

작년 여름 세부. 일상에서 너무 지친 가운데 떠난

고창 보리밭.

일주일이라 휴양 하나만을 위한 여행이었는데,

항상 촬영으로만 갔던 LA와 캘리포니아를

정말 잘 쉬었다.

여행자로 방문. 차를 빌려 일주일 동안 500km를

휴가의 시작은 항상 설레지만,

운전하며 팜스프링, 조슈아 국립공원, 산타바바라 와이너리 등을 구경했다.

그 끝은 언제나 더 아쉽다. 신혼여행으로 유럽을 자동차로 여행했다.

스펙터클한 여행이었고, 계획을 세우지 않아 발생한 여러 가지 일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다.

군대 가기 40일 전 홀로 떠난 40일간의 미국·캐나다 일주. 처음 20일은 정말 행복했으나, 그 다음 20일은 혼자 너무 지겨워서

스페인 여행. 언제부턴가

차라리 빨리 입대하고 싶어짐. 덕분에 군생활 쉽게 함.

혼자 여행하기 시작한 나는 계획 없이 무작정 아주 먼 곳으로 가고 싶었다. 가우디와 피카소의 열정을 만든 스페인의 날씨,

바다, 음식, 언어 모든 것이 좋았다.


Life is Orange Summer 2014

Q6.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금 팀장님 (이라면 팀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장소도 중요하지만

난데없이 일주일의 휴가를 주겠다. 떠나라. 굿럭~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너네 휴가 언제 쓸 거니? 얼른 계획 짜봐.

가장 만족스러운 시간은 휴가계획을 짜는 그

시간이 아닐까. 휴가 가기 전이 휴가에 가장 집중할

수 있고, 휴가 뒤에 엄습할 밀린 업무와 스트레스가

사라지므로.

10여 년 전 안식휴가로 떠난 태국 카오산로드.

혼자 갔다 둘이 돌아와라? 저 휴가와 연차를 붙여도 될까요…? 인생 뭐 없다. 지르면서 살기도 짧은 인생, 마구 질러~ 야근 시켜서 미안해 주말 출근 황송해. 팀장님부터 휴가 좀 쓰시죠…제발…!

그곳에서 1년 내내 미래 생각 안 하고 놀던

영국 젊은이들이 너무 부러웠습니다요.

회사는 잊어라. It’s now or never! 지금 당장 떠나라. 그렇지 않으면 떠나지 못하리니.

멋들어진 유럽, 이국적인 남미도 매우 좋았지만

오사카가 짱! 유명한 골목을 멀리하고 조금만

이면으로 들어가면 골목골목에 현지인이 조용히

찾는, 아늑한 가게가 많다. 술과 음식이 맛있는

팀장님, 오늘은 일찍 들어가봐도 될…ㄲ…ㅇ…사랑합니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아이데이션이나 해볼까. 일은 내일도 하고 모레도 하고 글피도 해야 되니까 지금 다녀오세요. 저축은 나중에 하세요. 여행 많이 다니고, 많이 보고, 많이 먹고, 많이 경험하세요.

곳이 최고의 여행지!

무엇보다 열린 마음으로 모든 걸 받아들이세요. 여행은 시니컬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쿠바. 올드카의 향연. 타임머신 타고

1900년대 초로 이동한 기분이었다.

일이 빵꾸 나지 않는 한에서 즐겨라~ 인생은 짧다. 한가할 때 연차 쓰삼. 바빠지면 이런 말 못함.

결혼 전 후배와의 베트남-앙코르와트 기행.

내 청춘의 끝자락을 묻고 왔다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여름휴가 하루 더 가기’ 캠페인을 추진한다. 국민 연평균 여행일수가 하루 증가하면 소비가 2조5천억 원이 늘고, 일자리가 5만 개 창출된다는 것이 그 이유. 이미 지난해 국내관광 캠페인으로 인해 여름휴가가 2.7일 늘면서 129억 원의 에너지 비용이 절감됐다고 한다. 나를 위해, 지구를 위해, 모두를 위해! 당당히 휴가 다녀오시길! :-)

런던 테이트 모던 3층 카페에서 커피 마시면서 밀레니엄 브리지 구경. 20대의 추억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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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s & Do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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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 the Phone 나의 휴가를 그들에게 알리지 말라

2009년 가을, 아이폰이 우리나라에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두면 나중에 회사에 복귀해서 적응하는 시간을 당길 수도 있

부터 제겐 몇 가지 새로운 습관이 생겼습니다. 손바닥만 한 사

고요. 신랑은 굳이 신혼여행에서도 핸드폰을 켜놓고 종종 이

이즈의 단말기 하나로 제 삶이 이렇게 바뀌게 될 줄이야. 일상

메일까지 확인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졌지만, 이제 습관이 되

생활은 물론 회사 업무를 하는 데도 큰 변화가 생겼지요. 이

어버린 제 일상의 패턴과 여행 중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투리

때부터 휴대폰을 비롯해 그

시간 10분 정도만 투자하면

안의 이메일과 나의 뗄 수 없

앞으로 복귀했을 때 10시간

는 관계가 시작되었던 것 같

이 편해진다는 이전의 경험

습니다. 노트북 앞에서 자리

이 더해져 신혼여행지에서도

를 뜨면 확인하기 어려웠던

저의 폰은 항상 ON 상태였

이메일이 제 손안에 들어오게

습니다.

된 거죠. 이메일로 주로 업무

제 습관과 경험으로 인해 휴

를 공유하는 AE인 저에겐 정

가 때에도 되도록 핸드폰을

말 신세계였습니다. (광고주가

켜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메일을 발송하는 순간부터 일이 시작된 것이라면) 일하 는 속도가 배로 빨라졌고, 소

새 로 고 침 은 습 관 입 니 다

휴가는 나를 위한 기간이기 도 하지만 나를 위해 동료들 이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투

위 말하는 ‘일을 뭉개고 있는

여하는 기간이기도 하기 때문

상황’도 드물어졌습니다. 특히

입니다. 휴가 때 별일 아닌 일

나 KT와 같은 속도를 생명으

로 동료들이 전화를 하는 일

로 생각하고, 시시각각 이슈 가 발생하는 통신사 광고주의

이 있을까요? 동료들이 내게 조숙 대리 (AE, INNOCEAN Worldwide)

업무를 할 때는 정말 편리했

못할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겠

지요. 이렇게 네트워크의 발 달과 아이폰의 등장으로 엄청

전화를 걸었을 때에는 피하지

지요. 혹시 나를 필요로 하거

on

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내

난 수혜를 입은 저는 어느덧

가 먼저 연락할 필요가 있는

습관적으로 휴대폰의 이메일

상황을 발견했을 경우에는 적

과 메시지를 새로고침하고 있었습니다. 휴가뿐만이 아니라 신

절한 대응을 하는 것이 동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고 민폐를

혼여행 때에도 이 습관은 사라지지 않았지요. 공항 라운지에

끼치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면, 동

서 데이터 로밍을 할 때, ‘누구 휴대폰을 로밍할까?’ 하는 선택

료의 휴가 중 동료 혼자서 처리하던 일에 문제가 발생해서 연

의 순간에 망설임 없이 제 것을 선택했습니다. 인수인계를 하

락을 취했는데 핸드폰이 꺼져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또

고 오기는 했지만 2주나 자리를 비우는 것이 내심 부담되었기

한 복귀해서 일주일 이상 밀린 이메일을 보고 업무를 파악하

때문인 것 같습니다. 혹시나 내가 미처 전달하지 못한 이슈가

는 수고로움을 덜고 빠른 시간 안에 정상적인 업무를 가능케

발생하면 회사에서 나를 대신해 고생하는 동료가 당황할 수

하기 위해서는 짬짬이 이메일을 체크해 업무 파악을 해두는

도 있을 테니까요. 또 중간중간 업무 돌아가는 일들을 파악해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Life is Orange Summer 2014

알고는 있었지만 겪고 나니 더욱 뼈저린 사실 하나. 회사엔 방학이 없다! 내가 휴가라고 덩달아 회사도 쉬는 건 아니란 말씀. 밤낮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광고회사라면 더욱 실감할 터. 꼭 쉬는 날만 되면 이상하게 전화통에 불이 나는 것 같은데…. 나만의 착각일까? 휴가 때 핸드폰을 꺼놓는다 vs 켜놓는다! 나란히 신혼여행을 떠났지만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 이노션 사내부부에게 물었다.

KT를 전담하던 팀을 맡고 있던 시절, 일년에 40편 이상의

면할 수 있다. 가끔 한 두 번 켜놓을 때, 문자나 부재 중 전화를 보

TVCM을 쳐내던 나의 일상은 무지막지한 스케줄의 연속이었다.

면 심지어 민폐라고까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만 그런 것일까?

도저히 한 시간도 비울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광고주 상무

두 번째는 팀에서 한 사람이 빠져도, 만약 평소에 팀장에게 의존

로부터, 팀장으로부터, 담당으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는 나의 일

했더라도, 없는 동안만은 스스로 일에 있어서 이니셔티브를 쥐고

상이 되 어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안식월이라는 긴 휴가의 기회

끝까지 책임지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실제로 작년 휴가 기간

가 찾아왔다. 도대체 KT 팀장

엔 늘 핸드폰을 꺼놨고, 해외에

이 2주 이상의 휴가를 쓸 수 있

있더라도 중간중간 팀 카톡방

단 말이야? 반문하는 사람들

에서 이뤄지는 팀원들의 대화

도 있었다. 어느 순간, 휴가 기

를 엿보고는 다시 핸드폰을 끈

간만큼은 사람들에게 어디를

다. 문제가 있더라도 팀원들이

간다고, 무엇을 할 것이라고 알

해결해나가길 바랄 뿐이다. 실

리지 않고 싶었다. 팀원들에게

제로 휴가를 다녀온 후, 팀원들

휴가기간 즈음에 이렇게 말한

의 결속력과 일에 대한 책임감

다. “난 휴가기간에 핸드폰 꺼

은 충만해 있었다. 세 번째, 직

놓을 테니 알아서들 해”라고. 그러곤 한마디 덧붙인다. “나를 찾지 말아줘.” 이렇게 얘기하는

휴가간

후배를

쿨하게 쌩깝시다

급이 낮을수록 더더욱 휴대폰 을 꺼놔야 한다. 물론, 직급이 낮을수록 현실적으로 핸드폰

것은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

을 받을 확률은 높다. 안타깝

번째는 온전히 나만의 시간, 일

다. 나의 사원, 대리, 차장 시절

과 철저히 분리되고 독립된 나

을 다시 생각해봐도 그렇다. 사

만을 위한 시간을 쓰기 위함이 다. 항상 촉박한 데드라인과 아

실 나의 사원시절에 여름휴가 손윤수 국장 (AE, INNOCEAN Worldwide)

울한 시절의 사원에게는 휴가

이디어의 부재에 시달리는 양

는 물론, 만약 간다고 해도 휴

적 질적 시간의 한계에 부딪히 는, 필드에서 빡세게 5년 이상

는 없었다. IMF졸업이라는 우

off

가 시 핸드폰을 받지 않는다는

일했던 광고인이라면, 스스로

상황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것

의 한계에 대해서 한번쯤 고민

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해보았을 것이다. ‘충전’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구나, 하고

세상이 변하지 않았는가! 돈이 많은 것이 부자가 아니라 시간이

느낄 때가 모두에게 있다. 특히 최근 휴가의 의미가 단순 충전에

많은 것이 부자인 세상에서 휴가 때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지

서 ‘힐링’이라는 개념까지 넘어가는 시대적 트렌드로 봤을 때 이

못하고, 선배가, 팀장이 전화를 해서 ‘이건 어떻게 된 거니?’ ‘저

런 나만의 시간, 공간은 절대적이다. 이 와중에 네트워크와 단절

건 어떻게 된 거니?’라고 업무를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구시대적

은 충전을 넘어 힐링으로 가는 길목에서 꼭 필요한 존재다. 그

인 직장 상사이자 선배가 아닌가 싶다. 그 어느 누구도 팀 후배에

런 이유에서 요샌 해외에서 각종 검색과 길 찾기를 위해 켜놓더

게, 팀원들에게 드라마에 나오는 전형적인 직장선배, 상사 다시

라도, 전화나 메시지가 오면 질끈 눈을 감고 외면한다. 처음의 외

말해 꼰대 아저씨가 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선배들은 휴가 간 후

면이 힘들지 그 다음부터는 사람과 상황을 가리지 않고 쿨하게 외

배들을 ‘쿨하게’ 쌩까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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談 ; 이야기하다

power 30s


Life is Orange Summer 2014

언니들의 저녁식사 잘나가는 30대 언니들이 모였다. 10년 넘게 각자의 필드에서 치열하게 달려온, 나약한 안주 대신 스스로를 단단케 하고자 부단히 노력해온 언니들은 쿨하고, 섹시했으며,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했다. 오랜만에 뭉친 다섯 언니들이 얘기하는 요즘 서른, 옛날 서른, 그리고 앞으로의 서른.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PHOTOGRAPHY. Studio 1839 Interviewer. 배주영 부장 (디지털솔루션1팀, INNOCEAN Worldwide), 김현재 부장 (2본부캠페인3팀, INNOCEAN Worldwide), 심은정 부장 (디지털미디어솔루션팀, INNOCEAN Worldwide), 김지영 (셰프, 푸드&와인 코디네이터), 최주희 (웨딩 무대&플라워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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談 ; 이야기하다

서른이 서른을 말하다

씩 걸친 애매모호한 세대인 거야. 먹는 거나 취미생활만 봐도 요즘 젊

배주영 부장(이하 주영) 우리가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세

은 애들 것도 충분히 인조이 하지만, 우리들 부모님 세대 것도 동시에

대라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글쎄…이건 개인에 따라 다르지 않을

인조이 하잖아. 난 요즘 토기그릇에 푹 빠져 있다니까?(웃음) 캐릭터

까? 통틀어서 ‘30대’로 묶기엔 무리라고 봐. 지금 문득 떠오른 우리 또

자체가 중간이다 보니, 윗사람과 아랫사람 둘 다 이해할 수 있어. 특히

래 특징은 해외 경험이 많다는 거? 중·고등학교 때 자연스럽게 유학

회사생활에서 나는 그래.

을 갔던 세대기도 하고, 대학 때 어학연수도 보편적이었지.

지영 위에서 치이고, 아래에서 치이고, 휴. 그래도 지금 30대가 옛날

김지영(이하 지영) 보편적이라기보단, 우리가 ‘시작세대’라고 봐. 대학

30대보다 정말 많이 젊지 않아? 아니, 날 너무 보진 말고!(웃음) 물론

때를 떠올려보면 우리가 ‘배낭여행’을 시작했던 것 같아.

