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문화관광부 복권기금 「사립박물관·미술관 특별전시 프로그램지원」사업 ※ 이 도록에는 시각장애우를 위한 점자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개
여섯 2006
진실 방의
The Truth of Six Rooms
110-240 서울특별시 종로구 안국동 159 TEL.02-736-4371 FAX.02-736-4372 #159, Anguk-Dong, Jongro-Gu, Seoul 110-240, Korea www.savinamuseum.com
개
여섯
진실 방의
The Truth of Six Rooms
2006. 6. 21 (수) - 6. 28 (수) 사비나미술관 전관
2006년 문화관광부 복권기금「사립박물관·미술관 특별전시 프로그램지원」사업
CONTENTS 7
인사말
11
서 문 PARTⅠ여섯 개 방의 진실
22 24 26 28 30 32 34 36 38 40 42 44 46 48 50 52 54 56 58 60 62 64
고명근 고영훈 김기남 김미겸 김상균 김상우 김종학 김창영 김홍주 류용문 박미현 박용남 박장년 오귀원 윤병락 이광호 이목을 이종구 이지송 정명국 한수정 허유진
PART Ⅱ INTERVIEW 71
인터뷰 소개
PART Ⅲ 126
가시적인 것의 지독한 환상 - 김진석(인하대학교 철학과 교수)
136
"리얼리스트 구상 회화"에 대하여 : '구상'이라 해도 '재현'이 아닐 수 있다. - 전영백(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144
자연을 속이는 예술 - 노성두(서강대학교 강사)
150
BIOGRAPHY
158
REFERENCE
인사말
2006년 사비나미술관 여름특별기획전은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작품들을 전시합니다. 전시물들은 너무나 실물과 똑같아서 관객들은 그만 깜박 속고 말 것입니다. 하지만 이 속임수는 관객의 기 분을 거슬리기는커녕 유쾌하게 만듭니다. 왜냐하면 관객은 미술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그 마술 같 은 솜씨에 절로 감탄하게 되니까요. 이처럼 자신이 속은 것을 알면서도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것, 불쾌 하기보다 오히려 즐거워지는 것, 이것이 곧 진짜 같은 그림의 묘미랍니다. 미술에서는 실제로 착각될 만큼 정교하게 그려진 그림을 '눈속임 그림(트롱프뢰유 trompe l'oeil)'으로 부릅 니다. 인간의 눈을 속일만큼 실재와 똑같다는 뜻이지요. 눈속임 그림의 절정기는 17세기 후반이며 가장 많 이 그려진 곳은 네덜란드입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기교에 치우친다는 비난을 받고 인기가 시들하다가 18~19세기에 다시 화려하게 부활했어요. 지금도 눈속임 기법을 훌륭하게 구사하는 화가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미술가들은 왜 사물을 복제하려는 것일까요? 바로 눈앞의 대상을 소유하고 싶은 갈망과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고 싶은 욕망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 한국 미술계는 실제처럼 보이는 작품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과거와는 다른 표현방식의 뉴 트롱프뢰유입니다만 분명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어요. 저는 가상, 또는 매트릭스 세계에 대한 불안감이 미술가들에게 작용한 것은 아닐까? 그래서 실물처 럼 느껴지는 작품을 창조하고 싶은 충동이 드는 것일까? 감히 유추해봅니다. 관객들은 과연 어떻게 느끼는지 함께 체험해보자. 이것이 바로 '여섯 개 방의 진실' 기획전의 컨셉입니다.
2006년 6월 사비나미술관장 이명옥
7
■ 본 내용은 시각장애우을 위한 전시 소개 페이지입니다. 점자 제작은 하상장애인복지관에서 도움 주셨습니다.
여섯 개 방의 진실 사비나미술관은 과학기술과 영상매체의 발달로 진
전시장 1층에서는 '101호-주부 L씨의 배고픈 식탁'
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어려우리만큼 다양한 이미지
에서는 과일, 야채 등의 먹거리를 작품의 주요 소재
들이 넘쳐나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실물처럼 똑
로 다루되, 사실적인 묘사로 표현한 평면회화 및 조
같은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만들고, 공간을 만들어
각 작품을 전시하고, '102호-새로 이사 온 화가 S씨
내는 현대미술작가 22인의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의 방'에서는 화가의 작업실을 모티프로 하여 가구,
현대미술계에서 회화의 복권이 논의된 이후, 현재
캔버스, 거울 등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들을 작품의
한국의 화단에서는 관객의 눈을 속일 만큼 사실적
주요 형태 및 주제로 하고 있는 작품들을 전시합니
인 그림들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간혹 미술계에
다.
서는 이를 서구의 극사실주의 회화로 이야기하지
전시장 2층에서는 '201호-큐레이터 P씨의 컬렉션'이
만, 과거의 사조에 빗대어 작품을 이해하기 보다는
라는 테마로, 한국의 8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
사실적인 재현을 작품의 주요 기법 및 핵심적인 주
기까지 사실적인 묘사로 환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
제로 작업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동시대의 문화적
들을 모아 전시하고, '202호-사진작가 H씨의 스튜디
상황 속에서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
오 S'에서는 자연풍경, 실내정경, 인물, 일상의 사물
입니다.
들을 주요 대상으로 그리고 있는 사진 같은 회화 작
'여섯 개 방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에는 회
품들을 전시합니다.
화 뿐 아니라, 입체, 설치 등의 다양한 방법론을 통
마지막으로 지하층에서는 'B101호-여대생 Y씨의 깨
해 현실과 이미지의 관계를 고민한 현대미술작가의
끗한 방'에서는 흰 벽면에 검정색 테이프 라인만으
작품 30여점이 선보입니다. 전시는 크게 여섯 부분
로 공간의 환영을 불러일으키는 설치작품을 전시하
으로 나눠지며, 출품작의 내용과 형식에 따라 3층,
고, ' B102호-건축가 W씨의 차가운 거실'에서는 회
총 여섯 개의 전시장에 테마를 붙여 구성했습니다.
색의 벽에 시멘트로 캐스팅한 건물 장식 오브제와
대부분의 작품들이 현실 속 일상의 모습들을 작품
사진을 이용한 입체작품을 통해 공간을 새롭게 해
의 주요 소재로 하고 있는 작품들이기 때문에, 테마
석한 작품들을 전시합니다.
가 있는 하나의 공간들로 연출한 것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현대의 문화적 상황을 종합적으
일상의 사물들을 작품의 주요 모티프로 하여 그 안
로 이해하고, 아울러 개별 작가들의 인터뷰를 참고
에 시대비판적인 메시지를 담거나 개인적인 추억과
로 그들이 왜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빼닮은 이미지
감상을 담은 작가, 당대의 미술계의 흐름 안에서 자
를 만들어 내는지에 대해 좀 더 면밀히 살펴보는 자
생적인 조형성을 탐구한 작가, 지극히 개인적인 관
리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심을 구체적인 대상과 특정 상황의 세밀한 묘사를 통해 담은 작가 등 22인의 작가들은 각자의 조형적 방법론을 통해 새로운 현실의 모습들을 보여줍니 다.
“솔거(率居)는 신라 사람으로 출생이 한미하였으므로
그 씨족의 계보가 기록되어 있지 않다. 그는 선천적으 로 그림을 잘 그렸다. 일찍이 황룡사 벽에 늙은 소나무 를 그렸는데 줄기에는 비늘처럼 터져 주름지었고, 가지 와 잎이 얼기설기 서리어 까마귀, 솔개, 제비, 참새들이 가끔 바라보고 날아들었다가 도달함에 미쳐 허둥거리 다가 떨어지곤 하였다. 그린 지가 오래되어 색이 바래지자 그 절의 중이 단청 을 보수하였더니 까마귀와 참새가 다시는 오지 않았다. 또 경주의 분황사 관음보살과 진주의 단속사 유마상(維 摩像)은 모두 그의 필적이다. 세상에 전하여져 신화(神 畵)로 여겼다.” -『삼국사기』권제48(열전 제8) 솔거
“파라시오스는 제욱시스와 한 차례 경합을 벌인 일이
있었다. 제욱시스가 포도송이를 그럴싸하게 그려서 전 시하자 새들이 그림으로 날아들었다고 한다. 한편 파라 시오스는 휘장을 실감나게 그려서 내놓았다. 새들의 판 정을 보고 내심 우쭐해진 제욱시스가 파라시오스에게 휘장을 걷어내고 그림을 좀 보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 순간 제욱시스는 자신의 오류를 깨달았다. 부끄러운 심정으로 우승을 양보하면서, 자신은 새들을 속였으나 파라시오스는 예술가를 속였노라고 고백했다는 것이 다.”-『박물지』35권 65
눈속임회화 - 눈과 미술 박 영 택 (사비나미술관 전시감독, 미술평론) 우리 눈은 매우 의심쩍은 감각기관이다. 눈은 착각
해서 그에 관한 상이한 입장과 반성들로 점철된 역
그리스인들은 눈속임 회화와 조각에 대해 가장 예
자체로만 들여다 볼 줄 아는 눈을 요구했던 것이
을 일으키고 속기 쉬우며 오염되기에도 용이하다.
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회화 자체가 2차
민한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회화나 조각의 형상이
다. 그것은 인간이 지닌 몸과 감각기관에 대한 회
아울러 눈은 문화적, 교육적 훈육의 결과로서 자리
원에서 3차원적 공간을 부단히 창출해내는 기이한
실물 모델의 선별된 특색들을 모은 이상적인 형태
의나 불신과 연관된다.(그러나 눈은 우리 몸과 분
한다. 보는 일은 학습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아이
공간형성과 관련되어 있고 우리 눈이 그러한 속성
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주장 아래 그들은 인간의 눈
리된 기관이 아니다.)
들이 보는 것과 어른들이 보는 것은 다르며 알고 보
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으로 보았을 때 가장 이상적이고 완벽하고 아름답
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 역시 다르다. 본다는 것은
둔다면 눈과 미술의 관계는 숙명적이며 일루젼 역
다고, 조화롭다고 여겨지는 형태, 비례를 부단히 찾
결과적으로 재현회화나 눈속임미술은 추방되고 그
문화적, 심리적, 지적인 것들과 관계 맺는 매우 다
시 항상 뒤따르는 문제일 것이다.
고자 열망했던 이들이다. 망막이 원하는 이미지를
같은 미술은 혐오되고 불순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충족하고자 했던 이들은 아닐까? 그것은 무엇보다
그러나 눈속임미술이 증발되거나 사라질 수는 없
동양화론에 보면 '화자화야'(畵者畵也)라는 말이 있
도 인간의 몸이 지닌 감각기관 중 눈을 우선시했음
는 일이다. 미술이란 행위 자체가 이미 우리 눈의
아득한 시간대에 최초의 생명체가 발아하던 저 깊
다. 그림은 그림일 뿐이라는 얘기다. 그림은 실제
을 반증한다. 동양이 몸 전체를 조화로운 유기적
감각기관이 지닌 속성과 결부되고 그림을 본다는
은 바다 속, 해저에 있던 원생 세포 중 햇살이 그립
가 아니며 다만 이미지일 뿐이라는 것이다. 맞는
관계 망 속에서 파악했다면 서구인들은 그 감각기
것은 그림 안에 지시된 대상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고 수면 위 세상이 궁금한 세포가 위로 불거져 튀어
말이다. 그림은 하나의 이미지, 가상적인 환영일
관을 분리하고 차별화해서 그중 눈이란 감각기관
그 무엇인가를 연상하고 떠올려보지 않을 재간이
올라온 것이 나중에 인간의 눈이 되었다고 한다.
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이미지를 실제와 부단
을 유독 극대화하고 절대화했다. 그리스인들에게
없는 것이다. 우리 눈은 항상 그 무언가를 찾아 헤
눈은 그만큼 호기심도 많고 욕망도 컸던 감각기관
히 동일시한다. 이미지와 실제가 서로 얽혀서 어느
눈이 있거나 본다는 사실은 결국 살아있다는 것이
맨다. 호기심이 많고 지칠줄 모르는 눈이다. 그림
인가 보다. 그래서 우리 몸 맨 위쪽에 붙어있다. 욕
것이 실제이며 어느 것이 이미지인지 구분조차 안
며 눈을 감거나 눈을 못 뜬다는 것은 죽음을 뜻했
을 본다는 것은 그림 안에서 해독되고 느껴지고 인
망에 쉽게 노출된 눈은 유혹에 약하며 뇌와 가장 가
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까 애초에 동양에서 그림
다. 보는 것이 다른 어떤 일보다도 중요하고 가치
지될 수 있는 대상, 얼룩, 흔적을 찾는 행위에 다름
까이 위치한 관계로 생각과 감정과 연결되는 직접
은 실세계를 유추하고 연상시키는 몇 가닥 기호 같
있고 의미 있는 일이었던 것이다. 또한 눈은 욕망
아니다. 그것을 원천적으로 막거나 차단할 수 있을
적인 통로가 되는 한편 인간이 외부와 접하는 최초
은 선에 의존해 이를 매개로 실세계를 머릿속에서
및 열락과 관계되었다.
까? 그렇다면 그간 구상과 추상, 재현과 비재현회
의 경계다. 눈은 자신의 온 몸을 그 앞으로 활시위
떠올려보는 것이 바로 그림의 완성이고 진정한 감
처럼 당겨놓고 세상을 향해 겨냥되어 있다. 눈을
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특정한 시간을 가늠하는
따라서 환영주의적 미술은 당연한 결과이다. 르네
문제를 단순화시키거나 도식화시킨 데서 빚어진
뜨면 세계가 있고 감으면 세계는 사라진다. '눈 밖
그림자가 부재하고 그림들은 현실 그 자체로 육박
상스시대 이래로 그 환영적인 미술의 역사와 전통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에 나는 일'은 끔찍한 일이다.
될 필요를 느끼지 않았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정
은 곧 서구미술의 중심이 되었으며 그것은 결국 눈
신적인 활력 속에서 그림은 이루어진다. 각자 그림
속임에 기반 한 미술인 셈이다. 주어진 사각형의
일제식민지시대를 통해 수입된 서구미술은 외부세
'일정한 평면에 일루젼을 일으키는 장치'를 회화라
을 보는 이들이 머릿속에서 그림 속 기호를 매개 삼
평면에 일루젼을 주기 위한 장치들이 개발되었고
계를 모방하고 환영에 입각한 구상미술을 보편적
고 할 때 회화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그만큼 환영에
아 실제 자연을 소요하는 듯한 느낌을 받고 그런 소
매체 역시 그와 동일한 선에서 추구되었다. 이후
인 미술행위로 인식시켰다. 이른바 엔티크
쉽게 노출되는 눈이 반드시 요구된다. 망막에 호소
요경을 환영 속에서 만들어나가면 된다. 그러고 보
서구모더니즘 미술은 그러한 환영적 미술의 한계
(Antique/고대그리스와 로마의 미술, 특히 조각을
하며 그 망막의 속성에 겨냥되어 있는 것이 다름 아
면 여기서도 역시 눈은 그 같은 정신적 활력이 가능
나 모순에 저항하고자 하는 미술이자 눈이라고 하
가리킨다. 후대의 미술가들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닌 회화이기 때문이다. 회화의 기원과 관련된 모든
하기 위한 필수적인 감각기관인 것만은 분명하다.
는 불완전한 감각기관의 한계와 허약함을 부정한
고취시킨 일종이 규범이 되었다.)인 석고를 사실적
신화적 이야기에는 인간의 눈을 속인 그림, 화가의
물론 눈뿐만이 아니라 인간 몸이 지닌 여러 감각기
데서 비롯된다. 유사성과 닮음에 입각해 마냥 속아
으로 묘사하는데서부터 비롯된 미술수업은 오늘날
놀라운 손에 대한 기록들로 가득하다. 그러니까 미
관 전체가 요구되었기는 하지만 말이다.
넘어가는 눈이 아닌 눈, 그림 안에서 외부세계의 대
까지도 강고하게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재
상을 찾고자 헤매는 눈이 아닌 화면 그 자체를 그
현미술 역시 진정한 의미에서 재현에 대한 인식과
층적이고 복잡한 일임에 분명하다.
술은 애초부터 재현과 눈속임, 환영으로부터 시작
화의 갈등과 대립이란 문제의식 자체도 지나치게
11
이미지의 사실적인 재현 뒤에 숨겨진 진실 황 정 인 (사비나미술관 큐레이터) 회화와 눈의 관계를 진지하게 물어본 것은 아니었
각의 힘들이 발아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
한 때 예술가의 예술성은 눈에 보이는 세상을 인간
작품들은 세계와의 형태적 유사성으로 인해 여타
다. 의사재현주의, '짝퉁사실주의' 같은 것이었다.
는 다른 장르 간에도 동일하게 진행된다.
의 손으로 얼마나 똑같이 표현하는가에 의해 평가
의 다른 작품들보다는 더욱 오랜 기간 동안 그것이
되던 시절이 있었다. 또한 눈앞에 보이는 대상을
탄생한 문화사회적 상황과 결부지어 꾸준하게 논 의와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후 6,70년대의 추상미술의 유입은 이전의 구상미
새삼 눈속임미술 혹은 극사실적 이미지가 근자에
그대로 담아내는 사진의 출현으로 현실세계모습을
술, 재현회화를 열등하거나 고루한 미술양식으로
새삼 번성하고 있음을 목도한다. 미술행위가 눈이
재현하는 것은 현대미술계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폄하하고 외면하는 한편 외부세계나 대상을 연상
라는 감각기관과 관계되어 이루어지는 형국을 조
버렸으나, 미국의 극사실주의처럼, 이러한 사실적
그럼 왜 오늘날의 한국 미술계에서는 사실적인 재
시키지 않는 그림을 강요했다. 그로인해 눈속임미
망하고 그 눈속임에 기반한 조형행위의 여러 상황
인 재현기법으로 탄생하는 미술은 특별한 시기에
현기법을 이용한 작품들에 주목하는가? 이것이 불
술은 배제되거나 삭제되었다가 70년대 말 다시 미
들을 통해 미술의 가장 오래된 본성이 지금 부활하
당대의 사회, 경제, 문화적인 흐름과 맞춰 종종 얼
현듯 등장한 하나의 사조처럼 섣불리 이해되어져
국을 통해 유입된 포토리얼리즘에 영향 받은 일련
는 이유 및 그 전략과 어법, 특성들을 헤아려볼 필
굴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대미술계에서 회화의 복
야 하는가? 아니면 미술시장의 유통구조 속에서 소
의 극사실적인 그림들로 인해 일시 환생하였다. 물
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권이 논의된 이후, 2000년대의 중반을 넘긴 현재
위 '여전히 통한다'는 취향의 문제 안에서 그 답을
론 그 그림들 역시 미니멀리즘적인 형식어법에 극
한국의 화단에서는 관객의 눈을 속일 만큼 사실적
찾아야 하는가? 간혹 미술계에서는 이를 형태적 유
사실적인 대상이 절충된 형국을 노정하는가 하면
인 그림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물론 그것이 소위
사성에서 근거하여 서구의 극사실주의로 이야기하
본래의 포토리얼리즘과는 무관한 작업이었지만 이
미술시장의 유통구조 속에서 그러한 작품들이 각
지만, 극사실주의가 등장했던 배경에 대한 입체적
미지/형상이 다시 전면에 등장하고 눈속임에 기반
광을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올해 초를 시작으로 마
인 이해 없이 작품을 보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
하고 있음은 주목된다. 이후 90년대에 들어와서는
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많은 전시들이 소위 '극사실
다. 현재까지 실물의 사실적인 재현을 작품의 주요
재현회화에 대한 새로운 문제제기와 접근, 그리고
' 내지는 '사진'과의 관계를 조망하면서 여기저기서
기법 및 핵심적인 주제로 작업하는 작가들의 작품
환영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들이 젊은 작가들에 의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을 보다 근접한 시각으로 보다 면밀하게 살펴서, 동 시대 문화적 상황을 짚어보는 것이 한편으로는 좀
해 부풀어 오르고 있다. 그리고 이는 회화에 머물
더 의미 있는 일이 아닌가.
지 않고 입체와 타장르와도 연계되어 진행된다. 눈
생각해보면 예술이라는 것은 무언가를 표상한다는
속임과 관련된 조형행위는 단지 회화에만 머물지
커다란 범주 안에 있는 듯하다. 각각의 시대를 살
않는다. 입체와 오브제 혹은 사진 영역 속에서도
아온 예술가들이 눈앞의 세계를 표상함에 있어 다
이러한 맥락에서 '여섯 개 방의 진실'전은 회화 뿐
흥미로운 눈속임 전략을 구사하는 작업들이 무수
양한 방법론의 변주를 만들어 낸 것이 미술사가 아
아니라, 입체, 설치 등의 장르에서 사실적인 재현기
히 많다. 특히나 사진과 회화의 관계를 문제시하는
닌가? 그 중에서도 실물을 사실적으로 재현해내는
법을 통해 시각적인 환영을 불러일으키는 작가 22
입장에서도 눈속임 미술은 흥미로운 발언을 한다.
기법은 '모방'의 맥락에서 실재하는 대상과 이미지,
인의 작품을 전시하고, 아울러 개별 작가들의 인터
사진과 회화는 서로 기존의 방식이나 결과물과는
이데아와 현실의 관계 속에서 유독 많은 관심을 받
뷰를 참고로 그들이 왜 현실세계의 모습을 그대로
또 다른 감각과 시각적 힘에 눈뜨고 그것을 선취해
아왔다. 특히 회화에서는 실재하는 대상과 그것을
빼닮은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지에 관해 함께 살펴
나가고 있다. 이미 각 장르가 은연중 무화되고 사
그린다는 관계 속에서 일루젼에 대한 고찰이 이뤄
보는 자리이다. 전시는 출품작의 내용과 형식에 따
라져 버리는 어떤 경계 혹은 그 어느 것에도 속하지
졌고, 화면에서 일루젼을 제거하여 물성자체로 나
라 3층, 총 여섯 개의 전시장에 테마를 붙여 구성되
않으면서 동시에 모두를 껴안는 모순적인 영역으
아가는 것이 회화의 본질임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
었으며, 각각의 테마는 작품의 효과적인 디스플레
로 사라져버리는 것도 같다. 사진과 회화가 서로
서 다양한 형식의 미술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미술
이를 위해 붙여진 것이기 때문에, 그에 관한 설명은
조응하고 겹쳐지고 차용되면서 이전과는 다른 감
이론들이 소개되었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표현된
생략하기로 한다. 참여 작가들은 사실적인 재현의 13
방법론을 기초로, 일상의 사물들을 작품의 주요 모
하지 않으나, 실재처럼 위장하고 있는 모델하우스
면들은 인화된 스냅사진의 가벼움으로 담아지기보
인 믿는 것에 대한 문제를 사실적인 재현으로 구현
티프로 하여 그 안에 시대비판적인 메시지를 담거
는 창밖으로 보이는 가짜 풍경사진, 실제 공간처럼
다는 직접 사실적인 그림을 그리는 과정으로 기록
되는 이미지를 통해 제기하고 있다.
나, 개인적인 추억과 감상을 표현하거나, 당대의 미
찍힌 카메라의 앵글과 실물 크기를 한 전체이미지
되면서 더욱 무게감을 얻게 된다. 한편 이지송은
박용남은 작품의 재료가 되는 대리석의 색과 특성
술계의 흐름 속에서 사실적인 기법에 의한 새로운
의 사이즈처럼 그것이 실재가 아님을 보여주는 다
사진을 이용한 그림을 그리면서도 스냅사진이 아
을 이용하여, 평소 개인적인 관심을 끄는 일상의 오
조형성을 탐구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을 구체
양한 장치를 지니고 있다. 그의 작품은 현실에서
닌 연출된 상황을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
브제들을 조각으로 만들어 낸다. 실재의 대상을 그
적인 대상과 특정 상황의 세밀한 묘사를 통해 담아
익숙하게 받아들여지는 것들에 대해, 그것이 모두
린다. 그의 그림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특정 인물
와 전혀 다른 물질을 이용해 똑같이 만든다. 실재
내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진실하지는 않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과 사물이 아닌, 의도적인 연출에 의해 만들어진 특
대상에 대한 관념과, 재현된 대상의 속성이 상충되
김미겸은 전통 목가구나 가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 상황의 분위기이다. 대상과 대상 사이의 기묘한
면서, 작품의 의미를 다층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먼저 고명근은 사진으로 찍은 이차원의 평면을 삼
시공간의 느낌을 대상의 질감과 이미지의 정면성
기류를 그려내고자, 화면의 일부분을 마치 잉크젯
다. 한편 오귀원은 실재하는 대상을 보고 만듦으로
차원의 입체로 옮기는 이른바 '사진 조각'을 만든
을 통해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실제 사물에 대
프린터기로 인쇄를 하듯 순차적으로 그려나가는
써, 실재 대상과 만들어진 대상의 구분을 모호하게
다. 사진을 통해 이차원적인 평면 위에 순간으로
한 느낌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으나, 실재 사물로는
방식을 취한다. 허유진은 대상을 접사로 사진 촬영
한다. 보고 만드는 과정은 철저하게 실재 대상을
기록된 대상의 이미지들은, 그것이 존재할 수 있는
표현하지 않고, 가장 핵심적인 부분들을 발췌하여
한 것 같이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그러나 작가
사실적으로 재현해 내는 과정을 거친다. 사실적인
입체의 공간 속에 다시 재현됨으로써, 감상자로 하
간결하게 표현해 내는 것이 작가가 사용하는 기법
가 관심이 있는 것은 대상이 되는 물체의 형태묘사
재현의 문제와 더불어 예술에 있어서 모방과 창조
여금 그 안에 이미지가 실재하는 것임을 믿게 하는
의 기본 전제가 된다. 실재적인 환영을 불러일으키
가 아닌, 색색의 빛, 왜곡된 풍경의 형태로 물체의
의 관계를 재조명하게 하는 작업이다.
효과를 지닌다. 이미지로 재현된 대상은 그것이 존
는 요소들을 제한적으로 선택하고, 배치하는 방법
표면에 투사된 다양한 이미지들이다.
이광호에게 있어 사실적인 재현의 방법론은 그가
재했던 순간의 시간성과 공간성을 담고 있어서 실
론을 통해 특정 사물에 대한 개인적인 감흥을 가장
김종학은 1980년대 회화의 평면에 관한 고민과 표
대상을 바라보고, 이를 통해 대상을 이해하고, 그
재하는 듯하나, 결코 실재하는 것이 아님을 의도적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현의 욕망 사이를 연구한 끝에, 순백의 화면 뒤로
이해를 드러나는 방식이다. 유화라는 재료에 충분
으로 드러내어, 결국 실재 자체가 환영적인 면을 지
김상균은 한 도시의 자본, 정치적 성향, 문화적 가
무한의 공간에서 인물이 뛰쳐나오는 듯한 시각적
한 이해를 바탕으로, 작가는 시각을 통해 이해한 실
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함이다. 그의 이러한
치기준이 건축물의 형태를 빌어 도시의 표정으로
환영을 만들어 낸다. 김창영, 박장년은 각각 모래
재의 대상을 사진처럼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실재
작업은 실재하는 존재들의 찰나적 속성에 대한 꾸
나타난다는 것에 주목하고, 건축물의 장식이나 건
위의 흔적과 생마포의 주름으로 그림을 화면 자체
인물에 대한 이해는 사실적인 표현을 위한 인물의
준한 탐구에서 시작한다.
물의 형태를 육중한 시멘트를 이용해 압축하여 보
의 이미지와 일치시키는 방법을 통해 실재와 환영
외관상의 이해 뿐 아니라, 인물과 함께 배치된 기물
고영훈은 사물을 실물처럼 재현하는 방법론을 바
여주는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차가운 시멘트 구조
에 대한 인식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의 형태로도 나타난다.
탕으로,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들을 묘
물로 장식된 공간을 의도적으로 연출하여 관객이
김홍주는 회화에 있어서 이미지의 문제를 지속적
이목을과 윤병락은 각각 대추와 사과를 사실적으
사해냄으로써, 실재하는 것이 허구에 불과하다는
실제로 건축물에 둘러싸인 듯한 느낌을 극대화함
으로 탐구해온 작가이다. 이미지를 담아내는 일상
로 그려내는데, 모두 그려진 대상과 대상이 놓인 상
사실을 역으로 보여주는 작업을 한다. 이때, 그림
으로써, 도시풍경에 대한 작가적인 생각을 더욱 강
의 오브제들이 작품의 중요한 소재가 되는데, 특히
황의 관계를 모색하는 데에서 비롯한 작품이다. 이
에서 착시효과를 통해 묘사된 이미지는 초현실적
하게 전달하는 작품이다.
거울은 반영되는 이미지와 그것을 회화의 이미지
목을이 고민하는 사실적인 재현의 문제는 대상의
인 느낌마저 전달하여, 실제 작가의 말처럼 보는 자
김상우는 일상의 모습들을 담은 사진을 토대로 그
로 그려낸다는 모호한 관계를 만들어 내면서, 이미
화면이 되는 나무와 그리는 부분과의 상호 관계에
로 하여금 최대치의 위화감 내지 신선한 현실상황
림을 그린다. 그는 일상의 풍경 속에서 드러나는
지에 대한 정의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이와
서 출발하며, 윤병락은 작품 속 대상의 형태에 따라
의 이미지를 감지하도록 요구한다.
인간적인 면들을 카메라 렌즈에 담고, 그것을 사진
함께 류용문은 캔버스 위에 캔버스의 뒷면을 사실
변형된 캔버스를 이용함으로써, 사실적인 재현을
김기남은 말 그대로 실재 주거지가 아닌, 그것의 모
인화가 아닌 사실적으로 다시 그려내는 방법을 의
적으로 그려 넣어, 지각과 인식에 착각을 불러일으
통한 환영적 효과를 극대화 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델하우스를 주제로 한 사진작업을 보여준다. 실재
도적으로 택하고 있다. 그가 담고자 하는 인간적인
키는 작품을 선보인다. 눈앞에 보이는 것을 맹목적
한편 이종구는 형태적으로는 재현된 이미지와 재 15
현되는 장에 관한 고민에서 출발하다는 점에서 앞
속에 그것과 연관된 어느 하나의 뚜렷한 이미지가
들의 앞으로의 행보를 주시함과 더불어 동시대의
의 두 작가와 유사해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당대
고정되고, 작가는 사실적인 재현의 기법을 이용하
문화사회학적, 문화심리학적인 연구가 뒷받침되어
의 현실과 세상의 문제를 그리기 위한 전략의 하나
여 그것을 의도적으로 작품 속에 등장시키되, 작가
야 할 것이다.
