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연주 취미란에 영화 감상이나 독서라고 쓰는 게 지겹지 않은가? 새해부터는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자. 이왕이면 모양도 소리도 새로운 악기가 좋겠다. E D I TO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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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든사람 김윤정 주번 김아름 이상희
소리가 조금 어둡고 비브라폰보다는 소박하다. 계속 퉁기고 있으면 멜랑콜리한 기분이 드는
난다. 생각보다 내 목소리가 많이 섞여 있어서 웃기기도 하고 어떻게 불어봐도 고급스럽지 못한
작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손바닥만 한 크기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그 패키지
모 노 트 론
인터넷과 잡지를 통해 모노트론의 사진을 접해온 터라 그 크기가
것이 오르골 소리가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알토 칼림바는 중앙에 있는 긴 현이 가장 저음인
소리가 우습기도 하다. 본인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카주는 부는 사람마다 낼 수
측면에는 머리를 멍하게 만든 한 줄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레전더리 MS-20 필터!’ 언제쯤
G음이다. 중앙의 현을 중심으로 왼쪽, 오른쪽을 번갈아가며 현이 조금씩 짧아지는데 양쪽
있는 음역과 소리가 다른 게 특이한 점이다. 아무리 들어도 소리가 익숙해지지 않는 이 어색한
전설의 신시사이저 KORG MS-20을 직접 사용해보나 늘 애태우던 내게 모노트론의 필터부가
끝으로 갈수록 음계가 순차적으로 올라간다. 피아노나 현악기처럼 음계가 한 방향으로 놓여
악기를 의외로 많은 뮤지션이 사용하고 있었는데, 최근 <슈퍼스타K 2>의 장재인이 마이클
MS-20의 것을 채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작은 장난감이 이후 나에게 어떠한 상처를
있는 것이 아니라 왼쪽, 오른쪽으로 번갈아가며 나누어져 있어 익숙해지려면 연습이 필요한데
잭슨의 ‘The Way You Make Me Feel’의 간주 부분에서 꺼내 불어 화제가 되었고, 나윤선, 에릭
주더라도 모두 다 눈감아줄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매력을 느끼게 했다. 5개의 손잡이를
순차적으로 퉁기면 자연스레 코드톤 노트가 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편리할 수도 있다.
크랩튼도 이 악기를 이용해 공연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에릭 크랩튼 같은 거장이 아니라도
적당하다 판단되는 위치로 돌려놓고는 리본 키보드를 두 손가락을 누르자 모노트론이
긴 현을 기준으로 왼쪽 4개의 음을 순차적으로 퉁기고 오른쪽 음계를 순차적으로 튕긴 다음
누구나 연주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 아닐까. 소리를 내는 법을 터득하고 나자 ‘징글벨’을
‘삐삐삐삑’ 하고 외장 스피커를 통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아날로그 신시사이저를
한 칸씩 상행해서 또 같은 방법으로 올라가면 자연스레 다이아토닉 코드톤이 만들어진다.
완주하기까지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게다가 플라스틱으로 만든 카주의 가격은 3천원대를 넘지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 기본 세팅의 후진 기계음 소리에 깜짝깜짝 놀랐지만 두 귀가 이미
손가락 피아노라고도 불리는 칼림바는 아무래도 피아노보다는 제약이 많다. 가장 불편한 점은
않으니 색깔별로 모으고 싶은 마음도 든다. 플라스틱 카주는 3천원대. 김윤정(<나일론> 피처 에디터)
객관성을 잃은 탓일까 ‘분명 뭔가 다른 소리를 들려줄 거야’ 하는 마음으로 노브를 돌려보기
모든 음계의 소리를 낼 수 없다는 것. 알토 칼림바는 G키에 해당하는 15음계의 소리만을 낼 수
시작했다. 모노트론은 간단히 피치(높낮이)를 조작할 수 있는 VOC 파트(소리를 만드는 부분),
있고, 한 번 퉁기면 그 음이 공명통에서 계속 울리기 때문에 화음을 내거나 빠른 연주는 힘들다.
+
하지만 키가 맞는 노래에 적당한 포인트 음을 넣어주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좋고 휴대하기
카메라의 시대를 넘어 토이 악기의 시대가 왔다고 알리는 듯하다. 악기의 연주법은 간단하다.
간편해 들고 다니며 연습하고 연주하기에도 편하다. 또 어쿠스틱 기타처럼 앰프에 연결할 수
한 손으로 머리 부분을 받치고 한 손으로 지판을 누르는 것이다. 지판을 누르면 1차원적인
있기 때문에 공연할 때 꼭 활용해볼 계획이다.
