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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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합 열차’  한동훈 “선거 지면 정부 뜻 못 펴” 압박

>> 1면 윤·한 충돌에서 계속

대통령실 주변과 친윤

계의 격앙된 목소리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

장은 적극 반박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역구

254명과 비례 명단 중에서 단 한 명이라

도 제가 추천한 사람은 없다”며 “사천이

라고 말하는 건 우스운 얘기다. 굉장히

이상한 프레임 씌우기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비례대표 호남

홀대론’엔 “(명단을) 보고받은 걸 보면

호남 출신 인사가 상당히 포함된 것으

로 안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충돌은 사

실 예견됐던 일이었다. 지난 1월 23일 충

남 서천에서 윤 대통령을 만난 한 위원

장이 ‘90도 인사’를 하며 1차 윤·한 갈등

이 이틀 만에 봉합됐지만 미봉책에 불

과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때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9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나경원(왼쪽), 장진영 후보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을 겨눈 핵심 명

분은 한 위원장의 ‘사천’ 논란이었다. 김

경율 비대위원을 서울 마포을에 공천하

려 한 것을 절차적으로 문제삼았다.

1차에 이어 2차 윤·한 갈등의 본질 역

시 총선 주도권 문제라는 게 여권의 평가

다.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대명제는

두 사람 모두 동일하다. 하지만 총선을 누

가 주도하느냐에 대한 각론에선 입장 차

이를 보인다. 한 위원장은 여러 차례 “선

거는 내가 치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에 친윤계 내부에선 “비대위원장을

만들어준 게 누구냐. 윤 대통령 아니냐.

윤 대통령 입장에선 한 위원장이 ‘대리

인’ 아니겠냐”는 인식이 강하다.

권성동 “싸움 붙이지 말라” 확전 자제

‘수사 회피’ 논란의 중심에 선 이종섭

주(駐)호주 대사와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 파문을 일으킨 황상무 대통령실 시 민사회수석 거취 문제도 총선을 대하는

두달 만에 또다시 ‘비례 사천 논란’

여권 “비례 발표 10분 전 용산 통보”

한동훈 “사천 프레임, 우스운 얘기”

‘이종섭·황상무 리스크’도 인식차

용산 “한의 사퇴 압박, 야당만 유리”

한동훈 “선거지면 윤 정부 뜻 못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한 위원 장은 지난 17일 “이 대사 즉각 소환”을 요 구하고, 황 수석에 대해서도 “스스로 거 취를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대통령실

과 사전 조율되지 않은 발언이었다. 이후 한 위원장은 이날까지 사흘 연속 입장을 고수하며 대통령실을 압박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정 운영을 잘 하기 위해 총선에서 승리하자는 건데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는 문제를, 여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게 맞냐” 며 “내부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사안을 야당 프레임에 끌려가게 만들었다”고 성토했다. 반면에 한 위원장은 이날 “이 번에 지면 윤석열 정부는 집권하고 뜻 한 번 펼쳐보지 못하고 끝나게 될 것”이 라고 밝히는 등 총선에서 승리해야 정 상적인 국정 운영도 가능하다는 입장이 다. 총선 승리 그 자체가 중요하지, 이것 저것 따질 때가 아니라는 의미다.  총선을 목전에 둔 내부 분열은 치명적

이다. 어느 쪽에도 이득이 될 게 없다. 그

만큼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인식 차 이가 클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대통령

실 입장에선 자칫 ‘총선 개입’ 논란이 불

거질 수 있기에 공개적으로 사안을 뒤

집는 데는 한계가 있다. 친한계 인사들

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뜻이 다르다

는 건 친윤계의 호가호위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런 만큼 한 위원장은 당분간

‘마이웨이’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총 괄선거대책위원장이기도 한 한 위원장

은 이날 선대위 발대식에서 “정부와 집

권 여당은 조금이라도 오만하거나 국민

앞에 군림하려는 모습을 보였을 때 감

당할 수 있는 큰 위기가 왔었다”고 강조

했다. 듣기에 따라 ‘현 정부가 오만하다’

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수도권 격전지에서 ‘이종섭·황상무 리

스크’에 대한 부정적 민심을 겪고 있는

총선 후보들은 연일 한 위원장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인천 동-미추홀을 후보인 윤상현 의원은 “살을 내주더라도 뼈를

취하는 육참골단(肉斬骨斷)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고, 서울 중-성동갑 출마자 윤희숙 전 의원은 “나라의 미래 와 대통령,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두 분의 자발적 사퇴가 필요하다”고 했 다. 서울 종로 후보인 최재형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이관섭 비서실장의 교체 등 대통령실의 전면 쇄신”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이 표 출되고 있지만, 총선이 20여 일 남은 만 큼 양측은 확전을 자제하고 있다. 전날 공개 반발했던 이철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페이스북에 쓴) 글자 그대로 보 라”며 말을 아꼈다. 권성동 의원도 “친 한동훈계니, 윤석열계니 이런 식으로 프레임을 걸어서 자꾸 싸움 붙이듯이 하지 말라”고 했다.

이종섭 대사 측은 이날 오후 6시쯤 공 수처를 방문해 ‘조사기일지정촉구서’를 접수시켰다. 이 대사 측은 “수차례 밝혀 왔듯 언제든 출석해 조사에 응하고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골프접대 의혹’ 이시우, 공천 취소  국민의미래는 친윤계가 문제삼은 비 례대표 순번 17번이었던 이시우 전 국무 총리실 서기관의 공천을 취소했다. 전날 이철규 의원은 “생소한 이름의 공직자 2 명이 당선권에 포함된 상황”이라며 사 실상 이 전 서기관을 직격했다. 이 전 서 기관은 지난해 ‘골프 접대’ 의혹으로 4 급(서기관)에서 5급(사무관)으로 강등 됐던 사실도 알려졌다.  호남 홀대 논란은 여전히 남은 갈등 의 씨앗이다. 국민의힘 전북 후보자 일 동은 긴급 성명을 통해 “기대했던 전북 현장 정치인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 다”며 “전북 지역 총선 출마자들은 부 당한 처사가 시정되지 않을 경우 선거 운동을 모두 중단하고 후보직을 전원 내려놓겠다”고 했다.

2024년 3월 20일 수요일 3 이슈 총선 D-21 탈선한
A3  2024년 3월 20일 수요일

공시가, 송파 10%↑구로 2%↓ 잠

실주공 보유세 32% 뛸 듯

공시가, 집값 상승률 따라 큰 편차

은마 17% 상승, 이촌한가람 하락

장동건·고소영 아파트 164억 1위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지역별

로 큰 편차를 보이면서 공시가격 산

정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

났다. 지난해보다 공시가격이 30%

가량 오른 단지(잠실주공5단지)도 있는

반면, 오히려 하락한 곳(이촌한가람)도

있었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공

동주택(전국 아파트·연립주택) 공시가

격은 지난해 대비 전국 기준으로 평균

1.52%, 서울 기준으로 3.25% 상승했다.

하지만 공시가격 상승률은 자치구, 개

별 단지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2022년

크게 하락했던 서울 아파트값이 반등하

는 과정에서 지역별로 반등 폭의 편차 가 나타나면서다.

