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 숫자 매몰돼선 안돼” 용
한 측과 담화내용 사전 조율 안돼
정운천 “2000명 고수, 불통 이미지”
함운경 “대통령 탈당 정중히 요청”
홍준표 등 “대통령 탓만 하나” 비판
“의대 2000명 증원이 최소한의 규모”라
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숫
자에 매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1일 부산 지원 유세에 나선 한동훈 비 상대책위원장은 윤 대통령 담화 직후
“다수 국민은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조속
히 해결되는 것도 바란다”며 “국민의 건
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숫자에 매몰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정부
도 2000명의 숫자를 고수하지 않고 대화
할 거라는 입장”이라며 숫자에 연연해
선 안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국민의힘 수도권과 험지 출마 후보들
을 중심으론 윤 대통령의 담화에 아쉽다
는 반응이 나왔다. 인천 동-미추홀을에
출마한 윤상현 후보는 “2000명에 얽매이
면 대화의 빗장이 열릴 수 없다. 조건 없
는 의·정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
다. 전북 전주을 정운천 후보는 “2000명 고수는 불통의 이미지”라고 지적했고, 경기 지역 후보는 “대통령이 자신만 옳
다는 함정에 빠졌다”고 쓴소리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도 공개적
으로 나왔다. 서울 마포을 함운경 후보
는 페이스북에 “대통령은 공정한 선거
관리에만 집중해 달라. 거추장스러운
당원직에서 이탈해 주길 정중하게 요청 한다”고 썼다. 학생운동에 몸담았다가
전향한 함 후보는 한동훈 위원장 영입
사례로 40일 전 국민의힘 당원이 됐다.
함 후보의 발언에 홍준표 대구시장은 “낙선하게 생기니 역량은 탓하지 않고
대통령 비난하면서 탈당 요구하는 건 감 탄고토(甘呑苦吐·달면 삼키고 쓰면 뱉 는다)”라며 “대통령 탓할 생각으로 선거 하면 그 선거는 절대 이길 수 없다”고 비 판했다. 또 이장우 대전시장은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가벼운 입을 함부로 놀리 냐.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현장을 뛰어 라. 그게 답이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이견을 두고 대통령실과 여당
의 메시지 조율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지
적이 나온다. 한 위원장 측은 담화 전날
까지 “방향은 알지 못하지만, 톤다운 하
지 않겠느냐”는 입장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겨냥해 “담화에는 독선, 아집, 남 탓하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소
통 없는 일방적 담화 발표는 사실상 대
국민 훈시에 지나지 않는다”(강민석 대
변인), “2000명이라는 숫자에 매몰된 ‘윤
석열 불통 정권’의 모습 그대로였다”(신 현영 대변인)며 공세를 폈다. 이재명 대
표는 개인 유튜브 방송을 통해 “(윤 대통 령이) 아직도 여전히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더라. 엄하게 한번 심판해 주 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3지대도 “대책은 없었고 변명과 고집뿐이었다”(새로운미래), “대통령
은 피의자를 취조하듯, 피고인에게 형 량을 구형하듯 자기주장만 하는 자리 가 아니다”(조국혁신당)고 일제히 포문 을 열었다.
다만, 민주당에선 의료계와 거리를 두 는 듯한 기류도 감지된다. ‘윤 대통령 때 리기’에 집중하다가 의사 편드는 모습으
로 비치면 자칫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이 유에서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의 대 증원 자체가 틀렸다는 게 아니라, 필 수 공공의료 부분 증원이 우선이라는 게 민주당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창훈·강보현·이가람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산 “숫자에 매몰 안될 것”
“의료계, 집단행동 아닌 통일된 안 제시해야”
>> 1면 대통령 담화에서 계속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대전 유성선병원을 방문해 의료진과 이동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의료계와 대화하려고 했으나 의사단체가 각 분야로 나누어져 대화가 쉽지 않았다”며 “2차 병원이 큰 역할을 하기 위해 정부가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지 알려 달라”고 말했다. [사진 대통령실]
특히 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의사 수가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향후 10∼20 년이 지나면 영국·프랑스·독일·일본의 의사 수와 우리나라 의사 수의 격차는 훨씬 더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가장 많이 쓴 단어는 국 민(68회)이었다. 이어 증원(46회), 논 의(23회), 개혁(19회) 순이었다. 특히 ‘굴복’이란 단어를 네 차례 사용했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사단체의 요구에 굴복해서, 이해집단의 위협에 굴복해서 지금 심각한 의사 부족 사태 를 초래한 것”이라며 “이해집단의 저항 에 굴복한다면 정치가 존재하지 않는 것 이다. 정상적인 국가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득권 카르텔과 타
협하고 굴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조정의 여지는 남겼다. 윤 대통
령은 의료계를 향해 “더 타당하고 합리
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
의할 수 있다”며 “의료계가 증원 규모
를 2000명에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
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
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윤 대
통령이 정원 조정 가능성을 시사한 것 은 처음이다. 이와 관련, 성태윤 대통
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KBS ‘뉴스 7’에
출연해 “2000명이라는 숫자가 절대적
인 수치라는 입장은 아니다”며 “정부
는 2000이라는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의대 증원 규모를 포함해서 더 좋은 의 견과 합리적인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 부 정책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 다”고 말했다.
담화에 이어 윤 대통령은 대전 유성 선병원을 깜짝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의료계와 대화를 하려고 했으 나 개원의, 전공의, 교수 등 의사단체가 각 분야로 나누어져 대화가 쉽지 않았 다”며 “정부가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지 기탄없이 말씀해 달라”고 말했다. 여러 건의를 들은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의료 개혁은 대의와 원칙만 가지고는 안 되고, 디테일에서 승부가 결정된다” 며 “의료정책 담당인 보건복지부 서기 관, 사무관들이 의료기관에 가서 실제 로 행정 근무를 해보는 것이 하나의 방 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2024년 4월 2일 화요일 3 이슈 대통령 담화 한동훈
<성태윤 정책실장>
2024년 4월 2일 화요일 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1일 인천 동-미추홀을에 출마한 남영희 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1일 부산 남구에 출마한 박수영 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여당 읍소에 또 속으면 공범”
이재명, 인천 지원 유세 ‘민생 파탄’비판
문 전 대통령 “이렇게 못하는 정부 처음 봐”
민주당 “양문석 대출 위법 확인되면 조치”
1일 인천을 맴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여 당이 선거마다 읍소하고 눈물 흘리고 바닥에 큰 절했는데 그 이후에 어땠나”라며 “두 번, 네 번, 다 섯 번 속는 건 공범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절대 속 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여당의 로키(low-key)
전략을 흔들기 위해서다.
오후 인천 동-미추홀을의 남영희 후보 지원 유
세에서 이 대표는 “경제가 망했고, 민생은 파탄
났고, 외교는 엉망진창이 돼 해외교포가 ‘나 한국 사람이에요’ 하는 것이 망신”이라며 “평화로운 대 한민국이 언제 전쟁 날지 모르는 중동 다음의 화 약고(가 됐다)”라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남 후보는 정말 똑소리 나게 일을 잘한다”며 “남성분들은 조금 억울하게 생각
할지 모르는데 살림은 역시 여성들이 잘하더라”
고 말했다. 여권에선 “‘살림=여성 몫’이라는 고정 관념에서 나온 말”(국민의힘 재선 의원)이라는 비 판이 제기됐다.
인천 중-강화-옹진에 출마한 조택상 후보 유세 에선 김건희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 혜 의혹과 이종섭 전 주호주 대사 논란을 겨냥했 다. 이 대표는 “고속도로 위치를 바꾸고 자기들이
한 나쁜 짓을 가리자고 호주에 대사를 도피시켰 다”며 “호주 정부가 창피하니까 ‘도로 가라’고 해 서 이 전 대사가 간(귀국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
했다.
한편 문재인 전 대통령은 1일 윤석열 정부를 겨
냥해 “70평생에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 본 다”며 “무지하고 무능하고 무도하다”고 비난했다.
이날 경남 양산갑의 이재영 민주당 후보와 지역 벚꽃길을 찾아 취재진에 한 말이다.
민주당은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의 편법 대
출의 위법성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민주당 지도
부 관계자는 1일 “위법성이 확인되면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후보는 대학생 장녀 명의로
대구 수성새마을금고에서 11억원 상당의 사업자 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에 쓴 사실이 드러나자 “새 마을금고 측이 제안했다”거나 “우리 가족의 대출 로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있느냐”고 반박해 논란 을 키웠다.
