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Orange_Winter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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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Orange +no.08 Winter 2012

Food Orga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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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물리학자 이기진과 함께한 맛있는 시간 은밀하게, 상상의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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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션의 크리스마스를 엿보다 2012 News Top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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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We Need Is Love It Art, Eat Art



Make an Adventure Bite for Climax

Take Your Identity


04 LETTER 06 INTERVIEW Delicious People 물리학자 이기진과 함께한

CONTENTS Life is Orange 2012 Winter Issue

No.08

맛있는 시간

14 ISSUE REPORT Love Eat, Live Tasty 서울 푸드 다큐멘터리

Lovestory at the Table 19금 그 이상, 푸드포르노

Ritualizing Food 혀가 할 수 있는 두 가지 관능, 맛보고 말한다

Dfferentiating Super Market 우리 동네, 슈퍼가 달라졌어요!

Tasty? Period! 맛? 제대로 느끼기나 하자

30 SHOWCASE Nowhere Now Here 은밀하게, 상상의 식탁

40 IN THE LIMELIGHT INNOCEAN All the Way 이노션의 크리스마스를 엿보다

2012 Open House 당신을 초대합니다

2012 News Top 10 이노션의 10가지 이슈

ood


48 TREND REPORT Revenge of the Weak 지금 외치러 갑니다 트위터 대나무숲

Do You Wanna Be a Hipster? 나보고 힙스터래요. 칭찬인가요?

Life Tracking 우리의 일상이 모여서 미래가 된다

All We Need Is Love 님이 연애를 시작하셨습니다 여의도 솔로대첩

58 CREATOR’S NOTE 60 COLLABORATION Just the Two of Us 바라보다 그리고 다시 꿈꾸다

68 CREATOR’S NOTE 70 이노션 백서(白書) Victory 이노션 월드와이드 프레젠테이션의 모든 것

76 CONTEMPORARY ART

rgasm

It Art, Eat Art 현대미술은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먹고 있는가?”

84 CREATOR’S NOTE 86 24h 88 EPILOGUE


LE T T E R

Tom Raffield, Pandent 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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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finitive Difference The Essence of INNOCEAN Worldwide

크리에이터들은 삶의 다양한 장면에서 영감과 자극을 얻습니다. 그 세계에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정보가 쌓이고 무뎌진 감각 을 일깨우는 이벤트로 분주합니다. 최근 크리에이터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바로 ‘음식’입니다.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음식을 찾아내고 그 음식을 매개로 문화 를 만드는 사람들, 그래서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생생한 트렌 드로 음식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삶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지만, 그것을 어떤 식으로 ‘소비’하는 지의 차이가 이제 각자의 개성으로 통하는 시대입니다. 이노션 월드와이드도 우리가 새롭게 발견한 이 즐거움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에서 작은 차이를 두는 것만으로 도 자신을 구별하는 사람들, 그리고 땅에서 나고 유통되고 전시 되고 선택되고 결국 어떤 이의 영감을 받아 창조의 ‘대상’이 되는 음식,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크리에이티브 세계도 이런 미세한 차이로부터 시작되는 결정적 차이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2013년 새해를 맞이하며 드리는 약속입니다. 이노션 월드와이드 대표이사 사장 안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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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N T E RVI E W

Delicious People Delightful Time with Physicist, Baker & Copy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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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 이기진과 함께한 맛있는 시간 딸과 함께 한 프랑스 여행기 <꼴라쥬 파리>, 물리학 교수로 펴낸 흥미로운 물리학 에세이 <보통날의 물리학> 그리고 딸들을 위해 그리고 쓴 동화잭들, 수집가로서 아름다운 물건을 알아보는 즐거움에 대한 <컬렉션, 발견의 재미>에 이르기까지 이기진 교수는 그의 별명인 ‘마성의 저술가’답게 다양한 필력의 소유자이다. 대중에게는 2NE1의 리더인 씨엘의 아빠로 알려진 그를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김혜경 전무와 그의 이웃인 양수리 천연발효 빵집 ‘긴즈버그’의 주인 조진용이 만났다. 걸그룹에서부터 제철 요리에 이르기까지 남다른 감각의 대화 속으로 초대한다. Lee Kie Jin (Professor of Physics Dept. at Seokang University) Interviewer. Kim Hye Kyoung (INNOCEAN Worldwide) Photography. Studio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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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전무(이하 김) 최근에 내신 <꼴라쥬 파리>를 보면서 선생님의 그림이 궁금했어요. 이런 그림은 어떻게 그리게 되셨나요? 매력이 있어요. 이기진 교수(이하 이) 그림 공부한 것은 아닌데요. 펜으로 쉽게 쉽게 그려요. 아무래도 시간을 오래 두고 작업할 수는 없어서 먹으로 그리 고 컴퓨터로 색을 입히죠. 낙서하듯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리기 시작한 건 아닌데, 이 책을 내준 편집장이 그림도 그리라고 해서 슥슥 그린 거죠. 책을 내자고 하는 분이 있으니 다행이죠. 제가 갖고 있는 것을 알아보고 끄집어내주는 분들이 있는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책 은 출판자들의 작품이에요. 저는 제 것이 아니라고도 생각해요. 젊은 세대가 제가 가진 것을 알아봐주는 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입니다. 김 요즘 우리나라도 선생님 책에 등장하는 파리만큼이나 다양한 빵집도 생기고 먹는 것에 대한 문화의 속도가 빨라진 것 같아요. 스스 로 그 문화를 즐기는 방법에 대해서도 열심이고요. 저는 한 6년 전에 단국대 주변 카페에서 우연히 드립 커피를 마셔보고 배우기도 했 는데, 금세 그 문화가 퍼지기도 하구요. 이 저도 집에서 드립 커피를 내려서 마시긴 해요. 우리나라의 변화는 정말 어마어마해요. 김 최근에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 앞에서 우유를 넣은 에스프레소를 마신 기억이 나요. 포르

한류가 갖고 있는 에너지가 싸이에게 집중된 것이죠. 사실 우리 문화에 그런 에너지가 있어요. 서울만 봐도 무질서 속의 질서, 비어있는 것 같은데 또 꽉 찬 것 같은. 질량은 작은데 에너지는 어마어마해요. 물리적으로 보자면요. 에너지는 절대 뒤로 가지 않아요. 사실 에너지는 누구도 통제할 수 없어요. ‘이거 왜 이래? 개판 아니야?’ 해도 에너지의 흐름은 되돌릴 수 없어요.

투갈 여행에서도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마셨죠. 이 포르투갈 너무 좋죠. 한 천 명 정도의 사람들이 사는 발드바고라는 마을이 있어요. 혹시 가보셨어요? 저는 친구가 그곳에 살고 있어서 익숙한데, 정말 좋은 마을이에요. 안 가보셨 다면 다음에 한번 꼭 들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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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저는 아직 리스본만 가봤어요. 어느 허름한 호텔 앞의 동네 가게 같은 곳에 서 낡은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를 내려주는데 너무 맛있는 거예요. 아프리 카에서 바로 원두를 들여와서 신선하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게다가 정말 싸 요. 한 잔에 1유로? 그런데 그 맛을 한국에서는 맛볼 수가 없어요. 다시 느끼기 가 어려워요. 그런데 또 재미있는 것은 커피를 알게 되니까 목공이 보이고, 그 다음에는 바 느질, 그림 이렇게 관심사가 이어지더라고요. 손으로 하는 것들은 모두 연결되 어 있나 봐요. 이 요리를 하면 요리 도구에 관심을 갖게 되고, 자연히 새것뿐 아니라 옛것에 도 관심을 두게 되지요. 저는 비싸지 않은데 오래되고 아름다운 것을 좋아해요. 그런 물건들에서 영감을 얻죠. 김 좋은 물건은 값이 나가기 마련이잖아요. 저는 아름다운 것 앞에서 자제하는 일이 쉽지 않아요. 그래서 가끔 분수에 넘치는 물건도 덥석 사들이고요. 이런 물욕을 통제하는 선생님만의 비법이 있으세요? 이 사람이 물건을 이고 지고 살 수는 없으니까요. 아름답다고 해서 꼭 내가 가 져야 한다는 마음을 버리면 되요. 저는 남이 달라고 하면 주기도 해요. 김 혹시 자꾸 수집하게 되는 아이템이 있나요? 이 포트(Pot)요. 차를 담든 와인을 담든 벼룩 시장에 나온 둥그런 도자기를 모 아요. 지역별로 시대별로 모두 다르고, 금이 간 것도 있고, 특별한 이야기를 가 진 듯 보이는 포트도 있구요. 언젠가는 한번 책으로 내고도 싶어요. 가만히 들여 다보고 있으면 어느 시대에 어떤 사람이 이 포트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상상되 니까. 전무님 전공은 어떤 분야인가요? 김 나무로 만들어진 것을 좋아해요. 말차 그릇도 좋아하고, 바느질을 좋아하 니까 천도 좋구요. 저는 4년 전에 양평으로 들어가서 집을 짓고 살아요. 펜션도 하고 카페도 하구요. 제가 낸 <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라는 에세이를 읽고 지 금 빵집을 하는 이 친구가 양평 이웃이지요. 조진용 (이하 조) 일본에서 생활할 때 전무님 책을 읽고 가끔 한국에 들어오면 그 펜션에 묵곤 했어요. 다시 한국에서 빵집을 해야겠다 생각하면서부터 서종 면에 자리를 잡은거죠. 선생님도 놀러 오세요. 동네가 정말 독특해요. 김 서울에서는 삼청동, 부암동이 뜨듯이 서울 외곽에서 뜨는 동네일 거예요. 주민들도 독특해요. 자연 속에서 조용히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고 예술을 즐기 는 사람들이죠. 도시와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자신의 방식을 지키면서 비슷한 사 람들이 모여드니까 커뮤니티도 만들어지고요. 이 친구가 하는 천연 효모만 사 용하는 빵집도 홍대 앞에서나 될 것 같잖아요? 근데 동네분들이 살롱처럼 찾 는대요. 저도 매일 아침 이 집에서 빵을 사고, 커피를 마시고, 새로운 책도 보고 하면서 영감도 얻고요. 꼴라쥬 파리 물리학과 교수로 살고 있는 지금까지도 그림은 저자 이기진에게 생활 그 자체다. 두 딸 채린과 하린을 위해 그린 그림들로는 동화책을 냈고, 파리에서의 생활을 그린 그림들로는 <꼴라쥬 파리>라는 바로

선생님은 효자동에 작업실을 갖고 계시죠? 효자동을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 사실 서울에 효자동만 한 동네가 없죠. 대통령이 살고, 왕궁이 있고, 역사가 있고, 이런 데가 어디 있어요? 사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에서 친구가 오면 여기

이 그림책을 냈다. 그는 딸과 함께한 시간들이 애틋한 기억으로 남는 것을 경험하면서, 파리에서 혼자 생활하며 만났던 하찮고 평범한 모습들 또한 시간이 지나면 무척이나 그리워질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누군가를 만나서 나누었던 공감대, 뭔가를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시선, 지나가지 않을 것처럼 느끼던 시간 혹은 남기고 싶은 순간, 즐거운 아쉬움… 등 파리에서 느꼈던 것들을 꼴라쥬처럼 남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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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묵는데, 다들 어찌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여름엔 친구들과 맥주 마시고 파티도 하고요. 이렇게 모여 사는 것도 재미있겠 다 싶어요. 그런데 출퇴근은 힘들지 않나요?


김 처음 1년간은 힘들었어요. 하지만 매일 여행하는 기분으로 드라이브하면서 음악도 듣고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많은 것이 정 리돼요. 효자동도 좋지만 가끔 자연이 그립지는 않으세요? 이 저는 아직은 도시가 주는 복잡함도 좋아요. 옛날엔 홍대에서 살면서 밤에 나가서 술 마시고 놀고, 클럽도 다니고 했는데 어느날 제가 클럽에 어울리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그 다음에는 이태원으로 옮겼죠. 김 그럼 2NE1 음악도 즐겨 들으세요? ‘내가 제일 잘나가’ 같은? 이 찾아 듣지는 않지만 채린이의 생각, 딸다운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김 싸이 현상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광고를 하니까 아무래도 예측을 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데, 싸이의 대단한 히트를 보면 서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한국 광고의 트렌드는 ‘진정성’이거든요. 따뜻하고 인간적인 메시지에 주력하는데, 갑자기 ‘강남스타일’이 뜨는 거예요. 이 한류가 갖고 있는 에너지가 싸이에게 집중된 것이죠. 사실 우리 문화에 그런 에너지가 있어요. 서울만 봐도 무질서 속의 질서, 비어 있는 것 같은데 또 꽉 찬 것 같은. 질량은 작은데 에너지는 어마어마해요. 물리적으로 보자면요. 조 일본에서 어린 친구들을 보면 피스타치오 안에 알맹이가 없는 느낌? 우리나라는 오디션 프로그램만 봐도 재능과 열정으로 꽉 찬 친구들이 나오잖아요. 프랑스는 어때요? 이 일본과 마찬가지예요. 젊은이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할 분야가 별로 없어요. 유럽은 이미 정리가 된 거죠. 1+1=2인데 우리는 아직 그 이상을 만들어낼 여지가 있어요. 이렇게 다이내믹하고 지저분하고 그러면서도 있을 것은 다 있는 이런 상태가 이제부터는 오히려 정답일 수 있어요. 조 아, 선생님이 이런 이유로 도시를 선호하시는군요. 저는 도쿄가 ‘지루한 천국’ 같았어요. 모든 것이 완벽한데 지루해요. 가끔 서울 에 오면 이곳은 ‘다이내믹한 천국’인 거예요. 지금은 또 시골에 가 있으니 제 나름의 밸런스를 잡은 셈이죠. 이제부터는 그 커진 에너 지를 통제하는 숙제가 남았죠. 이 에너지는 절대 뒤로 가지 않아요. 사실 에너지는 누구도 통제할 수 없어요. ‘이거 왜 이래? 개판 아니야?’ 해도 에너지의 흐름은 되돌릴 수 없어요. 우리는 우리 드라마를 보면서 신파라고 하지만 전 세계가 열광하잖아요. 그 속에서 가치를 발견해야죠. 김 우리 회사에서 만든 광고 중에 ‘과학을 돌려주자’라는 광고가 있어요. 사실 여러 가지로 좋아진다고 하지만 한쪽으로 치우치 는 것은 여전히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요. 과학이나 인문 분야나 순수 학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것도요. 이 필요없다면 사라지는 것도 당연하고 한쪽으로 치우치다 보면 다시 균형을 찾겠죠. 소멸하는 것도 당연하고. 아까도 말했지만, 이렇게 정신없이 사는 것이 정답일 수 있어요. 김 가장 최근에 낸 책이 물리학 에세이인데, 물리도 크리에이티브와 관련이 있나요? 이 그렇죠. 남들이 안 하는 생각을 해야 하니까요. 창의성이 20이라면, 80은 성실이에요. 대학 강의도 반복과, 긴장의 연속이지 요, 연구도 마찬가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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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그 이야기에 동감해요. 저는 매일 아침 빵을 굽잖아요. 매일 100개의 빵을 만들면서 타르코프스키의 <희생> 에 나오는 대사를 떠올려요. ‘매일 아침 6시에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반을 화장실에 버리는 일을 평생 하면 세상 이 바뀌지 않겠나’ 하는. 이 그런 마음으로 세상 사는 게 좋죠. 김 그래도 대학 교수는 방학이있으니 반복에서 벗어날 여지는 있으시겠어요. 이 사실 방학 때 일이 더 많아요. 대학원생 13명을 책임져야 하고. 프로젝트를 위해 논문을 써야 하고. 그런 면 에서는 스트레스가 있죠. 물론 짬을 내서 여행도 하고요. 김 아르메니아 여행 이야기 부분이 참 좋던데요? 이 아르메니아는 제가 20대에 공부하러 간 곳이에요. 그때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이 지금은 다 높은 자리에 있어요. 그 제자들을 제가 받아서 가르치기도 하구요. 저에게는 고향 같아요. 소박하고 아라비안의 유목 문 화가 느껴지기도 하고, 와인도 좋고요. 참, 그곳에서 저도 빵 만드는 법을 배웠어요. 거긴 식당이 많지 않아 외식도 잘 안 하고, 빵도 집에서 다 만들거든요. 소금, 이스트, 물만 넣어서 아침마다 발효시킨 뒤 구워서 꿀 을 발라 먹어요. 자연적인 거니까. 김 직접 요리도 자주 해 드세요? 이 계절에 맞는 재료로 하는 요리를 좋아해요, 가을에는 꽁치, 요즘 계절에는 굴. 한국은 그런 면에서 또 천 국이에요. 좋은 재료를 쉽고 싸게 구할 수 있으니까요.

아르메니아는 제가 20대에 공부하러 간 곳이에요. 그때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이 다 높은 자리에 있어요. 그 제자들을 제가 받아서 가르치기도 하구요. 저에게는 고향 같아요. 소박하고 아랍적이기도 하고 유목 문화가 느껴지기도 하고, 와인도 좋고요. 그곳에서 저도 빵 만드는 법을 배웠어요. 그곳 사람들은 식당이 많지 않아 외식도 잘 안 하고, 빵도 집에서 다 만들거든요. 소름, 이스트, 물만 넣어서 아침마다 발효시켜서 구워서 꿀에 발라 먹어요.

