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나팔 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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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나팔 2019 · 10 · 제22호 천주교의정부교구 “뿔나팔” 소리는 이스라엘 민족들에게 하느님께서 나타나실 때, 또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실 때 울려퍼지던 소리입니다. 정의 평화 위 원 회 하느님의 현존이 가득한 세상, 뿔나팔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퍼질 수 있는 세상이 되길 희망합니다. •발행인 상지종 •편집 천주교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주소 경기도 의정부시 신흥로261 천주교 의정부교구청 4층 •전화 031 850 1501 •이메일 upeace@uca.or.kr

자신의 그림자를 마주하지 않는 일본 이정윤 베드로 신부 / 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지금동 주임 지난달부터 우리나라는 온통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한국의 많은 국민들이 울분과 걱정을 토로하고 있다. 심지어 자발적 으로 민간단체까지 교류를 끊고 서로 미워하는 반일운동이 확산되어가고 있는 매우 유감스러운 상황에서 아주 작은 외 침이지만 일본교회와 지식인들은 일본정권에 대항해 싸우고 있다. 친일파만 생각하지 말고 반대로 친한파도 있고 국경을 초월해 반아베 정권을 외치고 있는 작은 이들의 목소리도 있 다. 남들이 외면하고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 작지만 한국을 위해 <반아베-反阿部> 피캣을 들어올리는 일본의 힘없는 백 성들이 있기 때문에 더욱 숙연해지고 마음이 뜨거워진다. 일본의 유명작사 무라카미 하루키는 안데르센 문학상을 수상하는 연설에서 “역사를 수정하면 결국 우리 자신이 다친 다.”고 역사 수정주의에 일침을 가했다. 무라카미는 안데르 센의 <그림자>를 인용해 <그림자>는 주인을 떠난 그림자가 더 강한 존재가 돼 주인을 살해한다는 내용이다. 무라카미는 이 작품의 내용을 언급하면서 “인간 개개인에 그림자가 있듯이 모든 사회와 국가에도 그림자가 있다. 밝고 눈부신 면이 있으면 그것에 어울리는 어두운 측면도 있는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가끔 그림자에서 눈을 돌 리거나 배제하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높은 담을 쌓고 밖 에서 오는 사람을 쫓아내더라도, 혹은 역사를 편리한 대로 고쳤다고 해도, 결국 자기 자신이 상처를 입게 된다”고 지적 했다. 그는 이어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는 자신의 그 림자를 마주해야 한다. 이를 직시하지 않으면 그림자는 더 강한 존재가 돼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설에서 그림자가 무엇인지 정확히 밝히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국제 정세나 일본내 사회 문제등을 비춰보면 난 민이나 이민자에 배타적인 사회 분위기, 우파 세력의 역사 왜 곡 시도 등을 비판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무라카미는 그 동안 일본의 주변국 침략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 인식을 비판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5년전 일이다. 일본에서 사목하고 있을 때, 한 통의 편지 를 받았다. 그때 당시도 일본에서 헤이트 스피치와 혐한 데 모가 공공연히 시내에서 일어나고 있을 때였다. 편지의 내용 은 짐작할 수 있겠지만 갖은 욕설과 함께 “조센징 신부는 자 기 나라로 돌아가라”는 것이었다. 마음이 너무 산란하고 의 기소침한 저에게 많은 사제들과 신자들은 정말 죄송하다며 분노했고, 이럴 때 일수록 더욱 더 힘을 내어 일본의 참회와 사죄를 위해 사목해 달라고 응원해 주었다. 공적으로는 선교 를 위해 파견되어온 사제인 동시에 사적으로는 다른 이주민 이나 난민들처럼 힘없고 약한 존재임을 생각하면 사방에서

내몰리고 적대시되는 현시대의 이주민이나 난민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세상의 악은 어디 에서 오는 것일까? 주님의 십자가와 죽음을 묵상하며 악의 유혹을 이겨내시고 승리하신 예수님께 기도했다. “주님께서 는 어찌하여 이들을 위해 십자나무에 매달리셨습니까? 이 들을 용서하라 하시며 피를 흘리셨습니까?” 결국 당신께서 는 이 길을 따라 걸어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십자가임을 받 아들이게 하신다.