김부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BBS라디 오에서 “국민 눈높이가 정말로 무섭다는 건 절감 한다”고 말했지만, 이재명 대표의 한 측근은 “전 체 판세에 주는 영향이 제한적이라 별도 조치는 안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양 후보는 이날 오후 늦게 “아파트를 처분해 새마을금고 대출금
을 긴급히 갚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후보 사퇴 문 제엔 “좋은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손국희·성지원·김정재 기자 9key@joongang.co.kr
“이제 정치 100일, 기회 달라”
영도구 유세에서 “염종석 선수는 혼신의 힘을 다 해 롯데를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다 소진된 탓에 1992년 같은 기량을 다시 이뤄내지 못했다”며 “저 는 염종석처럼 올 한 해 다 소진돼도 상관없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우리 정 부가 여러분 눈높이에 부족한 것이 있지만 그 책 임이 저에게 있진 않지 않으냐”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부산 해운대구 지원 유 세에서 “제가 여러분이 부족하다고 말씀하시면 (비대위원장직을 맡은) 97일 동안 어떻게든 바꾸 지 않았느냐” “저는 큰 상처를 입어도 바꿔야 한 다면 바꿨다”며 이렇게 말했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규모 조정을 적극 요구한 본인 역할을 강조 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거리를 둔 것이다. 한 위원장은 이어 “저는 억울하다. 정치를 시작 한 지 100일도 채 안 된 저에게 기회를 주신 적이 없기 때문”이라며 “제가 이렇게 사라지게 두실 거 냐. 저를 일하게 해 달라”고 말했다. 부산진구 유세 에서는 “정부·여당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게 있 다면 말해 달라. 제가 책임지고, 목숨 걸고 해결하 겠다”고 말했다. “억울하다. 기회를 달라”는 말이 이날 부산·창원 유세의 핵심이었다. 이날 한 위원장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 지 부산 10개 선거구와 경남 6개 선거구를 돌았 다. 그는 1992년 롯데의 프로야구 마지막 우승 주 역인 투수 염종석을 가는 곳마다 꺼냈다. 부산시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도 이어갔다. 한 위 원장은 해운대구 유세에서 “이재명·조국 대표가 정치하고, 유권자에게 표를 달라고 하는 건 자기 가 감옥에 안 가기 위한 것”며 “그런 범죄자를 혼 탁한 정치판에서 치워버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거론 하며 “‘깡패들 싸움에도 명분이 필요하다’는 대사 가 나오는데, 이재명·조국 대표는 명분 없이 자기 가 죄 짓고 처벌받으니 대한민국에 복수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 위원장은 이날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자 적용 기준을 연매출 8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하겠다”며 “21대 국회에서 관련법을 처리할 것을 이재명 대표에게 제안한다”고 했다. 부가가 치세 간이과세는 일반과세(10%)와 달리 세율이 1.5~4%로 낮다. 이 밖에도 코로나 손실보상지 원금 환수 유예 및 장기분납 고용보험 임의가입 을 통한 자영업자 육아휴직급여 지급도 약속했 다. 통계청에 따르면 부산의 취업자 대비 자영업 자 비중은 21.1%로 8개 특별·광역시 중 가장 많다. 김효성 기자, 부산·창원=장서윤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한동훈, PK 16개 선거구 돌며 지원 유세 “이재명·조국, 정치판서 치워버리겠다” 부가세 간이과세 기준 8000만� 2억 제안
2024년 4월 2일 화요일 5 이슈 총선 D-8
2024년 4월 2일 화요일 A5
의료계 “2000명 철회 없인 복귀 없다” 담화문에
노환규 전 의협회장 “협박 구체화”
전공의들은 반응 안 내‘무대응’
시민단체 “철회 요구만 말고 토론을”
근무 단축하며 진료 5개월 밀려
1일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개혁 대국민
담화문에 대해 의료계는 대체로 실망
감과 허탈함을 토로했다. “대화하자”는
메시지가 있었지만 2000명 증원 방침에
대한 확고함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일
부 의료계 인사들은 ‘애초에 기대한 게
없었다’거나 ‘협박을 구체화했다’며 강
경한 발언을 이어갔다.
빅5 병원 필수과 A교수는 “애초 큰 기
대도 안 했지만 지금까지 박민수 (복지
부)차관 등 관계자들이 얘기한 내용을
그대로 정리해 발표한 것”이라며 “대국
민 담화라기보다 총선 전 지지율 하락에
따른 지지자 달래기 정도로밖엔 안 보인 다”고 비판했다. 수도권 소재 대형병원
B교수는 “대통령 대국민 담화로 이제 전
공의 복귀, 의대생 유급 사태의 해결은
수습이 어려워졌다”며 “장기간 사태가
지속될 것이고 혼란은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고 사태 악화를 우려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
윤
1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앞에서 한 입원환자가 서울 19개 수련병원 노동조합 대표자 합동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각 병원 대표자들은 이날 전공의 즉각 복귀와 의대 교수 사직 철회, 진료 정상화를 위한 정부와 사용자의 대책 수립, 사회적 대화 기구 설치 등을 요구했다. [뉴스1]
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담화문에서 밝힌 내용이 이전 정부 발
표 내용의 총합”이라며 “기대했던 만큼
실망하게 된 담화문”이라고 짤막하게 논평했다.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을 주도한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의 방재
승 위원장은 “이번 정부는 현 의료사태
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걸 확
인한 담화문이었다”며 “다신 전공의들
이 안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전공의들
은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강경 발언으로 의료계 스피커 역할을 해 왔던 인사들은 비판 수위를 더 높였 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페이스북에 대통령 담화를 두고 “협박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또 “통계 중 유 리하고 필요한 것만 쏙쏙 빼서 말하고 불리한 통계는 모조리 빼놓았다”며 “편 향된 정보의 제공, 그것이 권력의 횡포”
라고도 비판했다.
노 전 회장은 대통령을 ‘당신’으로 지 칭하기도 했다. 그는 “당신의 말씀대로
8800명 또는 그 이상의 의사들에 대해
면허정지를 시행해야 하고 그 때문에 의
료가 마비된다면 당신이 말하는 정치
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임현택 차기
의협 회장도 “입장이 없다는 게 공식 입
장”이라면서 무대응 원칙을 밝혔다.