김 선생님께서는 물리학 책도 쓰셨지만 저는 광고책만은 쓰기 싫어요. 답이 없고 이론도 명확하지 않으 니까요. 솔직히 글은 저보다 함께 일하는 후배들이 잘 쓰죠. 그런데 막상 글을 써보니까 또 재미있어요. 이 글 쓰는 게 쓰면서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죠. 엉망으로 써놓고 나중에 다듬기도 하고. 이제 저한테 굉 장히 중요한 작업이 되었지요. 글도 쓰다 보니, 늘더니, 그림도 마찬가지더군요. 김 저는 아무래도 광고쟁이다보니 담백한 글을 좋아해요. 선생님 책이 그래서 좋았고요. 다음 책으로 ‘빵집순례’ 어떠세요? 이 요리책을 낼 생각이에요. 요리를 할 줄 알아서가 아니라 모르니까 시작하는 셈이에요. 그래서 나름 무슨 틀을 하나 만들어야 할 것 같아서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따려고 해요. 김 맛집 찾아다니는 일도 하세요? 이 제가 좋아하는 곳은 이태원의 영국식 펍이에요. 파전에 막걸리 파는 집도 좋고요. 저는 단골집만 가 요. 학교 근처에서도 칼국수, 보쌈, 돼지갈비로 메뉴가 정해져 있어요. 먹으러 다니고 그런 것보다는 집 에서 만들어 먹는 걸 더 좋아해요. 조 뭐가 되고 싶으세요? 어떤 사람이? 이 두 가지잖아요. 학생 가르치고 좋은 논문 쓰고요. 젊은 사람들하고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 좋아요. 소통하면서 끝없이 그렇게 갔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카페에서 그림 걸고 전시하는 것도 특별 한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재미있으니까 하는 거죠. 하지만 너무 넓히면 힘드니까, 익숙한 것을 재 미있게 했으면 해요. 단골집 왔다 갔다 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요. 그것만으로도 충 분해요. 저를 어느 틀 안에 가두어놓을 필요가 있어요. 사람 관계도 너무 확장하지 않고 단조롭게 살 고 싶어요. 김 저랑 비슷하세요. 저도 직장 다니면서 사람도 많이 만나고, 좋은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 하지만 저녁이면 그냥 집에 가요. 조 주말이면 잼 만들어서 빵집에 가져오잖아요? 김 잼도 만들고, 바느질도 하고, 청소도 하고…. 얼마나 바쁜데요. (웃음) 이 단조롭게 틀을 만들어놓는 것이 성실함의 비결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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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용

김혜경

이기진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에서 천연 발효 빵집

광고대행사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전무로 현대자동차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이다. 딸인 2NE1의 리더

<긴즈버그>를 운영하고 있다. 매일 아침 100개의

광고를 총괄하고 있다. 광고인이면서 삶의 다양한

씨엘과 함께 파리에 머무르면서 쓴 여행기 <꼴라쥬

빵을 만들기 때문에 하루 치의 빵을 다 팔면 빵집

즐거움을 보여주는 에세이 <나이는 생각보다

파리>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그 외에도

문을 닫아 서울에서부터 소문을 듣고 찾아온

맛있다>와 <고치소사마, 잘 먹었습니다>를 펴냈다.

앤티크와 사사로운 것을 모으는 수집광의 에세이,

이들의 원망을 사기도 한다. 일본에서 12년 동안 IT

광고와 글 쓰기 외에도 경기도 양평 서종에서 펜션과

물리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보통날의 물리학>과

분야의 일을 하다가 귀국하여 천연 효모와 유기농

카페를 하고 있다. 드립 커피, 바느질, 목공, 아름다운

어린 딸들을 위해 직접 쓴 동화책을 펴내기도 했다.

밀가루만으로 빵을 만들고 있으며, 양평을 선택한

것을 두루 섭렵하고 있다.

현재 한국 제철 음식을 즐기는 평범하고 진실한

이유는 공기와 물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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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을 담은 요리책을 펴낼 계획이다.


Love Eat, Live Tasty!

Seoul Food Documentary. 지금, 미각도시 서울이 깨어난다.



IS S UE REPO RT

Lovestory at the 19금 그 이상, 푸드포르노 Text. Jun Cheon Il (Columnist)


한때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모든 세상 근심을 해결하는 주

요리로 패션을 이야기하고 스타일을 결정한다

셰프와 함께 와인 한 잔에 셰프가 어떻게 재료를 구해 어

문과도 같았던 시절이 있다. 디자인의 시대, 어찌 보면 디

이젠 요리하는 사람들이 문화이고, 패션이고 트렌드이다.

떤 방식으로 수제 테린을 만들었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자인 과잉 시대에 사람들이 조금씩 질려갈 때 등장한 것

푸드 전문 채널이 생기고 기존의 레서피 중심 프로그램에

싶어서이다.

이 바로 ‘요리’이다. 요리의 한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흥

서 다양한 스토리와 콘텐츠로 무장한 그들의 자신감을 처

배를 채우고 끼니를 해결하기 위한 요리의 시대는 이미

미롭다. ‘헤아릴 료(料)에 이치 리(理)’. 그러니까 우리가

음 대했을 때 그 새로움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의심

멀리 지나갔다. 사람들은 이제 음식 뒤에 숨은 이야기, 요

요리라고 부르는 행위와 결과물에는 무수한 생각과 감정

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나의 우려는 기우에 불

리적 은유에 대한 관심, 서로 다른 재료가 화학적 반응을

이 숨어 있는 것이다. 만족할 만한 한 접시의 요리를 만들

과했다. 영화를, 잡지를, 패션 화보를, 토크 쇼를 ‘요리’에

일으키며 한 접시의 요리로 만들어지는 창의적 과정에 집

기 위해 우리는 많은 것을 헤아려야 한다. 와인 한 병을

접목한 그들의 시도는 끝이 없을 듯하다.

중한다. 개인 블로그에 음식 만드는 과정을 클로즈업해서

제대로 고르기 위해 갖추어야 할 지식이 많아질수록 와

‘무엇을 먹는지가 그 사람을 말해준다’라는 문장은 먹거

올리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푸드채널을 라디오 듣듯 종

인에 대한 사람들의 집착이 강해지듯이, 요리를 완성하는

리의 건강함에서 벗어나 무엇을 어떻게 누구와 함께 등

일 틀어놓거나, 소설이나 영화 속 음식이 나오는 장면을

데에 변수가 많아질수록 몰입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아진다

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단순히 성게가 아니라 ‘홋카이도

탐독하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잠들기 전 요리책을 들

는 이야기이다. 집중에 따른 결과가 흐뭇할수록 요리라는

산 라리사 우니’를 먹는 것이고 생햄이 아니라 ‘스페인 이

거대한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베리코 하몽’을 먹는 것이다. 청담동에 정통 스시야가 속 속 들어서고, 이탤리언 레스토랑보다 프렌치 비스트로에 사람이 몰리는 것도 단순히 스시와 프렌치 요리를 즐기 는 것 외에 도쿄 긴자의 고급 스시야와 다를 바 없는 스 시 장인의 섬세한 손놀림을 감상하기 위해서이고, 오너

able 20대의 풋풋한 요리사가 오토바이를 타고 시장으로 나선다. 재래시장 한 켠의 생선 가게에서 신선한 도미를 사고, 이탈리아 식료품점에서 감탄을 연발하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집어 든다. 건너편 채소가게에서는 광채가 나는 가지와 흙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감자를 골라서는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고 좁은 부엌 안에서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며 쓰리 코스 요리를 뚝딱 만들어낸다. 밭에서 갓 캐온 감자로 끓여낸 따뜻한 감자 수프와 유기농 햇올리브 오일을 듬뿍 뿌린 파스타 한 접시, 신선한 도미를 크리스피하게 구워 낸 메인까지. 숨가쁜 30분을 그와 함께 보내면 그 짧은 시간 안에 격렬한 사랑을 나누기라도 한 듯 포만감이 든다.


잠들기 전 요리책을 들여다보고, 밤과 아침의 어슴푸레한 경계에서 TV 앞에 앉아 요리쇼를 구경하는 이는 침을 삼키며 부엌으로 이동하지 않는다. 무스를 완성한 두 남자가 주방 뒤로 사라진 이후 다음 요리사가 나타나 새로운 쇼를 열어주길 기다릴 뿐이다. 이들은 혀의 미뢰를 자극하기보다는 상상 속의 미뢰를 자극한다. 포르노그래피를 보며 성적 대리만족을 느끼듯, 요리를 묘사한 각종 서사를 들여다보며 식욕의 대리만족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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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다보고, 밤과 아침의 어슴푸레한 경계에서 TV 앞에 앉 아 요리쇼를 구경하는 이는 침을 삼키며 부엌으로 이동하 지 않는다. 무스를 완성한 두 남자가 주방 뒤로 사라진 이 후 다음 요리사가 나타나 새로운 쇼를 열어주길 기다릴

이 사람들의 목소리 때문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미식

뿐이다. 이들은 혀의 미뢰를 자극하기보다는 상상 속의

을 따라 단련된 혀와 오감이 얼마나 찬란한 미문을 쏟아

미뢰를 자극한다. 포르노그래피를 보며 성적 대리만족을

내는지 실감할 수 있다. 책에서 벗어나 스크린으로 옮겨

느끼듯, 요리를 묘사한 각종 서사를 들여다보며 식욕의

가면 그 영향력은 좀 더 강력해진다. <카모메 식당>의 정

대리만족을 느낀다. ‘푸드포르노’ 중독자들의 등장이다.

갈한 오니기리, <줄리&줄리아>의 마지막 오리 요리가 완 성되었을 때의 기쁨, 그리고 <심야식당>의 연어 오차츠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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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의 끝은 없다

의 따뜻함. 이런 콘텐츠는 또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현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모든 선한 것의 시

화되기도 했다.

작과 끝은 위장의 쾌락이다. 현명하고 정선된 모든 것은

지금 음식 에세이의 큰 줄기는 ‘힐링’이다. 성석제·백영

위장과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그 쾌

옥·김창완 등이 쓴 <소울 푸드>에 이어 시인 곽재구·김

락을 다양한 경험으로 확장한다. 요리는 부엌을 벗어나

용택, 농부 최성현, 제주올레 이사장 서명숙 등 14명이 쓴

다양한 분야에서 두뇌를 자극한다. 예를 들어 무라카미

<음식의 추억>도 나왔다. 두 책 모두 위가 아니라 영혼을

류의 <달콤한 악마가 내 안에 들어왔다>는 작가의 지독

달래던 음식 이야기를 풀어쓰고 있다. 온라인 도서판매

한 탐미주의를 식탁 위의 요리로 확장한 에세이이다. 그

사이트 예스24에는 <소울 푸드>와 함께 <인생이 있는 식

의 책을 읽다 보면 자라 요리, 순록의 간, 양 뇌 카레와 같

탁> <식탐>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인생이 허기질 때 바

이 쉽게 상상하기도 어려운 요리와 대면하게 된다. 게다

다로 가라> 등이 상위권을 점하고 있다.

가 거세한 토끼와 그렇지 않은 토끼의 차이를 논하는 대

요리가 있는 만화, 요리가 있는 영화, 요리가 있는 여행.

목에 이르러 상상력의 빈곤을 탓하게 된다. 이렇게 취향

요리로 얻는 즐거움에 빠진 이들은 그 영역을 무한대로

강한 요리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의 추억에는 모나코

확장할 기세이다. 요리와 사랑에 빠져 요리가 주는 행복

의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즐거웠던 이유에 이르러 그것

을 아는 이들이 지금 요리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IS S UE REPO RT

Ritualizing 혀가 할 수 있는 두 가지 관능, 맛보고 말한다 Text. Lee Myung Suk (Columnist)

프랑스 왕실의 제과 예술을 완성했던 요리사 마리 앙투안 카렘은 말했다. “인간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미학적 가치를 발견하는 오브제는 음식이다. 그 가치는 맛의 감탄사로 표현된다.” 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면 단지 ‘으흠’ 하는 것으로 부족하다. ‘맛있다’는 감탄으로도 모자랄 때도 있다. 그때 미식가의 혀가 필요하다. 그 혀는 단지 맛보기 위함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어휘, 지식, 상상력을 동원해 그 맛을 생생히 표현해야 한다. 그러면 단지 그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침샘이 터져나오게 할 수 있다.

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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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물방울>

만화 <신의 물방울>의 주인공 칸자키는 자신의 혀에 닿는

오키모토 슈, 학산문화사

와인 한 방울로 하나의 세계를 묘사한다. “제일 먼저 아로 유명 와인평론가가 남긴 12병의 위대한 와인과 신의 변덕에 의해 탄생한 ‘신의 물방울’이라는 한 병의 와인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이야기. 와인에 대한 접근 방식과 소개가 전문서적 못지 않게 훌륭해 우리나라에 ‘와인 열풍’을 가속화 하기도 했다.

마로 엄습해오는 것은 카시스 같은 검은 과실의 폭발. 그 리고 혀에 실었을 때 비강까지 뚫고 가는 몇 종류 허브의 상쾌한 뉘앙스. 그곳에는 희미한 육두구와 잘 익은 무화 과, 후추 등의 숙성된 향이 감돌면서…” 초일류 와인감별 사에게 필요한 능력은 단지 몇 년 산, 어느 지역의 와인을 구별하는 판단력만이 아니다. 그는 잔 속에 담긴 맛의 요 소를 적절히 구분해낼 뿐만 아니라, 그것을 어떤 형상으 로 구체화해야 한다. “파리의 벼룩시장. 아마도 감귤 계통 인 망고로 보이는 달콤새콤하고 상큼한 향. 죽 늘어선 낡 은 장난감 같은 떠들썩한 복잡함. 향기마저 피어오를 듯 한 가지각색의 꽃무늬 접시, 뭔가 더 있어… 이 매끈함이 야. 유리 세공품인 발레리나 인형.” 감각적인 아로마로 충만한 맛의 어휘들은 때론 어떤 행 위보다 에로틱한 감정을 자아낸다. 조금 떨어져서 들으면 과하다 싶지만, 막상 그 안에 빠지면 헤어날 수 없는 맛과 언어의 포르노그래피 같은 것이다. 미식가이자 소설가인 무라카미 류의 말을 들어보자. 그는 <달콤한 악마가 내 안 으로 들어왔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명함 크기 반만 한 조갯살 다섯 조각이 끝이 말려 올라간 모습으로 접시에 놓여 있다… 하얀 조갯살은 입안을 슬쩍 건드리면서 이빨 과 혀에 부딪혀 부서지더니 침과 섞여 입안에서 빙글 한 바퀴 돌고는 목구멍으로 미끄러져 내렸다.” 그는 혀의 미 뢰가 느끼는 맛을 그리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음식을 입 에 넣고 삼키는 행위 전체를 마치 섹스처럼 묘사한다. 미식은 분명히 에로틱하다. 우리는 <나인하프 위크>를 비 롯한 여러 영화에서 식행위와 성행위가 하나로 연결되는 장면들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채식과 육식, 어느 쪽이 더 관능적일까? 무라카미 류는 ‘가장 원초적인 동물의 고 기 맛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이렇게 말한다. “중국 여자 의 겨드랑이 냄새 같은 게 있잖습니까? 수렵민과 농경민 의 피가 미묘하게 뒤섞인 여자의 겨드랑이 냄새, 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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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케이크를 먹으라고 하자, 여자는 고개를 젓는다. “아, 아뇨… 안 먹을래요. 무너뜨리기 싫어요. 너무나 완벽한 피조물이라 망가뜨리는 게 두려워요.” 그러자 남자가 말한다. “그럼, 제가 조금 망가뜨려놓을까요? 마음 놓고 쳐들어갈 수 있도록.” 그 순간 여자는 무장해제된다. 그녀의 입은 치즈케이크를 탐닉하고, 이어 남자에게로 향한다.

동물의 맛입니다. 뇌를 직접 자극하지요.” 역시 남성은 금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무라카미 류, 작가정신

단의 짐승을 공격하고 그 고기를 뜯어 먹는 데서 쾌감을 얻는가 보다. 허나 여성은 다르다. 라우라 에스키벨의 소설 <달콤 쌉싸 름한 초콜릿>에서 막내딸 티타는 관습의 틀에 얽매어 결 혼을 하지 못하고 평생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신세다. 그 녀는 사랑하는 남자가 언니와 맺어지게 되는 순간의 고통

무라카미 류의 요리와 여자 이야기. 수십 가지 다양한 요리를 여러 형태로 분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소재를 정확하고 치밀하게 계산하고, 최고의 상태로 완성시켜 읽는 이에게 놀라움과 감동, 풍성함을 선사한다.

을 요리로 표현한다. “팔팔 끓는 기름에 도넛 반죽을 집어 넣었을 때의 느낌이 이런 거겠구나…. 얼굴과 배, 심장, 젖 가슴, 온몸이 도넛처럼 기포가 몽글몽글 맺힐 듯이 후끈 달아올랐다.” 초콜릿, 커피, 빵은 식물이지만 변신의 과정 을 거쳐 전혀 다른 무엇이 된다. 여성 역시 사랑을 통해 그렇게 변한다. 우리는 맛본 만큼 깨닫고, 아는 만큼 표현한다. 대장금이 차려주는 한정식을 먹으며 베르사유의 궁전을 떠올리는 것은 난센스다. 우리에겐 우리의 맛이 있고, 그것을 표현 하는 다른 방식이 있다. 최고의 곡주를 만들기 위한 과정 을 그린 만화 <술술술>에서 서천주란 술을 마신 주인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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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베이커리>

이렇게 말한다. “청량하면서도 풍부한 풍미. 쌀의 맛이 이

하시구치 다카시, 대원씨아이

럴 수도 있구나 싶은. 그런데 방금까지 짙었던 달콤한 향 빵을 발효시키기에 최적의 온도를 가진 ‘태양의 손’의 소유자, 아즈마가 밥보다 맛있는 독자적인 빵 ‘재빵’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단행본 외에 69화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으며, 우리나라에는 2006년 투니버스를 통해 첫 방송 되었다.

