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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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Choi


Sun Choi


차례 Contents

환영을 넘어서, 최선

4

하얀 방 White Room

74

Beyond Illusion, Sun Choi

5

실바람 Silbaram (Light Breeze Comes Again)

78

경력

6

가쁜 숨 (검은 방) Gasping Breath (Black Room)

82

Resume

7

꽃 Flower

88

메아리 Meari

10

다리 Legs

90

비 의미의 반격, 정현 (미술비평)

18

못된 풀 Stubborn Weed

91

The Counterattack of Non-Meaning, Jung Hyun (Art Critic)

22

노란벽 Yellow Wall

92

나는 타자 The Other

20

만들기 Making Statue

94

쓴 침 Spitting Saliva

21

병사 Soldiers

96

동냥젖 White Painting from Breast Milk

25

책-물건 (本-物) Hon-Mono

98

나비 Butterflies

26

극점 The Pole

100

소식 News

32

호랑이 A Grand Tiger

104

내 숨이 멈춘 그 점에 너의 숨은 시작되고 You Can Continue to Breathe at the Ending Point of My Breath

34

내게 대답해봐 Answer to Me

106

더럽혀진 순수함 2015 개인전 리뷰, 이선영 (미술비평)

36

쌀점자 인사 Rice Braille Greeting

108

검은 그림 Black Painting

40

난독증 환자를 위한 책침대 Book-bed for Dyslexic Patients

110

오수회화 (적분의 그림) Wastewater Painting (Integral Calculus Painting)

42

쥐에게 사람의 말 가르치기 Feeding and Teaching Human Language to Rats

112

피똥 (적분의 그림) Bloody Excrement (Integral Calculus Painting)

46

매스 게임 Mass Game

114

소금 회화 (적분의 그림) Salt Painting (Integral Calculus Painting)

50

흰 그림 White Painting from Ginkgo Nuts

116

흰 그림 (돼지의 회화) White Painting (A Pig's Painting)

54

마취 그림 Anesthetizing Painting

118

자홍색 회화 Magenta Painting

58

검은 그림 Black Painting from a Letter

120

껍질 Skin

64

검은 그림 Black Painting from Burnt Hair

121

흰 그림 (불산 회화) White Painting (Hydrofluoric Acid Painting)

66

벌거벗은 그림 Naked Painting

122

녹색 벽 Green Wall

68

벌거벗은 누드 그림 Naked Nude Painting

124

동아시아의 식탁 East Asia’s Dining Table

70

벌거벗은 그림 Naked Painting

12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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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을 넘어서

Beyond Illusion

최선

Sun Choi

나는 모호한 예술에 의문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호한 의문을 더 선명한 물음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과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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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을 해왔다. 나의 시간과 겹치는 한국현대미술의 부조리한 과거를 뒤에 두고, 과연 무엇이 예술적이며,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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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예술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알기는 쉽지 않았다. 이곳을 둘러싼 서구중심적 예술의 통념들이 낳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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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함 앞에서 당신과 내가 또렷이 목격할 수 있는 현실의 참혹함은 역설적이게도 너무나 예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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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을 만드는 나의 ‘미술’에는 이중적인 것이 있다. 가시적인 것과 가시적이지 않은 것, 물질적인 것과 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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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지 않은 것, 선명한 것과 선명하지 않은 것, 그리고 미술적인 것과 미술적이지 않은 것, 마지막으로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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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인 것과 예술적이지 않은 것이다. 나는 ‘예술’이 사라져 버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미술품을 만들고 있다.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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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예술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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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 (1973, 서울) 학력

2013 <흰 대나무 그림으로부터>, 도병훈-최선 2인전, 대안공간 눈, 수원, 한국

2003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2013 <후쿠타케 하우스 아시아 아트 플렛폼>, 2013 세토우치 트리엔날레, 쇼도시마, 일본 2012 <12회 송은미술대상전>, 송은아트스페이스, 서울, 한국

개인전

2012 <언브레이커블>, 뉴욕 한국문화원, 뉴욕, 미국

2015 <메아리>, 송은아트스페이스, 서울, 한국

2012 <속 조선통신사 프로젝트>, 에치코 츠마리 트리엔날레에 참가한 뱅크아트1929 프로젝트, 요코하마・니 가타, 일본

2015 <자홍색회화>, 봉산문화예술회관, 대구, 한국 2013 <두 세상>, 뱀부커튼 스튜디오, 타이베이, 대만

2011 <해외교류작가 귀국보고전>, 금천예술공장, 서울, 한국

2013 <매와 허공>, 뱅크아트 Studio NYK, 요코하마, 일본

2011 <달군 눈꽃송이>, 갤러리 IS, 서울, 한국

2011 <찰나의 숨>, 케이크 갤러리, 서울, 한국

2010 <연애의 기술>, 갤러리 자인제노, 서울, 한국

2011 <실바람>,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뱅크아트 LIFE3 프로젝트, 요코하마, 일본

2008 <묵음>, 스페이스 집, 서울, 한국

2010 <가쁜 숨>, 코너 갤러리, 서울, 한국

2006 <예술의 표면과 이면, 그리고 리얼리티>, 인사 갤러리, 서울, 한국

2004 <벌거벗은 회화Naked Painting>, MIA 미술관, 서울, 한국

2004 <흔들리는 웹>, 웹 프로젝트

주요 기획전

수상

2015 <The Meeting Point>, 워싱턴 D.C. 한국문화원, 워싱턴 D.C., 미국

2014 해외레지던스프로그램 지원기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

2015 <2015 바다미술제>, 다대포 해수욕장, 부산, 한국

2013 Creative Talent Artist (뱀부커튼 스튜디오, 타이베이, 대만)

2015 < Think It Over, Think It Slow>, 뉴욕 한국문화원, 뉴욕, 미국

2013 세토우치 트리엔날레 참여작가 선발 (금천예술공장, 서울문화재단, 한국)

2015 <멀쩡한 전시>, 피아룩스, 서울, 한국

2013 제12회 송은미술대전 대상 (송은문화재단, 한국)

2014 <팔로우미-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8기 리뷰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서울

2012 레지던스 작가 기금 (일본 문부성, 일본)

2014 <아시아 예술축전>, 안산 만남의 광장, 안산

2012 예술 서적 발간 기금 (서울문화재단, 한국)

2014 <2014 난지쇼 IV: AIA>,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난지전시실, 서울, 한국

2011 예술 창작 기금 (서울문화재단, 한국)

2014 <동아시아의 꿈>, 2014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특별 연계전시, 뱅크아트 Studio NYK, 요코하마, 일본 2014 <2014 난지쇼 III: 느낌의 공동체>,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난지전시실, 서울, 한국

레지던시

2014 <파라다 사라다>, 피아룩스, 서울

2015 ISCP (International Studio & Curatoring Program), 뉴욕, 미국

2014 <2014 난지쇼 II: FTS>,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난지전시실, 서울, 한국

2014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8기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한국)

2014 <2014 난지쇼 I: 미술행위>,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난지전시실, 서울, 한국

2013 뱀부 커튼 스튜디오 (Bamboo Curtain Studio), 타이베이, 대만

2013 <텔레비>, 갤러리현대, 서울, 한국

2013 뱅크아트 1929 (BankART1929), 요코하마, 일본

2013 <이상뒤샹전>, 한국현대문학관, 서울, 한국

2011 뱅크아트 1929 (BankART1929), 요코하마,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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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Choi (1973, Korea) #@P :HUN +\ *OHTW% 4\ZL\T VM 2VYLHU 3P[LYH[\YL :LV\S 2VYLH #-YVT [OL >OP[L )HTIVV 7HPU[PUN% (S[LYUH[P]L :WHJL 5VVU :\^VU 2VYLH

Education )HJOLSVY VM -PUL (Y[Z PU 7HPU[PUN /VUN 0R <UP]LYZP[` :LV\S 2VYLH

2013 <Fukudake House Asian Art Platform>, 2013 Setouchi Triennale, Shodoshima, Japan #<UIYLHRHISL% 2VYLHU *\S[\YHS :LY]PJL 5L^ @VYR < : (

Selected Solo Exhibition

#9L *OVZ\U ;VUNZOPUZH 7YVQLJ[% )HUR(9; WYVQLJ[ PU [OL ,JOPNV ;Z\THYP Triennale, Yokohama and Niikata, Japan

2015 Meari, SongEun Art Space, Seoul, Korea 2015 Magenta Painting, BongSan Culture Center, Taegu, Korea

#0U[LYUH[PVUHS (Y[PZ[ ,_JOHUNL 7YVNYHT»Z 9LWVY[PUN ,_OPIP[PVU% .L\T *OLVU (Y[ Factory, Seoul, Korea

