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거울 마치, 유령이나 허깨비들처럼
안창홍 2009. 5. 20 - 6. 28 사비나미술관 Art Vitamin
사비나미술관 전시총괄|이명옥(관장) 진 행 |우선미(큐레이터) 진행보조|박노춘(테크니션), 조영륜(인턴) 홍 보 |박민영(홍보담당) 교 육 |윤희은(에듀케이터), 양혜정(미술품전문해설사) 도 록 발 행 처 | 사비나미술관 발 행 인 | 이명옥 편 집 인 | 우선미 번 역 | www.artntext.com 촬 영 | 김명수, 박홍순 디 자 인 | KC Communications 등 록 | 1996. 1. 20 제 1-1971호 ⓒ 2009 사비나미술관 본 도록에 실린 글과 그림은 사비나미술관의 동의 없이 무단 전재 및 복제할 수 없습니다.
Black & White Mirror Ahn, Chang Hong 2009. 5. 20 - 6. 28 Savina Art Museum Art Vitamin
Savina Art Museum Directed by Savina Lee(Director of Savina Art Museum) Curated by Woo, Sun-Mi(Curator) with assistance of Park, Noh-Choon(Technician), Cho, Young Ryun(Intern) Public relations by Park, Min-Young(PR Manager) Educations by Yoon, Hee-Eun(Educator), Yang, Hye Jung(Docent) Catalogue Publishing Office Savina Art Museum Published by Savina Lee Edited by Woo, Sun-Mi Photographs by Kim, Myung-Soo, Park, Hong-Soon Translations by www.artntext.com Design by KC Communications Registration # 1-1971, 1996. 1. 20 ⓒ 2009 Savina Museum of Contemporary Art No part of this catalogue may be reproduced or utilized in any means without the written permission from Savina Museum Printed by KC Communications
흑백거울 마치, 유령이나 허깨비들처럼
안창홍 Ahn, Chang Hong
2009. 5. 20 (WED) - 6. 28 (SUN)
안창홍 전에 부침 열정과 허무, 성과 죽음의 경계를 허무는 안창홍의 신작들을 보면서 새삼 이 시대의 진정한 예술가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예술가란 과연 어떤 사람일까요? 자아를 표현하고, 창작활동에 헌신하는 과정에서 강렬한 기쁨을 얻는 특이한 존재가 바로 예술가는 아닐까요? 자기만족과, 예술적 가치를 구현하는 일을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 예술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시키는 이기적인 행동도 불사하는 사람. 명성이나 돈은 창작행위에 대한 보상이며, 예술혼을 지속시키는 에너지로 여기는 사람. 현실과 타협한다고 느껴지는 순간 영혼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죄책감이 생기는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예술가는 아닐까요? 참을 수 없는 삶의 가벼움에 익숙한 사람들은 진정한 예술의 무게를 감당하기란 너무 버겁다고 손사래를 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안창홍의 그림들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가“우주의 수많은 비밀이 궁금하다. 애기똥 풀의 노란 수액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노란수액의 빛깔은 어쩌면 그토록 선명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일상 속에 내재된 이 모든 것들, 머지않아 소멸될 이 모든 살아 있는 것들. 이 세상의 모든 죽음에 나는 이끌린다.” 라고 말했던 의미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도록. 2009년 5월 사비나미술관장 이 명 옥
익명의 개인에게 바치는 오마주, 우울하면서 따뜻한 절망 최 태 만 _ 미술평론가
죽음을 이긴 독종 2007년 팔월 초, 가족을 태우고 해인사 백련암을 방문했을 때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안창홍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차가 막 백련암으로 접어드는 가파르고 굽은 숲길로 진입한 무렵이라 운전 중인 나로서는 길게 통화할 형편이 아니었으므로 속으로‘용건만 간단히’를 기대하며 그가 먼저 전화 를 끊어주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나의 희망과 상관없이 그는 완강하고 단 호하게 자기가 해야 할 말을 계속 이어갔다. 그가 중국에 작업실을 마련했 다는 것은 이미 들어 알고 있던 터였지만 갑자기 귀국하여 전화한 것이 이 상했다. 그런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무심하게 들려주는 그의 귀 환이유가 사람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폐암수술을 받았다는 것이다. 휴대전 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그의 너무도 태연하고 침착한 소리가 거짓말처럼 들 리는 순간이었다. 조기에 발견했기 때문에 수술과 항암치료를 마치고 지금 은 회복하여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그가 병마를 이겨낸 자신의 무용담을 자랑하기 위해 느닷없이 전화를 건 것은 아니었다. 전화 를 한 요지는 1997년에 출판한 나의 안창홍 작가론인『어둠 속에서 빛나 는 청춘』의 개정판을 내자는 것이었다. 이 책을 낸 후 그는 기회 있을 때마 다 나에게 집요하게 개정판 집필을 요구하곤 했다. 천성이 게으른 나로서 는 재집필에 대한 욕구는 있었으나 선뜻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차일피일하 던 중이었는데 더 이상 건성으로 대답할 처지가 아니었다. 그는 어느 출판 사에서 자기 작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으므로 같이 만나자는 말을 끝 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한 달여 후 그 출판사로 찾아갔을 때 3월에 수 술을 했으며,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아주 즐겁게’, 마치 아이들 소풍가 듯 마치고 작업실에서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표정이 하도 천연덕스럽고 무심하여 불과 몇 달 전 암수술을 받은 사람인 지 의심될 지경이었다. 그는 식사와 함께 반주로 포도주 한 잔도 곁들였다. 병마를 피하기보다 그것과 마주함으로써 이길 수 있다는 자심감이 없었더 라면 사양했을 술을 마시는 그가 나에게는 참 속이 편한 사람으로 비쳐지 는 장면이었다. 많은 작가들에게 나태는 마치 삶의 미덕처럼 받아들여지기 도 한다. 안창홍 역시 자신의 나태에 대해 스스로 책망할 때가 있다. 그러 나 그는 나태를 무절제로 연결하지는 않는다. 더욱이 그의 작업량은 그가 결코 나태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물증이다. 태평스러워 보이지만 자기확신으로 똘똘 뭉친 남자. 안창홍은 간혹 자신 의 거친 삶에 대해 들려주곤 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그를 지켜봐온 나는 그 가 거친 성격의 소유자가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세상 그 어떤 유혹이나 회 유(懷柔)에도 굴복하지 않을 당당함과 오만에 가까운 자기신념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그와 오래 사귀지 않은 사람에게 그의 당당함이 오히려 안하 무인으로 비쳐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스럽게 조기발견 하여 치유가 가능했다거나 현대의학의 발달 운운할 것 없이 그는 운명을
여자 The Woman 캔버스에 아크릴릭 45×122cm 2009
이겨낸‘독종’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그가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승
잘 드러낸다. 잦아드는 정서적 긴장과 그것을 이완시켜가는 과정을
리할 수 있었던 것은‘거친 삶’속에 터득한 긍정의 정신도 크게 작
압축한 이 글을 통해 그의 작품이 지닌 성격까지 이해할 수 있을 것
용했을 것이다. 속으로야 어떨지 모르지만 그는 좌절하는 법이 없는
이다. 아마 녹음이 짙어가는 들판을 바라보며 적었을 이 글은 아픔,
특이한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세상에 대해, 사람에 대해 무섭
절망, 증오를 이겨내는 희망, 연민, 용서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것은
도록 저주를 퍼붓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능청스럽게 자기예찬을
그의 작품을 지배하는 공격적인 난폭함의 대단원이 파국적 파멸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안창홍이다. 만약 이러한 자기애가 근거 없
아니라 수용과 화해를 위해 거쳐야 하는 고통스럽지만 필요한 폭로
는 것이라면 피식 웃고 말 일이지만 그는 분명하고 합리적인 논리로
이자 고백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정당성을 내세울 충분한 이유와 근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물씬 풍겨나는 퇴폐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그의 예민한 촉수는
나는 때로 그의 이러한 독선에 가까운 신념을 존경과 두려움으로 받
항상 사회를 향하고 있다. 그가 작품을 통해 줄곧 공격한 것은 인간
아들이기도 한다. 나에게 안창홍이야말로 경이로운 경외(敬畏)의 대
의 야만과 위선이었다. 도발적이면서 거침없는 공격의 강도가 높을
상인 것이다.
수록 작품은 더욱 비판적인 내용으로 넘쳐났다. 민감한 주제를 직설
그는 좋고 싫음이 분명한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을 대할 때도 지나
적으로 표현하였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외관상 퇴폐적으로 비쳐질
칠 정도로 단호하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자기 속내를 다 드러
충분한 이유를 지닌 것이 되었다. 그러나 그의 악마적 상상력이 만
내지만 한번 눈 밖에 난 사람은 아예 상종을 하지 않을 정도로 입장
들어낸 많은 도상들이 한번이라도 정의(正義)에 대해 외치거나 설득
과 태도가 분명하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이런 태도는
한 적은 없다. 그는 모순으로 가득 찬 사회를 고발하는 윤리교사가
사회적 결격사유가 될 수 있다. 굳이 타협이라고 할 것 까지는 없지
아니라 그것의 실체를 해부하고, 그 잔해를 제시함으로써 자신이 위
만 살다보면 싫은 것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는 그런 것을 용
선적인 인간이나 사회에 대해 가진 불만을 폭로하였던 것이다. 만약
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싫어하는 것과 대립하며 스트레
그의 작품이 단지 폭로만으로 그쳤다면 그의 작품의 생명은 그만큼
스받기보다 아예 무시해버리는 것이다. 어떤 점에서 무서운 부분이
짧았을지 모른다. 그의 폭로가 우리의 의기소침함이나 문제의 노출
다. 그가 오랜 기간을 단독자로 생활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을 회피하려는 허약한 정신상태를 마구 뒤흔들어놓는 것이기 때문
그림에 승부를 걸었기 때문에 자기에게 패배하지 않기 위해, 자기를
에 우리는 속으로 뜨끔해 하면서도 그의 저돌적인 용기에 열광하는
배신하지 않기 위해 작업에 전념하는 것 못지않게 그에게 그림 그리
것은 아닐까.
는 일은 불편한 사회적 관계에서 누적된 욕구불만을 해소하는 돌파 구이기도 하다. 화려하면서 퇴폐적이고, 도발적으로 변태적이면서 우아한 그림이 나타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그의 모난, 그러나 적
죽음의 도상
당히 타협할 줄 모르는 그의 과도하게 발육한 자기애적 성격에 기인
그러나 그의 그림을 지배해왔던 것은 역시 죽음의 유혹이다. 초기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그를 에고이스트로 보아서는 안 된다. 퇴원
부터 최근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그의 그림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죽
후 작업실에서 요양과 작업을 병행하며 기록해 놓은 작업노트를 보
음의 음습한 그림자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는 때로는 난폭하고,
면 그의 예민한 감각이 자기 내면으로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
때로는 낭자하게 죽음의 정서가 배어난다. 그 죽음은 늘 관능과 함
로 향해 열려있음을 확인하게 만든다.