전반적으로 모든 세대가 젊어지긴 했지만, 워킹맘이 많아져서인지 결

주영 맞아.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에 아직 들어오지 않았던 브랜드나

혼을 하고 애를 낳아도 관리의 끈을 놓지 않는 거 같아. 피부관리를 진

문화에 제법 익숙했었지. 그래서 생소한 브랜드일지라도 용감하게 도

짜 많이 하더라. 나한테 요리 배우는 학생들도 보면 감쪽같이 싹 시술

전하고.

하고 오는 케이스도 많아.

지영 그건 그때 우리가 실험할 수 있는 20대여서 그랬을 거야. 30대가 되면 오히려 쓰임이 보수적으로 변하지 않아? 검증되지 않은 건 쓰고

다이나믹 서울, 다이나믹 서른

싶지 않은 거지. 30대가 되니 과감하게 뭔가를 ‘지르기’보단, 퀄리티

김현재 부장(이하 현재) 서른도 참 다이나믹하다. 한 마디로 정의하기

있고 실제 쓸만한 것에만 투자하는 것 같아.

가 너무 어렵네. 지금 서울이란 도시에 살고 있어서 더 그럴까? 모든

최주희(이하 주희) 오, 일리 있네요. 20대 땐 내 ‘취향’을 찾아 이것저

게 너무 빨리 변해.

것 시도하다 비로소 정리가 되는 나이, 30대인 거죠.

주영 그래서 요즘은 하나의 트렌드를 찾는다는 게 의미가 없는 것 같

주영 지금 디스트로이드진이 유행이라지만, 우리가 그걸 입진 않잖

아. 왜 옛날엔 사람들이 모이는 특정 장소가 있었잖아. 예를 들면 명동

아.(웃음)

이나 강남역처럼 쇼핑을 하든 맛있는 걸 먹든 목적이 분명한 랜드마

지영 오히려 정체성이 확립되면서 더 자유롭지, 지금이.

크. 근데 요즘은 그게 아니야. 모든 게 프랜차이즈화 되면서 동네 단위

주희 제가 지금 웨딩쪽 일을 하면서도 느끼는 건데, 20대 신부들을 보

로 소규모 골목상권이 생겨나다보니까, 각자의 동네로 사람들이 찾아

면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확실히 화려한 걸 좋아해요. 돈이 좀 부족하

가는거지. 난 상수동, 난 경리단! 이렇게 되게 미세하게.

면 부모님한테 기대면 되니까. 근데 30대 신부들은 본인 경제력이 어

주희 네트워크 자체가 SNS로 다 해결되기 때문도 있어요. 굳이 움직

떻든 간에 기본적으로 절약하려고 해요. 이건 내 거, 이건 내 거 아닌

일 필요가 없는 거지.

거, 이렇게 소비에 대한 자제가 있다고나 할까?

주영 김보성의 ‘으리’ 광고가 그렇게 으리으리하게 대박 난걸 봐. 재밌

주영 돈 버는 게 힘든 걸 아는거지.(웃음)

는 건, 몇몇 보수적인 기업의 클라이언트조차 그런 트렌드에 흥미를

지영 일단 10년 이상 일을 하면 타인에게 한없이 의지할 수 없다는 걸

보이더라고.

깨닫게 되잖아.

현재 시도하기 힘든 게 문제지!(웃음)

주영 근데 같은 30대라도 70년생과 80년생은 정말 다르지 않아?

주영 주류와 비주류로 나누기는 뭣 하지만, 메인스트림과 공존하는 또

지영 오, 진짜 달라. 일단 내 동생과 나만 봐도 완전히. 성적으로도 굉

다른 문화를 모르면 어쩐지 뒤쳐지는 기분? 그래서 의무적으로라도

장히 개방되어 있더라고. 아, 물론 내 동생이 그렇다는 건 아니고 동생

찾아서 공부하고 있어.

친구들 말을 들어보면.(웃음)

현재 어떻게 보면 이젠 메인스트림도 없어. 트렌드의 여러 줄기만 있을

주영 그냥 정말 달라, 다르고.

뿐이지.

지영 일할 때도 그래. 우리는 상사의 생각이 꼭 이해되진 않더라도 기

주희 패션도 그래요. 예전엔 특정 브랜드를 쫓아가는 경향이 있었는

본적으로 따라가려고 하잖아. 근데 80년생들은 그걸 너무 힘들어 하

데, 요즘엔 디자이너도 확 늘었고 굳이 백화점 명품 찾지 않아도 충분

더라고. 그렇지 않아? 아예 다른 주파수로 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

히 소재 좋고 예쁜 것들이 많잖아요. 오히려 그런 럭셔리 브랜드를 고

더라.

집하는 게 촌스럽다는 의견도 많더라고요.

주영 나도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우리 땐 각자의 기

주영 ‘자기 스타일’이 중요한 시대고 세대니까. 그런 맥락에서 보면 30대

호에 따라 모이는 일명 ‘동아리’라는 그룹이 많았잖아. 그 안에서 선후

셀럽 중에서 요즘 전지현, 참 좋아 보이지 않아?

배간의 질서와 끈끈한 정 같은 게 있었지. 그런데 요즘엔 동아리가 거

주희 나는 송혜교도 좋더라. 연애를 하면서 깊어진 그 눈빛, 너무 매력

의 고사 분위기라 하더라고. 소셜다이닝처럼 ‘밥만 먹고 가는’ 관계만

적이에요. 겉만 이쁘장한 아이돌한텐 나올 수 없는 내면의 눈빛.

형성하는 거지. 30대 초반 아이들을 보면 흠…‘우리가 남이가!’가 희박

현재 요즘엔 배두나도 좋아 보여. 영화배우가 아니라 자기 삶을 사는

해.(웃음)

것 같아서.

심은정 부장(이하 은정) 우리가 사회적으로 올드와 영 사이에 한 다리

주희 옛날엔 정해진 기준에서 벗어난 삶을 안 좋게 보는 시선이 있었


Life is Orange Summer 2014

을 만드세요. 기면서 자기 자신 넘 을 른 서 , 고 지말 절대 의지하려 하 . 김지영 셰프 건, 그것뿐입니다 는 있 수 을 믿 평생

서른이 인생의 내리막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서른이 되고 나니 또 다른 오르막이 시작되더라. 배주영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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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요. 갈 지혜가 생 부장 닥쳐도 풀어나 심은정 이 일 . 떤 죠 어 하 가능 서른이 되면 감한 도전이 오히려 더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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談 ; 이야기하다

는데 요즘은 비교적 자유로우니까, 게이들이 커밍아웃하듯, 여자들도

예뻐졌다! 하고 호들갑 떨어도 옆에서 어린애들이 보면….(웃음)

자기가 살아온 방식을 거리낌 없이 노출하는 걸까요? 다양한 모습들

은정 쟤네들 왜 저래?(웃음)

이 보기 좋아요.

지영 그래, 아무리 어려보여도 나이는 다 보이기 마련이야.

지영 김희애를 보면, 정말 결혼과 CF 모델로써의 가치가 전혀 무관한

은정 근데 그런 드라마에 몰입하는 사람도 많아. 내 주변에도 <밀회>

것도 같아.

애청자가 얼마나 많은데. 사람들이 더 이상 드라마를 ‘리얼’이라 생각하

주영 김희애는 좀 특별하지. 그녀는 이미 50대에 가깝지만, 가정과 일

지 않는 것 같아. 허구잖아. 그냥 재미로 보는 건데 주인공이 예뻐. 실제

을 별개로 구분해서 대중에게 노출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오는 신비감

로 쟨 결혼했고 아줌마야. 근데 화면에서 보면 매력적이란 말야. 그러면

이 아닐까?

충분히 스토리를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

현재 김희애도 그렇고, 특히 김성령은 그 나이대에서 대안이 없는 위

지영 사회적으로 능력 있는 여자가 많아지고, 인정 할지 안 할지 모르

치지. 아마 지금 30대가 40대가 되면 그런 케이스가 굉장히 많아질지

겠지만 남자들은 확실히 나약해지고 있어. 나이 많은 남자가 돈 있고

도 몰라.

권력 있고 똑똑하면 20년~30년까지 어린 여자를 쟁취했듯이, 이젠 반

주영 하지만 연예인을 통해서 보여지는 30~40대 여자의 이미지와 일

대가 된 거지. 남자들도 이젠 굳이 여자를 먹여 살리고 싶지 않은 거야.

상의 30대 여자와는 갭이 있지 않나 싶어. 아무래도 가꿔야 하는 직업

주영 어머, 현실에서도?

을 가진 사람들과 일반적인 우리의 모습이 본딩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

지영 진짜 느껴. 요즘 여자가 10살 이상 연상인 커플이 갑자기 많아졌

은정 예전에 이민정 결혼할 때 광고계에 변화가 있느냐 없느냐는 질

잖아. 오래 일해왔고 능력을 쌓은 여자가 많아지니까 거기에 의존해서

문을 정말 많이 받았어. 광고주들이 30대 모델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

안주하고픈 젊은 남자들이 많아지는 건 확실한 사실이야. 물론, 여자

한 질문이었지.

들도 그런 여자 많지만.

주영 오히려 더 경쟁력이 생기지. 김치냉장고도 있고!(웃음)

주영 남자나 여자나 그런 사람은 그런 거지. 요새 취집이라는 말이 있

현재 세상이 확실히 변했어. 세탁기 광고만 봐도 그래. 예전엔 주부가

다잖아.

앞치마 예쁘게 매고 집안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요즘엔 여전히 아

은정 얼마 전 엄청 쇼킹했던 기사를 읽었는데, 연상연하 커플도 많지

름다운 30대 여자가 굉장히 스타일리쉬한 모습을 보여 주잖아.

만 돌싱인 여자의 재혼 비율이 남자보다 두 배 이상 많대.

지영 잘나가는 연예인이 결혼하면 더 능력 있어 보여. 아, 저 사람은

현재 초혼 남자와 돌싱 여자가 결혼하는 비율이?

연예인 생활뿐 아니라 가정을 꾸릴 능력까지 있는 사람이구나.

지영 그러니까 이 연하남이 왜 나를 좋아할까, 그 심리를 생각해보면

주영 차화연이 나오는 모 화장품 광고를 보면, 엄마랑 같이 쓰고 싶은

무섭지 않아? 예쁜 20대 보다 잘 가꾼 30대가 좋다고 말은 하지, 근

마음이 솟아나. 화장품 모델도 예전처럼 이미지로만 포장하는 게 아니

데 30대가 돈이 없으면 만나겠어? 뭔가 나보다 아는 게 많고, 가진 게

고, 소비자도 광고에 리얼리티가 없으면 제품도 페이크라고 생각하는

많으니까….

것 같아.

은정 잠깐, 여기서 우리 문제도 있는 게, 우린 세상을 너무 많이 알아.

지영 잘 늙어가고 싶은 심리가 깔려있는 거지, 웰 에이징. 나도 저거

순수하지 못해.(웃음)

써서 저렇게 아름답게 늙고 싶다. 이런?

주영 그래. 현실에서 30대 여자가 연애 하기란 힘들어. 그리고 그런 애

현재 그치, 지금 당장 그 화장품 안 써도 예쁜 애들 보다는….(웃음)

들은 다 어디에 있니…(웃음) 은정 맞아! 이젠 남자들이 우릴 무서워해.(웃음) 일하다 보면 어쩔 수

마녀의 연애

없이 ‘포스’가 생기잖아. 어릴 적 친구들 만나면 하나같이 ‘너 너무 세

은정 그건 다들 어떻게 생각해? 연상연하 트렌드.

보여. 좀 죽여.’ 이래.

지영 어후, 나는 그 트렌드가 너무 싫어.(웃음)

지영 그렇지 않고 어떻게 일을 해. 우리가 그냥 꽃처럼 산다면 죽일 수

주영 <마녀의 연애>처럼 소재 자체가 연상연하면 그러려니 할텐데, 실

있어.

제 나이 차는 열 몇 살이고, 그 여배우가 결혼했다는 걸 대중이 너무

주희 그럼, 다들 꽃처럼 천진했던 20대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떻

나 잘 알고 있어. 근데 또래로 나와. 그 여배우가 아무리 잘 가꾸고 이

게 할 거예요?

쁘다 해도….

지영 오, 난 백 퍼센트 안 돌아갈래. 20대가 가진 가능성은 부럽지만,

현재 감정이입이 안 되지.

심리적으로 여유로운 지금이 훨씬 좋거든.

주희 따로 보면 이쁜데 어린 남자배우랑 투샷으로 비추면, 오마이

주희 20대 땐 ‘받아들이는 게’ 힘들었어요. 나보다 나은 사람을 보면 질

갓!(웃음)

투도 하고. 근데 지금은 아, 저 사람은 나랑 다른 사람이고, 나는 내 선에

주영 우리도 마찬가지야. 우리끼리 어머, 왜 이렇게 점점 어려져? 되게

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하니까 확실히 마음이 편해요.


Life is Orange Summer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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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 들여. 김현재 서른? 걍 받아

끔, 스스로 설 수 있게

최주희 플로리스트 단단해지세요.


creator’s note


02 creator’s note 신입사원은 나무를 남기고 황태진 사원 (AE, INNOCEAN Worldwide) 나를 잊지 말아주세요. 블링블링 수습 시절을 뒤로하고, 조현정 CD팀에 남긴 신입사원의 나무. 근데 자라도 너무 자라고 있다고….


Collaboration

INTERVIEW. 강기태+이수연 차장 (AE, INNOCEAN Worldwide)

The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PHOTOGRAPHY. Studio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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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 Trac Never 나는 농부의 아들입니다 트랙터여행가 강기태


Life is Orange Summer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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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e

tor Tracks 교대를 다니다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를 보고 감동받은 남자, 체 게바라의 자유를 동경하며 아메리카 대륙 횡단을 결심한다. 전국 일주부터 시작해 중국, 아시아 대륙 종단,

터키 일주를 마친 남자는 곧 2014 브라질 월드컵이 열리는 브라질로 뜨거운 여행을 떠난다.

그것도 트랙터를 타고! 왜냐고? 난 ‘농부의 아들’이니까.


Collab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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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전성기

기태 ‘할 수 있다, 반드시 된다’는 강한 믿음이 있었거든요. 주변에서

이수연 차장(이하 수연) 며칠 전 지방출장을 다녀오셨다 들었어요.

