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Orange +no.07 Fall 2012
Mirror Yourself, Mirror Your Mental 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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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오- 흔들리지 않는 시선의 끝
Creativity & Hyste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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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나의 1990년대, 나의 청춘 Work Speaks It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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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mporary Art‒ 집의 전성시대 Beyond Catalog
Lee Su In Springs(Study for a Circle), Stainlesssteel Fashion Accessories, 2012
Chaos and Harmony Complexity and Simplicity Vivid and Calm So Many Faces in Ourselves
CONTENTS LIFE IS ORANGE 2012 FALL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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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07
LETTER
26 SHOWCASE
06 INTERVIEW He Never Thinks Another Shot 흔들리지 않는 시선의 끝 진종오
Creativity & Hysteria 나는 강박마저 사랑한다
14 ISSUE REPORT Mental Chaos, New Strategy to Survive 멘탈붕괴, 살아남기 위한 언어놀이
36 IN THE LIMELIGHT Inno Cantabile 확보된 3%보다 지나친 97%에 뛰어들다
Characters Going Absurd 넝쿨째 굴러온 멘붕
Mental Check Time Why So Serious? 현대 직장인 맞춤형 멘붕 테스트
Would You Consult Your Mental Health? 초록빛 의자가 필요한 시대 지금 ‘힐링’하고 계십니까?
42 CREATOR’S NOTE
64 談; 이야기하다 Back to My Nineties, Back to My Days 응답하라! 나의 1990년대, 나의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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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ABORATION
CREATOR’S NOTE
Work Speaks Itself 그리고 지구는 멸망했다 이말년X윤명진
52 TREND REPORT Muse for One or Muse for Every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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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MPORARY ART
이노션 백서(白書)
Where You Live Is What You Are
Think about INNOCEAN Brain Storming 이노션 회의를 회의하다
집의 전성시대
86 24h
한 사람을 위한 뮤즈 혹은 모든 사람을 위한 뮤즈
Beyond Catalog 브랜드의 이상향, 카탈로그
Two Sides of Mysterious Mr. Grey 친절하고 위험한 그레이 씨를 위한 두 가지 해석
Booming Beauty Boxes 아름다움도 배달이 되나요?
88 EPILOGUE
LE T T E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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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This Wonderland 한 계절이 지날 때마다 인사드립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온다는 이 지극히 상식적인 상황이 참 으로 고마운 나날들입니다. <Life is Orange> 가을호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 로 거대한 ‘멘탈(Mental)’ 세계를 여행합니다. 요즘 이 단어는 단순히 ‘의지, 정신 세계’라는 기존의 의 미를 넘어 다양한 뜻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자신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의 안녕(安寧)을 바라는 대다수의 마음속에는 이 복잡다단한 시대를 살아 가는 현대인의 불안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이토록 발달했는데도, 외롭다는 사 람들은 날로 늘어갑니다.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멘붕(멘탈 붕 괴)’은 일상이 되어갑니다. 지금까지 눈에 보이는 세상, 외양을 가꾸는 시대에 집중하면서 살던 이들 이 마음의 수양과 힐링을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렇게 한 극단으로 치우칠 때 마치 균 형을 되찾으려는 듯이 새로운 가치, 잊고 있던 또 하나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마치 하늘을 나는 새에 게 두 개의 날개가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요?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여러분의 마음 깊숙한 곳을 울리고, 화려함보다는 확신을 안겨주는 메시지를 발견하고자 합니다. 상상 이상의 거대한 세계로의 탐험, 이노션 월드와이드에게는 또 하나의 신대륙 발견입니다. 이노션 월드와이드 대표이사 사장 안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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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Never Thinks Another Shot This Is Only What He Has He Enjoys Every Moment, Every Stage
I N T E RVI E 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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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는 시선의 끝, 진종오 올림픽 2관왕이라는 국민적 영웅 진종오를 만난 대구사격장. 좀처럼 인터뷰를 시작하기 어려 울 정도로 그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는 인터뷰 질문지를 미리 청하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오 래 고민했음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정돈된 태도와 막힘 없는 대답을 내놓았다. 마지막 한 발, 완벽에 가까운 점수를 기록하며 그 한 발에서 경기를 뒤집는 그 집중력의 비밀을 얼핏 엿볼 수 있었다. 점점 ‘자기 관리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그만의 강한 멘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그에게 물었다. 당신이 만들어내는 그 집중력의 세계에는 무엇 이 있냐고, 그리고 그 세계는 어떻게 만들었냐고. Interviewer. Shim Yo Han (AE, INNOCEAN Worldwide) Photography. Kim Dong Yul Cooperation. Fore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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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격이라는 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어머니의 권유 덕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운동하는 것을 아버지는 반대했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전국대회 1등이라는 성적을 받아도 만족하지 않으셨어요. 아무래도 국가대표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신 거죠. 국가대표가 되기 전까지 말리셨어요. 하지만 ‘하지 마라, 하지 마라’고 하면 꼭 하고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더 열심히 노력해서 꼭 만족시켜드리겠다’는 생각만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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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요한(이하 심) 안녕하세요? 올림픽 영웅을 이렇게 만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저는 이노션 월드와이드에서 광고 기획, AE를 하고 있는 심 요한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진종오 선수를 인터뷰하게 된 이유는 이노션 월드와이드에서 만들고 있는 매거진 <Life is Orange> 가을호의 키워 드인 ‘멘탈(Mental)’을 대표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선,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바쁜 일정을 보내는 중에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종오(이하 진) 네, 많이들 알아봐주시고 강연도 하고 색다른 경험도 많았어요. 제가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후, 쏟아지는 관심에 신기 해하니까 선배가 이렇게 말해주었어요. “딱 한 달이다.” 그런데 정말 한 달이 지나니까 길에서도 저를 잘 못 알아보세요. 어디서 본 사람 같은데 하면서요. 그런데 이번 런던올림픽은 그 열기가 오래가는 겁니다. 하지만 결국 저는 제자리로 돌아가야지요.
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영광이 있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어떤 점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그리고 그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합니다. 진 제가 사격이라는 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어머니의 권유 덕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운동하는 것을 아버지는 반대했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전국대회 1등이라는 성적을 받아도 만족하지 않으셨어요. 아무 래도 국가대표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신 거죠. 국가대표가 되기 전까지 말리셨어요. 하지만 ‘하지 마라, 하지 마라’고 하면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더 열심히 노력해서 꼭 만족시 켜드리겠다’는 생각만 했거든요. 그리고 부상도 있었죠. 사격 선수에게는 치명적인 어깨 골절을 두 번이나 겪었거든요. 그런데 그 부상이 제 선수 인생에 전환점이 되었어요. 평범한 사격 선수에서 특별한 사격 선 수가 되었거든요. 부상 중인데도 대회에 나가서 메달을 따고 나니 용기와 열정이 생긴 거죠. 심 여러 스포츠 중에서 사격이나 양궁을 멘탈 스포츠라고 말하잖아요. 콕 짚어서 그렇게 이야기하는 이 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진 저도 몇 번을 생각해본 문제인데요. 기본적으로 모든 스포츠는 멘탈 스포츠입니다. 멘탈을 갖추지 않 은 상태에서는 자기 경기를 제대로 해낼 수 없거든요. 그중에서도 사격이나 양궁은 그 한 발 한 발이 바로 눈에 보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심지어 선수가 심리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순간도 모두 볼 수 있어요. 그만 큼 선수와 경기에 이입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멘탈 스포츠’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심 경기 중에 중간에 점수 확인을 하기 전에도, 쏘는 순간 제대로 들어갔는지 감이 오나요? 진 그럼요. 저희는 쏘는 순간 95%까지 정확하게 압니다. 항상 반복된 연습이니까요. 총은 사격 선수에게 한 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포토그래퍼들이 셔터 스피드를 보지 않아도 사진을 제대로 찍었는지를 아는 것처럼, 저희도 쏘는 순간 이건 몇 점짜리라고 알 수 있죠. 심 이번 런던올림픽은 진종오 선수의 컨디션이 좋아서, 틀림없이 금메달을 딸 것이라는 기사도 미리 많 이 나왔지요? 그런데 그 컨디션이란 것이 어느 하루 기분이 좋은 그런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큰 경기를 앞두고 자신의 상태를 유지하고 관리한다는 점이 신선했어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정신 력인가요? 진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요. 거의 본능에 가까운 것 같아요. 체계적으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선수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유지하는 체계를 만들어요. 저 같은 경우는 철저하게 조심하는 편이에요. 제 자신을 외부 자극으로부터 보호하죠. 심 낚시와 사진이 취미이고, 스쿠버 다이빙도 즐기고, 책도 많이 읽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런 취미 생활이 진종오 선수의 경기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었나요? 진 제가 취미 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은 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써야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취미 생활 을 열심히 하면 스트레스 푸는 데에도, 집중력에도 도움이 되거든요.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몰입 을 하게 되잖아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집중력도 커지는 것 같아요. 심 후배들에게 끊임없는 노력을 강조하시면서 ‘사격은 한 발의 스포츠다’라는 이야기를 했죠? 진 포기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60발 경기를 하면서 결국 한 발에서 승부가 결정되는 스포츠거든요. 저도 그런 경우가 있었고요. 50발 잘 쏘고 나서 ‘이젠 됐으니까 10발은 편하게 가자’는 마음 때문에 지는 겁니다. 심 광고회사의 AE들은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되는데, 아무리 준비를 해도 막상 실전에서 광고주의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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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 한숨에 흔들리는 경우가 있어요. 경기에서도 상대 선수를 의식하게 되나요? 그럴 때에 자신의 경기에 집중하는 진종오 선수의 정신력의 비결은 어떤 것인가요? 진 말로 표현하기 참 어렵습니다. 상대를 의식 안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에요. 저는 이 경기는 나만의 경기이고, 나에게 주어 진 시간을 남에게 할애하기 싫을 뿐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값지게 쓰고 싶은 마음이죠. 심 시합 중간에 한순간 딴 생각을 하거나, 빗맞으면 거기에서 헤어나오기 힘들지 않나요? 분명히 쏠 수 있는 점수가 제대로 안 나오는 경우가 한 경기 안에서 한 번은 있잖아요? 진 사실 그런 한 발은 매 시합 때 있어요. 멘탈이 무너지는 경우라고 하죠. 그럴 때 빨리 그 흐름을 끊어야 해요. 그 순간 자신을 통제하는 힘이 경기를 좌우하니까요. 경기 중에 흥분하면 심장 박동수도 빨라지고, 몸의 정지력도 흐트러지니까 마음을 가라앉 히는 연습을 많이 하죠. 많은 분들이 그 개인적인 방법을 궁금해하시고,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그 답은 은퇴 후에 말씀드릴게요. (웃음) 어떻게 하면 잘 쏠 수 있냐고 물어보기도 하는데, 저는 열심히 하라고 하거든요. 그러면 황당해하는 분들도 있어요. 저도 현역이고 아직 경기를 하고 있는데, 일종의 ‘영업 비밀’인 셈이죠. 심 어릴 때부터 반복적으로 해왔던 습관 같은 것이라도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진 사격을 하기 전에는 없던 행동인데, 어릴 때 기분 좋은 상상을 하는 버릇이 있었어요. 기분 좋은 상상은 본인이 알아서 만드 는 거죠. 친구들과 늦은 저녁까지 뛰놀았던 기억, 큰 물고기를 낚았을 때의 기분 등. 대부분 어린 시절의 기억이 감동적으로 남 아 있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한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요. 그러면 순간 기분이 달라지면서 흐름을 끊을 수 있어요. 하지만 이 방법도 개인마다 달라요. 저에게 효과 있었던 방법이 모두에게 통하는 것은 아니에요. 자신에게 효과적인 방법을 찾 는 것이 중요하겠죠? 심 해외 경기를 떠날 때 책과 향초를 항상 챙겨간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이것도 좋은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일종의 습관인 가요? 진 특히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 숙소는 새 건물인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향초를 챙겨가기 시작했어요. 게다가 남자들만 모여 있 는 숙소에서 좋은 향이 날 리도 없으니까요. 연습이 끝나고 샤워하고, 향초 켜놓고 책을 읽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집중 할 수 있어요. 여러 명이 함께 있는 숙소라고 하더라도요. 책도 심리에 관한 책이나, 베스트셀러처럼 읽기 편한 책, 소설을 좋아 해요. 심 진종오 선수는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특수 제작한 총을 사용하시잖아요? 제가 봐도 정말 멋있었어요. 저도 발표할 때 내 모습이 멋있으면 자신감이 더 생기는 편이거든요. 스스로 잘생겼다 주문도 걸고요. 진종오 선수도 남과 다른 총이라든지, 외모 같은 부분에서 자신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나요? 진 운동 선수에게 자신감은 기본이에요. 자신에 대한 신뢰가 없이 경기에 들어서면 일단 그 부분에서 지고 들어가는 셈이니까 요. 물론 제 총에 대한 자신감도 큰 도움이 되요. 다른 선수들은 모두 똑같은 총을 사용하는데 ‘내 총은 너희들이 사용하는 것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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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환경의 동물이라는 말처럼 그 상황에 맞게 만들어낼 수 있어요. 저는 어릴때 왜소하고 남의 눈에 띄기 싫어하는 학생이었어요. 중학생 때도 키가 150cm 정도? 그런데 그런 아이가 총을 잡으면서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게 되었죠. 그런 점에서 어머니에게 정말 감사해요. 사람이 자신의 인생에서 이 한 가지는 승부를 걸어야겠다고 하는 일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그런 일을 만난 것이고, 그 일을 잘하기 위해, 매 순간 집중하고 저만의 방식을 만들어내려 노력한 것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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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도 안 돼’ 하는 마음이 들지요. 다른 선수와 나는 비교할 수 없다는 자신감으로 발전하죠. 신경전도 치 열한 편이에요. 결선 경기 들어가기 전에 올라온 선수들을 보면 그 경력에 따라 이미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다 보이기도 해요. 그래서 일부러 다른 선수에게 긴장하지 말라고 농담도 해요. 물론 외국 선수들 이니까 이미 핸드폰에서 단어도 찾아보고 장난치듯 말을 걸죠. 심 진종오 선수의 싸이에 들어가보니까 자신에 대한 기사를 모아두신 것 중에서 한 사진에 ‘내 문제점을 알게 해준 사진’이라고 써놓은 걸 봤어요. 어떤 문제점을 발견하신 건가요? 진 저는 문제가 있을 때 예전의 제 자료를 모두 꺼내서 봐요. 그러다 보면 현재의 제 문제점을 알 수 있어 요. 그 사진을 보고 제 고민을 바로 해결했거든요. 지금 제 자세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디가 망가졌는지 사진 속의 모습과 비교하니 부족한 점이 한 번에 보였어요. 심 하향 곡선을 그릴 때, 슬럼프에 빠질 때 보통 사람은 스스로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노력보다는 수동적 으로 움츠러들기 마련인데, 그런 의지가 놀라운 것 같아요. 진 어떻게 보면 이기적으로 보이기도 할 것 같아요. 자기 자신에게만 몰두하고, 자신의 일만 잘해내고, 주 변과 타협하지 않으려는 점이요. 하지만 해야 할 분명한 목표가 있다면 그런 점이 필요해요. 심 저는 춤으로 공연하는 무대에 많이 서봐서, 프레젠테이션도 무대라고 생각해요. 회의실에 제가 상상하 는 배경을 만들고, 음악도 깔고, 처음 인사를 할 때가 바로 춤을 시작하는 첫 무브라고 생각하죠. 진종오 선수도 결선 경기에 들어설 때 떠올리는 어떤 이미지가 있나요? 진 결선 경기는 정말 떨리는 자리예요. 한 발로 모든 것이 무너지니까. 모든 관중이 나를 응원해주러 왔다 고 생각해요. 안 좋은 모습으로 끝나면 많은 분들이 얼마나 허무하겠어요?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경기를 시작할 수 있도록 저에게만 박수를 보내시는 거라고, 그래서 모든 모습이 멋져야 한다고 생각하죠. 심 타고난 무대 체질이신데요? 진 결선 경기는 떨리면서도 재미있어요. 그런데 저는 강연도 못하고, 남 앞에서 노래도 못하거든요. 얼마 전에 TV 프로그램에서 강연을 하게 되었는데, 미리 대본도 다 주셔서 몇 번을 보면서 외웠거든요. 그런데 막상 녹화에 들어가니 하나도 기억이 안 나요. 그래서 큰 테두리는 알고 있으니 제가 생각나는 대로 이야 기하겠다고 했죠. 나중에 방송을 보니 편집을 정말 잘해주셨어요. 그 프로그램 보고 강연도 잘하는구나 하 시는데, 절대 아닙니다. 강연은 다시는 못할 것 같아요. 심 결과와 상관없이 경기가 모두 끝나고 나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진 허무해요. 열심히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와서 기쁘고, 시상식까지 끝나고 나면 허무해서 하늘만 바라보 고 있을 때도 있어요. 바로 다음 목표가 생기면 괜찮지만, 이번 올림픽은 유난히 심했어요. 자금도 많이 허 무해요. 빨리 다음 목표를 정해야죠. 심 저희도 준비를 많이 한 프레젠테이션일수록 그런 것 같아요. 분명히 준비도 완벽하게 했고, 실전에서 도 준비한 거 다 하고, 반응도 좋고, 하고 싶은 말 다 했고, 들으시는 분들도 중간에 핸드폰도 안 쳐다보고 요. 그런데 끝나면 허무해요. 집중했던 힘만큼 그 힘이 빠지고 나면 생기는 공허감이 큰 것 같아요. 올림픽 같은 경우는 다른 종목의 선수들도 많이 볼 텐데, 진종오 선수에게도 저 선수의 정신력은 나도 배 우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한 선수가 있었나요? 진 이것도 어려운 질문이네요. 제가 그 선수 머릿속에 들어가본 것은 아니니까요. 사격에서는 이은철 선배 를 꼽고 싶어요. 그랜드슬램까지 달성하고, 지금은 자기 일을 하고 있거든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완벽하 게 해내고, 자기 일 하는 모습이 멋있어요. 타 종목에서는 이번 런던올림픽 역도 종목의 사재혁 선수요. 올 림픽 국가대표가 초보 선수도 안 하는 실수를 했어요. 보통 역도 선수들은 탈골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해요. 그런데 얼마나 들어 올리고 싶었으면, 탈골되는 지경에서도 바벨을 놓지 않았을까? 끝까지 놓지 않 으려고 했던 그 정신력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심 대한민국이 양궁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가 한국인의 습성과 성격이 그 스포츠에 잘 맞기 때문이라 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요. 혹시 사격도 그런 점이 있나요? 진 운동선수는 욕심이 있어야 해요. 저는 대한민국 선수들이 유난히 승부욕이 강하다고 생각해요. 1등을 해야겠다는 욕심, 난 무언가를 이루어야겠다는 욕심. 이제는 전 세계 곳곳에 친구들이 있는 편인데, 그 사 람들은 태평해요. 외국 선수들에 비해 우리가 갖고 있는 그 승부욕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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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오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사격 선수이다.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 사격 남자 50m 권총 은메달, 2008년 베이징올림픽 사격 남자 50m 권총 금메달, 10m 공기권총 은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사격 남자 50m 권총 금메달, 10m 공기권총 금메달을 수상했다.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이기도 하다. 올림픽 2연패, 2관왕이라는 기록으로 런던올림픽 최고의 선수에 오른 그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사격 경기에서 누구보다 강한 정신력으로 마지막 한 발에 경기를 결정짓는 ‘멘탈 관리의 달인’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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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정신력은 타고나는 것이라는 말도 있어요. 강심장은 타고나야 하는 것일까요? 진 후천성이고,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라는 말처럼 그 상황에 맞게 만들어낼 수 있어요. 저는 어릴 때 왜소하고 남의 눈에 띄기 싫어하는 학생이었어요. 중학생 때도 키가 150cm 정도? 그런데 그런 아이가 총을 잡으면서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게 되었죠. 그런 점에서 어머니에게 정말 감사해요. 사람이 자 신의 인생에서 이 한 가지는 승부를 걸어야겠다고 하는 일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그런 일을 만난 것이고, 그 일을 잘하기 위해, 매 순간 집중하고 저만의 방식을 만들어내려 노력한 것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죠.
IS S UE REPO RT
멘탈붕괴, 살아남기 위한 언어놀이 Text. Lee Taek Gwang (Professor of Kyunghee University)
‘멘붕’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 말은 과거 1990년대 엽기, 2000년대 잉 여라는 말과 더불어 하나의 시대 흐름을 보여주는 것 같다. 엽기와 잉여에 비한다면 ‘멘붕’은 훨씬 일반적인 심리기제를 지칭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말의 유행은 여전히 심리 상담을 받 거나 정신과 전문의를 찾는 것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에 비추어본다면, 의미심장한 것이라 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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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붕’에는 표현하기 어려운 심리적인 문제를 표현하기 위한 자포자기의 의미
떤 상징적인 대상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언어나 관습 같은 사회적인 체계
가 감춰져 있다. 적극적인 의미에서 표현의 자유를 주장했던 엽기나 자신의 존
가 여기에 속한다. 사회가 이미 구축해놓은 일반적인 의미체계를 각자 받아들
재론을 냉소를 통해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었던 잉여에 비해 수세적
이면서 ‘나’는 탄생한다. 당연히 이 ‘나’는 경쟁적 관계를 중심에 놓게 된다. 왜
이고 관조적이다. “○○가 멘붕에 빠졌다”는 진술에는 자신의 문제를 인정할
냐하면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수밖에 없는 곤혹이 드리워져 있다.
라캉에 따르면, ‘나’를 만들어내는 주체의 문제는 정체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러므로 ‘멘붕’이라는 말은 강박적이라기보다 히스테리적이다. 프랑스의
바로 이 주체화에 있는 것이다. 이렇게 주체화되는 것은 ‘내가 한다’고 선언할
정신분석이론가 자크 라캉에 따르면, 신경증자를 강박과 히스테리의 두 범 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에서 강박은 대체로 세계의 지배자로 자신을 정립 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 주체이고, 히스테리는 타자의 결여를 욕망의 대
수 있는 어떤 계기이다. ‘내가 한다’는 진술 이전에 주체는 ‘나에게 그것이 일 어났다’는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그러나 이렇게 타자의 욕망에 자신을 고 정한 주체에서 주체화로 나아가면서 ‘내가~’라는 진술이 가능한 것이다. 대상
상으로 설정하는 주체이다. 이런 의미에서 ‘멘붕’이라는 말은 완전무결한
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주체는 타인의 욕망을 내재화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자아를 추구하는 강박증의 소산은 아니다. ‘멘붕’은 자아의 붕괴를 인정하
주장하지만, 이 관계에 대한 의심에서 자기 자신을 주장하는 주체화의 과정으
는 제스처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멘붕’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전에 잠깐 관심을 끈 것이 바로 “정 신줄 놓았다”라는 표현이었다. 어떤 상황에 대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엉 뚱한 짓을 한다는 의미인데, 결국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당위명제를 내 포하고 있다. 그러나 ‘멘붕’은 이런 당위명제도 아니다. 오히려 ‘멘붕’은 의지에 따라 행동할 수 없는, 쉽게 말하면 당위적인 행동을 할 수가 없
이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거울을 보는 행위이다. 우리가 거울 앞에 서서 용모 를 가다듬을 때, 거울 속 자신을 보고 있는 존재는 누구일까? 우리 자신은 아 닐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자기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기에 거울을 본 다고 할 수 있다. 타인의 시선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나를 나이게 만 드는 가장 기본적인 구조인 셈이다. 따라서 ‘멘붕’은 이런 관계에서 나의 범주
는 상항을 암시한다. ‘멘붕’의 핵심은 ‘무의식의 작동’인 것이다.
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사회는 OECD국가 중에서 청년 자살률이 상당히 높은 곳이다.