께 한다. 에로스와 타나토스. 미술사에서는 이미 오래된 주제이다.
초록빛 눈물과 초록빛 아픔,
서구미술사에서‘춤추는 죽음(death macabre)’은 교훈적인 내용을
초록빛 절망과 초록빛 희망,
담고 있다.‘죽음이 네 옆에 있음을 항상 기억하라(memento-mori)’
초록빛 사랑과 초록빛 이별,
는 것이다. 젊고 아름다운 여성을 유혹하는 죽음의 신, 하늘거리는
초록빛 연민과 초록빛 회환,
촛불, 만개한 꽃이 담긴 화병, 모래시계, 해골 등은 모두 바니타스
초록빛 증오와 초록빛 용서.
(vanitas), 즉 삶의 유한성, 그 덧없음을 상징한다. 그의 작품 중에서
모나고 찢긴 모든 갈등들이 한데 녹아드는 안식의 빛깔, 초록.
해골이 눈을 감고 있는 젊은 여성의 뺨을 핥고 있는 <입맞춤>은 독
(2007년 5월 26일 작업노트) 이 글은 큰 병을 겪고 난 사람으로서 가질 수 있는 감정의 기복을
일 화가 그리엔(Hans Baldung Grien)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유혹하는 죽음’을 통해 청춘의 덧없음, 언젠가 늙
고 병들어 죽어갈 운명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역사는 표본상자 속에 저장된 객관적인 기록이 된다. 여기에는 슬픔
하고 안창홍의 작품들은 대부분 서구미술사적 맥락에서의 회화적
도, 회한도 없다. 이 냉정함은 역설적이게도 삶을 숭고한 것으로 받
수사(修辭)를 거부한다. 그에게 상징과 알레고리, 은유는 지적 현학
아들이게 만든다. 우리가 자연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죽음을 받아
이거나 사치, 심지어 죽음을 모독하는 것이다. 그는 죽음을 숨기지
들이는 태도이다. 원형이 아닌 껍질의 흔적만 간직한 이 박제된 주검
않는다. 그의 작품에서 농염한 에로티시즘과 뒤섞인 죽음은 도덕적
의 이미지를 통해 시간이란 사슬이 우리를 결박하고 있음을 깨닫는
이거나 교훈적인 설득과 관련이 없다. 사도마조히즘의 몽환과 넘쳐
다면 그것으로도 안창홍이 우리에게 무엇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하는
나는 퇴폐 위로 엄습하는 죽음의 유혹은 때로는 직설적이고 공격적
지 파악할 수 있다. 그것은 자연과 시간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는 사
인 형태를 통해, 때로는 화려하면서 신경질적인 색채를 통해, 때로
실이다. 과거의 작품에서 볼 수 있었던 참혹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는 잔인하며 파괴적인 주제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이러한
아름다움을 지닌 죽음의 이미지가 이 죽음의 박물관에서는 생명의
죽음의 도상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모든 살아있는
유한성을 통해 그것의 소중함을, 나아가 우리의 삶이란 죽음을 기다
생명체를 거둬가는 낫을 휘둘러대는 시간의 신 크로노스(Kronos)나
리는 과정이 아님을 깨닫게 만드는 것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죽음의 신 타나토스에서 연상되는 죽음의 폭력을 예찬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죽음을 삶의 종결로만 받아들이는 것은 죽음을 대상 화하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죽음은 삶과 밀착해 있기 때문에 쉽게
익명의 개인에 바치는 오마주
망각하거나 끔찍하도록 공포스러울 수 있다. 자전적인 주제로부터
2004년 부산비엔날레 현대미술전에 안창홍은 <49인의 명상>을
사회적 주제에 이르기까지 안창홍은 늘 이러한 죽음의 중의적 측면
출품했다. 총 49개의 패널로 제작된 이 연작은 전시공간의 제한으로
에 집중해 왔다. 죽음의 주술행위를 집행하는 사제의 열광적이면서
모두 전시하지 못했지만 초상을 주제로 한 안창홍의 작품 중에서 새
난폭한 카니발리즘과도 같은 광기어린 에너지에 몰입해 있으면서도
로운 전기를 제공한 기념비적인 것이었다. 폐업한 사진관에서 입수
정작 그는 항상 그 광란의 제의(祭儀)에서 방관자처럼 태연하게 죽음
한 빛바랜 사진 위에 채색을 한 이 작품들은 다양한 필요와 목적, 이
을 재연해왔다. 말하자면 그는‘춤추는 죽음’에 자신을 내맡긴 것이
유로 자신의 초상을 기록해 놓은 평범하고 익명적인 사람들에게 바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죽음의 폭력을
치는 오마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 전에 촬영된 것일 뿐만 아
열정적이지만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회색의 암울한 인
니라 사진관 서랍 속에 보관되던 사진 중에서 추출한 것이기 때문에
물화로부터 기이하고 잔혹한 파괴의 풍경에 이르기까지 그가 표현
그들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작가 자신도 알 수 없다. 이 초상들
한 죽음의 도상은 끔찍하면서 거부할 수 없는 유혹으로 나타났다.
은 한 시대를 살았거나 혹은 지금은 어디에선가 자신들의 삶을 꾸려
그러나 다소 신열을 앓게 만들었던 과거의 죽음의 도상과 비교해 볼
가고 있을 개인들의 잊혀진 시간, 그것도 박제된 기억을 부활시킨
때 2003년에 발표한 <죽음의 컬렉션>은 주검을 통해 죽음의 본질에
것이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그 기억된 시간은 특정인의 특정시
대해 질문을 제기한 작품으로 기억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자연사
간을 복원한 것이 아니라 작가에 의해 해석되고 의미가 부여된 것이
박물관 연작>은 박물관에 넘쳐나는 주검, 포르말린 속에 표백된 채
다. 여기서 작가의 상상력과 작품을 보는 사람들의 상상력이 틈입할
저장되거나 혹은 화석의 형태로 전시되는 숱한 주검을 일상의 주검
수 있는 공간이 형성된다. 그는 이 인물들의 눈을 모두 지워버림으
으로 연장하고 있다. 그것은 대체로 그가 주변에서 발견한 시체들이
로써 해석의 틈을 더 벌려놓는다. 모두 명상에 잠긴 듯한, 혹은 죽음
다. 그 속에는 식물도 있고, 곤충도 있으며, 슬리퍼처럼 폐기된 물건
의 긴 시간에 의해 결빙된 듯한 이미지는 모티브가 된 사진의 퇴락
도 있다. 이 모든 대상들은 동일한 규격의 채집상자에 봉인된 채 전
한 색채만큼이나 강한 흡인력을 발휘하며 시간의 간극을 뛰어넘어
시된다. 여기에는 죽음의 공포가 없다. 잔인함도 없다. 수집, 분류, 보
우리로 하여금 그들의 기억을 보는 사람의 관점으로 재생하도록 유
존된 물체라는 점에서 이 채집상자들이야말로 작은 자연사박물관이
혹하고 있는 것이다.
자 작가에 의해 기록된 일상의 죽음이다. 젤라틴상태의 부패과정이
사실 사진을 이용해 그 속에 각인된 인물의 형상을 지워버리는 작
제거된 이 죽음의 박물관은 그러므로 악취도 풍기지 않는다. 인간의
업은 그의 초기 작업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얼굴을 지워버리고 남
죽음을 다룬 작품들에서 볼 수 있었던 잔혹한 비장미를 대신하여 순
은 공백을 마치 가면처럼 처리한 초기의 작업은 공포와 매혹을 동시
수한 주검 자체만 제시함으로써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숱한 죽음의
에 지니고 있으면서 안창홍 특유의 독창적 마력을 물씬 풍기는 것이
었다. 절규하듯 입을 딱 벌린 인물들은 지난 세기 동안 불안과 절망,
는 이 사진의 익명성을 더 강화하는 부분이다. 적어도 증명사진을
공포의 시대를 살았던 개인들의 가위눌림을 극적이면서 숭고하게
촬영할 때 눈을 감는 것은 금기에 해당한다. 눈은 그 사람의 정체성
보여주었다. 더욱이 어두운 회색조는 이 작품들이 지닌 비극적 정서
을 나타내는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증거일 뿐만 아니라 성격과 감정
를 고양시키며 앨범 속에 결박된 시간을 현재로 불러내는 비상한 힘
상태를 드러내는 핵심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그는 이 특정한 인물들
을 발휘하는 요소이기도 했다. 이후에도 그는 단체로 촬영한 기념사
의 눈을 모두 감겨버림으로써 특정인을 지시하는 증명사진의 특징
진을 확대하여 이미 과거가 된 역사의 현장을 호출내기도 했다. 이
을 박탈한다. 그렇다고 개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개인에게 바
처럼 안창홍에게 있어서 사진을 바탕으로 한 작업의 역사는 오래된
치는 오마주는 초상 위로 날고 있는 나비의 형상을 통해 상징적으로
다. 기념사진에 대해 주목하게 된 이유에 대해 작가는 한 작업노트
표현되고 있다. 이때 나비는 현재와 지나간 시간을 연결하는 매개체
에서“오래된 한 장의 기념사진은 딱딱하고 건조한 사실과 기록을
이기도 하다. 또한 사진 속의 인물들의 입술을 붉게 칠하는 화장술
뛰어넘어 독립된 서정과 주술의 매개물로 존재한다. 사진은 그 속에
은 창백하게 고착된 개인들의 초상을 영속하는 망각, 곧 죽음의 미
갇힌 개인사적 시간과 사연을 뛰어넘어 사진 자체로서의 독립된 사
망 속에 가둬놓는 것을 거부한다. 여기에서 그의 초상작업이 개인사
회성을 갖는다. 그 독립된 에너지의 매혹 때문에 나는 사진에 이끌
와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사회를 연결시키려는 의도로 제작된 것임
린다”(2007년 9월 3일 작업노트)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점에서 그의
을 알 수 있다. 그는 개인이 지워진 그 공백에 시대의 기억을 주입하
사진작업은 사진 속의 개인들의 역사를 사회적 기억의 정치로 확장
여 개인의 역사를 시대와 사회의 역사로 확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시키려는 의지의 소산임을 알 수 있다. 그것은 공식기억에 의해 가
그것은 그 대상들을 통해 망각된 시대, 이미 과거라고 밀쳐놓은 불
려진 시간의 이면을 들춰내는 작업임과 동시에 그것에 새로운 생명
안하고 우울한 시대의 사회적 초상을 하나의 표상으로 각인하는 과
을 부여하려는 의도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정이라고 할 수 있다. <49인의 명상>은 독립된 시리즈임에 분명하
그러나 <49인의 명상>은 과거에 그가 했던 작업과 성격을 달리하
지만, 그는 그것으로 이 작품을 종결하지 않고 사이보그 연작으로
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상 기념사진의 경우 사진의 한 부
발전시키고 있다. 동일한 인물이 잡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불현듯
위에 그 단체의 성격과 촬영일자를 기록해 놓기 때문에 작가에 의해
출현하는 이 연작에서 눈을 감고 명상하던 사람들이 복제인간처럼
변형이 가해졌다 하더라고 사진이 촬영된 맥락을 추적하는데 큰 어
기계적인 형상으로 출몰하고 있는 것을 본다는 것은 불편하다. 주체
려움이 없다. 그러나 <49인의 명상>은 그러한 기초 정보 자체를 가
가 소멸한 것이 아니라 낯선 도상, 그것도 클론(clone)처럼 동일한 대
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해석의 가능성을 더 열어놓은 것이다. 이른
상이 기계적 생명을 부여받은 존재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불편하
바 증명사진이라 불리는 사진 속의 표정을 지우고 눈을 감기는 행위
다. 이 불편함은 안창홍의 작품이 지닌 또 하나의 매력이기도 하다.
