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의 건축술—노일훈 Material Architectonics—Il Hoon Roh
기술은 인간이 발명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은 기술의 발명이라고 하는 편이 옳다. 심지어 플랑크톤과 같은 단순한 생물도 이미 하나의 기술 장치이며 생물체로서 인간 역시 자연 속의 엄청나게 복잡한 기술체계의 산물일 뿐이다. 그러나 근대 이후 인간은 자신이 자연의 일부임을 망각한 채 자연을 정복하고 도구화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세계관의 변화는 자연을 대상화하여 실증적으로 탐구하는 자연과학의 등장과 기계문명의 발전을 통해 가능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생각과 인간이 지구를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도 이 무렵부터 자리 잡게 되었다. 자연에서 비롯된 기술의 한 수단에 불과한 기계에 대한 절대적 믿음은 산업혁명 이후 더욱 확산하여 기술은 자연으로부터 완전히 유리되게 되었다.
기술을 통해 기술에 저항하기 위한 기술
서구의 근대와 더불어 인류가 자연과 문화를 개념적으로 구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산업화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학문적 차원의 개념적 구분에도 불구하고 건축, 디자인, 도시 계획, 조경 등 다양한 문화 실천의 영역에서 자연은 결코 잊혀진 적이 없었다. 아르누보 건축은 물론이고 기능주의 중심의 20세기 모더니즘 건축을 관통하면서도 자연을 건축에 통합하려는 다양한 시도는 지속되어 왔다. 노일훈은 집을 설계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상상하는 미래지향적 건축을 위해 다양한 건축 구조를 실험한다. 이러한 실험을 통한 구조 모델은 건축적 조각의 형태를 취한다. 일반적으로 건축 조각은 건축물에서 파생되거나 건축물을 장식하기 위해 그것에 수반되는 구조체를 말한다. 전통적으로 건축적 조각은 신전(pantheon)이나 불탑(pagoda) 또는 스투파(stupa)와 같은 종교적 기념물의 형태로 존재했다. 이들은 구조 차원에서 자연의 법칙이나 원리를 탐구하여 우주의 주인인 절대자의 집을 형상화했다. 현대 건축에서는 교량과 같은 공공구조물이나 공공장소 내의 파빌리온 같은 공공조각물 혹은 실내 가구 형태의 오브제 등을 건축 조각의 예로 열거할 수 있다. 노일훈은 기능보다 구조를 우선시하는 자신의 건축 철학을 표현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으로 가구 형태의 오브제를 제작한다.
‘공상적 건축(Visionary Architecture)’의 계보 가운데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와 프라이 오토(Frei Paul Otto)의 영향을 받은 노일훈은 자연주의 건축 또는 유기적 디자인 작가로 분류될 수 있다. 자연의 법칙을 탐구하고 모방하는 이러한 건축 디자인 전통은 기술과 자연의 유기적 형태를 추구해왔다. 그러나 과거 유기적 디자인의 이상은 다양한 건축 구조에 대한 탐구와 실험에도 불구하고 공학적 한계로 인해 현실화되지 못하고 건축계의 변방에 머물러 있었다. 최근에 이르러 자하 하디드(Zaha Hadid)나 헤어조그 앤 드 뫼롱(Herzog & de Meuron) 같은 건축가들이 유기적 운동감을 구현할 수 있었던 것은 고성능 컴퓨팅 설계와 시뮬레이션 작업 환경 같은 조건이 충족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일훈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무도 시도해 보지 않은 새로운 디자인 프로세스를 채택함으로써 디자인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다. 생명체뿐 아니라 번개, 파도, 해안 침식, 지구 자기장 등과 같은 자연 현상에서 발견되는 패턴들을 첨단 소재를 통해 구조화하는 그의 작업은 수많은 실험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구현된다. 방법과 테크놀로지 그리고 소재라는 3위 일체의 디자인 구성 요소 가운데 그의 방법적 특성이 다른 어떤 유기적 건축 디자인과 선명한 차별점을 제공한다. 노일훈이 채택하는 자기 형태 발견 방법(self-form-finding method)은 자연에서 발견되는 디자인 방법이다. 작가는 자신의 디자인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 “자연에서 생성된 구조는 최적화되어있다. 최소한의 재료로 최대의 결과를 나타낸다”라고 자연의 디자인 원리를 요약한다. 작가는 자연 스스로가 가장 효율적이며 가볍고 또한 보기에 아름다운 디자인을 발생시키기 위해 장력, 압축력 그리고 중력과 같은 힘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조작하는지 연구한다. 그 결과 융합적 과학 지식을 통해 자연 속에서 이상적인 디자인 메커니즘을 탐구하며 시뮬레이션을 통해 탄소섬유, 광섬유 그리고 유리 강화 레이진 등의 신소재로 구현된 가구를 제작한다.