의료계의 이런 무대응 또는 강경 메 시지를 두고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단 지 적도 나온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 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의료계가 보기 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근거와 제안 을 갖고 토론하면 되는 것”이라며 “많은 국민이 불편과 피로를 느끼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정책 후퇴나 철회를 요구하 기보단 합리적으로 정부, 나아가 국민까 지 설득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의협 비대위)가 1일부터 주말·야간에 진료하지 않는 등 주 40시간 축소 근무 를 시작했다. 이날부터 24시간 연속 근 무한 뒤 다음 날 주간근무를 쉬는 식으 로 대학병원 교수 등도 외래 진료 및 수 술을 축소한다. 의대 교수에 이어 개원의들까지 같은 날 축소 근무에 들어가면서 환자들 걱정 이 커졌다. 의대 교수들의 진료 축소 발 표 직후 환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 등 에는 “몇 개월 기다려 4월에 진료받기로 했는데 9월로 진료가 연기됐다” “5월 진 료 취소 문자를 받았는데 환자만 피해를 보고 있어 너무 화난다” “의정 두 고래 싸움에 국민 새우등만 터진다”는 글이 올라왔다. 황수연·남수현·문상혁 기자 ppangshu@joongang.co.kr
대통령, 질의없이 51분간 담화 ‘정책 바뀔 수 있다’ 표현 두고 고심
취임식 때 맨 하늘색 넥타이 착용
발표 직전 참모들에 “초심 새길 것”
윤석열 대통령은 1일 하늘색 넥타이를
매고 대국민 담화에 나섰다. 2022년 5월
취임식 때 착용했던 넥타이다. 윤 대통
령은 담화문 발표 전 참모들에게 “국민
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정치적 득실을 따질 줄 몰라서 개혁
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며 한·일 관계
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초심을 되새 기려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 과 참모들은 전날 오후까지도 설명 형식 을 놓고 고심했다. 4·10 총선을 9일 앞둔 시점이라 대국민담화 대신 2일 국무회 의 모두발언을 통해 윤 대통령의 입장을 로키(low-key)로 알리자는 의견도 있었 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전 면에 나서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제기하 는 목소리가 없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원을 늘리기로 한 과정을 국 민에게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는 윤 대통 령의 의지가 강해 대국민 담화 방식이 결 정됐다. 출입기자단에 일정이 최종 공지 된 건 지난달 31일 오후 10시35분이었다. 윤 대통령은 담화문 발표 직전까지 참 모들과 메시지를 수정했다. 그중 의대 정 원 2000명 확대와 관련해 “더 좋은 의견 과 합리적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부 정책 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는 법”이 라는 표현을 두고 논의가 가장 길게 이어 졌다. 그 전까지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 에서 “바뀔 수 있다”로 메시지가 진전된 건 윤 대통령이 대화에 진정성을 보인 것
정상화와 화물연대 파업 당시 대응을 언 급한 것도 마지막에 추가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당과 국민에게 진심을 알리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안팎에선 비판도 나 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1만4000자 분량 의 담화를 51분간 질문 없이 읽어 내려갔 다. ‘이종섭·황상무’ 사태 관련 언급이 없 었던 점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2024년 4월 2일 화요일 4 제18065호 40판 이슈 대통령 담화
강경
A6 2024년 4월 2일 화요일
이재명 “여당 참패란 말은 엄살 악어의 눈물에 속지말라”
주말 지역구 계양을 찾아 집중 유세
“여당 읍소작전, 대국민 사기 행위”
유튜브 생방서도 정권심판론 강조
당내 “양문석 등 논란 우세론 찬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여권
내 위기론을 겨냥해 “정부·여당의 읍소
작전”이라며 “악어의 눈물에 속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유튜브
라이브 방송 도중 “국민의힘이 반성한다
고 하고 바꾼 적이 없다. 그들이 (총선에
서) 참패할 것 같다는 소리는 엄살이고, 대국민 사기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민
의힘이 과반을 차지하거나 1당이 되면
이 나라는 걷잡을 수 없기 때문에 정말
다급한 것은 우리”라면서 한 말이다.
이날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유세에 나선 이 대표는 줄곧 거친 발언
으로 정권심판론을 강조했다. 지난 1월
자신의 피습 사건을 언급한 이 대표는
“(유세 현장에) 생선회칼이 등장하지를
않나, 야당 대표 목에 칼을 들이대는 끔
찍한 일이 벌어지지 않나”라며 “민주국
가에 날벼락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의대 정원 이슈에 대해서는 “생명을
지킬 국가가 의사와 힘겨루기를 하느라
장기간 의료대란을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정 간 갈등이 봉합될 수 있
다는 전망도 했다. 이 대표는 “정부·여
당이 (총선 전) 전격적 합의라며 반전을
꾀하지 않을까 예측한다”며 “(2000명이
아닌) 700명, 500명 정원 확대를 한 뒤
‘우리가 해결한 거 봤지’라고 할 것이라
는 추정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렇게라도 해결하면 좋겠지만, 그런 식으 로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언론 정책에도 각을 세웠다.
이 대표는 “방송에서 중립적인 사람들
은 다 커트(cut)하고, 극우·편향적인 사
람을 방송에서 진행자로 배치한다”며
“국민을 가짜뉴스 주면 놀아날 동물처
럼 여기는 집단”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도 정권심판론에 힘을 실었 다. 강민석 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채 상병 사망 사건에 연루된 신범
철(충남 천안갑), 임종득(경북 영주-영 양-봉화) 후보의 사퇴를 요구했다. 사건 당시 신 후보는 국방부 차관, 임 후보는 국가안보실 2차장이었고, 수사 외압 의 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
됐다. 강 대변인은 “핵심 피의자를 윤석
열 정권이 꽃가마에 태웠다”며 “이종섭
전 국방장관이 주호주대사에서 사퇴했
는데, 차관이 건재한 것이 정상이냐”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 막판까지
‘150+1석’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경합 지
역 유세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막말 및 부동산 투기 논란을 빚은
양문석·김준혁 후보 리스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당내에서는 “우세 분위 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우려도 나오
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개별 후보 논란이 아직 정권심판론을 삼킬 정도는 아니지만, 우려가 상당하다”며 “이 대표가 전국을 발로 뛰며 민심의 우 려를 잠재울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난
달 30일 민주당은 페이스북에 이 대표
의 닳은 구두 굽 사진을 올리고, 서울 송 파·강동·광진·용산·마포 등 이 대표가 찾은 지역을 열거하며 “굽이 떨어져라
이 대표가 서울 전역을 뛰었다”고 썼다. 한편 이날 줄곧 계양을 유세에 집중
한 이 대표는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부활절을 맞 아 들른 지역구 교회에서 원 후보와 마 주쳤지만, 악수 한 번 나눈 뒤엔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원 후보 유세 차량이 소음을 내며 지나갈 때면 “저게 저 사람들의 수준이자 품격”이 라고 공격했다. 강보현 기자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후 인천시 계양구 서운동성당 앞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조국, 김영삼 생가 찾아 “내가 YS 키즈”
박은정 남편 22억 수임료 논란엔
“박 후보 털게 없으니 배우자 털어”
조국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 대표가 31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을 “후진국을 만든 정권의 황태자”라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조 국당 창당을 “후진국에서나 일어날 법 하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응했다.
조 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YS) 생
가에 들러 “제가 김영삼 키즈”라고 주 장했다. 자신이 YS가 학창 시절을 보낸
부산시 북구 대신동에서 “태어나고 자 랐다”면서 YS의 ‘하나회 척결’을 치 켜세우며 “군부독재를 무너뜨릴
조 대표는 이날 경남 창원시 성산 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문재인 정 부 후반기에 선진국이라고 국민 이 자부심을 가졌는데, 이제 눈떠 보니 후진국”이라며 “헛소리 그만하고 한동훈 특검법을 통과시킬 테니 빨리 수사받을 준비나 하라”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의 ‘이·조 (이재명·조국) 심판론’에 대해선 “코뚜 레가 떨어질, 소가 웃을 일”이라고 반
때 김 전 대통령의 모습을 지금 배 워야 할 때”라고 했다. 방명록에도 ‘군사독재에 맞서 싸우셨던 용기와 하나회를 척결하셨 던 결기 가슴에 새기며 검찰독재정권과 싸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한편 조 대표는 이날 비례 1번 박은 정 후보의 남편이 다단계 피해 사건에 서 가해자 측을 변호해 거액 수임료(22 억원)를 받아 벌어진 논란에는 “박 후 보를 털 게 없으니 배우자 이종근 변호 사를 턴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조 대 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 검찰개혁 추진 지원단 부단장으로 발탁했던 인사다. 조 대표는 “수임료가 높은 게 사실”이 라면서도 “사과했고 관련 사건 수임을 그만둔다는 입장 표명을 했다”고 두둔 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2024년 4월 1일 월요일 4 이슈 총선 D-9
조국 2024년 4월 2일 화요일 A7
“총선 끝나면 쫓겨난다? 난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경기도 하남시 위례 스타필드 앞에서 이용(하남갑)·이창근(하남을) 후보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해 <국민의힘>
진 “대통령, 실망한 국민에 사과해야”
여당후보 중 처음 대통령 사과 요구
“이대론 총선패배, 내각 등 총사퇴를”
4·10 총선 경남 김해을 국민의힘 후보인
조해진 의원이 31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민을 실망시킨 것, 국민을 분노하게 한 것을 사과해야 한다”며 대국민 사과 를 요구했다. 당을 분열시킨 것에 대해
당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도 했다.
조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
자회견을 열고 “이대로 가면 국민
의힘 참패고, 대한민국은 망한다.
그러나 아직 살길이 있다. 윤 대통
령이 국민에게 무릎 꿇는 것”
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
민의힘 총선 후보 중에서 윤 대통령 공개
사과 요구 목소리가 나온 건 처음이다.