믿고 도와주시는 분도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고.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브라질 일주를 앞두고 많이 바쁘시죠?

국내 일주에 성공하고, 터키를 가고, 중국을 갔다 오니 확실히 주변

강기태 작가(이하 기태) 5월 들어 정말 바쁘네요. 올 초에 ‘여행대학’도

인식이 바뀌더군요. 지금은 많이들 알아봐주세요.

만들었고, 여행대학 학생들의 아지트격인 카페도 오픈했고, 브라질

수연 첫 책 <180일간의 트랙터 다이어리>가 나오고 나서 두 번째 책에

일주도 성사됐고, 라디오 진행에 강연 요청에…. 아무래도 제2의

대한 제의가 많이 들어왔을 것 같은데…. 터키와 중국 일주는 아직 안

전성기가 오는가 봐요.

쓰신 거죠?

수연 제2의 전성기? 그럼 제1의 전성기는 언제였을까요?

기태 하하, 얘기는 많이 있었죠. 터키판, 중국판 냈으면 벌써 세

기태 아무래도 스물셋에서 스물넷 사이 아니겠습니까. 그때 얼굴이

권이겠지만, 브라질까지 다녀온 다음에 세 나라 이야기를 압축해서

제일 잘생긴 것 같아! 미안합니다만, 그땐 어디 가기만 하면 여자들이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나눠 쓰면 깊이가 부족하니까, 기를 모아서! 한

난리였어요. 잘생겼다고.(웃음)

번에!

수연 아,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으로 해놓으신 그때!(웃음) 외모 말고

수연 문체가 엄청 촉촉(?)해서 문과계열 전공일 줄 알았더니,

여행으로 짚어보는 전성기는요? 역시 맨 처음 트랙터 여행을 시작한

체육교육학과시더라고요?(웃음) 안정된 선생님의 길을 포기하고

2008년 무렵일려나요.

‘여행가’로 변모한 이유는 뭐였을까요.

기태 처음 국내 일주를 시도했을 때만 해도 상당히 미약했죠. 해외

기태 제가 또 ‘하동남자’ 아닙니까. 어릴 때 공 하나 차면서 하루 종일

일주를 하기까지 1년 반이 걸렸으니까요. 대학교 4학년 때부터

놀다 보니 한국교원대학교, 그것도 체육교육학과에 들어왔는데….

‘트랙터로 남아메리카 대륙을 종단할 겁니다!’ 하고 다녔는데 실제

아무리 생각해도 적성에 선생님은 아니더라고요. 저는 뭔가, 돈의

떠나질 못하니까 점점 제가 거짓말하는 사람이 되더군요.

자유보다 시간의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길을 가고 싶었어요. 그러다

수연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셨잖아요. 도보여행에,

여행의 맛을 알게 됐고, 하면 할수록 뭔가 ‘특별한’ 여행을 해보고

리어카여행에…. 국내 기업에서 트랙터 지원이 쉽지 않아 관련학과

싶더라고요.

교수님과 지역구 국회의원까지 찾아가 설득하시기도 하고. 저도

수연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트랙터’였던 거군요?

기획자다 보니 맨 처음 기태 씨가 여행을 기획하고, 관계자를

기태 그렇죠. 사실 그 아이디어는 저랑 막역한 친구 수환이의

설득하고, 실행에 옮기기까지의 과정이 무척 흥미롭더군요.

어머니께서 주신 거예요. 저랑 그 친구랑 ‘어떤 여행을 해야 세상이 뒤집어질까’ 하고 머리를 싸매고 있으니까, 지나가시면서 한마디 툭 던지신 거죠. ‘니들 걍 경운기나 트랙터 타고 남미 일주 한번 해볼래?’ 왔죠, 느낌이 딱 왔죠.


Life is Orange Summer 2014

수연 아, 그 부분 책에서 읽은 것

저는 돈의 자유보다

같네요. 남미 여행 관련된 영화를 찾다가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를 보셨다고.

시간의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길을 가고 싶었어요.

기태 그쵸, 느낌이 또 딱 왔죠. 앞으로 나의 롤모델, 나의 아이덴티티는 체 게바라다! 마침 2004년에 한국-칠레 FTA가 있었거든요. 우리나라 힘든 농민들을 위해 한국농업의 우수성을 알려야겠다. 이런 취지로 38p짜리 여행계획서를 들고 국내 1위의 트랙터업계로 갔는데….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죠. 수연 어머, 근데 지금 그 ‘브라질 프로젝트’ 후원해주는 기업이 그 기업 아닌가요? 기태 이야, 어떻게 딱 아시네. 맞아요. 9년을 발버둥쳐서 드디어 진가를 인정받았습니다. 하하.

그러다 여행의 맛을 알게 됐고, 하면 할수록 뭔가 ‘특별한’ 여행을 해보고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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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ab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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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러워서 고맙습니다

수연 트랙터로 주로 다니신 곳도

수연 사실 인터뷰 오기 전에 진행하시는 라디오 방송을 몇 개 듣고

시골이잖아요. 저도 터키를 여행한

왔거든요. ‘농부의 아들’을 상당히 강조하시더라고요.

적이 있는데, 군인이 지키고 있는

기태 농촌이 망해가는 모습을 아버지를 통해서 쭉 봐왔어요. 돈이

곳도 있고, 치안이 불안한 곳도 좀

안 되거든요. 쌀농사 6만 평 짓는 우리 집도 많이 남질 않는데,

있더라고요. 트랙터로 낯선 길을

우리보다 적게 짓는 집은 얼마나 어려울까. 전국 5백만 농가에서

여행할 때 위험한 적은 없으셨나요?

어떻게 아들딸 키워 대학 보내지? 지금도 일손이 부족한데 10~20년

기태 정반대예요, 반대. 우리나라도

뒤엔 누가 농사를 지을까? 이런 복합적인 고민들이 하나로 모인 거죠.

그렇고 해외도 그렇고 도시를

톱니바퀴처럼 하나로 팍! 트랙터=강기태. 정체성 맞다. 가자. 해보자.

벗어나면 오히려 위험하지 않습니다. 하동 화개장터 가면 위험할까요? 청학동 가면 위험할까요? 수연 전혀 안 위험할 것 같아요.(웃음)

수연 말씀을 나누면 나눌수록 ‘타고난 마케터’란 생각이 듭니다.

기태 농사짓는 사람이 해코지

기태 친구들도 저보고 ‘퍼스널 마케팅의 천재’라고 해요.

하겠습니까.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은

미안합니다.(웃음)

그러지 않아요. 그들이 뭘 하나 주면

수연 에이, 뭐 어때요. 여기 좀 자뻑해도 되는 자리잖아요, 그쵸?

주지, 제걸 가져가진 않아요.

기태 전 제 고향이 너무 좋아요. 시골이 좋아요. 전 컴퓨터도 고1 때

수연 그럼 터키랑 중국에서도

처음 만져봤어요. 섬진강에서 다이빙하고, 지리산에서 뛰놀고. 온몸이

지나가다 일손 부족한 농민들 막

자연에 반응하는 그 느낌 아세요? 만약 제가 도시 아이들처럼 학원과

도와주고 그러셨나요? 국내에서

집만 오갔더라면, 아마 선생님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러셨던 것처럼.

수연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는 환경과 고향에 대한 애정이 자연스럽게 지금의 자리까지 이끌어준 거로군요. 기태 전 나중에 자식 생기면 중학교 때까진 꼭 하동에서 학교 보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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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태 그쵸. 오이 따면 같이 따고, 토마토 따면 내려서 도와드리고.

여행대학은 새해에 세운

중국도 마찬가지예요. 상하이, 베이징, 하얼빈 이런 데나 위험하지. 힘들게 비료 뿌리는 사람이 저한테 와서 뭘 하겠어요? 비료 뿌리는 것만도 힘들어 죽겠는데? 브라질도 위험하다곤 하지만, 기본적으로

목표 중 하나였어요. 저부터도 여행하면서 얻은

농사짓는 곳을 가니까…. 농사는 식물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잖아요. 타인의 생명을 어찌 함부로 하겠어요. 수연 일리 있는 말씀이시네요. 그래도 트랙터로 장시간 여행하다 보면 엄청 불편하실 것 같은데. 트랙터의 진짜 매력이 뭐예요? 기태 일단 주목받는다는 거? 어딜 가도. 수연 하긴 속도도 빠르지 않으니깐 얼마나 쳐다보겠어. 나만 봐! 이거잖아.(웃음)

기태 제가 그냥 트랙터만 타는 게 아니고, 깃발도 달고 이것저것 광고도 붙이잖아요. 처음 보는 농기계가 요란하기까지 하니,

수만 가지의 노하우가 있는데, 여행 초보들이 떠나기 전에 선경험자의 수업을 듣는 커리큘럼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강기태 1984년 경남 하동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한국교원대학교 체육교육과를 졸업했다. 도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와서 물어봐요. 너 누구야? 그럼 그때부터 홍보가 시작되는 거죠.

오토바이, 자전거, 리어카 등 다양한 수단으로 국내를 여행하던 그는,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에서 영감을 받아 2008년 세계 최초로 트랙터 국내 일주에 성공했다. 2012년

세상에서 가장 큰 캠퍼스, 여행대학 수연 여행대학에서도 ‘불확실성이 주는 매력’을 강조하시나요? 기태 꼭 그런 건 아니에요. 목표는 뚜렷해야죠. 수강생이 직접 계획을 세우면, 각 분야의 멘토들이 그 계획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여행대학은 새해에 세운 목표 중 하나였어요. 저부터도 여행하면서 얻은 수만 가지의 노하우가 있는데, 여행 초보들이

터키 트랙터 횡단, 2013년 중국 트랙터 종단 일주까지 성공한 그는 오는 8월 브라질 일주를 준비 중이다. ‘여행대학’에서 12명의 멘토와 함께 여행 멘토링, 각종 강연 등 바쁜 여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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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ab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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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 전에 선경험자의 수업을 듣는 커리큘럼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수연 여행계획을 자발적으로 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커리큘럼이군요. 기태 그렇죠. 3개월짜리 코스인데, 실제 여행을 다녀오지 않으면 수료예요. 졸업장 안 나옵니다.(웃음) PPT 멘토도 따로 있고요, 기타 없는 여행은 서운하니까 기타학과,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식탐여행과도 있습니다. 저는 ‘서울 야반도주학과’ 학과장이에요. 하하. 수연 이노션에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어요. 사원끼리 조를 짜서 여행계획을 세우고,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선발된 팀에게 회사에서 여행경비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요. 기태 우리도 비슷해요. 지금은 여행대학의 브랜드 정립이 가장 중요한 과제예요. 부산캠퍼스, 광주캠퍼스 등 주요 도시마다 캠퍼스를 설립하고 싶어요. 나중엔 여행사보다 우리 파워가 세질지도?(웃음)

재미있는 여행을 하려는

농촌의 차세대 인재 양성인가요?

자들이여, 여행대학으로 오라! 세상에서 가장 큰 대학,

수연 그러다 여행사에서 플랜 짜주는 사람 다 망하면 어떡해요? 기태 우린 다 오픈소스예요. 공유경제 개념이죠. 요샌 ‘자기 것’만 챙기면 망합니다. 100프로 주면, 200프로 돌아오게 돼 있어요. 돈이 없는 여행자들이여, 재미있는 여행을 하려는 자들이여, 여행대학으로 오라! 세상에서 가장 큰 대학, 세상에서 가장 넓은 캠퍼스를 가진 대학,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대학, 여행대학으로 오세요! 크. 수연 흠, ‘농부의 아들’인데 지금 서울 강남에 사시잖아요? 농촌에

수연 열정대학의 운영 취지는

계획하시는 일들을 가만히 곱씹어보니, 요즘 사회에서 요구하는 ‘축적의 미가 아닌 순환의

세상에서 가장 넓은 캠퍼스를 가진 대학, 세상에서

미’가 떠오르네요. 내가 가져서, 부유해지고, 누리는 것과는 상반된, 만들어서 뿌리고 흩고, 공유하고,

가장 매력적인 대학, 여행대학으로 오세요!

그것들로 또다시 생산하고. 계속 순환하는 느낌이 들어요. 기태 당장은 힘들죠. 그러나 시간이

대한 비전과 지금의 삶을 어떻게 함께 융합할 계획이신지.

지나면 지날수록 가능성 있습니다.

기태 그거 진짜 중요한 부분이죠. 여행대학과 별도로, 농촌에

수연 혹시 트랙터 말고 다른 재미난

‘열정학교’를 구상 중이에요. 우선 하동군과 콜라보레이션을 생각하고

콘셉트라든가, 없나요?

있는데, 지자체마다 있는 청소년수련관을 활용해서 농촌 아이들을

기태 없어요. 트랙터가 최강이라

위한 특별한 체험을 하려고 합니다. 농촌에서 접하기 힘든 콘텐츠를

생각해요. 더 극강이 있긴 있어요.

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게 주된 목표고요, 강연과 교육, 체험이

굴삭기 이런 거.

결합된 커리큘럼이 될 겁니다. 물론 열정학교의 소스 역시 다른 군에도

수연 아, 뭐든지 파드립니다? 내가

다 무료로 오픈할 거고요.

한번 해볼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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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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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충식의 뮤직에세이

Cheer Up! Mr. Starbuck! 나는 스타벅스를 노래하기로 했다. 그런데 어떻게? (최근 폴바셋에게 그 위상을 빼앗겼다고들 하지만) 아직까지는 별다방의

다방에서 빛나는 보통의 별을 위해

전매특허인 ‘지적 허세’를 노래해볼까? 아니면 과학 저술가 스티븐 존슨이 설파한 탁월한 아이디어의 발생지로서의 커피하우스에 관한

나는 광고쟁이다. 또한 나는 가수다. 노래는 즐겁다.

이야기를 노래해볼까? 그런데 그건 좀 뻔하다.

가수가 되니 즐겁다. 내 생각과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어

곰탕에 곰이 없고 감자탕에 감자 없듯이 가만 보니 스타벅스 로고엔

발표하는 것은 생각보다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다.

‘스타벅(Starbuck)’이 없었다. 모두가 아는 바처럼 로고 속 여자는

만우절에 발표한 첫 번째 싱글앨범의 열화(?)와 같은

스타벅이 아니라 사이렌(Siren)이다. 매혹적인 노래로 지나가는

성원에 힘입어 두 번째 싱글앨범을 기획하게 되었다.