로 사실적인 재현의 기법을 사용한다.
적 시각에 의해 변형, 배치하여 감상자의 관념과 이
정명국은 사실적인 재현의 방법에 있어서 프로타
미지 사이에 고정된 끈을 순간적으로 풀어주는 것
주 기법을 이용하여, 실재 대상의 자취 자체를 이미
이다. 사실적인 재현회화가 이목을 끄는 이유 중에
지화 하는 작업을 한다. 실제 자동차를 그대로 떠
하나는, 아마도 현대 사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감
낸 작품이기 때문에, 실재와 환영적인 이미지의 관
각적인 색채와 음향으로 무장한 새로운 이미지가
계는 모호해진다. 사물의 표면을 떠내면서, 사물과
아니더라도, 그것보다 훨씬 감각적으로 감상자의
함께 묻어나는 세월의 흔적들은 작품의 주요 내용
인식체계 안에 뿌리박힌 관념과 이미지의 관계를
을 이룬다. 한편 박미현은 회화에서 3차원의 세계
교묘하게 건드려 주어 보다 신선하고, 새로운 자극
를 2차원의 평면에 옮기는 것이 지닌 한계를 실재
줄 수 있다는 것에 있지 않을까. 사실적인 재현기
의 사물의 윤곽선을 그대로 따라 그리는 방식으로
법은 감상자의 관념과 이미지 사이의 끈을 효과적
극복한 작품을 보여준다. 사물이 화면에 머물러 있
으로 조절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
었다는 시공간의 사실성에 주목하여, 실재 사물의
리고 어떻게 조절할 수 있을지의 방법론적인 고민
윤곽선을 따라 그린 후, 그 속을 실재 대상의 모습
은 회화의 그리기 방식 외에도 작가마다 각각 다르
과 유사하게 채워 나가는 작품들이다.
게 나타나고 있음을 목격하게 된다.
한수정은 아무것도 없는 흰색의 빈 전시장에 검정
이처럼 실재의 대상을 눈으로 더듬어가며 관찰해
색 라인테이프만으로 공간의 환영을 만들어 낸다.
가면서 실물처럼 재현해 낸 작품들의 이면에는, 사
실재 대상의 구체적인 모습을 표현하지 않고, 대상
실적인 재현이 지닌 한계 안에서 새로운 이미지 창
을 인식할 수 있을 만큼의 최소한의 이미지만으로
조를 위해 쉼 없이 고민한 예술가들의 성찰의 결과
도 실재 대상이 거기 있는 것과 같은 환영을 불러일
들이 자리하고 있다. 근래에 들어 부상하고 있는
으키는 것이다.
작품경향에 대해 이를 눈에 보이는 것만 생각하여 현실을 단순히 사실적으로 재현한 이미지에 불과
이상의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발견되는 흥미로운
하다고 단정 짓기에는, 영상매체가 쏟아내는 스펙
점은 사회화된 인식의 테두리를 전복시키거나 확
터클한 이미지들의 범람과 그것의 소비로 인한 인
장시키는 새로운 이미지를 탐구하는 과정 속에서,
지방식의 변화 등 이러한 흐름의 배경을 좀 더 다층
작가들이 사실적인 재현을 통한 환영적 효과를 주
적으로 생각해 볼 여지가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
된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감상자를 포
인다. 아울러 사실적인 재현기법에 충실한 작품들
함한 인간의 머리속에는 보고, 말하고, 듣고, 느끼
이 현재 부상하고 있는 미술계 상황을 보다 명확하
는 과정에서 의식,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관념의 틀
게 진단해보기 위해서는, 현재 주목받고 있는 작가 17
PARTⅠ
개
여섯
진실 방의
The Truth of Six Rooms
고명근 고영훈 김기남 김미겸 김상균 김상우 김종학 김창영 김홍주 류용문 박미현 박용남 박장년 오귀원 윤병락 이광호 이목을 이종구 이지송 정명국 한수정 허유진
고명근 고명근 작가는 투명한 사진을 입체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사진과 조각을 결합시킨 '사진 조각'을 만든다. 그의 '사진 조각'의 주제는 모든 사물의 근원적 요소인 물, 불, 공기, 흙, 나무 등에 대한 성찰 에서부터 인간 삶의 형태를 결정하거나 반영하는 문이 있는 건물에 대한 관찰, 돌로 만들어진 인간 의 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번 '여섯 개 방의 진실'에서는 사진과 입체를 접목하는 작가의 작업 에서 초기 작업에 속하는 작품〈의인화된 환풍기〉(1993)를 선보인다. 이는 직접 인화한 프린트로 요 철 표면을 덮어 평면과 입체 사이에 착시효과를 주는 작업으로, 허물어진 튀김집의 내벽을 사진으 로 찍어 그것을 마치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입체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오래된 장소와 물건들에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작가의 작품을 통해 흘러가는 시간과 그 속에 숨어있는 삶의 흔적들을 재발견할 수 있다. "나의 작업을 세 가지 요소로 나누면 사진, 콜라주, 입체이다. 작업과정을 간단히 말하면, 입체인 대 상(object)을 사진으로 찍어 평면으로 만들고 그 평면인 사진을 다시 입체로 전환하는 것이라 하겠 다. 대상은 사진을 찍고 인화함으로써 그 느낌이 크게 변화하고, 다시 그것들을 나름대로 배열 (collage)함으로써 새로운 이미지를 갖게 된다. 또 그것을 실제 입체로 만들기도 하고, 사진 자체로 서 입체의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색칠함으로써 입체와 평면 사이의 착각 또는 환상(illusion)을 만 드는 것이다." (1993년 4월 작가노트 중에서.)
의인화된 환풍기 120×80×5cm photos, aluminium, plastic 1993
23
고영훈 고영훈 작가는 극사실적인 재현의 기법으로 형상화한 돌과 책 그림을 25년 넘게 그려오고 있다. 제 주도 태생인 그의 유년시절의 자연경험에서 비롯된 돌을 자신의 삶 속에 부여된 시간 내지는 흐름 의 일부로 이해함으로써, 그것을 작가 자신의 존재의 질량과 견주어 그린다. 또한 책은 지성의 산물 을 대표하는 산물로 작품에 도입되었다. 실물로 착각할 만큼 정교한 묘사로 그려진 돌에 콜라주 형 식으로 인쇄된 책장을 화면에 도입함으로써 그려진 이미지, 즉 허구와 실제 사이를 넘나들고 있다. 나아가 이미지와 오브제의 관계, 거울(반영)과 세계와의 관계를 포함한 환영의 메커니즘을 다시금 고찰할 수 있다. "돌과 책갈피, 그리고 그림자들이 어우러져서 만들어내는 일루전에 의해 현실공간을 유발하고 중력 을 느끼게 하는 돌들이 가벼운 종이 위에 얼마간의 사이를 두고 놓여있거나 떠 있는 것 같은 착시현 상을 일으킬 때, 보는 자로 하여금 최대의 위화감 혹은 신선한 현실상황의 이미지를 감지하도록 요 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방법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며, 이 모든 것이 얼마만큼이나 우리 에게 중요한 것이며, 어떠한 가치를 가졌고, 또 그래서 어떻다는 것이냐에 대해서는, 모든 일이 시작 부터가 다 그러하듯이 앞으로도 불확실한 것이라 믿는다."(『공간』1987년도 7월호에서.)
코트 160×120cm oil on canvas 1974 25
김기남 김기남 작가는 물질사회의 허상인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통해 현실에서 느끼는 허구와 실제, 환영과 현실, 즉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물질적 이상과 그 이면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델하우스는 현실에 존 재하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사용할 수 없는 공간이다. 또한 창밖으로 펼쳐지는 고층의 전망이나 풍경들은 허구의 이미지일 뿐이며, 넓은 테라스에 깔린 잔디와 나무도 플라스틱일 뿐이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를 가장 이상적인 공간으로 인식하고 그곳이 가지는 환상을 실제라고 믿게 된다. 이러한 부재의 공간을 이상적 공간으로 느끼듯 순간적인 것, 일회적인 것, 가짜라는 의미의 시 뮬라크르가 진실의 자리를 차지하는 세상, 시뮬라크르를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여기는 세상에서 우 리는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도시의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실제라고 여기고 있는 구조물이 실제보 다 더 실제 같은 인공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주변의 모든 것들로부터 익숙해져 모든 것이 실제의 사실로 보인다. 우리가 익숙하고 친숙한 일상 공간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대부분이 실제가 아닌 모조물로 되어 있는 현실을 발견하게 된다." ('부재의 공간-모 델하우스'전(2003) 작품론 중에서.)
Space of Absence - Model House 4 180×180cm Digital Print 2003
27
김미겸 김미겸 작가는 동양화의 형식을 빌려 고가구를 재탄생시킨다. 그러나 기존의 수묵으로 그려왔던 동 양화의 기법이 아니라, 닥나무로 만든 장지와 여러 천연재료에서 나온 색색의 염료를 사용하여 전 통 목가구를 만들어낸다. 즉 넓은 범주로 해석되는 동양화 기법을 이용하여 옛 가구의 자연스러움 을 그대로 살려내고 있는데, 이는 시간이 흘러 사람의 손때가 묻어 자연스럽게 퇴색된 색상과 질감 을 살려내기 위함이다. 사람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전통 목가구의 섬세한 재현을 통해 옛 미 감을 신선하게 해석하고 있으며, 잊혀진 것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함 53×63cm 장지에 천연염색, 콩즙, 옻칠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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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 人工樂園 Ⅲ
김상균 작가는 두꺼운 유리와 시멘트, 돌 등을 이용하여 건축적 구조물을 만든다. 그는 서울을 비롯 한 수도권을 돌아다니며 그 속에 자리한 건물들을 관찰한 후 모형을 만들어 시멘트로 캐스팅하는
가변설치 Grout Casting, 혼합재료 2006
과정을 거쳐 작품을 만드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의 모습을 반영하고자 함이 다. 도시의 환경과 건물을 상징하는 회색 시멘트, 그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의 회색빛 삶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또한 모형처럼 작게 만들어진 건축물과 구조물들은 작품이 놓인 공간을 체험하는 우 리에게 현실세계를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건축은 인간집합의 공간형식으로 그 구조와 형태 그리고 물질 등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관계되어 진다고 말한다.…(중략)…하지만 문명과 자본의 이기는 우리 스스로에게 도 무감각과 정체성에 대한 망각을 유도하고 있다. 습관처럼 때가 되면 마냥 올라가는 도시의 마천 루들이 우리에게 그리도 기쁜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의 작품은 이와 같은 우리의 풍경을 반 영하게 된다."(작가노트 중에서.)
풍경2006-1 가변설치 Grout Casting 2006 31
See the Sea 150×200cm oil on canvas 2006
김상우 김상우 작가는 일상의 이미지를 사실적인 화풍으로 그려낸다. 지하철 안 사람들의 모습이나 어느 날 길거리의 풍경 등 매우 일상적인 이미지를 먼저 사진촬영을 한 후, 다시 그것을 실크스크린을 사 용하여 캔버스에 찍은 후 그대로를 그린다. 그러나 작가는 그저 일상적 이미지를 사진 이미지처럼 차갑고 날카롭게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작가의 작품에서는 그림 속 풍경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바 라보는 휴머니즘적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여섯 개 방의 진실'에서는 기존의 화풍과 연결되는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는데, 작가는 도시의 풍경이 아닌, 일상을 잠시 벗어난 듯 보이는 바다의 풍경을 그렸 다. 보통 사람들이 일상을 탈출하고자 할 때 흔히 떠올리는 풍경은 바다일 것이다. 그런 풍경을 여 전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열심히, 부지런히 살아가고 있는 도시인의 휴식과 같은 작품은 항상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범인의 삶을 대변한 작가의 시선이라 할 수 있다. "나의 작업은 구상적인(figurative) 특징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리얼리즘으로 이야기되기도 하는데, 나는 우리 시대의 리얼리즘으로 휴머니즘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들이 너무 쉽게 그것을 얻으려는 경향이 있다. 진지한 고민을 통해 그 안에 숨은 휴머니즘을 부각시켜야 예술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김종호, 류한승 저,『한국의 젊은 미술가들 : 45명과의 인터뷰』중에서.)
김종학 김종학 작가는 1980년대에 '가상적 이미지-인간의 굴레'연작을 발표한다. 이는 회화의 평면에 관한 문제와 인간의 실존에 관한 물음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매끈한 종이 위에 사실적으로 표현된 인 체의 극적인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흰 장막을 뚫고 나오려고 몸부림치는 듯한 절박한 몸부림은 한 계 상황에 부딪혀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내면적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일종의 연극적 효과를 주어 보는 이로 하여금 긴박한 상황과 절박한 몸부림이 그대로 전해지도록 한다. "내 그림의 시작은 그림의 의미에 대한 본질적인 회의로부터 출발되었다. 아무것도 표현되지 않은 순백색의 화면…(중략)…극단의 미니멀리즘적인 자각은 예술에 대한 개인적 방황과 고뇌로부터 비 롯된 것이었기에 무언가 표현하고자 하는 본능적 욕망과 그 결과의 허망함, 순백색 화면 자체에서 느껴지는 힘 사이에서 나의 방황은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계속되었다…(중략)…4년 남짓 된 방황 에서 돌파구를 찾은 것은, 그리고자 하는 본능적 욕구와 화면자체의 힘이 충돌하는 그 상반된 모순 의 지점에서 이 둘의 접합을 시도하는 일로서 시작되었다. 그림을 화면 자체의 이미지와 일원화시 킴으로서 표현의지를 최소화시키는 대신, 이를 통해 화면자체의 이미지에 팽팽한 시각적 긴장감을 부쳐함으로서 회화의 또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려 했던 것이다."(1986년 작가노트 중에서.)
인간의 굴레 - 가상적이미지 1 144×107cm 종이위에 잉크 1982
35
김창영 김창영 작가는 모래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20여 년 동안 일관된 작업을 보여준다. 바닷가 모래사장 에 남겨진 무수한 발자국과 인간의 흔적이 생기고 없어지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그의 그림은 시작되 었다. 화면에 일정한 두께로 모래를 균일하게 바르고, 그 위에 유화 물감으로 흔적의 명암을 그리는 작업과정을 거쳐 탄생한 그의 작품은 실제와 환영 사이를 넘나든다. 실제의 모래가 작품이 되고, 다 시 작품이 모래를 통해 완성됨으로써 우리가 그동안 인식해오던 본다는 행위, 나아가 존재의 본질 과 허구에 관해 고찰하게 한다. "모래는 흔적을 나타내기 위한 바탕으로서, 또한 작품의 소재로서 사용한다. 말하자면 모래 위에 사 람들의 움직임, 행위, 행동으로 인하여 남겨진 자국, 그러한 흔적들을 그린 것이다.…(중략)…모래 위의 인간의 흔적, 그것은 실체 위의 허구이다. 내 작품 속에 혼재하는 허와 실은 실체와 더불어 허 구 또한 현실이며, 인간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모래 위의 흔적은 그리기 전부터, 처음부터, 현실에서도 그것은 일루전이었던 것이다."(2006년 개인전 도록 중에서.)
From Where to Where 0409-F 182×110cm oil on sand on canvas 2004
37
김홍주 김홍주 작가는 끊임없이 회화에 있어 이미지와 재현, 환영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1970년 말 첫 개 인전을 시작으로, 재현에 대한 기법적 연구와 개념적 사고를 하기 시작한다. 화장경대, 창문, 거울테 등을 실제의 사물로 등장시키고, 거기에 끼워질 거울과 유리창은 작가가 그린 이미지로 대치한다. 이는 그려진 그림에다 실물의 틀이 얹혀져서 더욱 환영적 효과를 배가시키며, 거울과 유리창에 남 겨진 얼룩과 먼지 등의 사실적 표현으로 작품은 하나의 사물이 되어간다. 즉 대상을 실물처럼 그대 로 재현해내기보다 그려진 그림과 오브제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실제의 거울 테가 존재하지만 거울테에 끼어진 거울은 실제의 거울이 아닌 작가가 그려낸 가상의 이미지로, 거 울이면서 거울이 아닌 역설적 아이러니도 함께 존재한다. "그림의 의미는 그림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그려진 바탕과 그림의 경계를 넘어서 있는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 생산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개개의 그림들이 그것이 놓여진 공간, 그림과 그 림의 관계, 보는 자의 맥락 속에서 경험되어짐과 동시에 의미가 생성되리라 기대한다."(1997년 작가 노트 중에서.)
무제 60.6×44.9cm 실크에 유채 1980년대 초반
39
류용문 류용문 작가는 회화에 있어 재현의 문제를 끊임없이 탐구해오고 있다. 대상의 객관적 재현과 표현 방법에 중점을 둔 작품 등을 통해 묘사와 재현의 기술로서의 '그림'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대상을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한 방법으로서의 그리기의 문제를 다룬다. '여섯 개 방의 진실'에서는 2003년 제작된 '캔버스-뒤, 앞, 틀'의 연작 중 '캔버스-뒤' 작품을 선보인다. 회화에서 굳이 주목하지 않는 캔 버스의 뒷면을 사실적으로 재현함으로써, 캔버스 표면 밖에서 형성되는 생각과 시각적 믿음에 대한 전복을 시도하고, 회화는 보는 것이 아닌, 감각과 정서의 대상, 생각의 대상임을 말하고자 한다. "캔버스 표면(surface) 밖으로 형성되는 이 구체적인 물리적 공간은 눈과 망막의 작용만이 아닌, 다 른 구체적인 감각들과 더불어 생각이 함께 작용하는 공감각적 대상이다. 그림이 전적으로 시각적이 거나 망막적인 것이 아니라면 그림은 감각과 정서의 대상임과 동시에 충분히 생각의 대상이며, 따 라서 '생각의 거울'이다."('생각의 거울'전(2003) 중에서.)
캔버스 - 뒤 185×185cm oil on canvas 2003
41
박미현 박미현 작가는 종이와 연필로 그림을 그리며 재현의 문제에 대해 고민한다. 그러한 방법론 중 하나 는 사물의 외형을 그대로 베껴내어 분명히 존재했던 사물의 흔적을 고정시키는 방법이다. '여섯 개 의 방의 진실'에 선보이는 작품은 그러한 맥락에 놓인 것으로,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사물 인 못과 수박씨, 그리고 노란 고무줄이 등장한다. 작품은 그 사물들을 종이 위에 흩뿌려 놓은 다음 형태를 떠내기 위해 한쪽 손으로 놓여진 사물을 고정시켜 그 외형을 그대로 베껴내는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이로써 사물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고안된 서양의 원근법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 법으로 재현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작가의 신선한 사고를 확인할 수 있다. "본인이 비교적 작은 사물들인 못과 수박씨와 노란 고무줄을 작업에 이용하는 이유는 이들이 작고 단순한 형태를 지니고 있으므로 원근법과 명암법으로 볼륨을 표현하지 않더라도 바로 그 사물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은 3차원적 눈속임 기법인 원근법과 명암법을 사용하지 않고 생기는 이 런 착시 효과에 흥미를 느낀다."(박미현,「존재와 부재」, 덕성여대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1999) 중에 서.)
▲ ▲ 못 70.4×50.2cm 종이에 연필(9H), 아크릴 물감 1997 ▲ 수박씨 70.5×50cm 종이에 연필(9H, B) 1997 ▶ 노란 고무줄 70.8×50cm 종이에 연필(9H), 아크릴 물감 1997
43
박용남 박용남 작가는 일상의 사물을 대리석으로 재현한다. 작품은 대리석이 지닌 색채와 질감을 바탕으로 그 물질성과 흡사한 대상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즉 대리석이 지닌 질감과 색상이 실재 대상과 결합 하면서 재현되는 것이다. '여섯 개 방의 진실'에 선보인 '박수'는 연분홍 살빛을 지닌 돼지의 족발이 핑크빛 대리석으로 재현된 작품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보고, 잊혀지기 쉬운 주제를 대리석으 로 박제화한 작품이 불러일으키는 환영적 효과는 우리들이 보는 방법과 길들여진 시선에 유머와 해 학을 덧붙여 기존의 엄격한 조각에 대한 인식을 전복한다.
박수 55×15×47cm 대리석 1999 45
박장년 박장년 작가는 30여 년 동안 끊임없이 마포작업을 해왔다. 6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중반까지는 화 단에서 성행하던 앵포르멜 계열 작업에 작가도 동참하고 있었으나, 74년, 75년 부친과 모친, 장인과 장모를 잃는 슬픔을 차례로 경험한 후 수의를 만드는 '마'에 대한 작품을 시작했다. 일종의 삶에 대 한 경각심에서 시작한 마포 작업은 마포 위에 유채로 그린 마의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주며, 실재의 마와 환영과 이미지로서의 마를 교차하며 표현하고 있다. 이미지와 실재를 넘나드는 마의 의미는 본래의 의미를 넘어, 그의 삶 자체를 보여주는 하나의 장으로 확장된다. "생 마포 작업은 내가 불효를 했다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기 위해, 천위에 생긴 주름 하나하나 에 사연을 생각하면서, 즉 부모에 대한 마음을 마포로써 상징적으로 일깨움을 가지려고 그리기 시 작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그림을 그리다 보니 묘사하는 것이 재미있어졌고, 그 전에는 개념미술, 즉 그림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다가, 천이란 무엇인가, 점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내 모든 것을 내 던져서 파생된 나를 재발견하는 작품을 찾다가 나온 작 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섯 개 방의 진실'전(2006) 작가와의 인터뷰 중에서.)
마포 79-7 Hemp Cloth 79-7 112.1×145.5cm 생마포 위에 유채 1979
오귀원 오귀원 작가는 예술이란 무엇이고, 예술가의 위치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지성적 성찰을 위트 있 는 방식으로 보여준다. '여섯 개 방의 진실'에서는 작가가 오래전에 사용했던 구찌백을 보고 따라 만든 후 구찌 마크 대신 '귀원'의 'G'를 새겨 넣은 작품을 선보인다. 실재하는 대상과 그것을 똑같이 모방한 작품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예술에서의 모방의 의미, 예술과 비예술의 차이, 예술과 예술가 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유도한다.
구찌와 귀원 가변설치 혼합재료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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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락 윤병락 작가는 우리가 생활 속에서 접했던 사물들을 사실적 기법으로 재현한 작품을 보여준다. 한 국여성들의 삶을 보여주는 골무라든지, 농촌에서의 어린 시절 삶을 반추하게 해주는 궤짝에 담긴 사과와 과일들은 서정성이 흠뻑 담겨있는 사물들이다. 이러한 대상을 사실적 재현 기법으로 표현하 고, 변형 캔버스(Shaped Canvas)로 대상의 실루엣을 그대로 나타냄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실제 사물로 인식하게끔 하는 착각을 유도한다. 또한 내려다보는 시선(부감법)으로 그려진 대상은 그 대 상의 특징을 가장 잘 인식할 수 있는 시선방향으로, 환영을 일으키는 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렇듯 작 가가 그려낸 환영은 단지 시각적 착각이나 환상에 그치는 것이 아닌, 상상력과 삶에 대한 통찰력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변형 캔버스에 그려진 나의 작품은 '작품' 그 자체가 오브제화 되어 있다. 여기에 화면 내부의 빛 방 향과 전시장의 조명을 의도적으로 일치시켜 줌으로써 화면 외부의 공간까지도 작품의 일부분으로 인식시키고자 한다. 이는 공간 속으로의 무한한 확장을 의도하여 작품과 그 주변 공간이, 즉 가상의 공간과 실존의 공간이 서로 호흡하는 관계에 있음을 보여준다."(작가노트 중에서.)
가을향기 155×119cm oil on korean paper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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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이광호 작가는 회화적 재현의 방식, 이미지와 현실과의 관계 등 회화에서의 근본적인 물음을 탐구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림과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대상과의 관계의 설정이 중요한데, 작가는 개 인적 기억과 경험들을 바탕으로 작품과 삶을 밀착시키는 작업을 지속한다. 자신의 가족들과 친구, 자화상이 등장하는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 회화에서의 근본적 물음 뿐 아니라, 고해성사 하듯 담아 내는 개인사적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이해되고, 수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그림은 내가 플랑드르의 미술과 한스 홀바인의 초상화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그린 그림이다. 그림에 등장하는 여러 소품들은 제가 의뢰인에게 미리 부탁해 놓은 것으로 의뢰인 이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물건들이다. 나는 이 소품들이 인물의 개성에 대한 어떤 의미를 갖도록 적 절히 배치했다. 모차르트에 관한 책, 캠브리지 대학을 상징하는 타올, 러시아산 여우털 모자 등 이런 것들은 모두 의뢰인의 지식과 요양, 고급취미와 같은 귀족적인 자부심을 상징한다. 정면을 응시하 는 시선의 방향이나 주먹 쥔 손의 표정도 그러한 자긍심과 연관이 된다. 반면 오른쪽 그림의 여인은 이런 남편을 바라보는 상황으로 연출했다. 소품들은 기다림, 약속 등의 의미를 지닌다."('시각서사' 전(2004) 작가와의 대화에서.)
부부초상 50×60.5cm Oil on canvas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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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을 이목을 작가는 소위 전통적이라 불릴 수 있는 소재들의 재현을 통해 작가만의 독특한 조형세계를 만들어간다. 할머니가 사용하시던 손때 묻은 나무 도마 위 생선, 낡은 나무상 위 놋수저, 나무 채반 에 가득담긴 대추 등 그 옛날 일상적이고 소소한 소재들을 실감 나는 묘사를 통해 살려내고 있다. 캔버스를 대신한 나무는 일반적 미감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공간해석을 지향하고자 선택된 것이 며, 그에 어우러진 회고적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한 수단이다. 이처럼 작가의 작품을 통해 전통 속에 박제된 시간이 아닌, 지금 이 순간과 끊임없이 교류하고 있는 하나의 장을 만들고 있음을 알 수 있 다. "물성이라는 모더니즘의 개념을 도입(개념+오브제)물성과 형상에 대한 자극을 교묘히 이끌어내며 나무 그 자체로 사유의 공간으로 만들어 동양적인 (한국적) 정취를 담아낸다. 허상이 실체화 되고 실체가 허상이 되는 반어적 의미 즉, 시각적이기 보다는 오히려 촉각적으로 몸에 와 닿는 느낌을 유 도, 손으로 만져보고 싶은 충동감을 유발시키는 단순한 허상의 세계와는 다른 또 다른 회화적 의미 를 부여 한다. 궁극적으로 물질의 상호동화에서 그림을 그리는 자기 자신을 바라보게 되면서 개성 과 인간에 대한 그리움을 물상 저 너머에 여운으로 남겨 놓는 것이다. 그림을 통해 궁극적으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화면인 나무와 그리는 부분과의 상호관계이다. 나의
空 76.5×25.5cm 나무위의 유채 2003
작품을 살펴보면 여백, 채움과 비움의 공존과 같은 교집합적 요소를 발견하게 된다. 캔버스가 되는 나무판을 너라고 생각하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나라고 할 때 나와 너를 조율한 결과물이 그림이 아닐까. 사람사이에서도 음양의 교감이 이루어 졌을 때 하나의 고귀한 생명체를 만들어내듯 그림도 좋은 그림은 음양의 조화가 이루는 것이다."(작가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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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이종구 작가는 농민화가로 알려져 있다. 20여 년 동안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농촌 현실을 주제 로, 한국적 삶의 원형을 탐구해왔다. 농민의 모습과 농촌의 풍경을 극사실적 혹은 낭만적으로 재현 하는 일반적 구상작가가 아닌, 비판적인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삶을 그려내고 자 하는 리얼리즘적 정수를 보여준다. '여섯 개 방의 진실'에서는 실제 밥상 위 아크릴 물감으로 씨 앗을 정교하게 그린 작품을 선보인다. 씨앗과 물, '福'자가 새겨진 밥그릇은 우리의 삶과 생명의 가 장 근간이 되는 사물들이다. 그의 작품을 통해 어느 새 땅과 멀어져 있는 현대의 우리 삶을 다시 되 돌아보고, 생명에 대한 존엄을 새삼 깨닫게 되는 기회를 마련한다. "이 시대 그분들(농민)에게 미술은 무엇인가 또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나는 그분들의 절실한 삶 의 모습과 역사를 밝히는 일이 우리 시대의 미술이 해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의 하나라고 믿는다. 이 것이 작가로서 늘 고민하는 과제이다. 나는 미술이 사회 속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 속에서 말하고 운동하며 희망의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하며, 따라서 삶의 터전을 벗어나지 않는 그 림, 삶의 모든 것을 밝혀내는 그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가나아트』1989년도 3월호에 실린 이영철의 글 '오늘의 농촌을 보는 진실한 시각' 중에서.)