조 의원은 “(윤 대통령이) 오만과 독 선으로 불통의 모습을 보인 것, 정치를 파당적으로 한 것, 인사를 배타적으로
한 것, 국정과제에 혼란을 초래하고 무 기력한 모습을 보인 것을 사과해야 한 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과
내각은 즉각 총사퇴해 대통령에게 국정
쇄신의 기회를 줘야 한다”며 “(여당
조해진
이 총선에서 지면) 모든 당선자들
이 22대 국회 임기 시작과 동시에
의원직을 총사퇴할 것을 지금 선 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 의원은 또 “이재명 정
권은 문재인 정권보다 더 흉악한 정권이 될 것”이라며 “마지막으로 국민께 호소 한다. 윤석열 정부에 일할 기회를 달라. 그래놓고 못하면 심판을 하든 탄핵을 하든 마음대로 하라”고 덧붙였다. 조 의 원의 이날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험지 후보들을 중심으로 그 만큼 위기감이 크다는 방증”이라고 말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엄살이 며 힘을 모아 달라는 읍소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3선의 조 의원은 당의 요청에 따라 지 역구를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 서 김해을로 옮겨 출마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총선 후 출국설 선 긋고 표심 공략
“국민들이 원하는 것 뭐든 하겠다”
내년 5세부터 무상보육 공약 제시
야당 “재원부터 명확히 밝혀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1
일 경기 동남부를 중심으로 9개 일정을
소화하며 “상식 있는 모든 국민을 대신
해 민주당과 양문석(민주당 경기 안산
갑 후보)과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
다. 4·10 총선 후 자신의 출국설이 거론
된 것과 관련해선 “총선 이후에도 제 역
할을 하겠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경기 성남 지
원 유세 현장에서 “누군가는 이번 선거
에서 저 한동훈을 보고 찍어줘 봤자 나
중에 쫓겨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면서 이렇게 말
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 선거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없다. 저는 오로지 나라가 잘
살고 여러분이 잘살길 바란다”며 “여러
분이 원하는 것이라면 저는 뭐든 할 것”
이라고도 했다.
한 위원장은 또 “그간 여러분(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은 어떻게
든 바꾸려 노력하고 실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회피 논란을 빚은 이종섭 전 주호주대
사가 지난달 29일 최종 사임하는 과정
등에서 당의 의견이 반영됐다는 걸 거
듭 강조한 셈이다.
야권을 향한 이른바 ‘이·조(이재명·조
국) 심판론’은 한층 격해졌다. 한 위원장
은 양문석 후보의 ‘11억원 편법 대출’ 논 란을 “국민에게 피해를 준 사기 대출”이 라고 거듭 규정했다. 전날 양 후보가 “사
기 대출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
할 수 없다”며 해당 보도를 한 언론사를
고소하겠다고 한 데 대한 정면 반박이었 다. 그러면서 “양문석씨는 한동훈을 먼
저 고소하라. 그래서 우리 한번 다퉈보 자”며 “(양 후보 대출에 따른) 피해는 우 리 국민이 다 본 것이고, 그 돈을 못 받아 간 소상공인이 피해자”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경기 이천 유세에선 이 재명 민주당 대표의 과거 형수 욕설 논 란, 김준혁 민주당 경기 수원정 후보의 박정희 전 대통령 모욕 논란 등을 나열 하며 “이 대표가 형수에게 했던 말 그게 쓰레기 같은 말 아니냐. (그건) 제가 읊 어볼 수도 없는 말”이라고 말했다. 김 후 보에 대해서는 “박정희 대통령이 초등 학생·위안부와 성관계를 맺었을 수도 있고 마약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게 쓰레기 같은 말 아니면 뭔가”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이 대표가 개인 유튜브 방 송에서 여당의 읍소를 거론하며 “악어 의 눈물에 속아선 안 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그 말에 정말 어울리는 사람은 이재명 대표”라고 받아쳤다. 국민의힘은 야당 심판론과 함께 민생 공약도 내걸었다. ‘여당 프리미엄’을 이 용하는 ‘투 트랙’ 전략이다. 이날 한 위 원장은 경기 성남 분당에서 개최한 ‘4월 10일은 보육비 걱정 끝내는 날’ 국민공 약 발표회에서 “내년 5세부터 무상보육 을 실시하고 이를 3~4세까지 단계적으 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달 27 일 국회 완전 세종 이전, 28일 생필품 부 가세 절반 인하에 이은 행보다. 이날 발표된 국민공약은 교육비·보육 료 정부 지원을 대폭 인상해 만 5세(유치 원생) 기준 55만7000원 수준으로 맞추겠 다는 게 골자다. 그 외 초등학생 예체 능 학원비 세액공제 방학 중 초등 돌봄 및 급식 문제 해결 등도 발표했다. 민주 당은 이에 대해 “공약만 할 것이 아니라 이번 21대 국회 안에 처리되도록 협의하 자”며 “지원 단가 인상 규모와 재원부터 명확히 밝혀 달라”고 역공에 나섰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2024년 4월 1일 월요일 5 이슈 총선 D-9 한동훈
A8 2024년 4월 2일 화요일
2024년 4월 2일 화요일 A9
동네병원까지 진료 축소 환자 “치료 어떻게 하나”걱정 커져
전국의대교수협“외래진료 최소화”
충북대병원은 5일부터 전면 중단
의협 “의대 증원 원점 재조정”요구
복지부 “비상진료체계 강화할 것”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
대위)가 1일부터 주말·야간에 진료하지
않는 등 주 40시간 축소 근무를 하기로
했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
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의협 비대위 비
공개회의 직후 이런 결정 내용을 전했
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전국 20개 의
대·수련병원 비상대책위원회가 모인 전
국의과대학교수 비대위(이하 의대 교수
비대위)가 1일부터 24시간 연속 근무한
뒤 다음 날 주간근무를 쉬는 등 대학병
원 교수 등도 외래 진료 및 수술 축소를
결정했다.
김성근 위원장은 “참여를 강요할 수
없지만, 개원의가 참여할 방안이 뭔지 고민해왔고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의대 증
원에 대한 의사들의 반감이 커 개원의 참여율이 2020년 의사 집단행동 당시 (6~8%)보다 높아질 거라는 전망이 나
온다. 의협 비대위는 대화 조건으로는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를 강조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은 이날 비대 위 회의에 앞서 “이번 사태가 한 달을 넘
겼다. 교수들도 더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과 양당 대표 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태를 해결
하실 분은 대통령이고 정치하는 분들”
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제일 중요한 주
제가 의사 정원 문제인데, (2000명 증원
이) 확고한 원칙이라면 ‘협상할 의지가
없다’는 말과 같다”고 덧붙였다.
의대 교수에 이어 개원의들까지 같은
날 축소 근무에 들어가면서 환자들 걱정
이 커졌다. 의대 교수들의 진료 축소 발
표 직후 환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 등에
는 “몇 개월 기다려 4월에 진료받기로 했
는데 9월로 진료가 연기됐다” “5월 진료
취소 문자를 받았는데 환자만 피해를 보
고 있어 너무 화난다” “의정 두 고래 싸
움에 국민 새우 등만 터진다”는 글이 올
라왔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9개 환자
단체가 함께하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는 지난달 25일 “우리 목숨은 의료계와
정부 갈등으로 희생되어도 좋을 하찮은
목숨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의대 교수 비대위 결정에 따라 당분간
외래·수술 일정 조정이 불가피하다. 의 대 교수 비대위에는 주요 대형병원(이른 바 ‘빅5’ 병원)이 속해 있다. ‘빅5’ 병원의 한 외과 교수는 “(전공의가 없어서) 종 일 외래에 이어 야간당직과 다음 날 수 술까지 이어지면 36시간 연속 근무가 빈 번했는데, 앞으로는 조절 가능한 범위 안에서 진료 축소를 진행한다는 뜻”이 라고 설명했다. 의대 교수 비대위는 의 대 정원 배정 철회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의 언론 대응 제외 대화의 장 마 련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미 지난달 25일부터 주 52시간 근 무를 시작한 전의교협도 “1일부터 외래 진료를 최소화하겠다”고 예고했다. 충 북대병원은 대학병원 중 처음으로 5일 부터 금요일 외래 진료를 중단한다. 전 의교협 관계자(의대 교수)는 “업무가 과 중해지면서 비응급·중증 환자 진료를 줄이고, 응급·중증 환자 진료에 집중하 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 기 위해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하기로 했 다. 이와 함께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의 료계는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해달라” 고 호소했다. 황수연·채혜선·문상혁 기자 ppangshu@joongang.co.kr
의과대학·병원 교수들에 이어 동네병원(개원의)도 1일부터 진료시간 축소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의료 공백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서울시내의 한 대형병원. [연합뉴스]
웅덩이에 빠졌다 구조된 33개월 여아, 상급병원 못 가보고
숨졌다
병원들“소아 중환자 병상없다”거절
일각선“심정지 와 옮겨도 늦은 상태”
물웅덩이에 빠졌다가 구조된 여아가 전 원할 상급종합병원을 찾던 중 숨졌다.
