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영

Page 1



003



005



시공(時空)을 초월해 소통을 꿈꾸는

8

Communication beyond Space and Time

<기억의 단편들>

The World of Kim, Seung Young by Kim, Young Soon

김승영의 작업세계_김영순

007

Fragmentary Memories: Dreaming of

소통과 치유

14

Communicating & Healing

인터뷰

76

Interview

92

Life

기억

134

Memory

약력

190

Biography


시공(時空)을 초월해 소통을 꿈꾸는 <기억의 단편들> 김승영의 작업세계 김영순 미술평론가


작가 김승영은 ‘소통ʼ과 ‘기억ʼ이라는 테마를

처마 끝 풍경을 스치는 바람소리를 들려준다. 거기에는

인스톨레이션이나 사이트 스페시픽작업(site specific

도시의 바쁜 일상과 기계소음 속에 잊혀지고 소모되고

work)으로 연출해 왔다. 숲에서 거두어 온 무수한

희미해져 가는 우리의 지각기재들- 우리의 눈과,

낙엽들로 전시장을 메우고 그 한 가운데에 일정한 속도로

귀와 촉각과 후각- 을 다시 건강하게 소생시켜주는

떨어지는 물방울이 연출하는 전시공간. 작가 개인의 삶을

마술이 펼쳐지고 있다. 그것은 시각적 진실이나

공유하거나 스쳐간 인명들이 자막으로 흘러가는 영상…

미술이란 존재의 물질적 규명에만 몰두하던 근대

그의 작품은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찰라적

것으로 기대했던 마샬ㆍ맥루언 식의 전자기술시대에

존재들의 의미를 생생하게 연출한다. 과거와 현재,

안이하게 편승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김승영의

물질과 영혼, 인간과 자연 사이의 고정관념화 된

작품세계에는 문명과 자연, 이성과 감성, 이지와

경계를 허물고 時ㆍ空間의 접점과 미끄러짐 사이에서

지각세계가 분별되기 이전의 근원적인 존재의 이법과

눈과 귀와 촉각과 후각의 감응기재가 온전히 작동하여

지혜에 눈뜨게 하는 현자의 메타포가 빛나고 있다.

세계와 만나게 되는 희열을 관객에게 제공한다. 그의 작품에 초대받은 관객은 물질과 물질의 찰라적 만남과 기다림, 미끄러짐 사이의 여백과 여운에서 존재들의 내밀하고 근원적 가치들과 대화하게 된다. 그것은 단순히 어떻게 세계를 바라볼 것인가를 제시하는 미술의 지표를 넘어 어떻게 하나의 사물이 일상의 문맥에서 벗어나 art의 차원으로 진입하는 지, 또 그 art가 우리의 삶에 있어 어떠한 기능과 가치로 작동하는 지를 자명하게 드러내 준다.

일상의 상품이나 사물을 미술담론(discourse)의 장(field)에 들여와 본래의 문맥을 비틀거나 잘라내어, 현대미술의 계보를 형성해 온 것은 다다이스트와 쉬르리얼리스트, 팝아티스트 들 사이에서 흔하게 채용되어 온 기법이다. 그들의 작업에 관류되고 있는 수법은 일상의 관용화된 산물들-당대의 신지식과 신기술에 의한 산업사회의 레디메이드-을 담론의 미디어로 차용하여 죠크나 냉소적 패러디를 부가하는 지극히 인위적인 충격효과를 발신하는데 목표를 맞추고 있다. 그것은 서구의 이성중심적 가치관에 기초한 미술담론의 장에서 형성된 진보주의 미술사관의 성과들이었다.

그러나 김승영의 일상으로부터의 변용과 새로운 차원의 연출효과는 그것들과 부분적으로는 세계를 공유하면서도 근원적으로는 지평을 달리한다.

그의 작업은 소비 산업자본주의 산물을 차용하더라도 그 산업사회의 일상적 표피나 관용구만을 빌려오는 것이 아니다. 그의 작업에서 차용된 일상은 도시생활에서의 일상을 빌려오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일탈하고자 찾아간 고즈넉한 산사에서나 문득 발견하게 되는 생명의 비의(秘意)와 문화적 자취들을 불러들인다. 바위 틈새에서 자라나고 있는 이름 모를 초목들이나 풀벌레들의 존재에서 발견하는 신선한 생명의 존엄성과 존재의 불가사의, 유적들의 잔허(殘墟)가 환기시켜주는 인간 삶의 자취나 문화적 기억들의 무게와 의미들을 009

미술담론이나, 온전한 감각기재의 균형을 되살려 줄

만남과 기다림, 망각과 기억 속에 위치한 살아있는

소생시켜 주는 것이다. 풀잎에 맺힌 이슬의 명징함과


Fragmentary Memories: Dreaming of Communication beyond Space and Time The World of Kim, Seung Young Kim, Young Soon Art Critic


Artist Kim, Seung Young has addressed the

capitalistic industrial society, though not

themes of communication and memory in

its superficiality or banal representations

installation and site-specific work. One such

of society. Kim borrows some urban daily

work features waterdrops falling down at a

aspects in his work. He invites an abstruse

regular speed from the ceiling to the floor.

meaning of life, tracing cultures he had met

The floor covered with fallen leaves that he had obtained from a forest, and

Kim’s work reminds us of the dignity and

a video scene showing the flowing names

mysticism of fresh life forms discovered in

of people with whom he shared his life -

unknown plants and insects. Like relics, his

Kim’s work vividly represents a fleeting

work recalls traces of human life and the

moment of meeting, waiting, and the

weight and meaning of cultural memories.

meaning of existence with its inherent

It also shows lucid dewdrops formed on

memories. His work offers the pleasure

the leaves of grass, and lets us hear the

of experiencing a new world to viewers,

windʼs sound from a wind chime hanging

by making their sense of sight, hearing,

under the eaves. These elements have

touch, and smell fully operate in between

magical power to revive our sense of

the contact point of space and time,

sight, hearing, touch, and smell. His work

blurring the boundaries between past and

does not ride on modern artistic discourse

present, matter and soul, man and nature.

highlighting visual truth or physical

Those who come to his show are invited to have conversations on the clandestine essential value of being, in

elucidation of art, or Marshal McLuhan’s concept of the age of electronic technology. In Kim’s work the wisdom

a momentary encounter with matter,

and reason of fundamental being and

with a blank space that leaves a lingering

the metaphor for this appear brilliant,

resonance. We come to understand how

beyond any distinction between nature

an everyday object enters the domain of

and civilization, reason and sensibility,

art and how it operates within our daily

intellectual and perceptual worlds.

lives, away from its everyday context. The technique of cutting and twisting the original context of an object or an industrial item, introduced to the field of art, was often employed by Dadaists, Surrealists, and Pop artists. Their embrace of this technique was aimed to bring about an extremely artificial, shocking effect through an appropriation of everyday objects, or ‘readymades’, produced by new knowledge and technique in the industrial age. Their work was an outgrowth of the progressive view of art history, in the sphere of artistic discourse based on the Western ‘reason-centered’ value system. Kim, Seung Young’s intentions to provoke and share the world with metamorphoses and new effects are intentional and work multi-dimensionally. 011

by chance at a serene Buddhist temple.

Kim’s work appropriates the products of


서평

일전에 김승영의 전시장을 찾았다가 꽤나 감동한 적이 있다. 전시장 벽면에 난 작은 쪽창을 통해서 건물 바깥의

-

정경을 볼 수가 있었는데, 작가는 그 창에다 투명하고 노란 셀로판지를 붙여 놓았다. 셀로판지 한 장으로 인해 풍경은 졸지에 현실로부터 과거 속으로 밀어 넣어졌다.

고충환 미술평론가

현실의 장 위로 불려 나온 과거의 풍경을 보는 것 같은, 과거가 현실에 포개진 것 같은, 과거도 아니고 현실도 아닌 이질적인 두 시간대의 풍경이 접해진 면이나 주름을 보는 것 같은 아이러니를 동반한 신선한 충격이었다.

<기억의 방>(2003-2004)은 목재로 만든 간이 벽체를 따라 가다 보면 구조물 안쪽에 은근한 빛과 함께 물웅덩이를 만날 수가 있다. 작가의 작업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물은 생명을 상징하며, 자기를 반영하는 거울 곧 자기반성적인 거울을 상징한다. 그리고 그 방안에는 때로 물거울과 함께 빨간 페인트가 칠해진 낡은 철재 의자 하나가 놓이기도 한다(<의자>2011). 그 의자에 앉으면 사람과 마찬가지의 37.5도의 온기가 전해져 온다. 시장 상인들이 추위를 녹이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만든 온열 의자에 착안한 그 의자는 폐기된 사물에서마저 사람의 흔적(온기)을 냄새 맡는 작가의 남다른 후각을 느끼게 하고, 작가가 작업하는 이유를 알게 한다. 물은 자기를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했다. 그 물거울에 비친 <기억>(2002)과 <흔적>(2008)을 추적하는 작가의 작업은 자기반성적인 경향이 강한 편이다. 이를테면 <자화상>(1999)을 보면, 실물크기 그대로 찍은 자기 사진을 벽에다 붙인다. 그리고 사진이 떨어지면 그렇게 떨어진 사진을 다시 벽에 붙이는 과정을 반복해 보여준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오롯한 실체로서 붙잡을 수가 있는가?’, 하는 물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물음은 자연스레 타자와의 관계에 대한 인식으로 확장된다. <기억>(1963-

2008)을 보면, 벽돌 벽을 스크린 삼아 그 위에 무수한 이름들이 열거된다. 영화의 앤딩크래딧의 형식을 빌린 이 작품에서 스크린으로 사용된 벽체의 벽돌 하나하나는 타자들을 상징하며, 그 상징에 영상으로 투사된 타자들의 이름들이 겹친다. 그런가하면 이 작품의 제작연도 표기가 흥미롭다. 태어나면서부터 현재에 이르는 작가의 삶에 이런저런 형식으로 연결된 타자들, 작가의 삶의 일부로서 흡수되고 작가의 인격을 형성시켜준 타자들의 존재를 형상화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벽돌 벽은 때로 타자와의 소통을 가로막는 장애를 상징하기도 한다. <벽>(2009)을 보면, 스피커가 내장된 벽돌 벽에서 새가 날갯짓하는 소리며 비 소리를 들을 수가 있는데, 사람이 만든 벽(상처)을 자연을 통해서 치유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그리고 이 작업은 폐스피커 탑을 형상화한 작업 <타워>(2009-2011)에서 본격적인 사운드아트 작품으로 변주되고 확장된다.


Review

by the makeshift heated chairs that market vendors made in order to stave off the cold. Chair demonstrates Kim’s

-

extraordinary ability to detect the faint traces (or warmth) of a person, even

Kho, Chung Hwan

Art Critic

in a discarded object. It also makes us aware of why the artist works. As mentioned earlier, water is a self-reflexive mirror. By chasing “memory” (Memory , 2002) and depicting “traces” (Traces , 2008) that are reflected on the water that acts as a mirror, Kim’s works show a strong tendency towards selfexamination. For example, in Self-Portrait (1999), he attaches a life-size photograph

The other day, I went to see Kim, Seung

of himself onto a wall, and then shows

Young’s exhibition, and I was quite

himself repeatedly re-attaching it to the

moved. A small window in the wall of

wall after it falls down. Questions like

the exhibition space had a view of the

“Who am I?” or “Can I ever entirely grasp

landscape outside the building, and Kim

my existence?” resonate from this work,

had glued transparent yellow cellophane

and such inquiries naturally expand to

onto the window. With just a single

include awareness of the relationship

sheet of cellophane, all of a sudden, the

with the other. In Memory (1963-2008), a

present landscape had been shoved back

countless number of names are projected

into the past. It was like the landscape

onto a brick wall, acting as a screen. They

of the past was drawn to the magnetic

fall like ending credits of a movie. Each

field of present reality, or as if the past

name on the brick wall symbolizes an

and the present were overlapped.

individual, onto which more indivisuals

The result was a refreshing shock

overlap as projections of names. The

accompanied by irony, like witnessing the

unusual date of the work 1963-2008,

edges or the wrinkles that are created

embodies the existence of others who are

by landscapes of two heterogeneous

related to Kim’s life in diverse ways, who

times, neither past nor present.

have been absorbed as part of his life, and

In Room of Memory (2003-

2004), the viewer negotiates through a temporary wooden wall structure before encountering a puddle that is

013

who have helped construct his personality and character, from his birth until now. On the other hand, a brick wall often symbolizes a barrier to prevent

very subtly lit. Water is a frequently used

communicating with others. Wall (2009)

motif in Kim’s works, symbolizing life

offers us the opportunity to listen to a

and also acting as a mirror of both self-

wall, where the sound of birds fluttering or

reflexivity and self-examination. Water

rain falling emerges from built-in speakers.

also appears as a mirror in Chair (2011),

This piece suggests that a synthetic wall

on the floor alongside an old steel chair

(representing a wound) can be cured

that is painted red. Anyone who sits in

by nature. A variation and expansion of

this chair will experience a temperature

this work is Tower (2009-2011), a serious

of 37.5º Celsius, the regular temperature

work of sound art consisting of a tower

of the human body. This piece is inspired

made out of discarded speakers.



015


스트라스부르크

<Strasbourg>는 두 개의 모니터를 통해 ‘삶’과 ‘죽음’을 하나로

This two channel video work entitled Strasbourg

보여준다. 프랑스 동부 알자스지방의 스트라스부르크에서 우연히

represents the circulation of death and life. One

발견한 폐허의 장소에는 오래된 죽은 새의 흔적, 부서진 벽돌,

day, the artist found a dead bird on the street in

틈 사이로 나온 이끼와 새싹이 공존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Strasbourg, a town in the northern France. While

생사(生死)의 현장과는 상관없이 무심하게 움직이는 광고판은 작가를

he observed the traces of the birdʼs death, he

섬뜩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습을 관찰자의

noticed the co-existence of life in the blossoming

담담한 시선으로 담아내었다. 오윤석이 제작한 걷는 듯 한 잔잔한

greens and growing moss between fences and

리듬의 아름다운 사운드가 화면과 어우러지며 사색을 유도한다.

broken bricks. This work is ultimately focused on life

강재현 (사비나미술관 큐레이터)

starting to blossom while one meets the death. This work conveys messages that refer to significant relationships between the past, the present, and the future, as well as communication between people. A lyrical music piece composed by Oh, Yoon Seok brings about a calm, hypnotic mood. Kang, Jae Hyun (Curator, Savina Museum of Contemporary Art)


Strasbourg Strasbourg • two channel video installation • 3′6″ • sound by Oh, Yoon Seok • 2011

017


의자


Chair Chair • object, water, electrical device • 46×48×93cm • 2011

019



Stone Stone • granite, flower petals, moss • 50×35×5cm • sound by Oh, Yoon Seok • 2011

021


새로운 바벨

유행의 빠른 물살을 타고 있는 오늘의 미술계는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어졌고 그만큼 흥미진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양적인 팽창에도 불구하고 일관적

-

주제에 대한 진중하고 꾸준한 접근이 적어져 대단히 소모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수많은 전시들과

이은주

독립큐레이터, 미술사

매년 출현하는 새로운 작가들의 홍수 속에서 개념과 스펙터클이 넘치지만, 정작 두뇌와 망막 이상을 건드리는 감상의 경험은 드물다. 자칭 진정성 있는 작업에서는 종종 개념이나 형식의 진부함이 발견되어 시대에 뒤떨어진 옛 노래를 되새김질하는 것처럼 들리는 경우가 많으니 뾰족한 대안이 되지 못한다. 중견 작가들의 적정한 역할이 매우 필요한 부분이다. 이런 측면에서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린 김승영의 개인전은 주목할 만했다. 신진 작가들과는 확연히 다른 중견 작가의 관록과 더불어, 작가가 오랫 동안 일관적으로 모색해 왔던 기억과 소통에 대한 주제의 현대적 진화를 함께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김승영이 근간 그룹전이나 오픈 스튜디오 등을 통해서 발표했던 여러 작업들의 맥락을 한 장소에 모아 볼 수 있음으로써, 그의 최근 작업을 이루는 주제의식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최근 해외에서 스트라스부르그와 밴쿠버에서 개인전이 있었고, 국내에서는 웨이방갤러리와 공간화랑 등에서의 개인전이 있었지만, 여러 작품들의 상호관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국내 개인전의 형태는 2003년 헤이리에서의 전시 이후 실로 오랜만에 열린 셈이다. 흡사 작은 회고전과 같았던 이번 전시에서는 사운드, 설치, 영상, 조소 작업을 다양하게 볼 수 있었는데, 특히 1층의 공간을 지배하는 스피커 설치 작업이 눈에 띄었다. <Tower>라는 이름의 이 작업은 각기 다른 186개의 중고 스피커를 높은 천장까지 쌓아 올려서 그 자체로 거대한 하나의 조형물을 이루었는데, 각각의 스피커에서는 사운드 아티스트 오윤석이 디자인한 음향이 흘러 나온다.

2007년 웨이방갤러리 전시에서 첫 시도된 사운드 설치 작업 이후, 김승영은 음향으로 형성되는 입체적 공간과 그 안에서 관람자가 공감각적으로 경험하는 작품 개념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다. 2009년 기무사에서의 「플랫폼」전시에서 볼 수 있던 벽면을 활용한 스피커 설치 작업 <벽>도 이러한 시도의 일환이었다. 이와 같은 작업들은 사운드아트에 대한 최근의 유행과도 무관하지 않겠지만, 매체나 쟝르 실험 자체에 의미를 두기 보다는 김승영이 모색해 온 일관된 주제의식의 맥락에서 바라보아야 정확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2010년 공간 해밀턴에서의 「사운드 이펙트 서울」전에서 볼 수 있었던 김승영의 사운드 설치 작업

<쓸다>의 경우, 전시장은 아무 것도 없이 텅 비어 있었고 빗자루로 바닥을 쓰는 소리만이 공간을 꽉 채우며 공명되고 있었다. 소리는 빈 공간의 질감을 풍성하게


부각시키면서, 그 독특한 장소에 누적되었을 과거의

파동을 남기는 규칙적인 물소리는 이른 새벽 산사의 목탁

알 수 없을 사건들과 개인의 역사들을 상상하게 했다.

소리에서 누구나 느끼는 감성과도 같은, 지극히 사적인

물건이나 사건의 부재가 오히려 공간의 존재를 충만하게

동시에 보편적인 내적 체험으로 관람자를 인도해준다.

드러내준 것이다. 비질하는 소리는 과거의 온갖 잔재들을 깨끗이 비워내는 정화의 의식처럼 느껴져서, 번잡한

자연의 관조에서 자기 성찰로, 성찰에서 타인과의

일상으로 지친 스트레스도 쓸어내려지는 기분이었다.

소통으로 점진적인 주제의 이행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축적하는 것이 아닌 버리는 것의 미학을 보여준 이

전시 작품 중 <의자>는 실제 작가의 어머니가 추운

작품은 더없는 담백함으로 필자가 경험한 가장 아름다운

겨울 사용했던 전열 의자를 활용한 작업으로, 실제

사운드 설치 작업 중 하나로 기억에 남아 있다.

앉을 수 있는 작품이며 의자에 앉았을 때 인간의 적정

이 작품에서 나타나듯이 ‘공(空)’이라는 것은

체온인 37°에 맞게 따뜻한 온도가 전해진다. 현대미술

김승영의 작업의 근저를 이루는 미학이다. 생성과

전시를 보다 보면 난해한 작품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공존하는 소멸에 대한 의식, 무위(無爲)가 무한과 만나는

분석적 지성을 온통 동원하면서 곧잘 신경이 예민해지기

지점에 대한 사유가 그의 작업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마련인데, 너무도 쉽고 평온한 이 작품 위에 앉아

있다. 사비나미술관의 이번 전시에서 시선을 끌었던 또

있노라니 긴장이 풀려서 좀처럼 자리에서 일어나기 싫은

다른 작품인 <Strasbourg>는 레지던시 체류 중에

마음이 들었다. 김승영의 작업이 정서적으로 반응이

발견한 장면을 기록한 영상작업으로, 소멸의 무상함과

빠른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하게 감상적이 되거나

시간의 오랜 축적이 만들어내는 힘이 느껴지는 폐허의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개인의 센티멘탈한

장소를 찍은 것이다. 허물어진 시멘트 벽 앞에는 비둘기

감정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 고독한 개체로서 살아가는

시신의 잔해가 있고, 그 옆에 상품 선전을 위한 광고판

인간 조건에 기반을 두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미지가 무심하게 돌아간다. 삶과 죽음, 인간과 자연이

벽면과 스피커를 활용한 최근의 사운드 설치

교차되는 함축적인 장면이다. 쟝 그르니에는 『공(空)의

작업들은 개인적 기억보다 좀 더 보편적인 소통에 대한

매혹』에서 “누군가 나에게 세상의 덧없음을 굳이 말해 줄

주제를 담고 있는 것으로, 바벨탑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필요는 없었다. 나는 이미 그보다 더한 것을, 세상이 비어

작업이다. 바벨은 서로 다른 언어들로 인해 소통이 단절된

있음을 경험했던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르니에의

상황에 대한 은유이지만, 김승영은 서로 다른 소리를 내고

산문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김승영의 <구름>은 ‘무(無)’가

있는 스피커들의 음성들이 혼재시키면서 탈코드화된 또

아무 것도 없는 상태가 아니라 욕망의 중력을 벗어나

다른 차원의 언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언어는 심장박동,

있는 그대로의 삶이 드러나는 상태임을 이야기하는

신호음, 새의 날개짓 소리 등이 합쳐져서 이루어진 하나의

듯, 끝없이 변화되고 생성되는 구름의 움직임을 통해

소리 형태로서, 제도적인 언어의 범주가 아닌 인간의

무상한 동시에 충만한 이미지를 선사하고 있다.

감각과 영혼만으로도 충분히 수신과 발신이 가능한 추상적

자연 풍경은 김승영의 작품에서 종종 사유의

언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2007년 웨이방갤러리의

출발점이 되어 왔다. 초기 작업에서 종종 등장하는

전시 작품 <Hello>에서 음향으로 활용된 것은 아들에게

<Reflection>이라는 제목은 그가 자주 사용했던 물,

자장가처럼 글을 읽어주는 아버지의 목소리였는데, 중요한

빛, 그림자와 같은 자연적 요소를 활용한 ‘반영’ 혹은

것은 말하는 내용보다도 어린 아들을 위하는 아버지의

‘투영’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낮고 다정한 음성, 자장가의 일정한 리듬과 같은 것이다.

스스로를 반추하는 성찰을 의미하는 것이다. 2003년

023

김승영의 지난 작업들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

이번 전시에서 수많은 스피커가 쌓여 있는

헤이리에서의 설치 작업 <기억의 방>에서는 이와 같은

작품 <Tower> 앞의 관람자들은 의미를 알 수 없는

자기 성찰적 특성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낡은 책장이

웅얼거리는 듯한 음향들을 듣는다. 불규칙한 소리들의

둘러싸고 있는 중앙의 고요한 수면 위에 물방울이

교차 앞에서 혼란스럽기도 하겠지만, 흡사 수많은 삶의

일정하게 떨어져 소리가 공명되도록 설치된 이 작업은

이야기들이 쌓여 있는 고대의 사원 벽 앞에 선 것처럼

고요한 산사에서나 느낄법한 침묵의 순간을 경험할

제도적 언어로는 결코 표현될 수 없을 거대한 삶의 서사를

수 있게 했다. 여기에서의 침묵은 단지 소리의 부재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의 ‘삶’이란 나의 삶 혹은 너의

현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있음’을 받아들이게 하는

삶으로 구분할 수 없는 영역으로, 생명의 원형과도 같은

정지 상태이다. 죽음을 포함하고 있는 원형 그대로의

것이다. 이 원형적 삶 안에서 인간들은 개체인 동시에

삶을 체험하는 순간인 것이다. 김승영의 작품은 자연

공유된 존재이다. 그 안에서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낯선

속에서의 인식과 무한과의 소통과도 같은 순간의 현전을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 언어가 다른 이들끼리의 소통도

불러오기 때문에, 자기 성찰적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가능할 것이다. 아마도 그것이 김승영이 원하는 미래의

관람자의 경험을 통해 완성되어야 한다. 잔잔한 수면에

바벨, 뉴미디어 시대의 바벨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A New Tower of Babel Lee, Eun Joo Independent Curator, Art Historian


Today’s art world, caught in the rapid

a huge structure. From each speaker,

pace of current trends has become

sound created by the artist Oh, Yoon

relatively younger and more interesting

Seok flows out. Since Kim’s first sound

than before. However, despite

installation work at Weibang Gallery in

quantitative growth, it is rare to find an

2007, he has consistently shown interest

art work that has a serious approach and

in the concept of experimental work

a steady attitude toward a consistent

that enables the viewers to experience

topic. Art observers are often left with

a three dimensional sense of space in

a sense of dissipation. With the flood

three dimensions through sound. Wall,

of new artists and exhibitions, we

another sound-installation presented

may encounter various concepts and

at Platform in 2009 at Kimusa, was

spectacles, but actually it has become

also produced along these lines.

harder to find art works that touch us

totally irrelevant from the recent trends

show sincerity often look conceptually

for sound-based works; however it would

and formally old fashioned, as if they are

be more correct to look at Kimʼs work in

just a rerun of old music and thus not a

the context of his overall practice rather

proper alternative. This is the area where

than as an experiment in a particular

the leading artists’ role is stressed. In

genre or medium. In Sound Effects Seoul

this aspect, Kim’s exhibition at the Savina

exhibited at Space Hamilton in 2010,

Museum of Contemporary Art drew

he displayed nothing but a sweeping

attention. Distinct from the younger

sound in an empty space. The space

generation, with his weighty artistic

was filled with a resonating sound in

experiences, he presents a modernistic

a manner that made the existence of

progress in his areas of long-time

the space stand out and made viewers

interest: memory and communication.

imagine an unknown past or the personal

In this exhibition, we gain a

histories related to the particular space

sense of the context of the artist’s

by emphasizing the non-existing objects

practice as shown through works from

and events. And the sweeping sound

earlier group exhibitions, open studio

felt as if it were beckoning the cleaning

programs, etc. Further, this exhibition

of all remnants of the past. It even felt

offers a chance for us to think about

like our everyday stress was being

how, in recent works, he has approached

swept away. By presenting an aesthetic

and represented his areas of interest.

of release rather than accumulation,

Although he had solo exhibitions recently

the cleanness of this work remains

in Strasbourg and Vancouver, as well as

one of the most beautiful sound art

at Weibang Gallery and Gallery Space

installations I have ever experienced.

in Korea, it is the first time since his

025

These works are probably not

deeply. And in some cases, works that

Nothingness is the basis of the

2003 solo exhibition in Hyeri that we

aesthetics of Kim’s work. Contemplation

can gain a full appreciation of his recent

of the point where inactivity and infinity

practice. In this near-retrospective, he

meet, a consciousness of extinction that

presents sound installation, media art

has formation and coexistence, is the

and sculpture. And amongst these, the

starting point of Kim’s art. Another work

installation of speakers occupying the

that drew my attention in an exhibition at

first floor seems the most outstanding.

the Savina Museum of Contemporary Art

Tower (2009-2011) consists of 186 used

is Strasbourg (2011). This film contains

speakers piled up to the ceiling, creating

a scene of some ruins that betray a


sort of vanity of extinction and power created through the accumulation of time, a realization made by the artist during his residency in Strasbourg, France. In front of a ruined cement wall, there is a dead bird and next to that a commercial advertisement billboard that keeps on moving indifferently to its surroundings. It is an implicative scene of life and death, human and nature. In Les Iles , Jean Grenier wrote, “Nobody has to tell me about the frailty of the world. I have already experienced something more, that the world is already empty.” Influenced by this essay, Cloud presents an abundant image that can be very transient through the movements of endlessly changing clouds, and it seems as if the emptiness is not about the state of not having anything but the state of revealing life as if it were without weighty desire. Nature has often been the point of departure in Kim’s contemplation. In this sense, reflection, a word often used in his titles, can be interpreted literally as reflections and projections of the elements of nature, such as water, light or shadows, and at the same time signifies his own introspection. In

Room of Memory (2001), an installation work made in Heyri in 2003, the artist's introspective tendency is even more visible. A circle of old book shelves surround a still pool of water and the sound of water dropping from the ceiling onto the middle of its surface can be heard. This work realizes a tranquility that can only be experienced in a quiet mountain temple, and here silence means a state of repose that makes us accept ‘the presence of what is there at the

moment’, not a phenomenon of absence. It is a moment where we experience life, including death, in its original form. Indeed, there is a quality of introspection and infinity in Kim’s works, yet it is only


completed when the viewer experiences

conventional language but rather occupy

the work. The sound of water drops that

a realm of abstract language that can

make quiet waves on the surface of the

still transpire between humans. The

water guides the viewers to an inner

voice in Hello (2007) from his exhibition

experience that is both very personal and

at Weibang Gallery was the voice of a

completely universal. It gives a sensation

father reading a lullaby to his son. What is

that we can feel from the sound of the

important there was not the contents of

wooden percussion at a Buddhist temple

the reading, but the low and kind voice of

in a mountain in the early morning.

the father and the rhythm of his lullaby.

When looking at the process of

installation of speakers, we hear

work has evolved from a contemplation

muttering sounds that are hard to

of nature to self-introspection, and from

decipher. One might feel confused in

introspection to communication with

front of the mixture of these irregular

others. Chair (2011) in the exhibition at

sounds, but at the same time he or she

Savina utilizes the heating chair that his

may be able to feel vast narratives of

mother used to use in winter, and in this

life that cannot be expressed in existing

participatory work, viewers are invited to

languages, as though standing in front

sit and experience the warmth, which is

of the wall of an ancient temple. Here,

set to body temperature of 37 degrees

life is a territory that cannot distinguish

Celsius. I get stressed out when I have

between yours and mine: it is a more

to use all my interpretational knowledge

original form where humans are

in order to understand contemporary art

simultaneously individual and communal

exhibitions, but in this work, I felt very

beings. Communication between

comfortable and relaxed and even did

humans who have never met or who

not want to leave the chair. The reason

use different languages may be possible

why Kim’s work does not come across as

in this life. For the future perhaps Kim

unnecessarily emotional or stale despite

envisioned a Babel like this―an image

the fact his work is relatively quick to the

of Babel in an era of new media.

emotional response is because it is based on the fundamental human condition of solitude, not on personal sentiments. Using walls and speakers, his recent sound installation works tackle universal communication rather than personal memories, and it all started with his interest in the Tower of Babel. The Tower of Babel is a metaphor for a state of disconnected communication between different languages, however, through his work Kim attempts to produce a different level of language that is decoded through a mixture of various sounds and voices coming from speakers. This language consists of the sounds of heartbeat, signals and flying birds; sounds that 027

In front of Tower (2008), the

change in the artist’s work over time, his

are not included in the territory of


흔적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작품 <흔적>은 비 온 뒤에 볼 수 있는 물웅덩이 형상을 하고 있다. 작가는 지하층, 1층, 2층 전시장에 같은 위치에서 쉽게 인지하기 어려운 ‘물’의 흔적을 담은 각각 변형된 물 웅덩이를 설치함으로써 전시장 안에 익숙하지만 낯선 풍경을 연출한다.


Traces Traces • urethane, silicone • variable size • 2011

Installed throughout the exhibition space is the work Traces , formed like a puddle. By placing this work throughout the exhibition, the traces of ‘water’- not easily recognizable - create an exhibition environment that is familiar yet strange.

029


타워

작가는 1999년 뉴욕의 MoMA PS1 레지던시에 참여하면서

In 1999, the artist participated in an artist residency

수많은 인종이 모여 있는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또 한 명의 이방인으로

at MoMA PS1 in New York. New York is a melting pot

생활하게 된다. 이곳에서 부딪혔던 언어의 장벽, 그 경험은 작가로

of many cultures and ethnicities, and in this place

하여금 타자와의 ‘소통’에 주목한 작업을 시작하게 하는 계기가

the artist became another stranger in the crowd.