기가 뭐죠? 그리고 이 씁쓸한 뒷맛은. 매화향 같네요. 긴 겨울, 혹독한 눈보라를 겪을수록 그 속을 꿰뚫고 맑고 달 콤한 향을 피우지만, 세월이 흘러 모두가 꽃을 피울 때 정 작 자신만 꽃이 없는 그 씁쓸함이 맛으로 영그는 이 술, 매화를 닮았군요.” 그는 술을 맛보며 그 술을 빚은 사람의 인생까지 꿰뚫어보았던 것이다. <금단의 팬더>는 전직 프랑스 요리사였던 작가가 고베의 레스토랑 업계를 배경으로 삼은 미스터리 소설이다. 천부 적인 미식가로 무엇이든 혀에 올려놓으면 그것이 속삭이 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팬더 는 대나무를 주식으로 삼는 동물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지 만, 실은 분류상으로 식욕목입니다. 미각을 지닌 일부 팬 더는 지금도 신이 한눈 파는 틈을 타 고기를 먹고 있을 겁 니다.” 실제의 팬더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누구든 맛에 탐닉하는 자는 점점 금지된 무엇으로 다가간다는 거다. 이처럼 금지된 음식 앞에 섰을 때, 사람들은 또 다른 아 찔한 말들을 쏟아낸다. 특히 달콤한 디저트, 케이크, 초콜 릿이 위험의 상징이다. 만화 <따끈따끈 베이커리>에서 한 주인공은 말한다. “저 빵은 너무 맛있어서 위험해!” 실제 로 날씬한 몸매를 추구하는 여성들에게 빵과 케이크는 고 문 도구나 다름없다. 만화 <키친>에서 여주인공은 자기 앞에 놓인 치즈케이크를 두고 “꿀이 뚝뚝 미끄러질 듯 촉

<식객> 허영만, 김영사

허영만 화백의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 갖가지 음식과 요리대결을 주제로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총 116개의 이야기가 동아일보에

촉하고 달콤한 절대쾌락의 궁전”이라 말한다. 그 섬세한 묘사는 그만큼 맛의 유혹이 강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 여준다. 이어 남자가 케이크를 먹으라고 하자, 여자는 고 개를 젓는다. “아, 아뇨… 안 먹을래요. 무너뜨리기 싫어 요. 너무나 완벽한 피조물이라 망가뜨리는 게 두려워요.”

연재되었다. 2008년 드라마(SBS), 2009년 영화(백동훈, 김길형 감독)로도 리메이크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자 남자가 말한다. “그럼, 제가 조금 망가뜨려놓을까 요? 마음 놓고 쳐들어갈 수 있도록.” 그 순간 여자는 무장 해제된다. 그녀의 입은 치즈케이크를 탐닉하고, 이어 남 자에게로 향한다. 다채로운 요리로 가득한 뷔페는 사람을 현혹한다. 그러나 때론 따뜻한 국 한 그릇이 무엇보다 절실한 기쁨을 주기 도 한다. 맛의 표현도 마찬가지다. 구구절절한 만연체의 수사보다 단순한 비유 한마디가 더 강력할 때가 있다. 알 프스에서 고아들을 도우며 포도 농장을 일구던 카나라는 소녀가 와인 전문가로 성장해가는 만화 <소믈리에르>에 서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상파뉴에서는 이렇게 말하지. 한 잔의 샴페인 글라스에는 2억 개의 별이 있다고.” 허영 만의 만화 <식객>에서는 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면발이 꼬불꼬불한 것은 꼬이고 꼬인 우리 인생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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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S UE REPO RT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며 매일같이 없어지고 새로 생기는

있고, 전복 전문점에서 전복을 찜, 탕으로 조리해서 테이

레스토랑과 함께 요즘 유럽 스타일의 식료품점, 그로서리

크아웃해 갈 수 있는 시스템으로 레스토랑과 식재료를 연

(Grocery)형 럭셔리 슈퍼마켓이 새로운 식문화 트렌드로

계한 서비스를 점차 늘려갈 예정이다. 해외 직수입 아이템

자리 잡고 있다. 자신의 식탁에 ‘프리미엄’을 올리려는 소

수만 해도 170여 종으로 해외 프리미엄, 웰빙 식재료를 구

비자들의 변화에 백화점에서부터 동네 식료품점들이 차

비했는데, 이탈리아의 유명 브랜드 ‘펙(PECK)’의 정통 파

별화의 바람을 이끌고 있다. 2012년 한 해만도 신세계백

스타면과 ‘바이오나 오가닉’의 베이크드 빈 등이 대표 상

화점의 신세계 SSG 푸드마켓, 갤러리아 백화점의 고메이

품이다. 지정 농가에서 재배한 농산물, 종갓집 종부들의

494, CJ의 올리브마켓 등이 미각에 민감한 소비자의 눈길

이름을 내건 장류 등 국내 식재료와 희귀 향신료, 허브 등

을 끌었다. 프리미엄 슈퍼마켓은 안전 먹거리를 위해 추

다양한 서양 식재료를 취급해서 전문 셰프들에게도 인정

가 비용을 지불하고자 하는 고객들이 늘어남에 따라 구미

받았다. 히말라야산, 이스라엘 사해산, 전남 신안산, 저나

권에 이어 국내에서도 주목받는 신모델이다. ‘슬로푸드’의

트륨 등 산지와 성분에 따라 구분한 소금도 인상적이다.

역사가 긴 구미권에서 유기농으로 주목받았다면 국내에

또한, 장류나 간장게장 같은 전통음식 앞에 지역과 재료,

서는 생산이력 등을 밝힌 안전식품과 맛 경쟁, ‘쇼핑 이상

만든 장인에 대한 설명이 잘 정리되어 외국인들에게 한국

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의 식문화 트렌드를 소개할 수 있도록 했다.

변화를 이끌고 있는 이들 백화점 프리미엄 식품관은 각자

‘먹는 것과 관련된 즐거움을 체험한다’는 취지의 올리브

자신만의 독특한 콘셉트를 내세우고 있다. 갤러리아의 고

마켓은 CJ가 생산하는 제품과 과일, 채소류 등에서 강점

메이494는 획일적이던 백화점 식품관에서 탈피, 국내 최

을 보인다. 가장 큰 특징은 올리브TV에서 제안하는 요리

초 ‘그로서란트(Grocerant = Grocery + Restaurant)’이

관련 콘텐츠를 실제로 체험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켓

라는 새로운 식문화를 제안했다는 평가다. 특히 델리카 공

안에 올리브 미디어존이 있는데 요리 프로그램 세트장과

간(델리ㆍ디저트ㆍ레스토랑)의 경우 미식가 사이에 뜨거

대형 LCD가 설치되어 있어 인기 프로그램 영상 하이라이

운 입소문이 나면서 예전보다 방문 고객수가 2배 이상 늘

트가 계속 방송된다.

었다. 고메이494가 꼽는 가장 큰 변화는 그로서리와 피자

올해 4월 홍익대 부근 극동방송국 맞은편 골목에 오픈한

전문점 ‘핏제리아 디 부자’, 떡집 ‘호원당’, 일식당 ‘스시 마

‘고메마켓(Gourmet Market)’은 ‘귀한 식재료를 100% 활

츠모토’ 등 이름난 레스토랑이 결합한 그로서란트다. 정육

용하고 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로 식자재를 미니사이즈

코너에서 구매한 한우 등심을 인접한 스테이크하우스에

로 재포장해서 판매하는 숍으로 입소문이 났다. 젊은 세대

가져가 2만 원의 서비스비만 내면 바로 조리해서 먹을 수

가 밀집해 있는 지역의 특성을 활용한 것이 큰 호응을 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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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fferentiating Super 고 있는 것이다. 1인분의 샐러드를 만드는 데 적합한 신선 한 채소와 과일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고메마켓의 자랑

우리 동네, 슈퍼가 달라졌어요!

도쿄의 롯폰기힐 지하에 자리

이다.

잡은 식료품점 딘앤델루카의

가장 최근에는 청담동에 오픈한 ‘반이스트(bHAN East)’

한쪽 벽면에 가득한

를 들 수 있다. 이곳은 일본 고급 식재료를 선보이는 곳이

Text. Kim Do Hee (iPublics)

각양각색의 소스 병을 보며

다. 그중에서도 특히 후쿠오카의 명물인 야마야 명란, 150

황홀경에 빠졌던 순간을 잊을

년 전통의 기슈고다이 우메보시 등을 전면에 내세웠고 국

수 없다. 그 거대한 벽은 마치

내에서 까다롭게 만든 천일염, 전통 장류 등도 남다르다.

거대한 개성을 대변하고 있는

정갈한 일본식 밥상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마치 천국과

듯했다. 올 한 해 이런 변화가

도 같은 곳이 될 것이다. 프리미엄 슈퍼마켓에서도 백화점

대한민국에서도 일어나고

과 같은 대형 유통 업체나 제조 업체가 선보이는 종합형

있다. 단순히 슈퍼마켓이

마켓에서부터 명확한 개성을 앞세운 작은 마켓까지 다양

‘프리미엄’ 슈퍼마켓으로

해지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일이다.

변했다는 것 외에도, ‘잘

유럽 여행에서 런던이나 파리, 밀라노에서 만났던 100년

먹고 잘 사는’ 수준이 아니라

이상 전통을 자랑하는 프리미엄 슈퍼마켓을 서울에서도

다양한 가치를 반영한 문화

만나게 되었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게다가 단순한

공간으로 질적 변화를

쇼핑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접목하여 경험의 폭을

이루어냈다.

넓혀준다는 것도 즐거움을 더해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이런 프리미엄 마켓의 발전을 이끌 수 있는 것은 결 국 어떤 개성과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전통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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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ket


IS S UE REPO RT

Tasty? Period! 맛? 제대로 느끼기나 하자 Text. Yoon Tae Sik (Sr.Director, INNOCEAN Worldwide)

음식을 대할 땐 당연히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그런데 요즘은 맛보기보다 보고 즐기기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 같다. 음식은 음식, 요리는 요리. 맛있는 걸 앞에 두고 이렇게 심각할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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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페이스북, 포스퀘어…. SNS를 대표하는 3가지 모

하는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맛에 따라 브랜드를 제대로 구

맛 앞에서만은 세상에서 만들어놓은 선입관을 벗어던지

두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주제 중 하나가 음식에 대한

분하는 사람들은 정작 극소수라는 것, 누구나 잘 아는 사

고 본능에 충실하며 살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절대적 미각

것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민감하지 않은 주제이기도 하

실이다.

을 갖고 있지 못하고 또한 갖고자 노력한다고 가질 수 있

고, 또 그만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공통 주제라는

결국 대부분 착각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유명한 맛집의

는 것도 아니다. 이제 그것을 부러워하거나 동경하지 말

증거이기도 하다. 특히 맛집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경쟁

메뉴를 인정하면 그 맛을 진실로 느끼는 이들과 같은 격이

자. 혀나 코로 느끼는 맛에 머무르지 말고, 온몸과 마음으

적으로 다루고 있다. 많은 사람이 이름난 맛집 찾아가기

된다는 근거 없는 자부심이 이러한 오류를 낳게 한다. 흔

로 함께하는 이들과 공감하며 그 순간의 맛을 느끼는 상대

를 즐겨 하고 심지어 서로의 어린 시절 17대1 무용담을 얘

히들 어려운 단어를 남발하거나 남들이 하기 힘든 경험을

적 미각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그렇게 맛

기하듯 맛집 탐방기를 떠들어댄다. 누구나 그런 음식점에

한 것만 가지고 전문가와 같은 수준인 양 착각하는 것이나

을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이 시대 SNS 식객의 올바른 자

가면 일단 사진 찍고 SNS에 공유하는 것을 하나의 절차

다름없다. 모두가 알다시피 경험 그 자체가 지식이 된다는

세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이렇게 원고를 끝

처럼 여긴다. 솔직히 나 또한 이러한 얘기에서 자유롭지는

주장은 이 땅의 청소년들을 무분별하게 해외로 실어 나르

내고 마시는 맥주가 제일 맛있다는 거. 단 첫 잔만!

못하다. 여하튼 묘한 광경이다.

는 유학원들의 상술에서 나온 메시지에 불과하다. 이것은

하지만 묻는다. 왜 이러는 걸까요? 어느 개그 프로그램에

객관화라는 미명 아래 내실보다는 겉치레를 중요시하고,

서처럼 500원을 받지는 않지만, 지면을 빌려 한마디 하고

과정보다는 보여지는 수치에만 집착하는 이 시대의 아픔

자 한다. 이러한 경우 대부분은 맛이 있다고 인정할 뿐이

과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세상의 그릇된 흐름

지 맛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절대 미각을

이 어쩌면 가장 인간 본능에 가까운 맛의 영역까지도 왜곡

가진 사람들이 이 땅에 그것도 이 시대에 몇이나 있을까?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탄식을 해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평범한 미각을 갖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다행히 맛은 여전히 솔직하다. 아니 정확히 말해

맛을 잘 구분한다고 자부하는 소비자들을 모아놓고 실시

적어도 누구나 솔직하게 맛을 얘기할 수 있는 순간은 존재 한다. 깊은 밤까지 음주를 즐겼을 때 다음 날 점심에 먹는 평양냉면 맛은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출출한 야밤에 먹는 라면은 누구에게나 잊기 힘든 기억이 된다. 비 오는 날 처 마가 있는 식당 앞에서 막걸리와 함께하는 파전은 그 자체 로 전설이 된다. 좋은 파트너와 나누는 와인 한잔은 심지 어 아름답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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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 Perio



The cuisine has own story, honest ingredients, lovelier people being together than alone…. Have you ever found your SOUL FOOD? 이야기가 담겨 있는 요리, 정직한 재료, 함께해서 더욱 좋은 사람들…. 당신의 소울푸드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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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CREATOR’S NOTE Christmas Doodle by Dominic Sweeney

(Creative Director, INNOCEAN Worldwide UK)

이번호 Creator’s Note는 연말을 맞아 해외 법인에서 직접 보내온 축하메세지를 실어봅니다. 한 해를 보내고 또 새로운 한 해를 기다리는 설렘과 기대, 느껴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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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 L L A BO R AT I O N

Just

Two the

of us

바라보다 그리고 다시 꿈꾸다 Interview. Yang Hee Min (Vandalist)+Lee Shee Woo (INNOCEAN Worldwide) Photography. Studio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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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동네에서 같이 놀던 친구, 그 당시에 꿈처럼 이야기하던 미래를 현실로 패셔너블한 AE 이시우가 함께 보낸 만들어 버린 이 두 친구. 시간과 앞으로 만들어갈 미래에 대한 패션 브랜드 ‘반달리스트’의 양희민과 마스터플랜을 내놓았다.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해 경쟁하듯 응원하듯 서로를 지켜보았던 이들은 이제 또 다른 출발선 앞에서 20년 전과는 다른 ‘2인 3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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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을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올 겨울을

양희민(이하 양) 저는 가을에 2013 S/S 컬렉션을 끝내고, 수출 준비하고 2집 앨범 준비도

어떻게 보내고 있나?

하고 있어요. 패션 디자이너가 가수로 데뷔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닌데, 저는 제 쇼의 음악 을 직접 만들어 왔어요. 작곡도 하고 연주도 하고요. 이시우(이하 이) 저도 얼마 전에 캐논 EOS M 광고를 하면서 음악을 만들어봤는데요. ‘브로 콜리너마저’에게 부탁을 해서 만들었지만, 실제로 작업을 해보니 쉽지 않았어요. 브랜드 홍 보를 위해 옷도 만들어 봤는데 힘들어도 과정 하나하나 밟아가며 좋은 공부했죠.

요즘 자신의 작업에 영감을 주는 대상은?

양 저는 베를린이요. 영화 <타인의 취향>에 나오는 베를린이 좋아서 그곳에 가야겠다는 생 각을 하고 있어요. 이 베를린이라는 도시가 주는 의미가 있어요.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은 특별한 것에 끌리 기 마련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베를린은 특이한 걸 찾는 예술가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눈에 띄는 화려함보다 건조하면서도 기본이 탄탄한 데에서 오는 어떤 힘을 느낄 수 있죠. 어렸을 때는 평범한 걸 안 좋아하잖아요. 하지만 본질적인 힘을 갖추는 것이 쉬운 일이 아 니거든요. 패션 브랜드로 말하자면 질 샌더나 띠어리 같이 평범하지만 특별한 것처럼요. 이 친구도 평범한 모노톤만 사용하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해요. 그런 점에서 좋 은 것 같아요. 양 패션 쪽에서 보자면, 제가 가장 존경하는 디자이너는 요지 야마모토인데요. 프랑스 매 거진에서 요청을 해서 콜라보레이션을 한 적이 있어요. 직접 만나서 진행한 것은 아니지만 많이 기뻤죠. 또 마틴 마르지엘라로 좋아하구요.

10대 시절부터 친구 사이인데, 어떤 성장 과정을 공유하고 있나?

이 같은 고등학교를 다닌 것은 아니고, 동네 친구인 셈이에요. 양 이 친구는 그때부터 광고를 한다고 했고, 저는 옷을 하겠다 그랬었죠. 학교 다니던 와중 에 휴학을 하고, 외국에서 돌아와 정확히 서른에 데뷔한지라 막내인 기간이 없었어요. 그 해에 딱 저만 데뷔했는데, 데뷔 컬렉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칭찬을 해주고 기대하니까 한편으론 좋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부담이 컸죠. 제가 볼 때 시우는 옷을 했어도 잘했을 것 같아요. 저도 광고했으면 잘했을 것 같고요. 이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에서 ‘블루블랙진’을 런칭하면서 과감하게 청바지가 파란색이라 는 고정관념을 깼던 시절이었죠. 이 친구는 옛날부터 특이했던 게 우리집에 와서 놀 때 제 옷을 하나하나 다 입어봤어요. 입고는 또 거울도 보고. 양 갖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이 옷은 어떻게 만들었나 살펴보느라 그랬어요. 하도 많이 입어보니 나중에는 제 몸을 자로 쓸 정도였어요. 입어보면 아래부터 위까지 정확한 사이즈 를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지금도 몸무게에 민감해요. 2킬로그램만 쪄도 빼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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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도, 일도 모두

양 처음 디자이너로 시작했을 때가 1막이라면, 이제 인생의 2막을 시작하면서 좋은 디자이

‘브랜드’라는 개념에서 보자면?