요즘 사회는 이른바 경쟁을 가장 중요한 삶의 원칙으로 설정한다는 문제가 있
‘멘붕’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주체가 대체로 청년계층에 속한다는 사 실에 주목한다면, 살아가는 것이 곤고하기 때문에 이런 유행어들이 출현했다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멘붕’이라는 말을 둘러싼 현상은
다. 타인의 시선에 집착하고, 외부 대상에 자신의 욕망을 고착시키는 것을 ‘좋 은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대세가 된 것이다. 타인의 시선과 욕망의 대상은 쾌락을 느끼게 만드는 절대적인 기준이다. 타인이 나를 바라보고 멋있
일시적이거나 순간적인 것이 아니다. 문화적인 현상은 언제나 사회
다거나 예쁘다고 할 때 우리는 즐겁다. 마찬가지로 나의 욕망이 어떤 대상에
경제적인 문제를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무의
투영되어서 그것을 소유했을 때 우리는 기쁘다. 이런 상호교환의 과정을 우리
식의 우회이다. 그러므로 ‘멘붕’이라는 말의 유행은 우연하게 발생 한 장난기로 치부하는 좀 더 복잡한 속내를 감추고 있다.
는 쾌락원칙이라고 부를 수 있다. 쾌락을 주고받는, 또는 쾌락이 발생하는 원 칙이라는 뜻이다.
‘멘붕’ 같은 말이 유행하는 것은 한국에 국한해서 이해할 수 있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쾌락원칙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규칙이라고 말
는 것이 아니다. 이미 영어에도 BUBD라는 말이 있는데, 이른바
했다. “심리적 사건의 과정은 쾌락원칙을 통해 자동적으로 규정된다”는 것이
신조어를 취급하는 ‘도시생활 사전’에 근거해서 뜻풀이를 보면, “Break Up Break Down의 줄임말로서, 실연을 당한 뒤에 겪게 되는 심리적 공황상태”라는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연애에 실패 했을 때 찾아오는 심리적 공황상태 같은 것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인데, ‘레이닝 사운드’라는 밴드가 취입한 앨범 제목이기도 하 다.
다. 그러나 잘 알려져 있다시피, 프로이트는 <쾌락원칙을 넘어서>라는 에세이 에서 쾌락원칙을 넘어가는 죽음충동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쾌락원칙을 제어 하는 것이 현실원칙이라면, 죽음충동은 이런 원칙 자체를 넘어가게 만드는 거 부할 수 없는 힘이다. 이런 프로이트의 정의에 따르면, ‘멘붕’은 쾌락원칙의 위 기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죽음충동이 쾌락원칙을 정지시킬 수 있는 상황 이 ‘멘붕’인 것이다.
의식을 압도하는 무의식의 작용이라는 측면에서 ‘멘붕’은 불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계가 더 이상 쾌락을 주지 못한다면, 우리는 살고 싶지
항력적인 외부의 충격 앞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상태를
않다는 생각에 빠져들지도 모른다. ‘멘붕’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는 것은 바로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크게 보면 자연재해나 경제위기, 작게
이 때문일 것이고, 이 상황은 비단 한국에 국한해서 발생하는 것은 아닐 것이
보면 실연에 직면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심리인 것이다. <조 선일보>에 김광일 논설위원이 쓴 칼럼에서도 지적하고 있듯 이, 대지진 쓰나미 이후에 일본에서 ‘소테가이’(想定外)라는 말을 자주 쓰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멘붕’을 겪게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나’라는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이 상호주체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다. ‘흐르는 자본주의’라고 규정할 수 있는 이 세계는 개인을 무한경쟁의 쳇바 퀴 속에 밀어 넣은 지 오래다. 저명한 사회학적 리처드 세넷에 따르면, 미국에 서 한 사람이 평생을 살아가기 위해 근본적 기술을 바꾸는 것이 평균 3번, 직 장을 옮겨 다니는 것이 평균 9번이라고 한다. 아들 세대가 더 이상 아버지 세 대처럼 안정되고 예측 가능한 삶을 살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멘 붕’은 바로 불안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하나의 현상처
만드는 것은 타인의 욕망이다. 여기에서 타인이라는 존재
럼 보인다. 세계화와 무한경쟁이 만들어낸 불가피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아
는 특정한 개인을 지칭한다기보다 타인으로 상정되는 어
남기 위한 궁여지책이 바로 ‘멘붕’이라는 말을 둘러싼 언어놀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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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S UE REPO RT
넝쿨째 굴러온 멘붕 Text. Lee Ga On (10Asia Editor) Illust. Kim Si Hoon
제목만 읽어도 소름 끼치는 심각한 사회면 기사가 아니더라도 우리를 ‘멘붕’(멘탈붕괴) 상태 에 빠뜨리는 일은 많다. 주말 드라마임에도 공포영화 수준의 악행을 보여주는 여주인공을 한 시간 동안이나 지켜봐야 할 때, 걸 그룹 멤버와 기획사 간의 진흙탕 같은 싸움을 지켜봐야 할 때, 한국에서만 잘 노는 가수인 줄 알았던 남자가 어느새 셀 수 없는 해외 팬들의 사랑을 받 고 있을 때, 4차원을 뛰어넘어 20차원쯤 되는 개그맨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대사를 연속으 로 들었을 때 그리고 묘한 아이디어로 직원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리더를 발견했을 때. 누군 가에게는 무덤덤한 광경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헛웃음이 절로 나오는 이슈일 수도 있는, 당신을 ‘멘붕’의 세계로 안내할 다섯 명(팀)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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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개그콘서트> ‘멘붕스쿨’의 갸루상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갸루상이 등장하기 전 선생님(송 중근)이 “얘가 제일 문제”라고 예고했을 때도 미처 예상 하지 못했다. 김성원처럼 한국 문화에 전혀 적응하지 못 하는 문제아가 아니라 어설프지만 한국어를 사용하기 위
정복동
사장
해 무던히 애를 쓰는 학생인 데다, 박소영처럼 매사 불평 불만이 많아 기어이 전학을 가겠다는 문제아처럼 보이지 도 않았기 때문이다. 굳이 거슬리는 게 있다면, 갈수록 진 해지는 볼터치와 갈수록 두터워지는 아이라인뿐. 그러나 그가 입을 여는 순간, 갸루상에게 모범생과 문제아의 경계는 이미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너 혈액형 A 형이야?”, “A형 아니무니다”, “그럼 O형이야?”, “O형도 아니무니다”까지는 일반적인 교사와 학생의 대화로 봐줄 수 있다. 그러나 “그럼 너 혈액형이 뭔데?”라는 질문에 돌아 오는 대답, “피가 없스무니다”는 누
네이버 웹툰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정복동 사장
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의 유형이
리더는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똑똑한데 부지런한 리
다. “사람이 피가 없는 게 말이 되냐”
더와 똑똑한데 게으른 리더, 멍청한데 부지런한 리더와
고 따져도 “사람이 아니무니다”라고
멍청한데 게으른 리더. 명절 마케팅은 마트의 매상을 한
받아치는 갸루상을 이해할 수 있
껏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선물세트
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딴 거 사지 말고 현찰로 선물하세요”라는 현수막을 내
갈수록 당황하는 쪽은 교사
걸고, 마트 규모와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조직폭력
요, 갈수록 더욱 당당해지
배, 초등학생, 아프리카 부족, 성악과 학생들 할 것 없이
는 쪽은 갸루상이다. 어
닥치는 대로 인력을 고용하는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정
쩌면 갸루상의 일련의
복동 사장은 분명 직원들에게 ‘멍청한데 부지런한 리더’
행동들은 항상 질문에
로 각인됐을 것이다. 그가 매장 운영방안이나 상품 기획
대한 정답을 강요하는
안을 내놓으려고 할 때마다 직원들은 사장의 말을 듣기도
교육 시스템에 대한 반항일지도 모르겠
전에 패닉 상태에 빠졌으니 말이다. 그러나 사실 정복동
다. 아직 학교에 입학한 적 없다는 대
사장은 직원들이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똑똑하고 지나치
답에 이어 그럼에도 “꼭 이 학교에 입
게 부지런한 리더다. 알고 보면 명절 마케팅용으로 내건
학하고 싶스무니다”라며 애교심을 드
현수막은 ‘현찰선물세트’를 판매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
러내는가 싶더니 “제일 먼저 해보고
었고, 앞뒤 재지 않은 인력 채용 덕분에 봉황공단 노동자
싶은 일이 뭐냐”는 질문에 “자퇴하
들은 천리마마트를 ‘차별 없는 채용, 높은 급여와 근로환
고 싶스무니다”라고 말하는 갸루
경’을 충족하는 일터로 평가하며 ‘천리마마트 구매운동’
상, 정말 사람이 아니무니다.
을 시작했다. 늘 아이디어가 넘치고, 직원들을 최우선으 로 생각하고, 돈보다 사람을 중요시하는 리더. <쌉니다 천 리마마트>를 보는 독자들이 겪는 멘붕은 아마도 정복동 사장의 돌발행동 때문이 아니라 그런 리더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실 때문이 아닐까.
갸 17
루
상
‘강남스타일’의 싸이 “그냥 충격 받았어요. 이게 무슨 일인가 싶기도 하고. 사 실 해외 반응은 의도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았어요.” 국내 취재진은 물론 해외 취재진까지 참석해 공식 카메라뿐만 아니라 개인 휴대폰으로 ‘새’ 공연을 촬영하고 객석에는 3만 명이 빽빽이 들어섰던 단독 콘서트 <싸이의 썸머스 탠드 훨씬 THE 흠뻑쇼>가 열리기 몇 시간 전, 싸이는 ‘강 남스타일’ 열풍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실 싸이 본인부 터 ‘멘붕’ 상태였을 것이다. ‘새’부터 ‘챔피언’, ‘연예인’까 지 싸이의 노래가 ‘핫’하지 않은 적은 없었지만 ‘강제 해 외진출’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해외에서도 사랑 받을 줄은 예상 못했을 테니 말이다. 잘생기지도, 훤칠하 지도 않은 30대 중반 남자가 전혀 ‘꿀리지 않는’ 표정 으로 말춤을 추며 잊을 만하면 ‘오빤 강남스타일’이 라고 세뇌교육을 시키는 모습이 우리나라 사람에게 는 ‘역시 싸이!’라는 인식을, 외국인들에게는 ‘이게 뭐야?’라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자 신의 허세를 애써 숨기거나 포장하지 않고 있 는 그대로 드러내며 여전히 잘 놀 수 있는 남 자, 뭘 좀 아는 남자라는 인상을 시도 때도 없 이 풍긴다. 감히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뻔뻔한 솔 직함이 싸이를 ‘대세’로 만들었고, 한국 땅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광대로 사는 싸이를 몰랐던 수많은 외국인을 멘 붕 상태에 빠뜨렸다. 이젠 명실상부 뭘 해도 되는 남자의 반열에 올랐다.
싸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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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다섯 손가락>의 채영랑
티아라
악녀라는 수식어는 그를 표현하기에 너무나 얄팍하
최고의 걸 그룹 중 한 팀이었다. 음원은 나오는 족족 음악
다. 부성그룹의 회장이자 친자식 유인하(지창욱),
사이트 순위의 상위권을 차지했고, 멤버들은 모두 드라마
죽은 남편이 밖에서 데려온 아들 유지호(주지
및 예능프로그램 등에 진출하면서 자리를 잡아갔다. 남달
훈)의 엄마인 SBS <다섯 손가락>의 채영랑
리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
(채시라)은 맹목적인 모성애의 표상이다.
지며 그들을 향한 동정론까지 힘을 얻었다. 아이돌에 대
오로지 인하를 최고로 만드는 게 일생일
한 환상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건 티아라 본인들이었다.
대의 목표인 그는 자신의 인생을 야금야
부상으로 무대에 제대로 서지 못한 멤버 화영을 두고 나
금 갉아먹고, 다른 이들의 삶조차 마구
머지 멤버들은 트위터를 통해 “의지의 차이^^ 우리 모두
헝클어놓는다. 시어머니의 알츠하이머
의지를 갖고 화이팅!!!!!”, “의지+예의+배려의 차이”, “의
노인성 치매 사실을 일부러 숨기고 약을
지의 차이^^ 개념 있게^^ 항상 겸손하기^^ 연기천재 박
변기에 버리거나, 지호에게 유산을 물려주
수를 드려요^^” 등의 조롱 섞인 말들을 게재했다. 아이
겠다고 선언한 남편을 실수로 살해하며,
돌 그룹에서 다수가 한 명을 따돌리는 상황이 표출된 것
그 죄를 선량했던 한 남자에게 뒤집어
은 처음이었고, 사태에 대한 소속사의 대응은 문제를 더
씌우는 그를 보고 있으면 드라마라도
욱 심각하게 만들었다. 중대 발표라는 보도 자료를 돌려
몸이 절로 오싹해질 지경이다. 더욱이
화영의 퇴출을 알린 것으로 모자라, 피해자인 화영의 잘
지호 앞에선 “지금 엄마한텐 네가 필
못을 강조하며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여론을 역전시키려
요해. 여기서 다시 시작해. 엄마가 도
한 것이다. 이렇듯 악수(惡手)에 악수를 거듭한 결과, 멤
와줄게”라며 세상에서 둘도 없이 착한
버 은정은 <다섯 손가락>에서 하차하게 됐으며 티아라는
엄마 코스프레를 하다가도, 뒤에서는 그
CF와 행사 등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팀이 됐다. 그
를 몰락시키기 위해 온갖 악행을 서슴지 않 는 채영랑은 완벽한 두 얼굴의 괴물이라 할 만하다. 다만, 그런 괴물을 만든 건 그를 인간 취급도 하지 않았던 가족
채 영 랑
러나 최근 이들은 신곡 ‘SEXY LOVE’로 컴백해 각종 음악 프로그램을 꿋꿋이 소화하고 있다. 춤추고 노래하는 티아 라는 여전히 인형처럼 예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들일 것이다. 채영랑으로부터 피아노라는 꿈을 빼앗고 다
뿌듯하거나 편안할 수는 없다. 단지, 이 악조건 속에서도
른 여자들과 놀아났던 남편, 같은 여자로서 어떠한 배려
활동을 이어가는 남다른 의지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뿐
도 해주지 않은 채 10년 동안 채영랑을 하녀처럼 대했던
이다.
시어머니 모두 혐의를 벗어날 수 없다. 요컨대, ‘시월드’ 의 부작용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채영랑은 공 포감을 조성하는 인물인 것이다. 그래서 일그러진 그의 모습이 전하는 교훈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결혼은 신중하게 할 것.
티 19
아
라
IS S UE REPO RT
현대 직장인 맞춤형 Mental Check Time Text. Lim Hyun Jin (Editorial Dept)
‘장미와 백합이 있습니다. 당신의 선택은? 장미를 선택한 당신은 화려한 사람이군요’ 등 빤 한 결과로 기운 빼던 심리테스트는 이제 그만. ‘내 안에 또 다른 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2012년의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멘탈을 테스트해본다. 인터넷에는 공황장애, 사이코패 스, 불안장애 등 다양한 멘탈 이상 증세에 대한 ‘자가진단’ 체크리스트가 떠다닌다. 재미로 해보면서도 문득 떠오르는 건 ‘나는 정상일까?’ 하는 의문. 당신을 위해 준비한 ‘현대 직장인 맞춤형’ 멘탈 이상 테스트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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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 ‘mental’은 ‘정신의’라는 뜻의 영어 형용사이다. ‘mental health’라고 써야
요즘,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타인에 대한 불신이 심해지면
‘정신 건강’이라는 뜻이 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광범위한 의미의 정신상
‘다른 사람들이 나를 해치려는 나쁜 의도로 행동한다’고 믿는 편집증의 징후가
태 혹은 정신력’쯤의 의미를 가진 명사로 사용되고 있다. ‘그건 멘탈의 문제야.’
나타난다.
혹은 ‘멘탈이 강하다’와 같은 용례가 있다. ‘멘탈붕괴’는 ‘생전 처음 보는 당황
현대인이 갖춰야 하는 너무 많은 지식도 우리를 괴롭게 하긴 마찬가지다. 버스
스러운 일 앞에서 제 정신을 차리고 있을 수 없음’이라는 뜻의 신조어로 등장
나 지하철의 손잡이에 세균이 득실대는 것을 알면서도 넘어지지 않기 위해 붙
한 후, 상식 밖의 일이 매일 언론을 장식하면서 줄임말 ‘멘붕’까지 유행어가 되
잡을 때, 숯불에 고기를 굽는 이 순간 발암물질 벤조피렌이 생겨나고 있다는
었다. 매일매일 멘붕하는 현대인들의 멘탈은 괜찮은 걸까? 특히 적과 아군을
걸 알면서도 군침을 흘리는, 이 복잡한 심경이 어찌 스트레스가 되지 않을 수
구분할 수 없는 전장에서 매일 뒹구는 직장인이라면 멘탈의 안녕이 더 의심스
있을까. 아는 것이 병이 되어 세균을 의식해서 반복적으로 손을 씻고, 수없이
럽다. 회식자리 건너편에서 후배들이 귓속말을 하면 ‘혹시 내 욕하는 거 아니
많은 유해물질의 이름을 외워가며 피한다. 가스 밸브를 안 잠갔다가 집이 폭발
야?’ 하며 마음이 불안해지지는 않는가? 계단을 올라온 것도 아닌데, 이상하
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수없이 부엌을 돌아보고, 내 실수가 회사 전체에 누
게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이 빨리 뛰는 걸 느낀 적은 없는가? 업무메일 한 번
가 될까 불안해서 했던 업무를 몇 번이고 다시 확인한다. 이렇게 원치 않는 생
보내는 데 첨부파일을 수 십 번 체크하고 있지 않은가? 이 모든 질문에 고개를
각에 사로잡혀서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면 강박증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는지
끄덕이는 당신의 멘탈은 과연 정상일까?
도 모른다.
P대리의 일주일 중 5일은 다음과 같은 날의 연속이다. 아침마다 낯선 사람들
그뿐인가. 모두가 실적을 내고 싶어 하고 승진을 바라고, 남들만큼, 남보다 더
과 같은 버스, 지하철을 타고 모르는 이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출근을 한 후 종
잘살고 싶어 하는 경쟁 사회에서 이리저리 치이다보니 월급은 꼬박꼬박 나오
일 사무실에 앉아 이름과 연락처, 메일주소만 아는 사람들과 연락하며 업무를
지만 딱히 즐거울 일이 별로 없다. 인기 절정의 개그프로그램, KBS2 TV의 <개
처리한다. 밤 11시까지 야근에 시달린 후 ‘부디 착한 사람이길 바라는’ 기사님
그콘서트>는 직장인이 가장 슬픈 시간인 일요일 저녁에 방송되는 바람에 그
이 모는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물론 일과 중에 원산지가 의심스러
웃음의 즐거움이 채 몇 시간을 넘기지 못한다. 특별한 취미활동 없이 1주일 내
운 재료들로 어떤 요리사가 만들었는지 모를 음식을 꼬박꼬박 먹는다.
내 일만 생각하다보면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아무것
논에서, 밭에서 홀로 농사짓던 조상들에 비해서 현대인들은 매일 수많은 ‘모
도 즐겁지 않고, 사는 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은 허무주의에서 오는 의욕저하,
르는 사람들’과 마주쳐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마주쳐야 하는 낯선 타인에 대한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경계해야 한다.
무의식중의 경계는 의심에서 불안으로, 공포로 점점 발전하며 스트레스의 원
조금은 힘들고, 약간은 우울할 수 있는 우리들의 멘탈을 점검해보며 이왕 왔다
인이 된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 등 흉흉한 사건들이 많은
가는 인생, 더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YES NO
주의: 아래 테스트는 모든 현대인은 편집증, 강박증, 우울증 중 하나의 증상이 있다는 전제하에 진행됩니다. ‘정상’ 결과는 도출되지 않습니다. 세 가지 증상 중 어디에 가까운 사람인가 정도만 테스트하는 것이니 결과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적절한 진단 및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의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START! 분명히 남들이 나에 대한 말을 하고 있다.
필요 이상으로 친절하게 구는 사람들을 경계하는 편이다.
평소보다 신경이 날카로워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가끔 낯선 사람들이 나를 흠잡듯이 쳐다보는 것 같다.
나는 주변 사람들의 행동에 자주 실망한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면 다소 옳지 못한 수단도 쓸 것이다.
실수 없이 처리하고 싶은 마음에 일을 제 시간 안에 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스밸브나 문을 잠글 때 몇 번씩 확인해야 마음이 놓인다.
내가 어릴 때 부모님은 나를 매우 엄격하게 키우셨다.
A
남들이 볼 때는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나는 어느 것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예전에 즐겨 하던 일들이 요즘 들어 재미가 없다.
B
별다른 이유 없이 피로를 느낀다.
C 참고 LPJ마음건강 02-424-6616 www.lp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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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우울증 Depression
당신은 가벼운 우울증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서 있다. 흔히 우울증이라고 하는 이 증세는 ‘우울장 애’가 정확한 명칭이다. 의욕저하와 우울감이 주 B. 강박증 Obsession
요 증세로 무기력, 두통, 근육통 등 다양한 신체 증상까지 나타난다. 마음의 감기라고 불릴 정도
A. 편집증 Paranoia
당신은 강박증적 사고나 행동을 보일 수 있다.
로 많은 사람이 겪고 있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강박증은 불안장애의 하나로 반복적으로 원치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며, 모든 일에 의욕을 상실
당신은 편집증적 경향이 약간 있는 듯하다. 편집
않는 강박적 사고와 강박적 행동이 특징이다. 확
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자살 충동을 일으킬 수
증은 의학용어로는 ‘망상장애’라고 한다. 주로 근
인하기, 손 씻기, 숫자 세기, 청소하기 등 증상이
있으니 적절한 상담과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거가 없는 심한 불신에 의한 망상이 나타난다. 일
주로 나타난다. 음식, 외모, 성욕, 질병 등 특정한
상생활에 문제가 없지만, 타인에 대한 의심이 많고
대상에 집착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만약 하루에
누구나 ‘하루 종일 일할 때는 날씨가 화창하고
적개심을 드러내어 다소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1시간 이상을 소모해야 하는 강박적 사고나 행동
주말에 놀러 가려고 하면 비가 온다’는 상황에
대부분의 망상은 체계적이며 정신분열증 환자처
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서는 천재지변으로 인한 우울함을 느낄 수 있다.
럼 기괴하지 않다. 또한 특정한 망상 외에는 다른
어려운 상태이니 상담을 권한다.
이런 일시적인 우울감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사고 장애를 보이지 않아 대부분 사회생활을 이어 나갈 수 있다.
되니 원인이 뚜렷하고, 곧 해결될 일로 인한 증 잦은 실수를 범해 상사의 호통세례를 받으면 없
세라면 안심해도 좋다. 특히 여성은 신체 주기
던 강박증도 생겨 다시 확인하고 체크해보는 버
에 따른 호르몬 변화에 따라 주기적인 우울감을
다른 사람들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고 있다
릇이 생길 수 있다. 업무에 만전을 기하는 것은
느끼기 쉽다. ‘나를 즐겁게 하는 것’이라면 guilty
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는 시니컬하고 냉소적인 사
좋지만, 세 번쯤 확인했으면 되었으니 안심하고
pleasure라도 좋다.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리스
람이 많다. 매사에 부정적인 생각을 내비치다보면
넘어가도 좋다. 냉장고 속 물건들의 줄을 세우거
트를 작성해두었다가 우울해질 때마다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편집증으로 오해받기 쉽다. 가능
나 특정한 물건이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등의
아이돌의 사진을 꺼내 보거나 크림을 듬뿍 얹은
하면 성선설을 믿어보고 그것이 어렵다면 누가 좀
다른 사람은 크게 개의치 않는 일들에 대해 집착
케이크를 먹으며 우울감을 다스리자. 춤을 추거
거슬리는 행동을 하더라도 ‘나에게 나쁜 마음이 있
하고 있다면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리거나 마음
나 운동을 하는 등 몸을 움직이는 활동, 햇볕을
어서 그런 건 아닐 거야~’ 하는 정도로 부드럽게
을 비우자. ‘무엇이 꼭 어떠해야 한다’는 특정한
쬐며 산책을 하는 것도 우울증을 예방하는 데 도
마음을 고쳐먹어보자.