지난 한 해 동안 실거래가지수가

13.47% 상승(한국부동산원 조사)한 송

파구의 경우 평균 공시가격 상승률이

10.09%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가

장 높았다. 실거래가지수가 11.06% 상승

종부세

세종·서울 공시가, 평균보다 높아 집값 회복 못한 지방은 공시가 하락

>> 1면 공시가에서 계속

지역별·유형별·가격대별로 현실화율이

달리 적용되고 있는 점은 향후 개선해

야 할 과제로 꼽힌다. 30억원이 넘는 고

급 단독주택의 시세반영률은 40~50%

선에 그치고, 1억~2억원대의 지방 소형 주택은 70~80%로 책정돼 형평성에 어

단위: %, 자료: 국토교통부

주요 아파트 단지 공시가격 변동률

한 양천구도 공시가격이 7.19% 올랐다.

실거래가지수가 하락한 자치구에서는

공시가격이 오른 곳도, 떨어진 곳도 있

었다. 종로구는 실거래가지수가 2.39%

하락했는데 공시가격은 2.10% 오른 반

면, 구로구는 실거래가지수가 2.08% 하

락했고 공시가격도 1.91% 떨어졌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건 지난해 실

수요자의 선호도가 높은 주요 지역의

대단지 위주로 가격 반등 폭이 컸던 탓

긋난다는 문제 제기는 로드맵 도입의 배경이 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도 현실화

율을 동결하면서 전국 공동주택 공시

가격이 1.52%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2005년 공동주택 공시제도 도입 이후

2011년(0.3%), 2014년(0.4%)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변동률이다. 정부가 공시 가격의 시세반영률(현실화율)을 2020 년 수준으로 동결한 데다 수도권 등 일

변동률(%) 변동률(%)

2023년 공시가격 2024년 공시가격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82.61㎡

은마아파트 84.43㎡

이촌동 한가람 84.89㎡

래미안 옥수

84.81㎡

이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82㎡의 경우 공시가격이 지난 해 15억1700만원에서 올해 19억7200만

원으로 29.99% 올랐다. 송파구 평균 상 승률(10.09%)보다도 3배가량 높은데, 거래 가격이 2022년 12월 23억4600만원 에서 지난해 12월 28억5600만원으로 5 억원가량 상승한 영향이다. 강남구 대 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도 공 시가격이 지난해 15억4400만원에서 올

자료: 국토교통부

해 18억1200만원으로 17.36% 상승했다.

세무 전문가인 우병탁 신한은행 압구 정역기업금융센터 부지점장이 올해 공

시가격을 토대로 보유세를 시뮬레이션

한 결과, 세액 공제가 없는 ‘잠실주공5단 지’ 전용면적 82㎡ 소유주의 올해 보유

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는 지난해 439 만원에서 32.4%(142만원) 상승한 581만 원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올해 보유세는 2022년(915만원)보다 234만원 낮다.

대상 3만5000가구 늘어 ‘미분양 신음’대구·광주 공시가 하락

부 지역을 제외하고 지난해 시세 변동 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은 전년도 말 기준 부동산 시세에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적용해 산 출하는데, 정부는 세 부담 완화를 위해 현실화율을 69%로 2년 연속 동결했다. 만약 아파트 시세가 10억원이라면 공시 가격은 6억9000만원으로 산정하는 것 이다. 현실화율이 전년과 동일했던 만 큼 지난해 집값 상승·하락분이 사실상

공시가격 변동 폭으로 이어졌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종합부동산세의 과세 기준,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등 67개 행정제도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올해 공시가격을 지역별로 보면 세종 (6.45%), 서울(3.25%), 대전(2.62%), 경 기(2.22%), 인천(1.93%) 등이 전국 평균 (1.52%)보다 높았다. 반면에 미분양으로

신음 중인 대구(-4.15%)와 광주(-3.17%), 부산(-2.89%), 전북(-2.64%) 등 지방은

전국에서 공시가격이 가장 비싼 아파 트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더펜트하우스 청담’으로 나타났다. 4년 연속 1위에 올랐 다. 더펜트하우스 청담 전용면적 407.71㎡ 의 올해 공시가격은 164억원으로 전국에 서 가장 높았다. 지난해 공시가격보다 1 억6000만원 올랐다. 이 아파트에는 연예 인 장동건·고소영 부부 등 다수의 유명인 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원·백민정 기자 kim.won@joongang.co.kr

상대적으로 집값이 많이 회복하지 못 하면서 올해도 공시가격 하락세가 여 전했다. 1가구 1주택 종합부동산세 대상 이 되는 주택 수는 지난해 23만1391가구 (1.56%)에서 올해 26만7061가구(1.75%)로 3만5000여 가구 증가한다. 국토부 관계자 는 “지난해 집값이 지역별로, 또 같은 지 역 내에서도 고가·저가 단지별로 시세 변 동률이 높다 보니 가가호호의 공시가격 이 혼조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면 계속▶ 2024년 3월 20일 수요일 4 제18056호 40판 이슈 공시가 현실화 폐기
<5단지·82㎡ 581만원>
올해 보유세 시뮬레이션 439만 441만 267만 581만 523만 277만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82.61㎡ 자료: 우병탁 신한은행 압구정역기업금융센터 부지점장 단위: 원 단위: 원 은마아파트 84.43㎡ 래미안 옥수 리버젠 84.81㎡ 잠실주공5단지+ 래미안고덕 힐스테이트 82.61/84.74㎡ 1680만 1279만 32.40 18.70 3.60 31.28 2023년 보유세 2024년 보유세 역별 람)도 해 공 시가 했다 2024년 기준 2024년기준전년대전년대비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 송파 10.09 강동 4.49 은평 1.25 강서 2.97 양천 7.19 영등포 5.09 관악 -0.28 금천 -0.87 구로 -1.91 서초 1.93 강남 3.48 광진 3.32 중랑 -1.61 노원 -0.93 도봉 -1.37 강북 -1.15 성북 2.64 동대문 4.52 성동 1.87 종로 2.10 중구 2.18 용산 2.90 마포 4.38 서대문 2.25 동작 1.01 서울 3.25
리버젠
15억1700만 15억4400만 15억1100만 12억2800만 18억1200만 14억8700만 12억3400만 19억7200만 29.99 17.36 -1.59 0.49 -5.0~0% 이하 1.0~5.0% 이하 5.0% 이상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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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의대증원 오늘 대못  정원 200명 지역의대 다수 나올 듯

‘2000명 증원’ 의대별 배분 어떻게 비수도권 80%, 수도권 20% 할당

거점국립대 정원 최대 200명 전망

윤 대통령“면허로 국민위협 안돼”

의협“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너나”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분을 어

느 대학에 얼마나 배정할지 20일 발표

할 예정이다. 지역 거점 국립대와 미니

의대의 정원이 최소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대학

별 의대 정원 배정작업을 마무리하고

20일 오후에 공식 발표할 계획인 것으

로 전해졌다. 증원된 정원은 비수도권에

1600명(80%), 수도권에 400명(20%)이

배분될 전망이다. 현재 전국 40개 의대

정원 3058명 중 수도권 정원은 13개교

1035명(33.8%)이고, 비수도권 정원은 27개교 2023명(66.2%)이다. 정부 구상

대로라면 비수도권 의대 정원이 3623명

으로, 전체 의대 정원(5058명)의 71.6%

까지 상승하게 된다.

최대 수혜자는 비수도권에 있는 거점

국립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그

간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며 가장 강조

했던 부분 중 하나가 ‘지역 의료 인프라

확충’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거점 국립대 9개교의 정원은 제

주대 40명, 강원대 49명, 충북대 49명, 경상국립대 76명, 경북대 110명, 충남

대 110명, 부산대 125명, 전남대 125명, 전북대 142명이다. 이 중 일부를 제외하

고 대다수 대학의 정원이 200명 수준까 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135 명)·연세대(110명) 등 서울 주요 대학보 다 더 큰 규모다.