;^V >VYSKZ )HTIVV *\Y[HPU :[\KPV ;HPWLP ;HP^HU 2013 Falcon and Firmament, BankART Studio NYK, Yokohama, Japan

#/LH[LK :UV^IHSS% .HSSLY` 0: :LV\S 2VYLH

2011 Breath in an Instant, Cake Gallery, Seou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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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IHYHT )HUR(9; 30-, WYVQLJ[ PU @VRVOHTH ;YPLUUHSL @VRVOHTH 1HWHU

#:PSLU[ :V\UK% :WHJL APW :LV\S 2VYLH

2010 Gasping Breath, Corner Gallery, Seoul, Korea

2006 <The Surface and Inside of Art, and Reality>, Insa Gallery, Seou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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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ected Group Exhibition

Awards and Gr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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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Grant for Foreign Residency (Arts Council of Korea,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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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Setouchi Triennale competition (Geum-Cheon Art Factory, Seoul Foundation for Arts & Cultur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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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Grand Prize of the 12th SongEun Art Award (SongEun Art Foundatio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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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idenc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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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Parada Sarada>, Pialux, Seou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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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BankART1929 (Yokohama, Ja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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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BankART1929 (Yokohama, Ja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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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Meari HZO MYVT I\YU[ OHPY VM KVNZ JH[Z HUK O\THUZ T 2 (1,033ft 2), 201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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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히 사회가 과거로 회귀해가는 요즘, 어린시절 똥물로 넘쳐나던 변두리 개천 다리 밑에서 토치로 개의 털을 태우던 어른들의 과거 문화를 떠올리며 손바닥이 까지도록 벽에 짐승의 털가루를 발랐다. 짐승들의 털 타는 냄새가 진동하는 벽은 한국의 과거를 들춰내는 벽화이며 동시에 시대적인 오브제이 다. 미화되는 과거를 현대적인 화이트큐브 속에서 메아리처럼 들려주고자 했다. 접착제없이 벽에 달 라붙어 있는 털가루들이 먼지처럼 떨어진다. 9LTLTILYPUN [OL ZJLUL VM ZVTL TLU»Z RPSSPUN KVNZ HUK I\YUPUN [OL OHPY PU T` JOPSKOVVK 0 WHPU[LK H ^OP[L J\IL ^HSS ^P[O [OL I\YU[ OHPY HZO MYVT KVNZ JH[Z HUK O\THUZ ;OL ^HSS H T\YHS HUK VIQLJ[ Z`TIVSPaLZ [OL HIZ\YK HUK IY\[HS WHZ[ ^OPJO JVSSPKLZ ^P[O H ^OP[L J\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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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의미의 반격

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우리는 순수하게 예술을 감상할 수 있을까? 과연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이나 경 험을 지우고 순수하게 한 대상을 바라 볼 수 있는가? 우리는 다다의 실험을 알고 있으며 플럭서스에 의해 시도된 비 예술적 질료들이 보여준 권위에 대한 저항을

정현 (미술비평)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실험들이 역사의 일부로 기념비가 되면서 의미는 재생산되고 근대화 이후 이러한 의미들은 전 세계의 문화 속으로 이식된다. 세계화라는 미명은 서구적 논리를 어떻게 지역화하는가에 달려 있 다. 이른바 현대미술의 의미 역시 서구적 인식의 세계화 내부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겠다. 사회적 미술, 정치적 미술과 같은 최근의 동향은 서구중심의 지배논리를 비평하는 탈맥락화 현상으로 나타난다. 최선의 작업 또한

미술작품과 해석의 관계는 거역하기 어려운 예술의 의미를 생산한다. 문자 언어의 바깥에서 시각예술의 가치

일련의 경향과 유사한 좌표로 진행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는 거대역사나 통사적 시점을 사용하지 않

는 드러나지만 공교롭게도 그 가치는 다시 언술적 표현으로 수렴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순을 인식함

는다. 설치적 요소와 퍼포먼스적 과정을 통해 작업이 구체화되지만 그렇다고 그를 설치나 퍼포먼스 작가로 부

에도 불구하고 양자의 공생관계는 예술을 초월적 대상으로 표상시키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뒤샹을 비롯

르는 건 어색하게 들릴 것 같다. 내게 최선은 문자 그대로 ‘화가’이며, 그의 고민은 언제나 회화를 통해 시작되

한 최전선의 실험들이 의미 파괴를 시도했고 이후 등장한 현대미술의 궤적은 이른바 기존의 예술 영토의 한계

고 전형적인 회화의 틀을 벗어난 상태로 전시된다. <Naked Painting> 이후 <동냥젖, 2005>은 회화적 서사

를 극복하기 위한 각축전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또 다른 의미를 산출하면서 의미의 해체라는 주장에 비해 실

나 의미를 재현하는 회화에서 보다 멀리 벗어나는 계기가 된다. 작가는 알지 못하는 아기 엄마에게 모유를 달

제로는 의미 생산이라는 유사한 과정이 되풀이되는 게 사실이다. 데리다는 인간에 의해 발전한 언어의 생성이

라는 무리한 부탁을 해 6개월 간 모은 모유를 캔버스 위에 뿌려 그림을 완성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젖 그림’은

무조건적으로 수용해야하는 ‘자연적 사실’처럼 받아들이는 사회적 정서를 비판한 바 있다. 문명의 산물을 자연

부패해 악취를 풍기는 것으로 변해버리고 만다. 이른바 ‘백색회화’는 불결한 것이 되어버린다. 아마도 가장 숭

법으로 바꾸어 이해하려는 자세는 거부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체는 본질적으로

고한 분비물일 수 있는 젖이 악몽같은 부패물로 산화해버리는 과정은 드라마틱하다. 이는 회화의 순수한 이

자연화 된 관념, 역사화 된 계보학의 체계를 무너뜨리는 데에 있다.

상, 숭고한 상태를 꿈꾸었던 모던 회화에 대한 짖궂은 농담일 수 있다. 그러나 숭고함이란 무엇인가? 그것을 시공간을 초월한 상태, 진공 상태의 세계, 영원히 빛나고 있는 성좌와 다름 아닐 것이다. 최선이 던지는 회화적

최선의 작업은 본질적으로 예술의 의미를 묻는 작업이자, 단단한 관념으로 치장된 예술의 아우라를 지우는 과

물음은 회화라는 시각적 실체를 뛰어넘은 ‘의미의 폭력’에 대한 저항으로 보인다.

정으로 이루어진다. 작업 전반에 걸친 시각적 정서는 추상표현주의 회화 혹은 미니멀 회화처럼 읽힌다. 형상 은 사라지고 색과 추상적인 붓질 등이 그러한 인상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 같은 표현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그

<동냥젖> 이후, <실바람, 2011>, <하얀 방, 2013>, <쓴 침, 2014>, <소금회화 (적분의 그림), 2014> 등 일련

의 작업은 구체적인 참조와 수행을 통한 과정으로 완성된다. 먼저 구체적 참조란 모더니즘 미학이 추구한 절

의 회화들이 일종의 아브젝트를 이용해 숭고함과 역겨움 사이의 사회문화적 역학관계를 질문하는 작업으로

대적 가치관, 물질을 통한 회화성의 회복이란 순수성을 풍자하는 기제로 해석할 수 있다. 초기작에 속하는

등장한다. <실바람>은 유골 분진을 전시장 바닦에 깔아 사람들이 익명의 죽음 위를 영문도 모른채 걷게 했다.

<Naked Painting, 2003>이 모더니즘 미학을 이중으로 비튼 작업인데, 작가는 캔버스 위에 채색된 물감을 끌

보이지 않는 죽음을 상기시키는 이 작업은 기록된 역사의 바깥에 있는 보통의 삶, 더 나아가 버려진 삶과 죽음

로 다시 긁어서 물감 자체로 환원한다. 결과적으로 관객은 물감이 벗겨져 바짝 말라버린 캔버스와 그 아래 놓

을 상상하게 만든다. 작가는 실재와 환영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간극을 공간화한다. <하얀 방>은 요코하마

여진 물감 덩어리만을 보게 되는데 이는 착시를 추구하는 원근법 회화를 부정한 모더니즘 회화를 연상시킨다.