생각들을 버리면 마음이 훨씬 가벼워진다.
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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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의 멘탈 관리 비법 ● MBA를 공부한 정신과 전문의가 전하는 워크 테라피
스트레스에 찌든 직장인들이여, 일하는 ‘목적’을 찾아라
불안은 소속감으로 해결될 수 없다
격전지도 야전도 아닌 도심 속 사무실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언제든 사표를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직
폭탄 같은 파괴력을 지닌 사건이 터진다. 새하얀 와이셔츠를
장인은 늘 해고의 불안함을 안고 산다. 해고당한다는 것은 원
입고 전우도 동지도 아닌 동료와 함께 정글과 같은 적자생존
시 사회에서 무리에서 추방당하는 것에 대한 공포를 일깨우는
의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당신. “너 공부 안 하고 놀면 더
일이다. 그래서 모두들 잘리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한다.
울 때 더운 데서 일하고 추울 때 추운 데서 일한다”는 어른들의
신입사원일 때는 남보다 앞서나가기 위해서 일을 하지만 나이
말씀에 따라 죽어라 공부해서 대학도 가고 토익도 친 후 에어
가 들어 체력도 떨어지고 세상 물정을 알게 되면 잘리지 않기
컨 아래서 일하게 되었는데, 힘들다. 사실 육체노동이건 정신노
위해서 일을 하게 된다. 직장인은 절대로 위험을 감수하지 않
동이건 힘든 건 마찬가지다. 몸이 힘드냐 마음이 힘드냐의 차
으려고 하고 회사는 더 치밀하고 엄격한 근무 평가 방법을 만
이인데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어떤
들어서 위험을 회피하지 못하게 만든다. 결국, 잘리지 않기 위
것이 더 건강에 해로운지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몸은 편하지
해 일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불안은 소속감으로 해결될 수 없
만 마음은 불편한, 정신노동에 종사하며 매일 멘탈붕괴를 경험
다. 버텨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신의 안전에 치중해 일하다보면
하는 직장인들이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는 방법
진짜 능력은 쌓을 수 없다. 불안은 여유를 없애고 여유가 없어
을 이야기해본다.
지면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일을 해결하려고 하게 된다. 단순 한 일만 계속할 뿐 복잡한 일은 감당하지 못하고 기를 쓰고 회
일의 목적은 돈이 아니다
사에 버티고 있으려고 할수록 점점 단순한 일만 맡게 된다. 결
많은 직장인은 한 달에도 몇 번씩 사표를 쥐고 벌떡 일어섰다
국 아무나 할 수 있는 단순한 일만 하다보면 월급도 오르지 않
가 월말이 되면 카드고지서와 월급명세서를 함께 받아들고 다
고 언젠가는 도태된다.
시 주저앉는다. 자괴감이 들지만 나만 그런 게 아니라고, 다들
어떤 이들은 자신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깨닫고 그것을 추구
똑같다고 중얼거리며 집과 일터를 오가고 있다. 우리가 직장에
하면 행복할 수 있다고 믿지만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내 마음
서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단지 먹고살기 위해 일한다고 생각
속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부딪쳐가면서 발견하고
하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만들어가는 것이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는 먼저 일하는 이유를 고민해야 한다. 자신이 일하는 의미를
마음이 세상을 만나야 한다. 그 세상이 항상 내가 계획하는 대
깨달으면 일의 지루함과 스트레스라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
로만 돌아간다면 더는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없다. 세
다. 사람이 일을 하는 데는 돈, 인정 욕구, 소속감, 성취감, 재미,
상이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 화내고 불안해하며 절망하지
성장, 승부욕, 도전, 명령, 이타심이라는 10가지 이유가 있다.
말자. 그 세상에 부딪치며 깎여나가다 보면 또 다른 나의 진정
이 중 어느 하나가 너무 과하면 일을 그르치고 부족하면 제대
한 모습이 드러난다. 그러면서 나는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로 일하지 못한다. 한 가지에 치우친 단편적인 시각을 버리고 나는 왜 일하는지, 무엇이 나를 일하게 만드는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나에게 부족한 부분과 지나친 부분이 무엇인지 깨닫고 일하는 목적의 균형을 잘 맞추면 행복한 직장인이 될 수 있다.
참고 <무엇이 당신을 일하게 만드는가>, 필로소픽 저자 최명기
지은이 최명기는 마음경영 전문의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2003년 듀크 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하고, 내친김에 건강의 통합적 방법을 모색하다 듀크 대학교 Health Sector Management 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에 돌아와 부여다사랑병원을 열었다. 경영학을 공부한 정신과 전문의라는 독특한 이력을 살려, 경영학과 정신의학을 통합한 마음경영을 통해 삶의 균형을 찾는 방법을 연구하고 널리 알리고 있다. 저서로 <정신분열증을 대처하는 방법>, <심리학 테라피>, <병원이 경영을 만나다>, <마음이 경영을 만나다>, <트라우마 테라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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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S UE REPO RT
초록빛 의자가 필요한 시대 지금 ‘힐링’하고 계십니까? Text. Lee Myung Suk (Columnist)
‘마음이 아프십니까? 덩달아 몸까지 탈이 나셨습니까? 여기로 오세요. 모든 것을 놓아버리 고 편안히 누우세요. 차마 꺼내지 못했던 말, 마음속 응어리를 뱉어내고 깨끗하고 건강한 자 신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힐링의 시대다. 여기저기에서 하얀 가운을 입은 힐러들이 치유의 마법봉을 들고 사람들의 뭉친 어깨를 두드린다. 스님들의 잠언이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채우 고, 심리학자들의 트위터가 생활을 이끄는 메시지가 되고 있다. 유명인들은 ‘힐링 멘토’를 자 처하고, 정치인까지 ‘힐링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다. 이 시대는 무엇이 그렇게 아픈 걸 까? 우리에겐 어떤 치료가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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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 힐링 캠프의 전성시대
옆에 앉는 것만으로도 편안한 위로가 될 것 같은 여성 연예인들이 인기를 모
지난해 잔잔하게 시작한 SBS의 토크쇼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가 어느
으게 된다. 이어 ‘모이스처 남자’도 나온다. 피부를 촉촉이 해주듯이 마음을 회
새 국민 프로그램이 되었다. 그런데 그 모양이 사뭇 다르다. <무릎팍 도사>처
복시켜주는 남자라는 뜻이다.
럼 요란한 호통으로 윽박지르거나 <라디오스타>처럼 굴욕의 과거를 꺼내며
지금이 힐링의 시대라는 것은 아픈 시대라는 것이다. 한국 사회 역시 IMF 구제
깐죽대지 않는다. 저녁 무렵의 잔디밭에 의자를 내두고 편안히 앉으라고 한
금융과 2000년대의 경제 불황을 통해 큰 좌절감을 겪어왔다. 급속히 치솟는
다.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는 물론 정치인들까지 이 캠프를 지나갔고, 시청자들
자살률은 한국인의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보여준다. 재독 철학자
은 자신들의 마음까지 후련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한때 웰빙, 로하스로 지칭되
한병철은 <피로사회>라는 책을 통해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우울증의 실체를
던 ‘다른 종류의 삶’이 요즘은 힐링으로 모아지는 기분이다. <힐링캠프> <이야
밝힌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가 ‘하면 안 된다’는 규율사회에서 ‘할
기쇼 두드림> 같은 촉촉한 대화 위주의 TV 프로그램만이 아니다. 자전거를 탄
수 있다’는 긍정의 사회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성과 위주의 사회는 그것
풍경의 <안아드립니다> 등 ‘힐링 콘서트’를 표방하는 음악 공연들이 줄을 잇
이 충족되지 않을 때 사람들에게 또 다른 심리적 타격을 준다. 그는 이 책에서
고 있다. 서점가에서도 성공과 자기계발을 밀어내고, 힐링의 테마가 베스트셀
‘규율사회의 부정성은 광인과 범죄자를 낳는다. 반면 성과사회는 우울증 환자
러의 목록을 채우고 있다. 혜민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법륜의 <방황
와 낙오자를 만들어낸다’라고 말했다.
해도 괜찮아>, 정목의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등 스님들의 에세이가 베
우리는 서구나 일본 이상으로 단기간에 급성장을 경험했다. 그런데 그 성장이
스트셀러 10위권의 절반을 채우기도 한다. 백화점 문화센터에서도 마인드 트
벽에 부딪히면서 커다란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다. 박완서는 소설 <기나긴
레이닝 등 ‘마음’을 테마로 한 강좌가 대거 늘어났다. 아무리 돈을 벌고 운동을
하루>를 통해 말한다. “남보다 잘살기 위해, 그러나 결과적으론 겨우 남과 닮
해도 풀리지 않는 스트레스와 우울을 이겨낼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기 위해 하루하루를 잃어버렸다. 내 남편이 십팔 평짜리 아파트를 위해 칠 년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여자 혼자 걷는 여행’을 중심으로 한 힐링 트래블이
의 세월과 부드러움과 따뜻함을 상실했듯이.” 처세술과 자기계발의 베스트셀
다. 멀리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가깝게로는 제주도의 올레길을 걸으며
러는 위안과 힐링의 베스트셀러와 거울처럼 마주 보고 있다. ‘일하라, 성공해
고요한 성찰의 시간을 보내자고 한다. 외국인에게도 인기가 높은 템플 스테이
라’라고 하더니, ‘놓아라, 쉬어라’ 하고 있는 것이다.
와 가족 단위의 숲 속 캠핑 역시, 번잡한 도시를 떠나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 진정한 힐링을 위하여
는 기회를 제공한다.
마음의 건강을 되찾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 힐링이 가짜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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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힐링이란 무엇인가
으로 잠시 위안을 얻는 플라시보 효과에 그쳐서는 안 된다. 당장 듣기 좋은 달
힐링(healing)의 원래 의미는 신체나 정신의 병과 상처를 고치고 회복시키는
콤한 위로와 격려로 잠시 마음이 평온해질 수는 있다. 그러나 문제를 그렇게
것이다. 이를 번역한 치유(治愈)라는 말로 통용되기도 한다. 치료가 병의 증상
덮어버리면, 진정한 원인을 해결하지 못해 상처는 곪아들어간다.
을 없애고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라면, 치유는 환자의 몸과 마음을 원래의 상
어느 공익광고를 보면, 밖에서는 그렇게 상냥할 수 없는 아버지, 어머니, 딸이
태로 회복시키는 과정까지를 포괄한다. 최근 통용되는 의미로서 ‘힐링’은 육
가정 내에서는 짜증만 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 많은 가족의 모습이기도
체보다는 정신적인 면을 강조한다. 그러니까 트라우마, 스트레스 등으로
하다. 그런데 그 어머니가 틱낫한의 <화>를 읽고 “그래 화내지 말자”라는 마음
비틀어지고 고통받는 정신을 건강하게 회복시킨다는 의미다. 서양 의학의
을 먹었다고 해보자. 그걸로 남편의 경제적 불안감, 자식들의 입시 스트레스,
심리학적 치료는 물론, 아로마, 잠언, 산책, 여행 등을 통해 마음을 편안
본인이 겪고 있는 시댁에 대한 불만 같은 것들이 사그러질까?
히 만드는 모든 행동을 힐링이라 아우른다.
몸이든 마음이든, 병을 치료하는 첫걸음은 자신이 아프다는 걸 인정하는 데
인간은 오랫동안 질병, 전쟁, 이별 등의 고통을 겪어왔다. 당연히 육체
있다. 그리고 병원에 가야 한다. 상처받고 곪았는데 자신은 괜찮다고, 저절로
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회복을 위한 조치들도 필요했다. 신부를 찾아
낫는다고 미루어두어서는 안 된다. 몸이 아플 때 병원을 찾아야 하듯이, 마음
가 고해성사를 하고, 절에 가서 108배를 하고, 무당을 찾아가 액운을
이 아프면 역시 심리 전문가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가족들이 함께 상담을 받
없애는 굿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몇 십 년 사이에 이러한 위로
고, 둘이 마주 보면 말다툼만 만들어내는 문제를 제3자를 통해 객관적으로 들
행위가 강력한 유행을 타고 문화와 산업의 형태로 본격화된다. 서
여다보아야 한다. 물론 약한 병일 경우에는 체질을 개선하고 작은 노력을 통
구의 경우 1960년대 말 이후 히피 세대가 이러한 흐름을 주도했
해 스스로 회복될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깊은 문제에서 나온 심리적인 어려
다. 그들은 현대 과학과 의학에 대한 불신 속에 뉴에이지 음악, 요
움은 그런 식으로 해소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최근 힐링 열풍이 허울 좋은
가와 참선, 동양으로의 여행을 통해 정신을 구원받고자 했다.
‘힐링 산업’의 성장만 가져오지 않을까를 우려한다. 많은 힐링의 방법이 쏟아
일본에서는 1990년대부터 치유(癒し)라는 말이 빈번하게 등장
지고 있다. 템플 스테이, 혼자 걷기, 서로 꼭 껴안기, 잡동사니 없애기, 인문학
한다. 고도성장의 달콤한 과실에 취해 있던 사람들이 버블 붕
강의 듣기…. 그중에는 정말 쉽고 값싸지만 잘해내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그
괴로 경제적인 위기를 겪은 것이 큰 원인이었다고 한다. 사람
럴싸한 말씀 한두 마디를 듣는 것보다는 미루어두었던 옷방 정리를 하는 것이
들은 ‘근성’이라는 단어로 요약되는 1970년대식 승부 정신 대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내 삶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나는 성공을 위해
신 정서적 안정을 갈구한다. 이어 ‘치유계(癒し系) 아이돌’
달려가고 있는데, 그 성공은 진짜 성공일까? 그런 의문을 풀어가는 과정을 통
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특별한 미모는 아니지만
해 우리의 마음은 건강을 회복할 뿐만 아니라 더욱 강해진다.
SH OW CASE
나는 강박마저 사랑한다 Text. Park Sung Eun (INNOCEAN Worldwide), Lee Hyun Hwa (Editorial Dept) Photography. Lee Seung Jun
크리에이터의 머릿속은 어떨까. 창작에 대한 압박으로 남다른 강박에 시달리진 않을까? 이 작은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어떻게 매일 두 시마다 배꼽을 훔치고, 어떻게 카피 한 줄로 15초 만에 머리를 지배하고, 어떻게 단순하면서 강력한 비주얼로 꿈을 꾸게 하고, 어떻게 고기맛 나는 문장으로 타인을 치밀하게 감동시키는 걸까. 똑같은 것을 보아도 다르게 보는 그들, 같은 말을 들어도 다르게 풀어내는 그들의 내면을 면밀히 해부했다. 이것은 일종의 질투이자 참견이고, 시샘이자 동경이다.
나는 그저 이야기꾼일 뿐 이재익 PD
이재익 PD 나는 그저 이야기꾼일 뿐
3.텔 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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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눈 썹 문 포털 사 그래 이 도 번째 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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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 이라 어 ’ 문신 검색 눈썹 ‘ 도 딱 가 래 어 엔 .그 검색 외 예정 연관 . 데 것 할 ’ 칭 다 를 했는 리터 꿨 보는 을몇개 ‘ 송 히 방 고 준 내 또 . 내가 책을 몇 권을 도꾸 어서 고, 앞으로 러운 순간 에없 ,꾸 또렷해져서 원망스 씬 밖 훨 도 상 고 인 다 데 강 운 장 , 연스러 꿈꾸 바다 가가 엄청 자 신 계를 은 산과 보다 겠네. 좋 세 진 면 리자 으 각 울 떴 . 한 쯤 관 .생 었단 거지 섯 번째 짝반짝 트 스타일’은 아니 없다 나다 면서 반 한 어촌 소년이었다. 처음부터 ‘강남 으 진 째 읽 는 순 던 번 회 게 동화를 멱감 네 한 놀이거리. 그렇 학 후 에서 한 ’에게서 산 세계문 전집이 유일 수 천 장 리 고 왕피 ‘보따 말 오는 으로 번 몸 봤다(안 나와서). 그런 전 몇 알 비 내가 지금 까지 못 에 레 방송국 PD라니! 년때 . 1년 학 4 다 교 었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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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
질
르
6.
내 가
5.이
여 름 강 곧바 남
댁에 머물던 꿈의 장소. 밤에 에서 울진 외삼촌 도 꺼지 때 울 살 지 3 서 않는 불빛과 !1 남 . 남산타워는 그야말로 센세이션 좋다 잠깐 제2의 고향이 되었다. 남들은 금도 때 좀 거쳐 하면서 지 . 사 까 서 간다는 학 데, 우리 집은 어쩜 그렇게 돌직구로 갔을 방 로이 시’가 좋다. 나 혹시 차가운 도 으로도 줄곧. 시남자 고, ‘도 담으 좋 있는 것. 앞 ? 청 이 미쳐 울 속 로 서 기 계 야 고, 부터 좋 날 솔 이 옛 파라 는? 비슷하게 생겼는 드 엘레‘쏘’ 데 놀 ? 항상 어 아 둘중 어봤 의 싼걸 예쁜 서울 여학생과 에 ’신 ,나 분 덕 의 펜팔 사오셨 . 여 ‘트 다. 오 이 던 우리 봤 은물 어 까 절 입 노친네. 심지어 시 건너갔 난 아놀드 ‘파라솔’도 도 다네. 노 풍
강
내
돌
7.
나고, 아기다람쥐가 산 너 본능 여행을 떠 머 모험 출 향해 을 떠나 를 탈 고…. 어 이 나 런 바다 러 탈 그 . 출 거 본 능 이 릴때쓴 , 이 데 가 지 금 운 동화를 보 내 서 래 창 무 작의 원 면 강박적일 만큼 고 ‘탈출’이 등장한다. 동 조금 았 더 않 라 지 면 력 , 하 이 당 렇 이 게 를 까 아 도 따 지 닐 왕 이 까 . 야 봐 아마 내가 서 기에 천 가 처음부터 도시에 태어났더라면, 가 착하진 이사 않았을 로 것 같다. 으 남
작
1년
8.
이터 이티브에 대한 자세는 광 라 고회사 크리에 피 만 카 에서 지 다배 이션 다 한 일했 . 용 활 이 웠다. 많 이데 짓 을 광 아 식 고인은 남 지금도 10가지가 의지 있으면 100가지처럼 말하는 사람. 이때 에 터너 업 이지 페 9. 아닌 ‘이야기꾼’이 가가 다. 명 백히 소설 는 팬 들 와 이 내러 가 입을 모 나 무나 사랑하는 여자 . 평론 너 아 티브 , 다 하 설 간 나같 .소 중심 어 이 10 넘 이다 나 사랑하는 여자와 하는 가 너무 같 내 . ‘낯 다. 이 말. 은 설게 설 여 깊 자가 소 이는 하기 론 배신해도 끝까지 손을 놓 때 ’가 조 나에 없 고 고 히 지 싶 금밖 게 지않 만너 에 없고 뭘 괴롭 양 립 하 럼 다 는 무 해 처 건 힘들 문장이 쉬워서 페이지가 슥슥 금 . 지 재 도 낮 , 미있 면 지도 에몸 좋 다 어 모 은 였 요 르 ! 담았 거지 겠다 PD 던 . .방 치열 송위 원회 한방 에서 송현 한소 장과 녀 리듣 소 는다 고나 부의 리 오면 온 른 크 것 갖 생각이 마 이 . 서 한 에 소 니 회 녀 1 다 들지만, 소설은 나를 시 를 전 발 까 1 견 진 했 . 사 미지의 을 때, 의 지 부 공 금 간 리 쓰는 으로 여행 크 소설 하는 느낌? 다만 시작이 고민되는 순간에 나를 손뼉 마 의가 지 무척 치게 한 할 제 야 그소 를 ‘오 여 녀. 소 너 페라 설속 테 소녀 소녀 ’로 정 가딱 했다 의 양치질 . 소녀 노 너처 분 . 로할 럼생 12 지 소년 겼 으면 으로 할 을 때 받 마 다 를 이를 스 좋 지, 선생 을 레 닦는 것같 님이 소프라 더라. 다. 스트 노여야 할지 상 약 을 치 짠 연 다 사 허 . 작 에게 에 업실 솔 에다 칫 모욕 른건 적 랄까. 성직자가 아닌 다음 이 없 에야 어도 인 언 기분 자기 럽거나 비과학적이라 칫솔 사를 꽝스 마음 들었 도자 스 과 우 을 기마 을 다스 치약 때, 음을 만 소설 리 은 눌러 이재익 PD 는 꼭 이 건 주는 목구 구 비 참 7년 동안 청취율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라디오방송 <두시탈출 컬투쇼>의 멍에 할 습관 어렵 정도 서뭔 PD. 낮에는 친절한 PD이자 밤에는 성실한 소설가로 변신하며 틈틈이 영화 지 이 가꽉 . 가 않나 있는 글 막힌 을하 시나리오까지 쓰는 ‘삼단합체 크리에이터’. 1997년 <질주질주질주>로 등단하여 .잇 것처럼 건 고 몸이 잘 안 풀릴 때 어김없이 좋다 나면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아이린>, <41> 등 16편의 소설과 영화 <질주>, <목포는 닳 처 고 음부터 아서 본다 항구다>, <원더풀 라디오>의 시나리오를 썼다. 얼마 전 <나 이재익 크리에이터>란 다 의사 시 시작하는 . 상쾌한 에서 책을 통해 본인의 모든 것을 고백하기도 한 그는, 서울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진정한 정중한 경고를 도시남자이기도 하다. 받긴 했지만,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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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402번 버스 회사를 나가는 순간 일의 스위치가 5. 레고시계
딱 꺼지는 고수들이 있다. 하지만
1. 10분
아는 사람만 아는, 레고에서
나는 아직 머리를 계속 굴려야 뭔가
10시간 고민하고 10분 만에 써라.
나온 성인용 시계. 리미티드로
나오는 단계라서. 물론 술 먹다
선배한테 늘 듣던 말이다. 이미
반짝 판매하기 때문에 발 빠르게
필름이 끊기는 건 예외지만! 그래도
11. 김애란
어떻게 쓸지 마음속에 다 정해놓고
움직여야 한다. 탐내거나 부러워하는
가끔 일부러 돌아가는 버스를 탈
김애란을 참 좋아한다. 다 읽지
첫 문장부터 끝까지 한 번에 써내는
사람이 많아 뿌듯한 내 아가들.
때는 있다. 402번 버스를 타고
못하고 자꾸만 사는 책 가운데서도
한남대교를 지나 남산 순환도로,
그녀의 소설만은 처음부터 끝까지
6. It’s now or never
소월길을 돌아 남대문으로 내려온다.
정독하게 된다. 그런데 당신, 요즘
나의 중간기, 발전기에 정말 큰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무한정
너무 우울하게 변한 것 같아. 예전의
2. 새 날아가는 소리
영향을 끼친 카피. 벤츠의 광고
멍을 때리면 뭔가 해소되는 기분.
그 발랄함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거야.
예전 멜론 광고에서 새로운 시도를
카피로 ‘지금이 아니면 가질 수
했었다. 우리끼리 ‘새 날아가는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란 메시지를
9. 에버노트
12. 머리를 잘라볼까
소리’라고 부르는데, 특별히
던져주었다. 벤츠의 문제는 나이 든
메모 참 많이 했다. 지독히도 했다.