식량 61×91cm 밥상판에 아크릴릭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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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송 이지송 작가는 인물과 인물 사이의 관계의 미묘한 심리를 사실적 재현 기법을 통해 정밀하게 그려 낸다. 그림 속 상황은 특정한 시간과 장소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함께 인물의 표정과 감정에 맞물려 인물이 속한 상황을 암시적으로 짐작할 수 있게 할 뿐이다. 작품은 지인들을 모델로 등장시 키고, 의도한 연출로 상황을 설정하여 그 장면을 촬영한 후, 사진을 바탕으로 완성해가는 과정을 가 진다. 그러나 이는 사진을 그대로 화면으로 옮기는 작업이 아닌, 그 상황 속에서 인간관계가 가지는 불완전성을 미묘한 지층까지 건드리는 내밀한 서술성의 조율과정을 거친다. 비록 감정의 클라이막
absent 80.3×116.8cm oil on canvas 2004
스나 결정적인 상황 속에서 기쁨과 슬픔 같은 인간의 일반적 감성을 찾을 수는 없지만, 적막과 정밀 의 성찰 속에서 변화하는 감정의 움직임과 흐름을 세밀하게 표현한 현대회화의 또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내가 사용한 '현실'이란 용어는 가시적인 현실, 즉 주로 시지각에 의해 파악되는 감각적 사실은 아 니다. 더군다나 실재의 상(像)으로서의 현실 또한 아니다. 여기서는 통념적이고 습관적인 현실이라 는 내용을 담은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이데올로기나 수많은 문화적 기제, 관습적 축적에 의해 구성
the smoker 89.4×130.3cm oil on canvas 2003
된 현실이며 그러한 인간관계들이 맺어지고 벌어지는 현실을 뜻하고 있다. 그것은 또한 내가 지금 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현실이고 그것은 사회의 여러 단면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현실이며, 그것에 내가 주관적이고 심리적으로 반응하는 주관적 현실로서의 의미를 띤다."('여섯 개 방의 진실'전 (2006) 작가와의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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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국 정명국 작가는 사물에 밀착시켜 프로타주 기법으로 복사하듯 재현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가 선택 한 대상물 자체에 얇은 종이를 부착하여 전체적 형체와 표면의 흔적 하나까지도 그대로 떠낸다. '여섯 개 방의 진실'에서는 76년 처음 생산된 포니1 자동차를 프로타주한 작품을 선보인다. 자동차는 우리의 주변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대상으로, 인간의 삶과 함께하고 있는 대상이다. 그만큼 오래된 포니 의 역사와 그와 함께한 개인의 역사를 표면의 요철과 흠집까지도 고스란히 재현하여 그 역사와 소통을 시도하고자 한다. "프로타주 기법은 눈에 보이는 사물을 사실과 똑같이 옮기는 재현의 방법이다. 프로타주 기법을 선택하 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의미가 부여된 흔적이었다. 존재 자체에 의미가 있을 수도 있지만, 시간 의 흐름에서 쌓이고 첨가된 흔적은 의미가 없는 대상물에서 의미가 있는 사물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고 본다.…(중략)…작업의 내용에서 나는 작은 범위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한 사람이 자기만의 물건 을 통하여 그 속에 담겨진 작은 이야기, 개인의 역사를 이야기하여 과거에서 현재의 그 사람을 말이 아 닌 시각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여섯 개 방의 진실'전(2006) 작가와의 인터뷰 중에서.) 78포니1 각 142×145cm 흑연 프로타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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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정 한수정 작가는 시각적 효과를 이용한 일종의 착시 효과적 작품을 만든다. 95년 처음 선보였던 작가 의 '그림자로 보기' 작품은 실제 문이나 창문을 설치하는 것이 아닌, 그것의 그림자의 형태와 같은 검은 색 띠로만 벽면에 설치한 것이었다. 대상 전체를 보여주기 보다는 대상의 그림자 형태만 제시 한 것으로 그것이 실제 대상인지, 그림자인지 끊임없이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실제 대상이 부재함 에도 불구하고, 존재한다고 느껴지는 것은 우리가 대상을 볼 때, 보여 지는 것만 보는 것이 아닌 우 리의 상상이 더해져 보기 때문이다. '여섯 개 방의 진실'에서도 같은 방법론의 작품을 보여준다. 사 비나미술관 지하 전시장에 설치되어 있던 에어컨과 작은 문과 같은 사물들을 이용하여 공간 일부가 착시 효과적인 작품으로 재현된다. "모든 사람들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눈을 뜨고 항상 시각경험을 하며 산다. 하지만 모든 사람 이 같은 것을 보는 것이 아니며, 또 같은 것을 본다하더라도 즉, 같은 시각적 자극을 받는다하더라도 똑같은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다. 이는 개개인의 관심사가 다르고, 자라온 환경과 생활환경이 다르 고, 또한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중략)…우리는 수많은 것을 보지만 우리의 필요에 의해 일부분 만을 선택적으로 보게 된다."(한수정,「소재의 유희성과 중의적 표현에 관한연구」, 서울대 석사학위 논문(1994) 중에서.)
그림자로 보기 가변설치 벽위에 칼라시트 1995 2006년 출품작 참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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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ure on bottle 41×60cm oil on canvas 2004
허유진 허유진 작가는 현대사회를 투영하는 매개체로서의 '병'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작품을 보여준다. 일 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흔한 병은 투명한 사물이기에 안과 밖을 동시에 소유하면서 보여 지는 특성 으로, 현실 속의 내재한 이중적 문제를 인식하기 위한 기호로 작용한다. 작품은 우선 의도한 장면을 연출하여 사진 촬영을 한 다음, 그리기의 과정을 거친다. 비록 사진을 통한 재현의 방법을 거치지만, 사진을 촬영하는 과정 또한 그리기의 과정이며, 그려진 그림은 사진과는 또 다른 감성적 형상이 창 출된다. "전통적인 모방론에서 모방의 개념은 모방되는 존재와 모방의 결과라는 이분법적 형식을 지니는 것 으로 모방물은 본래 존재했던 것을 흉내 낸 것이라는 유사성의 의미를 포함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 림과 그것의 재현 대상 사이에는 복사본과 원본 사이의 닮음의 관계가 존재하며, 그러한 시각적 닮 음에 의해 회화적 환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중략)…재현은 단순히 무엇인가의 모방이나 재산출 이 아니다. 재현의 결과로 생성된 환영은 곧 예술가와 감상자가 만나서 순회할 수 있는 공간인 것이 다."(작품에 대해 적은 소논문 중에서.)
PARTⅡ
INTERVIEW
인터뷰 interview 우 선 미 (사비나미술관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네이버 백과사전은 인터뷰를 이렇게 정의한다.“인터뷰의 넓은 의미로는 조사·진단·시험·취재 등의 목 적으로 특정한 개인·집단과 대면하여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말한다.…(중략)…인터뷰는 면접자와 피면접자의 협동에 의해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양자 사이에서의 관심의 일치, 신뢰관 계의 존립이 전제가 된다.…(중략)…이는 단순한 기술과는 다른 인간미 있는 내용을 기사나 프로그램에 담 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여기서 핵심은“면접자와 피면접자의 협동에 의해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이 목적” 이기 때문에“양자 사이에서의 관심의 일치, 신뢰관계의 존립이 전제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여섯 개 방 의 진실’전시와 참여 작가와의 긴밀한 연결고리를 찾고, 풍부한 이론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시작한 인터 뷰이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얻은 점은 작가와 큐레이터 사이의 신뢰관계가 존립했다는 사실, 또한 인 간미 있는 내용을 담아낼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인터뷰는 일차적으로는 전시의 내용을 보다 풍부하게 해주고, 작품의 접근을 용이하게 해주는 목적을 지닌다(물론 인터뷰의 결과를 도록에 수록함에 있어서이다). 이차적으로는 작품을 표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오해의 소지를 제거해주며, 전시의 기획의도와 출품작의 성격을 끼워 맞추기 식이 아닌 논리적 연결 고리를 찾기 위함이다. ‘여섯 개 방의 진실’전은 사실적 재현의 기법을 이용하여 시각적으로 환영적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작품들 로 이루어졌다. 이는 나아가 미술 작품에 있어 재현, 환영과의 관계를 보다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기회로, 한국현대미술에 있어 재현과 환영은 어떻게 이해되고 생산되고 있는지 고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적 재현의 기법을 이용한 환영적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미술을 편의상“환영적 미술” 이라 칭하고, 참여 작가의 작품이 환영적 미술의 맥락에서 쓰이는 방법론과 그 입장, 영향을 받은 작품 및 작가, 그리고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소위 극사실회화라 불리는 작품들을 바라보는 입장 등에 관한 질문을 하였다. 사실적 재현, 환영적 미술 등의 용어 사용이 조금의 무리가 있음을 주지하고 있었으나, 한국현대미 술 어디에도 개념적으로 명확히 정립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편의상 사용하였다. 이러한 정황과 작가들의 충실한 답변을 통해 다시금 재현과 환영에 대한 재정립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지 인식되었다. ‘여섯 개 방의 진실’전 인터뷰는 크게 두 형태로 진행되었다. 김미겸, 김홍주 ,이지송, 박장년, 한수정, 정명 국, 박미현 작가와는 오프라인 인터뷰를 시행하였고, 고명근, 김기남, 김상균, 김종학, 류용문, 박용남, 오귀 원, 윤병락, 이광호, 이목을, 이종구, 허유진 작가와는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온라인 인터뷰는 이메 일로 서신을 교환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터뷰에 참여하지 못한 고영훈, 김창영 작가는 기존의 평론과 작가노트로 대신한다.
71
고명근
고영훈
Q1. 본인의 작품을 '환영적 미술(사실적인 재현기법을 통해 환영적 효과를 주
Q1. 본인은 작품에서 왜 '환영적 미술'의 방법론을 사용하는가?
는 미술작품)'로 볼 수 있는가, 보아도 되는가?
"고영훈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그가 일루젼을 사용해서 모더니즘이 놓치고
그렇다. 사진은 사실을 찍어 이차원적인 화면에 재현한다는 점에서 사실주의
있는 것들을 검증하려 했다는 것이다. 대개가 일루젼이라고 하면, 사물을 복
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작품은 이런 재현된 실재(reality)를 작품 'Body House 1'(2004)
INTERVIEW
INTERVIEW
작품 'This is a stone7593'(1975)
사하는 환상적이리만큼 놀라운 재현 솜씨를 떠올리지만, 그는 솜씨의 엄밀성
가지고 다시 3차원으로 전환하려고 하였기 때문에, 작가의 시각으로 필터링
을 역으로 사용하므로써, 무엇보다 복제의 극한 지점에서, 실재하는 사물들의
된 새로운 이미지를 제공한다.
허구성을 폭로하는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실재가 무엇인 지를 열심히 찾고 있던 시절에 실재란 허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실재를 아예 부정하는 효과
Q2. 본인은 작품에서 왜 '환영적 미술'의 방법론을 사용하는가?
만큼이나 충격적이었던 게 사실이다."(2006년 개인전 서문에 실린 미술평론
나는 실재하는 모든 것들이 불변하는 실재라기보다는 긴 시간의 관점에서 볼
가 김복영의 글에서 발췌.)
때 일순간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실재 자체가 환영적인 면을 가 지고 있다고 보고, 나는 이러한 환영을 나 나름대로의 미학적인 기준으로 재
작품 'This is a stone7888'(1978)
Q2. 본인의 작품에서는 환영적 효과를 위해 어떠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가?
구성한다.
또한 작품의 주제 혹은 소재가 되는 실제 대상(환영의 대상)은 어떠한 이유로
작품 'Body House 3'(2005)
Q3. 본인의 작품에서는 환영적 효과를 위해 어떠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가?
선택하였는가?
또한 작품의 주제 혹은 소재가 되는 실제 대상(환영의 대상)은 어떠한 이유로
나의 작품에 돌이 소재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74년경이다. 이 시기의 작
선택하였는가?
품들은 <이것은 돌입니다>라는 명제처럼 '70년대적인 해석에 의한 개념적인
앞에서 이야기하였듯이 대상을 사진으로 찍어 그것을 3차원 공간에 재배치시
사고에서 비롯된 극히 정제된 논리적인 표현으로 일관해 온 이후이다.…(중
키거나 투명한 입체로 재구성한다. 실제 대상은 주로 시간의 두께가 느껴지
략)….
는 소재를 선택하였다. 왜냐하면 시간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작품의 소재
일단 한 작품의 제작 과정에서 다음 작품에 대한 사항들이 발상되면 어느 정
로 삼음으로써 존재의 찰나성, 환영성을 강조하고자 하였다. Q4. 현대미술에서 여전히 '환영적 미술'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택되어진다. 이 두 소재가 준비되면 실제 작업으로 들어가 한지를 3겹으로 배
는 '환영적 미술'의 존재감을 다시금 부각시키는 시도인 것 같다. 이러한 미술
접하고…(중략)…다음날은 긴장된 자세로 책장 하나하나에 음영을 베푼다.
계의 동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스프레이 작업은 대단히 민감해서 점심 거르는 게 보통으로 되어 있다. 이쯤
내 생각에는 미술의 역사에 있어서 환영적이고 사실주의적인 관점을 벗어난
하면 작업이 50%는 끝난 셈이다. 이제 그 책갈피들 위에 돌 그리는 작업으로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몇몇 작가나 사조들에서 약간의 다른 견해를 표
들어간다.
생각한다.
화면에 그려질 돌들이 신중하게 선택되어진다. 어떤 돌은 선택 시간만 한 시 작품 'Stone Book 875-A'(1987)
렇게 되는 것이다. 돌은 가능한 한 중력을 느낄 수 있도록 무겁게 그리려고 하
외 작가가 있는가?
며 이를 위해서는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간다는 태도로 임한다. 이 시간
없다.
은 내 생활의 평가시간이며 또 불만토로 시간인 동시에 웃음지을 수 있는 시 간이기도 하다. 즉 삶의 현장에서 일어났던 혹은 일어날 모든 일들과의 대화
Q6. 그 외 하고 싶은 말은? 없다.
간 정도 걸릴 때가 있다. 왜냐하면 돌의 표정과 방향 그리고 다른 돌과의 관 계, 책갈피 음영의 위치, 궁극적으로는 표현이 용이한가 등을 따지다 보면 그
Q5. 본인의 작업이 지닌 '환영적 효과'의 측면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준 국, 내
작품 'Stone Body 12'(2005)
요에 따라서 도심에서 가까운 산이나 시외의 개천, 강의 상, 중, 하류에서 선
생각하는가? 최근 "극사실회화"를 표방하는 전시가 활발히 열리고 있는데, 이
했을 뿐이지, 미술의 긴 역사의 뚜렷한 축은 이 관점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작품 'Torso 1'(2005)
도의 기간을 두고 세목들을 구체화 한 후 필요한 농도의 책을 구하며, 돌은 필 작품 'Stone82810'(1982)
작품 'Stone Book 8712'(1987)
시간으로 되어버린다. 이런 시간들이 지나면서 각 돌들이 제각기 제 위치에 73
INTERVIEW
작품 'My'(1992)
김기남
그려지면 마지막으로 극히 조심스럽게 돌의 그림자 작업을 하는데 이 작업은
Q1. 본인의 작품을 '환영적 미술(사실적인 재현기법을 통해 환영적 효과를 주
최종적으로 내 화면의 충족도를 가름해준다.
는 미술작품)'로 볼 수 있는가, 보아도 되는가?
이러한 과정의 귀결인 총체적인 화면에서의 요구는 돌과 책갈피 그리고 그림
환영적 미술로 보이기 위한 작업은 아니지만, 생산된 이미지만 놓고 보았을
자들이 어우러져서 만들어내는 일루전에 의해 현실공간을 유발하고, 중력을
때 환영적 미술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느끼게 하는 돌들이 가벼운 종이 위에 얼마간의 사이를 두고 놓여져 있거나 Q2. 본인은 작품에서 왜 '환영적 미술'의 방법론을 사용하는가?
떠 있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킬 때 보는 자로 하여금 최대치의 위화감 혹 은 신선한 현실상황의 이미지를 감지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 근작에는 책장 사이 화면에 구멍을 뚫어 실체 공간을 도입하거나 그림 자체를
작품 'Space of Absence - Model House 1' (2003)
작업의 대상 자체가 허구임에도, 사실 그 이상의 주거이데아로 받아들여지는 고급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대상으로 하였고, 오래전부터 사진의 이미지는 회
허공에 매달아 공간속에 머무르게 하거나 실제 돌을 그려진 돌과 함께 배열함
화와는 달리 관객으로 하여금 사실(진실)이라고 맹목적으로 믿게 한다는 이
으로서 작품과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감의 소멸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
유에서 이러한 방법론을 택하였다.
나 이러한 모든 방법들은 방법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며, 화면 속에 배열된
작품 '새'(1998)
각 소재들이 각기의 개별성을 충분히 발휘하면서 동시에 총체적인 이미지 결
Q3. 본인의 작품에서는 환영적 효과를 위해 어떠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가?
합에 의해 조화의 장으로 이끌려질 때 나의 작품의 궁극적인 요구가 귀결되는
또한 작품의 주제 혹은 소재가 되는 실제 대상(환영의 대상)은 어떠한 이유로
것이다.…(후략)….
선택하였는가?
『공간』 ( 1987년 7월호에 실린 작가노트 '작품들-삶에의 정제' 에서 발췌.)
작품 'Space of Absence - Model House 3' (2003)
환영적 효과를 위한 기법이라고 한다면 계산된 앵글과 이미지의 사이즈를 말 할 수 있다. 사진이미지들은 정면성과 단순성, 평면성에 충실하였고, 거기에 실제에 가까운 사이즈의 대형 이미지를 통해 사진이라는 이미지와 사실과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자 하였다. 모델하우스라는 소재를 가지고 작업을 하 게 된 것은 '가짜'라는 주제에 기인하며, 우리가 익숙하다고 느끼면서 아무런
작품 '삶의 무게'(1998)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많은 '가짜'들 중에 하나라는 생각에서 선택하게 되 었다. 작품 'Space of Absence - Model House 5' (2003)
작품 '20세기에 남겨진 것들'(1998)
작품 'Space of Absence - Model House 6' (2003)
75
INTERVIEW
김미겸
Q4. 현대미술에서 여전히 '환영적 미술'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Q1. 본인의 작품을 '환영적 미술(사실적인 재현기법을 통해 환영적 효과를 주
생각하는가? 최근 "극사실회화"를 표방하는 전시가 활발히 열리고 있는데, 이
는 미술작품)'로 볼 수 있는가, 보아도 되는가?
는 '환영적 미술'의 존재감을 다시금 부각시키는 시도인 것 같다. 이러한 미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계의 동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작품 'Space of Absence - Model House 7' (2003)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것 이상의 한계를 뛰어 넘음으로써-그것이 어떠한
Q2. 본인은 작품에서 왜 '환영적 미술'의 방법론을 사용하는가?
매체나 방법론을 통하든-그것이 현실보다도 현실로 보이게 하여 진실과 허구
작업 속에서 목가구나 전통가옥의 전체 또는 일부에서 보이는 구성, 질감 나
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일련의 시도가 아닐는지…. 그러나 지금의 그것이
아가 느낌 자체를 재현하고자 한다. 즉,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느낌과 분위기
일순간의 역사화 된 아방가르드가 되지 않길 바란다.
(자연과 시간이 만들어 내는 깊이와 흔적, 그리고 편안함)를 전달하기 위해 그 러한 느낌을 받은 소재를 재현하거나 또는 찾아내어 표현하게 된다.
Q5. 본인의 작업이 지닌 '환영적 효과'의 측면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준 국, 내 외 작가가 있는가?
Q3. 본인의 작품에서는 환영적 효과를 위해 어떠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가?
생각해 본 적 없다.
또한 작품의 주제 혹은 소재가 되는 실제 대상(환영의 대상)은 어떠한 이유로 선택하였는가?
작품 'Space of Absence - Model House 8' (2003)
Q6. 그 외 하고 싶은 말은?
환영적 효과를 위하여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구성과 질감 등 소재 자체에 대한
좋은 전시에 불러줘서 감사할 따름이다. 바람이 있다면 사비나미술관에서 표
표현을 기본으로 하되, 먼저 주로 대상의 정면을 택함으로서 대상 고유의 형
방하는 바와 같이 관객과 좀 더 가까이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태가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하였고, 부분적인 또는 부수적인 장식의 오브제 식 표현을 가함으로서 쉽게 실제 대상처럼 보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작품의 대상이 목가구와 한옥 공간 같은 자연적인 소재임으로 재료적인 면에서도 천 연염색과 옻칠, 콩즙 등 대상에 쓰인 천연재료를 이용하였다. 그리고 무엇보 작가인터뷰
다도 모든 과정이 목가구와 한옥처럼 손맛과 시간을 통한 작업으로 이루어져 특히 대상에서 풍겨 나오는 분위기와 느낌이 표현되도록 노력했다.
작품 'Space of Absence - Model House 9' (2003) 작품 '경상'(2003)
작품 'Space of Absence - Model House 2' (2003)
작품 '의걸이 장'(2003)
77
INTERVIEW Q4. 현대미술에서 여전히 '환영적 미술'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Q1. 본인의 작품을 '환영적 미술(사실적인 재현기법을 통해 환영적 효과를 주
생각하는가? 최근 "극사실회화"를 표방하는 전시가 활발히 열리고 있는데, 이
는 미술작품)'로 볼 수 있는가, 보아도 되는가?
는 '환영적 미술'의 존재감을 다시금 부각시키는 시도인 것 같다. 이러한 미술
사실적 기법을 사용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체험적 공간을 연출하려고 한다.
계의 동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마치 연극 무대에 올라선 배우들과 같이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관객의 체험
물론 너무나 다양한 장르와 기법이 시도될 만큼 되었기도 하고, 또 이로 인해 작품 '궤'(2003)
여러 사조 혹은 대조적인 장르가 동시대에 나타날 수 있게 되었고 환영적 미
을 환영(illusion)으로 해석해도 될 지는 의문이다. 작품 '人工樂園 1'(2006)
술 및 극사실 회화의 부각도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Q2. 본인은 작품에서 왜 '환영적 미술'의 방법론을 사용하는가?
환영적 미술의 범주에 있는 그림에 흥미가 가는 이유는 그 손맛 혹은 장인적
사실적 표현 기법은 미술표현 방식에 있어서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여러 방
느낌에 있다. 기계, 사진, 인쇄 등에서 느낄 수 없는 손을 통한 진지함, 그리고
법 중 하나이다. 더욱이 과거의 여느 시대와 달리 요즘과 같은 일상에 대한 여
핸드 메이드 옷이나 리미티드 에디션에 대한 소유욕(?)과 같은 욕망과 열정이
러 담론들이 미술과 결합되는 양상이 전개되어질 때, 사실적 표현기법은 관객
환영적 미술 작품에 있다고 생각된다.
과 작가의 사상이 만날 수 있는 직접적 방법 중의 하나일 것이라 생각된다. 작품 '人工樂園 2'(2006)
작품 '안채'(2006)
Q5. 본인의 작업이 지닌 '환영적 효과'의 측면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준 국, 내
Q3. 본인의 작품에서는 환영적 효과를 위해 어떠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가?
외 작가가 있는가?
또한 작품의 주제 혹은 소재가 되는 실제 대상(환영의 대상)은 어떠한 이유로
이러한 성향의 작업에 직접적 영향을 받거나 학교 과정 외에 따로 사사 받거
선택하였는가?
나 한 작가는 없다. 동양화를 전공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적인 재현기법
나는 대상의 관찰과 선택, 사진을 이용한 이미지수집, 그리고 이를 다시 하나
을 사용하는 데 있어, 형사와 형의에 대한 고민이 없지 않았다. 따라서 비슷한 고민이 엿보이는 입체파 화가들의 작품을 보거나, 겸재 정선이나 민화 속에서
작품 '벼루'(2004)
김상균
의 illusion으로 환원시키기 위한 디지털 드로잉을 거친 후, 이를 형상화 시키 개인전 전시장면(2006)
는 작업으로 작품을 완성한다. 내 작품은 우리의 공간에 대한 정체성 읽기의
정면성에 대한 부분을 본다거나, 재료적인 면을 위해 여러 공예작품에서 모
일환으로 진행된다. 한 공간, 도시가 가지고 있는 자본의 양과 정치적 성향,
티브를 얻곤 한다.
문화적 가치기준 등등…. 이러한 요소들이 도시의 표정을 만들고, 그것이 건 축물의 형태와 크기, 수와 면적 등을 결정하게 된다. 이를 관찰하고 표현하는
Q6. 그 외 하고 싶은 말은?
것이 내 작업의 근간이 된다.
없다.
작품 '城 2005'(2005)
작품 '함'(2005)
작품 '풍경 2005'(2005)
79
INTERVIEW
김상우
Q4. 현대미술에서 여전히 '환영적 미술'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Q1. 본인의 작품을 '환영적 미술(사실적인 재현기법을 통해 환영적 효과를 주
생각하는가? 최근 "극사실회화"를 표방하는 전시가 활발히 열리고 있는데, 이
는 미술작품)'로 볼 수 있는가, 보아도 되는가?
는 '환영적 미술'의 존재감을 다시금 부각시키는 시도인 것 같다. 이러한 미술
Yes.
계의 동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작품 '城 1'(2004)
이점에 대해서는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미술표현의 주제의 확대와 이를 표현
Q2. 본인은 작품에서 왜 '환영적 미술'의 방법론을 사용하는가?
하고 전달하게 되는 과정에서의 방법론적 문제라 생각된다. 사회적 현상과 이
내가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 보는 것을 표현하는데 있어 환영적 방법(일루
슈들에 관한 표현을 위하여 더욱 작품들이 서술적(narrative)이 되어지고, 좀더
젼)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난 캔버스에 형상이 구체적으로
서술적 표현을 위하여 사실적 표현과 전개가 이루어지지 않는가 생각된다.
드러날 때 미적 쾌감을 얻는다. 나에게 있어서, 이러한 종류의 쾌감은 다른 방 법으로는 불가능하다. 나는 사실적인 그림을 좋아하고, 보다 직접적인 방법으
Q5. 본인의 작업이 지닌 '환영적 효과'의 측면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준 국, 내
작품 '흙바람;어머니'(2004)
로 대화하길 좋아한다.
외 작가가 있는가?
개인전 전시장면(2004)
직접적 영향을 준 국, 내외 작가는 없다. 그냥 일기 쓰듯이 조형 작업을 하고
Q3. 본인의 작품에서는 환영적 효과를 위해 어떠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가?
자 노력한다.
또한 작품의 주제 혹은 소재가 되는 실제 대상(환영의 대상)은 어떠한 이유로 선택하였는가?
Q6. 그 외 하고 싶은 말은?
나는 주로 그라데이션, 스푸마토 기법 등 고전주의나 낭만주의적인 화법을 이
질문과 답변의 범위와 답변에 한계를 느끼는 듯하다. 좀 더 개별적이고 부분 적인 면을 밝혀내기 위한 작가들과의 접근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용한다. 한때 배경이 되는 부분을 실크스크린으로 찍고 그리기도 했다. 포토 작품 '거리의 우울과 신비'(2001)
리얼리즘에도 관심이 있다. 작품의 소재적인 측면으로는 주로 내 삶의 경험 에서 관계된 어떤 것, 장소, 인물 등을 그리고 있다. 자신의 체험이 들어가 있
Digital Drawing(2003)
지 않은 그림은 공허한 껍질에 불과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Q4. 현대미술에서 여전히 '환영적 미술'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최근 "극사실회화"를 표방하는 전시가 활발히 열리고 있는데, 이 작품 'Generation'(2003)
는 '환영적 미술'의 존재감을 다시금 부각시키는 시도인 것 같다. 이러한 미술 계의 동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최근 계속되고 있는 인스톨레이션 경향에 지쳤기 때문인 것 같다. 화가들은 ' 그릴수 있는 권리'를 찾고 싶어 하고, 화랑들은 '그림'을, 관객은 '자신이 알아 볼 수 있는 미술'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인간은 직선으로만 자신들의 역 사를 써 나가지는 않는다. 예술은 원(Circle)이고 돌고 도는 것이며 과거의 형 식과 다시 만날 때가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탈 장르화 경향에서 생겨난 사진
인공낙원 Digital Drawing(2006)
과 미술의 만남 때문으로도 생각이 된다. 현대의 주된 이미지표현 매체가 된 사진과 회화는 서로가 영향을 주고받는다.
81
INTERVIEW
작품 'The way we were;Nepski Street' (2005)
김종학
Q5. 본인의 작업이 지닌 '환영적 효과'의 측면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준 국, 내
Q1. 본인의 작품을 '환영적 미술(사실적인 재현기법을 통해 환영적 효과를 주
외 작가가 있는가?
는 미술작품)'로 볼 수 있는가, 보아도 되는가?
국외 작가는 렘브란트, 일리야 레핀, 끄람스꼬이, 알마 타데마 국내작가는 류
1982년~1987년까지의 작품에 한하여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최근의 작품에서
성하, 이원희 등이다.
도 부분적으로 환영적 효과를 쓰고는 있지만, 최근의 작품들을 환영적 미술이 라고 할 수는 없다.
Q6. 그 외 하고 싶은 말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좀 더 미술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Q2. 본인은 작품에서 왜 '환영적 미술'의 방법론을 사용하는가?
작품 '파노라마를 위한 두 장의 사진' (2005)
내가 1980년대 작품들에서 사용한 극사실적 방법은 그림에 대한 근본적 회 의로부터 새롭게 시작하기위한 하나의 방편에서 비롯되었다. 1986년에 적었 작품 '가상적 이미지-인간의 굴레'(1983)
던 내 작업노트를 참고하자면, 처음 내 그림의 시작은 그림의 의미에 대한 본 질적인 회의로부터 출발되었다. 아무것도 표현되지 않은 순백색의 화면 그
작품 'The way we were;Boshoi Street' (2005)
자체가 훨씬 강한 어떤 것을 표현해 내고 있다는 새로운 자각은 회화의 가능 성에 대해 무한한 기대치를 갖고 절대적 예술지상주의를 신봉했던 학창시 절, 그 절대적 기대치로 인한 환상에 회의를 갖게 되면서 생긴, 어쩌면 당연 한 과정이었는지 모른다. 극단의 미니멀리즘적인 이러한 자각은, 예술에 대 작품 '가상적 이미지-인간의 굴레'(1983)
한 개인적 방황과 고뇌로부터 비롯된 것이었기에, 그림의 마지막을 본 것처 럼 절망적이었고 무언가 표현하고자 하는 본능적 욕망과 그 결과의 허망함, 그리고 순백색 화면 자체에서 느껴지는 절대적인 어떤 힘 사이에서 나의 방 황은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계속되었다. 예술에 대한 지나친 의미부여의 당 연한 결과였던 것이다. 4년 남짓 된 방황에서 돌파구를 찾은 것은, 내게 오랜 방황과 회의를 안겨준 바로 그 지점, 즉 그리고자 하는 본능적 욕구와 화면자
작품 '인간의 굴레 - 가상적 이미지2' (1983)
체의 힘이 충돌하는 그 상반된 모순의 지점에서 이 둘의 접합을 시도하는 일 로서 시작되었다. Q3. 본인의 작품에서는 환영적 효과를 위해 어떠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가? 또한 작품의 주제 혹은 소재가 되는 실제 대상(환영의 대상)은 어떠한 이유로 선택하였는가? 그림을 화면자체의 이미지와 일원화시킴으로서 표현의지를 최소화시키는 대 신, 이를 통해 화면자체의 이미지에 팽팽한 시각적 긴장감을 부여함으로서 회 화의 또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려 했던 것이다.
83
INTERVIEW
작품 '포도'(1999)
김창영
Q4. 현대미술에서 여전히 '환영적 미술'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Q. 본인은 작품에서 왜 '환영적 미술'의 방법론을 사용하는가? 본인의 작품에
생각하는가? 최근 "극사실회화"를 표방하는 전시가 활발히 열리고 있는데, 이
서는 환영적 효과를 위해 어떠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가? 또한 작품의 주제
는 '환영적 미술'의 존재감을 다시금 부각시키는 시도인 것 같다. 이러한 미술
혹은 소재가 되는 실제 대상(환영의 대상)은 어떠한 이유로 선택하였는가?