그러나 세계 디자인계가 노일훈의 작업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근본적 이유는 그의 장인적 방식에 있다. 노일훈은 19세기 산업혁명과 더불어 기계에 의한 대량생산 방식에 저항하여 확산하였던 수공예운동 (Arts and Crafts Movement)의 정신을 회복하길 시도한다. 기술의 한 수단에 불과한 기계가 자연으로부터 탈취한 유기적 형태를 회복하기 위해 그는 최첨단의 소재를 사용하고 컴퓨팅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도입하지만 대신 초기의 실험과정부터 완성된 작품 제작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인 수공업 방식을 고집한다. 이는 그가 대량 생산 방식을 지양하고 한정된 작품을 제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일훈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공예 작업인 섬유 직조를 연구하여 그 지식을 3차원의 구조를 실험하는 데 활용한다. 그 외에도 한국의 지승공예, 짚풀공예, 전통 건축 대목, 방짜 유기장 등의 전통 기법을 학습하며 취득한 기술을 자신의 작업에 응용한다. 그는 이것이야말로 미래 지향적 건축과 디자인을 위해 기계문명이 자연으로부터 탈취한 자연의 고유한 생명력을 되찾는 길이라고 믿는다.
이번 플랫폼-엘의 개인전 〈물질의 건축술〉에서는
전통 공예 방식을 차용한 조명 스크린 〈노두스
갤러리 3개 층에 걸쳐 탄소섬유, 광섬유, LED, 유리섬유 강화 레이진, 알루미늄 등의 소재로 제작된 안락의자,
(Nodus)〉는 탄소섬유 소재의 끈을 잡아당기고 꼬아 만든 곡면 그리드 사이에 광섬유를 가로질러 엮은 매우 독특한 설치작업이다. 탄소섬유를 가로지르는 광섬유 여러 가닥을 꼬아 만든 선은 엮은 상태의 촘촘함과 꺾어진 각도 차이로 인해 빛이 균질하게 맺히지 않는다. 그 결과 빛의 미세한 차이는 섬세한 빛의 드로잉과 같은 시각적 효과를 낸다.
벤치, 테이블, 탁자, 스툴, 플로어 조명스탠드, 그리고 이번 전시를 위해 처음 제작된 조명 설치작품 등 30여 점의 신작들을 선보인다. 이번 퐁피두센터에 컬렉션된 〈라미 벤치〉도 그의 대표 작업인 라미(Rami) 시리즈의 일환이다. 나뭇가지가 갈라지며 뻗어 나간다는 의미의 동사
조명 설치작업 〈Parabola Paradiso〉 는 천장에
ramify에 어원을 둔 이 작업은 식물의 생장력을 상징한다. 지구 중력과 밀접하게 연관된 이 자연 현상은 동물,
매달린 샹들리에 형식의 조명과 바닥에 놓인 아치 형태의
식물과 같은 모든 생명체에서 발견되며 이러한 구조로
조명기구들이 중첩되어 구성되어 있다. 한국 전통가옥의 처마를 연상시키는 샹들리에의 늘어진 광섬유 가닥들은
형성된 견고하고 안정된 조직(tissue)은 생명의
작은 비즈들이 꿰어져 있어서 자연스러운 곡선을
근간이 된다. 2층 전시장에는 루노(Luno)로 명명된
만들어낸다. 반대로 아치형의 조명기구들은 스테인리스 와이어와 광섬유 가닥들이 중첩되어 미세하게 진동하는
안락의자가 있다. 〈루노〉는 신체의 완만한 곡선을 본떴지만, 구조적으로는 중력을 받치는 아치 지붕(vault) 형상을 하고 있다. 이러한 가구 형태의 조형물을 제작하기 위한 공정은 상당히 복잡하다. 우선 필름 형태의 탄소 섬유를 꼬아서 끈으로 만들고, 끈을 정밀하게 설계된
3차원 직조기 사이를 수차례 교차시키고 잡아당겨 형태를 고정한다. 이렇게 형성된 구조체를 틀과 함께 통째로 화로에 넣어 가열하면 탄소섬유가 경화되어 매우
빛의 파장은 눈길을 아른거리게 하는 시각적 간섭이 나타난다. 전시장 안에 들어선 관객의 눈에는 거리가 멀어질수록 샹들리에의 늘어진 곡선들이 점점 가늘어 보이게 된다. 가장 멀리 보이는 샹들리에는 마치 거미줄과도 같이 무한히 가벼워 보인다. 자연 속의 힘과 흐름의 방향에 거스르지 않고 오히려 순응하는 것이 자연의 완벽한 디자인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가볍고 견고해진다. 이 형태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어떤 사전 제작된 도면에 의존하지 않으며 단지 유기적
설치된 반복적인 아치형 조명들의 조화는 이를 대면한
형태를 구성하려는 작가의 의지에 부합하는 직관과
관객을 일종의 인공적 자연풍경 안으로 인도한다.