너, 좋은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숙제가 있는 셈이죠. 그래도 저는 독립 브랜드이니까 트렌드와 다르더라도 제 길을 가는 것이 해법이라고 생각해요. 이 요즘 2~3년 동안 남성 패션에 대한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잖아요? 예를 들어 시장 이 10배 정도 성장했다면, 나의 비즈니스도 10배 넘게 성장했느냐가 중요한 거예요. 내가 2~3년을 거치면서 10배 이상을 성장한다면 내가 잘하는구나 생각할 수 있는 거고, 그 이 하라면 고민을 해봐야 하는 거죠. 내가 어느 정도의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지 따져 봐야죠. ‘이시우’라는 기획자가 컨텐츠 비즈니스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이 있는지 항상 생각하고 고 민해야죠. 양 브랜드가 단순히 상품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번 컬렉션 같은 경우는 옷보다는 브랜드의 무드나 터닝 포인트를 만드는 쇼로 기획했어요. 제가 직접 음악을 틀고 연주도 했었고. 옷을 자세하게 보는 컬렉션이라기보다 자기 정체성을 알리는 터닝 포인트 로 기획했죠. 이 광고에도 그런 부분이 있어요. 새로운 무드나 스타일에 주목하지만, 결국 본질에 충실 한 것. 이 친구의 컬렉션도 기본이 훌륭하니까 살짝 감춰도 소비자들이 본질을 알아보죠. 베이직한데 브랜드 본질이 살아 있으니까. 양 옷을 볼 때 컬러, 디자인, 패브릭이 중요한데 저는 실루엣을 가장 중요하게 봐요. 남성복 은 라펠이 5도만 꺾여도 이상해 보이거든요. 모든 패턴을 저희가 다 뜨고 가봉도 해가면서 핏을 제일 중요하게 여기죠. 제일 인정받는 부분도 실루엣이고. 이 우리나라의 컨텐츠 비즈니스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잖아요?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 죠. 개인적인 생각으론 K-pop 같은 대중 상품의 끝에 패션이 있을 거에요. 아직 우리나라 패션이 세계 시장에서 스타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반달리스트’ 같은 독립 디자이너가 인정을 받으면 그때는 선진국이 되는 거죠. 양 패션에서도 글로벌 브랜드가 나왔으면 좋겠고, 그 중 한 명이 저였으면 좋겠어요. 예전 에 초청 받아서 싱가폴에 컬렉션을 하러 갔었는데, 저를 알아보고 사인해달라 하고, 사진 도 같이 찍자고 하더군요. 듣도보도 못한 해외 매거진에서 인터뷰 요청도 오고, 해외 바이 어들이나 프레스도 ‘요즘 한국 디자인이 제일 핫한데, 왜 진출 안하냐? 빨리 시작해라’라는 말을 많이 해요. 제 생각에는 한 5년 안에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많이 나올 것 같아요. 그 중에 하나가 저였으면 좋겠고요. 이 광고업계도 그래요. 한 5년 전만 해도 한국 광고가 세계 무대에서 제대로 대접 받지 못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깐느에서 상도 받고 있잖아요. 저도 다음 세대나 다다음 세대에게 길을 알려주는 그런 일을 하고 싶어요. 후배들에게 우리나라 광고를 위해서 너희들이 잘 되어야 한다, 그런 이야기를 자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저부터 잘 되어야겠죠.

자신의 10~20년 후의 이상적인 모습은?

양 저는 최근 길에서 제 롤 모델을 봤어요. 네이비 블레이저에 흰색 데님을 입은 짧은 백발 의 할아버지였는데, 그런 모습으로 나이 들고 싶다고 생각했죠. 나중에 기회가 되면 50대 가 입을 만한 컬렉션을 만들어보고도 싶어요. 이 저는 카카오톡 프로필에 올려놓은 어느 노년의 커플 사진이 제 롤 모델이에요. 제 자신 이 어떤 모습이라기보다는 파트너와 취향을 교감하면서 같은 모습으로 늙어가면 좋겠어 요. 마치 가족이 한 브랜드처럼 보이는, 브랜드가 확장하는 모습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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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양희민(Vandalist) 2006년 ‘반달리스트 바이 반달’로 데뷔했다. 2009년에 일본에서 초청 패션쇼를 연 것을 시작으로 2010년에는 미국 뉴욕에서 캡슐 쇼에 참석했고, 2011년에는 ‘업&커밍 디자이너 인 뉴욕’에 선정되었다. 2012년에는 싱가폴 패션위크에 참석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패션 브랜드 ‘반달리스트’를 이끌고 있다. 자신이 즐기면서 만드는 옷이 트렌드가 되었으면 하는 포부를 갖고 있으며, 2집 앨범 출시를 눈 앞에 두고 있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Lee Sheewoo 이 친구가 순수해요. 자기 것을 고수하려고만 하니까 안타까울 때도 있어요. 제 입장에서는 디자이너로 이런 강점을 제가 갖고 있지 못한 부분이 있는 친구이죠. 가진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아니까 좀 더 비즈니스 감각을 감각 있는 친구고. 패션 디자이너라고 하면 트렌드의 갖추기를 바라죠. 또 이 친구는 자기 자신이 브랜드 첨단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기본적으로 자기 것을 하는 그 자체잖아요? 자신의 퍼스널리티가 브랜드 그 자체거든요. 사람이라 의외로 편협할 수도 있거든요.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 그런데 스스로를 업데이트 하는 것을 보면 정말 프로페셔널해 하는 고민을 하면 훨씬 더 훌륭한 브랜드가 되지 않을까 해요. 보여요. 옷도 음악도 관심사를 다양하게 두면서 주변에 영향을 그리고 잘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미치죠. 그래서 이 사람의 미래가 궁금해져요. AE 이시우가 디자이너 양희민에게 디자이너 양희민이 AE 이시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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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S NOTE Wish Tree for Christmas by Nilesha Chauvet (Head of Corporate Planning, INNOCEAN Worldwide Europe R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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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션 백서(白書)

VICTORY 이노션 월드와이드 프레젠테이션의 모든 것 Text. <Life is Orange> Editorial Dept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광고대행사이다. 광고대행사에게 프레젠테이션은 일상을 넘어선 삶이다. 내가 누구인지, 반대편에는 누가 서 있는지, 내 손안에는 무엇이 있는지, 이것을 어떻게 펼쳐 보여야 하는지에 대해 매일매일 다시 설정하고 출발선에 다시 서야 한다. 아이디어에 대한 갈증과 누구와도 달라야 한다는,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총체적 새로움을 원하는 잔인한 세상의 잣대 앞에 스스로를 보여줘야 하는 사람들,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말한다. 이겨야만 하는 이 경쟁에서 내가 가진 나만의 무기는 무엇인가? (이 컬럼은 이노션 월드와이드 기획팀 팀장들과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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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우지 마라: 기획서는 내 입에 꼭 맞춰서 가라

진심을 보여줘라

설득하려고 하지 말 것

나만의 필살기? 맘에 드는 코스튬

나만의 드라마

차이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선제공격’

처음은 아니지만 처음 만나는 것처럼, Vu jade

데자부가 아닌 부자데를 위한 프레젠테이션

집중력을 잃지 않는 토크쇼

어눌한 말투, 지독한 사투리, 불친절함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진정성

‘전달했다’가 아닌 ‘설득했다’

에피소드, 에피소드, 에피소드

삐딱한 시선, 삐딱함이 통할 만큼의 논리

기승전결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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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에게도 가끔 하는 이야기입니다. 좋은 프레젠터는 사실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사실의 전달이라고 한다면 아나운서가 가장 좋은 프레젠터가 될 터이고 우리의 롤 모델이 되겠지요. 프레젠테이션은 설득이고, 감동입니다.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전략의 설득이겠지요. 그러기 위해서 드라마가 필요합니다. 어려운 이야기이겠으나 기승전결의 드라마가 필요합니다. 필살기까지는 아니지만, 이것이 바로 프레젠테이션의 기본이 아닐까요?

나는 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가? 4개 대행사가 참석했던 경쟁 PT에서 첫 번째 발표를 맡아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는데, 끝나고 나서 광고주 회장님 이 악수하자고 손을 내미시더군요. ‘내가 15년 동안 고민해 오던 것을 당신들이 40분 만에 해결했습니다’라고 하셨을 때. ‘아, 이래서 광고하는구나. 아, 이게 별을 따는 기쁨이 구나’ 했던 기억. 덧붙이자면 네 번째 PT가 끝나자마자 이 노션 월드와이드로 결과 발표가 났습니다.

존경할 만한 프레젠테이터, 전설의 이름들 업계에서 전설로 꼽히는 분들이 많죠. 제가 직접 그 현장 을 함께하기도 했고요. 공통된 프레젠테이션 비결이라면 방 안의 공기를 빨아들이는 것 같은 흡입력. 부흥대성회 같은 스타일이든 조곤조곤 학교선생님처럼 가르치는 스 타일이든 설득력과 몰입도가 다르다면 다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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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Be a Good Pres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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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와 개그 콘서트

TED

TALK SHOW

짧은 시간 안에 기승전결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드라마가 없는 기획서에 감동할

프레젠터가 달변이 아니어도 좋다. 눌변이라 해도 주장과 비전의 새로움이 있다면

긴 이야기를 하더라도 집중력을 잃지 않게 해주는 비법. 목소리가 높지 않아도

광고주는 없는 법.

듣는 이의 심장을 쫄깃하게 한다.

주목하게 되는 토크 쇼를 배워라.

긴장시킬 수 있을 만큼 긴장시켜라

나만의 징크스

이 정도의 살신성인

관(官)에서 진행하는 PT는 아무래도 보수적인 분위기가

굳이 말씀드리자면 떨어진 경쟁 PT에서 입었던 수트와 타

‘떠먹는’ 요거트를 강조하기 위해 PT에서 요거트의 뚜껑

대부분이죠. 한 여자 선배가 그 분위기를 통쾌하게 뒤집었

이, 구두를 다시는 안 입고, 안 매고, 안 신었던 적이 있습

을 따고 뚜껑 안쪽을 핥는 장면을 재연했습니다. 저는 민

던 PT가 기억납니다. 검은 양복 차림의 공무원들이 앉아

니다. 물론 지금은 금전상의 이유로 포기했습니다.

망했지만, 광고주는 박장대소를 했지요.

스스로에게 소름 돋을 만큼 몰입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기존 캠페인이 성공적이었던 경우, 새로운 캠페인을 제안

이런 질문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면 반드시 그 질문은 나

이 정도의 에피소드를 창조하는 능력

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공격이 필요합니다. 지나쳐서도 안

옵니다.

모 그룹 사의 창립 20주년 그룹 PR 경쟁 PT를 준비하면

되고 소극적이어서도 안 되죠. 가장 최근에 맡았던 PT가

서 이 그룹이 창설될 당시에 소수의 창립 멤버들이 모여

바로 이런 성격이었습니다. 게다가 PT 장소는 200명 이상

슈퍼 히어로의 코스튬

수시로 ‘떡’을 해서 나누어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

수용이 가능한 극장식 대형 강당이었죠. 시작과 함께 무

퍼포머로서 나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코스튬은 반

다. PT 당일에 그룹 CI 로고들을 새겨 넣은 ‘6종 세트 떡’

대 중앙으로 천천히 걸어 나가 기존의 자산을 지키는 ‘성’

드시 필요합니다. 어린 왕자의 코스튬이든 힙합 댄서로서

을 해서 PT에 참석한 분들에게 돌렸습니다. 창립 기념 고

을 쌓을 것이지, 아니면 새로운 기회의 ‘길’을 걸을 것인지

의 아이덴티티를 잊지 않게 해주는 콧수염이든.

객 초청 행사에도 떡을 나누자는 이야기와 함께. 회장님께

물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무대 한쪽의 발표석으로 천천히,

서도 껄걸 웃으시며 그 자리에서 맛나게 드셨고 우리는 결

뚜벅뚜벅 걸어가며 그 몇 초 동안 작은 쾌감을 느꼈습니

국 승리했습니다.

다. 물론 나 혼자만의 것이었다 해도.

있는 데스크에 걸터앉아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죠. 슬릿 이 깊게 들어간 원피스를 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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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Showtime Creator 스스로의 쇼를 만들어라

1. Black Suit 자신감을 위한, 무대를 위한 자신만의 장치

Making an Ideal INNOCEAN Worldwide Presenter 상상 속의 완전체 이노션 월드와이드 프레젠터 강력한 퍼포먼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정성, 머리에서 발끝까지 크리에이티브한 이노션 월드와이드 최강의 프레젠터는 어떤 모습일까? 물론 상상 속의 완전체이지만 이노션 월드와이드라는 기업에 축적된 노하우와 성공과 실패를 오가며 피땀으로 모은 개개인의 비망기(備忘記)를 들춰 이노션 월드와이드 스타일의 프레젠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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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Lee No Sean Presentation@2013 INNOCEAN Worldwide

3. Project : INNOCEAN Worldwide Ver. 1. 0 이노션 월드와이드 스타일의 프레젠테이션 만들기

Birth

질풍노도 사춘기

광고회사에 입사했다. 글을 배우기 이전부터 광고에 열광

한번 계단 위로 올라서면, 다시 내려올 일이 없을 줄 알았

했던 나에게 이것은 ‘인생’ 시작이라는 시그널이다. 나는

다. 처음으로 올라선 PT 무대에서 ‘신선한 에너지 덩어리’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인재가 될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

라는 평가를 받았다. 승승장구할 줄 알았다. 그러나 한두

심치 않는다. 눈에 핏발이 선 선배의 고함소리마저 세레나

번 PT를 하고 나니, ‘신선하다’라는 나만의 강점이 발목을

데처럼 들린다.

잡는 느낌이다. 스티브 잡스의 PT 구전으로 전해지는 업 계 전설의 PT, 그리고 내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우리

이유식기

회사 선배들의 PT. 모두 자기 이름표를 내걸어도 될 정도

보고보고보고, 듣고듣고듣고, 기록하고기록한다. 단순작

로 자신답게 이야기하지만, 그 노하우를 나는 언제쯤 물려

업의 반복이지만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을 때

받을 수 있을까? 박진영의 기겁하게 싫어하는 모창에서

선배는 ‘젖을 뗐구나’라고 말한다. 이제 걸어보라, 일어서

벗어나는 것은 언제쯤일까?

면 뛰어가라 할 것이다. 아이디어 회의에서 즉결 처분을 면했다. 아이디어를 살리는 일이 급선무다.

탈아기 나비가 되려면 껍데기를 깨야 한다. 별을 따려면 대기권

폭풍성장기

을 벗어나야 한다. 마치 싯다르타가 붓다가 되는 심정으로

웹툰 <미생>의 장그래 신입사원처럼 선배의 기획안에 나

온전한 몰입의 황홀경에 이르러 나는 나를 벗어났다. 물

의 의견이 반영되었다.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는 CD님

론 이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적인 프레젠

의 주문이 이제야 그 위력을 발휘하는 모양이다. 나만의

터의 길은 붓다의 고행의 길과 흡사하다. 무대에 올라서는

드라마를 만드는 방법을 나도 후배에게 매뉴얼로 남기기

순간, 인사를 하는 각도, 첫 음절을 내뱉기 위한 첫 호흡.

는 힘들 것이다. 누구도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순식간

이 모든 것이 머릿속에 들어와 자연스럽게 나와 하나가 되

에 깨달음의 순간으로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번 올라

는 날을 이제 꿈꾼다.

간 계단 위에서 나는 이제야 그 다음 계단이, 그리고 무한 하게 뻗어 있는 계단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올라갈 일만 남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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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 N T E M PO R E RY A RT

It Art Eat Art 현대미술은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먹고 있는가?” Text. Seo Jung Im (Senior editor of Kyunghyang article)

일본드라마 <심야식당(深夜食堂)>은 음식을 소재로 로맨스와 성공담을 펼치는 흔한 이야기 구성을 따르지 않는다. 이 식당의 운영시간이 자정부터 오전 7시경까지라는 것도 특이점이지만,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식당의 메뉴가 고작 돈지루(とんじる)라는 돼지고기 된장국뿐이라는 점이다. 그렇다고 다른 요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양한 메뉴가 없는 대신, 식당을 찾는 사람들은 주인장에게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주문하고 주인장은 재료가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음식을 만들어 준다. 그 요리들은 대개 문어발 소시지, 계란말이, 오차즈케 등 가정에서 먹을 수 있는 일상적인 음식인데, 이러한 점은 아주 보편적이지만 근본적인 철학을 전달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왜냐하면 이 드라마의 등장인물들, 즉 심야식당을 찾는 손님들은 야쿠자, 스트리퍼, 게이, 노처녀 등 사회의 소수자들로, 이들 모두 사회적 지위에 상관없이 자신의 사연이 담긴 음식 앞에서 솔직하고 평등해진다는 아주 단순한 진리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허구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음식이 단순한 생명 유지 활동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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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JA ALHAUSER

소냐 알하우저(Sonja Alhauser)는 식재료가 가지는 ‘가변성’을 통해 영구불변의 가치를 추구하려는 인간행위가 결국 헛됨을 상기시키려 한다. ⒸMuseu 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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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ES THURE OLDENBURG

클래스 올덴버그 (Claes Thure Oldenburg)는 1960년대 초 <플로어 버거>라는 제목이 붙은 거대한 (가짜) 햄버거를 현대미술관으로 불러들여 이슈가 됐다. <Apple Core> Israel Museum Art Garden, Jerusalem, Israel

현대미술의 영역에서도 이제 먹을거리는 단순히 작품의 소재로 이용되는 것을 넘어 더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 상징물로 역할한다. 식문화를 통 해 사회문화 현상을 분석하거나, 식재료를 통해 시각에만 국한된 감각을 후각과 미각으로 확장시켜 직접적인 신체적 지각을 전시공간에서 느 끼게 하는 등 <심야식당>이 그러하듯 현대인과 음식의 관계를 다각적인 방식으로 재현한다. 즉, 음식을 작품에 이용하는 현대미술가들에게 식 문화는 이 세계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사적, 공적 매개물인 것이다.