되었다. 작품 <Tower>는 이러한 점에서 소통을 단절시키고 혼돈을

The barriers in language and a new awareness in

불러일으킨 일종의 바벨탑이자, 그로 인해 생긴 다양성에 대한

the difficulties of ‘communicating’ with others led to

작가의 호기심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버려진 사물(스피커)에

the work Tower . The work represents a wall acting

추상적인 호흡의 소리를 담아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킨 것이기도

as a barrier to communication. Salvaged speakers,

하다. 전 세계의 다양한 회사에서 만들어진 스피커 186개를 6m

playing sounds of nature, are given new life. The 186

25cm의 타워로 쌓아올린 이 작품은 호흡, 새의 날갯짓소리, 삐--

speakers, made by companies from all around the

하는 고음의 소리를 8채널로 담아 입체적인 장엄함을 선사한다.

world, are constructed into a seven meter tower. It

강재현(사미나 미술관 큐레이터)

is accompanied by an eight-channel sound piece. Kang, Jae Hyun (Curator, Savina Museum of Contemporary Art)


Tower Tower • speakers, 8ch audio interfaces, four amps, computer • 320×280×625cm • 2009-2011

031


타워


Tower

033


바벨


Babel

035


바벨

바벨은 전체적으로 보면 두 개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세워져

Within the exhibition space, Babel can be divided

있는 스피커 벽면과 흩어져 있는 스피커 섬들이다.

into two sections. One is the standing wall of

벽면에는 마가렛 와이스 브라운의 『Goodnight

speakers and the other is the scattered speaker

Moon』이라는 책을 읽어주는 아빠와 말을 막 배우는 아기를

islands. The sounds of a father’s voice reading

배경으로 깔려져 있고 흩어져 있는 스피커 섬에서는 각 나라의

Margaret Wise Brown’s Goodnight Moon and

“여보세요” 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라는 말이 서로

an infant just learning to speak play from the

부딪히며 반복되어 나오는 소통에 관한 사운드 작업이다.

wall of speakers. Flickering voices saying “hello”

마가렛 와이즈 브라운(Margaret Wise

and “I don’t know what you are saying. Can

Brown)의 책 『Goodnight Moon』은 1947년

you try in English?” in different languages also

초판된 이래 아직도 베스트셀러이다. 미주지역에서는

emanate from the scattered speaker islands

유아용 도서에서 꼭 추천되는 동화 중 하나이다. 내용은 짤막하게 방안의 사물들을 하나씩 설명해

Margaret Wise Brown’s book, Goodnight

Moon , was first printed in 1947 and is still listed

가면서 ‘잘 자요 달님, 잘 자요 달을 뛰어넘는 암소그림, 잘

on the best-seller list. It is one of the most

자요 빗, 잘 자요 생쥐’으로 아기가 잠자기 전에 읽어주면

recommended children books in the United

부모와 주변 사물에 대한 분리불안을 달랠 수 있다고 한다.

States. The book introduces objects in a room

우리나라에도 번역본이 나와 있는데 아무래도 영문의 시적인

and each bid goodnight. Goodnight Moon, good

느낌과는 차이가 있다.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이 시는 시적인

night cow jumping over the moon, goodnight

느낌이 들도록 운율을 맞추어서인지 매우 아름답게 들려진다.

brush, goodnight mouse, and so on. Parents read this book to their children at bedtime to ease the anxiety of separation. The father’s voice is of Tyler Russell, a friend of the artist, and it sounds beautiful because the poetic story was written in rhyme.


Babel Babel • speakers, 8ch audio interfaces, amps, computer • variable size • 2011

Goodnight Moon by Margaret Wise Brown

In the great green room there was a telephone and a red balloon and a picture of… The cow jumping over the moon And there were three little bears sitting on chairs And two little kittens And a pair of mittens And a little toy house And a young mouse And a comb and a brush and a bowl full of mush And a quiet old lady who was whispering “hush” Goodnight room Goodnight room Goodnight cow jumping over the moon Goodnight light and the red balloon Goodnight bears Goodnight chairs

037

Goodnight kittens and Goodnight mittens Goodnight clocks and goodnight socks Goodnight little house and Goodnight mouse Goodnight comb and Goodnight brush Goodnight nobody Goodnight mush And Goodnight to the old lady whispering “hush” Goodnight stars Goodnight air Goodnight noises everywhere


여보세요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을 모티브로 작업한 <Hello> 는 마가렛

Based on the a motif from the Tower of Babel

와이스 브라운의 『Goodnight Moon』이라는 책을 읽어 주는

in the Bible, Hello is a sound-work addressing

아빠와 말을 막 배우는 아기를 배경으로 한다. 열 개국 나라의

the issue of communication. In this work, the

말로 “여보세요”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라는 말이 서로

phrases “Hello” and “I don’t know what you’re

부딪히며 반복되어 나오는 소통에 관한 사운드 작업이다.

saying” are repeated in 10 different languages, clashing with each other, while in the background a father reads to his baby from the early-learning book, Goodnight Moon , by Margaret Brown.


Hello Hello • cement, bricks, speaker, amplifier, audio interface and computer • variable size • 2008

039


허물어진 붉은 벽에 여러 개의 스피커가 박혀 있는 작품 <벽>은

The work installed at the former Kimusa site

오래된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살과 실내를 벗어나기 위한

consists of several speakers embedded into a

새의 날갯짓 소리와 빗소리가 관객을 지나간 시간 속으로

ruined red wall, and with the sunlight coming

이동하게 한다. 기무사터(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설치된

through hazy window and the sound of bird's

이 작품은 공간의 역사성과 서정성을 함께 담아내고 있다.

flapping and rain brings out contemplative empathy from the viewer. In this way, this work conveys lyricism and historicity of the space.


Wall Wall • old bricks, speakers, audio interfaces, four amps, computer • 3′, variable size • sound by Oh, Yoon Seok • 2009

041



Wall Wall • old bricks, speakers, audio interface, computer, four amps • 2′46″, variable size • sound by Oh, Yoon Seok • 2011

043


어둠 속의 도약을 요구하는 타자와의 소통

‘세상의 꽃’은 자아의 독백이 아닌, 타자들과의 향연을 적절히 압축하는 말이다. 전시장 가운데 놓인 가장 큰 작품 <세상의 꽃>은 갖가지 모델의 휴대전화 폐 금형으로 만든 화분과 그 속에서 꽃으로 자라나는

-

듯이 보이는 액정 화면들이다. 작가는 휴대전화 폐 금형을 쌓아 만든 화분에 바벨탑의 느낌을 주었다고 말한다. 액정화면이 꽃봉오리가 되는 기계 꽃들은

이선영 미술평론가

정적이고 관조적인 모양새가 아니라, 중심으로부터 빠른 속도로 입자들이 튕겨나가는 듯한 잠재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무려 2,000여 장의 사진이 저장된 액정 화면은,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 지인들이나 기업에서 후원받은 사진 등이 포함된다. 이 꽃들은 세상의 다양한 가치를 유통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상징한다. 전시장 벽면에 설치된 많은 스피커에서는 각 나라의 말들이 여기저기에서 동시적으로 흘러나온다. 작품 <hello>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은 대개 소통을 시작하거나 시도하기 위한 말들이다. 그 중 하나에서는 아버지가 아이에게 외국어로 오래된 시를 들려주는 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온다. 고풍스러운 꽃병 위에는 각양각색의 꽃들이 꽂혀 있고, 그 사이사이에 액정 화면 봉오리가 꽂혀 있는 <세상의 꽃 2>에서, 자연과 인공은 극적인 대조를 이룬다. 액정 화면으로 상징되는 통일된 코드화 이외의 또 다른 방식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화분에는 이례적으로 단 한 송이의 액정 꽃이 꽂혀 있다. 센서에 의해 움직이는 그것은 연신 고개들 좌우로 움직이면서 교신할 대상을 찾는 듯하다. 마치 전파 수신이 잘 되지 않은 장소에서 수신기가 공중에서 전파를 탐색하는 모습이다. 벽에 걸린 작은 모니터 두 대에서 나란히 동영상이 나온다. 하나는 하늘 위의 구름이 조금씩 세상에 존재하는 갖가지 장면들을 담은 액정 화면들이

움직이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장면이 나오고, 다른

꽃처럼 흐드러지게 만발한 전시장 안은 벽 안의

하나는 고층 빌딩에 누드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리는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수많은 언어들과 더불어

장면이다. 포커스를 흐리게 하여 규칙적으로 수직

소통에의 파토스로 가득하다. 몇 년 전에 헤이리에서

배열된 조명등 사이를 왕복하는 승강기의 흐름이

본 김승영의 작품은 자아의 독백을 은은하게 반향

경쾌한 리듬(사운드; 오윤석)에 실린다. 인간을

하는 선(禪)적 공간이 특징적이었는데, 당시의 초월적

끊임없이 위아래로 실어 나르는 기계는 복잡하게

공간을 대신하는 것은 번쩍거리는 송수신 기기들이다.

연결된 서버의 점멸등처럼 반짝거린다. 기하학적인

화분을 이루는 휴대전화 주조 금형들이나 꽃에

구성방식을 가지며, 단 하나의 통로를 가질 뿐인

해당되는 액정 화면들은 매순간 손안에서 놀리는

승강기의 수직 이동방식은 체계로의 집중과 단일한

기기들을 소재로 한 터라, 관객들은 보다 친숙하게

게임원칙으로 환원되곤 하는 현대적 삶을 압축한다.

작품을 대할 수 있다. 이전의 추상적 어법은 보다

반면 그 옆의 불확실한 경계를 가지는 조각구름은

구체인 어휘를 갖추었다. 디지털 미디어와 설치가

코드와 체계를 벗어나는 타자의 이미지에 가깝다.

결합된 이번 전시의 화두인 ‘소통’은 타자를 전제로

방식은 다르지만 둘 다 어떤 도약의 상태를 보여준다.

한다는 점에서, 자아는 진정한 짝을 찾아가고 있다.

작가는 승강기로 대변되는 문명의 이미지를

김승영은 현대사회의 갖가지 병폐의

아웃 포커스를 주어 시적인 뉘앙스를 담았고, 구름으로

원인을 의사소통의 부재에서 찾는다. 소통의 부재는

대변되는 자연의 이미지에서는 마술적이고 불가사의한

타자와의 공존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전시부제인

분위기를 포착하였다. 승강기가 도착할 정확한 층수처럼


딱딱 떨어지는 것이 있는가 하면, 구름 잡는 소리처럼

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김승영의 작품에서 서로의

모호한 것들도 있다. 김승영의 작품에서 타자와의 소통

말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목소리들, 특히 아이에게

욕망은 자아의 추구와 전혀 다른 것이거나 별개의 길은

외국어를 가르치는 나지막한 소리가 강조하는 바가

아니다. 자아에는 타자가, 타자에는 자아가 포함되어

그것이다. 아이들은 외국인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규칙을

있다. ‘동일자는 타자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만

공유하지 않는 타자의 대표적인 예이기 때문이다.

동일자’(데리다)이며, 모든 현전에는 그것을 둘러싸는 부재의 흔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주제를 다룬

따라, 타자를 도입한다는 것은 가르침과 배움이라는

벵상 데콩브는 『동일자와 타자』에서 동일자는 타자와

비대칭 관계를 도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다른 것으로 설정될 때에만 이해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상황에 대한 적응은 미리 정해진 방법이 아니라,

사물이 진실로 사물이 되기 위해서는 또한

‘어둠 속의 도약’(비트겐슈타인)을 요구하는 모험이다.

그 자신과 다른 것이 되어야만 한다. 동일성을 가지는

타자와의 소통은 하나의 동일한 규칙 안으로 내면화될

사물의 실체는 차이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다. 디지털

수 없는 다른 무리들의 규칙들을 도입하는 것이다.

미디어가 대거 동원된 이 전시의 어법과 비교하자면,

무수한 존재 양태를 가지는 김승영의 ‘세상의 꽃’들은

자아(동일자)는 타자와 소통하고자 하며, 코드로의

가지각색으로 뒤얽혀 있는 하나의 묶음을 상징한다.

체계화는 역설적으로 이질적인 것들을 불러들인다.

비록 그것들이 서로 번역(교환)될 수 있다하더라도

보편적 소통 수단이 된 인터넷을 통해 이전보다 더

그것들은 똑같은 체계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다. 벽에서

많은 기이한 메시지나 이미지들이 떠다니는 예를

다양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김승영의 한 작품은

상기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보편적 소통에의

공통의 어떤 규칙을 공유하지 않는 타자를 설정한다.

꿈은 전 세계인이 빠짐없이 고기능 휴대전화을 가지고

꽃과 기계 꽃이 뒤섞여 있는 화병도

하나의 보편 언어(영어)로 소통하는 유토피아를 말하는

‘유사한 것들이 서로 겹치고 엇갈리는 복잡한

것일까. 사실 그런 꿈은 기업가의 꿈에 가까운 것이다.

그물’(비트겐슈타인)을 이루며, 하나의 중심으로

반면 예술가의 꿈은 다양한 소통 네트워크를 통해서

모일 수 없는 다 체계를 보여준다. 언어들 사이에

백화만발한 헤테로피아의 세계를 향유하고자 한다.

있는 중립적이고 보편적인 입장이란 없다. 그것은

둘 다 이상적인 소통을 꿈꾸지만 전자는

이질성을 강조하며, 타자와의 관계가 지니는 우연성을

동일자의 논리를 확산시키는 경향이 있고, 후자는

배제하지 않는다. 비트겐슈타인의 논의를 바탕으로

타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에 더욱 가깝다. 대개 전자는

한 가라타니 고진의 주장은 모든 의사소통이 이미

전쟁으로, 후자는 평화로 귀결된다. 예술은 본래부터

암묵적으로 가르침과 배움의 관계를 기본 조건으로

그랬던 듯하지만, 현대철학에서 타자에 대한 배려는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가르침과 배움의 관계는

각별하다. 가라타니 고진은 모든 이론화 작업은 형식화

대칭이 아니라 비대칭적인 관계를 가진다. 진정한

체계화 바깥에 있으면서 망각되었던 타자로부터 비롯된

대화는 비대칭적이다. 유아론이란 비대칭성을

가상적 구축물이라고 주장한다. 체계 바깥에 있으면서 그

생략하여 나와 우리를 동일시하는 것이다.

내부로 내면화될 수 없는 타자는, 체계 자체를 존립하게

반면 진정한 대화란 어떠한 무리의 공통

하기 위해 부단히 소통되지 않으면 안 될 존재이다.

규칙들도 공유하지 않는 타자와 마주서서 서로

김승영 역시 그런 타자의 존재를 두드러지게 하려 한다.

묻고 대답하는 것이다. 문법과는 무관한 모국어의

여기에서 타자는 나와 완전히 다른 절대적 타자(가령

습득에서처럼 규칙의 가르침과 배움의 과정 안에선

신)가 아니라, 규칙의 공유가 합의되면 소통할 수 있는

합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어떤 도약이 일어난다.

세속적인 타자를 말한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인간의

가라타니 고진은 이것을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며,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인다.

노동을 판매할 때 최소한 한번 이상은 거쳐야 하는

높이와 방향을 다르게 한 채 뻗어있는

045

가라타니 고진은 비트겐슈타인의 논의를

도약(때로는 생명까지도 걸어야 하는)과 비교한다.

기계 꽃들은 안과 밖의 구분이 없는 상호교차 공간을

결국 타자와의 진정한 소통은 형식적 체계, 논리와

지향한다. 그곳은 같음 보다는 차이가 횡행하는

문법, 공평무사한 구조--대략 민주주의나 계몽, 이성이

지대이다. 맞은편 벽에서 울려 퍼지는 다양한 언어의

요구하는 것들--가 아니라, (비합리적)도약이 요구된다는

목소리들은 ‘공통의 규칙 없이 일어나도록 조건

점에서 기술 이상의 것, 즉 예술의 힘을 필요로 한다.

지어진 의사소통의 형태, 다시 말해서 그것은 동일한

이러한 맥락에서 김승영의 작품은 우리의 머릿속과

규칙들의 집합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타자)과의

머리 위로 수많은 메시지들이 떠다니는 글로벌 시대에

의사소통’(고진)을 가리킨다. 가라타니 고진은 한 무리의

작가가 개입할 적절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

공통 규칙들 속에서 진행된 대화는 타자와의 대화라고

* 출전; 경기문화 재단 시각예술 부문 지원 사업 모니터링 보고서


The Communication with Others: Leaping in the Dark Required Lee, Sun Young Art Critic


The room is filled with the pathos of

away at high speed from the center. The

communication expressed through

monitor projects more than 2,000 photos

an array of monitors arranged as fully

including Kim’s own pictures, pictures

blossomed flowers. The monitors

by his friends, and pictures donated

are projecting various shots from

from a sponsoring organization. These

every corner of the world while an

flowers symbolize the potential of a

audio speaker embedded in the wall

world that can embrace different values.

plays audio clips recorded in various

audio speakers simultaneously play

which I saw a couple years ago in Heyri,

recordings in different languages into

Paju, had a Zen-like characteristic dimly

various directions. The subject matter

reflecting a self-monologue. However,

of the work Hello is based on phrases

in this work, shiny transmitter machines

used for breaking the ice in conversations

replace a once transcendental space.

or attempting to initiate conversation.

The metal cell phone handsets

Among them, there is the low voice of

are made to form a flowerpot, and

a father who is reading an old poem in a

the monitors attached at the end of

foreign language to his child. In Flowers

stems made to look like flowers are

of the World II , different types of elegant

ordinary machines that feel familiar to

flowers, as well as flower buds made

the audience because of their ubiquity

from digital monitors protruding from

in daily life. His art, previously abstract,

between the stems, are arranged in a

has now become more concrete. In

vase. This combination creates a dramatic

this exhibition, the combination of

contrast between the natural and artificial

digital media and installation focuses on

worlds. This work indicates that there is

communication based on the premise

an aspect of the world that is separate

of the existence of others. By using this

and distinct from the synchronous code

approach, the self seems to be on the

that is metaphorically expressed as a

right track in finding a true companion.

monitor. In another vase, there is only one

Kim believes that the lack of

flower made from a digital monitor that

communication is the primary source

stands out. It is controlled by a sensor,

of all social ills. Lack of communication

and moves from side to side searching

threatens coexistence with others. The

for a counterpart to communicate with.

subtitle of the exhibition, Flowers of the

It looks as if it is a cellular receiver

World is not a monologue with the self.

that is searching for a signal.

Rather, it is a metaphor of a feast with

047

The numerous wall-mounted

languages. Kim, Seung Young’s work,

Two small monitors are playing

others. The largest work juxtaposed in the

movies side by side. One plays images

center of the exhibition space, Flowers

depicting the slow movement of clouds

of the World , is a flower pot made of

as well as the sudden disappearance

various kinds of old cell phone handsets

of clouds. Another monitor shows the

with monitors attached to the end of the

vertical movement of a transparent

stems like flowers grown from a pot.

elevator in a high-rise building. The artist

Kim said the pot, made of old cell phone

uses out of focus shots to capture the

handsets, reminded him of the tower

rhythmical movement of the elevator,

of Babel. The ‘machine flower’ made of

which moves back and forth between

monitors is neither still nor meditative in

the lights accompanied by playful

shape. Instead it has potential energy,

sounds (sound: Oh, Yoon Seok). This

as if its components are going to run

machine, which carries people up and


down, glints like a complex networked

such as the Internet, the number of

computer server. The elevator, shaped

messages and images produced and

like a geometric structure, has only one

transmitted has drastically increased in

path. This vertical movement symbolizes

comparison to the way things were in

a modern life that is centered on a

the past. Does the dream of universal

system governed by rules, and can be

communication equate to a utopia where

interpreted as the sole rule of the game.

everyone owns a high-tech cellphone and

On the contrary, clouds with amorphous

speaks a universal language (English)?

borders are close to one another and

In fact, that kind of dream seems more

transcend the code and system. The

like an entrepreneur’s dream. On the

methods are different but both of them

other hand, the artist’s dream is sharing

manifest the concept of ascension.

the splendid heterotopia through

Kim uses the elevator as a representation of civilization, and

various communication networks. Both dream of an ideal form of

combines it with out-of-focus imagery

communication, but the former tends

that contains poetic nuance. Natural

to spread the logic of the self, while

artifacts, such as clouds, show the

the latter is more concerned with

magical and mysterious atmosphere

understanding and consideration for the

that surrounds us. There are objects

other. Usually, the former concludes

governed by fixed rules, such as the

with war while the latter concludes

elevator, which goes directly to a

with peace. Art seems as though it has

specified floor, and there are objects

been this way from the very beginning

that follow a more ambiguous path, such

because in it, as is the case with modern

as clouds. In Kim’s work, the desire to

philosophy, the consideration for the

communicate with others is not very

other is very particular. Kojin, Karatani

different from the pursuit of the self.

claims that all theorization is a virtual

Within the self there are others, and

structure generated from the other,

within others there is the self. ‘The self is

which has long since been forgotten, and

the self under the influence of the other’

is and kept outside of the standardized

(Jacques Derrida) and for everything that

system. The other outside of the system,

is present, it is surrounded by trances

which could not be included as part of

of the absent. Vincent Descombes’s Le

the internal system, has to communicate

Meme et L’autre indicates that the self

consistently in order to sustain the

can be understood when it is set up as a

system itself. Kim also tries to give

different identity as compared to others.

prominence to the other. The other is not

For an object to be real, it

the absolute other (God), totally different

must also be different from itself. For

than I, but rather is the secular other

objects with commonalities to exist in

that can communicate according to a set

reality, its existence is sustained by its

of agreed upon rules. They have human

differences. To compare this exhibition,

voices just like us, and they listen to us.

which consists of digital media, the

The machine flowers of differing

self is trying to communicate with the

heights point out in different directions

other. The systematization into code

and search for crossover space where

paradoxically designates things that

there are no boundaries between the

are alike as things that are different.

inside and the outside. It is the place

For example, through a universally

where we find the differences to be

recognized means of communication

more dominant than the similarities. The


voices of different languages played from

emphasizes differences and does not

audio speakers on the wall indicate a

exclude the incidental relationship with

form of communication under conditions

others that it has. Kojin’s argument

that have no universal standard. In

based on Wittgenstein is that all

other words, it is communication with

communication implicitly accepts

others who do not follow the same

the teacher-student relationship as a

set of rules according to Kojin. Kojin

fundamental condition. The teacher-

emphasized that the conversation with

student relationship is not symmetric; it

the other, under standardized rules,

is asymmetric. Real communication is

is not true communication with the

asymmetric. Solipsism leaves asymmetry

other. In Kim’s work, voices showing

out of the picture and regards us as one.

an effort to understand each other (for example, the low voice trying to teach

communication means facing the other,

a foreign language to a child) reflect

questioning the other, and answering the

Kojin’s point of view. The child is a typical

other, even though it does not share rules

example of ‘the other’ who doe not

common to any group. Like learning one's

share the same rules as foreigners.

mother tongue without any knowledge

Kojin explains that including the

of proper grammar, a leap happens

other in a situation means introducing

which cannot be logically explained in

an asymmetrical relationship (such as

the general course of learning rules that

teacher-student) according to Ludwig

are taught through traditional instruction.

Wittgenstein’s argument. Adjustment

Kojin compares this with the leap of

to one situation cannot be achieved

faith (sometimes one has to bet his/her

by an already established method,

life) a person takes at least once in his

but can be achieved by an adventure

life when he sells his labor in a capitalist

that requires a ‘leap in the dark’

society. True communication with the

(Wittgenstein). Communication with

other is not about a formative system,

the other means using rules of another

logic, grammar, or an equal structure

group, which cannot be eternalized under

(which democracy, the philosophy of

the same standards. Kim’s The Flower

enlightenment, and rationality would

of the World shows various modes

require). Instead, it requires an irrational

of existence and it is symbolized as a

leap. Therefore, it is in need of more

bundle of different colors and shapes.

than technology. In other words, true

Although one may interpret the work

communication needs the power of art.

as if it shares a common system, in

In this context, Kim’s works are pointing

actuality it does not. Kim’s audio work

to the right place for artists to get

is set up to indicate the other that

involved in this global era of numerous

doe not share any common rules.

messages floating in our thoughts.

The vase which is mixed with

* Excerpt from Kyunggi Cultural

real flowers alongside mechanical

Foundation, Visual Art Department

flowers forms a complicated net which

Monitoring Report

overlaps and entwines similar objects (Wittgenstein), and shows a multifaceted-system that is not able to converge upon one central point. There is not any neutral and universal place 049

On the other hand, true

that is common to all languages. It


여보세요

Hello Hello • sound installation • 5′20″, 276×264cm • sound by Oh, Yoon Seok • 2007


세상의 꽃

Flowers of the World Flowers of the World • closed mold, MP3, urethane • 140×123×221cm • 2007

051


세상의 꽃


Flowers of the World Flowers of the World • artificial flowers, bronze, MP3 • 39×42×45cm • 2007

053


파수

김승영은 센서를 장착하여 작품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위치

Watch is a kinetic piece with sensors. The

정보에 따라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도록 조작된 키네틱 조각

head of the work follows visitors as they move

작품을 선보인다. 출품작 <파수>는 적을 경계하고 자신의 터전을

throughout the space. Based on the theme of

지키는 모습, 혹은 전파 수신이 잘 되지 않은 장소에서 마치 교신할

‘communication with viewers’, this work depicts

대상을 찾는 수신기가 공중에서 전파를 탐색하는 모습을 형상화

scenes of ‘watching the enemy’, keeping one’s

한 것으로써, 관객과의 소통의 문제를 주제로 한 작품이다.

own territory, and exploring waves in the air. This

이 작품은 자신을 먹이로 삼는 큰 적을 경계하기

work borrows its ‘motif’ from the famous stance

위해 두 발로 서서 주위를 살피는 사막의 파수꾼,

of the meerkat standing on its hind legs to watch

미어캣(meerkat)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것이다.…

its enemies. Like a plant stem, the artist puts a

작가는 화분 형태의 구조물 속에 식물의 줄기와 같이 스테인리스

steel bar into a flower vase-like structure, and a

스틸 봉을 심고, 그 봉의 끝에 극소수 모니터를 장착하여 꽃과 같은

tiny monitor is set on its end. This work as a whole

모습으로 제작했다. 모티터 화면에는 화분 주위를 둘러싼 세상의

looks like a flower in vase. Appearing in the monitor

모습, 지구촌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나타난다.

are shots, featuring the world around the vase,

황정인 (독립큐레이터)

and diverse life scenes from around the globe. Hwang, Jung In (Independent Curator)


Watch Watch • stainless steel, MP3, electricity supply device • variable size • 2007

055


Peace

나침반은 오직 남과 북을 가리킨다. 남북으로 갈라진 한반도와

A compass points to the north and south only. This

나침반의 상관성은 여기서 발생한다. 작가는 수천 개 나침반을

is related to the division of the Korean peninsula.

바닥에 설치하고 그 중 몇 십 개를 꺼내어 ‘peace’라는 단어를

The artist sets thousands of compasses on the

만든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전시장 바닥 내부에 깔려 있는 전파

floor, and forms the word ‘peace’ with dozens of

교란에 의해 나침반은 남북을 가리키지 않고 방향을 상실한다.

compasses. Interestingly, the compasses lose

김종길 (경기도미술관 큐레이터)

their direction, due to the electronic jamming

* 경기,1번국도 도록 발췌

signals spreading throughout the floor. Gim, Jong Gil (Curator, Gyeonggido Museum of Art)


Peace Peace • compass, black acrylic, stainless steel • 489×129×2.5cm • 2007

057


165cm 평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즈음 일본군은 미군의 일본 본토

Around the time that World War Ⅱ was coming

상륙을 막기 위해 제주도 송악산 바닷가 옆에 15개의

to an end, Japanese soldiers built up 15 cave

진지 동굴을 파 요새로 구축했었다. 그리고 자살 공격용

fortresses on a Jeju beach, near the Songhak

소형 선박으로 무장하고 연합군을 기다리고 있었다.

mountain to prevent the US Army from landing on

60년이 지난 현재, 당시의 암울함과 아픔이 느껴지는

mainland Japan. They waited for the allied forces,

동굴 안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생각해본다. 죽음을 각오하고

armed with small suicide boats. Sixty years later,

수평선을 바라보았던 일본군인은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그리고

I looked over the horizon from the cave where

관광지로 변한 이곳에서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

pain and gloom at that time was sensed. What

동굴 안 흙바닥을 높이거나 낮춰서 165cm의

did the Japanese soldiers, who were ready to die,

키를 가진 사람은 어느 위치에 서 있든지 동굴 밖으로 보이는

think, at the time, whilst looking over the horizon?

수평선 바로 위에 PEACE라는 글자가 물 위에 떠 있는 듯이

How do we view this place that has become a

보이게 설치했다. 관람객들은 수평선 바로 위에 놓여 있는

sightseeing attraction? The letters of ‘peace’ are

PEACE를 보기 위해서 165cm 키 에 맞춰야 한다.

set to be seen, as if they were floating on the

<작가노트>

water and to be on the same level as the horizon, when viewed from the eye level of 165cm. <Artist Note>


Peace 165cm High Peace 165cm High • stainless steel • variable size • 2005

059


생명의 배

일본 후쿠오카 나카츠에 현은 겹겹의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이다.

Nakatsue Village, Oita Prefecture is a tiny hamlet

숲을 가른 물줄기 위에 떠 있는 땅덩어리를 포크레인으로 깎아내어

surrounded by mountains. Out on an islet, resting

배 모양을 만들고 우거진 잡초를 다듬어 풀이 자라나는 <생명의

at a point in a stream where the water swells

배>를 만들었다. 이 거대한 배는 자연과 하나가 되어 나카츠에

out of the forest, we formed a ship by trimming

숲 속 한가운데 떠 있는 섬이 되었다. 섬을 둘러싸고 흐르는 물

and arranging the chaotic grass. This big ship,

위에 한·일 학생들이 종이와 대나무 잎으로 만든 배를 띄운다.

The Boat of Life , became one with the natural

아이들이 띄운 배는 <Picnic on the Ocean>의 전주이다.

surroundings, an islet in the middle of Nakatsue’s forest. Around that ship, children from Korea and Japan set paper and bamboo leaf boats to sail, creating a prelude to the Picnic on the Ocean .


The Boat of Life The Boat of Life • Nakatsue Village, Oita, Japan • 2001

061


바다 위의 소풍

<바다 위의 소풍>은 뉴욕에서 만난 두 작가 무라이 히로노리와

Picnic on the Ocean is the project of two artists,

김승영이 기획한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1999년 두 사람이

Murai, Hironori and Kim, Seung Young who

뉴욕 MoMA PS1 레지던스 프로그램에서의 만남을 계기로,

met, planned and executed the work in New

다음해에 바다에서 만나는 공동 작업을 기획하고 2001년 한일

York. In 1999, the two artists met as artists-

교류 프로그램인 <숲의 전람회>를 여는 전초전을 가졌다.

in-residence at PS1. To mark their meeting,

드디어 2002년 7월 29일, 어려운 준비 과정에도 불구하고

they planned a joint project. They organized the

그들은 각각 거제도와 쓰시마섬에서 출발하여 약속한 두 나라의 중간

Forest Exhibition, a Korean and Japanese art

지점인 대한해협공해에서 ‘바다에서의 소풍’을 성공적으로 가진다.

exchange exhibition, as their preliminary exhibition.