공중에 매달린 포물선 형태의 샹들리에들과 지상에
감각을 따르게 된다.
4층의 알루미늄과 레진 소재의 테이블, 그리고 레진 소재의 플로어 스탠드는 작가가 수년 동안 진행해온 장력 구조 실험의 진화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초기에 라이크라 천을 입체적으로 잡아당겨 천막 구조물의 형태를 연구했고, 이 실험의 과정을 플로어 스탠드와 테이블 제작에 도입했다. 이후 좀 더 발전된 단계에서 작가는 구조 역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버추얼패브릭(Virtual Fabrics)을 실험에 활용했고, 알루미늄 소재의 테이블과 원형 탁자를 설계 및 제작할 수 있는 부단한 기술적 진화를 경험했다.
전시장 한쪽의 육중한 금속 구조 틀은 관객들에게 최초로 공개하는 작가의 창작 과정 중의 하나이다. 틀 안의 탄소섬유 줄기들은 금속 추를 사용한 중력 실험을 거쳐 이상적인 곡선을 획득하게 된다. 〈Parabola
Paradiso〉의 아치형 조명 기구들은 이렇게 탄생했다. 탄소섬유 가닥으로 이루어진 포물선 아치를 위한 실험과 제작을 위한 이런 틀은 앞서 언급한 대로 모든 형태의 구조 실험을 위해 각기 다른 구조체가 설계되고 제작된다. 이것은 노일훈의 디자인 제작 방식이 다른 어떤 유기적 디자이너의 작업과도 확연하게 구별되는 매우 중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관념과 현상 또는 비물질과 물질 간의 이런 ‘사이 공간(in-between space)’은 노일훈 디자인 실천의 연금술적인 특성이다. 개념적 해석의 차원에서는 플라톤의 ‘코라(Chora)’와 같은 일종의 물질적 기층(material substratum)으로 간주해 볼 수도 있다. 인간의 기술 문명이 초래한 지구 온난화와 생태계 파괴로 머나먼 미래에 지구 위의 자연은 서서히 자취를 감춰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 함은 인간의 신체가 생명체임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지구의 멸망 이후 인간은 어떻게 존속할 수 있을까? 생물학적 신체 없이도 사유하고 감정을 느낄 수 휴머노이드의 형태로 존재할지도 모른다. 인류의 미래에 관한 가능한 여러 가지 가상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단지 분명한 점은 인류는 사라져버린 자연에 대한 기억만큼은 어떤 형태로나마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노일훈의 미래지향적인 유기적 디자인 철학은 현재 사회에 대한 강한 비판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가 19세기 영국에서 반산업주의의 문화 운동으로 시작된 예술 수공예의 정신을 계승하려는 이유는
4차 산업혁명이 실제로 도래할 경우에도 손으로 할 수밖에 없는 인간 활동의 영역을 보존하려는 자신만의 의미심장한 태도와 윤리에 기인한다. 신에게 봉헌물을 바칠 때와 마찬가지로 인간이 자연에 대해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는 손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박만우—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관장
Technology against technology with technology
Humans did not invent technology. It is more precise to say that technology invented humans. Even a single-celled plankton, the simplest living organism is a technological device in itself. Man is also a product of a remarkably complicated technological system of nature. However, in modern history, men became oblivious of the fact that they are a part of nature. They began to see nature as an object for conquest and instrumentalization. This belief was solidified by the advancement of technology and natural science that objectifies and empirically explores nature. They postulated that humans were superior to all other species and above nature. It became men’s fantasy to gain control over the earth. Their strong belief in machines, which are mere products of one of nature’s technologies, became pervasive after the industrial revolution. Ironically, technology was severed from nature as a result. Modernization and industrialization pushed men to distinguish conceptually culture from nature. Despite the effort to theoretically detach culture from nature, various cultural fields such as architecture, urban planning, landscape architecture, and design have always incorporated nature in their practices. For example, Art Nouveau and functionalismcentered modernist architecture of the 20th century made repeated attempts to integrate nature into architecture. Il Hoon Roh is an architect who does not design buildings. He experiments with architectural structures to open possibilities for the future-oriented architecture. The outputs he produces take forms of architectural sculpture which is generally defined as a structural object that stems from or accompanies an architectural work to embellish it. Traditionally architectural sculptures existed as religious monuments, for example, the Pantheon, pagodas and stupas. These represented, in exploring on its structural dimension the nature’s law and principle, the house of the Absolute gods who are creators of the universe.