계의 동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흔적', 그것은 내 작품의 테마이다. 모래는 흔적을 나타내기 위한 바탕으로
사실적 재현에 관한 표현 욕구는 어찌 보면,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라고 할 수
서, 또한 작품의 소재로서 사용한다. 말하자면 모래 위에 사람들의 움직임, 행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단지 사실적 재현의 테크닉 이상의 것을 가지고 있지 못할 경우 싸구려미술로 전락할 위험성은 항상 가지고 있다고 할
위, 행동으로 인하여 남겨진 자국, 그러한 흔적들을 그린 것이다. 바닷가 모래 작품 'Foot Print 0512-F'(2005)
수 있다.
사장에 남겨진 무수한 발자국들, 시간이 흐르면 지워져 없어질 인간의 흔적, 그 모래 위의 흔적이 내 작품의 원풍경(原風景)으로서 시작되었다. 장(場)으로서의 모래는 언제나 불안정한 바닥이다. 바람에 날리는 모래알의
작품 '들풀'(2005)
Q5. 본인의 작업이 지닌 '환영적 효과'의 측면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준 국, 내 외 작가가 있는가?
유동성이 시간과 더불어 흔적의 행방을 가늠한다. 행위의 결과로서 나타난 작품 'Sand Play 0107-E2'(2001)
없다.
흔적은 그 행위의 가치나 크기와는 상관없이, 누구를 막론하고, 그냥 모래 위 의 흔적으로 남겨지고, 시간과 함께 사라진다. 너무나 당연한 그 현실의 풍경이 때로는 충격적이었다. 생겼다가 지워지고
작품 '불꽃'(2005)
Q6. 그 외 하고 싶은 말은?
또 생김을 반복하며 그 모래위의 흔적들은 나에게 의문을 던진다. 생성과 소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한동안 사실적 재현에 의한 환영적 표현에 몰두한 적이
멸, 생(生)과 사(死), 그리고 인간의 존재, 자연, 우주, 사라짐에 대한 허무와
있는 작가이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의 내 작품들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관 점과 기법에서 출발하고 있다. 요즈음도 작품의 밑판에 들어가는 녹슨 철판
애착은 그것을 기억해 남기려는 욕구에 의해 마치 화석처럼 화폭에 재현한 작품 'Sand Play 0301-E'(2003)
다. 현실에서 사라진 모래 위의 기억을 화폭에 담듯이.
의 이미지는 실재 철판이 아니라 그려진 이미지로서, 환영적 효과를 내기 위
화면에 일정한 두께로 모래를 균일하게 바르고, 모래가 완전히 접착이 된 화
한 방법으로 쓰여 지고 있지만, 지금은 환영적 표현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면 위에 유화물감으로 그 흔적의 음영을 붓으로 그린다. 모래알에 새기는 것
어디까지나 혼합적 표현방법 속에서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쓰이
처럼, 그렇게 하나하나 묘사해가는 작업이다.
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세밀하게 묘사하더라도 그 흔적은 실체가 아닌 모래위에 그려 진 일루전, 말하자면 모래라는 실물 위에 흔적이라는 그림, 허상임은 어쩔 수 작품 'Sand Play 9901-B'(1999)
없다는 것이다. 실물 위에 놓여진 허상. 바탕이 실체이기 때문에 더욱더 리얼 하게 보이려고 억지를 부리는 허구. 그것은 일시적인 눈의 착각 속에서 실체 가 허구로, 허구가 실체로 보일 수도 있지만, 결코 일루전의 한계를 벗어날 수 는 없는 것이다. 모래 위의 인간의 흔적, 그것은 실체 위의 허구이다. 내 작품 속에 혼재(混在) 하는 허(虛)와 실(實)은 실체와 더불어 허구 또한 현실이며, 인간 그 자체일지
작품 'Sand Play 0109-N'(2001)
도 모른다. 그리고 모래 위의 흔적은 그리기 전부터, 처음부터, 현실에서도 그 것은 일루전이었던 것이다. (2006년 개인전 도록에 수록된 작가노트에서 발췌.)
85
김홍주
INTERVIEW
Q1. 본인의 작품을 '환영적 미술(사실적인 재현 기법을 통해 환영적 효과를
Q3. 본인의 작품에서는 환영적 효과를 위해 어떠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가?
주는 미술작품)'로 볼 수 있는가. 보아도 되는가?
또한 작품의 주제 혹은 소재가 되는 실제 대상(환영의 대상)은 어떠한 이유로
물론이다. 이미지를 그렸기 때문에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그림은 원래 사실화
선택하였는가?
되는 부분이 있다. 더군다나 대상을 닮았을 때 더욱 그러하다. 거울이라는 것
앞서 말한 것에 나는 의문을 가지고 작업을 한다. 그림을 액자로 프레임을 만
에 비쳐지는 모든 것들은 이미지라고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실제대상이 아닌
들었다면 일반 사실화가 되었을 테지만, 나는 액자 대신 사람들이 많이 보는
이미지를 그렸다는 것은 회화(painting)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
거울 틀, 풍경이 보이는 창문틀로 대신하였다. 즉, 그것들을 그림으로써 하나 의 '이미지'라는 것을 나름대로 연출해낸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특히 이번 작
Q2. 본인은 작품에서 왜 '환영적 미술'의 방법론을 사용하는가?
품에서는 거울의 표면만을 그렸는데, 거울이 깨지고 있는 모습이나, 얼룩진
전시의 내용에는 환영에 대한 이야기에 눈속임에 대한 이야기도 포함이 되어
모습과 같은 일루저니즘적인 표현을 통해 이미지들을 거울처럼 연출시킨 것
있는데, 환영과 눈속임의 차이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 일단 '눈속임'은 외국
이다.
어로 trompe l'oeil 이라고 하는 뜻으로서, 말 그대로 속는 것이라고 할 수 있
거울을 작품의 개념에 도입하게 된 이유를 조금 더 말하자면, 우리나라에 처
겠다. 마술을 하듯이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이 실물인지 진짜 오브제인지 모
음 알려진 팝아트는 서양에서 건너 온 것들이다. 이런 서양 미술을 도입하려
르게끔, 가끔은 일부러 장치까지 만들어서(예-구멍을 들여다보게 하는 오브
면 어학능력이 있음으로 해서 정확히 이런 팝아트에 대한 개념을 충실히 이해
제)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는 것이다. 이와는 다르게 '환영'이란, 무엇처럼
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흉내만 내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대미술화가들에
보이는 것,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미지들이 비현실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서
게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현대미술을 안 해도 좋으니, 나만의
대상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신기루처럼 보이는 것을 뜻한다.
미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그리자는 생각에 나온 작품이 바로 거울이라는 개
나는 이미지가 그림으로 그려졌을 때 생겨나는 환상들에 대해, 어디까지가 회
작가인터뷰
작품 'Untitled'(2002)
작품 'Untitled'(2002)
념을 도입한 작품이다.
화이고 어디까지가 아닌가를 늘 고민하면서 작업을 한다. 그 과정에서 거울
나도 처음에는 개념미술로 작업을 했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내가 이런 개념
에 비친 것은 실제가 아닌 바로 이미지라는 것을 알았고, 거울, 창문 틀을 이
미술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사건을 만들어야 하고 사람관계를 만들어야 하
용한 작업은 단순한 재현의 측면이 아니라, 실제 거울, 창문처럼 틀을 만들어
지만 성격상 나 혼자 할 수 있는 것, 다른 사람이 개입이 안 되는 것을 원해서
일종의 이미지 자체를 연출하는 작업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즉, 나는 이미지를
그 때부터 그림, 실물의 관계 등을 생각하게 되었다. 난 현대미술이나 예술 등
리얼리즘적인 시각이 아닌, 일루저니즘적으로 그렸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그
의 범주 안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알지도 못하는 그런 개념에 매달리는 것이
작품을 거울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확실하게 인식하게끔 보여 줄
싫었다.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거울 속에는 그것을 주로 사용하는 대상인 사람을 그려 넣은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실제 거울이나 창문틀 없 이 거울 표면만 그리다 보니, 거울의 느낌을 더 확실하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작품 'Untitled'(2002)
적합한 방법들을 고안했다. 깨진 유리창이나, 먼지와 물의 얼룩짐, 거울을 고 정해주는 작은 틀 등의 모양을 그려 넣은 것이다.
작품 'Untitled'(1974) 작품 'Untitled'(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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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류용문
Q4. 현대미술에서 여전히 '환영적 미술'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Q1. 본인의 작품을 '환영적 미술(사실적인 재현기법을 통해 환영적 효과를 주
생각하는가? 최근 "극사실회화"를 표방하는 전시가 활발히 열리고 있는데, 이
는 미술작품)'로 볼 수 있는가, 보아도 되는가?
는 '환영적 미술'의 존재감을 다시금 부각시키는 시도인 것 같다. 이러한 미술
글쎄…. 표면의 시각적 효과라는 측면만 본다면, 그렇다.
계의 동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작품 'Untitled'(1975)
요새 현대작가들 중에는 서양에서의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에 속할
Q2. 본인은 작품에서 왜 '환영적 미술'의 방법론을 사용하는가?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는 작가들이 나오는 것 같다. 그림의 소재나 테크닉도
눈속임이라는 것, 일종의 지각 혹은 인식의 착각인데, 재미있지 않은가?
비슷한데, 예를 들어 이석주 작가의 사진 메커니즘을 그대로 옮긴 그림을 보 면, 요새 들어 사진하고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생각의 거울' 전시장면(2003)
한편 요즘 젊은이들은 사진을 찍으면 그 속에 빠져들어 버리는 것 같다. 나의
또한 작품의 주제 혹은 소재가 되는 실제 대상(환영의 대상)은 어떠한 이유로
의견으로는 환영적 그림만이 작품의 행위 자체, 그 시간 속에 빠질 수 있다고
선택하였는가?
는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조각가나 다른 페인팅 작가들에게도 모두 해
붓질이 그대로 드러나게 그린다는 거…. 그 외에 특별히 사용하는 기법은 따
당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내 생각에 작품 활동에서 '개념미술'(idea
로 없다. 내가 선택한 대상들은 실제로 내 눈앞에 있는 대상과 있을법한 것들,
를 중요시 하는 미술로써, idea만 있으면 다른 것들이 대신 활동해 줄 수 있는
그러나 사실은 없었던 것들이다. 그림 속에서는 모두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
것)로써 설명을 한다면 상관없겠지만, 그렇게 그리는 행위 자체 행위에 빠져 있다는 것은 하나의 특징으로써는 볼 수 없다고 본다. 작품 'Untitled'(1977)
Q3. 본인의 작품에서는 환영적 효과를 위해 어떠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가?
도록 대상들을 교묘히 섞어 놓는다.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것에 너무도 강력 작품 '가나아트 1993년 3, 4월호 p74-75' (2001)
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Q5. 본인의 작업이 지닌 '환영적 효과'의 측면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준 국, 내
Q4. 현대미술에서 여전히 '환영적 미술'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외 작가가 있는가?
생각하는가? 최근 "극사실회화"를 표방하는 전시가 활발히 열리고 있는데, 이
없다.
는 '환영적 미술'의 존재감을 다시금 부각시키는 시도인 것 같다. 이러한 미술 계의 동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Q6. 그 외 하고 싶은 말은?
"…'환영적 미술'의 존재감을 다시금 부각시키는 시도…" 라는 게 가능한가?
현대에 와서는 세상을 우리 사람의 눈에 의해 바라보는 것이 아닌, 오히려 사 람이 만들어 놓은 기계에 의해서 바라보고 있다. 같은 이미지지만 사진 속에 함몰 되는 것(앵글에 의해 만들어진 세트위에 놓인 현상)과 아닌 것들에 대한 전시가 있음으로 해서, 이러한 상황들을 진단해 보는 계기가 만들어 졌으면
Q5. 본인의 작업이 지닌 '환영적 효과'의 측면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준 국, 내 작품 'http://www.michaelcho.com/filterless/richter/3lrg.jpg' (2001)
외 작가가 있는가? 너무 많은 작가들이 있어서 열거하기가 어렵다.
좋겠다.
작품 'Untitled'(1979)
작품 '금강산'(2004)
89
박미현
INTERVIEW
Q1. 본인의 작품을 '환영적 미술(사실적인 재현기법을 통해 환영적 효과를 주
Q3. 본인의 작품에서는 환영적 효과를 위해 어떠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가?
는 미술작품)'로 볼 수 있는가, 보아도 되는가?
또한 작품의 주제 혹은 소재가 되는 실제 대상(환영의 대상)은 어떠한 이유로
2차원(평면)에 3차원의 대상을 재현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환영적' 요소를 지
선택하였는가?
닌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작업 역시 환영적 요소를 지닌다고 보
앞서도 말했지만 내 작업은 환영적 효과를 적극적으로 의도한 것이 아니다.
는 것이 맞겠다. 그러나 내 작업을 적극적 의미에서의 '환영주의적' 작품으로
오히려 '시간성'을 회화에 개입시킨 결과로 얻은 부수적 효과일 것이다. 나는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환영주의적 '착시효과' 그 자체가 제 작업에 아주
작은 못이나 수박씨, 고무줄을 '소재'로 사용했는데, 이 사물들을 종이(평면)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환영적 요소는 결과적으로 따라오는, 부
위에 던져(흩뿌려), 놓여진 자리 그대로의 흔적을 떠냈다. 사물들의 놓인 그
수적 효과가 아니었나 싶다. 나의 작업은 '사실적인 재현기법'보다는 '사실성'
대로의 흔적, 형태를 떠내기 위해서는 한쪽 손으로 놓여진 사물을 고정시키고
그 자체에 대한 추구의 결과물이다.
그 외형을 떠낼 수밖에 없었는데, 형태를 떠낼 때의 흔들림마저 그림에 고스 란히 나타난다. 사물이 놓여진 자리, 형태를 떠내는 순간이 종이(회화면)에
Q2. 본인은 작품에서 왜 '환영적 미술'의 방법론을 사용하는가?
그대로 남겨지는 것이다.
내가 생각했던 '사실성'은, 이를테면 원근법을 이용해 3차원적 사실 효과를 주
내가 소재로 사용한 사물들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사물들로, 굳이
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예를 들어 '일점투시원근화법'은 하나의 눈으로 완전
3차원의 착시효과(입체감)를 사용하지 않고도 그 사물처럼 보이게 할 수 있
히 정지된 상태의 사물이나 공간을 재현하는 기술인데, 알다시피 이 과정에는
다. 떠낸 형태의 안을 그 사물로 보이게 하는 색채로 채워 넣으면 된다. 내 작
'시간성'이 배제되어 있다. 대상을 재현하는 순간의 다시점, 사물의 흔들림(시
작품 '못'(1999)
업에서 환영적 효과를 찾는다면, 바로 이 부분일 것이다. 제 작업은 2차원적
간)이 없는 것이다.
회화면에 사물의 실제 흔적(시간)을 고정시킬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서 시작
평면회화에서 이 '시간'에 대한 자각이 처음으로 적극성을 띠고 나타난 것은
된 실험이었다.
인상주의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회화적 사실성의 범주 안에 3차원적 입체감
작가인터뷰
을 주는 것 이외에 다른 문제, 즉 '시간성'이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조금 더
Q4. 현대미술에서 여전히 '환영적 미술'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나아가면 입체파 작가들의 작업들(분석큐비즘)이 그 맥락을 잇고 있다.
생각하는가? 최근 "극사실회화"를 표방하는 전시가 활발히 열리고 있는데, 이
회화면에 '시간'이 개입되자 오히려 3차원적(입체적) 사실감은 더 떨어지는
는 '환영적 미술'의 존재감을 다시금 부각시키는 시도인 것 같다. 이러한 미술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이후 굳이 '환영의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사
계의 동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 그 자체를 평면에 꼴라주하여 덧붙이거나(종합큐비즘), 제시하는 식(뒤샹
다시 말하자면, 환영적이지 않은 미술은 없는 것 같다. '환영주의적' 작업들이
의 레디메이드들)으로 '시간성'이 자리매김하게 된다. 미니멀리즘의 '사물성'
문제이겠다. 결국 미술에 있어 환영적 요소가 어떤 의도와 방식으로 작업에
이나 '연극성'에 대한 이야기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을 듯한데, 미술사적
적용되는지가 문제이겠다. 이 전시도 그런 것을 밝혀보려는 의도로 기획된
으로 볼 때는 모두 이미 상식적인 이야기들이라고 본다.
것이라고 본다.
내 작업도 이 상식적인 이야기들의 틈새에 자리 잡고 있다. 나의 경우, 이 '시
최근 젊은 작가들의 '극사실주의적' 작업들은 오히려 그리기 자체의 무기력증과
간성'을 2차원의 회화면에서 실현하되, 시간성 자체를 조금 더 사실적인(실재
연관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아주 열심히 그렸는데 무기력하다니 역설적이지만,
적인) 방식으로 가져오고 싶었다. 그것은 그 사물이 있던 바로 그 자리를 제시
그렇게 보인다. 회화의 가능성보다는 불가능성 속에서 피어난 작업들 같다. '나
하는 방식, 즉, 사물이 있던 '흔적'을 고정시키는 방식이었다. 그러니까 설치
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저)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는
미술작업처럼 사물 자체를 그대로 제시하거나 회화면에 무언가를 부착하는 '
회화의 조건에 대해 살펴보거나, '재현체계에 대한 반성'조차 끼어들 틈이 없어
직접적인' 방식이 아닌, 회화적 재현 효과를 그대로 이용하면서, 재현하는 그
보인다. 반면에 기존의 '극사실주의' 작가들은 거칠게 말하자면, '나는 할 수 있
순간의 시간성을 살리는 방식이다.
다' 내지는 '하고 싶다'라는 태도로 작업에 임하는 것 같다. 차이가 있다고 본다. 91
INTERVIEW
작품 '무제'(2005)
박용남
Q5. 본인의 작업이 지닌 '환영적 효과'의 측면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준 국, 내
Q1. 본인의 작품을 '환영적 미술(사실적인 재현기법을 통해 환영적 효과를 주
외 작가가 있는가?
는 미술작품)'로 볼 수 있는가, 보아도 되는가?
굳이 나의 고민과 비슷한 맥락의 작가를 예로 들자면 재스퍼 존스가 있겠고,
환영적 미술을 간단히 정의하면 사실적인 재현기법을 통해 환영적 효과를 주
마르셀 뒤샹의 특정 작업들이 그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재스퍼 존스는 평
는 미술작업이라 하겠다. 이것을 좀 더 풀이하면 이 사실적 재현기법의 대상
면(2차원)과 3차원을 교묘하게 오가며 유희한 작가이다. 회화의 평면성에 대
이 무엇이고, 그것이 보는 이로 하여금 어떻게 보여 지느냐에 대한 결과에 따
한 그의 고민(?)은 형식주의 추상회화 작가들의 것보다 더 교묘하고 흥미진진
라 환영적 미술의 정의에 근접한 작업이라 할 것이다.
하다. 가장 대표적인 작업은 <깃발>(1954~55)작업일 텐데, 나는 잘 알려지지
우선 나의 작업을 볼 때 내 작업이 환영적 미술에 부합된다는 것이 '나의 작업
는 않았지만 그의 <피부>(1960~70년대)연작들을 좋아한다. 자신의 피부를
이 곧 환영적 미술이다'라기보다는 그런 요소가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다고
회화면에 찍어낸 작업이다. 같은 맥락으로 마르셀 뒤샹의 <너는 나를>(1918)
말하고 싶다. 개인전 평을 인용한다면 '…모든 조각은 결국 실재의 껍질을 만
이라는 작업이 생각난다. 이 작업은 2차원적 환영회화의 속성에 대한 즐거운
드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박용남은 그 허구와 환영을 더 극단적으로 보여준
실험, 놀이 같다.
다. 그렇게 남겨진 환영과 허구는 또 다른 맥락에서 우리들의 보는 방법, 시선 에 대해 사유케 한다. 물리적 물체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과 상상에 의한 사물
작품 '무제'(2006)
Q6. 그 외 하고 싶은 말은?
인식간의 거리를 생각게 한다. 망막적 시각에서 벗어난 어떤 시각적 해방이
없다.
그의 숨겨진 의도 같다는 얘기다.…' 여기서 망막적 시각에서 벗어난 어떤 시 각적 해방이란, 망막적 시각의 고정관념을 탈피하여 시선의 착각을 유도해서 그로 인해 새삼 깨닫게 되는 사물의 존재이고, 나아가는 방향성을 제시하기에 우리들의 보는 방법과 시선에 대해 환영적인 효과를 준다고 하겠다.
작품 '무제'(2006)
Q2. 본인은 작품에서 왜 '환영적 미술'의 방법론을 사용하는가? 내 작업 중에서 두 족발이 서로 공간을 두고 마주보고 있는 <박수>라는 제목 의 작업을 예로 들어 설명하겠다. 이 작업은 전통적이고 관습적인 조각관과 재료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사람 손대신 돼지의 발로, 족발의 부드러 운 촉감대신, 색깔은 흡사하지만 딱딱하고 차가운 돌로 표현한 것이다. 두 족 발이 박수는 치지만, 소리 없이 울릴 것 같은 둔탁한 마찰음으로 나름대로 유 작품 '무제'(2005)
머와 반전을 모색한 것이다. 덧붙여 설명하자면, 나는 문화를 두 가지 요소로 대별된다고 생각하는데, 하 나는 사람의 욕구와 본능을 중시하는 인간주의 문화와 또 하나는 그런 것을 극소화하는 인격주의 문화가 그것이다. 이 두 요소의 조화비율이 문화의 척 작가인터뷰
도라 볼 때, 이성과 본능의 미묘한 조화에서 오는 착각현상을 족발이라는 매 개체를 통해 시각적으로 상징화한 것이 <박수>라는 작품이다. 즉, 인간적 본
작품 '무제'(2005)
능과 욕구를 '박수'라는 인간적 습관화되어진 행동으로 표현하여, 이성적인 인간의 인격주의를 조롱한다고 볼 수 있다.
93
작품 '파'연작(2001)
Q3. 본인의 작품에서는 환영적 효과를 위해 어떠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가?
Q5. 본인의 작업이 지닌 ' 환영적 효과' 의 측면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준 국내
또한 작품의 주제 혹은 소재가 되는 실제 대상(환영의 대상)은 어떠한 이유로
외 작가가 있는가?
선택하였는가?
직접적인 영향을 준 작가 보다는 다음의 단어와 나와의 관계에서 환영적 효과
난 지극히 간단한 방법에서 출발한다. 대리석이라는 재료 자체의 재질과 색
가 발아하고 자랐다고 볼 수 있겠다. '한국, 여행, 이태리, 작업, 대화, 책, 사
채를 바라보면서 그와 닮은 색채의 사물에 대리석을 포장하는 작업이라 하겠
건, 기억, 영화, 고통, 미래, 일기, 문화, 신문, 음식'
다. 그 사물의 형태와 색채는 같겠지만 영구보존이 가능한 대리석으로 그 사 물을 박제화한다고 하겠다. 재현된 사물은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거나 진부하
Q6. 그 외에 하고 싶은 말은?
게 여겨지는 것들로 돌로 옮겨진 후의 사물은 같은 색깔이지만, 자체의 물성 을 상실한 정말 이상한 그 무엇인 것 같다. 이렇게 자신의 삶과 함께 하는 사
작가는 작품을 하다보면 자기의 스타일이나 방법적인 것에 한 패턴을 고집하 작품 '누드김밥'(2000)
거나 본인도 모르게 한 방향으로 계속 무의식적으로 진행되어 가는 것 같다.
물이지만 하찮은, 하나만의 기능 밖에 없는 듯한, 존재감이 상실되기 쉬운, 의
어떤 때는 '내가 왜 이걸 만들지?'라고 자문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자기도 모
미 없는 사물이 '나도 세상에 남겨져 있다'는 항변을 하듯이 말이다.
르는 매너리즘에 빠진다고나 할까? 작품 수는 늘어나지만 알맹이 없는 무의 미한 시간만을 보내고 있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그것은 횟수만 늘어가는 개
작품 '생각쌓기'(1999)
Q4. 현대 미술에서 여전히 '환영적 미술' 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
인전과도 같다고 생각된다. 이런 전시 기회 계기로 다시 한번 내 작업에 대해
고 생각하는가? 최근 "극사실회화"를 표방하는 전시가 활발히 열리고 있는데
돌아볼 수 있게 되었고 하나의 매듭이 지어진 것 같아서 정신이 맑아지는 느
이는 환영적 미술의 존재감을 다시금 부각시키고 있는 시도인 것 같다. 이러
낌마저 든다. 어떤 주제에 묶여지는 기획전에 작품이라기보다 그 주제가 각
한 미술계의 동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작가의 작품에서 어떠한 맛있는 향기로 다가오는지 기대이상의 기대를 하며,
그 이전의 극사실주의나 광범위한 팝아트의 성향은 일상적인 현실을 지극히 생생하고 완벽하게 묘사하거나 주관을 적극 배격하고 어디까지나 중립적인
전시 기획을 진행하고 담당하는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린다. 작품 '피망'(2001)
입장에서 묘사되었다고 하겠으나, 이런 무의미한 객관화가 현시점에서는 사 물이나 실체의 극사실은 같으나 작가의 주관이나 보는 이의 감성의 반전을 유 그룹전 전시장면(2000)
도하기에 다시 한번 회귀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더불어 이것은 한 장르의 한정된 것이 아닌 입체, 설치, 사진이라는 여러 장르 에서 폭넓고 그러나 각 장르마다 밀도 있게 드리워져 있다고 본다. 그리고 하
작품 '무제'(2000)
나의 공통된 특징으로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시간과 노동력은 기존 의 현대 미술에서 쉽게 설치되어지고 잔영이 남지 않는 작업의 싫증을 느꼈던 작품 'button'전시장면
이들을 불러 모으는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 방법적인 기법과 재료의 선택 도 광범위하고 독특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작품 '휴식'(2000)
95
박장년
INTERVIEW
Q1. 본인의 작품을 '환영적 미술(사실적인 재현기법을 통해 환영적 효과를 주
마에 대한 의미가 남달랐을 것이다. 삼베는 재난 때에 입는 곳이며, 동시에 참
는 미술작품)'로 볼 수 있는가, 보아도 되는가?
회 때에 입는 옷이자 죽은 자의 옷이며, 산 자의 옷이다. 이 삶과 죽음의 동전
볼 수 있다.
같은 관계가 작가에게는 어떤 의미였을까."(『미술세계』2003년 1월호 정형탁 의 글에서 발췌.)
Q2. 본인은 작품에서 왜 '환영적 미술'의 방법론을 사용하는가?
1976년작인 <마포76-1>은 마포작업의 시작이 된 작품이다. 그때는 마포를 그
"근본, 혹은 본질이 있다고 한다면 박장년은 그 누구보다 그것에 가까이 다가
려나가면서 당시의 복잡했던 심경에 위안을 얻었다고 할까. 이러한 이유로
갔다고 말할 수 있다. 왜? 그는 마의 일루전을 마 위에 일체화하고 있기 때문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다 보니 묘사하는 것이 재미있어졌고, 그 전에는 개념미
이다. 그의 '그려진 마'는 '이미 있는 마'이면서도, '또 다른 마'를 시각적으로
작품 '마포76-1'(1976)
술, 즉 물감, 그림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천이란 무엇인가, 점이란 무엇
보여줌으로써 환영과 본질의 앞뒤관계를 통쾌하게 관통한다. 즉, 일루전(이
인가라는 생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내 모든 것을 내 던져서 파생된 나를 재
미지)과 실재(본질)의 벽을 교모하게 깨부수고 그 둘 사이를 넘나드는 것이
발견하는 작품을 찾다가 나온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다. 이러한 후기 회화적 추상 개념의 본질은 재현, 즉 일루전에 있다. 일루전이란 무엇인가? 플라톤의 동굴의 벽화처럼 그것은 어떤 이데아를 상정
Q4. 현대미술에서 여전히 '환영적 미술'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개념 아닌가. 그것은 재현이라는 호화 고유의 속성
생각하는가? 최근 "극사실회화"를 표방하는 전시가 활발히 열리고 있는데, 이
이지 않은가. 박장년은 이러한 고유한 회화의 속성을 그대로 살리면서 그러
는 '환영적 미술'의 존재감을 다시금 부각시키는 시도인 것 같다. 이러한 미술
한 속성을 동시에 소거시킨다. 그가 그리는 것은 마포의 윤곽인테, 그 윤곽이
작품 '마포00-5'(2000)
계의 동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형상화되는 지지체는 생마(生麻) 자체다. 마의 윤곽이 마 위에서 그려진다는
근래 미술은 고대 회화처럼 의식적인 그림(종교적, 정치적, 감각, 풍속)을 중
논리인데, 그가 노리는 이러한 상호교섭적인 은유야말로 의미의 진폭을 넓히
요시하던 때와는 달리, 사고력과 예술의 의식이 가미가 되어 주제 선택에서부
는 것이다. 화면에서 일루전과 지지체, 윤곽과 본체, 허상과 실체는 서로 간
터 다양하게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즉,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체 등을
일정정도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일체화 된다."
다양하게 접근하여 그린 화가들을 봐도 알 수 있는데 이런 변화는 사람들의
『미술세계』2003년 ( 1월호 정형탁의 글에서 발췌.)
인식 변화와 시대적인 변화에 있어서 생겨난 것 같다. 물질에 관심을 갖게 되 면서 묘사와 집중력에 대한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그에 따라 온 정신을 집중
Q3. 본인의 작품에서는 환영적 효과를 위해 어떠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가?
할 수 있는(묘사에 집중을 둔) 그림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작품의 주제 혹은 소재가 되는 실제 대상(환영의 대상)은 어떠한 이유로 선택하였는가?
Q5. 본인의 작업이 지닌 '환영적 효과'의 측면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준 국, 내
미니멀리즘이 유행하고 있는 시기에 김창열 선생님이 캔버스를 쓰시는 것을
외 작가가 있는가?
보았다. 그때 본인도 실험적인 일을 하기 위해 생마포를 사용하게 되었는데,
김창열 선생님이 작업하시는 캔버스를 보고 본인도 또한 그런 미니멀리즘적
이 생 마포는 내가 불효를 했다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기 위해, 천위에 생
인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되어 생마포를,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부모님에 대한 경각심을 갖기 위해 사용하게 되었다.
