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2 Korean Journal 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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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여소야대’ 직면한 尹대통령…

국정운영 ‘험로’

윤석열 대통령의 ‘포스트 총선’ 국정 운영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제22대 총선에서는 ‘여소야대’라 는 불리한 정치적 지형을 깨고 힘 있게 국정과제에 드라이브를 걸겠 다는 구상을 설계했지만, 현실에 마 주한 것은 참담한 패배다.

집권 3년 차이자 내달 10일 취임 2주년을 한 달 앞두고 치러진 이 번 총선에서 민심은 차가운 성적 표를 안겼다.

윤 대통령이 전국 단위 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22년 3월 대선에서 승리한 뒤, 그 해 6월 지방선거에서는 표심이 여 당에 한층 쏠리면서 연거푸 승전 고를 울렸다.

그러나 윤 대통령 집권 2년에 대 한 민심의 반응은 냉담했다. 아직 3 년의 임기가 남은 윤 대통령으로서

는 향후 국정 운영 방식의 재설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 여소야대에 국정과제 추진 동

력 약화하나

당장 목전에 둔 난관은 국회 여

소야대 지형이다.

인위적 정계 개편이 이뤄지지 않

는 한 윤 대통령은 5년 임기 내내 거

대 야당에 둘러싸이게 된다.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1987년 체제 이후

처음 있는 장면이다.

이에 따라 국정 동력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현 정부의 철학을 담

은 국정 과제들 상당수는 입법이 수

반돼 국회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러

나 입법 권력을 움켜쥔 야권이 쉽사

리 협조할 리 만무하다.

집권 초반에는 여론의 지지를 등

에 업고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으

나 그마저도 이제는 기대하기 어려

운 형편이다.

정부의 시행령 개정이나 규칙 제

정으로만 정책을 추진하는 데도 한

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현 정부가 내건 교육· 연금·노동 3대 개혁을 비롯해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와 같은 의료개혁,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세제 개편, 저출산 대책, 여성가족부 폐지 등과 연계된 법안들이 줄줄이 국회 문턱 을 넘을지 불투명하다.

그간 24차례 개최한 민생 토론회 를 통해 내놓은 정책들도 마찬가지 다. ‘단말기 유통법’ 폐지, 기업 벨류 업 지원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등 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KBS 대담 에서 “여소야대가 워낙 심하다 보 니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데 애로사 항이 많았다”고 답답함을 털어놓았 다. 지난 4일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점검회의’에서는 “22대 국회가 구 성되면 (민생 토론회에서 나온 법 안들을) 바로 제출하고 신속히 통 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고 언급했다.

이러한 윤 대통령의 바람과는 달

리 오히려 범야권 주도 법안에 더

힘이 실리고, 이른바 ‘김건희 특검

법’, ‘이종섭 특검법 등 각종 특검과

국정 조사가 추진돼 정국이 격랑에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국민의힘이 ‘개헌 저지선’

인 100석을 사수하지 못할 경우에

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개

헌까지 시도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

마저 한때 흘러나왔지만, 최악의 시

나리오는 면하게 됐다.

◇ 국정 쇄신 요구 분출하나…대통

령실 내각 인적 쇄신 가능성

결국 윤 대통령이 국정 기조에

대대적 변화를 줄 가능성도 제기 된다. 특히 야권과 관계 설정이 중 요해졌다.

윤 대통령은 그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단둘이 마주하지 않 았다. 이른바 ‘영수회담’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잔재라는 명분을 내세 웠다. 그러나 이를 두고 야권은 ‘불 통’이라고 공격했다.

시선을 여권 내부로 돌려도 향후

상황이 녹록지 않다.

만약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 대통

령을 향해 책임론이 분출하고, 자중

지란에 휩싸인다면 국정 장악력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쟁점 법안들에 대한 여당 내의 전폭적 인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지도 불 투명하다.