In modern architecture, public structures like bridges and pavilions in public spaces, or objects like interior furniture could be exemplified as architectural sculptures. Roh chooses a form of furniture in order to efficiently and realistically demonstrate his architectural philosophy which puts emphasis on structure rather than on function. Roh, who was influenced by visionary architects such as Antoni Gaudi and Frei Paul Otto may be classified as a naturalist or organic designer. Such architectural tradition has been seeking organic forms of nature and technology by exploring and imitating the laws of nature. However, many experiments have failed due to engineering and technical constraints and their limited outcomes remained on the periphery within the field. Only in recent years, architects like Zaha Hadid and Herzog & de Meuron were able to materialize organic movement through high-performance computing design and simulation programs. Roh takes a step further and undertakes completely new experiments and design processes to pioneer new territories in design.
He discovers patterns not only in life forms but also in natural phenomena such as lightning, waves, coastal erosions, and earth’s magnetic fields. He utilizes innovative materials to turn the patterns into structures through numerous experiments and computer simulations. Among three main elements in design which are methodology, technology, and material, Roh distinguishes himself from other organic architectural designers in methodology. His self-form finding method is a design process found in nature. He explains his design principle and methodology as follows: “Structures found in nature are already optimized. They produce maximum effect with minimal use of material.” With an interdisciplinary approach, Roh explores design mechanisms based on scientific knowledge such as how nature uses and manipulates forces of tension, compression, and gravity in order to generate the most efficient, lightweight, and beautiful design. He builds furniture with technologically advanced materials such as carbon fiber, fiber optics, and glass fiberreinforced resin through computer simulation processes. The design industry is astounded by the craftsmanship of Roh’s work. Roh struggles to revive the Arts and Crafts Movement which spread after the industrial revolution of the 19th century to resist mass production enabled by the mechanization. In order to restore organic forms disconnected from nature by machines, a mere technological device, he uses innovative materials and employs computer simulation tests. At the same time, he insists on the traditional handcraft methods from the start of the production through experiments to the end. He is opposed to mass production, constricting himself to a limited number of artworks. He builds three-dimensional structures utilizing various traditional handcrafts such as ancient textile weaving techniques, traditional Korean paper craft, architectural woodwork, and brass crafts. He believes that this is the only way for the future of architecture to restore a vitality, which is inherent in nature, but has been deprived of by the machine civilization.
