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담화·문답
윤석열 대통령은 7일 대통령
실 브리핑룸에서 140분간 대국
민 담화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고개를 숙여 국민
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윤 대
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 담화와
기자회견을 진행했지만, 국정 운
영에 대해 직접 고개를 숙인 적
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대
통령실 브리핑룸에 입장해 테이블
에 앉았다. 기자들은 윤 대통령이
앉은 테이블을 둘러싸고 맞은편
에 착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
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 씀,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
리고 진행하겠다”며 자리에서 한
걸음 나와 선 채로 1초가량 고개
를 숙였다.
윤 대통령은 올해 신년 대담에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인사 [출처:연합뉴스]
서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 대해 “대통령 부인이
박절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히
며 사과나 유감 등의 표현을 사용
하지 않았다.
이후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는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
로 국민께 걱정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면서도 동시에 “정치
공세”를 거론하며 고개를 숙이지
는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어진 담화에서 “
저와 정부의 부족했던 부분을 잘
알고 있다”며 “고쳐야 할 부분들
을 고쳐 나가겠다”고 거듭 자세
를 낮췄다.
윤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초
심으로 돌아가겠다”며 “쇄신에 쇄
신을 기하겠다”라고도 했다.
대국민 담화는 15분간 이어졌다.
분량은 약 3천400자로, 직전 8월 국
정 브리핑(약 1만2천자)의 4분의 1
정도에 그쳤다. 지난 4월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약 1만5천자)와
비교해도 분량이 상당히 줄었다.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가장 많
이 입에 올린 키워드는 ‘국민’(25 번)이었다.
직전 국정 브리핑에서 ‘개혁’(34 번), ‘자유’(8번), ‘혁신’(7번), ‘성
장’(7번) 등을 주로 언급한 것과
비교하면 국민에 대한 언급이 크 게 늘었다.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미래’(8번), ‘개혁’(8번), ‘민생’(7 번), ‘위기’(7번) 등도 여러 차례 이
야기했다.
윤 대통령은 짙은 남색 정장에
연보라색 넥타이 차림이었고, 말 투는 차분했다.
대국민 담화 장소도 바뀌었다.
지난 8월 국정 브리핑 겸 기자회
견 때 윤 대통령은 용산 집무실 책
상에서 브리핑을 진행했지만, 이날
은 기자들이 자리한 브리핑룸에서 담화를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취재진으로부 터 자유롭게 질문을 받는 형식으 로 125분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이 취재진과 질의응답
을 진행한 것은 지난 8월 29일 기자 회견 이후 70일 만으로, 담화를 제 외한 문답만 2시간 넘게 이어졌다.
총행사 시간은 140분으로 역대 회견 가운데 가장 길었다.
윤 대통령은 프롬프터 없이 즉
석에서 질문에 답하며 “솔직하게
다 말씀드리는 것이다”, “저도 설명 을 좀 자세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명태균 씨나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에도 발언 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명 씨에 대해 “대선
때 요만큼이라도 도움을 주려 노
력한 사람에 대해 그렇게 매정하 게 한 게 본인도 또 섭섭했겠다 싶
어서 전화를 받아줬다고 참모진에
게 분명히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명 씨와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의혹
에도 “제 아내 휴대전화를 보자고
할 수는 없는 것이라 그냥 물어봤
다”며 “몇 차례 정도 문자를 했다
하는데, 이 자리에서 공개하 기는 일상적인 게 많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 입당 직후 연락 이 쏟아질 때 김 여사가 윤 대통령 의 휴대폰으로 대신 답변했던 일 화를 소개하며 “’미쳤냐, 지금 잠 안 자고 뭐 하는 거냐’고 하니까 ( 여사가) 이렇게 지지하는 사람들 한테 ‘고맙다’, ‘잘하겠다’, ‘잘 챙기 겠다’ 답해줘야 하지 않겠냐고 하 더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회견 시간이 1시간 50분을 넘어가자 진행을 맡은 대
▲대통령에게 궁금한 점 [출처: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14∼2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
석을 위해 개최국인 페루와 브라
질을 각각 방문한다.