일각에서 집권 3년 차에 조기 권 력 누수(레임덕) 현상이 올 수도 있 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충격에 빠진 국민의힘을 다독이고, 나아가 국익 을 토대로 야권과 접점을 찾으면서 협치를 모색해야 하는 기로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대통령실과 내각의 인적 개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 도 나온다.

이미 여권 일각에서도 인적 쇄 신과 조직 개편에 대한 요구가 제 기되고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기존 국정 기 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필요한 개혁 과제라면 정치적 유 불리와 상관 없이 추진할 것이라 는 전망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의대 증원에 대한 대국민 담화에서도 “ 정치적 득실을 따질 줄 몰라서 개 혁을 추진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 한 바 있다.

한편, 윤 대통령은 11일 별도 공 개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수습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APR 12, 2024 20
총선
4·10
‘명룡대전’·‘정치1번지’…화제의 선거구 성적표는

4·10 총선 개표가 11일 새벽(한국 시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각 당의 공천 과정부터 관심을 모았던 화제의 지역구에서도 당선인 윤곽 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사이 의 ‘명룡대전’으로 눈길을 끈 인천 계양을에서는 이 대표가 승리했다.

몇몇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가 오 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인다는 결 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 대표는 넉넉하게 원 전 장관을 따돌렸다.

여당인 국민의힘의 4선 출신 나

경원 전 의원과 민주당 영입인재

인 류삼영 전 총경의 서울 동작을

대결은 ‘한강벨트’의 최대 승부처

로 꼽혀왔다.

민주당 이 대표가 무려 6차례나

이곳을 찾았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나 전 의원이 54% 이상을 득표하

며 이 대표의 지원 사격을 무위에

그치게 했다.

‘정치1번지’라는 상징성 속에 치

러진 서울 종로 여야 대결에서는 민

주당이 탈환에 성공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

언 후보가 1위를 차지하면서 재선

을 노린 감사원장 출신 최재형 후

보의 발목을 잡았다.

여야 ‘여전사 대결’로 관심을 끈

서울 중·성동갑에서는 국민권익 위원장을 지낸 민주당 전현희 후 보가 ‘경제통’인 국민의힘 윤희숙 후보를 제쳤다. 이변이 연출된 화제의 선거구 도 있었다.

3자 대결 구도가 펼쳐진 경기 화 성을에서는 민주당 영입인재인 공 영운 전 현대차 사장과 개혁신당 이

준석 대표가 개표 마지막까지 초접

전을 벌였다.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공

후보가 상당한 격차로 앞서 있었으 나, 선거운동 기간 막판 이 후보가

무섭게 추격한 끝에 ‘골든크로스’

를 만드는 데 성공하며 승리를 거 머쥐었다.

‘30대 청년 정치인’의 대결이 펼

쳐진 서울 도봉갑 결과도 이변이

라는 평가다.

국민의힘 김재섭 후보가 민주당

안귀령 후보를 꺾으면서 12년 만에 보수정당 후보의 당선이라는 기록

을 만들어냈다.

‘운동권 출신 맞대결’이 성사된 서

울 마포을에서는 오랫동안 이곳에

서 표밭을 갈아온 민주당 정청래 의

원이 4선 고지를 밟았다. ‘저격수’로

출전한 국민의힘 함운경 후보는 정

의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친박(친박근혜) 좌장’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경북 경산에서는 용산 대통령실 행

정관 출신인 정치 신인 국민의힘 조

지연 후보가 이겼다.