지난달 31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생
후 33개월 A양은 지난달 30일 오후 4
을 받으며 오후 4시59분 보은읍 B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B병원 측은 상태가 위중하다고 판
단해 오후 5시25분 충북 지역 3차 의료
기관인 충북대병원에 전원을 요청했지 만, 소아 중환자 병상 부족을 이유로 거 절당했다.
시30분 충북 보은군 보은읍의 주택 옆 1m 깊이 물웅덩이에 빠진 채 부모에게 발견됐다. 소방구조대 도착 당시 심정 지 상태였던 A양은 심폐소생술(CPR)
곧바로 대전 충남대병원과 을지대병 원, 세종 충남대병원, 오후 5시50~55분 더 먼 천안의 상급병원 2곳, 오후 6시4분 대전의 한 종합병원, 오후 6시6분 경기 의 한 상급병원에 차례로 전원을 요청 했지만 거절당했다.
했던 대전의 한 대학병원은 2분 뒤 “심 정지 상태에선 수용이 불가하다”고 통 보했다. A양은 오후 7시40분쯤 최종 사
망 판정을 받았다.
A양은 B병원에서 CPR과 약물치료 등을 받던 오후 6시7분쯤 맥박을 되찾 았다. 이후 119상황실까지 상급병원 섭 외에 나섰지만, 오후 7시1분 A양은 다시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오후 7시25분 “전원이 가능하다”고
충북도 관계자는 “전공의 파업으로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 구한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물에 빠 져 심정지가 와 CPR을 1시간 이상 했다 면 상급종합병원으로 옮겨도 더 할 수 있는 조치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전원 과정을, 경찰은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보은=최종권 기자, 채혜선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2024년 4월 1일 월요일 12 종합
A10 2024년 4월 2일 화요일
전 유엔
조정관 “러, 대북제재 못 없애자 성가신 패
<영국 에릭 펜턴-보크>
“대북제재 위반 등 추적하는 패널들
러, 북과 무기거래 지적하자 거부권”
빅터 차“러의 목표는 대북제재 해체”
일각“한국, 우크라에 무기 지원해야”
러시아가 지난 28일(현지시간) 유엔 안
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
가 패널의 임기 연장에 거부권을 행사
한 것을 두고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빅터 차 한국석좌와 엘런 김 선
임 연구원은 29일 상임이사국인 러시아
가 유엔 대북 제재 체제의 영구적인 해
체에 착수했다고 비판했다. 1단계로 기
존 제재 결의의 이행 중단, 2단계 신규
제재 결의의 채택 저지에 이어 3단계 조
치에 나섰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러간 군
사 협력이 강화되면서 김정은 국무위
원장은 2019년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
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까지 꺼내
들면서 그토록 소망했던 대북 제재 해
제를 사실상 ‘공짜’로 얻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김 위원장에게 ‘노다지 (bonanza)’가 터졌다고 소개한 연유다.
지난해 5월까지 전문가 패널로 활동 했던 영국 외교관 출신의 에릭 펜턴-보
크(사진) 전 조정관은 지난달 29일 중앙 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패널 부활 시도에도 거부권을 쓸 것이기 때문에 애석하지만 (4월 30일 종료 예정 인) 패널은 이미 사망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한 목적은.
“북한의 대러 무기 수출, 미사일 확산, 러시아 극동지역의 정보통신(IT) 노동
자 등 외화벌이를 하는 북한 노동
자 등의 문제를 지적한 패널 활
동이 자국 이익에 해를 끼치는
성가신 요소라고 판단했기 때 문이다. 러시아는 한때
스스로 찬성했던 제
재 레짐에 맞서고 있다. 제재 자체를 제 거할 수 없기에 패널이라는 성가신 존
재라도 없애버린 것이다.”
-러시아는 “패널이 서방에 동조하고 있
다”고 비난했다.
“전문가 패널은 싱크탱크, 언론 등으
로부터 정보를 수집해 내부 합의를 통해
정확하다고 판단한 내용만 발표한다. 패
널은 모든 출처와 증거에 열려 있었지만, 일부 회원국만 협조적이었다. 특히 미국, 한국, 일본, 영국 등의 도움이 컸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모든 기회를 틈타 패널
의 활동에 훼방을 놓으려고 했다.”
-어떤 방식으로 말인가.
“최근 몇 년간 패널이 러시아와 중국 을 상대로 제재 회피 행위에 대해 문의
하면 모두 멸시(contempt)를 당하거나
무시됐다. 패널을 도울 기회가 매년 있
었지만 스스로 이를 거부했다. 그들은
제재를 위반하는 게 자국에 더 이롭다
고 판단했다.”
-패널 활동이 이어지는 게 왜 중요한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속도를 늦추는 데에 실질적으로 기여했
기 때문이다. 제재는 제대로 이행될 때
의미가 있다. 러시아와 중국이 제재를
수년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이
WMD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에릭 전 조정관은 올해 안보리 비상
임이사국으로 활동하는 한국의 역할 에 대해 “한국은 안보리의 작동원리를
바꾸지 못할 것이며 이는 한국의 잘못
이 아니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 속에 최근 외교가 일각에선 한국이 우크라
이나가 강하게 희망해온 살상무기 직접
지원 카드를 본격적으로 검토해 한 국의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
는 러시아의 ‘폭주’에 맞서야 한다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정영교·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대북제재
미·일·필리핀, 중국에 맞서 남중국해 공동순찰 나선다
11일 3국 정상회담 때 합의안 발표 미 해병 전투방식‘중국 맞춤형’변경 “네타냐후 퇴진” 이스라엘 횃불시위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가족들과 이에 동조하는 지지자들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에서 횃불과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인질 석방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미국의 중 국 견제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일본· 필리핀과 남중국해를 공동으로 순찰하 고, 미 해병대의 전투 방식도 ‘중국 맞춤 형’ 스타일로 바꿀 계획이다.
30일(현지시간) 미 폴리티코에 따르 면 조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미국에서 4월 11일 미·일·필리
핀 3국 정상회의를 처음으로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세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
역에서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3국의 합 의 사항을 발표할 계획인데, 여기엔 남
중국해에서 세 나라가 공동 해군 순찰
을 실시하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미국과 필리핀은 과거에도 남중국해
에서 공동 순찰을 진행한 적이 있다. 하
지만 일본까지 참여한 3국이 공동으로
순찰에 나선 것은 유례가 없다.
폴리티코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반 응을 촉발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평가
했다. 남중국해의 약 90%가 자국 영해
라고 주장해온 중국은 최근엔 해안경비
대가 필리핀 선박에 빈번하게 물대포 공
격을 해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다.
미국은 또 오커스(AUKUS, 미국·영 국·호주 안보 동맹)와 일본·필리핀 간의 군사협력 강화에도 나선다. 일본 교도 통신은 “4월 10일 열리는 미·일 정상회 담에서 양국은 중국을 겨냥해 영국과 호주, 필리핀과 안전보장 협력을 확대하 는 데 합의할 방침을 굳혔다”고 전했다. 미국은 중국과의 전투에 대비하는 움 직임도 보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에 따르면 미국은 상륙 작전부대인 해병 대를 최전선에 배치하고 해병대가 레이 더를 비롯한 전자 탐지장치에 감지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2024년 4월 1일 월요일 10 외교안보
감시> 널 제거”
2024년 4월 2일 화요일 A11
A12 2024년 4월 2일 화요일
무인점포 ‘대세’ 교체 아이스크림 지고 반려동물용품 뜬다
기업 신년사로 본 2024 무인점포의 전성시대
신규 가맹점 5년 만에 4.8배 늘어나
반려동물용품·카페·세탁소 등 급증
아이스크림 점포는 인기 한풀 꺾여
판매 직원이 없는 ‘무인(無人)점포’ 전
성시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무인점포는
지난해 말 기준 최근 5년 사이 5배 가까
이 늘었다. 무인점포 트렌드도 바뀌었
다. 최근 반려동물(펫)의 간식·사료·영
양제를 판매하는 점포의 매출이 눈에
내연기관·친환경차 모두 시험 가능 “전기차 E-GMP 경쟁력의 비결” 서울 강서구의 한 무인 반려동물용품 판매점.