두 사람은 각자의 쪽배를 타고 약속 지점(N34˚48˝ E129˚10˝)에

Despite the many difficulties they

도착하여 일상적인 대화로 인사를 나누며 유리컵을 맞부딪히고

underwent while preparing this project, the two

건배를 외쳤다. 그리고 배에 편안하게 드러누워 하늘을 보고 평화로운

artists departed from Geoje and Tsushima Islands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의 바다 한가운데를 표시하는

respectively, and successfully had ‘a picnic on the

부표로 사용된 색색의 꽃배는 소풍을 나섰을 때 설레임을 더해주는

ocean’ in the middle of the Korea Strait on July

들꽃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두 작가의 개인적인

29, 2002. They arrived at the appointed location

작품과 함께 2002년 일본(나카츠애 YMCA)과 한국(영은미술관),

at 34°48'N, by a small boat, exchanged greetings,

2004년 뉴욕(MoMA PS1)에서 다양한 설치 작업, 퍼포먼스 영상,

and toasted, clinking glasses. They laid down in

한국 현대무용과 일본 부토 등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시로 이어졌다.

their boats and posed quite peacefully, looking

<바다 위의 소풍>프로젝트는 불가능할 것 이라는

up at the sky. Colorful flowers were used for

사람들의 단정에도 불구하고 출렁이는 바다 한가운데서 기쁨의

buoys, indicating the mid-point between Korea

건배를 든 성공적인 피크닉이었다. 이들은 수년간 이 퍼포먼스를

and Japan, and became symbols of the exiternent,

준비하는 과정에서 개인과 개인, 혹은 국가와 국가간의 소통에서

like the joy you felt on your first school outing. The

오는 여러 다른 차이와 도전을 받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만남’의

results of this project were displayed at exhibitons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과 언어를

at the Youngeun Museum of Contemporary Art in Korea, Nakatsue Village Hall in 2002, and MoMA PS1 in New York in 2004, blurring the boundaries between diverse installation, performance video, the contemporary Korean dance, and contemporary Japanese dance, Butoh, Despite those who thought it was impossible, Picnic on the Ocean was successful, and a toast of a delight made in the middle of the rolling sea. While preparing for this project over the course of years, the two artists had the opportunity to think over the meaning of a meeting: perhaps it represented the undergoing gaps in communication between individuals and nations? Small and large troubles had occurred in the process of making their historical encounter


Picnic on the Ocean The Boat of Life • nakatsue village, oita, japan • 2001

063


바다 위의 소풍

가진 사람들이 만나 그들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of people from different cultural backgrounds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은 작은 배 위에서 가볍게 부딪힌

and languages. It turned the matter to one of

유리잔의 ‘쨍’하는 소리와 함께 화해와 신뢰와 우정의 문제로

reconciliation, reliance, and friendship marking

전환된 피크닉을 통해 관객에게 ‘만남’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it perfectly the moment the two artists clinked glasses in the middle of the sea. This project made

수많은 차이를 넘어서

viewers reconsider the meaning of meeting.

- 信濃每日新聞 기자 우에쿠사 가꾸(2002.11) 흔히 국가, 민족, 언어 등의 차이를 넘은 커뮤니케이션의

Moving beyond innumerable gaps

가능성을 작품을 통해서 탐구하는 것이 예술인이기 때문에,

Uekusa, Gaku(2002. 11)

예술에는 국경이 없다고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 단지 달콤한

It is often said that there is no boundary in art, in

몽상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이 물음에 도전한 미술가들이

that it explores the possibility of communication

한국인 김승영씨와 일본인 무라이 히로노리씨이다.

beyond the gaps of country, people, and language.

2002년 7월 29일 두 사람은 작은 배를 타고 쓰시마해협

But, is that really true? Is that nothing but a sweet

한일국경에서 ‘만남’의 퍼포먼스를 실현시켰다. 무라이씨는

daydream? Korean artist Kim, Seung Young and

나가사키현 쓰시마에서, 김씨는 한국 거제도에서 예정된 시간에

Japanese artist Murai, Hironori challenged these

국경선 부근에서 만나 서로의 과거나 정체성에 대해 얘기한다는

questions. On July 29, 2002 they achieved an

퍼포먼스이다. 제목은 <바다 위의 소풍>이다. 그리고 서로

‘encountering’ performance at the sea border

얘기를 나눈 두 사람은 다시 각자의 모국으로 돌아간다.

between Korea and Japan, at the Korea Strait.

무라이씨는 말한다. “이 퍼포먼스가 실현될 때까지

Kim and Murai departed from Geoje and Tsushima

여러 사람들한테서 ‘꿈같은 얘기네요…’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Islands respectively, for this epic performance

한일간에는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복잡한 문제가 있어

to address each artist’s past and identity. The

국경에서 퍼포먼스 같은 것은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theme of this project was Picnic on the Ocean.

다들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왜 ‘못 한다’고

“Many talked about the project as

단정해 버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것 자체가 몽상이며

simply a dream. Many people seemed to talk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을 막아버릴 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about it like that, considering the complicated

두 사람은 삼년 전에 미국에서 만났다. 현대미술의

history and political problems between

연구기관 MoMA PS1이 실시하는 약 일 년간의 스튜디오

Japan and Korea. I did not understand why

프로그램에 뽑힌 두 사람은 같은 스튜디오에서 지내면서 뜻이

they thought it to be impossible. To think

맞았다. “프로그램을 마친 후에도 둘이서 뭔가 같이 작품을

in such a way may be a wall blocking the

발표하자.”라고 하는 김씨에게 무라이씨가 “바다 위에서 두 사람이

possibility of communication,” Murai said.

만나는 퍼포먼스는 어때?” 하고 제안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The two artists met in the United States three years ago. They were chosen as artists for a residency program at PS1, and spent one year together there. While living and working in the studio, Kim suggested to Murai to have a joint project after completing the residency period. Murai proposed a performance to meet at sea.


Picnic on the Ocean

065


바다 위의 소풍

“무라이씨의 제안을 들었을 때, 이미 저는 바다에서

“When I heard this suggestion, I was not

피크닉을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실현을 믿으면 믿었지,

shocked as I had already enjoyed many picnics

의심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저희 계획에 관심을 가져주는

at sea. I had never doubted its possibility. Those

분들도 조금씩 많아졌지요.”라고 김씨는 말한다.

who were concerned with our project gradually

물론 실현하는 데는 어선이나 배의 조달방법, 자금,

became more concerned.” Kim said. Of course,

날씨, 해상보안이나 국경 경비문제 등의 많은 어려움들이

a number of problems were involved ie, funding,

뒤따랐다. 두 사람은 약 2년 동안 양국의 관계자들을 찾아다니면서

weather, marine security, and boats. The two artists

계획을 설명하였고, 외무성의 후원, 국제교류기금의 조성,

explained their project to those concerned with

나가사키현상 쓰시마 마을, 국제교류협회나 한국해양 연구원,

the two countries over the next two years. Under

국제해양연구소 일본지부 등의 협력, 그리고 양국의 어업을

the auspiciousness of the Japanese Ministry of

영위하는 사람들도 참가하는 가운데 이 계획은 실현되었다.

Foreign Affairs and the Japan Foundation as well

국가, 민족, 언어의 차이는 넘기 힘들다. 그러나 그보다

as the collaboration of the International Exchange

더 담이 높은 것은 예술가끼리의 개성일지도 모르겠다. 예술가는

Association, Korea Ocean Research and the

다른 어느 누구와도 다른 개성을 그 창조의 원천으로 간주하기

Development Institute, this project did come true.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무라이씨는 풍자적인 인스톨레이션 등을

It is hard to overcome a wall among races,

발표해왔고, 김씨는 인스톨레이션 외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주제로

languages, and nations, but a wall among artists is

한 비디오아트도 다룬다. 개성도 작품도 상이한 미술가들이다.

perhaps higher than anything else. That is why an

그런 두 사람이 국가나, 민족, 언어 차이를 넘는 것에 성공하였다.

artist’s individuality is the source of his inspiration.

무라이씨는 말한다. “여러 차이를 안고 있는 개인이

For instance, Murai has made burlesque installations,

우애를 가지고 상대방에게 손을 내밉니다. 이것은 아무나 쉽게

while Kim has worked on his own installations

이룰 수 있는 일이고, 몽상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희 퍼포먼스는

and videos addressing the issue of his identity.

한일 교류나 우호 이상으로, 눈에 보이기는 힘들지만 모든

Their individuality and work tendencies differ from

사람들의 일상에 있는 문제제기였던 것입니다.” 김씨도 고개를

one another, but they succeeded in overcoming

끄덕인다. “서로의 의견에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는 것, 인내심을

the problems of nations, language, and race.

가지고 기다리는 것. 이 두 가지가 퍼포먼스를 통해서 저희가 배운

Murai commented that “an individual with

지혜입니다. 어려움에 부딪힐 때면 항상 저희는 자문해왔습니다.

distinctive characteristics can reach out his hand to

왜 이렇게 고생하면서까지 ‘만남’을 실현시키는가. 그는 이렇게

others with a friendly mind. This is not a dream but

자답해왔습니다. ‘만나는 것’, 그것 자체가 대답이 될 것이다.”라고.

a task everyone can do with ease. Although our performance was regarded as nothing but a project addressing the issues of Japan and Korean exchange and friendship, it was to raise problems we all face in our daily lives.” Kim agreed with this, saying that “the wisdom we learned through the performance

was to pay attention to each other’s opinions and wait with patience for growth with endurance. Whenever we faced hardships, we asked ourselves why we strive to attain our encounter. That’s why such an encounter itself can be the answer.”


Picnic on the Ocean

067


바다 위의 소풍


Picnic on the Ocean Picnic on the Ocean • in cooperation with Murai, Hironori • mixed media • variable size • 2002

069


Picnic on the Ocean


Picnic on the Ocean Picnic on the Ocean • in cooperation with Murai, Hironori • mixed media • variable size • 2004 Installation view at MoMA PS1

071


종이비행기 프로젝트


Paper Airplane Project Paper Airplane Project • C-print • 76×25cm • Harlem, New York • 2000

073


종이비행기 프로젝트


Paper Airplane Project Paper Airplane Project • performance, performer - Kim, Seung Young • Harlem, New York • 2000

선입견과 두려움으로 가득한 할렘을 처음 찾은 것은 뉴욕에서

I first visited Harlem six months into my stay in

6개월의 시간을 보낸 후였다. 그리고 얼마 후에 다시

New York. I carried bias against and fear of Harlem.

할렘을 찾은 나는 공원 잔디밭에서 종이비행기를 날리기

Shortly after my first visit I returned to a park where

시작했다. 생각보다 조용하고 평온한 첫 느낌을 준 거리에서

I began to make paper airplanes. It was because

할렘의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I, too, wanted to be part of this neighborhood

종이비행기를 접기 위해 사용된 종이는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점자로 “왜 사랑하기를 두려워 하는가”라는 글이 적혀

that surprised me by its quiet and peace. The paper airplanes were made with paper

있다. 내가 비행기를 접어 날리기 시작하자 한두 명의 흑인

with the words “Why do we fear love” in Braille. As

아이들이 함께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려 보낸다. 어느새 공원에는

soon as I began to fold and fly the paper planes,

많은 사람들이 모여 비행기를 접어 날리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two kids joined me. Before I knew it, the park was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공원잔디밭 위에는 하얀 종이비행기가

filled with white paper plans that had flown through

할렘의 하늘을 날아오르다 착륙한 채로 가득 차 있었다.

the Harlem skies and had landed in the grass.

어떤 부인이 “여기가 어디죠?”라고 묻는다. 그러자

A woman asked “Where are we?” Someone

어디서인가 “ 여기는 Peace airport예요”하고 대답한다. 내가

called back, “This is Peace Airport!” I imagine,

그러했듯이 그들 또한 눈부신 하늘 아래서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just as I had felt, they also felt the peace and

평화와 행복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지금까지 들려왔던

happiness of flying paper airplanes that I had

수많은 대화 중 가장 아름다운 대화를 들으면서 내 맘 속에 높이

felt under the bright sky. As I listened to the

쌓여진 견고한 담 하나가 허물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most beautiful conversation I had ever heard,

<작가노트>

I could hear the wall of fear and prejudice that had built in my heart also crumbling away. <Artist Note>

075



077


김승영의 ‘기억 덮기’ 그리고 ‘번역하기’ 홍경한 미술평론가, 경향 《아티클》 편집장

천명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떠올린 건 아니었다. 1991년 대학을 졸업한 후 자연스럽게 작업에 임했을 뿐 미술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것을 만들겠다던가, 어떤 특정한 목적 아래 예술가로서의 여정을 밟기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20여 년 전만 해도 그에게 예술이란 그저 낯설지 않아 친숙하고 지근거리에 있는 무언가가 삶 일부로 투영 혹은 개입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오늘날 작가 김승영은 본인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자신만의 특색 있는 조형언어를 갖추게 되었음을 주정하기 어렵다. 더불어 그가 지금까지 펼쳐온 미의식은 많은 동시대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2004년 뉴욕 MoMA PS1에서의 전시를 비롯해 2002년과 2004년 광주비엔날레와 같은 국제적인 전시에 참여하며 쌓은 굵직한 기록들은 다수의 후배에게 하나의 본보기이자 예술인상(像)으로써 자리하고 있다.

Q

작가님의 작품은 주변적이며 동시에 ‘관계적’으로 읽힙니다. 그에 앞서 소재는 어디서 얻나요? 그리고 그것이 본인이 지향하는 예술과 어떤 맥락을 이루나요?

A

제 작품의 소재는 주변에서 경험되어진 것과 관찰을 통해 얻습니다. 그리고 작품을 만드는 과정과 전시공간에 놓인 완성된 작업 사이에서 나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결과물로 나온 작품은 생각 속에서 만들어지지만 때로는 저에게도 낯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일 수도 있습니다. 작품은 나와 재료와 공간과의 긴장된 대화에서 나오는 합작이기 때문이니 말입니다. 저는 작품을 하면서 재료와 공간에 많은 질문을 받게 되고, 그 질문 안에서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시간은 저에게 너무나 귀중한 시간입니다. 어쩌면 그것은 ‘관계’인데, 그 부분이 나에게 의미를 주는 예술의 역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The ‘Covering of Memories’ and ‘Translating’ of Seung Young Kim Art Critic, Editor in Chief of Kyunghyang Article Hong, Kyoung Han

To use such a grandiose term as “God’s Will” was not intentional. After graduating college in 1991, Kim, Seung Young naturally began to make art. He never purposely set out to make a monumental work that would take part in the history of art nor did he mean to pursue a professional career as an artist. As far as twenty years ago, art was not unfamiliar to Kim. It was a concept that was simply part of his every. Since then, much time has passed and Kim cannot deny that he is equipped with a unique and formative language, whether intended to or not. His aesthetic consciousness has influenced other artists of our time. His participation in international exhibitions such as the group exhibition at MoMA PS1 in New York (2004) and the Gwangju Biennale in Gwangju (2002 and 2004) has been significant accomplishments within the Korean Contemporary art community and an inspiration to his contemporaries. Celebrating the first anniversary of the visual art magazine Article, we present the acclaimed contemporary artist Kim, Seung Young and his artistic practice, the first in a series dedicated to introducing notable mid-career artists.

Q

Your work can be read simultaneously as peripheral and relational. First of all, where do you find your subject matter? How do you contextualize it in the art you aspire to create?

A

My subject matter comes from experiences and observations. I also take time to confront my life and work between the process of creating and putting together an exhibition. Though the resulting works originate from my thoughts, at times the completed works feel strange, even to me. I understand this is a natural sensation. The work is the result of an intense dialogue between material, space and myself. I find myself questioning the relationship between material and space during my artistic process, and I spend a lot of time resolving these questions. This time is very precious to me. Perhaps this time symbolizes, to me, a ‘relationship’. This is

079

one of the truly meaningful parts of my artistic process.


김승영 작가는 관계를 다루지만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1948)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그 관계가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상처도 많이 받게 되고, 때문에 화해와 치유를 꿈꾸게 된다고 덧붙였다.

Q

재료와 공간에 질문을 받는다고 하셨는데요, 질문이란 곧 대상을 낳고 유무형의 관계를 지정합니다. 그럼 작가님은 관계를 통해 기대하는 것이 있나요?

A

나에 대한 실존 본질에 대한 물음, 즉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자문에서 비롯되는 나와 미지의 무엇과의 관계,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사람과 사물과의 관계, 사물과 사물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의 결과물(작품)과 마주한 누군가가 스스로 질문을 하면서 자신의 세계와 대면하기를 기대합니다.

Q

작업세계가 다층적입니다. 장르도 그렇고, 사용하는 소재도 그렇게 다가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계 넘나들기 혹은 장르의 비 경계가 선생님의 작업에선 어떤 의미가 있나요?

A

나는 어떤 의미가 있고 경계 넘나들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살면서 발견되는 것들을 표현하는데, 적합한 소재를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여러 장르가 발현된다는 것이 맞습니다. 사실 그러한 부분 때문에 혹자는 ‘김승영은 이러한 작가다.’ 라는 규정이 어렵다고 합니다. 물론 그렇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하나의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제가 정말 좋은 작업을 하게 된다면 그 과정에서 있었던 작품들이 하나로 묶여 다양한 가운데 하나로 보일 날이 있을 것이라 여깁니다.(웃음)

아직 과정 중에 있다는 작가의 겸손한 발언과는 달리 그의 작업에는 확실히 ‘김승영스러운 것’이 존재한다. 지난해 열린 사비나 미술관 개인전 당시 설치한 <타워>는 스피커

186개를 쌓은 작품으로, 물리적인 형상과 소리. 그 내재한 현대적-도시적-아날로그적 의미들이 총체적으로 관계망을 맺는 것이었다. 이는 물과 흙 등 자연적인 재료와 기계장치를 섞어 작업해온 그만의 독특한 형식과 고유한 아이디어가 중첩되어 있다는 점에서 김승영식 소통형식을 제시한다. 이 밖에도 최근 2012 이천 국제조각심포지엄에서 선보인 <누구나 마음속에 정원이 있다>와 같은 대형설치작업(가로 7미터, 높이

6미터 70센티미터(나무 포함))에서도 관계 속에서 나를 찾아가거나 소통하려는 그의 의지와 방식을 읽을 수 있도록 한다. 흡사 1999년 발표한 <기억의 방>처럼.


Though Kim’s works deal with the concept of 'relationship' like the main character in Dazai Osamu’s No Longer Human (1948), Kim says understanding and resolving his own ‘relationships’ is the most challenging for him. As such, he finds he is easily hurt and often dreams of reconciliation and healing.

Q

You have mentioned your relationship between space and material leads to many thoughts and questions. These thoughts can breed subjects and can also breed relationships that are tangible and intangible. Do you expect anything from a relationship?

A

The questions are about the essence of my existence. In other words, the questions are about ‘who I am’ and the relationship between people, between a person and an object, between objects, and between unknown creatures and me. I hope those who encounter the results from these questions in the form of my works can better understand themselves and be better equipped to face their own worlds.

Q

Your work is multi-layered. Aside from the many genres you work in, your subjects appear to be multi-layered. What does it mean for your work to cross boundaries or be boundary-less?

A

I do not cross boundaries in search of specific meaning. I simply express things that I have discovered throughout my life, and expressing these subjects in various genres feels right. In fact, people mention it is hard to define my practice in one sentence. This is true. However, I think that the present is one part of a long process. My greatest work will be one that is able to tie together all the works I have created thus far into one body of work. (laugh)

Despite Kim's modest comments that he is still in progress, his work has a commonality and characteristic that is only his own. The relationship between modern, urban and analogue contexts took physical form in the installation Tower (2009-2011), which consisted of 186 speakers with sound. This work was presented at the Savina Museum of Contemporary Art last year. It shows Kim’s communicative style, a resulting combination of an idea and a unique style of mixing natural materials, like water and soil with mechanical equipment. Like

Tower , his unique language as seen in Everyone Has a Garden in Their Hearts (2012)―the large-scale installation (7 meters wide and 6.7 meters height) exhibited at Icheon International Sculpture Symposium 081

in 2012―and Room of Memory (1999) present his self-investigations.


Q

<기억의 방>은 당시 원서갤러리에서 발표한 작품인데요, ‘기억과 소통’은 작가님의 보편적 주제의식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기억이나 소통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궁극적으로 무엇인가요?

A

‘기억’은 삶의 흔적입니다. 그리고 삶에서 소통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소통으로 인해 사람들은 좌절하기도 하고 기쁨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소통을 통해 지옥과 천국을 오가곤 합니다. 그러니 소통은 기억의 온전한 덩어리인 셈입니다. 허나 애석하게도 나는 이 부분에서 자유롭고 싶지만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그러니 너무나 힘들어서 마음에 쌓여 있다가 그것이 작품으로 나오게 되는 겁니다. 저는 타자를 받아들이기 위해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해서 벌이고 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작품들이 만들어집니다. 그러니까 내게 작품을 제작하는 것은 타자와 만나는 방법이고 사회와 접촉하는 방법입니다. 삶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존재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렇다고 성찰로 이어져서 나오는 작품이 누구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작품을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정말 그런 감정을 느껴서 직업적으로 표현한 것이지 남들에게 교훈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작품을 제작하는 것은 어쩌면 그냥 혼자 중얼거리는 것일 지도 모릅니다.

Q

혼자 중얼거리는 것치고는 꽤나 깊은 감응이 유발됩니다. 올해 이천 국제조각심포지엄에 설치한 <누구나 마음속에 정원이 있다>처럼 말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이 작품에 대해 설명 부탁합니다.

A

우린 누구에게나 마음의 정원이 있습니다. 저도 그렇죠. 이 작품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싹트는 정원을 외벽으로, 제 삶의 내적 흔적을 내벽으로 한 정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정원 속에는 다양한 상징적인 기표들이 놓여 있습니다. 예를 들면 그동안 인연을 맺었던 300여 명의 사람들의 이름(이 부분은 그의 이름을 주제로 한 작업의 연장이다), 회상과 단상, 그 단장의 감정을 담은 60여 개의 단어(사랑, 행복, 분노와 같은)들이 외형을 구축하는 벽돌에 새겨져 있습니다. 벽돌은 20세기 초 만들어진 고벽돌(오래된 벽돌)인데, 7미터 정도의 전체 크기를 구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여기에 철문을 설치하고 나무를 심어 누구나 오가는 상황(새와 같은 생물들과 인과 관계를 맺은 모든 관계의 상징)과 정원이 계속 자라는 이미지(나무: 꽃 사과나무 4그루, 이팝나무 4그루, 매화나무 1그루)를 담았습니다. 제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인데, 성장하는 나무 때문에 그 기록도 시간에 비례할 듯합니다.(웃음)


Q

Room of Memory was exhibited at Won Seo Gallery. It seems to show a theme that has frequently appeared in your works. If so, what is the ultimate message on memory and communication that you want to express?

A

‘Memory’ represents the traces of life. Communication is a very

important part of life; people become frustrated or experience happiness through communication. Personally, I fluctuate between heaven and hell because of the joys or challenges of communicating. Communication can be considered another form of memory. Though I want to be relieved from these fluctuations, sadly this is impossible. These difficulties in communicating accumulate in my mind and are eventually transformed into a work. As I continue to negotiate with myself in order to accept others, this process gives birth to new works. For me, the process of creating art is a way of interacting with others and connecting with society. As I continue to tell the story of my life, it naturally leads to the contemplation of existence. However, the resulting work is not intended to send a specific message. Though it may not seem like it, through my profession I am expressing the emotions I feel. It is not intended to be edifying. In a way, my art could be my murmuring to myself.

Q

For a murmur, a work like Everyone Has a Garden in Their Hearts causes a very deep response. Speaking of which, please tell us more about this work.

A

Who ever we are, we have a garden in our heart, me included. This work is about the garden that grows from the relationships between people, represented by the exterior wall, and traces of my inner life, represented as the interior of the work. In this garden, there are various symbolic signifiers. For example, three hundred names of people who I have made contact with (this is an extension of his previous work using names) and sixty words identifying reminiscence, prospect, and heartbreak (such as love, happiness, and anger) are engraved onto the bricks that become the exterior of the work. These old bricks were made in the early twentieth century and they became important elements in constructing the seven-meter high installation. There is a metal door to enter and trees (four apple trees, four Chinese fringe trees, and one apricot tree) are planted inside. In time it will contain the ‘memories’ of life (such as living creatures like birds) coming and going and the image of the growing garden. This is the largest work that I have done, and because of the

083

trees growing inside, this record will be surpassed with time. (laugh)


작가 김승영의 작업은 다양성을 띤다. 이름, 기억, 벽, 길, 문 등 개념이나 핵심적인 단어 등이 자주 등장해 특정한 조타를 대신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이름 작업’은 그의 작업의 정체성을 가리키는 다소 직설적인 언표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누구나 마음속에 정원이 있다>처럼 작품 속에 이름을 넣거나 영상에 삽입하는 행위를 반복해 오고 있는데, 그러한 이유는 이름에 이미 그 사람의 정체성이 다 투영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즉, 그의 말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살아오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의 관계와 환경을 통해 개인의 성격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끝없이 누군가와 관계를 맺게 되고 그 관계들을 거치며 자신도 비로소 변해간다. 육체가 늙어가면서 조금씩 변해 가듯. 작가는 자신조차 그렇게 계속 완성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물론 예술도 그 범주에 있다. 한편 김승영은 야외 작품 <누구나 마음속에 정원이 있다> 외에도 2001년 개최된 뉴욕 PS1 국제레지던스 보고 전에서 전시장에 벽돌을 쌓아 올려 벽을 만들고 그동안 만나 왔던 사람들의 이름이 올라가는 영상물을 제작해 설치한 바 있다. 당시 처음 만들었을 때는 7분 55초였으나 2007년 공간화랑 전시에서는 9분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지난해 사비나미술관에서의 개인전 당시에는 13분 정도로 시간은 더욱 불어났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시간의 증가란 그만큼 관계성의 확장과 소통 확대를 대리한다는 점이며 작가는 그 채록과 사유에 의존, 교감을 시도한다는 사실이다.

Q

작가님의 작업은 리얼리티가 녹아 있으면서도 대단히 관념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많이들 그리 생각할 것 같은데요, 그러한 배경은 어디에서 출발한다고 보는지요?

A

많은 부분 자연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보기에 관념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삶에서 경험되어진 것들을 만들거나 주변 관찰을 통해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당연히 리얼리티가 녹아 있습니다. 하지만 일상의 부분인 삶과 죽음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다 보니 관념적으로 보이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제 작품에서 보여주는 소재와 형태가 일상과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기 때문에 지상과 떨어진, 먼 이야기는 아닙니다.


The works of Kim are very diverse. The concept combined with key words indicating a name, memory, wall, street, door, etc that often appear in his works speak on his behalf. The motifs of the ‘name’ are continually reused throughout Kim’s works, as in Everyone Has a Garden in Their

Hearts and Memory (1963-2011). Kim believes that one’s name reflects one’s identity. According to the artist, one meets a lot of people and through their relationships with others and the environments, in which one is surrounded by, develop individual characteristics. The continuous process of building relationships and developing these relationships create the person. Just as our bodies change with age, Kim believes his relationships are integral to the process of maturing. His art is the same. At the PS1 International Residency Program Report Exhibition in 2001, he presented a media-installation projecting names of people he had met on a wall of bricks. The length of the first version was seven minutes and fifty-five seconds; in a later version in 2008 for Gallery Space in Seoul, the same work became nine minutes. Last year for his solo exhibition at Savina, the work was thirteen minutes long. The increasing length of his recent versions represents the growing number of relationships and enhanced communications that Kim experience. The artist is dependent on those records and thoughts in his attempt to share his feelings.

Q

I find your works very conceptual, yet also fully absorb in reality. I think a lot of people would think so too. What is the background behind this tendency?

A

Because artificial and natural materials co-exist and because I talk about life and death, which is fundamental to the every day, my works may seem conceptual. Yet, because my works take root from my experiences and my observations, it is naturally realistic. The material and form of my work is closely related to daily life. The story I try to tell is not so distant or disconnected from the common realm.

085


Q

작업을 보면 인공물과 자연물이 공존합니다. 스피커, 물, 흙, 잔디, 벽돌, 의자, 낙엽, 이끼 등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재료들이 그리드마냥 얽혀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납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개별적인 사물들이 지니고 있는 각각의 특별한 의미는 있나요?

A

주로 사용하고 있는 재료 중에 특히 ‘물’을 좋아합니다. 물의 다양한 성격이 작품을 풍부하게 만들고 많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 밖에도 여러 자연물을 사물들과 같이 놓기를 좋아하는데, 자연 속에 놓인 아름다운 건축물과 같은 원리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에는 자연 스스로도 매우 아름답지만, 인간이 만든 것과 같이 잘 어우러질 때 더욱 많은 생각과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는 폼페이 같은 장소, 오래된 장소에서 사유의 출발점을 찾곤 합니다. 허물어져 비어있는 공간에 있다 보면 그동안 축적된 정말 많은 소리와 울림을 느끼곤 합니다. 저는 그것을 표현하고 싶어 합니다.

Q

스피커를 소재로 한 작품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기술적인 부분도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할 것 같고요. 반면 어떤 설치작품은 그 반대의 여운을 전달합니다. 그렇다면 작가님의 작품은 오랜 구상 끝에 도출되는가요, 아니면 순간적인 상황에서 태어나는 경우가 많은가요?

A

제 작업은 사적인 경험이 기억으로 남았다가 오랜 시간을 거쳐 도출되는 경우와 즉흥적이고 순간적으로 태어나는 예가 공존합니다. 저만 그런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건 다른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인데요, 일례로 2011년 사비나미술관 지하에 있었던 <돌>의 경우 어떤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이것은 멋진 작업이 될 수 있겠어.’ 하는 순간적인 느낌을 믿고 그대로 작업으로 끌어들인 사례입니다. 어느 날 석재 사장님이 멀쩡하게 보이는 판석을 깨고 있기에 ‘멀쩡한 돌을 왜 깨고 계세요?’ 하고 물었죠. 그분이 말하기를 조금 하자가 있는 돌을 아까워서 몇 년간 버리지 못하고 끌고 다녔는데 자꾸 팔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오늘 큰마음 먹고 깨고 있다는 거예요. 그때 깨진 작은 돌판 전체를 얻어서 개인전 때 지하에 있는 작은 전시장에 바닥에 꽃잎들과 같이 놨어요. 그걸로 충분히 관객들과 얘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함께 전시된 작품 <의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관객들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실제로 의자에 앉아보면 반전이 있게 되는 거죠. 보기에 차가와 보이고 전기의자 같은데 앉게 되면 사람체온을 느끼게 되죠. 그 따뜻함을 느낀 사람들은 설명이 없지만 어떤 식으로든 느끼게 돼요.


Q

Your works are constructed out of both artificial and natural materials such as speakers, water, soil, grass, bricks, chairs, fallen leaves, and moss. These various materials become intertwined, transforming into new objects. Are there specific meanings to each individual object?

A

Of the materials that I use frequently, I most like ‘water’. The various characteristics of water make the work rich and can be read in many ways. I like to juxtapose artificial materials with those that are natural. It is like beautiful architecture surrounded by nature. In my opinion, nature is very beautiful in it of itself but when it is in harmony with man-made objects, we are able to feel a splendor and gain more thought. For example, I look for inspiration from ancient places like Pompeii. When I spend time in a space deserted because of decay, I can feel the sounds and reflections that have accumulated over the span of time. I try to express that.

Q

It looks like a lot of time and effort went into creating Tower (2011). It also seems to require technical knowledge. In contrast, other installations seem to be an instinctive reaction. Does your work come from long planning or from the spur of the moment?