세 번 들어갔는데 안 팔린다. 그럼
전달하는 의미 없이, 오로지 감정의
사람만 탄다는 이미지였는데, 벤츠가
전엔 뭘 들고 다녀야 해서 좀
머리를 잘라볼까? 아님 손톱을
상태만 카피로 보여주는 광고다.
할아버지가 타는 차라면 차라리
번거로웠는데, 에버노트란 앱을
깎아볼까? 몸에 있는 걸 덜어내야
중학생 남녀 둘이 이어폰을 나눠
할아버지가 되라는 식이었지.
사용하면서 많이 편해졌다. 편한
하는 징크스가 있다.
카피가 완성도가 높더라. 흐름도 좋고.
듣는 장면을 정적으로 보여주며
만큼 메모광이 더 심해지긴 했지만.
‘볼륨을 높였다. 두근거리는
7. 톤앤매너
참, 자다가 일어나서 쓴 메모는
13. 위트
심장소리, 너에게 들릴까봐’라는
요즘은 광고를 만들 때 톤앤매너를
쓸모없는 경우가 많더라.
색깔이 있다는 것은 독이 될 수도
카피를 붙이는 식이다. 이런 광고가
먼저 생각한다. 사실 톤앤매너가
보기엔 쉬워 보여도 사실 더
아이디어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10. 지속성에 대한 갈망
있겠지만, 지금의 난 될 수 있는 한
어렵다는 거! 카피라이터 다섯이서
미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 잘 해내고
머리를 싸맨 과정을 생각하면,
간과하질 않나. 그런 변화를 지금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던가.
싶다. 위트, 지금 나에겐 위트가
끔찍하다.
현대자동차에서 보고 있다. 쏘나타
크리에이터라면 자기 자식이
부족하다.
더 브릴리언트 광고가 BGM을 싹
오래도록 사랑받길 바랄 것이다.
3. 말랑말랑
없애고 효과음로만 꾸민다든가,
그런데 광고는 온에어가 끝나면
스프링보드. 딱딱한 면을 만들어놓고
최근 론칭한 PYL 브랜드의 유니크한
정말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린다.
위에서 널뛰기를 한다. 띵띵 뛰다가
이미지라든가. 콘셉트가 나왔을
광고하는 사람이 아니면 누가 옛날
탁 점프할 수 있는. 깊이 들어가야
때부터 톤앤매너를 생각하면 그런
광고를 찾아서 볼까.
더 높은 점프가 가능하듯이,
그림이 나오는 것 같다.
있다. 사람마다 잘하고 못하는 것이
크리에이티브 작업도 논리적인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렇게 충분히 고민한 다음엔 하루 정도 딴 생각을 한다. 크리에이티브 작업을 할 땐 ‘말랑말랑한’ 머리가 필요하다.
4. 애니팡 이 단순한 게임에 농락되는 나를
양승규 CD
좀 보라지. 요즘 말랑말랑한 머리를
여름이 빨리 지나가서 기쁜, 가을을 사랑하는 INNOCEAN Worldwide의
만들기 위해 애니팡의 힘을 곧잘
현재 현대자동차와 KT 광고를 맡고 있다. 카피라이터 출신이지만 디자인적인
빌린다. 두 시간 정도는 우습게 지나간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SK텔레콤 T, SK브로드밴드, 멜론 등의 광고를 담당했으며,
면모도 간과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편. 최근 먹어도 배고픈 사람을 위한 심리보고서 <식욕버리기 연습> 읽기에 푹 빠져 있다. 오늘도 한 줄의 카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팀원들을 어르고 달래가며, 몸을 뒤틀어가며 정신없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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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앤매너, 아직도 몰라?
톤앤매너, 아직도 몰라? 양승규 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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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경 국장 일 줄 주 게 ,일 에 데 원 는 팀 치 도 아 데 몰 런 이 .그 다
아, 죽을 맛이었지 . 17개 제작 12시에 에어컨까지 팀에 끊겨 서 서 한 정말 꺼 , 번 짜증 3. 왕도 에 ‘지 일 창의력은 어 대 로 떤왕 ’났 진짜 그들에 도가 게서 없 답을 다 .그 구 하 는
1. 지난여름
공간과 퀄리티, 그리고 유머 안 동
도 에 집 못
수
는 있
물 과 . 결 비 한다 대 생각 간 속 시 도계 들인 잘때 것. 잠 는 서 면 하 집중 에가 계속 .집 해 다 대 이 간 것에 시 ,그 라 저 니 아 이 것
‘
는 버
게 에 친구
엄 마 대 한 체 테 적 전화 으 로 하면 좋으 서물 니까 어본다 . .
화 전
이
은 상 보
돈
하 고
2. 17년 차
회 사 에 잠 서 ’아 숙 96년부터 이 식 니 을 면 바닥 했 ‘술 에서 으 ’뿐 니. 만 이 17년 니 … .참 .
고 가
이 일
지가 쉽 치? .그 다 않
32
같 다 .
이 일
것
하는
는 기 내가 생 고 이 리 요령 들, 그 씩 던일 금 했 조 . 내가 부터 힘들다 나서 분리하는 게 더 을 둘 실 사 고 . 다 온 이 를갖 때 멘붕 도 아이 거릴 하다. 그래 요 중 이 입 몰 면 려 덕 으 을받 않지 삐거 서 인정 언제 틔울지 이망저망 기다리는 재미, 이 일에 라지 이 바 형 망울을 . 꽃 까 게 균 쁜 마음을 가다듬는 재미. 넌 나에게 뭘 달라고 조르지 않잖니. 내 .예 하니 아주며 다 닦 넌 케 좋 하나 재 참 존 하나 를 리 이 걸 목 목걸이가 잔뜩 있다. 주로 ‘월정 리 않는 ’의 목 유 지 걸이 들. 나 다니 리지 않는다고 생각했 울 어 에게 영 와 던 고 나 , 유리알 감을 받 하 아. 잖 아 만들었다는 이 영롱한 없 데, 순 목걸이 를 보노 살 라면 뭔가 자신 감이 샘솟는다. 인을 하다보니,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 나 디자 으로 옮 아트 안 기는 것 동 그 렸 로 다 으 . 아, 이렇게 림 그 이 힘들 이 간 많 하면 설 더라. 옛날 시 리를 명적인 토 부터 만화를 되 랜 스 데 게 좋아해서, , 어떻게 한 하면 단 대 순화할 수 에 있을까. 황 0cc 0 0 10, 지르고 싶어도 이상하 소리를 주 게목 맥 이콱 럼빽 처 독에 막혀 들 음 날 아침 화장실에 서잘 다 . 빠진 자 콸 콸 서 눈을 밑 안 된다 , 여 콸 까지 . 그래서 뜨면 른 으로 . , 쓰려 어질 때 그냥 가만히 면서 술을 마신다. 필름이 끊 기분 오는 ,하 속을 부 는 니 겠 붓 여잡고 도 마셨 다시금 추스르 는 것이다. 오죽하면 너 강풀 . 9 참 못 그린다. 그치만 그림 얼마 신 나노 당 서울놀이 력하 s ’ 경 고, 유 . 얼마 10 와보셨나요? 100>을 펼 나 곳 런 쳐 생각 이 서아 울 무 하고 곳이 <서 시가 된다. 특히 현대미 레 나 프 ,얼 술, 그 리 손가 히 마나 중 락으 에도 확실 정직 젊은 로 탁 한지 작가 찍는 가그 의 다. 설치 림속 물 론실 미술 에절 제로 이 절히 꽤만 찾아 스며 있 가보 족스 더라. 면 트 럽다 책과는 노 . 욕 다소 차 다 11. 이가 있지 는 노트가 있 . 최대한 더티하게, 라 만, 주변을 찬찬히 돌아보면 을쓰 이브하 욕 게 래 적 는 몰 휴 안 대 동 폰 한 에 다 서 몰 래 래 적고 . 작은 남 다. 그 있었는 노트 버렸 데, 그 에끼 휴대 라져 적일 폰마 사 수록 저잃 스릴 어버 만점. 렸다 흐흐. 는거 근데 스 . 아, 튜디오 그휴 로 이사 대폰, 오면서 어 잠 금장치 디론가 감쪽같이 G G 도안되 . 비 서 를 에 쫄 산 딱 . 12 어 맞 끼 고 새 있는데… 오 내 들 오 운 . 들 떨고 귀여 있는 유, 며 ‘데려가주세용’하기 걸 하 도 시 우 아 에 대뜸 리직 컨택을 OK를 원이 아이 외쳐버 주워 와 나 찌 자 어 주 놀러 오던 들이 렸 왔다 트 나 지 아 지…. G . 촬영 . 둔형 G랑 부 은 한 다 운 비 고스 적거 로 리는 튜디 외 오에 너희 오유경 국장 데려왔 를보 더니 자니 훤칠한 키에 날렵한 몸, 만화주인공 같은 웨이브 헤어의 오유경 국장. 그녀가 내마 음도 중저음의 목소리로 나직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면, 어쩐지 조선시대 선비를 보는 것 짠했다 .
화 만
물
다
8.
상
오
7.
안
잘
6.
꽃 이 이 파
5.
4. 멘 붕의 일과 지금 사생 근 의 활 나 의 를
원
같다. 꽃을 기르고, 동물을 사랑하는 아트 디렉터이자, 올해 4월 오픈한 Studio G의
수장인 그녀는 이곳이 INNOCEAN Worldwide 아트 디렉터들의 쉼터이자 피난처가 되길 희망한다. 그리고 매일 저녁 일에 지친 후배가 ‘국장님, 시원한 술 한잔 사주세요’ 하는 애교를 발휘하길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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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새벽 4시와 아침 7시 사이
2.총량
올빼미 생활 끝의 깨달음. 새벽
연애에도 총량이 있고, 공부에도
4시부터 7시가 가장 창의력이
총량이 있다. 소설에도 분명 총량이
샘솟는 시간이라는 것. 오후
있을 것이다.
3~4시에 슬쩍 일어나서
누구나 마음속에 다락방이 있다,
뭉그적거리다 밤 12시부터 입질을
3.우물
걸면, 새벽 3~4시에 발동이 걸린다.
30대는 가득 차서 찰랑찰랑한
소설가 천운영
문제는 정작 그때가 되면 너무 졸린
우물이었다. 특별한 노력 없이도
것! 그래서 요즘 아침형 인간을
30년 동안 몸에 내재된 어떤 것들이
시도하고 있다. 6시에 일어나 공복
저절로 흘러나왔다. 의심할 필요도
상태에서 전날 작업을 되돌아본다.
없이 그냥 길어내기만 하면 됐다. 그렇게 10년을 퍼내다보니, 이젠 우물을 천천히 퍼내야 할 것 같다. 한 번을 길어도 실패 없이, 그리고 내가 갖고 있던 세계와 다른 세계를 합쳐서 새로운 우물을 만들려 한다.
4. 소설=똥 당기는 것을 먹고, 때론 원치 않는 것도 먹고. 그렇게 피가 되고 살이 돼서 시원~하게 싸는 똥이 소설이다. 때론 다 소화하기 전에 토하기도 하고, 얹혀서 활명수를 먹을 수도 있다. 그렇게 내 속에 남아서 단단해진 것, 쌓일 대로 쌓여서 이제 나가야지, 하고 밀어내는 굵직하고 시원한 것.
소설가 천운영 누구나 마음속에 다락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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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장점 구분하기
8. 다락방
10. 전기놀이
12. 마이 리틀 블랙 드레스
남들이 말하는 내 장점과, 실제로
누구에게나 다락방이 있다. 무언가를
그렇게 술로 ‘해갈’을 했다. 몸이
왜 옷장에 검은색 옷밖에 없을까.
내가 생각하는 장점을 구분할 줄
숨겨놓기도 하고, 숨기 위해
힘들어서 이젠 딱 끊었지만. 사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나니 더 그렇게
알아야 한다.
들어가기도 하고, 음침하면서도
스트레스는 그냥 견디는 수밖에
된다. 검은색 자체도 느낌이 참
아늑한 그런 공간. 엄마 아빠가
없다. 어찌 보면 즐겁기도 하다.
다르더라. 붉은 기가 도는 것, 푸른
6. 아이디어에 기대기
일을 나가면 하루 종일 다락방에서
어렸을 때 하던 전기놀이처럼, 피가
기가 도는 것…. 그 미세한 차이를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
시간을 보냈다. 몇 권 없는 책을
안 통하다가 찌르르 하고 전기가
찾고 싶은 건가? 주변에선 ‘딱 지
아이디어에 기댄 소설은 딱 1년
짜깁기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흐르는 느낌.
같은 것만 골라요’라고 타박하지만,
간다고 본다. 차라리 제대로 똥 싸는
엄마는 이제 오나 저제 오나 혼자
법을 연습해야지.
쫑알쫑알 천장을 보며 중얼거리고….
11. 계란프라이
다락방은 내 상상력의 원천이자,
<생강> 때 일인데, 연재는 도중에
13. 거울아 거울아
숨는 곳이자, 죄책감의 공간이다.
수정할 수 없잖아. 어느 날 정신을
책상에 3면으로 거울이 있다. 누가
차려보니 소설 방향이 5도 정도
되게 자아도취적이란 말을 하긴
7. 응시 응시.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
자꾸 눈이 가고 손이 가는 걸 어떡해.
하지만 매의 눈으로 날카롭게,
9. 그녀의 눈물 사용법
틀어진 거야. 다시 5도를 돌려놓기
하던데. 한참 집중하다가 거울을
그리고 아이의 눈으로 보는 것. 나
서너 살쯤의 기억. 한밤중에
위해 몇 회를 더 소비하느냐, 아니면
보면, 내 얼굴이 너무 무서운 거야.
몰라. 저거 뭐지? 내가 다 안다고
무언가를 감싸서 돌아온 아빠와,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느냐. 그렇게
거의 거울을 깨뜨릴 것 같은 표정!
생각한 것도, 이게 뭐지? 바깥을
말없이 나를 꼭 끌어안던 엄마.
고민하면서 세수를 하려고 거울을
그럴 때마다 릴랙~스! 하면서
향해서도 응시하고, 자신을 향해서도
그리고 다락에서 아주 가느다랗게
보는데, 세상에, 눈에 핏줄이 터져
얼굴을 푼다. 지금 죽자고 하는 거
응시한다. 그러다보면 이야기가,
들리는 아기 울음소리. 저 위에 뭔가
있더라. 얼마나 핏발을 세우며
아니니까 정신 차려. 살자고 하는
인물이, 서사가 나온다.
‘있다’는 느낌. 하지만 나는 착한
고민했던지 마치 계란 노른자가
거야. 정신 차려. 거울이 없으면
아이니까, 물어보면 안 돼. 그렇게
터진 것 같은 피멍이 손바닥만 하게
글을 못 써서, 여행을 가더라도 꼭
칠삭둥이 동생은 고스란히 소설로
번져 있었다.
손거울을 챙긴다.
남았다. 나는 그 애를 못 살렸지만, 참 오래 기억하면서 예뻐했던 것 같다. 가끔은 ‘너 내 덕분에 소설로 남은 거야’ 하고 눈을 흘기며 웃기도 하고. 죄책감에 휩싸여서 뭔가를 못하게 되지만 않으면, 건강한 죄책감은 어느 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소설가 천운영 2000년 소설 <바늘>로 등단해 단편집 <명랑>, <그녀의 눈물 사용법>, 장편소설 <잘가라 서커스> 등을 펴낸 소설가. 천운영 특유의 ‘육식성 미문’은 그 어떤 문장보다 깊게 뇌리에 남고,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작년 고문기술자와 그의 딸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 <생강>을 발표한 후, 자기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한 그녀는 죽는 순간까지 소설을 쓸 생각이다. 소설을 쓰지 않을 때는 12년을 함께한 반려견을 스케치하거나, 조용히 커피를 볶으며 그녀만의 애정을 담아 세상을 ‘응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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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N T H E LI M E L I G H T
Inno Cantabile
광고인의 꿈을 실현하면서 재능기부까지 할 수 있다면?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작년에 이어 ‘이노션 멘토링 코스 (이하 IMC)’의 두 번째 시즌을
확보된 3%보다 지나친 97%에 뛰어들다
마무리했다. IMC란 이름
Text. Lee Hyun Hwa (Editorial Dept) | Photography. Lee Seung Jun, Lee Jong Won
이노션 멘토에게 ‘밀착지도’를
그대로 차세대 광고인을 꿈꾸는 대학생 40명을 선발하여
받게하는 것. 또한 사회적기업을 선정해 무료로 광고캠페인을
최우수상패를 들고 함박웃음을 짓는 Inno Cantabile팀. 왼쪽부터 이재선, 백세령, 이상길 차장,
제공하는 사회공헌 활동까지
최종수, 하헌휘.
경험하게 된다. 어느 해보다 뜨겁고 치열했던 두 달의 멘토링 끝에 우승한 이상길 차장의 Inno Cantabile, 그리고 서울팝스오케스트라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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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끄러운 프레젠테이션이 인상적이었던 하헌휘 학생이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우리는 클래식을 얼마나 들을까. 우리가 보통 클래식을 만나는 곳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음반전문점의 클래식 코너, 두 번째는 카페, 그리고 세 번째는 백화점 화장실이다. Inno Cantabile는 이렇듯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저 조한 이유로 접근의 어려움을 꼽았다. 우선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기에 너 무 어렵고, 어쩌다 한 번 클래식 공연을 보려고 해도 가격의 압박이 심하다. 공 연장도 많지 않아 정말 큰맘을 먹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이 바로 ‘팝스오케스트라’다. Inno Cantabile의 대상기업으로 선 정된 서울팝스오케스트라(Seoul Pops Orchestra)는 영화 OST나 유행가요 등 귀에 친숙한 음악을 들려주거나 기존 클래식을 좀 더 팝스럽게 편곡한다. 어 IMC 2기 첫날, 집중하고 있는 어느 참가자의 노트.
린이대공원의 노천극장에서 정기적으로 공연을 하는 데다 무료이기 때문에 대 중에게 사랑받을 법도 하건만, 홍보가 덜 되어 곤란을 겪고 있었다. “아주 총체적인 난국이었어요. 직접 방문하니 IMC를 신청했던 홍보 담당자가 그만둬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더라고요. 당연히 우리에 대한 기대도 없고, 의욕 도 없고.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눈앞이 캄캄해요.” Inno Cantabile의 아트 디 렉팅을 맡은 최종수 학생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야기가 있는 오케스트라, Orchedience 서울팝스오케스트라는 분명 좋은 취지로 설립되었다. 상위 1%에 들지 못한 클 래식 연주자에게 고정적인 수입을 보장하고, 무료 야외공연과 ‘찾아가는 음악 회’를 통해 사회소외계층과 미취학 아동 등에게 양질의 문화소비를 제공한다. 대중성을 무엇보다 지향하기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오케스트라가 서울팝스오 케스트라의 목표다. 그러나 프로모션을 맡은 백세령 학생이 곧바로 한계를 지적했다. “사람들은 소 녀시대에게 1억을 주는 건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오케스트라에 3천만 원을 주는 건 아까워해요. 서울팝스오케스트라는 정기적인 후원처가 있기에 계속 유지는 되고 있었지만,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후원금과 절대적인 홍보 부족, 불분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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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콘셉트 등으로 만성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어요. 무엇보다 연주자와 음악, 관객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죠.” 이를 위해 Inno Cantabile 이상길 차장과 네 명의 멘티는 머리를 맞대고 세 가 지 목표를 수립했다. Be Practical, Be Creative, Be Sustainable. 우선 ‘사람 들이 공감하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연주자의 바람과 ‘곡에 대한 에피소드 와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시민들의 바람을 충족하기 위해 ‘이야기가 있는 오케스트라’로 기본 콘셉트를 잡았다. 있긴 있으되 껍데기만 있던 페이스북을 개편해 청취자의 사연과 함께 신청곡을 받기로 한 것. 또한 어린이대공원에서 실시한 게릴라 리서치를 통해 2039관객의 관람이 가 어린이 관객을 위해 생각한 팔찌 이벤트. 팔찌에
장 적은 것을 파악, 트위터를 통해 대대적인 홍보 작업에 들어갔다. 박원순 서울
적힌 일련번호를 추첨하여 서울팝스오케스트라의 CD를 증정했다.
시장, 파워블로거의 RT 등으로 60만 이상의 노출이 실현되었다. 인파가 몰리는 어린이대공원 남문을 중심으로 공연 포스터도 부착했다. 1단계 캠페인은 이렇 게 성공에 가까운 듯 보였다. 그러나 아직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느낌이 2% 부족했다. 이때 그들에게 떠오 른 한 가지 의문. 가수들은 관중을 마주 보고 노래를 부르는데, 왜 오케스트 라 지휘자는 항상 등만 보여줄까? 여기서 착안한 아이디어가 바로 orchestra 와 audience를 합친 Orchedience다. 듣기만 하는 관객이 아니라 직접 연주 에 참여하는 관객, 세계 최초로 관객과 함께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를 계획한 것 이다. 이제 우리는 10월 13일, 현장에서 즉석 오디션을 통과한 관객들이 1,013개
숲 속의 무대에서 공연이 벌어졌던 7월 21일, 서울팝스오케스트라에 대한 앙케트에 열중인 모습.
의 리코더로 멋지게 아리랑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연주가 끝나면, Orchedience는 심사를 거쳐 기네스북에 등재되게 된다.
이로써 서울팝스오케스트라의 관람객 충성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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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관객 800명의 6배 이상인 약 5,000명의 관객이 서울팝스오케스트라의 공연을 관람했다. 무대 뒤의 연주자가 깜짝 놀랄 만큼의 쾌거!
안건희 사장에게 직접 상패를 받는 백세령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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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프로젝트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1013프로젝트를 위해 수상식 이후에도 고군분투 중인 Inno Cantab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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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프로젝트를 홍보하기 위해 아트디렉터 최종수 학생이 직접 제작한 포스터.
아직 끝나지 않았다, WOW SEOUL 공모전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홍보가 안 되면 무용지물. 이야기가 있는 오케스트라 와 Orchedience가 성공하려면 본격적인 홍보가 필요했다. 그러나 뻔한 예산 에 홍보비까지 따로 책정하기는 곤란한 상황. 이때 Inno Cantabile의 눈에 띈 것이 바로 ‘WOW SEOUL 공모전’이었다. ‘서울시 홍보매체를 시민께 돌려드립 니다’란 슬로건 아래 서울 시민에게 희망을 주거나 나눌 수 있는 홍보소재를 지 하철 및 가판대에 무료로 광고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즉시 신청서를 작성했다. 직접 지원서를 작성한 카피라이터 하헌휘 학생은 “이상하게 팀원 모두 당연히 될 거라고 믿었어요. 진부하긴 해도, 진심은 통하는 법이니까? 하하. 두 달 동안 지하철 스크린도어와 액자형 광고, 모서리형 광고와 구두수선집처럼 서울시에 서 관리하는 가판대에 광고가 실리게 되는데, 약 1억 9천만 원의 광고금액을 절 감한 셈이죠”라며 자랑했다. 광고가 집행되는 어린이대공원역과 건대입구역, 아차산역의 2개월간 평균 이용승객이 약 960만 명, 해당 역을 통과하는 승객이 약 1억 7천만 명이니 자랑할 만도 하다. 멘토인 이상길 차장도 몰랐던, 그야말로 서프라이즈 선물이었다. 이쯤에서 이런 생각이 든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열심히 움직이게 했 나. 어떻게 보면 요즘 대학생이 여름방학을 맞아 도전하는 ‘스펙 올리기’의 일환 일 수도 있을 텐데, 이미 선발되었으니 적어도 100만 원의 상금이 보장된 상황 에 뭘 이렇게까지 열심히 했을까. 모두가 서로를 바라보며 멋쩍게 머리를 긁적 인다. 그러게, 우린 왜 이렇게 열심히 했지? 그러자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기획 담당 이재선 학생이 한마디 덧붙인다. “사랑에 빠진 거죠.” 유독 자주 모인 Inno Cantabile.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진해서 모이고, 서울팝스오케스트라 분 들도 자주 찾아가고. 그렇게 자주 접촉하다보니 정이 들어서 그들의 문제가 남 일이 아니게 되더란다. 꿈꾸던 광고회사에서 직접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그것 이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에 무엇보다 가슴이 설렌다고. “이렇게 멋진 학생들을 만나게 돼서 얼마나 기쁘고 신났는지 몰라요. 평소 업무 와 병행하면서 두 달간 두 배로 달리느라 힘들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세 상을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었으니 보상은 충분하네요. 이 네 명이 앞으로 진짜 광고인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멘토로서 마지막 조언을 하자면 ‘나를 위한 독서’에 탐닉해보길 바란다는 겁니다.” 벌써 사내에서 ‘멘토계의 거성’으로 통한 다며 너스레를 떠는 이상길 차장. 아마 어린이대공원에 갈 때마다 두 딸에게 두 고두고 자랑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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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S NOTE Choi Ho Jin (Art Director, INNOCEAN Worldw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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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 L L A BO R AT I O N
그리고 지구는 멸망했다
Work Speaks 이말년 X 윤명진
It
self
평생 말년병장처럼 살겠다는 청운을 품고 나름의 세계를 구축한 웹툰작가 이말년. 그리고 그런 그의 자기애를 탐내면서도 자신에 대한 기대치 때문에 완벽주의를 버리지 못하는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윤명진 카피라이터가 만났다. 30대 초반, 어디선가 만났더라면 형 혹은 동생 소리가 절로 나왔을, 수줍으면서도 호기심 많고 패기만만한 두 젊은 크리에이터의 햇빛 쨍한 대담.