배의 선원들을 유혹하여 죽게 하는 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지난 봄호에 언급한 대로 ‘썸네일 프로젝트’는

인어 말이다. 반면 스타벅스라는 이름은 허먼 멜빌의 해양 모험 소설

나에게 영감을 준 하나의 브랜드를 선정해서 그것을

<모비 딕>에 등장하는 일등 항해사 ‘스타벅’에서 차용한 것이다.

테마로 노래를 만들어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쉽게 말해 사이렌이라 쓰고 스타벅이라 읽는 꼴이다. 흥미로운 모순이다.

이번엔 ‘스타벅스(Starbucks)’다.

사이렌이 뱃사람을 유혹하는 것처럼 고객을 별다방으로 유혹하겠다는 의도는 알겠으나 대체 스타벅은 어디로 갔을까? 카페 이름을 사이렌이라 하면 될 것을 왜 굳이 스타벅스라 명명하였을까? 장장 700페이지가 넘는 책 어디에도 스타벅이 커피를 마신다거나

1 TEXT

남충식 부장 (더캠페인랩, INNOCEAN Worldwide)

남충식 캠페인플래너. 인생에서 두 번째로 좋아하는 광고를 직업으로 택하고 첫 번째로 좋아하는 음악을 취미로 택한 행복한 싱어송아이디어라이터(Singer Song Idea Writer). <기획은 2형식이다>의 저자.

좋아한다는 표현은 나오지 않는다. 가히 ‘스타벅 실종사건’이다. 1956년 제작된 영화 <모비 딕>에서도 스포트라이트는 항해사 스타벅이 아닌 에이합 선장에게 향했다. 그뿐인가. 시애틀에 있는 스타벅스 1호점 입구에는 스타벅스가 소설 <모비 딕>을 모티프로 삼았다는 것을 알리는 작은 동상이 있는데 그 대상이 당연히 스타벅이어야겠지만 웬걸, 그 영광의 주인공도 에이합 선장이다. 스타벅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도 하다. 브랜드의 주인공은 스타벅 자신인데 정작 그 위상은 사이렌에게, 또 에이합에게 빼앗겼으니 말이다. 스타벅스의 사라진 진짜 주인공, ‘스타벅’을 찾아 노래하자! 스타벅의 진실을 노래하자! 스타벅은 어디에 있을까? 대체 그는 누구일까? 그 답은 역시나 <모비 딕>에 있었다. 스타벅의 생김새에 대해 소설은 이렇게 묘사한다. ‘얼굴은 부싯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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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하며 두 눈은 함선의 나침반 만큼이나 또렷하고

스타벅(STARBUCK)

목소리는 강직하다.’ 평범하다는 소리다. 얼굴에

Executive Producer 썸네일 프로젝트 Composed & Lyrics & Programming & Vocal by 남충식

에지가 있었으면 그렇게 묘사하지 않았다. 스타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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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과 성향은 어땠을까? 소설은 그를 이성적이지만 나는 또 지쳐가고, 지쳐가고,

감정적이고, 소심하지만 용감하며, 침착하지만 광기

결국 미쳐버리겠지.

있는 복합적 성격이라고 묘사한다. 역시 평범하다는

나는 또 돌아가고, 도망가고,

소리다. 모순적인 양 극단의 성향이 공존할 수 있는

그만 돌아버리겠네 뛰고, 또 날고, 울고, 웃기고, 인생은

동물, 그것이 사람이다. 보통 사람이다.

한편의 블랙코미디여-

즉 스타벅의 성격과 성향도 특이할 게 없다.

왜 그렇게 소심하게 시니컬하게 작아지는가?

종합하면? 스타벅은 외모적으로나 성향적으로나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떠도는 항해-

별 특징이 없는 범인(凡人)이라는 거다. 평범한

우리는 스타벅-

캐릭터를 어떻게 브랜드 로고의 얼굴마담으로 삼을 수 있단 말인가? 로고에 스타벅의 얼굴을 박아넣을 수 없었던 창업자들의 심정이 십분 이해가 된다. 평범한 스타벅보다 기괴한 사이렌이 훨씬 스타성이 컸을 터.

썸네일 프로젝트 두번째 싱글,

다시 살고, 꿈꾸고, 춤추고, 노래하고,

<STARBUCK> 앨범 재킷

인생은 한번쯤 살아봄직한 꿈- (내 삶이여-)

illustration 김선민

왜 그렇게 무모하게 고래를 찾아 헤매이는가?

facebook.com/thumbnailproject

살아 있는 파도를 타고 꿈꾸는 항해-

스타벅은 누구인가? 스타벅은 다름아닌 우리 자신이다. Can You See the Bright Green Star?

지극히 평범한 외모와 성향을 가진 당신과 나다.

지치고 힘들 땐 한 잔의 커피.

삶에 대해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메타포적으로 ‘배(ship)‘인 것이다. 스타벅스는 단순한

부어라. 마시자. 위하여-

한편으론 뜨거운 열정과 애착도 가슴에 지닌 보통의

커피전문점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힘겨운 바다를

난 그렇게 하워드의 마법에 빠져 주문을 외고-

우리. 스타벅은 커피를 유혹하는 대상이 아니라 유혹

항해하는 보통의 소시민들을 위한 방주요, 안식처요,

당하는 대상으로 보아야 타당하다. 즉 스타벅의 정체는

집이다. 바다의 항해사들이 힘들고 지칠 때 ‘럼주’를

‘메이커’가 아닌 ‘소비자’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시듯 도시의 항해사들은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사이렌의 노래를 따라 춤추는 항해우리는 항해사 스타벅-

별다방을 들여다보라. 이성적이지만 감성적인 보통의

나는 세계 최초(?)로 ‘항해사 스타벅 송’을 만들었다.

소시민들. 당신과 나, 우리들이 앉아 있다. 우린 항해사

장르는 미디엄 템포의 모던 발라드. 블랙코미디적

조연으로 마법사 하워드 슐츠, 인어공주 사이렌 등을

스타벅 아닌가?

느낌을 내기 위해 그 위에 블루스와 재즈의 음계를

등장시켰다. 그것들을 노래에서는 가사로, 멜로디로,

스타벅스의 원래 이름은 ‘피쿼드(Pequod)’였다.

얹었다. 살짝 어깨춤을 출 수 있다. 그리고 스타벅의

뮤직비디오에서는 동화적 일러스트로 표현해보았다.

피쿼드호는 <모비 딕>에 등장하는 포경선의 이름이다.

스토리를 동화적으로 재해석했다. 바다를 우주로

지구별에서 스타벅스가 제일 많은 도시가 어딘지

비록 Pee-라는 발음에서 소변이 연상된다는 이유로

치환했다. 우주를 떠다니는 피쿼드호, 우주를

아는가? 뉴욕도, 파리도, 시드니도, 도쿄도 아닌

최종탈락하고 말았지만, 창업자들의 브랜드 철학을

날아다니는 거대한 고래. 수많은 별들의 향연, 그

서울이다. 별다방 주인장 하워드 슐츠가 한국을

유추해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스타벅스는

중에서 가장 빛나는 별(다방). 그 안의 보통의 스타벅들.

방문했을 때 저녁 8시에도 줄 서서 커피 마시는 서울의 스타벅스 풍경에 충격을 받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힘겨운 인생의 항해를 하고 있는 스타벅들이 대한민국에 가장 많이 살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아니, 대한민국이라는 모순과 고난의 바다에는 럼주(커피)의 위로가 절실히 필요한 지친 항해사들이 유독 많다는 방증일 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꿈꾸고 희망을 노래하며 꿋꿋이 항해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스타벅들. 우리들에게 이 소박한 노래를 바친다.

‘썸네일 프로젝트’의 두 번째 디지털 싱글 ‘스타벅’은

1971

1987

1992

2011

7월 중순 네이버뮤직, 멜론, 벅스 등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trend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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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희 카피의 Material Girl

언제나 궁금한 건 타인의 서재다. 드라마 속에서

꽂혀 있다’는 말도 좀 그렇다. 그 책들은 서재라는

우리의 주인공이 멋지게 책을 펼쳐 들었다. 그

세트에 소품으로 놓여있을 뿐인 거니까.

책엔 호기심이 일지 않는다. 그런 책은 십중팔구

TV 뉴스에 나오는 서재들이 훨씬 재미있다. 교수,

작정하고 PPL을 하는 책이다. 10분도 안 돼

평론가, 연구원 등 각 분야 전문가 인터뷰는 보통

실시간 검색 순위에 그 제목이 오르겠지. 다음

그들이 일하는 공간에서 찍힌다. 그 곳엔 여지없이

날이면 ‘도민준이 눈물을 떨구며 읽은 바로 그

덩치 큰 책장이 있다. 카메라를 보며 한창 이야기 중인

책’으로 매대에 깔릴 거다. 정말 궁금한 건 책을

그들 뒤에서, 그 발언에 신뢰도까지 부쩍 실어주며

The Libraries of Others

들고 있는 주인공 뒤에 ‘빼다’로 걸려 있는 책장,

훌륭한 ‘빼다’가 되어 주고 있는 책들. 그것들은

거기 진짜로 꽂혀 있는 책들이다. 하긴 ‘진짜로

리얼이다. 진짜로 꽂히고 읽히고, 주인의 손을 타고

노진희

눈을 탄 것들이다. 그냥 책이었던 책이 ‘누군가의 책’이 되는 건 김춘수의 시 속에서 이름이 불려진 꽃 같은 상태가 되는 일이다. 누군가의 책장에 일단 꽂힌 책들은 서점에 임자 없이 누워있는 책들보다 별스럽다. 사연있어 보여서 알고 싶어진다. 그토록 궁금한 타인의 책들, 내 두 눈은 화면 저 깊숙이 제목도 잘 안 보이는 수 십 권의 책등들을 빠르게 훑는다. 언제나 꿈꿔온 건 나만의 서재였다. 어렸을 땐 책상 앞 또는 옆에 딸린 책꽂이 선반이 휘도록 책을

카피라이터.

<서른다섯까지는 연습이다>를 썼다.

<훔쳐라, 아티스트처럼>을 번역했다.

책이라는 물질 : 본래 읽는 물질이지만 꽂아만 두고 쳐다만 봐도 좋아 물질에게서 위안받는다. 엇, 이거 너무 삭막하고 속물 같은가. 물질은 사람보다 더 의리 있고 가식 없다. 늘 그렇진 않지만 분명 그렇다. 그러니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 때, 나는 산다. 물질만능주의는 확실히 구리지만, 물질이 유능한 건 고마운 일이다. 가만히 날 달래주는 물질이 고맙다.

2

TEXT. 노진희 부장 (카피라이터, INNOCEAN Worldwide)


Life is Orange Spring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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꽂고, 책을 꽂은 그 위로 생긴 틈에 몇 권을 더 눕혀 넣었었다. 책상 밑에도 바닥에서 솟아난 듯한 낮은 책기둥 몇 개가 웅크려 있었다. 이 정도가 내가 가진 책 세상의 전부였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가로세로 칸칸이, 책들을 그득그득 꽂을 수 있다면…… 네모난 방의 4면을 뺑 두르는 건 바라지도 않아. 그냥 딱 한 면만이라도 책으로만 빽빽하게 채울 있다면…… 쪼꼼 더 욕심을 부린다면 천고가 높은 방에 사다리가 걸쳐진 키 큰 책장을 놓는다던가…… 만화방에 있는 것처럼 레일이 깔려있어 겉책장을 드르륵 밀면 속책장이 나온다던가…… 몇 년 전 집을 떠나 나만의 공간에 입성했다. 식구가 다같이 사는 집의 ‘내 방’과 똑같은 방 한 칸이더라도 그 방 한 칸이 전부 ‘내 집’인 건 전혀 다른 세계였다.

책 읽는 소녀, 1776년,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그 시절엔 늘 얼마쯤 달뜬 채, 매일매일 인테리어만

책 읽는 사람의 표정을 좋아한다.

궁리했던 것 같다. 어떤 밤 악몽 속에서 나는 괴수한테

눈을 감은 것도 뜬 것도 아닌,

쫓기면서도 침대맡에 놓을 전등갓을 사러 다니고

꿈을 꾸는 것도 깨어 있는

있었다. 평생을 책사랑으로 살아왔다 생각했는데,

들여다볼 때 주로 이 표정들이

것도 아닌…. 요즘엔 스마트폰 나온다. 아름다운 줄은 모르겠다.

나만의 공간에 책장을 놓을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그 땐 책보다 공간이 더 소중했다. 어차피 내가 꿈꿔왔던 대로 서재를 꾸미지 못할 거라면, 책장은 방의 미관을

숙이고 검지&엄지로 윗코를 잡고 내뱉듯 웃는다-

맞춤 제작했으면, 그거 그냥 맨날 열려있을 뻔 했다.

해칠 뿐이었다. 방 하나짜리 오피스텔에 책장이라니.

요런 자뻑 제스처를 대입해 주시면 이 허세를 더

쓸데없이 돈 아까울 뻔 했다.

그런 거구의 가구를 들여놓는 건 안 될 일이었다.

실감나게 느끼실 수 있습니다) 책이 꼭 책장 안에

정사각형의 방, 내 어깨쯤까지 오는 창턱 아래로만

그 집엔 신발장, 옷장, 싱크대, 세 종류의 붙박이

존재해야 한다는 편견쯤은 가벼웁게 박살내 주는

책장을 빙 둘렀다. 방 한가운데 놓인 책상에 앉으면

수납장이 있었다. 가장 많은 수납이 가능한 건

자유로운 사고의 소유자? 아하하하. (좀 아까 그 자뻑

책들에게 훅 둘러싸인다. 책방이 아니라 ‘책탕’ 안에

뜻밖에도 싱크대였다. 위로 네 칸, 아래로 여섯 칸.

제스처 대입 부탁 드리겠습니다) 책 한 번 찬장에 옮겨

들어앉은 느낌이다. 뜨거운 온천에 몸을 담근 채

수납공간 한 번 시원시원한 주방가구가 그 좁은 방에

꽂았다가 지성과 센스와 자유로움 터지는 이미지까지

고개만 쏙 내밀고 있는 잉여로운 느낌. 훈훈하다.

가당치 않은 수수께끼처럼 존재했다. 집에서 밥 할 일

득템하게 되다니, 아하하하하.

상쾌하다. 책장을 천천히 훑어본다. 히익, 나는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 그 공간은 난감했다. 처음엔

주방이 서재였던 시절을 끝내고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이 책들의 반의 반도 안 읽었구나. 저기 방구석에

목도리나 털모자 같은 소품들을 넣어뒀다. 책상으로

준비할 때였다.

