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나팔 2018· 8 · 제15호 천주교의정부교구 “뿔나팔” 소리는 이스라엘 민족들에게 하느님께서 나타나실 때, 또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실 때 울려퍼지던 소리입니다. 정의 평화 위 원 회 하느님의 현존이 가득한 세상, 뿔나팔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퍼질 수 있는 세상이 되길 희망합니다. •발행인 상지종 •편집 천주교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주소 경기도 의정부시 신흥로261 천주교 의정부교구청 4층 •전화 031 850 1501 •이메일 upeace@ujb.ucaholic.or.kr
공론장과 대안공동체 운동, 그리고 교회 (3)
평
경동현 안드레아 / 의정부교구정의평화위원회 위원, 우리신학연구소연구실장
대항 공론장으로의 대안공동체 운동 주류 공론장에 대한 저항 혹은 대안의 의미로 사용하는 대항 공론장(alternative public sphere) 개념은 한국사회와 교회의 현실 안에서 공공성 회복을 위한 방안을 논할 때 시 사하는 바가 크다. 기본적으로 대항 공론장은 보편적 공론 장에 대한 대응적 의미로 나온 개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항 공론장은 주류 공론장에 저항하는 개념으로, 상대적 으로 사회적으로 무시되거나 소외된 계층과 그 담론들을 끌어내고 재생산하는 공간으로 정의될 수 있다. 이때 대항 공론장에서의 정치는 주류 공론장에 대항하는 이들이 자 신들의 언어로 논의하고 결합하고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자 신들의 공론장을 구축하는 데에 있다. 공론장에서의 정치 는 안이한 합의형성을 목적으로 하기보다 오히려 형성된 합 의를 비판하고 다른 의사형성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한 결 과로서, 대항 공론장에서의 정치는 미숙한 혹은 변질된 주 류 공론장의 전환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완수하는 것이 다. 대항 공론장의 정치는 어떤 의미에서는 주류 공론장이 존립하기 위한 중요한 조건 중 하나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한국천주교회 창설기의 천주교 신 앙이나 교회사 안에서 출현했던 수도원 운동은 일종의 대 항 공론장의 역할을 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콘스탄티 누스 시대 이후 그리스도교가 사회적 약자에서 강자로, 소 수자에서 지배자로 거듭나게 됨에 따라 예수 운동이 가졌 던 본 모습을 조금씩 잃어버렸다. 수도원 운동은 이러한 타 락 과정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설파했던 복음의 메시지를 회 복하기 위한 운동으로 나타났다. 초기 교회가 가졌던 정체 성을 다시 회복함으로써 예수가 설파한 복음에 기반한 그리 스도교의 본 모습을 복원하고자 한 것이다. 수도원 운동은 교회가 타협하고 있는 세상과의 결별을 의미했다. 그들은 세상으로부터 주어진 모든 혜택을 포기하고 스스로 금욕 적 생활을 선택함으로써 그리스도교의 종교적 원형을 구현 하고자 했다. 사유재산의 포기와 공동생활의 원칙은 세상
과의 결별을 상징하는 결단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하느님 나라가 요구했던 철저한 윤리 준수와 최소한의 물질적 여건 속에서 살고자 하였다. 수도원 운동은 물론이고, 종교개혁 급진파들의 공동체 운동은 당대의 지배적 공론장을 형성했던 가톨릭교회와 종 교개혁 주류 세력에 대항해 초대교회의 이상을 회복하기 위 한 대항 공론장의 성격을 지닌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날 한 국천주교회가 우리 사회의 공론장 안에서 공공성을 강화하 기 위한 방편으로 우리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행해지는 대안공동체 운동에 주목하고자 한다. 대안공동체 운동에 주목하는 첫 번째 이유는 주류 공론장에 대한 저항 혹은 대안의 의미로 사용하는 대항 공론장의 성격을 대안공동체 운동이 지녔기 때문이다. 둘째로 대안공동체 운동이 근대 화 과정의 산업화, 도시화로 해체된 공동체적 삶을 이 시대 에 되살리고자 하는 공공성을 전제한 운동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대안공동체 운동에서 영성적 측면은 공동체를 유 지하고 발전시키는 핵심 축이기 때문이다. 초대교회에서 출 발해 수도원 운동, 종교개혁 급진파, 청교도 혁명에 이르는 소위 그리스도교 유토피아주의의 근간은 이들의 영성적 힘 에 있다고 할 것이다.
대안공동체 운동의 사례와 시사점 1) 교회 차원의 대안공동체 운동인 소공동체 운동 지난 20여 년간 한국천주교회는 ‘소공동체’ 또는 ‘소공 동체 운동’을 범 교회적 차원에서 벌여왔다. ‘위로부터의 도 입’이라는 태생적인 속성을 지니고 출발했지만, 소공동체는 전국 본당으로 확대되었고 조직적으로 20여 년 동안 지속되 어 왔으며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20여년의 시간이 지 나면서 한국의 소공동체 운동을 두고 상반된 평가가 존재 한다. 이를테면, 한쪽에서는 소공동체 운동이 제2차 바티
칸공의회가 추구하는 ‘친교’의 교회를 실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 서는 현재 한국에서 추진되는 소공동체 운동 방식이 실제 사목 현장에서는 공동체성을 실현하기 어렵고 오히려 세상 속의 교회로 나아가고자 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을 거스른다는 비판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안공동체는 기존의 주류 공동체의 삶의 유 형과 그 동학에 문제를 제기하며 대안적 삶을 모색하고 실 천하는 새로운 유형의 공동체나 공동체 운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 천주교회의 소공동체 운동 역시 중산층화와 대형화된 제도 교회의 문제를 극복하려는 대안 공동체적 운동으로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출범 당 시부터 ‘교회 밖’을 고려하거나 포함하지는 않았다. 소공동 체 운동이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 머물지 않고, 울타리 밖의 사회와 의사소통하며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기 위해서는 교회 안에 머물거나, 내부 활동에만 집중해온 사목 관행과 교회상에 대한 전환이 전제될 필요 가 있다. 소공동체 운동이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데 어려움 이 있던 원인으로는 교회의 내적 속성에 기인한다고 보인다. 곧, 교회공동체를 ‘그리스도의 지체’와 같이 신앙고백적 언 어로 표현하기 때문에 일반 사회와의 연결점을 찾기 어려 운 면이 있다. 또 ‘성과 속’의 구분을 강조하는 이원론적 사 고 또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사회생활에 올바른 의미를 부 여하지 못하여 일반 사회와 고립되거나 배타적인 공동체를 만들 우려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지금까지 교회의 지역사 회 참여는 교회 중심의 관점에서 일종의 봉사나 자선, 구제 차원의 활동에 한정할 수밖에 없는 내적 특징을 갖고 있다 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공동체 운동의 교회 밖 확장을 위 해서는 본당 관할 지역의 다른 지역 단체나 시민 단체와 본 당이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연대 활동을 해야 한다는 인식과 그것의 확산이 매우 필요해 보인다. (다음호에 계속됩니다.)
"성령께서는 풍요롭고 다양한 은사를 가져다주시면서 동시에 결코 획일적이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조화인 일치를 일구어 주십니다."
(복음의 기쁨 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