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6일

Page 1

여당 지도부 대다수가 영남  수도권 갈고 닦은

국민의힘 문제는

“당 지도부, 수도권 표심 이해 못해”

당선인 66%가 영남, 편중 심해져 “쇄신 없으면 수도권서 계속 완패”

총선을 6개월 앞둔 시점에 치른 선거여 서 민심 풍향계로 불렸기 때문이다. 하지 만 전면 쇄신 요구 분위기에도 당시 김기

현 지도부는 일부 당직자만 교체했다. 지 난해 12월 서울 49개 선거구 중 6개만 우 세하다는 당 자체 조사에 “지도부에 사 즉생의 절박함이 없다”(최재형 의원)는 동요가 있었지만 지도부는 안이했다.  이는 국민의힘 지도부 대다수가 영 남권 출신이라는 점과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현직 ‘당3역’인 김기 현 전 대표(울산 남을), 윤재옥 원내대 표(대구 달서을), 박대출 전 정책위의장 (경남 진주갑)이 모두 영남 출신이다. 김 석기(경북 경주), 강대식(대구 동-군위 을) 전 최고위원과 이만희 전 사무총장 (경북 영천-청도)도 영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형동 (경북 안동-예천) 의원도 영남이다.

서울의 한 낙선자는 “공천되면 당선 은 떼놓은 당상인 영남권과, 박빙 승부 인 수도권은 차원이 다른 선거”라며 “수

도권 선거를 모르는 사람이 전략을 짰는

데 어떻게 선거에서 이기겠느냐”고 토로

했다. 다른 낙선자는 “영남권 지도부는

TK 정서에 파묻혀 수도권·중도·2030 표 심에 예민하지 않다”고도 했다.

겼을 때 경험이 일천한 한동훈 지도부는

민주당이 눈을 뜬 채 코를 베어 가도 가

만히 있었다”며 “그사이 수도권 민심이

크게 뒤집히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출신

인사 상당수가 양지에 속하는 ‘양남’(영 남과 서울 강남)이나 비례대표를 노린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는 민주당 지도부 대부분이 수도

권에서 터를 닦아온 점과 대비된다. 이

재명 대표(인천 계양을), 홍익표 원내대 표(서울 중-성동갑, 출마는 서초을), 김 민석 전 정책위의장(서울 영등포을) 등

전·현직 당 3역이 모두 수도권에 지역구

를 두고 있다. 2022년 8월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와 함께 당선된 정청래(서울 마 포을), 고민정(서울 광진을), 박찬대(인 천 연수갑), 서영교(서울 중랑갑), 장경 태(서울 동대문을) 최고위원도 전원 수 도권 현역이었다. 여당 관계자는 “민주

당은 수도권 승리를 생존의 문제로 보고

중도 표심에 촉각을 세웠고, 네거티브

전략도 그에 맞췄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보수진영의 수도권 완패 흐름

이 향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많은 의석을 민주당에 내준 만큼

조직·인물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

다. ‘수도권은 험지’라는 패배의식이 국민

의힘에 만연해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윤

상현(인천 동-미추홀을) 의원은 통화에

서 “가장 무서운 건 영남권에 고립되는

구도가 고착화되는 것”이라며 “경천동지

할 만한 쇄신이 없다면 이런 상황을 뒤집

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성민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은 자

유한국당 시절로 되돌아갔다고 봐도 무

방하다”며 “현재처럼 시야가 협소한 영

남 일변도로 당이 꾸려지면 앞으로 재

지난해 12월 김기현 전 대표가 물러나 고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취임한 뒤에 도 지도부의 쇄신 움직임은 강하지 않았 다. 전·현직 국회의원, 당협위원장을 공 천하는 등 ‘현역 불패’ 흐름을 이어갔고, 수도권 민심을 잡기 위한 정책·공약도 미흡했다. 국민의힘 선대위에 참여한 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대파 논란을 부추

건은 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출마지 비교 움츠러든 국민의힘 수도권 비중 단위: 석, ( )안은 비율(%)

김기현 전 대표 울산 남을 이재명 대표 인천 계양을 윤재옥 원내대표 대구 달서을 홍익표 원내대표 서울 서초을

박대출 전 정책위의장 경남 진주갑 김민석 전 정책위의장 서울 영등포을

이만희 전 사무총장 경북 영천-청도 조정식 사무총장 경기 시흥을 김석기 전 최고위원 경북 경주 정청래 최고위원 서울 마포을 강대식 전 최고위원 대구 동-군위을 고민정 최고위원 서울 광진을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 부산 수영·탈당 박찬대

“노인·부자로 지지층 쪼그라들어” 여당내 반성론

60대 이상서만 총선 출구조사 승리 서울 당선 대부분이 집값 비싼곳

지상파 3사(KBS·MBC·SBS)가 지난 10 일 발표한 22대 총선 출구조사에서 국 민의힘은 60대(민주당 34.1%·국민의

힘 62.9%)와 70대 이상(민주당 25.3%·

국민의힘 72.7%)에서만 더불어민주당

에 앞섰다. 민주당은 20대 이하(민주당

59.3%·국민의힘 35.4%), 30대(민주당

52.8%·국민의힘 41.9%), 40대(민주당

62.5%·국민의힘 32.3%), 50대(민주당

55.8%·국민의힘 33.9%)에서 고른 지지 를 받았다.

2년 전 대선·지방선거 출구조사와 비

교하면 2030세대에서 국민의힘 지지

율 하락이 컸다. 대선 출구조사에서 윤

석열 대통령은 30대에서 48.1%를 득

표할 것으로 예측돼 이재명 민주당 후

보(46.3%)를 1.8%포인트 차이로 따돌

렸다. 30대 여성 층에선 42.6%로 이 후

보(49.7%)에 뒤졌지만 30대 남성에서

52.8%의 지지를 보여 이 후보(42.6%)

를 크게 앞선 결과였다. 총선 출구조사 에서도 2030 남성 사이에서 국민의힘의 민주당에 대한 우위는 확인됐지만, 격 차는 각각 2.3%포인트, 1.3%포인트로 줄었다.

국민의힘은 김재섭(서울 도봉갑) 당 선인을 제외하면 한강을 따라 집값이 비싼 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마포·동 작구에서만 10명의 당선인을 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80.6%)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서울 내 국민의힘 득 표율 상위 16개 동이 모두 강남 3구였다. 반면에 가장 낮은 득표율을 보일 것으 로 조사된 곳은 성북구 동선동(33.7%) 이었다. 국민의힘 중진은 “2030의 지지 가 빠지면서 국민의힘 지지층은 부자와 노인, 영남으로 쪼그라들었다”고 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2024년 4월 15일 월요일 4 제18074호 40판 이슈 위기의 여권
야당과 반대
연수갑 강민국 전 수석대변인 경남 진주을 서영교 최고위원 서울 중랑갑 김형동 전 비대위원장 비서실장 경북 안동-예천 장경태 최고위원 서울 동대문을 20대 122석 21대 121석 22대 122석 더불어민주당 82 (67.1%) 더불어민주당 103 (85.2) 더불어민주당 102 (83.6) 개혁신당 1(0.8) 정의당 1(0.8) 무소속 1(0.8) 국민의당 2(1.6) 무소속 2(1.6) 정의당 1(0.8) 새누리당 35(28.9) 미래통합당 16(13.2) 국민의힘 19(15.6) >> 1면 수포당에서 계속 A6  2024년 4월 16일 화요일
최고위원 인천

여권 “총리·비서실장 함께 발표할수도  대통령 막판 고심”

“비서실장 원희룡 유력검토 맞지만

새롭게 검증 착수한 인사도 있어”

후임총리에 김한길·주호영 등 거론

여당의 4·10 총선 참패가 부른 내각과 대통령실 개편 문제에 대해 윤석열 대통

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르면 14일 발표가 유력했던 새 대통령비서실장 인

선도 미뤄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의 통화에서 “지난주 윤 대통령에게 후 임 비서실장 후보군을 정리해 보고했지 만,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라 며 “상황이 엄중한 만큼 인사 검증과 여

론 추이를 살피며 신중을 기하고 있다” 고 말했다. 총선 후 윤 대통령의 공개 일 정은 14일 주재한 중동 사태 관련 긴급 경제·안보회의가 유일했다. 15일에도 공 개 일정은 없다.