에서 길어 온 바닷물로 소금을 만들어 전시장 바닥에 깐다. 원전 폭발의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의 노골

이 ‘발가벗겨진 회화’는 현대미술사를 이중적으로 참조하고 있다. 우선 ‘나체’ 개념에 대한 풍자와 그려진 것이

적인 재난의 재현을 벗어나면 공포의 실체는 매우 추상적이다. 환상적으로 보이는 소금이 깔린 바닥을 배회

지워진 상태, 추상표현주의 회화가 표명하는 회화의 순수성을 동시에 참조하고 풍자한다. 이는 미술 자체에

하는 행위는 공포를 체험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문명과 인간의 욕망이 켜켜히 쌓아 올린 결정체로서의 소

대한 공격이라기보다 미술작품을 눈 앞에 두고도 문자화 된 설명이나 이론이 만들어내는 의미의 포획을 비꼬

금은 양가적인 물질이 된다. 최선의 작업은 정치적이라기보다 환경과 생태에 대한 접근이 보다 강조된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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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나 우리를 지배하는 환경 또한 정치적 욕망의 산물일 것이다. <내 숨이 멈춘 그 점에 너의 숨은 시작되고, 2011>은 앵포르멜 회화처럼 보이지만 이 회화는 공공적 성격의 과정에 결과물이다. 여러 사람들이 참여한 이 작업은 한 사람이 종이 위에 뿌린 먹물을 입으로 불어 형태를 완성한 후 다른 사람이 연이어 숨을 나눈 결과로 만들어진 회화다. 최선에게 공공성이란 흔히 얘기하는 공동체나 공공미술이라는 계몽적 성격보다는 본질적인 생명의 공유, 살아 있음에 관한 질문을 전제한다. 최근에는 위의 접근과는 반대의 방식의 작업을 보여주는데, <오수회화, 2014>, <피똥, 2014>가 대표적이다. <오수회화>는 더러운 오수 위에 맺힌 얼룩을 장식적인 모티브로 활용해 전형적인 앵포르멜 회화 양식으로 재 현한다. 아브젝트를 순수한 미술의 형식 안으로 이동시킴으로 더러움을 숭고한 것으로 둔갑시킨다. 여기서는 아브젝시옹이란 숭고한 제의적 의미보다 일반적인 ‘인식의 시점’을 전환시키는 데 집중하는 듯하다. 보는 것과 보이는 것 사이의 간극은 마치 해골물을 마신 승려의 일화를 연상시킨다. 과연 우리의 인식은 무엇을 보고 느 끼고 있는가? 예술, 예술작품에 부여된 의미란 과연 누가 만든 것이며, 의미를 해체하려는 수많은 시도에도 불 구하고 왜 의미는 끊임없이 부활하는 것일까? 최선이 구도자가 되기를 원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는 예술가의 역할과 예술이 사회와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 지를 묻고 있다. 낮은 곳, 일상으로부터 예술의 원천을 길어 올 수 있는지를 말이다.

나는 타자 The Other

쓴 침 Spitting Sali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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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unterattack of Non-Meaning

[OL WHPU[LYS` [OYV\NO TH[LYPHSP[` [OVZL Z\WYLTL ]HS\LZ [V ^OPJO TVKLYUPZ[ HLZ[OL[PJZ OHK HZWPYLK 6UL VM */60»Z LHYS` ^VYRZ 5HRLK 7HPU[PUN PZ H KV\ISL [^PZ[ HNHPUZ[ 4VKLYUPZ[ HLZ[OL[PJZ" [OL HY[PZ[ YL]LY[Z WHPU[ [OH[ ^HZ HWWSPLK VU[V [OL JHU]HZ I` ZJYHWPUN P[ VɈ ^P[O H JOPZLS IHJR [V P[Z VYPNPUHS Z[H[L (Z H YLZ\S[ ^OH[ [OL H\KPLUJL ZLLZ PZ H KYPLK V\[ JHU]HZ

JUNG Hyun (Art Cri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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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근 몇 년 동안 사회 속 개인의 존재를 너무 허무하고 무의미하게 만드는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되면서 한명한명의 보이 지 않는 숨길을 드러내는 작업을 구상하게 되었다. 나비 프로젝트는 2014년 안산의 길거리에서 마주친 외국인 노동자들과 처음 시작했으며, 참여자들은 관념적으로만 인식하기 쉬운 자신의 숨을 시각적으로 확인하는 강렬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이 질적인 개인들이 동일한 숨을 가지고 만들어내는 이 작품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작가는 누구이고 또 예술작품은 무엇인가라 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미술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하나의 담론을 만들고자 했다. ;OPZ PZ H WHPU[PUN JVTWSL[LK I` [OL HJ[ VM ISV^PUN WHPU[Z VM THU` WLVWSL VU H SHYNL JHU]HZ 0U 0 [YPLK [OPZ ^VYR MVY [OL ÄYZ[ [PTL PU (UZHU H 2VYLHU JP[` ^OLYL THU` MVYLPNU ^VYRLYZ SP]L HUK ^VYR 0 JVUJLP]LK [OL WHPU[PUN PU [OH[ IYLH[OPUN PZ H UH[\YHS HUK JVTTVU [OPUN MVY O\THU ILPUN I\[ [OL [YHJLZ [OH[ L]LY` IYLH[O THRLZ VU JHU]HZ JV\SK IL KPɈLYLU[ HUK ILH\[PM\S (S[OV\NO ISV^PUN IYLH[O PZ H ZPTWSL [OPUN [OL H\KPLUJL JHU L_WLYPLUJL Z[YVUN ]PZ\HS PTWHJ[ [OH[ [OL YLZ\S[ VM [OLPY IYLH[OPUN THRLZ ;OPZ WYVQLJ[ UV[ VUS` HZRZ [OL TLHUPUN VM ILPUN HU HY[PZ[ VY H\KPLUJL I\[ HSZV [OH[ VM [OYV^PUN HY[^VYRZ PU[V V\Y JVU[LTWVYHY` ZVJ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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ŠSongEun Art Foundation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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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에서 숨으로 이어지면서 점차 검은 그림이 되어 간다. 모든 여백이 사라져 아무 볼 것이 없게 될 때면, 이 그림은 사람들의 숨결만 가득하게 될 것이다. 0 HZRLK THU` WLVWSL [V ISV^ IYLH[O [V THRL 0UKPH PUR [V ZWYLHK >OLU [OL WHPU[PUN PZ ÄUPZOLK HUK

내 숨이 멈춘 그 점에 너의 숨은 시작되고 You Can Continue to Breathe at the Ending Point of My Bre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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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혀진 순수함

후의 세대들은 대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최선의 작품에서 더러운 것들은 알루미늄 판, 하얀 캔버스와 벽, 카메

2015 개인전 리뷰

라 렌즈 같이 깨끗한 것에 붙어서 자신의 본질을 숨기고 있다. 작가의 고매한 정신세계와 독창적 필치가 작품 에 그대로 드러나야 한다는 생각도 더럽혀진다. 작품들에서 발견되는 특이한 형상들은 피똥이나 구정물을 확 대한 이미지로부터 나온 것이며, 타인들의 숨이나 손으로 그려진 회화나 벽화 또한 작가의 영혼과 손재주가 그대로 드러나야 한다는 창조의 신화를 더럽힌다. 이 전시의 작품들에서 비체들은 더러운 것이자 신성한 것이

이선영 (미술비평)

기도 하다. 그것은 깨끗한 척하지만 실제로는 더러운 것들의 본질을 드러나게 한다는 점에서 진실하며, 또한 더럽다고 간주하면서 배척해온 타자들을 예술 속에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신성하다. 근대화를 거치면서 사라져간 성스러움을 대신 떠맡은 영역은 바로 예술이며, 새로움의 신화를 주장한 현대예

최선의 ‘메아리’ 전에는 똥, 피, 침, 폐유, 오수, 재 등 더럽다고 간주된 재료나 소재가 대거 등장한다. 전시장

술에서도 성/속의 변증법은 선명하다. 현대미술사는 가장 속된 주제를 통해 스타가 된 작가가 성스럽게 포장

은 도착과 독창을 구별 지을 수 없는 다채로운 분뇨의식 (Scatologic Rites)의 장처럼 보인다. 그가 이번 전시

되는 예를 수없이 보여준다. 성스러운 이념을 재현했던 작가들이 이념의 몰락에 의해 시대의 단순한 부산물

에서 활용하는 각종 불순한 재료들의 면면에는 분뇨선호증 (coprophilie)이나 분식성향 (coprophagie) 마저

로 격하 되는 예도 있다. 이러한 와중에 현대예술은 사드나 바타이유 같은 소수의 위반적 예술가의 계보를 만

도 감지된다. 현대미술에서 이러한 비체 (the abject)적 재료나 소재는 그에 걸 맞는 방식으로 지저분하고 선

들어왔다. 성스러움은 위반을 통해 드러나며, 위반이 성스럽게 느껴질 만큼 금기는 억압적일 수 있다. 최선의

정적인 모습으로 배열, 또는 배설되곤 하는데, 그의 전시장은 어느 모더니즘적 추상 못지않게 깔끔하다는 점

작품에서 더러움과 깨끗함은 각자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자리를 바꾸면서 위반적 충동을 발

이 다르다. 캔버스 위에 칠해진 물감을 긁어 고상한 추상 회화처럼 내건 첫 개인전의 작품 [Naked Painting]

산한다. 흑과 백으로 나뉘어진 어느 한편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와 대상 모두에 관철되는 불안정한 가변

(2004)부터 예시되어 있듯이, 그에게 모더니즘적 추상은 극복의 대상으로 깔려있는 듯하다. 예술에 포함되어

성 (decentered subject 또는 transitional object) 자체가 불경하다. 전시장 들어서자 맞은편에 보이는 작품

있던 다양한 요소들을 하나하나 제거하고, 소위 말하는 작가의 순수한 정신세계나 회화의 물질적 본질만을 남

[적분의 그림]은 우레탄 페인트를 칠한 알루미늄 판들이 마치 미니멀한 설치물처럼 배열되어 있다.