가죽소파 Leather Sofa 캔버스에 아크릴릭 122×45cm 2009
최악의 그림, 최상의 혹독한 아름다움
만들고 있기 때문에 이 누드화는 건강한 육체에 바치는 헌사(獻辭),
“절망의 회색, 혹은 최악의 그림.”
특정한 인물을 모델로 세웠다 할지라도 그를 통해 이름 없는 모든 (2008년 12월 20일 작업노트)
인간, 자신의 삶에 충실한 사람들에게 바치는 존경으로 봐야 할 것
최근 안창홍은 흑백의 인물화 시리즈를 완성했다. 침대 앞에 놓는
이다. 이 작품들을 제작하면서 그는“우울한 침묵 속에서 그려내는
베드 카우치에 누어있거나 앉아있는 모델을 그린 이 그림들은 그
회색빛 절망”이란 표현을 했다. 그에게 이 그림들은 최악이다. 그러
규모의 장대함 때문에 보는 사람을 압도할 뿐만 아니라 흑백의 무
나 이 작품 앞에 서면 그의 검은 그림이 절망의 회색 혹은 최악의
채색이 주는 장중함 때문에 엄숙한 분위기를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그림이라기보다 더 이상 곤혹스러울 수 없도록 혹독한 아름다움을
놀라운 사실은 이 일련의 작품들이 불과 일 여년 만에 완성되었다
지닌 것임을 발견하게 된다. 좁고 불편한 카우치에 의지해 있으면
는 점이다. 그의 생산력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 수 없
서도 이들의 도전적인 표정과 자세는 자신의 벗은 육체를 당당하게
다. 작년 여름, 그의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만 하더라도 밑그림만 그
드러냄으로써‘사회적 육체’가 된다. 더욱이 이들의 육체가 웰니스
려놓은 상태였는데 그는 불과 반 년 만에 수점의 대형인물화를 그
센터에서 가꾸거나 성형한 육체가 아닌 까닭에 그 당당함은 이 그
려내었던 것이다. 그는 일련의 검은 그림을 제작하면서“예술은 불
림 속에서 더욱 빛난다. 작가가 말한‘검은 빛의 향기’란 바로 이
규칙과 불면의 산물인가? 아! 그래도 너무나 달콤한, 규율과 원칙과
당당함으로부터 발원한 것이 아닐까.
상식의 전복을 통해 길어 올린 검은빛의 향기”(2007. 8. 7 작업노
이 글을 쓰기 전, 다시 그의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 그는 자신이 요
트)라고 적었다. 그의 작업노트는 도발적이면서 장중한 아름다움을
즈음 하고 있는 도보여행에 대해 들려주었다. 수술과 치료를 받은
지닌 누드화가 나타나게 된 배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사실
후 장기여행을 대신해 선택한 그의 운동법이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
적인 재현에 충실한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 역시 전통적인
로가 아니라 차량이나 등산객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임야의 소방도
규범을 위반하고 있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육체를 바라보듯 관
로, 오솔길을 천천히 걷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자연을 다시
람자를 향해 자신의 육체를 숨김없이 드러내는 공격적인 자세도 그
생각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긴 산책을 통해 그는 단지 자연을 관
렇지만 누드화의 전통에서 벗어난 포즈와 그들의 시선에서도 위반
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미세한 부분을 경험한다고도 했다. 그
의 혐의가 포착된다. 비록 작가에 의해 연출된 것이라 할지라도 그
것을 통해 자연의 광활함이나 순리뿐만 아니라 그 속에 내재한 요
들은 유혹하는 시선이 아니라 노려보는 시선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
염함까지 느낀다고 하니 안창홍의 발달된 촉수가 자연의 피부를 더
을 발견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은 자신을‘보여지는 존재’로서
듬으며 촉각으로 받아들인 그 요염함을 어떻게 드러낼지 자못 궁금
가 아니라 보는 주체로 파악하고 있는 모델들의 의식을 드러내는
하다. 자전적인 것으로부터 인간과 문명으로, 사회적 폭력에 대한
요소이다. 즉 그들은 그림 속에 다소곳하게 누워있는 양순한 모델
신경질적인 저항으로부터 인간의 위선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 정
이 아닌 것이다. 이 흑백회화 속에 모델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지된 시간을 현재로 불러내 그 결빙의 사슬을 푸는 작업으로부터
그가 공을 들여 섭외한 평범한 사람들이다. 동료 화가의 옷을 벗긴
익명의 개인에게 바치는 헌사에 이르기까지 그는 언제나 한 곳에
것이야 동료의식의 결과로 볼 수 있지만, 젊은 여성을 벌거벗기거
머무는 것을 거부하며 변화를 시도해 왔다. 그 과정에서 조형적인
나 그의 작업실이 있는 마을의 촌로(村老)를 벗기는 일은 작가 자신
방법도 정체(停滯)를 거부하고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그 지칠 줄 모
에게나 당사자 모두에게 하나의 모험이자 도전이었을 것이다. 그러
르는 악마적 상상력과 지구력은 안창홍이란 작가를 한정된 언어로
나 그는 기어코 그들 대부분을 예술이란 제단 앞에 나체로 세웠다.
규정할 수 없도록 만든다. 그러나 안창홍이야말로 위험하면서 독창
이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나체임에도 불구하고 에로틱하지
적인 작가라는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나에게 그는 여전
는 않다. 특히 손씨란 노인의 깡마른 육신은 평생 농부로 살아온 그
히 불가해한 존재이다. 어쩌면 그것이 그와 나를 지속적으로 연결
의 삶이 기록된 주름 때문에 장엄하게 보이기조차 한다. 젊은 여성
하는 끈인지도 모른다.
을 모델로 한 누드 또한 관능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우선 화면 전체 를 지배하고 있는 흑백의 무채색이 벗은 육체를 훔쳐보고자 하는 관음증적 욕망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물보다 크게 재현된 인체가 관능적 아름다움을 넘어 육체를 경건하게 보이도록
Homage to Anonymous Individuals, A Gloomy yet Warm Desperation By Choi Tae-man _ Art Critic
A Determined Person Who Overcome Death
We might say he was able to recover from a fatal disease,
While driving to the Baikryeon hermitage, in the Haeinsa
due to the developments of modern medicine, or because it
Monastery, early in August 2007, I got a phone call from Ahn
was detected early, but it seems obvious he is a robust man
Chang-hong, who I haven't heard from for so long. As I was
who overcame his harsh destiny. In a sense, his positive mind,
about to drive a steep forest path, I expected him to talk
acquired through his rough life, helped him gain victory in a
briefly then hang up. Irrespective of my expectation, however,
dead end of his life. I don't know his true nature, but he is a
Ahn continued what he wanted to say, both firmly and
person with a peculiar personality, who has never been
resolutely. I already knew he had set up a studio in China, so
frustrated by hardship. He at times imposes his malediction on
felt strange that he had suddenly called me. I was astonished
the world, or people, but soon admires them as he does
by what he then told me with disinterest. The reason he came
himself. If this self-love has no foundation, we can disregard it.
back was to undergo surgery for lung cancer. His words
However, he seems to have a solid base and sufficient reason
through the mobile phone were so calm and composed I felt it
to assert his opinion, by using reasonable logic. I see his sense
was perhaps a lie. But to this he said he had recovered a
of conviction close to self-righteousness, both with respect
normal condition, after a surgical operation, and anti-cancer
and awe. For me, Ahn is a subject of wonder and awe.
treatment, because the cancer was early detected.
Ahn expresses his likes and dislikes clearly. He is extremely
The main reason he called me was, of course, not to boast a
determined with people. While Ahn candidly reveals his
heroic conquest of a disease, but to persuade me to release a
intentions to those he likes, he avoids company with those
revised edition of Youth Gleaming in the Night, an essay on
who might lose his confidence. For everyday people, this
Ahn's art world, published in 1997. Since its publication, he
resolute attitude might be a disqualification for living within
has persistently asked me to write a revision. Despite my
society. In living life, we are forced sometimes to embrace
intention to do so, I delayed it day-by-day because I am lazy by
what we dislike, but An would never allow himself to do that.
nature. On the day he called, I couldn't give him a plausible
Instead of being under stress due to confrontation with what
excuse to put it off any longer. So, we made an appointment
he dislikes, he disregards them from the very first. This is
to meet at the publishing company interested in his work. A
perhaps why he has lived alone for so many years. For the
month later, we met there.Ahn said he was working hard
artist, engaging in, or dedicating himself to painting, is a
after surgery and completing painful, anti-cancer treatment,
breakthrough, relieving his frustrations and dissatisfactions
quite pleasurably, just as a child going for an outing. As his
caused by inconvenient social relations.
appearance was without artifice and unintentional, I doubted that he underwent any operation only months ago.
His paintings are flamboyant, decadent, and provocative, abnormal yet elegant, and derive probably from his excessive
With a meal, he drank a cup of wine. I thought then he was
narcissism. Even so, we should not see him as an egoist.
so easy-going. For many artists, as it is known, laziness is an
According to his artistic notes, chronicled while working and
accepted of life. For Ahn Chang-hong, laziness does not mean
convalescing in his studio, we can see his acute senses are
intemperance, despite accusations of his laziness. The mountain
open toward the world, not toward his inner self.
of work he has made proves he is a prolific, diligent artist. Ahn Chang-hong, a man who seems easygoing, yet self-
Greenish tears and greenish pain Greenish desperation and greenish hope
assured, often talked about his harsh life. But, because I have
Greenish love and greenish separation
known him for a long time, I am aware his personality is in no
Greenish compassion and greenish repentance
way tough. Because he has firm self-conviction, it makes him
Greenish hate and a greenish pardon
look imposing, even arrogant, so those who have not been
The color green, the hue of relaxation - all conflicts are
acquainted with him long might regard his attitude as
imbued together.
haughty and audacious.