Text. Park Sung Eun (INNOCEAN Worldwide), Lee Hyun Hwa (Editorial Dept) Photography. Lee Seung Jun
안녕하세요, 말년 씨 윤명진 카피라이터(이하 윤) 이말년 씨, 아니 본명인 병건 씨라고 해야 하나? 일단 만나서 반가워요. 역시 소문대로 참 미 남이시네요. 이말년 작가(이하 이) 어제 두 시간밖에 못 자서 상태 안 좋을 텐데…. 봐요, 여기 엄청 큰 뾰루지 난 거. 윤 이야, 지금 그 한마디로 안티팬 천 명은 늘었겠다. 대한민국 예비역들로만. 군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왜 필명을 ‘이 말년’으로 정한 거예요? 정말 ‘평생 말년병장처럼 살고 싶어서’ 그런 건가요. 이 맞죠. 평생 말년병장처럼 살고 싶죠. 몇몇 사람은 여자인 줄 알더라고요. 딸 좀 그만 낳고 싶은 집에서 태어난. 윤 그렇게 오해할 수도 있겠네. 근데 말년 씨 그림체를 보면 여자라고 상상하긴 힘들지 않나? 참, 새로 업데이트한 ‘대머
“ 개그는 의외성에서 나오는 건데 독자들도 <이말년 씨리즈>에 적응을 했나봐요. 어쩌다 소재가 별로인 것도 있겠지만 나도 사람이니 패턴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래도 예전엔 칭찬 반, 욕 반이었는데 지금은 욕밖에 없으니까. 욕은 아무리 들어도 적응이 안 돼요.”
리 적색경보’ 잘 봤어요. 탈모 왔다고 막 고민하던데, 진짜예요? 이 진짜예요. <이말년 씨리즈>에 실존인물을 기반으로 한 캐릭터를 등장시킨 지는 꽤 됐는데, 어느 정도 사실에 근거하고 있거든요. 가족력에 대머리가 있어서 이젠 ‘그냥 순리구나’ 하고 받아들이려고요. 윤 <패션왕> 작가인 기안84랑 개인적으로 꽤 친분이 있잖아요. 말년 씨 결혼하기 전에 홍대에서 둘이 같이 살기도 했죠? 제가 홍대 살아서 가끔 지나가다 봤었어요. 이번 ‘대머리 적색경보’도 그렇고, 예전에 화제가 된 ‘푸른곰팡이’도 그렇고 기 안84가 심심찮게 등장하던데, 사전에 어느 정도 협의가 된 것인지 궁금하네요. 이 전혀 아니죠. 그래도 본인이 썩 싫어하는 것 같진 않고 주변 반응이 좋아서 자주 써먹게 되네요. 이 기회를 빌려 기안 84의 짝눈은 제가 심하게 오버해서 그린 것임을 밝힙니다. 윤 초창기 <이말년 씨리즈>랑 지금이랑 느낌이 많이 달라요. ‘이말년 변했다’는 팬들도 많고. <이말년 씨리즈>는 내러티브 가 거의 없이 에피소드 느낌이 강해서 계속 끌고 가기 힘들 것 같단 생각을 했었어요. 지속성도 그렇지만 인기 많은 웹툰 은 단행본을 거쳐서 영화로도 만들어지는데, 이렇게 되면 OSMU(One Source Multi Use) 차원에서도 어렵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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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흠…. 진짜 너무 어려워요. 매화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 처음부터 포맷이 이랬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죠. 원래는 올해 <이말년 씨리즈>를 내리려고 했었는데, 네이버 웹툰 담당자가 ‘너 무 힘들면 <마음의 소리>처럼 패턴을 좀 바꿔보자’고 하더라고요. 조석 씨도 개그만화였다가 일 상 소재 중심으로 바뀐 게 좀 있거든요. 사실 기안84나 부인처럼 주변인물이 웹툰에 등장하는 것 도 이런 변화의 일종이죠. 지금은 원래 스타일로 한 편, 일상 소재로 한 편 이렇게 반씩 섞어서 연 재하고 있어요. 호불호가 좀 나뉘죠. 윤 부인은 나왔다 하면 말년 씨 뒤통수를 후려치던데. ‘컴퓨터 좀 그만해!’ 하면서. 이 흐흐. 그 부분은 좀 미안하죠. 제 스타일이 워낙 두서가 없으니까, 흐름을 끊으려면 부인 캐릭 터밖에 없어요. 실제로는 늘 잘한다고 응원해줍니다. 윤 <마조앤새디>를 보면, 다 사람 사는 이야기인데 그걸 좀 더 희화화하잖아요. 그런 식으로 가 면 말년 씨도 좀 쉽지 않겠어요? 이 오히려 더 어렵지요. 제 생각에 제일 어려운 건 ‘일상툰’이에요. 살면서 누구나 재미있는 이야 기가 몇 가지는 있겠지만 일상툰은 쭉, 얇고 길게 가는 게 콘셉트이니까. 소소한 일도 재미있게 뻥튀기 해야겠죠.
‘잘 그린다’는 게 뭔데? 이 아까 물어보려다 만 건데…. 제 그림 어때요? 그렇게 못 그리나. 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누가 말년 씨더러 그림 못 그린다고 해요? 이 아시다시피 제가 디시인사이드에서 떴잖아요. 그쪽이 워낙 소위 ‘병맛’을 좋아하니까, 처음엔 제가 뭘 그려도 무조건 찬양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뜨더니 거만해졌다, 옛날하고 변했다, 그림 연습 좀 해라…. 나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냥 내가 그리고 싶은 걸 똑같이 그리는 것뿐인데. 윤 왜냐면, 처음 당신 만화 봤을 때 진짜 쇼킹했거든. 말 그대로 쇼킹. 근데 진짜 못 그린 것과 못 그린 듯 잘 그린 그림은 분명 다르다고 봐요. 말년 씨는 명백히 후자지. 그림에 리듬이 있다고 해 야 하나? 굳이 비교하자면 우스타 교스케의 <멋지다 마사루> 같은. 이 아, 나 그 만화 되게 좋아하는데! 그죠. 그거 재밌죠. 근데 나중에 나온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 는 그만큼은 못 되는 것 같아. 윤 이미 한 번 적응이 돼서 그런 거 아닐까? 처음엔 빵 터져도 여러 번 나오면 그 정도까진 아니니까. 이 개그만화의 수명이 3~4년 정도라는데, 제가 그쯤 되거든요. 개그는 의외성에서 나오는 건데 독자들도 <이말년 씨리 즈>에 적응을 했나봐요. 어쩌다 소재가 별로인 것도 있겠지만 나도 사람이니 패턴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래도 예전엔 칭 찬 반, 욕 반이었는데 지금은 욕밖에 없으니까. 욕은 아무리 들어도 적응이 안 돼요. 윤 설마 사람들이 요구하는 대로 변할 생각이 있다든가? 이 …글쎄요…. 앞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하긴 할 테지만, 일방적으로 수용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림 역시 취향이니까, 너의 생각도 존중하되 나의 생각도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어요. 어떻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겠어요? 윤 말년 씨, 그리고 병건 씨는 원래 성격이 그런 것 같네요. 누가 뭐래든 난 내 갈 길을 간다. 이 그죠. 그리고 한마디 덧붙여야죠. 아님 말고. (웃음) 윤 이야, ‘아님 말고’ 이거 진짜 무서운 건데. 무심함인지 무한긍정의 힘에서 비롯한 건지 헷갈리는데요. 이 무심한 게 맞아요. 엄청 게을러요. 얼마나 게으르냐면 전공이 시각디자인인데 막연히 ‘일러스트 그리는 데구나’ 하고 원서를 썼다니까요. 공부는 곧잘 했던 편이라 차석으로 합격했지만 디자인이 너무 힘들어서 고생했어요. 그러다보니 교수 님들도 자꾸 싫은 소리만 하시고, 난 점점 반발심이 생기고. ‘너희들 맘대로 되지 않을걸!’ 하는? 흐흐. 윤 말년 씨는 확실히 자기애가 강해. 나는 겉으로만 그렇게 보이는 거고, 당신은 진짜 자신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것 같아. 트위터만 봐도 그래요. 거침없이, 하고 싶은 말을 다이렉트로 하잖아요. 이 트위터는 이제 안 하려고요. 커뮤니티 활동도. 나는 그저 시민1의 의견을 낸 건데, 사람들이 자꾸 확대해석을 하니까 피곤해요. 기사도 그렇고. ‘엄청난 정치적 의도를 숨기고 있다’는 사람도 있고, ‘관심병자냐’고 묻는 사람도 있는데 다 아니 에요. 성격은 보수적이고, 정치성향은 내가 가난한 소시민이니까 진보일 거고, 옛날부터 쓰던 거니까 계속 이말년 아이디 를 쓰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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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말년의 ‘말맛’과 윤명진의 ‘데꼬보꼬’ 윤 말년 씨의 무심함, 혹은 자기애를 보면 부러워요. 저도 겉으론 굉장히 나르시시스트처럼 보이는 면이 있는데, 내면의 자존감은 상당히 낮거든요. 그래서 역설적으로 내 것에 더 집착하게 되요. 이 난 광고를 잘 모르지만, 짧은 시간에 노출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하는 건 웹툰과 비슷할 것 같네요. 윤 물론 공을 들여야 하죠. 근데 우린 프로니까, 각자 데드라인이 있잖아요. 누가 큰 콘셉트를 정하면, 카피라이터랑 아트 디렉터가 아이데이션 작업에 들어가요. 각자 자기 걸 가져와서 피드백을 주고, 거기서 또 일을 정하고 나누는 시스템이죠. 이 카피만 쓰는 것이 아니라 기획자네요. 조그만 기획자. 윤 주로 사람들 귀에 걸리는 말에 대한 고민을 합니다. 이 아…. ‘쉿, 레간자!’ 이런 거요? 전 그 광고가 확 꽂히더라고요. 그 똥차를 그렇게 멋있는 차로 둔갑시키다니. 윤 작년에 제가 한 것 중에 ‘버스 콘서트’가 있어요. 현대자동차에서 아이유랑 이승철, 김범수 등의 가수들이 버스에서 콘 서트를 열었는데 그 아이디어를 제가 냈었죠. 그때 쓴 슬로건은 ‘달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 자기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뭔가 돌아오는 게 있나요? 윤 없죠. 말년 씨의 창작물은 말년 씨 이름으로 나가지만, 저는 아무리 카피를 잘 쓰더라도 제 이름이 나가지는 않아요. 이 그건 좀 싫을 것 같네요. 내 건데 티가 안 나잖아요. 윤 그래서 말년 씨가 오래오래 만화를 그렸으면 좋겠어요. 자기 이름에 자부심을 갖고 웹툰의 기반인 포털사이트가 무너 졌을 때의 활로, 내러티브 중심의 한계 극복, 이말년과 이병건의 경계, 이런 것들을 고민해보고 오래갈 수 있는 방법을 찾 았으면 좋겠어요. 이 저는 아직 스스로에게 ‘~가’를 붙이기가 부담스러워요. 그래서 <이말년 씨리즈>도 작품이라 부르지 않고, 만화가가 아 니라 자꾸만 ‘만화 그리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게 돼요. 윤 제가 좋아하는 작가가 있어요. 데이비드 슈리글리(David Shrigley)라고, 영국에서 가장 핫한 드로잉을 그리죠. 어찌 보면 말년 씨랑 비슷한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그는 전시회를 하는 ‘예술가’죠. 이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윤 애티튜드의 차이죠. 내가 나를 웹툰 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곤조’가 있는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하는지 의 차이. 이 그러고 보니 요즘엔 ‘글’에 관심이 생겼어요. 글로 재미를 주는 방법. 윤 맞다. 카피라이터들끼리 하는 말 중에 ‘말맛’이라는 게 있어요. 이건 말맛이 있어, 저건 말맛이 없어. <이말년 씨리즈>에 는 바로 말맛이 있어요. 그리고 ‘데꼬보꼬’도 있고. 울룩불룩, 울퉁불퉁, 요철을 뜻하는 일본어인데 말에 강약이 있다는 거 죠. 들어갔다 나왔다. 이 그죠? 입에 착착 감기죠? 제가 말풍선 안에 있는 대사를 얼마나 계속 고쳐가면서 넣는데요. 야, 이건 아무도 몰라주던 건데. 윤 말년 씨는 그걸 천부적으로 아는 거죠. 말의 텐션을. 그래서 가사를 쓰거나 카피라이터를 해 도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아마 차기작을 그리면 연출은 지금처럼 고만 고만하게 나오지 않을까요. 대사 치는 걸 설정해 서 삼국지를 패러디할까 해요. 어렸을 때부터 진 짜 좋아했거든요, 삼국지. 윤 ‘이말년월드’에도 제법 변화의 바람이 보이는 군요. 그럼 이제 ‘지구멸망’은 그만 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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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아직 스스로에게 ‘~가’를 붙이기가 부담스러워요. 그래서 <이말년 씨리즈>도 작품이라 부르지 않고, 만화가가 아니라 자꾸만 ‘만화 그리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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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말년 X 윤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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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그래요. 좋은 것만 보라고. 그런데 이상하게 나쁜 것이 당길 때가 있어요. 인터넷에서 ‘이말년’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악플을 보면 기분이 참 나쁘지만, 한편으론 그 자극적인 맛에 자꾸 보고 싶은 생각도 들어요. 특히 작품이 막히거나 자신감이 없을 때 부정적인 생각, 마이너스 에너지가 오히려 도움을 주는 거죠.” - 이말년
“제가 좋아하는 작가가 ‘소설가는 소설을 완성하는 사람이다’란 말을 했었죠. 그렇다면 만화가는 ‘만화를 완성하는 사람’이지 않을까요? 만화를 그리는 사람은 많은데, 완성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 윤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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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 for One or Muse for Everyone 한 사람을 위한 뮤즈 혹은 모든 사람을 위한 뮤즈 Text. Joel Kimbeck (Accidental Columnist)
뮤즈(Muse)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단어의 어원을 살펴보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학예의 신(神)을 일컫는 말로부터 시작된다. 요즘에는 음악이나 미술 혹은 문학을 비롯한 모든 예술분야에서 어느 개인에게 특별한 영감이나 지대한 영향을 미쳐 예술적으로 동경하고 흠모하는 대상을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기도 하지만, 가장 범용되는 분야가 있다면 바로 패션이 아닐까 생각한다. 패션이라는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디자이너를 비롯, 스타일리스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혹은 포토그래퍼를 포함한 모든 ‘크리에이터’의 영감의 원천이 되는 그녀들을 일컬어 그들의 ‘뮤즈’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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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패션에 있어 뮤즈란 말은 생소하게 들리지만, 아이콘(Icon)이라는 말은 익숙할 것이다. ‘뮤즈’를 ‘아이콘’이라는 말 과 같은 맥락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 그 의미는 원론적으로 다르다. 전자인 ‘뮤즈’는 어떤 대상에 대해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의 표현 대상으로 쓰는 것에 비해, 후자인 ‘아이콘’은 대중적으로 동의된 인물을 이야기하는 것 으로, 좀 더 광범위한 표현 대상으로 쓰인다고 보면 된다. 다시 말해, 뮤즈는 개인이 느끼는 감상이나 판단에 의해 오마주 를 표현하는 대상이기에 사람마다 제각각 다를 수 있는 반면, 아이콘은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이나 혹은 어느 특정 분야에 적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개념의 대상을 표현한 것이기에 훨씬 더 광범위한 콘셉트라 할 수 있다. 시 대를 대표하는, 세대를 대표하는 혹은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존재인 ‘아이콘’에 비해 ‘뮤즈’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받아 들이는 개인에게만 한정된 다소 협소한 콘셉트로 보일 여지도 있지만, 어쩌면 그러하기에 더욱 밀접하고, 사적이며 디테 일한 밀도가 높은 영감과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흔히들 가수 마돈나(Madonna)를 이 시대 팝계를 대표하는 ‘패션 아이콘’이라고 부른다. 이 시대를 사는 많은 사람이 그녀 가 패션계에 미친 지대한 영향을 암묵적으로 납득 하기에 그녀를 패션 아이콘이라고 부르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 마돈나가 다수의 대중에게 아이콘으로 불리기 이전에 프랑스의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에게나 이탈리아의 패션 브랜드 ‘돌체 앤 가바나(Dolce& Gabbana)’를 이끄는 디자이너 듀오, 도메니코 돌체(Domenico Dolce) 와 스테파노 가바나(Stefano Gabbana)에게는 그저 자신들의 디자인에 지대한 영감을 주는, 그저 경외(敬畏)해 마지않는 단 하나의 뮤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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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이 듀오에게는 마돈나 이외에도 오랫동안 그들의 영감의 원천이 된 뮤즈가 또 한 명 존재한다. 바 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모델 출신의 여배우 모니카 벨루치(Monica Bellucci)이다. 모니카 벨루치가 돌체 앤 가바나의 뮤 즈로서 처음 등장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거의 20여 년 전인 1994년의 브랜드 이름을 그대로 딴 시그니처 향수광고에서이 다. 우리에게도 <시네마 천국>이라는 영화로 잘 알려진 감독 ‘쥐세페 토르나토레(Giuseppe Tornatore)’가 제작한 이 광고 는 감독 특유의 노스탤직(nostalgic)한 감성을 잘 표현해내어 큰 주목을 받았는데, 그 중심에 모니카 벨루치가 있었다. 디 자이너 듀오의 그녀에 대한 애정공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2007년 돌체 앤 가바나가 론칭한 시칠리(Sicily)라는 이름 의 향수의 광고에서도 모니카 벨루치의 농염한 연기가 화제가 되었고, 그 애정은 현재까지 이어져 2012년 이번 시즌의 광 고 캠페인에서도 그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20여 년 전에는 표현하지 못했던 그녀의 원숙한 매력이 브랜드의 정수 (精髓)로 표현되고 있는 것을 보고 그녀야말로 진정한 돌체 앤 가바나의 뮤즈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몇 시즌 전부터 다시 여성복 컬렉션을 시작한 디자이너 톰 포드에게도 멋진 뮤즈들이 존재한다. 그중 한 명이 지금의 패 션계를 쥐락펴락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카린 로이펠트(Carine Roitfeld)’이다. 그가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재 직할 당시, 스타일리스트이던 그녀와 함께 구찌의 유명한(혹은 악명 높은) 광고 캠페인을 함께 만들며 각별한 사이가 되었 다. 이후 카린 로이펠트는 프랑스판 <보그>의 편집장을 맡게 되고, 톰 포드 역시 구찌를 떠나며 자신의 브랜드를 설립하게 되는 동안에도 그들의 공생관계는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져 왔다. <보그>를 그만두고 난 후, 가장 처음 참여한 프로젝트가 톰 포드의 여성복 론칭 광고 캠페인일 만큼, 아직도 톰 포드의 가장 강력한 조력자이자 동시에 최고의 뮤즈인 것이다. 톰 포드를 추종하는 많은 할리우드 스타 중에, 그에게 있어 없어서는 안 될, 그리고 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사람을 꼽 으라면 아마도 배우 줄리안 무어(Julianne Moore)가 아닐까 싶다. 톰 포드의 구찌 시절부터 공식석상에는 꼭 그가 디자 인한 옷을 피로(披露)했던 그녀는 결국 그에게 영화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해준 영화 <싱글맨(Single Man)>의 헤로인 으로 등장하게 되었고, 이듬해 골든 글러브 시상식의 레드카펫을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도 했다. 또한 최근 사라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 후보 역할로 화제를 모은 영화 <게임 체인지(Game Changes)>에서도 어김없이 톰 포드의 여성복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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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선보였을 정도로 그들의 관계는 상상 이상으로 두텁다. 영화감독 소피아 코폴라(Sofia Coppola)가 패션에 남다른 애정이 있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그녀는 현재 세 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중의 한 명으로 손꼽히는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의 오랜 뮤즈인 것은 이미 패 션계에서 유명하다. 마크 제이콥스가 그녀를 위해 만든 백은 ‘소피아’라는 이름이 붙여져 발매 이후 품절이 끊이지 않았으 며, 또한 그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역임하고 있는 ‘루이 비통’과도 최근 백의 콜라보레이션을 단행해 절대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마크 제이콥스에게는 또 한 명의 중요한 역할의 뮤즈가 있다. 바로 록 그룹 ‘소닉 유스(Sonic Youth)’의 리더이자 베이시스트인 ‘킴 고든(Kim Gordon)’이다. 전설적인 록 그룹의 여성 로커인 킴 고든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일찌감치 안 마크 제이콥스는 그의 이름을 건 브랜드의 첫 광고 캠페인의 메인 캐릭터로 킴 고든을 등장시켰다. 지금은 마크 제이콥 스와 킴 고든은 뮤즈 관계를 넘어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로 발전했지만, 처음 그가 그녀를 광고 캠페인의 모델로 세우 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다고 한다. 마크 제이콥스와 그의 사업 파트너인 로버트 더피(Robert Duffy)는 그녀를 참여시키기 위해 유비가 제갈량을 설득하기 위해 행한 ‘삼고초려’를 넘어, 무려 10여 차례의 시도 끝에 성사가 되었다니 말이다. 그 캠페인은 당시만 해도 그저 전도 유망한 포토그래퍼였던 이의 인생을 바꾸어놓았다. 첫 시즌부터 현재까지 마 크 제이콥스의 광고 캠페인을 쭉 맡아오며 브랜드와 함께 성장해서 최고의 자리에까지 서게 된 포토그래퍼 위르겐 텔러 (Juergen Teller)와 마크 제이콥스의 관계 또한 시사하는 점이 많다. 이렇게 디자이너에게 뮤즈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표출해주는 하나의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서로 궁합만 잘 맞는다면 각자에게 시너지 효과가 생성되기도 하기에 디자이너를 비롯한 패션 크리에이터들의 뮤즈 찾기는 이 전에 비해 훨씬 활발해졌다. 그 결과 이들 뮤즈들은 대중의 패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 은 아닐 테다. 어쩌면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 디자이너의 뮤즈들이 어느새 일반 대중의 패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뮤 즈로 자리하게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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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 ND R EPO RT
Beyond 브랜드의 이상향, 카탈로그 Text. Bae Han Sun (Editorial Dept)
‘이것이 바로 당신이 원하던 겁니다.’ 우연히 뒤적여본 작은 책자가 속삭인다. 과연 정말일까? 멋들어진 글과 사진으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고, 그것을 고스란히 반영한 브랜드가 바로 여기 있음을, 슬그머니 제시하는 것. 하나의 소책자에 불과했던 카탈로그는 어느덧 이렇게 영리한 의사소통 방식의 하나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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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을 소장하고 싶다는 마음은 바로 내가 꿈꾸던 이상향이 그 안에 고스 란히 담겨 있으며 그래서 그것을 오래도록 보고 싶다는 열망과 같다. 이것을 간 파한 몇몇 브랜드는 거미줄 내뿜듯 펼치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접어두고 현 재 ‘아날로그’ 소통을 향해 되돌아오는 중이다. 단순한 제품 나열로 ‘상품판매 채널’ 역할을 했던 카탈로그의 과거와는 대조되는 현상이다. 이제 카탈로그는 고객을 끌어당기는 하나의 강력한 수단이다. 비결은 그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삶을 제안해 마음을 사로잡는 것. 단,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녹여낸 글과 사진 을 활용해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케아로, 그들의 목표는 ‘겉보기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대신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묻지 않고 대신 말해준다’이다. 우선 일차적으로 고객에게 브랜드에 대한 환상을 불어넣고 매 장으로 이끈다. 이케아의 전문가들은 방문객의 호감을 더욱 상승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쇼룸을 꾸미고, 고객은 자신이 원했던 이상향을 마음껏 감상하 다 결국, 구매에 이른다. 특히나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현장 구매 욕구를 불러일 으키는 소품, 계절성 혹은 의외성이 있는 상품들을 주로 진열한다고. 실제로 부
1.무인양품 무인양품은 ‘No brand, Good product’ 그리고
피가 크고 고가인 제품들은 현장 구매하는 비율보다 인터넷 주문량이 많다고
‘사람에게 귀를 기울이겠다’는 철학을 가진 다정한
하니 일리가 있어 보인다. 이 외에도 유사한 운영방식으로는 일본 브랜드 무인
브랜드다. 상표 없이도 무인양품임을 바로 알아챌
양품이 있다. 그들은 매 시즌 패브릭, 화장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소책자를 발
구축했다. 이들의 카탈로그는 소품과 가구 중 어떤
행해 신제품이 사람들의 단란한 삶에 어떻게 녹아들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에게 카탈로그는 라이프스타일 안내서인 동시에 고객에게 호감 을 주고 그것이 구매로 이어지는 효과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이러한 역
수 있는 특유의 간결함은 그들만의 새로운 미의식을
제품을 선택해도 모든 물건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어울린다는 걸 보여준다. 일본 특유의 다정다감한 일상화보를 보노라면, 마치 스푼 하나를 구입한다 해도 마치 그들처럼 세련된 생활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할 변신 뒤에는 단순한 제품 홍보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 목표와 가치를 라이프 2. 스노우피크
스타일에 녹여내려는 노력이 있었다. 유행을 좇아가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하 나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것, 예시로 스노우피크를 들 수 있겠다. 매해 멋진 사진으로 캠핑의 소소한 재미를 소개해, 스노우피크에 대한 호감을 더욱 상승시키고 아웃도어 라이프를 열망하도록 만든다. 게다가 그들의 감각적 인 카탈로그는 강한 소장욕구를 불러일으켜 하나의 매거진처럼 유상으로 판매
단 한마디로 정의하면, ‘Natural lifestyle creator’이다. 1958년에 탄생한 스노우피크는 야외에서 얼마나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지, 인간이 얼마나 기분 좋게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지를 제안해왔다. 그런 그들이 표현하는 자연은 꾸밈없이 신선해서, 뭉클하다. 카탈로그 속 감성을 자극하는 사진들과 에세이는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자연이 느껴지고, 당장 떠나고 싶은 마음이 꿈틀대니 유념해서 펼쳐볼 것.