겨두려는 환원주의적 경향은 몇몇 대학이나 화랑 등 지배적 미술 제도가 지지해주지 않았다면 제대로 서있을 수평으로 바닥에 쫙 깔려있는 구도는 죽음을 연상시킨다. 모더니즘의 정점에서 반 (反) 모더니즘의 물꼬를 튼

수도 없는 창백한 공예품들을 대거 양산했을 따름이다.

미니멀리즘이 현대미술에 끈질기게 따라붙은 신인동성동형론 (anthropomorphism)을 거부하기 위해서 비 필자에게도 그러한 부류의 예술은 면벽수도 (面壁修道)를 위한 세련된 벽지 이미지로 남아있다. 자기만을 지

(非)관계적인 구성, 즉 해체를 시도한 것처럼 말이다. 자동차를 비롯한 온갖 미끈한 상품들의 포장방식 위에

시하고 있을 뿐인 그런 단조로운 미학이 자기동일적 만족에 머무르지 않고 어떤 이상적인 전범으로 나타나면

재현된 것은 제목그대로 피똥이다. 외부적 오염을 방지하려는 몇 겹의 물리적 조치는 정작 그 표면을 가로지

서 부조리한 권위에 부당한 권력까지 실려질 때, 이를 위반하고픈 충동을 낳는다. 실제보다 과대평가된 한국

르는 수상한 무늬에 의해 무색해진다. 그러나 예술이 무엇에 대한 반대로만 서있을 수는 없다. 단순한 반대는

의 모더니즘적 추상의 어법을 위반하려는 세력들이 미술계에 없지는 않았지만, 제풀에 지쳐 사라지거나, 목청

그가 반대하는 것들과 함께 무력화되거나 사라지곤 한다. 최선의 작품은 비판적이며 풍자적이지만, 그 또한

껏 반대하다가 서로 닮아가는 경로를 밟아오곤 했다. 아니면 그들의 권력에의 의지와 현실적 전략에 못 미치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여기에 있는 것을 저기에 옮겨놓은 것일 뿐인 평범함이 아닌, 피똥처

든가. 최선은 큰 상의 수상에 따라 제공된 기회를 활용하여 그들의 어법을 내부로부터 뒤집고자 한다. 이미 시

럼 더 이상 나올 것이 없을 때까지 짜내야 하는 한계의 게임이 바로 예술이며, 그것은 작가 최선에게도 면제되

간 (역사)의 시험에 붙여진 그러한 미학들을 문제 삼는 것이 생산적인가에 대한 의문은 있지만, 예술이라는 것

지 않는다.

이 진공이 아니라 대화라는 맥락을 통해 진행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비체적 소재가 아닌 물감 역시 몸에서 분비된 무엇으로 간주되며, 원시인이나 아이들처럼 예술가들 또한 이러 한 부적절한 부산물로 분탕질을 즐겨했음을 알려준다. 매끈하게 도장된 알루미늄 판에 떠도는 이미지들은 몸

‘메아리’라는 전시부제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대화가 아닐까. 모더니즘은 독백에 머물렀지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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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외재적인 찌꺼기를 넘어서, 이미 몸의 일부가 된 것들이기에 그 고통이 더 진하게 전달된다. 3층 전시장에

만지면 더러운 기름이 묻어나는 작품으로, 고정되지 않고 과정 중에 있다는 것 자체가 불결하게 다가온다. 지

숨을 형상화한 회화들은 숨이라는 내용에 걸맞게 나비처럼 가볍지만, 외국인 노동자나 한센인의 숨결로 이루

금은 현대미술을 시작한 성화로 추앙받는, 검은 사각형을 연상시키는 이 그림은 하얀 벽면을 유지하기 되기

어진 작품들 역시 피똥만큼이나 처절하다. 소수자의 팍팍한 삶은 특수잉크를 가로지르는 숨길을 팔랑거리는

위해 바깥으로 내뱉어진 모든 오염물질을 뒤집어쓰고 있는 듯하다. 또 다른 기준에 의하면, 하얀 벽면 보다는

나비 떼의 이미지로 변모한다. 요코하마 트리엔날레에서 관객 참여 프로젝트로 진행했던 작품 [내 숨이 멈춘

그림의 틀을 빌은 사각형 속에 농축된 이 검은 찌꺼기들이 더욱 순수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 것이다. 비디오카

그 점에 너의 숨은 시작되고]는 불특정 다수의 숨의 이미지가 예상 외로 다채롭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서

메라 렌즈에 발린 자신의 붉은 피가 산화되면서 검게 변하는 과정이 ‘단색’의 변화로 ‘미니멀하게’ 드러나는 작

로 다른 숨과 숨이 끝없이 이어지는 살아있는 과정이 바로 예술일 것이다.

품 [꽃]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간다.

작품에 깊이 끌어들여진 소수자를 포함한 타자들은 고정된 주체나 예술의 경계를 파열한다. 이러한 과정은 위

태양을 연상시키는 가득한 붉은 빛이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암흑으로 변화되는 드라마를 연출한 것은 변질 중

험한 만큼이나 매혹적일 수 있다. 비체들에 실려 오는 이질성은 동질성을 교란하기도 하지만 풍부하게도 하는

인 체액이다. 마지막 방에서 강한 태풍에 돌멩이로 눌러놓은 책장이 절로 넘겨지는 영상은 정신, 물질, 자연

것이다. 몸 안에 있는 것이 밖으로 배출되거나, 그 반대의 과정은 성/속의 경계와 무관치 않은 순수/오염의 경

등 모더니즘적 추상에 자주 등장하는 형이상학적이고도 물신적 소재들을 풍자하는 듯하다. 돌멩이는 저마다

계 선 위에서 동역학적으로 작용한다. 숨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감염병 시대에 타인

의 묵직함을 자랑하는 관념적 아름다움을 표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그것들은 돌멩이라도 달아놓지

의 숨은 그렇지만도 않다. 그래서 현대과학 기술은 실제의 접촉 대신에 가상의 접촉으로 대신하려는 기술을

않으면 안 될 만큼 가볍디가벼운 것일지도 모른다. 태풍으로 현시된 강한 자연력은 한때의 주인공들을 광막한

개발하는데 집중하곤 한다. 스크린을 포함한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통한 가상적 접촉은 화려한 스펙터클 저편

우주로 흩어질 먼지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물감은 물감 통에 있어야 적격이다’라고 말한 어느 개념미술가 만

에 관념적으로만 급진적인 초라한 몸뚱이를 남겨 두었을 뿐이다. 하얀 벽면과 상호작용하는 청색의 상큼한 물

큼이나 물감을 배척해온 최선의 ‘그림’은 단지 물감이라는 값비싼 재료에 대한 경제적 대응만은 아닐 것이다.

