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2017 한국 광고를 읽는 색다른 문법 -`Ⅲ. Technology & Art 이 다 혜│<씨네21> 기자│dahyeh@naver.com
“사람에게 쉬운 것이 인공지능에겐 어렵고, 인공지능에게 쉬운 것이 사람에겐 어렵다”
콘텐츠 업계에서 인공지능은 두 가지 면에서 생각해야 한다. 첫 번째는 내용
일본에서는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문학상 예심을 통과하는 일이 있었다. 소설에서 사용된 인공지능의 개발자로 알려진 사토 사토시 교수는 “인공지능이 소설다운 형태로 응모하는 데까지는 왔지만, 기여도를 말한다면 인공지능이 20%, 인간은 80%라고 볼 수 있다” 고 밝혔다. 결국 인간의 노력이 상당히 들어간 협업의 형태로 창작하고 있는 것이다.
자체가 인공지능에 대한 것인 경우, 두 번째는 콘텐츠의 생산 과정에 인공지능이 기여하는 경우다. 내용 자체가 인공지능에 대한 것인 경우 지금까지 수많은 작품이 제작돼 사랑받았고, 콘텐츠의 생산 과정에 인공지능이 기여하는 경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전자는 상상력이, 후자는 기술력이 가장 중요한 힘이라는 점도 차이점이다. 반 고흐와 비슷한 듯 다른 듯, <별이 빛나는 밤>
우선 인공지능 자체가 이야기의 중요한 소재가 된 것에 대해 말해보자. SF 장르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소재는 역시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협하는 날이 오리라는 공포다. 현재에 없는 높은 기술력을 상상으로 만들어 내고, 현재의 사회구조를 비추는 미래상을 세팅한다. 1956년,‘인공지능’ 이라는 용어가 태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작 반세기가 조금 넘은 이 시점에 우리는 상상 속 미래를 하나씩 현실로 맞닥뜨리고 있는 상황이다. 월리 피스터 감독이 연출한 <트렌센던스>는 그런 극한의 상상을 구현한 영화다. 인간의 지성이 디지털 신호화돼 컴퓨터 속으로 들어간다는 상상을 다루고 있다. 천재 과학자 윌(조니 뎁 분)의 두뇌가 슈퍼컴퓨터에 업로드돼 의식을 갖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테러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윌을 그의 연인이 컴퓨터상에서 되살린다. 윌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윌의 의식인지, 아니면 윌의 기억을 가지고 윌을 흉내 내는지를 알 수 없다. 이전의 로봇에 관련된 서사와 최근의 인공지능 서사와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충분히 발달한 인공지능은 인간과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아직 그런 기술은 우리
영화 <트랜센던스>
뇌과학자 정재승 박사 (출처: 뉴시스)
앞에 없으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이후 어떤 면에서
작동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이미 인간을 앞서 있으며, 충분한 데이터만
한국콘텐츠진흥원이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한 음악과
있다면 인간 이상의 성취 역시 가능하다는 생각이 널리
인공지능의 협업 프로젝트로‘음악, 인공지능을 켜다’
퍼졌다.
쇼케이스에서는‘영화 <선스프링>은 인공지능이 시나리오를
뇌과학자 정재승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사람에게 쉬운
써서 화제가 됐다’ 는 점이 논의되기도 했다. 구글에서 만든
것이 인공지능에겐 어렵고, 반대로 인공지능에겐 쉬운
인공지능‘딥 드림(deep dream)’ 은 빈센트
것이 사람에겐 무척 어려울 수 있다. 가령 인공지능은
반 고흐의 작품을 모사하는 훈련을 받았다. 그런데 딥 드림이
복잡한 계산을 능숙하게 해낼 수 있지만 얼굴을 구분하는
그린 <별이 빛나는 밤>은 반 고흐와 비슷하지만 예술적인
간단한 인지 과정을 쉽게 처리하지 못하기도 한다. 정보를
면에서는 약간 다르다는 평을 받았다.
이해한다는 개념이 아직 자리 잡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딥 드림의 작품은 경매에서 꽤 비싼 값에 팔렸다.
딥 러닝은 이런 프로그램의 부재를 뛰어넘기 위한 방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네덜란드 연구진과 함께‘빛의 마술사’ 로
“10년 전만 해도 전문가들은 딥 러닝의 가능성을 신뢰하지
불리는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의 화풍을 인공지능에게
않았다. 데이터가 있으면 프로그램을 통해 문제를 이해하는
학습시켰다. 그 후 모자를 쓰고 하얀 깃 장식과 검은색 옷을
과정을 짜서 아웃풋을 뽑아내는 게 기본 모델이었다. 반면
입은 30~40대 백인 남성을 그리라는 명령을 입력했다.