인터넷서점 택배박스가 있네? 히익, 한 장도 안 들춰본

쓰는 작은 테이블 위가 점점 책들로 넘쳐나자, 방의

“우리 둘 다 책이 너무 많으니까, 제일 작은 방에 TV를

새 책이 다섯 권이나 있다? 커터로 부욱- 테이프로

전체적인 모양새가 못생겨지기 시작했다. 이젠

놓고 거실엔 책장이랑 소파만 두자. 북카페처럼. 그래,

접착된 부분을 절개하고, 새 책들을 확인하고, 좋다고

별수없이 책장을 들여놔야 하는 건가 고민했다. 싱크대

그 뭐냐, 니 로망이었다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드르륵

반가워했던 기억까지만 내겐 남아있다. 박스 속에서

수납장에 그릇 대신 책을 넣어두니 나쁘지 않았다.

밀면 속에서 또 책장 나오는 만화방 책장. 그런 거

일주일 넘게 방치돼 있던 책들을 드디어 꺼내 이 칸 저

방 하나짜리 오피스텔에 책장 같은 거구의 가구라니.

맞춤제작해서 놓으면 되겠다.” 그러다가 “근데 있잖아.

칸에 입주시킨다. 언제 읽게 될지 기약은 없다. 일단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될 일이었다.

집에 손님들 왔을 때 거실에 TV 없으면 은근히 서로

책꽂이에 꽂히는 의식이 끝났으므로 나와 책 사이는

집에 놀러온 친구들이 라면 끓일 냄비를 찾다가

할 말 없다? 자 봐봐, 이중으로 수납장을 짜는 거야.

각별해졌다. 그냥 책이었다가 나의 손을 탄 ‘내 책’이

난데없이 책들을 맞닥뜨리곤 탄복했다. 너 이 자식,

겉에는 책장, 안에는 TV, 이렇게.”

됐다. 김춘수의 시에 나오는 이름 불려진 꽃 같은

정말 책을 양식처럼 수납하고 있어! 책장 아닌 찬장

그러다가 지금은 그냥 거실에 TV 있고 작은 방에 책장

상태가 된 거다.

안에 꽉 들어찬 책들은 본의 아니게 날 꽤 괜찮은

있다. 큰일날 뻔 했다. 거실에 책장만 두고 작은 방에

책은 정말 대단하다. 사놓고 입지 않는 옷은 아깝고,

지성인으로 보이게 해줬다. 책을 무척 사랑하긴

TV를 뒀으면, 거실은 삽시간에 죽은 공간으로 전락할

사놓고 먹지 않은 식재료는 썩어 없어진다.

하지만, 또 막상 그 책을 막 애지중지하지는 않는

뻔 했다. 넓은 데 다 놔두고 굳이 좁은 방에서만 서식할

사놓고 읽지 않는 책은 그대로도 괜찮다. 꽂아만 두고

그런, 쿨하디 쿨한 주인? 아하하하. (고개를 살짝

뻔 했다. 큰일날 뻔 했다. 책장 밀면 TV 나오는 수납장

쳐다만 봐도 좋다.


trend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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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의 시네마투어

3 Edge of Tomorrow

TEXT. 듀나 (SF작가, 영화평론가) Cooperation. 위너브러더스코리아(주)

아직도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지금 사쿠라자카 히로시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다. 그가 외계인과 싸우는 강화복 부대를 다룬 라이트 노벨

끊임없이 세이브 지점으로 돌아가는 강화복 전사라는

‘All You Need is Kill’을 냈을 때

설정이 가장 중요한데 그 안에 일본인이 들어가건 톰 크루즈가 들어가건 무슨 상관인가.

이 작품의 확장 가능성이 어디까지일지

인터넷 무비 데이터베이스의 게시판에 가보면 원래

짐작했던 사람이 있었을까? 만화책.

일본인인 남자 주인공을 톰 크루즈로 바꾸어놓은

가능하다. 애니메이션 시리즈. 가능하겠지.

것을 물고 늘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여기에서

하지만 할리우드에서 이 소설의 판권을

인종차별의 혐의를 본다. 나는 그들에게서 서구

사들여 톰 크루즈 주연, 더그 라이먼 감독의

리버럴들의 기계적인 죄책감을 본다. 정작 일본인들은

블록버스터로 만들 거라고 상상한 사람이

주인공이 톰 크루즈인 것에 티끌만큼의 불만도 없을

얼마나 있었을까? 하지만 정말 진짜로

것이다. 원작에서 주인공이 일본인인 것은 다국적,

그런 일이 일어났다. 만들어진 것만으로도

다문화 주인공들이 나오는 소설을 영어가 아닌 일본어로

대단한데 상당한 수작이기도 하다.

쓴다는 것에 대한 핑계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가 바로 그 영화다. 마이클 크라이튼이나 톰 클랜시처럼 꾸준히 자기

그 역을 톰 크루즈가 한다고? 좋지! 여기서 중요한 건

작품들을 할리우드에 팔아온 미국 작가들을 부러워해야

‘일본인’이 만든 이야기가 할리우드에 팔려 오타쿠가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부러워할 수도 있겠지만

아닌 전 세계 일본 관객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이다.

그들은 현실적으로 너무 멀리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일본식’이거나 그 이야기 안에 ‘일본인’이

얼떨결에 자기 작품의 판권을 할리우드에 판 라이트

나온다는 것이 아니다.

노벨 작가는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매우매우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고 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

부럽다. 마치 로또에 당첨된 이웃을 보는 거 같다.

생각해보니 이게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 물론 우리에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리 것들 중 많은 것이 좋다. 하지만 그건 우리 것이

우선 운이 좋았다. 여기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 말이 없다.

객관적으로 모두 좋다는 뜻은 아니다. 물론 그 ‘많은

둘째, 소재가 할리우드 영화에 적용 가능했다. 주인공이

것’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것도 좋다는 말은 아니다.

일본인이긴 했지만 그 사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이제 ‘우리 것’이 무엇인지도 확신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Life is Orange Spring 2014

듀나(DJUNA) 소설뿐 아니라 영화 평론 등 여러 분야에서 왕성히 활동하는 SF 작가. 지은 책으로 소설집 <나비전쟁> <태평양 횡단 특급>

81

한국이 잠깐 나오는 다큐멘터리나 극영화가 있다고

왔을 때 우리에게 그 게임은 최대한 한국적인 영화를

치자. 여기가 한국이라는 나라라는 것을 알려주는 가장

만들어 그 독특한 지방색을 세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손쉬운 방법은 유명한 지형지물을 보여주고 음악을 틀고

것이었다.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아시아 구석에

자막을 넣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슨 음악을 넣을 것인가?

있는 작은 나라의 지방색 자체를 감상하려는 관객들은

언젠가 BBC 다큐멘터리에서는 국악을 넣었는데 정말로

언제나 극소수였다. 우리 ‘문화상품’의 영향력을

어색하게 들렸다. 우리 음악인 건 맞다. 하지만 지금

넓히려면 그것만으로 모자랐다.

우리가 사는 세계의 음악은 아니다. 전주에서도 상영된

한국 문화 상품의 국제적 영향력이 늘어났던 90년

다큐멘터리 <사이버 사랑>에서는 요새 걸그룹 음악을

이후의 추구 방향은 보편성이었다. 일단 보편성을

넣었는데 음, 그럴싸했다. 언제부터인가 아이돌 음악은

추구하자 우리가 굳이 의식하면서 넣지 않았던 한국색이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의 ‘우리 것’이 되었다.

따라왔다. 이제 수많은 사람이 문화 상품에 반영된

우리의 문화적 유전자를 전파하는 게임은 몇십 년

‘한국색’을 지적할 수 있다. 그것들 상당수는 우리가 굳이

전에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것이 되었다. 임권택이

자랑하고 싶어 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제

<씨받이>를 만들어 베니스 영화제에서 상을 받아가지고

그들은 한국이 어떤 문화 상품을 생산하는 나라인지

<대리전> <용의 이>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면세구역>과 장편소설 <제저벨> 그리고 영화 비평집 <스크린 앞에서 투덜대기> 등이 있다. 그 외에도 <잃어버린 개념을 찾아서>를 비롯한 다수의 공저서 집필에 참여했다.

안다. 하긴 우리 것의 순수성에 그렇게 집작할 필요가 있을까. 유럽 귀신 이야기와 프랑스 탐정 이야기를 썼던 에드거 앨런 포는 여전히 위대한 미국 시인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이탈리아 연인들과 햄릿이라는 덴마크 왕자 이야기를 쓴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어떤가. 우리 것이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것은 나를 가르치는 다른 누군가가 아니다. 이제 ‘우리’라는 것도 이전만큼 중요하지 않다. 세상은 글로벌화되었고 우리에게 날아드는 문화 정보는 무한이 되었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 ‘우리’를 선택한다. 당신 귀에 아르헨티나 탱고의 반도네온 소리가 그렇게 근사하게 들린다면 그 길을 따르라. 그게 당신의 ‘우리’이다. 우리가 이전에 알던 ‘우리’가 산산조각이 난다면 그 ‘우리’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슬프겠지만 그들에게 어떤 의무감을 느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trend REPORT

82

조민기의 TV뽀개기

Peeping Tom’s Day 유사가족과

Cooperation MBC, SBS, O’live

TV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사람들

수 있다. 가상 결혼이라는 설정을 통해 선남선녀 스타들

1인 싱글 가구 453만 명의 시대, 혼자 살아가는 것에

사이에서 ‘썸’이 시작되고 진행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익숙해진 사람들은 누군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점점

<우리 결혼했어요>는 마치 대리 연애를 하는 것 같은

어려운 숙제로만 생각하고 있다. 리모컨을 쥐고 타인의

두근거림을 선사한다. 새로 시작한 <룸메이트>와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삶을 훔쳐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특권을 누리는

<셰어하우스>는 기존의 성공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지닌

혼자 살고 있는 사람과 누군가와 함께

우리 앞에 ‘함께 사는 공동체’가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장점을 조금씩 취합하여 ‘공동체 생활’이라는 포맷 안에

살고 있는 사람. 혼자 혹은

보여주는 예능이 등장했다. 거의 같은 시기에 ‘같은

버무려냈다.

함께 ‘잘’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공간에서 함께 사는 생활’을 주제로 한 <룸메이트>와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참으로

<셰어하우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공간을 공유하는 <룸메이트>와 상처를 공감하는

어려운 과제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프로그램과 색다른 구성원들을 등장시켜

<셰어하우스>

신선함을 자랑하지만 대중들이 가장 좋아하는 트렌드인

비록 프로그램으로 뭉친 구성원들이긴 하지만 낯선

대리만족과 관음증을 만족시켜주는 유사가족 시스템과

사람들끼리 어느 날 갑자기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는

관찰예능을 ‘일상’에 교묘하게 접목한 익숙한 포맷이다.

것은 그 자체만으로 어색하고 불편하기 마련이다. 그것도

이런 포맷의 프로그램들은 충분히 성공을 검증받은

10명 남짓한 인원이 한 집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4

바 있다. 대표적으로 주말 예능의 왕좌를 사이좋게

일이 아니다. 결국 어수선한 초반에 대중의 시선을

지키고 있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아빠 어디가>는

사로잡기 위해서는 구성원이 어떤 사람인가가 가장

진짜 가족들의 일상을 마음 놓고 구경할 수 있는

중요하다. <룸메이트>와 <셰어하우스>의 구성원들은

프로그램이며, 왕년의 명성을 회복 중인 <1박 2일> 시즌

남녀의 비율과 캐릭터의 조화 그리고 시청률을

조민기 (TV칼럼니스트)

관찰예능 전성시대

TEXT

3는 유사 가족들이 여행을 통해 만난 고난을 어떻게

고려하여 신중하게 발탁되었다.

해결해가는가를 지켜보는 즐거움을 준다. 여기에

일요일 황금시간대에 새롭게 출발한 <룸메이트>의

토요 예능의 장수 프로그램인 <우리 결혼했어요> 역시

구성원들을 살펴보자. 중장년 시청자들을 위해

관음증을 만족시켜주는 관찰 예능의 대표주자라고 할

향수를 자극하는 역할을 맡은 것은 왕년의 스타


Life is Orange Spring 2014

83

이소라와 신성우이다. 여기에 대중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연기자 홍수현과 이동욱, 인지도가 필요한 신인배우 서강준과 박민우가 합류했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화제를 몰고 다니며 온라인과 SNS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현역 아이돌 찬열(EXO)과 박봄(2NE1), 나나(오렌지캬라멜)를 비롯해 여성 이종격투기 선수 송가연과 개그맨 조세호까지 다양한 색채를 지닌 11명이 모였다. 음식과 요리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케이블 채널 올리브TV에서 방송을 시작한 <셰어하우스> 역시 10명의 출연진을 자랑한다. 캐릭터는 <룸메이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왕년의 스타 역할을 맡은 것은 과거 아이돌 출신인 룰라의 이상민과 god의 손호영이다. 여기에 ‘야구여신’이라는 수식어를 넘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아나운서 최희와 아이돌 우희(달샤벳)와 김현우(딕펑스)가 합류했고 아직 인지도가 크게 높지 않은 연기자 최성준과 천이슬 및 비연예인이라고 할 수 있는 패션 디자이너와 모델이 한 집에 모였다. 설정은 비슷하지만 두 프로그램의 성격은 확실히

아마도 이런 부분 때문에 <셰어하우스>는 시청 가능

혼자 밥 먹기,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주며 마니아들의

차이가 있다.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시간대에 편성된

연령을 15세 이상으로 정했을 것이다.

지지를 받고 있는 <나 혼자 산다>는 제목과 달리 혼자 사는 사람에게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룸메이트>는 여배우와 아이돌 멤버의 민낯이나 구성원 간의 핑크빛 기류 형성 등 소소하고 낯간지러운 일화로

혼자 사는 즐거움 <나 혼자 산다>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친구를 초대하여 음식을 나누거나

가볍게 출발했다. 반면 <셰어하우스>는 대중에게는 결코

반면 혼자 사는 생활의 즐거움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출연진끼리 정기모임을 갖는 것은 혼자 살지만 외톨이가

공개하고 싶지 않았을 자신의 상처를 조심스럽지만

있다. 50회가 넘게 방송되며 꾸준히 마니아를 늘려가고

아니라는 확인이다. 방송이 시작된 지 1년이 넘은 지금,

용기 있게 내보인 구성원의 모습을 자극적이지 않게

있는 <나 혼자 산다>는 이제 막 독립을 시작한 20대부터

출연진들은 서로의 경조사를 챙기며 흐뭇해한다.