후임 비서실장으로는 정책적·정무적

능력을 두루 갖춘 정치인 출신을 중심

으로 대상을 계속 좁혀 나가는 분위기

라고 한다. 특히 지난 주말 사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14일엔 여권 핵심 관계자발로

윤 대통령이 원 전 장관을 낙점했다는

보도까지 나왔지만, 대통령실에선 “아

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만 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원 전 장관을 가

장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는다”

면서도 “다만 이번 교체 인사가 총선 후

윤 대통령의 국정 쇄신 구상이 반영되는

첫 인사 조치라는 점에서 끝까지 복수의 후보를 놓고 윤 대통령이 고민하고 있다”

고 전했다. 원 전 장관 외에는 김한길 국

민통합위원장과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최중경 전 지식경 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이름도 거론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후보군 중에는 새롭 게 검증에 착수한 인사도 있다”며 의외 의 인물이 발탁될 가능성도 열어뒀다.  앞서 내각을 총괄하는 한덕수 국무

비윤 대표-친윤 원내대표?  내일 당선인 총회, 수습책 논의

여당 전대시기·쇄신강도 논의 예정

친윤 안팎 “당 대표 비윤에 넘겨도 원내대표 사수 땐 특검방어 가능해”

4·10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새 지 도체제 구성 등 당 수습을 위한 내부 의 견 수렴에 돌입했다. 윤재옥 당대표 권

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4일 국민의힘· 국민의미래 당선자들에게 ‘오는 16일 현 충원 참배 및 당선자 총회를 개최한다’ 고 알렸다. “충격 최소화와 조기 수습만

이 살길”이라는 분위기 속에 15일 4선

이상 중진 모임, 16일 당선자 총회를 연

달아 열기로 한 것이다.

차기 여당 지도부 구성을 둘러싼 핵

심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언

제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선출할

지’가 첫째다. 차기 전대 시기는 새 비상

대책위원회 구성 여부 및 성격과 맞닿

아 있다. 한동훈 비대위 해체 후 당내에

선 “원내대표 중심으로 비대위를 꾸려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6월 말~7월 초에

가급적 빨리 전당대회를 열자”(수도권

당선인)는 ‘6말 7초 조기 전대론’이 제

기됐다. 이럴 경우 새 비대위는 전대 추

진을 위한 징검다리 성격의 ‘실무형 비

대위’가 될 공산이 크다. 반면에 비대위

를 건너뛰고 조기 전대로 직행하자는 ‘비대위 무용론’도 있다.  또 하나의 쟁점은 친윤·비윤 중 누가 주도권을 차지하느냐다. 비윤계는 2020

년 21대 총선 참패 후의 김종인 비대

위 전례를 들어 “전반적 당의 체질 개

선을 시도한 ‘쇄신형 비대위’가 필요하 다”고 주장한다. 당시 당명 교체, 대국 민 사과 등의 노력 끝에 국민의힘이 이 듬해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비 윤계로 분류되는 잠정적 당권 주자들 은 “뼈를 깎는 성찰의 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나경원 당선인), “국정

기조 전면 혁신과 대전환 필요하다”(안

철수 당선인)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친윤계는 쇄신과 국정 안정을 모두 고

려해야 한다는 기류다. 친윤계 중진은

“정권이 3년 남았는데, 대통령 하는 일

에 반기만 들어서야 국정 운영이 제대

로 되겠느냐”며 “22대 총선 당선자 중

절반 이상은 친윤 성향”이라고 주장했

다. 당 주도권을 비윤에게 내주기 어렵 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원내대표 우선론’도 고개

를 든다. 당장 현실로 닥칠 가능성이 커

진 특검 정국 등을 고려할 때 새 원내대

표를 먼저 세우는 것이 대야 협상에 유

총리와 이관섭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 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 참모진은 총선 다음 날인 지난 11일 일제히 사의를 표 명했다.

대통령비서실장 발표가 늦어지는 걸 두고 여권 관계자는 “당초엔 먼저 대통 령비서실장을 발탁한 뒤 총리 인선 논 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윤 대통령이 총리와 비서실장을 포함한 새 로운 진용을 한꺼번에 고민하는 것 같 다”고 분석했다.  후임 총리로는 권영세·주호영 의원, 이 주영 전 국회부의장 등이 거론된다. 김한 길 위원장은 비서실장뿐만 아니라 총리 후보군으로도 이름이 언급된다. 총리 후 보군 리스트에는 대학 총장급 교수 출신 들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새 총리 후보 는 국회 동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 만큼 야권의 거부감이 작고, 청문회를 무사 통 과할 수 있느냐가 우선 고려 대상이라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리하다는 주장이다. 친윤계 안팎에선 “당대표나 비대위원장은 비윤에 넘기더 라도, 원내대표를 사수하면 특검 정국 에서 최소한의 방어가 가능할 것”이라 는 말도 나온다.  이날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4선 김도읍, 3선 송석준·이철규·추경호 당 선인 등 중진이 거론됐다. 국민의힘 관 계자는 “15일 중진 모임 의제 중 하나는 원내대표 선출 여부가 될 것”이라며 “중 진들이 대략적 틀을 잡고 당선자 총회 에서 보다 구체적 논의를 이어갈 전망” 이라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 2024년 4월 16일 화요일 A7 2024년 4월 15일 월요일 5 이슈 위기의 여권
14일 국회 본청 국민의힘 비대위원실 앞에 22대 총선 관련 포스터가 붙어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 는 오늘(15일) 4선 이상 총선 당선인들과 당 수습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A12  2024년 4월 16일 화요일

중대범죄일수록‘벨 <공인전문검사>

성범죄 수사 매뉴얼 만들던‘벨트’

성범죄 전문 변호사로 실적 홍보

“수사 전문성을 변호에 쓰는 만큼 스스로 사건 가려서 수임할 필요”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중앙일보 취재에 “벨트를 취득하는 것은 검사 입장에서 치열하게 노력한 결과이고, 그만큼 사 건을 보는 눈이 밝고 경륜이 있다는 뜻” 이라며 “(퇴직 후) 가해자 측이 잘못을 반성하고 재범에 이르지 않도록 도와 달라고 한다면 이를 이끄는 것도 변호 사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단계 수사 분야 1급 블랙벨 트를 땄던 이종근 변호사가 퇴임 후 고 액 수임료를 받고 다단계 피의자를 전 문 변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 세 금으로 양성한 벨트 검사가 새로운 전관 양성 통로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강하 게 일고 있다. 검찰 내에서도 “벨트 제도

‘벨트’퇴임 후 40%가 10대 로펌행 변호사 3만명 시대‘몸값 보증수표’

매년 말 각 수사 분야별 내로라하는 실 적을 쌓은 검사들은 한층 분주해진다. 성범죄·금융·조세 등 47개 분야에서 검 찰을 대표할 만한 ‘전문검사(벨트 검 사)’를 선발하는 대검찰청 공인전문검 사 인증 심사위원회에 지원서를 내기 위 해서다. 지원자 4명 중 3명은 탈락한다.