되고 있기도 하다. 이뿐만 아니라 계절이나 특정한 시기에 출시되어 희소성을 보유한 소책자들은
3. 이케아 카탈로그
이미 하나의 소장품으로 대우받고 있다. 이렇게 오감을 통해 인간의 정서에 접
실용적이다. 그들이 등장함으로써 인테리어를
근하는 아날로그적 방식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위한 ‘브랜드 북’, 제품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제작하는 ‘아이템 북’들로 영역을 확장 중에 있다. 현재 유통업계에서는 이러한 접근으로 고객이 브랜드에 대해 느끼는 경험과 감각을 극대화하는 것을 ‘옴니채널 리테일링(Omni-channel retailing)’이라 지칭한다.
이케아의 디자인은 아름답지만 가격도 저렴하고,
바꾸는 것이 손쉬워졌다. 스웨덴 특유의 화사하면서 강한 패턴과 밝고, 원색적인 컬러들로 채워진 카탈로그는 가구도 하나의 패션임을 말해준다. 매해 한 번씩 발간하는 이케아의 카탈로그는 트렌디한 인테리어 잡지일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다양한 공간연출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소장가치가 높다.
소비자들이 미처 잊고 있었던 ‘감성’과 취향까지도 섬세히 배려해주는 것, 그것 이 앞서 열거한 브랜드들의 핵심이다. 일상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은 동시에
4. Paper Passion
행복한 삶을 위해 고민한다. 구식으로 보일지 모르는 카탈로그라는 접근 방식
오래된 책에서 풍겨 나오는 정겨운 향기를 추억하기
은 그런 점에서 더 영리한 선택일 수 있다. 이 같은 소비자들에게는 즉각적으로 쏟아부어지는 정보보다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사진과 설렘을 주는 몇 개의 문장 이 더 효과적이다. 결국 행동을 유발하는 건, 정확히 말하면 구매겠지만, 호기심 과 가지고 싶다는 일차적 욕망. 그러니 이 한 권의 책에 마음이 설렌다면 일단
게르하르트 슈타이들과 디자인 잡지 <월 페이퍼>는
위한 공동작업을 진행했다. 그들은 수많은 책, 갖가지 종이와 잉크를 연구해서 실제로 ‘그’ 향기에 가까우면서 사용 가능한 제품을 만들어냈고 이름도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향수’다. 이 제품은 칼 라거펠트가 디자인한 책에 비밀스럽게 담겨 있다. 책을 펼치면 유명인사들의 헌정 에세이와 이 제품의 탄생 배경, 제품 소개가 적혀 있으니 정말로 아이템
진정할 필요가 있다. 이건 바로 당신을 위해 만들어진 달콤한 속삭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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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인 셈.
TRE ND R EPO RT
Two Sides of Mysterious Mr. Grey
친절하고 위험한 그레이 씨를 위한 두 가지 해석
<해리 포터>와 <밀레니엄> 시리즈를 넘어선 슈퍼 베스트셀러의 등장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그 태풍이 한국에 상륙하면서 소문의 위력을 실감 하고 있는 중이다. 새로울 것 없는 로맨스 소설의 ‘소프트 포르노’ 버전이라는 폄하와 함께 21세기 알파걸을 위한 새로운 로맨스의 출현이라는 평가에 이르기까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읽는 방법은 다양하다. 금기로부터 자유로워진 현대 여성의 힘을 읽는 여성소설가와 각박한 세상살이에 지친 이들을 달래주는 달달한 위로라고 생각하는 남성 매거진 에디터, 그리고 얼마든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어찌 되었든 조만간 <그레이의 50가 지 그림자>는 성경만큼이나 많이 읽히는 책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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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이 회색빛 눈동자의 남자에게 열광 하는가! Text. Baek Young Ok (Novelist)
배경은 미국의 시애틀. 막 대학을 졸업한 22세의 여성 아나스타샤 스틸(심지
시에서 저 도시까지 실어 나르는데, 심지어 거대한 보트의 소유자이며 그것을
어 그녀는 처녀다!)과 27세의 억만장자 크리스천 그레이(심지어 그는 법에 걸리
직접 운전할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여자의 고물 차를 보며 맘 아파하던 남자
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잘생긴 미남이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그레이
가 ‘아우디’를 선사하며 선물을 거부하는 그녀에게 “아나! 당신은 독립적인 여
의 50가지 그림자>는 출간된 이래 4,0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승승
자군!”을 외치는 장면에선 가히 21세기 왕자의 현현을 보는 듯하다. 법에 걸리지
장구 중이다. ‘스티브 잡스’의 역습 이후 유수의 서점들이 문을 닫으며 추락 중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잘생긴 이 남자가 멜빵바지를 사는 장면에선 어쩔 수 없이
이던 출판계는 이 돌연변이 같은 책 덕분에 만세를 부르고 있다. 매체들은 책의
폭소가 터져 나오기도 하지만, 이런 노골적인 아나에 대한 ‘참견’은 여자들의 내
성공 요인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쏟아내고 있다. 채찍을 든 광포한 남자가 파리
면에 적재된 보호본능을 깨워준다.
한 여자의 엉덩이를 치는 SM 포르노그래피가 이토록 큰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굴 세 개. 대구 네 입. 아스파라거스 줄기 하나. 감자에는 손도 안 대고. 견과류
무엇일까. ‘그레이 시리즈’가 출판된 이후 기록만 살펴보면 가히 ‘기념비적인’이
도 올리브도 먹지 않았고.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겠지. 먹어, 아나스타샤. 어
라고 할 만한 사건의 연속들이다.
젯밤에도 안 먹었잖아. 먹어야 해. 난 정말로 네가 아침을 다 먹었으면 해. 난 음
‘그레이 시리즈’는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가 4년 만에 이룩한 2,000
식 낭비를 못 참아, 먹어. 먹어!”
만 부의 기록을 단 4개월 만에 500만 부나 더 돌파했다. 2011년 5월 호주의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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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 의해 전자책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책은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
복종자와 지배자의 관계가 설정되어 있고, 채찍을 든 남자가 여자의 엉덩이를
나갔고, ‘엄마들의 포르노’라는 애칭과 함께 미국에서만 2,500만 부 이상이 팔
치는 SM 포르노라고는 하지만 이런 참견은 아이러니하게도 주체적인 여성이
려나갔다. 발매 후 섹스토이와 로맨스 소설의 판매가 급속도로 늘어났으며 그
되길 강요하는 여자들에겐 달콤하게 들리는 모양이다. 초식남, 식물남들이 창
레이를 상징하는 회색빛 넥타이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니, 관련 업계도 호황
궐하는 21세기에 보호받고 싶은 남자를 만나는 일은 점점 희귀해지는 시대의
인 것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예스24 같은 인터넷 서점은 물론 다양한 서
부작용일까. 길거리에서 여자에게 “커피나 한잔!”을 외치는 남자의 90퍼센트는
점의 상위 순위에 기록되어 있다. 흥미로운 건 아직 전자책 시장이 활발하지 않
‘픽업 아티스트’라는 20대 여대생의 주장이 공연한 말처럼 들리진 않는다. 어쩌
은 한국에서 이 책의 ‘전자북’ 인기가 대단하다는 것이다.
면 그레이가 아나를 처음 보고 했던 “나는 마음과 꽃을 여자에게 바치는 그런
소설 <O 이야기>에 할리퀸 로맨스의 주인공을 합쳐놓은 것 같은 ‘크리스천 그
남자가 아니야. 내 취향은 아주 독특하지. 넌 나를 멀리 해야만 해”라는 대사는
레이’는 모든 여자의 로망이 결집된 캐릭터다. 소녀 시절 ‘할리퀸 로맨스’를 읽
이 소설의 주제를 극명하게 드러낸 것인지도 모른다. 금지된 것은 매혹적이다.
고 자란 세대에게는 향수 같은 캐릭터인 셈. 베토벤을 수준급으로 연주하는 이
금기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 그걸 지금 부엌과 침대,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고
남자는 ‘찰리 탱고’라는 애칭의 헬리콥터를 직접 조종해 주인공 ‘아나’를 이 도
있을 수천만 명의 언니들이 보여주고 있다.
“나는 마음과 꽃을 여자에게 바치는 그런 남자가 아니야. 내 취향은 아주 독특하지. 넌 나를 멀리 해야만 해” 금지된 것은 매혹적이다. 속삭임을 들을 때마다 스틸은 그레이에게 더 깊이 빠져든다. 60
한국에서 이 책이 많이 팔릴 줄 몰랐다. 일단 주요 타깃이 결혼한 여자들, 그중
노예계약서 같은 걸 작성해, 여자 주인공인 스틸을 성적으로 학대하기 때문에?
‘엄마’라고 불리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엄마들이 책을 사던가? 하지만
하지만 그레이와 스틸의 관계는 일방적이지 않다. 그럼 둘 사이의 감정적인 다
놀랍게도 엄마들이 이 책을 샀다. 많이 샀다. 이 책 때문에 전자책 시장이 난데
툼들? 요즘 젊은 애들은 유부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쿨하다.
없는 호황을 맞기도 했다. 꺼내 놓고 보기 민망했을까? 그리고 의외로 20대 여
그레이는 남자인 내가 봐도 완벽하다. 하지만 성적 욕망이 비인간적으로 확장
자들도 많이 샀다.
돼 있다. 그게 상처의 발로라는 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안다. 그레이를 이해
일단 남자들 입장에선 밥맛없고 진부해 죽여버리고 싶게 만드는 남자 주인공이
하게 되는 것이다. ‘네가 스틸을 그렇게(?) 대해도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있어. 너
등장한다. 젊은 억만장자라니! 그 재수 없는 녀석은 젊고 부자이고 잘생겼을 뿐
는 상처가 많은 애잖아. 그리고 스틸도 너랑 하는 걸 싫어하는 것 같지 않아, 아
만 아니라… 무지 잘한다. 그냥 잘하는 게 아니라 기술이 무척 다양하다. 그 기
니 엄청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스틸이 아니니까 괜찮아. 스틸이 아니니까 괜찮
술은 평범하게 살아온 유부녀들이 상상할 수 없는, 더불어 이 글에 묘사하기엔
아….’ 여자들의 인식이 변한다. 하지만 이 감정의 기저는 모성애다.
참으로 거시기한 것들이다. 한편으로, 절대 샘나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남자 주
그레이가 나쁜 남자애여도 여자들은 그에게 허용할 모성애를 가지고 있다. 그
인공, 즉 그레이의 변태적인 성적 취미(어떤 소수자들에겐 전혀 이상할 게 없
는 부자고(아, 이제 말하기 입 아프다), 젊고 잘생겼고(나쁜 놈 맞네), 그걸 잘하
는 성적 취미겠지만)는 소설의 개연성을 떨어뜨린다. 이렇게 물을 수 있다. “너
고(정말 부러울 만큼 다양하게 잘한다), 달콤하다. 달콤하다고? 잘하면 다 달콤
이거 다 어서 배웠니?” 젊은 애가, 돈 벌기도 바빴을 텐데. 밤마다 야한 동영상
한가? 그건 아닌데, 이건 정서적인 얘기다. 남자인 나로선 가장 흥미로운 부분
을 봐도 느는 건 잔기술뿐일 텐데. 도무지 정상적인 젊은 애가 획득할 수 있는
이기도 했는데, 그레이는 쉬지 않고 스틸의 귀에 속삭인다. 순화하면, ‘내 이름
게 아니다. 그러니 여자들이 반할 수밖에. 더불어 이건 증명이다. 유부녀들이 그
을 말해!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 네가 나에게 종속돼 있다고 말해!’ 등이다. 유년
들 각각이 소유한 밤의 현실이 만족스러운지 불만족스러운지는 모르겠지만, 새
에 입은 상처가 그의 불안한 자아를 형성했을 것이다. 속삭임을 들을 때마다 스
로운 것을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한다는 증명. 그래서 그레이가 가진 모순 따위는
틸은 그레이에게 더 깊이 빠져든다. 언어는 육체가 아니라 정서적인 몰입이다.
책을 읽는 여자 독자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자들은 둘 다 원한다. 보통의 나쁜 남자, 혹은 대부분의 남자들은 육체적 관계
이 책의 주요 타깃에서 20대를 옆으로 밀어둔 이유는 20대 여자 애들은 아직
에만 혈안이 돼 있다(그나마도 잘 못하면서). 그건 오직 남자만을 위한 섹스다.
섹스가 뭔지 잘 모를 거라는 어이없는 예측 때문이었다. 섹스를 모르니 그레이
그래서! 이 책은 남자인 나도 읽을 만했다. 여자들의 결핍과 욕구가 무엇인지 그
의 ‘맛’을 상상할 수조차 없을 거라고. 그런데 나는 다른 이유로 이 결정에 동의
레이를 통해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젊은 억만장자가 되기에는 늦은 나이지
했다. 오히려 20대는 섹스에 대해 너무 잘 알 뿐만 아니라 그들의 남자 친구들
만, 외로운 그레이 ‘선생님’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 많은 걸 알려준다. 나도
은 유부녀들의 남편보다 강렬하고 다양하게 (도구를 사용하진 않겠지만) 젊은
다음엔 귓속말을 할 테다!
여자 애들을 달래줄 것이어서, 그레이가 뭐 그렇게 대단해 보이진 않을 거라고
그레이는 여자들의 결핍이 만든 가상의 인물이다. 성별은 남자고 어떤 사람들
생각했다.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20대든 결혼한 여자든 그레이에 열
이 보기엔 나쁜 남자지만 그런 게 뭐 중요한가. 그레이는 여자들의 낯설고 간절
광하는 건 좀 더 복합적인 이유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은 사람들, 기
한 감정이 마구 자라도록 길을 열어준다. “나 이렇게 불온해도 돼?” 묻는 여자
자들, 책에 대해 평하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그레이를 ‘나쁜 남자’로 받아들인
들에게 말한다. “당연하지, 우리 여기서 할까?” 그러고 나서 안아준다. 안아준
다. 이 책이 많이 팔리는 이유를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여자들의 심리적 속성에
다… 안아준다! 위로하고, 위로받는다.
서 찾는다. 일리 있다. 하지만 낡게 느껴진다. 생각해보자. 그레이가 왜 나쁘지?
그레이, 이 나쁜 놈아
Text. Lee Woo Sung (Arena Homme+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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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 ND R EPO RT
Booming Beauty Boxes 아름다움도 배달이 되나요?
Text. Han Ju Hee (VOGUE Beauty Editor)
당신의 아름다움을 책임져줄 작은 박스가 매달 배달된다? 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자마자 따끈따끈한 신상과 베스트셀러 미니어처 화장품이 쏟아져 나온다. 이름하여 뷰티 박스의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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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걸 그랬나?’라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아까운 대박 아이템 중 하나가 바 로 뷰티 박스다. 적게는 1만 원에서 많게는 3만 5천 원만 투자하면 10~20만 원 상당의 화장품을, 그것도 집에서 편안하게 달마다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 말 이다. 비록 아기자기한 미니어처 사이즈이긴 하지만 스킨케어에서부터 메이크 업, 보디, 향수, 이너 뷰티까지 종합 선물 세트처럼 만날 수 있으니 자신을 가꾸 는 데 아낌없는 한국 여성들이 뷰티 박스에 열광하는 건 당연지사! 여기에 귀 를 팔랑거리게 만드는 신제품과 이미 효과를 검증받은 스테디셀러 화장품은 수 만 명을 훌쩍 넘기는 회원들의 마음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파격적인 가격으로 인터넷을 후끈 달궜던 소셜 커머
지불하는 가격에 비해 훨씬 더 큰 가치를 제공하는 뷰티 박스의 인기는 어쩌
스는 입점 업체의 과다 출혈 경쟁과 가짜 제품의 판매 등으로 진통을 겪으면
면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백화점에서 화장품을 살 때도 샘플을 더 달라고 당
서 예전보다 주춤한 듯하다. 반면, 2012년 새로운 업체들이 속속 시장에 진입하
당히 요구하고, 인터넷에서 화장품 공동 구매까지 으샤으샤 해내는, 알뜰하기
고 있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는 점점 더 자신의 영
로 소문난 한국 여성들이 든든한 후원군으로 버티고 있으니까. 하지만 단순
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글로시 박스, 겟잇 박스, 미미 박스, 미스비 박
히 가격 대비 만족에 머무를 만만한 소비자들이 아니다. 한국에 수입되지 않
스, W박스, 보보 박스, 도로시 박스, 주크 박스, 힐링 박스 등의 이름을 가진 뷰
은 신기한 외국 화장품을 만나는 즐거움과 매달 엄청나게 쏟아지는 신제품
티 박스가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마치 잡지를 정기구독하듯 일정 금
을 다채롭게 테스트해볼 수 있는 짜릿한 기회도 뷰티 박스의 인기를 가속화하
액을 내고 각종 화장품을 택배로 받아보는 것이다.
는 원동력이다. 여기에 ‘띵동’ 울리는 초인종 소리와 함께 어떤 제품이 배달될
뷰티 박스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버치 박스(www.birchbox.com)’는 2010
지 기다리게 만드는 사람들의 심리 역시 뷰티 박스의 정기구독을 부추긴다.
년 4월에 시작하여,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꽤 짭짤한 비즈니스 모델
그런가 하면 뷰티 박스에 미니어처를 제공하는 화장품 브랜드의 입장은 어떠
임을 입증했다. 수많은 국내 뷰티 얼리어답터들도 한국에 수입되지 않은 화장
한가? 우선 신생 화장품 업체들은 뷰티 박스의 정기 회원들을 통해 자신의 브
품을 받아보기 위해 망설임 없이 ‘join now’를 클릭했다. 그런가 하면 작년 6월
랜드를 알리고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특히 제품력은 뛰어나
에 론칭한 ‘글로시 박스(www.glossybox.co.kr)’는 일찌감치 국내 시장에 진입
지만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거나 판매처를 구하지 못한 이들에겐 일종의 데
해 5만 5천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선발 주자답게 얼마 전에는 잡지사
뷔 무대인 셈이다. 또한 기존의 화장품 브랜드들의 경우 신제품을 론칭할 때 뷰
<보그>의 전 세계적인 행사 ‘Fashion Night Out’을 기념해 특별한 뷰티 박스
티 시장의 반응을 엿볼 수 있는 동시에 추후 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 고객
를 만들기도 했다. 이에 질세라 후발 주자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겟잇 박스
까지 확보하니 일거양득!
(www.getitbox.com)’는 9월 초 처음으로 ‘프리 박스’를 선보였고, 단 하루 만
물론 엄청난 인기 몰이에도 불구하고 뷰티 박스들의 문제점도 존재한다. 실제
에 완판되었다. 특정 브랜드 홈페이지 회원 가입을 하고, 간단한 퀴즈를 풀
로 미니어처 화장품은 대부분 제조연월이나 유통기한이 표시되지 않아 깐깐
면 4만 원 상당의 뷰티 박스를 공짜로 받게 되는 것! 또한 오로지 아모레퍼시
한 소비자들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인 부분도 있다. 또한 화장품을 바른 후 피
픽 샘플로만 구성해 제품력으로 승부하겠다는 ‘미스비 박스(www.missbbox.