정부 관계자는 “대학별 정원 배분이 완료되면 의대 2000명 증원을 둘러싼 소 모적인 찬반 논란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

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대한의사 협회는 “의대별 정원이 확정 발표된다

면 이는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 너는 것과 동시에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다리마저 끊어버리는 파국적 결과를 초

래하게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의료계의 반발과 관

련, “의료개혁은 국민을 위한 우리의 과

업이며 국민의 명령”이라며, 2000명 증

원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

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

의를 주재하며, 의사들의 의료 현장 이탈

에 대해 “국민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부

여된 의사면허를 국민을 위협하고 불안

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

다”고 지적했다. 의료계 일각에서 주장

하는 ‘단계적 증원’에 대해서는 “매년 국

민들이 의사들 눈치를 살피면서 마음을

졸여야 한다면, 이것이 제대로 된 나라

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윤 대 통령은 의료개혁을 위해 “의사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다음 달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를 발족하겠다고 했다.

대안적 지불제도 도입에 2조 투입=의 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이날 의료행위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와 별도

로 얼마나 잘 치료했느냐에 따라 보상하 는 ‘대안적 지불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

표했다. 의료행위의 양에 따라 보상하는 현행 수가 체계를 손질해 필수의료에 대

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행위별

수가제는 행위량이 적은 의료 분야의 보 상이 부족해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기피

하게 하는 원인으로 지목받았다. 정부

는 대안적 지불제도 도입을 위해 건강보 험 재정 내에 따로 별도 계정을 두고 총

2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한 해 건보에

서 의료기관에 지급되는 요양급여비의

2% 수준이다. 이후연·현일훈·채혜선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19일 부산대 양산캠퍼스 의과대학 한 강의실에 벗어놓은 의사 가운이 놓여 있다. 이날 이 대학 의대 교수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5일 부터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왼쪽 사진). 같은 날 대구의 한 대학병원 로비에 “의사 선생님 환자 곁을 지켜주세요”라는 쪽지 가 붙어 있다. 정부는 오늘(20일) 의대 정원 배 정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연합뉴스·뉴시스]

의대 집단휴학 한달 “미 의사시험 준비”“군대 갈래요”

상위권 의대 가려 재수 공부도 남학생 2460명 “8월까지 입대”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 사태가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교 육부가 휴학 신청 집계를 시작한 지난 달 19일부터 이달 18일까지 한 달간 접 수된 유효 휴학 신청은 7850건이다. 전

체 의대생 1만8793명 중 41.8%다. 제출 서류를 갖추지 않은 휴학 신청까지 포함 하면 휴학계 제출 비율은 전체 의대생 의 72.8%(지난달 28일)였다.  한 영남권 의대 본과 3학년 김모씨는 “휴학계가 승인되지 않은 상태로 학교 나가지 않고 있다”며 “어차피 수업 나가

더라도 교수님들의 수업을 도와줄 전공 의들이 없어 수업 진행이 원활하지 않 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점을 관리하는

등 사태 종결 이후를 준비하는 ‘실속파’

도 있다. 영남권의 의예과 1학년 정모씨

는 “주변에 의대생인 것을 숨긴 채 조용 히 교양 수업을 듣고 있다”고 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최상위권 본과 학생

중엔 휴학 중 개인적으로 GPA(학점)

고액 과외를 받는 케이스도 봤다”고 말 했다.  해외 의사시험 준비를 하거나 상위권

의대를 목표로 재수에 돌입하는 학생도 있다. 서울의 한 의대 본과 3학년 이모씨 는 “매일 오전 8시부터 다음 날 새벽 1

시까지 독서실에서 영어와 USMLE(미 국 의사면허시험) 준비용 인터넷 강의 를 듣는다”고 말했다. 의사 국가고시 학 원인 메디프리뷰의 권양 대표는 “최근 USMLE 수업을 열어 달라는 요청이 있 었다”며 “주로 미국, 일본, 싱가포르 순 으로 관심이 많다”고 했다. 사태가 길어지면 군 입대를 준비하 는 학생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 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 협) 설문 결과 남자 의대생 5016명 중 2460명(49%)이 “8월 안에 현역병 입대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민지·이후연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A6  2024년 3월 20일 수요일 2024년 3월 20일 수요일 5 제18056호 40판 이슈 의정 갈등 변곡점
전면광고 A7  2024년 3월 20일 수요일
A8 전면광고  2024년 3월 20일 수요일

두번 비명횡사 박용진  “이재명과 맞서, 졌지만 이겼다”

박, 조수진에 강북을 경선 패배

“반전 없어  승리위해 힘모으자”

이재명 셀프공천 등 제기했지만

감산 페널티‘친명의 벽’못 넘어

더불어민주당 4·10 총선 서울 강북을 전

략경선에서 조수진 변호사가 비명계 박

용진(사진) 의원을 누르고 공천을 받았

다. 박범계 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은 19

일 이 같은 개표 결과를 발표하며 “공개

할 수 없지만 상당한 정도의 득표 차이가

있었다”고 밝혔다. 박 의원으로선 친명

계 정봉주 전 의원과의 맞대결에서 고배

를 마신 데 이은 두 번째 경선 패배였다.

박 의원은 경선 탈락 직후 입장문을

통해 “모두가 나를 상대로 몰래카메라

를 찍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영화 같은 반전이 없는 결과

를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트루먼 쇼’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기를 기대한 다”며 “민주당 총선 승리를 위해 힘을

모으자”라고 결과에 승복했다.

결과는 경선 시작 전부터 사실상 예

견됐다. 의원평가 ‘하위 10%’로 분류된

박 의원에게는 득표율의 30%를 깎는 페

널티가, 조 변호사에게는 여성·신인 가

산점 25%가 붙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는 “박 의원이 지고도 이겼다”(야권 관

계자)는 반응이 나온다. 박 의원의 탈락

이민주당 ‘비명횡사’ 공천의 결정적 장

면으로 부각되고, 이재명 대표와 대립

구도를 형성하면서 그의 정치적 무게감

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2021년 대선 경선에서 이 대

표의 대장동 개발 의혹 등을 지적하며 TV토론마다 맞붙었고, 2022년 8월 전당

대회 당 대표 선거에선 이 대표와 경쟁

끝에 21.8% 득표에 그쳐 낙선했다. 이후

이대표를 둘러싼 사당화(私黨化) 논란 과 인천 계양을 ‘셀프 공천’ 논란을 앞장

서서 제기했다. 정치 권 안팎에선 공천이 어려울 것이라는 말 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관측은 정봉

주 전 의원이 지난 1월 박 의원을 겨냥해 “내부 총질하는 민주 당답지 못한 의원”이라고 비판하며 자

객 출마를 선언하면서 현실화했다. 강

성 권리당원들은 ‘수박 탈락’을 외치며

정 전 의원을 거들었다. 결국 박 의원은

권리당원 투표와 일반 국민 ARS 여론

조사에서 모두 과반을 얻고도 ‘30% 감

산’ 페널티에 발목이 잡혀 탈락했다.