보여주었다. 결코 가볍지 않은 고백을 묵묵히 들어준

어쩔 수 없이 혼자 살아가는 기러기 아빠, 결혼을

<셰어하우스> 출연진의 모습은 역으로 누군가의 아픔을

꿈꾸는 노총각 등 세대를 초월하여 혼자 사는 사람들의

함께이거나 혹은 혼자이거나

함께 공감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 사람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두려워 가족을 찾고, 어떤 사람은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불편해 혼자 사는 것을 꿈꾼다. 혼자 살고 있지 못해서 혹은 함께 살고 있지 않아서 내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조민기 영화사를 거쳐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 현재 작가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외조-성공한 여자를 만든 남자의 비결>이 있으며 세계일보에 ‘꽃미남 중독’을 인기리에 연재했다. 눈을 호강시키고 세상의 빛이 되는 꽃미남의 존재를 지독히 사랑한다.

모르겠다면 TV를 켜고 어떤 삶에 더 공감이 가는지를 찾아보면 된다. 당신이 살고 있는 삶과 당신이 살고 싶은 삶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이미 우리 곁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비록 유사 가족일지라도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결국 한 가지 결론에 이르게 된다. 혼자서 잘 살아갈 줄 아는 사람이 누군가와 함께하더라도 환영받는 사람이 될 수 있고, 누군가 함께 살아갈 줄 아는 사람이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trend REPORT 표정훈의 철학으로 딴지걸기

Visual Literacy

5 TEXT

표정훈(출판평론가, 한양대학교 교수)

보는 것이 곧 믿는 것 2002년 5월 한 고고학 발굴 결과가 발표됐다. 프랑스 남부의 고고학 유적지 아브리 카스타네(Abri Castanet)에서 발견된, 후기 구석기 시대 오리냑 문화(Aurignac Culture)의 암각화였다. 오리냑 문화는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최초로 이주한 사람들이 이룬 문화다. 암각화는 약 3만7천 년 전 것임이 밝혀졌다. 지금까지 발견된 것들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암각화를 그린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가장 이른 시기 인간 집단의 의사소통과 표현수단이 이미지였다는 것은 분명하다.

아닌 게 아니라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 (Stephen Jay Gould, 1941~2002)는 이렇게 말한다. “영장류는 시각적 동물이며 우리는 그림이나 기하학적인 개념을 통해 가장 잘 생각한다. 말은 진화에서 그 뒤의 추가 사항이다.” 뉴욕대 저널리즘·매스커뮤니케이션 교수 미첼 스티븐스 (Mitchell Stephens)는 이렇게 말했다. “글쓰기가 과거에 그러했고, 인쇄가 그러했던 것처럼 비디오는 우리를 새로운 정신적 전망과 상태로 이끌 것이다. 인쇄된 말의 몰락은우리의 친애하는 책의 상실-대단한 손실이다. 그럼에도, 움직이는 이미지의 득세가 훨씬 더 큰 득이라는 게 확실해질 것이다(The Rise of the Image, the Fall of the Word, 1998).”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A picture is worth a thousand words)’거나 ‘보는 것이 곧 믿는 것(Seeing is believing)’이라는 속담은 어느 나라, 어느 문화권에나 있는 것 같다. 그만큼 사람의 오감(五感) 중에서 시각은 가장 직접적이고 빠르며 신뢰성도 높다. 시각 신경이 대뇌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도 한다. 그야말로 ‘보는 것이 곧 믿는 것’이 되어버리기 십상이다. 이미지의 홍수 시대라는 말에 맞게,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잠들 때까지(사실은 잠든 사이에도 꿈을 꾸지만) 우리는 보고 믿고, 보고 믿고, 또 보고 믿는다. 더구나 우리가 보는 이미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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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물에 대한 그렇게 다양하게 다른 생각과 해석들 중 어떤 것은 맞고 어떤 것은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 요컨대 진(truth)과 위(false)를 판가름할 수 있을까? 과거에서 온 무사는 할아버지 모형물을 ‘틀리게’ 해석한 것일까? 웃옷을 벗고 회의하는 장면에 대한 생각에서 어느 한쪽이 ‘틀린 것’일까? 이미지에 대한 생각과 해석은 진위(truth-false)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설득력(persuasive power)과 상상력(imagination)에 관한 문제다. 먼 과거에서 온 무사는 자신의 경험과 맥락에서 ‘홍보용 KFC 할아버지 표정훈

모형’을 ‘추운 겨울날 바깥에 서 계신 어르신’으로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해석했다. 회의 장면을 본 한 사람은 ‘전기 절약

번역과 저술, 출판평론을 해왔다. 한양대학교 기초융합교육원

캠페인’이라는 시사적·사회적 맥락에서 해석했다.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건국대학교

그들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를 뿐’이다. 그들은 각자의

문화콘텐츠학과에서도 강의한다. 저서 <탐미주의자의 책>,

맥락에서 설득력을 지녔고, 나름의 상상력을 발휘해냈다.

번역서 <젠틀 매드니스> 등

(다만 그 상상력이 한 경우는 웃음을 주었고 한 경우는

10여 권의 책을 냈다.

진지함으로 다가왔다.) 이미지를 읽어내고 해석하며, 이미지에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을 비주얼 리터러시(visual literacy, 시각적 문해력)라고 한다. 여기에는 어떤 정보를 이미지 대부분은 실재가 아니다. 매체 속 이미지들이거나, 어떤

샌더스(Colonel Sanders, 1890~1980)의 생전 모습을

형태로 이해하거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용도로 만들어낸 시각적 대상물들이다.

본뜬 것이라는 사실도 모르는 게 당연하다. 사람

포함될 수 있다. 이미지에 대한 생각과 해석이 진위

어느 추운 겨울날, KFC 매장 앞에 안경 쓰고 지팡이를

모형을 만들어 매장 앞에 세워두고 홍보를 한다는

문제가 아니라 설득력과 상상력 문제라면, 비주얼

든 할아버지가 미소 지으며 서 있다. 그 앞을 지나던

맥락(context)도 그에게는 낯설다.

리터러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literacy는 그 반대인

한 남자가 갑자기 매장 안으로 뛰어들어 크게 소리

외국인 CEO가 주재하는 회의 장면이 나오는 광고

illiteracy를 전제로 하지만 비주얼, 이미지 영역에서 과연

지른다. “네 이놈들! 연로한 어르신을 추운 바깥에

영상이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모두 정장 웃옷을

문맹(illiteracy)이 있을까? 무엇을 읽어내고 해석하며

서 계시게 하다니. 내 너희들을 가만두지 않겠다.”

벗어 의자 등받이에 걸쳐놓고 와이셔츠 차림으로 회의를

의미를 부여하는 데에는 수없이 많은 가능성이 있다. 그

그는 매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뒤 바깥으로 나와

한다. 두 사람이 그 장면을 본 뒤 다른 생각을 한다.

가능성들 사이에 우열은 없다.

할아버지에게 고개 숙이며 정중히 말한다. “어르신! 제가

‘여름철 전기 아끼기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비행기 조종사가 버린 빈 콜라병을 주워서, 그것이

모시겠습니다.”

회산가 본데. 더운 날씨에도 에어컨을 틀지 않나봐.

신(神)의 물건이라고 생각하고 신에게 돌려드리기 위해

제법 오래전에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그러니 웃옷을 벗어야겠지.’ ‘저 CEO는 다른 임원들과

길을 떠나는 부시맨. 그 부시맨을 어리석다 조롱할 수는

코미디였다. 문제의 남자는 타임머신을 타고 먼

격의 없이 어울리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 중이구나. 정장

없다. 비주얼을 통해 더 많은 부시맨, 더 많은 과거에서

과거에서 온 무사(武士)로 설정되어 있었다. 먼 과거에서

속에 받쳐 입는 셔츠가 속옷 개념인데 말이지.’

온 무사가 나올수록 좋다.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훨씬

왔으니 KFC 매장 앞 할아버지가 홍보용 모형이라는

100명이 하나의 시각적 대상물을 본다면 100가지 다른

더 다양한 상상을 불러일으키고, 훨씬 더 다양한 설득의

것을 몰랐을 터이다. 그 모형이 KFC 창업자 커널

생각과 해석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나의 시각적

방식을 가능케 하는 이미지일 것이다.


trend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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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의 F5+IT

Wanna Get Samantha? 인공지능과의 연애, 가능할까? 인공지능 대화 서비스 ‘심심이’를 아는가. “안녕?” 하면 “응, 안녕!” 하고 대답하고, “배고파” 하면 “나두 배고파, 뭐 먹고 싶어?”라고 물어주던 심심이. 당시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심심할 때 불러보긴 했지만, 심심이를 사랑할 수는 없었다. 그러기에는 심심이가 너무 심심했다. 고차원적(?) 대화가 불가능하던 심심이는 2002년쯤 유행하다가 조금씩 잊혀졌다.

6

TEXT. 김현주 기자 (아이뉴스24) Cooperation. UPI

김현주 IT가 낳은 ‘희대의 기형아’. 2010년 8월~현재까지 <아이뉴스24>에서 기자생활을 하고 있다. 6년째 쩔뚝거리며 쓰는 중.

왜 심심이 이야기를 하느냐면, 최근 개봉한 영화 <그녀>에 등장하는 운영체제(OS) 사만다(스칼렛 요한슨 목소리)가 이를테면(!) 심심이와 같은 인공지능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본 이라면 “심심이와 사만다를 어디다 비교하냐”며 돌을 던질지도 모르겠다. 심심이는 목소리도 없고 사람들의 대화를 단순히 흉내 내는 것에 불과했다면 사만다는 섹시한 목소리와 뛰어난 두뇌를 가진 데다, 인간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감성까지 가졌다. 실제 존재하는 인격으로 착각할 만큼 매력적이다. 그래서 영화 속 또 다른 주인공, 손편지 대필 회사의 작가 테오도르(호킨스 피닉스)는 신체만 없다 뿐이지 완벽에 가까운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도 ‘나만의 사만다’를 가질 수 있을까?

심심이와 사만다의 경계선 현실에서 심심이는 존재하지만, 아직 사만다 같은 OS는 없다. 다만 현재 IT 기술은 심심이와 사만다의 경계선 정도에 있다고 보면 맞을 것 같다. 인공지능 기술은 여러 IT업체에서 개발 중이며, 이미 그 근본이 되는 기술은 여러 곳에서 분산돼 개발, 서비스되고 있다. 이 기술을 한 곳에 모으면 바로 사만다와 같은 형태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아이폰 ‘시리’를 보자. 이용자의 요청에 대해 척척 답변해주는 음성비서다. 생각을 확장해보면 시리는 사만다의 ‘주니어’쯤 된다. 시리가 세상에 등장했을 때까지만 해도 딴 소리만 하는 바보였다. 그러나 몇 년 사이 놀라운 인식률과 결과를 내주는 ‘똑똑이’로 발전했다. (이 글을 쓰면서 시리에게 “너는 인공지능이니”라고 물어보니 “저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려고 하시는군요…”라는 대답이 나왔다. 최근 시리를 사용해보지 않았다면, 지금 불러보자. 엄청 똑똑해졌다.) 시리와 같은 인공지능은 더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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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는 실제 IT업계의 큰 화두다. 가까운 곳에 사례를 찾아보면 카드 회사에서 가끔 특정 쇼핑 정보를 문자로 보내주는데, 그것도 빅데이터를 이용한 것이다. 소비자의 구매 정보를 분석해 특정 카테고리의 물건을 자주 산다는 것을 파악하고, 내 위치 등을 조합해 최상의 쇼핑 정보를 제안하는 것이다. 처음 테오도르가 OS를 구매한 뒤 “사만다라는 이름은 누가 지어준 거야?”라고 묻자 사만다는 “아이 작명 질문할수록 똑똑해지게 설계됐다. 마치 여자친구가

책 한 권을 0.02초 만에 읽고 내가 지은 거야”라고

“저 여자, 참 예쁘다”고 할 때 “그러네, 예쁘네” 하고

대답한다. 수많은 정보를 순식간에 분석하는 ‘빅데이터’

답변하면 뺨을 맞고, “아니야, 너가 더 예뻐”라고 답해야

기술을 사만다를 만든 회사는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정답인 것처럼 복잡한 인간의 대화를 공부하는 시간이

남자 주인공 테오도르가 전 부인과 헤어져 슬퍼한다는

필요하기 마련이다.

것을 깨닫고 위로해줄 때도 아마 사만다는 책 혹은

사만다와 같이 사람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완벽한

인터넷에서 떠도는 각종 훌륭한 위로 방법을 검색했을

이것이 우리의 가까운 미래라고 생각하면 쓸쓸한 느낌이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는 것도 아예 꿈의 기술은 아니다.

것이다. 감성적인 그를 위해 음악을 만들어 선물하고,

든다. 지금도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하다가도

2년여 전 구글X연구소는 1만6천 개에 이르는 컴퓨터

섹스를 원하는 듯한 그의 모습에 음성 섹스를 해주는

각자 스마트폰을 보는 모습은 익숙하다. 스마트 시대에

중앙처리장치(CPU) 코어와 10억 건 이상 데이터 연결을

그녀. 대화와 자료를 통해 쌓은 데이터로 그의 완벽한

태어난 어린이들은 실제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처리하는 기술을 연구해 특정 동물을 따로 공부시키지

연인으로 점점 진화한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날리고, 컴퓨터로 마음의 위안을

않아도 그 동물을 인지하는 인공 신경망을 개발한 바

엄청난 데이터를 순식간에 분석할 초고성능 CPU 등을

얻거나 즐거움을 찾는 게 더 익숙한 세대다. 살갗을

있다. 사실상 대규모 분산 컴퓨팅 인프라가 인간의 뇌

애플 맥과 같은 조그만 박스에 넣을 수 있는 날, 게다가

맞대고, 그의 반짝이는 눈을 직접 바라보는 것보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미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가격까지 싸지는 날 우리는 사만다를 가질 수 있는 날이

사이버 세계에서 모든 욕망을 채우는 시대가 머지않은

폴 리버 노스웨스턴 대학 교수는 사람의 뇌는 책 9억여

온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것 같다.

권(약 2.5페타바이트(PB))에 해당하는 엄청난 정보를

영국의 우주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 등은

저장하고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컴퓨터가

사만다를 가지고 싶나요?

“우리는 사실 인공지능이 축복이 될지 재앙이 될지

이 같은 방대한 정보를 분석하는 기술만 있다면,

영화 <그녀>에서, 길에 비친 사람들은 미소를 띤 채,

모를 갈림길에 서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컴퓨터의

인공지능의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봤다.