매년 100명 안팎의 검사 중 최종 인증을 받는 건 20여 명뿐이다.

벨트 검사(공인전문검사) 제도는 황

가 전관예우 금지 제도를 비켜가는 일종 의 틈새 구멍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지 적이 나왔다. 사회적 관심이 쏠리거나

혐의가 중대한 범죄일수록 벨트 검사 출

신 변호사를 찾는 경향은 두드러졌다.

마약 상습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

인의 변호인단에 마약 분야 블루벨트를

보유했던 고위 검사 출신 변호사의 이름 이 올라 있어 논란을 일으킨 것도 단적 인 사례다. 이른바 거물 피의자일수록 벨트 검사를 찾는 건 “해당 분야의 전 문성과 검찰 네트워크를 겸비한 셈이라 의뢰인이 찾지 않을 이유가 없다”(수도 권 부장검사)는 경쟁력 때문이다. 반면

에 검찰 입장에선 벨트 검사 출신 때문

에 수사와 재판의 난이도, 즉 비용이 커 진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 출신

변호사가 주로 수사 단계까지 선임되는

점을 고려하면 알려지지 않은 사례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벨트 검사 출신은 해당 분야

검사들, 연말마다 ‘벨트 경쟁’  실적·경력 내세워도 4명 중 3명은 탈락

교안 법무부 장관 시절인 2013년 검사들 의 수사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도입 했다. 10년간 누적 289명의 벨트 검사가 배출됐다. 수사 전문성이 강화되는 등 선순환 구조가 구축됐다는 평가도 나 온다.

1(블랙)·2급(블루) 벨트를 따면 해당 분야 사건을 주로 맡는 중점 검찰청이 나 부서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마약

분야 벨트 검사는 강력범죄수사부에, 성범죄 분야 벨트 검사는 여성아동범죄

조사부에 배치되는 식이다.

대검 예규상 벨트 검사는 2년 이상 재

직했다면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론 10년 정도의 전문 경력과 실적을 쌓 아야 합격권에 든다. 블루벨트를 따면 블랙벨트에 도전할 기회를 얻는다. 블랙 벨트를 취득한 검사는 지난 10년간 8명 뿐이다.

의 경쟁력을 홍보하고, 그 결과 자신이 검사 시절 수사한 사건과 유사한 구조에 서 혐의를 받는 피의자를 맡게 될 가능 성이 크다. 검사 시절 여러 건의 대형 금 괴 밀수 사건을 수사·기소한 공적으로 블루벨트를 딴 뒤 퇴직해 중국 국적의 금괴 밀수범을 변호한 사례도 있었다.  관세 분야 블루벨트 변호사가 맡은 피고인은 중국에서 한국으로 총 159㎏ (약 72억원 상당)의 금괴를 밀수하는 등 의 범죄를 저질렀다. 1심 재판부는 “밀 수입 방조 행위는 국가의 관세 부과·징 수권을 침해하고 무역 질서를 어지럽히 는 범죄로 그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초 범임을 감안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 예 3년을 선고했다.  벨트 검사 출신의 한 대형 로펌 변호사 는 “검사 시절 공직에서 쌓은 수사 전문 성을 범죄자 변호에 사용하는 만큼 스스 로 사건을 가려서 수임할 필요가 있다” 며 “특히 피해자들 돈으로 수임료를 받 거나 피의자 죄질이 흉악한 경우라면 더 욱 윤리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격증으로 기능한다는 점이다. 중앙일

보 전수조사 결과, 변호사로 활동 중인

전직 벨트 검사 78명 가운데 31명(40%)

이 김앤장 등 10대 로펌에 취업했다. 블

랙벨트의 경우 현직 검사 2명을 제외하

면 퇴직한 6명 전원이 로펌 소속이었다.

개업 변호사 3만 명 시대에 ‘몸값 보증

수표’로서 효과가 있다는 점이 톡톡히

입증된 것이다.

이 중 성범죄·마약·금융 등 특정 분

야는 시장에서 ‘신흥 전관’급 대우를 받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벨트 검사를 배출한 분야는 성범죄(24명)였다. 이 중 블랙벨트 1명과 블루벨트 1명이 현재 변 호사로 활동 중이다. 2위는 시세조종·사 기적 부정거래 등으로 대표되는 증권· 금융(15명) 분야였다. 이 밖에 조세(14 명), 마약(12명), 선거(11명), 공정거래(10 명) 등이 상위 분야로 꼽혔다.  문제는 벨트가 검사 퇴직 후 일종의

는다고 한다. 각 로펌은 ‘OO 분야 유일 한 블랙벨트’ ‘대검찰청이 인증한 전문 성’ 등 벨트 자체를 수임에 활용하고 있 다. 이 때문에 선후배 벨트 검사가 한 사 건에서 검사 대 변호사로 법정에서 마 주치는 일도 잦다. 대마 흡연·수수·매 매 혐의로 지난해 징역 10개월, 집행유 예 2년이 확정된 고려제강 창업주 손자 홍모(40)씨 사건에서 기소 검사는 2021 년, 변호에 나선 대형 로펌 변호사는 2015년 각각 마약 블루벨트를 땄다. 김정민·정진우·양수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 2024년 4월 16일 화요일 A9 2024년 4월 16일 화요일 6 기획 벨트 검사 전수조사
트’찾아  72억 금괴밀수범도 집행유예
1면 벨트
>>
검사에서 계속

여당, 급할 때마다 외부수혈 의존  “당내 청년들 키워야”

‘총선 참패’ 국민의힘 문제는

수직적 문화, 내부인재 활용 적어

보좌진 출신 당선인 여 2명·야 18명

총선 때만 외부‘간판’영입에 몰두

“보좌진은 국회의원으로 가는 징검다 리”라는 말은 더불어민주당에선 맞지 만 국민의힘에선 틀린 말이다.

관 생활로 정치 근육을 키웠다. 상대적

으로 의원과 보좌진이 ‘동지적 관계’를

맺는 전통이 깊다”고 말했다.

여권에도 과거엔 보좌관 출신 정치인

이 여럿 있었다. 이정현(3선), 김선동·정

양석(이상 재선) 전 의원 등이 그런 사례

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불출마했고 이

전 의원과 김 전 의원은 험지에서 낙선했

다. 4선 권성동 의원은 지난달 19일 페이 스북에 “(비례 공천 명단을) 당 사무처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보좌진은 어떻

중앙일보가 15일 22대 총선 당선인 경력을 분석한 결과, 민주당 초·재선 중 엔 최소 18명이 국회 보좌진 출신인 반 면, 국민의힘에선 2명 정도에 불과하다. 민주당 소속 재선 9명(강득구·김영배· 김원이·박상혁·박수현·신영대·이해식· 장철민·허영)과 초선 9명(김성회·김영 환·김우영·문대림·박민규·안태준·이기 헌·이연희·채현일)이 과거 의원실 비서 관·보좌관 등으로 활동했다. 국민의힘 에서는 재선 정희용·초선 강명구 당선 인이 같은 케이스다.  전직 민주당 의원은 “김경수 전 의원, 유시민 작가 같은 유명 정치인도 보좌

김재섭 당선

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새 얼굴마저 중

“신인들, 험지 낙선 악순환 반복 책임있는 자리 맡기고 정당 보상을”

한강벨트를 벗어난 서울 강북 지역의 유일한 국민의힘 소속 당선인은 김재섭 (37·서울 도봉갑)이다.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 당 선인은 “영입 인재에 목을 매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청년에게 책임 있는 자리를 맡기고 정당한 보상을 하면서 정치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그는 청년 정당을 준비하다 미래통합당(국민의

황교안·한동훈 등 중도층 잡기 한계 김재섭 국민의힘

게 생각하고 있는지, (순번) 배치는 어떻 게 돼 있는지, 그걸 보면 답이 나온다”고 썼다. 익명을 원한 TK지역 보좌관은 “의 원과 보좌진을 주종 관계로 인식하다보 니, 사람이 필요하면 외부에서 급조하는 게 이 당의 공식”이라고 토로했다.  급할 때면 간판부터 밖에서 찾는 일 이 반복되며 여권의 인물난은 심화됐

<도봉을> 인 “정치신인에 열정페이 문화 없애야”

에 4·10 총선에선 안귀령 민주당 후보

를 1.2%포인트 차로 꺾었다.