Material Architectonics, a solo exhibition by Il Hoon Roh at Platform-L, features more than thirty pieces of his work across three floors, including an armchair, a bench, a table, a stool, a floor light made of carbon fiber, fiber optics, LED, and glass-fiber-reinforced resin, and a new work of light installation created specifically for the exhibition. Rami Bench is a part of Rami Series, which has become a part of the Center Pompidou collection. Rami, the title of which stems from the verb ramify to mean to send out branchlike structures, symbolizing growth. This natural phenomenon which is closely related to the Earth’s gravity, is present in animals and plants alike. The firm and stable tissue formed by this structure is the basis of all life forms. On the second floor, there is a comfort chair titled Luno. Luno, which has a gentle curvature of a body, takes a shape of an arched vault that upholds gravity. The production process for this furniture-type sculpture is rather complicated. First, carbon fiber film is twisted into strings, which are then repeatedly pulled and intercrossed in an elaborately engineered three-dimensional loom to take shape as a bench. The structure is then baked in a furnace resulting in hardened carbon fiber that is extremely light in weight. The process does not rely on a pre-drawn blueprint but only follows the intuition of the artist conforming to the organic structure that forms naturally. Nodus, for which he adopted traditional paper craft, is a unique installation that is made of carbon fiber strings that are pulled and intricately woven into a curved grid on which fiber optics intercross. The lines generated by fiber optics as they intercross create different lighting effects depending on varied densities and angles. The subtle differences of light give a visual effect of an exquisite drawing made of light.
Parabola Paradiso, a light installation piece is a ceiling-mounted chandelier lighting that overlaps with floor-mounted arch-shaped lighting fixtures. The fiber optics with small beads passed through that are reminiscent of the eaves of Korean traditional houses are hung from the ceiling creating natural curves. In contrast, the floor light creates subtle oscillation of light waves created by overlapping stainless steel wires and the optical fiber strands causing visual interference. As a viewer distances himself from the piece, the curved lines of the chandelier appear thinner. From the farthest point from the piece in the gallery, the lines seem as fine, and as light as a spider web. One comes to realize that a perfect design is achieved by conforming to nature rather than resisting it or its flow of force and energy. The parabolic chandelier in the air together with the layers of arch-shaped lights invite viewers into an artificial landscape of nature. The aluminum-resin table and the resin floor light stand exhibited on the fourth floor sums up the evolution of the artist’s tensionstructure experiments he has been exploring for the past several years. In earlier works, he stretched Lycra cloth into a threedimensional form to study the tent structure. He employed the same process for the floor light stand and the table. For more recent works, he experimented with virtual fabrics using structural dynamics simulation programs, which enabled him to design and construct aluminum tables.
The massive metal frame structure in the corner of the exhibition space unveils a part of his production process to the public for the first time. Carbon fiber strings placed in the structure with metal weights obtain ideal curves achieved by the gravity experiments. This is how the arched lighting fixtures of Parabola Paradiso were born. This metal frame for experimenting and manufacturing the carbon fiber arches is one of the variable frames designed for the different structural experimentations. This is the very crucial point where we can clearly differentiate Roh’s design method from other organic designers ones. The “in-between space” from idea to phenomenon or from non-material to material is characteristic of the alchemy in Roh’s design practice. This space could be considered as material substratum like Plato’s Chora if we’re asked to interpret it conceptually. With the global warming and the destruction of ecological system caused by the human civilization of technology, the demise of Earth may be the reality of our species in the far future. The fact that humans are a part of nature affirms that our bodies are living organisms. What would survive after the demise of Earth? We may exist in a form of a humanoid with no biological body still retaining abilities to think and feel. Despite many possible hypothetical scenarios of the future of mankind, it is certain that our memories of nature will remain. Roh’s future-oriented organic design philosophy carries a critical message for contemporary society. His strong desire for preserving the spirit of the Arts and Crafts Movement of the 19th century which began as an antiindustrialization cultural movement in England derives from his own ethical determination to sustain the very basic human activity before the advent of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All basic human activities have involved the use of our hands. As our hands make votive offerings before God, our hands must also be at work to pay tribute to nature. Manu Park—Director, Platform-L Contemporary Art Center
건축가, 디자이너, 시각 예술가들은 작업할 때 아이디어 스케치 혹은 드로잉을 하는데, 노일훈 작가의 스케치는 조금 독특할 것 같습니다. 어떤 요소가 있을까요? 저는 스케치라는 행위가 꼭 종이 위에 펜으로 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작품의 디자인과 구조적 요소를 가장 효과적으로
작가와의 대담
강조하는 방식으로 수행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라미(Rami) 프로젝트를 위해 저는 무수한 구멍이 있는 두 개의 판을 위아래로 배치하고, 그 사이에 실들을 교차시키는 스케치 방식을 통해 선들이 서로 만나고, 밀어내고, 당기는 여러 접점을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만약 이것을 종이에 그렸다면 선들이 엉키며 만들어내는
디자이너로서 작업 철학에 관해 묻고 싶습니다.
형태적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없었을 겁니다.