데이터연구소가 무인점포 카드 매출 데 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신한카드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무 인점포 신규 가맹점 수는 5년 전보다
띄게 늘었다. 이와 달리 무인점포의 원 조격인 아이스크림 매장은 매출 증가세 가 주춤한 모양새다. 31일 신한카드 빅
“영하
40도~영상 60도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가보니
“이곳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내연기관과 친환경차(전기차·수소차)를 함께 개발 하고 시험할 수 있는 시설입니다. 메르
세데스-벤츠도 이 정도 규모의 친환경 차 시험시설은 없다고 해요. 영하 40도 ~영상 60도의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는 데, 이곳에서 개발한 차는 시베리아부 터 중동까지 어디서든 달릴 수 있죠.”
지난달 27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에서 만난 이강웅 상용 연비운전성시험팀 책임연구원의 말이 다. 상용환경풍동시험실에 들어서자 수
소 전기 트럭 엑시언트가 실험실 전면에 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가스를 온몸으로
혹한의
4.81배 늘었다. 카드 이용 건수와 이용 금액도 2019년 대비 각각 324%, 391% 불어났다. 2019년 수치를 100으로 놓고 연도별로 지수화한 데이터다. 코로나19 로 비대면 문화가 발달한 데다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무 인점포의 장점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국 내 무인점포는 6323개로 파악됐다. 이 중 아이스크림 점포가 2011개로 가장 많다. 전체 점포의 31.8%를 차지한다. 뒤를 이어 세탁소(1975개), 스터디카페 (967개), 사진관(708개), 밀키트(662개) 등의 순이었다. 업종별로 보면 무인 반려동물용품 판매점 증가세가 가파르다. 관련 매출
이 처음 잡힌 2020년 수치를 100으로 놨
을 때 지난해 이용 건수는 3523%, 같은
기간 이용 금액은 7254% 늘었다. 연평
균 증가율로 따지면 이용 건수는 145%, 이용금액은 193%에 달한다. 특히 2022
년부터 2023년까지 2년간 이용 건수가
363% 늘었다. 무인 반려동물용품 판매
점을 찾는 이용객이 두드러진 시기다.
문구점과 카페, 세탁소도 직원이 없
는 ‘무인점포’가 골목상권을 넓히고 있
다. 지난해 무인카페와 무인문구점 이
용 건수는 2019년 대비 6765%, 5703%
증가했다. 무인 세탁소의 이용 건수 연
평균 증가율도 49%다.
하지만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 이용
건수는 최근 한풀 꺾였다. 2021년 이용 건수는 2019년과 비교하면 6배 이상 증 가했지만, 지난해에는 2022년 대비 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 창업 경험이 있는 A씨는 “무인 점포 가운데 가장 먼저 등장해 인기를 끌었던 만큼 창업이 늘면서 경쟁이 갈 수록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무인 판매 시스템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만큼 앞으로는 판매 아이템의 차 별화가 중요하다”며 “소비자가 24시간 무인점포에서 긴급하게 필요한 물품을 빠르게 조달할 수 있도록, 장소·시간적 인 측면에서의 편리함을 극대화하는 것 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날씨 구현, 벤츠도 이런 시설 없어”
맞고 있었다. 이 연구원은 “최첨단 장비 로 세계 곳곳의 날씨·환경을 재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험실에 들어선 지 1 분쯤 지나자, 이마 위로 땀이 맺혔다. 태 양을 모사한 조명이 쏟아진 탓이다. 남양연구소는 현대차그룹의 ‘심장’이 라고 불리는 연구 기지다. 연구소 관계자 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인 E-GMP 기반 차량이 글로벌 무대에 서 상을 휩쓴 비결도 바로 이곳에 있다” 고 귀띔했다. 1995년 출범한 남양연구소
지난달 27일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 상 용환경풍동실에서 차량이 공기역학에 맞게 디 자인됐는지 확인하는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전기차동력계 시험실에서 로봇을 활용해 가·감 속 제어 시험을 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봇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왔다. 이동하
전동화구동시험팀 책임연구원은 “원격
제어를 위한 로봇은 발 두 개, 손 하나를
는 신차·신기술 개발부터 디자인·설계· 시험·평가 등을 모두 책임지고 있다. 최 근 이곳에선 전기차·수소전기차 개발 역 량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날 들른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은 핵 심 구동계인 모터·인버터의 성능과 효 율을 평가해 전기차가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곳이다. 그 중 4축 동력계 실험실에 들어서자 현대 차 아이오닉 5 운전석을 차지한 노란 로
갖고 있어 액셀이나 브레이크를 밟고 변 속까지 할 수 있다”고 했다. 1만4545㎡(약 4400평), 국내 최대 규모 인 상용시스템시험동은 새 차를 개발한 뒤 혹독한 모의고사를 치르는 곳이다. 차체·안전, 조향·현가, 구동·제동, 품질· 내구, 진동·소음(NVH) 등 다섯개 분야 에서 300여 가지 시험을 진행한다. 시험 장 한쪽에선 협동 로봇이 손을 길게 뻗 어 승합차 쏠라티의 트렁크를 계속 여닫 았다. 내구성 시험을 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남양연구소의 연구개 발(R&D) 경쟁력을 바탕으로 친환경차 경쟁력을 높이며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 차(SDV) 체계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유수의 자동차 연구소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규 모와 수준의 시험 설비들을 갖춘 덕분에 전동화 시대에 돋보이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화성=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2024년 4월 1일 월요일 B5 이슈
B2 2024년 4월 2일 화요일
9만원대 가성비 운동화 이재용 ‘애용 신발’된 이유
브랜드로 본 세계
함께보면 좋은 추천 콘텐트
글로벌 브랜드의 현황·철학, 최근의 투자 방향과 생 존 전략을 전합니다. 우리의 매일매일을 감싸고 있는 것은 ‘브랜드’입니다. 브랜드에 담긴 이야기, 내 곁에 있는 세계와 마주하시죠. 이번엔 국내 최고 부자의 ‘애착 신발’이란 별명이 붙은 9만원짜리 운동화 이야기입니다.
지난해 8월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검은색 스케쳐스 운동
화를 신고 있는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애착 신발’인 듯”이란 글과 함께. 확인
해 보니 실제로 2022년부터 최근까지 재
판에 출석할 때면 으레 이 운동화를 신
었더군요. 수십만 건 조회 수를 기록한 이 글엔 “아버지가 신는 신발” “중년의
뉴발란스” 같은 댓글이 수백 개 달렸습 니다.
스케쳐스의 시작은 1992년입니 다. 로버트 그린버그(80)가 아들
이클(57)과 함께 1992년 미
국 캘리포니아주 맨해튼비 치에 설립했습니다. 나이 키(1964년)·아디다스(1949 년)·뉴발란스(1906년)·푸
마(1948년) 같은 브랜드랑 ‘연식’이 꽤 차이 나죠. 그런
데도 지난 30여 년 동안 고속
질주해 왔습니다. 현재 전 세
계 180여 개국에 5000여 개
스케쳐스의 기능성 운동화 ‘고 워크’를 신고 있는 이재용 삼성 전자 회장. [뉴스1]
중년들 사로잡은 ‘스케쳐스’
발 편한 아치 깔창·쿠션감 특징
오래 서서 수술하는 의사에도 인기
종신계약한 케인, 득점 1위 달려
나이키‘에어 조던’처럼 뜰지 관심
매장이 있고, 지난해 매출 80억 달러 (약 10조7000억원)를 기록했죠.
가발·시계 등을 팔던 그린버
그는 1983년 LA기어로 운동
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에어로빅 붐에 맞춰 여성용 에 어로빅 운동화를 출시해 성 공을 거뒀죠. 하지만 1990년
대 들어 인기가 떨어지면서 사실상 회사에서
쫓겨납니다.
하지만 이 들 부자는 불
과 사흘 만에
다시 운동화 사 업을 하기로 합니
다. 스케쳐스를 세우고 10대와 여성이 좋아할 만한 상품을 만들기로 했죠. 나 이키·아디다스 등이 꿰차고 있던 남성 운동화 시장 대신,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틈새시장을 노린 겁니다. 그렇게 1990년대 ‘크롬 돔(Chrome Dome)’이 탄생합니다. 투박하고 낡아 해진 듯한 스타일의 이 신발은 당시 ‘그런지 룩’에 빠진 10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 었답니다.