김 당선인은 “기쁨은 하루 밖에 안

갔다. 함께 고생했던 청년 후보가 경선 혹은 본선에서 대거 낙마한 것이 뼈아 팠다”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청년 정치인이 이번 총선

에서 대거 낙선했다.

“영남과 서울 강남 3구 외 국민의힘

신인이 당선될 수 있는 지역구는 사실

상 없다. 인재 영입도 어렵지만, 영입한

인재가 당선될 만한 지역 자체가 제한

돼 있다보니 인재영입→험지 낙선→정

치 포기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반면 민

힘 전신)에 합류해 도봉갑에 공천받았

지만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졌다. 당협위원장을 맡아 4년간 뛴 끝

주당은 장경태·전용기 의원 등 청년 몫

으로 원내 진입한 의원이 안정적 지역에

공천을 받아 재선 고지를 밟았다.”

다. 황교안 전 대표와 한동훈 전 비대위 원장 모두 정치 경험이 전무한 상태로 총선 지휘봉을 잡았다. 최병천 신성장경 제연구소장은 “‘비대위 설치→간판 영

입’이 반복된다는 건 체질이 약해졌다

도층 지지를 회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는 “한동훈 전 위 원장도 권력에 할 말을 못 했다. 중도적 스탠스의 인물이 하나도 보이질 않으니 수도권에서 이길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새누리당이 찬 반으로 크게 갈린 이후 ‘정통 보수’와 ‘중 도 보수’가 사사건건 반목해 온 것도 인 재가 자라기 어려운 토양으로 작용했다. 당내에선 “보수 정체성 위에 다양한 스 펙트럼이 허용되던 전통이 탄핵 이후 단 절됐다”는 말도 나온다. 엄기홍 경북대 교수는 “현재 국민의힘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느냐’가 결여된 정당”이라고 했다. 한 수도권 당선인은 “이준석을 두고 ‘싸 가지 없다’고 하는 분위기에선 쇄신은 먼 얘기”라고 말했다. 심새롬·김효성 기자 saerom@joongang.co.kr

-국민의힘이 ‘수포당’(수도권 포기당)으

로 전락했다.

“불과 2년 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이 압승했다. 그때는 영남 정당이 아니 었다. 잘했던 걸 복기하면 된다. 대통령

실과 국민 생각의 괴리를 당이 바로잡 고, 민주당이 지켜내지 못했던 정의와 공정을 관철하려고 했던 때로 돌아가면 될 것 같다.”  -정치 신인은 생계도 고민이지 않나.

“4년 전에 첫 출마 땐 미혼이었고, 직 업이 없어도 ‘설마 굶어 죽기야 하겠나’

라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하지만 이제

결혼도 했고, 곧 아내가 출산도 앞두고

있다. 다행히 글을 쓰거나 방송 출연 등

4년 동안 여러 기회가 있었지만, 정규직 직장인이 원외 당협위원장을 하는 건

너무 어렵다. ‘부자만 정치한다’는 이야 기가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의 ‘열정 페 이’ 문화를 지양하고 책임 있는 자리를 맡기고 정당한 보상을 주는 방법을 찾 아야 한다.”  -22대 국회에서 어떤 의정 활동을 하고 싶나.  “대화와 타협이 이뤄지는, 말 그대로 정치를 하는 국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 고 싶다. 지금은 여당과 야당이 대화가 안 되고, 제도와 제도가 부딪히고 있다. 민주당은 무리하게 법안을 통과시키고 대통령실은 거부권으로 맞서면서 정치 의 공간이 사라졌다. 또 여야의 젊은 의 원들과 ‘위성 정당 방지법’과 같은 법안 을 논의하고 싶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A10  2024년 4월 16일 화요일 2024년 4월 16일 화요일 10 이슈 위기의 여권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0년 4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개표상황실을 떠나고 있다. 오른쪽 사 진은 지난 11일 사퇴 기자회견을 한 후 당사를 나서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김성룡 기자, [연합뉴스]
서울 도봉갑

이슈 세월호 사람들 인터뷰

2014년 4월 16일로부터 3654일, 만 10년이 흘렀다. 기억 속 세월호는 여전히 위태로운 모습 그대로다. 국민 생명이 최우선인 안전한 나 라는 아직 요원하다는 뜻이다. 그래도 남겨진 이들은 슬픔의 심연에만 갇혀 있지 않았다. 304명을 가슴에 묻고 새긴 채 안간힘을 다 해 살아냈다. 마음 치유사로 다시 선 생존 학생, 기간제 교사 딸의 차별 철폐를 끌어낸 아버지, 다른 재난 현장을 찾아 봉사하는 어머 니들, 선장의 사죄를 끌어낸 목사. 이들에게 지난 10년의 시간을 물었다. 이보람·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트라우마 안고 살아난 우리 동일본지진 생존자 보듬어 ‘운디드힐러’ 만든 생존자 유가영씨

‘운디드 힐러(상처 입은 치유자)’. 유가영(27)씨가 그 날 세월호에서 함께 구조된 친구 3명과 2018년 결성 한 단체다. 지난 9일 안산 단원고 앞에서 만난 그는 “트라우마를 안고 생존한 우리가 다른 재난의 생존 자를 치유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시 서는 게 쉽지 않았다. 단원고 2학년 2반이 었던 그는 기울어진 선실에서 친구가 내민 손을 잡 고 겨우 빠져나왔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와 우울증에 시달렸고, 정신병원에도 입원했다. “요즘도 찾아드는 악몽이 저를 그날의 바다로 데 려갑니다. 나만 살아남아 괴로워하는 꿈, 주위 사 람들이 떠나가는 꿈.”

그 바다에 머무는 대신 나아가는 길을 택했다. ‘운디드힐러’로서 트라우마 아동·청소년을 돕는 다. NGO 활동가 교육을 받고 지난달엔 동일본 대 지진 생존자도 만났다. 에세이 바람이 되어 살아 낼게를 펴낸 그는 “제 인생을 기록하며 10년, 그다 음 10년도 기어이 살아내겠다”고 말했다.

학생들 구하려다가 떠난 딸

기간제 순직 인정돼 위안

‘교사차별 철폐’ 외친 김성욱씨

세월호 희생자 중 단원고 교사는 11명이다. 2학년 3반 담임 김초원(당시 26세)씨는 참사 이후 3년 넘

게 ‘기간제 교사’란 이유로 순직을 인정받지 못했 다. 참사 당시 탈출이 쉬운 5층에 있었지만, 학생들 을 구하러 4층에 내려갔다. 아버지 김성욱(64)씨는 순직 인정과 기간제 교사 차별 철폐를 촉구하며 3

년간 전국을 돌았다.