음식, 혹은 먹는 행위를 새로운 차원에서 바라보고 그것들이 우리 삶에서 갖는 근본적인 의미를 되짚고자 하는 움직임은 예술장르에서는 1960 년대부터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현대인들이 먹는 것의 정체를 밝힘으로써 음식과 인간 그리고 사회와의 관계를 조명한 몇몇 미술가 가 있는데, 그들은 작품에서 우리가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이 우리를 선택하게 된 역설적인 상황을 포착했다. 그러한 대표적인 작 가가 바로 클래스 올덴버그Claes Thure Oldenburg이다. 그는 1960년대 초 <플로어 버거>라는 제목이 붙은 거대한 (가짜) 햄버거를 현대미술관으로 불 러들여 이슈가 됐다. 폭이 2미터가 넘는 거대한 햄버거의 육중함은 현대인이 얼마나 인스턴트 음식에 매몰되어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게다가 올덴버그는 햄버거를 통해 현대의 음식물이 어떻게 생산되는지에 대한 비판적인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 저렴한 가격을 위해 대량생산 공장체제로 사육된 가축들과 화학비료로 키운 농작물을 한곳에서 가공함에 따라 만들어지는 햄버거의 중앙 집중적인 속성을 작품의 거대한 크기로 드러내면서, 그러한 패스트푸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고민조차 않는 현대인의 인식과 반응을 단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이런 측면에서 앤디 워홀 Andy Warhol의 <캠벨 수프 깡통> 역시 음식에 대한 현대적 시각을 전달한다. 32개의 캔버스에 스텐실 기법으로 재 현된 깡통은 단지 대량생산된 이미지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대량생산된 먹을거리를 섭취하는 현대인의 상태 또한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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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EL SPOERRI

다니엘 스포에리(Daniel Spoerri)는 음식 또는 먹는 행위와 관련된 소재를 다루면서 그것을 하나의 예술장르로 정립시켰다. Tableau-piége 19. Oktober 1972, 1972 Tischplatte, Geschirr, Essensreste diverse Materialien, Familie Schweisfurth Gut Sonnenhausen bei München © VG Bild-Kunst, Bonn 2009

ANDY WARHOL

앤디 워홀(Andy Warhol)의 32개의 캔버스에 스텐실 기법으로 재현된 깡통 <32 Campbell's Soup Cans>(1961)은 단지 대량생산된 이미지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대량생산된 먹을거리를 섭취하는 현대인의 상태 또한 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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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STIN ERICKESN & MIKE ROGERS

더스틴 에릭센(Dustin Erickesn)과 마이크 로저스(Mike Rogers)는 음식들 중에서도 마실 것들이 지닌 기능을 시각적으로 재현한다.

음식 또는 먹는 행위와 관련된 소재를 다루면서 하나의 예술장르를 정립한 작가가 있다. 바로 ‘이트아트(Eat Art)’의 선두 작가 다니엘 스포에 리 Daniel Spoerri이다. 스포에리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Fallenbilder>으로,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난 후의 식탁 상태를 그대로 포착하여 벽면에 설치한 오브제이다. 그는 이 작업을 통해 인간이 일상에서 느끼는 순간적 가치를 기록이라는 방식을 통해 고정하고, 불변하는 예술의 영역 안 으로 들여오고자 했다. 제거 레이에스 Zeger Reyers는 음식을 끌어들이는 올덴버그의 방식에서 나아가 스포에리의 진취적인 방식을 더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회 전하는 주방(Rotating Kitchen)>(2009)이라는 제목으로 현대적인 주방 자체를 아예 미술관 안에 설치했다. 작가는 실제로 이 주방에서 음식 을 만들고 그것을 관람객과 나누는 행위를 통해 미술관이 지닌 통념에서 벗어나려 했다. 이를 통해 그는 미술관은 소통의 장으로, 음식은 그 매 개로 기능하도록 유도했다. 또한 그는 주방이 과거와 달리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에 주목했다. 과거의 주방이 음식을 생산하는 도구적 공 간이었다면, 오늘날 주방은 음식의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일어나는 공간으로써 인간의 관계 형성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단순히 그러한 관계성을 알리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그 주방을 천천히 회전시킨다는 것이다. 약 15분 동 안 회전하는 부엌은 그동안 준비 중에 있던 모든 음식 재료와 그릇, 그리고 각종 주방 도구들이 뒤엉키며 혼돈스러운 장면을 만들어냈고, 이로 써 이 부엌 공간은 작가에게 있어 예측할 수 없는 혼돈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장치가 되었다. 또한 회전하는 주방으로 인해 쓸모없게 된 음식물의 형상은 오늘날 사람들의 음식에 대한 태도를 드러내는데, 요컨대 굶주리는 사람들의 상황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버 려지는 음식물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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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AS RENTMEISTER

설탕 무더기에 쇼핑카트가 파묻힌 작품을 제작한 토마스 렌트마이스터(Thomas Rentmeister)는 주체하지 못하는 식량의 ‘과잉생산’ 혹은 ‘과잉소비’를 설치작품으로 풍자적으로 표현한다. Space02 Rentmeister. Space02- ohne Titel, 2005

ZEGER REYERS

제거 레이에스(Zeger Reyers)는 <회전하는 주방 Rotating Kitchen >(2009)이라는 제목으로 현대적인 주방 자체를 아예 미술관 안에 설치해, 실제로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그것을 관람객과 나누는 행위로 미술관이 지닌 통념에서 벗어나려 했다. Ausstellungsansicht Kunsthalle Düsseldorf ⒸKatja Ill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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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ES THURE OLDENBURG

클래스 올덴버그(Claes Thure Oldenburg) <Dropped Cone> 2001 Köln

제거 레이에스와 유사한 방식으로 크리스티안 얀코브스키Christian Jankowski는 실제로 텔 레비전 요리 프로를 위해 세팅했던 주방을 전시장에 그대로 옮겨놓기도 했다. 그는 이를 통해 전시장에서 보게 되는 주방세트는 TV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안락하거나 환상적인 공간이 아니며, 단지 시청자들의 소비를 조장하기 위한 일종의 거짓 상황 임을 폭로했다. 크리스틴 베른하드Christine Bernhard와 같은 작가도 요리하는 행위, 먹는 행위를 사회문화적 배경에 의해 연출되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이를 민족학적 시각으로 접근했다.

더스틴 에릭센Dustin Erickesn과 마이크 로저스Mike Rogers는 음식 중에서도 마실 것들이 지 닌 기능을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작가들이다. 그들은 종이컵, 맥주잔, 와인잔 등 다양 한 종류의 빈 음료 용기를 테이블 위에 전시해왔다. 특이한 점은 이 음료를 마신 사람 들의 이름이 용기마다 적혀 있다는 것. 여기에는 솔 르윗Sol Lewitt,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

, 마이크 켈리Mike Kelly 등 유명 미술가들의 이름도 여럿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수집

된 기록을 통해 작가는 마신다는 행위가 지닌 사회적 경험의 의미를 상기시키려 했 다. 이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인데, 단순한 기호 식품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의 관계를 형 성해주는 매개로써 마실 것들이 지닌 사회적 함의를 새삼 확인하게 하기 때문이다.

한편, 초현실적이거나 그로테스크한, 혹은 장난스런 시각으로 일상 속에서의 음식을 새로운 의미로 전환시키려는 작가들도 있다. 예를 들면, 설탕 무더기에 쇼핑카트가 파묻힌 설치작품을 선보인 토마스 렌트마이스터Thomas Rentmeister는 주체하지 못하는 식 량의 ‘과잉생산’ 혹은 ‘과잉소비’를 풍자적으로 표현한다. 토마스 포이어슈타인Thomas Feuerstein

과 필립 로스Philip Ross는 실험실 같은 환경 속에서 산업화된 식량생산방식을 통

해 유기체를 배양했다. 소냐 알하우저Sonja Alhauser는 버터로 고전적이고 화려한 느낌의 조각상을 제작했는데, 이 조각상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금씩 녹아내리고 변형되도 록 설치됐다. 작가는 이와 같이, 재료가 가지는 ‘가변성’을 통해 영구불변의 가치를 추구하려는 인간행위가 결국 헛됨을 상기시키려 했다.

이렇듯 현대미술은 계속해서 “우리는 지금 무엇을 먹고 있는가?”라고 묻는다. 이러 한 질문 속에서 현대미술은 현대사회의 음식을 비만과 질병을 초래한 영양주의 시 대, 화화비료와 과잉 생산되는 당과 지방의 값싼 칼로리 등 서구식 식사방식의 변화, 식생활의 자유와 음식을 고를 때 필요한 정신적 알고리즘 등의 코드로 분류하며, 과 잉의 시대 속에서 현대인들이 어떻게 식문화의 줄기를 만들어내고 경험하고 있는지 를 비판적이고 객관적인 자세로 비춰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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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JA ALHAUSER

소냐 알하우저(Sonja Alhauser) Butterskulptur, 2009 Butter, Kühlvitrine © VG Bild-Kunst, Bonn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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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CREATOR’S NOTE Happy Holidays by Greg Braun (Executive Creative Director, INNOCEAN Worldwide Americ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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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4h

IWI

INNOCEAN WORLDWIDE NEWS

INNOCEAN Worldwide India (New Delhi, Nov 2005)

IWUK INNOCEAN Worldwide UK (London, Jul 2006)

*IWA INNOCEAN Worldwide Americas (Huntington Beach, CA, Dec 2008)

IWCa INNOCEAN Worldwide Canada (Toronto, Jan 2010)

Central Europe INNOCEAN Worldwide Central Europe office (Vienna, Apr 2010)

IWF INNOCEAN Worldwide France (Paris, Jan 2010)

IWC SH I NNOCEAN Worldwide China (Shanghai, Nov 2006)

*IWE INNOCEAN Worldwide Europe (Frankfurt, Jul 2007)

*IWC BJ INNOCEAN Worldwide China (Beijing, Dec 2005)

INNOCEAN Worldwide HQ (Seoul, May 2005)

IWTr INNOCEAN Worldwide Turkey (Istanbul, Jul 2009)

IWCZ INNOCEAN Worldwide Czech office (Prague, Jul 2009)

IWR INNOCEAN Worldwide Russia (Moscow, Jan 2009)

IWS

INNOCEAN-CBAC

INNOCEAN Worldwide Spain (Madrid, Nov 2009)

INNOCEAN-CBAC (Beijing, Jan 2010)

IWIt INNOCEAN Worldwide Italy (Milan, Aug 2008)

Nanjing INNOCEAN Worldwide China Nanjing office (Nov 2008)

IWAu INNOCEAN Worldwide Australia (Sydney, Aug 2008)

IWB INNOCEAN Worldwide Brazil (Sรกo Paulo, Sep 2012)

*=RHQ off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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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HQ

IWHQ

IWHQ

INNOCEAN Worldwide HQ (Seoul, May 2005)

INNOCEAN Worldwide HQ (Seoul, May 2005)

INNOCEAN Worldwide HQ (Seoul, May 2005)

INNOCEAN Worldwide captured a total of fifteen

Jacques Seguela, the Chief Creative Officer and Vice

Ahn, Kun-Hee, the Global CEO of INNOCEAN Worldwide,

prizes at the 2012 Korea Advertising Awards held

President in Charge of Creative Activites at Havas,

won the “Ad Man of the Year” award from the Seoul

last November 7. They included grand prizes for the

a worldwide advertising and communications group,

Advertising & PR Club (SPAC). This very highly regarded

“Bbareum” campaign for KT LTE WARP (in the Film

visited the head office of INNOCEAN Worldwide on

prize is awarded to people who have made significant

category), the “Love Parking” campaign for Home plus

October 4. While he was there, Mr. Seguela gave a

contributions to the development of Korea’s advertising

and Good Neighbors (in the Outdoor category), the

lecture entitled “Money has no ideas. Only ideas make

and PR industry. Mr. Ahn was praised for his many

“Carfe” campaign for Hyundai Motor (in the Promotion

money.” Hereceived an enthusiastic response from

efforts for the advancement of the country’s advertising

category), and the “Star Wars” campaign for KT LTE

everyone that heard him.

sector, including improvements that were made to the

WARP (in the Integrated Media Campaign category).

세계적인 글로벌 광고 대행사 하바스 그룹의 자크 시겔라 부회장이

commission system in the new media rep environment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11월 7일 열린 ‘2012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영

10월 4일, 이노션 월드와이드 본사를 방문해 ‘Money has no ideas,

after he was named the Chair of the Korea Federation

상(KT LTE WARP, 빠름 캠페인)ㆍ옥외(홈플러스&굿네이버스, Love

Only Ideas make money’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다. 여든이 가

of Advertising Associations.

Parking Campaign)ㆍ프로모션(현대자동차, Carfe)ㆍ통합미디어

까운 나이에도 하바스 그룹의 크리에이티브를 책임지고 있는 거장답

이노션 월드와이드 안건희 대표이사가 서울AP클럽이 선정하는 ‘올

(KT LTE WARP, 스타워즈 캠페인) 4개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게 그의 광고철학과 창의성을 유지하는 비결 등을 솔직하게 공개하

해의 광고인상’을 수상했다. 서울AP클럽은 광고, 마케팅, 홍보 분야

전 부문에서 대상 포함 15개 상을 수상한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통합

며 직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의 원로 및 중진들의 모임으로 한 해 동안 광고와 홍보 분야 발전에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인정받았으며 대한민국 최고의 광고회

기여한 인물들을 선정하고 있다. 안건희 대표이사는 올해 광고산업

사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협회장으로 취임해 새로운 미디어랩 환경에서 수수료 제도 개선 등 광고산업 선진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IWHQ

IWA

IWAu

INNOCEAN Worldwide HQ (Seoul, May 2005)

INNOCEAN Worldwide Americas (Huntington Beach, CA, Dec 2008)

INNOCEAN Worldwide Australia (Sydney, Aug 2008)

INNOCEAN Worldwide was happy to donate its

Senior Vice President Don Longfellow and Vice

INNOCEAN Worldwide Australia (IWAu) won a bronze

many talents in the field of advertising to the Seoul

President Tom Pettus of INNOCEAN Worldwide

award in the TV/Cinema/Online Film - Music - Music

Metropolitan City’s Hope PR Campaign. The Campaign

Americas (IWA) were named preliminary judges for

Adaptation category at the 2012 London International

supports advertising by small businesses, NGOs, and

the 2013 Effie Awards. Effie is a worldwide marketing

Awards, one of the world’s leading advertising festivals.

social enterprises at no cost by utilizing media that are

awards program that recognizes the year’s best

A grand total of 15,418 entries from seventy-six

owned by the city of Seoul, including its subway and bus

advertising efforts in terms of their effectiveness in

countries vied for prizes. The award, which was given for

systems. INNOCEAN Worldwide contributed by creating

getting results.

IWau’s i30 Break Free campaign for Hyundai Motor, was

forty advertisements for an equal number of groups and

이노션 월드와이드 미주지역본부(A m e r i c a s R H Q )의 D o n

especially praised for the enjoyment that it provided its

companies.

Longfellow(Senior Vice President)와 Tom Pettus(Vice Presi-

audience through its use of Queen’s “I Want To Break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희망홍보 캠페인’에 광

dent)가 ‘2013 Effie Awards’ 예선 심사위원으로 선정되었다. ‘Effie

Free.”

고 재능기부를 했다. ‘희망홍보 캠페인’은 영세소상공인, 비영리민간

Awards’는 45년 전통의 세계 최고의 마케팅 시상식으로 일반 광고

이노션 월드와이드 호주법인(IWAu)이 11월 5일, ‘2012 런던 국제광고

단체, 사회적 기업 등의 홍보 지원을 위해 지하철, 버스 등 서울시가

제와 달리 캠페인의 마케팅 결과를 측정해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

제’에서 현대자동차 ‘i30 Break Free‘로 TV·Cinema·Online Film

보유한 매체를 활용하여 무상으로 광고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한 캠페인을 시상하고 있다. 이번 Americas RHQ의 심사위원 배출

music 부문 동상을 수상했다. 런던 국제광고제는 칸, 클리오, 뉴욕페

이에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모든 크리에이티브팀이 뜻을 함께 하여

은 미국 내에서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스티벌과 함께 세계 4대 광고제 중 하나로 올해는 76개국 15,418작이

40개 단체 및 기업의 광고 40편을 제작했다. 이 광고들은 12월부터

대목이다.

출품하여 경합을 펼쳤다. ‘i30 Break Free‘는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서울의 버스와 지하철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음악인 Queen의 ‘I want to break free’를 활용하여 i30가 제공하는 즐거움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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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P ILOG U E

WELCOME TO FOOD ORGASM

1 서울에 진짜 ‘첫눈’이 펑펑 내리던 날, 소복이 쌓인 눈을 배경으로 두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났다.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김혜경 전무와 ‘긴즈버그’ 조진용 씨, 서강대 물리학과 이기진 교수가 그 주인공. 마치 오랜 벗인 양 즐겁게 수다꽃을 피운 그들은 얼마 전 이기진 교수가 펴낸, 그림과 함께 소소한 일상을 담은 책 <꼴라쥬 파리>를 각자 품에 안고 행복하게 돌아갔다.