윤 대통령은 이번 5박 8일의 다
자회의 참석 등 해외 순방 일정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
령 당선인과의 회동을 추진하고,
다자회의 기간 한중·한미일·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도 논
의 중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용
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
다자 정상회의 외교 무대에서 글로
벌 중추 국가로서 우리의 책임 외
교를 구현할 것”이라며 “규범 기반
의 국제 수호를 위한 국제 연대를
강화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또 “우리의 외교 지평
과 실질 협력을 중남미로 확대한다
는 의미도 있다”며 “무엇보다 러시
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에 대한 국제
사회의 연대 필요성을 강조할 것”
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
난 자리에서 “한일 회담은 적극적
으로 조율 중이고, 한중 회담 역시
열심히 협의 중이기 때문에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임
기를 마치기 전까지 어떻게든 한미
일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며 “이번 다자회의를 계기
로 한미일 정상회의를 개최하기 위
해 적극 논의 중”이라고 했다.
다만, “이번 다자회의 계기에 한
미일 회담이 성사된다면 별도로 미
국에서 이뤄지는 3자 간 회담은 필
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순방 지역이 남미인 데다
국익을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조속한 만남이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만
큼 양측 간 회동도 추진 중인 것으
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
인 측과 긴밀하게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여러 변수
가 있는 만큼 새로운 변화가 있으
면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귀국 일정과 관련,
“현재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5박 8 일의 일정”이라면서도 “추가적인
변수가 0.1%라도 있는 경우 확언
해서 몇 날, 몇 시에 도착한다는 것
은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에 따
라 귀국 일정이 영향을 받을 수 있
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대통령은 7일 트럼프 당
선인과의 전화 통화에서 가급적 이
른 시일 안에 만나 친교와 대화의
시간을 갖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14일 서울에서 출
발해 현지 시간으로 같은 날 저녁
APEC 정상회의 개최국인 페루의
수도 리마에 도착한다.
다음날인 15일 오전 APEC 정상
회의 첫 세션에서 윤 대통령은 내
년 APEC 의장국으로서 대한민국
추진
▲윤석열 대통령 남미 순방 일정 [출처:연합뉴스]
이어 APEC ‘기업인 자문위원회 와의 대화’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연설에 나선다.
▲윤석열 대통령 APEC-G20 순방 브리핑 [출처:연합뉴스]
나눈 후 ‘CEO 서밋’에 참석해 기조
윤 대통령은 16일 오전에는
이 자유롭고 안정적인 무역 투자 환경 조성을 위한 논의에 앞장설 것임을 천명할 예정이다.
APEC 정상들이 친목을 다지는 ‘
리트리트’ 행사에 참여한다.
이날 오후부터는 디나 볼루아르
테 페루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
페루 공식 방문 일정을 시작한다.
특히, 윤 대통령과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우리 기업이 페루 조선
소에서 건조하고 있는 선박에 부
착할 명판에 함께 서명하는 별도의
방산 기념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중남미 국
가를 방문해 개별 양자 회담을 개
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17일 G20 정상회의
가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로 출발한다.
여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19일에는 ‘지속
에너지 전환’을 주제로 한 제 3세션에서 기후위기 극복과 청정 에너지 전환을 위한 국제 협력을 제안하며 플라스틱 오염 대응을 위한 건설적 기여 의지를 표명할 방침이다. 김 차장은 “윤 대통령은 APEC 과 G20 정상회의 기간 베트남·멕 시코·브루나이·일본을 포함한 다 수의 국가와 양자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며 “다자회의 특성상 추가로 더 많은 국가와 논의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일정 조율이 진행 중”이 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순방에는 부인 김건 희 여사는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 <연합뉴스>
‘구속
갈림길’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
조사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수사 범위를 확대할 방침인 것으
로 알려졌다.