지난 11일 만난 김씨는 안산 4·16 민주시민교육

원 기억관의 딸 책상 앞에서 참사 전날을 회상했

다. “딸은 학생과 처음 떠나는 수학여행에 들떴고

바빴습니다.” 참사 이틀 뒤 새벽 딸은 구명조끼도

없이 떠날 때 모습 그대로 떠올랐다. 김씨는 회사

생활을 접고 낙향한 뒤 딸의 신원에 매달렸다. 딸

은 2018년 1월 또 다른 기간제 교사 이지혜씨와 함

께 국립대전현충원 묘역에 안장됐다.

김씨는 “남들은 잊으라지만 땅에 들어가야 없어

질 아픔”이라며 “딸을 대신해 기간제 차별을 없앴

다는 의미를 남겨 위안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연탄 나르고 김장 2000포기 위로받은 순간을 나눈 것뿐 ‘세월호 유족 봉사단’ 만든 박정화씨

그날 딸인 단원고 2학년 9반 조은정 양을 떠나보

낸 박정화(56)씨는 그해 겨울 달동네 독거노인들

을 위한 연탄 배달과 2000포기 김장 나눔 봉사를 시작했다. 지난 12일 4·16 꿈숲학교에서 만난 박씨 는 “참사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시작한 일”이 라고 설명했다.  참사 전까지 박씨는 버섯요리 식당을 하던 평범 한 엄마였다. ‘나 홀로’ 봉사에 나선 지 4년쯤 지나, 단원고 학부모 20여명과 4·16가족나눔봉사단을 꾸리고 단장을 맡았다. “진도체육관, 팽목항, 안산 분향소까지, 4년 넘게 같이 마음 아파하고 보듬어

준 분들한테 큰 위로를 받았어요. 그래서 다른 어 려운 사람에게 나누기로 한 거예요.”

누군가를 돕는 건 단원들이 버텨내는 원동력이 다. 그래도 아이들이 희생되는 사건·사고는 여전히 마주하기 힘들다. 최근 재난안전전문가 중급과정

을 수료한 박씨는 “아이들이 좀 더 안전한 사회에

서 살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준석 선장·선원들에 편지 그들의 참회로 유족 위로

‘속죄’ 이끌어낸 목사 장헌권씨

장헌권(67) 광주 서정교회 담임목사는 세월호 참 사 책임자 재판을 모두 방청했다. 지난 13일 광주 금남로 시민분향소에서 만난 그는 “처음 재판 보

러 간 날(2014년 6월 10일) 절규하는 유족을 보고 끝까지 곁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책임 자의 참회 촉구에 나선 건 그해 10월 교도소의 선 원 15명에게 “그날 일을 상세히 설명해달라”고 편 지를 쓰면서다.  2018년엔 무기징역형이 확정된 이준석 선장(79) 과도 편지를 주고받았다. 이 선장의 속죄 편지에 “범죄자의 참회를 끌어내서 뭐하냐”고 불만을 제 기하는 유족도 있었다. 장 목사는 그래도 그게 위 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난달 면회 때 이 선 장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유족에 고개를 들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왜 승객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 먼저 나왔는지”는 대답하지 않았 다. 장 목사는 “세월호 참사는 유족들이 끝났다고 해야만 끝나는 슬픈

 2024년 4월 16일 화요일 A11 2024년 4월 16일 화요일 12
역사”라고 말했다. 세월호 10년  치유하고 나누며, 다시 살아갑니다 유가영씨가 장애인 아트 미술 작품을 보고 있다. 손성배 기자순직한 딸의 사진을 품에 안고 있는 김성욱씨. 손성배 기자경로당에 양파 나눔 봉사를 간 박정화(왼쪽)씨. [사진 박정화]장헌권씨가 이준석 선장의 편지를 보이고 있다. 손성배 기자
A12  2024년 4월 16일 화요일

관계 돈독했던 이란·이스라엘 ‘이슬람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이 일어

나기 전만 해도 이란과 이스라엘의 관계

는 돈독한 편이었다. 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되자 이란은 50년 정식 국가로 인정

했다. 주요 이슬람 국가 중에선 튀르키

예에 이어 두 번째 승인이었다.

유럽에 망명 중이던 친미 성향의 무

함마드 리자 팔레비가 53년 친위 쿠데

타로 ‘샤(왕)’에 다시 오르면서 양국은 빠르게 가까워졌다. 정식 수교는 하지

않았지만, 영사관을 두고 텔아비브와 테헤란을 잇는 직항편을 운항했을 정

도였다.  당시 이스라엘은 이란을 비아랍권 국

가로 분류하고 우호 세력으로 삼기 위

해 노력했다. 이스라엘은 이집트·요르

단·시리아·레바논 연합군과 치른 ‘제3

차 중동전쟁’(6일 전쟁·1967년) 이후엔

석유의 상당 부분을 이란에서 수입했

다. 유럽으로 수출하는 이란산 석유를

보낼 송유관과 항만 시설을 운영하는 양국 기업 간 합작회사도 운영했다. 급

이스라엘 건국 2년 뒤‘국가’인정

합작기업 만들고 미사일 공동개발

호메이니 집권 뒤 모든 관계 단절

이란 핵개발 나서며 관계 더 악화

혁명’이후 틀어졌다

<1979년 이란>

물(AMIA) 폭탄 테러(94년) 등이 잇따 라 발생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지만, 이란은 테 러 관련설을 끝까지 부인했다.  이스라엘 역시 이란 반군 세력인

이란 인민무자헤딘(MEK), 준달라 (PRMI·이란 인민저항운동) 등을 은밀 히 지원했다.  2000년대 들어 이란이 핵개발에 나서 면서 양국 간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이 스라엘은 이란의 핵과학자들을 암살하

나왔다. 아랍국들이 공히 분노하는 지 점인 팔레스타인 문제를 도마에 올리기 위한 전략이었단 얘기다. 실제로 이스라 엘이 하마스가 실권을 장악한 가자지구 에 대한 대대적인 군사작전에 나서면서 그간 추진하던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 정상화는 모두 멈춰선 상황이다. 이스 라엘 내부에선 “이란이 놓은 덫에 걸렸 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기야 양국은 ‘플라워(flower)’란 명칭의

탄도미사일 공동 개발 프로젝트(77~79

을 우려하던 이스라엘은 이란에 무기를 지원하고 군사고문관을 파견했다. 이스 라엘은 그 대가로 이란으로부터 석유와 함께 이라크 군사시설과 관련한 상당량 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년)까지 가동했다.

하지만 이슬람 혁명으로 과격한 이슬

양 탄도미 하지 근본

축출 호메 적”이라 단절했 그 러 (80~8

람 근본주의 세력이 이란 정권을 거머 쥐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팔레비 왕조 를 축출한 혁명 지도자 아야톨라 루홀 라 호메이니는 이스라엘을 “이슬람의 적”이라고 선언하며 모든 공식 관계를 단절했다.  그러나 이듬해 이란·이라크 전쟁 (80~88년)이 발발하면서 양국 간 군사 밀월이 시작된다. 당시 이라크의 핵개발

하지만 겉과 속은 달랐다. 호메이니 정권은 전쟁 중에도 이스라엘을 겨냥한 칼날을 갈고 있었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에 무기를 제공하 고 군사훈련까지 시키며 길고 긴 ‘대리 전(proxy war)’을 준비하고 있었다.  실제로 90년대부터 헤즈볼라의 대이 스라엘 테러가 시작됐다. 29명이 숨진 아르헨티나의 이스라엘 대사관 폭탄 테 러(92년)를 시작으로 85명의 사망자를 낸 아르헨티나-이스라엘 친선협회 건

고, 2010년엔 이란 우라늄 농축시설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까지 가했다. 2009

설을 0 0 9

년 이스라엘에 강경파인 베냐민 네타

냐후 2기 정권이 출범하면서 양국 간 ‘강대강’ 국면은 더 악화했다. 이란

역시 2020년부터 미국이 주도한 이

스라엘과 중동 국가 간 관계 정상 화를 훼방놓는 등 이스라엘을 ‘중

동 내 왕따’로 고립시키는 전략을

계속 구사했다.