A

My works are realized from personal experiences that have remained in my memory over time as well as spontaneous and momentary ideas. I do not think I am the only one who works this way. Though I have mentioned this in a previous interview,

Stone (2011), exhibited at Savina, materialized from a passing conversation. At the time I thought ‘this could be a great work’ and brought that idea to life. One day I passed by a stone store where the owner was breaking what appeared to be a perfectly fine plate of stone. I asked him why he was breaking the stone and he answered that it was slightly defective and that he had been dragging it around for years because he could not throw it away. He felt a temptation to sell it and that day he made a decision to break it. I placed the broken stone plates in the small exhibition space and laid flower petals over the stones. Through this work, I wanted to communicate the owner’s emotions to the audience. Another work for the same exhibition, Chair (2011), was similarly realized. There is no explanation accompanying the work, yet visitors who sit on the chair can understand the work immediately. It looks like a cold electric chair―but if you sit on it you can feel the heat, set at body temperature. When people feel the warmth, there is no need for an explanation. 087


Q

스피커 하면 작품 <타워>이 떠오르는데요, 이 인상 깊은 작업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A

뉴욕 MoMA PS1전 이후 외국에 나갈 일이 늘어난 데다, 뉴욕에서

1년간 국제레지던시에 참여했을 당시 느꼈던 언어에 두려움이 이 작업의 밑동이었습니다. 한편으로 뉴욕에 모여 있는 수많은 인종과 다양한 문화에 깜짝 놀랐고, 그때 떠올렸던 것이 바벨탑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처음과는 달리 언어에 대한 공포감은 상대적으로 많이 줄어들었지만, 당시 여러 가지 불편함도 느꼈고, 바로 그 경험을 바탕으로 <타워> 작업을 하게 된 것이죠. 사실 이 작업은 뉴욕생활을 했던 2000년도부터 준비한 것입니다. 그런데 스피커를 사용한다는 것은 순간적인 발상이었습니다. 굉장한 혼란 그 자체를 다루기에 적절하다는 판단도 들었고요. 더구나 우리 사는 세상은 너무 시끄럽고 혼란스럽고 탐욕스럽다는 느낌도 한몫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사비나미술관에서 했던 개인전에서의 스피커는 바벨탑에 대한 얘기보다는 버려진 것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버려지고 있는 스피커들에 숨을 주고 싶었어요. 스피커들이 아직은 쓸 만한데 작고 새로운 스피커나 진화되는 기술에 밀려 버려지고 있거든요. 사운드는 8개 채널로 들려지게 되는데 여러 소리로 이루어진 박동소리와 새가 나는 소리, 삐-하는 고음을 담았습니다. 삐-하는 신호음은 사운드 아티스트 오윤석의 생각이었는데 고음이 들어가니 짓누르는 듯한 중압적인 분위기가 열리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Q

작업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A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비교만 하지 않으면 나는 그래도 그럭저럭 작업을 해나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고마운 일이지요. 하지만 점점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제 육체가 점점 늙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사실 나이 들어간다는 것만큼 즐거운 일도 없을 겁니다. 나이와 비례해 경험도 많아지고 더욱 깊은 생각의 조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마음 같지 않은 육체로 인해 절망하기도 합니다. 욕심 같아서는 최대한 빨리 쫓겨날 염려 없는 개인 작업실을 마련하고 제 육체적 노동을 대신해 줄 어시스턴트 한 명 구할 수 있는 여건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The speaker work Tower (2011) reminds me of the ‘Tower of Babel’. Would you mind further explaining this impressive work?

A

Since the MoMA PS1 exhibition in New York, I have had many chances to go abroad. But at that time, I was afraid of spending a yearlong residency in a country where I was unfamiliar with the language. Tower is based on that fear. During my time in New York, I was very surprised by the diverse races and cultures in New York and the Babel motif came to me during that time. Though I am less afraid of new languages now, at the time I felt such discomfort and that experience became the foundation of

Tower . In fact, I started this work when I was in New York in 2000. The idea of using speakers was spontaneous. I thought that it was suitable to express the enormous chaos I felt. I find the world we live in can be very noisy, chaotic and greedy, and this also influenced the work. The speaker installation at Savina was about abandoned objects rather than the Babel Tower. I wanted to give life to the abandoned speakers. The speakers were still working but because of advancing technology, the old ones were neglected and thrown away. It was an eight-channel sound piece, including various versions of beats, sounds of birds, and a high-pitched beeping. The idea of the beeping sound came from the artist Oh, Yoon Seok. With the added high-pitched tone, what at first sounded compressed and heavy changed into a more open sound.

Q

What is the most difficult part of the creative process?

A

I try not to compare myself with others. Actually, if I do not compare, I am a happy person making art. It is very gratifying. However, I worry about aging physically. I understand there is no joy like growing old. As we age, we gain more experience and can connect thoughts in a more mature way. However, my body does not function as I want it to and sometimes I feel despair. I worry about securing a private studio so that I do not need to worry about having to leave my temporary residency studio, and hope I can get an assistant who can help me with the more physical parts of my work.

089


작가 김승영은 우리나라 중견작가로서의 입지가 크다. 2011년 문화예술위원회에서 발간한 한국작가 100선에 선정되었고, 한국 유망작가를 해외에 알리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으로 한국사립미술관협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코리안 아티스트 프로젝트(Korean Artist

Project)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중견작가들의 창작환경은 예나 지금이나 열악하다. 소수를 제외하곤 언제 어느 때 이전해야 할지 모를 작업실을 염려해야 하고, 재료비에 힘들어한다. 특히 20~30대 젊은 작가들을 짝사랑하는 지원 시스템, 시장 미술에 경도되어 예술마저 기획 화 되는 작금의 환경에선 설 자리조차 마땅치 않다. 때문에 혹자는 “한국미술계는 세대를 잇는 중간 허리 층이 없다”고까지 말한다. 때문에 그런 악조건에서도 세계에 한국 예술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김승영과 같은 작가들은 소중할 수밖에 없다.

Q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독자들이 작가님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여깁니다. 그럼 이제 마지막 질문으로, 혹시 영향을 준 누군가는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본인 스스로 바라는 어떤 예술가상이 있다면?

A

너무 많아서 열거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보다가 큰 에너지를 얻는 것 같은 경험을 많이 했거든요. 하지만 아무래도 저에게 영향을 준 사람들은 지금까지 내가 만나고 관계했던 모든 사람일 겁니다. 그들이 나를 만들었습니다. 결국, 그들이 나의 작품의 소재이니까요. 원하는 예술가상, 글쎄요…나이가 들어가면서 보다 내면적으로 풍부하면서도 시적인 작업을 하고 싶긴 합니다. 이왕이면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작가’가 되었으면 합니다. 하지만 꾸준히 앞으로 걸어간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은 이야기입니다.

Q

감사합니다.

A

네, 고맙습니다.

작가 김승영은 어느 인터뷰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로 지난 2000년 뉴욕 구겐하임에서 펼쳐진 작가 백남준의 퍼포먼스를 꼽았다. 피아노를 치고 노래하고 고함치고 웃고 즐기는 듯싶더니 그냥 나가버리는 해프닝이 그것이었다. 당시 그는 작업을 놀이같이 즐기는 자유스러운 백남준의 에너지에 압도당했다. ‘진정한 예술가’를 봤다고 말했다. 그리고 거의 같은 즈음에 목도할 수 있었던 칼더의 서커스공연 비디오도 그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그건 작가란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비디오였는데, 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작업하는 그에게 많은 전환점을 시사했다. 이에 김승영은 “저도 그들처럼 자유롭게 즐기면서 작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우리네 현실이 비록 작가들에게 많은 것을 주진 못하기에 즐거움을 말하긴 어렵지만 그 고난을 뒤로 한 채 진실한 언어를 표출하고 있는 김승영의 예술세계는 분명 우리에게 의미 있는 즐거움과 사유를 선사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그를 비롯해 중견작가들에게 눈길을 줘야 할 이유로 부족함이 없다.


Artist Kim, Seung Young is one of the most recognized mid-career artists in Korea. In 2011, he was listed in the top one hundred Korean artists by the Korean Culture and Arts Committee. Also, he was invited to the Korean Artist Project, supported by the 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 initiated to promote notable Korean artists internationally. However the working environment of most mid-career artists is not easy. Except for a very few, many artists are worried about basic artistic needs such as affording studios and art supplies. In particular, the support system favors young artists in their twenties and thirties; trends in art controlled by market taste make it very difficult for artists to survive. Some worry that “there is no middle spine connecting the generations of artists in Korea’s

Contemporary art scene.” Considering the circumstances, an artist like Kim, who brings light upon Korean Contemporary art, is precious.

Q

You have told us a lot of stories. I think these stories will help the readers understand you better. Lastly, was there anyone who influenced you? Also, do you have an ideal image of the artist you want to be?

A

I have too many names to list. I have often experienced a surge of energy while looking at other artists’ works. The people who influence me the most would be all the people I meet and build relationships with. They are the ones who make me who I am. In the end, they are my subjects. The artist I want to be… well, I would like to be an artist who is emotionally rich and who is able to make poetic works. I would like to be an artist who can raise important questions.

Q

Thank you.

A

Thank you, too.

In a previous interview, Kim spoke of a very special memory of seeing Paik, Nam June’s performance at the Guggenheim Museum in New York in 2000. Paik played the piano, sang, yelled, laughed, and seemed content, but in the middle of the performance he just left. Kim was stunned by Paik’s flamboyant energy. Kim said he saw a ‘real artist.’ Around that time, he saw the early circus installation video by Alexander Calder and he was also deeply moved. For Kim, who had taken his artistic practice very seriously, seeing the video influenced his attitude towards creating art. “I, too, want to approach art playfully.” Though the artist finds that the process of creating can be challenging at times, the works of Kim, Seung Young leaves the tough realities of the world behind to focus on a language that is both pure and meaningful, offering us joy and moments of reflection. This gives reason enough to re-examine the mid-career artists whose 091

works are so significant to Korean Contemporary Art today.



093


엘리베이터

비오는 날 우연히 차창 밖으로 바라 본 엘리베이터는 바쁘게

Elevator is a single-channel video featuring an

움직이는 현대인들의 ‘삶의 춤’을 연상시켰다. 계속해서

elevator that keeps moving. Seeing this elevator

아래 위로 오가는 엘리베이터를 초점을 흐리게 해서 찍은

on a rainy day, it brings about a feeling like a dance

뒤 그에 맞는 사운드를 삽입했다. 영상물은 익숙한 일상을

of life, dancing to music. This video captured

비현실적이고 몽롱한 세계로 바라보게 만든다.

the up and down continuous movement of the

<작가노트>

elevator moving up and down with a dim focus, spiced with music. It offers the impression of the unrealistic and often hazy world. <Artist Note>


Elevator Elevator • single channel video • 3′ 23″ • sound by Oh, Yoon Seok • 2007

095


구름


Cloud Cloud • single channel video installation • 30″ • variable size • 2009-2011

097


구름

파랑은 꿈속처럼 비현실적이다. 그러면서도 파랑은 휴식을 나타내는

Blue is unrealistic like dreams. Simultaneously,

색이기도 하다. 고요하면서도 정신적인 색이기도 한 파랑은

the blue represents relaxation. The silent and

너무나 지적이다. 반면에 노랑은 그 어느 색보다 기억을 떠올리게

spiritual color, blue is also intellectual. On the

하는 색이다. 이 색은 너무나 뾰족해서 나를 불안하게도 만들지만

other hand, yellow helps bring back memories

어느 순간엔 아득한 느낌을 통해 행복하게도 만든다. 수다스럽게

rather than other colors. This color, blue, makes

떠들며 나를 혼돈스럽게 하다가도 나의 기분을 안정시켜준다.

me nervous because it feels very sharp, but

<작가노트>

otherwise it makes me happy through its feeling of coziness. Sometimes it confuses me when I feel it is too vibrant and full of energy, and sometimes it makes me also feel relaxed. <Artist Note>


Cloud

099


Beyond

내안의 타자

Another Person Inside of Me

바닷가 모래 위에 이름을 쓴다. 파도가 밀려와 그 이름을 지운다.

Write a name in the sand on the beach. The

파도는 이름을 시퍼런 심연 한 가운데로 실어 보낸다. 모래 위에

waves push onto the shore, erasing the name.

이름을 쓴다. 바람이 불어와 그 이름을 날려 보낸다. 바람은 이름을

The waves send the name off to the middle of a

존재 저편의 막막한 원형질의 세계 한 가운데로 실어 보낸다.

huge abyss. Write the name on the beach. The

허공을 향해 이름을 부른다. 대기에 산화된 이름이 점점이 흩어져

wind blows and lets loose the name. The wind

사라진다. 대기는 사라진 그 이름을 알 수 없는, 나의 인식으로는

sends the name into the center of protoplasm on

거머쥘 수 없는 내 안의 타자(他者)에게로 실어 보낸다. 잠시동안

the far side of existence. Call the name out into

귓전에 머물다 꽤 긴 시간동안 들리지 않는 소리로 내 마음에

the air. The name, oxidized into the atmosphere,

공명하는 그 이름은 내 안의 낯선 타자와 마주치게 된다.

slowly disappears. The atmosphere sends the

내가 내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꽃을 꽃이라고 이름 붙인

faded name to an unrecognizable and ungraspable

뒤에야 비로소 꽃인 것만큼이나 나를 나라고 부른 뒤에야 비로소

stranger in my soul. For a moment it lingers in my

나 일수 있을 정도로 내가 낯설고 생경하기 때문이다. 김승영은

ear. This name, this sound of silence, resonates

묻는다. 나라는 이름은 나와 일치하는 것일까, 그것은 나라는

longer to encounter a stranger inside of me.

실체를 나의 온몸에 쥐어줄 수 있는 것일까라고. 모래 위에 나라는

For me to call my name, for me to become

이름을, ‘I’라는 영문자를 쓰는 작가의 행위는 이렇듯 ‘나’라는

‘me’ once I have named myself, is as unfamiliar

실체를 떠받치고 있는 세계가 실재와 실재를 명명하는 행위

and crude as it is for a flower to become a flower

사이를 부유하는 낯설고 생경한 미지의 것임을 말해준다.

once it has been named a flower. Seung Young

고충환(미술평론가)

Kim asks himself. Does my name correspond with

* 2002. 1 『Space ‧ Art & Culture』에서 발췌

who I am? Can my name embody the all of who I am? The act of writing “I” on the sand declares that the world defining the existence of myself is a strange and unknown place floating between the existence and the act of defining existence. Kho, Chung Hwan (Art Critic) * Extract from 『Space ‧ Art & Culture』 January 2002


Beyond Beyond • single channel video • 2′55″ • 2000

101


Beyond

나는 작품을 통해 삶 속에 스며있는 시간과 삶에

Through my works, I address how time

대한 사색 -일종의 희망, 두려움, 불안, 욕망, 불멸- 에

permeates life, and I contemplate a life which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자유를 꿈꾼다.

includes a kind of hope, fear, anxiety, desire,

<작가노트>

and immortality. And I dream of freedom. <Artist Note>


기억의 방

Room of Memory Room of Memory • single channel video • 6 • 1999

103


기억의 방

공산미술제 수상작가전(1997년 입체설치부분)으로 열린 김승영의

As the winner of the Gongsan Art Festival

전시는 이전의 작업인 작가를 둘러싼 자연과 문명에서 작업하던

(Installation Section, 1997), Kim, Seung Young was

물질성에 대한 탐구와는 달리 작가를 둘러싸고 있는 인간에 대해

invited to present an exhibition of his works at

섬세하게 조명하였다. 희미한 인물의 흔적이 남아있는 흰색으로

Dong-A Gallery. In his previous works, Kim explored

뒤덮인 똑같은 크기의 캔버스들로 설치된 이번 전시는 작가가 느끼는

materialism in nature and society. In contrast, the

인간의 무게를 작품의 무게로 풀어내 간결한 형태로 보여준다.

present works highlight the revelations about those

김승영은 스쳐 지나가는 인물마다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으나

who surround him. The installation consists of

지금은 지나간 일상의 흔적으로 차곡차곡 쌓아놓은 ‘기억의 방’과

numerous stacked canvases, each stack consisting

작가의 스튜디오 문 크기의 캔버스를 현재의 통로로 사용해 기억

of canvases of the same size. The artist first

속에 막 안주하거나 사라져 버리는 사람들을 횡으로 쌓여있는

painted a figure onto the canvas and then covered

캔버스더미로 표현한 ‘기억의 문’, 그리고 기억의 공간을 현실의

these images with white paint. The resulting

공간으로 끌어내린 비디오작업으로 나누어 보여준다. 공간전체를

blank white canvas, saturated with paint and with

감싸는 부드러운 푸른색 할로겐은 비디오가 설치된 방까지도 같은

traces of the original figure, represent the artist’s

밝기로 비춰 관람객들을 작가의 기억의 공간으로 스며들게 한다.

interpretation of the weight of memory, visualized

비디오 작업에서는 배경의 실루엣으로부터 출발한 한

by the layers of paint and the weight of the of the

남자가 경직된 선으로부터 벗어나 점점 허물러져 내려앉고, 뒤이어

works. The show is divided into three installations.

작가와 부분적으로 관계를 가진 듯한 모델이 실루엣으로부터 약간

In Room of Memory , the many memories of

벗어나 등장하고, 작가가 그 위를 흰색으로 덮어씌운다. 또다시

people Kim encountered are neatly piled into a

앞에 등장한 남자가 반복적인 행동을 하고, 또 다른 사람이 등장하고

minimal stack, suggesting faded remnants of a

작가는 똑같은 행위로 흰색을 덮는다. 아니 지워나간다. 김승영은

past mundane life. In the second section, Door

실루엣이라는 정형화된 현실에서 실망하고 절망하는 남자 자신이다.

of Memory , those who have either vanished

그런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인간관계는 맺어진다. 김승영은 삶

gradually or rested peacefully in Kim’s memory are

속에서 만났던 사람이 좋았던 경험이건 나빴던 경험이건 간에 시간의

visualized into neat pile of canvases that have been

흐름 속에 객관적으로 남겨지기를 바란다. 횡적으로 놓인 캔버스에

stretched into the same size of his studio door,

묻혀진 물감의 흔적은 다른 캔버스들과 함께 기억의 흔적으로 시간의

representing a passage into the present. Finally,

골을 팬다. 회화라는 도구를 사용한 김승영의 평면-설치는 회화적

in the video installation the Space of Memor, the

기호가 아닌 현실의 기호로 보여진다. ‘기억의 방’에서는 눕혀진

illumination from a soft blue halogen light engulfs

캔버스의 덩어리들이 공간 안에서 서로 밀고 당기고 있다. 하나의

the space, gently leading the spectators into the

캔버스를 점으로 본다면 그것이 쌓여져 선과 면을 이루고 그 면들은

artist's representation of his Space of Memory .

캔버스의 의도된 물감 흔적들로 모여 하나의 덩어리를 형성하며 가장

In the video work, a silhouette of a man

단순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구도로 세상의 인간 관계를 묘사한다.

emerges from the background and continues to

김승영은 회화자체의 의미에 관한 문제는 해명하지 않았지만

disintegrate after which another figure, seemingly

인간관계의 서사시를 개념적인 시각적 언어를 사용해 보여준다.

acquainted with the artist, appears away from

김미진(미술비평)

the silhouette. The artist, then, covers the image


Room of Memory Room of Memory • single channel video • 6 • 1999

with white paint. Again the first man reappears, repeating the same motions. Another figure appears and the artist covers the entire image again. The artist is in fact not covering but erasing the figures. Kim is the silhouette representing the disappointment and despair from the standardization of reality. Within this reality, he continues to form interpersonal relationships. He wishes for the people he has encountered throughout his life― whether the experiences were good or not―to remain as objective memories throughout the passage of time. The traces of paint on the canvases laid down horizontally become, along with the other canvases, traces of memory and decrease the gaps in time. This installation, using painting as a tool, is not a presentation of painting but a symbol of reality. In Room of Memory the masses of piled canvases seem to push and pull one another in the given space. If we assume a canvas to be a dot and stacks of these canvases to form lines and planes, the traces of paint gathered on the planes form a mass to depict human relationships in the simplest form, yet with maximum tension. He does not answer the question of the meaning of painting itself, but tells us an epic story about human relationships in a conceptual and visual language. Kim, Mijin (Art Critic)

105


기억의 방


Room of Memory Room of Memory • canvases, halogen lamp, silk cloth • variable size • 1999

107


자화상

존재의 영속성과 순환, 그리고 소통에 대한 다양한 작업을 이어오고

This self-portrait by the artist who has worked

있는 영상 설치작가 김승영의 이 자화상은 벽에 붙여 놓았던

with a wide variety of themes such as immortality,

요셉 보이스의 사진이 아침마다 계속해서 떨어져 매일 다시

the cycle of existence, and communication,

붙이기를 반복했던 경험에서 시작되었다. 영상 속에는 작가의

stems from his experience of putting a photo of

사진이 벽에 붙어 있고, 그것이 떨어질 때마다 작가가 나타나

Joseph Beuys on the wall every morning. In the

다시 붙이고 사라지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연출된다. 이것은

video, Kim’s photograph is placed on the wall and

자신에 대한 어떠한 노력의 수행, 그리고 그것의 실패와 새로운

whenever it comes off, he repeatedly puts it back

시작의 반복적인 순환, 나아가 우리의 삶의 여정을 상징한다고도

on the wall and then disappears. This seems to

보여지는데, 이러한 순환성과 화면에 흐르는 명상적인 분위기는

symbolize the execution an action, its subsequent

작가 작업 전반에서 보여지는 특유의 감성과 철학이기도 하다.

failure, and the repetitive cycle of a new beginning, much likeour journey in life. Through this cycle and contemplative atmosphere, Kim demonstrates his own unique sensibility and philosophy.


Self-Portrait Self-Portrait • single channel video • 16′01″• 1999

109


마음 Mind • water, acrylic box, mechanical equipment, digital sensor • 85×47×9cm • 2001

마음, 물

The image of the picture falling is set to the

영상작업 <자화상>에서 작가의 사진이 떨어질 때 나는

sound from the video, Self-Portrait ; the water

소리로 인해 박스 안의 물이 전체적으로 진동하면서

in the box vibrates and this vibration shakes the

물에 비쳐진 사물들이 흔들리게 된다.

reflection of the object on the water’s surface.


Mind Mind • compass, sand, mechanical equipment, digital sensor • 85×47×12cm • 2001

마음, 나침반

The image of the picture falling is set to

영상작업 <자화상>에서 작가의 사진이 떨어질 때 발생하는 소리에

the sound from the video, Self-Portrait ; the

맞춰 흙 속에 있는 나침반 바늘이 움직이지만 방향을 잡지 못한다.

sound is synchronized to the movement of a broken compass needle covered in sand.

111


자화상

공간은 파란색이 도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작가의 전신 사진을

The space is illuminated in blue. Fifty-two life-

찍은 등신 크기의 사진 52장을 눈과 귀만 나오도록 말아서 세웠다.

size full-length self-portrait photographs are rolled

건드리면 말려 움츠려드는 벌레처럼 작가 자신의 사진은 돌돌

showing only his eyes and ears. Like a bug that rolls

감겨 말린 원통형으로, 눈과 귀로 이루어져 벌레 모양을 하고

its body from someone’s touch, the photographs

있다. 바닥에 설치된 물 위로 벌레 형태의 작가가 비추어 진다.

are rolled and made into the shape of a larva. The image of the artist is reflected on the surface of the water on an installation on the floor.


Self-Portrait Self-Portrait • fifty-two photographs, water, blue fluorescent lamps, black tiles • 655×510×185cm • 1999-2001

113


마음

나에게 작업은 곧 존재에 대한 성찰이며 동시에 스스로에 대한

For me, work is an introspection of my

정체성 탐구이다. 그 과정에서 나온 작품 <자화상><마음><두개의

existence and an exploration of my identity.

물방울>을 한 장소에 모아보았다. <자화상>은 사람과 사람 간에

I am displaying three works: Self-Portrait , Mind ,

관계 속에서 생기는 상처에 대한 내면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다.

and Two Waterdrops under the same roof. Self-

이 작업에서 재미있는 점은 사진이 실재이고 작가자신이 마치

Portrait is a representation of my inner wounds

영혼인 듯 그려진다. 영혼처럼 사라지며 실재처럼 떨어지기

from previous relationships. Interesting in this work

때문이다. <마음>는 마음 안에 일어나는 동요를 표현하였는데

is that the photograph looks like 'reality', and my

<자화상> 앞에 배치해서 화면에 보이는 작가의 모습이 물에 빨려

existence appears like 'unreality'. My existence

들어가는 느낌을 갖도록 했다. <두개의 물방울>은 관계 속에서

is far away from 'reality', and disappears like the

생기는 갈등의 원인을 흑과 백의 대리석으로 표현하였다. 이 셋의

soul. My inner 'agitation' is represented in Mind

작품은 전혀 다른 재료와 방식으로 갈등이라는 내면의 모습을

displayed before the Self-Portrait . In this work

보여주면서도 한 공간 안에서 상호보안적인 소통을 하고 있다.

my appearance seems to be absorbed by water.

<작가노트>

Two Waterdrops expresses conflicts derived from relationships, which are shown through black and white marbles. These three pieces show conflicting inner aspects, yet complementary communication within the same space. <Artist Note>


Mind ◀ Mind • water, steel, agitator, acrylic • 200×120×34cm • 2001 ▶ Mind • water, ink, stainless steel, electric churner • 55×55×85cm • 2004

115


기억의 방

어두운 공간 한 쪽에 네모난 창이 하나 나 있다. 그 아래엔 물이

There is a square window on the side of a dark

고여있고 사방을 둘러보면 선반장으로 이루어진 벽들이 미로를

space. A puddle of water forms under the window

형성하며 서로를 넘겨다보게 해준다. 다른 길을 넘겨다 볼 수는 있지만

and all around are walls composed of shelves

넘어갈 수는 없는 이러한 구조는 우리네 인생여정과도 매우 흡사해

that have taken the form of a maze. We can see

보인다. 허락된 것은 들어선 길을 따라 다만 앞으로 전진하는 일이며,

beyond the maze, yet we cannot go beyond it. This

전진의 끝에는 자신의 얼굴을 비추어 볼수 있는 , 그리고 욕망들을

structure is like life’s journey. We proceed forward

씻어 낼 수 있는 물과 따듯한 햇볕이 들어오는 창이 난 작은 방이

along a permitted path. At the end of the path is

있을 뿐이다. 김승영은 언제나처럼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의 작은

but a small room with water where we can see our

대화를 시발점으로 내면의 성찰을 통한 길 찾기를 시도하고 있다.

reflections and wash away our desires, and warm

김혜경(문예진흥원 미술회관 큐레이터)

beams of sunlight flood in through a window. Kim,

* 2002. 1 「월간미술」 review에서 발췌

Seung Young, as always, attempts to find a path through introspection born out of the environment and small conversations that surround him. Kim, Hye Kyoung (Curator) * Extract from 「Montly Art」 January 2002


Room of Memory Room of Memory • mixed media installation • variable size • 2001

117


미술과 담론

* 김승영 전 (10/3--10/19, 파주시 통일동산 내 헤이리) ; 파주의 한 마을에 조성되고 있는 ‘예술 마을’

-

곳곳에서 펼쳐진 ‘헤이리 페스티발’의 하나로 열린 김승영의 개인전은 길(또는 통로), 문, 물, 격자 창 같은 근래의 전시에서 사용했던 모티브를 통해 넓게

이선영 미술평론가

펼쳐진 자연과 건물을 배경으로 재 맥락화하고 있다. 그가 그간 전시장에서 사용한 몇몇 모티브들은 이 공간들에서 생동감 있게 되살아난다. 가령 산책로로 조성된 길 한가운데에 설치된 <회전문>은 실제의 길에 놓여짐으로서 시적 정취를 자아낸다. 무색 아크릴로 되어 있는 그 문은 길을 따라 산책을 하던 사람이 열고 나갈 수 있으면서도, 바람개비처럼 바람에 의해 회전하면서 햇빛에 반사되기도 한다. 또 다른 산책로에는 녹슨 쇠로 작은 물웅덩이를 징검다리처럼 만들었다. 땅에 박혀 있는 이 <물 징검다리>는 그 옆의 나무들과 그 위의 하늘을 담고 있다. 김승영의 작품에서 문이나 길같은 모티브는 시적이지만 그 자체가 가지는 상징의 힘이 없다면 그만큼의 환기력이 없을 것이다. 즉 그것들은 상징으로서 그것을 통해서 밖에는 달리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무언가를 나타내고 있다. 가령 길에 난 문은 또 다른 차원으로 진입하는 통로를 상징한다. 그것은 내적인 혹은 외적인 삶의 새로운 국면이 시작되는 문지방이며, 또 다른 영역으로 도약하는 문턱이 된다. 가령 그 문을 통과하는 이가 종교인이라면 그 문은 세속과 신성을 나누는 선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예컨대 그가 기독교인이라면 구원--’내가 문이니 누구든지 나를 통하여 들어가면 구원을 얻을 것이다’(요한복음)-

-이라는 상징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회전문> 김승영이 만든 회전문은 열려 있으면서도 닫혀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것은 그 문을 통과하여 도달할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 내지는 연결이 어떤 능동적(직접 여는 경우)이고도 수동적(우연의 힘에 의해 열리는 경우)인 힘에 의해 좌우되는 것임을 보여준다. 입문(入門)이라는 말이 있듯이, 문은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에 대한 갈망을 나타낸다. 그것은 타자와의 만남을 통한 새로운 생을 상징하는 것이다. 엘리엇은 ‘우리는 두 번 같은 문을 통과하는 것이 아니고, 전에 통과한 일이 없는 문에 들어가는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서 문은 삶의 전환과 초월을 상징한다.

40여 평의 짓다 만 건물 1층에 있는 <기억의 방>은 지름 8미터 가량의 넓다면 넓은 수면이 조성되어 있다. 그 아래로 5미터 높이의 천장에서 내려오는 8개의 물병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면서 조용한 파문이 번진다. 바닥에 얇게 조성된 수면은 송판으로 만들어진 격자 틀로 에워싸여 있다. 이 나무 격자 틀은 전통문의 문살들처럼 작은 문들을 연상시킨다.


이 작품 전체를 감싸는 건물 한쪽 면 역시 격자로 된

나누거나 연결하고 있는데, 세군데로 난 통로의 하나가

유리창이다. 그 창으로 가득 들어오는 가을 햇빛은 이

이르는 곳에 얼마 전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후배

텅 빈 공간에 고요함을 더해준다. 수면에 떨어지는

조각가 구본주를 추모하는 방이 있다. 콘크리트 벽의

물방울과 반사된 빛이 만나 천장에서는 동심원

한 면씩을 차지하는 문장들--그는/ 그 문을/ 열고/

무늬들이 서로를 간섭하면서 사방팔방으로 번져나간다.

나갔다/--이 노란 색 네온으로 빛나고 있다. 죽음은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은 잔잔한 피아노 소리 외에

이승과 저승을 나누는 문턱을 상기시킨다. 여기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와 문소리, 일상의 작은 소리들이

죽음은 질적으로 다른 또 하나의 세계로 나가는 행위로

함께 흘러 나온다. <기억의 방> 어디선가 떨어지는

여겨진다. 그 방의 시멘트 바닥에는 검은 박스 안에

물방울에 파문이 번져 가는 이 넓직한 인공연못은

물이 소용돌이처럼 계속 빠져 나가고 있다. 또 하나의

마음의 공간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고요하게 외부의

연결 통로는 진동기에 의해 계속 물의 파장이 발생하는

자극을 받아들이고 흡수하는 텅 빈 수면은 내맡김의

검은 색 박스가 있다. 다른 방에서 빠져나간 물이

공간이기도 하다. 이 열려진 공간에서 발생하는 파문들은

어딘가를 돌고 돌아 여기에서 다시 퐁퐁 솟아나는 듯한

타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틈과 같은 것이다. 이 마음의

연출이다. 그것은 죽음이 끝이 아니고, 삶과 죽음이 순환

공간은 현대사회가 부추키는 개인주의적 주체가

반복되는 무한 회귀의 과정을 표현하는 것같다. <기억의

아니라, 범우주적인 자아를 상징하는 것 같다. 얇고

방-헌시>(전체) <기억의 방-헌시>김승영의 작품은

넓은 수면은 거대한 거울이 되어 주변의 모든 것들을

몇 가지 구성요소들을 공간적, 심리적 맥락에 따라

포용한다. 그것은 이 마음을 상징하는 텅 빈 공간이

조금씩 달리 배치함으로서 여러 상황을 연출하지만,

단순히 자아의 상실이 아니라, 모든 곳에 존재하는

대체로 명상적이고 신비적인 분위기를 가진다. 눈코

자아를 발견한다는 점에서 선(禪)적인 면이 있다.