13일(한국시간) 법조계에 따르
면 검찰은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창원의창) 국민의힘 공
천 후보 발표가 있기 하루 전이자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날인 2022
년 5월 9일 명씨가 이준석 전 국민
의힘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와 나
눈 문자 메시지를 확보했다.
당시 이 의원은 명씨에게 “윤 대
통령이 김 전 의원 경선하라고 했
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고, 명
씨는 이날 오전 윤 대통령에게 “우
리 김영선 의원을 잘 부탁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31
일 공개한 2022년 5월 9일 통화 녹
취록에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건 김영선이
를 좀 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네 당
에서”라는 윤 대통령이 명씨와 통
화한 음성이 담겼다.
검찰은 명씨가 김 전 의원 공천
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
의원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조사가 필요하다
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명씨가 “매일 연락해 의견을
묻는 사이”라고 말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통
해 다른 지역구 선거에도 관여했
는지 살펴보기 위해 김 전 위원장
을 조사할 의지도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검찰은 이와 함께 이번 사건과
연관된 의혹과 주요 증거들을 확
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김 전 의원 회계책임자
였던 강혜경 씨로부터 “명씨가 김
여사에게서 500만원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와 관련해 김 여사가 명씨에
게 줬다는 돈 봉투 사진도 명씨 휴
대전화에서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명씨는 지난 8, 9일 검찰 조사
에서 이 돈의 성격에 대해 “교통
비 명목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검찰은 최근 복구한 명씨 컴
퓨터에서 ‘대통령과의 녹음’이라
고 적힌 파일을 명씨가 열어본 기
록도 발견했다.
명씨가 이 통화 녹음 파일을 이
동식저장장치(USB)에 담아놨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명씨는 자신
의 휴대전화와 함께 버렸다고 진
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 피의자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
사)은 14일 창원지법에서 열린다.
창원지법 영장 전담 정지은 부장
판사는 14일 오후 2시부터 이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다.
오후 2시에는 2022년 6·1지방선
거 당시 각각 경북 고령군수와 대
구시의원 예비후보로 나섰던 A, B
씨를 먼저 심문한다.
A, B씨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명
씨가 실질적 운영자로 알려진 미
래한국연구소에 수차례에 걸쳐 2
억4천여만원을 건넨 혐의(정치자
금법 위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김 전 의원 등 유
력 정치인과의 친분을 내세운 명
씨의 영향력을 믿고 명씨가 공천
에 힘써줄 수 있을 것을 기대해 돈
을 건넨 것으로 판단했다.
오후 2시 30분에는 김 전 의원,
오후 3시 30분에는 명씨에 대한 심 문이 이어질 예정이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은 2022년 8 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김 전 의 원을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로 추 천하는 일과 관련해 강씨를 통해 7천600여만원을 주고받은 혐의 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 4명의 범죄가 소명 됐고 증거 인멸 우려가 큰 만큼 구 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12일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명씨에 대 해 “스스로 국회의원과 같은 지위
에서 정치활동까지 해 민의를 왜
곡하고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심
각하게 훼손했다”며 “이미 증거를
인멸했고 불구속 수사 땐 남은 증
거를 추가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적시했다.
김 전 의원에 대해서도 “오직 선
거에 당선되기 위해 일반인인 명
태균을 국회의원과 같은 지위에서
정치 활동할 수 있게 묵인하고 이
다”며 “유권자 민의를 왜곡하고 정
치권력과 금권을 결합해 정치 자 금의 투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했 다”고 밝혔다. 특히 김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명씨가 버렸다는 휴대전화 3대 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구속영장 기각 시 추가 증거 인멸 우려로 범 죄 혐의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창원국가산단 선정 개입과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 여러 의문점이 제기되는 상황 에서 범죄 혐의가 비교적 선명하 다고 평가받는 정치자금법 수사에 서 제동이 걸릴 경우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데도 난항이 우려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 (왼쪽)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의원 <연합뉴스>
른바 ‘공천 장사’할 수 있도록 도왔
코리안저널 시사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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