이 때문에 이란의 군사 지원을 받

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

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국경을 넘어 기 습 공격한 것이 우연이 아니란 풀이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1968년 이란과 이스라엘이 합작 투자한 송유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스라엘제 무기로 싸우는 이란군 병사. �2012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이스라엘 친선협회 건물 폭탄 테러 18주기 추모 집회. [중앙포토, AFP=연합뉴스]

‘섞어쏘기’공습, 이란은 성공 못했지만  “거리 짧은 한반도는 다르다”

이스라엘까지 1500㎞, 대부분 요격 “북 물량공세 나서면 치명타 우려”

이어 제5차 중동전쟁으로의 확전 가능 성이 제기되는 상황이 미국의 대북 억 제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 이 어떤 형태로든 중동에 발이 묶여 있 으면 이는 북한에는 고무적인 뉴스”라 며 “미국의 거듭된 경고에도 이란이 공 격을 감행함에 따라 미국의 고민이 깊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영국·프랑스·독일 “이란 공격 규탄”  중국 “미국이 확전 막아야” 의 지원 패키지 법안이 두 달째 하원에 승으로 석유를 손에 쥔 러시아가 한층 ohmaju@joongang.co.kr

 2024년 4월 16일 화요일 B3 2024년 4월 15일 월요일 8 이슈 이란, 이스라엘 공격
이가
전면광고 B4  2024년 4월 16일 화
전면광고 B5  2024년 4월 16일 화요일

“대중의 분노 이용한 트럼프, 민주주의만 악화시켰다”

“민주주의가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시

민이 삶을 스스로 결정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고, 정치인은 다양한 의견

을 취합해 정책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

델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는 지난 5일 (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하버드

대 톰슨홀에서 김선욱 숭실대 철학과 교

수와 만나 이렇게 이야기했다. 김 교수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비롯해 샌델의 최 신작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2023)

까지 국내에 출간된 샌델의 모든 저서를 감수하고 해제를 쓴 철학자다. 이 자리 에서 샌델은 “능력주의를 맹신하는 사회 에서 승자는 성공을 자기 노력의 결과로 만 여기고 패자는 실패를 자신의 탓으로

돌린다. 승자는 오만해지고 패자는 굴욕 을 당연시하게 된다”며 “이런 분위기가 양극화를 부추기고 대중의 분노를 키운 다”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

김 교수가 묻고, 샌델이 답했다.

“능력주의 맹신, 양극화·불평등 심화시켜”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는 어떤 내용 을 담고 있나.

“오늘날 정치는 숙고는 빠진 채 절차 의 공정성만 중요시하거나 양극화된 정

치적 입장을 가진 정치인들의 말싸움

자리로 변질됐다. 그 중요한 원인 중 하 나가 지난 수십년 간 우리를 지배한 능 력주의 문화다. 그 결과 경제적 양극화 와 불평등을 마주하게 됐다. 이 때문에 민주주의는 크게 약화됐고, 민주적 제 도는 위기에 빠졌다. 책에서 이런 현상 의 원인과 해결책을 다뤘다.” -현대 사회에서 능력이 강조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능력주의를 비판하는 것과 능력을 무시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승 자가 능력을 갖추고 성공한 것은 자기

정의란 무엇인가 쓴 마이클 샌델

능력 중요하지만 능력주의는 위험

승자 성공은 행운도 함께한 결과

오만해진다면 대중 분노만 커질 것

정치인, 시민의 말 공감·경청 필요

‘공동선’고민해 민주주의 살려야

노력 덕으로만 돌릴 수 없는, 많은 도움

과 행운이 함께한 결과다. 감사함을 잃 어버리고 오만에 빠지는 게 문제다. 승

자의 겸손이 양극화를 해결하는데 반

드시 필요하다. 패자도 실패가 자신의

탓만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새로운 시

작을 할 수 있다.”

-이것은 ‘자유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인 철학적 문제와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참된 자유란 무엇인가.

“우리는 선택의 자유와 자기의 이익

을 추구할 자유를 가진다면 자유로운

존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의 전

통에서는 시민적 공화주의 자유 개념이

더 지배적이었다. 시민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도록 결정적 영향력을 행

사할 수 있을 때 자유롭다는 것이다. 자

유는 자치와 직결된다. 미국이 추구한 민주주의가 본래 이런 것이다.”

-이런 의미의 민주주의는 무엇이 다른가.  “시민들은 공공의 사안에 대해 함께 숙고하고 공동선을 추구하게 된다. 타 운홀 미팅이 그런 사례다. 모두 평등한 주체로서 그런 역할을 잘 감당하는 것 이 시민의 덕목이다. 정치에서 시민의 토론과 대화, 공동선에 대한 고민이 중 요한 요소다. 이것이 민주주의를 살리 는 길이다.” -오늘날 정치문화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시민들은 지금 무력감에 빠져있다. 자신의 목소리가 정치인에게 들려지지 않고 중요시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시민 적 공화주의 자유 개념이 제도와 실천

모두에서 회복돼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 다시 출마해 강한 지지를 얻고 있는데, 이 현상을 어떻게 보나.  “트럼프는 능력주의의 결과인 대중

의 분노를 잘 포착하고 이를 이용하는데

탁월했다. 지난 수십년 간 깊어진 빈부 격차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엄청난 분노 감정을 잘 이용했다. 트럼 프가 그들에게 귀를 기울인 것은 잘했지 만,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

았고 민주주의를 악화시켰을 뿐이다.”

-대중의 분노의 배경에 정치 엘리트들의

역할이 있다는 얘기인데, 전문가들이 주요

정책 결정을 주도하는 건 전문성이 강조되

는 현실에 부합하지 않나.