뜰 새 없이 팍팍 돌아가는 현실 속에서, 그의 작품은

로버트 앨우드는 <신비주의와 종교>에서

공간에는 현실에 존재하는 잡다한 사물들에 감각적

표현되는 절대적 합일의 상태, 즉 거대한 기적적인

표피를 초월한 신비주의같은 것이 있다. 말이 없이

자아를 발견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동양의 선은

펼쳐진 수면과 그 위에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는 이 빈

일종의 내적인 자유, ‘중심이 비어있는 자유’라고

공간의 침묵을 더욱 강조한다. 침묵은 눈앞에 펼쳐진

말해진다. 그것은 모든 것을 버림으로서 펼쳐질

시시콜콜한 사실들보다도 그 이면의 것들에 관심을

순수한 세계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 점에서 이 수면은

돌리게 한다. <기억의 방-헌시> 침묵은 대상을 초월하여

그의 다른 작품에서 나타나는 문과도 같이 끝없이

나아가게 하며 영원과의 대화를 촉발시킨다. 물론

열려있는 세계로의 통로, 또는 인터페이스 같은 것으로

그것은 확실한 대답이 없는 무모하기도 하고 무익한

보여진다. 근본적으로 텅 빈 세계, 이 바탕 없음과

일이기도 하지만, 예술의 존재이유란 명료하지 않은

물심일여(物心一如)의 의식 속에서 의식은 대상를

세계의 이면을 조명하고 그것을 의식으로 끌어들이는

꿰뚫고 들어가는 것이다. 지금 여기를 있는 그대로

일일 것이다. 이러한 행위의 효과는 유일해 보이는 이

받아들이는 가운데 새로운 문이 열리고, 이 문턱에서

현실 세계를 상대화시키는데 있다. 이 복닥거리는 현실

타자와 만나기 위해 새로이 출발하는 존재를 발견할 수

세계는 가능할 수 있는 여러 세계 중의 하나에 불과한

있다. 다른 건물에 있는 또 하나의 ‘기억의 방-헌시’는

것이다. 침묵에 휩싸여 있는 김승영의 작품들은 미가

긴 계단을 내려와야 한다. 계단 아래 갑자기 트인 공간에

일차적으로 침묵 속에 존재한다는 막스 피카르트의 말을

검은 탁자가 놓여있고 그 위에 검게 탄 듯한 책이 한 권

떠오르게 한다. 물론 침묵은 오늘날 아무런 효용성도

놓여 있다. 천장에서는 검은 물이 핏물이나 눈물처럼

없는 현상이다. 그러나 침묵이 없다면 어떠한 변화도

뚝뚝 떨어지고, 그 아래 작은 웅덩이가 그 물을 받아낸다.

실현되지 못한다는 막스 피카르트를 말을 상기하면,

관객은 이 책을 펼쳐보게 되어 있는데, 책 안은 먹으로 다

김승영이 연출하는 침묵의 세계는 또 다른 존재로의

까맣게 칠해져 있다. 이 작품은 시인 기형도의 탄식--’자기

탈바꿈을 위한 문턱이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생을 누가 펼쳐볼 것인가’--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이 고즈녁한 공간은 젊은 나이에 간 시인을 추모하는 공간이다. 책은 책을 주제로 한 단체 전 중의 한 작품인

<세권의 책>에 또 나타난다. 이 작품은 테라코타에 유약을 발라 낡은 책의 느낌을 주었는데, 펼쳐지거나 덮여진 3권의 책들에는 낙엽과 물, 풀 등이 담겨있다. 119

호흡이 매우 길다. <기억의 방>이 연출하는 그 텅 빈

선(禪)의 경우 목적은 무(無)에 의해서 역설적으로

이 기억의 방에도 송판으로 된 그리드 구조물이 공간을


The Art and Discourse

am the gate; whoever enters through me will be saved. (John 10:9)” could come to mind. Kim’s Revolving Door is open, but at

-

the same time it is closed. It shows that the encounter with the new world through

Lee, Sun Young

Art Critic

the door is dependent on both active (opening by oneself) and passive (opening by coincidence) power. In Chinese, there is a word “entering the door” (入門) that also means “becoming a pupil” or “introduction.” The door symbolizes

Kim, Seung Young’s solo exhibition

the desire to meet a new world. As T.S.

(October 3rd – October 19th, 2003 at Tongil

Eliot said, “We do not pass through the

Dongsan in Heyri, Paju) was held in several

same door twice/ Or return to the door

locations in Art Town in Paju as a part of

through which we did not pass.” The door

the Heyri Festival. In this exhibition he re-

symbolizes change and transcendence.

used various motifs from his previous works such as a pathway, door, water,

Room of Memory

and lattice window and re-contextualized

An eight meter diameter water installation

them to fit the environment of wide

is located on the first floor of the 40-pyung

open nature and surrounding buildings.

(12,423 ft2) building. Eight water bottles

Revolving Door is installed in the middle

are hung on the ceiling dropping water

of a trail creating a poetic atmosphere,

drops, creating a quiet ripple. The shallow

located on an actual road. The door is made

water installation on the floor is surrounded

of monotone acrylic boards and people

by lattice windows made of pine board.

who are walking along the street can open

This wooden lattice window is reminiscent

them and pass through. It also spins like

of a small traditional Korean door. On one

a pinwheel and reflects the sunlight. On

side of the building’s wall is also a lattice

another trail, he installed rusty metal bowls

window. The autumn sunlight streaming

with water resembling stepping-stones

in through the window adds to the

made of puddles. This Water Stepping-

quietness of this empty space. Droplets

Stones imbedded in the ground, holds the

falling onto the surface of the water meet

reflections of the trees and sky above.

the incoming light, reflecting onto the

In Kim’s work, motifs such as the door

ceiling light patterns of concentric circles

and the road are poetic, but if they did not

that spread out into different directions.

have the power of symbolism, neither

The sound of a quiet piano piece, water

would warrant a reaction. They indicate

drops, a shutting door shutting, and other

something that cannot be known without

small sounds of mundane life can be

using symbolism. For example, the door

heard in the background. This big artificial

on the road symbolizes the path to enter

pond, Room of Memory , makes us think

another world. It is a threshold to internal

about the inhabited space. The empty

and external life and the stepping stone

water surface, which absorbs external

to travel to other places. If a person who

stimulus, is a space that gives itself to

passes the door is religious, the door

others. This space seems to symbolize

could be seen as a border between the

the universal sense of self, not the

secular and holy worlds. For example, if

individualism created by modern society.

this person is Christian, the scripture “I

The shallow and broad water surface


functions like a huge mirror and embraces

open and others closed, contain fallen

all of its surroundings. This empty space

leaves, water, and grass. The room of

has a Zen-like quality that symbolizes our

memory is divided by pine boards and one

mind; this place it is not meant to be the

of three entrances is open to the space to

loss of oneself, but the place where we

commemorate the sculptor, Gu, Bon Ju,

can find self-existence everywhere.

who passed away recently. A phrase is

Robert Ellwood said in his book

Mysticism and Religion , the purpose

the door/and left.” The room is lit by yellow

of Dhyana is to reach in to the absolute

neon lighting. In his work, death seems like

paradoxical state of nothingness (void).

the threshold of life and the afterlife. The

In other words, finding one's miraculous

water in the black box sitting on the

self. The Eastern philosophy says Dhyana

cement floor of the room flows elsewhere

is the inner freedom and freedom with

like a whirlpool. The water flows to another

an empty center. It is the pure world that

room and returns back to gush out again.

we can reach by letting go of everything.

It symbolizes that death is not the end

In this context, the water surface seems

and life and death is an eternal circle.

like an endlessly open path to a new

Kim arranges a few elements

world, an interface that has appeared

differently in his works according to

in other works by the artist. In this

the spatial and psychological context

fundamentally empty world, the state of

and creates various situations, which

mind from rootlessness to the union with

seem meditative and mysterious. In

others without any division penetrates

fast-paced reality, his work has a long-

the other. While accepting the presence

term quality. The empty space created

and current place as it is, the new door

for Room of Memory seems to have a

opens to us. By passing this door we

mysticism that transcends the surface

can find our new self, who departs in

of the miscellaneous. The water's quiet

to the new world to meet the others.

surface and the sound of water dropping

To see Room of Memory –

emphasize the silence of this empty

Dedicated Poem in another building, the

space. Silence turns the viewer’s attention

audience has to walk downstairs. At the

away from what is in front of them.

end of the stairs, an open space suddenly

121

written on each concrete wall, “he/opened/

Silence allows one to transcend

appears and there is a black table and

oneself, move forward and prompts

a burnt book on top. Black droplets of

a conversation with infinity. Though it

water drip from the ceiling like blood or

may seem like a futile and impulsive

tears, collected into a small puddle. The

attempt, the purpose of art is to bring

audience is allowed to open the book

to light the uncertainties of the world.

which is painted black inside. This work

The effects of these attempts put the

is inspired by the poem The Black Leaf in

realities of this world - seemingly unique

My Mouth written by Gi, Hyung-do. Part

- into perspective. Kim’s quiet work is

of the poem reads ‘who is going to open

reminiscent of Max Picard who claimed

the pages of his life.’ This quiet space is

that beauty is found first in silence.

for commemorating the brilliant poet who

Silence is a phenomenon without a use.

died at the young age of 29. The book

However, if we recall Picard who once said

motif also has appeared in the previous

that change can not be realized without

work Three Books . Made of terracotta,

silence, we understand that the world of

this book was painted with glaze to give it

silence visualized by Kim is a doorway

an appearance of age. Three books, some

into a world in which we can transform.


기억의 방 - 헌시


Room of Memory – Dedicated Poem Room of Memory-Dedicated Poem • mixed media • variable size • 2003

123


물 징검다리

길 만큼 함축적으로 인간의 삶을 닮은 것도 없을 것이다.

The path connotes ‘human life’. Water Stepping-

<물 징검다리>는 지금 내가 있는 이 지점에서 저 너머의

Stones presents a point from which I communicate

세계가 서로 소통하는 지점을 보여주는 과정이며, 대상을

with another world. Through this work, I intend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수면 위로 반영되는 사물의 형상처럼

to view objects from a contemplative, meditative

명상적이고 관조적인 시선을 보여주고자 했다. 수면 위로

gaze, like things reflected onto water, rather than

비치는 주변 환경의 민감한 조응을 통해 현실에서 묻어나는

presenting them directly. This work showcases

흔적을 보여주지만, 근본적으로 작품에 숨어있는 지각의 세계를

traces in reality, responding sensitively to their

섬세하게 드러냄으로써 시간의 흐름을 주시하고자 했다.

surroundings reflected onto the water. Through

<작가노트>

this work however, I try to note the stream of time by demonstrating a perceptive world hidden behind this work quite delicately. <Artist Note>


Water Stepping-Stones Water Stepping-Stones • water, steel cans • variable size • 2003

125


물징검다리

… 둥글고 야트막한 금속 통들이 바닥에 정렬된 <물 징검다리> 수면

In Water Stepping-Stones, the low, wide,

위로 “물 오솔길”을 거니는 관람자의 모습이나 전시장 유리 벽면

round metal cans with water are arranged like

너머 자연경관이 투영된다. 대기의 미세한 변화에 따라 수면에 반사된

stepping stones creating a path. Viewers see

빛은 맞은 편 벽면에 동그라미들을 형성하고, 때로는 그 위로 바람에

natural scenes over the window of the venue,

실려온 나뭇가지 그림자가 던져지다가 찰나적으로 사라져버린다.…

and these are reflected onto the water surface.

박소영(전시기획 ‧ 미술평론)

The light, reflected onto the water surface,

* 「Space Project」 서문에서 발췌

forms circles on the opposite wall, and at times they cast shadows of twigs swaying in the wind and disappearing in a given moment. Park, So Young (Independent Curator ‧ Art Critic) * Extract from 「Space Project」 Prologue


Water Stepping-Stones Water Stepping-Stones • water, stainless steel cans, yellow cellophane on glass • variable size • 2006

127


회전문


Revolving Door Revolving Door • mixed media • variable Size • 2003

129


반영

작품 <반영>은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고여 있는

In Reflection a drop of water makes a sound

물 위에 떨어지는 순간에 단 한 번의 소리를 만들어 내고는

the moment it lands on still water and soon

사라져버린다. 다음순간 보잘 것 없이 사라져버린 물방울의

disappears. The traces of this waterdrop

존재를 천장 위의 그림자가 되살려 주고 있는데, 천장 위에서

is revived by the shadow on the ceiling. A

펼쳐지는 아름다운 물결은 아무 갈등 없이 편입되었다고 생각했던

beautiful wave unfolding on the ceiling suggests

물방울이 사실상 겪고 있는 갈등의 모습임을 나타낸다.

the conflicting nature of this waterdrop.


Reflection Reflection • water, fallen leaves, safflower seeds, spotlight, stainless steel, yellow acrylic • variable size • 1997-2006

131


반영


Reflection ◀ Reflection • water, soil, iron, motor • 125×125×30cm • 1996 ▶ Reflection • water, iron, stainless steel, safflower • variable size • 1995

133



135


Walking in My Memory


Walking in My Memory Walking in My Memory • old bricks, moss, weed, yellow film, wall painting • variable size • 2012

137


Walking in My Memory

“기억이란 우리들이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Memory is not what we remember but that

우리들을 기억하는 것이다.”- 옥타비오 파스

which remembers us.” - by Octavio Paz

살다보면 기억하고 싶은 사람이 있고, 잊고 싶은 사람이 있다.

There are people we want to remember and there are

이도 저도 아니지만 다만 지금의 사정상 기억 속에 머물고 있는

people we want to forget. There are a lot more people

사람들은 훨씬 더 많다. 조각가 권진규(1922-1973)는 아끼던 여자 제자나 주변 여인들의 모습을 작품으로 옮기고 <순아>,

<경자>, <혜정>, <예선>과 같은 각각의 그녀들 이름을 제목으로 붙였다. 록밴드 토토(Toto)는 유난히 여자 이름을 제목으로 딴 노래가 많은데, <Rosanna>, <Anna>, <Pamela>,

<Angela>, <Lea>와 같은 그 곡들은 멤버들이 지금껏 사랑해왔던 여자들의 이름이라고 한다. 여기, 작가 김승영은 기억 속에 있는 사람들을 조각으로, 그림으로 드러내지 않고, 단지 그들의 이름만을 늘어놓는다. 참 간단하다. 하지만 쉽지 않다. 작가는 이것을 놀라울만한 계획으로 매번 다른 형식으로 표현한다. 내가 옆에서 보기에, 이 작업은 물량과 시간과의 싸움이다. 한 개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가 알고 있는 다른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의 총합이라는 가정에서 김승영의 미술이 시작된다. 이와 같은 현상학적 존재론은 예컨대 전화번호부에 저장해놓은 사람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맺은 친한 사람들의 명단만으로 그 사람의 직업이나 신분, 취향과 같은 정체성을 대강 알 수 있는 현실에 비추어 설명할 수 있다. 작가는 이와 같은 자신의 생각을 사진, 조각, 평면, 영상, 오브제 설치라는 형식을 빌어서 표현한다. 전시 공간에 들어서면 마주치게 되는 조각 연작은 떨어지는 물방울이 일으키는 아름다운 파문을 형상화하고 있다. 찰나의 인지는 동심원의 물결을 만들며 동시에 단단히 굳어있다. 물 위의 작은 요동 앞에 관객은 딱딱한 기억의 깊숙한 밑을 파헤칠 준비를 한다. 옆에 있는 캄캄한 방을 비추는 세 줄기의 빛은 금이 간 비석 형상을 비추는 램프와 LCD 모니터다. 비석을 암시하는 듯한 검은 돌 조각, 그리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에서 촬영한 영상 작업은 한 개체의 죽음 이후 그에 대한 망각을 거부하면서 새로운 실존의 가능성으로 대치된 예술의 언술(Memento Mori!)이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거대한 비석 모노리스(Monolith)를 연상시키는 검은 조형물은 갤러리 공간을 두 쪽으로 나눌 듯이 가로막고 서있다. 음악가 오윤석이 작업한 사운드가 깔리는 가운데, 여기에는 작가가 기억하는 중요한 이름들이 영화 엔딩 크레딧처럼, 혹은 폭포수처럼 내려와서 아래에 수조 속에 잠긴다. 그 낱낱의 이름들이 이뤄내는 스펙터클은 다른 어떤 이름들로 대신 바꾸어 놓더라도 장식적인 면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다. 남들이 볼 때엔 그냥 이름일 수 있지만, 그 이름의 주인공들은 작가에게 있어서 곧 자신과 같으며, 그들 대부분은 지금 현대 미술계의 최전선에 위치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 사회로부터 격리된 현대 예술은 그 이름들을 특별하지 않는 작가 개인의 기억으로만 냉담하게 가둔다.

who stay in our memory just because of necessity. The sculptor, Kwan, Jin Gyu (1992-1973) made works depicting his favored female students and female friends and titled them using their name: for example, Soon A , Kyung Ja , Hye Jung , and Ye Sun . The rock band Toto has named an exceptional number of songs after women―Rosanna , Anna , Pamela ,

Angela , and Lea ―the band members had loved in the past. Kim, Seung Young does not represent the people in his memory through sculpture or painting, instead he lists their names. It is very simple yet not simple at all. Each time Kim expresses this idea in surprising variations. From what I can see, this work is a fight against quantity and time. Kim’s art starts from the hypothesis that an individual exists based on the sum of relationships between all the people she knows. This phenomenological ontology can be explained through the reality that a person’s identity, which includes their job, status, and tastes, can be understood by looking through the names saved within one’s address book as well as close friends and acquaintances from one’s online community. Kim expresses his thoughts through various forms such as photography, sculpture, video, and installation. Upon entering the exhibition space are water drops fallen and scattered, having poetically taken the form of a sculpture, capturing the moment when water, having rippled out in circles, is held firm. Standing in front of the ripples, one prepares to dig deep within one’s memory. Three rays of light illuminate the dark room, emanating from a lamp and LCD monitor, which give light to the cracked on a black stone. The black stone resembles a tombstone. The video Kim captured in Strasbourg, France speaks about the new possibility of existence and refusal to forget one’s death. It is Kim's way of saying “Memento Mori!” The black installation, Memory (2012), reminiscent of the huge stone Monolith from 2001: A Space Odyssey (1968) stands seemingly crushing


Two Water Drops Two Water Drops • marble • 40×20×15cm • 2008

139


그리고 벽돌작업. 이름 작업의 기본적인 틀을 쉽게

space within the gallery. The names fall like a

이해하게끔 하는 평면 작품을 옆에 두고 무수히 깔린 벽돌은

waterfall and the imagery is not affected even with

우리를 경탄스러움과 애틋함으로 몰아간다. 여기에는 작가

the changing names. To the general public they are

본인의 온갖 감정이 그 제공자 역할을 한 이들의 명단과 함께

just names. Yet the owner of each name is special

새겨져 있다. 고유명사와 일반명사, 그리고 함축된 문장이 새겨진

to Kim, as the owner of each name has formed

벽돌들의 위치는 무작위로 결정된 건 아니다. 이것도 각각의 뜻을 품고 있다. 어떤 이름은 깨끗한 벽돌에, 또 다른 이름은 낡아서 금이 가고 색 바랜 벽돌에서 발견할 수 있다. 나는 김승영 작업의 이미지를 파란 색으로 떠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작업에서 그는 노란 색에 닿아 있다. 엘튼 존 <Goodbye Yellow Brick

Road>의 무의식적인 연상일 것 같지는 않지만, 노란 색으로 바뀐 환경은 벽돌 하나하나마다 그 빛을 스며들게끔 한다. 기억이라는 필름의 몇 층 뒤에 가려진 기억은 노란 색에 의해 아련한 과거를 벽돌의 틈마다 피어 오른 이끼와 함께 전한다. 과거를 매개하는 노랑 혹은 주황빛은 오래되어 변색된 옛 사진에서도 볼 수 있는 톤이다. 작가는 동시대의 몇몇 회화에서도 발견되는 이 시각적 은유를 이번 전시에서 끌어 썼다. 문학평론가 김현은 ‘한 개인의 온전한 죽음은 사후 남아있는 가족사진에서 망자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모두 세상을 떠난 다음에 비로소 이루어진다’고 했다. 역사에 남을 위인들의 얼굴이야 다음 세대 사람들도 기억할 것이므로, 김현의 말은 매우 소시민적인 정서를 반영한다. 나는 김승영의 미술을 적어도 형식적인 면에서는 김현의 소시민적 문학론의 테두리와 겹친다고 생각한다. 그는 거창하고 무거운 담론 대신, 사소한 인간관계에 시선을 둔다. <문학과 지성>으로 대표되는 문단을 배경으로 한 소시민적 문학론이 <창작과 비평>을 중심으로 한 민족문학론과 리얼리즘과 맞서던 시기를 지나면서, 서구 인문사회과학계의 포스트(post)논쟁이 수입되어 들어왔고, 미술 이론 역시 순발력있게 “포스트 민중미술”이라는 개념을 생산해냈다. 김승영의 미술 또한 포스트 민중미술이 진화된 패턴으로 볼 수도 있다. 나는 ‘포스트’가 이전 개념과 이후 개념을 완벽히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적인 면에서 원 개념을 더 진지하게 계승하는 본다. 그 내용이란 비판을 비판하는 태도에 있다. 메타비평과도 같은 맥락에 있는 이 태도와 구분되게 단절된 것은 형식적인 문제일 뿐이다. 따라서 1990년대 문학계에서 소시민이 하나의 계급인가 아닌가라는 문제를 미술에 그대로 적용해서, 과연 현대미술가들이 하나의 공통된 집단으로서 뚜렷한 목소리를 내는가에 관해 살펴볼 수도 있다. 예술가는 자본과 권력에 박해까지는 아니더라도 묘한 긴장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계급의식을 김승영 작가도 가지고 있다. 미술 이론과 교육 현장에서 그 흐름을 읽어내는 가장 흔하고 안일한 관점이 해체주의다. 현대 미술의 정황을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읽어내면 편하긴 한데, 이 관점으로는 김승영의 작품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작가의 작품에는 주체가 훼손되거나 상실되어 해체된 게 아니라 훨씬 적극적이고 일관되게 드러나 있다. ‘나’를 빼면 김승영의 작품은 성립되지 않는다. 노란 벽돌길 위를 산책하든, 잔잔한 물결이 이는 수면을 유영하든 그 모든 주체는 기억하는 ‘나’가 있어야 한다. 작가는 자신을 포함한 주변 예술가들을

who he is. Some of them are actually people who are quite influential in the contemporary art scene. This work of art is isolated from the public and deceives us into thinking these important names are just ordinary people from the artist’s memory. And the brick installation, Walking in My

Memory (2012). Hundreds of bricks covered the floor, flanked by two walls. (A two-dimensional work also titled Memory (2011) hung on the wall besides the work.) This basic structure of the “name works” provides viewers the feeling of wonder and nostalgia. In this work, names of people who gave Kim an array of emotional experiences are carved onto the bricks and the list of the names is also exhibited. The bricks are carved with proper nouns, common nouns, and implied sentences―the position of each brick is not randomly decided but thought out. Certain names are found on the clean bricks and the other names are found on the old and cracked bricks. Works by Kim makes me think of the color blue; yet Kim’s work is closer to the color yellow. I do not think that this is an unconscious association with the song by Elton John, Goodbye Yellow Brick Road . The space, swathed in yellow light is absorbed into each brick. A memory is faded and hidden behind layers of other memories; this memory reappears as the color yellow, growing again like moss between the bricks. Yellow and scarlet are the colors that can be found in the discolored old pictures. Kim used this visual metaphor within the exhibition, which can also be found in a couple of paintings by his contemporaries. Kim, Hyoun, a literary critic, said “the true death of an individual is completed after everyone who remembers the dead person by looking at the family picture passes away.” The famous people who left remarks in history will be remembered by even the next generation and will never completely die. Kim, Hyoun’s statement reflects the sentiment of ordinary people. In terms of formality, I think there is a connection between Kim, Seung Young’s art and Kim, Hyoun’s thinking. Kim, Hyoun paid attention to the ordinary person's relationship rather than a grandiose and heavy discourse. The argument between two different literary movements―the theory based


평범한 소시민으로 인지한다. 만약 그렇지 않고 스스로를 고양된

on an ordinary person's point of view, which was

기예와 정신의 결정체로 인식한다면, 작품의 구성은 지금과는

represented by the literary magazine Munji (Literature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거창한 예술 역사의 계보를 보여주면서 그

and Intelligence), versus the Minjok (national) theory

가운데 본인의 좌표를 찍어 넣을 것이다. 김승영은 미술과 자기

and realism represented by Changbi (Creation and

자신 사이를 잇는 관계, 일상에서는 숨겨놓은 격정어린 심정을

Criticism)―marked a notable period in the literature

세상에 펼쳐 보이려는 야심, 이 두 가지를 혁신적인 작업에 담아놓고 있다. 최근작 또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스타일의 전형이다. 윤규홍(아트 디렉터, 예술사회학)

scene. Then, Western discourse, Post-Modernism, was imported and the art theory quickly adapted and produced “Post-Minjung Art.” Kim’s art can also be viewed as an evolution of the Post-Minjung Art. I think that the Post Movement does not fully differentiate "before" and "after," rather it is the continuation of the original concept in terms of the content. The content is about its approach in criticizing criticism. This approach, which is in the same context with meta-criticism, only takes a part from the earlier theory in terms of format. Therefore, the issue of ‘petit-bourgeois’ (the most popular phrase for ‘ordinary' people in Korea at the time), being a class or not, which was a popular argument in the literary scene in the 1990’s, was also applied to the art. On this issue we could examine whether or not contemporary artists had developed a clear voice for themselves as a united group. Though art is not necessarily persecuted by the capitalism and power, there is an ironic relationship between the two, and that irony is found in Kim’s works. In art theory and the education of art, the most common and comfortable point of view is deconstructivism. The current flow of contemporary art could be easily read through Post-Modernism, but Kim's art cannot be read correctly through this theory. In his work, the subjectivity is not lost or deconstructed; rather, it is more actively and consistently shown. If we eliminate ‘I’ from Kim’ s work, it does not make sense. Whether we walk on the yellow brick road, or float on the water's quiet surface, there should be an ‘I’ who remembers memories. Kim recognizes his peer artists as ordinary people. If he recognized them as extraordinary people who have talent and spirit, his work could have been very different. He would have shown the grandiose path of art history and pedigree and could have marked his place along that line. Kim has made innovative works based on the relationship between art and himself and has ambitiously presented his passionate heart hidden in the daily life. His most recent works show a strong example of his unique style. Yoon, Kew Hong (Art Director, Sociology of Art)

141


기억


Memory Memory • single channel video installation • 131, 245×280×244cm • 2012

143


기억

김승영은 자신의 미학적 관심사인 흔적을 모티브로 작업한다.

Kim’s aesthetic concern, and primary motif leave

작가는 그동안 자신이 만나왔던 사람들의 이름을 명패로 만들어

traces. In Memory , Kim makes the nameplates of

투명벽돌 내부에 넣은 주물적인 벽돌로 일종의 기억의 벽을

those who he has met so far, and then transfers

만들었다. 갤러리 중앙 유리 벽면에 쌓아올린 이 기억의 벽은

them onto transparent bricks, building ‘a wall of

이전 작업들과 마찬가지로 시적이면서도 구조적이다. 마치

memory’ with them. As in his previous pieces,

시간과 함께 사라졌다가 환상, 데자뷰로 재구성되는 기억의

this ‘wall of memory’ is central to the venue and

테크놀로지처럼, 의식과 무의식, 기억과 환상의 중간지대에서

appears ‘poetic’ and ‘structural’. As memories are

창조적 상상력 또는 작가의 정체성의 원천을 찾아간다.

often reconstructed into an ‘illusion’ or a ‘déjà vu’,

김홍희(미술평론가, 현 서울시립미술관장)

and disappears with time. Kim explores this as well as his own identity and creative imagination, creating a mid-zone between consciousness and unconsciousness, memory and illusion. Kim, Hong Hee (Art Critic)


Memory Memory • mixed media • variable size • 2004

145


나타남과 사라짐 병리와 자기 치유의 흔적

그러한 형식적 지향점과 공간 해석의 스케일은 관객으로 하여금 어떤 깊은 생각을 유도하게 만들곤 했다. 작품 속의 일정한 공간에는 내부로 관객이 들어가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러한 작품들은

-

관객이 (적극적인 참여든, 어색한 머뭇거림이든) 함께 존재할 때 온전히 성립하게 되는 것들이다. 김승영 작품에 등장하는 또 하나의 형식적인

고원석 아르코미술관 큐레이터

특징은 반복의 미학이다. 낙엽이나 빈 책장, 자신의 얼굴,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름 등 각 작품에 존재하는 개체들은 지루할 정도로 반복되어 어떠한 집적(集積)의 형태를 이루며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특징은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결국 지리멸렬한 반복의 연속이라는 감상적 체험의 결과를 보여줌과 동시에 시간이나 사물을 관조하고 해석하는 작가적 사고가 상당히 다차원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감지되는 형식미는 대개 목재나 낙엽, 물 등의 자연물을 이용한 재료로부터 시작하는데, 그 중에서도 물은 상당수의 김승영의 작품에 등장하는 중요한 재료이다. 그는 1980년대 후반에 처음으로 물을 작품의 재료로 쓰기 시작했는데,

“본다는 것은 당신이 바라보고 있는

‘작업을 하면 할 수록 예술가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것의 이름을 잊는다는 것이다.”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고 생각했던 젊은

- 폴 발레리(Paul Valéry)

김승영에게 최소한의 환경만을 조성해주면 미세한 감각까지 구현해 내는 물이라는 재료의 발견은 매우

존재한다는 것은, 내 눈 앞의 것들과 끊임 없이 소통하고

반가운 일이었다. 자생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있다는 말과 같다. 무언가를 바라보는 순간, 그 이전에

언제 어디서건 스스로의 내용을 담고 있는 유기체로서,

가지고 있던 인식과 선입견, 지식 등은 구체적인

물은 그의 여러 작품에서 매우 긴요하게 사용되었다.

경험의 기억으로 변화하게 된다. 프랑스의 상징주의

고여있는 물이 반영하는 공간, 낙수(落水)가 표면에

시인이었던 폴 발레리가 말한 ‘이름을 잊는다는 것’은

만들어내는 물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소리와 흔들리는

내가 본다는 행동을 하기 이전에 이성의 영역에 있던

영상 등은 그의 작품에서 종종 등장하는 요소이다.

관념들을 ‘보다’라는 소통의 과정을 거쳐 상처나

김승영이 작업을 통해 주로 이야기하는

추억과 같은 내재화된 감성의 영역으로 옮겨 놓는

것은 ‘소통’과 ‘기억’에 관한 것이다. 김승영은 어린

행위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바라봄으로 인하여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신앙에서 비롯된 도덕적인

발생하는 소멸과 생성, 그리고 감정의 개입 등은

결벽증으로 인하여 자기 비판적인 성격을 갖고 있었다고

김승영의 작품에 개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고백한다. 스스로 받은 상처와 열등감은 타인과의

김승영의 작품들은 대부분 명상적인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하기보다 누군가에게 자신이

분위기와 세련된 형식미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그러한

이해되기를 바라는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게 만들었고,

분위기는 그가 일관되게 유지하는 몇 가지 요소에서

이는 성장기의 김승영에게 트라우마였다. 원활하지

기인하는 바 크다. 김승영의 작품이 가진 가장 주요한

않은 소통에 대한 절망과 받아들이기 힘든 상처의

형식적 특징으로 세 가지 정도를 거론할 수 있겠다.