결무늬 작품 [오수회화 (적분의 그림)]는 난지 하수처리장에 모인 오수 위에 생긴 거품의 형태에서 추출한 패

그는 미술계의 부조리한 관례 등을 많이 생각해왔지만 관념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턴으로, 작가가 제시한 매뉴얼에 따라 다른 사람들이 제작한 벽화이다. 미술의 관념화는 자잘한 손재주에 매몰되는 것만큼이나 부정적이다. 잠시 두뇌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논리 게 그것은 의미 있는 대상도 아니고 작가의 개인기가 농축된 산물도 아니다. 또한 벽면을 끝까지 채우며 환경의

임보다는, 경계 위의 게임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적절한 계기들을 미술 언어 속에서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원으로 확장된 이미지는 관객을 구정물 속에 빠뜨린 것 같은 효과를 준다. 침수의 개념 전체가 거대한 경계

이 경계에서 몸은 기본이 된다. 최선이 이 전시에서 활용하는 물감 대용의 재료들이 거의 몸을 연상시키는 것

소멸과 관련된다. 경계 소멸의 한 양상이 바로 죽음이다. 작년에 우리나라를 강타한 세월호 사건은 우리 사회

임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는 순수예술에 적절치 않다고 간주되어온 재료들을 통해 예술, 또는 예술적 주

전체가 구정물 속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지 않았는가. 4층 전시장의 또 다른 벽화 [메아리]는 개와 고양이,

체라는 순화된 몸체를 교란시킨다. 이러한 불경한 위반에 의해 모더니즘의 미학적 이데올로기에 따라 경계를

사람의 털을 태워 만든 재로 전시장 벽면 전체를 칠한 것으로 만지면 재가 묻어난다. 마치 경악스런 대화재 현

둘러치게 된 ‘순수’ 회화는 더렵혀진다. 순수는 순수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염이나 위반에 의해서 반증된다는

장처럼 재가 발라진 흔적은 죽음의 이미지로 가득하다. 재가 벽에 칠해졌다기 보다는 벽이 더렵혀졌다는 것이

것은 희생양의 신화와 종교를 비롯한 여러 인류학적 사례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며, 정신분석학을 비롯하여

맞을 것이다. 사람과 짐승의 몸에서 나온 부산물에 내포된 부정한 느낌은 재로 얼룩덜룩해진 벽이 더렵혀진

억압된 것의 회귀를 촉구하는 현대의 담론은 이를 새로운 미학의 원리로까지 부각시켰다. 최선이 활용하는 똥

화이트 큐브라는 느낌과 연결된다. 그 위에 걸린 하얀 그림들인 [쓴 침]과 [소금회화]는 순수의 결정체라고 할

이나 피같은 각종 비체적 재료와 소재들은 손상된 몸의 경계를 연상시킨다.

수 있는 백색 모노크롬처럼 보이지만, 그 내용물은 말라붙은 침들과 소금물에 절어 결정화된 표면이다. 그것은 죽음과도 연결될 수 있는 병적인 양상일지 모른다. 그러나 안팎의 소통이 막혀있는 것이야말로 병적이 값비싼 그림을 채우는 값비싼 물감대신에 활용된 이상한 재료들은 뭔가 재수 없는 대상을 향해 내뱉거나 뿌려

다. 그러한 막힘은 미술계가 사회로부터 고립될 때 더욱 횡행하곤 한다. 기존의 지배적 질서가 축소화된 방식

지는 물질을 닮았다. 재로 뒤덮인 방에서의 왠지 으스스한 느낌은 신체 부산물들이 종종 저주나 액땜으로 활

으로만 사회에 속하는 것은 고립보다도 더 최악의 상황이다. 최선의 작품에서 안과 밖을 구별하는 가장 기본

용되기도 했던 주술적 물질이기도 했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그 옆방에 하얀 벽면 위에 걸린 [검은 그림] 역시

적인 질서로서의 몸의 경계는 침범 또는 와해된다. 축제는 이러한 경계가 위반되는 장으로, 예술의 본질과 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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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있다. 그러한 축제에는 왕과 성직자들을 흉내 내면서 기존의 질서를 거꾸로 세우는 반 (反)영웅들이 등장하 곤 한다. 비체들은 반영웅과 함께 해온 전복적인 물질로, 여기에서 도착과 유희는 분간할 수 없다. 동시에 그것 들은 새로움과 실험의 이면이기도 했다. 금기의 위반에서 야기되는 성스러움은 정 (正)으로서의 성스러움과도 다르다. 더러움을 승화하는 문제도 아니다. 최선의 작품은 모더니즘적 추상의 허약한 경계를 무너뜨리는 질펀 한 축제의 흔적들로 나가온다.

검은 그림 Black Painting ZWPSSLK [HUR VPS PU >LZ[ :LH VU JHU]HZ _ JT _ PUJ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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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회화 (적분의 그림) Wastewater Painting (Integral Calculus Painting) painting on the wall, 96m 2 (1,033ft 2), 2015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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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 높이 4미터, 폭 10미터의 벽화 작업을 했다. 시원하다고 여겨지는 파랑색과 흰색을 이용해서 썩고 부패한 오폐수 를 사람의 키높이 이상으로 그려 넣자 지나다니는 행인들이 잠시나마 물 속에 잠긴 풍경이 연출되었다. 이때 그려진 선들은 재현이라기 보다는 간단한 획으로 그어져 있어서 가까이에서 보면 물감이 묻어 있는 듯한 느낌을 줄 뿐인데, 배경색과 함께 하면서 그럴듯한 '그림'이 되었다. 소비적인 장소의 특성과 맞물려서, 미술의 생산과 소비의 의미에 관해 생각해보게 한다. 0 MV\UK ZVTL KLJVYH[P]L WHY[ PU [OL KPY[` ^H[LY HUK [YHUZMVYTLK P[ PU[V H WHPU[PUN )HK ZTLSS VM [OL JVU[HTPUH[LK ^H[LY PZ YLTV]LK HUK H KLJVYH[P]L WHPU[PUN ^P[O MHTPSPHY SPULZ HUK [V\JOLZ PZ ZHMLS` WYLZLU[LK [V [OL H\KPLUJL PU H I\Z` Z[YLL[

오수회화 (적분의 그림) Wastewater Painting (Integral Calculus Painting) painting on the wall, 96m 2 (1,033ft 2), 2015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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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똥 (적분의 그림) Bloody Excrement (Integral Calculus Painting) urethane paint on aluminum plates, 720x120cm (283x47inch), 2014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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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gEun Art Foundation

우리는 무엇을 그리며 무엇을 감상하는 것일까? 설사약을 먹고 나의 배설물 속에서 장식적인 부분을 그림의 형식으로 옮겨 놓았다. 실제 배설물의 악취는 제거되고 잘 방부처리된 물감으로 익숙한 선과 획으로 포장된 그림은 감상자에게 안전한 감 상을 보장하고 있다. (M[LY [HRPUN W\YNH[P]L TLKPJPULZ 0 MV\UK ZVTL KLJVYH[P]L WHY[ PU T` L_JYLTLU[ HUK YLWYLZLU[LK P[ PU [OL MVYT VM H WHPU[PUN 6U HS\TPU\T WSH[L IHK ZTLSS KVLZ UV[ L_PZ[ HUK MHTPSPHY SPULZ HUK [V\JOLZ HZZ\YL ZHML HWWYLJPH[PVU [V [OL H\KPLUJ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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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SongEun Art Foundation


ě†Œę¸ˆ 회화 (ě ëś„ě?˜ ꡸댟) Salt Painting (Integral Calculus Painting) ZHS[ JY`Z[HSZ VU JHU]HZ _ JT _ PUJ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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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하게 사라진 모든 것들이 녹아 있을 바다를 찾아가 물에 천을 담궈 말리기를 반복해 흰 그림을 만들었다. 그림은 완전히 마른것처럼 보이지만 벽에 걸어두면 방안의 숨겨진 습기를 흡수해 금방 다시 녹아 버린다. 마치 그림이 스스로 마르기를 거 부하는 것만 같다. -VY TL [OL ZLH^H[LY ZLLTZ [V JVU[HPU L]LY`[OPUN KPZHWWLHYLK PU [OL ^VYSK ;V NL[ ZVTL[OPUN SVZ[ IHJR 0 ZVHRLK H MHIYPJ PU[V [OL ZLH KYPLK P[ HUK I` YLWLH[PUN [OL HJ[ 0 THKL H ^OP[L WHPU[PUN 0[ ZLLTZ [V IL ^LSS KYPLK I\[ HIZVYIZ O\TPKP[` HUK LHZPS` TLS[Z ;OL WHPU[PUN YLM\ZLZ [V IL KYPLK HUK JVTWSL[LK

소금 회화 (적분의 그림) Salt Painting (Integral Calculus Painting) ZHS[ JY`Z[HSZ VU JHU]HZ _ JT _ PUJO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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í?° ꡸댟 (ë?źě§€ě?˜ 회화) White Painting (A Pig's Painting) WPN MH[ VU WHWLY _ T _ PUJO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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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때문에 살처분된 돼지 한 마리가 스스로의 몸에서 기름을 짜내 하얀 그림을 그리는 광경을 상상했다. 작은 열에도 쉽 게 녹거나 굳어버리는 돼지기름으로 그린 그림은 감상을 위해 그림 앞으로 다가설수록 감상자의 체온으로 녹아서 흘러 내 린다. 그것으로 인간과 인간에 의해 생매장된 돼지와의 거리와 간극을 보이고자 했다. 돼지의 흰 그림은 사람이 물러나면 다 시 흰 고체 회화가 된다. 돼지가 그린 이 그림은 보러오는 관객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의 눈앞에서 그만큼 빨리 사라져 버 린다. 0U 2VYLH PU MVV[ HUK TV\[O KPZLHZL -4+ IYVRL V\[ VU H SHYNL ZJHSL" HSS [OL PUMLJ[LK WPNZ ^LYL I\YPLK HSP]L :LLPUN [OL PTHNLZ PU THZZ TLKPH 0 JVUJLP]LK H WHPU[PUN ^P[O WPN MH[ ^OPJO PZ ZLUZP[P]L [V OLH[ 0M [OL H\KPLUJL NL[Z [VNL[OLY HYV\UK [OL WHPU[PUN P[ TLS[Z HUK KPZHWWLHYZ ILJH\ZL VM IVK` OLH[