긴 주름 하나하나에 사연을 생각하면서, 즉 부모에 대한 마음을 마포를 통해 상징적으로 일깨운 것이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3년 전 미술세계 인터뷰에서 작가인터뷰
작품 '마포89-1'(1989)
도 밝힌 바 있다.
Q6. 그 외 하고 싶은 말은?
"불혹을 넘겨볼 나이라지만, 두 해 동안 네 분의 죽음을 묵도한다는 건 죽음에
없다.
대한 기억을 그의 뇌리에 각인시키고도 남음이 있다. 죽은 이에게는 수의를 입히는데, 그 중 제일은 안동 대마로 만든 삼베옷이란다. 작가는 이러한 수의 복을 2년 동안 네 차례 입히게 된다. 또한 자신 역시도 상복을 입었다. 당연히 97
오귀원
작품 '이 용기는 물이 들지 않습니다' (1998)
INTERVIEW
Q1. 본인의 작품을 '환영적 미술(사실적인 재현기법을 통해 환영적 효과를 주
Q4. 현대미술에서 여전히 '환영적 미술'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는 미술작품)'로 볼 수 있는가, 보아도 되는가?
생각하는가? 최근 "극사실회화"를 표방하는 전시가 활발히 열리고 있는데, 이
나의 작품 중 '보고 만들기'에 속하는 작품들은 결과적으로 보기에 환영적 작
는 '환영적 미술'의 존재감을 다시금 부각시키는 시도인 것 같다. 이러한 미술
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계의 동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대미술에서 환영적 효과는 목적보다 방법으로 선택되고 있다는 점에서 개
Q2. 본인은 작품에서 왜 '환영적 미술'의 방법론을 사용하는가?
념적이다. 그러나 환영적 미술은 환영적 효과를 위해서든, 개념적인 작업의
보고 만들기를 하는 중에 몇몇 작품은 환영적인 효과를 주는 작품이 되었던
방법으로서든 당분간 주된 경향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유는 추상적이고
것 같다.
작가 중심적인 성향의 미술이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여왔기 때문이다.
Q3. 본인의 작품에서는 환영적 효과를 위해 어떠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가? 작품 (1999)
작품 (2000)
Q5. 본인의 작업이 지닌 '환영적 효과'의 측면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준 국, 내
또한 작품의 주제 혹은 소재가 되는 실제 대상(환영의 대상)은 어떠한 이유로
외 작가가 있는가?
선택하였는가?
없다.
나는 주변에 있는 것을 재현하거나 매뉴얼을 보고 지시대로 만드는 작업을 한 다. 작품의 소재는 나의 삶과 연관된 물건들, 시, 아이가 그린 그림이나 만든 것, 내 작품 등이다. 이들은 내가 선택하였거나 우연한 기회에 나의 삶 속에 자리 잡게 된 것들이다. 선택한 것과 우연히 갖게 된 것을 동시에 선택하는 것 작품 (1999)
작품 '이런 시'(1995)
은 자발적인 선택이나 비자발적인 선택이나 모두 나의 시간과 공간을 스친다 는 점에서 등가 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래 전에 들던 구찌백 보고 만들기, 딸아이의 레고(lego) 보고 만들기, 선물 받은 지방시 브로치 보고 만들기, 공예품 매뉴얼 보고 만들기, 예전에 제작한 작품의 사진을 보고 사진 크기대로 다시 만들기, 딸아이의 그림 보고 만들기. 우리는 아무리 독창적인 작품을 한다고 해도 결국 커다란 범주 속에서 보면
작품 'No.29 손쉬운 블라우스'(1996)
비슷한 경향들이 역사 속에서 되풀이되는 것을 목격한다. 오귀원은 보고 만 들기 작업을 통해서 예술가의 독창성이라는 것도 결국 어떤 범주 안에서 구조 적으로 형성되는 하나의 성향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그러나 작품 (1998)
그녀는 개념적인 아이디어만으로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자신의 손을 거친 오랜 노동을 통하여 작업을 완성한다. 그녀에게 있어서 '보고 만들기'라 는 것은 단순한 복제가 아니라 시간과 노력을 들일만한 의미 있는 예술행위이
작품 '검은 얼굴과 분홍 얼굴'(1995)
며 예술가로서의 그녀의 개성을 실현할 수 있는 최소의 범주인 것이다."(2002 년 금산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전시설명글에서 발췌.)
99
INTERVIEW
윤병락
Q6. 그 외 하고 싶은 말은?
Q1. 본인의 작품을 '환영적 미술(사실적인 재현기법을 통해 환영적 효과를 주
"오귀원은 작업실에서의 노동과 생활, 예술과 비예술, 창조와 모사 사이의 경
는 미술작품)'로 볼 수 있는가, 보아도 되는가?
계선을 건드리면서 예술이란 범주가 과연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그녀는 오
나는 작품에서 환영적 효과가 극대화되어 보여지길 기대한다.
래 전에 사용했던 구찌백을 보고 따라 만든 후 구찌 마크 대신 '귀원'의 'G'자 작품 (1996)
작품 '학생용과 전문가용'(2002)
를 새기는가 하면, 공예품의 만들기 매뉴얼을 보고 그 지시를 따라서 만들고,
Q2. 본인은 작품에서 왜 '환영적 미술'의 방법론을 사용하는가?
예전에 만든 자신의 작품 사진을 보고 그것을 그대로 재현하기도 한다. 이와
'Shaped Canvas(캔버스의 모양에 변화를 준 변형캔버스)'에 그려진 내 작품
같은 작품들은 만들어진 결과물과 출처가 함께 전시되어 관람자들로 하여금
은 '작품' 그 자체가 오브제화 되어 있다. 여기에 화면 내부의 빛 방향과 전시
그 프로세스를 짐작하게 한다. 보고 만드는 과정은 '독창적'이어야만 하는 작
장의 조명을 일치시켜줌으로써, 화면 외부의 공간까지도 작품의 일부분으로
가들에게는 무의미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오귀원은 이러한 작업들을 통해
인식시키고자 했다. 이는 공간 속으로의 무한한 확장을 의도하여, 작품과 그
서 결국 삶이라는 것, 예술이라는 것 자체가 이미 다른 사람들이 살아갔던 어
주변 공간 즉, 가상의 공간과 실존의 공간이 서로 호흡하는 관계에 있음을 보
떤 사이클들의 반복적인 과정임을 이야기한다. 그녀에게 있어서 예술이란 구
여주고자 한 것이다.
찌의 G자가 귀원의 G자로 바뀌는 것이며, 매뉴얼에 나와 있는 글이 그녀의
11회 개인전 전시장면(2002)
작품 '가을향기1'(2004)
작품 '가을향기'(2004)
노동을 통해서 하나의 물건으로 완성되는 것만큼의 의미를 가진다.…(중
Q3. 본인의 작품에서는 환영적 효과를 위해 어떠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가?
략)…오귀원은 그 반복적인 '출처'와 작가의 노동을 통해 완성된 '결과' 사이의
또한 작품의 주제 혹은 소재가 되는 실제 대상(환영의 대상)은 어떠한 이유로
대수롭지 않은 '차이'에 대해서 결코 냉소하거나 평가절하하지 않는다. 오히
선택하였는가?
려 그 '차이', 똑같은 매뉴얼을 보고 만들어도 각자가 조금씩 다른 결과물을 만
변형캔버스에 사실적인 재현 기법으로 그려진 작품을 시점의 변화와 함께 설
들어내는 만큼의 그 하찮은 '차이'야말로 예술이며 예술가로서의 자신의 위치
작품 '가을향기'(2004)
치라는 전시형태로 보여줌으로써 3차원적 공간과의 조화를 추구한다. 농촌에
임을 긍정하고 있다. 거대한 사이클 안에서 개인이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서 유년시절을 보냈던 나에게 궤짝에 가득 담긴 과일들은 과거에 대한 향수이
이야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구조 속에서 개인
기도 하다. 붉은 사과, 풋 사과, 복숭아…. 탐스러운 과일들은 풍요의 상징이
이 형성하는 눈에 띄지도 않는 그 하찮은 차이가 바로 '개성'이며 우리 존재의
다. 열매가 품고 있는 씨앗은 생명의 원천이며 과육은 생존을 위한 에너지가
의미임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후략)…."
된다. 누구나 태양의 향기를 뿜어내는 열매를 보면 충만함을 느끼게 되듯이
(2002년 금산갤러리 개인전 전시기획자 이은주의 글에서 발췌.)
본인의 작품을 통해 삶의 풍요를 느끼길 바란다.
작품 (1993)
101
INTERVIEW
작품 '가을향기'(2004)
이광호
Q4. 현대미술에서 여전히 '환영적 미술'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Q1. 본인의 작품을 '환영적 미술(사실적인 재현기법을 통해 환영적 효과를
생각하는가? 최근 "극사실회화"를 표방하는 전시가 활발히 열리고 있는데, 이
주는 미술작품)'로 볼 수 있는가, 보아도 되는가?
는 '환영적 미술'의 존재감을 다시금 부각시키는 시도인 것 같다. 이러한 미술
'환영' 이라는 단어가 갖는 포괄성은 애매한 부분이 있다. 사실적인 재현기
계의 동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법을 사용하는 점은 맞지만, 그것이 illusion(착각이나 환상, 환영)에 그치지
환영적 미술과 감성적 코드가 연결되어 있는 대중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
않고 어떤 vision(상상력과 직감력, 삶에 대한 통찰력)을 제시했으면 한다.
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이러한 감상계층의 욕구가 존재하는 한 환영적 미술은 지속될 것이다. 추상미술에 대한 회의적 시각, 추상미술이 일반인의 공감을
Q2. 본인은 작품에서 왜 '환영적 미술'의 방법론을 사용하는가?
불러일으키지 못한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환영적 미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내가 경험한 것과 내가 본 것을 시각적으로 재현하고자 한다. 무엇을 바라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계층의 미적욕구를 충족시킬
본다는 것은 내가 대상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의 문제와 직결되어있다. 사
수 있도록 현대미술의 다양성은 각각 독립적으로 인정되어야하며, 평론가의
실적 표현은 그 이해를 드러내는 표현상의 방법일 뿐이다.
시각이나 시대적 유행에 따라 쟝르의 상하개념, 흑백개념이 생기는 것은 위험 작품 '여름향기-그날'(2004)
하다고 본다.
Q3. 본인의 작품에서는 환영적 효과를 위해 어떠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 가? 또한 작품의 주제 혹은 소재가 되는 실제 대상(환영의 대상)은 어떠한
작품 '보물창고찾기-정'(2004)
Q5. 본인의 작업이 지닌 '환영적 효과'의 측면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준 국, 내
이유로 선택하였는가?
외 작가가 있는가?
요즘의 작업은 사람들을 그리는 것이다. 모델은 내가 일방적으로 바라만 보
고영훈, 이석주 선생님의 작품은 환영적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충분한 매력을
는 그림의 대상을 넘어서서 나를 응시하고 있고 이러한 관계성(Inter-View)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을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나는 인물들을 만지듯이 촉감적인 상상력으 로 그린다. 인물들 각자의 피부, 머리의 색과 질감, 따스함, 향기 같은 것들
Q6. 그 외 하고 싶은 말은?
은 캔버스의 표면 위에서 유화의 다양한 농담변화와 붓질로서 표현된다.
없다. 작품 '보물창고찾기-부'(2001)
Q4. 현대미술에서 여전히 '환영적 미술'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 고 생각하는가? 최근 "극사실회화"를 표방하는 전시가 활발히 열리고 있는 작가인터뷰
데, 이는 '환영적 미술'의 존재감을 다시금 부각시키는 시도인 것 같다. 이 러한 미술계의 동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주 옛날부터 그림은 '환영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었고, 그런 면에서 '요즈 음 미술계의 동향'은 그다지 새로운지 모르겠다. 요즈음 '극사실 회화' 의 스타일이 부각 받는 것이 사실이라면, 위험한 요소도 있다고 본다. 대상 (사진)을 사실적으로 재현한다는 것 자체는 유화의 기술면에서 보자면 기 초적이고 쉬운 단계의 작업이다. 현시점에서 그러한 테크닉이나 스타일만 가지고서는 현대적인 예술성을 주장하기는 힘들다. 결국 내가 대상을 어 떻게 이해하느냐의 문제이다.
작품 '윤진섭'(2005)
103
INTERVIEW
이목을
Q5. 본인의 작업이 지닌 '환영적 효과'의 측면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준
Q1. 본인의 작품을 '환영적 미술(사실적인 재현기법을 통해 환영적 효과를 주
국, 내외 작가가 있는가?
는 미술작품)'로 볼 수 있는가, 보아도 되는가?
나는 유화 매체를 개발했던 15-17세기 플랑드르 화가들(Weiden,
그렇다.
Memling, Holbein, Vermeer 등등)의 그림에서 많은 영향과 영감을 받았 다. 전통적인 유화기법을 탐구하는데 많은 공부가 됐고, 그 그림들에서 느
작품 '#0004'(2002)
작품 '고요(靜)-여럿이'(2000)
Q2. 본인은 작품에서 왜 '환영적 미술'의 방법론을 사용하는가?
껴지듯이 대상을 바라보는 화가의 통찰력과 경건한 태도는 내 작업에 일정
물성이라는 모더니즘의 개념을 도입(개념+오브제)물성과 형상에 대한 자극
한 방향감각을 심어줬다.
을 교묘히 이끌어내며 나무 그 자체로 사유의 공간으로 만들어 동양적인(한 국적) 정취를 담아낸다. 허상이 실체화 되고 실체가 허상이 되는 반어적 의미
Q6. 그 외 하고 싶은 말은? 없다.
즉, 시각적이기 보다는 오히려 촉각적으로 몸에 와 닿는 느낌을 유도, 손으로 작품 '고요(靜)-추이'(2001)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유발시키는 단순한 허상의 세계와는 다른 또 다른 회화 적 의미를 부여한다. 궁극적으로 물질의 상호동화에서 그림을 그리는 자기 자신을 바라보게 되면서 개성과 인간에 대한 그리움을 물상 저 너머에 여운으 로 남겨 놓는 것이다.
작품 '태몽'(2003)
Q3. 본인의 작품에서는 환영적 효과를 위해 어떠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가? 또한 작품의 주제 혹은 소재가 되는 실제 대상(환영의 대상)은 어떠한 이유로 선택하였는가? 그림을 통해 궁극적으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화면인 나무와 그리는 부분과 의 상호관계이다. 나의 작품을 살펴보면 여백, 채움과 비움의 공존과 같은 교 집합적인 요소를 발견하게 된다. 캔버스가 되는 나무판을 '너'라고 생각하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나'라고 할 때, 나와 너를 조율한 결과물이 그림이 아닐 까. 사람사이에서도 음양의 교감이 이루어 졌을 때 하나의 고귀한 생명체를 만들어내듯 그림도 좋은 그림은 음양의 조화가 이루는 것이다.
작품 'To the memory of Y. S Chang' (2006)
소재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히 하자면, 나는 서구 미술사조의 일편추종이나 그 작가들의 모방이나 과거의 복제가 아닌 자기만의 숨결을 통하여 달라진 현실 상황에서 오랜 옛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보아왔거나 익숙해져 있는 우리 작품 '고요-자린고비'(2001)
의 미감에 호소할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한다. 전통 속에 박제된 시간을 궁극적 으로 현재와의 대화를 통해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재해석하여, 가장 한국적 인 정서에 접근한 아울러 가장 보편적으로 우리의 심성에 다가갈 수 있는 회 화의 맛을 찾아내는 것이다.
작품 '고요(靜)-갈치'(2000)
나는 이러한 의식 속에서 일반적인 인식을 극복할 수 있는 미감 및 미의식에 의한 새로운 공간해석을 지향하고자 옛 장인의 숨결과 우리네 조상들의 손때 묻은 나무라는 재료로써, 그 속에 순수하고 본원적인 우리들의 과거의 모습부 105
INTERVIEW
작품 '맛'(2003)
이종구
터 미래의 모습까지 비쳐지는 독특한 우리 미감과 그에 어우러진 회고적인 분
Q1. 본인의 작품을 '환영적 미술(사실적인 재현기법을 통해 환영적 효과를 주
위기를 자아내는 소재를 차용하여 산만하지 않고 간결하면서 명쾌한 구도, 단
는 미술작품)'로 볼 수 있는가, 보아도 되는가?
아함과 고결함과 청정감이 담긴 함축된 이미지, 절제되고 금욕적이 명상적 분
내 작업이 환영적 미술로 분류되고 이해될 수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당대의
위기가 젖어있는 공간, 즉 명료한 객관성을 실현하는 나만의 독특한 조형성을
현실과 세상의 문제를 그리기위한 전략의 하나로 사실적인 묘사와 재현기법
꿈꾸었다. 앞으로 나의 작업이 소재나 재료, 조형학적 등에 있어서 어떻게 변
을 사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주제와 내용의 효과적인 표현과 전달을 위해 극
해갈지 모르겠으나 내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나만의 느낌, 있는 그대로의 내
사실적인 묘사와 환영적 기법을 사용하고 있을 따름이다.
마음 모양을 그려내고 싶은 것이다. 긴 여운이 담긴…. Q2. 본인은 작품에서 왜 '환영적 미술'의 방법론을 사용하는가? Q4. 현대미술에서 여전히 '환영적 미술'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최근 "극사실회화"를 표방하는 전시가 활발히 열리고 있는데, 이 작품 '도덕'(1999)
그동안 내가 그려온 주제인 농촌과 농민의 삶이 궁극적으로 노동을 통해 가능 작품 'UR-권씨'(1991)
한 것처럼 그들의 삶을 그리는 내 작업도 농부들이 일하는 것처럼 치열한 노
는 '환영적 미술'의 존재감을 다시금 부각시키는 시도인 것 같다. 이러한 미술
동의 과정을 통해 완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성실한 사실
계의 동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적 재현의 기법은 메시지 전달을 위한 방법으로 매우 효과적이다.
오늘날 현대 미술이 지나치게 함축된 관념적 미술의 공허를 느끼게 한다면, 환영적 미술은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표상적인 미술이다. 관객들에게 일차원
Q3. 본인의 작품에서는 환영적 효과를 위해 어떠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가?
적 시지각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기에 환영적 미술은 시대와 장르를 떠나 늘
또한 작품의 주제 혹은 소재가 되는 실제 대상(환영의 대상)은 어떠한 이유로
공존할 것이다.
선택하였는가? 실존 인물인 농부들과 땅, 노동의 도구와 삶의 풍경 등 농경문화의 민족적 현 실을 그림의 중심으로 삼아왔다. 초기(80년대)에는 쌀부대에 직접 농민의 초
Q5. 본인의 작업이 지닌 '환영적 효과'의 측면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준 국, 내 작품 '아리랑'(1999)
외 작가가 있는가?
작품 '국토-오지리 산13번지'(2005)
상을 사실적 기법으로 그렸고, 밥상이나 소반을 이용하게도 했으며 점차 서사 적 내용을 담기 위해서 한지(장지)와 캔버스를 사용하면서 주제가 되는 대상
없다.
을 사실적(때로는 환영적·극사실적)으로 묘사했다. Q6. 그 외 하고 싶은 말은? 없다.
작품 '고요(靜)-여럿이'(2000)
작품 '고요(靜)-부부'(2001)
작품 '다시 오지리에서-문씨'(2004)
107
INTERVIEW
작품 '대지-봄 여름 가을 겨울'연작 (1997-98)
이지송
Q4. 현대미술에서 여전히 '환영적 미술'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Q1. 본인의 작품을 '환영적 미술(사실적인 재현기법을 통해 환영적 효과를 주
생각하는가? 최근 "극사실회화"를 표방하는 전시가 활발히 열리고 있는데, 이
는 미술작품)'로 볼 수 있는가, 보아도 되는가?
는 '환영적 미술'의 존재감을 다시금 부각시키는 시도인 것 같다. 이러한 미술
작품의 결과로 보았을 때 여기서 말하는 '환영적 미술'로 볼 수 있다. 또한 사
계의 동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실적인 재현 기법에 국한 되지 않더라도 보다 확장된 의미에서 '환영적인 작
최근 환영적 미술의 지속과 그것이 부각되는 현실은 회화에서 가장 일차적이
작품 'mousse cake'(2005)
품(?)'을 늘 하고 싶어 했다.
고 기본적인 기법이자 표현에 불과하지만, 한편 현대미술의 모호한 추상회화 나 유행에 민감한 매체미술과 개념미술에 식상한 반작용의 측면이 있다고 본
Q2. 본인은 작품에서 왜 '환영적 미술'의 방법론을 사용하는가?
다. 즉 오늘날 현대미술이 주로 머리로 만들고 생각하고 읽어야 하는 주지적
나의 작업은 일상적인 장면의 연출로 이루어진다. 화면 연출에 있어서 정적
인 미술인 것에 비해, 환영주의 미술은 여전히 쉽게 이해가 될 뿐 아니라 세련 된 기술에 대한 호기심, 철저히 손으로 그리는 조형적 태도에 대한 신뢰와 향
이 흐르는 공간 안에서의 인물은 언제나 무표정하고, 자신의 입장에 있어서 작품 'hesitate'(2005)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인간은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욕망과
수에 의해 다시금 각광을 받는 것 같다. 그러나 환영주의 미술이 복잡하고 변
슬픔, 소외 등의 정서를 내밀한 조율을 통해 드러내기 때문이다. 나의 심리 묘
화하는 시대의 다양한 정신과 삶을 담아내는 미술의 본질적인 역할을 하는 데
사의 방법은 드라마적이거나 극적인 전환과는 거리가 있다. 가열된 장면으로
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으며, 또 하나의 형식주의, 기법·기술주의, 소재주의,
서 심리상태를 보다 강하게 드러낼 수도 있지만, 내밀한 서술성의 조율을 통
나아가 상업주의의 유혹과 함정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해 현실 속 인간관계의 불완전성을 미묘한 지층까지 건드릴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작품 '오지리 장씨'(1990)
Q5. 본인의 작업이 지닌 '환영적 효과'의 측면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준 국, 내 외 작가가 있는가? 없다.
Q3. 본인의 작품에서는 환영적 효과를 위해 어떠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가? 작품 'tedious play'(2005)
또한 작품의 주제 혹은 소재가 되는 실제 대상(환영의 대상)은 어떠한 이유로 선택하였는가?
Q6. 그 외 하고 싶은 말은?
어떠한 효과를 위해 작업방식을 택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저 나에게 익숙
없다.
하고 나에게 맞는 기법을 사용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들도 표정이 있는 정물로 보고 있다. 그림 속 상황은 일정하고 특정한 시간과 장소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함께 인물의 표정과 감정에 맞물려 인물
작품 '오지리에서'(1988)
이 속한 상황을 암시적으로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인물의 표정과 시선은 연출을 통해 특정한 심리적 사실을 강조하여 나타나는 데, 연출의 정도와 폭은 현실에서 발을 떼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가능하도록 한 다. 겉으로 보이는 사실들을 실제 그대로 담지는 않되, 재구성된 사실들을 환 상으로 보여줄 의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인물들은 구체적인 초상의 인물 이라기보다 관념적으로 나 자신의 내면심리를 감정이입한 서술상의 대체물 이라 할 수 있다. 연출된 서술성의 촉매는 물론 현실에 기반하고 있다. 현실에 근거한 대상들
작품 '유언'(1995)
의 심리적 반응을 드러내어서, 관객이 화면 속 인물의 심리적 반응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왜 그럴까?'에 대한 의문으로 안내 받기를 원한다. 관객들에 109
INTERVIEW
작품 'weeping in the shadow'(2005)
작품 'choice'(2003)
정명국
게, 그 의문에서 시작하여 문제의식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나의
Q1. 본인의 작품을 '환영적 미술(사실적인 재현기법을 통해 환영적 효과를
작품에서는 등장인물이 반드시 주인공이 아니다. 단지 '공간 안의 적막한 흐
주는 미술작품)'로 볼 수 있는가, 보아도 되는가?
름'을 그린다.
사실적인 재현기법을 이용한 미술이라고 할 수 있다.
Q4. 현대미술에서 여전히 '환영적 미술'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Q2. 본인은 작품에서 왜 '환영적 미술'의 방법론을 사용하는가?
생각하는가? 최근 "극사실회화"를 표방하는 전시가 활발히 열리고 있는데, 이
사실적인 재현의 방법을 사용하는 주된 이유는 사물의 표현에 있어서 나의
는 '환영적 미술'의 존재감을 다시금 부각시키는 시도인 것 같다. 이러한 미술
주관적 시각보다는 실재하는 물체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다. 나는
계의 동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프로타주 기법을 통해 사물의 원래 형태를 직접 보여줌으로써, 보는 이로 하
언제나 '그림(미술)은 역시 그림다워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여기서
여금 작품으로 표현된 사물의 내용과 평상시 생각하고 있던 사물에 대한 내
말하는 '사실적인 회화' 뿐만 아니더라도 전통적인(?) 매체를 원하는 것은 미
용을 서로 비교할 수 있도록 한다. 관객은 사물의 내용을 제3의 입장에서 새
술사에 있어서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환영적 미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롭게 바라보게 되는데, 여기서 나는 작품에 표현된 사물이 단순히 전시장(진
여러 움직임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트랜드'화되는 현 실정
열장)에서 보여 지는 대상물이 아니라, 특정 인물 '누구의 물건, 누구의 소유
은 그동안 고루하다고 여겨져 눈치를 보던 여러 젊은 작가들에게 용기를 주는
물, 누구의 흔적'으로 이루어진 대상으로 보여 지길 바란다.
분위기가 될 수도 있지만, 상업적인 생산에 치우치게 될 수 있는 부작용도 무 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Q3. 본인의 작품에서는 환영적 효과를 위해 어떠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 가? 또한 작품의 주제 혹은 소재가 되는 실제 대상(환영의 대상)은 어떠한
작품 'a delicate situation'(2003)
Q5. 본인의 작업이 지닌 '환영적 효과'의 측면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준 국, 내
이유로 선택하였는가?
외 작가가 있는가?
나의 기법은 눈에 보이는 실제 하는 물체를 그리는 행위가 아닌 복사하듯이
물론 간접적인 영향들은 많이 받아왔겠지만, 직접적인 영향을 준 작가는 생각
재현하는 기법이다. 재현하는 방법으로 프로타주와 탁본, 사진술의 기법이
나지 않는다.
있는데 이중 프로타주 기법을 사용한다. 프로타주 기법으로 표현되는 주된 대상은 자동차가 제일 많다. 초기에는 대상물을 나무판에 이미지를 스케치
Q6. 그 외 하고 싶은 말은?
하여 목판화와 같이 깎아내고 파내어 그 형태를 프로타주 하기도 하였으나,
없다.
이런 경우 대상물은 누구의 차나 소유물이 아닌 나의 시각으로 표현되어진 대상물로 바뀌기 때문에, 조형성외에 직접적으로 대상물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현재는 대상물 자체에 직접적 으로 얇은 종이를 부착하여 표면의 흔적 하나하나와 전체적인 형체를 재현 하고 있다. 작품의 소재로 자동차를 선택한 이유는, 자동차는 길거리, 집 등 어디에나 존재를 하고 있고, 우리 사람들과 가장 가까운 존재이며 가장 많이 이용(사 용)하는 물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자동차를 '인간과 같구나!'라는 시 각으로 바라보면서, 사람과 차를 동일시하는 시각을 토대로 이를 미술적인 작가인터뷰
시각으로 표현한 작품을 하고 있다. 차가 인간과 같은 존재라면, 똑같은 모 습을 하고 있어도 사람의 머릿속 기억이 다르고 사고가 다르듯이 자동차에 111
축적되고 담겨진 내용(의미)들도 똑같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각기 다른
Q6. 그 외 하고 싶은 말은?
차에 담긴 흔적의 의미와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의미의 흔적에 손을 대
프로타주 기법은 눈에 보이는 사물을 사실과 똑같이 옮기는 재현의 방법이
기 시작한 것이다.
다. 프로타주 기법을 선택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의미가 부여된 흔적 이었다. 존재 자체에 의미가 있을 수도 있지만 시간의 흐름에서 싸이고 첨가
Q4. 현대미술에서 여전히 '환영적 미술'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
된 흔적은 의미가 없는 대상물에서 의미가 있는 사물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고 생각하는가? 최근 "극사실회화"를 표방하는 전시가 활발히 열리고 있는
고 생각한다. 자동차라고 하는 기계적인 대상물부터 자연에 존재하는 나무
데, 이는 '환영적 미술'의 존재감을 다시금 부각시키는 시도인 것 같다. 이러
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건축물에 부여된 흔적들까지도 말이다.
한 미술계의 동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작업의 내용에서 나는 작은 범위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한 사람이 자기만
사물을 똑같이 재현한다고 하는 것은 과거에는 형태적 아름다움이나 교훈 작업에 사용되는 도구들
이나 상징성을 직접적으로 전달하기 위함이었다면 현재는 대상물을 사실
의 물건을 통하여 그 속에 담겨진 작은 이야기, 개인의 역사를 이야기하여 작품 'Trace'(2001)
보다 더 사실적으로 재현하여 이미지 뒤에 존재하는 의미를 봐달라는 간접
과거에서부터 현재의 그 사람을 말(언어)이 아닌 시각(이미지)으로 이야기 하려고 한다.
적 시각의 연출인 것 같다. 앞선 작가들이 모든 재료와 기법을 다 사용하여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현실에서, 환영적 미술은 그에 대한 대안적 방법 이면서 눈에 쏙 들어오는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과거에 있었고 현재에도
작품 'Trace'(2001)
존재하는 것 같다. 환영적 미술은 평면에서 입체까지 다양하게 확장되리라 생각한다. Q5. 본인의 작업이 지닌 '환영적 효과'의 측면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준 국, 내외 작가가 있는가? 나의 경우와 같이, 남들이 하지 않는 방법을 기법으로 사용할 때는 같은 방 실내 작업 모습
법으로 작품을 하는 사람이 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가끔 있다. 작
작품 'Trace'(2001)
업에서 한계를 넘어야 하는데, 개인 혼자는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다. 프 로타주 기법으로 작업하는 국내 작가는 찾지 못했다. 프로타주 기법이 지닌 배경 칠하기와 실외 작업 모습
표현의 한계성 때문에 작가들이 한 번 해보는 것 외에는 시도를 하지 않는 것 같다. 프로타주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을 아는 선생님의 소개로 일본작가의 도록을
작품 'Trace'(2000)
받은 적이 있다. 프로타주 작업으로 작품을 하는데도, 그 크기가 상상을 초 월하는 작품이었다. 대지예술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큰 규모로 특정 장소나 의미 있는 지역을 프로타주 하는 작업을 통해 역사성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작가 분을 직접볼 일이 있었는데, 외모는 그런 작업을 할 것 같지도 않았
작품 'Trace'(2001)
고 일본작가가 그런 작업을 하는데 더 놀라웠다. '프로타주가 이렇게 거대한 작업이 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자극을 받은 일이 있다.