2

3

4

아마

정말

어디에도

이노션 월드와이드

친한 친구인가를

없는, 자신만을

사옥에 가장 많은 꼬마

가늠해보는 척도 중 ‘서로

위한 ‘꿈의 메뉴’를 물었던

손님이 찾아온 날일 것이다. ‘고마운

얼마나 디스가 심한가’가 있다.

이번 호 쇼케이스를 두고 누구를

이노션 가족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줄 순

고등학교 동창인 양희민 디자이너를 직접

인터뷰해야 할지 고민이 컸다. 꼭꼭 숨어 있어

없을까’란 고민 끝에 올해부터 야심차게 시작한 2012

인터뷰하기로 나선 이노션 월드와이드 이시우 부장이

일부러 찾아내지 않으면 만나기 어려운 귀한 손님들,

OPEN HOUSE. 신청한 임직원도, 이노션을 방문한 다른

꼭 그랬다. ‘뭐야, 너 그런 놈이었어?’ 인터뷰 내내 목격한

이노션 월드와이드 박건호 CD와 이승언 셰프, 비마이게스트

가족들도,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는 다른 직원까지 모두 활짝 웃었던

애정 어린 디스와 야유를 가장한 존중은 이들이 정말 절친이기에,

김유진 팀장, 매거진 <Begun> 이향재 편집장에게 물은 ‘상상의 식탁’은

따뜻한 저녁이었다.

크리에이터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 자체로도 완벽한 푸드포르노였다.


NOT FOR SALE

Life is Orange +no.08

Winter 2012 Food Orgasm

다들, 감기 조심하고 계신가요?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강추위와 폭설을 물리치고 씩씩하게 마무리한 <Life is Orange> 겨울호였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옆구리는 더욱 시리고, 주린 배는 더욱 고픈 법이지요. 이번 호 키워드인 ‘Food Orgasm’은 이처럼 우리가 갖고 있는 본능, 식욕에서 출발합니다.

맛있는 것을 입안에 넣었을 때의 기쁨, 미뢰가 요동치는 황홀함도 실로 찬탄할 것이지만지금 ‘요리’는 시대의 상상력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발행인 안건희

단순히 영양소를 섭취하는 행위에서 벗어나

발행일 2012년 12월 31일

보고, 듣고, 상상하는 영역에 이른 것이지요.

발행처 이노션 월드와이드 INNOCEAN Worldwide 837-36, Yeoksam-dong, Gangnam-gu, Seoul, Korea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837-36 랜드마크타워

상상력의 끝, 크리에이터를 자극하는 ‘음식과 요리’의 새로운 가능성. 그리고 그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www.innocean.com blog.innocean.com www.facebook.com/innocean www.twitter.com/innocean

유난히 추운 올겨울,

<Life is Orange> Editorial Dept

일상에서 벗어난 꿈의 시간으로 인도할

기획 INNOCEAN Worldwide PR Team. 02-2016-2214

‘한 끼’를 즐겨보심이 어떨까요?

편집 디자인 제작 iPublics Inc. 02-3446-7279 사진 Studio 1839 02-548-1839 인쇄 (주)삼성문화인쇄 02-468-0361 본지에 실린 글의 내용은 필자 개인의 의견을 나타냅니다. 본지에 실린 이노션 월드와이드 관련 콘텐츠는 본사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SH OW CASE

Yi Hyang Jae Chief Editor of Begun

Nowhere 은밀하게, 상상의 식탁 Text. <Life is Orange> Editorial Dept | Photography. Studio 1839

누구나 은밀히 상상하는 식탁이 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 없이 한껏 우아하게, 때론 게걸스럽게 내 맘대로 최고의 포만감을 누릴 수 있는 그런 식탁. 지금 당신의 눈앞에, 단 하나의 테이블이 놓인 레스토랑이 있다. 물론 레스토랑의 무드도, 배경으로 깔릴 음악도, 메뉴도 모두 미정이다. 오로지 당신의 상상력에 의존하여 지상 최고의 식탁을 차려주길. 마음속 판타지를 남김없이 털어놓길.

Now Here

Park Gunn Ho Creative Director, INNOCEAN Worldwide 30


in J Yust t

KimMy Gueonsultan Be nior C Se

Lee Seung Un Freelance Artist, Ch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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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P ROMANTICA

어릴 적부터 남다른 식탐을 자랑해온 나는

음식 남기는 꼴을 못 본다. 외교관인

아버지 덕에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음식에 대한 편견을 일 찌감치 버린 데다, 손님 맞을 일이 유독 많았던 우리 집 식 탁은 늘 전 세계 퓨전요리의 향연이었으니. 자연스레 격무 에 지친 직장 후배들에게 술을 사주는 대신, 직접 만든 쿠 키와 머핀으로 달래는 남자로 성장했다. 오죽하면 날 ‘건 자언니’라 부르겠냐고.

나는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이 싫다

누군가 ‘통제광’이라고 하

던데…. 그래서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 요리는 내가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최고의 기쁨 이다. 와이프와 함께 싱가포르에서 머물 때, 매일 저녁을 준비하던 일이 떠오른다. 일주일의 식단을 짜서 장을 보 고, 냉장고를 채우는 과정이 좋았다. 계획대로 흘러 토요 일쯤 텅 빈 냉장고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정확하게 계 량해서 배합하고, 시간을 재서 익히고…. 이렇게 마음껏 통제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훅 날아간다. 그렇다고 ‘분노의 반죽’ 같은 걸 상상하면 곤란하지만.

이렇게 요리에 빠지면 빠질수록,

어머니의 요리에 더욱 집착하게 된다. 건강

한 재료를 시간을 들여 정성스레 다듬어 아낌없이 풀어낸 당신의 요리를 먹으면, 그 정갈한 프로세스가 느껴져 기분 이 더 좋아진다. 특히 건강식에 관심이 많은 요즘엔 어머 니의 빛깔 고운 수프와 죽이 그립다. 잣이 섞인 노란 호박 죽. 밤이 들어간 예쁜 차콜색의 검은깨죽. 감자전분을 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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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로 한 고운 녹빛의 브로콜리 수프. 천장이 높은, 벽과 바닥이 모두 하얀 레스토랑에서 어머니 의 죽을 먹고 싶다. 하얀 양털 러그 위에 모던한 소파를 놓 고, 역시 하얀 원목테이블에 세 가지 죽과 수프를 세팅한 다. 통유리 너머로 눈 내리는 하얀 설원이 배경으로 깔리 고, 같이 먹는 사람의 대화에 집중하기 위해 음악도 없앤 다. 온통 새하얀 공간에 음식에만 컬러가 살아 있는, 맛에 집중하기에 최고인 공간. 모 일간지 고메 기자인 와이프의 오빠가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 “최고의 한 끼는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먹 느냐이다.” 박건호 Creative Director, INNOCEAN Worldwide

박건호 CD는 이래저리 음식과

계속 엮인 운명이다. 광고회사에서 만난 와이프도 점심메 뉴의 취향이 맞아 연애하기 시작했고, 정통 한식에 일가견 이 있는 장모님의 음식솜씨에 반해 결혼을 결심했다고. 후 배에게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있으면, 꼭 어머니의 음식 을 먹어보라”고 조언하는 그는 ‘맛’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귀띔했다.

Park Gunn Ho

Creative Director, INNOCEAN Worldw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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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ADY FROM SHANGHAI

굳이 셰프이기 때문은 아니다

나는 먹는 것보다 만드는 것이 확실히 좋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요리를 하는 도

중에 조금씩 맛보는 것이 좋다고 해야 하나? 개인적으로 요리에는 반드시 ‘이야기’가 담겨야 한 다고 생각한다. 그냥 식재료의 조합이 아닌, 먹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어떤 이야 기. 중간에 맛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단계별로 생생히 전달된다.

특별히 선호하는 음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비교적 이탤리언을 즐기는 것 같다. 아마 예전에 이탈

리아 사람들과 일했던 경험 때문일지도. 그렇지만 요즘은 딱히 ‘어느 나라 음식’이라고 규정 짓긴 참으로 어렵지 않나. ‘정통’의 의미도 희미해졌고, ‘퓨전’이라는 말도 경계가 허물어진 지 오래니 까. 너무 애매해서 애정남이 오더라도 쉽지 않을 거다. 이렇게 유독 옆구리가 시린 겨울밤엔 상하이의 그녀가 그립다. 다이닝 체험차 떠난 상하이 여행에 서 만난 그녀는 Frank라는 프렌치 비스트로의 홀 매니저였다. 중국과 프랑스 하프인 것으로 보이 는 그녀는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아름다웠다. Toto의 음악을 계속 귀에 꽂고 다녔던 여름날, 이국 의 프렌치 비스트로에서 그야말로 예술이었던 삼겹살 요리와 아름다운 홀 매니저….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그 빼어난 미모로 이미 상하이에서 유명한 인물이라고.

그녀와 함께 먹고 싶은 요리를 상상해본다

우선 아뮤즈로 상큼한 라임젤리와 새우, 관자로 만든 세비체,

자두 살사를 대접해야지. 아주 살짝 익힌 포항초에 된장 비네그렛을 뿌려 나물처럼 연출하고, 사 과와 고르곤졸라 치즈, 잣을 넣은 달콤하면서도 향긋한 리조토를 먹어야겠다. 메인으로는 겨울에 살이 더욱 쫄깃한 도미나 우럭 필렛을 매실과 올리브유 마리네이드에 재워뒀다 살짝 구워 감귤 처트니를 곁들이고 싶다. 생선으로 끝나면 재미없으니 돼지 삼겹을 통으로 토마토와 함께 푹 꿇여 서 산초장아찌와 함께 먹는 거다. 거하게 먹었으니 디저트는 크림이나 밀가루 없이 유자셔벗으로 마무리! 시골의 외딴 오두막집에서 따끈하게 난로를 피워놓으련다. 밖에 조금씩 눈이 온다면 내 요리가 훨 씬 따뜻하게 다가가지 않을까. 아아, 이미 내 귀엔 Pat Metheny의 ‘Last Train Home’이 울려 퍼 지고 있다. 그녀도 좋아해주겠지? 이승언 Freelance Artist, Chef

이제 서른넷의, 사진도 찍고 기타도 치고 요리도 하는, 하나로 정의하기 아까운

남자. 섬세한 멘탈에 걸쭉한 부산 사투리가 매력인 그는 세상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고백 한다. 어린 시절 헤비메탈 밴드에서 리드기타와 보컬을 담당한 그의 ‘터프한’ 요리를 맛보기 위해 내로라하는 스타 셰프들도 종종 방문한다고. 현재 그는, 어쩔 수 없는 ‘조카바보’이기도 하다.

Lee Seung Un Freelance Artist, Ch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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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MISSING ECO BREEZE

레스토랑 컨설턴트인 내게 요리는

단순히 먹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요리와 음식,

메뉴가 레스토랑 컨설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 이제는 요리를 업 무의 일부라기보단 풍성한 삶을 만드는 구성 요소로 생각하며 일 자체를 즐기고 있다.

그래서인지 특별히 가리는 음식도 없다

가능한 한 많은, 다양한 음식을 접해야 한다는 직업병

도 한 몫했겠지만. 굳이 꼽으라면 식재료의 신선함을 잘 살린 일식과 이탈 리아 음식, 그리고 지역 고유의 특징을 반영한 토속적인 메뉴에 항상 매혹 된다. 최근에는 중동 음식의 건강함에 푹 빠졌다. 글루텐과 트랜스 지방이 전혀 없는 My Boon의 팔라펠 샌드위치와 100% 제철 생과일 주스로 도 시생활에 지친 심신을 달래준다.

결혼을 하니, 비로소 요리에 제대로 눈을 뜬 기분이다

결과만큼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누가

했더라? 맛있고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식사가 결과라면 나와 내 가족을 위해 그 식사를 준비하는 노동은 과정이다. 좋은 식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신선하고 고급스러운 재료를 씻고 다듬고 끓이고 찌고 삶는 지루한 과정 을 빠짐없이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손맛이 아니라 꾸준한 노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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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최고로 생각하는 식탁은

몇 년 동안 정성스레 일군 땅에서 길러낸 재료로 차린,

소박하지만 먹는 이의 마음을 치유하는 한 상이다. 어딘가 반드시 남아 있으리 라 믿는, 인심 좋고 때묻지 않은 시골 어드메에 산바람 솔솔 드는 대청마루에서 사랑하는 사람 모두 모아놓고 떠들썩하게 먹어보고 싶다. 텃밭에서 직접 유기 농으로 기른 새싹과 깻잎, 흙 묻은 당근, 못생긴 오이를 듬성듬성 잘라 들깨기름 조금, 소금 약간으로 간을 한다. 신선하다 못해 풋내 나는 초록 샐러드. 그리고 시골된장 무심하게 풀어 가마솥에 끓인 배춧국을 먹는 거다. 시골밥상에 삼계 탕이 빠지면 섭섭하다. 마당에 자유롭게 풀어 기른 토종닭에 정갈히 찹쌀 채우 고 인삼, 대추 넣어 푹 고아 만든 삼계탕…. 여기에 직접 담근, 소박한 맛이 매력 인 과실주에 밭에서 갓 따온 제철과일로 마무리하면 어떨까? 얼핏 들으면 심심하고 보잘것없는 농부의 한 끼다. 그러나 이 한 상을 만들려 면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건강하고 진정성 있는 식재료만 사용한 시골밥상은 나 같은 도시인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하 는 최고의 코스요리다. 이렇게 매일, 사람 사는 것처럼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김유진 Be My Guest Senior Consultant

Kim Yu Jin

Be My Guest Senior Consult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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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레스토랑 컨설팅업계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비

마이게스트의 시니어 컨설턴트. 레스토랑 컨설턴트는 레스토랑 오픈부터 운영 까지,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클라이언트가 바라는 꿈의 레스토랑을 실체로 보여주는 사람이다. 인천하얏트리젠시와 파크하얏트서울에 몸담았던 경력을 바탕으로 SSG푸드마켓, 파로 그랜드, 오설록 티하우스 등을 설계했다.


Vegetarian Fiesta 20년도 넘은

오래된 기억 속 풍경이 아직도 꿈처럼 눈앞에 아른거린다. 기분이 조금씩 달아오르는 어느 한

가로운 저녁, 필리핀 마닐라의 야시장. 바다가 바로 보이는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수조에 서 살아 움직이는 바닷가재를 큰놈으로 사서 레몬버터구이를 부탁했다. 얼비치는 바닷물의 찰랑거 림과 시끄러웠지만 귀에 거슬리지 않는 사람들의 말소리, 그동안 먹어왔던 해산물과 차원이 다른 풍미, 자유로이 분위기를 즐기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 규모가 큰 파티에 초대받은 손님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세월이 흘렀고, 그때 함께했던 남자친구는 내 곁을 떠났다

그리고 나는 채식주의자가 되어 채식문화잡지 월간

<Begun>을 발간하고 있다. 마닐라에서의 한 끼는 지금도 아름답게 남아 있지만, 지나간 시간의 무 게만큼 나의 식습관도 180도 바뀐 것이다.

채식을 하면

육식을 같이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고려 사항이 생긴다. 먹는 음식이 제한되는 것은 물론이고

특히 우리 비건 식구들처럼 완전채식(vegan)일 경우는 밖에서 밥 사먹는 게 정말 쉽지 않다. 채식 을 하면서 가장 크게 바뀐 것은 동물(외연을 넓혀 살아 있는 모든 것들) 생명 존중에 대한 관심이다. ‘덜 사고 덜 쓰고 덜 먹고 덜 버리자’는 소비경향의 대변혁(!)과 함께 물건을 고를 때는 생산이력, 즉 ‘착한상품’을 꼼꼼히 살피게 된다.

이번 호 마감이 끝나거든

고생한 비건 식구들을 위해 팔 걷어붙이고 ‘착한요리’나 한번 만들어볼까? 맑은

채소 콩소메에 곱게 간 참깨와 두유, 약간의 설탕이 들어간 소스로 버무린 로메인 샐러드, 따끈한 바게트에 조청을 곁들이면 상큼한 시작이지 않을까. 메인으로는 코리앤더와 각종 채소를 다진 두 부에 들기름 둘러 지진 두부 스테이크! 농부가 정성껏 담근 심심한 조선간장을 뿌리고 쫑쫑 썰어 넣 은 쪽파로 장식해야지. 기름 없이 구운 버섯에 구운 소금을 살짝 얹고, 연잎 영양밥 한 덩어리를 곁 들인다. 후식으로는 새콤한 유자소스를 뿌린 도라지나 인삼정과, 오미자차가 좋겠다. 아, 생각만 해 도 벌써 입에 군침이 돈다. 할 수만 있다면 햇빛 따갑지 않은 초여름, 평창동의 어느 집 잔디밭에서 Rainbow eyes류의 소프트 록을 배경음악으로 깔아놓는 것도 좋을 듯. 비록 내 요리솜씨가 들쭉날 쭉한 것이 맹점이겠으나 맛있게 먹어줄 거지, 얘들아? 이향재 Chief Editor of Begun

이제 두 살이 된 채식문화잡지 월간 <Begun> 편집장. 채식에 대한 인식이 아직 많

이 확산되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이름처럼 풋풋한 초록향이 나는 책을 만들고 있다. 대기업 홍보실 과 광고회사에서 AE로 오랫동안 일해온 그녀는 외형만 큰 옛날보다 적게 벌고, 적게 먹고, 적게 빚 지는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 평창동 아담한 사무실에서 예쁜 고양이 세 마리와 알콩달콩 밀당을 즐 긴다고.