흰 그림 (돼지의 회화) White Painting (A Pig's Painting) WPN MH[ VU WHWLY _ T _ PUJO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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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gEun Art Foundation


ěž?í™?ěƒ‰ 회화 Magenta Painting WYPU[ VM ZLYPHS U\TILYZ VM I\YPLK WPNZ K\L [V -4+ TPSSPVU VU Z`U[OL[PJ MHIYPJ _ T _ PUJO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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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방책없이 인간만 살자고 깊은 구덩이를 파놓고 그 앞에서 그저 돼지들의 숫자를 세는 일만 반복했던 처참한 생명유린 의 광경을 돼지 등급을 찍는 마젠타 잉크와 돼지 숫자를 통해 오브제화 했다. 팔짱을 끼고 조금 떨어져서 보면 이것은 분홍 색 평면회화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안에는 처참함이 반복되는 현실이 담겨있음을 목도하도록 했다. 0U [YLH[PUN -4+ PU [OLYL SHJRLK TV\YUPUN YP[\HSZ MVY ZHJYPÄJLK HUPTHSZ :V 0 WYPU[LK ZLYPHS U\TILYZ VM HSS [OL I\YPLK WPNZ VU H MHIYPJ UV[ [V MVYNL[ [OL PUJPKLU[ 0M [OL H\KPLUJL ZLL [OL WHPU[PUN MYVT [OL KPZ[HUJL [OLYL»Z Q\Z[ H WPUR JVSVYLK HY[^VYR" PM [OL` NL[ JSVZLY [V P[ [OL` JHU YLHSPaL [OL I\YPHSZ» JY\LS[` HUK KPTLUZPV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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ěž?í™?ěƒ‰ 회화 Magenta Painting WYPU[ VM ZLYPHS U\TILYZ VM I\YPLK WPNZ K\L [V -4+ TPSSPVU VU Z`U[OL[PJ MHIYPJ _ T _ PUJO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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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중ě—?ě„œ ěą„졨í•œ 돴ěƒ‰ 돴졨ě?˜ 맚ë?…ě„ą 화핊돟ě?¸ ëśˆě‚° (Hydrofluoric acid) 회화. ěœ„í—˜ě—? ë…¸ěśœë?˜ě–´ ëśˆě•ˆí•œ í˜„ě‹¤ęłź ꡸ ëśˆě•ˆ ęłź ěœ„í—˜ě—? 대뚄ë?˜ëŠ” ě•ˆě „í•œ ě „ě‹œěžĽě?˜ ěƒ ě§•ě„ąě?„ ë“œë&#x;Źë‚´ęł , í?‰ě˜¨í•œ ě „ě‹œěžĽ ě•ˆě?˜ 'ě˜ˆěˆ ě?˜ ě?˜미'ě—? 대한 돟ě?Œě?„ ě‹¤ě œ í˜„ě‹¤ě—?ě„œ ěą„졨í•œ 돴ěƒ‰ 돴졨ě?˜ ě§ˆëŁŒëĄœ ë?˜ěĄŒë‹¤ 0U :LW[LTILY H X\HU[P[` VM O`KYVĂ…\VYPJ HJPK ^HZ SLHRLK PU H JOLTPJHS WSHU[ PU .\TP 2VYLH ;OL colorless and odorless material made a whole town polluted in an instant and all the plants around the HJJPKLU[ ZWV[ ILJHTL KYPLK 0 ^LU[ [OLYL HUK W\[ H JHU]HZ [V JVSSLJ[ [OL TH[LYPHS VU P[ >P[O [OL ZPTWSL HJ[ 0 JVTWSL[LK H WHPU[PUN ^OPJO PZ JVSVYSLZZ VKVYSLZZ I\[ ]LY` KHUNLYV\Z

í?° ꡸댟 (ëśˆě‚° 회화) White Painting (Hydrofluoric Acid Painting) O`KYVMS\VYPJ HJPK JVSSLJ[LK PU .\TP VU JHU]HZ _ JT _ PUJO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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頭隠尻不隠, 머리만 품에 감추다. 0U [OL SHZ[ ZL]LYHS `LHYZ 2VYLHU NV]LYUTLU[»Z L_JLZZP]L W\ISPJ ^VYRZ OH]L KPZ[\YILK LJVZ`Z[LT PU THU` YP]LYZ :VTL [YPI\[HYPLZ VM [OL )\ROHU 9P]LY ^LYL ISVJRLK HUK OHYTM\S HSNHS ISVVT VJJ\YYLK 0 ^LU[ [OLYL HUK ZVHRLK H ZX\HYL MHIYPJ PU [OL ^H[LY [V NL[ P[ WHPU[LK ^P[O NYLLU HSNHL ^OPJO 2VYLHUZ JHSSLK PYVUPJHSS`

녹색 벽 Green W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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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식탁 East Asia’s Dining Table WSH[LZ IVULZ VI[HPULK PU ]HYPV\Z *OPULZL 2VYLHU HUK 1HWHULZL YLZ[H\YHU[Z ]HYPHISL ZPaL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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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목격한 최근의 동아시아는 크고 작은 분쟁으로 상당히 불안해 보인다. 동아시아 국가들에서는 뼈를 오랫동안 고아서 국물을 우려내 먹는 공통적인 음식문화가 있다. 아마도 한때는 하나의 문화적 동질감을 갖기도 했을 것이다. 나는 동아시아 음식 문화의 유사한 점과 차이점에 주목해 한국과 일본, 대만, 중국 등의 동아시아 식당에서 뼈를 얻었다. 10년 후에 당신과 내가 마주할 동아시아의 식탁은 과연 어떤 것일까? 혹시 서로가 서로의 뼈를 뜯어 먹고 있지는 않을지 모를 일이다. 9LJLU[S` 0»]L ^P[ULZZLK THU` WVSP[PJHS HUK KPWSVTH[PJ JVUÅPJ[Z HTVUN *OPUH 2VYLH HUK 1HWHU ;OLZL ,HZ[ (ZPHU JV\U[YPLZ OH]L H JVTTVU J\SPUHY` J\S[\YL VM \ZPUN HUPTHS IVULZ LZWLJPHSS` PU THRPUN ZV\W ;HRPUN UV[PJL VM [OLZL ZPTPSHYP[` 0»]L VI[HPULK IVULZ MYVT THU` YLZ[H\YHU[Z HUK THKL H Z`TIVSPJ KPUPUN [HISL ^OPJO TLHUZ [OH[ PU [OL ULHY M\[\YL [OLZL JV\U[YPLZ WVZZPIS` KL]V\Y LHJO V[OLY HUK [HZ[L [OL SLM[ IVUL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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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방 White Room ZHS[ MYVT @VRVOHTH ZLH^H[LY ]HYPHISL ZPaL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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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 앞 바다에서 길어올린 바닷물로 소금을 만들었다. 관람객들은 방 안에 뿌려진 소금을 밟으며 감촉과 소리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소금이 사실은 가까운 후쿠시마 핵원전의 방사능 오염물질에 노출되었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깨끗해 보이지만 아주 사납고 무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곳에 있는 것들은 환영이 아니라 실재다. )` IVPSPUN [OL ZLH^H[LY VM @VRVOHTH 0 THKL ZHS[ HUK ZJH[[LYLK P[ VU [OL ÅVVY VM H ZTHSS L_OPIP[PVU YVVT PU [OL )HUR(9; Z[\KPV 5@2 ;OL ZWLJ[H[VYZ JHU [V\JO P[ VY LUQV` P[Z Y\Z[SPUN ZV\UK ^OPSL [OL` ^HSR 0 ^HU[ [V [LSS [OLT [V IL JHYLM\S ILJH\ZL [OL ZHS[ TH` IL JVU[HTPUH[LK I` [OL YHKPVHJ[P]L TH[LYPHSZ MYVT [OL -\R\ZOPTH U\JSLHY WSHU[Z 0[ SVVRZ JSLHU I\[ PZ WVZZPIS` KHUNLYV\Z HUK ZJHY` ;OL [OPUN [OH[ L_PZ[Z PU [OL YVVT PZ UV[ HU PSS\ZPVU I\[ H YLHSP[`