“정부에 전문가가 있고 전문성을 잘

활용해야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 러나 정치인은 전문가만을 따라가면 안 된다. 예를 들어 팬데믹 때문에 언제 학 교 문을 열고 닫을지의 결정은 공동선을 염두에 두고 내려야 하는 정치적 결정이 다. 보건 전문가의 자문이 필수이지만, 그 결정을 전문가가 내려야 한다는 것은 기술관료제의 환상이다. 여기에서 필요 한 것은 정치인의 책임있는 판단력이다.” “정치인, 전문가 의견만 따라가선 안 돼”  -정치인의 역할이나 자질은 무엇일까.  “정치인은 시민들, 특히 어려움을 겪 고 있는 이들의 말을 공감을 갖고 경청 해야 한다. 전문가의 정확한 정보와 분 석을 활용하고 대중의 말을 경청하고, 공동선을 토대로 상황을 잘 고려해서 판단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아리스 토텔레스가 말한 실천적 지혜와 한나 아렌트가 말한 정치적 판단력이 바로 그것이다.” -요즘 대학에서 인문학은 능력주의 경 쟁에서 소외되고 있는데, 이 시대 인문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교수로 활동하면서 많은 사람이 철 학적 고민을 통해 삶이 변화되는 모습 을 봤다. 특히 대학은 모든 학생에게 인 문학을 가르쳐야 한다. 인문학적 사유를 갖도록 문학·철학·사학 등을 반드시 접 하게 하는 건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  -특별히 관심을 갖는 주제나 저술 계획 이 있나.  “급격히 발전하는 기술 문제에 관심이 있다. 인공지능(AI)의 등장과 챗GPT와 관련한 윤리적 의미, 빅데이터 시대의 프 라이버시 문제, 소셜미디어가 개인을 고 립시키는 현상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 다. 왜곡된 정보의 유통, 정치적 편향성 을 강화하는 미디어의 역할도 큰 문제다. 이런 문제를 책으로도 쓸 생각이다.” 정리=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B6  2024년 4월 16일 화요일 2024년 4월 15일 월요일 12 종합
마이클 샌델 교수(왼쪽)가 김선욱 교수와 지난 5일 미국 하버드대 톰슨홀에서 만나 ‘민주주의의 위기’를 주제로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 김선욱 교수]

박권의 미래를 묻다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교수

빛보다 빨리 갈 수 없는데 성간 여행을 할 수 있을까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의 우주탐 사선 보이저1호는 1977년 9월 지구 를 떠나 2012년 태 양계를 넘어섰다. 2024년 현재 지구 로부터 대략 240억 ㎞까지 멀어졌다 [사진 NASA]

4광년밖 외계인 침공 그린 ‘삼체’

450년 간 우주 여행해 지구 침공

실제로는 핵폭탄 로켓 써도 한계

빛 돛단배 우주선 아이디어 나와

인류가 더이상 자기 자신을 구원할

수 없다고 믿었다. 그래서 예원제는 대답한다. “오라. 우리는 당신들의 힘이 필요하다.” 그렇게 지구로부터 4광년 떨어진 알파 센타우리에 사 는 외계 지적생명체, 삼체인은 우주

함대를 구성해 지구로 향한 450년

에 걸친 침공을 시작한다. 참고로,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을 포함 한 알파 센타우리는 3개의 태양으 로 이루어진 삼체 항성계다. 삼체 항 성계는 카오스 현상으로 인해 태양

의 움직임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극

한의 생존 환경을 제공한다. 삼체인

은 생존을 위해 새롭게 이주할 행성

중국 작가 류츠신은 소설 삼체를 통해 2015년 아시아 작가 최초로 SF 소설계의 최고 상인 휴고상을 수상 했다. 삼체는 최근 넷플릭스 영화 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삼체의 주인 공 예원제는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 칭화대 물리학 교수인 아버지가 홍 위병들에게 반동분자로 몰려 광장 에서 매 맞아 죽는 모습을 지켜보았 다. 이후 예원제는 내몽골 지역의 수 용소로 끌려가 강제노역형에 처해 졌다. 하지만 수용소 근처에 있던 전 파천문연구소의 관계자들은 예원 제의 뛰어난 과학적 재능을 알아보 았다. 전파천문연구소에서 일하게 된 예원제는 곧 그곳에서 진행되는 연구가 매우 특별하다는 사실을 깨 달았다. 그 연구는 바로 외계 지적생 명체 탐사, 영어로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프 로그램이었다. 예원제는 태양이 일 종의 전파 증폭기로 작동할 수 있음 을 발견하고, 그것을 통해 인류의 존 재를 알리는 전파 신호를 전 우주로 발사하게 된다.  이후 8년이 지난 어느 날, 예원제 는 외계 지적생명체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대답하지 마라. 대답하면 너희 위치가 발각될 것이다. 나는 평 화주의자다. 하지만 우리 종족은 너 희를 죽이러 갈 것이다. 그러니 제발 대답하지 마라.” 예원제는 문화대혁 명과 같은 광기에 사로잡힐 수 있는

을 찾고 있었다. 빛보다 빨리 갈 수 없는 물체  만약 450년 후에 인류가 멸망한 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우 선, 450년 후는 너무 먼 미래라고 생 각할 수 있다. 그렇게 먼 미래에 인 류가 멸망하든 말든 그것이 나랑 무 슨 상관일까. 반대로, 인류는 450년 동안 과학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 시켜 삼체인의 침공을 준비할 수 있 다. 이것은 과거 450년 동안 이루어 진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을 보면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소설 속에 서는 이것을 두려워한 삼체인이 인 류의 과학기술 발전을 방해한다.)  발전된 과학기술을 가진 인류는 먼 우주로 나가 삼체인의 우주 함대 와 맞서 싸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불행히도 인류는 그리 멀리 가지 못 할 가능성이 크다. 아인슈타인의 상

대성 이론에 따르면 어떤 물체도 빛

보다 빨리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물 론 이러한 속도 제한은 인류뿐만 아

니라 삼체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된

다. 이것은 삼체인이 지구로 오는 데

에 450년이나 걸리는 이유이기도 하

다. 그렇다면 워프 드라이브나 웜홀

과 같이 공상과학(SF)적 아이디어

를 제외하고 현재 인류의 과학기술

을 이용해 최대한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핵폭탄 로켓과 빛 돛단배

거의 진공인 우주에서 추진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작용-반

작용 법칙을 이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물질이나 에너지를 뒤로 방출

하고 그 반작용으로 앞으로 나아가

는 것이다. 이것은 다름 아니라 바로

로켓이다. 현재 인류의 과학기술 수

준에서 가장 효과적인 로켓은 핵폭 탄이다. 예를 들어, 적절한 크기의

우주선에 1메가톤급 수소폭탄 30만

개를 붙인 후 한 개씩 터뜨리면 대략

한 달 후에 광속의 10%까지 가속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우주선은 대략

45년 후 알파 센타우리에 도착할 수

있다. 사실 중요한 점을 하나 빼 먹 었다. 우주선은 도착지에서 감속을 해야 한다. 이 점을 고려하면 수소폭 탄 중 절반은 감속할 때 써야 한다. 그렇다면 우주선은 대략 90년 후 알 파 센타우리에 도착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우주선 속에서 자식을 낳고 살 수 있다면 손자 세대 즈음에 알파 센타우리에 도착할 수 있다.  반면, 로켓은 우주선에 연료를 싣 고 가야 한다는 점에서 비효율적이 다. 그렇다면 우주선을 외부에서 밀 어주면 어떨까. 처음 들으면 믿기 힘 들겠지만, 빛은 바람과 같다. 빛을 반사할 수 있는 큰 돛을 달면 우주 선은 마치 바다 위 돛단배처럼 우주 를 항해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강 력한 레이저를 우주선에 달린 큰 돛 에 충분히 오랫동안 쬐어 주면 우주 선은 원칙적으로 광속에 가까운 속 도까지 가속될 수 있다. 실현 불가 능하다고 생각되는가. 놀랍게도, 이 아이디어는 이미 부분적으로 실현 되었다. 2010년 일본은 태양 빛을 이 용해 이카로스라는 돛단배 모양의 우주선을 금성까지 날려 보내는 임 무에 성공했다.  사실 이미 태양계를 벗어난 우주 선이 있다. 1977년 9월 5일에 발사된 보이저 1호는 35년을 쉬지 않고 날 아 2012년 태양계 밖 성간 공간에 진 입했으며, 다시 12년을 더 날아 2024 년 현재 지구로부터 대략 240억㎞ 까지 멀어졌다. 참고로, 보이저 1호 는 아무 추진력 없이 관성으로만 움 직이며 시속 6만㎞의 속도로 날아가 고 있다. 하지만 무지막지한 거리로 느껴지는 240억㎞는 빛이 대략 하루 걸리는 거리에 불과하다. 알파 센타 우리는 빛이 4년 걸리는 거리에 있 다. 우주는 정말 너무 넓다.