113
한수정
INTERVIEW
Q1. 본인의 작품을 '환영적 미술(사실적인 재현기법을 통해 환영적 효과를 주
Q3. 본인의 작품에서는 환영적 효과를 위해 어떠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가?
는 미술작품)'로 볼 수 있는가, 보아도 되는가?
또한 작품의 주제 혹은 소재가 되는 실제 대상(환영의 대상)은 어떠한 이유로
처음 작업을 시작할 땐 '환영적 미술'로 보여 질 걸 기대하거나, 그런 효과를
선택하였는가?
생각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이 작업을 시작했던 당시 미술계는 비디오, 설
환영적 효과를 주기위해 사물의 특징이 될 만한 부분의 그림자와 사람들(관
치, 센서 등을 이용한 작업들이 주를 이뤘고, 어느 날 친구들과 눈에 안 보이
작품 '그림자로보기'(1996)
객)의 경험을 이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재 선택을 벽에 붙어 있을 만한 대상
는(띄는) 작업들로 전시를 해보자고 해서 시작된 작업이었다. 막상 작업을 시
을 찾다보니 문이나 창문, 환풍기 등이 적합했다. 옷걸이나 전봇대, 차고 속에
작하면서는 하는 재미도 있지만, 관객들의 반응이 훨씬 흥미로웠다. 내 작업
있는 차 등 입체적인 대상도 해보았지만, 그땐 벽에 어떤 드로잉을 한 것 같은
을 본다기보다 실제 문이 있는 줄 알거나 전시장이 비어있는 줄 알거나…. 시
느낌이었지 뭔가 실제로 있는 듯 한 느낌은 아니었다.
작은 그렇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착시를 이용하는 작업이 됐다. Q4. 현대미술에서 여전히 '환영적 미술'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Q2. 본인은 작품에서 왜 '환영적 미술'의 방법론을 사용하는가?
작가인터뷰
작품 '그림자로보기'(2003)
생각하는가? 최근 "극사실회화"를 표방하는 전시가 활발히 열리고 있는데, 이
사람들이 어떤 사물을 파악하는 데에는 그 대상 전체의 정보가 필요한건 아니
는 '환영적 미술'의 존재감을 다시금 부각시키는 시도인 것 같다. 이러한 미술
다. 그 대상을 특징지을 수 있는 어떤 한 부분, 또는 약간의 힌트만 준다면 나
계의 동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머지는 보여주지 않더라도 알아낸다(본다)는 걸 알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극사실회화'의 전시가 활발히 열리고 있는 이유는 미술시 장에서 특히 중국 시장에서 판매가 잘 되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그림자로 보기'는 실제 문이나 창문을 설치하지 않아도, 심지어는 실제 그림 자처럼 반투명하게 표현하지 않고 불투명한 검은 색 띠로만 표현해도, 사람들
작품 '그림자로보기'(1996)
이 그동안 경험했던 정보를 가지고 문이나 창문을 본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작품 'LINE'(2005)
그렇기 때문에 굳이 그림자처럼 보이게 하지 않아도 됐고, 오히려 그냥 검은
Q5. 본인의 작업이 지닌 '환영적 효과'의 측면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준 국, 내
색 띠로 그림자를 표현하는 것이 더 방법적으로 적합하다고 생각되었다.
외 작가가 있는가?
이렇듯 우리가 무엇을 볼 때는 보여 지는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상상
'그림자로 보기'란 작업을 하게 됐을 때 어떤 영향을 준 작가는 없지만 환영적 효과라는 측면에서 내가 흥미롭게 본 작가는 에셔(M.C.Escher)의 작품들이
이 더해져서 보는 것이다. 이점을 확실히 알 수 있게 해준 것이 '그림자로 보 기'였다. 그림자처럼 생긴 것을 보면서 그려지지도 않은 입체의 문과 창을 보
작품 '그림자로보기'(1995)
다. 평면이기에 환영적 효과가 가능한 작업들.
는 것. Q6. 그 외 하고 싶은 말은? 없다.
작품 'LINE'(2003) 작품 '그림자로보기'(1996)
작품 'LINE'(1998)
작품 '그림자로보기'(1996)
115
허유진
INTERVIEW
Q1. 본인의 작품을 '환영적 미술(사실적인 재현기법을 통해 환영적 효과를
Q5. 본인의 작업이 지닌 '환영적 효과'의 측면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준 국,
주는 미술작품)'로 볼 수 있는가, 보아도 되는가?
내외 작가가 있는가?
보아도 된다.
내가 환영적 기법을 통해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외부의 영향을 받아서가 아
작품 'Bottle 10'(2004)
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내 회화에 사실적으로 옮기는 것을 좋아하는 성 Q2. 본인은 작품에서 왜 '환영적 미술'의 방법론을 사용하는가? 내가 환영적 기법을 통해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있는 그대로의 재현이나 제
작품 'Bottle 2'(2002)
향에서 시작된 것이다. 작품 'Bottle 5'(2003)
시된 대상들의 표정과 배치를 연출하여 그것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Q6. 그 외 하고 싶은 말은?
이 사실적 재현은 형상을 지시하는 대상과 나와의 관계이고 대중들과의 공
없다.
유할 수 있는 회화적 기호가 된다. Q3. 본인의 작품에서는 환영적 효과를 위해 어떠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 가? 또한 작품의 주제 혹은 소재가 되는 실제 대상(환영의 대상)은 어떠한 이유로 선택하였는가?
작품 'Bottle 9'(2004)
내가 그리고 있는 회화의 소재는 '병' 인데 미끈한 병에 비춰지는 외부적인 현상을 표현하기 위해 오일을 문지르듯이 그라데이션의 효과를 내고 있다.
작품 'Bottle 8'(2004)
이 '병' 이란 소재는 내 자아를 투사하고 있는 매개체로서, 사회 속에서 나란 존재를 내 회화 안에서 묵시적으로 사회성과 역사성을 표현하게 된다. Q4. 현대미술에서 여전히 '환영적 미술'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 고 생각하는가? 최근 "극사실회화"를 표방하는 전시가 활발히 열리고 있는 데, 이는 '환영적 미술'의 존재감을 다시금 부각시키는 시도인 것 같다. 이러 한 미술계의 동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작품 'Mind on bottle'(2006)
미술에서 사실적인 재현은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대중들의 시각적인 관심 을 끌기에 충분했고, 미술에 있어서 가장 솔직한 언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입장에서 사실적 재현은 주관적인 표상 활동과 내면의 정서까지 표현하게 되는 비가시적인 부분도 있지만, 대중에게는 사실적 표현 기법이 직접적인 소통을 일으켜 항상 이목을 집중했던 것 같다. 다만 이런 활발한 전시 속에 서도 대중이 알고 있는 대상의 사실적 표현을 관람하는 측면 뿐 아니라, 작 가 담고자 했던 내용적인 측면까지 더욱 가깝게 인식하게 하고자 노력하여 야 할 것이다. 작품 'Bottle 6'(2003)
117
ARTIST INTERVIEW
PARTⅢ
가시적인 것의 지독한 환상 김 진 석 (인하대학교 철학과 교수)
"리얼리스트 구상 회화"에 대하여 : '구상'이라 해도 '재현'이 아닐 수 있다. 전 영 백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자연을 속이는 예술 노 성 두 (서강대학교 강사)
가시적인 것의 지독한 환상 김 진 석 (인하대학교 철학과 교수)
가시적인 것의 지독한 환상 김 진 석 (인하대학교 철학과 교수) 솔거가 그린 소나무 그림에 새 한 마리 앉았다고
르러서야 인간은 그 유사와 재현의 신화를 극복한
다.
이 굳이 세계의 재현이라는 관념론적 전제에 따르
한다. 아니 앉으려다가 미끄러졌다고 한다. 그럴
듯이 보인다. 나무 무양은 거의 또는 완전히 사라
추상화가 구상화를 완전히 극복하거나 구상화를
는 것일까? 유사 및 재현의 신화가 20세기에 들어
정도로 나무 그림은 정말 나무를 빼닮았다고 한
진 듯이 보였다. 또는 기껏해야 아이들처럼 '유치
이겼다거나 완성했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가 거기
와 크게 깨어진 것도 사실일 터이나, 실제로 정말
다. 그럴 정도로 나무 그림은 유사와 재현의 원칙
하게' 선을 삐쭉삐쭉 그려놓은 모양, 생선뼈를 뒤
있을 것이다. 만일 어떤 추상화가가, 나무의 구상
그때까지 전혀 깨어지지 않고 있었던 순수한 어떤
을 완성하고 있었다고 한다. 정말 그런 것일까? 그
집어놓은 모양이 다였다. 이제 새는 비로소 유사
과 구체성이 유사와 재현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원칙이 갑자기 깨진 것이었을까? 그 깨어짐은 오
렇다면 새가 유사 및 재현의 신화에 깊이 빠져 있
와 재현의 나무에 걸터앉으려 하지 않는 듯 하였
그것을 이기거나 극복하려고 또는 심지어 완성하
히려 현대 미술이나 비평이 연출해낸 사건이 아닐
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정말 그랬던 것일까? 새
고 거기서 떨어지지도 않는 듯하였다. 인간 사유
려고 죽을 때까지 나무의 추상에 매달렸다면, 그
까? 따지고 보면 크게 깨어질 것이 없는 것이 아닐
는 나무 그림이 정말 나무인 줄 착각하고 거기에
도 그런 듯하였다.
것이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일일 것이다. 그가 그렇
까? 정말 유사와 재현의 원칙은 아무런 금도 없이,
착지하려 했던 것일까? 유사 및 재현의 원칙은, 그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 나무
게 추상의 강박에 시달린다는 것은 그가 구상의
아무런 틈도 없이 존재한 엄격한 명령이고 원칙이
것이 충족되면 될수록, 거꾸로 함정으로 돌변하는
그림을 실제 나무라고 착각하고 미끄러졌다던 새
강박에서 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할 터이
었을까? 또 추상화 이전의 회화가 구상화였다고
데 새가 거기에 걸려든 것일까?
는 하늘에서 잘 날아 다니고 있지만, 인간 사유는
니까. 역설은 정작 그의 뒤통수를 치는데 그 자신
해서 모두 유사와 재현에 근거한 것이었을까? 엄
그러나 새는 애초에 유사나 재현의 함정에 걸려들
여전히 유사와 재현의 나무에 걸터앉아 있다고 스
만 그것을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격하게 말하면, 추상화는 20세기 초에 일어난 추
지 않았다면? 아마도 인간만이, 인간의 사유만이
스로 착각하거나 또는 자꾸 미끄러진다고 안달하
그렇다면 추상화는 구상과의 싸움에서 실패했다
상화를 통해 비로소 존재하기 시작한 것도 아니
유사나 재현의 신화에 갇혀 있었던 것이라면. 실
는 듯하다. 인간 사유는 추상화로 그려진 나무에
고 말해야 옳은 것일까. 사태를 그렇게 몰고 갈 필
다. 흔히 '원시 미술'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많은 부
제로 화가들은 이 점을 확인해준다. 그렇다면 우
도, 또는 추상화 속에서 겨우 표시된 나무에도 걸
요도 없다. 우리는 여기서 미술사를 떠받치고 있
분 나름대로 추상화의 기법을 실행하고 있었다.
리 인간이야말로 저 소나무 그림 이야기에 앉으려
터앉으려고 하는 듯하고, 혹은 거꾸로 거기에서
는 중요한 기둥 하나를 움켜잡고 있다. 잘하면 뒤
그러면서 구상화이기도 하였다. 피카소 미술관이
는 우스운 동물이 아니었을까. 아예 처음부터 새
미끄러질 염려가 있다고 전전긍긍하거나 노심초
흔들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 초 서양 현대미술에
나 다른 현대 미술관에 아프리카의 미술품이나 다
는 그 나무를 실제 나무의 재현이라고 여기지 않
사하는 듯하기에. 아무리 나무 모양을 지우고 지
서 시작된 추상화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아마도
른 '원시적'인 지역의 미술품이 전시되어 있어도
았는데, 인간의 사유가 비로소 그 이야기를 지어
워도, 실제 나무를 재현한다는 나무 모양을 지우
유사나 재현의 신화를 극복하는데 놓여있는 것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은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
낸 후에 바로 그 이야기에 걸터앉으려 했던 것은
고 지워도, 추상 화가는 나무와 닮은 나무를 모조
아닐지 모른다. 아무리 미술사에서 그렇게 서술되
다. 20세기 추상화 이전의 구상화가 순진하게 유
아닌가. 그래서 지금까지 제대로 잘 걸터앉아 있
리 추방하고 배제하지는 못했다. 화폭 밖으로 시
더라도, 어쩌면 그것은 하나의 편견이거나 신화였
사와 재현의 믿음에 봉사했다고 믿는 것이야 말로
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가. 또는, 거꾸로, 자꾸
선을 조금만 돌리기만 하면 세상에는 여전히 나무
는지 모른다. 정말 나무를 빼닮은 나무 그림에서
20세기 미술이나 비평의 독단이나 자만심이 아니
미끄러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양들이 천연덕스럽게 또는 시침 뚝 떼고 있었
새가 미끄러졌다는 이야기를 지어내면서, 거기에
었을까? 더 나아가 철학적 미학의 편견이 아니었
인간 사유는 유사와 재현의 신화를 만들어내고는
다. 놀라운 일이었다. 아마도 그래서 추상 화가는
걸터앉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나 너무 잘 그리
을까? 20세기 미술이 유사 및 재현의 원칙을 화형
새를 미끄러지게 했지만, 우습게도 실제로 미끄러
오히려 유사의 원칙이라는 것이 말할 수 없이 끈
면 새처럼 미끄러진다고 지레 겁을 먹고 있었던
시켰다면 그 사건은 아마도 인형이나 허수아비 불
진 것은 인간인 듯하다. 또는 거꾸로, 새가 걸터앉
질기고 지독한 것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사실주
인간 사유가 일종의 신화 역할을 했듯이.
태우기 같은 일이 아니었을까? 유사와 재현의 원
으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걸터앉으
의'에의 강박이 그처럼 심하다고 생각했을 것이
물론 추상화가 유사 및 재현의 전제를 어느 정도
칙이 미술사(전체로서의 그거시든 또는 몇 세기
려고 기를 쓰는 것은 인간이었을 것이다. 완전하
다. 다르게 말하면, 추상화가 극단화할수록 추상
흔들어 놓고 부순 것은 사실이다. 그것조차 부정
동안이든)를 철두철미 지배했다고 믿었던 이유는
면 할수록 함정으로 돌변하는 유사 및 재현의 원
화가에게는 유사와 재현의 연대는 더욱 수상스럽
될 필요는 전혀 없다. 그러나 여기서도 조심해야
어디에 있을까? 유사의 원칙을 너무도 관념화시키
칙은 인간의 사유가 만들어놓은, 그리고는 모른
고도 질긴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 연대가 그렇
한다. 구상으로 그린다는 것이 꼭 유사와 재현의
고 총체화시킨 데에 커다란 원인이 있는 것은 아
체하면서 일부러 걸려드는 그물이었을 것이다.
게 질기기에 바로 추상화가 그것을 깨고 부숴야
전제에 의존하거나 거기에 종속되어 있다는 말일
닐까?
그로부터 천 몇 백 년 후, 20세기 초 추상화에 이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가진 것처럼 보였을 것이
까? 사물을 드러나게 하고 사물을 가시화하는 일 127
이 점에서 우리는 서양미술사를 지배하고 있는 중
적인 것을 창조하는지의 문제는 그다지 중요한 것
이다. 하지만 중얼거림, 이것은 어떤 것인가? 그것
았다는 것이 꼭 재현과 뗄 수 없이 연결되어 있는
요한 명제를 수정하고자 한다. 그런데 푸코의 작
이 아니다. 본질적인 것은 유사와 단언을 떼어놓
이 그렇게 분명하고 확실한 것인가? 그 중얼거림
것일까? 우리는 이 등가성, 추상 미술이 회의하고
2)
업도 그 명제에 기대고 있는 듯하다. 푸코는 말하
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이 두 원
은 오히려 재현의 단언에 못 미치는, 또는 재현의
극복했다는 이 등가성에 의심을 가진다. 닮았다는
기를, "두 개의 원칙이 15세기 이후부터 20세기에
칙에서 푸코는 유사와 재현 사이에 뗄 수 없는 유
단언을 슬그머니 비껴 지나가는 어떤 상태가 아닐
것은 사실 매우 복잡한 사태와 연관되어 있기 때
이르기까지 서양 그림을 지배해왔다. 첫 번째 원
대를 너무도 강하게 설정하여, 그 둘은 거의 일치
까? "거의 언제나 말이 없는 언표"가 정말 재현의
문이다. 물론 추상화 이전의 그림들은 무엇과 닮
칙은 조형적 재현(유사를 함축한다)과 언어적 지
할 정도이다. 유사와 재현은 그처럼 분리될 수 없
단언을 주장하고 완성할 수 있을까? 푸코는 자신
았다. 하지만 그 모습이 다른 무엇과 유사하다고
1)
는 것일까? 유사란 무엇인지 우리는 알고 있는 것
도 모르는 새 재현의 단언이 깨어져 있거나 틈이
해서, 그림이 드러내는 가시성의 비밀이 풀리는
그렇다면 둘째 원칙은 무엇인가? "오랫동안 그림
일까? 유사란 정말 재현의 단언에 무조건 충실하
벌어져 새고 있다는 점을, 언표의 완강한 막이나
것은 아니다. 가시화되는 것은 물론 무엇과 닮을
을 지배해온 둘째 원칙은 유사하다는 사실과 재현
게, 한 치의 틈과 괴리도 없이, 상응하는 가시성일
벽을 뚫고 새고 있다는 점을 느끼고 있으며 암시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유사성이 그 가시성
적 관계의 단언 사이에 등가성을 확립한다. 하나
까?3)
하는 것이 아닐까?
을 다 설명해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떤 것에 닮
의 형상이 어떤 것(혹은 다른 어떤 형상)과 닮으면
우선 재현적 관계의 단언을 살펴보자. 푸코에 따
분명하게 말해진 언표라도 꼭 그 액면가대로 사용
은 것들은 얼마나 많을 수 있고, 이것들은 또 서로
그것으로 충분하게 그림의 게임 속으로 '당신이
르면 재현의 단언은 한편으로는 분명하다. 그것은
되거나 교환되는 것은 아니다. 하물며 "거의 언제
얼마나 다를 수 있는가? 모네의 나무와 고호의 나
보는 것은 이것이다'라는 분명한, 진부한, 거의 수
"그러나 거의 언제나 말이 없는 언표"이기도 하다.
나 말이 없는 언표"라면 더욱 그런 것이 아닐까?
무는 얼마나 나무를 닮았으면서도 각각 서로 다르
천 번 되풀이된, 그러나 거의 언제나 말이 없는 언
왜 이런 이중성이 생기고 어디서 그런 애매함이
비록 "한없고 끈질긴 중얼거림과도 같은" 이 언표
며, 각각 나름대로 힘겹게 가시화의 어려움과 싸
표가 끼어들어온다(그 언표는 형상들의 침묵을 둘
생기는 것일까? 사람들은 그 재현의 단언을 말하
가 "최종적으로는 형상들의 침묵을 명명이 가능한
우고 있는가? 얼마나 애절하게 가시화의 장벽에
러싸고 포위하고 점령하여 그것을 그 자체로부터
지 않는 것일까? 말할 필요도 없다는 것일까? 말하
사물들의 영역 속으로 다시 쏟아 붓더라도", 명명
매달리고 있고, 얼마나 치열하게 가시화의 장벽을
튀어나오게 하고, 최종적으로는 그것을 명명이 가
지 않아도, "당신이 보는 것은 이것이다."라고 말
이 가능한 이 사물들은 진지하게 재현의 원칙을
뚫고 있는가? 고호의 태양은 태양과 너무 닮았으
능한 사물들의 영역 속으로 다시 쏟아 붓는 한없
하지 않아도, 재현의 언표는 분명한 형태로 끼어
따르는 것일까? 명명되는 것들은 얼마나 자주, 얼
면서도 너무 닮지 않았다. 이 경우 닮았다는 것이
고 끈질긴 중얼거림과도 같다). 여기에서 어느 방
들어 온다는 것인가? 그렇게 확실한 언표라면 무
마나 끈질기게 그 명명을 거부하고 회피하고 우회
무슨 그리 큰 중요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일까? 또
향에서 재현 관계가 설정되었는지, 다시 말해 그
엇 때문에 "한없고 끈질긴 중얼거림"과도 같다고
하는 것인가. 명명은 얼마나 우습게도 허식과 관
그 유사에 근거하여 "내가 보는 것은 태양이다"라
림이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가시적인 것으로 귀속
했을까? 그래, 그 언표는 때로는 언표일 수도 있지
례에 따르고, 얼마나 맹목적으로 코드에 따르는
고 말하는 것이 무슨 대수로운 일일 터인가? 다른
하는지, 아니면 그림이 스스로 그와 닮은 비가시
만 때로는 기껏해야 중얼거림에 지나지 않았을 것
가? 또는 코드에 따를 때라도 그들은 얼마나 교묘
사물이나 다른 형상과 닮았다는 것은 유사성의 가
하고도 대담하게 코드를 조롱하고 우롱하는가? 명
장 기본적인 요소인 듯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
명되었다고 또는 최종적으로 명명될 수 있다고,
은 때로는 그저 그렇다는 것이지 그 이상을 말하
사물들은 재현의 원칙에 완벽하게 굴복하는 것일
기 위한 필수적인 기반도 아니다. 한편으로는 다
까? 오히려 다만 그런 시늉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
른 사물이나 다른 형상과 닮았으면서도 그 닮음
까? 어떤 그림을 보고 "이것은 무엇이다"라고 말
이상으로 다른 요소, 그 닮음 이상으로 닮음을 무
한다고 하자. 그렇다고 해서 그 명명이 도대체 그
화시킬 수 있는 성격들이 얼마든지 펼쳐질 수 있
그림에 대해 무슨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일까? 최종
을 터이니, 닮았다는 것은 철학적-미학적으로 정
적으로는 명명 가능한 사물의 영역이 가시화된 사
의된 "유사"와 일치하지도 않고 그것으로 환원될
물의 영역과 왜 꼭 일치해야 하는 것일까?
필요도 없다.
그 사물의 모습이 다른 무엇과 닮아서? 하지만 닮
다르게 말하면 한 그림은, 설사 그것이 유사의 원
시(그것을 배제한다) 사이의 분리를 단언한다."
1) Michel Foucault, Ceci n'est pas une pipe, editions fata morgana, 1973, p.37 2) 같은 책, p.42~43. 강조된 부분은 본 필자에 의한 것임. 3) 푸코는 잘 알려져 있듯이 이 책에서 유사(resemblances)와 상사(similitudes)를 구분한다. 전자가 재현의 원칙에 의존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그것에 의존하지 않는다. 곧 후자에게는 유사와 재현을 떠받치는 존재론적 원형이 부재한다. 그러나 정작 푸코가 분석한 그림을 그린 마그 리트는 푸코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구분의 효용에 의문을 제기하는 듯하다. 굳이 유사를 그렇게 엄격하게, 곧 형이상적으로 제한하거나 정 의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한다. 그러면서 사물들은 그들 사이에 유사 관계를 필연적으로 가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유사 (resemblances)와 상사(similitudes)의 구별은 당신에게 이 세상과 우리 자신의 존재-전적으로 낯선-를 강하게 암시하게 해줍니다. 그러나 나 는 이 두 단어가 거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전들도 그것들을 구별하는 방식에 대해 특별히 가르쳐 주는 게 없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가령 원두콩들 사이에는 가시적이면서(색, 형태, 크기)동시에 비가시적인(성분, 맛, 무게)상사 관계가 있는 듯합니다. 그것은 '거짓된'이나 '진 정한' 등등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물들'은 그들 사이에 유사 관계를 가지지 않습니다. 그것들은 상사 관계를 가지거나 또는 가지지 않습니 다. 유사하다는 것은 사유에만 속합니다. 사유는 그가 보고 듣거나 아는 것이 됨으로써 닮습니다.", p.85. 사물들은 처음부터 유사에 의존하 지 않는다는 마그리트의 견해는 우리의 생각을 뒷받침해줄 것이다.
129
칙에 따르고 있는 듯이 보일 때라도, 언제 어디서
로 이상주의의 숨겨진 믿음이 아니고 무엇일 것인
각에 근거한다. 일반적으로 우리 몸은 운동하면서
나, 재현보다 훨씬 넓은 범위에서 그 사물이나 현
나 유사의 원칙을 배반할 수 있고 에둘러 갈 수 있
가. 더 나아가면 기본적으로 본다는 것은 무엇보
만 지각하기 때문이다. 운동 없는 지각이란 공허
실 주위를 빙빙 돌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 비밀
고 피해갈 수 있다. 유사한 것은 유사의 이름 아래
다 머리와 사유의 일이라고 믿는 데에 재현의 관
할 정도이니. 예를 들면, 빠른 속도 속에서 드러나
스런 환상은 전혀 보이지 않게 감추어진 어떤 것
유사성을 지운다. 유사한 것은 유사의 탈을 쓰고
념주의가 놓여있을 것이다. 무엇과 닮은 어떤 것
는 이미지와 느린 속도 속에서 드러나는 이미지
도 아니고 보이는 것을 초월하는 어떤 것도 아니
유사성에 탈을 낸다. 그러면서 유사성에 이탈한
을 그리는 일은 단순히 그 유사와 재현 사이의 일
는, 아무리 그것들이 동일한 사물과 닮았더라도,
다. 뻔히 드러나는 데에, 너무도 공공연히 드러나
다. 닮음은 "유사"보다 포괄적이며 애매하며 끈질
치를 확인하는 이념에서 벗어난다. 또 사물과 재
전혀 다른 차원에서 존재한다. 그 둘은 어떤 것을
는 데에, 그 가시적인 것의 비밀스러움이 놓여 있
기며 주변적이다. 닮은 것은 형이상학적인 유사의
현 사이의 같음을 확인하는 지식이나 실증의 차원
닮았고 그러기에 그것을 재현한다고 말하는 일은
고 그 현실적인 것의 환상 같음이 놓여 있는 것이
이념에 종속되지 않지만 마찬가지로 닮음의 이념
도 넘어선다. 사물의 어떤 요소나 성질 몇 가지가
그 경우에 관념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이미지들
다.
에도 종속되지 않은 채, 닮음의 진부함과 신비를
어떤 그림에서 유사하게 가시화된다고 해서 그 그
은 사물을 그 견고한 불멸성 안에서 확보하는가
이 환상적인 것은 이제는 더 이상 현실적이 아닌
동시에 실행하고 실현한다.
림이 속수무책으로 재현에 봉사한다는 것은 아니
하면 어떤 이미지들은 사물을 사라짐 속에서 가까
시대에 발생하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자
가시화되는 것의 보일 듯 말듯 한 비밀은 바로 이
다. 그렇게 확증할 수 있는 요소나 성질을 설정하
스로 존재하게 하며 떨게 만든다. 이 차이는 가시
면, 지나간 시대에 어떤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드
이상한 닮음에 놓여 있다. 그림으로 보여지는 것
는 일은 자칫하면 출발에서부터 사물 및 사물들의
적인 것의 비밀을 열고 닫는다. 재현의 단언이란
러나는 그림이나 조각 양식들이 있다. 그 양식은
은 다른 사물이나 다른 형상과 유사한 데서 그치
닮음을 단순화시키고 왜곡시킨다.
그 경우에 너무도 거친 발언일 터이다.
추상성에 전적으로 빠진 양식은 아니었다. 그러면
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출발하여 더 멀리 간다.
어떤 것을 보면서 그것과 닮은 어떤 모양을 그리
닮았으면서도 닮음에만 의존하지 않고 닮음에서
서 어느 정도는 추상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또는 아예 거기에 미치지 못한 채 그 둘레를 빙빙
는 일은, 아무리 그 그림이 사실주의적으로 보일
벗어나는 이것, 그림 속에서 드러나는 이것은 도
있을 정도로, 언제부턴가 우리가 사실적이라고 여
돌고 있다. 조형적 재현이 유사를 내포할 수는 있
지라도, 사실주의나 관념주의에 머물지 않는다.
대체 어떤 것일까? 이상한 일이지만, 모든 닮은 것
기는 양식에서는 꽤 벗어나 있을 것이다. 그때 거
을 것이다. 그러나 닮았다는 것은 재현으로 귀착
그 그림은 사물과 가시적인 것을 재창조하는 일이
은, 유사와 재현의 탈을 쓰고 그것을 비껴가면서,
기에서 그 가시적인 형태는 가시적인 것의 현실이
하지 않는다. 재현에 의해 전적으로 흡수되거나
기에. 그림은 현실을 재창조하는 일이기에. 모든
더 나아가 닮음의 탈을 쓰고 그것을 벗으면서, 비
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현실이 아니
점령되지도 않는다.
사람이 "내가 보는 이 그림은 저것을 닮았다(또는
밀스런 환상을 생산해낸다. 현실과 닮으면서, 심
거나 현실에서 아득하게 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저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경우에도 그 빼닮음
지어는 그것을 빼닮으면서 현실을 다르게 만들고
그 지나간 가시성이 우리에겐 환상인 것이다.
유사의 탈을 쓰고 그림 속에서 드러나는 것은 이
은 유사나 재현의 원칙에 굴복하는 데 그치지 않
다른 현실을 재창조하는 것, 이것이 그림이 가시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 가시성은 지금의 우리에게
처럼 유사의 사실주의에서 벗어난다. 그림 속에서
고, 굴복하면서도 더 나아간다. 또는 덜 나아간다.