하얀 방 White Room ZHS[ MYVT @VRVOHTH ZLH^H[LY ]HYPHISL ZP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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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바람 Silbaram (Light Breeze Comes Again) H\KPLUJL»Z MVV[Z[LW IVUL WV^KLY VI[HPULK H[ H JYLTH[VY` ]HYPHISL ZPaL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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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이의 가벼운 뼛가루가 관객의 움직임을 따라 다시 살아있는 것처럼 살랑거린다. 누구도 이 고운 가루의 정체를 알아 차 리지 못했다. 나는 타인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화장터에서 이름 모를 유족에게 고인의 뼈가루를 달라는 무례한 부탁을 하면서 시작되었고, 그 가운데 누군가 부탁을 들어줘서 가능했다. 마지막으로 익명의 관객들이 그 위를 스쳐 지나치면서 작업은 비로소 완성이 되었다. ([ H JYLTH[VY` 0 NV[ ZVTL IVUL WV^KLY MYVT [OL MHTPS` VM H KLJLHZLK WLYZVU 0 ZJH[[LYLK P[ PU [OL L_OPIP[PVU YVVT I\[ [OL H\KPLUJL OHYKS` YLJVNUPaLK [OL TH[LYPHS VU [OL ÅVVY ILJH\ZL VM P[Z ÄULULZZ 0[ TV]LZ HZ PM YLHUPTH[LK L]LY` [PTL H WLYZVU WHZZLZ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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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쁜 숨 (검은 방) Gasping Breath (Black Room) HY[PZ[»Z ISVVK VU SHTW PU LTW[` YVVT ]HYPHISL ZPaL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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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전구 표면에 바른 피는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씩 검은 딱지로 변해가고 환하던 방도 천천히 어두워져 간다. 결국 더 이 상 방안을 들여다 볼 수 없는 시간과 마주하게 되는데, 그것은 안쪽이 바깥쪽으로, 삶이 죽음으로 바뀌는 '찰나-존재의 순간 들'을 보여준다. 내가 가진 것 가운데 가장 귀한 재료로 안과 밖, 삶과 죽음이라는 거대한 관념을 실제로 목격할 수 있도록 시각화했다. 0 WHPU[LK H SHTW ^P[O T` ISVVK HUK [OLU THKL [OL SHTW [V PSS\TPUH[L ^OP[L ^HSSZ (Z [OL ISVVK NL[Z ZVSPK HUK ISHJR [OL ZWHJL ILJVTLZ KHYR ;OPZ JOHUNL PTWSPJH[LZ [OL TVTLU[ ^OLU [OL PUZPKL ILJVTLZ [OL V\[ZPKL HUK SPML ILJVTLZ KL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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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llery HYUND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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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디오 렌즈에 피를 발랐다. 처음에는 아름다워 보이지만 피는 굳고 검게 변색한다. 이 변화는 안이 바깥으로, 삶이 죽 음이 되는 순간을 의미한다. 렌즈에 묻은 피가 변하는 것은 우리가 세계를 볼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음을 상징한다. 0 WHPU[ T` ISVVK VU ]PKLV SLUZ HUK [OL JVSVY SVVRZ ILH\[PM\S H[ ÄYZ[ (Z [OL ISVVK NL[Z ZVSPK HUK ISHJR [OL JVSVY ILJVTLZ KHYR ;OPZ JOHUNL PTWSPJH[LZ [OL TVTLU[ ^OLU [OL PUZPKL ILJVTLZ [OL V\[ZPKL HUK SPML

꽃 Fl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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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등나무의 짙은 초록색과 대비되는 붉은 색 지퍼를 앗상블라주하여 ‘지퍼를 올리고 내린다’는 은어를 연상하게 했다. 초

환삼덩굴은 한국 여름에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으며 거친 가시로 주변 땅을 뒤덮는다. 식물이지만 동물적 움직임을 가지

가을에서 초겨울까지 이어지는 시간 동안 등나무의 초록색은 변해가지만 지퍼는 변하지 않아 두 개의 대비가 시간이 지날

고 있으며, 베어내도 서로 뒤엉킨다. 이러한 식물의 방향성과 그것을 전시장에 두려는 나의 의지가 어긋난다.

수록 강렬해진다. /\T\S\Z QHWVUPJ\Z PZ H ]LY` JVTTVU ^LLK PU 2VYLH HUK PU Z\TTLY P[Z V]LYNYV^U ]PULZ JV]LY [OL SHUK 0 THKL HU HZZLTISHNL ^P[O O\UKYLKZ VM YLK [VUL aPWWLYZ HTVUN NYLLU ^PZ[LYPH ]PULZ [V L]VRL H 2VYL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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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Legs

못된 풀 Stubborn W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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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동일한 회사의 물감과 동일한 회사의 붓으로 동일한 회사의 패널에 칠하도록 했다. 비슷하게 보이는 이 그림들 에서 다른 점은 무엇인가? 패널 위에 남아 있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0 HZRLK WLYZVUZ [V WHPU[ VUL WHULS \ZPUN PKLU[PJHS IY\ZO HUK `LSSV^ WHPU[ 0[»Z PTWVZZPISL [V

노란벽 Yellow Wall yellow paint on panel, each 12x19cm (4.7x7.4inch), 150 pieces,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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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방법을 쓰지않고 입체물을 만들고자 했다. 나는 이빨로 껌을 씹고 뱉어서 가늘고 허약한 작품을 만든 후, 이를 프 로젝터를 이용해 벽면에 크고 웅장하게 확대해 비췄다. 이 작업은 과거의 거창하고 무거운 입체물 제작방식에서 벗어나고 자 하는 작은 물음에서 시작된 것이다. 0 ^HU[LK [V THRL H WSHZ[PJ ^VYR ^P[OV\[ \ZPUN [YHKP[PVUHS TL[OVKZ 0 JOL^LK N\T HUK ZWP[[LK P[ V\[ [V THRL H [PU` HUK ^LHR ^VYR HUK [OLU WYVQLJ[LK P[ VU H ^HSS [V LUSHYNL P[ ;OPZ PZ H ZTHSS X\LZ[PVUPUN HIV\[ I\SR` HUK OLH]` WSHZ[PJ HY[^VYRZ THKL I` [YHKP[PVUHS ZJ\SW[PUN TL[OVKZ

만들기 Making Statue HJ[PUN VM JOL^PUN N\T HUK ZWP[[PUN P[ V\[ WYVQLJ[VY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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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더욱 활기차고 즐거운 곳으로 꾸미기 위해 100명의 십대 청소년들에게 그들이 씹던 껌을 미술 전시장 안에 뱉어 달라고 부탁했다. ;V THRL L_OPIP[PVU YVVT TVYL IVPZ[LYV\Z HUK M\U WSHJL 0 HZRLK [LLUHNLYZ [V JOL^ N\TZ HUK ZWP[

병사 Soldi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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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제15호 태풍 로크가 발생한 날 밤, 해독할 수 없는 글들로 가득찬 일본어 책과 돌을 배치했다. 혼모노는 ‘책’과 ‘진 짜’라는 뜻을 가진 일본어 本 (Hon)과 ‘물건’이라는 뜻의 物 (Mono)를 조합한 것으로, 인간이 알 수 없는 물 (物) 자체의 세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In my residency in Yokohama, Japan I picked up some Japanese books which I couldn’t understand at all. In a night under the influence of typhoon Roke the books that I put in the outside moved as if alive. I combined two words, Hon-Mono: in Japanese Hon (本) means book, and Mono (物), object.