기억들은 김승영의 감수성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

공간에 놓여진 작품과 그로 인해 형성되는

한동안 그의 작업은 어두운 심상에 대한

빈 공간의 환기된 분위기가 적절히 혼재되어 생명력을

투쟁과 내적 트라우마의 치유의 방편으로서 기능하게

부여 받은 환경을 구축해왔다는 것은 김승영의

되었다. 1999년 원서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을 준비할

작품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그는 작품이 놓여진

당시, 가까운 두 명의 지인으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공간의 에너지를 관객으로 하여금 충분히 호흡할

입게 된 김승영은 사람의 얼굴을 그리고 그 위를

수 있게 하는 작품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하는데,

흰색으로 덮어 버리는 작업을 시도했다. 칠하면


드러나고, 그 위를 다시 칠하면 또 드러나는 얼굴은

떨어지는 물방울은 생각보다 큰 소리를 내며 물 위에

결국 희미한 흔적으로 남게 되었고, 그는 그 결과물을

비친 영상에 잔잔한 파문(波紋)을 만들어낸다.

전시했다. 완전히 지우고 싶은 기억들도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덮어 버리는 것일 뿐이며, 결국

이름들이 박혀 있다. 작가가 그 동안 살아오면서

흔적이 되어 남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기억 속에 들어온 사람들의 이름을 공간화랑의

2000년경 뉴욕의 PS1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내부에 있는 각각의 벽돌 위에 투명한 글씨로 붙여

1년간 참여한 김승영은 언어와 관습의 장벽으로부터

놓은 것들이다. 긴 시간의 흔적이 드러나는 벽돌

느껴지는 고립감과 지극히 제한적인 소통의 상황을

위의 이름들은 어떤 것은 선명하게, 어떤 것은 오랜

체험하게 된다. 외부와의 단절로 인한 여파는 자신의

시간 벽돌과 함께 닳고 지워진 듯 존재하는데, 마치

내적 정체성이 무너지는 듯한 경험을 하게 만들었다.

여러 차원들의 시간이 남긴 흔적들이 중첩되어 있는

적극적인 소통에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겪어야 했던

것 같다. 차원의 통로를 부유하는 기억의 편린들을

심리적인 위축은, 후에 자신의 얼굴 이미지를 안경 쓴

은은하게 재현해 놓은 이 이름들을 김승영의 기억을

눈만 동그랗게 남긴 채 잔뜩 위축되어 돌돌 말려있는

통해 만들어진 하나의 소우주(小宇宙)로 읽을 수

형상으로 재현한 작품으로 표현되었다. 이 때의 기억은

있다면, 이 소우주의 흔적 속에 존재하게 된 관객은

2007년 겨울에 발표한 <세상의 꽃>이라는 작품의

그 흔적들로부터 궤도가 다른 자신만의 소우주를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최근 작가교류프로그램으로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각자의 소우주들이 서로

몽골에서 체류를 했던 김승영은 말이 통하지 않음에도

얽히고 겹쳐져 서로 연결되어 있는 모습은 ‘나’라는

불구하고 진정으로 편안한 소통을 즐겼고, 후각이

존재의 한 순간이 우주의 삼라만상과 맞닿아 있다는

결합된,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안고 돌아왔다고 말했는데,

일념삼천(一念三千)의 가르침을 상기하게 한다.

이는 십 수 년간의 작품활동을 통해 그가 구축해 놓은 소통의 방법론이 가져온 결과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공간화랑에서 열린 <Traces>전에서 김승영은

소극장 공간사랑에는 영상작품

<기억>(2008)이 상영되고 있다. 화면은 깔끔한 스크린이 아니라 투박한 벽돌 면 위에 투사되는데,

오브제와 물, 그리고 벽돌 위에 붙인 수많은 이름들로

자신의 윤곽이 그림자처럼 드리운 벽면 위에 그의

이루어진 설치 작품 ‘흔적’(2008)과 싱글채널 영상작품

기억 속에 존재하는 이름들이 장식적인 요소 없이

<기억>(2008)을 출품하였다. ‘흔적’은 공간화랑

그저 지나간다. 마치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전체 면적에 걸쳐 배치된 장소특정적 설치작품이다.

올라갈 때 감도는 적막한 분위기도 있지만, 작곡가

전시장의 천정에 매달린 오브제는 마이미스트들이

오윤석이 작업한 서정적인 음악은 전체적인 분위기를

언어를 배제하고 종이로 행위로 소통을 시도하며

차분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으로 이끈다.

연출을 구상하던 자리에 김승영이 우연히 참여하면서

19세기 독일 낭만주의 철학자 니체의 ‘자기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이다. 그는 몇 명의 사람을 모아

변혁을 통한 초인화의 과정’을 미술의 치유적인 과정과

넓은 종이를 매개로 한 자유로운 행위로 서로에게

연결시키며 아방가르드 미술의 정신적 기원을 분석한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람으로 미국의 미술비평가 도널드 쿠스핏(Donald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에서 자신과

Kuspit)이 있다. 그는 예술을 통해 삶의 고통에서

상대방의 더듬이를 맞대고 비비는 행위로 서로의

해방되고자 했던 아방가르드 작가들의 초월성에 의한

기억을 교환하는 개미들의 소통을 연상하게 하는 이

의지가 예술작품의 치유적 속성을 긍정하고, 자발성과

행위의 결과로 김승영은 소통의 흔적이 남은 종이들을

종합성, 변화에의 의지, 현실과 예술적 감수성의

얻게 된다. 그것들을 이어 붙여 커다란 오브제 형태로

조화 같은 미학적 균형을 추구했다고 주장했다.

만들어서 전시장에 매달아 놓음으로써, 그는 우연성에 기초한 소통의 흔적을 시각적으로 재현해 놓았다. 오브제 아래에 언뜻 심연(深淵)처럼 자리

147

전시장의 입구부터 내부 깊은 곳까지, 수많은

서정성과 명상적 분위기를 추구하는 형식미, 기억과 소통과 같은 정신적 요소를 일관되게 지향하는 김승영의 작가적 정체성에서 동시대 대중이 열광하는

잡은 물은 오브제와 그 배경을 은은하게 반영하고

자극적, 물신적 트렌드를 찾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있다. 위쪽에 있는 유리창을 통하여 들어오는 햇빛의

그러나 그에게서는 ‘예술을 수단으로 사회적인 명성과

각도가 변하면서 매 시간 다른 분위기의 공간을

부를 추구하는 천박성’ 대신에 예술의 치유적인

반영하는 물은 명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냄과 동시에

실천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고 타인에게 위안을 줄

공간의 차원을 확장시킨다. 동시에 관객으로 하여금

수 있다는 예술론으로 무장한 아방가르드 작가들의

작품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소통을 하게 함으로써

충만한 의지와 함께, 동시대의 병리적 현상에 대한

진지한 사고의 모멘텀을 가질 수 있게 한다. 그 위로

깊은 감정이입과 실천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Appearing and Disappearing Vestiges of Disease and Self-Healing Koh, Won Seok Curator of Arko Art Center


“To see is to forget the name of

self-portraits, names of people in his

what one is seeing.” - Paul Valery

memory are repeated, almost tediously, and accumulate to form a structure.

To exist is to communicate with an

These features are the result of his

object before our eyes. At the moment

contemplations that human life is a

we see something, our awareness,

continuation of tedious repetition,

preconception, and knowledge turns into

and his artistic interpretations and

the memory of a concrete experience.

presentations of objects and time

Does ‘to forget the name’ stated by

have multidimensional implications.

the French poet and symbolist Paul

in Kim’s works usually begin from natural

sphere of reason through the process

materials like wood, fallen leaves and

of communication, like ‘seeing’, into

water. Of these, water is an important

the domain of internalized sensibilities,

material that often appears in Kim’s works.

including wounds and reminiscence?

He first began to use water in the late

The intervention of emotion, and the

1980s. As a young artist Kim realized

extinction and birth that are generated

the more works he created, the more

from ‘seeing’ are critical clues to

difficult it was to become a true artist. For

engaging in Kim, Seung Young’s work.

Kim, it was pleasant to discover water,

Kim’s works are mostly

a material that can embody a delicate

characterized by its meditative qualities

sensibility even in a limited environment.

and refined form. His distinct quality

The fluid nature of water―the ability to

derives from elements that repeat

take the shape of any mold or container―

throughout his work. There are three

became a critical element in his works.

main formative features of his works.

The surrounding environment reflected

One of the most important

by the water’s surface, and the ripples

characteristics of Kim’s works is the

and sounds made by droplets falling

harmony between his installations and the

onto the water’s surface, are elements

empty spaces that naturally form when

that often appear in his works.

Kim places his works within an exhibition

149

The beauty of form that is found

Valery mean to take the ideas from the

Kim’s work is mainly about

space. The dynamic between the empty

communication and reminiscence. The

and filled spaces builds an environment

artist confesses he is very self-critical,

full of spatial energy and life force. He

due to his religious upbringing as a child.

once said that he finds prizes works that

Because of his sense of inferiority and

can urge the audience to breathe in this

the emotional wounds he received in

spatial energy. This formal orientation

his childhood, he finds he is passive,

and the scale of which he interprets

hoping others will simply understand

space lead viewers of his work to

him instead of actively attempting to

certain ideas. Some induce the audience

communicate with others. This inability

into step into the works. These works

to communicate was the cause of much

are most complete when they exist―

trauma for Kim during his adolescence.

whether these interactions are active or

The feeling of despair and the memories

awkward―in harmony with the audience.

of his wounds profoundly influenced Kim.

The aesthetics of repetition is

For a while, his work functioned

another characteristic of Kim’s works.

as a means of struggling with his inner

The motifs that appear in his works

darkness and healing his wounds.

such as leaves, empty bookcases,

While preparing for a solo exhibition at


Wonseo Gallery in 1999, he was deeply hurt by two acquaintances. He drew their faces and painted them over with white paint. He repeatedly covered the faces in white; yet a trace remained underneath. Kim exhibited the results of this exercise. Through this process Kim realized the process of ‘erasing’ memories are but covering them up, and would always remain as faint traces. During a year-long residency at PS1 in New York in 2000, Kim experienced the isolation and limits of communication due to cultural and language barriers. The disconnect he felt from the outer world led to the collapsing of his inner identity. The psychological contraction he endured irrespective of his will to actively communicate was later represented in a work in which an image of his face was rolled up showing only his eyes, round, behind his glasses. The memories from that time also became the motif for Flowers of the World exhibited in the winter of 2007. Recently we was in Mongolia as part of an artist exchange program. Despite the language barriers, Kim said he truly enjoyed communicating and returned back to Korea with unforgettable memories. This is perhaps a result of the methods of communication he has developed and accumulated over decades of creating work. The exhibition Traces at Gallery Space includes Kim’s installation, Trace (2008), composed of a paper-object, water and countless names of people written in semi-transparent spray, and Memory (2008), a single-channel video projections of the same countless names. Trace is an installation/performance inspired by a performance Kim saw of a mime artist. The mime has rejected language, and in this case worked with paper in an attempt to communicate. Kim brought together a few people who used a large sheet of paper― made of many pieces taped together―


acts as a medium to convey messages

like the ending credit in a film. A lyrical

through actions. The performance brings

sound piece by the artist Oh, Yoon Seok

to mind the ants sharing memories by

brings about a placid, hypnotic mood.

rubbing their antennas together in the novel, The Ants, by Bernard Werber. The

critic analyzed the spiritual genesis of

resulting paper-object is hung from the

avant-garde art, by connecting the 19th

ceiling and is a visual manifestation of

century philosopher Friedrich Wilhelm

chance and the traces of communication.

Nietzsche’s process of becoming the

A pool of water is set under

overman through self-reformation to

this object, acting like an abyss, gently

the healing process of art. He insisted

reflecting the objects and its background.

the avant-garde, by their willingness to

As the angles of the sunlight entering

overcome and escape the pains of life,

through a window above the work change

affirmed the healing nature of art and the

by the hour, the water generates different

pursuit of aesthetic balance―the harmony

moods, expanding the dimension of space

between change and determination,

and provoking a meditative atmosphere.

and reality and artistic sensibility.

By allowing viewers to interact with this

It may be difficult to find the

work at a set distance, he enables them to

shocking and materialistic elements that

gain momentum for serious thought. The

stimulate contemporary audiences today.

sounds from the droplets of water falling

Kim’s artistic identity is in constant pursuit

from above are louder than expected and

of the lyrical and meditative derived

the images reflected on the surface ripple.

from the beauty of form and is oriented

From the entrance of the gallery to

towards psychological elements such as

its hidden corners, the names of people

memory and communication. For Kim,

who have passed through the artist’

art is not an instrument for social power

s life are stenciled in semi-transparent

and material wealth. Instead, based on

spray all over its brick walls. The names,

the theory that the healing qualities of

some vivid and others worn-out like

art allow for one’s transformation and

the bricks corroded over time, seem

offer consolation, he along with the full

like the accumulation of traces of each

commitment and will of the avant-garde,

moment in time. The names are traces

we discover a sincere empathy regarding

of the artist’s inner universe, made up

the contemporary failures of our time.

of Kim’s memory. Surrounded by Kim’s memory, viewers may find that they too can walk the path that leads to their own. Perhaps the visualization that our inner universes tangled overlapping and connected reminds us that the constitution of the inner universes we see is in itself the great universe. The video, Memory , is presented in the small theater, Gonggansarang. The video is projected onto the rough brick wall instead of a sleek white screen. The names in his memory pass by unornamented, like one’s shadow cast 151

Donald Kuspit, an American art

upon a wall. The names flow serenely


흔적


Traces ◀ Performance ▶ Traces • water, paper, lacquer • variable size • 2008

153


기억 1963-2008


Memory 1963-2008 Memory 1963-2008 • single channel video • 1150 • 2001-2008

155


누구나 마음속에 정원이 있다


Everyone Has a Garden in Their Hearts Everyone Has a Garden in Their Hearts • old bricks, trees, steel, lighting fixtures • variable size • 2012

157


누구나 마음속에 정원이 있다


Everyone Has a Garden in Their Hearts

159


소통과 흔적에 대하여

들어가는 말 김승영의 작업에는 언제나 철학적인 진중함이 묻어있다. 그의 작품에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이미지들은 대부분 보이지 않는 정신적 차원의 영속성과 그러한 지점에

-

원천적으로 닿아 있는 자연, 그리고 그 차원 안으로 진입하고자하는 인간 존재의 진지하고 내적인 성찰을

이은주

독립큐레이터, 미술사

투영하고 있다. 그의 작품을 볼 때마다 늘 일상적이고 가시적인 생활의 반경을 넘어서 보다 근원적인 차원을 바라보고 지향하는 태도를 느낄 수 있었기에 나는 그것을 통해 일종의 구도 행위를 만나는 듯한 느낌을 받곤 했다. 실상 김승영의 작업에는 직접적인 종교적 메타포가 나타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모르게 오래된 산사나 낡은 성당의 침묵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어떠한 식의 명증하고 깊은 명상적 분위기가 감지된다. 흥미로운 점은 그의 작업이 발산하고 있는 명상적 분위기가 범우주적인 기(氣)나 에너지의 흐름과도 같은 자아 초월 상태를 지향하는 신비주의적 태도와 분명히 구분된다는 것이다. 그의 작업에서 내가 느껴왔던 매력은 그의 작품 속의 ‘나’라는 존재가 모든 것을 초월한 도인(道人)으로서가 아니라, 무한과 유한의 경계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실존적 존재로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나’의 존재가 어떤 에너지의 일부로서 우주 공간에 용해되거나 무한한 자유공간 속으로 해체되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우리가 살고 있는 범속한 차원에 존재하면서도 그 너머의 공간을 향해 부단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김승영은 작업은 근본적으로 매우 인격적이다. 그것은 경험적인 한계에 대해 좌절하면서도 또다시 앞을 향해 움직이는 시지프스와도 같은 인간 본연의 실존적 조건을 깨닫게 해준다. 그러나 이와 같은 태도에도 불구하고 김승영의 작업에서는 불완전한 실존 그 자체에 치열하게 번민하는 모습이 아니라, 언제나 무한한 차원으로부터 현시된 어떠한 식의 완전성과 빛을 명상하는 듯한 태도가 나타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것은 자연과의 일치나 시간의 흐름 가운데 문득 경험하는 고요한 현존의 느낌과도 같은, 우리의 경험들 안에서 때때로 빛을 던지는 온전한 순간들을 상기시켜준다. 이러한 태도는 김승영 자신이 언제나 자연에 대한 관조를 통해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는 유한함과 무한함의 중간지대로서의 인간이 처해있는 실존의 조건을 그가 태어난 자연과의 조화 안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Reflection : 자연을 통한 성찰 김승영의 작업에서 가장 근본적인 모티브가 되고 있는 것은 언제나 자연이다. 그는 자연의 모티브를 중심으로 자연현상 너머에 숨겨져 있는 세계를 이야기한다.


항구하게 반복되는 자연의 주기적인 현상들은 그가

끌어왔던 이유는 이처럼 그의 작업이 인간의 인식에 대한

지향하는 무한한 차원의 실체를 투영하는 거울과도

상징적인 표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김승영의

같다. 김승영은 1995년 이후 이러한 주제를 표현하기

<Reflection>은 단순히 거울과도 같은 이미지가

위해서 몇 개의 함축적인 메타포를 지속하여 사용해왔다.

아니라 원천적인 자연의 빛을 통해서 자신을 성찰하고

<Reflection>, <Water Stepping-Stones>,

자연 속에 내포된 진리를 향해 능동적으로 움직이고자

<기억의 방>은 그의 작업에서 여러 차례 나타났던

노력하는 명철한 인식의 과정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제목이다. 이러한 작품들에서는 물, 나뭇잎, 물웅덩이,

김승영은 1995년의 <Reflection>에서

빛, 혹은 문과 같은 소재들이 반복해서 나타나고 있다.

철로 된 둥근 틀에 흙을 채우고 그 중앙에 물이 고이게

이와 같은 반복성으로 인해 김승영의 작업은 외견상

하여 장치된 모터를 이용하여 물을 일정한 방향으로

지난 10여 년간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기도

계속 회전시키는 작업을 보여주었다. 같은 해의 또

한다. 그러나 그의 작업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가

다른 <Reflection> 작업에서는 역시 철로 된

몇 년간 반복적인 소재들을 통해서 하나의 커다란

둥근 틀 안에 세가지의 각기 다른 물질을 채워 그

줄기를 형성하는 일관적인 이야기를 좀더 정교하게

위에 떨어지는 물방울에 의해 각각 다르게 반응하는

완성시켜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대기적인 변화를

양태를 보여주었다. 또한 1996년의 첫 개인전에서

보이기 보다는 김승영 자신의 주의를 끌고있는 몇

보여진 <Reflection>에는 가운데 흙이 채워지고

개의 주제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나가면서 하나의

그 바깥으로 물이 모터에 의해 계속 순환하는 이미지가

이야기로 통합시켜가는 방식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나타났다. 1997년 프리환기전에서의 설치작업

김승영은 1995년 이래 <Reflection>이라는 주제를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다. <Reflection>이라는

후 가운데에 물 웅덩이를 만든 것인데, 그 수면 위로

것은 무언가를 ‘투영’한다는 의미가 있으면서 동시에

천정에서 규칙적으로 떨어지는 물이 일정한 파장을

‘성찰’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만들고, 이 위에 강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어지면서

외계의 현상을 수용하고 그 이미지를 그대로 투영한다는

다시 천정에 그 영상이 반사된다. 이 작품에서는

수동적인 측면과 동시에 투영된 이미지를 숙고한다는

자연의 낙엽들, 수면, 빛, 천정에서 떨어지는 물과도

능동적인 의미를 동시에 포괄하고 있다. 김승영이

같이 김승영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될

<Reflection>이라는 테마를 표현하기 위해서

이미지가 다양하게 등장하면서, 단편적인 이미지들을

빈번하게 사용하는 재료는 물이다. 고여있는 물은

엮어 현재의 시간 속에서 하나의 풍경을 구성하고자

모태의 양수를 떠올리게 함으로써 자연의 근원에 대한

하는 설치작업으로의 전향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회귀를 상상하게 함과 동시에, 무언가를 반사한다는

2003년 헤이리에서 전시된 <기억의 방>은

점에서 나르시스가 자신을 바라보았던 자아의 거울을

앞서 김승영의 <Reflection> 작업에서 나타났던

상기시킨다. 또한 물은 외부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상징들이 심도 있고 체계적인 구조 속에서 짜임새있게

반응하며 외계의 자연을 투영하는 거울과도 같은 기능을

구현되어 완성도 높은 미학을 획득하였음을 느끼게

하면서도 그 자체로 분명하고 고유한 성질을 유지하는

했다. 유리문 사이로 빛이 가득 들어오는 전시장의 중앙

특성을 지닌다. 주변의 움직임을 쉽게 받아들이고

바닥에는 호수와도 같이 정적으로 물이 고여있고, 그

반영하면서도 결국 수면 위의 평정을 찾아가며, 사건에

주변의 원을 따라서 오래된 책장이 놓여있다. 천정의

의해 변화되었다가 다시 탄성을 찾는 고무줄처럼 흔들림

유리 플라스크에서는 투명한 물방울이 바닥의 수면

가운데에서도 늘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존재인 것이다.

위로 규칙적으로 떨어져 내려와 마치 리듬감있는

이러한 점은 김승영의 작업이 취하고 있는

161

<Reflection>은 낙엽을 쌓아서 높은 두께로 올린

음악소리처럼 공명음을 내면서 물 위에 일정한 파장을

근본적 태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작업에

만들어낸다. 이 작업의 이미지는 내게 오래 전 가보았던

나타나는 <Reflection>은 하나의 태고적 풍경,

지리산 화엄사의 새벽 아침을 상기시켰다. 침묵과 빛

혹은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자연의

속에서 고요하게 들렸던 반복적인 목탁소리, 오랜

이미지를 이미 그 마음 안에 간직하고 있는 인간의

시간의 냄새를 자아냈던 목조 건물과 새벽공기가

모습을 느끼게 한다. 그것은 단순히 자연의 복사체가

남겨주었던 명증한 인식의 순간을 다시금 환기시켜준

아니라 마치 신의 이미지를 그 영혼에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헤이리의 <기억의 방>은 김승영이

인간과도 같이 투영물인 동시에 매우 주체적인 성찰의

지속적으로 사용해왔던 상징들이 파편화된 언어가

의지를 가지고 있는 어떤 존재를 상기시킨다. 자연을

아니라 하나의 살아있는 현존으로서 구현되어

주제로 한 많은 작업들에서 내가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관람자로 하여금 자연과 시간, 그리고 자신이 완전히

못했던 것과 달리 김승영의 작업이 무언가 내 주의를

일치하는 명상적인 순간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고요한 수면, 천정의 유리관에서 떨어지는 물, 수면

미술관에서는 물웅덩이들을 통해서 빛이 충만한 또 다른

위의 동심원, 빛, 물이 떨어지는 소리들과도 같이

공간으로 진입하게 만드는 구성으로 또다시 나타나고

지난 작업들에서 사용된 소재들이 하나의 주제를

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 김승영의 작품에서의 시간이

향해 힘 있는 내적 울림을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단편적이고 물리적인 공간들을 하나로 연결지어주는

이 작업에서 상징들 사이의 일체감을

폭넓은 배경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간의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침묵이다. 반복적인 물소리와

순환고리는 김승영의 <Reflection> 작업에서

음향은 눈앞의 고요한 풍경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모터에 의해 물이 지속적으로 회전하면서 만들어지는

만들어 관람자의 마음을 평정한 침묵으로 이끈다.

동심원의 이미지에서도 발견되고 있으며, 마로니에

침묵이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함께 포용하는

미술관의 전시와 헤이리의 야외 설치작업에서 보여진

지점이며, 고요함 가운데 움직이는 생기를 붙잡을

<회전문>의 이미지 역시도 이쪽과 저쪽, 안과 밖,

수 있는 지점이다. <기억의 방>은 이와 같은 침묵

과거와 현는 끊임없이 우리를 둘러싼 외계에 반응하면서

속에서 물에 비친 고요한 자신, 사회적으로 형성된

우리 자신의 존재를 만재의 연속적인 소통과 순환을

자아가 아닌 보다 근원적인 자신을 느끼도록 이끌고

보여주고 있다. 현재의 시간 속에서 우리들어가고

있다. 이 작업은 이러한 측면에서 마치 김승영이 오랜

있으며, 지금까지 현존이었던 것들을 한순간 과거의

동안 자연의 이미지를 통한 내적 성찰을 추구해왔던

기억과 역사로 보내버리면서 계속 미래의 시간을

<Reflection> 작업들의 완결판과도 같이 느껴진다.

향해 전진하는 여정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의 통로 : 소통하는 차원들

연결된 일련의 통로와도 같은 시간적 흐름의 이미지는

김승영의 작업에는 창문이나 문의 이미지가 종종

2001년 PS1 스튜디오 프로그램 참여에 대한

등장한다. 1995년의 <Mind>, 1997년의 <Gate>,

보고전이었던 인사미술공간의 <기억의 방>에서 더욱

2001년의 <기억의 방>에서 나타났던 창문과 문의

구체적인 공간으로 형상화되었다. 이 작업에서 오래된

이미지는 삼차원과 사차원, 물리적 차원과 시간적 차원의

책장을 따라 미로처럼 만들어진 좁은 길을 가다보면

통로와도 같은 의미를 지닌다. 서랍장의 형태를 응용한

그 끝에 빛이 고요하게 발산되는 창문이 있고, 창에서

1994년도의 <Drawer>, 1995년의 <Drawer>

나온 빛은 창문 앞에 놓여진 의자 위에 비추어진다. 의자

역시도 열리고 닫히는 개념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문의

안에는 물이 고여있고 그 안에는 오래된 가족사진이 물

이미지와 연결된다. 2004년 마로니에 미술관의 “공원

속에서 액화되어 사라져가고 있다. 김승영 자신은 이

쉼표 사람들”전에서 보여진 <Memory>에서는

오래된 책장에 대하여 도서관에 들어가서 그 사이를

전시장으로 진입하는 입구의 창문을 아련한 느낌을

돌아다니면서 느껴지는 냄새, 역사성, 살아온 흔적,

주는 노란색으로 착색시켜 그 창문을 통해서 바라보는

기억과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김승영은

공원의 풍경이 이편의 공간과 마치 다른 차원에 속한

시간에 대한 그의 관심을 이처럼 종종 흔적에 대한

양 묘하게 단절된 느낌을 주도록 했다. 김승영의

이야기로 환원시킨다. 그가 이야기하는 흔적은 완전히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이러한 문 혹은 창문들은 눈앞의

고착되어버리거나 껍질만 남아 박제가 되어버린

문을 열고 나가면 전혀 다른 차원의 공간이 펼쳐져

흔적이 아니라, 물 속에서 액화되어가는 사진처럼

있을 듯 한 새로운 공간으로의 경계선 혹은 진입구를

현재의 시간 속에서 지금도 무언가를 생성해나가고

상기시킨다. 이와 같은 차원들은 문이라는 장치를 통해

있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또한 김승영의 작업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듯이 어느 정도의 공간적 단절을

사용되는 소리들은 앞서 언급한 물의 흐름이나 회전문과

담보하고 있으면서도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라

마찬가지로 시간의 지속성을 나타내는 메타포로

어딘가에서 만나면서 소통되고 있는 차원들이다.

읽혀진다. <기억의 방> 통로를 거닐면서 관람자들은

물리적으로는 다른 영역에 속해있을지라도 과거와

조용한 침묵 속에서 문을 여닫는 소리와도 같은

현재, 미래라는 시간의 통로 속에서 보이지 않게

나지막한 일상적인 소음들을 듣게 되는데, 이러한 음향

연결되어 있는 공간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효과는 오래된 책장과 짙은 흑연색 바닥이 만들어내는

이처럼 과거와 현재, 미래의 공간이 하나로

이편과 저편의 소통이라는 개념은 1999년

단순한 풍경을 어떠한 시간적 경험으로 전치시킨다.

청주 대청호 주변에 설치된 <Water Stepping-

<기억의 방>과도 같은 설치 작업은 결국 무한한 시간

Stones> 연작에서도 나타난다. 물웅덩이를 파서 먼

속에서 풍성하게 생성되었던 과거의 흔적들을 다시

거리를 하나의 길로 연결시키는 이러한 일련의 작업은

현재화시키는 시간의 통로를 구현하는 작업이라고 말할

2001년 일본 오이타의 설치작업에서 오래된 사당과

수 있다. 이와 같은 시간의 통로를 통해서 김승영은

현대적인 장소를 서로 연결시키는 구성으로, 마로니에

차원들이 서로 소통하는 현장, 물리적 경험과 기억과


상상이 종합되는 장소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김승영은 2003년 헤이리의 한길사

축적되어온 상호관계들을 하나의 유기적인 우주와도 같이 설정한 프로젝트였다. 김승영은 1층에서 3층에

사옥에서의 <기억의 방-헌시>에서 기형도와 동료

이르는 금산갤러리의 각 층을 각각 나무의 뿌리,

조각가 구본주를 추모하며 시간의 차원 속에서 삶과

줄기, 열매로 설정하여 갤러리 전체를 한 그루의

죽음의 공간이 침묵 속에서 서로 연결되는 지점을

나무와도 같은 유기적 총체로서 완성시켰는데, 이러한

형상화하였다. 이 작업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작업은 그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자연에 대한 태도,

기형도의 시에서 근본적인 모티브를 끌어오고 있다.

그 자신에 대한 성찰과 그러한 모습이 다시 투영되는

기형도의 시는 언제나 현실의 여기 저기에 숨겨진

외부 세계가 하나로 종합되어 이루어진 작업이다.

채 도사리고 있던 삶의 비극성이 누출되는 순간들을

금산갤러리의 1층에서 보여졌던 비디오 작업

포착한다. 김승영은 기형도의 시를 읽고 만든 검은 책상

<자화상>은 벽에 붙여놓았던 요셉 보이스의 사진이

위에 검은색 잉크로 칠해진 고서를 펼쳐놓았는데, 이는

아침마다 계속해서 떨어져서 매일 다시 붙이기를

기형도의 <오래된 서적> 중에 나오는 “나의 영혼은 /

반복했던 경험에서 착안되었다. 이 작업에서 김승영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 / 펼쳐볼

자신의 사진을 실제의 모습 보다 약간 크게 인화하여

것인가, 하지만 그 경우 / 그들은 거짓을 논할 자격이

벽에 붙이고 그것이 떨어질 때마다 계속하여 다시

없다 / 거짓과 참됨은 모두 하나의 목적을 / 꿈꾸어야

붙이는 장면을 촬영하였다. 그것은 마치 낯선 공간

한다”는 구절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기형도의 작업이

속에서 스스로를 지탱하고 정체성을 만들어나가고자

여기 저기에 뚫려져 있는 듯한 실존의 검은 구멍과 그

하는 힘겨운 노력이 어느 순간 다시 무화되고, 그

구멍을 통해 드러나는 소멸과 절망의 그림자를 그리고

지점에서부터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과 같은

있다면, 김승영이 바라보는 지점은 보다 긍정적이고

느낌을 준다. 김승영은 작품 속에서 이러한 반복

적극적이다. 기형도가 “두려움이 나의 속성이며 /

자체를 삶 혹은 작업의 당연한 과정으로 받아들이면서

미래가 나의 과거이므로 / 나는 존재하는 것” 이라고

계속하여 앞으로 전진하고자 하는 태도를 전하고 있다.