(Excerpt from the artist's note from May 26, 2007)
This statement indicates that Ahn was in an emotionally unstable condition after undergoing the fatal disease. Through the artist's statement which condenses the process of his increasing and decreasing emotional tension, we may understand the hallmarks of his work. He probably wrote this statement when the shade of trees became darkened alluding to pain, despair, hope, compassion, and pardon. It indicates that the aggressive violence dominating his work is not a catastrophe, but an exposure or a confession that is painful, yet necessary for acceptance and conciliation. Despite an overflowing decadent atmosphere, his tentacles reach out towards society. Ahn has constantly assaulted human's savageness and hypocrisy. The more his work remains provocative and aggressive, the more it becomes critical. He directly expresses sensitive themes and his work is decadent in its appearance. The icons Ahn creates with his diabolic imagination have never shouted for justice. He is not an ethics teacher criticizing society filled with contradictions, but a revealer who makes complaints about society and human hypocrisy. If his work is about mere exposure, its life is perhaps short. As his disclosure shatters our feeble minds that try to avoid revelations of any problems, we most likely admire him for his aggressive rush despite the stinging feel in our hearts.
Death Icons Ahn's works from his younger days to his recent, more mature pieces are dominated by the shady and damp shadow of death. This death emotion at times appears violent or splattered all over. These death images are always created with sensuality. Eros and Thanatos are time-honored subjects in art history. In Western art history, danse macabre, or the dance of death, conveys a type of didactic content. This refers to memento mori, a phrase meaning "Remember that death is always with you." Vanitasimages such as the god of death alluring a young, beautiful woman, flickering candlelight, a vase with full-blossomed flowers, a sandglass, and a skull are all meant as the reminders of the transience and vanity of life. Of all his pieces, The Kiss, featuring a skull licking the cheek of a young girl with her eyes closed, alludes to the transience of youth and our destiny of growing old, falling sick, and finally dying through images of seducing death, like those seen in paintings by German painter Hans Baldung Grien. Nevertheless, Ahn's works seem to reject 권의효 전신(傳神) The Portrait of Kwon, Ui Hyo 캔버스에 아크릴릭 45×122cm 2009
any pictorial description in the context of Western art history. For him,
symbols, allegories, and metaphors are regarded as mere intellectual pedantry, intellectual extravagance, or insults to death. He would not oppose this. The death images in his work blended with voluptuous eroticism are in no way ethical or didactic. The temptation of death in a hypnotic, sado-masochistic, or decadent atmosphere appears through direct, aggressive forms, flamboyant, impulsive colors, or cruel, destructive themes. The artist seems to enjoy these death icons. However, his art is not always meant to extol death and violence associated with Kronos, the god of time, who deprives all life forms of their lives, or Thanatos, god of death. To regard death as the end of life is a reification of death. In a sense, as death is closely linked to life, it might be easily buried in oblivion or seen as extremely horrible. In all of his pieces addressing both biographical and social themes, Ahn has primarily focused on these dual meanings of death. Although indulged in lunatic energy often found in frantic, outrageous cannibalism, the artist always nonchalantly represents death like a bystander in a lunatic ritual. He is able to represent death more ardently and vividly by maintaining a certain distance from the danse macabre, instead of fully entrusting himself to it. The images of death he portrays from the gloomy figures in grey to cruelly destructive scenes appear as terrible, irresistible temptations. Compared with previous icons of death, The Collection of Deathreleased in 2003 is remembered as the work questioning the true nature of death through bodies. In The Natural History Museum series, he captures a variety of deadbodies such as bodies stored in formalin and those displayed in the form of fossils. Those bodies including insects, plants, and even unused slippers are all found in his surrounding areas. They are all displayed after being sealed in boxes of the same size. There is no horror and cruelty of death here. These vascular items, containing gathered, classified, and preserved objects act as a small natural history museum or a chronicle of death in everyday life. They no longer stink as any process of their decay has been removed. While the works of art addressing human death often radiate some brutal tragic beauty, this work presents pure death images themselves. A countless number of death cases that take place in daily life are thus an objective record stored in the vascular. There are no sorrows and repentances here. This cold-heartedness paradoxically allows us to embrace life as the sublime. What we learn
어떤 청춘 A Youth Man 캔버스에 아크릴릭 45×122cm 2009
from nature is an attitude of acceptance towards death. If
group photos to invoke past times and previous scenes that
realizing that we are enchained by time through these stuffed
have already become history. Ahn has long exploited
death images, we are able to grasp what Ahn really intends to
photographs as the basis of his work.
say to us, which is the fact that we have to remain modest
In an artistic statement, he accounts for the reason why he
before nature and time. In his museum, the death images that
noted memorial photographs as follows: "An old memorial
previously brought about a brutal, yet irresistible beauty make
photograph is seen as a medium for independent lyricism and
us realize that death is something precious because life is finite
sorcery, going beyond stiff facts and dried records. A
and life is not merely a process of waiting for death.
photograph itself has a social quality, transcending an individual's time and story. I often remain captivated by photographs due to their independent energy and
Homage to Anonymous Individuals
magnetism." (Excerpt from the artist's note fromSeptember 3,
Ahn Chang-hong submitted 49-person Meditationfor the
2007) In this respect, Ahn's workis the outcome of his will to
2004 Busan Biennale Contemporary Art Exhibition. This serial
expand personal history in photographs to social memories. It
work, made up of 49 panels, is a trophy that provided a
is a process revealing the inside of time covered by the official
turning point in Ahn's portraits. This work, adding colors to
memory and at the same time bringing new life to it.
the photographs he obtained from a closed photo studio, can
We need to note that 49-person Meditation is different from
be said to be a homage to ordinary, anonymous people who
his previous work in its character. Usually in case of memorial
recorded their portraits with diverse necessities, purposes, and
photographs, it is not so difficult to search for the context they
reasons. Even the artist himself doesn't know who they are
lie in because the photographed dates and places are
since these photos were taken so long ago and kept for many
recorded in their corners, despite any modifications made by
years at the studio. These portraits revive forgotten time and
the artist. As the photos used for 49-person Meditation have
the memories of individuals who lived in a different age or
no such information, it opens up possibilities of interpretation
who are living somewhere else. In a strict sense, however, this
more broadly. Especially in the identification photographs or
time is not specific, but one that is interpreted and given
portrait shots he uses, the figures' anonymity is reinforced by
meaning by the artist. Any space that his and the viewers'
erasing their facial expressions and representing their faces
imagination and interpretation may involve is formed here.
with their eyes closed. When taking identification
This space becomes widened by deleting the figures'eyes. The
photographs, we must not close our eyes. The eyes are a
figure images that seem lost in meditation or frozen by the
critical part not only to reveal our identity, but also to suggest
long hours of death attract us and make us want to revive
something about our personality and emotional state. Ahn,
their memories, transcending the gap of time.
however, employs these figures with their eyes closed,
The work of erasing the forms of figures using photographs
depriving them of the features of a typical portrait shot. His
is also found in his younger days in which removed spaces
homage to anonymous individuals is symbolically represented
were replaced with mask-like images. His early pieces appear
by the butterfly image flying over a portrait. The butterfly here
horrible and simultaneously seductive, suggesting the
is a medium relating the present with the past. The red lips of
ingenious magnetism of Ahn's art. Through the figures
the figures that appear in his photographs imply his rejection
widely opening their mouths as if to scream, he represents
of confining pale, fixed individuals to a delusion of death or
each individual's suppression in the last age of unrest,
oblivion. His portrait work is intended to link personal history
despair, and terror in a dramatic, noble manner. The dark
to the age and society in which they resided.
gray in these works is an element to enhance their tragic
Ahn expands personal history to social history by filling the
atmosphere, evoking the pervious time confined in old
empty space where individuals are deleted with the memories
photographs to the present. Since then, he also enlarged
of an age. 49-person Meditation is apparently an independent
series, but he develops it into the Cyborg series. In this series,
These figures appear in the nude, but are in no way erotic.
the same figures suddenly appear and those practicing
The skinny body of an aged man who lived all his life as a
meditation with their eyes closed emerge like human clones.
peasant looks even solemn due to the furrows on his body
The images that are given a mechanical life like clones make
where his life has been chronicled. A young woman's naked
the viewersfeel slightly awkward. This inconvenience is
body is also free from sensuality. This nude has to be seen as
another magnetism of Ahn's work.
an eulogy for the healthy body and a respect for all the nameless people and those faithful to their own lives. This is due to the achromatic black and white shades that
The Worst Painting, Best Beauty "Gray in despair, or the worst painting"
discourage voyeuristic desire and the fact that the bodies are represented at a large scale, making them look more robust.
(excerpt from the artist's note from December 20, 2008)
While executing this series, he mentioned the phrase "Despair
Recently, Ahn Chang-hong has completed a black-and-white
in gray rendered amid gloomy silence."For the artist, these
figure painting series. These paintings featuring a lying or
black paintings may be the worst ones, but we discover that
seated model on a bed or couch not only overwhelm viewers
they bear a severe type of beauty. The naked bodies are set on
due to their enormous scale, but also evoke a solemn
a narrow, inconvenientcouch, but their defiant expressions
atmosphere with their grave black and white achromatic
and postures become social by exposing their naked bodies.
colors. What's amazing is that all these serial pieces were
As their bodies are not dressed up like at a fitness center or
completed in only one year. These works prove his productive
enhanced by any plastic surgery, their imposing stature glitters
capacity. Last summer, I saw just sketches at his studio, but he
in this series. The scent of the black hue he mentioned is
managed to complete a few huge-scale figure paintings in no
probably derived from this commanding presence.
more than half a year.
Prior to writing this essay, when I visited his studio again, he
While executing a series of dark paintings, he alluded that
talked about his walking tour. After undergoing a surgery and
"Is art the product of irregularity and insomnia? Ah! The scent
medical treatments, he selected a walking tour as an exercise
of black hues generated from the overturn of discipline,
cure. He said while strolling a path through a forest and an
principle, and commonsense." (Excerpt from the artist's note
unpaved deserted road, he was able to think over nature.
from August 7, 2007) His note helps viewers understand why
Through this long walk, he had a chance to meditate and
he created these provocative, solemn nude paintings.
experience details of nature. He also felt the vastness of nature
Although faithful to realistic representations, this series
and even its voluptuous beauty. I wonder how he will
violates conventional standards in terms of the models'poses
represent what he feels in nature with his well-evolved
and gaze. In this series of work, the naked bodies all appear
sensibility.
aggressive, looking at their own bodies reflected into the
He has constantly made plenty of attempts such as a change
mirror. Although intentionally rendered by the artist, it is
from the personal to the social, a nervous resistance against
important to discover the fact that the models scowl at the
social violence, a trenchant critique of human hypocrisy, a
viewers rather than sending them a seductive gaze. This gaze
work of thawing frozen time, and a homage to anonymous
suggests that they are active subjects rather than those
individuals, rejecting anchoring in one place. In this process,
passively being shown. That is to say, they are not merely
Ahn has renovated his ways of representing form. Due to his
compliant models obediently lying in his pieces.
unremitting endurance and diabolic imagination, we cannot
The models who appear in his black-and-white paintings are
define his art in a limited language. It is an undeniable fact
all ordinary people he sincerely requested to be his models. To
that Ahn Chang-hong is a perilous yet ingenious artist. Ahn
employ one of his colleagues, young women, or village elders
and his art are still incomprehensible to me. It probably works
as his nude models was perhaps a challenge or an adventure.
as a string connecting him to me.
