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h e t r av e l l e r J A N 2 01 2
People
뉴욕은 미식의 최전선이다. 이 시대 최고의 프랑스 요리사인 조엘 르부숑Joel
소유하고 매일같이 가꿔가는 음식점이 있어야 한다. 그게 한식 레스토랑이 다음 단계로
Robuchon과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슐랭 스타를 받은 셰프 알렝 뒤카스Alain Ducasse
도약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가 앞 다퉈 정복하고자 했던 도시, 세계적인 명성의 레스토랑이 문을 여닫기를 반복하
지금, 뉴욕에서 한식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뉴요커들은 정말 한국 음식을 사랑한다. 대
는 곳이 바로 뉴욕이다. 이 치열한 맛의 전장에서 한 레스토랑이 전 세계 한식 레스토랑
담하고, 직선적이고, 마늘이 많이 들어간 강렬한 음식을 사랑하는 뉴요커들이 한국 음식
중 최초로 미슐랭 스타를 따냈다는 승전보를 전했다. 주인공은 맨해튼에 위치한 ‘단지
의 그런 점에 끌리는 것 같다.
DANJI’. 재미교포인 셰프 후니 킴이 운영하는 36석 남짓의 작은 레스토랑이다.
단지가 기존에 있던 해외의 한식 레스토랑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절대로 화학조미료를 쓰
무엇이 특별하기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슐랭 가이드>의 별 하나를 따내고, <뉴욕 타임
지 않는다. 여기서 만드는 모든 음식을 집으로 가져가서 가족과 같이 먹고 두 살짜리 아
스>의 푸드 저널리스트 샘 시프튼Sam Sifton의 기사에까지 등장했을까. 무게감 있는 레
이에게도 먹인다. 그런 음식에 조미료를 넣고 싶지는 않다. 조미료를 사용하는 딱 한 가지
스토랑 쪽보다는 가볍게 맥주 한잔하기 좋은 타파스 바에 가까운 분위기지만, 식사 시간
메뉴가 있다면, 부대찌개DMZ Meat Stew뿐이다. 부대찌개는 태생 자체가 수프를 사용
에 맞춰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면 이 레스토랑의 내공이 느껴진다. 손님 중 외국인이 90퍼
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기의 평가 내용 중 지나치게 비싸다는 의견도 있었는
센트로, 테이블에선 젓가락을 든 외국인이 잡채나 육회를 음미하고 있다. 여기선 밥 한 술
데, 그건 이 레스토랑이 훌륭한 프렌치 레스토랑이나 일본 음식점처럼 질 좋은 음식을 제
에 은대구찜을 얹은 금발머리 청년을 보더라도 놀라지 말지어다. 무슨 생각으로 소주와
공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보통 쇼트 립의 경우 우리는 1.99달러 정도에 들여오는데, 다른
OB맥주, 밀키스로 만든 칵테일을 메뉴에 첨가했을까? 어떻게 마늘과 간장 베이스를 사
가게의 4배 이상 되는 가격이다. 때로 한식이 32번가의 한국 음식점에서 먹을 수 있는 것
용한 가장 한국적인 맛을 서양인들에게 익숙한 프레젠테이션으로 담아낼 생각을 했을
처럼 값싼 음식이라는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까? 단지의 주인 후니 킴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 너무 많다.
단지의 한국 요리가 한국에서 먹는 음식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내가 배운 방식은 매우
본인의 프로필을 간단하게 소개해달라. 한국에서 태어나 세 살 때 뉴욕으로 건너왔고, 뉴
과학적이다. 예를 들어 갈비찜의 경우 화씨 325도의 온도에서 2시간 40분 동안 가열하
욕에 있는 요리 학교 FCI를 거쳐 요리사가 됐다. 유니언 스퀘어에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
고 12시간 동안 식히는 정확한 조리 과정을 거친다. 어머니와 할머니의 손맛에 따라 좌우
에서 일을 시작해 ‘크루Cru’, ‘다니엘Daniel’ 등의 프렌치 레스토랑을 거쳐 2010년 12월
되는 한국식 조리법과는 차이가 있다.
16일 레스토랑 단지를 오픈했다.
세 살 때 이민 가서 대부분의 시간을 외국에서 보냈을 텐데, ‘한국의 맛’을 선보인다. 비결
단지는 어떤 레스토랑인가? 단순한 한식 레스토랑은 아니다. 32번가에 모여 있는 한국
이 있다면? 한번은 40대 중반의 남자가 내가 끓인 된장찌개를 먹고 돌아가신 어머니가
음식점들이 한국 식당을 뉴욕으로 옮겨놓는 형태를 취했다면, 단지는 한국 음식을 제공
끓여주던 맛이라고 했다. 매년 한국에 돌아가서 음식 체험을 위해 머물렀다. 그래서 한식
하는 뉴욕 레스토랑이라고 할 수 있다. 참기 름, 고추장, 된장 등 아주 전통적인 양념을 쓰는 한국 음식 말이다. 프랑스 요리 학교를 나와 프렌치 레스토랑에 서 일했다. 한식 레스토랑을 열게 된 계기가 있나? 프랑스 요리사들은 가슴과 영혼으로
레스토랑을 오픈할 수 있었다. 아주 맛있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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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라는 레스토랑의 이름은 ‘꿀단지’에서 따왔다.