이후 기능성 운동화에 주력한 스케쳐 스는 2009년 여성용 몸매 관리 워킹화 ‘쉐이프 업스(Shape Ups)’로 대히트를 칩니다. 특유의 둥그런 바닥 모양으로 허리·엉덩이·종아리 근육의 긴장을 유 도해 ‘걷기만 해도 몸매 관리가 된다’고 광고했죠. 하지만 2012년 과대광고 소 송에 휘말렸고, 소비자·규제기관 등과 4000만 달러(약 533억원)에 합의하면서 인기가 뚝 떨어졌습니다.
그렇게 또 실패하나 했지만, LA기어 때와는 달랐습니다. 축적된 기능성 운동 화 노하우를 총동원해 ‘고(Go)’ 시리즈 를 내놓죠. 바로 이재용 회장이 애용하 는 그 모델입니다. 가격이 70~80달러(9만 ~11만원)로,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를 받
[스케쳐스 유튜브 캡처]
고 있습니다. 그린버그 는 “쉐이프 업스 소송 은 끔찍했다. 대부분 주
알리선 계란 60개가 1000원 남는 게 있냐고? 당연하지! 1
“한국 호구냐”“스벅보다 낫다” 캐나다 국민커피 마셔보니 2
뼈 43곳 부러진 사람도 “오” 200만원 그 의자의 비밀 3
손목에 강남 아파트 한채 값 탁신·손흥민도 찬 명품 끝판왕
저앉았겠지만 난 포기하지 않았다. 차를
후진해 코스를 변경하기로 했고, 성공했 다”고 당시를 회고하더군요.
한국에서는 진출 초기 ‘발 편한 신발’
로 알려졌고 덕분에 비교적 빨리 자리를 잡았습니다. 스포츠의학 전문가인 은승
표 코리아정형외과 원장은 “발이 편하
려면 아치를 살려주는 ‘깔창’과 적당히
푹신한 ‘쿠션감’이 있는 운동화를 신어
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스케쳐스
도 깔창과 쿠션감, 두 가지 조건에 사활
을 걸었답니다. 주요 기능성 운동화 제
품명에 아예 ‘아치핏(아치에 맞는)’ ‘쿠셔
닝(쿠션감 있는)’을 넣었더라고요.
은 원장은 오래 서서 수술하는 의사 등도 스케쳐스를 많이 신는다고 설명했 습니다. 2020년 방영된 인기 드라마 ‘슬
기로운 의사생활’에도 여자 주인공이었 던 신경외과 의사가 이 운동화를 신는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지난해 8월 스케쳐스는 세계 축구계
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영국 프로축 구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손흥민의
4 여성 몸매 관리 운동화로 인 기를 얻은 스케쳐스의 ‘쉐이프 업스’ 모델. � 지난해 스케쳐스와 종신 계약을 맺은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의 주장 해리 케인이 자신이 신는 스케쳐스 축구화를 들고 있다. [사진 스케쳐스] 업스
‘영혼의 단짝’이라 불렸던 해리 케인이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으로 옮기면서 스케쳐스 축구화를 착용하기 로 했거든요. 그것도 종신 계약으로요. 스케쳐스를 신은 케인은 이번 시즌 (2023~2024) 리그 득점 1위를 달리고 있고, 이런 활약에 힘입어 스케쳐스 축 구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현 재로서는 스케쳐스와 케인이 ‘윈-윈 (win-win)’한 모양새죠. 스포츠 마니아들은 나이키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이야기를 떠올리더 라고요. 나이키는 1980년대 에어로빅 붐을 쫓아가지 못하면서 주춤했는데요, 조던과 영구 계약을 맺고 내놓은 농구 화 ‘에어 조던’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 면서 ‘넘버원’이 됐습니다. 스케쳐스도 케인의 발을 잡고 나이키 턱밑까지 쫓아 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2024년 4월 1일 월요일 14 세상과 함께
2024년 4월 2일 화요일 B3
‘민원 스토킹 못참겠다’ 공무원 신상정보 지우기 확산
신상 털린 김포 공무원 사망 여파
조직도서 사진·이름 비공개 나서
정부, 이달중 악성민원 대책 발표
공무원 사진과 이름 등이 담긴 조직도
가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에서 사라지
고 있다. 악성 민원인에 신상정보가 유
출된 김포시 공무원이 지난달 5일 스스
로 목숨을 끊은 사건의 여파다. 지자체
별 소속 공무원들 요구로 신상정보 삭제
에 나선 것이다. 주요 광역단체의 경우
공무원노조 요구로 신상정보 비공개 문
제에 관한 협의 절차에 들어갔다.
1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부산
지부는 “각 시청·구청과 공무원 신상정
보 비공개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서울지부는 “공무원 사진 삭제와
이름 익명화뿐만 아니라 반복 민원을
막기 위한 민원 쿼터제 도입, 민원 처리
결과지에 기재된 담당 공무원 이름 삭
제 등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인천·경기
지부도 준비를 마치는 대로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그간 지자체들은 ‘책임 행정’
을 이유로 부서 사무실과 홈페이지 등
에 업무별 담당 공무원 사진과 이름이 포함된 조직도를 공개했다.
공무원들은 수년 전부터 제기된 악성
민원 문제에 정부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데 대해 불만을 가졌고, 결국 공무
원노조가 나섰다. 지난해 8월 공무원노
조가 실시한 ‘악성 민원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 7061명 중 84%(5933명)가 “최근
5년 사이 악성 민원을 받아본 경험이 있
다”고 답변했다. 그런 가운데 도로 포트
홀 문제로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인터넷 카페 등에 실명이 공개된 1년 6개월 차 9
급 공무원 A씨 사망이 기폭제가 됐다.
서울의 한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김
포 공무원 사건 이후 직원 보호를 위해 개인 신상정보 공개를 막아달라는 요청
이 수없이 들어왔다”며 “이른바 ‘좌표’ 가 찍혀 피해를 본 사례, 조직도 사진으 로 인한 스토킹 피해 사례 등이 접수됐 다”고 전했다. 한 공무원은 “민원 처리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른 기관에까지 동일 민원을 300여개
를 접수한 경우가 있다”며 “정상 업무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김포 공무원 사건 이후 부산 해운대
구는 선제적으로 신상정보 삭제에 나섰
다. 해운대구는 지난달 21일 좌석 배치 표에서 담당 직원 사진을 지우고, 홈페
이지의 담당자 이름도 익명화했다. ‘예
산편성, 지방교부세, 조정교부금 담당
기획조정실 김○○’으로 표시하는 방식
이다. 서울 양천·동작·서대문구가 지난
28일부터 배치도에서 담당 공무원 사진
을 삭제하고 있다. 한 양천구 공무원은
“사진 하나 지운다고 악성 민원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신상 털리
기는 막을 수 있어 안심된다”고 말했다.
다만 신상정보 삭제는 악성 민원 해 결의 임시방편이다. 미국은 악성 민원이
심한 국세청, 복지부에 방문하려면 신
원 확인 절차를 거친다. 영국은 욕설, 구
체적 근거 제시 거부, 여러 기관에 반복
민원 제기 등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사 람은 담당 공무원 면담 시간과 방법 등 을 제한한다.