지난 14일 ‘목발 경품’ 막말 논란으로

정 전 의원 공천이 전격 취소되면서 반

전의 계기를 맞는 듯했다. 그러나 차점

자박 의원을 공천해야 한다는 당내 잇

단 요구에도 이 대표는 다른 지역과 달

리 재(再)경선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경

선을 전국 권리당원 70%, 강북을 권리

당원 30% 투표로 진행한 점도 ‘박용진

찍어내기’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민주당 의원은 “박 의원이 ‘독고다이 (단독 결정하고 실행하는 사람)’ 이미지

가 강했다면, 이번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

실비서실장에 이어 ‘비명횡사’의 희생양 이 되면서 체급이 수직 상승했다”고 말했 다. 또 박 의원이 18일 고향 전북을 방문하

고, 19일 경남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면서 전국 행보를 벌인 것

도 의미 있다는 평가다. 다만 정치적 그릇 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한 중진의원은 “정치 리더로서 야

권의 반이재명 정서를 담아낼 수 있는 역 량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평했다.  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로 확정된 조 변호사는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의 의원실(당시 민주노동당) 보좌관 출신 으로 노무현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이재명 “자체 1

51석 목표  국민에 대드는 일꾼 해고해야”

이 대표“박근혜 정권 우리가 내쫓아”

여당 “대통령 탄핵 시사” 강력 반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강원 지역 유세현장에서 “박근혜 정권조차 도 우리가 내쫓지 않았느냐”며 ‘정권심 판론’의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이대표는 춘천 중앙시장을 찾아 각 각 춘천-철원-화천-양구갑·을에 출마 한 허영 후보와 전성 후보의 지원유세를 펼쳤다. 지지자들로부터 받은 과일을 손 에 든 이 대표는 “정말 터무니없는 물가 에 우리 서민들이 너무 고통받고 있다” 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이어 “이런 문 제를 해결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고, 이 런 거 해결하라고 대통령과 국회의원 뽑 는 것 아닌가”라며 “다른 나라는 성장

하는데 왜 우리나라만 경제가 이렇고

‘폭망’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대표는 그러면서 “우리는 이 나라

의 주인이다. 몇 년 전 그 서슬 퍼런 박근

혜 정권조차도 우리가 힘을 모아 권좌에

서 내쫓지 않았느냐”며 “충직한 일꾼은

커녕 주인을 물려고 대드는 일꾼·머슴·

종을 이제는 해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윤석열 대통령에 대

한 탄핵을 시사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은 논평에

서 “국민 다수의 선택을 받아 선출되어 임기가 3년 이상 남은 대통령에 대해 탄

핵을 시사한 것은, 거대 야당의 힘이라

면 민주주의라는 공의도 무시할 수 있

다는 오만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4·10 총선 목표 의석수

와 관련해선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 는 1당을 하는 것”이라며 “좀 더 욕심낸 다면 민주당 자체로 151석을 하는 게 최 대 목표”라고 말했다.  다만 지도부는 최근 정당 지지율이 상승세인 조국혁신당과의 연대론에 선 을 긋고 있다. 전날 박지원 해남-완도진도 민주당 후보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 표와 함께 시사인 유튜브 방송에 출연 해 “나중에 명예당원으로 모셔야겠다” 는 조 대표 발언에 “명예당원 좋다”고 화답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이 대표는 관련 질문을 받고 “조 대표 가설마 그렇게 말씀하셨겠나 싶다”며 “우리 민주당의 비례정당은 더불어민주 연합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2024년 3월 20일 수요일 6 이슈 총선 D-21
<지역구+비례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19일 강원도 원주시 중앙시장에서 원창묵(왼쪽)·송기헌 후보와 함께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A9  2024년 3월 20일 수요일

“노조간부 1년 3일 출근도” 서울교통공사, 34명 파면·해임

적인 근무 수행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노조 간부 수십 명을 적발했다”고 밝혔

다. 타임오프 제도는 노조 전임자가 노

사교섭·산업안전·고충처리 등 업무에 종

시·서교공은 타임오프 제도 사용자(311 명)를 전수조사했다. 허가 없이 근무시 간에 노조 활동을 핑계로 지정된 근무 지에 출근하지 않은 노조 간부 187명을

일)였다. 노조 간부 B 씨는 정상 출근일

(141일) 중 지정된 근무지에 출근한 날

이3일에 그쳤다. 무단결근 일수가 최대

한 직원은 지난 1년 중 134일을 정당한 사유 없이 지정된 근무지에 출근하지 않았다. 또 다른 직원은 151일을 무단결 근했다. 감사를 통해 드러난 서울교통 공사(서교공) 일부 직원들의 근무 행태 다. 서교공은 19일 “서울시 감사위원회 의 ‘투자 출연기관 근로시간면제(타임 오프) 제도 운용 현황 조사’ 결과 정상

사하면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지

급하는 제도다.

김종길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영등포

2)에 따르면, 서교공 전체 조합원의 타

임오프 사용 일수는 2018년 1759일에서

2022년 4418일로 늘었다.

서교공 내부에서 “타임오프 제도를

악용하는 노조 관계자가 늘어 업무 공 백이 심화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

1차로 가려 개인별로 소명자료를 받았

다. 그 결과 노조 간부 34명이 타임오프 시간 외에도 정상적으로 출근·근무하 지 않거나 복무에 태만한 것으로 나타 났다.

34명 중 서교공이 파면하기로 한 노 조 간부A씨는 지난 1년간 정당한 사유

없이 지정된 근무지에 출근하지 않은 경 우가 정상 출근일(137일)의 97.8%(134

151일인 경우나 상습적으로 이석·지각 한 경우도 있었다. 서교공은 이들 중 20

명을 파면, 14명을 해임하는 등 중징계 하기로 했다. 이미 지난해 12월 노조 간

부 1명을 파면했고, 2023년 말 정년퇴직

예정자 1명을 해임했다. 서교공은 이들

이부당하게 받은 급여도 환수키로 했

다. 환수 총액은 9억여원이다.

징계 대상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서

교공이 규정 위반 의혹이 있는 노조원

북 ‘초대형방사포’ 첫 중대단위 사격  김정은 “적 수도 붕괴태세” 위협

SRBM 3종 세트 중 첫 실전배치

합참“실제 6발 이상 발사한 듯”

러 수출 위한‘쇼케이스’가능성도

북한이 서울 등 수도권을 겨냥한 600㎜ ‘초대형방사포(KN-25)’를 중대급 부 대에 실전 배치했다고 19일 밝혔다. 북 한판 이스칸데르(KN-23)·에이태큼스 (KN-24)·600㎜ 초대형방사포(KN25)등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3종 세트’ 중 실전 배치를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KN-25는 2019년 8월 첫 시험 발사가 이뤄졌는데 약 5년 만에 실전 배 치 단계에 이른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국무위 원장이 전날 “우리 군의 새 세대 핵심

타격 수단인 초대형방사포를 장비하

고 중요 화력 타격 임무를 맡은 서부지

구포병부대의 일제 사격 훈련을 직접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적의 수도를 붕괴시킬 태세”

를 준비하라며 ‘서울 직격’ 의도를 숨기

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서 교공은 일부 규정도 손봤다. 지난해 12 월부터 (노조 업무를 위한) 근무 협조 의 출발·복귀 때 모두 소속장 승인을 받도록 했다. 앞서 지난해 11월부터는 근로자의 타임오프 사용 기준을 ‘일’ 단위에서 ‘연’ 단위로 개선해 사용자를 수시로 변경할 수 없게 했다. 서교공 측 은 “타임오프 악용 사례가 발생할 경우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중히 문책해 노사 법치주의를 정착시키겠다”고 말 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노조활동 핑계로‘타임오프’악용 무단결근 최대 151일·상습지각 1인 평균 2600만원 급여 환수키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600 초대형방사포(KN-25) 중대급 부대 실전훈련을 현지 지도하고 있다. 폭음 때문인지 귀를 막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 않았다.  특히 북한은 이날 훈련에 대해 “처음 으로 되는 중대 단위 일제 사격 모습”이 라면서 “무기체계 실전능력을 점검하

고 동원태세를 검열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보여주듯 KN-25가 이동식발사 대(TEL)에서 일제히 발사되는 장면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상으로는 6문의

TEL에서 각 한 발씩, 모두 6발이 발사 됐다. 이는 KN-25를 운용하는 1개 중

대가 최소 6문의 TEL로 구성됐음을 시 사한다.