애초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당한

격차로 이기던 최 전 부총리는 조 후

보의 국민의힘 간판 밑에 텃밭 표심

이 결집하면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초접전 끝에 무릎을 꿇었다. 역시 여당 텃밭인 부산 수영에서

도 국민의힘 정연욱 후보가 3파전

끝에 당선 안정권에 들었다. 이곳에는 장예찬 전 최고위원이

국민의힘 공천이 취소되자 무소속 출마를 감행한 탓에 보수표 분산이 이뤄져 민주당 유동철 후보가 승리 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으나, 정 후보 쪽으로 보수 지지층의 전략

적 투표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울산 북구에서는 야권 단일 후 보인 진보당 윤종오 후보가 국민

의힘 박대동 후보를 꺾고 당선됐 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이 지 역에서 당선된 윤 후보는 이번 총 선에서 진보당의 유일한 지역구 당 선자로 기록됐다. 광주 광산을에서는 현역인 민주 당 민형배 후보가 새로운미래 이낙 연 공동대표보다 5배가 넘는 표를

얻어 당선됐다. 이 공동대표는 민주 당 탈당 후 새로운미래를 창당한 뒤 이 지역구에서 배수의 진을 쳤지만, 초라한 성적표를 받고 물러났다.

尹 “의료개혁, 국민·의료인 중 어느 한쪽 희생 강요 아냐”

윤석열 대통령은 9일(한국시간)

“의료 개혁은 국민과 의료인 중 어

느 한쪽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한 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기도 부천세 종병원에서 주재한 의료진 간담회 에서 “의료인들이 의료 행위 자체

에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해 줘야 의 료 서비스 상대방인 국민이 행복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부천세종병원은 경기도의 2차 의 료기관이자 국내에서 유일한 심장

전문병원이다. 윤 대통령이 직접 수

도권 지역 의료기관을 방문한 것은

이날이 네 번째로, 전문병원을 방문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심장과

같은 필수 중증 의료 분야에 종사하

는 분들이 그렇지 않은 분야에 종사

하는 분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아야

공정한 의료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

다”며 “이를 위해서는 국가 재정 지

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간 의료 정책을 건강보험 재정에만 의존한 결과 수

도권과 비수도권 간 의료 서비스 접

근권의 격차, 필수 의료와 그 외 분 야에서의 보상 차이 등 의료 시스

템의 문제가 방치돼 왔다”며 “정부

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출범 직후부

터 다양한 의료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분야의 의사, 간호사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제

도 개혁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 의료진의 의견 을 경청하고 “필수 중증 의료 분야

전문병원에 대해서는 확실한 보상

체계가 이뤄지도록 지원하라”고 배 석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거듭 지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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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구조사 여야표정
4·10 총선
▲ 윤석열 대통령, 심장전문병원 부천세종병원 의료진과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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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현역 연장의 씁쓸한 뒷맛…

“우스운 얘기이긴 하죠”

‘배구 제왕’ 김연경(36·흥국생

명)은 2009년 해외 진출 전까지 V 리그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에 세 차례 선정됐고, 2020년 복 귀한 뒤에도 세 차례 더 MVP를 수상했다.

2005-2006시즌 데뷔하자마자

3년 연속 MVP에 뽑힌 김연경은 해외 생활을 마치고 복귀한 첫 시 즌(2020-2021시즌)에 개인 4번째 MVP에 올랐다.

이후 중국리그에 잠시 몸담았다

가 1년 만에 다시 복귀한 뒤 2시즌

연속 정규리그 MVP를 휩쓸었다.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는 말마따나 20년의 세월 이 흘러도 김연경에게 대적할 선

수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은퇴를 미루고 통합 우승과 7 번째 MVP에 도전하겠다는 김연 경의 결심이 씁쓸한 뒷맛을 남기 는 이유다.

김연경은 2023-2024시즌 “체력

적으로 힘들다. 예전과는 다르다”

면서도 득점 6위(775점), 공격 성공

률 2위(44.98%), 리시브 5위(효율 42.46%), 수비 8위(세트당 5.557

개)로 활약했다.

김연경을 제외하고 득점이나 공

격 성공률 톱 10에 진입한 한국 선

수는 현대건설 양효진(득점 9위)과

GS칼텍스 강소휘(공격 성공률 10 위)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외국인

혹은 아시아쿼터 선수다.

지난 8일 V리그 시상식에서 현

역 연장 의사를 밝힌 김연경도 이

러한 아이러니를 모르지 않는다.