말한다면 김승영은 그 실존의 비극성, 시간 속에서

이러한 태도는 그가 2000년도에 제작한 비디오 작업

끝없이 자신의 존재가 쇠락해가고 지워져가는 삶에

<Beyond>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이 작업은 모래

대한 막연한 두려움 속에서도 보다 확장된 차원으로의

바닥에 “I”라는 글씨가 써있고 바람이 불어 모래가

지향에 대한 끊임없는 기다림과 다시 쓰기의 행보를

날리면서 그 서서히 글씨가 사라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승영은 기형도의 <빈

그리고 글씨가 다 사라지면 다시 “I”라고 쓰여진 화면이

집>에서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

시작되고 또 다시 바람에 날려 사라지는 과정이 계속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라는 구절에 대한 하나의

반복된다. 언 듯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무상함에 가까운

댓구와도 같이, 동료인 구본주의 죽음을 추모하는 방의

이러한 반복의 지루한 과정을 김승영은 이미 실존의

벽면에 “그는 그 문을 열고 나갔다”라고 쓰고 있는지도

조건으로서 받아들이고 있는 듯 하다. 그의 작업은

모른다. 김승영은 그가 추모하는 지인에 대한 애정으로

모래사장에 씌여진 글씨처럼 시간의 흐름에 의해

고인이 기형도가 머물렀던 비극적 어두움의 방문을

결국 지워지고말 자아의 흔적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고, 보다 넓은 차원을 향해서 나갔으리라 믿고 있었을

남겨가는 것이 곧 삶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김승영이

김승영의 작업에서 느껴지는 이러한 뿌리깊은

지향하고 있는 공간은 고립과 단절을 넘어서 나와

긍정성이 곧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에서 비롯된다는

타자, 과거와 현재,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의 차원이

점은 금산갤러리 2층의 작업 <자화상>을 통해서

연결되어 있고 서로 소통하는 공간, 이질적인 차원들

알 수 있다. 전시장 바닥에는 침착하고 긴장감있는

사이의 문을 계속해서 열고 닫을 수 있는 공간이다.

수면을 만들어내면서 물이 고여 있고, 벽면에는 김승영 자신의 대형 사진 57장이 마치 애벌레처럼 둘둘 말려서

163

실존적 자아의 흔적

눈과 귀만 보이도록 세워진 채 나열되어 있다. 작가는

김승영은 뉴욕에서의 PS1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여기에서 언어와 문화의 벽 앞에서 번데기처럼 움츠러들

참여하면서 자아 정체성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수 밖에 없었던 뉴욕에서의 상황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시작한다. 낯선 지역에서 경험했던 언어 소통의 장애로

한다. 움츠러들어있는 상태는 애벌레가 날개를 펼

인해 그는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자기 자신의 자리를

미래의 순간을 기다리듯 또 다른 펼쳐짐을 예비하는 유예

찾기 위한 고민에 대해 좀더 치열할 수 밖에 없었던

상태이다. 이 작업에서 움츠린 형태로 이편을 노려보고

것으로 보인다. 금산갤러리에서 보여졌던 작업은

있는 눈동자들은 언젠가는 올 미래의 도약을 위해서

자연과 그 자신,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의해 맺어오고

안으로 내공을 축적한 채 예민하게 주위를 주시하면서


때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긴장감있게 억눌러진

남아있는 사람들의 무게를 의미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마치 칼날처럼 날카롭고도

이러한 태도는 2001년 금산갤러리에서의 전시에서

조용하게 드리워져있는 바닥의 검은 수면은 아주 작은

사람들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능동적으로

흔들림에도 반응할만큼 침착하게 고인 채 주변의

기억하고 그 자신의 일부로서 수용하는 태도로

이미지를 투영하고 있음으로써, 이 공간에 잠재적으로

변화되고 있음으로써 자신을 둘러싼 관계와의 인연에

응결된 에너지를 더욱 강조하면서 무언가 앞으로

대해 긍정하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어날 듯한 미지의 사건을 예감할 수 있게 만든다. 금산갤러리의 3층은 2층에서 축적된

능동적 관계맺기

에너지가 부드럽고도 따뜻한 움직임으로 확장되는

PS1 스튜디오 프로그램 참여 이후 김승영의 작업에서

공간이다. 김승영은 갤러리의 정면 벽에 벽돌을

발견되는 두드러진 변화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쌓고, 그 위에 마치 영화의 피날레에서 스텝들의

인간관계와 사회에 대한 관심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름 전체가 음악과 함께 올라가듯이 현재의

나타난다는 점이다. 급격하게 다른 문명과 충돌하면서

김승영 자신을 만든 이들의 이름이 모두 올라가는

경험한 심리적 위축과 문화적 충격은 자아와 세계의

영상화면을 투사했다. 이 작업에는 그가 태어난 해인

소통에 대한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하도록 만든

<1963∼2001>이라는 제목이 붙여졌는데, 여기에서

듯 하다. 사회에 대한 김승영의 관심은 정치적인

벽돌은 그를 스쳐간 하나 하나의 사건과 사람들을

입장이나 제도적 입장에서가 아니라, 인간이 관계

의미하며, 벽돌들로 쌓여진 벽면은 그러한 인연으로

속에서 직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관심으로 나타나고

인해 이루어진 현재의 모습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있다. 이러한 입장은 2000년에 행해진 <종이비행기

이 작업에서 주지할 만한 것은 비물질적인 과거의

프로젝트>에서 이미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하고

사건들, 물적으로 환원될 수 없는 인연의 고리들이

있다. 이 작업은 “왜 사랑하기를 두려워하는가?”라고

하나 하나의 단위들로 축적된 집적체로서 나타나고

점자로 씌여진 종이비행기를 날림으로써 평화를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그 사건들 속에서

구하는 미술의 가능성을 이야기했던 프로젝트이다.

매순간의 흘러감이 아무 의미없이 지나치는 것처럼

같은 맥락에서 김승영은 2001년도 일본 오이타에서

느껴졌을지라도 그 부단한 지속을 통해서 결국은

<Ship Project> 퍼포먼스를 실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가시화되는 결실로서 남게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오이타의 산중에서 흘러나오는 계곡 중간의 작은

이 작업은 김승영 자신에게 진정으로 축적된 것은

섬을 그곳의 야생잔디를 이용하여 배 모양이 되도록

이처럼 시간 속에서 남은 인간관계, 모든 것이 덧없이

형성하고, 그 주위에 어린이들과 함께 대나무와 종이로

지워져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서로를 엮어나갔던

만든 종이배를 띠워서 강물에 이르도록 시도했던

관계들이라는 점을 매우 서정적으로 전달해준다.

것이다. 이 작업에는 자연환경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인연에 대한, 인간 관계에 대한 김승영의 관심은 1999년 원서갤러리에서의 개인전에서 이미

미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 김승영은 PS1 스튜디오에서 만난 일본 작가

나타난 바 있다. 김승영은 이 전시에서 캔버스 위에

무라이 히로노리와 함께 2002년 7월 29일 쯔시마

지인들의 모습을 그리고 그것을 지워서 쌓는 작업

해협 한일 국경에서 <Picnic on the Ocean>

<기억의 방>을 보여주었다. 이 작업은 그의 작업실 문

퍼포먼스를 실현했다. 이 퍼포먼스의 내용은 각기

크기와 똑같은 캔버스 위에 기억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한국과 일본 이라는 역사적 상흔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그린 다음 그것을 흰 물감으로 다시 지우고

한국인과 일본인 두 사람이 바다의 국경 위에서 만나

그 캔버스들을 눕혀서 축적한 것이다. 김승영은 이

소풍을 즐기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일본인인 무라이는

작업에 대해서 ”사람들에 대한 기억들을 전면적으로

나가사키현 쯔시마에서, 김승영은 한국 거제도에서

지워버리고 싶었다.“고 회고한다. 사진을 물 속에

예정된 시간에 출발하여 국경선 부근에서 만나 서로의

넣어두면 완전히 지워져 액화되는 것에서 착안했다는

과거와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이 작업을 통해서 그는 지우는 행위 자체를 능동적이고

위해 김승영은 2년여 간 양국의 관계자들을 만나 섭외를

적극적으로 행함으로써 힘든 인간관계 속에서 자신만의

하고 계획을 진행시켜나갔다. 외무성, 한국해양연구원 등

공간을 확보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억 속에

다양한 양국의 제도적 기관과 관계자들의 섭외 과정을

있는 이미지들을 지워나간 캔버스들을 연이어 쌓는

거쳐서야 비로소 계획이 실현되었다. 이 퍼포먼스에

작업은 금산갤러리에서의 전시에서 보여졌던 벽돌로

대해 취재한 일본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무라이

쌓은 벽 작업과도 연결된다. 마치 벽돌을 쌓듯이

히로노리는 “여러 차이를 가지고 있는 개인이 우애를

쌓아진 캔버스들은 아마도 김승영 자신의 기억 속에

가지고 상대방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몽상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에 대해 김승영은 “서로의

흐름 속에서 흔적들을 계속해서 남겨가는 행위에

의견에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는 것, 인내심을 가지고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가 곧 현재이고 현재가

기다리는 것이 이 퍼포먼스를 통해 배운 지혜”라고

곧 미래일 수 있는 시간의 순환고리 속에서 언젠가는

이야기한다. 이 퍼포먼스는 김승영과 무라이와의

지워질 흔적을 붙잡기보다, 생성과 동시에 지워지고

우애적인 관계를 통해, 개인과 개인의 역사가 만나는

지워짐과 동시에 생성될 영구한 움직임 자체를 긍정하는

가장 실존적인 소통에서부터 진정한 사회적인 관계가

것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김승영의 공간은 지워짐과

시작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살아있는 존재에 대한

생성됨이 같은 공간 안에 공존할 수 있는 시간적 공간을

신뢰와 우애를 가지고 손을 내미는 이러한 시도들은

표현한다. 마치 <Reflection>에 나타나는 물의

무척 의미있게 느껴진다.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여는 이

이미지처럼 그가 창조하는 시간의 공간은 지속적으로

단순한 행위가 하나의 퍼포먼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무언가를 생성하면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이러한 가장 기본적인 소통의 행위가 결코

김승영의 작업이 근본적으로 물리적인 한계를

쉽지 않다는 것,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모든

넘어 존재하는 시간의 흐름을 주시하고 있기에, 그의

것들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작품에서는 자연 현상들 너머에 숨겨진 진실이 물리적

지난 김승영의 작업을 반추해보면 이와 같은

차원과 소통하면서 우연하고도 명철하게 드러나는

프로젝트가 실현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자연스럽게

침묵과 빛의 순간들이 나타나곤 한다. 이러한 작업에서는

드러난다. 자아의 성찰을 통해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고요한 수면 위에 비추는 상들이나 빛이 아련하게

자신을 긍정하는 김승영의 다른 많은 작업들처럼, 이

투영되는 창문을 바라보듯 명상적이고 관조적인 시선이

상징적인 퍼포먼스 역시 만남을 통해 자신 안에 있는

견지되어 있다. 그러나 그 시선은 물질 세계를 초월한

그들을 발견하고 그들 안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을

것이 아니라 그곳에 적정하게 개입되어 있는 지점에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기형도가 이야기한

서있다.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 배제되어

개인의 비극적 실존, 그 어둡고 축축한 세계를 넘어서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를 수용하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긍정적인 세계에 대한 전망을 담고 있다. 인연

있는 것이다. 이는 김승영의 작업이 언제나 현상계와 그

속에서 형성된 자신의 존재를 통해서 단절된 실존이

너머의 세계가 서로 소통하는 지점 위에서 살아가고 있는

아니라 외부를 향해 끊임없이 소통하고 열려있는,

그 자신의 모습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의

관계 속에서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차원에 대해 그가 갖는 관점은 모든 것이 결국엔 사라질

마치 우리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는 동시에 이편과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사라짐과 동시에

저편을 왕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물징검다리처럼,

생성될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실존의 조건인 동시에 사회적 조건이기도 한 것이다.

긍정성에 김승영의 작업이 갖는 아름다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도 밀물 속에서 모래사장의 모든 흔적들이

나가는 말

지워지고 있지만, 또 그만큼의 무언가가 써지고 있다는

김승영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 ‘흔적’에 대한

것, 과거로 묻혀지는 만큼 현재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

관심을 피력하면서 폐허나 먼지들 안에 많은 이야기들과

이러한 영구한 반복을 무상함으로 보지 않는, 삶이라고

에너지가 있다고 언급했었다. 이러한 언급은 내게

보는 긍정성이 김승영의 작업에서 느껴지고 있는

특별한 인상을 주었는데, 먼지나 폐허의 아름다움이

것이다. 김승영의 이러한 관점은 지워질지라도 계속

주는 시간성과 무한함의 이미지가 그의 작업의 분위기와

써 나가야하는 관계에 대한 긍정성으로 나타나기도

무언가 상통한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다. 그것은 계속해서 사라져가는 현재라는 시간의

해서 그의 작업이 쓸쓸하거나 애잔한 퇴락의 미를

페이지 안에, 때로는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관계의

추구하고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 아마도 김승영에게

그물망 속에, 그래도 지속하여 삶의 흔적을 남기고

있어서 흔적이라는 것은 메마른 화석처럼 부서져서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소멸되어가는 껍질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여전히 현재와 연계되어 움직이고 있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도 같은 것이 아닐까한다. 김승영의 작업이 얘기하고 있는 흔적들은 그 자체의 각인된 상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물속에서 액화된 사진처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성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김승영이 이야기하는 흔적이 과거에 고착된 모습으로 나타나지 165

않는 것은 그가 흔적 그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 시간의


About Communicating and Traces -

Reflection Through Nature

The most fundamental motif in Kim, Seung Young’s work is always nature. With a focus on the natural motif, he deals with the world hidden beyond natural phenomena. The recurrent phenomena

Lee, Eun Joo Independent Curator, Art Historian

in nature are like a mirror that reflects the reality of an infinite dimension. Since

1995, in order to express this subject, Kim has employed some significant metaphors. The words ‘reflection’, ‘stepping waters’ and ‘room of memory’

often appear in the titles of his works. In these works, he repeatedly uses materials like water, leaves, puddles, light and doors. By doing so, it might appear that there has not been any change in his work for the past ten years. However, a close look at the works show that over the years through such repetition Kim has been completing a coherent, more elaborate story that forms a larger stream. Instead of making periodic changes, he tries to link the things he is naturally interested in at various times with each other, making the synthesis into one story. Since 1995, Kim has consistently pursued the subject of reflection. Reflection can be read as having two meanings: one refers to the casting of a reflection of something, and the other refers to the act of introspection. It embraces a passive attitude of accepting the phenomenon of the external world being projected, and an active attempt of considering the meaning of the reflected image. In order to represent the theme of reflection, Kim often uses water. By recalling the water of a mother’s womb, the water contained in a pool enables the imagination to return to the basis of nature and at the same time since water is reflective, it evokes the recollection of the self-reflective mirror, through which Narcissus looks at himself. Moreover, water has the trait of maintaining its distinct and authentic characteristics


while functioning as a mirror reflecting the

fallen leaves, and focused a spotlight on

nature of the world by sensitively reacting

the water’s surface where drops of water

to a movement of the world. Since

would drop from the ceiling and make

water simply receives the movements

waves consistently. With the spotlight

of its surroundings and returns to the

focused on the surface, the image on the

surface calmly, water is like a rubber

surface gets reflected on the ceiling. In

band that always returns to its intrinsic

this work, many of his significant motifs

state of itself after being stretched.

such as the fallen leaves, water surface,

This shows what the fundamental stance of Kim’s work is. The ‘reflection’

which were later often represented in

represented in his work enables the

the artists’ work, began to appear. At

viewer to feel an image of a man that

the same time, by doing so, his turn

includes scenery of ancient time or an

towards installation work of compositing

image of nature, which could be the

a scene in present time with many

root of human being. It reminds me

fragmentary images clearly came out.

of some existing being that has a very

Room of Memory exhibited in

subjective and reflective will, which is at

Heyri in 2003 showed that Kim achieved a

the same time a reflective being, such

full aesthetic with its representation of a

as a human, having an image of God

systematical structure with depth and all

in his soul, not some simple copy of

the symbolic images that had appeared

nature. The reason why I am so attracted

in the previous Reflection works. With

to Kim’s work, while I am not usually

natural light coming through the glass

interested in art works that just depict

doors of the exhibition space, water lies

nature is that his work shows symbolic

on the floor in the center, and around

expressions of human cognition. In this

the circle of water are old book shelves.

way, Kim’s ‘reflection’ is not just some

From glass funnels on the ceiling, clear

images on a mirror, but tries to reflect on

drops of water are drop onto the surface

oneself through the light of nature and

of water at regular intervals, and make

actively move toward the truth therein.

clear and rhythmic echoes with waves.

In one of his works from the

167

light, and water drops from the ceiling,

Seeing this work reminded me of an

Reflection series made in 1995, the artist

early morning that I had had in Hwaom

filled a round steel frame with dirt, and set

Buddhist temple in Jiri Mountain a long

up a motor inside the frame, so that the

time ago. The clear cognitive moment that

water could keep rotating in one direction.

was given by the reiteration of monks’

In another series made in the same year,

wood block sound in silence and light,

he again made a round steel frame and

the old wooden buildings with the smell

this time he put three different materials

of the passage of time and the early

in the frame, a presentation of how those

morning air were returned by his work.

materials react to droplets falling onto the

Indeed, Room of Memory is realized

surface of water. And also, in his first solo

as a living being with all the significant

exhibition in 1996, where he exhibited

motifs of the artist, not as some

another work from the Reflection series,

fragmented language. In this manner

he put dirt in the center of the frame and

Room of Memory enables the audience

made the water rotate in one direction

to experience a meditative moment,

around the center. In his installation work

in which the nature, time and the self

for the “Prix Whanki” exhibition in 1997,

become one. All of the motifs from his

he made a small puddle inside a thicket of

past work such as the calm water surface,


water drops falling from cylinders hanging

step out. Likewise such dimensions

from the ceiling, the concentric circle on

are connected to each other through

the water, lights, and the water dropping

mechanisms like doors. These dimensions

sounds emanate a powerful inner echo.

are not completely separated from each

It is indeed nothing but silence

other, but connected to each other at

that pulls together with all these motifs

some point securing some sort of spatial

to produce a unit. The repetitive sound

severance between the dimensions.

and echo of water make the viewer

In other words, while the various

become more focused on the tranquil

dimensions might physically be included

scenes in front of them and eventually

in different spheres, they are invisibly

lead them to a serene silence. Silence

connected to each other in the passage

is the point where the seen and

of the past, the present and the future.

unseen are embraced, and moreover

The concept of communication

it is the point where we can capture

between one space and another was also

the moving energy of quietness. In

shown in his Water Stepping-Stone series

the silence, Room of Memory leads

installed first near the Daechung Lake

us to feel a calm self-reflection in the

in Chungjoo in 1998. Kim continuously

water and the fundamental self, rather,

represents the composition of connecting

than the socially constructed self.

separate spaces in this series. He has done this by making a long road

The Passage of Time:

connected by many puddles, as in his

Connected Dimensions

Water Stepping-Stones installation in Oita

In Kim’s work images of windows or

Prefecture, Japan, in 2001 where he made

door often appear. The window and

a connection between an old temple and

door images in Mind (1995), Gate (1997)

a contemporary space, as well as in his

and Room of Memory (2001) have

exhibition at Marronnier Museum where

meanings as a passage into the third

he led viewers into some bright space

and fourth dimensions, a passage to the

with a string of water puddles. Through

physical dimensional and a passage to

this kind of work, we can understand

the dimension of time. By applying the

that in the background of his work, time

form of drawers, his Drawer (1994, 1995)

plays the role of interconnecting all the

series also connect to the door image in

fragmented physical spaces into one.

the sense that it reveals the concept of

The circulation of time can be found in

opening and closing. In the work Memory

the concentric circles made with rotating

(2004) exhibited at the Park, Comma,

water in his Reflection series. Also in

People exhibition at the Marronnier

the rotating doors in the Marronnier

Museum, he painted the entrance

Museum exhibition as well as in his

window in yellow, so as to give an odd

outdoor installation work done in Heyri,

sense that the scenery of the park outside

the continuous connection and circulation

was separate from the inside space, as

between here and there, inside and

if it was part of a different dimensional

outside, the past and the present are

world. As a matter of fact, the doors or

represented. In the present time, by

windows that often appear in Kim’s work

consistently reacting to the external

suggest a borderline or an entrance to

world around us, we are making our own

a new space in a different dimension,

experiences. And by making the things

which we might be able to encounter

that once existed become memories

if we open the door in front of us and

of the past, a history of a moment, we


continue our journey toward the future. Such images of time flow in the

Poem (2003) made memory of a poet

passages between the past and present

Gi, Hyeong-do and his fellow artist Gu,

and the future and space became more

Bon Ju and presented at the Bookhouse

concretized in Room of Memory , which

Gallery in Heyri, Kim realized a point

was completed after his participation

where death and life are joined to each

in PS1 studio program in New York in

other in silence and in time. This work

2001. In this work, a maze like alley with

takes its motif from a poem written by

old book shelves is presented, and at

Gi, Hyeong-do, who had passed away at

the end of the alley, a tranquil light from

an early age. His poems capture tragic

a window shines on a chair placed in

moments of life, which lie in the many

front of the window. On the chair, an

phases of our reality. Influenced by his

old family photograph fades away as it

reading of Gi, Hyeong-do’s poem, An Old

sits in a shallow pool of water. Kim says

Book , Kim placed an old book with the

that he was trying to convey the smell,

contents painted over in black ink onto

history, memory, life and the traces of

a black table, and these motifs were

life that we feel when entering a library

reminiscent of the subject matters of

and walk around the book shelves. In this

the poem: “my soul is/ mostly in black

manner, he often transfers his interest in

pages/therefore,/who would be/interested

time into stories of traces. The trace that

in opening me? But in that case/ they

he refers to is not something all stuffed

have no right to discuss a lie/a lie and a

and mounted, but is instead something

truth both should/dream of one purpose.”

that continues in creative motion in

However, if Gi’s work depicts the black

the present like a photo being slowly

holes of existence in many places and a

transformed under the water’s surface.

shadow of despair and extinction revealed

Also the sound used in his work can be

by such holes, the point that Kim is

also read as a metaphor signifying the

looking at is rather positive and active.

continuation of time, like the flow of water

Whereas Gi says “Fear is my generic

or revolving door mentioned above. While

character/ and future is my past/ therefore,

walking in the silent corridor of Room of

I exist,” Kim, while feeling the tragedy

Memory , viewers can hear small noises

of existence and fear of life that keeps

from everyday life such as the sound

perishing and disappearing in the flow

of the opening and closing of a door.

of time, keeps longing for an expanded

This kind of subtle sound effect

169

For Room of Memory-A Dedicated

dimension as he continually restarts his

transforms the simple scenery of an

journey. Maybe this is why Kim wrote

old bookshelf and a dark murky colored

“he opened the door and went out” on

floor into a sort of experience of time. In

the wall in the room of the memory of

the end, one can say that an installation

Gu, Bon Ju, as if he was responding

work like Room of Memory is a work

to a paragraph from Gi’s poem Empty

realizing a passage of time that transfers

House : “I am closing the door fumbling

traces of the past that had been made in

like a blind/ poor my love, capture in the

abundance over infinity into something

empty house.” With sincere feelings for

in the present time. Through this kind

his deceased friend he probably wants to

of time passage, Kim manifests spaces

believe that his friend opened the door of

that synthesize physical experiences,

the dark tragic room, where Gi, Hyeong-

memories and imaginations, and

do once stayed, and stepped out toward

communication with different dimensions.

a broader dimension. As represented in


this work, the space that he longs for is a

over and over again. This work seems

space where “I and the Other,” “the past

to show feelings we would feel when

and present,” “life and death,” “this life

our hardworking effort to establish

and the life after death” can connect and

our identities in foreign circumstances

communicate to each other over isolation

becomes suddenly dissipated, and

and separation. In other words, it is a

thus we have to start over again. Here,

space where we can open and close the

Kim seems to pass a message to the

doors between different dimensions.

viewers that he tries to accept this kind of repetitive cycle as a natural process

Trace of Existential Self

of life or work, as he continues to move

The greatest change in Kim’s work after

forward. As a matter of fact, such an

his studio residency at PS1 in New York

attitude of his was presented in his

is evidence of his interest in human

video work titled Beyond while he was

interactions and society. Kim began

in New York in 2000. The work shows

exploring issues of self identity in earnest

the process of the letter “I” written on

when he participated in the PS1 studio

sand and gradually disappearing in the

program in New York. His collision with

wind. One can see that he accepts this

a drastically different civilization made

kind of repetitive process―a process

him realize the need for communication

close to transience―as a condition of

between his own psyche and the world.

existence. In this way, his work makes

His work exhibited at Keumsan Gallery

us feel that life is something that leaves

in 2001 was a project presenting nature,

its trace, though self-image, will be

himself and the interconnections that

erased by the flow of time as showing

have been built by the flow of time in a

the disappearing letter on the sand.

united organic universe. In this project,

We can probably see that this

by setting up the three floors with the

deep-rooted affirmation represented in

themes of root, stem and fruit of tree he

his work is based on his self-affirmative

transformed the whole gallery space into

attitude when seeing his work Self-

an organic object like a tree. By doing

Portrait , which was installed on the

so, he combined his attitude toward

second floor of Keumsan Gallery in his

nature, which had been represented in

PS1 Report Exhibition . In this work, a

his earlier work, with his self-reflection

water pool was installed on the floor, and

and the external realm that it reflects.

the surface of the water was calm but

Self-Portrait (1999), a video work

tense. Next to the wall, he displayed fifty-

presented on the first floor of the gallery,

seven large self-portraits rolled so they

was conceived from an episode of when

appeared in the shape of a larva, only

Kim tried to put a photo of Joseph Beuys

revealing his eyes and ears. Kim says that

on his wall. Whenever he would try to put

he wanted to express his circumstances

it up, he would find the next morning that

in New York, in which he was very

it had fallen down. In this work, he had

withdrawn like a small larva. The state of

his self-portrait photo printed out slightly

being withdrawn is a preparative state

larger than life-size. After that he put it on

for the future, just like the moment a

a wall, and whenever the photo fell to the

caterpillar spreads out its wings. The stare

floor, he would pick it up and try to put it

of withdrawn eyes in this work seem to

up again. This happened repeatedly. The

be depicting tense, suppressed energy:

film takes the image of him repeating

the eyes seem as if they are waiting

the motion of re-posting the photograph

for a certain moment to come, while


carefully looking around the surroundings

acquaintances from his vague memory

with inner energy ready to leap into the

onto canvas stretched to the size of his

future. The dark water surface on the floor

studio door. Once the drawing was done,

looks very calm and sharp as a blade,

he then erased all the images with white

and while it sensitively and serenely

paint. Then, he piled them up in stacks.

reflects the images of its surroundings,

About this work, he says, “I wanted to

it emphasizes the potential energy

erase all my memories about people.” The

building up around the space: therefore,

idea was conceived from his discovery

it enables us to feel a premonition

of the liquefaction process of photos:

that some event might happen.

when you put a photo in water, the

The exhibition on the third floor

image on the photo gets totally erased,

was designed to expand the energy of the

and through this work, he seemed as

exhibition on the second floor to a soft

though he was trying to secure his

and warm space. Kim put bricks on the

own space from many difficult human

front wall of the space, and projected all

relationships by actively working on the

the names of the people who influenced

action of deletion itself. The work of piling

him so far like credits in a movie. He titled

up canvases with erased images can be

this work Memory 1963-2001 referring to

related to the work of piling up bricks at

the time period from his year of birth to

the Keumsan Gallery exhibition. The piled

the present year. In this work, the bricks

canvases probably imply the weight

represent significant events and people

of the people who remained in

in his life, and in that way the brick wall

Kim’s own memory. However, from

surface signifies his self-image made by

the Keumsan Gallery exhibition, his

those affinities. The interesting point is

attitude about his relationship with the

all the immaterial events and affinity in

people around him seems to become

the past appear as accumulated forms

more positive when noticing the fact

built in units. It suggests that even

that he no longer tries to erase the

though we feel that all the moments

traces of people, but rather to actively

of our lives are passing meaninglessly,

remember them and accept the

those invisible moments are, in the end,

memory of them as a part of himself.

left visible. This work lyrically illustrates that what meaningfully accumulated

Making Active Relationships

in Kim himself are the human

The biggest change of Kim’s work after

connections left over time: although

his participation in PS1 Studio Residency

everything becomes dissipated in the

Program is that his interest in the web

flow of time, the human relationships

of human relationship that surrounds

that connect one another remain.

him as well as his interest in society

Kim’s interests in acts of

171

became much more significant. This is

providence and human relationships

indeed represented more actively in his

were already evident in his solo

work. It seems like the culture shock

exhibition at Wonseo Gallery in 1999. In

and psychological withdraw that he

this exhibition, Kim presented a work

experienced by his abrupt confrontation

titled Room of Memory that consisted

with a different culture influenced him to

of piles of canvases, wherefrom using

recognize the necessity of communication

white paint he had erased drawings that

between himself and the world. Kim’s

he had drawn of his acquaintances. In

interest in society is not expressed as a

this work, he painted the images of his

political or institutional stance, but rather


expresses the reality that we confront

able to realize this project. In an interview

in human relationships. The paper plane

with a Japanese journalist regarding this

project that happened in Harlem, New

project, Murai said, “it is not just a dream

York in 2000 is an example. In this project,

that individuals with lots of differences can

he typed in Braille points “Why do we fear

reach out a hand in friendship.”

love?” on the paper planes, and flew the

And about that, Kim continued, “to listen

paper planes with people in Harlem. This

to each other’s opinions, to wait with

project examined one of the possibilities

patience; these are the two nuggets

of what art can bring, which is to establish

of wisdom I have learned from this

peace and understanding between

performance.” This performance―

peoples. In the same context, Kim made

the fraternity between Kim and

a performance piece titled The Boat of

Murai―convey the meaning that the

Life (2001) in Oita Prefecture in Japan in

communication between individuals and

2001. In this project, he transformed a

their history is the most existential, and

small island in a creek in a mountain in

from which a sincere social relationship

Oita Prefecture into a ship shaped island

can be born. The attempt to reach

using the grass and dirt of the original

out to a living being in friendship and

island. After that, from and around the

trust seems very meaningful. The fact

island he floated some small ships made

that such a simple action like opening

of bamboo and paper with junior high

one’s mind toward another can be a

school students from Korea and Japan.

performance itself shows that this very

In this manner, Kim tried to pass a

basic act of communication is not at

message of hope for a bright future with

all easy. Nevertheless, it reminds us

his interest in natural environments.

of the fact that from that very point,

Then about a year later, on July

29, 2002, at the borderline in the Korean

everything can start all over again. When thinking of all of Kim’s past

Straits between Korea and Japan, Kim

work, we can infer the reason why this

made a performance piece Picnic on the

project could be realized. In his other

Ocean with Murai, Hironori. Murai is a

work affirming himself in relationships

Japanese artist who he met during his

through his self-reflection, this symbolic

residency at the PS1 Residency Program.

performance also deals with the process

The performance is the story of a Korean

of his discovery of himself in other

man and Japanese man―each with

people or the people in himself through

his own historical trauma as Korean or

his meeting with them. This reflects a

Japanese―having a small picnic at the

positive future prediction about the world,

borderline on the ocean. Murai left from

which overcomes the dark and damp

Tsushima, Nagasaki Prefecture, Japan

world, the personal tragedy of existence

and Kim from Geojedo, Korea and met

that Gi, Hyeong-do mentioned in his

each other at the borderline to talk about

poem. It also talks about a life within

some topics about each other’s past and

relationships that is always open to and

identities. In order to realize this project,

communicating with the outside world

Kim spent two years meeting relevant

through the very existence of the self as

persons in Korea and Japan. After going

made through human relations emerging

through many institutions and appropriate

out of providence, not disconnected

people such as the ministry of Foreign

existence. Further it could be said that

Affairs, researchers at the Korea Ocean

it is like a stepping stone that helps us

Research Institute, etc., Kim was finally

reflect upon ourselves and take us from


here to there, a condition of existential

with the physical dimension. In this

existence and social circumstances.

kind of work, as though looking at a window reflecting lights or images on the

Epilogue

surface of calm water, his meditative and

In my interview with the artist, he

contemplative gaze is found. However,

mentioned his desire to express his

this gaze stands on the point where it

interest in ‘traces’ and that he found

rightly intervenes with the physical world

energy and many stories to tell from

and transcends it. In other words, he tries

dust and remains. His comment touched

to accept the existence of human being

me in a special way, because I felt that

in our reality, not to negate it. This is

there must be some kind of connection

because Kim’s work always begins from

between the impression of his work

a fundamental self-image that he lives at

and the images of time and infinity

the point where the reality and that which

in the beauty of dust and remains.

is beyond reality connect to each other.