화하는 환상이다. 그리고 그림 속에서 가시화되는
만 환상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그 가
어떤 사물과 닮은 것은 단순히 실재하는 어떤 사
그 그림은 닮음 속에서, 빼닮음에도 불구하고, 현
환상이다. 그런데, 이미 햇빛 안에 환하게 또는 어
시적인 그림은 그 당시 사람들에게도 환상으로 작
물을 빼닮은 것이라고 여기는 데에 유사의 사실주
실과 유사해지거나 현실을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
슴푸레 있는데도 그것을 다시 창조하는 일은 단순
용하고 환상으로 존재했었을 것이다. 그 형상들이
의가 근거할 것이다. 그런데 이 유사의 사실주의
고 새로운 현실을 만든다. 보이게 만든다.
히 재창조가 아니라 신선한 창조이다. 어쩌면 눈
나 그것들이 닮았다고 여겨진 사물도 실제의 사실
는 재현의 관념론(또는 이상주의)과 몰래 연결되
미술사적-미학적으로 통용되는 재현에 대한 견해
에 보이는 것은 이 재창조 과정을 통하여 비로소
로, 재현 이전에서 그리고 재현을 초월하여, 존재
어 있다. 아마도 따지고 보면 재현의 원칙에 기대
를 수정하는 일은 그러므로 재현의 관념론 및 이
처음으로 새로 창조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창조는
했던 것은 아니기에. 왜냐하면 가시적인 어떤 그
는 일이나 그것에 기대어 거꾸로 그것을 극복하는
상주의를 수정하는 일이다. 눈으로 본다는 것은
겹으로, 재창조를 넘어 창조되면서, 일어난다. 이
림을 그리는 일은 언제 어디서나 단순히 사물을
일 모두가 이 재현의 관념론에 의존할 것이다. 사
단순히 뇌로 지각하거나 생각하는 데에 그치지 않
겹 속에 꼭 끼어있는 것, 그러면서도 겹의 장벽을
재현하는 일로 제한되거나 그것으로 귀착하지는
물을 빼닮은 그림을 그리는 일은 사물을 재현하는
는다. 어떤 사물과 닮은 것을 그 닮음 속에서, 그
허무는 것, 그것이 환상일 것이다. 이 환상은 유사
않기 때문이다. 닮은꼴을 그리거나 조각하는 일은
일이라고 믿는 것 자체가 재현의 관념론의 표현일
닮음에도 불구하고, 드러내는 이미지는 물론 눈의
와 재현 이하이거나 그 이상이다. 유사한 듯이 보
언제 어디서나 현실의 재창조이면서 동시에 환상
것이다. 왜냐하면 재현 이전 상태에서 존재론적으
지각 작용에 근거하겠지만 그 뿐 아니라 운동 감
이는 사물을 재현보다 좁은 범위에서 뱅뱅 돌거
을 살려내는 일이기에. 131
그러므로 지나간 시대는 말할 것도 없지만 지금 여기의 사물과 현실들도 기꺼이 환상으로 미끄러 진다는 데에 무엇보다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환상이란 단순히 지금의 현실이 아닌 어떤 것이 아니라 지금의 현실이면서도 그것을 기어 넘어가 는 어떤 것이기에. 지금 여기에 환하게 드러나는 이 사물들과 세상도 언제고 환상으로 기어들어가 기에. 그림으로 그려진 것이든 두 눈으로 보이는 것이든, 보이는 것은 살금살금 기고 있다. 사실과 현실의 땅에 찰싹 붙어 조금 조금, 거의 움직이지 도 않는 듯 기어가면서, 그 보이는 것은 환상으로 기어들어가거나 기어 넘어간다. 그때 그 환상은 이 현실을 빼닮은 다른 현실을 재창조한다. 그리 고 그 재창조를 통하여 하나의 현실이 창조된다. 이제 사물은 지금까지와 다르게, 바로 여기 이렇 게 드러나며 존재한다. 이 환상이 가시적인 것, 눈 을 찌르는 것의 비밀 중의 비밀이 아닐까.
"리얼리스트 구상 회화"에 대하여 : '구상'이라 해도 '재현'이 아닐 수 있다. 전 영 백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리얼리스트 구상 회화"에 대하여 : '구상'이라 해도 '재현'이 아닐 수 있다. 전 영 백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I.
대담한 일격이 있었다. 이들로 인해 모더니즘 회
자체의 가치를 떠나 관람에 있어 근본적 만족감을
II.
사비나미술관의 특별기획전에 22명의 작가들이
화의 '고급' 미술로서의 권위는 조롱당했다. 포스
준다. 눈에 그대로 제시되는 표면의 얇은 이미지
미술 뿐 아니라 오늘날 문화전반의 중요한 두 단
대거 출현한다. 극사실주의를 포함한 '리얼리스트
트모던 현대미술에서 이렇듯 하중을 가볍게 떠내
가 아닌, 작가 혼자만의 시간을, 그 땀과 노력을
어 는 '전 지 구 화 (globalisation)'와 '지 역 성
구상'1)이
는 미적 자유로움과 비판적 유우머를 즐겨왔다.
산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
(locality)'이다. 말을 바꾸어, 보편성과 고유성이
즈음 전세계적인 현대회화의 급부상과 국내 화단
최근 활발히 일어나는 미술양상은 이렇듯 미적 유
부가 아니라는 뜻이고, 그 배후의 비시각적 영역
라 할 수 있는 이 두 개념이 과연 어떻게 연결될지
의 고유성을 견주어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계기이
희를 적극 활용하던 초기 포스트모던과는 사뭇 달
에 관한 관심이다. 표면 뒤의 개인이 중요하다는
에 관심이 집중된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식이다.
다.
라졌다. 포스트모던의 끝자락에서 뒤돌아보니 어
의미이다.
양자는 표면적으로 상충되는 듯 하다. 어떻게 세
극사실주의에 대한 국내에서의 선호는 지속적으
느새 격세지감을 느낀다. 단적으로 말해, 요즈음
흥미롭게도 한국 문화는 예전부터 묘사력이 뛰어
계와 소통하면서도 자신만의 특성을 살릴 수 있겠
로 있어왔다. 그런데 서구의 '극사실주의'라는 고
미술작업에는 실제 삶의 내용을, 소위 '노동집약
난 작품에 대한 선호를 갖고 있다. (이것은 우리
는가 말이다. 이것이 요즈음 국제무대에 나갈 때
착된 용어로 국내 작업들을 한 데 묶어버리는 것
적' 표현방식으로 제시하는 작품이 많다. 우연이
문화의 고유성, 혹은 지역성일 수 있다.) 이제껏
공통적으로 다가오는 실제적 고민이자 과제이다.
은 진부할뿐더러 타당하지 않다. 80년대 국내 화
라 말하기엔 너무 전체적인 흐름이 잡힌다. 패러
이를 장인적인 손기술(skill)로만 보는 경향이 컸
'전지구화'와 '지역성'이라는 두 축을 일종의 방법
단을 주도했던 극사실주의 혹은 하이퍼리얼리즘
디나 아이러니를 활용한 가벼운 개념적 유희가 내
고, 더구나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그 의미가 과소
론으로 삼아 현재의 미술계를 살펴볼 일이다. 세
은 그 시대적 의미를 담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
용의 비중이나 다층적 의미를 내포하는 작품에게
평가된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그 표
계의 보편적 현상이라고 한다면, 역시 회화의 부
나 오늘날 극사실을 포함, 다시 부상하는 리얼리
자리를 내어주는 추세는 확실하다. 그리고 여기에
상 너머 다른 것을 표현하려는 작가에게 걸림돌이
상이다. 회화가 '또' 복귀하고 있다는 것을 식상하
스트 구상은 시대적 맥락을 달리한다고 봐야한다.
수공의 흔적이 많이 개입된다. 미술의 취향에 있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구상이 곧 재현이다'라는
게 듣는다.2) 회화가 미술의 주무대로 다시 돌아온
구체적인 양식으로서 '극사실주의'라는 용어가 주
어, 익명적인 공장 생산품보다 개성적인 수공작품
등식은 구상회화가 가진 다양한 가능성들을 차단
것은 이미 70년대부터 시작되었지만, 최근 몇 년
는 통념 너머 무언가가 있다. 최근 리얼리스트 구
을 갖고자 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 아니던가. 여
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즈음 전세계적으로
동안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파리, 바젤, 베니스
상에 주력한 작업의 부상과 그 관심의 고조는 특
기엔 분명 향수(nostalgia)가 개입된다. 1960년대
구상회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제시되고 있다.
비엔날레에서 대규모 회화전이 열렸다. 이러한 회
별한 주목을 요한다.
중반부터 본격화된 포스트모던 문화는 그러한 인
아직 현재진행형이고 문화마다 다양해서 이렇다
화의 부상은 세계적인 흐름을 타고 있다. 그리고
변화된 것은 작품의 양식 자체라기보다, 작품을
본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욕망을 억압시켜 왔던 것
하게 정리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후기 포스트모던
표면적으로 보아, 추상보다는 구상회화가 주도적
표현한 작가의 의도와 이에 대한 독자(관객)의 시
이 사실이다. 포스트모던 미술의 시작을 알리는
미술로서의 한 가지 굵은 공통점은 있다. 그것은 '
이다. 그런데 사실, 추상이냐 구상이냐의 이분법
각과 욕망이라 할 수 있다. 물론 20세기 초 뒤샹과
미니멀리즘은 익명적이고 몰개성적 우리의 문화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묘사가 그 보이는 내용과
적 구분은 척도가 될 수 없다. 요즈음 부상하는 회
다다(Dada)의 미적 유희를 일찍이 보았지만,
양상을 그대로 노출시켰음을 기억한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화를 자세히 살펴볼 때, 이들이 보이는 보다 근본
1960년대부터 우리는 노동과 관람자의 통념을 뒤
그러니까 최근 진행되는 미술 작업 중에는 오랫동
적 특성을 두 가지 정도 생각할 수 있다.
집는 예술적 트릭을 관람의 유희로 여겨 왔다. 회
안의 축척된 노력이 작업과정에 스며 있는 작품이
그 한 가지는 리얼리스트 성향이 짙다는 것이다.
화에 국한할 때, 이러한 미적 유희 중, 대표적인
많이 부각된다. 이는 개인적 흔적이 주는 작가 고
것으로 1950년대 라우센버그와 야스퍼존스의 유
유성에 대한 관심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미술 전
우머스런 도전, 그리고 캔버스를 찢는 폰타나의
통을 돌아보아 공들인 작품을 보는 것은 이미지
주도적인 전시이다. 사비나의 전시는 요
1) '리얼리스트 구상(realist figuration)'은 필자의 제안이다. 요즈음 부상하는 구상 회화들을 사실적 '재현'이라고 부르는 것은 시대 미학에 맞지 않는다. 구상이라고 해도 재현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반대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결국 '재현'과 '구상'은 분리되어야 할 개념들이다.
2) 사실 회화가 복귀했느니, 승리했느니 하는 말은 포스트모던의 '민주적' 미학 태도에서 볼 때 결코 바람직한 말이 아니다. 회화가 다른 매체를 능가하여 승리했다는 발상은 위계체제를 가정한 권력지향적 언사임이 분명하다. 식상한 용어를 습관적으로 반복하기보다는 이 시대에 특히 왜 회화가 또 다시 부상하는가를 주목하고, 그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욕구를 생각해 보는 것이 가치 있다. 서구의 경우, 이 작업이 벌써 활발 히 진행되었다. 예를 들어, 미술 간행지 'Contemporary Art,' 'Flash Art', 그리고 'Modern Painters'는 모두 고정란의 주제를 끊고 2004년에 회화에 대한 특별 주제를 내보냈다. 놀랍게도 'Modern Painters'의 경우는 간행지 역사상, 그것이 이제까지 회화에 대해서만 발행한 첫 호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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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이 현주소로 삼는 포스트모던의 조건은 그대
라는 뜻도 되기에 테러에 대한 가장 반대의 의미를
던 모더니즘 시대와 분명 차이가 있는 것이다.
부추긴다. 영국의 경우 최근 회화의 급부상을 경
로 지니되, 삶의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내용으로
역설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정치와 죽음 대신에 우
모더니즘 시대에는 회화의 정체성을 매체의 특성
제부흥과 연관시켜 보는 의견가 있다. 그러한 심
주제를 삼는다. 포스트모던 리얼리즘은 이제껏 봐
리는 평화와 고요한 삶을 원한다는 것이니 이보다
(2차원의 평면)에 집중했음을 익히 알고 있다. 그
상치 않은 움직임으로, 영국 자체뿐 아니라 세계
왔던 회화의 양식과도 또 다르다. 모더니즘 시기
더 설득력 있는 답이 없을 것이다.
런데 오늘날은 회화가 가진 물질적, 유물론적 특
미술 시장의 소위 '큰 손'인 싸치(Saatchi)가 최근 "
이후 두어 번 세계화단의 무대로 복귀했던 회화가
그러니까 눈에 보이는 그대로가 아닌 구상인 셈이
징을 내세우지 않는다. 차라리, 회화 정체성의 문
회화의 승리"라는 대대적인 회화전을 열었다는 것
왜 다시 돌아오는가. 한 가지 기억할 일로, 중요
다. 그래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회화에 대해 한 가
제를 매체적인 특정이 아닌, 그림이라는 근본적
을 주목한다.4) 전시는 그 거창한 제목에 걸맞게
미술현상은 아무리 비슷해도 결코 과거를 그대도
지 도움말이 있다면 '당신이 보는 것이 그것이 아닙
속성인 '시각적 환영' 자체에 관심을 둔다고 볼 수
2005년 1월부터 2006년 2일까지 3부에 걸쳐 마련
반복하는 일이 없다. 무엇이 달라도 다르다는 말
니다'이다. 특정한 의미가 없는 구체적 그림을 그릴
있다. 그러니까 회화의 정체성이 모더니즘 시기
되었다. 참여 작가 44명은 모두 화가들이다. 이는
이다. 따라서 이번에 다시 부상하는 회화는 70년
수 있단 말인가. 자세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실은
형식주의적 맥락의 매체에 대한 탐구 및 평면성의
1981년 로얄 아카데미의 회화 전시 이후 24년만에
대, 80년대에 복귀한 회화와 비교해 중요한 차이
그 구체적 의미에는 관심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강조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이는 차라리 개념적
처음으로 개최한 영국 내 블록버스터 회화전이다.
가 있는데, 필자는 이를 후기 포스트모던 리얼리
우리 시대의 리얼리즘은 이러한 방향으로 가고 있
맥락에서 회화의 환영적 속성에 집중한다고 볼 수
80년대 말과 90년대, 세계의 주목을 영국의 개념
즘의 맥락에서 보는 것이다.
다. 표면상 구상적 재현을 보이고 있다고 해서 리
있다.
미술로 이끌었던 싸치가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포스트모던의 핵심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몇 가지
얼리즘이 아니다. 껍데기일 뿐이다. 더 중요한 리
리얼리즘은 미술의 본질일 수도, 혹은 미술의 소
이 전시는 최근 유럽 회화에 대한 헌정으로서, 전
말이 있다. 그 중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와 '
얼리즘의 성격은 그 아래, 혹은 배후에 개인적, 사
망일 수도 있다. 무엇이 우리시대의 리얼리즘인가
시를 개시한 6명의 명성있는 작가들은 그 세계적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를 꼽을 수
회적으로 체험한 삶의 자취이다. 그러니까 이미지
를 볼 때, 그것은 분명 '재현'은 아니다. 세계를 그
인 영향력을 확인한 셈이다. 대부분 구상작가이
있다. 이러한 생각을 거친 후라, 눈에 드러나는 것
가 중층 구조이다. 이러한 양상은 흥미롭고 또 환
대도 화면에 옮긴다는 것을 신기해하는 시기는 이
다. 하지만 이들은 내러티브에 흥미가 없고 사회
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순진하지 않다
영할 만하다. 80년대 이후 현대미술이 몸에 대한
미 지났다. 요즈음의 시대가 요구하는 기막히게
적 메시지를 그대로 전달하지도 않는다. 구상에
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표현된 것이 표현된 내용
폭력성과 자시분열을 보이는 일종의 '신경증적 리
유사한 현실의 모사는 그 아래 '다른' 의도를 의심
대한 고정관념을 깬다.
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니, 이것은 해석의 문제이
얼리즘(neurotic realism)'을 나타냈다면, 오늘날
해 볼 필요가 있다. 현대미술에서 오늘날의 관자
이러한 특성은 빠르게 부상하는 독일의 젊은 작가
고(그래서 수사학의 발달이 수반된다.) 어찌 보면
의 미술은 거기에서 벗어나는 양상이 보인다. 요
(觀者)가 욕망하는 것은 분명 '실제같이 똑같은 그
들의 회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 독일 화가들은
표현 언어 자체가 넓혀진 셈이다.
컨대, 오늘날 주목받는 작업들은 '자-의식적(self-
림'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전통적인 라이프찌히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았으
이를 테면 벨기에 작가 뤽 튀이만(Luc Tuymans)이
conscious)' 미술이라 할 수 있다. 회화만 보더라
며 소위 '리가(Liga)' 그룹에 속한다. 이들의 명망이
있다.3) 뉴욕 9.11 사태에 대한 반응으로 그가 제시
도, 회화 자체의 과정이 관건이고 그 환영적
너무 빨리 치솟아 그들을 yBa의 '악동들'과 비교되
한 그림은 전혀 엉뚱한 것이었다. 엄청나게 커다란
(illusory) 성질이 특징적이다. 그런데 이들이 제시
III.
기도 한다. 작품의 경향은 주로 구상이다. 풍경, 실
정물화로서 아스라하게 빛바랜 색채로 표현된 그
하는 이 '환영'에 대해 생각해 볼 일이다. 실재하는
회화의 대거 부상은 미술시장의 경향과 뗄 수 없
내내부, 그리고 사람들의 소재가 상당히 조심스레
의 전형적 작품이다. 엄청난 사상자를 낸 테러사건
것과 그것을 재현한 이미지 관계에 대한 근본적
는 관계이다. 미술품 중에서 회화가 상대적으로
구성되고 신중히 표현된다. 이전 독일 표현주의의
에 대한 답변이 쌩뚱맞게도 멜랑콜리한 정물화이
물음을 형식적 차원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회
작고 판매하기 용이한 작품임에 이견이 없다. 이
거친 붓자국이나 쏟아 붓는 열정은 찾아볼 수 없
다. 정물화(Still Life)의 'still'이라는 말은 '고요한'이
화 정체성을 매체나 2차원의 평면성으로 규명했
러한 유리한 시장성도 최근 회화의 주도적 현상을
다. 그럼에도 불구, 작품이 감정 없이 메말랐다 볼
3) 뤽 튀이만은 1958년생으로 신세대 구상화가 중 대표적 작가이다. 그는 2004년 테이트 모던(Tate Modern)에서 특별전을 가진 바 있고, 싸치 겔러리의 <회화의 승리>전 1부에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4) 영국의 현대미술사가 스탈라브라스(Julian Stallabrass)는 최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회화는 가장 편리하게 판매했던 예술형태이다. 싸치 의 최근 시도는 경제 부흥의 상황을 회화의 행운과 연관짓는 내기(betting)인 셈이다."
139
수 없다는 것이 특이한 점이다. 이들의 회화는 심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과 중국의 동향을 전체적
다. 회화의 평면 너머 손작업은 비록 보이지 않지
도 있게 주관적이면서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
으로 꿰어볼 때, 최근 미술의 흐름에서 자본주의
만 이 수공의 흔적은 우리 눈앞의 시각계에 명백
서구세계의 개인주의(Individualism)와 동구권의
히 드러나 있다.
서구 유럽에서 보는 회화의 부상과 병행되게, 이
사회적 리얼리즘(Social Realism)의 시너지 효과
더불어, 이 시대의 미술이 내용중심으로 간다는
러한 세계 화단의 '이상기온'을 불러일으키는 세력
를 읽어낼 수 있다. 오늘날의 포스트모던 동향을
점을 주목해야 한다. 정신적 내용과 사회문화적
으로 중국 미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시아
보면 양자의 특징이 적절히 섞여 새로운 종합을
특성이 살려진다. 회화뿐 아니라 미술은 모더니즘
권 미술의 부상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 아방
보이는 듯 하다. 새 양상의 핵심적 특징으로, 필자
에서 추구한 형식주의 극도의 미적 이 부작용으로
가르드의 급부상은 새로운 변수이다. 이도 또한
는 '개인성'과 '내용 중심'이라는 점을 제시하고자
초래한 공허와 삶으로부터의 괴리를 경험하였고
다른 맥락에서 오는 것이지만, 묘하게도 회화의
한다. 개인주의의 중심에 예술가가 있고, 총체적
이에 대한 반작용을 느꼈다. 이제까지의 포스트모
복귀, 내지 승리를 부축이고 있다.
인 한 인간이 표현해낸 작품은 실제 삶의 체험을
던 문화가 그 같은 반작용의 반항적 시기였다면,
90년대 초반 중국의 급격한 개혁 개방과 자본주의
담는다고 말할 수 있다.
성숙기에 든 요즈음의 미술은 그와는 차이를 보인
화라는 정치 경제적 변화는 중국 현대미술에 완전
우선 개인성의 측면에서 볼 때, 요즈음 세계적으
다. 정신적인 면이 부각되고 삶에 대한 통찰을 줄
히 새로운 환경과 기회를 제공하였다. 자본주의의
로 열리는 전시를 유심히 보면, 그 특징이 두드러
수 있는 작품의 내용을 원한다. 그래서 이 시대의
수용으로 중국이라는 강력한 자본 제국과 이를 대
지게 느껴진다. 가장 확연한 특징은 작가가 전면
미술은 영적 의미를 추구하며 때로 동양의 정신세
표하는 글로벌도시 북경이 새롭게 부각되었다. 또
으로 나온다는 사실이다. 전시의 기획을 보더라도
계를 지향하기도 하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중국 아방가르드가 세계 미술계의 주요 동력으
작품과 작가를 분리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확연하
로 등장하게 된 배후에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와
다. 작가를 인간적으로, 또 총체적으로 느끼도록
근 번 사비나 기획전 <여섯 개 방의 진실>전을 통
호주 트리엔날레의 기여가 있다. 국내에서의 중국
한다. 그리고, 실제 삶의 경험을 담지한 주체자로
해, '진실'을 직접적으로 볼 수 없어도(사실, 볼 수
미술의 소개도 본격화되어, 미술관들에서의 몇 차
서의 예술가는 그 체험한 내용을 작품에 그대로
없음이 마땅하다!), 한 가지 진실만은 확실히 보일
례 단체전 이후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채워 넣는다. 이는 모더니즘 미학이 작가의 불안
것이다 -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1980년대 말부터 본격화된 세계문화의 글로벌화
정한 인성과 완결된 작품자체에 선을 그었던 것에
(globalisation)는 미술계를 포함한 문화전반에 커
대비되는 점이다.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이 영역 간
다란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일단 '하드웨어'
'경계 흐리기(blurring)'를 실천해 왔다고 할 때, 특
적 측면에서 인터넷을 통한 가상공간의 보편화 작
히 최근 미술에서 보이는 현상은 작품과 작가 사
용도 빼놓을 수 없다. 동서독의 통일과 구소련의
이의 경계 흐리기임이 확연하다.
해체, 중국의 천안문 사태 등으로 인한 사회주의
앞서 언급했듯이, 노동 중심의 작업이라는 점도
의 쇠퇴와 자본주의의 전지구적 팽창이 실제적인
이 작가중심의 개인성과 맞물린다. 회화라는 매체
요소로 작용하였다. 오늘날 중국의 작가들은 사회
는 작업의 결과를 완결되게 볼 수밖에 없다. 작업
주의와 자본주의의 충돌과 공존이 가져오는 사회
과정을 중요시 여기는 포스트모던 미학이 회화에
체제의 갈등과 고통을 개별적으로 체험한 내용을
게 바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미 완성된 표상
작품화한다.
이라 할지라도 이를 위한 노동의 과정을 고스란히 담는 작업에 끌리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지 모른 141
자연을 속이는 예술 노 성 두 (서강대학교 강사)
자연을 속이는 예술 ‡º…”˛ (…››·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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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 고영훈의 전시회에 갔을 때였다. 큼직한 책이
지 않았다.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의 명장 피디
를 했다는 기록도 있다. 아펠레스가 어느 날 실물
현 'in scenam aves advolaverunt'를 옮긴 표현이
펼쳐져 있고 깨알 같은 글씨가 빼곡하게 인쇄되어
아스는 올림피아의 제우스 신상을 짓기 위해 판타
처럼 커다란 암놈 말을 한 필 그린 적이 있었는데,
다. 여기서 그림을 뜻하는 'scena'를 어떻게 옮겨야
있는 그림을 발견했다. 사진인 줄 알고 가까이 다
시아의 날개를 빌려 매고 올림포스로 날아올라갔
마구간의 수놈 말이 그림 속의 암놈을 올라타더라
하는지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논쟁이 있었다. 아펠
가갔다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건 믿을 수
으며, 그의 작품을 한 번 본 사람은 평생 동안 결코
는 믿지 못할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런 이야기를
레스의 기적의 그림이 나무 패널에 그린 작품일 수
없을 만큼 정교하게 그려진 그림이었다. 나중에 알
불해오해질 수 없다는 전설을 낳는다. 크레타에 유
다 늘어놓자면 끝도 없다. 이 가운데 가장 유명한
도 있고 연극 무대장치의 배경 그림일 가능성도 배
고 보니 그런 그림만 줄창 그려대는 작가라고 했
배된 아티카의 명장 다이달로스는 나무로 깎은 암
일화는 화가들끼리 솜씨를 겨루었다는 제욱시스와
제할 수 없다. 실제로 그런 그림이 그려졌는지, 또
다. 우연찮게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겨서 화가 고
소를 여왕 파시파에에게 선물하여 포세이돈의 수
파라시오스가 경합이다.
새들이 그림 속으로 날아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
영훈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실물을 방불케 하는 그
소와 교미하게 한다. 예술이 자연을 속여 넘긴 것
제욱시스가 먼저 나서서 포도송이를 그렸더니, 참
다. 적어도 로마 시대의 예술가들은 고대 그리스의
림을 그리다 보면 화가 자신도 진짜인지 그림인지
이다. 조각가 피그말리온의 상아 여인은 아프로디
새들이 그림 속의 포도를 쪼아 먹으려고 떼 지어 날
화가들이 그런 기적의 그림을 그렸다고 믿었다는
헷갈리는 일이 있지 않을까 궁금했다. 그랬더니 실
테의 도움으로 붉은 볼을 가진 여인 갈라테아로 다
아들었다는 것이다.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솔거의
사실을 확인하는 것으로 문헌기록을 통해서 자연
제로 작업실에서 망치를 찾다가 여기 있었군, 하고
시 태어났으며, 조각가 프락시텔레스가 빚은 크니
벽화보다 1000년쯤 앞선 이야기다. 참새를 속여먹
주의 미술론의 탄생을 복원하는 미술사학의 의무
집어 드는데, 손에 아무 것도 잡히지 않았다는 경험
도스의 아프로디테 여신상은 사랑에 빠진 구혼자
고 으쓱한 제욱시스가 경쟁자 파라시오스에게 이
는 충족된다.
을 털어놓는 것이었다. 다시 보니, 자기가 붓으로
들의 흔적으로 더럽혀지기 일쑤였다. 화가 제욱시
번에는 자네 그림을 보여 달라고 부탁하자 그림 위
고대가 상상한 예술가의 전설이 모두 자연과 경쟁
그려놓은 망치였다는 것이다. 나는 화가 고영훈의
스가 그린 포도송이를 쪼아 먹기 위해 새들이 날아
에다 휘장을 둘러놓고 보여주지 않는 것이었다. 제
하는 예술의 지위에 관한 것이라면, 중세의 예술은
말을 듣고 오랫동안 화가 공방에서 전해지는 예술
들거나, 그림 속의 암말에게 달려드는 마구간 수말
욱시스가 휘장을 벗기려는 순간 아뿔싸, 붓으로 그
지상의 거울에 비친 희미한 신성의 그림자를 포착
가들의 일화들이 줄줄이 떠올랐다. 자연의 질투를
들의 일화는 고대의 미술 공방에 차고 넘쳤다. 붓
린 가짜 휘장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제욱시스
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이런 점에서 천사와 씨름하
살 만큼 감쪽같은 그림들, 그리고 자연을 그대로 뚝
으로 그린 구렁이가 밤새 우짖는 새들을 침묵하게
는 자신의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다고 한다. 기원후
며 하느님을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보았던'(vidi
떼어다 붙인 듯한 그림들 그리고 자연을 능가하는
했다는 이야기도 같은 맥락이다. 이렇듯 자연과 경
1세기에 플리니우스의 기록을 우리말로 옮기면 이
Deum facie ad faciem) 야곱의 증언이나, '지금은
그림들에 대한 기막히게 놀랍고 지겹도록 되풀이
쟁하는 예술의 노력은 고대의 강둑을 넘어서 범람
런 내용이다.
우리가 거울에 비추어 보듯이 희미하게 보지만, 그
되는 이야기들이 미술사의 텃밭에서는 고구마줄기
하기 시작한다. 고대의 예술적 복제는 무수한 원형
"파라시오스는 제욱시스와 한 차례 경합을 벌인 일
날이 오면 얼굴을 맞대고 볼 것'(고린토 13:12)이라
처럼 끝도 없이 등장한다.
들의 재생산, 또는 원형화에 이르기 위한 조형적 노
이 있었다. 제욱시스가 포도송이를 그럴싸하게 그
는 바울의 고백은 중세 미술의 본질적 지향을 가리
미술은 일컬어 자연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 미
력들로 읽을 수 있다.
려서 전시하자 새들이 그림으로 날아들었다고 한
켜보인다. 가령 테오필루스와 첸니노 첸니니의 예
술이 자연 모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모든 미술작
예술의 기적이 어머니 자연을 감쪽같이 속인다는
다. 한편 파라시오스는 휘장을 실감나게 그려서 내
형론(exemplum)은 창조주의 입김이 예술가의 영
품은 자연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이 원작이
이야기들은 대부분 그리스 화가 아펠레스와 프로
놓았다. 새들의 판정을 보고 내심 우쭐해진 제욱시
혼에 어떻게 생기를 불어넣는지 보여주는 사례들
라면 미술은 모방이다. 원작과 모방의 문제는 창조
토게네스 그리고 제욱시스와 파라시오스의 이름과
스가 파라시오스에게 휘장을 걷어내고 그림을 좀
이다. 중세 미술에서 미술작품은 나란히 마주 놓은
신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조주가 완전한 아름다
함께 전해진다. 아펠레스는 새들이 밤새 시끄럽게
보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 순간 제욱시스는 자신
두 장의 거울 속에 비치는 무수한 허상들의 집합과
움의 원인이고, 피조의 자연에 아름다움의 이데아
울어대는 바람에 잠을 설치자, 기다란 종이에다 구
의 오류를 깨달았다. 부끄러운 심정으로 우승을 양
도 같다. 지상의 현실은 거울 속의 현실이다. 이때
를 투사하였다는 창세기의 조형 미학은 예술의 거
렁이를 한 마리 그려서 나무에 걸쳐놓았다고 한다.