김연경은 취재진과 만나 “은퇴

시점에 있는 선수가 팀 우승과 개

인 수상에 도전한다는 것이 좀 우

스운 얘기인 것 같긴 하다. 잘 맞

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국내 선수

들을 중심으로 더 많은 경쟁자가

생겼으면 좋겠다”며 “저도 거기에

뒤지지 않도록 노력하다 보면 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랐다.

김연경이 한국 배구대표팀에

계속 마음을 쏟는 것도 국내 선

수들의 성장과 발전을 바라기 때

문이다.

김연경은 MVP 수상 소감에서 “

아시아쿼터, 외국인 선수 제도를

통해 수준급의 리그를 하고 있지

만, 한국 배구가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지 모든 배구인이 하나 가 돼서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 다”고 지적했다.

김연경은 이어진 인터뷰에서도 “대표팀에 대한 관심도가 줄어들

면 V리그와 한국 배구의 미래는 없다. 대표팀 성적을 우선순위에 둬야 V리그도 발전할 수 있다” 고 덧붙였다.

최근 김연경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동갑내기 프로야구 선수

김현수(36·LG 트윈스)를 초대해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졌다.

당시 김현수는 김연경에게 “박 수칠 때 떠나지 말고 끝까지 해야 한다. 그냥 자리를 비워주면 후배

들이 나태하게 생각한다”고 조언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생각을 묻자 김연

경은 웃으면서 “공감이 잘 안된

다. 배구선수는 야구선수보다 활

동량이 많잖나”라고 농담한 뒤 “

개인이 원하는 바가 다른 것이기

때문에 그 의견도 당연히 존중한

황석영의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가 영국 최고 권위의 문

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부

문의 최종후보(숏리스트)에 올랐다.

부커상 위원회 9일 ‘철도

원 삼대’의 영문판인 ‘마터

2-10’(Mater 2-10)을 포함한

최종후보작 6편을 발표했다.

황석영(81)은 ‘철도원 삼대’

를 영어로 옮긴 번역가 소라

김 러셀, 영재 조세핀 배와 함

께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의

최종후보가 됐다.

‘철도원 삼대’는 2019~2020

년 ‘마터 2-10’라는 제목으로

채널예스에 연재된 후 2020

년 장편소설 단행본으로 창비

에서 출간됐다.

철도원 가족을 둘러싼 방대

한 서사를 통해 일본강점기부

터 현재까지 이어진 노동자 의 삶을 문학으로 구현한 작 품이다.

앞서 황석영은 장편소설 ‘ 해질 무렵’의 영문판 ‘앳 더스

크’(At Dusk)로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의 1차 후보( 롱리스트)에 오른 적이 있다. 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 은 비영어권 작가들의 영어 번 역 작품을 대상으로 작가와 번 역가의 노고를 동등하게 인정 해 수여하는 상으로 2005년 신 설됐다. 소설가 한강이 2016년 장편소설 ‘채식주의자’로 번역 가 데버러 스미스와 함께 이 상 을 한국 작가 최초로 수상했다. 최종 수상작은 오는 5월 21 일 런던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서 발표된다.

다”고 답했다. ▲ 황석영[출처:연합뉴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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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김연경,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MVP [출처:연합뉴스]
APR 12, 2024 28

무서운 그림들

무서움 혹은 두려움은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 중 하나다.

두려움이 엄습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죽음’과 관련될 때 가장 크고 깊다. 주변에서, 뉴스에서, 익명으로부터 매일 마주치는 죽음이지만, ‘나의 죽음’은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언제, 어떻게’일지 모르기 때문에 무섭다.

자연 재해와 관련한 무서움으로는 영 국 화가,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 (1775~1851)가 그린 ‘노예선’(1840)이라

는 작품에서 엿볼 수 있다. 폭풍우 바닷 속 위태로운 선박과 바다에 빠진 사람들 을 그렸다.