Yi Hyang Jae Chief Editor of Beg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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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N T H E LI M E L I G H T

INNOCEAN ALL THE WAY

이노션의 크리스마스를 엿보다 Text. <Life is Orange> Editorial Dept | Photography. Studio 1839

여덟 번째 맞는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크리스마스 풍경. 심장이 쫄깃해질 만큼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노시안들은 20층 리셉션에 빨간 트리가 걸리고, 이노키친에 솔방울이 장식되어야 ‘아, 이제 곧 크리스마스로군’ 하고 깨달을지 모른다. 그러고는 크리스마스를 120% 즐길 수 있는 즐거운 상상에 빠져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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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MAS 올해도 어김없이, 12월 25일이 다가왔다. 남의 생일에 왜 이리 호들갑인지 싶다가도, 거리마다 들려오는 캐럴송에 귀가 따갑더라도, 전구가 반짝이는 트리를 보면 이렇게 1년이 저물어가는구나 하고 싱숭생숭해지는 마음. 1초 단위로 움직이는 광고인에게 크리스마스는 사치일까. 이노시안이라면 크리스마스 정도는 시크하게 넘겨야 할까. 생각보다 조용하게 지나가는 이노션의 크리스마스 풍경. 누군가는 연인과 팔짱을 끼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테고, 누군가는 불 환한 집에서 아이들과 둘러앉아 담소를 나눌 테고, 누군가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사무실에서 열정을 불태울 테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알게 모르게 살짝 들떠 있는 얼굴들. 오늘도 머리를 싸매고 15초의 미학과 씨름하는 당신에게.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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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N T H E LI M E L I G H T

2012, 12, 14 FRIDAY

INNOCEAN OPEN


PM_4:00

HOUSE

당신을 초대합니다 Text. <Life is Orange> Editorial Dept | Photography. Studio 1839

2012년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연말은 보다 훈훈하다는데…. 바로 올해 처음 열린‘2012 이노션 가족초청 OPEN HOUSE’ 때문이란다. 이날만큼은 꼬마 악동들이 이노션 이곳저곳을 점령한지라 사장님과 임직원을 비롯한 이노시안 모두가 연이어 함박웃음을 지었다는 후문이다.


OPENING, TOUR 12월 14일 금요일 오후 4시. 이노션 23층 세미나실에 속속

이는 한편, 근무하는 이노시안에게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사람들이 모였다. 임원들의 등장에 사뭇 긴장할 법도 하건

에 충분하다.

만, 모인 이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그중 절반

48명의 임직원과 135명의 가족이 한꺼번에 모인지라 넓은

을 차지하고 있는 꼬마 손님들 때문일 것이다. 갓난아기

세미나실이 금세 꽉 찼다. 대상 가족은 미리 신청을 받아

서부터 겨우 걸음마를 떼서 아빠 손을 잡고 들어오는 아

추첨으로 결정했는데, 경쟁률이 생각보다 꽤 치열했다고

이, 제법 의젓한 초등학생부터 수염 거뭇한 중학생까지 연

한다. 모두 함께 이노션을 소개하는 짧은 영상을 관람한

령대가 다양했다. 그래도 역시 유치원생 정도 되어 보이는

다음, 안건희 이노션 월드와이드 사장의 환영 인사가 이어

아이들이 가장 눈에 많이 띄었다. 연신 호기심 어린 눈을

졌다. 처음이라 부족한 것이 많겠지만 모쪼록 즐거운 시간

반짝이는 모습에 그 누가 미소를 띠지 않으랴.

보내달라는 그의 말에 전 직원이 박수로 화답했다.

오픈 하우스는 연말을 맞아 이노션 가족들이 더욱 따뜻한

이윽고 사람들이 층별로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각자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올해부터 시작한 행사다. ‘탄력근

근무하는 장소를 가족들에게 소개해주기 위해서였다. 평

무’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이노시안이기에 잦은 야

소 일하던 장소에 가족들이 함께하니 새로웠는지 각자 기

근은 물론이고 주말 출근도 불사할 일이 빈번할 터. 따라

념사진을 찍기 바빴다. 옆에서 근무하던 다른 직원들은 잠

서 가정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노션에서 임직원

시 업무를 멈추고 동료, 상사, 혹은 후배의 가족들을 진심

가족들을 초대하는 것은 가족 구성원의 업무 이해도를 높

으로 환영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부모님이 일하는 자

INNO KITCHEN 44


MAGIC SHOW 리에 앉아보는 아이, 자리에 붙어 있는 자신의 사진을 보

보였다. 마술사 최초로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일본의 세계

며 신기해하는 아이도 보였다. 바쁘게 돌아가던 사무실에

마술대회 ‘월드 매직 세미나 아시아’에서 우승한 그가 한

연신 웃음꽃이 피었다.

번 손을 움직일 때마다 사람들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마

열심히 구경하니까 슬슬 배가 고파온다. 5시가 되자 모두

술은 트릭으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 지금 옆에

이노키친으로 모여 정성 들여 마련한 만찬을 즐겼다. 케이

있는 가족이 진짜 마술입니다”라는 유호진의 마지막 코멘

터링 메뉴는 아이들도 좋아하고 연로한 할아버지 할머니

트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 이노션 직원들이 가족에게 보

도 드실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오랜만에 가족이 한자리에

내는 영상편지가 상영되었다. 각자 쑥스러워 얼굴을 마주

모여 식사를 하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하얀 수염이 멋진

보고 전하지 못했던 말들이 동영상을 통해 솔직하게 전달

산타할아버지가 등장했다.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

됐다. 아내와 두 딸, 세 명의 공주님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다. 1년 동안 엄마 아빠 말을 잘 들은 착한 어린이들이 산

보물이라는 팔불출 아빠, 매일 야근하느라 부모님 걱정시

타할아버지의 보따리에서 선물을 하나씩 받을 수 있었다.

켜드려 죄송하다는 신입사원 딸의 귀여운 애교, 욱하는 성

어른들에게만 살짝 알려주자면, 산타할아버지는 이노션

질 참아줘서 고맙고 또 미안하다는 어느 가장의 고백, 어

직원이 깜짝 분장한 것이라고.

린 아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해주지 못해 아쉬운 워킹맘의

모두의 흥겨움이 최고조에 달할 무렵, 오늘의 하이라이트

절절한 사랑이 모두의 가슴에 스며들었다. 몇몇 사람의 눈

라고 할 수 있는 마술쇼가 시작됐다. 블랙 턱시도를 날렵

가가 촉촉하게 젖어드는 모습을 지켜보며, 내년에도 오픈

하게 차려입은 마술사 유호진이 유려한 솜씨로 마술을 선

하우스가 열릴 거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VIDEO 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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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N T H E LI M E L I G H T

한국의 광고의 국제경쟁력을 끌어올린 이노션, 광고업계 발전을 리드하다 올해 초 한국광고산업협회 제18대 회장이 된 안 건희 대표, 광고산업 선진화에 기여한 공로와 한 국 광고의 국제 경쟁력 제고에 기여한 업적을 인 정받아 ‘올해의 광고인상’을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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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달려온 이노션의

‘감성이 소통하는 즐거운 이노션’은 2013년에도 계속된다 올 한 해 이노션 사무실 곳곳에서는 웃 음과 소통. 5월 달, 토너먼트 형식의 사내 다트대회 개최, 다양한 콘셉트와 장소에 서 이루어진 4번의 ‘해피아워’, 가족을 초 대한 ‘오픈 하우스’ 행사 개최.

2012 NEWS

TOP 10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2012년은 산타 할아버지의 흰 수염처럼 풍성하고 루돌프 사슴의 빨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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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밤바다를 환히 밝힌 이노션, 2012 여수엑스포 성공적 개최의 주역이 되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 휘장사업 마케팅 대행과 전체 회장 및 12개 주요 전시관 국내 최초 대규 모 국가프로젝트 통합 대행. 여수 현지에서 442 일간 합숙하며 밤낮없이 일한 모든 이들의 노

코처럼 독보적이었다. 종소리 울리는 따뜻한 연말을 맞아 이노션의 한 해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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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최초의 행진!

력으로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엑스포 전문가

이노션, BTL사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집단 탄생.

최초의 Property 사업인 ‘코리아 스피드 페스 티벌 프로모터’ 수행. ‘강남역 U-Street 사업’ 으로 이노션 최초 옥외 Property 확보. 내년 2월 방영 예정인 <아이리스2>의 투자 및 총괄 마케팅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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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션, 먼저 손 내밀어 청춘을 힐링하다

이노션의 따뜻한 마음,

국립수목원에서 힐링 캠프 형

세상의 온도를 올리다

식의 신개념 채용설명회를 진

한 해 동안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

행. 대학생 대상의 이노션 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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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서울시 ‘희망홍보 캠페인’에 전 제작 팀이 재능기부로 참여,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의 방송 및 인쇄광고를 기부. ‘Love Parking Campaign’, ‘A Dog Your Family’ 캠페인을 진행.

토링 코스 진행, 장학금 전달. KBS1TV 스카우트 프로그램을 통해 인재존중의 가치를 실현.

세계 광고의 각축전 슈퍼볼에서 거둔 승리, 이노션이 국내 최초로 슈퍼볼 광고서 10위권에 진입하다 2012년 USA Today 슈퍼볼 광고 조사에서 이노션 미국 법인이 제작한 현대자동차 슈퍼볼 광고 2개편이 조사대 상 총 55개편 중 각 7위(벨로스터 터보 ‘Cheetah’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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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위(제네시스 쿠페 ‘Think Fast’편)를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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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깜짝 놀란 이노션 Creative, 수상 퍼레이드를 이어가다 세계 최대 광고 축제, 칸 국제광고제에서 5개 부문의 본 상을 수상. 부산국제광고제에서 그랑프리 1개를 포함한 15개의 본상, Spikes Asia에서 7개의 본상, 대한민국광 고대상에서 대상 4개를 포함해 15개의 상을 수상.

글로벌 시장 개척, 세계는 이노션으로 묶인 한 가족! 이노션의 미국법인, 세계적인 골프 브랜 드 풋조이(FootJoy)의 광고대행사로 선 정. 호주법인은 영국계 소셜커머스 회사인 ‘Make it Cheaper’의 호주 지사 캠페인,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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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광고인들의 축제 칸 국제광고제를 품다 국내 기업 최초 오프닝과 클로징 갈라를 후원. 현대자동 차 광고를 비롯해 ‘Love Parking Campaign’으로 동상 4 개를 수상, 총 5개의 본상을 수상. 벨로스터 론칭 캠페인 ‘RE:GENERATION Music Project’를 주제로 회사 창립 이래 최초로 광고제에서 세미나를 개최.

페인법인은 스페인 3대 건설회사가 설립한 복합 쇼핑몰 REYAL URBIS의 마케팅 서비 스를 담당. 브라질법인(IWB), 이노션의 15번 째 법인으로 합류.


TRE ND REPO RT

Revenge Of the Weak 지금 외치러 갑니다 트위터 대나무숲 Text. Jo Cheol Hee (Brand Communication Institute, INNOCEAN Worldwide)

열정을 착취당하는 을들이 삼삼오오 트위터에 모여들고 있다. ‘출판사X’로 시작해 ‘IT회사 옆 대나무숲’, ‘시월드 옆 대나무숲’, ‘광고회사 옆 대나무숲’ 등을 만들어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고 있는 것. 무엇이 그들을 벙어리로 만들었나. 그리고 대나무숲을 만들어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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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2일. 익명의 출판사 직원이 ‘출판사X’라는 계

나친 비방과 왜곡된 정보가 난무할 위험이 매우 크다. 비

정을 만들어 사장과 회사의 부조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사

밀번호가 공개되는 공동계정 특성상 수시로 해킹, 폭파되

라졌다. 반응은 대단했다. 이후 (결국 사장이 직원을 발본

는 경우도 있으며 음란글과 광고글로 도배되기도 한다. 처

색원하여 잘린 것으로 추측되는) 출판사X를 애도하며 출

음에는 카타르시스를 느끼지만 결국 이 또한 스트레스나

판사 옆 대나무숲이라는 계정이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만

짜증을 유발해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열기가 사그라질 것

든 지 5시간 만에 400여 개의 글이 올라왔고 1주일도 안

이라고 바라보는 이들도 많다.

되어 3,400명이 넘는 팔로워가 모여 2,000개 이상의 트윗

여기서 우리는 이런 대나무숲이 왜 나타났는지, 그 배경에

을 작성했다.

주목해야 한다. 노동이 착취당하는 현실이 변하지 않는다

대나무숲은 특정 업종 종사자들이 업계 애환과 종사자로

면, 대나무숲이 전부 벌목되더라도 또 다른 형태의 해우소

서의 불만을 익명으로 이야기함으로써 공감을 나누는 일

가 계속 생겨나지 않을까. 유독 우리나라에서 전 세계적으

종의 ‘온라인 해방구’다. 일반적으로 공동계정 형태로 운

로 전무후무한 대나무숲이 만들어진 것은 불만과 불통이

영되며, 비밀번호를 공유해 하나의 트위터 계정에서 소통

쌓여가는 우리의 경직된 사회적 환경과 경쟁 시스템에서

하는 방식이다. 출판사 옆 대나무숲을 시작으로 IT회사 옆

기인한다. 현실에 저항하고 싸울 용기는 없지만 일상 속에

대나무숲, 방송사 옆 대나무숲, 촬영장 옆 대나무숲, 이공

서 할 수 있는 소소한 복수는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이

계 옆 대나무숲, 시월드 옆 대나무숲 등 수십 개의 대나무

지 않은가.

숲이 말 그대로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정말이지 SNS

특히 같은 처지에서 나의 상황을 이해하는 지지자는 그 존

열풍이 우리의 온라인 생활이나 마케팅만 변화시킨 것은

재 자체만으로 강력한 ‘힐링 효과’를 갖고 있다(혹시 이 ‘공

아닌 것 같다. 기존에도 커뮤니티나 SNS에서 비슷한 취향

감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껴보고 싶다면 ‘짝사랑 옆

이나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이 모이고 이야기 나누는 일은

대나무숲’에 들러보시라). 여기에 젊은 네티즌의 긍정적

무척 많았다.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트위터에서 원숭이띠

마인드가 더해져 무겁고 슬픈 현실이 통쾌함과 유머로 승

모임을 하다가 만나 1년 만에 결혼까지 하는 걸 보면서도

화하기까지 한다.

느끼는 게 참 많았는데, 이렇게 뒷담화를 가지고 열광적으

지금 대나무숲이 뜨겁다. 그리고 대나무숲도 분명 과도기

로 모여드는 사람들을 보니 SNS가 앞으로 얼마나 변화무

적이다. 하지만 초창기 인터넷과 SNS가 그랬듯이 소셜 네

쌍한 세상을 보여줄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트워크가 지닌 자정능력을 거친다면, 어떠한 형태로든 소

문제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익명성을 앞세워 지

통과 공론의 장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TRE ND REPO RT

Do you wanna be a hipster? 나보고 힙스터래요. 칭찬인가요? Text. Lim Hyun Jin (iPublics)

힙스터 패션, 즉 ‘유행을 좇지 않는 젊은이들’처럼 보이는 스타일이 유행이다. 무슨 말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문장이다. 유행을 따라 하지 않는 사람들을 따라 한다고? 남들과 다르고 싶다, 멋져 보이고 싶다는 인류의 오랜 욕망이 ‘힙스터’라는 생소한 단어에 응축되어 있다. 힙스터라 불리고 싶지 않은 이들과 힙스터처럼 되고 싶은 이들의 이상한 줄다리기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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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스터, 유행을 따르지 않는 것의 유행

스로 힙스터임을 인정한다면 다소 부정적으로 보이는 저

을 입고 톰포드 선글라스를 낀 부스스한 머리의 늘씬한 남

“나는 누구와도 같지 않다. 내가 곧 스타일이다.”

속성들도 자신 안에 있음을 시인하는 꼴이 된다. 더군다나

자’는 전형적인 힙스터의 모습이고, 패셔니스타를 수식하

패션의 대모 코코 샤넬은 이런 말을 남겼지만 그녀의 스

남들과 다른 개성을 표현하고 싶은 젊은이로서는 한데 묶

는 관용구가 되어버린 ‘무심한 듯 시크하게’라는 말은 힙

타일은 이내 수많은 여성이 따라 하고 싶어 하는 유행의

이는 것 자체가 싫을 테니 말이다. ‘유행하는 것을 따르지

스터 패션의 핵심을 표현한다.

표본이 되었다. 힙스터 패션의 유행도 이와 비슷하다. 힙

않음이 유행한다’는 역설적인 문장에 힙스터의 복잡미묘

힙스터 패션의 구체적인 예를 보고 싶다면 <페이스 헌터>

스터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다.

한 상황이 들어 있다.

라는 책을 펼쳐보면 된다. 이 책의 저자 이반 로딕은 모스

“나는 남들과 같아 보이고 싶지 않다. (나와 비슷한 이들을

히피는 자신을 히피라고 칭하지만 힙스터는 자신을 힙스

크바, 이스탄불, 바르셀로나, 런던, 파리, 뉴욕, 상파울루 등

힙스터라고 부르지만) 나는 힙스터가 아니다. 나는 나일

터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전 세대의 반문화 지향 미국 청년

전 세계를 다니며 다양한 스트리트 패션 사진을 찍었다.

뿐이다.”

들과 달리 힙스터들은 철학이 아닌 소비성향, 즉 어떤 것을

하지만 그 결과 책에 수록된 사진은 옮긴이의 표현대로

누구와도 같지 않은 특별함을 원한 건 불세출의 디자이너

먹고 마시고 입느냐 등 패션과 스타일에 더 집중한다. 보헤

‘90% 이상이 힙스터 룩’이다. 세계 어느 도시에서 찍은 사

만이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아가 강하고 개성을

미안이나 히피는 삶을 관통하는 인생철학이었지만 힙스터

진도 그 고장만의 특색을 보여주지 않는다. 모두 뉴욕에서

추구하는 젊은이들은 자신을 다른 이들과 구분 짓고 싶

는 젊은 시절에 국한된 허세적인 소비 취향에 머무른다는

찍은 사진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고 패션만 보면 가로

어 한다. 기성세대의 문화, 주류의 패션을 거부한 미국

비판을 받고 있다. 그래서 하위문화를 소비의 대상으로 취

수길이나 홍대 앞에 가면 한번쯤 마주칠 법한 스타일이다.