딥 러닝은 정보의 이해처리 과정을 건너뛰고 데이터의
그러자 인공지능은 유화의 질감과 물감의 두께까지
축적을 통해 결괏값으로 바로 연결시키는 방식이다. 수많은
렘브란트의 화풍을 그대로 재현해냈다. 일본에서는
데이터와 아웃풋을 결합해 최적의 결괏값을 도출하는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문학상 예심을 통과하는 일도 있었다.
것이라고 보면 된다” (<씨네21> 1129호 특집 중에서). 하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할 것으로
‘대량살상수학 무기’ 와‘약탈적 광고’
예상하는 분야는 창의력과 관련된 부분이다. 그런데 바로 이 부분에서, 기술 발달과 더불어 인공지능이 스스로
이렇게 말하면 단순한 스포츠 기사나 경제 기사 작성 수준을
학습하는 능력을 발전시키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뛰어넘어‘창작’ 에 해당하는 능력이 인공지능에 있는 것처럼
일어나고 있다. 콘텐츠의 생산에도 인공지능이‘인간처럼’
보이지만 아직은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KAAA 201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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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일본 호시 신이치상의 1차
교육·노동·건강·치안·정치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예심을 통과했다는 뉴스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소설에서
활용되고 있는 빅데이터의 알고리즘 모형이 얼마나
사용된 인공지능의 개발자로 알려진 사토 사토시 나고야대
파괴적인지를 경고하는 이 책이 왜 약탈적 광고를‘최악’ 으로
교수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소설을 쓰는 프로그램
지목할까. 겉으로는 고객이 원하는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개발을 더는 하지 않을 계획” 이라고 밝혔다. 또한 소설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절박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을 위험에
인간이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이므로“더 이상 미래성이
빠뜨려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없다” 고 주장했다. 사토 교수는 인공지능이 소설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변덕쟁이 인공지능
새로운 임계점에 대비하는‘휴머니티 플러스(humanity+) 운동’
프로젝트 작가예요’프로젝트의 일원으로 참여해 지난해 3월 21일 도쿄에서 보고회를 열고 문학상 예심 통과 사실을
로봇이 만든 콘텐츠를 창작물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발표했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드디어 소설다운 형태로
대해 아직 이견이 많은 것은 어느 정도 분간이 가능하기
응모하는 데까지는 왔지만, 현시점에서 기여도를 말한다면
때문이지만, 만약 인간이 창작한 작품과 인공지능이 창작한
인공지능이 20%, 인간은 80%라고 볼 수 있다” 고 밝혔다.
작품이 구분할 수 없을 정도까지 발달한다면 어떤 일이
결국 인간의 노력이 상당히 들어간 협업의 형태로 창작하고
일어날까.
있는 것이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2045년 새로운 임계점이 온다” 고
하지만 콘텐츠 생산과 관련해 인공지능이 기여할
했다가 최근엔 2035년으로 10년 앞당겼다. 아마 수학적으로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지는 않다. 바로 빅데이터를 분석할
보기 때문에 기하급수적으로 본 듯하다. 그는“이것을 막을
수 있는 능력 때문이다. 캐시 오닐의 <대량살상수학 무기>의
수 없으므로 아예 인간 자체가 새로운 종으로 변화하는
부제는‘어떻게 빅데이터는 불평등을 확산하고 민주주의를
준비를 하자” 고 말했다. 영원한 생명을 찾아가는 기계와
위협하는가’ 인데, 콘텐츠를 생산하고 배포하는 사람들에게도
인간 자체가 새로운 종으로 진화를 하는 것. 옥스퍼드 대학
의미심장한 전언이 있다.
닉 보스트롬 교수는 이것을‘휴머니티 플러스(humanity+)
하버드대 출신 수학자에서 헤지펀드의 퀀트(계량분석가),
운동’ 이라고도 부른다. 무엇이라 부르든, 인공지능과
정보기술(IT) 기업 데이터과학자를 두루 거친 캐시 오닐은
빅데이터가 결합한 형태의 콘텐츠 창조가 어떤 식일지는
수학과 데이터, IT가 결합된 빅데이터 모형의 맹점을 마치
지금으로서 예측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SF영화
‘내부 고발’ 하듯이 파헤친다. 인터넷 쇼핑을 하다가 SNS
속 상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사이트에 접속하면 이전에 보던 쇼핑몰 혹은 유사한 상품의 광고가 계속 뜬다. 어느새 사람들이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이런 상황에 대해 캐시 오닐은 빅데이터의 친절함은 돌연 ‘약탈적 광고’ 의 모습으로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고금리 단기소액대출에 관한 팝업 광고가 쏟아진다. 경향신문의 김유진 기자는 이렇게 전했다.“미국에서는 학위를 갖고 싶지만 돈과 정보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영리 대학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인다. 약탈적 광고는‘가장 사악한’대량살상수학 무기다.
레이 커즈와일 (출처: zmescien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