노일훈 작가의 작업을 보면 건축 조각(architectural
3차원 구조물을 만들어내는 스케치 방식은 제가 생각하는 자연스러운 형태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sculpture)적 특성이 뚜렷하게 드러나지만, 디자인, 건축 혹은 시각예술 분야 가운데 특정한 분야로 정의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작가 본인은 여전히 자신이 건축가라고 생각하나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스케치 과정이 성공적일 경우 실제 작업의 구조 계산에 도움이 되고, 바로 제작 기법을 연구하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으므로 생산적입니다.
저는 현재의 제 작업 역시 건축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축가로 활동하던 시절, 재정적인 것을 포함해
전통적인 한국의 자연관 또는 전통 장인들이 자연을
현실과 타협하며 원래의 의도를 잃는 것이
대하는 태도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 것으로 알려져
불만이었습니다. 지금도 건축 설계 방식을 따라 작업을 진행하지만 타협 없이 저만의 디자인
있습니다. 많은 가구 디자이너들이 작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과 달리 본인은 작품의 제작공정을
원칙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직접 책임지고 실행하며 단수의 개별적인 작품을 장인의
건축 학교 재학 시절, 무엇이 건축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교수님의 질문에 저는 음악이나
작업방식으로 만들어 냅니다. 노일훈 작가를 첨단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장인’으로 간주해도 될까요?
시, 철학, 순수미술, 디자인도 건축이 될 수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건축의
저의 작업 중 대다수가 기존의 방법을 취하지
경계와 정의가 더욱 불분명해졌고 역으로 건축도
않기에 제작 기법을 개발해야 하는 경우가
디자인이나 순수 미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빈번합니다. 저는 손을 사용하는 제작 기법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또한 손으로 만들어야 하는
저는 건물을 짓는 것만을 건축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제 작업을 디자인, 혹은 조형물로 볼 수 있지만, 건축가의
타당한 이유를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경우 대부분 건축적인 관점으로 해석합니다.
Control)나 3D Print 기법으로 제작할 수 있다면 기계를 사용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의
물론 CNC(Computerized Numerical
손을 거치는 요소를 찾기 위해 노력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파생되는 디자인을 작품에 접목합니다. 저의 경우 전통 공예에서 많은 힌트를 얻어 제작 기법에 응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탄소 섬유를 꼬아서 만든 라미(Rami) 시리즈는 한국의 짚공예나 대나무 공예에서 많은 힌트를 얻었고, 최근에 진행했던 노두스(Nodus) 프로젝트는 한국의 잊힌 전통 공예 중 하나인 지승 공예에서 많은 도움을 얻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기법들을 연구와 실험을 통해 개발하고 작업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노일훈 작가의 작업은 넓은 의미에서 유기적 디자인
자연에서 볼 수 있는 구조들은 힘의 흐름과
(organic design)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보입니다. 특히 작업의 기본 개념을 생체 모방(Biomimicry)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품 제작에 적용하는 생체모방 원리에 관해 설명해 주시겠어요?
있습니다. 힘이 흐르는 방향으로 생성된 구조는 최적화되기 때문에 최소한의 재료로 최대의
방향에 거스르지 않는다는 기본 원리를 가지고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실험을 통해 자연의 형태를 재현하고 그 과정을 통해 놀랄만한
자연은 완벽한 형태를 만들어 냅니다. 그것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다른 이들도
수많은 시간과 노력, 경쟁을 통해 만들어진 검증된
공감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프라이 오토(Frei
결과이고, 그 효율성 또한 입증되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미 도태되어 생존할 수 없었을
Paul Otto)는 자연 현상들은 결국 우주의 물리 법칙에 의해 생성되기 때문에, 서로 연관되어
것입니다. 저는 생체 모방(Biomimicry)뿐만 아니라, 번개, 파도, 물결, 지구 자기장의 패턴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서로
등 자연 현상에도 많은 관심이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모르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알게 된
연계하는 경우를 마주하면 굉장히 즐겁습니다.
현상들이나 생명체들의 구조는 이미 과학자들과
것을 바탕으로 작품을 완성했을 때, 그리고 완성된
수학자들에 의해 연구되었으며, 제가 하는 일은
작품을 관람객에게 선보이고 그들이 이것을
그들이 이루어 놓은 업적을 토대로 안토니
아름답다고 생각할 때 저는 보람을 느낍니다.