정부는 공무원노조 등과 협의를 거쳐 이달 중 악성 민원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김동원 한국인사행정학회장(인천대 행
정학과 교수)은 “보안시스템 등을 마련
해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공무원을 지킬
필요가 있다”며 “악성 민원 대응 매뉴얼
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해준 공무원 노조 위원장은 “악성 민원을 고발할 수
있는 의무 조항을 신설하고, 악성 민원
대응팀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찬규·박종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오늘 23도 완연한 서울의 봄, 남부는 봄비
분 20도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낮과 밤의 기온 차가 20도 이상으로 매우 크겠으니 건강 관리에 유의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2일 오후부터는 남부 지방이 차차 흐 려지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는 3일에 전국으로 확대돼 내리다가 밤에 점차 그칠 전망이다. 전 남과 경남 지역에는 3일까지 20~60㎜의 비가 내리겠고, 지리산과 남해안에는 80㎜ 이상의 많은 비가 쏟아지는 곳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의 경우 30~80 ㎜, 한라산은 120㎜ 이상의 폭우가 예 고됐다. 서울에는 5㎜ 미만의 약한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내일 전국에 봄비, 제주 120㎜ 폭우 “낮밤 기온차 20도 이상 건강 유의” 서울 벚꽃 공식 개화, 주말에 절정 기상청은 1일 서울에 벚꽃이 개화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서울 벚나무 개화는 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 앞에 있는 왕벚나무를 기준으로 한다. 벚꽃은 4~6일 사이에 만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서울 시민들이 여의도봄꽃축제 중인 윤중로를 걷고 있다. 김성룡 기자
봄볕이 내리쬐는 맑고 따뜻한 날씨 속 에 서울에서 벚꽃이 공식 개화했다. 2일 에는 서울의 낮 기온이 23도까지 오르 는 등 올해 들어 가장 포근한 날씨를 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 등 남부 지방 을 중심으로는 3일까지 최대 120㎜ 이 상의 많은 비가 예고됐다. 기상청은 1일 서울에 벚꽃이 폈다고 공식 발표했다. 서울 벚나무 개화는 종 로구 송월동 서울기상관측소 앞에 심어 진 왕벚나무를 기준으로 한다. 기상청 은 벚나무 임의의 한 가지에 3송이 이상
꽃이 피면 서울에 벚꽃이 폈다고 발표
한다.
올해 서울 벚나무 개화일은 지난해(3 월 25일)보다 일주일 늦었지만, 평년(4
월 8일)과 비교하면 일주일 앞섰다. 식목
일 전후인 4월 4~6일 사이에 벚꽃이 만 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2일은 전날보다 기온이 더 오르면서
올해 들어 가장 포근한 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의 경우 2일 아침 최저 기 온은 8도에 머물겠지만, 이후 햇볕의 영 향으로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한낮에는
23도를 기록할 전망이다. 다른 지역도
인천 20도·대전 24도·대구 23도 등 대부
2024년 4월 2일 화요일 12 사회
B4 2024년 4월 2일 화요일
2024년 4월 2일 화요일 B7
hello! Parents
아이만 공부시키는 게 아니라 양육자도 공부해야 합니다. 보육에서 대입까지, 학습법에서 아이 건강 챙기기까지, 양육 노하우를 전합니다. 이번엔 요즘 떠오르고 있는 ‘거 실 공부법’입니다. 부모와 함께하는 거실에서 학습 습관, 유대감을 쌓을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책상을 거실에 내놓는다고 공부를 더 집중적으로 열심히 할 리는 없죠? 부모가
“방 말고 거실에서 공부시켜 볼까?” 요
즘 거실 공부가 자녀의 학습 습관, 가족
간 유대감 형성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네 자녀를 모두 도쿄
대 의대에 보낸 일본 엄마의 거실 공부
법이 방송에 소개되면서 화제가 되기
도 했다.
헬로페어런츠(hello! Parents)가 짧
게는 1년여, 길게는 10년 이상 거실 공부
를 실천한 양육자 6명의 거실 생활을 자
세히 들여다봤다. 거실 공부, 어떻게 하
면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성공 비결과 효
과를 정리해 봤다.
“첫째가 중학교 1학년 때 방에서 공 부하고 싶다더니 얼마 못 가 다시 거실
로 나왔어요. 방에선 자꾸 딴짓하게 돼
서 공부가 안된다는 거예요” 두 아들(19 세, 17세)과 10년 넘게 거실 공부를 해 온
김석(의사·작가)씨의 일화다. “거실에서
공부가 더 잘 된다”는 건 hello! Parents
가 양육자 6명 모두가 동의한 지점이었
다. “아이가 알아서 공부한
다”고도 했다. 어떻게
가능한 걸까?
첫째, 매일 반복
하는 일종의 습관, 루틴(routine)이 존
재했다. 김연수(작 가)씨네가 대표적이
다. 세 자녀는 초등학생
TV 끈 아빠, 잔소리 끊은 엄마
“공부할래요” 아이가 거실로 나왔다
하유정(초등교사)씨는 13세, 11세 두 딸
이 공부를 마칠 때까지 함께 공부하며 자리를 지킨다. 하씨는 “엄마, 아빠는
TV를 보는데 아이 혼자 공부하려면 하
기 싫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셋째, 자 유 시간이다. 정지영(작가)씨는 “두 딸
(14세, 12세)이 거실 공부를 마치고 쉴
때는 하고 싶은 걸 하도록 두고 간섭하 지 않는다”고 했다. 자유 시간은 학습
동기를 부여했다.
여섯 가정 모두 하루아침에 갑자기 거 실 공부를 시작한 게 아니었다. 정지영
씨는 “딸들이 서너 살도 안 됐을 때부터
때 매일 저녁 비슷한 시간에
1~2시간씩 거실 좌식 테이블이나
주방 식탁에서 각자 숙제나 공부
를 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매일 밥을 먹듯 공부도 당연히
하는 걸로 여겼다”고 했다.
둘째, 아이를 홀로 두지 않았다.
거실에 작은 탁자를 놓고 그림 그 리기, 요리, 만들기를 하며 놀 았다”고 말했다. 김석씨는 “거실에서 공부하다 물심
부름도 하고, 누군가 책상 에 다리를 부딪치면 걱정
거실에서 함께 책을 읽는 김석씨 가족. 거실에서 보 드 게임을 하는 김연수씨 가족. 거실 책상 앞에 나란히 앉은 정지영씨의 두 딸. [사진 김석·김연수·정지영]
‘거실공부’성공한 가족의 비결
매일 저녁 먹은 뒤 거실서 공부
밥 먹듯 공부도 당연한‘루틴’돼 부모도 방해·간섭 않고 함께 독서 핵심은 소통 사춘기도 쉽게 보내
하고 웃기도 하면서 정이 든다. 핵심은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자녀의 공부와 생활에 지나치
게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양육자들은
당부했다. 김석씨는 “봐도 못 본 척, 들
어도 못 들은 척 자녀들의 최소한의 프
라이버시는 지켜줘야 한다”고 했고, 김
연수씨는 “엄마가 잔소리하면 아이는
결국 방에 들어가고 만다는 걸 잊지 말
라”고 말했다. “특히 형제·자매가 같이
거실에서 공부하는 상황이라면 절대 비
교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거실 공부의 진가는 아이
사춘기 때 빛을 발한다.
이진혁(초등교사)씨는
“평소 거실에서 대화를
많이 나누다 보니 아이
의 생각이나 고민을 알 수 있었고, 적절한 조언을 하면서 아이를 기다려 줄 수 있 었다. (그렇지 않으면) 답답한 마음에 아 이를 몰아세웠을 것”이라고 했다. 이혜원(어린이 서점 운영)씨는 가장 먼저 거실 TV를 안방으로 옮겼다. 공부 중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한 것도 양육 자들의 공통점이다. 거실 공부의 또 다 른 적은 소음이다. 정지영씨는 “거실 공 부 시간에는 온 가족이 최대한 조용히 하는 게 기본”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중 요한 건 엄마·아빠 자신이다. 하유정씨 는 “거실 공부가 성공하려면 퇴근한 엄 마, 아빠가 거실 소파에서 TV를 보며 늘어지고 싶은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고 강조했다. 다만 거실 공부만이 능사는 아니다. 양육자들도 각자의 경험담과 노하우 를 꺼내 놓았지만, 결국 “실제로 부닥 치며 각 가정에 맞는 공부 방식을 찾아 야 한다”고 했다.
아이의 공부방을 없애라를 쓴 일본의 건축가 모로쿠즈 마사야는 이렇게 강조한 다. “아이들에게 공부 공 간이 어떤 생각과 발상과 습관을 만들어 줄지를 생 각해야 한다.” 이송원 기자 lee.s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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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이 학원 다녔다 엄마들 쉬쉬한 ‘대치동 학원’
머리 좋은데 공부는 안 한다? 십중팔구 이 말이 문제다
2 “1억 써도 90%는 SKY 못간다” EBS 일타가 때린 ‘루저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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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공부 잘하던 아들이 변했다, 대치동 엄마 ‘결정적 실수’
2024년 4월 2일 화요일 14 가족과 함께
주의할 점은 뭘까요.
함께보면
국영수
좋은 추천 콘텐트
B8 2024년 4월 2일 화요일
로터스 부동산 C.604.724.7593 LotusChung.com LotusChung April 2nd, 2024
B12 2024년 4월 2일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