전기음 ‘삐’ 소리가 난다. 이 단순한 ‘삐’ 소리에 입을 벌렸다 오므렸다 하는 수동 오토튠을
휴 트레이시 알토 칼림바 15현 기본형은 유럽 악기(www.euromusic.kr) 20만원대. 수상한 커튼(싱어송라이터)
감행하면 저렴한 사운드가 주는 앙증맞음을 느낄 수 있다. 지판을 눌러 첫 곡을 연주하려면
컷오프(소리를 깎아서 만드는 부분)와 레조넨스(소리를 뒤틀어서 만드는 부분)를 조작할 수 있는 ‘전설의’ 필터 파트, 결정적으로 이 기계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 LFO 파트로 크게 나뉜다. 이 LFO 파트는 기본 SAW 파형만을 지원한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피치와 필터의 컷오프 부분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모노트론에 무궁한 가능성을 제공해주었다. 며칠 동안 이어폰을 꽂고 커피숍, 식당 그리고 운전 중에 신호를 기다리는 차 안에서까지도 소리
+ 악기 소리가 궁금하시죠? 각 필자가 연주한 오타마톤, 칼림바, 모노트론, 카주의 동영상은 www.nylonmedia. co.kr의 나일론 TV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또 스마트폰으로 위의 QR코드를 비추면 지금 바로 동영상을 즐길 수 있습니다.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간단한 멜로디 연주에서 신스 이펙트, 그리고 신스 드럼 소리
사진 JUNG JAE HWAN, KIM JUNG HO 일러스트 MER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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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타 마 톤
악보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음표 모양의 악기 오타마톤은 이제 토이
막막함이 엄습할 것이다. 대체 ‘도’가 어디 있는 거지? 손가락을 얼마나 움직여야 한 음이 +
카 주
어디서 많이 본 모양새다. 언뜻 보면 호루라기 같기도 하고 가운데 동그란 원통
올라가는 거지? 이런 당혹감은 차차 연주하면서 내가 첫 음을 낸 그 자리가 바로 ‘도’이며
모양이 있어 어릴 때 그 원통 안에 가벼운 공을 넣고 불어서 띄우며 놀던 장난감이 생각나기도
그보다 더 높고 낮음을 연주자가 느낌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음계가
한다. 직관적으로 불어서 소리를 내는 악기란 걸 알 수 있지만 구멍 하나 없는 몸통에 원통
구분되지 않아 자연스레 지판을 슬라이딩하게 되는데, 이때야 비로소 오타마톤의 메시지를
하나 붙어 있는 지나치게 단순한 모양에 어느 쪽으로 입을 갖다 대야 할지 고민이 된다. 으레
들을 수 있다. 도와 레 사이에도 수많은 음정이 있다는 것을! 달리 말하면 오타마톤은
사람이라면 이 장난감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지 못할 거다.
구멍이 좁은 쪽을 물게 마련인데 실은 넓은 쪽-동그란 원통과 더 가까운 쪽-을 물고 연주하는
음치 악기다. 제대로 된 음정을 내기 힘들고, 그런 목적으로 디자인되지도 않았다. 오히려
코르그 모노트론 아날로그 리본 신시사이저는 엠앤에스(www.mnshome.com) 8만5천원. 김준수(일렉트로닉 듀오 ‘145wrks’)
것이 맞다. 소리를 내려고 하면 또 당황하게 된다. 누구라도 다른 관악기를 연주할 때처럼
틀려도 좋으니 한 뼘 정도 되는 지판 안에서 무한한 끼를 발산해보라고 하는 듯하다.
만들기까지. 특히 여러 가지 드럼 소리를 만들면서는 이걸 녹음해서 곡을 만들 때 사용하고 싶다는 욕심까지 들게 할 정도였으니 모노트론의 저음은 여느 아날로그 신시사이저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 것 같다. 모노트론을 어릴 때 갖고 놀던 장난감 레이저총 취급하는
‘후후’ 바람을 불어넣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카주는 원래 소리의 진동으로 가운데 들어간 얇은
오타마톤으로 멜로디를 연주하고 우쿨렐레나 기타로 코드를 치면 괜찮은 연주가 된다.
아프리카 악기라고 하면 투박한 외관과 소리가 떠오른다. 투박한 나무
비닐막이 떨면서 소리가 나는 원리기 때문에 바람을 불어넣는다기보다는 ‘으’ 하고 말하는
더불어 유희하는 인간을 위한 이 깜찍한 토이 악기의 제조사는 ‘메이와덴키’라는 걸 유념하자.
덩어리에 사이즈가 다른 쇠막대기가 무심히 꽂혀 있는 칼림바의 첫인상은 역시 아프리카
것처럼 소리를 내야 한다. 그러니까 바람을 불어넣어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해서 원통 안에
이 회사는 노부미치토사와 마사미치토사 형제가 만든 디자인, 아트 그룹으로 눈과 귀가
악기답다. 소리도 외관만큼 투박하겠지 생각했는데, 막상 쇠를 퉁겨보니 생김새와 달리
있는 얇은 막이 소리를 막고 있다고 생각해 그걸 떼어내는 행동만큼은 제발 하지 않았으면
즐거워지는 작품들을 10여 년간 내놓고 있다. 이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더 보고 싶다면
맑고 고운 소리가 나는 게 아닌가. 실로폰 소리를 연상하면 이해하기 쉬운데, 실로폰보다는
한다. ‘뿌뿌뿌’ 하며 풀피리 소리 비슷한 소리가 나는 걸 듣고 있으면 그 경박함에 절로 웃음이
www.maywadenki.com을 방문해보는 것도 좋다. 메이와덴키의 오타마톤은 5만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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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림 바
안지인(인디 뮤지션)
Nylon_185 NA09악기-ok.indd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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