테오도르처럼 귀에 무선 이어폰을 꽂고 인공지능과

사고 역량이 인간의 뇌를 초월해 인공지능이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수치 데이터뿐 아니라 문자와

대화를 하며 걸어간다. 테오도르뿐 아니라 친구

세상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래도 사만다를

영상 데이터를 포함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뜻하는

에이미도 실연의 아픔을 인공지능으로 달랜다.

갖고 싶은가?


creator’s note

03 creator’s note 가림막 프로젝트, 이렇게 시작! 김형태 국장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INNOCEAN Worldwide) 도산공원 앞을 지나다 보면 만나게 되는 시몬느 0914 플래그십스토어 공사현장의 가림막은 그 자체로도 ‘예술작품’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장인의 손’을 테마로 완성된 가림막 프로젝트의 아이디어가 고스란히 담긴 노트.



trend REPORT

Looking through Her ArtBiennale ng

BA

Ko g n ce i Ho n e V pool s r i e r v i L L pa 그녀들, SE

글로벌 아트스테이지에서 ‘비엔날레족’으로 변신하다 새로운 문화를 선도하는 30대 서울여자의 여행 계

획 속에는 예술에 관한 어떤 것들이 기록되어 있을 까? 흔히 사람들이 여행을 떠날 때 필수 항목으로 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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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 넣는 유명 미술관? Oh, No! 그들은 절대로 그런 평범한 선택을 하지 않는다. 좀 더 ‘핫’하고 뾰족한 지 각을 가진 그들의 여행 스케줄에는 언제든 ‘비엔날레 족’으로 변신하기 위한 국제 아트페어, 교양과 지식 을 쌓을 수 있는 아트비엔날레가 빠짐없이 적혀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그들의 스케줄러에 체크되어 있는 국제적인 미술 이벤트들을 하나씩 들춰보자. Text. 서정임 (경향 <article) 수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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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 웬다(Gu We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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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족 입문 과정

Encounters. 아트바젤 홍콩

‘아트바젤’로 ‘페어족’부터 되기

2014 전경

페어족 stage 1st. 아시아 맹주, 아트바젤 홍콩: 많은 사람이 홍콩을 명품

게 소개하는 주요 섹션 ‘갤러리’,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주요 아티스트들로

쇼핑의 중심지로 기억할 때 서울여자들은 이곳을 미술과 경제가 교차하는

구성된 테마 전시 ‘인사이트’ 섹션, 신생 갤러리들을 선보이는 ‘디스커버리’,

‘미술 쇼핑’ 스팟으로 주목한다. 바로 글로벌 슈퍼리치들뿐만 아니라 할리

세계 유명 설치 예술가들의 대형 작품들이 전시된 ‘인카운터’ 등 다양한 볼

우드 유명 배우들이 전용기를 타고 날아와 지갑을 여는 미술장터이자 아시

거리를 선사했다. 또한 홍콩컨벤션센터 1층과 3층 넓은 홀에 빼곡히 들어

아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 ‘아트바젤 홍콩’ 때문이다.

선 부스들 사이에 덩어리감이 느껴지는 설치작품을 들여놓아 전시의 중심

올해 이 아트페어는 지난 5월 15일 홍콩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해 4일간 미

을 잡도록 하거나, 젊은 전문가들을 운영의 핵심에 포진시켜 시대의 흐름

술과 경제에 관한 흥미로운 결과들을 보여줬다. 참여 화랑들 역시 세계적

에 발 빠르게 적응하려 하는 등 ‘아트바젤’ 측은 전시 연출에 공을 들인 모

인 갤러리로 소문난 화이트큐브를 비롯해 마리안 굿맨 갤러리, 가고시안

습도 보여줬다.

갤러리 등 까다롭기로 소문난 아트바젤의 심사를 거친 39개국의 240여

페어족 stage 2nd. 세계 미술시장의 지표, 스위스 ‘아트바젤’: 아트바젤 홍

곳이 참여해 미술품을 전시, 판매했다. 이 중 참여 갤러리의 약 50%를 아

콩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던 이유는 ‘아트바젤’이란 브랜드를 세계 곳

시아태평양 지역에 할당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아트바젤 홍콩은 다

곳에 유치시킨 40년 전통의 스위스 아트바젤 덕이다. 세계적인 거물 화상

양한 운영 시스템과 전시 방식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오프닝 행사로 아

(畵商) 에른스트 바이엘러 등이 주도해 만든 아트바젤은 최대 규모의 미술

트페어 기간에 매일 밤 특정 주파수가 담긴 조명을 홍콩 최고층 건물인 국

품 견본 시장으로서 세계 미술시장의 거래 지표를 형성하며 큰 영향력을

제상업센터 파사드에 비춘 독일 작가 카스텐 니콜라이(Carsten Nicolai)의

행사하고 있다. 또한 이곳은 미술품 거래뿐만 아니라 현대미술의 최신 유

작품 <알파 펄스>를 선보였고, 전 세계 유명 갤러리들을 컬렉터 및 관객에

행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미술품을 구입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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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미술품 쇼핑타워에서 미술시장의 최신 흐름을 읽어낸 이라면, 이젠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비엔날레족이 되기 위한 필수 코스

비엔날레를 통해 예술에 관한 지식을 넓혀나가기를 갈망할

유럽 비엔날레부터 아시아 비엔날레까지

것이다. 이러한 욕구를 충족해줄 수 있는 비엔날레가 올해에만

비엔날레족 stage 1st.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10여 개가 준비되어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가 6월 7일부터 11월 23일까지 국제건축전을 열고 있 다. 이번 건축전의 총감독은 세계적인 네덜란드 건축가 렘 쿨하스(Rem Koolhaas)가 맡았다. 그는 올해 주제로 근본, 본질, 기본이라 해석될 수 있 는 ‘Fundamentals’을 내걸었는데, 이 주제는 그간 쿨하스 감독이 지향해

2

많은 컬렉터가 입도선매하는 등 시간과 정보 전쟁을 벌이는 진풍경이 연출

온 건축의 방향성, 즉 동시대 건축보다는 건축의 역사와 연구에 방점을 두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아트바젤 홍콩’을 알고 있는 ‘그녀들’이 아트페어의

는 것과 관계가 깊다. 그래서 이번 건축전 역시 지난 100년간의 건축을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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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를 느낄 수 있는 스위스 아트바젤의 행보를 놓칠 리 없다

사적, 정치적 관점으로 분석해 향후 건축의 미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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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바젤의 오랜 전통과 치밀한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맛볼 수 있는 제45

수 있도록 계획되었다. 게다가 그는 65개의 참여 국가관에 ‘근대성의 흡수

센트럴 파빌리온. 건축 기초.

회 아트바젤은 6월 19일부터 22일까지 바젤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올해

(absorbing modernity)’라는 공통된 주제어를 제시한 후, 각국의 고유한

행사에는 미국, 독일, 스위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한국 등 30여 개국

건축 양식이 20세기 들어 획일화된 근대적 양식과 만나면서 어떤 변화가

의 메이저 갤러리 약 300곳이 참여했으며, 국제적인 아티스트 2천여 명

생겼는지 되돌아보라는 미션을 던졌다. 이에 따라 여러 국가관이 자국의

의 작품 4천여 점이 전시 및 판매되었다. 이와 함께 약 15개 장소에 장소-

로컬신을 드러내는 전시를 기획하는 광경이 벌어졌다. 특히 한국관은 쿨하

아트바젤 2013 Herald 거리. MCH Messe Schweiz (Basel)

14회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사진 Francesco Galli. Courtesy la Biennale di Venezia

특정적 예술품을 설치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아트 언리미티드’와 데미안

스가 제시한 대주제에 맞춰 근대 남북한 건축을 살펴보는 ‘한반도 오감도’

허스트, 브루스 나우만,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티노 세갈 등 유명 작가들과

전시를 선보였고, ‘국가관 황금사자상’이라는 영예로운 타이틀을 거머쥐게

대화할 수 있는 퍼포먼스 특별전 ‘포틴 룸스’ 등이 기획되어 단순히 미술품

됐다.

을 보고 또는 구매하는 것을 넘어 관객들에게 아트바젤에서만 가능한 특

비엔날레족 stage 2nd. 그랑팔레의 ‘모뉴멘타’: 베니스에서 한국으로 오는

별한 경험을 선물했다.

비행의 경유지 중 한 곳은 프랑스 파리이다. 그래서 파리지앵보다 발 빠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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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일랴&에밀리아 카바코프. La Coupole vue 2. Monumenta 2014 ⓒ 사진 Didier Plowy pour le Reunion des musees nationaux 5 2014년 리버풀 비엔날레에 출품될 노르마 젠느(Norma Jeane)의 작품 Raffaello Sanzio ©Romeo Castell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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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Orange Summer 2014

예술 감각을 가지려는 ‘그녀들’은 잠시 바쁜 걸음을 멈춰 파리지앵들이 어

비엔날레족 stage 3rd. 도시 전체가 예술품이 되는 ‘리버풀 비엔날레’: 리

떤 예술 터전에서 살고 있는지 들여다보기도 한다. 그러한 프랑스식 사고

버풀 비엔날레는 1999년에 시작되었으며 문화예술을 중심으로 한 지역

와 예술관을 들여다볼 수 있는 <모뉴멘타(Monumenta)>가 지난 5월 10일

재생의 성공적인 예로 언급되는 대형 미술 이벤트이다. 이제는 비엔날레가

부터 6월 22일까지 아르누보 양식의 대표적 건물인 ‘그랑팔레(Grand Palais)’

열릴 때마다 약 60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가고 한화로 약 500억 원의 수

에서 개최됐다. 프랑스 문화부가 2007년부터 1년에 한 번씩 현대미술의 세

익을 낼 정도로 지역의 주요 관광수입원이 되었다. 특정 건물을 마련하거

계적 거장을 초대해 거대한 장소-특정적인 작품을 제작 및 설치하게 하는

나 스펙터클한 모뉴멘트에 집착하지 않고 기존 문화기관을 참여시켜 도시

이 프로젝트는 2012년 다니엘 뷔렌의 전시 이후 재정상 이유로 열리지 못

전체를 있는 그대로의 전시 공간으로 끌어들인 덕택이다. 올해 리버풀 비

하다가 오랜만에 재개되었다. 올해의 주인공은 러시아의 부부작가 일리아

엔날레는 ‘A Needle Walks into a Haystack’라는 주제 아래 7월 5일부터

카바코프와 에밀리아 카바코프(Ilya Kabakov & Emilia Kabakov)이다. 그

10월 26일까지 열린다. 총감독은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프로그램 책임

들은 그간 모뉴멘타가 대형 설치를 통해 스펙터클한 광경을 연출했던 것과

자를 맡고 있는 샐리 탈란트(Sally Tallant)이다. 탈란트 감독은 이번 비엔날

달리, ‘기이한 도시’라는 제목으로 그랑팔레 내부에 일종의 가상 도시를 건

레에서 예술가가 그들의 즉각적인 환경으로 구성되는 오브제와 이미지, 재

설함으로써 감각과 자극의 세계와는 거리가 먼 작품을 소개했다. 관람객

현과 활동을 어떻게 변경하며, 이를 통해 관습과 서식지의 영역을 방해하

들이 고대 유적지의 잔해처럼 일부만 남아 있는 문을 통해 도시 내부로 들

는지를 반영한 4개의 대형 그룹전, 4개의 개인전, 퍼포먼스 위켄드, 공공

어가게 하고, 성벽 내부에 동일한 높이의 건물 다섯 개를 설치한 후 중앙에

장소에서의 렉처와 예술작업을 구성했다. 일례로 4개의 개인전에는 자신

있는 건물을 ‘비어 있는 미술관(Le musée vide)’이라고 명명했다. 이 미술

의 작업 영역을 확고히 하며 관습과 한계를 받아들이는 것에 도전하는 예

관의 내부는 이름처럼 나무 바닥과 붉은 벽, 벽면 가장자리의 금박 테두리 장식이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마치 루브르미술관의 대형 전시실을 연 상시키지만, 벽에는 단 한 점의 그림도 걸지 않았다. 즉, 관객은 그곳 중앙 에 놓인 의자에 앉아 기존의 미술관 공간이 갖는 요소로만 조성된 이름뿐 인 미술관을 감상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카바코프 부부는 전시에 서 잔잔하고 명상적인 경험을 연출해, 관객이 인간의 역사를 포함해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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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통해 도시 내부로 들어가게 하고, 성벽 내부에 동일한 높이의 건물 다섯 개를 설치한 후 중앙에 있는 건물을 ‘비어 있는 미술관(Le musée vide)’이라고 명명했다.

종교, 예술, 과학 등 인간 문명을 거시적 관점에서 보도록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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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이 고대 유적지의 잔해처럼 일부만 남아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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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가들을 초대했다. 9월 19일부터 3일간 진행되는 예술가와 소설가의 콜라

내며 작품과 관객이 만나 서로 연대하고 소통할 뿐만 아니라 그 만남이 이

보레이션 작업 <The Companion>도 준비했다. 이것은 도시 주변의 다양한

루어지는 장소의 사회적 맥락을 중시하는 수평적 관계의 예술적 실천을 강

공간에서 벌어지는 퍼포먼스 프로젝트로서 퍼포먼스, 행동, 덧없는 제스처

조해온 기획자이자 비평가이다. 그런 이력 탓에 이번 비엔날레에서 역시

를 위한 실험적인 상황을 창조할 예정이다.

‘Art and its New Ecosystem: A Global Set of Relations’라는 주제 아래,

비엔날레족 final stage. 아시아 비엔날레: 짝수 해 9월은 아시아 아트 비

예술의 사회적 영역, 사람 간의 관계에 주목하며 인류의 바깥쪽에 있는 어

엔날레의 달이다. 광주 비엔날레, 서울국제미디아트 비엔날레(SeMA 비엔

떤 존재의 가능성을 탐구하려 한다.