베드 카우치 7 Bed Couch 7 캔버스에 유채 227×145cm 2009
베드 카우치 8 Bed Couch 8 캔버스에 아크릴릭 162×112cm 2009
베드 카우치 4 Bed Couch 4 캔버스에 아크릴릭 300×210cm 2008
베드 카우치 5 Bed Couch 5 캔버스에 아크릴릭 300×210cm 2008
베드 카우치 2 Bed Couch 2 캔버스에 아크릴릭 400×210cm 2008
베드 카우치 1 Bed Couch 1 캔버스에 아크릴릭 400×210cm 2008
2009.4.27. 안창홍 작가와의 대담 1. 모델 이야기_시대와 사람을 말하다. 주제 모델과 작업노트에 대하여 참석자 사비나미술관 학예실 _ 우선미(큐레이터) 양혜정(미술품전문해설사) 조영륜(인턴큐레이터) 장소 양평 안창홍 선생님 작업실
안창홍, 이하 안 : 이 작품들은 직업 모델이 아닌 나와 인연이 닿는 사람들을 세워놓고 그린 거지. 대부분 처음 제의했을 땐 난색을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의중을 이해하고, 나의 열 정과 진정성에 감화되면서 작업에 동참하게 되는 거야. 남 눈치 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사생활이 존중받지 못하는 경직된 우리 사회에서는 자신의 알몸을 드러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거든. 내 작업에 동참한 사람들은 규범이나 형식의 틀에서 조금이라도 해방되고 싶은 욕구와 일탈의 반역을 꿈꾸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지. 나를 알게 되면서 자유로움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알게 된거지. 그런데 재미난 것은 똑같이 그려놔도 당사자들 외에는 잘 몰라. 아무리 똑같이 그려놔도 말야. 저 임산부(작품명: 여자) 를 잘 아는 두 사람이 일이 있어서 어제 작업실에 왔었거든. 그 런데 저 작품을 보고나서도, 그 사람인지 모르는 거야. 전혀 몰 라. 내가 누구라고 이야기를 하자 그때야 아! 하는 거야. 처음엔 나도 의아했었는데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게 사진과 다른 점이야.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인상과 껍질 이면의 또 다 른 울림을 포착해 내기 때문이야. 낯익은 육체를 마주하고 서서 어디선가 본 듯하면서도 또 하나의 낯선 초상을 보는 거지. 우선미, 이하 우 : 선생님께서 모델에게서 뭔가를 끌어 내시나 보네요.
안창홍 작가 작업실
안 : 그럼. 전혀 생경한 걸 끄집어내는 거지. 면밀한 탐색을 통해 서 숨겨져 있는 어떤 것. 그것은 나만이 발견해 낼 수 있는 또 다른 존재감이 아니겠나. 그것은 모델을 통해서 나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거든. 이런 건(작품명: 가죽 소파) 그리기가 참 까다로운 그림이야. 옷 속에 있는 여자의 육체, 그 위에 겹쳐진 비정형의 무늬, 천의 느 낌. 알몸보다 훨씬 더 에로틱하잖아. 옷 입은 게 더 예뻐.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안창홍 작가의 파레트
양혜정, 이하 양 : 이 작품(작품명: 베드 카우치 8)은 너무 시선 이 강해서 묘한 느낌을 받게 되요.
작품 설명 중인 안창홍 작가
안 : 그래. 이 모델은 킥복싱을 취미로 하는 직장인이야. 가죽공 예를 하면서 사업을 위한 개인사무실을 운영하지. 몸이 아주 풍 만하고 바위같이 탄탄한 느낌이 들지 않나? 거기다 자신감과 당당한 시선이 아주 멋지잖아. 이 친구가 오히려 우리를 구경하 고 있는 것 같지 않아? 양 : 그럼 사진촬영을 하고 그리시는 건가요?
작업실 밖에서 대담 중인 안창홍 작가
안 : 스케치하고 사진촬영도 하고 그러지. 다들 바쁘니까 모델 을 계속 붙잡아 놓고 그릴 수가 없어. 더구나 작업실이 시골에 있으니 더 그래. 요즘 현대회화들은 사진 활용을 많이 하고 있 어. 사진기가 발명되면서 현대회화의 그리기 방식이 많이 바뀌 었지. 주제에 접근하는 태도가 게을러진 면도 있지만 어쨌든 훨 씬 더 풍요로워졌지. 이 사람은 청담동에 사업체가 있는 성공한 사업가야.(작품명: 권의효 전신(傳神)) 평생을 농사를 위한 육체 노동으로 산 농부 손씨(작품명: 베드카우치5)와 상반된 몸을 보 여주고 싶어서 비슷한 연배의 사람을 고르고 설득한 거야.
양 : 모델 옆에 있는 혓바닥을 내민 해골은 무슨 의미가 있나요? 안 : 제 아무리 잘나가고 모든 걸 다 가진 것 같아도 인간은 언 젠가 맞이해야 할 죽음을 피해갈 수는 없는 거잖아. 그래서 살 아있다는 것은 축복인 동시에 고통이기도 한 거야. 혀를 날름거 리는 해골은 우리의 주변을 서성대는 죽음을 상징하는 거지. 이 친구(작품명: 어떤 청춘)는 이전에 모델 했던 친구의 애인이야. 21살짜린데 지금은 호주에 유학갔어. 이전에 모델 했던 그 친 구(작품명: 베드카우치2)는 홍대 앞 생맥주 집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앤데 남자친구랑 같이 작업실에 왔더라고. 그런데 이 남자 녀석이 느낌이 좋고 몸이 괜찮아. 그래서“벗어!”그랬지. 둘 다 ‘타투(Tattoo)’예찬론자고 막힘없이 내키는 대로 물 흐르듯이 사는 아이들이지. 우 : 모델에 대해서 더 여쭤보고 싶은데, 그 모델과 어쨌든 인간 적으로 친해져야 그 내면을 끌어내실 수 있으셨을 텐데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 사람을 파악할 수 없으셨을 것 같아요. 안 : 당연히 친해져야 편하게 일을 할 수가 있지 않겠나. 일단 대상자를 고를 때는, 첫인상에서 결정되는 셈이지. 첫 인상에는 신선한, 마치 날 것 같은 느낌이 있잖아. 오랫동안 알던 사람은 또 다른 깊은 맛, 농익은 맛이 있지. 그림 속에는 시대 상황과 시대에 처해진 개인사가 잘 녹아 들어가야 하는 거니까. 조형적 인 것, 표정, 내면을 제대로 읽어 내는 게 관건이지. 우 : 저희 미술관에 걸리는 작품의 모델들 중에서 알고 지낸 지 가장 오래된 분은 누구세요? 안 : 손씨. 20년이지. 바로 밑에 사는 양반이니까. 내가 이 동네 들온 지 20년이란 뜻이기도 하네. 우 : 화가와 모델의 관계에 있어서 화가가 모델을 그림으로 옮 겼을 때 나타나는 모델의 본질은 화가의 직관을 거쳐 변형되어 나온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물론 화가의 눈을 통해 더욱 더 그 사람의 본질에 가까워질 수도 있지만 말이에요. 안 : 모든 예술품이라는 것은 어떤 것이든 창조해내는 거니까 그 작가가 창조자라고 할 수 있겠지. 창조라는 말이 왜 나오겠 나. 보고 그린 대상이 있겠지만 결국 그 대상이 내 눈을 통해서 내 머리 속에서 내 가슴 속에서 완전히 해체되었다가 다시 모여 서 내 방식으로 재조립하고 재정립해서 나오는 거라고. 모델 개 인에게서 우러나는 체취에다 나의 내면이 합해져서 새로운 형 태로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하는 거지. 물론 육체와 인품에서 표 출되는 그 사람만의 체취와‘향기’를 가지고 있지만 보이지 않 고 쉬 느껴지지 않는 미약한 울림이라 하더라도 작가의 철학과 시선에 따라서 강조되고 특별해 지기도 하는 거야. 그게 그림의 마력이 아니겠나. 우 : 그래서 똑같이 그렸음에도 모델을 아는 사람이 못 알아보 는 이유가 그거였군요. 안 : 그 이유는 대상에서 표출되는 느낌 중에 나만이 볼 수 있는 특별한 무엇을 모델과 닮은꼴의 거죽 위에 혼령을 뒤집어 씌우
듯이 덧씌워서 그리기 때문이겠지. 옛날에는 초상을 그리는 것을 누구누구의 전신 (傳神)이라는 말을 썼는데, 전할 전에 귀신 신. 그게 영혼을 그린다는 뜻이거든. 육 체를 그리지만 넋도 불어 넣는 것이니까. 일상 속에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타성에 젖은 시선으로 늘 상대를 바라보고 익숙한 인상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잖아. 그 사 람의 살갗과 뼈 속 깊이, 동공의 그늘 깊은 곳에 가려져있는 영혼의 향기는 거의 맡 지 못하고 산다고. 그렇지만 화가는 그런 것들을 보고 느끼고 끄집어내는 것이라 고.. 그러니 얼핏 보면 어디선가 본 듯하면서도 생경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거겠지. 화가의 눈은 초라하고 지친 육체를 통해서도 육체의 근원적인 위대함을 발견해 낼 수 있고, 창녀의 지친 몸을 통해서도 인생의 격랑을 해쳐가는 강인함 속에 깃든 신 성한 어떤 것을 발견해 낼 수가 있거든. 육체를 지탱하고 있는 정신적인 것이 포함되어야 해. 인간의 존재가 그냥 허공 속 에 혼자 떠 있는 것이 아니고 역사의 중압감을 짊어진 현실이라는 이름의 대지 위 에 서 있기 때문이야. 이를테면 척박한 환경과 척박한 땅에서 평생 동안 돌을 걸러 내어 밭을 일구고 흙을 갈아엎고 씨를 뿌려 수확을 하는 사람의 육체는 분명히 특 별한 감동이 있거든. 내 눈에 비춰지는 그 사람의 모습 속에는 약자에 대한 제도적 불평등과 소외로 인한 고달픔도 녹아 있겠고, 또 정작 당사자인 그는 그러거나 말 거나 고단한 인생길을 묵묵히 걸어갈 수밖에 없는 삶의 엄숙함도 보일 것 아니야. 대상을 통해 무엇을 보고 무엇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그림이 달라지는 거지. 삶 의 경험과 그림의 목적에 따라서 달라지는 거야. 같은 인물이라도 생각과 관점에 따라 표현의 내용과 방식이 전혀 달라지는 거지. 나는 인물을 통해 역사와 이 시대 의 불편한 현실상황에 처해진 저마다의 입장과 정신적인 것을 결합시키려 애썼지. 화가는 그림을 통해서 자신의 관심사를 드러내는 것이니까. 양 : 인물을 통해서도 개인의 역사뿐 아니라 그 시대를 보는 것 같습니다. 안 : 좀 상식적인 시각으로 접근한 예이긴 하지만 케테 콜비츠(Kathe Schmidt Kollwitz)의 그림을 예로 들어보자고. 그의 그림을 통해서도 그 시대를 엿볼 수 있잖 아. 가난한 노동자들의 비극적 생활상을 폭로한 판화 연작을 통해 그 시대의 부조 리함과 삶의 고통을 읽어낼 수 있잖아. 전쟁의 참상과 자식을 잃은 그 시대 어머니 들의 비애를 말이야.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감자 먹는 사람들을 통해서 우 리는 그때 농민들의 궁핍과 고달픔을 느낄 수 있는 거잖아. 작가의 인간적이고 따 뜻한 시선까지. 카라바죠(Michelangelo da Caravaggio)의 광기 어린 그림을 통해 서 작가의 아방가르드적인 정신과 천재성뿐만 아니라 예언적이고 고통스러운 삶은 물론이고 한 작가의 고뇌와 시대정신까지 읽어낼 수가 있잖아. 내 그림도 마찬 가 지지. 1999년에 발표한 그림하나를 예로 들어 보자고. 수천 마리의 파리들이 달라 붙어서 똥이라는 글자의 형태를 이룬 권력이라는 제목의 그림을 통해서도 귀찮고 끈질기게 달라붙는 파리 떼처럼 권력에 집착하는 우리나라 정치가들의 행태를 읽 어낼 수 있는거잖아. 내가 그린 그림들을 통해서도 이 시대를 볼 수 있는 거야. 예술가라면 그 시대를 아파하든 그 시대를 자랑스러워하든 그 시대에 동참해야 하 는 거야. 외면해서는 안 되지. 화가의 눈은 항상 깨어있어야 해. 모더니스트여야 하 고 그 시대의 아방가르드여야만 돼. 구태의연해서는 안돼. 데카당스하고 도덕의 틀 에서도 해방되어야해. 끝없이 실험하고 늘 반역을 꿈꾸는 자유인이어야만 한다는 말이지. 예술은 자유와 저항, 그것을 뿌리로 가치있는 정신의 꽃이 피어나는 거지.