가우디(Antoni Gaudi)나 프라이 오토(Frei
관람객이 느끼는 아름다움이 단순히 오브제가
Paul Otto)와 같은 건축가들이 그 당시 기술이나 소재의 한계로 실행할 수 없었던 것들을 이어받아
있는 자연과 우주를 발견한다면 제 디자인이
연구와 실험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것입니다.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최근 실험에서 사용했던 알테어(Altair
Engineering) 사의 옵티 스트럭트(Opti Struct)는 힘의 흐름과 방향을 스스로 계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기적인 형태를 계산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프라이 오토나 가우디의 경우엔 이러한 방식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사용할 수 없었지만, 저는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소재를 사용해 실험을 진행할 수 있었고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마치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처럼 스스로 계산해 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완벽한 답을 제시할 수 있는 지능적인 프로그램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자연의 법칙 안에선 구조적으로 완벽하지만, 디자인적으로는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불완전한 지점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디자이너로서, 디자인적으로 우수하며 구조적으로도 완벽한 타협점을 찾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 프로젝트였습니다.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이기보다는 그 작품 너머에
Architects, designers, and visual artists often make sketches or drawings of their ideas. You do the same but yours look uniquely different. What are the elements that distinguish your sketches from others?
Conversation with the artist
I would like to begin by asking you about your philosophy as a designer. Although your work is often described as architectural sculpture, it is hard to bind your work in one particular field such as design, architecture or visual arts. Do you still identify yourself as an architect? I do consider my current works as architecture. When I was working as an architect, I was discontented by the compromises I had to make and the constraints I had to consider, which is one of the reasons why I started working on my current projects. The work I am doing now are still based on the architectural design process, but at the same time are able to reflect my own design principles and intentions without compromising. Back in college, a professor once asked me what I thought architecture was, to which I answered that music, poetry, philosophy, fine arts, and design could all be regarded as architecture. Today, the boundaries between various forms of art have become more ambiguous. Architecture, in other words, could belong to the realm of design or fine arts. Architect is therefore not limited to designing and constructing buildings. While my work could be understood as sculpture or design work depending on the perspective of the viewer, most architects interpret my work from an architectural point of view.
I do not believe that sketches should be confined only to paper. Rather, they should be done in a method that is best able to highlight the design and the structural elements of the artwork. If I am to make sketches for the Rami Bench on paper, the lines would overlap and details would be lost. Instead, I intersected strands of thread between two panels punctured with holes and observed the intersecting points push and pull towards and against one another. The same principle applies to other cases as well -- I always begin by translating my ideas into a tangible sketch, from which I am able to identify the aesthetic elements. Three-dimensional sketches also allow me to easily identify the natural forms I am interested in - they are a very productive process which aids the structural engineering process in building the final artwork and allows me to focus more onto the next stage: research on production methods. You are known to be inspired by how Korean artisans traditionally perceive nature. Unlike contemporary furniture designers who often mass produce their products, you are involved in every step of manufacturing process with a high-end craftsmanship. Do you consider yourself an artisan who uses modern technology to his advantage? I have a fear for the so-called ‘forthindustrial revolution’. Most of my works cannot be done with pre-existing techniques and require the development of new ones. I am very much invested in the idea of using hands-on methods and finding legitimate reasons to handcraft an artwork. Though I employ CNC (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 or 3D printing techniques when possible, I am always in search of elements that demand handcraft methods and integrate such elements into my design.