책-물건 (本-物) Hon-Mono IVVRZ Z[VULZ ;`WOVVU 9VRL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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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점 The Pole IYLH[O Z[LHT VU PJL MPLSK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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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어붙은 세상을 나의 체온과 입김만으로 모두 녹여 버릴 작정이었다. 숨을 내뱉는 영상을 파편들로 자르고 이어 붙여 괴성의 긴 호흡으로 조합했다. 근접 촬영으로 연약하고 미세한 입김의 흔적을 거대하게 확대하여 심리적인 역전의 코드를 보여주고자 했다. 0 ^HU[LK [V TLS[ [OL ^OVSL MYVaLU ^VYSK ^P[O T` IVK` OLH[ HUK ^LHR IYLH[O Z[LHT 0[ JV\SK IL ZHPK [OH[ 0 WHPU[LK [OLT VU [OL PJL 4` IVK` OLH[ HUK IYLH[O HYL PU]PZPISL I\[ VUJL ÄSTLK aVVTLK PU ]PKLV [OL TLS[LK WHY[ SVVRZ SPRL H SHYNL SHRL HUK [OLPY L_PZ[LUJL PZ YL]LHSLK

극점 The Pole IYLH[O Z[LHT VU PJL MPLSK ]PKLV ^VY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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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A Grand Tiger IYLH[O Z[LHT IVK` OLH[ VU ZUV^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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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에게 자신의 이름을 묻는 질문을 하고 이름을 대답하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녹음한 뒤 영상에서 소리를 모두 제거 하여 입놀림과 반응만을 남겼다. 반복되는 질문과 대답을 하며 사람들이 울거나 화내는 반응을 보이는데, 이를 통해 자신의 사회적 호칭과 심리적으로 느끼는 정체성 간의 간극을 드러내고자 했다. 0 YLX\LZ[LK THU` WLVWSL [V HZR [OLTZLS]LZ YLWLH[LKS` [OL X\LZ[PVU ¸^OH[ PZ `V\Y UHTL¹ HUK [V HUZ^LY P[ 0 YLJVYKLK [OL WYVJLZZ HUK [OLU YLTV]LK [OL ZV\UK MYVT [OL ]PKLV >OH[ PZ SLM[ PZ TV\[O TV]PUN HUK [OLPY YLHJ[PVU ([ ÄYZ[ [OL` HYL JHST I\[ Z[HY[ [V ^LLW VY NL[ HUNY` ZVVU ;OPZ ]PKLV^VYR PZ PU[LUKLK [V ZOV^ [OL KPZ[HUJL IL[^LLU VUL»Z ZVJPHSS` HJJLW[LK UHTL HUK [OL WZ`JOVSVNPJHS PKLU[P[`

내게 대답해봐 Answer to Me T\S[P JOHUULS ]PKLV UV ZV\UK SVVWPUN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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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들은 시각 예술을 누릴 수 없다고 여겨진다. 오랫동안 그 점에 대해서 생각해오다 나는 그 생각을 극 복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밥알 점자를 고안했다. 손가락 끝에 밥알로 메시지를 쓴 다음 그 메시지를 시각장애 소녀 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0[ PZ LHZPS` [OV\NO[ [OH[ ]PZ\HSS` OHUKPJHWWLK WLYZVU JV\SK UV[ HWWYLJPH[L ¸]PZ\HS HY[¹ >VUKLYPUN [OL PKLH MVY H SVUN [PTL 0 PU]LU[LK H TL[OVK [V V]LYJVTL P[ YPJL )YHPSSL 6U T` ÄUNLY [PWZ 0 ¸WHPU[LK¹ ZVTL TLZZHNL ^P[O JVVRLK YPJL NYHPUZ HUK [YPLK [V [YHUZTP[ [OL YPJL TLZZHNL [V H ISPUK NPYS

쌀점자 인사 Rice Braille Greeting rice Braille, greeting, 2003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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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 자유로운 인간정신 탐구와 태도의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미술책들은 딱딱한 틀 속에 담겨 있다. 그래서 나는 여러 화 집을 잘라 편히 쉴 수 있는 책침대를 만들었다. (S[OV\NO (Y[ PZ [OL YLZ\S[ VM SPILYHS O\THU ZWPYP[ HUK H[[P[\KL HY[ IVVRZ HYL LKP[LK HUK THKL PU H ]LY` ZVSPK

난독증 환자를 위한 책침대 Book-bed for Dyslexic Pati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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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art books, shredder, 2004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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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닥에 밥풀로 양식이라는 글자를 쓴 것을 쥐가 먹으면 쥐가 인간의 언어를 습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쥐에게 사람의 말 가르치기 Feeding and Teaching Human Language to R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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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ts, rice, infrared camera,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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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먹이로 비둘기를 유인해서 줄을 서거나 원을 그리게 했다.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었을 뿐이지만 새들은 사람들이 광장을 편히 지나가는데 방해물이 되었다. >P[O ZVTL MVVK 0 PUK\JLK WPNLVUZ PU H WSHaH [V MVYT H JLY[HPU SPUL VY JPYJSL 7PNLVUZ Q\Z[ NH[OLYLK HYV\UK [OL MVVK OV^L]LY [OL` PTWLKLK WLKLZ[YPHUZ MYVT WHZZPUN [OL WSHJL JVTMVY[HIS`

매스 게임 Mass Game food, feeding pigeons, 2004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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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열매를 으깨서 투명한 캔버스 위에 바르자 고요하던 전시장 안에 활기가 생겨났다. 관객들은 코를 막고 전시 장을 이리저리 피해 다녔고, 갤러리 직원은 추운 날씨에도 모든 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 열심히 방향제를 뿌렸다. ;V KPZ[\YI [OL JVUJLW[ VM Z[H[PJ L_OPIP[PVU YVVT 0 HWWSPLK ZVTL Z[PUR` NPURNV U\[Z VU H [YHUZWHYLU[ WSHZ[PJ ÄST PU H NHSSLY` ;OLU [OL WSHJL Z[HY[LK [V NL[ SP]LS` ,TIHYYHZZLK H\KPLUJL ^HZ TV]PUN [V Z[H` H^H` MYVT IHK ZTLSS HUK [OL WLYZVUULS VWLULK ^PUKV^Z I\ZPS` ZWYH`PUN HPY MYLZOLULY

흰 그림 White Painting from Ginkgo Nuts ginkgo nuts on transparent plastic film, 3x10m (118x398inch), 2011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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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 그림 Anesthetizing Painting _`SHaPUL VU JV[[VU _ JT í PUJO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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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ě?€ ꡸댟 Black Painting from a Letter

검ě?€ ꡸댟 Black Painting from Burnt Hair

I\YU[ SL[[LY VU WHWLY Ă­ JT _ PUJO

I\YU[ OHPY VU WHWLY Ă­ JT _ PUJO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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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친구들에게 그림 한 점을 내 줄 것을 부탁하고 다녔다. 누군가가 열심히 그린 그림을 벗겨내면 완벽하게 흰 그림이 만 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나는 한 친구로부터 얻은 그림을 벗겨낼 수 있었고, 캔버스에는 벗겨진 약간의 물감 흔적 과 그리는 행위에 대한 질문이 남았다. 나는 1970년과 80년대 한국적 모더니즘 모노크롬 회화라고 일컬어지는 미술에 대 해 비판적이었고, 물감을 벗겨낸 회화로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을 대신한 것이다. 0 HZRLK THU` HY[PZ[ MYPLUKZ [V NP]L TL H WHPU[PUN 4` PU[LU[PVU ^HZ [V JVTWSL[L H WLYMLJ[S` ^OP[L WHPU[PUN I` ZJYHWPUN P[ HUK 0 JV\SK YLHSPaL [OL PKLH ^OLU H MYPLUK NH]L TL VUL 6U JHU]HZ [OLYL SLM[ ZVTL [YHJLZ VM ZJYHWLK WHPU[ HUK T` X\LZ[PVUPUN HIV\[ [OL HJ[ VM WHPU[PUN (J[\HSS` 0 JVUJLP]LK [OL WHPU[PUN [V JYP[PJPaL [OL TVUVJOYVTL ÅH[ WHPU[PUN WYL]HPSLK PU 2VYLHU 4VKLYUPZT HY[ PU [OL »Z HUK »Z ;OL HJ[ VM ZJYHWPUN HUK [OL YLZ\S[ H ZJYHWLK ÅH[ WHPU[PUN ^LYL [V KLTVUZ[YH[L T` ZRLW[PJPZT HIV\[ P[

벌거벗은 그림 Naked Painting scraping a painting, 120x120cm (47x47inch), 2003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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ë˛Œęą°ë˛—ě?€ 누드 ꡸댟 Naked Nude Painting VWLUPUN WLYMVYTHUJL PU [OL Z[ ZVSV L_OPIP[PVU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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ë˛Œęą°ë˛—ě?€ ꡸댟 Naked Painting KPZOLZ JHU]HZLZ _ JT _ PU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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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가치는 외형적 근사함을 소비하고자 하는 욕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름답다고 간주되는 통념적 미의식에서 벗어나려는 노력과 그 태 도 속에 담긴 생산적 가치에 있다. 0 KVU»[ [OPUR [OH[ [OL ]HS\L VM (Y[ L_PZ[Z PU [OL HY[^VYR»Z IYPSSPHU[ Z\YMHJL I\[ PU [OL LɈVY[ [V THPU[HPU JYP[PJHS H[[P[\KL [V^HYK [OL JVTTVU PKLH VM [OL ILH\[` [V WYVK\JL UL^ HY[PZ[PJ ]HS\L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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