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실제 발사된 미사일의 수는 6발 이상” 이라고 말했다. 전체 중대 규모는 이보 다더 크거나, 이날 훈련에서 1개 중대 이상을 동원했지만, 제한적으로 공개한 것일 수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월에도 “600㎜ 초대형 방사포 30문을 실전 배치했다”

며 이틀에 걸쳐 4발을 발사했지만, 실전 훈련으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선 평가가 엇갈렸다.  통신은 또 “목표 상공 설정고도에서

공중 폭발 모의시험도 했다”고 전했다.

지난해에 이어 핵폭발 최대 살상 고도 를 찾으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북한

은 작년에도 150~800m 등 다양한 지점

의 상공에서 탄도·순항미사일 공중 폭

발을 시험해왔다. 다만, 이번에는 공중

폭파 관련 데이터나 시각 자료를 공개하 지 않아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지적이 군 내부에서 나온다.  이날 KN-25의 중대급 사격 훈련은 러시아를 비롯한 잠재적 고객을 향한 쇼케이스 성격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KN-25를 두고 “세계 유일 의 초강력 병기” 혹은 “세계 최강의 우 리식 무기 체계”라고 선전했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2024년 3월 20일 수요일 12 종합
A11  2024년 3월 20일 수요일
전면광고 A12  2024년 3월 20일 수요일

전투기·미사일

미국에 일본산 패트리엇 판매 이어

영국 등과 차기 전투기 공동개발

전후 첫 공격용 무기 수출 노려

방위성·기업 손잡고 글로벌 세일즈

‘싱가포르 에어쇼’엔 13개사 참여

일본 자위대의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왼쪽 사진)

과 일본이 영국·이탈리아와 공동 개발 중인 차기

전투기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사진 방위성]

일본이 세계 방위산업 시장에서 존재감

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와 방산

기업들이 해외 방위산업 전시회에 뛰어

들어 판매에 나서는 등 관·민이 유기적으

로 움직이고 있다. 일각에선 “우크라이

나 전쟁 이후 급성장한 세계 방산시장의

새로운 다크호스”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은 미국에 일본산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을 수출하기로 했고, 무기 수입

대국 인도와 군함용 통신 안테나 수출

을 막바지 조율 중이다. 또 영국·이탈리

아와 공동 개발하는 차기 전투기도 수

출할 태세다. 수출에 성공하면 2차 대전

패전 이후 일본이 수출하는 첫 공격용 무기가 된다. 일본이 강점을 가진 소재·

부품·장비(소·부·장)를 중심으로 수출

확대 전략을 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 방산 실적에 자극받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각국의 수주

경쟁이 치열한 세계 주요 방산 전시회에 서의 움직임이다. 일본 방위성이 주도해

지난해부터 일본 방산업체들이 본격적

으로 전시회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

럽 최대 방산 전시회(DSEI)에는 8개사

가, 지난해 11월 호주 시드니에서 개최

수출 빗장 푼 일본, K방산 라이벌 되나

된 해양 분야 방산 전시회(인도 퍼시픽)

에는 10개사가 참가했다. 방위성은 지

난달 열린 아시아 최대 규모 항공·우주

분야 방산 전시회 ‘싱가포르 에어쇼’에

도 처음 부스를 마련했는데, 사상 최대

인 13개사가 참가했다. 일본 방산업계

간판인 가와사키중공업은 P-1 초계기

와 C-2 수송기 등 자국산 군용기 모델을 전시했다. 방공 레이더(NEC), 인공지능 (AI) 반도체(엣지코어틱스)와 같은 첨 단 제품도 여럿 전시됐다.

일본 방산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영업

에 나선 데는 일본 정부의 방산 수출 의

지가 있다. 후카와 히데키(府川秀樹) 방 위장비청 국제장비기획실장은 미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뉴스에 “일본 방산 기 업이 세계 시장에 진출할 기회는 많지 만, 문제는 외국 업체와 같은 (수출) 경 험이 없다는 것”이라며 “(전시회를 통 해) 일본의 우수한 방산 기술을 선보이 고 싶다”고 말했다.

그간 일본 방산 기업들은 수출 없이 자위대에만 무기·장비를 납품해왔다.

그러다 보니 미국·유럽이나 한국의 방 산 업체와 비교해 채산성이 떨어졌다.

지난 20년간 100여 개 일본 기업이 방산 사업에서 손을 뗐다. 그러다 우크라이

나전쟁 이후 날로 커지는 세계 방산 시 장에 일본도 진출할 필요가 커졌다. 일 본 대외 무역에서 비중이 높은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의 2022년 군비 지출은 전년 대비 2.7% 증가한 5750억 달러(약 768조원)에 이른다.

일본 정부 소식통은 “최근 몇 년 새 폴란드와 동남아시아에서 두각을 나타 내는 한국의 방산 수출 실적이 일본을 자극한 측면도 있다”며 “일본 여권 내 에선 ‘넋 놓고 있다간 손가락만 빨 수 있

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주목할 만한 수출 실적도 나왔다. 미

쓰비시중공업이 면허(라이선스) 생산

하는 패트리엇 요격미사일(PAC2 및

PAC3)을 미국에 수출하기로 했다. 미국

이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을 지원하면

서 발생한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조치

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

무기 수출 가이드라인인 ‘방위장비 이

전 3원칙’의 운용 지침을 개정했다. 이전

까진 면허 생산한 장비는 부품만 수출

할 수 있었는데, 해당 장비의 특허 보유

국에 한해 완제품을 수출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필 리핀에 첫 방공 레이더를 납품하면서 완

제품 수출을 시작했다. 일본은 인도 시

장도 개척 중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함정 탑재 통신용 안테나 수출 계약이 임박했다.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는 물론 양 국 간 외교·안보 장관(2+2) 회담 등을 통

해 인도 무기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일본이 2030년대 실전 배치를 목표 로 영국·이탈리아와 공동 개발 중인 차

기 전투기 사업은 일본의 무기 수출 방 향을 가늠할 시금석으로 평가된다. 기 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내각은 지난 15

일 차기 전투기의 제3국 수출 길을 열었 다. 수출 대상은 일본과 관련 협정을 맺 은 미국·호주·인도 등 15개국이다.