I often obtain elements from traditional craft and try to incorporate them into the production process. The twisted carbon fibers used in the Rami series are reminiscent of Korean traditional straw crafts, and the Nodus project incorporates elements from Korean traditional paper craft that have been long forgotten. These forgotten and seemingly obsolete traditional techniques inspire me, and I seek to reincorporate them into my own work through research and experimentation. Your work may be broadly classified as organic design and described using the term ‘biomimicry’. Could you elaborate on the principles behind the bio-mimetic nature of your work? Nature makes perfect forms. They have been tested through time, labor, and competition and have been proven to be most efficient. Otherwise, they would have been excluded by the natural selection. My interest extends beyond biomimicry to other natural phenomena such as lightening, waves, energy transfer, and the magnetic fields of the earth. Scientists have already explored these natural phenomena of organic life forms. Based on their research and accomplishments, I am continuing with the projects that architects such as Antoni Gaudi or Frei Paul Otto have initiated but were unable to complete due to the lack of adequate technology. Modern technology has allowed for innovative
methods of design and creation in many cases. Recently, I have experimented with Optistruct, a program developed by Altair Engineering that calculates energy flow and direction, to determine various organic forms. Only through such technology, not unlike artificial intelligence in that it provides a structurally perfect solution, was I able to come up with new structures and conduct experiments. What was interesting to find was that while the outcome was a perfect natural form structurally, it could not be perceived as perfect in terms of design and architecture. It was a project where I spent sufficient time and effort to find a perfect compromise between design that is superior and structure that is perfect. The basic principle of structures we see in nature is that they do not resist the natural flow and direction of forces. Objects created in accordance with the natural flow of forces is optimal, and is able to achieve highest efficiency with the least amount of raw material. Experiments are imperative for the investigation of natural forms. I learn through these processes, parts of which are embodied in the work I share with my audience. Frei Paul Otto once explained that all natural phenomena are manifestations of laws of physics and are all inter-related, and it gives me a great pleasure when such connections are made. Discovery of new knowledge through research and experiments, completion of a work of art based on such discovery, and finally being able to share the artwork with an audience – each of these are moments when I feel most rewarded. When a viewer has realized the beauty of the artwork not simply for what it is but also gets a glimpse of nature and the universe that is coded deep within – that is when I feel I have truly succeeded.
Parabola Chandelier Carbon fiber, fiber optic cable, LED, 2300Ă—1600mm, 2017
Nodus Carbon fiber, fiber optic cable, LED, aluminium, 1850Ă—995Ă—300mm, 2014
2017 7.12—9.17
Material Architectonics Jul 12—Sep 17, 2017
주최: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기획: 박만우 진행: 정시우
Organized by Platform-L Contemporary Art Center Curated by Manu Park Production Management: Seawoo Chung
프로덕션 어시스턴트: 추성민, 최지수 설치: 곰 디자인 영상제작: 57Studio
Production Assistant: Seongmin Choo, Jisu Choi Construction: Gom Design Video Production: 57Studio
Platform-L Contemporary Art Center 관장: 박만우 기획실장: 전상언
Platform-L Contemporary Art Center Director: Manu Park Head of Management: Sangun Jeon Administration: Deukyoung Oh, Sooyoung Chun Technical Director: Dongwoo Shin PR: Layoon Jang, Hajin Lee Intern: Nahyun Maeng, Yujin Kim In-House Designer: Minsu Kim
물질의 건축술
경영지원: 오득영, 천수영 기술감독: 신동우 홍보: 장라윤, 이하진 인턴: 맹나현, 김유진 인하우스 디자이너: 김민수 발행일: 2017 7.20 발행인: 신정승 발행처: (재)태진문화재단, 서울 강남구 언주로133길 11 전화: 02 6929 4470 팩스: 02 3442 4484
www.platform-l.org 글: 박만우, 이영준, 고조 후지모토 편집: 박만우, 정시우, 노유나, 천예림 번역: 정명화 사진: 김정한 디자인: 헤이조(조현열, 조태용) 인쇄: 신사고 하이테크 후원: 루이까또즈, 삼성전자, 알테어 이 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전제 및 복제를 금합니다.
Publication Date: Jul 20 2017 Publisher: Taejin Culture Foundation, Jungseung Shin(Chairman) 11 Eonju-ro133gil, Gangnam, Seoul, Republic of Korea Tel: 02 6929 4470 Fax: 02 3442 4484 www.platform-l.org Written by Manu Park, YoungJoon Lee, Kozo Fujimoto Edited by Manu Park, Seawoo Chung, Yoona Noh, Yereem Chun Translated by Myonghwa Jeong Photo by Junghan Kim Design by Hey Joe(Hyoun Youl Joe, Taeyong Jo) Printing: Sinsago Hitech Supported by LOUIS QUATORZE, Samsung Electronics, Altair
© 참여작가, 글쓴이,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서울에서 인쇄. 가격: 28,000원
ISBN 979-11-957874-4-9
All rights reserved. No reproduction, copy or transmission of the publication may be allowed without permission of the publisher. ©The artists, the authors, Platform-L Contemporary Art Center. Printed in Seoul. ISBN 979-11-95787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