실로 이 작품이 무서운 이유는 인간이 인간에게 범한 죄악 때문이다. 당시 규정 상 배에 타고 있던 노예는 실종된 경우에 만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다. 선원들은 병 에 걸린 노예들을 이처럼 바다에 버렸다. 인간의 탐욕과 악마성을 고발한 걸작이다. 기독교가 지배하던 중세에는 신과 지옥 이 두려움을 이어받았다. 단테 알리기에 리(1265~1321)가 쓴 ‘신곡’은 문학을 통 한 사유의 장이었으며, 네덜란드 화가 히 에로니무스 보스(1450~1516)가 그린 ‘세 속적인 쾌락의 정원’(1500년께)은 화폭에 옮긴 상상의 터였다.

삼면화인 이 작품에서 오른쪽에 그린 지옥 풍경은 당대 사람들 간담을 서늘하

게 만들었다.

18세기 전후부터 인간을 지배하는 두

려운 존재로 꿈과 무의식 세계가 등장했

다. 내면에 담겨 있으나,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난바다 같은 대상으로 밀착했다.

스위스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한 헨

리 푸셀리(1741~1825)의 ‘악몽’(1781)

이 이를 대변한다. 순백의 옷을 입고 잠

든 미녀 몸 위로 악마 같은 괴물이 앉아

있고, 붉은 커튼 뒤 머리를 내민 말의 모

습은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세계다. 제목

처럼 악몽이다.

때론 역사적 사실을 화폭에 재현함으로

써 감상자들을 무섭게 한다. 러시아 사실

주의 대가, 일리야 레핀(1844~1930)이 그

린 ‘이반 뇌제와 그의 아들’(1885)은 사실

을 더 사실답게 그려 섬뜩하기까지 하다.

자신에게 대드는 아들을 죽인 후 정신

을 차린 이반 뇌제가 아들을 껴안고 후회

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인데, 황제의 눈엔

광기와 후회, 연민이 뒤섞여 있다.

자연, 신, 무의식, 역사를 넘어 가장 무 서운 그림을 만났다. 러시아 화가, 바실리 페로프(1833~1882)가 그린 ‘지상에서의

마지막 여행’(1865)이다. ‘마지막 여행’을 하는 사람은 관 속에

누운 아버지다. 달구지를 끄는 어머니는

뒷모습이지만, 모든 것을 잃은 듯한 처연 한 자세다. 수레를 끄는 말의 자세와 닮

아 더 가냘프다. 딸은 아버지를 꼭 안고 있다. 병색이 완연한 아들은 담요에 싸여 아버지를 곁눈질할 뿐이다. 그렇게 배웅 할 수밖에…….

묘역으로 가는 마지막 여행인데, 도와

줄 이웃 한 명 없이 이들 세 명에게만 지 워진 짐이라는 사실에서 참혹함이 느껴진 다. 그래서 무섭다.

1861년 알렉산드르 2세가 농노해방령

을 내렸지만, 부실한 내용 탓에 농민들 삶

은 더 팍팍해졌다. 수많은 사람이 허무하 고 비참하게 죽어 나갔다. 페로프는 현실

을 직시했다. ‘러시아 비판적 사실주의’ 화 가로 길이 이름을 남겼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자연도, 신도, 무의식도, 역사도, 죽음 자체도 아니 라는 생각을 한다.

사람이다. 가족이다. 가장 사랑하기 에 제일 무섭다. 이는 상상과 회의가 만 든 막연한 무서움이 아니다. 껴안아야 하 고, 품어야 하며, 마주 봐야 하는 실존이 므로 무섭다. 가족이 무섭다는 건 사랑한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APR 12, 2024 29
미술로 보는 세상
‘노예선’ ‘세속적인 쾌락의 정원’ ‘악몽’ ‘이반 뇌제와 그의 아들’ ‘지상에서의 마지막 여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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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42 주년 since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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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저널 시사만평

제 738회 (2024년 4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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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벤츠 E350, $18,500, 8만6천마일, 상태 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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