부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에는 누구에게 보상을 받아야 하는지도 애매하다. (그
co.kr)’, 2013 S/S 뉴욕 패션위크에 참석한 한국인 디자이너 쇼에 참석한 이
리고 연초 개정된 화장품 법에 의해 샘플 판매가 전면 금지된 후에 인터넷상
들에게 ‘컨셉 코리아 박스’를 증정한 ‘미미 박스(www.memebox.co.kr)’, 화장
에서는 증정품이나 견본품이라는 이름의 거래는 사라졌지만, 이름만 살짝 바
품 정품과 샘플을 절묘하게 조합해 단기간에 1만 명의 구독자를 끌어모은 ‘W
꾼 미니어처 샘플은 편법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
박스(www.wbox.co.kr)’, 잡지와 함께 화장품 정품과 미니어처를 배달해주
현재 국내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시장은 약 400억 규모로 추정된다. 여성을 위
는 ‘보보 박스(www.vovobox.com)’까지 이들은 각각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
한 화장품 배달 서비스뿐만 아니라 아이들이나 남성 또는 군인(www.touch-
며 뷰티 박스의 무한 경쟁 시대를 알렸다.
touch.co.kr) 그리고 커플(www.dorocibox.co.kr)을 위한 뷰티 박스를 선보 이는 업체들도 있다. 게다가 화장품을 넘어선 에스테틱이나 클리닉과의 협업 도 눈에 띈다. 지금도 끊임없이 틈새를 노리고 시장으로 진입하는 업체들이 있 을 정도로 당분간 뷰티 박스의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새로 운 변화에 민감하고 발빠르게 움직이는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꽉 지키려 면 뷰티 박스의 진화는 거듭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것이 새로운 브랜드의 개발 이든, 계절에 따른 테마 선정이든, 다른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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談 ; 이야기하다
Back to My Nineties, Back to My Days 응답하라! 나의 1990년대, 나의 청춘 Text. Park Sung Eun (INNOCEAN Worldwide), Bae Han Sun (Editorial Dept) Photography. Lee Seung Jun
작년 이맘때가 7080의 시대였다면, <응답하라 1997>은 그 흐름이 8090으로 넘어왔다는 일종의 지표다. 엄마 와 아빠가 기타 튕기며 자유로이 노래 부르던 그 멋진 시대를 이렇게 빨리 뛰어넘다니 좀 성급한가 싶으면서도, 풍선을 흔들어대던 그 열정이 여기까지 도달했구나 싶다. 과거를 뭉클하게, 현재를 쿨하게 받아들이기 위해 이 제 동시대를 지나온 우리들의 청춘을 꺼내어보려고 한다. 각자 저마다의 1997에 응답하던 우리가 드디어 한곳 에 모였다.
‘談 ; 이야기하다’ ‘談 ; 이야기하다’에서는 수다 떨기 좋은 시간, 만나면 반가운 사람들이 모여서 신나게 난상토론을 벌입니다. 그들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대변함은 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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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에 대해 談하다 김박첼라(이하 김박) 연도를 확실히 말해보자면 서태지와 아이들이 은퇴한 건 1996년이야. 뭐 말할 것도 없이 대단했지. 그때 서태지 따라 한다고 완전 큰 힙합바지에, 옆으로 길게 늘어지는 벨트가 유행이었어. 그리고 H.O.T.가 데뷔했지. “아 ~~~~ 니가 니가 니가 뭔데!” 전사의 후예 춤을 췄던 기억이 나. 그거 안 따라 해본 사람 없을걸? 그러고 나서 아이돌 문 화가 시작됐어. (왼쪽부터) 김박첼라/82년생/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석아영 대리/82년생/이노션 월드와이드 커뮤니케이션디자인센터 양명선/82년생/GS홈쇼핑 MD 박병규 대리/80년생/이노션 월드와이드 프로모션3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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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규 대리(이하 박) 정확히 말하면 H.O.T.가 등장한 건 1996년 겨울이야. 내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넘어갈 때였거든. 그 런 아이돌 그룹이 등장한 건 당시에 굉장히 충격이었다고 할까. 서태지 이후에 듀스 같은 프로젝트 그룹도 있었고. 당시 SM에서는 신화를 메인으로 하려고 준비를 하다가 당시 아이돌 시장이 어떤지 한번 보려고 내놓은 게 H.O.T.였다고 들었 어. 근데 H.O.T.가 너무 인기가 많으니까 신화가 일 년 정도 후에 나오게 된 거라던데.
난 이제 ‘천생연분’처럼 옛날에 즐겨 부르던 노래 부르게 돼.
석아영 대리(이하 석) 맞아. 그래서 내가 H.O.T. 오빠들이 1
갔는데, 사람들이 수많은 풍선을 흔들고 소리지르고. 그
집 끝나고 들어갔을 때 이수만 회장이 수익이 안 나면 가
열정적인 도가니 속에서…나도 같이 즐기긴 했지.
차없이 해체한다고 해서 우리 오빠들 2집이 안 나오면 어
석 내가 <응답하라 1997> 보면서 깜짝 놀란 게 거기 여주
떡하나 되게 불안해했었어. (웃음)
인공도 토니를 좋아하거든. 드라마에 그 여자애 방이 나오
김박 설마 너도 그런 부류였던 거야? 이상한 포즈 잡고 있
는데 덕지덕지 붙여놓은 브로마이드, 그거 전부 내가 다
는 아이돌 사진 사서 모으고?
가지고 있던 브로마이드인 거야! 그 순간 너무 반가우면서
석 사진만 샀겠어? 그래도 처음으로 산 음악 테이프는 서
도 부끄러운 거 있지. 생각해보니 그 전에는 R.ef와 솔리드
태지 1집이었어. 그 이후엔 관심 없었는데 H.O.T.라는 사람
의 대결 구도도 있었지?
들이 나타나면서, 빠졌지! 거기에 대해서 더 말하자면, 순
양 순천에 R.ef가 한 번 왔었어. 지방엔 그런 기회가 없잖
진한 우리들을 부추긴 일종의 대립구도가 있었다고 해야
아. 난리가 났지. 노래는 R.ef가 좋았고 세련된 쪽은 솔리
할까? 기획사에서 일부러 편을 나눈 거지. 그래서 젝스키
드였지. 김조한이 교포 뮤지션의 최초였다고 할까?
스가 나온 거잖아. 아마 한 번도 우리 H.O.T.를 이기지 못
김박 나는 그때 메탈음악 들었어. 아이돌이 10대 문화의
했지만.
중심이었다면 거기에서 소외된 부류였지. 그런 애들이 몇
박 근데 그때부터 아이돌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었나?
없었기 때문에 학교 한구석에 함께 모여서 기타 튕기고,
석 썼었지. 우리나라에도 뉴 키즈 온 더 블록(New Kids
우리들만의 마이너 문화를 만들었어. 지금 아이돌 문화는
On The Block) 같은 보이 그룹이 나왔다고 했어. 물론
워낙 세련돼서 우리 때와는 차원이 다른 것 같아. 인정해
H.O.T.팬들이 자체적으로 그렇게 생각한 거지만. 그리고
주고 싶은 아이돌이 있다면, 빅뱅의 GD.
서태지를 좋아했던 우리 위 세대는 H.O.T.를 좋아한 우리
석 난 지금 아이돌에게는 관심이 없어. 빅뱅이나 2NE1 정
부분. 근데 팬들이 막 ‘단지’가 사람 이름이라고 우기고 했
들을 엄청 무시했어. 작사 작곡도 못하고 립싱크하며 춤만
도? GD는 어디서 저렇게 똘똘한 애가 나왔나 싶으면서,
었어. 토니의 여자친구 이름이라고 막 흥분하고 지금 생각
추는 애들이 무슨 뮤지션이냐고.
앞으로 더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은 그런 마
하면 말도 안 돼. (웃음)
양명선(이하 양) 싱어송라이터나, 가요제에 나가거나 해야
음이야. 흐뭇한 마음.
박 솔직히 난 S.E.S.가 나왔을 때 너무 예뻐서 충격이었어.
늙은 건가 우리?
그때의 그 뮤직비디오는 대한민국 촬영 기술이 가히 혁명
정말 가수였다고 인정하는 그런 풍토 위에 아이돌이 튀어 나온 건데, 서태지의 음악성에 빠져 있던 세대 입장에서는
8090 트렌드에 대해 談하다
적 발전을 했구나 실감하게 했지. 피부는 하얗고, 눈은 커
음악하는 진정성이 없다고 본 거겠지.
김박 다들 노래방 가면 무슨 노래 불러? 난 이제 ‘천생연
다랗고 까매서 천사가 아닌가 싶었어. 그땐 바다의 눈과
분’처럼 옛날에 즐겨 부르던 노래 부르게 돼. 최신가요보
눈 사이가 멀다는 걸 못 느꼈지. 그러고 나서 핑클이 등장
팬 문화에 대해 談하다
다도. 늙은 건가 우리?
하고 남자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어.
석 다들 그런 거 했었어? 교복 와이셔츠 사이로 이어폰 줄
양 그래서 요즘 ‘밤과 음악 사이’ 같은 곳이 핫 플레이스로
김박 맞아. 핑클과 S.E.S.의 대립구도가 생기면서 남자애
을 살살 넣어서 턱 괴고 음악 듣는 거. 그거 내가 많이 한
떠오른 거겠지? 거기가 딱 그렇잖아. 90년대 댄스 히트곡
들 사이에서도 분열이 있었지.
짓이거든. 반 아이들이 동시에 다같이 키득거리면 그건 그
들만 줄창 나오고. 손님들 보면 거의 다 삼십대야. 예전엔
때 다같이 라디오를 듣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팬질한 사
아이돌 그룹 춤이 좀 군무 같았어. 따라 하기도 쉽고 단체
패션에 대해 談하다
람들은 제일은행 다 알걸. 콘서트 티켓 때문에 새벽 4시에
로 즐겁게 출 수도 있고. 나도 한번 가봤는데 중독성 있더
김박 1990년대에는 서태지가 바로 패션의 기준이었어. 바
일어나서 가출소녀처럼 제일은행 가서 줄 서서 입금하고
라고. 옛날 춤 추고 놀고.
지 사이즈를 크게 입으면 땅에 끌리니까 고무줄을 바지 안
힘들게 콘서트 가서 오빠들이 점처럼 보일지라도 행복해
석 난 좀 민망했던 게 그런 노래들은 친구들끼리 막 틀어
에 넣어서 입기도 하고, 압정 꽂기도 하고 그랬어. 근데 그
하고.
놓고 춤추고 싶을 때 트는 노랜데, 거기 가면 사람들이 클
게 강남, 강북, 지방 이런 거에 따라 좀 다르지 않았어?
김박 난 약간 그런 아이돌을 무시하고 비웃는, 반에 한두
럽에서 춤을 추는 것처럼 뽐내면서 추더라고. 그게 엄청
석 그땐 바지통이 얼마나 넓냐에 따라 잘나가냐 못 나가냐
명씩 있는 ‘어둠의 자식들’ 부류였어. 학창시절에 한창 록
웃기더라고.
의 척도로 보기도 했고.
스피릿 돋는 록 키드였거든. 우리 반에 유별나게 S.E.S. 사
김박 이상하게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캔디’ 같은 추억
박 난 옷 줄여 입는 애들이랑은 말도 안 섞었었어. (웃음)
진 모으는 애가 있긴 했어. 한 번은 그 아이가 올림픽주경
의 음악이 나오면 춤이 자동적으로 생각나. 아이돌 문화
난 핏을 중요시해서 단정하게 입고 다닌 편이었거든.
기장에 <환경 콘서트> 한다고 나도 같이 가자는 거야. 내
싫어했는데도, 저절로 생각난달까?
양 교복은 줄여 입지 않았어? 중학교 때는 크게 입는 게
가 자발적으로 가고 싶어 갔던 건 정말 아냐. 아무튼 거기
양 그거 알아? 노래 ‘캔디’ 가사 중에 ‘단지 널 사랑해’ 이
유행이었다가 고등학교 때부터 줄여 입기 시작했어.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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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발목 위까지 내려오도록 엄청 크게 입은 적도 있었어.
낭만에 대해 談하다
석 ‘나도 나이가 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건축학개론>
내가 그랬다는 건 아니고, 일본 만화 영향이었을까? 그러
김박 우리 때까지만 해도 라디오를 많이 들었지? 테이프
도 삼십대 중반인 1979년생들 이야기잖아. 이제 우리 이야
고 나서 다시 줄여 입는 문화가 와서 우리는 교복 치맛단
에 좋아하는 음악을 녹음해서 선물하고 그랬었어.
기가 나오는 걸 보면서 앞세대나 뒷세대가 우리 이야기를
다 줄여서 입었는데, 치마 안에 바지 입기도 하고.
석 좋아하는 음악 녹음하고 중간에 멘트도 넣고. 지금은
보고 어떻게 느낄지 궁금했어. 생각보다 빨리 나온 감도
김박 남자애들은 딱히 뭐가 없으니까 나이키 에어맥스, 조
서로 문자나 전화를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그땐 공중전화
있지만, 이제 이런 것들이 다루어질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
던에 환장했어.
도 많이 했었어. 전화를 걸고 막상 쑥스러워서 아무 말 못
어. <응답하라 1997> 같은 드라마를 쓰고 있는 방송 작가도
양 신발 크게 신는 거도 유행하지 않았어? 300mm쯤 되는
하고 끊고.
신입 사원에서 이제는 자신의 이야기로 드라마를 만들 수
신발 구해서 신기도 하고.
양 그때가 낭만이 있었어. 전화하면 ‘어머니 안녕하세요.
있는 자리까지 성장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겠지? 각자의
박 우리는 닥터마틴이었어. 서울은 좀 달랐나? 레스포삭
누구네 집이죠?’ 물어보기도 하고. 그때는 엄마가 내 친구
자리에 있는 우리들이 자기 얘기를 할 수 있는, 그런 영향
이런 거 메는 애들이 좀 괜찮았던 것 같아.
들이 누구인지 다 알았어.
력을 끼치는 지위가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석 이스트팩도! 중1 때는 엘레쎄랑 베네통이 유행했었고.
석 그땐 전화밖에 없었으니까. 예를 들어 좋아하는 애랑
양 1997년도 즈음이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정점을 찍은 시
양 우리 언니가 나보다 서울에 먼저 올라왔는데 그때 닉스
통화하려면 식구들 다 잘 때 했어야 했어. ‘밤 열 시에 전
기야. 이미 나올 건 다 나왔고, 새로운 것들이 나오기 힘들
청바지 유행할 때었던 거야. 그걸 사고 싶어서 아빠한테
화기 앞에 있어!’ 이렇게 서로 약속을 하고는 조마조마한
지. 대중문화와 콘텐츠의 질을 따지자면 그때가 훨씬 좋았
울면서 졸랐지. 결국 아빠가 불쌍해서 사줬는데, 학교에
심정으로 삼십 분 전부터 기다리고 있다가 한 번 벨이 울
어. 815콜라를 만들 만큼의 자생력이 있었으니까. 지금은
갔다 오니 널어놓은 청바지를 누가 훔쳐간 거야. 어떻게
리자마자 바로 받곤 했지. 친구들이 모여서 좋아하는 사람
우리가 직접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해외에
장만한 청바진데, 그걸 훔쳐갔다고 또 울었어. 순진했지.
한테 대신 전화해주고, 누구 좋아하는지 유도질문해주고
서 직수입하는 추세잖아?
박 그런 브랜드들이 지금 남아 있는 게 별로 없네. 쌈지 이
그랬던 것 같아.
박 그때는 일방적인 정보만 있었지. 이젠 상호 커뮤니케이
런 것도 고가였는데. 난 그냥 지금처럼 클래식으로 쭉 입
김박 삐삐에 음성도 많이 남겼잖아. 비밀번호 다 알아내서
션과 상호 생산하는 상황이니까 무엇인가 스스로 펼쳐낼
고 다녔어.
훔쳐 듣기도 하고. 그 놈의 486은 무지하게 많이 사용하더
수 있는 기회가 넓어졌다고 볼 수 있지. 선택의 폭도 많이
석 말하는 걸로 보면 전혀 부끄러운 과거가 없는데? 흑역
라. 번호로 암호처럼 글자 만들고 그랬지.
넓어지고.
사 없어? 사진 가져와봐. (웃음) 우린 힙합에서 복고풍으로
박 매일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니까 그 정류장에 아침마
석 어렸을 때는 농구는 마이클 조던, 음악은 서태지. 아이
넘어갔지. 나는 고향이 창원이어서 패션에 관심이 많은 친
다 보는 학생들이 있잖아. 삐삐 번호를 주고 떨리는 마음
돌이면 H.O.T.라는 넘버원이 있었어. 마돈나나 마이클 잭
구들과 어울려 가끔 부산에 쇼핑하러 가고 그랬었거든. 아
으로 주말에 만나고. 지금처럼 프랜차이즈 카페가 없으니
슨도 있었고. 지금은 이제는 그런 독보적인 존재가 없어.
직도 남포동에 가면 빈티지 보세숍이 많은데, 그때는 이런
까 테이블 위에 전화기가 놓여 있던 커피숍에서 만나고 그
양 지금은 트렌드도 너무 빨리 지나가니까, 그 자리를 오
곳에서 파는 구제(舊制) 옷 중에서도 제일 거지 같은 옷을
랬지? 웰치스, 파르페 이런 거 먹고. 괜찮은 데 가면 포켓
래 유지하기가 힘들지. 레전드가 없는 문화라고 할까? 이
구해서 입는 게 유행이었어. 창원에서 부산 남포동까지 가
볼 치고 그랬지. 그런 곳들이 탈출구였던 것 같아. 순수하
게 좋은지 나쁜지는 모르겠어. 우리는 지금도 함께 이야기
서는 진짜 거지처럼 보이는 걸 사고 득템했다고 좋아하곤
고 아련하지? 전화기 있는 커피숍.
할 수 있는 H.O.T.나 신화 같은 그룹을 갖고 있지만 지금의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어처구니없다.
양 우리 때 콜라텍도 있었어. 어른인 것마냥 콜라 마시면
아이들이 커서 자신의 추억을 회상했을 때 언급할 수 있는
박 참, 염색하려고 맥주로 머리 감고, 과산화수소 붓고 그
서 춤추고. 다 똑같은 춤추고.
키워드가 있을까 싶어. 우리는 문화적 혜택을 충분히 받았
랬었어.
박 그런 사람들이 커서 ‘밤과 음악 사이’에 가는 거야.
고, 그 후 외환위기가 터지는 바람에 문화가 다시 양분된
양 그러다가 머리 검사한다고 하면 매직 칠하고 그랬었고.
그 기점에 있던 세대랄까. 어쨌든 신기해. 우리들의 이야
석 우린 먹지를 발랐어. 머리 위에다가 먹지를 막 문지르
우리들의 시대에 대해 談하다
기가 이렇게 세상에 웃음을 주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는 거야. 왜 그랬지? 그러고 난 뒤에 집에 와서 씻으려 하
김박 난 그때 그렇게 신나게 놀아본 기억이 없어서 잘 모
있다니. 우리도 늙긴 늙었나봐.
면 머릿결이 뻑뻑해져서 안 씻기는 거야.
르겠어. 다만 지금 드는 생각은 7080 트렌드에서 이제는
김박 하지만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메탈만 듣던 나도 지
박 우리는 머리를 짧게 자르라는 규정이 있어서, 뒤쪽에
8090이구나, 이제 나도 과거를 추억하는 나이가 됐구나
금처럼 밝은 음악을 할 수 있는 거고. 그 청춘과 열정이 지
‘꼬리’를 길렀지. 학생주임 선생님이 못 보도록 서 계시는
싶어. ‘I LOVE KPOP’이란 곳이 있어. 거기 잠시 들렀는
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건 정말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
쪽 반대 옆머리를 길게 하는 방법을 썼지. 한번은 유승준
데, UP의 ‘뿌요뿌요’가 나오는 거야. 알바생이 그 음악에
야. 그립다, 그 시절.
이 쌍 꼬리를 내렸는데, 그 다음 날 학교에 쌍 꼬리가 대거
맞춰 춤도 추고 있고. 아이돌이 추던 음악은 그냥 그 시절
일동 그러게.
등장한 거야. 그래도 난 그것까진 못하겠더라.
에만 잠깐 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십 년 뒤에 그 춤을 다시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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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첼라 저의 1990년대는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와는 좀 달라요. 한창 치기 어린 나이였고, 아이돌 문화를 경시했으니까요. 그때는 아이돌 음악 이외에도 메탈이나 하드 록도 유행하던 시기였어요. 이건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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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아영
좋아하는 음반인데요, 제 인생을 바꾼 음반입니다.
이건 공부할 때 사용했던 연습장인데요. 오랜만에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박병규
들춰 보니 제가 정말 <응답하라 1997>의 성시원이랑
Machine)> 인데, 제가 고1 때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저는 별로 내세울 것이 없더라고요. 대신 만화책
똑같은 애구나 싶었어요. 표지에 ‘승호 부인’이라고
2집 때는 앨범 재킷 안에 ‘이런 건 읽어봐야
가지고 왔어요. <슬램덩크>는 지금 봐도 재미있고,
써놓았어요. 안에도 토니 사진을 잔뜩 붙여놓고,
한다’라고 적어놓은 책들 중에 <동물농장>이 있어서
새 책 나오는 날만 기다리던 그 시절도 생각나요.
가사도 다 써놓고, 안승호로 삼행시 짓고, 이거 보면
읽기도 했거든요. 또 록 좋아하는 아이들끼리 모여서
이런 장면들이 계속 남아요. ‘왼손은 거들 뿐’
더 놀라실 텐데 ‘승호 오빠 사로잡기’ 전략도 있어요.
음악 잡지도 많이 읽었고, 메탈리카 내한 공연도
그래서 농구할 때 다들 자기 주문이 있었어요. 저의
‘도시락을 싸서 토니 집 앞에서 준다’ 이런 거요.
잊을 수 없죠. 전 그런 비주류를 대표하고 싶었어요.
1990년대는 아이들과 어울려 어디에서든 농구를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렇게 썼네요.
아이돌에 가려져 있지만 분명히 이런 문화도
하던 그 시절인 것 같아요.
‘먼 훗날 우리 눈감는 날은 한날 한시.’
있었거든요.
CREATOR’S NOTE Joo Hyun Tai (Social Creative Team, INNOCEAN Worldw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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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션 백서(白書)
Think about INNOCEAN Brain Storming
이노션 회의를 회의하다 Text. Lee Hyun Hwa (Editorial Dept) | Photography. Lee Seung Jun
‘저 정말 회의 들어가도 돼요?’ 신입 시절, 회의실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감동이던 시절도 있었다. 회의 내내 화수분처럼 솟아오르는 선배들의 아이디어를 보며 절로 존경심이 들기도 했다. 때론 회의는 길이 되기도 하고, 다시 미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도 역시 회의는 계속된다.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사원 2·3년 차 교육 프 로그램인 ‘2012 Young Thinking Tanks(YTT)’에서 오미오미팀(김도형·김의영·오유리·오혜진·조수현·최호진 사원)이 발표한 ‘이노션 회의를 회의하다’를 토대로 재구성한 첫 번째 이노션 백서. 우리가 이렇게 모이는 이유 는? 그리고 우리가 꿈꾸는 회의는? 광고인의 뗄 수 없는 숙명이자 광고회사의 트레이드마크인 ‘회의’를 되돌아 본다.
‘이노션 백서(白書)’ ‘이노션 백서(白書)’는 광고인의, 광고인에 의한, 광고인을 위한 광고의 전반을 담아보는 백과사전입니다. 자유분방하면서도 위트 있게, 그리고 진지하게 광고회사의 모든 것을 차근차근 풀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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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뱅사거리 랜드마크타워 8개 층 하루에 216번 이상 일주일에 1,082시간 이상 600명이 함께하는 회의 집보다 오랜 시간 모든 것이 결정되는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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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회의실이란? 희로애락의 전쟁터 사건현장-다시 돌아왔을 때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 기억이 안 난다. 불구덩이 병원-아이디어의 생사가 결정되는 곳 커다랗게 보이지만 작을지도 모르는 생각의 우주 우리 집 아이맥스-생각지도 못한 대사와 신이 실시간으로 펼쳐진다. 흥미진진! 놀이터-테이블 위에서 아이디어가 뛰놀아야 한다. 시간여행 같은 책을 소리 내어 읽는 곳 교차로, 광장, 시장 사우나-아이디어 뽑느라 땀 빼는 곳 감금실 74
자신만의 회의하는 방법/노하우는? 팩트, RTB를 가지고 던져서 타인의 생각을 낚는다.