난 그런 거 신경 쓰지 않고 쓰는 거니까. 나는 어차피 공인이야. 죽고 나면 일기장 이고 연애편지고 간에 왠만한건 다 밝혀져. 사유재산이 아니야. 공유하는 재산이 라고 내 몸 자체가. 아무리 비밀로 감춰놔 봤자 결국은 다 공개될 거니까 미리 공개 하는거지. 작가가 이 시대를 어떻게 아파하고 어떻게 사람들에 가까이 다가가려고 애쓰는지를 보여주려 하는 거지. 그림만으론 채워지지 않는 부분도 있거든. 그런 것들은 글로써 내 생각을 알리고 내가 원하는 목적으로 가야 될 거 아니야. 글이라 는 것은 그림과 전혀 다른 성격의 힘을 가지는 것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홈 페이지의 시시콜콜한 글들이 그림을 좀 더 설득력 있게 보여주기 위한 방편으로 작용하겠지. 적극적 활용이라기보다는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좀 더 다가올 수 있 도록 대문의 빗장을 열어두는 거지. 처음 인터넷의 기능과 위력을 실감하지 못했 을 땐 내 홈페이지를 사람들이 자기집 안방 들락거리듯이 할 줄은 전혀 몰랐거든. 그냥 나의 생각들을 기록하고 한곳에 모아둔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홈피를 열었는 데 그게 아니야. 우 : 선생님은 그림 뿐 아니라 글로도 선생님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시는데, 그 게 굉장히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많은 표현수단이 있으니까요. 안 : 이렇게 보면 돼. 나처럼 편하게 지껄일 수 있는 조건은 간단해. 권위주의를 버 리고 거추장스런 체면도 버리고 수직관계의 울타리도 걷어버리면 돼. 주변 사람들 이 간혹 나를 부러워하기도 해. 내가 하고 싶은 것, 그리고 싶은 것을 위해 쉽게 행 동으로 옮기니까. 그런데 이렇게 반문해 볼 수도 있겠지.“왜 너는 니하고 싶은 거 못하냐?”라고, 그건 용기의 결핍에서 오는 것이지. 또 욕심 때문이기도 하지. 체면, 사회적 지위, 권력.. 세상 이치는 말이야, 하날 얻으면 하날 잃고, 하날 버리면 하날 얻게 되는 거야. 그림 그리는 사람이 화가잖아. 그런데 화가라는 이름으로 하고 싶 은 게 그림 외에도 너무 많은 거지. 그러니까 한쪽으로 치중할 수 없고 본말이 전도 되고 불행해지는 거지. 중요한 것은 그런 것들을 내치고 버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 하거든. 그래서 자유롭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대가를 치러야하는 거야. 예술가들 은 정신이 자유로울 거라고 생각하지만 모두 다 그렇지는 않아. 스스로 두터운 울 타리를 치고 권위주의의 성을 쌓고, 스스로 금기를 만들어 놓고 말이야. 그래가지 곤 의식이 자유로울 수가 없지. 우 : 선생님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계시는 분이 우리나라 미술계에는 아직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선생님의 연배 되시는 분이 아직도 홈페이지에다 자 유롭게 글 남기시고, 소통하고, 틀에 얽매임 없이 그림을 그리시고. 또 선생님 고집 도 세시잖아요. 안 : 얽매여서 눈치 볼 게 뭐 있나. 예술은 소통이야. 마스크 끼고 있으면 안 돼. 권 위적이어서도 안 돼. 가장 인간적이고, 솔직하고, 편하되 쉬운 방식으로 다가가야 해. 다가가고 다가오게 만들어야 하지. 그렇다고 대중의 눈높이와 악수하라는 뜻은 아니야. 암튼, 그 속에서 번뜩이는 파열음이 일어나면서 공감대가 형성되는 거지. 그 사람들은 새로운 세계로 뛰어드는 거야. 그 속에서 충격과 희열을 맛보고 가슴 뛰는 신선함과 반역의 통쾌함과 저항의 힘과 환타지를 맛보는 거지. 양 : 예전부터 안창홍 선생님의 작업노트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매 구절이 가슴 을 울리는 명언집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선생님께 작업노트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2. 글쟁이 안창홍_작업노트에 관한 생각 우 : 선생님 홈페이지에 항상 들어가서 보는데요, 솔직하게 글을 잘 쓰시잖아요. 안 : 특별한 지식을 바탕으로 쓴 것도 아니고 논리를 중시한 것도 아닌 즉흥적이고 그냥 그때그때 끄적여서 모인 것들이야. 나는 화가니까. 부담없이 그냥 솔직하게 생각나는 대로 적는 거고. 그래도 남들이 좋은 글이라고 하면 고맙긴 한일이지만
안 : 순간순간 떠올랐다 잊어버릴 수 있는 생각들이 기록됨으로써 생각들을 정리하 는 계기도 되고 나 스스로 흐트러진 마음을 가다듬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 공개 된 홈페이지니까 외적으론 작가의 고뇌나 정신세계를 공유하고 이해함으로써 그림 에서 오는 공감대의 파장이 훨씬 더 클 것 아니야. 경우에 따라선 그런 역할을 한다 고 볼 수도 있는 거야.
작업노트 밝고 화사한 실내와 화려한 소품들 대신에 물감과 붓들이 어지럽게 흩 어진 어둑한 작업실 바닥 위에 느닷없고 생뚱맞게 연출된(권력처럼), 딱 딱한 베드 카우치 위에 강제된 의도로 걸터앉거나 불편한 자세로 비스 듬히 누워 관객을 정면으로 응시하도록 모델들에게 부탁을 하였다. 그 리곤 각자의 개성을 통해 대립된 환경의 모순 속에서도 개별적 삶의 역 사가 묻어나는 건강하고 따뜻한 육체의 정직성과 존재감에 대한 경의,
베드 카우치 연작에 대한 小姑 회색빛 절망 혹은 최악의 그림. 왜, 베드 카우치이며 왜, 느닷없는 회색인가? 일 년여를 매달려 씨름하느라 고달팠든 화폭과의 싸움은 거의 끝이 났 다. 화실에 칩거하며 견뎌온 시간들이 너무 멀고 아스라한데도 인내심 이 필요했든 나날들을 막상 돌이켜 볼라 치면 축지법을 써서 시간의 산 맥을 순식간에 건너뛴 듯 제작기간 동안의 지루하고 힘들었든 일들은 완성된 그림들의 성취감에 밀리어 기억 속에서 이미 가물거린다. 작업 을 끝낼 때 마다 그 인고의 시간들을 일일이 들추어 생각하고 몸서리친 다면 프로화가로서는 자격 미달이니 차라리 붓을 놓는 편이 나으리라. 그렇듯이 작업과정의 힘겨움은 당연한 통과의례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일 년은 예년에 비해 유난히 힘들었다. 그 이유는 켄바스와의 씨름 속에
가공되지 않은 몸을 통해 아름다움의 본질과 존재의 꿋꿋함을 그려보 기로 한 것이다. 관객들에게 보여지기를 기다리는 수동적 형태가 아니 라 관객과 시선을 마주하는 주체로서의 당당함을 그리기로 한 것이다. 작업에 열중한 일 년여 동안 쉼없이 엄습하는 현실에 대한 절망감과 어 찌 할 수 없는 무기력함에 대한 자책이 자신을 괴롭혔지만 최악의 기분 과 최악의 컨디션을 견디며 오직 작업에만 매달리었다. 그것만이 바깥 세상을 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덕분에 대작 9점이 탄생 했고 2008년 한해 동안 제작된 작품들의 내용과 분위기를‘회색빛 절 망 혹은 최악의 그림’이라 푸념하며 지루하고도 힘에 겨웠든 시간들을 견뎌낸 심정을 이렇게 너스레떨며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화폭 앞에서 포즈를 취해준 모델들은 이웃이거나 평소 친분이 있거나 작품을 위해 섭외된 사람들이며 우리의 환경에서 볼 때 결코 쉽지 않은 일에 기꺼이 동참해준 이들에게 마음 속 깊이 감사를 드린다. 2009.3.7
서 빚어지는 일 때문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밀려오는 외적 요인들 때문 이었다. 현 정부가 들어선 후 더욱 더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사회적 약 자들과 그나마 누더기처럼 겨우 지탱되어오는 도덕과 사회정의를 쓰레 기통에 처박고 역사마저 노골적으로 왜곡시키는 꼴을 바라보기란 정말 이지 하루하루가 고문이었다. 돈만 벌수 있다면 무슨 짓을 해도 서로 문제삼지 말자는 암묵적 약속이 깔려있는 국민정서 속에 깔린 집단 이기심이 빚어놓은 대선결과가 소 름이 돋을 만큼 두렵고 끔찍하지만, 이런 결과를 초래할 미래를 예측하 지 못하고 도덕적 우월감만으로 세상을 재단하겠다며 종이칼을 휘두른 진보주의자들의 나약하고 서툰 정치행태가 저질러놓은 참담한 패배를 바라보며 한동안 심한 무기력증에 시달리기까지 했었다.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붓을 잡았을 땐 현실을 짓누르는 환경적 중압감과 울화증에 서 비롯된 스트레스의 영향이, 꽤 오랫동안 계획하였든 인물화 연작의 내용까지 대폭 수정하는 계기로 작용한 것이다. 2007년 가을 사진꼴라주 연작 '봄날은 간다' 발표 이후 계획한 신작들 은 화려하고 키치적인 색채의 세태풍자적 인물화였다. 세련된 소파에 기대앉거나 드러누워 나른하고 도발적인 포즈로 넘쳐나는 퇴폐의 시간 을 희롱하는 인물들을 통해 권력과 성(性)과 부(副)의 은밀한 삼각관계 를 그림으로 옮겨볼 생각이었으나, 그 내용을 완전히 뒤바꾸어 흑백 단 색만의 전혀 다른 성격의 인물화를 그리기로 마음을 고쳐먹은 것이다. 돌이켜 보면 그것은 여지없이 붕괴된 희망과 허탈감에 대한 반감에서 빚어진 냉소와 자학이 결합된 결정이었다.