일본 차기 전투기, KF-21과 경쟁구도  KAI(한국항공우주산업)가 개발 중 인 KF-21(4.5세대)과 일본의 차기 전투 기(6세대)가 시장 경쟁을 벌일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 계획상 두 기종은 전투기 세대를 구분하는 지표인 스텔스 성능 등에서 큰 차이가 난다”면서 “하지 만 일본이 수출 성사를 목적으로 대규모 차관 제공 등 유인책을 쓸 경우 KF-21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미·중 간 전략 경쟁이 일본의 방산 수 출에 청신호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중국 과의 해군력 경쟁을 우려한다. 2028년 이면 중국 군함은 440척 이상으로 늘어 나지만, 미 군함은 291척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다. 미국 조선소들은 주문을 감 당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미국에선 한국·일본의 조선 능력을 활용해야 한 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영준 국방대 교수는 “한국은 정상회담을 포함한 고 위급 채널을 통해 미국에 좀 더 적극적 으로 어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2024년 3월 20일 수요일 14
기획 다크호스 J방산 2024 싱가포르 에어쇼 주요 참가국 부스 자료: 싱가포르 에어쇼 운영위원회, 니혼게이자이신문 50 100 150 미국 싱가포르 호주 중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영국 벨기에 이스라엘 일본 대만 한국 인도
B2  2024년 3월 20일 수요일

일본, 대규모

나 홀로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해 온 일 본은행(BOJ)이 17년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섰다. 일본이 장기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늪에서 벗어나기 위

해 풀었던 대규모 양적완화의 ‘출구’로

다가선 것이다. 하지만 금리 인상 속도

가느리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엔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BOJ는 18~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

를 열고 단기 정책금리(당좌예금 정

책 잔고 금리)를 0.1%포인트 이상 올려

0~0.1%로 결정했다. 2016년 2월 도입

한 마이너스 금리에서 8년 만의 탈출이

다. 이로써 일본에서 정책금리가 인상

된 것은 2007년 2월 이후 17년 만이다.

마이너스 금리와 함께 패키지로 추진

했던 수익률 곡선 제어(YCC)와 상장지

수펀드(ETF) 매입도 중단한다. BOJ는

그동안 장기금리(10년 만기 국채 금리)

가뛰면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장

기 금리 상승을

억제하는 YCC

를 운영했다. 경기

를 살리기 위해 꺼냈

던 비(非)전통적인 ‘금

융완화 통화정책’ 패키지

를 모두 종료한 셈이다. 이

날 NHK가 “일본의 금융정책

은 정상화를 향해 큰

전환을 하게 됐다”고

평가한 이유다.

수년간 꿈쩍 않던

BOJ가 ‘마이너스 금

리’를 해제한 데는 통

화정책의 전환 요건

으로 꼽았던 ‘물가상

승→임금상승’ 순환

흐름을 확인하면서

금융완화

순환이 확인되고 있고, 2%의 물가안정

목표가 지속적·안정적으로 실현될 것으

로 전망된다”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과

YCC 같은 대규모 금융완화는 그 역할

을 완수했다”고 말했다.

우에다 총재는 그 근거로 춘투(노사 임금협상)를 꼽았다. 일본 최대 노동조

합 조직인 ‘렌고’가 지난 15일 집계한(1 차) 평균 임금 인상률은 5.28%다. 1991

년 이후 33년 만에 5%를 넘어섰다.

이날 시장은 일본의 통화정책의 방

향타가 ‘긴축’이 아니라 여전히 ‘완화기

조’를 유지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BOJ

가이날 결정문에서 YCC 정책 철폐 후

에도 “(장기금리가 급격히 뛸 경우에

대비해) 지금까지와 대략 같은 규모의

장기국채 매입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마침표

‘엔고 유턴’은 없을 듯

일본은행, 금리 0~0.1%로 결정 추가 금리 인상엔 시간 걸릴 듯 임금인상률 33년 만에 5% 넘어 달러 대비 엔화값 150엔대 전망

17년 만에 금리인상

상당수 전문가도 일본이 금리 인상

속도를 당기긴 어려울 것으로 봤다. 정

책금리를 1년 내 0.25% 수준으로 올리

거나, 당분간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정성태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는 “BOJ는 전 통적으로 시장에 충격을 주는 서프라

이즈를 선호하지 않는다”며 “하반기 추

가 인상 시점은 9~10월 중 한 차례, 인상

폭은 0.15%포인트 내외에 그칠 가능성

이 크다”고 내다봤다.

BOJ 입장에서도 과감히 긴축에 나서

긴 어렵다. 국채금리가 뛰면 ‘국채 큰손’

인 BOJ는 국채값 하락에 따른 막대한

평가손실을 입을 수 있다. 강영숙 국제 금융센터 경제부장은 “BOJ의 국채 보

유 잔액은 전체 발행 잔액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19일 제로금리 탈출을 결정한 뒤 도쿄 시내 일본은행에서 회 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이 날 “임금과 물가의 선

밝혔다. 우에다 총재도 이날 “현 시점의

경제·물가 전망을 전제로 하면 당분간

완화적인 금융환경이 지속할 것”이라 고 했다.

의 54%, 주식 보유 잔액

은 700조 엔(미실현 이 익 포함 약 6237조원)

에 이를 것으로 추 정한다”며 “일본 의 통화정책 정 상화 과정이 쉽 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일본 금융시장에 충격은 없었다. 오히려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지수 는 이날 오전 3만6000대로 하 락했다가 금리 인상 발표 직후 4 만선을 회복한 4만3.60에 장을 마

감했다. 엔화값은 예상을 깨고 소폭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한

국시간 오후 4시40분 엔화값은 전날(달

러당 149.16엔)보다 달러당 1.16엔 하락

한 150.32엔에 거래됐다. ‘1달러=150엔’ 으로 밀려난 것은 9거래일 만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BOJ의 이날 결

정이 예측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았

다”며 “특히 ‘당분간 완화적 금융환경

엔화 매도를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한국 투자자의 관심은 앞으로 엔화 흐름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엔화예금 잔액은 98억6000만 달러로 100억 달러에 육박한다. 한 달 사이 4억 6000만 달러 늘어난 것은 투자자 상당 수가 BOJ의 금리 인상으로 엔화가치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면서다. 백석현 신 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BOJ가 이번 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여전히 제로금 리(0%)에 가깝다”며 “미국이 본격적으 로 금리 인하(달러 약세)에 나설 때까진 엔화값은 달러 대비 150엔에 가까운 ‘엔 저’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엔화 강세 추세가 이어져 일본과 해외 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 구원은 “일본과의 경합 관계가 남아 있 는 자동차와 조선 업종의 수혜가 기대 된다”고 설명했다. 일본 여행자 수가 줄 어 대일 여행수지 적자 개선 가능성도 나온다. 해외 투자의 ‘큰손’인 일본이 금 리 인상에 나설 경우 1200조원에 달하 는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일본에 되 돌아오면서 국제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염지현 기자, 도쿄=이영희 특파원 yjh@joongang.co.kr

2024년 3월 20일 수요일 10 이슈 일본, 마이너스 금리 탈출
나선 일본 단위: 연 % 지난해 이후 달러대비 엔화 단위: 달러당 엔 -0.2 160 150 140 130 2008년 2023년 1월 2일 2024년 1월 3월 19일 한국시간 4시40분 기준 0.5 130.74 140.88 127.86 13일 작년 연고점 151.72 11월 13일 작년 연저점 -0.1 0~0.1% (인상) 2016년2024년 3월 20일 0.0 0.2 0.4 자료: 일본은행, WSJ 150.32
이계속된다’고 밝힌 게 달러화 매수와 B3  2024년 3월 20일 수요일

19년 함께산 뽀삐 떠난 날 오은영, 1시간 통곡했다

벌써 8년이 흘렀지만 그날의 기억은 또 렷하다. 빡빡한 스케줄을 마치고 집으 로 돌아가던 밤, 오빠에게 전화가 왔다. ‘은영아, 뽀삐가…’ 듣자마자 눈물이 솟 구쳤다. 집에 함께 사는 부모님이 마지막 순간을 지켰다고 했다. 자동차를 세우고 한 시간 동안 말 그대로 통곡했다. 노령 인 19살이라 마음의 준비를 해왔다고 생

각했는데, 아니었다. “그날따라 뭐가 그 리 바빠 부랴부랴 나갔을까요. 평소 같 으면 출근 전 안아줬을 텐데, 하필 그날 은 아무것도 못 했어요. 물끄러미 저를 쳐다보던 모습이 마지막이었네요.”