*RTB: reason to believe 모든 아이디어를 평등하게 보려고 노력한다. 준비는 길게, 회의는 짧게 핵심 단어를 만든다. 티끌 하나라도 허술하게 다루지 않는다. 귀에 걸리는 단어를 비틀어본다. 진짜 괜찮은 건 등 뒤에 숨겨놓기
이노션의 회의 스타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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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별 회의실과 라운지로 좋은 환경이 강점 과도기 누구나 프로젝트 리더가 될 수 있다. 젊다. 특징이라면, ‘있어빌리티?’ 밤 시간대 회의가 많다.
이노션의 회의 정신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회의 테이블은 평등해야 한다.
Big Scale 유리 회의실처럼 자유롭고 투명한 분위기 뭐든지 에지 있게! Bottom-up 방식의 소통 Not Debate, But Discuss 제작 중심! 휴머니즘 표절은 자살이라는 강한 의지 Be Br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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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어요. 가로 3.3m 세로 4.2m 높이 3.0m 직육면체의 공간에서
우리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어요. 집 자동차 행복한 가족 세상이 원하는 것 모두 다 우리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어요. 아무것도 남지 않는 시간 낭비부터 세상을 바꿀지도 모르는 굉장한 이야기까지 회의실의 차이는 진정한 리액션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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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 N T E M PO R A RY A RT
Where You Live Is What You are 집의 전성시대 Text. Kim Jeong Hoo (Architect, Doctor of Urban Sociology)
“집이 진화한다!” 이 표현은 인류 역사상 늘 존재한다. 인류가 나무를 자르고 풀을 엮어 오두 막을 짓고 자연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시작한 이래로 집은 변신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매 시기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변하지 않는 목표는 더욱 편안하고, 더욱 기능적이 고, 더욱 아름다운 집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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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집의 키워드 지금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집의 트렌드는 무엇일까.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첫 번째 키워드는 의심의 여지 없이 ‘친환경’이다. 20세기는 화석 연 료에 기초한 탄소 경제 시대였고, 이산화탄소에 의한 지구 온난화가 뒤따랐다. 오늘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온난화로 인한 피해를 경험하지 않은 나라가 없을 정도로 사태가 심각하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인류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30퍼센트를 집이 쏟아낸다는 사실이 다. 아이러니하게도 집이 지구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떠오른 셈이니 환경을 최우선으로 배려한 집을 짓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다음으로 ‘형식 파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무리 획기적인 기술과 재료가 등장해도 집에 대한 일종의 관념적 기준은 존재한다. 그런데 최근 세계 도처에 짓는 집을 보면 더 이상 기존의 집에 대한 생각이 무의미할 만큼 파격적이다. 이 같은 현상은 집을 점점 더 자신의 목적에 부합하 며 동시에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여기는 경향에 뿌리내린다. 과거에는 형태, 공간, 재료, 색 등에 약간의 변화를 주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예측이 불가능한 정도로 기상천외한 디자인이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마지막으로 ‘작고 단순함’이다. 집이 점차 작아지는 현상은 가족 구성원이 줄거나 독신자가 늘어나는 사회적 현상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물론 장기적인 세계 경제의 침체로 말미암아 실속을 추구하는 경향도 한몫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핵가족이나 독신자를 위한 집의 경우 최소한의 면적을 갖거나, 심지어 이동이 가능한 집까지 등장했다. 내부 공간도 필요에 따라 여러 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가변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이 널리 유행이다. 작고 단순하지만 충분히 풍요로운 집, 형식을 벗어던지고 효율성을 최선의 가치로 여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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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2002년에 런던에 조성된 ‘베드제드’는 영국 최초의 친환경 주거단지로서 이론에만 머물던 친환경
제로
원리를 종합적으로 적용하여 유럽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베드제드는 ‘베딩턴 제로 에
주택의 출발
너지 디벨로트먼트(Beddington Zero Energy Development)’의 줄임말로 화석 에너지를 전혀 사 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베드제드에는 전체 90여 가구에 250명 전후가 입주할 수 있고, 원룸에서 방 네 개를 가진 복층 형식 까지 다양하며, 일반 주거에서 사무 공간까지 갖추었다. 베드제드에 시도한 주요한 친환경 원리는 태양광 패널 및 태양전지 활용,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소규모 열병합 발전소 운영, 자연환기를 통한 실내온도 조절, 최상의 단열기술 사용, 빗물의 재활용, 공용 전기자동차 사용 등이다. 이 정도면 우 리 시대에 사용 가능한 친환경 원리를 모두 적용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는다. 한편, 베드제드는 단지 전체를 남향으로 배치하고 전면에는 정원과 유리 온실을 설치해 태양열을 최대한 흡수한다. 베드제드가 공동주택임에도 불구하고 단독주택의 장점을 고스란히 유지할 수 있 는 이유다. 또한 빛을 내부로 최대한 받아들이기 위해 거실, 침실, 계단실에 다양한 크기의 천창을 설치했다. 단지 한쪽에 마련된 열병합 발전소에서 난방과 조명을 위한 전력을 생산하는데 인근 목재소에서 나 오는 찌꺼기와 매립장에서 분리 처리된 바이오 매스를 원료로 사용한다. 이곳에서는 단지 전체의 운영에 필요한 하루 평균 100kw의 전력을 생산하고, 나머지는 지붕에 설치한 태양전지로 충당한다. 또한 발전기를 가동하는 동안 나오는 열을 활용해 물을 데워 난방용으로 사용하니 버리는 것이 하 나도 없다. 외부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빨강, 노랑, 파랑을 칠한 닭 벼슬 모양의 커다란 굴뚝은 바람의 방향을 따 라 회전하며 실내로 신선한 공기를 유입한다. 이 장치를 통해 실내 온도를 평균 5℃가량 낮출 수 있 으니 자연형 에어컨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냉난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단열이 중요한데 베 드제드의 벽에는 30센티미터 두께의 특수 단열재를 사용했고 외벽에는 목재 패널을 붙여 열 손실을 최소화한다. 최근 유럽의 주요 도시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탄소 제로 주거 원칙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실행 중이 다. 머지않아 유럽에서 새로 짓는 집은 모두 이산화탄소를 전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때 가 되면 아마도 인류 역사상 또 한번의 주거 혁명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베드제드가 그 출발점 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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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런던의 친환경 주거단지 ‘베드제드’의 모습. 2 베드제드는 단지 전체가 남향으로 설계되어 실내에도 채광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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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의
컨테이너는 집의 형식 파괴를 언급할 때 자주 등장한다. 화물을 보관하는 컨테이너를 집으로 활용
변신
하기 시작했는데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는 네덜란드 유트레흐트 대학의 기숙사라 할 수 있다. 스페 이스 박스로 불리는 3층 규모의 컨테이너는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크레인으로 간단히 설치했 다. 스페이스 박스의 비밀은 배와 항공기의 제작에 사용하는 첨단 경량 구조물을 활용해 무게를 최 소화한 것이다. 마치 캡슐과 같은 아기자기한 박스형 공간에 침실, 거실, 부엌, 욕실, 화장실 등 집에 필요한 모든 공간이 완비되어 있다. 전기, 수도를 포함한 기본적인 설비 시스템을 갖춘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현대 건축의 발전에서 네덜란드는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한다. 따라서 네덜란드에서 세계적인 건축가 들의 작품과 그들이 시도한 전위적 건축을 경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스페이스 박스의 경 우는 집이 얼마만큼 단순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진보적 실험이다. 멀리서 보면 화물 야적장에 쌓은 컨테이너처럼 보이지만 나름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다면 지나친 주장일까. 컨테이너 주택의 장점은 당연히 기능에 있다. 물론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길게 잡아도 10일 전 후면 충분히 완성할 수 있다. 당연히 다른 어떤 스타일의 주택과 비교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컨 테이너 주택이 최근에는 기능을 넘어 기존 주택과 경쟁할 만큼 편안함과 아름다움까지 갖추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바로 친환경적인 주거의 대안으로 각광받는다는 점이다. 사용하지 않는 컨테이 너를 재활용하고, 많은 건축 자재와 쓰레기를 배출하는 공사 과정이 필요치 않으므로 어떤 방식보 다 친환경적임에 틀림없다. 런던에서는 ‘컨테이너 시티’라는 이름으로 지난 2000년부터 컨테이너를 이용해 공동주택을 단계적 으로 건립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컨테이너 시티는 마치 어린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블록을 다양하게 쌓아서 만든 것처럼 역동적인 형태로 구성된다. 이 같은 디자인을 통해 박스를 일렬로 쌓 은 컨테이너 주택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나름의 독특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한편, 요코하마 해변가에 자리한 ‘마리나 호텔’의 경우 흰색의 조화를 통해 컨테이너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함과 동시에 부정형의 배치를 통해 컨테이너의 경직된 모습에서 도 완전히 탈피했다. 어떤 고급 호텔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런가 하면 스코틀랜드의 대 자연과 면한 코브 공원 안에 설치한 컨테이너 시티의 경우 단순하지만 나무, 호수와 한껏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잔디를 얹은 지붕은 철재의 차가운 느낌을 완화함으로써 컨테이너 하우스 가 가진 한계를 충분히 극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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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왼쪽 페이지) 요코하마에 가면 꼭 묵어야 할 ‘마리나 호텔’. 2 알록달록한 색깔이 인상적인 네덜란드의 ‘스페이스 박스’. 3 2000년부터 단계적으로 건립되고 있는 런던의 ‘컨테이너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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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오늘날 지은 집 중에서 전통적인 집의 형식에서 과감히 탈피한 미래 지향적 사례를 꼽는다면 아마
창의적이고,
도 독일 루드비스버그의 ‘뒤프리 카사’일 듯싶다. 완만한 경사지의 녹색 잔디 위에 지은 백색의 뒤프 리 카사는 마치 밀가루 반죽을 부어 만든 것과 같은 유연하면서 역동적인 모습으로 기존의 정형화
더욱
된 주택 형식에서 완전히 탈피했다.
혁신적으로
마치 우주 정거장을 연상시키는 뒤프리 카사는 콘크리트를 사용해 안과 밖, 위아래를 모두 연결해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은 모습이다. 내부 공간도 아무런 장식 없이 담백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빛에 의한 조각적 느낌을 강조했다. 뒤프리 카사와 같은 혁신적 디자인이 비록 기존의 주택 디자인에서 볼 수 없는 파격적 개념을 담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순수한 형태와 공간 디자인을 추구한다는 점 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더욱 파격적이고 미래지향적 개념은 일본의 나가노에 지은 ‘셸 빌라’에서 확인할 수 있다. 거대한 콘 크리트를 부드럽게 말고 그 속에 거주를 위한 기능을 모두 담았다. 달팽이 껍질 등에서 볼 수 있는 셸은 생명체가 지닌 가장 단단하고 안정적인 구조방식으로서 건축 역사에서 끊임없는 연구의 대상 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되어 접목되어왔다. 셸 빌라는 기둥, 벽, 지붕으로 이루어진다는 통념을 완전히 무시하고 전혀 다른 디자인 개념을 선보 였다. 곡선으로 이루어진 콘크리트 셸은 집을 위한 매우 안정감 있는 구조라 할 수 있고, 주변의 자 연과 이질감 없이 잘 어우러진다. 셸 구조의 앞뒤로 열린 개구부는 벽이자 동시에 창의 역할을 하며 햇빛을 집 안 가득 받아들이는 기능을 한다. 셸 빌라의 독특한 형태는 내부 공간에서도 그대로 드러 난다. 사실상 벽, 천장, 바닥의 구분이 따로 없이 부드러운 곡면을 따라 개별 공간을 구성했는데 순 간순간 마치 원시 동굴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집은
한 시대에 유행하는 집을 보면 당시의 사회상을 읽을 수 있다. 지금까지 설명한 우리 시대 집의 트렌
시대를 비추는
드는 과거 어느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혁신적이다. 당연히 첨단 기술과 재료의 발전
거울
이 있기에 가능하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각기 다른 개념, 형태, 공간, 구조, 재료 등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파격적 변신을 시도하면서 반대로 더욱 순수한 모습으로 집의 본질에 다가선다는 사실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집은 부와 권위를 상징하고, 화려한 장식의 대상으로 여겨지곤 했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집들은 형식의 껍질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바 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본질적 역할에 충실하다. 집이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면, 지금 우리 시대가 과거의 허식에서 벗어나 진실된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음에 틀림없다. 21세기에 등장한 집에서 그러한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한다.
1
84
미래지향적 주택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셸 빌라’. 부드럽게 만 콘크리트 외관과 달리 내부는 무척 아늑하다. 셸 빌라는 회색 콘크리트가 자연과 얼마나 잘 어우러지는지를 증명하고 있다.
85
2 4h
IWI
INNOCEAN WORLDWIDE NEWS
INNOCEAN Worldwide India (New Delhi, Nov 2005)
IWUK INNOCEAN Worldwide UK (London, Jul 2006)
*IWA INNOCEAN Worldwide Americas (Huntington Beach, CA, Dec 2008)
IWCa INNOCEAN Worldwide Canada (Toronto, Jan 2010)
Central Europe INNOCEAN Worldwide Central Europe office (Vienna, Apr 2010)
IWF INNOCEAN Worldwide France (Paris, Jan 2010)
IWC SH I NNOCEAN Worldwide China (Shanghai, Nov 2006)
*IWE INNOCEAN Worldwide Europe (Frankfurt, Jul 2007)
*IWC BJ INNOCEAN Worldwide China (Beijing, Dec 2005)
INNOCEAN Worldwide HQ (Seoul, May 2005)
IWTr INNOCEAN Worldwide Turkey (Istanbul, Jul 2009)
IWCZ INNOCEAN Worldwide Czech office (Prague, Jul 2009)
IWR INNOCEAN Worldwide Russia (Moscow, Jan 2009)
IWS
INNOCEAN-CBAC
INNOCEAN Worldwide Spain (Madrid, Nov 2009)
INNOCEAN-CBAC (Beijing, Jan 2010)
IWIt
Nanjing
INNOCEAN Worldwide Italy (Milan, Aug 2008)
INNOCEAN Worldwide China Nanjing office (Nov 2008)
IWAu INNOCEAN Worldwide Australia (Sydney, Aug 2008)
*=RHQ office
86
IWHQ
IWHQ
IWHQ
INNOCEAN Worldwide HQ (Seoul, May 2005)
INNOCEAN Worldwide HQ (Seoul, May 2005)
INNOCEAN Worldwide HQ (Seoul, May 2005)
INNOCEAN Worldwide held a unique career information
INNOCEAN Worldwide won seven awards at Spikes Asia
Annual “Discovery Program” for employees of its overseas
S.E.S.sion from August 29 to September 1. Taking the
2012. Held in Singapore from September 16 to18, the
subsidiaries, held from September 18 to 22, was attended
form of a “picnic” at the Korea National Arboretum, the
event received a grand total of 4,860 entries. INNOCEAN
by twenty-six people from fourteen subsidiaries. In
theme was to soothe the minds and bodies of would-be ad
won the silver award in the Branded category for its “New
addition to visiting the head office, they learned about
professionals stressed out by finding a job.
Thinker’s Index” global campaign for Hyundai Motor’s
the Korean ad market and were given many opportunities
The event targeted 140 college students selected through
brand slogan,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 and the
to experience Korean culture. INNOCEAN Worldwide
INNOCEAN’s Facebook page. The participants met
bronze award in the Film category for the Korean Society
operates in sixteen countries and employees more than
INNOCEAN employees individually from their desired
for Animal Freedom’s “A Dog Your Family” homeless
1,200 people.
job groupings. In addition to getting valuable career
dog campaign. At the same time, the “Meet the Extras”
이노션 월드와이드(IWHQ)가 올해로 4회째를 맞은 ‘2012 디스커버리
information and advice from them, they also had an
campaign for Kia Motors’ Cerato Hatch, and the “Love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이는 해외법인 직원들을 본사로 초청, 한국에
opportunity to ask questions and talk about personal
Parking Campaign” for Homeplus and Good Neighbors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애사심을 길러주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9월 18
curiosity.
won prizes.
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14개 법인에서 26명의 직원
이노션 월드와이드(IWHQ)는 8월 29일부터 9월 1일까지 국립수목원
이노션 월드와이드(IWHQ)가 싱가포르에서 9월 16일부터 18일까지
이 참여했으며, 본사 투어 및 한국 광고 시장과 한국 문화에 대한 이
에서 소풍 형식의 이색 채용설명회를 실시했다. 바로 ‘꿈을 나누는
열린 ‘2012 스파익스 아시아’의 7개 본상을 수상했다. 역대 최대 출품
해와 체험의 시간을 가졌다. 이노션은 현재 전 세계 16개국에 네트워
소풍’란 이름으로, 취업난에 지친 예비 광고인을 위한 ‘힐링’ 콘셉트
작 4,860점 가운데서 이노션은 현대자동차의 브랜드 슬로건 ‘New
크를 갖고 있으며 본사를 포함해 1,2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로 기획되었다. 이를 위해 ‘꿈을 나누는 버스’를 특별 제작했으며, 이
Thinking, New Possibilities’를 모티브로 한 글로벌 캠페인 ‘New
노션 페이스북을 통해 선발한 140명의 대학생이 참여했다. 참가자들
Thinker’s Index’로 브랜디드 부문 은상을, 동물자유연대 유기견 캠
은 희망하는 직군의 선배에게 1:1 채용설명을 들으며 입사 노하우뿐
페인 ‘A Dog Your Family’로 필름 부문 동상을 수상했다. 이 밖에
만 아니라 개인적인 질문과 고민을 털어놓는 시간을 가졌다.
홈플러스와 굿네이버스의 ‘Love Parking Campaign’, 한국타이어 인쇄광고 ‘Rain’, 이노션 호주법인에서 제작한 기아자동차 쎄라토 해 치의 ‘Meet the Extras’ 캠페인 등이 본상을 받았다.
IWE
IWA
IWCa
INNOCEAN Worldwide Europe (Frankfurt, Jul 2007)
INNOCEAN Worldwide Americas (Huntington Beach CA, Dec 2008)
INNOCEAN Worldwide Canada (Toronto, Jan 2010)
INNOCEAN Worldwide Europe won the bronze award at
INNOCEAN Worldwide Americas held its second annual
INNOCEAN Worldwide Canada celebrated its second
the Euro Effie Award 2012, held in Brussels on September
“Family Day” on August 17. The event is designed to help
anniversary with a cruise on Lake Ontario on August 16.
19. The prize was given in recognition of the company’s
employees and their families understand the company
The head of IWCa, Seo Yang-sook, thanked her employees
role in Kia Motors’ Rio “Admiration Guaranteed”
better and strengthen their ties with it. The participants
for their hard work over the past two years. Toasts were
marketing launch campaign. The campaign, which was
attended a Town Hall meeting on what INNOCEAN has
proposed by Vito Greto, the Group Account Director
carried out for five months in fourteen countries including
been up to over the past year and took part in a wide
for Hyundai, and Richard Phillips, the Group Account
Germany, the UK, France, Italy, and Spain, was praised for
range of other programs on Huntington Beach.
Director for Kia. Afterward, the staff had a chance
the positive influence it had on the Kia brand overall.
이노션 월드와이드 미주지역본부(Americas RHQ)가 8월 17일, ‘제2
to view “Reflections of Innocean,” a film outlining the
이노션 월드와이드 유럽지역본부(Europe RHQ)가 9월 19일 벨기
회 패밀리 데이’를 개최했다. Americas RHQ는 직원과 회사의 유대
achievements and products they had made to date.
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 에피 어워드 2012’에서 기아자동차 리오
를 강화하고 회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매년 패밀리 데이를
이노션 월드와이드 캐나다법인(IWCa)이 8월 16일, 온타리오호 크루
론칭 마케팅 캠페인으로 동상을 수상했다. 수상작인 ‘Admiration
진행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가족들은 지난 1년간 이노션의 업
즈 선상에서 창립 2주년 행사를 가졌다. 서양숙 법인장은 지난 2년
Guaranteed’ 캠페인은 지난해 말까지 5개월 동안 독일, 영국, 프랑
무와 활동을 소개하는 타운홀미팅에 참석하고, 헌팅턴 비치에서 가족
동안 회사의 큰 성과를 위해 노력한 직원들에게 감사를 표했으며, 비
스, 이탈리아, 스페인 외 14개국에서 집행되었으며, 광고효과뿐만 아
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토 그레토(현대자동차 담당 수석부사장)와 리차드 필립스(기아자동
니라 기아 브랜드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쳤다는 평이다. 특히 유
차 담당 수석부사장)가 축배 제의를 올렸다. 이어 그간의 성과 및 제
럽 브랜드와의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 카테고리에서 비유럽자동차 브
작물을 정리한 ‘Reflection of Innocean’ 필름 감상 등과 같은 축하
랜드가 수상한 것은 2008년 닛산 이후 기아자동차가 처음이라는 점
프로그램을 즐겼다.
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다.
87
E P ILOG U E
AFTER ENJOYING MENTAL WORLD
1 2012 런던 올림픽 사격 2연패를 달성한 ‘황금총알의 사나이’ 진종오를 대구사격장에서 만났다. 인터뷰 내내 정중한 애티튜드와 진중한 답변을 선보인 그를 보자니, 괜히 사람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경기 중이었음에도 깨알같이 시간 내준 진종오 선수와, 먼 곳까지 함께하느라 덩달아 고생한 3본부 캠페인5팀 심요한 사원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
2
3
4
‘담(談)’의
땀냄새
보다
첫 번째 손님이
물씬 풍기는
재미있고, 보다
삼청동 사루비아다방에
작화와는 다른 미청년에
착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모였다. ‘록키드’ 김박첼라 씨와
시각디자인과 차석 입학, 심지어
INNOCEAN Worldwide의 사회공헌
‘승호부인’ 석아영 대리, 친구 아영 대리의
아리따운 아내까지 갖춘 남자, 웹툰작가
프로젝트, IMC season2가 8월 말 성황리에
흑역사를 시크하게 관전한 양명선 씨, ‘왼손은
이말년을 그의 안방인 안산에서 만났다. 평소 <이말년
마무리되었다. 열정으로 가득했던 Inno Cantabile와
거들었던’ 박병규 대리.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들만의
씨리즈>의 애독자인 카피라이터 윤명진 대리는 사비를 털어
서울팝스오케스트라. 8주간 멘토로 분했던 API팀 이상길
<응답하라 1997>을 완성했다.
커플 만년필까지 선물하며 재치 있는 입담을 과시했다.
차장과 네 명의 학생 모두 이 뜨거웠던 여름을 쉽게 잊지 못할 것이다.
NOT FOR SALE
Life is Orange +no.07
Fall 2012 Mirror Yourself, Mirror Your Mental Self
그렇게 기승을 부리던 불볕더위도 사라지고 제법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가을, 코트 앞섶을 여미며 안으로, 안으로 파고들었습니다.
길을 걸을 때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는 사람들, 책을 읽어도 ‘전략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어린 친구들, 미문만 읽어도 짧디짧은 인생일지언대요즘을 사는 우리는 어쩌면 ‘강박적으로’ 무언가를 머리에 넣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것 아닐까요.
‘멘붕’의 근원은 무엇일까. 이 작은 호기심에서 출발한 <Life is Orange> 가을호는 크리에이터의 머릿속을 마음껏 탐험하며
발행인 안건희
창의력의 원천과 정직한 욕망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발행일 2012년 9월 30일 발행처 이노션 월드와이드 INNOCEAN Worldwide 837-36, Yeoksam-dong, Gangnam-gu, Seoul, Korea
이제 자기계발서는 잠시 접어두세요.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터질 것 같을 때는, 오히려 늑장을 부리며 한눈을 팔아보세요.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837-36 랜드마크타워 Tel. 02-2016-2214 www.innocean.com blog.innocean.com www.facebook.com/innocean
하늘은 드높고, 말도 살찌는 이 좋은 날 부디 ‘멍 때리는 시간’ 자주 가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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