날레), 부산 비엔날레, 대구사진 비엔날레 등 한국에서만 굵직한 비엔날레

최근 중국 미술계의 확장과 함께 국제적인 비엔날레로 주목받고 있는 상

가 여럿 열리고, 그 외 중국의 상하이 비엔날레, 대만의 타이베이 비엔날레,

하이 비엔날레는 베를린 세계 문화의 집 수석큐레이터인 안젤름 프랑케

일본의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 트리엔날레 등이 9월

(Anselm Franke)를 감독으로 영입했다. 그는 일전 애니메이션과 영상의 영역

을 기점으로 연이어 개막한다. 이들 중 타이베이 비엔날레와 상하이 비엔

을 탐구한 <Mimétisme>(2009), <Animism>(2010) 등의 전시를 기획하며 비

날레는 세간의 이슈가 되고 있는 외국인 감독들을 영입하며, 세계 미술인

평가들로부터 그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당시 47명의 예술가·팀을 참여시

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우선 타이베이 파인아트 뮤지엄과 주변의

켜 과학기술 매개 시대의 주관성과 창조적 과정의 개념을 탐구하고, 식민주

몇몇 예술공간과 공공기관에서 9월 13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열리는 타

의와 제국주의의 그림자 속에서 국수주의자와 정체성 정치학이 위치시키는

이베이 비엔날레는 살아 있는 큐레이터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니콜라스

집단 환상의 욕구를 탐험하기 위한 시리즈를 기획하기도 했다. 이처럼 근대

부리오(Nicolas Bourriaud)를 총감독으로 내정했다. 그는 ‘관계의 미학’이

성이 초래한 결과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오는 11월 22일부터

라는 큐레이팅 이론을 통해 90년대 예술경향을 ‘관계’라는 키워드로 풀어

내년 3월 31일까지 열리는 상하이 비엔날레에서도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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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미카 로텐버그(Mika Rottenberg). Bowls Balls Souls Holes. 비디오, 조각 설치. 2014 7 상하이 비엔날레 2012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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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h

INNOCEAN Worldwide News

IWI INNOCEAN Worldwide India (New Delhi, Nov 2005)

IWUK INNOCEAN Worldwide UK (London, Jul 2006)

*IWA INNOCEAN Worldwide Americas (Huntington Beach, CA, Apr 2009)

IWCa INNOCEAN Worldwide Canada (Toronto, Jan 2010)

IWA New York INNOCEAN Worldwide Americas New York office (New York, Jun 2011)

IWF INNOCEAN Worldwide France (Paris, Jan 2010)

IWC SH I NNOCEAN Worldwide China Shanghai (Shanghai, Nov 2006)

*IWE INNOCEAN Worldwide Europe (Frankfurt, Jan 2007)

*IWC BJ INNOCEAN Worldwide China Beijing (Beijing, Dec 2005)

INNOCEAN Worldwide HQ (Seoul, May 2005)

IWTr INNOCEAN Worldwide Turkey (Istanbul, Feb 2011)

IWCz INNOCEAN Worldwide Czech office (Prague, Jan 2009)

IWR INNOCEAN Worldwide Russia (Moscow, Jan 2009)

IWS

INNOCEAN-CBAC

INNOCEAN Worldwide Spain (Madrid, Nov 2009)

INNOCEAN-CBAC (Beijing, Dec 2009)

IWIt INNOCEAN Worldwide Italy (Milano, Aug 2008)

IWC SH (Nanjing) INNOCEAN Worldwide China Shanghai Nanjing office (Nanjing, Nov 2008)

IWAu INNOCEAN Worldwide Australia (Sydney, Aug 2008)

IWB INNOCEAN Worldwide Brazil (Sรกo Paulo, Sep 2012)

IWA Chicago INNOCEAN Worldwide Americas Chicago office (Chicago, Apr 2011)

IWM INNOCEAN Worldwide Mexico (Mexico City, Feb 2014)

*=RHQ office


Life is Orange Summer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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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A

INNOCEAN Worldwide HQ (Seoul, May 2005)

INNOCEAN Worldwide Mexico (Mexico City, Feb 2014)

INNOCEAN Worldwide Americas (Huntington Beach, CA, Apr 2009)

On April 5, in celebration of Arbor Day, INNOCEAN

In February, INNOCEAN Worldwide Mexico(IWM,

Having received a steady stream of awards this year,

Worldwide created the “INNOREST Forest ” in

INNOCEAN Worldwide Mexico S de RL de CV)

INNOCEAN Worldwide Americas (IWA) is gradually

Noeul Park in Sangam-dong, Seoul. This community

was officially launched. IWM, located in Mexico

solidifying its position in the American advertising

service activity was held as a part of the “Make

City’s industrial area of Santa Fe, is INNOCEAN’s

industry. Beginning with the Grand Prix Award in One

100 Forests Campaign” of the Korean Federation

sixteenth overseas branch and its fourth branch in

Show 2014 Automobile Advertising of the Year, IWA

for Environmental Movement Noeul Park Citizen’s

the Americas RHQ. IWM will be in charge of global

had the honor of receiving several awards at One

Association. With the participation of 90 employees

marketing for the Mexico debut of Hyundai Motor

Show and the Webby Award with Hyundai Motor

and their families, over 200 trees were planted

Company, the eighth largest car producer in the

Company’s “The Walking Dead Chop Shop App”. In

at this day’s event. The name of the forest is a

world. We have only the highest expectations for the

particular “Dad’s Sixth Sense,” which was originally

combination of the words “INNOCEAN” and “forest”

activities of IWM in Mexico, the eighteenth largest

produced as a Super Bowl ad, won its first prize in

or “INNOCEAN” and “rest”. INNOREST will be

advertising market in the world.

the New York Festival film component, which had

constantly managed throughout the year, with further

previously been almost exclusively for top-rate global

tree plantings held once or twice per year.

advertising agencies.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4월 5일 식목일을 맞아 서울 상암

지난 2월, 이노션 월드와이드 멕시코법인(IWM)이 공식 출범

이노션 월드와이드 미국법인(IWA)이 올해 연이은 수상행진

동 노을공원에서 ‘INNOREST’ 숲을 조성했다. 이번 자

했다. 멕시코시티의 상업지구인 산타페에 위치한 IWM은 이

을 이어가며 미국 광고업계에서 입지를 탄탄히 다지고 있

원봉사활동은 서울환경연합 노을공원시민모임이 진행

노션의 16번째 해외법인이자 미주지역본부의 4번째 법인이

다. 지난 1월 One Show ‘2014 올해의 자동차 광고’ 인터랙

하는 ‘100개의 숲 만들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되었

다. 멕시코는 전 세계 8위 자동차 생산국으로 IWM은 현대

티브 부문 그랑프리 수상(현대자동차, <Driveway Decision

으며 임직원과 가족 90여 명이 참가해 소나무, 자작나

자동차의 멕시코 시장 진출에 따른 글로벌 마케팅을 담당

Maker>)을 시작으로 현대자동차 <The Walking Dead

무 등 200그루의 묘목을 심었다. 이날 조성된 숲의 이름

할 예정이다. 전 세계 18위 규모의 광고시장인 멕시코에서

Chop Shop App>을 통하여 세계적으로 저명한 광고제인

은 INNOCEAN+Forest/INNOCEAN+Rest를 뜻한다.

IWM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One Show와 Webby Award에서 잇따라 수상하는 쾌거

‘INNOREST’는 매년 1~2회 나무심기와 관리를 통해 가꾸

를 이뤘다. 특히 New York Festival에서는 슈퍼볼 광고로

어질 예정이다.

제작했던 현대자동차 <Dad’s Sixth Sense>로 최고의 글로 벌 광고대행사들의 전유물이었던 Film 부문에서 본상을 수 상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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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CEAN Worldwide Turkey (Istanbul, Feb 2011)

INNOCEAN Worldwide India (New Delhi, Nov 2005)

INNOCEAN Worldwide China Shanghai (Shanghai , Nov 2006)

INNOCEAN Worldwide’s Turkey (IWTr) received a

In March, INNOCE AN Worldwide India (IWI)

Just eight months after its founding, INNOCEAN

bronze Effie award at the 2014 Effie Turkey Awards

received the Agency of the Year Award at the Delhi

Worldwide China RHQ’s Media Center has gained a

for the Miles & Smiles campaign of Turkish Airlines.

Club Awards, supervised by the Delhi Advertising

large-scale client, PetroChina. As the new advertiser

The Miles & Smiles campaign was evaluated as

Club. This is an especially significant award in that it

for PetroChina, China’s largest energy enterprise

having effectively strengthened the brand loyalty

is the first time it was given to a foreign (Asian) ad

and listed in Fortune as fifth in the global company

of existing customers through a TVC that logs past

agency since the Delhi Club Awards was founded in

ranking, the Media Center will provide media agency

travels. The Effie Turkey Awards, founded in 2005,

1991. IWI also won three gold and three silver Delhi

services for its lubricant oil affiliate, for approximately

is the most authoritative ad festival in Turkey, and

Club awards at this ceremony, taking home a total of

one year beginning this May.

is jointly hosted by the Turkish Associations of

six awards in the main category. IWI has also gained

Advertising Agencies and Effie Worldwide.

several new clients, including Fena, Open Magazine, Mawana Sugar Ltd., and Hero Eco, a motorcycle and bicycle company. IWI is steadily making a name for itself in India as a global ad agency.

이노션 월드와이드 터키법인(IWTr)이 Turkish Airlines의

이노션 월드와이드 인도법인(IWI)이 지난 3월 델리광고협

이노션 월드와이드 중국지역본부 산하 중국미디어센터

<Miles&Smiles> 캠페인으로 2014 Effie Awards Turkey

회가 주관하는 Delhi Ad Club Awards에서 ‘Agency of

가 설립 8개월 만에 대형 광고주를 영입했다. 신규 광고

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Miles&Smiles> 캠페인은 여행을

the Year’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는 1991년 델리광

주인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 PetroChina는 중국 최대

추억하게 하는 TVC를 통해 기존 고객들의 브랜드 충성

고제 설립 이래 아시아계 외국대행사가 최초 수상한 것으

에너지 기업으로 <포춘>이 선정한 글로벌 기업 순위에

도 제고에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5년 설립

로 의미가 크다. 더불어 이번 대회에서 금상 3개, 은상 3

서 5위를 차지한 바 있다. 중국미디어센터는 올해 5월부

된 Effie Awards Turkey는 터키광고대행사협회와 Effie

개 등 총 6개의 본상을 수상했다. 한편 IWI는 Fena, Open

터 약 1년 동안 윤활유 분공사의 매체대행 서비스를 제

Worldwide가 공동 주최하는 현지 최고 권위의 광고제다.

Magazine에 이어 설탕제조업체 Mawana Sugar Ltd.와

공할 예정이다.

전기오토바이 및 자전거 전문 기업 Hero Eco를 신규 클라 이언트로 영입하며 인도에서 글로벌 광고 대행사로 자리를 확고히 했다.


EPILOGUE

Just Way You Are

30대의 롤모델이자 ‘서울여자’ 느낌 제대로 나는 톱모델 송경아 씨와

동분서주 바쁜 이나영 CD를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어렵게 짜낸 시간에

이노션의 패셔니스타 이시우 부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얘기를 나누면

마주칠 때마다 조금씩 일을 성사시켰고, 마침내 스튜디오에서 그녀를 만날

나눌수록 다재다능하고 똑 부러지는 ‘쏭 양’ 덕에, 후텁지근한 공기가

수 있었다. 우려와는 달리 준비물은 완벽했고, 굵고 짧은 답변, 카리스마

단박에 상큼해진 오후였다. 아, 까치발을 해도 부장님은 멋지셨어요!^^

넘치는 포즈까지…. 역시, 프로는 프로였다.

불안에 떠는 ‘서른 초보’에게 촌철살인을 날리는 다섯 언니가 비 오는

더위가 슬슬 본격적으로 입질하기 시작한 5월 말, 뜨거운 태양보다 더

화요일, 가로수길에 모였다. 자신의 필드에서 치열한 10년을 보낸

이글이글한 남자가 나타났다. 굳이 트랙터를 타지 않아도 충분히 박력

언니들이기에 그저 앉아만 있어도 포스가 좔좔. 날씨 때문에 더욱

넘치는 남자, 강기태 씨다. 경상도 특유의 걸쭉한 입담에 이수연 차장님은

고생하셨을 이노션의 배주영 부장님, 김현재 부장님, 심은정 부장님과

웃다 지쳤을 정도. 하동남자 파이팅! 대한민국 파이팅!

최주희 님, 김지영 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2014 Summer, Contributors of INNOCEAN Worldwide 강지연 차장, 김의상 수석국장, 김현재 부장, 김형태 국장, 남충식 부장, 노진희 부장, 문성훈 대리, 배주영 부장, 손윤수 국장, 심은정 부장, 이나영 수석국장, 이소연 차장, 이수연 차장, 이시우 부장, 조숙 대리, 조희숙 부장, 주환의 차장, 최재욱 국장, 최창인 차장, 황태진 사원 그리고 <희망T캠페인> 촬영에 도움 주신 해외법인에 감사 말씀 전합니다.


Life is Orange +no. 14 Summer 2014 Hello, You Beautiful Seoul

“서울여자, 하면 어떤 느낌이야?”

마감 내내 입에 달고 다니던 질문 하나. 깍쟁이, 강남미인, 하이힐, 화려한 옷차림, 능숙한 영어….

이처럼 이미지가 각양각색이면서도 ‘센’ 단어가 또 있을까요.

지금, 당신이 살고 있는 서울을 둘러보세요. 과연 그렇게 ‘센’ 여자들만 가득한지. 우리는 하이힐만큼 운동화도 즐겨 신고요, 색조화장을 결코 두려워하진 않지만 건강하게 빛나는 피부를 더 선호할 겁니다.

최근 ‘서울여자’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이르길 파리지엔은 낭만을 입고, 뉴요커는 자유를 마신다는군요. 그리고 그들이 정의한 서울여자의 특징. Inspiring, Vibrant, Bright, Self-Improving.

발행인 안건희 발행일 2014년 6월 30일 발행처 이노션 월드와이드 INNOCEAN Worldwide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837-36 랜드마크타워 837-36, Yeoksam-dong, Gangnam-gu, Seoul, Korea www.innocean.com blog.innocean.com www.facebook.com/innocean

어쩌면 우리는 우리에게, 그리고 또 ‘서울여자’에게 가혹한 평가를 내려왔는지도 모르겠네요.

www.twitter.com/innocean <Life is Orange> 편집팀 기획 INNOCEAN Worldwide 홍보팀 02-2016-2214 편집 디자인 제작 iPublics Inc. 02-3446-7279 사진 Studio 1839 02-548-1839

때마침 서른에 도달한 여성이라면 스스로를 한번 여행해보는 건 어떨지? 그런 당신이 바로, 오늘의 서울여자니까요.

인쇄 (주)삼성문화인쇄 02-468-0361 본지에 실린 글의 내용은 필자 개인의 의견을 나타냅니다. 본지에 실린 이노션 월드와이드 관련 콘텐츠는 본사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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