새로운 시작 한 달여 만에 그림 한 점을 완성시키고 나니 숨 고를 틈도 없이 또 흰 켄 바스 하나가 저 불러주기를 기다린다. 이웃에 사는 후배를 불러 낑낑대 며 새 캔버스를 옮겨 세우고 사다리 위를 오르내리며 밑칠을 하고 스케 치를 하고 화면을 메꿔 나가기 시작한다. 그 사이 며칠이 순식간에 지나 갔다. 작업실은 시간 잡아먹는 귀신 아가리 같으다. 오랜만에 허리를 펴 고 마당에 나서니 밤나무 아랜 떨어진 밤송이가 뒹굴고 자작나무 아랜 낙엽들이 수북하다. 지척이는 가을비를 바라보노라니 젖은 낙엽처럼 마음 또한 젖어든다. 2008.9.25
출처: www.ahnchanghong.com/ 작업노트
또 다른 시작, 손氏를 스케치하다.
우리는
며칠 전엔 아랫집에 사는 농부 손씨를 작업실에 모시고 와서 누드모델
밤은 물러가고 작업실 앞 빛 잃은 가로등은 제 구실을 접는다.
을 세웠다. 그리기로 마음먹고 난 후 꽤 긴 기간 동안 공력을 들여 성사
떠나는 어둠과 다가오는 밝음이 스치듯 만나는 순간은 숙연한 긴장감
된 일이었다. 처음 부탁을 드렸을 땐 씨알도 먹혀들 것 같지 않았으나
이 있다.
수 차례의 설득 끝에 결국은 두 손을 들고 만 것이다.
그 스침은 비록 짧디 짧은 찰나이긴 하나 영원성을 가지고 있다. 그 빛은 오랜 여운으로 가슴을 적시며 지친 영혼을 사색과 성찰의 길목
마지못해서 승낙을 하면서 첫 마디가“몸 상하는 일은 아니지유?”였다. “아니, 옷 벗고 가만히 앉아있으면 되는데 몸 상할 일이 어디 있어요!”
으로 안내한다. 아름답고 찬란하지만 가혹한 우리의 생,
라며 안심을 시키곤 맘 내킬 때 작업실에 와 주기를 기다렸는데 며칠 전
우리는 이런 성찰의 기회를 통해 가혹함과 찬란함을 조화롭게 하는 지
가을비가 지척이는 날 아침 드디어 작업실 문을 두드리는 것이었다. 시
혜와 깨달음을 얻고
골에서 비 오는 날은 별로 할일이 없으니 작정을 하고 오신 것이다.
삶에 대한 확신과 신념으로 인생의 바다를 나아간다. 2007.12.17
작업실로 들어와선 낯선 분위기에 옷벗기가 어색했는지 엉거주춤 선채 잠시 머뭇거렸다. 이럴 땐 마음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 상책 인 것이다. 모델 설 자리를 정해주곤 작업할 준비를 하며 느긋이 기다 리는 수 밖에...
나무처럼 나무처럼 살아라. 그 꿋꿋함을 닮아라. 한여름의 뙤약볕과 사나운 비바람,
결국 마음정리를 한 듯 '베드 카우치'에 앉 더니 옷을 벗기 시작 했다. 웃옷을 벗는 순
긴긴밤의 고독과 삭풍의 겨울. 이 모든 시련 속에서도 우뚝한 나무처럼. 칠흑의 밤 홀로선 외로움은 누구도 이루지 못한 가장 먼 별까지의 교감 을 위한 것이며 살이 타는 뙤약볕과 면도날같이 냉혹한 추위는 역경과 마주 서는 용기가 얼마나 빛나는 것인가를 깨닫게 하기 위함이려니.
간 옷 속에서 드러난 어깨와 등판은 견고
술수나 변명 따위는 생각조차 수치스러운 당당함. 양지든, 음지든, 비탈
하고 당당하였다. 관
이든, 골목 어귀든 오직 그 자리, 한가지의 번성을 위해 일생을 바치는
찰자로서의 눈에 비
꿋꿋함. 인간의 소견으로는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나무의 생. 그 꿋꿋함
친 칠순 농부의 육체
과 당당함을 닮아라.
는 가혹하고 변덕 많은 대지의 당금질에 생애를 바쳐 맞선 전사로서의
2007.11.21
숭고함과 연륜의 권위가 어우러져 아름다웠다. 오랜 세월, 개간과 수확을 위한 밤낮 없는 노동으로 단백질이 빠져나간
키다리 안창홍
근육과 주름과 굵은 관절들이 마치 숱한 격랑을 겪으며 노년기에 접어 든 자연의 장엄함을 보는 듯 했다. 한 순간 숙연함을 동반한 침묵이 흘
인간은 평생을 통해
러갔다. 나의 진정성이 전달된 듯 손씨도 내가 원하는 몇 가지의 포즈를
온갖 시련을 감내하면서 밟고 다진 곳을
불평 없이 순순히 서 주었다.
다시 힘겹게 파내곤 그 구덩이 속에 2008.10.12
마지막 뼈조각을 묻는다. 2007.11.7
안 창 홍 Ahn, Chang Hong 1953년 경남 밀양 출생
갤러리눈 개관기념 (갤러리 눈, 서울) 想像의 힘 고려대학교 개교 101주년 기념 제47회 특별전
개인전 2009
(고려대학교박물관, 서울) 안창홍: 흑백거울 (사비나미술관, 서울) 안창홍: 시대의 초상 (부산시립미술관)
2006 2004 2003
견공시대 (EBS space, 서울) 2005
번역에 저항한다 (토탈미술관, 서울)
안창홍 작품전 (공간화랑, 부산)
당신은 나의 태양 : 한국미술 1960~2004 (토탈미술관, 서울)
안창홍: 얼굴 (사비나미술관, 서울)
한국 현대미술 APEC 기념 특별 (부산시립미술관)
안창홍 작품전 (공간화랑, 부산)
사람, 집, 가족 (제비울미술관, 과천)
안창홍: 안창홍의 인도 여행기 (공간화랑, 부산)
2004
금호미술관 개관기념 (금호미술관, 서울)
제1회 부일미술대상 수상기념전 (코리아아트갤러리, 부산)
조국의 산하: 중심의 동요 (공평아트센타, 서울)
2002
안창홍 작품전 (사비나미술관, 서울)
남도 맛 기행 (광주,순천,목포,인천,서울)
2001
안창홍: 모래바람-고비사막 가는 길 (이목화랑, 서울)
부산비엔날레 (부산시립미술관)
2000
안창홍 작품전 (남산화랑, 부산) 안창홍 작품전 (갤러리그림시, 수원)
그리스 기행 (사비나미술관, 서울) 2003
그리는 회화-혼성회화의 제시 (영은미술관, 경기도)
1999
안창홍 작품전 (노화랑, 갤러리사비나, 서울)
예술가의 술 이야기 (사비나미술관, 서울)
1998
안창홍 작품전 (공간화랑, 부산)
energy (프로젝트스페이스집, 서울)
1997
안창홍 작품전 (전경숙갤러리, N/C갤러리, 부산)
제1회 북경비엔날레 (북경)
1995
안창홍 작품전 (그림시화랑, 수원) 안창홍 작품전 (나무화랑, 서울)
다섯 사람 여행도 (갤러리피쉬, 서울) 2002
광주비엔날레 프로젝트3 : 집행유예 (8.15시민공원, 광주)
안창홍 작품전 (이목화랑, 서울)
부산국제아트페어 (컨벤션센터, 부산)
1994
안창홍 작품전 (갤러리아 아트홀, 서울/ 갤러리 누보, 부산)
THE DOG (사비나미술관, 서울)
1993
안창홍 작품전 (금호미술관, 서울)
1991
안창홍 작품전 (샘터화랑, 서울)
한.중 2002 새로운 표정 (예술의전당, 서울) 2001
한국미술2001; 현대 회화의 복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안창홍 작품전 (맥화랑, 부산)
가족 (서울시립미술관)
1989
안창홍 작품전 (온다라미술관, 전주)
여인의 향기 (갤러리우덕, 서울)
1987
안창홍: 새와 사람이야기 (갤러리누보, 부산)
1986
안창홍 작품전 (한강미술관, 서울/ 사인화랑, 부산)
2000
1984
안창홍 작품전 (고려미술관, 부산)
1998
1981
안창홍 작품전 (공간화랑, 부산/ 청년작가회관, 서울)
노 컷 (갤러리사비나, 서울)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 인간과 성 (광주시립미술관) 창-안과 밖 (광주시립미술관) 풍자와 해학 (동아갤러리, 서울) 부산미술재조명 (부산시립미술관초대)
그룹전 2008 2007
입맞춤 (갤러리사비나, 서울) 봄날은 간다 (광주시립미술관)
현대 illusart(갤러리우덕, 서울)
한국미술의 리얼리즘 - 민중의 고동 (반다지아, 후쿠오카,
BODY in Painting (한림미술관, 대전)
미야코죠노시립미술관 등 5개 미술관 순회전, 일본) 안창홍, 정복수 : 똥과 창자 그리고 자존과 해방 (아트싸이드, 서울)
뉴욕아트페어 Jacod K.Javits. 컨벤션 센터 (갤러리사비나, 뉴욕) 1997
감염된 인물 (대원갤러리 개관 기념전, 서울) 그림 보는 법 (사비나미술관, 서울) 한국 현대미술 100인 (코리아아트갤러리, 부산)
미술관에 넘치는 유머 (성곡미술관, 서울) 1996
도큐멘타부산3 : 일상의 역사 (부산시립미술관) 2006
우리시대의 얼굴 (김해 문화의 전당, 윤슬갤러리, 김해)
광주비엔날레 특별 (광주시립미술관) 현대미술 '97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잃어버린 제국을 찾아서 : 실크로드 미술기행 (동아갤러리, 서울) 밤의 풍경 (갤러리사비나, 서울)
1995
3인의 회화 (남산화랑, 부산)
서울 국제 사진 페스티벌 (관훈 갤러리, 서울)
부산사람 (청화랑, 서울)
사진의 껍질, 회화의 피부 (갤러리 now, 서울)
자화상 (스페이스월드, 부산)
한국 현대미술 100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작은그림 (조현화랑, 부산)
현대아트홀 개관기념 초대 (현대아트홀, 부산)
전시화랑기획 15인 초대 (전시화랑, 제주)
해방 50년 역사 (한가람미술관, 서울)
18인의 회화 (청년작가회관, 서울)
화상 10년의 눈-화랑미술제특별전 초대 (한가람미술관, 서울) 1994
1993 1992
동방미술회관 개관기념 (동방미술회관, 부산)
자존의 길 (금호미술관, 서울)
1980
한국현대미술 27인의 아포리즘 (월드화랑, 부산)
1979 3 6인의 방법 (미술회관, 서울)
느티나무 아래의 열정 (마담포라미술관, 서울)
1979-81 제8회〜15회 한국미술 청년작가회 (서울, 춘천, 대구, 제주)
민중미술15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1978
제4회 대구현대미술제 (시민회관, 대구)
93 한국현대미술의 꽃 (그림마당민, 서울)
1978
제2회 부산현대미술제 (시민회관, 부산)
삶과 오늘의 풍경 (마담포라미술관)
1978
국제화랑개관기념 (국제화랑, 부산)
구상회화의 재조명 : 풍자화 그 해석의 소리 (현대미술관, 서울)
1977-79 제1〜2회 기류 (부산)
구상미술의 오늘 : 꿈과 현실의 대결 (현대미술관, 서울)
1977-81 제1회〜제5회 POINT현대미술회 (부산, 울산, 서울)
민중대통령 후원을 위한 기금 마련 (그림마당 민, 서울)
1976
현대미술 21인의 초대 (국제화랑, 부산)
안창홍, 정복수 2인전 (현대화랑, 부산)
오늘의 삶, 오늘의 미술-무의식과 욕망 (금호미술관, 서울) 1991
90년대 우리미술의 단면 (우리미술문화연구소, 서울)