보하면서, 자신은 새들을 속였으나 파라시오스는
공방 전승의 모델북은 복제이기도 하고 동시에 원
울에 창조의 아름다움을 흉내 내어 재현하려는 예
그랬더니 이튿날부터 새들이 모두 자취를 감추었
예술가를 속였노라고 고백했다는 것이다."([박물
형이기도 하다. 모델북이 하나의 복제 또는 원형이
술가의 본보기가 된다.
다는 것이다. 또 다른 화가 프로토게네스가 암컷
지] 35권 65)
라면 그것은 창조주의 이데아를 비추는 예형이라
흉내 내기의 가장 기본적인 형식은 고대에도 낯설
자고새를 그렸더니 수컷이 날아와서 목청껏 구애
'새들이 그림으로 날아들었다'는 대목은 라틴어 표
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145
르네상스 미술은 고대로부터 예술가의 전설을 상 속받고, 중세로부터 창조와 피조의 관계를 습득했 다. 르네상스 미술에서 원형과 복제의 개념은 고대 와 중세 사이의 단애만큼 가파르게 대립한다. 창조 주뿐 아니라 예술가가 원형을 생산하는 주체적인 역할을 맡게 된 것은 고대의 유산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신이 손을 빌려주어서 그림을 그리게 했다."는 찬사를 받았고, 미켈란젤로는 '신성한 예 술가'라는 칭호를 얻었다. 예술가의 자부심도 하늘 을 찔렀다. 르네상스 문헌에서 예술가를 일컬어 '또 하나의 신'(un altro Iddio)이라는 표현을 발견하기 는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한편, 고대 화가 제욱시스의 포도송이와 파라시오 스의 휘장 이야기는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자연 을 능가하는 예술의 기적으로 인정받는다. 자연주 의가 전설의 반열에 오른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벽 사이 갈라진 틈새에다 동전을 숨기려고 했더니, 벽에다 붓으로 그린 것을 착각했다거나, 파리 한 마 리가 초상화 그림 위에 붙어 있는 것을 보고 팔을 휘둘렀더니, 사실은 붓으로 그린 파리였다는 식의 우스개 일화들이 지치지도 않고 꼬리를 문다. 17세 기 네덜란드 정물화에서도 꽃 정물이나 과일정물 그림을 보면 그림 바깥으로부터 꽃향기와 과일 냄 새를 맡고 스며드는 나비, 거미, 잠자리, 파리, 애벌 레, 도마뱀 따위가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모 두 제욱시스의 포도송이에 속아 넘어간 참새와 가 까운 친척들이다.
BIOGRAPHY
ARTIST
고명근
김상균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및 미국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 대학원을 졸업했다. 총 12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Deux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뉴욕주립대학 대학원(조소전공)을 졸업했다. 총 5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photographers(갤러리 Lumen, 프랑스, 2006)', '한일현대미술전(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 일본, 2005)', '고명근 & Lu hao(도쿄
'Foresight(오프라 갤러리, 2006)', '05 The First Breathing(서울시립대학교 미술관, 2005)', '쌍쌍 Pairs(마로니에 미술관, 2005)', '
갤러리, 일본, 2005)', '제4회 포토페스티벌-사진예술(가나아트센터, 2004)', '여섯 사진작가-여섯 개의 코드 읽어보기(성곡미술관,
한국미술의 새로운 흐름(모란갤러리, 2005)', 'The Builder(키미갤러리, 2005)', '공간, 인간, 자연(목암미술관, 2004)', '한국미의
2003)', '풍경으로부터 사진, 사진으로부터 풍경(한국문화예술진흥원, 2002)', '한국미술의 자화상(세종문화회관 미술관, 2002)',
재발견(공평아트센터, 2004)', '무조(쌈지스페이스, 2002)', '연금술(성곡미술관, 2001)'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Anti-바른아트(동덕아트갤러리, 2001)', '생명으로의 초대(학고재 갤러리, 2001)', '사진·복제를 이야기하다(성곡미술관, 2000)', '시대의 표현-눈과 손(예술의 전당, 2000)', '미술 속의 음악(금호미술관, 2000)'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김상우 고영훈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상트 페테르부르크 러시아 국립미술학교 회화과를 수료했다. 총 8회의 개인전을 열었으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총 19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현대미술의 환원과 확산(예술의 전당,
2004)', 'Newface2004(덕원갤러리, 2004)', '삶(관훈갤러리, 2003)', '이미지 미술관(한국문화예술진흥원 미술회관, 2000)' 등 다
2006)', '한국현대미술의 봄(갤러리 호, 2005)', '빛나는 한국의 화가들(인사아트센터, 2005)', '봄이야기(가나아트센터, 2004)', '실
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며, 'Picture vs Picture(갤러리 잔다리, 2006)', 'Issue of post-modernity(공평아트센터, 2004)', '실존과 허상(광주시립미술관,
존과 허상(광주시립미술관, 2004)', '서울미술대전(서울시립미술관, 2003)', '한국현대미술-오늘의 얼굴(인사아트센터, 2003)', '빛 과 색채의 탐험(예술의 전당, 2003)', '이것은 그림(포스코미술관, 2002)', '한중2002 새로운 표정(예술의 전당, 2002)', '사실과 환 영:극사실회화의 세계(호암갤러리, 2001)', '한국미술2001:회화의 복권(국립현대미술관, 2001)'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김종학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대학원 미술교육과를 졸업했다. 총 15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소나무(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
김기남
센터, 2005)', '서울미술대전(서울시립미술관, 2005)', '미식가(카이스 갤러리, 2005)', '동아미술제 수상작가전(갤러리 상, 2004)', ' 야! 꽃이다(제비울미술관, 2004)', '火처럼 花처럼(아티누스 갤러리, 2004)', 'Little Masters(아트파크, 2003)', '제 17회 아시아 국제
안동대학교 미술학과 및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사진디자인 전공)을 졸업했다. 총 1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도시에 머문 시
미술전(대전시립미술관, 2002)', '사실과 환영:극사실회화의 세계(호암갤러리, 2001)', '2001미술의 회복(인사아트센터, 2001)', '움
선(대안공간 풀, 2004)', 'HAPPY(키미갤러리, 2004)', 'Post Photo(SK갤러리, 2000)'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직이는 미술관(국립현대미술관, 2000)'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김미겸
김창영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총 2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맥놀이(갤러리 한, 2006)', '커팅에지(서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및 소케이 미술학교, 동경예술전문학교를 졸업했다. 총 34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요요노메 현대회화(니
울옥션센터, 2005)', '수렴과 발산(인천 신세계 갤러리, 2004)', '예우대전(세종문화회환, 2003)', '미술은 이미지다(갤러리 가이
혼바시 미츠코시 갤러리, 일본, 2006)', '존재와 기억(박영덕화랑, 2004)', '진경-그 새로운 제안:한국미술2003(국립현대미술관,
아, 2003)', '가상과 현실(제주 아트갤러리, 2001)', '새로운 형상과 정신(덕원갤러리, 경인미술관, 2000)'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
2003)', '차세대의 미술(덴마야 미술화랑, 일본, 2002)', '사실과 환영:극사실회화의 세계(호암갤러리, 2001)' 등 다수의 단체전에
여했다.
참여했다.
151
김홍주
오귀원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총 12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일상의 연금술(국립현대미술관, 2004)', '
서울대학교 조소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랫 인스티튜트 대학원 졸업, 뉴욕대학 대학원 미술학 박사이다. 총 11회의 개인전
사계의 노래:8인의 한국작가(아시아미술관, 미국, 2003)', '바벨2002(국립현대미술관, 2002)', '사실과 환영:극사실회화의 세계(호
을 열었으며, '나무로부터(김종영미술관, 2003)', ''나쁜 엄마들' 땅에 발붙이다(마로니에미술관, 2003)'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
암갤러리, 2001)'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했다.
류용문
윤병락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총 3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회화와 그리기-류용문, 이광호(스페이스
경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서양화 전공)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총 13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그.리.다(서울시립미술관,
사디, 2005)', '재현의 빈 곳-류용문, 이광호, 김형관 회화전(한전프라자 갤러리, 2003)', '이야기그림(한국문화예술진흥원 미술회
2006)', 'The Flow-대구의 미술가들(포스코미술관, 2006)', 'Box Show(M갤러리,2005)', '실존과 허구의 확산(대구대백프라
관, 2001)'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자갤러리, 2004)', '실존과 허상(광주시립미술관, 2004)', '재현과 구현(대구문화예술회관, 2004)'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박미현
이광호
덕성여자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총 3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순간에 선 시선(우림갤러리, 2005)', '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및 동대학원(판화전공)을 졸업했다. 총 5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신소장품전(국립현대미술관,
서울청년미술제-포트폴리오 2005(서울시립미술관, 2005)', '얼굴. 낯. 면(갤러리도올, 2000)', 'SPACE 419(한전프라자갤러리,
2006)', '풍경과 사람(더 뉴게이트 이스트, 2006)', '회화와 그리기-류용문, 이광호(스페이스 사디, 2005)', '시각서사(사비나미술
2000)', '인간의 숲-회화의 숲(광주비엔날레 특별전, 2000)'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관, 2005)', '서울판화2005(토포하우스 갤러리, 2005)', '일기읽기(갤러리 우덕, 2005)', '샘(마이아트갤러리, 2004)', '트릭(동덕아 트갤러리, 2003)', '천개의 눈, 천개의 길(덕원 갤러리, 2002)', '대한민국 청년비엔날레 2002(대구문화예술회관, 2002)', '시각과 형상(인천 신세계 갤러리, 2002)', '젊은 창작- 보는 것, 보이는 것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2001)'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박용남 홍익대학교 조소과 및 이태리 국립 까라라 아카데미 조소과를 졸업했다. 총 8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내(내) 안의 블루(성남문화 재단, 2005)', '정물예찬(일민미술관, 2004)', '박여숙화랑 개관 20주년 기념전-함께 한 20년(박여숙 화랑, 2003)', '동거동락(박여 숙 화랑, 2002)', '시대의 표현-눈과 손(예술의 전당, 2000)'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이목을 영남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다. 총 20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수의 국제아트페어, 화랑미술제, 단체전에 참여했다.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박장년 홍익대 회화과 및 건국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총 12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동아미술제 수상작가전(갤러리 상, 2002)', '찾아가 는 미술관(국립현대미술관, 2001)', '사유와 감성의 시대(국립현대미술관, 2000)'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이종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 및 인하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총 12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그.리.다(서울시립미술관, 2006)', '서울미술대전(서울시립미술관, 2005)', '사람·집·가족(제비울미술관, 2005)', '놀이와 장엄(모란미술관, 2005)', '시대의 초상, 일상의 울림(박수근미술관, 2005)', '바그다드 550km-이라크 기행(제비울미술관, 2004)', '찾아가는 미술관(국립현대미술 관, 2004)', '평화선언2004-세계미술가 100인(국립현대미술관, 2004)', '실존과 허상(광주시립미술관, 2004)', '환경미술-물(서울 시립미술관, 2003)', '식물성의 사유(갤러리 라메르, 2002)', '80년대 리얼리즘과 그 시대(가나아트센터, 2001)', '한국현대미술-시 대의 표현(예술의 전당 미술관, 2000)'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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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OLAR
이지송
김진석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총 1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HD Generation(갤러리 크세쥬, 2005)', '
『문학과 사회』,『포에지』편집위원,『사회비평』주간과『인물과 사상』편집위원으로 활동했고, 현재 인하대 인문학부 철학과 교수
서울청년미술제-포트폴리오 2005(서울시립미술관, 2005)', 'ET IN REVERA EGO(갤러리 모아, 2004)', '중앙미술대전(서울시립
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탈형이상학과 탈변증법』,『초월에서 포월로』,『니체에서 세르까지. 초월에서 포월로 2』 『이상현실· ,
미술관, 2003)', '미술세계대상전(단원미술관, 2003)', '우수청년작가전-새로운 도전과 가능성(갤러리 가이아, 2003)' 등 다수의 단
가상현실·환상현실. 초월에서 포월로 3』,『폭력과 싸우고 근본주의와도 싸우기』,『소외에서 소내로. 문학비평집』,『소외에서 소
체전에 참여했다.
내로. 미학』(근간)이 있다.
정명국
노성두
세종대학교 서양화과 및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판화과를 졸업했다. 총 3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시각의 다양성(세종문화회관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를 졸업하고 독일 쾰른대학 서양미술사 고전고고학, 이탈리아 어문학 박사이다. 저서로는『성화의 미
미술관, 2006)', 'Who's who?(현대백화점 본점 하늘공원, 2006)'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소』,『고전미술과 천 번의 입맞춤』,『유혹하는 모나리자』,『천국을 훔친 화가들』등이 있으며, 다수의 번역서를 냈다. 현재 서강대 학교 강사로 재직하고 있다.
한수정
전영백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및 동대학원(판화전공)을 졸업했다. 총 9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미술, 꽃을 피우다(갤러리 이안, 2006)', '서울미술대전(서울시립미술관, 2005)', '서울판화2005(토포하우스 갤러리, 2005)', '드로잉 그리다-만들다(갤러리 도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미술사학과 석사, 영국 리즈대학교(The Univ. of Leeds) 미술사학과 석사 및 박사
2005)', '회화의 조건(인천/광주 신세계 갤러리, 2004)', 'enjoy & gift(Skape 갤러리, 2004)', '움직이는 정물(do ART 갤러리,
이다.「영국의 도시공간과 현대미술 :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런던」 『서양미술사학회논문집』 ( , 2004), "Looking at Cézanne
2003)', '예술과 공간(갤러리 현대, 2001)', '시대의 표현-눈과 손(예술의 전당, 2000)'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through his own eyes" (Art History, 2002) 외 다수의 국내외 논문이 있으며, 번역서로『고갱이 타히티로 간 숨은 이유』 (2001),『대중문화 속의 현대미술』(2005),『욕망, 죽음 그리고 아름다움』(2005, 공역) 등이 있다.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예 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영국 학술지 Journal of Visual Culture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허유진 홍익대학교 회화과 졸업 및 동대학원에 재학하고 있다. 총 1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사진과 회화 사이(갤러리 선컨템포러리, 2006)', '시사회(대안공간 팀 프리뷰, 2005)', '음악이 흐르는 그림(가일미술관, 2004)', '나혜석미술대전(경기도 문화예술회관, 2004)', '대한민국미술대전(국립현대미술관, 2003)', '신진작가발언전-공간의 미학(예술의 전당, 2002)', '뉴 프론티어(공평아트센 터, 2002)'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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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 참고 자료 목록 BOOK
EXHIBITION
1998
회화술 The Art of Painting(덕원갤러리, 1998.7.1-7.7)
김홍희,『한국화단과 현대미술』, 눈빛, 2003.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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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록,『한국의 현대미술』, 문예출판, 1994.
2001
재현의 재현(성곡미술관, 2001.2.22-4.15)
김종호, 류한승,『한국의 젊은 미술가들 : 45명과의 인터뷰』, 다빈치기프트, 2006.
오광수,『한국현대미술사』, 열화당, 2000.
사실과 환영 : 극사실 회화의 세계(호암갤러리, 2001.3.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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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사 99프로젝트 엮음,『한국미술과 사실성』, 눈빛, 200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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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호크니, 남경태 역,『명화의 비밀』, 한길아트, 2003.
2003
Painter Paint PaintingsⅠ-미술은 있고, 회화는 없다(갤러리 상, 2003.5.3-6.1) 그리는 회화-혼성회화의 제시(영은미술관, 2003.5.29-7.20)
에른스트 크리스, 오토 쿠르츠, 노성두 역,『예술가의 전설』, 사계절,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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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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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Young Realism-그림을 그린다(갤러리 아트사이드, 2004.3.3-3.14)
김미진, '신세대 회화, 그 다중적 정체성',『아트인컬처』, 2003.4.
2005
실재를 우회하는 그리기(부산시립미술관, 2005.2.26-5.8) HD화면과 극사실 회화-HD Generation(갤러리 크세쥬, 2005.5.23-6.11)
김보중, 류용문, 이영욱, 최금수 좌담, '2001년 12월, 한국의 회화를 둘러싼 몇 가지 입장들',『월간미술』, 2001.12. 박영택, '1990년대 새로운 한국 형상회화의 흐름',『월간미술』, 2001.12.
2006
사진과 회화사이_Where Is She?(갤러리 선컨템포러리, 2006.1.18-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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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 P-사진 같은 회화 회화 같은 사진(2006.4.2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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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usion/Disillusion-그.리.다(서울시립미술관, 2006.5.24-7.16)
유경희, '개념회화, 논리와 감각의 화해',『아트인컬처』, 2003.4. 정형탁, '마포에 담긴 존재의 에피파니',『미술세계』, 2003.1.
THE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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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2005.6.24-11.27 전시아이템 관련 자료 수집 : 눈속임회화(트롱프뢰유) 관련 도서, 논문, 작가 검색 자료 및 작가리스트 업데이트 수시 진행 2005.11.28 1차 전체기획회의 및 복권기금 신청 준비 2005.12.6 2차 전체기획회의 2005.12.28 관련 작가군 수시 매핑 2006.1.2 3차 전체기획회의-전시성격 조절 2006.1.4 참여 작가 및 전시 구성 관련 1차 학예실 회의 2006.1.8 관련 주요 작가 약력 및 대표작 정리 2006.1.9 4차 전체기획회의 전시 교육체험프로그램 구성회의-체험아이템 조사계획 및 아이디어 회의 2006.1.14 참여 작가 및 전시 구성 관련 2차 학예실 회의 1차 참여 작가 선정 및 작가군 분류 2006.1.17 기존 유사 전시 검색 및 자료 수집, 정리 2006.1.18 2차 참여 작가 선정 2006.1.25 3차 참여 작가 선정 전시명 및 구성초안 세부화 착수 2006.2.2 작가 선정 완료(이후 작가 통화 후, 세부적인 참여여부 확정) 전시명 및 구성초안 세부화 진행 2006.2.15 전시명 아이디어 회의(가제 : 솔거의 소나무) 및 기획초안 세부화 진행 기획방향 명확화-전시 기획의도 재점검 및 주제별 작가 재구성 2006.3.1 수집된 자료를 토대로 기획에 맞는 관련 자료 재검토 3차 선정 작가 기본 자료 수집-인터넷, 도록, 잡지 검색 전시관련 세부 업무 분담-자료수집, 실무진행, 교육프로그램 기획 2006.3.8 기획안 구체화 및 수정, 보완 교육프로그램 세부 체험형태에 관한 회의
참여 작가 브리핑 및 작가별 기법에 따른 교육프로그램 진행방향 설정
2006.5.12 온라인 인터뷰지 2차 발송
2006.5.27 2차 전시 관련 외부 원고 청탁
2006.3.15 기획안 구체화 및 수정, 보완 진행 복권기금 신청공지 수시 확인
2006.5.13 온라인 인터뷰지 3차 발송 세부 도록 제작 기획회의(KC기획)
2006.4.3 복권기금 신청공지 수시 확인-4월초로 연기됨
2006.5.14 오전 10시 30분 이광호 작업실 방문(창동스튜디오) 이광호 출품작 선정 및 작업실 촬영, 간단한 인터뷰 진행 오후 2시 정명국 미팅(사비나미술관) 정명국 출품작 관련 논의 및 인터뷰 장면 촬영, 간단한 인터뷰 진행 작품 선정차 정명국 작업실 방문 약속 (5월 20일 토요일 오후 8시) 오후 3시 한수정 미팅 (사비나미술관) 한수정 출품작 관련 논의 및 인터뷰 장면 촬영, 간단한 인터뷰 진행 한수정 전시공간 논의 오후 4시 30분 박미현 미팅(사비나미술관) 박미현 출품작 관련 논의 및 인터뷰 장면 촬영, 간단한 인터뷰 진행
2006.5.28 박장년 작가 작업실 방문(군산) 박장년 작가미팅 11시-출품작 관련 자료 논의 및 인터뷰 진행 김홍주 작가 방문(대전-유성) 김홍주 작가미팅 5시-인터뷰 진행, 작품 반출에 관한 사항 논의
2006.4.10 전시명 수정(가제 : 천국보다 아름다운) 출품의뢰서 작성 및 참여 작가 연락처 확보 관련 체험프로그램 명확화 복권기금 지원신청 기획서 준비 2006.4.19 참여 작가 연락처 수정-수시로 정보 수집하여 업데이트 복권기금 지원신청 기획서 작성 진행 참여 작가 연락 및 출품의뢰서 발송 참여의사 결정에 따라 4차 참여 작가 선정회의 진행 예정(추 가 작가 선정) 복권기금 공지확인(5월 4일까지 신청) 2006.4.24 오후 2시 복권기금 지원사업 설명회 참석(국립중앙박물관) 참여 작가 연락 진행 5월 8일로 신청일자 연기 2006.4.25 도록제작기획안 작성 체험프로그램 관련 회의 김창영 출품작 선정차 박영덕 화랑 미팅 2006.5.3 전시관련 미정된 세부사항(전시명 외) 확정 회의 2006.5.6 전시명 확정(여섯 개 방의 진실) 참여 작가 연락완료 오후 8시 허유진 작업실 방문-출품작 논의 2006.5.8 2006년도 문화관광부 사립박물관·미술관 복권기금 지원 사업 신청 2006.5.9 김상우 출품작 선정 2006.5.10 참여 작가 연락결과보고 4차 참여 작가 및 출품작 선정회의(최종 참여 작가 선정) 참여 작가 인터뷰지 작성 및 인터뷰 실시 오후 8시 박용남 작업실 방문(경기도 남양주시) 박용남 출품작 선정 및 작업실 촬영, 간단한 인터뷰 진행 2006.5.11 온라인 인터뷰지 1차 발송 전시예상배치도 제작
2006.5.15 전시프리뷰 작성 및 발송 2006.5.16 도록 제작용 참여 작가별 기초자료 요청-일괄공지 2006.5.18 이지송 작가 미팅 2006.5.19 오후 8시 임영선 작업실 방문 취소(작가개인사정 상 연기) 임영선 출품작 미정 2006.5.20 1차 전시 관련 외부 원고 청탁 2006.5.21 고영훈 작업실 미팅 취소 고영훈-가나아트센터 담당 큐레이터와 관련업무 진행으로 변 경 참여작가 도록 제작 관련 자료 1차 마감 2006.5.22 참여작가 도록 제작 관련 자료 2차 마감 오후 4시 도록수록용 점자제작회의(하상장애인복지관) KC기획 동행 이종구 출품작 추가 2006.5.23 참여작가 도록 제작 관련 자료 3차 마감 부족한 자료는 제작에 들어가면서 수시로 요청함 2006.5.25 임영선, 이목을 작가 미팅 약속(KIAF 프레오프닝) 윤병락 미팅, 일부 자료 반입 이목을 출품관련 논의-5월 31일 최종 논의하기로 결정 고영훈 출품작에 관한 논의(가나아트)
2006.5.29 이목을 출품확정-관련자료 및 인터뷰 요청 최종 참여작가 확정(임영선 불참) 2006.5.30 참여 작가 운송 관련 논의-작품 소재지 주소록 발송 2006.5.31 1차 기획서문 마감 2006.6.3 1차 도록 수정 미팅 (KC기획) 외부 청탁 원고 마감 2006.6.5 도록 관련 자료 편집 및 반출 하상장애인복지관 원고 전달 2006.6.8 2차 도록 수정 미팅 (KC기획) 작품반입 및 전시장 보수 시작 2006.6.9 도록 최종 교정 및 인쇄 2006.6.10 작품반입종료-일부 작가에 한해 다음 주 작품 수시 반입 2006.6.12 전시 홍보 보도자료 발송 언론사 방문 및 연락 작품 디스플레이 진행 2006.6.15 언론사 도록 발송 2006.6.17 디스플레이 1차 종료 2006.6.19 디스플레이 2차 종료 2006.6.20 전시장 최종 점검 2006.6.21 전시오픈 / 전시 및 부대행사 진행 2006.7 복권기금 사업결과보고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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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PARE FOR EXHIBITION
■ 사비나미술관 소개 사비나미술관은 '미술과 대중의 거리 좁히기', '건강한 미술문화 다지기'라는 취지하에 1996년 3월 6일 갤러리사비나로 출 발하여 2002년 7월 국내 갤러리로서는 처음으로 미술관으로 등록되었으며, 2003년 3월 사립미술관 1호로 사단법인이 되 었습니다. 저희 미술관은 참신하고 재미있는 기획전을 통해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전시문화를 개척해오고 있습니다. 또한 전시장은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곳이라는 기존의 단편적이고 소극적인 이미지를 극복하고, 일반인들에게 미술문화에 대 한 적극적인 흥미를 이끌어내기 위해 교육강좌, 이색프로그램 등의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 기획전 연혁 1996
2001
1996 인간의 해석(1996.3.6-4.14)
점(占)(2001.1.12-1.29)
미술 속의 동물-그 상징과 해학(1996.4.17-4.29)
NO CUT(2001.2.28-3.26)
색채의 마술사들(1996.5.15-6.10)
향수-디지털적 사고에서 아날로그적 감성으로(2001.5.5-5.20)
밤의 풍경-잃어버린 시간 속으로의 여행(1996.7.16-8.31)
평론가 K씨의 컬렉션 이야기(2001.6.20-7.4) 사람은 왜 기억할까?(2001.7.6-7.22)
1997
그림 속 그림 찾기(2001.7.28-8.26)
소(1997.1.6-1. 26) 한국의 미를 찾아서(1997.3.5-3.31)
2002
숲으로 가는 길-인사동 수목원(1997.7.2-7.15)
흥겨운 우리놀이(2002.1.2-2.8)
교과서 미술(1997.7.24-8.26)
미스테리(2002.5.1-7.11)
죽음 앞에 선 인간(1997.7.30-8.26)
개(2002.7.22-8.31) The nude(2002.12.12-2003.2.27)
1998 호랑이(1998.1.5-1.24)
2003
잘못된 만남(1998.2.3-2.14)
예술가의 愛술이야기(2003.7.16-9.17)
입맞춤(1998.3.26-4.16) 우리 들꽃(1998.6.30-7.19)
2004
물의 풍경(1998.7.22-8.3)
작업실 리포트(2004.1.7-2.25) 리얼링 15년(2004.6.18-8.6)
1999
그리스화필기행전-서양문명의 젖줄을 찾아서(2004.8.12-9.19)
돈 돈 돈(1999.1.4-2.7)
미술과 영화-시각서사(2004.12.31-2005.2.26)
이발소 명화-대중미술 바로보기(1999.7.16-8.22) 2005 2000
미술과 수학의 교감(2005.6.8-8.31)
그림으로 보는 우리 세시풍속(2000.1.3-2.6)
예술과 과학의 판타지-ArtiST Project(2005.11.23-2006.1.27)
일기예보(2000.3.23-4.9) 행복한 선물-기념일을 위한 미술(2000.4.29-5.9)
2006
기발한 상상력-포복절도(2000.7.4-7.25)
여섯 개 방의 진실(2006.6.21- )
머리가 좋아지는 그림(2000.8.1-8.27) 갤러리사비나와 작가들(2000.12.21-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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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ruth of Six Rooms 2006. 6. 21 (수) - 6. 28 (수) 사비나미술관 전관 사비나미술관 관
장|이명옥
전시감독|박영택 수석 큐레이터|황정인 어시스턴트 큐레이터|우선미 인턴 큐레이터|박재인 홍
보|박민영
에듀케이터|윤희은 도 록 발행처|사비나미술관 발행인|이명옥 편집인|황정인 디자인|K·C Communications 등 록|1996. 1. 20 제 1-1971호 2006년 문화관광부 복권기금「사립박물관·미술관 특별전시 프로그램지원」사업 ※ 전시를 위해 도움주신 사단법인 한국박물관협회에 깊은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특별히 전시진행과 준비에 애써주신 사단법인 한국박물 관협회 기획·지원실 윤태석 실장님과 관계자 여러분, 박영덕 화랑 김희승 큐레이터님, 가나아트센터 김미라 팀장님, 조의영 큐레이터님, 하상장애인복지관 학습지원팀 윤지연님, 정상미님, K·C기획 조대련 실장님, 김희숙님, 송영주님께 감사드립니다.
ⓒ 2006 이 도록에 실린 작품사진이나 글을 사용하시려면 사비나미술관에 상의해주세요. Printed by K·C Communications
개
여섯
진실 방의
The Truth of Six Rooms
The Truth of Six Rooms 2006. 6. 21 (수) - 8. 30 (수) 사비나미술관 전관 사비나미술관 관
장|이명옥
전시감독|박영택 수석 큐레이터|황정인 어시스턴트 큐레이터|우선미 인턴 큐레이터|박재인 홍
보|박민영
에듀케이터|윤희은 도 록
2006. 6. 21 (수) - 8. 30 (수) 사비나미술관 전관
발행처|사비나미술관 발행인|이명옥 편집인|황정인 디자인|K·C Communications 등 록|1996. 1. 20 제 1-1971호 2006년 문화관광부 복권기금「사립박물관·미술관 특별전시 프로그램지원」사업으로 2006년 6월 21일부터 28일까지 열렸으며, 8월 30일까지 연장 전시합니다. ※ 전시를 위해 도움주신 사단법인 한국박물관협회에 깊은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특별히 전시진행과 준비에 애써주신 사단법인 한국박물 관협회 기획·지원실 윤태석 실장님과 관계자 여러분, 박영덕 화랑 김희승 큐레이터님, 가나아트센터 김미라 팀장님, 조의영 큐레이터님, 하상장애인복지관 학습지원팀 윤지연님, 정상미님, K·C기획 조대련 실장님, 김희숙님, 송영주님께 감사드립니다.
ⓒ 2006 이 도록에 실린 작품사진이나 글을 사용하시려면 사비나미술관에 상의해주세요. Printed by K·C Communications
2006년 문화관광부 복권기금「사립박물관·미술관 특별전시 프로그램지원」사업으로 2006년 6월 21일부터 28일까지 열렸으며, 8월 30일까지 연장 전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