잣과 배를 곁들인 육회. 달걀노른자와 함께 서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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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무침 위에 올린 보쌈. 겉은 살짝 구웠다.
레스토랑의 파티션은 나무 숟가락을 꽂아 만들었다.
일본 음식은 뉴욕에서도 먹을 수 있고, 훌륭 한 프랑스 음식은 프랑스 이외의 나라에서 도 맛볼 수 있지만, 진짜 맛있는 한국 음식은 한국에 가야만 먹을 수 있다. 셰프가 생각하는 ‘한국의 맛’은 무엇인가?
요리를 한다. 그 말은 프랑스 사람이 아니면
정의를 내린다면? 고추장, 간장, 참기름, 마
훌륭한 프랑스 요리를 만들 수 없다는 이야
늘 같은 재료가 한식을 다른 나라 음식과 구
기다. 내 요리의 배경은 프렌치이지만 나는
별되게 만드는 가장 독특한 점이다. 대부분
한국 사람이고, 내가 가슴으로 할 수 있는 요
의 한국 요리는 이들 재료 중 최소한 하나는
리는 한국 음식이다.
사용한다. 아주 단순한 차이지만, 맛에 있어
<미슐랭 가이드>에 최초의 한식 레스토랑으
서는 굉장한 차이가 난다. 한식은 미식가들
로 기재된 소감은? 사실 우리가 어떻게 미슐
의 다음 개척지다.
랭 스타를 획득하게 됐는지는 전혀 모른다.
단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메뉴는? 불고
누가 언제 와서 손님인 척 우리의 음식을 판
기 슬라이더Bulgogi Slider. 우리 레스토랑
단했는지 알 수 없다. 그저 한국의, 나의 음
의 메뉴는 애피타이저, 메인 요리, 디저트가
식을 소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아니라 전통적인 메뉴와 현대적인 메뉴로
사람들이 어떻게 이처럼 짧은 기간에 많은
나뉜다. 불고기 슬라이더는 현대적인 메뉴에
고객을 확보했는지에 대해 묻는데, 우리는
속한 것으로, 햄버거빵 사이에 파무침과 불
한 번도 홍보를 한 적이 없다. 비결을 들라면
고기가 들어 있다. 한국인에게 아주 친숙한
‘맛있으면 된다’는 신념으로 음식을 만드는
맛인 동시에 현지인이 매일 먹는 형태를 갖
것이다. 메뉴에 있는 음식 중 몇 가지가 아니
추고 있어 외국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라 ‘모든 음식’이 맛있어야 한다.
단지에서 꼭 판매하고 싶은 한국 음식이 있
언제부터 뉴요커들이 한식에 관심을 갖기
다면? 단지의 메뉴는 매주 바뀐다. 메뉴가
시작했나? ‘코리아타운’이라고 불리는 32번
다양하지 않음에도 단골 손님이 많기 때문
가는 지난 10년간 꾸준한 인기를 누려왔다.
이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맞춰 최근 점심
최근에는 한국인뿐 아니라 뉴욕의 모든 사
메뉴에 잔치국수를 추가했다. 강한 맛의 멸
람에게 인기가 있고, 한국 음식에 대한 공감
치 국물과 고춧가루를 넣었다. 여기서 ‘소면’
미슐랭 한식
은 이제 세계적이다. 하지만 32번가에선 지
이라고 소개하는 잔치국수는 한국의 포장마
나치게 이윤만 추구한다. 그곳의 한식 셰프
차에서 맛볼 수 있는 지극히 한국적인 맛이
중에서 존경할 만한 사람을 아직 찾지 못했
다. 해장에 아주 좋을 것 같다.(웃음)
뉴욕의 한식 레스토랑 ‘단지DANJI’는 2012년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 하나를 따냈다. 셰프 후니 킴이 던진 승부수는 뉴욕에 ‘제대로 된 한식’을 선보이는 정면 돌파의 패였다.
다. 뉴요커들이 한국 음식과 레스토랑을 좀
에디터 김윤정 글·사진 김도연(뉴욕 통신원)
더 진지한 것으로 생각하게 하려면 셰프가
촬영 협조 단지 danjiny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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