헤어지기 몇 달 전 동물병원에 갔을

때 수의사는 “이렇게 오래 산 강아지는 처음 본다”면서도 “보통 수명을 넘겼으

반려동물과 이별 앞둔 이들에 조언

뽀삐 오래 살아‘호상’생각 들어도

6개월간 매일 사진 보며 그리워해

“반려견 수명 짧아, 헤어짐은 필연

충분히 울되, 매몰되지는 마세요”

 오은영 박사가 19년간 키웠던 반려견 뽀삐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별의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을 말하고 있다.  오은영 박사의 반려견 뽀삐. 김경록 기자, [사진 오은영 박사]

나의 반려일지

‘너를 만난 세상’을 축복해~ 우리 가족들의 ‘댕냥 스토리’를

소개합니다. 우리 아이 이쁜 거 자랑하고, 우리 아이 떠난 거 위로받을 수 있게, 댕냥이 가족들의 희로애락을 담습니다. 각계 명사들의 반려일지에는 삶을 바라보는 시선과 사유도 알토란처럼 담겨있습니다. 첫회는 오은영 박사의 펫로스 극복기입니다.

‘나의 반려일지’구독하고 우리 가족 댕냥이 신문 만들어 보세요

가족인 댕냥이와의 기뻤던, 때론 가슴 저몄던 사연 이 차곡차곡 쌓여 있으신가요? ‘나의 반려일지’가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게 해드립니다. 사연을 보내 주시면 중앙일보 지면에 담아 PDF로 보내드립니다. (응모 방법은 더중플 ‘나의 반려일지’기사 참조)

니 보낼 준비를 하라”고 했다. 반려견 입 장에선 이렇게 지내는 게 더 고통스러 울 수 있다며 안락사를 권하기도 했다. 그럴 수 없었다. 연로한 부모가 의식이 없어도 ‘하루라도 더 사실 수 있어요’라 고 하는 심정처럼. 뽀삐는 보들보들한 갈색 털을 가진 푸들이었다.

‘육아 대통령’으로 불리는 오은영 박 사는 정신과 전문의이지만, 20년 가까 이 함께 산 반려견을 떠나보낼 때 몹시 힘들었다고 했다. 6개월 동안 거의 매일 사진을 들여다봤다. 늘 미소 띤 얼굴의 오 박사이지만, 지난 4일 당시를 회상하 다 결국 눈물을 흘렸다.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죽 음을 아주 가깝게 느끼게 됩니다. 그런 것처럼 반려동물이 떠나면 ‘한 시간 전 까지만 해도 내 곁에 있었는데’ 하며 충 격을 받습니다.” 어른들도 ‘펫로스 증후 군’을 앓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은 이 별을 어린 나이에 겪게 된다.

“가까운 사람이 떠나면 잘못해준 것 만 기억이 납니다. 반려동물 역시 ‘먹 고 싶어 하던 것 더 줄걸’ ‘집에 너무 혼 자 둔 것 같아’ 이런 후회가 밀려오죠. 부모와 사별하고 ‘그때 찾아가 한 번 더 뵐걸’이라고 자책하는 것과 같습니다.

미련이 남더라도 그건 떠난 사람, 떠난 반려동물의 몫이 아니라 남은 이들 몫

입니다. 가까운 주변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면 좋아요.”

가장 필요한 자세는 이별 자체를 인

정하는 것이다. 부모가 평균 수명을 넘

어 돌아가시면 호상이라고 하는 것처럼

반려동물도 이렇게 받아들이는 게 좋

다. “건강한 헤어짐을 위해선 사람과 동

물의 시계가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합니

다. 수명이 인간보다 훨씬 짧으니 이별

이 필연일 수밖에 없다는 것, 그걸 받아

들이는 게 우선입니다.”

잘 떠나보내려면 충분히 울되, 일상

으로 꼭 돌아와야 한다. “건강한 관계를

맺은 사람들은 때론 슬퍼하고 그리워하

지만 그 안에 매몰되지 않아요. 오래지

않아 자신의 생활로 돌아갑니다. 처음

엔 부정해도 슬픔을 받아들이고 수용

의 단계로 넘어가는 거죠.”

몇 년이 지나도 가끔 눈물이 나곤 하

지만, 그래도 편해질 수 있었던 건 쌓은

추억이 많아서다. “‘선생님 우리 아이 가 혹시 영재 아닌가요’라고 묻는 부모 들이 있어요. 저도 ‘우리 뽀삐는 특별하 다’고 생각했다니까요.” 뽀삐는 차량이 주차장에 들어설 때부터 오 박사가 오 는 걸 눈치챘고 옷차림만 보고도 일하 러 가는지, 집 앞 슈퍼에 가는지 알았다 고 한다. 출근길이 아니면 자기도 데려 가라며 쪼르르 달려와 안겼다. “뽀삐가 잠은 제 어머니와 함께 잤는데, 새벽이 되면 늘 저희 방으로 왔어요. 침대에 올 라와 가만히 있다가 알람이 울리면 저 를 핥아 깨웠죠. 여름에는 더운데 몸에 찰싹 붙어있는 거예요. ‘엄마 더워’라고 하면 쳐다보곤 살짝 떨어졌다가, 다시 슬슬 다가와요. 여름만 되면 그때가 떠 오릅니다.”  “요즘 강아지에게 고글을 씌우고 신 발까지 신긴 경우가 있어요. 보면 달려 가서 말해주고 싶어요. 그러면 절대 안 된다고.” 오 박사는 ‘건강하지 못한 관계’가 자꾸 보인다고 했다. “물론 다 리가 불편한 늙은 개나 관절염이 있으 면 ‘개모차’도 필요해요. 하지만 주인 눈 에 사랑스럽다고 개를 태우고 다니는 건 잘못이에요. 본성을 무시해선 안 됩니 다.” 개는 걸어 다니며 흙냄새부터 다른 친구들 향기까지 온갖 후각 정보를 모 은다. “길에 익숙해지려면 지형지물을 기억해야 하는데 고글은 시야를 가립니 다. 개는 맨발로 걸어야 관절에 무리가 안 가고 미끄러지지 않습니다.”  ‘빈 둥지 증후군’을 겪는 노년기에 반 려동물은 훌륭한 친구가 돼 주고, 자식 이 떠난 자리를 어느 정도 메워줄 수 있 다. 산책이나 밥 주기 등으로 운동량 을 늘려주고, 다른 반려인과 소통의 기 회도 제공한다. 노년기에 반려인이 되 면 특히 자존감이 높아진다. 오 박사는 “누군가를 돌볼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의 삶에 굉장히 의미가 큰데, 반려동물에 게 세상의 전부인 만큼 ‘나는 여전히 중 요한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만·김나한 기자 sam@joongang.co.kr

2024년 3월 20일 수요일 16 가족과 함께
B4  2024년 3월 20일 수요일

귀어인 25명 ‘어업 공동체’ “텃세 없어 바닷일 금방 적응”

화성 백미리 도리도 갯벌 가보니

어촌계 절반 귀어인, 인구도 늘어

수산물 관리 등 자체규약 만들어

8년차 베테랑 “주민들에 기술 배워”

2시간 만에 새꼬막 100㎏ 채취

지난달 13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백미리

항에서 5.5㎞ 떨어진 도리도(무인도) 앞

바다에 4t급 어선이 닻을 내렸다. 칼바

람을 맞으며 20여 분 정도 기다리자 썰

물이 지고 갯벌이 드러났다. 어민들은

갈퀴 등이 담긴 붉은색 고무 대야를 들

고 갯벌로 향했다. 이들은 도리도 귀어 (歸漁)인 공동체(이하 공동체) 회원들

이다. 갈퀴로 갯벌을 파자 큼직한 새꼬

막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동체 최재영 (52) 위원장은 “2년 정도 자란 꼬막”이 라며 “벌교(전남 보성군) 꼬막보다 백미

리 꼬막이 알도 굵고 맛도 더 쫄깃하다” 고 한참 동안 자랑했다. 대야는 금세 새 꼬막으로 가득 찼다.