Nevertheless, I am not saying that his

vis-a-vis the time dimension is not

of the beauty of ruins. Maybe, to him,

based on the thought that it will all

traces are not disappearing, broken

disappear someday, but his prospect that

fossils, but invisible moving energy still

it will disappear at the same time as it

related to the present in the flow of time.

regenerates itself. One can say that this

The traces in his work do not concentrate

kind of positive attitude defines the beauty

on the carved image itself, but appear

of his work. The traces in the sand keep

as images of changing characteristics in

disappear with the incoming tide, but we

the flow of time like liquefied photos in

simultaneously notice that something is

water. The reason why his traces do not

being written in the same quantity at the

appear as the images fixed to the past

same time. Things become things of the

is because he does not give meaning

past, but that also proves that the present

to the traces themselves, but rather to

is being creative. To look at infinite

the action of making traces in the flow

repetition as life, not transience, this kind

of time. It is as though to affirm that the

of positive attitude is felt in his work.

infinite action itself will begin and finish or

Herein Kim’s standpoint appears to hold a

finish and begin at the same time, rather

positive attitude towards the relationships

than to catch a trace in the cycle of time

that we must continuously keep making,

where the past can be also the present,

even though they may disappear. That is

and the present can be the future. In this

just like a story about those of us who live

way, Kim’s space depicts a time-space

in the present disappearing, continuously

where being deleted and being born can

leaving traces of life in the net of

co-exist. As the image of water appearing

relationships that can be felt in transience.

in Reflection , the time-space he creates is continuously creating and flowing. Since his work fundamentally deals with the flow of time that exists beyond the limit of physical reality, we can often see clearly and haphazardly appearing moments of silence and light when, through his work, the hidden truth 173

It seems as though his standpoint

work looks desolate or that it is a pursuit

in natural phenomenon communicate


기억의 방

…이 작업에서 상징들 사이의 일체감을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There is a spacious water surface, which is

침묵이다. 반복적인 물소리와 음향은 눈앞의 고요한 풍경에 더

nine meters in diameter. In Room of Memory ,

주의를 기울이게 만들어 관람자의 마음을 평정한 침묵으로 이끈다.

waterdrops fall down from the nine funnels

침묵이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함께 포용하는 지점이며,

suspended from the ceiling five meters high. When

고요함 가운데 움직이는 생기를 붙잡을 수 있는 지점이다. <기억의

the waterdrops fall down onto the waterʼs surface,

방>은 이와 같은 침묵 속에서 물에 비친 고요한 자신, 사회적으로

sounds and waves spread in a serene mood. The

형성된 자아가 아닌 보다 근원적인 자신을 느끼도록 이끌고 있다…

water surface is encircled with the lattice frames

<소통과 흔적에 대하여>에서 발췌

recalling a traditional' door’s lattice pattern. A

이은주(독립큐레이터, 미술사)

single yellow transparent wall, made of bricks that have names (the names of those who sacrificed

지름 9m 가량의 수면이 있다. 5m 높이의 천장에 매달린 9개의

themselves in the Gwangju Democratization

유리분액 깔때기에서 물방울이 바닥의 수면 위로 떨어지면서

Movement on May 18, 1980), is set by one wall of

물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조용한 파문이 번진다. 수면은

the venue. The autumnal light entering through the

송판으로 만들어진 격자틀로 에워싸여져 있다. 이 나무 격자틀은

wall lends tranquility to this space. When a drop

전통문의 문살들처럼 작은 문들을 연상시킨다. 건물 한쪽

of water falls on to the surface of the water the

면에는 투명한 이름벽돌(5ㆍ18 광주항쟁 때 희생한 사망자

light reflected from the surface, concentric circles

명단)로 만들어져있는 노란색 투명한 벽이 만들어져 있다. 그

spread on the ceiling in all directions. Five speakers

벽으로 가득 들어오는 가을햇빛은 이 텅 빈 공간에 고요함을

are set around the lattice frames, and viewers may

더해준다. 이름벽돌이 비춰지는 수면에 떨어지는 물방울과

hear many sounds, including those of a piano,

반사된 빛이 만나 천장에서는 동심원 무늬들이 서로를 간섭하면서

and the sound of opening and shutting a door.

사방팔방으로 번져나간다. 책장 주위에는 스피커가 5개가 설치되어 있어서 관객들은 책장 주위를 돌면서 잔잔한 피아노 소리, 문 여닫는 소리 등을 포함한 일상의 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


Room of Memory Room of Memory • mixed media • variable size • 2004 Installation view of Gwangju Biennale

175


기억의 공간

책장이라는 이질적 요소를 숲속에 개입시켜, 좁고 긴 통로를

This work provides visitors with a new experience

지나가는 생소한 경험을 관객에게 제시한다. 이 통로는 닫혀있는

walking along a long cooridor made of empty

동시에 외부로 통해 있고, 생소한 경험은 책장이 연상시키는 인류의

bookshelves within the deep forest. This path is

“기억”이라는 의식적 및 무의식적 신경회로와 같이 방문하는 이들을

closed and open to the outside simultaneously. The

복잡한 사색 속에 잠기게 한다. 그것을 통해 자연이라는 외부와

bookshelves allow visitors to have an unfamiliar

인간이라는 자신 내부를 안팎으로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experience, it reminds them of their old memories and may lead them to contemplation. This work provides them with the opportunity to rethink the ‘interior of man’ and the ‘exterior of nature’.


Space of Memory Space of Memory • mixed media • variable size • 2005

177


기억


Memory Memory • water, lawn, revolving doors, vinyl, paate stones, bookshelves installation with sound • variable size • 2003

179


기억

다른 한편으로 미술관이라는 거울은 공원이라는 실제 공간을 단순히

On the other hand, the mirror of the art center

가상적으로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미술관 거울은

is more than just a virtual repetition of the real

공원을 자신의 내부 공간으로 확장해 들인다. 종교적 상상력을

space of the park. For instance, the museum

빌어 말하자면, 미술관이야말로 가상적 이미지로 죽어버릴 수도

mirror enlarges the park in its own interior space.

있는 공원에게 재현의 육체를 부여함으로써 공원으로 하여금 제

To borrow an expression from religious imagery,

스스로 현현(顯現)하게 만들고 있다고도 볼 수 있으리라. 잔디와

Marronnier Art Center, by devoting an exhibition to

물과 햇빛이라는 공원 조경의 기본요소들은 끌어들여 미술관을 또

Marronnier Park, which can die like a virtual image,

다른 공원으로 설계하는 김승영 작품도 이러한 거울효과를 확인시켜

allows it to reincarnate itself alone. The work of Kim,

준다. 자연광이 들어오고 잔디가 깔려있는 공원 한 가운데로 나 있는

Seung Young, which also builds the museum into

작은 오솔길을 거닐면서 개별적 기억을 반추하게 하는 김승영의

another park by using essential elements of the

이 미술관 공원은 실제 마로니에공원보다 공원을 더욱 관조적으로

park landscape -- grass, water, light -- confirms the

체험하게 해주는 공간이다. 이 경우 미술관 안에 마로니에공원은

mirror effect. His park-museum, a space in which

부재하면서 동시에 내재하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이렇게 미술관

we experience a more meditative park than the

공원을 거쳐서 다시 마로니에 공원으로 들어간 시민들은 미술관에서

real Marronnier Park, stirs individual memories in

습득한 비쥬얼 리터러시(visual literacy)를 공원 안에서 다시

the spectator by having her stroll down its narrow

연습하게 된다. 그렇게 읽어내는 공원풍경 안에 미술관은 현존한다.

paths. Here, Marronnier Park in Marronnier Art

김승영이 전시장 안에 설치한 회전문, 닫혀있으나 열려있고

Center is both absent and inherently present.

열려있으나 닫혀있는 이 문은 바로 그렇게 부재하는 공원/미술관과

Beck, Jee Sook

내재하는 공원/미술관을 동시에 피버팅(pivoting)한다.

(Chief Curator, Marronnier Art Center of the

백지숙(마로니에미술관 수석큐레이터)

Korean Culture and Art Foundation currently

* 2003년 『공원 쉼표 사람들」 전시서문 발췌

renamed as the Arko Art Center)


Memory Memory • water, lawn, revolving doors, vinyl, paate stones, bookshelves installation with sound • variable size • 2003

181


기억의 방

2001년도 공장 창고에서 전시되었던 <기억의 방>은 어머니를

Room of Memory , displayed at a warehouse in

모티브로 했다. 이 작품은 유리로 만들어진 의자에 물을 담아 물

2001 takes its motif from a mother. An old family

속에 오래 전에 찍은 가족사진을 넣었다. 물 속에 넣은 흑백 가

photo is put into a glass of water, and placed on a

족사진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미지가 점점 사라져 간다. 사진

chair. The image of this black-and-white family photo

은 일종의 시간을 담는 그릇이고, 이시간이 없어진다는 것은 사

gradually disappears with time. The photo is a vessel

건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사진은 한번 찍혀짐과 동시에 박제되

bearing time, and its image disappearing offers the

어서 그 이미지는 내부적으로 정지된 상태로 있기 때문에 시간

conclusion of a vanishing incident. The moment a

이 더 이상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물속의 사

‘shot’ is taken, its image remains still, and time no

진이 생명력을 가진 것처럼 시간에 의해서 점점 사라지면서 우

longer flows within its confines. As the photo in

리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복원과 망각에의 충돌을 보여준다.

the water gradually disappears with time, it is as if

여기에 사용된 물은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물과 연관된다. 그리고 동시에 소멸의 의미를 함께 갖는다. 이러한 물의 성격은 시

it were alive. This work shows a collision between restoration and oblivion, occurring in our daily lives.

간을 떠오르게 한다. 인간이기에 한 쪽 눈은 시간을 바라보고, 다

The ‘water’ in this work represents ‘water’

른 쪽 눈은 영원을 향해 돌릴 수밖에 없는, 삶속에 스며 있는 시간

as the source of life, and thus offers a ‘distinction’

에 대한 사색-일종의 두려움, 불안, 희망, 욕망, 불멸-을 하게한다.

at the same time. This property of ‘water’ reminds

<작가노트>

us of time. We humans gaze at time with one eye and view eternity with the other. This work leads the viewer to contemplate time, fear, anguish, hope, desire, and the immortality imbued in life. <Artist Note>


Room of Memory Room of Memory • water, black-and-white family photo, chair, glass, stainless steel, stone plate, bookshelf • variable size • 2001

183


기억

유리관에 부유하고 있는 사진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이미지가

The photos floating in water inside glass

흐려지고 사라져간다. 그 사진들이 지워지면서 서로의 이미지가

tubes become blurred and vanish over

혼합되어 투명한 물이 희뿌연 상아색으로 바뀌어진다. 백지가 된

time. As the images blend and delete, the

사진 그리고 그것 을 감싸고 있는 희뿌연 액체의 이미지는 처연한

water, once clear, turns into a hazy ivory.

아름다움과 동시에 자신과 타자에 대한 일종의 폭력을 보여준다.


Memory Memory • water, old photograph, glass tubes • variable size • 2002

185


남극인상

12월의 남극은 여름이며 백야다. 서울을 떠난 지 4일 만에 먼저 남극

셋째 날,

칠레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멀리 바다 위에 떠 있는 수많은 얼음산은

잿빛 대기의 남극. 바람이 어찌나 강하게 부는지 몸이

낯선 풍경을 넘어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세상은 온통 흐린 잿빛 대기와

휘청거린다. 온통 무채색 세상에서 올이 다 풀린 붉은 깃발이

사방에 하얀 눈으로 뒤덮혀 어디가 산이고, 바다고, 하늘인지 구분할

세차게 흔들린다. 남극의 주인은 바람인 것 같다.

수가 없다. 구름사이로 간간히 보이는 푸른빛이 여기가 현실임을 일깨운다. 잠시 서있었을 뿐인데 세찬 바람이 이내 눈을 감게 만든다.

여덟째 되는 날, 빙산에서 떨어져 나온 얼음 덩어리가 포크레인에 들려서

첫날밤,

세종기지마당에 놓여졌다. 바다에서 건져진 얼음에는

해가지지 않는 밤. 남극의 낯선 푸른밤, 그리고 서로가

남극의 출렁이는 파도와 산과 골짜기, 하늘의 색이 고스라니

서로를 닮은 풍경, 숨을 들이 쉴 때마다 폐 깊숙이 들어오는

담겨 있었다. 1m 크기 안팎의 작은 얼음덩어리에서 눈을

차가운 공기는 한동안 아무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떼지 못한 채 흥분된 마음으로 사진기를 들이댄다.

둘째날,

햇빛이 정말 좋았던 어느날,

어제 남극의 밤에 대한 기억을 놓치고 싶지 않아 조용히 밤을

적막한 남극에 아름다운 연주가 시작됐다. ‘또로로 또로로 띵 티딩…’

기다렸다. 남극의 밤은 투명한 푸른 담요로 감싼 것 같다.

맑고 경쾌하다. 남극의 얼음은 눈이 쌓이면서 무게에 눌려 만들어

마치 진공 상태의 푸른 유리병 안에 들어가 있는 기분을 갖게

진다. 그런 과정에서 그 안에 공기기포가 생겨나는데, 기지 쪽으로

한다. 호흡기를 타고 가슴 깊숙이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마저

떠내려 온 얼음이 녹으면서 수 천, 수 만년 전 공기를 담고 있는 얼음

푸른색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몇 번의 호흡만으로 푸른 공기는

안의 기포가 터지면서 생기는 소리란다. 수 만년의 시간이 만들어

나의 몸 구석구석을 타고 푸른색을 퍼트린다. 이곳의 하늘과

준 생경한 그 소리는 이곳을 더욱 더 신비한 곳으로 만들어 놓았다.

구름과 눈덮힌 산과 바다는 그렇게 서로 닮아 갔었던 걸까.

<작가노트>


Impressions of The South Pole

In December, the South Pole is in its summer and

Third day:

has white nights. Four days after leaving Seoul,

The gray aired South Pole. The wind was strong

we arrived at the Chilean Air Force Base. Gigantic

enough to shake the whole body. In the monotonous

icebergs floating on the ocean looked surrealistic

world, a worn-out red flag swayed violently. The

in the distance. The world was surrounded by a

wind seemed like the master of the South Pole.

dim gray colored atmosphere and the land was covered by white snow. It was hard to make

Eighth day:

a distinction between the mountain, sea, or

A piece from an iceberg was laid on the King

sky. The blue light which appeared penetrating

Sejong Station yard by a fork lift. The ice that

clouds reminded that where we were was real.

pulled from the ocean remained intact containing

We stood outside for only a short time but the

the color of the wave, mountain, alley, and sky.

piercing wind forced us to close our eyes.

We couldn’t take our eyes off of them - we kept taking pictures of the small ice pieces,

First night:

which were the size of about one meter.

The white night. There was a strange blue night in the South Pole. The landscape

One fine day with beautiful sunshine:

looked the same everywhere. Whenever we

A beautiful concert started in the quiet South

breathed in, the ice-cold air thrust our lungs

Pole. Ding-a-ling-ding-dong. It was clear and

and made us unable to think of anything.

cheerful. The ice of the South Pole was made by piled up snow that formed a great pressure from

Second day:

all its weight. The ice floated to the station and

We waited through the night quietly, so we

melted away while air bubbles from tens and

could hold on to the memory of the night in the

thousands of years ago were held within the ice.

South Pole. Night in the South Pole looked like

The sound of air bubbles bursting in the ice created

an opaque blue blanket covering everything in

the sound of music. The unfamiliar sound of an

the world. It made us feel like that we were in a

ancient time made this place more mysterious.

blue glass jar. Even the cold air that went through

<Artist Note>

our nostrils seemed to be the color blue. Blue spreads through every inch of my body within a few gasps. Was it the reason why the sky, cloud, and snow-covered mountains were so alike?

187


가장 푸른 눈


The Bluest Eye The Bluest Eye • two channel video sound installation, antarctic ice, blue fluorescent light • variable size • sound by Oh, Yoon Seok • 2012

189



191


1963

서울출생

1991

홍익대학교 조소과 졸업

2006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조각과 졸업

주요 개인전

2012

Walking in My Memory, 아산정책연구원 갤러리, 서울

2012

Walking in My Memory, 분도갤러리, 대구

2011

Walk, 사비나미술관, 서울

2009

Traces, CEAAC, 스트라스부르크, 프랑스

2009

Self-Portrait, Café for Contemporary Art, 벤쿠버, 캐나다

2009

Home & Away, 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 고양

2009

Two Drops of Water, 웨이방갤러리, 서울

2008

흔적, 공간화랑, 서울

2008

Mindscape, 분도갤러리, 대구

2007

세상의 꽃, 웨이방갤러리, 서울 / 아트팩토리, 헤이리, 파주

2003

기억의 방, 북하우스갤러리, 헤이리 / 아트 팩토리, 헤이리 / 헤이리아트밸리, 헤이리, 파주

2001

PS1보고전, 인사미술공간, 서울 / 금산갤러리, 서울

1999

기억의 방, 원서갤러리, 서울

2004

Picnic on the Ocean: Documentation of a Korean-Japanese Project, MoMA PS1, 뉴욕, 미국

2002

Picnic on the Ocean, Nakatsue Villager’s Hall, 오이타, 일본 / 영은미술관, 광주, 한국

프로젝트

Picnic on the Ocean Performance, 7.29.2002, 대한해협 공해

2001

생명의 배, 오이타, 일본

2000

종이비행기 프로젝트, 뉴욕, 미국

주요 기획전

2012

강정 대구현대미술제 강변랩소디, 강정보 야외설치, 대구

Hello, Stranger, 한국 문화원, 시드니, 호주 프로젝트 대전2012: 에네르기, 엑스포공원 한빛탑, 대전

15th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 설봉공원, 이천 뉴욕 한지 프로젝트, Space 547, 뉴욕, 미국 반성-Reflection, 모란미술관, 마석

2012노마딕 리포트; 남극, 아르코미술관, 서울 2011

Type: Wall, 소마미술관, 서울 쉼, 경기도미술관, 안산 스물 한 개의 방, 백남준미술관, 용인

2011해인아트프로젝트, 해인사, 합천 Sixth Sense Massage, 아트센터나비, 서울 장소의 기억, 시안미술관, 영천


1963

born Seoul, Korea

1991

Bachelor of Arts in Sculpture, Hong-ik University, Seoul, Korea

2006

Master of Fine Arts in Sculpture, Hong-ik University, Seoul, Korea

Selected Solo Exhibitions

2012

Walking in My Memory, AAIPS (Art at the Asan Institute for Policy Studies), Seoul, Korea Walking in My Memory, Gallery Bundo, Daegu, Korea

2011

Walk, Savina Museum of Contemporary Art, Seoul, Korea

2009

Traces , CEAAC, Strasbourg, France Self-Portrait, CafĂŠ for Contemporary Art, Vancouver, Canada Home & Away, Goyang National Art Studio, Goyang, Korea Two Drops of Water, Weibang Gallery, Seoul, Korea

2008

Traces, Gallery Space, Seoul, Korea Mindscape, Gallery Bundo, DaeGu, Korea

2007

Flowers of the World, Weibang Gallery, Seoul / Art Factory, Paju, Korea

2003

Room of Memory, Art Factory, Seoul / Bookhouse Gallery, Heyri, Paju / Heyri Art Valley, Heyri, Paju, Korea

2001

PS1 Report Exhibition, Insa Art Space, Seoul / Keumsan Gallery, Seoul, Korea

1999

Room of Memory, Wonseo Gallery, Seoul, Korea

Projects

2004

Picnic on the Ocean: Documentation of a Korean-Japanese Project, MoMA PS1, New York, USA

2002

Picnic on the Ocean, Young-Eun Museum of Contemporary Art, Gwangju, Korea / Nakatsue Villager's Hall, Oita, Japan Picnic on the Ocean Performance, 7. 29. 2002, The Strait of Korea

2001

The Boat of Life, Oita, Japan

2000

Paper Airplane Project, New York, USA

Selected Group Exhibitions

2012

Daegu Contemporary Art Festival of Gangjeong, Daegu, Korea Hello, Stranger, Korean Cultural Office, Sydney, Australia Project Daejeon 2012: Energy, Hanbit Tower, Daejeon, Korea

15th International Sculpture Symposium, Icheon Sul Bong Park, Icheon, Korea Hanji Project New York, Space 547, New York, USA Reflection, Moran Museum of Art, Namyangju, Korea Nomadic Report 2012 Antarctica, Arko Art Center, Seoul, Korea

2011

Type: Wall, SOMA (Seoul Olympic Museum of Art), Seoul, Korea Rest, Gyeonggi-do Museum of Modern Art, Ansan, Korea NJP Summer Festival - 21 Rooms, Nam June Paik Art Center, Yongin, Korea

2011 Haein Art Project, Haein Temple, Hapcheon, Korea Sixth Sense Massage, Art Center Nabi, Seoul, Korea 193

Memory of Place, Cyan Museum of Art, Yeongcheon, Korea


2010

조각난 풍경,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조용한 행성의 바깥,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색(S.A.I.C): 욕망에서 숭고까지,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물보다 깊은 물, 인터알리아, 서울

Sound Effects Seoul 2010: 장소특정적 소리, 공간 해밀톤, 서울

2009

작가의 정원:사이(In-Between),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김해 대학로100번지, 아르코미술관, 서울

Double ACT: 01, 사비나미술관, 서울 Passage 2009, Universal Cube, Halle14, Leipzig, 독일 오픈 스튜디오 5, 고양예술창작스튜디오, 고양 신호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움직이는 미술관, 금호미술관, 서울

2008

Ethnographies of the Future, BRIC Rotunda Gallery, 뉴욕, 미국 Sound Effects Seoul Radio 2008, 예술공간 헛, 서울 자아 이미지: 거울시선,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서울 미술은 지금이다, 부산 비엔날레 특별전, 부산 이미지 연대기, 아르코미술관, 서울 시간과 공간, South Gobi Museum, Dalanzadgad, 몽골 청계의 밝: 빛, 물, 숨, 청계천 일대, 서울

2007

Future is Haje, Neuer Kunstverein Aschaffenburg e.v., 독일 경기, 1번국도, 경기도미술관, 안산

Small is Beautiful 2007, Gallery Irohani, 오사카, 일본

2006

풍경으로 쓴 영암견유기, 영암도기문화센터, 영암 구림마을

Soft Sites, 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필라델피아, 미국 Fluid Artcanal International, 르랑드롱, 스위스 Space Project, 시안미술관, 영천

2005

Wind Art Festival, 송악산 진지동굴, 제주도 DMZ_2005, 갤러리 북하우스, 헤이리, 파주 안양 공공예술프로젝트, 안양아트파크, 안양

2004

광주비엔날레 ‘먼지 한 톨 물 한 방울’, 광주비엔날레관, 광주

Place / Space, 아트 팩토리, 헤이리 아트밸리, 파주 기전아트페어, 경기문화재단 전시실, 수원

2003

공원 쉼표 사람들, 아르코 미술관(구 마로니에미술관), 서울

Hommage a Paik, Space*C, 서울

2002

프로젝트3: 집행유예, 광주비엔날레, 광주

Korean Air France, 쌈지스페이스, 서울 / Glass Box, 파리, 프랑스

2001

숲의 전람회, Nakatsue Village, 오이타, 일본

2000

Clockwork 2000: PS1 National and International Studio Program 1999-2000,


2010

Young Artist Project_Fragmented Paysage 2010, Daegu Culture & Art Center, Daegu, Korea Out of the Silent Planet,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Gwacheon, Korea S.A.I.C : From Desire to Sublime, Hongik Museum of Art, Seoul, Korea Water deeper than Water, In·ter alia, Seoul, Korea Sound Effects Seoul 2010: Sound Specific, Space Hamilton, Seoul, Korea

2009

Artists’ Garden: In–Between, Clayarch Gimhae Museum, Gimhae, Korea

100 Daehangro, Arko Art Center, Seoul, Korea Double Act: 01, Savina Museum of Contemporary Art, Seoul, Korea Passage 2009, Universal Cube, Halle14, Leipzig, Germany Open Studio 5, Goyang National Art Studio, Goyang, Korea Beginning of New Era, Construction Site of the National Art Museum in Seoul, Seoul, Korea Moving Museum, Kumho Museum, Seoul, Korea

2008

Ethnographies of the Future, BRIC Rotunda Gallery, New York, USA Museum is My Friend, Seoul Museum of Art, Seoul, Korea Sound Effects Seoul Radio, Gallery Hut, Seoul, Korea Mirror Image: About a Self-Portrait, Seoul Museum of Art, Seoul, Korea Art is Now, Busan Biennale, Busan, Korea Chronicle of Images, Arko Art Center, Seoul, Korea Time and Space, South Gobi Museum, Dalanzadgad, Mongolia Bright of Cheonggye: Light, Water, Breath, Cheonggye-Stream, Seoul, Korea

2007

Future is Haje, Neuer Kunstverein Aschaffenburg e.v., Aschaffenburg, Germany Gyeonggi, National Highway No.1, Gyeonggi-do Museum of Art, Ansan, Korea Small is Beautiful 2007, Gallery Irohani, Osaka, Japan

2006

Drifting into the Landscapes of Yeongam, Yeongam Pottery Culture Center, Yeongam, Korea Soft Sites, 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Philadelphia, USA Fluid Artcanal International 2006, Le Landeron, Switzerland New Perspectives on Landscape Painting, Ewha Women’s University Museum, Seoul, Korea Space Project, Cyan Museum of Art, Yeongcheon, Korea

2005

Wind Art Festival, Cave in Songaksan, Jeju Island, Korea DMZ_2005, Bookhouse Gallery, Heyri, Paju, Korea Anyang Public Art Project 2005, Anyang Art Park, Anyang, Korea

2004

A Grain of Dust a Drop of Water, 5th Gwangju Biennale, Gwangju, Korea Place/Space, Art Factory, Heyri, Paju, Korea Art & Critic 24Pair, Gyeonggi Art Center, Suwon, Korea

2003

Park_ing, Arko Art Center (formerly the Marronnier Art Center), Seoul, Korea Hommage a Paik, Space*C, Seoul, Korea

2002

Project 3: Stay of Execution, 4th Gwangju Biennale, Gwangju, Korea Reconstructed MP Camp in May 18 Liberty Park, Gwangju, Korea Korean Air France, Ssamzie Space, Seoul, Korea / GlassBox, Paris, France

195

2001

Forest Exhibition, Nakatsue Village, Oita, Japan

2000

Clockwork 2000: PS1 National and International Studio Program 1999-2000,


Clock Tower Gallery (MoMA와 공동기획), 뉴욕, 미국 PS1 오픈 스튜디오, MoMA PS1, 뉴욕, 미국 주요 수상경력

1998

동아미술제 대상, 과천현대미술관, 서울

1997

모란조각대상전 우수상, 모란미술관, 마석

1997

공산미술제 우수상, 동아갤러리, 서울

레지던시 프로그램

1999 - 2000

PS1 국제 스튜디오 프로그램, MoMA PS1, 뉴욕, 미국

2008

노마딕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 몽골

2008 - 2009

국립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 5기 장기입주작가, 한국

CEAAC, 스트라스브르그, 프랑스

2009

경기창작센터 파일럿 프로그램 스튜디오, 한국

2010

경기창작센터, 한국

2012

노마딕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 남극

주요 작품소장

2012

이천 설봉공원, 이천

2008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08

경기도미술관, 안산

2007

삼성 디지털단지, 수원

2006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서울

2005

경기도 박물관, 용인

2004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01

김해연지조각공원 , 김해

2001

도자기 엑스포 조각공원, 광주

1999

쌈지 아트 콜렉션, 서울

이메일

s_young_k@hotmail.com


Clock Tower Gallery (co-organized with MoMA), New York, USA, PS1 Open Studio, MoMA PS1 , New York, USA Selected Awards

1998

Grand Prize, The Dong-A Art Festival, Korea

1997

Prize for Excellence, Moran Sculpture Grand-Prix, Korea

1997

Prize for Excellence, The Gongsan Art Festival, Korea

Residency Program

1999 - 2000

PS1 International Studio Program, MoMA PS1, New York, USA

2008

Nomadic Arts Residency, South Gobi, Mongolia, co-organized by the Arts Council Korea (ARKO) and Arts Council of Mongolia (ACM)

2008 - 2009

Goyang National Art Studio, Long-Term Artist, Goyang-5th Residency, Korea CEAAC International Studio Exchange Program, Strasbourg, France

2009

GCC Pilot Program, Gyeonggi Creation Center, Korea

2010

Gyeonggi Creation Center, Korea

2012

Nomadic Artist-in-Residence Program, Antarctica, organized by the Arts Council Korea

Public Collections

2012

Icheon SulBong Park, Icheon

2008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Gwacheon

2008

Gyeonggido Museum of Art, Ansan

2007

Samsung, Suwon

2006

Ewha Women’s University Museum, Seoul

2005

Gyeonggi Provincial Museum, Yongin

2004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Gwacheon

2001

YeonJin Open Air Sculpture Garden, Gimhae

2001

Ceramic Expo Sculpture Park, Gwangju

1999

Ssamzie, Seoul

E-mail

s_young_k@hotmail.com

197


크레딧

김승영

발행인

김승영

발행일

01. 11. 2012

발행처

경향아트

후원

강재현 고원석 고충환 김미진 김승영 김영순 김종길 김혜경 김홍희 박소영 백지숙 우에쿠사 가꾸 윤규홍 이선영 이은주 홍경한 황정인

사진

김승영 김용관 박홍순 이종수 조영하 Denys Delvigne

번역

임성연 정지연

감수

강재현 최서연 Tyler Russell

디자인

배지선

에디터

최자윤

인쇄

금명문화(주)

ISBN

978-89-969523-0-5

가격

₩15,000

ⓒ 본지에 실린 글, 사진, 그림 등 모든 저작권은 김승영에 있으며 본인의 동의 없이 이 책에 실린 글, 사진, 그림 등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CREDIT

Kim Seung Young Publisher

Kim, Seung Young

Date of Publication

01. 11. 2012

Publishing Office

Kyunghyang Art

Sponsor Text

Kang, Jae Hyun

Koh, Won Seok

Kho, Chung Hwan Kim, Mi Jin Kim, Seung Young Kim, Young Soon Gim, Jong Gil

Kim, Hye Kyoung

Kim, Hong Hee

Park, So Young

Beck, Jee Sook

Uekusa Gaku

Yoon, Kew Hong

Lee, Sun Young

Lee, Eun Joo

Hong, Kyong Han

Hwang, Jung In Photography

Kim, Seung Young Kim, Yong Kwan Park, Hong Soon

Lee, Jong Su

Cho, Young Ha

Denys Delvigne

Translation

Lim, Sung Youn

Jung, Ji Yeon

Edits

Kang, Jae Hyun

Choi, Seoyeon

Tyler Russell Design

Bae, Jee Sun

Editor

Choi, Jayoon

Print

Kummyung Printing Corp.

ISBN

978-89-969523-0-5

Price

$ 15

â“’ Kim Seung Young, No part of this publications can be reproduced in any manner whatsoever without permission in writing from the artist.



Turn static files into dynamic content formats.

Create a flipbook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