중산층 백인 젊은이들은 자신의 개성을 특정한 스타

급하는 백인 상류 젊은이들은 더 비판받았고, 유행을 따르

뉴욕이 세계화된 것인지 서울이 뉴욕화된 것인지 알 수 없

일로 드러냈고, 유행을 거부하는 것을 표방한 그들

지 않던 이들을 칭하던 힙스터는 유행을 민감하게 따르는

지만 정말로 그렇다. 사진작가는 책의 서두에서 개인의 독

사람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힙스터에 대한 미국 내의 엇

창성을 마음껏 표현한 자유로운 젊은이들의 사진을 담았

갈리는 평가는 힙스터에 관한 문화비평서 <힙스터에 주의

다고 말했지만 옮긴이는 책을 마무리하며 이 책을 관통하

하라>에 나온 다음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는 ‘힙스터 룩’에 대해 ‘빈티지 혹은 낡은 옷, 애쓰지 않는

닌다. ‘hip’은 아편을 뜻하는 속어에서 유래

“최신 유행에 민감하면서도 대중의 흐름과는 거리를 두려

듯한 태도, 가짜보단 진짜’ 등으로 친절하게 설명해놓았

한 것으로 1940년대에는 재즈광을 뜻했고

는 이들의 문화는 첨단 자본주의 시대의 새로운 하위문화

다. 한마디로 지구상에 있는 대도시의 개성 있는 젊은이들

1990년대 이후에는 뉴욕을 중심으로 독

라는 긍정적 평가와, 구별 짓기에 예민한 부유한 중산층의

은 다들 비슷하다는 뜻이다. 결국 다시 마주하게 되는 힙

소비문화일 뿐이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스터의 패러독스다.

의 패션이 ‘힙스터 패션’으로 유행하고 있다. 힙스터(Hipster)는 원래 미국 젊은 층의 하위문 화를 일컫는 말로 시대마다 다른 함의를 지

특한 문화적 코드를 공유하는 일부 중

<힙스터 다이어트>라는 책은 힙스터를 자유롭고, 유행을

산층 출신의 백인 젊은이들을 힙스터 지구촌은 힙스터 패션으로 대동단결 중

거부하며 시크하고 대충 입어도 스타일리시하며 다이어

키니 진과 후드티셔츠 등 그들을

문제는 뉴욕의 유행이 바다를 건너고 대륙을 넘어 전 세계

트를 하지 않아도 살찌지 않는 존재로 규정한다. ‘인생 대

공통 짓는 표상이 뚜렷함에도 그

로 퍼져나가면서 생긴다. <보그>, <바자>, <지큐> 등 전 세

부분을 힙스터를 꿈꾸며 살아왔다’는 저자는 살을 빼기 위

들이 힙스터라 자처하지 않는

계에 라이선스지를 판매하는 패션 잡지의 본사가 뉴욕에

해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등록할 것을 종용하는 여자친구

이유는 ‘힙스터스러움’에 ‘아

있고, 결국 뉴요커들이 만든 잡지가 패션의 기준이 되는

에게 그것은 ‘자기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려고 돈을 내가며

는 척하기, 아닌 척하기, 쿨

상황이다 보니 이 힙스터 패션이 ‘세련된 것’으로 수출된

멍청한 그룹에 가입하는 것’이라며 거절한다. 대신 ‘내 방

해지기’ 등의 사춘기 소년

것이다. 2000년대 들어 뉴욕 젊은이들의 하위문화인 힙스

식대로 할 거야. 꽤 멋진 방식으로’라고 말하며 자신이 개

같은 허세가 따라다니기

터 스타일은 타국의 젊은이들에게 속칭 ‘뉴요커 스타일’로

발한 다이어트 비법을 ‘힙스터 다이어트’라고 명명한다.

때문이다. 한마디로 스

불리며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스키니 진에 헐렁한 윗옷

현재 미국 오리건 주에 사는 잡지 편집장인 책의 저자가

라 칭한다. 독립영화와 인디음악,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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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하는 일명 ‘힙스터 다이어트’의 방법은 칼로리를 계산

런던, 도쿄, 홍대의 패션피플’로 규정하고 있다.

중의 큰 흐름을 따르지 않고 자신들만의 고유한 패션과 음

해 음식을 먹고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많이 움직이

미국에서 ‘유행을 거부하는 젊은이들’ 혹은 ‘유행에 민감

악 문화를 좇는 부류’로 힙스터를 규정하고 있다. 그 소식

라는 등의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이다.

한 사람’을 뜻하던 이중적인 단어 힙스터는 태평양을 건너

을 접한 한 소녀팬이 “오빠들 이번 앨범 콘셉트가 힙스터

“쿨하게 살을 빼는 것이라는 걸 기억하자. 그러니까 우리

아시아에 도착해 ‘개성을 추구하는 젊은이’의 긍정적인 뜻

래요. 힙합 갱스터 같은 옷은 싫은데. 어떡하죠?” 하며 걱

는 멋진 레스토랑에서 데이트를 하거나 샌드위치 가게에

으로 변해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힙스터 패션’을 파는 인

정했지만 다행히 그녀의 오빠들은 힙합 갱스터는 당연히

서 동료들과 점심을 먹을 때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사람처

터넷 쇼핑몰이 넘쳐나고 콧수염과 턱수염이 분리된 모양

아니고, 일명 뉴요커 스타일도 아닌 그저 ‘나름의 개성을

럼 주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는 “마른 힙스터 친구들과

의 ‘힙스터 수염’은 뭔가 있어 보이고 싶어 하는 남자에게

살린 옷’을 입고 나왔다. 힙스터에 대한 자기 나름의 정의

어울리려고 노력했지만 나 같은 통통족에게 쉬운 일은 아

추천하는 패션 아이템이 된 지 오래다.

에 충실한 듯 보인다.

니었다”고 말하며 힙스터에 대한 동경을 드러낸다. 그에게

힙스터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은 대놓고 ‘힙스터

이태원에서 만난 외국인이 당신에게 ‘You are a Hipster’

힙스터는 특별히 다이어트하지 않아도 살이 찌지 않는 자

를 지향한다’고 표현하는 연예기사를 통해 드러난다. 최근

라고 말한다면, 웃을 것인가 화낼 것인가? 결정하기 전

신만의 세계를 가진 스타일리시한 사람들인 듯하다. 그리

앨범을 발표한 B1A4, 보이프렌드 등의 아이돌 그룹은 이

에 반문해보시라. 당신, 힙스터를 어떤 의미로 사용한 건

고 책을 번역한 출판사는 책의 띠지에서 힙스터를 ‘뉴욕,

번 앨범의 패션 콘셉트를 힙스터로 정했다며 ‘유행 등 대

가요?

알고 보니 나도 힙스터?

Yes라고 대답한 항목의 수를

Hipster Test-Yes or No로 답하세요.

세어보세요.

스키니 진을 즐겨 입는다.

0~5 Hipster 지수 하

멋 내지 않은 듯한 부스스한 헤어스타일이 오히려 멋지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힙스터가 아닙니다. 그저 스키니진을 입고 뿔테 안

컨버스나 반스의 스니커즈를 즐겨 신는다.

경을 썼을 뿐이죠. 인디음악을 좋아하거나 중고품을 수집

아베크롬비나 홀리스터의 후드티를 갖고 있다.

한다고 해서 힙스터는 아니랍니다.

플리마켓 같은 길거리 벼룩시장에서 오래되거나 특이한 물건을 사는 것을 좋아한다. 검정 뿔테 안경을 패션 아이템으로 연출한다.

6~12 Hipster 지수 중

픽시 자전거(Fixie bike, 조립식 자전거 브랜드)를 좋아한다.

당신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당신의 패션과 사고방식은

외출할 때 수동 카메라를 가지고 다닌다.

힙스터 스타일과 닮아 있네요. 한마디로 힙스터 스타일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보다 종이 신문을 가지고 다니면서 읽는 편이다.

물들어 있는 어중간한 상태입니다. 몇 개 항목을 더 내 것

날 선 새 옷보다 오래 입어서 낡은 듯한 빈티지 패션을 좋아한다.

으로 만들어 힙스터가 되고 싶은가요, 그렇지 않은가요?

시크한 것, 쿨한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다 하는 것을 따라 하고 싶지 않다.

13~18 Hipster 지수 상

개성, 독립적 사고, 문화적 지능이라는 단어로 나를 표현할 수 있다.

당신은 혹시 날 때부터 힙스터? 뉴욕의 힙스터를 만나고

좋아하는 인디 밴드 이름을 5개 이상 댈 수 있다.

싶다면, 거울을 보세요. 만약 자신이 힙스터인 줄도 모르

배부르게 먹지 않아서 특별한 다어어트 없이 체중을 유지한다.

고 힙스터처럼 하고 다녔다면, 힙스터의 덕목 중 하나인

건강 증진과 환경 보호를 이유로 육식보다 채식을 선호한다.

‘아닌 체하기’를 충실히 실천한 당신이야말로 진짜 힙스터

체인점 커피숍보다 개성 있는 동네 카페를 선호한다.

입니다.

카페는 만남과 수다가 아닌 창작과 휴식을 위한 공간이다(그래서 혼자 카페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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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 hunter 페이스 헌터 | 이반 로딕 | 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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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 ND REPO RT

Life Tracking 우리의 일상이 모여서 미래가 된다 Text. Song Gil Young (Writer, Daumsoft Vice-President)

‘소셜 빅 데이터 분석’은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 무심코 남기는 자신의 행동과 감정의 편린들을 모아서 사회구성원들의 주관적 생각의 변화를 객관화하는 일이다. 소셜미디어에 남겨진 사람들의 흔적은 라이프로그(Life Log)라고 불릴 만큼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를 분석하면 자연스레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떻게 공감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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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술의 발달로 소셜 빅 데이터 분석과 관련된 각종

그렇다면 라이프트래킹이 사회적 상호관계에는 어떤 영

장비를 구하기 쉬워짐에 따라 개인이 평소 하는 행동이나

향을 미칠까. 하루에도 수십, 수백 명의 사람을 만나고 인

몸의 변화를 자동으로 측정하고 기록한 후 분석하여 제공

사해야 하는 바쁜 현대인. 분명 악수도 나누고 명함도 주

하는 라이프트래킹(Life Tracking)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고받았건만,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실례를 범한 경험이 있

있다.

을 것이다. 심한 사람은 ‘혹시 안면인식장애가 아닐까’ 하

예를 들어 나이키가 만든 나이키 센서는 아이팟이나 아이

고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구글 글래스가 있다면 전혀

폰과 연결해서 운동기록을 자동으로 저장해준다. 달리기

걱정할 필요 없다. 글래스가 이미지 검색을 통해 상대방의

가 끝난 후에는 거리나 장소, 시간, 칼로리 같은 정보를 아

이름과 직책, 심지어 어제 마신 맥주 브랜드까지도 알려줄

이폰이나 아이팟을 통해 볼 수 있고, Nike+서비스에 저장

테니.

하여 친구들과 비교해볼 수도 있다.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얼리어답터의 관심을 끈 구글 글래

이와 같이 내가 의식하지 않아도 나의 신체 변화나 행동을

스는 안경 모양의 디바이스를 통해 실제 세상과 가상 세상

쉬지 않고 기록해나간다면, 운동에서만큼은 작심삼일, 의

을 연결한다. 이 디바이스를 가지고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지박약인 사람도 계속 운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정보를 검색하고,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더 많이 뛰게 되었다거나 더 자주 운동하게 되었다는 글들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지나치게 사용한다면 나중에

이 블로그 등에 속속 올라올 정도다. 좋게 보면 ‘20대 공부

는 서로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이미 우리

에 미쳐라’ 같은 자기계발서처럼 자신의 의지를 북돋워주

가 서로의 전화번호를 더 이상 기억하지 않는 것처럼. 기

는 것이고, 나쁘게 보면 같은 반 친구들과 경쟁하라고 담

계가 대신하는 기억의 부분들은 필연적으로 우리의 뇌를

임선생님이 학급 게시판에 붙여두던 전체 성적표일 수도

게으르게 한다. 이른바 ‘디지털 치매’가 오는 것이다.

있겠다. 또 다른 예로는 1988년도 마크 와이저 박사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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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한 유비쿼터스 세상에서 힌트를 얻은 노인 돌보기 서비

한 사람의 일상에 그치지 않고 우리 모두의 일상을 기록

스다. 얼마 전 GE와 Intel에 의해 마법의 양탄자 프로젝트

하고 관찰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흐름을 읽을 수 있다면

로 구체화한 바 있다. 혼자 사는 노인이 아침에 침대에서

우리는 트렌드를 사냥(hunt)하지 않고 분석(analyze)하게

일어나 움직이는 속도와 압력을 기록해서 분석한 후 이상

될 것이다. 우리의 일상이 모여서 미래가 만들어지기 때문

신호를 감지하면 가족에게 바로 알려주는 것. 열 아들 부

이다. 빅데이터 붐에서 라이프로깅, 라이프트래킹까지….

럽지 않은 것이 딸이라지만, 이 정도면 잘 키운 딸 하나보

미래를 알고 싶다면 당신의 일상을 측정해보길 바란다.

다 낫지 않을까?

단, 너무 기계만 의지하는 것은 금물이다.


TRE ND REPO RT

All We Need Is Love 님이 연애를 시작하셨습니다 여의도 솔로대첩 Text. Lee Hyun Hwa (iPublics)

커플지옥 솔로천국! ‘무적의 솔로부대’의 신념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12월 24일에 여의도 공원에 집결해 커플 탄생을 염원할 것인가, 아니면 올해도 씩씩하게 한물간 케빈 대신 헤르미온느 성장기나 볼 것인가. 선택은 당신 몫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렇게 대놓고 대규모 미팅을 하게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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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시작은 얼마 전, ‘님연시(님이 연애를 시작하셨습니

사실 ‘연애’는 시대와 세대를 막론하고 언제나 최고의 관

다)’란 아이디를 쓰는 한 네티즌이었다. “크리스마스 때 대

심사였다. 노희경 작가가 “지금 사랑하지 않는자, 모두 유

규모 미팅 한번 해볼까”라던 그는 급기야 ‘X-Marth 솔로대

죄”라고 역설했듯, 사랑받을 대상 하나를 유기하고 종의

첩’이란 페이스북을 오픈,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열거하기

존속을 위협하는 노총각과 노처녀는 예로부터 죄인이나

시작했다. 크리스마스이브인 12월 24일, 여의도 공원 만남

다름없었다. 오죽하면 조선시대에 가뭄과 홍수를 노처녀

의 광장에 집합하여 게릴라 미팅을 벌인다는 것이다.

탓으로 돌렸을까.

룰은 간단하다. 남녀로 나뉘어 있다가 진행자가 신호를 보

‘골드미스’, ‘초식남’이란 단어로 정리되는 21세기 젊은이들

내면 마음에 드는 이성을 향해 ‘돌직구’로 달려가 잽싸게

이라고 사정이 다르겠는가. 대한민국의 20~30대 구성원

손을 낚아채면 끝. 엄한 사람에게 들이댈 위험을 방지하고

인 한 사람으로서, 연애는 너무나 하고 싶으면서도 한편으

자 드레스 코드도 정했다. 남자는 눈처럼 새하얀 화이트,

론 부질없는 희망고문이다. 치솟는 물가와 손 떨리는 대학

여자는 크리스마스 메인 컬러인 레드다. 혹시 모를 커플은

등록금, 취업난, 숨만 쉬고 10년을 벌어야 겨우 모은다는

트리를 연상시키는 그린으로 차려입고 썰렁한 여의도 공

전셋값은 이미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원을 장식해주면 된다.

솔로대첩에 참가의사를 밝힌 4만 명이 모두 바보는 아닐

‘X-Marth 솔로대첩’은 예상을 훨씬 웃도는 폭발적인 반응

것이다. 클럽에서 만난 인연이 오래가기 쉽지 않은 것처

을 얻었다. 어딘가 ‘미연시(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을 연

럼, 여의도 공원에서 평생을 함께할 짝을 찾는 사람은 없

상시키는 수상한 주최자의 아이디에 화성(Mars)과 지구

을 테니. 솔로대첩은 이 시대 젊은이를 위한 하나의 축제

(Earth)를 합성했다는 페이스북 이름, 그리고 솔로대첩의

다. ‘대규모 미팅’ 자체를 즐기자는 것이다. 또한 동병상련

간단함과 강력함과 진정성이 묘한 시너지를 일으키며 네

의 위로다. 강요당한 삼포세대의 처절한 반란이다. ‘혹시

티즌을 단숨에 매혹한 것이다.

나’ 하는 비밀스런 반짝임이다.

여기에 유명 레이싱 모델, 인기 개그맨 등이 줄지어 참석

일이 점점 커지면서 솔로대첩과 관련한 여러 불미스런 소

의사를 밝히며 가속도가 붙었다. 몇몇 기업에서 무료로 후

식이 들린다. 예정대로 여의도 공원에서 진행하든, 다른

원을 해주겠다고 나섰다. 무려 4만여 명이 참여의사를 밝

적절한 장소를 찾아 축제를 진행하든, 솔로의 명예를 더럽

힌 지금, 솔로대첩은 여의도뿐 아니라 인천, 수원, 부산, 대

히지 않고 폼 나게 마무리했으면. 그래야 내년에도, 내후

구, 대전, 울산, 제주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년에도 즐거운 ‘구애의 춤’을 출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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