수상
"갈등과 대결의 시대" 한원미술관 개관기념 초대 (한원미술관, 서울)
2001
제1회 부일미술대상 수상 (부산일보사)
인간 (아미화랑, 서울)
2000
제10회 봉생문화상 전시부분 수상 (봉생문화재단, 부산)
청담미술제 (샘터화랑, 서울)
1989
카뉴국제회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 (카뉴, 프랑스)
1990
화랑미술제 (호암미술관, 공간화랑)
1988
한국미술의 위상 (한강미술관, 서울)
작품소장
1987
현존시각 (사인화랑, 부산)
국립현대미술관
반고문 (그림마당민, 서울)
서울시립미술관
현실과 발언 (그림마당민, 서울)
부산시립미술관
인간 (동덕미술관, 서울)
경남도립미술관
우리시대의 초상 (한강미술관, 서울)
사비나미술관
인간 (선화랑, 서울)
구삼미술관
서울미술관 개관 4주년 기념 (서울미술관, 서울)
금호미술관 등
1986
1985
어떤 정신들 (한강미술관, 서울) 1984
제2회 시대정신 (부산/마산/서울) 인간 (미술회관, 서울)
출판물 「어둠속에서 빛나는 청춘 - 안창홍의 그림세계」눈빛, 1997
현실과 발언 동인 (아랍미술관, 서울) 해방 40년 역사 (부산·서울·광주)
홈페이지
'83 문제작가 (서울미술관, 서울)
http://www.ahnchanghong.com
삶의 미술 (아랍미술관, 서울) 1983
젊은 의식 (관훈미술관, 서울) "서울의 봄" 서울미술관의 작가 (서울미술관, 서울) 현실과 발언 동인 (관훈미술관, 서울) 제1회 시대정신 (제3미술관, 서울)
1982
인간 11인 (관훈미술관, 서울) 김응기·안창홍 2인 (사인화랑, 부산) 한국현대미술 80년대 조망 (미술회관, 서울) 상황과 인식 회화 (현대화랑, 부산)
1981
부산청년비엔날레 (공간화랑, 부산)
1980
회화 15인 (어린이회관, 춘천)
Ahn, Chang Hong
1953 Born in Milyang, S. Korea
Kwanhoon Gallery, Seoul 2005
Solo Exhibitions 2009
Ahn, Chang Hong Exhibition, Savina Museum of Art, Seoul
2006
Ahn, Chang Hong Exhibition, Gonggan Gallery, Busan
2004
Ahn, Chang Hong Exhibition, Gonggan Gallery, Busan
2003
Ahn, Chang Hong Exhibition, Ahn, Chang Hong's Journey to India,
Ahn, Chang Hong Exhibition, Busan Museum of Art
2004 2003
Contemporary Art, Gwangju 2002
Ahn, Chang Hong Exhibition, Savina Museum of Art, Seoul Ahn, Chang Hong Exhibition, The Sand Storm Path to the Gobi Desert,
2000
Seoul Arts Center, Seoul 2001
1998 1997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Korea 2000
Man and Sex, Gwangju Biennale Special Exhibition, Gwangju Museum of Art, Gwangju
Ahn, Chang Hong Exhibition, Namsan Gallery, Busan
Busan International Art Festival, Busan Culture Center 1999
Body in Painting, Hallim Art Museum, Daejon The Window, Inside and Outside, Gwangju Museum of Art, Gwangju
Ahn, Chang Hong Exhibition, Roh Gallery, Savina Gallery, Seoul / Gonggan Gallery, Busan
1998
Satire and Humor, Dong-A Gallery, Seoul
Ahn, Chang Hong Exhibition, Gonggan Gallery, Busan
1997
Humors Overflowing the Art Museum, Sungkok Museum of Art, Seoul Contemporary Art 1997,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s, Korea
Ahn, Chang Hong Exhibition, Jeon Gyeong Sook Gallery / N路C Gallery, Busan
1996
1995
Ahn, Chang Hong Exhibition, Gallery Grimshi, Suwon
1995
1995
Ahn, Chang Hong Exhibition, Namu Gallery, Seoul Ahn, Chang Hong Exhibition, Yeemok Gallery, Seoul
1994
Family, Seoul Museum of Art, Seoul Korean Art - Rehabilitation of Contemporary Painting,
Yeemok Gallery, Seoul Ahn, Chang Hong Exhibition, Gallery Grimshi, Suwon 1999
Probation, Gwangju Biennale Project 3, 8.15 Civic Park, Gwangju New Appearances, Korea-China Exchange Art Exhibition,
the 1st Buil Art Award, Korea Art Gallery, Busan 2001
1st Beijing Biennale, Beijing, China The Presentation of Hybrid Painting, Youngeun Museum of
Gonggan Gallery, Busan
2002
Travel to Greece, Sabina Gallery, Seoul Busan Biennale, Busan Museum of Modern Art, Busan
Ahn, Chang Hong Exhibition, Savina Museum of Art, Seoul
Ahn, Chang Hong Exhibition celebrating the winning of
Against Translation, Tot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Seoul
Nightscape, Sabina Gallery, Seoul The Eye of an Art Dealer, Seoul Art Fair Special Exhibition, Seoul Arts Center Hangaram Art Museum, Seoul
1994
Mass Art and Its 15-year History, National Museum of
Ahn, Chang Hong Exhibitoin, Gallery Art Hall, Seoul /
Contemporary Arts, Korea
Gallery Nouveau, Busan
Ardor under Zelkova Tree, Gallery Madam Polla, Seoul Path to Self-respect, Kumho Art Museum, Seoul
1993
Ahn, Chang Hong Exhibition, Kumho Art Museum, Seoul
1991
Ahn, Chang Hong Exhibition, Samtoh Gallery, Seoul
1993
Life and Landscape Today, Gallery Madam Polla, Seoul
Ahn, Chang Hong Exhibition, Mac Gallery, Busan
1992
Aspects of Korean Art in the 1990s, Woori Art Research Institute, Seoul
1989
Ahn, Chang Hong Exhibition, Ondara Museum of Art, Jeonju
Fund Raising Exhibition for sponsoring a presidential candidate to
1987
Ahn, Chang Hong Exhibition - The Tale of Birds and Men,
represent the mass, Grimmadang Min, Seoul
Gallery Novo, Busan 1986
1991
Human Beings, Ami Gallery, Seoul
Ahn, Chang Hong Exhibition Hangang Gallery, Seoul / Sain Gallery, Busau
Prizes & Awards
1984
Ahn, Chang Hong Exhibition Korea Museum of Art, Busan
2001
1981
Ahn, Chang Hong Exhibition, Gonggan Gallery, Busan /
2000
10th Bongsang Cultural Award, Bongsang Cultural Foundation, Busan
Young Artist Center, Seoul
1989
Juror Special Prize, Cagnes International Painting Festival,
1st Buil Art Grand Prize, Busan Ilbo, Busan
Cagnes, France Selected Group Exhibitions 2006
The Power of Imagination, the 47th Special Exhibition celebrating the
HomePage
101 anniversary of Korea University, Korea University Museum, Seoul
http://www.ahnchanghong.com
Seoul international Photography Festival 2006,
2009
110-240 서울특별시 종로구 안국동 159 TEL.02-736-4371 FAX.02-736-4372 #159, Anguk-dong, Jongno-gu, Seoul, 110-240, Korea www.savinamuse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