B8  2024년 4월 16일 화요일 2024년 4월 15일 월요일 26 오피니언

“더는 2인자가 아니다. 레버쿠젠이 마침 내 ‘준우승 트라우마’를 떨쳐내고 우승 의 꿈을 이뤘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홈페이지

는 15일(한국시간) 창단 120년 만에 처

음으로 마이스터샬레(분데스리가 우승

트로피)를 따낸 바이어 레버쿠젠의 우 승 소식을 이렇게 전했다. 레버쿠젠은

이날 독일 레버쿠젠의 바이아레나에서

열린 분데스리가 29라운드 홈 경기에서

베르더 브레멘을 5-0으로 대파했다.

이로써 선두 레버쿠젠(승점 79·25승4

무)은 2위 바이에른 뮌헨(승점 63·20승3

무6패)과의 격차를 승점 16으로 벌리며

남은 5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우승을 확 정했다. 동시에 지난 시즌까지 11연패를 달성한 ‘거함’ 뮌헨의 독주도 저지했다.

1904년 7월 제약회사 바이엘의 노동자들

이 모여 창단한 레버쿠젠이 분데스리가 에서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컵 대회

를 포함해도 1992~93시즌 독일축구협회 (DFB)포칼 이후 31년 만의 우승이다.

레버쿠젠은 차범근이 활약하던

1987~8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독일의 강

팀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유독 분데스

리가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준우승

만 다섯 차례 기록했다. 차범근이 뛴 여

섯 시즌(1983~89년) 동안 레버쿠젠의

리그 최고 성적은 6위였다. 손흥민(토

트넘)도 레버쿠젠에서 두 시즌(2013~15

년)을 뛰었는데 모두 4위에 머물렀다.

결국 ‘네버쿠젠(Neverkusen·절대 우승

못 할 레버쿠젠이란 뜻)’이란 조롱 섞인

별명까지 붙었다.

이날 우승이 확정되자 수만 명의 홈

팬은 그라운드로 난입해 선수들과 얼싸

안았다. 바이엘 본사가 있다는 것 외엔

내세울 게 없었던 독일 서부의 소도시

(인구 16만명) 레버쿠젠은 분데스리가

창단 120년 만에 분데스리가 우승 차범근·손흥민 거쳐간‘노동자팀’ 25승4무  남은 5경기 관계없이 우승 알론소 감독 부임 1년반 만에 쾌거 “이제 무패 우승 전설에 도전한다”

손흥민은 2015년 토트넘 이적에 앞서 두 시즌

동안 레버쿠젠에서 활약했다. [AP=연합뉴스]

우승 덕분에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2022~23시즌 도중인 2022년 10월 ‘소 방수’로 사비 알론소(스페인) 감독을 데

려온 게 레버쿠젠에 ‘신의 한 수’가 됐다.

43세 알론소는 레버쿠젠 이전엔 프로 1

군 지도 경험이 없는 초보 감독이었지

만, 베테랑 못잖은 지도력을 발휘했다.

부임 당시 17위였던 팀을 6위로 끌어올

린 그는 올 시즌엔 리그 29경기에서 무 패(25승 4무)를 달리며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했다. 알론소는 2016~17시즌 뮌헨에

서 은퇴했는데 당시 감독이 현재 세계적

인 명장으로 꼽히는 펩 과르디올라(스페 인) 맨체스터시티 감독이었다. 과르디올

라 감독에게 배운 전술 구사 능력이 일찌

감치 만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레버쿠젠의 기록 행진은 계속된다. 남

은 5경기에서도 패하지 않으면 무패 우

승의 전설을 쓴다. 지금까지 분데스리

가에서 무패 우승을 달성한 팀은 없었

다. 유럽 5대 리그 전체에서도 무패 우승 은 보기 드문 기록이다. 2000년 이후로 는 2003~04시즌의 아스널(잉글랜드)과 2011~12시즌의 유벤투스(이탈리아)만 달 성했다.

레버쿠젠은 또 다음 달 26일 DFB포 칼 결승에서 카이저슬라우테른과 우승 을 다툰다. UEFA 유로파리그 8강에도 진출했다. 1차전에서 웨스트햄 유나이 티드(잉글랜드)를 2-0으로 이겨 4강 진 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3관왕을 노 려볼 만하다  반면 ‘괴물 수비수’ 김민재와 ‘특급 스 트라이커’ 해리 케인(잉글랜드)을 영입 해 12연패를 노렸던 뮌헨은 힘 한 번 쓰 지 못하고 우승을 놓쳤다. 케인은 올 시 즌을 앞두고 토트넘을 떠나 뮌헨으로 이적했다. 공교롭게도 매 시즌 우승했던 뮌헨은 케인이 오면서 우승이 끊겼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올해 이랜드로 옮긴‘서울 오대감’ 9년간 한솥밥‘친정 팀’과 더비 “난 100% 이랜드 맨  긴장하시라”

“팀을 헷갈려 옛 동료 기성용에게 패스

할까 봐 걱정하는 팬이 있더군요. 분명

히 말씀드릴게요. 그런 일은 없을 겁니 다.(웃음)”

프로축구 K리그2 (2부) 서울 이랜드 FC의 베테랑 미드필더 오스마르(36·스 페인· ‘더비(지역 다. 이랜드는 17일 서울 목동 종합운동 장에서 열리는 2024 코리아컵(옛 FA컵)

K리그에서 많이 뛰었다. 동료 선수들이 ‘형님’으로 부른다. 베테랑의 노련미를 발휘해 내가 잘 아는 서울을 무너뜨리 겠다. 서울은 긴장하는 게 좋을 것”이라  올해 창단 10주년을 맞은 이랜드는 승격의 꿈을 안고 김도균 감독을 선임 한 뒤 야심 차게 2024시즌을 준비했다. 그러나 이랜드는 리그 7위에 머무르고 있다. FC서울 역시 김기동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고 우승을 목표로 내걸 었지만, 현재 6위에 머무르고 있다. 분 위기 반전을 위해서라도 두 팀 모두 코 가평=피주영 기자

 2024년 4월 16일 화요일 B9 2024년 4월 16일 화요일 B7 오늘의 운세 36년생 음식을 먹자. 식욕 없어도 잘 먹어 야 함. 한 것이 낫다. 비밀 누설 말고 복지 부동. 감추고 때를 기다릴 것. 고 조용히 몸이 건강해 47년생 종교에 관심을 가져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법. 편법은 사용 공 적인 것과 사적인 것 모난
우승 못할 레버쿠젠> 버쿠젠’의
‘네 <절대
반란  뮌헨 11년 천하 끝내다
�분데스리가 제패 직후 맥주 세례를 받는 사비 알론소 레버쿠젠
�그라운드에 난입해 창단 후 120년 만의 첫 우승을 만끽하는 레버쿠젠
감독(가운데).
팬들. 브레멘전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는 레버쿠젠 공격수 보니페이스. [AP·AFP=연합뉴스]
B10  2024년 4월 16일 화요일
로터스 부동산
LotusChung.com LotusChung
C.604.724.7593
April 16th, 2024
B12  2024년 4월 16일 화요일

Turn static files into dynamic content formats.

Create a flipbook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