공동체는 백미리 귀어인들이 모인 자 율관리어업공동체인데, 어민들이 자체

적으로 수산자원을 관리하고 이용하기 위해 결성했다. 법령보다 더 강화한 금 어기 및 금지 체장(어패류 등의 크기), 수산물 관리 기준 등 자체 규약을 만 들어 지킨다. 공동체는 지난해 12월 화 성시의 승인을 받았다. 전국 1130여 개

(2023년 기준)의 자율관리어업공동체

중 귀어인으로 구성된 건 이 공동체가

유일하다.

공동체는 백미리 어촌계가 관리하

는 마을 어장 2곳(50)에 투자하고 사 용권을 얻어 조업 중이다. 봄·여름·가을

엔 주꾸미와 낙지, 바지락 등을 채취하

고, 겨울철에는 주로 새꼬막을 잡는다.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백미리 거주자

다. 귀어 1년 차 새내기부터 8년 차 베테

랑까지 총 25명이다. 최 위원장 등 6명이 경기도 귀어학교 수료생이다. 최 위원장

은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 고령화한

어촌을 살려보자는 마음에 의기투합했

다”고 말했다.

공동체 회원들은 대개 4~5명이 팀을

이뤄 작업한다. 이날 새꼬막 조업엔 최

위원장 등 4명이 나섰다. 국내에서 새꼬

막은 대부분 남해산이었는데, 수온 등 바다 환경 변화로 서해에서도 채취 가 능해졌다. 백미리 어촌계는 2016년부터 종패를 뿌리는 등 새꼬막 양식에 공을 들였다. 공동체는 기존 주민들 배려로

새꼬막을 잡을 수 있게 된 점에 감사하

며 남획 방지를 위해 1인당 하루 100㎏ 으로 어획량을 제한하는 등 자체 규정 을 만들어 조업한다.

공동체에서 수산물 채취 실력이 가

장 뛰어난 회원은 8년 전 귀어한 최중 순(58·여)씨다. 갯벌에 나간 지 2시간도

안 돼 20㎏들이 망 5개를 새꼬막으로 가 득 채웠다. 최씨는 “수원에서 미술학원 을 운영하다가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편 찮으셔서 2016년 귀어했다”며 “처음에 는 어획량이 너무 적어 고민이 많았는 데, 주민들에게 기술을 배우고 잘 잡히 는 곳을 기록하는 식으로 일지를 만들 며 조업했더니 실력이 금방 늘었다”고 말했다.

백미리는 경기도에서 귀어인이 많이 몰리는 곳으로 꼽힌다. 어촌계원 112명 중 절반 정도가 귀어인이다. 어촌계원 평균 연령도 49세로 젊은 편이다. 수백 만~수천만원의 가입비를 내야 하는 여 느 어촌계와 달리 계원 가입의 문턱을

낮춘 덕분이다. 특별한 조건 없이 화성 시 서신면 또는 백미리에 거주하면 어촌 계원으로 받아준다. 최 위원장은 “어촌 계 가입비도 없고, 어르신의 어촌 계원

자격을 젊은 귀어인에게 내주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전

했다. 귀어한 어촌계원이 늘면서 2019년

416명이던 백미리 주민 수는 현재 430여

명으로 늘었다.

귀농이나 귀어의 가장 큰 장벽인 기 존 주민의 ‘텃세’ 역시 없다. 중국 시안

의 삼성전자 협력업체에서 일하다가 3

년 전 귀어한 한대성(49)씨는 “처음에 바닷일이 굉장히 어렵고 힘들었는데 주 변에서 많이 도와줘 현재는 많이 익숙

귀어학교서‘인생 2막’ 전남선 졸업생 10명 중 4명이 어촌 정착

‘성공적 귀어’ 돕는 정부·지자체 경기·충남 등 7곳 귀어학교 운영

수료 땐 선원 취업·어선 구매 도움

충남 보령시 충남귀어학교에는 입학 문 의 제11기도 교육생 정원 20명을 모두 채웠 다. 지난해까지 4주였던 교육 기간이 올

해부터

한 뒤 3주간 배를 타고 현장실습을 한다.

귀어학교를 수료하면 지방자치단체 등

이 선원 취업을 주선한다. 정부와 지자체 의

충남귀어학교는 2020년 개교 이래 9 기에 걸쳐 141명의 수료자를 배출했고, 이 중 30명이 지역에 정착했다. 귀어학 교를 수료한 뒤에는 동력수상레저 조종 면허

비 과정을 밟을 수 있다. 지난해 충남귀 어학교를 거친 8·9기 수료생(54명)의 만 족도는 92.8%였다. 전민규 충남도 수산 자원연구소장은 “(귀어학교가) 귀어 희

망자 어촌 정착의 나침반이 되고 있다”

� 도리도 귀어인 공동체 회원들이 경기 화성 시 백미리의 도리도 앞바다에서 새꼬막을 캐 고 있다. � 백미리 어촌계원들이 조업을 마치 고 크기별로 선별해 놓은 새꼬막. � 백미리 어 촌계원들이 수확한 새꼬막을 크기별로 선별하 고 있다. 최모란 기자, [사진 경기도]

해졌다”며 “이사 온 뒤 1년간 이웃과 친 해지려고 노력했는데 이런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공동체는 어업활동을 본격적으로 시 작한 지 얼마 안 돼 아직 소득이 높지는 않다. 최 위원장은 “시작 단계나 다름없 어 돈을 많이 번 건 아니다”며 “수산물 채취는 물론 양식을 통해 소득을 높이 고, 백미리의 보물섬인 도리도 환경을 정화하는 등 마을 발전에 도움이 되는 사업도 하겠다”고 말했다. 김호연(60) 백 미리 어촌계장은 “도리도 귀어인 공동 체 조합원들이 아직은 어촌에 적응하는 단계인데, 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는 사람)이다. 다만 지원을 신청하려면

장 임대 제도’도 운영한다. 공공기관이 식이다. 해수부는 양식업 창업을 쉽게

지 5주였던 교육 과정이 올해부터 8주 기에 걸쳐 150명의 교육생이 거쳐 갔고, 그중 64명(43%)이 어촌에 정착했다. 이 보다 이른 2018년 6월 개교한 경남귀어 학교는 지난해까지 333명(심화 교육 27 명 포함)이 교육을 받았고, 그 중 81명 (26.5%, 심화 교육 제외)이 귀어를 선택

귀어학교를

귀촌에 필요한 교육과 상담 등 토털 서 비스를 제공한다. 또 어업 창업과 어촌 정착에 필요한 주택 구입 자금 등을 1인 당 최대 3억7500만원까지 저금리로 대

2024년 3월 18일 월요일 8
양식장 임대·창업 등 자금지원도 기획 바다로 간 회사원 B5  2024년 3월 20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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