법의 우위성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상호 신뢰의 원칙이 가장 중요하다. “각 나라 안에 사적 복수와 보복 체계가 법 의 권위로 이미 대체되었듯, 마찬가지로 이제 국제 공동체 에서도 그러한 발전이 이루어지기를 시급히 요청할 때가 왔 다.”(백주년52항) 교도권은 사람들 사이의 그리고 국가들 사이의 상호 의 존은 도덕적 차원을 지니며,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 종교적 의미에서 현대 세계의 관계를 결정짓는 요인이라고 인식한 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제 기구들은 정치적인 적수 관계를 초월하고 이런 기구들을 조정하려는 일체의 의도를 포기할 것을 전제로 하며 오로지 공동선을 위해서 존재하여야 한 다. 특히 정부 간 조직들은 경제 분야에서 통제와 지도의 기 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여야 한다.(사회적 관심 43항 참조) 일본 가톨릭 주교회의 정평위 위원장인 카츠야주교는 3.1 운동 100주년을 맞이하여 일본의 식민지 침략과 남북의 분 단과 한국전쟁의 근원적 책임이 일본에 있다는 사실을 반성 하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도와 연대를 강조하였다. 그리고 양국 교회와 아시아교회의 복음 화를 위해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더 깊은 형제적 나눔과 교류 를 통해 양국이 험난한 미래를 함께 연대해 나가길 바라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광복절이자 성모승천 대축일이었 던 8월15일, 카츠야주교는 <한일정부관계의 화해를 향한 회 장 담화> 일본 가톨릭 정평위 협의회 회장으로써 담화문을 발표하였다. 일본교회는 피폭을 당한 8월중순에 평화의 주 간을 지내며 전쟁의 아픈 상처와 고통이, 또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세계의 평화를 기도하며 순례 하는 교회 전통이 있다. 특히 올해는 한일 정부가 화해와 평화를 위해 특별히 기도하였다. 서로의 역사적 인식이 다르기에 올바른 방향으 로 나아가기 위한 공동의 연구와 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사과하고 반성하는 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 라. 과거의 어둡고 아픈 역사의 그림자를 바르게 인식하고 배 움으로써 밝은 미래를 지향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제가 사목했던 요코하마 교구는 1859년 개항 이후 많은 서 양문물이 들어온 곳이고 지금도 국제적 도시로서 외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특히 이주민 가운데 필리핀, 중국, 한국, 베 트남 등 많은 이주민 신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어느 주 일 오후 가와사키시 카이츠카 성당에 경찰들이 들어와 외국 인 공동체의 불법 체류자를 연행해 가는 공권력의 투입이 있 었다. 본당사제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나서 요코하마교구와 일본주교회의의 정평위에서는 부당한 공권력 남용이라고 거세게 항의하며 일본 정부와 경시청에 항 의 문서를 전달하고 재발방지를 약속 받게 되었다. 이것은 가 난한 이주자들에 대한 권력의 오남용임을 입증하는 것이고 주일에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안식처를 찾아온 이주민들에게 신앙의 자유를 빼앗는 것이었다. 가와사키시의 종교인들은 한 목소리로 함께 연대하며 불법연행에 항의, 재발방지를 요 구하여 다시는 공권력이 교회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

교회와 정치 공동체는 사실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개 인이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또 그리스도인으로서 자신의 실 재 안에 내재된 권리들을 온전히 행사하고 그에 상응하는 의무를 올바로 수행하도록 돕고자 인간에 대한 봉사를 지 향하는 유기적 조직들이다. 교회와 정치 공동체는 “장소와 시대의 환경을 고려하며 서로 건실한 협력을 더 잘하면 할수 록, 그 봉사는 더 효과적으로 모든 사람의 행복에 이바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목헌장 76항) 아베는 초선 의원 시절부터 연구회를 만들어 철저히 역사 왜곡을 준비하며 젊은이들에게 애국심을 강조해 왔다. 과거 의 일본제국, 국가 제일주의로, 아시아에서 미국과 대등한 힘 을 갖고 과거의 영화와 번영을 다시 이루기 위해 꿈꾸어 왔 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정권을 잡은 아베의 국가주의로 인해 지금의 우리는 경제적 보복이라는 어두운 현실을 직면하고 있 는 것이다. 끝으로 이러한 일본의 국가주의를 반대하는 교회는 여러 국가와 정치인들의 연대와 대화가 더욱 절실히 필요함을 인식 한. 다시는 이러한 잘못된 국가 영웅주의에 취하지 말고 하루 빨리 탈피하여 회개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기도한다. 하느님 께서 원하시는 평화, 아시아의 책임있는 국가로서 한국과 일 본은 서로 연대와 기도를 통해 하나가 되어야 하겠다. 일본교 회의 역량이 부족하다면 한국교회가 함께 도와주고 힘을 보 태어 줄 수 있는 형제적 연대가 아시아 교회 공동체와 국가간 의 상호신뢰를 지키며 나아갈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교회와 정치 공동체는 “장소와 시대의 환경을 고려하며 서로 건실한 협력을 더 잘하면 할수록, 그 봉사는 더 효과적으로 모든 사람의 행복에 이바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목헌장 76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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